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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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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0T21:39:18Z
Kwamikagami
679
/* 訓民正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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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뜻 설명|이 문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관한 것입니다. 훈민정음언해를 보길 원하시면 [[훈민정음언해]]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머리말
|제목 = 훈민정음
|다른 표기 = 訓民正音
|지은이 =
|역자 =
|부제 =
|이전 =
|다음 =
|설명 = {{서지|위키백과|공용|공용 문서=Hunminjeongeum}} 조선 세종이 1443년(세종 25) 음력 12월에 만들어 1446년(세종 28) 음력 9월 상순에 공포한, 뒷날 한글로 불리게 된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 체계를 해설한 책. 훈민정음의 판본에는 크게 해례본(한문본), [[훈민정음언해|언해본]]이 있고, 그밖에 예의본이 있다. 실록본은 예의본에 속한다. 이 가운데 완전한 책의 형태를 지닌 것은 해례본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해례본은 두 부로,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된 것과 2008년 상주에서 발견된 것이 존재한다. 세종의 어제 서문과 본문에 해당하는 〈예의(例義)〉및 〈해례(解例)〉, 그리고 정인지가 쓴 〈서(序)〉로 구성되어 있다. {{위키백과 인용|훈민정음}}
}}
{{옛한글 알림}}
[[파일:Hunminjeongum.jpg|thumb|250px|훈민정음 해례본]]
__목차__
{{-}}
{{옛한글 처음}}
== 訓民正音 ==
{{번역 표
|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한문・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br />
ㄱ은 어금닛소리이니, 君(군)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虯(구)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ㅋ은 어금닛소리이니, 快(쾌)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ㆁ은 어금닛소리이니, 業(업)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ㄷ은 혓소리이니, 斗(두)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𫟛(담)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ㅌ은 혓소리이니, 呑(탄)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ㄴ은 혓소리이니, 那(나)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ㅂ은 입술소리이니, 彆(별)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步(보)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ㅍ은 입술소리이니, 漂(표)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ㅁ은 입술소리이니, 彌(미)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ㅈ은 잇소리이니, 卽(즉)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慈(자)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ㅊ음 잇소리이니, 侵(침)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ㅅ은 잇소리이니, 戌(술)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邪(사)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ㆆ은 목구멍소리이니, 挹(읍)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ㅎ은 목구멍소리이니, 虗(虛;허)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洪(홍)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ㅇ은 목구멍소리이니, 欲(욕)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ㄹ은 반혓소리이니, 閭(려)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ㅿ은 반잇소리이니, 穰(양)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ㆍ는 呑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ㅡ는 卽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ㅣ는 侵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ㅗ는 洪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ㅏ는 𫟛(覃)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ㅜ는 君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ㅓ는 業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ㅛ는 欲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ㅑ는 穰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ㅠ는 戌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ㅕ는 彆 자의 중성과 같다.<br />
종성은 초성을 다시 쓴다. ㅇ을 순음 아래 이어 쓰면 순경음이 된다. 초성을 합해 쓰려면 나란히 쓴다. 종성도 마찬가지다. ㆍ, ㅡ, ㅗ, ㅜ, ㅛ, ㅠ는 초성 아래에 붙여 쓰고, ㅣ, ㅏ, ㅓ, ㅑ, ㅕ는 오른쪽에 붙여 쓴다. 무릇 글자는 반드시 합해져서 소리(음절)를 이룬다. 왼쪽에 한 점을 더하면 거성이요, 두 점을 더하면 상성이요, 없으면 평성이요, 입성은 점을 더함은 같되 빠르다.
|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故愚民。有所欲言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予。為此憫然。新制二十八字。欲使人人易習。便於日用矣<br />
ㄱ。牙音。如君字初彂聲<br />
  並書。如虯字初彂聲<br />
ㅋ。牙音。如快字初彂聲<br />
ㆁ。牙音。如業字初彂聲<br />
ㄷ。舌音。如斗字初彂聲<br />
  並書。如𫟛字初彂聲<br />
ㅌ。舌音。如呑字初彂聲<br />
ㄴ。舌音。如那字初彂聲<br />
ㅂ。脣音。如彆字初彂聲<br />
  並書。如步字初彂聲<br />
ㅍ。脣音。如漂字初彂聲<br />
ㅁ。脣音。如彌字初彂聲<br />
ㅈ。齒音。如卽字初彂聲<br />
  並書。如慈字初彂聲<br />
ㅊ。齒音。如侵字初彂聲<br />
ㅅ。齒音。如戌字初彂聲<br />
  並書。如邪字初彂聲<br />
ㆆ。喉音。如挹字初彂聲<br />
ㅎ。喉音。如虗字初彂聲<br />
  並書。如洪字初彂聲<br />
ㅇ。喉音。如欲字初彂聲<br />
ㄹ。{{SIC|半舌。音|半舌音。}}如閭字初彂聲<br />
ㅿ。半齒音。如穰字初彂聲<br />
ㆍ。如呑字中聲<br />
ㅡ。如卽字中聲<br />
ㅣ。如侵字中聲<br />
ㅗ。如洪字中聲<br />
ㅏ。如𫟛字中聲<br />
ㅜ。如君字中聲<br />
ㅓ。如業字中聲<br />
ㅛ。如欲字中聲<br />
ㅑ。如穰字中聲<br />
ㅠ。如戌字中聲<br />
ㅕ。如彆字中聲<br />
終聲。復用初聲。ㅇ連書脣音之下、則為脣軽音。初聲合用則並書終聲同。ㆍㅡㅗㅜㅛㅠ、附書初聲之下。ㅣㅏㅓㅑㅕ、附書於右。凡字必合而成音。左加一㸃則去聲、二則、上聲、無則平聲。入聲加㸃同而促急
}}
== 訓民正音解例 ==
=== 制字解 ===
天地之道,一隂陽五行而已。坤復之間為太極,而動静之後為隂陽。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捨隂陽而何之。故人之聲音,皆有隂陽之理,頋人不察耳。今正音之作,初非智營而力索,但因其聲音而極其理而已。理旣不二,則何得不與天地鬼神同其用也。<br />
천지의 도는 오직 음양오행뿐이다. 곤(坤)과 복(復) 사이가 태극이 되고, 움직이고 멈춘 뒤에 음양이 된다. 무릇 어떤 살아가는 무리든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들이 음양을 버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러므로 사람의 소리에도 다 음양의 이치가 있는데, 사람이 살피지 않을 뿐이다. 이제 훈민정음을 만든 것도, 처음부터 슬기로써 마련하고 힘으로써 찾아낸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소리를 바탕으로 그 이치를 다할 따름이다.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니거늘, 어찌 능히 하늘과 땅과 귀신과 더불어 그 씀을 함께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br />
正音二十八字,各象其形而制之。<br />
훈민정음 스물 여덟 글자는 각각 다음과 같은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br />
初聲凡十七字。牙音ㄱ,象舌根閉喉之形。舌音ㄴ,象舌附上腭之形。脣音ㅁ,象口形。齒音ㅅ,象齒形。喉音ㅇ,象喉形。ㅋ比ㄱ,聲出稍厲,故加畫。ㄴ而ㄷ,ㄷ而ㅌ,ㅁ而ㅂ,ㅂ而ㅍ,ㅅ而ㅈ,ㅈ而ㅊ,ㅇ而ㆆ,ㆆ而ㅎ,其因聲加畫之義皆同,而唯ㆁ為異。半舌音ㄹ,半齒音ㅿ,亦象舌齒之形而異其體,無加劃之義焉。<br />
초성은 무릇 열 일곱자이다. 아음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뜨고, 설음 ㄴ은 혀가 위턱(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순음 ㅁ은 입모양을 본뜨고, 치음 ㅅ은 이빨 모양을 본뜨고, 후음 ㅇ은 목구멍 모양을 본떴다. ㅋ은 ㄱ에 비해 소리가 세게 나는 까닭으록 획을 더하였다. ㄴ에서 ㄷ, ㄷ에서 ㅌ, ㅁ에서 ㅂ, ㅂ에서 ㅍ, ㅅ에서 ㅈ, ㅈ에서 ㅊ, ㅇ에서 ㆆ, ㆆ에서 ㅎ으로도, 그 소리를 바탕으로 획을 더한 뜻은 모두 같으나, 오직 ㆁ만은 달리 했다. 반혓소리 ㄹ, 반잇소리 ㅿ도 또한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으나 그 모양새를 달리해서, 획을 더한 뜻은 없다.<br />
夫人之有聲本於五行。故合諸四時而不悖,叶之五音而不𢨾。喉邃而潤,水也。聲虗而通,如水之虗明而流通也。於時為冬,於音為羽。牙錯而長,木也。聲似喉而實, 如木之生於水而有形也。於時為春,於音為角。舌銳而動,火也。聲轉而颺,如火之轉展而揚揚也。於時為夏,於音為徵。齒剛而斷,金也。聲屑而滯,如金之屑𤨏而鍛成也。於時為秋,於音為商。脣方而合,𡈽也。聲含而廣,如𡈽之含蓄萬物而廣大也。於時為季夏,於音為宮。然水乃生物之源,火乃成物之用,故五行之中,水火為大。喉乃出聲之門,舌乃辨聲之管,故五音之中,喉舌為主也。喉居後而牙次之,北東之位也。舌齒又次之,南西之位也。脣居末,𡈽無㝎位而寄旺四季之義也。是則初聲之中,自有隂陽五行方位之數也。<br />
대저 사람이 소리를 가짐은 오행에 근본을 두고 있으므로, 네 계절과 어울려 보아도 어그러지지 않고, 오음에 맞추어도 어긋나지 않는다. 목구멍은 깊고 젖어 있으니, 물이다. 소리는 비어 있고 통하니, 물이 투명하고 흘러 통하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겨울이 되고, 소리로는 우(羽)가 된다. 어금니는 어긋나고 기니, 나무다. 소리는 목구멍과 비슷하나 차 있으니, 나무가 물에서 나서 형체가 있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봄이 되고, 소리로는 각(角)이 된다. 혀는 날카롭고 움직이니, 불이다. 소리가 구르고 날리니, 불이 구르고 퍼져 휘날리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여름이 되고, 소리로는 치(徴)가 된다. 이는 단단하고 물건을 끊으니, 쇠이다. 소리가 부스러지고 걸리니, 쇠가 부스러져 가루가 되고 단련되어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가을이 되고, 소리로는 상(商)이 된다. 입술은 펼쳐져 있고 합해지니, 흙이다. 소리가 머금고 넓으니, 땅이 만물을 품어 넓고 큰 것과 같다. 계절로는 늦여름이 되고, 소리로는 궁(宮)이 된다. 그러나 물은 만물을 낳는 근원이요, 불은 만물을 이루어내는 작용을 하므로, 오행 중에서는 물과 불이 으뜸이 된다. 목구멍은 소리가 나오는 문이요, 혀는 소리를 변별해내는 기관이므로, 오음 중에 목구멍소리와 혓소리가 주가 된다. 목구멍은 뒤에 있고 어금니는 그 다음이니, 북쪽과 동쪽의 방위다. 혀와 이는 그 앞에 있으니, 남쪽과 서쪽의 방위다. 입술은 끝에 있으니, 흙이 일정한 자리가 없어 네 계절에 기대어 왕성함을 뜻한다. 이는 곧 초성 가운데 스스로 음양・오행・방위의 수(數)가 있음이다.<br />
又以聲音清濁而言之。ㄱㄷㅂㅈㅅㆆ,為全清。ㅋㅌㅍㅊㅎ,為次清。ㄲㄸㅃㅉㅆㆅ,為全濁。ㆁㄴㅁㅇㄹㅿ,為不清不濁。ㄴㅁㅇ,其聲㝡不厲,故次序雖在於後,而象形制字則為之始。ㅅㅈ雖皆為全清,而ㅅ比ㅈ,聲不厲,故亦為制字之始。唯牙之ㆁ,雖舌根閉喉聲氣出鼻,而其聲與ㅇ相似,故韻書疑與喩多相混用,今亦取象於喉,而不為牙音制字之始。盖喉屬水而牙屬木,ㆁ雖在牙而與ㅇ相似,猶木之萌芽生於水而柔軟,尙多水氣也。ㄱ木之成質,ㅋ木之盛長,ㄲ木之老壯,故至此乃皆取象於牙也。全清並書則為全濁,以其全清之聲凝則為全濁也。唯喉音次清為全濁者,盖以ㆆ聲深不為之凝,ㅎ比ㆆ聲淺,故凝而為全濁也。ㅇ連書脣音之下,則為脣軽音者,以軽音脣乍合而喉聲多也。<br />
또 소리의 청탁으로써 말하자면, ㄱ, ㄷ, ㅂ, ㅈ, ㅅ, ㆆ은 전청이 되고, ㅋ, ㅌ, ㅍ, ㅊ, ㅎ은 차청이 되고, ㄲ, ㄸ, ㅃ, ㅉ, ㅆ, ㆅ은 전탁이 되고, ㆁ, ㄴ, ㅁ, ㅇ, ㄹ, ㅿ은 불청불탁이 된다. ㄴ, ㅁ, ㅇ은 그 소리가 가장 거세지 않으므로, 순서가 비록 뒤에 있으나, 모양을 본떠서 글자를 만듦에는 처음으로 두었다. ㅅ과 ㅈ은 비록 모두 전청이지만, ㅅ은 ㅈ에 비해서 소리가 세지 않으므로, 또한 글자를 만듦에 처음으로 두었다. 다만 어금닛소리의 ㆁ은 비록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고 소리의 기운이 코로 나오나, 그 소리가 ㅇ과 비슷하므로, 운서(韻書)도 의(疑)모(母)와 유(喩)모(母)와 자주 서로 혼용하며, 여기서도 또한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것을 취하되, 아음을 만드는 처음으로 두지 않았다. 생각건대 목구멍은 물에 속하고 어금니는 나무에 속하므로, ㆁ이 비록 아음에 있지만 ㅇ과 비슷한 것은, 마치 나무의 싹이 물에서 나와서 부드럽고 여려서, 아직 물기가 많은 것과 같다. ㄱ은 나무가 바탕을 이룬 것이요, ㅋ은 나무가 무성히 자란 것이며, ㄲ은 나무가 나이가 들어 장년이 된 것이므로, 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어금니의 모양을 취했다. 전청을 나란히 쓰면 전탁이 되는 것은, 그 전청의 소리가 엉기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후음만은 차청이 전탁이 되는 것은, 아마 ㆆ의 소리가 깊어서 엉기지 않고, ㅎ은 ㆆ에 비해 소리가 얕아서, 엉기어 전탁이 되는 것일 테다. ㅇ을 순음 아래에 이어 쓰면 순경음이 되는 것은, 가벼운 소리로써 입술이 잠깐 합쳐지고 후음이 많기 때문이다.<br />
中聲凡十一字。ㆍ舌縮而聲深,天開於子也。形之圓,象乎天也。ㅡ舌小縮而聲不深不淺,地闢於丑也。形之平,象乎地也。ㅣ舌不縮而聲淺,人生於寅也。形之立,象乎人也。此下八聲,一闔一闢。ㅗ與ㆍ同而口蹙,其形則ㆍ與ㅡ合而成,取天地初交之義也。ㅏ與ㆍ同而口張,其形則ㅣ與ㆍ合而成,取天地之用彂於事物待人而成也。ㅜ與ㅡ同而口蹙,其形則ㅡ與ㆍ合而成,亦取天地初交之義也。ㅓ與ㅡ同而口張,其形則ㆍ與ㅣ合而成,亦取天地之用彂於事物待人而成也。ㅛ與ㅗ同而起於ㅣ。ㅑ與ㅏ同而起於ㅣ。ㅠ與ㅜ同而起於ㅣ。ㅕ與ㅓ同而起於ㅣ。
중성은 무릇 열한 글자이다. ㆍ는 혀가 오그라져 소리가 깊으니, 하늘이 자시(子時)에 열린 것이다. 모양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다. ㅡ는 혀가 조금 오그라져 소리가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땅이 축시(丑時)에 열린 것이다. 모양이 평평한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 ㅣ는 혀가 오그라지지 않아 소리가 얕으니, 사람이 인시(寅時)에 생긴 것이다. 모양이 서 있음은 사람을 본뜬 것이다. 이 아래의 여덟 소리는 하나는 닫힘이며 하나는 열림이다. ㅗ는 ㆍ와 같으나 입이 오므려지고, 그 모양은 ㆍ가 ㅡ와 합해서 이룸이며,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사귄다는 뜻을 취하였다. ㅏ는 ㆍ와 같으나 입이 벌어지고, 그 모양은 ㅣ가 ㆍ와 합해서 이룸이며, 천지의 작용이 사물에서 발해 사람을 기다려서 이루어짐을 취하였다. ㅜ는 ㅡ와 같으나 입이 오므려지고, 그 모양이 ㅡ가 ㆍ와 합해서 이룸이며, 역시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사귄다는 뜻을 취하였다. ㅓ는 ㅡ와 같으나 입이 벌어지고, 그 모양은 ㆍ가 ㅣ가 합해서 이룸이며, 역시 천지의 작용이 사물에서 발해 사람을 기다려서 이루어짐을 취하였다. ㅛ는 ㅗ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나고, ㅑ는 ㅏ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나고, ㅠ는 ㅜ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나고, ㅕ는 ㅓ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난다.<br />
ㅗㅏㅜㅓ始於天地,為初出也。ㅛㅑㅠㅕ起於ㅣ而兼乎人,為𠕅出也。ㅗㅏㅜㅓ之一其圓者,取其初生之義也。ㅛㅑㅠㅕ之二其圓者,取其𠕅生之義也。ㅗㅏㅛㅑ之圓居上與外者,以其出於天而為陽也。ㅜㅓㅠㅕ之圓居下與內者,以其出於地而為隂也。ㆍ之貫於八聲者,猶陽之統隂而周流萬物也。ㅛㅑㅠㅕ之皆兼乎人者,以人為萬物之靈而能參兩儀也。取象於天地人而三才之道備矣。然三才為萬物之先,而天又為三才之始,猶ㆍㅡㅣ三字為八聲之首,而ㆍ又為三字之冠也。<br />
ㅗ, ㅏ, ㅜ, ㅓ는 하늘과 땅에서 비롯하니, 처음 나온 것이 된다. ㅛ, ㅑ, ㅠ, ㅕ는 ㅣ에서 일어나서 사람을 겸하니, 두 번째 나온 것이 된다. ㅗ, ㅏ, ㅜ, ㅓ의 둥근 점이 하나인 것은, 처음에 생긴 뜻을 취한 것이며, ㅛ, ㅑ, ㅠ, ㅕ의 둥근 점이 둘인 것은, 두 번째로 생긴 뜻을 취함이다. ㅗ, ㅏ, ㅛ, ㅑ의 둥근 점이 위와 밖에 있는 것은, 그것이 하늘에서 나와서 양이 되기 때문이며, ㅜ, ㅓ, ㅠ, ㅕ의 둥근 점이 아래와 안에 있는 것은, 그것이 땅에서 나와서 음이 되기 때문이다. ㆍ가 여덟 소리에 일관됨은, 마치 양이 음을 거느려서 만물에 두루 흐름과 같다. ㅛ, ㅑ, ㅠ, ㅕ가 모두 사람을 겸한 것은, 사람이 만물의 영장으로 능히 음양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하늘, 땅, 사람을 본뜬 것을 취하여 삼재(三才)의 도리가 갖추어졌다. 그러나 삼재는 만물의 앞섬이 되고, 하늘은 또한 삼재의 근원이니, 마치 ㆍ, ㅡ, ㅣ 세 글자가 여덟 글자의 우두머리가 되고, ㆍ 또한 세 글자의 으뜸이 되는 것과 같다.<br />
ㅗ初生於天,天一生水之位也。ㅏ次之,天三生木之位也。ㅜ初生於地,地二生火之位也。ㅓ次之,地四生金之位也。ㅛ𠕅生於天,天七成火之數也。ㅑ次之,天九成金之數也。ㅠ𠕅生於地,地六成水之數也。ㅕ次之,地八成木之數也。水火未離乎氣,隂陽交合之初,故闔。木金隂陽之㝎質,故闢。ㆍ天五生𡈽之位也。ㅡ地十成𡈽之數也。ㅣ獨無位數者,盖以人則無極之真,二五之精,妙合而凝,固未可以㝎位成數論也。是則中聲之中,亦自有隂陽五行方位之數也。<br />
ㅗ는 처음으로 하늘에서 생겨나니, 천(天)1이고 물을 낳는 자리다. ㅏ는 그 다음이니, 천3이고 나무를 낳는 자리다. ㅜ는 처음으로 땅에서 생겨나니, 지(地)2이고 불을 낳는 자리다. ㅓ는 그 다음이니, 지4이고 쇠를 낳는 자리다. ㅛ는 두 번째로 하늘에서 생겨나니, 천7이고 불을 이루어내는 수이다. ㅑ는 그 다음이니, 천9이고 쇠를 이루어내는 수이다. ㅠ는 두 번째로 땅에서 생겨나니, 지6이고 물을 이루어내는 수이다. ㅕ는 그 다음이니, 지8이고 나무를 이루어내는 수이다. 물과 불은 아직 기(氣)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음양이 사귀어 어우르는 시초이므로, (입이) 닫힌다. 나무와 쇠는 음양이 고정된 바탕이므로, 열린다. ㆍ는 천5이고 흙을 낳는 자리이다. ㅡ는 지10이고 흙을 이루어내는 수이다. ㅣ만 홀로 자리와 수가 없는 것은, 아마 사람은 무극(無極)의 진리와 음양오행의 정수(精髄)가 묘하게 합하고 엉기어서, 본디 자리를 정하고 수를 이루어냄으로써 논할 수 없음일 것이다. 이는 곧 중성 가운데에도 또한 스스로 음양・오행・방위의 수가 있음이다. <br />
以初聲對中聲而言之。隂陽,天道也。剛柔,地道也。中聲者,一深一淺一闔一闢,是則隂陽分而五行之氣具焉, 天之用也。初聲者,或虗或實或颺或滯或重若軽,是則剛柔著而五行之質成焉,地之功也。中聲以深淺闔闢唱之於前,初聲以五音清濁和之於後,而為初亦為終。亦可見萬物初生於地,復歸於地也。<br />
초성으로써 중성에 대해 말하자면, 음과 양은 하늘의 도리이고, 단단함과 부드러움은 땅의 도리이다. 중성이란, 하나가 깊으면 하나는 얕고, 하나가 닫히면 하나가 열리니, 이는 곧 음양이 나뉘고 오행의 기운이 갖추어짐이니, 하늘의 작용이다. 초성이란, 어떤 것은 비어 있고, 어떤 것은 차 있으며, 어떤 것은 날리고, 어떤 것은 걸리며, 어떤 것은 무겁거나 가벼우니, 이는 곧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나타나서 오행의 바탕을 이룸이니, 땅의 공로이다. 중성이 깊고 얕음과 오므려지고 펴짐으로써 앞에서 부르면, 초성이 오음과 청탁으로써 뒤에서 화답하여, 초성이 되고 또 종성이 된다. 또한 만물이 처음 땅에서 나서 다시 땅으로 돌아감을 볼 수 있다. <br />
以初中終合成之字言之,亦有動静互根隂陽交變之義焉。動者,天也。静者,地也。兼互動静者,人也。盖五行在天則神之運也,在地則質之成也,在人則仁禮信義智神之運也,肝心脾肺腎,質之成也。初聲有彂動之義,天之事也。終聲有止㝎之義,地之事也。中聲承初之生,接終之成,人之事也。盖字韻之要,在於中聲,初終合而成音。亦猶天地生成萬物,而其財成輔相則必頼乎人也。終聲之,復用初聲者,以其動而陽者乾也,静而隂者亦乾也,乾實分隂陽而無不君宰也。一元之氣,周流不窮,四時之運,循環無端,故貞而復元,冬而復春。初聲之復為終,終聲之復為初,亦此義也。<br />
초성・중성・종성이 합하여 이룬 글자로써 말하자면, 또한 움직임과 멈추어 있음이 서로 근본이 되고 음과 양이 서로 바뀌는 뜻이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하늘이요, 멈추어 있는 것은 땅이요, 움직임과 멈추어 있음을 겸한 것은 사람이다. 생각건대 오행이 하늘에 있어서는 신의 운행이요, 땅에 있어서는 바탕의 이룸이요, 사람에 있어서는 인・예・신・의・지는 신의 운행이요,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은 바탕의 이룸이다. 초성은 발하여 움직이는 뜻이 있으니, 하늘의 일이다. 초성은 그치고 정해지는 뜻이 있으니, 땅의 일이다. 중성은 초성이 생기는 것을 이어받아, 종성이 이루어주는 것을 이어주니, 사람의 일이다. 생각건대 자운의 핵심은 중성에 있어, 초성과 종성을 합하여 소리를 이룬다. 또한 마치 천지가 만물을 이루어도, 그것을 재성보상(財成輔相)하려면 사람에 힘입어야 하는 것과 같다. 종성이 초성을 다시 쓰는 것은, 움직여서 양인 것도 건(乾)이요, 멈추어서 음인 것도 또한 건이니, 건은 사실 음양이 나뉘어 다스리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한 원(元)의 기운이 두르 흘러서 다함이 없고, 네 계절의 운행이 순환하여 끝이 없는 까닭으로, 정(貞)이 가서 다시 원이 오고, 겨울이 가서 다시 봄이 오는 것이다. 초성이 다시 종성이 됨도, 종성이 다시 초성이 됨도, 또한 이런 뜻이다.<br />
旴。正音作而天地萬物之理咸備,其神矣㦲。是殆天啓<br />
聖心而假手焉者乎。訣曰<br />
아아! 정음이 만들어져서 천지만물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그 신령함이여! 이는 분명 하늘이<br />
성인(聖人)의 마음을 열어 재주를 빌려주신 것이로다. 요결(要訣)로 말하자면:<br />
{{번역 표
|
<poem>
천지의 조화는 본래 하나의 기로,
음양・오행은 서로 처음과 끝이다.
만물이 둘 사이에서 형체와 소리가 있으니,
근본은 둘이 아니므로 이치와 수가 통한다.
정음의 글자 만듦에는 그 모양을 중요시해,
소리의 세기에 의해 그때마다 획을 더했다.
소리는 어금니・혀・입술・이・목구멍에서 나니,
이것이 초성이 되어서 글자는 열일곱이로다.
아음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취해,
단 ㆁ은 ㅇ과 비슷하나, 뜻을 취함이 다르다.
설음은 혀가 위턱에 붙은 모양을 본뜨고,
순음은 바로 입의 모양을 취한 것이로다.
치음과 후음은 바로 이와 목구멍 모양을 본떠,
이 다섯 가지의 뜻을 알면 스스로 명백해진다.
또한 반설음하고 반치음이 있으니,
모양 취함은 같으나 형태는 다르다.
ㄴ・ㅁ・ㅅ・ㅇ은 소리가 세지 않기 때문에,
차례는 비록 뒤이나, 본뜸에는 처음이다.
사계절과 천지 간 기운에 맞추면,
오행과 오음에 맞지 않음이 없다.
목구멍소리는 물과 겨울과 우가 되며,
어금니는 봄과 나무요 소리는 각이다.
치는 여름과 불로 혓소리이며,
이빨은 상과 가을, 또 쇠이다.
입술은 방위・수가 본디 정함이 없어,
흙이 되며 늦여름이고, 궁음이 된다.
말소리에는 또 스스로 청탁이 있으니,
초성에서 찾아서 자세히 살펴야 한다.
전청 소리는 ㄱ・ㄷ・ㅂ이요,
ㅈ・ㅅ・ㆆ 또한 전청소리다.
ㅋ・ㅌ・ㅍ・ㅊ・ㅎ과 같으면,
오음이 각각 차청이 된다.
전탁 소리는 ㄲ・ㄸ・ㅃ이요,
또한 ㅉ・ㅆ도 ㆅ도 있도다.
전청을 나란히 쓰면 전탁이 되나,
ㆅ만은 ㅎ에서 나와 이만 다르다.
ㆁ・ㄴ・ㅁ・ㅇ 및 ㄹ・ㅿ은,
그 소리가 불청불탁이다.
ㅇ을 이어 쓰면 곧 순경음이 되어,
후음이 많고 입술은 잠깐 합친다.
중성 열하나도 모양을 취하였으나,
깊은 의의는 쉽게 볼 수 없으리라.
ㆍ는 하늘을 본떠 소리가 가장 깊어,
때문에 둥근 모양은 곧 탄환과 같다.
ㅡ 소리는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그 모양의 평평함은 땅을 본떴다.
ㅣ는 사람이 섬을 본떠 소리는 얕아,
삼재의 도리가 이같이 갖추어졌도다.
ㅗ는 하늘에서서 나와서 닫혀 있으니,
하늘의 둥긂과 땅의 평평함을 취했다.
ㅏ 또한 하늘에서 나와 열려있으니,
사물에서 발해 사람이 이룬 것이다.
처음 생긴 뜻을 적용해 둥근 점은 하나요,
하늘에서 나와 양이 되니 위와 밖에 있다.
ㅛ・ㅑ는 사람을 겸해 두 번째 생김이 되니,
두 둥근 점이 형태가 되어 그 뜻을 보인다.
ㅜ・ㅓ・ㅠ・ㅕ가 땅에서 나와서 글자가 된 것은,
예로 미루어서 저절로 아니 어찌 평해야 하리.
ㆍ가 여덟 소리에 모두 들어 있는 것은,
하늘의 작용이 두루 흘러가기 때문이다.
ㅛ・ㅑ・ㅠ・ㅕ가 사람을 겸하는 것도 까닭이 있으니,
사람이 천지에 참여해서,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 초성・중성・종성의 지극한 이치를 탐구하면,
단단함과 부드러움, 음과 양이 저절로 있도다.
중성은 하늘의 작용으로 음과 양으로 나뉘고,
초성은 땅의 공로로 강함과 연함이 드러난다.
중성이 부르면, 초성이 화답하나니,
하늘이 땅에 앞섬은 자연의 이치다.
화답하는 것이 초성도 되고 종성도 되는 이유는,
만물이 모두 땅을 통해 나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음이 변해 양이 되고 양이 변해 음이 되니,
움직임과 멈춰 있음이 서로 근본이 되도다.
초성은 다시 발생하는 의미가 있으니,
양의 움직임이 되어 하늘을 맡음이다.
종성은 땅에 비유돼 음의 멈춤이 있으니,
글자의 소리는 여기서 그쳐서 정해진다.
운모가 이루어지는 핵심은, 중성의 작용에 있으니,
사람이 능히 하늘과 땅의 마땅함을 돕기 때문이다.
양의 작용은 음에도 통하여,
이르러 펴면 도로 돌아가니,
초성과 종성이 비록 둘로 나뉜다고 해도,
종성에 초성을 다시 쓴 뜻은 알 수 있다.
훈민정음의 글자는 오직 스물여덟 글자일 뿐이지만,
얽힘을 찾아 밝히고, 깊고 미묘함을 탐구한 것이다.
의향은 멀어도 말은 가까워, 백성을 이끌기 쉬우니,
하늘이 주심이지 어찌 지혜와 기교로 만들었으리요.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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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天地之化本一氣
隂陽五行相始終
物於兩間有形聲
元本無二理數通
正音制字尙其象
因聲之厲每加畫
音出牙舌脣齒喉
是為初聲字十七
牙取舌根閉喉形
唯業似欲取義別
舌迺象舌附上腭
脣則實是取口形
齒喉直取齒喉象
知斯五義聲自明
又有半舌半齒音
取象同而體則異
那彌戌欲聲不厲
次序雖後象形始
配諸四時與沖氣
五行五音無不協
維喉為水冬與羽
牙迺春木其音角
徵音夏火是舌聲
齒則商秋又是金
脣於位數本無㝎
𡈽而季夏為宮音
聲音又自有清濁
要於初彂細推尋
全清聲是君斗瞥
卽戌挹亦全清聲
若迺快呑漂侵虗
五音各一為次清
全濁之聲虯𫟛步
又有慈邪亦有洪
全清並書為全濁
唯洪自虗是不同
業那彌欲及閭穰
其聲不清又不濁
欲之連書為脣軽
喉聲多而脣乍合
中聲十一亦取象
精義未可容易觀
呑擬於天聲㝡深
所以圓形如彈丸
卽聲不深又不淺
其形之平象乎地
侵象人立厥聲淺
三才之道斯為備
洪出於天尙為闔
象取天圓合地平
𫟛亦出天為已闢
彂於事物就人成
用初生義一其圓
出天為陽在上外
欲穰兼人為𠕅出
二圓為形見其義
君業戌彆出於地
據例自知何湏評
呑之為字貫八聲
維天之用徧流行
四聲兼人亦有由
人參天地為㝡靈
且就三聲究至理
自有剛柔與隂陽
中是天用隂陽分
初迺地功剛柔彰
中聲唱之初聲和
天先乎地理自然
和者為初亦為終
物生復歸皆於坤
隂變為陽陽變隂
一動一静互為根
初聲復有彂生義
為陽之動主於天
終聲比地隂之静
字音於此止㝎焉
韻成要在中聲用
人能輔相天地宜
陽之為用通於隂
至而伸則反而歸
初終雖云分兩儀
終用初聲義可知
正音之字只廿八
探賾錯綜窮深幾
指遠言近牖民易
天授何曽智巧為
</poem>
}}
=== 初聲解 ===
正音初聲,卽韻書之字母也。聲音由此而生,故曰母。如牙音君字初聲是ㄱ,ㄱ與ᅟᅮᆫ而為군。快字初聲是ㅋ,ㅋ與ㅙ而為쾌〮。虯字初聲是ㄲ,ㄲ與ㅠ而為뀨。業字初聲是ㆁ,ㆁ與ᅟᅥᆸ而為ᅌᅥᆸ之類。舌之斗呑𫟛那,脣之彆漂步彌,齒之卽侵慈戌邪,喉之挹虗洪欲,半舌半齒之閭穰,皆倣此。訣曰
정음의 초성은 곧 운서의 자모이다. 소리는 이로 말미암아 나는 것이므로 어머니라고 이른다. 어금닛소리인 君 자의 초성은 ㄱ이고 ㄱ과 ᅟᅮᆫ을 어울러 군이라 하고, 快 자의 초성은 ㅋ이고 ㅋ과 ㅙ를 어울러 쾌〮라 하고, 虯 자의 초성은 ㄲ이고 ㄲ과 ㅠ를 어울러 뀨라 하고, 業 자의 초성은 ㆁ이고 ㆁ과 ᅟᅥᆸ을 어울러 ᅌᅥᆸ이라 하는 따위와 같다. 혓소리인 斗呑𫟛那, 입술소리인 彆漂步彌, 잇소리인 卽侵慈戌邪, 목구멍소리인 挹虗洪欲, 반설음과 반치음인 閭穰, 다 이를 본뜬 것이다. 결요를 말하자면
{{번역 표|
<poem>
ㄱ ㅋ ㄲ ㆁ 그 소리는 아음,
혓소리 ㄷ ㅌ과 ㄸ ㄴ,
ㅂ ㅍ ㅃ ㅁ은 곧 순음,
잇소리는 ㅈ ㅊ ㅉ ㅅ ㅆ이 있고,
ㆆ ㅎ ㆅ ㅇ은 곧 후음,
ㄹ은 반설, ㅿ 반치,
이십삼 자는 어머니로
온 소리는 다 이에서 나느니라.</poem>
|<poem>
君快虯業其聲牙
舌聲斗呑及𫟛那
彆漂步彌則是脣
齒有卽侵慈戌邪
挹虗洪欲迺喉聲
閭為半舌穰半齒
二十三字是為母
萬聲生生皆自此</poem>
}}
=== 中聲解 ===
中聲者,居字韻之中,合初終而成音。如呑字中聲是ㆍ,ㆍ居ㅌㄴ之間而為ᄐᆞᆫ。卽字中聲是ㅡ,ㅡ居ㅈㄱ之間而為즉。侵字中聲是ㅣ,ㅣ居ㅊㅁ之間而為침之類。洪𫟛君業欲穰戌彆,皆倣此。<br />
二字合用者,ㅗ與ㅏ同出於ㆍ,故合而為ㅘ。ㅛ與ㅑ又同出於ㅣ,故合而為ㆇ。ㅜ與ㅓ同出於ㅡ,故合而為ㅝ。ㅠ與ㅕ又同出於ㅣ,故合而為ㆊ。以其同出而為類,故相合而不悖也。一字中聲之與ㅣ相合者十,ㆎㅢㅚㅐㅟㅔㆉㅒㆌㅖ是也。二字中聲之與ㅣ相合者四,ㅙㅞㆈㆋ是也。ㅣ於深淺闔闢之聲,並能相隨者,以其舌展聲淺而便於開口也。亦可見人之參贊開物而無所不通也。訣曰
중성이란 것은 자운의 중간에 자리잡아 초성과 종성을 모으며 소리를 이루게 한다. 呑 자의 중성은 ㆍ이고 ㆍ는 ㅌ과 ㄴ 사이에 있어 ᄐᆞᆫ이 되고, 卽 자의 중성은 ㅡ이고 ㅡ는 ㅈ과 ㄱ 사이에 있어 즉이 되고, 侵 자의 중성은 ㅣ이고 ㅣ는 ㅊ과 ㅁ 사이에 있어 침이 되는 따위와 같다. 洪𫟛君業欲穰戌彆(ㅗㅏㅜㅓㅛㅑㅠㅕ), 다 이를 본뜬 것이다.<br />
두 글자를 모아 쓰는 것으로 ㅗ와 ㅏ는 모두 ㆍ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ㅘ가 되고, ㅛ와 ㅑ는 또한 모두 ㅣ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ㆇ가 되고, ㅜ와 ㅓ는 모두 ㅡ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ㅝ가 되고, ㅠ와 ㅕ는 또한 모두 ㅣ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ㆊ가 된다. 이들은 같은 데서 나온 것을 모아서 되는 것이니 따라서 조화에 어긋나지 아니한다. 한 자로 된 중성이 ㅣ와 어울리는 것은 열이니 ㆎㅢㅚㅐㅟㅔㆉㅒㆌㅖ이다. 두 자로 된 중성이 ㅣ와 어울리는 것은 넷으로 ㅙㅞㆈㆋ이다. ㅣ가 깊고 얕고, 열리고 닫힌 소리에 두루 서로 따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혀가 펴지고 소리가 얕아 입을 벌리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 만물을 여는 데에 참여하여 통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결요를 말하자면
{{번역 표|<poem>
어미 되는 글자의 음마다 중성이 있다.
중성은 모름지기 나아가서 열리고 닫힘을 좇으니
ㅗㅏ는 ㆍ로 말미암아 모아 쓸 수 있고
ㅜㅓ는 ㅡ에서 나왔으니 또한 모을 수 있다.
ㅛ 그리고 ㅑ, ㅠ 그리고 ㅕ
각각은 좇는 바로 헤아려 뜻을 알 수 있다.
ㅣ의 쓰임은 가장 많으니
열넷 소리에 서로 두루 미칠 따름이다.</poem>
|<poem>
母字之音各有中
須就中聲尋闢闔
洪𫟛自呑可合用
君業出則亦可合
欲之與穰戌與彆
各有所從義可推
侵之為用最居多
於十四聲徧相隨</poem>
}}
=== 終聲解 ===
終聲者,承初中而成字韻。如卽字終聲是ㄱ,ㄱ居즈終而為즉。洪字終聲是ㆁ,ㆁ居ᅘᅩ終而為ᅘᅩᇰ之類。舌脣齒喉皆同。<br />
聲有緩急之殊,故平上去其終聲不類入聲之促急。不清不濁之字,其聲不厲,故用於終則宜於平上去。全清次清全濁之字,其聲為厲,故用於終則宜於入。所以ㆁㄴㅁㅇㄹㅿ六字為平上去聲之終,而餘皆為入聲之終也。然ㄱㆁㄷㄴㅂㅁㅅㄹ八字可足用也。如ᄇᆡᆺ곶為梨花,ᄋ{{void}}ᅧᇫ의갗為狐皮,而ㅅ字可以通用。故只用ㅅ字。且ㅇ聲淡而虗,不必用於終,而中聲可得成音也。ㄷ如볃為彆,ㄴ如군為君,ㅂ如ᅌᅥᆸ為業,ㅁ如땀為𫟛,ㅅ如諺語옷〮為衣,ㄹ如諺語실〯為絲之類。五音之緩急,亦各自為對如牙之ㆁ與ㄱ為對,而ㆁ促呼則變為ㄱ而急,ㄱ舒出則變為ㆁ而緩。舌之ㄴㄷ,脣之ㅁㅂ,齒之ㅿㅅ,喉之ㅇㆆ,其緩急相對,亦猶是也。且半舌之ㄹ,當用於諺,而不可用於文。如入聲之彆字,終聲當用ㄷ,而俗習讀為ㄹ,盖ㄷ變而為軽也。若用ㄹ為彆之終,則其聲舒緩,不為入也。訣曰
종성이란 것은 초성과 중성을 이어 자운을 이룬다. 卽 자의 종성은 ㄱ이고 ㄱ은 즈의 끝에 있어 즉이 되고, 洪 자의 종성은 ㆁ이고 ㆁ은 ᅘᅩ의 끝에 있어 ᅘᅩᇰ이 되는 따위와 같다. 설음, 순음, 치음, 후음도 모두 같다.<br/>
소리는 느리고 빠름의 구분이 있으니 평성·상성·거성의 종성은 입성의 빠름에 들지 않는다. 불청불탁 글자는 그 소리가 세지 않으니 종성에 쓰이면 곧 평·상·거에 맞고, 전청·차청·전탁 글자는 그 소리가 세니 종성에 쓰이면 입성에 맞는다. 그러므로 ㆁㄴㅁㅇㄹㅿ 여섯 자는 평·상·거성의 종성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입성의 종성이 된다. 그런데 ㄱㆁㄷㄴㅂㅁㅅㄹ 여덟 자로 충분히 쓸 수 있다. 배꽃(梨花)을 이르는 ᄇᆡᆺ곶, 여우 가죽(狐皮)을 이르는 ᄋ{{void}}ᅧᇫ의갗과 같이 ㅅ 자로도 통용할 수 있으니 ㅅ 자로만 쓴다. 또 ㅇ 소리는 맑고 비어 종성에 반드시 쓰지 않고 중성만으로 소리를 이룰 수 있다. ㄷ은 彆인 볃과 같고, ㅂ은 業인 ᅌᅥᆸ과 같고, ㅁ은 𫟛인 땀과 같고, ㅅ은 옷(衣)의 우리말 옷〮과 같고, ㄹ은 실(絲)의 우리말 실〯과 같은 따위이다. 오음의 느리고 빠름 또 각자의 짝이 되니 아음 ㆁ과 ㄱ이 짝이 되어 ㆁ을 빠르게 내면 변하여 ㄱ이 되어 빠르고, ㄱ을 느리게 내면 ㆁ이 되어 느리다. 설음 ㄴㄷ, 순음 ㅁㅂ, 치음 ㅿㅅ, 후음 ㅇㆆ, 그 느리고 빠름이 상대됨 또한 이와 같다. 또 반설음 ㄹ은 마땅히 우리말에만 쓰여야지 한문에는 쓰일 수 없다. 입성 彆 자의 종성은 마땅히 ㄷ으로 쓰여야 하며 세속에서 익히고 읽는 것은 ㄹ인데 아마도 ㄷ이 가벼이 변했을 것이다. 만약 ㄹ을 彆의 종성으로 쓰면 그 소리가 느려지니 입성이 되지 않는다. 결요를 말하자면
{{번역 표|
<poem>
불청불탁은 종성에 쓰이면
평·상·거성은 되나 입성은 아니 된다.
전청, 차청과 전탁은
모두 입성이 되어 빠르다.
초성이 종성이 되는 이치가 본디 그러한즉
겨우 여덟 자로 쓴다 하여도 모자라지 아니하다.
오직 ㅇ 소리가 있어야 마땅할 곳에는
중성으로 소리를 이뤄도 통할 수 있다.
만약 卽자를 쓴다면 종성에는 ㄱ을 쓰고
洪, 彆은 ㆁ, ㄷ을 종성으로 하니
君, 業, 𫟛의 종성은 또 어떨까,
ㄴ, ㅂ, ㅁ으로 차례로 헤아려 보라.
이 여섯 소리는 한문과 우리말에 통하고
ㅅ, ㄹ은 우리말의 ‘옷’과 ‘실’에 쓰인다.
오음은 느리고 빠름이 제각기 짝을 이루니
ㄱ 소리는 ㆁ을 빠르게 한 것이요,
ㄷ, ㅂ 소리를 느리게 하면 ㄴ, ㅁ이요,
ㅿ, ㅇ 또한 ㅅ과 ㆆ과 짝이다.
ㄹ은 우리말에는 맞으나 한문에는 알맞지 아니하고
ㄷ을 가벼이 하여 ㄹ이 된 것은 세속의 습관이다.
</poem>
|
<poem>
不清不濁用於終
為平上去不為入
全清次清及全濁
是皆為入聲促急
初作終聲理固然
只將八字用不窮
唯有欲聲所當處
中聲成音亦可通
若書卽字終用君
洪彆亦以業斗終
君業𫟛終又何如
以那彆彌次第推
六聲通乎文與諺
戌閭用於諺衣絲
五音緩急各自對
君聲迺是業之促
斗彆聲緩為那彌
穰欲亦對戌與挹
閭宜於諺不宜文
斗軽為閭是俗習</poem>
}}
=== 合字解 ===
初中終三聲,合而成字。初聲或在中聲之上,或在中聲之左。如君字ㄱ在ㅜ上,業字ㆁ在ㅓ左之類。<br />
中聲則圓者橫者在初聲之下,ㆍㅡㅗㅛㅜㅠ是也。縱者在初聲之右 ㅣㅏㅑㅓㅕ是也。如呑字ㆍ在ㅌ下,卽字ㅡ在ㅈ下,侵字ㅣ在ㅊ右之類。<br />
終聲在初中之下。如君字ㄴ在구下,業字ㅂ在ᅌᅥ下之類。<br />
初聲二字三字合用並書,如諺語ᄯᅡ〮為地,ᄧᅡᆨ為雙,ᄢᅳᆷ〮為隙之類。各自並書,如諺語혀〮為舌而ᅘᅧ〮為引,괴여〮為我愛人而괴ᅇᅧ〮為人愛我,소다〮為䨱物而쏘다〮為射之之類。<br />
中聲二字三字合用,如諺語과〮為琴柱,홰〮為炬之類。終聲二字三字合用,如諺語ᄒᆞᆰ為𡈽,낛〮為釣,ᄃᆞᇌᄣᅢ〮為酉時之類。其合用並書,自左而右,初中終三聲皆同。文與諺雜用則有因字音而補以中終聲者,如孔子ㅣ魯ㅅ사〯ᄅᆞᆷ之類。<br />
諺語平上去入,如활為弓而其聲平,돌〯為石而其聲上,갈〮為刀而其聲去,붇〮為筆而其聲入之類。凡字之左,加一㸃為去聲,二㸃為上聲,無㸃為平聲,而文之入聲,與去聲相似。諺之入聲無㝎,或似平聲,如긷為柱,녑為脅。或似上聲如낟〯為穀。깁〯為繒。或似去聲,如몯〮為釘,입〮為口之類。其加㸃則與平上去同。平聲安而和,春也,萬物舒泰。上聲和而擧,夏也,萬物漸盛。去聲擧而壯,秋也,萬物成熟。入聲促而塞,冬也,萬物閉蔵。<br />
初聲之ㆆ與ㅇ相似,於諺可以通用也。半舌有軽重二音。然韻書字母唯一,且國語雖不分軽重,皆得成音。若欲備用,則依脣軽例,ㅇ連書ㄹ下,為半舌軽音,舌乍附上腭。ㆍㅡ起ㅣ聲,於國語無用。兒童之言,𨘢野之語,或有之,當合二字而用,如ᄀᆝᄀᆜ之類,其先縱後橫,與他不同。訣曰
초성, 중성, 종성 셋은 어울려 글자를 이룬다. 초성은 중성의 위에 있기도 하고, 중성의 왼쪽에 있기도 한다. 君(군)의 ㄱ이 ㅜ의 위에 있고, 業(ᅌᅥᆸ)의 ㆁ이 ㅓ의 왼쪽에 있는 따위와 같다.<br />
중성은 둥근 것과 가로로 된 것은 초성의 아래에 있으니 ㆍㅡㅗㅛㅜㅠ가 그것이고, 세로로 된 것은 초성의 오른쪽에 있으니 ㅣㅏㅑㅓㅕ가 그것이다. 呑(ᄐᆞᆫ)의 ㆍ가 ㅌ의 아래에 있고, 卽(즉)의 ㅡ가 ㅈ의 아래에 있고, 侵(침)의 ㅣ가 ㅊ의 오른쪽에 있는 따위와 같다.<br />
종성은 초·중성의 아래에 있다. 君(군)의 ㄴ이 ‘구’의 아래에 있고, 業(ᅌᅥᆸ)의 ㅂ이 ‘ᅌᅥ’의 아래에 있는 따위와 같다.<br />
초성 두 자나 석 자를 어울러 씀은 우리말에서 땅(地)을 이르는 ᄯᅡ〮, 짝(雙)을 이르는 ᄧᅡᆨ, 틈(隙)을 이르는 ᄢᅳᆷ〮 따위와 같다. 각자를 나란히 씀은 우리말에서 혀〮는 혀(舌)가 되는데 ᅘᅧ〮는 끄는(引) 것이 되고, 괴여〮는 내가 남을 사랑하는 것인데 괴ᅇᅧ〮는 남이 다를 사랑하는 것이 되고, 소다〮는 물건을 덮는 것인데 쏘다〮는 무엇을 쏘는 것이 되는 따위와 같다.<br />
중성 두 자나 석 자를 어우름은 우리말에서 괘(琴柱)를 이르는 과〮, 횃불(炬)을 이르는 홰〮 따위와 같다. 종성 두 자나 석 자를 어우름은 우리말에서 흙(土)을 이르는 ᄒᆞᆰ, 낚시(釣)를 이르는 낛〮, 유시(酉時)를 이르는 ᄃᆞᇌᄣᅢ〮 따위와 같다. 이 합용병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며 초·중·종성 모두 마찬가지이다. 한문과 우리말을 섞어 쓴다면, 글자의 음에 따라 중성이나 종성을 덧댈 일이 있으니 孔子ㅣ魯ㅅ사〯ᄅᆞᆷ(공자가 노나라 사람)이라 하는 따위와 같다.<br />
우리말의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은 활(弓)은 그 소리가 평성이요, 돌〯(石)은 그 소리가 상성이요, 갈〮(刀)은 그 소리가 거성이요, 붇〮(筆)은 그 소리가 입성인 따위와 같다. 모든 글자의 왼쪽에 점 하나를 더하면 거성, 점 둘을 더하면 상성, 점이 없으면 평성이며, 한문의 입성은 거성과 서로 비슷하다. 우리말의 입성은 정해진 것이 없어 긷(柱)이나 녑(脅)과 같은 평성처럼 되기도 하고, 낟〯(穀)이나 깁〯(繒)과 같은 상성처럼 되기도 하고, 몯〮(釘)이나 입〮(口)과 같은 거성처럼 되기도 하니 점을 찍는 것은 평성·상성·거성과 같다. 평성은 편안하고 순하니 봄으로 만물이 천천히 피어나고, 상성은 순하고 일어나니 여름으로 만물이 점점 성하고, 거성은 일어나고 굳세니 가을로 만물이 성숙하고, 입성은 빠르고 막히니 겨울로 만물이 감추고 숨음이라.<br />
초성의 ㆆ과 ㅇ은 서로 비슷해 우리말에서는 통용할 수 있다. 반설음에는 가볍고 무거운 두 소리가 있다. 운서의 자모에는 하나이며, 또 국어에서 비록 경중을 가리지 않으나 모두 소리를 이룰 수 있다. 만일 갖추어 쓰고자 한다면, 순경음의 예에 따라 ㅇ을 ㄹ의 아래에 이어 써 반설경음을 나타내며 이는 혀가 윗잇몸에 잠깐 닿는다. ㆍㅡ가 ㅣ 소리에서 나는 것은 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데 아이의 말, 변두리 말에는 있기도 하니 마땅히 두 글자를 합하여 나타내어 ᄀᆝ, ᄀᆜ 따위와 같이 하는데, 그 세로를 먼저, 가로를 나중에 하는 것은 다른 것과 같지 아니하다. 결요를 말하자면
{{번역 표|
<poem>
초성은 중성의 왼쪽이나 위에 있고
ㆆ과 ㅇ은 우리말에서는 같은 것으로 쓰인다.
중성 열하나는 초성에 붙는데
둥근 것이나 가로는 아래에 쓰고 세로는 오른쪽에 쓴다.
종성을 쓰자면 어디에 둘까,
초·중성의 아래에 붙여 쓰라.
초·종성을 어울러 쓰려면 각기 나란히 쓰고
중성 또한 어울림이 있으니 다 왼쪽부터 써라.
우리말의 사성은 어떻게 가리나,
평성은 ‘활’, 상성은 ‘돌〯’,
‘갈〮’은 거성, ‘붇〮’은 입성으로
이 넷을 보면 다른 것도 알리니
음으로 말미암아 왼쪽의 점으로 사성을 가려
하나는 거성, 둘은 상성, 없으면 평성,
우리말의 입성은 정해진 바 없으나 역시 점은 찍고
한문의 입성은 거성과 비슷하다.
방언과 속어가 모두 달라
소리는 있으나 글자가 없어 글로 통하기가 어렵더니
하루아침에
지으시어 하늘 솜씨에 비기니
대동국 천고에 어둠을 깨우치셨네
</poem>
|
<poem>
初聲在中聲左上
挹欲於諺用相同
中聲十一附初聲
圓橫書下右書縱
欲書終聲在何處
初中聲下接着寫
初終合用各並書
中亦有合悉自左
諺之四聲何以辨
平聲則弓上則石
刀為去而筆為入
觀此四物他可識
音因左㸃四聲分
一去二上無㸃平
語入無㝎亦加㸃
文之入則似去聲
方言俚語萬不同
有聲無字書難通
一朝
制作侔神工
大東千古開朦朧
</poem>
}}
=== 用字例 ===
{{번역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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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성 ㄱ의 예로는 감(柿)을 뜻하는 ‘감〯’, 갈대(蘆)를 뜻하는 ‘ᄀᆞᆯ〮’이 있다.<br />
ㅋ의 예로는 우케(未舂稻)를 뜻하는 ‘우케〮’, 콩(大豆)을 뜻하는 ‘ᄏ{{void}}ᅩᇰ’이 있다.<br />
ㆁ의 예로는 너구리(獺, 山獺)을 뜻하는 ‘러ᅌᅮᆯ〮’, 성에(流凘)를 뜻하는 ‘서ᅌᅦ〮’가 있다.<br />
ㄷ의 예로는 띠(茅)를 뜻하는 ‘뒤〮’, 담장(墻)을 뜻하는 ‘담〮’이 있다.<br />
ㅌ의 예로는 고치(繭)를 뜻하는 ‘고티〮’, 두꺼비(蟾蜍)를 뜻하는 ‘두텁’이 있다.<br />
ㄴ의 예로는 노루(獐)를 뜻하는 ‘노로’, 원숭이(猿)를 뜻하는 ‘납’이 있다.<br />
ㅂ의 예로는 팔(臂)을 뜻하는 ‘ᄇᆞᆯ’, 벌(蜂)을 뜻하는 ‘벌〯’이 있다.<br />
ㅍ의 예로는 파(葱)를 뜻하는 ‘파〮’, 파리(蠅)를 뜻하는 ‘ᄑᆞᆯ〮’이 있다.<br />
ㅁ의 예로는 산(山)을 뜻하는 ‘뫼〯’, 마(薯蕷)를 뜻하는 ‘마〮’가 있다.<br />
ㅸ의 예로는 새우(蝦)를 뜻하는 ‘사ᄫᅵ〮’, 박(瓠)을 뜻하는 ‘드ᄫᅴ〮’가 있다.<br />
ㅈ의 예로는 자(尺)를 뜻하는 ‘자〮’, 종이(紙)를 뜻하는 ‘죠ᄒᆡ〮’가 있다.<br />
ㅊ의 예로는 체(籭)를 뜻하는 ‘체〮’, 채찍(鞭)을 뜻하는 ‘채’가 있다.<br />
ㅅ의 예로는 손(手)을 뜻하는 ‘손〮’, 섬(島)을 뜻하는 ‘셤〯’이 있다.<br />
ㅎ의 예로는 부엉이(鵂鶹)를 뜻하는 ‘부〮ᄒ{{void}}ᅥᇰ’, 힘줄(筋)을 뜻하는 ‘힘〮’이 있다.<br />
ㅇ의 예로는 병아리(鷄雛)를 뜻하는 ‘비〮육’, 뱀(蛇)을 뜻하는 ‘ᄇᆞ〮얌’이 있다.<br />
ㄹ의 예로는 우박(雹)을 뜻하는 ‘무〮뤼’, 얼음(氷)을 뜻하는 ‘어름〮’이 있다.<br />
ㅿ의 예로는 아우(弟)를 뜻하는 ‘아ᅀᆞ’, 너새(鴇)를 뜻하는 ‘너〯ᅀᅵ’가 있다.<br />
중성 ㆍ의 예로는 턱(頤)을 뜻하는 ‘ᄐᆞᆨ〮’, 팥(小豆)을 뜻하는 ‘ᄑᆞᆺ〮’, 다리(橋)를 뜻하는 ‘ᄃᆞ리’, 가래나무(楸)를 뜻하는 ‘ᄀᆞ〮래’가 있다.<br />
ㅡ의 예로는 물(水)을 뜻하는 ‘믈〮’, 발꿈치(跟)를 뜻하는 ‘발〮측〮’, 기러기(雁)를 뜻하는 ‘그력’, 두레박(汲器)을 뜻하는 ‘드레〮’가 있다.<br />
ㅣ의 예로는 둥지(巢)를 뜻하는 ‘깃〮’, 밀랍(蠟)을 뜻하는 ‘밀〯’, 피(稷)를 뜻하는 ‘피〮’, 키(箕)를 뜻하는 ‘키〮’가 있다.<br />
ㅗ의 예로는 논(水田)을 뜻하는 ‘논〮’, 톱(鋸·鉅)을 뜻하는 ‘톱〮’, 호미(鉏)를 뜻하는 ‘호ᄆᆡ〮’, 벼루(硯)를 뜻하는 ‘벼로〮’가 있다.<br />
ㅏ의 예로는 밥(飯)을 뜻하는 ‘밥〮’, 낫(鎌)을 뜻하는 ‘낟〮’, 잉아(綜)를 뜻하는 ‘이ᅌᅡ〮’, 사슴(鹿)을 뜻하는 ‘사ᄉᆞᆷ〮’이 있다.<br />
ㅜ의 예로는 숯(炭)을 뜻하는 ‘숫’,울타리(籬)를 뜻하는 ‘울〮’, 누에(蠶)를 뜻하는 ‘누에〮’, 구리(銅)를 뜻하는 ‘구리〮’가 있다.<br />
ㅓ의 예로는 부엌(竈)을 뜻하는 ‘브ᅀᅥᆸ’, 널빤지(板)를 뜻하는 ‘널〯’, 서리(霜)를 뜻하는 ‘서리〮’, 버들(柳)을 뜻하는 ‘버들〮’이 있다.<br />
ㅛ의 예로는 종(奴)을 뜻하는 ‘ᄌ{{void}}ᅭᇰ〯’, 고욤(梬)을 뜻하는 ‘고〮욤’, 소(牛)를 뜻하는 ‘쇼〮’, 삽주나물(蒼朮菜)을 뜻하는 ‘삽됴’가 있다.<br />
ㅑ의 예로는 거북(남생이, 龜)을 뜻하는 ‘남ᄉ{{void}}ᅣᇰ’, 𪓟鼊를 뜻하는 ‘약’, 대야(𠤷)를 뜻하는 ‘다야〮’, 메밀 껍질(蕎麥皮)을 뜻하는 ‘쟈감’이 있다.<br />
ㅠ의 예로는 율무(薏苡)를 뜻하는 ‘율믜’, 주걱(飯𣖄)을 뜻하는 ‘쥭’, 우산(雨繖)을 뜻하는 ‘슈룹〮’, 수건(帨)을 뜻하는 ‘쥬련’이 있다.<br />
ㅕ의 예로는 엿(飴餹)을 뜻하는 ‘엿〮’, 절(佛寺)을 뜻하는 ‘뎔’, 벼(為稻)를 뜻하는 '벼' , 제비(燕)를 뜻하는 ‘져〯비’가 있다.<br />
종성 ㄱ의 예로는 닥나무(楮)를 뜻하는 ‘닥’, 독(甕)를 뜻하는 ‘독’이 있다.<br />
ㆁ의 예로는 굼벵이(蠐螬)를 뜻하는 ‘굼〯ᄇ{{void}}ᅥᇰ’, 올챙이(蝌蚪)를 뜻하는 ‘올〮ᄎ{{void}}ᅡᇰ’이 있다.<br />
ㄷ의 예로는 갓(笠)을 뜻하는 ‘갇〮’, 단풍나무(楓)를 뜻하는 ‘싣’이 있다.<br />
ㄴ의 예로는 신발(屨)을 뜻하는 ‘신〮’, 반디(螢)를 뜻하는 ‘반〮되’가 있다.<br />
ㅂ의 예로는 섶(薪)을 뜻하는 ‘섭’, 발굽(蹄)을 뜻하는 ‘굽〮’이 있다.<br />
ㅁ의 예로는 범(虎)을 뜻하는 ‘범〯’, 샘(泉)을 뜻하는 ‘ᄉᆡᆷ〯’이 있다.<br />
ㅅ의 예로는 잣(海松)을 뜻하는 ‘잣〯’, 못(池)을 뜻하는 ‘못〮’이 있다.<br />
ㄹ의 예로는 달(月)을 뜻하는 ‘ᄃᆞᆯ〮’, 별(星)을 뜻하는 ‘별〯’이 있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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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聲ㄱ,如감〯為柿,ᄀᆞᆯ〮為蘆。<br />
ㅋ,如우케〮為未舂稻,ᄏ{{void}}ᅩᇰ為大豆。<br />
ㆁ,如러ᅌᅮᆯ〮為獺,서ᅌᅦ〮為流凘。<br />
ㄷ,如뒤〮為茅,담〮為墻。<br />
ㅌ,如고티〮為繭,두텁為蟾蜍。<br />
ㄴ,如노로為獐,납為猿。<br />
ㅂ,如ᄇᆞᆯ為臂,벌〯為蜂。<br />
ㅍ,如파〮為葱,ᄑᆞᆯ〮為蠅。<br />
ㅁ,如뫼〯為山,마〮為薯藇。<br />
ㅸ,如사ᄫᅵ〮為蝦,드ᄫᅴ〮為瓠。<br />
ㅈ,如자〮為尺,죠ᄒᆡ〮為紙。<br />
ㅊ,如체〮為籭,채為鞭。<br />
ㅅ,如손〮為手,셤〯為島。<br />
ㅎ,如부〮ᄒ{{void}}ᅥᇰ為鵂鶹,힘〮為筋。<br />
ㅇ,如비〮육為鷄雛,ᄇᆞ〮얌為蛇。<br />
ㄹ,如무〮뤼為雹,어름〮為氷。<br />
ㅿ,如아ᅀᆞ為弟,너〯ᅀᅵ為鴇。<br />
中聲ㆍ,如ᄐᆞᆨ〮為頤,ᄑᆞᆺ〮為小豆,ᄃᆞ리為橋,ᄀᆞ〮래為楸。<br />
ㅡ,如믈〮為水,발〮측〮為跟,그력為雁,드레〮為汲器。<br />
ㅣ,如깃〮為巢,밀〯為蠟,피〮為稷,키〮為箕。<br />
ㅗ,如논〮為水田,톱〮為鉅,호ᄆᆡ〮為鉏,벼로〮為硯。<br />
ㅏ,如밥〮為飯,낟〮為鎌,이ᅌᅡ〮為綜,사ᄉᆞᆷ〮為鹿。<br />
ㅜ,如숫為炭,울〮為籬,누에〮為蠶,구리〮為銅。<br />
ㅓ,如브ᅀᅥᆸ為竈,널〯為板,서리〮為霜,버들〮為柳。<br />
ㅛ,如ᄌ{{void}}ᅭᇰ〯為奴,고〮욤為梬,쇼〮為牛,삽됴為蒼朮菜。<br />
ㅑ,如남ᄉ{{void}}ᅣᇰ為龜,약為𪓟鼊,다야〮為𠤷,쟈감為蕎麥皮。<br />
ㅠ,如율믜為薏苡,쥭為飯𣖄,슈룹〮為雨繖,쥬련為帨。<br />
ㅕ,如엿〮為飴餹,뎔為佛寺,벼為稻,져〯비為燕。<br />
終聲ㄱ,如닥為楮,독為甕。<br />
ㆁ,如굼〯ᄇ{{void}}ᅥᇰ為蠐螬,올〮ᄎ{{void}}ᅡᇰ為蝌蚪。<br />
ㄷ,如갇〮為笠,싣為楓。<br />
ㄴ,如신〮為屨,반〮되為螢。<br />
ㅂ,如섭為薪,굽〮為蹄。<br />
ㅁ,如범〯為虎,ᄉᆡᆷ〯為泉。<br />
ㅅ,如잣〯為海松,못〮為池。<br />
ㄹ,如ᄃᆞᆯ〮為月,별〯為星之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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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지의 서. 원문에선 따로 제목이 없음) ===
:有天地自然之聲,則必有天地自然之文。所以古人因聲制字,以通萬物之情,以載三才之道,而後世不能易也。然四方風𡈽區別,聲氣亦隨而異焉。蓋外國之語,有其聲而無其字。假中國文字以通其用,是猶枘鑿之鉏鋙也,豈能達而無礙乎。要皆各隨所處而安,不可强之使同也。吾東方禮樂文章,侔擬華夏。但方言俚語,不與之同。學書者患其旨趣之難曉,治獄者病其曲折之難通。昔新羅薛聡,始作吏讀,官府民間,至今行之。然皆假字而用,或澁或窒,非但鄙陋無稽而已,至於言語之間,則不能達其萬一焉,癸亥冬。我<br />殿下創制正音二十八字,略揭例義以示之,名曰訓民正音。象形而字倣古篆,因聲而音叶七調。三極之義。二氣之妙。莫不該括。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簡而要,精而通。故智者不終朝而㑹,愚者可浹旬而學。以是解書,可以知其義。以是聽訟,可以得其情。字韻則清濁之能辨,樂歌則律呂之克諧。無所用而不備,無所往而不達。雖風聲鶴戾,雞鳴狗吠,皆可得而書矣,遂<br />命詳加解釋,以喩諸人。於是,{{*|臣}}與集賢殿應敎{{*|臣}}崔{{*|恒}},副校理{{*|臣}}朴{{*|彭年}},{{*|臣}}申{{*|叔舟}},修撰{{*|臣}}成{{*|三問}},敦寧府注簿{{*|臣}}姜{{*|希顔}},行集賢殿副修撰{{*|臣}}李{{*|塏}},{{*|臣}}李{{*|善老}}等,謹作諸解及例,以敍其梗槩。庶使觀者不師而自悟。若其淵源精義之妙,則非{{*|臣}}等之所能彂揮也。恭惟我<br />殿下,天縱之聖,制度施為超越百王。正音之作,無所祖述,而成於自然。豈以其至理之無所不在,而非人為之私也。夫東方有國,不為不久,而開物成務之<br />大智,蓋有待於今日也欤。正統十一年九月上澣。資憲大夫禮曺判書集賢殿大提學知春秋館事 世子右賓客臣鄭麟趾拜手稽首謹書
訓民正音
{{옛한글 끝}}
천지(天地)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 자연의 글이 있게 되니, 옛날 사람이 소리로 인하여 글자를 만들어 만물(萬物)의 정(情)을 통하여서, 삼재(三才)의 도리를 기재하여 뒷세상에서 변경할 수 없게 한 까닭이다. 그러나, 사방의 풍토(風土)가 구별되매 성기(聲氣)도 또한 따라 다르게 된다. 대개 외국(外國)의 말은 그 소리는 있어도 그 글자는 없으므로, 중국의 글자를 빌려서 그 일용(日用)에 통하게 하니, 이것이 둥근 장부가 네모진 구멍에 들어가 서로 어긋남과 같은데, 어찌 능히 통하여 막힘이 없겠는가? 요는 모두 각기 처지(處地)에 따라 편안하게 해야만 되고, 억지로 같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동방의 예악 문물(禮樂文物)이 중국에 견주되었으나 다만 방언(方言)과 이어(俚語)만이 같지 않으므로, 글을 배우는 사람은 그 지취(旨趣)의 이해하기 어려움을 근심하고, 옥사(獄事)를 다스리는 사람은 그 곡절(曲折)의 통하기 어려움을 괴로워하였다. 옛날에 신라의 설총(薛聰)이 처음으로 이두(吏讀)를 만들어 관부(官府)와 민간에서 지금까지 이를 행하고 있지마는, 그러나 모두 글자를 빌려서 쓰기 때문에 혹은 간삽(艱澁)하고 혹은 질색(窒塞)하여, 다만 비루하여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사이에서도 그 만분의 일도 통할 수가 없었다.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殿下)께서 정음(正音) 28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예의(例義)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하였다. 물건의 형상을 본떠서 글자는 고전(古篆)을 모방하고, 소리에 인하여 음(音)은 칠조(七調)에 합하여 삼극(三極)의 뜻과 이기(二氣)의 정묘함이 구비 포괄(包括)되지 않은 것이 없어서, 28자로써 전환(轉換)하여 다함이 없이 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있고 자세하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으며, 이로써 송사(訟事)를 청단(聽斷)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 자운(字韻)은 청탁(淸濁)을 능히 분별할 수가 있고, 악가(樂歌)는 율려(律呂)가 능히 화합할 수가 있으므로 사용하여 구비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 마침내 상세히 해석을 가하여 여러 사람들을 깨우치게 하라고 명하시니, 이에 신(臣)이 집현전응교(集賢殿應敎) 최항(崔恒), 부교리(副校理) 박팽년(朴彭年)과 신숙주(申叔舟), 수찬(修撰) 성삼문(成三問), 돈녕부주부(敦寧府注簿) 강희안(姜希顔), 행집현전부수찬(行集賢殿副修撰) 이개(李塏)·이선로(李善老) 등과 더불어 삼가 모든 해석과 범례(凡例)를 지어 그 경개(梗槪)를 서술하여, 이를 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 연원(淵源)의 정밀한 뜻의 오묘(奧妙)한 것은 신(臣) 등이 능히 발휘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우리 전하(殿下)께서는 하늘에서 낳으신 성인(聖人)으로써 제도와 시설(施設)이 백대(百代)의 제왕보다 뛰어나시어, 정음(正音)의 제작은 전대의 것을 본받은 바도 없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지극한 이치가 있지 않은 곳이 없으므로 한 사람의 사적인 업적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대체로 동방에 나라가 있은 지가 오래 되지 않은 것이 아니나, 만물의 뜻을 깨달아 모든 일을 이루는 큰 지혜는 대개 오늘날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 라이선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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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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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訓民正音 */
wikitext
text/x-wiki
{{다른 뜻 설명|이 문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관한 것입니다. 훈민정음언해를 보길 원하시면 [[훈민정음언해]]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머리말
|제목 = 훈민정음
|다른 표기 = 訓民正音
|지은이 =
|역자 =
|부제 =
|이전 =
|다음 =
|설명 = {{서지|위키백과|공용|공용 문서=Hunminjeongeum}} 조선 세종이 1443년(세종 25) 음력 12월에 만들어 1446년(세종 28) 음력 9월 상순에 공포한, 뒷날 한글로 불리게 된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 체계를 해설한 책. 훈민정음의 판본에는 크게 해례본(한문본), [[훈민정음언해|언해본]]이 있고, 그밖에 예의본이 있다. 실록본은 예의본에 속한다. 이 가운데 완전한 책의 형태를 지닌 것은 해례본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해례본은 두 부로,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된 것과 2008년 상주에서 발견된 것이 존재한다. 세종의 어제 서문과 본문에 해당하는 〈예의(例義)〉및 〈해례(解例)〉, 그리고 정인지가 쓴 〈서(序)〉로 구성되어 있다. {{위키백과 인용|훈민정음}}
}}
{{옛한글 알림}}
[[파일:Hunminjeongum.jpg|thumb|250px|훈민정음 해례본]]
__목차__
{{-}}
{{옛한글 처음}}
== 訓民正音 ==
{{번역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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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한문・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br />
ㄱ은 어금닛소리이니, 君(군)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虯(구)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ㅋ은 어금닛소리이니, 快(쾌)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ㆁ은 어금닛소리이니, 業(업)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ㄷ은 혓소리이니, 斗(두)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𫟛(담)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ㅌ은 혓소리이니, 呑(탄)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ㄴ은 혓소리이니, 那(나)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ㅂ은 입술소리이니, 彆(별)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步(보)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ㅍ은 입술소리이니, 漂(표)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ㅁ은 입술소리이니, 彌(미)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ㅈ은 잇소리이니, 卽(즉)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慈(자)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ㅊ음 잇소리이니, 侵(침)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ㅅ은 잇소리이니, 戌(술)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邪(사)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ㆆ은 목구멍소리이니, 挹(읍)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ㅎ은 목구멍소리이니, 虗(虛;허)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나란히 쓰면 洪(홍)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ㅇ은 목구멍소리이니, 欲(욕)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ㄹ은 반혓소리이니, 閭(려)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ㅿ은 반잇소리이니, 穰(양)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br />
ㆍ는 呑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ㅡ는 卽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ㅣ는 侵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ㅗ는 洪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ㅏ는 𫟛(覃)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ㅜ는 君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ㅓ는 業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ㅛ는 欲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ㅑ는 穰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ㅠ는 戌 자의 중성과 같다.<br />
ㅕ는 彆 자의 중성과 같다.<br />
종성은 초성을 다시 쓴다. ㅇ을 순음 아래 이어 쓰면 순경음이 된다. 초성을 합해 쓰려면 나란히 쓴다. 종성도 마찬가지다. ㆍ, ㅡ, ㅗ, ㅜ, ㅛ, ㅠ는 초성 아래에 붙여 쓰고, ㅣ, ㅏ, ㅓ, ㅑ, ㅕ는 오른쪽에 붙여 쓴다. 무릇 글자는 반드시 합해져서 소리(음절)를 이룬다. 왼쪽에 한 점을 더하면 거성이요, 두 점을 더하면 상성이요, 없으면 평성이요, 입성은 점을 더함은 같되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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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故愚民。有所欲言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予。為此憫然。新制二十八字。欲使人人易習。便於日用矣<br />
ㄱ。牙音。如君字初彂聲<br />
  並書。如虯字初彂聲<br />
ㅋ。牙音。如快字初彂聲<br />
ㆁ。牙音。如業字初彂聲<br />
ㄷ。舌音。如斗字初彂聲<br />
  並書。如𫟛字初彂聲<br />
ㅌ。舌音。如呑字初彂聲<br />
ㄴ。舌音。如那字初彂聲<br />
ㅂ。脣音。如彆字初彂聲<br />
  並書。如步字初彂聲<br />
ㅍ。脣音。如漂字初彂聲<br />
ㅁ。脣音。如彌字初彂聲<br />
ㅈ。齒音。如卽字初彂聲<br />
  並書。如慈字初彂聲<br />
ㅊ。齒音。如侵字初彂聲<br />
ㅅ。齒音。如戌字初彂聲<br />
  並書。如邪字初彂聲<br />
ㆆ。喉音。如挹字初彂聲<br />
ㅎ。喉音。如虗字初彂聲<br />
  並書。如洪字初彂聲<br />
ㅇ。喉音。如欲字初彂聲<br />
ㄹ。{{SIC|半舌。音|半舌音。}}如閭字初彂聲<br />
ㅿ。半齒音。如穰字初彂聲<br />
ㆍ。如呑字中聲<br />
ㅡ。如即字中聲<br />
ㅣ。如侵字中聲<br />
ㅗ。如洪字中聲<br />
ㅏ。如𫟛字中聲<br />
ㅜ。如君字中聲<br />
ㅓ。如業字中聲<br />
ㅛ。如欲字中聲<br />
ㅑ。如穰字中聲<br />
ㅠ。如戌字中聲<br />
ㅕ。如彆字中聲<br />
終聲。復用初聲。ㅇ連書脣音之下、則為脣軽音。初聲合用則並書終聲同。ㆍㅡㅗㅜㅛㅠ、附書初聲之下。ㅣㅏㅓㅑㅕ、附書於右。凡字必合而成音。左加一㸃則去聲、二則、上聲、無則平聲。入聲加㸃同而促急
}}
== 訓民正音解例 ==
=== 制字解 ===
天地之道,一隂陽五行而已。坤復之間為太極,而動静之後為隂陽。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捨隂陽而何之。故人之聲音,皆有隂陽之理,頋人不察耳。今正音之作,初非智營而力索,但因其聲音而極其理而已。理旣不二,則何得不與天地鬼神同其用也。<br />
천지의 도는 오직 음양오행뿐이다. 곤(坤)과 복(復) 사이가 태극이 되고, 움직이고 멈춘 뒤에 음양이 된다. 무릇 어떤 살아가는 무리든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들이 음양을 버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러므로 사람의 소리에도 다 음양의 이치가 있는데, 사람이 살피지 않을 뿐이다. 이제 훈민정음을 만든 것도, 처음부터 슬기로써 마련하고 힘으로써 찾아낸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소리를 바탕으로 그 이치를 다할 따름이다.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니거늘, 어찌 능히 하늘과 땅과 귀신과 더불어 그 씀을 함께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br />
正音二十八字,各象其形而制之。<br />
훈민정음 스물 여덟 글자는 각각 다음과 같은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br />
初聲凡十七字。牙音ㄱ,象舌根閉喉之形。舌音ㄴ,象舌附上腭之形。脣音ㅁ,象口形。齒音ㅅ,象齒形。喉音ㅇ,象喉形。ㅋ比ㄱ,聲出稍厲,故加畫。ㄴ而ㄷ,ㄷ而ㅌ,ㅁ而ㅂ,ㅂ而ㅍ,ㅅ而ㅈ,ㅈ而ㅊ,ㅇ而ㆆ,ㆆ而ㅎ,其因聲加畫之義皆同,而唯ㆁ為異。半舌音ㄹ,半齒音ㅿ,亦象舌齒之形而異其體,無加劃之義焉。<br />
초성은 무릇 열 일곱자이다. 아음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뜨고, 설음 ㄴ은 혀가 위턱(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순음 ㅁ은 입모양을 본뜨고, 치음 ㅅ은 이빨 모양을 본뜨고, 후음 ㅇ은 목구멍 모양을 본떴다. ㅋ은 ㄱ에 비해 소리가 세게 나는 까닭으록 획을 더하였다. ㄴ에서 ㄷ, ㄷ에서 ㅌ, ㅁ에서 ㅂ, ㅂ에서 ㅍ, ㅅ에서 ㅈ, ㅈ에서 ㅊ, ㅇ에서 ㆆ, ㆆ에서 ㅎ으로도, 그 소리를 바탕으로 획을 더한 뜻은 모두 같으나, 오직 ㆁ만은 달리 했다. 반혓소리 ㄹ, 반잇소리 ㅿ도 또한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으나 그 모양새를 달리해서, 획을 더한 뜻은 없다.<br />
夫人之有聲本於五行。故合諸四時而不悖,叶之五音而不𢨾。喉邃而潤,水也。聲虗而通,如水之虗明而流通也。於時為冬,於音為羽。牙錯而長,木也。聲似喉而實, 如木之生於水而有形也。於時為春,於音為角。舌銳而動,火也。聲轉而颺,如火之轉展而揚揚也。於時為夏,於音為徵。齒剛而斷,金也。聲屑而滯,如金之屑𤨏而鍛成也。於時為秋,於音為商。脣方而合,𡈽也。聲含而廣,如𡈽之含蓄萬物而廣大也。於時為季夏,於音為宮。然水乃生物之源,火乃成物之用,故五行之中,水火為大。喉乃出聲之門,舌乃辨聲之管,故五音之中,喉舌為主也。喉居後而牙次之,北東之位也。舌齒又次之,南西之位也。脣居末,𡈽無㝎位而寄旺四季之義也。是則初聲之中,自有隂陽五行方位之數也。<br />
대저 사람이 소리를 가짐은 오행에 근본을 두고 있으므로, 네 계절과 어울려 보아도 어그러지지 않고, 오음에 맞추어도 어긋나지 않는다. 목구멍은 깊고 젖어 있으니, 물이다. 소리는 비어 있고 통하니, 물이 투명하고 흘러 통하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겨울이 되고, 소리로는 우(羽)가 된다. 어금니는 어긋나고 기니, 나무다. 소리는 목구멍과 비슷하나 차 있으니, 나무가 물에서 나서 형체가 있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봄이 되고, 소리로는 각(角)이 된다. 혀는 날카롭고 움직이니, 불이다. 소리가 구르고 날리니, 불이 구르고 퍼져 휘날리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여름이 되고, 소리로는 치(徴)가 된다. 이는 단단하고 물건을 끊으니, 쇠이다. 소리가 부스러지고 걸리니, 쇠가 부스러져 가루가 되고 단련되어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가을이 되고, 소리로는 상(商)이 된다. 입술은 펼쳐져 있고 합해지니, 흙이다. 소리가 머금고 넓으니, 땅이 만물을 품어 넓고 큰 것과 같다. 계절로는 늦여름이 되고, 소리로는 궁(宮)이 된다. 그러나 물은 만물을 낳는 근원이요, 불은 만물을 이루어내는 작용을 하므로, 오행 중에서는 물과 불이 으뜸이 된다. 목구멍은 소리가 나오는 문이요, 혀는 소리를 변별해내는 기관이므로, 오음 중에 목구멍소리와 혓소리가 주가 된다. 목구멍은 뒤에 있고 어금니는 그 다음이니, 북쪽과 동쪽의 방위다. 혀와 이는 그 앞에 있으니, 남쪽과 서쪽의 방위다. 입술은 끝에 있으니, 흙이 일정한 자리가 없어 네 계절에 기대어 왕성함을 뜻한다. 이는 곧 초성 가운데 스스로 음양・오행・방위의 수(數)가 있음이다.<br />
又以聲音清濁而言之。ㄱㄷㅂㅈㅅㆆ,為全清。ㅋㅌㅍㅊㅎ,為次清。ㄲㄸㅃㅉㅆㆅ,為全濁。ㆁㄴㅁㅇㄹㅿ,為不清不濁。ㄴㅁㅇ,其聲㝡不厲,故次序雖在於後,而象形制字則為之始。ㅅㅈ雖皆為全清,而ㅅ比ㅈ,聲不厲,故亦為制字之始。唯牙之ㆁ,雖舌根閉喉聲氣出鼻,而其聲與ㅇ相似,故韻書疑與喩多相混用,今亦取象於喉,而不為牙音制字之始。盖喉屬水而牙屬木,ㆁ雖在牙而與ㅇ相似,猶木之萌芽生於水而柔軟,尙多水氣也。ㄱ木之成質,ㅋ木之盛長,ㄲ木之老壯,故至此乃皆取象於牙也。全清並書則為全濁,以其全清之聲凝則為全濁也。唯喉音次清為全濁者,盖以ㆆ聲深不為之凝,ㅎ比ㆆ聲淺,故凝而為全濁也。ㅇ連書脣音之下,則為脣軽音者,以軽音脣乍合而喉聲多也。<br />
또 소리의 청탁으로써 말하자면, ㄱ, ㄷ, ㅂ, ㅈ, ㅅ, ㆆ은 전청이 되고, ㅋ, ㅌ, ㅍ, ㅊ, ㅎ은 차청이 되고, ㄲ, ㄸ, ㅃ, ㅉ, ㅆ, ㆅ은 전탁이 되고, ㆁ, ㄴ, ㅁ, ㅇ, ㄹ, ㅿ은 불청불탁이 된다. ㄴ, ㅁ, ㅇ은 그 소리가 가장 거세지 않으므로, 순서가 비록 뒤에 있으나, 모양을 본떠서 글자를 만듦에는 처음으로 두었다. ㅅ과 ㅈ은 비록 모두 전청이지만, ㅅ은 ㅈ에 비해서 소리가 세지 않으므로, 또한 글자를 만듦에 처음으로 두었다. 다만 어금닛소리의 ㆁ은 비록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고 소리의 기운이 코로 나오나, 그 소리가 ㅇ과 비슷하므로, 운서(韻書)도 의(疑)모(母)와 유(喩)모(母)와 자주 서로 혼용하며, 여기서도 또한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것을 취하되, 아음을 만드는 처음으로 두지 않았다. 생각건대 목구멍은 물에 속하고 어금니는 나무에 속하므로, ㆁ이 비록 아음에 있지만 ㅇ과 비슷한 것은, 마치 나무의 싹이 물에서 나와서 부드럽고 여려서, 아직 물기가 많은 것과 같다. ㄱ은 나무가 바탕을 이룬 것이요, ㅋ은 나무가 무성히 자란 것이며, ㄲ은 나무가 나이가 들어 장년이 된 것이므로, 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어금니의 모양을 취했다. 전청을 나란히 쓰면 전탁이 되는 것은, 그 전청의 소리가 엉기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후음만은 차청이 전탁이 되는 것은, 아마 ㆆ의 소리가 깊어서 엉기지 않고, ㅎ은 ㆆ에 비해 소리가 얕아서, 엉기어 전탁이 되는 것일 테다. ㅇ을 순음 아래에 이어 쓰면 순경음이 되는 것은, 가벼운 소리로써 입술이 잠깐 합쳐지고 후음이 많기 때문이다.<br />
中聲凡十一字。ㆍ舌縮而聲深,天開於子也。形之圓,象乎天也。ㅡ舌小縮而聲不深不淺,地闢於丑也。形之平,象乎地也。ㅣ舌不縮而聲淺,人生於寅也。形之立,象乎人也。此下八聲,一闔一闢。ㅗ與ㆍ同而口蹙,其形則ㆍ與ㅡ合而成,取天地初交之義也。ㅏ與ㆍ同而口張,其形則ㅣ與ㆍ合而成,取天地之用彂於事物待人而成也。ㅜ與ㅡ同而口蹙,其形則ㅡ與ㆍ合而成,亦取天地初交之義也。ㅓ與ㅡ同而口張,其形則ㆍ與ㅣ合而成,亦取天地之用彂於事物待人而成也。ㅛ與ㅗ同而起於ㅣ。ㅑ與ㅏ同而起於ㅣ。ㅠ與ㅜ同而起於ㅣ。ㅕ與ㅓ同而起於ㅣ。
중성은 무릇 열한 글자이다. ㆍ는 혀가 오그라져 소리가 깊으니, 하늘이 자시(子時)에 열린 것이다. 모양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다. ㅡ는 혀가 조금 오그라져 소리가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땅이 축시(丑時)에 열린 것이다. 모양이 평평한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 ㅣ는 혀가 오그라지지 않아 소리가 얕으니, 사람이 인시(寅時)에 생긴 것이다. 모양이 서 있음은 사람을 본뜬 것이다. 이 아래의 여덟 소리는 하나는 닫힘이며 하나는 열림이다. ㅗ는 ㆍ와 같으나 입이 오므려지고, 그 모양은 ㆍ가 ㅡ와 합해서 이룸이며,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사귄다는 뜻을 취하였다. ㅏ는 ㆍ와 같으나 입이 벌어지고, 그 모양은 ㅣ가 ㆍ와 합해서 이룸이며, 천지의 작용이 사물에서 발해 사람을 기다려서 이루어짐을 취하였다. ㅜ는 ㅡ와 같으나 입이 오므려지고, 그 모양이 ㅡ가 ㆍ와 합해서 이룸이며, 역시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사귄다는 뜻을 취하였다. ㅓ는 ㅡ와 같으나 입이 벌어지고, 그 모양은 ㆍ가 ㅣ가 합해서 이룸이며, 역시 천지의 작용이 사물에서 발해 사람을 기다려서 이루어짐을 취하였다. ㅛ는 ㅗ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나고, ㅑ는 ㅏ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나고, ㅠ는 ㅜ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나고, ㅕ는 ㅓ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난다.<br />
ㅗㅏㅜㅓ始於天地,為初出也。ㅛㅑㅠㅕ起於ㅣ而兼乎人,為𠕅出也。ㅗㅏㅜㅓ之一其圓者,取其初生之義也。ㅛㅑㅠㅕ之二其圓者,取其𠕅生之義也。ㅗㅏㅛㅑ之圓居上與外者,以其出於天而為陽也。ㅜㅓㅠㅕ之圓居下與內者,以其出於地而為隂也。ㆍ之貫於八聲者,猶陽之統隂而周流萬物也。ㅛㅑㅠㅕ之皆兼乎人者,以人為萬物之靈而能參兩儀也。取象於天地人而三才之道備矣。然三才為萬物之先,而天又為三才之始,猶ㆍㅡㅣ三字為八聲之首,而ㆍ又為三字之冠也。<br />
ㅗ, ㅏ, ㅜ, ㅓ는 하늘과 땅에서 비롯하니, 처음 나온 것이 된다. ㅛ, ㅑ, ㅠ, ㅕ는 ㅣ에서 일어나서 사람을 겸하니, 두 번째 나온 것이 된다. ㅗ, ㅏ, ㅜ, ㅓ의 둥근 점이 하나인 것은, 처음에 생긴 뜻을 취한 것이며, ㅛ, ㅑ, ㅠ, ㅕ의 둥근 점이 둘인 것은, 두 번째로 생긴 뜻을 취함이다. ㅗ, ㅏ, ㅛ, ㅑ의 둥근 점이 위와 밖에 있는 것은, 그것이 하늘에서 나와서 양이 되기 때문이며, ㅜ, ㅓ, ㅠ, ㅕ의 둥근 점이 아래와 안에 있는 것은, 그것이 땅에서 나와서 음이 되기 때문이다. ㆍ가 여덟 소리에 일관됨은, 마치 양이 음을 거느려서 만물에 두루 흐름과 같다. ㅛ, ㅑ, ㅠ, ㅕ가 모두 사람을 겸한 것은, 사람이 만물의 영장으로 능히 음양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하늘, 땅, 사람을 본뜬 것을 취하여 삼재(三才)의 도리가 갖추어졌다. 그러나 삼재는 만물의 앞섬이 되고, 하늘은 또한 삼재의 근원이니, 마치 ㆍ, ㅡ, ㅣ 세 글자가 여덟 글자의 우두머리가 되고, ㆍ 또한 세 글자의 으뜸이 되는 것과 같다.<br />
ㅗ初生於天,天一生水之位也。ㅏ次之,天三生木之位也。ㅜ初生於地,地二生火之位也。ㅓ次之,地四生金之位也。ㅛ𠕅生於天,天七成火之數也。ㅑ次之,天九成金之數也。ㅠ𠕅生於地,地六成水之數也。ㅕ次之,地八成木之數也。水火未離乎氣,隂陽交合之初,故闔。木金隂陽之㝎質,故闢。ㆍ天五生𡈽之位也。ㅡ地十成𡈽之數也。ㅣ獨無位數者,盖以人則無極之真,二五之精,妙合而凝,固未可以㝎位成數論也。是則中聲之中,亦自有隂陽五行方位之數也。<br />
ㅗ는 처음으로 하늘에서 생겨나니, 천(天)1이고 물을 낳는 자리다. ㅏ는 그 다음이니, 천3이고 나무를 낳는 자리다. ㅜ는 처음으로 땅에서 생겨나니, 지(地)2이고 불을 낳는 자리다. ㅓ는 그 다음이니, 지4이고 쇠를 낳는 자리다. ㅛ는 두 번째로 하늘에서 생겨나니, 천7이고 불을 이루어내는 수이다. ㅑ는 그 다음이니, 천9이고 쇠를 이루어내는 수이다. ㅠ는 두 번째로 땅에서 생겨나니, 지6이고 물을 이루어내는 수이다. ㅕ는 그 다음이니, 지8이고 나무를 이루어내는 수이다. 물과 불은 아직 기(氣)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음양이 사귀어 어우르는 시초이므로, (입이) 닫힌다. 나무와 쇠는 음양이 고정된 바탕이므로, 열린다. ㆍ는 천5이고 흙을 낳는 자리이다. ㅡ는 지10이고 흙을 이루어내는 수이다. ㅣ만 홀로 자리와 수가 없는 것은, 아마 사람은 무극(無極)의 진리와 음양오행의 정수(精髄)가 묘하게 합하고 엉기어서, 본디 자리를 정하고 수를 이루어냄으로써 논할 수 없음일 것이다. 이는 곧 중성 가운데에도 또한 스스로 음양・오행・방위의 수가 있음이다. <br />
以初聲對中聲而言之。隂陽,天道也。剛柔,地道也。中聲者,一深一淺一闔一闢,是則隂陽分而五行之氣具焉, 天之用也。初聲者,或虗或實或颺或滯或重若軽,是則剛柔著而五行之質成焉,地之功也。中聲以深淺闔闢唱之於前,初聲以五音清濁和之於後,而為初亦為終。亦可見萬物初生於地,復歸於地也。<br />
초성으로써 중성에 대해 말하자면, 음과 양은 하늘의 도리이고, 단단함과 부드러움은 땅의 도리이다. 중성이란, 하나가 깊으면 하나는 얕고, 하나가 닫히면 하나가 열리니, 이는 곧 음양이 나뉘고 오행의 기운이 갖추어짐이니, 하늘의 작용이다. 초성이란, 어떤 것은 비어 있고, 어떤 것은 차 있으며, 어떤 것은 날리고, 어떤 것은 걸리며, 어떤 것은 무겁거나 가벼우니, 이는 곧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나타나서 오행의 바탕을 이룸이니, 땅의 공로이다. 중성이 깊고 얕음과 오므려지고 펴짐으로써 앞에서 부르면, 초성이 오음과 청탁으로써 뒤에서 화답하여, 초성이 되고 또 종성이 된다. 또한 만물이 처음 땅에서 나서 다시 땅으로 돌아감을 볼 수 있다. <br />
以初中終合成之字言之,亦有動静互根隂陽交變之義焉。動者,天也。静者,地也。兼互動静者,人也。盖五行在天則神之運也,在地則質之成也,在人則仁禮信義智神之運也,肝心脾肺腎,質之成也。初聲有彂動之義,天之事也。終聲有止㝎之義,地之事也。中聲承初之生,接終之成,人之事也。盖字韻之要,在於中聲,初終合而成音。亦猶天地生成萬物,而其財成輔相則必頼乎人也。終聲之,復用初聲者,以其動而陽者乾也,静而隂者亦乾也,乾實分隂陽而無不君宰也。一元之氣,周流不窮,四時之運,循環無端,故貞而復元,冬而復春。初聲之復為終,終聲之復為初,亦此義也。<br />
초성・중성・종성이 합하여 이룬 글자로써 말하자면, 또한 움직임과 멈추어 있음이 서로 근본이 되고 음과 양이 서로 바뀌는 뜻이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하늘이요, 멈추어 있는 것은 땅이요, 움직임과 멈추어 있음을 겸한 것은 사람이다. 생각건대 오행이 하늘에 있어서는 신의 운행이요, 땅에 있어서는 바탕의 이룸이요, 사람에 있어서는 인・예・신・의・지는 신의 운행이요,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은 바탕의 이룸이다. 초성은 발하여 움직이는 뜻이 있으니, 하늘의 일이다. 초성은 그치고 정해지는 뜻이 있으니, 땅의 일이다. 중성은 초성이 생기는 것을 이어받아, 종성이 이루어주는 것을 이어주니, 사람의 일이다. 생각건대 자운의 핵심은 중성에 있어, 초성과 종성을 합하여 소리를 이룬다. 또한 마치 천지가 만물을 이루어도, 그것을 재성보상(財成輔相)하려면 사람에 힘입어야 하는 것과 같다. 종성이 초성을 다시 쓰는 것은, 움직여서 양인 것도 건(乾)이요, 멈추어서 음인 것도 또한 건이니, 건은 사실 음양이 나뉘어 다스리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한 원(元)의 기운이 두르 흘러서 다함이 없고, 네 계절의 운행이 순환하여 끝이 없는 까닭으로, 정(貞)이 가서 다시 원이 오고, 겨울이 가서 다시 봄이 오는 것이다. 초성이 다시 종성이 됨도, 종성이 다시 초성이 됨도, 또한 이런 뜻이다.<br />
旴。正音作而天地萬物之理咸備,其神矣㦲。是殆天啓<br />
聖心而假手焉者乎。訣曰<br />
아아! 정음이 만들어져서 천지만물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그 신령함이여! 이는 분명 하늘이<br />
성인(聖人)의 마음을 열어 재주를 빌려주신 것이로다. 요결(要訣)로 말하자면:<br />
{{번역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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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천지의 조화는 본래 하나의 기로,
음양・오행은 서로 처음과 끝이다.
만물이 둘 사이에서 형체와 소리가 있으니,
근본은 둘이 아니므로 이치와 수가 통한다.
정음의 글자 만듦에는 그 모양을 중요시해,
소리의 세기에 의해 그때마다 획을 더했다.
소리는 어금니・혀・입술・이・목구멍에서 나니,
이것이 초성이 되어서 글자는 열일곱이로다.
아음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취해,
단 ㆁ은 ㅇ과 비슷하나, 뜻을 취함이 다르다.
설음은 혀가 위턱에 붙은 모양을 본뜨고,
순음은 바로 입의 모양을 취한 것이로다.
치음과 후음은 바로 이와 목구멍 모양을 본떠,
이 다섯 가지의 뜻을 알면 스스로 명백해진다.
또한 반설음하고 반치음이 있으니,
모양 취함은 같으나 형태는 다르다.
ㄴ・ㅁ・ㅅ・ㅇ은 소리가 세지 않기 때문에,
차례는 비록 뒤이나, 본뜸에는 처음이다.
사계절과 천지 간 기운에 맞추면,
오행과 오음에 맞지 않음이 없다.
목구멍소리는 물과 겨울과 우가 되며,
어금니는 봄과 나무요 소리는 각이다.
치는 여름과 불로 혓소리이며,
이빨은 상과 가을, 또 쇠이다.
입술은 방위・수가 본디 정함이 없어,
흙이 되며 늦여름이고, 궁음이 된다.
말소리에는 또 스스로 청탁이 있으니,
초성에서 찾아서 자세히 살펴야 한다.
전청 소리는 ㄱ・ㄷ・ㅂ이요,
ㅈ・ㅅ・ㆆ 또한 전청소리다.
ㅋ・ㅌ・ㅍ・ㅊ・ㅎ과 같으면,
오음이 각각 차청이 된다.
전탁 소리는 ㄲ・ㄸ・ㅃ이요,
또한 ㅉ・ㅆ도 ㆅ도 있도다.
전청을 나란히 쓰면 전탁이 되나,
ㆅ만은 ㅎ에서 나와 이만 다르다.
ㆁ・ㄴ・ㅁ・ㅇ 및 ㄹ・ㅿ은,
그 소리가 불청불탁이다.
ㅇ을 이어 쓰면 곧 순경음이 되어,
후음이 많고 입술은 잠깐 합친다.
중성 열하나도 모양을 취하였으나,
깊은 의의는 쉽게 볼 수 없으리라.
ㆍ는 하늘을 본떠 소리가 가장 깊어,
때문에 둥근 모양은 곧 탄환과 같다.
ㅡ 소리는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그 모양의 평평함은 땅을 본떴다.
ㅣ는 사람이 섬을 본떠 소리는 얕아,
삼재의 도리가 이같이 갖추어졌도다.
ㅗ는 하늘에서서 나와서 닫혀 있으니,
하늘의 둥긂과 땅의 평평함을 취했다.
ㅏ 또한 하늘에서 나와 열려있으니,
사물에서 발해 사람이 이룬 것이다.
처음 생긴 뜻을 적용해 둥근 점은 하나요,
하늘에서 나와 양이 되니 위와 밖에 있다.
ㅛ・ㅑ는 사람을 겸해 두 번째 생김이 되니,
두 둥근 점이 형태가 되어 그 뜻을 보인다.
ㅜ・ㅓ・ㅠ・ㅕ가 땅에서 나와서 글자가 된 것은,
예로 미루어서 저절로 아니 어찌 평해야 하리.
ㆍ가 여덟 소리에 모두 들어 있는 것은,
하늘의 작용이 두루 흘러가기 때문이다.
ㅛ・ㅑ・ㅠ・ㅕ가 사람을 겸하는 것도 까닭이 있으니,
사람이 천지에 참여해서,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 초성・중성・종성의 지극한 이치를 탐구하면,
단단함과 부드러움, 음과 양이 저절로 있도다.
중성은 하늘의 작용으로 음과 양으로 나뉘고,
초성은 땅의 공로로 강함과 연함이 드러난다.
중성이 부르면, 초성이 화답하나니,
하늘이 땅에 앞섬은 자연의 이치다.
화답하는 것이 초성도 되고 종성도 되는 이유는,
만물이 모두 땅을 통해 나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음이 변해 양이 되고 양이 변해 음이 되니,
움직임과 멈춰 있음이 서로 근본이 되도다.
초성은 다시 발생하는 의미가 있으니,
양의 움직임이 되어 하늘을 맡음이다.
종성은 땅에 비유돼 음의 멈춤이 있으니,
글자의 소리는 여기서 그쳐서 정해진다.
운모가 이루어지는 핵심은, 중성의 작용에 있으니,
사람이 능히 하늘과 땅의 마땅함을 돕기 때문이다.
양의 작용은 음에도 통하여,
이르러 펴면 도로 돌아가니,
초성과 종성이 비록 둘로 나뉜다고 해도,
종성에 초성을 다시 쓴 뜻은 알 수 있다.
훈민정음의 글자는 오직 스물여덟 글자일 뿐이지만,
얽힘을 찾아 밝히고, 깊고 미묘함을 탐구한 것이다.
의향은 멀어도 말은 가까워, 백성을 이끌기 쉬우니,
하늘이 주심이지 어찌 지혜와 기교로 만들었으리요.
</poem>
|
<poem>
天地之化本一氣
隂陽五行相始終
物於兩間有形聲
元本無二理數通
正音制字尙其象
因聲之厲每加畫
音出牙舌脣齒喉
是為初聲字十七
牙取舌根閉喉形
唯業似欲取義別
舌迺象舌附上腭
脣則實是取口形
齒喉直取齒喉象
知斯五義聲自明
又有半舌半齒音
取象同而體則異
那彌戌欲聲不厲
次序雖後象形始
配諸四時與沖氣
五行五音無不協
維喉為水冬與羽
牙迺春木其音角
徵音夏火是舌聲
齒則商秋又是金
脣於位數本無㝎
𡈽而季夏為宮音
聲音又自有清濁
要於初彂細推尋
全清聲是君斗瞥
卽戌挹亦全清聲
若迺快呑漂侵虗
五音各一為次清
全濁之聲虯𫟛步
又有慈邪亦有洪
全清並書為全濁
唯洪自虗是不同
業那彌欲及閭穰
其聲不清又不濁
欲之連書為脣軽
喉聲多而脣乍合
中聲十一亦取象
精義未可容易觀
呑擬於天聲㝡深
所以圓形如彈丸
卽聲不深又不淺
其形之平象乎地
侵象人立厥聲淺
三才之道斯為備
洪出於天尙為闔
象取天圓合地平
𫟛亦出天為已闢
彂於事物就人成
用初生義一其圓
出天為陽在上外
欲穰兼人為𠕅出
二圓為形見其義
君業戌彆出於地
據例自知何湏評
呑之為字貫八聲
維天之用徧流行
四聲兼人亦有由
人參天地為㝡靈
且就三聲究至理
自有剛柔與隂陽
中是天用隂陽分
初迺地功剛柔彰
中聲唱之初聲和
天先乎地理自然
和者為初亦為終
物生復歸皆於坤
隂變為陽陽變隂
一動一静互為根
初聲復有彂生義
為陽之動主於天
終聲比地隂之静
字音於此止㝎焉
韻成要在中聲用
人能輔相天地宜
陽之為用通於隂
至而伸則反而歸
初終雖云分兩儀
終用初聲義可知
正音之字只廿八
探賾錯綜窮深幾
指遠言近牖民易
天授何曽智巧為
</poem>
}}
=== 初聲解 ===
正音初聲,卽韻書之字母也。聲音由此而生,故曰母。如牙音君字初聲是ㄱ,ㄱ與ᅟᅮᆫ而為군。快字初聲是ㅋ,ㅋ與ㅙ而為쾌〮。虯字初聲是ㄲ,ㄲ與ㅠ而為뀨。業字初聲是ㆁ,ㆁ與ᅟᅥᆸ而為ᅌᅥᆸ之類。舌之斗呑𫟛那,脣之彆漂步彌,齒之卽侵慈戌邪,喉之挹虗洪欲,半舌半齒之閭穰,皆倣此。訣曰
정음의 초성은 곧 운서의 자모이다. 소리는 이로 말미암아 나는 것이므로 어머니라고 이른다. 어금닛소리인 君 자의 초성은 ㄱ이고 ㄱ과 ᅟᅮᆫ을 어울러 군이라 하고, 快 자의 초성은 ㅋ이고 ㅋ과 ㅙ를 어울러 쾌〮라 하고, 虯 자의 초성은 ㄲ이고 ㄲ과 ㅠ를 어울러 뀨라 하고, 業 자의 초성은 ㆁ이고 ㆁ과 ᅟᅥᆸ을 어울러 ᅌᅥᆸ이라 하는 따위와 같다. 혓소리인 斗呑𫟛那, 입술소리인 彆漂步彌, 잇소리인 卽侵慈戌邪, 목구멍소리인 挹虗洪欲, 반설음과 반치음인 閭穰, 다 이를 본뜬 것이다. 결요를 말하자면
{{번역 표|
<poem>
ㄱ ㅋ ㄲ ㆁ 그 소리는 아음,
혓소리 ㄷ ㅌ과 ㄸ ㄴ,
ㅂ ㅍ ㅃ ㅁ은 곧 순음,
잇소리는 ㅈ ㅊ ㅉ ㅅ ㅆ이 있고,
ㆆ ㅎ ㆅ ㅇ은 곧 후음,
ㄹ은 반설, ㅿ 반치,
이십삼 자는 어머니로
온 소리는 다 이에서 나느니라.</poem>
|<poem>
君快虯業其聲牙
舌聲斗呑及𫟛那
彆漂步彌則是脣
齒有卽侵慈戌邪
挹虗洪欲迺喉聲
閭為半舌穰半齒
二十三字是為母
萬聲生生皆自此</poem>
}}
=== 中聲解 ===
中聲者,居字韻之中,合初終而成音。如呑字中聲是ㆍ,ㆍ居ㅌㄴ之間而為ᄐᆞᆫ。卽字中聲是ㅡ,ㅡ居ㅈㄱ之間而為즉。侵字中聲是ㅣ,ㅣ居ㅊㅁ之間而為침之類。洪𫟛君業欲穰戌彆,皆倣此。<br />
二字合用者,ㅗ與ㅏ同出於ㆍ,故合而為ㅘ。ㅛ與ㅑ又同出於ㅣ,故合而為ㆇ。ㅜ與ㅓ同出於ㅡ,故合而為ㅝ。ㅠ與ㅕ又同出於ㅣ,故合而為ㆊ。以其同出而為類,故相合而不悖也。一字中聲之與ㅣ相合者十,ㆎㅢㅚㅐㅟㅔㆉㅒㆌㅖ是也。二字中聲之與ㅣ相合者四,ㅙㅞㆈㆋ是也。ㅣ於深淺闔闢之聲,並能相隨者,以其舌展聲淺而便於開口也。亦可見人之參贊開物而無所不通也。訣曰
중성이란 것은 자운의 중간에 자리잡아 초성과 종성을 모으며 소리를 이루게 한다. 呑 자의 중성은 ㆍ이고 ㆍ는 ㅌ과 ㄴ 사이에 있어 ᄐᆞᆫ이 되고, 卽 자의 중성은 ㅡ이고 ㅡ는 ㅈ과 ㄱ 사이에 있어 즉이 되고, 侵 자의 중성은 ㅣ이고 ㅣ는 ㅊ과 ㅁ 사이에 있어 침이 되는 따위와 같다. 洪𫟛君業欲穰戌彆(ㅗㅏㅜㅓㅛㅑㅠㅕ), 다 이를 본뜬 것이다.<br />
두 글자를 모아 쓰는 것으로 ㅗ와 ㅏ는 모두 ㆍ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ㅘ가 되고, ㅛ와 ㅑ는 또한 모두 ㅣ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ㆇ가 되고, ㅜ와 ㅓ는 모두 ㅡ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ㅝ가 되고, ㅠ와 ㅕ는 또한 모두 ㅣ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ㆊ가 된다. 이들은 같은 데서 나온 것을 모아서 되는 것이니 따라서 조화에 어긋나지 아니한다. 한 자로 된 중성이 ㅣ와 어울리는 것은 열이니 ㆎㅢㅚㅐㅟㅔㆉㅒㆌㅖ이다. 두 자로 된 중성이 ㅣ와 어울리는 것은 넷으로 ㅙㅞㆈㆋ이다. ㅣ가 깊고 얕고, 열리고 닫힌 소리에 두루 서로 따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혀가 펴지고 소리가 얕아 입을 벌리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 만물을 여는 데에 참여하여 통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결요를 말하자면
{{번역 표|<poem>
어미 되는 글자의 음마다 중성이 있다.
중성은 모름지기 나아가서 열리고 닫힘을 좇으니
ㅗㅏ는 ㆍ로 말미암아 모아 쓸 수 있고
ㅜㅓ는 ㅡ에서 나왔으니 또한 모을 수 있다.
ㅛ 그리고 ㅑ, ㅠ 그리고 ㅕ
각각은 좇는 바로 헤아려 뜻을 알 수 있다.
ㅣ의 쓰임은 가장 많으니
열넷 소리에 서로 두루 미칠 따름이다.</poem>
|<poem>
母字之音各有中
須就中聲尋闢闔
洪𫟛自呑可合用
君業出則亦可合
欲之與穰戌與彆
各有所從義可推
侵之為用最居多
於十四聲徧相隨</poem>
}}
=== 終聲解 ===
終聲者,承初中而成字韻。如卽字終聲是ㄱ,ㄱ居즈終而為즉。洪字終聲是ㆁ,ㆁ居ᅘᅩ終而為ᅘᅩᇰ之類。舌脣齒喉皆同。<br />
聲有緩急之殊,故平上去其終聲不類入聲之促急。不清不濁之字,其聲不厲,故用於終則宜於平上去。全清次清全濁之字,其聲為厲,故用於終則宜於入。所以ㆁㄴㅁㅇㄹㅿ六字為平上去聲之終,而餘皆為入聲之終也。然ㄱㆁㄷㄴㅂㅁㅅㄹ八字可足用也。如ᄇᆡᆺ곶為梨花,ᄋ{{void}}ᅧᇫ의갗為狐皮,而ㅅ字可以通用。故只用ㅅ字。且ㅇ聲淡而虗,不必用於終,而中聲可得成音也。ㄷ如볃為彆,ㄴ如군為君,ㅂ如ᅌᅥᆸ為業,ㅁ如땀為𫟛,ㅅ如諺語옷〮為衣,ㄹ如諺語실〯為絲之類。五音之緩急,亦各自為對如牙之ㆁ與ㄱ為對,而ㆁ促呼則變為ㄱ而急,ㄱ舒出則變為ㆁ而緩。舌之ㄴㄷ,脣之ㅁㅂ,齒之ㅿㅅ,喉之ㅇㆆ,其緩急相對,亦猶是也。且半舌之ㄹ,當用於諺,而不可用於文。如入聲之彆字,終聲當用ㄷ,而俗習讀為ㄹ,盖ㄷ變而為軽也。若用ㄹ為彆之終,則其聲舒緩,不為入也。訣曰
종성이란 것은 초성과 중성을 이어 자운을 이룬다. 卽 자의 종성은 ㄱ이고 ㄱ은 즈의 끝에 있어 즉이 되고, 洪 자의 종성은 ㆁ이고 ㆁ은 ᅘᅩ의 끝에 있어 ᅘᅩᇰ이 되는 따위와 같다. 설음, 순음, 치음, 후음도 모두 같다.<br/>
소리는 느리고 빠름의 구분이 있으니 평성·상성·거성의 종성은 입성의 빠름에 들지 않는다. 불청불탁 글자는 그 소리가 세지 않으니 종성에 쓰이면 곧 평·상·거에 맞고, 전청·차청·전탁 글자는 그 소리가 세니 종성에 쓰이면 입성에 맞는다. 그러므로 ㆁㄴㅁㅇㄹㅿ 여섯 자는 평·상·거성의 종성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입성의 종성이 된다. 그런데 ㄱㆁㄷㄴㅂㅁㅅㄹ 여덟 자로 충분히 쓸 수 있다. 배꽃(梨花)을 이르는 ᄇᆡᆺ곶, 여우 가죽(狐皮)을 이르는 ᄋ{{void}}ᅧᇫ의갗과 같이 ㅅ 자로도 통용할 수 있으니 ㅅ 자로만 쓴다. 또 ㅇ 소리는 맑고 비어 종성에 반드시 쓰지 않고 중성만으로 소리를 이룰 수 있다. ㄷ은 彆인 볃과 같고, ㅂ은 業인 ᅌᅥᆸ과 같고, ㅁ은 𫟛인 땀과 같고, ㅅ은 옷(衣)의 우리말 옷〮과 같고, ㄹ은 실(絲)의 우리말 실〯과 같은 따위이다. 오음의 느리고 빠름 또 각자의 짝이 되니 아음 ㆁ과 ㄱ이 짝이 되어 ㆁ을 빠르게 내면 변하여 ㄱ이 되어 빠르고, ㄱ을 느리게 내면 ㆁ이 되어 느리다. 설음 ㄴㄷ, 순음 ㅁㅂ, 치음 ㅿㅅ, 후음 ㅇㆆ, 그 느리고 빠름이 상대됨 또한 이와 같다. 또 반설음 ㄹ은 마땅히 우리말에만 쓰여야지 한문에는 쓰일 수 없다. 입성 彆 자의 종성은 마땅히 ㄷ으로 쓰여야 하며 세속에서 익히고 읽는 것은 ㄹ인데 아마도 ㄷ이 가벼이 변했을 것이다. 만약 ㄹ을 彆의 종성으로 쓰면 그 소리가 느려지니 입성이 되지 않는다. 결요를 말하자면
{{번역 표|
<poem>
불청불탁은 종성에 쓰이면
평·상·거성은 되나 입성은 아니 된다.
전청, 차청과 전탁은
모두 입성이 되어 빠르다.
초성이 종성이 되는 이치가 본디 그러한즉
겨우 여덟 자로 쓴다 하여도 모자라지 아니하다.
오직 ㅇ 소리가 있어야 마땅할 곳에는
중성으로 소리를 이뤄도 통할 수 있다.
만약 卽자를 쓴다면 종성에는 ㄱ을 쓰고
洪, 彆은 ㆁ, ㄷ을 종성으로 하니
君, 業, 𫟛의 종성은 또 어떨까,
ㄴ, ㅂ, ㅁ으로 차례로 헤아려 보라.
이 여섯 소리는 한문과 우리말에 통하고
ㅅ, ㄹ은 우리말의 ‘옷’과 ‘실’에 쓰인다.
오음은 느리고 빠름이 제각기 짝을 이루니
ㄱ 소리는 ㆁ을 빠르게 한 것이요,
ㄷ, ㅂ 소리를 느리게 하면 ㄴ, ㅁ이요,
ㅿ, ㅇ 또한 ㅅ과 ㆆ과 짝이다.
ㄹ은 우리말에는 맞으나 한문에는 알맞지 아니하고
ㄷ을 가벼이 하여 ㄹ이 된 것은 세속의 습관이다.
</poem>
|
<poem>
不清不濁用於終
為平上去不為入
全清次清及全濁
是皆為入聲促急
初作終聲理固然
只將八字用不窮
唯有欲聲所當處
中聲成音亦可通
若書卽字終用君
洪彆亦以業斗終
君業𫟛終又何如
以那彆彌次第推
六聲通乎文與諺
戌閭用於諺衣絲
五音緩急各自對
君聲迺是業之促
斗彆聲緩為那彌
穰欲亦對戌與挹
閭宜於諺不宜文
斗軽為閭是俗習</poem>
}}
=== 合字解 ===
初中終三聲,合而成字。初聲或在中聲之上,或在中聲之左。如君字ㄱ在ㅜ上,業字ㆁ在ㅓ左之類。<br />
中聲則圓者橫者在初聲之下,ㆍㅡㅗㅛㅜㅠ是也。縱者在初聲之右 ㅣㅏㅑㅓㅕ是也。如呑字ㆍ在ㅌ下,卽字ㅡ在ㅈ下,侵字ㅣ在ㅊ右之類。<br />
終聲在初中之下。如君字ㄴ在구下,業字ㅂ在ᅌᅥ下之類。<br />
初聲二字三字合用並書,如諺語ᄯᅡ〮為地,ᄧᅡᆨ為雙,ᄢᅳᆷ〮為隙之類。各自並書,如諺語혀〮為舌而ᅘᅧ〮為引,괴여〮為我愛人而괴ᅇᅧ〮為人愛我,소다〮為䨱物而쏘다〮為射之之類。<br />
中聲二字三字合用,如諺語과〮為琴柱,홰〮為炬之類。終聲二字三字合用,如諺語ᄒᆞᆰ為𡈽,낛〮為釣,ᄃᆞᇌᄣᅢ〮為酉時之類。其合用並書,自左而右,初中終三聲皆同。文與諺雜用則有因字音而補以中終聲者,如孔子ㅣ魯ㅅ사〯ᄅᆞᆷ之類。<br />
諺語平上去入,如활為弓而其聲平,돌〯為石而其聲上,갈〮為刀而其聲去,붇〮為筆而其聲入之類。凡字之左,加一㸃為去聲,二㸃為上聲,無㸃為平聲,而文之入聲,與去聲相似。諺之入聲無㝎,或似平聲,如긷為柱,녑為脅。或似上聲如낟〯為穀。깁〯為繒。或似去聲,如몯〮為釘,입〮為口之類。其加㸃則與平上去同。平聲安而和,春也,萬物舒泰。上聲和而擧,夏也,萬物漸盛。去聲擧而壯,秋也,萬物成熟。入聲促而塞,冬也,萬物閉蔵。<br />
初聲之ㆆ與ㅇ相似,於諺可以通用也。半舌有軽重二音。然韻書字母唯一,且國語雖不分軽重,皆得成音。若欲備用,則依脣軽例,ㅇ連書ㄹ下,為半舌軽音,舌乍附上腭。ㆍㅡ起ㅣ聲,於國語無用。兒童之言,𨘢野之語,或有之,當合二字而用,如ᄀᆝᄀᆜ之類,其先縱後橫,與他不同。訣曰
초성, 중성, 종성 셋은 어울려 글자를 이룬다. 초성은 중성의 위에 있기도 하고, 중성의 왼쪽에 있기도 한다. 君(군)의 ㄱ이 ㅜ의 위에 있고, 業(ᅌᅥᆸ)의 ㆁ이 ㅓ의 왼쪽에 있는 따위와 같다.<br />
중성은 둥근 것과 가로로 된 것은 초성의 아래에 있으니 ㆍㅡㅗㅛㅜㅠ가 그것이고, 세로로 된 것은 초성의 오른쪽에 있으니 ㅣㅏㅑㅓㅕ가 그것이다. 呑(ᄐᆞᆫ)의 ㆍ가 ㅌ의 아래에 있고, 卽(즉)의 ㅡ가 ㅈ의 아래에 있고, 侵(침)의 ㅣ가 ㅊ의 오른쪽에 있는 따위와 같다.<br />
종성은 초·중성의 아래에 있다. 君(군)의 ㄴ이 ‘구’의 아래에 있고, 業(ᅌᅥᆸ)의 ㅂ이 ‘ᅌᅥ’의 아래에 있는 따위와 같다.<br />
초성 두 자나 석 자를 어울러 씀은 우리말에서 땅(地)을 이르는 ᄯᅡ〮, 짝(雙)을 이르는 ᄧᅡᆨ, 틈(隙)을 이르는 ᄢᅳᆷ〮 따위와 같다. 각자를 나란히 씀은 우리말에서 혀〮는 혀(舌)가 되는데 ᅘᅧ〮는 끄는(引) 것이 되고, 괴여〮는 내가 남을 사랑하는 것인데 괴ᅇᅧ〮는 남이 다를 사랑하는 것이 되고, 소다〮는 물건을 덮는 것인데 쏘다〮는 무엇을 쏘는 것이 되는 따위와 같다.<br />
중성 두 자나 석 자를 어우름은 우리말에서 괘(琴柱)를 이르는 과〮, 횃불(炬)을 이르는 홰〮 따위와 같다. 종성 두 자나 석 자를 어우름은 우리말에서 흙(土)을 이르는 ᄒᆞᆰ, 낚시(釣)를 이르는 낛〮, 유시(酉時)를 이르는 ᄃᆞᇌᄣᅢ〮 따위와 같다. 이 합용병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며 초·중·종성 모두 마찬가지이다. 한문과 우리말을 섞어 쓴다면, 글자의 음에 따라 중성이나 종성을 덧댈 일이 있으니 孔子ㅣ魯ㅅ사〯ᄅᆞᆷ(공자가 노나라 사람)이라 하는 따위와 같다.<br />
우리말의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은 활(弓)은 그 소리가 평성이요, 돌〯(石)은 그 소리가 상성이요, 갈〮(刀)은 그 소리가 거성이요, 붇〮(筆)은 그 소리가 입성인 따위와 같다. 모든 글자의 왼쪽에 점 하나를 더하면 거성, 점 둘을 더하면 상성, 점이 없으면 평성이며, 한문의 입성은 거성과 서로 비슷하다. 우리말의 입성은 정해진 것이 없어 긷(柱)이나 녑(脅)과 같은 평성처럼 되기도 하고, 낟〯(穀)이나 깁〯(繒)과 같은 상성처럼 되기도 하고, 몯〮(釘)이나 입〮(口)과 같은 거성처럼 되기도 하니 점을 찍는 것은 평성·상성·거성과 같다. 평성은 편안하고 순하니 봄으로 만물이 천천히 피어나고, 상성은 순하고 일어나니 여름으로 만물이 점점 성하고, 거성은 일어나고 굳세니 가을로 만물이 성숙하고, 입성은 빠르고 막히니 겨울로 만물이 감추고 숨음이라.<br />
초성의 ㆆ과 ㅇ은 서로 비슷해 우리말에서는 통용할 수 있다. 반설음에는 가볍고 무거운 두 소리가 있다. 운서의 자모에는 하나이며, 또 국어에서 비록 경중을 가리지 않으나 모두 소리를 이룰 수 있다. 만일 갖추어 쓰고자 한다면, 순경음의 예에 따라 ㅇ을 ㄹ의 아래에 이어 써 반설경음을 나타내며 이는 혀가 윗잇몸에 잠깐 닿는다. ㆍㅡ가 ㅣ 소리에서 나는 것은 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데 아이의 말, 변두리 말에는 있기도 하니 마땅히 두 글자를 합하여 나타내어 ᄀᆝ, ᄀᆜ 따위와 같이 하는데, 그 세로를 먼저, 가로를 나중에 하는 것은 다른 것과 같지 아니하다. 결요를 말하자면
{{번역 표|
<poem>
초성은 중성의 왼쪽이나 위에 있고
ㆆ과 ㅇ은 우리말에서는 같은 것으로 쓰인다.
중성 열하나는 초성에 붙는데
둥근 것이나 가로는 아래에 쓰고 세로는 오른쪽에 쓴다.
종성을 쓰자면 어디에 둘까,
초·중성의 아래에 붙여 쓰라.
초·종성을 어울러 쓰려면 각기 나란히 쓰고
중성 또한 어울림이 있으니 다 왼쪽부터 써라.
우리말의 사성은 어떻게 가리나,
평성은 ‘활’, 상성은 ‘돌〯’,
‘갈〮’은 거성, ‘붇〮’은 입성으로
이 넷을 보면 다른 것도 알리니
음으로 말미암아 왼쪽의 점으로 사성을 가려
하나는 거성, 둘은 상성, 없으면 평성,
우리말의 입성은 정해진 바 없으나 역시 점은 찍고
한문의 입성은 거성과 비슷하다.
방언과 속어가 모두 달라
소리는 있으나 글자가 없어 글로 통하기가 어렵더니
하루아침에
지으시어 하늘 솜씨에 비기니
대동국 천고에 어둠을 깨우치셨네
</poem>
|
<poem>
初聲在中聲左上
挹欲於諺用相同
中聲十一附初聲
圓橫書下右書縱
欲書終聲在何處
初中聲下接着寫
初終合用各並書
中亦有合悉自左
諺之四聲何以辨
平聲則弓上則石
刀為去而筆為入
觀此四物他可識
音因左㸃四聲分
一去二上無㸃平
語入無㝎亦加㸃
文之入則似去聲
方言俚語萬不同
有聲無字書難通
一朝
制作侔神工
大東千古開朦朧
</poem>
}}
=== 用字例 ===
{{번역 표
|
초성 ㄱ의 예로는 감(柿)을 뜻하는 ‘감〯’, 갈대(蘆)를 뜻하는 ‘ᄀᆞᆯ〮’이 있다.<br />
ㅋ의 예로는 우케(未舂稻)를 뜻하는 ‘우케〮’, 콩(大豆)을 뜻하는 ‘ᄏ{{void}}ᅩᇰ’이 있다.<br />
ㆁ의 예로는 너구리(獺, 山獺)을 뜻하는 ‘러ᅌᅮᆯ〮’, 성에(流凘)를 뜻하는 ‘서ᅌᅦ〮’가 있다.<br />
ㄷ의 예로는 띠(茅)를 뜻하는 ‘뒤〮’, 담장(墻)을 뜻하는 ‘담〮’이 있다.<br />
ㅌ의 예로는 고치(繭)를 뜻하는 ‘고티〮’, 두꺼비(蟾蜍)를 뜻하는 ‘두텁’이 있다.<br />
ㄴ의 예로는 노루(獐)를 뜻하는 ‘노로’, 원숭이(猿)를 뜻하는 ‘납’이 있다.<br />
ㅂ의 예로는 팔(臂)을 뜻하는 ‘ᄇᆞᆯ’, 벌(蜂)을 뜻하는 ‘벌〯’이 있다.<br />
ㅍ의 예로는 파(葱)를 뜻하는 ‘파〮’, 파리(蠅)를 뜻하는 ‘ᄑᆞᆯ〮’이 있다.<br />
ㅁ의 예로는 산(山)을 뜻하는 ‘뫼〯’, 마(薯蕷)를 뜻하는 ‘마〮’가 있다.<br />
ㅸ의 예로는 새우(蝦)를 뜻하는 ‘사ᄫᅵ〮’, 박(瓠)을 뜻하는 ‘드ᄫᅴ〮’가 있다.<br />
ㅈ의 예로는 자(尺)를 뜻하는 ‘자〮’, 종이(紙)를 뜻하는 ‘죠ᄒᆡ〮’가 있다.<br />
ㅊ의 예로는 체(籭)를 뜻하는 ‘체〮’, 채찍(鞭)을 뜻하는 ‘채’가 있다.<br />
ㅅ의 예로는 손(手)을 뜻하는 ‘손〮’, 섬(島)을 뜻하는 ‘셤〯’이 있다.<br />
ㅎ의 예로는 부엉이(鵂鶹)를 뜻하는 ‘부〮ᄒ{{void}}ᅥᇰ’, 힘줄(筋)을 뜻하는 ‘힘〮’이 있다.<br />
ㅇ의 예로는 병아리(鷄雛)를 뜻하는 ‘비〮육’, 뱀(蛇)을 뜻하는 ‘ᄇᆞ〮얌’이 있다.<br />
ㄹ의 예로는 우박(雹)을 뜻하는 ‘무〮뤼’, 얼음(氷)을 뜻하는 ‘어름〮’이 있다.<br />
ㅿ의 예로는 아우(弟)를 뜻하는 ‘아ᅀᆞ’, 너새(鴇)를 뜻하는 ‘너〯ᅀᅵ’가 있다.<br />
중성 ㆍ의 예로는 턱(頤)을 뜻하는 ‘ᄐᆞᆨ〮’, 팥(小豆)을 뜻하는 ‘ᄑᆞᆺ〮’, 다리(橋)를 뜻하는 ‘ᄃᆞ리’, 가래나무(楸)를 뜻하는 ‘ᄀᆞ〮래’가 있다.<br />
ㅡ의 예로는 물(水)을 뜻하는 ‘믈〮’, 발꿈치(跟)를 뜻하는 ‘발〮측〮’, 기러기(雁)를 뜻하는 ‘그력’, 두레박(汲器)을 뜻하는 ‘드레〮’가 있다.<br />
ㅣ의 예로는 둥지(巢)를 뜻하는 ‘깃〮’, 밀랍(蠟)을 뜻하는 ‘밀〯’, 피(稷)를 뜻하는 ‘피〮’, 키(箕)를 뜻하는 ‘키〮’가 있다.<br />
ㅗ의 예로는 논(水田)을 뜻하는 ‘논〮’, 톱(鋸·鉅)을 뜻하는 ‘톱〮’, 호미(鉏)를 뜻하는 ‘호ᄆᆡ〮’, 벼루(硯)를 뜻하는 ‘벼로〮’가 있다.<br />
ㅏ의 예로는 밥(飯)을 뜻하는 ‘밥〮’, 낫(鎌)을 뜻하는 ‘낟〮’, 잉아(綜)를 뜻하는 ‘이ᅌᅡ〮’, 사슴(鹿)을 뜻하는 ‘사ᄉᆞᆷ〮’이 있다.<br />
ㅜ의 예로는 숯(炭)을 뜻하는 ‘숫’,울타리(籬)를 뜻하는 ‘울〮’, 누에(蠶)를 뜻하는 ‘누에〮’, 구리(銅)를 뜻하는 ‘구리〮’가 있다.<br />
ㅓ의 예로는 부엌(竈)을 뜻하는 ‘브ᅀᅥᆸ’, 널빤지(板)를 뜻하는 ‘널〯’, 서리(霜)를 뜻하는 ‘서리〮’, 버들(柳)을 뜻하는 ‘버들〮’이 있다.<br />
ㅛ의 예로는 종(奴)을 뜻하는 ‘ᄌ{{void}}ᅭᇰ〯’, 고욤(梬)을 뜻하는 ‘고〮욤’, 소(牛)를 뜻하는 ‘쇼〮’, 삽주나물(蒼朮菜)을 뜻하는 ‘삽됴’가 있다.<br />
ㅑ의 예로는 거북(남생이, 龜)을 뜻하는 ‘남ᄉ{{void}}ᅣᇰ’, 𪓟鼊를 뜻하는 ‘약’, 대야(𠤷)를 뜻하는 ‘다야〮’, 메밀 껍질(蕎麥皮)을 뜻하는 ‘쟈감’이 있다.<br />
ㅠ의 예로는 율무(薏苡)를 뜻하는 ‘율믜’, 주걱(飯𣖄)을 뜻하는 ‘쥭’, 우산(雨繖)을 뜻하는 ‘슈룹〮’, 수건(帨)을 뜻하는 ‘쥬련’이 있다.<br />
ㅕ의 예로는 엿(飴餹)을 뜻하는 ‘엿〮’, 절(佛寺)을 뜻하는 ‘뎔’, 벼(為稻)를 뜻하는 '벼' , 제비(燕)를 뜻하는 ‘져〯비’가 있다.<br />
종성 ㄱ의 예로는 닥나무(楮)를 뜻하는 ‘닥’, 독(甕)를 뜻하는 ‘독’이 있다.<br />
ㆁ의 예로는 굼벵이(蠐螬)를 뜻하는 ‘굼〯ᄇ{{void}}ᅥᇰ’, 올챙이(蝌蚪)를 뜻하는 ‘올〮ᄎ{{void}}ᅡᇰ’이 있다.<br />
ㄷ의 예로는 갓(笠)을 뜻하는 ‘갇〮’, 단풍나무(楓)를 뜻하는 ‘싣’이 있다.<br />
ㄴ의 예로는 신발(屨)을 뜻하는 ‘신〮’, 반디(螢)를 뜻하는 ‘반〮되’가 있다.<br />
ㅂ의 예로는 섶(薪)을 뜻하는 ‘섭’, 발굽(蹄)을 뜻하는 ‘굽〮’이 있다.<br />
ㅁ의 예로는 범(虎)을 뜻하는 ‘범〯’, 샘(泉)을 뜻하는 ‘ᄉᆡᆷ〯’이 있다.<br />
ㅅ의 예로는 잣(海松)을 뜻하는 ‘잣〯’, 못(池)을 뜻하는 ‘못〮’이 있다.<br />
ㄹ의 예로는 달(月)을 뜻하는 ‘ᄃᆞᆯ〮’, 별(星)을 뜻하는 ‘별〯’이 있는 등이다.
|
初聲ㄱ,如감〯為柿,ᄀᆞᆯ〮為蘆。<br />
ㅋ,如우케〮為未舂稻,ᄏ{{void}}ᅩᇰ為大豆。<br />
ㆁ,如러ᅌᅮᆯ〮為獺,서ᅌᅦ〮為流凘。<br />
ㄷ,如뒤〮為茅,담〮為墻。<br />
ㅌ,如고티〮為繭,두텁為蟾蜍。<br />
ㄴ,如노로為獐,납為猿。<br />
ㅂ,如ᄇᆞᆯ為臂,벌〯為蜂。<br />
ㅍ,如파〮為葱,ᄑᆞᆯ〮為蠅。<br />
ㅁ,如뫼〯為山,마〮為薯藇。<br />
ㅸ,如사ᄫᅵ〮為蝦,드ᄫᅴ〮為瓠。<br />
ㅈ,如자〮為尺,죠ᄒᆡ〮為紙。<br />
ㅊ,如체〮為籭,채為鞭。<br />
ㅅ,如손〮為手,셤〯為島。<br />
ㅎ,如부〮ᄒ{{void}}ᅥᇰ為鵂鶹,힘〮為筋。<br />
ㅇ,如비〮육為鷄雛,ᄇᆞ〮얌為蛇。<br />
ㄹ,如무〮뤼為雹,어름〮為氷。<br />
ㅿ,如아ᅀᆞ為弟,너〯ᅀᅵ為鴇。<br />
中聲ㆍ,如ᄐᆞᆨ〮為頤,ᄑᆞᆺ〮為小豆,ᄃᆞ리為橋,ᄀᆞ〮래為楸。<br />
ㅡ,如믈〮為水,발〮측〮為跟,그력為雁,드레〮為汲器。<br />
ㅣ,如깃〮為巢,밀〯為蠟,피〮為稷,키〮為箕。<br />
ㅗ,如논〮為水田,톱〮為鉅,호ᄆᆡ〮為鉏,벼로〮為硯。<br />
ㅏ,如밥〮為飯,낟〮為鎌,이ᅌᅡ〮為綜,사ᄉᆞᆷ〮為鹿。<br />
ㅜ,如숫為炭,울〮為籬,누에〮為蠶,구리〮為銅。<br />
ㅓ,如브ᅀᅥᆸ為竈,널〯為板,서리〮為霜,버들〮為柳。<br />
ㅛ,如ᄌ{{void}}ᅭᇰ〯為奴,고〮욤為梬,쇼〮為牛,삽됴為蒼朮菜。<br />
ㅑ,如남ᄉ{{void}}ᅣᇰ為龜,약為𪓟鼊,다야〮為𠤷,쟈감為蕎麥皮。<br />
ㅠ,如율믜為薏苡,쥭為飯𣖄,슈룹〮為雨繖,쥬련為帨。<br />
ㅕ,如엿〮為飴餹,뎔為佛寺,벼為稻,져〯비為燕。<br />
終聲ㄱ,如닥為楮,독為甕。<br />
ㆁ,如굼〯ᄇ{{void}}ᅥᇰ為蠐螬,올〮ᄎ{{void}}ᅡᇰ為蝌蚪。<br />
ㄷ,如갇〮為笠,싣為楓。<br />
ㄴ,如신〮為屨,반〮되為螢。<br />
ㅂ,如섭為薪,굽〮為蹄。<br />
ㅁ,如범〯為虎,ᄉᆡᆷ〯為泉。<br />
ㅅ,如잣〯為海松,못〮為池。<br />
ㄹ,如ᄃᆞᆯ〮為月,별〯為星之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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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지의 서. 원문에선 따로 제목이 없음) ===
:有天地自然之聲,則必有天地自然之文。所以古人因聲制字,以通萬物之情,以載三才之道,而後世不能易也。然四方風𡈽區別,聲氣亦隨而異焉。蓋外國之語,有其聲而無其字。假中國文字以通其用,是猶枘鑿之鉏鋙也,豈能達而無礙乎。要皆各隨所處而安,不可强之使同也。吾東方禮樂文章,侔擬華夏。但方言俚語,不與之同。學書者患其旨趣之難曉,治獄者病其曲折之難通。昔新羅薛聡,始作吏讀,官府民間,至今行之。然皆假字而用,或澁或窒,非但鄙陋無稽而已,至於言語之間,則不能達其萬一焉,癸亥冬。我<br />殿下創制正音二十八字,略揭例義以示之,名曰訓民正音。象形而字倣古篆,因聲而音叶七調。三極之義。二氣之妙。莫不該括。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簡而要,精而通。故智者不終朝而㑹,愚者可浹旬而學。以是解書,可以知其義。以是聽訟,可以得其情。字韻則清濁之能辨,樂歌則律呂之克諧。無所用而不備,無所往而不達。雖風聲鶴戾,雞鳴狗吠,皆可得而書矣,遂<br />命詳加解釋,以喩諸人。於是,{{*|臣}}與集賢殿應敎{{*|臣}}崔{{*|恒}},副校理{{*|臣}}朴{{*|彭年}},{{*|臣}}申{{*|叔舟}},修撰{{*|臣}}成{{*|三問}},敦寧府注簿{{*|臣}}姜{{*|希顔}},行集賢殿副修撰{{*|臣}}李{{*|塏}},{{*|臣}}李{{*|善老}}等,謹作諸解及例,以敍其梗槩。庶使觀者不師而自悟。若其淵源精義之妙,則非{{*|臣}}等之所能彂揮也。恭惟我<br />殿下,天縱之聖,制度施為超越百王。正音之作,無所祖述,而成於自然。豈以其至理之無所不在,而非人為之私也。夫東方有國,不為不久,而開物成務之<br />大智,蓋有待於今日也欤。正統十一年九月上澣。資憲大夫禮曺判書集賢殿大提學知春秋館事 世子右賓客臣鄭麟趾拜手稽首謹書
訓民正音
{{옛한글 끝}}
천지(天地)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 자연의 글이 있게 되니, 옛날 사람이 소리로 인하여 글자를 만들어 만물(萬物)의 정(情)을 통하여서, 삼재(三才)의 도리를 기재하여 뒷세상에서 변경할 수 없게 한 까닭이다. 그러나, 사방의 풍토(風土)가 구별되매 성기(聲氣)도 또한 따라 다르게 된다. 대개 외국(外國)의 말은 그 소리는 있어도 그 글자는 없으므로, 중국의 글자를 빌려서 그 일용(日用)에 통하게 하니, 이것이 둥근 장부가 네모진 구멍에 들어가 서로 어긋남과 같은데, 어찌 능히 통하여 막힘이 없겠는가? 요는 모두 각기 처지(處地)에 따라 편안하게 해야만 되고, 억지로 같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동방의 예악 문물(禮樂文物)이 중국에 견주되었으나 다만 방언(方言)과 이어(俚語)만이 같지 않으므로, 글을 배우는 사람은 그 지취(旨趣)의 이해하기 어려움을 근심하고, 옥사(獄事)를 다스리는 사람은 그 곡절(曲折)의 통하기 어려움을 괴로워하였다. 옛날에 신라의 설총(薛聰)이 처음으로 이두(吏讀)를 만들어 관부(官府)와 민간에서 지금까지 이를 행하고 있지마는, 그러나 모두 글자를 빌려서 쓰기 때문에 혹은 간삽(艱澁)하고 혹은 질색(窒塞)하여, 다만 비루하여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사이에서도 그 만분의 일도 통할 수가 없었다.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殿下)께서 정음(正音) 28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예의(例義)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하였다. 물건의 형상을 본떠서 글자는 고전(古篆)을 모방하고, 소리에 인하여 음(音)은 칠조(七調)에 합하여 삼극(三極)의 뜻과 이기(二氣)의 정묘함이 구비 포괄(包括)되지 않은 것이 없어서, 28자로써 전환(轉換)하여 다함이 없이 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있고 자세하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으며, 이로써 송사(訟事)를 청단(聽斷)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 자운(字韻)은 청탁(淸濁)을 능히 분별할 수가 있고, 악가(樂歌)는 율려(律呂)가 능히 화합할 수가 있으므로 사용하여 구비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 마침내 상세히 해석을 가하여 여러 사람들을 깨우치게 하라고 명하시니, 이에 신(臣)이 집현전응교(集賢殿應敎) 최항(崔恒), 부교리(副校理) 박팽년(朴彭年)과 신숙주(申叔舟), 수찬(修撰) 성삼문(成三問), 돈녕부주부(敦寧府注簿) 강희안(姜希顔), 행집현전부수찬(行集賢殿副修撰) 이개(李塏)·이선로(李善老) 등과 더불어 삼가 모든 해석과 범례(凡例)를 지어 그 경개(梗槪)를 서술하여, 이를 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 연원(淵源)의 정밀한 뜻의 오묘(奧妙)한 것은 신(臣) 등이 능히 발휘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우리 전하(殿下)께서는 하늘에서 낳으신 성인(聖人)으로써 제도와 시설(施設)이 백대(百代)의 제왕보다 뛰어나시어, 정음(正音)의 제작은 전대의 것을 본받은 바도 없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지극한 이치가 있지 않은 곳이 없으므로 한 사람의 사적인 업적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대체로 동방에 나라가 있은 지가 오래 되지 않은 것이 아니나, 만물의 뜻을 깨달아 모든 일을 이루는 큰 지혜는 대개 오늘날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 라이선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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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와 전망/러시아에서의 노동자 정부와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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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T04:25:55Z
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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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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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목 = [[평가와 전망]]
|지은이 = [[저자:레프 트로츠키|레프 트로츠키]]
|역자 =
|부제 = 러시아에서의 노동자 정부와 사회주의
|이전 = [[평가와 전망/사회주의의 제반 선행조건들|제7장]]
|다음 = [[평가와 전망/유럽과 혁명|제9장]]
|설명 =
}}
앞에서 우리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객관적 선행 조건들이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 발전을 통해서 이미 조성되어 있는 상태임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러시아에 관한 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러시아 프롤레타리아의 손에 권력이 이전되는 것은 우리의 국민경제가 사회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의 시초가 될 것이라고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일까? 1년 전에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떤 문건을 통해서 발표했는데, 그 문건은 우리 당의 양대 분파의 조직들로부터 가차없이 쇄도해 들어오는 비판의 집중 포화를 받아야만 했다. 그 문건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마르크스는 우리들에게 "파리의 노동자들이 그들의 꼬뮌으로부터 어떤 기적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들 역시 프롤레타리아 독재로부터 어떤 즉각적인 기적을 바라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 권력은 전지전능한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대체시키기 위해서는 단지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잡고 몇 개의 법령을 공포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일 것이다. 경제 체제는 정부 활동의 산물이 아닌 것이다. 프롤레타리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집산주의를 향한 경제 발전의 길을 보다 쉽게 만들고 보다 단축시켜 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자신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정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이른바 최소강령으로 표현되는 개혁안들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프롤레타리아가 처한 객관적인 입지 그 자체의 논리로 인해서 프롤레타리아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개혁 조치들로부터 집산주의적 조치들로 즉각 이행해 나가게 될 것이다.
하루 8시간 노동제와 누진적인 소득세의 도입은 비교적 용이한 일이 될 것이다. 비록 이것을 시행할 때조차도, 문제의 핵심은 '법'의 제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반 실천적인 조치들을 효율적으로 조직화하는 데 있을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주된 난관은 이러한 법률 제정에 대한 반발로서 공장주들이 문을 닫아 버린 공장들을 국영 생산방식으로 조직화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만 집산주의로의 이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상속권의 폐지를 위한 법을 제정하고 또 그 법을 실제로 시행하는 것은 비교적 용이한 과제가 될 것이다. 화폐자본 형태로 남아 있는 자본의 잔재들이 프롤레타리아를 난처하게 하거나 그들이 운용하는 경제에 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토지와 산업자본(생산수단- 역주)의 접수자로서 행동한다는 것은, 노동자 정부가 사회적 생산의 조직화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좀 더 범위를 확장해, 몰수에 관해서-보상을 하든 보상을 하지 않든 간에 -이와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보상을 해주는 몰수는 정치적으로는 유리하지만 재정적으로는 어려운 문제이다. 반면 보상이 없는 몰수는 재정적으로는 유리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것은 바로 생산의 조직화의 문제일 것이다. 거듭 말하건대, 프롤레타리아 정부는 기적을 행할 수 있는 정부가 아닌 것이다.
생산의 사회화는 가장 어려움이 적은 분야들부터 시작될 것이다. 초기에는, 생산의 사회화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이 극소수의 기업들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사회화된 기업들은 상품의 유통 법칙에 의해서 사(私)기업들과 연결될 것이다. 사회화된 생산의 분야가 더욱 확장될수록, 그것이 지니는 장점은 더욱 명백히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갓 탄생한 정치 체제는 더욱 자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프롤레타리아가 앞으로 취하게 될 경제 조치들은 더욱 대담한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프롤레타리아는 단지 일국적인 생산력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층 더 나아가서 전세계의 기술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프롤레타리아가 자신의 혁명 정책에 있어서 일국에 한정된 계급관계의 경험들뿐만 아니라 또한 전세계 프롤레타리아의 총체적인 역사적 경험들에 의지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프롤레타리아의 정치적 지배가 그들의 경제적 예속과 양립할 수 없다. 어떠한 정치적 깃발 아래 권력에 도달하였든지 간에, 프롤레타리아는 사회주의 정책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는 부르조아 혁명의 내적 메카니즘으로 인해서 권력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사명을 부르조아지의 사회적 지배를 위한 공화주의․민주주의적인 조건들을 조성해 주는 데 국한시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주 허황된 몽상일 것이다. 프롤레타리아의 정치적 지배는, 비록 그것이 일시적일지라도, 언제나 국가의 후원을 필요로 하는 자본의 저항을 극단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며, 또한 프롤레타리아의 경제적 투쟁에 엄청난 위력을 부여해 줄 것이다. 노동자들은 혁명 정부에게 파업자들을 원조해 줄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하는 정부는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산업 예비군을 활용해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탄압하려 드는 자본가들의 술책을 무력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노동자들은 정치의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의 영역에서도 지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리고 또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결과들은, 정치 제도의 민주화가 달성되기 훨씬 전에 아주 신속히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소위 말하는 "최대"강령과 "최소"강령사이의 장벽은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에 도달하자마자 그 즉시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 정부가 수립되자마자 다루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농업 문제의 해결이다. 그것은 러시아의 대다수 국민의 운명이 바로 이 문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과제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도, 프롤레타리아는 자신이 취하는 경제 정책의 근본적인 목적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즉, 사회주의 경제의 조직화를 수행할 수 있는 분야를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장악하려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농업 정책의 시행 속도와 그것이 취하는 형태는 프롤레타리아가 자신의 재량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물질적 수단들의 한계에 의해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또한 거기에는, 잠재적인 동맹 세력들이 반혁명 분자들의 대열로 넘어가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 조치들도 고려되어야만 한다.
농업 문제, 즉 농업의 사회관계들 속에서 규정되는 농업의 운명에 관한 문제는 전적으로 토지의 문제, 즉 토지 소유의 형태에 관한 문제로만 환원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비록 토지 문제의 해결이 농업발전을 미리 결정짓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것이 최소한 프롤레타리아의 농업 정책을 미리 규정해 주는 것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시 말해서, 프롤레타리아 정부가 토지에 관해서 취하는 정책은 이 정부가 농업 발전의 경로 및 농업 발전의 필요성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입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토지문제가 일차적인 중요성을 차지하는 것이다.
사회혁명당이 제시한 토지 문제에 관한 해결책은 모든 토지의 사회화인데, 이것이 담고 있는 실질적인 내용을 살펴본다면 그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그럴싸해 보이는 인기와는 전혀 걸맞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모든 토지의 사회화란, 이 표현을 치장해 주고 있는 서구적인 포장을 벗겨 버리고 나면, '토지 사용에서의 평등'(또는 '토지 재분배')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토지의 평등한 분배라는 강령은 모든 토지의 몰수를 전제한다. 다시 말해서, 사유지 일반, 즉 농민 개인이 소유한 토지뿐만 아니라 마을의 공유지도 몰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새로 탄생할 정부가 첫 번째로 취해야 할 조치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몰수이며, 그 반면 상품 생산에 기초한 자본주의적 관계는 여전히 사회 전체를 지배할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럴 경우, 이러한 몰수 조치의 첫 번째 '희생자'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농민들 자신일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해서, 농민은 자신들이 희생자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농민들은 수십 년 동안이나 자신들에게 할당된 토지를 자신들의 개인 소유로 만들기 위해서 상환금을 지불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 보다 유복한 농민은 대단히 많은 땅을 개인 소유로 만들 수 있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이들은 엄청난 희생을 감수했으며, 그 부담은 현재의 자손들에게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생각해 볼 때, 공동 소유의 토지(공유지) 및 사적 소유의 토지(사유지) 모두를 국가 소유(국유지)로 전환시키려는 시도가 엄청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쉽사리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새로 수립될 정부가 이러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농민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처음부터 이 정부에 대항해서 들고 일어날 것이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공동 소유의 토지와 개인 소유의 소규모 토지들을 국가 소유로 전환시키려 하는 것일까? 그것은 결국 현재의 토지 없는 농민들과 농업 노동자들을 포함한 모든 토지 소유자들이 경제적으로 '평등'하게 토지를 이용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새로 수립된 정부는 공동 소유의 토지와 소토지들의 몰수를 통해서 경제적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재분배 이후에는 국유지나 공유지가 사적 소유물처럼 경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이러한 정부는 대단히 커다란 오류를 범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러한 정책으로 인해서 정부는 혁명 정책의 지도자인 도시 프롤레타리아와 다수의 농민들을 대립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토지의 평등한 분배는 농업 노동자의 고용을 법으로써 금지시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임노동의 폐지는 경제 개혁의 귀착점일 것이며, 또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법률적인 금지 조치로써 선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주 자본가의 임노동자 고용을 금지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가 않은 것이다. 그보다는, 농업 노동자들에게 생존권을 확보해 주는 것이 -그것도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말이다-가장 필요한 일이다. 토지의 평등한 경작이라는 계획 아래 임노동의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은, 한편으로 토지가 없는 노동자들에게 얄팍한 몇 조각의 땅 덩어리 위에 정착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강요된 이처럼 사회적으로 비합리적인 정착을 위해서 정부가 필요한 물품들과 농기구들을 조달해 주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농업의 재조직화 작업에 대한 프롤레타리아의 개입은 분산되어 있는 농업 노동자들을 분산된 땅 조각들 위에 묶어 두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토지들의 국가에 의한 경작이나 공동 경작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생산의 사회화가 제대로 정착되었을 때만 비로소 보다 발전된 사회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따라서 임노동의 금지 조치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집단경작 방식의 정착은 소규모의 것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집단경작 방식의 정착은 소규모의 자본주의적 영농방식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자급자족 내지는 반자급자족적인 영농을 위한 공간은 여전히 남겨 둘 것이다. 그 같은 것을 강제로 몰수하는 것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프롤레타리아의 강령 속에 결코 들어 있지 않다.
어떠한 경우라도, 우리는 토지의 균등 분배를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 그러한 계획은, 한편으로 소토지들에 대한 무의미하고 순전히 형식적인 몰수를 전제로 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토지들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전적으로 소모적일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은 단지 반동적이고 공상적인 저의만을 내포하는 것으로서, 무엇보다도 먼저 혁명적인 당의 정치적인 약화를 의도하는 것이 될 것이다.
<center>🙝🙟</center>
그런데, 노동계급의 사회주의적인 정책은 러시아의 경제적 조건들 속에서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다음의 것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다.- 즉, 사회주의적인 정책이 러시아의 기술적 후진성에 걸려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되면 그 즉시로 노동자 정부는 정치적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유럽 프롤레타리아들로부터의 국가적인 차원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이는, 러시아의 노동계급은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없으며 또한 자신들의 일시적인 지배를 지속적인 사회주의 독재로 전환시켜 나아갈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심도 결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또한, 서구에서의 사회주의 혁명은 우리로 하여금 노동계급의 일시적인 지배를 사회주의 독재로 직접 전환시켜 나아가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는 사실 역시 명백한 것이다.
1904년, 카우츠키는 러시아의 사회 발전의 전망에 관한 논의와 보다 일찍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계산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러시아에서의 혁명은 그 즉시 사회주의 체제로 귀결될 수 없을 것이다. 이 나라의 경제적 조건은 그렇게 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되어 있지 못하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은 확실히 유럽의 다른 국가들의 프롤레타리아 운동에 강한 자극을 주게 될 것이며 일단 불붙은 투쟁의 결과로서 독일의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쟁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카우츠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 같은 결과는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결국 서유럽에서는 프롤레타리아의 정치적 지배로 귀결될 것이며, 동유럽에서는 프롤레타리아가 사회 발전의 단계를 축약시키고 독일의 예를 따라서 인위적으로 사회주의 제도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될 것이다. 하나의 전체로서의 사회는 그것이 밟아야 하는 발전의 단계들 중 어느 하나도 인위적으로 건너뛸 수 없다. 그러나 사회의 각 구성부분이, 보다 발전된 나라들을 모방함으로써 자신들의 지체된 발전을 촉진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가능성 덕택에, 심지어 그들은 발전의 최첨단부에 위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랜 역사를 지닌 선진국들이 거추장스럽게 끌고 다닐 수밖에 없는 전통의 부담으로 시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은 아마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가 말한 것처럼, 여기서 우리는 역사의 필연성의 영역을 벗어나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독일사회민주당의 지도적인 이론가인 카우츠키는 혁명이 러시아에서 먼저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서구에서 먼저 일어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찰하면서 이 글을 썼던 것이다. 그 직후에 러시아의 프롤레타리아는 우리 사회민주주의자들이 가장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조차도 감히 예상할 수 없었던 그토록 엄청난 힘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러시아 혁명의 경로는 그것의 본질적인 특징에 관한 한 이미 결정된 것이다. 불과 2~3년 전에만 하더라도 가능한 것(the possible)으로만 여겨졌던 것(러시아에서의 혁명의 가능성 - 역주)이 거의 틀림없는 것(the probable)으로 나타났으며, 그리고 모든 것들은 거의 틀림없는 것이 필연적인 것(the inevitable)으로 되기 직전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 주고 있다.
[[분류: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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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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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도 술군은 역시들지 않는다. 메주 뜨는 냄새와 같이 쾨쾨한 냄새로 방 안은 괴괴하다. 웃간에서는 쥐들이 찍찍거린다. 홀어머니는 쪽떨어진 화로를 끼고 앉아서 쓸쓸한대로 곰곰 생각에 젖는다. 가뜩이나 침침한 반짝 등불이 북쪽 지게문에 뚫린 구멍으로 새드는 바람에 반득이며 빛을 잃는다. 헌 버선 짝으로 구멍을 틀어막는다. 그러고 등잔 밑으로 반짇그릇을 끌어당기며 시름없이 바늘을 집어든다.
산골의 가을은 왜 이리 고적할까! 앞 뒤 울타리에서 부수수 하고 떨잎은 진다. 바로 그것이 귀밑에서 들리는 듯 나직나직 속삭인다. 더욱 몹쓸 건 물소리, 골을 휘돌아 맑은 샘은 흘러내리고 야릇하게도 음률을 읊는다.
퐁! 퐁! 퐁! 쪼록 퐁!
바깥에서 신발 소리가 자작자작 들린다. 귀가 번쩍 띄여 그는 방문을 가볍게 열어젖힌다. 머리를 내밀며,
"덕돌이냐?" 하고 반겼으나 잠잠하다. 앞뜰 건너편 수퐁을 감돌아 싸늘한 바람이 낙엽을 뿌리며 얼골에 부딪친다. 용마루가 생생운다. 모진 바람소리에 놀라 멀리서 밤개가 요란히 짖는다.
"쥔 어른 계서유?"
몸을 돌리어 바느질거리를 다시 들려 할 제 이번에는 짜장 인끼가 난다. 황급하게 "누구유?" 하고 일어서며 문을 열어보았다.
"왜 그리유?"
처음 보는 아낙네가 마루 끝에 와 섰다. 달빛에 비끼어 검붉은 얼굴이 해쓱하다. 추운 모양이다. 그는 한 손으로 머리에 둘렀던 왜수건을 벗어들고는 다른 손으로 흩어진 머리칼을 싸담어 올리며 수줍은 듯이 쭈뼛쭈뼛한다.
"저어, 하룻밤만 드새고 가게 해주세유."
남정네도 아닌데 이 밤중에 웬일인가, 맨발에 짚신 짝으로. 그야 아무렇든,
"어서 들어와 불 쬐게유."
나그네는 주춤주춤 방 안으로 들어와서 화로 곁에 도사려 앉는다. 낡은 치맛자락 위로 비어지려는 속살을 아무리자 허리를 지그시 튼다. 그리고는 묵묵하다. 주인은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밥을 좀 주려느냐고 물어보아도 잠자코 있다.
그러나 먹던 대궁을 주워모아 짠지쪽하고 갖다주니 감지덕지 받는다. 그리고 물 한 모금 마심 없이 잠깐 동안에 밥그릇의 밑바닥을 긁는다.
밥숟가락을 놓기가 무섭게 주인은 이야기를 붙이기 시작하였다. 미주알고주알 물어보니 이야기는 지수가 없다. 자기로도 너무 지쳐 물은 듯싶은 만치 대구 추근거렸다. 나그네는 싫단 기색도 좋단 기색도 별로 없이 시나브로 대꾸하였다. 남편 없고 몸 붙일 곳 없다는 것을 간단히 말하고 난 뒤,
"이리저리 얻어먹고 단게유" 하고 턱을 가슴에 묻는다.
첫닭이 홰를 칠 때 그제야 마을갔던 덕돌이가 돌아온다. 문을 열고 감사나운(억세게 사나운) 머리를 디밀려다 낯선 아낙네를 보고 눈이 휘둥그렇게 주춤한다. 열린 눈으로 억센 바람이 몰아들며 방 안이 캄캄하다. 주인은 문 앞으로 걸어와 서며 덕돌이의 등을 뚜덕거린다. 젊은 여자 자는 방에서 떠꺼머리 총각을 재우는 건 상서럽지 못한 일이었다.
"얘 덕돌아, 오늘은 마을 가 자고 아침에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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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할 때가 지엇으니 돈냥이나 좋이 퍼질 때도 되었다. 그 돈들이 어디로 몰리는지 이 술집에서는 좀체 돈맛을 못 본다. 술을 판대야 한 초롱에 50~60전 떨어진다. 그 한 초롱을 잘 판대도 사날씩이나 걸리는 걸 요새 같아선 그잘냥한(알량한) 술군까지 씨가 말랐다. 어쩌다 전일에 펴놓았던 외상값도 갓갖다줄 줄을 모른다. 홀어미는 열벙거지가나서 이른 아침부터 돈을 받으러 돌아다녔다. 그러나 다리품을 들인 보람도 없었다. 낼 사람이 즐겨야 할 텐데 우물쭈물하며 한단 소리가 좀 두고보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날이 양식은 딸리고 지점집에서 집행을 하느니 뭘 하느니 독촉이 어지간지 안음에랴…….
"저도 인젠 떠나겠세유."
그가 조반 후 나들이옷을 바꾸어 입고 나서니 나그네도 따라 일어서다 그의 손을 잔상히 붙잡으며 주인은,
"고달플 테니 며칠 더 쉬어가게유." 하였으나,
"가야지유, 너머 오래 신세를……."
"그런 염려는 말구" 라고 누르며 집 지켜주는 셈치고 방에 누웠으라, 하고는 집을 나섰다.
백두고개를 넘어서 아말로 들어가 해동갑으로 헤메었다. 헤실수로 간 곳도 있기야 하지만 맑았다. 해가 지고 어두울 녘에야 그는 홀부들해서 돌아왔다. 좁쌀 닷 되밖에는 못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돈 낼 생각은커녕 이러면 다시 술 안 먹겠다고 도리어 얼러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만도 다행이다. 아주 못 받느니보다는 끼니때 가지었다. 그는 좁쌀을 씻고 나그네는 솥에 불을 지피어 부랴사랴 밥을 짓고 일변 상을 보았다.
밥들을 먹고 나서 앉았으려니까 갑자기 술꾼이 몰려든다. 이거 웬일인가. 처음에는 하나가 오더니 다음에는 세 사람, 또 두 사람. 모두 젊은 축들이다. 그러나 각각들 먹일 방이 없으므로 주인은 좀 망설이다가 그 연유를 말하였으나 뭐 한 동리사람인데 어떠냐, 한데서 먹게 해달라는 바람에 얼씨구나 하였다. 이제야 운이 트이나보다. 양푼에 막걸리를 딸쿠어 나그네에게 주어 솥에 넣고 좀 속히 데워 달라 하였다. 자기는 치마꼬리를 휘둘러가며 잽싸게 안주를 장만한다. 짠지, 동치미, 고추장, 특별안주로 삶은 밤도 놓았다. 사촌동생이 맛보라고 며칠 전에 갖다 준 것을 아껴둔 것이었다.
방 안은 떠들썩하다. 벽을 두드리며 〈아리랑〉찾는 놈에, 건으로 너털웃음 치는 놈, 혹은 수군숙덕하는 놈 - 가지각색이다. 주인이 술상을 받쳐들고 들어가니 짜기나 한 듯이 일제히 자리를 바로잡는다. 그 중에 얼굴 넓적한 하이칼라 머리가 야리가 나서 상을 받으며 주인 귀에다 입을 비켜대인다.
"아주머니 젊은 갈보 사왔다유? 보여주게유."
영문 모를 소문도 다 듣는다.
"갈보라니 웬 갈보?" 하고 어리뻥벙하다 생각을 하니 턱없는 소리는 아니다. 눈치 있게 부엌으로 내려가서 보강지 앞에 웅크리고 있는 나그네의 머리를 은근히 끌어안았다. 자, 저 패들이 새댁을 갈보로 횡보고 찾아온 맥이다. 물론 새댁 편으론 망칙스러운 일이겠지만 달포나 손님의 그림자가 드물던 우리 집으로 보면 재수의 빗발이다. 술국을 잡는다고 어디가 떨어지는 게 아니요, 욕이 아니니 나를 보아 오늘만 좀 팔아주기 바란다 - 이런 의미를 곰살궃게 간곡히 말하였다. 나그네의 낯은 별반 변함이 없다. 늘 한 양으로 예사로이 승낙하였다.
술이 온 몸에 돌고 나서야 됫술이 잔풀이가 난다. 한 잔에 5전, 그저 마시긴 아깝다. 얼군한 상투박이가 계집의 손목을 탁 잡아 앞으로 끌어당기며,
"권주가 좀 해. 이건 뀌어온 보릿자룬가."
"권주가? 뭐야유?"
"권주가? 아 갈보가 권주가도 모르나. 으하하하." 하고는 무안에 취하여 푹 숙인 계집 뺨에다 꺼칠꺼칠한 턱을 문질러본다. 소리를 암만 시켜도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만 기울일 뿐 소리는 모샇나보다. 그러나 노래 못하는 꽃도 좋다. 계집은 영 내리는 대로 이 무릎 저 무릎으로 옮아앉으며 턱밑에다 술잔을 받쳐 올린다.
술들이 담뿍 취하였다. 두 사람은 곯아져서 코를 곤다. 계집이 칼라 머리 무릎 위에 앉아 담배를 피워 올릴 때 코웃음을 흥 치더니 그 무지스러운 손이 계집의 아래 뱃가죽을 사양 없이 웅켜잡았다. 별안간 "아야" 하고 퍼들껑하더니 계집의 몸뚱아리가 공중으로 도로 뛰어오르다 떨어진다.
"이 자식아, 너만 돈 내고 먹었니?"
한 사람 새두고 앉았던 상투가 콧살을 찌푸린다. 그리고 맨발 벗은 계집의 두 발을 양손에 붙잡고 가랑이를 쩍 벌려 무릎 위로 지르르 끌어올린다. 계집은 앙탈을 한다. 눈시울에 눈물이 엉기더니 불현듯이 쪼록 쏟아진다.
방 안에서 왱마가리 소리가 끓어오른다.
"저 잡놈 보게, 으하하하."
술은 연실 데워서 들여가면서도 주인은 불안하여 마음을 졸였다. 겨우 마음을 놓은 것은 훨씬 밝아서다.
참새들은 소란하게 지저귄다. 지직 바닥이 부스럼 자국보다 질배없다. 술, 짠지쪽, 가래침, 담뱃재 - 뭣해 너저분하다. 우선 한 길치에 자리를 잡고 계배를 대 보았다. 마수거리가 85전, 외상이 2원 각수다. 현금 85전, 두 손에 들고 앉아 세고 또 세어보고…….
뜰에서는 나그네의 혀로 끌어올리는 인사.
"안녕히 가십시게유."
"입이나 좀 맞치고 뽀! 뽀! 보!"
"나두."
찌르쿵! 찌르쿵! 찔거러쿵!
"방아머리가 무겁지유? ……고만 까불을까."
"들 익었세유, 더 찧어야지유."
"그런데 애는 어쩐 일이야……."
덕돌이를 읍에 보냈는데 날이 저물어도 여태 오지 않는다. 흩어진 좁쌀을 확에 쓸어 넣으며 홀어미는 퍽이나 애를 태운다. 요새 날치가 차지니까 늑대, 호랑이가 차자 마을로 찾아 내린다. 밤길에 고개 같은 데서 만나면 끽소리도 못하고 욕을 당한다.
나그네가 방아를 괴놓고 내려와서 키로 확의 좁쌀을 담아 올린다. 주인은 그 머리를 쓰담고 자기의 행주치마를 벗어서 그 위에 씌워준다. 계집의 나이 열아홉이면 활짝 필 때이건만 버케된 머리칼이며 야윈 얼굴이며 벌써부터 외양이 시들어간다. 아마 고생을 진한 탓이리라.
날씬한 허리를 재빨리 놀려가며 일이 끊일 새 없이 다구지게 덤벼드는 그를 볼 때 주인은 지극히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일변 측은도 하였다. 뭣하면 딸과 같이 자기 곁에서 길래 살아주었으면 상팔자일 듯싶었다. 그럴 수 있다면 그 소 한 마리와 바꾼대도 이것만은 안 내놓으리라고 생각도 하였다.
아들만 데리고 홀어미의 생활은 무던히 호젓하였다. 그런데 다 동리에서는 속 모르는 소리까지 한다. 떡거머리 총각을 그냥 늙힐 테냐고. 그러나 형세가 부치므로 감히 엄두도 못 내다가 겨우 올 봄에서야 다붙어 서둘게 되었다. 의외로 일은 손쉽게 되었다. 이리저리 언론이 돌더니 남촌 산에 사는 어느 집 둘째딸과 혼약하였다. 일부러 홀어미는 40리 길이나 걸어서 색시의 손등을 문질러보고는,
"참 애기 잘도 생겹세!"
좋아서 사돈에게 칭찬을 뇌고 뇌곤 하였다.
그런데 없는 살림에 빚을 얻어가며 혼수를 다 꼬매놓은 뒤였다. 혼인날을 불과 이틀 격해놓고 일이 고만 빗났다. 처음에야 그런 말이 없더니 난데없는 선채금 30원을 가져오란다. 남의 돈 3원과 집의 돈 5원으로 거추꾼에게 품삯 노비 주고 혼수하고 단지 2원 - 잔치에 쓸 것밖에 안 남고 보니 30원이란 입내도 못 낼 소리다. 그 밤, 그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넋 잃은 팔을 던져가며 통밤을 새웠던 것이다.
"어머님! 진지 잡수세유."
새댁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다면 끔찍이 귀여우리라. 이것이 단 하나의 그의 소원이었다.
"다리 아프지유? 너머 일만 시켜서……."
주인은 저녁 좁쌀을 쓸어다가 방아다리에 깝신대는 나그네를 걸삼스럽게 쳐다본다. 방아가 무거워서 껍적이며 잘 오르지 않는다. 가냘픈 몸이라 상혈이 되어 두 볼이 새빨갛게 색색거린다. 치마도 치마려니와 명지저고리는 어찌 삭았는지 어깨께가 손바닥만하게 척 나갔다. 그러나 덕돌이가 왜포 다섯 자를 바꿔오거든 첫 대 사발화통된 속곳부터 해 입히고 차차 할 수밖엔 없다.
"같이 찝시다유."
주인도 남저지 방아다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찌껑 위에 놓은 나그네의 손을 눈치 안 채게 살며시 쥐어보았다. 더도 덜도 말고 그저 요만한 며느리만 얻어도 좋으련만! 나그네와 눈이 그만 마주치자 그는 열적어서 시선을 돌렸다.
"퍽도 쓸쓸하지유?" 하며 손으로 울 밖을 가리킨다. 첫 밤같은 석양판이다. 색동저고리를 떨쳐입고 산들은 거방진 방아소리를 은은히 전한다. 찔그러쿵! 찌러쿵!
그는 나그네를 금덩이같이 위하였다. 없는 대로 자기의 옷가지도 서로서로 별러 입었다. 그리고 잘 때에는 딸과 진배없이 이불 속에서 품에 꼭 품고 재우곤 하였다. 하지만 자기의 은근한 속심은 차마 입에 드러내어 말은 못 건넸다. 잘 들어주먼이어니와 뭣하게 안다면 피차의 낯이 뜨듯한 일이었다.
그러자 맘먹지 않았던 우연한 일로 인하여 마침내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나그네가 온 지 나흘 되던 일이었다. 거문관이 산기슭에 있는 영길네가 벼 방아를 좀 와서 찧어달라고 한다. 나그네는 줄밤을 새우므로 낮에나 푸근히 자라고 두고 그는 홀로 집을 나섰다.
머리에 겨를 뽀얗게 쓰고 맥이 풀려서 집에 돌아온 것인 이럭저럭 으스레하였다. 늙은 다리를 끌고 뜰 앞으로 향하다가 그는 주춤하였다. 나그네 홀로 자는 방에 덕돌이가 들어갈 리 만무한데 정녕코 그놈일 게다. 마루 끝에 자그마한 나그네의 짚세기가 놓인 그 옆으로 질목채 벗은 왕달짚세기가 왁살스럽게 놓였다. 그리고 방에서는 수군수군 낮은 말소리가 흘러져 나온다. 그는 무심코 닫은 방문께로 귀를 기울였다.
"그럼 와 그러는 게유? 우리 집이 굶을까봐 그리시유?"
"……."
"어머니도 사람은 좋아유…… 올해 잘만 하면 내년에는 소 한 마리 사놀 게구, 농사만 해도 한 해에 쌀 넉 섬, 조 엿 섬, 그만하면 고만이지유…… 내가 싫은 게유?"
"……."
"사내가 죽었으니 아무튼 얻을 게지유?"
옷 터지는 소리. 부스럭거린다.
"아이! 아이! 아이! 참! 이거 노세유."
쥐 죽은 듯이 감감하다. 허공에 아롱거리는 낙엽을 이윽히 바라보며 그는 빙그레 한다. 신발소리를 죽이고 뜰 밖으로 다시 돌쳐섰다.
저녁상을 물린 후 시치미를 딱 떼고 나그네의 기색을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젊은 아낙네가 홀몸으로 돌아다닌대두 고상일 게유. 또 어차피 사내는……."
여기서부터 사리에 맞도록 이 말 저 말을 주섬주섬 꺼내오다가 나의 며느리가 되어줌이 어떻겠냐고 꽉 토파를 지었다. 치마를 흡싸고 앉아 갸웃이 듣고 있던 나그네는 치마끈을 깨물며 이마를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두 볼이 빨개진다. 젊은 계집이 나 시집가겠소, 하고 누가 나서랴. 이만하면 합의한 거나 틀림없을 것이다.
혼수는 전에 해둔 것이 있으니 한시름 잊었다. 그대로 이앙이나 고쳐서 입히면 고만이다. 돈 2원은 은비녀, 은가락지 사다가 각별히 색시한테 선물 내리고…….
일은 밀수록 낭패가 많다. 급시로 날을 받아서 대례를 치렀다. 한편에서는 국수를 누른다. 잔치 보러온 아낙네들은 국수 그릇을 얼른 받아서 후룩후룩 들여 마시며 색시 잘났다고 추었다.
주인은 즐거움에 너무 겨워서 추배를 은근히 들었다. 여간 경사가 아니다. 뭇 사람을 삐집고 안팎으로 드나들며 분부하기에 손이 돌지 않는다.
"얘 메누라! 국수 한 그릇 더 가져온."
어째 말이 좀 어색하구먼…… 다시 한번,
"메누라 얘야! 얼른 가져와."
서른을 바라보자 동곳을 찔러보니 제물에 멋이 질려 비드름하다. 덕돌이는 첫날을 치르고 부썩부썩 기운이 난다. 남이 두 단을 털 제면 그의 볏단은 석 단째 풀쳐나간다. 연방 손바닥에 침을 뱉어 붙이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끅! 끅! 끌! 찍어라. 굴려라, 끅! 끅!"
동무의 품앗이 일이다. 거무투룩한 젊은 농군 댓이 볏단을 번 차례로 집어든다. 열에 뜬 사람 같이 식식거리며 세차게 벼알을 절구통 배에서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얘! 장가들고 한턱 안 내니?"
"일색이드라. 단단히 먹자. 닭이냐? 술이냐? 국수냐?"
"웬 국수는? 너는 국수만 아느냐?"
저희끼리 찧고 까분다. 그들은 일을 놓으며 옷깃으로 땀을 씻는다. 골바람이 벼깔치를 부옇게 풍긴다. 옆 산에서 푸드득 하고 꿩이 날으며 머리 위를 지나간다. 갈퀴질을 하던 얼굴 넓적이가 갈퀴를 들고 씽급하더니 달려든다. 장난꾼이다. 여러 사람의 힘을 빌리어 덕돌이 입에다 헌 짚신 짝을 물린다. 버들껑거린다. 다시 양 귀를 두 손에 잔뜩 움켜잡고 끌고와서는 털이 놓인 볏무더기 위에 머리를 틀어박으며 동서남북으로 큰절을 시킨다.
"야아! 야아! 아!"
"아니다, 아니야. 장갈 갔으면 산신령한테 이러하다 말이 있어야지. 괜스리 산신령이 노하면 눈깔망난이 내려보낸다."
뭇 웃음이 터져오른다. 새신랑의 옷이 이게 뭐냐. 볼기짝에 구멍이 다 뚫리고…… 빈정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덕돌이는 상투의 먼데기를 털고 나서 곰방대를 피어 물고는 싱그레 웃어치운다. 좋은 옷은 집에 두었다. 인조견 조끼, 저고리, 새하얀 옥당목 겹바지, 그러나 아끼는 것이다. 일할 때엔 헌 옷을 입고 집에 돌아와 쉬일 참에나 입는다. 잘 때에는 모조리 벗어서 더럽지 않게 착착 개어 머리맡 위에 놓고 자곤 한다. 의복이 남루하면 인상이 추하다. 모처럼 얻은 귀여운 아내니 행여나 마음이 돌아앉을까 미리미리 사려두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야말로 29년 만에 누런 이 조각에다 이제야 소금을 발라본 것도 이 까닭이었다.
덕돌이가 볏단을 다시 집어올릴 제 그 이웃에 사는 돌쇠가 옆으로 와서 품을 앗는다.
"얘 덕돌아! 어 내일 우리 조마댕이 좀 해줄래?"
"뭐 어째?" 하고 소리를 뻑 지르고는 그는 눈 귀가 실룩하였다.
"누구보고 해라야? 응? 이 자식 까놀라."
어제까지는 턱없이 지냈단대도 오늘의 상투를 못 보는가!
바로 그날이었다. 웃간에서 혼자 새우잠을 자고 있던 홀어미는 놀래어 눈이 번쩍 띄었다. 만뢰 잠잠한 밤중이다.
"어머니! 그거 달아났세유. 내 옷도 없구……."
"응?" 하고 반마디 소리를 치며 얼덜김에 그는 캄캄한 방 안을 더듬어 아랫간으로 넘어섰다. 황망히 등장에 불을 대리며,
"그래 어디로 갔단 말이냐?"
영산이 나서 묻는다. 아들은 벌거벗은 채 이불로 앞을 가리고 앉아서 징징거린다. 옆 자리에는 빈 배게뿐 사람은 간 곳이 없다. 들어본즉 온종일 일하기에 피곤하여 아들은 자리에 들자 그만 세상을 잊었다. 하기야 그때 아내도 옷을 벗고 한자리에 누워서 맞붙어 잤던 것이다. 그는 보통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새침하니 드러누워서 천장만 쳐다보았다. 그런데 자다가 별안간 오줌이 마렵기에 요강을 좀 집어 달래려고 보니 뜻밖에 품안이 허룩하다.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다. 그제서는 어레짐작으로 우선 머리맡 위에 놓았던 옷을 더듬어보았다. 딴은 없다.
필연 잠든 틈을 타서 살며시 옷을 입고 자기의 옷이며 버선까지 들고 내뺏음이 분명하리라.
"도적년!"
모자는 광솔불을 켜들고 나섰다. 부엌과 잿간을 뒤졌다. 그리고 뜰 앞 수풀 속도 낱낱이 찾아봤으나 흔적도 없다.
"그래도 방 안을 다시 한번 찾아보자."
홀어머니는 구태여 며느리를 도둑 년으로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거반 울상이 되어 허벙저벙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마음을 가라앉혀 둘쳐보니 아니면다르랴, 며느리 배게 밑에서 은비녀가 나온다. 달아날 계집 같으면 이 비싼 은비녀를 그냥 두고 갈 리 없다.
두말 없이 무슨 병폐가 생겼다. 홀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덜미를 집히는 듯 문밖으로 찾아 나섰다.
<center>🙝🙟</center>
마을에서 산길로 바져나온 어귀에 우거진 숲 사이로 비스듬히 언덕길이 놓였다. 바로 그 밑에 석벽을 끼고 깊고 푸른 웅덩이가 묻히고 넓은 그 물이 겹겹 산을 에돌아 약 10리를 흘러내리면 신연강 중턱을 뚫는다. 시새에 반쯤 파묻혀 번들대는 큰 바위는 내를 사고 양쪽으로 질펀하다. 꼬부랑길은 그 틈바귀로 뻗었다. 좀체 걷지 못할 자갈길이다. 내를 몇 번 건너고 험상궂은 산들을 비켜서 한 5마장 넘어야 겨우 길다운 길을 만난다. 그리고 거기서 좀더 간 곳에 냇가에 외지게 잃어진 오막살이 한 칸을 볼 수 있다. 물방앗간이다. 그러나 이제는 밥을 찾아 흘러가는 뜬몸들의 하룻밤 숙소로 변하였다.
벽이 확 나가고 네 기둥뿐인 그 속의 힘을 잃은 물방아는 을씨년 궂게 모로 누웠다. 거지도 그 옆의 홀이불 위에 거적을 덧쓰고 누웠다. 거푸진 신음이다. 으! 으! 으흥! 서까래 사이로 달빛은 쌀쌀히 흘러든다. 가끔 마른 잎을 뿌리며…….
"여보 자우? 일어나게유 얼핀."
계집의 음성이 나자 그는 꾸물거리며 일어 앉는다. 그리고 너털대는 홑적삼 깃을 여며 잡고는 덜덜 떤다.
"인제 고만 떠날 테이야? 쿨룩……."
말라빠진 얼굴로 계집을 바라보며 그는 이렇게 물었다.
10분 가량 지났다. 거지는 호사하였다. 달빛에 번쩍거리는 겹옷을 입고서 지팡이를 끌며 물방앗간을 등졌다. 골골하는 그를 부축하여 계집은 뒤에 따른다. 술집 며느리다.
"옷이 너무 커, 좀 적었으면……."
"잔말말고 어여 갑시다 펄쩍."
계집은 부리나케 그를 재촉한다. 그리고 연해 돌아다보길 잊지 않았다. 그들은 강길로 향한다. 개울을 건너 불거져내린 산모퉁이를 막 꼽뜨릴려 할 제다. 멀리 뒤에서 사람 욱이는 소리가 끊일 듯 날 듯 간신히 들려온다. 바람에 먹히어 말저는 모르겠으나 재없이 덕돌이의 목성임은 넉히 짐작할 수 있다.
"아 얼른 좀 오게유."
똥끝이 마르는 듯이 계집은 사내의 손목을 겁겁히 잡아끈다.병들은 몸이라 끌리는 대로 뒤툭거리며 거지도 으슥한 산 저편으로 같이 사라진다. 수은빛 같은 물방울을 품으며 물결은 산 벽에 부닥뜨린다. 어디선지 지정치 못할 늑대소리는 이 산 저 산에서 와글와글 굴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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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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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center>
싸움, 간통, 살인, 도둑, 구걸, 징역,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활극의 근원지인, 칠성문 밖 빈민굴로 오기 전까지는, 복녀의 부처는,(사농공상의 제 이 위에 드는) 농민이었었다.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처녀였었다. 이전 선비의 엄한 규율은 농민으로 떨어지자부터 없어졌다 하나, 그러나 어딘지는 모르지만 딴 농민보다는 좀 똑똑하고 엄한 가율이 그의 집에 그냥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서 자라난 복녀는 물론 다른 집 처녀들같이 여름에는 벌거벗고 개울에서 멱감고, 바짓바람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예사로 알기는 알았지만,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막연하나마 도덕이라는 것에 대한 저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열 다섯 살 나는 해에 동네 홀아비에게 팔십 원에 팔려서 시집이라는 것을 갔다. 그의 새서방(영감이라는 편이 적당할까)이라는 사람은 그보다 이십 년이나 위로서, 원래 아버지의 시대에는 상당한 농민으로서 밭도 몇 마지기가 있었으나, 그의 대로 내려오면서는 하나 둘 줄기 시작하여서, 마지막에 복녀를 산 팔십 원이 그의 마지막 재산이었었다.
그는 극도로 게으른 사람이었었다. 동네 노인의 주선으로 소작 밭깨나 얻어주면, 종자나 뿌려둔 뒤에는 후치질도 안하고 김도 안 매고 그냥 버려두었다가는, 가을에 가서는 되는 대로 거두어서 ‘금년은 흉년이네’하고 전주집에는 가져도 안가고 자기 혼자 먹어버리고 하였다. 그러니까 그는 한밭을 이태를 연하여 붙여본 일이 없었다. 이리하여 몇 해를 지내는 동안 그는 그 동네에서는 밭을 못 얻으리만큼 인심과 신용을 잃고 말았다.
복녀가 시집을 온 뒤, 한 삼사 년은 장인의 덕으로 이렁저렁 지내갔으나, 이전 선비의 꼬리인 장인도 차차 사위를 밉게 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처가에까지 신용을 잃게 되었다.
그들 부처는 여러 가지로 의논하다가 하릴없이 평양 성 안으로 막벌이로 들어왔다. 그러나 게으른 그에게는 막벌이나마 역시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지게를 지고 연광정에 가서 대동강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어찌 막벌이인들 될까. 한 서너 달 막벌이를 하다가, 그들은 요행 어떤 집 막간(행랑)살이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집에서도 얼마 안 하여 쫓겨나왔다. 복녀는 부지런히 주인 집 일을 보았지만, 남편의 게으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복녀는 눈에 칼을 세워가지고 남편을 채근하였지만, 그의 게으른 버릇은 개를 줄 수는 없었다.
“벳섬 좀 치워달라우요.”
“남 졸음 오는데, 님자 치우시관.”
“내가 치우나요?”
“이십 년이나 밥 처먹구 그걸 못 치워.”
“에이구, 칵 죽구나 말디.”
“이년, 뭘!”
이러한 싸움이 그치지 않다가, 마침내 그 집에서도 쫓겨나왔다.
이젠 어디로 가나? 그들은 하릴없이 칠성문 밖 빈민굴로 밀리어오게 되었다.
칠성문 밖을 한 부락으로 삼고 그곳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업은 거러지요, 부업으로는 도둑질과 '자기네끼리의' 매음, 그밖에 이 세상의 모든 무섭고 더러운 죄악이었었다. 복녀도 그 정업으로 나섰다.
그러나 열 아홉 살의 한창 좋은 나이의 여편네에게 누가 밥인들 잘 줄까.
“젊은 거이 거랑은 왜?”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는 여러 가지 말로, 남편이 병으로 죽어가거니 어쩌거니 핑계는 대었지만, 그런 핑계에는 단련된 평양 시민의 동정은 역시 살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 칠성문 밖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 가운데 드는 편이었었다. 그 가운데서 잘 수입되는 사람은 하루에 오리짜리 돈 뿐으로 일원 칠팔십 전의 현금을 쥐고 돌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 극단으로 나가서는 밤에 돈벌이 나갔던 사람은 그날 밤 사 백 여 원을 벌어 가지고 와서 그 근처에서 담배장사를 시작한 사람까지 있었다.
복녀는 열 아홉 살이었었다. 얼굴도 그만하면 빤빤하였다. 그 동네 여인들의 보통 하는 일을 본받아서, 그도 돈벌이 좀 잘하는 사람의 집에라도 간간 찾아가면, 매일 오륙십 전은 벌 수가 있었지만, 선비의 집안에서 자라난 그는 그런 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들 부처는 역시 가난하게 지냈다. 굶는 일도 흔히 있었다.
<center>🙝🙟</center>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끓었다. 그때, 평양 '부'에서는 그 송충이를 잡는데(은혜를 베푸는 뜻으로)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을 인부로 쓰게 되었다.
빈민굴 여인들은 모두 다 지원을 하였다. 그러나 뽑힌 것은 겨우 오십 명쯤이었었다. 복녀도 그 뽑힌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었다.
복녀는 열심으로 송충이를 잡았다. 소나무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는, 송충이를 집게로 집어서 약물에 잡아넣고, 또 그렇게 하고, 그의 통은 잠깐 사이에 차고 하였다. 하루에 삼십이 전 씩의 품삯이 그의 손에 들어왔다.
그러나 대엿새 하는 동안에 그는 이상한 현상을 하나 발견하였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젊은 여인부 한 여나믄 사람은 언제나 송충이는 안 잡고, 아래서 지절거리며 웃고 날뛰기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놀고 있는 인부의 품삯은, 일하는 사람의 삯전보다 팔 전이나 더 많이 내어주는 것이다.
감독은 한 사람뿐이었는데 감독도 그들의 놀고 있는 것을 묵인할 뿐 아니라, 때때로는 자기까지 섞여서 놀고 있었다.
어떤 날 송충이를 잡다가 점심때가 되어서, 나무에서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올라가려 할 때에 감독이 그를 찾았다 -
“복네! 얘 복네!”
“왜 그릅네까?”
그는 약통과 집게를 놓고 뒤로 돌아섰다.
“좀 오나라.”
그는 말없이 감독 앞에 갔다.
“얘, 너, 음… 데 뒤 좀 가보자.”
“뭘 하례요?”
“글쎄, 가야…”
“가디요. - 형님.”
그는 돌아서면서 인부들 모여 있는 데로 고함쳤다.
“형님두 갑세다가례.”
“싫다 얘. 둘이서 재미나게 가는데, 내가 무슨 맛에 가갔니?”
복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면서 감독에게로 돌아섰다.
“가보자.”
감독은 저편으로 갔다. 복녀는 머리를 수그리고 따라갔다.
“복네 좋갔구나.”
뒤에서 이러한 조롱 소리가 들렸다. 복녀의 숙인 얼굴은 더욱 발갛게 되었다.
그날부터 복녀도 '일 안하고 품삯 많이 받는 인부'의 한 사람으로 되었다.
복녀의 도덕관 내지 인생관은, 그때부터 변하였다.
그는 아직껏 딴 사내와 관계를 한다는 것을 생각하여본 일도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요, 짐승의 하는 짓쯤으로만 알고 있었다. 혹은 그런 일을 하면 탁 죽어지는지도 모를 일로 알았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일이 어디 다시 있을까. 사람인 자기도 그런 일을 한 것을 보면, 그것은 결코 사람으로 못할 일이 아니었었다. 게다가 일 안하고도 돈 더 받고, 긴장된 유쾌가 있고, 빌어먹는 것보다 점잖고… 일본말로 하자면 '삼 박자(拍子)' 같은 좋은 일은 이것뿐이었었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비결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이 일이 있은 뒤부터, 그는 처음으로 한 개 사람이 된 것 같은 자신까지 얻었다.
그 뒤부터는, 그의 얼굴에는 조금씩 분도 바르게 되었다.
일년이 지났다.
그의 처세의 비결은 더욱 더 순탄히 진척되었다. 그의 부처는 이제는 그리 궁하게 지내지는 않게 되었다.
그의 남편은 이것이 결국 좋은 일이라는 듯이 아랫목에 누워서 벌신벌신 웃고 있었다.
복녀의 얼굴은 더욱 이뻐졌다.
“여보, 아즈바니. 오늘은 얼마나 벌었소?”
복녀는 돈 좀 많이 벌은 듯한 거지를 보면 이렇게 찾는다.
“오늘은 많이 못 벌었쉐다.”
“얼마?”
“도무지 열 서너 냥.”
“많이 벌었쉐다가레. 한 댓 냥 꿰주소고레.”
“오늘은 내가…”
어쩌고 어쩌고 하면, 복녀는 곧 뛰어가서 그의 팔에 늘어진다.
“나한테 들킨 댐에는 뀌구야 말아요.”
“난 원 이 아즈마니 만나믄 야단이더라. 자 꿰주디 그대신 응? 알아있디?”
“난 몰라요. 해해해해.”
“모르믄, 안 줄 테야.”
“글쎄, 알았대두 그른다.”
- 그의 성격은 이만큼까지 진보되었다.
<center>🙝🙟</center>
가을이 되었다.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은 가을이 되면 칠성문 밖에 있는 중국인의 채마 밭에 감자(고구마)며 배추를 도둑질하러, 밤에 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복녀도 감잣개나 잘 도둑질하여 왔다.
어떤 날 밤, 그는 고구마를 한 바구니 잘 도둑질하여가지고, 이젠 돌아오려고 일어설 때에, 그의 뒤에 시꺼먼 그림자가 서서 그를 꽉 붙들었다. 보니, 그것은 그 밭의 주인인 중국인 왕 서방이었었다. 복녀는 말도 못하고 멀찐멀찐 발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집에 가.”
왕 서방은 이렇게 말하였다.
“가재믄 가디. 훤, 것두 못 갈까.”
복녀는 엉덩이를 한번 홱 두른 뒤에, 머리를 젖기고 바구니를 저으면서 왕 서방을 따라갔다.
한 시간쯤 뒤에 그는 왕 서방의 집에서 나왔다. 그가 밭고랑에서 길로 들어서려 할 때에, 문득 뒤에서 누가 그를 찾았다.
“복네 아니야?”
복녀는 홱 돌아서보았다. 거기는 자기 곁집 여편네가 바구니를 끼고, 어두운 밭고랑을 더듬더듬 나오고 있었다.
“형님이댔쉐까? 형님두 들어갔댔쉐까?”
“님자두 들어갔댔나?”
“형님은 뉘 집에?”
“나? 눅(陸) 서방네 집에. 님자는?”
“난 왕 서방네…. 형님 얼마 받았소?”
“눅 서방네 그 깍쟁이 놈, 배추 세 페기….”
“난 삼원 받았디.”
복녀는 자랑스러운 듯이 대답하였다.
십 분쯤 뒤에 그는 자기 남편과, 그 앞에 돈 삼원을 내어놓은 뒤에, 아까 그 왕 서방의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있었다.
그 뒤부터 왕 서방은 무시로 복녀를 찾아왔다.
한참 왕 서방이 눈만 멀찐멀찐 앉아 있으면, 복녀의 남편은 눈치를 채고 밖으로 나간다. 왕 서방이 돌아간 뒤에는 그들 부처는, 일원 혹은 이원을 가운데 놓고 기뻐하고 하였다.
복녀는 차차 동네 거지들한테 애교를 파는 것을 중지하였다. 왕 서방이 분주하여 못 올 때가 있으면 복녀는 스스로 왕 서방의 집까지 찾아갈 때도 있었다.
복녀의 부처는 이제 이 빈민굴의 한 부자였었다.
그 겨울도 가고 봄이 이르렀다.
그때 왕 서방은 돈 백원으로 어떤 처녀를 하나 마누라로 사오게 되었다.
“흥!”
복녀는 다만 코웃음만 쳤다.
"복녀, 강짜하갔구만.”
동네 여편네들이 이런 말을 하면, 복녀는 흥 하고 코웃음을 웃고 하였다.
내가 강짜를 해? 그는 늘 힘있게 부인하고 하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생기는 검은 그림자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놈 왕 서방. 네 두고 보자.”
왕 서방이 색시를 데려오는 날이 가까왔다. 왕 서방은 아직껏 자랑하던 길다란 머리를 깎았다. 동시에 그것은 새색시의 의견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흥!”
복녀는 역시 코웃음만 쳤다.
<center>🙝🙟</center>
마침내 색시가 오는 날이 이르렀다. 칠보단장에 사인교를 탄 색시가, 칠성문 밖 채마 밭 가운데 있는 왕 서방의 집에 이르렀다.
밤이 깊도록, 왕 서방의 집에는 중국인들이 모여서 별한 악기를 뜯으며 별한 곡조로 노래하며 야단하였다. 복녀는 집 모퉁이에 숨어 서서 눈에 살기를 띠고 방안의 동정을 듣고 있었다.
다른 중국인들은 새벽 두시쯤 하여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복녀는 왕 서방의 집 안에 들어갔다. 복녀의 얼굴에는 분이 하얗게 발리워 있었다.
신랑 신부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을 무서운 눈으로 흘겨보면서, 그는 왕 서방에게 가서 팔을 잡고 늘어졌다. 그의 입에서는 이상한 웃음이 흘렀다.
“자, 우리집으로 가요.”
왕 서방은 아무 말도 못하였다. 눈만 정처 없이 두룩두룩 하였다. 복녀는 다시 한번 왕 서방을 흔들었다 -
“자, 어서.”
“우리, 오늘 밤 일이 있어 못 가.”
“일은 밤중에 무슨 일.”
“그래두, 우리 일이…”
복녀의 입에 아직껏 떠돌던 이상한 웃음은 문득 없어졌다.
“이까짓 것.”
그는 발을 들어서 치장한 신부의 머리를 찼다.
“자, 가자우, 가자우.”
왕 서방은 와들와들 떨었다. 왕 서방은 복녀의 손을 뿌리쳤다.
복녀는 쓰러졌다. 그러나 곧 다시 일어섰다. 그가 다시 일어설 때는, 그의 손에는 얼른얼른 하는 낫이 한 자루 들리어 있었다.
“이 되놈, 죽에라. 이놈, 나 때렸디! 이놈아, 아이구 사람 죽이누나.”
그는 목을 놓고 처울면서 낫을 휘둘렀다. 칠성문 밖 외따른 밭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왕 서방의 집에서는 일장의 활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잠잠하게 되었다. 복녀의 손에 들리어 있던 낫은 어느덧 왕 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면서 그 자리에 고꾸라져 있었다.
복녀의 송장은 사흘이 지나도록 무덤으로 못 갔다. 왕 서방은 몇 번을 복녀의 남편을 찾아갔다. 복녀의 남편도 때때로 왕 서방을 찾아갔다. 둘의 사이에는 무슨 교섭하는 일이 있었다. 사흘이 지났다.
밤중 복녀의 시체는 왕 서방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겼다. 그리고 시체에는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한 사람은 복녀의 남편, 한 사람은 왕 서방, 또 한 사람은 어떤 한방 의사 - 왕 서방은 말없이 돈주머니를 꺼내어, 십 원짜리 지폐 석 장을 복녀의 남편에게 주었다. 한방 의사의 손에도 십 원짜리 두 장이 갔다.
이튿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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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기이다.
좋은 일기라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 우리 ‘사람’으로서는 감히 접근 못할 위엄을 가지고, 높이서 우리 조그만 ‘사람’을 비웃는 듯이 내려다보는, 그런 교만한 하늘은 아니고, 가장 우리 ‘사람’의 이해자인 듯이 낮추 뭉글뭉글 엉기는 분홍빛 구름으로서 우리와 서로 손목을 잡자는 그런 하늘이다. 사랑의 하늘이다.
나는 잠시도 멎지 않고, 푸른 물을 황해로 부어 내리는 대동강을 향한, 모란봉 기슭 새파랗게 돋아나는 풀 위에 뒹굴고 있었다.
이날은 삼월 삼질, 대동강에 첫 뱃놀이하는 날이다. 까맣게 내려다보이는 물 위에는, 결결이 반짝이는 물결을 푸른 놀잇배들이 타고 넘으며, 거기서는 봄 향기에 취한 형형색색의 선율이, 우단보다도 부드러운 봄 공기를 흔들면서 날아온다.
그리고 거기서 기생들의 노래와 함께 날아오는 조선 아악(雅樂)은 느리게, 길게, 유장하게, 부드럽게, 그리고 또 애처롭게, 모든 봄의 정다움과 끝까지 조화하지 않고는 안두겠다는 듯이 대동강에 흐르는 시꺼먼 봄 물, 청류벽에 돋아나는 푸르른 푸러음, 심지어 사람의 가슴속에 봄에 뛰노는 불붙는 핏줄기까지라도, 습기 많은 봄 공기를 다리 놓고 떨리지 않고는 두지 않는다.
봄이다. 봄이 왔다.
부드럽게 부는 조그만 바람이, 시꺼먼 조선 솔을 꿰며, 또는 돋아나는 풀을 스치고 지나갈 때의 그 음악은, 다른 데서는 듣지 못할 아름다운 음악이다.
아아, 사람을 취케 하는 푸르른 봄의 아름다움이여! 열 다섯 살부터의 동경(東京) 생활에, 마음껏 이런 봄을 보지 못하였던 나는, 늘 이것을 보는 사람보다 곱 이상의 감명을 여기서 받지 않을 수 없다.
평양성 내에는, 겨우 툭툭 터진 땅을 헤치면 파릇파릇 돋아나는 나무새기와 돋아나려는 버들의 어음으로 봄이 온 줄 알 뿐, 아직 완전히 봄이 안 이르렀지만, 이 모란봉 일대와 대동강을 넘어 보이는 가나안 옥토를 연상시키는 장림(長林)에는 마음껏 봄의 정다움이 이르렀다.
그리고 또 꽤 자란 밀 보리들로 새파랗게 장식한 장림의 그 푸른 빛. 만족한 웃음을 띠고 그 벌에 서서 내다보는 농부의 모양은, 보지 않아도 생각할 수가 있다.
구름은 자꾸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양이다. 그 밀 위에 비치었던 구름의 그림자는 그 구름과 함께 저편으로 물러가며, 거기는 세계를 아까 만들어놓은 것 같은 새로운 녹빛이 퍼져나간다. 바람이나 조금 부는 때는 그 잘 자란 밀들은 물결같이 누웠다 일어났다, 일록 일청으로 춤을 춘다. 그리고 봄의 한가함을 찬송하는 솔개들은, 높은 하늘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더욱 더 아름다운 봄에 향그러운 정취를 더한다.
“다스한 봄 정에 솟아나리다. 다스한 봄 정에 솟아나리다.”
나는 두어 번 소리나게 읊은 뒤에 담배를 붙여 물었다. 담뱃내는 무럭무럭 하늘로 올라간다.
하늘에도 봄이 왔다.
하늘은 낮았다. 모란봉 꼭대기에 올라가면 넉넉히 만질 수가 있으리만큼 하늘은 낮다. 그리고 그 낮은 하늘보다는 오히려 더 높이 있는 듯한 분홍빛 구름은, 뭉글뭉글 엉기면서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나는 이러한 아름다운 봄 경치에 이렇게 마음껏 봄의 속삭임을 들을 때는, 언제든 유토피아를 아니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시시각각으로 애를 쓰며 수고하는 것은 - 그 목적은 무엇인가? 역시 유토피아 건설에 있지 않을까? 유토피아를 생각할 때는 언제든 그 ‘위대한 인격의 소유자’며 ‘사람의 위대함을 끝까지 즐긴’ 진나라 시황(秦始皇)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어찌하면 죽지를 아니할까 하여, 소년 삼백을 배를 태워 불사약을 구하러 떠나보내며, 예술의 사치를 다하여 아방궁을 지으며 매일 신하 몇 천 명과 잔치로써 즐기며, 이리하여 여기 한 유토피아를 세우려던 시황은, 몇만의 역사가가 어떻다고 욕을 하든, 그는 정말로 인생의 향락자며 역사 이후의 제일 큰 위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만한 순전한 용기있는 사람이 있고야 우리 인류의 역사는 끝이 날지라도 한 ‘사람’을 가졌었다고 할 수 있다.
“큰사람이었었다.”
하면서 나는 머리를 들었다.
이때다. 기자묘 근처에서 무슨 슬픈 음률이, 봄 공기를 진동시키며 날아오는 것이 들렸다.
나는 무심코 귀를 기울였다.
‘영유 배따라기’다. 그것도 웬만한 광대나 기생은 발꿈치에도 미치지 못하리만큼 - 그만큼 그 배따라기의 주인은 잘 부르는 사람이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br />
산천후토 일월성신 하나님전 비나이다.<br />
실낱같은 우리목숨 살려달라 비나이다.<br />
에에야, 어그여지야.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에 저편 아래 물에서 장고 소리와 함께 기생의 노래가 울리어오며 배따라기는 그만 안 들리게 되었다. 나는 이년 전 한여름을 영유서 지내본 일이 있다. 배따라기의 본고장인 영유를 몇 달 있어본 사람은 그 배따라기에 대하여 언제든 한 속절없는 애처로움을 깨달을 것이다.
영유, 이름은 모르지만 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앞은 망망한 황해이니, 그곳 저녁때의 경치는 한번 본 사람은 영구히 잊을 수가 없으리라. 불덩이 같은 커다란 시뻘건 해가, 남실남실 넘치는 바다에 도로 빠질 듯, 도로 솟아오를 듯 춤을 추며, 거기서 때때로 보이지 않는 배에서 배따라기만 슬프게 날아오는 것을 들을 때엔 눈물 많은 나는 때때로 눈물을 흘렸다. 이로 보아서, 어떤 원의 아내가 자기의 모든 영화를 낡은 신같이 내어 던지고 뱃사람과 정처 없는 물길을 떠났다 함도 믿지 못할 말이랄 수가 없다.
영유서 돌아온 뒤에도 그 배따라기는 내 마음에 깊이 새기어져 잊을 수가 없었고 언제 한번 다시 영유를 가서 그 노래를 한번 더 들어보고 그 경치를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늘 떠나지를 않았다.
장고소리와 기생의 노래는 멎고 배따라기만 구슬프게 날아온다. 결결이 부는 바람으로 말미암아 때때로는 들을 수가 없으되, 나의 기억과 곡조를 종합하여 들은 배따라기는 이 대목이다.
강변에 나왔다가<br />
나를 보더니만,<br />
혼비백산하여<br />
꿈인지 생시인지<br />
와르륵 달려들어<br />
섬섬옥수로 부처잡고,<br />
호천망극 하는 말이<br />
‘하늘로서 떨어지며<br />
땅으로서 솟아났나.<br />
바람결에 묻어오고<br />
구름길에 쌔여왔나.’<br />
이리 서로 붙들고 울음 울 제,<br />
인리 제인이며<br />
일가 친척이 모두 모여,
여기까지 들은 나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서 소나무가지에 걸었던 모자를 내려쓰고, 그곳을 찾으러 모란봉 꼭대기에 올라섰다. 꼭대기는 좀더 노래 소리가 잘 들린다. 그는 배따라기의 맨 마지막, 여기를 부른다.
밥을 빌어서<br />
죽을 쑬지라도<br />
제발덕분에<br />
뱃놈 노릇은 하지 말아.<br />
에에야 어그여지야
<center>🙝🙟</center>
그의 소리로써 방향을 찾으려던 나는, 그만 그 자리에 섰다.
‘어딘가? 기자묘? 혹은 을밀대?’
그러나 나는 오래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어떻든 찾아보자 하고, 현무문으로 가서 문 밖에 썩 나섰다. 기자묘의 깊은 솔밭은 눈앞에 쫙 퍼진다.
‘어딘가?’
나는 또 물어보았다.
이때에 그는 또다시 배따라기를 시초부터 부른다. 그 소리는 왼편에서 온다.
왼편이구나 하면서, 소리 나는 곳을 더듬어서 소나무 틈으로 한참 돌다가, 겨우 기자묘 치고는 그중 하늘이 넓고 밝은 곳에, 혼자서 뒹굴고 있는 그를 찾아내었다. 나의 생각한 바와 같은 얼굴이다. 얼굴, 코, 입, 눈, 몸집이 모두 네모나고 - 그의 이마의 굵은 주름살과 시꺼먼 눈썹은, 고생 많이 함과 순진한 성격을 나타낸다.
그는 어떤 신사가 자기를 들여다보는 것을 보고, 노래를 그치고 일어나 앉는다.
“왜? 그냥 하지요.”
하면서 나는 그의 곁에 가 앉았다.
“머…”
한 뿐 그는 눈을 들어서 터진 하늘을 쳐다본다.
좋은 눈이었다. 바다의 넓고 큼이, 유감없이 그의 눈에 나타나 있다. 그는 뱃사람이라 나는 짐작하였다.
“고향이 영유요?”
“예, 머, 영유서 나기는 했디만, 한 이십 년 영윤 가보디두 않았이요.”
“왜, 이십 년씩 고향엘 안가요?”
“사람의 일이라니, 마음대로 됩데까?”
그는 왜 그러는지, 한숨을 짓는다.
“거저, 운명이 데일 힘셉디다.”
운명의 힘이 제일 세다는 그의 소리는 삭이지 못할 원한과 뉘우침이 섞여 있다.
“그래요?”
나는 다만 그를 건너다볼 뿐이다.
한참 잠잠하니 있다가 나는 다시 말하였다.
“자 노형의 경험담이나 한번 들어봅시다. 감출 일이 아니면 한번 이야기해보소.”
“머, 감출 일은…”
“그럼, 어디 들어봅시다그려.”
그는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좀 있다가,
“하디요.”
하면서 내가 담배를 붙이는 것을 보고 자기도 담배를 붙여물고 이야기를 꺼낸다.
“잊히디두 않는 십 구 년 전 팔월 열 하룻날 일인데요.”
하면서 그가 이야기한 바는 대략 이와 같은 것이다.
그의 살던 마을은 영유 고을서 한 이십 리 떠나 있는 바다를 향한 조그만 어촌이다. 그의 살던 조그만 마을(설흔 집쯤 되는)에서는 그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의 부모는 모두 열댓에 났을 때 돌아갔고, 남은 사람이라고는 곁집에 딴살림하는 그의 아우 부처와 그 자기 부처뿐이었다. 그들 형제가 그 마을에서 제일 부자이고 또 제일 고기잡이를 잘하였고, 그중 글이 있었고 배따라기도 그 마을에서 빼나게 그 형제가 잘 불렀다. 말하자면 그 형제가 그 동네의 대표적 사람이었다.
팔월 보름은 추석명절이다. 팔월 열 하룻날 그는 명절에 쓸 장도 볼 겸, 그의 아내가 늘 부러워하는 거울도 하나 사올 겸, 장으로 향하였다.
“당손네 집에 있는 것보다 큰 거이요 잊디 말구요.”
그의 아내는 길까지 따라나오면서 잊지 않도록 부탁하였다.
“안 잊어.”
하면서 그는 떠오르는 새빨간 햇빛을 앞으로 받으면서 자기 마을을 나섰다.
그는 아내를(이렇게 말하기는 우습지만) 고와했다. 그의 아내는 촌에서는 드물도록 연연하고도 예쁘게 생겼다(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성내(평양) 덴줏골(갈보촌)을 가두 그만한 거 쉽디 않갔이요.”
그러니까 촌에서는, 그리고 그 당시에는 남에게 우습게 보이도록 그 내외의 사이는 좋았다. 늙은이들은 계집에게 혹하지 말라고 흔히 그에게 권고하였다.
부처의 사이는 좋았지만 - 아니, 오히려 좋으므로 그는 아내에게 샘을 많이 하였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시기를 받을 일을 많이 하였다. 품행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내는 대단히 천진스럽고 쾌활한 성질로서 아무에게나 말 잘하고 애교를 잘 부렸다.
<center>🙝🙟</center>
그 동네에서는 무슨 명절이나 되면, 집이 그중 정결함을 핑계삼아 젊은이들은 모두 그의 집에 모이고 하였다. 그 젊은이들은 모두 그의 아내에게 ‘아즈마니’라 부르고, 그의 아내는 아내라 ‘아즈바니 아즈바니’ 하며 그들과 지껄이고 즐기며 그 웃기 잘하는 입에는 늘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한편 구석에서 눈만 할끈거리며 있다가 젊은이들이 돌아간 뒤에는 불문곡직하고 아내에게 덤비어들어, 발길로 차고 때리며, 이전에 사다주었던 것을 모두 걷어올린다. 싸움을 할 때에는 언제든 곁집에 있는 아우 부처가 말리러 오며, 그렇게 되면 언제든 그는 아우 부처까지 때려주었다.
그가 아우에게 그렇게 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아우는 시골 사람에게는 쉽지 않도록 늠름한 위엄이 있었고, 매일 바닷바람을 쏘였지만 얼굴이 희었다. 이것 뿐으로도 시기가 된다 하면 되지만, 특별히 아내가 그의 아우에게 친절히 하는 데는, 그는 속이 끓어 못 견디었다.
그가 영유를 떠나기 반년 전쯤 ? 다시 말하자면 그가 거울을 사러 장에 갈 때부터 반년 전쯤 그의 생일날이었다. 그의 집에서는 음식을 차려서 잘 먹었는데, 그에게는 괴상한 버릇이 있었으니, 맛있는 음식은 남겨두었다가 좀 있다 먹고 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그의 아내도 이 버릇은 잘 알 터인데 그의 아우가 점심때쯤 오니까, 아까 그가 아껴서 남겨두었던 그 음식을 아우에게 주려 하였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못 주리라’고 암호하였지만 아내는 그것을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그의 아우에게 주어버렸다. 그는 마음속이 자못 편치 못하였다. 트집만 있으면 이년을…, 그는 마음먹었다.
그의 아내는 시아우에게 상을 준 뒤에 물러오다가 그만 그의 발을 조금 밟았다.
“이년!”
그는 힘껏 발을 들어서 아내를 냅다 찼다. 그의 아내는 상 위에 꺼꾸러졌다가 일어난다.
“이년, 사나이 발을 짓밟는 년이 어디 있어!”
“거 좀 밟아서 발이 부러텟쉐까?”
아내는 낯이 새빨개져서 울음 섞인 소리로 고함친다.
“이년! 말대답이…”
그는 일어서서 아내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형님! 왜 이리십니까?”
아우가 일어서면서 그를 붙잡았다.
“가만 있거라, 이놈의 자식.”
하며, 그는 아우를 밀친 뒤에 아내를 되는대로 내리찧었다.
“죽일 년, 이년! 나가거라!”
“죽여라, 죽여라! 난, 죽어도 이 집에선 못 나가!”
“못 나가?”
“못 나가디 않구. 뉘 집이게…”
이때다. 그의 마음에는 그 '못 나가겠다'는 아내의 마음이 폭 들이박혔다. 그 이상 때리기가 싫었다. 우두커니 눈만 흘기고 있다가 그는,
“망할 년, 그럼 내가 나갈라.”
하고 그만 문 밖으로 뛰어나와서,
“형님, 어디 갑니까?”
하는 아우의 말에는 대답도 안하고, 곁 동네 탁주 집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가서, 거기 있는 술 파는 계집과 술상 앞에 마주앉았다.
그날 저녁, 얼근히 취한 그는 아내를 위하여 떡을 한 돈어치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리하여 또 서너 달은 평화가 이르렀다. 그러나 이 평화가 언제까지든 계속될 수가 없었다. 그의 아우로 말미암아 또 평화는 쪼개져나갔다.
오월 초승부터 영유 고을 출입이 잦던 그의 아우는 오월 그믐께부터는 고을서 며칠씩 묵어오는 일이 많았다. 함께, 고을에 첩을 얻어두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이 있은 뒤는 아내는 그의 아우가 고을 들어가는 것을 벌레보다도 더 싫어하고, 며칠 묵어서 오는 때면 곧 아우의 집으로 가서 그와 담판을 하며 심지어 동서 되는 아우의 처에까지 못 가게 하지 않는다고 싸우는 일이 있었다.
칠월 초승께 그의 아우는 고을에 들어가서 열흘쯤 묵어온 일이 있었다. 이때도 전과 같이 그의 아내는 그의 아우며 계수와 싸우다 못하여, 마침내 그에게까지 와서 아우가 그런 못된 데를 다니는 것을 그냥 둔다고, 해보자 한다. 그 꼴을 곱게 보지 않았던 그는 첫마디로 고함을 쳤다.
“네게 상관이 무에가? 듣기 싫다.”
“못난둥이. 아우가 그런 델 댕기는 걸 말리디두 못하고!”
분김에 이렇게 그의 아내는 고함쳤다.
“이년, 무얼?”
그는 벌떡 일어섰다.
“못난둥이!”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의 아내는 악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꺼꾸러졌다.
“이년! 사나이게 그따윗 말버릇 어디서 배완!”
“에미네 때리는 건 어디서 배왔노? 못난둥이!”
그의 아내는 울음소리로 부르짖었다.
“상년 그냥? 나갈! 우리 집에 있디 말구 나갈!”
그는 내리찧으면서 부르짖었다. 그리고 아내를 문을 열고 밀쳤다.
“나가디 않으리.”
하고 그의 아내는 울면서 뛰어나갔다.
“망한 년!”
토하는 듯이 중얼거리고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아내는 해가 져서 어두워져도 돌아오지 않았다. 일단 내어쫓기는 하였지만, 그는 아내의 돌아옴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워져서도 그는 불도 안 켜고, 성이 나서 우들우들 떨면서 아내의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의 아내의 참 기쁜 듯이 웃는 소리가 그의 아우의 집에서 밤새도록 울리었다. 그는 움쩍도 안하고 그 자리에 앉아서 밤을 새운 뒤에, 새벽 동터올 때 아내와 아우를 죽이려고 부엌에 가서 식칼을 가지고 들어와서 문을 벌컥 열었다.
그의 아내로서 만약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그 문 밖에 우두커니 서서 문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았더면, 그는 아내와 아우를 죽이고야 말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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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내를 보는 순간, 마음에 가득 차는 사랑을 깨달으면서, 칼을 내던지고 뛰어나가서 아내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이년 하면서 들어와서 뺨을 물어뜯으면서 함께 이리저리 자빠져서 뒹굴었다.
그런 이야기는 다 하려면 끝이 없으되 다만 ‘그’ ‘그의 아내’ ‘그의 아우’ 세 사람의 삼각 관계는 대략 이와 같았다….
거울은 마침 장에 마음에 맞는 것이 있었다. 지금 것과 대보면, 어떤 때는 코도 크게 보이고 입이 작게도 보이는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리고 그런 촌에서는 둘도 없는 귀물이었다. 거울을 사 가지고 장을 본 뒤에 그는 이 거울을 아내에게 주면 그 기뻐할 모양을 생각하며, 새빨간 저녁 햇빛을 받는, 넘치는 듯한 바다를 안고 자기 집으로, 늘 들러오던 탁주 집에도 안 들러서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그의 집 방안에 들어설 때에는, 뜻도 안 하였던 광경이 그의 눈에 벌어져 있었다.
방 가운데는 떡 상이 있고, 그의 아우는 수건이 벗어져서 목 뒤로 늘어지고, 저고리 고름이 모두 풀어져 가지고 한편 모퉁이에 서 있고, 아내도 머리채가 모두 뒤로 늘어지고, 치마가 배꼽 아래로 늘어지도록 되어 있으며, 그의 아내와 아우는 그를 보고, 어찌할 줄을 모르는 듯이, 움찍도 안하고 서 있었다.
세 사람은 한참 동안 어이가 없어서 서 있었다. 그러나 좀 있다가 마침내 그의 아우가 겨우 말했다.
“그놈의 쥐 어디 갔니?”
“흥! 쥐? 훌륭한 쥐 잡댔구나!”
그는 말을 끝내지도 않고, 짐을 벗어던지고, 뛰어가서 아우의 멱살을 끌어잡았다.
“형님! 정말 쥐가…”
“쥐? 이놈! 형수하고 그런 쥐 잡는 놈이 어디 있니?”
그는 아우를 따귀를 몇 대 때린 뒤에 등을 밀어서 문 밖에 내어던졌다. 그런 뒤에 이제 자기에게 이를 매를 생각하고, 우들우들 떨면서 아랫목에 서 있는 아내에게 달려들었다.
“이년! 시아우와 그런 쥐 잡는 년이 어디 있어?”
그는 아내를 꺼꾸러뜨리고 함부로 내리찧었다.
“정말 쥐가… 아이 죽겠다.”
“이년! 너두 쥐? 죽어라!”
그의 팔다리는 함부로 아내의 몸에 오르내렸다.
“아이 죽갔다. 정말 아까 적으니(시아우) 왔기에 떡 자시라구 내놓았더니…”
“듣기 싫다! 시아우 붙은 년이, 무슨 잔소릴…”
“아이, 아이, 정말이야요. 쥐가 한 마리 나…”
“그냥 쥐?”
“쥐 잡을래다가…”
“샹년! 죽어라! 물에래두 빠데 죽얼!”
그는 실컷 때린 뒤에, 아내도 아우처럼 등을 밀어 쫓았다. 그 뒤에 그의 등으로,
“고기 배때기에 장사해라!”
토하였다.
분풀이는 실컷 하였지만, 그래도 마음속이 자못 편치 못하였다. 그는 아랫목으로 가서, 바람벽을 의지하고 실신한 사람같이 우두커니 서서 떡 상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서편으로 바다를 향한 마을이라, 다른 곳보다는 늦게 어둡지만, 그래도 술시(戌時) 쯤 되어서는 깜깜하니 어두웠다. 그는 불을 켜려고 바람벽에서 떠나 성냥을 찾으러 돌아갔다.
성냥은 늘 있던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뒤적이노라니까, 어떤 낡은 옷 뭉치를 들칠 때에 문득 쥐 소리가 나면서 무엇이 후더덕 튀어나온다. 그리하여 저편으로 기어서 도망한다.
“역시 쥐댔구나!”
그는 조그만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만 그 자리에 맥없이 덜썩 주저앉았다.
아까 그가 보지 못한 때의 광경이, 활동사진과 같이 그의 머리에 지나갔다.
아우가 집에를 온다. 아우에게 친절한 아내는 떡을 먹으라고 아우에게 떡 상을 내놓는다. 그때에 어디선가 쥐가 한 마리 뛰어나온다. 둘(아우와 아내)이서는 쥐를 잡느라고 돌아간다. 한참 성화시키던 쥐는 어느 구석에 숨어버린다. 그들은 쥐를 찾느라고 두룩거린다. 그럴 때에 그가 집에 들어선 것이다.
“상년. 좀 있으믄 안 들어오리…”
그는 억지로 마음먹고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아내는 밤이 가고 날이 밝기는커녕, 해가 중천에 올라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그는 차차 걱정이 나서 찾아보러 나섰다.
아우의 집에도 없었다. 동네를 모두 찾아보아도 본 사람도 없다 한다.
그리하여, 낮쯤 한 삼사 리 내려가서 바닷가에서 겨우 아내를 찾기는 찾았지만, 그 아내는 이전 같은 생기로 찬 산 아내가 아니요, 몸은 물에 불어서 곱이나 크게 되고, 이전에 늘 웃음을 흘리던 예쁜 입에는 거품을 잔뜩 물은, 죽은 아내였다.
그는 아내를 업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정신이 없었다.
이튿날 간단하게 장사를 하였다. 뒤에 따라오는 아우의 얼굴에는,
‘형님, 이게 웬일이오니까?’
하는 듯한 원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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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지낸 이튿날부터 아우는 그 조그만 마을에서 없어졌다. 하루 이틀은 심상히 지냈지만, 닷새가 지나도 아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알아보니까, 꼭 그의 아우같이 생긴 사람이 오륙 일 전에 멧산자 보따리를 하여 진 뒤에, 시뻘건 저녁 해를 등으로 받고 더벅더벅 동쪽으로 가더라 한다. 그리하여 열흘이 지나고 스무날이 지났지만, 한번 떠난 그의 아우는 돌아올 길이 없고, 혼자 남은 아우의 아내는 매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그도 이것을 잠자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 불행의 모든 죄는 죄 그에게 있었다.
그도 마침내 뱃사람이 되어, 적으나마 아내를 삼킨 바다와 늘 접근하며, 가는 곳마다 아우의 소식을 알아보려고, 어떤 배를 얻어 타고 물길을 나섰다.
그는 가는 곳마다 아우의 이름과 모습을 말하여 물었으나, 아우의 소식은 알 수가 없었다.
이리하여 꿈결같이 십 년을 지내서 구년 전 가을, 탁탁히 낀 안개를 꿰며 연안(延安) 바다를 지나가던 그의 배는, 몹시 부는 바람으로 말미암아 파선을 하여 벗 몇 사람은 죽고, 그는 정신을 잃고 물위에 떠돌고 있었다.
그가 정신을 차린 때는 밤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그는 뭍 위에 올라와 있었고 그를 말리우느라고 새빨갛게 피워놓은 불빛으로 자기를 간호하는 아우를 보았다.
그는 이상히도 놀라지 않고, 천연하게 물었다.
“너, 어ㅅ개(어떻게) 여기 완?”
아우는 잠자코 한참 있다가 겨우 대답하였다.
“형님, 거저 다 운명이왼다.”
따뜻한 불기운에 깜빡 잠이 들려다가 그는 화닥닥 깨면서 또 말했다.
“십 년 동안에 되게 파랬구나.”
“형님, 나두 변했거니와 형님도 몹시 늙으셨쉐다.”
이 말을 꿈결같이 들으면서 그는 또 혼혼히 잠이 들었다. 그리하여 두어 시간, 꿀보다도 단 잠을 잔 뒤에 깨어보니, 아까같이 빨간 불은 피어 있지만 아우는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다. 곁의 사람에게 물어보니까 아까 아우는 형의 얼굴을 물끄러미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새빨간 불빛을 등으로 받으면서, 더벅더벅 아무말 없이 어두움 가운데로 사라졌다 한다.
이튿날 아무리 알아보아야 그의 아우는 종적이 없어지고 알 수 없으므로, 그는 하릴없이 다른 배를 얻어 타고 또 물길을 떠났다. 그리하여 그의 배가 해주에 이르렀을 때, 그는 해주장에 들어가서 무엇을 사려다가, 저편 맞은편 가게에 걸핏 그의 아우 같은 사람이 있으므로 뛰어가서 보니 그는 벌써 없어졌다. 배가 해주에는 오래 머물지 않으므로 그는 마음은 해주에 남겨두고, 또다시 바닷길을 떠났다.
그 뒤에 삼 년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어도 아우는 다시 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삼 년을 지내서 지금부터 육 년 전에, 그의 탄 배가 강화도를 지날 날에, 바다를 향한 가파로운 뫼켠에서 바다를 향하여 날아오는 배따라기를 들었다. 그것도 어떤 구절과 곡조는 그의 아우 특식으로 변경된 - 그의 아우가 아니면 부를 사람이 없는, 그 배따라기이다.
배가 강화도에는 머무르지 않아서 거저 지나갔으나, 인천서 열흘쯤 머무르게 되었으므로, 그는 곧 내려서 강화도로 건너가 보았다. 거기서 이리저리 찾아다니다가, 어떤 조그만 객주집에서 물어보니, 이름도 그의 아우요, 생긴 모습도 그의 아우인 사람이 묵어 있기는 하였으나, 사나흘 전에 도로 인천으로 갔다 한다. 그는 곧 돌아서서 인천으로 건너와서 찾아보았지만, 그 조그만 인천서도 그의 아우를 찾을 바이 없었다.
그 뒤에 눈 오고 비 오며, 육년이 지났지만, 그는 다시 아우를 만나보지 못하고 아우의 생사까지도 알 수가 없다.
말을 끝낸 그의 눈에는 저녁 해에 반사하여 몇 방울의 눈물이 반짝인다.
나는 한참 있다가 겨우 물었다.
“노형 계수는?”
“모르디오. 이십 년을 영유는 안가봤으니낀요.”
“노형은 이제 어디루 갈 테요?”
“것두 모르디요. 덩처가 있나요? 바람 부는 대로 몰려댕기디오.”
그는 다시 한번 나를 위하여 배따라기를 불렀다. 아아, 그 속에 잠겨 있는 삭이지 못할 뉘우침, 바다에 대한 애처로운 그리움.
노래를 끝낸 다음에 그는 일어서서 시뻘건 저녁 해를 잔뜩 등으로 받고, 을밀대로 향하여 더벅더벅 걸어간다. 나는 그를 말릴 힘이 없어서, 멀거니 그의 등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도 그 배따라기와 그의 숙명적 경험담이 귀에 쟁쟁히 울리어서 잠을 못 이루고, 이튿날 아침 깨어서 조반도 안먹고 기자묘로 뛰어가서 또다시 그를 찾아보았다. 그가 어제 깔고 앉았던 풀은 모두 한편으로 누워서 그가 다녀감을 기념하되, 그는 그 근처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 그러나 배따라기는 어디선가 쟁쟁히 울리어서 모든 소나무들을 떨리지 않고는 안 두겠다는 듯이 날아온다.
“모란봉(牡丹峰)이다. 모란봉에 있다.”
하고 나는 한숨에 모란봉으로 뛰어갔다. 모란봉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부벽루(浮碧樓)에도 없다.
“을밀대(乙密臺)다.”
하고 나는 다시 을밀대로 갔다. 을밀대에선 부벽루를 연한, 지옥까지 연한 듯한 골짜기에 물 한 방울을 안 새이리라고 빽빽이 난 소나무의 그 모든 잎잎은 떨리는 배따라기를 부르고 있지만, 그는 여기도 있지 않다. 기자묘의, 하늘을 향하여 퍼져나간 그 모든 소나무의 천만의 잎잎도, 그 아래쪽 퍼진 천만의 풀들도, 모두 그 배따라기를 슬프게 부르고 있지만, 그는 이 조그만 모란봉 일대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강가에 나가서 알아보니, 그의 배는 오늘 새벽에 떠났다 한다. 그 뒤에 여름과 가을이 가고 일년이 지나서 다시 봄이 이르렀으되, 잠깐 평양을 다녀간 그는 그 숙명적 경험담과 슬픈 배따라기를 두었을 뿐, 다시 조그만 모란봉에 나타나지 않는다.
모란봉과 기자묘에 다시 봄이 이르러서, 작년에 그가 깔고 앉아서 부러졌던 풀들도 다시 곧게 대가 나서 자주빛 꽃이 피려 하지만 끝없는 뉘우침을 다만 한낱 배따라기로 하소연하는 그는, 이 조그만 모란봉과 기자묘에서 다시 볼 수가 없었다. 다만 그가 남기고 간 배따라기만 추억하는 듯이 모든 잎잎이 속삭이고 있을 따름이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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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홈통에 들었다가 다시 쏟아져 흐르는 물이 육중한 물레방아를 번쩍 쳐들었다가 쿵 하고 확 속으로 내던질 제 머슴들의 콧소리는 허연 겨 가루가 켜켜 앉은 방앗간 속에서 청승스럽게 들려나온다.
솰 솰 솰, 구슬이 되었다가 은가루가 되고 댓줄기같이 뻗치었다가 다시 쾅 쾅 쏟아져 청룡이 되고 백룡이 되어 용솟음쳐 흐르는 물이 저쪽 산모퉁이를 십리나 두고 돌고, 다시 이쪽 들 복판을 오리쯤 꿰뚫은 뒤에 이방원(芳源)이가 사는 동네 앞 기슭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 위에 물레방아 하나가 놓여 있다.
물레방아에서 들여다보면 동북간으로 큼직한 마을이 있으니 이 마을에 가장 부자요, 가장 세력이 있는 사람으로 이름을 신치규(申治圭)라고 부른다. 이방원이라는 사람은 그 집의 막실(幕室) 살이를 하여가며 그의 땅을 경작하여 자기 아내와 두 사람이 그날 그날을 지내간다.
어떠한 가을밤 유난히 밝은 달이 고요한 이 촌을 한적하게 비칠 때 그 물레방앗간 옆에 어떠한 여자 하나와 어떤 남자 하나가 서서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었다.
그 여자는 방원의 아내로 지금 나이가 스물 두 살, 한참 정열에 타는 가슴으로 가장 행복스러울 나이의 젊은 여자요, 그 남자는 오십이 반이 넘어 인생으로서 살아올 길을 다 살고서 거의거의 쇠멸의 구렁이를 향하여 가는 늙은이다.
그의 말소리는 마치 그 여자를 달래는 것같이,
“얘, 내 말이 조금도 그를 것이 없지? 쇤네 할멈에게도 자세한 말을 들었을 터이지마는 너 생각해보아라. 네가 허락만 하면 무엇이든지 네가 하고 싶다는 것을 내가 전부 해줄 터이란 말야. 그까짓 방원이 녀석하고 네가 몇백 년 살아야 언제든지 막실 구석을 면하지 못할 터이니…… 허허, 사람이란 젊어서 호강해보지 못하면 평생 한번 하여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 아니냐.
내가 말하는 것이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느니라! 대강 너의 말을 쇤네 할멈에게 듣기는 들었으나 그래도 너에게 한번 바로 대고 듣는 것만 못해서 이리로 만나자고 한 것이다. 너의 마음은 어떠냐? 허허, 내 앞이라고 조금도 어떻게 알지 말고 이야기 해봐, 응?”
이 늙은이는 두말할 것 없이 신치규다. 그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방원의 계집을 들여다보며 한 손으로 등을 두드린다.
새침한 얼굴이 파르족족하고 기다란 눈썹과 검푸른 두 눈 가장자리에 예쁜 입, 뾰르퉁한 뺨이며 콧날이 오뚝한데다가 후리후리한 키에 떡 벌어진 엉덩이가 아무리 보더라도 무섭게 이지적(理知的)인 동시에 또는 창부형(娼婦型)으로 생긴 것이다.
계집은 아무 말이 없이 서서 짐짓 부끄러운 태를 지으며 매혹적인 웃음을 생긋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웃음이 얼마나 짐승 같은 신치규의 만족을 사게 되었으며, 또한 마음을 충동시켰는지 희끗희끗한 수염이 거의 계집의 뺨에 닿도록 더 가까이 와서,
“응? 왜 대답이 없니? 부끄러워서 그러니? 그렇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닌데.”
하고 계집의 손을 잡으며,
“손도 이렇게 예쁜 줄은 이제까지 몰랐구나. 참 분결 같다. 이렇게 얌전히 생긴 애가 방원 같은 천한 놈의 계집이 되어 일평생을 그대로 썩는다는 것은 너무 가엾고 아깝지 않느냐? 얘.”
계집은 몸을 돌리려고 하지도 않고 영감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며 눈으로 땅만 내려다보고 섰다가 가까스로 입을 떼는 듯하더니,
“제 말야 모두 쇤네 할멈이 여쭈었지요. 저에게는 너무 분수에 과한 말씀이니까요.”
“온, 천만에 소리를 다 하는구나. 그게 무슨 소리냐. 너도 아다시피 내가 너를 장난 삼아 그러는 것도 아니겠고 후사(後嗣)가 없어 그러는 것이니까 네가 내 아들이나 하나 낳주렴. 그러면 내 것이 모두 네 것이 되지 않겠니? 자아 그러지 말고 오늘 허락을 하렴. 그러면 내일이라도 방원이란 놈을 내쫓고 너를 불러들일 터이니.”
“어떻게 내쫓을 수가 있에요?”
“허어, 그것이 그리 어려울 것이 무엇 있니. 내가 나가라는데 제가 나가지 않고 배길 줄 아니?”
“그렇지만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
“무엇, 저런 생각을 하니까 네가 이 모양으로 이때까지 있었지. 어떻단 말이냐? 그런 것은 조금도 염려하지 말구. 자아, 또 네 서방에게 들킬라, 어서 들어가자.”
“먼저 들어가세요.”
“왜?”
“남이 보면 수상히 알게요.”
“무얼 나하고 가는데 수상히 알게 무어야… 어서 가자.”
계집은 천천히 두어 걸음 따라가다가,
“영감!”
하고 머춤하고 서 있다.
“왜 그러니?”
계집은 다시 말이 없이 서 있다가,
“아니에요.”
하고,
“먼저 들어가세요.”
하며 돌아선다. 영감이 간이 달아서 계집의 손을 잡으며,
“가자, 집으로 들어가자.”
그의 가슴은 두근거리는지 숨소리가 잦아진다. 계집은 손을 빼려 하며,
“점잖으신 어른이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하면서도 그의 몸짓에는 모든 것을 허락한다는 뜻이 보였다. 영감은 계집의 몸을 끌어안더니 방앗간 뒤로 돌아섰다. 계집은 영감 가슴에 안겨서 정욕이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면서,
“영감.”
말 한 마디 하고 침 한번 삼키었다.
“영감이 거짓말은 안 하지요?”
“아니.”
그의 말은 떨리었다. 계집은 영감의 팔을 한 손으로 잡고 또 한 손으로는 방앗간 속을 가리켰다.
“저리로 들어가세요.”
영감과 계집은 방앗간에서 이삼십 분 후에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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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이 지난 뒤에 신치규는 방원이를 자기 집 사랑 마당 앞으로 불렀다.
“얘.”
방원은 상전이라 고개를 숙이고,
“예.”
공손하게 대답을 하였다.
“네가 그간 내 집에서 정성스럽게 일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마는…”
점잔과 주짜를 빼면서 신 치규는 말을 꺼내었다. 방원의 가슴은 이 '마는'이라는 말 뒤에 이어질 말을 미리 깨달은 듯이 온 전신의 피가 가슴으로 모여드는 듯하더니 다시 터럭이라는 터럭은 전부 거꾸로 일어서는 듯하였다.
“오늘부터는 우리 집에 사정이 있어 그러니 내 집에 있지 말고 다른 곳에 좋은 곳을 찾아 가보아라.”
아무 조건이 없다. 또한 이곳에서도 할말이 없다.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주인은 돈 가지고 사람을 사고 팔 수도 있는 것이다.
방원은 가슴이 답답하였다. 자기 혼잣몸 같으면 어디 가서 어떻게 빌어먹더라도 살 수 있지마는 사랑하는 아내를 구해갈 길이 막연하다. 그는 고개를 굽히고, 허리를 굽히고, 나중에는 마음을 굽히어 사정도 하여보고 애걸도 하여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일이다. 주인의 마음은 쇠나 돌보다도 더 굳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자기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아내더러 안주인 마님께 사정을 좀 하여 얼마간이라도 더 있게 하여달라고 하여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방원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도리어,
“그러면 어떻게 한단 말이요. 이제부터는 나를 어떻게 먹여 살릴 터이요?”
“너는 그렇게도 먹고 살 수 없을까봐 겁이 나니?”
“겁이 나지 않고. 생각을 해보구려. 인제는 꼼짝할 수 없이 죽지 않았소?”
“죽어?”
“그럼 임자가 나를 데리고 이곳까지 올 때에 무어라고 하였소. 어떻게 해서든지 너 하나야 먹여 살리지 못하겠느냐고 하였지요?”
“그래.”
“그래, 얼마나 나를 잘 먹여 살리고 나를 호강시켰소. 이때까지 이때나 되도록 끌구 돌아다닌다는 것이 남의 집 행랑이었지요.”
“얘, 그것을 내가 모르고 하는 말이냐? 내가 하려고 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냐? 차차 살아가는 동안에 무슨 일이든지 생기겠지. 설마 요대로 늙어죽기야 하겠니?”
“듣기 싫소! 뿔 떨어지면 구워먹지 어느 천년에.”
방원이는 가뜩이나 내어쫓기고 화가 나는데 계집까지 그리하니까 속에서 열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이 육시를 하고도 남을 년! 왜 남의 마음을 글컹거리니?”
“왜 사람에게 욕을 해!”
“이년아, 욕 좀 하면 어떠냐?”
“왜 욕을 해!”
계집이 얼굴이 노래지며 대든다.
“이년이 발악인가?”
“누가 발악야. 계집년 하나 건사 못하는 위인이 계집보고 욕만 하고 한 게 무어야? 그래 은가락지 은비녀나 한 벌 사주어보았어? 내가 임자 하자고 하는 대로 하지 않은 것은 없지!”
“이년아! 은가락지 은비녀가 그렇게 갖고 싶으냐? 이 더러운 년아.”
“무엇이 더러워? 너는 얼마나 정한 놈이냐!”
계집의 입 속에서는 놈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년 보게! 누구더러 놈이래.”
하고 손길이 계집의 낭자를 후려잡더니 그대로 집어들고 두어 번 주먹으로 등줄기를 우리었다.
“이 주릿대를 안길 년!”
발길이 엉덩이를 두어 번 지르니까 계집은 그대로 거꾸러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풀어헤뜨린 머리가 치렁치렁 끌리고 씰룩한 눈에는 독기가 섞이었다.
“왜 사람을 치니? 이놈! 죽여라 죽여, 어디 죽여보아라, 이놈 나 죽고 너 죽자!”
하고 달려드는 계집을 후려서 거꾸러뜨리고서,
“이년이 죽으려고 기를 쓰나!”
방원이가 계집을 치는 것은 그것이 주먹을 가지고 하는 일종의 농담이다. 그는 주먹이나 발길이 계집의 몸에 닿을 때 거기에 얻어맞는 계집의 살이 아픈 것보다 더 찌르르하게 가슴 한복판을 찌르는 아픔을 방원은 깨닫는 것이다. 홧김에 계집을 치는 것이 실상은 자기의 마음을 자기의 이빨로 물어뜯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때리는 그에게는 몹시 애처로움이 있고 불쌍함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화풀이를 받아주는 사람은 아직까지도 계집밖에는 없었다. 제일 만만하다는 것보다도 가장 마음놓고 화풀이할 수 있음이다. 싸움한 뒤, 하루가 못되어 두 사람이 베개를 나란히 하고 서로 꼭 끼고 잘 때에는 그렇게 고맙고 그렇게 감격이 일어나는 위안이 또다시 없음이다. 계집을 치고 화풀이를 하고 난 뒤에 다시 가슴을 에는 듯한 후회와 더 뜨거운 포옹으로 위로를 받을 그때에는 두 사람 아니라 방원에게는 그만큼 힘있고 뜨거운 믿음이 또다시 없는 까닭이다.
계집은 일부러 소리를 높여 꺼이꺼이 운다.
온 마을 사람이 거의 귀를 기울였으나,
“응, 또 사랑싸움을 하는군!”
하고 도리어 그 싸움을 부러워하였다. 옆집 젊은것이 와서 싱글싱글 웃으면서 들여다보며,
“인제 고만 두라구.”
하며, 말리는 시늉을 한다. 동네 아이들만 마당 앞에 죽 늘어서서 눈들이 뚱그래서 구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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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에 방원이는 술이 얼근하여 돌아왔다. 아까 계집을 차던 마음은 어느덧 풀어지고 술로 흥분된 마음에 그는 계집의 품이 몹시 그리워져서 자기 아내에게 사과를 할 마음까지 생기었다. 본시 사람이 좋고 마음이 약하고 다정한 그는 무식하게 자라난 까닭에 무지한 짓을 하기는 하나 그것은 결코 그의 성격을 말하는 무지함이 아니다.
그는 비척거리면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거슴츠레하게 풀린 눈을 스르르 내리감고 혼잣소리로,
“빌어먹을 놈! 나가라면 나가지 무서운가? 제 집 아니면 살 곳이 없는 줄 아는 게로군! 흥, 되지않게 다 무엇이냐? 돈만 있으면 제일이냐? 이놈, 네가 그러다가는 이 주먹 맛을 언제든지 볼라. 그대로 곱게 뒈질 줄 아니?”
하고, 개천 하나를 건너뛴 후에,
“돈! 돈이 무엇이냐?”
한참 생각하다가,
“에후.”
한숨을 쉬고 나서,
“돈이 사람을 죽이는구나! 돈! 돈! 흥,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니?”
또 징검다리를 비척비척 하고 건넌 뒤에,
“고 배라먹을 년이 왜 고렇게 포달을 부려서 장부의 마음을 긁어놓아!”
그의 목소리에는 말할 수 없이 다정한 맛이 있었다. 그는 자기 계집을 생각하면 모든 불평이 스러지는 듯이, 숙였던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보면서,
“허어, 저도 고생은 고생이지.”
하고 다시 고개를 숙인 후,
“내가 너무해, 너무 그럴 게 아닌데.”
그는 자기 집에 와서 문고리를 붙잡고 흔들면서,
“얘! 자니! 자?”
그러나 대답이 없고 캄캄하다.
“이년이 어디를 갔어!”
그는 문짝을 깨어지라 하고 닫친 후에 다시 길거리로 나와 그 옆집으로 가서,
“여보 아주머니! 우리 집 색시 어디 갔는지 보았소!”
밥들을 먹는 옆엣 집 내외는,
“어디서 또 취했소 그려! 애 어머니가 아까 머리 단장을 하더니 저 방아께로 갑디다.”
“방아께로?”
“네.”
“빌어먹을 년! 방아께로는 무얼 먹으러 갔누!”
다시 혼자 방아를 향하여 가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그는 방앗간을 막 뒤로 돌아서자 신치규와 자기 아내가 방앗간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아!”
그는 너무 뜻밖의 일이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한참이나 멀거니 서서 보기만 하였다.
그의 눈에서는 쌍심지가 거꾸로 섰다. 열이 올라와서 마치 주홍을 칠한 듯이 그의 눈은 붉어지고 번개 같은 광채가 번뜩거리었다.
그는 한참이나 사지를 떨었다. 두 이가 서로 맞쳐서 달그락달그락 하여졌다. 그의 주먹은 부서질 것같이 단단히 쥐어졌다.
계집과 신치규는 방원이 와 선 것을 보고서 처음에는 조금 간담이 서늘하여졌으나 다시 태연하게 내려 앉혔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매 할 대로 하라는 뜻이다.
방원은 달려들어서 계집의 팔목을 잡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부르르 떨었다.
“나는 네가 이럴 줄은 몰랐다.”
계집은,
“무얼 이럴 줄을 몰라?”
하며, 파란 눈을 흘겨보더니,
“나중에는 별꼴을 다 보겠네. 으례히 그럴 줄을 인제 알았나? 놔요! 왜 남의 팔을 잡고 요 모양야. 오늘부터는 나를 당신이 그리 함부로 하지는 못해요! 더러운 녀석 같으니! 계집이 싫다고 그러면 국으로 물러갈 일이지 이게 무슨 사내답지 못한 일야! 놔요!”
팔을 뿌리쳤으나 분노가 전신에 가득찬 그는 그렇게 쉽게 손을 놓지 않았다.
“얘! 네가 이것이 정말이냐?”
“정말 아니구 비싼 밥 먹고 거짓말 할까?”
“네가 참으로 환장을 하였구나!”
“아니 누구더러 환장을 했대. 온 기가 막혀 죽겠지! 놔요! 놔! 왜 추근추근하게 이 모양야? 놔.”
하고서 힘껏 뿌리치는 바람에 계집의 손이 쑥 빠지었다. 계집은 손목을 주무르면서 암상맞게 돌아섰다.
이때까지 이 꼴을 멀찍이 서서 보고 있던 신치규는 두어 발자국 나서더니 기침 한번을 서투르게 하고서,
“얘! 네가 술이 취하였으면 일찍 들어가 자든지 할 것이지 웬 짓이냐? 네 눈깔에는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단 말이냐? 너희 년 놈이 싸우는 것은 너희 년 놈이 어디든지 가서 할 일이지 여기 누가 있는지 없는지 눈깔에 보이는 것이 없어?……”
“엣, 괘씸한 놈!”
눈깔을 부라리었다. 방원은 한참이나 쳐다보고서 말이 없었다. 생각대로 하면 한 주먹에 때려누일 것이지마는 그래도 그의 머릿속에는 아까까지의 상전이라는 관념이 남아 있었다. 번갯불같이 그 관념이 그의 입과 팔을 얽어놓았다. 어려서부터 오늘날까지 남을 섬겨보기만 한 그의 마음은 상전이라면 모두 두려워하는 성질을 깊이깊이 뿌리박아놓았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신치규가 자기의 상전이 아니요, 자기가 신치규의 종도 아니다. 다만 똑같은 사람으로 마주섰을 뿐이다. 아니다, 지금부터는 신치규도 방원의 원수였다. 그의 간을 씹어먹어도 오히려 나머지 한이 있는 원수다.
신치규는 똑바로 쳐다보는 방원을 마주 쳐다보며,
“똑바루 보면 어쩔 터이냐? 온 세상이 망하려니까 별 해괴한 일이 다 많거든. 어째 이놈아!”
“이놈아?”
방원은 한 걸음 들어섰다. 나무같이 힘센 다리가 성큼 하고 나설 때 신치규는 머리끝이 으쓱 하였다. 쇠몽둥이 같은 두 주먹이 쑥 앞으로 닥칠 때 그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
“네 입에서 이놈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이 사지를 찢어발겨도 오히려 시원치 못할 놈아! 네가 내 계집을 뺏으려고 오늘 날더러 나가라고 그랬지?”
“어허 이거 그놈이 눈깔이 삐었군. 얘, 나는 먼저 들어가겠다. 너는 네 서방하고 나중 들어오너라!”
신치규는 형세가 위험하니까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려고 돌아서서 들어가려 하니까 방원은 돌아서는 신치규의 멱살을 잔뜩 쥐어 한 팔로 바싹 치켜들고,
“이놈 어디를 가? 네가 이때까지 맛을 몰랐구나?”
하며, 한번 집어쳐 땅바닥에다가 태질을 한 뒤에 그대로 타고 앉아서 목줄띠를 누르니까, 마치 뱀이 개구리 잡아먹을 적 모양으로 깩깩 소리가 나며 말 한마디도 못한다.
“이놈 너 죽고 나 죽으면 고만 아니냐?”
하고 방원은 주먹으로 사정없이 닥치는 대로 들이댄다. 나중에는 주먹이 부족하여 옆에 있는 모루돌멩이를 집어서 죽어라 하고 내리친다. 그의 팔, 그의 몸에는 본능적으로 숨어 있는 잔인성(殘忍性)이 조금도 남지 않고 그대로 나타났다. 그의 눈은 마치 펄떡펄떡 뛰는 미끼를 가로차고 앉은 승냥이나 이리와 같이 뜨거운 피를 보고야 만족하다는 듯이 무섭게 번쩍거렸다. 그에게는 초자연(超自然)의 무서운 힘이 그의 팔과 다리에 올라왔다.
이 꼴을 보는 계집은 무서웠다. 끔찍끔찍한 일이 목전에 생길 것이다. 그의 맥이 풀린 다리는 마음대로 놓여지지 아니하였다.
“아! 사람 살류! 사람 살류!”
적적한 밤중에 쓸쓸한 마을에는 처참한 여자 목소리가 으스스하게 울리었다. 이 소리를 들은 방원은 더욱 힘을 주어서 눈을 딱 감고 죽어라 내리 짓찧었다. 뼈가 돌에 맞는 소리가 살이 을크러지는 소리와 함께 퍽퍽 하였다. 피 묻은 돌이 여기저기 흩어지고 갈갈이 찢긴 옷에는 살점이 묻었다.
동네편 쪽에서 수군수군 하더니 구두 소리가 나며 칼 소리가 덜거덕거리었다. 방원의 머리에는 번갯불같이 무엇이 보이었다. 그는 손에 주먹을 쥔 채 잠깐 정신을 차려 그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순검……”
그는 신치규의 배를 타고 앉아서 순검의 구두 소리를 듣자 비로소 자기가 무슨 짓을 하였는지 깨달았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일어났다. 그리고는 옆에 서서 벌벌 떠는 계집에게로 갔다.
“얘, 가자! 도망가자! 너하고 나하고 같이 가자! 자! 어서, 어서!”
계집은 자기에게 또 무슨 일이 있을까 하여 겁을 내어 도망을 하려 한다. 방원은 계집을 따라가며,
“얘! 얘! 네가 이렇게도 나를 몰라주니?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지를 못하니? 자! 어서, 도망가자, 어서 어서, 뒤에서 순검이 쫓아온다.”
계집은 그대로 서서 종종걸음을 치며,
“싫소! 임자나 가구려, 나는 싫어요, 싫어.”
“가자! 응! 가!”
그는 미친 사람처럼 계집의 팔을 붙잡고 끌었다. 그때 누구인지 그의 두 팔을 마치 형틀에 매다는 것같이 꽉 뒤로 끼어안는 사람이 있었다.
“이놈아! 어디를 가?”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그는 온 전신에 맥이 풀리어 그대로 뒤로 자빠지려 할 때 어느덧 널판 같은 주먹이 그의 뺨을 사정없이 갈겼다.
“정신 차려.”
“녜.”
그는 무의식하게 고개가 숙여지고 말소리가 공손하여졌다.
땅바닥에서는 신치규가 꿈지럭거리며 이리저리 뒹군다. 청승스러운 비명(悲鳴)이 들린다.
방원은 포승 지인 채, 계집은 그대로, 주재소로 끌려가고 신치규는 머슴들이 업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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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이 지났다. 상해죄(傷害罪)로 감옥에서 복역을 하던 방원은 만기가 되어 출옥을 하였다. 그러나 신치규는 아무 일 없이 자기 집에서 치료하고 방원의 계집을 데려다 산다. 신치규는 온몸이 나은 뒤에 홀로 생각하였다.
- 죽는 줄만 알았더니 그래도 이렇게 살아 있으니!
하고, 얼굴에 흠이 진 곳을 만져보며,
- 오히려 그놈이 그렇게 한 것이 나에게는 다행이지, 얼굴이 아프기는 좀 하였으나! 허어.
- 어떻게 그놈을 떼어버릴까 하고 그렇지 않아도 걱정을 하던 차에 잘 되었지. 그놈 한 십 년 감옥에서 콩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방원은 감옥에서 생각하기를 나가기만 하면 년 놈을 죽여버리고 제가 죽든지 요정을 내리라 하였다.
집에서 내어쫓기고 계집까지 빼앗기고, 그것을 생각하면 이가 갈리고 치가 떨리었다. 그것이 모두 자기가 돈 없는 탓인 것을 생각하매 더욱 분한 생각이 났다.
- 에 더러운 년.
그는 홍바지에 쇠사슬을 차고서 일을 할 때에도 가끔 침을 땅에다 뱉으면서 혼자 중얼거리었다.
- 사람이 이러고서야 살아서 무엇하나. 멀쩡한 놈이 계집 빼앗기고 생으로 콩밥까지 먹으니…
그가 감옥에서 나올 때에는 감옥소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내가 여기서 마지막으로 목숨을 잃어버리든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내 손으로 내 목을 찔러죽든지, 무슨 요정이 날 것을 생각하고, 다시 온몸에 힘을 주고 쓸쓸한 웃음을 웃었다.
그는 이백 리나 되는 길을 걸어서 계집이 사는 촌에를 왔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아는 체하는 사람이 없었다. 전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그를 보고 피해갔다.
마치 문둥병자나 마찬가지 대우를 하였다. 감옥에서 나온 뒤로부터는 더우기 세상이 차디차졌다. 자기가 상상하던 것보다도 더 무정하여졌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밤이 될 때까지 그 근처 산 속으로 돌아다녔다. 그래서 깊은 밤에 촌으로 내려왔다. 그는 그 방앗간을 다시 지나갔다. 석 달 전 생각이 났다. 자기가 여기서 잡혀갔다는 것을 생각할 때 더욱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치밀어 올라왔다. 그는 한참이나 거기 서서 그때 일을 생각하고 몸서리를 친 후에 다시 그전 집을 찾아갔다.
날이 몹시 추워지고 눈이 쌓였다. 옷은 입은 것이 가을에 입고 감옥에 들어갔던 그것이므로 살을 에이는 듯한 것이로되 그는 분한 생각과 흥분된 마음에 그것도 몰랐다.
- 년 놈을 모두 처치를 해버려?
혼자 속으로 궁리를 하다가,
- 그렇지, 그까짓 것들은 살려두어 쓸데없는 인생들이야.
하면서 옆구리에 지른 기름한 단도를 다시 만져보았다. 그는 감격스런 마음으로 그것을 쓰다듬었다. 그는 신치규의 집 울을 넘어 들어갔다. 그의 발은 전에 다닐 적같이 익숙하였다. 그는 사랑을 엿보고 다시 뒤로 돌아서 건넌방 창 밑에 와 섰었다. 귀를 기울였으나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손에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는 일부러 뒤 창문을 달각달각 흔들었다.
“그 뉘?”
하고 계집의 머리가 쑥 나오며 문이 열리었다. 그는 얼른 비켜섰다. 문은 다시 닫혀지고 계집은 들어갔다.
방원의 마음은 이상하게 동요가 되었다. 예쁜 계집의 목소리가 오래간만에 귀에 들릴 때, 마치 자기가 감옥에서 꿈을 꿀 적 모양으로 요염하고도 황홀하게 그의 마음을 꾀는 것 같았다. 그는 꿈속에서 다시 만난 것 같고 오래간만에 그를 만나보매 모든 결심은 얼음같이 녹는 듯하였다. 그래도 계집이 설마 나를 영영 잊어버리랴 하고 옛날의 정리를 생각할 때 그것이 거짓말이 아니고 무엇이랴는 생각이 났다.
아무리 자기를 감옥에까지 가게 하였다 하더라도 그는 감히 칼을 들어 죽이려는 용기가 단번에 나지 않아서 주저하기 시작했다.
- 아니다, 다시 한번만 물어보자!
그는 들었던 칼을 다시 짚고 생각하였다.
-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그럴 리가 없다.
그는 반신반의하였다.
- 그렇다. 한번만 다시 물어보고 죽이든 살리든 하자!
그는 다시 문을 달각달각 하였다. 계집은 이번에 다시 문을 열고 사면을 둘러보더니 헌 짚신짝을 신고 나왔다.
“뉘요?”
그는 방원이 서 있는 집 모퉁이를 돌아서려 할 제,
“내다!”
하고, 입을 틀어막고 칼을 가슴에 대었다.
“떠들면 죽어!”
방원은 계집의 입을 수건으로 틀어막고 결박을 한 후 둘쳐업고서 번개같이 달음질하였다. 그는 어느 결에 계집을 업어다가 물레방아 앞에 내려놓은 후 결박을 풀었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나를 모르겠니?”
캄캄한 그믐밤에 얼굴을 바짝 계집의 코앞에 들이대었다. 계집은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아!”
소리를 지르더니 뒤로 물러섰다.
“조금도 놀랄 것이 없다. 오늘 네가 내 말을 들으면 살려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이것이야.”
하고, 시퍼런 칼을 들이대었다. 계집은 다시 태연하게,
“말요? 임자의 말을 들으렬 것 같으면 벌써 들었지요, 이때까지 있겠소? 임자도 남의 마음을 알 거요. 임자와 나와 이년 전에 이곳으로 도망해올 적에도 전 남편이 나를 죽이겠다고 허리를 찔러 그 흠이 있는 것을 날마다 밤에 당신이 어루만지었지요? 내가 그까짓 칼쯤을 무서워서 나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단 말이요? 힝, 이게 무슨 비겁한 짓이요. 사내자식이, 자! 찌르려거든 찔러보아요. 자, 자.”
계집은 두 가슴을 벌리고 대들었다. 방원은 너무 계집의 태도가 대담하므로 들었던 칼이 도리어 뒤로 움찔할 만큼 기가 막혔다. 그는 무의식하게,
“정말이냐?”
하고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섰다.
“정말이 아니고? 내가 비록 여자이지마는 당신같이 겁쟁이는 아니라오! 이것이 도무지 무엇이요?”
계집은 그래도 두려웠던지 방원의 손에 든 칼을 뿌리쳐 땅에 떨어뜨리었다.
이 칼이 땅에 떨어지자 방원은 이때까지 용사와 같이 보이던 계집이 몹시 비겁스럽고 더러워 보이어 다시 칼을 집어들고 덤비었다.
“에잇! 간사한 년! 어쩔 터이냐? 나하고 당장에 멀리 가지 않을 터이냐? 자아 가자!”
그는 눈물이 어린 눈으로 타일러보기도 하고 간청도 하여보았다.
“자아, 어서 옛날과 같이 나하고 멀리멀리 도망을 가자! 나는 참으로 나의 칼로 너를 죽일 수는 없다!”
계집의 눈에는 독이 올라왔다. 광채가 어두운 밤에 번개같이 번쩍거리며,
“싫어요. 나는 죽으면 죽었지 가기는 싫어요. 이제 나는 고만 그렇게 구차하고 천한 생활을 다시 하기는 싫어요. 고만 물렸어요.”
“너의 입으로 정말 그런 말이 나오느냐? 너는 나를 우리 고향에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게 만들어놓고 나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게 한 후에 또 나중에는 세상에서 지옥이라고 하는 감옥소에까지 가게 하였지! 그러고도 나의 맨 마지막 원을 들어주지 않을 터이냐?”
“나는 언제든지 당신 손에 죽을 것까지도 알고 있소! 자!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언제든지 죽기는 일반, 이렇게 된 이상 나를 죽이시오.”
“정말이냐? 정말이야?”
“정말요!”
계집은 결심한 뜻을 나타내었다. 방원의 손은 떨리었다. 그리고 그는 눈을 꼭 감고,
“에, 여우 같은 년!”
하고 칼끝을 계집의 옆구리를 향하고 힘껏 내밀었다. 계집은 이를 악물고,
“사람 죽인다!”
소리 한번에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칼 자루를 든 손이 피가 몰리는 바람에 우루루 떨리더니 피가 새어나왔다. 방원은 그 칼을 빼어들더니 계집 위에 거꾸러져서 가슴을 찌르고 절명하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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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선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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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1925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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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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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T04:28:14Z
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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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저자:나도향|나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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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center>
내가 열 살이 될락말락 한 때이니까 지금으로부터 십사오 년 전 일이다.
지금은 그곳을 청엽정(靑葉町)이라 부르지마는 그때는 연화봉(蓮花峰)이라고 이름하였다. 즉 남대문(南大門)에서 바로 내려다보며는 오정포가 놓여 있는 산등성이가 있으니, 그 산등성이 이쪽이 연화봉이요, 그 새에 있는 동네가 역시 연화봉이다.
지금은 그곳에 빈민굴(貧民窟)이라고 할 수밖에 없이 지저분한 촌락이 생기고 노동자들밖에 살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으나 그때에는 자기네 딴은 행세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이라고는 십여 호밖에 있지 않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과목밭을 하고 또는 채소를 심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콩나물을 길러서 생활을 하여갔었다.
여기에 그중 큰 과목밭을 갖고 그중 여유 있는 생활을 하여가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잊어버렸으나 동네사람들이 부르기를 오 생원(吳生員)이라고 불렀다.
얼굴이 동탕하고 목소리가 마치 여름에 버드나무에 앉아서 길게 목 늘여 우는 매미 소리같이 저르렁저르렁 하였다.
그는 몹시 부지런한 중년 늙은이로 아침이면 새벽 일찌기 일어나서 앞뒤로 뒷짐을 지고 돌아다니며 집안 일을 보살피는데 그 동네에는 그가 마치 시계와 같아서 그가 일어나는 때가 동네사람이 일어나는 때였다.
만일 그가 아침에 돌아다니며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동네사람들이 이상하여 그의 집으로 가보면 그는 반드시 몸이 불편하여 누웠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때는 일년 삼백 육십 일에 한번 있기가 어려운 일이요. 이태나 삼 년에 한번 있거나 말거나 하였다.
그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지는 얼마 되지 아니하나 그가 언제든지 감투를 쓰고 다니므로 동네사람들은 양반이라고 불렀고, 또 그 사람도 동네사람에게 그리 인심을 잃지 않으려고 섣달이면 북어쾌 김톳을 동네사람에게 나눠주며 농사 때에 쓰는 연장도 넉넉히 장만한 후 아무 때나 동네사람들이 쓰게 하므로 그 동네에서는 가장 인심 후하고 존경을 받는 집인 동시에 세력 있는 집이다.
그 집에는 삼룡(三龍)이라는 벙어리 하인 하나이 있으니 키가 본시 크지 못하여 땅딸보로 되었고 고개가 빼지 못하여 몸뚱이에 대강이를 갖다가 붙인 것 같다. 거기다가 얼굴이 몹시 얽고 입이 크다. 머리는 전에 새 꼬랑지 같은 것을 주인의 명령으로 깎기는 깎았으나 불밤송이 모양으로 언제든지 푸 하고 일어섰다.
그래 걸어다니는 것을 보면, 마치 옴두꺼비가 서서 다니는 것같이 숨차 보이고 더디어 보인다. 동네사람들이 부르기를 삼룡이라고 부르는 법이 없고 언제든지 '벙어리' '벙어리'라고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앵모' '앵모' 한다. 그렇지만 삼룡이는 그 소리를 알지 못한다.
그도 이 집 주인이 이리로 이사를 올 때에 데리고 왔으니 진실하고 충성스러우며 부지런하고 세차다. 눈치로만 지내가는 벙어리지마는 듣는 사람보다 슬기로울 적이 있고 평생 조심성이 있어서 결코 실수한 적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을 쓸고 소와 돼지의 여물을 먹이며 여름이면 밭에 풀을 뽑고 나무를 실어들이고 장작을 패며 겨울이면 눈을 쓸고 장 심부름이며 진 일 마른 일 할 것 없이 못하는 일이 없다.
그럴수록 이 집 주인은 벙어리를 위해주며 사랑한다. 혹시 몸이 불편한 기색이 있으면 쉬게 하고. 먹고 싶어하는 듯한 것은 먹이고 입을 때 입히고 잘 때 재운다.
그런데 이 집에는 삼대독자로 내려오는 그 집 아들이 있다. 나이는 열 일곱 살이나 아직 열 네 살도 되어 보이지 않고 너무 귀엽게 기르기 때문에 누구에게든지 버릇이 없고 어리광을 부리며 사람에게나 짐승에게 잔인포악한 짓을 많이 한다.
동네 사람들은,
"후레자식, 아비 속상하게 할 자식, 저런 자식은 없는 것만 못해."
하고. 욕들을 한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잘못할 때마다 그의 영감을 보고,
"그 자식을 좀 때려주구려. 왜 그런 것을 보고 가만두."
하고 자기가 대신 때려주려고 나서면,
"아뇨, 아직 철이 없어 그렇지, 저도 지각이 나면 그렇지 않을 것이 아뇨."
하고 너그럽게 타이른다. 그러면 마누라는 왜가리처럼 소리를 지르며,
"철이 없긴 지금 나이가 몇이요? 낼 모레면 스무 살이 되는데, 또 며칠 아니면 장가를 들어서 자식까지 날 것이 그래가지고 무엇을 한단 말이요?"
하고. 들이대며,
"자식은 꼭 아버지가 버려놓았습니다. 자식 귀여운 것만 알았지 버릇 가르칠 줄은 모르니까…"
이렇게 싸움이 시작만 하려 하면 영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center>🙝🙟</center>
그 아들은 더구나 벙어리를 사람으로 알지도 않는다. 말 못하는 벙어리라고 오고가며 주먹으로 허구리를 지르기도 하고 발길로 엉덩이도 찬다.
그러면 그 벙어리는 어린것이 철없이 그러는 것이 도리어 귀엽기도 하고 또는 그 힘없는 팔과 힘없는 다리로 자기의 무쇠 같은 몸을 건드리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앙징하기도 하여 돌아서서 방그레 웃으면서 툭툭 털고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해버린다.
어떤 때는 낮잠 자는 벙어리 입에다가 똥을 먹인 때도 있었다. 또 어떤 때는 자는 벙어리 두 팔 두 다리를 살며시 동여매고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화승불을 붙여놓아 질겁을 하고 일어나다가 발버둥질을 하고 죽으려는 사람처럼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이러할 때마다 벙어리의 가슴에는 비분한 마음이 꽉 들어찼다. 그러나 그는 주인의 아들을 원망하는 것보다도 자기가 병신인 것을 원망하였으며 주인의 아들을 저주한다는 것보다 이 세상을 저주하였다.
그러나 그는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의 눈물은 나오려 할 때 아주 말라붙어버린 샘물과 같이 나오려하나 나오지를 아니하였다. 그는 주인의 집을 버릴 줄 모르는 개 모양으로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밖에 없고 자기가 믿을 것도 여기 있는 사람들밖에 없을 줄 알았다. 여기서 살다가 여기서 죽는 것이 자기의 운명인 줄밖에 알지 못하였다.
자기의 주인 아들이 때리고 지르고 꼬집어 뜯고 모든 방법으로 학대할지라도 그것이 자기에게 으례히 있을 줄밖에 알지 못하였다. 아픈 것도 그 아픈 것이 으례히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요. 쓰린 것도 자기가 받지 않아서는 안될 것으로 알았다. 그는 이 마땅히 자기가 받아야 할 것을 어떻게 해야 면할까 하는 생각을 한번도 하여본 일이 없었다.
그가 이 집에서 떠나가려거나 또는 그의 생활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그는 언제든지 그 주인아들이 자기를 학대하고 또는 자기를 못 살게 굴 때 그는 자기의 주먹과 또는 자기의 힘을 생각하여보았다.
주인 아들이 자기를 때릴 때 그는 주인 아들 하나쯤은 넉넉히 제지할 힘이 있는 것을 알았다.
어떠한 때는 아픔과 쓰림이 자기의 몸으로 스미어들 때면 그의 주먹은 떨리면서 어린 주인의 몸을 치려하다가는 그는 그것을 무서운 고통과 함께 꽉 참았다.
그는 속으로,
"…아니다. 그는 나의 주인의 아들이다. 그는 나의 어린 주인이다."
하고, 꾹 참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얼핏 잊어버리었다. 그러다가도 동네집 아이들과 혹시 장난을 하다가 주인아들이 울고 들어올 때에는 그는 황소같이 날뛰면서 주인을 위하여 싸웠다. 그래서 동네에서도 어린애들이나 장난꾼들이 벙어리를 무서워하여 감히 덤비지를 못하였다. 그리고 주인아들도 위급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벙어리를 찾았다. 벙어리는 얻어맞으면서도 기어드는 충견 모양으로 주인의 아들을 위하여 싫어하지 않고 힘을 다하였다.
벙어리가 스물세 살이 될 때까지 그는 물론 이성과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동네의 처녀들이 저를 '벙어리, 벙어리' 하며 괴상한 손짓과 몸짓으로 놀려먹음을 받을 적에 분하고 골나는 중에도 느긋한 즐거움을 느끼어본 일은 있었으나 그가 결코 사랑으로써 어떠한 여자를 대해본 일은 없었다.
그러나 정욕을 가진 사람인 벙어리도 그의 피가 차디찰 리는 없었다. 혹 그의 피는 더욱 뜨거웠을는지도 알 수 없었다. 뜨겁다 뜨겁다 못하여 엉기어버린 엿과 같을지도 알 수 없었다. 만일 그에게 볕을 주거나 다시 뜨거운 열을 준다면 그의 피는 다시 녹을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가 깜박깜박하는 기름 등잔 아래에서 밤이 깊도록 짚세기를 삼을 때이면 남모르는 한숨을 아니 쉬는 것도 아니지마는 그는 그것을 곧 억제할 수 있을 만치 정욕에 대하여 벌써부터 단념을 하고 있었다.
마치 언제 폭발이 될는지 알지 못하는 휴화산(休火山) 모양으로 그의 가슴속에는 충분한 정열을 깊이 감추어놓았으나 그것이 아직 폭발될 시기가 이르지 못한 것이었다. 비록 폭발이 되려고 무섭게 격동함을 벙어리 자신도 느끼지 않는 바는 아니지마는 그는 그것을 폭발시킬 조건을 얻기 어려웠으며 또는 자기가 여태까지 능동적으로 그것을 나타낼 수가 없을 만치 외계의 압축을 받았으며 그것으로 인한 이지(理智)가 너무 그에게 자제력(自制力)을 강대하게 하여주는 동시에 또한 너무 그것을 단념만 하게 하여주었다.
속으로, 나는 '벙어리'다, 자기가 생각할 때 그는 몹시 원통함을 느끼는 동시에 나는 말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자유와 똑같은 권리가 없는 줄 알았다. 그는 이와 같은 생각에서 언제든지 단념 안하랴 단념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단념이 쌓이고 쌓이어 지금에는 다만 한 개의 기계와 같이 이 집에 노예가 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자기의 천직으로 알고 있을 뿐이요. 다시는 자기가 살아갈 세상이 없는 것 같이 밖에 알지 못하게 된 것이다.
<center>🙝🙟</center>
그해 가을이다. 주인의 아들이 장가를 들었다. 색시는 신랑보다 두 살 위인 열 아홉 살이다. 주인이 본시 자기가 언제든지 문벌이 얕은 것을 한탄하여 신부를 구할 때에 첫째 조건이 문벌이 높아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문벌 있는 집에서는 그리 쉽게 색시를 내놀 리가 없었다.
그러므로 하는 수없이 그 어떠한 영락한 양반의 딸을 돈을 주고 사오다시피 하였으니 무남독녀의 딸을 둔 남촌 어떤 과부를 꿀을 발라서 약혼을 하고 혹시나 무슨 딴소리가 있을까하여 부랴부랴 성례식을 시켜버렸다.
혼인할 때의 비용도 그때 돈으로 삼만 냥을 썼다. 그리고 아들의 처가집에 며느리 뒤 보아주는 바느질삯, 빨래 삯이라는 명목으로 한 달에 이천 오백 냥씩을 대어주었다.
신부는 자기 아버지가 돌아가기 전까지 상당히 견디기도 하고 또는 금지옥엽같이 기른 터이라 구식 가정에서 배울 것 읽힐 것은 못한 것이 없고 또는 본래 인물이라든지 행동거지에 조금도 구김이 있지 아니하다.
신부가 오자 신랑의 흠절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신부에게다 대면 두루미와 까마귀지."
"아직도 철딱서니가 없어."
"색시에게 쥐여 지내겠지."
"신랑에겐 과하지."
동네집 말 좋아하는 여편네들이 모여앉으면 이렇게 비평들을 한다. 어떠한 남의 걱정 잘하는 마누라님은 간혹 신랑을 보고는 그대로 세워놓고,
"글쎄, 인제는 어른이 되었으니 셈이 좀 나요. 저리구 어떻게 색시를 거느려가누. 색시 방에 들어가기가 부끄럽지 않담."
하고 들이대다시피 하는 일이 있다.
이럴 적마다 신랑의 마음은 그 말하는 이들이 미웠다. 일부러 자기를 부끄럽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그후에 그를 만나면 말도 안하고 인사도 하지 아니한다.
또 그의 고모 되는 이가 와서 자기 조카를 보고,
"인제는 어른이야. 너도 그만하면 지각이 날 때가 되지 않았니? 네 처가 부끄럽지 아니하냐?"
하고 타이를 적마다 그의 마음은 그 말하는 사람이 부끄럽다는 것보다도 자기를 이렇게 하게 한 자기 아내가 더욱 밉살머리스러웠다.
'여편네가 다 무엇이냐. 저 빌어먹을 년이 들어오더니 나를 이렇게 못 살게 굴지.'
혼인한 지 며칠이 못되어 그는 색시 방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집안에서는 야단이 났다. 마치 돼지나 말 새끼를 혼례시키려는 것같이 신랑을 색시 방으로 집어넣으려 하나 막무가내였다. 그럴 때마다 신랑은 손에 닥치는 대로 집어때려서 자기의 외사촌 누이의 이마를 뚫어서 피까지 나게 한 일이 있었다.
집안 식구들은 하는 수가 없어 맨 나중으로 아버지에게 밀었다. 그러나 그것도 소용이 없을 뿐더러 풍파를 더 일으키게 하였다. 아버지께 꾸중을 듣고 들어와서는 다짜고짜로 신부의 머리채를 쥐어잡아 마루 한복판에 태질을 쳤다. 그리고는,
"이년 네 집으로 가거라. 보기 싫다. 내 눈앞에는 보이지도 말아."
하였다. 밥상을 가져오면 그 밥상이 마당 한복판에서 재주를 넘고 옷을 가져오면 그 옷이 쓰레기통으로 나간다.
이리하여 색시는 시집오던 날부터 팔자 한탄을 하고서 날마다 밤마다 우는 사람이 되었다.
울며는 요사스럽다고 때린다. 또 말이 없으면, 빙충맞다고 친다. 이리하여 그 집에는 평화스러운 날이 하루도 없었다.
이것을 날마다 보는 사람 가운데 알 수 없는 의혹을 품게 된 사람이 하나 있으니 그는 곧 벙어리 삼룡이었다.
그렇게 예쁘고 유순하고 그렇게 얌전한 벙어리의 눈으로 보아서는 감히 손도 대지 못할 만치 선녀 같은 색시를 때리는 것은 자기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의심이다.
보기에는 황홀하고 건드리기도 황홀할 만치 숭고한 여자를 그렇게 하대한다는 것은 너무나 세상에 있지 못할 일이다. 자기는 주인 새서방에게 개나 돼지같이 얻어맞는 것이 마땅한 이상으로 마땅하지마는 선녀와 짐승의 차가 있는 색시와 자기가 똑같이 얻어맞는 것은 너무 무서운 일이다. 어린 주인이 천벌이나 받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였다.
어떠한 달밤, 사면은 고요적막하고 별들은 드문드문 눈들만 깜박이며 반달이 공중에 뚜렷이 달려 있어 수은으로 세상을 깨끗하게 닦아낸 듯이 청명한데 삼룡이는 검둥개 등을 쓰다듬으며 밖 마당 멍석 위에 비슷이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하여 보았다.
주인 색시를 생각하면 공중에 있는 달보다도 더 곱고 별들보다도 더 깨끗하였다. 주인 색시를 생각하면 달이 보이고 별이 보이었다. 삼라만상을 씻어내는 은빛보다도 더 흰 달이나 별의 광채보다도 그의 마음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듯하였다. 마치 달이나 별이 땅에 떨어져 주인 새아씨가 된 것도 같고 주인 새아씨가 하늘에 올라가면 달이 되고 별이 될 것 같았다.
<center>🙝🙟</center>
더구나 자기를 어린 주인이 때리고 꼬집을 때 감히 입벌려 말은 하지 못하나 측은하고 불쌍히 여기는 정이 그의 두 눈에 나타나는 것을 다시 생각할 때 그는 부들부들한 개 등을 어루만지면서 감격을 느끼었다. 개는 꼬리를 치며 자기를 귀여워하는 줄 알고 벙어리의 손을 핥았다.
삼룡이의 마음은 주인아씨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또는 그를 위하여서는 자기의 목숨이라도 아끼지 않겠다는 의분에 넘치었다. 그것이 마치 살구를 보면 입 속에 침이 도는 것같이 본능적으로 느끼어지는 감정이었다.
새댁이 온 뒤에 다른 사람들은 자유로운 안 출입을 금하였으나 벙어리는 마치 개가 맘대로 안에 출입할 수 있는 것같이 아무 의심 없이 출입할 수가 있었다.
하루는 어린 주인이 먹지 않던 술이 잔뜩 취하여 무지한 놈에게 맞아서 길에 자빠진 것을 업어다가 안으로 들여다 누인 일이 있었다. 그때에 아무도 안에 있지 않고 다만 새색시 혼자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가 이 꼴을 보고 벙어리의 충성된 마음이 고마와서 그후에 쓰던 비단 헝겊조각으로 부지쌈지 하나를 하여준 일이 있었다.
이것이 새서방님의 눈에 띄었다. 그래서 색시는 어떤 날 밤 자던 몸으로 마당 복판에 머리를 푼 채 내어 동댕이가 쳐졌다. 그리고 온몸에 피가 맺히도록 얻어맞았다.
이것을 본 벙어리는 또다시 의분의 마음이 뻗쳐올라왔다. 그래서 미친 사자와 같이 뛰어들어가 새서방님을 내어던지고 새색시를 둘러메었다. 그리고 나는 수리와 같이 바깥사랑 주인영감 있는 곳으로 뛰어가 그 앞에 내려놓고 손짓과 몸짓을 열 번 스무 번 거푸하며 하소연하였다.
그 이튿날 아침에 그는 주인 새서방님에게 물푸레로 얼굴을 몹시 얻어맞아서 한쪽 뺨이 눈을 얼러서 피가 나고 주먹같이 부었다. 그 때릴 적에 새서방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 흉칙한 벙어리 같으니, 내 여편네를 건드려?"
하고, 부지쌈지를 뺏아서 갈갈이 찢어서 뒷간에 던졌다.
"그러고 이놈아, 인제는 주인도 몰라보고 막 친다. 이런 것은 죽어야 해."
하고. 채찍으로 그의 뒷덜미를 갈겨서 그 자리에 쓰러지게 하였다.
벙어리는 다만 두 손으로 빌 뿐이었다. 말도 못하고 고개를 몇백 번 코가 땅에 닿도록 그저 용서해달라고 빌기만 하였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는 비로소 숨겨 있던 정의감(正義感)이 머리를 들기 시작하였다. 그는 그 아픈 것을 참아가면서도 북받치는 분노(심술)를 억제하였다.
그때부터 벙어리는 안방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더욱 벙어리로 하여금 궁금증이 나게 하였다. 그 궁금증이라는 것이 묘하게 빛이 연하여 주인 아씨를 뵈옵고 싶은 감정으로 변하였다. 뵈옵지 못하므로 가슴이 타올랐다. 몹시 애상(哀傷)의 정서가 그의 가슴을 저리게 하였다.
한번이라도 아씨를 뵈올 수가 있으면 하는 마음이 나더니 그의 마음의 넋은 느끼기를 시작하였다. '센티멘털'한 가운데에서 느끼는 그 무슨 정서는 그에게 생명 같은 희열을 주었다. 그것과 자기의 목숨이라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때는 그대로 대강이로 담을 뚫고 들어가고 싶도록 주인아씨를 뵈옵고 싶은 것을 꾹 참을 때도 있었다.
그후부터는 밥을 잘 먹을 수가 없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틈만 있으면 안으로만 들어가고 싶었다.
주인이 전보다 많이 밥과 음식을 주고 더 편하게 하여주었으나 그것이 싫었다. 그는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집 가장자리를 돌아다녔다.
<center>🙝🙟</center>
하루는 주인 새서방님이 술이 취하여 들어오더니 집안이 수선수선하여지며 계집 하인이 약을 사러 갔다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 계집 하인을 붙잡았다. 그리고 무엇이냐고 물었다.
계집 하인은 한 주먹을 뒤통수에 대이고 얼굴을 젊다고 하는 뜻으로 쓰다듬으며 둘째손가락을 내밀었다. 그것은 그집 주인은 엄지손가락이요. 둘째손가락은 새서방님이라는 뜻이요 주먹을 뒤통수에 대이는 것은 여편네라는 뜻이요 얼굴을 문지르는 것은 예쁘다는 뜻으로 벙어리에게 쓰는 암호다.
그런 뒤에 다시 혀를 내밀고 눈을 뒤집어쓰는 형상을 하고 두 팔을 싹 벌리고 뒤로 자빠지는 꼴을 보이니 그것은 사람이 죽게 되었거나 앓을 적에 하는 말 대신의 손짓이다.
벙어리는 눈을 크게 뜨고 계집 하인에게 한 발자국 가까이 들어서며 놀래는 듯이 멀거니 한참이나 있었다.
그의 가슴은 무섭게 격동하였다. 자기의 그리운 주인아씨가 죽었다는 말이나 아닌가. 그는 두 주먹을 마주치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자기 방에 무엇을 생각하는 것처럼 두어 시간이나 두 눈만 껌벅껌벅 하고 앉았었다.
그는 밤이 깊어갈수록 궁금증 나는 사람처럼 일어섰다 앉았다 하더니 두시나 되어서 바깥으로 나가서 뒤로 돌아갔다.
그는 도둑놈처럼 조심스럽게 바로 건넌방 뒤 미닫이 앞 담에 서서 주저주저 하더니 담을 넘었다. 가까이 창 앞에 서서 문틈으로 안을 살피다가 그는 진저리를 치며 물러섰다.
어두운 밤에 그의 손과 발이 마치 그 뒤에 서 있는 감나무 잎같이 떨리더니 그대로 문을 박차고 뛰어들어갔을 때 그의 팔에는 주인 아씨가 한 손에 길다란 명주수건을 들고서 한 팔로 벙어리의 가슴을 밀치며 뻐팅기었다. 벙어리는 다만 눈이 뚱그래서 '에헤' 소리만 지르고 그 수건을 뺏으려 애쓸 뿐이다.
집안이 야단났다.
"집안이 망했군."
"어디 사내가 없어서 벙어리를?"
"어떻든 알 수 없는 일이야."
하는, 소리가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수군댄다.
<center>🙝🙟</center>
그 이튿날 아침에 벙어리는 온몸이 짓이긴 것이 되어 마당에 거꾸러져 입에서 피를 토하여 신음하고 있었다. 그 곁에서는 새서방이 쇠줄 몽둥이를 들고서 문초를 한다.
"이놈!"
하고는 음란한 흉내는 모조리 하여가며 건넌방을 가리킨다. 그러나 벙어리는 손을 내저을 뿐이다. 또 몽둥이에는 살점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피가 흘렀다.
벙어리는 타들어가는 목으로 소리도 못 내며 고개만 내젓는다. 그는 피를 토하며 거꾸러지며 이마를 땅에 비비며 고개를 내흔든다. 땅에는 피가 스며든다. 새서방은 채찍 끝에 납 뭉치를 달아서 가슴을 훔쳐갈겼다가 힘껏 잡아뽑았다. 벙어리는 그대로 거꾸러지며 말이 없었다.
새서방은 그래도 시원치 못하였다. 그는 어제 벙어리가 새로 갈아놓은 낫을 들고 달려왔다. 그는 그 시퍼렇게 드는 날을 번쩍 들었다. 그래서 벙어리를 찌르려 할 제 벙어리는 한 팔로 그것을 받았고 집안 사람은 달려들었다. 벙어리는 낫을 뿌리쳐 저리로 내던졌다.
주인은 집안이 망하였다고 사랑에 누워서 모든 일을 들은 체 만 체 문을 닫고 나오지를 아니하며 집안에서는 색시를 쫓는다고 야단이다. 그날 저녁에 벙어리는 다시 끌려나왔다. 그때에는 주인 새서방이 그의 입던 옷과 신짝을 주며 눈을 부릅뜨고 손을 멀리 가리키며.
"가! 인제는 우리 집에 있지 못한다."
하였다. 이 소리를 듣는 벙어리는 기가 막혔다. 그에게는 이 집 외에 다른 집이 없다. 살 곳이 없었다. 자기는 언제든지 이 집에서 살고 이 집에서 죽을 줄 밖에 몰랐다. 그는 새서방님의 다리를 끼어안고 애걸하였다. 말도 못하는 것을 몸짓과 표정으로 간곡한 뜻을 표하였다. 그러나 새서방님은 발길로 지르고 사람을 불렀다.
"이놈을 좀 내쫓아라!"
벙어리는 죽은 개 모양으로 끄을려나갔다. 그리고 대갈빼기를 개천 구석에 들이박히면서 나가 곤드라졌다가 일어서서 다시 들어오려 할 때에는 벌써 문이 닫혀 있었다. 그는 문을 두드렸다. 그의 마음으로는 주인영감을 찾았으나 부를 수가 없었다.
그가 날마다 열고 날마다 닫던 문이 자기가 지금은 열려 하나 자기를 내어쫓고 열리지를 않는다. 자기가 건사하고 자기가 거두던 모든 것이 오늘에는 자기의 말을 듣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성과 힘과 뜻을 다하여 충성스럽게 일한 값이 오늘에는 이것이다.
그는 비로소 믿고 바라던 모든 것이 자기의 원수란 것을 알았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자기도 또한 없어지는 것이 나은 것을 알았다.
그날 저녁 밤은 깊었는데 멀리서 닭이 우는 소리와 함께 개 짖는 소리뿐이 들린다. 난데없는 화염이 벙어리 있던 오 생원 집을 에워쌌다. 그 불을 미리 놓으려고 준비하여 놓았는지 집 가장자리로 쪽 돌아가며 흩어놓은 풀에 모조리 돌라붙어 공중에서 내려다보며는 집의 윤곽이 선명하게 보일 듯이 타오른다.
불은 마치 피묻은 살을 맛있게 잘라먹는 요마(妖魔)의 혓바닥처럼 날름날름 집 한 채를 삽시간에 먹어버리었다. 이와 같은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이 하나 있으니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낮에 이 집을 쫓겨난 삼룡이다. 그는 먼저 사랑에 가서 문을 깨뜨리고 주인을 업어다가 밭 가운데 놓고 다시 들어가려 할 제 얼굴과 등과 다리가 불에 데이어 쭈그러져드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는 건넌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색시는 없었다. 다시 안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또 없고 새서방이 그의 팔에 매달리어 구원하기를 애원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뿌리쳤다. 다시 서까래가 불이 시뻘겋게 타면서 그의 머리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몰랐다.
부엌으로 가보았다. 거기서 나오다가 문설주가 떨어지며 왼팔이 부러졌다. 그러나 그것도 몰랐다. 그는 다시 광으로 가보았다. 거기도 없었다. 그는 다시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그때야 그는 색시가 타죽으려고 이불을 쓰고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색시를 안았다. 그리고는 길을 찾았다. 그러나 나갈 곳이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는 비로소 자기의 몸이 자유롭지 못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여태까지 맛보지 못한 즐거운 쾌감을 자기의 가슴에 느끼는 것을 알았다. 색시를 자기 가슴에 안았을 때 그는 이제 처음으로 살아난 듯하였다.
그는 자기의 목숨이 다한 줄 알았을 때 그 색시를 내려놀 때는 그는 벌써 목숨이 끊어진 뒤였다. 집은 모조리 타고 벙어리는 색시를 무릎에 뉘고 있었다. 그의 울분은 그 불과 함께 사라졌을는지. 평화롭고 행복스러운 웃음이 그의 입 가장자리에 엷게 나타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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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따는 콩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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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 금 따는 콩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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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금 따는 콩밭}}
<center>🙝🙟</center>
땅속 저 밑은 늘 음침하다.
고달픈 간드렛불, 맥없이 푸르끼하다.
밤과 달라서 낮엔 되우 흐릿하였다.
겉으로 황토 장벽으로 앞뒤좌우가 콕 막힌 좁직한 구뎅이. 흡사히 무덤 속같이 귀중중하다. 싸늘한 침묵, 쿠더브레한 흙내와 징그러운 냉기만이 그 속에 자욱하다.
곡괭이는 뻔질 흙을 이르집는다. 암팡스러이 내려쪼며,
퍽 퍽 퍼억.
이렇게 메떨어진 소리뿐. 그러나 간간 우수수 하고 벽이 헐린다.
영식이는 일손을 놓고 소맷자락을 끌어당기어 얼굴의 땀을 훑는다. 이놈의 줄이 언제나 잡힐는지 기가 찼다. 흙 한줌을 집어 코밑에 바짝 들여대고 손가락으로 샅샅이 뒤져본다. 완연히 버력은 좀 변한 듯싶다. 그러나 불통버력이 아주 다 풀린 것도 아니었다. 밀똥버력이라야 금이 온다는데 왜 이리 안 나오는지.
곡괭이를 다시 집어든다. 땅에 무릎을 꿇고 궁뎅이를 번쩍 든 채 식식거린다. 곡괭이는 무작정 내려찍는다. 바닥에서 물이 스미어 무르팍이 흔건히 젖었다. 굿엎은 천판에서 흙방울은 내리며 목덜미로 굴러든다. 어떤 때에는 웃벽의 한쪽이 떨어지며 등을 탕 때리고 부서진다.
그러나 그는 눈도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금을 캔다고 콩밭 하나를 다 잡쳤다. 약이 올라서 죽을둥 살둥 눈이 뒤집힌 이판이다. 손바닥에 침을 탁 뱉고 곡괭이 자루를 한번 꼰아잡더니 쉴 줄 모른다.
등뒤에서는 흙 긁는 소리가 드윽드윽 난다. 아직도 버력을 다 못 친 모양. 이 자식이 일을 하나 시졸 하나. 남은 속이 바직바직 타는데 웬 뱃심이 이리도 좋아.
영식이는 살기 띤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암 말 없이 수재를 노려본다. 그제야 꾸물꾸물 바지게에 흙을 담고 등에 메고 사다리를 올라간다.
굿이 풀리는지 벽이 우찔하였다. 흙이 부서져 내린다. 전날이라면 이곳에서 아내 한번 못하고 생죽음이나 안 할까 털끝까지 쭈볏할 게다. 그러나 이젠 그렇게 되고도 싶다. 수재란 놈하고 흙더미에 묻히어 한껍에 죽는다면 그게 오히려 날 게다.
이렇게까지 몹시 몹시 미웠다.
이놈 풍치는 바람에 애꿎은 콩밭 하나만 결딴을 냈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낭패다. 세 벌 논도 못 맸다. 논둑의 풀은 성큼 자란 채 어지러이 널려 있다. 이 기미를 알고 지주는 대로하였다. 내년부터는 농사질 생각을 말라고 발을 굴렀다. 땅은 암만을 파도 지수가 없다.
이만해도 다섯 길은 훨썩 넘었으리라. 좀더 지펴야 옳을지 혹은 북으로 밀어야 옳을지, 우두머니 망설거린다. 금점 일에는 푸뜸이다. 입때껏 수재의 지휘를 받아 일을 하여왔고, 앞으로도 역 그러해야 금을 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칙칙한 짓은 안 한다.
“이리 와 이것 좀 파게.”
그는 어쓴 위풍을 보이며 이렇게 분부하였다. 그리고 저는 일어나 손을 털며 뒤로 물러선다.
수재는 군말 없이 고분하였다. 시키는 대로 땅에 무릎을 꿇고 벽채로 군버력을 긁어낸 다음 다시 파기 시작한다.
영식이는 치다 나머지 버력을 짊어진다. 커단 걸대를 뒤툭거리며 사다리로 기어오른다. 굿문을 나와 버력더미에 흙을 마악 내칠려 할 제,
“왜 또 파. 이것들이 미쳤나 그래!”
산에서 내려오는 마름과 맞닥뜨렸다. 정신이 떠름하여 그대로 벙벙히 섰다. 오늘은 또 무슨 포악을 들을려는가.
“말라니까 왜 또 파는 게야.” 하고 영식이의 바지게 뒤를 지팡이로 콱 찌르더니,
“갈아먹으라는 밭이지 흙 쓰고 들어가라는 거야, 이 미친것들아. 콩밭에서 웬 금이 나온다구 이 지랄들이야 그래.” 하고 목에 핏대를 올린다. 밭을 버리면 간수 잘못한 자기 탓이다. 날마다 와서 그 북새를 피고 금하여도 담날 보면 또 여전히 파는 것이다.
“오늘로 이 구뎅이를 도로 묻어놔야지 낼로 당장 징역 갈 줄 알게.”
너무 감정에 격하여 말도 잘 안 나오고 떠듬떠듬거린다. 주먹은 곧 날아들 듯이 허구리게서 불불 떤다.
“오늘만 좀 해보고 고만두겠어유.”
영식이는 낯이 붉어지며 가까스로 한마디하였다. 그리고 무턱대고 빌었다. 마름은 들은 척도 안하고 가버린다. 그 뒷모양을 영식이는 멀거니 배웅하였다. 그러나 콩밭 낯짝을 들여다보니 무던히 애통 터진다. 멀쩡한 밭에가 구멍이 사면 풍풍 뚫렸다.
예제없이 버력은 무데기 무데기 쌓였다. 마치 사태 만난 공동 묘지와도 같이 귀살쩍고 되우 을씨년스럽다. 그다지 잘되었던 콩 포기는 거반 버력더미에 다아 깔려버리고 군데군데 어쩌다 남은 놈들만이 고개를 나풀거린다. 그 꼴을 보는 것도 자식 죽는 걸 보는 게 낫지 차마 못할 경상이었다.
<center>🙝🙟</center>
농토는 모조리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대관절 올 밭도지 벼 두 섬 반은 뭘로 해내야 좋을지. 게다 밭을 망쳤으니 자칫하면 징역을 갈는지도 모른다. 영식이가 구뎅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동무는 땅에 주저앉아 쉬고 있었다. 태연무심히 담배만 뻑뻑 피는 것이다.
“언제나 줄을 잡는 거야.”
“인제 차차 나오겠지.”
“인제 나온다.” 하고 코웃음치고 엇먹더니 조금 지나매,
“이 새끼.”
흙덩이를 집어들고 골통을 내려친다.
수재는 어쿠 하고 그대로 폭 엎드린다. 그러다 벌떡 일어선다. 눈에 띄는 대로 곡괭이를 잡자 대뜸 달겨들었다. 그러나 강약이 부동. 왁살스러운 팔뚝에 튕겨져 벽에 가서 쿵 하고 떨어졌다. 그 순간에 제가 빼앗긴 곡괭이가 정백이를 겨누고 날아드는 걸 보았다. 고개를 홱 돌린다. 곡괭이는 흙벽을 퍽 찍고 다시 나간다.
수재 이름만 들어도 영식이는 이가 갈렸다. 분명히 홀딱 속은 것이다.
영식이는 본디 금전에 이력이 없었다. 그리고 흥미도 없었다. 다만 밭고랑에 웅크리고 앉아서 땀을 흘려가며 꾸벅꾸벅 일만 하였다. 올엔 콩도 뜻밖에 잘 열리고 맘이 좀 놓였다. 하루는 홀로 김을 매고 있노라니까,
“여보게, 덥지 않은가. 좀 쉬었다 하게.”
고개를 들어보니 수재다. 농사는 안 짓고 금전으로만 돌아다니더니 무슨 바람에 또 왔는지 싱글벙글한다. 좋은 수나 걸렸나 하고,
“돈 좀 많이 벌었나. 나 좀 주게.”
“벌구 말구, 맘껏 먹고 맘껏 쓰고 했네.”
술에 거나한 얼굴로 신껏 주적거린다. 그리고 밭머리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 객설을 부리더니,
“자네, 돈벌이 좀 안할려나. 이 밭에 금이 묻혔네 금이.”
“뭐?” 하니까,
바로 이 산 너머 큰골에 광산이 있다. 광부를 삼백여 명이나 부리는 노다지판인데 매일 소출되는 금이 칠십 냥을 넘는다. 돈으로 치면 칠천 원. 그 줄맥이 큰 산허리를 뚫고 이 콩밭으로 뻗어나왔다는 것이다. 둘이서 파면 불과 열흘 안에 줄을 잡을 게고, 적어도 하루 서너 돈씩은 따리라.
우선 삼십만 원만 해도 얼마냐. 소를 산대도 만 필이 아니냐고. 그러나 영식이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금점이란 칼 물고 뜀뛰기다, 잘되면이어니와 못되면 신세만 조핀다, 이렇게 전일부터 들은 소리가 있어서였다. 그 담날도 와서 꾀송거리다 갔다.
셋째 번에는 집으로 찾아왔는데 막걸리 한 병을 손에 떡 들고 영을 피운다. 몸이 달아서 또 온 것이었다. 봉당에 걸터앉아서 저녁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조당수는 몸을 훑는다는 둥 일꾼은 든든히 먹어야 한다는 둥 남들은 논을 사느니 밭을 사느니 떠드는데 요렇게 지내다 그만둘 테냐는 둥 일쩌웁게 지껄인다.
“아주머니, 이것 좀 먹게 해주시게유.”
그리고 비로소 영식이 아내에게 술병을 내놓는다. 그들은 밥상을 끼고 앉아서 즐거웁게 술을 마셨다. 몇 잔이 들어가고 보니 영식이의 생각도 저으기 돌아섰다. 딴은 일년 고생하고 끽 콩 몇 섬 얻어먹느니보다는 금을 캐는 것이 슬기로운 짓이다.
하루에 잘만 캔다면 한 해 줄곧 공들인 그 수확보다 훨썩 이익이다. 올 봄 보낼 제 비료값, 품삯, 빚해 빚진 칠 원 까닭에 나날이 졸리는 이판이다. 이렇게 지지하게 살고 말 바에는 차라리 가로지나 세로지나 사내자식이 한번 해볼 것이다.
“내일부터 우리 파보세. 돈만 있으면이야 그까진 콩은…”
수재가 안달스리 재우쳐 보채일 제 선뜻 응낙하였다.
“그래 보세. 빌어먹을 거 안됨 고만이지.”
그러나 꽁무니에서 죽을 마시고 있던 아내가 허구리를 쿡쿡 찔렀게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면 좀 주저할 뻔도 하였다.
아내는 아내대로의 심이 빨랐다. 시체는 금점이 판을 잡았다. 섣부르게 농사만 짓고 있다간 결국 비렁뱅이밖에는 더 못된다. 얼마 안 있으면 산이고 논이고 밭이고 할 것 없이 다 금쟁이 손에 구멍이 뚫리고 뒤집히고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그때는 뭘 파먹고 사나.
자, 보아라. 머슴들은 짜위나 한 듯이 일하다 말고 후딱하면 금점으로들 내빼지 않는가. 일꾼이 없어서 올엔 농사를 질 수 없느니 마느니 하고 동리에서는 떠들썩하다. 그리고 번동 포농이 쫓아 호미를 내어던지고 강변으로 개울로 사금을 캐러 달아난다. 그러나 며칠 뒤에는 다비신에다 옥당목을 떨치고 히짜를 뽑는 것이 아닌가.
<center>🙝🙟</center>
아내는 콩밭에서 금이 날 줄은 아주 꿈밖이었다. 놀라고도 또 기뻤다. 올해는 노냥 침만 삼키던 그놈 코다리(명태)를 짜장 먹어보겠구나, 만 하여도 속이 메질 듯이 짜릿하였다. 뒷집 양근댁은 금점 덕택에 남편이 사다준 흰 고무신을 신고 나릿나릿 걷는 것이 무척 부러웠다. 저도 얼른 금이나 펑펑 쏟아지면 흰 고무신도 신고 얼굴에 분도 바르고 하리라.
“그렇게 해보지 뭐. 저 양반 하잔 대로만 하면 어련히 잘될라구.”
얼뚤하여 앉았는 남편을 이렇게 추겼던 것이다.
동이 트기 무섭게 콩밭으로 모였다. 수재는 진언이나 하는 듯 이리대고 중얼거리고 저리대고 중얼거리고 하였다. 그리고 덤벙거리며 이리 왔다가 저리 왔다가 하였다. 제 딴은 땅속에 누운 줄맥을 어림하여 보는 맥이었다.
한참을 밭을 헤매다가 산 쪽으로 붙은 한구석에 딱 서며 손가락을 펴들고 설명한다. 큰 줄이란 본시 산운 산을 끼고 도는 법이다. 이 줄이 노다지임에는 필시 이켠으로 버듬히 누웠으리라. 그러니 여기서부터 파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영식이는 그 말이 무슨 소린지 새기지는 못했다. 마는 금점에는 난다는 수재이니 그 말대로 하기만 하면 영낙없이 금퇴야 나겠지 하고 그것만 꼭 믿었다. 군말 없이 지시해 받은 곳에다 삽을 폭 꽂고 파헤치기 시작하였다.
금도 금이면 애써 키워온 콩도 콩이었다. 거진 다 자란 허울 멀쑥한 놈들이 삽 끝에 으스러지고 흙에 묻히고 하는 것이다. 그걸 보는 것은 썩 속이 아팠다. 애틋한 생각이 물밀 때 가끔 삽을 놓고 허리를 구부려서 콩잎의 흙을 털어주기도 하였다.
“아, 이 사람아, 맥적게 그건 봐 뭘해, 금을 캐자니깐.”
“아니야, 허리가 좀 아파서!”
핀잔을 얻어먹고는 좀 열쩍었다. 하기는 금만 잘 터져나오면 이까진 콩밭쯤이야. 이 밭을 풀어 논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눈을 감아버리고 삽의 흙을 아무렇게나 콩잎 위로 홱홱 내어던진다.
“구구루 땅이나 파먹지 이게 무슨 지랄들이야!”
동리 노인은 뻔질 찾아와서 귀 거친 소리를 하고 하였다.
밭에 구멍을 셋이나 뚫었다. 그리고 대구 뚫는 길이었다. 금인가 난장을 맞을 건가 그것 때문에 농꾼은 버렸다. 이게 필연코 세상이 망하려는 징조이리라. 그 소중한 밭에다 구멍을 뚫고 이 지랄이니 그놈이 온전할 겐가.
노인은 제물 화에 지팡이를 들어 삿대질을 아니할 수 없었다.
“벼락맞느니 벼락맞어.”
“염려 말아유. 누가 알래지유.”
영식이는 그럴 적마다 데퉁스리 쏘았다. 골김에 흙을 되는대로 내꼰지고는 침을 탁 뱉고 구뎅이로 들어간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끄은하였다. 줄을 찾는다고 콩밭을 통히 뒤집어놓았다. 그리고 줄이 언제나 나올지 아직 까맣다. 논도 못 매고 물도 못 보고 벼가 어이 되었는지 그것조차 모른다. 밤에는 잠이 안 와 멀뚱하니 애를 태웠다.
수재는 낙담하는 기색도 없이 늘 하냥이었다. 땅에 웅숭그리고 시적시적 노량으로 땅만 판다.
“줄이 꼭 나오겠나?” 하고 목이 말라서 물으면,
“이번에 안 나오거든 내 목을 비게.” 서슴지 않고 장담을 하고는 꿋꿋하였다.
이걸 보면 영식이도 마음이 좀 뇌는 듯싶었다. 전들 금이 없다면 무슨 멋으로 이 고생을 하랴. 반드시 금은 나올 것이다. 그제서는 이왕 손해는 하릴없거니와 고만두리라는 절망이 스스로 사라지고 다시금 주먹이 쥐어지는 것이었다.
캄캄하게 밤은 어두웠다. 어디선가 뭇개가 요란히 짖어대인다.
남편은 진흙투성이를 하고 산에서 내려왔다. 풀이 죽어서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고 아랫묵에 축 늘어진다.
이 꼴을 보니 아내는 맥이 다시 풀린다. 오늘도 또 글렀구나. 금이 터지며는 집을 한 채 사간다고 자랑을 하고 왔더니 이내 헛일이었다. 인제 좌지가 나서 낯을 들고 나아갈 염의조차 없어졌다.
남편에게 저녁을 갖다주고 딱하게 바라본다.
“인젠 꿔온 양식도 다 먹었는데…”
“새벽에 산제를 좀 지낼 텐데 한번만 더 꿔와.”
남의 말에는 대답 없고 유하게 흘개늦은 소리뿐 그리고 드러누운 채 눈을 지그시 감아버린다.
“죽거리두 없는데 산제는 무슨…”
“듣기 싫어, 요망맞은 년 같으니.”
이 호통에 아내는 고만 멈씰하였다. 요즘 와서는 무턱대고 공연스리 골만 내는 남편이 역 딱하였다. 환장을 하는지 밤잠도 아니 자고 소리만 뻑뻑 지르며 덤벼들려고 든다. 심지어 어린것이 좀 울어도 이 자식 갖다 내꾼지라고 북새를 피는 것이다.
저녁을 아니 먹으므로 그냥 치워버렸다. 남편의 영을 거역키 어려워 양근댁한테로 또다시 안 갈 수 없다. 그간 양식은 줄곧 꾸어다먹고 갚지도 못하였는데 또 무슨 면목으로 입을 벌릴지 난처한 노릇이었다.
<center>🙝🙟</center>
그는 생각다 끝에 있는 염치를 보째 쏟아던지고 다시 한번 찾아가는 것이다. 마는 딱 맞닥뜨리어 입을 열고,
“낼 산제를 지낸다는데 쌀이 있어야지유.” 하자니 역 낯이 화끈하고 모닥불이 날아든다.
그러나 그들은 어지간히 착한 사람이었다.
“암 그렇지요. 산신이 벗나면 죽도 글릅니다.” 하고 말을 받으며 그 남편은 빙그레 웃는다. 워낙 이 금점에 장구 닳아난 몸인 만치 이런 일에는 적잖이 속이 틔었다. 손수 쌀 닷 되를 떠다주며,
“산제란 안 지냄 몰라두 이왕 지낼려면 아주 정성껏 해야 됩니다. 산신이란 노하길 잘하니까유.”
하고 그 비방까지 깨쳐 보낸다.
쌀을 받아들고 나오며 영식이 처는 고마움보다 먼저 미안에 질리어 얼굴이 다시 빨갰다. 그리고 그들 부부 살아가는 살림이 참으로 참으로 몹시 부러웠다. 양근댁 남편은 날마다 금점으로 감돌며 버력더미를 뒤지고 토록을 줏어온다.
그걸 온종일 장판돌에다 갈면 수가 좋으면 이삼 원, 옥아도 칠팔십 전 꼴은 매일 심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쌀을 산다, 피륙을 끊는다, 떡을 한다, 장리를 놓는다 - 그런데 우리는 왜 늘 요 꼴인지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메이는 듯 맥맥한 한숨이 연발을 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집에 돌아와 떡쌀을 담그었다. 낼은 뭘로 죽을 쑤어먹을는지. 웃목에 웅크리고 앉아서 맞은쪽에 자빠져 있는 남편을 곁눈으로 살짝 할퀴어본다. 남들은 돌아다니며 잘두 금을 줏어오련만 저 망나니 제 밭 하나를 다 버려도 금 한 톨 못 줏어오나. 에에, 변변치도 못한 사나이. 저도 모르게 얕은 한숨이 거푸 두 번을 터진다.
밤이 이슥하여 그들 양주는 떡을 하러 나왔다. 남편은 절구에 쿵쿵 빻았다. 그러나 체가 없다. 동네로 돌아다니며 빌려오느라고 아내는 다리에 불풍이 났다.
“왜 이리 앉었수, 불 좀 지피지.”
떡을 찧다가 얼이 빠져서 멍하니 앉았는 남편이 밉쌀스럽다. 남은 이래저래 애를 죄는데 저건 무슨 생각을 하고 저리 있는 건지. 낫으로 삭정이를 탁탁 조겨서 던져주며 아내는 은근히 훅닥이었다. 닭이 두 홰를 치고 나서야 떡은 되었다. 아내는 시루를 이고 남편은 겨드랑이에 자리때기를 꼈다. 그리고 캄캄한 산길을 올라간다.
비탈길을 얼마 올라가서야 콩밭은 놓였다. 전면이 우뚝한 검은 산에 둘리어 막힌 곳이었다. 가생이로 느티 대추나무들은 머리를 풀었다. 밭머리 조금 못미처 남편은 걸음을 멈추자 뒤의 아내를 돌아본다.
“인내, 그리구 여기 가만히 섰어.”
시루를 받아 한 팔로 껴안고 그는 혼자서 콩밭으로 올라섰다. 앞에 쌓인 것이 모두 흙더미, 그 흙더미를 마악 돌아설려 할 제 아마 돌을 찼나보다. 몸이 쓰러지려고 우찔끈하니 아내가 기겁을 하여 뛰어오르며 그를 부축하였다.
“부정 타라구 왜 올라와, 요망맞은 년.”
남편은 몸을 고루잡자 소리를 뻑 지르며 아내 얼뺨을 붙인다. 가뜩이나 죽으라 죽으라 하는데 불길하게도 계집년이. 그는 마뜩지 않게 두덜거리며 밭으로 들어간다. 밭 한가운데다 자리를 펴고 그 위에 시루를 놓았다. 그리고 시루 앞에다 공손하고 정성스레 재배를 커다랗게 한다.
“우리를 살려줍시사. 산신께서 거들어주지 않으면 저희는 죽을 밖에 꼼짝 수 없읍니다유.”
그는 손을 모으고 이렇게 축원하였다.
아내는 이 꼴을 바라보며 독이 뾰록 같이 올랐다. 금점을 합네 하고 금 한 톨 못 캐는 것이 버릇만 점점 글러간다. 그전에는 없더니 요새로 건듯하면 탕탕 때리는 못된 버릇이 생긴 것이다. 금을 캐랬지 뺨을 치랬나. 제발 덕분에 고놈의 금 좀 나오지 말았으면. 그는 뺨 맞은 앙심으로 맘껏 방자하였다.
하긴 아내의 말 고대로 되었다. 열흘이 썩 넘어도 산신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남편은 밤낮으로 눈을 까뒤집고 구덩이에 묻혀 있었다. 어쩌다 집엘 내려오는 때이면 얼굴이 헐떡하고 어깨가 축 늘어지고 거반 병객이었다. 그리고서 잠자코 커단 몸집을 방고래에다 큉, 하고 내던지고 하는 것이다.
“제이미 붙을, 죽어나 버렸으면.”
혹은 이렇게 탄식하기도 하였다.
아내는 바가지에 점심을 이고서 집을 나섰다. 젖먹이는 등을 두드리며 좋다고 끽끽거린다.
이젠 흰 고무신이고 코다리고 생각조차 물렸다. 그리고 금 하는 소리만 들어도 입에 신물이 날 만큼 되었다. 그건 고사하고 꿔다먹은 양식에 졸리지나 말았으면 그만도 좋으리마는.
가을은 논으로 밭으로 누으렇게 내리었다. 농꾼들은 기꺼운 낯을 하고 서로 만나면 흥겨운 농담, 그러나 남편은 앰한 밭만 망치고 논조차 건살 못하였으니 이 가을에는 뭘 거둬들이고 뭘 즐겨할는지. 그는 동리 사람의 이목이 부끄러워 산길로 돌았다.
<center>🙝🙟</center>
솔숲을 나서서 멀리 밖에를 바라보니 둘이 다 나와 있다. 오늘도 또 싸운 모양. 하나는 이쪽 흙더미에 앉았고 하나는 저쪽에 앉았고. 서로들 외면하여 담배만 뻑뻑 피운다.
“점심들 잡숫게유.”
남편 앞에 바가지를 내려놓으며 가만히 맥을 보았다.
남편은 적삼이 찢어지고 얼굴에 생채기를 내었다. 그리고 두 팔을 걷고 먼 산을 향하여 묵묵히 앉았다.
수재는 흙에 박혔다 나왔는지 얼굴은커녕 귓속드리 흙투성이다. 코밑에는 피딱지가 말라붙었고 아직도 조금씩 피가 흘러내린다. 영식이 처를 보더니 열쩍은 모양. 고개를 돌리어 모로 떨어치며 입맛만 쩍쩍 다신다.
금을 캐라니까 밤낮 피만 내다 말라는가. 빚에 졸리어 남은 속을 볶는데 무슨 호강에 이지랄들인구. 아내는 못마땅하여 눈가에 살을 모았다.
“산제 지낸다구 꿔온 것은 은제나 갚는다지유?”
뚱하고 있는 남편을 향하여 말끝을 꼬부린다. 그러나 남편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조를 좀 돋으며,
“갚지도 못할 걸 왜 꿔오라 했지유!” 하고 얼추 호령이었다.
이 말은 남편의 채 가라앉지도 못한 분통을 다시 건드린다. 그는 벌떡 일어서며 황밤주먹을 쥐어 창낭할 만치 아내의 골통을 후렸다.
“계집년이 방정맞게.”
다른 것은 모르나 주먹에는 아찔이었다. 멋없이 덤비다간 골통이 부서진다. 암상을 참고 바르르 하다가 이윽고 아내는 등에 업은 언내를 끌러들었다. 남편에게로 그대로 밀어던지니 아이는 까르륵 하고 숨 모는 소리를 친다. 그리고 아내는 돌아서서 혼잣말로,
“콩밭에서 금을 딴다는 숭맥도 있담.” 하고 빗대놓고 비양거린다.
“이년아, 뭐!”
남편은 대뜸 달겨들며 그 볼치에다 다시 올찬 황밤을 주었다. 저그나면 계집이니 위로도 하여주련만 요건 분만 폭폭 질러놓려나. 예이, 빌어먹을 거, 이판새판이다.
“너허구 안 산다. 오늘루 가거라.”
아내를 와락 떠다밀어 논뚝에 제켜놓고 그 허구리를 발길로 퍽 질렀다.
아내는 입을 헉 하고 벌린다.
“네가 허라구 옆구리를 쿡쿡 찌를 제는 은제냐, 요 집안 망할 년.”
그리고 다시 퍽 질렀다. 연하여 또 퍽.
이 꼴들을 보니 수재는 조바심이 일었다. 저러다가 그 분풀이가 다시 제게로 슬그머니 옮아올 것을 지르채었다. 인제 걸리면 죽는다. 그는 비슬비슬하다 어느 틈엔가 구뎅이 속으로 시나브로 없어져버린다. 볕은 다스로운 가을 향취를 풍긴다. 주인을 잃고 콩은 무거운 열매를 둥글둥글 흙에 굴린다. 맞은쪽 산밑에서 벼들을 베며 기뻐하는 농꾼의 노래.
“터졌네, 터져.”
수재는 눈이 휘둥그렇게 굿문을 뛰어나오며 소리를 친다. 손에는 흙 한줌이 잔뜩 쥐었다.
“뭐?” 하다가,
“금줄 잡았어, 금줄.”
“응!” 하고 외마디를 뒤남기자 영식이는 수재 앞으로 살같이 달려들었다. 허겁지겁 그 흙을 받아들고 샅샅이 헤쳐보니 딴은 재래에 보지 못하던 불그죽죽한 황토이었다. 그는 눈에 눈물이 핑 돌며,
“이게 원줄인가?”
“그럼 이것이 곱색줄이라네. 한 포에 댓 돈씩은 넉넉잡히대.”
영식이는 기쁨보다 먼지 기가 탁 막혔다. 웃어야 옳을지 울어야 옳을지. 다만 입을 반쯤 벌린 채 수재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본다.
“이리 와봐. 이게 금이래.”
이윽고 남편은 아내를 부른다. 그리고 내 뭐랬어, 그러게 해보라고 그랬지, 하고 설면설면 덤벼오는 아내가 한결 어여뻤다. 그는 엄지가락으로 아내의 눈물을 지워주고 그리고 나서 껑충거리며 구뎅이로 들어간다.
“그 흙 속에 금이 있지요?”
영식이처가 너무 기뻐서 코다리에 고래등 같은 집까지 연상할 제 수재는 시원스러이,
“네, 한 포대에 오십 원씩 나와유.” 하고 대답하고 오늘밤에는 꼭 정녕코 꼭 달아나리라 생각하였다.
거짓말이란 오래 못 간다. 봉이 나서 뼉다귀도 못 추리기 전에 훨훨 벗어나는 게 상책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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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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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소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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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것이 금시라도 비 한줄기 할 듯하면서도 여전히 짓궂은 햇발은 겹겹 산속에 묻힌 외진 마을을 통째로 자실 듯이 달구고 있었다. 이따금 생각나는 듯 살매들린 바람은 논밭간의 나무들을 뒤흔들며 미쳐 날뛰었다.
뫼 밖으로 농꾼들을 멀리 품앗이로 내보낸 안말의 공기는 쓸쓸하였다. 다만 맷맷한 미루나무숲에서 거칠어가는 농촌을 읊는 듯 매미의 애끓는 노래….
매움! 매애움!
춘호는 자기 집 - 올봄에 오 원을 주고 사서 들은 묵삭은 오막살이집 - 방문턱에 걸터앉아서 바른 주먹으로 턱을 고이고는 봉당에서 저녁으로 때울 감자를 씻고 있는 아내를 묵묵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사날 밤이나 눈을 안 붙이고 성화를 하는 바람에 농사에 고리삭은 그의 얼굴은 더욱 해쓱하였다.
아내에게 다시 한 번 졸라보았다. 그러나 위협하는 어조로,
“이봐, 그래 어떻게 돈 이 원만 안 해줄 테여?”
아내는 역시 대답이 없었다. 갓 잡아온 새댁모양으로 씻는 감자나 씻을 뿐 잠자코 있었다. 되나 안되나 좌우간 이렇다 말이 없으니 춘호는 울화가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타곳에서 떠돌아온 몸이라 자기를 믿고 장리를 주는 사람도 없고 또는 그 알량한 집을 팔려 해도 단 이삼 원의 작자도 내닫지 않으므로 앞뒤가 꼭 막혔다. 마는 그래도 아내는 나이 젊고 얼굴 똑똑하겠다, 돈 이 원쯤이야 어떻게라도 될 수 있겠기에 묻는 것인데 들은 체도 안 하니 괘씸한 듯싶었다.
그는 배를 튀기며 다시 한 번,
“돈 좀 안 해줄 테에?”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대꾸는 역시 없었다.
춘호는 노기 충천하여 불현듯 문지방을 떠다밀며 벌떡 일어섰다. 눈을 흡뜨고 벽에 기대인 지게막대를 손에 잡자 아내의 옆으로 바람같이 달겨들었다.
“이년아, 기집 좋다는 게 뭐여. 남편의 근심도 덜어주어야지, 끼고 자자는 기집이여?”
지게막대는 아내의 연한 허리를 모질게 후렸다. 까부라지는 비명은 모지락스리 찌그러진 울타리를 벗어나간다. 잼처 지게막대는 앉은 채 고꾸라진 아내의 발뒤축을 얼러 볼기를 내려갈겼다.
“이년아, 내가 언제부터 너에게 조르는 게여?”
범같이 호통을 치며 남편이 지게막대를 공중으로 다시 올리며 모질음을 쓸 때 아내는,
“에구머니!”
하고 외마디를 질렀다. 연하여 몸을 뒤치자 거반 엎어진 듯이 싸리문 밖으로 내달렸다. 얼굴에 눈물이 흐른 채 황그리는 걸음으로 문앞의 언덕을 내리어 개울을 건너고 맞은쪽에 뚫린 콩밭 길로 들어섰다.
“너, 네가 날 피하면 어딜 갈 테여?”
발길을 막는 듯한 의미 있는 호령에 달아나던 아내는 다리가 멈칫하였다. 그는 고개를 돌리어 싸리문 안에 아직도 지게막대를 들고 섰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어른에게 죄진 어린애같이 입만 종깃종깃하다가 남편이 뛰어나올까 겁이 나서 겨우 입을 열었다.
“쇠돌 엄마 집에 좀 다녀올께유.”
쭈뼛쭈뼛 변명을 하고는 가던 길을 다시 횡허케 내걸었다. 아내라고 요새 이 돈 이 원이 금시로 필요함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마는 그의 자격으로나 노동으로나 돈 이 원이란 감히 땅띔도 못해볼 형편이었다. 벌이래야 하잘것없는 것 -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섭게 남에게 뒤질까 영산이 올라 산으로 빼는 것이다.
조그만 종댕이를 허리에 달고 거한 산중에 드문드문 박혀 있는 도라지, 더덕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깊은 산속으로 우중충한 돌 틈바귀로 잔약한 몸으로 맨발에 짚신짝을 끌며 강파른 산등을 타고 돌려면 젖 먹던 힘까지 녹아 내리는 듯 진땀이 머리로부터 발끝까지 흘러내린다.
아랫도리를 단 외겹으로 두른 낡은 치맛자락은 다리로, 허리로 척척 엉기어 걸음을 방해하였다. 땀에 불은 종아리는 거칠은 숲에 긁혀매여 그 쓰라림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무거운 흙내는 숨이 탁탁 막히도록 가슴을 찌른다. 그러나 삶에 발버둥치는 순진한 그의 머리는 아무 불평도 일지 않았다.
가물에 콩 나기로 어쩌다 도라지 순이라도 어지러운 숲 속에 하나 둘 뾰족이 뻗어오른 것을 보면 그는 그래도 기쁨에 넘치는 미소를 띠었다. 때로는 바위도 기어올랐다. 정히 못 기어오를 그런 험한 곳이면 칡덩굴에 매어달리기도 하는 것이었다. 땟국에 절은 무명적삼은 벗어서 허리춤에다 꾹 찌르고는 호랑이숲이라 이름난 강원도 산골에 매어달려 기를 쓰고 허비적거린다.
골 바람은 지날 적마다 알몸을 두른 치맛자락을 공중으로 날린다. 그제마다 검붉은 볼기짝을 사양 없이 내보이는 칡덩굴이 그를 본다면, 배를 움켜쥐어도 다 못 볼 것이다. 마는 다행히 그윽한 산골이라 그 꼴을 비웃는 놈은 뻐꾸기뿐이었다.
이리하여 해동갑으로 해갈을 하고 나면 캐어 모은 도라지, 더덕은 얼러 사발 가웃, 혹은 두어 사발 남짓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동리로 내려와 주막거리에 가서 그걸 내주고 보리쌀과 사발 바꿈을 하였다. 그러나 요즘엔 그나마도 철이 겨워 소출이 없다. 그 대신 남의 보리방아를 온종일 찧어주고 보리밥 그릇이나 얻어다가는 집으로 돌아와 농토를 못 얻어 뻔뻔히 노는 남편과 같이 나누는 것이 그날 하루하루의 생활이었다. 그러고 보니 돈 이 원커녕 당장 목을 딴대도 피도 나올지가 의문이었다.
만약 돈 이 원을 돌린다면 아는 집에서 보리라도 꾸어 파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리고 온 동리의 아낙네들이 치맛바람에 팔자 고쳤다고 쑥덕거리며 은근히 시새우는 쇠돌 엄마가 아니고는 노는 벌이를 가진 사람이 없다. 그런데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그는 자기 꼴 주제에 제물에 눌려서 호사로운 쇠돌 엄마에게는 죽어도 가고 싶지 않았다.
쇠돌 엄마도 처음에야 자기와 같이 천한 농부의 계집이련만 어쩌다 하늘이 도와 동리의 부자양반 이 주사와 은근히 배가 맞은 뒤로는 얼굴도 모양 내고, 옷치장도 하고, 밥 걱정도 안하고 하여 아주 금 방석에 딩구는 팔자가 되었다. 그리고 쇠돌 아버지도 이게 웬 땡이냔 듯이 아내를 내어논 채 눈을 살짝 감아버리고 이 주사에게서 나는 옷이나 입고, 주는 쌀이나 먹고 연년이 신통치 못한 자기 농사에는 한 손을 떼고는 히짜를 뽑는 것이 아닌가!
사실 말인즉, 춘호 처가 쇠돌 엄마에게 죽어도 아니 가려는 그 속 까닭은 정작 여기 있었다.
바로 지난 늦은 봄, 달이 뚫어지게 밝은 어느 밤이었다. 춘호가 보름 게추를 보러 산모퉁이로 나간 것이 이슥하여도 돌아오지 않으므로 집에서 기다리던 아내가 인젠 자고 오려나 생각하고는 막 드러누워 잠이 들려니까 웬 난데없는 황소 같은 놈이 뛰어들었다. 허둥지둥 춘호처를 마구 깔다가 놀라서 으악 소리를 치는 바람에, 그냥 달아난 일이 있었다. 어수룩한 시골 일이라 별반 풍설도 아니 나고 쓱싹 되었으나 며칠이 지난 뒤에야 그것이 동리의 부자 이 주사의 소행임을 비로소 눈치채었다.
그런 까닭으로 해서 춘호 처는 쇠돌 엄마와 직접 관계는 없단대도 그를 대하면 공연스리 얼굴이 뜨뜻하여지고 몹시 어색하였다. 죄나 진 듯이….
그리고 더우기 쇠돌 엄마가, ‘새댁, 나는 속옷이 세 개구, 버선이 네 벌이구 행.’ 하며, 아주 좋다고 핸들대는 그 꼴을 보면 혹시 자기에게 한 점을 두고서 비양거리는 거나 아닌가 하는 옥생각으로 무안해서 고개도 못 들었다.
한편으로는 자기도 좀만 잘했더면 지금쯤은 쇠돌 엄마처럼 호강을 할 수 있었을 그런 갸륵한 기회를 깝살려버린 자기 행동에 대한 후회와 애탄으로 말미암아 마음을 괴롭히는 그 쓰라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러한 욕을 보더라도 나날이 심해가는 남편의 무지한 매보다는 그래도 좀 헐할 게다. 오늘은 한맘 먹고 쇠돌 엄마를 찾아가려는 것이었다.
춘호 처는 이번 걸음이 헛발이나 안 칠까 일념으로 심화를 하며 수양버들이 쭉 늘여박힌 논두렁길로 들어섰다.
그는 시골 아낙네로는 용모가 매우 반반하였다. 좀 야윈 듯한 몸매는 호리호리한 것이 소위 동리의 문자대로 외입깨나 하얌직한 얼굴이었으되 추리한 의복이며 퀴퀴한 냄새는 거지를 볼지른다. 그는 왼손 바른손으로 겨끔내기로 치맛귀를 여며가며 속살이 뼈질까 조심조심이 걸었다. 감사나운 구름송이가 하늘 신폭을 휘덮고는 차츰차츰 지면으로 처져 내리더니 그예 산봉우리에 엉기어 살풍경이 되고 만다. 먼데서 개짖는 소리가 앞뒷산을 한적하게 울린다. 빗방울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차차 굵어지며 무더기로 퍼부어내린다.
춘호 처는 길가에 늘어진 밤나무 밑으로 뛰어들어가 비를 거니며 쇠돌 엄마 집을 멀리 바라보았다. 북쪽 산기슭 높직한 울타리로 뺑 돌려 두르고 앉았는 오묵하고 맵시 있는 집이 그 집이었다. 그런데 싸리문이 꼭 닫힌 걸 보면 아마 쇠돌 엄마가 농군청에 저녁 제누리를 나르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쇠돌 엄마 오기를 지켜보며 오두커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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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에서 빗방울은 뚝뚝 떨어지며 그의 뺨을 흘러 젖가슴으로 스며든다. 바람은 지날 적마다 냉기와 함께 굵은 빗발을 몸에 들여친다. 비에 쪼로록 젖은 치마가 몸에 찰싹 감기어 허리로, 궁둥이로, 다리로, 살의 윤곽이 그대로 비쳐올랐다.
무던히 기다렸으나 쇠돌 엄마는 오지 않았다. 하도 진력이 나서 하품을 하여가며 정신없이 서 있느라니 왼편 언덕에서 사람 오는 발자취 소리가 들린다. 그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나 날쌔게 나무 틈으로 몸을 숨겼다. 동이 배를 가진 이 주사가 지우산을 받쳐쓰고는 쇠돌네 집으로 향하여 응뎅이를 껍쭉거리며 내려가는 길이었다. 비록 키는 작달막하나 숱 좋은 수염이든지 온 동리를 털어야 단 하나뿐인 탕건이든지, 썩 풍채 좋은 오십 전후의 양반이다.
그는 싸리문 앞으로 가더니 자기 집처럼 거침없이 문을 떠다밀고는 속으로 버젓이 들어가버린다.
이것을 보니 춘호 처는 다시금 속이 편치 않았다. 자기는 개돼지같이 무시로, 매만 맞고 돌아치는 천덕꾼이다. 안팎으로 겹귀염을 받으며 간들대는 쇠돌 엄마와 사람된 치수가 두드러지게 다름을 그는 알 수 있었다. 쇠돌 엄마의 호강을 너무나 부럽게 우러러보는 반동으로 자기도 잘했더면 하는 턱없는 희망과 후회가 전보다 몇 갑절 쓰린 맛으로 그의 가슴을 찌푸뜨렸다.
쇠돌네 집을 하염없이 건너다보다가 어느덧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이 굴러내린다. 언덕에서 쓸려내리는 사탯물이 발등까지 개흙으로 덮으며 소리쳐 흐른다. 빗물에 폭 젖은 몸뚱아리는 점점 떨리기 시작한다.
그는 가벼웁게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당황한 시선으로 사방을 경계하여 보았다. 아무도 보이지는 않았다. 다시 시선을 돌리어 그 집을 쏘아보며 속으로 궁리하여 보았다. 안에는 확실히 이 주사뿐일 게다. 그때까지 걸렸던 싸리문이라든지 또는 울타리에 널은 빨래를 여태 안 걷어들이는 것을 보면 어떤 맹세를 두고라도 분명히 이 주사 외의 다른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는 마음놓고 비를 맞아가며 그 집으로 달려들었다. 봉당으로 선뜻 뛰어오르며,
“쇠돌엄마 기슈?”
하고, 인기를 내보았다.
물론 당자의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그 음성이 나자 안방에서 이 주사가 번개같이 머리를 내밀었다. 자기딴은 꿈밖이란 듯, 눈을 두리번두리번하더니 옷 위로 볼가진 춘호 처의 젖가슴, 아랫배, 넓적다리로 발등까지 슬쩍 음흉히 훑어보고는 거나한 낯으로 빙그레 한다. 그리고 자기도 봉당으로 주춤주춤 나오며,
“쇠돌 엄마 말인가? 왜 지금 막 나갔지. 곧 온댔으니 안방에 좀 들어가 기다렸으면…” 하고 매우 일이 딱한 듯이 어름어름한다.
“이 비에 어딜 갔에유?”
“지금 요 밖에 좀 나갔지, 그러나 곧 올걸…”
“있는 줄 알고 왔는디…”
춘호 처는 이렇게 혼잣말로 낙심하며 섭섭한 낯으로 머뭇머뭇하다가 그냥 돌아갈 듯이 봉당 아래로 내려섰다.
이 주사를 쳐다보며 물차는 제비같이 산드러지게,
“그럼 요담에 오겠에유, 안녕히 계시유.” 하고 작별의 인사를 올린다.
“지금 곧 온댔는데, 좀 기다리지…”
“담에 또 오지유.”
“아닐세, 좀 기다리게. 여보게, 여보게, 이봐!”
춘호 처가 간다는 바람에 이 주사는 체면도 모르고 기가 올랐다. 허둥거리며 재간껏 만류하였으나 암만해도 안될 듯싶다. 춘호 처가 여기엘 찾아온 것도 큰 기적이려니와 뇌성벽력에, 구석진 곳이겟다, 이렇게 솔깃한 기회는 두 번 다시 못 볼 것이다. 그는 눈이 뒤집히어 입에 물었던 장죽을 쭉 뽑아 방안으로 치뜨리고는 계집의 허리를 뒤로 다짜고짜 끌어안아서 봉당 위로 끌어올렸다.
계집은 몹시 놀라며,
“왜 이러서유, 이거 놓세유.” 하고 몸을 뿌리치려는 앙탈을 한다.
“아니 잠깐만.”
이 주사는 그래도 놓지 않으며 허겁스러운 눈짓으로 계집을 달래인다.
흘러내리는 고의춤을 왼손으로 연신 치우치며 바른팔로는 계집을 잔뜩 움켜잡고는 엄두를 못 내어 짤짤매다가 간신히 방안으로 꺾꺾 몰아넣었다. 안으로 문고리는 재빠르게 채이었다.
밖에서는 모진 빗방울이 배추 잎에 부딪치는 소리, 바람에 나무 떠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끔 양철통을 내려굴리는 듯 거푸진 천둥소리가 방고래를 울리며 날은 점점 침침하여갔다.
얼마쯤 지난 뒤였다. 이만하면 길이 들었으려니 안심하고 이 주사는 날숨을 후우, 하고 돌린다. 실없이 고마운 비 때문에 발악도 못 치고 앙살도 못 피우고 무릎 앞에 고분고분 늘어져 있는 계집을 대견히 바라보며 빙긋이 얼려보았다. 계집은 온몸에 진땀이 쭉 흐르는 것이 꽤 더운 모양이다. 벽에 걸린 쇠돌 엄마의 적삼을 꺼내어 계집의 몸을 말쑥하게 훌닦기 시작한다. 발끝서부터 얼굴까지….
“너, 열 아홉이지?” 하고 이 주사는 취한 얼굴로 얼간히 물어보았다.
“니에.” 하고, 메떨어진 대답.
계집은 이 주사 손에 눌리어 일어나도 못하고 죽은 듯이 가만히 누워 있다.
이 주사는 계집의 몸을 다 씻고 나서 한숨을 내뽑으며 담배 한 대를 턱 피워 물었다.
“그래, 요새도 서방에게 주리경을 치느냐?” 하고 묻다가 아무 대답도 없으매,
“원 그래서야 어떻게 산단 말이냐, 하루 이틀이 아니고.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있는 거냐? 그러다 혹시 맞아죽으면 정장 하나 해볼 곳 없는 거야. 허니, 네 명이 아까우면 덮어놓고 민적을 가르는 게 낫겠지.” 하고 계집의 신변을 위하여 염려를 마지않다가 번뜻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너 참, 아이 낳았다 죽었다구나?”
“니에.”
“어디 난 듯이나 싶으냐?”
계집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지며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외면하였다.
이 주사도 그까짓 것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웬 녀석의 냄새인지 무 생채 썩는 듯한 시크무레한 악취가 불시로 코청을 찌르니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야 그런 줄은 소통 몰랐더니 알고 보니까 비위가 좋이 역하였다. 그는 빨고 있는 담배통으로 계집의 배꼽께를 똑똑히 가리키며,
“얘, 이 살의 때꼽 좀 봐라. 그래 물이 흔한데 이것 좀 못 씻는단 말이냐?” 하고 모처럼의 기분을 상한 것이 앵하단 듯이 꺼림한 기색으로 혀를 채었다. 하지만 계집이 참다 참다 이내 무안에 못 이기어 일어나 치마를 입으려 하니 그는 역정을 벌컥 내었다. 옷을 빼앗아 구석으로 동댕이를 치고는 다시 그 자리에 끌어앉혔다. 그리고 자기 딸이나 책하듯이 아주 대범하게 꾸짖었다.
“왜 그리 계집이 달망대니? 좀 듬직치가 못하구…”
춘호 처가 그 집을 나선 것은 들어간 지 약 한 시간 만이었다.
비가 여전히 쭉쭉 내린다. 그는 진땀을 있는 대로 흠뻑 쏟고 나왔다. 그러나 의외로, 아니 천행으로 오늘 일은 성공이었다.
그는 몸을 솟치며 생긋하였다. 그런 모욕과 수치는 난생 처음 당하는 봉변으로, 지랄 중에도 몹쓸 지랄이었으나 성공은 성공이었다. 복을 받으려면 반드시 고생이 따르는 법이니 이까짓 거야 골백번 당한대도 남편에게 매나 안 맞고 의좋게 살 수만 있다면 그는 사양치 않을 것이다. 이 주사를 하늘같이, 은인같이 여겼다.
남편에게 부쳐먹을 농토를 줄 테니 자기의 첩이 되라는 그 말도 죄송하였으나 더우기 돈 이 원을 줄께니 내일 이맘때 쇠돌네 집으로 넌즈시 만나자는 그 말은 무엇보다도 고마웠고 벅찬 짐이나 풀은 듯 마음이 홀가분하였다. 다만 애키는 것은 자기의 행실이 만약 남편에게 발각되는 나절에는 대매에 맞아죽을 것이다. 그는 일변 기뻐하며 일변 애를 태우며 자기 집을 향하여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을 가분가분 내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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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호는 아직도 분이 못 풀리어 뿌루퉁하니 홀로 앉았다.
그는 자기의 고향인 인제를 등진 지 벌써 삼년이 되었다. 해를 이어 흉작에 농작물은 말 못되고 따라 빚장이들의 위협과 악다구니는 날로 심하였다.
마침내 하릴없이 집 세간살이를 그대로 내버리고 알몸으로 밤도주하였던 것이다. 살기 좋은 곳을 찾는다고 나이 어린 아내의 손목을 끌고 이 산 저 산을 넘어 표랑하였다. 그러나 우정 찾아들은 곳이 고작 이 마을이나, 산 속은 역시 일반이다.
어느 산골엘 가 호미를 잡아보아도 정은 조그만치도 안 붙었고, 거기에는 오직 쌀쌀한 불안과 굶주림이 품을 벌려 그를 맞을 뿐이었다. 터무니없다 하여 농토를 안 준다. 일 구멍이 없으매 품을 못 판다. 밥이 없다. 결국에 그는 피폐하여 가는 농민 사이를 감도는 엉뚱한 투기심에 몸이 달떴다.
요사이 며칠 동안을 두고 요 너머 뒷산 속에서 밤마다 큰 노름판이 벌어지는 기미를 알았다. 그는 자기도 한몫 보려고 끼룩거렸으나 좀체로 밑천을 만들 수가 없었다. 이 원! 수나 좋아서 이 이 원이 조화만 잘한다면 금시 발복이 못된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으랴! 삼 사 십 원 따서 동리의 빚이나 대충 가리고 옷 한 벌 지어 입고는 진저리나는 이 산골을 떠나려는 것이 그의 배포였다.
서울로 올라가 아내는 안잠을 재우고 자기는 노동을 하고, 둘이서 다구지게 벌으면 안락한 생활을 할 수가 있을 텐데, 이런 산 구석에서 굶어죽을 맛이야 없었다. 그래서 젊은 아내에게 돈 좀 해오라니까 요리 매낀 조리 매낀 매만 피하고 곁들어주지 않으니 그 소행이 여간 괘씸한 것이 아니다.
아내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 집으로 달려들자 미처 입도 벌리기 전에 남편은 이를 악물고 주먹 뺨을 냅다 붙인다.
“너 이년, 매만 살살 피하고 어디 가 자빠졌다 왔니?”
볼치 한 대를 얻어맞고 아내는 오기가 걸리어 벙벙하였다. 그래도 직성이 못 풀리어 남편이 다시 매를 손에 잡으려 하니 아내는 질겁을 하여 살려달라고 두 손으로 빌며 개신개신 입을 열었다.
“낼 되유… 낼. 돈, 낼 되유.” 하며 돈이 변통됨을 삼가 아뢰는 그의 음성은 절반이 울음이었다. 남편이 반신반의하여 눈을 찌긋하다가,
“낼?” 하고 목청을 돋았다.
“네, 낼 된다유.”
“꼭 되여?”
“네, 낼 된다유.”
남편은 시골 물정에 능통하니만치 난데없는 돈 이 원이 어디서 어떻게 되는 것까지는 추궁해 물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저으기 안심한 얼굴로 방문턱에 걸터앉으며 담뱃대에 불을 그었다. 그제야 비로소 아내도 마음을 놓고 감자를 삶으려 부엌으로 들어가려 하니 남편이 곁으로 걸어오며 측은한 듯이 말리었다.
“병 나, 방에 들어가 어여 옷이나 말리여. 감자는 내 삶을께.”
먹물같이 짙은 밤이 내리었다. 비는 더욱 소리를 치며 앙상한 그들의 방벽을 앞뒤로 울린다. 천정에서 비는 새이지 않으나 집지은 지가 오래 되어 고래가 물러앉다시피 된 방이라 도배를 못한 방바닥에는 물이 스며들어 귀죽축하다. 거기다 거적 두 잎만 덩그렇게 깔아놓은 것이 그들의 침소였다. 석유 불은 없어 캄캄한 바로 지옥이다. 벼룩이는 사방에서 마냥 스물거린다.
그러나 등걸 잠에 익달한 그들은 천연덕스럽게 나란히 누워 줄기차게 퍼붓는 밤비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었다. 가난으로 인하여 부부간의 애틋한 정을 모르고 나날이 매질로 불평과 원한 중에서 복대기는 그들도 이 밤에는 불시로 화목하였다. 단지 남편의 품에 들은 돈 이 원을 꿈꾸어보고도.
“서울 언제 갈라유?”
남편의 왼팔을 베고 누웠던 아내가 남편을 향하여 응석 비슷이 물어보았다. 그는 남편에게 서울의 화려한 거리며, 후한 인심에 대하여 여러 번 들은 바 있어 일상 안타까운 마음으로 몽상은 하여보았으나 실지 구경은 못하였다. 얼른 이 고생을 벗어나 살기 좋은 서울로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곧 가게 되겠지, 빚만 좀 없어도 가뜬하련만.”
“빚은 낭종 줴더라도 얼핀 갑세다유.”
“염려 없어. 이 달 안으로 꼭 가게 될 거니까.”
남편은 썩 쾌히 승낙하였다. 딴은 그는 동리에서 일컬어주는 질꾼으로 투전장의 가보쯤은 시루에서 콩나물 뽑듯하는 능수였다. 내일 밤 이 원을 가지고 벼락같이 노름판에 달려가서 있는 돈이란 깡그리 모집어올 생각을 하니 그는 은근히 기뻤다. 그리고 교묘한 자기의 손재간을 홀로 뽐내었다.
“이번이 서울 첨이지?” 하매, 그는 서울 바람 좀 한번 쐬었다고 큰 체를 하며 팔로 아내의 머리를 흔들어 물어보았다. 성미가 워낙 겁겁한지라 지금부터 서울 갈 준비를 착착 하고 싶었다. 그가 제일 걱정되는 것은 둠 구석에서 · 자라먹은 아내를 데리고 가면 서울사람에게 놀림도 받을 게고 거리끼는 일이 많을 듯싶었다. 그래서 서울 가면 꼭 지켜야 할 필수 조건을 아내에게 일일이 설명치 않을 수 없었다.
첫째, 사투리에 대한 주의부터 시작되었다. 농민이 서울사람에게 '꼬라리'라는 별명으로 감잡히는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투리에 있을지니 사투리는 쓰지 말며 '합세'를 '하십니까'로, '하게유'를 '하오'로 고치되 말끝을 들지 말지라, 또 거리에서 어릿어릿하는 것은 내가 시골뜨기요 하는 얼뜬 짓이니 갈 길은 재게 가고 볼 눈은 또릿또릿히 볼지라 - 하는 것들이었다. 아내는 그 끔찍한 설교를 귀담아 들으며 모기소리로 “네, 네.”를 하였다.
남편은 둬 시간 가량을 샐 틈 없이 꼼꼼하게 주의를 다져놓고는 서울의 풍습이며 생활 방침 등을 자기의 의견대로, 그럴싸하게 이야기하여 오다가 말끝이 어느덧 화장술에 이르게 되었다. 시골 여자가 서울에 가서 안잠을 잘 자주면 몇 해 후에는 집까지 얻어 갖는 수가 있는데, 거기에는 얼굴이 예뻐야 한다는 소문을 일찍 들은 바 있어 하는 소리였다.
“그래서 날마닥 기름도 바르고, 분도 바르고, 버선도 신고 해서 쥔 마음에 썩 들어야…”
한참 신바람이 올라 주워 삼기다가 옆에서 쌔근쌔근 소리가 들리므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내는 이미 곯아져 잠이 깊었다.
“이런 망할 거, 남 말하는데 자빠져 잔담.”
남편은 혼자 중얼거리며 바른팔을 들어 이마 위로 흐트러진 아내의 머리칼을 뒤로 쓰담아넘긴다. 세상에 귀한 것은 자기 아내! 명색이 남편이며 이날까지 옷 한 벌 변변히 못해 입히고 고생만 짓시킨 그 죄가 너무나 큰 듯 가슴이 뻐근하였다. 그는 왁살스러운 팔로 아내의 허리를 꼭 껴안아 자기의 앞으로 바특이 끌어당겼다.
밤새도록 줄기차게 내리던 빗소리가 아침에 이르러서야 겨우 그치고 점심때에는 생기로운 볕까지 들었다. 쿨렁쿨렁 눈물나는 소리는 요란히 들린다. 시내에서 고기 잡는 아이들의 고함이며, 농부들의 희희낙락한 미나리도 기운차게 들린다. 비는 춘호의 근심도 씻어간 듯 오늘은 그에게도 즐거운 빛이 보였다.
“저녁 제누리 때 되었을걸, 얼른 빗고 가봐…”
그는 갈증이 나서 아내를 대구 재촉하였다.
“아직 멀었어유.”
“뭘!”
아내는 남편의 말대로 벌써부터 머리를 빗고 앉았으나 원체 달포나 아니 가리어 엉클은 머리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는 호랑이 같은 남편과 오랜만에 정다운 정을 바꾸어보니 근래에 볼 수 없는 화색이 얼굴에 떠돌았다.
어느 때에는 매적하게 생글생글 웃어도 보았다.
아내가 꼼지작거리는 것이 보기에 퍽으나 갑갑하였다. 남편은 아내 손에서 얼레빗을 쑥 뽑아들고는 시원스레 쭉쭉 내려빗긴다. 다 빗긴 뒤, 옆에 놓인 밥 사발의 물을 손바닥에 연신 칠해가며 머리에다 번지르하게 발라놓았다. 그래놓고 위서부터 머리칼을 재워가며 맵시 있게 쪽을 딱 찔러주더니 오늘 아침에 한사코 공을 들여 삼아놓았던 짚신을 아내의 발에 신기고 주먹으로 자근자근 골을 내주었다.
“인제 가봐!”하다가,
“바루 곧 와, 응?” 하고 남편은 그 이 원을 고히 받고자 손색 없도록, 실패 없도록 아내를 모양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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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쇼오(起床)!"
잠은 깊이 들었지만 조급하게 설렁거리는 마음에 이 소리가 조그맣게 들린다. 나는 한 순간 화다닥 놀래어 깨었다가 또다시 잠이 들었다.
"여보,기쇼야,일어나오."
곁의 사람이 나를 흔든다. 나는 돌아누웠다. 이리하여 한 초 두 초, 꿀보다도 단 잠을 즐길 적에 그 사람은 나를 또 흔들었다.
"잠 깨구 일어나소."
"누굴 찾소?"
이렇게 나는 물었다. 머리는 또다시 나락의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러디 말고 일어나요. 지금 오방 댕껭(點檢)합넨다."
"여보, 십 분 동안만 더 자게 해주."
"그거야 내가 알갔소? 간수한테 들키면 혼나갔게 말이지."
"에이! 누가 남을 잠도 못 자게 해. 난 잠들은 지 두 시간도 못 됐구레. 제발 조금만 더..."
이 말이 맺기 전에 나의 넓은 첩실과 그 머리맡의 담배를 얼핏 보면서, 나는 혼혼히 잠이 들었다. 그때에 문득 내게 담배를 한 가치 주는 사람이 있으므로, 그 담배를 먹으려 할 때에 아까 그 사람(나를 흔들던 사람)은 또다시 나를 흔든다.
"기쇼 불렀소. 뎅껑꺼정 해요. 일어나래두......"
"여보, 이제 남 겨우 또 잠들었는데 깨우긴 왜..."
"뎅껑이면 어떻단 말이오? 그래 노형 상관 있소?"
"그만 둡시다. 그러나 일어나 나오."
"남 이제 국수 먹고 담배 먹은 꿈 꾸댔는데......"
이 말을 하려던 나는 생각만 할 뿐 또다시 잠이 들었다. 또 한 초 두 초 단꿈에 빠지려던 나는, 곁방에서 들리는 제걱거리는 칼 소리와 문을 덜컥 덜컥 여는 소리에 벌떡 놀라서 일어나 앉았다. 그러나 온몸을 취케 하던 졸음은 또다시 머리를 덮는다. 나는 무릎을 안고 머리를 묻은 뒤에 또다시 잠이 들었다. 또 한 초 두
초, 시간은 흐른다. 덜컥! 마침내 우리 방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갑자기 굴복을 하고 머리를 들었다. 이미 잘 아는 바이거니와, 한 초 전에 무거운 잠에 취하였던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되도록 긴장된다.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간수가 서넛 들어섰다.
"뎅껭!"
다섯 평이 좀 못 되는 방에는 너무 크지 않나 생각되는 우렁찬 소리가 울려오며, 경험으로 말미암아 숙련된 흐르는 듯한(우리의 대명사인) 번호가 불리운다. 몇 호 몇 호, 이렇게 흐르는 듯이 불러오던 간수부장은 한 번호에 멎었었다.
"나나햐꾸 나나쥬 용고(七百七十四號)."
아무 대답이 없다.
"나나햐꾸 나나쥬 용고!"
자기의 대명사-더구나 일본말로 부르는 것을 알아듣지 못한 칠백칠십사호의 영감(곧 내 뒤에 앉은)은 역시 대답이 없었다. 나는 참다 못하여 그를 꾹 찔렀다. 놀라서 덤비는 대답이 그때야 겨우 들렸다.
"예, 하이!"
"나제 하야꾸 헨지오 시나이(왜 빨리 대답 안 하나)."
"이리 와!"
이렇게 부장은 고함친다. 그러나 영감은 가만 있었다. 고요한 소리 하나 없다.
"이리 오너라!"
두 번째의 소리가 날 때에 영감은 허리를 구부리고 그의 앞에 갔다. 한 순간 공기를 헤치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이것 역시 경험 때문에 손익게 된 솜씨인, 드는 손 보이지 않는 채찍을 영감의 등에 내리었다.
영감은 가만 있었다. 그러나 눈에는 눈물이 어리었다.
칠백칠십사호 뒤의 번호들이 모두 불리운 뒤에, 정신차리라는 책망과 함께 영감은 자기 자리에 돌아오고 감방문은 다시 닫겼다.
이상한 일이거니와 한 사람이 벌을 받으면 방안의 전체가 떨린다(공분이라거나 동정이라든가는 결코 아니다). 몸만 떨릴 뿐 아니라 염통까지 떨린다. 이 떨림을 처음 경험한 것은 경찰서에서 세 시간은 연하여 맞은 뒤에 구류실에 들어 가서 두 시간 동안을 사시나무 떨 듯 떨던 때였다. 죽지나 않나까지 생각되었다(지금은 매일 두세 번씩 당하는 현상이거니와.......)
방은 죽음의 방같이 소리 하나 없다. 숨도 크게 못 쉰다. 누구나 곁을 보면 거기는 악마라도 있는 것처럼 보려고도 안 한다. 그들에게 과연 목숨이 남아 있는지?
좀 있다가 점검이 끝났는지 간수들의 발소리가 도로 우리 방 앞을 지나갔다. 그때에 아까 그 영감의 조그만 소리가 겨우 침묵을 깨뜨렸다.
"집엔, 그 녀석(간수)보담 나이 많은 아들이 두 녀석이나 있쉐다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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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몇 도(度)인지, 백십 도 혹은 그 이상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 경험하는 바와 같이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해를 '저 해가 이제 곧 무르녹일테지' 생각하면 그 예상을 맞추려는 듯이 해는 어느 덧 방을 무르녹인다.
다섯 평이 조금 못 되는 이 방에, 처음에는 스무 사람이 있었지만, 몇 방을 합칠 때에 스물 여덟 사람이 되었다. 그때에 이를 어찌하노 했다. 진남포 감옥에서 공소로 넘어온 사람까지 설흔네 사람이 되었을때에 우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신의주와 해주 감옥에서 넘어온 사람까지하여 마흔 네 사람이 될 때에 우리는 한
숨도 못 쉬었다. 혀를 채었다.
곧 추녀 끝에 걸린 듯한 뜨거운 해는 끊임없이 더위를 보낸다. 몸 속에 어디 그리 물이 많았던지, 아침부터 계속하여 흘린 땀이 그냥 멎지 않고 흐른다. 한참 동안 땀에 힘없이 앉아 있단 나는, 마지막 힘을 내어 담벽을 기대고 흐늘흐늘 일어 섰다. 지옥이었었다. 빽빽이 앉은 사람들은 모두 힘없이 머리를 늘이우고 입을 송장같이 벌리고 흐르는 침과 땀을 씻을 생각도 안하고 먹먹히 앉아 있다. 둥그렇게 구부러진 허리, 맥없이 무릎 위에 놓인 손, 뚱뚱 부은 시퍼런 얼굴에 힘없이 벌어진 입, 생기 없는 눈, 흩어진 머리와 수염, 모든 것이 죽은 사람이었었다. 이것이 과연 아침에 세면소까지 뛰어갔으며 두 시간 전에 점심 먹느라고 움직인 사
람들인가? 나의 곤하여 둔하게 된 감각에도 눈이 쓰린 역한 냄새가 쏜다.
그들은 무얼 하러 여기 왔나? 바람 불고 잘 자리 있고 담배 있는 저 세상에서 무얼 하러 여기 왔나? 사랑스러운 손주가 있는 사람도 있겠지. 이쁜 아내가 있는 사람도 있겠지. 제기 벌어먹이지 않으면 굶어죽을 어머니가 있는 사람도 있겠지. 그리고 그들은 자유로 먹고 마시고 바람을 쏘이고 자유로 자고 있었을테다. 그러던 그들이 어떤 요구로 여기를 왔나?
그러나 지금의 그들의 머리에는 독립도 없고, 민족 자결도 없고, 자유도 없고, 사랑스러운 아내며 아들이며 부모도 없고, 또는 더위를 깨달을 만한 새로운 신경도 없다. 무거운 공기와 더위에 괴로움 받고 학대받아서, 조그맣게 두 개골 속에 웅크리고 있는 그들의 피곤한 뇌에 다만 한 가지의 바램이 있다 하면, 그것은 냉수 한 모금이었다. 나라를 팔고 고향을 팔고 친척을 팔고 또는 뒤에 이를 모든 행복을 희생하여서라도 바꿀 값이 있는 것은 냉수 한 모금밖에는 없었다.
즉, 그 때에 눈에 얼핏 떠오른 것은(때때로 당하는 현상이거니와) 쫄쫄쫄쫄 흐르는 샘물과 표주박이었다.
"한 잔만 먹여다고,제발..."
나는 누구에게 비는지 모르게 빌었다. 그리고 힘없는 눈을 또다시 몸과 몸이 서로 닿아 썩어서 몸에는 종기투성이요, 전 인원의 십분의 칠은 옴장이인 무리로 향하였다. 침묵의 끝없는 시간은 그냥 흐른다.
나는 도로 힘없이 앉았다.
"에, 더워죽겠다!"
마지막 '죽겠다'는 말은 똑똑히 들리지 않도록 누가 토하는 듯이 말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거기 대꾸할 용기가 없는지, 또 끝없는 침묵이 연속된다. 머리나 몸 가운데 어느 것이든 노동하지 않고는 사람은 못 사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몇 달 동안을 머리를 쓸 재료가 없이, 몸은 움직일 틈이 없이 지내왔으니 어찌 견딜 수 있을까? 그것도 이 더위에......
더위는 저녁이 되어가며 차츰 더하여진다. 모든 세포는 개개의 목숨을 가진 것같이 더위에 팽창한 몸의 한 부분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무겁고 뜨거운 공기가 허파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마다 더위는 더하여진다. 이러고야 어찌 열병 환자가 안 날까?
닷새 전에 한 사람이 병감으로 나가고, 그저께 또 한 사람 나가고, 오늘은 또 두 사람이 앓고 있다.
우리는 간수가 병인을 병감으로 데리고 나갈 때마다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거기에는 한 방에 여나믄 사람밖에는 두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물'약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맑은 공기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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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일요일이지요?"
나는 변기(便器)위에 올라앉아서 어두운 전등 밑에 이를 잡으면서 곁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우리는 하룻밤을 삼분(三分)하고 사람을 삼분하여 번갈아 잠을 자고, 남은 사람은 서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내가 압네까? 종은 팁네다만, 삼일날인디 주일날인디......"
그러나 종소리는 그냥 땡-땡-고요한 밤하늘에 울리어온다. 그것은 마치 '여기로 자유로 냉수를 마시고 넓은 자리에서 잘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처럼......
"사람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그래요. 정 사람의 얼굴이 보고파요."
"종소리 나는 저 세상에 물두 있을 테지. 넓은 자리도 있을 테지. 바람두, 바람두 불테지......"
이렇게 나는 중얼거렸다.
"물? 물? 여보 말 마오. 나두 밖에 있을 땐 목마르믄 물도 먹고, 넓은 자리에서 잔 사람이외다."
그는 성가신 듯이 외면을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밖에 있을 때에는 자유로 물을 먹었다. 자유로 버드렁거리며 잤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간 옛적의 꿈과 같이 머리에 남아 있을 뿐이다.
"아이스크림도 있구."
이번은 이편의 절은 사람이 나를 꾹 찔렀다.
"아이스크림? 그것만? 여보 그것만? 내겐 마누라도 있소. 뜰의 유월도(六月桃)두 거반 익어갈 때요."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즉, 아까 영감이 성가신 듯이 도로 나를 보며 말한다.
"마누라? 여보 젊은 사람이 왜 그리 철없는 소리만 하오? 난 아들이 둘씩이나 있었소. 나 들어온 지 두 달 반, 그것들이 죽지나 않았는지....."
서 있기로 된 사람 사이에는 한담이며 회고담들이 사귀어졌다.
그러나 우리들(자지 않고 서서 기다리기로 한) 가운데도 벌써 잠이 든 사람이 꽤 많았다. 서서 자는 사람도 있다. 변기 위 내 곁에 앉았던 사람도 끄덕끄덕 졸다가 툭 변기에서 떨어진 그대로 잔다. 아래 깔린 사람도 송장이 아닌 증거로는 한두 번 다리를 버둥거릴 뿐 그냥 잔다.
나도 어느 덧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가슴이 답답하여 깨니까(매일 밤 여러 번 겪는 현상이거니와)내 가슴과 머리는 온통 남의 다리(수십 개의)아래 깔려 있다. 그것들을 움으적 움으적 겨우 뚫고 일어나서, 그냥 어깨에 걸려 있는 몇 개의 남의 자리를 치워 버리고 무거운 김을 배앝았다.
다리 진열장이었었다. 머리와 몸집은 어디 갔는지 방안에 하나도 안 보이고, 다리만 몇 겹씩 포개고 포개고 하여 있다. 저편 끝에서 다리가 하나 버드렁거리는가 하면, 이편 끝에서는 두 다리가 움질움질하고-. 그것도 송장의 것과 같은 시퍼런 다리를. 이 사람의 세계를 멀리 떠난 그들에게도 사람과 같은 꿈이 깨어지는지(냉수 마시는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때때로 다리들 틈에서 꿈 소리가 나온다.
아아! 그들도 집에 돌아만 가면 빈약하나마 제가 잘 자리는 넉넉할 것을......
저편 끝에서 다리가 일여덟 개 들썩들썩 하더니 그 틈으로 머리가 하나 쑥 나오다가 긴 숨을 내어쉬고 도로 다리 속으로 스러진다.
그것을 어렴풋이 본 뒤에 나도 자려고 맥난 몸을 남의 다리에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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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세수를 할 때마다 깨닫는 것은, 나는 결코 파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부었는지 살쪘는지는 모르지만, 하루 종일 더위에 녹고 밤새도록 졸음과 땀에게 괴로움 받은 얼굴을 상쾌한 찬물로 씻을 때마다 깨닫는 바가 이것이다. 거울이 없으니 내 얼굴은 알 수 없고 남의 얼굴은 점진적이라 모르지만 미끄러운 땀을 씻고
보둥보둥한 뺨을 만져볼 때마다 나는 결코 파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 세수 뒤의 두세 시간이 우리들의 살림 가운데는 가장 값이 있는 시간이며, 그중 사람 비슷한 살림이었다. 이때뿐이 눈에는 빛이 있고 얼굴에는 산 사람의 기운이 있었다. 심지어는 머리도 얼마간 동작하며, 혹은 농담을 하는 사람까지 생기게 된다. 좀(단 몇 시간만) 지나면 모든 신경은 마비되고, 머리를 느리우며 떠도 보지를 못하는 눈을 시리감고 끓는 기름과 같이 숨을 헐떡거릴 사람과 이 사람들 사이에는 너무 간격이 있었다.
"이따는 또 더워질 테지요?"
나는 곁의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더워요? 덥긴 왜 더워? 이것 보구려. 오히려 추운 편인데...."
그는 엄청스럽게 몸을 떨어본 뒤에 웃는다.
아직 아침은 서늘한 유월 중순이었다. 캘린더가 없으니 날짜는 똑똑히 모르되 음력 단오를 좀 지난 때였었다. 하루 진일 받은 더위를 모두 발산한 아침은 얼마간 서늘하였다.
"노형, 어제 공판 갔댔지요?"
이렇게 나는 그 사람에게 물었다.
"예!"
"바깥 형편이 어떻습디까?"
"형편꺼정이야 알겠소? 그저 포플라두 새파랗구, 구름도 세차게 날아 다니구, 말하자면 다 산 것 같습니다. 땅바닥꺼정 움직이는 것 같구,사람들도 모두 상판이 시커먼 것이 우리들 보기에는 도둑놈 관상입니다."
"그것을 한번 봤으면......."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삼월 그믐 아직 두꺼운 솜옷을 입고야 지날 때에 여기 들어온 나는, 포플라가 푸른 빛이었는지 녹빛이었는지 똑똑히 모른다.
"노형도 수일 공판 가겠디오?"
"글세, 어제 이야기한 거같이 쉬 독립된답니다."
"쉬?"
"한 열흘 있으면 된답니다."
나는 거기 대꾸를 하려 할 때에 곁방에서 담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ㄱㄴ과 ㅏㅑㅓㅕ를 수로 한 우리의 암호 신호였다.
"무엇이오?"
나는 이렇게 두드렸다.
"좋은 소식이 있소. 독립은 다되었다오."
이때네 곁 감방의 문 따는 소리에 암호는 뚝 끊어졌다.
"곁방에서 공판 갈 사람을 불러낸다. 오늘은......"
"노형 꼭 가디?"
"글세, 꼭 가야겠는데......사람도 보구 넓은 데를......."
그러나 우리 방에서는 어제 간수부장한테 매맞은 그 영감과 그밖에 영원 맹산 등지 사람 두셋이 불리어나 갈 뿐 나는 역시 그 축에서 빠졌다.
"언제든 한 번 간다."
나는 맛없고 골이 나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언제든'이 과연 언제일까? 오늘은 꼭, 오늘은 꼭, 이리하여 석 달을 미뤄온 나이었다.'영원'과 같이 생각되는 석 달을 매일 아침마다 공판 가기를 기다리면서 지내온 나이었다. '언제 한 번'이란 과연 언제일까? 이런 석 달이 열 번 거듭하면 서른 달일 것이다.
"노형은 또 빠졌구려!"
"싫으면 그만두라지, 도둑놈들!"
"이제 한 번 안 가리까?"
"이제? 이제가 대체 언제란 말이오? 십 년을 기다려도 그뿐, 이십 년을 기다려도 그뿐......"
"그래도 한 번이야 안 가리까?"
"나 죽은 뒤에 말이오?"
나는 그에게까지 역정을 내었다.
좀 뒤에 아침밥을 먹을 때까지도 나의 마음은 자못 편치 못하였다. 그것은 바깥을 구경할 기회를 빨리 지어주지 않는 관리에게 대함이라기보다, 오히려 공판에 불리어나가게 된 행복한 사람들에게 대한 무서운 시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점심을 먹고 비린내나는 냉수를 한 대접 다 마신 뒤에, 매일 간수의 눈을 기어나면서 장난하는 바와 같이, 밥그릇을 당겨서 거기 아직 붙어 있는 밥알을 모두 긁어서 이기기 시작하였다. 갑갑하고 답답하고, 사로 이야기하는 것을 허락치 않고, 공상을 하자 하여도 벌써 재료가 없어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다만 하나의 오
락이 이것이었다.
때가 묻어서 새까맣게 될 때는 그 밥알은 한 덩어리의 떡으로 변한다. 그 떡은 혹은 개 혹은 돼지, 때때로는 간수의 모양으로 빚어져서, 마지막에는 변기 속으로 들어간다.
한창 내 손 속에서 움직이던 떡 덩이는-뿔은 좀 크케 되었지만 한 마리의 얌전한 소가 되어 내 무릎 위에 섰다. 나는 머리를 들었다.
아직 장난에 취하여 몰랐지만 해는 어느덧 또 무르녹기 시작하였다. 빈대 죽인 피가 여기저기 묻은 양회담벽에는 철창 그림자가 똑똑히 그려져 있다. 사르는 듯한 더위는 등지고 있는 창 밖에서 등을 타지고, 안고 있는 담벽에서 반사하여 가슴을 타지고, 곁에 빽빽이 사람의 열기로 온몸을 썩인다. 게다가 똥오줌 무르녹은
냄새와 살 썩은 냄새와 옴약 내에 매일 수없이 흐르는 땀 썩은 냄새를 합하여, 일종의 독가스를 이룬 무거운 기체는 방에 가라앉아서 환기까지 되지 않았다. 우리의 피곤해서 둔하게 된 감각으로도 넉넉히 깨달을 수 있는 역한 냄새였다. 간수가 가까이 와서 들여다 보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생각아거니와 나-뿐 아니라 온 사람의 몸에는 종기투성이이었다. 가득 차고 일변 증발하는 변기 위에 올라앉아서 뒤를 볼 때마다 역정나는 독한 습기가 엉덩이에 묻어서 거기서 생긴 종기를 이와 빈대가 온몸에 퍼져서 종기투성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
땀은 온몸에서 뚝 뚝-이라는 것보다 짤짤 흐른다.
"에-땀."
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상한 수수께끼와 같은 일이었다. 밥 먹은 뒤에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면, 이삼십분 뒤에는 그 물이 모두 땀으로 되어 땀구멍으로 솟는다.
폭포와 같다 하여도 좋을 땀이 목과 가슴으로 흘러서, 온 몸에 벌레 기어 다니는 것같이 그 불쾌함은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땀을 씻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초열지옥에라도 떨어질 것같이, 흐르는 땀을 씻으려는 사람도 없다.
'얼핏 진찰감에 보내어다고.'
나의 피곤한 머리는 이렇게 빌었다. 아침에 종기를 핑계삼아 겨우 빌어서 진찰하러 간 사람 축에 들 나는 지금 그것밖에는 바랄 것이 없었다. 시원한 공기와 넓은 자리를(다만 이십 분 동안이라도) 맛보는 것은, 여간한 돈이나 명예와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입감이라도 안부는커녕 어느 감방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우의 소식을 알는 지도 모르겠다.
즉, 뜻하지 않게 눈에 떠오른 것은 집안의 일이었다. 희다 못하여 노랗게까지 보이는 햇빛에 반사하는 양회담벽에 먼저 담배와 냉수가 떠오르고 나의 넓은 자리가(처음 순간에는 어렴풋하였지만)똑똑히 나타났다.(어찌하여 그런 조그만 일까지 똑똑히 보였던지 아직껏 이상하게 생각하거니와)파리 한 마리가 성냥갑에서 담배갑으로 도로 성냥갑으로 왔다갔다 한다.
"쌍!"
나는 뜨거운 기운을 내뱉았다.
"파리까지 자유로 날아다닌다."
성내려야 성낼 용기도 없어진 머리로 억지로 성을 내고, 눈에서 그 그림자를 지워버리려 하였다. 그러나 담배와 냉수는 곧 없어졌지만, 성가신 파리는 끝끝내 떨어지지를 않았다.
나는 손을 들어서(마치 그 파리를 날리려는 것 같이)두어 번 얼굴을 비빈 뒤에 맥없이 아까 만든 소만 쥐었다.
공기의 맛이 달다고는, 참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뜻하지도 못할 일일 것이다. 역한 냄새 나는 뜨거운 기운을 배앝고, 달고 맑은 새 공기를 들이마시는 처음 순간에는 기절할 듯이 기뻤다.
서늘한 좋은 일기였다. 아까는 참말로 더웠는지, 더웠으면 그 더위는 어디로 갔는지, 진찰감으로 가는 동안 오히려 춥다 하여도 좋을 만치 서늘하였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기쁜 것은 거기서 아우를 만난 일이었다.
"어느 방에 있니?"
나는 머리를 간수에게 향한 채로 조그만 소리로 물었다.
"사감 이방에......"
나는 좀 있다가 또 물었다.
"몇 사람씩이나 있니? 덥지?"
"모두들 살이 뚱뚱 부었어......"
"도둑놈들. 우리 방엔 사십여 인이 있다. 몸둥이가 모두 썩는다. 집엔 오히려 널거서 걱정인 자리가 있건만. 너 그새 앓지나 않었니?"
"감옥에선 앓을래야 병이 안 나. 더워서 골치만 쏘디......"
"어떻게 여기(진찰감) 왔니?"
"배 아프다구 거줏뿌러 하구......."
"난 종기투성이다. 이것 봐라."
하면서 나는 바지를 걷고 푸릿푸릿한 종기를 내어놓았다.
"그런데 너의 방엔 옴쟁이는 없니?"
"왜 없어......"
그는 누구도 옴쟁이고 누구도 옴쟁이고, 알 이름 모를 이름하여 한 일여덟 사람 부른다.
"그런데 집에서 면회는 왜 안 오는디....."
"글세 말이다. 모두들 죽었는지....."
문득 아직껏 생각이나 하여보지 않은 일이 머리에 떠오른다. 석 달 동안을 바깥 사람이라고는 간수들밖에 만나 보지 못한 우리에게는 바깥이 어떤 형편인지는 모를 지경이었다. 간혹 재판소에 갔다 오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거기 다니는 길은 야외라, 성 안 형편은 아직 우리가 여기 들어올 때와 같이 음울한 기운이 시가를 두르고, 삼정은 모두 철전을 하고 있는지, 또는 전과 같이 거리에는 흥정이 있고, 집안에는 웃음소리가 퍼지며, 예배당에는 결혼하는 패도 있으며, 사람들은 석 달 전에 일어난 그 사건을 거반 잊고 있는지, 보기는커녕 알지도 못하는 일이었다. 일가나 친척의 소소한 일은 더구나 모를 일이었다.
"다 무슨 변이 생겼나부다."
"그래도 어제 공판 갔던 사람이 재판소 앞에서 맏형을 봤다는데...."
아우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그 아우위 '봤다는데'라는 말과 함께,
"천십칠호!"
하고 고함치는 소리가 귀에 울리었다. 그것은 내 번호였다.
"네!"
"딘찰."
나는 빨리 일어서서 의사의 앞으로 갔다.
"오데가 아파?"
"여기요."
하고 나는 바지를 벗었다. 의사는 내가 내어놓은 엉덩이와 넓적다리를 갈핏 들여다보고 요만 것을.....하는 듯 얼굴로 말없이 간병수에게 내어 맡긴다. 거기서 껍진껍진한 고약을 받아서 되는 대로 쥐어바르고 이번엔 진찰 끝난 사람 축에 앉았다.
이때에 아우는 자기 곁에 앉은 사람과(나 앉은 데서까지 들리도록)무슨 이야기를 둥둥 하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간수를 보았다. 간수는 아우를 주목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기지게를 하는 듯 손을 들었다. 아우는 못 보았다. 이번은 크게 기침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못 들은 모양이었다. 가슴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알귀야 할 테인데......'
몸을 움즉움즉 하여보았지만, 그는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서 그냥 그치지 않고 하다가, 간수가 두어 걸음 자기에게 가까이 올때야 처음으로 정신을 차리고 시치미를 떼었다. 그러나 간수는 용서하지 않았다. 채찍의 날카로운 소리가 한 번 나는 순간, 아우는 어깨에 손을 대고 쓰러졌다. 피와 열이 한꺼번에 솟아올라 나는 눈
이 아뜩하여졌다.
좀 있다가 감방으로 들어올 때에 재빨리 곁눈으로 아우를 보니 나를 보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여 있었다. 무엇이 어리고 순결한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이게 하였나?
나는 바라고 또 바라던 달고 맑은 공기를 맛보기는 맛보았지만, 이를 맛보기 전보다 더 어둡고 무거운 머리를 가지고 감방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center>🙝🙟</center>
저녁을 먹은 뒤에 더위에 쓰러져 있던 나는, 아직 내어가지 않은 밥그릇에서 젓가락을 꺼내어 손수건 좌우 편 끝을 조금씩 감아서 부채와 같이 만들어 부쳐보았다. 훈훈하고 냄새나는 바람이 땀 위를 살짝 스쳐서, 그래도 조금의 서늘함을 맛볼 수가 있었다. 이깟 지혜가 어찌하여 아직 안 났던고? 나는 정신 잃은 사람같이
팔을 들었다. 이 감방 안에서는 처음의 냄새는 나지만 약간의 바람이 벌레 기어 다니는 것같이 흐르던 가슴의 땀을 증발시키느리고 꿈같은 냉미를 준다. 천장에 딱 붙은 전등이 켜졌다. 그러나 더위는 줄지 않았다.
손수건의 부채는 온방안이 흉내내어,나의 뒤의 사람으로 말미암아 등도 부쳐졌다. 썩어진 공기가 움직인다.
그러나 우리들의 부채질은 재판소에서 돌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중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방에서 나갔던 서너 사람도 돌아왔다. 영원 영감도 송장 같은 얼굴로 돌아 왔다.
나는 간수가 돌아간 뒤에 머리는 앞으로 향한 대로 손으로 영감을 찾았다.
"형편 어떻습디까?"
"모르갔소."
"판결은 어떻게 됐소?"
영감은 대답이 없었다. 그의 입은 바늘로 호라메우지나 않았나? 그러나 한참 뒤에 그는 겨우 대답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대단히 떨렸다.
"태형 구십 대랍니다."
"거 잘 됐구려! 이제 사흘 뒤에는 담배도 먹고 바람도 쏘이고....난 언제나......"
"여보, 잘 됐시오? 무어이 잘 되었단 말이오? 나이 칠십 줄에 들어서태 맞으면.....말하기도 싫소.난 아직 죽기 싫어! 공소했쉐다."
그는 벌컥 성을 내어 내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의 뒤에 이은 내 성도 그에게 지지를 않았다.
"여보! 시끄럽소. 노망했소? 당신은 당신이 죽겠다구 걱정하지만, 그래 당신만 사람이란 말이오? 이 방 사십여 명이 당신 하나 나가면 그만큼 자리가 넓어지는 건 생각지 않소? 아들 둘 다 총에 맞아 죽은 다음에 뒤상 하나 살아 있으면 무얼 해? 여보!"
나는 곁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였다.
"여기 태형 언도에 공소한 사람이 있답니다."
나는 이상한 소리로 껄걸 웃었다.
다른 사람도 영감을 용서치 않았다. 노망하였다, 바보로다, 제 몸만 생각한다, 내어쫓아라, 여러 가지의 평이 일어났다.
영감은 대답이 없었다. 갈게 쉬는 한숨만 우리의 귀에 들렸다. 우리들도 한참 비웃은 후에는 기진하여 잠잠하였다. 무겁고 괴로운 침묵만 흘렀다.
바깥은 어느 덧 어두워졌다. 대동강 빛과 같은 하늘은 온 세상을 뒤덮었다. 우리들의 입은 모두 바늘로 호라메우지나 않았나? 그러나 한참 뒤에 마침내 영감이 나를 찾는 소리가 겨우 침묵을 깨뜨렸다.
"여보!"
"왜 그러오?"
영감은 또 먹먹하다. 그러나 좀 뒤에 그는 다시 나를 찾았다.
"노형 말이 옳소. 아들 두 놈은 덩녕쿠 다 죽었쉐다. 난 나 혼자 이제 살아서 무엇 하갔소? 취하하게 해주소."
"진작 그럴 게지. 그럼 간수 부릅시다."
"그래 주소."
영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패통을 쳤다. 간수는 왔다. 내가 통역을 서서 그의 뜻(이라는 것보다 우리의 뜻)을 말하매 간수는 시끄러운 듯이 영감을 끌어내 갔다.
자리에 돌아올 때에 방안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그들의 얼굴에는 자리가 좀 넓어졌다는 기쁨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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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깡! 이것은 십여 일만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우리의 가장 큰 행복이다.
"모깡!"
간슈의 호령이 들린 때에 우리들은 줄을 지어서 뛰어나갔다.
뜨거운 해에 쪼인 시멘트 길은 석 달 동안을 쉰 우리의 발에는 무섭게 뜨거웠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즐거움의 하나였었다. 우리는 그 길을 건너서 목욕통 있는 데로 가서 옷을 벗어던지고. 반고형(半固型)이라 하여도 좋을 꺼룩한 목욕물에 뛰어들었다.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었다. 곧 곁에는 수도가 있다. 거기서는 언제든 맑은 물이 나온다. 그것은 우리들의 머리에서 한때도 떠나 보지 못한 '달콤한 냉수'이었었다. 잠깐 목욕통에서 덤빈 나는 수도로 나와서 코끼리와 같이 물을 먹었다.
바깥에는 여러 복역수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갑갑함에 겨운) 우리들에게는 부러움의 푯대였였다. 그들은 마음대로 바람을 쏘일 수가 있었다. 목마르면 간수의 허락을 듣고 물을 먹을 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는 갑갑함이 없었다.
즉, 어느 덧 그치라는 간수의 호령이 울리었다. 우리의 이십 초 동안의 목욕은 이에 끝났다. 우리는 (매를 맞지 않으려고)시간을 유예치 않고 빨리 옷을 입은 후에 간수를 따라서 감방으로 돌아왔다.
꼭 가장 더울 시간이었었다. 문을 닫는 순간, 우리는 벌써 더위 속에 파묻혔다. 더위는 즐거움 뒤의 복수라는 듯이 용서없이 우리를 내리쪼인다.
"벌써 덥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매를 맞구라도 좀더 있을 걸......"
누가 이렇게 말한다. 서너 사람의 웃음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 뒤에는 먹먹하였다. 몇 시간 동안의 침묵이 연속되었다.
우리는 무서운 소리에 화다닥 놀랐다. 그것은 단말마의 부르짖음이었다.
"히도오쓰(하나), 후다아쓰(둘)."
간수의 헤어나가는 소리와 함께,
"아이구 죽겠다. 아이구 아이구!"
부르짖는 소리가 우리의 더위에 마비된 귀를 찔렀다. 그것은 태 맞는 사람의 부르짖음이었다.
서른까지 헤인 뒤에 간수의 소리는 없어지고 태 맞는 사람의 앓는 소리만 처량히 우리의 귀에 들렸다.
둘째 사람이 태형대에 올라간 모양이다.
"히도오쓰."
하는 간수의 소리에 연한 것은,
"아유!"
하는 기운 없는 외마디의 부르짖음이었다.
"후다아쓰."
"아유!"
"미이쓰(셋)."
"아유!"
우리는 그 소리의 주인공을 알았다. 그것은 어젯밤 우리가 내어쫓은 그 영원 영감이었었다. 쓰린 매를 맞으면서도 우렁찬 신음을 할 기운도 없이 '아유' 외마디의 소리로 부르짖은 것은 우리가 억지로 매를 맞게 한 그 영감이었다.
"요오쓰(넷)."
"아유!"
"이쓰으쓰(다섯)."
"후-."
나는 저절로 목이 늘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머리에는 어젯밤 그가 이 방에서 끌려나갈 때의 꼴이 떠올랐다.
"칠십 줄에 든 늙은이가 태 맞고 실길 바라갔소? 난 아무케 되든 노형들이나......"
그는 이 말을 채 맺지 못하고 초연히 간수에게 끌려나갔다. 그리고 그를 내어쫓은 장본인은 이 나였었다.
나의 머리는 더욱 숙여졌다. 멀거니 뜬 준에서는 눈물이 나오려 하였다. 나는 그것을 막으려고 힘껏 감았다. 힘있게 닫힌 눈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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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야소군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죽은깨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훨렁 벗겨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찌거나 틀어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어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 똥만하게 붙은 것이라든지, 벌써 늙어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이 B여사가 질겁을 하다시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소위 '러브레터'였다. 여학교 기숙사라면 으례히 그런 편지가 많이 오는 것이지만 학교로도 유명하고 또 아름다운 여학생이 많은 탓인지 모르되 하루에도 몇 장씩 죽느니 사느니 하는 사랑 타령이 날아들어 왔었다.
기숙생에게 오는 사신을 일일이 검토하는 터이니까 그따위 편지도 물론 B여사의 손에 떨어진다. 달짝지근한 사연을 보는 족족 그는 더할 수 없이 흥분되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편지 든 손이 발발 떨리도록 성을 낸다.
아무 까닭 없이 그런 편지를 받은 학생이야말로 큰 재변이었다. 하학하기가 무섭게 그 학생은 사감실로 불리어 간다. 분해서 못 견디겠다는 사람 모양으로 쌔근쌔근하며 방안을 왔다갔다하던 그는, 들어오는 학생을 잡아먹을 듯이 노리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코가 맞닿을 만큼 바싹 다가들어서서 딱 마주선다. 웬 영문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선생의 기색을 살피고 겁부터 집어먹은 학생은 한동안 어쩔 줄 모르다가 간신히 모기만한 소리로,
“저를 부르셨어요?”
하고 묻는다.
“그래 불렀다. 왜!”
팍 무는 듯이 한 마디 하고 나서 매우 못마땅한 것처럼 교의를 우당퉁탕 당겨서 철썩 주저앉았다가 그저 서 있는 걸 보면,
“장승이냐? 왜 앉지를 못해!”
하고 또 소리를 빽 지르는 법이었다. 스승과 제자는 조그마한 책상 하나를 새에 두고 마주앉는다. 앉은 뒤에도,
“네 죄상을 네가 알지!”
하는 것처럼 아무 말 없이 눈살로 쏘기만 하다가 한참만에야 그 편지를 끄집어내어 학생의 코앞에 동댕이를 치며,
“이건 누구한테 오는 거냐?”
하고, 문초를 시작한다. 앞장에 제 이름이 쓰였는지라,
“저한테 온 것이야요.”
하고, 대답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발신인이 누구인 것을 채쳐 묻는다. 그런 편지의 항용으로 발신인의 성명이 똑똑치 않기 때문에 주저주저하다가 자세히 알 수 없다고 내대일 양이면,
“너한테 오는 것을 네가 모른단 말이냐?”
고, 불호령을 내린 뒤에 또 사연을 읽어 보라 하여 무심한 학생이 나즉나즉하나마 꿀 같은 구절을 입술에 올리면, B여사의 역정은 더욱 심해져서 어느 놈의 소위인 것을 기어이 알려 한다. 기실 보도 듣도 못한 남성의 한 노릇이요, 자기에게는 아무 죄도 없는 것을 변명하여도 곧이 듣지를 않는다. 바른대로 아뢰어야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퇴학을 시킨다는 둥, 제 이름도 모르는 여자에게 편지할 리가 만무하다는 둥, 필연 행실이 부정한 일이 있으리라는 둥…
하다못해 어디서 한 번 만나기라도 하였을 테니 어찌해서 남자와 접촉을 하게 되었냐는 둥, 자칫 잘못하여 학교에서 주최한 음악회나 '바자'에서 혹 보았는지 모른다고 졸리다 못해 주워댈 것 같으면 사내의 보는 눈이 어떻드냐, 표정이 어떻드냐, 무슨 말을 건네드냐, 미주알 고주알 캐고 파며 얼르고 볶아서 넉넉히 십 년 감수는 시킨다.
두 시간이 넘도록 문초를 한 끝에는 사내란 믿지 못할 것, 우리 여성을 잡아 먹으려는 마귀인 것, 연애가 자유이니 신성이니 하는 것도 모두 악마가 지어낸 소리인 것을 입에 침이 없이 열에 띄어서 한참 설법을 하다가 닦지도 않은 방바닥(침대를 쓰기 때문에 방이라 해도 마루바닥이다)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눈에 눈물까지 글썽거리면서 말끝마다 하느님 아버지를 찾아서 악마의 유혹에 떨어지려는 어린 양을 구해달라고 뒤삶고 곱삶는 법이었다.
<center>🙝🙟</center>
그리고 둘째로 그의 싫어하는 것은 기숙생을 남자가 면회하러 오는 일이었다. 무슨 핑계를 하든지 기어이 못 보게 하고 만다. 친부모, 친동기간이라도 규칙이 어떠니, 상학중이니 무슨 핑계를 하든지 따돌려 보내기가 일쑤다.
이로 말미암아 학생이 동맹 휴학을 하였고 교장의 설유까지 들었건만 그래도 그 버릇은 고치려 들지 않았다.
이 B사감이 감독하는 그 기숙사에 금년 가을 들어서 괴상한 일이 '생겼다'느니보다 '발각되었다'는 것이 마땅할는지 모르리라. 왜 그런고 하면 그 괴상한 일이 언제 '시작된' 것은 귀신밖에 모르니까.
그것은 다른 일이 아니라, 밤이 깊어서 새로 한 점이 되어 모든 기숙생들이 달고 곤한 잠에 떨어졌을 때 난데없는 깔깔대는 웃음과 속살속살대는 말낱이 새어 흐르는 일이었다. 하루 밤이 아니고 이틀 밤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소리가 잠귀 밝은 기숙생의 귀에 들리기도 하였지만 잠결이라 뒷동산에 구르는 마른 잎의 노래로나, 달빛에 날개를 번뜩이며 울고 가는 기러기의 소리로나 흘러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도깨비의 장난이나 아닌가 하여 무시무시한 증이 들어서 동무를 깨웠다가 좀처럼 동무는 깨지 않고 제 생각이 너무나 어림없고 어이없음을 깨달으면, 밤소리 멀리 들린다고, 학교 이웃 집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또 딴 방에 자는 제 동무들의 잠꼬대로만 여겨서 스스로 안심하고 그대로 자버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수수께끼가 풀릴 때는 왔다. 이때 공교롭게 한 방에 자던 학생 셋이 한꺼번에 잠을 깨었다. 첫째 처녀가 소변을 보러 일어났다가 그 소리를 듣고 둘째 처녀와 세째 처녀를 깨우고 만 것이다.
“저 소리를 들어보아요. 아닌 밤중에 저게 무슨 소리야.”
하고 첫째 처녀는 호동그래진 눈에 무서워하는 빛을 띠운다.
“어젯밤에 나도 저 소리에 놀랬었어. 도깨비가 났단 말인가?”
하고, 둘째 처녀도 잠오는 눈을 비비며 수상해 한다. 그중에 제일 나이 많을 뿐더러(많았자 열 여덟밖에 아니 되지만) 장난 잘 치고 짓궂은 짓 잘하기로 유명한 세째 처녀는 동무 말을 못 믿겠다는 듯이 이슥히 귀를 기울이다가,
“딴은 수상한걸. 나는 언젠가 한번 들어본 법도 하구먼. 무얼 잠 아니 오는 애들이 이야기를 하는 게지.”
이때에 그 괴상한 소리는 땍대굴 웃었다. 세 처녀는 귀를 소스라쳤다. 적적한 밤 가운데 다른 파동 없는 공기는 그 수상한 말 마디를 곁에서 나는 듯이 또렷또렷이 전해 주었다.
“오! 태훈씨! 그러면 작히 좋을까요.”
간드러진 여자의 목소리다.
“경숙씨가 좋으시다면 내야 얼마나 기쁘겠읍니까. 아아, 오직 경숙씨에게 바친 나의 타는 듯한 가슴을 인제야 아셨읍니까!”
정열에 띄인 사내의 목청이 분명하였다. 한동안 침묵…
“인제 그만 놓아요. '키스'가 너무 길지 않아요. 행여 남이 보면 어떻해요.”
아양떠는 여자 말씨.
“길수록 더욱 좋지 않아요. 나는 내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키스'를 하여도 길다고는 못하겠읍니다. 그래도 짧은 것을 한하겠읍니다.”
사내의 피를 뿜는 듯한 이 말끝은 계집의 자지러진 웃음으로 묻혀버렸다.
그것은 묻지 않아도 사랑에 겨운 남녀의 허무러진 수작이다. 감금이 지독한 이 기숙사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세 처녀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놀랍고 무서운 빛이 없지 않았으되 점점 호기심에 번쩍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한결같이 '로맨틱'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 안에 있는 여자 애인을 보려고 학교 근처를 뒤돌고 곰돌던 사내 애인이, 타는 듯한 가슴을 걷잡다 못하여 밤이 이슥하기를 기다려 담을 뛰어 넘었는지 모르리라.
<center>🙝🙟</center>
모든 불이 다 꺼지고 오직 밝은 달빛이 은가루처럼 서리인 창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여자 애인이 흰 수건을 흔들어 사내 애인을 부른지도 모르리라.
활동사진에 보는 것처럼 기나긴 피륙을 내리워서 하나는 위에서 당기고 하나는 밑에서 매달려 디룽디룽하면서 올라가는 정경이 있었는지 모르리라. 그래서 두 애인은 만나가지고 저와 같이 사랑의 속삭거림에 잦아졌는지 모르리라… 꿈결 같은 감정이 안개 모양으로 눈부시게 세 처녀의 몸과 마음을 휩싸 돌았다.
그들의 뺨은 후끈후끈 달았다. 괴상한 소리는 또 일어났다.
“난 싫어요. 당신 같은 사내는 난 싫어요.”
이번에는 매몰스럽게 내어대는 모양.
“나의 천사, 나의 하늘, 나의 여왕, 나의 목숨, 나의 사랑, 나를 살려 주어요, 나를 구해 주어요.”
사내의 애를 졸리는 간청…
“우리 구경 가볼까.”
짖궂은 세째 처녀는 몸을 일으키며 이런 제의를 하였다. 다른 처녀들도 그 말에 찬성한다는 듯이 따라 일어섰으되 의아와 공구(恐懼)와 호기심이 뒤섞인 얼굴을 서로 교환하면서 얼마쯤 망설이다가 마침내 가만히 문을 열고 나왔다. 쌀벌레 같은 그들의 발가락은 가장 조심성 많게 소리나는 곳을 향해서 곰실곰실 기어간다. 컴컴한 복도에 자다가 일어난 세 처녀의 흰 모양은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움직였다.
소리나는 방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찾고는 나무로 깎아 세운 듯이 주춤 걸음을 멈출 만큼 그들은 놀래었다. 그런 소리의 출처야말로 자기네 방에서 몇 걸음 안 되는 사감실일 줄이야! 그 방에 여전히 사내의 비대발괄하는 푸념이 되풀이 되고 있다… 나의 천사, 나의 하늘, 나의 여왕, 나의 목숨, 나의 사랑, 나의 애를 말려 죽이실 테요. 나의 가슴을 뜯어 죽이실 테요. 내 생명을 맡으신 당신의 입술로…
세째 처녀는 대담스럽게 그 방문을 빠끔히 열었다. 그 틈으로 여섯 눈이 방안을 향해 쏘았다. 이 어쩐 기괴한 광경이냐! 전등 불은 아직 끄지 않았는데 침대 위에는 기숙생에게 온 소위 '러브레터'의 봉투가 너저분하게 흩어졌고 그 알맹이도 여기저기 두서없이 펼쳐진 가운데 B여사 혼자 - 아무도 없이 제 혼자 일어나 앉았다.
누구를 끌어당길 듯이 두 팔을 벌리고 안경을 벗은 근시안으로 잔뜩 한 곳을 노리며 그 굴비쪽 같은 얼굴에 말할 수 없이 애원하는 표정을 짓고는 '키스'를 기다리는 것 같이 입을 쫑긋이 내어민 채 사내의 목청을 내어가면서 아깟말을 중얼거린다. 그러다가 그 넋두리가 끝날 겨를도 없이 급작스리 앵돌아서는 시늉을 내며 누구를 뿌리치는 듯이 연해 손짓을 하며 이번에는 톡톡 쏘는 계집의 음성을 지어,
“난 싫어요. 당신 같은 사내는 난 싫어요.”
하다가 제물에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러더니 문득 편지 한 장(물론 기숙생에게 온 '러브레터'의 하나)을 집어들어 얼굴에 문지르며,
“정 말씀이야요? 나를 그렇게 사랑하셔요? 당신의 목숨같이 나를 사랑하셔요? 나를, 이 나를.”
하고 몸을 추수리는데 그 음성은 분명 울음의 가락을 띠었다.
“에그머니 저게 웬일이냐!”
첫째 처녀가 소곤거렸다.
“아마 미쳤나보아, 밤중에 혼자 일어나서 왜 저리고 있을꾸.”
둘째 처녀가 맞방망이를 친다…
“에그 불쌍해!”
하고, 세째 처녀는 손으로 고인 때 모르는 눈물을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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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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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결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장이를 동광학교(東光學校)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첫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 첨지는 십 전짜리 백통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팔십 전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앓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줄 수 있음이다.
그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럭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 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의사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없으되 반듯이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는 새로 모로도 못 눕는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조밥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 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좁쌀 한 되와 십 전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었더니 김 첨지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남비에 대고 끓였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닿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 년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 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고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김 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조롱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하고 김 첨지는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 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이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설렁탕을 사줄 수도 있다.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세 살먹이)에게 죽을 사줄 수도 있다. — 팔십 전을 손에 쥔 김 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땀과 빗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기름주머니가 다 된 왜목 수건으로 닦으며, 그 학교 문을 돌아나올 때였다. 뒤에서 <인력거!>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그 학교 학생인 줄 김 첨지는 한 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다짜고짜로,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요?”라고, 물었다.
아마도 그 학교 기숙사에 있는 이로 동기방학을 이용하여 귀향하려 함이리라.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 짐은 있고 해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 첨지를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왜 구두를 채 신지 못해서 질질 끌고, 비록 <고구라> 양복일망정 노박이로 비를 맞으며 김첨지를 뒤쫓아 나왔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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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씀입니까.”하고 김 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 곳을 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그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 앞집 마나님한테서 부르러 왔을 제 병인은 그 뼈만 남은 얼굴에 유일의 생물 같은 유달리 크고 움폭한 눈에 애걸하는 빛을 띠우며,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있어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라고,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고 숨을 걸그렁걸그렁 하였다.
그때에 김 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압다, 젠장맞을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알아.”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환자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찌기 들어와요.”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김 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란 말이요?”하고 학생은 초조한 듯이 인력거꾼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잣말같이, “인천 차가 열 한 점에 있고, 그 다음에는 새로 두 점이든가.”라고, 중얼거린다.
“일 원 오십 전만 줍시요.”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 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래었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내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일 원 오십 전은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잇수로 치면 여기서 거기가 사오리가 넘는답니다. 또 이런 진 날에 좀 더 주셔야지요.”하고 빙글빙글 웃는 차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 흘렀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 어린 손님은 그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러 갈 데로 갔다.
그 학생을 태우고 나선 김 첨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거뿐하였다.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바퀴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군다느니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 가는 듯하였다. 얼은 땅에 비가 내려 미끄럽기도 하였지만.
이윽고 끄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집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병자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리는 듯하였다. 그러자 엉엉하고 우는 개똥이의 곡성을 들은 듯싶다. 딸국딸국 하고 숨 모으는 소리도 나는 듯싶다.“왜 이리우, 기차 놓치겠구먼.”하고 탄 이의 초조한 부르짖음이 간신히 그의 귀에 들어왔다. 언뜻 깨달으니 김 첨지는 인력거를 쥔 채 길 한복판에 엉거주춤 멈춰있지 않은가.
“예, 예.”하고, 김 첨지는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집이 차차 멀어갈수록 김 첨지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게 놀려야만 쉴새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정거장까지 끌어다주고 그 깜짝 놀란 일 원 오십 전을 정말 제 손에 쥠에, 제 말마따나 십 리나 되는 길을 비를 맞아 가며 질퍽거리고 온 생각은 아니하고, 거저나 얻은 듯이 고마왔다. 졸부나 된 듯이 기뻤다. 제자식 뻘밖에 안되는 어린 손님에게 몇 번 허리를 굽히며, “안녕히 다녀옵시요.”라고 깍듯이 재우쳤다.
그러나 빈 인력거를 털털거리며 이 우중에 돌아갈 일이 꿈밖이었다. 노동으로 하여 흐른 땀이 식어지자 굶주린 창자에서, 물 흐르는 옷에서 어슬어슬 한기가 솟아나기 비롯하매 일 원 오십 전이란 돈이 얼마나 괜찮고 괴로운 것인 줄 절절히 느끼었다. 정거장을 떠나는 그의 발길은 힘 하나 없었다. 온몸이 옹송그려지며 당장 그 자리에 엎어져 못 일어날 것 같았다.
“젠장맞을 것! 이 비를 맞으며 빈 인력거를 털털거리고 돌아를 간담. 이런 빌어먹을, 제 할미를 붙을 비가 왜 남의 상판을 딱딱 때려!”
그는 몹시 홧증을 내며 누구에게 반항이나 하는 듯이 게걸거렸다. 그럴 즈음에 그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쳤나니 그것은 <이러구 갈 게 아니라 이 근처를 빙빙 돌며 차 오기를 기다리면 또 손님을 태우게 될는지도 몰라>란 생각이었다. 오늘 운수가 괴상하게도 좋으니까 그런 요행이 또한번 없으리라고 누가 보증하랴. 꼬리를 굴리는 행운이 꼭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내기를 해도 좋을 만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거장 인력거꾼의 등살이 무서우니 정거장 앞에 섰을 수는 없었다.
그래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일이라 바로 정거장 앞 전차 정류장에서 조금 떨어지게, 사람 다니는 길과 전찻길 틈에 인력거를 세워놓고 자기는 그 근처를 빙빙 돌며 형세를 관망하기로 하였다. 얼마만에 기차는 왔고, 수십 명이나 되는 손이 정류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손님을 물색하는 김 첨지의 눈엔 양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신고 <망토>까지 두른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듯한 여편네의 모양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아씨, 인력거 아니 타시랍시요?”
그 여학생인지 뭔지가 한참은 매우 탯갈을 빼며 입술을 꼭 다문 채 김 첨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김 첨지는 구걸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연방 그의 기색을 살피며, “아씨, 정거장 애들보담 아주 싸게 모셔다 드리겠읍니다. 댁이 어디신가요.”하고, 추근추근하게도 그 여자의 들고 있는 일본식 버들고리짝에 제 손을 대었다.
“왜 이래, 남 귀치않게.”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김 첨지는 어랍시요 하고 물러섰다.
전차는 왔다. 김 첨지는 원망스럽게 전차 타는 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예감(豫感)은 틀리지 않았다. 전차가 빡빡하게 사람을 싣고 움직이기 시작하였을 때 타고 남은 손 하나이 있었다. 굉장하게 큰 가방을 들고 있는걸 보면 아마 붐비는 차 안에 짐이 크다 하여 차장에게 밀려내려온 눈치였다. 김 첨지는 대어섰다.
“인력거를 타시랍시요.”
한동안 값으로 승강이를 하다가 육십 전에 인사동까지 태워다주기로 하였다. 인력거가 무거워지매 그의 몸은 이상하게도 가벼워졌고 그리고 또 인력거가 가벼워지니 몸은 다시금 무거워졌건만 이번에는 마음조차 초조해 온다. 집의 광경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어 인제 요행을 바랄 여유도 없었다. 나무 등걸이나 무엇 같고 제 것 같지도 않은 다리를 연해 꾸짖으며 갈팡질팡 뛰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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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의 인력거군이 저렇게 술이 취해가지고 이 진 땅에 어찌 가노, 라고 길 가는 사람이 걱정을 하리만큼 그의 걸음은 황급하였다. 흐리고 비오는 하늘은 어둠침침하게 벌써 황혼에 가까운 듯하다. 창경원 앞까지 다달아서야 그는 턱에 닿은 숨을 돌리고 걸음도 늦추잡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집이 가까와올수록 그의 마음조차 괴상하게 누그러웠다. 그런데 이 누그러움은 안심에서 오는 게 아니요, 자기를 덮친 무서운 불행을 빈틈없이 알게 될 때가 박두한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는 불행에 다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늘리려고 버르적거렸다. 기적(奇蹟)에 가까운 벌이를 하였다는 기쁨을 할 수 있으면 오래 지니고 싶었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사면을 살피었다. 그 모양은 마치 자기 집 — 곧 불행을 향하고 달려가는 제 다리를 제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으니 누구든지 나를 좀 잡아 다고, 구해 다고 하는 듯하였다.
그럴 즈음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그의 친구 치삼이가 나온다. 그의 우글우글 살찐 얼굴에 주홍이 돋는 듯, 온 턱과 뺨을 시커멓게 구레나룻이 덮였거늘, 노르탱탱한 얼굴이 바짝 말라서 여기저기 고랑이 패고, 수염도 있대야 턱밑에만 마치 솔잎 송이를 거꾸로 붙여놓은 듯한 김 첨지의 풍채하고는 기이한 대상을 짓고 있었다.
“여보게 김 첨지, 자네 문안 들어갔다 오는 모양일세그려. 돈 많이 벌었을 테니 한 잔 빨리게.”
뚱뚱보는 말라깽이를 보든 맡에 부르짖었다. 그 목소리는 몸짓과 딴판으로 연하고 싹싹하였다. 김 첨지는 이 친구를 만난 게 어떻게 반가운지 몰랐다. 자기를 살려준 은인이나 무엇같이 고맙기도 하였다.
“자네는 벌써 한잔 한 모양일세그려. 자네도 오늘 재미가 좋아보이.”하고, 김 첨지는 얼굴을 펴서 웃었다.
“압다, 재미 안 좋다고 술 못 먹을 낸가. 그런데 여보게, 자네 왼몸이 어째 물독에 빠진 새앙쥐 같은가? 어서 이리 들어와 말리게.”
선술집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추어탕을 끓이는 솥뚜껑을 열 적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흰 김, 석쇠에서 뻐지짓뻐지짓 구워지는 너비아니 구이며 제육이며 간이며 콩팥이며 북어며 빈대떡……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인 안주 탁자에 김 첨지는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 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배고픈 이는 위선 분량 많은 빈대떡 두 개를 쪼이기도 하고 추어탕을 한 그릇 청하였다.
주린 창자는 음식맛을 보더니 더욱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들이라 하였다. 순식간에 두부와 미꾸리 든 국 한 그릇을 그냥 물같이 들이키고 말았다. 세째 그릇을 받아들었을 제 데우던 막걸이 곱배기 두 잔이 더웠다. 치삼이와 같이 마시자 원원히 비었던 속이라 찌르르하고 창자에 퍼지며 얼굴이 화끈하였다. 눌러 곱배기 한 잔을 또 마셨다.
김 첨지의 눈은 벌써 개개 풀리기 시작하였다. 석쇠에 얹힌 떡 두 개를 숭덩숭덩 썰어서 볼을 불룩거리며 또 곱배기 두 잔을 부어라 하였다.
치삼은 의아한 듯이 김 첨지를 보며, “여보게 또 붓다니, 벌써 우리가 넉 잔씩 먹었네, 돈이 사십 전일세.”라고 주의시켰다.
“아따 이놈아, 사십 전이 그리 끔찍하냐. 오늘 내가 돈을 막 벌었어. 참 오늘 운수가 좋았느니.”
“그래 얼마를 벌었단 말인가?”
“삼십 원을 벌었어, 삼십 원을! 이런 젠장맞을 술을 왜 안부어…… 괜찮다 괜찮다, 막 먹어도 상관이 없어. 오늘 돈 산더미같이 벌었는데.”
“어, 이 사람 취했군, 그만두세.”
“이놈아, 이걸 먹고 취할 내냐, 어서 더 먹어.”하고는 치삼의 귀를 잡아채며 취한 이는 부르짖었다. 그리고 술을 붓는 열 다섯 살 됨직한 중대가리에게로 달려들며, “이놈, 오라질 놈, 왜 술을 붓지 않어.”라고 야단을 쳤다. 중대가리는 히히 웃고 치삼을 보며 문의하는 듯이 눈짓을 하였다. 주정꾼이 눈치를 알아보고 화를 버럭내며, “에미를 붙을 이 오라질 놈들 같으니, 이놈 내가 돈이 없을 줄 알고.”하자마자 허리춤을 훔칫훔칫 하더니 일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중대가리 앞에 펄쩍 집어던졌다. 그 사품에 몇 푼 은전이 잘그랑 하며 떨어진다.
“여보게 돈 떨어졌네, 왜 돈을 막 끼얹나.” 이런 말을 하며 일변 돈을 줍는다. 김 첨지는 취한 중에도 돈의 거처를 살피는 듯이 눈을 크게 떠서 땅을 내려다보다가 불시에 제 하는 짓이 너무 더럽다는 듯이 고개를 소스라치자 더욱 성을 내며, “봐라 봐! 이 더러운 놈들아, 내가 돈이 없나, 다리뼉다구를 꺾어놓을 놈들 같으니.”하고 치삼의 주워주는 돈을 받아, “이 원수엣 돈! 이 육시를 할 돈!”하면서, 풀매질을 친다. 벽에 맞아 떨어진 돈은 다시 술 끓이는 양푼에 떨어지며 정당한 매를 맞는다는 듯이 쨍하고 울었다.
곱배기 두 잔은 또 부어질 겨를도 없이 말려가고 말았다. 김 첨지는 입술과 수염에 붙은 술을 빨아들이고 나서 매우 만족한 듯이 그 솔잎 송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또 부어, 또 부어.”라고, 외쳤다.
또 한 잔 먹고 나서 김 첨지는 치삼의 어깨를 치며 문득 껄껄 웃는다. 그 웃음 소리가 어떻게 컸는지 술집에 있는 이의 눈은 모두 김 첨지에게로 몰리었다. 웃는 이는 더욱 웃으며, “여보게 치삼이, 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오늘 손을 태고 정거장에까지 가지 않았겠나.”
“그래서.”
“갔다가 그저 오기가 안 됐데그려. 그래 전차 정류장에서 어름어름하며 손님 하나를 태울 궁리를 하지 않았나. 거기 마침 마나님이신지 여학생님이신지 — 요새야 어디 논다니와 아가씨를 구별할 수가 있던가 — <망토>를 두르고 비를 맞고 서 있겠지. 슬근슬근 가까이 가서 인력거 타시랍시요 하고 손가방을 받으랴니까 내 손을 탁 뿌리치고 홱 돌아서더니만 <왜 남을 이렇게 귀찮게 굴어!> 그 소리야말로 꾀꼬리 소리지, 허허!”
김 첨지는 교묘하게도 정말 꾀꼬리 같은 소리를 내었다. 모든 사람은 일시에 웃었다.
“빌어먹을 깍쟁이 같은 년, 누가 저를 어쩌나, <왜 남을 귀찮게 굴어!> 어이구 소리가 처신도 없지, 허허.”
웃음 소리들은 높아졌다. 그러나 그 웃음 소리들이 사라지기 전에 김 첨지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
치삼은 어이없이 주정뱅이를 바라보며, “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또 무슨 일인가.”
김 첨지는 연해 코를 들여마시며, “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
“뭐, 마누라가 죽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엑기 미친 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 참말로... 마누라 시체를 집어 뻐들쳐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하고 김 첨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치삼은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 “원 이 사람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하고 우는 이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치삼의 끄는 손을 뿌리치더니 김 첨지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죽기는 누가 죽어.”하고 득의가 양양.
“죽기는 왜 죽어, 생때같이 살아만 있단다. 그 오라질 년이 밥을 죽이지. 인제 나한테 속았다.”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이 사람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 나도 아주먼네가 앓는단 말은 들었는데.”하고, 치삼이도 어느 불안을 느끼는 듯이 김 첨지에게 또 돌아가라고 권하였다.
“안 죽었어, 안 죽었대도그래.”
김 첨지는 홧증을 내며 확신있게 소리를 질렀으되 그 소리엔 안 죽은 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 기어이 일 원어치를 채워서 곱배기 한 잔씩 더 먹고 나왔다. 궂은 비는 의연히 추적추적 내린다.
<center>🙝🙟</center>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다달았다. 집이라 해도 물론 셋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떨어진 행랑방 한 간을 빌려 든 것인데 물을 길어대고 한 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김 첨지가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 —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쿨룩거리는 기침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하는 그윽한 소리,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가 날 뿐이다. 만일 청각(聽覺)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빡빡 소리는 빨 따름이요, 꿀떡꿀떡 하고 젖 넘어가는 소리가 없으니 빈 젖을 빤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김 첨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 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김 첨지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지내, 빨지 않은 기저귀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내, 가지각색 때가 케케히 앉은 옷내, 병인의 땀 썩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김 첨지의 코를 찔렀다.
방안에 들어서며 설렁탕을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군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빽빽 소리가 응아 소리로 변하였다. 개똥이가 물었던 젖을 빼어놓고 운다. 운대도 온 얼굴을 찡그려 붙여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응아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고 마치 뱃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환자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이 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정만 보느냐, 응.”하는 말 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 첨지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테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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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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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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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단군 기원 4240년(서기 1907년) 몇 해 어느 달, 어느 날이던가, 땅은 서울이던가, 시골이던가, 해외 어디던가, 도무지 기억할 수 없는데, 이 몸은 어디로 해서 왔는지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크나큰 무궁화 몇만 길 되는 가지 위 넓기가 큰 방만한 꽃송이에 앉았더라.
별안간 하늘 한복판이 딱 갈라지며 그 속에서 불그레한 광선이 뻗쳐 나오더니 하늘에 테를 지어 두르고 그 위에 뭉글뭉글한 고운 구름으로 갓을 쓰고 그 광선보다 더 고운 빛으로 두루마기를 지어 입은 한 천관(天官)이 앉아 오른손으로 번개칼을 휘두르며 우뢰 같은 소리로 말하여 가로되,
"인간에게는 싸움뿐이니라. 싸움에 이기면 살고 지면 죽나니 신의 명령이 이러하니라."
그 소리가 딱 그치며, 광선도 천관도 다 간 곳이 없고 햇살이 탁 퍼지며 온 바닥이 반듯하더니 이제는 사람 소리가 시작된다. 동편으로 닷 동달이 갖춘 빛에 둥근 테를 두른 오원기(五員旗)가 뜨며 그 기 밑에 사람이 덮여 오는데 머리에 쓴 것과 몸에 장속(裝束)한 것이 모두 이상하나 말소리를 들으니 분명한 우리나라 사람이요, 다만 신체의 장건(壯健)과 위풍의 늠름함이 전에 보지 못한 이들이다.
또 서편으로 좌룡우봉(左龍右鳳) 그린 그 밑에 수백만 군사가 몰려오는데 뿔 돋친 놈, 꼬리 돋친 놈, 목 없는 놈, 팔 없는 놈, 처음 보는 괴상한 물건들이 달려들고 그 뒤에는 찬바람이 탁탁 치더라.
이때에 한놈이 송구한 마음이 없지 않으나 뜨는 호기심이 버럭 나 이 몸이 곧 무궁화 가지 아래로 내려가 구경코자 했더니, 꽃송이가 빙글빙글 웃으며,
"너는 여기 앉았거라. 이곳을 떠나면 천지가 캄캄하여 아무것도 안 보이리라."
하거늘 들던 궁둥이를 다시 붙이고 앉으니, 난데없는 구름장이 어디서 떠 들어와 햇빛을 가리우며, 소낙비가 놀란 듯 퍼부어 평지가 바다가 되었는데, 한편으로 으르르 꽝꽝 소리가 나며 거의 '모질'다는 두 자로만 형용하기 어려운 큰 바람이 일어, 나무를 치면 나무가 꺾어지고 돌을 치면 돌이 날고, 집이나 산이나 닥치는 대로 부수는 그 기세로 바다를 건드리니, 바람도 크지만 바다도 큰 물이라. 서로 지지 않으려고 바람이 물을 치면 물도 바람을 쳐 바람과 물이 반 공중에서 접견할새 용이 우는 듯 고래가 뛰는 듯 천병만마(千兵萬馬)가 달리는 듯, 바람이 클수록 물결이 높아 온 지구가 들먹들먹하더라.
"바람이 불거나 물결이 치거나 우리는 우리대로 싸워 보자."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까 보던 동편의 오원기와 서편의 용봉기 밑에 있는 장졸들이 눈들을 부릅뜨고 서로 죽이려 달려드니 바다에는 바람과 물의 싸움이요, 물 위에는 두 편 장졸들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동양 역사나 서양 역사에서나 보던 싸움은 아니더라. 싸우는 사람들이 손에는 아무 연장도 가지지 않고 오직 입을 딱딱 벌리며 목구멍에서 불도 나오며, 물도 나오며, 칼도 나오며, 화살도 나와 칼과 칼이 싸우며 활이 활과 싸우며 불과 불이 서로 치다가 나중에는 사람을 맞히니, 이 맞은 사람은 목이 떨어지면 팔로 싸우며 팔이 떨어지면 또 다리로 싸우다가 끝끝내 살이 다 떨어지고 뼈가 하나도 없이 부서져야 그만두는 싸움이라. 몇 시 몇 분이 못 되어 주검이 천리나 덮이고 비린내 땅에 코를 돌릴 수 없으며, 피를 하도 뿌려 하늘까지 빨갛게 물들였도다. 한놈이 이를 보고 우주가 이같이 참혹한 마당일까 하여 차마 보지 못해 눈을 감으니, 꽃송이가 다시 빙글빙글 웃으며,
"한놈아, 눈을 떠라! 네 이다지 약하냐? 이것이 우주의 진면목이니라. 네가 안 왔으면 하릴없지만 이미 온 바에는 싸움에 참가하여야 하나니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너의 책임만 방기함이니라. 한놈아, 눈을 빨리 떠라."
하거늘 한놈이 하릴없이 두 손으로 눈물을 닦고 눈을 들어 살피니 그 사이에 벌써 싸움이 끝났는지 천지가 괴괴하게 풍우도 또한 멀리 간지라, 해는 발끈 들어 온 바닥이 따뜻한데 깊은 구름을 헤치고 신선의 풍류 소리가 내려오니 이제부터 참혹한 소리는 물러가고 평화의 소리가 대신함인가 보더라.
이 소리 밑에 나오는 사람들은 곧 별사람들이 아니라 아까 오원기를 받들고 동편 진에 섰던 장졸들이니, 대개 서편 진을 깨쳐 수백만 적병을 씨 없이 죽이고 전승고를 울리며 돌아옴이라.
일원대장(一員大將)이 앞장에서 인도하는데 금화절풍건(金花折風巾)을 쓰고 어깨엔 어린장(魚鱗章)이며 몸엔 조의를 입었더라. 그 얼굴이 맑은 듯 위엄 있고 매운 듯 인자하여, 얼른 보면 부처 같고 일변으로는 범 같아 보기에 사랑도 스럽고 무섭기도 하더라.
그가 한놈이 앉은 무궁화나무로 향하여 오더니 문득 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허허, 무궁화가 피었구나."
하더니 장렬한 음조로 노래를 한 장(章) 한다.
:이 꽃이 무슨 꽃이냐.
:희어스름한 백두산의 얼이요
:불그스름한 고운 조선의 빛이로다.
:이 꽃을 북돋우려면
:비도 맞고 바람도 맞고 핏물만 뿌려 주면
:그 꽃이 잘 자라리.
:옛날 우리 전성한 때에
:이 꽃을 구경하니 꽃송이 크기도 하더라.
:한 잎은 황해 발해를 건너 대륙을 덮고
:또 한 잎은 만주를 지나 우수리에 늘어졌더니
:어이해 오늘날은
:이 꽃이 이다지 야위었느냐.
:이 몸도 일찍 당시의 살수 평양 모든 싸움에
:팔뚝으로 빗장삼고 가슴이 방패 되어
:꽃밭에 울타리 노릇 해
:서방의 더러운 물이
:조선의 봄빛에 물들지 못하도록
:젖 먹은 힘까지 들였도다.
:이 꽃이 어이해
:오늘은 이 꼴이 되었느냐.
한 장 노래를 다 마치지 못한 모양이나 목이 메어 더 하지 못하고 눈물에 젖으니 무궁화 송이도 그 노래에 무슨 느낌이 있었던지 같이 눈물을 흘리며 맑은 노래로 화답하는데,
:봄비슴의 고운 치마 임이 내게 주시도다.
:임의 은덕 갚으려 하여
:내 얼굴을 쓰다듬고 비바람과 싸우면서
:조선의 아름다움 쉬임없이 자랑하려고 나도 이리 파리하다.
:영웅의 시원한 눈물
:열사의 매운 핏물
:사발로 바가지로 동이로 가져오너라.
:내 너무 목마르다.
그 소리 더욱 아프고 저리어 완악한 돌이나 나무들도 모두 일어나 슬픔으로 서로 화답하는 듯하더라. 꽃송이 위에 앉았던 한놈은 두 노래 끝에 크게 느끼어 땅에 엎드러져 울며 일어나지 못하니 꽃송이가 또 가만히,
"한놈아."
부르며 꾸짖되,
"울음을 썩 그쳐라. 세상 일은 슬퍼한다고 잊는 것이 아니니라."
하거늘 한놈이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피니 아까 노래하던 대장이 곧 앞에 섰더라. 그 얼굴은 자세히 뜯어보니 마치 언제 뵈온 어른 같다. 한참 서성이다가,
"아, 이제야 생각나는구나. 눈매와 이맛살과 채수염이며, 또 단장한 것을 두루 본즉 일찍 평안도 안주 남문 밖 비석에 새겨 있는 조각상과 같으니 내가 꿈에라도 한번 보면 하던 을지문덕이신저."
하고 곧 일어나 절하며 무슨 말을 물으려 하나 무엇이라고 칭호할는지 몰라 다시 서성이니 이상하다. 을지문덕 그이는 단군 2000년(서기전 333년)경의 어른이요, 한놈은 단군 4241년(서기 1908년)에 난 아기라 그 어간이 이천 년이나 되는데 이천 년 전의 어른으로 이천 년 뒤의 아기를 만나 자애스런 품이 마치 친구나 집안 같다. 그이가 곧 한놈을 향하여 웃으시며,
"그대가 나의 칭호에 서성이느냐. 곧 선배라 부름이 가하니라. 대개 단군이 태백산에 내리어 삼신오제(三神五帝)를 위해 삼경오부(三京五部)를 베풀고 이를 만세 자손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려 하실새 삼부오계(三部五戒)로 윤리를 세우시며 삼랑오가(三郞五加)로 교육을 맡게 하시니 이것이 우리나라 종교적 무사혼(武士魂)이 발생한 처음이니라. 이 혼이 삼국시대에 와서는 드디어 꽃 피듯 불 붙는 듯하여 사람마다 무사를 높이어 절하고 서로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 자랑할새 신라는 소년의 무사를 사랑하여 도령이라 이름하니,『삼국사기』에 적힌 선랑(仙郞)이 그 뜻 번역이요, 백제는 장년의 무사를 사랑하여 수두라 이름하니, 삼국사기에 적힌 바 소도(蘇塗)가 그 음 번역이요, 고구려는 군자스러운 무사를 사랑하여 선배라 이름하니,『삼국사기』에 적힌 바 선인이 그 음과 뜻을 아울러 한 번역이라. 이제 나는 고구려의 사람이니 그대가 나를 선배라 부르면 가하리라."
한놈이 이에 다시 고구려의 절로 한 무릎은 세우고 한 무릎은 꿇어 공손히 절한 뒤에,
"선배님이시여, 아까 동편 서편에 갈라서서 싸우던 두 진이 다 어느 나라의 진입니까?"
물은데 선배님이 대답하되,
"동편은 우리 고구려의 진이요, 서편은 수나라의 진이니라."
한놈이 놀라며 의심스런 빛으로 앞에 나아가 가로되,
"한놈은 듣자오니 사람이 죽으면 착한 이의 넋은 천당으로 가며 모진 이의 넋은 지옥으로 간다더니 이제 그 말이 다 거짓말입니까? 그러면 영계(靈界)는 육계(肉界)와 같아 항상 칼로 찌르며 총으로 쏘아 서로 죽이는 참상이 있습니까?"
선배님이 허허 탄식하여 하시는 말이,
"그러하니라. 영계는 육계의 영상이니 육계에 싸움이 그치지 않는 날에는 영계의 싸움도 그치지 않느니라. 대저 종교가의 시조인 석가나 예수가 천당이니 지옥이니 한 말은 별도로 유의한 뜻이 있거늘 어리석은 사람들이 그 말을 집어먹고 소화가 못 되어 망국 멸족 모든 병을 앓는도다. 그대는 부디 내 말을 새겨들을지어다. 소가 개를 낳지 못하고 복숭아나무에 오얏열매가 맺지 못하니 육계의 싸움이 어찌 영계의 평화를 낳으리요? 그러므로 육계의 아이는 영계에 가서도 아이요, 육계의 어른은 영계에 가서도 어른이요, 육계의 상전은 영계에 가서도 상전이요, 육계의 종은 영계에 가서도 종이니, 영계에서 높다, 낮다, 슬프다, 즐겁다 하는 도깨비들이 모두 육계에서 받던 꼴과 한 가지다. 나로 말하더라도 일찍 살수싸움의 승리자이므로 오늘 영계에서도 항상 승리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저 수주(隨主) 양광(楊廣)은 그때에 전패자이므로 오늘도 이같이 패하여 군사를 이백만이나 죽이고 슬피 돌아감이어늘 이제 망한 나라의 종자로서 혹 부처에게 빌며 상제께 기도하며 죽은 뒤에 천당을 구하려 하니 어찌 눈을 감고 해를 보려 함과 다르리요."
을지 선배의 이 말이 그치자마자 하늘에 붉은 구름이 일어나 스스로 글씨가 되어 씌었으되, '옳다, 옳다, 을지문덕의 말이 참 옳다. 육계나 영계나 모두 승리자의 판이니 천당이란 것은 오직 주먹 큰 자가 차지하는 집이요, 주먹이 약하면 지옥으로 쫓기어 가느니라' 하였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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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왼몸이 오른몸과 싸우다.
:2) 살수싸움의 정형이 이러하다.
:3) 을지문덕도 암살당을 조직하였더라.
:4) 사법명이 구름을 타고 지나가다.
한놈이 일찍 내 나라 역사에 눈이 뜨자 을지문덕을 숭배하는 마음이 간절하나 그에 대한 전기를 짓고 싶은 마음이 바빠 미처 모든 글월에 고구(考究)하지 못하고 다만『동사강목(東史綱目)』에 적힌 바에 의거하여 필경 전기도 아니요, 논문도 아닌『사천년 제일대위인 을지문덕(四千年 弟一大偉人 乙支文德)』이라 한 조그마한 책자를 지어 세상에 발표한 일이 있었더라.
한놈은 대개 처음 이 누리에 내려올 때에 정과 한의 뭉텅이를 가지고 온 놈이라 나면 갈 곳이 없으며, 들면 잘 곳이 없고, 울면 믿을 만한 이가 없으며, 굴면 사랑할 만한 이가 없어 한놈으로 와, 한놈으로 가는 한놈이라. 사람이 고되면 근본을 생각한다더니 한놈도 그러함인지 하도 의지할 곳이 없으며 생각나는 것은 조상의 일뿐이더라. 동명성왕의 귀가 얼마나 길던가, 진흥대왕의 눈이 얼마나 크던가, 낙화암에 떨어지던 미인이 몇이던가, 수양제를 쏘던 장사가 누구던가, 동명성왕의 임유각의 높이가 백 길이 못 되던가, 진평왕의 성제대(聖帝帶)가 열 발이 더 되던가. 동묘〔東牟〕의 높은 산에 대조영 내조의 자취를 조상하며, 웅진(熊津)의 가는 물에 계백 장군의 대움을 눈물하고, 소나무를 보면 솔거의 그림을 본 듯하며, 새 소리를 들으면 옥보고의 노래를 듣는 듯하여 몇 치 못 되는 골이 기나긴 오천 년 시간 속으로 오락가락하여 꿈에라도 우리 조상의 큰 사람을 만나고자 그리던 마음으로 이제 크나큰 을지문덕을 만난 판이니, 묻고 싶은 말이며 하고 싶은 말이 어찌 하나 둘뿐이리요마는 이상하다. 그의 영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골이 펄떡펄떡하고 가슴이 어근버근하여 아무 말도 물을 경황이 없고 의심과 무서움이 오월 하늘에 구름 모이듯 하더니 드디어 심신에 이상한 작용이 인다.
오른손이 저릿저릿하더니 차차 커져 어디까지 뻗쳤는지 그 끝을 볼 수 없고 손가락 다섯이 모두 손 하나씩 되어 길길이 길어지며 그 손 끝에 다시 손가락이 나며, 그 손가락 끝에 다시 손이 되며 아들이 손자를 낳고, 손자가 증손을 낳으니 한 손이 몇만 손이 되고, 왼손도 여봐란 듯이 오른손대로 되어 또 몇만 손이 되더니, 오른손에 달린 손들이 낱낱이 푸른 기를 들고 왼손에 딸린 손들은 낱낱이 검은 기를 들고 두 편을 갈라 싸움을 시작하는데 푸른 기 밑에 모인 손들이 일제히 범이 되며 아가리를 딱딱 벌리며 달려드니, 붉은 기 밑에 보인 손들은 노루가 되어 달아나더라.
달아나다가 큰 물이 앞에 꽉 막히어 하릴없는 지경이 되니 노루가 일제히 고기가 되어 물 속으로 들어간다. 범들이 뱀이 되어 쫓으니 고기들은 껄껄 푸드득 꿩이 되어 물 밖으로 향하여 날더라.
뱀들이 다시 매가 되어 쫓은즉 꿩들이 넓은 들에 가 내려앉아 큰 매가 되니 뱀들이 아예 불덩이가 되어 매에 대고 탁 튀어, 매는 쪼각쪼각 부서지고 온 바닥이 불빛이더라. 부서진 매조각이 하늘로 날아가며 구름이 되어 비를 퍽퍽 주니 불은 꺼지고 바람이 일어 구름을 헤치려고 천지를 뒤집는다. 이 싸움이 한놈의 손 끝에서 난 싸움이지만 한놈의 손 끝으로 말릴 도리는 아주 없다. 구경이나 하자고 눈을 비비더니 앉은 밑의 무궁화 송이가 혀를 치며 하는 말이,
"애닯다! 무슨 일이냐 쇠가 쇠를 먹고 살이 살을 먹는단 말이냐?"
한놈이 그 말씀에 소름이 몸에 꽉 끼치며 입이 벙벙하니 앉았다가,
"무슨 말씀입니까? 언제는 싸우라 하시더니 이제는 싸우지 말라 하십니까?"
하며 돌려 물으니 꽃송이가 예쁜 소리로 대답하되,
"싸우거든 내가 남하고 싸워야 싸움이지, 내가 나하고 싸우면 이는 자살이요 싸움이 아니니라."
한놈이 바싹 달려들며 묻되,
"내란 말은 무엇을 가르치시는 말입니까? 눈을 크게 뜨면 우주가 모두 내 몸이요, 적게 뜨면 오른팔이 왼팔더러 남이라 말하지 않습니까?"
꽃송이가 날카롭게 깨우쳐 가로되,
"나란 범위는 시대를 따라 줄고 느나니 가족주의의 시대에는 가족이 '나'요 국가주의의 시대에는 국가가 '나'라, 만일 시대를 앞서 가다가는 발이 찢어지고 시대를 뒤져 오다가는 머리가 부러지나니 네가 오늘 무슨 시대인지 아느냐? 희랍은 지방열로 강국의 자격을 잃고 인도는 부락사상으로 망국의 화를 얻으니라."
한놈이 이 말에 크게 느끼어 감사한 눈물을 뿌리고 인해 왼손으로 오른손을 만지니 다시 전날의 오른손이요, 오른손으로 왼손을 만지니 또한 전날의 왼손이더라. 곁에는 을지문덕이 햇빛을 안고 앉다.
:우리나라는 저울과 같다.
:부소(扶蘇) 서울은 저울 몸이요,
:백아(百牙) 서울은 저울 머리요,
:오덕(五德) 서울은 저울추로다.
:모든 대적을 하루에 깨쳐 세 곳에
:나누어 서울을 하니,
:기울임 없이 나라 되리니,
:셋에 하나도 잃지 말아라.
를 외우더니 한놈을 돌아보며 가로되,
"그대가 이 글을 아는가?"
한놈이,
"정인지(鄭麟趾)가 지은『고려사』속에서 보았나이다."
하니 을지문덕이 가로되,
"그러하니라. 옛적에 단군이 모든 적국을 깨치고 그 땅을 나누어 세 서울을, 세울새, 첫 서울은 태백산 동남 조선땅에 두니 가로되 '부소'요, 다음 서울은 태백산 동북 만주 밑 연해주땅에 두니 가로되 '오덕'이라.
이 세 서울을 하나만 잃으면 후세자손이 쇠약하리라고 하사 그 예언을 적어 신지에게 주신 바이어늘 오늘에 그 서울들이 어디인지 아는 이가 없을 뿐더러 이 글까지 잊었도다. 정인지가『고려사』에 이를 쓰기는 하였으나 술사(術士)의 말로 들렸으니 그 잘못함이 하나요, 고려의 지리지를 좇아 단군의 삼경(三京)도 모두 대동강 이내로 말하였으니 그 잘못함이 둘이라."
한놈이,
"이 세 서울을 잃은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물으니 을지문덕이 가로되,
"아까 권력이 천당으로 가는 사다리란 말을 잊지 안하였는가? 우리 조선 사람들은 이 뜻을 아는 이 적은 고로 중국 이십일 대사 가운데 대(代)마다 조선 열전이 있으며 조선 열전 가운데마다 조선인의 천성이 인후하다 하였으니, 이 '仁厚' 두 자가 우리를 쇠하게 한 원인이라. 동족에 대한 인후는 흥하는 원인도 되거니와 적국에 대한 인후는 망하게 하는 원인이 될 뿐이니라……."
<center>🙝🙟</center>
……(원문 탈락) 한참 재미있게 을지문덕은 이야기하매 한놈은 듣는 판에 벌건 동편 하늘이 딱 갈라지며 그 속에서 불칼, 불활, 불돌, 불총, 불대포, 불화로, 불솥, 불범, 불사자, 불개, 불고양이떼 들이 쏟아져 나오니 을지문덕이 깜짝 놀라며,
"저것이 웬일이냐?"
하더니 무지개를 타고 빨리 그 속으로 향하여 가더라.
<center>🙝🙟</center>
가는 선배님을 붙들지도 못하며 내 몸으로 쫓아가려고 해도 쫓지 못하여 먹먹하게 앉은 한놈이,
"나는 어데로 가리요?"
한데, 주인으로 있는 꽃송이가 고운 목소리로,
"네가 모르느냐? 신과 마(魔)의 싸움이 일어 을지 선배님이 가시는 길이다."
한놈이 깜짝 기꺼하며,
"나도 가게 하시옵소서."
한데, 꽃송이가,
"암, 그럼 가야지, 우리나라 사람이 다 가는 싸움이다."
한놈이,
"그대로 가면 어떻게 가리까?"
물은데, 꽃송이가,
"날개를 주마."
하므로 한놈이 겨드랑이 밑을 만져 보니 문득 날개 둘이 달렸더라. 꽃송이가 또,
"친구와 함께 가거라."
하거늘, 울어도 홀로 울고 웃어도 홀로 웃어 사십 평생에 친구 하나 없이 자라난 한놈이 이 말을 들으매 스스로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친구가 어디 있습니까?"
한데,
"네 하늘에 향하여 한놈을 부르라."
하거늘, 한놈이 힘을 다하여 머리를 들고 한놈을 부르니 하늘에서,
"간다."
대답하고 한놈 같은 한놈이 내려오더라. 또,
"네가 땅에 향하여 한놈을 부르라."
하거늘 한놈이 또 힘을 다하여 머리를 숙이고 한놈을 부르니 땅 속에서,
"간다."
대답하고 한놈 같은 한놈이 솟아나더라. 꽃송이 시키는 대로 동편에 불러 한놈을 얻고 서편에 불러 한놈을 얻고 남편, 북편에서도 각기 다 한놈을 얻은지라 세어 본즉 원래 있던 한놈이 와 불려 나온 여섯 놈이니 합이 일곱 한놈이더라.
낯도 같고 꼴도 같고 목적도 같지만 이름이 같으면 서로 분간할 수 없을까 하여 차례로 이름을 지어 한놈, 둣놈, 셋놈, 넷놈, 닷째놈, 엿째놈, 일곱째놈이라 하다.
"싸움터가 어데냐?"
외치니,
"이리 오너라."
하고 동편에서 소리가 나거늘,
"앞으로 갓!"
한마디에 그곳으로 향하더니 꽃송이가 '칼부림'이란 노래를 한다.
:내가 나니 저도 나고
:저가 나니 나의 대적이다
:내가 살면 대적이 죽고
:대적이 살면 내가 죽나니
:그러기에 내 올 때에 칼 들고 왔다
:대적아 대적아
:네 칼이 세던가 내 칼이 센가 싸워를 보자
:앓다 죽은 넋은 땅 속으로 들어가고
:싸우다 죽은 넋은 하늘로 올라간다
:하늘이 멀다 마라
:이 길로 가면 한 뼘뿐이니라
:하늘이 가깝다 마라
:땅 길로 가면 만만 리가 된다
:아가 아가 한놈 둣놈 우리 아가 우리 대적이 저기 있다
:해 늦었다 눕지 말며
:밤 늦었다 자지 마라
:이 칼이 성공하기 전에는
:우리 너희 쉴 짬이 없다
그 소리 비장강개하여 울 만도 하며 뛸 만도 하더라.
한놈은 일곱 사람의 대표로 '내 친구'란 노래로 대답하였는데 왼머리는 다 잊어 이 책에 쓸 수 없고 오직 첫 마디의,
"내가 나자 칼이 나고 칼이 나니 내 친구다."
단 한 구절만 생각난다.
답가를 마치고 일곱 사람이 서로 손목을 잡고 동편을 바라보고 가니 날도 좋고 곳곳이 꽃 향기, 새 소리로 우리를 위로하더라.
몇 걸음 못 나아가 하늘이 캄캄하고 찬 비가 쏟아진다. 일곱 사람이 한결같이,
"찬 비가 오거나 더운 비가 오거나 우리는 간다."
하고 앞길만 찾더니 또 바람이 모질게 불어 흙과 모래가 섞이어 나니 눈을 뜰 수 없다.
"눈을 뜰 수 없어도 가자."
하고 자꾸 가니 몇 걸음 못 나가서 가시밭이 있거늘,
"오냐, 가시밭길이라도 우리가 가면 길 된다."
하고 눌러 걷더니 또 몇 걸음 못 나가서 땅에다 시퍼런 칼 같은 것을 모로 세워 밟는 대로 발이 찢어져 피 발이 된다.
"피 발이 되어도 간다."
하고 서로 붙들고 가더니 무엇이 머리를 꽉 눌러 허리도 펼 수 없고 한 발씩이나 되는 주둥이가 살을 꽉꽉 물어 떼여 아프고 가려워 견딜 수 없고 머리털 타는 듯 고추 타는 듯한 냄새가 나 코를 들 수 없고 앞뒤로 불덩이가 날아와 살이 모두 데이니 일곱째놈이 딱 자빠지며,
"애고, 나는 못 가겠다."
한놈과 및 다섯 친구들이 억지로 끌어 일으키나 아니 들으며,
"여기 누우니 아픈 데가 없다."
하거늘 한놈이,
"싸움에 가는 놈이 편함을 구하느냐?"
꾸짖고 할 수 없이 일곱 친구에 하나를 버리니 여섯 사람뿐이다.
"우리는 적과 못 견디지 말자."
하고 서로 권면하나 길이 어둡고 몸이 저려 기다, 걷다, 구르다, 뛰다 온갖 짓을 다 하며 나가는데 웬 할미가 앞에 지나가거늘 일제히 소리를 쳐,
"할멈, 싸움터를 어디로 가오?"
하니 지팡이를 들어,
"이리 가라."
하고 가리키는데 지팡이 끝에 환한 광선이 비치더라.
"이곳이 어데요?"
물은데,
"고됨 벌이라."
하더라.
광선을 따라 나아가니 눈앞이 환하고 갈 길이 탁 트인다. 일변으로는 반갑기도 하지만 일변으로는 눈물이 주르르 쏟아진다.
"살거든 같이 살고 죽거든 같이 죽자고 옷고름 맺고 맹세하며 같이 오던 일곱 사람에 일곱째놈 하나만 버리고 우리 여섯은 다 오는구나. 일곱째놈아, 네 조금만 견디었으면 우리같이 이 구경을 할 걸 네 너무도 참지 못하여 우리는 오고 너는 갔고나. 그러므로 마지막 씨름에 잘 하여야 한단 말도 있고 최후 오 분간을 잘 지내란 말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쓸데 있나, 이 뒤에 우리 여섯이나 조심하자."
하고 받고 차며 이야기하며 가더니 이것이 어디기에 이다지 좋은가, 나무 그늘 가득한 곳에 금잔디는 땅에 깔리고 꽃은 피어 뒤덮였는데 새들은 제 세상인 듯이 짹짹이고 범이 오락가락하나 사람 보고 물지 않고 온갖 풀이 모두 향내를 피우며 길은 옥으로 깔렸는데 얼른얼른하여 그 속에 한놈의 무리 여섯이 비치어 있고 금강산의 만물상같이 이름 짓는 대로 보이는 것도 많으며 평양 모란봉처럼 우뚝 솟아 그린 듯한 빼어난 뫼며, 남한산의 꽃버들이며, 북한산의 단풍이며, 경주의 삼기팔괴(三奇八怪)며, 원산의 명사십리 해당화며, 호호 탕탕 한강물에 뛰노는 잉어며, 천안 삼거리 늘어진 버들이며, 송도 박연에 구슬 뿜듯 헤치는 폭포며, 순창 옷과 대발이며, 온갖 풍경이 갖추어 있어 한놈의 친구 여섯 사람으로 하여금 '아픈 벌'에서 받던 고통은 씻은 듯 간 데 없다. 몸이 거뜬하고 시원함을 이기지 못하여 서로 돌아보며,
"이곳이 어데인가? 님의 나라인가? 님의 나라야 싸움터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왔을 수 있나?"
하며 올 것이 가는 판이러니 별안간 사람의 눈을 부시게 빛이 찬란한 산이 멀리 보이는데 그 위에 붉은 글씨로 '황금산'이라 새기었더라. 앞에 다다라 보니 순금으로 쌓은 몇만 길 되는 산이요, 한 쌍 옥동자가 그 산이마에 앉아 노래를 한다.
:난 사람이 그 누구냐
:내 이 산을 내어 주리라
:이 산만 가지면
:옷도 있고 밥도 있고
:고대광실 높은 집에
:한평생을 잘살리라
:이 산만 가지면
:맏아들은 황제 되고
:둘째 아들은 제후 되고
:셋째 아들은 파초선 받고
:넷째 아들은 쌍가마 타고
:네 앞에 절하리라
:이 산을 가지려거든
:단군을 버리고 나를 할아비 하며
:진단(震檀)을 던지고 내 집에서 네 살림 하여라
:이 산만 차지하면
:금강석으로 네 갓 하고
:진주 구슬로 네 목도리 하고
:홍보석으로 네 옷 말아 주마
:난 사람이 그 누구냐
:너희들도 어리석다
:싸움에 다다르면 네 목은 칼밥이요
:네 눈은 활 과녁이요
:네 몸은 탄알밥이라
:인생이 얼마라고 호강을 싫다 하고
:아픈 길로 드느냐?
:어리석다 불쌍하다 너희들……
노래 소리 맑고 고와 듣는 사람의 귀를 콕 찌르니 엿째놈이 그 앞에 턱 엎드러지며,
"애고, 나는 못 가겠소. 형들이나 가시오."
한놈의 친구가 또 하나 없어진다. 기가 막혀 꼬이고 꾸짖으며, 때리며 끌며 하나 엿째놈이 그 산에 딱 들어붙어 일어나지 않더라.
하릴없이 한놈이 인제 네 친구만 데리고 가더니 큰 냇물이 앞에 나서거늘 한놈이 친구들을 돌아보며,
"이 내가 무슨 내인가?"
하며 그 이름을 몰라 갑갑한 말을 한즉 냇물에서 무엇이 대답하되,
"내 이름은 새암이라."
"새암이란 무슨 말이냐?"
한데,
"새암은 재주 없는 놈이 재주 있는 놈을 미워하며, 공 없는 놈이 공 있는 놈을 싫어하여 죽이려 함이 새암이니라."
"그러면 네 이름이 새암이니 남의 집과 남의 나라도 많이 망쳤겠구나."
"암, 그럼. 단군 때에는 비록 마음이 있었으나 도덕의 아래라 감히 행세치 못하다가 부여의 말년부터 내 이름이 비로소 나타날새, 금와(金蛙)의 아들들이 내 맛을 보고는 동명왕을 죽이려 했고, 비류(比流)란 사람이 내 맛을 보고는 온조왕과 갈라지고, 수성왕(遂成王)이 내 맛을 보고는 국조(國祖)의 부자(父子)를 죽이며, 봉상왕(烽上王)이 내 맛을 보고는 달가(達賈) 같은 공신을 베고, 백제의 신하인 백가( 加)가 동성왕을 죽이며 패업(覇業)을 꺾음도 나의 꾀임이며, 좌가려(左可慮)가 고국천왕(故國川王)을 싫어하며 연나(椽那)에 반(叛)함도 나의 홀림이라. 나의 물결이 가는 곳이면 반드시 화환(禍患)을 내어 삼국의 강성이 더 늘지 못함이 내 솜씨에 말미암음이라고도 할지나 그러나 이때는 오히려 정도(正道)가 세고 내가 약하여 크게 횡행치 못하더니 세강속 말하여 삼국의 말엽이 되매 내가 간 곳마다 성공하며, 백제에 들매 의자왕의 군신이 서로 새암하여 성충(成忠)이며, 흥수(興首)며, 계백(階伯)이 같은 현상맹장(賢相猛將)을 멀리하여 망함에 이르며, 고구려에 들매 남생(男生)의 형제가 서로 새암하여 평양이며, 국내성이며, 개모성 같은 명성을 적국에 바쳐 비운에 빠지고 복신(福信)은 만고의 명장으로 풍왕(豊王)의 새암에 장심(掌心) 꾀이는 악형을 받아 중흥의 사업이 꿈결로 돌아가고 검모잠(劍牟岑)은 개세의 열장부로 안승왕(安勝王)의 새암에 흉참(凶慘)한 주검이 되어 다물(多勿)의 장지(壯志)가 이슬같이 사라지고 이 뒤부터는 더욱 내 판이라.
고려 왕씨조나 조선 이씨조는 모두 내 손에 공기 노는 듯하여 군신이 의심하며, 상하가 미워하며, 문무가 싸우며, 사색(四色)이 서로 잡아먹으며, 이백만 홍건적을 쳐물린 정세운(鄭世雲)도 죽이며, 수십 년 해륙전에 드날리던 최영(崔瑩)도 베며, 팔 년 왜란에 바다를 진정하여 해왕의 웅명(雄名)을 가지던 이순신(李舜臣)도 가두며, 일개 서생으로 왜장 청정(淸正)을 부수고 함경도를 찾던 정문부(鄭文孚)도 죽이어 드디어 금수강산이 비린내가 나도록 하였노라."
한놈이 그 말을 듣고는 몸에 소름이 끼쳐 친구를 돌아보며,
"이 물이야 건널 수 있느냐?"
하니 넷놈 닷놈이 웃으며,
"그것이 무슨 말이요, 백이숙제(伯夷叔齊)가 탐천물을 마시면 그 마음이 흐릴까요."
하더니 벗고 들어서거늘 한놈, 둣놈, 셋놈, 세 사람도 용기를 내어 뒤에 따라 서며 도통사 최영이 지은,
:까마귀 눈비 맞아 희난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夜光明月)이 밤인들 어둘소냐
:임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있으랴
한 시조를 읊으며 건너니라.
저편 언덕에 다다라서는 서로서로 냇물을 돌아보며,
"요만 물에 어찌 장부의 마음을 변할쏘냐? 우리가 아무리 어리다 해도 혹 국사에 힘써 화랑의 교훈을 받은 이도 있으며 혹 한학에 소양이 있어 공자, 맹자의 도덕에 젖은 이도 있으며, 혹 불교를 연구하여 석가의 도를 들은 이도 있으며, 혹 예배당에 출입하여 양부자(洋夫子)의 신약도 공부한 이 있나니 어찌 접싯물에 빠져 형제가 새로 새암하리요."
하고 더욱 씩씩한 꼴을 보이며 길에 오르니라.
싸움터가 가까워 온다. 임나라가 가까워 온다. 깃발이 보인다. 북소리가 들린다. 어서 가자 재촉할새 가장 날래게 앞서 뛰는 놈은 셋놈이더라.
넷놈이 따르려 하여도 따르지 못하여 허덕허덕하며 매우 좋지 못한 낯을 갖더니,
"저기 적진이 보인다."
하고 실탄 박은 총으로 쏜다는 것이 적진을 쏘지 않고 셋놈을 쏘았더라.
어화 일곱 사람이 오던 길에 한 사람은 고통에 못 이기어 떨어지고 또 한 사람은 황금에 마음이 바뀌어 떨어졌으나 오늘같이 서로 죽이기는 처음이구나!
새암의 화가 참말 독하다.
죽은 놈은 할 수 없거니와 죽인 놈도 그저 둘 수 없다 하여 곧 넷놈을 잡아 태워 죽이고, 한놈, 둣놈, 닷놈 무릇 세 사람이 동행하니라.
인간에서 알기는 도깨비가 임에게 대하여 만나면 으레 항복하고 싸우면 으레 진다 하더니 싸움터에 와보니 이렇게 쉽게는 말할 수 없더라.
임의 키가 열 길이 되더니 도깨비의 키도 열 길이 되고, 임의 손이 다섯 발이 되더니 도깨비의 손도 다섯 발이 되고, 임의 눈에 번개가 치면 도깨비의 눈에도 번개가 치고, 임의 입에 우뢰가 울며 임이 날면 도깨비도 날며, 임이 뛰면 도깨비도 뛰며, 임의 군사가 구구는 팔십일만 명(九九=八十一萬名)인데 도깨비의 군사도 꼭 그 수효이더라.
『고구려사』에 보면 동천왕이 위장(魏將) 모구검(母丘儉)을 처음에 이기고 웃어 가로되,
"이같이 썩은 대적을 치는 데 어찌 큰 군사를 쓰리요."
하고 정병은 다 뒤에 앉아 있게 하고 다만 오천 명으로써 적의 수만 명과 결전하다가 도리어 큰 위험을 겪은 일이 있더니 임나라에서도 이런 짓이 있도다.
싸움이 시작되자 임이 영(令)을 내리시되,
"오늘은 전군이 다 나갈 것 없이 다만 9분의 1 곧 1999만 명만 나서며 또 연장은 가지지 말고 맨손으로 싸워 도깨비의 무리가 우리 재주에 놀라 다시 덤비지 못하게 하여라."
하니 좌우는 안 될 것이라고 간하나 임이 안 들으신다.
진이 사괴매 임의 군사가 비록 날쌔나 어찌 연장 가진 군사와 겨루리요. 칼이며, 총이며, 불이며, 물이며 온갖 것을 다하여 임의 군사를 치는데 슬프다.
임의 군사는 빈 주먹이 칼에 부서지고, 흰 가슴이 총에 꿰뚫리며, 뛰다가 불에 타며, 기다가 물에 빠져 살 길이 아득하다. 입으로는,
"우리는 정의의 아들이다. 악이 아무리 강한들 어찌 우리를 이기리요."
하고 부르짖으나 강적 밑에서야 정의의 할아비인들 쓸데 있느냐? 죽는 이 임의 군사요, 엎치는 이 임의 군사더라.
넓고 넓은 큰 벌판에 정의의 주검이 널리었으나 강적의 칼은 그치지 않는다.
한놈의 동행인 닷놈이 고개를 숙이고 탄식하되,
"이제는 임의 나라가 고만이로구나, 나는 어디로 가노?"
하더니 청산 백운 간에 사슴의 친구나 찾아간다고 봇짐을 싸며, 셋놈은 왈칵 나서며,
"장부가 어찌 이렇게 적막히 살 수야 있나, 종살이라도 하며 세상에서 어정거림이 옳다."
하고 적진으로 향하니라.
이때 한놈은 어찌할까 한놈은 한놈의 짐을 지고 왔으며 너희들은 각기 너희들의 짐을 지고 왔나니 짐 벗어 던지고 달아나는 너희들을 따라가는 한놈이 아니요, 가는 놈들은 가거라, 나는 나대로 하리라 함이 정당한 일인 듯하나, 그러나 너는 내 손목을 잡고 나는 네 손목을 잡아, 죽으나 사나 같이 가자 하던 일곱 사람에 단 셋이 남아 나밖에는 네 형이 없고 너밖에는 내 아우 없다 하던 너희들을 또 버리고 나 홀로 돌아섬도 또한 한놈이 아니도다.
한놈이 이에 오도가도 못 하고 길 곁에 주저앉아 홀로,
"세상이 원래 이런 세상인가? 한놈이 친구를 못 얻음인가? 말짱하게 맹세하고 오던 놈들이 고되다고 달아난 놈도 있고, 할 수 없다고 달아난 놈도 있어 일곱 놈에 나 한놈만 남았구나."
탄식하니 해는 서산에 너울너울 넘어가 사람의 사정을 돌보지 않더라. 이러나저러나 갈 판이라고 두 주먹을 부르쥐고 달리더니 난데없는 구름이 모여들어 하늘이 캄캄해지며 범과 이리와 사자와 온갖 짐승이 꽉 가로막아 뒤로 물러갈 길은 보이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은 없더라.
할 수 없이 다시 오던 길을 찾아 뒤로 몇 걸음 물러서다가,
"뺀 칼을 다시 박으랴!"
소리를 지르고 앞을 헤치고 나아가니 임의 형상은 보이지 않으나 임의 발소리가 귀에 들린다.
"네 오느냐? 너 홀로 오느냐?"
하시거늘 한놈이 고되고 외로워 어찌할 줄 모르던 차에 인자하신 말씀에 느낌을 받아 눈에 눈물이 핑 돌며 목이 탁 메여 겨우 대답하되,
"예, 홀로 옵니다."
"오냐, 슬퍼 말라. 옳은 사람은 매양 무척 고생을 받고야 동무를 얻나니라."
하시더니 칼을 하나 던지시며,
"이 칼은 3925년(서기 1592년) 임진왜란에 의병 대장 정기룡(鄭起龍)이 쓰던 삼인검(三寅劍)이다. 네 이것을 가지고 적진을 쳐라!"
하시더라. 한놈이 칼을 받아 들고 나서니 하늘이 개며 해도 다시 나와 범과 사자들은 모두 달아나 앞길이 탁 트이더라.
몸에 임의 명령을 띠고 손에 임이 주신 칼을 들었으니 무엇이 무서우리요. 적진이 여우 고개에 있단 소문을 듣고 그리로 향하여 가는데 칼이 번쩍번쩍하더니 찬바람 치며 비린내가 코를 찌르거늘,
"에쿠, 적진이 당도하였구나."
하고 칼을 저으며 들어가니 수십만 적병이 물결 갈라지듯 하는지라.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간즉 어떤 얼굴 괴악한 적장이 궤에 기대어 임진 전사를 보는데 한놈의 손에 든 칼이 부르르 떨어 그 적장을 가리키며소리치되,
"저놈이 곧 임진왜란 때에 조선을 더럽히려던 일본 관백(關白) 풍신수길(豊臣秀吉)이라."
하거늘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한놈이 어찌 용서가 있으리요. 두 눈에 쌍심지가 오르며 분기가 정수리를 쿡 찔러 곧 한칼에 이놈을 고깃장을 만들리라 하여 힘껏 겨누며 치려 한즉 풍신수길이 썩 쳐다보며 빙그레 웃더니 그 괴악한 얼굴은 어디 가고 일대 미인이 되어 앉았는데 꽃 본 나비인 듯, 물 찬 제비인 듯, 솟아오르는 반월인 듯…….
한놈이 그것을 보고 팔이 찌르르해지며 차마 치지 못하고 칼이 땅에 덜렁 내려지거늘 한놈이 칼을 집으려 하여 몸을 굽힌 새 벌써 그 미인이 변하여 개가 되어 컹컹 짖으며 물려고 드나 한놈이 칼을 잡지 못하여 맨손으로 어쩔 수 없어 삼십육계의 상책을 찾으려다가 발이 쭉 미끄러지며,
"아차!"
한마디에 어디로 떨어져 내려가는지 한참 만에 평지를 얻은지라. 골이 깨어지지나 않았는가 하고 손으로 만져 보니 깨어지지는 않았으나 무엇이 쇠뭉치로 뒤통수를 딱딱 때려 아파 견딜 수 없고 또 쇠사슬이 어디서 오더니 두 손을 꽉 묶으며 온몸을 굴신할 수 없게 얽어 매고 불침, 불칼이 머리부터 시작하여 발끝까지 쑤시는도다.
한놈이 깜짝 놀라,
"아이고, 내가 지옥에 들어왔구나. 그러나 내가 무슨 죄로 여기를 왔나?"
하고 땅에 떨어진 날부터 오늘까지 아는 대로 무릇 삼십여 년 사이의 일을 세어 보나 무슨 죄인지 모르겠더라. 좌우를 돌아보니 한놈과 같이 형구를 가지고 앉은 이가 몇몇 있거늘,
"내가 무슨 죄로 왔느냐?"
물은즉 잘 모른다 하며,
"너희들은 무슨 죄로 왔느냐?"
하여도 모른다 하더라.
한놈이 소리를 지르며,
"사람이 어찌 아무 죄로 왔는지도 모르고 이 속에 갇혔으리요?"
하니, 대답하되,
"얼마 안 되어 순옥사자(巡獄使者)가 오신다니 그에게 물어 보라."
하더라.
<center>🙝🙟</center>
아픔도 아픔이어니와 가장 갑갑한 것은 내가 무슨 죄로 이 속에 왔는지를 모름이다.
"순옥사자가 오시면 안다 하니 언제나 오나."
하며 빠지는 눈을 억지로 참고 며칠을 기다리더니 하루는 삼백예순다섯 가지 풍류 소리가 나며,
"신임 순옥사자 고려 문하시랑 동문장사 강감찬(高麗門下侍郞同文章事 姜邯贊)이 듭신다."
하더니 온 옥중이 괴괴한데, 한놈이 좌우의 낯을 살펴보니 어떤 사람은,
"나야 무슨 죄가 있나, 설마 순옥사자께서 곧 놓아 보내겠지."
하는 뜻이 있어 기꺼운 낯을 가지며, 어떤 사람은,
"내 죄는 이보다 더 참혹한 지옥에 갇힐 터인데 순옥사자가 오시면 어찌하나."
하는 뜻이 있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낯을 가지며, 어떤 사람은,
"아이고, 이제는 큰일났구나. 내 죄야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만 순옥사자가 아마 덮어놓고 죽이실걸."
하는 뜻이 있어 잿빛 같은 낯을 가지며, 지옥이 무엇인지 천당이 무엇인지 순옥사자가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고 앉아 있는 사람도 있으며,
"오냐, 지옥에 가두어라. 가두면 장 가두겠느냐, 나가는 날에는 또 도적질이나 하자."
하는 사람도 있으며,
"우리 어머니가 내 일을 알면 오죽 울겠느냐? 순옥사자시여! 제발 놓아 주옵소서."
하는 사람도 있으며,
"옥이고 깻묵이고 밥이나 좀 먹었으면."
하는 사람도 있으며,
"순옥사자가 오기만 오너라. 내 죽자사자 해보겠다. 인간에서 하던 고생도 많은데 또…… 내가 돈이 백만 냥이 있으니 순옥사자의 옆구리만 쿡 지르면 되지."
하는 사람도 있으며,
"나는 계집인데 순옥사자가 밉지 않은 나야 설마 죽이겠니."
하는 사람도 있어, 빛도 각각이요 말도 각각이더라.
옥중에 서기가 돌며 순옥사자 강감찬이 드시는데 키가 불과 오 척이요, 꼴도 매우 왜루하지만 두 눈에는 정기가 어리고 머리 위에는 어사화(御賜花)가 펄펄 난다.
이때에 당하여 사방을 돌아보니 억센 놈도 어디 가고, 다리 긴 놈도 어디 가고, 겁 많은 놈도 어디 가고, 돈 많은 놈도 어디 가고, 얼굴 좋은 아가씨도 어디 가시고, 온 옥중에 있는 사나이나 계집이나 모두 오래 젖에 주린 아이가 어미 몸을 보는 듯하여 콱 엎드리자 흑흑 느끼어 가며 운다.
강감찬이 보시더니 불쌍히 여기사 물으시되,
"왜 처음에 지옥이 무서운 줄 몰랐더냐? 죄를 왜 지었느냐?"
하니 옥중이 묵묵하여 아무 대답이 없거늘 한놈이 나서며 여짜오되,
"우리가 나가고 싶단 말도 없었는데 임이 우리를 인간에 내시고 우리가 오겠다고 원하지도 않았는데 임이 우리를 지옥에 넣으시니 우리들이 임의 일이 답답하여 우나이다."
강감찬이 웃으시며,
"임이 너희들을 내셨다더냐? 또 지옥에 올 때도 임이 가라고 하시더냐?"
"그러면 누가 내시고 누가 이리 오게 하셨습니까?"
강감찬이 크게 소리를 질러,
"네가 네 일을 모르고 누구에게 묻느냐?"
하고 꾸짖으니 온 옥중이 모두 한놈과 함께 황송하여 일제히 그 앞에 엎드리며,
"미련한 것들이 알지 못하오니 사자님은 크게 사랑하사 미혹을 열어 주소서."
강감찬이 지팡이를 거꾸로 받드시더니 모든 옥수에게 말씀하시되,
"너희들이 짓지 않으면 지옥이란 이름이 없으리니 그러므로 지옥은 임이 지은 것이 아니라 곧 너희들이 지은 지옥이니라."
한놈이 일어서 아뢰되,
"우리가 지은 지옥이면 깨기도 우리 힘으로 깰 수 있습니까?"
강감찬이 가라사대,
"작은 죄는 자기 손으로 깨고 나아갈지나 큰 죄는 제 손은 그만두고 님이 깨어 주려 하여도 깰 수 없나니 천겁 만겁을 지옥에서 썩을 뿐이니라."
한놈이 묻되,
"어떤 죄가 큰 죄오니까?"
강감찬이 가라사대,
"처음에 단군이 오계를 세우시니,
:1) 나라에 충성하며,
:2) 집에서 효도하고 우애하며,
:3) 벗을 미덥게 사귀며,
:4) 싸움에서 뒷걸음질 말며,
:5) 생물을 죽이매 골라 죽임이라.
옛적에는 오계에 하나만 범하여도 큰 죄라 하여 지옥에 내리더니 이제 와서는 나라일이 급하여 다른 죄를 이루 다 다스릴 수 없어 오직 나라에 대한 죄만 큰 죄라 하여 지옥에 내리느니라."
한놈이,
"나라에 대한 큰 죄가 몇입니까?"
물으매 강감찬이,
"네가 앉아 들어라!"
하시더니 하나씩 세신다.
첫째는 국적을 두는 지옥이 일곱이니,
:㈀ 국민의 부탁을 맡아 임금이 되자거나 대신이 되어 나라의 흥망을 어깨에 메인 사람으로 금전이나 사리사욕만 알다가 적국에게 이용된 바가 되어 나라를 들어 남에게 내어 주어 조상의 역사를 더럽히고 동포의 생명을 끊나니 백제의 임자(任子)며, 고구려의 남생(男生)이며, 발해의 말제(末帝) 인찬( )이며, 대한말(大韓末)의 민영휘(閔泳徽), 이완용(李完用) 같은 무리가 이것이다. 이 무리들은 살릴 수 없고 죽이기도 아까우므로 혀를 빼며 눈을 까고 쇠비로 그 살을 썰어 뼈만 남거든 또 살리고 또 이렇게 죽이되 하루 열두 번을 이대로 죽이고 열두 번을 이대로 살리어 죽으면 살리고 살면 죽이나니 이는 곧 매국 역적을 처치하는 '겹겹지옥'이니라.
:㈁ 백성의 피를 빨아 제 몸과 처자를 살찌우던 놈이니 이놈들은 독 속에 넣고 빈대와 뱀 같은 벌레로 그 피를 빨게 하나니 이는 '줄줄지옥'이니라.
:㈂ 혓바닥이나 붓끝으로 적국의 정책을 노래하고 어리석은 백성을 몰아 그물 속에 들도록 한 연설쟁이나 신문기자들은 혀를 빼고 개의 혀를 주어 날마다 '컹컹' 짖게 하나니 이는 '강아지지옥'이니라.
:㈃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해먹을 것 없으니 정탐질이나 하리라 하여 뜻있는 사람을 잡아 적국에게 주는 놈은 돼지껍질을 씌워 '꿀꿀' 소리나 하게 하나니 이는 '돼지지옥'이니라.
:㈄ 겉으로 지사인 체하고 속으로 적 심부름하던 놈은 그 소위가 더욱 밉다. 이는 머리에 박쥐감투를 씌우고 똥집을 빼어 소리개를 주나니 이는 '야릇지옥'이니라.
:㈅ 딸각딸각 나막신을 끌고 걸음걸음 적국놈의 본을 뜨며 옷 입고 밥 먹는 것도 모두 닮으려 하며 자식이 나거든 내 말을 버리고 적국 말을 가르치는 놈은 목을 잘라 불에 넣으며 다리를 끊어 물에 던지고 가운데 토막은 주물러 나나리를 만드나니 이는 '나나리지옥'이니라.
:㈆ 적국놈에게 시집 가는 년들이며 적국의 년에게 장가 가는 놈들을 불칼로 그 반신을 끊나니 이는 '반신지옥'이니라.
둘째는 망국노를 두는 지옥이니,
:㈀ 나라야 망하였든 말았든 예수나 잘 믿으면 천당에 간다 하며, 공자의 글이나 잘 읽고 산림에서 독선기신(獨善其身)한다 하여 조상의 역사가 결딴남도 모르며 부모나 처자가 모두 남의 종이 된지는 생각도 않고 오히려 선과 천당을 찾는 놈들은 똥물에 튀하여 쇠가죽을 씌우나니 이는 '똥물지옥'이니라.
:㈁ 정견을 가진 당파는 있어야 하지만 오직 지방으로 가르며, 종교로 가르며, 사감(私感)으로 가르며, 한 나라를 열 쪽에 내어 서로 해외로 다니며 싸우고 이것을 일로 아는 놈들은 맷돌에 갈아 없애야 새싹이 날지니 이는 '맷돌지옥'이니라.
:㈂ 말도 남의 말만 알고 풍속도 남의 풍속만 쫓고 종교나 학문이나 역사 같은 것도 남의 것을 제 것으로 알아 러시아에 가면 러시아인이 되고 미국에 가면 미국인 되는 놈들은 밸을 빼어 게같이 만드나니 이는 '엉금지옥'이니라.
:㈃ 동양의 아무 나라가 잘되어야 우리의 독립을 찾으리라 하며, 서양의 아무 나라가 우리 일을 보아 주어야 무엇을 하여 볼 수 있다 하여, 외교를 의뢰하여 국민의 사상을 약하게 하는 놈들은 그 몸을 주물러 댕댕이를 만들어 큰 나무에 감아 두나니 이는 '댕댕이지옥'이니라.
:㈄ 의병도 아니요, 암살도 아니요, 오직 할 일은 교육이나 실업 같은 것으로 차차 백성을 깨우자 하여 점점 더운 피를 차게 하고 산 넋을 죽게 하나니 이놈들의 갈 곳은 '어둥지옥'이니라.
:㈅ 황금이나 여색 같은 데에 빠져, 있던 뜻을 버리는 놈은 그 갈 곳이 '단지지옥'이니라.
:㈆ 지식이 없어도 아는 체하고 열성이 없어도 있는 체하며, 죽기는 싫으나 명예는 차지하려 하여 거짓말로 남 속이고 다니는 놈들은 불로 지져 뜨거움을 보여야 하나니 이는 '지짐지옥'이니라.
:㈇ 머리 앓고 피 토하여 가며, 나라일을 연구하지 않고, 오직 남의 입내만 내어 마치니의『소년 이태리』를 본떠 회(會)의 규칙을 만들며 손일선(孫逸仙)의『군정부 약법(約法)』을 번역하여 자가(自家)의 주의를 삼아 특유한 국성(國性)이 없이 인판(印板)으로 사업하려는 놈들이 갈 지옥은 '잔나비지옥'이니라.
:㈈ 잔꾀만 가득하여 일 없는 때는 칼등에서 춤이라도 출 듯이 나서다가 일 있을 때는 싹 돌아서 누울 곳을 보는 놈은 그 기름을 빼어야 될지라. 고로 가마에 넣고 삶나니 이는 '가마지옥'이니라.
:㈉ 아무래도 쓸데없다. 왼손으로 총을 막으며 빈 입으로 군함 깰까 망한 판이니 망한 대로 놀자 하는 놈은 무쇠두멍을 씌워 다시 하늘을 못 보게 하나니 이는 '쇠솥지옥'이니라.
:㈊ 돈 한푼만 있는 학생이면 요릿집에 데리고 가며 어수룩한 사람이면 영웅으로 추켜세워 저의 이용물을 만들고 이를 수단이라 하여 도덕 없는 사회를 만드는 놈의 갈 곳은 '아귀지옥'이니라.
:㈋ 공자가 어떠하다, 예수가 어떠하다, 나폴레옹이 어떠하다, 워싱턴이 어떠하다, 하며 내 나라의 성현 영웅을 하나도 모르는 놈은 글을 다시 배워야 하나니 이놈들의 갈 곳은 '종아리지옥'이니라.
이 밖에도 지옥이 몇몇이 더 되나 너희들이 알아둘 지옥은 이만하여도 넉넉하니라.
온 옥수(獄囚)가 악머구리 울듯 하며,
"사자님은 크게 어진 마음으로 죄를 용서하시고 이곳을 떠나게 하소서."
강감찬이,
"공은 공대로 가며 죄는 죄대로 간다."
하고 부채로 썩 가리우니 모든 옥수가 어디에 있는지 보지는 못하나 마음에 그 참형당할 일이 애달퍼 강감찬의 앞에 나아가 매국적 같은 큰 죄는 할 수 없거니와 그 나머지는 다 놓아 보냄을 청하니 강감찬이 한놈의 등을 만지며,
"그대가 이런 마음으로 임나라에 갈 만하지만 다만 두 사랑이 있으므로 이곳까지 옴이로다."
하거늘 한놈이 그제야 미인의 홀림으로 풍신수길을 놓치던 일을 생각하고 묻자와 가로되,
"나라 사랑하는 사람은 미인을 사랑하지 못하옵니까?"
강감찬이 땅 위에 놓인 칼을 가리키며,
"이 칼 놓은 자리에 다른 것도 또 놓을 수 있느냐?"
"안 될 말입니다. 한 물건이 한 시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가 있습니까?"
강감찬이 이에 손을 치며,
"그러하니라. 한 물건이 한 시에 한 자리를 못 차지할지며 한 사상이 한 시에 한 머릿속에 같이 있지 못하나니 이 줄로 미루어 보아라. 한 사람이 한 평생 두 사랑을 가지면 두 사랑이 하나도 이루기 어려운 고로 이야기에도 있으되 '두 절개가 되지 말라' 하니 그 부정함을 나무람이니라."
한놈이 또 묻되,
"그 줄이 있습니까?"
강감찬이 대답하되,
"소경은 귀가 밝고 귀머거리는 눈이 밝다 함은 한 길로 가는 까닭이라. 그러기에 석가여래가 아내와 아들을 다 버리고 보리수 밑에서 아홉 해를 지내심이니라."
"애국자의 일도 종교가와 같으오리까?"
"하나는 출세자(出世者)의 일이요, 하나는 입세자(入世者)의 일이니 일은 다르지만 종교가가 신앙밖에 다른 사랑이 있으면 종교가가 아니며, 애국자가 나라밖에 다른 사랑이 있어도 애국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마다 몸은 안 아끼는 이 없지만 충신이 일에 당하면 열두 번 죽어도 사양치 않으며 누가 처자를 안 어여삐하리요만 열사가 나라를 위함에는 가족까지 희생하나니 이와 같이 나라밖에는 딴 사랑이 없어야 애국이어늘 이제 나라도 사랑하며 술도 사랑하면 술로 나라 잊을 적이 있을지며, 나라도 사랑하며 미인도 사랑하면 미인으로 나라 잊을 때가 있을지니라."
한놈이 절하며 그 고마운 뜻을 올리고 그러나 지옥에서 나가게 하여 달라 하니 강감찬이 가로되,
"누가 못 나가게 하느냐?"
"못 나가게 하는 사람은 없사오나 몸이 쇠사슬에 묶이어 나갈 수 없습니다."
강감찬이 웃으시며,
"누가 너를 묶더냐?"
하니 한놈이 이 말에 대철대오하여 본래 묶이지 않은 몸을 어디에 풀 것이 있으리요 하고 몸을 떨치니 쇠사슬도 없고 옥도 없고 한놈의 한 몸만 우뚝하게 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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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하늘 위에 있고 지옥은 땅 밑에 있어 그 상거가 천 리나 만 리인 줄 아는 것은 인간의 생각이라 실제는 그렇지 않아서 땅도 한 땅이요, 때도 한 때인데 제치면 임나라고 엎치면 지옥이요, 세로 뛰면 임나라고 가로 뛰면 지옥이요, 날면 임나라며 기면 지옥이요, 잡으면 임나라며 놓치면 지옥이니, 임나라와 지옥의 상거가 요것뿐이더라.
지옥이 이미 부서지매 한놈이 눈을 드니 금으로 지은 집에 옥으로 쌓은 담이 어른어른하고 땅에 깔린 것은 모두 진주와 금강석이요, 맑고 향내나는 공기가 코를 찔러 밥 안 먹고도 배부르며, 나무마다 꽃이 피어 봄빛을 자랑하며 새는 앵무, 공작, 금계, 백학, 꾀꼬리같이 듣고 보기가 좋은 새들이며 짐승은 사람을 물지 않는 문호(文虎), 문표(文豹) 같은 짐승들이요, 거리마다 신라의 만불산(萬佛山)을 벌여 놓고 집집에 고구려의 수모욕을 깔았으며 입은 것은 부여의 문수(紋繡)와 진한의 겸포며 두른 것은 발해의 명주와 신라의 용초며 들리는 것은 변한의 가야금이며 신라의 만만파 쉬는 저며 백제의 공후도 있고 고려의 국악도 있더라. 한놈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이제는 내가 임나라에 다다랐구나."
하고 기꺼워 나서니 임나라의 모든 물건도 모두 한놈을 보고 반기는 듯하더라. 임을 보이려 하나 하늘같이 높으시고 바다같이 넓으시고 해같이 밝으시고 달같이 둥그시고 봄같이 따뜻하고 가을같이 매우사 한놈의 좁은 눈으론 볼 수가 없다.
그 좌우에 모셔 앉으신 이는 신앙에 굳으신 동명성제(東明聖帝), 명림답부(明臨答夫), 치제(治劑)에 밝으신 백제의 초고대왕(肖古大王), 발해 선왕(宣王), 이상이 높으신 진흥대왕(眞興大王), 설원랑(薛原郞), 역사에 익으신 신지선인(神誌先人) 이문진(李文眞), 고흥(高興), 정지상(鄭知常), 국문에 힘쓰신 세종대왕, 설총, 주시경, 육군에 능하신 발해 태조, 연개소문, 을지문덕, 해군에 용하신 사법명(沙法名), 정지(鄭地), 이순신, 강토를 개척하신 광개토왕(廣開土王), 동성대제(東聖大帝), 윤관(尹瓘), 김종서(金宗瑞), 법전을 편찬한 을파소(乙巴素), 거칠부(居柒夫), 망국 말엽에 쌍수로 하늘을 받들던 백제 부여의 복신(福信), 고구려의 검모잠(劒牟岑), 판탕시대에 한칼로 외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편히 하던 고려의 최영, 강감찬, 이조의 임경업, 외지에 식민한 서언왕(徐偃王), 엄국시조(奄國始祖), 고죽시조(孤竹始祖), 타국에 가서 왕이 된 고운(高雲), 이정기(李正己), 김준(金俊), 사후에 용이 되어 일본을 도륙(屠戮)하려던 신라 문무대왕(文武大王), 계림의 개 되어도 일본의 신인은 아니 된다던 박제상(朴堤上), 홍건적 이백만을 토평(討平)하고 간계에 죽던 정세운(鄭世雲), 본국 팔성(八聖)을 제 지내고 금나라를 치려던 묘청(妙淸), 중국 흥수에 오행치수의 줄로 하우(夏禹)를 가르친 부루태자(夫婁太子), 일위(一葦)로 대해를 건너 도국 만종(島國蠻種)을 개화시킨 혜자 선사(慧慈禪師), 왕인(王仁) 박사, 안시성에서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의 눈을 뺀 양만춘(楊萬春), 용인읍에서 철례탑(撤禮塔)의 가슴을 맞추던 김윤후(金允侯), 교육계의 종주 되어 서양을 쓸리게 하던 영랑(永郎), 남랑(南郎), 국수(國粹)의 무너짐을 놀라 화랑을 중흥하려던 이지백(李知白), 동족에 대한 의분으로 발해를 구원하려던 곽원(郭元), 왕가도(王可道), 왕실을 다물(多勿)하려 하여 피 흘리던 이색(李穡), 정몽주(鄭夢周), 두문동(杜門洞) 칠사현(七士賢), 강자를 제재함에는 암살을 유일 신성으로 깨달은 밀우(密友), 유유(紐由), 황창(黃昌), 안중근(安重根), 넘어지는 대하(大厦)를 붙들려고 의기(義旗)를 잡은 이강년(李康年), 허위(許蔿), 전해산(全海山), 채응언(蔡應彦), 조촐한 진단의 여자몸으로 어찌 도적에게 더럽혀지리요 하던 낙화암의 기빈(妃嬪)들, 임진년의 논개(論介), 계월향, 출세한 사람으로 나라일이야 잊을쏘냐 하던 고구려의 칠불(七佛), 고려의 현린 선사(玄麟禪師), 이조의 서산대사(西山大師), 사명당(四溟堂), 국학에서 비록 도움이 없지만 일방의 교문에 통달하여 조선의 빛을 보탠 불학의 원효(元曉), 의상(義湘), 유학의 회제(晦齊), 퇴계(退溪), 세상에 상관없는 물외한인(物外閑人)이지만 청풍고절(淸風苦節)의 한유한(韓惟翰), 이자현(李資玄), 연진수도(鍊 修道)의 참시( 始), 정염(鄭 ), 건축으로 거룩한 임류각(臨流閣), 황룡사(皇龍寺) 등의 건축자, 미술로 신통한 만불산 홍구유(紅 兪)의 제조자, 산술로 부도(夫道), 그림으로 솔거(率居), 음률로 우륵(于勒), 옥보고(玉寶高), 칼을 잘 만드는 가락의 공장(工匠), 맹호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발해의 장사, 성력(星曆)에 오윤부(伍允孚), 이술(異術)에 전우치(田禹治), 귀귀래래시(歸歸來來詩)로 물질 불멸의 원리를 말한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폭국은 베어도 가하다 하여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의 노설(奴說)을 반대한 죽도(竹島) 정여립(鄭汝立), 철주자(鐵鑄字) 발명한 바치, 비행기 시조 정평구(鄭平九), 이 밖에도 눈 큰 이, 입 큰 이, 팔 긴 이, 몸 굵은 이, 어느 때 외국과 싸워 이긴 이, 어느 곳에서 백성에게 큰 공덕을 끼친 이, 철학에 밝은 이, 도덕에 높은 이, 물리에 사무친 이, 문학에 잘한 이, 한놈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선민들도 많으며 또 한놈이 그 자리에서 보고 이제 기억하지도 못할 이도 많이 이 책에 올리지 못하거니와 대개 이때 한놈의 마음은 임나라에 온 것이 기쁠 뿐만 아니라 여러 선왕, 선성, 선민 들을 뵈옴이 고맙더라.
임나라에는 이렇게 모여서 무슨 일을 하시는가 하고 한놈이 눈을 들어 본즉 이상도 하고 기질도 하다. 다른 것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직 낱낱이 비를 만들더니 긴 막대기에 꿰어 드니 그 길이가 몇천 길 몇만 길인지 모를러라. 그 비를 일제히 들더니 곧 하늘에 대고 썩썩 쓴다. 한놈이 놀라 일어나며,
"하늘을 왜 씁니까? 땅에는 먼지나 있다고 쓸지만 하늘이야 왜 씁니까?"
모두 대답하시되,
"하늘을 못 보느냐? 오늘 우리 하늘은 땅보다도 먼지가 더 묻었다."
하시거늘 한놈이 하늘을 두루 살펴보니 온 하늘에 먼지가 보얗게 덮이었더라. 몇천 몇만 비들을 들이대고 부리나케 쓸지만 이리 쓸면 저쪽이 보얗게 되고 저리 쓸면 이쪽이 보얗게 되어 파란 하늘은 어디 갔는지 옛책에서나 옛이야기에나 듣지도 못하던 흰 하늘이 머리 위에 덮이었더라.
"하늘도 보얀 하늘이 있습니까?"
한놈이 소리를 질러 물으니 누구이신지 누런 옷 입고 붉은 띠 띤 어른이 대답하신다.
"나도 처음 보는 하늘이다. 임 나신 지 삼천오백 년경부터 하늘이 날마다 푸른 날고 보얀 빛이 시작하더니 한 해 지나 두 해 지난 사천이백사십여 년 오늘에 와서는 푸른 빛은 거의 없어지고 소경눈같이 보얗게 되었다. 그런즉 대개 칠백 년 동안에 난 변이요, 이 앞서는 이런 변이 없었나니라."
하더니 그만 목을 놓고 우는데 울음 소리가 장단에 맞아 노래가 되더라.
:하늘이 제 빛을 잃으니 그 나머지야 말할쏘냐
:태백산이 높이야 줄어 석 자도 못 되고
:압록강이 터를 떠나 오백 리나 이사 갔구나,
:아가 아가 우리 아가
:네 아무리 어려도 잠 좀 깨어라
:무궁화꽃 핀 가지에 찬바람이 후려친다.
그이가 노래를 마치더니,
"한놈아!"
하고 부르더니 서편을 가리키거늘 한놈이 쳐다보니, 해와 같이 나란히 떠오르는데 테두리가 다 네모가 나고 빛은 다 새까맣거늘 보는 한놈이 더욱 놀라,
"하늘이 뽀얗고 해와 달이 네모지며, 또 새까마니 이것이 임나라의 인간과 다른 특색입니까?"
한데, 그이가 깜짝 뛰며,
"그게 무슨 말이냐? 하늘이 푸르고 해와 달이 둥글며 힘은 임나라나 인간이 다 한가지인데 지금 이렇게 된 것은 큰 변이니라."
한놈이,
"임의 힘으로 이를 어찌하지 못합니까?"
그이가 눈물을 흘리더니 가라사대,
"임나라에야 무슨 변이 나겠느냐? 때로는 모두 봄이요, 땅은 모두 금이요, 짐승도 사람같이 착하니 무슨 변이 나겠느냐? 다만 이천만 인간이 지은 얼로 하늘을 더럽히고 해와 달도 빛이 없게 만들었나니 아무리 임의 힘인들 이를 어찌하리요."
한놈이,
"인간에서 얼만 안 지으면 해도 옛 해가 되고 달도 옛 달이 되고 하늘도 옛 하늘이 되겠습니까?"
그이가 가라사대,
"암, 그 이를 말이냐? 대개 고려 말세부터 별별 하늘이 우리 진단에 들어오는데, 공자 석가는 더 말할 것 없고 심지어 보살의 하늘이며, 제군(帝君)의 하늘이며, 관우(關羽)의 하늘이며, 도사의 하늘까지 들어와 님의 하늘을 가리워 이천만 사람의 눈이 한쪽으로 뒤집혀서 보고하는 일이 모두 딴전이 되어 국전(國典)과 국보(國寶)가 턱턱 무너지기 시작할새 역사의 제1장에 우리 임 단군을 빼고…… 부여를 제껴 놓고 한 나라 반역자 위만으로 정통을 가지게 하며, 고구려의 혈통인 발해를 물리어 북맥(北貊)이라 하며, 백제의 용무(勇武)를 싫어하여 이를 무도지국(無道之國)이라 하며, 우리의 윤리를 버리고 외국의 문교로 대신하고, 만일 국수(國粹)를 보존하려 하는 이 있으면 도리어 악형에 죽을새 죽도 선생 정여립이 구월산에 들어가 단군에게 제 지내고 시대의 악착한 풍기를 고치려 하여 '충신불사이군'이 성인의 말이 아니라고 외쳤나니, 이는 사자후(獅子吼)이어늘 진안(鎭安) 죽도사(竹島寺)에서 무모한 칼에 육장(肉漿)이 되고 그나마 현상(賢相)이며, 명장이며, 위인이며, 재자며, 장사며, 협객이 이 뽀얀 하늘 밑에서 몹쓸 죽음 한 이가 얼마인지 알 수 없나니, 이제라도 인간에서 지난 일의 잘못됨을 뉘우쳐 하고 같이 비를 쓸어 주면 이 하늘과 이 해와 이 달이 제대로 되기 어렵지 않으리라."
하며 눈물이 비 오듯 하거늘 한놈이 크게 느끼어 '그러면 한놈부터 내 책임을 다하리라' 하고 곧 비를 줍소서 하여 하늘에 대고 죽을 판 살 판 쓸새 무릇 삼칠은 이십일 일을 지나니, 손이 부풀어 이리저리 터지고, 발이 아파 비를 들 수 없었고, 두 눈이 며칠 굶은 사람처럼 쑥 들어가 힘을 다시 더 쓸 수 없는데, 하늘을 쳐다본즉 여전히 뽀얗더라. 한놈이 이어,
"내 힘은 더 쓸 수 없으나 또 내 뒤를 이어 이대로 힘쓰는 이 있으면 설마 하늘이 푸르러질 날이 있겠지."
하고 이 뜻으로 가갸 풀이를 지었는데,
:가갸 거겨 가자 가자, 하늘 쓸러 걸음 걸음 나아가자
:고교 구규 고되기는 고되지만, 굳은 마음은 풀릴쏘냐
:그기 가 그믐 밤에 달이 나고, 기운 해 다시 뜨도록
:나냐 너녀 나 죽거든 네가 하고, 너 죽거든 나 또 하여
:노뇨 누뉴 놀지 않고, 하고 보면 누구라서 막을쏘냐
:느니 나 늦은 길을 늦다 말고, 이 악물고 주먹 쥐자
:다댜 더뎌 다 닳은들 칼 아니랴, 더 갈수록 매운 마음
:도됴 두듀 도령님의 넋을 받아 두려운 놈 바이 없다
:드디 다 드릴 곳 있으리니, 지경 따라 서고 지고
:라랴 러려 나팔 불고 북도 쳤다, 너나 말고 칼을 빼자
:로료 루류 로동하고 싸움하여 루만 명에 첫째 되면
:르리 라 르르릉 아라, 르릉 아리아 자기 아들 같이
:마먀 머며 마마님도, 구경 가오 먼동 곳에 봄이 왔소
:모묘 무뮤 모든 사람, 모두 몰아 무쇠 팔뚝 내두르며
:므미 마 먼 데든지 가깝든지, 밀어치며 나아갈 뿐
:사샤 서셔 사람마다 옳고 보면, 서슬 있어 푸르리라
:소쇼 수슈 소름 찢는 도깨비도, 수컷에야 어이하리
:스시 사 스승님의 뜻을 받아, 세로 가로 뛰고 지고
:아야 어여 아무런들, 내 아들이 어미 없이 컸다 마라
:오요 우유 오죽이나 오랜 나라 우리 박달 우리 겨레
:으이 아 응응 우는 아기라도, 이 정신은 차리리라
자쟈 저져를 읽으려 하는데 뽀얀 하늘 한가운데에서 새파란 하늘 한쪽이 내다보이며 그 속에서 소리가 난다.
"한놈아, 네 아무리 성력(誠力) 깊지만 한갓 성력으로는 공을 이루기 어려우리니 그리 말고 임의 설시한 '도령군'을 가서 구경하여라."
한놈이,
"도령군이 무엇입니까?"
물은데,
"아! 도령군을 모르느냐? 역사 본 사람으로……."
하거늘 한놈이 눈을 감고 앉아 역사를 생각하니,
'대개 도령은 신라의 화랑을 말함이라,『삼국사기』악지(樂志)에 설원랑이 지었다는 도령(徒領) 노래가 곧 화랑의 노래니, 도령은 도령의 음 번역이요, 화랑은 그 뜻 번역인데, 화랑의 처음은 신라 때에 된 것이 아니라, 곧 단군 시조가 태백산에 내려올 때 삼랑과 삼천 도를 거느림이 화랑의 비롯이요, 천왕당 해모수가 도자(徒者) 수백 명을 거느리고 웅심산에 모임도 또한 화랑의 놀음이요, 고구려의 선인은 곧 화랑의 별명인데, 동맹은 선인의 천제(天祭)이며, 백제의 소도는 화랑의 별명인데, 천군은 또 소도제(蘇塗祭)의 신명(神名)이라 명호(名號)는 시대를 따라 변하였으나 정신은 한가지로 전하여 모험이며, 상무(尙武)며, 가무며, 학식이며, 애정이며, 단결이며, 열성이며, 용감으로 서로 인도하여 고대에 이로써 종교적 상무정신을 이루어, 지키면 이기고, 싸우면 물리쳐, 크게 국광을 발휘한 것이 다 신라의 진흥대왕이 더 큰 이상과 넓은 배포로 폐(弊)될 것을 덜고 미와 굳셈을 더 보태어 화랑사의 신기원을 연 고로 영랑, 남랑의 교육이 사해에 퍼지고, 사다함(斯多含), 김흠춘(金欽春) 등 소년의 피꽃이 역사에 빛내었나니, 비록 배화노의 김부식으로도 화랑 이백의 방명미사(芳名美事)를 찬탄함이라. 그 뒤에 문헌이 잔결(殘缺)되므로 어떻게 쇠하고 어떻게 없어짐을 자세히 알 수 없으나,『고려사』에 보매 현종(顯宗) 때 거란이 수십만 대병으로 우리에게 덤비매 이지백이 생각하되 화랑을 막을 정신이 있으리라 하며, 예종이 조서(詔書)로 남랑, 영랑 등 모든 화랑의 자취를 보존하라 하며, 의종도 팔관회에 화랑을 뽑아 고풍을 떨칠 뜻을 가졌었나니, 이때까지도 도령군 곧 화랑의 도가국 중에 한 자리 가졌던 일을 볼지나 이 뒤로 어떻게 되었느냐?'
외우며 생각하고 생각하며 외우더니, 하늘이 다시 소리하기를,
"내가 역사 속에 있는 어려이 생각한다마는 다만 한 가지 또 있다.
『고려사』「최영」전에 최영이 명태조 주원장(朱元璋)과 싸우려 할새, 고구려가 승군 삼만으로 당병 백만을 깨쳤으나, 이제도 승군을 뽑으리라 하였는데, 그 이른바 고구려 승군은 곧 선인군이니, 마치 신라의 화랑도 같은 것이라 그 혼인을 멀리하고, 가사를 돌보지 않음이 승과 같은 고로 고대에도 혹 그 이름을 승군이라고도 하며, 최영은 더욱 선인이나 화랑의 제도를 회복할 수 없어 승으로 대신하려 하여 참말로 승가의 승을 뽑음이나 만일 최영이 죽지 않고 고려가 망치 않았다면, 임의 세우신 화랑의 도가 오백 년 전에 벌써 중흥하였으리라."
하시거늘, 한놈이 고마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땅에 엎드려 절하고,
"한놈이 도령군 곧 화랑이 우리 역사의 뼈요, 나라의 꽃인 줄을 안 지 오래오며, 또 이를 발휘할 마음도 간절하오나, 다만『신지시사(神誌詩史)』나 거칠부의『선사(仙史)』나 김대문의『화랑세기』같은 책이 없어지므로, 그 원류를 알 수 없어 짝없는 유한을 삼았더니, 이제 임이 도령군을 구경하라 하시니, 마음에 감사할 이 대일 곳 없사오니, 원컨대 바삐 길을 인도하사 평생에 보고 지고 하던 도령군을 보게 하옵소서."
하며 어린아기 어미 찾듯 자꾸 임을 부르더니, 하늘에서 홍등 한 개가 내려오며, 앞을 인도하여 오색 내를 지나 옥뫼를 넘어 한곳에 다다르니, 돌문이 있는데 금글씨로 새겼으되 '도령군 놀음 곳'이라 하였더라.
문 앞에 한 장수가 서서 지키는데 한놈이,
"임나라 서울로부터 구경하러 왔으니 들어가게 하여 주소서."
한즉,
"네가 바칠 것이 있어야 들어가리라."
하거늘,
"바칠 것이 무엇입니까? 돈입니까? 쌀입니까? 무슨 보배입니까?"
"그것이 무슨 말이냐? 돈이든지 쌀이든지 보배이든지 인간에서 귀한 것이요, 임나라에서는 천한 것이니라."
"그러면 무엇을 바랍니까?"
"다른 것 아니라 대개 정이 많고 고통이 깊은 사람이라야 우리의 놀음을 보고 깨닫는 바 있으리니, 네가 인간 삼십여 년에 눈물을 몇 줄이나 흘렸느냐? 눈물 많은 이는 정과 고통이 많은 이며, 이 놀음에 참여하여 상등 손님이 될 것이요, 그 나머지는 중등 손님, 하등 손님이 될 것이요, 아주 적은 이는 들어가지 못하나니라."
"어려서 젖 달라고 울던 눈물도 눈물입니까?"
"아니라. 그 눈물은 못쓰나니라."
"열하나 열둘 먹던 때 남과 싸우다가 분하여 운 눈물도 눈물입니까?"
"아니다. 그 눈물도 값없나니라."
"그러면 오직 나라 사랑이며, 동포 사랑이며, 대적에 대한 의분의 눈물만 듭니까?"
"그러니라. 그 눈물에도 진가를 고르느니라."
이렇게 받고 차기로 말하다가 좌우를 돌아보니, 한놈의 평일 친구들도 어데로부터 왔는지 문 앞에 그득하더라. 이제 눈물의 정구가 되는데 한놈의 생각에는 내가 가장 끝이 되리로다. 나는 원래 무정하여 나의 인간에 대하여 뿌린 눈물은 몇 방울인가…… (이하 원문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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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제1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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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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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목 = [[상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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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회원들은 물론 동네의 인심은 동혁에게로 쏠렸다. 젊은 사람들의 일에 쫓아다니며 훼방까지는 놀지 않아도,
"저 녀석들은 처먹구 헐 짓들이 없어서 밤낮 몰려만 댕기는 게여."
하고 마땅치 않게 여기던 노인네까지도,
"미상불 이번에 동혁이가 어려운 일 했느니."
"아아무렴, 여부지사가 있나. 우리네 수루야 어림두 없지. 언감생심 변리를 한 푼두 아니 물다니."
하고 동혁의 칭송이 놀라웠다. 너무나 고마워서 동혁을 찾아와서 울면서 치사를 하는 부형도 있는데, 그 통에 박첨지는 아들 대신으로 연거푸 사나흘씩이나 끌려다니며 막걸리를 얻어먹고 배탈이 다 났다. 동혁은,
'자아, 빚들은 다 갚었으니까 앓던 이 빠진 것버덤 더 시원허지만, 이젠 어떻게 전답을 떨어지지 않구 지어먹을 도리를 차려야 셈들을 펴구 살어 보지.'
하고 제이단책(第二段策)을 생각하기에 골몰하였다. 그러다가,
'급허다구 우물을 들구 마시나. 처언천히 황소 걸음으루.'
하고 저 자신과 의논을 해가면서 회원들의 생활이 짧은 시일에 윤택해지지는 못하나마, 다시 빚은 얻지 않을 만치 생계를 독립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끌어올리고 말리라 하였다. 농지령(農地令)이라는 것이 발포되었대야 결국은 지주들의 맘대로 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니까, 어떻게 강도사 집뿐 아니라 다른 지주들까지도 한 십 개년 동안만 도지로 논을 내놓게 만들었으면, 힘껏 개량식으로 농사를 지어 그 수입으로 땅 마지기씩이나 장만을 하게 될 텐데…… 하고 꿍꿍이셈을 치고 있는 중이다. 회원들의 돈은 빚을 깨끗이 청산하고도 육십여 원이나 남아서, 그것을 밑천으로 새로이 소비조합을 만들 예산을 세웠다.
그러나 형의 속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화는 다른 반대파의 회원들보다도 불평이 많았다. 워낙 저만 공부를 시켜 주지 않았다고 부형의 탓을 하는 터에 제 말따나 형 때문에 장가도 들지 못해서 그런지 계모 손에 자라난 아이 모양으로 자격지심이 여간 대단하지가 않다. 이번 일만 해도,
"성님두 물렁팥죽이지, 그깐 녀석을 요정을 내버리지 못헌단 말요? 겨우 변리 안 받은 게 감지덕지해서 우리 회의 회장이란 명색을 준단 말요? 난 나 혼자래두 나와 버릴 테유. 그 아니꼰 꼴을 안 보면 고만이지."
하고 투덜댄다. 그러면 동혁은,
"네 형은 창피하거나 아니꼬운 줄을 몰라서 죽치구 있는 줄 아니? 호랑이 굴 속엘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얻는 법이란다."
하고 섣불리 혈기를 부리지 말라고 타이르건만, 그래도 아우는,
"흥 어느 때구 두구 보구려. 내 손으루 회관을 부숴 버리구 말 테니……."
하고 입술을 깨물며 벼른다.
"글쎄 얘야, 지금 회관을 쓰구 못 쓰는 게 시급헌 문제가 아니라니깐 그러는구나. 언제든지 우리 손으루 다시 들어오게 허구야 말걸. 왜 그렇게 성미가 급허냐."
하면서도 어느 때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 형은 마음이 놓이지를 않았다.
조기회는 여전히 하나, 회관은 커다란 자물쇠를 채운 채 쓰지를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쓰지를 않는 게 아니라 그 동안 기천이가 여러 번 열라고 명령을 하였어도 동화와 갑산이가 쇳대를 감추고는 서로 밀고 내놓지를 않아서 쓰지를 못하고 있다.
"얘 동화야, 인제 그만 쇳대를 내놔라. 이렇게 켕기구 있다가는 필경 기천이가 남의 힘을 빌려서까지 강제루 열기가 쉬우니 그때두 너희들이 안 내놓구 배길 테냐. 무슨 회든지 우리끼리 합심만 허면 또다시 만들어질걸."
하고 순순히 타일러도, 동화는,
"아, 어느 놈이 우리가 지은 회관을 강제루 열어요? 흥, 난 그럴 때만 기다리구 있겠수."
하고 끝끝내 형하고도 타협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야학도 새 집에서 못 하고 전처럼 남의 머슴사랑을 빌려 가지고 구석구석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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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에게서는 하루 걸러큼 편지가 왔다. 침대 위에서 따로따로를 하다가 송엽장(松葉杖)을 짚고 걸음발을 타게까지 되었는데, 인제는 밥을 먹고도 소화가 잘 된다는 것이며, 의사는 좀더 조섭을 하라고 하나, 비용 관계로 더 있을 수가 없어서 불일간 퇴원을 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뒤를 이어 왔었다. 공책에다가 일기를 쓰듯이 감상을 적은 것을 떼어 보내기도 하고, 이번에 당신이 아니었더면 벌써 황천길을 밟았을 것을 살아났다는 만강의 감사와, 떠나 보낸 뒤의 그립고 아쉬운 정을 애틋이 적어 보낸 것이었다. 이번 편지는 퇴원을 하느라고 부산한 중에 급히 쓴 연필 글씨로,
:청석골의 친절한 여러 교인과 학부형들에게 에워싸여서 지금 퇴원을 합니다. 그러나 천만 사람이 있어도 이 영신에게는 새로운 생명을 주신 은인이시고 영원한 사랑이신 우리 동혁 씨와 이 기쁨을 노느지 못하는 것이 무한히 섭섭합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는 것은 일전에 서울 연합회에서 백현경 씨가 전위해서 내려왔었는데, 정양도 할 겸 횡빈(橫濱)에 있는 신학교로 가서 몇 해 동안 수학을 하도록 주선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올라갔는데요, 여러 해 벼르고 벼르던 유학을 하게 된 것은 기쁘지만 또다시 당신과 더 멀리 떨어져 있을 생각을 하니 무한히 섭섭해요. 지금버텀 눈물이 납니다. 어수선스러워서 고만 쓰겠어요. 답장은 청석골로―---
:××월 ××일 당신의 영신
동혁은 즉시 답장을 썼다. 편지가 올 때마다 간단히 회답은 하였지만, 수술한 경과가 좋아서 안심도 되었고 동네 일로 심정이 쓰라려서 긴 편지는 쓰지 못하고 있었다. 영신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간호를 해주고 있는 동안에 무언중에 정이 더 깊어진 것을 깨달았고, 피차의 성격이나 사랑하는 도수는 가장 어려운 일을 당해 보아야 비로소 알아지고 그 깊이를 측량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동혁은(영신도 그렇지만) 영신이가 연애하는 사람이라느니보다도, 이미 자녀까지 낳고 살아오는 아내와 같이 느껴졌다. 그만치나 미덤성스럽고 듬숙한 맛이 있어서, 편지를 쓰는 데도 남들처럼 달콤한 문구는 쓰려야 써지지가 않았다.
무사히 퇴원하신 것을 두 손을 들어 축하합니다. 즉시 뛰어가서 완쾌하신 얼굴을 대하고는 싶지만, 지금 내가 떠나면 동네 일이 또 엉망으로 옭힐 것 같어서 험악한 형세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중이니 섭섭히 아셔도 헐 수 없는 일이외다.
:유학을 가시게 된다구요? 내가 반대를 한대도 기어이 고집하고 떠나가실 줄은 알지만, 신학교로 가신다니(지원한 것은 아니라도) 신앙이 학문이 아닌 것은 농학사나 농학박사라야만 농사를 잘 지을 줄 아는 거와 마찬가지가 아닐는지요. 하여간 건강상태로 보아 당분간 자리를 떠나서 정양할 기회를 얻는 것은 나도 찬성한 것이지만…….
:우리가 약속한 삼 개년 계획은 벌써 내년이면 마지막 해가 옵니다. 그런데 또 앞으로 몇 해를 은행나무처럼 떨어져 있게 될 모양이니 실로 앞길이 창창하고 아득하외다.
:영신 씨! 우리의 청춘은 동아줄로 칭칭 얽어서 어디다가 붙들어 맨 줄 아십니까? 우리의 일이란 관 뚜껑을 덮을 때까지 끝나는 날이 없을 것이니, 사업을 다하고야 결혼을 하려면 백 살 천 살을 살어도 노총각의 서글픈 신세는 면하지 못하겠군요. 조선 안의 그 숱한 색시들 중에 '채영신' 석 자만 쳐다보고 눈을 꿈벅꿈벅하고 기다리는 나 자신이 못나기도 하고 어찌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결코 동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나 하루바삐 우리 둘이 생활을 같이 하고 힘을 한데 모아서, 서로 용기를 돋워 가며 일을 하게 되기를 매우 조급히 기다리고 있소이다. 며칠 틈만 얻게 되면 또 한 삼백 리 마라톤을 하지요. 부디부디 몸을 쓰게 되었다고 무리한 일은 하지 마십시오! 그것만이 부탁이외다.
:당신의 영원한 보호 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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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해가 바뀌어 음력으로 정월이 되었다. 학원은 구습에 의해서 일주일 동안 방학을 했지만, 명절이라 해도 계집아이들이 울긋불긋한 인조견 저고리 치마를 호사라고 입고 세배를 다닐 뿐. 흰떡 한 모태 해먹는 집이 없어, 떡 치는 소리 대신에 여기저기 오막살이에서 널을 뛰는 소리만 떨컹떨컹 하고 들린다. 한곡리에는 풍물이나 장만한 것이 있어 청년들이 두드리지만, 그만한 오락기관도 없는 청석골은 더한층 쓸쓸하다.
연일 눈이 쏟아지다가 햇발이 퍼져서 땅은 질척거려 세배꾼들의 모처럼 얻어 입은 때때옷 뒤와 버선이 진흙투성이다.
지붕에 쌓인 눈이 고드름과 함께 추녀 끝으로 녹아내려 뚜욱뚜욱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영신은 책상 앞에 턱을 괴고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의식적으로는 센티멘털리즘(哀傷主義)을 송충이와 같이 싫어하면서도, 소복을 잘못해서 건강이 전처럼 회복되지 못한 탓인지 고요한 시간만 있으면 저의 신세가 고단하고 공연히 서글픈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는 겨를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때가 있다.
'동혁 씨 말따나 아까운 청춘을 이대로 늙혀서 옳은가. 인생이란 본시 이다지도 고독한 것인가.'
하고 스스로 묻기도 하고 한숨도 짓는다.
'왜 너에게는 박동혁이가 있지 않으냐. 그 튼튼하고 미덤성스러운 남자가 너의 장래를 맡지 않었느냐?'
'그렇다. 그와 평생의 고락을 같이 할 약속을 하였다. 나는 그이를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열렬히 사랑한다. 그러나 결혼을 한다고 나 한몸을 그에게 의지하려는 것은 아니다. 밥을 얻어 먹고 옷을 얻어 입고, 자녀를 낳어 주기 위한 결혼을 꿈꾸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두 사람이 육체적으로 결합이 된대도 내가 할 일이 따로 있다. 이 현실에 처한 조선의 인텔리 여성으로서 따로이 해야만 할 사업이 있다. 결혼이 그 사업을 방해한다면 차라리 연애도 결혼도 하지 말어야 한다. 청상과부처럼, 미스 필링스처럼 독신으로 늙어야만 한다.'
'그러나 외로운 것을 어찌하나. 이다지도 지향없이 헤매는 마음을 어디다가 붙들어맨단 말이냐.'
'너에게는 신앙이 있지 않으냐.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불러 왔고, 그의 독생자에게서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배웠고, 가장 어려울 때와 괴로울 때에 주를 부르며 아침저녁 기도를 올리지 않었느냐.'
'그렇다. 그러나 인제 와서는 무형한 그네들을 믿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다. 사람을 믿고 싶다! 육안으로 보이는 좀더 똑똑한 것, 확실한 것, 즉 과학을 믿고 싶다! 직접으로 실험할 수 있는 것을, 노력하는 정비례로 그 효과를 눈앞에 볼 수 있는 그러한 일을 하고 싶다!'
영신은 마음속의 문답을 제 귀로 들을수록 생각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는 퇴원을 한 후에 달포나 누웠다 일어나 보니, 학원 일은 청년들만 맡겨 놓아서 뒤죽박죽이다. 그 밖에도 부인들의 모임이나 모든 것으로 보아 그네들의 손으로 자치를 해나가려면 아직도 이삼 년 동안은 열심으로 지도를 해주어야만 될 것 같다.
영신은 더 누웠을 수가 없었다. 몸을 조금만 과히 움직이면 수술한 자리가 당기고 아픈 것을 억지로 참고 하루 몇 차례씩 학원으로 오르내렸다. 이것저것 분별을 하고 돌아다니려면 자연히 운동이 과도하게되고, 따라서 한번 쓰러지면 일어날 수가 없도록 피로하였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어쨌든 내 몸이 튼튼해지고 볼 일이다.'
하면서도 타고난 그의 성격이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게 한다.
'아무튼 이번 기회에 눈 딱 감고 건너가서 공부를 하고 돌아오자. 나만한 지식으로 남을 지도한다는 것부터 대담하였다.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다.'
하고 다시 한번 청석골을 떠날 결심을 하였다.
'동혁 씨는 왜 온다온다 하고 선문만 놓고 아니 올까. 또 동네에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별별 생각을 다 해보다가,
'서울서 노자가 오는 대로 음력 보름께쯤 떠날 예정이니, 그 안에 꼭 와달라'고 편지를 썼다. 다시 한번 만나서 전후 일을 의논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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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기천이는 장근 두 달째나 누워 있었다. 병을 앓는 것이 아니라, 타동에 나가서 양반 자세를 하다가 임자를 톡톡히 만나서 졸경을 쳤는데, 골통이 깨어지고 가슴에 담이 들어서 꼼짝못하고 누워서 음력 과세를 하였다.
회장이 된 첫번 행세를 하려고 제 동네서는 못 해도 저도 돈 십 원이나 기부를 한 읍내 소방조 출초식(消防組出初式)에 참례를 했다가, 술이 엉망진창으로 취해서 밤중에 자전거를 끌고 오다가 신작롯가에 있는 주막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계집이라면 회를 치려고 드는 기천은, 그 주막 갈보의 소위 나지미상이었다. 술김에 더욱 안하무인이 된 기천은 제가 맡아 논 계집이라 기침도 아니 하고 방문을 펄썩 열었다. 허술하게 박은 돌쩌귀가 떨어지면서 문은 덜커덕 열렸다. 방 안은 캄캄하다.
"옥화야!"
"……"
대답이 없다. 기천은 구두를 신은 채 방으로 들어서며 성냥불을 확 켰다. 옥화란 계집은 발가벗은 몸을 불에 데인 버러지처럼 옴치러뜨리는데, 커다란 버선발이 이불 밖으로 쑥 비어져 나왔다. 동시에 만경을 한 듯한 기천의 눈에는 질투의 불길이 타올랐다.
"누구냐?"
소리를 바락 지르며 이불을 홱 벗겼다.
"이눔아, 넌 누구냐?"
감때가 사납게 생긴 사내는 벌떡 일어났다. 기천은 그자의 얼굴을 보고,
"이놈, 너 용준이 아니냐? 발칙헌 놈 같으니라구, 너 이놈 양반을 못 알어보구, 내가 댕기는 집인 줄 뻔히 알면서 이 죽일 놈 같으니……."
기천의 구둣발길은 대뜸 용준이라고 불린 사내의 허구리를 걷어찼다. 그 다음 순간 기천의 눈에서는 번갯불이 뻔쩍하였다. 따귀를 한 대 되게 얻어맞고 정신이 아뜩해서 쓰러지는 것을, 그 왁살스러이 생긴 사내는,
"요놈아, 술 파는 계집꺼정 다 네 계집이냐? 타동에 와서두 양반 행세를 해. 너 요놈 의법이 이 어따가 발길질을 허는 거냐?"
하고 호통을 하더니,
"아무튼 잘 만났다. 양반의 몸뚱이엔 매가 튈 줄 아느냐?"
하고 기천의 멱살을 바싹 추켜잡고 컴컴한 마당으로 끌고 나가더니,
"너 요놈의 새끼, 네놈의 집 머슴살이 삼 년에 사경두 다 못 찾아 먹구 네게 얻어맞구서 쫓겨난 내다. 어디 너 좀 견뎌 봐라."
하고 마른 정강이를 장작개비로 패고 발딱 자빠트려 놓고는 발뒤꿈치로 가슴을 사뭇 짓밟았다. 기천은 한마디 못 하고 깩! 깩! 거리며 죽도록 얻어맞는 것을 계집이 버선발로 뛰어내려가서 간신히 뜯어말렸다.
용준이는 삼 대째 강도사네 행랑살이를 하다가 언사가 불공하다고 기천에게 작대기찜질을 당하고 쫓겨나서, 그 원한을 품고 잔득 앙심을 먹고 벼르는 판에 외나무다리에서 호되게 걸려들었던 것이다.
기천은 아주 초죽음이 되었다가 새벽녘에야 간신히 저의 집으로 기어들었다. 머슴놈에게 얻어맞았다기는 창피해서,
"취중에 자전거를 타다가 봉변을 했다."
고 꾸며 대고 산골을 캐어 오너라, 약을 지어 오너라 하고 야단법석을 하였다. 분한 생각을 하면 용준이란 놈의 배를 가르고 간을 날로 씹어도 시원치 않겠지만, 창피한 소문이 날까 보아 단골 버릇인 고소도 못 하고 속으로만 꽁꽁 앓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문은 온 동네는커녕 읍내까지도 좌악 퍼져서,
"아이고 잘코사니나! 그래두 뼈다귀는 추다렸던가?"
하고 고소해서들 하는 소리를 제 귀로만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면역소의 지휘로, 음력 대보름날을 기회삼아 한곡리 진흥회의 발회식을 열게 되었다. 낮에는 편을 갈라 윷놀이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도 갑산이와 동화는 회관의 열쇠를 내놓지 않았다. 발회식만 할 테니 임시로 빌려 달라고 기천이가 사람을 줄달아 보내도,
"천만읫말씀이라구 여쭤라."
하고 끝끝내 버티었다. 기천이가 읍내로 장거리로 돌아다니며 '우리 한곡리 진흥관만은 미상불 다른 동네 부럽지 않게 미리 지어 놓았다'고 제 손으로 짓기나 한 것처럼 생색을 뿌옇게 내는 것이 깨물어 죽이고 싶도록 얄미웠던 것이다.
집에서 형제가 가마니를 치고 있던 동혁은 틈틈이 손을 쉬고 눈을 딱 감고는 대세를 살펴보았다.
'허어, 이러다간 큰일나겠군. 양단간에 귀정을 지어야지.'
하고는,
"얘, 동화야!"
하고 아우를 넌지시 불렀다.
"너 인제 고만 회관 열쇠를 내놔라. 누구헌테든지 저의 주장을 굽혀선 못 쓰지만, 일이란 그때그때 형편을 봐서 임시 변통을 허는 수두 있어야지, 너무 곧이곧대루만 나가면 되레 옭히는 경우가 있느니라."
하고 타일러도, 동화는 머리를 끄덕이지 않는다.
"넌 날더러 물렁팥죽이라구 별명을 짓지만, 형두 생각허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거야. 들어 봐라, 입때까지는 우리 청년들 열두 사람만이 단합해서 일을 해오지 않었니? 헌 일두 없다만…… 그런데 이번엔 기회가 좋으니 우리 온 동네 사람이 다 모이는 김에, 우리의 운동허는 범위를 훨씬 넓혀서 한번 큼직하게 활동을 해보자꾸나. 인심이 우리헌테루 쏠릴 건 정헌 이치니까, 결국은 우리들이 주장허는 대루 될 게 아니냐. 진흥회란 무슨 행정기관두 사법기관두 아니구, 그저 일종의 자치기관 비슷헌 게니까, 웬만헌 일은 우리 손으루 다 헐 수가 있단 말이다. 아무튼 강기천이 한 사람을 상대로 끝까지 다투는 동안에 동네 일은 아무것두 안 되구 그 애를 써서 지은 회관두 우리 맘대루 쓰지를 못허니 실상은 우리의 손해지 뭐냐? 그러니 모든 걸 형헌테 맡기구, 문을 열어 놔라. 잘 질 줄을 아는 사람이라야 이길 줄두 안단다."
하고 진심으로 권하였다. 동화는 그제야 마지못해서,
"난 몰루. 성님꺼정 아마 맘이 변했나 보우."
하고 갑산이와 번차례로 차고 다니던 열쇠를 끌러서 기직 바닥에다가 퉁명스러이 던졌다.
저녁때에야 회관문은 열렸다. 연합진흥회장인 면장과 협의원들과 주재소에서 부장이 나오고, 금융조합 이사며 근처의 이른바 유력자들이 상좌에 버티고 앉았다. 한곡리에 거주하는 백성들은 매호에 한 사람씩 호주가 참석을 하게 되었는데, 상투는 거진 다 잘랐지만 색의를 장려한다고 면서기들이 장거리나 신작로에서 흰 옷 입은 사람만 보면 잉크나 먹물을 끼얹기 때문에 미처 흰 두루마기에 물감을 들여 입지 못한 사람은 핑계 김에 나오지를 않았다. 그래도 대동의 큰 회합이니만치 회관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기천이는 맨 나중에 단장을 짚고 기엄기엄 올라왔다. 그 푼더분하지 못하게 생긴 얼굴은 노랑꽃이 피었는데, 머슴에게 얻어맞은 자리가 몸을 움직이는 대로 결리는지, 몇 발자국 걷다가는 가슴에다 손을 대고 안간힘을 쓰며 낙태한 고양이 상을 한다. 그러면서도 면장과 기타 공직자에게 최경례를 하듯이 허리를 굽히는 것은 물론, 동민들이 인사를 하면 전에 없이 은근하게 답례를 하고, 그 중에도 말마디나 할 만한 사람에게는 얄궂은 추파까지 던진다.
기천이가 맨 앞줄에 가 앉자, 구석에 한덩이로 뭉쳐 앉은 회원들의 눈은 빛났다.
기천의 사촌인 구장이 개회사를 하고, 면장이 일어서서 진흥회의 필요와 역사와 또는 사명을 거진 한 시간 동안이나 늘어놓은 뒤에, 순서를 따라 회장을 선거하는 데 이르렀다. 임시 의장인 구장이 일어나서,
"지금부터 새로 창립된 우리 동네 진흥회를 대표할 회장을 선거하겠소. 물론 연령이라든지 이력이나 재산 같을 것을 보아 회장 될 만한 자격이 충분한 분을 선거할 줄 믿는 바이오."
하고 저의 사촌형을 곁눈으로 흘겨보며,
"자, 그럼 간단하게 호명을 해서 거수로 결정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하고 동민들에게 형식적으로 묻는다. 그러나 농우회의 회원들밖에는 호명이라든지 거수라든지 하는 말조차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좀 시간은 걸리지만 신중히 선거할 필요가 있으니 무기명으로 투표를 헙시다."
하고 동혁이가 일어서며 반대를 하는 동시에 동의를 하였다.
"찬성이오―---"
"찬성이오―---"
소리가 이구석 저구석에서 일어났다.
구장이 기천의 이름을 부르고 찬성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면, 기천의 면전이라 속으로는 마땅치 않으면서도 면에 못 이겨 남의 뒤를 따라 손을 들게 될 것을 상상한 까닭이다.
동혁이 자신은 결코 경쟁자는 아니면서도 정말 민심이 어느 편으로 돌아가나? 그것을 참고로 보려는 것이었다.
또는 기천이가 전례에 없이, 정초라고 동리의 모모한 사람을 불러다가 코들을 골도록 술을 먹였고 이러한 수단까지 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단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섣달 대목에 기천의 집의 이십 원을 주마 해도 아니 판 큰 돼지가 새끼를 낳다가 염불이 빠져서 죽었다. 저의 집에서는 꺼림칙하다고 먹는 사람이 없고 장거리의 육지기를 불러다 팔려니 죽은 고기라고 단돈 오 원도 보려고 들지를 않는다. 기천은 큰 손해를 보아서 입맛은 썼으나 썩어 가는 고기를 처치할 것을 곰곰 생각하던 끝에 묘안을 얻고 무릎을 탁 쳤다.
그날 저녁 동네의 육십 이상 된 노인이 있는 집에는 죽은 지 이틀이나 되어서 검푸르게 빛 변한 돼지고기가 두 근, 혹은 세 근씩이나 세찬이란 명목으로 배달되었다. 북어 한 쾌 못 하고 과세를 하는 그네들에게…….
무기명으로 투표를 하는 데도 대필로 쓴 사람이 많았다. 여러 해 가르쳐서 한곡리 아이들은 남녀를 물론하고 글자를 모르는 아이가 거진 하나도 없게 되었건만 어른들은 반수 이상이 계통문(?通文)에 제 이름을 쓴 것도 알아보지 못하는 까막눈들이다.
매우 긴장된 공기 가운데 개표를 하게 되었다.
투표된 점수를 적어 들고 이름을 부르는 구장의 손과 입은 함께 떨렸다.
"강기천 씨 육십칠 점!"
손톱 여물을 썰고 앉았던 기천의 얼굴에는 남의 눈에 띄지 않을 만한 안심의 미소가 살짝 지나갔다.
"박동혁 씨 삼십팔 점!"
하고 나서,
"이 나머지는 몇 점씩 되지 않으니까 읽지 않겠소."
하고 구장은 목소리를 높여 투표한 사람들을 둘러보며,
"여러분의 추천으로, 당 면의 면협 의원이요 금융조합 감사요 학교 비평의원인 강기천 씨가 절대 다수로 우리 한곡리 진흥회의 회장이 되셨소이다."
라고 선언을 하였다. 내빈들측에서 박수 소리가 일어났다. 동혁은 의미 깊은 미소를 띠고 앉아서 박수하는 광경을 바라다보는데,
"반대요!"
"썩은 돼지고기가 투표를 헌 게요―---"
"암만 투표가 많어두 그건 무효요―--- 협잡이 있소!"
동화와 정득이가 번차례로 일어서며 얼굴이 시뻘개 가지고 고함을 지른다. 회관에 가득 찬 사람들의 시선은 농우회원들이 몰려 앉은 데로 쏠렸다.
기천도 그편을 힐끔 돌려다보는데 동혁은 어느 틈에 아우의 곁으로 갔다. 동화는 눈을 부릅뜨고 더한층 흥분이 되어서,
"아무리 우리 동네에 사람이 귀하기로서니, 고리대금업자가 아니면 회장감이 없단 말이오? 주막거리 갈보년허구 상관을 하다가 머슴놈헌테……."
하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다가 형에게 입을 틀어막히듯 해서 말끝을 맺지 못하며 주저앉는다. 동혁은 아우의 내두르는 팔을 잡아 누르고 무어라고 귓속말을 하다가 손목을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 동화는 뻗딩기다 못해 끌려 나가면서도,
"너 이놈, 어디 회장 노릇을 해먹나 두구 보자! 이건 우리 회관이다. 피땀을 흘리며 지은 집이야!"
하고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대로, 머리를 떨어뜨리고 앉은 기천의 얼굴은 노래졌다 하얘졌다 한다. 장내는 수성수성하고 살기가 떠도는데, 구장은,
"여러분 조용허시오. 성치 못한 사람의 말을 탄할 게 없소이다."
하고 내빈들의 긴장된 얼굴을 둘러보며 연방 허리를 굽힌다.
동혁은 갑산이와 정득이를 불러내어,
"이 사람들아, 혈기를 부릴 자리가 아니야. 어서 나가서 동화가 또 못 들어오게 붙들구 있게."
하고 엄중히 명령을 한 뒤에 다시 회관으로 들어갔다.
기천은 여러 사람에게 눈총을 맞아서 얼굴 가죽이 따가운 듯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가 발딱 일어서더니,
"온, 동리에 미친놈이 있어서 창피해 견딜 수가 있어야지."
하고 중얼거리다가,
"몸이 불편해서 먼저 실례합니다."
하고 내빈석을 바라보고, 나를 좀 붙들어 달라는 듯이 허리를 굽히고는 앞에 앉은 사람을 떠다밀며 나간다.
"아, 어딜 가세요?"
"교오상, 왜 이러시오? 어서 이리 와 앉으시지요. 주책없는 젊은 것들의 함부로 지껄이는 말에 개계할 게 있소?"
하고 면장과 구장은 기천의 소매를 끌어들인다. 기천은,
"내가 이까짓 진흥회장을 허구 싶댔소? 불러다 앉혀 놓구 욕을 뵈니 온 그런 발칙한 놈들이……."
하고 한사코 뿌리치는 체하는 것을,
"자, 두말 말우. 지금버텀 교오상이 회장이 됐으니, 역원들이나 선거를 허시오."
하고 면장은 명령하듯 하고 회장석에다 기천을 앉혔다.
기천은 마지못해서 붙들려 들어온 체하면서도, 독을 못 이겨 쌔근쌔근한다. 동혁이도 억지로 흥분을 가라앉히며 기천의 하는 꼴을 바라다보았다.
유력한 편의 지지로 기천은 몇 번 사양하다가 못 이기는 체하고 회장의 자리로 나갔다.
"애헴, 애헴."
하는 밭은 기침 소리는 염소라고 별명을 듣는 저의 아버지의 목소리와 똑같다.
"에에, 본인이 박학천식임을 불고하고 회장의 책임을 맡게 된 것은 전혀 여러 동민이 자별히 애호해 주는 덕택인 줄 아오. 굳이 사퇴하는 것은 도리어 여러분의 호의를 어기는 것 같어서 부득이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것이오. 미력하나마 앞으로는 관청에서 지도하시는 대로 우리 농촌의 진흥을 위해서 전력하겠으니 여러분도 한맘 한뜻으로 나아가 주기를 바라는 바이오."
새로운 회장이 일장의 인사를 베푼 후, 금융조합 이사며 군서기와 기타 내빈들의 '이러니만치' '저리니만큼'식의 형식적인 축사가 끝났다.
역원 선거에 들어가, 동혁은 차점인 관계로 부회장 겸 서기로 지명이 되었다. 그러나 동혁은 나이도 젊고 강씨처럼 재산도 없을 뿐 아니라, 아무 이력도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끝까지 사퇴를 하였다. 서기가 되는 것만 하더라도 이 회관을 같이 지은 농우회의 회원 열두 명을 전부 역원으로 뽑아 주지 아니하면 나 홀로 중요한 책임을 맡을 수가 없다고 끝까지 고집을 해서 기어이 농우회 회원들이 실지로 일을 할 역원의 대다수를 점령하게 되었다. 오직 동화가 역원이 되는 것만은 회장과 구장이 극력으로 반대를 하여서 보류하기로 되었고, 늙은 축에는 교풍부장(矯風部長) 같은 직함을 떼어 맡겼다.
회가 흐지부지 끝이 날 무렵에야 동혁은 서기석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회원들의 박수 소리가 일제히 일어났다.
"대동의 여러분이 한자리에 모이신 계제에, 잠시 몇 마디 여쭈어 두구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우렁찬 목소리와 위풍이 있는 동작에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의 곁에 쪼그리고 앉은 기천의 존재가 납작해질 만치나 동혁의 윤곽은 큼직하였다.
"우리 동네에는 오늘버텀 진흥회라는 것이 생겼고 강기천 씨와 같은 유력하신 분이 회장이 되신 것은 피차에 경축할 만한 일이겠습니다. 저 역시 서기 겸 회계라는 책임을 지게 되어서 두 어깨가 무거운 것을 느끼는 동시에, 여러분께서는 과거에 오랜 역사를 가진 농우회를 사랑하시던 터이니까 앞으로도 더욱 편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여러 사람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그 검붉은 얼굴이 매우 긴장해진다. 내빈들은 물론 기천이도 동혁의 입에서 무슨 말이 떨어질지 몰라서 노랑 수염을 배배 꼬아 올리며 눈만 깜박깜박하고 앉았다.
동혁은 여러 사람의 주목을 한몸에 받으며,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동네에도 진흥회가 생긴 까닭과, 진흥회란 무엇을 하는 기관이라는 것은 면장께서 자세히 설명하신 것을 들으셨으니까 잘 아실 줄 압니다. 그러나 남이 시키는 대로 덮어놓고 복종하는 것보다, 우리들의 일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지 말고 자발적으로 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력갱생입니다!
그러려면 우리 농촌에서 가장 폐단이 많은 습관과 우리의 생활이 이다지도 빈곤하게 된 까닭이 도대체 어디 있나? 하는 것을 냉정허게 생각해 보고, 그것이 그른 줄 깨닫고 그 원인을 밝힌 다음에는, 즉시 악습을 타파하고 나쁜 일을 밑둥부터 뜯어고치기 위해서 용기를 내어야 합니다. 누가 무어라든지 용단성 있게 싸워 나가야만 비로소 우리의 앞길에 광명이 비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농촌이, 줄잡어 말씀하면 우리 한곡리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가난한가! 손톱 발톱을 닳려 가며 죽두룩 일을 해도 우리의 살림살이가 왜 이다지 구차한가? 여러분은 그 까닭이 어디 있는 줄 아십니까?"
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장내를 둘러보더니,
"그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까닭은, 이 자리에서 말씀하기가 거북한 사정이 있어서 저버텀도 가려운 데를 버선등 위로 긁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마는 가장 직접으로 우리네같이 없는 사람들의 피를 빨어 가는 것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하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첫째는 고리대금업자입니다!"
하고 언성을 높인다. 여러 사람의 시선은 말끔 새로 난 회장의 얼굴로 쏠렸다.
"옳소―---"
그것은 갑산의 목소리였다. 저녁때가 되니까 창 밖에는 바람이 일어 불김이 없는 회관 안은 냉기가 돌건만, 누구 하나 추워하는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동혁은 신중히 말을 이어 고리대금업자의 발호와 간교한 착취수단으로 말미암아 빈민들의 고혈이 얼마나 빨리우고 있나 하는 것을 숫자를 들어 가며 폭로하고,
"앞으로 진흥회 회원은 과거에 중변으로 쓴 돈도 금용조합에서 놓는 저리(低利) 이상으로 갚지 말고, 더구나 회의 책임자로는 절대로 돈놀이를 해먹지 못할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세하고 또 실행해야 합니다."
라고 부르짖은 다음, 목소리를 떨어트리더니,
"오늘 회장이 되신 강기천 씨는 우리 농우회원들이 진 여러 해 묵은 빚을 변리는 한 푼도 받지 않으시고 깨끗이 탕감해 주셨습니다."
하고 증서를 내보이면서,
"이번 기회에 그 갸륵한 처사를 여러분께서도 칭송하실 줄 아는 동시에, 강기천 씨는 이번에 진흥회장이 되신 기념으로 여러분의 채권까지도 모조리 포기허실 줄 믿고, 조끔도 의심치 않는 바입니다."
하고는 슬쩍 기천을 흘겨본다. 이번에는 산병전(散兵戰)을 하듯이 여기저기 끼여 앉은 회원들이 마루청을 구르며 손뼉을 쳤다.
기천은 여러 사람을 바로 볼 용기가 없는 듯이 실눈을 감고 아랫입술만 자근자근 깨물고 앉았다. 팔짱을 꼈다, 손을 옆구리에 찔렀다 하는 것을 보면 앉은 자리가 바늘방석 같은 모양이나 체면상 퇴석은 하지 못하는 눈치다.
동혁은 말에 점점 열을 띠며 고리대금과 다름이 없는 장릿벼를 놓아 먹는 악습까지 타파하라고 강도사 집과 그 밖에 구장과 같은 볏섬이나 앞세우고 사는 사람들에게, 역시 세밀한 통계를 뽑은 것을 읽으며 경고를 하였다. 그 중에는 행전에다가 대님을 친 것만치나 켕겨서 슬금슬금 꽁무니 빼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동혁은 꾸짖듯이,
"안직 회가 끝나지 않았쇠다. 이것은 우리 같은 없는 사람들의 생사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문젠데, 무단히 퇴장허는 사람이 누굽니까?"
하고 회관 안이 찌렁찌렁 울리도록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담배를 태우는 체하다가 다시 들어오는 사람은 모두 양반 행세를 하는 갓쟁이들이다.
기천은 날도 저물고 하니 말을 간단히 하라고 주의를 시키려다가, 동혁에게 우박을 맞을까 보아 내밀었던 고개가 옴씰 하고 들어갔다. 실상인즉 기천이가 진흥회장을 보느라고 갖은 수단을 다 쓴 것은, 그것이 무슨 명정감이나 되는 듯이 명예심이 발동한 까닭도 있거니와, 그보다도 취리와 장리를 놓는 데 편의를 얻고, 진흥회장이라면 무슨 권세가 대단한 벼슬로 여기는 백성들에게 위엄을 부려 재산을 늘리는 간접적 효과를 얻어 보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던 것이 관공리들과 동민들의 눈앞에서 동혁의 입으로 구린 밑천이 드러나고, 여러 사람의 결의에 복종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를 당하고 보니 참말로 입맛이 소태 같았다.
그 눈치를 모를 리 없는 동혁은,
'헐 말은 다 해버리고 말 테다.'
하고 시꺼먼 눈동자를 굴리더니,
"또 한 가지 중요헌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빚을 갚고 장릿벼를 얻어먹지 않게 된대도, 지금처럼 논 한 마지기도 제 것이 없어 가지고는 도저히 먹구살 도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농사를 개량한대도 지주와 반타작을 해가지고는 암만해도 생계를 세울 수가 없지 않습니까? 농지령이라는 것이 생겨서 함부로 소작권을 이동허지 못허게는 됐지만, 지금 같어서는 지주들이 얼마든지 역용을 헐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 도내(道內)만 해도 농지령이 실시된 뒤에 소작쟁의의 건수가 불과 오 개월 동안에 천여 건이나 되는 것을 보아 짐작헐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주나 소작인이 함께 살려면 적어도 한 십 년 동안은 소작권을 이동시키지 말고 금년에 받은 석수로 따져서 도지로 내맡길 것 같으면, 누구나 제 수입을 위해서 나농(懶農)을 헐 사람이 없을 겝니다. 이만헌 근본책을 실행치 못하면 '농촌진흥'이니 '자력갱생'이니 허는 것은 모두 헛문서에 지나지 못합니다."
하고 주먹으로 테이블을 탁 치고는,
"이 밖에 우리 남쪽 조선에밖에 없는 양반과 상놈을 구별하는 케케묵은 습관과 관혼상제의 비용을 절약할 것 등 허구 싶은 말씀이 많습니다마는 한꺼번에 실행하기 어려운 문제일 것 같어서 그것은 뒤로 미루겠습니다."
하고 후일을 기약한 후 단에서 내려섰다.
<center>🙝🙟</center>
밤은 자정이 넘은 지도 오래다. 초저녁에는 여기저기 머슴사랑에서,
"의이잇, 모다―---"
"이이키, 걸이다―---"
하고 미친놈이 생침을 맞는 듯한 소리를 지르며 장작윷을 노느라고 떠들썩하더니, 밤이 이슥해지며 한집 두집 불이 꺼지고 지금은 큰 마을 편짝에서 개 짖는 소리만 이따금 컹컹컹 들릴 뿐…….
날은 초저녁보다도 강강한데 싸래기눈이 쌀쌀하게 뿌리기 시작한다. 회관 앞에 심은 전나무 동청나무에 잎사귀는 점점 백발이 되어 간다. 대보름달은 구름 속에 잠겨 언저리만이 흐릿한데, 그 사이로 유난히 붉은빛이 도는 별 서넛은 보초병의 눈초리처럼 날카로이 땅 위에 깊이 든 눈밤을 감시하는 듯.
새로운 간판이 걸린 회관 근처는 인가와 멀리 떨어져서 무섭도록 괴괴한데, 위아래가 시꺼먼 사람이 성큼성큼 올라온다. 장성이 세지 못한 사람이 마주쳤다가는 '에그머니!' 하고 소리를 지를지도 모른다. 시꺼먼 사나이는 눈 위에 기다란 그림자를 이끌고 올라오다가, 우뚝 서서 좌우를 둘러보고 인기척이 없는 것을 살피고서야 달음질을 해서 올라간다.
기다란 그림자는 휘젓한 회관 뒤로 돌아갔다. 조금 있자 난데없는 불이 확 켜지더니 그 불덩어리는 도깨비불처럼 잠시 왔다갔다하다가, 새빨간 불꽃이 뱀의 혀끝처럼 날름거리며 추녀 끝으로 치붙어 오른다.
그때다. 검은 그림자가 올라오던 길로, 조금 더 큰 시커먼 그림자가 쏜살같이 치닫는다. 회관 뒤꼍에서 큰 그림자는 작은 그림자를 꽉 붙잡았다.
"너 이게 무슨 짓이냐?"
형은 아우의 손목을 잡았다. 석유에 담근 솜방망이에 불을 붙여 추녀 끝에다 대고 섰던 동화는 불빛에 머리끝이 쭈뼛하도록 무섭게 부릅뜬 형의 눈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까짓 놈의 집 뒀다 뭘 허우?"
그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훅 끼쳤다.
"이리 내라!"
동혁은 아우의 손을 비틀어 솜방망이를 꿰어 든 작대기를 뺏어 던지더니 눈 바닥에다 짓밟아서 껐다.
그러고는 아우를 꾸짖을 사이도 없이 철봉을 하듯 몸을 솟구어 창 틈을 붙잡고 지붕으로 올라가려다가 추녀 끝이 잡히지 않으니까 다시 쿠웅 하고 뛰어내려서 굴뚝으로 발돋움을 하고 지붕 위로 올라가더니,
"얘, 흙이래두 끼얹어라, 어서 어서!"
동혁은 나직이 호통을 하며 새집막이 속으로 붙어댕긴 불을 사뭇 손으로 몸뚱이로 부벼서 간신히 껐다. 그 동안 동혁의 동작은 비호같이 날래었다. '불야!' 소리를 지르거나 샘으로 물을 푸러 간다든지 해서 소동을 일으킬 것 같으면 아우가 방화범이 되어 잡혀갈 것이 아닌가.
초저녁에는 강도사 집 마당에서 젊은 사람들이 편윷을 놀았었다. 기천이가 새로 선거된 임원들을 불러 저녁을 먹이는데, 동화가 술이 취해 가지고 달려들었다.
"어째서 나 하나만 따돌리느냐? 너희놈들버텀 의리부동헌 놈들이다."
하고는 작대기를 들고 회원들을 닥치는 대로 두들겨패고,
"너 이놈, 강기천이 나오너라! 네깐놈이 회장이 되면 난 도지사 노릇을 허겠다. 너 요놈, 땀 한 방울 안 흘리구 우리 회관을 뺏어 들어?"
하고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며 사랑으로 뛰어드는 것을 동혁이와 정득이, 갑산이가 간신히 붙들어다가 집으로 끌고 가서 눕혔었다.
동화가 미친 사람처럼 날뛰는 바람에 윷놀이판은 흐지부지 흩어지고, 겁이 나서 안방으로 피해 들어갔던 기천은 동화가 끌려간 뒤에야 나와서,
"그렇게 양반을 못 알어보구 폭행을 허는 놈은 한 십 년 징역을 시켜야 헌다."
고 이빨을 뽀드득뽀드득 갈며 별렀다.
동혁은 어찌나 속이 상하는지 아우를 퍽퍽 두드려 주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우의 정열과 혈기를 사랑하는 터이라,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와서,
"어서 자거라! 과붓집 수캐 모양으루 돌아댕기며 일만 저지르지 말구…… 넌 술 때문에 큰코를 한번 다치구야 말리라."
하고 곁에 누워서 이생각 저생각을 하던 끝에,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만나야겠는데…….'
하고 영신의 생각을 하다가 잠이 어렴풋이 들었었다. 그러다가 자는 체하던 동화가 슬그머니 빠져나간 것을 헛간에서 덜커덕거리는 소리로 알고 깜짝 놀라 뛰어나가서 뒤를 밟았던 것이다.
동혁은 온통 거멍투성이가 되어 씨근거리며,
"얘 누가 알었다간 큰일난다, 큰일나!"
하고 쉬이쉬이하며 아우의 손목을 잡아 끌고 내려오는데, 뜻밖에 등 뒤에서,
"거기서 뭣들을 하셨에유?"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형제는 머리끝이 쭈뼛해서 문칫하고 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석돌의 목소리인 것이 틀림없었다.
<center>🙝🙟</center>
……영신은 조선을 떠나기 전날까지 동혁을 기다렸다. 눈이 까맣게 기다리다 못해 반신료까지 붙여서 전보를 쳤다. 그래도 아무 회답이 없어서,
'이거 무슨 일이 단단히 생겼나 보다.'
하고 짐은 먼저 철도편으로 부치고 빈몸으로 한곡리를 향하여 떠났다. 동혁을 만나 보지 않고는 떠날 수가 없었고, 또는 두 사람의 장래에 관한 일도 충분히 상의해서 이번에는 아주 아퀴를 짓고 떠나려 함이었다.
영신은 허위단심으로 두 번째 제삼의 고향을 찾아왔으나 동혁의 형제와 건배는 물론 의형제를 맺었던 건배의 아내까지도 없었다. 집에만 없는 것이 아니라 온 동네가 텅 빈 듯 그네들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동혁의 어머니는,
"아이구 이게 누구요?"
하고 영신이의 손을 잡고 과부가 된 며느리를 맞아들이듯 하는데 말보다 눈물이 앞을 선다.
"아아니, 다들 어디 갔습니까?"
영신은 부지중 노인의 소매를 끌어다렸다.
"그 앤 읍내루 잡혀갔다우!"
"잡혀가다뇨?"
영신은 목소리뿐 아니라 몸까지 오들오들 떨렸다.
"그 심술패기 동화란 녀석이 회관집에 불을 지르다가 형헌테 들켜서 그날 밤으루 어디룬지 도망을 갔는데……."
"아, 그래서요?"
"그 다음날 경찰서에서 어떻게 벌써 알았는지 동화를 잡으려구 순사 형사가 쏟아져 나왔구려."
"그럼, 큰자제는요?"
"큰앤 상관두 없는 일인데, 아우 성제가 뭐 공모를 했다나, 그러구 조련질을 허다 못해서 '동화가 도망간 델 넌 알 테니 바른 대루 대라'구 딱딱거리니까, '모르는 건 모른다지 거짓말은 헐 수 없다'고 막 뻗대던 끝에……."
어머니의 눈에서는 눈물이 쉴새없이 질금질금 흘러내린다. 그러면서도,
"아무튼 춘데 방으루나 들어갑시다."
하고 영신을 끌어들이고는 한 말을 되하고 되하고 하면서,
"아이구, 인젠 자식이 둘 다 한까분에 없어졌구려. 영감마저 동혁이 밥이나 사들여 보낸다구 읍내루 쫓아가셔서……."
하고는 싸늘한 자리 위에 가 엎으러진다. 그 동안 혼자서 곡기도 끊고 며칠 밤을 울며 밝힌 모양이다.
영신은 아랫입술을 꼭 깨문 채 가엾은 노인을 위로해 줄 말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남을 위로해 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느니보다도, 제가 먼저 방바닥이라도 땅땅 치며 실컷 울고나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느라고 꽁꽁 안간힘을 썼다.
실망과 낙담을 한 끝에, 영신이도 윗목에 가 쓰러졌다. 황혼은 자취 없이 토담집 속까지 스며드는데, 주인을 잃은 도야지가 우릿간에서 꾸울꾸울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얼마 있자 읍내로 동혁의 소식을 알려고 갔던 정득이와 갑산이가 찾아와서, 영신은 그들에게서 그 동안의 자세한 경과를 듣고 궁금증만은 풀 수가 있었다. 그들의 말을 모두어 보면 윷을 놀고 오다가 동화가 회관에 불을 놓는 것을 목도한 석돌이는, 동혁의 단단한 부탁도 듣지 않고 전화통의 본색을 발휘하느라고 그 길로 기천을 찾아가서, 제 눈으로 본 것을 저저이 고해 바쳤다. 기천은 귀가 반짝 뜨여서,
"옳다구나, 인제두 이놈!"
하고 이튿날 훤하게 동이 틀 무렵에 편지를 써서 머슴에게 자전거를 내주어 읍내에 급보를 하였다.
저녁때에 중대 사건이나 난 듯이 자동차를 몰아 온 경관대는, 추녀가 불에 끄슬린 회관을 임검한 뒤에, 동혁과 농우회원들의 집을 엄밀히 뒤졌다. 동시에 눈에 핏줄을 세워 가지고 방화범을 찾다가,
"네가 어디다가 숨겨 뒀거나 도망을 시킨 게 아니냐?"
고 종주먹을 대어도, 동혁은,
"백판 모르는 일을 안다구 헐 수는 없소."
하고 끝끝내 강경히 버티다가 기어이 검거를 당해서 증인인 석돌이와 함께 읍내로 끌려갔는데, 다른 회원들도 날마다 하나둘씩 호출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영신은 저도 함께 겪은 것처럼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파리한 몸의 피가 졸아붙는 듯한 고민의 하룻밤은 밝았다. 아침 뒤에 영신은 동혁의 어머니를 위로해 주고 읍내를 향하여 떠났다.
하늘은 짙은 잿빛으로 잔뜩 찌푸리고, 비와 눈을 섞은 바람은 신작로 위를 씽씽 불어 숨이 턱턱 막힌다. 퇴원한 뒤로 조섭도 변변히 하지 못한 사람이 사십 리 길을 내처 걷기는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었다. 그러나 영신은 한시바삐 동혁을 만나 보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죄어서 그런지 의외로 걸음이 빨리 걸렸다. 그러나 돌부리에 무심코 발끝이 채어도 아랫배가 울리고 수술한 자리가 당겨서, 한참씩 움켜쥐고 섰다가 다시 걷기를 몇 번이나 하였다.
경찰서에서는 동혁의 면회를 시켜 주지 않았다. 졸라서 들을 일도 아니지만, 사법계에서는 고등계로 밀고, 고등계에서는 사법계에서 관계한 사건이니까 우리는 모른다고 딱 잡아떼어서, 가슴속에 첩첩이 쌓인 만단설화를 어디다가 호소해야 할지 차디찬 마룻바닥에 몸부림이라도 치고 싶었다.
영신은 하도 망단해서 이방 저방으로 풀이 죽은 걸음걸이로 드나들다가,
'인제는 억지를 쓰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후, 다시 고등계실로 쑥 들어갔다. 겉으로는 방화사건이나, 동혁은 고등계에서 취조를 받는 듯한 낌새를 형사들의 눈치를 보아서 짐작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영신은 주임의 책상 앞에 가 버티고 앉아서,
"난 그 박동혁이란 사람허구 약혼을 헌 사람인데요, 이번에 멀리 떠나가게 돼서 단 몇 분 동안이래두 꼭 만나야겠어요."
하고는 사뭇 떼를 썼다. 이마와 양미간이 좁다랗고 몹시 신경질로 생긴 경부보는 안경 너머로 영신을 노려보며,
"한번 안 된다면 고만이지 무슨 여러 말야. 여기가 어딘 줄 아는가?"
하고 소리를 바락 지르며 부하를 시켜 당장 내쫓을 듯한 형세를 보인다. 그래도 영신은,
"여보슈, 당신두 인정이 있거든 남의 일이래두 좀 동정을 해주구려."
하고는 듣든 말든 그 동안에 제가 다 죽게 된 것을 그 사람이 살려 주었다는 것과, 두 사람의 장래의 가장 중요한 일을 의논하지 않고는 떠날 수가 없다는 사정을 좍 쏟아 놓았다.
주임은 깜박깜박하고 듣다가,
"우루사이 온나다나(귀찮은 여자를 다 보겠다)."
하고 상을 찡그리며 일어서더니, 무엇을 생각했는지 '이리 나오라'고 해서 영신을 밖으로 불러 내었다.
'옳지 인제야 면회를 시켜 주려나 보다.'
하고 영신은 우선 가슴이 설레는 것을 진정시키며 주임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영신이가 끌려 들어간 곳은 햇빛도 새어 들어오지 않는 음침한 조그만 방인데, 무시무시한 기구가 놓인 것을 보아 취조실인 것이 틀림없었다.
주임은 묻는 대로 모든 것을 속이지 않고 저저이 대면은 면회를 시켜 주겠다고 달래기도 하고 위협도 해가면서, 동혁이와의 관계며 어떻게 연락을 취해 가지고 무슨 일을 해온 것까지 미주알고주알 캐어묻는다.
배에 휘둘리고 먼 길을 걸어와서 두세 시간이나 뜻밖의 취조를 받기는 실로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그러나 영신은 흥분하는 것이 불리할 줄 알고 될 수 있는 대로 냉정히 대답을 하면서도,
'단순히 방화 범인을 숨겼다는 것이 아니고, 무슨 다른 사건이 있는 줄로 지레짐작을 허구서 이러는 게 아닐까. 이번 기회에 생트집이라도 잡으려는 게 아닐까.'
하니 말대답하기가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마주앉은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만치나 어둔 뒤에야 취조가 끝이 났다. 주임은 그제야,
"그럼, 면회는 내일 아침에 시켜 주지."
하고 한마디를 던지고 나가 버렸다.
기름이 졸아붙은 남폿불을 돋워 가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겨울 밤은 길기도 길었다. 일부러 경찰서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여관에 들어서, 동혁의 괴로이 내쉬는 입김이 유치장의 철창을 새어 저의 폐 속까지 스며드는 듯. 영신의 솜같이 풀어진 온몸의 세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액체로 스르르 녹아 버리는 듯하다.
천갈래 만갈래로 흐트러지는 심사를 주워 모을 길 없어서 잠이나 억지로 들어 보려고 미지근한 방바닥에 쓰러지면, 마룻바닥에 얄따란 담요 한 자락을 뒤집어쓰고 새우잠을 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온돌에 누웠기가 몸이 군시럽도록 미안쩍은 생각이 들어서 영신은 다시 일어나 앉기도 몇 번이나 하였다.
빠듯한 노자에서 사식이라도 차입할 생각을 하다가 새벽녘에야 간신히 눈을 좀 붙이려는데, 주정꾼들이 바로 옆방과 문간방으로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수작하는 것이 군청패나 경찰서 축 같은데, 계집을 하나씩 끼고 와서 추잡한 소리를 하며 떠들어 대어서 간신히 청한 잠을 또다시 놓쳐 버렸다.
……뒤숭숭한 꿈자리에서 눈을 떠보니 어느덧 날이 밝았다. 영신은 잔입으로 출근 시간이 되기를 기다려 경찰서로 갔다.
취조를 해보니 사실 별일은 없는데 언질을 잡힌 터이라 고등계 주임은 마지못해서 면회를 허락하였다.
취조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바작바작 졸이고 섰던 영신의 가슴은 달칵 내려앉았다.
옷고름을 떼어 버린 솜바지 저고리를 비둔하게 입고 떡 들어서는 동혁이! 그 얼굴에는 반가운 웃음이 가득 찼다.
"내 오실 줄 알었지요. 엊저녁 꿈에……."
하고 달려들어 악수를 하려다가 곁에 붙어 선 형사를 흘깃 보고는 주춤 물러섰다. 영신은 너무 반가워서 말문이 꽉 막힌 듯 눈물이 핑 돌아 가지고 입술만 떠는 것을 보고 동혁은,
"영신 씨 같은 여자두 이런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나요?"
하고 너그러이 웃는 입 모습으로 나무라듯 한다. 동혁의 태연자약한 태도와 얼굴빛을 보아 가장 염려했던 일은 당하지 않은 줄 알고 영신은,
"얼마나 고생이 되세요?"
하고 그제야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생이랄 게 있나요. 아무것두 듣구 보질 않으니까 되레 편헌데요. 조용히 생각헐 기회두 얻었구요."
하고는 영신의 아래위를 훑어본다.
"아직두 건강이 전만허려면 멀었는데 또 무리를 허셨군요. 그래 언제 떠나세요?"
"떠나기 전에 뵙구 가려구 왔다가 한곡리서 하룻밤 자구 왔는데, 차마 나 혼자 어떻게……."
"천만에, 내 걱정은 조금두 허지 말구 오늘이래두 떠나세요. 공부는 둘째 문제구 위선 정양을 허실 필요가 있으니까 당분간 청석골을 떠나실밖에 없어요. 그러면 자연 기분전환두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어디서든지 그저 건강에만 힘을 써주세요! 우리의 장래 일은 나간 뒤에 의논헙시다."
"그 일이 급허겠어요? 그저 속히 나오시기만 빌지요. 나 때문엔 너무 염려허지 말어 주세요. 힘 자라는 데꺼정은 조섭을 헐 테니까요. 그렇지만 또 어느 때나 만나게 될지……."
영신은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깨문다.
"사실 아무 일두 없어요. 허지만 동화가 어디루 간 걸 알 때꺼정은 나가지 못헐 것 같으니까, 좀 오래 걸릴 것두 같어요. 아무튼 나가는 대루 곧 전보를 치지요. 그때까지 맘놓구 기다려 주세요."
하면서도 동혁은 여전히 참기 어려운 마음속의 고민을 웃음으로 싸서 보이려고 애를 쓴다.
"그럼, 나오신 뒤엔 어디서 만날까요?"
살아생전 다시는 만나 보지 못할 것처럼 영신의 표정은 전에 없이 애련하다.
"우리의 일터에서 만나지요. 한곡리허구 청석골허구 합병을 해놓구서, 실컷 맘껏 만납시다."
하는데, 동혁은 등을 밀리었다. 형사가 잠깐 돌아선 사이에 동혁은 영신의 손을 덥석 잡았다. 두 사람의 혈관이 마주 얽혀서 떨리는 듯한 악수의 순간!
"허어, 손이 이렇게 차서……."
동혁은 입 속으로 부르짖고 다시 한번 가냘퍼진 영신의 손을 으스러지도록 쥐고 흔들다가, 두 번째 등을 밀려서 그 손을 뿌리치며 홱 돌아섰다.
유치장으로 통한 복도의 콘크리트 바닥에 영신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서 돈짝만큼씩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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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제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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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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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은 차마 발길이 돌아서지 않는 것을 하는 수 없이 조선을 등지고 떠났다. 그렇건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동혁에게서는 전보도 편지도 오지 않았다. 차디찬 다다밋방에서 얄따란 조선 이불을 덮고 자고, 입에 맞지 않는 음식으로 겨우 요기만 하며 지내는 영신에게는 기숙사생활이 여간 신산한 것이 아니었다. 동무들도 친절하기는 하나 속마음을 주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어울리지 않는 일본옷을 입은 것처럼 동급생들하고도 얼리지를 않았다. 학교도 예상하였던 것보다는 취미에 맞는 것이 없고 농촌에 관한 것은 거의 한 과정도 없어,
'이걸 배우러 여기까지 왔나.'
하는 후회가 났다. 정양할 겸 온 것이라서 수토가 달라 몸은 점점 쇠약해질 뿐.
학교에 가서도 층층대를 오르내리려면 다리가 무겁고 시큰시큰하여서 매우 괴로웠다. 부었다 내렸다 하는 다리를 눌러 보면, 손가락 자국이 날 만치나 살이 무르다. 같은 방에 있는 학생에게 물어 보니,
"암만해도 각기병 같은데 얼른 병원에 가 진찰을 해봐요. 각기가 심장까지 침범허면 큰일난답디다."
하면서도 전염병이 아닌데도 같이 있기를 꺼리는 눈치까지 보였다.
"아이고! 또 병원엘 가야 허나!"
말만 들어도 병원 냄새가 코에 맡히는 듯 지긋지긋하였다. 가보려야 진찰료와 약값을 낼 돈도 없지만…….
'이런 구차스러운 유학이 어디 있담.'
영신은 만사가 도시 귀찮았다. 공부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고향에 가 눕고만 싶었다.
:오락한 곳마다 모두 방황하여도
:일간두옥 내 집만한 곳이 없고나!
소녀 시절에 부르던 '홈 스위트 홈'을 그나마 남몰래 불러 보려면, 떠나올 때에도 찾아가 뵙지 못하고 온 홀어머니 생각에 저도 모르게 베개를 적시는 밤이 계속되었다.
'내가 천하에 불효녀지, 무슨 사업을 헌답시구 그 불쌍헌 어머니 한 분을 모시고 지내지를 못허니…….'
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밤이면 밤, 꿈이면 꿈마다 보이는 것은 청석골이다. 인제는 제이의 고향이 아니라, 저를 낳아 길러 준 어머니가 계신 고향보다도 청석골이 그리웠다. 어느 것이나 정다운 추억이 아닌 것이 없다.
"오오 청석골, 그리운 내 고향이여!"
시를 지을 줄 모르는 영신의 입에서 저절로 새어 나오는 영탄사건만, 그대로 내뽑으면 시가 되고 노래가 될 듯싶다.
정을 가득 담은 원재 어머니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뒷일을 맡은 청년들의 자세한 보고를 접할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를 받을 때만치나 가슴이 설레었다. 그 중에서도 제가 ㄱ, ㄴ부터서 가르치고 가장 불쌍히 여기던 금분이가 공책에다가 연필로 꼭꼭 박아서,
:전 선생님 보구 싶어요. 오늘두 선생님 편지 기다리다간, 체부가 그대루 가서, 옥례허구 필순이허구 자꾸만 울었에요. 우리들은 선생님이 이상스런 옷을 입구 박히신 사진 보구 깜짝 놀랐지요. 아이 숭해, 인전 그런 옷 입지 마세요. 그래두 우리들 보구 웃으시는 걸 보니깐 어떻게 반가운지 눈물이 나겠지요. 아이 그런데 난 몰라요. 그걸 서루 뺏다가 찢었으니 어쩌문 좋아요? 옥례가 찢었에요. 그래서 반씩 노나 가졌는데, 또 한 장만 보내 주세요 네네. 아무두 안 뵈구 저만 두구 보께요.
글자도 몇 자 틀리지 않고 정성을 들여 반듯반듯이 쓴 글씨를 볼 때, 영신은 어찌나 귀엽고 반가운지 그 편지에 수없이 입을 맞추었다. 눈보라치는 겨울에도 홑고쟁이를 입었던 금분이를 저의 체온으로 품어 주듯 그 편지를 허리춤에다 넣고 틈만 있으면 꺼내 보았다.
어떤 날은 사내아이들과 계집아이들의 편지가 소포처럼 뭉텡이로 와서 부족을 물었다. 편지마다 선생님 보고 싶다는 말이요, 사연마다 어서 오라는 부탁이다. 어떤 아이의 편지에는 누런 종이 위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려 글씨가 번진 흔적처럼 보여서,
"오오, 이 세상에서, 어느 누가 이다지도 보고 싶어하겠느냐. 이다지도 작은 가슴을 졸이며, 고 어여쁜 눈에 눈물을 짜내며 이 나를 기다려 줄 사람이 누구냐. 너희밖에 없다. 온 세계를 헤매다녀도 우리 고향밖에 없다. 청석골밖에 없다!"
하고 그 편지 뭉텡이를 어린애처럼 붙안고 잤다. 그는 홈식(思鄕病)이란 병까지 침노를 받은 것이다.
한편으로 동혁의 소식이 끊겨서 가뜩이나 심약해진 영신의 애를 태웠다. 한곡리로 몇 번이나 편지를 했건만 답장이 없다가, 하루는 뜻밖에 정득의 이름으로 편지가 왔다. 동혁은 도청 소재지의 검사국으로 넘어갔고, 동화는 만주에 가 있는 듯하다는 것과, 수일 전에야 동혁이와 한방에 있던 사람이 나와서 일부러 찾아왔는데,
'검사국까지 넘어오기는 했으나, 면소(免訴)가 되어 불원간 나갈 자신이 있으니, 영신 씨에게도 그 말을 전해 주고 아무 염려 말고 건강에만 주의하라고 부탁을 하고 갔으니 안심하라.'
는 사연이었다.
영신은 비로소 마음을 놓고, 그날 밤은 일찍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곁에 누운 학생이 늦도록 촛불을 켜놓고 복습을 하느라고 부스럭거리고 드나들고 하여서, 잠은 들었다가도 몇 번이나 깨었다. 청석골의 환경이 머릿속에 환하게 나타나고, 학원과 아이들의 얼굴이 핀트가 어그러진 활동사진처럼 어른어른하다가는 한곡리의 달밤, 그 바닷가에서 동혁에게 사랑의 고백을 받던 때의 정경! 병원에서 그에게 안겨, 지궁스러운 간호를 받던 생각이 두서없이 왕래해서, 그 환영을 지워 버리려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며 무진 애를 쓰다가 근근근 쑤시는 다리를 제 손으로 주무르며 간신히 잠이 들었다.
"땡그렁―--- 땡그렁―---"
청석학원 앞에 새로 단 종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종대에 돌연히 나타나 종을 치는 사람을 보니, 용수를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시꺼먼 두루마기 앞섶에 번호를 붙였는데, 그 건장한 체격이 동혁임에 틀림없다. 동혁은 커다란 수갑을 찬 두 손을 모아 줄을 쥐고 매달리며 힘껏힘껏 잡아다린다.
"땡그렁―--- 땡그렁―--- 땡그렁―---"
종이 사뭇 깨어지는 듯한 소리가 온 동리에 퍼진다. 불 종소리나 들은 듯, 동네 사람들은 운동장에 백결치듯 모였다. 동혁은 무어라고 소리소리 지르며 수갑을 낀 팔을 내두르면서도 한바탕 연설을 한다.
그 말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으나, 군중은 우아! 우아! 하고 고함을 지른다. 그러다가 동혁은 무참히도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모양으로 말을 탄 사람들에게 붙들려 질질 끌려간다.
"동혁 씨!"
"동혁 씨!"
영신은 외마딧소리를 지르며 허급지급 그 뒤를 쫓아가는데,
"사이상, 사이상, 네고도 잇데루노? 아 고와(영신 씨, 영신 씨, 잠꼬대를 하오? 아이 무서)!"
하고 어깨를 흔드는 것은 새벽 기도회에 참례하려고 잠이 깬, 곁에 누웠던 동급생이었다.
영신은 전신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이마의 식은땀을 손등으로 씻으면서도, 꿈의 세계를 헤매는 듯 눈을 멀거니 뜨고 한참 동안이나 천장을 쳐다보았다. 몸서리가 쳐지는 지겨운 환영에서는 깨어났으나, 종소리만은 현실이었다. 학교 안에 예배당으로 쓰는 강당 앞에서 늙은 교지기가 쉬엄쉬엄 치는 종소리가 졸린 듯이 들린다. 꿈자리 산란한 이역의 서리 찬 새벽 하늘에―---
영신은 기도회에 참례를 하려고 밤 사이에 더 부어오른 다리를 간신히 짚고 일어서 세숫간으로 나가다가 머릿속이 핑 내둘리고 다리의 힘이 풀려 문지방에 허리를 걸치고 쓰러졌다. 학생들은 벌써 기도회로 다 가고 굴 속같이 컴컴한 기다란 복도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영신은 의식을 회복하고 눈을 떴을 때에야 제 몸이 의료실로 떠메어 와서 누운 것을 깨달았다.
숙직하는 교원에게 응급치료를 받은 후 교의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에, 영신은 몽유병 환자와 같이 눈을 멀거니 뜨고 누워서, 수술실처럼 흰 휘장을 친 유리창이 아침 햇발에 뿌옇게 물이 드는 것을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그제야 맹장염 수술한 자리가 뜨끔거리는 것을 깨닫고,
"아이고! 인전……."
하고 절망적인 한숨을 내뿜었다.
백발이 성성한 교의는 실내에까지 단장을 짚고 들어와서 영신을 자세히 진찰해 본 뒤에,
"몸 전체가 대단히 쇠약헌데, 각기병은 짧은 시일에 쉽사리 치료를 헐 수 없는 병이니, 고향으로 돌아가서 편안히 쉬며 치료를 허는 게 좋겠소. 복부의 수술도 완전히 하지 못해서 재발될 증조가 보이니 특별히 주의를 허지 않으면 큰일나오."
하고는 비타민 B가 부족해서 나는 병이니 현미나 보리밥을 먹으라는 둥, 심장이 약하니 절대로 과격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둥 주의를 시키고 나갔다.
경험 있는 의사의 권고까지 받고, 영신은 더 있을 수가 없었다. 고명한 의사가 들이 쌓였고, 의료기관이 아무리 발달된 곳인들, 고향으로 돌아갈 노자 몇십 원이 없는 영신에게 있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가나 오나 남의 신세만 지는 몸이 더구나 인정 풍속이 다른 수천 리 타향에서 그네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지 않는 친절을 받느니보다는, 하루바삐 정든 고장으로 돌아가서 피골이 상접해 가는 몸을 편안히 눕히고 싶었다. 편안히 눕히지는 못하더라도 여러 해 만에 어머니를 곁에 모셔 오고, 청석골의 산천을 대하고, 꿈에도 밟히는 어린 학생들의 손을 잡고 뺨을 부벼 보면, 정신상으로나마 얼마나 큰 위로를 받을지 몰랐다. 그는 마침내,
'가자, 죽드래도 내 고향에 가 묻히자!'
하고 비장한 결심을 하였다. 서울 연합회의 백씨에게 급한 사정을 하고 노비를 보내 달라고 편지를 써서 항공 우편으로 부쳤다. 돈 말을 하기는 죽기보다 싫지만, 남에게 구구한 사정을 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한 달 학비를 다가 쓰는 셈만 친 것이다.
노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영신의 고민은 거의 절정에 이르렀다.
'우리의 결혼 문제는 어떡헐까.'
그것은 물론 시급히 닥쳐오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은 자유를 잃은 몸이 되어 있고, 저는 무엇보다도 첫째 조건인 건강을 잃은 몸이다. 그러나 이미 약혼을 해놓고 이제까지 기다리던 터이니, 그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이는 불원간 나올 자신이 있다구 허지만 내 몸이 이 지경이 된 것을 보면 얼마나 낙심을 헐까. 그이는 오직 나 하나를 기다리고 청춘의 정열을 억지로 눌러 오지 않었는가. 나이 삼십에 가까운 그다지 건장헌 청년으로 보통 남자로는 참을 수 없는 것을 점잖이 참어 오지 않었는가. 다른 남자는 술을 마시고, 청루에까지 발을 들여놓는데, 그이는 생물의 본능을 부자연하게 억제하며 오직 일을 하는 것으로 모든 오뇌를 잊으려고 하지 않었는가. 더군다나 늙은 부모를 모신 맏아들로 오직 나 때문에 이 변변치 않고 보잘것없는 나 하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동혁에게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나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남의 청춘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 아닐까. ○○일보사 누상에서 첫번 얼굴을 대한 후 벌써 몇몇 해를 사모해 오고 사랑해 오는 동안, 나는 그이에게 털끝만한 기쁨도 주지 못하였다. 도리어 적지 않은 정신상 육체상 고통을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제 와서 무슨 매매계약을 한 것처럼 약혼을 해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영신의 여윈 뺨을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것은, 아직도 식지 않은 눈물이다. 좀체로 모든 일에 비관치 않으려던 전일에 비해서 너무나 마음까지 몹시 약해진 것을 스스로 깨달을수록, 눈물은 그 비례로 쏟아져 소매를 적시고 베개를 적신다.
사랑하는 사람은 돌덩이 같은 육체와 무쇠 같은 의지력을 가진 사람이니까, 감옥에서 고생쯤 하는 것으로는 끄떡도 아니 할 것만은 믿는다. 그저 무사히 나오기만 축수할 뿐이다.
'그렇지만 그이가 나온 뒤까지 오래오래 두고 이 지경대로 있으면 어떡허나. 하나님께서 설마 나를 이대로 버리실 리는 만무하지만…….'
하고 아직도 신앙을 잃지 않으려고 정성껏 기도를 올려 본다. 주를 부르며 저의 고민을 하소연도 해본다.
'내가 만일 건강이 회복되어서, 그이와 결혼생활을 헌다면 어떻게 될까? 구차한 살림에 얽매고, 어린것들이 매어달리고, 시부모의 시중을 들고, 집안 식구의 옷 뒤를 거두고, 다만 먹기를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다른 농촌의 여자와 같이 집구석 ?구석에서 한평생을 헤어나지 못하고 말 것이다.'
하고 앞일을 상상해 볼 때, 영신의 머릿속은 또다시 시꺼먼 구름이 끼는 것처럼 우울해진다. 아직까지 사업에 무한한 애착심을 가지고 한몸을 이 사회에 바쳐 온 영신으로서는, 두 가지 길 중에 어느 한 가지 길을 밟아야 옳을는지 방황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떡허나? 아아, 어떡허면 좋을까?'
영신은 이불 속에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내가 그이를 진심으로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지금의 나로서는 꼭 한 가지밖에 취할 길이 없다!'
영신은 무한히 고민한 끝에 한 가지 결론을 얻었다.
'나와의 결혼을 단념시킬 것뿐이다!'
이 말 한마디는 창자를 끊어 내는 듯한 마지막 가는 말이다. 그러나 영신은 그렇게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이는 웃음엣말이래도 조선 안의 허구많은 여자 중에 하필 채영신 석 자만 쳐다보고 두 눈을 꿈벅거리고 있는 나 자신이 불쌍해 보인다고 하였다. 그 말이 어느 정도까지는 속임 없는 고백일 것이다. 기막히는 일을 당할 때에 웃음이 터져 나오고, 가슴이 답답할 적에 트림이 끓어오르는 것과 같이, 그는 하도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그런 말을 허게까지 된 것이 아닐까.'
하니 두 사람을 만나게 한 운명을 저주하고도 싶었다.
'왜 곧잘 참어 오던 내가 내 발로 걸어서 한곡리를 찾었고, 달 밝은 그날 밤 바닷가에서 경솔히 마음을 허락했던가. 일평생의 고락을 같이 할 맹세까지 했던가.'
하고 그때의 기분이 너무나 로맨틱하였던 것을 몇 번이나 후회하였다.
'아아 그러나, 나는 그이를 지극히 사랑한다. 그이를 사랑하게 된 뒤로부터 나는 하나님께 대한 신앙심까지 엷어졌다. 지금의 '박동혁'은 나의 생명이다! 내 맘이 그이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무슨 일이 있든지, 어떠한 고통을 당하든지, 이 세상에 다만 한 사람인 그이의 행복을 위해서 참는 도리밖에 없다.'
'자아를 희생할 줄 모르는 곳에, 진정한 사랑이 없다. 사업을 위해서 이미 희생이 된 이 몸을 사랑하는 사람의 장래를 위해서 두 번째 희생으로 바치자! 이것이 참되고 거룩한 사랑의 길이다!'
하고 영신은 두번 세번 제 마음을 다질렀다.
'이번에 만나는 때에는 단연히 약혼을 해소하자고 제의를 하리라. 의논을 할 것이 아니라 이편에서 딱 무질러 버리고 말리라.'
하고 단단히 결심을 하였다.
그러나 저의 건강으로 말미암아 이런 결심까지 하게 된 것이 서럽다. 그다지 사랑하던 남자를 놓칠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였다. 동혁의 넓은 품안에 그 아귀힘 센 팔에, 채영신이가 아닌 다른 여자가 안길 것을 상상만 해보아도, 이제까지 느끼지 못하던 질투의 불길이 치밀어 얼굴이 화끈 하고 다는 것이야 어찌하랴.
'시기를 하거나 질투를 하는 것은 가장 야비하고 천박한 감정이다.'
하고 제 마음을 꾸짖어도 본다. 그러나 꾸지람을 듣는 것쯤으로 그 분이 꺼질까 싶지가 않다.
기숙사의 밤이 깊어 가는 대로 영신의 고민도 깊어 가고, 마음이 괴로울수록 안절부절을 못 하는 육신도 어느 한군데 괴롭지 않은 데가 없었다.
……영신이가 떠나는 날 아침, 널따란 학교 마당에 전송하여 주는 사람은, 사감과 한방에 있던 학생 두엇뿐이었다. 몇 달 동안 숙식을 같이 하던 여자는 매우 섭섭한 표정을 지으면서 현관까지 따라 나와,
"사요나라, 오다이지니(잘 가요, 몸조심하세요)."
하고 굽실해 보이고는 게다짝을 달각거리며 뒤도 아니 돌아다보고 들어가 버린다. 제 방에서 환자를 내보내는 것이 시원섭섭한 눈치다.
오래간만에 조선옷으로 갈아입고, 고리짝 하나를 인력거 앞에다 놓고 정거장으로 나오는 영신의 행색은 초라하였다. 그는 인력거 위에서 흔들리며,
'내가 지금 어디루 가는 셈인가.'
하고 번화한 시가지를 둘러보았다. 돈 있는 집 딸들이 음악학교 같은 것을 졸업하고 그야말로 금의로 환향하는 광경을 상상해 보고는,
'내가 얻어 가지고 가는 것은 병뿐이로구나!'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웃었다.
그러나 청석골서 정이 든 여러 사람이 마중을 나오고 그 귀여운 아이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고 달려들 생각을 하니 어찌나 기쁜지 몰랐다. 미리부터 가슴이 설레서,
'비행기라두 타구 어서 갔으면.'
하고 기차를 탄 뒤에도 마음이 여간 조급하지가 않았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동혁 씨가 나와서 나를 버썩 안고 차에서 내려놓아 주지나 않을까.'
하였다. 그것이 공상이 되지 말기를 빌었다.
<center>🙝🙟</center>
자동차 정류장에는 청석골의 주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중을 나왔다.
"아이구, 웬 사람들이 저렇게 모여 섰나? 장날 같으이."
하고 영신은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저의 전보를 보고 그렇게 많이들 나왔을 줄은 몰랐다. 멀리 언덕 위에 우뚝 솟은 학원집의 유리창이 석양을 눈이 부시게 반사하는 것을 볼 때 영신은,
"오오, 저 집!"
하고 저절로 부르짖어졌다. 죽을 고생을 해가며 지은 그 집이, 맨 먼저 주인을 반겨 주는 것 같았다.
자동차가 정거를 하기 전부터 아이들은 어느 틈에 보았는지,
"선생님!"
"선생님!"
하고 손을 내저으면서 엎드러지며 곱드러지며 앞을 다투어 쫓아온다.
"금분아!"
"옥례야!"
영신도 차창으로 머리를 내밀며 외치듯이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영신이가 내리기가 무섭게 백여 명이나 되는 남녀 학생은 벌떼처럼 선생의 전후좌우로 달려들었다.
"채선생님 오셨다!"
"우리 선생님이 오셨다!"
계집애들은 동요를 부르듯 하면서 영신의 손에 소매에 치맛자락에 매어달려서 까치처럼 깡충깡충 뛴다. 영신은 눈물이 글썽글썽해 가지고 그 꿈에도 잊지 못하던 아이들을 한아름씩 끌어안고,
"잘들 있었니! 선생님 보구펐지?"
하고 이마와 뺨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청년들과 낫살이나 먹은 남자들은,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
하고 모자나 수건을 벗고 허리를 굽히는데, 원재 어머니는 영신의 두 손을 쥐고,
"병이 덧치셨다는구려?"
하고는 목이 메어서 말을 눈물로 삼킨다. 부인 친목계의 회원도 대여섯 사람이나 나왔는데, 모두 '떠날 때버덤두 더 못해 왔구나' 하는 듯이 무한히 가엾어하는 표정으로 영신의 수척한 얼굴과 다리를 절름거리는 모양을 바라다보며 따라온다.
영신은 원재 어머니의 어깨를 짚고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며 맨 먼저 학원으로 올라갔다.
"바루 집으루 갑시다."
하는 것을,
"우리집버텀 가봐야지요."
하고 간신히 올라가서는 안팎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 동안에 집은 매우 찌들어 보였다. 걸상과 책상이 정돈이 되지 못하고, 벽에는 여기저기 낙서한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었는데, 제가 연설을 하다가 쓰러진 강당 맞은편짝에 정성을 다해서 소나무와 학을 수놓아 건 수틀이 삐딱하게 넘어간 채 먼지가 켜켜로 앉도록 내버려두었다.
'이걸 어쩌면 이대로 내버려들 뒀을까.'
하고 영신은 원재더러 발판을 가져오래서 손수 바로잡아 놓고 먼지를 털고 내려오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다.
아이들은 저희들의 선생님을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열겹 스무겹 에워싸고 원재네 집으로 내려왔다. 금분이는 반가움에 겨워 자꾸만 저고리 고름으로 눈두덩이를 부비며 홀짝홀짝 울면서 영신의 손을 땀이 나도록 꼭 쥐고 따라다닌다.
영신이가 쓰던 방은 전처럼 깨끗이 치워 놓았다.
"아아, 여기가 내 안식처다!"
하고 영신은 불을 뜨뜻이 때어 놓은 아랫목에 가 턱 쓰러졌다. 다다밋방에서 다리도 못 뻗고 자던 것이 아득한 옛날인 듯, 여러 날 기차와 기선에서 시달린 피곤이 함께 닥쳐와서 몸은 꼼짝도 할 수 없다. 아이들은 방에까지 따라 들어와서 빽빽하게 콩나물을 길러 놓은 것 같다.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라난 천애의 고아들이, 뜻밖에 자애 깊은 어머니를 만난 것처럼 영신의 곁을 떠나려고 들지를 않는다.
영신은 하관(下關)서 사가지고 온 바나나 뭉치를 끌러 달라고 해서 세토막 네토막에 잘라, 아이들의 입맛만 다시게 하였다. 기찻삯만 빠듯이 와서 벤또도 변변히 사먹지 못하고 오면서도, 빈손을 내밀 수가 없어 주머니를 털어서 사가지고 온 것이었다.
원재 어머니는 저녁상을 들고 들어오며,
"너희들두 이젠 고만 가서 저녁들 먹어라."
하고 아이들을 내보냈다.
통배추김치에 된장찌개를 보니, 영신은 눈이 버언해져서 저도 모르는 겨를에 일어앉았다.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여서 기숙사 식탁에 허구한 날 놓이는 미소시루와 다꾸앙쪽을 생각하였다. 영신은 이야기도 못 하고 장위에 배인 고향의 음식을 걸터듬해서 먹었다.
영신은 마음을 턱 놓고 뜨뜻한 방에서 오래간만에 잠을 잘 자서 이튿날은 정신이 매우 쇄락하였다. 다리가 부은 것도 조금 내려서 걷기가 한결 나은 것 같아 예배당으로 올라가서는 감사한 기도를 올리고 내려왔다. 동시에, 동혁이가 하루바삐 무사하게 나오기를 축원하고, 내려오는 길로 한곡리 농우회원들에게,
'나는 그 동안 귀국해서 무사히 있으니, 동혁 씨의 소식을 아는 대로 즉시 전해 달라.'
고 편지를 써 부쳤다.
당자는 동혁의 생각을 잊으려고 애를 쓰건만, 원재 어머니가,
"아이고, 그이가 얼마나 고생을 헐까요? 그렇게두 지궁스레 간호를 해주더니…… 내가 가끔 생각이 날 적에야……."
하고 자꾸만 일깨워서,
"나오는 날 나오겠죠. 인전 그이 말을랑 우리 허지 맙시다요."
하고 동혁의 말은 비치지도 못하게 하였다.
겨우 한 사나흘 동안 쉰 뒤에 영신은 전과 같이 학원의 일을 보고 주학은 물론 야학까지도 겹쳐서 교편을 잡았다. 그 동안 청년들에게만 맡기고 내버려두어서 저희들은 힘껏 일을 보느라고 하건만, 지도자를 잃은 그들은 제멋대로 가르쳐서 조금도 통일이 되지 않는데, 생기는 것이 없는 일인데다가, 그도 하루 이틀이 아니어서 싫증이 나고 고만 귀찮은 생각도 들어, 그럭저럭 시간만 채우고 달아날 궁리를 하는 청년이 없지 않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 내가 또 본보기를 보여야만 다들 따러온다.'
하고 최대 한도의 용기를 내었다. 제가 입원한 동안에 기부금이 다 걷혀서 학원을 지은 빚만은 요행으로 다 갚았으나, 집만 엄부렁하게 컸지그려, 인제는 그 집을 유지해 나아갈 경비가 없다. 등뒤에 무슨 재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월사금 한푼 아니 받으니 수입은 없고 지출뿐이다. 심지어 분필이 떨어지고 큰 남포를 서너 개나 켜는 석유를 대지 못해서 쩔쩔매는 형편이라, 신병이 있다고 가만히 보고만 앉았을 수가 없었다.
조금만 오래 섰으면 다리가 무겁고 신경이 마비가 되어 오금이 들러붙는 것처럼 떼어 놓을 수가 없는데, 학원과 예배당으로 오르내리는 데도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서 그 자리에 넘어질 것 같건만,
'난 기왕 청석골의 백골이 되려고 결심한 사람이다. 다시 쓰러지는 날, 그때 그 시각까지는 손끝 맺고 앉었을 수가 없다.'
하고 학부형들이나 원재 모자가 지성으로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난 우리 청석골을 위해서 생긴 사람이야요. 내가 타고난 의무를 다허다가 죽으면 고만이지요. 되레 내 몸에 넘치는 기쁨으루 알구 있어요."
하고 눈시울에 잔주름살을 잡아 가며 웃어 보였다. 한편으로는 동혁이가 죄없이 감옥에서 저보다 몇 곱절이나 되는 고생을 하는 생각을 할 때,
'오냐, 내 맥박이 끊길 때까지!'
하고 오직 일을 하는 것이, 차입 하나 못 해주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해서 정신적으로나마 어떠한 선물을 보내 주는 것 같기도 하였던 것이다.
약은 얻어먹을 생의도 못 하고, 또 각기증에는 특효약도 없다지만, 의사의 권고대로 현미에다가 보리를 많이 섞어 먹어도, 병이 나아가기는커녕 증세가 점점 더 악화가 되어 갈 뿐이다. 다리가 붓고 무릎이 쑤시기는 했어도 그닥지 아픈 줄을 몰랐더니, 줄곧 그 다리를 놀려 두지를 않아서 그런지 띵띵해진 종아리는 건드리기만 해도 펄쩍 뛰도록 아프다. 밤에는 고통이 더 심해서 뜬눈으로 밝히는 날까지 있으면서도, 그는 이를 악물고 하루도 빼어놓지 않고 교단에 서기를 거진 한 달 동안이나 하였다.
그 동안 하나 둘 흩어져 있던 아이들은, 영신이가 돌아온 뒤에 신입생이 열씩 스물씩 부쩍부쩍 늘었다. 때마침 농한기라 어른들은 물론 오십도 넘는 노파가 손녀의 손을 잡고 와서는,
"죽기 전에 글눈이나 떠보게 해주시유."
하고 진물진물한 눈으로 칠판을 쳐다보고,
"가―갸―거―겨―"
하고 따라 읽는 것을 볼 때, 영신은 감격에 가슴이 벅찼다.
'내가 오기 전에는 이 동네 사람이 거진 구 할 가량이나 문맹이던 것이, 이제는 글자를 알어보는 사람이 칠 할 가량이나 된다. 오십 이상 늙은이와 젖먹이를 빼어놓으면 거진 다 눈을 띄어 준 셈이다.
더구나 부인 친목계를 중심으로 부인네들이 깨인 것과, 생활이 향상된 것은 놀라울 만허지 않느냐.'
하고 자못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그럴수록 사업에 대한 애착심은 고향을 떠나 보기 전보다 몇 곱이나 더해져서, 육신의 고통을 참아 나가는 힘을 얻었다.
한두 가지도 아닌 병마에 사로잡혀 거의 위중한 상태에 빠진 영신으로는, 사실 기적과 같은 힘이었다. 그러다가 하루 아침은 천만뜻밖에 동혁의 편지가 왔다. 동경역에서, 못 받아 보려니 하면서도 ××형무소로 부친 엽서를 본 답장인 듯, 모필로 쓴 필적이며 계호 주임의 도장이 찍혀 나온 것이 분명히 동혁에게서 온 것이다. 영신은 손보다도 가슴이 떨리는 것을 진정하고, 바늘 구멍처럼 뚫어 놓은 봉함엽서의 가장자리를 조옥 뜯었다.
:이제야 취조가 일단락이 져서 편지를 할 수 있게 되었소이다. 청석골로 다시 돌아오신다는 엽서도 어제야 받고, 그 병이 재발이나 되지 않었는지 매우 놀랐습니다. 긴 말은 쓸 수 없으나 오직 건강에 각별히 주의해 주십시오. 또다시 억지를 쓰고 일을 하실 것만이 염려외다. 나는 아직 수신대학 본과에는 입학할 자격을 얻지 못하였으나, 예과에서도 보통 사람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수양하고 반성하고 싶은 자는 다 이리 오라' 하고 외치고 싶소이다. 몸은 여전한데 하루 세 끼 조막덩이만한 콩밥이 겨우 간에 기별만 해서,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는 것만이 불평이외다. 나는 좀더 묵고 싶지만 아마 여관 주인이 불원간 내쫓을 것 같은데, 나가는 대로 먼저 그리로 가겠으니 부디 혈색 좋은 얼굴을 보여 주십시오.
영신은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먹이 입술에 묻도록 편지에 키스를 하였다. 그러고는,
'혈색 좋은 얼굴! 혈색 좋은 얼굴!'
하고 혼자말을 하며 조그만 손거울을 꺼내서 제 얼굴을 들여다보다가는 그 거울을 동댕이를 쳤다. 거울은 문지방에 가 부딪치며 두 쪽에 짝 갈라졌다.
영신은 가슴이 선뜩해서,
'아이, 왜 저걸 내던졌던가.'
하고 금방 후회를 하고 거울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탄식을 한들, 한번 깨어진 유리쪽을 두번 다시 붙여 보는 재주는 없었다.
학원 마당에서 종소리가 들린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한 떼가 몰려 와서,
"선생님, 어서 가세요. 어서요, 어서."
하고 영신을 일으켜 세우고 잡아다리며 떠다밀며 학원으로 올라갔다.
그날은 웬일인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을 그는 억지로 꺼둘려 가서 새 과정을 가르치려다 말고 복습을 시켰다. 계집애들은 채선생이 아니면 배우지를 않기 때문에, 두 반씩이나 맡아 가르칠 수밖에 없어 왔다갔다하며 복습을 시키는 데는 더구나 힘에 부쳤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 지독헌 고생을 달게 받는 이도 있는데…….'
하고 기를 쓰며 눕지를 않으려고 앙버티었다.
'그이가 나오면 이 얼굴, 이 몸뚱이를 어떻게 보이나.'
하고 이번에는 교실 유리창에 척수한 자태를 비추어 보다가,
'오지 말었으면. 차라리 영영 만나지나 말었으면…….'
하고 제 꼴이 제 눈으로 보기가 싫어 발꿈치를 돌리기를 몇 번이나 하였다.
'그렇지만, 혈색 좋은 얼굴을 보여 주진 못하드래두, 앓어누운 꼴이나 보여 주지 말리라.'
하고 아침에 종소리만 들리면 입술을 깨물며 문고리를 붙잡고 일어났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밤에는 학부형회에 참례를 하고 늦도록 학원의 유지 방침을 의논하다가, 별안간 심장의 고동이 뚝 그치는 것 같아서 원재에게 업혀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턱 쓰러지며 고만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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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제1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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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혁은 관 모서리에 얼굴을 부비며 연거푸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영신 씨, 영신 씨! 내가 왔소. 여기 동혁이가 왔소!"
하고 목이 메어 부르나 대답은 있을 리 없는데, 눈물에 어리운 탓일까, 관 뚜껑이 소리 없이 열리며 면사포와 같은 하얀 수의를 입은 영신이가 미소를 띠고 푸시시 일어나 팔을 벌리는 것 같다.
이러한 환각에 사로잡히는 찰나에, 동혁은 당장에 뛰어나가서 도끼라도 들고 들어와 관을 뻐개고 시체를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그는 가슴 벅차게 용솟음치는 과격한 감정을 발뒤꿈치로 누룩을 디디듯이 이지의 힘으로 꽉꽉 밟았다. 어찌나 원통하고 모든 일이 뉘우쳐지는지, 땅바닥을 땅땅 치며 몸부림을 하여도 시원치 않을 것 같건만, 여러 사람 앞에서 그다지 수통스러이 굴 수도 없었다. 다만 한마디,
"왜 당신은, 일허는 것밖에 좀더 다른 허영심이 없었드란 말요!"
하고 꾸짖듯 하고는 한참이나 엎드려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다가,
'영신 씨 같은 여자두 이런 자리에서 남에게 눈물을 보이나요?'
라고 경찰서에서 마지막 만났을 때에 제 입으로 한 말이 문뜩 생각이 나서 주먹으로 눈두덩을 부비고 벌떡 일어섰다. 그는 다시 관머리를 짚고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침묵하다가, 바로 영신의 귀에다 대고 말을 하듯이 머리맡을 조금씩 흔들면서,
"영신 씨 안심허세요. 나는 이렇게 꿋꿋허게 살어 있소이다. 내가 죽는 날까지 당신이 못다 허구 간 일과 두 몫을 허리다!"
하고 새로운 결심과 영결의 인사를 겹쳐 한 뒤에, 여러 사람과 함께 관머리를 들고 앞서 나와서 조심스러이 상여에 옮겼다.
영신의 육신은 영원한 안식처를 향하여 떠나려 한다.
동혁의 기념품인 학원의 종을 아침저녁으로 치던 사람의 상여머리에서 요령 소리가 땡그랑땡그랑 울린다. 상여는 청년들이 메었는데, 수백 명이나 되는 아이들과 부인네들과 동민이 가득 들어선 속에서 다시금 울음 소리가 일어난다. 아이들은 장강목에 조롱조롱 매달려 제 힘껏 버팅겨서 상여도 차마 못 떠나겠는 듯이 뒷걸음을 친다.
앞채를 꼬나 주던 동혁은 엄숙한 얼굴로 여러 사람의 앞으로 나섰다.
"여러분!"
조상 온 사람 전체를 향해서 외치는 목소리는 여전히 우렁차다.
"여러분! 이 채영신 양은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농촌의 개발과 무산 아동의 교육을 위해서 너무나 과도히 일을 하다가, 둘도 없는 생명을 바쳤습니다. 완전히 희생했습니다. 즉, 오늘 이 마당에 모인 여러분을 위해서 죽은 것입니다."
하고 한층 더 언성을 높여,
"지금 여러분에게 바친 채양의 육체는 흙 보탬을 하려고 떠나갑니다. 그러나 이분이 끼쳐 준 위대한 정신은 여러분의 머릿속에 살어 있을 것입니다. 저 아이들의 조그만 골수에도 그 정신이 박혔을 겝니다."
하고는 손길을 마주 모으고 서고, 혹은 머리를 떨어트리고 듣는 여러 청중들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서며,
"그러나 여러분, 조금두 설워허지 마십시오. 이 채선생은 결단코 죽지 않었습니다. 살과 뼈는 썩을지언정, 저 가엾은 아이들과 가난한 동족을 위해서 흘린 피는 벌써 여러분의 혈관 속에 섞였습니다. 지금 이 사람의 가슴속에서도 그 뜨거운 피가 끓고 있습니다!"
하고 주먹으로 제 가슴 한복판을 친다. 여러 사람의 머리 위로는 감격의 물결이 사리 때의 조수와 같이 밀리는 듯. 서울서 온 백현경은 몇 번이나 안경을 벗어서 저고리 고름으로 닦았다.
동혁은 목소리를 낮추어,
"사사로운 말씀은 하지 않겠습니다마는, 나는 이 청석골에서 사랑하던 사람의 사업을 당분간이라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 변변치 못한 사람이나마 소용이 되신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이 길을 밟는 것이 나 개인에게도 가장 기쁜 의무일 줄로 생각합니다."
말이 끝나자, 청년들은 상여를 메고 선 채 박수를 하였다.
장사가 끝난 뒤에, 백현경과 장래의 일을 의논하며 산에서 내려왔던 동혁은 황혼에 몸을 숨기고 홀로 영신의 무덤으로 올라갔다.
이른 봄 산기슭으로 스며드는 저녁 바람은 소름이 끼칠 만치 쌀쌀하다. 그러나 그는 추운 줄을 몰랐다. 머리 위에서 새파란 광채를 흘리며 반짝거리는 외따른 별 하나를 우러러보고 섰으니까, 극도의 슬픔과 원한에 사무쳤던 동혁의 머리는 차츰차츰 식어 가는 것 같다. 마음이 가라앉는 대로 사람의 생명의 하염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새삼스러이 느꼈다.
'그만 죽을 걸 그닥지도 애를 썼구나!'
하니, 세상만사가 다 허무하고 무덤 앞에 앉은 저 자신도 판결을 받은 죄수처럼 언제 어느 때 죽음의 사자에게 덜미를 잡혀갈는지? 제 입으로 숨쉬는 소리를 제 귀로 들으면서도 도무지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수수께끼다! 왜 무엇 하러 뒤를 이어 낳고, 뒤를 이어 죽고 하는지 모르는 인생―---요컨대 영원히 풀어 볼 수 없는 수수께끼에 지나지 못한다.'
'내가 이 채영신이란 여자와 인연을 맺었던 것도 결국은 한바탕 꾸어 버린 악몽이다. 이제 와서 남은 것은 깨어진 꿈의 한 조각이 아니고 무엇이냐.'
될 수 있는 대로 인생을 명랑하게 보려고 노력하여 오던 동혁이건만, 너무도 뜻밖에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 보고는 회의와 일종 염세의 회색 구름에 온몸이 에워싸이는 것이다.
'별은 왜 저렇게 무엇이 반가워서 반짝거리느냐. 뻐국새는 무엇이 서러워서 밤 깊도록 저다지 청승맞게 우느냐. 영신은 왜 무엇 허러 낳었다 죽었고, 나는 왜 무엇 허러 이 무덤 앞에 올빼미처럼 두 눈을 껌벅거리며 쭈그리고 앉었느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순환소수와 같이 쪼개 보지 못하는 채 사사오입을 하는 것이 인생 문제일까?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 모양으로, 까닭도 모르고 또한 아무 필요도 없이 제자리에서 맴을 돌며 허위적거리는 것이 인생의 길일까?
오직 먹기를 위해서, 씨를 퍼트리기 위해서, 땀을 흘리고 피를 흘리고 서루 헐뜯고 싸우고 잡어먹지를 못해서 앙앙거리고 발버둥질을 치다가, 끝판에는 한 삼태기의 흙을 뒤집어쓰는 것이 인생의 본연한 자태일까.'
동혁의 머릿속은 천 갈래로 찢기고 만 갈래로 얽혀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그는 가슴이 무엇에 짓눌리는 것처럼 답답해서 벌떡 일어났다. 팔짱을 끼고 제절 앞을 왔다갔다하다가, 봉분의 주위를 돌았다. 열 바퀴를 돌고 스무 바퀴를 돌았다. 그러다가는 무덤을 베개삼고 쓰러지며, 하늘을 쳐다본다. 별은 그 수가 버쩍 늘었다. 북두칠성은 금강석을 바수어서 끼얹은 듯이 찬란히 빛나고 있다. 그 중에도 큰 별 몇 개는 땅 위의 인간들을 비웃는 듯이 눈웃음을 치는 것 같다. 동혁은 그 별을 향해서 침이라도 탁 뱉고 싶었다.
그러다가 그는 생각을 홱 뒤집었다.
'그렇다. 인생 문제는 그 자체인 인생의 머리로 해결을 짓지 못한다. 인류의 역사가 있은 후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와 예술가가 머리를 썩히다가 해결의 실마리도 잡어 보지 못한 문제다. 그것을 손쉽게 풀어 보려고 덤비는 것버텀 망령된 짓이다.'
하고는 단념을 해버린 뒤에,
'그렇지만 채영신이가 죽은 것과 같이, 박동혁이가 살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신병자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니 우리가 생명이 있는 동안은 값이 있게 살어 보자! 산 보람이 있게 살어 보자! 구차하게 살려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지만, 타고난 목숨을 제 손으로 끊어 버리는 것도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하고 영신이가 반은 자살한 것처럼 생각도 하여 보았다.
'일을 하자! 이 영신이와 같이 죽는 날까지 일을 하자! 인생의 고독과 고민을 잊어버리기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만 한다. 사랑하던 사람의 사업을 뒤를 이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울어 주고 서러워해 주는 것버덤, 내가 청석골로 와서 자기가 끼친 사업을 계속해 준다면, 그의혼백이라도 오죽이나 기뻐할까. 든든히 여길까. 일에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도 없다는 격언이 있지 않은가.'
하고 몇 번이나 생각을 뒤집었다.
'그럼, 우리 한곡리는 어떡허나? 흐트러진 진영(陣營)을 수습할 사람도 없는데…….'
동혁은 다시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혁은 앞으로 해나갈 일을 궁리하기보다도 우선 저의 신변이 몹시 외로운 것을 느꼈다. 애인의 무덤을 홀로 앉아 지키는 밤, 그 밤도 깊어 가서 저의 숨소리조차 듣기에 무서우리만치나 온누리는 괴괴한데, 추위와 함께 등허리에 오싹오싹 소름이 끼치게 하는 것은 형용할 수 없는 고독감이다.
처음부터 서로 믿고 손이 맞아서 일을 하여 오던 동지에게 배반을 당하고, 부모의 골육을 나눈 단지 한 사람인 친동생은 만리타국으로 탈수한 후 생사를 알 길 없는데, 목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저의 반려를 삼아 한 쌍의 수리와 같이 이 세상과 용감히 싸워 나가려던 사랑하던 사람조차 죽음으로써 영원히 이별한 동혁은 외로웠다. 무변대해에서 키를 잃은 쪽배와도 같고, 수백 길이나 되는 절벽 아래서 격랑에 부닥기는 불 꺼진 등대만치나 외로웠다. 무한히 외로웠다.
그러나 한참 만에 동혁은 무거운 짐이나 부린 모군꾼처럼,
"휘유―"
하고 한숨만 길게 내쉬었다. 다시 마음을 돌이켜 보니, 저의 일신이 홀가분한 것도 같았던 것이다.
'채영신만한 여자를 두번 다시 만나지 못할진댄, 차라리 한평생 독신으로 지내리라. 아무 데도 얽매이지 않는 몸을 오로지 농촌사업에다만 바치리라.'
하고 일어서면서도 차마 무덤 앞을 떠나지 못하는데 멀리 눈 아래에서 등불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원재와 다른 청년들이 동혁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혹시 산소에나 있나 하고 떼를 지어 올라오는 것이었다.
동혁은 잠자코 청년들의 뒤를 따라 내려왔다. 장로의 집에 잠시 들러 곤해서 쓰러진 백현경을 일으키고, 몇 마디 앞일을 의논해 보았다. 백씨는 여전히 값비싼 화장품 냄새를 풍기며 종아리가 하얗게 내비치는 비단 양말을 신은 것이 불쾌해서, 동혁은 될 수 있는 대로 외면을 하고 그의 의견을 들었다.
"여기 일은 우리 연합회 농촌사업부에서 시작헌 게니까, 속히 후임자를 한 사람 내려보내서 사업을 계속하기로 작정했어요. 영신이만 헐 수야 없겠지만 나이두 지긋허구 퍽 진실헌 여자가 한 사람 있으니까요."
하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동혁은 더 묻지 않았다. 부탁 비슷한 말도 하기 싫어서,
"그럼 나두 안심허겠소이다."
하고 원재네 집으로 내려왔다. 영결식장에서 여러 사람 앞에 선언한 대로 당분간이라도 청석골에 머물러 있어 뒷일을 제 손으로 수습해 주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였다. 그러나 이미 후임자까지 내정이 되고 진실한 사람이 온다는데, 부득부득 '나를 여기 있게 해주시오'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영신이가 거처하던 원재네 집 텅 비인 건넌방에서 하룻밤을 드새자니, 동혁은 참으로 무량한 감개에 몸둘 바가 없었다. 앉았다 누웠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세상 모르도록 술이나 취해 봤으면…….'
하고 난생 처음으로 술생각까지 해보는데, 원재가 저의 이부자리를 안고 건너왔다.
두 사람은 형제와 같이 나란히 누워서 불을 끈 뒤에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였다. 동혁은,
"나는 새루 온다는 여자버덤두 원재를 믿구 가네. 나도 틈이 있는 대루 와서 보살펴 주겠지만 조끔두 낙심 말구 일을 해주게!"
하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원재도,
"채선생님 영혼이 우리들헌테 붙어댕기시는 것 같어서 일을 안 헐래야 안 헐 수가 없겠에요."
하고 끝까지 잘 지도를 해달라는 말에 동혁은 이불 속에서 나 어린 동지의 손을 더듬어 꽉 쥐어 주었다.
닭은 두 홰를 울고 세 홰를 울었다. 그래도 동혁은 이 방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던 사람과 지내 오던 일이 너무나 또렷또렷이 눈앞에 나타나서 머리만 지끈지끈 아프고 잠은 아니 왔다.
그러다가 어렴풋이 감기는 눈앞에서 뜻밖에 이러한 글발이 나타났다. 청석학원 낙성식 때 식장 맞은편 벽에 영신이가 써붙였던 슬로건 같은 글발이 비문처럼 천장에 옴폭옴폭하게 새겨지는 것이었다.
과거를 돌려다보고 슬퍼하지 마라. 그 시절은 결코 돌아오지 아니할지니 오직 현재를 의지하라. 그리하야 억세게, 사내답게 미래를 맞으라!
이튿날 아침 동혁은 산소로 올라가서,
'당신이 못다 한 일과 두 몫을 하겠다.'
고 맹세한 것을 이제로부터 실행하겠다는 말을 다시 한번 자신 있게 한 뒤에 홱 돌아서서 그 길로 내처 걸어 한곡리로 향하였다. 그러나 시꺼먼 눈썹이 숱하게 난 그의 양미간은 생목(生木)이 도끼에 찍힌 그 흠집처럼 찌푸려졌다. 아마 그 주름살만은 한평생 펴지지 못하리라.
어머니의 병이 염려는 되었으나, 그는 바로 집으로 가기가 싫어서 역로에 몇 군데 모범촌이라고 소문난 마을을 들렀다.
어느 곳에서는 농업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온 청년이 오막살이 한 채를 빌려 가지고 혼자서 야학을 시작한 곳이 있고, 어떤 마을에서는 제법 크게 차리고 여러 해 동안 한글과 여러 가지 과정을 강습해 내려오다가, 당국과 말썽이 생겨 강습소 인가를 취소당하고 구석구석이 도적글을 가르치는 것을 보았다. 한곡리서 오십 리쯤 되는 장거리에서 멀지 않은 촌에서는 청년이 서너 명이나 보수 한 푼 받지 않고 삼 년 동안 주야학을 겸해서 하는 곳이 있는데, 그들은 겨우내 두루마기도 못 얻어 입고 동저고리 바람으로 손끝을 호호 불어 가며 교편을 잡는 것을 볼 때,
'우리는 편허게 지냈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 그는 그러한 지도분자들과 굳게 악수를 하고 하룻밤씩 같이 자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새로운 방침을 토론도 하였다. 어느 곳에를 가나,
"지금 우리의 형편으로는 계몽적인 문화운동도 해야 하지만, 무슨 일에든지 토대가 되는 경제운동이 더욱 시급하다."
는 것을 역설하고 저의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그러는 동시에 그는,
'이제부터 한곡리에만 들어앉었을 게 아니라 다시 일에 기초가 잡히기만 하면, 전 조선의 방방곡곡으로 돌아다니며 널리 듣고 보기도 하고, 또는 내 주의와 주장을 세워 보리라. 그네들과 긴밀한 연락을 취해서 같은 정신과 계획 아래에서 농촌운동을 통일시키도록 힘써 보리라.'
하니, 어느 구석에선지 새로운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남들이 그러한 고생을 달게 받으며 굽히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을 실지로 보니 동혁은 한곡리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할 때의 생각이 바로 어제런 듯이 났다. 동시에 옛날의 동지가 불현듯이 보고 싶었다. 일체의 과거를 파묻어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아가려는 생각이 굳을수록 동지들의 얼굴이 몹시도 그리워졌다.
'건배를 찾어가 보자.'
지난날의 경우는 어찌 되었든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건배였다. 보고만 싶은 게 아니라 제가 감옥에 있는 동안 박봉생활을 하는 사람이 두 번이나 적지 않은 돈을 부쳐 준 치사도 할 겸 그가 일을 보는 군청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건배는 군청에도, 거기서 멀지 않은 사글세로 들어 있는 그의 집에도 없었다. 건배의 아내와 아이들은 반겼으나,
"엊저녁에 한곡리꺼정 다녀올 일이 있다구 자전거를 타구 가서 여태 안 들어왔어요."
하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무슨 일일까? 나를 찾어가지나 않었나.'
하고 동혁은 일어서는데, 안주인이 한사코 붙들어서 더운 점심을 대접받으며 지내는 형편을 들었다.
"노루꼬리만한 월급에 그나마 반은 술값으루 나가서, 어렵긴 매일반이야요. 일구월심에 다시 한곡리루 가서 살 생각만 나요. 굶어두 제 고장에서 굶는 게 맘이나 편하죠."
건배의 아내는 당장에 따라 일어서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나 동혁은 그와 의형제까지 한 사이를 알면서도 영신의 죽음은 짐짓 말하지 않았다. 그가 영신의 소식을 묻고 혼인 때는 꼭 청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
"네에, 청허구말구요."
하고 쓰디쓴 웃음을 웃어 보였다.
한곡리가 십 리쯤 남은 주막 근처까지 왔을 때였다. 자전거를 끌고 고개를 넘는 양복쟁이와 마주치자 동혁은,
"여어, 건배 군 아닌가?"
하고 손을 들었다.
"요오, 동혁이!"
키장다리 건배는 자전거를 내던지고 달려들어 동혁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피차에 눈을 꽉 감고 잠시 말이 없다가,
"이게 얼마 만인가?"
"어디루 해 오는 길인가?"
하고 동시에 묻고는 함께 대답이 없다.
"아무튼 저 집으루 좀 들어가세."
건배는 동혁을 끌고 주막으로 들어갔다.
"아, 신문에까지 났데만, 영신 씨가 온 그런……."
건배는 대뜸 동혁의 가슴속의 가장 아픈 구석을 찌르고는 말끝을 맺지 못한다. 동혁은 손을 들며,
"우리 그 사람의 말은 입 밖에두 내지 마세. 제발 그래 주게!"
하고 손을 들어 친구의 입을 막았다. 건배는 머리를 떨어트리고 있다가 한숨 섞어,
"그렇지, 남자헌테는 사랑이 그 생활의 전부가 아니니까…… 허지만, 어디 그이허구야 단순한 연애관계뿐이었었나? 참 정말 아까운……."
하는데,
"글쎄 이 사람, 그만둬!"
하고 동혁은 성을 더럭 내었다.
두 친구는 말머리를 돌렸다. 둘이 서로 집을 찾아갔더라는 것과 그동안에 격조했던 이야기를 대강대강 하는데, 청하지도 않은 술상이 들어왔다. 건배는,
"나 오늘은 술 안 먹겠네."
하고 막걸리 보시기를 폭삭 엎어 놓더니 각반 친 다리만 문지르며 말 꺼내기를 주저하다가,
"자네, 그 동안 한곡리서 변사(變事)가 생긴 줄은 모르지?"
한다.
"아아니, 무슨 변사?"
동혁의 눈은 둥그래졌다.
"그저께 강기천이가 죽었네!"
"뭐? 누가 죽어?"
동혁은 거짓말을 듣는 것 같았다.
"사실은 강기천이 조상을 갔다 오는 길일세."
하고 건배는 듣고 본 대로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기천이는 연전부터 주막 갈보에게 올린 매독을 체면상 드러내 놓고 치료를 못 하다가, 술 때문에 갑자기 덧쳐서 짤짤 매던 중, 그 병에는 수은을 피우면 특효가 있다는 말을 곧이듣고 비밀히 구해다가 서너 돈쭝씩이나 콧구멍에다 피웠었다. 그러다가 급작스레 고만 중독이 되어서, 온몸이 시퍼래 가지고 저 혼자 팔팔 뛰다가 방구석에 머리를 틀어박고는 이빨만 빠드득빠드득 갈다가 고만 뻐드러졌다는 것이었다, 동혁은,
"흥, 저두 고만 살걸."
하고 젓가락도 들지 않은 술상을 들여다보며 아무런 감상도 더 입 밖에 내지를 않았다.
건배는 마코를 꺼내 붙이며,
"가보니, 아주 난가(亂家)데 난가야. 헌데, 형이 죽은 줄도 모르는 건살포는 서울서 웬 단발헌 계집을 데리구 왔네그려. 마침 쫓겨갔던 본처가 시아주범 통부를 받구 왔다가, 외동서끼리 마주쳐서 송장을 뻗쳐 놓구 대판으루 쌈이 벌어졌는데, 참 정말 구경헐 만허데."
하고 여전히 손짓을 해가며 수다를 늘어놓는다. 동혁은 고개만 끄덕이며 듣다가,
"망헐 건 진작 망해여지."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한참 만에,
"그런데, 자넨……."
하고 전보다도 두 볼이 더 여윈 건배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자네 그 노릇을 오래 할 텐가?"
하고 묻는다. 건배는 그런 말 꺼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고만 집어치겠네. 이 연도 말꺼정만 댕기구, 먹거나 굶거나 한곡리루 다시 가겠네. 되레 빚만 더끔더끔 지게 돼서 고만둔다는 것버덤두 아니꼽구 눈꼴 틀리는 거 많어서 이젠 넌덜머리가 났네."
하고 담배 연기를 한숨 섞어 내뿜으며,
"월급푼에 목을 매다느니버덤은, 정든 내 고장에서 동네 사람이나 아이들의 종 노릇을 허는 게 얼마나 맘 편허구 사는 보람이 있는 걸 인제야 절실히 깨달었네."
하고 진정을 토한다. 그 말에 동혁은 벌떡 일어서며,
"자아 그럼, 우리 일터에서 다시 만나세! 나는 지금 자네가 헌 말을 다시 한번 믿겠네."
하고 맨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처럼 굳게굳게 건배의 손을 쥐었다.
"염려 말게. 자넬랑은 벌판의 모래버덤 한 줌의 소금이 되어 주게!"
건배도 잡힌 손을 되잡아 흔들었다.
<center>🙝🙟</center>
아무리 지루하던 겨울도 한번 지나만 가면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저절로 닥쳐온다. 반가운 손님은 신 끄는 소리를 내지 않듯이, 자취 없이 걸어오기로서니, 얼어붙었던 개천 바닥을 뚫고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말랐던 나뭇가지에서 새 움이 뾰족뾰족 돋아나는 것을 볼 때, 뉘라서 새봄이 오지 않았다 하랴.
동혁은 신작롯가에서 잔디 속잎이 파릇파릇해진 것을 비로소 보았다. 미루나무 껍질을 손톱 끝으로 제겨 보니, 벌써 물이 올라서 나무하는 아이들의 피리 소리도 멀지 않아 들릴 듯.
"인제 완구히 봄이로구나!"
한마디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부르짖어졌다.
그는 논둑으로 건너 서며 발을 탁탁 굴러 보았다. 흠씬 풀린 땅바닥은 우단 방석을 딛는 것처럼 물씬물씬하다.
동혁은 가슴을 봉긋이 내밀며 숨을 깊닿게 들여마셨다. 마음의 들창이 활짝 열리며 그리로 훈훈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오는 듯, 그는 다시 속 깊이 서리어 있는 묵은 시름과 함께,
"후―"
하고 마셨던 바람을 기다랗게 내뿜었다. 화로에 꺼졌던 숯불이 발갛게 피어난 방 속같이 온몸이 후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동혁이가 동리 어귀로 들어서자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불그스름하게 물든 저녁 하늘을 배경삼고 언덕 위에 우뚝우뚝 서 있는 전나무와 소나무와 향나무들이었다. 회관이 낙성되던 날 그 기쁨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서 회원들과 함께 패다 심은 상록수들이 키돋움을 하며 동혁을 반기는 듯.
"오오, 너이들은 기나긴 겨울에 그 눈바람을 맞구두 싱싱허구나! 저렇게 시푸르구나!"
동혁의 걸음은 차츰차츰 빨라졌다. 숨가쁘게 잿배기를 넘으려니까 회관 근처에서 '애향가'를 떼를 지어 부르는 소리가 바람결을 타고 웅장하게 들려 오는 듯하여서, 그는 부지중에 두 팔을 내저었다. 그리고는 동리의 초가집들을 내려다보며 오랫동안 떠나 있던 주인이 저의 집 대문간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에헴, 에헴!"
하고 골짜구니가 울리도록 커다랗게 기침을 하였다.
그의 눈에는 회관 앞마당에 전보다 몇 곱절이나 삑삑하게 모여 선 회원들이 팔다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며 체조를 하는 광경이 보였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눈을 꿈벅 하고 감았다가 떴다. 이번에는 훠언하게 터진 벌판에 물이 가득히 잡혔는데, 회원이 오리떼처럼 논바닥에 가 하얗게 깔려서, 일제히 '이앙가(移秧歌)'를 부르며 모를 심는 장면이 망원경을 대고 보는 듯이 지척에서 보였다.
동혁은 졸지에 안계가 시원해졌다. 고향의 산천이 새삼스러이 아름다워 보여서 높은 묏부리에서부터 골짜구니까지, 산허리를 한바탕 떼굴떼굴 굴러 보고 싶었다.
앞으로 가지가지 새로이 활동할 생각을 하며 걷자니, 그는 제풀에 어깻바람이 났다. 회관 근처까지 다가온 동혁은 누가 등뒤에서,
'엇, 둘! 엇, 둘!'
하고 구령을 불러 주는 것처럼 다리를 쭉쭉 내뻗었다.
상록수 그늘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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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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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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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prose>
<center>🙝🙟</center>
몇날 동안 양기 없이 캄캄하고 바람불던 날은 지나갔다. 어제부터 비로소 맑았다. 그러나 바람은 몹시 불어서 애닯은 가슴에 길손의 심사(心事)를 부어주었다. 어제 저녁에도 늦은 잠 야윈 꿈을 어리다가 오늘 아침에도 상 위에서 일어나니 붉은 햇빛이 창에 가득히 쏘였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한 점도 없는 듯하나 한결같은 구름에 덮히었는 까닭이다. 어떻게 된 셈인지 하늘은 전날보다 낮아 보인다.
닭의 홰 아래에서 네 활개를 웅크리고 자는 듯 하던 개가 이따금 이따금 눈을 커다랗게 뜨고 뒷꼬리를 살금살금 두루면서 가만가만 두어 마디씩 짖는다. 거러지의 조반(早飯) 비는 썩세인 목소리가 대문 밖에서 우렁차게 붉우직인다. 개는 대문으로 기운있게 달려간다. 참새는 이리저리 흩어 날며 양기있게 지저귄다. 개의 성나게 짖는 소리가 들리인다. 연기 그은 처마 밑에는 아무 것도 넣어두지 않은 「뒤웅치」가 서너개 걸려 있다. 바람이 살작살작 지나갈 때마다 흔들흔들 드렁거린다. 먹이를 찾으며 돌아가던 닭의 무리 한 떼가 뒷마당을 돌아서 앞뜰로 오다가 갑자기 수탉 한 마리가 「꼬꾸요오」 하고 길게 느리게 운다. 암탉의 무리도 꾸둑꾸둑하며 분주히 서 드러내인다.
구름은 뜨지 않았는데도 햇빛은 갑자기 그물어진다. 바람결에 떠돌아가는 먼지들이 봄비에 세수하고 봄바람에도 문질리어 푸른 단장을 고이고이 하였다. 잔디풀은 아직 누렇게 마른 잎새에 새엄이 쎄워 있다. 뻐꾹새가 맘 서럽게 뻐꾹뻐꾹을 지저낸다. 앞들 무논 위로 벌써 아지랑이가 어리우기 시작한다. 밖에는 일꾼이 거름 실고 나온 누런 소를 한편 구석에 세우고 거름 그릇을 내리워서 무덤처럼 밭고랑마다 거름을 쌓아 놓았다.
나는 그냥 더 윗봉으로 올라가려는 생각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잔디를 밟고 어린 솔포기를 헤치며 길없는 멧발을 치어다보며 걸음을 내여놓았다. 섶나무에는 벌써 어린 벌레가 어물어물 구물거린다. 자개돌 질러 놓은 「어린애」의 무덤들이 비탈진 골짜기에 산산하였다. 비탈진 골짜기 바위 틈에는 바알간 진달래꽃이 저 혼자 곱살스러이 피어 있다.
날은 차차 흐리는 것같이 「누리그물어」 하여 진다. 나는 뫼의 왼 윗봉에 올라섰다. 종달새 한 마리가 발끝에서 소리를 내고 훨씬 공중으로 솟는다. 뫼탁 「움막집」 마당에는 어린 며느리가 이편 가추 끝과 저편 가추 끝에 빨래줄을 건너 매노라고 낡은 지붕 썩은 영깃에다 곱다랗게 비슨 머리를 다 흩어쳐 버렸다.
저편 촌가(村家) 가까운 묏발에는 콩새와 후치들 같은 작은 새를 사냥하려고 「창애」를 들고 다니는 촌 새서방님들도 있고 아이들도 보인다. 밭고랑에 파묻혔는 작은 돌 깨어진 기와조각을 일어집고 새밋기할버러지-딱쟁이-를 잡는다. 「야, 민숭아, 장난은 좀 그만두고 밥 먹고 새하러 가려무나」 하는 여인의 야발은 목성이 들리운다. 열대여섯 살 먹은 새서방이 방금 「창애」에 미끼를 물리노라고 대답을 미처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야 민숭아」잇대어 서너번 여인의 같은 목소리가 들리운다. 그제야 그 새서방님은 이제 내려가노라고 대답을 한다.
새떼가 많이 앉은 밭귀에다 창애를 메워 놓고 손길을 휘휘 내두루며 머리를 기울거리는 바람에 머리에 썼던 「관」 째박이 벗겨지는 것을 움켜쥐고 달려내려 간다. 저편 촌에서는 머리에 흰 수건 잡아맨 농사꾼들이 집마다 마당에 모여 섰다가는 긴 담뱃대에 불을 붙여 입에 물고 제가끔 저 갈 데로 헤어져 간다.
등 뒤에 인적이 있는 듯하기에 나는 갑자기 돌아섰다. 발 벗고 곳곳이 뚫어진 것을 검은 실로 꾹꾹 주리쳐 잡아맨 흰 적삼 흰 치마를 입은 계집 아이가 조그마한 둥지를 들고 나 섰는 묏발 아래에서 허리를 굽혔다 일어섰다 하는 것이 보이운다. 나이 열한두 살이 되어 보이는 듯하다. 그 계집 아이는 나 섰는 줄을 모른다. 언덕의 마른 풀포기를 뒤적거리다가는 그 풀포기를 부여잡고 기운없이 언덕으로 차차 올라온다. 캄하게 뒤로 땋아 느리웠던 머리털이 다 흩어져 앞이마 위에 하수룩하게 덮히웠다. 커다랗고 동그란 눈에는 눈물이 어리웠다. 살빛 흰 이마와 파스러한 두 뺨에는 까아만 먼지가 덮히고 덮히웠다. 가끔가끔 몸을 움츠리고 새빨간 발을 냉큼냉큼 들었다 놓는다.
그 계집 아이는 머리를 숙이고 양지귀를 가려 걸어가며 작은 가늘은 입안에 넣은 소리로 이러한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가끔가끔 목메인 소리 속에 떨리며 끊어진다.
엄마야 오늘도 해가 떴고나
죽으신 엄마는 그리도 곱고
살았는 엄마는 왜 니악한지.....
엄마야 오늘도 나 이렇고나
오늘도 이렇게 너 생각한다.
그 계집 아이는 내가 섰는 것을 보았다. 눈물 어룰이 발개지며 얼른 언덕 모루로 돌아섰다.
나는 웃마을 사는 「년순」의 딸인 줄을 알았다. 얼마 전에 그를 낳아놓은 어머니는 죽고 새어머니가 들어와서 맏아내의 남긴 혈육(血肉)인 어린 딸아기에게 몹쓸게 군다는 말을 어디선지 들은 듯하다. 아마 오늘 아침에도 그 새어머니가 아침 밥상에 놓을 나물을 캐어 오라고 이른 아침에 쫓아낸 듯하다.
날빛은 새리새리하여 진다. 부엉이 소리 뻐꾸기 소리 참새 소리 멧새 소리 애닯게 울지기 시작한다. 그 계집 아이의 그림자는 어디로 사라져 갔나! 말집에는 희끔희끔 날리는 빨래 서답이 맘좋게 이리저리 날라 비친다.
1919년 4월 18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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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그,
홀로 바느질을 하고 있던 아내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로 부르짖었다. 바늘 끝이 왼손 엄지손가락 손톱 밑을 찔렀음이다. 그 손가락은 가늘게 떨고 하얀 손톱 밑으로 앵두빛 같은 피가 비친다.
그것을 볼 사이도 없이 아내는 얼른 바늘을 빼고 다른 손 엄지손가락으로 그 상처를 누르고 있다. 그러면서 하던 일가지를 팔꿈치로 고이고이 밀어 내려놓았다. 이윽고 눌렀던 손을 떼어보았다. 그 언저리는 인제 다시 피가 아니 나려는 것처럼 혈색이 없다 하더니, 그 희던 꺼풀 밑에 다시금 꽃물이 차츰차츰 밀려온다.
보일 듯 말 듯한 그 상처로부터 좁쌀 낟 같은 핏방울이 송송 솟는다. 또 아니 누를 수 없다. 이만하면 그 구멍이 아물었으려니 하고 손을 떼면 또 얼마 아니되어 피가 비치어 나온다.
인제 헝겊 오락지로 처매는 수밖에 없다. 그 상처를 누른채 그는 바느질고리에 눈을 주었다. 거기 쓸만한 오락지는 실패 밑에 있다. 그 실패를 밀어내고 그 오락지를 두 새끼손가락 사이에 집어올리려고 한동안 애를 썼다. 그 오락지는 마치 풀로 붙여둔 것같이 고리 밑에 착 달라붙어 세상 집혀지지 않는다. 그 두 손가락은 헛되이 그 오락지 위를 긁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왜 집혀지지를 않아!”
그는 마침내 울 듯이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것을 집어줄 사람이 없나 하는 듯이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안은 텅 비어 있다. 어느 뉘 하나 없다. 호젓한 허영(虛影)만 그를 휘싸고 있다. 바깥도 죽은 듯이 고요하다.
시시로 퐁퐁 하고 떨어지는 수도의 물방울 소리가 쓸쓸하게 들릴 뿐. 문득 전등불이 광채(光彩)를 더하는 듯하였다. 벽상(壁上)에 걸린 괘종(掛鍾)의 거울이 번들하며, 새로 한 점을 가리키려는 시침(時針)이 위협하는 듯이 그의 눈을 쏜다. 그의 남편은 그때껏 돌아오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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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되고 남편이 된지는 벌써 오랜 일이다. 어느덧 7∼8년이 지났으리라. 하건만 같이 있어본 날을 헤아리면 단 일년이 될락말락 한다. 막 그의 남편이 서울서 중학을 마쳤을 제 그와 결혼하였고, 그러자 마자 고만 동경(東京)에 부급한 까닭이다.
거기서 대학까지 졸업을 하였다. 이 길고 긴 세월에 아내는 얼마나 괴로왔으며 외로왔으랴! 봄이면 봄, 겨울이면 겨울, 웃는 꽃을 한숨으로 맞았고 얼음 같은 베개를 뜨거운 눈물로 덥히었다.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쓸쓸할 제, 얼마나 그가 그리웠으랴!
하건만 아내는 이 모든 고생을 이를 악물고 참았었다. 참을 뿐이 아니라 달게 받았었다. 그것은 남편이 돌아오기만 하면! 하는 생각이 그에게 위로를 주고 용기를 준 까닭이었다. 남편이 동경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가 무엇인가? 자세히 모른다. 또 알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어찌하였든지 이 세상에 제일 좋고 제일 귀한 무엇이라 한다. 마치 옛날 이야기에 있는 도깨비의 부자(富者) 방망이 같은 것이어니 한다. 옷 나오라면 옷 나오고, 밥 나오라면 밥 나오고, 돈 나오라면 돈 나오고… 저 하고 싶은 무엇이든지 청해서 아니되는 것이 없는 무엇을, 동경에서 얻어가지고 나오려니 하였었다.
가끔 놀러오는 친척들이 비단옷 입은 것과 금지환(金指環) 낀 것을 볼 때에 그 당장엔 마음 그윽히 부러워도 하였지만 나중엔 '남편이 돌아오면…' 하고 그것에 경멸하는 시선을 던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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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돌아왔다. 한 달이 지나가고 두 달이 지나간다. 남편의 하는 행동이 자기가 기대하던 바와 조금 배치(背馳)되는 듯하였다. 공부 아니한 사람보다 조금도 다른 것이 없었다. 아니다, 다르다면 다른 점도 있다. 남은 돈벌이를 하는데 그의 남편은 도리어 집안 돈을 쓴다. 그러면서도 어디인지 분주히 돌아다닌다. 집에 들면 정신없이 무슨 책을 보기도 하고 또는 밤새도록 무엇을 쓰기도 하였다.
'저러는 것이 참말 부자 방망이를 맨드는 것인가 보다'
아내는 스스로 이렇게 해석한다.
또 두어 달 지나갔다. 남편의 하는 일은 늘 한 모양이었다. 한 가지 더한 것은 때때로 깊은 한숨을 쉬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무슨 근심이 있는 듯이 얼굴을 펴지 않았다. 몸은 나날이 축이 나 간다.
'무슨 걱정이 있는고?'
아내는 따라서 근심을 하게 되었다. 하고는 그 여윈 것을 보충하려고 갖가지로 애를 썼다. 곧 될 수 있는 대로 그의 밥상에 맛난 반찬가지를 붇게 하며 또 고음 같은 것도 만들었다. 그런 보람도 없이 남편은 입맛이 없다 하며 그것을 잘 먹지도 않았었다.
또 몇 달이 지나갔다. 인제 출입을 뚝 끊고 늘 집에 붙어있다. 걸핏하면 성을 낸다. 입버릇 모양으로 화난다, 화난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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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새벽, 아내가 어렴폿이 잠을 깨어, 남편의 누웠던 자리를 더듬어보았다. 쥐이는 것은 이불자락뿐이다. 잠결에도 조금 실망을 아니 느낄 수 없었다. 잃은 것을 찾으려는 것처럼, 눈을 부시시 떴다.
책상 위에 머리를 쓰러뜨리고 두손으로 그것을 움켜쥐고 있는 남편을 보았다. 흐릿한 의식이 돌아옴에 따라, 남편의 어깨가 덜석덜석 움직임도 깨달았다. 흑 흑 느끼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아내는 정신을 바짝 차리었다. 불현듯이 몸을 일으켰다. 이윽고 아내의 손은 가볍게 남편의 등을 흔들며 목에 걸리고 나오지 않는 소리로,
“왜 이러고 계셔요.”
라고 물어보았다.
“…”
남편은 아무 대답이 없다. 아내는 손으로 남편의 얼굴을 괴어들려고 할 즈음에, 그것이 뜨뜻하게 눈물에 젖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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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두어 달 지나갔다. 처음처럼 다시 출입이 자주로왔다. 구역이 날 듯한 술 냄새가 밤늦게 돌아오는 남편의 입에서 나게 되었다. 그것은 요사이 일이다. 오늘 밤에도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초저녁부터 아내는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남편을 고대고대하고 있었다. 지리한 시간을 속히 보내려고 치웠던 일 가지를 또 꺼내었다. 그것조차 뜻같이 아니되었다. 때때로 바늘이 헛되이 움직이었다. 마침내 그것에 찔리고 말았다.
“어데를 가서 이때껏 오시지 않아!”
아내는 이제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짜증을 내었다. 잠깐 그를 떠났던 공상과 환영이 다시금 그의 머리에 떠돌기 시작하였다. 이상한 꽃을 수놓은, 흰 보(褓) 위에 맛난 요리를 담은 접시가 번쩍인다. 여러 친구와 술을 권커니 잡거니 하는 광경이 보인다. 그의 남편은 미친 듯이 껄껄 웃는다.
나중에는 검은 휘장이 스르르 하는 듯이 그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더니 낭자(狼藉)한 요릿상만이 보이기도 하고, 술병만 희게 빛나기도 하고, 아까 그 기생이 한 팔로 땅을 짚고 진저리를 쳐가며 웃는 꼴이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남편이 길바닥에 쓰러져 우는 것도 보이었다.
“문 열어라!”
문득 대문이 덜컥 하고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부르는 듯하였다.
“녜.”
저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급히 마루로 나왔다. 잘못 신은, 발에 아니 맞는 신을 질질 끌면서 대문으로 달렸다. 중문은 아직 잠그지도 않았고 행랑방에 사람이 없지 않지마는 으례히 깊은 잠에 떨어졌을 줄 알고 뛰어나감이었다. 가느름한 손이 어둠 속에서 희게 빗장을 잡고 한참 실랑이를 한다. 대문은 열렸다.
밤바람이 선득하게 얼굴에 안친다. 문 밖에는 아무도 없다! 온 골목에 사람의 그림자도 볼 수 없다. 검푸른 밤 빛이 허연 길 위에 그물그물 깃들었을 뿐이었다.
아내는 무엇에 놀란 사람 모양으로 한참 멀거니 서 있었다. 문득 급거히 대문을 닫친다. 마치 그 열린 사이로 악마나 들어올 것처럼.
“그러면 바람 소리였구먼.”
하고 싸늘한 뺨을 쓰다듬으며 해쭉 웃고 발길을 돌리었다.
“아니 내가 분명히 들었는데… 혹 내가 잘못 보지를 않았나?… 길바닥에나 쓰러져 있었으면 보이지도 않을 터야…”
중간문까지 다다르자 별안간 이런 생각이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대문을 또 좀 열어볼까?… 아니야, 내가 헛들었지. 그래도 혹… 아니야, 내가 헛들었지.”
망설거리면서도 꿈꾸는 사람 모양으로 저도 모를 사이에 마루까지 올라왔다. 매우 기묘한 생각이 번개같이 그의 머리에 번쩍인다.
'내가 대문을 열었을 제 나 몰래 들어오지나 않았나?…'
과연 방안에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확실히 사람의 기척이 있다. 어른에게 꾸중 모시러 가는 어린애처럼 조심조심 방문 앞에 왔다. 그리고 문간 아래로 손을 대며 하염없이 웃는다. 그것은 제 잘못을 용서해줍시사 하는 어린애 같은 웃음이었다. 조심조심 방문을 열었다. 이불이 어째 움직움직하는 듯하였다.
“나를 속이랴고 이불을 쓰고 누웠구먼.”
하고 마음속으로 소곤거렸다. 가만히 내려앉는다.
그 모양이 이것을 건드려서는 큰일이 나지요 하는 듯하였다. 이불을 펄쩍 쳐들었다. 비인 요가 하얗게 드러난다. 그제야 확실히 아니 온 줄 안 것처럼,
“아니 왔구먼, 안 왔어!”
라고 울 듯이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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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돌아오기는 새로 두 점이 훨씬 지난 뒤였다. 무엇이 털썩하는 소리가 들리고 잇달아,
“아씨, 아씨!”
라고 부르는 소리가 귀를 때릴 때에야 아내는 비로소 아직도 앉았을 자기가 이불 위에 쓰러져있음을 깨달았다. 기실, 잠귀 어두운 할멈이 대문을 열었으리만큼 아내는 깜박 잠이 깊이 들었었다. 하건만 그는 몽경(夢境 : 꿈 속 - 편집자 주*)에서 방황하는 정신을 당장에 수습하였다. 두어 번 얼굴을 쓰다듬자 불현듯 밖으로 나왔다.
남편은 한 다리를 마루 끝에 걸치고 한 팔을 베고 옆으로 누워있다. 숨소리가 씨근씨근 한다.
막 구두를 벗기고 일어나 할멈은 검붉은 상을 찡그려 붙이며,
“어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세요.”
라고 한다.
“응, 일어나지.”
나리는 혀를 억지로 돌리어 코와 입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래도 몸은 꿈적도 않는다. 도리어 그 개개 풀린 눈을 자려는 것처럼 스르르 감는다. 아내는 눈만 비비고 서 있다.
“어서 일어나셔요. 방으로 들어가시라니까.”
이번에는 대답조차 아니한다. 그 대신 무엇을 잡으려는 것처럼 손을 내어젓더니,
“물, 물, 냉수를 좀 주어.”
라고 중얼거렸다.
할멈은 얼른 물을 떠다 이취자(泥醉者 : 진흙처럼 취한 사람, 즉 곤드레만드레 취한 사람 - 편집자 주*)의 코밑에 놓았건만, 그 사이에 벌써 아까 청(請)을 잊은 것같이 취한 이는 물을 먹으려고도 않는다.
“왜 물을 아니 잡수셔요.”
곁에서 할멈이 깨우쳤다.
“응 먹지 먹어.”
하고, 그제야 주인은 한 팔을 짚고 고개를 든다. 한꺼번에 물 한 대접을 다 들이켜버렸다. 그리고는 또 쓰러진다.
“에그, 또 눕네.”
하고, 할멈은 우물로 기어드는 어린애를 안으려는 모양으로 두 손을 내어민다.
“할멈은 고만 가 자게.”
주인은 귀치않다는 듯이 말을 한다.
이를 어찌해 하는 듯이 멀거니 서 있는 아내도, 할멈이 고만 갔으면 하였다. 남편을 붙들어 일으킬 생각이야 간절하였지마는, 할멈이 보는데 어찌 그럴 수 없는 것 같았다. 혼인한 지가 7∼8년이 되었으니 그런 파수(破羞 : 부끄러움이 없어지는 것 - 편집자 주*)야 되었으련만 같이 있어본 날을 꼽아보면, 그는 아직 갓 시집온 색시였다.
“할멈은 가 자게.”
란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입술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마음 그윽히 할멈이 돌아가기만 기다릴 뿐이었다.
“좀 일으켜드려야지.”
가기는커녕, 이런 말을 하고, 할멈은 선웃음을 치면서 마루로 부득부득 올라온다. 그 모양은, 마치 주인 나리가 약주가 취하시거든, 방에까지 모셔다드려야 제 도리에 옳지요, 하는 듯하였다.
“자아, 자아.”
할멈은 아씨를 보고 히히 웃어가며, 나리의 등 밑으로 손을 넣는다.
“왜 이래, 왜 이래. 내가 일어날 테야.”
하고, 몸을 움직이더니, 정말 주인이 부시시 일어난다. 마루를 쾅쾅 눌러디디며, 비틀비틀, 곧 쓰러질 듯한 보조(步調)로 방문을 향하여 걸어간다. 와지끈하며 문을 열어젖히고는 방안으로 들어간다. 아내도 뒤따라 들어왔다. 할멈은 중간턱을 넘어설 제, 몇 번 혀를 차고는, 저 갈 데로 가버렸다.
벽에 엇비슷하게 기대어있는 남편은 무엇을 생각하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의 말라붙은 관자놀이에 펄떡거리는 푸른 맥(脈)을 아내는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남편 곁으로 다가온다. 아내의 한 손은 양복 깃을, 또 한 손은 그 소매를 잡으며 화(和)한 목성으로,
“자아, 벗으셔요.”
하였다.
남편은 문득 미끄러지는 듯이 벽을 타고 내려앉는다. 그의 쭉 뻗친 발 끝에 이불자락이 저리로 밀려간다.
“에그, 왜 이리 하셔요. 벗자는 옷은 아니 벗으시고.”
그 서슬에 넘어질 뻔한 아내는 애닯게 부르짖었다. 그러면서도 같이 따라 앉는다. 그의 손은 또 옷을 잡았다.
“옷이 구겨집니다. 제발 좀 벗으셔요.”
라고 아내는 애원을 하며, 옷을 벗기려고 애를 쓴다. 하나, 취한 이의 등이 천근(千斤)같이 벽에 척 들어붙었으니 벗겨질 리(理)가 없다. 애를 쓰다쓰다 옷을 놓고 물러앉으며,
“원 참, 누가 술을 이처럼 권하였노.”
라고 짜증을 낸다.
“누가 권하였노? 누가 권하였노? 흥 흥.”
남편은 그 말이 몹시 귀에 거슬리는 것처럼 곱삶는다.
“그래, 누가 권했는지 마누라가 좀 알아내겠소?”
하고 껄껄 웃는다. 그것은 절망의 가락을 띤, 쓸쓸한 웃음이었다. 아내도 따라 방긋 웃고는 또 옷을 잡으며,
“자아, 옷이나 먼저 벗으셔요.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요. 오늘 밤에 잘 주무시면 내일 아침에 아르켜 드리지요.”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야. 왜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어. 할 말이 있거든 지금 해!”
“지금은 약주가 취하셨으니, 내일 약주가 깨시거든 하지요.”
“무엇? 약주가 취해서?”
하고 고개를 쩔레쩔레 흔들며,
“천만에, 누가 술이 취했단 말이요. 내가 공연히 이러지, 정신은 말똥말똥 하오. 꼭 이야기 하기 좋을 만해. 무슨 말이든지… 자아.”
“글쎄, 왜 못 잡수시는 약주를 잡수셔요. 그러면 몸에 축이나지 않아요.”
하고 아내는 남편의 이마에 흐르는 진땀을 씻는다.
이취자(泥醉者)는 머리를 흔들며,
“아니야, 아니야, 그런 말을 듣자는 것이 아니야.”
하고 아까 일을 추상하는 것처럼, 말을 끊었다가 다시금 말을 이어,
“옳지, 누가 나에게 술을 권했단 말이요? 내가 술이 먹고 싶어서 먹었단 말이요?”
“자시고 싶어 잡수신 건 아니지요. 누가 당신께 약주를 권하는지 내가 알아낼까요? 저… 첫째는 홧증이 술을 권하고 둘째는 '하이칼라'가 약주를 권하지요.”
아내는 살짝 웃는다. 내가 어지간히 알아맞췄지요 하는 모양이었다.
남편은 고소(苦笑)한다.
“틀렸소, 잘못 알았소. 홧증이 술을 권하는 것도 아니고, '하이칼라'가 술을 권하는 것도 아니요. 나에게 권하는 것은 따로 있어. 마누라가, 내가 어떤 '하이칼라'한테나 홀려 다니거나, 그 '하이칼라'가 늘 내게 술을 권하거니 하고 근심을 했으면 그것은 헛걱정이지. 나에게 '하이칼라'는 아무 소용도 없소. 나의 소용은 술뿐이요. 술이 창자를 휘돌아, 이것저것을 잊게 맨드는 것을 나는 취(取)할 뿐이요.”
하더니, 홀연 어조(語調)를 고쳐 감개무량하게,
“아아, 유위유망(有爲有望)한 머리를 '알코올'로 마비 아니 시킬 수 없게 하는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요.”
하고, 긴 한숨을 내어쉰다. 물큰물큰한 술냄새가 방안에 흩어진다.
아내에게는 그 말이 너무 어려웠다. 고만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슨 벽이 자기와 남편 사이에 깔리는 듯하였다. 남편의 말이 길어질 때마다 아내는 이런 쓰디쓴 경험을 맛보았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윽고 남편은 기막힌 듯이 웃는다.
“흥 또 못 알아듣는군. 묻는 내가 그르지, 마누라야 그런 말을 알 수 있겠소. 내가 설명해 드리지. 자세히 들어요. 내게 술을 권하는 것은 홧증도 아니고 '하이칼라'도 아니요,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알았소? 팔자가 좋아서 조선에 태어났지, 딴 나라에 났더면 술이나 얻어먹을 수 있나…”
사회란 무엇인가? 아내는 또 알 수가 없었다. 어찌하였든 딴 나라에는 없고 조선에만 있는 요리집 이름이어니 한다.
“조선에 있어도 아니 다니면 그만이지요.”
남편은 또 아까 웃음을 재우친다. 술이 정말 아니 취한 것 같이 또렷또렷한 어조로,
“허허, 기막혀. 그 한 분자(分子)된 이상에야 다니고 아니 다니는 게 무슨 상관이야. 집에 있으면 아니 권하고, 밖에 나가야 권하는 줄 아는가보아. 그런 게 아니야. 무슨 사회 사람이 있어서 밖에만 나가면 나를 꼭 붙들고 술을 권하는 게 아니야… 무어라 할까… 저 우리 조선사람으로 성립된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아니 못 먹게 한단 말이요.
…어째 그렇소?… 또 내가 설명을 해드리지. 여기 회를 하나 꾸민다 합시다. 거기 모이는 사람놈 치고 처음은 민족을 위하느니, 사회를 위하느니 그러는데, 제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느니 아니하는 놈이 하나도 없어. 하다가 단 이틀이 못되어, 단 이틀이 못되어…”
한층 소리를 높이며 손가락을 하나씩 둘씩 꼽으며,
“되지 못한 명예 싸움, 쓸데없는 지위 다툼질,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내 권리가 많으니 네 권리 적으니…밤낮으로 서로 찢고 뜯고 하지, 그러니 무슨 일이 되겠소. 회(會)뿐이 아니라, 회사이고 조합이고… 우리 조선놈들이 조직한 사회는 다 그 조각이지.
이런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한단 말이요. 하려는 놈이 어리석은 놈이야. 적이 정신이 바루 박힌 놈은 피를 토하고 죽을 수밖에 없지. 그렇지 않으면 술밖에 먹을 게 도무지 없지. 나도 전자에는 무엇을 좀 해보겠다고 애도 써보았어. 그것이 모다 수포야. 내가 어리석은 놈이었지.
내가 술을 먹고 싶어 먹는 게 아니야. 요사이는 좀 낫지마는 처음 배울 때에는 마누라도 아다시피 죽을 애를 썼지. 그 먹고 난 뒤에 괴로운 것이야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먹은 것이 다 돌아올라오고 - 그래도 아니 먹은 것보담 나았어. 몸은 괴로와도 마음은 괴롭지 않았으니까. 그저 이 사회에서 할 것은 주정군 노릇밖에 없어…”
“공연히 그런 말 말아요. 무슨 노릇을 못해서 주정군 노릇을 해요! 남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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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흥분이 되어 열기(熱氣) 있는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불쑥 이런 말을 하였다. 그는 제 남편이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사람이어니 한다. 따라서 어느 뉘보다 제일 잘 될 줄 믿는다. 몽롱하나마 그의 목적이 원대하고 고상한 것도 알았다.
얌전하던 그가 술을 먹게 된 것은 무슨 일이 맘대로 아니되어 화풀이로 그러는 줄도 어렴폿이 깨달았다. 그러나 술은 노상 먹을 것이 아니다. 그러면 패가망신하고 만다. 그러므로 하루바삐 그 화가 풀리었으면, 또다시 얌전하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떠날 때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이 꼭 올 줄 믿었다. 오늘부터는, 내일부터는… 하건만, 남편은 어제도 술이 취하였다. 오늘도 한 모양이다. 자기의 기대는 나날이 틀려간다. 좇아서 기대에 대한 자신도 엷어간다. 애닯고 원(寃)한 생각이 가끔 그의 가슴을 누른다. 더구나 수척해가는 남편의 얼굴을 볼 때에 그런 감정을 걷잡을 수 없었다. 지금 저도 모르게 흥분한 것이 또한 무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못 알아듣네그려. 참, 사람 기막혀. 본정신 가지고는 피를 토하고 죽든지, 물에 빠져 죽든지 하지, 하루라도 살 수가 없단 말이야. 흉장(胸臟)이 막혀서 못 산단 말이야. 에엣, 가슴 답답해.”
라고 남편은 소리를 지르고 괴로와서 못 견디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미친 듯이 제 가슴을 쥐어뜯는다.
“술 아니 먹는다고 흉장이 막혀요?”
남편의 하는 짓은 본체만체 하고 아내는 얼굴을 더욱 붉히며 부르짖었다.
그 말에 몹시 놀랜 것처럼 남편은 어이없이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그 다음 순간에는 말할 수 없는 고뇌(苦惱)의 그림자가 그의 눈을 거쳐간다.
“그르지, 내가 그르지 너 같은 숙맥(菽麥)더러 그런 말을 하는 내가 그르지. 너한테 조금이라도 위로를 얻으려는 내가 그르지. 후우.”
스스로 탄식한다.
“아아 답답해!”
-문득 기막힌 듯이 외마디 소리를 치고는 벌떡 몸을 일으킨다. 방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왜 내가 그런 말을 하였던고? 아내는 불시에 후회하였다. 남편의 저고리 뒷자락을 잡으며 안타까운 소리로,
“왜 어디로 가셔요. 이 밤중에 어디를 나가셔요. 내가 잘못하였습니다. 인제는 다시 그런 말을 아니하겠습니다. …그러게 내일 아침에 말을 하자니까…”
“듣기 싫어, 놓아, 놓아요.”
하고 남편은 아내를 떠다밀치고 밖으로 나간다. 비틀비틀 마루 끝까지 가서는 털썩 주저앉아 구두를 신기 시작한다.
“에그, 왜 이리 하셔요. 인제 다시 그런 말을 아니한대도…
아내는 뒤에서 구두 신으려는 남편의 팔을 잡으며 말을 하였다. 그의 손은 떨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담박에 눈물이 쏟아질 듯하였다.
“이건 왜 이래, 저리로 가!”
배앝는 듯이 말을 하고 휙 뿌리친다. 남편의 발길이 뚜벅뚜벅 중문에 다다랐다. 어느덧 그 밖으로 사라졌다. 대문 빗장 소리가 덜컥 하고 난다. 마루 끝에 떨어진 아내는 헛되이 몇 번,
“할멈! 할멈!”
하고 불렀다. 고요한 밤공기를 울리는 구두 소리는 점점 멀어간다. 발자취는 어느덧 골목 끝으로 사라져버렸다. 다시금 밤은 적적히 깊어간다.
“가버렸구먼, 가버렸어!”
그 구두 소리를 영구히 아니 잃으려는 것처럼 귀를 기울이고 있는 아내는 모든 것을 잃었다 하는 듯이 부르짖었다. 그 소리가 사라짐과 함께 자기의 마음도 사라지고, 정신도 사라진 듯하였다. 심신(心身)이 텅 비어진 듯하였다. 그의 눈은 하염없이 검은 밤 안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 사회란 독(毒)한 꼴을 그려보는 것같이.
쏠쏠한 새벽 바람이 싸늘하게 가슴에 부딪친다. 그 부딪치는 서슬에 잠 못 자고 피곤한 몸이 부서질 듯이 지긋하였다.
죽은 사람에게서뿐 볼 수 있는 해쓱한 얼굴이 경련적으로 떨며 절망한 어조로 소근거렸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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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T03:10:09Z
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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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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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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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목 = 빈처(貧妻)
|지은이 = [[저자:현진건|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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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
|다음 =
|설명 = 현진건의 자전적인 단편 소설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무명작가 부부가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어떤 극적인 사건 전개 없이 일상의 사소한 생활 모습을 통하여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와 그가 생각하는 내적 욕구를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위키백과 인용|빈처}}
}}
<center>🙝🙟</center>
"그것이 어째 없을까?"
아내가 장문을 열고 무엇을 찾더니 입안말로 중얼거린다.
"무엇이 없어?"
나는 우두커니 책상머리에 앉아서 책장만 뒤적뒤적하다가 물어 보았다.
"모본단 저고리가 하나 남았는데……."
"……"
나는 그만 묵묵하였다. 아내가 그것을 찾아 무엇 하려는 것을 앎이라. 오늘 밤에 옆집 할멈을 시켜 잡히려 하는 것이다.
이 2년 동안에 돈 한 푼 나는 데는 없고 그대로 주리면 시장할 줄 알아 기구(器具)와 의복을 전당국 창고(典當局倉庫)에 들이밀거나 고물상 한구석에 세워 두고 돈을 얻어 오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아내가 하나 남은 모본단 저고리를 찾는 것도 아침거리를 장만하려 함이라.
나는 입맛을 쩍쩍 다시고 폈던 책을 덮으며 후― 한숨을 내쉬었다.
봄은 벌써 반이나 지났건마는 이슬을 실은 듯한 밤기운이 방구석으로부터 슬금슬금 기어나와 사람에게 안기고 비가 오는 까닭인지 밤은 아직 깊지 않건만 인적조차 끊어지고 온 천지가 빈 듯이 고요한데 투닥투닥 떨어지는 빗소리가 한없는 구슬픈 생각을 자아낸다.
"빌어먹을 것 되는 대로 되어라."
나는 점점 견딜 수 없어 두 손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리며 중얼거려 보았다. 이 말이 더욱 처량한 생각을 일으킨다. 나는 또 한번, "후―" 한숨을 내쉬며 왼팔을 베고 책상에 쓰러지며 눈을 감았다.
이 순간에 오늘 지낸 일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늦게야 점심을 마치고 내가 막 궐련〔卷煙〕한 개를 피워 물 적에 한성은행(漢城銀行) 다니는 T가 공일이라고 놀러 왔었다.
친척은 다 멀지 않게 살아도 가난한 꼴을 보이기도 싫고 찾아갈 적마다 무엇을 뀌어 내라고 조르지도 아니하였건만 행여나 무슨 구차한 소리를 할까 봐서 미리 방패막이를 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듯하여 나는 발을 끊고 따라서 찾아오는 이도 없었다. 다만 이 T는 촌수가 가까운 까닭인지 자주 우리를 방문하였다.
그는 성실하고 공순하며 소소한 소사(小事)에 슬퍼하고 기뻐하는 인물이었다. 동년배(同年輩)인 우리 둘은 늘 친척간에 비교(比較) 거리가 되었었다. 그리고 나의 평판이 항상 좋지 못했다.
"T는 돈을 알고 위인이 진실해서 그 애는 돈푼이나 모을 것이야! 그러나 K(내 이름)는 아무짝에도 못 쓸 놈이야. 그 잘난 언문(諺文) 섞어서 무어라고 끄적거려 놓고 제 주제에 무슨 조선에 유명한 문학가가 된다니! 시러베아들놈!"
이것이 그네들의 평판이었다. 내가 문학인지 무엇인지 하는 소리가 까닭 없이 그네들의 비위에 틀린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그네들의 생일이나 혹은 대사(大事) 때에 돈 한푼 이렇다는 일이 없고 T는 소위 착실히 돈벌이를 하여 가지고 국수밥소래나 보조를 하는 까닭이다.
"얼마 아니 되어 T는 잘살 것이고 K는 거지가 될 것이니 두고 보아!"
오촌 당숙은 이런 말씀까지 하였다 한다. 입 밖에는 아니 내어도 친부모 친형제까지라도 심중(心中)으로는 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부모는 달라서 화가 나시면, "네가 그리하다가는 말경(末境)에 비렁뱅이가 되고 말 것이야"라고 꾸중은 하셔도, "사람이란 늦복 모르느니라" "그런 사람은 또 그렇게 되느니라" 하시는 것이 스스로 위로하는 말씀이고 또 며느리를 위로하는 말씀이었다. 이것을 보아도 하는 수 없는 놈이라고 단념(斷念)을 하시면서 그래도 잘되기를 바라시고 축원하시는 것을 알겠더라.
여하간 이만하면 T의 사람됨을 가히 알 수가 있다. 그러고 그가 우리집에 올 것 같으면 지어서 쾌활하게 웃으며 힘써 자미스러운 이야기를 하였다. 단둘이 고적(孤寂)하게 그날그날을 보내는 우리에게는 더할 수 없이 반가웠었다.
오늘도 그가 활발하게 집에 쑥 들어오더니 신문지에 싼 기름한 것을 '이것 봐라' 하는 듯이 마루 위에 올려놓고 분주히 구두끈을 끄른다.
"이것은 무엇인가!"
나는 물어 보았다.
"저― 제 처의 양산(洋傘)이야요. 쓰던 것이 벌써 다 낡았고 또 살이 부러졌다나요."
그는 구두를 벗고 마루에 올라서며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여 벙글벙글하면서 대답을 한다. 그는 나의 아내를 보며 돌연히,
"아주머니 좀 구경하시렵니까?"
하더니 싼 종이와 집을 벗기고 양산을 펴 보인다. 흰 비단 바탕에 두어 가지 매화를 수놓은 양산이었다.
"검정이는 좋은 것이 많아도 너무 칙칙해 보이고…… 회색이나 누렁이는 하나도 그것이야 싶은 것이 없어서 이것을 산걸요."
그는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을 살 수가 있나' 하는 뜻을 보이려고 애를 쓰며 이런 발명까지 한다.
"이것도 퍽 좋은데요."
이런 칭찬을 하면서 양산을 펴 들고 이리저리 홀린 듯이 들여다보고 있는 아내의 눈에는, '나도 이런 것을 하나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역력(歷歷)히 보인다.
나는 갑자기 불쾌한 생각이 와락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오며 아내의 양산 보는 양을 빙그레 웃고 바라보고 있는 T에게,
"여보게, 방에 들어오게그려, 우리 이야기나 하세."
T는 따라 들어와 물가폭등에 대한 이야기며 자기의 월급이 오른 이야기며 주권(株券)을 몇 주 사두었더니 꽤 이익이 남았다든가 이번 각 은행 사무원 경기회(競技會)에서 자기가 우월한 성적을 얻었다든가 이런 것 저런 것 한참 이야기하다가 돌아갔었다.
T를 보내고 책상을 향하여 짓던 소설의 결미(結尾)를 생각하고 있을 즈음에,
"여보!"
아내의 떠는 목소리가 바로 내 귀 곁에서 들린다. 핏기 없는 얼굴에 살짝 붉은빛이 돌며 어느결에 내 곁에 바싹 다가앉았더라.
"당신도 살 도리를 좀 하셔요."
"……"
나는 또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머리에 번쩍이며 불쾌한 생각이 벌컥 일어난다. 그러나 무어라고 대답할 말이 없이 묵묵히 있었다.
"우리도 남과 같이 살아 보아야지요!"
아내가 T의 양산에 단단히 자극(刺戟)을 받은 것이다. 예술가의 처 노릇을 하려는 독특(獨特)한 결심이 있는 그는 좀처럼 이런 소리를 입 밖에 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무엇에 상당한 자극만 받으면 참고 참았던 이런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이런 소리를 들을 적마다 '그럴 만도 하다'는 동정심이 없지 아니하나 심사가 어쩐지 좋지 못하였다. 이번에도 '그럴 만도 하다'는 동정심이 없지 아니하되 또한 불쾌한 생각을 억제키 어려웠다. 잠깐 있다가 불쾌한 빛을 드러내며,
"급작스럽게 살 도리를 하라면 어찌할 수가 있소. 차차 될 때가 있겠지!"
"아이구, 차차란 말씀 그만두구려, 어느 천년에……."
아내의 얼굴에 붉은빛이 짙어지며 전에 없던 흥분한 어조로 이런 말까지 하였다. 자세히 보니 두 눈에 은은히 눈물이 괴었더라.
나는 잠시 멍멍하게 있었다. 성낸 불길이 치받쳐 올라온다. 나는 참을 수 없다.
"막벌이꾼한테 시집을 갈 것이지 누가 내게 시집을 오랬어! 저 따위가 예술가의 처가 다 뭐야!"
사나운 어조로 몰풍스럽게 소리를 꽥 질렀다.
"에그……!"
살짝 얼굴빛이 변해지며 어이없이 나를 보더니 고개가 점점 수그러지며 한 방울 두 방울 방울방울 눈물이 장판 위에 떨어진다.
나는 이런 일을 가슴에 그리며 그래도 내일 아침거리를 장만하려고 옷을 찾는 아내의 심중을 생각해 보니, 말할 수 없는 슬픈 생각이 가을 바람과 같이 설렁설렁 심골(心骨)을 분지르는 것 같다.
쓸쓸한 빗소리는 굵었다 가늘었다 의연(依然)히 적적한 밤공기에 더욱 처량히 들리고 그을음 앉은 등피(燈皮) 속에서 비추는 불빛은 구름에 가린 달빛처럼 우는 듯 조는 듯 구차(苟且)히 얻어 산 몇 권 양책(洋冊)의 표제(表題) 금자가 번쩍거린다.
<center>🙝🙟</center>
장 앞에 초연히 서 있던 아내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들릴 듯 말 듯 목 안의 소리로,
"으흐…… 옳지 참 그날……."
"찾었소!"
"아니야요, 벌써…… 저 인천(仁川) 사시는 형님이 오셨던 날……."
"……"
아내가 애써 찾던 그것도 벌써 전당포의 고운 먼지가 앉았구나! 종지 하나라도 차근차근 아랑곳하는 아내가 그것을 잡혔는지 아니 잡혔는지 모르는 것을 보면 빈곤(貧困)이 얼마나 그의 정신을 물어뜯었는지 가히 알겠다.
"……"
"……"
한참 동안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가슴이 어째 답답해지며 누구하고 싸움이나 좀 해보았으면 소리껏 고함이나 질러 보았으면 실컷 울어 보았으면 하는 일종 이상한 감정이 부글부글 피어 오르며, 전신에 이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듯 옷이 어째 몸에 끼여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이런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점점 구차한 살림에 싫증이 나서 못 견디겠지?"
아내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게 정신을 잃고 섰다가 그 게슴츠레한 눈이 둥그래지며,
"네에? 어째서요?"
"무얼 그렇지!"
"싫은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이렇게 말이 오락가락함을 따라 나는 흥분의 도(度)가 점점 짙어 간다. 그래서 아내가 떨리는 소리로,
"어째 그런 줄 아셔요?"
하고 반문할 적에,
"나를 숙맥(菽麥)으로 알우?"
라고, 격렬(激烈)하게 소리를 높였다.
아내는 살짝 분한 빛이 눈에 비치어 물끄러미 나를 들여다본다. 나는 괘씸하다는 듯이 흘겨보며,
"그러면 그것 모를까! 오늘날까지 잘 참아 오더니 인제는 점점 기색이 달라지는걸 뭐! 물론 그럴 만도 하지마는!"
이런 말을 하는 내 가슴에는 지난 일이 활동사진 모양으로 얼른얼른 나타난다.
육 년 전에(그때 나는 십육 세이고 저는 십팔 세였다) 우리가 결혼한 지 얼마 아니 되어 지식에 목마른 나는 지식의 바닷물을 얻어 마시려고 표연히 집을 떠났었다. 광풍(狂風)에 나부끼는 버들잎 모양으로 오늘은 지나(支那) 내일은 일본으로 굴러다니다가 금전의 탓으로 지식의 바닷물도 흠씬 마셔 보지도 못하고 반거들충이가 되어 집에 돌아오고 말았다. 내게 시집 올 때에는 방글방글 피려는 꽃봉오리 같던 아내가 어느결에 기울어 가는 꽃처럼 두 뺨에 선연(鮮姸)한 빛이 스러지고 이마에는 벌써 두어 금 가는 줄이 그리어졌다.
처가덕으로 집간도 장만하고 세간도 얻어 우리는 소위 살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지내었지마는 한푼 나는 데 없는 살림이라 한 달 가고 두 달 갈수록 점점 곤란해질 따름이었다. 나는 보수(報酬) 없는 독서와 가치 없는 창작으로 해가 지고 날이 새며 쌀이 있는지 나무가 있는지 망연케 몰랐다. 그래도 때때로 맛있는 반찬이 상에 오르고 입은 옷이 과히 추하지 아니함은 전혀 아내의 힘이었다. 전들 무슨 벌이가 있으리요, 부끄럼을 무릅쓰고 친가에 가서 눈치를 보아 가며 구차한 소리를 하여 가지고 얻어 온 것이었다. 그것도 한번 두번 말이지 장구한 세월에 어찌 늘 그럴 수가 있으랴! 말경에는 아내가 가져온 세간과 의복에 손을 대는 수밖에 없었다. 잡히고 파는 것도 나는 알은체도 아니하였다. 그가 애를 쓰며 퉁명스러운 옆집 할멈에게 돈푼을 주고 시켰었다.
이런 고생을 하면서도 그는 나의 성공만 마음속으로 깊이깊이 믿고 빌었었다. 어느 때에는 내가 무엇을 짓다가 마음에 맞지 아니하여 쓰던 것을 집어던지고 화를 낼 적에,
"왜 마음을 조급하게 잡수셔요! 저는 꼭 당신의 이름이 세상에 빛날 날이 있을 줄 믿어요.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이 장래에 잘 될 근본이야요."
하고 그는 스스로 흥분되어 눈물을 흘리며 나를 위로한 적도 있었다.
내가 외국으로 돌아다닐 때에 소위 신풍조(新風潮)에 띄어 까닭 없이 구식 여자가 싫어졌다. 그래서 나의 일찍이 장가든 것을 매우 후회하였다. 어떤 남학생과 어떤 여학생이 서로 연애를 주고받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적마다 공연히 가슴이 뛰놀며 부럽기도 하고 비감(悲感)스럽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낫살이 들어갈수록 그런 생각도 없어지고 집에 돌아와 아내를 겪어 보니 의외에 그에게 따뜻한 맛과 순결한 맛을 발견하였다. 그의 사랑이야말로 이기적 사랑이 아니고 헌신적(獻身的) 사랑이었다. 이런 줄을 점점 깨닫게 될 때에 내 마음이 얼마나 행복스러웠으랴! 밤이 깊도록 다듬이를 하다가 그만 옷 입은 채로 쓰러져 곤하게 자는 그의 파리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아아, 나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여!"
하고 감격이 극하여 눈물을 흘린 일도 있었다.
내가 알다시피 내가 별로 천품은 없으나 어쨌든 무슨 저작가(著作家)로 몸을 세워 보았으면 하여 나날이 창작과 독서에 전심력을 바쳤다. 물론 아직 남에게 인정(認定)될 가치는 없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자연 일상생활이 말유(末由)하게 되었다.
이런 곤란에 그는 근 이 년 견디어 왔건마는 나의 하는 일은 오히려 아무 보람이 없고 방 안에 놓였던 세간이 줄어 가고 장농에 찼던 옷이 거의 다 없어졌을 뿐이다.
그 결과 그다지 견딜성 있던 저도 요사이 와서는 때때로 쓸데없는 탄식을 하게 되었다. 손잡이를 잡고 마루 끝에 우두커니 서서 하염없이 먼산만 바라보기도 하며 바느질을 하다 말고 실심(失心)한 사람 모양으로 멍멍히 앉았기도 하였다. 창경(窓鏡)으로 비치는 어스름한 햇빛에 나는 흔히 그의 눈물 머금은 근심 있는 눈을 발견하였다. 이럴 때에는 말할 수 없는 쓸쓸한 생각이 들며 일없이,
"마누라!"
하고 부르면 그는 몸을 흠칫 하고 고개를 저리로 돌리어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씻으며,
"네에?"
하고 울음에 떨리는 가는 대답을 한다. 나는 등에 찬물을 끼얹는 듯 몸이 으쓱해지며 처량한 생각이 싸늘하게 가슴에 흘렀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비(自卑)하기 쉬운 마음이 더욱 심해지며,
'내가 무자격한 탓이다.'
하고 스스로 멸시를 하고 나니 더욱 견딜 수 없다.
'그럴 만도 하다.'
는 동정심이 없지 아니하되 그래도 그만 불쾌한 생각이 일어나며,
'계집이란 할 수 없어.'
혼자 이런 불평을 중얼거리었다.
환등(幻燈) 모양으로 하나씩 둘씩 이런 일이 가슴에 나타나니 무어라고 말할 용기조차 없어졌다. 나의 유일의 신앙자(信仰者)이고 위로자이던 저까지 인제는 나를 아니 믿게 되고 말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네가 육 년 동안 내 살을 깎고 저미었구나! 이 원수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매 그의 불 같던 사랑까지 엷어져 가는 것 같았다. 아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 같았다. 나는 감상적으로 허둥허둥하며,
"낸들 마누라를 고생시키고 싶어 시켰겠소! 비단옷도 해주고 싶고 좋은 양산도 사주고 싶어요! 그러길래 왼종일 쉬지 않고 공부를 아니 하우. 남 보기에는 편편히 노는 것 같아도 실상은 그렇지 안해! 본들 모른단 말이요."
나는 점점 강한 가면(假面)을 벗고 약한 진상(眞相)을 드러내며 이와 같은 가소로운 변명까지 하였다.
"왼 세상 사람이 다 나를 비소(誹笑)하고 모욕하여도 상관이 없지만 마누라까지 나를 아니 믿어 주면 어찌한단 말이요."
내 말에 스스로 자극이 되어 마침내,
"아아."
길이 탄식을 하고 그만 쓰러졌다. 이 순간에 고개를 숙이고 아마 하염없이 입술만 물어뜯고 있던 아내가 홀연,
"여보!"
울음 소리를 떨면서 무너지는 듯이 내 얼굴에 쓰러진다.
"용서……."
하고는 북받쳐 나오는 울음에 말이 막히고 불덩이 같은 두 뺨이 내 얼굴을 누르며 흑흑 느끼어 운다. 그의 두 눈으로부터 샘솟듯 하는 눈물이 제 뺨과 내 뺨 사이를 따뜻하게 젖어 퍼진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린다. 뒤숭숭하던 생각이 다 이 뜨거운 눈물에 봄눈 슬듯 스러지고 말았다.
한참 있다가 우리는 눈물을 씻었다. 내 속이 얼마큼 시원한 듯하였다.
"용서하여 주셔요! 그렇게 생각하실 줄은 몰랐어요."
이런 말을 하는 아내는 눈물에 불어오른 눈꺼풀을 아픈 듯이 꿈적거린다.
"암만 구차하기로니 싫증이야 날까요! 나는 한번 먹은 마음이 있는데……."
가만가만히 변명을 하는 아내의 눈물 흔적이 어룽어룽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겨우 심신이 가뜬하였다.
<center>🙝🙟</center>
어제 일로 심신이 피곤하였던지 그 이튿날 늦게야 잠을 깨니 간밤에 오던 비는 어느결에 그치었고 명랑한 햇발이 미닫이에 높았더라. 아내가 다시금 장문을 열고 잡힐 것을 찾을 즈음에 누가 중문을 열고 들어온다. 우리는 누군가 하고 귀를 기울일 적에 밖에서,
"아씨!"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급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는 처가에서 부리는 할멈이었다. 오늘이 장인 생신이라고 어서 오라는 말을 전한다.
"오늘이야! 참 옳지, 오늘이 이월 열엿샛날이지, 나는 깜빡 잊었어!"
"원 아씨는 딱도 하십니다. 어쩌면 아버님 생신을 잊으신단 말씀이요. 아무리 살림이 자미가 나시더래도……."
시큰둥한 할멈은 선웃음을 쳐가며 이런 소리를 한다.
가난한 살림에 골몰하느라고 자기 친부의 생신까지 잊었는가 하매 아내의 정지(情地)가 더욱 측은하였다.
"오늘이 본가 아버님 생신이라요. 어서 오시라는데……."
"어서 가구려……."
"당신도 가셔야지요. 우리 같이 가셔요."
하고 아내는 하염없이 얼굴을 붉힌다.
나는 처가에 가기가 매우 싫었었다. 그러나 아니 가는 것도 내 도리가 아닐 듯하여 하는 수 없이 두루마기를 입었다.
아내는 머뭇머뭇하며 양미간을 보일 듯 말 듯 찡그리다가 곁눈으로 살짝 나를 엿보더니 돌아서서 급히 장문을 연다.
'흥, 입을 옷이 없어서 망설거리는구나' 나도 슬쩍 돌아서며 생각하였다. 우리는 서로 등지고 섰건만 그래도 아내가 거의 다 빈 장 안을 들여다보며 입을 만한 옷이 없어 눈살을 찌푸린 양이 눈앞에 선연함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자아, 가셔요."
무엇을 생각는지 모르게 정신을 잃고 섰다가 아내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 나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돌리었다. 아내는 당목옷을 갈아입고 내 마음을 알았던지 나를 위로하는 듯이 방그레 웃는다. 나는 더욱 쓸쓸하였다.
우리집은 천변 배다리 곁에 있고 처가는 안국동에 있어 그 거리가 꽤 멀었다. 나는 천천히 가느라고 가고 아내는 속히 오느라고 오건마는 그는 늘 뒤떨어졌었다. 내가 한참 가다가 뒤를 돌아보면 그는 늘 멀리 떨어져 나를 따라오려고 애를 쓰며 주춤주춤 걸어온다. 길가에 다니는 어느 여자를 보아도 거의 다 비단옷을 입고 고운 신을 신었는데 아내만 당목옷을 허술하게 차리고 청목당혜로 타박타박 걸어오는 양이 나에게 얼마나 애연(哀然)한 생각을 일으켰는지!
한참 만에 나는 넓고 높은 처가 대문에 다다랐다. 내가 안으로 들어갈 적에 낯선 사람들이 나를 흘끔흘끔 본다. 그들의 눈에,
'이 사람이 누구인가. 아마 이 집 하인인가 보다.'
하는 경멸히 여기는 빛이 있는 것 같았다. 안 대청 가까이 들어오니 모두 내게 분분히 인사를 한다. 그 인사하는 소리가 내 귀에는 어째 비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모욕하는 것 같기도 하여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후끈거리었다.
그 중에 제일 내게 친숙하게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아내보다 삼 년 맏이인 처형이었다. 내가 어려서 장가를 들었으므로 그때 그는 나를 못 견디게 시달렸다. 그때는 그가 싫기도 하고 밉기도 하더니 지금 와서는 그때 그러한 것이 도리어 우리를 무관하고 정답게 만들었다. 그는 인천 사는데 자기 남편이 기미(期米)를 하여 가지고 이번에 돈 십만 원이나 착실히 땄다 한다. 그는 자기의 잘사는 것을 자랑하고자 함인지 비단을 내리감고 치감고 얼굴에 부유한 태(態)가 질질 흐른다. 그러나 분으로 숨기려고 애쓴 보람도 없이 눈 위에 퍼렇게 멍든 것이 내 눈에 띄었다.
"왜 마누라는 어쩌고 혼자 오셔요!"
그는 웃으며 이런 말을 하다가 중문편을 바라보더니,
"그러면 그렇지! 동부인 아니하고 오실라구!"
혼자 주고받고 한다.
나도 이 말을 듣고 슬쩍 돌아다보니 아내가 벌써 중문 안에 들어섰더라. 그 수척한 얼굴이 더욱 수척해 보이며 눈물 괸 듯한 눈이 하염없이 웃는다. 나는 유심히 그와 아내를 번갈아 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은 분간을 못 하리만큼 그들의 얼굴은 혹사(酷似)하다. 그런데 얼굴빛은 어쩌면 저렇게 틀리는지! 하나는 이글이글 만발한 꽃 같고 하나는 시들시들 마른 낙엽 같다. 아내를 형이라 하고, 처형을 아우라 하였으면 아무라도 속을 것이다. 또 한번 아내를 보며 말할 수 없는 쓸쓸한 생각이 다시금 가슴을 누른다.
딴 음식은 별로 먹지도 아니하고 못 먹는 술을 넉 잔이나 마시었다. 그래도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앉아 견딜 수가 없다. 집에 가려고 나는 몸을 일으켰다. 골치가 띵 하며 내가 선 방바닥이 마치 폭풍에 도도(滔滔)하는 파도같이 높았다 낮았다 어질어질해서 곧 쓰러질 것 같다. 이 거동을 보고 장모가 황망(惶忙)히 일어서며,
"술이 저렇게 취해 가지고 어데로 갈라구. 여기서 한잠 자고 가게."
나는 손을 내저으며,
"아니에요. 집에 가겠어요."
취한 소리로 중얼거리었다.
"저를 어쩌나!"
장모는 걱정을 하시더니,
"할멈! 어서 인력거 한 채 불러 오게."
한다.
취중에도 인력거를 태우지 말고 그 인력거 삯을 나를 주었으면 책 한 권을 사보련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인력거를 타고 얼마 아니 가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한참 자다가 잠을 깨어 보니 방 안에 벌써 남폿불이 키었는데 아내는 어느결에 왔는지 외로이 앉아 바느질을 하고 화로에서는 무엇이 끓는 소리가 보글보글하였다. 아내가 나의 잠 깬 것을 보더니 급히 화로에 얹은 것을 만져 보며,
"인제 그만 일어나 진지를 잡수셔요."
하고 부리나케 일어나 아랫목에 파묻어 둔 밥그릇을 꺼내어 미리 차려 둔 상에 얹어서 내 앞에 갖다 놓고 일변 화로를 당기어 더운 반찬을 집어 얹으며,
"자아 어서 일어나셔요."
나는 마지못하여 하는 듯이 부시시 일어났다. 머리가 오히려 아프며 목이 몹시 말라서 국과 물을 연해 들이켰다.
"물만 잡수셔서 어째요. 진지를 좀 잡수셔야지."
아내는 이런 근심을 하며 밥상머리에 앉아서 고기도 뜯어 주고 생선 뼈도 추려 주었다. 이것은 다 오늘 처가에서 가져온 것이다. 나는 맛나게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다. 내 밥상이 나매 아내가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면 지금껏 내 잠 깨기를 기다리고 밥을 먹지 아니하였구나 하고 오늘 처가에서 본 일을 생각하였다. 어제 일이 있은 후로 우리 사이에 무슨 벽이 생긴 듯하던 것이 그 벽이 점점 엷어져 가는 듯하며 가엾고 사랑스러운 생각이 일어났었다. 그래서 우리는 정답게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오늘 장인 생신 잔치로부터 처형 눈 위에 멍든 것에 옮겨 갔다.
처형의 남편이 이번 그 돈을 딴 뒤로는 주야 요리점과 기생집에 돌아다니더니 일전에 어떤 기생을 얻어 가지고 미쳐 날뛰며 집에만 들면 집안 사람을 들볶고 걸핏하면 처형을 친다 한다. 이번에도 별로 대단치 않은 일에 처형에게 밥상으로 냅다 갈겨 바로 눈 위에 그렇게 멍이 들었다 한다.
"그것 보아 돈푼이나 있으면 다 그런 것이야."
"정말 그래요.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도 의좋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야요."
아내는 충심(衷心)으로 공명(共鳴)해 주었다.
이 말을 들으매 내 마음은 말할 수 없이 만족해지며 무슨 승리자나 된 듯이 득의양양하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옳다, 그렇다. 이렇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다.'
하였다.
<center>🙝🙟</center>
이틀 뒤 해 어스름에 처형은 우리집에 놀러 왔었다. 마침 내가 정신없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 즈음에 쓸쓸하게 닫혀 있는 중문이 찌긋둥 하며 비단옷 소리가 사으락사으락 들리더니 아랫목은 내게 빼앗기고 웃목에 바느질을 하고 있던 아내가 문을 열고 나간다.
"아이고 형님 오셔요."
아내의 인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처형이 계집 하인에게 무엇을 들리고 들어온다.
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날 매우 욕을 보셨지요. 못 잡숫는 술을 무슨 짝에 그렇게 잡수셔요."
그는 이런 인사를 하다가 급작스럽게 계집 하인이 든 것을 빼앗더니 그 속에서 신문지로 싼 것을 끄집어내어 아내를 주며,
"내 신 사는데 네 신도 한 켤레 샀다. 그날 청목당혜를……."
말을 하려다가 나를 곁눈으로 흘끗 보고 그만 입을 닫친다.
"그것을 왜 또 사셨어요."
해쓱한 얼굴에 꽃물을 들이며 아내가 치사하는 것도 들은 체 만 체하고 처형은 또 이야기를 시작한다.
"올 적에 사랑양반을 졸라서 돈 백 원을 얻었겠지. 그래서 오늘 종로에 나와서 옷감도 바꾸고 신도 사고……."
그는 자랑과 기쁨의 빛이 얼굴에 퍼지며 싼 보를 끌러,
"이런 것이야!"
하고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자세히는 모르나 여하간 값 많은 품 좋은 비단일 듯하다. 무늬 없는 것, 무늬 있는 것, 회색 옥색 초록색 분홍색이 갖가지로 윤이 흐르며 색색이 빛이 나서 나는 한참 황홀하였다. 무슨 칭찬을 해야 되겠다 싶어서,
"참 좋은 것인데요."
이런 말을 하다가 나는 또 쓸쓸한 생각이 일어난다. 저것을 보는 아내의 심중이 어떠할까? 하는 의문이 문득 일어남이라.
"모다 좋은 것만 골라 샀습니다그려."
아내는 인사를 차리느라고 이런 칭찬은 하나마 별로 부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나는 적이 의외의 감이 있었다.
처형은 자기 남편의 흉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 밉살스럽다는 둥 그 추근추근하다는 둥 말끝마다 자기 남편의 불미한 점을 들다가 문득 이야기를 끊고 일어선다.
"왜 벌써 가시려고 하셔요. 모처럼 오셨다가 반찬은 없어도 저녁이나 잡수셔요."
하고 아내가 만류를 하니,
"아니 곧 가야지. 오늘 저녁 차로 떠날 것이니까 가서 짐을 매어야지. 아직 차 시간이 멀었어? 아니 그래도 정거장에 일찍이 나가야지 만일 기차를 놓치면 오죽 기다리실라구. 벌써 오늘 저녁 차로 간다고 편지까지 했는데……."
재삼 만류함도 돌아보지 아니하고 그는 홀홀히 나간다. 우리는 그를 보내고 방에 들어왔다.
나는 웃으며 아내에게,
"그까짓 것이 기다리는데 그다지 급급히 갈 것이 무엇이야."
아내는 하염없이 웃을 뿐이었다.
"그래도 옷감 바꿀 돈을 주었으니 기다리는 것이 애처롭기는 하겠지."
밉살스러우니 추근추근하니 하여도 물질의 만족만 얻으면 그것으로 위로하고 기뻐하는 그의 생활이 참 가련하다 하였다.
"참, 그런가 보아요."
아내도 웃으며 내 말을 받는다. 이때에 처형이 사준 신이 그의 눈에 띄었는지 (혹은 나를 꺼려 보고 싶은 것을 참았는지 모르나) 그것을 집어 들고 조심조심 펴보려다가 말고 머뭇머뭇한다. 그 속에 그를 해케 할 무슨 위험품이나 든 것같이.
"어서 펴보구려."
아내가 하도 머뭇머뭇하기로 보다못하여 내가 재촉〔催促〕을 하였다.
아내는 이 말을 듣더니,
'작히 좋으랴.'
하는 듯이 활발하게 싼 신문지를 헤친다.
"퍽 이쁜걸요."
그는 근일에 드문 기쁜 소리를 치며 방바닥 위에 사뿐 내려놓고 버선을 당기며 곱게 신어 본다.
"어쩌면 이렇게 맞어요!"
연해연방 감탄사를 부르짖는 그의 얼굴에 흔연한 희색이 넘쳐흐른다.
"……"
묵묵히 아내의 기뻐하는 양을 보고 있는 나는 또다시,
'여자란 할 수 없어!'
하는 생각이 들며,
'조심하였을 따름이다!'
하매 밤빛 같은 검은 그림자가 가슴을 어둡게 하였다.
그러면 아까 처형의 옷감을 볼 적에도 물론 마음속으로는 부러워하였을 것이다. 다만 표면에 드러내지 않았을 따름이다. 겨우,
"어서 펴보구려."
하는 한마디에 가슴에 숨겼던 생각을 속임 없이 나타내는구나 하였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저는 모르고 새 신 신은 발을 조금 쳐들며,
"신 모양이 어때요."
"매우 이뻐!"
겉으로는 좋은 듯이 대답을 하였으나 마음은 쓸쓸하였다. 내가 제게 신 한 켤레를 사주지 못하여 남에게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기뻐하는도다…….
웬일인지 이번에는 그만 불쾌한 생각이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처형이 동서(同壻)를 밉다거니 무엇이니 하면서도 기차를 놓치면 남편이 기다릴까 염려하여 급히 가던 것이 생각난다. 그것을 미루어 아내의 심사도 알 수가 있다. 부득이한 경우라 하릴없이 정신적 행복에만 만족하려고 애를 쓰지마는 기실(其實) 부족한 것이다. 다만 참을 따름이다. 그것은 내가 생각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니 전날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 후회가 난다.
'어느 때라도 제 은공을 갚아 줄 날이 있겠지!'
나는 마음을 좀 너그럽게 먹고 이런 생각을 하며 아내를 보았다.
"나도 어서 출세를 하여 비단신 한 켤레쯤은 사주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내가 이런 말을 듣기는 참 처음이다.
"네에?"
아내는 제 귀를 못 미더워하는 듯이 의아(疑訝)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얼굴에 살짝 열기가 오르며,
"얼마 안 되어 그렇게 될 것이야요!"
라고 힘있게 말하였다.
"정말 그럴 것 같소?"
나는 약간 흥분하여 반문하였다.
"그러문요, 그렇고말고요."
아직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은 무명작가인 나를 다만 저 하나가 깊이깊이 인정해 준다. 그러기에 그 강한 물질에 대한 본능적 요구도 참아 가며 오늘날까지 몹시 눈살을 찌푸리지 아니하고 나를 도와 준 것이다.
'아아, 나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여!'
마음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두 팔로 덤썩 아내의 허리를 잡아 내 가슴에 바싹 안았다. 그 다음 순간에는 뜨거운 두 입술이…….
그의 눈에도 나의 눈에도 그렁그렁한 눈물이 물끓듯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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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 M이 혼약을 하였다.
우리들은 이 소식을 들을 때에 뜻하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M은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세태가 갑자기 변하면서 혹은 경제문제 때문에, 혹은 적당한 배우자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혹은 단지
조혼(早婚)이라 하는 데 대한 반항심 때문에, 늦도록 총각으로 지내는 사람이 많아 가기는 하지만, 서른두 살의 총각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은 아직껏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에게 채근 비슷이, 결혼에 대한 주의를 하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M은 언제나 그런 의론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는 매우 흥미를 가진 것이 분명한데) 겉으로는 고소로써 친구들의 말을 거절하고
하였습니다. 그러던 M이 우리의 모르는 틈에 어느덧 혼약을 한 것이외다.
M은 가난하였습니다. 매우 불안정한 어떤 회사의 월급쟁이였습니다. 이 뿌리 약한 그의 경제상태가 그로 하여금 늙도록 총각으로 지내게 한 듯도
합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친구들은 M의 총각생활을 애석히 생각하여 장가들기를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뿐은 M이 장가를 가지 않는 데 다른 종류의 해석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의사라는 나의 직업이 발견한 M의 육체적의 결함―--- 이것
때문에 M은 서른이 넘도록 총각으로 지낸다, 나는 이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M은, 학생시대부터 대단한 방탕생활을 하였습니다. 방탕이래야 금전상의 여유가 부족한 그는, 가장 하류에 속하는 방탕을 하였습니다. 오십 전
혹은 일 원만 생기면, 즉시로 우동집이나 유곽으로 달려가던 그였습니다. 체질상, 성욕이 강한 그는, 그 불붙는 성욕을 끄기 위하여 눈앞에
닥치는 기회는 한 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을 만날지라도, 음식을 한턱하라기보다 유곽을 한턱하라는 그였습니다.
"질(質)로는 모르지만, 양(量)으로는 세계의 누구에게든 그다지 지지 않을 테다."
관계한 여인의 수효에 대하여 이렇게 발언하기를 주저치 않으리만치, 그는 선택(選擇)이라는 도정을 밟지 않고 '집어세었'습니다. 스물서너 살에
벌써 이백 명은 넘으리라는 것을 발표하였습니다.
서른 살 때는 벌써 괴승(怪僧) 신돈(辛旽)이를 멀리 눈 아래로 굽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런지라, 온갖 성병(性病)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술이 억배요, 그 위에 유달리 성욕이 강한 그는, 성병에 걸린 동안도 결코 삼가지를 않았습니다. 일년 삼백육십여 일
그에게서 성병이 떠나 본 적은 없었습니다. 늘 농이 흐르고, 한 달 건너큼 고환염(睾丸炎)으로써, 걸음걸이도 거북스러운 꼴을 하여 가지고
나한테 주사를 맞으러 오고 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오십 전, 혹은 일 원만 생기면 또한 성행위를 합니다. 이런지라 무론 그는
생식능력이 없어진 사람이었습니다.
이 일을 잘 아는 나는, M이 결혼을 안 하는 이유를 여기다가 연결시켜 가지고, 그의 도덕심(?)에 동정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일생을 빈곤한
가운데서 보내고, 늙은 뒤에도 슬하도 없이 쓸쓸하게 지낼 그, 더구나 자기를 봉양할 슬하가 없기 때문에, 백발이 되도록 제 손으로 이 고해를
헤엄치어 나갈 그는, 과연 한 가련한 존재이겠습니다.
이렇던 M이 어느덧 우리의 모르는 틈에 우물쭈물 혼약을 한 것이외다.
하기는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을 먹은 뒤에, 혼자서 신간 치료보고서를 읽고 있을 때에 M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어두운 얼굴로서, 내가 묻는 이야기에도 그다지 시원치 않은 듯이 입술엣대답을 억지로 하고 있다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졌습니다.
"남자가 매독을 앓으면 생식을 못 하나?"
"괜찮겠지."
"임질은?"
"글쎄, 고환을 오카사레루(침범당하다)하지 않으면 괜찮어."
"고환은―--- 내 친구 가운데 고환염을 앓은 사람이 있는데, 인제는 생식을 못 하겠다고 비관이 여간이 아니야. 고환을 오카사레루하면 절대
불가능인가? 양쪽 다 앓았다는데……."
<center>🙝🙟</center>
"그것도 경하게 앓았으면 영향 없겠지."
"가령 그 경하다 치면, 내가 앓은 게 그게 경한 편일까, 중한 편일까?"
나는 뜻하지 않고 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중하기도 그만치 중하게 앓은 뒤에, 지금 그게 경한 게냐 중한 게냐 묻는 것이 농담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았으므로…… M의 얼굴은 역시 무겁고 어두웠습니다. 무슨 중대한 선고를 기다리는 사람과 같이 눈을 푹 내리뜨고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본 뒤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아주 경한 편이지."
이렇게 대답하여 버렸습니다.
"경한 편?"
"그럼."
이리하여 작별을 하였는데, 지금에 이르러 생각하면 그 저녁의 그 문답이 오늘날의 그의 혼약을 이루게 하지 않았는가 합니다.
<center>🙝🙟</center>
M이 혼약을 하였다는 기보(奇報)를 가지고 온 것은 T라는 친구였습니다. 그때는 마침 (다 M을 아는) 친구가 너덧 사람 모여 있을
때였습니다.
"골동(骨董) 국보 하나 없어졌다."
누가 이런 비평을 가하였습니다. 나는 T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 연애로 혼약이 된 셈인가요?"
"연애? 연애가 다 무에요. 갈보 나까이밖에는 여자라는 걸 모르는 녀석이, 어디서 연애의 대상을 구하겠소?"
<center>🙝🙟</center>
"그럼 지참금(持參金)이라도 있답디까?"
"지참금이란 뉘 집 애 이름이오?"
나는 여기서 이 혼약에 대하여 가장 불유쾌한 한 면을 보았습니다. 삼십이 넘도록 총각으로 지낸 그로서, 연애라 하는 기묘한 정사 때문에 그
절(節)을 굽혔다면, 그것은 도리어 축하할 일이지 책할 일이 아니외다. 지참금을 바라고 혼약을 하였다 하여도, 지금의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로서 (더구나 그의 빈곤을 잘 아는 처지인지라) 크게 욕할 수가 없는 일이외다. 그러나 연애도 아니요, 금전문제도 아닌 이 혼약에서는,
가장 불유쾌한 한가지의 결론밖에는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나는 가장 불유쾌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유곽에 다닐 비용을 경제하기 위하여 마누라를 얻는 셈이구료."
이 혹평(酷評)에 대하여는 T는 마땅치 않다는 듯이 나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혹언할 것도 아니겠지요. M도 벌써 서른두 살이든가, 세 살이든가, 좌우간 그만하면 차차로 자식도 무릎에 앉혀 보고 싶을 게고,
그렇다고 마땅한 마누라를 선택할 길이나 방법은 없고―---"
"자식? 고환염을 그만침이나 심히 앓은 녀석에게 자식? 자식은―---"
불유쾌하기 때문에 경솔히도 직업적 비밀을 입 밖에 내인 나는 하던 말을 중도에 끊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 말까지는 도로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오?"
M의 생식능력에 대하여 사면에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이미 한 말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나는, 그 말을 돌려 꾸미기에 한참 애를 썼습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혹은 M은 생식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찰을 안 해본 바이니까, 혹은 또한 생식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M이 너무도 싱거운 혼약을 한 데 대하여
불유쾌하여 그런 혹언은 하였지만 그 말은 취소한다. 이러한 뜻으로 꾸며 대었습니다. 그리고 그 좌석에 있던 스무 살쯤 난 젊은이가,
"외려 일생을 자식 없이 지내면 편치 않아요?"
이러한 의견을 내이는 데 대하여, '젊은이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혈속의 애정'이라는 문제와, 그 문제를 너무도 무시하는 이즘의 풍조에
대한 논평으로 말머리를 돌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M은 몰래 결혼식까지 하였습니다. 그의 친구들로서 M의 결혼식의 날짜를 미리 안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모두들
제각기 하는 소위 신식 혼례식을 하지 않고, 제 집에서 구식으로 하였습니다. 모 여고보 출신인 신부는 구식 결혼식이 싫다고 하였지만, M이
억지로 한 것이라 합니다.
이리하여 유곽에서는 한 부지런한 손님을 잃어버렸습니다.
<center>🙝🙟</center>
"독점이라 하는 건 참 유쾌하거든."
결혼한 뒤에 M은 어떤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합니다. 비록 연애로써 성립된 결혼은 아니지만, 그다지 실패의 결혼은 아닌 듯하였습니다.
오십 전, 혹은 일 원의 돈을 내어던지고 순간적 성욕의 만족을 사던 이 노총각이, 꿈에도 생각지 못할 독점을 하였으매, 그의 긍지가 작지
않았을 것이외다. 연애결혼은 아니었지만 결혼한 뒤에 연애가 생긴 듯하였습니다. 언제든 음침한 기분이 떠돌던 그의 얼굴이, 그럴싸해서 그런지
좀 밝아진 듯하였습니다.
"복받거라."
우리들, 더구나 나는 그들의 결혼을 심축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한낱 M의 성행위의 기구로 M과 결합게 된 커다란 희생물인 그의 젊은 아내를
위하여, 이것이 행복된 결혼이 되기를 축수하였습니다. 동기는 여하튼 결과에 있어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라. 너의 아내로서, 한개 '희생물'이
되지 않게 하여라. 어머니로서의 즐거움을 맛볼 기회가 없는 너의 아내에게, 그 대신 아내로서는 남에게 곱 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여라. M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진심으로 이렇게 축수하였습니다.
신혼의 며칠이 지난 뒤부터는 M이 자기의 젊은 아내를 학대한다는 소문이 조금씩 들렸습니다. 완력을 사용한단 말까지 조금씩 들렸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는 그다지 크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이런 소문이 귀에 들어 올 때마다, 나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마신(魔神)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되풀이하여 보고 하였습니다.
어떤 어부가 그물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그물을 끄을어 올리니까 거기는 고기는 없고, 그 대신, 병(甁)이 하나 걸려 있었습니다.
병은 마개가 닫혀 있고, 그 위에 납〔鉛〕으로 굳게 봉함까지 되어 있었습니다. 어부는 잠시 주저한 뒤에 그 병의 봉함을 뜯고 마개를 뽑아
보았습니다. 즉, 병에서는 한 줄기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간 그 연기는 차차 뭉쳐서 거기는 커다란 마신이
나타났습니다.
"나를 이 병 속에 감금한 것은 선지자 솔로몬이다. 이 병 속에 갇혀 있는 동안 나는 스스로 맹서하였다. 백 년 안에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거대한 부(富)를 주겠다고. 그리고 백 년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맹서했다. 인제 다시 백 년 안으로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 있는 보배를 다 주겠다고. 그리고 헛되이 백
년을 더 기다린 뒤에, 백 년을 더 연기해서 그 백 년 안에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권세와 영화를
주겠다고―--- 그러나 그 백 년이 다 지나도 역시 구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맹서했다. 인제 누구든지 나를
구해 주는 놈이 있거든 당장에 그놈을 죽여서 그새 갇혀 있던 그 분풀이를 하겠다고."
이것이 병 속에서 나온 마신의 이야기였습니다. M이 자기의 젊은 아내를 학대한다는 소문이 들릴 때에, 나는 이 이야기를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삼십이 지나도록 총각으로 지낸 그 고통과 고적함에 대한 분풀이를 제 아내에게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실컷 학대해라 실컷
학대해라, 더욱 축수하였습니다.
<center>🙝🙟</center>
M이 결혼한 지 일년이 거의 된 어떤 날 저녁이었습니다. 그와 나는 어떤 곳에서 저녁을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이날 유난히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그는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술만 들이켜고 있었습니다. 본시 말이 많지 않은 그가
이날은 더욱 입이 무거웠습니다.
몹시 취하여 더 술을 먹지 못하리만치 되어서, 그는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충혈이 된 그의 눈은 무시무시하게 번득였습니다.
"여보게, 여보게, 속이지 말구 진정으로 말해 주게. 내게 생식능력이 있겠나?"
"글쎄, 검사를 해봐야지."
나는 이만치 하여 넘기려 하였습니다.
"그럼 한번 진찰해 봐주게."
"왜 갑자기―---"
그는 곧 대답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오려던 말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술을 한잔 먹은 뒤에 눈을 푹 내려뜨며 말했습니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내게 만약 생식능력이 없다면 저 사람(자기의 아내)이 불쌍하지 않나. 그래서, 없는 게 판명되면, 아직 젊었을
때에 헤져서 저 사람이 제 운명을 다시 개척할 '때'를 줘야지 않겠나? 그래서 말일세."
"진찰해 보아야지."
"그럼 언제 해보세."
그 며칠 뒤에 나는 M의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검사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M은 그 능력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M의 아내는 임신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M이 검사하겠다던 마음을 짐작했습니다. 그것은 결코 그날의 제 말마따나 '아내의 장래를 위하여' 하려는 것이 아니고,
아내에게 대한 의혹 때문에 하여 보려는 것일 것이외다. 자기도 온전히 모르는 바는 아니로되, 십중팔구는 자기는 생식불능자일 텐데 자기의
아내는 임신을 한 것이외다.
생각하면 재미있는 연극이외다. 생식능력이 없는 M은, 그런 기색도 뵈지 않고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M에게로 시집을 온 새 아내는
임신을 하였습니다. 제 남편이 생식불능자인 줄을 모르는 아내는, 뻐젓이 자기의 가진 죄의 씨를 M에게 자랑하고 있을 것이외다. 일찍이 자기가
생식불능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점을 밝혀 주지 않은 M은, 지금 이 의혹의 구렁텅이에서도 제 아내를 책할 권리가 없을 것이외다. 그가 검사를
하겠다 하나, 검사를 하여서 자기가 불구자인 것이 판명된 뒤에는 어떤 수단을 취할는지 짐작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내의 음행을 책하자면,
자기의 사기적 행위를 폭로시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외다. 그것을 감추자면, 제 번민만 더욱 크게 할 것이외다.
어떤 날 그는 검사를 하자고 왔습니다. 그때 마침 환자가 몇 사람 밀려 있던 관계상, 나는 그를 내 사실에 가서 좀 기다리라 하고, 환자
처리를 다 하고 내려갔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나를 기다리지 않고 돌아가 버렸습니다.
이튿날 그는 다시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 돌아가 버렸습니다.
나도 사실 어찌하여야 할지 똑똑히 마음을 작정치 못했던 것이외다. 검사한 뒤에 당연히 사멸해 있을 생식능력을, 살아 있다고 하자니, 그것은
나의 과학적 양심이 허락지 않는 바외다. 그러나 또한 사멸하였다고 하자니, 이것은 한 사람의 일생을 망쳐 버리는 무서운 선고에 다름없습니다.
M이라 하는 정당한 남편을 두고도 불의의 쾌락을 취하는 M의 아내는 분명히 책받을 여인이겠지요.
그러나 또한 다른 편으로 이 사건을 관찰할 때에, 내가 눈을 꾹 감고 그릇된 검안을 내린다면 그로 인하여, 절대로 불가능하던 M이 슬하에
사랑스런 자식(?)을 두고 거기서 노후의 위안도 얻을 수 있을 것이요, 만사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외다.
내가 자유로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의 갈랫길에 서서, 나는 어느 편 길을 취하여야 할지 판단을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가 사오 일 뒤에 저절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날도 역시 침울한 얼굴로 찾아온 M에게 대하여 나는 의리상,
"오늘 검사해 보자나?"
하니깐 그는 간단히 대답하였습니다.
"벌써 했네."
"응? 어디서?"
"P병원에서."
"그래서 결과는?"
"살았다데."
" ? "
나는 뜻하지 않고 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의외의 대답을 들은 때문이라기보다 오히려 '살았다데' 하는 그의 음성이 너무 침통하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동안 나는 내가 하마터면 질 뻔한 괴로운 임무에서 벗어난 안심을 느끼는 동시에, P병원에서의 검안의 의외에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눈을 만난 M의 눈은 낭패한 듯이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눈으로 그가 방금 한 말이 거짓말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럼 그는 왜 거짓말을 하였나. 자기의 아내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세상과 및 제 마음을 속여 가면서라도 자식을 슬하에 두어 보기
위하여? 나는 그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무겁고 침울한 음성이었습니다 .
"여보게, 자네 이런 기모치(기분) 알겠나?"
"어떤?"
그는 잠시 쉬어서 말을 시작했습니다.
"월급쟁이가 월급을 받았네. 받은 즉시로 나와서 먹고 쓰고 사고, 실컷 마음대로 돈을 썼네. 막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세. 지갑 속에 돈이
몇 푼 안 남아 있을 것은 분명해. 그렇지만 지갑을 못 열어 봐. 열어 보기 전에는 혹은 아직은 꽤 많이 남아 있겠거니 하는 요행심도 붙일
수 있겠지만, 급기 열어 보면 몇 푼 안 남은 게 사실로 나타나지 않겠나? 그게 무서워서 아직 있거니, 스스로 속이네그려. 쌀도 사야지.
나무도 사야지. 열어 보면 그걸 살 돈이 없는 게, 사실로 나타날 테란 말이지. 그래서 할 수 있는 대로 지갑에서 손을 멀리하고 제 집으로
돌아오네. 그 기모치 알겠나?"
나는 머리를 끄덕이었습니다.
"알겠네."
그는 다시 입을 봉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에 나는 알았습니다. M은 검사도 하여 보지 않은 것이외다. 그는 무서워합니다. 그는 검사를
피합니다. 자기의 아내가 임신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상식으로 판단하여 무론 남편의 아이일 것이외다. 거기에 대하여 의심을 품을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외다. 의심을 품을 필요도 없는 것이외다. 왜? 여인이 남편을 맞으면 원칙상 임신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깐.
이 의심할 필요가 없는 일을 의심하다가 향기롭지 못한 결과가 나타나면 이것은 자작지얼(自作之樈)로서 원망을 할 곳이 없을 것이외다.
벌의 둥지를 건드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외다. 십중팔구는 향기롭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검사'를 M은 회피한 것이외다. 절망을 스스로 사지
않으려, 그리고 번민 가운데서도 끝끝내 일루의 희망을 붙여 두려 M은 온전히 '검사'라는 위험한 벌의 둥지를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이외다.
그리고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제 아내의 뱃속에 있는) 자식에게 대하여, 억지로 애정을 가져 보려 결심한 것이외다. 검사를 하여서 정충이
살아 있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사멸하였다면 시재 제 아내와의 새에 생길 비극과 분노와 절망은 둘째 두고라도, 일생을 슬하에 혈육이 없이
보내고, 노후에 의탁할 곳을 가질 가능성조차 없는 절망의 지위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외다.
이것은 무서운 일이외다.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을 거부하고까지 이런 모험행위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외다.
이리하여 그는 검사는 단념했지만, 마음에 있는 의혹뿐은 온전히 끄지를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뒤에 어떤 날, 그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식은 꼭 제 애비를 닮는다면 좋겠구먼……."
거기 대하여 나는 닮는 예를 여러 가지로 들어서 말하여 주었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여인이 애를 배면 걱정일 테야. 아버지나 친할아비를 닮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외편을 닮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닮지 않으면 걱정이
아니겠나. 그저 애비를 닮아야 제일이야, 하하하."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글쎄 말이지, 내 전문이 아니니깐 이름은 기억 못 하지만, 독일 소설에 이런 게 있지 않나.「아버지」라나 하는 희곡 말일세. 자식을
낳았는데 제 자식인지 아닌지 몰라서 번민하는 그런 이야기가 있지? 그것도 아버지만 닮으면 문제가 없겠지."
"아― 아, 다 구찮어."
<center>🙝🙟</center>
M의 아내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아이가 반 년쯤 자랐습니다.
어떤 날 M은 그 아이를 몸소 안고 병을 뵈러 나한테 왔습니다. 기관지가 조금 상하였습니다.
약을 받아 가지고도 그냥 좀 앉아 있던 M은 묻지도 않는 말을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이놈이 꼭 제 증조부님을 닮았다거든."
"그래?"
나는 그의 말에 적지 않은 흥미를 느끼면서 이렇게 응했습니다. 내 눈으로 보자면, 그 어린애와 M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바인데, 그 애가
M의 할아버지를 닮았다는 것은 기이하므로서…… 어린애의 진편과 외편의 근친(近親)에서 아무도 비슷한 사람을 찾아내지 못한 M의 친척은,
하릴없이 예전의 죽은 조상을 들추어낸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린애에게, 커다란 의혹과 그보다 더 커다란 희망(의혹이 오해였던 것을
바라는)은 M으로 하여금 손쉽게 그 말을 믿게 한 모양이었습니다. 적어도 신뢰하려고 마음먹게 한 모양이었습니다.
내가 자기의 말에 흥미를 가지는 것을 본 M은, 잠시 주저하다가 그가 예비하였던 둘쨋말을 마침내 꺼내었습니다.
"게다가 날 닮은 데도 있어."
"어디?"
"이보게."
M은 어린애를 왼편 팔로 가만히 옮겨서 붙안으면서, 오른손으로는 제 양말을 벗었습니다.
"내 발가락 보게. 내 발가락은 남의 발가락과 달라서 가운데 발가락이 그중 길어. 쉽지 않은 발가락이야. 한데―---"
M은 강보를 들치고 어린애의 발을 가만히 꺼내어 놓았습니다.
"이놈의 발가락 보게. 꼭 내 발가락 아닌가? 닮았거든……."
M은 열심으로, 찬성을 구하는 듯이 내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나 닮은 곳을 찾아보았기에 발가락 닮은 것을 찾아내었겠습니까.
나는 M의 마음과 노력에 눈물겨워졌습니다. 커다란 의혹 가운데서, 그 의혹을 어떻게 하여서든 삭여 보려는 M의 노력은, 인생의 가장 요절할
비극이었습니다. M이 보라고 내어놓은 어린애의 발가락은 안 보고 오히려 얼굴만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나는 마침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발가락뿐 아니라, 얼굴도 닮은 데가 있네."
그리고 나의 얼굴로 날아오는 (의혹과 희망이 섞인) 그의 눈을 피하면서 돌아앉았습니다.
== 저작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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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1932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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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등에 올라서면 용연 동네는 저렇게 뻔히 들여다볼 수가 있다. 저기 우뚝 솟은 저 양기와집이 바로 이 앞벌 농장 주인인 정덕호 집이며,
그 다음 이편으로 썩 나와서 양철집이 면역소며, 그 다음으로 같은 양철집이 주재소며, 그 주위를 싸고 컴컴히 돌아앉은 것이 모두 농가들이다.
그리고 그 아래 저 푸른 못이 원소(怨沼)라는 못인데, 이 못은 이 동네의 생명선이다. 이 못이 있길래 저 동네가 생겼으며, 저 앞벌이
개간된 것이다. 그리고 이 동네 개 짐승까지라도 이 물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못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무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네 농민들은 이러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 전설을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으며, 따라서 그들이 믿는 신조로 한다.
그들에게서 들으면 이러하였다―---
옛날 이 원소가 생기기 전에, 이 터에는 장자 첨지가 수없는 종들과 전지와 살진 가축들을 가지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첨지는 하도
인색하여서, 연년이 추수하는 곡식을 미처 먹지 못하고 곡간에서 푹푹 썩어 내도 근처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할 생각은 고사하고, 어쩌다 걸인이
밥 한술을 구걸하여도 그것이 아까워서는 대문을 닫아 걸고 끼니도 끓여 먹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몇 해를 거푸 흉년이 들어서 이 동네 사람들이 모두 굶어 죽게 되었을 때 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장자 첨지에게 애걸을 하였다.
그러나 첨지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나무라고 문간에도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는 수 없이 몰래 작당을 하여 가지고 밤중에 장자 첨지네 집을 습격하여 쌀과 살진 짐승들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며칠 만에 장자 첨지는 관가에 고소장을 들여 이 근처 농민들을 모두 잡아가게 하였다. 그래서 무수한 악형을 하고 혹은
죽이고 그나마는 멀리 쫓아 버렸다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혹은 아들 딸을 잃어버린 이 동네 노인이며 어린것들은 목이 터지도록 아버지 어머니를 부르며 혹은 아들과 딸을 찾으며 장자
첨지네 마당가를 떠나지 않고 울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울고 울고 또 울어서 그 눈물이 고이고 고이어서 마침내는 장자 첨지네 고래잔등 같은 기와집이 하룻밤 새에 큰 못으로 변하였다는
것이다. 그 못이 즉 내려다보이는 저 푸른 못이다.
표면에 나타나는 이 못의 넓이는 누구나 얼핏 보아도 짐작하겠지마는, 이 못의 깊이는 이때까지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이 못의 깊이를 알고자 하여 명주실꾸리를 몇 꾸리든지 넣어도 끝이 안 났다는 그런 말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이 동네 농민들은 어디서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반드시 쫓아가서 원소의 전설부터 이야기하고 그리고 자손이 나서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이 전설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애들로부터 어른까지 이 전설을 머리에 꼭꼭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 원소에 대하여서
막연하나마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농민들은 무슨 원통한 일이 있어도 이 원소를 보고 위안을 얻으며 무슨 괴로운 일이 있어도 이 원소를 바라보면 사라진다고 하였다.
사명일 때면 그들은 떡이나 흰밥을 지어 이 원소 부근에 파묻으며 옷이며 신발까지도 내다 버리는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정성을 표하곤 하였다.
더구나 그들이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도 이 원소에 와서 빌면 그 병은 곧 물러간다고 그들은 말하였다.
이러한 원소를 가진 그들이건만 웬일인지 해를 거듭할수록 나날이 궁핍과 고민만이 닥쳐왔다. 그래서 근년에는 그들의 먹는 것이란 밀죽과
도토리뿐이므로 흰밥이며 떡을 해다 파묻는 일도 드물었다.
그들의 이러한 아픔과 쓰림은 저 원소라야만 해결해 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원소를 바라보며 위안을 얻었다.
예나 지금이나 저 원소의 물은 푸르고 푸르다. 흰 옷감을 보면 물들이고 싶게 그렇게 푸르다.
<center>🙝🙟</center>
억새풀이 길길이 자란 그 밑으로 봄을 만난 저 원소 물이 도랑으로 새어 흐르고 또 흐른다. 그 주위로 죽 돌아선 늙은 버드나무는 겉보기에는
다 죽은 듯하건만, 그 속에서 새 움이 파랗게 돋아난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물매미 한 마리가 탐방 뛰어들어, 시원스럽게 원형을 그리며 돌아간다. 그러자 어디서인지 신발 소리가 가볍게 들려 온다.
신발 소리가 차츰 가까워지더니 산등으로 계집애 하나가 뛰어 올라온다. 그는 무엇에 쫓기는 모양인지 자주자주 뒤를 돌아보며 숨이 차서 달아
내려온다.
계집애는 이 동네서 흔히 볼 수 있는 메꽃 물을 들인 저고리를 입었으며 얼굴빛은 좀 푸른 기를 띠었으나 티없이 맑았다. 그리고 손에 든
나물바구니가 몹시 귀찮은 모양인지 좌우 손에 번갈아 쥐다가는 머리에 였다가 그도 시원치 않아서 이번에는 가슴에다 안으며 낯을 찡그린다.
그리고 흘금흘금 산등을 돌아본다.
뒤미처 나무꾼애가 작대기를 휘두르며 쫓아온다.
"이놈의 계집애, 깜작 말고 서라!"
소리를 버럭 지르며 다그쳐 오는 속력은 몹시도 빨랐다. 계집애는 가슴에 안았던 바구니를 머리에 이며 죽을 힘을 다하여 내려오다가, 그만 푹
거꾸러져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렸다. 바구니는 그냥 데굴데굴 굴러 내려간다.
나무꾼애는 이것이 재미스러워 킥킥 웃으면서 계집애 곁으로 오더니 막아 섰다.
"이 계집애 진작 줄 것이지, 도망질은 왜 하니. 아무러면 나한테 견딜 것 같니. 좋다! 넘어지니 맛이 어때?"
흑흑 느껴 우는 계집애는 벌떡 일어나며 바구니가 어디로 갔는가 하여 둘러보다가 저편 보리밭 머리에 있는 것을 보고야 나무꾼애를 힐끔
쳐다본다. 그리고 슬며시 돌아선다. 나무꾼애는 얼핏 뛰어가서 바구니를 들고 왔다.
"이놈의 계집애! 싱아 다 꺼내 먹는다, 봐라."
계집애가 서 있는 앞에 바구니를 갖다 놓고 그는 손을 넣어 싱아를 꺼냈다. 그리고 일변 어석어석 씹어 먹는다. 계집애는 또다시 힐끔
쳐다보더니,
"이리 다오, 이 새끼!"
앞으로 다가서며 바구니를 뺏는다. 나무꾼애는 계집애의 뾰로통한 모양이 우스워서 킥 웃었다. 그리고 계집애 눈등의 먹사마귀가 그의 눈을
끌었다.
"너 요게 뭐야?"
나무꾼애는 계집애의 눈등을 꾹 찔렀다. 계집애는 흠칫하며 나무꾼애의 손을 홱 뿌리치고,
"아프구나! 새끼두."
"계집애두 꽤 사납게는 군다…… 나 하나만 더……."
나무꾼애는 코를 훌떡 들이마시며 손을 내밀었다. 계집애는 그의 부드러운 음성에 무서움이 다소 덜려서 바구니에서 싱아를 꺼내 내쳐주었다.
나무꾼애는 떨어진 싱아를 주워 껍질도 벗기지 않고 시시 하고 침을 삼키며 먹다가 웬일인지 앞이 허전한 듯해서 바라보니, 있거니 한 계집애가
없다. 그래서 두루 찾아보니 계집애는 벌써 원소를 돌아가고 있다.
"고놈의 계집애! 혼자 가네."
나오는 줄 모르게 이런 말이 굴러 나왔다. 그는 멀리 계집애의 까뭇거리는 모양을 바라보며 그도 동네로 들어가고 싶은 맘이 부쩍 들었다.
"이애 선비야! 나하고 같이 가자."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내려갔다. 그가 원소까지 왔을 때는 계집애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무 데나 펄썩 주저앉았다.
"고놈의 계집애…… 혼자 가네. 고런 어디서……."
이렇게 투덜거렸다.
한참 후에 무심히 내려다보니, 원소 물 위에 그의 초라한 모양이 뚜렷이 보인다. 그는 생각지 않은 웃음이 픽 하고 나왔다. 그리고 물을
들여다보며 다리팔을 놀려 보고 머리를 기웃거릴 때, 아까 뾰로통해 섰던 계집애의 눈등에 있는 먹사마귀가 얼핏 떠오른다.
"고게 뭐야?"
하며 그는 휙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고놈의 계집애, 정말……."
그는 계집애가 사라진 버드나무숲 저편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따라서 물 먹고 싶은 생각이 버쩍 들었다. 그래서 그는 벌떡 일어서며 땀
밴 적삼을 벗어 풀밭에 휙 집어던지고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넙적 엎디며 목을 길게 늘이어 물을 꿀꺽꿀꺽 마신다. 목을 통하여 넘어가는 물은 곧 달큼하였다. 한참이나 물을 마신 그는 얼핏 일어나며
가쁜 숨을 후유 하고 내쉬었다.
원소를 거쳐 불어오는 실바람은 짙은 풀내를 아득히 싣고 와서 땀에 젖은 그의 겨드랑이를 서늘하게 말리어 준다. 그는 휭 맴돌이를 쳤다.
"내 지게……?"
무의식간에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자, 그가 계집애를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을 생각하고 단숨에 달음질쳐서 산등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지게 있는
곳으로 와서 낫을 가지고 산 옆으로 돌아가며 나무를 깎기 시작하였다.
나무를 깎아 가지고 지게 곁으로 온 그는 그 지게를 의지하여 벌렁 누워 버렸다. 풀내가 강하게 끼치며 속이 후련해진다. 잠이라도 한잠 푹
자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눈을 감았다.
갑자기,
"첫째야!"
하고 누가 부른다.
잠이 사르르 오던 그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래서 휘휘 돌아보니 이서방이 나무다리를 짚고 씩씩하며 이편으로 온다.
"이서방!"
그는 이서방을 보니 반가움과 함께 배고픔을 깨달았다.
"너 여기 있는 것을 자꾸 찾아다녔구나."
이서방은 나무다리를 꾹 짚고 서서 귀여운 듯이 첫째를 바라본다. 그들의 그림자가 산 아래까지 길게 달려 내려갔다. 첫째는 나뭇짐을 낑 하고
지며,
"날 찾아다녔수?"
"그래 해가 져가는데두! 어머니께 대답질을 하면 쓰나. 후담에는 그러지 말아라."
첫째는 이서방과 가지런히 걸으며 히이…… 웃었다.
그리고 강한 햇빛을 눈이 부시도록 치느끼며 그는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분명치를 않았다.
"어머니가 밥 지어 놓고 여간 너를 기다리지 않는다."
어머니에 대한 노염을 풀어 주려고 이서방은 말끝마다 어머니를 불렀다.
"밥 했수?"
첫째는 멈칫 서서 이서방을 보다가 무심히 저편 들을 바라보았다. 석양빛에 앞벌은 비단결 같다.
"이서방, 나두 올부터는 김 좀 맸으면……."
이서방은 가슴이 뜨끔하였다. 그리고 저것이 벌써 김을 매고 싶어하니 어쩐단 말이누 하는 걱정과 함께 지난날에 일하고 싶어 날뛰던 자기의
과거가 휙 떠오른다. 그는 후― 한숨을 쉬며 불타산을 멍하니 노려보았다.
"이서방, 난 김매구, 이서방은 점심 가지고 나헌테 오구, 그리구, 또……."
그는 말만 해도 좋은지 방긋방긋 웃는다. 이서방은 '너 김맬 밭이 있냐?' 하고 금방 입이 벌어지려는 것을 꿀꺽 삼켜 버렸다. 따라서
가슴속에서 무엇이 울컥 맞받아 나온다.
"그러구 이서방도 동냥하러 다니지 않고 내가 농사한 곡식을 먹구……."
이서방은 그만 우뚝 섰다. 그리고 나무다리를 힘있게 짚었다. 그가 일생을 통하여 이러한 감격에 취하여 보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반면에
차디찬 이 세상을 이같이 원망하기도 역시 처음이었다. 그가 어려서부터 남의 집을 살며 별별 모욕을 받다 못해서 이 다리까지 부러졌지만, 아!
여기다 비기랴!
첫째는 흥이 나서 말을 하다가 돌아보니, 이서방이 따르지 않는다. 그는 멈칫 섰다.
"이서방! 왜 울어?"
첫째는 눈이 둥그래서 이편으로 다가온다. 이서방은 눈물을 쥐어 뿌린다. 그리고 나무다리를 다시 놀린다.
"어머니가 또 뭐라고 했구만. 그까짓 어머니 발길로 차 든져."
눈을 실쭉하니 뜬다. 이서방은 놀라 첫째를 바라보며, 아까 싸운 노염이 아직도 남아 있음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가 무엇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이 이리도 큰가?
"이애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못쓴단다."
이렇게 말하는 이서방은 이애가 벌써 자기 어머니의 비행을 눈치챔인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며, 유서방과 영수, 그리고 요새 같이 다니는
대장장이가 번갈아 떠오른다. 그는 말할 용기를 잃어버렸다.
그들은 밀밭머리 좁은 길로 들어섰다.
"이서방! 오늘 돈 얼마나 벌었수?"
이 말에 이서방은 용기를 얻어,
"이애 돈이 뭐가, 오늘은 저 앞벌 술막집 잔채하는 데 종일 가 있다가, 이제야 왔다."
"잔챗집에…… 그럼 떡 얻어 왔지, 떡 얻어 왔지?"
작대기를 구르며 이서방을 바라본다.
"그래, 얻어 왔다."
"얼마나?"
그는 입맛을 다시며 대든다.
"조금 얻어 왔다."
"또 어머니 주었수?"
"아니 그냥 있다."
이애가 실망할 것을 생각하고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눈허리에 벌레가 지나는 것 같았다.
"이서방, 나는 떡만 먹고 산다면 좋겠더라."
그는 침을 꿀꺽 넘기었다.
"내 이 담엔 많이 얻어다 줄 것이니, 이 배가 터지도록 먹으렴."
첫째는 히이 웃으면서 작대기로 돌부리를 툭툭 갈긴다. 이런 때에 그의 내리뜬 눈은 볼수록 귀여웠다.
그들이 집까지 왔을 때는 어슬어슬한 황혼이었다. 첫째 어머니는 문 밖에 섰다가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저놈의 새끼 범두 안 물어 가."
나오는 줄 모르고 이런 말을 하고도 가슴이 선뜩하였다. 이때까지 기다리던 끝에 악이 받쳐 이런 말을 하고도, 곧 후회가 되었던 것이다.
첫째는 나뭇짐을 벗어 놓고 일어난다.
첫째는 방으로 들어오며,
"나 떡."
뒤따르는 이서방을 돌아보았다. 첫째 어머니는 냉큼 시렁 위에서 떡 담은 바가지를 내려놓았다.
"잡놈의 새끼, 배는 용히 고픈 게다…… 떡떡 하더니 실컨 먹어라."
첫째는 떡바가지를 와락 붙잡더니, 떡을 쥐어 뚝뚝 무질러 먹는다. 그들은 물끄러미 이 모양을 바라보며 저것이 얼마나 배가 고파서 저 모양일까
하고 측은한 생각까지 들었다. 첫째는 순식간에 그 떡을 다 먹고 나서,
"또 없나?"
첫째 어머니는 등에 불을 켜놓으며,
"없다, 그만치 먹었으면 쓰겠다."
"밥이라도 더 먹지."
이서방은 불빛에 빨개 보이는 첫째 어머니의 볼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첫째 어머니는 등 곁에서 물러앉으며,
"애는 저 이서방이 버려 놓는다니, 자꾸 응석을 받아 줘서…… 저 새끼가 배부른 게 어디 있는 줄 아오. 욕심 사납게 있으면 있는 대로 다
먹으려 드는데."
아까 떡 한 개 더 먹고 싶은 것을, 첫째가 오면 같이 먹으려고 두었던 것이나, 막상 첫째가 배고파 덤비는 양을 보고는, 차마 떡그릇에 손을
넣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한 개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을 보니 섭섭하였다.
"이서방, 나가자우."
첫째는 벌써 눈이 감겨 오는 모양이다. 이서방은 첫째 어머니와 이렇게 마주앉고 있는 것이 얼마든지 좋으나, 첫째의 말에 못 견디어서 안
떨어지는 궁둥이를 겨우 떼었다. 그리고 나무다리를 짚고 일어나며,
"나가자."
첫째도 일어나서 이서방의 손에 끌리어 건넌방으로 나왔다. 그리고 곧 아랫목에 쓰러져서, 몇 번 다리팔을 방바닥에 들놓더니 쿨쿨 잔다.
이서방은 어둠 속으로 첫째를 바라보며, 아까 첫째가 빙긋빙긋 웃으며 아무 거침 없이 하던 말을 다시금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나오는 줄 모르게
한숨을 푹 쉬었다.
안방에는 벌써 누가 왔는지, 수군수군하는 소리가 그의 귀로만 들어오는 듯하였다.
"어느 놈이 또 왔누?"
한숨 끝에 이렇게 중얼거리며, 어느 놈의 음성인지를 분간하려고 귀를 가만히 기울였다.
암만 분간하려나 원체 가늘게 수군거리니 분명치를 않았다. 그저 첫째 어머니의 호호 웃는 소리가 간혹 들릴 뿐이다.
그는 잠을 이루려고 눈을 감고 있으나, 그것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잠이 홀랑 달아나고, 화만 버럭버럭 치받친다. 이놈의 집을 벗어나야지,
이걸 산담……? 그는 거의 매일 밤 이렇게 성을 내면서도 번번이 이 꼴을 또 보는 것이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담배를 피워 물고 창문 곁으로 다가앉았다. 뚫어진 문 새로는 달빛이 무지개같이 쏘아 들어온다. 그는 담배를 빨아 연기를
후 뿜었다. 달빛에 어림해 보이는 구불구불 올라가는 저 연기! 그것은 흡사히 자기 가슴에 뿜어 오르는 어떤 원한 같았다.
그는 무심히 곁에 놓아 둔 나무다리를 슬슬 어루만졌다. 그는 언제나 속이 답답할 때마다 이 나무다리를 어루만지는 것이다. 아무 반응이 없는
이 나무다리! 사정없이 뻣뻣한 이 나무다리! 그나마 이 나무다리가 그의 둘도 없는 동무인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 정말……."
이서방은 놀라 돌아보니, 첫째가 입맛을 쩍쩍 다시며 잠꼬대하는 소리다. 이서방은 첫째가 잠꼬대한 말을 다시금 되풀이하며, 저 애가 벌써 어떤
계집애를 생각함에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자기의 생각 같았다. 따라서 첫째를 장성하게 못 할 수만
있다면 어디까지든지 그를 어린애 그대로 두고 싶었다. 첫째의 장래도 자기가 걸어온 그 길과 조금도 다를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첫째 곁으로 바싹 가서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씩씩 잔다. 지금 이 순간이 첫째에게 있어서는 다시없는
행복스러운 순간 같았다. 그리고 낮에 "나도 김매고 싶어" 하던 말을 다시금 생각하며 그의 볼 위에다 볼을 갖다 대었다.
첫째의 볼로부터 옮아 오는 따뜻한 이 감촉! 그리고 기운 있게 내뿜는 그의 숨결, 자기의 살과 피가 섞여 있은들 이에서 더 따구울 수가
있으랴!
그는 무의식간에 첫째의 목을 꼭 쓸어안으며, '내 비록 병신이나마 나머지 여생은 너를 위하여 살리라' 하고 몇 번이나 맹세하였다.
마침 짜근거리는 소리에 이서방은 머리를 번쩍 들었다.
"이 개갈보 같은 년아!"
목청껏 지르는 소리에 지정이 저렁저렁 울린다. 이서방은 문 곁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아이 이 양반이 미쳤다? 왜 이래."
"요년 아가리 붙여라, 이 더러운 쌍년, 네년이 저놈뿐이 아니라 나무다리 비렁뱅이도 붙인다지, 저런 쌍년, 에이 쌍년!"
침을 탁 뱉는 소리가 난다. 이서방은 '병신거지도 붙인다지' 하던 말이 언제까지나 귓가를 싸고돌았다. 그리고 전신이 짜르르 울리며, 손발
하나 놀릴 수가 없었다.
"아이쿠, 이 년놈들 잘한다."
짝짝 쿵 하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영수와 새로 다니는 대장장이와 맞붙은 모양이다.
"흥, 하룻개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네게 두고 이른 말이구나. 이 경칠 자식, 그래, 온전한 부녀인 줄 알았냐?"
어떻게나 하는지 죽는 소리를 한다.
"이 년놈들 내 칼에 죽어 봐라."
"아이 저 칼! 저 칼!"
첫째 어머니의 이 같은 소리에 이서방은 벌컥 일어나며 나무다리를 짚고 뛰어나갔다.
안방 문짝이 떨어져 봉당 가운데 넘어졌으며, 등불조차 꺼져서 캄캄하였다.
첫째 어머니는 봉당으로 달아나왔다.
"이거 이거."
숨이 차서 헐떡이며 칼을 쑥 내민다. 이서방은 칼을 받아 들고 부엌으로 나가며 얻다가 이 칼을 둬야 좋을지 몰라 한참이나 왔다갔다 하다가
나뭇단 속에 감추어 놓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거 왜들 이러슈. 점잖으신 터에 참으시죠들."
서로 어우러진 것을 뜯어 놓으려니,
"이 자식은 왜 또 이래…… 너 깡뚱발이로구나. 너도 한몫 들어 매 좀 맞으려니?"
누구인지 발길로 탁 찬다. 이서방은 팩 하고 나가자빠졌다. 그 바람에 나무다리는 어디로 달아났는지 암만 찾아봐도 없다. 이서방은 온 봉당을
뻘뻘 기어다니며 나무다리를 찾았다. 그리고 몇 해 싸두었던 원한이 일시에 폭발됨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꾹 참으며 나무다리를 얻어 짚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전 같으면 밖에 구경꾼들이 얼마든지 모였을 터이나 오늘은 밤이 오랜 까닭인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나뭇가리 곁으로 와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컴컴한 저 불타산 위에 뚜렷이 솟은 저 달! 저 달조차도 이서방의 이 나무다리를 비웃느라 조롱하느라 이 밤을 새우는 것 같았다.
"이서방!"
찾는 소리에 이서방은 휙근 돌아보았다. 첫째가 내달아오며 일변 오줌을 솰솰 내뻗친다. 이서방은 첫째의 버릇을 아는지라 가슴이 뜨끔해지며
저놈이 또…… 하고 불안을 느꼈다. 그리고 곧 첫째 곁으로 와서 그의 꽁무니를 꾹 붙들었다.
오줌을 다 누고 난 그는 울컥 내닫는다.
"이놈들! 이놈들!"
목통이 터져라 하고 고함을 치며 내닫다가 이서방이 붙든 것을 알자 주먹으로 몇 번 냅다 쳤다.
"놔, 이거!"
"이애 첫째야! 첫째야! 너 그럭하면 못쓴다, 응. 이애 매맞는다, 응, 이애."
"매맞아도 좋아, 이놈들."
이번에는 사정없이 머리로 이서방의 가슴을 들이받으며 발길로 차던졌다. 이서방은 또다시 자빠졌다. 첫째는 나는 듯이 지게 곁으로 가서 낫을
뽑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간다.
"이애! 이애!"
이서방은 너무 급해서 벌벌 기어 달려 들어가며 그의 발목을 붙들었다. 이 눈치를 챈 첫째 어머니는 내달아 왔다. 그리고 대문 빗장을 뽑아
들었다.
"이놈의 새끼, 왜 자지 않고 지랄이냐."
"흥, 저놈의 새끼들은 왜 지랄이누."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아 숙친다.
안방에서는 더한층 지끈자끈하는 소리가 벼락치듯 난다. 이서방은 소름이 쭉 끼쳤다. 안방의 놈들이 이리 기울어지면 어린 첫째는 어디든지
부러지고야 말 것 같았다. 따라서 옛날에 자기가 주인과 맞붙어 싸우다가 이 다리가 부러지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며 그때 그 비운이 오늘에
또 이 어린것에게 사정없이 닥치는 듯싶었다.
이서방은 첫째의 발길에 채어 이리저리 굴면서도 그의 발목은 놓지 않았다. 그때 코에서는 선혈이 선뜻선뜻 흘러나온다.
"첫째야, 너 자꼬 그러면 다시는 떡 얻어다 안 준다."
이서방은 생각지 않은 이런 말이 불쑥 나왔다.
"정말? 이서방!"
첫째는 숨이 가빠서 훌떡훌떡하면서 돌아선다. 이서방은 벌떡 일어나며 그의 목을 꼭 쓸어안았다. 그러자 이서방의 눈에서는 눈물이 좌르르
쏟아졌다.
선비 어머니가 뒤뜰에서 이엉을 엮어 나가며, 약간씩 붙은 나락을 죽 훑어서 옆에 놓인 바가지에 후르르 담을 때 밖으로부터 선비가 뛰어
들어온다.
"어마이."
숨이 차서 들어오는 선비를 이상스레 바라보며 그의 어머니는,
"왜 무엇을 잘못하다가 꾸지람을 들었니?"
선비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어머니 귀에다 입을 대었다.
"어머니, 저어…… 큰댁 아지머님과 신천댁과 싸움이 나서 큰집 영감이 생야단을 하셨다누."
선비 어머니는 귓가가 간지러워서 조금 머리를 돌리며,
"밤낮 싸움이구나. 그래 누가 맞았니?"
"그전에는 큰댁 아지머님을 따리지 않았어? 그런데 오늘은 신천댁을 사정없이 따리데, 아이 불쌍해!"
선비는 무심히 나락 바가지에 손을 넣어 휘저어 보면서 얼굴에 슬픈 빛을 띤다.
"남의 첩질하는 년들이 매를 맞아야 하지, 그래 큰어미만 밤낮 맞아야 옳겠니?"
딸의 새침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올봄부터는 선비의 두 뺨에 홍조가 약간 피어오른다.
"그래두 어마이, 신천댁의 말을 들으니 그가 오고 싶어 온 게 아니라 저의 아부지가 돈을 많이 받고 팔아서 할 수 없이 왔다고 그러던데
뭐."
"하긴 그랬다고 하더라…… 그러기에 돈밖에 무서운 것이 없어."
선비 어머니는 지금 매를 맞고 울고 앉아 있을 신천댁의 얼굴을 생각하며 꽃봉오리같이 피어오르는 선비의 장래가 새삼스럽게 걱정이 되었다.
"어서 가서 무얼 하려무나, 왜 그러고 앉어 있니. 오늘 빨래에 풀하지 않니?"
"해야지."
그는 어머니 말에 어려워 부시시 일어나면서 다시 한번 나락 바가지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빙긋이 웃었다.
"어마이, 이것도 찧으면 쌀이 한 되나 될 것 같우, 참……."
"이애 얼른 가봐라."
"응."
선비는 나락 바가지를 놓고 밖으로 나간다. 그의 어머니는 물끄러미 딸의 뒷모양을 바라보며 세월이란 참말 빠르구나! 하고 탄식하였다. 그리고
선비도 오래 데리고 있지 못할 것을 깨달으며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그는 무의식간에 한숨을 푹 쉬며 손을 내밀어 이엉초를 꾹 쥐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손끝은 짚에 닳아져 빨긋빨긋하게 피가 배었다. 그때에
얼핏 떠오른 것은 자기의 남편이다.
남편의 생전에는 비록 빈한하게는 살았을망정, 이렇게 이엉을 엮는 것이라든지 울바자를 세우는 것 같은 그런 밖의 일은 손도 대어 보지 않았다.
보다도 봄이 되면 으레 이 모든 것이 새로 다 되는 것이니…… 하고 무심히 지내 보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 없어지매 모두가 그의 손끝 가지 않는 것이 없고 힘은 배곱 쓰건마는 무슨 일이나 마음에 들도록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집안 살림 명색치고 단 두 간살이를 하더라도 시재 돌멩이 하나 놓일 자리에 놓여야 하고 새끼 한 오라기 헛되이 버릴 것이 없었다.
남편의 생전에는 뜰을 쓸어 치는 비 같은 것이나 벽을 바르는 매흙이나는 그런 줄을 모르고 되는 대로 쓰고 버리고 하였건마는 지금에는
그것조차도 마음놓고 쓸 수도 없거니와 손수 마련치 않으면 쓸 것도 없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이엉초는 또 누구의 손을 빌려 저 지붕에다 올려 펼까 하는 걱정이 불쑥 일어난다. 지붕 해 이을 새끼는 그가 며칠
밤 자지 못하고 꼬아서 네 사리나 만들어 두었고, 이 이엉 엮는 것도 내일까지면 마칠 것이나 지붕 한복판에 덮는 용구새 트는 것이라든지
이엉초를 지붕 위에 올려 펴고 새끼로 얽어매는 것 같은 것은 남정들의 손을 빌려야 할 것이었다.
그는 속으로 누구의 손을 좀 빌릴까…… 하고 두루두루 생각해 보다가, 에라 되든지 안 되든지 내가 그만 이어 볼까 하고 흘금 지붕을
쳐다보았다.
작년에 한 해를 건넜음인지 우묵우묵 골이 진 그 새에 풀이 이따금씩 파랗게 보인다. 그는 벌컥 일어나며,
"왜 날 두고 혼자 갔누?"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머리를 돌려 저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앞에 얌전하게 돌아앉은 작은집과 큰집! 모두가 말쑥하게 새로 이엉을 해
이었다.
그 위로 햇빛이 노랗게 덮이었다.
쨍쨍히 내리쬐는 봄볕을 받아 샛노랗게 빛나는 저 지붕과 지붕! 얼마나 저 지붕들이 부럽고도 탐스러운 것이냐!
그는 눈을 꾹 감았다. 그러나 그 지붕들은 점점 더 또렷또렷이 나타나 보인다. 그리고 그 지붕 새로 굵단 남편의 손끝이 스르르 떠오른다.
그리고 임종시까지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끼르륵 하고 숨이 넘어가던 그!
그의 남편 김민수는 위인 된 품이 몹시도 착하고 정직하였다. 그러므로 정덕호 앞으로 몇십 년의 부림을 받았어도 일동전 한닢 축내지 못하는
것이 그의 특성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몸이 고달프더라도 덕호의 명령이라면 물불을 헤아리지 않고 덤벼들곤 하였다.
그래서 온 동네 사람들까지도 민수를 믿어 왔으며 덕호 역시 믿었다. 그러므로 거액의 돈받이 같은 것은 일부러 민수에게 맡기곤 하였다.
이렇게 지내기를 근 이십 년이었던, 지금으로부터 팔 년 전 겨울이었다. 바로 선비가 일곱 살 잡히던 때였다.
그날―--- 아침부터 함박눈이 부슬부슬 떨어진다. 이날도 민수는 일찍 일어나서 덕호네 집으로 왔다. 그래서 안팎 뜰을 쓸고 소 여물까지 끓여
놨을 때 덕호는 나왔다.
"자네 오늘 방축골 좀 다녀오겠나?"
민수는 머리를 굽실해 보이며,
"다녀옵지유."
"좀 이리 오게."
덕호는 쇠죽간을 거쳐서 사랑으로 들어간다. 그도 뒤를 따랐다. 덕호는 아랫목에 놓아 둔 문갑을 뒤져 장부를 꺼내 놓고 한참이나 들여다보더니,
"아니 방축골 그놈이 근 오십 원이나 되네그리…… 자네가 가서 꽤 받을까? 그놈은 몹시 질긴데."
민수는 머리를 숙인 채 가만히 있다. 덕호는 안타까운 듯이,
"가보겠나, 어떻게 하겠나? 가서 받지 못할 바에는 꼴찌아비를 보내겠네, 응 말을 해."
민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 얼굴이 뻘개지며 머뭇머뭇한다.
"에이그 저 사람! 왜 그렇게 사람이 영악지를 못해…… 좌우간 갔다 오게. 그러구 말이야, 이번에 안 물면 집행하겠다고 말을 똑똑히 좀 해,
그러구 좀 단단히 채여."
덕호는 살기가 얽힌 눈을 똑바로 뜨고 민수를 바라본다.
"가는 김에 명호와 익선이도 찾어보게."
"네."
"그럼 오늘 꼭 가게."
덕호는 다시 한번 다지고 나서 장부를 문갑 안에 넣고 일어선다. 그리고 잔기침을 두어 번 하고 밖으로 나간다. 민수는 곧 그의 뒤를
따라나왔다. 가마 부엌에서 여물 끓인 내가 구수하게 났다.
민수는 여물을 푹 떠가지고 외양간으로 가니 벌써 소는 냄새를 맡고 부시시 일어나 구유 곁으로 나온다. 그리고 더운 김이 뭉클뭉클 오르는
여물을 맛이 있게 먹는다.
여물을 다 퍼 지르고는 민수는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함박눈은 소리 없이 푹푹 쏟아진다. 그는 근심스러운 듯이 하늘을 쳐다보며,
"눈이 오는데……."
이렇게 중얼거렸다.
집까지 온 민수는 신발을 부덕부덕하였다. 선비 어머니는 의아한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어디 가시려나요, 뭐?"
"음, 저기 돈 받으러."
"아, 뭐 오늘 같은 날에요."
"왜 오늘이 어떤가? 이렇게 함박눈 오는 날이 오히려 푸근하다네."
옆에서 말똥말똥 바라보던 선비는 얼른 일어나 아버지 품에 안기며,
"아버지 나두 가, 응."
머리를 갸웃하고 들여다본다. 민수는 딸을 꼭 껴안으며 밥상에 마주앉았다. 그리고 밥을 좀 뜨는 체하고 곧 일어났다.
"내 가면 며칠 될 것이니 그 동안 선비 잘 간수하게. 불도 뜨뜻이 때고."
"눈 오는 날 가실 게 뭐야요…… 다른 사람의 몸은 몸이 아니고 쇳덩인 줄 아나 베."
선비 어머니는 주인 영감을 눈앞에 그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그 사람…… 별소리 다 해."
민수는 눈을 크게 떴다. 선비 어머니는 얼굴이 빨개지며 선비의 손을 어루만진다. 민수는 선비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본 후에 문을 열고
나섰다. 눈빛에 눈허리가 시큰시큰하였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아내의 인사를 귓결에 들으며 민수는 성큼성큼 걸었다. 한참이나 수굿하고 걷던 그는 선비의 울음소리에 휙근 돌아보니 선비가 눈 속으로
뛰어온다.
민수는 선비를 바라보고 무의식간에 몇 발걸음 옮겨 놓았을 때 선비 어머니는 선비를 붙들어 안으며 우두커니 섰다. 민수는 두어 번 손짓을 하여
들어가라는 뜻을 보이고 돌아섰다.
아까보다 눈은 점점 더 많이 쏟아진다. 함박꽃 같은 눈송이가 그의 입술 끝에 녹아지고 또 녹아졌다. 그때마다 그는 찬 냉수를 마시는 듯하여
가슴이 선뜻하곤 하였다.
길이란 길은 모두 눈에 묻혀 버리고 길가의 낯익은 나무들도 눈송이에 흐리었다. 그리고 그 높은 불타산도 뿌옇게 보일 뿐이다.
민수는 길을 찾을 수가 없어 한참이나 밭고랑으로 혹은 논둑을 밟다가 동네를 짐작하고야 길을 찾곤 하였다. 그리고 눈에 젖었던 신발은 얼어서
대그럭 소리를 내었다. 이렇게 눈 속에 푹푹 빠지며 민수가 간신히 몇 집을 둘러 방축골까지 왔을 때는 벌써 그가 집에서 떠난 지 이틀째 되는
황혼이었다.
"주인 계시우?"
걸레로 한 주먹씩 틀어막은 문을 열고 나오는 주인은 민수를 보자 한층더 얼굴이 허옇게 질린다.
"이 눈 오는데 어떻게 여기를…… 어서 들어가십시다."
민수는 방 안으로 들어가니 너무 캄캄해서 지척을 분간하는 수가 없었다. 그는 한참이나 눈을 감고 있다가 가만히 떠보니 숨이 답답해지며 차라리
오지 말았더면…… 하는 후회가 곧 일어난다. 그리고 이 저녁거리나마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참 이 눈 오는데…… 제가 한목 들어가려고 했지마는 너무 오래 빈말로만 올려서 어디…… 참 오작이나 치우셨습니까."
주인은 어느 것부터 먼저 말해야 좋을지 몰라 쩔쩔매었다.
"여보게 저녁 진지 짓게, 뭐 찬이 어디 있어야지……."
그의 아내는 머리를 내려 쓸며 부시시 일어 나간다. 민수는 정신을 가다듬어 아랫목을 바라보았다. 시커먼 누더기 속에서 조잘조잘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며 누더기가 배움하고 열리더니 까만 눈알이 수없이 반들거렸다. 그리고 킥킥 웃는 소리가 난다. 몇 아이나 되는지 모르나 어쨌든 한두
아이가 아님은 즉시 알았다.
이 저녁부터는 바람까지 일었는지 바람소리가 휙 몰려갔다가 몰려온다. 그리고 문풍지가 드르릉드르릉 울리며 눈보라가 방 안으로 스르륵
몰려들었다. 민수는 방 안에 앉았느니보다 차라리 밖에 어떤 토굴 같은 곳이 있으면 그리로 나가서 이 밤을 지내고 싶은 맘이 부쩍 들었다.
그러나 이 밤에 어디가 토굴이 있는지를 모르고 무턱하고 나갈 수도 없어서 맘을 졸이며 앉았노라니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고, 더구나 이
밤새에 몇 사람의 죽음을 볼 것만 같았다.
밥상이 들어온다. 민수는 배고프던 차에, 한 술 떠보리라 하고 술을 드니, 밥이 아니라 죽이었다. 조죽에 시래기를 넣어서 끓인 것이다.
민수는 비록 남의 집을 살았을지언정, 일생을 통하여 이러한 음식을 먹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조겻내까지 나서 그의 비위에 몹시 거슬리나
꾹 참으며 국물을 후루루 들이마셨다.
그때 아랫목에서 애들이 벌떡벌떡 일어났다.
"엄마 나 밥!"
"엄마 나 밥! 응야."
이 모양을 바라보는 주인은 눈을 부릅뜨며,
"저놈의 새끼들을 모두 쳐죽여 버리든지 해야지, 정……."
그리고 민수를 돌아보며,
"어서어서 많이 잡수시유, 저놈들은 금시 먹고도 버릇이 그래서 그럽니다그리."
민수는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 술을 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 술을 놓고 물러앉았다.
"왜, 왜 안 잡수십니까, 뭐 자실 것이 되어야지유."
주인은 머리를 벅적벅적 긁으며 상을 밀어 놓았다. 사남매는 일시에 욱 쓸어 일어나며 저마다 죽그릇을 잡아당기기에 먹지도 못하고 싸움만
벌어졌다.
주인은 벌떡 일어나더니 장죽을 들고 돌아가며 붙인다. 민수는 너무 민망하였다. 그래서 주인을 붙들며,
"이게 무슨 일이오니까. 애들이 다 그런 게지유. 놔유, 어서 놔유."
상 귀에서 흐른 죽을, 그중 어린 것이 입을 대고 쭉쭉 핥아 먹는다. 이 꼴을 보는 주인 마누라는 나그네 보기가 부끄러운 듯이 어린애를
붙들어다 젖을 물리고 콧물을 씻는 체하면서 고름끈을 눈에 갖다 대곤 한다.
애써 말리는 나그네의 생각을 함인지, 주인은 씩씩하며 맷손을 놓고 물러앉는다.
"아 글쎄 글쎄, 새끼는 왜 그리 태었겠수. 이것두 아마 죄지유. 전생에서 무슨 큰 죄를 지고 나서 이 모양인지."
홧김에 때리기는 하고도 그만 억울하고 분하여서 소리쳐 울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 모양이다. 못 먹이고 못 입히기도 억울한데 더구나 굶고 앉은
그들을 공연히 때리었구나…… 하는 후회가 일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아우성치고 울던 그들이건만 그런 일은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누더기 속에서 소곤소곤하고는 킥킥 웃는다.
민수는 그날 밤잠 한 잠 못 자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남의 일이라도 남의 일 같지를 않고 자기의 앞에도 이런 비운이
닥쳐오지나 않으려나 하는 불안이 문풍지를 울리는 바람과 같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렇게 밤을 새우고는 민수는 채 밝기도 전에 일어앉았다. 추운 방에서 자서 그런지 몸이 가뿐치를 않고 아무래도 감기에라도 걸린 것 같다.
"몹시 치우시지유?"
주인은 마주 일어앉는다. 민수는 얼결에,
"네…… 뭐."
이렇게 분명치 못한 대답을 하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담뱃갑을 주인 앞으로 밀어 놓았다. 주인은 황송한 듯이 머리를 숙이며 담배를
붙여 문다. 민수는 담배를 한 모금 쑥 빨며 무심히 들으니 벌써 아랫목에서 소곤소곤하는 소리가 들린다. 민수는 얼핏 머리를 들어 아랫목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분간치 못할 컴컴한 속으로 그침없이 조잘거리는 이 소리. 지금쯤은 우리 선비도 깨어서 제 어미와 "아부지 어디 갔나?" 하고
조잘조잘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선비의 얼굴이 저 아랫목 위로 스르르 떠오른다.
"어마이 배고파!"
민수는 이 소리가 꼭 선비의 음성 같아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무의식간에 담배를 휙 집어 뿌렸다. 그 다음 순간 그 음성이 선비의 음성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웬일인지 가슴이 짜르르 울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민수는 안타까웠다. 그만 곧 일어나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가 벌컥 일어났을 때 그는 무의식간에 그의 거지 안에서 일 원짜리 지화를
꺼내 가지고 나왔다. 그래서 주인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애들 밥 한 끼 해주!"
주인은 어리둥절하였다. 그리고 자기 손에 쥐인 것이 돈이라는 것을 깨닫자 칵 쓰러지며 엉 하고 울고 싶었다. 민수는 두 다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순간에 덕호의 성난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주인의 붙잡는 것을 뿌리치고 그 집을 나왔다.
간밤 동안에 얼마나 바람이 불었는지 눈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어 어떤 곳은 눈산을 이루어 놨다. 민수는 신발 소리를 사박사박 내며 분주히
걸었다. 흰눈 위에는 이따금씩 날짐승들의 발자국이 꽃잎같이 뚜렷이 났다.
민수는 속이 불편하였다. 이제 덕호를 만나 뭐라고 말할 것이 난처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리저리 궁리해 보며 혹은,
'이 원만 받았다고 속일까? 그리고 나중에 내 돈으로 슬그머니 갚더라도…… 그래도 속이느니보다는 바로 말을 해야지, 주인님도 사람이지, 그
말을 다 하면 설마한들 잘못했다고 할까? 그렇지는 않겠지.'
이렇게 속으로 다투나, 두 가지가 다 시원치를 않았다. 누가 곁에 있으면 물어라도 보고 싶게 안타까웠다. 그러나 마침내는 속이기로 결정하고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일이었다. 사내자식이 돈 일 원이 무엇이기에…… 하며 스스로 꾸짖어도 보았다.
이렇게 망설이며 다투면서 동네까지 온 그는 반가워야 할 이 동네건만 발길이 얼른 들여놓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는 동구에 멍하니 서서
한참이나 무엇을 생각하다가 들어왔다.
덕호의 집까지 온 민수는 사랑문 앞에서 발을 툭툭 털며 주인님이 사랑에 계시지 않았으면…… 하고 가만히 문을 열었다. 욱 쓸어 나오는 담배
연기 속에서 덕호의 늘 피우는 담뱃내를 후꾼 맡았을 때 그는 머뭇머뭇하였다.
"몹시 칩지, 어서 들어와 불 쬐게."
덕호는 머리를 기웃하여 내다본다. 둘러앉은 노인들도 한마디씩 말을 던졌다. 민수는 하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화로를 피하여
앉았다.
덕호는 문갑 위에서 산판을 꺼내 들며,
"그래 이번에는 좀 주던가, 방축골 그놈이?"
덕호는 그가 너무 미워서 이름도 부르지 않는 것이다. 민수는 얼굴이 빨개지며 머뭇머뭇하다가,
"아니유."
"아 그래 그놈을 가만히 두고 왔단 말인가? 사지라도 부러치고 오지."
"뭐, 물 턱이……."
민수는 말끝을 마치지 못하고 푹 숙일 때 상가에 흐르는 죽을 젖 빨듯이 빨아 먹던 어린애가 얼핏 떠오른다. 그리고 그 어두운 방 안이 휙
지나친다. 민수의 늘어진 말에 덕호는 화가 버쩍 났다.
"물 턱 없는 놈이 남의 돈을 왜 쓴단 말인가!"
소리를 버럭 지른다. 민수는 꿈칠 놀라 조금 물러앉았다. 덕호의 손길이 그를 후려치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래 딴놈들은?"
"바 받았습니다."
덕호는 찡그렸던 양미간을 조금씩 펴며,
"그래 얼마씩이나 받았는가?"
"아마 삼 원……."
민수는 자기 말에 깜짝 놀랐다. "이 원 받았습니다" 하고 말하려던 것인데, 누가 이렇게 시켜 주는지 몰랐다. 다음 순간 그는 모든 것을
바로 말하리라 하고 결심하였다. 두 귀는 무섭게 운다.
"모두 이자만 받았네그려…… 그 방축골놈 때문에 일났어! 아 그놈이 잘라먹으려고 든단 말이어. 받아 온 것이나 내놓게."
민수는 지갑 속에서 돈을 내어 덕호 앞으로 밀어 놓았다. 그의 손끝은 확실히 떨렸다. 덕호는 지전을 당기어 헤어 보더니,
"이 원뿐일세……?"
의아한 듯이 바라본다. 민수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그의 눈에는 어린애 같은 천진한 애원이 넘쳐흐른다.
"저 남성네 어린것들이 굶어…… 굶어 있기에 주, 주었습니다."
마침내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뜩 괴었다.
"뭐?"
덕호는 순간으로 눈이 뒤집히며 들었던 산판을 휙 집어 뿌렸다. 산판은 민수의 양미간을 맞히고 절거륵 저르르 하고 떨어진다.
"이 미친놈아, 그렇게 자선심 많은 놈이 남의 집은 왜 살아. 나가! 네 집구석에서 자선을 하겠으면 하고 말겠으면 말아라."
돌아앉은 사람들은,
"그만두슈, 다."
"글쎄 글쎄, 제가 배가 고파서 무엇을 사먹었다든지, 혹은 쓸 일이 있어 썼다면야 당연한 일이 아니겠수. 아 이 미친놈은 터들터들 가서
보행료도 못 받아 처여면서 그런 혼 나간 짓을 하니 분하지 않우? 이애 이놈 나가라!"
덕호는 벌컥 일어나며 발길로 냅다 찬다. 사람들이 아니면 실컷 두드리고 싶으나 체면을 생각해서 꾹 참고 다시 앉았다.
"그 돈 일 원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어, 그놈이 내 돈을 통째 삼키려는 판에 피천 한푼이나 왜 준단 말이냐, 이놈아."
덕호는 이를 북북 갈며 사뭇 죽일 듯이 달려들다가 그만 휙 나가버린다. 돌아앉았던 사람들도 뿔뿔이 가버리고 말았다. 한참 후에 민수는 정신을
차려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그리고 눈이 텁텁한 듯하여 만져 보니 양미간이 좀 달라진 듯하였다.
민수는 이렇게 주인에게 매를 맞고 욕을 먹었지만 웬일인지 분하지도 노엽지도 않고 오히려 속이 푹 가라앉으며 무슨 무거운 짐을 벗어 놓은
듯하였다.
그는 얼핏 일어나 그의 집으로 왔다.
그가 싸리문을 열 때 선비 모녀는 뛰어나왔다. 칵 매어달리는 선비를 안은 민수는 뜻하지 않은 눈물이 앞을 가리었다. 그리고 사남매의 모양이
또다시 떠오른다. 오늘은 그들이 무엇을 좀 먹어 보았을까? 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물끄러미 부녀의 모양을 바라보던 선비 어머니는,
"미간 새가 왜 그래요?"
"왜 무엇이 어떤가."
그는 손으로 양미간을 비벼치며 드러눕는다. 선비 어머니는 이불을 내려 덮으며 어디서 몹쓸 놈을 만나 곤경을 당하였나? 혹은 노독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며,
"진지 지을까요?"
"글쎄! 미음이나 좀 먹어 볼까…… 쑤게나."
미음 쑤라는 말에 선비 어머니는 남편의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그래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려니 민수는 눈을 꾹 감고
돌아눕는다.
그날부터 민수는 자리에서 일지 못하고 몹시 앓았다. 선비 어머니는 온갖 애를 다 썼으나 아무 효험이 없었다.
어떤 날 선비 어머니는 밖으로부터 들어오며 눈등이 빨개졌다.
"큰집 영감님한테 산판으로 맞었단 말이 참말입니까?"
"누가 그러던고?"
"아 뭐, 다들 본 사람들이 그러던데요."
"듣그러워! 그런 말 청신해 가지고 다닐 것이 없느니…… 좀 또 맞었다면, 영감님이 나를 미워서 때렸겠나, 부모 자식 새 같으니……."
"아니, 글쎄 맞기는 분명합니다그려."
"듣그럽다는데…… 이 사람."
그는 앓는 소리를 하며 돌아눕다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눈을 번쩍 뜨고 아내를 바라보았다.
"내가 만일 죽게 된다드라도, 그런 쓸데없는 말을 곧이들어서는 못써……."
민수는 자기 병세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그러나 덕호에게서 맞은 것이 원인이 되었다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죽는다는
말이 남편의 입에서 떨어지자, 선비 어머니는 그만 아뜩하여 다시는 두말도 꺼내지 못하였다.
그 후 며칠 만에 민수는 드디어 가고 말았다. 선비가 안타깝게 매어달려 우는 것도 모르고…….
이러한 과거를 되풀이한 선비 어머니는 어느새에 눈물이 볼을 적시었다. 그는 눈물을 씻고 나서, 다시 한번 그의 지붕을 쳐다보았다. 주인을
잃어버린 컴컴한 저 지붕! 저 지붕에 남편의 굵다란 손길이 몇천 번이나 돌아갔을까!
싸리문 열리는 소리에, 선비 어머니는 선비가 오는가 하고, 얼른 주저앉았다. 그리고 눈물 흔적을 없이한 후에 이엉을 엮었다. 그러자 방문
소리가 났다. 선비 어머니는 선비가 아니라 딴 마을꾼이 오는가 하여 귀를 기울였다.
"어데들 다 갔수?"
말소리를 듣고야 선비 어머니는 누구임을 알았다.
"아이 어떻게 우리집에를 다 오셔요?"
선비 어머니는 곧 일어나며 뒷문을 열었다. 방문을 시름없이 열고 섰는 신천댁은 푸석푸석 부은 눈에 약간 웃음을 띠며,
"일하시댔소?"
말끝을 이어 한숨을 푹 쉬었다.
"어서 들어와요."
신천댁은 방 안으로 들어와 앉으며 뒤뜰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우리 어머니두 지금……."
말을 맺지 못한다. 선비 어머니는 무엇을 의미한 말임을 얼핏 깨달으며 측은한 생각이 불쑥 들었다.
"왜 어데가 편치 않으세요?"
"선비 어머니, 난 내일 그만 우리집으로 갈까 봐……."
눈물이 샘처럼 솟는다. 선비 어머니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 한참이나 멍하니 앉았다가,
"그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난 정말 그 집에선 못살겠어. 글쎄 안 나오는 아이를 어떻게 하라고 자꼬 들볶으니 글쎄 살겠수?"
이제 겨우 이십이 될락말락하는 그의 입에서 자식 말이 나올 때마다 선비 어머니는 잔망하게 보았다. 동시에 측은한 맘도 금치 못하였다.
"왜 또 무어라고 허십데까?"
"글쎄 요전에 월경을 한 달 건는 것은 선비 어머님도 잘 알지, 그런데 오늘 아침에 그게 나왔구려!"
"나왔어요? 월경도 건너 나오는 수도 있지요."
"글쎄 그 빌어먹을 것이 왜 남의 애를 태우겠소."
신천댁이 월경을 건너니 덕호는 먹을 것을 구해 들이느라 보약을 쓰느라 온 동네 사람들까지 들볶아 대었던 것이다.
덕호가 하늘같이 떠받칠 때는 웬일인지 밉더니만 오늘 저렇게 시름없이 와서 앉은 것을 보니 측은도 하고 우습기도 하였다.
"아니 이제 날 테지, 벌써…… 글쎄."
"그러기 말이에요. 내 나이 삼십이 됐소, 사십이 됐소. 글쎄, 그 야단을 할 턱이 뭐겠수."
신천댁은 한숨을 쪽 쉬더니,
"난 내일 가겠수, 자꾸 가라니깐 어떡해요."
"그게야 영감님이 일시 허신 말씀이겠지요."
그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말소리를 낮추어,
"요새 영감님이 간난네 집에를 단긴다우."
선비 어머니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삼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며칠 동안 어머니가 가슴앓이병으로 앓아누워서, 선비는 큰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어머니 곁에 꼭 마주앉아 있었다.
아직도 이 집에는 남포등을 쓰지 못하고 저렇게 접시에 들깨 기름을 부어 쓰는 것이다. 불꽃은 길게 끄름을 토하며 씩씩히 올라가다는 문바람에
꺼풋꺼풋하였다.
선비는 어머니가 좀 잠이 든 듯하여 등불 곁으로 왔다. 불빛에 보이는 그의 타오르는 듯한 볼은 한층더 빛이 났다. 그는 무엇을 생각하느라
물끄러미 등불을 바라보다가 부시시 일어나서 윗방으로 올라간다.
한참 후에 그는 바느질 그릇을 들고 내려와서 등불을 마주앉으며 일감을 들었다.
"아이구!"
하는 신음소리에 선비는 바느질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어머니, 또 아파?"
선비 어머니는 폭 꺼진 눈을 겨우 뜨며,
"물 좀 다우."
"어머니, 물을 자꾸 잡수면 안 된대."
선비는 어머니 곁으로 가며 들여다보았다. 오래 앓은 까닭인지 무슨 냄새가 좀 나는 듯하였다.
"이애 좀 줘!"
조금 더 크게 소리친다. 선비는 거의 울듯이 애원을 하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듣지 않고 소리소리치다가 일어나려고 머리를 든다. 선비는 할 수
없음을 알고 부엌으로 나와서 물을 끓여 가지고 들어왔다. 김이 펄펄 올라가는 것을 본 그의 어머니는,
"누가 그 물 먹겠다니, 잡년의 계집애, 어서 찬물 다오……."
"아이 어머니……."
그는 어머니를 붙들고 물을 입에 대어 주었다. 선비 어머니는 좌우로 머리를 흔들다가 마침내 뜨거운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도로 누웠다.
"이애."
한참 후에 어머니는 선비를 보며 이렇게 불렀다. 선비는 또다시 일감을 놓고 곁으로 갔다.
"어제 꿈에 너의 아버지를 만났구나. 그런데 어떻게 반갑지도 않고, 그리 싫지도 않고, 그저 전에 살림하고 살던 때라구 하는데…… 너의
아부지가 너를 업구서 어데로 자꾸 가두나. 그래서 내가 따라가면서 어델 가느냐 물어도 말두 안 하고 가겠지…… 그게 무슨 꿈일까."
선비는 새삼스럽게 아버지의 얼굴이 휙 떠오른다. 그러나 아버지의 그 얼굴은 분명치를 않고 안개 속에 묻힌 것같이 어림해 보일 뿐이다. 그는
어머니를 보았다. 그 찰나에 어머니는 확실히 아버지 환영을 보는 모양이다. 선비는 소름이 쭉 끼치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선비는 어머니를 흔들며 다가앉아 어머니의 얼굴을 만져 보았다. 어머니는 눈을 치뜨고 천장을 바라본다. 그 무서운 눈을 굴려 딸을 보았다.
"왜?"
선비 어머니는 딸을 보자 흑흑 느껴 운다. 그리고 입술을 풀풀 떨며,
"너를 어서 임자를 맡겨야…… 헐, 헐 터인……."
어머니 입에서 또렷하게 말이 흘러나올 때, 그는 안심을 하였다. 그리고 사람이 죽어지면 아무리 부모라도 무서워진다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에 싸리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므로, 선비는 얼른 문 편으로 바라보았다. 방문이 열리며 덕호가 들어온다. 선비는 놀라 일어났다.
"아직도 아픈가, 그거 안되었군."
덕호는 문 안에 선 채 선비 어머니를 바라보며 걱정을 한다. 선비 어머니는 덕호임을 알자, 일어나려고 애를 쓴다. 선비는 곁으로 가서 부축을
하였다.
"어서 눕지, 어서 눠…… 무엇 좀 먹었니?"
선비를 바라보았다. 선비는 머리를 조금 드는 체하다가 도로 숙였다.
"아무것도 못 잡수시어요."
"허, 거 정 안되었구나. 우리집에 꿀이 있니라. 그것을 좀 갖다가 물에 타서 먹게 하여라. 아무것이나 좀 먹어야지, 되겠니."
덕호는 담배를 피워 물며 앉으려는 눈치를 보이더니,
"원 저게 뭐란 말인구, 저 등을 쓰구야 답답해서 어찌 산단 말이냐."
덕호는 지갑을 내어 오 원짜리 지화를 한 장 꺼내어서 선비 앞으로 던져 주었다. 선비는 꿈칠 놀랐다. 그때 별안간 방문이 바스스 열렸다.
그들은 놀라 바라보았다. 신천댁을 내쫓고 그 후를 이어 들어온 덕호의 작은마누라인 간난이였다. 간난이는 문을 열기는 하고도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머뭇하고 섰다. 덕호는 간난이를 노려보았다.
"왜 와? 응…… 그 문 여는 법이 어서 배운 법이야. 왼상것 같으니. 사람의 집에 사람 다니는 법이 어디 그렇담."
이 모양을 바라보는 선비네 모녀는 뭐라고 말해야 그들의 불평을 완화시킬지 몰랐다. 그래서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선비 어머니는,
"어서 들어와요."
"뭘 하러 들어와, 어서 가! 계집년의 문 여닫는 법이 그런 법이 어디 있담! 어서 당장 못 가겠니!"
주먹을 부르쥔 덕호는 눈을 부릅뜬다. 선비는 얼결에 일어났다.
"앗으셔요, 참으셔요."
간난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밖으로 뛰어나간다. 덕호는 문을 쿡 닫고 들어왔다. 그리고 지화를 보며,
"아, 고런 망상시러운 것이 어디 있담…… 어서 넣어 둬라. 그리고 내일은 저 등도 갈고, 의원도 좀 오래서 뵈지, 응 이애 내 말
들었니?"
선비 어머니는 선비를 꾹 찔렀다. 그제야 선비는,
"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선비는 그 돈 집을 것이 난처하였다. 그렇다고 그 돈을 도로 물리는 수는 없는 터이고…… 하여 망설망설할 때, 선비
어머니는 그 돈을 집어 딸의 손에 쥐어 주었다. 선비는 마지못해서 그 돈을 받아 이불 아래에 쑥 쓸어 넣었다.
덕호는 더 섰기가 무엇하여 돌아서며,
"내일 꿀도 잊지 말고 가져와."
"네."
그의 어머니가 대신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선비를 꾹 찌르며 문 밖까지 따라 나가라는 뜻을 보였다. 선비는 부시시 일어나서 덕호의 뒤를 따라
싸리문턱까지 나갔다.
"안녕히 가세요."
"오, 내일은 집에 들어왔다가 가거라."
"네."
덕호가 문 밖을 나서자 선비는 곧 싸리문을 지치고 들어왔다. 웬일인지 간난이가 다그쳐 들어오는 것 같아서 공연히 숨이 가빴다. 선비는 어머니
곁으로 앉으며,
"어머니, 간난이가 어째 왔을까?"
그의 어머니도 지금 그것을 생각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글쎄…… 아이구 가슴이 또 치미누나."
선비 어머니는 얼굴을 찡그리고 아구구 소리를 연발한다. 선비는 어머니의 허리를 쓸면서 아까 간난이가 돌연히 나타나던 것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평생 가야 오지 않던 그들이 별안간 무슨 생각을 하고 우리집에를 왔을까? 어머니의 병 때문일까, 혹은 무슨 다른 일이 있음인가? 암만
생각해도 그들이 하나도 아니요 둘씩 왔다가 가는 것은 이상스러웠다.
간난이는 선비의 둘도 없이 친하던 동무였다. 그러나 덕호의 작은집으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웬일인지 그들의 사이는 벌어졌다. 그래서 피치 못하여
마주치게나 되면 눈웃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말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동무였던 그를 하루 아침 사이에 상전으로 섬겨야 할 터이니 그것이 싫다는
것보다도 오히려 어려웠던 것이다.
한참이나 신음하던 어머니는 가슴이 좀 내려간 모양인지 가만히 있다. 선비는 이불을 덮어 놓고 나서 등불 앞으로 왔다. 그래서 바느질감을 드니
어쩐지 속이 수선거리고 아까와 같이 일이 되지를 않았다. 그는 그만 일감을 착착 개어 놓으며 멍하니 등불을 바라보았다.
"남포등을 사다가 불을 켜라지……."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아까 오 원짜리 지화를 던져 주던 덕호의 얼굴을 다시금 그려보았다. 그리고 이때까지 볼 수 없던 그의 후한 마음!
그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때껏 느껴 보지 못한 어떤 불안을 가슴이 답답하도록 느꼈다.
그는 어머니를 돌아보며,
"어머니."
하고 부르니 아무 대답이 없다. 그리고 약간 코고는 소리가 가늘게 들린다. 가슴이 내려간 틈에 어머니는 저렇게 잠을 자는 것이다. 그는
얼결에 어머니를 불러 놓고도 어째서 그가 어머니를 불렀는지 꼭 집어낼 수는 없엇다. 그는 물끄러미 어머니의 핏기 없는 얼굴을 바라보며 이불
속에 아까 넣어 둔 오 원짜리 지화를 생각하였다. 따라서 뜻하지 않은 한숨이 폭 나왔다.
선비는 어실어실해서 그만 일어나고 말았다. 어젯밤 잠을 못 잔 탓인지 골머리가 띵하니 아팠다. 어머니의 아픔도 아픔이려니와, 어젯밤 돌연히
나타난 덕호와 간난의 행동이 수상스러워서 한 잠 못 잤던 것이다.
"어머니, 물 데워서 손발 좀 씻어 올릴까요?"
"그래."
간신히 대답한 어머니는 "아이구!" 하며 돌아눕는다. 선비는 어머니 곁으로 가서,
"아직도 아파? 자꾸."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음음" 하고 신음할 뿐이다. 그는 이불을 꼭 덮어 준 후에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날은 채 밝지 않았다. 그는 멍하니 어젯밤 일을 다시금 되풀이하며 가만히 부엌문을 열었다. 김치 시어진 내가 훅 끼친다. 그는,
"김치는 다 시어지눈."
이렇게 중얼거리며 앞뒷문을 활짝 열어 놨다.
그가 솥에 물을 붓고 불을 살라 넣을 때 누가 싸리문을 흔든다. 순간에 선비는 간난의 얼굴이 휙 지나친다. 그래서 그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누가 이 새벽에 올까?
마침내 싸리문이 찌걱 하고 열리는 소리가 난다.
"거 누구요?"
선비는 부엌 문턱에 서서 내다보았다. 그때 선비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질겁을 하여 방으로 뛰어들었다. 어머니도 놀랐는지
돌아보며,
"왜 그러냐, 응?"
선비는 어머니 곁으로 가서 문 편을 바라보며,
"어떤 사나이가 싸리문을 열고 들어와."
어머니는 이 말에 도적이 드는가 하여 벌컥 일어나려다가 도로 쓰러지며,
"그거 누구냐? 응, 누구야?"
목청껏 소리친다. 문 밖에서 머뭇거리던 사나이는,
"아저머니, 내유."
"응, 내가 누구란 말이야, 이 새벽에."
그의 음성을 분간하여 짐작하려나 도무지 들어 보지 못하던 음성이다. 그는 마침내 방문을 부시시 열었다. 그들은 뛰는 가슴을 진정하며
바라보았다. 아직도 컴컴하므로 분명치는 않으나 그 윤곽과 키를 짐작하여 첫째인 것을 알았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첫째임에 더한층 놀랐다. 그리고 속으로는 저 부랑자놈이 누구를 또 어쩌려고 이 새벽에 왔는가 하니 가슴이 후닥닥 뛰었다.
"응, 자네가 어째서 이 새벽에 왔는가?"
"아저머니가 아프시다기 저 소태나무 뿌리가 약이라기에 가져왔수."
그의 음성은 차츰 입 속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이 말에 그들 모녀는 적이 안심하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의문이 뒤범벅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
"아심찮으이, 원……."
방 안으로 들여놓는 소태나무 보자기를 보며 선비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는 보자기를 들여놓고는 곧 돌아서 나간다. 선비 어머니는,
"잘 다녀가게."
그의 신발 소리가 멀리 사라진 후,
"아 그놈, 또 하는 짓이……."
선비 어머니는 선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혼자 하는 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리고 막연하나마 선비로 인하여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불쑥 들어, 어서 선비를 처치하여야겠다는 생각이 한층더 강하여진다.
방 안은 활짝 밝았다. 무섭게 해어진 보자기 사이로 금방 캐온 듯한 싱싱한 소태나무 뿌리가 삐죽삐죽 나와 있었다. 선비는 무서워서 깜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렸을 때 싱아 빼앗기던 생각까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이애, 저것 어디 감추어 둬라. 누가 보나다나 해두…… 그 부랑한 놈이 그게 웬일이야?"
선비 어머니는 생각할수록 이상하였다. 그리고 일종의 공포까지 느꼈다. 그만큼 첫째네 모자는 이 동네서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첫째는 술 잘 먹고 사람 잘 치기로 유명하였던 것이다. 선비는 어머니의 말에 어딘가 모르게 섭섭함을 느꼈다. 동시에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슬픈 생각이 소태나무보를 싸고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그의 이러한 맘이 무엇 때문인지 풀 수가 없었다. 그는 어머니가 자리에
눕는 것을 보고야, 소태나무 보자기를 들고 윗방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문 앞에 다가서며, 이건 밤에 캐온 겐가? 잠두 못 자고…… 이렇게
생각하며, 아까 문 밖에 섰던 첫째의 얼굴을 다시금 그려 보았다.
그가 무엇 때문에, 왜 이것을 가져왔을까? 그때 그의 볼이 화끈 달며 무서움이 온몸에 흠씬 끼친다. 그는 무의식간에 소태나무보를 홱 던졌다.
그리고 무엇이 다그쳐 오는 것처럼 달아 내려왔다.
며칠 후 선비 어머니는 마침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덕호의 주선으로 어머니의 장례를 무사히 치르어 낸 선비는 아주 덕호의 집으로 옮겨 오게
되었다. 그래서 안방 맞은편 방 옥점이(덕호의 딸) 있던 방을 제 방으로 정하고 있었다.
덕호의 부부는 선비 어머니가 살았을 때보다 선비를 한층더 귀여워하고 측은히 생각하였다. 더구나 선비가 가사에 막히는 것이 없이 능한 까닭에
옥점 어머니는 선비를 수족같이 알아서 집안 살림을 전수이 밀어 맡기었다.
옥점 어머니는 장죽을 물고 안방에서 나오며 마루 걸레질하는 선비를 보았다. 그리고 담뱃대를 입에서 뽑으며,
"그것은 할멈을 시키고 너는 옥점의 옷을 하여라."
부엌 편을 향하여,
"할멈, 마루 걸레질하우."
선비는 걸레를 대야에 넣고 부엌으로 들어가서 손을 씻고 나온다. 옥점 어머니는 안방에서 옷 마른 것을 가지고 나오며,
"이애, 요새 서울서는 모두 옷을 작게 입는다더라. 이것을랑 아주 작게 하여라."
선비는 일감을 받아 가지고 재봉침에 마주앉았다. 그리고 약간 기계를 수선한 후에 일을 시작하였다. 한참씩 재봉침 바퀴를 굴려 나가다가 뚝
끊으며 눈결에 보면 할멈은 씩씩 하며 마루 걸레를 치다가 어려워서 멍하니 앉아 있다. 그때마다 선비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마루 걸레 치기가 저렇게 힘들까!"
옥점 어머니의 호통에 할멈은 꿈칠 놀라 다시 걸레질을 한다. 옥점 어머니는 할멈의 걸레 치는 것을 쏘아보며 늙은 것들은 저렇게 굴고 젊은
것들은 말 잘 듣지 않고, 어린것을 두어야 좋담, 이렇게 생각하였다.
마침 덕호가 들어온다. 옥점 어머니는 헬금 쳐다보았다. 덕호가 첩네 집에만 묻히어 있는 까닭이다.
"아니 당신도 우리집에 올 줄 아우?"
덕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옥점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저년 때문에 우리집에 무슨 일이 나구야 말 테야. 에이 보기 싫어서!"
재봉침을 굴리는 선비의 뒷모양을 흘금 바라보며 덕호는 마루로 올라왔다.
"옥점이가 아프다고 편지했어…… 집에서 저년이 생긴 흉조를 다 부리고 있으니 그런 일이 안 날 탁이 되나?"
편지를 거지에서 꺼내어 휙 팽개친다. 옥점 어머니는 비상히 당황하여 편지를 주워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어디 좀 똑똑히 보우, 흘려 써서 난 잘 모르겠수. 어데가 아프다고 했수?"
덕호는 아내의 주는 편지를 받아 읽어 들렸다. 옥점 어머니는 금시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아이고 저를 어쩌면 좋우. 내 글쎄 요새 며칠 꿈자리가 사납더니 저 모양이구려. 내가 갈까요?"
"자네가 가서 뭘 알겠나, 내가 가야지. 어서 펄펄 옷 준비를 해."
어느 사이에 부부의 노염은 풀어지고 말았다. 옥점 어머니는 안방으로 들어가며,
"이애 그것은 그만두고 이걸 해라. 그리고 할멈은 어서 숯불 좀 피우."
선비는 하던 일감을 착착 개어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걸 펄쩍 동정을 달아…… 언제 이제 떠날 차가 있수?"
기웃하여 들여다보는 덕호를 쳐다보았다.
"차가, 웬 차가, 자전거로 읍까지 가면 그게서야 떠날 차가 있겠지."
선비는 동정을 시침하며 옥점의 그 둥글둥글한 눈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나 이렇게 집에서 걱정해 줄 아버지 어머니를 가진
옥점이가 끝없이 부러웠다.
그리고 어디가 몹시 아파도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줄 사람조차 없는 자기의 외로운 신세가 새삼스럽게 더 슬펐다.
"나 서울 떠나면 선비는 아랫집 가서 자게 하여라."
"어딜 누가 가는 게요, 선비를 왜……?"
옥점 어머니는 말을 중도에 끊으며 당장에 뾰로통해진다.
"아, 저년이 길 떠나랴는데, 웬 방정을 저다지 떨어. 이애 이년아……."
턱을 철썩 받친다. 선비는 근심스러운 듯이 쳐다보았다. 덕호는 흘금 선비를 보며 물러앉았다.
"글쎄 저런 맥힌 년이 어디 있겠니."
옥점 어머니는 뭐라고 대답을 하려다가 그만 참았다.
검정이가 쫓기어 들어오며 컹컹 짖었다.
중대문이 열리며 옥점이가 들어온다.
"어머니!"
옥점 어머니는 딸의 음성에 질겁을 하여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의 목을 얼싸안고 목을 놓아 울었다. 옥점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낯모를
양복쟁이는 모녀를 바라보며 머뭇머뭇하고 섰다.
덕호는 마루 위에 서서,
"아니 이게 웬일이냐, 언제 떠났느냐. 전보를 치고 올 것이지, 아프다더니……?"
옥점이는 달려와서 덕호의 손을 쥐며,
"아버지, 저이가 우리 학교 선생님의 자제인데, 저 몽금포에 해수욕 오던 길에 나를 만나서 그래서 우리집에 잠깐 들러 가시라고 해서
오셨다우."
덕호는 처음엔 웬 양복쟁인가 하고 적지 않게 불안을 가졌으나 자기 딸이 배우는 선생님의 아들이라고 하니 퍽으나 안심되었다.
옥점이는 양복쟁이를 바라보며,
"우리 아버지여요."
생긋 웃었다. 양복쟁이는 머리를 번쩍 들며 모자를 벗어 들고 덕호의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인사를 하였다.
"이렇게 다 오셔야 만나 보지유. 어서 들어오시우."
덕호는 앞을 서서 들어간다. 그들은 뒤를 따랐다. 옥점 어머니는 옥점의 앞에 서서 들어가는 양복쟁이를 멍하니 바라보며, 나도 저런 아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되었다.
"아가, 어디 아프댔니? 아버지가 방금 너한테 가시랴댔다."
옥점 어머니는 마루에 올라서며 이렇게 물었다. 옥점이는 얼굴을 좀 붉히는 듯하면서,
"어머니두 밤낮 아기, 아가…… 그게 무슨 말씀이야요."
그들은 일제히 웃었다. 옥점이는 아버지와 양복쟁이를 번갈아 보았다.
"아버지, 나두 몽금포 갈 테야요."
덕호는 옥점의 얼굴빛을 자세히 살피며,
"어디 아프다는 것은 좀 나으냐. 네 몸만 든든하거던 아무 데라도 가렴."
옥점이는 생긋 웃으며 양복쟁이를 쳐다보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머니, 선비가 내 방에 와서 있다구?"
"그래……."
"애이…… 난 몰라, 난 어데 있으라누."
금시 새침을 뗀다. 덕호는 옥점이를 보며, 이런 때에 옥점이는 제 어미와 어쩌면 그다지도 꼭 닮았는지…… 하였다.
"이애야, 그럼 선비는 이 방에 있게 하자꾸나."
덕호는 웃으며 양복쟁이를 보았다.
"저것이 아직도 어린애같이 굽니다그리, 하하."
양복쟁이도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이 집에서 옥점이를 어떻게 귀여워하는 것을 잠시간이라도 알 수가 있다.
"선비야, 점심 해라."
어머니 말에 옥점이는 벌떡 일어나며,
"정말 선비가 우리집에 와 있수, 어디?"
뛰어나가는 옥점이는 건넌방 문 앞에서 선비와 꼭 만났다.
"선비야 잘 있었니?"
선비는 옥점의 손을 쥐려다 물큰 스치는 향내에 멈칫하였다.
그러자 두 볼이 화끈 다는 것을 느꼈다.
"애이, 선비 너 고왔구나, 어찌면 저렇게……."
옥점이는 무의식간에 흘금 뒤를 돌아보았다. 안방의 세 사람의 눈이 이리로 쏠린 것을 보았을 때 이때껏 느껴 보지 못한 질투 비슷한 감정이
그의 눈가를 사르르 스쳐가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그의 얼굴까지 화끈 달았다.
옥점이는 냉큼 돌아섰다. 선비는 머리를 푹 숙이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할멈은 김칫감을 다듬다가 선비를 쳐다보며,
"아니 그 사내 사람은 누군고?"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남의 사내와 같이 다니는 것이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모루지요."
아까 옥점이가 그의 아버지에게 양복쟁이를 소개하던 것을 얼핏 생각하였다.
"점심 하래요."
"뭐 점심을……? 밥이 가뜩한데 웬 밥을 또 하래 응. 그 사내를 해 먹이려는군."
선비는 솥을 횅횅 가시며 옥점의 분 바른 얼굴과 양장한 몸 맵시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화로에서 피어나는 숯불을 보았다.
옥점 어머니가 내다보며,
"이애, 닭 두 마리 잡고 해라."
"네."
옥점 어머니는 이렇게 이르고 나서 들어갔다. 훌훌 하는 가벼운 소리에 선비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제비 한 마리가 부엌 천장을 돌아, 살대같이 그 푸른 하늘을 향하여 까맣게 높이 뜬다. 선비는 한숨을 가볍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저
하늘을 보는 듯하였다.
"이애, 닭을 두 마리나 잡으라지?"
할멈은 아궁에 불을 살라 넣으며 선비를 쳐다본다. 그리고 눈가로 가는 주름을 잡히며 웃는다. 그는 언제나 닭을 잡게 되면 살을 다 바른 닭의
뼈를 먹기 좋아하였다.
꼬꾸댁! 꼬꾸댁! 닭 우는 소리에 선비는 놀라서 물 묻은 손으로 행주치마에 씻으며 뒷문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가 허청간까지 달려오니, 닭은
꼬꾸댁 소리를 지르며 둥우리 안에서 돌아가다가, 선비를 보고 푸르릉 날아 내려온다. 뒤이어 닭의 똥 냄새가 그의 얼굴에 칵 덮씌운다. 그리고
닭의 털이 가볍게 일어난다.
선비는 기침을 하며 섰다가, 닭이 없어진 후에 둥우리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제 금시 닭이 낳아 논 달걀이 선비를 보고 해쭉 웃는 듯하였다.
그는 상긋 웃으며 달걀을 둥우리 안에서 집어내었다. 아직도 달걀은 따뜻하다.
"이전 마흔 알이지."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나왔다.
유서방은 풋병아리 두 놈을 잡아 목에 피를 내어 가지고 들어오다가 선비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달걀 또 낳았니?"
"네."
선비는 이 따뜻한 달걀을 누구에게든지 보이고 싶어 쑥 내밀었다.
"쟨 달걀을 여간 좋아하지를 않어."
할멈은 유서방이 들고 들어온 닭을 뜨거운 물에 쓸어 넣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할머니, 이것까지 하면 지금 마흔 알이야요."
"그래 좋겠다! 그까짓 것 그리 알뜰하게 모아서 소용이 무언가."
할멈은 가만히 말하였다. 선비도 이 말에는 어쩐지 가슴이 찌르르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이고 또다시 달걀을 들여다보니 볼수록 귀여웠다.
선비는 소리 없이 광문을 열고 들어갔다. 곰팡이 냄새가 훅 끼친다. 그는 독 위에서 달걀 바구니를 내려 들여다보았다. 똑같은 달걀이 바구니에
전과 같이 그뜩하였다. 그는 들고 들어간 달걀을 조심히 올려놓으며 "마흔 알이지" 하고 다시 한번 더 뇔 때, 문틈으로 비쳐 들어오는 광선은
그의 손가락을 발갛게 하였다. 그는 바구니를 쓸어 보고 부엌으로 나왔다. 그리고 닭의 털을 뽑는 할멈 곁에 앉았다.
그들이 점심을 다 해서 퍼들이고 부뚜막에서 밥을 먹을 때 덕호가 들어왔다.
"선비야, 안방으로 들어가 먹어라, 응."
선비는 일어나며,
"좃습니다."
"아, 왜 말을 안 들어. 어서 가지고 들어가 옥점이와 같이 먹지."
너무 서두는 바람에 선비는 술을 놓고 말았다. 덕호는 암만 말해야 쓸데없을 것을 알고,
"아 그전에도 부엌에서만 먹었니?"
이렇게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무어라고나 하는지, 옥점 어머니의 쨍쨍 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애는 밤낮 그 모양이야 말요, 해야 들어야지요. 원체 질기기가 쇠가죽 이상인데."
선비는 얼굴이 화끈 달았다. 그리고 닭의 뼈나마 빨아 먹은 물이 도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선비가 설거지를 마치고 건넌방으로 건너갈 때 옥점 어머니가 마루에 섰다.
"이전 그 방 임자가 왔으니 넌 이전 할멈과 있든지 나와 있든지 하자."
옥점이가 방에서 툭 튀어나왔다.
"어서 그 방 좀 내다구. 그 방의 그게 모두 뭐냐? 웬 보따리가 그리 많아. 아이, 되놈의 보따리 같데, 호호……."
옥점이는 양복쟁이를 돌아보며 이렇게 웃었다. 선비는 귀밑까지 빨개지며 건넌방으로 왔다. 그리고 봇짐을 모두 한데 싸며 옥점의 하던 말을
다시금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어디로 이 봇짐을 옮길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안방으로 옮기자니 옥점 어머니와는 같이 있기가 싫고 할멈 방으로 옮기자니 그 방은 몹시 좁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그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에 그는 어머니와 그가 살던 아랫마을 집이 문득 생각히었다. 비록 초가이나 어머니와 그가 살던 그 집! 그는 불시에 그 집이
보고 싶었다.
'그 집에 누가 이사해 왔는지 몰라?'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다시 봇짐을 보았다. 그리고 부시시 일어나며 좌우 손에 봇짐을 들었다.
"후덥다. 이거 소리나 한마디 하게나."
키 작기로 유명한 난장보살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가 키 큰 자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리고 호미로 땅을 푹 파올리며 가라지를 얼핏 뽑아
던졌다.
그들은 이렇게 별명을 불러 가며 잡담을 늘어놓곤 하였던 것이다.
"응 소리……."
"싱앗대야, 어서 해라! 이놈아, 이거 살겠니."
난장보살이 키 큰 자의 등을 후려쳤다. 그 곁에서 씩씩하며 김을 매는 첫째는,
"소리 한마디 해유."
하고 돌아보았다. 난장보살은 흘금 쳐다보며,
"이애, 이 곰도 소리를 들을 줄 아니."
술취하기 전에는 첫째는 누구와 말 한마디 건네기를 싫어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술만 취하면 남이 알아도 듣지 못할 말을 밤새껏 저 혼자
중얼중얼하곤 하였다.
첫째는 난장보살을 보며 픽 웃었다. 그는 대답 대신에 늘 이렇게 웃는 것이 버릇이다.
앞산에서 뻐꾹! 뻐꾹! 하는 소리가 난다. 싱앗대는 앞산을 흘금 바라보더니,
"뻐꾹새만 운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목에 핏줄을 불끈 일으키며 노래를 부른다.
흙이야 돌이야
알알이 골라서
임 주고 나 먹으려
가을 묻었지
길게 목청을 내뽑았다. 땃버리라는 별명을 가진 자가 눈을 스르르 감더니,
눈에나 가시 같은
장재 첨지네
함석 창고 채우려고
가을 묻었나
굽이쳐 올라가는 멜로디는 스러지려는 듯 꺼지려는 듯하였다.
"좋다!"
난장보살은 호미로 땅을 치며 이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무어라고 형용 못 할 슬픔이 그들의 가슴을 찌르르 울려 주었다.
"이거 왜 이리 늦으니, 어서 또 받지."
유서방이 싱앗대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싱앗대는,
"너구리 영감! 나 소리하면 술 사줄 테유."
"암 사주고말구……."
첫째는 술 말을 들으니 목이 더 타는 듯하였다. 그리고 뽀얀 탁배기가 눈에 보이는 듯하여 침을 넘겼다.
"그만두겠수다. 탁배기 한 잔에 값비싼 소리를……."
"어서 하자."
여럿이 일시에 소리친다. 유서방은 농립을 벗어 부채질한다.
"이거 더워서 견디겠나, 어서 소리라도 이어 하게. 탁배기가 맛없으면 약주라두 사주리."
"이애 이놈아, 소리마디나 하니까 장한 듯하니? 이리 세를 부리고……."
난장보살은 싱앗대의 농립을 툭 쳐서 벗겨 놓았다.
"이놈아, 좀 그만 까불어라…… 너 내일 누구네 김매러 가니?"
"왜…… 삼치몰래, 삼치몰래 김매러 간다."
"그 밭이 돌짝밭이 돼서 아주 김매기 힘들지."
"그래두 그 밭에 도지가 닷 섬이다!"
"결전이야 저편에서 물겠지, 도지가 그렇게 많으니까."
"결전이 뭐가…… 자담한다."
"뭐 자담이야? 너무하구나! 그 밭은 굶고 부쳐야 하겠군."
싱앗대는 이렇게 말하며 유서방을 곁눈질해 보았다. 유서방은 덕호네 집을 살므로, 언제나 그들은 유서방을 꺼리었던 것이다. 난장보살은 침을 탁
배앝으며,
"요새 하는 짓이란 놀랄 만하니."
가만히 말하며, 호미 끝에 조가 상할까 하여 얼핏 손으로 조를 싸고 돌며 미츨하니 북돋아 놓았다. 그때 바람이 가늘게 불어와서 좃대를
살랑살랑 흔들어 준다.
멀리서 송아지가 운다. 싱앗대는 목을 늘여,
내가 바친 조알은
밤알 대추알
임의 입에 둥글둥글
구르는 조알
땃버리는 기침을 칵 하며 호미를 힘있게 쥐었다.
장재 첨지 조알은
죽쩡이 조알
내 가슴에 마디마디
맺히는 조알
그들은 뜻하지 않은 한숨이 후 나왔다.
"이놈들아, 소리를 하는 바에는 좀 속이 시원한 소리를 하지 그게 무슨 소리냐!"
난장보살은 얼굴이 벌개지며 호미를 집어 팽개친다. 그의 머리에는 장리쌀 가져오던 기억이 회오리바람처럼 일어났던 것이다.
그날―--- 덕호네 그 넓은 뜰에는 장리쌀을 가지러 온 소작인들로 빽빽하였다. 한참 후에 덕호가 장죽을 물고 나왔다.
"이게 웬 사람들이 이리 많아?"
언제나 장리쌀을 내줄 때에 하는 덕호의 말이다.
덕호는 휘 둘러보았다. 돌아선 농민들은 덕호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해지며 불행히 자기만이 쌀을 못 얻어 가게나 되지 않으려나
하는 불안에 머리를 푹 숙였다.
덕호는 약간 얼굴을 찡그렸다. 그들 중에는 작년 것도 채 갚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허 거정, 그래 농사 지은 쌀들은 다 어떻게 했담. 아, 저 사람네도 쌀이 없는가."
덕호는 싱앗대를 바라보았다. 싱앗대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네 그저……."
"그거 웬일이야…… 절용해서 먹지 안 하는 모양일세. 이렇게 가져만 가니 가을에 가서 자네들이 해놓으랴면 힘들지. 그렇지 않은가?"
농민들은 그저 머리를 숙여 들을 뿐이었다.
덕호는 사랑에서 장책과 붓을 들고 나와서, 농민들의 성명을 일일이 적어 놓고 그리고 몇 섬 몇 말 가져갈 것까지 꼭꼭 적어 놓았다.
찌꺽 하는 소리에 그들은 바라보니 유서방이 곡간문을 열었다. 그들 중에 몇 사람은 달려가서 조섬을 끌어내어 마개를 뽑고 이미 펴놓았던
멍석자리에 조를 솨르르 쏟아 놓았다. 낯익은 그 솨르르 하는 소리! 그리고 뽀얗게 일어나는 먼지 속에 풀풀 날리는 좃겨!
무의식간에 그들은 우르르 밀려가서 좁쌀을 한 줌씩 푹푹 뜨며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입에 넣고 씹어 보았다.
작년 가을에 자기들이 바친 조알은 모두가 한알 같아서 마치 잘 여문 밤알이나 대추알을 굴려 무는 듯한 옹골찬 맛이 있었는데 이 조알은 어디서
난 것인지 쭉정이 절반으로 굴려 무는 맛이 거분거분하여 마치 좃겨를 씹는 듯하였다.
이때까지 비록 장리쌀이나마 가져가게 된다는 기쁨에 잠겼던 그들은 어디 가서 호소할 곳 없는 그런 애석하고도 억울함이 그들의 머리를 찡하니
울려 주었다.
유서방은 멀뚱멀뚱하고 서로 바라다만 보는 농민들을 돌아보았다.
"어서 그릇을 가지고 한 사람씩 이리로 나오시우."
그제야 그들은 정신이 들어 한 명씩 앞으로 나갔다.
말에 옮겨 그들의 쌀자루로 솨르르 하고 들어오는 좁쌀 흐르는 소리! 그들의 가슴에다 돌을 처넣은들 이에서 더 아플 수가 있으랴!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한숨을 후 쉬며 이마에서 흐른 땀을 쥐어 뿌렸다. 그리고 어린애같이 거두고 귀여워하는 좃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순간에 그는 호밋자루를 던진 채 발길 나가는 그대로 어디든지 가고 싶었다.
"어서 소리나 또 하자."
유서방이 그들의 침묵을 깨쳤다. 난장보살은 유서방을 흘금 바라볼 때, 그날 쭉정이 좁쌀을 퍼주던 유서방인 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하였다.
"여부슈!"
난장보살은 얼결에 이렇게 유서방을 보고 소리쳤으나, 그 다음 말은 생각나지 않아서 멀뚱멀뚱 바라만 보았다.
그들은 맡은 이랑을 다 매고 딴 이랑을 돌려 잡았다. 이 고랑에는 조뱅이가 더 많이 우거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냉이꽃이 하얗게 덮였다.
싱앗대는 벌컥 일어나서 해를 짐작해 보며,
"해지기 전에 이 밭을 다 맬까?"
하고 혼자 하는 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놈아, 이걸 해지기 전에 못 매어."
난장보살이 싱앗대를 올려다보았다.
"어서 소리나 해유."
첫째가 그들을 바라본다. 싱앗대는 도로 주저앉으며 감내기〔農夫歌〕를 불렀다.
임 따라가세 임 따라가세
정든 임 따라가세
부러진 다리를 찰찰 끌면서
정든 임 따라가세
"좋다!"
땃버리가 소리치며 흘금 돌아보았다.
"이애 저기 뭐가?"
난장보살은 벌컥 일어났다.
그들은 일시에 바라보았다. 어떤 양복쟁이와 굽 높은 구두를 신은 계집이 이편으로 온다. 그들은 호기심에 켕기어 벌떡벌떡 일어났다. 유서방은,
"여보게들, 그게 우리 주인의 딸 옥점일세."
"뭐야 옥점이! 서울 가서 학당 공부 한다더니 왜 나려왔나?"
"아프다고 왔다네."
"아, 그런데 양복쟁이는 누구여?"
유서방도 이 물음에는 궁하여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글쎄 나두 잘 몰라!"
"이애 서울 가더니 서방을 얻어 가지고 왔구나."
난장보살이 이렇게 말하며 길 옆 밭머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제길 어떤 놈은 팔자 좋아 예쁜 색시 얻구 돈 얻구, 요놈은 평생 홀아비 되라는 팔자인가."
첫째는 슬며시 돌아본다. 난장보살은 거지 안에서 익모초를 말린 담배를 꺼내서 신문지 조각에다 놓고 두르르 말아서 침으로 붙인 후에 붙여 물며
차츰 가까워 오는 양복쟁이와 옥점이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곁눈으로 흘금 농부들을 보고 나서 지나친다. 그리고 옥점이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무슨 이야긴지 재미나게 하는 모양이다.
"이애 사람 죽이누나!"
그들이 멀리 간 후에, 난장보살은 담배 꼬치를 집어던지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리고 호미를 쥐고 김을 매기 시작하였다.
한참 후에 땃버리는 난장보살을 툭 치며,
"이 사람아, 자네 요새 장가가고 싶은 모양이네그리."
"어 그래, 이놈 나 장가 보내 주겠니?"
땃버리는 생각난다는 듯이,
"아니 유서방, 선비가 지금 덕호네 집에 있지유?"
"응 있어 왜?"
"그 어디 출가시키지 않으려나유?"
"글쎄! 시키겠지."
싱앗대가 눈을 꿈벅하며,
"뭘, 모르지, 알 수 있나, 그러구저러구 다……."
말을 끊으며 유서방을 쳐다본다. 유서방은 못 들은 체하고 말았다. 첫째는 그 큰 눈을 번쩍 뜨고 그들의 말을 듣다가 한숨을 푹 쉰다.
난장보살은 비위가 동하여 땃버리를 바라본다.
"그 좀, 자네 중매할 수 없겠나?"
"날 보고 말해 되겠나, 그게야말로 덕호에게 청대야 할 노릇이지."
"아따 이 사람, 그러기에 자네가 중매를 들라는 말이어."
"난 자격이 없네."
"선비는 얼굴도 예쁘지만 맘도 고우니…… 참 그것 신통해……."
유서방은 선비의 자태를 머리에 그리며, 아까 싱앗대가 하던 말을 다시금 생각하였다. 첫째는 여러 사람들이 아니면, 유서방을 붙들고 얼마든지
선비에 대한 말을 묻고 싶었다.
이렇게 잡담을 하며 김을 매던 그들은 해가 꼭 져서야 동네로 들어왔다.
집으로 온 첫째는 저녁을 먹은 후 곧 밖으로 나왔다. 웬일인지 집안에 들어앉았기가 답답해서 못 견딜 지경이다. 그는 어정어정 걸었다. 그리고
아까 난장보살에게서 빼앗아 둔 익모초 담배를 꺼내 붙여 물었다. 한 모금 쑥 빨고 나니, 담배와 같이 향기로운 맛이 없고 맥맥하였다. 그는
휙 집어 뿌렸다.
"이걸 담배라고 다 먹나!"
이렇게 중얼거리며 보니 덕호의 집 울 뒤였다. 그는 요새 밤마다 이 집 주위를 한 번씩 둘러 가곤 하였다. 행여나 선비를 볼까 하여 이렇게
오나 한 번도 이 집 주위서 그를 만나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저녁을 먹고 나면, 오늘이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또다시 오곤 하였다.
캄캄한 하늘에는 별들이 동동 떴다. 그리고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모기 쑥내가 약간 코끝을 흔들어 준다. 그는 어디라 없이 멍하니 바라보며
손으로 허리를 꽉 짚었다.
덕호네 집에서 간혹 무슨 말이 흘러나오나 누구의 음성인지 또는 무슨 말을 하는지 분간할 수가 없다. 그저 호호 하하 웃는 웃음소리만은 저
별을 쳐다보는 듯이 또렷하였다.
그는 이렇게 우두커니 서 있으니 아까 집어던지던 익모초 담배나마 생각히었다. 그래서 거지 안을 뒤져 보니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풀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밑이 선뜻하여 다는 속이 한결 시원한 듯하였다. 그때 이리로 오는 듯한 신발 소리가 나므로 그는
두 눈을 고양이 눈처럼 떴다.
가까워지는 신발 소리는 뚝 끊어지며, 울바자 밑에 붙어 서는 소리가 바삭바삭 난다. 그리고 급한 숨결소리가 여자라는 확신을 그에게 던져
주었다.
그는 일어나는 호기심과 아울러 선비가 아닌가 하는 의문에 역시 가슴이 뛰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그는 저편 사람에게 자기가 있는 것을
눈치채이지 못하게 하려고 조금씩 뒷걸음질을 하였다.
또다시 신발 소리는 이편을 향하여 오더니 멈칫 선다. 그리고 숨을 호 하고 쉬었다. 따라서 무엇을 생각하는 듯이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 있다.
첫째는 어둠 속으로 어림해 보이는 그의 키와 그리고 몸집을 자세히 훑어보는 순간 선비가 아니냐? 하는 생각이 차츰 농후해졌다. 그는 불과 몇
발걸음 사이를 두고 그립던 선비와 이렇게 마주섰거니 하는 생각이 울컥 내밀칠 때, 무의식간에 그는 몇 발걸음 내디디었다. 신발 소리를 들은
저편은 질겁을 하여 달아난다. 첫째는 이미 내친 걸음이라 그의 뒤를 따랐다.
뛰기로 못 당할 것을 안 계집은 어떤 집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그는 할 수 없이 그 집 나뭇가리 옆에 붙어 서서 계집이 나오기를
고대하였다. 그러나 계집은 한참이나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는 의심이 버쩍 들었다. 혹시 선비가 아닌가? 그럼 누구여? 이 밤중에 그 집에
와서 엿볼 사람이 누굴까? 그는 눈을 감고 한참이나 생각하여 보아도 얼핏 짚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그를 선비라고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밤은 기어코 선비를 만나 몇 해 쌓아 두었던 말을 다만 한마디라도 건네고 싶었다.
이제 선비를 만나면 뭐라고 할까? 이렇게 자신을 향하여 물어 보았다. 그러나 아무 할 말이 없다. 온 가슴은 선비를 대하여 할 말로 터질
듯한데 막상 하려고 하니 캄캄하였다. 뭐라고 하나…… 너 나하구 살겠니? 하고 물을까? 그것도 말이 안 되었어. 그러면 너 나 알지?
'아니, 아니어.' 그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픽 웃어 버렸다. 그리고 여러 가지 말을 생각하며 그 집 문 편만을 주의하였다.
그때 저편에서 지나가는 듯한 신발 소리가 나므로 누가 이 집 앞으로 지나는가 보다 하여 숨을 죽이고 무릎을 쭈그렸다. 마침 신발 소리가 뚝
그치며 술술 하는 소리를 따라 난데없는 물줄기가 그의 얼굴을 향하여 쏟아진다. 그는 주춤 물러서는 순간, 그것이 오줌줄기라는 것을 깨닫자
그는 벌컥 일어나며 이편으로 다가섰다.
"이 자식아, 얻다가 오줌을 누느냐?"
뜻하지 않은 사람의 음성에 저편은 꿈찔 놀라서 오줌을 줄이치고 물러선다.
"거 누구여?"
첫째는 그의 음성에 벌써 누구임을 알았다.
"이 자식아, 얻다가 오줌을 누냐?"
그제야 개똥이는 첫째인 것을 알고,
"아 왜 거게 가 섰느냐? 이 자식아."
첫째는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우물쭈물하였다. 개똥이는 앞으로 다가서며,
"난 너희 집에 갔댔다."
"왜?"
"내일 우리 김 좀 매달라구."
"나 벌써 명구네 김 매주겠다고 말했다야."
"응 명구네…… 거 안되었네, 품 한 명이 꼭 모자란데……."
그때 문소리가 나며 초롱불이 나온다. 그들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두운데 잘 건너가우."
개똥 어머니의 말이다.
"네."
첫째는 선비의 음성인가 하였다. 그리고 개똥이가 아니면 쫓아가겠는데, 그럴 수도 없고 해서 머뭇머뭇하고 서 있었다. 초롱불은 첫째를 비웃는
듯이 조롱하는 듯이 까뭇까뭇 숨바꼭질을 한다. 첫째는 가슴이 죄어서 한 발 내디디었을 때,
"어마이, 거 누구여?"
개똥이가 묻는다.
"응…… 너 왜 거게 가 섰니?"
개똥 어머니는 이편으로 오는 모양이다.
"간난이구나, 그애가 이 밤에 왜 왔을까?"
"간난이?"
첫째는 놀란 듯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개똥 어머니는 멈칫 선다.
"거 누구니?"
"나유."
"……응 첫째인가."
"간난이가 뭐 하러 우리집에를 왔어?"
"글쎄 말이다, 혹 덕호가 보냈는지?"
첫째는 멍하니 마지막 사라지는 초롱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맛 가의 오줌을 씻어 내며 터벅터벅 걸었다.
첫째는 무정처하고 걷다가 다시 덕호의 집 주위를 한 바퀴 돌아서 그의 집으로 왔다.
그러나 방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서 마당가에서 어정어정 돌아다니다가 나뭇가리 옆에 펄썩 주저앉았다. 훅 하고 끼치는 나무 썩어진 내를
맡으며, 아까 개똥이의 오줌을 받은 기억이 떠올라 무의식간에 그의 손은 이맛가를 만졌다. 따라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울분이 울컥 치미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나뭇가리에 몸을 기대며 고놈의 계집애는 도무지 볼 수가 없으니 웬일이어, 어디 앓지나 않는지? 하고 생각할 때 그의 눈 위에서 빛나던
그중 큰 별 하나가 꼬리를 길게 달고 까뭇 사라진다. 그는 그 별이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며 선비의 눈등의 검은 사마귀를 생각하였다.
티없이 밝은 얼굴에 빛나는 그 검은 사마귀! 그것은 흡사히 이제 사라진 그 별과 같았다. 그는 한숨을 길게 쉬며 눈을 꾹 감았다. 감으면
감을수록 더 또렷이 나타나는 그 검은 사마귀! 이놈의 계집애를…… 하며 첫째는 벌떡 일어났다. 그때 저편으로부터 신발 소리가 났다. 그는
공연히 화가 치받친다.
"거 누구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첫째냐? 난 널 자꾸 찾아다녔구나, 여기 있는 것을 모르고…… 왜 거기 가 있냐?"
이서방은 헐떡헐떡하면서 첫째의 곁으로 와서 그의 손을 끌고 방으로 들어왔다. 첫째는 일어나는 화를 참으며 씩씩하였다. 이서방은,
"첫째야!"
부르고 나서 그의 곁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첫째는 귀찮다는 듯이 조금 물러앉으며 벌렁 누워 버렸다. 이서방은 그의 이마를 짚으며,
"너 요새 뭐 생각하는 것 있지?"
첫째는 얼른 선비를 머리에 그리며, 이서방의 손이 거북하였다. 그래서 손을 물리치며 돌아누웠다. 한참 후에 이서방은,
"너 자냐?"
"아니."
"너 요새 왜 잠두 안 자고 다니니?"
"잠이 안 오니께."
"왜, 잠이 안 와?"
"……"
뭐라고 말을 하렸으나 입이 꽉 붙고 만다. 이서방은,
"첫째야, 네가 내게 숨길 것이 뭐냐, 말하면 내 힘 미치는 데까지는 힘써 보자꾸나."
이서방도 첫째가 어떤 계집을 생각해서 이렇게 잠도 못 자고 다니는 것을 짐작은 했으나, 어떤 계집인지를 꼭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 계집을
첫째에게서 알아 가지고, 될 수 있는 대로 힘써 보자는 것이다. 만일 저대로 방임해 두면 첫째는 불일간에 무슨 병에 걸려들지 않으면 무슨
변이라도 낼 듯싶었던 것이다.
첫째는 언제까지나 잠잠하고 있다. 이서방은 바싹 다가누웠다.
"너 어떤 계집을 생각하지, 아마?"
첫째는 계집이란 말에 그의 얼굴이 화끈 달며 선비의 그 고운 자태가 스르르 떠오른다. 그는 그만 돌아누웠다.
"자자우, 이서방."
말하지 않을 것을 안 이서방은 훗날에 천천히 물어 보리라 하고,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첫째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그 밤을 새우고, 어실어실하여 일어나 앉았다. 그때 안방문이 가만히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첫째는 어떤 놈이
또 와 잤군…… 하고 생각하며 장성한 아들을 둔 그의 어머니의 행동이 끝없이 원망스러웠다.
"안녕히 가세요."
"음."
"언제 또 오시겠수?"
"글쎄 봐야 알지."
소곤거리는 유서방의 음성이다. 그는 도리어 반가운 생각이 들어 벌컥 일어났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을 때,
"너 왜 벌써 일어나니?"
이서방이 일어나며 그의 꽁무니를 꾹 붙들었다. 이서방은 첫째가 달려나가서 무슨 행패를 할까 하는 불안에서 이렇게 붙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벌써 첫째 어머니는 문을 지치고 들어온다. 첫째는 그의 어머니를 노려보다가,
"어머니!"
자거니 하였던 첫째의 음성에 그의 어머니는 놀라 멈칫 섰다. 그리고 첫째가 성이 나서 뛰어나오는 것 같아서 뒤로 비슬비슬 물러섰다.
이서방은 이 경우에 모자의 불평을 어떻게 완화시킬지 몰라 한참이나 생각하였다. 문을 열고 아무 말 없이 그의 어머니를 노려보던 첫째는 방문을
쾅 닫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제야 이서방도 물러앉는다.
신철이를 따라 몽금포에 내려가서 해수욕을 하고 올라온 옥점이는 오늘 아침차로 상경하겠다는 신철이를 만가지 권유로 겨우 붙들었다. 신철이는
옥점이보다도 덕호의 애써 말리는 데 못 이기는 체하고 떠나지 않았으나 실은 웬일인지 그렇게 쉽게 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남의 집에 와서 하루 이틀도 아니요 거의 달지경이 되어 오니까 미안함에서 상경하겠다고 하였던 것이다. 옥점이는 신철의 남성다운 체격을 웃음을
머금고 바라보았다.
"우리 참외막에 가볼까요?"
"글쎄요…… 우리 둘이만이 가는 것이 좀……."
옥점이는 냉큼,
"그럼 누구 또 말씀해 보세요?"
그의 속을 뚫고 보려는 듯한 옥점이의 강한 시선을 그는 약간 피하였다.
"아버지든지 혹은 어머니도 좋구요."
"정말?"
"그러면요, 우리 둘만은 이런 시골에서는 좀 재미없지 않아요?"
"하긴 그래요, 그럼 어머니를 가자구 할까?"
"그것은 옥점 씨 생각에 맡깁니다."
옥점이는 호호 웃으며 냉큼 일어나 안방으로 건너갔다. 신철이는 책상 앞에 조금 다가앉아서, 면경 속에 그의 얼굴을 비추어보며 무심히 밖을
내다보았다. 그때 선비가 빨래함지를 이고 부엌으로부터 나온다. 신철이는 얼른 몸을 똑바로 가지고, 지나치는 그의 왼편 볼을 뚫어지도록
보았다. 그가 중대문을 넘어가는 신발 소리를 들으며, 빨래를 하러 가는 모양인데…… 하고 생각할 때, 이상한 광채가 그의 눈가를 스쳐간다.
그가 이 집에 온 지 거의 두 달이 되어 와도 저렇게 먼빛으로 선비를 대할 뿐이고, 한 번도 한자리에 앉아 말을 건네어 보지 못하였다.
그만큼 그는 선비에게 어떤 호기심을 두었다. 그리고 특히 그의 와이샤쓰나 혹은 내의 같은 것을 빨아 다려 오는 것을 보면, 어떻게 그리
정밀하고 얌전스럽게 해오는지 몰랐다. 그때마다 그는 이런 아내를 얻었으면…… 하는 생각이 옷 갈피갈피를 뒤질 때마다 부쩍 들곤 하였다.
그리고 그의 고운 자태! 눈등의 검은 점…… 그의 머리에 강한 인상을 던져 주었다. 그와 말이나 해보았으면……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든지 오늘 냇가에만 가면 그를 만날 수가 있을 터인데 어떻게 뭐라고 핑계를 대고 옥점이를 떨어치나가 문제 되었다.
옥점이가 건너오며,
"어머니가 가시겠다오."
"예 좋습니다."
이렇게 선뜻 대답은 하고도 신철이는 엉덩이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
"어서 일어나요, 더웁기 전에 가요."
신철이는 무슨 생각을 잠깐 하다가,
"아버지도 모시고 가는 것이 어때요."
"아이! 아버지는 뭐라구."
헬끔 쳐다보며 웃는다. 그도 빙긋이 웃으며,
"노인네 부부도 산보해야지요, 하하."
옥점이도 호호 웃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 앞에 자기들이 가지런히 서서 가는 것도 그럴듯한 일이었다.
"그럼 모시고 갈까…… 아이 아랫집에서 안 올라오셨을 게요."
옥점이는 통통걸음을 쳐서 사랑으로 나간다. 신철이는 그의 나가는 뒷모양을 바라보면서 선비가 혼자서 빨래를 갔는가? 하였다. 옥점이는 곧 돌아
들어왔다.
"아버지가 안 오셔서……."
그제야 신철이는 벌컥 일어났다. 그리고 벽에서 모자를 벗겨 쓰며,
"내 아버지는 모시고 갈 것이니 어서 먼저들 가시오. 저번 갔던 그 막이지?"
옥점이는 약간 싫은 빛을 띠었으나 얼른 웃어 버렸다.
"그만둬요, 아버질랑."
"글쎄 어서 가요. 내 가서 모시고 올라가리다."
신철이는 밖으로 나왔다. 뜨거운 볕이 그의 전신을 후끈하게 하였다. 그가 큰대문을 나서며 어떻게 할까? 하고 우뚝 섰다.
신철이는 어떻게 하든지 옥점이만을 떨어칠 양으로 이렇게 서두르고 나오기는 했으나 막상 나오고 보니 어떻게 해서 선비를 교묘히 만나 볼까가 큰
걱정이다.
우선 그는 멀리 보이는 원소의 숲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덕호가 첩살림하고 있는 아랫마을을 돌아보았다. 따라서 옥점이와 같이 갈 참외막 있는
앞벌도 바라보았다.
그러자 옥점이와 그의 어머니가 나온다.
"왜 안 가셨수?"
옥점이는 물빛 양장에 밀짚모를 꼭 눌러 썼다. 그의 어머니는 딸과 신철이를 바라보며 언제 웃을지 몰라 입을 벌리고 있다. 비록 정식으로 말은
건네이지 않았으나 이 둘이는 장래 부부로 인정하였던 것이다.
"아버지한테도 같이 가려구요?"
"뭘, 나허구?…… 난 안 간다는 게야, 그년의 계집애 보기 싫어서."
옥점이는 휭 돌아간다. 신철이는 옥점의 이러한 대답을 듣기 위하여 부러 물었던 것이다.
"왜 그래요? 그이도 어머니가 되겠지우."
"아라마 이야다와(어머 싫어요)."
이렇게 소리치며 어머니의 손을 끌고 간다. 몇 발걸음 걸어나가던 옥점이는 돌아보았다.
"얼핏 모시고 와요, 그리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이 순간에 그는 급한 숨결을 겨우 억제하였다. 모든 일이 자기가 상상하였던 것보다 예상 이외에 순조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신철이는 뛰는
가슴을 진정하며 옥점의 뒤를 슬금슬금 따라 섰다.
옥점이가 동구를 벗어나며 이편을 돌아본다. 그리고 무어라고 손질을 두어 번 치고 모밀밭 뒤로 사라진다. 신철이는 한숨을 후유 하고 쉬었다.
만사는 이제부터다 하고 그는 아무 거침 없이 원소를 바라보고 급히 걸었다.
원소의 숲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숨결은 몹시도 뛰었다. 그리고 불행히 옥점이가 그의 뒤를 따르지 않는가 하여 자주자주 뒤를 돌아보았다.
물소리가 졸졸졸졸 한다. 그는 우뚝 섰다. 그리고 버드나무숲을 헤치고 가만히 들어섰다. 길길이 늘어진 버들가지가 그의 어깨를 서늘하게
스치었다. 그는 나무 밑에 꼭 숨어 서서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를 훑어보았다.
뚝 그쳤던 방망이 소리가 청청 울려 온다. 그 소리는 이 고요한 숲을 한층더 고요하게 하였다. 그는 방망이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버드나무숲에 가리어 잘 보이지는 않으나, 방망이 소리를 타고 오는 음향은 선비의 존재를 확신케 하였다. 그는 차츰차츰 그편으로 갔다. 선비의
바른편 볼이 둥그렇게 나타나 보인다. 신철이는 멈칫 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따라서 선비를 만나 무슨 말을 할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할 말이 있는 듯하고도 또다시 생각하면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 하누? 다시 한번 망설였다. 이제는 발길까지
무거워지고 그리고 숨결이 무섭게 뛰놀았다.
그가 동무를 따라 카페 같은 데도 더러 다녔으나 이렇게 여자를 어렵게 대하여 보기는 처음이었다.
방망이 소리가 뚝 끊어지며 빨래를 헹구는 모양인지 절벅하는 물소리가 들린다. 그는 버드나무에 몸을 기대어 에라 돌아가자! 내가 이게 무슨
짓이냐, 그와 말은 해봐서 뭘 하는 게야 하고, 그는 발길을 돌리렸으나, 꽉 붙고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 지금
막에서 기다릴 옥점이를 생각하였다. 그러나 옥점이의 환영은 차츰 희미하게 사라지고, 선비의 얼굴이 뚜렷이 보인다.
"내가 이게 웬일이야, 며칠지간에."
이렇게 중얼거리며 휙 일어났다. 그리고 흐르는 물 속으로 빛나는 차돌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지금 아버지는 내가 몽금포에서 수양하고 있는
줄 알 터이지 하는 생각이 버쩍 들자 그는 머리를 돌려 버렸다. 그때에 무심히 앞에 늘어진 버들가지 하나를 잡아 뚝 꺾었다. 그리고 손이
아프도록 잎을 죽 훑어서 후르르 물 위에 뿌리며 천천히 내려왔다.
그가 참외막까지 왔을 때 갑자기 우뚝 섰다. 덕호를 데리고 온다고 옥점이를 떨어치던 자기를 새삼스럽게 발견하였던 것이다. 옥점이는 막에서
달려 내려온다.
"왜 혼자 오우?"
그는 잠깐 주저하다가,
"그만 중로에 가기 싫기에 오구 말었수. 그 뭐……."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옥점이는 말똥말똥 쳐다보다가,
"어서 저리로 올라갑시다. 내가 참외 맛있는 것으로 골라 두었수."
신철이는 옥점이를 따라 몇 발걸음 옮겨 놓다가 무심히 바라보니 참외 덩굴 아래로 어린애 머리만큼이나 한 참외들이 수북하였다. 그는 얼른
그리로 가서 참외를 만져 보았다. 그리고 모자를 벗어 부채질을 하며,
"이거 보우, 이거 참 시굴이 좋기는 하다니!"
옥점이는 휙근 돌아보며 머뭇머뭇하다가 온다.
"아이 더워요. 어서 저리로 가요."
옥점의 코밑에 땀방울이 방울방울 맺혔다. 신철이는 가뿐 숨이나 쉬어 가지고 막으로 올라가려고 밭머리에 펄썩 주저앉았다. 옥점의 어머니는
기웃하여 내다본다. 옥점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이, 거게 가 앉아?"
신철이는 모자로 해를 가리며 이마의 땀을 씻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었다. 옥점이는 그의 쩍 벌어진 양 어깨를 바라보며, 자기 같으면
저렇게 외면하고 앉을 것 같지 않았다. 그 동안이라도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이 갑갑해서…… 옥점이는 쓸쓸하였다.
신철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저편으로 충충 걸어간다. 그리고 풀숲에서 무엇을 찾는 모양이더니 딸기 한 송이를 나뭇가지째 꺾어 들고 벙글벙글
웃으며 온다. 옥점이는 달려가며,
"그게 어디 가 있수? 아이, 빛이 곱지."
신철의 손에서 빼앗으며, 옥점이는 갸웃하고 한참이나 들여다보더니,
"고레 안타노 하트(이게 당신의 마음)?"
얼굴을 약간 붉히며 쳐다본다. 신철이는 옥점의 얼굴을 거쳐 딸기를 보았다. 그때 그는 이상한 충동을 느꼈다.
"올라가요, 어서 저리로."
옥점이는 앞섰다. 신철이도 그의 뒤를 따라 막으로 올라갔다. 옥점 어머니는 귀여운 듯이 그들을 번갈아 보며,
"왜? 안 오시겠다고 헙데까?"
옥점이는 참외를 고르며,
"그 계집애 꼴 보려고 거길 가!"
신철이를 흘금 쳐다보며 어머니를 돌아본다. 그의 어머니는 약간 섭섭함을 느끼며,
"그럼 더운데……."
하고 웃음으로 쓸어치고 말았다.
"이게 달 것이라지? 어머니."
옥점이는 참외를 들어 보인다.
"그래, 깎아 보렴."
그는 칼을 들어 반을 갈랐다. 속이 새파란 것인데, 꿀내 같은 내가 물큰 올라온다.
"이것 보우, 참말 달겠수."
옥점이는 참외를 들어 보이며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 신철이를 주었다. 그는 받으며,
"어머니에게 올리시구려!"
"어서 받아요."
눈을 헬끗해 보면서 칼을 내친다. 그리고 곁에 놓았던 딸기 송이를 들며 생긋 웃었다. 이것은 신철이가 자기에게 주는 사랑의 선물인 것 같았던
것이다. 그는 딸기 송이를 들고 이리저리 보다가 모자에 꽂았다.
"이거 봐요, 곱지?"
옥점 어머니는 깜박 졸음이 오다가 옥점의 말에 놀라 바라보았다.
"그게 웬 딸기가?"
"아이, 입때 어머니는 못 보셨수? 호호."
어머니를 바라보는 옥점이는,
"어머니? 졸음이 오나 봐……."
낮이 기울어지면 옥점 어머니는 자는 버릇이 있다. 그의 어머니는 눈을 썩썩 비비쳤다.
"들어가자."
"아이 벌써? 어머니는 먼저 가구려."
그의 어머니는 괴로운 모양인지 그만 부시시 일어난다.
"놀다가 오시우, 난 먼저 가우."
"왜, 같이 들어가시지요."
신철이는 옥점 어머니의 뒤를 따라 막 아래까지 내려가서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옥점이는 막 위에서 이 모양을 바라보며,
"안타와 바카쇼지키와네(당신은 고지식도 하셔)."
호호 웃었다. 옥점 어머니는 신철이를 다시금 돌아보며 사위가 정말 되었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하였다.
막으로 올라오니, 옥점이는 모자를 쓰며 딸기 송이를 보았다.
"어때요?"
"좋구먼요…… 그만 먹지, 먹고 싶구먼."
옥점이는 모자를 벗어 들고 딸기 송이를 따서 신철이 손에 놓아 주며 그도 한 알 물었다. 빨간 물이 옥점의 입술을 물들일 때, 신철이는 아까
옥점이가 하던 말을 다시금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는 아쉬운 생각과 함께 빨래질하던 선비의 자태가 휙 떠오른다. 그리고 그가 뿌리고 온 버들잎
하나가 선비의 손끝을 스치었으련만, 그는 무심히도 버들잎을 치워 버렸으리라! 하였다.
"뭘 생각하시우?"
옥점이가 바싹 다가앉는다. 신철이는 얼른 수숫대 위로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구름을 가리켰다.
"저것 보우, 참 좋아."
옥점이도 그편을 바라보았다.
"제법 시인이 되랴나 부."
"시인?"
무심히 내친 이 말이 그의 가슴폭을 선뜻 찔러 주는 듯하였다. 그는 참말 요새같이 감정이 예민해 가다가는 큰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가 학교에서 휴가를 맡고 이렇게 오게 된 것도 신경이 약하기 때문인데, 수양하러 온다고 와놓고는 돌연히 사귄 이 여자로 말미암아 자기의
수양은 어디로 달아나고 말았다. 더구나 나날이 일어나는 이 번민! 이것은 자기 스스로는 도저히 억제치 못할 것 같았다.
처음에 기찻간에서 이 여자를 만날 때에는 다소의 흥미도 가졌지마는, 불과 며칠이 지나지 못해서 다만 일시일시로 데리고나 놀 여자지, 오래
사귀어 놀 여자가 되지 못할 것을 곧 알았다. 그러나 그는 웬일인지 이 집을 떠나기 싫고, 이 동네가 떠나기 싫었다. 그래서 몽금포에 가서도
오래 있지 못하고 곧 올라왔던 것이다.
옥점이는 피어오르는 구름을 한참이나 보다가 흘금 신철이를 보았다. 구름을 바라보는 그의 눈! 그 새를 타고 내려온 쇠로 만든 듯한 그의 코는
확실히 그의 이지를 대표한 듯하였다.
지금 그의 어머니나 그의 아버지까지도 신철이를 장래 사윗감으로 인정하는 모양인데, 보다도 현재 자기들의 이면에는 내약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실상 자기들 사이는 이때까지 아무러한 내약도 없었으며 그러한 눈치도 서로 보이지 않았다. 옥점이는 초조하였다. 그러나
저편에서 시치미를 떼고 있는데, 먼저 대들기도 무엇하여 눈치만 살살 보는 중이었던 것이다.
"무슨 이야기든지 하세요."
신철이는 돌아보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할 듯 할 듯하다가 그만 웃어 버린다.
"아이 하세요.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그래서요. 이제…… 꼭 대줘요."
어린애처럼 보챈다. 신철이는 조금 물러앉았다.
"옥점 씨, 이 담에 어떤 곳에서 살고 싶어요? 말하자면 서울 같은 도회지에서 혹은 이러한 농촌에서?"
뜻하지 않은 이 물음에 옥점이는 머리를 갸웃하고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그것 왜 물으세요."
"심심하니까 이야기삼아 묻는 게지요."
"신철 씨는 어떤 곳에서?"
"나요? 글쎄 어떤 곳이 좋을까…… 내가 먼저 물었으니 먼저 대답하세요."
"나는…… 신철 씨가 좋아하는 곳에서."
말끝이 입 속으로 숨어든다. 그리고 귀밑까지 빨개지며 그는 머리를 돌렸다. 이것을 바라보는 신철이는, 이 여자가 자기를 사랑하는 셈인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리고 "고레 안타노 하트?" 하고 그가 하던 말을 다시금 생각하는 신철이는,
"그래요, 참 고마운 말씀이구려. 그럼 우리 한동네서 삽시다. 이렇게 한적한 농촌에서 저런 참외며 조며 콩 팥을 심어 가면서 삽시다, 우리.
오작이나 재미나겠수."
그는 눈치를 채지 못한 체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옥점이는 생긋 웃으며,
"그럼 이런 시굴이 좋으세요?"
"네, 저는 이런 곳이 좋아요…… 김도 매고 온갖 가축을 기르면서 사는 것이 좋지요."
"애이!"
옥점이는 그가 거짓말을 하는 듯하여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나 신철이는 웃지도 않고 그를 마주보았다.
"뭐, 김을 매시겠어요?"
"그러먼요, 김매는 것 좋지요."
"참…… 우스워 죽겠네."
"왜 그러셔요?"
신철이는 눈을 크게 떴다.
"김을 매구 어떻게 살아요! 그렇게 할 바에는……."
중도에 말을 끊었다. 신철이는 빙긋이 웃었다.
"그러면 옥점 씨는 시굴서 사실 생각이 아니십니다그려."
"애이! 참."
옥점이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손톱 끝을 물어뜯으며, 그의 안타까운 그 맘을 어째서 신철이가 몰라주는가 하니, 그는
달려들어 신철이를 쥐어뜯고라도 싶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신철이는 여전히 저 앞을 바라보았다. 씨앗에서 몰려나오는 듯한 솜 같은 구름은 이젠 큰 산맥을 이루어서 그 높은 불타산 위를 눈이 부시게
둘러치고 있다.
옥점이는 신철이를 바라보며 무어라고 말을 하렸으나, 곁에 자기라는 존재를 전연히 잊은 듯이 하늘만 쳐다보는 신철의 그 표정은, 끝까지
원망스러운 반면에 또한 극도의 위압에 눌리어 말끝이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들어가요, 그만."
신철이는 돌아보았다.
"그럼 갑시다."
성큼 일어난다. 옥점이는 말을 하자노라니 이런 말이 쑥 나갔으나 실은 이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좀더 신철의 맘을 엿보는 동시에
여기서 어떤 해결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희미하게 들었다. 그러나 신철이는 아무 미련 없이 양복 바지를 툭툭 털며 그 거대한 몸을 사다리
위에 싣는다. 그리고 벌벌 기어 내려간다. 옥점이는 맘대로 하면, 내려가는 그의 엉덩이를 발길로 차서 떨어치고 싶었다. 막 아래로 내려간
신철이는 양복을 툭툭 털며 몸매를 휘돌아본 후에,
"어서 나려오시우."
옥점이는 웬일인지 울음이 쓸어 나오는 것을 입술을 꼭 깨물고 참았다.
"어서 혼자 들어가세요!"
"언제는 가자고 하더니 또 이러시우?"
신철이는 눈가로 약간 웃음을 띠며 이런 말을 하였다. 신철이가 웃는 것을 보니 좀더 성은 나면서도 그는 따라 웃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였다.
그래서 픽 웃고 내려왔다.
막 주인은 어디 가 숨었다가 이제야 어실어실 참외밭으로 나온다. 그들은 참외값을 치르고 나서 길로 나왔다.
"이거 봐요, 동네 들어갈 때는 떨어져 들어갑시다."
한참이나 걷던 신철이는 옥점이를 돌아보았다.
"왜요?"
옥점의 눈가는 빨개진다.
"창피하니까."
"무엇이 창피해요?"
"애들이 따르고 개들이 짖고, 허허."
뜻밖의 말에 옥점이는 호호 웃었다. 그러나 가슴은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이 바작바작 죄어들어서 목이라도 놓고 울고 싶었다.
수수밭 옆을 지나며 신철이는,
"어떻게 할 테우?"
"뭘요?"
옥점이는 눈이 둥그래진다.
"옥점 씨가 먼저 가시겠수, 날 먼저 가라우?"
옥점이는 한숨을 푹 쉬며,
"뭘 어때요. 그까짓 것들 무서워서 그러셔요, 아이 참."
옥점이는 무심히 수숫잎을 뜯어 입에 문다. 그리고 그의 양장한 몸에 수숫대 그림자가 길게 걸어나간 것을 신철이는 보았다.
"무섭지요. 세상에 농민들에게서 더 무서운 인간들이 있겠습니까…… 어서 먼저 들어가세요."
옥점이는 말없이 뾰로통하고 섰더니, 들었던 수숫잎을 휙 뿌리며 휭 돌아섰다.
"그럼 곧 들어오세요."
돌아도 보지 않고 이런 말을 한 후에 옥점이는 수수밭을 지나 논둑을 타고 가물가물 멀어진다. 신철이는 그의 뒷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풀밭에 주저앉았다. 따라서 원소의 숲이 떠오르며 이젠 선비가 들어갔을 터이지 하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석양이 되니 몽금포에서 보던 낙조가 그리워진다. 그 망망한 서해에 한 줄기의 커다란 불기둥을 지르고 넘어가던 그 태양 앞에 가슴을
헤치고 섰던 자기가 어떤 명화를 대하는 듯이 떠오른다. 그리고 끊임없이 솨솨 하고 바위에 부딪치는 그 물결소리…… 그 소리를 타고 늠실늠실
넘어오는 고깃배 사공들의 '어이야, 어이야' 하는 노젓는 소리가 금시로 들리는 듯하였다.
그는 빙긋이 웃었다. 멀리 낙조를 바라보며 옥점의 안달나 덤비던 장면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른 체하고 그 고비를 넘겨 버렸다.
그는 옥점이가 그러한 태도를 그에게 보이면 보일수록 그의 가슴은 이상하게도 얼음같이 차지는 반면에 흥미가 진진하였다. 그리고 다시 오늘
막에서 지내던 일을 생각하며 어느덧 원소의 숲에서 청청 하고 울려 나오던 빨랫소리를 들었다. 그는 지금 눈앞에 선비의 청초(淸楚)한 자태를
보았다. 인간은 일하는 곳에서만 진실(眞實)과 우미(優美)를 발견할 수 있는 모양이다!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무엇이 그의 볼을 툭 치매 그는 놀라 바라보았다.
메뚜기 한 마리가 그 푸른 날개를 활짝 펴고 푸르릉 하고 저편 풀숲에 사라진다.
그는 무의식간에 볼을 슬슬 어루만지며 벌컥 일어났다. 그리고 내일 몽금포나 또 가서 며칠 있다가 상경할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가 동구까지 왔을 때, 유서방이 어실어실 나온다.
"어서 들어오시랍니다."
신철이는 머리를 굽혀 보이고 집으로 들어왔다. 옥점이는 마루에 섰다가 신철이를 보고 생긋 웃었다.
"꽤두 오래 오십니다."
그새 보지 못하였다가 보니 또 새로운 정이 그의 거대한 몸을 휩싸고 도는 것을 앞이 캄캄하도록 느꼈던 것이다.
"세수하시려우?"
신철이는 부엌 편을 흘금 바라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옥점이는 안방으로 들어가며,
"이리 들어오세요."
분홍빛 수건을 내어 방으로 들어앉는 신철의 무릎에 던진다. 향수내가 물큰 스친다. 신철이는 수건을 머리맡으로 물려 놓으며 뒤뜰을 바라보았다.
울바자 끝에는 흰 빨래가 눈이 와서 덮인 것처럼 새하얗다. 그 중에 그의 와이샤쓰가 얼핏 눈에 띄었다.
"집에서는 누가 빨래하시우?"
옥점이는 냉큼,
"선…… 저 할멈이 해요, 왜?"
말끄러미 쳐다본다.
"옥점 씨는 빨래 안 해보셨습니까?"
옥점이는 잠깐 주저하다가,
"난 안 해봤어요."
뒤뜰에서 그의 어머니가,
"아이 그게 빨래가 다 뭐유, 집안의 일을 손끝으로나 대보는 줄 아시우? 호호."
어쨌든 귀여운 모양이다. 더구나 자기 딸이 일해 보지 못한 것을 자랑거리로 아는 모양이다. 신철이는 빙긋이 웃을 뿐이다. 옥점이는 그 웃음이
웬일인지 불쾌하였다.
뒤뜰 장독 뒤로 백도라지꽃이 머리를 다소곳하였다. 그 뒤로 수세미외 덩굴이 울바자를 타고 보기 좋게 뻗쳐 올라가며 노란꽃이 여기저기 피었다.
"저기 무슨 꽃이야요?"
신철이는 백도라지꽃을 가리켰다. 옥점이는 손을 통하여 바라보더니,
"응 저 꽃? 백도라지여요. 저 백도라지가 약이 된다나요. 그래서 일부러 유서방이 캐다 심은 게라오."
"네, 저 쑤세미오이도?"
"그것은 선비년이 다 심은 게라오."
그의 어머니가 대답한다. 옥점이는 선비라는 이름만 신철의 앞에서 불러도 불쾌하였다. 신철이는 옥점이가 아니면 뛰어나가서 그 꽃을 꺾어 볼
위에 대고 싶으리만큼 귀여움을 느꼈다.
마침 바자 밖으로부터 이런 소리가 들렸다.
앉을방 줄방
파리 잡아 줄방
그들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 노래는 차츰 바자 곁으로 오더니 뚝 그친다. 그리고 울바자에 세운 기둥 끝을 향하여 잠자리채가 올라온다.
뒤미처 잠자리 한 마리가 채에 얽혀들어 푸득거린다. 바자 밖에는 갑자기 애들의 환호소리가 "으아" 하고 쏟아져 나왔다.
앉을방 줄방
파리 잡아 줄방
또다시 이런 노래가 멀리 사라진다. 신철이는 그 노래가 끊어진 후에 비로소 자기가 장성하였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는 무의식간에 한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우리도 어렸을 때 저런 일을 했어요."
옥점이는 눈에 웃음을 가득히 띠고 신철이를 쳐다보았다.
그날 밤, 신철이는 밤 오래 놀다가 자리에 누웠으나 잠 한 잠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고 누웠으려니 온몸이 쑤시는
것 같고 더구나 전신에서 땀이 부진부진 나서 못 견딜 지경이다. 그래서 그는 부시시 일어앉았다. 그리고 문을 가만히 열고 내다보았다.
처마 그림자가 뜰 위에 뚜렷이 아로새겼다. 그는 무의식간에 달도 밝기도 하다 하고, 머리를 기웃하여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달은 지붕을
넘어간 까닭에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옷을 주워 입고 밖으로 나왔다.
안방을 살펴보니 잠든 모양인지 잠잠하였다. 그리고 오직 마루 아래로 놓인 옥점 어머니의 흰 고무신이 달빛에 윤택하게 보일 뿐이다. 그는
변소간을 향하고 걸었다.
그가 변소까지 왔을 때 우뚝 섰다. 할멈 방문이 불빛에 빨개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안 자나? 밤이 오랬는데 하고, 그는 어떤 희망을
가늘게 느끼며 뒤를 휘휘 돌아보고 방문 앞까지 왔다. 그래서 그는 문틈이 어디가 났는가 하고 두루두루 찾아보았으나 바늘구멍만한 구멍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는 귀를 기울였다. 누가 아직 자지 않나? 혹은 할멈과 선비가 다 깨어 있나? 그렇지 않으면 선비만 자지 않는가, 혹은
할멈만 자지 않는가? 누가 자지 않는 것만 알아도 좋겠는데,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는 누가 볼까? 조바심하여 그만 변소 앞으로 왔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 소리가 나는가 하여 한참이나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말소리는 들리지 않고 무슨 옷갈피를 뒤지는 소리가 부시시 들릴 뿐이다. 그는 변소간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할멈 방에 누가 자지 않는
것을 어떻게 알까 하고 이리저리 궁리하였다. 그리고 웬일인지 선비가 아직까지도 자지 않고 일을 하는 것만 같았다.
선비―--- 그 이름만이라도 왜 그렇게 곱고 부드럽게 불러지는지 몰랐다. 그리고 항상 내리뜨는 겸손한 그 눈가로 안개가 서려 있는 듯한 그
눈매, 그는 맘대로 하면 당장에 저 얄미운 문짝을 집어젖히고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왜? 밖에를
나왔던고? 차라리 방 안에서 더운 대로 참았더면 하는 후회까지 겸쳐 일어난다.
그는 소리 없이 변소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방문은 여전히 빨갛다. 그때에 방 안의 사람이 일어나는 듯이 문 위에 그림자가 얼씬 비치더니
방문이 바스스 열린다. 찰나에 그는 아찔하였다. 다음 순간 변소 앞으로 일보 일보 다가오는 사람은 선비가 아니냐! 그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벌컥 일어났다. 그리고 잠깐 뛰는 가슴을 진정한 후에 변소 밖으로 나왔다. 무심히 이편으로 오던 그는 신발 소리에 멈칫하며 흘금
바라보았다. 신철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양으로 돌아서 들어가려는 선비를 보고,
"이거 보세요, 네, 이거 보세요."
선비는 거의 방문 곁까지 가서 머뭇머뭇하고 있다. 신철이는,
"저 냉수 한 그릇 주실 수 없을까요?"
얼결에 나온 말이건만, 하고 보니 그럴듯한 말이었다. 선비는 무엇을 좀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만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신철이는 그만 지하에
떨어지는 듯한 모욕을 전신에 느꼈다. 그리고 어째서 그가 변소에서 가만히 있다가 들어오는 선비를 꽉 붙들지 못하고 이렇게 나왔는가 하였다.
"할머니, 할머니."
깨우는 선비의 가는 음성이 들린다. 신철이는 숨을 죽이고 들었다. 할멈은 응, 응 할 뿐이지 용이히 깨지 않는 모양이다.
"할머니 서울……."
그 다음 말은 들리지 않는다. 할멈은 이제야 깨었는지 굵다란 음성이 흘러나왔다.
"네가 가서 떠다 주려무나. 내가 어두워서 알겠니."
또다시 선비의 음성이 소곤소곤 들렸다.
"뭐 어떠냐, 어서 그리 해라."
신철이는 할멈이 깨었으므로 그만 낙망을 하였다. 그러나 선비가 또다시 자기 앞에 물그릇을 들고 나타날 듯하여 가슴이 두근두근하였다. 방문이
또다시 얼씬하더니 문이 열리며 선비가 나온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부엌 편으로 돌아간다. 그는 변소 앞에 섰기도 좀 우스운 듯하여 선비의
뒤를 따라섰다.
컴컴한 안방이 그의 앞에 나타나자 그는 누가 깨지나 않았나 하고 다시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까 윤택하게 보이던 고무신조차도 금시로 사람으로
변하는 듯, 그리고 안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옥점이가 나오는 듯하여 한층더 가슴이 뒤설레었다.
부엌문을 소리 없이 열고 들어간 선비는 물그릇을 들고 나온다. 달빛에 새하얗게 묻혀 버린 그 자태! 낮의 선비보다 몇 배 더 고와 보였다.
신철이는 선비가 부엌으로 들어갈 때만 하여도 온갖 계획을 다 세워 보았지만 막상 그의 앞으로 오는 선비를 볼 때는 모든 계획이 홀랑 달아나
버리고 그저 조급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얼른 물그릇을 받아 입에 대었다. 목은 안타깝게 마르건만 웬일인지 목이 칵 막히며 물이 넘어가지를
않는다. 그는 사래가 들려 기침이 나오려는 것을 억제하면서 물그릇을 도로 돌리려 하고 보니 벌써 선비는 어디로 가고 보이지 않았다. 그는
휙근 돌아보았다. 선비의 치맛자락이 변소 가는 모퉁이로 흘금 보이고 없어진다.
그는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리고 선비가 자기를 그렇게도 싫어하는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따라서 어리석고 비겁한 자신을 새삼스럽게
발견하였다. 그는 맘대로 하면, 들었던 물그릇을 당장에 내던져 산산이 짓모고 싶었다. 그래서 성이 난 눈으로 물그릇을 들여다보았을 때, 아까
방 안에서 보이지 않던 달이 물 속에 떨어져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그는 이 순간 노엽던 그 맘이 약간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물
속에의 어떤 부분을 대표한 듯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간이고, 이렇게 해석하고 섰는 어리석은 자신을 그는 픽 웃어 버렸다. 그리고
온 가슴이 텅 빈 듯한 쓸쓸함이 그의 전신을 휩싸고 도는 것을 그는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는 물그릇을 든 채 건넌방으로 건너갔다. 그때
마루 위를 누가 걸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바스스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선다. 그는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어째 지무시지 않아요?"
크림내를 섞은 젊은 여자의 강한 살내가 후끈 끼친다. 그는 이태껏 옥점에게서 느껴 보지 못한 이상한 충동을 받았다.
"왜 옥점 씨는 자지 않고 나오시우."
이렇게 천연스레 말하는 신철이는 저 여자가 모든 것을 보지 않았나? 하는 불안이 여러 가지 감정과 교착이 되어 가지고 일어난다. 옥점이는 전
같으면 신철의 곁으로 다가앉으며 무엇이라고 소곤거릴 터이나 오늘은 우뚝 선 채 머뭇머뭇하고 서 있었다.
"앉든지 들어가 지무시든지."
신철이는 이런 말을 하며 이 여자가 모든 것을 보았구나 하고 직각되었다. 그리고 물그릇도 받아 주지 않고 간 선비가 이 여자를 보고 그리
하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도리어 자신의 우둔함을 그는 나무랐다.
한참이나 무엇을 생각하고 섰던 옥점이는 신철의 곁으로 다가앉는다.
"선비 곱지?"
어두운데 주먹 내미는 것 같은 돌연한 이 물음에 신철이는 잠깐 주저하다가,
"곱지."
하고 옥점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머리를 푹 숙이더니 다시 번쩍 든다.
"소개해 줄까?"
"것도 좋지."
옥점이는 벌떡 일어났다.
"그럼 내 이제 데려올게."
신철이도 여기에는 당황하였다. 그래서 얼핏 그의 잠옷가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진중한 위엄을 그에게 보이려고 음성을 둥글게 내었다.
"이거 무슨 철없는…… 소개를 하려면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는데 왜? 하필 이 밤에만 맛인가?"
옥점이는 그의 잠옷가를 잡은 신철의 손을 칵 잡으며 흑흑 느껴 운다. 이때껏 참았던 정열이 울음으로 화한 모양이다. 신철이는 무의식간에
옥점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신철이는 물 속에 잠겨 흔들리던 달이 휙 지나친다. 그리고 달빛에 새하얗게 보이던 선비가 천천히
보인다. 그는 슬그머니 손을 놓고 조금 물러앉으렸으나 속에서 울컥 내밀치는 어떤 불길은 옥점의 잠옷 한 겹을 격하여 있는 포동포동한 살덩이를
불사르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꾹 감았다.
"옥점이, 들어가서 자라우."
신철의 음성은 탁 갈리어 잘 나오지 않았다. 옥점이는 좌우로 몸을 흔들며 바싹 다가앉는다. 그의 몸은 불같이 달았다. 신철이는 그만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에 그의 이지가 무참히도 깨어지는 소리가 그의 귓가를 지나치는 듯이 들렸다. 그러나 그는 이 여자의 몸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것을 그는 발견하였다.
그때 안방에서 콩콩 하는 기침소리가 건넌방 문을 동동 울려 주었다. 신철이는 벌떡 일어났다.
"이거 봐요, 어서 들어가. 어머니가 깨시었어, 응."
옥점이도 그제야 부시시 일어나 앉는다. 그리고 신철이를 올려다보더니,
"아이 불 켜지 말아요! 나 들어갈 테야."
벌써 불은 환하게 켜졌다. 신철이는 돌아보며 빙긋이 웃었다. 그때에 신철이는 범치 못할 계선을 벗어난 듯한 가벼운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선비의 그 고운 얼굴이 미소를 띠고 지나치는 것을 그는 확실히 보았다.
신철이는 옥점의 곁으로 오며 그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손질해 주었다. 너무나 상쾌한 맘은 그로 하여금 이렇게 하게 하였던 것이다. 옥점이는
귀밑까지 빨개져서 차마 신철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어서 들어가요, 네, 자 어서."
옥점이는 머리를 매만져 주는 신철의 손을 끌어다가 꽉 깨물었다. 그리고 진저리를 치며 그의 혀끝으로 손을 빨았다. 신철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손을 빼었다.
"자 어서 들어가요."
"난 안 들어갈 테야!"
또다시 기침소리가 콩콩 울려 나왔다.
이튿날 아침 옥점이가 눈을 번쩍 뜨니 아버지가 곁에 와서 그의 구실러진 머리카락을 내려 쓸고 있었다.
"아부지네!"
어젯밤 신철의 손을 얼핏 생각하였다. 그리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희망이 이 방 안에 빽빽히 들어찬 것을 그는 느꼈다.
"왜 이리 늦게 자냐."
"어젯밤 오래 있다가 잤에요."
어젯밤 신철이가 그를 꽉 껴안아 주던 생각을 하며 눈등이 불그레해졌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않으면 어젯밤 일을 아버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아부지…… 저 나 뭐 안 사줄래?"
덕호는 빙긋이 웃으며,
"뭘?"
"저, 피아노 말이어?"
"피아노? 아, 피아노란 게 뭐냐?"
듣느니 처음이었던 것이다. 옥점이는 호호 웃었다.
"참말 아부지는…… 저 왜 학교에 가보면 애들 창가 가르치는 풍금이라는 게 있지요?"
"응, 그래."
"그렇게 모양이 되었에요."
"응, 양금이라는 것을 사달라는 말이구나. 그것은 소용이 뭐냐?"
"뭐야 타지, 아부지두."
"그만둬라야, 공부나 했으면 됐지, 그까짓 것은 사서 뭘 하니."
"애이! 아부지두, 그게 있어야 되는 게야요. 어서 사줘요."
"그래 값이 얼마가?"
"꼭 사줄 테요?"
"글쎄, 말해 봐."
"꼭 사주면 말하구."
옥점이가 조르기 시작하면 못 견딜 줄을 번연히 아는지라 덕호는,
"그래 사주지."
"한 천 원 너머 가야 꽤 쓸 만하대요."
"천 원?"
덕호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리고 다시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옥점이는 아버지의 손을 끌어다 꼭 쥐며,
"아부지, 그게 그렇게 놀라워요? 뭐 아부지 재산은 다 나 가질 것이지요, 누구 딴 사람 주지 않지?"
눈에는 웃음을 가득히 띠었다.
"글쎄, 그게야 그렇지. 해두, 너 가질 것이라구 그따위 소용도 없는 것을 사서 버리면 되느냐?"
"아니야, 버리는 게 아니야. 서울에 가보면 웬만침 집 거느리고 사는 집은 다 있어요. 아부지는 보지 못하셨으니까 그런다니."
"아 글쎄 그것은 뭐 하느냐 말이다. 그게서 은금보화가 나온다면 혹시 사다 둘는지, 글쎄 글쎄 왜 공연히 사다가 놓아 둔단 말이냐. 넌
일년에 천 원의 이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니? 응."
"아부지 정말 안 해주면 난 자꾸 앓을 테야, 그것 가지고 싶어서."
"허허 그년 참, 그래 그게 가지고 싶어 앓는단 말이냐…… 좌우간 좀 두고 보자."
그렇게 딱 잡아떼지 않는 것을 보니 사줄 모양이다. 덕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이애 신철인가! 저 건넌방 학생이 무슨 학교를 다닌다?"
"경성제국대학 명년 졸업이라요."
"응, 그리고 집에 가산도 좀 있는 모양인가."
"그저 선생님의 월급 받는 것 가지고 살아가는 모양이야. 모르지 뭐, 또 어데 시굴 토지 같은 것이 있는지 누가 알아요."
옥점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아부지 저리로 가라우, 나 일어나게."
"야, 그런데 사람인즉은 아주 점잖은 집 자손인가 부더라. 아주 그 인사범절이 각별하두나."
"그럼 뭐……."
그는 신철의 얼굴을 머리에 그리며 어떻게 그를 보나 하는 부끄러움이 그의 가슴을 몹시 뛰게 하였다. 덕호도 만족한 듯이 빙긋이 웃으며 밖으로
나간다. 옥점이는 일어나며 자리옷을 벗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자리옷을 다시 들어 꼭 껴안았다. 어젯밤, 이 자리옷이 신철의 품에
안기었던 생각을 하니 그는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자리를 개어 얹으며 방문을 배움히 열고 보니 건넌방 문이 활짝 열렸으며 신철이는 보이지
않았다. 또 산보를 나간 모양이다. 그는 언제나 컴컴해서 일어나 나가곤 하였던 것이다. 옥점이는 가만히 건넌방으로 건너갔다. 방 안은 깨끗이
쓸렸으며 책상 위에 책들이 정돈되었다. 그리고 신철이가 신다 벗어 논 양말이 둥그렇게 뭉치어 책상 아래에 놓였다. 옥점이는 우두커니 서서
어젯밤 일을 되풀이하며 신철이가 나를 참사랑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앉은 그의 머리에는 또다시 선비와 신철이가 물그릇을 새 두고 마주섰던 장면이 휙 떠오른다. 그는 걷잡을 수 없는 질투의
감정이 욱 쓸어 일어난다. 신철이가 선비를 사랑할까? 어떤 것을 보고 사랑할까. 아니야, 그것은 내 착각이다. 신철이쯤 하여 일개 남의 집
하녀를 사랑할까? 더욱 공부도 못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를…… 얼굴만 고우면 무엇 해? 이렇게 생각하니 속이 후련하였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하고 불쾌함이 따랐다. 그는 얼른 선비를 보고 어젯밤 일을 물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분주히 부엌으로 나왔다.
선비는 설거지를 하느라 왔다갔다한다.
"이애 선비야, 이리 좀 와."
선비는 옥점의 뒤를 따라서 뒤뜰로 나갔다. 새로 핀 수세미외꽃이 노랗게 울바자를 덮었다. 선비는 귀여운 듯이 바라보며 옥점의 곁으로 왔다.
"너 어젯밤 뭘 하러 나왔어?"
선비는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내 언제?"
"날 왜 속여. 너 밤에 나와서 서울 손님에게 물 떠주지 않았어."
그제야 그는 어젯밤 일이 생각히었다.
"응! 나 어제 변소에 나오니 서울 손님도 아마 변소에 나오셨던 모양이야. 그런데 날 보고 냉수를 한 그릇 떠달라고 하기에 떠다 올렸지.
왜?"
"음."
옥점이는 선비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끄덕해 보이며,
"어서 들어가 일해라."
하고 옥점이는 돌아서 들어간다. 선비는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한 생각을 하며 부엌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서울 손님이 무슨 말을 한 셈인가?
혹은 물그릇에 가 파리 같은 것이 들어갔던가? 그렇지 않으면 무슨 솔잎 같은 것이 들어가서 서울 손님이 흉본 모양인가? 이러한 생각으로
조반까지 달게 먹지 못하였다.
조반상을 치우고 난 선비는 아침 일찍이 할멈이 잿물 내온 빨래를 바자에 널며 무심히 안방을 보았다. 옥점이가 오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수를
놓으며 선비를 오라고 손짓하였다. 선비는 또 무슨 말을 물어 보려는가 하고 가슴이 두근두근하였다. 그리고 서울 손님이 안방에 있는가 하고
두루두루 살펴보니, 으레 있을 그가 어째서 보이지를 않았다. 오늘 아침에 갔는가 하고 선비는 생각하며 빨래를 다 널고 나서 안방으로
들어왔다.
"선비야, 너 이 수 좀 배우라우."
선비는 옥점이가 이 수를 놓을 때마다, 한번 나도 해보았으면 하고 몇 번이나 생각하였던 것이다.
"할 줄 알어야지."
"뭘 이렇게 하면 되는데."
소나무 아래로 백학 한 쌍이 조는 듯한 그림이다. 선비는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이것도 학교에서 배우나?"
"그럼 배우고말구. 이것뿐만이 아니다, 별 그림이 다 있다."
선비는 오색으로 빛나는 수실을 보며, 나도 저런 실로 한 번만 놔보았으면 하고 차츰 얽혀지는 학의 날개를 보았다.
"이 그림 좋지? 이것은 우리 선생님이 고안해 그리신 게야. 참 예술적이 아니냐."
선비는 무슨 말인지 그의 말하는 것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였다. 다만 이 그림이 훌륭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셈인 모양이다. 그렇게 어림해
들었다.
"수라는 것은 별것이 아니어. 사람사람마다 제각기 좋아하는 산수나 무슨 짐승 같은 것을 종이에 옮겨 그려 놓고, 실로 이렇게 얽으면 수가
된단 말이어."
옥점이는 묻지도 않는 말을 이렇게 늘어놓고 있다. 그것은 선비가 수놓는 것을 몹시 부러워하는 줄 아는 때문이고, 더구나 건넌방에 앉아 그의
어머니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신철에게 자기가 이렇게 수놓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함이다. 막연하나마 신철이가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을 기뻐하는
줄 알기 때문이다.
선비는 옥점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그러면 수라는 것은 자기의 좋아하는 바 어떤 것이나 그려서 실로 얽어 놓으면 되나 하고 그의 하던 말을
다시 생각하였다. 옥점이는,
"넌 어떤 것을 그려 이렇게 놓고 싶니? 말하면 내 그려 주마, 그리고 실도 주고."
선비는 이런 후한 말에 어떻게 가슴이 뛰는지 몰랐다. 그리고 저 고운 실을 가지려니! 하니 앞이 캄캄하도록 좋았다. 선비는 머리를 숙여
생각해 보았다. 불타산? 원소? 무엇무엇을 생각하다가 선뜻 짚이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들고 말을 하려니 입술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옥점이는 그의 뺨을 바라보며 어젯밤 일이 휙 지나친다.
"얼른 말해 봐."
"난 몰라."
"애이, 말하면 이 실도 준다니까."
"난 달걀 낳는 것을……."
"애이! 숭해라! 그게 또 뭐야!"
옥점이는 크게 소리쳤다. 선비는 얼굴이 빨개졌다.
어느덧 그 더운 팔월도 하루를 남기고 다 지나 버렸다. 옥점이와 신철이는 내일 아침차로 상경하기 위하여 모든 준비를 하였다.
옥점 어머니는 고리에 옷을 골라 넣으며 곁에서 시중드는 선비를 보고,
"이애 널랑 저 빠스赉라던가? 저것 말이다. 그게다 계란을 담아 놔라."
선비는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 동안 옥점이가 아니면 계란 모은 것이 근 백 개는 되었을 터인데 옥점이가 내려온 후로부터 매일같이 낳는 계란을
하루도 건너지 않고 먹어 버렸다. 그것도 제 손으로 갖다가 먹었으면 좋겠는데 언제나 선비를 보고 갖다 달라고 하여서는 먹곤 하였던 것이다.
그때마다 선비는 웬일인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쉬움에 가슴이 울울하여지곤 하였다.
선비는 가만히 일어나서 광으로 나왔다. 그리고 독 위에서 계란 바구니를 내어 들었다. 전 같으면 이 계란 바구니가 얼마나 귀하고 중하게
보였으리요마는, 오늘은 반대로 바구니를 보기도 싫었다. 그리고 바구니 속에 하나하나 모은 그 귀여운 계란을 맘대로 하면 내어던져 모두 깨치고
싶은 감정이 울컥 내밀치는 것을 코허리가 시큰하도록 느꼈다. 글쎄 매일같이 먹어 그만큼 먹었으면 쓰지, 이걸 또 가져가겠대, 참! 광 문턱을
넘어서며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비가 마루로 올라서다가 넘어질 뻔하며, 계란 두 알이 굴러나 깨졌다. 옥점이는,
"이애! 계란."
소리를 지르고 내달아온다. 그리고 계란 바구니를 앗아 빼었다.
"왜 그 모양이냐, 이런 것 들 때에는 조심해 다니는 게 아니라, 뭐냐, 네가 아무리 가사에 능하다고 하지만 이런 일은 잘 못 하는구나, 응
글쎄……."
신철이가 듣도록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신철의 앞에서 선비의 결점을 잡은 것이 얼마나 통쾌하였는지 몰랐다. 뒤미처 옥점 어머니가 옷을 든 채
나왔다. 그리고 딸과 선비를 마주보다가,
"이애 이년아, 하마트면 큰일날 뻔했구나, 그게 웬일이냐. 계집년이 천천히 다니는 게 아니라 되는 대로 뛰다가…… 글쎄."
모녀의 공박을 여지없이 받은 선비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여태 참았던 설움이 일시에 폭발되는 것을 깨달았다. 선비는 쓸어 나오는 울음을
억제하며 섰노라니 옥점 어머니가,
"어디 무슨 일이나 맘놓고 시킬 수가 있어야지. 내가 안 돌아보면 일이 안 되니까. 나이 이십 살이나 가차와 오는 게 왜 그 모양이냐? 어서
넌 부엌에 나가서 무슨 일이든지 하구 할멈을 들여보내라!"
마루가 울리도록 소리를 지른다. 선비는 부엌으로 나왔다. 할멈은 눈이 둥그래서 마주 나왔다.
"왜, 왜 그려?"
선비는 찬장 곁의 시렁을 붙들고 흑흑 느껴 울었다. 모녀한테 욕먹은 것도 분하지마는 봄내 모아 온 계란을 한 개도 남김 없이 빼앗긴 것이
더욱 분하였다. 눈물이 술술 쏟아지면서도 그 눈에는 옹골차고 예쁘장스러운 타원형의 계란들이 수없이 나타나 보인다.
"할멈, 어서 들어와!"
옥점 어머니의 호통소리에 할멈은 뛰어 들어가며 눈물 흔적을 없이 하였다. 웬일인지 선비가 울면 할멈은 번번이 따라 울곤 하였던 것이다.
할멈이 들어오니 옥점 어머니는,
"아, 글쎄 선비년이 계란을 깨쳤구려."
"뭐유?"
할멈도 놀랐다. 그리고 전일 계란을 들고 귀여워하던 선비의 모양이 휙 떠오른다.
"얼마나 깨쳤나유?"
"얼마나? 뭐……."
조금 깨쳤다고는 말하기 싫어서 이렇게 우물쭈물하고 나서,
"옥점이가 아니면 다 깨칠 게지. 그런 것을 옥점이년이 얼른 받았다니. 아 그년, 그년이 이전 제법 살림의 일을 다 안다니."
입에 침기가 없이 옥점이를 칭찬한다. 할멈은 수굿하고 옷을 고르며 다 제 자식이면 아무 흉도 없고 곱게만 보이는 게다 하였다. 옥점이가
들어왔다.
"어머이, 난 그런 것은 싫어요. 그게 뭐야, 누가 껄껄해서 그것을 입어."
어머니가 고리에 넣은 광목 바지를 보며 옥점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럼 뭘 입겠니?"
"사 입지, 내의를. 이런 것…… 저 할멈이나 줘요."
옥점이는 광목 바지를 할멈에게 던졌다. 할멈은 꿈칠 놀랐다.
옥점 어머니는 광목 바지를 냉큼 주워서 농 속에 넣으며,
"너 안 입으면 나 입겠다."
할멈은 광목 바지를 하나 얻어 입는 횡수가 돌아오는 줄 알고 주름잡힌 그의 얼굴이 몇 번이나 경련을 일으키어 벌렁벌렁했는지 몰랐다. 그러나
옥점 어머니의 그 얄미운 행동에 할멈은 생각지 않은 섭섭함이 그의 가슴을 찌르르 울려 주었다. 그리고 나프탈린의 독한 내가 한층더 그의 숨을
꾹 막아 주는 듯하였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돌리며 재채기를 두어 번 하고 나니 눈물까지 흘렀다.
"정, 어머이, 계란은 신철 씨가 저 바스켓에다 넣겠다구 하우. 그러면서 짚이든지 무어든지 밑에 받칠 것을 가져오라구 해요."
"응 아이구! 안심찮아라. 내 바쁜 것을 생각해서 그러누나. 사람인즉은 참말 진짜다. 할멈 그렇지? 어쩌면 계집애도 그리 찬찬치 못하겠는데
항 장부로 태어나서 그렇단 말이우. 에그 네 그 본떠야 헌다!"
옥점이는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저 할멈, 벽장 속에서 솜 꺼내 주."
할멈은 갑자기 솜은 무얼 하려누 하고 벽장을 열고 솜보를 꺼내었다. 그리고 솜을 뒤져 보이며,
"어떤 것을……."
"아이그 그것 못써! 서울까지 갈 것을 그런 낡은 솜을 넣으면 되나, 그 밑의 햇솜을 주."
할멈은 그제야 계란 밑에 놀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솜보 밑에서 말큰말큰한 햇솜을 꺼내어 옥점이를 주었다. 옥점이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휙
빼앗는 듯이 받아 가지고 쿵쿵 뛰어나간다. 할멈은 물끄러미 그의 뒤꼴을 바라보며 작년 가을에 따들이던 목화 송이를 생각하였다.
말은 엿 마지기라 하나 엿 마지기 좀 넘는 듯한 앞벌 목화밭에서 선비, 할멈, 유서방이 해를 꼭 지우며 목화를 따곤 하였다. 그러나 탐스러운
목화 송이에 취하여 지리한 것을 모르고 그 목화를 따곤 하였던 것이다. 한 송이 또 한 송이를 알알이 골라 가며 치마 앞이 벌어지도록 따서
모은 그 목화 송이! 목화나무에 손이 찔리고 발끝이 상하면서 모은 저 목화 송이! 머리가 떨어지는 듯한 것을 참고 이어 나른 저 목화 송이!
자기들에게는 저고리 솜조차도 주기 아까워 맥빠진 낡은 솜을 주면서, 계란 밑에 놓을 것은 서울 갈 것이니 햇솜을 준다. 여기까지 생각한
할멈은 눈가가 빨갛게 튀어오르며 다시 한번 재채기를 하였다.
"오뉴월 고뿔은 개도 안 앓는다는데 할멈은 웬일이유."
우리는 개만두 못하지유! 하고 입술이 벌어지는 것을 도로 삼켜 버렸다. 그리고 옷을 뒤지는 그의 손에는 아직도 햇솜을 만지던 말큰말큰한 감이
떠나지를 않았다. 그리고 이 가을에 그 많은 목화를 또 따서 이어 날라야 하겠군! 하는 생각에 한숨을 푹 쉬었다.
"글쎄 할멈, 저 건넌방 손님이 대학당을 다니는데 우리 조선서는 끝가는 학교라우, 그러구 오는 봄에 졸업하게 되면 아주 월급 많이 받고……
아이고 무엇이 된다나?"
머리를 돌려 생각하더니,
"잊어서 모르겠군! 그러니 우리 옥점의 신랑감 되기 부끄럽지 않지? 난 이전 내일 죽어도 맘을 놓아……."
저 혼자 흥이 나서 주고받고 한다. 할멈의 귀에는 이런 말이 한 마디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집에 오래 있을수록 일만 해주었지, 옷 한
가지 변변하게 얻어 입지 못할 터이니, 그만 이 가을철 들면 어디로 나갈까? 하는 생각이 금시로 든다. 그러나 마침 나가더라도, 무손한
자기로서 별 신통수는 없을 터이고 어떻게 한담? 어서 죽기나 해도 좋으련만…….
"할멈, 우리 옥점이 혼례식을 언제 하는 게 좋겠수?"
할멈은 무슨 말인지 잘 개어 듣지 못했다. 그래서 멍하니 옥점 어머니의 얼굴만 바라본다.
"우리 옥점이 혼례식 말이어."
"네."
또 그 말을 꺼내누나 하고 머리를 숙였다.
"언제쯤 하는 게 좋을까?"
"글쎄요……."
"남들은 가을에 잘 하는데, 우리도 이 가을에 했으면 좋으련만 어찌들이나 할라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호호, 요새들은 저희들끼리 어쩌구
어쩌니까, 우리 늙은 것들은 굿이나 보다가 떡이나 먹을 수밖에 없단 말이어."
요새 옥점 어머니는 생각하느니 이것뿐이었던 것이다. 할멈은 잔치를 하게 되면 올해도 햇솜 구경을 못 하겠구나 하였다.
이튿날 아침, 컴컴해서 일어난 신철이는 타월과 비눗감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벌써 유서방은 물을 다 긷고 닭 모이를 주고 있다. 그리고
부엌에서는 나무 꺾는 소리가 딱딱 하고 들린다. 신철이는 중문을 나가며 얼른 부엌을 돌아보았으나 아직도 컴컴해서 누구가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뿌연 속으로 아궁에서 비쳐 나오는 불빛만이 보일 뿐이다. 그는 곧 울고 싶은 감정을 느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선비를 한번
마주앉아 말 한마디 건네어 보지 못하고 떠날 생각을 하니 그러하였던 것이다. 그는 큰대문을 나서면서 한참이나 망설망설하였다. 무엇 때문에?
어째서 이렇게 망설이는지 자신도 모르고 한참이나 빙빙 돌다 마침 울 뒤로 갔다.
여기 와서 울바자 새로나 한번 더 선비의 얼굴을 볼까 하는 실끝 같은 희망을 가지고 왔으나 그것은 뻔히 안 될 것이었다. 그는 우두커니 서서
차츰 새어 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이제 떠나면 용이해서는 여기 오지 못할 것을 생각하며 그 동안 선비는 어떤 곳으로 시집을
가겠지! 그래서 아들도 낳고 딸도 낳고 농사를 지어 가면서 그 고운 얼굴에도 주름살이 한둘 잡힐 터이지! 하는 센티멘털한 생각이 그의 가슴을
힘껏 울리어 주었다. 따라서 이 순간 자기가 안타깝게 선비를 그리워하던 그 뜻조차도 영원히 스러질 한낱의 비밀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을 저
하늘가를 바라보면서 차츰 농후해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한숨을 푹 쉬며 원소를 향하여 걸었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원소에 가서 세수를 하고
체조를 하고 휘파람을 불면서 행여나 선비를 만나 볼까 하였다. 그러나 그날 버들잎을 뿌리며 먼빛으로 바라본 그 후로는 한 번도 원소에 오는
선비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몇 번 할멈은 보았으나, 선비는 웬일인지 만날 수 없었다. 선비라는 그 처녀도 역시 맞당해서 보면 별 인간은 아니련만…….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원소까지 왔다. 원소의 푸른 물은 말없이 그를 반겨 맞는 듯, 그리고 석별의 인사를 그 가는 물소리로 전해 주는
듯하였다.
그는 이슬이 방울방울 매어달린 풀숲을 들여다보며, 자연의 조화를 다시 한번 느꼈다. 그때 거위 한 쌍이 긴 목을 빼고 푸른 물 위에 흰
그림자를 비추며 헴쳐 돌아간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이 거위 한 쌍! 얼마나 다정하고도 순결한 감을 일으켜 주는지…… 그는 벌떡 일어났다.
아침 연기에 어린 이 용연 동네! 이 역시 오늘 아침으로 마지막이다. 선비를 꼭 한 번만 만나 보고 그의 포부를 들었으면…… 그의 움직이던
시선이 옥점의 집에 멈추었을 때,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어제 낮에 옥점의 모녀한테 개물리듯 하던, 선비의 측은하고도 아리따운
자태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였다. 그리고 이리의 굴 같은 저 옥점의 집에서 온갖 모욕을 받으며 그날그날을 지내는 선비! 그 선비를 그 자리에서
구원할 의무도 역시 자기가 져야 할 것 같았다. 그가 국문이나 아는지? 어떻게 하든지 그를 서울로만 끌어올렸으면 좋겠는데…… 하였다.
그는 두루두루 또 생각해 보았다. 선비를 서울로 올리려면, 자기가 옥점이를 잘 꾀었으면 쉽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옥점이와 결혼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 오활한 성격! 더구나 미국 영화배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교가 넘쳐흐르는 그 눈매! 길 가던 남자라도
단박에 홀릴 만한 그의 독특한 표정, 그것이 신철이로 하여금 더욱 싫증나게 하였다.
도회지에서 어려서부터 자란 그였건만, 보고 듣는 것이 그런 사치한 것뿐이었건만 그는 웬일인지 몰랐다. 그러므로 그는 동무들에서, 변태적
성격을 가졌다고까지 조롱을 받은 때도 있다. 그러나 이번 여름 이 동네 와서 뜻하지 않은 선비를 만난 후로는 차디찬 그의 성격도 어디로
달아났는지 그 스스로도 놀랄 만큼 되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 선비를 서울로 올려 갈까를 곰곰 생각하며 그가 국문이라도 알면 자기의 이러한 뜻을 몇 자 지어서라도 전달하고 싶은데 역시
국문이나마 배웠을 것 같지 않았다. 그는 포켓에서 시계를 내어 보면서 점점 가슴이 죄어들었다.
그는 시간이 급하므로 세수를 하려고 언덕 아래로 내려와서 물에 손을 담그며 바라보았다. 푸른 물 위에 핑핑 돌아가는 저 거위! 그는 급한
것도 잊고 거위를 향하여 물을 후르르 뿌리고 또 뿌렸다. 한참이나 이렇게 하던 그는 정신이 번쩍 들어 세수를 하고 내려왔다. 그가 덕호의 집
울바자를 돌아오다 우뚝 섰다. 울바자를 타고 넘어오는 저 손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철이는 그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호박잎에 반만쯤 가린 호박 한 개가 얼핏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손은 이슬에 젖은 호박을 뚝 따가지고
천천히 바자를 넘어가고 있었다. 신철이는 무의식간에 한 걸음 다가서며, 저게 누구의 손일까? 하고 생각할 때, 그 손은 없어지고 말았다. 그
손! 마디가 굵고 손톱이 갈리어서 얼핏 누구의 손임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신철이는 얼른 바자 곁으로 가서 바싹 붙어 서며, 그 손의 임자를 찾았다. 그는 벌써 나뭇가리 옆을 돌아서 부엌으로 들어가는 치맛귀가 얼핏
보이고 사라진다. 누굴까? 할멈의 손이다! 선비의 손이야 설마한들 그럴 수가 있을까? 아무리 일을 한다고 해도 나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아! 않아! 그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부엌에서 쓸어 나오는 그릇 가시는 소리, 도마 소리, 옥점의 호호 웃는 소리가 뒤범벅이 되어
쓸어 나온다.
그때, 그의 머리에는 끝이 뾰죽뾰죽한 가는 손가락이 떠오른다. 문득 그는 선비의 손! 하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손으로 인하여
불쾌하였던 생각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선비의 손이야 그럴 리가 있나? 그렇게도 고운 선비에게…… 하며 언젠가 무의식간에
본 선비의 그 손이 오늘 아침 미운 그 손으로 인하여 어림없는 착각이 생겼던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이렇게 해석을 하고 나니 그는 한층더
선비가 그리워지고 그가 떠날 시간을 좀더 연장시키고 싶었다.
"유서방, 저 산에 가서 어서 서울 손님 나려오시라게."
옥점 어머니의 이러한 말을 들으며 신철이는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 어서 들어와서 진지 자시고 떠나요."
옥점이는 언제나 마찬가지로 아침 화장을 산뜻하게 하고 마루에 섰다가 신철이를 맞는다. 신철이는 분내를 강하게 느끼며 마루로 올라앉았다.
안방에 앉았던 덕호는 나오며,
"오늘 가면 언제들이나 또 오려누."
신철이가 덕호에게 대하여 말을 낮추어 하라고 한 후부터 덕호는 이렇게 하게를 하였다.
"글쎄요…… 이번 와서 댁에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아, 원…… 별소리를 다 하눈."
길게 지어진 신철의 눈을 바라보면서, 옥점이와의 결혼을 이 자리에서 대강 말로라도 물어 보고 결정할까? 하고 얼른 생각힌다. 그러나
저희들끼리는 벌써 내약이 있어 가지고 있는 모양이니 언제나 저희들이 먼저 말하기까지 가만히 있으리라 하여, 잠잠하고 말았다. 더구나 요새
공부한 것들은 혼인까지라도 저희들끼리 뜻이 맞아 가지고 되는 것을 알므로 그냥 내버려두자는 것이다.
밥상이 들어온다. 덕호는 넘성해서 들여다보았다.
"이거 찬이 없어 되었는가, 어쩌나 많이 먹게…… 그러구 이애, 널랑은 저 닭국을 먹지 마라, 그 약 먹으면서는 고기는 일절 먹지 않아야
한다더라."
옥점이는 헬금 쳐다보았다.
"아버지 난 그 약 안 먹을 테야, 써서 먹을 수가 있어야지."
"엣, 그년! 애비가 네 몸에 좋겠기에 먹으라는데…… 그 앙탈이냐…… 자네가 좀 착실히 모르는 것은 일러주게. 키만 컸지, 귀히만 자라서 뭘
알아야지……."
귀여운 듯이 옥점이와 신철이를 번갈아 본다. 신철이는 속으로 놀랐다. 그 말이 심상한 말이 아님을 깨달으며, 웬일인지 얼굴이 좀 다는 것을
느꼈다. 옥점이는 술을 들며 눈을 내리떴다. 그의 눈썹은 너무 짙게 그린 듯하였다.
"어서 많이 먹우."
부엌에서 옥점 어머니가 들어오며 이렇게 말한다. 신철이는 저를 들다가 흘금 바라보았다.
"네, 많이 먹겠습니다."
"이애, 그 국 한 그릇 더 떠오너라."
뒤미처 선비가 국그릇을 들고 마루로 통한 부엌문에 비껴선다. 펄펄 오르는 국김에 불그레하니 타오르는 그의 얼굴!
그리고 언제 보아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그의 눈등의 검은 사마귀는 그의 침착한 성격을 대표한 듯하였다. 그때 신철이는 옥점의 강한 시선을
전신에 느끼며 옥점 어머니가 주는 국그릇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이 국은 선비가 나에게 마지막 주는 국이거니 생각이 들자, 그의 손은 약간
떨렸다. 동시에 몇 달 동안 누르고 눌렀던 정열이 뜨거운 국그릇을 향하여 쏟아지는 것을 그는 느꼈다.
가을철 들면서부터 덕호는 읍의 출입이 잦아졌다. 그리고 안 입던 양복까지도 말쑥하게 입는 것을 가끔 볼 수가 있었다. 읍에 출입이
잦으면서부터 덕호는 간난이를 내어보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읍에 기생첩을 했다거니 처녀첩을 했다거니…… 하고 수군수군하는 말이 많아졌다.
그 바람에 옥점 어머니는 화가 치받쳐서 집안에 붙어 있지 않고 남편의 뒤를 따라 역시 읍 출입이 잦았다.
요새도 부부가 들어간 지가 벌써 닷새나 되어서도 읍에서 아무 소식이 없었다. 선비와 할멈은 그 크나큰 집에서 쓸쓸하게 지내었다. 밤이면
일하러 갔던 유서방이 와서 사랑에서 자나 그 역시 하루 종일 시달린 몸이라, 잠만 들면 그뿐이었다. 그러므로 할멈과 선비는 밤에도 맘놓고
자지를 못하고 방에 불을 끄지 못하였다.
오늘 밤도 할멈과 선비는 낮에 따온 목화송이를 고르며, 모녀같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윗목에 놓은 화로에서 보글보글 끓던 두부찌개가
차츰 소리가 가늘어지다 이젠 끊어지고 말았다. 선비는 화로를 돌아보았다.
"오늘도 어머니가 안 오시려는 게요."
"글쎄 이제야 오기 글렀지, 아마 퍽 오랬을 게다."
벽에 걸린 괘종시계를 쳐다본다. 선비도 흘금 쳐다보았다. 시계는 열한시 반을 가리켰다.
"벌써 열한시 반이어요."
할멈은 멍하니 바라보며,
"난 저것을 암만 봐도 모르겠으니…… 저 큰바늘은 무엇 하고 작은 바늘은 무얼 하는 게냐?"
선비도 이렇게 꼭 집어 물으니, 분명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빙긋이 웃으며,
"다 시간 보는 게지, 뭐유."
할멈은 머리를 끄덕끄덕하였다. 그리고 목화 송이 속에 묻힌 고추 꼬투리를 골라 바구니에 넣었다.
"이애, 올해두 고추섬이나 좋이 딸 것 같다. 그 밭에 목화를 갈지 말고 다 고추를 심어 봤으면 좋겠더라."
"목화는 어데 갈구요?"
"목화는 저 감골 밭에 갈구. 그 밭이 목화가 잘될 밭이니라. 목화는 너무 땅이 걸어도 좋지 않구, 가는 모래가 좀 섞인 땅이 좋으니라."
선비는 목화 송이를 들어 할멈에게 보였다.
"이거 보세요. 참 이런 것은 꽤 큰 송이지요. 이런 것은 몇 송이만 가져도 저고리 솜은 넉넉하겠어! 아이 참 크기도 해."
휘황한 남포등 아래 빛나는 이 목화 송이는 얼마나 선비의 조그만 가슴을 흔들어 주었는지 몰랐다. 그는 문득 이런 것도 잘 그려 가지고
수놓으면 좋을지 몰라? 하였다. 그때에 비단을 찢는 듯한 옥점의 조소가 들리는 듯하여 그는 얼핏 머리를 숙였다. 따라서 그가 싫은 생각이
머리털 끝까지 훌썩 치미는 것을 느꼈다.
할멈은 가만히 말을 내었다.
"올 가을에는 이 솜으로 우리 둘의 저고리 솜이나마 주었으면 좋지 않겠니? 네."
할멈은 내리덮인 눈가죽을 번쩍 들고 목화 송이에서 티끌을 골라 낸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쉰다. 선비는 할멈의 저고리에 두던, 바람 가리지
못할 시커먼 솜을 생각하였다. 그 솜은 몇 해나 묵었는지 맥이 없고 가는 심사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잡아당기어 늘리려면 뚝뚝
끊어졌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할멈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의 눈가는 벌써 뻘겋게 튀어오른다.
"할머니, 올해야 좀 주겠지! 뭘, 작년에는 목화를 전부 팔기 때문에 그랬지만 올해야 안 팔겠지우."
"이애 그만둬라, 여름에 옥점이가 가져가는 계란 받침까지두 이 솜으로 했단다, 너 아니?"
선비는 계란이란 말에, 계란 바구니를 들고 나오다가 넘어질 뻔하던 생각을 하며 무의식간에 한숨을 호 하고 쉬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서울
손님이 휙 떠오른다. 그들은 참말 복이 많은 사람들이어! 하였다. 옥점이와 서울 손님이 결혼하여 재미나게 살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앞길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수록 캄캄하였다. 그때 첫째의 얼굴이 휙 떠오른다.
전에는 그런 것을 몰랐는데 이 가을철 들면서부터 분주해서 일할 때는 모르겠으나 밤이 되어 자리 속에 누우면 웬일인지 잠이 오지를 않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끝에 번번이 첫째가 떠오르곤 하였다.
마침 중대문 소리가 찌꺽 하고 나므로 그들은 놀라 서로 바라보았다.
신발 소리가 저벅저벅 나므로 할멈은,
"유서방이우?"
뒤미처 문이 열리며 유서방과 덕호가 들어온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덕호가 들어오매 놀라 일어난다. 할멈은,
"영감님, 어떻게 밤에 오셔유."
유서방은 비칠거리는 덕호의 손을 붙들고 들어와서 아랫목에 앉힌다. 갑자기 술내가 후끈 끼친다. 덕호는 눈을 번쩍 뜨고 선비와 할멈을 본 후에
드러누웠다. 선비는 얼른 베개를 꺼내서 유서방을 주었다.
"선비야, 나 다리 좀 주물러 다우."
혀 곱은 소리로 덕호는 이렇게 말하였다. 선비는 가슴이 서늘해지며, 덕호의 곁으로 갈 생각이 난처하였다. 할멈은 속히 주무르라는 듯이
선비에게 눈짓을 하여 보였다.
"큰댁은 안 오시는가요."
"음, 옥점 어미? 온정, 온정, 아이구 취한다, 푸푸."
침을 뱉으며 덕호는 발짓 손짓을 하였다. 그들은 멍하니 덕호를 바라보며, 뭐라고 꾸지람이나 내리지 않으려나 하는 불안에, 덕호가 기침을 할
때마다 눈을 크게 뜨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진지 지을까유?"
한참 후에 할멈이 이렇게 물었다. 덕호는 눈을 번쩍 뜨고 할멈과 선비를 보았다.
"아 아니, 선비야 나 다리나 좀 쳐다우."
선비는 얼굴이 빨개지며 할멈을 쳐다보았다. 유서방과 할멈은 선비를 바라보며 어서 다리를 치라는 뜻을 보이었다.
"다리 쳐라. 이년 같으니, 응 아이구, 다리야, 다리야."
다리를 방바닥에 쿵쿵 들놓았다. 할멈은 선비의 옆구리를 꾹 찌르며 덕호의 다리를 보았다. 선비는 하는 수 없이 덕호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다리를 붙잡으며 툭툭 쳤다. 양복 바지에도 술을 쏟았는지 술내가 후끈후끈 끼쳤다. 선비는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어, 내 딸 용하다."
덕호는 머리를 넘성하여 선비를 보다가 도로 누우며,
"에, 취한다. 참 취한다. 어서 자네는 나가 자지."
덕호는 유서방을 바라보았다. 유서방은 졸음이 꼬박꼬박 오나 덕호의 앞인지라 혀를 깨물고 앉아서 참다가 말이 떨어지자마자 곧 일어났다.
"할멈, 내일 밥을 일찍 하게."
할멈은 황망히,
"예!"
하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머리를 숙이며 덕호의 시선을 피하였다.
"어서 나가 자게. 그래야 밥을 일찍 하지."
"예."
할멈은 일어났다. 선비는 일어나는 할멈을 보며 따라 일어났다.
"허…… 거 정 내일부터는 면사무소에를 간단 말이지. 하기 싫어도 하는 수밖에…… 면장인지 동네장인지, 허허 허허."
덕호는 혼자 하는 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리며 웃었다. 할멈과 선비의 시선은 마주쳤다. 그리고 영감님이 면장이 되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자 그들도
좋았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미덥지 못하던 덕호가 차츰 미더운 것을 깨달았다.
"선비야 자리 펴다우, 그러구 너도 할멈과 같이 나가거라."
선비는 가벼운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어떤 무거운 짐을 벗어난 듯이 몸이 가뿐하였다. 그는 냉큼 자리를 펴놓고 나오다가 다시 돌아서서
등불을 가늘게 하고 할멈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영감님이 면장을 하신 게지?"
건넌방으로 건너온 할멈은 말하였다. 선비는 빙긋이 웃으며 자리를 깔았다.
"이애 영감님이 잘나기는 하셨니라. 글쎄 면장까지 했으니 이전 이 용연서는 누가 그를 당하겠니."
선비는 할멈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베개 밑에 손을 넣고 다리를 쭉 폈다. 해종일 피로해진 몸이 순간으로 풀리는 듯하였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며, 덕호와 같은 아버지를 둔 옥점이가 끝없이 부러웠다. 나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할 때 앞집 서분 할멈에게 들은
말이 얼핏 생각히었다. "너의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의 말이 덕호에게서 맞은 것이 원인이 되어 돌아가셨다더라" 선비는 그 후부터 틈만 있으면
이 말이 문득 생각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참말 같지는 않았다. 지금 덕호가 선비에게 구는 것을 보아서…… 그는 지금도 굳게 그 말을
부인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돌아누웠다. 그리고 무심히 머리맡에 놓인 목화 송이를 집어다 볼에 꼭 대었다.
"선비야!"
하는 덕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선비는 냉큼 머리를 들었다.
"선비야."
부르는 소리가 재차 들린다. 선비는 할멈을 흔들었다.
"할머니, 할머니."
할멈은 응 소리를 지르며 돌아눕는다.
"왜 그러니?"
"영감님이 부르시어."
"나를?"
"아니 나를 부르시어."
"이애 그럼 들어가 보려무나."
"할머니두 일어나라우, 같이 들어가자우."
"이애, 무슨 일이 있냐? 무슨 심바람 시키려고 그러시는데."
졸음이 오므로 일어나기 싫어서 할멈은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선비는 기어코 할멈을 일으키어 가지고 마루까지 나왔다.
"부르셨습니까?"
"오냐 선비냐."
"네."
"물 떠오너라."
할멈은 냉큼 건넌방으로 들어가고 선비는 부엌으로 가서 물을 떠가지고 마루로 오나 할멈이 없다. 그래서 머뭇머뭇하다가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조심히 들어갔다.
술내가 가득한데 가는 불빛에 덕호의 머리만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선비는 얼른 등불을 돋우었다. 그리고 덕호의 앞으로 갔다. 덕호는
아까보다 술이 좀 깬 모양인지 눈 뜨는 것이 똑똑하였다.
"술 먹은 사람 자는 데는 으레 물을 떠다 두어야 하느니라."
덕호는 이불로 몸을 가리고 일어앉아 물그릇을 받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선비는 가슴이 뭉클해지며 되게 꾸지람이 내리려는가 하여 머리를 숙인 채
발끝만 굽어보았다.
"참 내가 잊었구나! 그제 옥점이년의 편지에 너를 서울로 올려 보내라고 하였두나! 공부를 시키겠다구."
선비는 생각지 않은 이 말에 앞이 아뜩해지며 방 안이 핑핑 돌았다.
"그래 너 서울 가고 싶으냐? 내 말년에 아무 자식도 없어 너희들이나 공부시켜 재미 붙이지, 붙일 곳이 있느냐."
덕호는 언제나 술이 취하면 자식 없는 푸념을 하곤 하였다. 덕호는 한참이나 선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쉰다.
"잘 생각해서 말해라. 내가 너는 옥점이년과 조금도 달리 생각지 않는다.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마는……."
그때 선비는 돌아가신 어머니나 아버지가 살아온 듯한, 그러한 감격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뭐라고 말하여 자기의 맘을 만분의 하나라도
표현시킬까, 두루두루 생각해 보나 그저 가슴만 뛸 뿐이지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덕호는 물 한 그릇을 다 먹고 빈 그릇을 내준다.
"오늘은 밤두 오랬으니 나가서 자구, 잘 생각해서 내일이나 모레지간에 대답을 하여…… 너 하고 싶다는 대로 해줄 터이니…… 응."
덕호는 감격에 취하여 더욱 발개진 그의 볼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덕호의 맘은 선비가 어떠한 요구를 하든지 다 들어 줄 것
같았다. 선비는 물그릇을 들고 불을 가늘게 낮춘 후에 건넌방으로 나왔다. 그리고 목화보 위에 칵 엎디었다. "옥점아!" 그는 처음으로
옥점이를 이렇게 불러보았다. 캄캄한 방 안에 오직 할멈의 코고는 소리가 들릴 뿐이고 잠잠하였다. 그는 옥점의 그 얼굴을 생각하였다. 쌀쌀해
보이던 그 눈과 그 입모습! 사정없이 나가는 대로 말하던 그의 말! 그것도 지금 생각하면 그리워졌다. 동시에 그것이 참일까, 그가 나를
공부시키겠다고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지? 그말이 참일까? 영감님이 술취한 김에 되는 대로 하신 말씀이 아닐까? 온가지 의문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불을 켜고 목화 송이를 고르기 시작하였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흰 목화 송이가 치마 앞에 모일수록 그의 생각도 이 목화 송이와 같이 덮이고 또 덮여, 어느 것부터 생각해야 좋을지
몰랐다. 어떡허누? 참말이라면 나는 서울을 가볼까. 그래서 옥점이와 같이 학교에도 다니고, 그러면 그 수놓는 것도 배우게 될 터이지!
하였다. 그때의 그가 부럽게 바라보던 가지가지의 색실 타래가 눈앞에 보이는 듯이 나타났다. 그는 목화 송이를 꼭 쥐고 멍하니 등불을
바라보았다. 서울을 가? 내가 그러면 이 목화는 누가 트나? 그리고 물레질은 누가 하고? 하며 혼곤히 자는 할멈을 돌아보았다. 그때 뜻하지
않은 첫째의 얼굴이 또다시 휙 떠오른다. 그는 머리를 돌리며, 그는 종내 여기서 살려나…….
해가 지고 아득아득해서야 개똥이네 마당질은 끝이 났다. 어둠 속으로 뿌옇게 솟아오른 나락더미! 나락더미를 중심으로 둘러선 농민들은 술에 취한
듯이 흥분이 되어 있었다.
유서방과 덕호가 나왔다. 유서방은 들어가서 등불을 켜가지고 나왔다. 땃버리는 대두를 들고 나락더미 앞으로 가서 나락을 손으로 헤쳐가면서 말을
되었다.
"한 말이요는 가서요우."
땃버리는 그 둥글둥글한 음성을 길게 빼어 가지고 소리 곡조로 마디마디를 꺾어 돌렸다. 뒤미처 쏴르륵 하고 섬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벼알 소리!
그들의 가슴은 어떤 충동으로 스르르 뜨거워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의식간에 그들은 눈을 썩썩 비비치고 동무의 어깨를 누르며 바짝바짝
다가들었다. 그때마다 옆의 동무는,
"이 사람아, 넘어지겠구먼!"
허허 웃으며 그들은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한 섬, 두 섬, 석 섬, 볏섬은 차례로 묶여 놓인다. 그들은 제각기 몇 섬이 날까? 하는
호기심에 묶어 놓은 볏섬과 나락더미를 번갈아 비교해 보았다.
땃버리가 마지막 말수를 되어 볏섬에 부으며,
"열닷 섬 말이요는 가서요우."
수심가라도 한 곡조 부르려는 듯이 그렇게 흥이 나서 음성을 내뽑았다.
"열닷 섬 닷 말! 잘은 났다!"
가슴을 졸이고 섰던 그들은 똑같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땃버리는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개똥이 어깨를 탁 쳤다.
"이 사람아 한턱 내야 되리. 올 농사는 자네네만큼 된 사람이 없으리!"
"암, 허허."
개똥이는 이렇게 대답하며 흘금 덕호를 쳐다보았다. 덕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가 가만히 섰는 것을 보아 만족해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곡식이 잘 나지 못한 때면 덕호는 잔걱정을 하며 가만히 서 있지를 못하고 왔다갔다하면서 밭을 잘 거두지를 못하였느니 미리 베어다가
먹었느니 하고 야단을 치곤 하였던 것이다.
유서방은 구루마를 갖다 대고 볏섬을 쾅쾅 실었다. 그들도 볏섬을 받들어 올려놓으며,
"무겁다! 참 벼 한 섬이 이다지도 무거운가!"
덕호가 들으라고 일부러 이렇게 말하였다. 덕호는 어둠 속으로 궐련만 뻑뻑 빨면서 섰더니,
"개똥이! 자네 여기서 다 회계 끝내고 말지! 후일에 다시 쓰더라도…… 응? 자네 빚내 온 돈이 얼마인지?"
개똥이 말을 들어 보려고 덕호는 이렇게 물었다. 개똥이는 덕호가 말하기 전부터 빚 말을 내지 않으려나 하는 불안에 가슴이 조마조마하였다가
마침 이 말을 듣고 보니 전신의 맥이 탁 풀렸다. 아무 대답이 없는 개똥이를 안타까운 듯이 바라보던 덕호는 저놈이 빚을 물지 않으려는
속이구나! 하고 어떻게 하든지 이 자리에서 볏섬으로 차지하지 않으면 못 받을 것 같았다.
"자네 십오 원 내온 것이 간 정월달이 아닌가. 그러니 이달까지 꼭 열 달일세. 그래 이자까지 하면 이십 원이 넘네그리. 우선 벼 넉 섬은
날 줘야 하네. 그래도 내가 삼사 원은 못 받는 속일세. 그러구 비료값과 장리쌀은 으레 여기서 회계할 것이지……."
유서방을 돌아보았다.
"어서 저기서 일곱 섬만 가져오게. 그래도 나는 십여 원을 받지 못하는 셈일세. 그러나 할 수 있는가, 자네들도 농사를 해먹고 살아가야겠으니
우리에게로 오는 반 섬과 자네게로 가는 반 섬 합해서 한 섬은 내가 주는 것이니 그리 알게. 그것은 이번 농사를 잘 지었다는 것 때문이어,
허허."
유서방은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볏섬을 낑 하고 져다가 구루마에 실어 놓는다. 그들은 이제까지 깜박 잊었던 하루 종일의 피로가 조수와 같이
밀려드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볏짚단 위에 펄썩펄썩 주저앉았다. 그때 첫째의 머리에는 풍헌 영감의 모양이 휙 떠오른다.
입도차압(立稻差押)을 당하고 정신없이 아래윗동네를 미친 듯이 달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여보게 이런 법이 있는가, 벼를 베기도 전에……."
그 다음 말은 막히어 하지 못하였다. 첫째는 무슨 말인가 하여 풍헌의 뒤를 따라 논까지 가보았다. 논귀에 세운 조그만 나무판자에는 무슨
글인지 써 있었다.
풍헌은 그 나무쪽을 가리키며,
"글쎄 집달리라던가? 하는 양복쟁이가 이것을 꽂아 놓으면서, 벼를 베지 못한다구 허두먼……."
풍헌은 이렇게 말하며 누릇누릇한 벼이삭을 바라본다. 첫째는 다가서며,
"누구의 빚을 얼마나 졌습니까?"
"아 덕호의 빚이지, 그것 좀 참아 달라구 하는데, 이렇게까지 할 게야 뭐 있겠나! 전날 편지 배달부가 이런 것을 갖다가 주고 가두먼. 그래
나는 그게 무엇인가? 하고 두었더니, 글쎄 글쎄 이런 일이 날 줄이야 누가 꿈밖에나 생각하였겠나."
풍헌은 거지 안에서 다 해진 편지봉투를 꺼내어 보인다. 첫째 역시 그것을 한 자 알아볼 리가 없었다. 그래서 편지봉투만 이리저리 만지다가
풍헌을 주었다.
"거게 뭐라고 했나?"
풍헌은 허리를 굽혀 들여다본다. 첫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내니 알겠쉬까."
"저 노릇을 어찌해야 좋겠나."
"덕호한테 가봤습니까?"
"가보기를 이를까. 어젯밤에도 밤새껏 가서 졸랐네. 그래두 소용없네, 이를 어쩌면 좋겠나. 자네 좀 가서 말해 볼 수 없겠나?"
쳐다보는 풍헌의 그 눈! 첫째는 그만 머리를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달음으로 덕호한테 와서, 하다못해 주먹 담판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을 짐작하는 첫째는 애꿎은 한숨만 푹 쉬고 저 앞을 바라보았다.
불과 십여 일 이내에 베게 될 이 벼이삭! 벼알이 여물 대로 여물어서 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잘 됐지! 저것 좀 보게나."
풍헌은 벼이삭을 가리키고 달려가더니 벼이삭을 어루만지며 불타산을 멍하니 노려보았다. 그의 희뜩희뜩 센 수염 끝은 무섭게 흔들리고 있다.
첫째는 뭐라고 위로할 말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주위를 싸고 있는 공기조차도 무거운 납덩이 같음을 느꼈다.
풍헌은 논귀에 펄썩 주저앉으며, 무심히 물에 채어 무너진 논둑을 다시 고쳐 놓는다. 첫째는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 논이 읍의 사람의 논이라지유."
"그래 읍의 한치수라는 어룬의 논인데……."
그는 후 하고 숨을 쉬었다.
"그런 법두 있는가.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난 암만 생각해두 모르겠어! 내일 읍에 들어가서 한치수 어른에게 물어 보겠네."
"그렇게 합슈."
첫째도 그런 법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풍헌은 벌떡 일어났다.
"난 지금 들어가 보구 오겠네."
이렇게 말을 하고 읍 가는 길로 나선다.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황황히 걸었다. 첫째는 물끄러미 그의 뒷모양을 바라보다가 그가 산모퉁이를
지나간 후에 들어왔다.
며칠 후에 풍헌이 보이지 않으므로 누구에게 물으니 그는 벌써 어디론지 가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때에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아내와
어린것들을 데리고 바가지 몇 짝을 달고 떠났다고 하였다.
여기까지 생각한 첫째는 구루마 구르는 소리에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 겸 동무이던 풍헌을 내쫓은 덕호가 또다시 개똥이를 내쫓고
자기를 내쫓으려는 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그때,
"여부슈, 내가 빚을 안 물겠답니까?"
개똥이 음성이 무거운 공간을 헤쳤다. 무엇보다도 일년 농사 지은 것이라고…… 그의 초가집 문전에나마 놓았다가 이렇게 빼앗기었으면 한결 맘이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벼 시세도 지금은 한 섬에 오 원이라 하나 좀더 있으면 육 원을 할지 팔 원을 할지 모르는데 이렇게 빼앗기기에는
너무나 억울하였던 것이다.
첫째는 개똥이 말을 듣자 무의식간에 욱 하고 달아갔다. 그리고 유서방을 단번에 밀쳐 넘어쳤다.
"뭐야 이게? 야들아! 다 오나라."
남의 일이나 자기 일 못지않게 분하였던 그들도 욱 쓸어 나갔다. 그리고 구루마에 실은 볏섬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덕호를 찾았으나 그는 벌써
어디로 빠져 달아났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 벼만 가져 봐라!"
개똥이가 호통을 하였다. 그때 저편에서 회중전등이 번쩍 하고 이리로 왔다. 그들은 순사가 오는구나! 직각되자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개 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었다. 그리고 신발 소리 또 신발 소리…….
이튿날 새벽에 개똥 어머니는 덕호네 집으로 갔다. 아직 대문은 걸린 채 그대로 있었다. 벌써 그가 어젯밤부터 이 문전에 몇 번이나 왔는지
몰랐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집으로 오다가, 또다시 무슨 생각을 하고 대문 옆으로 와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리고 안에서 누가 나오는가
하여 자주자주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검정개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그는 왔다갔다하면서, 이제 덕호를 만나 뭐라고 말할 것을 입
속으로 다시금 외어 보았다. 어제 밤새도록 생각해 온 이 말이건만, 이렇게 덕호네 문 앞까지 와서는 캄캄해지곤 하였다.
안에서 신발 소리가 나므로, 그는 조금 물러서서 동정을 살폈다. 덜그렁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찌꺽 열린다. 그리고 유서방이 다리를
절면서 나오다가 개똥 어머니를 보고 멈칫 섰다.
"왜 왔소?"
유서방은 어젯밤 일을 생각하며 분이 왈칵 치밀었다. 개똥 어머니는 머리를 숙여 보이며,
"그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시우. 다 철이 없어 그 모양이지유. 한때 살려 줍시우."
"철없는 게 뭐야유, 그 새끼들이 철이 없어? 흥! 이거 보우 내 다리가 병신 되었수."
코웃음을 치고 나서 도로 들어간다. 개똥 어머니는 뒤를 따랐다.
"면장님 일어나셨수?"
"면장님은 왜 찾우?"
유서방은 흘금 돌아보았다.
"그저 한때 살려 주, 예? 살려 주, 예."
개똥 어머니는 훌쩍훌쩍 울었다.
"난 몰라유. 그까짓 놈의 새끼들…… 사람의 은혜도 모르고 의리도 없는 그놈들…… 김생 같은…… 에이."
유서방은 이렇게 소리치며 들어간다. 개똥 어머니는 한참이나 머뭇머뭇하였다. 그때 안에서 덕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거 누구니?"
"개똥 어미야유."
유서방이 대답한다.
"개똥 어미가 왜?"
"모루지유."
개똥 어머니는 방문 밖에 서서 머뭇머뭇하다가,
"그저 면장님, 한때 살려 주, 그놈들이 철이 없어서……."
덕호는 아직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개똥 어민가, 이리 들어오게, 늙은이가 치운데, 왜 밖에 섰는가."
뜻하지 않은 덕호의 후한 말에, 개똥 어머니는 앞이 캄캄해 왔다. 그제야 유서방은,
"어서 들어가우."
개똥 어머니가 방문을 여니, 덕호는 자리에 누워 있다. 그는 멈칫 섰다.
"어서 들어와."
개똥 어머니는 들어가서 머리를 숙이며,
"그저 한때 살려 줍시유, 네? 한때만 사정 봐줍슈."
덕호는 기침을 하며 일어나서 자리로 몸을 가리고 앉았다.
"글쎄 그놈들의 행세를 보아서는 분나는 대로 용서 없이 고생을 시키겠지만 그러나 소위 면의 어룬이라는 나로서 더구나 저런 늙은이들이 불쌍해서
그럴 수야 있는가."
개똥 어머니는 너무 감격하여 소리쳐 울고 싶었다. 그리고 저런 후한 어른의 뜻을 몰라주는 개똥이와 그의 동무들이 끝없이 원망스러웠다.
"그저 살려 줍슈, 저를 봐서……."
"응, 그런데 마침 오늘이 공일이니까 면에 출근도 안 하니 내 직접 주재소에 가보리…… 저희놈들이 암만 그래도 몇십 년을 내 덕에 산 것이
아니겠나. 배은망덕이란 말이 이런 것을 두고 이름일세그려. 허 거 정 나두 손두 없는 사람이라 저희들을 내 친자식들과 같이 사랑한단 말이어.
어제만 하더라도 내가 생각해서 벼 한 섬을 거저 주지 않았나. 그런데 그놈이 그 은공을 몰라본단 말이어. 하필 올뿐인가, 작년 재작년에도
그래 왔지."
"그까짓 죽일놈들을 생각하실 게 있습니까. 그저 후하신 맘으로 이 늙은 것을 한때 보아주셔야지우."
"응, 그럼 돌아가게, 내 이따가 가보리."
개똥 어머니는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덕호는 도로 자리에 누우며 이놈들을 더 고생시켜 세상의 법이 어떻다는 것을 알리어
정신을 들려 주렸더니 날은 점점 추워 오고 어서 눈 오기 전에 마당질은 끝내야겠으니 부득이 놓아 주랄 수밖에 별수가 있나! 하고 생각하였다.
더구나 이 가을부터 미곡통제안(米穀統制案)이 실시된다는 말이 있으니 그렇게 되면 곡가도 오를 것이다. 어서 바삐 그놈들의 빚도 현 곡가로
청산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곧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젯밤 주재소에서 자고 난 그들은 오늘 아침 덕호가 가서야 순사부장의 단단한 훈사를 듣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놓여
나오게 되었다. 그들은 나오는 길로 아침밥도 잘 먹지 못하고 곧 타작 마당으로 왔다. 그래서 어젯밤 널어 놓은 짚단이며 나락 헤적인 것을
쓸어 모아 놓고 한편으로는 도급기를 횅횅 돌렸다. 그들은 일을 하니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팔을 놀리면 팔이 아프고 다리를 놀리면 다리가
아팠다. 그리고 허리를 굽힐 수도 없고 목을 임의대로 돌리는 수도 없었다. 하루쯤은 쉬어서 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이 하였다.
그때 덕호가 나왔다. 그는 궐련을 피워 물고 단장을 짚었다. 그리고 명주 저고리 바지에 세루 조끼를 말큰말큰하게 입었다. 그들은 덕호를 보자
가슴이 울울해지며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그리고 뭐라고 나무라지나 않으려나 하는 불안에 쩔쩔매었다.
"어 자네들 어서 일들이나 잘 하여…… 밥 많이 먹고 일 많이 하는 사람이야말로 튼튼한 면민일세그리. 허허 자네들은 나를 오해하지? 아마
어제 일을 미루어 보더라도 말이어. 그러나 그것은 잘못 안 것일세. 나는 더구나 면의 어룬이란 지위에 앉아 가지고 자네들의 이로움을 위하야
애쓰는 것이 나의 의무가 아닌가."
덕호는 큰기침을 하고 나서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합수를 하고 섰다.
"어제만 하더라도 내가 곡식으로 차지한 것이 전혀 자네들을 위함에서 그렇게 한 게야…… 자네들의 형편에 그 곡식을 갖다가 팔아서 돈으로 빚을
갚는다고 하세. 돈을 제때에 갚지도 못하게 될 뿐 아니라 그 곡식을 제값을 못 받고 더구나 꼭 적당한 시기에 팔지를 못해. 그러니 내가
곡식으로 차지하는 게여. 나야 손해가 되지마는…… 왜 손해가 되느냐 하면 말이어, 이제 좀더 있으면 자네들이 지내 보는 바와 같이 곡가가
내리는 것만은 뻔한 사실이 아닌가 응, 왜 그런 줄을 몰라주느냐 말이어. 나는 자네들을 친자식같이 아는데 자네들은 그것을 몰라준단 말이어.
어제 일만 하더라도 내가 아니고 딴사람이라면 자네들을 그냥 두겠나. 그러나 나는 자네들도 생각할 뿐만 아니라 자네들의 가족들을 생각하야 친히
순사부장에게 사정을 하다시피 한 것을 자네들은 아는가 모르는가. 한 번 실수는 누구나 있는 것이니 이 다음부터는 주의들 해."
덕호는 그들을 둘러보며 빙긋이 웃었다. 그들의 모양을 보아 자기의 말에 얼마나 감격하였는지를 그는 짐작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까지
저들이 서리 맞은 풀대같이 후줄근한 것이 전혀 주재소의 힘임을 깨달으며 무식한 놈들에게는 매가 제일이다 하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덕호가 그들의 앞을 떠난 후에 그들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이제 덕호가 한 말이 다 옳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일을
계속하였다. 도급기 다섯 채를 좌우로 갈라 놓고 한 채에 세 사람씩 맡았다. 한 사람은 가운데 서서 돌리고 그 나머지 두 사람은 도급기
곁에서 날라 오는 볏단을 풀어 놓고 도급기 돌리는 그들에게 번갈아 집어 주며 혹은 벼낟가리에 올라서서 볏단을 내리고 또는 다 훑은 짚단을
묶어서 저편으로 날랐다.
"이애 이놈아, 빨리 다우."
난장보살이 첫째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볏모개를 빼앗았다.
"흥! 어제는 이놈 때문에 우리들이 매를 죽도록 맞았다니."
어젯밤 매맞던 생각을 하며 싱앗대를 돌아보았다. 싱앗대는 볏모개를 빨리 돌려 대었다.
"쥐뿔도 없는 놈이 맘만 살아서 그 꼴이지, 그저 없는 놈이야 무슨 성명이 있나, 죽으라면 죽는 모양이라도 내어야지."
곁에서 그들의 말을 듣는 첫째는 버럭 화가 치받치는 것을 억제하였다. 그러나 뱃속이 꾸물꾸물하며 얼굴이 빨개졌다.
어제는 이 타작마당에서 그들이 일심이 되었는데 겨우 하룻밤을 지나서 그들은 첫째를 원망하였다. 첫째는 덕호에게서 욕먹은 것보다도, 순사에게
밤새워 매맞은 것보다도, 그들이 자기 하나를 둘러싸고 원망하는 데는 그만 울고 싶었다. 그리고 캄캄한 밤길을 혼자 걷는 듯한 적적함이 그를
싸고도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는 무심히 벼낟가리를 쳐다보았다. 전 같으면 저 벼낟가리들이 얼마나 귀여웠으리요마는…… 그때 저리로부터
순사가 왔다.
첫째는 놀랐다. 가까이 오는 순사는 지금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자기만 잡으려고 오는 듯싶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푹 숙이며
볏단만 헤치고 있다가, 칼소리가 멀어지매 그는 겨우 안심하고 흘금 바라보았다. 그때 순사의 구둣발에 툭툭 채는 칼은 햇빛에 번쩍번쩍하였다.
순사는 덕호를 만나서 다시 이리로 온다. 그는 또다시 아까와 같은 생각으로 겁을 먹었으나, 그들은 가벼운 궐련내를 던지고 저편으로 지나간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고는, 하하 웃었다.
"여보게, 자네 좀 돌리게."
난장보살이 첫째를 보며 이렇게 말하고 나서, 도급기에서 물러간다. 첫째는 얼른 이편으로 왔다. 그리고 한 발로 도급기 발판을 짚어 가며,
난장보살이 집어 주는 볏모개를 훑는다. 그때 무심히 저편을 보니, 덕호와 순사가 면사무소에 앉아서 유리문을 통하여 이편을 내다본다. 그때에
그는 난장보살이 저것들을 마주보기 싫어서 도급기에서 물러났구나! 하고 직각되었다. 따라서 지금 저들이 자기를 잡아갈 의논을 하면서 자기만을
주목해 보는 듯하여 머리를 숙였다.
솨르르 탁탁 튀어나는 벼알은 그의 볼을 가볍게 후려치고 떨어진다. 그리고 돌아가는 도급기 바퀴에서 일어나는 바람은, 그를 오한이라도 나게
하려는 듯이 싫었다. 전 같으면 이 바람에 얼마나 속시원할 것이건만…… 그때 난장보살이,
"담배 먹고 싶다!"
그때 첫째도 새삼스럽게 담배 먹고 싶은 것을 느끼며 난장보살을 바라보았다. 일하던 농민들은 약조나 한 듯이 일시에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은
누구나 상대의 눈동자에서 담배 먹고 싶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면사무소에 앉아 이야기하는 그들의 눈에 걸리는 것이 싫어서 누구 한 사람
쉬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숨을 후 쉬고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쉴새없이 떨어져 쌓이는 벼알을 바라보았다. 담배 한 모금 맘놓고 먹지
못하고서 저렇게 애써 지은 쌀알을 덕호네 함석창고에 들여보낼 생각을 하니, 어제 구루마를 부서트리던 그 순간의 감정이 또다시 폭발되는 것을
느꼈다.
마당이 보이지 않도록 쌓이는 저 벼알! 병아리의 털같이 그렇게 노란 수염이 하늘을 가리키고 재미나게 쌓인 저 벼알! 저 벼알은 역시
자기들에게는 귀엽고 아름다운 빛만 보이고 나서 맘놓고 만져 보기도 전에 덕호의 창고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어린것들은 집에서,
"아빠 하얀밥 먹지, 오늘은?"
오늘 집에 들어가면 아버지를 붙들고 이렇게 소곤거릴 것이다. 그때에 그들은 뭐라고 대답하랴! 여름내 가을에는 하얀밥 준다!고 어르던 그 말!
지금 와서는 또 뭐라고 말하랴!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금 저 벼알을 보았을 때 벼알이 아니라 그들의 가슴폭을 마디마디 찌르는 살대
같아 보였다.
그들은 멍하니 어제 일을 되풀이하며 첫째를 돌아보았다. 그때 순사와 덕호는 이리로 온다. 또다시 그들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하던 생각이 끊기고
말았다. 덕호는 순사와 같이 그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후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멍하니 불타산을 바라보았다. 오래잖아 저 산에는
눈이 하얗게 덮일 터인데…… 우리들은 그때에 뭘 먹고 사나? 하였다.
가을을 맞은 청초한 저 불타산.
그 위로 하늘이 파랗게 달음질쳐 갔다. 첫째는 그 하늘을 묵묵히 바라볼 때, 어젯밤 순사부장이 자기들을 모아 놓고 "너희들에게 법이란 것을
가르쳐야겠다" 하던 말이 그의 머리에 휙 떠오른다.
"법, 법…… 법, 법에 걸리면 죽이는 법까지 있다지?"
그가 법이란 막연하게나마 전통적으로 신성불가침의 것으로 알았지마는…… 아니 지금도 그렇게 알지마는, 어제 일을 미루어 곰곰이 생각하니
웬일인지 그 법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 없는 엉킨 실마리가 그의 온 가슴을 꽉 채우고 말았다.
"우리들이 어제 덕호와 싸운 것이 법에 걸리는 일이라지? 그 법…… 법……."
그는 머리를 돌려 가며 몇 번이나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점점 더 답답만 할 뿐이지, 뒤엉킨 실끝을 고르는 수가 없었다. 그때 난장보살이
휙 쳐다보았다.
"이 곰 뭘 그리 중얼거리니?"
첫째는 그의 말이 입 밖에까지 나간 것에 스스로 놀라며 머리를 푹 숙였다.
추수가 끝난 초겨울이었다. 읍에서 군수가 나와서 농민들을 모아 놓고 연설을 한다고 한다. 그들은 군수가 나왔다니까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가야만 되는 줄 알고 그러지 않으면 벌금이나 물리지 않을까? 하여 모두 모였다.
이십여 간이나 되는 면사무소 내에 농민들이 빽빽히 들어앉았다. 단상에는 군수와 면장이 앉았고 그 옆으로는 면서기들이 앉았다. 그들은 이번
신임 된 군수라는 뚱뚱한 양복쟁이를 눈이 둥그래서 바라보았다. 먼저 면장이 나와서 간단한 말로 군수를 농민들에게 소개하였다. 뒤미처 군수가
나와서 몇 번 기침을 한 후에,
"어…… 내가 이번에 여기 나온 목적은 여러분들도 이미 면사무소를 통하여 알았겠지마는…… 내가 신임인만큼 군내 상황도 시찰할 겸 더욱
여러분에게 절실하게 이르고 싶은 것이 있어 나온 것이오.
우리 조선으로 말하면 어…… 팔 할 이상이 농민들이오. 그러니 농민들의 성쇠는 즉 국가 흥망의 기원이 될 것만은 사실이오. 옛날부터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니라 한 말이 있지 않소."
여기까지 들은 그들은 저렇게 귀하신 어른의 입에서 자기들이 하는 농사를 찬사하는 말이 나오니 이것이 꿈인가 하였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감격에 붙들리었다.
"우리가 농사를 부지런히 하여야 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어…… 거기에 대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말하고자 하오. 재래의 농민들이란 그저
수굿수굿 김만 매면 되는 줄 알았으나 그것은 틀린 것이오. 어떻게 하면 밭에서 곡식이 많이 날까, 어떻게 하면 작은 밭을 가지고도 큰 밭에서
내는 곡식을 낼까, 다시 말하면 농사하는 방법을 꼭 알아 가지고 농사를 지어야 한단 말이오. 어…… 예를 들어 말하면 어…… 여기 한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의 재주를 보아 그에 적당한 일을 시켜야 그 일이 잘될 것이 아니오? 그러니 이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밭에 곡식을 심는
것도 만일 어긋나게 심으면 좀더 곡식이 많이 날 것이로되 적게 난단 말이오. 수수나 콩을 심어 잘될 밭에다 조나 육도를 심으면 적게 날
것이오. 그러니 먼저 그 밭에 어떤 것이 적당할까를 생각하여 심어야 한단 말이우. 어…… 그리고 퇴비 말이오, 무엇보다도 이 퇴비를 많이
제작해 두었다가 봄에 가서 밭을 잘 거두어야 하우. 여러분이 좀더 부지런을 내면, 어…… 일하다가 쉬는 틈을 타서 풀을 깎아다 퇴적장에 쌓아
썩히시오. 이것이 봄에 가서는 훌륭한 거름이 될 것이오. 공연히 읍 같은 데 가서 금비를 사 나를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 자작 만들어
쓰란 말이오."
그들은 자기들의 농사하는 이치를 이렇게 꼭꼭 알아내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되었는지 몰랐다. 그래서 서로 돌아보며 입을 쩍쩍 벌렸다.
"어…… 그리고 색의를 입어야 하오. 우리 조선 사람은 흰옷을 입는 것이 못사는 원인의 하나요. 어서 바삐 색의를 입으시우. 흰옷을 입게
되면 자주 빨아 입어야겠으니, 첫째 그만큼 시간이 소비되고, 둘째 빠는 데 옷이 해지우. 어…… 그리고 고무신을 신지 말고 될 수 있으면
노는 시간을 이용하여 짚신을 삼아 신도록 하오. 이 외에 관혼상제비(冠婚喪祭費)도 절약하시우. 이렇게 하면 당신네들이 앞으로는 다 부자가 될
것이오. 그렇지 않우? 허허."
그들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군수의 말대로 하면, 참말 내년부터라도 풍족한 생활을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어…… 마지막으로 말할 것은 면이라는 기관은 당신들이 잘살고 건강하게 사는 것을 위하여 힘써 지도하는 곳이니, 조금도 면사무소를
허수히 알아서는 못쓰오. 면에서 지세나 혹은 호세나 기타 여러 가지 세금을 당신들한테서 받아 내는 것은 다 당신들을 잘살게 하기 위하여
통치하는 데 소비하는 것이우. 그러니 그런 세금들을 꼭꼭 잘 바쳐야 하오. 할 말은 많으나 훗기회로 미루고 위선 그만하니 이 면사무소의
지도를 잘 받으시오."
군수는 말을 마치고 의자에 걸어앉는다. 면장은 만족한 웃음을 띠고 나왔다.
"이번 군수 영감께서 이렇게 나오시게 되어 우리에게 좋은 말씀을 들리어 주시니 우리 면민은 군수 영감의 말씀대로 이행하기를 서약한다는 증거로
일어나서 경례를 합시다. 자 일어나시우들."
농민들은 일시에 일어나서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몇 번이나 거듭하고 헤어졌다.
첫째도 그들 틈에 섞여서 면사무소를 나왔다. 그는 어정어정 걸으며 내년부터 나는 누구네 땅을 부치나! 하고 우뚝 섰다. 그의 동무들은 그를
비웃는 듯이 흘금 돌아보고 저편으로 몰려간다.
첫째는 드디어 밭을 떼이고 말았던 것이다. 오늘 군수 영감의 말을 들으면 이 면사무소는 농민들이 잘살기 위하여 힘쓰는 곳이라는데……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자기만은 이 동네의 농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부쩍 든다. 덕호로 말하면 이 면의 어른인 면장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치던 밭을 그에게 떼이지 않았는가? 응! 나는 그때 그 구루마를 깨친 것이 법에 걸리었기 때문이라지. 법 법…… 오늘 군수 영감의
말씀한 것도 역시 내가 행하지 않으면 법에 걸리게 될 터이지. 그러나 오늘에 부칠 밭이 없는데 거름은 만들어 두면 뭘 하나? 그 법…… 그는
날이 갈수록 이 법에 대하여 점점 더 의문의 실뭉치가 되어 그의 가슴을 안타깝게 보챈다. 그는 생각지 말자 하다가도 가슴속에서 뭉치어
일어나는 이 뭉텅이! 그 스스로도 제어하는 수가 없었다. 첫째 자신은 이 신성불가침의 법을 지키려고 애를 쓰나 웬일인지 날이 갈수록 자신은
이 법에 걸려 들어가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발견하였던 것이다.
집까지 온 첫째는 나뭇가리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떻게 한담?"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의 앞길은 암흑으로 변하여지는 것을, 볼을 후려치는 쌀쌀한 겨울날의 감촉과 같이 확실히 느껴진다.
그때 짚 부벼치는 소리가 바삭바삭 나므로 휙근 머리를 돌리니 그가 새끼 꼬다가 놓고서 면사무소에 갔던 기억이 얼핏 생각히며 이서방이 동냥하러
가지 않고 오늘은 집에 있는가 하여 얼른 들어왔다. 방문을 여니 갑자기 누가 방 안에 앉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캄캄한 속으로 짚
부벼치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벌써 오니? 왜 오라던?"
방 안에 들어앉은 그는 어머니가 새끼 꼬는 것을 비로소 발견하였다. 첫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군수 연설 들으러 오라지."
첫째 어머니는 실망을 하고 꼬던 짚을 밀어 놓는다. 아까 면서기가 면사무소로 첫째를 오라고 할 때는 아마 도로 밭을 부치라고 하려나? 하는
다소의 희망과 의문을 가졌는데, 아들의 이러한 말을 들으니 아주 낙망이 되었던 것이다.
첫째 역시 어머니의 이러한 낙망을 손에 든 것처럼 꿰뚫었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비애가 이 방 안으로 가득히 들어차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첫째는 어머니의 이러한 모양이 보기 싫어서 휙 돌아앉아 새끼를 꼬기 시작하였다. 전 같으면 이 새끼를 꼬아서 할 것이 많건만, 이 새끼를
꼬기는 꼬나, 무엇에다 어떻게 쓰려는 예정도 나지 않았다. 그저 심심하니 앉아 있으면 가슴이 터지게 일어나는 이 의문과 비애! 이것이
안타깝고 귀찮아서 이것을 붙여잡고 있는 것이다.
"이놈아, 글쎄 가만히 있지 왜? 그 지랄을 벌여서 그 모양을 한단 말이냐. 암만 그래두, 우리는 없는 사람이니까 있는 사람에게 붙어 살아야
하지 않니…… 오늘부터라도 굶고 앉았겠으니 좋겠다! 이놈! 날 잡아먹지 못해 그래…… 그래도 밭을 부치면 장리쌀이라도 얻어 올 수가
있었지만, 누가 쌀 한 줌 줄 듯하냐."
"이거 왜 귀찮게 구는지 모르겠다!"
첫째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오냐 이놈아, 어려서부터 네놈이 어미의 머리끄덩이를 함부로 뜯어 내더니, 그 버릇이 이때껏 남아서 밥 굶게 되었으니 좋겠다! 이놈!"
"흥 잘하는 것 내가 그랬겠군!"
"그랴, 그래서 너 누구 덕에 밥 먹고 큰 줄 아느냐. 이놈, 너도 지내 봐라! 누가 잘못하고 싶어 잘못하는 줄 아느냐? 나도 배고파서 헐
수할수없으니 그랬다! 너두 지내 봐라! 어디 이놈!"
첫째는 이 말에 귀가 번쩍 틔며 이상하게도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그리고 나도 배가 고파서 헐수할수없으니 그랬다, 너두 지내 봐라! 하던
어머니의 말이, 살대와 같이 그의 가슴폭을 선뜻 찌르는 듯하였다. 헐수할수없으니 그랬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또다시 그 실마리가
두루뭉텅이가 져서 올라오려고 하였다. 그는 새끼 꼬던 짚을 밀어 내고 벌컥 일어났다. 그리고 벼락치듯 문을 열어 젖히고 나와 버렸다.
어느새에 싸락눈이 바슬바슬 떨어진다. 뜰 한 모퉁이에 쌓아 둔 나뭇가리에 싸락눈 쌓이는 소리가 한층더 뚜렷하다. 그는 저 싸락눈을 보니
한층더 가슴이 죄어들었다. 원 나무나 해다 팔아서 쌀말이나 마련해 올까…… 그러니 그놈의 산림감시놈들이 나무를 베게 해야지…… 법? 그는
발길을 쿵 하고 들놓았다.
한참이나 우두커니 섰던 첫째는 어느 동무네 집에나 가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까 면사무소 앞에서 자기를 비웃는 듯이 돌아보던
동무들을 얼핏 생각하며, 그만 지게를 걸머지고 어정어정 나왔다.
싸락눈이 그의 다는 얼굴을 선듯선듯하게 하여 준다. 그는 뿌옇게 보이는 앞벌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아직까지 그의 온갖 희망과 포부가
이 벌 전부이었던 것을 그는 다시금 생각해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벌을 잃어버린 지금에 와서는 그에게 무슨 희망과 포부가 있으랴! 단지
그의 앞에 가로질린 것은 캄캄한 암흑뿐이었다.
그는 일하러 나올 때마다, 괭이를 높이 둘러메고 끝없는 공상에 잠기곤 하였다.
농사를 잘 지어서 먹고, 남는 것을 팔아서 저축해 두었다가 그 돈으로 밭 사고, 그리고 선비를 아내로 맞이해서, 아들딸 낳아 가면서 재미나게
살아 보겠다고 그는 몇 번이나 생각해 보았던가! 그는 자기의 이러한 어리석었던 공상을 회상하며 픽 웃어 버렸다. 따라서 희망에 불타던 그의
씩씩한 눈망울은 비웃음과 저주로 변하는 것을 확실히 볼 수가 있었다.
어느덧 그는 원소까지 왔다. 앙상한 버드나무숲은 어찌 보면 자기의 신세와도 흡사하였다. 그러나 다시 한번 그 숲을 쳐다보았을 때, 오는 봄에
싹 돋으려는 씩씩한 기운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는 버드나무를 의지하여 원소를 내려다보았다. 그때에 생각힌 것은 원소의 전설이다.
'그들도 법에 걸려 혹은 죽고 혹은 매를 직사하게 맞았다지.' 몇천 년이나 몇백 년이 되었는지 분명하지 못한 그 옛날의 농민들도 자기와 같은
그런 궁경에 빠졌던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다시금 원소의 푸른 물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뒤에서 신발 소리가 난다. 그는 누가 물 길러 오는구나…… 하고 생각되었으나 머리를 돌려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누구나 자기를 보면 밭
떼인 것을 조소하는 듯하여 그만 얼굴이 뜨뜻해지곤 하였던 것이다.
신발 소리는 차츰 가까워진다. 그 신발 소리를 듣고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라는 것을 직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여기 섰기가 좀 열적은
듯하여 버드나무 옆을 떠났다. 그래서 그가 저편 길로 옮아 섰을 때, 원소로 가는 두 여인을 발견하였다. 그 순간 그는 전신의 피가 갑자기
활기를 띠고 숨이 가쁘도록 심장이 뛰었다. 그는 멈칫 서서 바라보았다.
빨래 함지를 무겁게 인 여인 중, 그 하나가 선비가 아니었느냐! 귀밑까지 푹 눌러 쓴 흰수건 밑으로, 껍질 벗긴 밤알처럼 윤택해 보이는 그의
얼굴! 내리는 눈에 가리어 아리송아리송하게 보였다. 그러나 전날 선비와 같이 다정한 감을 주지 않고 웬일인지 차디찬 조소를 그의 윤택한
살갗을 통하여 차츰 농후하게 던져 주었다.
빨래 함지를 내려놓은 그들은 빨래를 돌 위에 놓고 빵빵 두드린다. 그 소리는, "이 자식 너 밭 떼였지, 너 밭 떼였지" 하는 소리같이
들렸다. 그는 한참이나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 선비가 방망이를 놓고 빨래를 헹구며 흘금 바라본다. 그는 얼핏 돌아서고 말았다.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나며 앞이 아뜩하였다. 그는 작대기를 꾹 짚으며, 계집은 해서 뭘 하는 게냐!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방망이 소리는 그가 걸을수록 점점 희미하게 들렸다. 그리고 선비의 그 모양까지도 차디찬 얼음덩이 같아지는 것을 그는 우뚝 서며 보았다.
그것은 자기 머리에 언제부터 들어앉았던 그 고운 선비의 환영이 이렇게 변하여지는 것이, 그가 눈을 크게 뜰 때마다 확실히 인식되었다.
그는 산등에 올라 되는 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지게를 진 채 멍하니 산 아래를 굽어보았다. 그때에 떠오른 것은, 어려서 이 산등에 나무
하러 왔다가 선비를 만나 싱아를 빼앗아 먹던 기억이다. 따라서 그때부터 자기가 선비를 맘 한구석에 생각하였다는 것이 옛날을 회상할수록
뚜렷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사모하던 선비를 한번 만나 이야기도 못 해보고 그만 영원히 만나지 못할 생각을 하여, 무의식간에 그는 작대기를
들어 그의 발부리를 힘껏 후려쳤다.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싸락눈은 아까보다 더 내리는 듯하다. 그 속으로 멀리 보이는 동네! 벌써 집집에서 흐르는 저녁 연기가 구불구불 선을 긋고 올라간다. 그때
그는 무심히 이서방이 이젠 들어왔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첫째는 산 옆으로 돌아가며 마른 풀을 베어 가지고 돌아왔다. 그가 동구까지 왔을 때 집집에서 흘러나오는 밥 잦히는 솥뚜껑 소리며 청어 굽는
내가 그의 구미를 버쩍 당기게 하였다. 그 순간 그는 어젯저녁에 밥이라고 좀 먹어 보고는 오늘 아침은 국물만 되는 소죽 먹은 기억이 그의
가슴을 더 쌀쌀하게 하였다. 그러나 집에 가면 이서방이 그 시커먼 밥자루에 밥을 가득히 얻어 가지고 왔을 생각을 하니 발길이 얼른얼른
내디뎌졌다.
그가 집까지 와서 나뭇짐을 되는 대로 벗어 놓고 분주히 방으로 들어가며 이서방의 신발부터 있는가 하고 보았다. 그러나 찬바람이 실실 도는
봉당에 어머니의 짚신만이 놓여 있다. 그는 멈칫 섰다. 이서방이 안 왔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방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아랫목에 누웠다가 벌컥
일어나며,
"이서방이우?"
그때 첫째는 앞이 아뜩해지며 이때까지 이서방이 오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의 어머니는 첫째임을 알자 곧 도로 누워 버렸다. 그리고 으흠 하고
신음하는 소리가 방 안을 그윽이 울려 주었다.
그는 방문을 쿡 닫고 돌아섰다. 이서방이 왜 안 와 하고, 차츰 어두워 가는 저 밖을 바라보았다. 이서방이 밥자루를 무겁게 들고 돌아올
길에는 눈만이 푹푹 쌓일 뿐이고, 검정개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읍으로 통한 신작로를
바라고 성큼성큼 걸었다.
수굿하고 걷다가는 한참씩 서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서방은 보이지 않았다. 저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이서방이 오는 것이 보이려나? 하고 그
산모퉁이를 돌아와도 역시 눈송이만이 벌떼같이 날 뿐이고, 이서방 비슷한 사람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젠 사방이 캄캄해서, 어디가
어딘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어찌 된 일일까, 혹 길가에서 얼어 죽었나? 그렇지 않으면 몸이 아파서 어디 물방앗간 같은 곳에 누웠는가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밤이 되어 갈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밤부터는 바람까지 일어서 휙휙 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싸락눈은 이젠 솜눈으로 변하여 무섭게 뺨을 후려친다. 첫째는 우뚝 서서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오늘 밤으로는 이서방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고 그만 집으로 오고 말았다.
그 밤을 고스란히 새우고 난 첫째네 모자는 아침이면 이서방이 오겠지 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이서방은 아무 소식 없다. 첫째 어머니는 아무래도
이서방이 무슨 일을 만난 것 같았다. 그래서 첫째를 보고,
"이애! 이서방이 무슨 일을 만난 것 같으니 네 읍에 가봐라."
어젯저녁만 해도 배고픈 것이 이렇게 견디기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어제는 걷기에도 별한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이 아침부터는 너무
배가 고파서 운신을 할 수가 없다. 그는 어머니를 쳐다보며,
"배고파서 갈 수 있어야지? 어데서 밥 좀 얻어다 주슈."
첫째 어머니는 맥없이 누워 이렇게 말하는 첫째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였다. 그는 어디서 밥술이나 얻어 보려고 바가지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첫째는 어머니가 나가는 것을 보고 눈을 감았다. 수없는 그릇에 밥 담은 것이 얼씬얼씬 보여서 못 견딜 지경이다. 그는 다시 눈을
번쩍 떴다. 첫눈에 띈 것은 며칠 전까지 쌀 담아 두던 항아리였다. 그는 무의식간에 벌컥 일어나서 항아리 곁으로 왔다. 그리고 항아리를
기울여 보았다. 휑하니 비었다. 간 가을만 해도 쌀이 이 항아리로 가득 찼는데 벌써 그 쌀이 다 없어졌나? 하고 그는 다시 생각을 되풀이해
보았다.
가을에 밭 떼일 때 덕호가 특별히 생각하여 주노라고 하면서 빚과 장리쌀만 제하고 그 외에 비료값이니 이따금 꾸어다 먹은 쌀은 제하지 않고
그냥 첫째를 주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 항아리로 가득 찼던 것이다. 그때에는 이 쌀이 몇 달은 가리라고 생각했더니 막상 하루 이틀 먹어 보니
불과 두 달이 못 가서 그 가득하던 쌀이 흔적도 없어졌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쌀항아리를 다시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행여나 어디가
쌀알이 붙었는가 하여 항아리를 들고 문 편으로 와서 뱅뱅 돌려가며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쌀 한 알 발견하지 못하였을 때, 그는 한숨을 푹
쉬며 항아리 전에 머리를 기대고 문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술술 흘러내렸다. 마침 밖에서 신발소리가 나므로 그는 벌떡
일어났다.
방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들어온다.
"난 이서방이라구."
"잡놈, 배는 용히 고픈 게다."
첫째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손에 든 바가지를 그의 앞으로 밀어놓는다. 첫째는 얼른 들여다보니 도토리며 밥이 들어 있었다. 그때 첫째는
식욕이 욱 하고 치밀어 그의 어머니까지 밥으로 보였다. 그래서 바가지를 빼앗듯이 받아 가지고 손으로 움켜쥐어 먹었다. 언제 술을 들고 저를
놀리고가 다 배부른 사람들의 장난이지, 이때 첫째에게 있어서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애 작작 덤벼라!"
첫째 어머니는 자기도 몇 술 얻어먹을까 하였다가, 아들이 저렇게 집어 먹었으니 도토리 한 알 입에 대어 보지 못하였다. 따라서 첫째 어머니는
야속한 생각과 같이 못 견디게 가슴이 쓰리었다.
"또 없수?"
눈이 뻘겋게 뒤집힌 첫째는, 어머니가 밥을 더 얻어 오고도 내어 놓지 않는 것만 같아서 이렇게 대든다. 첫째 어머니는 아들을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이애 무섭다. 흥! 혼자 다 처먹구두, 뭐가 나뻐서 그러냐."
이 말을 하지 않고는 곧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서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까 길에서 왜 내가 한술이라도 먹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일어난다. 첫째는 먹은 것도 없이 먹었다는 말만 들으니 기가 막혔다.
"날 뭘 주었기 그래!"
첫째는 바싹 대든다. 그의 눈에서는 불이 펄펄 날아 나오는 것 같았다. 첫째 어머니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돌아앉으며 그만 벽을 향하여 누워
버렸다. 어머니의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첫째는 어머니가 밥이라면 그저 이 배가 터지도록 먹으련만…… 하였다.
"그 밥은 어서 난 게유?"
아무래도 그 밥의 출처를 알아 가지고 좀더 먹어야지, 뱃속이 요동을 해서 못 견딜 지경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린 듯이 누워 있을 뿐이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첫째는 어머니의 궁둥이를 냅다 차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누구네 집에 가서 밥을 좀
얻어먹나? 개똥이네 집에나 가볼까? 하고 벌컥 일어날 때, 생각지 않은 트림이 꺽 하고 올라온다. 그의 어머니는 갑자기 방바닥을 치며,
"이놈아, 너만 트림까지 하도록 처먹을 것이 뭐냐!"
자기도 몇 술 주어서 같이 먹었다면 이렇게 가슴은 아프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첫째는 달려들어 어머니의 궁둥이를 내려 밟았다.
"날 뭘 주었어? 한 바리를 주었어, 한 대접을 주었어, 뭘 얼마나 주었어?"
그의 어머니는 악이 치받쳐서 벌떡 일어나며 첫째에게로 달려들었다.
"이애 이놈의 새끼야, 넌 트림까지 하지 않니. 처먹었기에 트림을 하지. 이놈아, 그래 너만 처먹고 살려느냐, 다른 사람은 다 죽고……
그것을 같이 먹겠다고 가지고 오니께 저만 다 처먹어. 어데 보자 이놈아, 에미를 그렇게 하는 데가 어데 있냐, 하늘이 있니라! 응……
응……."
목을 놓고 운다. 첫째는 우는 꼴이 보기 싫어서 밖으로 뛰어나왔다.
뜰 위에 소복이 쌓인 눈 위에는 신발 자국이 뚜렷이 났다. 그는 멍하니 그 발자국을 바라보다가 이서방이 오늘은 오려나 하고 저 앞을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여전히 뭐라고 몹시 떠들면서 운다. 첫째는 이서방이 오는가? 오는가 하여 가슴을 졸이다 못해서 그만 누구네 집에든지 가서 한 술
얻어먹으리라 하고 문밖을 나섰다. 그가 개똥이네 싸리문 안에 들어서니, 개똥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내다본다. 전 같으면 어서 들어오라고 할
터인데 그런 말은 없고 거칠게 눈을 뜨고,
"왜 왔는가?"
"개똥이 있수?"
"이제 면장 댁에 일하러 갔네…… 왜?"
그는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그저 놀러 왔댔수."
얼른 이렇게 말하고 돌아서 나왔다. 이젠 누구네 집에를 좀 가볼까 하며 어정어정 걷다가 멈칫 섰다.
저리로부터 덕호와 어떤 양복쟁이가 궐련을 피워 물고 이리로 온다. 그는 머리를 푹 숙이고 이편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며
지나간다. 그때 덕호는 손에 든 단장을 휙휙 돌린다. 덕호의 얼굴을 대하는 순간 첫째는 전신의 피가 머리고 치밀고 온몸이 푸르르 떨리었다.
그날 밤 밤이 퍽 깊은 후에 첫째는 밖으로부터 들어왔다.
"어머이!"
방 안으로 들어선 첫째는 목멘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첫째 어머니는 이서방인 줄 알고 일어났으나 첫째 음성임에 대답도 하지 않고 도로 누워
버렸다. 첫째는 어머니 손에 무엇을 들려 준다. 그때 그의 어머니는 쌀내를 후끈 느끼며 손에 든 것이 쌀자루라는 것을 깨닫자 단숨에
일어났다. 그리고 부엌으로 나가며,
"이애, 어서 널랑 나와서 불때라!"
첫째는 어머니를 따라 부엌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궁에 불을 살라 넣었다. 그의 어머니는 쌀을 졸졸 일어 내리며 아궁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비추이는 아들의 하반신을 흘금 바라보았다. 그때 그는 놀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무슨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곧 머리를 돌리고 말았다.
그의 옷은 갈가리 찢기었던 것이다. 첫째는 오래간만에 쌀 일어 내리는 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그래서 불빛에 어림해 보이는 물
속으로 하얗게 보이는 쌀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침을 모아 넘기다가 종내 못 견디어서 물독 곁으로 가서 물 한 바가지를 떠서 들이마셨다.
그들이 밥을 퍼가지고 방으로 들어왔을 때 대문 소리가 쿵쿵 났다. 첫째는 눈이 둥그래지며 뒷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첫째 어머니는 얼른
밥그릇을 감추어 놓고 귀를 기울였다.
"자우?…… 첫째야, 자니?"
그 음성에 첫째 어머니는 왈칵 내달았다.
"어서 문 열어 주……."
숨이 차서 헐떡헐떡하는 소리가 들린다.
첫째 어머니는 봉당까지 나오기는 하고도 손이 떨리어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누가 딴사람이 이서방이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가 하는
불안이 든다.
"문 열어 주, 아이구! 에…… 으흠."
"아니 정말 이서방이유?"
첫째 어머니는 문 새에다 입을 대고 이렇게 물었다. 이서방은 기가 막히는 모양인지 머리로 대문을 쿵 받는다.
"아이 참 이서방이구려! 이서방 어서어서."
그제야 첫째 어머니는 안심을 하고 문을 열었다. 이서방은 벌벌 기어들어 온다.
"아니 나무다리는 어찌 했수?"
"아이구!"
소리를 내며 그는 아무 말 없이 방 안으로 들어와서는 맥없이 누워 버렸다. 그리고 앓는 소리를 무섭게 하였다. 첫째 어머니는 감추어 두었던
밥그릇을 꺼내 놓고 밥 한 그릇을 다 먹은 후에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그리고 이서방의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어데가 아프시유?"
이서방은 역시 아무 말이 없다. 그때에 첫째 어머니는 겁이 나서 바싹 다가앉아서 그의 머리를 짚어 볼 때 방 안이 캄캄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불이나 좀 켰으면 좋겠는데…… 기름이 있어야지."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서방은 으흠 하고 돌아누웠다.
"첫째는…… 첫째는."
이서방이 말하는 것을 들으니 겁나던 것이 조금 덜리는 듯하였다.
"어디 아푸, 왜 그러우?"
"고뿔에 걸렸수."
"고뿔이요…… 그래 못 왔구려."
그때 뒷문이 부시시 열리며,
"이서방 왔수?"
첫째가 묻는다.
"그래 너……."
그 다음 말은 하지 못하고 우는 모양이다. 첫째는 적이 안심하고 들어왔다.
"어머이, 밥!"
첫째 어머니는 밥그릇을 그의 손에 들려 주었다. 이서방은,
"내 자루에 밥 있다!"
눈물을 씻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첫째 어머니는 부엌으로 나가서 나무 한 뭇을 더 넣고 들어왔다.
그 밤을 무사히 지낸 그들은 다음날 정오쯤이나 되어 눈을 떴다. 방문에는 햇빛이 발갛게 비치었다. 첫째는 머리를 넘성하여 이서방을 보았다.
본래부터 뼈만 남았던 그가 한층 더하여 마치 해골을 대하는 듯하였다.
"이서방!"
"왜."
감았던 눈을 번쩍 뜬다. 어젯밤 덥게 자서 그런지 오늘은 덜 아파하는 것 같았다.
"어데 가서 그렇게 안 왔수."
첫째는 원망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난 아파서 죽을 뻔하였다…… 네가 기다리는 것을 뻔히 알지만, 몸을 운신하는 수가 있드냐. 그러구 그 나쁜 놈의 애새끼들이 내 나무다리를
얻다가 감추고 주어야지…… 흠!"
한숨을 푹 쉬며, 첫째를 바라보는 그 눈에는 세상을 원망하는 빛이 가득하였다. 첫째는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그리고 이서방이 없는 동안에
자기가 당한 일을 얼핏 생각하였다. 불과 사오 일 동안이건만, 몇십 년 동안이나 지난 것처럼 지리하고 아득해 보였다.
첫째 어머니는 불을 한 화로 담아 가지고 들어온다. 방 안이 훈훈해지는 것을 그들은 느꼈다. 이서방은 그의 동냥자루를 보았다.
"첫째 떡 구워 주."
떡이란 말에 첫째는 구미가 버쩍 당기어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시커먼 자루 안에서 한 개씩 꺼내 놓는 떡을 얼른 집어 뚝뚝
무질러 먹었다.
"이애 궈먹어라."
첫째 어머니는 불 속에 떡을 집어넣는다.
이서방은 물끄러미 이것을 바라보며 가슴이 후련해졌다. 어젯밤 그가 떡자루를 목에 매달고 눈 위를 기어올 때는, 그만 머리가 떨어지는 듯하고
숨이 차서 떡자루를 몇 번이나 내버리려다가도, 집에서 첫째와 첫째 어머니가 배를 곯아 가며 이 떡덩어리를 눈이 감기도록 기다리고 앉았을
생각을 하고는, 가다가 죽더라도 이 자루는 가지고 가야 한다 하고 필사의 힘을 다하여 가져온 저 떡! 그들 모자가 그 떡을 저 화롯불에
넣고, 어서 익으면 먹겠다고 머리를 기웃하여 화로만 들여다보는 저 모양! 이서방은 이젠 이 자리에서 숨이 끊어져도 원통할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지금 먹을 것을 앞에 논 저들을 보고 그만 죽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젠 더 밥을 얻으러 다니기도 괴로워서 못 견딜
지경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그는 무의식간에 다리를 만져 보다가,
"그놈의 새끼들! 글쎄, 남의 다리는 왜 가져가."
그때 다리를 빼앗기던 장면이 휙 떠오른다.
"누가 다리를 앗아 갔수?"
"애새끼들이 나 연자방앗간에 누웠는데 달려들어 오더니 글쎄 그것을 빼앗아 갔지! 흥 그놈의 새끼들."
"그놈의 새끼들을 그대로 둬요? 모두 목을 꺾어 주지!"
첫째는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말하였다. 첫째 어머니는 첫째를 노려보았다.
"이애! 너두 그 버릇 좀 고쳐라! 툭하면 목을 부러친다는 말은 그 웬 수작 따위냐?"
"아 그래, 그따위 새끼들을 그만두어야 옳겠수?"
"세상에 옳은 일은 다 맘대루 하는 줄 아니? 흥 저놈의……."
그때 모자의 머리에는 어젯밤 일이 휙 지나친다. 첫째는 머리를 푹 숙였다. 그리고 한참이나 화로를 들여다보던 그는 머리를 들며,
"이서방, 법이 뭐나?"
뜻하지 않은 이 말에 이서방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법?"
첫째는 이서방이 알아듣지 못한 것을 알고, 무엇이라고 설명하여 깨치어 주렸으나, 뭐라고 말을 할지 몰라 멍하니 바라보았다.
"법이 무슨 말이야, 법?"
이서방은 안타까워서 또다시 채쳐 묻는다.
"아니 왜 법이라구 있지, 왜."
"아? 이애 똑똑히 말해, 법이 뭐냐?"
그의 어머니도 첫째를 바라본다. 첫째는 눈살을 찌푸렸다.
"모르겠으면 그만두!"
소리를 가만히 치고 나서 화롯불을 헤치고 떡을 꺼내 먹는다. 첫째 어머니는 그중 말큰말큰하게 익은 찰떡을 골라 이서방을 주었다. 이서방은
받아서 한 입 씹을 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첫째 어머니도 이 모양을 바라보며 목이 메어 울었다. 첫째는 휙 돌아앉았다.
"울기는 왜들 울어, 정 보기 싫어서."
이렇게 중얼거리며 빨간 문을 시름없이 바라보았다. 그때 원소에서 빨래하던 선비가 보인다. 그리고 그날 군수가 연설하던 말이며 개똥네 집에 밥
얻어먹으러 갔던 것, 길에서 덕호를 만나던 일이 휙휙 지나친다.
"법이 무슨 말이냐?"
이서방이 다시 묻는다. 첫째는 얼른 돌아보았다.
"참 답답해 죽겠수, 왜 법에 걸리면 주재소에 잡혀가지 않우."
첫째는 전신에 소름이 쭉 끼쳐진다.
첫째는 법을 설명하느라 이렇게 말하는 새,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역시 법에 걸린 노릇임을 가슴이 뜨끔하도록 느꼈던 것이다. 그의 가슴에는
또다시 그 실뭉치가 욱 쓸어 올라온다. 그리고 어머니가 하던 말이 얼핏 생각힌다. "배가 고파서 헐수할수없이 그랬다!" 역시 자기도 배가
고프니 헐수할수없이 그랬다. 그러나 법에는 걸려들 일이다. 그때는 배고픈 차라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 없이 그저 답답히 먹을 것만 찾기에
몰랐으나 이렇게 떡이며 밥을 먹고 나니 자신은 법에 걸릴 노릇을 또 한 가지 하였던 것이다.
이서방은 그제야 알아는 들었으나 뭐라고 설명할 아무것도 없다.
"법이 법이지 뭐냐, 본래 법이란 것이 있느니라."
"그저 본래부터 있는 게나?"
"암! 그렇지! 그저 법이니라."
이서방은 이 법이란 것이 어떤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나기 전부터 이 세상에는 벌써 이 법이란 있었던 것같이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첫째는 한층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 동시에 벗어나지 못할 철칙인 이 법! 어째서 자기만이, 아니 그의 앞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서방, 그의 어머니만이 여기에 걸려들지 않고는 못 견딜까……?
그는 이러한 생각에 그의 온 가슴은 뒤끓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쌀 잃어버린 집에서는 지금쯤 떠들 것이다. 물론 주재소에 가서 도적맞았다는
말을 하였을 터이지…… 순사는 조사하러 떠났는지도 모른다. 보다도 우리집 문밖에 서 있는지도 모르지? 이렇게 생각을 하며 문 편을 흘금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어도 순사가 오는 것 같고, 이서방이 뒤쳐만 누워도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듯하여 첫째는 그 큰 눈을 둥그렇게 뜨고 흘금흘금 문
편을 바라보곤 하였다.
이렇게 가슴을 졸이면서도 첫째는 또다시 이 노릇을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였다. 그래서 밤마다 그는 나가곤 하였다. 이서방과 그의 어머니는
첫째를 대하여 아무 말도 못 하면서도 날이 갈수록 가슴만은 바짝바짝 타들어 왔다.
어떤 날 밤에 첫째가 들어왔을 때 이서방은 그의 곁으로 바싹 앉았다.
"첫째야! 너 그만 이 동네를 떠나라!"
첫째는 씩씩하며,
"왜?"
"왜는 왜! 떠나야 하지, 여기만 사람 사는 데냐…… 말 들으니, 서울이나 평양에는 공장이라는 것이 있어 가지고,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 돈 받고 일하며 살기 좋다더라. 너두 그런 곳에나 가보렴."
오늘 낮에 순사가 왔다 간 후로 이서방은 번쩍 더 겁이 났다. 그리고 첫째가 이 밤으로라도 잡힐 것만 같았던 것이다.
"나는 이웨…… 이렇게 병신이니까, 어데를 못 가나 너같이 다리만 성하다면 이 구석에만 박혀 있겠니."
말을 듣고 보니 그 말이 옳은 듯하였다.
"이서방 꼭 알우? 뭐…… 응…… 공장이라는 것이 있는 것을 꼭 알어?"
"내니 똑똑히야 알겠니……마는 서울이나 평양에서 온 동무들이 그렁하두나! 그들도 젊었을 때는 모두 공장에 다니다가 늙으니까 그만두고 나와서
얻어먹누라고 허더라."
"그럼 나가 보겠수!"
공장에서 돈 받고 일한다는 말을 들으니 그의 캄캄하던 앞길에는 다시 서광이 환하게 비쳐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시라도 이런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벌떡 일어났다.
"이서방, 난 그럼 이번 나가서는 평양이나 서울까지 가보겠수."
이서방은 그가 불시에 잡힐 것 같아서 이런 말을 하였으나 금방 떠나겠다는 말을 들으니 앞이 아뜩해졌다.
"뭐 그렇게 가?"
"가지! 그럼…… 몰라서 이런 곳에 있지."
그는 밖으로 나가며,
"이서방 잘 있수. 내 돈 많이 벌어 가지고 올게…… 어머이보군 잠자꾸 있수……."
이서방은 요새 첫째가 만들어 준 나무다리를 짚고 그의 뒤를 따랐다.
"이애 나두 잘 몰라, 공장이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그러니 내가 읍에 들어가서 잘 알아보고 떠나라. 그저 가기만 하면 어떻게 한단
말이냐."
첫째는 아무 말 없이 달아난다. 이서방은 기가 나서 쫓아간다. 이제 떠나면 다시 볼지 말지 한 첫째! 그는 마지막으로 손이라도 잡아 보고
싶은 맘에 허둥지둥 동구 밖을 벗어났다. 그러나 첫째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저 산등 위로 그믐달이 삐죽이 내밀었다.
함박눈이 소리 없이 푹푹 내리는 십이월 이십오일 아침, 용연 동네는 높은 집 낮은 집 할 것 없이 함박꽃 같은 눈송이로 덮였다.
이윽고 종소리는 뎅그렁뎅그렁 울려 온다. 그 종소리는 흰눈을 뚫고 멀리멀리 사라진다.
"이애, 벌써 종을 치누나."
옥점 어머니는 말큰말큰한 명주옷을 갈아입으며 곁에서 그에게 옷을 입혀 주는 선비를 보고 속히 입히라는 뜻을 보였다. 그는 치마를 입히고 나서
저고리를 들었다. 옥점 어머니는 입었던 저고리를 얼른 벗었다. 그의 토실토실한 어깨 위는 둥그렇게 드러났다.
"내 딸 용키는 해! 벌써 내 뜻을 알고 따땃이 해두었구나."
아랫목에 미리 놓아 두었던 것이므로 잔등이 따뜻하였다. 그때 문이 열리며 덕호가 들어왔다.
"당신은 안 가려우?"
덕호는 아랫목에 와서 앉아 담배를 피워 문다.
"사무는 안 보고 갈까?"
"이렇게 기쁜 날 사무 좀 보지 않으면 못 쓰우, 뭐."
웃음을 머금고 옥점 어머니는 덕호를 쳐다보았다. 간난이를 내쫓은 후부터는 별로이 싸우지를 않았다.
"오늘 연보를 해야겠는데…… 좀 주려우."
옥점 어머니는 저고리 고름을 매고 버선을 신는다.
"무슨 연보를 또 하나?"
"오늘은 특히 없는 사람…… 저, 걸인들 말이요, 그런 불쌍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하야 연보를 한다우. 좀 주오. 그런데 많이 하는 사람은
특히 이름을 써서 벽에 붙인다우. 하필 믿는 사람만 연보를 하는 게 아니라 구경 왔던 사람들 중에서도 연보하고 싶은 사람은 연보를 한다우.
당신도 좀 가서 한 오 원 내구려……."
덕호는 픽 웃으며,
"웬 돈이 있나?"
"글쎄 내 낯을 보아 하는 게지, 뭘 그러시우. 그러지 않어도 면장댁, 면장 댁 하는데……."
"아, 저 사람은 뻔히 보면서도 저래. 웬 돈이 있는가."
"글쎄 오늘만 줘요. 내 몫으로 한 이 원 하고 당신 몫으로 한 오 원 해서, 합해서 칠 원만 합시다."
남편의 이름과 그의 이름이 교회당 벽에 가지런히 씌어질 생각을 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덕호는 담배 꼬투리를 재떨이에 팽개치며,
"그 정, 어데 살겠기, 자꼬 쓰는 데는 많고 벌지는 못하고 어쩐단 말이……."
덕호는 혼자 하는 말처럼 중얼거리며 조끼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옥점 어머니는 손을 벌리고 대들었다.
"이 사람, 글쎄 돈은 어디서 나는가."
십 원짜리 지화를 내쳐 준다. 그는 입을 실룩실룩하였다. 그가 좋아할 때마다 이런 버릇이 있었다.
"할멈, 어서 가우."
옥점 어머니는 지화를 주머니에 넣으며 소리쳤다. 뒤미처 할멈이 들어왔다.
"그럭허고 갈 테야? 남부끄럽게."
그의 시커먼 저고리를 보며 소리쳤다. 할멈은 머뭇머뭇하였다.
"어서 다른 저고리 갈아입어! 그게 뭐야. 무명저고리 있지, 왜?"
선비는 냉큼 일어나서 할멈 방에서 무명저고리를 가지고 들어왔다. 할멈은 올 가을에 새로 한 이 무명저고리를 아까워서 입지 못하고 두었던
것이다. 할멈은 선비가 주는 무명저고리를 받아 입고 나서, 옥점 어머니가 깔고 앉을 방석과 책보며 신 넣을 주머니까지 들고 나섰다. 옥점
어머니는 덕호를 돌아보며,
"그럼 저녁엘랑 꼭 가우?"
대답을 듣고야 가겠다는 듯이 말똥말똥 쳐다본다. 덕호는 빙긋이 웃어 보이며,
"글쎄 형편 봐서 가지. 나 거…… 예배당에 가면 기도하는 꼴 보기 싫어서 못 가겠두먼, 그것 뭐야…… 눈을 감고…… 허허."
옥점 어머니는 또 저 소리가 나오누나 하고 돌아서 나간다. 선비는 나도 가보았으면 하며 늘어놓은 옥점 어머니의 옷을 거두어 착착 개고
있었다.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덕호는,
"너 전날 내가 말한 것은 생각해 두었느냐?"
선비는 놀라 덕호를 바라보다 머리를 숙인다. 선비는 말한 지가 오래도록 덕호가 묻지 않으므로 아마 술김에 한 말인 게다 하고 스스로 풀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선비는 언제까지나 잠잠하였다.
"선비야, 내가 곧 묻고자 했으나 사무에 분주해서 그만 잊었구나, 허허. 아무래도 이 겨울이야 되겠니? 오는 봄에 가도 갈 터이니까,
그렇지? 선비야."
그의 말은 몹시도 부드러웠다. 선비는 치미는 감격에 귀밑까지 빨개졌다.
"요새 사람치고 글 몰라서는 시집도 변변한 곳에 못 간다. 내가 너를 기위 내 집안 사람으로 인정하는 이상 너 하나의 소원이야 못
들어주겠니…… 자식도 없는 놈이, 허허허허……."
덕호는 언제나 말끝마다 손 없는 것을 넣었다. 그가 넣고 싶어 넣는 것보다도 무의식간에 이렇게 넣게 되는 것이다.
"이애, 어서 말을 해."
덕호는 앉은걸음으로 선비 곁으로 와서 그의 머리를 내려 쓸었다. 선비는 조금 물러앉았다.
"그럼 공부 가고 싶지 않으냐?"
머리를 기웃하여 들여다본다. 그는 너무 어려워서 부시시 일어났다.
"왜 대답이 없어? 허허…… 나는 너를 친딸같이 아는데…… 왜 너는 그렇게 어려워하니? 응 선비야! 거게 앉아서 말을 좀 해."
선비는 얼결에 일어는 났으나 도로 주저앉기도 싫고 그렇다고 나가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선 채 우두머니 서 있었다.
덕호는 시계를 쳐다보더니 벌컥 일어났다.
"그럼 후일 또 물을 터이니…… 이번에는 똑똑히 대답해…… 어려울 것이 뭐냐, 부모 자식 새 같은 우리 새에…… 글쎄 어려울 게 뭐야,
이애!"
덕호는 선비의 다는 볼을 손으로 가볍게 후려쳤다. 선비는 주춤 물러섰다.
"허허…… 그년, 이전 제법 내우를 하랴고 든다 말이어."
덕호는 이렇게 말하며 문을 열고 나간다. 그의 신발 소리가 중대문 밖을 나갔을 때, 그는 호! 한숨을 쉬고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쳤다. 그때
이제 덕호의 손길이 부딪치던 것을 얼핏 느끼며, 참말 나를 공부시켜 주려는 셈인가? 하며 주저앉았다. 후일 또다시 물으면 뭐라고 할까, 나
서울 가겠소! 그럴까? 아니! 나 공부시켜 주! 그러지…… 아버지 나 공부시켜 주, 그래야지! 이렇게 입 속으로 중얼거리고 나니, 참말 그가
서울로 공부를 가는 듯싶었다. 그리고 그가 철 알면서부터, 입에 올려 보지 못한 아버지를 부르고 나니, 웬일인지 어색한 맛이 있으나, 그러나
아버지를 오랫동안 보지 못하다가 만난 듯한, 그러한 감격에 그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아버지가 왜 옥점 어머니 있을 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 무의식간에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옥점 어머니 역시 어머니라고 불러야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옥점 어머니만은 그의 진심으로 '어머니!' 하고 선뜻 불러지지를 않았다. 어머니 하면 벌써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가 얼른
생각히며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에 잠기곤 하였다.
덕호가 옥점 어머니 없는 곳에서만 선비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은 옥점 어머니가 이 말을 들으면 으레 반대할 것이므로 이렇게 몰래 말하는
것이라고…… 그는 깨달았을 때 덕호에 대한 감격이 한층 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결국은 옥점 어머니 몰래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
나중에 나 서울 보내 놓고 말을 하려나? 그렇지 않으면 내일처럼 서울을 가게 되면 오늘 밤쯤 이야기하려나? 하고 생각하니 옥점 어머니의
놀라는 표정과 까칠하게 거슬린 눈썹이 시재 보이는 듯하였다. 제 그러면 소용이 있나? 벌써 언제부터 아버지가 나를 공부시키려고 했는데……
하며 문 편을 흘금 바라보았다.
그가 이때까지 이 집에서 있게 된 것도 덕호가 자기를 끝까지 옹호하여 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자기의 장래까지도 덕호가
돌아보아 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 하였다. 보다도 주리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그러므로 어떤 때 밤 오래도록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는 큰집 영감님이 다 알아서 해줄 터인데…… 하고, 끝막음을 이렇게 막고는 그만 돌아누워서 잠이 들곤 하였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그의 어머니가 덕호를 가리켜 큰집 영감님, 큰집 영감님 하고 불렀으므로 그도 항상 큰집 영감님 하고 불러졌다. 그러나 오늘 아침
처음으로 불러 본 아버지! 그는 앞으로 맘먹고 아버지라고 부르리라 굳게 결심하였다.
"아버지! 나 공부시켜 주."
그는 다시 한번 되풀이하였다. 그때 그는 극도의 감격에 눈물이 글썽글썽해졌다.
중대문 소리가 찌꺽하고 났다.
선비는 얼른 눈을 부비치고 유리창으로 내다보았다. 유서방이 짚신을 삼아 가지고 들어온다. 선비는 문을 열고 나왔다.
유서방은 빙글빙글 웃으며 마루까지 와서,
"이거 신어 봐라."
선비는 가는 웃음을 눈썹 끝에 띠며 짚신을 받아 들었다. 어제 유서방이 그의 발을 재어 달라고 하므로 실을 끊어 재어 주었던 것이다.
"어서 신어 봐. 신어 봐서 안 맞으면 또 삼지."
"유서방두……."
선비는 유서방을 흘금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고는 신어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애 신어 보라구……."
유서방은 자기가 정성을 다하여 삼은 것이 선비의 발에 꼭 들어맞는 것을 보고야 안심될 것 같았다. 선비는 신어 보려는 눈치를 보이고 허리를
굽혀 그의 발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는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며,
"후일 신어 봐요."
하고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버선을 굽어보며 이게 무슨 필까? 어서 떨어진 게야…… 아이 참 망신을 하려니까…… 별일 다
있어! 하며 버선코 밑에 빨갛게 물들어진 동그란 흔적을 만져 보며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김칫물이 떨어져 말라진 자리였다. 그제야 그는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며 유서방이 이것을 피로 보았으면 어쩌나? 하며 유리알로 흘금 내다보았다. 유서방은 눈 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검정이를
바라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다. 검정이는 유서방의 웃는 눈치를 짐작함인지 혹은 눈이 오니까 좋아서 그러는지 주둥이로 눈을 헤치며 혹은 발로
긁어당기며 이리 뛰고 저리 뛰다는 딩굴딩굴 굴렀다. 그때마다 유서방은,
"잘 논다! 하하…… 잘 논다! 하하."
입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웃었다.
유서방에게 있어서는 저 검정이가 유일한 동무였다. 역시 선비도 그러하였다. 웬일인지 검정이는 유서방과 선비와 할멈을 따랐다. 그것은
막연하나마 검정이에게 밥을 주는 까닭이라고 생각되었다.
한참이나 웃던 유서방은 유리창으로 흘금 들여다보았다.
"신 맞니?"
선비는 얼른 곁에 놓인 신을 보며,
"네."
하였다. 유서방은 만족한 듯이 중대문을 향하여 나간다. 검정이는 눈을 하얗게 뒤집어쓴 채 그의 뒤를 따라나간다. 선비는 짚신으로 눈을
옮겼다. 그리고 신어 보니 꼭 맞는다.
"아이, 곱게두 삼았어."
그는 발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그는 유서방이 자기를 생각하여 이렇게 신까지 삼아 주는 것이 끝없이 고마웠다. 반면에 그의 장래까지 누가
이렇게 신을 삼아 줄 것인가 하며 첫째를 생각하였다. 그는 나갔다지, 나쁜 일을 하다가 나갔다지…… 참 그가 웬일이어, 어미가 그러니 그
속에서 나온 자식인들 온전할 수가 있나. 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섭섭하였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한번 그의 얼굴이나마 보았더면 하는
아쉬움이 새로 삼은 짚신을 싸고 언제까지나 돌았다. 나는 공부할 터인데 별것을 다 생각해…….
그날 밤 덕호네 집에서는 온 집안이 다 예배당으로 갔다. 오늘 밤은 특히 애들의 재미난 유희가 있다고 해서 유서방이며 덕호까지도 모두 갔던
것이다.
크나큰 방 안에 선비 혼자 앉아서 낮에 틀던 목화를 틀며 여러 가지 생각을 되풀이하였다. 씨앗에서는 흰구름 같은 솜이 뭉실뭉실 피어오른다.
마치 선비가 지금 생각하는 여러 가지 생각과 같이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오른다.
아까 낮에만 하여도 오늘 저녁에는 나도 예배당에나 좀 가보았으면 하였더니, 뜻하지 않는 덕호의 말을 들은 담부터는 혼자 이렇게 앉아 서울
공부 갈 생각을 하는 것이 재미나고 좋았다. 그러므로 옥점 어머니가 할멈은 집이나 보고 자기를 데리고 가려는 것을 일부러 할멈을 보내었던
것이다.
학교 공부할 생각을 할 때마다 언제나 앞서 생각히는 것은, 수놓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가 직접 본 것이란 그것뿐이니까 그러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하는 학생은 옥점이와 같이 분과 크림과 배니칠을 하고, 또 양복을 입어야 하는 것 같았다. 따라서 남자들과도 부끄럼 없이 같이
다니고, 같이 밥 먹고, 같이 공부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괴롭고 그러고도 기쁜 감정이 서로
교착이 되어 가지고, 삐꺽삐꺽하는 씨아 소리를 따라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방문이 바스스 열린다.
뒤미처 찬바람이 선비의 등허리에 훌씬 끼친다. 그는 놀라 뛰어 일어났다.
"누구요?"
얼결에 소리를 지르며 돌아보니 뜻하지 않은 덕호였다. 선비는 너무 놀란 것이 무안하여 얼굴이 빨개졌다.
"놀랐니?"
덕호는 눈을 툭툭 털며 아랫목에 앉았다. 그리고 수염을 쓰다듬었다.
"뭐 볼 것 없더라. 웬 잡것들이 그리 많이 왔는지, 구경이 아니라 큰 고생이두구나."
묻지도 않는 말을 덕호는 늘어놓는다. 선비는 씨아틀을 가지고 일어났다.
"왜…… 왜…… 일어나니?"
"건넌방에 가서 틀래요."
"왜 여기서 틀지…… 이애 이애, 나가지 말아, 나 좀 할 말이 있다."
선비는 씨아틀을 놓고 앉으며 아마 서울 공부 갈 말을 물으려는 것이구나…… 생각되었다.
"그 씨아틀은 놓고 이리 와 앉아, 응 이애."
선비는 씨아틀도 만지지 않으면 앞이 허전한 것 같아서 그냥 붙들고 있었다. 덕호는 조금 올라와 앉는다.
"너 정말 공부 가고 싶으냐?"
웬일인지 선비는 가슴이 답답해지며 얼른 대답이 나가지 않았다.
"왜 말을 안 해 이년아, 어룬이 물으면 냉큼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허허 그년."
선비는 약간 웃음을 띠며 머리를 푹 숙인다. 그의 가슴은 부끄러움과 감격에 교착이 되어 무섭게 뛰기 시작하였다.
"그럼 안 갈 터이냐?"
덕호는 아는 듯 모르는 듯 선비의 앞으로 조금씩 다가왔다. 선비는 씨아틀을 보며,
"공부하겠어요……."
겨우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낮에부터 생각해 두었던 '아부지'가 빠졌다. 그래서 다시 말할까 하고 덕호를 흘금 쳐다보았다. 덕호는 빙긋이
웃었다.
"공부하겠어……."
씨아틀에 가리워 반만큼 보이는 선비의 타는 듯한 볼! 덕호는 참을 수 없는 정욕의 불길이 울컥 내밀치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무의식간에 바싹
다가앉았다.
"가만히 앉었어! 누가 어쩌냐."
꿈칠 놀라 일어나려는 선비의 손을 덥석 쥐었다. 덕호의 손은 불같이 뜨거웠다. 그리고 약간 술내를 섞은 강한 장년 사나이의 냄새가 선비의
얼굴에 컥 덮씌운다. 선비는 어쩔 줄을 몰라 부들부들 떨었다.
"노셔요!"
점점 다가쥐는 덕호의 손을 뿌리치며 선비는 으악 쓸어 나오는 울음을 억제하였다. 그리고 벌컥 일어나렸을 때, 누런 살이 투덕투덕 찐, 늙은
호박통 같은 덕호의 볼이 선비의 볼 위에 힘껏 부비쳤다.
"선비야! 너 내 말 들으면 공부 아니라 그 우엣것도 네가 하고 싶다는 것은 다 시켜 줄게! 응! 이년."
선비는 얼굴을 휙 돌렸다.
"아부지! 이것 노세요."
"허허허 허…… 아부지! 아부지! 이 귀여운 년아, 아부지라면 왜 그렇게 무서워하누, 응 이년 같으니……."
덕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진저리가 나도록 선비를 꽉 껴안았다. 선비는 덕호가 취했어도 너무 취한 듯하였다.
"아부지 취하셨에요."
"응 그래 이년, 나 취했다."
덕호는 씩씩하며 그의 입에 닥치는 대로 모조리 빨아 넘긴다. 선비는 덕호가 왜 이러는지? 아뜩하고 얼핏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품을
벗어나려고 다리팔을 함부로 놀렸다. 덕호는 생선과 같이 그렇게 매끄럽게 뛰노는 선비를 통째 훌떡 들이마셔도 비린내도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씨아틀을 발길로 차서 밀어 놓고 선비를 안고 넘어졌다. 그리고 치마폭을 잡아당겼다.
"아부지, 아부지, 나 잘못했수! 잘못했수."
무의식간에 선비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흑흑 느껴 울었다. 그리고 덕호를 힘껏 밀었다.
"이년 가만히 안 있겠니? 나 하라는 대로 안 하면 이년 나가라! 당장 나가!"
덕호는 시뻘건 눈을 부릅뜨고 방금 죽일 듯이 위협을 한다. 전날에 믿고 또 의지했던 덕호! 그리고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같이 그의
장래를 돌보아 주리라고 생각했던 이 덕호가…… 불과 한 시간이 지나지 못해서 이렇게 무서운 덕호로 변할 줄이야 꿈밖에나 상상했으랴! 선비는
그 무서운 덕호를 보지 않으려고 머리를 돌리며 눈을 감아 버렸다.
밤늦게 돌아온 신철이는 대문을 가만히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방문 앞까지 왔을 때 소곤소곤하는 소리에 그는 멈칫 서서 들었다.
"……저야 뭐…… 신철 씨가 요새 애인이 있는 모양이어요."
옥점의 음성이다.
"아이 그애가 애인이 뭐유."
그의 의모의 변명하는 소리다. 그는 으흠 하는 아버지의 기침소리에 안방을 흘금 바라보고 나서 구두를 벗고 방문을 열었다. 그들은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 순간 신철이는 옥점이가 그의 의모와 흡사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하였다.
"아니, 왜 그리 신발 소리가 없이 다니냐?"
신철이는 빙긋이 웃으며 옥점이를 보았다. 그리고 외투를 벽 위에 걸었다.
"오셨수……."
"어데를 그렇게 다니세요? 아마……."
중도에 말을 끊으며 옥점이는 생긋 웃었다. 그의 의모도 따라 웃었다.
"옥점이는 초저녁에 와서 입때 너를 기다렸다."
"아 그랬수. 실례했소이다."
신철이는 선뜻한 방에 주저앉았다.
"방두 어지간히 차다."
그의 의모가 밀어 놓는 방석을 그는 깔고 앉았다. 그의 의모는 해말쑥한 얼굴에 동그란 눈을 대굴대굴 굴리며 신철이와 옥점이를 번갈아 본다.
그리고 그의 독특한 덧니가 입술 새로 뾰죽 내밀었다. 옥점이는 신철의 빨개진 코끝을 보았다.
"저 집에서 편지 왔는데요."
"편지……."
신철이는 얼핏 선비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선비를 올려보내겠다고 편지를 하였나? 하는 호기심이 당기었다.
"아버지 안녕하시다고 하셨수?"
"네…… 그런데 저 선비는 말이우, 오는 봄에 보내겠다구 했구려."
신철이는 다소 섭섭함을 느끼면서,
"좋지요. 더구나 그때 가야 입학하기도 좋지요."
그의 의모는 일어난다.
"난 이전 돌아가우. 놀다가 가시우에."
옥점이는 냉큼 일어났다.
"안녕히 들어가세요."
그의 의모가 뜰 밖을 나갔을 때 옥점이는 한숨을 호 쉬었다. 그리고 멍하니 전등불을 바라보았다. 멀리 택시 소리가 우르르 난다. 그리고 뿡뿡
하는 경적 소리가 가는 철사의 울림과 같이 귓가를 스친다.
"요새 어델 그리 다니세요? 아마 애인이 있지요."
신철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신철이는 양복 바지 갈래를 툭툭 털며 입으로 후 불었다.
"글쎄요…… 제게 말입니까?"
"아이, 남의 말은 듣지 않고 딴생각만 하신다니…… 누굴 생각허세요?"
"내가요? 누굴 생각할까?"
머리를 돌려 생각해 보는 모양을 보였다.
"참 죽겠네…… 어째서 내 말은 말 같지 않아요? 왜 그러세요, 밤낮……."
유리알같이 빛나는 그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신철이를 보려고 밤마다 이 집 주위를 돌아서 가던 생각이 얼핏 떠오르며, 저렇게 성의
없는 말을 들으려고 자기가 그랬나 하는 후회가 일어난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난 가겠어요!"
"가겠어요?"
신철이는 일어나는 옥점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혼자 가시겠수?"
"가지, 못 갈 게 뭐야요!"
장갑을 끼며 목도리를 하였다. 그리고 목도리에 입김이 닿아 후끈하고 그의 볼을 적실 때 그는 울음이 북받치는 것을 깨달았다.
"자, 좀더 앉아 계시다가 가시유. 그러면 내가 집까지 바래다 올리지유."
그는 옥점이가 일어나니 방 안이 쓸쓸해지는 것 같았다.
"정말?"
바래다 주겠다는 말에 그의 가슴에 엉기었던 어떤 뭉치가 절반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
"참말이지유."
옥점이는 잠깐 무슨 생각을 하더니,
"선생님이 날 보고 나무라시겠어요."
하며 흘금 문 편을 바라보다가 다시 신철이를 보았다.
"우리집 가요. 그러면 내 뭘 사다 줄게."
머리를 갸웃하고 어린애같이 조른다.
신철이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외투를 입으며 밖으로 나왔다.
문밖을 나선 그들은 가지런히 걸었다. 거리에는 버스도 택시도 보이지 않고 오직 골목을 지키고 섰는 가로등만이 희미하게 빛날 뿐이다. 그들은
긴 그림자를 땅 위에 던지며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겨울날 산뜻한 바람이 그들의 옷가를 싸늘하게 스친다. 한참이나 말없이 걷던 옥점이는
가로등을 흘금 쳐다보았다.
"내 이 길로 몇 번이나 다녔는지 몰라요…… 나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며 희미하게 올려다보이는 박석고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호 쉬었다. 신철이는,
"저…… 선비가 몇 살이오?"
"열여덟 살인지? 그것 왜 물으세요?"
"글쎄 알 일이 있어서……."
"알 일이 무슨 알 일이어요?"
옥점이는 신철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신철이가 선비를 잊지 못함에서 저런 말을 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불시에 든다.
"아니 글쎄 그것 왜 물으세요?"
"그거요, 이제 봄에 온다면…… 학교에 입학시키려면 나이를 알아야 하지요."
신철이는 이렇게 돌라대었다.
"아이…… 참…… 나는…… 왜 호호……."
옥점이는 웃었다. 신철이도 따라 웃었다.
"나이가 많아서 소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겠구, 학원 같은 곳에다 입학시켜야겠구먼요."
"그렇게 되겠지요…… 웬걸 공부야 제대로 하게 되겠수. 그저 신철 씨 말씀대로 올라와서 내 시중이나 좀 들어 주다가 서울 구경이나 하고
그러고는 여기서 참한 곳이 있으면 시집이나 주지…… 그나마 촌구석에서는 그 인물이 아까우니."
옥점이는 눈앞에 선비를 그려 보았다. 그리고 그런 시골 구석에 묻어 두기가 아까운 외모만은 가진 것이라…… 다시금 생각되었다.
"저 그때 말씀한 사촌동생이라는 이가 참말 시굴 처녀를 얻겠다나요?"
"네! 그애는 저 역시 공부한 것이 변변치 못하니까…… 배우자도 아주 시굴뜨기를 얻겠답니다."
"그렇지요, 뭐. 상대가 짝이 기울면 길래 살게 되나요. 어찌나 그애를 올려다가 학원에나 몇 달 보내어 국문이나 배운 후에 그이를 주게
하지요."
"네 글쎄…… 그것은 추후 문제구…… 하여간 서루 만나 봐야 알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맘에 서루 들면 되는 것이니까요, 허허."
"암! 그게야 그렇지요, 호호. 당자끼리 맘에 들어야 허지우."
옥점이는 이렇게 말하며 신철의 곁으로 바싹 다가서서 걸었다. 그리고 자기들의 결혼도 빨리 성립이 되었으면…… 그만 오늘 밤에 내가 물어
볼까? 하고 생각하였다.
어느새 그들은 박석고개를 넘어섰다. 대학병원을 싸고 돈 컴컴한 수림 속으로 불어오는 약간 약내를 섞은 바람이 그들의 코끝을 흔들었다. 그리고
별 밑에 희미하게 보이는 창경원의 앙상한 나뭇가지며 그 주위를 싸고 구불구불 달아 내려온 담은 그나마 이조 오백년의 역사를 회상케 하였다.
"이거 보세요, 난 여기 혼자 다니기가 제일 싫어요."
"싫어요?…… 싫으면 다니지 마시죠."
"아이 참 죽겠네."
옥점이는 신철의 외투 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이런 으슥한 곳에서는 손이라도 따뜻이 쥐어 주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신철이는 어찌 보면
감정을 가진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대체 이 사나이가 불구자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새 벌써 옥점의
하숙까지 왔다. 신철이는 우뚝 섰다.
"자 들어가십시오, 여기가 댁이지요."
"같이 들어가요."
옥점이는 길을 막아 섰다. 신철이는 이 계집애가 단단히 몸이 단 모양인데…… 하며,
"밤이 오랬는데…… 가서 자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학교에도 가지요……."
"글쎄 잠깐만……."
옥점이는 신철에게 거의 매어달리다시피 하였다. 신철이는 계집이 달려드는 것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리 좋을 것은 되지 못하였다.
더구나 오늘 독서회에서 여자 교제에 관한 것을 토의하던 것이 얼핏 떠올랐다.
"자 내일 또 오지우."
"오기는 뭘 와요. 그짓말만 하시면서…… 들어가세요."
옥점이는 신철의 손을 잡아끌었다. 신철이는 들어갈까? 말까…… 주저하였다.
망설이던 신철이는 자기도 모르게 대문 안에 들어섰다. 그때 신철이는 과오만 범하지 않았으면…… 된다! 하는 결심을 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책상 위에는 책들이 되는 대로 쌓여 있으며 방바닥에는 사과껍질이 벌여 있었다. 그리고 이불도 둥글둥글 말아 구석에 밀어 둔 것을 보아
누웠다가 그의 집에 왔던 것 같았다. 옥점이는 돌아가며 사과껍질을 모아 놓으며 방석을 찾아 밀어 놓았다.
"뒤숭숭허지요…… 호호."
이렇게 신철이가 올 줄 알았더라면 깨끗이 소제를 해둘 것을…… 하는 후회가 일며 동시에 신철이가 자기를 게으른 여자라고 볼 것이 곧
두려웠다.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이런 생각에 얼굴이 화끈 달았다.
신철이는 방석을 깔고 앉으며 돌아가며 치우는 옥점이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리고 전등갓에 뿌옇게 들어앉은 먼지며 되는 대로 벌여 있는
화장품들이며 구석구석에 밀어 놓은 양말을 보았다.
"편지 보시겠어요."
옥점이는 이 모든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신철의 눈을 돌리기 위하여 책상 위 편지함에서 푸른 봉투를 꺼내 그를 주었다. 신철이는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내 거듭 읽은 후에 도로 돌렸다. 옥점이는 벌써 그의 앞에 마주앉아서 배를 깎는다. 첫눈에 그 배 한 개에 사오 전은 주었으리라고
직각되었다. 옥점의 뾰족한 손끝이 깎인 배에 발가우리하게 보였다. 그때 그는 문득 바자 밖으로 넘어오던 그 미운 손! 그리고 호박을 든 그
손이 얼핏 떠오른다. 그게 누구의 손일까? 다시 한번 그는 생각하였다. 옥점이는 배를 쪼개 그 중 한쪽을 칼끝에 찍어 주었다. 신철이는 받아
들었다. 옥점이는 책상 서랍에서 초콜릿곽을 내놓았다.
"이것도 벗기셔요…… 뭐? 잡수시고 싶어요…… 주인 깨워서 사오게 할 테니?"
갸웃하여 들여다보는 옥점의 눈은 정이 뚝뚝 듣는 듯하였다.
"아 이게면 좋지유, 여기서 더 좋을 것이 어데 있어요."
"그래두…… 뜨뜻한 것으로 뭘 좀……."
"그만두셔요. 저는 이것이면 만족합니다."
"숯불이라도 피워 오랄까요, 방이 춥지?"
"괜찮아유, 좋습니다."
신철이는 배를 먹고 나서, 이번에는 초콜릿을 벗기었다. 옥점이는 어석어석 배를 씹으며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집의 어머님 퍽두 좋은 어룬야요."
"예…… 그렇습니다."
옥점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생끗 웃는다.
"신철 씨 어데 애인 있지요?"
"글쎄요."
"어머니가 있다고 그러시던데요."
"어머니가? 글쎄 모르겠습니다."
옥점이는 호호 웃으며,
"신철 씨는 왜 늘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요?"
"옥점 씨를 싫어한다…… 그 못 알아들을 말씀인데요…… 허허."
신철이는 웃음이 나왔다. 옥점이가 자기의 맘을 알아보려는 것이 우스웠던 것이다. 그리고 공연히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어서 가서 푹
잠을 자야겠다…… 하였다. 신철이는 수건을 내어 입을 씻으며 일어났다.
"잘 먹고 가겠습니다."
"아이 왜 일어나세요."
옥점이는 놀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외투 자락을 힘껏 잡고 늘어진다. 오늘은 좌우간 끝을 내리라고 결심하는 빛을 신철이도 짐작하였다.
"내일 또 와요. 가서 자야 내일 학교에 가겠습니다."
"조금만 더…… 삼십 분…… 아니 이십 분만."
"글쎄, 내일 또 온다니까요."
"싫어요, 내일은 내일이구요."
신철이는 난처하여 조금 망설였다. 옥점이는 외투 자락을 잡고 일어나며 신철이를 아랫목으로 밀었다.
"오늘 못 가요!"
옥점의 숨결은 색색하였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졌다. 신철이는 이것이 우스워서 픽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이제는 대담하게 달려붙기
시작하누나…… 하고 생각하였다.
"왜 웃어요? 흥! 내가 우습지요. 다 알아요! 왜 나를 놀립니까?"
시골집에서 그의 허리를 힘껏 껴안아 주던 때를 회상하며 옥점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신철이는 멍하니 옥점이를 바라보았다.
며칠 후에 신철이가 학교로부터 집에 돌아왔을 때 저녁상을 받은 그의 아버지는 얼굴에 희색을 띠며,
"요새도 도서실에서 그렇게 늦게 돌아오냐?"
전부터 신철에게 고문 시험 준비를 하라고 말하였으므로 신철이가 시험 준비를 열심으로 하거니…… 생각하였던 것이다. 신철이는 그의 동생인
영철이를 안으며,
"네."
"나 미루꾸 주."
영철이가 그의 턱밑에서 말끄러미 쳐다본다. 신철이는 포켓을 뒤져 보았다.
"오늘은 잊고 못 사왔구나. 내일 사다 줄게…… 응."
"또 형두 거짓말하나? 아까아까 사온다구 했지."
"아이 저애는 하루 종일 그것만 외구 앉았어…… 내 원……."
그의 어머니는 귀여운 듯이 영철이를 바라본다. 신철이는 영철이를 들여다보았다.
"내일은 꼭 사다 주마 응……."
영철이는 그의 까만 눈을 똑바로 떴다. 그때 어멈이 들고 들어오는 화로를 신철의 의모는 받아서 신철의 앞으로 밀어 놓았다. 신철이는 양볼
위에 솜털이 까칠하게 일어났다.
"이애 밥 마자 먹어……."
영철이는 그의 어머니 곁으로 와서 안긴다. 그의 아버지는 손을 내밀었다.
"영철아, 이리 와."
"그만두…… 어서 이 국에 밥 멕이게……."
그의 어머니는 영철이를 굽어보았다. 그리고 새물새물 웃어 보인다, 그의 뾰족한 덧니를 내놓고. 신철이는 아버지가 술을 들지 않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으므로 그만 밥상 곁으로 다가앉았다. 강한 양념내가 훅 끼친다.
"어서 미루꾸 사다 줘야지……."
영철이가 볼이 퉁퉁 부어서 신철이를 바라보았다.
"그래 오늘은 잊었지만 내일은 꼭 사와, 응. 어서 밥 머……."
"아이 넌 밤낮 미루꾸냐? 어서 밥 먹어. 호호 참 내……."
그들은 영철의 부은 볼을 바라보며 웃었다. 신철이가 밥을 다 먹고 일어섰다.
"이애 거기 좀 앉았거라."
아버지는 숭늉을 마시며 이렇게 말하였다. 신철이는 무슨 말을 하려누? 하는 생각을 하며 그의 의모의 얼굴부터 살펴보았다. 의모도 신철이를
바라보며 웃음을 띠었다. 그의 아버지는 밥상을 물리며,
"너 이전 장가도 가야지……."
신철이를 똑바로 쳐다본다. 신철이는 가슴이 선뜻하며 가벼운 부끄러움이 눈가를 사르르 스쳐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머리를 푹 숙였다.
"이전 네 나이 스물다섯…… 또 며칠이 안 가서 학업도 마칠 터이니…… 그만하면 장가도 가야 허지…… 혹시 네 맘에 드는 여자가 있느냐?"
신철이는 어디서 혼인 자처가 있어났는가? 하였다.
"아직 결혼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그 순간 신철의 머리에는 국사발을 든 선비의 모양이 휙 떠오른다. 따라서 용연 동네가 시재 눈앞에 보이는 듯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얼굴에 만족한 빛을 띠었다. 그리고 전날 아내에게서 들었던 말이 얼핏 생각힌다. "옥점이가 우리 신철에게 짝사랑을 하나 봐!
호호." 그때 그는 자기 아들이 공부에만 열중한다는 것을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느꼈던 것이다.
"그럼……."
그의 아버지는 무엇을 생각하는 듯하더니,
"여기 늘 오는 옥점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순간 신철이는 전날 밤에 악을 쓰고 매어달리는 옥점이를 사정없이 물리치고 나오던 때를 다시금 되풀이하며 양미간을 약간 찡그렸다. 그의
아버지는 궐련을 피워 물었다.
"뭐, 그애가 외딸로 자라서 좀 와가마마 갓데(제멋대로 굴다)한 곳이 있니라……마는 내 보기에는 그애의 인간됨인즉은 괜찮다고 보았다,
어떠냐?"
신철이는 아버지가 이렇게 옥점이를 변호하는 이면을, 곁에 놓인 화로의 불을 바라보면서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때까지 결백하게 믿었던 아버지에
대한 신념이 화롯가에 수북이 쌓인 시커먼 숯덩이와 같이 변해 감을, 그는 슬픈 듯이 바라보았다. 따라서 그는 이 자리에 더 앉아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아버지…… 아직 저는 장가가고 싶지 않습니다."
신철이는 벌컥 일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얼굴에 위엄을 띠었다.
"가만히 앉았어…… 옥점의 아버지가 올라오신 것 아느냐?"
신철이는 발길을 멈추고,
"모릅니다. 언제 올라왔나요."
"그래 오늘 낮차에 왔다구 하면서 아까 집에 오셨다가 가셨다. 좀 가보아라. 온 여름내 폐를 끼치고도 서울 올라오셨는데 가도 안 보면
되겠니…… 가봐."
신철이는 비로소 덕호와 아버지 새에 밀의가 있었음을 깨닫고 더욱 놀랐다. 동시에 덕호가 올라오면서 혹시 선비를 데리고 오지 않았나? 하며
가슴이 설레기 시작하였다.
"네, 가보겠습니다."
신철이는 이렇게 대답을 얼른 하고 밖으로 나왔다.
"형 나 미루꾸 사다 주 응."
영철이가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었다. 마루에 불빛이 가로질리며 영철의 머리 그림자가 동그랗게 떨어진다. 신철이는 구두를 신으며,
"오냐."
"응 꼭 사우."
"뭘 좀 사가지고 가게 허지."
그의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였다. 신철이는 선비가 꼭 온 것을 알면 아무것이라도 사가지고 갈 맘이 들었다. 그러나 왔는지 안 왔는지 모르는
지금에 꼭 사가지고 가고 싶은 맘이 없어서 포켓에 손을 넣어 지갑을 만지면서 밖으로 나왔다.
저편으로부터 버스가 뻘건 눈 퍼런 눈을 번쩍이면서 우르르 달려온다. 그리고 늘 보는 버스걸의 낯익은 얼굴이 차츰 가까워진다. 그는 저 버스나
타고 갈까 하고 몇 발걸음 옮기다가 에라 천천히 걸어가지…… 하며 버스를 등지고 돌아서 걸었다.
이번에는 택시와 버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리로 달아온다. 신철이는 휘발유내를 강하게 느끼며 길 옆에 비껴섰다. 그리고 행여나 저 속에
옥점이, 선비, 덕호가 있지 않은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그 속에 앉은 젊은 여자를 볼 때마다 들곤 하였다. 그는 천천히
걸으며 선비, 옥점이 두 여자를 놓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까 그의 아버지가 하던 말을 다시 곰곰이 생각하였다. 따라서 자기가 지금 결혼을
해야 좋을 것이냐? 안 해야 될 것이냐를 이론으로 따져 보았다. 그는 이때까지 결혼 문제 같은 것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옥점의 하숙이 가까워질수록 이 여러 문제는 뒤범벅이 되어 횅횅 돌아가고 있다. 더구나 선비가 이번에 올라왔다면 어쩔까? 하고 그는 우뚝
섰다. 그가 선비를 서울로 올라오게 하려고 별별 수단을 다하여 옥점이를 꾀었으나 기실 선비가 지금 올라왔다고 가정하고 나니 뒷문제 해결할
것이 난처하였다.
"신철 군 아닌가?"
어깨를 툭 치는 바람에 신철이는 놀라 돌아보았다. 그는 그와 한 학급에 있는 인호였다. 그는 사각모를 팽팽히 눌러 쓰고 대모테 안경을 썼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궐련을 피워 물었다.
"어데 가나?"
"나? 누가 좀 오라구 해서."
"누가? 아마 러브한테 가는 모양이지……."
그의 안경이 뻔쩍 빛난다.
"글쎄……."
신철이는 빙긋이 웃으며 걸었다. 인호도 따랐다.
"요새 카페 따리아에는 예쁜 계집애가 하나 시굴서 왔는데…… 가보지 않으려나?"
"예쁜 계집애가 시굴서……."
신철이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선비의 얼굴을 그려 보았다. 그때 강하게 궐련내가 끼치므로 신철이는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이 자가 늘 피우는
시키시마인 것을 신철이는 느꼈다.
"자네 어델 가? 똑바로 말해."
"나 우리 아버지 심부름 갔댔네."
인호를 떨어치려고 이렇게 꾸며 대고 보니 기실은 아버지의 심부름에서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선비가 왔을까? 그는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심부름?…… 에이 이 사람아! 젊은 사람이 그 뭐란 말인가. 자네는 너무 고린내가 나서 틀렸데…… 허허허허."
"고린내가 나, 허허."
신철이는 코 안이 싸하게 찔리도록 시키시마내를 맡으며, 저편으로 지나가는 야키구리(군밤) 장수를 바라보았다.
"자 후일 다시 만나세."
인호는 악수를 건네고 나서 절반도 타지 않은 시키시마를 휙 집어뿌렸다. 길바닥에서 불티가 발갛게 일어난다.
용산행 전차를 타려고 뛰어가는 인호를 바라보며 신철이는 저 자가 또 카페로 가는구나…… 하였다. 그리고 무의식간에 예쁜 계집애, 시굴서……
하고 중얼거렸다.
그가 옥점의 하숙까지 와서는 곧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이나 동정을 살폈다. 그리고 뛰노는 가슴을 진정하며 기침을 하였다. 기침소리에 옥점의
방에서는 누가 나오는 모양이다.
"누구요?"
방문을 빠끔하고 내다보는 것은 옥점이었다. 신철이는 방문 앞으로 다가섰다.
"나외다."
"아니 신철 씨! 우리 아버지 올라오신 것 보셨에요? 이제 댁에 가셨는데요."
"아버지가 오셨에요? 난 못 뵈었습니다."
"아니 그럼 길이 어긋났구먼요…… 어서 들어오세요."
신철이는 방 안에 선비가 앉았는가 하여 얼굴이 화끈 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구두를 벗고 방 안을 얼른 살펴보았다. 그 순간 그는 이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았다.
"어서 들어오세요."
머뭇머뭇하고 섰던 신철이는 비로소 방 안에서 옥점을 발견한 듯하였다. 그는 그만 돌아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신철이를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는
옥점이조차 원망스럽게 보였다.
신철이는 안 들어가는 발을 억지로 몰아넣었다. 그때 가벼운 약내가 방 안에 떠도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옥점이가 누웠다 일어난 듯한 아랫목에
깔아 놓은 자리를 보았다. 옥점이는 면경 앞으로 가서 얼굴을 비추어 보며,
"난 세수도 안 했어요. 아이 숭해라."
머리를 매만지며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그때 신철이는 옥점 어머니가 선비를 나무랄 때 찡그리던 얼굴임을 얼핏 발견하였다. 그리고 선비는 안
데리고 온 모양이지…… 하고, 방 안을 휘둘러보았다.
"난 입때 앓았어요."
"어데를?"
옥점이는 얼굴이 붉어지며,
"그날 밤부터……."
그들의 머리에는 전날 밤 일이 휙 떠오른다. 신철이는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지금 덕호가 그의 아버지와 결혼 문제를 걸어 놓고 이야기할 것을
얼핏 깨달았다.
"아버지 혼자 오셨나요? 왜 옥점 씨 어머니도 같이 오실 것이지요."
신철이는 선비가 안 왔음을 뻔히 보면서도, 그래도 이렇게까지 묻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였다.
"글쎄요…… 난 어머니를 오시라고 했더니만, 아버지 혼자 오셨구먼요."
신철이는 어떤 실망이 저 빛나는 전등을 싸고 도는 것을 느꼈다.
"난 도무지 안 오실 줄 알았어요. 이전 다시는 신철 씨를 뵈옵지 못하고 죽는 줄…… 알았지요."
옥점이는 머리를 숙이며 울먹울먹한다. 신철이는 그의 발그레한 볼 위로 흐르는 눈물을 보니 그도 따라서 속이 언짢아졌다.
그리고 자기도 시원하게 울어 봤으면…… 하였다. 동시에 자기가 선비를 사랑하는 셈인가? 하며…… 아까 아버지가 맘에 드는 여자가 있느냐고
묻던 것이, 또다시 들리는 듯하였다. 옥점이는 깜박 잊었던 것이 생각난 듯이 일어나더니, 고리를 열고 사과, 배, 감, 밤, 떡…… 이런
것들을 차례로 꺼내놓았다.
"잡수세요…… 아버지가 지금 집에도 가져갔어요. 이게 다 아버지가 가져온 게야요…… 호호."
눈물 괸 눈에 웃음을 띠었다. 신철이는 멍하니 바라보며,
"자그마한 잔채 차림만이나 합니다그려."
"아이 잔채에 이까짓 것이 뭐겠어요."
옥점이는 신철이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 때 어서 우리도 결정하고 결혼식을 굉장히 합시다 하는 말이 거의 입 밖에까지 나오는 것을 참아
버렸다.
"어느 것이나…… 잡수시고 싶은 것으로 택하세요. 요거? 요거? 요거요?"
옥점은 손가락을 내밀어 꼭꼭 짚어 가며 물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신철이는 먹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속이 뒤숭숭한 것이 마치 자기가 항상
가지고 있던 어떤 물건을 잃어버린 것도 같고 누구한테 몹시 속았을 때의 기분 같기도 하였다.
"그럼 이것을 잡수시겠어요?"
책상에서 전날 밤 먹던 초콜릿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중 한 개를 정성스레 벗겨서,
"자 입 벌리고 받으세요. 내 여기서 팡개칠 터이니."
옥점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신철이를 보았다. 신철이는 약간 얼굴을 찡그리다가 웃어 보였다.
"자 이리 주세요."
신철이는 손을 쑥 내밀었다. 옥점이는 원망스러운 듯이 힐끗 쳐다보고 나서 초콜릿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귀밑까지 빨개진다. 신철이는
초콜릿곽을 당기어 한 개 꺼내 벗기는 체하다가 밖에서 신발 소리가 나므로 그만 놓고 말았다.
"아버진가 몰라……."
이렇게 중얼거릴 때 문이 열리며 덕호가 들어온다. 신철이는 성큼 일어났다. 그리고 머리를 숙여 보였다.
"아, 이 사람 여기 왔구먼…… 난 이제 댁에 갔댔지…… 그새 공부나 잘 했는가?"
덕호는 외투를 벗어 놓았다. 그리고 딸을 흘금 돌아보고 나서 다시 신철이를 보며 눈가로 가는 주름을 잡히고 웃는다.
"글쎄, 저 애가 아프다고 허기에 만사를 전폐하고 올라왔구먼…… 이애 어서 눠."
아까 같아서는 방금 죽는 줄 알았더니 지금 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앉아 있다. 덕호는 한편으로 딸의 병이 중하지 않은 것이 맘이 놓이나
반면에 신철이와의 결혼을 어떻게 하든지 하루라도 속히 결정하여야겠다는 것이 염려가 되었다.
"그래 자네 이번 졸업이라지?"
"네."
"자…… 이거 변변치는 않지마는 좀 자셔 보지…… 졸업하구는 또 무슨 시험을 친다구……?"
신철이는 자기 아버지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구나…… 직각하자 불쾌하였다.
"글쎄요……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음…… 어쨌든 성공만 바라네…… 난 급하니 내일 차로 그만 내려가겠네. 사무 보던 것을 그냥 버리고 와서 맘이 놓여야지……."
그때 신철이는 전날 옥점에게서 들은 말이 얼핏 생각났다. 그리고 이 자가 면장이 되었다더니 저렇게 값비싼 양복까지 입었구나…… 하였다.
"그런데 넌 어떻게 하겠느냐? 보아하니 병은 그리 되지 않은 모양인데…… 나하고 내려가련? 여기서 그렁저렁 치료하겠느냐? 바로 말해라."
옥점이는 눈을 굴려 생각해 보더니,
"우리 시굴 가시지 않겠어요?"
신철이를 바라본다. 신철이는 선비를 생각하며, 내려가 볼까 하는 생각이 부쩍 든다. 그러나 그 순간 자기가 맡은 사명을 깨달으며, 동시에
이번에 내려가면 결혼하지 않고는 견디어 배기지 못할 것을 알았다.
"저야 뭘 가겠습니까, 그때도 우연히 몽금포 가는 길에 옥점 씨를 만났으니, 가서 폐를 끼쳤습니다마는……."
덕호는 신철의 말을 일언일구 새겨들으니, 다소 불안도 없지 않아 들게 되었다. 그때 자기들은 신철이와 옥점이 새에 의심 없이 내약이 있는
것으로 알고 한 방에서 뒹구는 것을 묵과하였는데 지금 자기 앞에서 저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발을 빼기 위한 변명 같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신철의 아버지를 만나 본 결과 혼인은 다 된 혼인 같았다. 그는 스스로 안심하고,
"지금이야 갈 형편도 되지 않겠지만…… 봄에 졸업이나 하고 날이나 따뜻해지면…… 그때는 우리 저년의 몸도 쾌차해질 터이니…… 함께
다녀가게나…… 우리 집사람은 저년보다도 자네를 더 보고 싶다고 야단일세……."
"천만에……."
신철이는 머리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눈을 내리뜨며 무릎 위에 그의 큰 손을 올려놓았다. 옥점이는 그의 남자답고도 의젓한 얼굴과 그 손!
아버지만 아니면 덥석 쥐어 보고 싶게 가슴이 울렁거렸다. 덕호는 물끄러미 신철이를 바라보며 어딘지 모르게 신철이가 옥점이에게 짝이 좀
지나치는 것 같았다. 사윗감인즉은 훌륭한데…… 하며 신철이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아까 옥점의 말을 들어 보건대 신철이가 옥점이를 사랑은 하면서도 너무 점잖고 수줍어서 이때까지 노골로 드러내지를 않는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마주앉고 보니 그럴 사나이 같지도 않았다. 보다도 신철이가 옥점이를 눌러 보는 데서 이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둘 새에 벌써 육적 관계까지 되어 가지고 지금은 싫증이 나니깐 그러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이 두 문제 중에 어느 것 하나가
꼭 맞으리라…… 하니 더욱 불안이 일어나며 따라서 이번에 결혼 문제도 정식으로 낙착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서울 올러오신 바에는 좀 노시다가 가시지요."
"글쎄 맘인즉은 자네 부친님과 함께 며칠이든지 놀고 싶네마는…… 어디 사정이 그런가…… 내가 없으면 면의 일이 다 틀리네그리."
신철이는 아까 인호에게서 들은 말이 얼핏 생각난다. "자네는 고린내가 나서 틀렸데." 신철이는 속으로 웃으며 일어났다.
"또다시 와서 뵈겠습니다……."
식당에서 가케우동 한 그릇을 먹은 신철이는 여전히 도서실로 들어왔다. 도서실 안을 휘 둘러보니, 식당으로 가기 전보다 인수가 좀 줄어진
듯하였다. 나도 어디로나 가볼까 하며, 포켓에서 시계를 꺼내 보니 여섯시 십 분…… 그는 의자에 걸어앉으며 엉덩이가 아픈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는 하루 종일 이 도서실에 앉아서 강의 시간에도 강당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다시 일어나서 자세를 바르게 해가지고 도로
앉았다. 그리고 가방 속에 집어넣어 두었던 책을 꺼내어 펴들었다.
책을 펴드니 아까와 같이 또다시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리가 띵하였다. 아침 학교에 올 때 그의 아버지가, 오늘은 좀 일찍 오너라…… 하던 말이
또다시 가슴에 쿡 맞찔린다. 필연 오늘은 결정적으로 그의 대답을 들으려고 하는 모양이다. 어젯밤 덕호와 아버지는 단단한 의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오늘은 그 하나를 두고, 여럿이 강박하다시피 대답을 요구할 것 같았다.
어쩐담……?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팔로 머리를 괴었다. 그의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이 옥점이가 재산가 집 외동딸임에 이렇게 서두르는 것이
뻔한 일이다. 돈…… 돈! 그 돈 때문에 자기 아버지는 환장이 되어 아들의 일생을 망치려고 덤벼드는 것 같았다.
신철이는 눈을 꾹 감았다. 그의 머리에는 옥점이가 보인다. 그리고 선비가 떠오른다. 내가 선비를 사랑한다 하고 선뜻 대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따라서 선비와 결혼까지 하기도 그의 마음이 허락지를 않았다. 그것은 왜 그런지는 몰라도, 어쩐지 그렇게 생각이 된다. 그러면 왜 내가 선비를
잊지 못하는가? 그것도 역시 꼭 집어 댈 수 없었다. 그러나 최대 원인은, 선비가 자기가 좋아하는 타입의 미를 구비한 것이며 그리고 그의
근실성! 그것뿐이다. 그 위에 두 달 동안이나 한 집에 있으면서도 말 한마디 건네 보지 못한 것이, 자신으로 하여금 이렇게 생각나게 하는 것
같았다.
만일에 선비도 옥점이와 같이 그렇게 여지없이 놀았다면, 역시 지금 자기가 옥점이를 대하는 것과 같은 그러한 감정으로 선비를 대할는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그가 이때까지 맞당해 본 여성이 그리 적은 수가 아니나 그렇게 꼭 맘에 드는 여성이 하나도 없음을 깨달았다. 그나마
억지로 골라 내라면 역시 선비일 것이다.
처음부터 옥점에 대하여는 그렇게 생각하였지마는 옥점이야말로 여행중에나 잠시 사귀어 심심풀이나 할 여성에서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여자와
결혼을 하라…… 그는 픽 웃어 버렸다. 그리고 자기 아버지에 대한 이때까지의 신념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자기 아버지 역시
박봉을 받아 가지고 너무 생활에 쪼들려 이젠 돈이라면 물불을 헤아리지 않고 덤벼들게 된 것 같았다.
오늘 저녁에 집에 가면 아버지는 늦게 왔다고 불호령이 내릴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결혼 문제를 꺼내 놓을 터이지…… 흥 나 싫은 것이야
어떻게 한담…… 이렇게 생각하며 덕호가 오늘 내려갔는가? 아직 있는가? 그는 다시 덕호와 마주앉기도 싫었다. 그러나 내려가기 전에 덕호를
만나 선비를 꼭 오는 봄엘랑 올려 보내도록 꾀었으면……도 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옥점이와의 결혼을 승낙하기 전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안 되면 말지…… 내…… 일개 여자로 인하여 머리를 썩일 내가 아니니까…… 이렇게 생각을 하였으나…… 그러나 선비만은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음성을 듣고 싶었다.
옥점이와의 결혼을 그가 거절한다면 이 선비와의 앞길도 막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섭섭한 일이다. 그래서 이 여러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선비를
서울로 올려 오게 하려던 것이 그만 실패되고 말았다. 이 겨울 지나 봄만 되어도 선비를 어디로 출가시키고 말는지도 모르지…… 그는 무의식간에
책을 덮어 놓고 멍하니 전등불을 바라보았다. 빛나는 전등? 검은 사마귀?…… 그때 중얼중얼하는 소리에 신철이는 휙근 돌아보았다. 병식이가
육법전서를 가슴에 붙안고 눈을 찌그려 감았다. 그리고는 일백삼십일조…… 일백삼십일조…… 일백삼십일조…… 일백삼십일조…… 응 일백삼십일조……
하고 외우고 있다. 그의 얼굴은 폐병 초기를 지난 것 같고 그의 독특한 이마는 전등불에 비치어 한층더 툭 솟아 나온 듯하였다. 그는 생각지
않은 웃음이 픽 나왔다. 지금 저들은 사무관이나 판검사를 머리에 그리며 저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불시에 이 도서실이 싫어졌다.
그래서 그는 가방을 들고 벌컥 일어났다.
밖으로 나온 신철이는 푸떡푸떡 떨어지는 눈송이를 얼굴에 느꼈다. 그는 눈이 오는가…… 하며 바라보았다. 가로등에 비치어 떨어지는 눈송이는
마치 여름날 전등불을 싸고 날아드는 하루살이떼 같았다. 그가 어정어정 걸어 정문까지 나왔을 때 도서실에서 흘러나오는 폐실(閉室) 종이
뗑겅뗑겅 울렸다. 그는 벌써 아홉시로구나!…… 하며 휙근 돌아보았다. 컴컴한 공간을 뚫고 시커멓게 솟은 저 건물, 저것이 조선의 최고
학부다! 그는 우뚝 섰다. 그리고 자기가 삼 년 동안 하루같이 저 안에서 배운 것이란 무엇이었던가? 하는 커다란 퀘스천 마크(?)가 눈이
캄캄해지도록 그의 앞에 가로질리는 것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도서실에서 흩어져 나오는 학생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그는 다시 걸었다. 그가 그의 집까지 왔을 때 아버지의 으흠 하고 기침하는 소리가 전날같이
무심히 들리지를 않았다.
"신철이냐?"
신철이가 그의 방문을 열 때, 아버지의 이러한 말이 그의 뒷덜미를 후려치는 듯이 높이 나왔다.
"네."
"왜 일찍 오라니까 늦게 오느냐? 어서 저녁 먹게 하여라."
신철이는 잠잠히 들어와서 가방을 책상 위에 놓고 책들을 가방 속에서 끌어내어 차례로 혼다테(책꽂이)에 꽂아 놓았다. 맘은 부절히 분주하지마는
이렇게 착착 정리하지 않고는 맘에 걸리어 그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책상 위를 정돈하고 걸레로 훔쳐 낸 후에 벽을 기대어 아버지가
또 뭐라고 하는가? 하며 귀를 기울였다.
신발 소리가 콩콩 나더니 그의 의모가 방문을 열었다.
"어서 들어와 저녁 먹어."
"난 먹었수."
"어데서?"
"저 누가…… 동무가 한턱 내서……."
의모는 말끄러미 그의 눈치를 채더니 방 안으로 들어온다.
"왜 일찍 나오지…… 안 나왔니?"
"왜? 나와서 할 일 있수?"
의모는 생긋 웃었다. 그리고 다가앉으며,
"아까 아버지와 옥점의 아버지가 너를 기다렸다. 아마 결혼을 아주 결정하랴나 부더라…… 어떠냐 아주 재산이 많다지?"
신철이는 멍하니 그의 의모의 나불거리는 입술만 바라보기에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다.
"이애 어서 오늘 저녁 결정하게 하여라…… 좀 좋으냐! 사람이 결점 없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 줄 아니? 아버지는 꼭 마음에 있어서
그러시는데…… 넌 그러니?"
신철이는,
"내가 뭐라우?"
"아 글쎄 말이야…… 그럼 됐지, 어서 안방으로 건너가자. 이제 좀 있으면 옥점 아버지가 오실지 모르니……."
"뭐 오늘 안 갔수?"
"아이 그 일 때문에 못 갔지…… 이 밤차로 나려가랴다가 어데 네가 오더냐? 하루 종일 와서 기다렸다."
신철이는 픽 웃었다. 그때,
"신철아!"
하고 아버지가 부른다. 신철이는 무슨 생각을 잠깐 하고 나서 벌컥 일어났다. 그의 의모는 또다시,
"이애, 아버지 속 태우지 말구 얼른 대답해…… 응."
신철이가 방으로 들어오니 아버지는 안경을 벗어 놓으며,
"어서 저녁 먹게 하지."
아내를 바라보며 밥상 차리라는 뜻을 보였다.
"먹구 왔다우…… 어느 동무가 한턱을 내서."
"응……."
그의 아버지는 신철의 숙인 머리를 바라보면서 한참이나 무슨 생각을 하더니,
"너 옥점이와의 결혼에 대해서 별 이의가 없을 터이지……?"
신철이는 머리를 들며,
"싫습니다!"
의외로 명확한 대답에 아버지의 얼굴은 순간으로 변하여진다.
"어째서?"
"별 깊은 이유는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뚝 잘라 말하며 다시 머리를 숙였다. 신철의 아버지는 조금 다가앉았다.
"이유 없이 싫다?…… 그럼 네 맘으로 정해 둔 여자가 있느냐?"
그 순간 신철이는 선비를 멀리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환영은 순간으로 희미하게 사라졌다.
"없습니다."
"그러면 이번에 정하고 말아! 무슨 잔말이냐."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평상시의 신철의 성격을 미루어서 자기의 말이라면 아무리 그의 비위에 다소 틀리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묵과할 것만 같아서
이렇게 명령하듯이 말하였다. 신철이는 아버지의 이러한 말을 듣고 적지 않게 놀랐다. 자기의 일생에 관한 중대사를 당자의 의사는 무시하고
저렇게까지 덤벼들게 상식이 없는 아버지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다소 권해 보다가 싫다면 말겠거니…… 하였던 것이다.
"이제 옥점의 아버지가 올 터이니, 너는 잔말 말고 쾌히 승낙해라…… 글쎄 그런 자리가 쉽겠느냐…… 생각해 봐라. 너는 지금 쓸데없는 공상에
들떠서 모르지마는 현실사회란 그렇지 않은 게야. 나두 한때는 공상에서 대가리만 커서 한동안 감옥생활까지 해보았다마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달달 꾀어 돌아간다. 그러니 시재라도 내가 저게서 나오게 되면 생활도 딱하지 않으냐?…… 네가 이 봄에 졸업하고 고문 시험이나 패스되면 걱정
없지만…… 그래도 뒤에서 후원이 상당해야 네가 출세하기도 힘이 들지 않는 게다…… 알아들었니? 이번 결혼만 되게 되면 네 앞길은 아주
유망하다. 그러니 아비는 너의 장래를 생각해서 그러는 게야."
그의 아버지는 음성을 낮추어 가지고 이렇게 간곡히 말하였다. 신철이는 처음부터 아버지의 뜻을 모른 것은 아니나 이렇게 맞당해서 그의 간곡한
말을 들으니 아버지의 그 머리로써는 이렇게밖에 더 생각할 수가 없으리라…… 하였다. 지금 이 집의 유일한 후계자는 자기라고 아버지는 생각할
것이다. 동생인 영철이가 있으나 아직 그는 어렸고 더구나 영철이는 항상 앓아 가지고 있으니 장차 생존 여부조차도 믿지 못할 만큼이었다.
그렇다고 그는 아버지의 말대로 고문 시험을 패스하고 재산가 집 사위가 되고 또 이 집의 후계자로만 그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더구나 결혼
상대가 맘에 들지 않으니 그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었다.
"아버지, 상대는 맘에 있거나 없거나 재산만 보고 결혼을 하랍니까."
신철이는 아버지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이렇게까지 노골로 대어들 줄은 몰랐다가 적이 놀랐다.
"음…… 상대가 맘에 없다? 그러면 왜 옥점의 집에 가서 근 석 달이나 같이 있었냐? 그리고 날마다 함께 몰려다니구?"
신철이는 딱 쏘아보는 아버지의 시선을 약간 피하였다.
"총각의 몸으로서 처녀의 집에 가서 하루 이틀도 아니요 두세 달씩이나 있었으니 누가 평범하게 본단 말이냐? 응 어데 말해 봐."
"……"
신철이는 대답에 궁하여 가만히 있었다.
"그럼 네가 색마란 말이냐? 며칠 데리고 놀았으니 싫증이 난단 말이지……."
이 말에는 신철이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반항의 불길이 확 일어남을 깨달았다.
"아버지! 너무하십니다. 동무로 인정하는 이상 얼마든지 함께 다니고 함께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아버지의 봉건적 선입관으로 남자와
여자는 함께만 있으면 서로 관계가 있는가? 하고 생각하는 데서 하시는 말씀이시지…… 어데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리고 그때만 해두 아버지의
제자란 명칭하에서 간곡히 권하니 그저 하루 이틀 물린 것이 그렇게 되었지…… 절대로 옥점이를 배우자로 인정함은 아니었습니다."
"이애, 이애 듣기 싫다. 봉건적이니 무어니 해두 사내와 계집이 함께 몰려다니면 별수가 있니? 네가 이제 와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면 젤단
내가 낯을 들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너…… 네 책상에는 그게 다 뭐 하는 책들이냐? 아비가 담배 한 갑을 맘놓고 사먹지 못하고 애쓰는
줄은 모르고 쓸데없는 책만 사들여다 보구는 봉건적이니 무슨 적이니 하고 애비 대답만 기성스레 해? 이놈! 그런 버르장이를 얻다 대고 하니?
대학까지 다녔다는 놈이……."
아들의 말 나오는 것을 들으니 그의 아버지는 이때까지 자식에게 취하여 왔던 희망이 졸지에 전부가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참을 수 없는
분이 머리털 끝까지 치미는 것을 깨달았다.
"고문 시험 칠 게나 보지…… 이놈! 별 책 다 사다 보더니……."
"그 책들이 나의 교과서외다…… 아버지는 고문 시험을 치라지요? 내 이때껏 노골로 말을 안 했지만 고문 시험은 쳐서 뭘 하는 겝니까!"
"이애, 잘한다…… 허허 이놈아! 무슨 개소리를 치고 앉았냐! 썩 나가지 못하겠냐?"
그의 아버지는 달려들어 신철의 따귀를 후려쳤다. 그리고 그의 앞가슴을 움켜쥐고 문밖으로 내몰았다.
"너와 나와 아무 상관 없다. 남이다. 우리집에 있을 턱이 없어! 나가!"
신철의 의모는 남편을 붙들며,
"아이 망령이시네, 이거 왜 이러세요."
"나가! 난 네 아비 될 것 없고, 넌 또 내 아들 될 것이 없어."
신철이는 허둥허둥 건넌방으로 건너와서 몇 권의 책과 몇 벌의 양복가지를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뛰어나왔다. 그의 의모는 안방에서 달려나왔다.
"이애, 너 미쳤구나. 오늘 네가 웬일이냐. 아버지가 다소 꾸지람을 하시기어던 너 이게 웬일이냐."
신철의 외투 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신철의 아버지는 벼락치듯 문을 열고 나와서 아내를 끌고 들어간다.
"어서 나가! 나가지 못하는 것도 아주 비겁한 놈이야, 응 어서, 어서."
자던 영철이가 문소리에 놀라 으아 하고 울며 나온다. 그의 아버지는 신철이가 이렇게 극단으로 나갈 줄까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더구나
나가란다고 신철이가 가방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니 앞이 아뜩하여지며 전신이 사시나무 떨리듯 하였다.
신철이는 영철의 우는 소리를 들으며 문밖을 나섰다. 눈은 아까보다 더 퍼붓는다. 삽시간에 그의 옷은 눈에 허옇게 되었다. 그가 박석고개까지
왔을 때 뒤따르는 신발 소리가 흡사히 그의 의모의 신발 소리 같아 휙근 돌아보았다. 그는 어떤 낯선 부인이었다. 순간에 신철이는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을 느끼는 동시에 새삼스럽게 돌아가신 어머님이 눈물겹게 떠올랐다.
그는 천천히 걸으며 어디로 가나? 하며 생각해 보았다. 암만 생각해 보아도 갈 곳이 없다. 그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종로까지 왔다.
종로도 이젠 적적한 감을 주었다. 간혹 사람들이 다니기는 하나 자기와 같이 갈 곳이 없어 헤매는 사람들 같지 않았다. 모두 활개를 치며
분주히 걸었다. 그리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레코드 소리만이 요란스럽게 들린다.
그는 파고다공원 앞까지 와서 우뚝 섰다. 그리고,
"그 동무의 집에라도 가볼까?"
이렇게 중얼거렸다. 전날 밤에 이 파고다공원에서 만났던 동무의 생각이 얼핏 났던 것이다. 그는 조선극장 앞을 지나 안국동 네거리로 들어섰다.
그때 비창한 어떤 결심이 그의 전신을 뜨겁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는 집에 발길을 들여놓지 않으리라…… 하였다. 그나마 자기 뒤를 따라 의모가
나오거니, 나오거니…… 생각했다가 이 안국동 네거리에 들어서면서부터 아주 단념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의모가 그의 뒤를 따라와서 집으로 끈다 하더라도 이미 나온 신철이라 다시 집으로 들어가지는 않겠으나 그러나 웬일인지 자꾸 의모가 그의 뒤를
따르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보성전문학교 앞을 지나칠 때,
"이게 누구요?"
손을 내민다. 그는 놀라 자세히 보니 그가 찾아가던 동무였다.
"아 동무! 난 지금 동무를 찾아가던 길이오."
"나를?"
그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끄러미 쳐다본다. 그는 얼굴빛이 희며 눈까풀이 엷다. 그리고 몸이 호리호리하면서도 키가 작다. 그러나 툭 솟은 그의
앞가슴과 올백으로 넘긴 그의 머리카락이 밤송이같이 까칠하게 일어선 것을 보아, 누구나 그의 담력을 엿볼 수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를
대하면 다정해 보이기도 하고 또 쌀쌀해 보이기도 하였다.
한참이나 훑어보던 동무는,
"웬일이오? 이 트렁크는 왜 밤중에 가지고 다니우?"
신철이는 주저주저하다가,
"동무, 난 우리집에서 아주 나왔소이다."
"아주 나왔다?"
동무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고 이렇게 되풀이하며 신철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신철이는 묵묵히 동무를 바라보다가,
"왜, 아주 나온 것이 안되었소?"
"아니, 어떻게 하는 말인지…… 동무가 집에서 아주 나왔어요?"
"예……."
신철이는 쓸쓸한 웃음을 웃었다. 동무는 무슨 일인가?…… 생각하며 눈이 둥그래서 쳐다보았다.
"그런데 동무는 어델 가댔수?"
한참 후에 신철이는 물었다.
"나요? 지금 저녁 얻어먹으러 떠났소, 허허."
동무는 어깨의 눈을 툭툭 털었다.
"그럼 나와 가오."
우동 한 그릇씩 먹은 그들은 빵 몇 개를 사가지고 동무의 집까지 왔다.
"자, 빵이오. 손님이오."
신철의 앞을 서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동무는 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육촉밖에 안 돼 보이는 컴컴한 전등을 가운데 두고 마주앉아 샤쓰를 벗어
들고 이 사냥을 하던 그들은 놀라 샤쓰를 입으며 눈이 둥그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무의 내처 주는 빵을 들고 뚝뚝 무질러 먹는다.
신철이는 무슨 고리타분한 냄새를 후끈 맡으며 방으로 들어앉았다. 불은 언제 때봤는지? 안 때봤는지? 마치 얼음덩이 위에 앉는 것 같았다.
"이 동무는 유신철이라는 동무요."
동무는 그들에게 소개하였다. 그들은 빵을 씹으며 서로 인사를 하고 픽 웃었다. 그들의 입 모습에는 일종의 비웃음이 떠돌았다.
"우리 셋이서 자취생활을 하였소. 이제부터 동무도 우리와 같이 고생을 하여야 하오, 하하."
동무는 그 밤송이 머리카락을 흔들며 웃었다. 그리고 새카만 내의를 입고 추워서 웅크리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오늘 굶지 않을 수가 나려니…… 별일이 다 있거든! 이 동무가 나를 찾아온단 말이어, 하하."
"그러니 내일 아침 먹을 것이 걱정이지……."
얼굴 둥근 기호라는 사람이 말하였다.
"무슨 내일 일까지 걱정하고 있어…… 그래도 사람은 살아나가는 수가 있는지라……."
동무는 신철이를 돌아보았다. 신철이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며 이 밤을 여기서 지낼 것이 난처하였다. 무엇보다 이 토굴 같은 방에서 자리도
없이, 더구나 살을 에어 내는 듯한 찬 방에서 지낼 것이 기가 막혔다. 그리고 내일 아침부터라도 신철의 가방이며 외투까지…… 그가 몸뚱이
하나를 내놓고는 다 전당포로 들어가야 할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는 앞이 아뜩하였다. 그가 집에서…… 아니! 책상머리에서 생각하던 바와는
너무나 현실이 무서움을 깨달았다. 동시에 이제 앞으로 닥쳐올 현실! 그것을 상상하여 볼 때, 그의 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캄캄하였다.
그 밤을 고스란히 새운 신철이는 지갑을 톡톡 털어 동무를 주었다. 그는 쌀과 나무를 사왔다. 그래서 한 사람은 쌀 일고 한 사람은 불 때고
이렇게 서둘러서 밥을 지어 놨다.
"이애, 이거 오늘은 상당하구나!"
밤송이 머리에 재티가 뿌옇게 앉았다. 신철이는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동무의 만족해하는 모양을 바라보며 오냐 나도 견디자! 이렇게 굳게
결심하였다.
밥을 다 먹고 난 그들은 저마다 설거지를 하라고 내밀다가 나중에는 각기 한 그릇씩 들어다 부엌 구석에 몰아 두었다.
"여보게, 오늘은 안 간 모양이지?"
일포가 눈을 끔쩍하며 앞문을 바라보았다.
"어제 야근 아니어?…… 그러니 오늘은 한시부터야 출근하실 터이지…… 오늘은 좀 가서 만나 보기나 하자."
기호가 맞장구를 친다. 동무는 신철이를 바라보고 소리를 낮추며,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나? 저 건넌방에 말이지…… 방직공장에 다니는 미인이 있단 말이어…… 그러니 저놈들이 저마큼 연애를 걸어
보려누먼……."
"이애 이놈아, 누가 연애를 걸랴냐? 실은 네놈이 몸이 백 퍼센트로 달지 않았냐?"
그들은 일시에 웃었다.
이튿날 신철의 동무는 신철이와 함께 있는 것이 재미 적다고 생각해서 둘이서 의논한 끝에 동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부득이
만날 일이 있어야 혹간 오곤 하였다.
그 후로부터 신철이는 자취생활에 익숙해져서 밥도 짓고 내의도 빨아 입곤 하였다. 그리고 밥 해먹고 나서는 돌아앉아 이 사냥으로, 양말 뚫어진
것을 깁기에 분주하였다. 더구나 신철이는 차근차근하게 무엇이든지 잘하므로 그는 주부역을 맡았다.
일포나 기호는 이미 감옥생활을 거친 사람들로서, 지금은 그저 픽픽 웃기만 하고 여기도 저기도 가담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누구는
어떻고…… 어떻고 하면서 비웃기로 소일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여자 말이라 하면 기를 쓰고 덤벼들었다.
"여보게 신철 군! 어젯밤 이 앞 다리에서 그 미인과 마주쳤구먼…… 그런데……."
앞방 여직공을 가리켜 그 미인이라 하였다.
피아노를 뚱뚱 치고 있던 옥점이는 창문으로 쏘아 들어오는 달빛을 쳐다보며 한참이나 무슨 생각을 하더니 머리를 돌려 선비를 바라보았다.
"선비야, 너 그날 밤에 신철이가 뭐라고 하지 않던?"
문 앞에서 낮에 따온 외를 다듬던 선비는 외를 든 채 멍하니 옥점이를 바라보며 그게 무슨 말인가? 하였다. 옥점이는 성을 발칵 내었다.
"넌 이따금 혼이 나가는 모양이두나. 그게 뭐야, 어따 좋다!"
선비가 돌려 생각할 새도 없이 옥점이는 이렇게 비웃었다. 선비는, '그날 밤 신철이가 뭐라고 하지 않던?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입
속으로 외어 보나 도무지 그의 기억에서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가 하필 이 말귀만을 못 알아들은 게 아니라 종종 그러하였다. 웬일인지
몰랐다.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그의 머리에는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안타깝고 초조함이 저 바구니에 외가 들어 있는 것보다도 더 가득히 들어찬
것을 그는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동시에 그가 언제부터 옥점의 말과 같이 정신이 나갔는지 몰랐다. 어쨌든 그의 맑고 선명하던, 그 무엇인지는
모르나 그것이 확실히 자신에게서 떠나간 듯하였다. 그는 칼로 외꼭지를 자르며 한숨을 가볍게 쉬었다.
"그래 아직도 생각 안 나?"
한참 후에 선비는 머리를 들며,
"안 나."
"아이 저런! 바보가 어디 있나? 참 죽겠네! 아 작년 여름에 서울서 왔던 손님 말이어……."
"손님이 뭐?"
"아이구 저걸 어째? 쟤가 저러다 정말 바보가 되랴나 봐. 에이 모르겠다, 어서 외나 다듬어서 김치나 담거! 네게 말하느니, 쇠귀에 경을
읽어야 낫겠다. 그게 뭐야…… 참."
옥점이는 횡 돌아앉는다. 그리고 다시 피아노를 치며, 그 소리에 맞춰 무슨 노래인지 슬프게 부른다. 선비는 물끄러미 그의 모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노래를 들었다. 그 노래는 선비의 모든 것을 비웃는 듯, 조롱하는 듯하였다. 그리고 창문으로 쏘아 들어오는 무지개 같은 달빛에
비치어 그의 백어 같은 손길은 가볍게 뛰놀았다.
"이애 선비야! 그 방에 불 켜놓으려무나."
옥점 어머니가 밖으로부터 들어오며 이렇게 소리쳤다. 선비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언제나 그는 옥점 어머니의 음성만 들으면 가슴이 후닥닥
뛰며, 그 담 말에는 자기를 나무라지 않으려나? 혹은 이년 더러운 년! 나가라! 하지 않으려나? 하는 불안에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만둬라…… 어머이, 난 이대로가 좋아. 저 달빛이면 그만이지…… 불은 켜서 뭘 해…… 아이, 난 죽으면 좋겠어, 어머이."
방 안을 들여다보는 그의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옥점 어머니는 딸이 죽고 싶다는 말에 앞이 아뜩해서,
"그게 무슨 말이냐? 소위 배웠다는 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냐? 다시는 그런 말 내 앞에서 내지 말아!"
옥점 어머니는 목이 메어, 할 말이 아직 많은데 그만 그치고 말았다.
"넌 무슨 오이를 아직도 다듬냐? 어서 그걸랑 들여다 두고 안방에 불도 켜고, 자리도 펴고, 이 방에도 그렇게 해! 원? 어쩐 일로 계집년이
점점 느릿느릿하냐, 그나마 그 할멈을 그냥 두었으면 좋을 것을……."
옥점이가 졸업하고 내려오니 선비가 할멈 방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그 바람에 덕호가 할멈을 내보냈던 것이다.
"어머이! 나…… 참…… 저…… 온정서 말이야…… 할멈을 만났지! 그런데 자꾸 울겠지! 불쌍해!"
"아 글쎄, 네 아비라는 물건짝이 기어코 할멈을 내보냈구나! 내야 할멈이 불쌍해서…… 그냥 두려고 했지……."
그 순간 옥점 어머니는 외 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는 선비를 흘금 보며, 전부터 마음속에 깊이 자라 오던 질투의 불길이 그의 젖가슴을
따갑게 스치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다 저년 까닭이지…… 글쎄……."
할멈과 함께 있으면 어드래서 할멈을 내보냈겠니? 아무래도 네 아비가 수상하니라…… 하고 말이 나오는 것을 그만 꾹 눌러 버렸다.
옥점이는 피아노에 엎디며,
"참, 이상해……."
하며 젖가슴을 꾹 쥐었다. 옥점 어머니는 신이 나서 들어온다. 그리고 옥점이를 들여다보았다.
"너두 이상하게 생각했니?"
옥점이는 어머니를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글쎄 늙은 첨지가 뭐겠니? 아무래도 수상하지?"
옥점이는,
"아이 참 죽겠네…… 어머니는 뭘 그래? 뭘 수상하단 말이어? 호호호."
옥점 어머니는 그제야 딸이 딴말을 한 것을 잘못 알아들은 것으로 눈치채었다. 동시에 말할 수 없는 노염이 치받쳤다.
"넌 그게 무슨 웃음소리냐?"
"어마이는 그게 무슨 말이오?"
옥점 어머니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그만 홱 돌아섰다. 안방에서는 성냥 긋는 소리가 막 났다. 뒤미처 불이 빨갛게 켜진다. 옥점 어머니는
안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자리를 펴는 선비를 노려보았다.
"좀 똑바루 펴라!"
선비는 벌써 가슴이 진정할 수 없이 뛰었다. 그리고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동시에 그는 눈 한번 맘놓고 뜨지 못하고 자리를 펴놓은 후에
마루로 나왔다. 옥점이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머리를 숙이고 있다. 자는지 혹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선비는 아까 옥점이가 불 켜는
것이 싫다고 한 것만은 기억하고 건넌방 문 편에 비껴앉아 그의 동정만 살피고 있었다. 불 켜리? 하고 묻고 싶으나 옥점이가 또 뭐라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고 비웃을 것만 같아서, 그는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내일 그만 경성에나 갈까?"
자는 듯이 엎디어 있던 옥점이는 벌컥 일어나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의자에서 물러나며,
"이애 불 켜! 왜 그러고 앉았니? 이 바보야! 에크! 뭐이 쏟아졌나 봐!"
옥점이는 물바리를 쏟아치고, 이렇게 소리쳤다. 선비는 얼른 뛰어들어가며 불을 켜놨다. 물바리의 물이 전부 쏟아졌다.
"아니, 넌 불을 켤 것이지, 그럭하고 앉아서, 이런 일이 나게 헐 탁이 뭐냐? 아이구! 참 죽겠네! 저런 꼴 보기 싫어서 난 더 속이
상한다니…… 얼른 펄펄 치워 놔라."
옥점이는 냉큼 안방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모녀가 주거니 받거니, 무슨 말인지 하고 있다. 선비는 걸레로 방을 훔쳐 낸 후에 빈 바리를 들고
할멈 방으로 나왔다. 그가 방 안에 들어서면서야, 아이 내 이 빈 바리는 부엌에 들여다 두자고 한 것을 가지고 왔네…… 이렇게 생각을 하며
도로 문밖으로 나오다가, 에라 내일 아침에 들어가지…… 하고 주저앉았다.
그는 불도 켜지 않은 채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너무도 하루 종일 들볶여서 어리뻥뻥할 뿐이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창문으로
새어드는 달빛을 보며 저 달빛을 따라 이 집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이 시간이 지날수록 농후해짐을 느꼈다.
"어떻게 하누?"
그는 한숨 섞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밤마다 저 창문을 바라보며 그 몇 번이나 이 집을 벗어나겠다고 결심하였다가도 막상 나가려고 봇짐을 들고 나서면 갈 곳이 없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없이 주저앉곤 하였다. 그는 무심히 이제 들고 들어온 빈 바리를 어루만지며 오늘 밤엘랑 아주 단단한 맘을 먹고 나가 볼까? 나갈
때는 이 바리도 가지고 가지…… 할 때 옥점 어머니의 성난 얼굴이 휙 지나친다. 그는 진저리를 치고 바리를 저편으로 밀어놨다. 그러나 그
바리만은 웬일인지 놓고 나가기가 아까웠다. 보다도 섭섭하였다. 동시에 부엌 찬장에 가득히 들어 있는 바리 사발이며 탕기, 대접, 접시, 온갖
그릇들이 그의 눈에 뚜렷이 나타나 보인다. 그가 하루같이 알뜰히도 만지는 그 그릇들! 꽃무늬에 짐승 무늬를 돋쳐 동그랗게 혹은 네모나게,
크고 또는 작게 만든 그 그릇들! 그가 그나마 이 집에 정붙인 곳이 있다면 이 그릇들일 것이다.
그는 다시 바리를 끌어당기어 가슴에 꼭 붙안았다. 그리고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에 불시, 이 방 안을 떠나고 싶은 맘이 들어 가만히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봇짐을 쥐어 보며…… 가면 어디로 가나? 만일 밖에 나갔다가 덕호보다도 더 무서운 인간을 만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봇짐을 슬며시 놓고 물러났다. 그러나 아무리 돌려 생각해도 이 집에서는 오래 있지 못할 것 같았다.
덕호가 들어오기 전에 어디로든지 가야 할 터인데…… 하고 선비는 우선 사랑에 덕호가 있는지? 없는지? 알고자 하여 밖으로 나왔다. 사랑에는
불도 켜지 않고 문 위에 달빛만이 환하게 드리웠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며 그의 방으로 도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온 선비는 몇 번이나 봇짐을 들어 보다가 아무래도 대문 밖에 덕호가 섰는 것 같고, 그가 나가다가 길거리에서라도 만날 것 같아서
그만 봇짐을 놓고 한참이나 망설거리다가 우선 밖에 누가 있지 않나 보려고 문밖을 나섰다. 중문밖을 나서니 유서방의 방에 불이 발갛다. 그는
멈칫 섰다가 대문 밖으로 쫓겨 나오는 듯이 나와 버렸다.
대문 밖을 나선 그는 휘휘 돌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아니하였다. 그는 누가 볼세라 하여 바자 곁에 착 붙어 서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그가 나간대야 너 이년 어디
가니…… 하고 붙들 사람조차 없는 것 같은데 그는 이렇게도 나가기가 무서웠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숨어 걷지 않고는 견디지 못 하였다.
한참이나 나오던 그는 멈칫 섰다. 읍으로 들어가는 새로 닦은 신작로가 달빛에 뚜렷이 바라다보였다. 그는 언제나 이 길을 바라볼 때마다, 그가
이 길로 외롭게…… 쓸쓸하게 나가게 될 날이 멀지 않으리라…… 하였다.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은 들면서도 마침 나가려고 단단히 맘을 먹고 이
길 위에 올라서면 멀리 바라보이는 컴컴한 솔밭과 솔밭 새로 뿌옇게 사라져 간 이 길 저편에는 덕호보다도 몇 배 더 무서운 사나이가 눈을
부릅뜨고 자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전신에 소름이 오싹 끼쳐지며 무의식간에 휙 돌아섰다. 그의 앞에 나타나 보이는 이 용연 동네!
보다도 함석창고를 보아란 듯이 앞세우고 즐비하게 들어앉은 덕호의 집!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이 온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그는 다시 돌아서며 솔밭길을 바라보고 몇 발걸음을 옮기다가는…… "어찌나? 난! 난 어째!" 이렇게 중얼거리며 저 달을
쳐다보았다. 달은 언제나처럼 저편 하늘가를 향하여 슬슬 달음질쳤다.
그때 그는 얼핏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간난이였다. 그가 덕호에게 유린을 받기 전만 하여도 간난이를 아주 몹쓸 여자로 알았지마는,
그가 한번 그리 된 후에는 웬일인지 꿈에도 간난이를 종종 만나 보고 서로 붙들고 울기까지 하곤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나갈까말까 하고 망설일
때마다 문득 그의 머리에는 간난이가 떠오르는 것이다. 그가 어디라던가? 가서 돈벌이를 잘한다지…… 편지나 좀 할 줄 알면 해보았으면…… 하고
생각할 때, 그의 발길은 어느덧 간난네 집을 향하여 옮겨졌다. 그는 몇 번이나 간난의 소식을 알고자 달밤이면 이렇게 찾아오곤 하였다.
그러면서도 차마 들어가지는 못하고, 바자 밖으로 어실어실 돌아가다가는 에라 후일 알지, 간난 어머니라도 나를 수상히 보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돌아서 오곤 하였다. 그때마다 그는 '간난아!' 이렇게 목이 메어 입 속으로 부르면서, 그와 자기가 어려서 놀던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간난이가 여기 있을 때 어째서 자기는 그의 맘을 이해해 주지 못하였던가? 따라서 다만 한마디라도 그를 붙들고 위로나마 해주지 못하였던가……
하니, 기가 막혔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되풀이하는 새 벌써 간난네 집까지 왔다. 그는 멈칫 서서 이번에는 꼭 들어가서 그의 소식을 알아 가지고 가리라…… 굳게
결심하였다.
그는 안에 누구들이 마을이나 오지 않았는가를 살폈다. 그 담엔 간난이 아버지가 집에 있는가 하고 동정을 보았다. 그러나 안은 괴괴하였다.
그리고 어슴푸레한 불빛만이 문 위에 비치어 있을 뿐이고, 그리고 누구의 기침소리인지 쿨룩쿨룩…… 하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들 다 자는
모양인가. 그만 갔다가 내일 낮에 올까…… 하고 돌아서다가, 에라 들어가 보자 하고 안 들어가는 발길을 힘껏 들이몰았다. 신발 소리에
안에서는,
"누구요?"
간난 어머니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선비는 멈칫 서서 주저하다가 방문이 열릴 때에야 하는 수 없이 앞으로 나갔다.
"저여요."
간난 어머니는 나와서 선비를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난 누구라고…… 네가 어찌 우리집엘 다 왔느냐."
간난의 어머니는 선비의 손을 붙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애가 어떻게 우리집엘 왔을까? 혹은 덕호란 그 죽일 놈이 간난이가 서울
가서 돈벌이를 잘한다니까 알아보려고 보내지나 않았나? 하는 생각이 불시에 든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애 역시 간난이와 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았나? 하였다. 그래서 간난 어머니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눈치를 살폈다.
"너 본 지가 얼마 만이냐. 어머니 상사 났을 때 보고는 여직 못 봤지…… 그새 넌 퍽으나 고와졌다."
풀기 없이 앉아 있는 선비를 보며 간난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리고 선비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선비는 이렇게 들어오기는 하고서도 옥점 어머니나 혹은 덕호가 자기의 뒤를 따라와서 문밖에 섰는 것 같고, 그리고 자기가 이 집 문밖만 나서면
너 이년, 여기는 뭣 하러 왔느냐고 달려들 것만 같아서 말 한마디 맘놓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문 편만 흘금흘금 바라보면서 가만히
있다. 간난 어머니는 그의 태도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딸이 서울 가기 전에 밤잠을 못 자고 돌아다니다가 들어와서는,
"어마이, 아무래도 덕호가 선비를 얻으랴나 부야! 날 버리고……."
이렇게 한숨 섞어 하던 말이 방금 귀에 들리는 듯하며, 이 계집애가 역시 우리 간난이와 같이 배척을 받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시간이
오래질수록 차츰 농후해졌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너 이년 우리 간난의 맘을 그렇게 아프게 하더니 잘되었다! 하였다. 그러나 반면에 선비의
풀기 없는 것을 바라볼 때 흡사히 자기 딸이 앉아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그의 눈에는 간난의 모양이 뚜렷이 보이는 듯하였다.
한참 후에 선비는,
"어머이, 지금 간난이가 어디 가 있수?"
"왜? 그것은 알아 뭘 하랴고?"
덕호가 보내어 묻는 것만 같아서 간난 어머니는 이렇게 쏘는 듯이 반문하였다. 선비는 다시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또다시
잠잠하고 고름 끝만 돌돌 말고 있었다. 간난 어머니는,
"글쎄, 그애 간 곳은 알아 뭘 하겠다디? 남의 딸의 일생을 망쳐 놓고, 또 무엇이 부족해서 그런다더냐?"
간난 어머니는 나오는 줄 모르게 이렇게 지껄였다. 선비는 볼이나 몹시 쥐어박힌 것처럼 얼얼한 것을 느끼며 안 올 데를 왔다…… 하는 후회까지
일었다. 그리고 자기의 일생이란 것도 덕호로 인하여 망치게 되었다는 것을 명확히 깨달아졌다. 동시에 참을 수 없는 분이 울컥 내밀치며,
그나마 간난이는 부모라도 있으니 저렇게 분해서 그러지마는 자기의 배후에는 저렇게 분해해 줄 사람조차 없는 것을 또한 발견하였다. 그는 얼결에
눈물 섞어,
"어머니!"
하고 불렀다. 간난 어머니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선비를 뚫어지도록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누…… 하였다. 선비는 얼결에 이렇게 불러
놓고 보니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자기가 부르는 그 어머니가 아닌 것 같고, 어찌 보면 자기가 부른 어머니 같아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바람에 꺼질 듯 꺼질 듯하는 등불로 시선을 옮겨 버렸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샘솟듯 하였다. 간난 어머니는
이 순간 저것이 확실히 간난이와 같은 경우를 당하였다는 것을 무언중에 깨달았다. 동시에 저것의 맘이 오죽하랴! 아 죽일 놈, 저놈이 내
생전에 벼락을 맞지 않으려나…… 하느님은 참 무심하다! 하고 그는 맘속으로 덕호를 눈앞에 그리며 이렇게 부르짖었다.
"선비야! 너 왜 그렇게 덜 좋아하니……."
말끝에 간난 어머니는 목이 메어 머리를 숙이며 치맛귀를 당겨 눈물을 씻었다. 선비는 간난 어머니가 우는 것을 보니 참을 수 없이 울음이 응응
쓸어 나오는 것을 입술을 꼭 깨물며,
"어머니 간, 간…… 간난이가…… 어디 있수?"
"너두 그애 있는 데 가보련?"
"네."
간난 어머니는 일어나더니 농문을 열고 편지봉투를 꺼내 가지고 선비 앞으로 왔다.
"서울, 아이 어데라던가? 난 늘 들으면서도 모른다니, 네 이것 봐라. 여기에는 그애 있는 곳이 쓰여 있다고 하더라…… 죽일 놈 그놈의
원수를 어떻게 해야 갚겠니. 너의 어머니가 살아 계셨더면 오작이나 하시겠니! 아이구 가슴 아파라!"
간난 어머니는 가슴을 툭툭 친다. 선비는 봉투를 쥐며 간난 어머니가 덕호와 자기 새를 눈치챈 것을 느끼자, 덕호에 대한 증오심과 함께
부끄러운 생각이 그의 전신을 잡아 흔드는 듯하였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쥐고 들여다보니 워낙 불도 희미하여 잘 보이지 않지마는 그가
국문이나 겨우 아는 터라 이런 한문으로 쓴 것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봉투를 쥔 채 일어났다.
일어나는 선비를 바라본 간난 어머니는,
"그 봉투는 이전 다 보았겠지…… 이리 다오."
선비는 서서 한참이나 주저하더니,
"어머니 이걸 나를 주시오."
"못 한다! 만일에 덕호가 보면 재미없는 것 아니냐?"
"어머니두 내가 뭐 그렇게 하겠기…… 그래요."
"그럼 꼭 간수했다가 가져오너라. 부디 그놈 보여서는 못쓴다, 응 이애."
문밖을 나서는 선비의 뒤를 따라나오는 간난 어머니는 재삼 부탁하였다. 선비는 봉투를 가슴속에 집어넣다가 덕호의 손이 그의 젖가슴을 어루만지는
생각이 얼핏 들자 봉투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이 봉투 하나도 감출 곳이 없이 자신의 비밀을 여지없이 그 늙은 덕호에게 빼앗긴 생각을 하니
금방 푹 엎뎌 죽고 싶도록 안타까웠다.
그는 간난 어머니를 작별하고 역시 아까와 같이 바자와 바자 곁으로 붙어 서서 덕호의 집까지 왔다. 이 봉투는 어떻게 할까? 한참이나 주저하던
그는 버선 속에다 쓸어 넣고 나서 대문을 가만히 열었다. 이젠 유서방의 방문까지도 컴컴하였다. 그리고 처마끝 그림자가 뚜렷이 드리웠다.
그리고 사랑은 여전하다. 그는 가슴을 설레며 덕호가 나 없는 새 방에 들어와 있지나 않나? 하는 불안으로 중대문까지 와서는 한참이나
주저하였다. 그러나 사방이 죽은 듯이 고요하므로 그는 소리 없이 대문을 닫고 들어와서 그의 방문을 열었다. 맞받아 나오는 듯한 이 어두움!
그는 잠깐 주저하며 덕호가 술이 취하여 저 안에 누웠는 것만 같았다. 그는 휙 돌아서 어디로든지 달아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버선 갈피에 들어 있는 그의 유일한 비밀을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마침내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자 선비는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은 이 문을 열어 주지 않으리라 결심을 하며 문을 힘껏 잡아당겨 걸고
자리도 펴지 않은 채 누워 버렸다. 누우니 일만 가지 생각이 뒤끓어 마치 환등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 문 밖에서 덕호가 문을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한참 후에 참말 문이 바짝하였다. 에그 또 왔구나…… 하고 눈을 꼭 감아 버렸다. 그러나 가슴만은 못 견디게 벌렁거렸다. 또다시
바짝바짝하였다. 덕호가 전날을 미루어서 자기가 자지 않을 것을 뻔히 알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문을 안 열어 주면 덕호가 자기를 미워할
것만은 사실이나 상에 쫓겨나기밖에는 더 하겠니? 하고 가만히 있었다. 문은 점점 더 바짝거렸다. 그러다 어떻게나 하는지 짝짝 하는 문창지
찢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고리가 절걱 벗겨진다. 선비는 그냥 누워 자는 체하였다. 덕호는 씩씩하며 문을 걸고 선비의 곁으로 오더니 발길로 그의
엉덩이를 내려밟았다.
"이년의 계집애, 왜 문을 안 열어. 건방진 놈의 계집애, 저를 예뻐하니까…… 아주 버틴단 말이어…… 어디 보자!"
선비는 이제야 깨어나는 듯이 부시시 일어앉았다.
"이제 문 열라는 것 들었지?"
"못 들었에요."
"이놈의 계집애."
선비를 끌어안는 덕호에게서, 항상 그에게서 많이 맡을 수 있는 독특한 냄새가 후끈 끼친다. 선비는 덕호의 품에 오래 안겨 있으면 모르나,
이렇게 처음 안기게 될 때마다 이러한 강한 냄새를 느끼곤 하였다. 그는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그의 품을 벗어나려고 몸을 꼬며 내려앉으려
하였다. 덕호는 더욱 쓸어안았다.
"이년, 너 내가 싫은 모양이지…… 딴 계집 얻으리? 응, 이애, 말을 좀 들어 보자."
덕호는 씩씩하며 선비의 귀에다 입을 대고 이렇게 수군거렸다. 선비는 소리치게 간지러움을 느끼며 물러앉았다.
"너 이년, 딴 사내가 있는 게로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럴 수야 있나? 계집이란 것이 사내가 들어오도록 잠을 자지 않다가 사내가 들어오는
것을 맞받아들여야 허는 게고, 또는 아양도 떨어서 사내의 환심을 사도록 하여야 허는 게지…… 그게 뭐냐. 잔뜩 자빠져서 자고 있어? 에이
고약한 년 같으니, 내 저를 예뻐하니까 버릇이 사나워졌단 말이어…… 너 이달 월경은 어찌 되었냐?"
선비는 옥점 어머니가 밖에 섰는 것만 같아서 그의 조그만 가슴이 달랑달랑하였다. 그리고 덕호의 지껄이는 말이 하나도 귀에 거치지 않았다.
언제나 선비는 덕호가 들어올 때마다 이러하였다.
"이애 대답을 해."
덕호는 선비의 배를 어루만진다. 선비는 대답을 안 하려니 자꾸 여러 말을 늘어놓는 것이 싫어서,
"아직 안 나……."
"음 이번에는 무슨 수가 있나 부다. 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꼭꼭 말해. 감추어 놓고 우물쭈물 말도 하지 않고 있지 말구…… 뭐 먹고
싶으냐?"
선비 볼에다 입술을 들이대고 슬슬 핥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비는 구역이 금방 나오는 것을 참으며 내려앉았다.
"갈비나 한 짝 떠오랴?"
"아이 참, 듣기 싫어요."
"어…… 그년 듣기 싫다고만 하면 되나. 이 속의 내 아들의 생각을 해야지."
덕호는 선비를 껴안으며 진저리가 나도록 선비의 귓가를 빨았다. 그리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선비에게 들려 주었다.
"이것 가지고 너 쓰고 싶은 데 써라. 그리고 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날 보고 말해, 응."
선비는 돈을 쥐며 버선 갈피의 봉투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이것을 여비로 간난이한테 가야지…… 하는 맘을 단단히
먹었다.
"어서 들어가세요, 어머이가 나와요."
"나오면 어떠냐? 네가 이전 제일이야. 이 속에 내 아들이 있는데…… 그까짓 년이 뭐기 그러냐. 걱정 없다. 너 이제 두 달만 지나면 완전히
알 것 아니냐. 그러면 저년은 내보내구…… 너를 아주 내 정실로 삼겠다. 알았니?"
"가만가만히 하세요. 누가 듣겠어요."
"들어도 일이 없어. 네가 이전 이 집안에서는 제일이야. 그런데 이애! 애가 배면 신 것이 먹구 싶다는데…… 넌 그렇지 않으냐?"
선비는 아이에 미쳐 덤비는 덕호가 한층더 밉살스러웠다. 반면에 이때까지 월경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덕호의 추측과 같이 참말 임신이 아닌가?
하였다. 따라서 차라리 이렇게 몸을 더럽힌 바에는 아들이라도 하나 낳아서 이 집안의 세력을 모두 쥐었으면…… 하는 생각도, 이렇게 덕호와
마주앉을 때마다 어느 구석엔가 모르게 자라 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는 마침내 구역질을 욱 하고 하였다.
덕호는 놀라면서 선비의 입술 밑에 손을 대었다. 선비는 머리가 지끈 아프고, 그 손끝에서 한층더 그 내가 나는 것을 느끼자 머리를 돌렸다.
"이애 너 정말 임신이구나. 구역질이 언제부터 나느냐?"
선비는 그의 무릎에서 물러앉으며,
"어서 들어가세요. 난 몸이 아주 괴로우니…… 제발 오늘만은 어서 들어가세요."
"음, 몸이 괴로워…… 필시 잉태중이다. 애 배었다! 밥맛이 없지? 과실이나 좀 사다 주랴?"
"싫어요. 어서 들어만 가주세요."
밖에서 옥점 어머니가 이 말을 다 엿듣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오냐, 그러면 내 들어갈 것이니 이 배를 잘 간수해라. 그러구 내일은 갈비를 떠올 터이니…… 배껏 먹어! 응? 이 귀여운 년아! 넌 내
아들 배었지?"
덕호는 선비를 힘껏 껴안아 보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 선비는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며, 손에 쥔 지화가 얼마짜리인지 몰라 애가 쓰였다. 밖으로
나간 덕호는 이제야 큰대문 소리를 찌꺽 내며 쿵쿵 하고 중대문을 들어선다. 언제나 그가 이렇게 선비의 방에 들어왔던 날은 소리없이 밖으로
나가서 저 모양을 하는 것이다. 으흠 하는 덕호의 기침소리와 함께 중대문 거는 소리가 떨그렁 하고 난다. 그러고는 안방을 향하여 충충
들어가는 신발 소리가 뚜렷이 들렸다. 그때 선비는 웬일인지 가벼운 한숨과 함께 질투 비슷한 감정을 확실히 느꼈다. 선비는 안방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를 들으면서야, 다시 그의 손에 지화가 들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짜리인지 알고 싶은 궁금증에 등 아래를 어루만져
성냥을 가만히 그어 보았다. 성냥불에 비치는 지화, 그것은 똑똑히는 몰라도 옥점의 지갑에서 늘 볼 수 있는 십 원짜리 같았다. 선비는 불꽃만
남기고 꺼지는 불을 바라보며, 이것과 어머님 살아 계실 때 준 것과 합하면, 십 원하고 오 원이나? 그럼 얼마가 되는 셈일까, 백 냥하고 또
쉰 냥하고…… 하니까…… 일백쉰 냥이나? 그러면 항용 부르기는 십오 원이라지? 그는 난생에 처음으로 십오 원을 불러 보았다. 이걸 가지면
서울을 갈지 몰라? 그는 지화를 꼭 쥐었다. 그리고 아는 듯 모르는 듯이 그는 안방으로 귀를 기울였다. 어떤 불쾌한 생각과 아울러 자기도
모를 감정에 떠돌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여름철이 잡힌 그 어느 날 저녁이었다.
하루 종일 흐려 있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선비는 부엌으로 나왔다. 옥점 어머니는 요새 확실하게 눈치를 챈 모양인지 어젯밤에도 자지 않고 덕호와
밤새도록 싸웠다. 그리고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면 소사를 시켜서 국수를 사다 먹고서는 사뭇 앓는 사람 모양으로 머리를 동이고 누워 있었다.
선비는 그들과 같이 어젯밤도 고스란히 새웠으며 지금까지도 부엌문으로 바라보이는 저 하늘과 같이 그의 맘은 캄캄하게 흐리고 걷잡을 수 없는
불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쌀을 일어서 솥에 해 안치고 나서는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한참이나 왔다갔다하다가 광에 가서
쌀을 퍼내 오고 생각을 하니 금방 솥에 쌀 일어 해 안친 것을 깨달으며 그는 우뚝 섰다. 내가 왜 이래…… 그는 시렁을 붙잡고 좀 마음을
진정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었다. 옥점 어머니가 그 일을 알았어! 글쎄 모를 리가 있나…… 아니야 아직도 몰랐어! 알았으면야 내가 견디어 낼 수가
있나? 어젯밤으로 당장 쫓겨났지…… 무엇이 자끈 하므로 그는 깜짝 놀라 굽어보았다. 그의 손에 든 쌀 담은 바가지가 내려지면서, 그 아래
놓아 둔 개숫물 자배기가 깨어졌다. 물이 와르르 흘러지며, 바가지 역시 깨어져서 쌀이 물과 같이 흘러내린다. 그는 숨이 차서 쌀을 주워
모았다. 신발 소리가 쿵쿵 났다.
"저년이 무슨 지랄을 저리 벌여! 이년아!"
머리를 갈래갈래 헤친 옥점 어머니가 마루로부터 뛰어내려와서 선비의 머리끄덩이를 움켜쥐었다.
"이애 이 계집애야, 우리집에 있기 싫거든 나가지 그릇은 왜 짓모고 있어! 이 주리를 틀 년의 계집애, 나가라!"
무슨 흠을 잡지 못해서 애쓰던 차라 옥점 어머니는 선비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소리가 나도록 쥐어뜯었다. 선비는 반항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얼굴이 새까맣게 질려 가지고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옥점이가 눈이 둥그래서 나왔다.
"왜들 이래…… 아이거…… 저 꼴…… 호호호호."
선비의 옷이 쏟아진 물에 적시우고 흙에 이겨진 것을 보매 옥점이는 이렇게 웃었다. 그리고 그날그날에 아무 새로운 일이 없이 밥 먹고 피아노
치고 잠자고 이렇게 단순하게 되풀이하던 그로서는 이렇게 싸우는 일도 한 새로운 일이므로 일어나는 흥분과 함께 통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막연하나마 신철이가 자기보다 선비를 더 생각하였거니 하는 질투심에서 항상 밉게 보던 선비라 그도 달려가서 어디든지 쥐어박고 싶은 충동까지
일어났다. 옥점 어머니는 흑흑 하면서 양과 같이 아무 반항이 없는 선비를 눅쳤다 닥쳤다 하면서 부엌바닥에 굴렸다. 선비는 처음에는 아프기도
하고 쓰리기도 하였지마는 시간이 오랠수록 의식이 몽롱해지며 아픈 것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이 매맞은 끝에 그만 죽어 버렸으면 이
부끄럼, 이 고통을 면할 수 있으려니…… 보다도 무서운 이 집을 벗어날 수가 있으려니…… 생각하니 오히려 이런 매를 맞기 전보다 맘의 고통은
좀 덜리는 것 같았다.
옥점 어머니가 기운이 진하여 물러나며 머리를 매만진다.
"이년 당장에 나가라. 내 너를 친딸과 같이 길렀지…… 너두 생각이 있으면 알겠구나. 그런데 이년…… 내가 가만히 있어도 너의 연놈들의 일을
다 알아. 응 이년, 이 죽일 년의 계집애."
"어머니 남부끄럽소! 설마한들 그따위 짓이야 아버지가 했겠소? 그러나 저 계집애 맘으로는 그렇지 않을 게야…… 그때도 신철이와 밤에 마주서서
어쩌구 어쩌구…… 하는 것을 잡았다니…… 그때 신철이놈은 저 계집애와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몰라. 저년이 겉으로는 바보같이 가만히 있으나
속으로는 한몫 더해……."
옥점이는 어느 때나 신철이를 잊지 못하는 반면에 그만큼 더 미웠던 것이다. 그래서 별별 추측도 다 해보곤 하였던 것이다. 옥점이는 달려들어
피가 흐르는 듯한 선비의 볼을 철썩 후려쳤다. 선비는 부엌 구석에 박히며 어서 죽어지면 하였다.
그때 덕호가 들어왔다.
"왜들 이러냐?"
옥점이는 아버지를 돌아보며,
"아버지 내 입때 말 안 했지만…… 저 계집애와 신철이와 아마 관계가 있었나 봐?"
"뭐? 신철이와……."
덕호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네가 꼭 아냐?"
"알구말구요. 달밤인데 저 계집애와 신철이가 마주서서 무슨 얘기를 재미나게 하더라니요. 그리고 서울 가서도 신철이가 저놈의 계집애를 올려오지
못해서 한동안 애쓰지 않았수?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저 계집애와 상관이 되어 가지고 그랜 것을 내가 몰랐다니."
옥점이는 다시 돌아섰다.
"너 참말 신철이와 관계되었지? 말 안 하면 이년의 계집애 죽이고 말겠다!"
옥점이는 대들었다. 덕호는 눈을 무섭게 뜨고 선비를 노려보았다. 무엇보다도 간봄에 어린애를 밴 줄 알고 가지각색으로 사다 먹인 생각을 하니
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선비는 덕호를 보니 이때껏 불이 붙는 듯하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나마 덕호만이야 그의 억울함을 알아주려니
하였던 것이다. 덕호는 선비 앞으로 조금 다가섰다.
"네 정말 신철이와 관계가 있었냐?…… 저 계집애를 둬두기 때문에 애매한 헌 멍덕만 나까지 쓰게 되었단 말이어…… 하, 거 정 자네 나를
의심하지마는 쟤보고 물어 보라구. 아 신철이 녀석과 벌써부터 관계가 있어 가지고 서울 가랴고 애쓰는 계집애가 내 말을 들을까? 응 이
사람아, 사람을 의심해도 분수가 있지…… 응, 이 사람? 오늘 뭐 좀 먹어 봤나? 아까 면소사 국수 가져온 것 먹어 봤나?"
덕호는 선비와 마주섰기가 거북해서 옥점 어머니의 손을 끌고 방으로 들어간다. 옥점이는,
"이 계집애 당장 나가라. 우리집에 이전 못 있어."
소리를 치고 나서 그들의 뒤를 따랐다. 선비는 나가야 할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나마 믿었던 덕호까지도 저런 시뻘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들으니, 이젠 다시는 선비를 가까이하지 않고 내보내려는 심산인 것을 깨달았다. 잘되었다! 선비는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악이 치받쳐서 부들부들 떨릴 뿐이지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그는 봇짐 위에 칵 엎어지며 어서 밤 되기를 기다렸다.
그날 밤! 선비는 봇짐을 옆에 끼고 덕호의 집을 벗어났다. 사방은 먹칠을 한 듯이 캄캄하였다. 그리고 낮에부터 쏟아질 줄 알았던 비는
쏟아지지 않으나 바람만 슬슬 불기 시작하였다. 선비는 읍으로 가는 신작로에 올라섰다. 선들선들한 바람이 그의 타는 볼 위에 후끈후끈 부딪치고
지나친다.
저편 동쪽 하늘에는 번갯불이 번쩍 일어서 한참이나 산과 산을 발갛게 비추어 주었다. 그때마다 우르르…… 타는 소리가 들린다. 선비는 전
같으면 이런 것들이 무서우련만 이 순간 그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는 죽음으로써 모든 것을 당하리라고 최후의 결심을 굳게
하였던 것이다.
길가 좌우로 빽빽히 들어선 수숫대며 좃대는 바람결을 따라 시르르 솨르르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는 물결처럼 멀리 흩어졌다가는 또다시 밀려오곤
하였다. 그 물결을 타고 넘실넘실 넘어오는 듯한 피아노 소리! 뚱뚱! 어찌 들으면 곁에서 듣는 것 같고 또다시 들으면 꿈속에서 듣는 것처럼
희미하였다. 그러나 그 소리는 확실히 선비의 가슴 복판을 찔러 주었다. 선비는 눈앞에 옥점의 피아노 치는 것을 그리며 귀를 막았다.
그때 낑낑 하는 소리가 나며 선비의 앞을 막아 서는 무엇이 있으므로 선비는 놀라서 물러섰다. 다음 순간 그것은 자기가 항상 밥을 주던
검둥이임을 알았을 때 선비는 와락 검둥이를 쓸어안으며 머리털 끝까지 치받쳤던 악이 울음으로 변하여 쓸어 나왔다. 검둥이는 꼬리로 선비의
얼굴을 툭툭 치며 한층더 낑낑거렸다. 그리고 주둥이로 그의 볼을 핥았다.
"검둥아!"
선비는 검둥이의 목에다 볼을 대며 길에 펄썩 주저앉았다. 멀리 마을에서 깜박여 오는 저 불빛! 붉은 실타래같이 갈가리 찢기어 그의 눈에
비치어진다. 그 순간 그는 그 불빛이 그의 어머니를 숨지어 놓고 바라보던 그 등불과 흡사함을 느꼈다.
"어머니!"
그는 무의식간에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묻힌 산 편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때 얼핏 떠오른 것은 소태 뿌리였다. 뒤미처 눈이
둥그렇게 큰 첫째의 눈방울이 뚜렷이 떠올랐다. 그는 머리를 푹 숙였다. 그때의 일이 번개같이 그의 머리를 싸고도는 것이다. 덕호가 주는 돈은
이불 속에 넣고 첫째가 캐온 소태나무 뿌리는 윗방 구석에 내어던지고……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검둥아! 너 나하고 같이 가련?"
번갯불이 환하게 일어났다 꺼진다.
"이 사람아, 잠을 자도 분수가 있지, 이게 무슨 잠이람."
신철이는 깜짝 놀라 깨었다. 벌써 동무들은 일어나서 세수까지 한 모양인지 이맛가가 반들반들하였다. 기호는 신철이를 들여다보았다.
"오늘 조반 할 것이 없네그리. 어서 자네 일어나서 좀 변통하여야겠네……."
"가만히 있어. 나 조금만 더 자구."
"어서 일어나게. 해가 중낮이나 되었네. 아침은 못 먹는다더라도 점심이나 저녁이나 그 어느 한 끼는 먹어야지…… 긴긴 해에 이렇게 굶고야
사는 수가 있나? 허허, 참."
신철이는 벌떡 일어났다. 햇빛이 산뜻하게 방 가운데 떨어졌다.
"이거 물어 살겠기…… 어데."
신철이는 내의를 훌떡 벗었다. 그리고 보리알 같은 이를 잡아 내기 시작하였다. 일포가 문 곁에 바싹 붙어 앉아 그나마 돈푼이나 있을 때 사다
먹고 내친 담배 꼬투리를 붙여서 한 모금 쑥 빨았다. 콧구멍으로 내뿜는 연기야말로 제법 길게 올라간다. 그리고 건넌방을 흘금흘금 내다보는
것을 보아 건넌방 미인이 오늘은 집에 있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일포는 언제나 저렇게 뚱뚱한 채 살폭이 좋았다. 시재 먹을 것이 없고 땔 것이 없어도 그는 한 번도 초조한 빛을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는 아침만 되면 일어나서 저렇게 문 곁에 앉아 가지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코 안을 우벼 내고 발새를 우벼 내어 그 손을 코에 대고
흥흥 맡아 보면서 건넌방을 흘금흘금 내다보는 것이다. 신철이는 이 모든 것을 못 본 체하고 곁눈질도 해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기호만은
일포가 발새를 우벼서 흥흥 하고 맡아 볼 때마다,
"이 사람아! 저…… 또 저 짓이야. 그 왜 사람이 그렇게 고리타분해! 그래 맡아 보니 맛이 어떤가?"
일포는 못 들은 체하고 있다가 여전히 또 우벼 내서 맡아 보곤 하였다. 그러고는 손끝은 으레 양말짝에 부벼치는 것이 그의 늘 하는 버릇이다.
오늘은 다행히 담배 꼬투리나마 있으니 그것을 빨면서 발새를 우벼 내지 않았다.
"오늘은 자네 좀 구해 보지 못하겠나?"
기호는 일포를 바라보았다. 일포는 역시 못 들은 체하고 열심으로 담배 꼬투리만 얻는다. 그가 흥이 나서 지껄이는 것이란 건넌방 미인 이야기와
누구의 험담밖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쌀이나 나무를 구해 오라든지 발새와 콧구멍을 우벼 낸다고 기호가 벌컥 뒤집고 웃어도 그저 못 들은
체하였다. 일포는 담배 꼬투리를 얻어 가지고 빙긋이 웃었다. 신철이는 이를 다 잡고 나서 내의를 입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전당 잡힐 것이
없는가 하고 두루두루 생각해 보았다.
그나마 그의 전재산이다시피 한 책권까지도 다 갖다 잡혔으니 이제야말로 세 몸뚱이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 신철이는 밤송이 동무한테나 가서 또
물어 볼까? 하였다. 요새 밤송이 동무는 어떤 신문사의 배달부로 들어갔기 때문에 돈푼이나 좋이 있었다.
그래서 신철이는 늘 그에게서 십 전, 오 전 얻어서는 빵이나 쌀을 사오곤 하였던 것이다. 신철이는 세 사람의 출입옷으로 정해 있는 그의
양복을 입고 나왔다.
"꼭 구해 가지고 오게…… 정 할 수 없거든 자네네 댁에 가서라도 좀 변통해 가지고 오게나. 배고픈 데야 무슨 염치를 보겠나. 허허……
그렇지 않은가?"
"암! 그렇지."
이 말에는 비위가 당기는지 일포는 이렇게 동을 단다. 신철이는 빙긋이 웃으며 대문 밖을 나섰다. 그는 일포의 둥근 얼굴과 건넌방으로 추파를
건네는 그의 긴 눈을 눈앞에 그리며, 일편으로는 그 배짱 실하게 구는 모양이 밉살스럽기도 하나, 콧구멍과 발가락을 우벼 내서 맡아 보곤 하는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혼자 픽 나왔다. 일포야말로 전락된 인텔리의 전형적 인물과 같이 생각되었던 것이다. 자신도 인텔리라면 인텔리층으로 꼽힐
것이나 그러나 요새 신철이는 인텔리에 대한 싫증을 극도로 느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일포가 발새를 우벼 맡아 보는 듯한, 그러한
고리타분한 냄새를 피우는 것이 인텔리의 특징인 듯싶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바라보니 벌써 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와와 떠들고 있다. 그리고 햇빛에 번쩍이는 물 위로 헤엄쳐 돌아가는 빨간
모자, 파란 모자가 그의 눈에 선뜻 띄었다. 그는 작년 여름에 옥점이와 같이 그 넓은 서해에서 뛰놀던 생각이 얼핏 들었다. 따라서 용연
동네가 떠오르며 선비의 고운 자태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였다.
어느덧 신철이는 뜨거운 햇볕을 잔등에 느끼고 그의 배에서는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는 천천히 삼청동 비탈길을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거기서 구하지 못하면 또 어디 가서 구한담…… 너무 돌아가면서 몇십 전씩 취해 놔서 이젠 달라고 할 염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이르니까, 배가 덜 고파서 그렇지 한 결만 지나면 그때야말로 아무 동무에게나 가서 다리아랫소리를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신철이는 관철동 밤송이 동무의 집까지 왔다. 그러나 마침 동무는 금방 나갔다고 하였다. 그는 입맛을 쩍쩍 다시고 돌아나왔다. 그리고 종로까지
나와서는 우두커니 섰다. 동소문을 향하여 닫는 버스가 먼지를 뿌옇게 피우며 지나친다. 그는 집이 그리웠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나 미루꾸
주…… 하고 손 내밀던 영철이가 그리웠다. 보다도 빨간 고추장에 두부와 고기를 넣어 끓여서 마늘 양념을 푹 쳐서 상에 놓아 주던 그
두부찌개가 그리웠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어정어정 걸었다. 배는 현저히 고파 왔다. 이놈이 어델 갔을까? 갈 만한 곳을 짐작해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조간은 벌써 배달했을 터이고 석간은 아직 멀었고…… 그놈이 어딜 갔어?…… 그는 이렇게 생각을 해가며 종로를 한 바퀴 돌아
황금정으로 향하였다. 윙 달려오고 달려가는 전차는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수없는 버스며 택시가 서로 경쟁을 하며 달려오고 달려간다. 신철이는
목구멍이 알알하도록 먼지를 먹으며 아스팔트 위를 힘없이 걸었다. 차츰 햇볕은 강하게 내리쬔다. 신철이는 아직도 겨울 중절모를 그냥 쓰고
있었다. 그는 누가 볼세라…… 하여, 더구나 아버지나 의모라도 나왔다가 만날세라 하여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발끝만 굽어보며 걸었다.
학교 갈 때마다 닦던 이 구두도 약이 없어서 닦아 본 지가 언제인지 몰랐다. 코끝이 희뜩희뜩 벗겨지고 먼지가 부옇게 오른 구두는 말쑥하게
닦은 때보다 발이 달고 한층더 무거웠다.
"이 사람아, 오늘 얼마나 팔었는가?"
"오늘은 밑천이나 건졌지…… 자네는?"
"나두 역시 한모양일세."
신철이는 머리를 돌렸다. 그들은 지게를 지고 갈서서 가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그때 신철이는 나도 저 지게꾼이나 해볼까…… 그래서 뭐든지
지고 다니면서 팔지. 지금 흔한 배추 같은 것이나, 기타 아무것이라도…… 이렇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차마 지게를 지고 이 거리를 저들과 같이
활보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왜? 무엇 때문에? 그것은 역시 일포가 발새와 콧구멍을 쑤시고 앉아 고스란히 굶어 있을지언정 선뜻 나가서
하다못해 저런 지게꾼 노릇이라도 못 하고 있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그런 고리타분한 까닭이라고 막연히 생각되었다.
여기 일은 딴 동무에게 맡기고 난 시골 같은 데로 전임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땅도 파보고 농부들과 함께 아무것이라도 배워 가면서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서울에서만은 차마 그런 일을 할 것 같지 않았다. 자기 낯을 아는 사람이 많고, 더구나 아버지, 의모가 있고,
아는 여자가 많고…… 아스팔트 위에 그들의 비웃는 눈매가 또렷또렷이 나타나 보인다.
어느덧 신철이는 발길을 멈추고 우뚝 섰다. 흘금 쳐다보니 미쓰고시였다. 저기나 또 들어가 보자…… 하고 몇 발걸음 옮겨 놀 때 저 안에 혹은
나 아는 사람들이 무엇을 사러 오지나 않았는지? 하며 주저하였다. 그는 언제나 여기 올 때마다 그러한 생각을 하며 그의 초라한 모양을 다시
한번 굽어보곤 하였다.
미쓰고시를 향하여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은 모두가 말쑥한 신사고 숙녀였다. 자신과 같이 이렇게 초라한 양복에 중절모를 아직까지 쓴 사람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모두가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 모자였다. 그리고 여름 양복을 시원스레 입었다. 그는 다시 한번 주저하였다.
그러나 신철이는 그나마 여기 아니면 곤한 다리를 쉬일 곳조차도 없었다. 남산에나 가야 할 터이니 그곳까지 가자면 덥고, 우선 여기 들어가서
쉬어 가지고 가리라…… 하고 발길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미쓰고시 상층까지 올라온 신철이는 의자에 걸어앉아 멍하니 분수를 바라보았다. 곁의 의자에 앉은 어떤 남녀는 빙수를 청하여
놓고 먹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다가는 호호 웃었다. 그때마다 신철이는 그들이 자기의 초라한 모양을 바라보고 웃는 듯하여 한참이나
그들을 노려보다가 휙 돌아앉았다. 그리고 그는 도리어 그들을 대하여 떳떳한 길을 밟지 못하고 있는 인간들아! 하고 소리쳐 주고 싶은 생각을
억지로 해보았다.
곁에서 빙수를 마시며 호호…… 하하…… 하는 두 젊은 남녀의 웃음소리에 비위가 상해서 신철이는 그만 돌아앉았으나 그들의 시선이 그의 잔등과
뒷덜미를 향하여 여지없이 쏟아지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햇볕이 못 견디게 내리쪼인다. 그는 포켓에서 수건을 내어 이마를 씻었다. 수건 역시
이것이 마지막이다. 집에서 나올 때 사오 개 가지고 나왔지마는 동무들에게 하나하나 빼앗기고 그나마 해어진 것 이것이 있을 뿐이다. 그는
곁에서 빙수를 먹는 여자의 음성이 차츰 옥점의 그 음성과 흡사하였다. 옥점이는 어디로 출가했는가? 아직도 나를 생각하고 있는가? 이런 생각이
내리쬐는 햇볕과 같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픽 웃어 버렸다. 그리고 그 생각을 묻어 버리렸으나 웬일인지 그때가 그리운
듯하였다. 아니! 확실히 그리워졌다. 그나마 그때가 자신에게 있어서는 얼마나 행복스러운 시절이었는지 몰랐다. 그는 그만 벌떡 일어났다. 그
생각이 마치 일포가 콧구멍을 우벼 내고 발가락을 우벼 내는 것보다도 더 고리타분하게 생각되었던 때문이다.
그는 달아가고 달아오는 전차―--- 또 전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끊일 새 없이 뒤를 이어 오는 택시며 또 버스를 눈이 아물아물하도록
바라보았다. 따라서 그가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자기가 이 높은 데서 그것들을 아득하게 바라보는 것과 같이 전차며 택시며 버스가 그렇게도 자기와
거리가 멀어진 것을 그는 가슴이 뜨겁게 깨달았다. 생각해 보아도 저 전차를 타고 한강에 나가 본 것이 작년 여름에 옥점이와 함께 나갔던
기억밖에는 찾아낼 수가 없었다. 물론 그가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전차를 탔을 것만은 분명한데 도무지 그 기억은 몽롱하고 오직 옥점이와 같이
전차를 타고 혹은 택시를 타고 드라이브하던 기억만이 뚜렷하였다.
그는 불쾌하였다. 빙수 먹는 계집으로 인하여 이런 불쾌한, 아니 비열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신철이는 어정어정
걸으며 어젯저녁에 밤송이 동무에게서 얻어 두었던 신문을 포켓에서 꺼내 들었다. 그는 신문을 펴들자 정치면부터 보기 시작하였다. 그는 뚜렷이
드러난 미다시(제목)를 죽 훑어보며 약간 양미간을 찡그렸다. 점점 더 못 견디게 배가 고파 오고 그리고 골머리가 띵하니 아팠던 것이다.
그는 눈결에 보니 남녀는 저편 화초 진열장으로 들어간다. 그는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사이렌이 난 것을 짐작하여 아마 오후 세시나 두시
반은 넉넉히 되었으리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부절히 이 상층에 올라왔다 내려가곤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정신을 차려 그들을 볼 수가 없이 배가
몹시 고파 온다. 입에서는 침조차 나오지 않고 배는 등에 붙은 것 같다. 그는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었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계셨으면 자기가
뛰어나온다고 하더라도 뒤미처 따라와서 자기를 집으로 데려갔지, 아직까지도…… 아니 이렇게 배가 고파 운신을 하지 못하게까지 내버려두었으랴!
하였다. 그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의모는 더 말할 여지가 없었다. 따라서 아무 철 없는 영철이까지도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그것은
비겁한 생각이라…… 하였다.
단 오 전만 가졌으면 이렇게 배는 고프지 않으련만…… 오 전! 오 전! 그의 눈에는 오 전짜리 백동전이 뚜렷이 나타나 보인다. 십 전보다도
좀 작은 듯한, 그리고 좀 얇은 듯한 그 오 전! 그것이 없어서 자기는 이렇게 배를 곯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휘돌아보았다.
행여나 그 남녀가 빙숫값을 치르다가 그 오 전을 떨어치지 않았는가? 하여 보고 또 보나 아무것도 발견치 못하였다.
남녀는 앵무새를 사가지고 나왔다.
"곤니치와(안녕하세요)……."
계집이 조롱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고는 호호…… 하하…… 웃었다. 신철이는 저것에 오 전짜리를 몇 개나 주었을까? 생각을 하며
그 오 전을 멍하니 헤어 보았다. 남녀는 이젠 집으로 가는 모양이다. 신철이는 그들의 모양을 흘금 바라보며 내가 옥점이와 결혼을 하였다면
아마 지금쯤은 저런 것이나 사러 다니겠지…… 하였다.
그들이 사라진 후에 신철이는 그놈이 들어왔을까? 어서 가야지…… 석간 돌리러 가겠으니까…… 하고 일어났다. 앞이 아뜩해지며 횡 잡아 돌리는
듯하여 그는 의자를 붙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그의 머리에는 이러한 것을 생각하였다. 누구든지 돈 오 전만 주면서 너 여기서 저
아래까지 뛰어내려라 하면 그는 서슴지 않고 뛰어내릴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런지 이 꼭대기와 저 아래 땅과의 거리가 차츰
가까워지는 것을 그는 보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층으로 내려온 신철이는 저편으로부터 아는 여자가 마주 오는 것을 보고 그만 당황하였다. 그래서 식당 편으로 피하였다.
그리고 진열대에 진열한 상품을 보는 체하면서 그 여자가 어서 상층으로 올라가기만 고대하였다. 그러나 그 여자는 돌아가며 무엇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신철이는 초조한 맘으로 얼굴을 돌리니 유리알 속으로 빛나는 카레라이스, 다마고돈부리, 스시 등의 요리 표본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쓸쓸히 말라 가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에 그는 참을 수 없는 식욕을 느끼며 휙 돌아섰다.
"아니? 신철 씨 아니세요?"
마침내 그 여자는 신철의 앞으로 다가왔다. 신철이는 얼결에 중절모를 벗어 움켜쥐고 뒷짐을 졌다. 그리고 헤어진 구두를 보이지 않으려고 진열대
앞으로 바싹 다가섰다.
"네, 참 오래간만입니다."
"왜 놀러 안 오세요?"
"네…… 네…… 뭐 그저 바뻐서……."
식당 곁에 섰느니만큼 한층더 어려웠다. 그리고 어서 이 여자가 물러났으면 하나 좀처럼 물러나지 않을 모양이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이편으로
슬슬 뒷걸음질하였다.
"자, 저는 먼저 갑니다."
그 여자는 이상한 듯이 신철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네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놀러 오세요."
"예…… 예."
신철이는 도망하듯이 미쓰고시 문 밖을 나섰다. 그는 한숨을 후 내쉴 때 땀방울이 등허리를 씻어 근질근질하게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이가 무는 것같이 등허리가 가려우나 지나가고 오는 사람들의 눈이 어려워서 서서 긁지도 못하고 걸어가려니 땀만 부진부진 더 났다.
그는 본정으로 들어섰다. 좌우 상점에서 울려 나오는 레코드 소리며 아스팔트 위를 걸어 오고 가는 게다 소리, 각 상점에서 상품을 사고 파는
부산한 소리, 이 모든 소리가 교착이 되어 가지고 흐르고 또 흐른다. 그리고 그 새를 물고기같이 헤엄쳐 나가고 오는 사람의 홍수! 그들은
모두가 앞가슴을 불쑥 내밀고 생기 있게 팔과 다리를 놀렸다.
신철이는 더욱 어깨가 늘어지고 잔등이 몹시 가려웠다. 그때 포마드 향유내가 물큰 스치므로 얼른 바라보니 그의 앞으로 다가오는 어떤 젊은
일인은 유카타(浴衣)를 서늘하게 입었으며 머리에서는 향유가 빛났다. 그리고 새로 목욕이나 하고 나오는 듯이 그의 얼굴은 윤택하였다. 순간에
신철이는 자신의 몸에서 발산하는 악취를 느끼며 다리는 천근이나 만근이나 무거운 듯하였다.
그는 영락정을 거쳐 황금정을 건너서서 수표교까지 왔다. 그때 얼른 샅에 손을 넣고, 잔등에 팔을 돌려 시원히 긁고 나서 이놈이 이젠 신문사에
들어갔기 쉬운데…… 혹시 지금쯤 배달하러 나오지 않는가…… 하였다. 그리고 중국인 거리를 총총히 지나서 종로까지 나왔다. 확실히 이 종로는
횡 빈 듯한 느낌을 그에게 던져 주었다. 간혹 전차가 달아오고 달아가나 그 안은 몇 사람이 탔을 뿐이고 쓸쓸하였다. 그는 밤송이 동무의
집까지 왔으나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의 배달 구역을 향하여 걸었다. 마침 저편으로부터 방울 소리가 나며 밤송이 동무가 이리로
오다가 신철이를 보고 눈을 껌벅 하며 오라는 뜻을 보였다. 신철이는 그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갔다. 밤송이 동무는 좌우를 휘휘 돌아본 후에
소리를 낮추어,
"자네 인천으로 가게 되었네, 오늘 저녁차로나 내일 아침까지 곧 떠나게."
"인천? 좋지! 나 역시……."
신철이는 땀을 씻으며 쓸쓸한 웃음을 입모습에 띠었다. 밤송이 동무는 지갑을 꺼내어 일 원짜리 지화 석 장을 그에게 주었다.
"이것으로 여비와 기타 비용을 쓰도록 하게. 인천 가면 아마 노동시장에 직접 나가야 허리…… 그런데 인천 가서 이 주소를 찾아가게."
그는 종잇조각과 연필을 내어 신철에게 무엇을 써서 보였다. 신철이는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흔들어 보인다. 밤송이 동무는 그 종잇조각을
입에 넣고 씹으며 좌우 골목을 살펴보고,
"자, 그러면…… 안녕히……."
밤송이 동무는 껑충껑충 달아났다. 신철이는 돈 삼 원을 쥐었으니 그런지 아까보다 발길이 거분거분해진 것을 깨달으며 우선 우동이나 한 그릇
사먹으리라…… 하고 그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밤송이 동무가 써서 뵈던 종잇조각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인천부 외리 삼번지 김철수'
신철이는 입 속으로 다시 외어 보았다.
신철이는 우미관 앞에서 오 전짜리 우동 두 그릇을 사먹고 나서야 기운이 났다. 그리고 봉투쌀과 빵 몇 개를 사가지고 그의 집까지 왔을 때,
일포와 기호는 타월로 머리를 동이고 누워 있다가 신철이를 보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빵을 저마다 빼앗아 들고 맛있게 뚝뚝 무질러 먹었다.
"이거 웬일이야? 오늘은 빵 사오고 쌀 사오고 횡재수가 났지 아마?"
기호는 빵 한 개를 다 먹고 나서야 이런 말을 하며, 신철이가 무엇이든지 배부르게 먹고 들어왔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저놈의 포켓에 돈이
좀 들어 있는 모양인가 하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일포는,
"나 오 전 한 닢만 주게. 막걸레 한잔 먹겠네. 이게야 어디 살겠나."
눈가가 뻘개서 아편쟁이의 손같이 핏기 없는 손을 내밀었다.
"이 사람아! 나무도 없는데 술만 처넣겠다? 어서 돈 내게. 나무 사다가 밥 해먹세."
두 놈이 손을 저마다 내밀었다. 신철이는 술값으로 십 전, 나뭇값으로 삼십 전을 주고 나서 양복을 활짝 벗어던졌다. 그리고 중절모를 방바닥에
들어 메치었다.
일포와 기호는 기가 나서 밖으로 나간다. 그는 땀에 젖은 내의를 벗어 밖에 내다 널며 다시는 그런 비겁한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하였다. 자기가 아버지 앞을 떠날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모든 것을 각오해 온 바가 아니냐. 그런데 지금 와서 약간의 고통이 된다고
다시 옛날을 회상하는 그러한 비겁한 자식! 그는 입 속으로 이렇게 자신을 꾸짖으며 인천의 월미도를 얼핏 생각하였다.
인천만 가면 그는 모든 이 비겁성을 홱 풀어 던지고 아주 노동자의 씩씩한 참동무가 되리라고 굳게 결심하였다. 그리고 오늘 밤차로 내려갈까?
철수! 외리 삼번지, 그는 이렇게 되풀이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기호는 장작을 사가지고 약간의 반찬감도 산 모양이다.
"여보게, 우리는 자네 기다리누라 아주 죽을 뻔했네…… 나 거 일폰가, 그 자식 보기 싫어서, 그저 발가락 새만 하루 종일 쑤시고
앉았데그리."
기호는 웃어 가며 발가락 우벼 내는 모양을 흉내낸다. 신철이는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이 동무들이 그나마 자기가 인천으로 가면 어쩔 셈인가?
하였다. 그리고 차라리 저러고 있을 바에는 시골집으로 내려가서 아내가 하는 농사일이나마 뒷배를 보아 주었으면 좋으련만, 그 고생을 하면서도
그래도 이 서울 구석에 붙어 있으려는 그들의 심리가 생각수록 우습고도 맹랑하였다.
그들의 유일의 희망은 어떤 자본가를 붙잡아 가지고 무슨 잡지나 신문사나 경영해 볼까 하는 그런 심산이었다. 어쨌든 민중의 지도자가 되는
동시에 그들의 이름을 작으나마 전선적으로 휘날리는 데는 반드시 중앙에 앉아 가지고 그런 잡지나 신문사를 경영하는 데서만이 가능한 것으로
인정하는 모양이다. 저렇게 배고플 때에는 아무 말이 없다가도 배만 부르고 나면 어느 신문이 어떻고 어느 잡지가 어떻고 시비를 가려 가며
비평을 하곤 하였다. 한참 떠들 때에 보면 모두가 일류 논객이었다.
신철이는 이러한 봉건적 영웅심리에서 나온 야욕과 가면을 몇 겹씩 쓰고 회색적 행동을 하고 앉은, 그야말로 고리타분하고 얄미운 소부르주아지의
근성을 철저히 버려야 할 것을 그는 일포나 기호를 바라볼 때마다 절실히 느끼곤 하였다. 그러나 자신도 역시 그들의 근성을 어딘가 모르게 끼고
다니는 것을 오늘 일을 미루어 생각하면 뚜렷이 드러난다.
이튿날 아침, 신철이는 그들에게 어디 잠깐 다녀온다고 말하고 나왔다. 그가 종로까지 나와서 상점 시계를 보니 거의 차 떠날 시간이 되었으므로
전차를 탈까 혹은 버스를 탈까? 하였다. 어제만 해도 오 전짜리가 큰돈 같더니 막상 돈푼이나 지갑 속에 있으니 정거장까지 걸어가기가 싫었다.
에라! 전차나 오래간만에 타보자 하고 달아가는 전차를 따라가서 올라섰다. 전차는 윙 하고 달아난다. 벌써 화신상회 앞을 지나 황금정으로
달아난다. 황금정에서는 용산으로 가는 듯한 월급쟁이들이 가득 들이몰리었다. 신철이는 좁은 자리에 끼여 불편함을 느꼈다. 보다도 월급쟁이들의
시선과 마주칠 때마다 저 가운데는……? 하고 가슴이 선뜩해지곤 하여 머리를 돌려 버렸다.
그때 조선은행 앞 저리로부터 오는 인력거 한 채가 보인다. 인력거에 앉은 색시는 웬일인지 인력거를 처음 탄 듯하게 몸가짐이 어색하게 보여
그는 자세히 바라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아!" 소리를 지르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의 틈을 뻐개려고 애를 쓰나 뻐개는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새벽에 일어난 신철이는 철수 동무가 갖다 준 잠방이 적삼을 입고 각반을 치고 지카다비(작업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인천 시가는 뿌연 분위기 속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전등불만이 여기저기서 껌벅이고 있다. 신철이는 어젯밤 동무가 세세히 말해 준 대로
다시 한번 되풀이하며 거리로 나왔다. 인천의 이 새벽만은 노동자의 인천 같다! 각반을 치고 목에 타월을 건 노동자들이 제각기 일터를
찾아가느라 분주하였다. 그리고 타월을 귀밑까지 눌러 쓴 부인들은 벤또를 들고 전등불 아래로 희미하게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 또 나타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부인들은 정미소에 다니는 부인들이라고 하였다.
신철이는 우선 조반을 먹기 위하여 길가에 늘어앉은 국밥집을 찾아 들어갔다. 흡사히 서울에선 선술집 모양이다. 벌써 노동자들은 밥에다 김이
펄펄 나는 국을 부어 가지고 먹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부어 놓은 탁배기를 선 채로 들이마시고 있다. 일변 저편에서는 끓는 국을 사발에
떠서 날라 준다. 노동자들은 문에 불이 나게 드나든다.
신철이는 나무판자에 걸어앉았다. 어떤 노동자는 날라 주는 것이 성이 차지 않아서 자작 그릇을 가지고 국솥 앞에까지 가서 국을 받아 왔다.
신철이는 국을 훌훌 마시며 곁눈으로 보니 그의 곁에 앉은 노동자 하나는 그와 같이 들어와서 앉았는데 벌써 밥을 거의 다 먹어 간다. 그의
밥술을 보니 끔찍하였다. 원 저렇게 먹고야 소화가 될 수 있나? 신철이는 이렇게 생각하며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술을 놓고 나서 부어 놓은
막걸리를 쭉 들이마신다. 그러고는 주먹으로 두어 번 입가를 씻더니 신철이를 흘금 바라보며 벌떡 일어나 나간다. 신철이는 그 밥을 못다 먹고
그만 일어나 나왔다. 막걸리 뒷맛이 씁쓸하였다. 그는 천석정을 향하고 걸었다. 천석정에는 대동방적공장을 새로 건축하므로 하루에 노동자를
사오백 명을 부린다고 하였다.
차츰 밝아 오는 인천의 시가를 걸으면서, 그리고 저 영종섬 뒤로 부옇게 보이는 하늘에 닿는 듯한 수평선을 바라볼 때, 용기가 부쩍 나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전날 전차 속에서 바라본 뜻하지 않은 인력거 위에 어색하게 앉은 선비의 그 모양이 다시금 떠오른다. 따라서 그가 미친 듯이
전차에서 뛰어내려 인력거의 행방을 찾아 한 결이나 헤매던, 무책임하고도 미련이 많은, 그렇게도 의지가 연약한 자신을 얼굴이 뜨겁도록
깨달았다. 다음 순간 나는 이젠 노동자다! 입으로만 떠드는 그러한 인텔리는 아니다. 더구나 여자 꽁무니를 따라 헤맬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있는 용기를 다하여 부인하여 보았다.
그가 천석정까지 오니 벌써 수백 명의 노동자는 시루시반텡을 입은 일인 감독을 둘러싸고 제제히 일표를 타느라고 법석하였다. 신철이도 그 틈에
섞여 한참이나 돌아가다가 겨우 일표를 얻었다. 일표라는 조그만 나무쪽을 들여다보니 60번이라는 번호가 씌어 있었다.
"어서 빠리빠리 하라."
감독의 고함치는 소리를 따라 일표를 얻은 노동자들은 흥이 나서 감독의 지정하는 대로 일을 붙잡았다. 그나마 일표를 얻지 못한 노동자들은
실망을 하고 그들을 부럽게 바라보면서 머리를 빠트리고 돌아선다.
"이리 와서 이것들 저리로 가져가."
여러 사람이 밀려가는 틈에 섞여 신철이도 따라갔다. 시멘트 포대를 시멘트 가루 개는 곳으로 나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황지 포대에 넣은
시멘트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펄펄 뛰어 달아난다. 신철이 차례가 오므로 그는 메어 주는 시멘트 포대를 어깨에 메었다. 그 순간 그는 어깨에서
우쩍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그리고 다음에는 가슴을 내리눌러 숨을 통할 수가 없었다. 그가 노동자들이 메는 것을 바라볼 때에는
이렇게까지 무겁지 않으리라 하였는데, 그리고 시멘트 포대가 밀가루 포대보다 조금 클까말까 하므로 가볍거니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메고
보니 이것이 돌가루가 되어서 이렇게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철이는 메기는 겨우 멨으나 발길을 잘 떼놓는 수가 없었다.
"이 자식아! 빨리 가거라!"
십장의 호통소리에 신철이는 앞으로 나갔다. 숨이 가빠 오고 가슴이 죄어 오고 어깨 위가 부서지는 것 같다. 신철이는 죽을 힘을 다하여 시멘트
포대에 볼을 꽉 붙이고 비틀걸음으로 오십 간 가량이나 와서 쾅 하고 내려놨다.
신철이는 시멘트 포대와 함께 넘어졌다가 일어났다. 곁에서 삽을 가지고 물을 쳐가며 시멘트 가루를 벅벅 벅벅 벌뻘 갈기듯이 개는 노동자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들은 일하기가 조금도 힘들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눈 깜박할 새에 시멘트 가루를 개곤 하였다. 신철이는 그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돌아설 때, 다시는 그 시멘트 포대를 멜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일표는 탔으니 하루만 참자, 설마한들 죽겠냐, 해보자! 이렇게
생각하며 천근이나 만근이나 한 다리를 옮겨 놨다.
이번에는 벽돌을 나르라고 하였다. 노동자들은 철사를 두 겹으로 길게 굽혀 가지고 그 새에다 벽돌을 두 겹으로, 한 겹에 열셋, 잘 지는
노동자는 열다섯, 열여섯까지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 철사 끝에는 마대를 베어서 달아 가지고 한 번 동인 후에 낑 하고 졌다. 물론 등에는
섬피를 대고 벽돌을 지는 것이다. 신철이는 지는 데 혼이 나서 이 벽돌은 손으로 나르리라 하고, 열 장을 포개 들고 날랐다. 몇 번 나르고
나니 손이 마치 가시로 찌르는 듯이 따가우므로 들여다보니, 열 손가락에 피가 배어 빨개졌다. 그리고 다시 벽돌을 옮기려고 쌓아 놓을 때
전신에 소름이 오싹 끼치며 온몸에 벽돌이 안 가 닿는 곳이 없는 듯하였다. 그리고 그 벽돌에 돌가시가 무섭게 돋아 있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여부슈, 손으로 나르면 손이 아파서 못 합니다. 당신 일 처음 해보는구리."
신철이는 얼핏 바라보니 아까 국밥집에서 한자리에 앉아 먹던 그 노동자였다. 외눈만이 쌍까풀진 그의 눈에 약간 웃음을 띠었다. 그리고 이리로
와서 신철의 등에 섬피를 대어 주었다.
"이렇게 대구서 벽돌을 지시우. 그러면 손으로 나르는 것보담 낫지유. 자 지시우."
신철이는 지다가 다리가 휘청하며 푹 꺼꾸러졌다. 그의 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경련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일어났다.
그는 아픈 손을 입에 물고 어린애같이 울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흐트러진 벽돌을 다시 쌓아 놓고 그가 지워 주는 대로 졌다.
"저 이거 보슈. 이거 이렇게 지면 힘듭니다. 이것을 이 섬피에 꾹 달라붙게 지며 몸을 이렇게 허시유."
외눈까풀이는 허리를 구부려 보인다.
그때 뒤에서,
"이놈의 자식들, 빨리 날라라!"
"흥! 저놈 또 야단이군."
외눈까풀이는 입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기도 벽돌을 지고 신철이와 가지런히 걸었다.
"당신도 미두에 손해봤구려."
미두에 손해본 사람들이 가분작이 객리에서 어쩔 수는 없고, 또는 가산을 탕진하여 놓고 먹을 것 없으니 하는 수 없이 노동시장으로 나오곤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여직 해보지 않던 일을 하려니, 물론 노동자들과 같이 일이 손에 익지 못하고 서툴러서 애쓰는 것을 많이 보았던
것이다.
신철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숨이 차서 대답도 못 하였다. 그리고 자꾸 꺼꾸러지려고만 하였다. 외눈까풀이는 뒤에서 벽돌을 받들어 주었다.
신철이는 그만 이 짐을 벗어던지고 달아나고 싶었다.
점심 먹는 시간 사십 분 동안을 내놓고 아침 여섯시부터 저녁 여덟시까지 일을 마친 신철이는 전신에 맥이라고는 다 끊어진 듯하였다. 신철이는
외눈까풀이의 뒤를 따라 이번에는 돈표를 타러 갔다. 바라크식으로 지은 임시 사무소 앞에는 노동자들이 들이몰리어 저마다 돈표를 타려고 덤볐다.
사무실에서는 몇 번호, 몇 번호 하고 번호를 불렀다. 거의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 신철이는 돈표라는 종잇조각을 타가지고 이번에는 돈과 바꾸는
사무실로 달아갔다.
거기에서 비로소 돈 사십육 전을 쥔 신철이는, 하루의 품값이 오십 전임을 알았다. 그리고 사 전은 돈 바꿔 주는 중간 착취배가 또 하나
나타나서 오십 전에 사 전을 벗겨 먹는 것임을 알았다. 그는 한숨을 후유 내쉬고 돌아보니, 인천 시가는 또다시 전등불로 장식되었다. 외상값을
받으러 온 국밥 장수들이며, 남편을 찾아서 이 저녁거리를 사려는 노동자의 아내들까지 몰리어 뒤끓었다.
신철이는 외눈까풀이를 잃어버리고 한참이나 찾다가 그만 나와 버렸다. 그는 수없이 깜박이는 저 전등을 바라보며 잉여노동의 착취! 하고
생각하였다. 그가 책상에서 {자본론}을 통하여 읽던 잉여노동의 착취보다, 오늘의 직접 당하는 잉여노동의 착취가 얼마나 무섭고 또 근중이
있는가를 깨달았다.
집까지 온 신철이는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노동시장으로부터 돌아온 철수가 들어왔다.
"동무, 몹시 힘들지유?"
신철이는 머리를 들며,
"동무 왔소? 난 어려워서 일어나지 못하우."
"예 좋습니다. 저 코피가 흐릅니다!"
"내가요?"
신철이는 그제야 자기 코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철수는 냉수와 걸레를 가지고 들어왔다. 신철이는 일어나려니 전신이 무거워서 깜작하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치 벽돌 질 때와 같이 힘이 쥐어지고 전신에서 경련이 무섭게 일었다. 그는 철수가 손질해 주는 대로 맡겨 버리고
말았다.
"동무, 노동 못 하겠수."
신철이는 이렇게 전신이 녹아 오는 듯하면서도 철수의 이 말에는 자기를 모욕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눈을 꾹 감고 으흠 하고 신음을
하였다. 눈을 감으면 감을수록 무겁게 벽돌 지던 광경이 그치지 않고 보인다. 그리고 긴장이 되고 어깨가 무거워지며 금방 자신이 벽돌을 지고
걸어가는 듯하였다.
"뭐 좀 자셔 봤수?"
"예, 국밥을……."
"좌우간 동무는 노동은 그만두고 그저……."
중도에 말을 그치며 신철이를 바라보았다. 신철이는 눈을 뜨고 철수를 올려보다가 벽으로 시선을 옮긴다. 철수는 일어났다.
"난 아직 저녁을 못 먹었는데 가서 먹구 오리다."
"예, 뭐 오실 것 없지요. 곤하신데 지무셔야지요."
철수는 부두에 나가서 하루 종일 노동했을 것만은 틀림없는데 별로 곤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신철이는 누워서 철수를 보내고 벽을 향하여
돌아누웠다. 아! 소리를 지르도록 전신의 뼈가 저마다 노는 듯하였다.
잉여노동의 착취! 그는 벽을 바라보며 입 속으로 되풀이하였다. 그의 입 속에서 돌아가는 잉여노동이란 그것은, 그 얼마나 무게가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는 노동자의 피와 땀이 섞여 있는 까닭에, 아니 그들의 피와 땀의 결정물인 까닭에 그렇게도 무게가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절실히 느꼈다.
이렇게 무게가 있고 깊이가 있는 잉여노동을, 말하기 좋아하는 자칭 논객들과 자칭 민중의 지도자들은, 아무 무게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한
행세거리로 한 술어로밖에 부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두 번 부르기가 어려운 무게가 있음을 알았다. 동시에 수없는 벽돌이 잉여노동의 착취란 문구를 싸고, 그의 가슴을 압박하여 그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똑바로 뜨며 내가 무슨 환영을 보는 셈인가…… 하였다.
그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옛날을 회상해 보았다. 따라서 인력거에 앉아 서울의 번잡한 도시를
향하여 달려오던 선비를 눈앞에 그려 보았다. 그가 뭘 하러 서울에 오는가? 혹은 남편을 얻어 오는가? 남편을 얻어 오면 그래 마중 나간
사람들이 있겠지? 혹 어떤 몹쓸 놈에게 유인이나 받지 않았는지? 덕호가 선비를 공부시키기는 만무할 터인데…… 필경 옥점이가 중매를 해서
서울로 시집온 것이겠지? 옥점이! 옥점이, 옥점이! 신철이는 웬일인지 옥점의 그 손! 그 눈이 생각되었다. 여직 선비를 어느 구석엔가 잊지
못하고 생각해 온 것을 미루어, 더구나 전날 아침 길거리에서 선비가 지나친 것을 봤으니 당연하게 선비를 그리워하여야 할 터인데, 그저
몽롱하게 온갖 의문만 선비를 싸고돌 뿐이지 호기심은 언제 어디서 새어 빠졌는지 몰랐다. 그리고 도리어 옥점의 그 활발하게 뵈던 그 눈! 그
손! 그 얼굴이 금방 눈앞에 보이듯 하였다.
옥점이, 그는 시집을 갔을까? 그렇게 나를 못 잊어하더니…… 내가 너무 과했어! 그의 눈에는 요령부득의 눈물이 괴었다.
그리고 옥점이가 초콜릿을 벗겨 가지고 자기를 바라보면서 입을 벌리라고 하며 빨개지던 그 얼굴이 지금 와서는 귀엽게 나타나 보인다. 만일 지금
이 자리에 있으면…… 할 때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에이 비굴한 놈!"
하고 자신을 향하여 소리쳤다.
그때 멀리 들리는 택시의 경적소리가 뿡빵 하고 들려 왔다. 그리고 안방 시계가 열한시를 땅! 땅! 쳤다. 그는 잠을 들려고 눈을 꾹
감아버렸다. 벽돌, 벽돌이 보인다.
며칠 후에 신철이는 철수를 만나 또다시 노동시장에 나가 보겠노라고 하였다. 철수는 빙긋이 웃었다.
"동무 이번에 나가면 곱질러 십여 일이나 앓으리다. 그만두시오."
애써 노동을 해보겠다는 신철의 생각만은 좋으나, 그러나 노동에 세련되지 못한 그의 육체가 난처해 보였던 것이다. 신철이는 철수를 따라
웃으면서도 맘속으로는 불쾌하였다. 그리고 철수와 자신을 비교해 본다면 우선 신체의 장대함이라든지 어느 모로 보나 철수에게서 떨어질 것은
없다고 생각되었다. 오직 자신이 노동에 단련되지 못한 까닭이니 어느 정도의 고개만 넘으면 별로 힘들 것이 아니리라고 생각하였다. 오냐!
철수가 하는 일을, 아니 인간이 하는 노동을 나라고 못 할 까닭이 있느냐? 하자! 죽도록 해보자! 요즘 동무들이 노동을 하여 벌어다 주는
밥을 앉아 먹고 있기는 무엇보다도 더 고통이었던 것이다. 철수는 신철의 기색을 살폈다.
"그럼 하루만 또 고생해 보시우, 허허…… 내일 아침 나와 부두로 나가 봅시다. 그런데 임금이 낮아서 그렇지 실은 벽돌 나르는 것이 제일
헐하리다."
신철이는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가 웃었다. 그리고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니, 벽돌은 싫어."
벽돌 말만 들어도 전신이 오싹해지며 손끝이 따가워짐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무리 벽돌 나르는 것보다 힘든 노동이라 하여도 지금 같아서는 힘든
그 일을 하지, 벽돌은 나르지 못할 것 같았다. 보다도 벽돌은 두 번 바라보기도 싫었다.
그 밤이 오래도록 부두노동의 몇 가지 종류를 철수에게서 자세히 들은 신철이는 그 이튿날 새벽에 철수를 따라 부두로 나오게 되었다. 그들이
세관 앞을 지나 섰을 때, 벌써 몇십 명의 노동자가 백통테 안경을 둘러싸고 십장님! 십장님! 하고 덤볐다. 철수는 둘러선 사람을 뻐개며
들어섰다.
"십장님! 저 하나 주시우."
백통테 안경은 안경 너머로 철수를 보더니 손에 들었던 붉은 끈을 봐라 하듯이 내쳐 준다. 철수는 얼른 받아 가지고 돌아보았다.
"이 끈이 일표입니다. 이걸 손목에다 꼭 동이시오."
철수가 동여 주는 붉은 끈을 들여다보는 신철이는 벌써 속이 두근두근함을 느꼈다.
"난 정거장으로 짐 메러 가니…… 하루 또 고생하시우."
철수는 말 마치기가 무섭게 뛰어간다. 신철이는 어제 철수에게 붉은 끈들이 하는 노동을 자세히 들었으나 철수가 저렇게 자기 앞을 떠나가는 것을
보니 도무지 두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손목에 붉은 끈 동인 사람들만 주의해 보고 그들의 뒤를 슬금슬금 따라 섰다.
조선의 심장지대인 인천의 이 축항은 전 조선에서 첫손가락에 꼽힐 만큼 그 규모가 크고 또 볼 만한 것이었다. 축항에는 몇천 톤이나 되어
보이는 큰 기선이 뱃전을 부두에 가로 대고 열을 지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검은 연기는 뭉실뭉실 굵은 연돌 위로 피어 올라온다. 월미도
저편에 컴컴하게 솟은 섬에는 등대가 허옇게 바라보이고 그 뒤로 수평선이 멀리 그어 있었다.
노동자들이 무리를 지어 쓸어 나온다. 잠깐 동안에 수천 명이나 되어 보이는 노동자들이 축항을 둘러싸고 벌떼같이 와와 하며 떠들었다. 그들은
지게꾼이 절반이나 넘고 그 외에 손구루마를 끄는 사람, 창고로 쌀가마니를 메고 뛰어가는 사람, 몇 명씩 짝을 지어 목도로 짐을 나르는 사람,
늙은이, 젊은이, 어린애 할 것 없이 한 뭉치가 되어 서로 비비며 돌아가고 있다.
백통테 안경은 기선 갑판 위에 올라섰다.
"이 자식들아! 여기 어서 다리를 놓아!"
호통소리를 따라 붉은 끈들은 달려가서 시멘트 콘크리트로 된 부두와 기선 새에 나무를 건너지르고 그 위에 넓은 나무판자를 척척 올려놔서 다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기중기(起重機) 옆에 붉은 끈이 하나가 서서 손잡이를 놀리니 기중기가 왈랑왈랑 소리를 지르며 쇠줄이 기선 밑의 화물창고를
향하여 내려간다. 갑판 위에는 감독이라는 일인이 서서 들어가는 쇠줄을 들여다보며 손짓을 하다가 뚝 멈추니 기중기 운전수도 역시 그 군호를
따라 손잡이를 눌러 멈추었다. 한참 후에 감독이 손을 젖혀 가지고 손짓을 하니 운전수가 또다시 손잡이를 제끼었다. 기중기는 다시 왈랑왈랑
소리를 지르고, 올라오는 쇠줄에는 집채 같은 짐짝이 달려 있었다. 이편 부두에 빠듯이 둘러선 노동자는 짐짝을 쳐다보며 한층더 아우성을 쳤다.
기중기에 달린 몇백 관이나 되는 짐은 마침내 와르르 하고 부두에 쏟아졌다. 서로 밀거니 하며 섰던 노동자들은 일시에 달려들어 저마다 짐을
붙들고 붉은 끈들에게로 대어들었다. 붉은 끈들은 분주히 돌아가며 짐짝을 쇠갈고리로 대어서 지게 위에 실어 주었다. 신철이는 철수가 준
갈고리를 사용하려니 쓸 줄을 몰라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없이 갈고리를 꽁무니에 차고 붉은 끈과 마주서서 쉴새없이 손으로
짐짝을 올려놓곤 하였다.
짐은 뒤를 이어 와르르 하고 부두에 쏟아졌다. 신철이는 차츰 숨이 차오고 팔이 떨어져 오는 듯하였다. 짐은 큰 상자며 철판이며 대두박이며……
이런 종류였다.
"이놈들아, 빨리 짐을 메어 줘라!"
백통테 안경은 눈알을 구루마 바퀴 굴리듯 하며 호통을 하였다. 신철이는 언제 손끝이 상하였는지 피가 출출 흐른다. 그는 흐르는 피를 어쩌는
수가 없어서 그의 잠방이에 북 씻고 나서 연달아 오는 노동자들에게 짐을 메어 준다.
"여보! 갈쿠리를 써야지, 손 아파 못 하우!"
마주선 붉은 끈은 웃으며 소리쳤다. 신철이는 꽁무니에 찼던 갈고리를 빼어 가지고 짐을 끼워 들다가 잘못하여 짐꾼의 얼굴을 냅다 쳤다. 짐꾼은
얼른 머리를 돌렸다.
"이 자식아! 미쳤니? 남의 얼굴은 왜 후려…… 하마트면 눈이 꿰질 뻔혔다. 이 자식! 정신 채려!"
눈을 부릅뜨고 대든다. 신철이는 참았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머리를 돌리어 저 퍼런 물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에 신철이는
저 퍼런 물에라도 뛰어들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들의 무뚝뚝한 말과 행동은 마치 그의 상한 손에 사정없이 맞찔리는 철판과 상자
귀에 박힌 못과 무엇이 다르랴!
"여보! 어서 들어유."
신철이는 풀풀 떨리는 팔로 큰 상자를 들려니 자꾸 내려만 오고 올라가지는 않았다. 마침내 그는 상자에 푹 거꾸러졌다.
"이그…… 왜 이래 바뿐데. 넘어질랴거든 저리 가!"
마주선 붉은 끈은 차라리 신철이가 물러났으면 좋을 것 같았다. 신철이가 도리어 맞들어 주기는 고사하고 그의 짐이 되었던 것이다. 신철이는
겨우 정신을 차려 일어났다. 차라리 넘어질 바에는 아주 어디가 콱 상하였으면 그것을 핑계로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아무
데도 상한 곳은 없는 듯하였다.
짐에서 떨어지는 먼지며 바람결에 불려오는 먼지가 수천 명의 노동자의 몸부림치는 바람에 가라앉지를 못하고 공중에 뿌옇게 떠돌았다. 그리고
사람을 달달 볶아 죽이고야 말려는 듯한 지독한 볕은 신철의 피부를 벗기는 듯하였다. 그는 숨이 콱콱 막히며 입 안에 침기라는 것은 조금도
없이 먼지만 들이쌓이는 듯하였다. 물, 물, 물이 먹고 싶다! 그러나 잠시라도 몸을 빼어낼 수가 없었다. 따라서 그는 그의 주위를 싸고도는
수없는 사람들 중 어린애까지도 자기와 같이 무능하고 연약한 육체를 가진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멀리 재목공장에서는 기계로 재목 가르는 소리가 짜아짜아 하고 유달리 새어 들려 온다. 그리고 마주 건너다보이는 부두에는 산더미 같은 석탄이
여기저기 쌓인 것을 보아 그편에 댄 기선에서는 석탄을 푸는 모양이다.
"이애 이놈들아, 저게 가서 실컨 싸우라!"
신철이와 마주선 붉은 끈이 이렇게 소리치며 바라보므로 신철이도 흘금 돌아보았다. 저마다 짐을 잡아당기다가 마침내 서로 주먹으로 쥐어박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짐짝은 버리고 두 놈이 데뭉데뭉 굴렀다. 그 틈에 그 짐짝은 딴놈이 메고 달아난다. 그때 싸우던 놈들은 부시시 일어나서
짐짝을 다우쳐 가서는 또 쌈이 벌어진다. 그러고는 세 덩이, 네 덩이가 되어 싸우는 것이다.
그 중에 한 사람이 외눈까풀임을 알자 신철이는 달려가서 말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으나 맘뿐이지 그의 몸 하나도 건사하기가 큰일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곳에서는 싸우면 싸웠지, 누가 눈 한번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다. 저희들끼리 실컨 싸우다가 진하면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것이다.
전깃불이 와서도 한참이나 되어 신철이는 임금을 타려고 붉은 끈들과 함께 백통테 안경을 따라 섰다. 그때 뒤에서 휘파람소리가 나므로 돌아보니,
외눈까풀이가 지게를 지고 맥빠진 걸음새로 천천히 이리로 온다. 그도 무던히 피로한 모양이다.
"이동무!"
외눈까풀이가 신철의 앞을 지나칠 때 이렇게 불렀다. 외눈까풀이는 우뚝 서서 누가 불렀는지 몰라 두리번두리번하였다.
"내가 찾었수."
외눈까풀이는 그제야 신철이를 흘금 쳐다보더니,
"여기 또 왔구레."
그의 곁으로 다가온다. 신철이는 그가 낮에 싸우던 생각을 하며,
"오늘 돈 얼마나 벌었소?"
"돈이 다 뭐유, 쌈만 했수."
"왜 쌈은 했수?"
"괜히 싸우지우."
외눈까풀이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우리집에 놀러 오시우."
"집이 어데유?"
"사정으로 올라가노라면 천주교회당이 있지요."
"천주…… 뭐유? 생각 안 난다. 천주 담엔 뭐라고 했는지요?"
신철이는 손으로 십자가를 그어 보였다.
"이렇게 된 것이 지붕 위에 삐죽하니 솟아 있는 집이오."
"네, 성당 말이구리. 알았슈."
"그 집을 지나 공동변소가 있지유."
"네, 네."
"그 우에는 장작 패어 파는 집이 있습니다. 바루 그 우에 조그만 초가집이 있지우."
"네, 알았수."
"그 집 뒷방이 바루 나 있는 방이오."
"네, 네, 그렇쉬까! 가지유."
"꼭 오시우."
"예."
외눈까풀이는 인사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간다. 신철이는 그의 뒤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저러한 놈이 의식이 제대로만 들었으면 훌륭한데……
하였다.
백통테 안경은 어떤 여관으로 쑥 들어갔다. 뒤따르던 붉은 끈들은 멈칫 서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신철이를 돌아보며 킥킥 웃었다.
신철이는 그들이 낮에 자기가 노동하던 것을 흉내내며 웃는 것임을 알았을 때 불쾌하고도 무어라고 형용 못 할 쓸쓸함을 느끼며 으흠 하고 나오는
줄 모르게 신음을 하였다. 그리고 땅에 펄썩 주저앉아 붉은 끈들이 서 있는 반대 방향을 바라보았다. 못 견디게 전신이 무거웠던 것이다.
저편으로 보이는 시멘트로 바른 벽에는 '깅 바아(キンパ―)'라고 쓴 금자가 전등불에 빛났다. 그는 웬일인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자기의
초라한 모양을 굽어보았다. 순간에 그는 세상에서 버림을 받은 듯한 고적함을 깨달았다. 자기는 노동자의 동무가 되려고 필사의 힘을 다하여
노동시장에 나왔거늘 그들은 저렇게 자신을 비웃고 조그만 동정을 기울이지 않는다.
아니다! 내 뒤에는 수많은 동지가 있지 않으냐! 그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러나 자기를 싸고도는 환경만은 이렇게 쓸쓸하고 고적만 하였다.
그때 저리로부터는 모던 걸, 모던 보이가 어깨를 나란히하여, 마치 댄스하는 듯이 발걸음을 맞춰 이리로 온다. 그는 벌떡 일어나 벽에 몸을
기대었다.
남녀는 오루지날의 향내를 후끈 던지고 지나친다. 그는 얼핏 옥점이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옥점이와 자기가 바닷가에서 낙조를 바라볼 때 펄펄
일어나는 불길을 향하여 선 것처럼 그 불과 그 옷이 빛나던 광경이 떠오른다. 그는 얼결에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못 견디게 옥점이가
그리워졌다. 혹시 월미도에나 놀러 오지 않았나? 아직도 나를 생각해서 그 조그만 가슴이 아프지나 않나? 내가 왜 그리했나!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반면에 무슨 더러운 생각이냐 하고 무엇이 뒷덜미를 툭 치는 듯하였다. 그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그는 여전히 쓸쓸하게 벽을 기대고 선 것을
발견하였다. 동시에 잠깐 잊었던 아픔이 그의 전신을 못 견디게 습격하였다. 그는 또다시 주저앉았다. 저들이 아니면 잠깐이라도 여기에 눕고
싶었다. 그는 벽을 기대고 으흠 하고 신음을 하며 오늘 신문에나 무슨 특별한 소식이 실렸는가? 하였다.
그가 재학 당시만 하여도 신문을 대할 때마다 목전에 정세가 흔들릴 것 같고, 무슨 일이 곧 되는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하더니 막상 이렇게
뛰어나오고 보니 일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별한 이상이 없었다. 이 현상대로 몇십 년을 지날지, 혹은 몇백 년을 지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아는 듯 모르는 듯 그의 가슴 한편에서 떠나지 않았다.
백통테 안경이 나왔다.
여기저기 벌려 있던 붉은 끈들은 백통테 안경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그리고 손목에 동였던 붉은 끈과 점심값 오 전을 제한 구십오 전과
바꾸었다.
신철이는 구십오 전을 타가지고 일어섰다. 헤어지는 그들은 신철이를 흘금흘금 돌아보며 킥킥 웃었다. 신철이는 그나마 하루 종일 같이 일을
했으니 작별의 인사라도 건네고 싶었으나, 그들이 이렇게 픽픽 웃는 데는 그만 입이 꽉 붙고 말았다. 그는 어정어정 발길을 옮겨 놨다. 그리고
웬일인지 노동자와 자기 사이에는 언제부터인가 짐작할 수 없는 그때부터 어떤 보이지 않는 간격이 꽉 가로막혀 서 있음을 그는 절실히 느꼈다.
동시에 자신은 좌우편을 가까이할 수 없는, 그러한 입장에 서 있는 듯하여 그는 불쾌하였다.
마침 어떤 노동자가 지게에 한 되나 들어 보이는 쌀자루와 소나무 한 단을 올려놓고 그 위에 약간의 찬거리까지 곁들여 가지고 그의 앞을 총총히
걸어간다. 그도 역시 부두에서 돌아오는 모양이다. 오늘 일을 미루어 보건대 하루 종일 그 먼지판에서 쌈을 해가며 짐을 져야 겨우 오륙십
전이나 벌까말까 하였다. 그나마 부두노동에 있어서는 신철이가 맡았던 붉은 끈이 제일 임금이 많은 듯하였다.
그는 길가 국밥집에서 국밥을 한 그릇 사먹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부터 신철이는 노동시장에 나갈 생각을 단념하고 말았다. 그리고 철수가 벌어다 주는 것으로 그날그날을 겨우 살아갔다.
어떤 날, 밤이 퍽으나 오랜 후였다.
"있수?"
굵은 음성과 함께 외눈까풀이가 성큼 들어왔다. 신철이는 밤송이 동무에게 편지 쓰던 것을 얼른 뒤로 밀어 놓고 손을 내밀었다.
"아 이거! 반갑소. 그 동안 난 동무를 기다리다 안 오기에 아마 나를 잊은 것으로 알았구려…… 자, 앉으시오."
신철이는 진심으로 반가워서 그의 꿋꿋한 손을 잡아 흔들었다. 외눈까풀이는 빙긋이 웃으며 신철이가 주저앉히는 대로 앉아서 방 안을 휘
돌아보았다.
"어데 앓았수?"
뚫어지도록 들여다본 신철이는 외눈까풀이가 기색이 전만 못한 것 같아서 이렇게 물었다.
"아니유."
외눈까풀이는 그의 머리를 내려쓸며 약간 머리를 숙였다. 그의 오래 깎지 않은 듯한 좋은 머리카락에 먼지가 뿌옇게 앉았다. 그리고 그의
턱밑으로는 굵단 수염이 삐죽삐죽 나와 있었다. 신철이는 그가 말하지 않아도 오늘 노동시장에서 얼마나 피로해진 몸임을 직각하는 동시에 자신이
쇠철판을 들려고 애쓰던 생각이 들며 금방 팔이 쩔쩔해 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신철이는 머리맡에 놓인 몇 권의 책을 척척 덧놓아서 밀어
놓았다.
"여기 좀 누. 동무 대단히 곤하지우?"
외눈까풀이는 신철이를 흘금 바라보더니 조금 물러앉았다.
"아니유……."
"누시오, 어서 누시오."
신철이는 바짝 다가앉았다. 땀내와 함께 고리타분한 냄새가 훅 끼친다. 그는 무의식간에 약간 눈살을 찌푸리다가 얼른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옷이 땀에 배어 어룽어룽하니 말라진 것을 보았다. 외눈까풀이는 신철이가 그의 곁으로 다가올수록 어려운 빛을 얼굴에 띠고 점점 더 물러앉는다.
그리고 머리만 벅적벅적 긁었다.
"왜, 올라가시우, 좀 누라니까…… 오늘도 일하러 가셨지요?"
"네."
"어데로 가셨소, 또 부두로……?"
"아니유. 왜 월미도 앞 개천 메우는 데 있지우. 거기로 갔댔슈."
"그것은 하루의 임금이 얼마입니까."
외눈까풀이는 머리를 들며 머뭇머뭇하였다. 신철이는 그가 임금이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였나? 하며 동시에 자신이 이후부터 노동자들이 쓰는
말부터 배워야 하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저…… 품값 말입니다."
"예, 예…… 그거 잘하면 칠팔십 전, 못하면 사오십 전 되지우."
"예…… 평안히 앉아서 우리 맘놓고 이야기합시다. 왜 그리 힘들게 앉아 계시우. 그런데 참 우리 사귄 지는 오래되 피차에 이름만은 모르지
않소…… 난 유신철이라 하오. 동무는?"
신철이는 외눈까풀이를 똑바로 보았다.
"나유?…… 첫째유."
"첫째…… 그 이름 좋습니다. 고향은?"
첫째는 속으로 고향을 말할까말까 망설였다. 그러나 고향을 말하는 것이 재미없을 듯하여 눈을 내려떴다.
"나 고향 없어유."
"고향이 없어요……."
신철이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향 없다는 그 말이 이상하게도 그의 가슴을 찡하니 울려 주었다. 그리고 첫째와 같은 그런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
말이 진심에서 나오는 말일지 몰랐다.
고향 말이 나니 첫째는 이서방과 어머니가 머리에 떠오른다. 지금쯤은 죽었는지? 혹은 살아서 자기가 돈 벌어 가지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지? 할
때, 이때껏 무심하던 가슴이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그가 집을 떠날 때는 돈을 벌어 가지고 이서방과 어머니를 데려오려고 생각했지만 그가
생각했던 바와 같이 돈을 벌 수도 없지만 그의 몸이 항상 분주한 가운데 이렁저렁 지나니 어머니와 이서방도 그의 머리에서 차츰 희미하게
사라졌던 것이다.
"좀 누시오. 일하기 힘들지유?"
신철이는 첫째의 손을 물끄러미 보며 자기의 손과 비교해 보았다. 그때 그는 부끄러운 생각과 함께 무쇠 같은 팔뚝을 가진 첫째가 얼마나 부러워
보였는지 몰랐다. 동시에 자기가 이때까지 배웠다는 것은 자기로 하여금 이렇게 연약한 몸과 맘을 가지게 한 것밖에 더 없는 것 같았다.
"동무는 일하기 힘들지 않소?"
"아침에는 괜찮유. 그래두 해질 때쯤 가서는 좀 어려워유."
"네, 그래요? 동무는 어려서부터 노동일 하셨소?"
"아니유. 김매다가 노동을 했수……."
신철이는 꾸밈없는 그의 말과 굵은 음성이 퍽으나 좋았다.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믿는 맘이 차츰 강해짐을 느꼈다.
"동무, 난 일하는 데는 도무지 모르니, 이후부터 종종 와서 나에게 일하는 것 가르쳐 주."
"일두 뭐 가르쳐 주나유. 그저 하면 되지유, 허허."
첫째는 가르쳐 달라는 말이 우스웠다. 더구나 전날 벽돌 나르면서 애쓰던 신철의 모양을 생각하였던 것이다. 신철이는 그가 웃는 것을 보니
한층더 그에게 맘이 쏠리었다.
"그런데 거…… 부두에서 말이오, 짐짝이나 쌀가마니 나르는 것은 어떻게 품값을 회계하오."
"그거유, 무게에 따라 다르지우. 쌀 한 가마니에는 오 리 아니면 육 리 하고, 대두박은 사 리, 기타 짐짝은 오 리지유."
"그럼! 쌀 백 가마니를 날라야 오십 전 아니면 육십 전이구려!"
신철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쌀 백 가마니를 나를 생각을 해보았다. 따라서 부두에서 그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던 몇천 명의 노동자를 생각하였다.
동시에 그는 뜻하지 않았던 한숨이 푹 나왔다. 그리고 자기의 사명을 강하게 느꼈다.
"동무, 전날 돈 얼마나 벌었수? 그날 말이유."
"몰라유. 잊었지유."
"아 그 쌈하던 날 말이오. 왜 짐짝을 서루 뺏으랴고 쌈하지 않었수?"
"글쎄 몰라유."
"그런데 동무 이후부터 쌈하지 마시오. 쌈해야 서로 손해만 나지 않우. 쌈할 곳에 가서는 끝까지 싸워야겠지만 서로 동무들끼리 싸워서야 피차에
손해가 나지 않소……."
"그래두 그놈이 남이 맡아 논 짐을 제가 지고 가랴니께 싸우지우…… 그런데 왜 노동일을 하시우?"
"나요? 노동을 해야 벌어먹지유……."
"당신 같으신 어룬은 면서기나 순사도 꽤 허시겠지유."
아까 이 방에 들어설 때 신철이가 글을 쓰는 것을 보았고, 그리고 벽에 걸린 그의 옷이라든지 등 아래로 놓인 약간의 책권을 보니 신철이가
노동일이나 할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신철이는 웃음을 참으며,
"면서기나 순사가 좋아 보이시우?"
"그럼 좋지유."
"난 당신들이 하는 노동일이 부럽소."
첫째는 허허 웃었다. 그리고 순사와 면서기를 부르고 나니 고향서 보던 면서기와 순사들이 그의 앞에 나타나 보였다. 그리고 가슴이 뜨거워지며
신철이를 대하여 무엇인지 모르게 묻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저…… 순사는 말유……."
첫째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끝을 잊었다. 신철이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네, 순사가 뭘……?"
"저, 저…… 어떻게 해야 법에 안 걸리우? 법에 안 걸리게 좀 가르쳐 주……."
밤늦게 돌아온 간난이는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선비를 보며 생긋 웃었다.
"빈대 물지 않니?"
"왜 안 물어, 물지…… 어데를 갔었니?"
"나, 저게…… 누가 좀 만나자고 해서."
간난이는 나들이옷을 훌훌 벗어 벽에 걸고 나서 선비 곁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이애, 지금 인천서는 말이야, 아조 큰 방적공장이 낙성되었는데 그곳에는 지금 내가 다니는 방적공장과 달리 여직공을 많이 쓴다누나…… 근
천여 명의 여직공을 쓴대……."
선비는 눈졸음이 홀랑 달아났다. 그리고 빛나는 눈에 이상한 광채를 띠었다.
"난 그런 곳에 못 들어갈까?"
"들어갈 수 있지…… 나두 그리로 갈 생각이다! 우리 둘이서 그리로 가자…… 응 선비야."
간난이는 생긋 웃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매만지며 빠져나오려는 핀을 다시 꽂는다. 멍하니 바라보는 선비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간난이에게서 들었던 방적공장의 온갖 기계들이 얼씬얼씬 나타나 보이었다.
"내가 그런 것을 할지 몰라…… 그러다 잘못하면 내쫓나?"
간난이는 선비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무섭고 부끄럽기만 하던 생각을 하였다.
"왜 네가 그런 것을 못 하겠니, 배우면 잘 할 터이지…… 너만 못한 애들도 많이 들어와서 배워나면 곧잘 하더라야. 걱정 마라."
선비는 한숨을 가볍게 쉬었다. 그리고 웃었다.
"그래서 선비야! 난 오늘 방적공장을 나오기로 했단다……."
"그럼 언제 가니?"
"곧 가지…… 그런데 볼일이 있어 아무래도 한 이틀은 지체될 듯하다."
간난이는 아까 태수가 전해 주던 밀령을 다시금 생각하며, 유신철이…… 인천부 사정 오번지 하고 외워 보았다.
"인천이라는 데는 이 서울 안에 있니?"
간난이는 얼른 선비를 보며 호호 웃었다.
"아니야, 여기서 한 백여 리 차 타고 가야 한다더라."
선비는 한층더 얼굴이 화끈 달며, 간난이는 언제 누구한테 배워서 말도 자기가 알아듣지 못할 유식한 말만 하고 또 모르는 곳이 없이 저렇게 잘
아는가…… 하였다. 그리고 자기는 언제나 저애처럼 되나…… 하였다.
그때 맞은편 방에서는 웃음소리가 하하 하고 흘러나왔다. 그들은 말을 그치고 흘금 문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굶지들은 않았나 봐…… 저렇게 웃음이 터질 때에는……."
선비는 일어나서 자리를 펴놓으면서,
"그 사람들은 뭘 하는 사람들이어?"
선비는 방문을 맘놓고 열어 놓을 수가 없이 거북한 것을 느낄 때마다 뭘 하는 사내들이 해 종일 어디도 가지 않고 저렇게 방구석에만 들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하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간난이가 공장에 간 후에는 무서워서 앞문을 닫아걸고 있었다.
"그 사람들, 그저 실업자지…… 뭐겠니."
실업이란 말은 또 무슨 말인가? 하며 선비는 묻고 싶은 것을 그만 눌러 버렸다.
"얼굴들이야 좀 잘생겼디…… 그래도 이 사회에서는 그들에게 직업을 안 주니…… 어떻게 하니……."
간난이는 등불을 멍하니 바라보며 사정 오번지 유신철…… 이 번지와 이름을 잊을까 하여 그는 이렇게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태수가 하던 말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선비는 간난이가 저렇게 늦게 돌아올 때마다 무엇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 수상스러웠다. 그리고 자기가 시골 있을 때 밤마다
덕호에게 당하던 것을 생각하며 무의식간에 그는 진저리를 쳤다. 따라서 간난이 역시 그러한 일을 저지르지 않는가? 하는 불안과 의문에 슬금슬금
그의 눈치를 살폈다.
"선비야! 네가 서울 올라온 지가 오래두 내가 바빠서 너를 구경도 못 시켜 주었지. 내일 우리 남산공원에 가볼까?"
"남산공원? 그게는 뭘 하는 데야."
"우리 동네 왜 원소 위에 잿등이라고 있지 않니? 그런 산이지…… 뭐야, 거게 우리들이 밤낮 올라가서 싱아를 캐먹었지…… 참 우리 어머님
보고 싶다!"
그때 선비의 머리에는 그의 눈등을 아프게 찌르던 첫째의 시커먼 손이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간난이에게 너 첫째를 혹시 만나 본 일이 있니
하고 묻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그러나 선비는 간난이 모르게 가슴을 쥐며, 첫째가 이 서울에 있는지 몰라…… 선비는 머리를 숙였다.
이튿날 그들은 창경원을 둘러서 남산까지 왔다.
"저기 조선신궁이라는 게다."
간난이가 들여다보이는 조선신궁을 가리켰다. 선비는 머리만 끄덕일 뿐,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제 올라온 돌층계가 무섭게
그의 앞에 아찔아찔하게 나타난다.
"이따 갈 때도 저리 가니?"
선비는 돌아서서 돌층계를 가리켰다.
"왜?"
"딴 길 없나?"
그제야 그가 선비의 눈치를 살피고 생긋 웃었다.
"에이 시굴뚜기년 같으니, 거기서 떨어져 죽을까 겁나니? 그럼 다른 길로 가자꾸나."
그들은 호호 웃으며 조선신궁 앞을 지나 솔밭으로 내려와서 가지런히 앉았다.
우수수 하는 바람결에 나뭇잎이 그들의 치맛가를 가볍게 스치고 천천히 떨어진다. 선비는 무심히 나뭇잎을 쥐었다.
"벌써 가을이야! 세월두 어지간히 빠르지."
간난이는 선비의 손에 쥐어진 나뭇잎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선비는 휙 머리를 돌려 간난이를 바라보다가 빙긋이 웃었다. 간난이가 자기의
생각한 말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저 앞을 바라보았다. 붉고도 흰 벽돌집은 저마다 높음을 자랑하느라 우뚝우뚝 솟았고 북악산 밑 백악관은 몇천만 년의 튼튼함을 보여 주는
듯이 앉아 있다. 그 뒤로 게딱지 같은 집들이 오글오글 쫓겨서 몰려들어 간다.
윙 달아오는 전차 소리, 택시 소리…… 그들이 시선을 옮기니, 옛날의 비밀을 혼자 말하는 듯한 남대문이 컴컴하게 솟아 있다. 그곳을 중심으로
수없이 얽혀 나간 거미줄 같은 전선이며 각 상점 간판이 어지럽게 빛나고 있다.
"저 집이 다 사람 사는 집일까?"
간난이는 옆에 선비가 있는 것을 느끼며 돌아보았다.
"그럼 사람이 살지, 뭐가 살겠니…… 호호."
그가 처음 돌연히 선비를 만났을 때에도 선비의 미모에 놀랐지마는, 몇 달을 지난 오늘에 보니 그때는 오히려 파리해졌던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비록 반찬 없는 밥을 먹으나 서울 온 후로부터 그가 저렇게 살이 오르는 것을 보니 간난이는 기뻤다. 그리고 저애를 어서 가르쳐서
계급의식에 눈을 띄워 주어야겠는데…… 하였다.
"선비야, 너 덕호가 밉지?"
선비는 얼굴이 빨개진다. 자기가 덕호와의 관계를 말하지 않았어도 간난이는 벌써 짐작한 듯하였다. 그러므로 선비는 고향 말만 간난의 입에서
떨어지면 불쾌하고도 겁이 나서 가슴이 울울하곤 하였다.
"내가 조용한 때 널 보고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아직까지 널 보고 조용히 말할 짬도 없었지마는…… 우선…… 너 덕호라는 놈을 어떻게
생각하니? 그것부터 내게 말해라."
선비는 귀밑까지 빨개지며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 손에 쥔 나뭇잎만 바삭바삭 소리가 나도록 손끝으로 누른다. 간난이는 선비를 바라보며 선비가
아직도 덕호를 못 잊어하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것은 자기의 과거를 미루어서 그렇게 짐작되었던 것이다. 간난이가 태수를 만나 지도받기
전에는 그나마 덕호를 잊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꿈에도 덕호를 만나 영감님! 나는 월경을 건넜에요! 아마 애기가 있지요…… 하고 목이
메어 울다가는 깨곤 하였다. 그뿐이랴! 그가 상경하기 전에 덕호가 선비에게 사랑을 옮기는 것을 샘하여 밤중에 돌아다니다가 어떤 놈이 다그치는
바람에 질겁을 해서 달아나다 개똥이네 집으로 들어갔던 어리석은 자신을 다시금 그는 굽어보았다. 따라서 선비가 더 불쌍하게 보였다. 선비는
머리가 눌리는 듯한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덕호의 그 얼굴이 무섭고도 느글느글하게 떠올라서 어서
간난이가 화제를 돌렸으면 좋을 것 같았다.
간난이 역시 덕호의 얼굴이 떠올라서 불쾌하였다. 그래서 그는 선비에게서 시선을 옮겨 저 앞을 바라보았다. 저 번화한 도시에도 얼마나 많은
덕호가 들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그의 머리에 떠올랐다.
그때 요란스러운 소리에 그들은 머리를 돌렸다. 소나무 아래로 작은 게다 큰 게다가 뒤섞여서 비탈길을 올라가고 있다. 게다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푸른 솔밭 위로 화강석으로 깎아 세운 도리이(鳥居)가 반공중에 뚜렷하였다.
이틀 후에 인천으로 내려온 간난이와 선비는 우선 간난이가 공장에서 사귄 어떤 동무 집에서 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동무의 주선으로
대동방적공장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경찰서에서 신원보증까지 헐하게 맡게 되었다. 동시에 대동방적공장에서는 사숙을 허하지 않고 전 여공을
기숙사에 수용한다는 것이 한 철칙이 되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내일은 세 동무가 일시에 기숙사로 들어가기로 생각을 하고 월미도로,
만국공원으로 해가 질 때까지 돌아다녔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그들은 상을 물리고 앉아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간난이는 일어났다.
"인숙아, 나 잠깐 저기 다녀올게."
인숙이를 바라보고 선비를 보았다.
"어데를…… 응 너 아까 묻던 그 사람 찾아갈래?"
아까 만국공원에 갈 때 서울서 어떤 동무의 부탁으로 그의 오빠를 찾아봐야겠다고 말하여 사정을 돌아다니며 신철이가 있는 번지를 간난이는 알아
놓고도 찾지 못한 체하고 밤에 찾아본다고 하며 말았던 것이다.
"너 혼자 가서…… 번지도 똑똑히 모른다면서 찾겠니?"
"글쎄…… 뭘, 가서 좀 찾아보다가 오겠다야. 그애의 말값으로 찾아나 봤으면 되는 것 아니냐. 난 정신없어서 큰일났다니! 번지를…… 아이 몇
번지라던가……."
"아이구! 이 바보야, 번지도 모르면서 찾겠대…… 어디 찾아봐라."
"좌우간 내 나가서 오래 있으면 찾아간 줄로 알려무나. 그리고 곧 들어오면 말할 것 없고."
간난이는 빙긋이 웃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사면을 휘휘 둘러본 후에 사정으로 향하였다.
사정 오번지까지 온 간난이는 좌우를 또다시 살펴본 후에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신철이가 어느 방에 있을까 하고 돌아보았으나 안방
이외는 방이 없는 듯하였다. 그래서 그는 잘못 찾아왔는가 하여 도로 나와서 주저하다가 다시 들어갔다.
"말 좀 물읍시다."
뒤미처 안방문이 열리며 부인이 내다본다. 간난이는 잠깐 망설이다가,
"저 여기 하숙하는 손님 방……."
말이 끝나기 전에 부인은 마루로 나왔다.
"이리로 들어가 물어 보시오."
부엌 뒷골목을 가리킨다. 간난이는 컴컴한 골목을 빠져서 조그만 문 앞에 섰다. 차츰 가슴이 두근거리며 숨이 가빴다. 안에는 누가 혼자 있는
모양이다. 문에 그림자가 얼씬하며 신문 뒤적이는 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간난이는 이렇게 찾아보았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나이가 나타난다.
"유신철 동무입니까?"
신철이는 누군가? 하여 방문을 열었다가, 어떤 젊은 여자가 이 밤에 문 앞에 서서 자기 이름을 부르는 데는 놀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철수한테서 통지받은 생각이 얼핏 들자,
"예! 그렇습니다. 들어오시지요……."
간난이는 방으로 들어가서야 신철이가 자기가 있던 앞방에서 자취를 해가며 고생하던 청년임을 알았다. 신철이 역시 간난이를 보자 곧 알았다.
"경성서 늘 뵈우시던 동무 아닙니까, 바루 우리 자취하던 앞방에 계셨지요?"
"네! 참 우습습니다. 호호……."
"허허, 곁에다 동무를 두고도 몰랐습니다그려. 언제 나려오셨습니까?"
신철이는 간난이가 이렇게 속히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경성 있을 때에는 한낱의 방적여공으로밖에 그의 눈에 비치지 않던 그가
오늘 이렇게 마주앉고 보니 새삼스럽게 용감하고도 씩씩해 보였다. 더구나 화장하지 않은 그의 얼굴이 전등불빛에 불그레하니 타오른다.
"어제 낮차로 왔습니다. 동무는 얼마나 고생을 하셨습니까?"
간난이는 말끄러미 신철의 눈치를 살피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무슨 말 나오기를 기다렸다.
"네, 뭐…… 고생이 무슨 고생이겠습니까. 여기 무슨 볼일이 계십니까, 혹은 아주 사시랴고 오셨습니까?"
신철이 역시 간난이가 먼저 말하기 전에는 아무러한 눈치도 간난이에게 보이지 않을 모양이다. 간난이는 한참이나 무엇을 생각하다가,
"저는 여기 방적공장에 취직하러 왔습니다. 혹 먼저 아셨는지요?"
그 밤을 자고 난 세 동무는 드디어 대동방적공장 안에 있는 기숙사로 들어오게 되었다. 새로 회벽을 한 한 간이나 되는 방에 역시 세 동무가
함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백여 간이나 넘는 듯한 기숙사를 둘러보고 공장 안을 살펴보았다. 서울 T문 밖에 있는 제사공장은 여기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선 기숙사며 공장은 내놓고라도 그 안에 설비된 온갖 기계가 서울서는 보지도 못하던 것이었다. 대개 발전기라든가
제사기라든가 흡사한 것이 일부일부에 없지는 않으나 서울의 것보다는 아주 대규모적이었다.
고치를 삶는 가마도 서울서는 대개 세숫대야만하고 와꾸(자새)도 하나였는데, 여기 것은 가마가 장방형으로 길게 되었으며, 서울 가마의 십 배는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와꾸도 한 사람 앞에 십여 개 내지 이십 개까지 쓰게 된다고 하였다. 선비는 처음이니 아무것도 모르나 간난이와
인숙이는 입을 쩍쩍 벌렸다.
한 결부터 간난이와 인숙이는 제 오백 번, 제 오백일 번이라는 번호를 타가지고 공장으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선비만은 아주
처음이라고 해서 간난이가 맡은 오백 번호에 곁들여서 실 켜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저편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소음과 돌아가는 와꾸의 소음이 합치어서, 공장 안은 정신 차릴 수가 없이 소란하였다. 선비는 멍하니 서서, 간난이가
실 켜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간난이는 늘 해보던 것이 되어서 모든 것을 손익게 하였다.
우선 남직공이 갖다 주는 초벌 삶은 고치를 펄펄 끓는 가마 속에 들이붓고 조그만 비로 돌아가며 꾹꾹 누른다. 그러니 실끝이 모두 비에 묻어
나왔다. 처음에 나쁜 실끝은 비로 끌어내어 가마 좌우에 꽂힌 못에 걸어 놓고 나서 다시 비를 넣어 실끝을 끌어올리었다. 이번에는 약간
누런색을 띤 정한 실끝이었다. 간난이는 실끝을 왼손에 걸어 쥐고 나서 바른손으로 실끝을 하나씩 끌어 사기바늘에 붙였다. 그러니 실이 술술
풀려 올라간다.
서울 공장에서는 이 사기바늘이 한 개 아니면 혹 두 개까지는 있었으나 이렇게 수십 개씩 되지는 않았다. 간난이는 세 개의 사기바늘에 실을
붙였다. 우선 능해지기까지 세 개를 사용하다가 차차로 늘릴 모양이다.
공장 남쪽 벽은 전부가 유리로 되었으며, 천장까지도 유리를 달았다. 그리고 제사기도 두 줄씩 마주 놓고 그 가운데는 길을 내었으며, 그리로는
감독들이 왔다갔다하고 있다. 서울서는 감독이 다섯 사람이었는데 이곳은 감독이 삼십 명은 되는 모양이다.
오백 번호나 나왔건만 여기서도 아직도 수백 번호가 나가리만큼 아득해 보였다. 선비는 얼굴이 뻘개서 가마에서 뽑혀 나오는 실끝을 들여다보았다.
벌써 간난의 손은 끓는 물에 익어서 빨갛게 타오른다. 그리고 손끝은 물에 부풀어서 허옇게 되었다.
"간난아, 내 좀 하리!"
선비가 그의 귀에다 입을 대고 말하였다. 간난의 귀밑으로는 땀이 빗방울같이 흘러내린다. 간난이는 생긋 웃어 보이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실을 골라 사기바늘에 붙인다.
"처음 와서도 아주 잘 해."
바라보니, 감독이란 자가 마주서서 들여다본다. 그리고 선비를 바라보며,
"어서 잘 배워야 해…… 그래서 빨리 일을 해야 돈을 벌지."
선비는 가만히 섰는 자신이 끝없이 부끄럽게 생각되었는데, 또 이런 말을 들으니 기가 막혔다. 감독은 선비의 숙인 볼을 곁눈질해 보며 그들의
앞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전깃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선비는 놀라 전등불을 바라보며, 그리고 그의 눈앞에 벌여 있는 온갖 기계며 여직공들을 볼 때, 자기는 어떤
딴 세계에 들어왔는가? 하리만큼 그의 주위가 변한 것을 느꼈다.
"선비야, 너 좀 해봐."
간난이가 물러난다. 선비는 실끝을 쥐니 손이 떨리며 손발이 후들후들 떨려서 맘대로 손을 놀리는 수가 없었다.
"가마이! 실이 끊어졌구나!"
간난이가 발판을 꾹 눌렀다 놓으니 기계가 정지되었다. 간난이는 실끝을 사기바늘 속으로 넣어서 저편 끝과 꼭 부비치며,
"실이 끊어지면 이렇게 실끝을 맺는다. 봐라, 선비야! 그리고 정지시키랴면 이렇게 하면 돌던 기계가 멎는다."
그때 사이렌 소리가 우렁차게 일어난다. 선비는 눈이 둥그래서 둘러본다.
"선비야! 저 사이렌이 울면 우리는 나가고 야근할 동무들이 들어와서 다시 일을 계속한단다."
말도 채 마치지 못하여 야근할 여공들이 우르르 밀려들어 온다. 간난이는 얼른 기계를 정지시킨 후, 실 감긴 와꾸를 뽑아 들고 공장 밖을 나와
감정실 앞에 늘어선 여공들 뒤에 가 섰다.
"선비야, 넌 먼저 가거라."
선비는 공장문 밖에 나와 서 있었다. 공장 안에서는 여전히 기계 소리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발하고 있다. 간난이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선비는
걸었다. 벌써 식당에서는 종소리가 울려 나왔다.
"어서 가자! 저게 밥 먹으라는 종인가 부다, 아마……."
간난이도 기숙사생활을 하느니만큼 모든 것이 분명하지를 않았다. 그들이 식당까지 왔을 때는 몇백 명의 여공들이 가뜩 들어앉았다. 식당은
기숙사의 왼 하층으로 지하실이었다. 장방형으로 된 방 안에 밥김이 어리어 훈훈하였다. 그리고 기단 나무판자를 네 줄로 이편 끝에서부터 저편
끝까지 이어 놨으며 그 위에는 밥통이며 공기가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들은 밥을 보자 식욕이 버쩍 당기어 술을 들고 한참이나 퍼먹다가
보니 쌀밥은 틀림없는 쌀밥인데 식은 밥 쪄놓은 것같이 밥에 풀기가 없고 석유내 같은 그런 내가 후끈후끈 끼쳤다. 간난이는 술을 들고 멍하니
선비와 인숙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들도 역시 그랬다.
"이게 무슨 밥일까?"
저편 모퉁이에서는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그나마 반찬이나 맛이 있으면 먹겠지만 반찬 역시 금방 저린 듯이 소금덩이가 와그르르한 새우젓인데
비린내가 나서 영 먹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식욕이 일어 배에서는 꼬록꼬록 소리가 났다. 그러나 입에서는 당기지를 않아서 술을 들고 저마다
멍하니 바라보다가는 마침 몇 술 떠보는 체하다가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술을 내치고 식당을 나가는 여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때 먼저 이 공장에
들어와서 이 밥에 낯익힌 여공들은,
"너희들이 배고픈 맛을 못 봐서 그러누나! 여기 들어와서는 이 안남미 밥을 먹어야 한단다! 백날 굶어 보렴! 안남미가 없어질까? 흥!"
그들도 처음 며칠은 이 밥에 배탈을 얻어 십여 일이나 설사까지 하고도 할 수 없이 이 밥을 먹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먹어나니 이젠 배를
앓거나 또는 처음 먹을 때처럼 석유내가 몹시는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이 배고픈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고…… 하였다. 시재 못
먹을 것이라도 배만 고프면 먹지 못할 것이 없으리라…… 하였다.
식당에서 올라온 지 한 시간이 되었을까말까 한데 기숙사 종이 댕그렁댕그렁 울렸다.
"이게 뭐 하란 종이우?"
간난이가 놀러 온 여공에게 물었다.
"아이 모루우? 이게 야학종이라우…… 어서들 준비하우."
"안 가면 안 되우?"
"그럼 안 되구말구. 별일 있수. 어찌나 배우는 게야 좋지 않우? 어서들 가요."
그는 종종걸음을 쳐 나간다. 간난이는 입모습에 어느덧 비웃음을 띠고 인숙이와 선비를 돌아보았다. 그들은 배가 고파서 창문에 맥없이 기대어 저
밖을 내다보고 있다.
"간난아! 우리가 오늘 아침 집에서 너무 잘 먹어서 그 밥이 맛이 없나 봐."
"글쎄…… 그 쌀이 안남미라고 하지?"
"안남미?"
"그래……."
"응, 그러니 석유내 같은 내가 나누나! 야! 그게야 어디 먹을 것이더니?"
"흥, 그래두 먹으라고 삶아 놓는 데야 어쩌란 말이야! 자 여러 말 할 것 없이 야학에나 가보자! 무엇을 가르치나……."
선비는 배가 좀 고프나 야학이라는 말에 귀가 띄어서 부시시 일어났다. 그때 그는 덕호가 공부시켜 주겠다는 것을 미끼삼아 그의 정조를 유린하던
장면이 휙 떠오른다. 그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진정하며 그들을 따라 강당으로 들어앉았다.
단상에는 낮에 간난이를 칭찬하던 감독이 대모테 안경을 시커멓게 쓰고 서서, 들어오는 여공들을 흘금흘금 바라보았다. 눈 가장자리가 퍼릇퍼릇한
감독에 있어서는 그 안경이 유일한 미안제가 되었다. 여공들이 다 모인 후에 감독은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은 신입 여공들이 많으니 공부는
그만두고 공장 내의 온갖 규칙에 대하여 말하겠다고 하였다. 그는 기침을 하고 휘 돌아본 후에 말을 꺼냈다.
"이 공장은 다른 작은 공장과 달리 직공들의 장래와 편의를 생각해 주는 점이 많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눈앞에 보는 바와 같이 이
기숙사라든지, 또 야학이라든지 기타 여러분이 소비하기 위한 일용품까지 배급하는 설비라든지 다대한 경비를 들여 맨들어 놓지 않았소……."
감독은 장한 듯이 상반신을 뒤로 젖히고 배를 내밀며 장내를 한 번 돌아본다.
"여러분이 늘 쓰는 화장품이나 양말이나 기타 일용품을 시가에 나가 산다고 합시다. 값이 비쌀 뿐 아니라 속기도 쉽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 공장에서 원가대로 배급해 주는 시설이 있습니다. 이 시설은 전혀 여러분을 위함이니 공장측에서는 도리어 손해를 봅니다."
이때 긴장하였던 여공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에…… 이 공장에는 여러분의 장래를 생각하여 저금제도를 맨들었소. 저금은 인생의 광명이오! 그러니 여러분들은 노동만 하면 공장에서
밥을 먹여 주고 일용품을 대주고 나머지는 저금을 시켜 주니 여러분의 맘에 따라 얼마든지 벌 수가 있지 않소? 여러분은 그저 저금통장만 가지고
있다가 삼 년 후 나갈 때 그것으로 결혼 비용에 쓸 수도 있지 않소? 허허……."
감독은 입 모습에 야비한 웃음을 띠었다. 여공들도 따라 웃는다.
"그러니 삼 년만 꾹 참고 일하면 그때는 이 공장을 나가 안락한 가정도 이루어 아들딸 낳고 잘살 수가 있소. 여러분이 여게 들어올 때 삼
년을 계약 맺고 들어왔으나 그 삼 년이 절대로 긴 세월이 아닙니다. 그때 가면 더 있겠다고 할 것이오. 이 공장은 이같이 우대를 하느니만큼
들어올 때 경찰서에서 일일이 보증까지 받아 가지고 들어온 것이 아니오? 그래서 여러분들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뽑혀 들어온 것이니 큰 행복이
아닙니까. 어데 또 이렇게 좋은 곳을 본 일이 있소? 밖에서는 일할 데가 없어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오?"
여공들은 자기들이 시골에서 조밥도 잘 못 먹고 김매던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도록 행복을 느꼈다. 감독의 안경은 불빛에 번쩍하였다. 그는
수염을 꼬고 나서,
"이 공장에서는 여공의 장래를 그르칠까 봐 풍기를 엄밀히 감독하는 까닭에 개인의 외출을 불허하느니만큼 여러분은 퍽 밖이 그리울 것이오.
그러나 매해 춘추로 좋은 음식을 맨들어 가지고 산보를 가오. 오는 봄에는 여러분에게 구두를 원가로 배급하야 신기고 월미도에 가서 원유회를 할
계획을 지금 사무실에서 하고 있는 중이오……."
여공들의 눈에는 희망과 환희의 빛이 떠올랐다. 이때 간난이는 벌떡 일어나서 감독의 말을 일일이 반박하고 싶은 흥분을 가슴이 뜨겁도록
느끼었다.
"또 이 공장에서는 삼 주일에 한 일요일은 휴일로 정하고 그날은 앞의 운동장에서 운동과 유희를 시키우. 이것은 여러분의 건강을 위하여 하는
일이니, 참 이 공장의 특전이오. 마주막으로 이 공장을 내 공장으로 생각하고 소제를 깨끗이 하며 또 일의 능률을 내어서 임금 외에 상금도
많이 타도록 하오. 그러나 게으른 사람에게는 도리어 벌금이 있을 터이니 특별히 주의하여야 하오."
그들은 일시에 일어나 감독에게 경례를 하고 강당에서 몰려나왔다.
또다시 종이 울렸다. 이 종은 자라는 종이라고 그들은 소변 대변을 보고 나서 방 안의 전깃불을 껐다.
간난이는 곤하던 차라 한잠 푹 자고 나서 벌떡 일어났다. 사방은 고요하다. 다만 공장에서 들려 오는 기계 소리만이 요란스레 들릴 뿐이다.
그는 창문 곁으로 와서 우두커니 밖을 내다보았다. 어젯밤 신철의 앞에 있을 때에는 기운이 버쩍버쩍 나더니 오늘 이렇게 혼자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물론 밖에서 동지들의 끊임없는 조력이 있을 것은 아나 시커먼 저 담 안에 갇힌 자신은 몹시도 고적해 보였다. 유리문
밖에 운동장을 거쳐 높이 솟은 저 담! 간난이는 아까 이 기숙사에 들어오면서부터 저 담이 몹시 걱정이 되었다. 행여나 그 담 밑으로 어떤
구멍이라도 발견할까 함이었다. 그러나 벽돌로 까맣게 올려 쌓고 그 밑으로 몇 길이나 시멘트 콘크리트를 한 그 철벽 같은 담에서는 바늘구멍만한
것도 하나 얻어 볼 수가 없었다.
그는 가만히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 저편 끝에 달빛이 길게 떨어져 흡사히 사람이 섰는 듯하였다. 그가 멈칫 서서 좌우를 휘휘
돌아보았을 때 어디서 문소리가 나는 듯하여 벽에 붙어 섰다.
간난이는 숨을 죽이고 문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여공 하나가 신발 소리를 죽이고 감독 숙직실 편으로 가는 듯하여 간난이는 뜻밖에 호기심이
당기어 그의 뒤를 살금살금 따라섰다.
숙직실 앞에서 그는 발길을 멈추고 머뭇머뭇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간다. 간난이는 거 누굴까? 하고 생각해 보았으나 짐작하는 수가 없었다.
어쨌든 여공이 감독과 밀회하러 들어간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때 간난이는 어젯밤 신철이가 하던 말을 다시금 되풀이하며 이대로 두면 이 공장
내에서 일하는 수많은 순진한 처녀들이 감독의 농락을 어느 때나 면하지 못할 것 같았다. 따라서 어리석은 저들의 눈을 어서 띄워 주어야
하겠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하루라도 속히 천여 명의 여공들이 한몸이 되어 우선 경제적 이익과 인격적 대우를 목표로 항쟁하도록 인도하여야
하겠다는 책임을 절실히 느꼈다. 옛날에 덕호에게 인격적 모욕을 감수하던 그 자신이 등허리에서 땀이 나도록 떠오른다. 그는 한참이나 서서 이런
생각을 하다가 숙직실 문 앞에까지 와서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중대한 그의 사명이 없다면 당장에 이 문을 두드리고
이 공장 안이 벌컥 뒤집히도록 떠들어 이 사실을 여공들 앞에 폭로시키고 싶었다. 그때 유리문이 우르릉 소리를 내며 나뭇잎 떨어지는 그림자가
얼씬얼씬 비친다. 그는 얼른 뒷문 편으로 몸을 피하였다.
공장에서 기계 소리는 요란스레 울려 나온다. 그는 이 순간에 비창한 결심이 그의 조그만 가슴을 벅차게 하였다. 그는 단숨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담 밑으로 돌아가며 구멍을 찾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차디찬 벽돌만 그의 손에 만져질 뿐이고 조그만 구멍도 발견치 못하였다. 다만 담
밑에 수챗구멍으로 낸 구멍만이 몇 개 있을 뿐이다. 이 구멍은 겨우 손이나 들어갈는지 물론 사람은 나들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 구멍은
누구의 눈에나 띄는 구멍이니 이리로 연락을 취하다가는 위험천만이다. 그러나 다시 돌려 생각하면 오히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구멍이 어떤
점으로 보아서는 그들로 하여금 무관심하게 보일는지 모른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우선 며칠 더 적당한 구멍을 찾아보다가 결정하리라 하고
들어오고 말았다. 강당의 시계가 세시를 땅땅 친다. 그가 자리에 누울 때 선비가 돌아누웠다.
"어데 갔었니?"
"응, 너 안 잤니?"
"아니 잤어…… 이제 깨보니 네가 없기에."
"변소에 갔댔지."
"응."
"그런데 선비야, 너 아까 감독이 한 말을 다 곧이들었니?"
그는 이 경우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그건 왜 물어? 갑자기."
"아니 글쎄…… 감독의 한 말이 참말일까."
"난 몰라, 그런 것……."
"선비야! 그런 것을 몰라서는 안 된다. 저 봐라, 지금 야근까지 시키면서도 우리들에게 안남미 밥만 먹이고, 저금이니 저축이니 하는 그럴듯한
수작을 하야 우리들을 속여서 돈 한푼 우리 손에 쥐어 보지 못하게 하고 죽도록 우리들을 일만 시키자는 것이란다. 여공의 장래를 잘 지도하기
위하야 외출을 불허한다는 둥, 일용품을 공장에서 저가로 배급한다는 둥, 전혀 자기들의 이익을 표준으로 하고 세운 규칙이란다. 원유회를
한다느니, 야학을 한다느니, 또 몸을 튼튼케 하기 위하야 운동을 시킨다는 것도, 그 이상 무엇을 더 빼앗기 위하야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작이란다……."
선비는 간난이가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런 줄을 아는 바에는 첨부터 공장에 들어오지 말 것이지 왜 서울서
그만두고 이리로 오고서는 하루도 지나기 전에 이런 불평을 토하는가? 하였다.
"선비야! 우리들을 부리는 감독들과 그들 뒤에 있는 인간들은 덕호보담도 몇천 배 몇만 배 더 무서운 인간이란다."
간난이는 여공이 들어가던 말까지 하려다가 이런 말은 좀더 기다려서 해주리라 하였다. 선비는 그렇지 않아도 수염을 올려 붙인 호랑이 감독이
자기게로만 눈꼬리를 돌리고 웃는 모양이 무섭고도 보기가 싫었는데 간난의 말을 듣고 나니 그 눈매가 곧 눈앞에 나타나 보였다. 그리고 그
감독이 덕호로 변하여지는 것을 그는 가슴이 울울하도록 느꼈다.
"선비야! 너 지금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분명하지 않지? 좀 지나면 다 안다."
간난이는 선비의 허리를 껴안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감독의 방으로 들어가던 여공을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며칠 후에 간난이는 공장 뒷담 밑에 뚫린 수챗구멍으로 긴 나무쪽 끝에 새끼를 매어 밖으로 밀어 내놓았다.
그 후로는 여공들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자리 밑에서나 방 한구석에서 이상한 종잇조각을 발견하곤 하였다. 그 종이에는 전날 밤 야학에서
감독이 연설한 것을 한 조목 한 조목씩 띄어 쓰고는 그에 대한 해설이 알기 쉽게 써 있었다.
그들은 이 종잇조각을 발견할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재미나게 읽어 보았다.
"이애, 이 종이를 누가 들여보내 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 써 있는 글이 꼭 맞는다야! 감독이 왜 그때 하루에 이십 전씩 상금을 준다고
하더니 어디 상금 주디? 말만 상금이야!"
기숙사 상층 사호실에서 여공들이 자리에 누우며 이런 말을 하였다.
"그래 혜영이는 그렇게 일을 잘해두 말이어, 상금 타보지 못했대…… 아이 참 어쩌면 그런 그짓말을 하는지 몰라!"
"그래두야, 아이 인물 고운 저 칠호실에 있는 신입생은 벌써 상금을 탔다더라……."
"상금을 탔대? 거 누구여."
웃기 잘하는 여공이 이렇게 물었다.
"이애는 누구 듣겠구나! 좀 가만히 말하렴."
웃기 잘하는 여공은 킥킥 웃으며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꾹 찔렀다.
"누가 듣기는 누가 듣니? 이 밤에."
"이애 봐라! 너 감독이 밤마다 순시 돈다. 너 그런 줄 모르니?"
"순시 돌면 어때! 이불 속에서 하는 소리가 밖에 나갈까. 좌우간 누구여…… 아, 요새 갓 들어온 예뿐이 말이구나."
기숙사에서는 선비를 예쁜이라고 별명을 지었다.
"이애 말 마라. 혜영이가 그러는데 말이야, 바루 혜영이 앞에 신입 여공이 있지 않니? 그런데 그 앞에서 감독이 떠나지를 않고 자꾸만
싱글싱글 웃더래! 아이 참 죽겠어! 그 꼴 보기 싫어! 왜 그때는 용녀를 그렇게 허지 않았니?…… 네……."
"흥! 용녀보다 신입 여공이 더 고우니 그렇지. 사실 곱기는 고와요! 내가 남자라도 반하겠더라. 그 눈이며 코를 봐라네."
"곱기는 뭣이 고와. 그 손이 왜 그러니. 난 손을 보니 무섭더라."
가는귀 어두운 여공이 이렇게 말하였다.
"아따, 이 귀머거리! 뭘 좀 들었나 베…… 히히 후후…… 이 손, 이 손 히히."
가는귀 어두운 여공이 귀에다 손을 대고 듣는 것을, 웃기 잘하는 여공이 손으로 더듬어 보고 이렇게 웃었다.
"이애 웃지 마라. 어따! 잘 웃는다, 얼씨구 쟤가 왜 저래?"
가운데에 누운 여공이 웃기 잘하는 여공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데 이애 효순아, 이 종이가 어서 누가 이 방에 갖다 줄까? 다른 방에도 오는지 몰라…… 아무래도 그렇지 않으면, 이 기숙사 내에 있는
여공이 그렇게 허는 게야, 필시. 어쨌든 이 종이에 써 있는 것과 같이, 이 공장 내에 있는 여공들이 합심해서……."
여기까지 말한 가는귀 어두운 여공은 가슴이 벅차는 듯하여, 이불을 조금 벗으며 숨을 돌리었다.
"이애 말 마라. 나두 서울서 미루꾸 공장에 있을 때, 글쎄 감독놈이 하도 밉꼴스레 굴고, 품값도 잘 안 주어서, 우리들이 동맹파업인지를
일쿠려 안 했니. 그랬더니 그 중에 몇 계집애가 싹 돌아서서 글쎄 감독에게 고해 바쳤구나. 그래서 모두 쫓기어났단다. 그때 나는 다행히
쫓기어나지는 안했으나, 감독놈이 미워해서 견딜 수가 없어야, 그래 나오고 말았다. 뭘 그래 다 그런데……."
"그런 계집애들은 모두 죽여 버려! 흥! 그런 것들은 말이다, 감독놈과 연애하는 계집애들이어……."
"이거 봐라. 일은 죽도록 하구서는 손에 돈도 쥐어 보지 못하구 우리는 그래 이게 무슨 꼴이냐. 어머니 아버지 앞에서 고이 자라 가지고 이
모양을 해! 난 오늘 이 손이 하마트면 와꾸에 끼여 잘라질 뻔하였다. 들어올 때는 누가 이런 줄 알았니?"
그는 손을 볼에 대며 진저리를 쳤다. 핑핑 돌아가는 와꾸를 금방 보는 듯하였다.
"이 종이 갖다 주는 사람을 만나 봤으면 좋겠어! 어디 우리 지켜 볼까?"
"그러다가 아지 못할 남자면 어떡허니?"
그들은 갑자기 부끄러움과 함께 무시무시한 생각이 그들의 젖가슴을 사르르 스쳐가는 것을 느끼었다.
"아, 무서워!"
무의식간에 그들은 꼭 부둥켜안았다.
인부들은 철사 주머니에 돌멩이를 쓸어 넣어서 해면에 동을 쌓으며 한편으로는 흙을 날라다가 감탕밭에 쏟았다. 첫째도 그들 틈에 섞여 흙을
날랐다. 그는 흙을 나르면서도 어젯밤 밤새도록 신철이와 자유노동자의 조직에 대하여 토의하던 것을 생각하였다.
그가 신철이를 만나 본 후로는 세상에 모를 것이 없는 듯하였다. 그가 반생을 살아오면서 막히고 얽혔던 수수께끼는 바라보이는 저 신작로같이
그렇게 뚫려 보였다. 그리고 그가 걸어갈 장차의 앞길까지도 저 길가같이 훤하게 내다보였다. 동시에 칼칼하던 그의 가슴은 햇빛에 빛나는 저
바다같이 그렇게 희망에 들떴다.
"여보게, 저거 보게나.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학생들이 통 떨어났는가?"
첫째는 얼른 돌아보았다. 수백 명의 여학생들이 행렬을 지어 이리로 왔다. 그때 첫째의 머리에는 어제 대동방적공장에서 나온 보고서를 신철이가
보고 그에게 이야기해 주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이 아닌가? 신궁에 참배인가를 하러 가느라 구두까지 새로들 지어 신었다지…… 하며 어정어정
걸었다.
"이놈들아, 어서 일들이나 해라. 뭘 보느냐."
벌떡벌떡 일어나던 인부들은 감독의 소리에 놀라 도로 허리를 굽히며,
"사람 죽인다! 저게 모두 계집이구먼."
"이애 이 자식아, 하나 데리고 도망가라, 하하……."
그들은 이렇게 농을 하며 흘금흘금 곁눈질을 하여 지나치는 행렬을 보았다. 그들은 일제히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었으며 검정 구두까지
신었다. 첫째는 흙을 지고 낑낑하며 오다가 참말 여공들이나 아닌가? 하는 의문과 무어라고 형용 못 할 반가움에 흘금 바라보았다. 그때 첫째는
마주치는 시선과 함께 깜짝 놀랐다. 그리고 무의식간에,
"선비?"
하고 중얼거렸다. 상대 여자도 비상히 놀라는 빛을 띠고 멈칫 섰다가 거의 끌리어가는 듯이 차츰차츰 앞으로 나간다. 그 순간 첫째는 흙짐을
벗어던지고 따라가서 그가 참말 선비인가 아닌가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발길은 무의식간에 몇 발걸음 나아갔다.
"이놈의 자식아, 어서 일해라!"
첫째는 말할 수 없는 섭섭함을 꾹 누르며 감독을 돌아볼 때 가슴이 뛰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거운 발길을 옮겨 놓으며 선비? 선비가
여기를 올 수가 있나? 혹은 덕호가 공부를 시켜? 아니 덕호가 공부를 시켜 줄 수가 있나? 그래도 알 수 없어. 선비가 고우니까, 혹시는
야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시키는지 아나? 아니어 내가 잘못 본 게지, 선비가 여기를 뭘 하러 온담. 벌써 시집가서 살 터이지……
하고 다시 한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저들이 방적 여공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젯밤 신철의 말을 다시금 생각하며 불쑥 일어난다.
그러면 선비가 방적공장에 다니는가? 그는 여러 가지 생각이 뒤범벅이 되어 일어난다. 그는 감탕밭까지 와서 흙을 쏟으며 다시 바라보니 벌써
그들의 행렬은 월미도 어귀에서 까뭇까뭇하게 사라져 간다. 선비? 여공들? 참말 저들이 여공들인가? 하여간 기다려 보자! 이 뒤로 여공들이 또
지나칠는지 모르니까…… 하였다. 첫째는 그들의 옷차림이 암만해도 여공들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빤히 건너다보이는 월미도 조랑의 붉은 지붕을 바라보는 첫째는, 여공들이냐? 선비냐? 이 두 문제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뒤로 그런
행렬이 또 오는가 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따, 이 사람아, 뭘 그리 생각하나? 이제 여직공들을 보니 맘이 싱숭생숭……."
"여직공! 자네 여직공인 줄 꼭 아는가?"
"에이! 미친놈아! 여직공이지 그게 뭣들이냐."
"공부하는 학생들이 아니어?"
"아따, 이놈아? 꿈을 꾸나 베…… 인천에서 몹쓸기로 이름난, 수염이 빠딱한 호랭이 감독 지나가는 것도 못 봤구나……."
첫째는 그의 말을 들으며 또 월미도를 바라보았다. 여공들…… 과연 그가 선비인가 하였다. 그들을 여공들이라고 단정하고 나니, 역시 아까 본
선비같이 보이던 그 여자도 확실한 선비 같았다.
"이놈? 단단히…… 하하…… 그러니 이게 있어야지, 이놈아."
동무는 손가락을 동그랗게 굽히었다. 첫째는 흙짐을 지고 낑 하고 일어나며 멀리 대동방적공장의 연돌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검은 연기가 풀풀
흘러나온다.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간 저 연돌! 그는 바라보기만 하여도 아뜩하였다. 그가 대동방적공장이 낙성할 때까지 거의 매일 인부로 채용이 되었다.
그때 그는 그 공장 건축만은 아무러한 위험을 느끼지 않았으나 저 연돌을 쌓아 올라갈 때 벽돌 나르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앞이 아찔아찔하고
핑핑 도는 듯하였다.
벽돌 삼십 장씩 지고 휘청휘청하는 나무판자 다리로 올라갈 때 나무판자가 금방 부러지는 듯하여 굽어보면 몇십 장이나 되어 보이는 아득아득한
지하가 마치 깊은 호수를 들여다보는 듯이 핑핑 돌았다. 동시에 그의 다리가 풀풀 떨리며 머리털끝이 전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앞이 캄캄하여 한참씩이나 정신을 가다듬어 올라가노라면 그 연돌이 움실움실 확실히 움직이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그만큼 위험을 느끼는 데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연돌의 높이가 높아 갈수록 명확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때마다 그는 이 연돌이 금방 쓰러지는 듯하고 그가 연돌과
함께 저 지하에 떨어져 죽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렇게 위험을 느끼면서도 그는 아침이면 번번이 그 나뭇길을 다시 올라가곤 하였다. 그때마다 에크! 내가 여기를 또 왔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깨닫곤 하였던 것이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할 때, 그가 지금 연돌 위에 올라선 듯하여 무의식간에 우뚝 섰다. 그리고 등에 진 흙짐이 흡사히 벽돌 같아 등허리에서
땀이 버쩍 났다. 따라서 손발이 가늘게 떨리므로 그는 사면을 휘 돌아보고 눈을 감아 겨우 정신을 진정하였다. 그는 그의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 연돌만은 그의 머리에서 빼낼 수가 없음을 이 자리에서 발견하였다. 보다도 요즘 꿈속에 그 연돌을 보는 것이 아주 질색이다. 그리고 어떤
때는 그 연돌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는 것이다. 저 연돌! 바라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저 연돌! 그때! 저 연돌에서 떨어져 죽은 동무도
몇몇이었던가? 하루의 임금에 몸뚱이와 내지 생명까지 그들에게 맡기어 버리지 않을 수 없는 우리들……!
첫째는 또다시 여공들과 선비를 생각하였다. 이렇게 해종일 선비를 머리에 그리며, 아까 본 것이 선비냐? 선비가 아니냐? 하고 다투며 일을
끝내고 그는 늦어서야 인천 시가로 돌아왔다. 그가 국밥집까지 왔을 때 그들의 동무들은 벌써 노동시장으로부터 돌아와서 국밥을 먹으며 혹은
막걸리를 들이마시며 농을 주고받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위안을 얻는 곳이란 이 국밥집이며, 동시에 막걸리나마 얼근히 먹고 나서 농지거리나
하는 것이다.
첫째는 우선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나서, 펄펄 끓는 국밥을 단숨에 먹었다. 그리고 슬금슬금 돌아보았다. 그는 신철이를 알면서부터 웬일인지
이렇게 사람 많이 모인 곳에 오게 되면, 벌써 저들 중에 스파이가 섞여 있지나 않나? 하는 불안이 들곤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거리로 나오게
되면 양복이나 말쑥하니 입은 사람을 보면 또한 이러한 생각이 들곤 하였다. 어쨌든 신철이와 자기와 함께 노동시장에서 노동하는 동무 약간을
제하고는 모두가 그의 눈에 그러하게 비쳐졌던 것이다.
한참이나 둘러본 그는 비로소 안심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뜨뜻한 이 방에서 한잠 자고 그의 숙박소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방 안은
쩔쩔 끓었다. 그리고 술내가 가는 연기처럼 떠돌았다. 그는 아랫목으로 가서 목침을 얻어 베고 누우니, 아까 낮에 본 여공들의 긴 행렬이
떠오르며, 선비가 나타난다. 그가 참말 선비인가? 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 밖으로부터 그의 동무가 무어라고 떠들며 들어오는 것을 알았다.
"아따! 이놈 보게, 벌써 자네. 이애 이놈아!"
첫째의 궁둥이를 발길로 차는 바람에 첫째는 눈을 번쩍 떴다.
"이놈아! 좀 가만히 있어라! 나 좀 자자."
동무는 술이 취하여 비칠비칠하며 첫째를 흘겨보았다.
"이놈, 요새 한턱도 안 내구, 오늘 돈 얼마 벌었냐? 술 한잔 사내라. 이놈 돈 내, 돈."
머리를 기울기울하더니 펄썩 주저앉았다. 그의 옷갈피서는 가는 모래가 부슬부슬 떨어진다.
"허허…… 이 자식아! 공장 계집애들! 아 그게 다 계집이어…… 이애, 사람 죽인다. 허허…….
오동동 추야에
달이 동동 밝은데
임의 동동 생각이
저리 둥둥 나누나.
가을 하니 달이 밝거던 에이 이놈아 임이 없단 말이어! 허허…… 이애 너 장가 가보았니?"
첫째는 말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주기에 불그레한 그의 눈에 이성을 생각하는 빛이 뚜렷이 보였다. 그는 얼핏 선비를 눈앞에 그리며
이상스러운 감정에 가슴이 뒤설레었다. 그래서 그는 일어나고 말았다. 동무는 일어나는 첫째를 바라보았다.
"이 자식, 왜 대답이 없니?"
첫째는 대답 대신에 픽 웃어 보이고는 부엌으로 나왔다. 국밥집 부인은 부엌에서 분주히 돌아가다가 첫째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아재, 오늘 돈 좀 줘야겠수."
첫째는 멈칫 서서,
"얼마유? 모두."
"오십 전이지."
납작한 얼굴을 쳐들고 첫째의 눈치를 살살 본다. 저편 밥상에는 아직도 노동자들이 죽 둘러앉아 훅훅 하고 국밥을 먹고 있다.
"옜수, 우선 삼십 전만 받우."
"내일 또 오겠수?"
"봐야 알지유. 좌우간 나머지는 곧 드리겠수."
"예……."
국밥집 부인은 이십 전을 마저 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뻔히 보였다. 첫째는 방 안에서 동무가 나오는 것을 보며,
"이놈아 취했다, 거게 누워 자라!"
"이놈 술 한잔 안 사주겠니?"
"훗날 사줄라. 오늘은 돈 없다."
"이 자식 보게, 돈이 없다?"
달라붙는 동무를 물리치고 첫째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언제나 저들도 계급의식에 눈이 뜰까? 하였다. 첫째 역시 신철이를 만나기 전에는 돈만
생기면 술만 먹었다. 술 먹지 않고는 맥맥하고 답답해서 못 견딜 지경이다. 남들은 그나마 어려운 살림이나, 계집 있고 어린것들이 있어 일하고
돌아오면 '아빠, 아빠' '여보, 돈 내우, 쌀 사오게' 이런 말에나마 위안을 얻지만 그는 답답하게 벽만 바라보고 앉을 뿐이다. 그러니 화가
나서 술집으로 달아오곤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신철이를 만나 본 그는 술을 끊고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는 전같이 실없는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무엇을 깊이 생각하였다. 그래서 동무들은,
"이 자식이 웬일이야? 술도 안 먹고, 어데 계집을 얻어 두었나 베."
이렇게 놀리곤 하였다. 그는 어정어정 걸으며 사면을 휘휘 돌아보았다. 그리고 스파이 같은 것이 그의 뒤를 따르지 않나? 하는 불안에
골목골목을 주의하며 주인집까지 왔다.
전등불도 켜지 않은 채 그의 방은 쓸쓸하게 그를 맞아 주었다. 그는 웬일인지 갑갑함을 느끼며 신철이한테라도 가볼까 하였으나 그가 지금 집에
없을 것을 짐작하며 벽을 기대었다. 그는 언제나 전등불을 켜지 않은 채 자고 만다. 그가 어려서부터 캄캄한 방에서 자란 까닭에 이렇게 캄캄한
가운데 앉은 것이 퍽으나 좋았다. 만일 어쩌다 불을 켜면 도리어 답답하고 눈등이 거북해서 못 견디었던 것이다.
선비! 그가 참말 선비인가? 그러면 내가 날마다 전해 주는 그 종이도 보겠지. 그가 글을 아는가? 아마 모르기 쉽지! 참, 공장에는 야학이
있다지. 그러면 국문이나는 배웠을는지 모르겠구먼……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자기 역시 국문이라도 배워야만 될 것 같았다. 어디서 배울
곳이 있어야지! 신철이보고 가르쳐 달랄까? 그는 빙긋이 웃었다. 삼십에 가까워 오는 그가 이제야 국문을 배우겠다고 신철의 앞에서 가갸거겨 할
생각을 하니 우스웠던 것이다. 보다도 필요와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한잠을 푹 자고 부시시 일어났다. 그는 기운이 버쩍 남을 느꼈다. 그가 방문을 소리 없이 열고 나서니 옆집에서는 시계가 새로 두시를
친다. 그는 언제나 저 시계가 두시를 칠 때 이 문밖을 나서는 것이다.
번화하던 이 거리도 어느덧 고요하고 전등불만이 이따금 껌벅이고 있다. 그는 한참이나 서서 주위를 살피며 말할 수 없는 흥분과 감격을 느꼈다.
그때 멀리 들리는 기선의 기적 소리가 우웅하고 인천 시가를 은근히 울려 주었다. 그는 슬금슬금 걷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가 신철의 하숙까지 왔을 때 신철이는 반가이 맞아 주었다. 그는 일을 마치고 이제야 돌아온 눈치다. 그의 긴 눈에는 피곤한 빛이
뚜렷이 보였다. 신철이는 눈을 부비치고 첫째를 바라보았다. 첫째의 시커먼 얼굴에는 긴장한 빛과 아울러 어떤 위엄이 씩씩히 빛나고 있었다.
신철이가 처음 첫째를 만났을 때는 다만 순직한 노동자로밖에 그의 눈에 비치지 않던 그가…… 보다도 순직함이 도수를 지나 어찌 보면 바보
비슷하게 보이던 그가, 불과 몇 달이 지나지 못한 지금에 보면 아주 딴 사람을 대한 듯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때에 마주보면 신철이는 어떤
위압까지 느껴진다. 신철이는 묵묵히 앉은 첫째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런데 동무, 주의하시오. 지금 경찰서에서는 삐라를 단서로 대활동을 하는 모양이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소."
첫째는 눈을 번쩍 뜨며 신철이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자기들이 가까운 시일 안에 붙잡힐 것 같았다. 그리고 붙들릴 바에는
자기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무식한 사람들만 그리 되었으면 하였다. 만일에 신철이 같은 중요한 인물이 붙들리게 되면 바야흐로
계급의식에 눈떠 오려던 인천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앞길은 암흑 천지로 변할 것 같았다. 보다도 자기들이 붙들리게 되면 어떠한 무서운 매라도
넉넉히 맞고 견디어 내겠으나 신철이같이 저렇게 부드럽고 희맑은 육체를 가진 그들이 그 매에 견디어 낼까? 그것이 무엇보다도 의문이요
걱정이다.
신철이는 첫째와 마주앉아 말할 때마다, 그리고 중요한 심부름을 시킬 때마다 우리들은 이렇게 하여야 하오! 하고 언제나 우리들이라고 노동자를
가리켜 불렀다. 그러나 첫째의 귀에는 신철이만은 자기들과는 무엇으로 보든지 딴사람 같았다. 그래서 신철이가 말할 때마다 저가 우리들을
생각하여 우리들의 눈을 밝혀 주려고 애쓰거니…… 하는 일종의 말할 수 없는 감격이 치밀곤 하였던 것이다.
"이제부터는 일 개월에 한 번으로 정하였으니 오는 달 십오일에 또 오시오. 하여튼 조심해야 하오. 그리고 동무를 주의하며, 술과 계집 같은
것은 물론 삼갈 것으로 아니까 더 말하지 않으나……."
신철이는 첫째의 눈치를 살핀다. 첫째는 씩씩 하며 앉아 있다. 마치 말 잘 듣는 소 모양으로 그렇게 충심되는 반면에 움직일 수 없는 그
무엇을 은연중에 발견할 수가 있었다.
"자! 그럼 갔다 오시우!"
신철이는 일어났다. 첫째는 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신철이는 손빠르게 격문 뭉텅이를 그의 손에 힘있게 들려 주었다.
"조심하시오!"
첫째는 얼른 받아 바짓가랑이 속에 쑥 집어넣고 나서 신철의 손을 힘있게 흔들었다. 그리고 도리우치를 푹 눌러 쓴 후에 대문 밖을 나섰다.
이제 신철에게서 그런 말을 들어서 그런지 그의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수없는 눈과 귀로만 된 듯하였다. 그는 이렇게 가슴을
졸이며 대동방적공장까지 왔다. 우선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어디서 사람이 숨어 엿보지나 않는가? 하여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공장에서는
발전기 소리가 우렁우렁 하고 흘러나온다. 그리고 까맣게 쳐다보이는 연돌에서 나오는 연기가 달빛에 희게 굽이친다.
그는 다시 이편 골목으로 와서 한참이나 보았다. 그러나 인기척이라고는 발견할 수 없으며 고요하였다. 그는 이번에는 살살 기어서 동북편
담모퉁이를 향하였다. 그는 담 밑에 착 붙어 섰다. 그리고 바짓가랑이 속에서 뭉텅이를 내어 얼른 구멍 속에 쓸어 넣고 돌아섰다. 그는 숨이
가쁘게 이편 집모퉁이로 와서 한참이나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때에 그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낮에 본 여공들의 긴 행렬이었으며, 그 중에 섞여
있던 선비였다. 선비!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선비가…… 참말 그 선비였는가? 그리고 저 안에서 지금 실을 켜고 있는가?
혹은 잠을 자고 있는가? 그도 나를 확실히 본 모양인데…… 나를 알아보았을까?
선비도 자기가 넣어 주는 그 종이를 보고 똑똑한 선비가 되었으면…… 하였다. 과거와 같이 온순하고 예쁘기만 한 선비가 되지 말고 한 보
나아가서 씩씩하고도 지독한 계집이 되었으면…… 하였다. 그때에야말로 자기가 믿을 수 있고 같이 걸어갈 수가 있는 선비일 것이라…… 하였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걸었다. 인간이란 그가 속하여 있는 계급을 명확히 알아야 하고, 동시에 인간사회의 역사적 발전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간이야말로 참다운 인간이라는 신철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야학을 마치고 삼호실로 돌아온 선비는 옷을 입은 채로 자리에 누웠다. 칠호실에서 간난이와 같이 있을 때는 야학만 마치고 돌아오면 이불 속에
엎디어 밤 가는 줄을 모르고 이야기를 하였는데, 삼호실로 옮아온 후부터는 아직도 한방에 있는 그들과 친해지지를 않아서 그런지, 마치 남의
집에 나들이로 온 것 같고, 방 안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놈의 감독놈이 무슨 짓이어? 나를 이 방에다 끌어다 두면 제가 어떻게 하겠단
말이어…… 아무래도 수상하지. 간난의 말과 같이 그놈이 간난의 눈치를 챘음인가? 그렇지 않으면 내 생각대로 그놈이 나한테 반한 셈인가?
하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또다시 첫째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자기들이 월미도를 향하여 가던 그때, 그 해변 돌길에서 눈결에 본,
아니 똑똑히 바라본 첫째, 그가 참말 첫째인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첫째를 눈결에 지나친 후로 선비는 밤마다 첫째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옛날에 그가 나물하러 잿등에 올라갔다가 첫째를 만나
싱아를 빼앗기고 울면서 내려오던 그때 일을 다시금 회상하여 보곤 하였다. 동시에 그의 어머니가 가슴을 앓아 돌아가실 때, 어느 새벽에 갖다
주던 소태나무 뿌리! 지금 생각하면 그때에 자기는 너무나 첫째를 몰라본 것 같았다. 지금 같으면 그 소태 뿌리가 얼마나 귀한 것이며 얼마나
고마운 것이랴! 첫째의 결백한 순정의 전부가 그 싱싱한, 그리고 아직도 흙이 마르지 않았던 그 소태 뿌리에 은연중에 들어 있던 것을 그는
몰라보았다. 그렇게 고마운 것을…… 밤을 새워 가며 캐온 듯한 그의 정성을 대표한 소태나무 뿌리를 윗방 구석에 팽개친 자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는 자기의 그때 행동에 대하여 분하고도 부끄러웠다.
단 한 번이라도 좋아! 그를 꼭 만나 볼 수가 없을까? 선비는 돌아누우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은 그의 볼에 따끈따끈하게
부딪친다. 그때 그는 씩씩 하며 자기를 껴안아 주던 덕호가 떠오른다. 그는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자기는 첫째를 만나 볼 그 무엇을 잃은
듯하였다. 그는 안타까웠다. 분하였다. 이십 년이나 고이 싸두었던 그의 정조를 늙은 호박통같이 생긴 덕호에게 빼앗긴 생각을 하니 그는
생각할수록 분하였던 것이다. 그때에 자기는 반정신은 나가서 분한 것도 아무것도 몰랐으나 지금 이렇게 누워서 눈감고 생각하니 그때에 자기는
덕호에게 일생을 망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선비는 얼굴이 화끈 달았다. 그리고 첫째의 얼굴을 다시 그려 보았다. 자기를 보고 놀라는 듯한
첫째의 표정을 보아 그도 역시 선비 자신을 알아본 듯하였다. 따라서 잠시간이나마 첫째가 자기를 어느 구석에 잊지 않고 이때까지 생각해 왔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은 선비 자신이 흥분이 되어 그를 바라본 까닭에 그렇게 그의 눈에 비치어졌는지 모르나 어쨌든 첫째가 자기를 얼른 알아본 것만은 사실인
듯하였다. 그때 선비의 가슴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회와 슬픔, 그리고 반가움이 교착이 되어 가지고 그의 조그만 가슴을 잡아 흔들었다.
동시에 언제까지나 그의 앞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뒤에서 밀고 앞에서 재촉하는 무서운 현실! 번개같이 만나자 번개같이 들었던 일만
가지 감회를 쓸어안은 채, 선비는 그 현실에 순응하지 아니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몰라보리만큼 꺽센 첫째의 몸집, 그리고 거칠고 거칠어진 그의 얼굴에 그나마 옛날 싱아를 빼앗아 먹으며 빙긋빙긋 웃던 그 눈만이 아직도 혁혁히
빛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눈 역시 세고에 부대끼어 전과 같은 순진하고 맑은 기운은 약간 보이고, 반면에 무서우리만큼
강하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 그라야만 덕호에 대한 자기의 원을 풀어 줄 것 같았다.
그때 그는 간난이가 일상 하던 말을 얼핏 깨달으며, 세상에는 덕호와 같은 우리들의 적이 많은 것이다. 그것을 대항하려면 우리들은 단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던 그 말을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선비는 어떤 힘을 불쑥 느꼈다. 그리고 간난이가 가르쳐 주는 그대로 하는 데서만이
선비는 첫째의 손목을 쥐어 보리라 하였다. 흙짐을 져서 파래진 첫째의 등허리! 실을 켜기에 부르튼 자기의 손끝! 그리고 수많은 그 등허리와
그 손들이 모여서 덕호와 같은 수없는 인간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 하였다. 보다도 선비의 앞에 나타나는 길은 오직 그 길뿐이다.
으흠 하는 기침소리에 그는 흠칫했다.
선비는 놀라 숨을 죽이고 들었다. 또다시 기침소리가 들릴 때 그는 그 기침소리가 숙직실에서 나오는 감독의 기침소리인 것을 깨달았다. 벽을
새로 감독과 그가 마주 누운 것이 직각되자 불쾌하였다. 그리고 간난에게서 들은 용녀의 이야기를 다시금 되풀이하며, 이를테면 나도 용녀
모양으로 그렇게 지내자는 심중에 이 방으로 옮기게 하였으나 내가 왜 말을 듣나. 만일 용녀같이 그렇게 농락하려고 그가 덤벼들면 망신을 톡톡히
시켜 놓고 나는 나가지. 이 공장 아니면 딴 공장은 없을까. 이렇게 그는 결심은 하나 그러나 그의 앞에는 불길한 예감만 그의 머리를 자꾸
싸고돌아 어쨌든 불쾌하였다. 이런 때 간난이가 곁에 있으면 어떠한 말을 하여서든지 자기의 맘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는 간난이를
찾아가서 덤벼드는 감독을 대항할 방침을 문의하고 싶었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가졌으나 용이하게 기회를 타는 수가 없었다. 낮에는 바쁘고,
하루 건너서 야근을 하고, 시간이 좀 있다더라도 그 틈을 타서 옷 해 입기에 눈코 뜰 짬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런 밤에나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몇 달 내지 몇 해를 간다더라도, 마주앉아 말 한마디 할 틈이란 바늘 끝만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감독이 기침한 것을 보아 아직도 잠이 안 든 모양인데 문소리를 내면 필시 쫓아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에라 후일 간난이를
만나지! 오늘만 날인가? 하였다.
그때 문소리가 난다. 선비는 얼른 문 편을 바라보았다. 그의 방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숙직실 감독의 방문이 열리는 듯하였다. 뒤미처 신발
소리가 가늘게 났다. 선비는 몸이 한줌만해지며, 참말 자기의 몸에 위기가 박두한 것을 느꼈다. 그는 이불을 막 쓰고 숨을 죽이었다. 신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선비는 감독이 저 문밖에 서서 이 방 사람들이 자는가 안 자는가를 엿보는 듯싶고, 그리고 금방 감독이 들어와서
그에게 덤벼드는 듯하여 가슴이 울렁울렁 뛰놀았다. 따라서 철모르고 자는 옆의 동무를 깨울까말까 망설이었다.
한참 후에 선비는 가만히 이불을 벗으며 신발 소리와 문소리를 들으려 하였다. 그때 옆의 동무도 역시 머리를 내놓고 있다가 선비를 바라보며,
"이제 문소리 났지?"
선비는 너무 반가워서 바싹 다가 누웠다.
"너도 깨었니?"
"그래, 그 무슨 문소리어…… 감독의 방 문소리가 아니어?"
"그런 것 같애……."
옆의 동무는 선비의 귀에다 입을 대었다.
"저 요새 말이어…… 감독이 저렇게 자지를 않고 순시를 돌아. 그런데 넌 그 이상스러운 종잇조각을 보지 못하였니?"
선비는 얼른 종잇조각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는 시치미를 떼고,
"몰라…… 무슨 종이냐?"
"딴 방에는 안 그런가 모르거니와 우리 방에는 요전에는 날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보면 무슨 종잇조각이 떨어져 있는데 그것에는 우리 공장 안의
일을 모두 썼겠지. 네 전날 우리 월미도에 가면서 구두를 신고 가지 않았니……?"
"그래."
"그런데 그 구두도 말이어…… 이애 후일 말하자."
동무는 문 편을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 선비는 미리 간난에게서 들었던 말이므로 더 추궁하여 묻지 않았다. 더구나 감독이 저 말을 듣지나
않나? 하는 불안에 가슴이 한층더 졸이었다가, 잘되었다 하였다. 따라서 수없는 여공들의 수수께끼인 그 종잇조각은 아무래도 간난이가 어떻게든지
해서 돌리는 것 같았다. 간난이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하는 말이며 동작이 아무래도 그 수수께끼의 주인공인 듯싶었다. 그리고 그의 이면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 듯하였다. 간난이가 자기에게는 무엇이나 숨기는 비밀이 없으나 오직 그 일만은 숨기는 듯하였다. 그것이 무슨 일이며,
누구들이 뒤에서 조종하는지 모르나 어쨌든 그 비밀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비는 처음에는 수상하게 생각되었으나 시일이 지날수록 그 일이
무슨 일이라는 것을 막연하게 짐작은 되었다. 확실하게 자기가 짐작하는 그런 일이라고는 꼭 말할 수 없으나, 그저 막연하고 분명하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때 별안간 문이 바스스 열리며 회중전등이 쏴 하고 비쳤다.
그들은 얼른 이불을 막 쓰고 잠든 체하였다. 문이 가만히 닫히며 신발 소리가 가까워진다. 선비는 두 손을 가슴에 부둥켜안고 머리를 베개
아래로 내리며 숨을 죽였다. 그러나 가슴은 무섭게 뛰었다. 무엇보다도 이제 자기들이 한 말을 문밖에서 다 듣고 뭐라고 나무라려고 쫓아 들어온
것만 같았던 것이다.
한참 후에 선비는 그의 이불에 감독의 손이 닿는 것을 알자 이불이 벗겨진다. 선비는 몸을 흠칫하며 머리를 숙이었다.
"왜들 이때까지 잠을 안 자?"
감독의 무거운 음성이 방 안을 울려 주었다. 선비는 가만히 있었다.
"잠을 푹 자야 내일 일하기가 힘들지 않지."
감독의 손길이 선뜩하고 선비의 볼에 부딪치므로 선비는 무의식간에 손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 덮으며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 방에는 종이가 떨어지지 않았더냐. 떨어진 것이 있으면 내놓아라."
이번에는 선비의 머리를 툭툭 쳤다. 선비는 옆에 동무가 잠든 줄을 알면 대단히 무서울 것이나, 그러나 잠들지 않은 것을 뻔히 아는 고로 한결
무섭기가 덜하였다. 그러나 그만큼 감독이 그의 얼굴을 쓸어보고 머리를 툭툭 치는 것을 옆에 동무가 알 것이 부끄럽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맘대로 하면 일떠나며 감독의 상통을 후려치고 싶었다. 그러나 역시 맘뿐이지 손가락 하나 까딱 하는 수가 없었다. 그때 그는 덕호에게 그의
처녀를 유린받던 장면을 다시금 회상하며 부르르 떨었다.
한참이나 우두커니 섰던 감독은 이불을 끌어당겨서 푹 씌워 주었다.
"잡생각들 말고 잠자."
말을 마치며 감독은 돌아서 나간다. 선비는 그제서야 숨을 몰아쉬며 베개를 베고 제대로 누웠다. 그러나 감독의 손길이 부딪친 그의 볼에는
벌레가 지나간 것처럼 그렇게 불쾌한 감상이 오래 사라지지 않았다.
며칠 후에 선비는 감독에게 부름을 받아 사무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감독은 의자에 걸어앉아서 격문조각을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흘끔 쳐다보았다.
"거기 앉아……."
책상 곁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선비는 주저주저하였다.
"이런 것 선비에게도 있지?"
감독은 선비의 속까지 뚫어보려는 듯이,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았다. 선비는 얼굴이 빨개졌다.
"없어요."
"없는 게 뭐야. 거짓말 말어. 이 기숙사 안에는 안 간 방이 없는데, 선비에게라구 안 갔을 탁이 있나? 바루 말해."
선비는 약간 얼굴을 숙이며, 버선 갈피 속에 깊이 넣어 둔 종잇조각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감독이 혹시 그것을 미리 보고서 하는 말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들었다.
"이리 가까이 와."
감독은 올백으로 넘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자를 가지고 조금 다가왔다.
"이거 봐. 이런 종이를 만일 선비도 가졌다면 찢어 버리고 이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야 해. 선비만은 내가 잘 알아. 온순하고 얌전하지,
허허…… 그런데 한고향서 왔다는 간난이가 혹 밤에 나가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선비는 놀랐다. 한방에 있는 자기도 확실하게 눈치채지 못한 것을 감독이 어떻게 짐작하였는가? 하였다. 그리고 간난이가 그 일로 인하여 불행히
쫓기어 나가게나 되지 않으려나 하는 걱정이 들며 어떻게 감독을 곯리어서라도 그러한 의심을 풀어 버리게 하여야겠다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감독이
그에게만은 절대 호감을 가진 것을 아느니만큼 선비가 변호를 하면 아직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이상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그런 일 없어요."
선비는 용기를 내어 이렇게 대답하였다. 감독은 입 모습에 웃음을 띠며 조금 다가앉았다.
"한고향서 왔으니 변호하는 셈인가?…… 거게 좀 앉아! 응 자."
선비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흠씬 끼쳐진다. 그리고 그가 처음 덕호에게 유린받던 그날 밤 같아서 몸이 한줌만해졌다. 그래서 그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
감독은 선비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궐련을 피워 물었다.
"선비, 금년에 몇 살?"
감독은 궐련재를 털며 물었다. 선비는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며 어서 나오고 싶었다.
선비의 초조해하는 양을 바라보는 감독은 다소 위엄을 띠었다.
"누가 뭐라는가, 어서 거게 좀 앉았어. 뭐 물을 말이 많아. 응 거기……."
의자를 가리켰다. 선비는 당황하였다. 그리고 그의 신변에 위기가 박두한 것을 느끼며 어떡해서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숨이 가빠 오며 방 안의 공기가 자기 하나를 둘러싸고 육박하는 듯하였다. 그때 선비는 덕호에게 유린받던 경험을 미루어 감독이
어떻게 어떻게 할 것이 선뜻 떠오른다.
"저 난 일하던 것을 놓고 들어, 들어……왔에요."
"응 무슨 일?"
선비의 불그레한 얼굴을 곁눈질해 보는 감독은 귀여운 듯이 빙긋이 웃었다.
"저 저고리를……."
"저고리를?…… 돈 잘 벌어서 삯 주지, 허허허허. 그런데 말이어, 이런 종이에 혹해 가지고 만에 일이라도 그릇 생각을 하면 안 되어. 이
공장은 여러 여공들을 위하야 온갖 이익과 편리를 도모하는데, 그러한 은혜를 모르고 이따위 말이나 곧이들으면 되는가. 후일 선비에게도 이런
종이가 가거던 내게로 가져와…… 응, 그러겠나?"
선비는 화제를 돌린 것만 다행으로 생각하고 얼른 대답하였다.
"네."
"그런 것을 써서 돌리는 것은 벌이 없는 놈들이 남 벌어먹는 것이 심술이 나서 그러는 게야. 선비는 그런 데 떨어지지 말고 나 하라는 대로만
잘 순종하면 매일 상금을 줄 테야. 또는 이 기숙사에 있는 여공들을 맘대로 부리는 감독을 하게 할 테야. 이를테면 내 대리 격이지.
알아들었어?"
감독은 만족한 듯이 웃었다. 선비는 발끝만 굽어보았다.
"내가 선비는 아주 참하게 보았으니 내 말만 들으면 그러한 권리를 줄 테야."
선비는 어서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나 감독은 이런 부실한 말만 자꾸 늘어놓는다. 그리고 가만히 보니 별로 할 말도 없고 그를 세워 놓고 저런
말이나 언제까지나 되풀이할 모양이다. 선비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저는 나가서 일 마자 하겠습니다."
"어 그런데 저……."
돌아서서 나오는 선비에게 이러한 말이 치근치근하게 뒤따른다. 선비는 못 들은 체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가 방으로 들어오니 간난이가 와서 그의
하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사무실 문소리가 요란스레 나며 감독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구둣발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다행으로 숨을 몰아쉬며
선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하고 쳐다보았다. 선비는 그들을 대하니 반갑고도 다소 부끄러웠다. 한참 후에 간난이가,
"우리 방에 가서 일할까?"
"그래."
간난이는 주섬주섬 일감을 걷어서 선비를 준다. 선비는 받아 가지고 간난의 뒤를 따랐다.
"이애들 모두 어데 갔니?"
선비가 방 안에 들어서면서 물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 하고 생각하였다.
"야근하러들 갔지…… 그런데 뭐라던?"
선비는 얼굴이 붉어지며 무슨 생각을 하였다.
"저 감독이 말이어, 너와 가까이하지 말라구 하두나. 그러구 저……."
간난의 귀에다 입을 대고 선비는 한참이나 수군거렸다. 간난이는 머리를 끄덕이며,
"흥, 나두 짐작은 하였다…… 선비야!"
간난이는 갑자기 정색을 하고 불렀다. 선비는 무슨 일인가 하여 눈이 둥그래졌다. 간난이는 이렇게 선비를 불러 놓기는 하고도 말은 꺼내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선비를 바라보는 때에 아직도 선비가 그의 확실한 친구가 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만일 선비가 확실히
계급의식에 눈이 떴다면 감독을 그의 손 가운데 넣고 농락해 가면서 얼마든지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급한 일이 생기면 저
선비에게다 모든 중대사를 밀어 맡기고 자기는 마음놓고 이 공장을 벗어날 수가 있도록 되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간난이는 그가 오래
이 공장 안에서 일하지 못할 것을 슬프게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선비에게 이러한 뜻의 말을 미리 비추려고 얼결에 불러 놓고 보니 아직도
선비는 시일을 좀더 지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간난이는 알았던 것이다. 선비는,
"뭘? 어서 말하려마."
간난이는 눈등이 불그레해졌다.
"후일, 응 후일!"
인천의 새벽.
검푸른 회색빛을 띠고 산뜻하고도 향기로운 공기가 무언중에 봄소식을 전해 주는 그 어느 날 새벽이다.
부두에는 벌써 몇천 명의 노동자가 빽빽하니 모여들었다. 그들은 장차 새어 오려는 동편 하늘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굳은 결심을 하였다.
백통테 안경은 붉은 끈을 가지고 머리를 휘두르며 여전히 눈알을 굴리어 노동자를 바라보았다. 전 같으면 저마다 붉은 끈을 얻으려고 대가리쌈을
하고 덤벼들 것이나 오늘은 백통테 안경이 붉은 끈을 봐란 듯이 팔에다 걸고 그들의 앞으로 왔다갔다하여도 그들은 눈 한번 깜박하지 않는
듯하였다. 백통테 안경은 이상스러운 반면에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시치미를 떼고 그중 친한 노동자를
불렀다.
"이리 와! 일끈을 줄 테니."
그때 전깃불이 꺼풋 하고 꺼져 버렸다.
"일 안 하겠수!"
백통테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갑판으로 갔다.
축항에는 기선이 죽 들어와서 부두에 대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손발 하나 까딱하지 않고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때 노동자 몇 사람은 그들의
대표로 요구조건을 제출하려고 해륙운수조합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들은 그들의 대표 노동자들이 무슨 소식을 전하기까지 깜작하지 않고 사무실만
바라보고 정렬하여 서 있었다.
축항의 기선은 연기만 풀풀 토하고 있다. 그리고 선원들이 죽 나와서 이상한 듯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전 같으면 지금쯤은 짐을 푸느라고
벌떼같이 덤빌 터인데, 오늘은 이 축항이 쓸쓸하였다.
그리고 눈을 구루마 바퀴 굴리듯 잠시도 제대로 두지 못하던 백통테 안경도 오늘만은 날개 부러진 새 모양으로 머리를 푹 숙이고 한편 모퉁이에
서 있었다.
해가 벌겋게 타올랐다. 그들은 저 해를 바라보면서 단결의 힘이란 얼마나 위대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의 저 햇발은 그들의 이 단결함을 보기
위하여 저렇게 씩씩하게 솟아오르는 듯하였다. 그들은 저 햇발에 비치어 빛나는 저 바다 물결을 온 가슴에 안은 듯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비치는 모든 만물은 새로움을 가지고 그들을 맞는 듯싶었다. 동시에 무력하고 성명 없던 자기들이 오늘 이 순간에는 이 우주를 지배하는 모든
권리란 권리는 다 가진 듯이 생각되었다. 자기들이 단결함으로써 이러하고 있으니 기세를 부리던 백통테 안경을 위시하여 기선의 기중기며
선원들까지 아주 동작을 잃어버리고 깜짝하지 못하였다.
경관들은 눈을 밝히고 군중 틈을 뚫으며 행여나 선동자를 발견할까 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
인천의 시민들은 종래에 없던 부두 노동자들의 단결을 구경하기 위하여 골목골목에 나와 섰다. 그리고 끊임없이 경관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온다. 그래서 축항을 둘러싸고 무서운 대지로 공기가 팽팽히 긴장되어 있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가 있었다.
짐 실은 기선은 하나둘 자꾸 몰려들어 와서 우두커니 맹랑하게 서 있었다. 그때 요구조건을 제출하려고 해륙운수조합으로 들어갔던 노동자들은
경관들에게 호위되어 나왔다.
"우리들의 요구조건은 틀렸소!"
"카이상!"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길에 섰던 금줄 많이 두른 경관의 입에서 해산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때 욱 하는 무서운 움직임이 들려 왔다.
군중은 분기하여 인천 시가를 시위 행렬까지 하려다가 다수한 검속자를 내었다. 첫째가 집에 돌아오니 주인 할멈이 맞받아 나왔다.
"저 누가 아까 찾아왔어!"
첫째는 아직까지도 숨이 가쁘게 뛰었다. 그래서 숨을 돌려 쉰 후에,
"누가? 어떻게 옷을 입은 사람이유?"
첫째는 얼핏 형사? 신철이를 번갈아 생각하였다. 할멈은 빙긋이 웃었다.
"글쎄, 어떻게 옷을 입었던가?…… 자세히 생각나지 않어…… 하여튼 곧 또 오겠다구, 어데 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두먼……."
"기다리라고……?"
첫째는 때가 때니만큼 퍽으나 불길한 생각을 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할멈 보고 무슨 말을 더 물어 보려다가 그만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 누가 왔댔을까? 신철이가 무슨 급한 일이 있어 오지 않았나? 하며 망설일 때 문이 버썩 열린다. 첫째는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부두에서 낯익히 본 사나이였다. 더욱 신철의 집에서 몇 번 보기도 하였다.
"동무가 첫째 동무요?"
그는 방 안으로 들어오며 이렇게 물었다. 첫째는 어떤 영문인지 몰라 두리번하다가,
"예……?"
첫째가 그의 내미는 손에 악수를 건네자,
"동무 큰일났소!"
첫째는 무슨 말인가? 하여 그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아까 새로 한시쯤 해서 신철 동무가 잡혔수!"
첫째는 그제야 눈을 크게 떴다.
"잡혔어유? 어데서?"
"집에서 잡혔는데, 지금 그 집 주위에는 경계가 심하오. 동무도 이 집을 곧 옮겨야겠수. 우선 내가 집 하나를 얻어 놨으니 그리 옮겼다가
다시 또 적당한 데로 옮기오. 어서 빨리 일어나시유."
방 안을 휘 둘러보며 일어났다. 첫째는 신철이가 잡혔다니 앞이 아뜩하였다. 물론 신철이 아니라도 자기들의 배후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수없는
동무들이 있을 것을 뻔히 아나, 그러나 신철의 지도를 받아 오던 첫째는 마치 어린애가 어머니를 떨어진 듯한 그러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안타까웠다. 더구나 저 일이 끝도 나기 전에 잡혔으니…… 하며 첫째는 머리를 숙였다. 그는 첫째의 귀에다 입을 대고 뭐라고 수군수군하고 나가
버렸다. 첫째도 그 뒤를 따라 동무가 얻어놨다는 집으로 옮아오고 말았다. 낯선 방 안에 홀로 앉아 있는 첫째는 일만 가지 생각에 가슴이
뒤설레었다.
어느덧 날도 저물어진 모양이다. 첫째는 벌렁 누워 버렸다. 부두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자꾸 눈에 어른거리고, 그리고 신철이의 결박당한 모양이
떠오른다.
……(원문 탈락)……
이렇게 생각하다가 바라보니 벌써 밤이 이 방 안을 찾아왔다. 첫째는 벌떡 일어났다. 그때 문이 부시시 열리며,
"왜? 불도 안 켜시우."
"동무유……."
첫째는 딴놈이면 한대 붙이려다가 주저앉았다. 웬일인지 누구와 실컷 몸부림을 쳐가며 싸웠으면 이 안타까운 맘이 풀어질 것 같았다.
"어찌 되었수, 부두 노동자들은?"
첫째는 가만히 말하였다. 동무는 전등불을 켜놓고 나서 사온 빵을 가지고 첫째 곁으로 왔다.
"자시우! 그런데 부두노동쟁의는 딴 동무들이 맡아 보기루 했으니 가만히 앉아 있수!"
첫째는 빵을 들어 무질러 먹으며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뜨거운 사랑이 무언중에 알려진다.
"어서 다 자시유."
동무는 일어난다. 첫째는 인사도 없이 동무를 보낸 뒤에 전등불을 죽이고 빵을 다 먹었다. 그리고 우두커니 앉아서 부두 노동자들의 장래 승리를
생각하며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대동방적공장을 눈앞에 그리며, 그것들은 왜 가만히 있어? 답답해서 원! 선비가 정말 그 선빈가? 하였다.
그도 눈이 떠주었으면…… 할 때 신철이 잡힌 생각이 다시 떠오르며 가슴이 뜨거워지고 머리가 화끈 달기 시작하였다.
공장에서 야근 교대를 마치고 나오는 선비는 얼핏 그의 손에 무엇인가 쥐어지는 것을 느끼며 돌아보니 간난이가 시치미를 뚝 따고 옆으로
지나친다. 그는 간난이를 보고야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짐작하며 꼭 쥐었다. 그리고 함께 밀려나오는 효애의 눈치를 살폈다.
효애는 여전히 뭐라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였다. 선비는 그의 말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고도,
"응, 응, 그래……."
하였다. 효애는 그의 방으로 들어가며,
"그럼 내일 꼭 그래?"
선비는 무슨 말끝인지 알아듣지 못하였으나 다시 묻지는 못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상층으로 부리나케 달아올라가서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마침
동무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가슴을 울렁거리며 줌 안의 조그만 종이를 펴보았다.
"밤 한시쯤 해서 밖의 변소로 나와 다고."
선비는 누가 볼세라 하여 얼른 종이를 입 속에 넣어 씹었다. 그때 위층으로 올라오는 신발 소리가 요란스레 들리었다. 선비는 자리를 펴기
시작하였다. 그때 문이 열리며 동무들이 들어왔다.
"선비는 참 빨라! 벌써 왔어."
동무 하나가 이렇게 말하며 웃는다.
"아이구 고마워라. 내 자리까지 펴주네!"
나중에 들어오는 동무가 선비를 쳐다보며 주저앉는다.
"이애! 오늘 너 실 얼마나 감았니?"
그들은 옷을 훌훌 벗고 자리에 누우면서 이렇게 서로 묻는다. 선비는 못 들은 체하고 이불을 막 쓰며 무슨 통지가 또 들어온 모양이군 하였다.
그리고 뒤이어서 낮에 감독놈이 마주서서 싱글벙글 웃던 것을 다시금 생각하며 그놈 참 죽겠어! 남부끄럽게 내 앞에만 와서 그 모양이야!
하였다.
숙직실 시계가 한시를 치는 것을 듣고 어렴풋이 잠들었던 선비는 놀라 일어났다. 그리고 베개를 자리 속에 집어넣어서 마치 사람이 누운 것처럼
꾸미고 그는 문밖을 벗어났다. 그가 이층에서 내려와서 큰문을 소리나지 않게 잘 비틀어서 열고 나왔다.
기숙사 큰문 위에 환하게 켜놓은 전등 불빛이 그의 온몸을 분명히 나타내 준다. 그는 깜짝 놀라 어둠 속으로 얼른 몸을 피하였다. 그는 다시
사방을 둘러보며 혹시 감독이 나와 섰지나 않았는가? 하는 불안에 한참이나 머뭇거렸다. 그러나 아무것도 눈에 비치지 않으니 그는 다시 발길을
옮겼다. 그가 변소까지 오니 간난이는 벌써 와서 있었다.
"기다렸니?"
변소간으로 들어가며 선비는 소곤거렸다. 간난이는 선비 귀에다 입을 대고,
"이제 방금 감독이 이 앞을 지나갔다."
선비는 흠칫하며 감독이 그의 뒤를 따라오지나 않았나 하고 뒤를 흘금 돌아보았다. 그들은 마주앉고 한참이나 말을 건네지 않았다. 간난이는,
"내 잠깐 가서 동정을 보고 올 것이니 여기 있거라."
이렇게 말하며 그는 변소 밖으로 나갔다. 선비는 우두커니 서서 귀를 기울였다. 한참 후에 간난이가 돌아왔다. 그는 숨이 차서 헐떡헐떡하면서,
"감독이 기숙사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왔다…… 그런데 선비야, ××의 지령에 의하야 모든 것을 네게 인계하고 나는 오늘 밤 이 공장을
벗어나야 하겠구나!"
간난이는 선비의 손을 꼭 쥐며 희미한 변소간 전등불에 비치는 선비의 얼굴을 뚫어져라 하고 바라보았다. 선비는 너무나 뜻밖의 말에 멍하니
간난이를 보며 어깨가 차츰 무거워 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렇게 가분작이, 오늘 밤으로, 뭐?"
이때 우수수 하는 소리에 그들은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바람소리다.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은 더욱 요란하다.
"아무턴 긴급한 지령이다. 밖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선비는 두 다리가 후르르 떨리며 가슴이 무섭게 둘렁거린다. 더구나 언니 겸 동무이던 간난이가 그의 앞을 떠나갈 생각을 하니 눈이 캄캄하였다.
"선비야, 우리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싸워야 한다! 너도 맹세하였지?"
간난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 그리고 선비의 볼에 볼을 맞대었다.
"염려 마라! 나가서 몸조심해라!"
선비는 간난이를 쓸어안았다. 간난이는 선비의 눈물을 씻어 주었다.
"선비야! 어떠한 일이 있다더라도 낙심 말고 싸워야 한다. 이렇게 눈물 흘려서는 못쓴다. 대담해라. 어서 난 가야겠다……."
그들은 변소 밖을 나섰다.
간난이와 선비는 살살 기어서 담 밑까지 왔다. 그리고 간난이는 바짓가랑이 속에서 밧줄을 꺼내 들었다.
"네 어깨에 올라설 테니 단단히 힘을 써라. 그리고 이 밧줄을 꼭 붙들어 다오."
그때 바람이 휙 몰아온다. 그들은 사람의 신발 소리인가 싶어 휙근 돌아보았다. 바람은 점점 기세를 더하여 불었다. 그들은 바람 소리로 알았을
때 겨우 안심은 하였으나 가슴이 울렁거리고 숨이 차왔다. 그리고 번번이 바람 소리인 줄은 알면서도 바람이 불 때마다 뒤에서 감독이 칵 내닫는
듯하고 그들의 몸에 어떤 손이 감기는 듯하여 등허리에서 땀이 버쩍 나곤 하였다.
선비는 담 밑에 붙어 앉았다. 간난이가 선비 어깨에 올라서자 선비는 담을 붙들고 일어나려 하였다. 선비의 양 어깨가 빠지는 듯만 했지 아무리
힘을 들이나 일어날 수가 없었다. 선비는 몇 번 만에 겨우 일어났다. 간난이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겨우 일어세우며 담 위를 붙들기는
했으나 몸을 솟구는 수가 없었다. 그는 손에 든 밧줄을 입에 물고 두 팔로 담 위를 꼭 붙든 후에 다시 몸을 솟구었으나 힘만 들 뿐이고
손에는 땀이 나서 손이 미끄러워 떨어질 듯하였다.
간난이가 몸을 솟구려고 움찔하는 바람에 선비가 푹 거꾸러졌다.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고 간난이까지 떨어져 굴렀다. 선비는 얼른 간난이를
일어세우며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바람만 지동치듯 불 뿐이었다. 이런 때에 그 바람 소리는 자기들을 위하여 부는 듯하여 다행하였다.
"내가 나간 담에 이 신을랑 넘겨 다우!"
선비는 머리를 끄덕이며 여전히 담에 손을 대고 앉았다. 간난이가 선비의 어깨에 올라서서 다시 담 위를 붙들었을 때 휙 하는 휘파람 소리가
나는 듯하므로 간난이는 놀랐다. 그러나 선비는 어깨에 힘을 쓰기 때문에 그 소리는 듣지 못한 모양이다. 간난이는 이 소리가 담 안에서 나는
소린지, 담 밖에서 나는 소린지, 혹은 바람 소리가 그렇게 들리는지 하여 숨을 죽이고 가만히 들었다. 그 휘파람 소리는 어떻게 들으면 담
안에서 나는 것 같고, 또다시 들으면 담 밖에서 나는 듯하였다. 간난이는 몸을 솟구지도 못하고 어찌할 줄을 몰랐다. 봄바람이 되어 그 기세가
무서웠다. 간난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머리까지 담에 꼭 붙이고 휘파람 소리를 분간하여 들으려 하였다.
한참 후에 그 소리는 바람 소리인 것을 짐작하며 간난이는 힘껏 몸을 솟구었다. 그러나 솟구어지지 않았다. 한참 후에 간난이는 선비의 어깨만은
벗어났으나 아직도 담 위까지는 못 올라왔다. 아래서 선비는 발돋움을 하고 손으로 간난의 밑을 받들어 주었다. 이렇게 애쓰기를 거의 한
시간이나 넘어서 간난이는 비로소 담 위에까지 올라왔다. 선비는 밧줄을 꼭 붙들었다. 밧줄이 몇 번 잡아쓰이우더니 담 위에 올라섰던 간난이는
보이지 않았다. 선비는 얼른 신을 밧줄에 동여서 올려 치쳤다. 북북 소리를 바람결에 이따금 던지며 밧줄조차 어둠 속에 감추어졌다. 선비는
이마에 땀을 씻으며 사면을 살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쉰 후에 불행히 간난이가 어디 상하지나 않았는지? 하는 불안에 담 밑에 붙어 서서
간난의 신발 소리를 들으려 하였다. 반면에 이편 담 안에는 누가 숨어서 이 모든 것을 보지나 않았는가 하여 역시 주의를 하여 살펴보았다.
공장의 소음을 섞은 바람만이 그의 타는 듯한 볼에 후끈거릴 뿐이고 아무 소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까보다 무서운 생각이 한층
더하였다. 그리고 그의 방까지 갈 것이 난처하였다. 어둠 속 저편에는 감독의 그 눈알이 선비를 노려보는 듯하고, 그리고 그의 신발 소리가
뚜벅뚜벅 들리는 듯하였다. 그는 담을 붙들고 서서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발길을 옮겼다.
그는 그의 방까지 아무 변동 없이 잘 들어와서 자리에 누웠다. 베개 위에 볼이 선뜻 하고 닿을 때 뜻하지 않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그는 느꼈다. 그는 이렇게 무사히 방까지 들어와서 누웠으나 바람결에 유리 창문이 흔들릴 때마다 누가 방문을 열지나 않나? 그리고 너희년네가
간난이를 내보냈지 하고 위협하는 것만 같았다. 동시에 간난이가 저 무서운 바람을 안고 지금 어디로 분주히 갈 터이지! 하였다.
'간난아! 간난아!' 선비는 몇 번이나 입 속으로 간난이를 불렀다. 웬일인지 선비는 간난이를 다시는 만나 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더구나
앞으로 일해 갈 것이 난처하였다. 지금 생각하니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얼마든지 많았다.
이튿날 아침 기숙사에서는 무슨 큰일을 만난 듯하였다. 간난이와 함께 있던 여공들은 감독이 불러다가 위협을 하다하다가 나중에는 때리기까지 했단
말이 돌았다. 그래서 이 모퉁이를 가도 수군수군, 저 모퉁이를 가도 수군수군하였다.
선비는 감독이 그를 부를 터이지 하고 하루 종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일이 손에 붙지를 않고 툭하면 실이 끊어지곤 하였다. 평시에
간난이와 친하던 동무며, 간난의 방 옆에 있는 여공들까지 다 불러가나, 웬일인지 선비는 부르지 않았다. 그러니 선비는 한층더 가슴이
설레었다. 간난이와 그가 친하다는 것은 온 기숙사가 다 아는 터이고, 물론 감독까지도 잘 알 터인데, 그러므로 누구보다도 선비를 먼저 부를
줄 알았으나 해가 지도록 아무 소식이 없으니 도리어 선비는 겁이 나고 이상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애 뭘 잘했지! 여기 있으면 뭘 하니."
"잘하기야 열 번 스무 번 잘했지만, 글쎄 어떻게 나갔는지, 참 귀신이 놀랄 일이 아니냐."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는지 뉘 아니? 그래서 데려나간 게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드라도 하여간 그 높은 담을 넘지는 못했을 터이고 어데로 나갔겠니……?"
식당에서 밥을 먹는 여공들은 이렇게 하늘이 무너져도 못 나가는 것으로 알았던 그들에게 비상한 센세이션을 일으키었다.
"선비야, 넌 알겠지? 그러니 너보고야 말하고 나갔겠지, 그렇지?"
선비와 마주앉은 농 잘하는 여공이 선비를 보며 웃음 섞어 말하였다. 선비는 그가 미리 알고 말하는 것 같아서 다소 얼굴이 붉어지려는 것을
머리를 숙여 그를 피하였다. 그리고 밥에 돌을 고르는 체하다가 머리를 들며 빙긋이 웃었다.
"간난이가 나가면서야 나두 나가자고 하는 것을 나는 이 공장에서 일하기가 퍽 좋아서 안 나갔단다."
그들은 허허 호호 웃었다.
"사실이지 나갈 수만 있다면 나두 나가겠다. 그까짓것 여기 있어 뭘 해."
"이애 간난이가 요새 선비하고 덜 좋아했단다. 내 말을 하리?"
눈까풀 얇은 여공이 선비를 말끄러미 쳐다보며 입을 오물오물 놀렸다. 선비는 무슨 말인지를 알아들으면서 전 같으면 얼굴이 붉어질 것이나 지금에
있어서는 여공들이 그렇게 해석해 주는 것이 도리어 다행하였다.
"말할까? 말까?"
눈까풀 얇은 여공은 웃음을 띠고 물었다.
"이애 넌 무슨 말을 하랴면 속시원하게 얼른 하지, 고 버릇이 무슨 버릇이냐. 주리틀게 눈치만 살살 보면서 무슨 말이기에 그 모양이야?
극상해야 감독이 선비를 고와한단 말이겠구나. 그까짓 말에 그리 얌통을 부릴 게 없지 않니? 왼 기숙사가 다 아는데……."
얼굴 긴 여공은 이렇게 말하며 시치미를 뚝 떼고 밥만 푹푹 퍼넣는다. 선비는 왼 기숙사가 다 아는데…… 하는 그의 말에는 다소 불쾌하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여러 말 하기는 선비의 가슴이 너무나 복잡하였다. 그래서 그는 억지로 웃어 보이고 말았다.
선비가 식당에서 올라왔을 때,
"선비!"
하고 사무실에서 감독이 불렀다. 선비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그리고 감독이 물으면 대답하려고 어제 밤새도록 준비하였던
말이 어디로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선비는 어쩔 줄을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
"죄 없으면 일없지, 무슨 걱정이야."
옆에서 바라보는 동무가 이렇게 말하였다. 선비는 다리가 가늘게 떨렸다.
"방에 선비 없어!"
재차 부르는 소리를 듣고야 선비는 발길을 떼었다. 그가 문밖을 나서며 다는 얼굴을 부비쳤다. 그리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였으나 자꾸
뛰놀았다. 선비는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는 한 발걸음에 주저하고 두 발걸음에 망설였다. '내가 이래 가지고야 앞으로 일해 갈 수가 있나?
나는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 앞에 거짓말을 곧잘 해야 한다!' 선비는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감독은 궐련을 피워 물고 들어오는 선비를 바라보자 빙긋이 웃었다. 선비는 마음껏 용기를 내어 가만히 서 있었다. 감독은 기침을 하고 말을
꺼냈다.
"요새 어디 앓었는가?"
선비는 뜻밖의 물음에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래서 머리를 조금 들고 감독을 바라보았을 때 보기 싫게 눈을 흘금거리는 호랑이
감독이 아니라, 공장 안에서 까불이라고 별명이 있는 고감독이었다. 선비는 다소 맘을 가라앉히었다. 고감독은 체가 적으니만큼 까불기는 하나
눈치가 빨라서 여공들이 가장 친하게 대하는 감독이었던 것이다.
"왜 얼굴이 전만 못하구먼. 몸간수 잘해야 해."
감독은 기침을 칵 하고 나서 선비의 숙인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요새 동료들 중에 암투의 초점인 이 계집! 언제도 새로운 미를 또다시
그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장차 저 계집은 누구의 손에 쥐어질지 모르나 어쨌든 지금 동료들끼리 맹렬한 알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제각기 기숙사 당번을 즐겨 하고 집에 나가기를 싫어하였다. 그리고 서로 질시가 심하니, 누구나 적극적으로 선비에게
대들지는 못하고, 다만 선비의 호의만 사려고들 애썼던 것이다.
"여기 좀 앉아, 응 자."
까불이는 의자를 버쩍 들어 옮겨 놔주었다. 선비는 의자에 주저앉으며, 그의 치마 주름을 내려쓸고 있었다. 그리고 감독의 입에서 어서 간난의
말이 나와서 얼른 대답을 한 후에 감독 앞을 벗어나고 싶었다. 선비는 감독만 대하게 되면 어쩐지 어렵고, 덕호를 대하는 듯한 불쾌감이 그를
싸고도는 듯하였던 것이다.
"선비, 이번 나간 간난이와 한고향이라지?"
"예."
"나가기 전에 선비보고 무슨 말이든지 하던 말이 없던가?"
약빠른 까불이 감독이 그의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저렇게 묻는 듯싶어 얼굴이 활짝 달아 왔다. 그리고 어떻게 대답할까 하고 두루두루
생각하다가,
"그저…… 무심히 대하였으니 지금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습니다."
까불이는 눈을 깜박깜박하고 나서,
"별다른 말이 아니라…… 말하자면, 공장에서 일하기 힘든다든지 어느 감독이 몹시 군다든지, 그러한 불평을 말하지 않던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음."
까불이는 선비의 임금빛 같은 두 볼을 바라보면서, 저 계집을…… 하고 안타깝게 생각되며 몸이 달았다. 그래서 단박에 달려들어 그를 쓸어안고
싶었다. 그러나 자기들의 동료 중에 그 어느 누가 알든지 하면, 두말도 없이 상부에 보고되어 생명줄이 떨어질 것이 무서웠다.
"간난이가 저렇게 나간 것을 선비는 어떻게 보는가?"
까불이는 선비의 태도를 보아, 그리고 그의 의젓한 성격을 미루어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더구나 딴 방에 있었으니 선비는 모를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선비와 이렇게 마주앉고 이야기하기 위하여 일부러 불러 놓고는 이리저리 묻는 것이다. 동시에 선비가 어느 정도로 자기에게
호의를 가졌는가? 하여 눈치를 살살 보았다.
"잘못된 행실이지요."
선비는 맘에 없는 말을 겨우 빼었다. 감독은 빙그레 웃었다.
"암! 잘못된 행실이구말구. 계집이 혼자 나갈 수는 없고 어떤 놈과 짜구 나갔을 게야. 제가 혼자서야 어디로 나가?…… 이감독이 자네보고
하는 말 없던가?"
이 말을 미루어 감독 자기네끼리도 의심하는 모양이다.
"없어?"
다시 한번 채쳐 물었다. 선비는 입에 손을 대고 기침을 가볍게 하였다. 그리고 감독이 자기를 의심하지 않는 것을 짐작하며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응 왜? 대답이 없어. 뭐라고 말하지 않아?"
"예!"
"덮어놓고 예, 예만 하니까 알 수가 있나? 이번 일에 대하야 선비에게 뭐라고 묻지 않아?"
치근치근한 이감독의 성질에 선비를 불러다 놓고 뭐라고 물었을 것이 틀림없는데 선비가 이감독과 벌써 무슨 약조가 있는 새가 되어서 저렇게
숨기나?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그때 선비는 간난이가 일상 하던 말이 문득 생각히었다. "감독을 만나면 너는 뾰로통해만 있지 말고 더러
웃는 체도 해보이렴. 그래서 네 태도를 저들이 분간하지 못하도록 하여라." 선비는 간난의 말이 우스워서 빙긋이 웃었다. 그때 층계를 올라오는
구두 소리…….
감독은 정색을 하였다.
"아주, 간난이가 나간 일에 대하여서는 모른단 말이지…… 나가!"
선비는 말이 떨어지자 곧 나왔다. 그리고 그의 방까지 왔을 때 감독의 방에서 두런두런하는 이야기 소리가 들려 왔다. 그의 동무들은 선비가
무슨 말을 할까 하고 그의 입술만 말똥말똥 쳐다보다가,
"뭐라던?"
선비는 자리를 내려 폈다.
"뭐라기는 뭐래, 그저 그 말이지."
"왜 야학에 안 가련?"
"몸이 좀 아프구나."
"어데가?"
"글쎄…… 맥이 없어."
그들은 풀기 없는 선비를 보며 감독에게서 단단한 나무람을 들은 듯하였다. 그리고 자기들도 감독에게 불림을 받을까? 하는 불안에 눈에 겁을
머금고 밖으로 나갔다.
선비는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렇게 맥을 놓으면 몸이 오슬오슬 추우면서도 이마에는 땀이 척척하게 흐르곤 하였다. 이런 때마다 그는
따뜻한 온돌방이 그리웠다. 그의 어머니와 단둘이서 살던 그 초가! 나무 반 단만 넣으면 잘잘 끓던 그 아랫목! 그 아랫목에서 이불을 막쓰고
땀을 푹 내었으면 그의 몸은 가뿐해질 것 같았다.
그가 한참 자고 어느 때인가 눈을 번쩍 뜨니 유리창에 달이 둥글하였다. 그는 이마에 척척하게 흐른 땀을 씻으며 달을 향하여 누웠다. 아까
감독이 묻던 말을 다시금 생각하니 그는 감독이 그를 의심하지 않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그 일 때문에 졸이던 맘은 좀 풀리나,
그러나 어깨가 무겁도록 짊어진 이 사명을 어떻게 하여야 잘 이행할 것이 난처하고도 답답하였다. 간난이가 가르쳐 주던 공장 내부 조직 방침,
밖의 동지들과 민활하게 연락 취할 것, 그리고 밖에서 들어오는 문서며 삐라 등을 교묘하게 배부할 것 들이 그의 머리에 번갈아 떠오른다.
한참이나 생각하던 선비는 좀더 있다가 간난이가 나갔으면 내 이렇게 답답하지 않을 것을…… 하며, 그가 무사히 나갔는가 하였다. 그리고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렇게 가분작이 간난이를 불러냈는가?…… 그들이 혹 잡히지나 않았는지? 할 때, 적지 않은 불안이 일었다. 동시에
미지의 동지들이 모두 어떤 사람들인가? 첫째와 같은 그런 사람인지도 모르지? 혹 첫째도 그들 중에 한 사람인 것을 자기가 모르는가……
하였다. 그러나 그때 월미도 가는 길에서 첫째를 만났을 때 일을 미루어 생각하니, 첫째는 어떤 공장 내에 있지 않고 그날그날 품팔이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웬걸 지도자를 만났으리…… 아직도 그는 암흑한 생활 속에서 그의 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동분서주만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선비는 첫째를 꼭 만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계급의식을 전해 주고 싶었다. 그러면 그는 누구보다도
튼튼한, 그리고 무서운 투사가 될 것 같았다. 그것은 선비가 확실하게는 모르나 그의 과거 생활이 자신의 과거에 비하여 못하지 않은 그런
쓰라린 현실에 부대끼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도적질을 하는가?…… 지금 생각하니 어째서 그가 도적질을 하게 되었으며, 매음부의
자식이었던 것을 그는 깊이 깨달았다. 그러니 선비는 어서 바삐 첫째를 만나서 그런 개인적 행동에 그치지 말고 좀더 대중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가 인천에나 있는지? 혹은 딴 곳으로 갔는지? 왜 나는 시골 있을 때 그를 무서워하였던가?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가 소태나무 뿌리를 캐어 들고 새벽에 찾아왔던 기억이 떠오르며 소태나무 뿌리를 윗방 구석에 던지던 자기가 끝없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
느글느글한 덕호가 주던 돈을 이불 속에 넣던 자신을 굽어볼 때, 등허리에서 땀이 나도록 분하고 부끄러웠다. 그뿐이랴! 마침내는 그에게
정조까지 빼앗기고 울던 자신! 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던 자기! 얼마나 유치하고 어리석었는가! 그리고 그 덕호를 보고 아버지! 아버지! 하며
부르던 그때의 선비는 어쩐지 지금의 자기와 같지 않았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이때껏 의문에 붙였던 그의 아버지의 죽음이 얼핏 떠오른다.
옳다! 서분 할멈의 말이 맞았다! 그는 무의식간에 벌떡 일어났다. 그때 손끝이 몹시 아파 왔다. 그래서 손끝을 볼에 대며 덕호를 겨우 벗어난
자신은, 또 그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에게 붙들려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며, 오늘의 선비는 옛날의 선비가 아니라……고 부르짖고 싶었다.
아버지와 면회를 하고 돌아온 신철이는 감방문 닫히는 소리를 가슴이 울리게 느끼며 맥없이 주저앉았다. 그가 처음으로 이 방에 들어올 때 저 문
닫히는 소리란 기가 막히게 그의 자존심을 저상시켰으며 반면에 비창한 결심까지 나도록 반발력을 돋아 주었는데, 오늘의 저 닫히는 소리는 그의
자존심이 이때까지 허위요 가장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그는 머리를 움켜쥐고 얼굴을 찡그렸다. 아버지의 그 초라한 모양이 안타깝게
떠오른다. 아버지는 그로 인함인지 혹은 생활난으로 인함인지 이태 전과는 아주 딴 사람을 대하는 듯하였다. 아버지의 그 옷 모양이며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 얼굴! 아들을 대하자 아무 말도 못 하고 눈가가 뻘개서 바라만 보던 그 눈! 그때의 아버지의 심정이야말로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그의 가슴속에 뚜렷하였다. 일 초, 이 초 지나는 동안에 부자는 언제까지나 입을 열지 못하였다. 한참 후에 신철이는,
"영철이 잘 있나요?"
그때 아버지는 눈물이 그뜩해지며,
"응, 응."
하고 어리뻥뻥하게 대답을 하면서 머리를 돌려 버렸다. 아버지의 모호한 그때의 대답을 들을 때 신철이는 가슴이 선뜻해지며 그놈이 죽지나
않았나?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들었던 것이다.
"미루꾸 사주!"
하던 그 음성도 다시 듣지 못할 겐가? 하며 신철이는 벽에 의지하여 눈을 꾹 감았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너 박판사를 만나 보았니?…… 박판사의 말대로 하여…… 응, 공연한 고집 부리지 말고……."
말을 마치자 면회는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아버지의 그 떨리는 음성! 그것은 거의 애원이었다. 그리고 이때까지 그 어느 구석에 숨어 있던
그의 그 어떤 생각을 정면으로 찔러 주는 듯하였다. 어떻게 하나? 어제 만나 본 병식의 말대로 해버릴까?
병식이는 그가 최후로 도서실에서 어리석고 비열하게 보았던, 육법전서를 안고 외던 학생이었다. 그는 벌써 예심판사가 되었던 것이다.
병식이를 만나는 첫 순간, 신철이는 적이 놀라면서도 반면에 그의 자존심이 강하게 동하였다. 보다도 억지로 그의 자존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에는 그가 권고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듣지도 않았지만 일단 그와 마주앉아 있기가 왜 그리 불쾌하였는지 몰랐다. 그러므로
신철이는 머리를 돌린 채 그의 묻는 말에 한 마디도 대답지 않았다. 그러나 병식이는 그의 직무상 옛날 동무로서의 우정을 생각해서 그랬는지
어쨌든 간곡히 말하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의 아버지가 병식이를 찾아가서 간곡한 부탁이 있은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렇게 깨닫고 나니 병식이가 열심으로 지껄이던
말이 그의 머리에 명랑하게 떠오른다.
"우선 나부터도 이 자본주의 사회제도를 전부가 다 옳다고 긍정할 수는 없네. 따라서 이 제도를 부인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 보겠다는 용감한
투사들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그러나 이 제도를 없이하려면 상당히 오랜 역사를 요구하게 될 것이 아닌가. 즉 장구한 시일과 다수한
희생이 있어야 될 것은 자네가 더 잘 알 것일세. 그러나 이 같은 떳떳한 일을 위해서는 나 개인 하나는 희생한다고…… 하는 것이 남아로서
장쾌한 일이라고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게 되나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하면, 나 혼자가 더 그랬댔자 오늘낼로 곧 혁명이 될 것도 아니요,
또 안 그랬댔자 될 혁명이 안 될 것도 아니니, 이 세상에 한번 나서 어찌 나 개인을 그렇게도 무시할 수가 있는가? 더구나 자네나 나는 집안
형편이 딱하게 되지 않았는가…… 자네나 내가 없으면 집안 식구는 내일부터라도 문전걸식할 형편이니, 지금부터 이 감옥에서 십 년이 될지, 몇
해가 될지 모르는 그 세월을 희생할 생각을 해보게…… 요즘 일본에서도 ××당의 거두들이 전향한 것도 잘 알 터이지. 그들도 많은 생각이
있었을 것일세. 자네는 이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병식이는 얼굴에 비창한 빛을 띠고 신철이를 바라보았다. 신철이는 그의 타산에 밝은 개인주의적 그 이론으로 자기를 설복시키려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일종의 모욕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아무 대답도 아니하였다. 이 눈치를 챈 병식이는,
"그러면 돌아가서 깊이 생각해 보게. 나는 나의 직무를 떠나 옛날의 우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권하네……."
그때 옆에 섰던 간수는 호령을 하였다.
"일어서!"
오늘 아버지의 애원을 듣던 그때, 그리고 아버지의 파리해진 얼굴을 바라보는 그 순간에 자신의 그 비창한 결심이란 얼마나 약한 것이었던가?
신철이는 한숨을 후 쉬었다. 그때 이 형무소에 같이 들어온 밤송이 동무며 그 밖에 여러 동지의 얼굴들이 번갈아 떠오른다. 특히 인천에 있는
첫째의 얼굴이 무섭게 확대되어 가지고 그의 앞에 어른거려 보인다. 신철이는 그 얼굴을 피하려고 눈을 번쩍 떴다. 어젯밤만 해도 첫째의 얼굴을
머리에 그려 보며 그리워하였는데, 이 순간에는 어쩐지 첫째의 그 얼굴이 무섭게 보였던 것이다.
창문으로 쏘아 들어오는 붉은 실타래 같은 햇발이 벽 위에 아로새겨졌다. 유리, 철창, 굵은 철망, 가는 철망의 네 겹을 뚫고 들어오는 저
햇빛! 그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동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간수가 미하리(망) 구멍으로 들여다볼 때마다 시간을 물어 가지고 그 햇빛을 따라
벽 위에 가는 금을 그어 놓았다. 그래서 시간을 짐작하곤 하였던 것이다. 신철이는 저 햇발을 바라보면서 지금 열한시 반이나 되었을 것을
짐작하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지금 집에 돌아가셔서 몹시 번민하시겠지…… 하였다. 아버지의 모양을 보아 말하지는 않아도 그나마 학교에서도 나온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몇 식구가 오직 아버지만 바라보고 있던 터에 아버지마저 학교에서 나왔다면 그 생활의 궁함이야말로 보지 않았어도 능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어떻게 한담? 그의 집안을 돌아보아서 여기서 꼭 나가야 하겠고, 보다도 자신의 약한 육체를 보아서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때 그는 경찰서에서 고문받던 생각을 하고 소름이 쭉 끼쳤다. 두 번은 못 당할 노릇이었다. 그리고 모르고나 당할 노릇이지 지금과 같이 그
맛을 뻔히 알고서는 넙죽 죽으면 죽었지 그 노릇은 다시 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확실히는 모르나 미결에서 기결로 옮아가게 될 것도 일이 년은 걸릴 듯하였다. 그리고 다시 기결에 들어서는 십 년이 될지, 십오 년이 될지?
그것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십 년 밖이지 십 년 내로는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일생을 이 감옥에서 보내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앞이 아뜩해졌다. 그때 그는 병식이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의 하던 말을 곰곰이 되풀이하였다. 어제 병식의 앞에서는
그의 말에 구역증이 나고 듣기도 싫더니 불과 하루를 지난 오늘에는 그 말이 그럴듯하게 생각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병식의 앞에서 머리를 굽혀
보이기는 그의 자존심이 아직도 강하였다. 그는 한숨을 푹 쉬고 무심히 발끝을 굽어보았다. 그때 발가락에 개미 한 마리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
보였다. 신철이는 반가운 생각이 들어 개미를 붙잡아 손바닥에 놓았다. 개미는 어쩔 줄을 몰라 발발 기어 달아난다. 달아나면 또 붙잡아다
놓고서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그가 개미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자신이 이 개미와 같이 헛수고를 하는 듯싶었다. 개미야말로 모르고서나 이 감방에를 찾아 들어온 것이지, 아무
먹을 것이 없는 이 쓸쓸한 감방에 들어올 까닭이 없었다. 오늘 이 개미는 먹을 것도 얻지 못하고 자기에게 붙잡혀서 고달플 것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이 몸은 아무 소득도 없는 고생을 이때까지 해오다가, 또다시 여기까지 들어온 것 같을 뿐 아니라, 앞으로 몇십 년을 지나고 다행히
목숨이 붙어서 밖에 나간댔자, 벌써 자신은 그만큼 뒤떨어져서 여기도 저기도 섞이지 못하고, 결국은 일포나 기호 같은 그런 고리타분한 전락된
인텔리밖에 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자리를 벗어날 것인가? 신철이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는 강하게 흔들리지를 않고 아주 약하게 흔들리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마침 버들피리 소리가 끊어질 듯 질 듯하게 들리므로 그는 벌떡 일어났다.
신철이는 얼른 미하리 구멍부터 돌아보았다. 그리고 어디서 간수의 신발 소리가 나는가 하여 귀를 쫑긋 세우며 창 앞에 다가섰다. 창의 높이는
신철의 턱을 지나쳐 입술과 거의 맞닿았다. 신철이는 한숨을 푹 쉬면서 인왕산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햇볕을 안고 반공중에 뚜렷이 솟은 저
인왕산…… 그때 가까이서 새소리가 나므로 시선을 옮겼다.
창 밖에는 조그만 못이 있고, 그 옆에는 그리 작지도 크지도 않은 수양버드나무가 마치 여인의 풀어헤친 머리카락처럼 가지 가지가 척척 휘어
늘어졌다. 그리고 버들잎이 파릇파릇하였다. 신철이가 처음 여기 와서 저 버드나무를 볼 때는 앙상한 가지만이 봄바람에 휘날리더니 어느덧 벌써
잎이 저렇게 좋아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바라보는 저 버드나무! 바라볼 때마다 그는 새로운 느낌을 가지고 대하곤 하였다. 그리고 용연의
원소가 떠오르고 선비가 눈결에 지나쳤다. 그러나 그 선비는 옛날의 그 선비와는 어딘지 모르게 거리가 먼 것을 그는 느끼곤 하였다. 지금 그의
머리에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은 반대로 옥점이었다. 옥점이! 그는 다시 한번 옥점이를 불러 보았다. 아직까지도 그가 시집가지 않고 나를
기다릴까? 그렇지야 못하겠지? 벌써 어떤 사람의 아내가 되었겠지! 그러나 나를 아주 잊지는 못하리라…… 하고 멍하니 못을 바라보았다. 못
속에는 버들가지 그림자가 파랗게 떨어져 깔리었다. 그의 가슴속에 옥점의 얼굴이 파묻힌 것처럼…….
그때 잠깐 끊어졌던 버들피리 소리가 아우아우 하고 들려 왔다. 그가 어려서 과부의 넋두리라고 하며 버들피리 끝에 손을 대고 마디마디를 꺾어
불던 그 곡조였다. 신철이는 머리를 번쩍 들어 피리 소리 나는 곳을 찾았다. 봄을 만난 인왕산…… 어린애들이며 청춘 남녀가 가지런히 갈서서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애들의 떠드는 소리가 푸른 하늘가에서 재재거리는 종달새 소리같이 그렇게 명랑하게 들리었다. 그가 동무들과 저
산에 올라가던 그때가 엊그제 같건만……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니 발버둥을 치고 싶게 안타까웠다. 그리고 차라리 아버지의 말씀대로 하였더면
하는 후회까지 절실히 일어난다. 그는 이러한 생각이 아주 비열하고 더러운 생각이라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 꽃다운 청춘기를
그가 이 철창 속에서 이러한 망상과 공상에서 썩힐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혔다. 그러니 나 혼자만 무의미한 희생이지…… 그는 인왕산에 오른
남자를 바라보면서 이렇게까지 생각하였다. 그러나 맘은 보채었다. 안타깝게 보채었다. 이렇게 번민과 쓰림을 당하는 것이 자기만이 아니고 이
안에 들어 있는 수없는 인간들인 것을 그는 깨달았다.
피리 소리는 차츰 가늘어진다. 그의 안타까운 이 가슴의 굽이굽이를 바늘끝으로 꼭꼭 찌른다고 할지? 예리한 칼끝으로 심장의 일부를 살짝살짝
저민다고나 할지? ……저 푸른 하늘 아래 가는 연기와 같이 떠도는 저 피리 소리! 신철이는 어느덧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시커멓게 가로질러 나간 철창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물 먹고 싶듯이 저 세상이 그립다. 저 세상의 푸른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고 싶다.
그때 절그럭 하는 소리에 신철이는 깜짝 놀라 펄썩 주저앉았다.
"이놈아!"
간수의 호통소리에 그의 가슴은 푸르르 떨렸다.
"이리 와 앉아!"
신철이는 하는 수 없이 이편으로 와서 주저앉았다.
"내다보면 못써. 이 담엔 벌이 있을 테야!"
신철이는 울분이 목구멍까지 치받치는 것을 꾹 참았다. 그는 기가 막혀서 묵묵히 앉았을 뿐이다. 간수는 한참이나 서서 신철이를 노려보다가
절그럭 하고 미하리 구멍을 닫는다. 그는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을 펴보니 개미는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개미 동무를 잃어버린 그는 곁에 놓인 {법화경(法華經)}을 끌어당기어 펴들었다.
입맛이 당기지를 않아서 저녁도 먹지 않은 선비는 여러 동무와 같이 공장으로 들어왔다. 이날 선비는 야근할 차례였던 것이다. 여공들은 누구나
다 밤일은 싫어하였다. 그래서 제각기 야근 차례만 돌아오면 얼굴을 찡그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남직공과 친해진 여공들은 야근하기를
좋아했다. 물론 밤에도 감독이 감독을 하지마는, 감독들은 하룻밤에도 몇 번씩이나 교대를 하였다. 그러므로 교대하는 그 틈마다 고치통을 들고
들어오는 남직공과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밤이니 감독들은 낮과 같이 그렇게 심하게 보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밤에 남직공을 틈틈이 만나
보려고 애를 쓰곤 하였던 것이다.
요새는 남직공과 여직공들이 배가 맞아서 나간 것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러니 감독들이 눈을 밝히고 감독은 한다면서도 어쩐지 그런 일이 자꾸
일어났다.
선비는 육백삼호인 가마 곁으로 와서 동무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이전 나가세요. 제 시간이어요."
동무는 가마 소제를 하다가 휙근 돌아본다.
"내 소지하지요."
"아슴찮아라…… 참, 아픈 것 낫소?"
동무는 손빠르게 와꾸를 뽑아서 통에 넣어 가지고 돌아서 간다.
선비는 솔을 들고 가마를 얼핏 가신 후에 낡은 물을 내뿜고 새 물이 들어오게 하였다. 이렇게 기계를 소제하는 동안에도 기계의 운전은 쉬지
않았다. 그래서 선비는…… 아니 이 공장 안의 여공들은, 이 기계란 쉴 줄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기계에 머리카락이나 혹은
옷이 끼일까 봐 무서워서 머리에 수건을 막 쓰고 검은 통옷을 만들어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시커멓게 내려 입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나
간봄에 여공 하나가 머리카락이 와꾸에 끼어서 마침내는 기계에 말려들어 무참하게도 죽었던 것이다. 공장에서는 이것을 극비밀에 붙이고 거기에
대한 이야기도 못 하게 하나, 곁에서 이 참경을 본 몇몇의 여공들이 있으므로, 아는 듯 모르는 듯 그 말이 전 공장 안에 좍 퍼졌던 것이다.
그 후로 이 공장에서는 여공들에게 이런 작업복과 수건을 쓰라고 엄명하였다. 물론 공장에서 내준 것이 아니고 여공들 스스로 해입게 하였던
것이다.
선비는 남직공이 갖다 주는 삶은 고치를 가마에 들어부었다. 끓는 물 소리가 와스스 하고 나며 고치는 가마 물 속에서 핑핑 돌아간다. 그때
어깨 위가 오싹해지며 오슬오슬 추워 왔다. 그리고 기침이 연달아 칵칵 일어난다. 그는 기침을 안 하려고 입을 꼭 다문 후에 숨을 쉬지
않았다. 그러나 기침은 안타깝게 목구멍에서 간지럼을 태우며 올라오려고 애를 썼다. 선비는 이렇게 기침을 참아 가면서, 조그만 비를 들고
끓어오르는 고치를 꾹꾹 눌러 가며 비 끝에 묻어나는 실끝을 왼손에 감아 쥐었다. 가마에서 끓어오르는 물김에 그의 얼굴이 화끈화끈 달며 벌써
손끝이 짜르르해 왔다. 그러나 반대로 등허리는 오싹오싹 오한이 난다. 선비는 간봄부터 확실하게 이러한 것을 느끼면서도 그저 일시 일어나는
몸살이거니…… 하였다. 그러나 여름철이 닥친 지금까지도 이 추운 증세는 떨어지지 않고 기침까지 곁들였다. 그래서 그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으나, 그러나 의사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선비는 비를 놓고 왼손에 쥔 실끝을 한 오라기씩 돌아가며 사기바늘에 번개치듯 붙인다. 그러나 바늘 하나에 여러 번 붙이면 실오라기가 너무
굵어지니, 사기바늘 하나에 다섯 번 이상은 못 붙이는 것이다. 사기바늘을 통하여 뽑히는 실끝은, 마치 재봉침 실끝이 용쇠를 통하여 올라가는
것처럼, 비틀비틀 꼬여져서, 와꾸를 향하여 쭉쭉 올라가서 감긴다. 와꾸 옆에는 유리 갈고리가 공중에 매어달려서 와꾸에 실이 고루 감기도록
실끝을 물고 왔다갔다한다.
전등불이 낮같이 밝은데 그 위에 유리창문과 유리천장에 반사가 되어 눈이 부시게 휘황하였다. 그리고 발전기 소음 때문에 귀가 막막하게 메어지는
것 같았다. 선비는 기침을 칵칵 해가면서 자리를 붙지 못하고 몸부림을 쳤다. 그것은 이십 개나 되는 와꾸를 혼자서 조종하려니 그러지 않고는
도저히 불가능하였던 것이다. 오슬오슬 춥던 것은 이젠 반대로 뜨거운 열이 되어 옷이 감기도록 땀이 흘렀다.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사뭇
빗방울같이 흘러서 어쩌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숨이 차와서 흑흑 느끼었다. 손끝은 뜨거움이 진해서 차츰 무신경 상태에 들어간다. 그래서 남의
손인지 내 손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마침 실이 여기저기서 끊겼다. 선비는 발판을 꾹 눌렀다 놓아 기계를 정지시킨 후에 손빠르게 실끝을 쥐었다. 그때 옆에서 감독이 소리쳤다.
"얼른 이어! 요새 선비가 웬일이어?"
감독은 들었던 채찍으로 와꾸를 툭 치어 기계를 돌리었다. 그러니 실끝은 채 이어지지 못한 채 와꾸는 핑글핑글 돌았다. 선비는 울고 싶었다.
오늘 밤새도록 일한 것이 헛수고였던 것이다. 감독이 이렇게 와꾸를 돌리게 되면 으레 이십 전 벌금을 물게 되는 것이다. 선비는 어쩔 줄을
몰라서 돌아가는 와꾸를 바라보며 실끝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앞이 아뜩아뜩해지며 기침이 자꾸 기어나오려고 하였다.
"무슨 딴생각을 하는 게야! 이렇게 일에 성의가 없이 할 때에는, 응 그러하지?"
선비는 가슴이 뜨끔해지며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리고 이 자들이 눈치를 채지나 않았는가? 하였다. 따라서 요새는 거의 날마다 선비를 나무라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가? 하였다. 그래서 선비는 한층더 가슴이 떨리고 다리가 허둥거렸다.
한참 후에 선비는 겨우 실끝을 이었다. 벌써 감독은 수첩에 무엇인가 쓰고 있다. 그리고 선비를 흘금흘금 곁눈질해 보며 수첩을 포켓에 집어넣고
그의 앞을 떠났다. 선비는 비로소 한숨을 후 쉬었다. 기침이 야무지게 칵 나왔다. 그는 감독이 그의 기침소리를 들었을까 하여 얼른 감독의
뒷모양을 바라보았다. 감독은 요새 갓 들어온 여공 앞에 서서 무어라고 웃으며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의 실팍한 궁둥이를 툭 쳤다.
"일 잘해! 그래야 상금을 타지."
여공은 몸을 꼬며 애교를 피웠다. 그리고 감독의 눈을 슬쩍 맞추고 눈을 스르르 감으며 웃었다. 이 여공의 특색은 웃으면 저렇게 눈이 되곤
하는 것이다. 선비는 요새 감독이 그의 앞을 떠나 신입 여공에게 저렇게 구는 것이 잘되었다고 생각은 되면서도 그것으로 인하여 그의 맡은
사업이 속히 드러날 위험을 느끼었다. 그리고 전에는 이따금 상금을 주었을망정 이렇게 와꾸를 돌리며 나무라지는 않았는데, 신입 여공이 감독의
비위를 맞추어 주면서부터는 감독의 태도가 아주 냉랭해졌다. 그리고 오늘까지 하면 벌금 문 것이 세 번째나 되었다. 선비는 여전히 바쁘게 손을
놀리면서도 한숨을 폭 쉬었다. 그리고 아까보다 몸이 더 괴롭고 기침만 나오려고 가슴이 죄어들었다. 그나마 아까는 다만 몇십 전의 벌이라도
되거니…… 했다가 그 희망조차 아주 끊어지고 나니 복받치는 것은 아픔과 설움뿐이었다. 그때 그는 간난이가 하던 말을 다시금 생각하고 어느
정도까지 감독의 비위를 맞추어 둘 것을…… 하는 후회도 다소 일었다.
선비는 안타깝게 올라오려는 기침을 막기 위해서 얼른 비 끝으로 번데기를 건지려 하였다. 전등불에 비치어 금빛같이 빛나는 가마 물속에서
끊임없이 뽑히어 올라가는 저 실끝! 하루에도 저 실을 수만 와꾸나 감아 놓는 것이다.
선비는 번데기를 건져 입에 물며 머리를 들어 와꾸를 바라보았다. 번개치듯 돌아가는 와꾸에 흰 무지개같이 서기를 뻗치며 감기는 저 실! 처음에
그가 저 와꾸를 바라볼 때는 뭐라고 형용 못 할 애착을 느끼었으며, 그리고 저것들을 뽑아서 하꼬(상자)에 담아 가지고 감정실로 들어갈 때의
만족이란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에 저것을 바라볼 때는 그것들이 그의 생명을 좀먹어 들어가는 어떤 커다란 벌레같이 생각되었다.
감독이 이리로 오는 눈치를 채고 선비는 얼른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실끝을 골라 바짝 쥐고 사기바늘에 붙였다. 이번에는 감독이 눈도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간다. 선비는 감독이 지나친 것만 다행으로, 하던 생각을 다시 계속하였다.
감독의 소리가 크게 나므로 흘금 바라보니, 곁의 동무의 와꾸를 툭 쳐서 돌린다. 동무는 얼굴이 빨개서 실끝을 이으려고 허둥거린다…… 그 팔!
그 손끝! 차마 눈 가지고는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선비는 이마의 땀을 씻으며, 그의 손가락을 다시 보았다. 빨갛게 익은 손등! 물에
부풀어서 허옇게 된 다섯 손가락! 산 손등에 죽은 손가락이 달린 것 같았다. 그는 전신에 소름이 오싹 끼치며, 이 공장 안에 죽은 손가락이
얼마든지 쌓인 것을 그는 깨달았다.
와꾸 와꾸 잘 돌아라
핑핑 잘 돌아라
발전기 소음을 타고 이런 노래가 꺼졌다…… 살았다…… 하였다.
선비도 어느덧 그 노래에 맞추어,
와꾸 와꾸 잘 돌아라
핑핑 잘 돌아라
네가 잘 돌면 상금
네가 못 돌면 벌금
겨우 이렇게 입 속으로 부른 선비는 눈등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괴롬을 잊기 위한 이 노래! 일에 재미를 붙이기 위한 이
노래도 선비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 활활 다는 가마 속에 그의 몸뚱이를 넣고 달달 볶는 것 같았다. 목이 타고 가슴이
울렁거리고 코 안이 달고 눈알이 뜨거웠다. 그는 맘대로 하면 이 자리에 칵 엎어져서 몇 분 동안이나마 쉬었으면 이 아픈 것이 좀 나을 것
같았다. 선비는 지나는 감독의 구두 소리를 들으며 몸이 아파서 오늘은 일을 못 하겠어요 하고 몇 번이나 말을 하렸으나 입이 꽉 붙고 떨어지지
않았다. 어딘지 전날에도 선비는 감독들만 대하면 이렇게 입이 굳어졌는데 더구나 몸이 아프니 말할 것도 없었다.
선비는 이제야 자기의 병이 심상하지 않음을 알았다. 그리고 기침할 때마다 침에 섞여 나오는 붉은 실 같은 피도 더욱 더욱 관심되었다. 내일은
병원에를 가야지! 꼭 가야지! 하였다. 그리고 예금통장에 적혀 있는 돈 액수를 회계하여 보았다. 선비가 이 공장에 들어온 지가 벌써 거의
일년이 되어 온다. 그 동안 식비 제하고 그리고 구두 값으로, 일용품값으로 제하고 겨우 삼 원 오십 전 가량 남아 있다. 이제 그것으로
병원에까지 가면 도리어 빚을 지게 될 것이다. 무슨 병이기에 삼 원씩이나 들까? 그저 극상해야 한 일 원 어치 약 먹었으면 낫겠지? 하였다.
그는 저편 벽에 걸린 커단 괘종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로 두시 십 분을 가리키고 있다. 선비는 그의 다는 가슴에나마 한줄기의 희망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실이 끊어져 너풀거리므로 선비는 얼른 실끝을 이으며 감독의 눈에 띄지 않았는가 하여 머리를 들 때 앞이 아뜩해지며 쓰러지려 하였다. 그
바람에 그의 바른손이 가마 물 속에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는,
"아!"
비명을 내며 얼핏 손을 챘다. 그때 손은 이미 뜨거운 물에 담기었었으니 아픈지 어떤지 분명하지 않았으나 이윽고 손과 팔이 저리고 쓰리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어데 몹시 다았수?"
선비는 머리를 들고 바라보았다. 그 순간에 자기에게 말을 던진 것이 고치통을 들고 온 남직공이라는 것을 알자 첫째의 그 얼굴이 휙 떠오른다.
선비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머리를 돌렸다. 남직공은 멍하니 섰다가 돌아간다. 전 같으면 부끄럼이 앞을 가리었을 터이나 오늘은 온몸이 아프고
팔목까지 데었으니 그런지 부끄럼도 아무것도 모르겠고 그저 남직공에게 무엇인가 호소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었다. 그리고 그가 첫째라면
선비는 서슴지 않고 그의 몸에 피로해진 자신의 몸뚱이를 맡기고 싶었다. 선비는 못 견디게 쓰린 팔목을 혀끝으로 핥으며, 돌아가는 남직공을
흘금 바라보았다. 눈물이 앞을 가리어 그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인다. 선비는 아무래도 이 밤을 새워 일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는 시계를
바라보면서 감독이 이리로 오면 말하겠다 하고 생각하였다.
멀리 서 있는 감독이 그림자같이 눈앞에 희미하게 어른거리므로 그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때 감독이 그의 앞을 지나치는 듯하여 그는 입을
떼려 하였다. 그 순간 기침이 칵 나오며 가슴에서 가래가 끓어 올라오므로 그는 얼핏 입에 손을 대었다. 기침이 뒤를 이어 자꾸 나오려 하는
것을 참으려고 애를 쓸 때 마침내 그의 입에 댄 다섯 손가락 새로 붉은 피가 주르르 흐르며 선비는 그만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어떤 토굴 속 같은 방 안에 첫째는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매일같이 노동하던 그가 이렇게 우두커니 앉아 있으려니 이 이상 더 안타까운 괴롬은
또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숨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므로 동무들이 전전 푼푼 갖다 주는 것을 가지고 요새 이렇게 들어앉고만 있었던 것이다.
잡생각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그도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없으니 별의별 생각이 다 일어나곤 하였다. 그는 요새 신철이를 몹시 생각하였다.
철수를 통하여 신철의 소식을 가끔 들으나 언제나 시원치 않은 소식이었다. 어서 빨리 나가서 다시 손에 손을 마주잡고 전날과 같이 일을 했으면
좋을 터인데…… 여기까지 생각한 첫째는 월미도를 향하여 가던 긴 행렬을 다시금 눈앞에 그려 보았다. 그리고 선비의 놀라던 모양이 문득
생각난다. 참말 선비였던가? 그가 참말 선비라면 어느 때든지 만나 볼 것 같았다. 그때 그는 어젯밤 철수에게로 나왔을 대동방적공장의 보고를
듣고 싶은 생각이 부쩍 났다. 그리고 속이 달아 못 견디겠으므로 밖으로 나왔다.
그가 철수의 집까지 오니, 마침 철수는 집에 있었다. 철수는 소리를 낮추어,
"서울서 어떤 동무 편에 신철의 소식을 알았소……."
첫째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 커다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불기소가 되어서 나왔대우…… 이유는 사상 전환이라우."
"전환……?"
첫째도 무의식간에 그의 말을 받고 나서 이 말을 믿어야 할까? 믿지 않아야 옳을까?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힘이 그의 가슴을 짝 채우고 말았다. 철수는 첫째의 낙심하는 모양을 살피고,
"동무! 신철이가 전향했다는 것이 그리 놀랄 것이 아닙니다. 소위 지식계급이란 그렇지요. 신철이는 나오자 M국에 취직하고 더욱 돈 많은
계집을 얻고 했다우."
취직하고…… 돈 많은 계집을 얻구……? 이 새로운 말에 첫째는 무엇인가 번개같이 그의 머리를 찔러 주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라고 꼭
집어대어 철수와 같이 술술 지껄일 수는 없었다.
그때 밖에서 신발 소리가 벼락치듯 나더니 문이 홱 열리었다. 그들은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뒷문 편으로 다가서며 바라보았다.
간난이였다. 철수는 나무라듯이 간난이를 보았다. 간난이는 숨이 차서 한참이나 머뭇머뭇하다가,
"지금…… 곧 와주셔야 하겠수, 네? 빨리……."
간난이는 겨우 이렇게 말하고 홱 돌아서 나가 버렸다. 그들의 놀란 가슴은 아직도 벌렁거린다. 첫째는 간난이를 바라볼 때, 몹시 낯이 익어
보이는데도 얼핏 누구인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철수는 첫째를 돌아보았다.
"같이 갑시다…… 아마 죽어 가는 모양이오!"
첫째는 철수의 눈치를 살피며 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철수는 급하게 걸으며 앞뒤를 흘금흘금 돌아본 후에 가만히 말을 꺼냈다.
"어젯밤 대동방적공장에서 여성 동무 하나가 병으로 인하야 해고되었는데……."
그때 자전거가 휙 지나치자, 물고기 비린내가 훅 끼친다. 첫째는 물고기 장수를 눈결에 보고 철수의 말을 다시 한번 속으로 되풀이하여 보았다.
그때 그는 가슴이 묵직함을 느꼈다.
"병인즉은 폐병인데…… 후!"
철수는 그 조그만 눈을 쭉 찢어지게 뜨며 입술을 꾹 다물어 보인다. 그때 첫째는 멀리 수림 위로 보이는 대동방적공장의 연돌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시커먼 연기를 풀풀 토한다. 첫째는 선비도 그러한 병에나 걸리지 않았는지? 하였다.
그들이 간난이 집까지 왔을 때 간난이는 맞받아 나왔다. 그리고 입을 실룩거리며 무슨 말을 하기는 하나 음성이 탁 갈리어서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벌써 눈치를 채고 나는 듯이 방으로 뛰어들었다. 철수는 병자의 곁으로 와서 들여다보며 흔들었다.
"동무! 정신 좀 차리우, 동무!"
병자의 몸은 벌써 싸늘하게 식었으며 얼굴이 파랗게 되었다. 철수는 후 하고 한숨을 쉬고 첫째를 돌아보았다. 가슴을 졸이고 섰던 첫째가 한
걸음 다가서며 들여다보는 순간,
"선비!"
그도 모르게 그는 소리를 지르고 나서 우뚝 섰다. 그의 앞은 아득해지며 어떤 암흑한 낭 아래로 채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어려서부터
그리워하던 이 선비! 한번 만나 보려니…… 하던 이 선비, 이 선비가 이젠 저렇게 죽지 않았는가! 찰나에 그의 머리에는 아까 철수에게서
들었던 말이 번개같이 떠오른다.
"돈 많은 계집을 얻구, 취직을 하구……."
그렇다! 신철이는 그만한 여유가 있었다! 그 여유가 그로 하여금 전향을 하게 한 게다. 그러나 자신은 어떤가? 과거와 같이, 그리고 눈앞에
나타나는 현재와 같이 아무러한 여유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신철이는 길이 많다. 신철이와 나와 다른 것이란 여기 있었구나!
이렇게 생각한 첫째는 눈을 부릅뜨고 선비를 바라보았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사모하던 저 선비! 아내로 맞아 아들딸 낳고 살아 보려던 선비!
한번 만나 이야기도 못 해본 그가 결국은 시체가 되어 바로 눈앞에 놓이지 않았는가!
이제야 죽은 선비를 옜다 받아라! 하고 던져 주지 않는가.
여기까지 생각한 첫째의 눈에서는 불덩이가 펄펄 나는 듯하였다.
그리고 불불 떨었다. 이렇게 무섭게 첫째 앞에 나타나 보이는 선비의 시체는 차츰 시커먼 뭉치가 되어 그의 앞에 칵 가로질리는 것을 그는 눈이
뚫어져라 하고 바라보았다.
이 시커먼 뭉치! 이 뭉치는 점점 크게 확대되어 가지고 그의 앞을 캄캄하게 하였다. 아니, 인간이 걸어가는 앞길에 가로질리는 이 뭉치……
시커먼 뭉치, 이 뭉치야말로 인간 문제가 아니고 무엇일까?
이 인간 문제! 무엇보다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인간은 이 문제를 위하여 몇천만 년을 두고 싸워 왔다. 그러나 아직 이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앞으로 이 당면한 큰 문제를 풀어 나갈 인간이 누굴까?
== 저작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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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1934년 작품]]
[[분류: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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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않는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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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T04:30:58Z
Kwamik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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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목 = 웃지 안는 기생
|지은이 = [[저자:이명선|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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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class=prose>
<center>🙝🙟</center>
어느 곶에 웃지 안는 妓生[기생]이 있어 그 곳 作亂[작란]군들이 그 妓生[기생]을 놀여 어떻게든지 하야 웃겨볼여고 無數[무수]히 애를 써보았으나 그저 모조리 失敗[실패]하였다.
그런데 왼 잡녀석 하나가 그 곳을 지내다가 이 소리를 듣고 내가 웃길 테니 누가 술을 살테냐고 해서 作亂[작란]군들이 그라라구 承諾[승낙]을 하구, 이리하야 여긔 내기가 벌어젔다. 그런데 이 잡녀석은 作亂[작란]군들 中[중]에 한 사람한테 내가 오늘밤에 그 妓生[기생]하구 잘테닛가 그리로 와서 내 일홈을 세 번 불느고 내가 對答[대답]하거든 아주 큰 일 났네 자네 어머님께서 돌어가셨다는데 ─ 하여주게. 그 담은 내가 어떻게든지 할테닛가 ─. 그야 구라라구. 이 約束[약속]도 決定[결정]되였다.
그 날 밤에 이 잡녀석이 그 妓生[기생]하구 자 한바탕 막 부시는 판에 門[문] 밖에서,
“아무개 여긔 있나 ? ─”
불느는 소리가 난다. 세 번 재 소리를 듣고 와 구라나 對答[대답]하니,
“여게 큰일났네. 자네 어머님께서 돌어가시였네.”
“그려?? 그것 큰일났구먼 !”
이 잡녀석이 손으로 상투를 풀어 산발을 하고 아이고 〃〃〃소리를 지르며 그래도 妓生[기생] 보지에 박었든 좃은 如前[여전]히 박고서 뺏다 박었다 하니 어찌 이것이 우숨지 않으랴! 이 妓生[기생]년이 비로소 웃섰단다. 이리하야 술을 따 먹더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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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선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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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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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집 문 앞에서 맴돌이하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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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생집 문 앞에서 맴돌이하던 이야기
|지은이 = [[저자:채만식|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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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 別乾坤[별건곤] 193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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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prose>
<center>🙝🙟</center>
K와 S는 다같이 술이 얼큰히 취하였다. 그들이 T관 문 앞에서 불러 놀던 기생 H에게 “안녕히 주무세요” 하는 인사를 받고 길거리로 나선 때는 자정이 벌써 지났다.
두 사람은 다 남북으로 갈리었다. ── K는 이문(里門)안으로 S는 종로편으로.
갈리면서 서로 다정하게 인사를 하였다.
“잘 가게.”
“응, 잘 가게.”
“웬만하면 택시라도 타지!”
“아니 괜찮아…… 뭘 내가 취한 줄 아나?”
“취하지야 아니했겠지만 어찌 마음이 놓이질 않는걸……”
“내 걱정은 말고 차라리 자네가 타고 갈 도리를 해야 하겠네.”
“아니 괜찮아.”
“자, 그러면.”
“응, 그러면 내일 구락부에서 만나세.”
이리하여 두 사람은 갈라섰다.
K는 외투깃을 세워 목을 푹 파묻고 어두컴컴한 이문안길을 빠져 사동(寺洞)의 큰거리로 나섰다.
날은 몹시 춥고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K와 같이 취한 한량의 ‘갈지(之)’자 걸음이 다문다문 어른거릴 따름이다.
K는 낙원동으로 들어서는 길 어귀에 서서 잠깐 망설였다. 고구마 장사가 구수한 냄새를 피우며 일부러 한곡조 멋들어지게 외친다.
K는 집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종로로 향하여 내려가다가 승동(勝洞) 예배당 다음 골목으로 들어섰다. 승동예배당 뒷문 골목 옆에 바로 오늘 밤 같이 놀던 H의 집이 있는 것이다.
이편 S는 종로로 나섰다. 주인을 잃은 듯이 휭 빈 넓은 거리에는 요리집에서 돌아오는 기생 태운 인력거와 눈방울이 흉한 자동차가 가끔 지나갈 뿐이다.
S는 서편으로 향하여 집으로 돌아갈 것을 버리고 동으로 향하여 천천히 걸음을 옮기었다.
그러자 등 뒤에서 “왜 그리 가세요” 하는 연한 소리가 들린다. 홱 돌아보니 H가 인력거를 타고 간들간들 지나간다.
S는 보이지 아니하는 미소를 머금고 발을 옮기어놓았다.
오래지 않아 H의 인력거가 종로에서 사동 뒷골목 들어가는 좁은 골목으로 사라진다. S는 청년회관 옆골목으로 해서 사동 뒷골로 방향을 정하였다.
운동과 시간이 합력한 결과 S는 승도예배당 뒷문 옆에 있는 H의 집에서 대여섯 걸음밖에 더 아니 되는 지점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저편 호해(浩海)여관에서 나오는 고부린 골목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쑥 나왔다. 틀림없는 K다.
두 사람은 어두운 속으로도 피차에 누구임을 알았다. 두 사람은 머뭇하다가 서로 눈치를 안 채이려고 저벅저벅 걸어들었다.
그러나 문득 나오는 말은 “자넨가” “자넨가”의 한마디씩이다.
이렇게 서로 물어놓고는 서로 얼굴 표정과 낭패의 기색을 숨기려다가 또 다시
“어데 가나?”
“나? 응…… 저 어데 좀 다녀가려고…… 자네는?”
“나? 응…… 저 어데 좀 다녀가려고……”
“그러면 다녀가게.”
“응, 다녀가게,”
두 사람은 엇갈렸다.
S는 걸음을 옮겨 호해여관 앞을 지나 새로 지은 P모의 병원 앞으로 해서 인사동 골목으로 나서서 방향을 북으로 정하고 올라갔다. 가다가 다시 이문안 골목으로 들어서 아까 놀던 T관 앞을 지나 종로로 나섰다. 그는 K와 마주치지 아니하려고 사방을 주의하여 보았으나 보이지 아니하였다.
한편 K는 H의 집 문앞을 지나 인사동 뒷골목에서 청년회관 옆까지 이르렀다. 거기서 그는 S와 마주칠까 두려워 청년회관 뒤를 끼고 돌아 이문안으로 넘어들어 또다시 H의 집을 향하였다. K와 S는 이번에야 설마하고 H의 문앞에 이르렀다. 그러나 설마는 사람을 죽인다. 또 둘이 서 만났다.
“웬일이야?”
“자네는?”
“나는……?”
“나는……?”
“허허허허……”
“하하하하……”
“에라 이 망할 녀석.”
“이 녀석아!”
“하하하하.”
“허허허허.”
“가 자세.”
“자네 말이 옳어.”
“잘 가게.”
“응 잘 가게.”
두 사람은 엇갈리었다. 한 시간 뒤에 두 사람은 또다시 만났다. 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다같이 동관 있는 선술집으로 향하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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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단편소설]]
[[분류:1931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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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뎨일쟝 ==
{{옛한글 처음}}
{{verse|一|一|or}} 태초에 하나님이 텬디를 창조하시니라
{{verse||二|or}} ᄯᅡ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깁흠 우에 잇고 하나님의 신은 슈면에 운행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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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뎨이쟝 ==
{{옛한글 처음}}
{{verse|二|一|or}} 텬디와 만물이 다 일우니라
{{verse||二|or}} 하나님의 지으시던 일이 닐곱재 날이 니를 ᄯᅢ에 맛치니 그 지으시던 일이 다함으로 닐곱재 날에 안식하시니라
{{verse||三|or}} 하나님이 닐곱재 날을 복 주샤 거륵하게 하셧스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맛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셧슴이더라
{{verse||四|or}} 여호와 하나님이 텬디를 창조하신 ᄯᅢ에 텬디의 창조된 대략이 이러하니라○
{{verse||五|or}} 여호와 하나님이 ᄯᅡ에 비를 나리지아니하셧고 경작할 사람도 업섯슴으로 들에는 초목이 아직 업섯고 밧헤는 채소가 나지아니하엿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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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e||七|or}}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긔를 그 코에 부러 너흐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verse||八|or}}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du|에덴}}에 동산을 창셜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긔 두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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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e||一〇|or}} 강이 {{du|에덴}}에셔 발원하야 동산을 젹시고 거긔서브터 갈나져 네 근원이 되엿스니
{{verse||一一|or}} 첫재의 일홈은 {{du|비손}}이라 금이 잇는 {{du|하윌나}} 온 ᄯᅡ에 둘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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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e||二一|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을 깁히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비대 하나를 ᄎᆔ하고 살노 대신 채오시고
{{verse||二二|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의게셔 ᄎᆔ하신 그 갈비대로 녀자를 만드시고 그를 {{u|아담}}의게로 잇ᄭᅳ러 오시니
{{verse||二三|or}} {{u|아담}}이 갈아대 이는 내 ᄲᅧ 즁의 ᄲᅧ요 살 즁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의게셔 ᄎᆔ하엿슨즉 녀자라 칭하리라 하니라
{{verse||二四|or}} 이럼으로 남자가 부모를 ᄯᅥ나 그 안해와 련합하야 둘이 한 몸을 일울지로다
{{verse||二五|or}} {{u|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버섯스나 붓그러워 아니하니라
{{옛한글 끝}}
== 뎨삼쟝 ==
{{옛한글 처음}}
{{verse|三|一|or}} 여호와 하나님의 지으신 들 즘생 즁에 배암이 가장 간교하더라 배암이 녀자의게 무러 갈아대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다려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말나시더냐
{{verse||二|or}} 녀자가 배암의게 말하대 동산나무의 실과를 우리가 먹을 수 잇스나
{{verse||三|or}} 동산 즁앙에 잇는 나무의 실과는 하나님의 말삼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나 너희가 죽을가 하노라 하셧나니라
{{verse||四|or}} 배암이 녀자의게 닐아대 너희가 결코 죽지아니하리라
{{verse||五|or}}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갓치 되여 션악을 알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verse||六|or}} 녀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하고 보암직도하고 지혜롭게 할만치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녀자가 그 실과를 ᄯᅡ 먹고 자긔와 함ᄭᅴ한 남편의게 주매 그도 먹은지라
{{verse||七|or}}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긔들의 몸이 버슨줄을 알고 무화과 나무닙흘 역거 치마를 하엿더라
{{verse||八|or}} 그들이 날의 서늘할 ᄯᅢ에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음셩을 듯고 {{u|아담}}과 그 안해가 여호와 하나님의 낫츨 피하야 동산나무 사이에 숨은지라
{{verse||九|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을 불으시며 그의게 닐아샤대 네가 어대 잇나냐
{{verse||一〇|or}} 갈아대 내가 동산에셔 하나님의 소래를 듯고 내가 버섯슴으로 두려워하야 숨엇나이다
{{verse||一一|or}} 갈아샤대 누가 너의 버섯슴을 네게 고하엿나냐 내가 너다려 먹지 말나 명한 그 나무 실과를 네가 먹엇나냐
{{verse||一二|or}} {{u|아담}}이 갈아대 하나님이 주서셔 나와 함ᄭᅴ 하게 하신 녀자 그가 그 나무 실과를 내게 줌으로 내가 먹엇나이다
{{verse||一三|or}} 여호와 하나님이 녀자의게 닐아샤대 네가 엇지하야 이러케 하엿나냐 녀자가 갈아대 배암이 나를 ᄭᅬ임으로 내가 먹엇나이다
{{verse||一四|or}} 여호와 하나님이 배암의게 닐아샤대 네가 이러케 하엿스니 네가 모든 륙츅과 들의 모든 즘생보다 더욱 져주를 밧아 배로 단니고 죵신토록 흙을 먹을지니라
{{verse||一五|or}} 내가 너로 녀자와 원슈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녀자의 후손과 원슈가 되게 하리니 녀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샹하게 할 것이오 너는 그의 발굼치를 샹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verse||一六|or}} ᄯᅩ 녀자의게 닐아샤대 내가 네게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슈고하고 자식을 나흘 것이며 너는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은 너를 다사릴 것이니라 하시고
{{verse||一七|or}} 아담의게 닐아샤대 네가 네 안해의 말을 듯고 내가 너다려 먹지말나 한 나무 실과를 먹엇슨즉 ᄯᅡ는 너로 인하야 져주를 밧고 너는 죵신토록 슈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verse||一八|or}} ᄯᅡ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너의 먹을 것은 밧희 채소인즉
{{verse||一九|or}} 네가 얼골에 ᄯᅡᆷ이 흘너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도 도라가리니 그 속에셔 네가 ᄎᆔ함을 닙엇슴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도라갈 것이니라 하시니라
{{verse||二〇|or}} {{u|아담}}이 그 안해를 <ref>생명</ref>{{u|하와}}라 일홈하엿스니 그는 모든 산쟈의 어미가 됨이더라
{{verse||二一|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과 그 안해를 위하야 가죡 옷을 지어 닙히시니라○
{{verse||二二|or}} 여호와 하나님이 갈아샤대 보라 이 사람이 션악을 아는 일에 우리 즁 하나 갓치 되엿스니 그가 그 손을 드러 생명나무 실과도 ᄯᅡ 먹고 영생할가 하노라 하시고
{{verse||二三|or}} 여호와 하나님이 {{du|에덴}}동산에셔 그 사람을 내여 보내여 그의 근본된 토디를 갈게 하시니라
{{verse||二四|or}} 이 갓치 하나님이 그 사람을 ᄶᅩᆺ차 내시고 {{du|에덴}}동산 동편에 {{물결밑줄|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직히게 하시니라
{{옛한글 끝}}
== 뎨사쟝 ==
{{옛한글 처음}}
{{verse|四|一|or}} {{u|아담}}이 그 안해 {{u|하와}}와 동침하매 {{u|하와}}가 잉태하야 <ref>엇음</ref>{{u|가인}}을 나코 닐아대 내가 여호와로 말매암아 득남하엿다 하니라
{{verse||二|or}} 그가 ᄯᅩ {{u|가인}}의 아오 {{u|아벨}}을 나핫는대 {{u|아벨}}은 양치는쟈이엇고 {{u|가인}}은 농사하는쟈이엇더라
{{verse||三|or}} 셰월이 지난 후에 {{u|가인}}은 ᄯᅡ의 소산으로 졔물을 삼아 여호와ᄭᅴ 드렷고
{{verse||四|or}} {{u|아벨}}은 자긔도 양의 첫삭기와 그 기름으로 드렷더니 여호와ᄭᅴ셔 {{u|아벨}}과 그 졔물은 열납하셧스나
{{verse||五|or}} {{u|가인}}과 그 졔물은 열납하지아니하신지라 {{u|가인}}이 심히 분하야 안색이 변하니
{{verse||六|or}} 여호와ᄭᅴ셔 {{u|가인}}의게 닐아샤대 네가 분하야 함은 엇짐이며 안색이 변함은 엇짐이뇨
{{verse||七|or}} 네가 션을 행하면 엇지 낫츨 들지 못하겟나냐 션을 행치아니하면 죄가 문에 업드리나니라 죄의 <ref>사모가</ref>소원은 네게 잇스나 너는 죄를 다사릴지니라
{{verse||八|or}} {{u|가인}}이 그 아오 {{u|아벨}}의게 고하니라 그 후 그들이 들에 잇슬 ᄯᅢ에 {{u|가인}}이 그 아오{{u|아벨}}을 쳐죽이니라
{{verse||九|or}} 여호와ᄭᅴ셔 {{u|가인}}의게 닐아샤대 네 아오 {{u|아벨}}이 어대 잇나냐 그가 갈아샤대 내가 아지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오를 직히는쟈니잇가
{{verse||一〇|or}} 갈아샤대 네가 무엇을 하엿나냐 네 아오의 피 소래가 ᄯᅡ에셔 브터 내게 호소하나니라
{{verse||一一|or}} ᄯᅡ가 그 입을 버려 네 손에셔브터 네 아오의 피를 밧앗슨즉 네가 ᄯᅡ에셔 져주를 밧으리니
{{verse||一二|or}} 네가 밧가라도 ᄯᅡ가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오 너는 ᄯᅡ에셔 피하며 류리하는쟈가 되리라
{{verse||一三|or}} {{u|가인}}이 여호와ᄭᅴ 고하대 내 죄벌이 너무 즁하야 견댈수 업나이다
{{verse||一四|or}} 주ᄭᅴ셔 오날 이 디면에셔 나를 ᄶᅩᆺ차 내시온즉 내가 쥬의 낫츨 뵈옵지 못하리니 내가 ᄯᅡ에셔 피하며 류리하는쟈가 될지라 므릇 나를 맛나는쟈가 나를 죽이겟나이다
{{verse||一五|or}}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닐아샤대 그러치안타 {{u|가인}}을 죽이는쟈는 벌을 칠배나 밧으리라 하시고 {{u|가인}}의게 표를 주샤 맛나는 누구의게던지 죽임을 면케 하시니라
{{verse||一六|or}} {{u|가인}}이 여호와의 압흘 ᄯᅥ나 나가 {{du|에덴}}동편 <ref>류리함</ref>놋ᄯᅡ에 거하엿더니
{{verse||一七|or}} 안해와 동침하니 그가 잉태하야 {{u|에녹}}을 나흔지라 {{u|가인}}이 셩을 싸코 그 아달의 일홈으로 셩을 일홈하야 {{du|에녹}}이라 하엿더라
{{verse||一八|or}} {{u|에녹}}이 {{u|이랏}}을 나핫고 {{u|이랏}}은 {{u|므후야엘}}을 나핫고 {{u|므후야엘}}은 {{u|므드사엘}}을 나핫고 {{u|므드사엘}}은 {{u|라멕}}을 나핫더라
{{verse||一九|or}} {{u|라멕}}이 두 안해를 ᄎᆔ하엿스니 하나의 일홈은 {{u|아다}}요 하나의 일홈은 {{u|씰나}}며
{{verse||二〇|or}} {{u|아다}}는 {{u|야발}}을 나핫스니 그는 쟝막에 거하야 륙츅치는쟈의 조샹이 되엿고
{{verse||二一|or}} 그아오의 일홈은 {{u|유발}}이니 그는 슈금과 통쇼를잡는 모든쟈의 조샹이 되엿스며
{{verse||二二|or}} {{u|씰나}}는 {{u|두발가인}}을 나핫스니 그는 동텰노 각양 날카로온긔계를 만드는쟈요 {{u|두발가인}}의 누의는 {{u|나아마}}이엇더라
{{verse||二三|or}} {{u|라멕}}이 안해들의게 닐아대 {{u|아다}}와 {{u|씰나}}여 내 소래를 드르라 {{u|라멕}}의 안해들이어 내 말을 드르라 나의 창샹을 인하야 내가 사람을 죽엿고 나의 샹함을 인하야 소년을 죽엿도다
{{verse||二四|or}} {{u|가인}}을 위하야는 벌이 칠배일진대 {{u|라멕}}을 위하야는 벌이 칠십칠배이리로다 하엿더라○
{{verse||二五|or}} {{u|아담}}이 다시 안해와 동침하매 그가 아달을 나하 그일홈을 {{u|셋}}이라 하엿스니 이는 하나님이 내게 {{u|가인}}의 죽인 {{u|아벨}}대신에 다른씨를 주셧다함이며
{{verse||二六|or}} {{u|셋}}도 아달을나코 그 일홈을 {{u|에노스}}라 하엿스며 그ᄯᅢ에 사람들이 비로소여호와의 일홈을 불넛더라
{{옛한글 끝}}
== 뎨오쟝 ==
{{옛한글 처음}}
{{verse|五|一|or}} {{u|아담}}자손의 계보가 이러하니라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ᄯᅢ에 하나님의 형샹대로 지으시대
{{verse||二|or}} 남자와 녀자를 창조하셧고 그들이 창조되던 날에 하나님이 그들의게 복을 주시고 그들의 일홈을 사람이라 닐카르셧더라
{{verse||三|or}} {{u|아담}}이 일백삼십셰에 자긔 모양 곳 자긔 형샹과 갓흔아달을 나하 일홈을 {{u|셋}}이라 하엿고
{{verse||四|or}} {{u|아담}}이 {{u|셋}}을 나흔후 팔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五|or}} 그가 구백삼십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六|or}} {{u|셋}}은 일백 오셰에 {{u|에노스}}를 나핫고
{{verse||七|or}} {{u|에노스}}를 나흔후 팔백칠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八|or}} 그가 구백 십이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九|or}} {{u|에노스}}는 구십셰에 {{u|게난}}을 나핫고
{{verse||一〇|or}} {{u|게난}}을 나흔후 팔백십오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一|or}} 그가 구백오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一二|or}} {{u|게난}}은 칠십셰에 {{u|마할날넬}}을 나핫고
{{verse||一三|or}} {{u|마할날넬}}을 나흔후 팔백사십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四|or}} 그가 구백 십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一五|or}} {{u|마할날넬}}은 륙십오셰에 {{u|야렛}}을 나핫고
{{verse||一六|or}} {{u|야렛}}을 나흔 후 팔백삼십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七|or}} 그가 팔백구십오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一八|or}} {{u|야렛}}은 일백륙십이셰에 {{u|에녹}}을 나핫고
{{verse||一九|or}} {{u|에녹}}을 나흔 후 팔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〇|or}} 그가 구백륙십이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二一|or}} {{u|에녹}}은 륙십 오셰에 {{u|므두셀나}}를 나핫고
{{verse||二二|or}} {{u|므두셀나}}를 나흔 후 삼백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三|or}} 그가 삼백륙십오셰를 향슈하엿더라
{{verse||二四|or}} {{u|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다려 가심으로 {{작게|셰샹에}} 잇지 아니하엿더라○
{{verse||二五|or}} {{u|므두셀나}}는 일백팔십칠셰에 {{u|라멕}}을 나핫고
{{verse||二六|or}} {{u|라멕}}을 나흔 후 칠백팔십이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七|or}} 그는 구백륙십구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二八|or}} {{u|라멕}}은 일백팔십이셰에 아달을 나코
{{verse||二九|or}} 일홈을 <ref>안위함</ref>{{u|노아}}라 하야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ᄯᅡ을 져주하심으로 슈고로히 일하는 우리를 아달이 안위하리라 하엿더라
{{verse||三〇|or}} {{u|라멕}}이 {{u|노아}}를 나흔 후 오백구십오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三一|or}} 그는 칠백칠십칠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三二|or}} {{u|노아}}가 오백셰 {{작게|된 후}}에 {{u|셈}}과 {{u|함}}과 {{u|야벳}}을 나핫더라
{{옛한글 끝}}
== 뎨륙쟝 ==
{{옛한글 처음}}
{{verse|六|一|or}} 사람이 ᄯᅡ 우에 번셩하기 시작할ᄯᅢ에 그들의게셔 ᄯᅡᆯ들이나니
{{verse||二|or}} 하나님의 아달들이 사람의 ᄯᅡᆯ들의 아름다옴을 보고 자긔들의 됴화하는 모든 쟈로 안해를 삼는지라
{{verse||三|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나의 신이 영원히 사람과 함ᄭᅴ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ref>육톄임으로범과함이라</ref>육톄가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일백이심년이 되리라하시니라
{{verse||四|or}} 당시에 ᄯᅡ에 <ref>장부가</re>{{물결밑줄|네피림}}이 잇섯고 그후에도 하나님의 아달들이 사람의 ᄯᅡᆯ들을 ᄎᆔ하야 자식을 나핫스니 그들이 용사라 고대에 유명한사람이엇더라〇
{{verse||五|or}} 여호와ᄭᅴ셔 사람의 죄악이 셰샹에 관영함과 그마암의 생각의 모든 계획이 항샹 악랄ᄲᅮᆫ임을 보시고
{{verse||六|or}} ᄯᅡ우에 사람 지으셧슴을 한탄하샤 마암에 근심하시고
{{verse||七|or}} 갈아샤대 나의 창조한 사람을 내가 디면에서 쓰러 바리대 사람으로브터 륙츅과 긔는것과 공즁의새ᄭᅡ지 그리하리니 이는 내가 그것을 지엇슴을 한탄함이니라 하시니라
{{verse||八|or}} 그러나 {{u|노아}}는 여호와ᄭᅴ 은혜를 닙었더라〇
{{verse||九|or}} {{u|노아}}의 사젹은 이러하니라 {{u|노아}}는 의인이오 당셰에 완젼한쟈라 그가 하나님과 동행하엿스며
{{verse||一〇|or}} 그가 세 아달을 나핫스니 {{u|셈}}과 {{u|함}}과 {{u|야벳}}이라
{{verse||一一|or}} ᄯᅢ에 온 ᄯᅡ이 하나님 압헤 패괴하야 강포가 ᄯᅡ에 츙만한지라
{{verse||一二|or}} 하나님이 보신즉 ᄯᅡ이 패괴하엿스니 이는 ᄯᅡ에셔 모든 혈육잇는쟈의 행위가 패괴함이엇더라〇
{{verse||一三|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닐아샤대 모든 혈육잇는쟈의 강포가 ᄯᅡ에 가득함으로 그ᄭᅳᆺ날이 내 앞에 히느넛스니 내가 그들을 ᄯᅡ와 함ᄭᅴ멸하리라
{{verse||一四|or}} 너는 잣나무로 너를 위하야 방쥬를 지으대 그 안에 간들을 막고 력쳥으로 그 안팟게 칠하라
{{verse||一五|or}} 그 방쥬의 졔도는 이러하니 쟝이 삼백{{물결밑줄|규빗}} 광이 오십{{물결밑줄|규빗}} 고가 삼십{{물결밑줄|규빗}}이며
{{verse||一六|or}} 거긔 창을 내대 우에셔브터 한{{물결밑줄|규빗}}에 내고 그문은 녑흐로 내고 샹즁하 삼층으로 할지니라
{{verse||一七|or}} 내가 홍슈를 ᄯᅡ에 니르켜 므릇 생명의 긔식잇는 육톄를 텬하에셔 멸졀하리니 ᄯᅡ에 잇는쟈가 다 죽으리라
{{verse||一八|or}} 그러나 너와는 내가 내 언약을 세우리니 너는 네 아달들과 네 안해와 네 자부들과 함ᄭᅴ 그방쥬로 드러가고
{{verse||一九|or}} 혈육잇는 모든 생물을 너는 각기 암슈 한쌍식 방쥬로잇ᄭᅳ러드러와 함ᄭᅴ생명을 보존케하대
{{verse||二〇|or}} 새가 그 죵류대로 륙츅이 그 죵류대로 ᄯᅡ에 긔는 모든 것이 그 죵류대로 각기 둘식 네게로 나아오리니 그 생명을 보존케하라
{{verse||二一|or}} 너는 먹을 모든 식물을 네게로 가져다가 져츅하라 이것이 너와 그들의 식물이 되리라
{{verse||二二|or}} {{u|노아}}가 그와갓치하대 하나님이 자긔의게 명하신대로 다 준행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칠쟝 ==
{{옛한글 처음}}
{{verse|七|一|or}} 여호와ᄭᅴ셔 {{u|노아}}의게 닐아샤대 너와 네 온 집은 방쥬로 드러가라 네가 이셰대에 내압헤셔 의로움을 내가 보앗슴이니라
{{verse||二|or}} 너는 모든 정결한 즘생은 암슈 닐곱식 부졍한것은 암슈 둘식을 네게로 ᄎᆔ하며
{{verse||三|or}} 공즁의 새도 암슈 닐곱식을 ᄎᆔ하야 그씨를 온디면에 유젼케하라
{{verse||四|or}} 지금브터 칠일이면 내가 사십쥬야를 ᄯᅡ에 비를 나려 나의 지은 모든 생물을 디면에셔 쓰러바리리라
{{verse||五|or}} {{u|노아}}가 여호와ᄭᅴ셔 자긔의게 명하신대로 다 준행하엿더라〇
{{verse||六|or}} 홍슈가 ᄯᅡ에 잇슬ᄯᅢ에 {{u|노아}}가 륙백셰라
{{verse||七|or}} {{u|노아}}가 아달들과 안해와 자부들과 함ᄭᅴ홍슈를 피하야 방쥬에 드러갓고
{{verse||八|or}} 졍결한즘생과 부졍한즘생과 새와 ᄯᅡ에긔는 모든것이
{{verse||九|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명하신대로 암슈 둘식 노아의게 나아와 방쥬로 방쥬로 드러갓더니
{{verse||一〇|or}} 칠일후에 홍슈가 ᄯᅡ에 덥히니
{{verse||一一|or}} {{u|노아}} 륙백세되던해 이월곳 그달 십칠일이라 그 날에 큰깁흠의 샘들이 터지며 하날의 창들이 열녀
{{verse||一二|or}} 사십쥬야를 비가 ᄯᅡ에 쏘다졋더라〇
{{verse||一三|or}} 곳 그날에 {{u|노아}}와 그의 아달 {{u|셈}} {{u|함}} {{u|야벳}}과 {{u|노아}}의 쳐와 세자부가 다 방쥬로 드러갓고
{{verse||一四|or}} 그들과 모든 들즘생이 그 죵류대로 모든 륙츅이 그 죵류대로 ᄯᅡ에긔는 모든것이 그 죵류대로 모든 새 곳 각양의 새가 그 죵류대로
{{verse||一五|or}} 므릇긔식이 잇는 육톄가 둘식 {{u|노아}}의게 나아와 방쥬로 드러갓스니
{{verse||一六|or}} 드러간것들은 모든것의 암슈라 하나님의 그의게 명하신대로 드러가매 여호와ᄭᅴ셔 그를 닷아 너흐시니라
{{verse||一七|or}} 홍슈가 ᄯᅡ에 사십일을 잇섯는지라 물이 만하져 방쥬가 ᄯᅡ에셔 ᄯᅥ올낫고
{{verse||一八|or}} 물이 더 만하져 ᄯᅡ에 챵일하매 방쥬가 물우에 ᄯᅥ단녓스며
{{verse||一九|or}} 물이 ᄯᅡ에 더욱 챵일하매 텬하의 놉흔 산이 다 덥혓더나
{{verse||二〇|or}} 물이 부러셔 십오 규빗이 오르매 르매 산들이 덥힌지라
{{verse||二一|or}} ᄯᅡ우에 움즉이는 생물이 다 죽엇스니 곳 새와 륙츅과 들즘생과 ᄯᅡ에긔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라
{{verse||二二|or}} 륙디에 잇서코로 생명의 긔식을 호흡하는것은 다 죽엇더라
{{verse||二三|or}} 디면의 모든 생물을 쓰러바리시니 곳 사람과 즘생과 긔는것과 공즁의 새ᄭᅡ지라 이들은 ᄯᅡ에셔 쓰러바림을 당하엿스되 홀노 {{u|노아}}와 그와 함ᄭᅴ방쥬에 잇던쟈만 남앗더라
{{verse||二四|or}} 물이 일백오십일을 ᄯᅡ에 챵일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팔쟝 ==
{{옛한글 처음}}
{{verse|八|一|or}} 하나님이 {{u|노아}}와 그와함ᄭᅴ 방쥬에 잇는 모든 들즘생과 륙츅을 권념하샤 바람으로 ᄯᅡ우에 불게 하시매 물이 감하엿고
{{verse||二|or}} 깁흠의 샘과 하날의 창이 막히고 하날에셔 비가 긋치매
{{verse||三|or}} 물이 ᄯᅡ에셔 물너가고 졈졈 물너가셔 일백오십일후에 감하고
{{verse||四|or}} 칠월곳 그달십칠일에 방쥬가 {{du|아라랏}}산에 머믈넛스며
{{verse||五|or}} 물이 졈졈 감하야 십월곳 그달일일에 산들의 봉오리가 보엿더라〇
{{verse||六|or}} 사십일을 지나셔 {{u|노아}}가 그 방쥬에 지은창을 열고
{{verse||七|or}} 가마귀를내여 노흐매 가마귀가 물이ᄯᅡ에셔 마르기ᄭᅡ지 날나 왕래하엿더라
{{verse||八|or}} 그가 ᄯᅩ비닭이를 내여노하 디면에 물이 감한 여부를 알고져하매
{{verse||九|or}} 온 디면에 물이 잇슴으로 비닭이가 졉죡할곳을 찻지못하고 방쥬로 도라와 그의게로 오는지라 그가 손을 내밀어 방쥬속 자긔의게로 밧아드리고
{{verse||一〇|or}} ᄯᅩ 칠일을 기다려 다시 비닭이를 방쥬에셔 내여 노흐매
{{verse||一一|or}} 져녁ᄯᅢ에 비닭이가 그의게로 도라왓는대 그 입에 감람새닙사귀가 잇는지라 이에 {{u|노아}}가 ᄯᅡ에 물이 감한줄 알앗스며
{{verse||一二|or}} ᄯᅩ칠일을 기다려 비닭이를 내여 노흐매 다시는 그의게로 도라오지 아니하엿더라〇
{{verse||一三|or}} 륙백일년 졍월곳 그달 일일에 디면에 물이 것친지라 노아가 방쥬 ᄯᅮᄭᅢᆼ을 졔치고 본즉 디면에 물이 것쳣더니
{{verse||一四|or}} 이월이십칠일에 ᄯᅡ이 말낫더라
{{verse||一五|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말삼하야 갈아샤대
{{verse||一六|or}} 너는 네 안해와 네 아달들과 네 자부들노더브러 방쥬에셔 나오고
{{verse||一七|or}} 너와 함ᄭᅴ한 모든 혈육 잇는 생물 곳 새와 륙츅과 ᄯᅡ에긔는모든 것을 다 잇ᄭᅳ러 내라 이것들이 ᄯᅡ에셔 생육하고 ᄯᅡ에셔 번셩하리라 하시매
{{verse||一八|or}} {{u|노아}}가 그 아달들과 그 안해와 그 자부들과 함ᄭᅴ 나왓고
{{verse||一九|or}} ᄯᅡ우의 동물 곳 모든 즘생과 모든 긔는 것과 모든 새도 그 죵류대로 방쥬에셔 나왓더라〇
{{verse||二〇|or}} {{u|노아}}가 여호와를 위하야 단을 싸코 모든 졍결한 즘생즁에셔와 모든 졍결한 새즁에셔 ᄎᆔ하야 번졔로 단에 드렷더니
{{verse||二一|or}} 여호와ᄭᅴ셔 그 향긔를 흠향하시고 그 즁심에 닐아샤대 내가 다시는 사람으로 인하야 ᄯᅡ을 져주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사람의 마암에 계획하는바가 어려셔브터 악함이라 내가 젼에 행한 것갓치 모든 생물을 멸하지 아니하리니
{{verse||二二|or}} ᄯᅡ이 잇슬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치위와 더위와 녀름과 겨을과 낫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
{{옛한글 끝}}
== 뎨구쟝 ==
{{옛한글 시작}}
{{verse|九|一|or}} 하나님이 {{u|노아}}와 그 아달들의게 복을 주시며 그들ㅇㅢ게 닐아샤대 생육하고 번셩하야 ᄯᅡ에 츙만하라
{{verse||二|or}} ᄯᅡ의 모든 즘생과 공즁의 모든 새와 ᄯᅡ에 긔는 모든 것과 바다의 모든 고기가 너희를 두려워하며 너희를 무셔워하리니 이들은 너희손에 붓치웟슴이라
{{verse||三|or}} 므릇 산 동물은 너희의 식물이 될지라 채소갓치 내가 이것을 다 너희의게 주노라
{{verse||四|or}} 그러나 고기를 그 생명되는 피채 먹지 말것이니라
{{verse||五|or}} 내가 결코 너희 피 곳 너희 생명의 피를 차즈리니 즘생이면 사람이면 사람의 형뎨면 그의게셔 사람의 생명을 차즈리라
{{verse||六|or}} 므릇 사람의 피를 흘니면 사람이 그 피를 흘닛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긔 형샹대로 사람을 지엇슴이니라
{{verse||七|or}} 너희는 생육하고 번셩하며 ᄯᅡ에 편만하야 그즁에셔 번셩하라 하셧더라〇
{{verse||八|or}} 하나님이 {{u|노아}}와 그와 함ᄭᅴ한 아달들의게 닐너 갈아샤대
{{verse||九|or}} 내가 내 언약을 너희와 너희 후손과
{{verse||一〇|or}} 너희와 함ᄭᅴ한 모든 생물 곳 너희와 함ᄭᅴ한 새와 륙츅과 ᄯᅡ의 모든 즘생의게 세우리니 방쥬에셔 나온 모든 것 곳 ᄯᅡ의 모든 즘생의게니라
{{verse||一一|or}}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슈로 멸하지 아니할것이라 ᄯᅡ의 침몰할 홍슈가 다시 잇지아니하리라
{{verse||一二|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내가 나와 너희와 밋 너희와 함ᄭᅴ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영셰ᄭᅡ지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라
{{verse||一三|or}}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속에 두엇나니 이것이 나의 셰샹과의 언약의 증거니라
{{verse||一四|or}} 내가 구름으로 ᄯᅡ을 덥흘ᄯᅢ에 무지개가 구름 속에 나타나면
{{verse||一五|or}} 내가 나와 너희와 밋 혈긔 잇는 모든 생물 사이의 내 언약을 긔억하리니 다시는 물이 모든 혈긔 잇는 쟈를 멸하는 홍슈가 되지 아니할지라
{{verse||一六|or}}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잇스리니 내가 보고 나 하나님과 ᄯᅡ의 므릇 혈긔 잇는 모든 생물 사이에 된 영원한 언약을 긔억하리라
{{verse||一七|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ᄯᅩ 닐아샤대 내가 나와 ᄯᅡ에 잇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운 언약의 증거가 이것이라 하셧더라〇
{{verse||一八|or}} 방쥬에셔 나온 {{u|노아}}의 아달들은 {{u|셈}}과 {{u|함}}과 {{u|야벳}}이며 {{u|함}}은 {{u|가나안}}의 아비라
{{verse||一九|or}} {{u|노아}}의 이 세 아달노좃차 {{작게|백셩이}} 온 ᄯᅡ에 퍼지니라〇
{{verse||二〇|or}} {{u|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야 포도원을 심엇더니
{{verse||二一|or}} 포도쥬를 마시고 ᄎᆔ하야 그 쟝막 안에셔 벌거버슨지라
{{verse||二二|or}} {{u|가나안}}의 아비 {{u|함}}이 그 아비의 하톄를 보고 밧그로나가셔 두 형뎨의게 고하매
{{verse||二三|or}} {{u|셈}}과 {{u|야벳}}이 옷을 ᄎᆔ하야 자긔들의 엇개에메고 뒤거름쳐 드러가셔 아비의 하톄에 덥헛스며 그들이 얼골을 도리키고 그 아비의 하톄를 보지아니하엿더라
{{verse||二四|or}} {{u|노아}}가 술이 ᄭᅢ여 <ref>둘재</ref>그 적은 아달이 자긔의게 행한일을알고
{{verse||二五|or}} 이에 갈아대<br>{{들여쓰기/시작}}{{u|가나안}}은 져주를 밧아 그 형뎨의 죵들의 죵이 되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
{{verse||二六|or}} ᄯᅩ 갈아대<br>{{들여쓰기/시작}}{{u|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숑하리로다 {{u|가나안}}은 {{u|셈}}의 죵이 되고{{들여쓰기/끝}}
{{verse||二七|or}} {{들여쓰기/시작}}하나님이 {{u|야벳}}을 챵대케 하샤 {{u|셈}}의 쟝막에 거하게 하시고 {{u|가나안}}은 그의 죵이 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하엿더라〇
{{verse||二八|or}} 홍슈 후에 {{u|노아}}가 삼백 오십년을 지내엿고
{{verse||二九|or}} 향년이 구백 오십셰에 죽엇더라
{{옛한글 끝}}
== 뎨십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〇|一|or}} {{u|노아}}의 아달 {{u|셈}}과 {{u|함}}과 {{u|야벳}}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슈후에 그들이 아달들을 나핫스니
{{verse||二|or}} {{u|야벳}}의 아달은 {{u|고멜}}과 {{u|마곡}}과 {{u|마대}}와 {{u|야완}}과 {{u|두발}}과 {{u|메섹}}과 {{u|듸라스}}요
{{verse||三|or}} {{u|고멜}}의 아달은 {{u|아스그나스}}와 {{u|리밧}}과 {{u|도갈마}}요
{{verse||四|or}} {{u|야완}}의 아달은 {{u|엘니사}}와 {{u|달시스}}와 {{u|깃딈}}과 {{u|도다님}}이라
{{verse||五|or}} 이들노브터 여러나라 백셩으로 난호여셔 각기 방언과 종족과 나라대로 바다가의ᄯᅡ에 머므럿더라〇
{{verse||六|or}} {{u|함}}의 아달은 {{u|구스}}와 {{u|미스라임}}과 {{u|붓}}과 {{u|가나안}}이오
{{verse||七|or}} {{u|구스}}의 아달은 {{u|스바}}와 {{u|하윌나}}와 {{u|삽다}}와 {{u|라아마}}와 {{u|삽드가}}요 {{u|라아마}}의 아달은 {{u|스바}}와 {{u|드단}}이며
{{verse||八|or}} {{u|구스}}가 ᄯᅩ {{u|님으롯}}을 나핫스니 그는 셰샹에 처음 영걸이라
{{verse||九|or}} 그가 여호와 압헤셔 특이한 산양군이 되엿슴으로 쇽담에 닐아기를 아모는 여호와 압헤 {{u|님으롯}}같은 특이한 산양군이로다 하더라
{{verse||一〇|or}} 그의 나라는 {{du|신알}} ᄯᅡ의 {{u|바벨}}과 {{u|메렉}}과 {{u|악갓}}과 {{u|갈네}}에셔 시작되엿스며
{{verse||一一|or}} 그가 그ᄯᅡ에셔 {{u|앗수르}}로 나아가 {{du|니느웨}}와 {{du|르호봇일}}과 {{du|갈나}}와
{{verse||一二|or}} 밋 {{du|니느웨}}와 {{du|갈나}} 사이의 {{du|레센}}(이는 큰 셩이라)을 건츅하엿스며
{{verse||一三|or}} {{u|미스라임}}은 {{u|루딈}}과 {{u|아나밈}}과 {{u|르하빔}}과 {{u|납두힘}}과
{{verse||一四|or}} {{u|밧으루심}}과 {{u|가슬누힘}}과 {{u|갑도림}}을 나핫더라({{du|블네셋}}이 {{u|가슬누힘}}의게셔 나왓더라)〇
{{verse||一五|or}} {{u|가나안}}은 쟝자 {{u|시돈}}과 {{u|헷}}을 나코
{{verse||一六|or}} ᄯᅩ {{du|여부스}}족쇽과 {{du|아모리}}족쇽과 {{du|기르가스}}족쇽과
{{verse||一七|or}} {{du|히위}}족쇽과 {{du|알가}}족쇽과 {{du|신}}족쇽과
{{verse||一八|or}} {{du|아르왓}}족쇽과 {{du|스말}}족쇽과 {{du|하맛}}족쇽{{작게|의 조샹}}을 나핫더니 이후로 {{du|가나안}} 자손의 족쇽이 흣허져 쳐하엿더라
{{verse||一九|or}} {{du|가나안}}의 디경은 {{du|시돈}}에셔브터 {{du|그랄}}을 지나 {{du|가사}}ᄭᅡ지와 {{du|소돔}}과 {{du|고모라}}와 {{du|앗으마}}와 {{du|스보임}}을 지나 {{du|라사}}ᄭᅡ지엇더라
{{verse||二〇|or}} 이들은 {{u|함}}의 자손이라 각기 족쇽과 방언과 디방과 나라대로이엇더라〇
{{verse||二一|or}} {{u|셈}}은 {{du|에벨}} 온 자손의 조샹이오 {{u|야벳}}의 형이라 그의게도 자녀가 츌생하엿스니
{{verse||二二|or}} {{u|셈}}의 아달은 {{u|엘남}}과 {{u|앗수르}}와 {{u|아르박삿}}과 {{u|룻}}과 {{u|아람}}이오
{{verse||二三|or}} {{u|아람}}의 아달은 {{u|우스}}와 {{u|훌}}과 {{u|게델}}과 {{u|마스}}며
{{verse||二四|or}} {{u|아르박삿}}은 {{u|셀나}}를 나코 {{u|셀나}}는 {{u|에벨}}을 나핫스며
{{verse||二五|or}} {{u|에벨}}은 두 아달을 나코 하나의 일홈을 <ref>난홈</ref>{{u|벨넥}}이라 하엿스니 그ᄯᅢ에 셰샹이 난호엿슴이오 {{u|벨넥}}의 아오의 일홈은 {{u|욕단}}이며
{{verse||二六|or}} {{u|욕단}}은 {{u|알모닷}}과 {{u|셀넵}}과 {{u|하살마웻}}과 {{u|예라}}와
{{verse||二七|or}} {{u|하도람}}과 {{u|우살}}과 {{u|듸글나}}와
{{verse||二八|or}} {{u|오발}}과 {{u|아비마엘}}과 {{u|스바}}와
{{verse||二九|or}} {{u|오빌}}과 {{u|하윌나}}와 {{u|요밥}}을 나핫스니 이들은 다 {{u|욕단}}의 아달이며
{{verse||三〇|or}} 그들의 거하는 곳은 {{du|메사}}에셔브터 {{du|스발}}노 가는 길의 동편 산이엇더라
{{verse||三一|or}} 이들은 {{u|셈}}의 자손이라 그족쇽과 방언과 디방과 나라대로이엇더라〇
{{verse||三二|or}} 이들은 {{u|노아}} 자손의 족쇽들이오 그셰계와 나라대로라 홍슈후에 이들의게셔 ᄯᅡ의 렬국 백셩이 난호엿더라
{{옛한글 끝}}
== 뎨십일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一|一|or}} 온 ᄯᅡ의 구음이 하나이오 언어가 하나이엇더라
{{verse||二|or}} 이에 그들이 동방으로 옴기다가 {{du|신알}} 평디를 맛나 거긔 거하고
{{verse||三|or}} 서로말하대 자—벽돌을 만드러 견고히 굽자하 이에 벽돌노 돌을 대신하며 력쳥으로 진흙을 대신하고
{{verse||四|or}} ᄯᅩ 말하대 자—셩과 대를 싸하 대 ᄭᅩᆨ닥이를 하날에 다케하야 우리 일홈을 내고 온디면에 흣허짐을 면하자 하엿더니
{{verse||五|or}} 여호와ᄭᅴ셔 인생들의 쌋는 셩과 대를 보시랴고 강림하셧더라
{{verse||六|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무리가 한족쇽이오 언어도 하나임으로 이 갓치 시작하엿스니 이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수업스리로다
{{verse||七|or}} 자—우리가 나려가셔 거긔셔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하야 그들노서로 알아 듯지못하게 하자하시고
{{verse||八|or}} 여호와ᄭᅴ셔 거긔셔 그들을 온디면에 흣흐신고로 그들이 셩싸키를 긋쳣더라
{{verse||九|or}} 그런고로 그 일홈을 {{du|바벨}}이라하니 이는 여호와ᄭᅴ셔 거긔셔 온 ᄯᅡ의 언어를 혼잡케 하셧슴이라 여호와ᄭᅴ셔 거긔셔 그들을 온 디면에 흣흐셧더라〇
{{verse||一〇|or}} {{u|셈}}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u|셈}}은 일백셰 곳 홍슈 후 이년에 {{u|아르박삿}}을 나핫고
{{verse||一一|or}} {{u|아르박삿}}을 나흔후에 오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二|or}} {{u|아르박삿}}은 삼십오셰에 {{u|셀나}}를 나핫고
{{verse||一三|or}} {{u|셀나}}를 나흔후에 사백삼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四|or}} {{u|셀나}}는 삼십셰에 {{u|에벨}}을 나핫고
{{verse||一五|or}} {{u|에벨}}을 나흔 후에 사백삼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六|or}} {{u|에벨}}은 삼십사셰에 {{u|벨넥}}을 나핫고
{{verse||一七|or}} {{u|벨넥}}을 아흔후에 사백삼십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八|or}} {{u|벨넥}}은 삼십셰에 {{u|르우}}를 나핫고
{{verse||一九|or}} {{u|르우}}를 나흔 후에 이백구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〇|or}} {{u|르우}}는 삼십이셰에 {{u|스룩}}을 나핫고
{{verse||二一|or}} {{u|스룩}}을 나흔후에 이백칠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二|or}} {{u|스룩}}은 삼십셰에 {{u|나홀}}을 나핫고
{{verse||二三|or}} {{u|나홀}}을 나흔후에 이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四|or}} {{u|나홀}}은 이십구셰에 {{u|데라}}를 나핫고
{{verse||二五|or}} {{u|데라}}를 나흔후에 일백십구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六|or}} {{u|데라}}는 칠십셰에 {{u|아브람}}과 {{u|나홀}}과 {{u|하란}}을 나핫더라〇
{{verse||二七|or}} {{u|데라}}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u|데라}}는 {{u|아브람}}과 {{u|나홀}}과 {{u|하란}}을 나핫고 {{u|하란}}은 {{u|롯}}을 나핫스며
{{verse||二八|or}} {{u|하란}}은 그 아비 {{u|데라}}보다 몬져 본토 {{du|갈대아}} {{du|우르}}에셔 죽엇더라
{{verse||二九|or}} {{u|아브람}}과 {{u|나홀}}이 쟝가 드럿스니 {{u|아브람}}의 안해 일홈은 {{u|사래}}며 {{u|나홀}}의 안해 일홈은 {{u|밀가}}니 {{u|하란}}의 ᄯᅡᆯ이오 {{u|하란}}은 {{u|밀가}}의 아비며 ᄯᅩ {{u|이스가}}의 아비더라
{{verse||三〇|or}} {{u|사래}}는 잉태하지못함으로 자식이 업섯더라
{{verse||三一|or}} {{u|데라}}가 그 아달 {{u|아브람}}과 {{u|하란}}의 아달 그 손자 {{u|롯}}과 그 자부 {{u|아브람}}의 안해 {{u|사래}}를 다리고 {{du|갈대아}} {{du|우르}}에셔 ᄯᅥ나 {{du|가나안}} ᄯᅡ으로 가고져하더니 {{du|하란}}에 니르러 거긔 거하엿스며
{{verse||三二|or}} {{u|데라}}는 이백 오셰를 향슈하고 {{du|하란}}에셔 죽엇더라
{{옛한글 끝}}
== 뎨십이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二|一|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닐아샤대 너 너의 본토친쳑 아비집을 ᄯᅥ나 내가 네게 지시할ᄯᅡ으로 가라
{{verse||二|or}}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일우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일홈을 챵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verse||三|or}} 너를 츅복하는쟈의게는 내가 복을 나리고 너를 져주하는쟈의게는 내가 져주하리니 ᄯᅡ의 모든 족쇽이 너를 인하야 복을 엇을 것이니라 하신지라
{{verse||四|or}} 이에 {{u|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삼을 좃차갓고 {{u|롯}}도 그와 함ᄭᅴ 갓스며 {{u|아브람}}이 {{du|하란}}을 ᄯᅥ날ᄯᅢ에 그 나이 칠십오셰엿더라
{{verse||五|or}} {{u|아브람}}이 그 안해 {{u|사래}}와 족하 {{u|롯}}과 {{u|하란}}에셔 모혼 모든 소유와 엇은 사람들을 잇ᄭᅳᆯ고 {{du|가나안}}ᄯᅡ으로 가랴고 ᄯᅥ나셔 마참내 {{du|가나안}}ᄯᅡ에 드러갓더라
{{verse||六|or}} {{u|아브람}}이 그ᄯᅡ을 통과하야 {{du|세겜}}ᄯᅡ{{du|모레}} 샹수리나무에 니르니 그ᄯᅢ에 {{du|가나안}}사람이 그ᄯᅡ에 거하엿더라
{{verse||七|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나타나 갈아샤대 내가 이ᄯᅡ을 네자손의게 주리라 하신지라 그가 자긔의게 나타나신 여호와를 위하야 그곳에 단을싸코
{{verse||八|or}} 거긔셔 {{du|벳엘}}동편산으로 옴겨 쟝막을 치니 셔는 {{du|벳엘}}이오 동은 {{du|아이}}라 그가 그곳에셔 여호와를 위하야 단을 싸코 여호와의 일홈을 부르더니
{{verse||九|or}} 졈졈 남방으로 옴겨 갓더라〇
{{verse||一〇|or}} 그 ᄯᅡ에 긔근이 잇슴으로 {{u|아브람}}이 {{du|애굽}}에 우거하려 하야 그리로 나려갓스니 이는 그 ᄯᅡ에 긔근이 심하엿슴이라
{{verse||一一|or}} 그가 {{du|애굽}}에 갓가히 니를 ᄯᅢ에 그 안해 {{u|사래}}다려 말하대 나 알기에 그대는 아릿다온 녀인이라
{{verse||一二|or}} {{du|애굽}}사람이 그대를 볼 ᄯᅢ에 닐아기를 이는 그의 안해라 하고 나는 죽이고 그대는 살니리니
{{verse||一三|or}} 원컨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리하면 내가 그대로인하야 안젼하고 내 목숨이 그대로인하야 보존하겟노라 하니라
{{verse||一四|or}} {{u|아브람}}이 {{du|애굽}}에 니르럿슬 ᄯᅢ에 {{du|애굽}}사람들이 그녀인의 심이 아릿다옴을 보앗고
{{verse||一五|or}} {{u|바로}}의 대신들도 그를보고 바로 압헤 칭찬함으로 그녀인을 {{u|바로}}의 궁으로 ᄎᆔ하야 드린지라
{{verse||一六|or}} 이에 {{u|바로}}가 그를 인하야 {{u|아브람}}을 후대함으로 {{u|아브람}}이 양과 소와 노비와 암슈라귀와 약대를 엇엇더라
{{verse||一七|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 안해 {{u|사래}}의 연고로 {{u|바로}}와 그집에 큰 재앙을 나리신지라
{{verse||一八|or}} {{u|바로}}가 {{u|아브람}}을 불너셔 닐아대 네가 엇지하야 나를 이러케 대졉하엿나냐 네가 엇지하야 그를 네 안해라고 내게 고하지 아니하엿나냐
{{verse||一九|or}} 네가 엇지 그를 누의라하야 나로 그를 ᄎᆔ하야 안해를 삼게 하엿나냐 네 안해가 여긔 잇스니 이제 다려가라 하고
{{verse||二〇|or}} {{u|바로}}가 사람들의게 그의 일을 명하매 그들이 그 안해와 그 모든 소유를 보내엿더라
{{옛한글 끝}}
== 뎨십삼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三|一|or}} {{u|아브람}}이 {{du|애굽}}에셔 나올새 그와 그 안해와 모든 소유며 {{u|롯}} 함ᄭᅴ하야 남방으로 올나가니
{{verse||二|or}} {{u|아브람}}의게 륙츅과 은금이 풍부하엿더라
{{verse||三|or}} 그가 남방에셔브터 발행하야 {{du|벳엘}}에 니르며 {{du|벳엘}}과 {{du|아이}}사이젼에 장막쳤던곳에 니르니
{{verse||四|or}} 그가 처음으로 단을 싸흔곳이라 그가 거긔셔 여호와의 일홈을 불넛더라
{{verse||五|or}} {{u|아브람}}의 일행 {{u|롯}}도 양과 소와 쟝막이 잇슴으로
{{verse||六|or}} 그 ᄯᅡ이 그들의 동거함을 용납지못하엿스니 곳 그들의 소유가 만하셔 동거할수업섯슴이라
{{verse||七|or}} 그럼으로 {{u|아브람}}의 가츅의 목쟈와 {{u|롯}}의 가츅의 목쟈가 서로 다토고 ᄯᅩ {{du|가나안}} 사람과 {{du|브리스}} 사람도 그 ᄯᅡ에 거하엿는지라
{{verse||八|or}} {{u|아브람}}이 {{u|롯}}의게 닐아대 우리는 한골육이라 나나 너나 내목쟈나 네목쟈나 서로 다토게 말자
{{verse||九|or}} 네 압헤 온 ᄯᅡ이 잇지 아니하냐 나를 ᄯᅥ나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
{{verse||一〇|or}} 이에 {{u|롯}}이 눈을 드러 {{du|요단}}들을 바라본즉 {{du|소알}}ᄭᅡ지 온ᄯᅡ에 물이 넉넉하니 여호와ᄭᅴ셔 {{du|소돔}}과 {{du|고모라}}를 멸하시기 젼이엇는고로 여호와의 동산갓고 {{du|애굽}}ᄯᅡ와 갓하엿더라
{{verse||一一|or}} 그럼으로 {{u|롯}}이 {{du|요단}} 온들을 택하고 동으로 옴기니 그들이 서로 ᄯᅥ난지라
{{verse||一二|or}} {{u|아브람}}은 {{du|가나안}} ᄯᅡ에 거하엿고 {{u|롯}}은 평디 셩읍들에 머므르며 그 쟝막을 옴겨 {{du|소돔}}ᄭᅡ지 니르럿더라
{{verse||一三|or}} {{du|소돔}}사람은 악하야 여호와 압헤 큰 죄인이엇더라〇
{{verse||一四|or}} {{u|롯}}이 {{u|아브람}}을 ᄯᅥ난 후에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닐아샤대 너는 눈을 드러 너잇는곳에셔 동셔남븍을 바라보라
{{verse||一五|or}} 보이는ᄯᅡ을 내가 너와 네자손의게 주리니 영원히 니르리라
{{verse||一六|or}} 내가 네 자손으로 ᄯᅡ의 틔ᄭᅳᆯ갓게 하리니 사람이 ᄯᅡ의 틔ᄭᅳᆯ을 능히 혜일수잇슬진대 네자손도 혜이리라
{{verse||一七|or}} 너는 니러나 그ᄯᅡ을 죵과 횡으로 행하야 보라 내가 그것을 네게 주리라
{{verse||一八|or}} 이에 {{u|아브람}}이 쟝막을 옴겨 {{du|헤브론}}에 잇는 {{du|맘으레}} 샹수리수풀에 니르러 거하며 거긔셔 여호와를 위하야 단을 싸핫더라
{{옛한글 끝}}
== 뎨십사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四|一|or}} 당시에 {{du|신알}}왕 {{u|암으라벨}}과 {{du|엘나살}}왕 {{u|아리옥}}과 {{du|엘남}}왕 {{u|그돌나오멜}}과 {{du|고임}}왕 {{u|듸달}}이
{{verse||二|or}} {{du|소돔}}왕 {{u|베라}}와 {{du|고모라}}왕 {{u|비르사}}와 {{du|앗으마}}왕 {{u|시납}}과 {{du|스보임}}왕 {{u|세메벨}}과 {{du|벨나}} 곳 {{du|소알}}왕과 싸호니라
{{verse||三|or}} 이들이 다 {{du|싯딈}}골ᄶᅡᆨ이 곳 지금 {{du|염해}}에 모혓더라
{{verse||四|or}} 이들이 삽이년 동안 {{u|그돌나오멜}}을 셤기다가 뎨 십삼년에 배반한지라
{{verse||五|or}} 뎨 십사년에 {{u|그돌나오멜}}과 그와동맹한 왕들이 나와셔 {{du|아스드롯}} {{du|가르나임}}에셔 {{du|르바}}족쇽을 {{du|함}}에셔 {{du|수스}}족쇽을 <ref>평디</ref>{{du|사웨}} {{du|길야다임}}에셔 {{du|엠}}족쇽을 치고
{{verse||六|or}} {{du|호리}}족쇽을 그산 {{du|세일}}에셔 쳐서 광야 근방 {{du|엘바란}}ᄭᅡ지 니르럿스며
{{verse||七|or}} 그들이 도리켜 {{du|엔미스밧}} 곳 {{du|가데스}}에 니르러 {{du|아말넥}}족쇽의 온ᄯᅡ와 {{du|하사손다말}}에 사는 {{du|아모리}} 족쇽을 친지라
{{verse||八|or}} {{du|소돔}}왕과 {{du|고모라}}왕과 {{du|앗으마}}왕과 {{du|스보임}}왕과 {{du|벨나}} 곳 {{du|소알}}왕이 나와셔 {{du|싯딈}} 골ᄶᅡᆨ이에셔 그들과 졉젼하엿스니
{{verse||九|or}} 곳 그 다섯왕이 {{du|엘남}}왕 {{u|그돌나오멜}}과 {{du|고임}}왕 {{u|듸달}}과 {{du|신알}}왕 {{u|암으라벨}}과 {{du|엘나살}}왕 {{u|아리옥}} 네 왕과 교젼하엿더라
{{verse||一〇|or}} {{du|싓딈}}골ᄶᅡᆨ이에는 력쳥 구덩이가 만흔지라 {{du|소돔}}왕과 {{du|고모라}}왕이 다라날ᄯᅢ에 {{작게|군사가}} 거긔 ᄲᅡ지고 그 남아는 산으로 도망하매
{{verse||一一|or}} {{작게|네 왕이}} {{du|소돔}}과 {{du|고모라}}의 모든 재물과 량식을 ᄲᅢ아사가고
{{verse||一二|or}} {{du|소돔}}에 거하는 {{u|아브람}}의 족하 {{u|롯}}도 사로잡고 그 재물ᄭᅡ지 로략하야 갓더라〇
{{verse||一三|or}} 도망한쟈가 와셔 {{du|히브리}}사람 {{u|아브람}}의게 고하니 ᄯᅢ에 {{u|아브람}}이 {{du|아모리}}족쇽 {{u|맘으레}}의 상수리 수풀 근쳐에 거하엿더라 {{u|맘으레}}는 {{u|에스골}}의 형뎨요 ᄯᅩ {{u|아넬}}의 형뎨라 이들은 {{u|아브람}}과 동맹한쟈더라
{{verse||一四|or}} {{u|아브람}}이 그족하의 사로잡혓슴을 듯고 집에셔 길니고 련습한쟈 삼백십팔인을 거나리고 {{du|단}}ᄭᅡ지 ᄶᅩᆺ차가셔
{{verse||一五|or}} 그 가신을 난호아 밤을 타셔 그들을 쳐셔 파하고 {{du|다메섹}} 좌편 {{du|호바}}ᄭᅡ지 ᄶᅩᆺ차가셔
{{verse||一六|or}} 모든 ᄲᅢ앗겻던 재물과 자긔 족하 {{u|롯}}과 그 재물과 ᄯᅩ 부녀와 인민을 다 차자 왓더라〇
{{verse||一七|or}} {{u|아브람}}이 {{u|그돌나오멜}}과 그와 함ᄭᅴ한 왕들을 파하고 도라올ᄯᅢ에 {{du|소돔}}왕이 {{du|사웨}} 골짝이 곳 {{du|왕곡}}에 나와 그를 영졉하엿고
{{verse||一八|or}} {{du|살넴}}왕 {{u|멜기세덱}}이 ᄯᅥᆨ과 포도쥬를 가지고 나왓스니 그는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의 졔사쟝이엇더라
{{verse||一九|or}} 그가 {{u|아브람}}의게 츅복하야 갈아대 텬디의 쥬재시오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이어 {{u|아브람}}의게 복을 주옵쇼셔
{{verse||二〇|or}} 너의 대뎍을 네 손에 붓치신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을 찬숑할지로다 하매 {{u|아브람}}이 그엇은것에셔 십분일을 {{u|멜기세덱}}의게 주엇더라
{{verse||二一|or}} {{du|소돔}}왕이 {{u|아브람}}의게 닐아대 사람은 내게 보내고 물픔은 네가 ᄎᆔ하라
{{verse||二二|or}} {{u|아브람}}이 {{du|소돔}}왕의게 닐아대 텬디의 쥬재시오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 여호와ᄭᅴ 내가 손을 드러 맹셔하노니
{{verse||二三|or}} 네 말이 내가 {{u|아브람}}으로 치부케 하엿다 할가하야 네게 쇽한것은 무론 한실이나 신들메라도 내가 ᄎᆔ하지아니하리라
{{verse||二四|or}} 오직 쇼년들의 먹은 것과 나와 동행한 {{u|아넬}}과 {{u|에스골}}과 {{u|맘으레}}의 분깃을 졔할지니 그들이 그분것을 ᄎᆔ할 것이니라
{{옛한글 끝}}
== 뎨십오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五|一|or}} 이후에 여호와의 말삼이 이샹즁에 {{u|아브람}}의게 림하야 갈아샤대 {{u|아브람}}아 두려워 말나 나는 너의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샹급이니라
{{verse||二|or}} {{u|아브람}}이 갈아대 쥬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나잇가 나는 무자하오니 나의 샹쇽쟈는 이{{du|다메섹}} {{u|엘니에셀}}이니이다
{{verse||三|or}} {{u|아브람}}이 ᄯᅩ 갈아대 쥬ᄭᅴ셔 내게 씨를 아니주셧스니 내집에셔 길닌쟈가 나의 후사가 될것이니이다
{{verse||四|or}} 여호와의 말삼이 그의게 림하야 갈아샤대 그사람은 너의 후사가 아니라 네몸에셔 날쟈가 네 후사가 되리라하시고
{{verse||五|or}} 그를 잇ᄭᅳᆯ고 밧그로나가 갈아샤대 하날을 우러러 뭇별을 혜일수잇나 보라 ᄯᅩ 그의게 닐아샤대 네자손이 이와갓흐리라
{{verse||六|or}} {{u|아브람}}이 여호와를 밋으니 여호와ᄭᅴ셔이를 그의 의로 녁이시고
{{verse||七|or}} ᄯᅩ 그의게 닐아샤대 나는 이ᄯᅡ을 네게 주어 업을삼게하랴고 너를 {{du|갈대아}} {{du|우르}}에셔 잇ᄭᅳ러낸 여호와로라
{{verse||八|or}} 그가 갈아대 쥬 여호와여 내가 이ᄯᅡ로 업을 삼을줄을 무엇으로 알니잇가
{{verse||九|or}}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닐아샤대 나를위하야 삼년된 암소와 삼년된 암염소와 삼년된 슈양과 뫼비닭이와 집비닭이삭기를 ᄎᆔ할지니라
{{verse||一〇|or}} {{u|아브람}}이 그 모든 것을 ᄎᆔ하야 그즁간을 ᄶᅩᆨ의고 그ᄶᅩᆨ읜것을 마조 대하야 노코 그새는 ᄶᅩᆨ의지 아니하엿스며
{{verse||一一|or}} 솔개가 그사톄우에 나릴ᄯᅢ에는 {{u|아브람}}이 ᄶᅩᆺ찻더라〇
{{verse||一二|or}} 해 질 ᄯᅢ에 {{u|아브람}}이 깁히 잠든 즁에 캄캄함이 림함으로 심히 두려워하더니
{{verse||一三|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닐아샤대 너는 뎡녕히알나 네자손이 이방에셔 객이 되여 그들을 셤기겟고 그들은 사백년동안 네 자손을 괴롭게 하리니
{{verse||一四|or}} 그 셤기는 나라를 내가 징지할지며 그후에 네자손이 큰재물을 잇ᄭᅳᆯ고 나오리라
{{verse||一五|or}} 너는 쟝슈하다가 평안히 조샹의게로 도라가 장사될것이오
{{verse||一六|or}} 네 자손은 사대만에 이ᄯᅡ으로 도라오리니 이는 {{du|아모리}}족쇽의 죄악이 아직 관영치 아니함이니라 하시더니
{{verse||一七|or}} 해가 져셔 어둘ᄯᅢ에 연긔나는 풀무가 보이며 타는 홰불이 ᄶᅩᆨ읜고기 사이로 지나더라
{{verse||一八|or}} 그 날에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으로 더브러 언약을 세워 갈아샤대 내가 이ᄯᅡ을 {{du|애굽}}강에셔브터 그큰강 {{du|유브라데}}ᄭᅡ지 네자손의게 주나니
{{verse||一九|or}} 곳 {{du|겐}}족쇽과 {{du|그니스}}족쇽과 {{du|갓몬}}족쇽과
{{verse||二〇|or}} {{du|헷}}족쇽과 {{du|브리스}}족쇽과 {{du|르바}}족쇽과
{{verse||二一|or}} {{du|아모리}}족쇽과 {{du|가나안}}족쇽과 {{du|기르가스}}족쇽과 {{du|여브스}}족쇽의 ᄯᅡ이니라 하셧더라
{{옛한글 끝}}
== 뎨십륙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六|一|or}} {{u|아브람}}의 안해 {{u|사래}}는 생산치못하엿고 그의게 한 녀종이 잇스니 {{du|애굽}}사람이오 일홈은 {{u|하갈}}이라
{{verse||二|or}} {{u|사래}}가 {{u|아브람}}의게 닐아대 여호와ᄭᅴ셔 나의 생산을 허락지아니하셧스니 원컨대 나의 녀죵과 동침하라 내가 혹 그로 말매암아 자녀를 엇을가 하노라 하매 {{u|아브람}}이 {{u|사래}}의 말을 드르니라
{{verse||三|or}} {{u|아브람}}의 안해 {{u|사래}}가 그녀죵 {{du|애굽}}사람 {{u|하갈}}을 가져 그남편 {{u|아브람}}의게 쳡으로 준ᄯᅢ는 {{u|아브람}}이 {{du|가나안}}ᄯᅡ에 거한지 십년 후이엇더라
{{verse||四|or}} {{u|아브람}}이 {{u|하갈}}과 동침하엿더니 {{u|하갈}}이 잉태하매 그가 자긔의 잉태함을 ᄭᅢ닷고 그녀쥬인을 멸시한지라
{{verse||五|or}} {{u|사래}}가 {{u|아브람}}의게 닐아대 나의 밧는 욕은 당신이 밧아야 올토다 내가 나의 녀죵을 당신의 품에 두엇거늘 그가 자긔의 잉태함을 ᄭᅢ닷고 나를멸시하니 당신과 나사이에 여호왓긔셔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
{{verse||六|or}} {{u|아브람}}이 {{u|사래}}의게 닐아대 그대의 녀죵은 그대의 슈즁에 잇스니 그대의 눈에 됴흔대로 그의게 행하라하매 {{u|사래}}가 {{u|하갈}}을 학대하엿더니 {{u|하갈}}이 {{u|사레}}의 압헤셔 도망하엿더라
{{verse||七|or}} 여호와의 사쟈가 광야의 샘겻 곳 {{du|술}}길샘물 겻헤셔 그를 맛나
{{verse||八|or}} 갈아대 {{u|사래}}의 녀죵 {{u|하갈}}아 네가 여대셔 왓슴며 어대로 가나냐 그가 갈아대 나는 나의 녀쥬인 {{u|사래}}를 피하야 도망하나이다
{{verse||九|or}} 여호와의 사쟈가 그의게 닐아대 네 녀쥬인의게로 도라가셔 그 슈하에 복죵하라
{{verse||一〇|or}} 여호와의 사쟈가 ᄯᅩ 그의게 닐아대 내가 네 자손으로 크게 번셩하야 그수가 만하 혜일수 업게 하리라
{{verse||一一|or}} 여호와의 사쟈가 ᄯᅩ 그의게 닐아대 네가 잉태하엿슨즉 아달을 나흐리니 그일홈을 <ref>하나님이드트심</ref>{{u|이스마엘}}이라하라 이는 여호와ᄭᅴ셔 네 고통을 드르셧슴이니라
{{verse||一二|or}} 그가 사람즁에 들라귀갓치 되리니 그손이 모든사람을 치겟고 모든사람의 손이 그를 칠지며 그가 모든형뎨의 동방에셔 살니라 하니라
{{verse||一三|or}} {{u|하갈}}이 자긔의게 닐아신 여호와의 일홈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이라 하엿스니 이는 내가 엇더케 여긔셔 나를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뵈앗는고 함이라
{{verse||一四|or}} 이럼으로 그샘물을 <ref>나를감찰하시는생존쟈의우물이라</ref>{{du|브엘라해로이}}라 불넛스며 그것이 {{du|가데스}}와 {{du|베렛}}사이에 잇더라〇
{{verse||一五|or}} {{u|하갈}}이 {{u|아브람}}의 아달을 나흐매 {{u|아브람}}이 {{u|하갈}}의 나흔 그 아달을 일홈하야 {{u|이스마엘}}이라 하엿더라
{{verse||一六|or}} {{u|하갈}}이 {{u|아브람}}의게 {{u|이스마엘}}을 나흘ᄯᅢ에 {{u|아브람}}이 팔십륙셰이엇더라
{{옛한글 끝}}
== 뎨십칠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七|一|or}} {{u|아브람}}의 구십구셰 ᄯᅢ에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나타나셔 그의게 닐아샤대 나는 젼능한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압헤셔 행하야 완젼하라
{{verse||二|or}}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사이에 세워 너로 심히 번셩케하리라 하시니
{{verse||三|or}} {{u|아브람}}이 업드린대 하나님이 ᄯᅩ 그의게 닐너 갈아샤대
{{verse||四|or}} 내가 너와 내 언약을 세우니 너는 렬국의 아비가될지라
{{verse||五|or}} 이제 후로는 네 일홈을 {{u|아브람}}이라 하지아니하고 <ref>만흔무리의아비</ref>{{u|아브라함}}이라하리니 이는 내가 너로 렬국의 아비가 되게 함이니라
{{verse||六|or}} 내가 너로 심히 번셩케 하리니 나라들이 네게로 좃차 니러나며 렬왕이 네게로 좃차 나리라
{{verse||七|or}}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와 네대대 후손의 사이에 세워셔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
{{verse||八|or}} 내가 너와 네 후손의게 너의 우거하는 이 ᄯᅡ 곳 {{du|가나안}} 일경으로주어 영원한긔업이 되게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〇
{{verse||九|or}} 하나님이 ᄯᅩ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그런즉 너는 내 언약을 직히고 네 후손도 대대로 직히라
{{verse||一〇|or}} 너희즁 남자는 다 할례를 밧으라 이것이 나와 너희와 너희 후손 사이의 직힐 내 언약이니라
{{verse||一一|or}} 너희는 양피를 버히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니라
{{verse||一二|or}} 대대로 남자는 집에셔 난쟈나 혹 너희자손이 아니오 이방사람의게셔 돈으로 산쟈를 무론하고 난지 팔일만에 할례를 밧을 것이라
{{verse||一三|or}} 너희 집에셔 난쟈던지 너희돈으로 산쟈던지 할례를 밧아야 하리니 이에 내언약이 너희 살에 잇서 영원한 언약이 되려니와
{{verse||一四|or}} 할례를 밧지아니한 남자 곳 그양피를 버히지 아닌쟈는 백셩즁에셔 ᄭᅳᆫ허지리니 그가 내언약을 배반하엿슴이니라〇
{{verse||一五|or}} 하나님이 ᄯᅩ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네 안해 {{u|사래}}는 일홈을 {{u|사래}}라하지말고 그일홈을 <ref>녀쥬</ref>{{u|사라}}라하라
{{verse||一六|or}} 내가 그의게 복을주어 그로 네게 아달을 나하주게하며 내가 그의게 복을주어 그로 렬국의 어미가 되게 하리니 민족의 렬왕이 그의게셔 나리라
ᅟ{{verse||一七|or}} {{u|아브라함}}이 업대여 우스며 심즁에 닐아대 백셰된사람이 엇지 자식을 나흘가 {{u|사라}}는 구십셰니 엇지생산하리오 하고
{{verse||一八|or}} {{u|아브라함}}이 이에 하나님ᄭᅴ 고하대 {{u|이스마엘}}이나 하나님압헤 살기를 원하나이다
{{verse||一九|or}} 하나님이 갈아샤대 아니라 네 안해 {{u|사라}}가 뎡녕 네게 아달을 나흐리니 너는 그 일홈을 <ref>우슴</ref>{{u|이삭}}이라하라 내가 그와 내 언약을 세우리니 그의 후손의게 영원한 언약이 되리라
{{verse||二〇|or}} {{u|이스마엘}}의게 니르러는 내가 네 말을 드럿나니 내가 그의게 복을주어 생육이 즁다하야 그로 크게 번셩케 할지라 그가 열두 방백을 나흐리니 내가 그로 큰나라이 되게 하려니와
{{verse||二一|or}} 내 언약은 내가 명년이 긔한에 {{u|사라}}가 네게 나흘 {{u|이삭}}과 세우리라
{{verse||二二|or}} 하나님이 {{u|아브라함}}과 말삼을 마치시고 그를 ᄯᅥ나 올나 가셧더라〇
{{verse||二三|or}} 이에 {{u|아브라함}}이 하나님이 자긔의게 말삼하신대로 이날에 그아달 {{u|이스마엘}}과 집에셔 생쟝한 모든쟈와 돈으로산 모든쟈 곳 {{u|아브라함}}의 집사람즁 모든 남자를 다려다가 그양피를 버혓스니
{{verse||二四|or}} {{u|아브라함}}이 그양피를 버힌 ᄯᅢ는 구십구셰이었고
{{verse||二五|or}} 그아달 {{u|이스마엘}}이 그양피를 버힌 ᄯᅢ는 십삼셰이엇더라
{{verse||二六|or}} 당일에 {{u|아브라함}}과 그아달 {{u|이스마엘}}이 할례를 밧앗고
{{verse||二七|or}} 그집의 모든 남자 곳 집에셔 생쟝한쟈와 돈으로 이방 사람의게셔 사온쟈가 다 그와 함ᄭᅴ 할례를 밧앗더라
{{옛한글 끝}}
== 뎨십팔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八|一|or}} 여호와ᄭᅴ셔 {{du|맘으레}} 샹수리 수풀 근쳐에셔 {{u|아브라함}}의게 나타나시니라 오졍 즈음에 그가 쟝막문에 안젓다가
{{verse||二|or}} 눈을 드러 본즉 사람 셋이 마즌편에 섯는지라 그가 그들을 보자 곳 쟝막 문에셔 달녀나가 영졉하며 몸을 ᄯᅡ에 굽혀
{{verse||三|or}} 갈아대 내 쥬여 내가 쥬ᄭᅴ 은혜를 닙엇사오면 원컨대 죵을 ᄯᅥ나 지나가지마옵시고
{{verse||四|or}} 물을 조곰 가져오게 하샤 당신들의 발을 씨스시고 나무 아래 쉬이쇼셔
{{verse||五|or}} 내가 ᄯᅥᆨ을 조곰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마암을 쾌활케 하신 후에 지나가쇼셔 당신들이 죵의게 오셧슴이니이다 그들이 갈아대 네 말대로 그리하라
{{verse||六|or}} {{u|아브라함}}이 급히 쟝막에 드러가 {{u|사라}}의게 니르러 닐아대 속히 고은가로 세{{물결밑줄|스아}}를 가져다가 반쥭하야 ᄯᅥᆨ을 만들나 하고
{{verse||七|or}} {{u|아브라함}}이 ᄯᅩ 즘생ᄯᅦ에 달녀가셔 기름지고 됴흔 송아지를 ᄎᆔ하야 하인의게주니 그가 급히 료리한지라
{{verse||八|or}} {{u|아브라함}}이 {{물결밑줄|ᄲᅥ터}}와 우유와 하인이 료리한 송아지를 가져다가 그들의 압헤 진셜하고 나무 아래 모셔 서매 그들이 먹으니라
{{verse||九|or}} 그들이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네 안해 {{u|사라}}가 어대잇나냐 대답하대 쟝막에 잇나이다
{{verse||一〇|or}} 그가 갈아샤대 긔한이 니를 ᄯᅢ에 내가 뎡녕 네게로 도라오리니 네 안해 {{u|사라}}의게 아달이 잇스리라 하시니 {{u|사라}}가 그 뒤 쟝막문에셔 드럿더라
{{verse||一一|or}} {{u|아브라함}}과 {{u|사라}}가 나이만하 늙엇고 {{u|사라}}의 경슈는 ᄭᅳᆫ허졋는지라
{{verse||一二|or}} {{u|사라}}가 속으로 웃고 닐아대 내가 로쇠하엿고 내쥬인도 늙엇스니 내게 엇지 락이 잇스리오
{{verse||一三|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u|사라}}가 웨 우스며 닐아기를 내가 늙엇거늘 엇더케 아달을 나흐리오 하나냐
{{verse||一四|or}} 여호와ᄭᅴ 능치못한 일이 잇겟나냐 긔한이 니를 ᄯᅢ에 내가 네게로 도라오리니 {{u|사라}}의게 아달이 잇스리라
{{verse||一五|or}} {{u|사라}}가 두려워서 승인치아니하야 갈아대 내가 웃지아니하엿나이다 갈아샤대 아니라 네가 우섯나니라〇
{{verse||一六|or}} 그 사람들이 거긔셔 니러나셔 {{du|소돔}}으로 향하고 {{u|아브라함}}은 그들을 젼송하러 함ᄭᅴ 나가니라
{{verse||一七|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나의 하랴는것을 {{u|아브라함}}의게 숨기겟나냐
{{verse||一八|or}} {{u|아브라함}}은 강대한 나라가 되고 텬하만민은 그를 인하야 복을 밧게 될것이아니냐
{{verse||一九|or}}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쇽의게 명하야 여호와의 도를 직혀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엿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u|아브라함}}의게 대하야 말한일을 일우려함이니라
{{verse||二〇|or}} 여호와ᄭᅴ셔 ᄯᅩ 갈아샤대 {{du|소돔}}과 {{du|고모라}}에 대한 부르지즘이 크고 그죄악이 심히 즁하니
{{verse||二一|or}} 내가 이제 나려가셔 그 모든 행한것이 과연 내게 들닌 부르지즘과 갓흔지 그러치 아닌지 내가 보고 알녀하노라〇
{{verse||二二|or}} 그 사람들이 거긔셔 ᄯᅥ나 {{du|소돔}}으로 향하야 가고 {{u|아브라함}}은 여호와 압헤 그대로 섯더니
{{verse||二三|or}} 갓가히 나아가 갈아대 쥬ᄭᅴ셔 의인을 악인과 함ᄭᅴ 멸하시랴나잇가
{{verse||二四|or}} 그 셩즁에 의인 오십이 잇슬지라도 쥬ᄭᅴ셔 그곳을 멸하시고 그 오십의인을 위하야 용셔치 아니하시리잇가
{{verse||二五|or}} 쥬ᄭᅴ셔 이 갓치하샤 의인을 악인과 함ᄭᅴ 죽이심은 불가하오며 의인과 악인을 균등히 하심도 불가하니이다 셰샹을 심판하시는이가 공의를 행하실 것이아니니잇가
{{verse||二六|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내가 만일 {{du|소돔}}셩즁에셔 의인 오십을 차즈면 그들을 위하야 온디경을 용셔하리라
{{verse||二七|or}} {{u|아브라함}}이 말삼하야 갈아대 나는 틔ᄭᅳᆯ과 재라도 감히 쥬ᄭᅴ 고하나이다
{{verse||二八|or}} 오십의인즁에 오인이 부죡할것이면 그 오인이 부죡함을 인하야 온셩을 멸하시리잇가 갈아샤대 내가 거긔셔 사십 오인을 차즈면 멸하지 아니하리라
{{verse||二九|or}} {{u|아브라함}}이 ᄯᅩ 고하야 갈아대 거긔셔 사십인을 차즈시면 {{작게|엇지하시랴나잇가}} 갈아샤대 사십인을 인하야 멸하지 아니하리라
{{verse||三〇|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내 쥬여 노하지마옵시고 말삼하게 하옵쇼셔 거긔셔 삼십인을 차즈시면 엇지하시랴나잇가 내가 거긔셔 삼십인을 차즈면 멸하지아니하리라
{{verse||三一|or}} {{u|아브라함}}이 ᄯᅩ 갈아대 내가 감히 내 쥬ᄭᅴ 고하나이다 거긔셔 이십인을 차즈시면 {{작게|엇지하시랴나잇가}} 갈아샤대 내가 이십인을 인하야 멸하지 아니하리라
{{verse||三二|or}} {{u|아브라함}}이 ᄯᅩ 갈아대 쥬는 노하지마옵쇼셔 내가 이번만 더 말삼하리이다 거긔셔 십인을 차즈시면 {{작게|엇지하시랴나잇가}} 갈아샤대 내가 십인을 인하야도 멸하지아니하리라
{{verse||三三|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라함}}과 말삼을 마치시고 즉시 가시니 {{u|아브라함}}도 자기 곳으로 도라갓더라
{{옛한글 끝}}
== 뎨십구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九|一|or}} 날이 져물ᄯᅢ에 그 두 텬사가 {{du|소돔}}에 니르니 마참 {{u|롯이}} {{du|소돔}}셩문에 안젓다가 그들을 보고 니러나 영졉하고 ᄯᅡ에 업대여 졀하야
{{verse||二|or}} 갈아대 내 쥬여 도리켜 죵의 집으로 드러와 발을 씨고 줌으시고 일즉이 니러나 갈 길을 가쇼셔 그들이 갈아대 아니라 우리가 거리에셔 경야하리라
{{verse||三|or}} {{u|롯}}이 간쳥하매 그제야 도리켜셔 그집으로 드러오는지라 {{u|롯}}이 그들을 위하야 식탁을 베플고 무교병을 구으니 그들이 먹으니라
{{verse||四|or}} 그들의 눕기 젼에 그셩사람 곳 {{du|소돔}}백셩들이 무론로쇼하고 사방에셔 다 모혀 그집을 에워싸고
{{verse||五|or}} {{u|롯}}을 불으고 그의게 닐아대 이져녁에 네게 온 사람이 어대잇나냐 잇ᄭᅳ러 내라 우기가 그들을 샹관하리라
{{verse||六|or}} {{u|롯}}이 문박긔 무리의게로 나가셔 뒤로 문을 닷고
{{verse||七|or}} 닐아대 쳥하노니 내 형뎨들아 이런악을 행치말나
{{verse||八|or}} 내게 남자를 갓가히 아니한 두 ᄯᅡᆯ이 잇노라 쳥컨대 내가 그들을 너희게로 잇ᄭᅳ러 내리니 너희 눈에 됴흔대로 그들의게 행하고 이 사람들은 내집에 드러왓슨즉 이 사람들의게는 아모짓도 하지말나
{{verse||九|or}} 그들이 갈아대 너는 물너나라 ᄯᅩ 갈아대 이놈이 드러와셔 우거하면셔 우리의 법관이 되랴하는도다 이제 우리가 그들보다 너를 더 해하리라 하고 {{u|롯}}을 밀치며 갓가히 나아와셔 그문을 ᄭᅢ치려하는지라
{{verse||一〇|or}} 그 사람들이 손을내미러 {{u|롯}}을 집으로 ᄭᅳ으러 드리고 문을 다드며
{{verse||一一|or}} 문밧긔 무리로 무론대쇼하고 그눈이 어둡게 하니 그들이 문을 찻노라고 곤비하엿더라〇
{{verse||一二|or}} 그 사람들이 {{u|롯}}의게 닐아대 이외에 네게 쇽한쟈가 ᄯᅩ 잇나냐 네 사위나 자녀나 셩즁에 네게 쇽한쟈들을 다 셩밧그로 잇ᄭᅳ러내라
{{verse||一三|or}} 그들에 대하야 부르지즘이 여호와 압헤 큰고로 여호와ᄭᅴ셔 우리로 이곳을 멸하러 보내셧나니 우리가 멸하리라
{{verse||一四|or}} {{u|롯}}이 나가서 그ᄯᅡᆯ들과 뎡혼한 사위들의게 고하야 닐아대 여호와ᄭᅴ셔 이셩을 멸하실터이니 너희는 니러나 이곳에셔 ᄯᅥ나라 하되 그사위들이 롱담으로 녁엿더라
{{verse||一五|or}} 동틀ᄯᅢ에 텬사가 {{u|롯}}을 재촉하야 갈아대 니러나 여긔 잇는 네 안해와 두 ᄯᅡᆯ을 잇ᄭᅳᆯ나 이 셩의 죄악즁에 함ᄭᅴ 멸망할가 하노라
{{verse||一六|or}} 그러나 {{u|롯}}이 지체하매 그사람들이 {{u|롯}}의 손과 그 안해의 손과 두 ᄯᅡᆯ의 손을 잡아 인도하야 셩 밧게 두니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인자를 더하심이엇더라
{{verse||一七|or}} 그사람들이 그들을 밧그로 잇ᄭᅳ러낸 후에 닐아대 도망하야 생명을 보존하라 도라 보거나 들에 머믈거나 하지말고 산으로 도망하야 멸망함을 면하라
{{verse||一八|or}} {{u|롯}}이 그들의게 닐아대 내쥬여 그리마옵쇼셔
{{verse||一九|or}} 죵이 쥬ᄭᅴ 은혜를 엇엇고 쥬ᄭᅴ셔 큰인자를 내게 베프샤 내 생명을 구원하시오나 내가 도망하야 산ᄭᅡ지 갈수업나이다 두렵건대 재앙을 맛나 죽을가 하나이다
{{verse||二〇|or}} 보쇼셔 뎌셩은 도망하기 갓갑고 적기도 하오니 나로 그곳에 도망하게 하쇼셔 이는 적은 셩이 아니니잇가 내 생명이 보존되리이다
{{verse||二一|or}} 그가 그의게 닐아대 내가 이일에도 네 소원을 드럿슨즉 너의 말하는 셩을 멸하지아니하리니
{{verse||二二|or}} 그리로 속히 도망하라 네가 거긔 니르기ᄭᅡ지는 내가 아모일도 행할수업노라 하엿더라 그럼으로 그 셩 일홈을 <ref>적음</ref>{{du|소알}}이라 불넛더라〇
{{verse||二三|or}} {{u|롯}}이 {{du|소알}}에 드러갈 ᄯᅢ에 해가 도닷더라
{{verse||二四|or}} 여호와ᄭᅴ셔 하날 곳 여호와의게로셔 류황과 불을 비갓치 {{du|소돔}}과 {{du|고모라}}에 나리샤
{{verse||二五|or}} 그셩들과 온 들과 셩에 거하는 모든 백셩과 ᄯᅡ에 난것을 다 업허 멸하셧더라
{{verse||二六|or}} {{u|롯}}의 안해는 뒤를 도라본고로 소곰 기동이 되엿더라
{{verse||二七|or}} {{u|아브라함}}이 그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여호와의 압헤 섯던 곳에 니르러
{{verse||二八|or}} {{du|소돔}}과 {{du|고모라}}와 그 온 들을 향하야 눈을 드러 연긔가 옹긔뎜 연긔 갓치 치밀믈 모앗더라〇
{{verse||二九|or}} 하나님이 들의 셩들을 멸하실ᄯᅢ 곳 {{u|롯}}의 거하는 셩을 업흐실ᄯᅢ에 {{u|아브라함}}을 생각하샤 {{u|롯}}을 그 업흐시는즁에셔 내여보내셧더라〇
{{verse||三〇|or}} {{u|롯}}이 {{du|소알}}에 거하기를 두려워하야 두 ᄯᅡᆯ과 함ᄭᅴ {{du|소알}}에셔 나와 산에 올나 거하대 그 두 ᄯᅡᆯ과 함ᄭᅴ 굴에 거하엿더니
{{verse||三一|or}} 큰ᄯᅡᆯ이 적은ᄯᅡᆯ의게 닐아대 우리 아바지는 늙으셧고 이ᄯᅡ에는 셰샹의 도리를 좃차 우리의 배필될 사람이 업스니
{{verse||三二|or}} 우리가 우리 아바지의게 술을 마시우고 동침하야 우리 아바지로 말매암아 인죵을 젼하자하고
{{verse||三三|or}} 그밤에 그들이 아비의게 술을 마시우고 큰ᄯᅡᆯ이 드러가셔 그아비와 동침하니라 그러나 그아비는 그ᄯᅡᆯ의 눕고 니러나는 것을 ᄭᅢ닷지못하엿더라
{{verse||三四|or}} 잇흔날에 큰ᄯᅡᆯ이 적은ᄯᅡᆯ의게 닐아대 어제 밤에는 내가 우리 아바지와 동침하엿스니 오날 밤에도 우리가 아바지의게 술을 마시우고 네가 드러가 동침하고 우리가 아바지로 말매암아 인죵을 젼하자하고
{{verse||三五|or}} 이밤에도 그들이 아비의게 술을 마시우고 적은ᄯᅡᆯ이 니러나 아비와 동침하니라 그러나 아비는 그ᄯᅡᆯ의 눕고 니러나는 것을 ᄭᅢ닷지못하엿더라
{{verse||三六|or}} {{u|롯}}의 두 ᄯᅡᆯ이 아비로 말매암아 잉태하고
{{verse||三七|or}} 큰ᄯᅡᆯ은 아달을 나하 일홈을 {{u|모압}}이라하엿스니 오날날 {{du|모압}}족쇽의 조샹이오
{{verse||三八|or}} 적은ᄯᅡᆯ도 아달을 나하 일홈을 {{u|벤암미}}라 하엿스니 오날날 {{du|암몬}}족쇽의 조샹이엇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〇|一|or}} {{u|아브라함}}이 거긔셔 남방으로 이사하야 {{du|가데스}}와 {{du|술}}사이 {{du|그랄}}에 우거하며
{{verse||二|or}} 그 안해 {{u|사라}}를 자긔 누의라 한고로 {{du|그랄}}왕 {{u|아비멜넥}}이 보내여 {{u|사라}}를 ᄎᆔ하엿더니
{{verse||三|or}} 그밤에 하나님이 {{u|아비멜넥}}의게 현몽하시고 그의게 닐아샤대 네가 ᄎᆔ한 이 녀인을 인하야 네가 죽으리니 그가 남의 안해임이니라
{{verse||四|or}} {{u|아비멜넥}}이 그 녀인을 갓가히 아니한고로 그가 대답하대 쥬여 쥬ᄭᅴ셔 의로운 백셩도 멸하시나잇가
{{verse||五|or}} 그가 나다려 이는 내 누의라고 하지아니하엿나잇가 그녀인도 그는 내 오라비라 하엿사오니 나는 온젼한 마암과 ᄭᅢᆺ긋한 손으로 이러케 하엿나이다
{{verse||六|or}} 하나님이 ᄭᅮᆷ에 ᄯᅩ 그의게 닐아샤대 네가 온젼한 마암으로 이러케 한줄을 나도 안고로 너를 막아 내게 범죄하지 안케 하엿나니 녀인의게 갓가히 못하게 함이 이ᄭᅡ닭이니라
{{verse||七|or}} 이제 그사람의 안해를 돌녀보내라 그는 션지쟈라 그가 너를 위하야 긔도하리니 네가 살녀니와 네가 돌녀 보내지아니하면 너와 네게 쇽한쟈가 다 뎡녕 죽을줄 알지니라〇
{{verse||八|or}} {{u|아비멜넥}}이 그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모든 신복을 불너 그일을 다말하야 들니매 그사람들이 심히 두려워하엿더라
{{verse||九|or}} {{u|아비멜넥}}이 {{u|아브라함}}을 불너셔 그의게 닐아대 네가 엇지하야 우리의게 이리하나냐 내가 무삼죄를 네게 범하엿관대 네가 나와 내 나라로 큰죄에 ᄲᅡ질번하게 하엿나냐 네가 합당치 아닌일을 내게 행하엿도다 하고
{{verse||一〇|or}} {{u|아비멜넥}}이 ᄯᅩ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네가 무삼 의견으로 이러케 하엿나냐
{{verse||一一|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이곳에셔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업스니 내 안해를 인하야 사람이 나를 죽일가 생각하엿슴이오
{{verse||一二|or}} ᄯᅩ 그는 실노 나의 이복누의로셔 내 쳐가 되엿슴이니라
{{verse||一三|or}} 하나님이 나로 내 아비집을 ᄯᅥ나 두루 단니게 하실ᄯᅢ에 내가 안해의게 말하기를 이후로 우리의 가는 곳마다 그대는 나를 그대의 오라비라 하라 이것이 그대가 내게 베플 은혜라 하엿섯노라
{{verse||一四|or}} {{u|아비멜넥}}이 양과 소와 노비를 ᄎᆔ하야 {{u|아브라함}}의게 주고 그 안해 {{u|사라}}도 그의게 돌녀 보내고
{{verse||一五|or}}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내ᄯᅡ이 네 압헤 잇스니 너 보기에 됴흔 대로 거하라 하고
{{verse||一六|or}} {{u|사라}}의게 닐아대 내가 은 쳔개를 네 오라비의게 주어셔 그것으로 너와 함ᄭᅴ 한 여러 사람 압헤셔 네 <ref>히,눈을가티우게</ref>슈치를 풀게 하엿노니 네 일이 다 션히 해결되엿나니라
{{verse||一七|or}} {{u|아브라함}}이 하나님ᄭᅴ 긔도하매 하나님이 {{u|아비멜넥}}과 그 안해와 녀죵을 치료하샤 생산케 하셧스니
{{verse||一八|or}} 여호와ᄭᅴ셔 이왕에 {{u|아브라함}}의 안해 {{u|사라}}의 연고로 {{u|아비멜넥}}의 집 모든 태를 닷치셧슴이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일쟝 ==
{{옛한글 처음}}
{{verse|二一|一|or}} 여호와ᄭᅴ셔 그 말삼대로 {{u|사라}}를 권고하셧고 여호와ᄭᅴ셔 그 말삼대로 {{u|사라}}의게 행하셧슴으로
{{verse||二|or}} {{u|사라}}가 잉태하고 하나님의 말삼하신긔한에 밋처 늙은 {{u|아브라함}}의게 아달을 나흐니
{{verse||三|or}} {{u|아브라함}}이 그 나흔 아달 곳 {{u|사라}}가 자긔의게 나흔 아달을 일홈하야 {{u|이삭}}이라 하엿고
{{verse||四|or}} 그 아달 {{u|이삭}}이 난지 팔일만에 그가 하나님의 명대로 할례를 행하엿더라
{{verse||五|or}} {{u|아브라함}}이 그 아달 {{u|이삭}}을 나흘ᄯᅢ에 백셰라
{{verse||六|or}} {{u|사라}}가 갈아대 하나님이 나로 웃게 하시니 듯는쟈가 다 나와 함ᄭᅴ 우스리로다
{{verse||七|or}} ᄯᅩ 갈아대 {{u|사라}}가 자식들을 졋먹이겟다고 누가 {{u|아브라함}}의게 말하엿스리오마는 {{u|아브라함}} 로경에 내가 아달을 나핫도다 하니라〇
{{verse||八|or}} 아해가 자라매 졋을 ᄯᅦ이고 {{u|이삭}}의 졋을 ᄯᅦ이는 날에 {{u|아브라함}}이 대연을 배셜하엿더라
{{verse||九|or}} {{u|사라}}가 본즉 {{u|아브라함}}의 아달 {{du|애굽}} 녀인 {{u|하갈}}의 소생이 {{작게|{{u|이삭}}을}} 희롱하는지라
{{verse||一〇|or}} 그가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이 녀죵과 그 아달을 내여ᄶᅩᆺ츠라 이죵의 아달은 내 아달 {{u|이삭}}과 함ᄭᅴ 긔업을 엇지 못하리라 하매
{{verse||一一|or}} {{u|아브라함}}이 그 아달을위하야 그 일이 깁히 근심이 되엿더니
{{verse||一二|or}} 하나님이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아해를 위하야 네 녀죵을 위하야 근심하지말고 {{u|사라}}가 네게 닐은 말을 다 드르라 {{u|이삭}}의게셔 {{작게|나는쟈라야}} 네씨라 칭할것임이니라
{{verse||一三|or}} 그러나 녀죵의 아달도 네 씨니 내가 그로 한민족을 일우게 하리라 하신지라
{{verse||一四|or}} {{u|아브라함}}이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ᄯᅥᆨ과 물 한가죡 부대를 ᄎᆔ하야 {{u|하갈}}의 엇개에 메워주고 그 자식을 잇ᄭᅳᆯ고 가게하매 {{u|하갈}}이 나가셔 {{du|브엘세바}} 들에셔 방황하더니
{{verse||一五|or}} 가죡 부대의 물이 다 한지라 그 자식을 ᄯᅥᆯ기나무 아래 두며
{{verse||一六|or}} 갈아대 자식의 죽는 것을 참아 보지못하겟다 하고 살한바탕ᄶᅳᆷ 가셔 마조 안저 바라보며 방셩대곡하니
{{verse||一七|or}} 하나님이 그 아해의 소래를 드르심으로 하나님의 사쟈가 하날에셔브터 {{u|하갈}}을 불너 갈아샤대 {{u|하갈}}아 무삼일이냐 두려워말나 하나님이 뎌긔 잇는 아해의 소래를 드르셧나니
{{verse||一八|or}} 니러나 아해를 니르켜 네 손으로 붓들나 그로 큰민족을 일우게 하리라 하시니라
{{verse||一九|or}} 하나님이 {{u|하갈}}의 눈을 밝히시매 샘물을 보고 가셔 가죡부대에 물을 채워다가 그아해의게 마시웟더라
{{verse||二〇|or}} 하나님이 그아해와 함ᄭᅴ 계시매 그가 쟝셩하야 광야에 거하며 활쏘는쟈가 되엿더니
{{verse||二一|or}} 그가 {{du|바란}}광야에 거할ᄯᅢ에 그어미가 그를 위하야 {{du|애굽}}ᄯᅡ 녀인을 ᄎᆔ하야 안해를 삼게 하엿더라〇
{{verse||二二|or}} ᄯᅢ에 {{u|아비멜넥}}과 그 군대쟝관 {{u|비골}}이 {{u|아브라함}}의게 말하야 갈아대 네가 무삼일을 하던지 하나님이 너와 함ᄭᅴ 계시도다
{{verse||二三|or}} 그런즉 너는 나와 내 아달과 내 손자의게 거즛되이 행치안키를 이제 여긔셔 하나님을 가라쳐 내게 맹셔하라 내가 네게 후대한대로 너도 나와 너의 머므는 이ᄯᅡ에 행할 것이니라
{{verse||二四|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내가 맹셔하리라하고
{{verse||二五|or}} {{u|아비멜넥}}의 죵들이 {{u|아브라함}}의 우물을 륵탈한 일에 대하야 {{u|아브라함}}이 {{u|아비멜넥}}을 책망하매
{{verse||二六|or}} {{u|아비멜넥}}이 갈아대 누가 그리하엿는지 내가 아지못하노라 너도 내게 고하지 아니하엿고 나도 듯지못하엿더니 오날이야 {{작게|드럿노라}}
{{verse||二七|or}} {{u|아브라함}}이 양과 소를 ᄎᆔ하야 {{u|아비멜넥}}의게 주고 두 사람이 서로 언약을 세우니라
{{verse||二八|or}} {{u|아브라함}}이 닐곱 암양 삭기를 ᄯᅡ로 노흐니
{{verse||二九|or}} {{u|아비멜넥}}이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이 닐곱 암양 삭기를 ᄯᅡ로 노흠은 엇짐이뇨
{{verse||三〇|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너는 내 손에셔 이 암양삭기 닐곱을 밧아 내가 이 우물판증거를 삼으라하고
{{verse||三一|or}} 두 사람이 거긔셔 서로맹셔한고로 그곳을 <ref>맹셔의우물</ref>{{du|브엘세바}}라 일홈하엿더라
{{verse||三二|or}} 그들이 {{du|브엘세바}}에셔 언약을 세우매 {{u|아비멜넥}}과 그 군대 쟝관 {{u|비골}}은 ᄯᅥ나 {{du|블네셋}}족쇽의 ᄯᅡ으로 도라갓고
{{verse||三三|or}} {{작게|{{u|아브라함}}은}} {{du|브엘세바}}에 {{물결밑줄|에셀}}나무를 심으고 거긔셔 영생하시는 하나님 여호와의 일홈을 불넛스며
{{verse||三四|or}} 그가 {{du|블네셋}}족쇽의 ᄯᅡ에셔 여러 날을 지내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이쟝 ==
{{옛한글 처음}}
{{verse|二二|一|or}} 그일 후에 하나님이 {{u|아브라함}}을 시험하시랴고 그를부르샤대 {{u|아브라함}}아 하시니 그가 갈아대 내가 여긔잇나이다
{{verse||二|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네 아달 네 사랑하는독자 {{u|이삭}}을 다리고 {{du|모리아}}ᄯᅡ으로 가셔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산 거긔셔 그를 번졔로 드리라
{{verse||三|or}} {{u|아브라함}}이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라귀에 안장을 지우고 두 사환과 그아달 {{u|이삭}}을 다리고 번졔에 쓸 나무를 ᄶᅩᆨ의여 가지고 ᄯᅥ나 하나님의 자긔의게 지시하시는 곳으로 가더니
{{verse||四|or}} 뎨 삼일에 {{u|아브라함}}이 눈을 드러 그곳을 멀니 바라본지라
{{verse||五|or}} 이에 {{u|아브라함}}이 사환의게 닐아대 너희는 라귀와 함ᄭᅴ 뎌긔 가셔 경배하고 너희게로 도라오리라 하고
{{verse||六|or}} {{u|아브라함}}이 이에 번졔 나무를 ᄎᆔ하야 그 아달 {{u|이삭}}의게 지우고 자긔는 불과 칼을 손에 들고 두 사람이 동행하더니
{{verse||七|or}} {{u|이삭}}이 그아비 {{u|아브라함}}의게 말하야 갈아대 내 아바지여하니 그가 갈아대 내 아달아 내가 여긔 잇노라 {{u|이삭}}이 갈아대 불과 나무는 잇거니와 번졔할 어린양은 어대 잇나잇가
{{verse||八|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아달아 번졔할 어린양은 하나님이 자긔를 위하야 친히 쥰비하시리라하고 두 사람이 함ᄭᅴ 나아가셔
{{verse||九|or}} 하나님이 그의게 지시하신곳에 니른지라 이에 {{u|아브라함}}이 그곳에 단을 싸코 나무를 버려노코 그아달 {{u|이삭}}을 결박하야 단나무우에 노코
{{verse||一〇|or}} 손을 내미러 칼을 잡고 그 아달을 잡으려하더니
{{verse||一一|or}} 여호와의 사쟈가 하날에셔브터 그를 불너 갈아사대 {{u|아브라함}}아 {{u|아브라함}}아 하시는지라 {{u|아브라함}}이 갈아대 내가 여긔 잇나이다하매
{{verse||一二|or}} 사쟈가 갈아샤대 그아해의게 네 손을 대지말나 아모일도 그의게 하지말나 네가 네아달 네독자라도 내게 앗기지 아니하엿스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verse||一三|or}} {{u|아브라함}}이 눈을 드러 삷혀본즉 한슈양이 뒤에 잇는대 ᄲᅮᆯ이 수풀에 걸녓는지라 {{u|아브라함}}이 가셔 그슈양을 가져다가 아달을 대신하야 번졔로 드렷더라
{{verse||一四|or}} {{u|아브라함}}이 그ᄯᅡ 일홈을 <ref>여호와ᄭᅴ셔쥰비하심</ref>{{du|여호와이레}}라 하엿슴으로 오날ᄭᅡ지 사람들이 닐아기를 여호와의 산에셔 쥰비되리라 하더라
{{verse||一五|or}} 여호와의 사쟈가 하날에셔브터 두번재 {{u|아브라함}}을 불너
{{verse||一六|or}} 갈아샤대 여호와ᄭᅴ셔 닐아시기를 내가 나를 가라쳐 맹셔하노니 네가 이갓치 행하야 네 아달 네 독쟈를 앗기지아니하엿슨즉
{{verse||一七|or}} 내가 네게 큰복을주고 네씨로 크게 셩하야 하날의 별과 갓고 바다가의 모래와 갓게 하리니 네씨가 그 대덕의 문을 엇으리라
{{verse||一八|or}} ᄯᅩ 네씨로 말매암아 텬하 만민이 복을 엇으리니 이는 네가 나의 말을 준행하엿슴이니라 하셧다 하나니라
{{verse||一九|or}} 이에 {{u|아브라함}}이 그 사환의게로 도라와셔 함ᄭᅴ ᄯᅥ나 {{du|브엘세바}}에 니르러 거긔 거하엿더라〇
{{verse||二〇|or}} 이 일 후에 혹이 {{u|아브라함}}의게 고하야 닐아기를 {{u|밀가}}가 그대의 동생 {{u|나홀}}의게 자녀를 나핫다하엿더라
{{verse||二一|or}} 그 맛아달은 {{u|우스}}요 {{u|우스}}의 동생은 {{u|부스}}와 {{u|아람}}의 아비 {{u|그무엘}}과
{{verse||二二|or}} {{u|게셋}}과 {{u|하소}}와 {{u|빌다스}}와 {{u|잇을납}}과 {{u|브두엘}}이라
{{verse||二三|or}} 이 여닯 사람은 {{u|아브라함}}의 동생 {{u|나홀}}의 쳐 {{u|밀가}}의 소생이며 {{u|브두엘}}은 {{u|리브가}}를 나핫고
{{verse||二四|or}} {{u|나홀}}의 쳡 {{u|르우마}}라 하는쟈도 {{u|데바}}와 {{u|가함}}과 {{u|다하스}}와 {{u|마아가}}를 나핫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삼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三|一|or}} {{u|사라}}가 일백이십칠셰를 살앗스니 이것이 곳 {{u|사라}}의 향년이라
{{verse||二|or}} {{u|사라}}가 {{du|가나안}}ᄯᅡ {{du|헤브론}} 곳 {{du|길얏아르바}}에셔 죽으매 {{u|아브라함}}이 드러가셔 {{u|사라}}를 위하야 슯허하며 애통하다가
{{verse||三|or}} 그 시톄 압헤셔 니러나 {{작게|나가셔}} {{du|헷}}족쇽의게 말하야 갈아대
{{verse||四|or}} 나는 당신들즁에 나그내요 우거한쟈니 쳥컨대 당신들 즁에셔 내게 매쟝디를 주어 소유를 삼아 나로 내 죽은쟈를 내여 장사하게 하시오
{{verse||五|or}} {{du|헷}}족쇽이 {{u|아브라함}}의게 대답하야 갈아대
{{verse||六|or}} 내 쥬여 드르쇼셔 당신은 우리 즁 하나님의 방백이시니 우리 묘실즁에셔 됴흔것을 택하야 당신의 죽은쟈를 장사하쇼셔 우리즁에셔 자긔 묘실에 당신의 죽은쟈 장사함을 금할쟈가 업스리이다
{{verse||七|or}} {{u|아브라함}}이 니러나 그 ᄯᅡ 거민 {{du|헷}}족쇽을향하야 몸을굽히고
{{verse||八|or}} 그들의게 말하야 갈아대 나로 나의 죽은쟈를 내여 장사하게하는일이 당신들의 ᄯᅳᆺ일진대 내 말을 듯고 나를위하야 {{u|소할}}의 아달 {{u|에브론}}의게 구하야
{{verse||九|or}} 그로 그 밧머리에 잇는 {{du|막벨나}} 굴을 내게 주게하대 쥰가를밧고 그 굴을 내게 주어셔 당신들즁에 내 소유 매장디가 되게 하기를 원하노라
{{verse||一〇|or}} ᄯᅢ에 {{u|에브론}}이 {{du|헷}}족쇽즁에 안젓더니 그가 {{du|헷}}족쇽 곳 셩문에 드러온 모든 쟈의 듯는대 {{u|아브라함}}의게 대답하야 갈아대
{{verse||一一|or}} 내쥬여 그리마시고 내말을 드르쇼셔 내가 그 밧츨 당신ᄭᅴ 드리고 그속의 굴도 내가 당신ᄭᅴ 드리대 내가 내동족 압헤셔 당신ᄭᅴ 드리오니 당신의 죽은쟈를 장사하쇼셔
{{verse||一二|or}} {{u|아브라함}}이 이에 그ᄯᅡ 백셩을대하야 몸을굽히고
{{verse||一三|or}} 그 ᄯᅡ 백셩의 듯는대 {{u|에브론}}의게 말하야 갈아대 당신이 합당히 녁이면 쳥컨대 내말을 드르시오 내가 그밧갑슬 당신의게 주리니 당신은 내게셔 밧으시오 내가 나의 죽은쟈를 거긔 장사하겟노라
{{verse||一四|or}} {{u|에브론}}이 {{u|아브라함}}의게 대답하야 갈아대
{{verse||一五|or}} 내쥬여 내게 드르쇼셔 ᄯᅡ갑슨 은사백{{물결밑줄|세겔}}이나 나와 당신 사이에 엇지 교계하리잇가 당신의 죽은쟈를 장사하쇼셔
{{verse||一六|or}} {{u|아브라함}}이 {{u|에브론}}의 말을 좃차 {{u|에브론}}이 {{du|헷}}족쇽의 듯는대셔 말한대로 샹고의 통용하는 은 사백{{물결밑줄|세겔}}을 달아 {{u|에브론}}의게 주엇더니
{{verse||一七|or}} {{du|맘으레}} 압 {{du|막벨나}}에 잇는 {{u|에브론}}의 밧츨 밧과 그속의 굴과 그 사방에 둘닌 슈목을 다
{{verse||一八|or}} 셩문에 드러온 {{du|헷}}족쇽 압헤셔 {{u|아브라함}}의 소유로 뎡한지라
{{verse||一九|or}} 그후에 {{u|아브라함}}이 그 안해 {{u|사라}}를 {{du|가나안}}ᄯᅡ {{du|맘으레}} 압 {{du|막벨나}} 밧굴에 장사하엿더라({{du|맘으레}}는 곳 {{du|헤브론}}이라)
{{verse||二〇|or}} 이와 갓치 그 밧과 그 속의 굴을 {{du|헷}}족쇽이 {{u|아브라함}}의 소유 매장디로 뎡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사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四|一|or}} {{u|아브라함}}이 나이 만하 늙엇고 여호와ᄭᅴ셔 그의 범사에 복을 주섯더라
{{verse||二|or}} {{u|아브라함}}이 자긔 집 모든 소유를 맛흔 늙은 죵의게 닐아대 쳥컨대 네 손을 내 환도ᄲᅧ밋헤 너흐라
{{verse||三|or}} 내가 너로 하날의 하나님 ᄯᅡ의 하나님이신 여호와를 가라쳐 맹셔하게 하노니 너는 나의 거하는 이디방 {{du|가나안}}족쇽의ᄯᅡᆯ즁에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하지말고
{{verse||四|or}} 내 고향 내 족쇽의게로 가셔 내 아달 {{u|이삭}}을위하야 안해를 택하라
{{verse||五|or}} 죵이 갈아대 녀자가 나를 좃차 이ᄯᅡ으로 오고져 아니하거든 내가 쥬인의 아달을 쥬인의 나오신 ᄯᅡ으로 인도하야 도라가리잇가
{{verse||六|or}} {{u|아브라함}}이 그의게 닐아대 삼가 내 아달을 그리로 다리고 도라가지말나
{{verse||七|or}} 하날의 하나님 여호와ᄭᅴ셔 나를 내 아바지의 집과 내 본토에셔 ᄯᅥ나게 하시고 내게 말삼하시며 내게 맹셔하야 닐아시기를 이ᄯᅡ을 네 씨의게 주리라 하셧스니 그가 그사쟈를 네 압서 보내실지라 네가 거긔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할지니라
{{verse||八|or}} 만일 녀자가 너를 좃차 오고져 아니하면 나의 이 맹셔가 너와 샹관이 업나니 오직 내 아달을 다리고 그리로 가지 말지니라
{{verse||九|or}} 죵이 이에 쥬인 {{u|아브라함}}의 환도ᄲᅧ아래 손을너코 이 일에 대하야 그의게 맹셔하엿더라〇
{{verse||一〇|or}} 이에 죵이 그쥬인의 약대즁 열필을 ᄎᆔ하고 ᄯᅥ낫는대 곳 그쥬인의 모든 됴흔것을 가지고 ᄯᅥ나 {{du|메소보다미아}}로 가셔 {{u|나홀}}의 셩에 니르러
{{verse||一一|or}} 그 약대를 셩밧우물겻헤 ᄭᅮᆯ녓스니 져녁ᄯᅢ라 녀인들이 물을 길너 나올 ᄯᅢ이엇더라
{{verse||一二|or}} 그가 갈아대 우리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워넌대 오날날 나로 슌뎍히 맛나게 하샤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게 은혜를 베프시옵쇼셔
{{verse||一三|or}} 셩즁사람의 ᄯᅡᆯ들이 물길너 나오겟사오니 내가 우물겻헤 섯다가
{{verse||一四|or}} 한 쇼녀의게 닐아기를 쳥컨대 너는 병항아리를 기우려 나로 마시게 하라하리니 그의 대답이 마시라 내가 당신의 약대의게도 마시우리라 하면 그는 쥬ᄭᅴ셔 쥬의 죵 {{u|이삭}}을 위하야 뎡하신쟈라 이로 인하야 쥬ᄭᅴ셔 나의 쥬인의게 은혜 베프심을 내가 알겟나이다
{{verse||一五|or}} 말을 마치지못하야셔 {{u|리브가}}가 병항아리를 엇개에메고 나오니 그는 {{u|아브라함}}의 동생 {{u|나홀}}의 안해 {{u|밀가}}의 아달 {{u|브두엘}}의 소생이라
{{verse||一六|or}} 그쇼녀는 보기에 심히 아릿답고 지금ᄭᅡ지 남자가 갓가히 하지아니한 쳐녀더라 그가 우물에 나려가셔 물을 그병항아리에 채워가지고 올나오는지라
{{verse||一七|or}} 죵이 마조 달녀가셔 갈아대 쳥컨대 네병항아리의 물을 내게 조곰 마시우라
{{verse||一八|or}} 그가 갈아대 쥬여 마시쇼셔 하며 급히 그병항아리를 손에 나려 마시게 하고
{{verse||一九|or}} 마시우기를 다하고 갈아대 당신의 약대도 위하야 {{작게|물을}} 기려 그것들노 배불니 마시게 하리이다하고
{{verse||二〇|or}} 급히 병항아리의 물을 구유에 붓고 다시 기르려고 우물노 달녀가셔 모든약대를 위하야 깃는지라
{{verse||二一|or}} 그사람이 그를 믁믁히 주목하며 여호와ᄭᅴ셔 과연 평탄한 길을 주신 여부를 알고져하더니
{{verse||二二|or}} 약대가 마시기를 다하매 그가 반{{물결밑줄|세겔}}즁 금고리한개와 열{{물결밑줄|세겔}}즁 금손목 고리 한쌍을 그의게 주며
{{verse||二三|or}} 갈아대 네가 뉘ᄯᅡᆯ이냐 쳥컨대 내게 고하라 네 부친의 집에 우리 류슉할곳이 잇나냐
{{verse||二四|or}} 그녀자가 그의게 닐아대 나는 {{u|밀가}}가 {{u|나홀}}의게 나흔아달 {{u|브두엘}}의 ᄯᅡᆯ이니이다
{{verse||二五|or}} ᄯᅩ갈아대 우리의게 집과 보리가 죡하며 류슉할곳도 잇나이다
{{verse||二六|or}} 이에 그사람이 머리를 슉여 여호와ᄭᅴ 경배하고
{{verse||二七|or}} 갈아대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숑하나이다 나의 쥬인의게 쥬의 인자와 셩실을 ᄭᅳᆫ히지아니하셧사오며 여호와ᄭᅴ셔 길에셔 나를 인도하샤 내 쥬인의 동생 집에 니르게 하셧나이다 하니라〇
{{verse||二八|or}} 쇼녀가 달녀가셔 이일을 어미집에 고하엿더니
{{verse||二九|or}} {{u|리브가}}의게 오라비가 잇서 일홈은 {{u|라반}}이라 그가 우물노 달녀가 그사람의게 니르니
{{verse||三〇|or}} 그가 그누의의 고리와 그손의 손목 고리를보고 ᄯᅩ 그누의 {{u|리브가}}가 그사람이 자긔의게 이갓치 말하더라 함을 듯고 그사람의게로 나아감이라 ᄯᅢ에 그가 우물가 약대 겻헤 섯더라
{{verse||三一|or}} {{u|라반}}이 갈아대 여호와ᄭᅴ 복을 밧은 쟈여 드러오쇼셔 엇지 밧긔 섯나잇가 내가 방과 약대의 쳐소를 예비하엿나이다
{{verse||三二|or}} 그 사람이 집으로 드러가매 {{u|라반}}이 약대의 짐을 부리고 집과 보리를 약대의게 주고 그사람의 발과 그죵쟈의 발씨슬물을주고
{{verse||三三|or}} 그압헤 식물을 베프니 그사람이 갈아대 내가 내 일을 진슐하기 젼에는 먹지아니하겟나이다 {{u|라반}}이 갈아대 말하쇼셔
{{verse||三四|or}} 그가 갈아대 나는 {{u|아브라함}}의 죵이니이다
{{verse||三五|or}} 여호와ᄭᅴ셔 나의 쥬인의게 크게 복을 주어 챵셩케하시대 우양과 은금과 노비와 약대와 라귀를 그의게 주셧고
{{verse||三六|or}} 나의 쥬인의 부인 {{u|사라}}가 로년에 나의 쥬인의게 아달을 나흐매 쥬인이 그 모든 소유를 그 아달의게 주엇나이다
{{verse||三七|or}} 나의 쥬인이 나로 맹셔하게 하야 갈아대 너는 내 아달을 위하야 나 사는 ᄯᅡ {{du|가나안}}족쇽의 ᄯᅡᆯ즁에셔 안해를 택하지말고
{{verse||三八|or}} 내 아비 집 내 족쇽의게로 가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하라 하시기로
{{verse||三九|or}} 내가 내 쥬인의게 말삼하대 혹녀자가 나를 좃지아니하면 엇지하리잇가 한즉
{{verse||四〇|or}} 쥬인이 내게 닐아대 나의 셤기는 여호와ᄭᅴ셔 그사쟈를 너와함ᄭᅴ 보내여 네게 평탄한길을 주시리니 너는 내족쇽즁 내 아비집에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할것이니라
{{verse||四一|or}} 네가 내 족쇽의게 니를ᄯᅢ에는 네가 내 맹셔와 샹관이 업스리라 셜혹 그들이 네게 주지아니할지라도 네가 내맹셔와 샹관이 업스리라 하시기로
{{verse||四二|or}} 내가 오날우물에 니르러 말삼하기를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만일 나의 행하는길에 형통함을 주실진대
{{verse||四三|or}} 내가 이 우물겻헤 섯다가 쳥년녀자가 물을 길너오거든 내가 그의게 쳥하기를 너는 병항아리의 물을 내게 조곰 마시우라하야
{{verse||四四|or}} 그의 대답이 당신은 마시라 내가 ᄯᅩ 당신의 약대를 위하야도 기르리라하면 그녀자는 여호와ᄭᅴ셔 나의 쥬인의 아달을 위하야 뎡하야 주신쟈가 되리이다하며
{{verse||四五|or}} 내가 믁도하기를 마치지못하야 {{u|리브가}}가 병항아리를 엇개에 메고나와셔 우물노 나려와 깃기로 내가 그의게 닐아기를 쳥컨대 내게 마시우라 한즉
{{verse||四六|or}} 그가 급히 병항아리를 엇개에셔 나리며 갈아대 마시라 내가 당신의 약대의게도 마시우리라 하기로 내가 마시매 그가 ᄯᅩ 약대의게도 마시운지라
{{verse||四七|or}} 내가 그의게 뭇기를 네가 뉘ᄯᅡᆯ이뇨 한즉 갈아대 {{u|밀가}}가 {{u|나홀}}의게 나흔 {{u|브두엘}}의 ᄯᅡᆯ이라하기로 내가 고리를 그 코에 ᄭᅰ고 손목 고리를 그 손에 ᄭᅵ우고
{{verse||四八|or}}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ᄭᅴ셔 나를 바른 길노 인도하샤 나의 쥬인의 동생의ᄯᅡᆯ을 그 아달을 위하야 택하게 하셧슴으로 내가 머리를 슉여 그의게 경배하고 찬숑하엿나이다
{{verse||四九|or}} 이제 당신들이 인자와 진실노 나의 쥬인을 대졉하랴거든 내게 고하시고 그러치아닐지라도 내게 고하야 나로 좌우간 행하게 하쇼셔〇
{{verse||五〇|or}} {{u|라반}}과 {{u|브두엘}}이 대답하야 갈아대 이일이 여호와ᄭᅴ로 말매암앗스니 우리는 가부를 말할수업노라
{{verse||五一|or}} {{u|리브가}}가 그대 압헤 잇스니 다리고가셔 여호와의 명대로 그로 그대의 쥬인의 아달의 안해가 되게 하라
{{verse||五二|or}} {{u|아브라함}}의 죵이 그들의 말을 듯고 ᄯᅡ에 업대여 여호와ᄭᅴ 절하고
{{verse||五三|or}} 은금 패물과 의복을 ᄭᅳ어내여 {{u|리브가}}의게 주고 그 오라비와 어미의게도 보물을 주니라
{{verse||五四|or}} 이에 그들 곳 죵과 죵쟈들이 먹고 마시고 류슉하고 아참에 니러나셔 그가 갈아대 나를 보내여 내 쥬인의게로 도라가게 하쇼셔
{{verse||五五|or}} {{u|리브가}}의 오라비와 그 어미가 갈아대 쇼녀로 몃칠을 적어도 열흘을 우리와 함ᄭᅴ 잇게하라 그후에 그가 갈것이니라
{{verse||五六|or}} 그사람이 그들의게 닐아대 나를 만류치말으쇼셔 여호와ᄭᅴ셔 내게 형통한 길을 주셧스니 나를 보내여 내 쥬인의게로 도라가게하쇼셔
{{verse||五七|or}} 그들이 갈아대 우리가 쇼녀를 불너 그의게 무르리라하고
{{verse||五八|or}} {{u|리브가}}를불너 그의게 닐아대 네가 이사람과 함ᄭᅴ 가랴나냐 그가 대답하대 가겟나이다
{{verse||五九|or}} 그들이 그누의 {{u|리브가}}와 그의 유모와 {{u|아브라함}}의 죵과 죵쟈들을 보내며
{{verse||六〇|or}} {{u|리브가}}의게 츅복하야 갈아대 우리누의여 너는 쳔만인의 어미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원슈의 셩문을 엇게 할지어다〇
{{verse||六一|or}} {{u|리브가}}가 니러나 비자와 함ᄭᅴ 약대를 타고 그사람을 ᄯᅡ라가니 죵이 {{u|리브가}}를 다리고 가니라
{{verse||六二|or}} ᄯᅢ에 {{u|이삭}}이 {{du|브엘}} {{du|라해로이}}에셔 왓스니 그가 남방에 거하엿섯슴이라
{{verse||六三|or}} {{u|이삭}}이 져물ᄯᅢ에 들에 나가 믁샹하다가 눈을 드러보매 약대들이 오더라
{{verse||六四|or}} {{u|리브가}}가 눈을드러 {{u|이삭}}을 바라보고 약대에셔 나려
{{verse||六五|or}} 죵의게 말하대 들에셔 배회하다가 우리게로 마조오는쟈가 누구뇨 죵이 갈아대 이는 내 쥬인이니이다 {{u|리브가}}가 면박을 ᄎᆔ하야 스사로 가리우더라 죵이<!--원본에 절 표시 "六六"이 "죵이" 다음에 표기되어 있어 해당 표기대로 표기했습니다-->
{{verse||六六|or}} 그 행한일을 다 {{u|이삭}}의게 고하매
{{verse||六七|or}} {{u|이삭}}이 {{u|리브가}}를 인도하야 모친 {{u|사라}}의 쟝막으로 드리고 그를 ᄎᆔ하야 안해를 삼고 사랑하엿스니 {{u|이삭}}이 모친 상사 후에 위로를 엇엇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오쟝 ==
{{verse|二五|一|or}} {{u|아브라함}}이 후쳐를 ᄎᆔ하엿스니 그 일홈은 {{u|그두라}}라
{{verse||二|or}} 그가 {{u|심으란}}과 {{u|욕산}}과 {{u|므단}}과 {{u|미듸안}}과 {{u|이스박}}과 {{u|수아}}를 나핫고
{{verse||三|or}} {{u|욕산}}은 {{u|스바}}와 {{u|드단}}을 나핫스며 {{u|드단}}의 자손은 {{du|앗수르}}족쇽과 {{du|르두시}}족쇽과 {{du|르움미}}족쇽이며
{{verse||四|or}} {{u|미듸안}}의 아달은 {{u|에바}}와 {{u|에벨}}과 {{u|하녹}}과 {{u|아비다}}와 {{u|엘다아}}니 다 {{u|그두라}}의 자손이엇더라
{{verse||五|or}} {{u|아브라함}}이 {{u|이삭}}의게 자긔 모든 소유를 주엇고
{{verse||六|or}} 자긔 셔자들의게도 재물을주어 자긔 생젼에 그들노 자긔 아달 {{u|이삭}}을 ᄯᅥ나 동방 곳 동국으로 가게 하엿더라
{{verse||七|or}} {{u|아브라함}}의 향년이 일백칠십오셰라
{{verse||八|or}} 그가 슈가 놉고 나이 만하 긔운이 진하야 죽어 자긔 렬조의게로 도라가매
{{verse||九|or}} 그 아달 {{u|이삭}}과 {{u|이스마엘}}이 그를 {{du|맘으레}} 압 {{du|헷}}족쇽 {{u|소할}}의 아달 {{u|에브론}}의 밧헤 잇는 {{du|막벨나}}굴에 장사하엿스니
{{verse||一〇|or}} 이것은 {{u|아브라함}}이 {{u|헷}}족쇽의게셔 산 밧치라 {{u|아브라함}}과 그 안해 {{u|사라}가 거긔 장사되니라
{{verse||一一|or}} {{u|아브라함}}이 죽은후에 하나님이 그 아달 {{u|이삭}}의게 복을 주셧고 {{u|이삭}}은 {{du|브엘}} {{du|라해로이}} 근쳐에 거하엿더라〇
{{verse||一二|or}} {{u|사라}}의 녀죵 {{du|애굽}}인 {{u|하갈}}이 {{u|아브라함}}의게 나흔 아달 {{u|이스마엘}}의 후예는 이러하고
{{verse||一三|or}} {{u|이스마엘}}의 아달들의 일홈은 그 일홈과 그 셰대대로 이와 갓흐니라 {{u|이스마엘}}의 쟝자는 {{u|느바욧}}이오 {{작게|기차는}} {{u|게달}}과 {{u|앗브엘}}과 {{u|밉삼}}과
{{verse||一四|or}} {{u|미스마}}와 {{u|두마}}와 {{u|맛사}}와
{{verse||一五|or}} {{u|하닷}}과 {{u|데마}}와 {{u|여둘}}과 {{u|나비스}}와 {{u|게드마}}니
{{verse||一六|or}} 이들은 {{u|이스마엘}}의 아달들이오 그 촌과 부락대로 된 일홈이며 그 족쇽대로는 십이 방백이엇더라
{{verse||一七|or}} {{u|이스마엘}}은 향년이 일백삼십칠셰에 긔운이 진하야 죽어 자긔 렬조의게로 도라갓고
{{verse||一八|or}} 그 자손들은 {{du|하윌나}}에셔브터 {{du|앗수르}}로 통하는 {{du|애굽}} 압 {{du|술}}ᄭᅡ지 니르러 그 모든 형뎨의 마즌편에 거하엿더라〇
{{verse||一九|or}} {{u|아브라함}}의 아달 {{u|이삭}}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u|아브라함}}이 {{u|이삭}}을 나핫고
{{verse||二〇|or}} {{u|이삭}}은 사십셰예 {{u|리브가}}를 ᄎᆔ하야 안해를 삼앗스니 {{u|리브가}}는 {{du|밧단}} {{du|아람}}의 {{du|아람}}족쇽 즁 {{u|브두엘}}의 ᄯᅡᆯ이오 {{du|아람}}족쇽중 {{u|라반}}의 누의엇더라
{{verse||二一|or}} {{u|이삭}}이 그안해가 잉태하지못함으로 그를 위하야 여호와ᄭᅴ 간구하매 여호와ᄭᅴ셔 그 간구를 드르셧슴으로 그 안해 {{u|리브가}}가 잉태하엿더니
{{verse||二二|or}} 아해들이 그의 태속에셔 서로 싸호는지라 그가 갈아대 이갓흐면 내가 엇지할고 하고 가셔 여호와ᄭᅴ 뭇자온대
{{verse||二三|or}}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닐아샤대{{들여쓰기/시작}}두국민이 네 태즁에 잇고나 두 민족이 네 복즁에셔브터 난호이리라 이 족쇽이 뎌 족쇽보다 강하겟고 큰쟈는 어린쟈를 셤기리라{{들여쓰기/끝}}하셧더라
{{verse||二四|or}} 그 해산긔한이 찬즉 태에 쌍동이가 잇섯는대
{{verse||二五|or}} 몬져 나온쟈는 붉고 젼신이 갓옷갓하셔 일홈을 {{u|에서}}라하엿고
{{verse||二六|or}} 후에 나온 아오는 손으로 {{u|에서}}의 발굼치를 잡앗슴으로 그 일홈을 <ref>발굼치를잡앗다는ᄯᅳᆺ</ref>{{u|야곱}}이라 하엿스며 {{u|리브가}}가 그들을 나흘ᄯᅢ에 {{u|이삭}}이 륙십셰이엇더라〇
{{verse||二七|or}} 그 아해들이 쟝셩하매 {{u|에서}}는 닉슉한 산양군인고로 들사람이 되고 {{u|야곱}}은 죵용한 사람인고로 쟝막에 거하니
{{verse||二八|or}} {{u|이삭}}은 {{u|에서}}의 산양한 고기를 됴화함으로 그를 사랑하고 {{u|리브가}}는 {{u|야곱}}을 사랑하엿더라
{{verse||二九|or}} {{u|야곱}}이 죽을쑤엇더니 {{u|에서}}가 들에셔브터 도라와셔 심히 곤비하야
{{verse||三〇|or}} {{u|야곱}}의게 닐아대 내가 곤비하니 그 붉은것을 나로 먹게 하라 한지라 그럼으로 {{u|에서}}의 별명은 <ref>붉음</ref>{{u|에돔}}이더라
{{verse||三一|or}} {{u|야곱}}이 갈아대 형의 쟝자의 명분을 오날날 내게 팔나
{{verse||三二|or}} {{u|에서}}가 갈아대 내가 죽게 되엿스니 이 쟝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오
{{verse||三三|or}} {{u|야곱}}이 갈아대 오날 내게 맹셔하라 {{u|에서}}가 맹셔하고 쟝자의 명분을 {{u|야곱}}의게 판지라
{{verse||三四|or}} {{u|야곱}}이 ᄯᅥᆨ과 팟쥭을 {{u|에서}}의게 주매 {{u|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니러나셔 갓스니 {{u|에서}}가 쟝자의 명분을 경홀히 녁임이엇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륙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六|一|or}} {{u|아브라함}}ᄯᅢ에 첫흉년이 드럿더니 그ᄯᅡ에 ᄯᅩ 흉년이 들매 {{u|이삭}}이 {{du|그랄}}노가셔 {{du|블네셋}}왕 {{u|아비멜넥}}의게 니르럿더니
{{verse||二|or}} 여호와ᄭᅴ셔 {{u|이삭}}의게 나타나 갈아샤대 {{du|애굽}}으로 나려가지 말고 내가 네게 지시하는 ᄯᅡ에 거하라
{{verse||三|or}} 이ᄯᅡ에 류하면 내가 너와 함ᄭᅴ 잇서 네게 복을 주고 내가 이 모든ᄯᅡ을 너와 네 자손의게 주리라 내가 네 아비 {{u|아브라함}}의게 맹셔한것을 일우어
{{verse||四|or}} 네 자손을 하날의 별과 갓치 번셩케 하며 이 모든ᄯᅡ을 네 자손의게 주리니 네 자손을 인하야 텬하 만민이 복을 밧으리라
{{verse||五|or}} 이는 {{u|아브라함}}이 내 말을 슌죵하고 내 명령과 내 계명과 내 률례와 내 법도를 직혓슴이니라 하시니라
{{verse||六|or}} {{u|이삭}}이 {{du|그랄}}에 거하엿더니
{{verse||七|or}} 그 곳 사람들이 그 안해를 무르매 그가 말하기를 그는 나의 누의라 하엿스니 {{u|리브가}}는 보기에 아릿다옴으로 그곳 백셩이 {{u|리브가}}로 인하야 자긔를 죽일가하야 그는 나의 안해라 하기를 두려워함이엇더라
{{verse||八|or}} {{u|이삭}}이 거긔 오래 거하엿더니 {{u|이삭}}이 그 안해 {{u|리브가}}를 ᄭᅧ안은것을 {{du|블네셋}}왕 {{u|아비멜넥}}이 창으로 내다본지라
{{verse||九|or}} 이에 {{u|아비멜넥}}이 {{u|이삭}}을 불너 닐아대 그가 뎡녕 네 안해어늘 엇지 네 누의라 하엿나냐 {{u|이삭}}이 그의게 대답하대 내 생각에 그를 인하야 내가 죽게 될가 두려워하엿슴이로라
{{verse||一〇|or}} {{u|아비멜넥}}이 갈아대 네가 엇지 우리의게 이러케 행하엿나냐 백셩즁 하나이 네 안해와 동침하기 쉬웟슬번 하엿슨즉 네가 죄를 우리의게 닙혓스리라
{{verse||一一|or}} {{u|아비멜넥}}이 이에 모든 백셩의게 명하야 갈아대 이 사람이나 그 안해의게 범하는쟈는 죽이리라 하엿더라〇
{{verse||一二|or}} {{u|이삭}}이 그ᄯᅡ에셔 농사하야 그해에 백배나 엇엇고 여호와ᄭᅴ셔 복을 주심으로
{{verse||一三|or}} 그 사람이 챵대하고 왕성하야 마참내 거부가 되여
{{verse||一四|or}} 양과 소가 ᄯᅦ를 일우고 노복이 심히 만흠으로 {{du|블네셋}}사람이 그를 싀긔하야
{{verse||一五|or}} 그 아비 {{u|아브라함}}ᄯᅢ에 그아비의 죵들이 판 모든 우물을 막고 흙으로 메웟더라
{{verse||一六|or}} {{u|아비멜넥}}이 {{u|이삭}}의게 닐아대 네가 우리보다 크게 강셩한즉 우리를 ᄯᅥ나가라
{{verse||一七|or}} {{u|이삭}}이 그곳을 ᄯᅥ나 {{du|그랄}}골ᄶᅡᆨ이에 쟝막을 치고 거긔 우거하며
{{verse||一八|or}} 그 아비 {{u|아브라함}}ᄯᅢ에 팟던 우물들을 다시 팟스니 이는 {{u|아브라함}} 죽은 후에 {{du|블네셋}}}사람이 그우물들을 메웟슴이라 {{u|이삭}}이 그 우물들의 일홈을 그아비의 부르던 일홈으로 불넛더라
{{verse||一九|or}} {{u|이삭}}의 죵들이 골ᄶᅡᆨ이에 파셔 샘 근원을 엇엇더니
{{verse||二〇|or}} {{du|그랄}}목쟈들이 {{u|이삭}}의 목쟈와 다토아 갈아대 이물은 우리의 것이라 하매 {{u|이삭}}이 그 다톰을 인하야 그 우물일홈을 <ref>다톰</ref>{{du|에섹}}이라 하엿스며
{{verse||二一|or}} ᄯᅩ 다른 우물을 팟더니 그들이 ᄯᅩ 다토는고로 그 일홈을 <ref>대뎍함</ref>{{du|싯나}}라 하엿스며
{{verse||二二|or}} {{u|이삭}}이 거긔셔 옴겨 다른 우물을 팟더니 그들이 다토지 아니하엿슴으로 그 일홈을 <ref>쟝소가넓음</ref>{{du|르호봇}}이라 하야 갈아대 이제는 여호와ᄭᅴ셔 우리의 {{작게|쟝소를}} 넓게 하셧스니 이ᄯᅡ에셔 우리가 번셩하리로다 하엿더라〇
{{verse||二三|or}} {{u|이삭}}이 거긔셔브터 {{du|브엘세바}}로 올나갓더니
{{verse||二四|or}} 그 밤에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나타나 갈아샤대 나는 네 아비 {{u|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 말나 내 죵 {{u|으바라함}}을 위하야 내가 너와 함ᄭᅴ 잇서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으로 번셩케 하리라 하신지라
{{verse||二五|or}} {{u|이삭}}이 그곳에 단을 싸하 여호와의 일홈을 부르고 거긔 쟝막을 첫더니 그 죵들이 거긔셔도 우물을 팟더라〇
{{verse||二六|or}} {{u|아비멜넥}}이 그친구 {{u|아훗삿}}과 군대 쟝관 {{u|비골}}노 더브러 {{du|그랄}}에셔브터 {{u|이삭}}의게로 온지라
{{verse||二七|or}} {{u|이삭}}이 그들의게 닐아대 너희가 나를 뮈워하야 나로 너희를 ᄯᅥ나가게 하엿거늘 엇지하야 내게 왓나냐
{{verse||二八|or}} 그들이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너와 함ᄭᅴ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앗슴으로 우리의 사이 곳 우리와 너의 사이에 맹셔를 세워 너와 계약을 매즈리라 말하엿노라
{{verse||二九|or}} 너는 우리를 해하지 말나 이는 우리가 너를 범하지 아니하고 션한일만 네게 행하며 너로 평안히 가게 하엿슴이니라 이제 너는 여호와ᄭᅴ 복을 밧은쟈니라
{{verse||三〇|or}} {{u|이삭}}이 그들을위하야 잔채를 베플매 그들이 먹고 마시고
{{verse||三一|or}}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서로 맹셔한후에 {{u|이삭}}이 그들을 보내매 그들이 평안히 갓더라
{{verse||三二|or}} 그 날에 {{u|이삭}}의 죵들이 자긔들의 판 우물에 대하야 {{u|이삭}}의게 와셔 고하야 갈아대 우리가 물을 엇엇나이다 하매
{{verse||三三|or}} 그가 그 일홈을 {{du|세바}}라 한지라 그런고로 그 셩읍일홈이 오날ᄭᅡ지 {{du|브엘세바}}더라〇
{{verse||三四|or}} {{u|에서}}가 사십셰에 {{du|헷}}족쇽 {{u|브에리}}의 ᄯᅡᆯ {{u|유딋}}과 {{du|헷}}족쇽 {{u|엘논}}의 ᄯᅡᆯ {{u|바스맛}}을 안해로 ᄎᆔ하엿더니
{{verse||三五|or}} 그들이 {{u|이삭}}과 {{u|리브가}}의 마암의 근심이 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칠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七|一|or}} {{u|이삭}}이 나이 만하 눈이 어두어 잘 보지 못하더니 맛아달 {{u|에서}}를 불너 갈아대 내 아달아 하매 그가 갈아대 내가 여긔 잇나이다 하니
{{verse||二|or}} {{u|이삭}}이 갈아대 내가 이제 늙어 어나날 죽을넌지 아지못하나니
{{verse||三|or}} 그런즉 네 긔구 곳 젼통과 활을 가지고 들에 가셔 나를 위하야 산양하야
{{verse||四|or}} 나의 즐기는 별미를 만드러 내게로 가져다가 먹게 하야 나로 죽기젼에 내 마암것 네게 츅복하게 하라〇
{{verse||五|or}} {{u|이삭}}이 그 아달 {{u|에서}}의게 말할 ᄯᅢ에 {{u|리브가}}가 드럿더니 {{u|에서}}가 산양하야 오려고 들노 나가매
{{verse||六|or}} {{u|리브가}}가 그 아달 {{u|야곱}}의게 닐너 갈아대 네 부친이 네 형 {{u|에서}}의게 말삼하시는 것을 내가 드르니 닐아시기를
{{verse||七|or}} 나를 위하야 산양하야 가져다가 별미를 만드러 나로 먹게 하야 죽기젼에 여호와 압헤셔 네게 츅복하게하라 하셧스니
{{verse||八|or}} 그런즉 내 아달아 내 말을 좃차 내가 네게 명하는대로
{{verse||九|or}} 염소ᄯᅦ에 가셔 거긔셔 염소의 됴흔삭기를 내게로 가져오면 내가 그것으로 네 부친을 위하야 그 즐기시는 별미를 만들니니
{{verse||一〇|or}} 네가 그것을 가져 네 부친ᄭᅴ 드려셔 그로 죽으시기젼에 네게 츅복하기위하야 잡수시게 하라
{{verse||一一|or}} {{u|야곱}}이 그 모친 {{u|리브가}}의게 닐아대 내 형 {{u|에서}}는 털사람이오 나는 맷근 맷근한사람인즉
{{verse||一二|or}} 아바지ᄭᅴ셔 나를 만지실진대 내가 아바지ᄭᅴ 속이는쟈로 뵈일지라 복은 고샤하고 져주를 밧을가하나이다
{{verse||一三|or}} 어미가 그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너의 져주는 내게로 돌니리니 내 말만좃고 가셔 가져오라
{{verse||一四|or}} 그가 가셔 ᄎᆔ하야 어미의게로 가져왓더니 그 어미가 그 아비의 즐기는 별미를 만드럿더라
{{verse||一五|or}} {{u|리브가}}가 집안 자긔 쳐소에 잇는 맛아달 {{u|에서}}의 됴흔의복을 ᄎᆔ하야 적은 아달 {{u|야곱}}의게 닙히고
{{verse||一六|or}} ᄯᅩ 염소삭기의 가죡으로 그 손과 목의 맷근 맷근한 곳에 ᄭᅮ미고
{{verse||一七|or}} 그 만든 별미와 ᄯᅥᆨ을 자긔 아달 {{u|야곱}}의 손에 주매
{{verse||一八|or}} {{u|야곱}}이 아바지의게 나아가셔 내 아바지여 하고 부른대 갈아대 내가 여긔 잇노라 내 아달아 네가 누구냐
{{verse||一九|or}} {{u|야곱}}이 아비의게 대답하대 나는 아바지의 맛아달 {{u|에서}}로소이다 아바지ᄭᅴ셔 내게 명하신대로 내가 하엿사오니 쳥컨대 니러나 안저셔 내 산양한 고기를 잡수시고 아바지의 마암것 내게 츅복하쇼셔
{{verse||二〇|or}} {{u|이삭}}이 그 아달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네가 엇더케 이갓치 속히 잡앗나냐 그가 갈아대 아바지의 하나님 여호와ᄭᅴ셔 나로 슌뎍히 맛나게 하셧슴이니이다
{{verse||二一|or}} {{u|이삭}}이 {{u|야곱}}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갓가히 오라 네가 과연 내 아달 {{u|에서}}인지 아닌지 내가 너를 만지려하노라
{{verse||二二|or}} {{u|야곱}}이 그 아비 {{u|이삭}}의게 갓가히 가니 {{u|이삭}}이 만지며 갈아대 음셩은 {{u|야곱}}의 음셩이나 손은 {{u|에서}}의 손이로다 하며
{{verse||二三|or}} 그 손이 형 {{u|에서}}의 손과 갓치 털이 잇슴으로 능히 분별치못하고 츅복하엿더라
{{verse||二四|or}} {{u|이삭}}이 갈아대 네가 참 내 아달 {{u|에서}}냐 그가 대답하대 그러하니이다
{{verse||二五|or}} {{u|이삭}}이 갈아대 내게로 가져오라 내 아달의 산양한 고기를 먹고 내 마암것 네게 츅복하리라 {{u|야곱}}이 그의게로 가져가매 그가 먹고 ᄯᅩ 포도쥬를 가져가매 그가 마시고
{{verse||二六|or}} 그 아비 {{u|이삭}}이 그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갓가히 와셔 내게 입맛초라
{{verse||二七|or}} 그가 갓가히 가셔 그의게 입맛초니 아비가 그 옷의 향ᄎᆔ를 맛고 그의게 츅복하야 갈아대{{들여쓰기/시작}}내 아달의 향ᄎᆔ는 여호와의 복주신 밧희 향ᄎᆔ로다{{들여쓰기/끝}}
{{verse||二八|or}} {{들여쓰기/시작}}하나님은 하날의 이슬과 ᄯᅡ의 기름짐이며 풍셩한 곡식과 포도쥬로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
{{verse||二九|or}} {{들여쓰기/시작}}만민이 너를 셤기고 렬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뎨들의 쥬가 되고 네 어미의 아달들이 네게 굴복하며 네게 져주하는쟈는 져주를 밧고 네게 츅복하는쟈는 복을 밧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
{{verse||三〇|or}} {{u|이삭}}이 {{u|야곱}}의게 츅복하기를 맛치매 {{u|야곱}}이 그 아비 {{u|이삭}} 압헤셔 나가자 곳 그 형 {{u|에서}}가 산양하야 도라온지라
{{verse||三一|or}} 그가 별미를 만드러 아비의게로 가지고 가셔 갈아대 아바지여 니러나셔 아달의 산양한 고기를 잡수시고 마암것 내게 츅복하쇼셔
{{verse||三二|or}} 그 아비 {{u|이삭}}이 그의게 닐아대 너는 누구냐 그가 대답하대 나는 아바지의 아달 곳 아바지의 맛아달 {{u|에서}}로소이다
{{verse||三三|or}} {{u|이삭}}이 심히 크게 ᄯᅥᆯ며 갈아대 그런즉 산양한 고기를 내게 가져온쟈가 누구냐 너 오기 젼에 내가 다 먹고 그를 위하야 츅복하엿슨즉 그가 뎡녕 복을 밧을것이니라
{{verse||三四|or}} {{u|에서}}가 그아비의 말을 듯고 방셩대곡하며 아비의게 닐아대 내 아바지여 내게 츅복하쇼셔 내게도 그리하쇼셔
{{verse||三五|or}} {{u|이삭}}이 갈아대 네아오가 간교하게 와셔 네 복을 ᄲᅢ아삿도다
{{verse||三六|or}} {{u|에서}}가 갈아대 그의 일홈을 {{u|야곱}}이라함이 합당치아니하니잇가 그가 나를 속임이 이것이 두번재니이다 젼에는 나의 쟝자의 명분을 ᄲᅢ앗고 이제는 내복을 ᄲᅢ아삿나이다 ᄯᅩ 갈아대 아바지ᄭᅴ셔 나를 위하야 빌복을 남기지아니하셧나잇가
{{verse||三七|or}} {{u|이삭}}이 {{u|에서}}의게 대답하야 가아대 내가 그를 너의 쥬로 세우고 그 모든 형뎨를 내가 그의게 죵으로 주엇스며 곡식과 포도쥬를 그의게 공급하엿스니 내 아달아 내가 네게 무엇을 할수잇스랴
{{verse||三八|or}} {{u|에서}}가 아비의게 닐아대 내 아바지여 아바지의 빌복이 이 하나ᄲᅮᆫ이리잇가 내 아바지여 내게 츅복하쇼셔 내게도 그리하쇼셔 하고 소래를 놉혀 우니
{{verse||三九|or}} 그 아비 {{u|이삭}}이 그의게 대답하야 갈아대{{들여쓰기/시작}}너의 쥬소는 ᄯᅡ의 기름짐에셔 ᄯᅳ고 나리는 하날 이슬에셔 ᄯᅳᆯ것이며{{들여쓰기/끝}}
{{verse||四〇|or}} {{들여쓰기/시작}}너는 칼을 밋고 생활하겟고 네 아오를 셤길것이며 네가 매임을 버슬 ᄯᅢ에는 그 멍에를 네 목에서 ᄯᅥᆯ쳐바리리라{{들여쓰기/끝}}하엿더라
{{verse||四一|or}} 그 아비가 {{u|야곱}}의게 츅복한 그 츅복을 인하야 {{u|에서}}가 {{u|야곱}}을 뮈워하야 심즁에 닐아기를 아바지를 곡할 ᄯᅢ가 갓가왓슨즉 내가 내 아오 {{u|야곱}}을 죽이리라 하엿더니
{{verse||四二|or}} 맛아달 {{u|에서}}의 이 말이 {{u|리브가}}의게 들니매 이에 보내여 적은아달 {{u|야곱}}을 불너 그의게 닐아대 네 형 {{u|에서}}가 너를 죽여 그 한을 풀녀하나니
{{verse||四三|or}} 내 아달아 내 말을 좃차 니러나 {{du|하란}}으로가셔 내 오라버니 {{u|라반}}의게 피하야
{{verse||四四|or}} 네 형의 노가 풀니기ᄭᅡ지 몃날동안 그와 함ᄭᅴ 거하라
{{verse||四五|or}} 네 형의 분노가 풀녀 네가 자긔의게 행한것을 니져바리거든 내가 곳 보내여 너를 거긔셔 불너 오리라 엇지하로에 너희 둘을 일흐라〇
{{verse||四六|or}} {{u|리브가}}가 {{u|이삭}}의게 닐아대 내가 {{du|헷}}사람의 ᄯᅡᆯ들을 인하야 나의 생명을 슬혀하거늘 {{u|야곱}}이 만일 이ᄯᅡ의 ᄯᅡᆯ들 곳 그들과 갓흔 {{du|헷}}사람의 ᄯᅡᆯ들즁에셔 안해를 ᄎᆔ하면 나의 생명이 내게 무삼 자미가 잇스리잇가
{{옛한글 끝}}
== 뎨이십팔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八|一|or}} {{u|이삭}}이 {{u|야곱}}을 불너 그의게 츅복하고 ᄯᅩ 부탁하야 갈아대 너는 {{du|가나안}}사람의 ᄯᅡᆯ들즁에셔 안해를 ᄎᆔ하지말고
{{verse||二|or}} 니러나 {{du|밧단아람}}으로 가셔 너의 외조부 {{u|브두엘}}집에 니르러 거긔셔 너의 외삼촌 {{u|라반}}의 ᄯᅡᆯ 즁에셔 안해를 ᄎᆔ하라
{{verse||三|or}} 젼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어 너로 생육하고 번셩케 하샤 너로 여러 족쇽을 일우게 하시고
{{verse||四|or}} {{u|아브라함}}의게 허락하신복을 네게 주시대 너와 너와 함ᄭᅴ 네 자손의게 주샤 너로 하나님이 {{u|아브라함}}의게 주신 ᄯᅡ 곳 너의 우거하는 ᄯᅡ을 유업으로 밧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verse||五|or}} 이에 {{u|이삭}}이 {{u|야곱}}을 보내엿더니 {{du|밧단아람}}으로 가셔 {{u|라반}}의게 니르럿스니 {{u|라반}}은 {{du|아람}}사람 {{u|브두엘}}의 아달이오 {{u|야곱}}과 {{u|에서}}의 어미 {{u|리브가}}의 오라비더라〇
{{verse||六|or}} {{u|에서}}가 본즉 {{u|이삭}}이 {{u|야곱}}의게 츅복하고 그를 {{du|밧단아람}}으로 보내여 거긔셔 안해를 ᄎᆔ하게하엿고 ᄯᅩ 그의게 츅복하고 명하기를 너는 {{du|가나안}}사람의 ᄯᅡᆯ들 즁에셔 안해를 ᄎᆔ하지말나 하엿고
{{verse||七|or}} ᄯᅩ {{u|야곱}}이 부모의 명을좃차 {{du|밧단아람}}으로 갓스며
{{verse||八|or}} {{u|에서}}가 ᄯᅩ 본즉 {{du|가나안}}사람의 ᄯᅡᆯ들이 그아비 {{u|이삭}}을 깃브게 못하는지라
{{verse||九|or}} 이에 {{u|에서}}가 {{u|이스마엘}}의게 가셔 그 본쳐들외에 {{u|아브라함}}의 아달 {{u|이스마엘}}의 ᄯᅡᆯ이오 {{u|느바욧}}의 누의인 {{u|마할낫}}을 안해로 ᄎᆔ하엿더라〇
{{verse||一〇|or}} {{u|야곱}}이 {{du|브엘세바}}에셔 ᄯᅥ나 {{du|하란}}으로 향하야 가더니
{{verse||一一|or}} 한곳에 니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긔셔 류슉하려고 그곳의 한돌을 ᄎᆔ하야 벼개하고 거긔 누어 자더니
{{verse||一二|or}} ᄭᅮᆷ에 본즉 사다리가 ᄯᅡ 우에 섯는대 그 ᄭᅩᆨ닥이가 하날에 다핫고 ᄯᅩ 본즉 하나님의 사쟈가 그우에셔 오르락 나리락하고
{{verse||一三|or}} ᄯᅩ 본즉 여호와ᄭᅴ셔 그 우에서셔 갈아샤대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u|아브라함}}의 하나님이오 {{u|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은 ᄯᅡ을 내가 너와 네 자손의게 주리니
{{verse||一四|or}} 네 자손이 ᄯᅡ의 틔ᄭᅳᆯ갓치 되여셔 동셔 남븍에 편만할지며 ᄯᅡ의 모든 족쇽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야 복을 엇으리라
{{verse||一五|or}} 내가 너와 함ᄭᅴ 잇서 네가 어대로 가던지 너를 직히며 너를 잇ᄭᅳ러 이ᄯᅡ으로 도라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것을 다 일우기ᄭᅡ지 너를 ᄯᅥ나지아니하리라 하신지라
{{verse||一六|or}} {{u|야곱}}이 잠이 ᄭᅢ여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과연 여긔 계시거늘 내가 아지못하엿도다
{{verse||一七|or}} 이에 두려워하야 갈아대 두렵도다 이곳이어 다른 것이 아니라 이는 하나님의 뎐이오 이는 하날의 문이로다 하고
{{verse||一八|or}} {{u|야곱}}이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벼개하엿던돌을 가져 기동으로 세우고 그우에 기름을붓고
{{verse||一九|or}} 그 곳 일홈을 <ref>하나님의집</ref>{{du|벳엘}}이라 하엿더라 이 셩의 본일홈은 {{du|루스}}더라
{{verse||二〇|or}} {{u|야곱}}이 셔원하야 갈아대 하나님이 나와 함ᄭᅴ 계씨샤 내가 가는 이 길에셔 나를 직히시고 먹을 량식과 닙을 옷을 주샤
{{verse||二一|or}} 나로 평안히 아비집으로 도라가게하시오면 여호와ᄭᅴ셔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오
{{verse||二二|or}} 내가 기동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뎐이 될 것이오 하나님ᄭᅴ셔 내게 주신 모든 것에셔 십분일을 내가 반다시 하나님ᄭᅴ 드리겟나이다 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구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九|一|or}} {{u|야곱}}이 발행하야 동방 사람의 ᄯᅡ에 니르러
{{verse||二|or}} 본즉 들에 우물이 잇고 그 겻헤 양 세 ᄯᅦ가 누엇스니 이는 목쟈들이 그 우물에셔 물을 양ᄯᅦ의게 먹임이라 큰돌노 우물아구를 덥헛다가
{{verse||三|or}} 모든 ᄯᅦ가 모히면 그들이 우물 아구에셔 돌을 옴기고 양이게 물을 먹이고는 여젼히 우물 아구 그자리에 돌을 덥더라
{{verse||四|or}} {{u|야곱}}이 그들의게 닐아대 나의 형뎨여 어대로셔뇨 그들이 갈아대 {{du|하란}}에셔로라
{{verse||五|or}} {{u|야곱}}이 그들의게 닐아대 너희가 {{u|나홀}}의 손자 {{u|라반}}을 아나냐 그들이 갈아대 아노라
{{verse||六|or}} {{u|야곱}}이 그들의게 닐아대 그가 평안하냐 갈아대 평안하니라 그 ᄯᅡᆯ {{u|라헬}}이 지금 양을 몰고 오나니라
{{verse||七|or}} {{u|야곱}}이 갈아대 해가 아직 놉흔즉 즘생 모힐ᄯᅢ가 아니니 양의게 물을 먹이고 가셔 ᄯᅳᆺ기라
{{verse||八|or}} 그들이 갈아대 우리가 그리하지못하겟노라 ᄯᅦ가 다 모히고 {{작게|목쟈들이}} 우물아구에셔 돌을 옴겨야 우리가 양의게 물을먹이나니라
{{verse||九|or}} {{u|야곱}}이 그들과 말하는즁에 {{u|라헬}}이 그 아비의 양과 함ᄭᅴ 오니 그가 그의 양들을 침이엇더라
{{verse||一〇|or}} {{u|야곱}}이 그 외삼촌 {{u|라반}}의 ᄯᅡᆯ {{u|라헬}}과 그 외삼촌의 양을 보고 나아가셔 우물아구에셔 돌을 옴기고 외삼촌 {{u|라반}}의 양ᄯᅦ의게 물을 먹이고
{{verse||一一|or}} 그가 {{u|라헬}}의게 입맛초고 소래 내여 울며
{{verse||一二|or}} 그의게 자긔가 그의 아비의 생질이오 {{u|리브가}}의 아달 됨을 고하엿더니 {{u|라헬}}이 달녀가셔 그 아비의게 고하매
{{verse||一三|or}} {{u|라반}}이 그 생질 {{u|야곱}}의 쇼식을 듯고 달녀와셔 그를 영졉하야 안고 입맛초고 자긔 집으로 인도하야 드리니 {{u|야곱}}이 자긔의 모든 일을 {{u|라반}}의게 고하매
{{verse||一四|or}} {{u|라반}}이 갈아대 ㅑ너는 참으로 나의 골육이로다 하엿더라 {{u|야곱}}이 한달을 그와 함ᄭᅴ 거하더니
{{verse||一五|or}} {{u|라반}}이 {{u|야곱}}의게 닐아대 네가 비록 나의 생질이나 엇지 공히 내 일만 하겟나냐 무엇이 네 보슈겟나냐 내게 고하라
{{verse||一六|or}} {{u|라반}}이 두 ᄯᅡᆯ이 잇스니 형의 일홈은 {{u|레아}}요 아오의 일홈은
{{verse||一七|or}} {{u|라헬}}이라 {{u|레아}}는 안력이 부죡하고 {{u|라헬}}은 곱고 아릿다오니
{{verse||一八|or}} {{u|야곱}}이 {{u|라헬}}을 련애하는고로 대답하대 내가 외삼촌의 적은 ᄯᅡᆯ {{u|라헬}}을 위하야 외삼촌의게 칠년을 봉사하리이다
{{verse||一九|or}} {{u|라반}}이 갈아대 그를 네게 주는 것이 타인의게 주는 것보다 나으니 나와 함ᄭᅴ 잇스라
{{verse||二〇|or}} {{u|야곱}}이 {{u|라헬}}을 위하야 칠년 동안 {{u|라반}}을 봉사하엿스나 그를 련애하는 ᄭᅡ닭에 칠년을 수일 갓치 녁엿더라〇
{{verse||二一|or}} {{u|야곱}}이 {{u|라반}}의게 닐아대 내 긔한이 찻스니 내 안해를 내게 주쇼셔 내가 그의게 드러가겟나이다
{{verse||二二|or}} {{u|라반}}이 그 곳 사람을 다 모화 잔채하고
{{verse||二三|or}} 져녁에 그ᄯᅡᆯ{{u|레아}}를 {{u|야곱}}의게로 다려가매 {{u|야곱}}이 그의게로 드러가니라
{{verse||二四|or}} {{u|라반}}이 ᄯᅩ 그 녀죵 {{u|실바}}를 그 ᄯᅡᆯ {{u|레아}}의게 시녀로 주엇더라
{{verse||二五|or}} {{u|야곱}}이 아참에 보니 {{u|레아}}라 {{u|라반}}의게 닐아대 외삼촌이 엇지하ㅑ 내게 이갓치 행하셧나잇가 내가 {{u|라헬}}을 위하야 외삼촌ᄭᅴ 봉사하지아니하엿나잇가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엇짐이니잇가
{{verse||二六|or}} {{u|라반}}이 갈아대 형보다 아오를 몬져 주는 것은 우리 디방에셔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verse||二七|or}} 이를 위하야 칠일을 채오라 우리가 그도 네게 주리니 네가 그를 위하야 ᄯᅩ 칠년을 내게 봉사할지니라
{{verse||二八|or}} {{u|야곱}}이 그대로하야 그 칠일을 채오매 {{u|라반}}이 ᄯᅡᆯ {{u|라헬}}도 그의게 안해로 주고
{{verse||二九|or}} {{u|라반}}이 ᄯᅩ 그녀죵 {{u|빌하}}를 그ᄯᅡᆯ {{u|라헬}}의게 주어 시녀가 되게 하매
{{verse||三〇|or}} {{u|야곱}}이 ᄯᅩ한 {{u|라헬}}의게로 드러갓고 그가 {{u|레아}}보다 {{u|라헬}}을 더 사랑하고 다시 칠년을 {{u|라반}}의게 봉사하엿더라〇
{{verse||三一|or}} 여호와ᄭᅴ셔 {{u|레아}}의게 춍이 업슴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여셧스나 {{u|라헬}}은 무자하엿더라
{{verse||三二|or}} {{u|레아}}가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그 일홈을 <ref>보라아달이라</ref>{{u|르우벤}}이라하야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나의 괴로옴을 권고하셧스니 이제는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리로다 하엿더라
{{verse||三三|or}} 그가 다시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나의 춍이 업슴을 드르셧슴으로 내게 이도 주셧도다 하고 그일홈을 <ref>드르심</ref>{{u|시므온}}이라 하엿스며
{{verse||三四|or}} 그가 ᄯᅩ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갈아대 내가 그의게 세 아달을 나핫스니 내 남편이 지금브터 나와 련합하리로다 하고 그 일홈을 <ref>련합함</ref>{{u|레위}}라하엿스며
{{verse||三五|or}} 그가 ᄯᅩ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갈아대 내가 이제는 여호와를 찬숑하리로다 하고 이로인하야 그가 그 일홈을 <ref>찬숑함</ref>{{u|유다}}라 하엿고 그의 생산이 멈추엇더라
{{옛한글 끝}}
== 뎨삼십쟝 ==
== 뎨삼십일쟝 ==
== 뎨삼십이쟝 ==
== 뎨삼십삼쟝 ==
== 뎨삼십사쟝 ==
== 뎨삼십오쟝 ==
== 뎨삼십륙쟝 ==
== 뎨삼십칠쟝 ==
== 뎨삼십팔쟝 ==
== 뎨삼십구쟝 ==
== 뎨사십쟝 ==
== 뎨사십일쟝 ==
== 뎨사십이쟝 ==
== 뎨사십삼쟝 ==
== 뎨사십사쟝 ==
== 뎨사십오쟝 ==
== 뎨사십륙쟝 ==
== 뎨사십칠쟝 ==
== 뎨사십팔쟝 ==
== 뎨사십구쟝 ==
== 뎨오십쟝 ==
== 각주 ==
{{각주}}
[[분류:셩경 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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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T11:11:06Z
Aspere
5453
/* 뎨륙쟝 */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창셰긔
|지은이 =
|역자 =
|부제 ={{u|모세}} 뎨일경
|이전 =
|다음 =[[../츌애굽긔|츌애굽긔]]
|설명 =
}}
{{옛한글 알림}}
== 뎨일쟝 ==
{{옛한글 처음}}
{{verse|一|一|or}} 태초에 하나님이 텬디를 창조하시니라
{{verse||二|or}} ᄯᅡ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깁흠 우에 잇고 하나님의 신은 슈면에 운행하시니라
{{verse||三|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빗치 잇스라 하시매 빗치 잇섯고
{{verse||四|or}} 그 빗치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하나님이 빗과 어두움을 난호샤
{{verse||五|or}} 빗츨 낫이라 칭하시고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첫재 날이니라○
{{verse||六|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물 가온대 궁창이 잇서 물과 물노 난호이게 하리라 하시고
{{verse||七|or}}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샤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우의 물이 난호이게 하시매 그대로 되니라
{{verse||八|or}} 하나님이 궁창을 하날이라 칭하시니라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둘재 날이니라○
{{verse||九|or}} 하나님이 갈아샤대 텬하의 물이 한곳으로 모히고 뭇이 드러나라 하시매 그대로 되니라
{{verse||一〇|or}} 하나님이 뭇을 ᄯᅡ이라 칭하시고 모힌물을 바다라 칭하시니라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verse||一一|or}} 하나님이 갈아샤대 ᄯᅡ는 풀과 씨 맷는 채소와 각기 죵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맷는 과목을 내라 하시매 그대로 되여
{{verse||一二|or}} ᄯᅡ이 풀과 각기 죵류대로 씨맷는 채소와 각기 죵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맷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verse||一三|or}}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셋재 날이니라○
{{verse||一四|or}} 하나님이 갈아샤대 하날의 궁창에 광명이 잇서 쥬야를 난호게 하라 ᄯᅩ 그 광명으로 하야 징죠와 사시와 일자와 년한이 일우라
{{verse||一五|or}} ᄯᅩ 그 광명이 하날의 궁창에 잇서 ᄯᅡ에 빗최라하시고 (그대로 되니라)
{{verse||一六|or}} 하나님이 두 큰 광명을 만드샤 큰 광명으로 낫을 쥬관하게 하시고 적은 광명으로 밤을 쥬관하게 하시며 ᄯᅩ 별들을 {{작게|만드시고}}
{{verse||一七|or}} 하나님의 그것들을 하날의 궁창에 두어 ᄯᅡ에 빗최게 하시며
{{verse||一八|or}} 쥬야를 쥬관하게 하시며 빗과 어두움을 난호게 하시니라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verse||一九|or}}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넷재 날이니라○
{{verse||二〇|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물들은 생물노 번셩케 하라 ᄯᅡ 우 하날의 궁창에는 새가 날나 하시고
{{verse||二一|or}} 하나님이 큰 물고기와 물에셔 번셩하여 움즉이는 모든 생물을 그 죵류대로 날개 잇는 모든 새를 그 죵류대로 창조하시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verse||二二|or}} 하나님이 그들의게 복을 주어 갈아샤대 생육하고 번셩하여 여러 바다 물에 츙만하라 새들도 ᄯᅡ에 번셩하라 하시니라
{{verse||二三|or}}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다섯재 날이니라○
{{verse||二四|or}} 하나님이 갈아샤대 ᄯᅡ는 생물을 그 죵류대로 내대 륙츅과 긔는 것과 ᄯᅡ의 즘생을 죵류대로 내라 하시고 (그대로 되니라)
{{verse||二五|or}} 하나님이 ᄯᅡ의 즘생을 그 죵류대로 륙츅을 그 죵류대로 ᄯᅡ에 긔는 모든 것을 그 죵류대로 만드시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verse||二六|or}} 하나님이 갈아샤대 우리의 형상을 ᄯᅡ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즁의 새와 륙츅과 온 ᄯᅡ와 ᄯᅡ에 긔는 모든 것을 다사리게 하자 하시고
{{verse||二七|or}} 하나님이 쟈긔 형상 곳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대 남자와 녀자를 창조하시고
{{verse||二八|or}} 하나님이 그들의게 복을 주시며 그들의게 닐아샤대 생육하고 번셩하야 ᄯᅡ에 충만하라 ᄯᅡ을 졍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즁의 새와 ᄯᅡ에 움즉이는 모든 생물을 다사리라 하시니라
{{verse||二九|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내가 온 디면의 씨 맷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맷는 모든 나무를 너희게 주나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
{{verse||三〇|or}} ᄯᅩ ᄯᅡ의 모든 즘생과 공즁의 모든 새와 생명이 잇서 ᄯᅡ에 긔는 모든 것의게는 내가 모든 푸른 풀을 식물노 주노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verse||三一|or}}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됴홧더라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여섯재 날이니라
{{옛한글 끝}}
== 뎨이쟝 ==
{{옛한글 처음}}
{{verse|二|一|or}} 텬디와 만물이 다 일우니라
{{verse||二|or}} 하나님의 지으시던 일이 닐곱재 날이 니를 ᄯᅢ에 맛치니 그 지으시던 일이 다함으로 닐곱재 날에 안식하시니라
{{verse||三|or}} 하나님이 닐곱재 날을 복 주샤 거륵하게 하셧스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맛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셧슴이더라
{{verse||四|or}} 여호와 하나님이 텬디를 창조하신 ᄯᅢ에 텬디의 창조된 대략이 이러하니라○
{{verse||五|or}} 여호와 하나님이 ᄯᅡ에 비를 나리지아니하셧고 경작할 사람도 업섯슴으로 들에는 초목이 아직 업섯고 밧헤는 채소가 나지아니하엿스며
{{verse||六|or}} 안개만 ᄯᅡ에셔 올나와 온디면을 적셧더라
{{verse||七|or}}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긔를 그 코에 부러 너흐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verse||八|or}}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du|에덴}}에 동산을 창셜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긔 두시고
{{verse||九|or}} 여호와 하나님이 그 ᄯᅡ에셔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됴흔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가온대에는 생명나무와 션악을 알게하는 나무도 잇더라
{{verse||一〇|or}} 강이 {{du|에덴}}에셔 발원하야 동산을 젹시고 거긔서브터 갈나져 네 근원이 되엿스니
{{verse||一一|or}} 첫재의 일홈은 {{du|비손}}이라 금이 잇는 {{du|하윌나}} 온 ᄯᅡ에 둘녓으며
{{verse||一二|or}} 그 ᄯᅡ의 금은 {{작게|졍금이오}} 그곳에는 <ref>진쥬</ref>{{물결밑줄|베델니엄}}과 호마노도 잇스며
{{verse||一三|or}} 둘재 강의 일홈은 {{du|기혼}}이라 {{du|구스}} 온 ᄯᅡ에 둘녓고
{{verse||一四|or}} 셋재 강의 일홈은 {{du|힛데겔}}이라 {{du|앗수르}} 동편으로 흐르며 넷재 강은 {{du|유브라데}}더라
{{verse||一五|or}}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잇ᄭᅳ러 {{du|에덴}} 동산에 두샤 그것을 다사리며 직히게 하시고
{{verse||一六|or}}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의게 명하야 갈아샤대 동산 각죵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으되
{{verse||一七|or}} 션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나 네가 먹는 날에는 뎡녕 죽으리라 하시니라○
{{verse||一八|or}} 여호와 하나님이 갈아샤대 사람의 독쳐하는것이 됴치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야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verse||一九|or}}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죵 들즘생과 공즁의 각죵새를 지으시고 {{u|아담}}이 엇더케 일홈을 짓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의게로 잇ᄭᅳ러 니르시니 {{u|아담}}이 각 생물을 닐캇는 바가 곳 그 일홈이라
{{verse||二〇|or}} {{u|아담}}이 모든륙츅과 공즁의 새와 들의 모든 즘생의게 일홈을 주니라 {{u|아담}}이 돕는 배필이 업슴으로
{{verse||二一|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을 깁히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비대 하나를 ᄎᆔ하고 살노 대신 채오시고
{{verse||二二|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의게셔 ᄎᆔ하신 그 갈비대로 녀자를 만드시고 그를 {{u|아담}}의게로 잇ᄭᅳ러 오시니
{{verse||二三|or}} {{u|아담}}이 갈아대 이는 내 ᄲᅧ 즁의 ᄲᅧ요 살 즁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의게셔 ᄎᆔ하엿슨즉 녀자라 칭하리라 하니라
{{verse||二四|or}} 이럼으로 남자가 부모를 ᄯᅥ나 그 안해와 련합하야 둘이 한 몸을 일울지로다
{{verse||二五|or}} {{u|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버섯스나 붓그러워 아니하니라
{{옛한글 끝}}
== 뎨삼쟝 ==
{{옛한글 처음}}
{{verse|三|一|or}} 여호와 하나님의 지으신 들 즘생 즁에 배암이 가장 간교하더라 배암이 녀자의게 무러 갈아대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다려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말나시더냐
{{verse||二|or}} 녀자가 배암의게 말하대 동산나무의 실과를 우리가 먹을 수 잇스나
{{verse||三|or}} 동산 즁앙에 잇는 나무의 실과는 하나님의 말삼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나 너희가 죽을가 하노라 하셧나니라
{{verse||四|or}} 배암이 녀자의게 닐아대 너희가 결코 죽지아니하리라
{{verse||五|or}}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갓치 되여 션악을 알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verse||六|or}} 녀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하고 보암직도하고 지혜롭게 할만치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녀자가 그 실과를 ᄯᅡ 먹고 자긔와 함ᄭᅴ한 남편의게 주매 그도 먹은지라
{{verse||七|or}}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긔들의 몸이 버슨줄을 알고 무화과 나무닙흘 역거 치마를 하엿더라
{{verse||八|or}} 그들이 날의 서늘할 ᄯᅢ에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음셩을 듯고 {{u|아담}}과 그 안해가 여호와 하나님의 낫츨 피하야 동산나무 사이에 숨은지라
{{verse||九|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을 불으시며 그의게 닐아샤대 네가 어대 잇나냐
{{verse||一〇|or}} 갈아대 내가 동산에셔 하나님의 소래를 듯고 내가 버섯슴으로 두려워하야 숨엇나이다
{{verse||一一|or}} 갈아샤대 누가 너의 버섯슴을 네게 고하엿나냐 내가 너다려 먹지 말나 명한 그 나무 실과를 네가 먹엇나냐
{{verse||一二|or}} {{u|아담}}이 갈아대 하나님이 주서셔 나와 함ᄭᅴ 하게 하신 녀자 그가 그 나무 실과를 내게 줌으로 내가 먹엇나이다
{{verse||一三|or}} 여호와 하나님이 녀자의게 닐아샤대 네가 엇지하야 이러케 하엿나냐 녀자가 갈아대 배암이 나를 ᄭᅬ임으로 내가 먹엇나이다
{{verse||一四|or}} 여호와 하나님이 배암의게 닐아샤대 네가 이러케 하엿스니 네가 모든 륙츅과 들의 모든 즘생보다 더욱 져주를 밧아 배로 단니고 죵신토록 흙을 먹을지니라
{{verse||一五|or}} 내가 너로 녀자와 원슈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녀자의 후손과 원슈가 되게 하리니 녀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샹하게 할 것이오 너는 그의 발굼치를 샹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verse||一六|or}} ᄯᅩ 녀자의게 닐아샤대 내가 네게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슈고하고 자식을 나흘 것이며 너는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은 너를 다사릴 것이니라 하시고
{{verse||一七|or}} 아담의게 닐아샤대 네가 네 안해의 말을 듯고 내가 너다려 먹지말나 한 나무 실과를 먹엇슨즉 ᄯᅡ는 너로 인하야 져주를 밧고 너는 죵신토록 슈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verse||一八|or}} ᄯᅡ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너의 먹을 것은 밧희 채소인즉
{{verse||一九|or}} 네가 얼골에 ᄯᅡᆷ이 흘너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도 도라가리니 그 속에셔 네가 ᄎᆔ함을 닙엇슴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도라갈 것이니라 하시니라
{{verse||二〇|or}} {{u|아담}}이 그 안해를 <ref>생명</ref>{{u|하와}}라 일홈하엿스니 그는 모든 산쟈의 어미가 됨이더라
{{verse||二一|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과 그 안해를 위하야 가죡 옷을 지어 닙히시니라○
{{verse||二二|or}} 여호와 하나님이 갈아샤대 보라 이 사람이 션악을 아는 일에 우리 즁 하나 갓치 되엿스니 그가 그 손을 드러 생명나무 실과도 ᄯᅡ 먹고 영생할가 하노라 하시고
{{verse||二三|or}} 여호와 하나님이 {{du|에덴}}동산에셔 그 사람을 내여 보내여 그의 근본된 토디를 갈게 하시니라
{{verse||二四|or}} 이 갓치 하나님이 그 사람을 ᄶᅩᆺ차 내시고 {{du|에덴}}동산 동편에 {{물결밑줄|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직히게 하시니라
{{옛한글 끝}}
== 뎨사쟝 ==
{{옛한글 처음}}
{{verse|四|一|or}} {{u|아담}}이 그 안해 {{u|하와}}와 동침하매 {{u|하와}}가 잉태하야 <ref>엇음</ref>{{u|가인}}을 나코 닐아대 내가 여호와로 말매암아 득남하엿다 하니라
{{verse||二|or}} 그가 ᄯᅩ {{u|가인}}의 아오 {{u|아벨}}을 나핫는대 {{u|아벨}}은 양치는쟈이엇고 {{u|가인}}은 농사하는쟈이엇더라
{{verse||三|or}} 셰월이 지난 후에 {{u|가인}}은 ᄯᅡ의 소산으로 졔물을 삼아 여호와ᄭᅴ 드렷고
{{verse||四|or}} {{u|아벨}}은 자긔도 양의 첫삭기와 그 기름으로 드렷더니 여호와ᄭᅴ셔 {{u|아벨}}과 그 졔물은 열납하셧스나
{{verse||五|or}} {{u|가인}}과 그 졔물은 열납하지아니하신지라 {{u|가인}}이 심히 분하야 안색이 변하니
{{verse||六|or}} 여호와ᄭᅴ셔 {{u|가인}}의게 닐아샤대 네가 분하야 함은 엇짐이며 안색이 변함은 엇짐이뇨
{{verse||七|or}} 네가 션을 행하면 엇지 낫츨 들지 못하겟나냐 션을 행치아니하면 죄가 문에 업드리나니라 죄의 <ref>사모가</ref>소원은 네게 잇스나 너는 죄를 다사릴지니라
{{verse||八|or}} {{u|가인}}이 그 아오 {{u|아벨}}의게 고하니라 그 후 그들이 들에 잇슬 ᄯᅢ에 {{u|가인}}이 그 아오{{u|아벨}}을 쳐죽이니라
{{verse||九|or}} 여호와ᄭᅴ셔 {{u|가인}}의게 닐아샤대 네 아오 {{u|아벨}}이 어대 잇나냐 그가 갈아샤대 내가 아지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오를 직히는쟈니잇가
{{verse||一〇|or}} 갈아샤대 네가 무엇을 하엿나냐 네 아오의 피 소래가 ᄯᅡ에셔 브터 내게 호소하나니라
{{verse||一一|or}} ᄯᅡ가 그 입을 버려 네 손에셔브터 네 아오의 피를 밧앗슨즉 네가 ᄯᅡ에셔 져주를 밧으리니
{{verse||一二|or}} 네가 밧가라도 ᄯᅡ가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오 너는 ᄯᅡ에셔 피하며 류리하는쟈가 되리라
{{verse||一三|or}} {{u|가인}}이 여호와ᄭᅴ 고하대 내 죄벌이 너무 즁하야 견댈수 업나이다
{{verse||一四|or}} 주ᄭᅴ셔 오날 이 디면에셔 나를 ᄶᅩᆺ차 내시온즉 내가 쥬의 낫츨 뵈옵지 못하리니 내가 ᄯᅡ에셔 피하며 류리하는쟈가 될지라 므릇 나를 맛나는쟈가 나를 죽이겟나이다
{{verse||一五|or}}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닐아샤대 그러치안타 {{u|가인}}을 죽이는쟈는 벌을 칠배나 밧으리라 하시고 {{u|가인}}의게 표를 주샤 맛나는 누구의게던지 죽임을 면케 하시니라
{{verse||一六|or}} {{u|가인}}이 여호와의 압흘 ᄯᅥ나 나가 {{du|에덴}}동편 <ref>류리함</ref>놋ᄯᅡ에 거하엿더니
{{verse||一七|or}} 안해와 동침하니 그가 잉태하야 {{u|에녹}}을 나흔지라 {{u|가인}}이 셩을 싸코 그 아달의 일홈으로 셩을 일홈하야 {{du|에녹}}이라 하엿더라
{{verse||一八|or}} {{u|에녹}}이 {{u|이랏}}을 나핫고 {{u|이랏}}은 {{u|므후야엘}}을 나핫고 {{u|므후야엘}}은 {{u|므드사엘}}을 나핫고 {{u|므드사엘}}은 {{u|라멕}}을 나핫더라
{{verse||一九|or}} {{u|라멕}}이 두 안해를 ᄎᆔ하엿스니 하나의 일홈은 {{u|아다}}요 하나의 일홈은 {{u|씰나}}며
{{verse||二〇|or}} {{u|아다}}는 {{u|야발}}을 나핫스니 그는 쟝막에 거하야 륙츅치는쟈의 조샹이 되엿고
{{verse||二一|or}} 그아오의 일홈은 {{u|유발}}이니 그는 슈금과 통쇼를잡는 모든쟈의 조샹이 되엿스며
{{verse||二二|or}} {{u|씰나}}는 {{u|두발가인}}을 나핫스니 그는 동텰노 각양 날카로온긔계를 만드는쟈요 {{u|두발가인}}의 누의는 {{u|나아마}}이엇더라
{{verse||二三|or}} {{u|라멕}}이 안해들의게 닐아대 {{u|아다}}와 {{u|씰나}}여 내 소래를 드르라 {{u|라멕}}의 안해들이어 내 말을 드르라 나의 창샹을 인하야 내가 사람을 죽엿고 나의 샹함을 인하야 소년을 죽엿도다
{{verse||二四|or}} {{u|가인}}을 위하야는 벌이 칠배일진대 {{u|라멕}}을 위하야는 벌이 칠십칠배이리로다 하엿더라○
{{verse||二五|or}} {{u|아담}}이 다시 안해와 동침하매 그가 아달을 나하 그일홈을 {{u|셋}}이라 하엿스니 이는 하나님이 내게 {{u|가인}}의 죽인 {{u|아벨}}대신에 다른씨를 주셧다함이며
{{verse||二六|or}} {{u|셋}}도 아달을나코 그 일홈을 {{u|에노스}}라 하엿스며 그ᄯᅢ에 사람들이 비로소여호와의 일홈을 불넛더라
{{옛한글 끝}}
== 뎨오쟝 ==
{{옛한글 처음}}
{{verse|五|一|or}} {{u|아담}}자손의 계보가 이러하니라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ᄯᅢ에 하나님의 형샹대로 지으시대
{{verse||二|or}} 남자와 녀자를 창조하셧고 그들이 창조되던 날에 하나님이 그들의게 복을 주시고 그들의 일홈을 사람이라 닐카르셧더라
{{verse||三|or}} {{u|아담}}이 일백삼십셰에 자긔 모양 곳 자긔 형샹과 갓흔아달을 나하 일홈을 {{u|셋}}이라 하엿고
{{verse||四|or}} {{u|아담}}이 {{u|셋}}을 나흔후 팔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五|or}} 그가 구백삼십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六|or}} {{u|셋}}은 일백 오셰에 {{u|에노스}}를 나핫고
{{verse||七|or}} {{u|에노스}}를 나흔후 팔백칠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八|or}} 그가 구백 십이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九|or}} {{u|에노스}}는 구십셰에 {{u|게난}}을 나핫고
{{verse||一〇|or}} {{u|게난}}을 나흔후 팔백십오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一|or}} 그가 구백오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一二|or}} {{u|게난}}은 칠십셰에 {{u|마할날넬}}을 나핫고
{{verse||一三|or}} {{u|마할날넬}}을 나흔후 팔백사십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四|or}} 그가 구백 십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一五|or}} {{u|마할날넬}}은 륙십오셰에 {{u|야렛}}을 나핫고
{{verse||一六|or}} {{u|야렛}}을 나흔 후 팔백삼십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七|or}} 그가 팔백구십오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一八|or}} {{u|야렛}}은 일백륙십이셰에 {{u|에녹}}을 나핫고
{{verse||一九|or}} {{u|에녹}}을 나흔 후 팔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〇|or}} 그가 구백륙십이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二一|or}} {{u|에녹}}은 륙십 오셰에 {{u|므두셀나}}를 나핫고
{{verse||二二|or}} {{u|므두셀나}}를 나흔 후 삼백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三|or}} 그가 삼백륙십오셰를 향슈하엿더라
{{verse||二四|or}} {{u|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다려 가심으로 {{작게|셰샹에}} 잇지 아니하엿더라○
{{verse||二五|or}} {{u|므두셀나}}는 일백팔십칠셰에 {{u|라멕}}을 나핫고
{{verse||二六|or}} {{u|라멕}}을 나흔 후 칠백팔십이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七|or}} 그는 구백륙십구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二八|or}} {{u|라멕}}은 일백팔십이셰에 아달을 나코
{{verse||二九|or}} 일홈을 <ref>안위함</ref>{{u|노아}}라 하야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ᄯᅡ을 져주하심으로 슈고로히 일하는 우리를 아달이 안위하리라 하엿더라
{{verse||三〇|or}} {{u|라멕}}이 {{u|노아}}를 나흔 후 오백구십오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三一|or}} 그는 칠백칠십칠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三二|or}} {{u|노아}}가 오백셰 {{작게|된 후}}에 {{u|셈}}과 {{u|함}}과 {{u|야벳}}을 나핫더라
{{옛한글 끝}}
== 뎨륙쟝 ==
{{옛한글 처음}}
{{verse|六|一|or}} 사람이 ᄯᅡ 우에 번셩하기 시작할ᄯᅢ에 그들의게셔 ᄯᅡᆯ들이나니
{{verse||二|or}} 하나님의 아달들이 사람의 ᄯᅡᆯ들의 아름다옴을 보고 자긔들의 됴화하는 모든 쟈로 안해를 삼는지라
{{verse||三|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나의 신이 영원히 사람과 함ᄭᅴ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ref>육톄임으로범과함이라</ref>육톄가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일백이심년이 되리라하시니라
{{verse||四|or}} 당시에 ᄯᅡ에 <ref>장부가</ref>{{물결밑줄|네피림}}이 잇섯고 그후에도 하나님의 아달들이 사람의 ᄯᅡᆯ들을 ᄎᆔ하야 자식을 나핫스니 그들이 용사라 고대에 유명한사람이엇더라〇
{{verse||五|or}} 여호와ᄭᅴ셔 사람의 죄악이 셰샹에 관영함과 그마암의 생각의 모든 계획이 항샹 악랄ᄲᅮᆫ임을 보시고
{{verse||六|or}} ᄯᅡ우에 사람 지으셧슴을 한탄하샤 마암에 근심하시고
{{verse||七|or}} 갈아샤대 나의 창조한 사람을 내가 디면에서 쓰러 바리대 사람으로브터 륙츅과 긔는것과 공즁의새ᄭᅡ지 그리하리니 이는 내가 그것을 지엇슴을 한탄함이니라 하시니라
{{verse||八|or}} 그러나 {{u|노아}}는 여호와ᄭᅴ 은혜를 닙었더라〇
{{verse||九|or}} {{u|노아}}의 사젹은 이러하니라 {{u|노아}}는 의인이오 당셰에 완젼한쟈라 그가 하나님과 동행하엿스며
{{verse||一〇|or}} 그가 세 아달을 나핫스니 {{u|셈}}과 {{u|함}}과 {{u|야벳}}이라
{{verse||一一|or}} ᄯᅢ에 온 ᄯᅡ이 하나님 압헤 패괴하야 강포가 ᄯᅡ에 츙만한지라
{{verse||一二|or}} 하나님이 보신즉 ᄯᅡ이 패괴하엿스니 이는 ᄯᅡ에셔 모든 혈육잇는쟈의 행위가 패괴함이엇더라〇
{{verse||一三|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닐아샤대 모든 혈육잇는쟈의 강포가 ᄯᅡ에 가득함으로 그ᄭᅳᆺ날이 내 앞에 히느넛스니 내가 그들을 ᄯᅡ와 함ᄭᅴ멸하리라
{{verse||一四|or}} 너는 잣나무로 너를 위하야 방쥬를 지으대 그 안에 간들을 막고 력쳥으로 그 안팟게 칠하라
{{verse||一五|or}} 그 방쥬의 졔도는 이러하니 쟝이 삼백{{물결밑줄|규빗}} 광이 오십{{물결밑줄|규빗}} 고가 삼십{{물결밑줄|규빗}}이며
{{verse||一六|or}} 거긔 창을 내대 우에셔브터 한{{물결밑줄|규빗}}에 내고 그문은 녑흐로 내고 샹즁하 삼층으로 할지니라
{{verse||一七|or}} 내가 홍슈를 ᄯᅡ에 니르켜 므릇 생명의 긔식잇는 육톄를 텬하에셔 멸졀하리니 ᄯᅡ에 잇는쟈가 다 죽으리라
{{verse||一八|or}} 그러나 너와는 내가 내 언약을 세우리니 너는 네 아달들과 네 안해와 네 자부들과 함ᄭᅴ 그방쥬로 드러가고
{{verse||一九|or}} 혈육잇는 모든 생물을 너는 각기 암슈 한쌍식 방쥬로잇ᄭᅳ러드러와 함ᄭᅴ생명을 보존케하대
{{verse||二〇|or}} 새가 그 죵류대로 륙츅이 그 죵류대로 ᄯᅡ에 긔는 모든 것이 그 죵류대로 각기 둘식 네게로 나아오리니 그 생명을 보존케하라
{{verse||二一|or}} 너는 먹을 모든 식물을 네게로 가져다가 져츅하라 이것이 너와 그들의 식물이 되리라
{{verse||二二|or}} {{u|노아}}가 그와갓치하대 하나님이 자긔의게 명하신대로 다 준행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칠쟝 ==
{{옛한글 처음}}
{{verse|七|一|or}} 여호와ᄭᅴ셔 {{u|노아}}의게 닐아샤대 너와 네 온 집은 방쥬로 드러가라 네가 이셰대에 내압헤셔 의로움을 내가 보앗슴이니라
{{verse||二|or}} 너는 모든 정결한 즘생은 암슈 닐곱식 부졍한것은 암슈 둘식을 네게로 ᄎᆔ하며
{{verse||三|or}} 공즁의 새도 암슈 닐곱식을 ᄎᆔ하야 그씨를 온디면에 유젼케하라
{{verse||四|or}} 지금브터 칠일이면 내가 사십쥬야를 ᄯᅡ에 비를 나려 나의 지은 모든 생물을 디면에셔 쓰러바리리라
{{verse||五|or}} {{u|노아}}가 여호와ᄭᅴ셔 자긔의게 명하신대로 다 준행하엿더라〇
{{verse||六|or}} 홍슈가 ᄯᅡ에 잇슬ᄯᅢ에 {{u|노아}}가 륙백셰라
{{verse||七|or}} {{u|노아}}가 아달들과 안해와 자부들과 함ᄭᅴ홍슈를 피하야 방쥬에 드러갓고
{{verse||八|or}} 졍결한즘생과 부졍한즘생과 새와 ᄯᅡ에긔는 모든것이
{{verse||九|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명하신대로 암슈 둘식 노아의게 나아와 방쥬로 방쥬로 드러갓더니
{{verse||一〇|or}} 칠일후에 홍슈가 ᄯᅡ에 덥히니
{{verse||一一|or}} {{u|노아}} 륙백세되던해 이월곳 그달 십칠일이라 그 날에 큰깁흠의 샘들이 터지며 하날의 창들이 열녀
{{verse||一二|or}} 사십쥬야를 비가 ᄯᅡ에 쏘다졋더라〇
{{verse||一三|or}} 곳 그날에 {{u|노아}}와 그의 아달 {{u|셈}} {{u|함}} {{u|야벳}}과 {{u|노아}}의 쳐와 세자부가 다 방쥬로 드러갓고
{{verse||一四|or}} 그들과 모든 들즘생이 그 죵류대로 모든 륙츅이 그 죵류대로 ᄯᅡ에긔는 모든것이 그 죵류대로 모든 새 곳 각양의 새가 그 죵류대로
{{verse||一五|or}} 므릇긔식이 잇는 육톄가 둘식 {{u|노아}}의게 나아와 방쥬로 드러갓스니
{{verse||一六|or}} 드러간것들은 모든것의 암슈라 하나님의 그의게 명하신대로 드러가매 여호와ᄭᅴ셔 그를 닷아 너흐시니라
{{verse||一七|or}} 홍슈가 ᄯᅡ에 사십일을 잇섯는지라 물이 만하져 방쥬가 ᄯᅡ에셔 ᄯᅥ올낫고
{{verse||一八|or}} 물이 더 만하져 ᄯᅡ에 챵일하매 방쥬가 물우에 ᄯᅥ단녓스며
{{verse||一九|or}} 물이 ᄯᅡ에 더욱 챵일하매 텬하의 놉흔 산이 다 덥혓더나
{{verse||二〇|or}} 물이 부러셔 십오 규빗이 오르매 르매 산들이 덥힌지라
{{verse||二一|or}} ᄯᅡ우에 움즉이는 생물이 다 죽엇스니 곳 새와 륙츅과 들즘생과 ᄯᅡ에긔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라
{{verse||二二|or}} 륙디에 잇서코로 생명의 긔식을 호흡하는것은 다 죽엇더라
{{verse||二三|or}} 디면의 모든 생물을 쓰러바리시니 곳 사람과 즘생과 긔는것과 공즁의 새ᄭᅡ지라 이들은 ᄯᅡ에셔 쓰러바림을 당하엿스되 홀노 {{u|노아}}와 그와 함ᄭᅴ방쥬에 잇던쟈만 남앗더라
{{verse||二四|or}} 물이 일백오십일을 ᄯᅡ에 챵일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팔쟝 ==
{{옛한글 처음}}
{{verse|八|一|or}} 하나님이 {{u|노아}}와 그와함ᄭᅴ 방쥬에 잇는 모든 들즘생과 륙츅을 권념하샤 바람으로 ᄯᅡ우에 불게 하시매 물이 감하엿고
{{verse||二|or}} 깁흠의 샘과 하날의 창이 막히고 하날에셔 비가 긋치매
{{verse||三|or}} 물이 ᄯᅡ에셔 물너가고 졈졈 물너가셔 일백오십일후에 감하고
{{verse||四|or}} 칠월곳 그달십칠일에 방쥬가 {{du|아라랏}}산에 머믈넛스며
{{verse||五|or}} 물이 졈졈 감하야 십월곳 그달일일에 산들의 봉오리가 보엿더라〇
{{verse||六|or}} 사십일을 지나셔 {{u|노아}}가 그 방쥬에 지은창을 열고
{{verse||七|or}} 가마귀를내여 노흐매 가마귀가 물이ᄯᅡ에셔 마르기ᄭᅡ지 날나 왕래하엿더라
{{verse||八|or}} 그가 ᄯᅩ비닭이를 내여노하 디면에 물이 감한 여부를 알고져하매
{{verse||九|or}} 온 디면에 물이 잇슴으로 비닭이가 졉죡할곳을 찻지못하고 방쥬로 도라와 그의게로 오는지라 그가 손을 내밀어 방쥬속 자긔의게로 밧아드리고
{{verse||一〇|or}} ᄯᅩ 칠일을 기다려 다시 비닭이를 방쥬에셔 내여 노흐매
{{verse||一一|or}} 져녁ᄯᅢ에 비닭이가 그의게로 도라왓는대 그 입에 감람새닙사귀가 잇는지라 이에 {{u|노아}}가 ᄯᅡ에 물이 감한줄 알앗스며
{{verse||一二|or}} ᄯᅩ칠일을 기다려 비닭이를 내여 노흐매 다시는 그의게로 도라오지 아니하엿더라〇
{{verse||一三|or}} 륙백일년 졍월곳 그달 일일에 디면에 물이 것친지라 노아가 방쥬 ᄯᅮᄭᅢᆼ을 졔치고 본즉 디면에 물이 것쳣더니
{{verse||一四|or}} 이월이십칠일에 ᄯᅡ이 말낫더라
{{verse||一五|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말삼하야 갈아샤대
{{verse||一六|or}} 너는 네 안해와 네 아달들과 네 자부들노더브러 방쥬에셔 나오고
{{verse||一七|or}} 너와 함ᄭᅴ한 모든 혈육 잇는 생물 곳 새와 륙츅과 ᄯᅡ에긔는모든 것을 다 잇ᄭᅳ러 내라 이것들이 ᄯᅡ에셔 생육하고 ᄯᅡ에셔 번셩하리라 하시매
{{verse||一八|or}} {{u|노아}}가 그 아달들과 그 안해와 그 자부들과 함ᄭᅴ 나왓고
{{verse||一九|or}} ᄯᅡ우의 동물 곳 모든 즘생과 모든 긔는 것과 모든 새도 그 죵류대로 방쥬에셔 나왓더라〇
{{verse||二〇|or}} {{u|노아}}가 여호와를 위하야 단을 싸코 모든 졍결한 즘생즁에셔와 모든 졍결한 새즁에셔 ᄎᆔ하야 번졔로 단에 드렷더니
{{verse||二一|or}} 여호와ᄭᅴ셔 그 향긔를 흠향하시고 그 즁심에 닐아샤대 내가 다시는 사람으로 인하야 ᄯᅡ을 져주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사람의 마암에 계획하는바가 어려셔브터 악함이라 내가 젼에 행한 것갓치 모든 생물을 멸하지 아니하리니
{{verse||二二|or}} ᄯᅡ이 잇슬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치위와 더위와 녀름과 겨을과 낫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
{{옛한글 끝}}
== 뎨구쟝 ==
{{옛한글 시작}}
{{verse|九|一|or}} 하나님이 {{u|노아}}와 그 아달들의게 복을 주시며 그들ㅇㅢ게 닐아샤대 생육하고 번셩하야 ᄯᅡ에 츙만하라
{{verse||二|or}} ᄯᅡ의 모든 즘생과 공즁의 모든 새와 ᄯᅡ에 긔는 모든 것과 바다의 모든 고기가 너희를 두려워하며 너희를 무셔워하리니 이들은 너희손에 붓치웟슴이라
{{verse||三|or}} 므릇 산 동물은 너희의 식물이 될지라 채소갓치 내가 이것을 다 너희의게 주노라
{{verse||四|or}} 그러나 고기를 그 생명되는 피채 먹지 말것이니라
{{verse||五|or}} 내가 결코 너희 피 곳 너희 생명의 피를 차즈리니 즘생이면 사람이면 사람의 형뎨면 그의게셔 사람의 생명을 차즈리라
{{verse||六|or}} 므릇 사람의 피를 흘니면 사람이 그 피를 흘닛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긔 형샹대로 사람을 지엇슴이니라
{{verse||七|or}} 너희는 생육하고 번셩하며 ᄯᅡ에 편만하야 그즁에셔 번셩하라 하셧더라〇
{{verse||八|or}} 하나님이 {{u|노아}}와 그와 함ᄭᅴ한 아달들의게 닐너 갈아샤대
{{verse||九|or}} 내가 내 언약을 너희와 너희 후손과
{{verse||一〇|or}} 너희와 함ᄭᅴ한 모든 생물 곳 너희와 함ᄭᅴ한 새와 륙츅과 ᄯᅡ의 모든 즘생의게 세우리니 방쥬에셔 나온 모든 것 곳 ᄯᅡ의 모든 즘생의게니라
{{verse||一一|or}}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슈로 멸하지 아니할것이라 ᄯᅡ의 침몰할 홍슈가 다시 잇지아니하리라
{{verse||一二|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내가 나와 너희와 밋 너희와 함ᄭᅴ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영셰ᄭᅡ지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라
{{verse||一三|or}}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속에 두엇나니 이것이 나의 셰샹과의 언약의 증거니라
{{verse||一四|or}} 내가 구름으로 ᄯᅡ을 덥흘ᄯᅢ에 무지개가 구름 속에 나타나면
{{verse||一五|or}} 내가 나와 너희와 밋 혈긔 잇는 모든 생물 사이의 내 언약을 긔억하리니 다시는 물이 모든 혈긔 잇는 쟈를 멸하는 홍슈가 되지 아니할지라
{{verse||一六|or}}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잇스리니 내가 보고 나 하나님과 ᄯᅡ의 므릇 혈긔 잇는 모든 생물 사이에 된 영원한 언약을 긔억하리라
{{verse||一七|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ᄯᅩ 닐아샤대 내가 나와 ᄯᅡ에 잇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운 언약의 증거가 이것이라 하셧더라〇
{{verse||一八|or}} 방쥬에셔 나온 {{u|노아}}의 아달들은 {{u|셈}}과 {{u|함}}과 {{u|야벳}}이며 {{u|함}}은 {{u|가나안}}의 아비라
{{verse||一九|or}} {{u|노아}}의 이 세 아달노좃차 {{작게|백셩이}} 온 ᄯᅡ에 퍼지니라〇
{{verse||二〇|or}} {{u|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야 포도원을 심엇더니
{{verse||二一|or}} 포도쥬를 마시고 ᄎᆔ하야 그 쟝막 안에셔 벌거버슨지라
{{verse||二二|or}} {{u|가나안}}의 아비 {{u|함}}이 그 아비의 하톄를 보고 밧그로나가셔 두 형뎨의게 고하매
{{verse||二三|or}} {{u|셈}}과 {{u|야벳}}이 옷을 ᄎᆔ하야 자긔들의 엇개에메고 뒤거름쳐 드러가셔 아비의 하톄에 덥헛스며 그들이 얼골을 도리키고 그 아비의 하톄를 보지아니하엿더라
{{verse||二四|or}} {{u|노아}}가 술이 ᄭᅢ여 <ref>둘재</ref>그 적은 아달이 자긔의게 행한일을알고
{{verse||二五|or}} 이에 갈아대<br>{{들여쓰기/시작}}{{u|가나안}}은 져주를 밧아 그 형뎨의 죵들의 죵이 되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
{{verse||二六|or}} ᄯᅩ 갈아대<br>{{들여쓰기/시작}}{{u|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숑하리로다 {{u|가나안}}은 {{u|셈}}의 죵이 되고{{들여쓰기/끝}}
{{verse||二七|or}} {{들여쓰기/시작}}하나님이 {{u|야벳}}을 챵대케 하샤 {{u|셈}}의 쟝막에 거하게 하시고 {{u|가나안}}은 그의 죵이 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하엿더라〇
{{verse||二八|or}} 홍슈 후에 {{u|노아}}가 삼백 오십년을 지내엿고
{{verse||二九|or}} 향년이 구백 오십셰에 죽엇더라
{{옛한글 끝}}
== 뎨십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〇|一|or}} {{u|노아}}의 아달 {{u|셈}}과 {{u|함}}과 {{u|야벳}}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슈후에 그들이 아달들을 나핫스니
{{verse||二|or}} {{u|야벳}}의 아달은 {{u|고멜}}과 {{u|마곡}}과 {{u|마대}}와 {{u|야완}}과 {{u|두발}}과 {{u|메섹}}과 {{u|듸라스}}요
{{verse||三|or}} {{u|고멜}}의 아달은 {{u|아스그나스}}와 {{u|리밧}}과 {{u|도갈마}}요
{{verse||四|or}} {{u|야완}}의 아달은 {{u|엘니사}}와 {{u|달시스}}와 {{u|깃딈}}과 {{u|도다님}}이라
{{verse||五|or}} 이들노브터 여러나라 백셩으로 난호여셔 각기 방언과 종족과 나라대로 바다가의ᄯᅡ에 머므럿더라〇
{{verse||六|or}} {{u|함}}의 아달은 {{u|구스}}와 {{u|미스라임}}과 {{u|붓}}과 {{u|가나안}}이오
{{verse||七|or}} {{u|구스}}의 아달은 {{u|스바}}와 {{u|하윌나}}와 {{u|삽다}}와 {{u|라아마}}와 {{u|삽드가}}요 {{u|라아마}}의 아달은 {{u|스바}}와 {{u|드단}}이며
{{verse||八|or}} {{u|구스}}가 ᄯᅩ {{u|님으롯}}을 나핫스니 그는 셰샹에 처음 영걸이라
{{verse||九|or}} 그가 여호와 압헤셔 특이한 산양군이 되엿슴으로 쇽담에 닐아기를 아모는 여호와 압헤 {{u|님으롯}}같은 특이한 산양군이로다 하더라
{{verse||一〇|or}} 그의 나라는 {{du|신알}} ᄯᅡ의 {{u|바벨}}과 {{u|메렉}}과 {{u|악갓}}과 {{u|갈네}}에셔 시작되엿스며
{{verse||一一|or}} 그가 그ᄯᅡ에셔 {{u|앗수르}}로 나아가 {{du|니느웨}}와 {{du|르호봇일}}과 {{du|갈나}}와
{{verse||一二|or}} 밋 {{du|니느웨}}와 {{du|갈나}} 사이의 {{du|레센}}(이는 큰 셩이라)을 건츅하엿스며
{{verse||一三|or}} {{u|미스라임}}은 {{u|루딈}}과 {{u|아나밈}}과 {{u|르하빔}}과 {{u|납두힘}}과
{{verse||一四|or}} {{u|밧으루심}}과 {{u|가슬누힘}}과 {{u|갑도림}}을 나핫더라({{du|블네셋}}이 {{u|가슬누힘}}의게셔 나왓더라)〇
{{verse||一五|or}} {{u|가나안}}은 쟝자 {{u|시돈}}과 {{u|헷}}을 나코
{{verse||一六|or}} ᄯᅩ {{du|여부스}}족쇽과 {{du|아모리}}족쇽과 {{du|기르가스}}족쇽과
{{verse||一七|or}} {{du|히위}}족쇽과 {{du|알가}}족쇽과 {{du|신}}족쇽과
{{verse||一八|or}} {{du|아르왓}}족쇽과 {{du|스말}}족쇽과 {{du|하맛}}족쇽{{작게|의 조샹}}을 나핫더니 이후로 {{du|가나안}} 자손의 족쇽이 흣허져 쳐하엿더라
{{verse||一九|or}} {{du|가나안}}의 디경은 {{du|시돈}}에셔브터 {{du|그랄}}을 지나 {{du|가사}}ᄭᅡ지와 {{du|소돔}}과 {{du|고모라}}와 {{du|앗으마}}와 {{du|스보임}}을 지나 {{du|라사}}ᄭᅡ지엇더라
{{verse||二〇|or}} 이들은 {{u|함}}의 자손이라 각기 족쇽과 방언과 디방과 나라대로이엇더라〇
{{verse||二一|or}} {{u|셈}}은 {{du|에벨}} 온 자손의 조샹이오 {{u|야벳}}의 형이라 그의게도 자녀가 츌생하엿스니
{{verse||二二|or}} {{u|셈}}의 아달은 {{u|엘남}}과 {{u|앗수르}}와 {{u|아르박삿}}과 {{u|룻}}과 {{u|아람}}이오
{{verse||二三|or}} {{u|아람}}의 아달은 {{u|우스}}와 {{u|훌}}과 {{u|게델}}과 {{u|마스}}며
{{verse||二四|or}} {{u|아르박삿}}은 {{u|셀나}}를 나코 {{u|셀나}}는 {{u|에벨}}을 나핫스며
{{verse||二五|or}} {{u|에벨}}은 두 아달을 나코 하나의 일홈을 <ref>난홈</ref>{{u|벨넥}}이라 하엿스니 그ᄯᅢ에 셰샹이 난호엿슴이오 {{u|벨넥}}의 아오의 일홈은 {{u|욕단}}이며
{{verse||二六|or}} {{u|욕단}}은 {{u|알모닷}}과 {{u|셀넵}}과 {{u|하살마웻}}과 {{u|예라}}와
{{verse||二七|or}} {{u|하도람}}과 {{u|우살}}과 {{u|듸글나}}와
{{verse||二八|or}} {{u|오발}}과 {{u|아비마엘}}과 {{u|스바}}와
{{verse||二九|or}} {{u|오빌}}과 {{u|하윌나}}와 {{u|요밥}}을 나핫스니 이들은 다 {{u|욕단}}의 아달이며
{{verse||三〇|or}} 그들의 거하는 곳은 {{du|메사}}에셔브터 {{du|스발}}노 가는 길의 동편 산이엇더라
{{verse||三一|or}} 이들은 {{u|셈}}의 자손이라 그족쇽과 방언과 디방과 나라대로이엇더라〇
{{verse||三二|or}} 이들은 {{u|노아}} 자손의 족쇽들이오 그셰계와 나라대로라 홍슈후에 이들의게셔 ᄯᅡ의 렬국 백셩이 난호엿더라
{{옛한글 끝}}
== 뎨십일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一|一|or}} 온 ᄯᅡ의 구음이 하나이오 언어가 하나이엇더라
{{verse||二|or}} 이에 그들이 동방으로 옴기다가 {{du|신알}} 평디를 맛나 거긔 거하고
{{verse||三|or}} 서로말하대 자—벽돌을 만드러 견고히 굽자하 이에 벽돌노 돌을 대신하며 력쳥으로 진흙을 대신하고
{{verse||四|or}} ᄯᅩ 말하대 자—셩과 대를 싸하 대 ᄭᅩᆨ닥이를 하날에 다케하야 우리 일홈을 내고 온디면에 흣허짐을 면하자 하엿더니
{{verse||五|or}} 여호와ᄭᅴ셔 인생들의 쌋는 셩과 대를 보시랴고 강림하셧더라
{{verse||六|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무리가 한족쇽이오 언어도 하나임으로 이 갓치 시작하엿스니 이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수업스리로다
{{verse||七|or}} 자—우리가 나려가셔 거긔셔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하야 그들노서로 알아 듯지못하게 하자하시고
{{verse||八|or}} 여호와ᄭᅴ셔 거긔셔 그들을 온디면에 흣흐신고로 그들이 셩싸키를 긋쳣더라
{{verse||九|or}} 그런고로 그 일홈을 {{du|바벨}}이라하니 이는 여호와ᄭᅴ셔 거긔셔 온 ᄯᅡ의 언어를 혼잡케 하셧슴이라 여호와ᄭᅴ셔 거긔셔 그들을 온 디면에 흣흐셧더라〇
{{verse||一〇|or}} {{u|셈}}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u|셈}}은 일백셰 곳 홍슈 후 이년에 {{u|아르박삿}}을 나핫고
{{verse||一一|or}} {{u|아르박삿}}을 나흔후에 오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二|or}} {{u|아르박삿}}은 삼십오셰에 {{u|셀나}}를 나핫고
{{verse||一三|or}} {{u|셀나}}를 나흔후에 사백삼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四|or}} {{u|셀나}}는 삼십셰에 {{u|에벨}}을 나핫고
{{verse||一五|or}} {{u|에벨}}을 나흔 후에 사백삼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六|or}} {{u|에벨}}은 삼십사셰에 {{u|벨넥}}을 나핫고
{{verse||一七|or}} {{u|벨넥}}을 아흔후에 사백삼십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八|or}} {{u|벨넥}}은 삼십셰에 {{u|르우}}를 나핫고
{{verse||一九|or}} {{u|르우}}를 나흔 후에 이백구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〇|or}} {{u|르우}}는 삼십이셰에 {{u|스룩}}을 나핫고
{{verse||二一|or}} {{u|스룩}}을 나흔후에 이백칠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二|or}} {{u|스룩}}은 삼십셰에 {{u|나홀}}을 나핫고
{{verse||二三|or}} {{u|나홀}}을 나흔후에 이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四|or}} {{u|나홀}}은 이십구셰에 {{u|데라}}를 나핫고
{{verse||二五|or}} {{u|데라}}를 나흔후에 일백십구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六|or}} {{u|데라}}는 칠십셰에 {{u|아브람}}과 {{u|나홀}}과 {{u|하란}}을 나핫더라〇
{{verse||二七|or}} {{u|데라}}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u|데라}}는 {{u|아브람}}과 {{u|나홀}}과 {{u|하란}}을 나핫고 {{u|하란}}은 {{u|롯}}을 나핫스며
{{verse||二八|or}} {{u|하란}}은 그 아비 {{u|데라}}보다 몬져 본토 {{du|갈대아}} {{du|우르}}에셔 죽엇더라
{{verse||二九|or}} {{u|아브람}}과 {{u|나홀}}이 쟝가 드럿스니 {{u|아브람}}의 안해 일홈은 {{u|사래}}며 {{u|나홀}}의 안해 일홈은 {{u|밀가}}니 {{u|하란}}의 ᄯᅡᆯ이오 {{u|하란}}은 {{u|밀가}}의 아비며 ᄯᅩ {{u|이스가}}의 아비더라
{{verse||三〇|or}} {{u|사래}}는 잉태하지못함으로 자식이 업섯더라
{{verse||三一|or}} {{u|데라}}가 그 아달 {{u|아브람}}과 {{u|하란}}의 아달 그 손자 {{u|롯}}과 그 자부 {{u|아브람}}의 안해 {{u|사래}}를 다리고 {{du|갈대아}} {{du|우르}}에셔 ᄯᅥ나 {{du|가나안}} ᄯᅡ으로 가고져하더니 {{du|하란}}에 니르러 거긔 거하엿스며
{{verse||三二|or}} {{u|데라}}는 이백 오셰를 향슈하고 {{du|하란}}에셔 죽엇더라
{{옛한글 끝}}
== 뎨십이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二|一|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닐아샤대 너 너의 본토친쳑 아비집을 ᄯᅥ나 내가 네게 지시할ᄯᅡ으로 가라
{{verse||二|or}}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일우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일홈을 챵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verse||三|or}} 너를 츅복하는쟈의게는 내가 복을 나리고 너를 져주하는쟈의게는 내가 져주하리니 ᄯᅡ의 모든 족쇽이 너를 인하야 복을 엇을 것이니라 하신지라
{{verse||四|or}} 이에 {{u|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삼을 좃차갓고 {{u|롯}}도 그와 함ᄭᅴ 갓스며 {{u|아브람}}이 {{du|하란}}을 ᄯᅥ날ᄯᅢ에 그 나이 칠십오셰엿더라
{{verse||五|or}} {{u|아브람}}이 그 안해 {{u|사래}}와 족하 {{u|롯}}과 {{u|하란}}에셔 모혼 모든 소유와 엇은 사람들을 잇ᄭᅳᆯ고 {{du|가나안}}ᄯᅡ으로 가랴고 ᄯᅥ나셔 마참내 {{du|가나안}}ᄯᅡ에 드러갓더라
{{verse||六|or}} {{u|아브람}}이 그ᄯᅡ을 통과하야 {{du|세겜}}ᄯᅡ{{du|모레}} 샹수리나무에 니르니 그ᄯᅢ에 {{du|가나안}}사람이 그ᄯᅡ에 거하엿더라
{{verse||七|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나타나 갈아샤대 내가 이ᄯᅡ을 네자손의게 주리라 하신지라 그가 자긔의게 나타나신 여호와를 위하야 그곳에 단을싸코
{{verse||八|or}} 거긔셔 {{du|벳엘}}동편산으로 옴겨 쟝막을 치니 셔는 {{du|벳엘}}이오 동은 {{du|아이}}라 그가 그곳에셔 여호와를 위하야 단을 싸코 여호와의 일홈을 부르더니
{{verse||九|or}} 졈졈 남방으로 옴겨 갓더라〇
{{verse||一〇|or}} 그 ᄯᅡ에 긔근이 잇슴으로 {{u|아브람}}이 {{du|애굽}}에 우거하려 하야 그리로 나려갓스니 이는 그 ᄯᅡ에 긔근이 심하엿슴이라
{{verse||一一|or}} 그가 {{du|애굽}}에 갓가히 니를 ᄯᅢ에 그 안해 {{u|사래}}다려 말하대 나 알기에 그대는 아릿다온 녀인이라
{{verse||一二|or}} {{du|애굽}}사람이 그대를 볼 ᄯᅢ에 닐아기를 이는 그의 안해라 하고 나는 죽이고 그대는 살니리니
{{verse||一三|or}} 원컨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리하면 내가 그대로인하야 안젼하고 내 목숨이 그대로인하야 보존하겟노라 하니라
{{verse||一四|or}} {{u|아브람}}이 {{du|애굽}}에 니르럿슬 ᄯᅢ에 {{du|애굽}}사람들이 그녀인의 심이 아릿다옴을 보앗고
{{verse||一五|or}} {{u|바로}}의 대신들도 그를보고 바로 압헤 칭찬함으로 그녀인을 {{u|바로}}의 궁으로 ᄎᆔ하야 드린지라
{{verse||一六|or}} 이에 {{u|바로}}가 그를 인하야 {{u|아브람}}을 후대함으로 {{u|아브람}}이 양과 소와 노비와 암슈라귀와 약대를 엇엇더라
{{verse||一七|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 안해 {{u|사래}}의 연고로 {{u|바로}}와 그집에 큰 재앙을 나리신지라
{{verse||一八|or}} {{u|바로}}가 {{u|아브람}}을 불너셔 닐아대 네가 엇지하야 나를 이러케 대졉하엿나냐 네가 엇지하야 그를 네 안해라고 내게 고하지 아니하엿나냐
{{verse||一九|or}} 네가 엇지 그를 누의라하야 나로 그를 ᄎᆔ하야 안해를 삼게 하엿나냐 네 안해가 여긔 잇스니 이제 다려가라 하고
{{verse||二〇|or}} {{u|바로}}가 사람들의게 그의 일을 명하매 그들이 그 안해와 그 모든 소유를 보내엿더라
{{옛한글 끝}}
== 뎨십삼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三|一|or}} {{u|아브람}}이 {{du|애굽}}에셔 나올새 그와 그 안해와 모든 소유며 {{u|롯}} 함ᄭᅴ하야 남방으로 올나가니
{{verse||二|or}} {{u|아브람}}의게 륙츅과 은금이 풍부하엿더라
{{verse||三|or}} 그가 남방에셔브터 발행하야 {{du|벳엘}}에 니르며 {{du|벳엘}}과 {{du|아이}}사이젼에 장막쳤던곳에 니르니
{{verse||四|or}} 그가 처음으로 단을 싸흔곳이라 그가 거긔셔 여호와의 일홈을 불넛더라
{{verse||五|or}} {{u|아브람}}의 일행 {{u|롯}}도 양과 소와 쟝막이 잇슴으로
{{verse||六|or}} 그 ᄯᅡ이 그들의 동거함을 용납지못하엿스니 곳 그들의 소유가 만하셔 동거할수업섯슴이라
{{verse||七|or}} 그럼으로 {{u|아브람}}의 가츅의 목쟈와 {{u|롯}}의 가츅의 목쟈가 서로 다토고 ᄯᅩ {{du|가나안}} 사람과 {{du|브리스}} 사람도 그 ᄯᅡ에 거하엿는지라
{{verse||八|or}} {{u|아브람}}이 {{u|롯}}의게 닐아대 우리는 한골육이라 나나 너나 내목쟈나 네목쟈나 서로 다토게 말자
{{verse||九|or}} 네 압헤 온 ᄯᅡ이 잇지 아니하냐 나를 ᄯᅥ나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
{{verse||一〇|or}} 이에 {{u|롯}}이 눈을 드러 {{du|요단}}들을 바라본즉 {{du|소알}}ᄭᅡ지 온ᄯᅡ에 물이 넉넉하니 여호와ᄭᅴ셔 {{du|소돔}}과 {{du|고모라}}를 멸하시기 젼이엇는고로 여호와의 동산갓고 {{du|애굽}}ᄯᅡ와 갓하엿더라
{{verse||一一|or}} 그럼으로 {{u|롯}}이 {{du|요단}} 온들을 택하고 동으로 옴기니 그들이 서로 ᄯᅥ난지라
{{verse||一二|or}} {{u|아브람}}은 {{du|가나안}} ᄯᅡ에 거하엿고 {{u|롯}}은 평디 셩읍들에 머므르며 그 쟝막을 옴겨 {{du|소돔}}ᄭᅡ지 니르럿더라
{{verse||一三|or}} {{du|소돔}}사람은 악하야 여호와 압헤 큰 죄인이엇더라〇
{{verse||一四|or}} {{u|롯}}이 {{u|아브람}}을 ᄯᅥ난 후에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닐아샤대 너는 눈을 드러 너잇는곳에셔 동셔남븍을 바라보라
{{verse||一五|or}} 보이는ᄯᅡ을 내가 너와 네자손의게 주리니 영원히 니르리라
{{verse||一六|or}} 내가 네 자손으로 ᄯᅡ의 틔ᄭᅳᆯ갓게 하리니 사람이 ᄯᅡ의 틔ᄭᅳᆯ을 능히 혜일수잇슬진대 네자손도 혜이리라
{{verse||一七|or}} 너는 니러나 그ᄯᅡ을 죵과 횡으로 행하야 보라 내가 그것을 네게 주리라
{{verse||一八|or}} 이에 {{u|아브람}}이 쟝막을 옴겨 {{du|헤브론}}에 잇는 {{du|맘으레}} 샹수리수풀에 니르러 거하며 거긔셔 여호와를 위하야 단을 싸핫더라
{{옛한글 끝}}
== 뎨십사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四|一|or}} 당시에 {{du|신알}}왕 {{u|암으라벨}}과 {{du|엘나살}}왕 {{u|아리옥}}과 {{du|엘남}}왕 {{u|그돌나오멜}}과 {{du|고임}}왕 {{u|듸달}}이
{{verse||二|or}} {{du|소돔}}왕 {{u|베라}}와 {{du|고모라}}왕 {{u|비르사}}와 {{du|앗으마}}왕 {{u|시납}}과 {{du|스보임}}왕 {{u|세메벨}}과 {{du|벨나}} 곳 {{du|소알}}왕과 싸호니라
{{verse||三|or}} 이들이 다 {{du|싯딈}}골ᄶᅡᆨ이 곳 지금 {{du|염해}}에 모혓더라
{{verse||四|or}} 이들이 삽이년 동안 {{u|그돌나오멜}}을 셤기다가 뎨 십삼년에 배반한지라
{{verse||五|or}} 뎨 십사년에 {{u|그돌나오멜}}과 그와동맹한 왕들이 나와셔 {{du|아스드롯}} {{du|가르나임}}에셔 {{du|르바}}족쇽을 {{du|함}}에셔 {{du|수스}}족쇽을 <ref>평디</ref>{{du|사웨}} {{du|길야다임}}에셔 {{du|엠}}족쇽을 치고
{{verse||六|or}} {{du|호리}}족쇽을 그산 {{du|세일}}에셔 쳐서 광야 근방 {{du|엘바란}}ᄭᅡ지 니르럿스며
{{verse||七|or}} 그들이 도리켜 {{du|엔미스밧}} 곳 {{du|가데스}}에 니르러 {{du|아말넥}}족쇽의 온ᄯᅡ와 {{du|하사손다말}}에 사는 {{du|아모리}} 족쇽을 친지라
{{verse||八|or}} {{du|소돔}}왕과 {{du|고모라}}왕과 {{du|앗으마}}왕과 {{du|스보임}}왕과 {{du|벨나}} 곳 {{du|소알}}왕이 나와셔 {{du|싯딈}} 골ᄶᅡᆨ이에셔 그들과 졉젼하엿스니
{{verse||九|or}} 곳 그 다섯왕이 {{du|엘남}}왕 {{u|그돌나오멜}}과 {{du|고임}}왕 {{u|듸달}}과 {{du|신알}}왕 {{u|암으라벨}}과 {{du|엘나살}}왕 {{u|아리옥}} 네 왕과 교젼하엿더라
{{verse||一〇|or}} {{du|싓딈}}골ᄶᅡᆨ이에는 력쳥 구덩이가 만흔지라 {{du|소돔}}왕과 {{du|고모라}}왕이 다라날ᄯᅢ에 {{작게|군사가}} 거긔 ᄲᅡ지고 그 남아는 산으로 도망하매
{{verse||一一|or}} {{작게|네 왕이}} {{du|소돔}}과 {{du|고모라}}의 모든 재물과 량식을 ᄲᅢ아사가고
{{verse||一二|or}} {{du|소돔}}에 거하는 {{u|아브람}}의 족하 {{u|롯}}도 사로잡고 그 재물ᄭᅡ지 로략하야 갓더라〇
{{verse||一三|or}} 도망한쟈가 와셔 {{du|히브리}}사람 {{u|아브람}}의게 고하니 ᄯᅢ에 {{u|아브람}}이 {{du|아모리}}족쇽 {{u|맘으레}}의 상수리 수풀 근쳐에 거하엿더라 {{u|맘으레}}는 {{u|에스골}}의 형뎨요 ᄯᅩ {{u|아넬}}의 형뎨라 이들은 {{u|아브람}}과 동맹한쟈더라
{{verse||一四|or}} {{u|아브람}}이 그족하의 사로잡혓슴을 듯고 집에셔 길니고 련습한쟈 삼백십팔인을 거나리고 {{du|단}}ᄭᅡ지 ᄶᅩᆺ차가셔
{{verse||一五|or}} 그 가신을 난호아 밤을 타셔 그들을 쳐셔 파하고 {{du|다메섹}} 좌편 {{du|호바}}ᄭᅡ지 ᄶᅩᆺ차가셔
{{verse||一六|or}} 모든 ᄲᅢ앗겻던 재물과 자긔 족하 {{u|롯}}과 그 재물과 ᄯᅩ 부녀와 인민을 다 차자 왓더라〇
{{verse||一七|or}} {{u|아브람}}이 {{u|그돌나오멜}}과 그와 함ᄭᅴ한 왕들을 파하고 도라올ᄯᅢ에 {{du|소돔}}왕이 {{du|사웨}} 골짝이 곳 {{du|왕곡}}에 나와 그를 영졉하엿고
{{verse||一八|or}} {{du|살넴}}왕 {{u|멜기세덱}}이 ᄯᅥᆨ과 포도쥬를 가지고 나왓스니 그는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의 졔사쟝이엇더라
{{verse||一九|or}} 그가 {{u|아브람}}의게 츅복하야 갈아대 텬디의 쥬재시오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이어 {{u|아브람}}의게 복을 주옵쇼셔
{{verse||二〇|or}} 너의 대뎍을 네 손에 붓치신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을 찬숑할지로다 하매 {{u|아브람}}이 그엇은것에셔 십분일을 {{u|멜기세덱}}의게 주엇더라
{{verse||二一|or}} {{du|소돔}}왕이 {{u|아브람}}의게 닐아대 사람은 내게 보내고 물픔은 네가 ᄎᆔ하라
{{verse||二二|or}} {{u|아브람}}이 {{du|소돔}}왕의게 닐아대 텬디의 쥬재시오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 여호와ᄭᅴ 내가 손을 드러 맹셔하노니
{{verse||二三|or}} 네 말이 내가 {{u|아브람}}으로 치부케 하엿다 할가하야 네게 쇽한것은 무론 한실이나 신들메라도 내가 ᄎᆔ하지아니하리라
{{verse||二四|or}} 오직 쇼년들의 먹은 것과 나와 동행한 {{u|아넬}}과 {{u|에스골}}과 {{u|맘으레}}의 분깃을 졔할지니 그들이 그분것을 ᄎᆔ할 것이니라
{{옛한글 끝}}
== 뎨십오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五|一|or}} 이후에 여호와의 말삼이 이샹즁에 {{u|아브람}}의게 림하야 갈아샤대 {{u|아브람}}아 두려워 말나 나는 너의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샹급이니라
{{verse||二|or}} {{u|아브람}}이 갈아대 쥬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나잇가 나는 무자하오니 나의 샹쇽쟈는 이{{du|다메섹}} {{u|엘니에셀}}이니이다
{{verse||三|or}} {{u|아브람}}이 ᄯᅩ 갈아대 쥬ᄭᅴ셔 내게 씨를 아니주셧스니 내집에셔 길닌쟈가 나의 후사가 될것이니이다
{{verse||四|or}} 여호와의 말삼이 그의게 림하야 갈아샤대 그사람은 너의 후사가 아니라 네몸에셔 날쟈가 네 후사가 되리라하시고
{{verse||五|or}} 그를 잇ᄭᅳᆯ고 밧그로나가 갈아샤대 하날을 우러러 뭇별을 혜일수잇나 보라 ᄯᅩ 그의게 닐아샤대 네자손이 이와갓흐리라
{{verse||六|or}} {{u|아브람}}이 여호와를 밋으니 여호와ᄭᅴ셔이를 그의 의로 녁이시고
{{verse||七|or}} ᄯᅩ 그의게 닐아샤대 나는 이ᄯᅡ을 네게 주어 업을삼게하랴고 너를 {{du|갈대아}} {{du|우르}}에셔 잇ᄭᅳ러낸 여호와로라
{{verse||八|or}} 그가 갈아대 쥬 여호와여 내가 이ᄯᅡ로 업을 삼을줄을 무엇으로 알니잇가
{{verse||九|or}}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닐아샤대 나를위하야 삼년된 암소와 삼년된 암염소와 삼년된 슈양과 뫼비닭이와 집비닭이삭기를 ᄎᆔ할지니라
{{verse||一〇|or}} {{u|아브람}}이 그 모든 것을 ᄎᆔ하야 그즁간을 ᄶᅩᆨ의고 그ᄶᅩᆨ읜것을 마조 대하야 노코 그새는 ᄶᅩᆨ의지 아니하엿스며
{{verse||一一|or}} 솔개가 그사톄우에 나릴ᄯᅢ에는 {{u|아브람}}이 ᄶᅩᆺ찻더라〇
{{verse||一二|or}} 해 질 ᄯᅢ에 {{u|아브람}}이 깁히 잠든 즁에 캄캄함이 림함으로 심히 두려워하더니
{{verse||一三|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닐아샤대 너는 뎡녕히알나 네자손이 이방에셔 객이 되여 그들을 셤기겟고 그들은 사백년동안 네 자손을 괴롭게 하리니
{{verse||一四|or}} 그 셤기는 나라를 내가 징지할지며 그후에 네자손이 큰재물을 잇ᄭᅳᆯ고 나오리라
{{verse||一五|or}} 너는 쟝슈하다가 평안히 조샹의게로 도라가 장사될것이오
{{verse||一六|or}} 네 자손은 사대만에 이ᄯᅡ으로 도라오리니 이는 {{du|아모리}}족쇽의 죄악이 아직 관영치 아니함이니라 하시더니
{{verse||一七|or}} 해가 져셔 어둘ᄯᅢ에 연긔나는 풀무가 보이며 타는 홰불이 ᄶᅩᆨ읜고기 사이로 지나더라
{{verse||一八|or}} 그 날에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으로 더브러 언약을 세워 갈아샤대 내가 이ᄯᅡ을 {{du|애굽}}강에셔브터 그큰강 {{du|유브라데}}ᄭᅡ지 네자손의게 주나니
{{verse||一九|or}} 곳 {{du|겐}}족쇽과 {{du|그니스}}족쇽과 {{du|갓몬}}족쇽과
{{verse||二〇|or}} {{du|헷}}족쇽과 {{du|브리스}}족쇽과 {{du|르바}}족쇽과
{{verse||二一|or}} {{du|아모리}}족쇽과 {{du|가나안}}족쇽과 {{du|기르가스}}족쇽과 {{du|여브스}}족쇽의 ᄯᅡ이니라 하셧더라
{{옛한글 끝}}
== 뎨십륙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六|一|or}} {{u|아브람}}의 안해 {{u|사래}}는 생산치못하엿고 그의게 한 녀종이 잇스니 {{du|애굽}}사람이오 일홈은 {{u|하갈}}이라
{{verse||二|or}} {{u|사래}}가 {{u|아브람}}의게 닐아대 여호와ᄭᅴ셔 나의 생산을 허락지아니하셧스니 원컨대 나의 녀죵과 동침하라 내가 혹 그로 말매암아 자녀를 엇을가 하노라 하매 {{u|아브람}}이 {{u|사래}}의 말을 드르니라
{{verse||三|or}} {{u|아브람}}의 안해 {{u|사래}}가 그녀죵 {{du|애굽}}사람 {{u|하갈}}을 가져 그남편 {{u|아브람}}의게 쳡으로 준ᄯᅢ는 {{u|아브람}}이 {{du|가나안}}ᄯᅡ에 거한지 십년 후이엇더라
{{verse||四|or}} {{u|아브람}}이 {{u|하갈}}과 동침하엿더니 {{u|하갈}}이 잉태하매 그가 자긔의 잉태함을 ᄭᅢ닷고 그녀쥬인을 멸시한지라
{{verse||五|or}} {{u|사래}}가 {{u|아브람}}의게 닐아대 나의 밧는 욕은 당신이 밧아야 올토다 내가 나의 녀죵을 당신의 품에 두엇거늘 그가 자긔의 잉태함을 ᄭᅢ닷고 나를멸시하니 당신과 나사이에 여호왓긔셔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
{{verse||六|or}} {{u|아브람}}이 {{u|사래}}의게 닐아대 그대의 녀죵은 그대의 슈즁에 잇스니 그대의 눈에 됴흔대로 그의게 행하라하매 {{u|사래}}가 {{u|하갈}}을 학대하엿더니 {{u|하갈}}이 {{u|사레}}의 압헤셔 도망하엿더라
{{verse||七|or}} 여호와의 사쟈가 광야의 샘겻 곳 {{du|술}}길샘물 겻헤셔 그를 맛나
{{verse||八|or}} 갈아대 {{u|사래}}의 녀죵 {{u|하갈}}아 네가 여대셔 왓슴며 어대로 가나냐 그가 갈아대 나는 나의 녀쥬인 {{u|사래}}를 피하야 도망하나이다
{{verse||九|or}} 여호와의 사쟈가 그의게 닐아대 네 녀쥬인의게로 도라가셔 그 슈하에 복죵하라
{{verse||一〇|or}} 여호와의 사쟈가 ᄯᅩ 그의게 닐아대 내가 네 자손으로 크게 번셩하야 그수가 만하 혜일수 업게 하리라
{{verse||一一|or}} 여호와의 사쟈가 ᄯᅩ 그의게 닐아대 네가 잉태하엿슨즉 아달을 나흐리니 그일홈을 <ref>하나님이드트심</ref>{{u|이스마엘}}이라하라 이는 여호와ᄭᅴ셔 네 고통을 드르셧슴이니라
{{verse||一二|or}} 그가 사람즁에 들라귀갓치 되리니 그손이 모든사람을 치겟고 모든사람의 손이 그를 칠지며 그가 모든형뎨의 동방에셔 살니라 하니라
{{verse||一三|or}} {{u|하갈}}이 자긔의게 닐아신 여호와의 일홈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이라 하엿스니 이는 내가 엇더케 여긔셔 나를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뵈앗는고 함이라
{{verse||一四|or}} 이럼으로 그샘물을 <ref>나를감찰하시는생존쟈의우물이라</ref>{{du|브엘라해로이}}라 불넛스며 그것이 {{du|가데스}}와 {{du|베렛}}사이에 잇더라〇
{{verse||一五|or}} {{u|하갈}}이 {{u|아브람}}의 아달을 나흐매 {{u|아브람}}이 {{u|하갈}}의 나흔 그 아달을 일홈하야 {{u|이스마엘}}이라 하엿더라
{{verse||一六|or}} {{u|하갈}}이 {{u|아브람}}의게 {{u|이스마엘}}을 나흘ᄯᅢ에 {{u|아브람}}이 팔십륙셰이엇더라
{{옛한글 끝}}
== 뎨십칠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七|一|or}} {{u|아브람}}의 구십구셰 ᄯᅢ에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나타나셔 그의게 닐아샤대 나는 젼능한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압헤셔 행하야 완젼하라
{{verse||二|or}}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사이에 세워 너로 심히 번셩케하리라 하시니
{{verse||三|or}} {{u|아브람}}이 업드린대 하나님이 ᄯᅩ 그의게 닐너 갈아샤대
{{verse||四|or}} 내가 너와 내 언약을 세우니 너는 렬국의 아비가될지라
{{verse||五|or}} 이제 후로는 네 일홈을 {{u|아브람}}이라 하지아니하고 <ref>만흔무리의아비</ref>{{u|아브라함}}이라하리니 이는 내가 너로 렬국의 아비가 되게 함이니라
{{verse||六|or}} 내가 너로 심히 번셩케 하리니 나라들이 네게로 좃차 니러나며 렬왕이 네게로 좃차 나리라
{{verse||七|or}}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와 네대대 후손의 사이에 세워셔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
{{verse||八|or}} 내가 너와 네 후손의게 너의 우거하는 이 ᄯᅡ 곳 {{du|가나안}} 일경으로주어 영원한긔업이 되게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〇
{{verse||九|or}} 하나님이 ᄯᅩ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그런즉 너는 내 언약을 직히고 네 후손도 대대로 직히라
{{verse||一〇|or}} 너희즁 남자는 다 할례를 밧으라 이것이 나와 너희와 너희 후손 사이의 직힐 내 언약이니라
{{verse||一一|or}} 너희는 양피를 버히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니라
{{verse||一二|or}} 대대로 남자는 집에셔 난쟈나 혹 너희자손이 아니오 이방사람의게셔 돈으로 산쟈를 무론하고 난지 팔일만에 할례를 밧을 것이라
{{verse||一三|or}} 너희 집에셔 난쟈던지 너희돈으로 산쟈던지 할례를 밧아야 하리니 이에 내언약이 너희 살에 잇서 영원한 언약이 되려니와
{{verse||一四|or}} 할례를 밧지아니한 남자 곳 그양피를 버히지 아닌쟈는 백셩즁에셔 ᄭᅳᆫ허지리니 그가 내언약을 배반하엿슴이니라〇
{{verse||一五|or}} 하나님이 ᄯᅩ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네 안해 {{u|사래}}는 일홈을 {{u|사래}}라하지말고 그일홈을 <ref>녀쥬</ref>{{u|사라}}라하라
{{verse||一六|or}} 내가 그의게 복을주어 그로 네게 아달을 나하주게하며 내가 그의게 복을주어 그로 렬국의 어미가 되게 하리니 민족의 렬왕이 그의게셔 나리라
ᅟ{{verse||一七|or}} {{u|아브라함}}이 업대여 우스며 심즁에 닐아대 백셰된사람이 엇지 자식을 나흘가 {{u|사라}}는 구십셰니 엇지생산하리오 하고
{{verse||一八|or}} {{u|아브라함}}이 이에 하나님ᄭᅴ 고하대 {{u|이스마엘}}이나 하나님압헤 살기를 원하나이다
{{verse||一九|or}} 하나님이 갈아샤대 아니라 네 안해 {{u|사라}}가 뎡녕 네게 아달을 나흐리니 너는 그 일홈을 <ref>우슴</ref>{{u|이삭}}이라하라 내가 그와 내 언약을 세우리니 그의 후손의게 영원한 언약이 되리라
{{verse||二〇|or}} {{u|이스마엘}}의게 니르러는 내가 네 말을 드럿나니 내가 그의게 복을주어 생육이 즁다하야 그로 크게 번셩케 할지라 그가 열두 방백을 나흐리니 내가 그로 큰나라이 되게 하려니와
{{verse||二一|or}} 내 언약은 내가 명년이 긔한에 {{u|사라}}가 네게 나흘 {{u|이삭}}과 세우리라
{{verse||二二|or}} 하나님이 {{u|아브라함}}과 말삼을 마치시고 그를 ᄯᅥ나 올나 가셧더라〇
{{verse||二三|or}} 이에 {{u|아브라함}}이 하나님이 자긔의게 말삼하신대로 이날에 그아달 {{u|이스마엘}}과 집에셔 생쟝한 모든쟈와 돈으로산 모든쟈 곳 {{u|아브라함}}의 집사람즁 모든 남자를 다려다가 그양피를 버혓스니
{{verse||二四|or}} {{u|아브라함}}이 그양피를 버힌 ᄯᅢ는 구십구셰이었고
{{verse||二五|or}} 그아달 {{u|이스마엘}}이 그양피를 버힌 ᄯᅢ는 십삼셰이엇더라
{{verse||二六|or}} 당일에 {{u|아브라함}}과 그아달 {{u|이스마엘}}이 할례를 밧앗고
{{verse||二七|or}} 그집의 모든 남자 곳 집에셔 생쟝한쟈와 돈으로 이방 사람의게셔 사온쟈가 다 그와 함ᄭᅴ 할례를 밧앗더라
{{옛한글 끝}}
== 뎨십팔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八|一|or}} 여호와ᄭᅴ셔 {{du|맘으레}} 샹수리 수풀 근쳐에셔 {{u|아브라함}}의게 나타나시니라 오졍 즈음에 그가 쟝막문에 안젓다가
{{verse||二|or}} 눈을 드러 본즉 사람 셋이 마즌편에 섯는지라 그가 그들을 보자 곳 쟝막 문에셔 달녀나가 영졉하며 몸을 ᄯᅡ에 굽혀
{{verse||三|or}} 갈아대 내 쥬여 내가 쥬ᄭᅴ 은혜를 닙엇사오면 원컨대 죵을 ᄯᅥ나 지나가지마옵시고
{{verse||四|or}} 물을 조곰 가져오게 하샤 당신들의 발을 씨스시고 나무 아래 쉬이쇼셔
{{verse||五|or}} 내가 ᄯᅥᆨ을 조곰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마암을 쾌활케 하신 후에 지나가쇼셔 당신들이 죵의게 오셧슴이니이다 그들이 갈아대 네 말대로 그리하라
{{verse||六|or}} {{u|아브라함}}이 급히 쟝막에 드러가 {{u|사라}}의게 니르러 닐아대 속히 고은가로 세{{물결밑줄|스아}}를 가져다가 반쥭하야 ᄯᅥᆨ을 만들나 하고
{{verse||七|or}} {{u|아브라함}}이 ᄯᅩ 즘생ᄯᅦ에 달녀가셔 기름지고 됴흔 송아지를 ᄎᆔ하야 하인의게주니 그가 급히 료리한지라
{{verse||八|or}} {{u|아브라함}}이 {{물결밑줄|ᄲᅥ터}}와 우유와 하인이 료리한 송아지를 가져다가 그들의 압헤 진셜하고 나무 아래 모셔 서매 그들이 먹으니라
{{verse||九|or}} 그들이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네 안해 {{u|사라}}가 어대잇나냐 대답하대 쟝막에 잇나이다
{{verse||一〇|or}} 그가 갈아샤대 긔한이 니를 ᄯᅢ에 내가 뎡녕 네게로 도라오리니 네 안해 {{u|사라}}의게 아달이 잇스리라 하시니 {{u|사라}}가 그 뒤 쟝막문에셔 드럿더라
{{verse||一一|or}} {{u|아브라함}}과 {{u|사라}}가 나이만하 늙엇고 {{u|사라}}의 경슈는 ᄭᅳᆫ허졋는지라
{{verse||一二|or}} {{u|사라}}가 속으로 웃고 닐아대 내가 로쇠하엿고 내쥬인도 늙엇스니 내게 엇지 락이 잇스리오
{{verse||一三|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u|사라}}가 웨 우스며 닐아기를 내가 늙엇거늘 엇더케 아달을 나흐리오 하나냐
{{verse||一四|or}} 여호와ᄭᅴ 능치못한 일이 잇겟나냐 긔한이 니를 ᄯᅢ에 내가 네게로 도라오리니 {{u|사라}}의게 아달이 잇스리라
{{verse||一五|or}} {{u|사라}}가 두려워서 승인치아니하야 갈아대 내가 웃지아니하엿나이다 갈아샤대 아니라 네가 우섯나니라〇
{{verse||一六|or}} 그 사람들이 거긔셔 니러나셔 {{du|소돔}}으로 향하고 {{u|아브라함}}은 그들을 젼송하러 함ᄭᅴ 나가니라
{{verse||一七|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나의 하랴는것을 {{u|아브라함}}의게 숨기겟나냐
{{verse||一八|or}} {{u|아브라함}}은 강대한 나라가 되고 텬하만민은 그를 인하야 복을 밧게 될것이아니냐
{{verse||一九|or}}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쇽의게 명하야 여호와의 도를 직혀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엿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u|아브라함}}의게 대하야 말한일을 일우려함이니라
{{verse||二〇|or}} 여호와ᄭᅴ셔 ᄯᅩ 갈아샤대 {{du|소돔}}과 {{du|고모라}}에 대한 부르지즘이 크고 그죄악이 심히 즁하니
{{verse||二一|or}} 내가 이제 나려가셔 그 모든 행한것이 과연 내게 들닌 부르지즘과 갓흔지 그러치 아닌지 내가 보고 알녀하노라〇
{{verse||二二|or}} 그 사람들이 거긔셔 ᄯᅥ나 {{du|소돔}}으로 향하야 가고 {{u|아브라함}}은 여호와 압헤 그대로 섯더니
{{verse||二三|or}} 갓가히 나아가 갈아대 쥬ᄭᅴ셔 의인을 악인과 함ᄭᅴ 멸하시랴나잇가
{{verse||二四|or}} 그 셩즁에 의인 오십이 잇슬지라도 쥬ᄭᅴ셔 그곳을 멸하시고 그 오십의인을 위하야 용셔치 아니하시리잇가
{{verse||二五|or}} 쥬ᄭᅴ셔 이 갓치하샤 의인을 악인과 함ᄭᅴ 죽이심은 불가하오며 의인과 악인을 균등히 하심도 불가하니이다 셰샹을 심판하시는이가 공의를 행하실 것이아니니잇가
{{verse||二六|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내가 만일 {{du|소돔}}셩즁에셔 의인 오십을 차즈면 그들을 위하야 온디경을 용셔하리라
{{verse||二七|or}} {{u|아브라함}}이 말삼하야 갈아대 나는 틔ᄭᅳᆯ과 재라도 감히 쥬ᄭᅴ 고하나이다
{{verse||二八|or}} 오십의인즁에 오인이 부죡할것이면 그 오인이 부죡함을 인하야 온셩을 멸하시리잇가 갈아샤대 내가 거긔셔 사십 오인을 차즈면 멸하지 아니하리라
{{verse||二九|or}} {{u|아브라함}}이 ᄯᅩ 고하야 갈아대 거긔셔 사십인을 차즈시면 {{작게|엇지하시랴나잇가}} 갈아샤대 사십인을 인하야 멸하지 아니하리라
{{verse||三〇|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내 쥬여 노하지마옵시고 말삼하게 하옵쇼셔 거긔셔 삼십인을 차즈시면 엇지하시랴나잇가 내가 거긔셔 삼십인을 차즈면 멸하지아니하리라
{{verse||三一|or}} {{u|아브라함}}이 ᄯᅩ 갈아대 내가 감히 내 쥬ᄭᅴ 고하나이다 거긔셔 이십인을 차즈시면 {{작게|엇지하시랴나잇가}} 갈아샤대 내가 이십인을 인하야 멸하지 아니하리라
{{verse||三二|or}} {{u|아브라함}}이 ᄯᅩ 갈아대 쥬는 노하지마옵쇼셔 내가 이번만 더 말삼하리이다 거긔셔 십인을 차즈시면 {{작게|엇지하시랴나잇가}} 갈아샤대 내가 십인을 인하야도 멸하지아니하리라
{{verse||三三|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라함}}과 말삼을 마치시고 즉시 가시니 {{u|아브라함}}도 자기 곳으로 도라갓더라
{{옛한글 끝}}
== 뎨십구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九|一|or}} 날이 져물ᄯᅢ에 그 두 텬사가 {{du|소돔}}에 니르니 마참 {{u|롯이}} {{du|소돔}}셩문에 안젓다가 그들을 보고 니러나 영졉하고 ᄯᅡ에 업대여 졀하야
{{verse||二|or}} 갈아대 내 쥬여 도리켜 죵의 집으로 드러와 발을 씨고 줌으시고 일즉이 니러나 갈 길을 가쇼셔 그들이 갈아대 아니라 우리가 거리에셔 경야하리라
{{verse||三|or}} {{u|롯}}이 간쳥하매 그제야 도리켜셔 그집으로 드러오는지라 {{u|롯}}이 그들을 위하야 식탁을 베플고 무교병을 구으니 그들이 먹으니라
{{verse||四|or}} 그들의 눕기 젼에 그셩사람 곳 {{du|소돔}}백셩들이 무론로쇼하고 사방에셔 다 모혀 그집을 에워싸고
{{verse||五|or}} {{u|롯}}을 불으고 그의게 닐아대 이져녁에 네게 온 사람이 어대잇나냐 잇ᄭᅳ러 내라 우기가 그들을 샹관하리라
{{verse||六|or}} {{u|롯}}이 문박긔 무리의게로 나가셔 뒤로 문을 닷고
{{verse||七|or}} 닐아대 쳥하노니 내 형뎨들아 이런악을 행치말나
{{verse||八|or}} 내게 남자를 갓가히 아니한 두 ᄯᅡᆯ이 잇노라 쳥컨대 내가 그들을 너희게로 잇ᄭᅳ러 내리니 너희 눈에 됴흔대로 그들의게 행하고 이 사람들은 내집에 드러왓슨즉 이 사람들의게는 아모짓도 하지말나
{{verse||九|or}} 그들이 갈아대 너는 물너나라 ᄯᅩ 갈아대 이놈이 드러와셔 우거하면셔 우리의 법관이 되랴하는도다 이제 우리가 그들보다 너를 더 해하리라 하고 {{u|롯}}을 밀치며 갓가히 나아와셔 그문을 ᄭᅢ치려하는지라
{{verse||一〇|or}} 그 사람들이 손을내미러 {{u|롯}}을 집으로 ᄭᅳ으러 드리고 문을 다드며
{{verse||一一|or}} 문밧긔 무리로 무론대쇼하고 그눈이 어둡게 하니 그들이 문을 찻노라고 곤비하엿더라〇
{{verse||一二|or}} 그 사람들이 {{u|롯}}의게 닐아대 이외에 네게 쇽한쟈가 ᄯᅩ 잇나냐 네 사위나 자녀나 셩즁에 네게 쇽한쟈들을 다 셩밧그로 잇ᄭᅳ러내라
{{verse||一三|or}} 그들에 대하야 부르지즘이 여호와 압헤 큰고로 여호와ᄭᅴ셔 우리로 이곳을 멸하러 보내셧나니 우리가 멸하리라
{{verse||一四|or}} {{u|롯}}이 나가서 그ᄯᅡᆯ들과 뎡혼한 사위들의게 고하야 닐아대 여호와ᄭᅴ셔 이셩을 멸하실터이니 너희는 니러나 이곳에셔 ᄯᅥ나라 하되 그사위들이 롱담으로 녁엿더라
{{verse||一五|or}} 동틀ᄯᅢ에 텬사가 {{u|롯}}을 재촉하야 갈아대 니러나 여긔 잇는 네 안해와 두 ᄯᅡᆯ을 잇ᄭᅳᆯ나 이 셩의 죄악즁에 함ᄭᅴ 멸망할가 하노라
{{verse||一六|or}} 그러나 {{u|롯}}이 지체하매 그사람들이 {{u|롯}}의 손과 그 안해의 손과 두 ᄯᅡᆯ의 손을 잡아 인도하야 셩 밧게 두니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인자를 더하심이엇더라
{{verse||一七|or}} 그사람들이 그들을 밧그로 잇ᄭᅳ러낸 후에 닐아대 도망하야 생명을 보존하라 도라 보거나 들에 머믈거나 하지말고 산으로 도망하야 멸망함을 면하라
{{verse||一八|or}} {{u|롯}}이 그들의게 닐아대 내쥬여 그리마옵쇼셔
{{verse||一九|or}} 죵이 쥬ᄭᅴ 은혜를 엇엇고 쥬ᄭᅴ셔 큰인자를 내게 베프샤 내 생명을 구원하시오나 내가 도망하야 산ᄭᅡ지 갈수업나이다 두렵건대 재앙을 맛나 죽을가 하나이다
{{verse||二〇|or}} 보쇼셔 뎌셩은 도망하기 갓갑고 적기도 하오니 나로 그곳에 도망하게 하쇼셔 이는 적은 셩이 아니니잇가 내 생명이 보존되리이다
{{verse||二一|or}} 그가 그의게 닐아대 내가 이일에도 네 소원을 드럿슨즉 너의 말하는 셩을 멸하지아니하리니
{{verse||二二|or}} 그리로 속히 도망하라 네가 거긔 니르기ᄭᅡ지는 내가 아모일도 행할수업노라 하엿더라 그럼으로 그 셩 일홈을 <ref>적음</ref>{{du|소알}}이라 불넛더라〇
{{verse||二三|or}} {{u|롯}}이 {{du|소알}}에 드러갈 ᄯᅢ에 해가 도닷더라
{{verse||二四|or}} 여호와ᄭᅴ셔 하날 곳 여호와의게로셔 류황과 불을 비갓치 {{du|소돔}}과 {{du|고모라}}에 나리샤
{{verse||二五|or}} 그셩들과 온 들과 셩에 거하는 모든 백셩과 ᄯᅡ에 난것을 다 업허 멸하셧더라
{{verse||二六|or}} {{u|롯}}의 안해는 뒤를 도라본고로 소곰 기동이 되엿더라
{{verse||二七|or}} {{u|아브라함}}이 그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여호와의 압헤 섯던 곳에 니르러
{{verse||二八|or}} {{du|소돔}}과 {{du|고모라}}와 그 온 들을 향하야 눈을 드러 연긔가 옹긔뎜 연긔 갓치 치밀믈 모앗더라〇
{{verse||二九|or}} 하나님이 들의 셩들을 멸하실ᄯᅢ 곳 {{u|롯}}의 거하는 셩을 업흐실ᄯᅢ에 {{u|아브라함}}을 생각하샤 {{u|롯}}을 그 업흐시는즁에셔 내여보내셧더라〇
{{verse||三〇|or}} {{u|롯}}이 {{du|소알}}에 거하기를 두려워하야 두 ᄯᅡᆯ과 함ᄭᅴ {{du|소알}}에셔 나와 산에 올나 거하대 그 두 ᄯᅡᆯ과 함ᄭᅴ 굴에 거하엿더니
{{verse||三一|or}} 큰ᄯᅡᆯ이 적은ᄯᅡᆯ의게 닐아대 우리 아바지는 늙으셧고 이ᄯᅡ에는 셰샹의 도리를 좃차 우리의 배필될 사람이 업스니
{{verse||三二|or}} 우리가 우리 아바지의게 술을 마시우고 동침하야 우리 아바지로 말매암아 인죵을 젼하자하고
{{verse||三三|or}} 그밤에 그들이 아비의게 술을 마시우고 큰ᄯᅡᆯ이 드러가셔 그아비와 동침하니라 그러나 그아비는 그ᄯᅡᆯ의 눕고 니러나는 것을 ᄭᅢ닷지못하엿더라
{{verse||三四|or}} 잇흔날에 큰ᄯᅡᆯ이 적은ᄯᅡᆯ의게 닐아대 어제 밤에는 내가 우리 아바지와 동침하엿스니 오날 밤에도 우리가 아바지의게 술을 마시우고 네가 드러가 동침하고 우리가 아바지로 말매암아 인죵을 젼하자하고
{{verse||三五|or}} 이밤에도 그들이 아비의게 술을 마시우고 적은ᄯᅡᆯ이 니러나 아비와 동침하니라 그러나 아비는 그ᄯᅡᆯ의 눕고 니러나는 것을 ᄭᅢ닷지못하엿더라
{{verse||三六|or}} {{u|롯}}의 두 ᄯᅡᆯ이 아비로 말매암아 잉태하고
{{verse||三七|or}} 큰ᄯᅡᆯ은 아달을 나하 일홈을 {{u|모압}}이라하엿스니 오날날 {{du|모압}}족쇽의 조샹이오
{{verse||三八|or}} 적은ᄯᅡᆯ도 아달을 나하 일홈을 {{u|벤암미}}라 하엿스니 오날날 {{du|암몬}}족쇽의 조샹이엇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〇|一|or}} {{u|아브라함}}이 거긔셔 남방으로 이사하야 {{du|가데스}}와 {{du|술}}사이 {{du|그랄}}에 우거하며
{{verse||二|or}} 그 안해 {{u|사라}}를 자긔 누의라 한고로 {{du|그랄}}왕 {{u|아비멜넥}}이 보내여 {{u|사라}}를 ᄎᆔ하엿더니
{{verse||三|or}} 그밤에 하나님이 {{u|아비멜넥}}의게 현몽하시고 그의게 닐아샤대 네가 ᄎᆔ한 이 녀인을 인하야 네가 죽으리니 그가 남의 안해임이니라
{{verse||四|or}} {{u|아비멜넥}}이 그 녀인을 갓가히 아니한고로 그가 대답하대 쥬여 쥬ᄭᅴ셔 의로운 백셩도 멸하시나잇가
{{verse||五|or}} 그가 나다려 이는 내 누의라고 하지아니하엿나잇가 그녀인도 그는 내 오라비라 하엿사오니 나는 온젼한 마암과 ᄭᅢᆺ긋한 손으로 이러케 하엿나이다
{{verse||六|or}} 하나님이 ᄭᅮᆷ에 ᄯᅩ 그의게 닐아샤대 네가 온젼한 마암으로 이러케 한줄을 나도 안고로 너를 막아 내게 범죄하지 안케 하엿나니 녀인의게 갓가히 못하게 함이 이ᄭᅡ닭이니라
{{verse||七|or}} 이제 그사람의 안해를 돌녀보내라 그는 션지쟈라 그가 너를 위하야 긔도하리니 네가 살녀니와 네가 돌녀 보내지아니하면 너와 네게 쇽한쟈가 다 뎡녕 죽을줄 알지니라〇
{{verse||八|or}} {{u|아비멜넥}}이 그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모든 신복을 불너 그일을 다말하야 들니매 그사람들이 심히 두려워하엿더라
{{verse||九|or}} {{u|아비멜넥}}이 {{u|아브라함}}을 불너셔 그의게 닐아대 네가 엇지하야 우리의게 이리하나냐 내가 무삼죄를 네게 범하엿관대 네가 나와 내 나라로 큰죄에 ᄲᅡ질번하게 하엿나냐 네가 합당치 아닌일을 내게 행하엿도다 하고
{{verse||一〇|or}} {{u|아비멜넥}}이 ᄯᅩ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네가 무삼 의견으로 이러케 하엿나냐
{{verse||一一|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이곳에셔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업스니 내 안해를 인하야 사람이 나를 죽일가 생각하엿슴이오
{{verse||一二|or}} ᄯᅩ 그는 실노 나의 이복누의로셔 내 쳐가 되엿슴이니라
{{verse||一三|or}} 하나님이 나로 내 아비집을 ᄯᅥ나 두루 단니게 하실ᄯᅢ에 내가 안해의게 말하기를 이후로 우리의 가는 곳마다 그대는 나를 그대의 오라비라 하라 이것이 그대가 내게 베플 은혜라 하엿섯노라
{{verse||一四|or}} {{u|아비멜넥}}이 양과 소와 노비를 ᄎᆔ하야 {{u|아브라함}}의게 주고 그 안해 {{u|사라}}도 그의게 돌녀 보내고
{{verse||一五|or}}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내ᄯᅡ이 네 압헤 잇스니 너 보기에 됴흔 대로 거하라 하고
{{verse||一六|or}} {{u|사라}}의게 닐아대 내가 은 쳔개를 네 오라비의게 주어셔 그것으로 너와 함ᄭᅴ 한 여러 사람 압헤셔 네 <ref>히,눈을가티우게</ref>슈치를 풀게 하엿노니 네 일이 다 션히 해결되엿나니라
{{verse||一七|or}} {{u|아브라함}}이 하나님ᄭᅴ 긔도하매 하나님이 {{u|아비멜넥}}과 그 안해와 녀죵을 치료하샤 생산케 하셧스니
{{verse||一八|or}} 여호와ᄭᅴ셔 이왕에 {{u|아브라함}}의 안해 {{u|사라}}의 연고로 {{u|아비멜넥}}의 집 모든 태를 닷치셧슴이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일쟝 ==
{{옛한글 처음}}
{{verse|二一|一|or}} 여호와ᄭᅴ셔 그 말삼대로 {{u|사라}}를 권고하셧고 여호와ᄭᅴ셔 그 말삼대로 {{u|사라}}의게 행하셧슴으로
{{verse||二|or}} {{u|사라}}가 잉태하고 하나님의 말삼하신긔한에 밋처 늙은 {{u|아브라함}}의게 아달을 나흐니
{{verse||三|or}} {{u|아브라함}}이 그 나흔 아달 곳 {{u|사라}}가 자긔의게 나흔 아달을 일홈하야 {{u|이삭}}이라 하엿고
{{verse||四|or}} 그 아달 {{u|이삭}}이 난지 팔일만에 그가 하나님의 명대로 할례를 행하엿더라
{{verse||五|or}} {{u|아브라함}}이 그 아달 {{u|이삭}}을 나흘ᄯᅢ에 백셰라
{{verse||六|or}} {{u|사라}}가 갈아대 하나님이 나로 웃게 하시니 듯는쟈가 다 나와 함ᄭᅴ 우스리로다
{{verse||七|or}} ᄯᅩ 갈아대 {{u|사라}}가 자식들을 졋먹이겟다고 누가 {{u|아브라함}}의게 말하엿스리오마는 {{u|아브라함}} 로경에 내가 아달을 나핫도다 하니라〇
{{verse||八|or}} 아해가 자라매 졋을 ᄯᅦ이고 {{u|이삭}}의 졋을 ᄯᅦ이는 날에 {{u|아브라함}}이 대연을 배셜하엿더라
{{verse||九|or}} {{u|사라}}가 본즉 {{u|아브라함}}의 아달 {{du|애굽}} 녀인 {{u|하갈}}의 소생이 {{작게|{{u|이삭}}을}} 희롱하는지라
{{verse||一〇|or}} 그가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이 녀죵과 그 아달을 내여ᄶᅩᆺ츠라 이죵의 아달은 내 아달 {{u|이삭}}과 함ᄭᅴ 긔업을 엇지 못하리라 하매
{{verse||一一|or}} {{u|아브라함}}이 그 아달을위하야 그 일이 깁히 근심이 되엿더니
{{verse||一二|or}} 하나님이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아해를 위하야 네 녀죵을 위하야 근심하지말고 {{u|사라}}가 네게 닐은 말을 다 드르라 {{u|이삭}}의게셔 {{작게|나는쟈라야}} 네씨라 칭할것임이니라
{{verse||一三|or}} 그러나 녀죵의 아달도 네 씨니 내가 그로 한민족을 일우게 하리라 하신지라
{{verse||一四|or}} {{u|아브라함}}이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ᄯᅥᆨ과 물 한가죡 부대를 ᄎᆔ하야 {{u|하갈}}의 엇개에 메워주고 그 자식을 잇ᄭᅳᆯ고 가게하매 {{u|하갈}}이 나가셔 {{du|브엘세바}} 들에셔 방황하더니
{{verse||一五|or}} 가죡 부대의 물이 다 한지라 그 자식을 ᄯᅥᆯ기나무 아래 두며
{{verse||一六|or}} 갈아대 자식의 죽는 것을 참아 보지못하겟다 하고 살한바탕ᄶᅳᆷ 가셔 마조 안저 바라보며 방셩대곡하니
{{verse||一七|or}} 하나님이 그 아해의 소래를 드르심으로 하나님의 사쟈가 하날에셔브터 {{u|하갈}}을 불너 갈아샤대 {{u|하갈}}아 무삼일이냐 두려워말나 하나님이 뎌긔 잇는 아해의 소래를 드르셧나니
{{verse||一八|or}} 니러나 아해를 니르켜 네 손으로 붓들나 그로 큰민족을 일우게 하리라 하시니라
{{verse||一九|or}} 하나님이 {{u|하갈}}의 눈을 밝히시매 샘물을 보고 가셔 가죡부대에 물을 채워다가 그아해의게 마시웟더라
{{verse||二〇|or}} 하나님이 그아해와 함ᄭᅴ 계시매 그가 쟝셩하야 광야에 거하며 활쏘는쟈가 되엿더니
{{verse||二一|or}} 그가 {{du|바란}}광야에 거할ᄯᅢ에 그어미가 그를 위하야 {{du|애굽}}ᄯᅡ 녀인을 ᄎᆔ하야 안해를 삼게 하엿더라〇
{{verse||二二|or}} ᄯᅢ에 {{u|아비멜넥}}과 그 군대쟝관 {{u|비골}}이 {{u|아브라함}}의게 말하야 갈아대 네가 무삼일을 하던지 하나님이 너와 함ᄭᅴ 계시도다
{{verse||二三|or}} 그런즉 너는 나와 내 아달과 내 손자의게 거즛되이 행치안키를 이제 여긔셔 하나님을 가라쳐 내게 맹셔하라 내가 네게 후대한대로 너도 나와 너의 머므는 이ᄯᅡ에 행할 것이니라
{{verse||二四|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내가 맹셔하리라하고
{{verse||二五|or}} {{u|아비멜넥}}의 죵들이 {{u|아브라함}}의 우물을 륵탈한 일에 대하야 {{u|아브라함}}이 {{u|아비멜넥}}을 책망하매
{{verse||二六|or}} {{u|아비멜넥}}이 갈아대 누가 그리하엿는지 내가 아지못하노라 너도 내게 고하지 아니하엿고 나도 듯지못하엿더니 오날이야 {{작게|드럿노라}}
{{verse||二七|or}} {{u|아브라함}}이 양과 소를 ᄎᆔ하야 {{u|아비멜넥}}의게 주고 두 사람이 서로 언약을 세우니라
{{verse||二八|or}} {{u|아브라함}}이 닐곱 암양 삭기를 ᄯᅡ로 노흐니
{{verse||二九|or}} {{u|아비멜넥}}이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이 닐곱 암양 삭기를 ᄯᅡ로 노흠은 엇짐이뇨
{{verse||三〇|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너는 내 손에셔 이 암양삭기 닐곱을 밧아 내가 이 우물판증거를 삼으라하고
{{verse||三一|or}} 두 사람이 거긔셔 서로맹셔한고로 그곳을 <ref>맹셔의우물</ref>{{du|브엘세바}}라 일홈하엿더라
{{verse||三二|or}} 그들이 {{du|브엘세바}}에셔 언약을 세우매 {{u|아비멜넥}}과 그 군대 쟝관 {{u|비골}}은 ᄯᅥ나 {{du|블네셋}}족쇽의 ᄯᅡ으로 도라갓고
{{verse||三三|or}} {{작게|{{u|아브라함}}은}} {{du|브엘세바}}에 {{물결밑줄|에셀}}나무를 심으고 거긔셔 영생하시는 하나님 여호와의 일홈을 불넛스며
{{verse||三四|or}} 그가 {{du|블네셋}}족쇽의 ᄯᅡ에셔 여러 날을 지내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이쟝 ==
{{옛한글 처음}}
{{verse|二二|一|or}} 그일 후에 하나님이 {{u|아브라함}}을 시험하시랴고 그를부르샤대 {{u|아브라함}}아 하시니 그가 갈아대 내가 여긔잇나이다
{{verse||二|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네 아달 네 사랑하는독자 {{u|이삭}}을 다리고 {{du|모리아}}ᄯᅡ으로 가셔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산 거긔셔 그를 번졔로 드리라
{{verse||三|or}} {{u|아브라함}}이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라귀에 안장을 지우고 두 사환과 그아달 {{u|이삭}}을 다리고 번졔에 쓸 나무를 ᄶᅩᆨ의여 가지고 ᄯᅥ나 하나님의 자긔의게 지시하시는 곳으로 가더니
{{verse||四|or}} 뎨 삼일에 {{u|아브라함}}이 눈을 드러 그곳을 멀니 바라본지라
{{verse||五|or}} 이에 {{u|아브라함}}이 사환의게 닐아대 너희는 라귀와 함ᄭᅴ 뎌긔 가셔 경배하고 너희게로 도라오리라 하고
{{verse||六|or}} {{u|아브라함}}이 이에 번졔 나무를 ᄎᆔ하야 그 아달 {{u|이삭}}의게 지우고 자긔는 불과 칼을 손에 들고 두 사람이 동행하더니
{{verse||七|or}} {{u|이삭}}이 그아비 {{u|아브라함}}의게 말하야 갈아대 내 아바지여하니 그가 갈아대 내 아달아 내가 여긔 잇노라 {{u|이삭}}이 갈아대 불과 나무는 잇거니와 번졔할 어린양은 어대 잇나잇가
{{verse||八|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아달아 번졔할 어린양은 하나님이 자긔를 위하야 친히 쥰비하시리라하고 두 사람이 함ᄭᅴ 나아가셔
{{verse||九|or}} 하나님이 그의게 지시하신곳에 니른지라 이에 {{u|아브라함}}이 그곳에 단을 싸코 나무를 버려노코 그아달 {{u|이삭}}을 결박하야 단나무우에 노코
{{verse||一〇|or}} 손을 내미러 칼을 잡고 그 아달을 잡으려하더니
{{verse||一一|or}} 여호와의 사쟈가 하날에셔브터 그를 불너 갈아사대 {{u|아브라함}}아 {{u|아브라함}}아 하시는지라 {{u|아브라함}}이 갈아대 내가 여긔 잇나이다하매
{{verse||一二|or}} 사쟈가 갈아샤대 그아해의게 네 손을 대지말나 아모일도 그의게 하지말나 네가 네아달 네독자라도 내게 앗기지 아니하엿스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verse||一三|or}} {{u|아브라함}}이 눈을 드러 삷혀본즉 한슈양이 뒤에 잇는대 ᄲᅮᆯ이 수풀에 걸녓는지라 {{u|아브라함}}이 가셔 그슈양을 가져다가 아달을 대신하야 번졔로 드렷더라
{{verse||一四|or}} {{u|아브라함}}이 그ᄯᅡ 일홈을 <ref>여호와ᄭᅴ셔쥰비하심</ref>{{du|여호와이레}}라 하엿슴으로 오날ᄭᅡ지 사람들이 닐아기를 여호와의 산에셔 쥰비되리라 하더라
{{verse||一五|or}} 여호와의 사쟈가 하날에셔브터 두번재 {{u|아브라함}}을 불너
{{verse||一六|or}} 갈아샤대 여호와ᄭᅴ셔 닐아시기를 내가 나를 가라쳐 맹셔하노니 네가 이갓치 행하야 네 아달 네 독쟈를 앗기지아니하엿슨즉
{{verse||一七|or}} 내가 네게 큰복을주고 네씨로 크게 셩하야 하날의 별과 갓고 바다가의 모래와 갓게 하리니 네씨가 그 대덕의 문을 엇으리라
{{verse||一八|or}} ᄯᅩ 네씨로 말매암아 텬하 만민이 복을 엇으리니 이는 네가 나의 말을 준행하엿슴이니라 하셧다 하나니라
{{verse||一九|or}} 이에 {{u|아브라함}}이 그 사환의게로 도라와셔 함ᄭᅴ ᄯᅥ나 {{du|브엘세바}}에 니르러 거긔 거하엿더라〇
{{verse||二〇|or}} 이 일 후에 혹이 {{u|아브라함}}의게 고하야 닐아기를 {{u|밀가}}가 그대의 동생 {{u|나홀}}의게 자녀를 나핫다하엿더라
{{verse||二一|or}} 그 맛아달은 {{u|우스}}요 {{u|우스}}의 동생은 {{u|부스}}와 {{u|아람}}의 아비 {{u|그무엘}}과
{{verse||二二|or}} {{u|게셋}}과 {{u|하소}}와 {{u|빌다스}}와 {{u|잇을납}}과 {{u|브두엘}}이라
{{verse||二三|or}} 이 여닯 사람은 {{u|아브라함}}의 동생 {{u|나홀}}의 쳐 {{u|밀가}}의 소생이며 {{u|브두엘}}은 {{u|리브가}}를 나핫고
{{verse||二四|or}} {{u|나홀}}의 쳡 {{u|르우마}}라 하는쟈도 {{u|데바}}와 {{u|가함}}과 {{u|다하스}}와 {{u|마아가}}를 나핫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삼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三|一|or}} {{u|사라}}가 일백이십칠셰를 살앗스니 이것이 곳 {{u|사라}}의 향년이라
{{verse||二|or}} {{u|사라}}가 {{du|가나안}}ᄯᅡ {{du|헤브론}} 곳 {{du|길얏아르바}}에셔 죽으매 {{u|아브라함}}이 드러가셔 {{u|사라}}를 위하야 슯허하며 애통하다가
{{verse||三|or}} 그 시톄 압헤셔 니러나 {{작게|나가셔}} {{du|헷}}족쇽의게 말하야 갈아대
{{verse||四|or}} 나는 당신들즁에 나그내요 우거한쟈니 쳥컨대 당신들 즁에셔 내게 매쟝디를 주어 소유를 삼아 나로 내 죽은쟈를 내여 장사하게 하시오
{{verse||五|or}} {{du|헷}}족쇽이 {{u|아브라함}}의게 대답하야 갈아대
{{verse||六|or}} 내 쥬여 드르쇼셔 당신은 우리 즁 하나님의 방백이시니 우리 묘실즁에셔 됴흔것을 택하야 당신의 죽은쟈를 장사하쇼셔 우리즁에셔 자긔 묘실에 당신의 죽은쟈 장사함을 금할쟈가 업스리이다
{{verse||七|or}} {{u|아브라함}}이 니러나 그 ᄯᅡ 거민 {{du|헷}}족쇽을향하야 몸을굽히고
{{verse||八|or}} 그들의게 말하야 갈아대 나로 나의 죽은쟈를 내여 장사하게하는일이 당신들의 ᄯᅳᆺ일진대 내 말을 듯고 나를위하야 {{u|소할}}의 아달 {{u|에브론}}의게 구하야
{{verse||九|or}} 그로 그 밧머리에 잇는 {{du|막벨나}} 굴을 내게 주게하대 쥰가를밧고 그 굴을 내게 주어셔 당신들즁에 내 소유 매장디가 되게 하기를 원하노라
{{verse||一〇|or}} ᄯᅢ에 {{u|에브론}}이 {{du|헷}}족쇽즁에 안젓더니 그가 {{du|헷}}족쇽 곳 셩문에 드러온 모든 쟈의 듯는대 {{u|아브라함}}의게 대답하야 갈아대
{{verse||一一|or}} 내쥬여 그리마시고 내말을 드르쇼셔 내가 그 밧츨 당신ᄭᅴ 드리고 그속의 굴도 내가 당신ᄭᅴ 드리대 내가 내동족 압헤셔 당신ᄭᅴ 드리오니 당신의 죽은쟈를 장사하쇼셔
{{verse||一二|or}} {{u|아브라함}}이 이에 그ᄯᅡ 백셩을대하야 몸을굽히고
{{verse||一三|or}} 그 ᄯᅡ 백셩의 듯는대 {{u|에브론}}의게 말하야 갈아대 당신이 합당히 녁이면 쳥컨대 내말을 드르시오 내가 그밧갑슬 당신의게 주리니 당신은 내게셔 밧으시오 내가 나의 죽은쟈를 거긔 장사하겟노라
{{verse||一四|or}} {{u|에브론}}이 {{u|아브라함}}의게 대답하야 갈아대
{{verse||一五|or}} 내쥬여 내게 드르쇼셔 ᄯᅡ갑슨 은사백{{물결밑줄|세겔}}이나 나와 당신 사이에 엇지 교계하리잇가 당신의 죽은쟈를 장사하쇼셔
{{verse||一六|or}} {{u|아브라함}}이 {{u|에브론}}의 말을 좃차 {{u|에브론}}이 {{du|헷}}족쇽의 듯는대셔 말한대로 샹고의 통용하는 은 사백{{물결밑줄|세겔}}을 달아 {{u|에브론}}의게 주엇더니
{{verse||一七|or}} {{du|맘으레}} 압 {{du|막벨나}}에 잇는 {{u|에브론}}의 밧츨 밧과 그속의 굴과 그 사방에 둘닌 슈목을 다
{{verse||一八|or}} 셩문에 드러온 {{du|헷}}족쇽 압헤셔 {{u|아브라함}}의 소유로 뎡한지라
{{verse||一九|or}} 그후에 {{u|아브라함}}이 그 안해 {{u|사라}}를 {{du|가나안}}ᄯᅡ {{du|맘으레}} 압 {{du|막벨나}} 밧굴에 장사하엿더라({{du|맘으레}}는 곳 {{du|헤브론}}이라)
{{verse||二〇|or}} 이와 갓치 그 밧과 그 속의 굴을 {{du|헷}}족쇽이 {{u|아브라함}}의 소유 매장디로 뎡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사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四|一|or}} {{u|아브라함}}이 나이 만하 늙엇고 여호와ᄭᅴ셔 그의 범사에 복을 주섯더라
{{verse||二|or}} {{u|아브라함}}이 자긔 집 모든 소유를 맛흔 늙은 죵의게 닐아대 쳥컨대 네 손을 내 환도ᄲᅧ밋헤 너흐라
{{verse||三|or}} 내가 너로 하날의 하나님 ᄯᅡ의 하나님이신 여호와를 가라쳐 맹셔하게 하노니 너는 나의 거하는 이디방 {{du|가나안}}족쇽의ᄯᅡᆯ즁에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하지말고
{{verse||四|or}} 내 고향 내 족쇽의게로 가셔 내 아달 {{u|이삭}}을위하야 안해를 택하라
{{verse||五|or}} 죵이 갈아대 녀자가 나를 좃차 이ᄯᅡ으로 오고져 아니하거든 내가 쥬인의 아달을 쥬인의 나오신 ᄯᅡ으로 인도하야 도라가리잇가
{{verse||六|or}} {{u|아브라함}}이 그의게 닐아대 삼가 내 아달을 그리로 다리고 도라가지말나
{{verse||七|or}} 하날의 하나님 여호와ᄭᅴ셔 나를 내 아바지의 집과 내 본토에셔 ᄯᅥ나게 하시고 내게 말삼하시며 내게 맹셔하야 닐아시기를 이ᄯᅡ을 네 씨의게 주리라 하셧스니 그가 그사쟈를 네 압서 보내실지라 네가 거긔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할지니라
{{verse||八|or}} 만일 녀자가 너를 좃차 오고져 아니하면 나의 이 맹셔가 너와 샹관이 업나니 오직 내 아달을 다리고 그리로 가지 말지니라
{{verse||九|or}} 죵이 이에 쥬인 {{u|아브라함}}의 환도ᄲᅧ아래 손을너코 이 일에 대하야 그의게 맹셔하엿더라〇
{{verse||一〇|or}} 이에 죵이 그쥬인의 약대즁 열필을 ᄎᆔ하고 ᄯᅥ낫는대 곳 그쥬인의 모든 됴흔것을 가지고 ᄯᅥ나 {{du|메소보다미아}}로 가셔 {{u|나홀}}의 셩에 니르러
{{verse||一一|or}} 그 약대를 셩밧우물겻헤 ᄭᅮᆯ녓스니 져녁ᄯᅢ라 녀인들이 물을 길너 나올 ᄯᅢ이엇더라
{{verse||一二|or}} 그가 갈아대 우리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워넌대 오날날 나로 슌뎍히 맛나게 하샤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게 은혜를 베프시옵쇼셔
{{verse||一三|or}} 셩즁사람의 ᄯᅡᆯ들이 물길너 나오겟사오니 내가 우물겻헤 섯다가
{{verse||一四|or}} 한 쇼녀의게 닐아기를 쳥컨대 너는 병항아리를 기우려 나로 마시게 하라하리니 그의 대답이 마시라 내가 당신의 약대의게도 마시우리라 하면 그는 쥬ᄭᅴ셔 쥬의 죵 {{u|이삭}}을 위하야 뎡하신쟈라 이로 인하야 쥬ᄭᅴ셔 나의 쥬인의게 은혜 베프심을 내가 알겟나이다
{{verse||一五|or}} 말을 마치지못하야셔 {{u|리브가}}가 병항아리를 엇개에메고 나오니 그는 {{u|아브라함}}의 동생 {{u|나홀}}의 안해 {{u|밀가}}의 아달 {{u|브두엘}}의 소생이라
{{verse||一六|or}} 그쇼녀는 보기에 심히 아릿답고 지금ᄭᅡ지 남자가 갓가히 하지아니한 쳐녀더라 그가 우물에 나려가셔 물을 그병항아리에 채워가지고 올나오는지라
{{verse||一七|or}} 죵이 마조 달녀가셔 갈아대 쳥컨대 네병항아리의 물을 내게 조곰 마시우라
{{verse||一八|or}} 그가 갈아대 쥬여 마시쇼셔 하며 급히 그병항아리를 손에 나려 마시게 하고
{{verse||一九|or}} 마시우기를 다하고 갈아대 당신의 약대도 위하야 {{작게|물을}} 기려 그것들노 배불니 마시게 하리이다하고
{{verse||二〇|or}} 급히 병항아리의 물을 구유에 붓고 다시 기르려고 우물노 달녀가셔 모든약대를 위하야 깃는지라
{{verse||二一|or}} 그사람이 그를 믁믁히 주목하며 여호와ᄭᅴ셔 과연 평탄한 길을 주신 여부를 알고져하더니
{{verse||二二|or}} 약대가 마시기를 다하매 그가 반{{물결밑줄|세겔}}즁 금고리한개와 열{{물결밑줄|세겔}}즁 금손목 고리 한쌍을 그의게 주며
{{verse||二三|or}} 갈아대 네가 뉘ᄯᅡᆯ이냐 쳥컨대 내게 고하라 네 부친의 집에 우리 류슉할곳이 잇나냐
{{verse||二四|or}} 그녀자가 그의게 닐아대 나는 {{u|밀가}}가 {{u|나홀}}의게 나흔아달 {{u|브두엘}}의 ᄯᅡᆯ이니이다
{{verse||二五|or}} ᄯᅩ갈아대 우리의게 집과 보리가 죡하며 류슉할곳도 잇나이다
{{verse||二六|or}} 이에 그사람이 머리를 슉여 여호와ᄭᅴ 경배하고
{{verse||二七|or}} 갈아대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숑하나이다 나의 쥬인의게 쥬의 인자와 셩실을 ᄭᅳᆫ히지아니하셧사오며 여호와ᄭᅴ셔 길에셔 나를 인도하샤 내 쥬인의 동생 집에 니르게 하셧나이다 하니라〇
{{verse||二八|or}} 쇼녀가 달녀가셔 이일을 어미집에 고하엿더니
{{verse||二九|or}} {{u|리브가}}의게 오라비가 잇서 일홈은 {{u|라반}}이라 그가 우물노 달녀가 그사람의게 니르니
{{verse||三〇|or}} 그가 그누의의 고리와 그손의 손목 고리를보고 ᄯᅩ 그누의 {{u|리브가}}가 그사람이 자긔의게 이갓치 말하더라 함을 듯고 그사람의게로 나아감이라 ᄯᅢ에 그가 우물가 약대 겻헤 섯더라
{{verse||三一|or}} {{u|라반}}이 갈아대 여호와ᄭᅴ 복을 밧은 쟈여 드러오쇼셔 엇지 밧긔 섯나잇가 내가 방과 약대의 쳐소를 예비하엿나이다
{{verse||三二|or}} 그 사람이 집으로 드러가매 {{u|라반}}이 약대의 짐을 부리고 집과 보리를 약대의게 주고 그사람의 발과 그죵쟈의 발씨슬물을주고
{{verse||三三|or}} 그압헤 식물을 베프니 그사람이 갈아대 내가 내 일을 진슐하기 젼에는 먹지아니하겟나이다 {{u|라반}}이 갈아대 말하쇼셔
{{verse||三四|or}} 그가 갈아대 나는 {{u|아브라함}}의 죵이니이다
{{verse||三五|or}} 여호와ᄭᅴ셔 나의 쥬인의게 크게 복을 주어 챵셩케하시대 우양과 은금과 노비와 약대와 라귀를 그의게 주셧고
{{verse||三六|or}} 나의 쥬인의 부인 {{u|사라}}가 로년에 나의 쥬인의게 아달을 나흐매 쥬인이 그 모든 소유를 그 아달의게 주엇나이다
{{verse||三七|or}} 나의 쥬인이 나로 맹셔하게 하야 갈아대 너는 내 아달을 위하야 나 사는 ᄯᅡ {{du|가나안}}족쇽의 ᄯᅡᆯ즁에셔 안해를 택하지말고
{{verse||三八|or}} 내 아비 집 내 족쇽의게로 가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하라 하시기로
{{verse||三九|or}} 내가 내 쥬인의게 말삼하대 혹녀자가 나를 좃지아니하면 엇지하리잇가 한즉
{{verse||四〇|or}} 쥬인이 내게 닐아대 나의 셤기는 여호와ᄭᅴ셔 그사쟈를 너와함ᄭᅴ 보내여 네게 평탄한길을 주시리니 너는 내족쇽즁 내 아비집에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할것이니라
{{verse||四一|or}} 네가 내 족쇽의게 니를ᄯᅢ에는 네가 내 맹셔와 샹관이 업스리라 셜혹 그들이 네게 주지아니할지라도 네가 내맹셔와 샹관이 업스리라 하시기로
{{verse||四二|or}} 내가 오날우물에 니르러 말삼하기를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만일 나의 행하는길에 형통함을 주실진대
{{verse||四三|or}} 내가 이 우물겻헤 섯다가 쳥년녀자가 물을 길너오거든 내가 그의게 쳥하기를 너는 병항아리의 물을 내게 조곰 마시우라하야
{{verse||四四|or}} 그의 대답이 당신은 마시라 내가 ᄯᅩ 당신의 약대를 위하야도 기르리라하면 그녀자는 여호와ᄭᅴ셔 나의 쥬인의 아달을 위하야 뎡하야 주신쟈가 되리이다하며
{{verse||四五|or}} 내가 믁도하기를 마치지못하야 {{u|리브가}}가 병항아리를 엇개에 메고나와셔 우물노 나려와 깃기로 내가 그의게 닐아기를 쳥컨대 내게 마시우라 한즉
{{verse||四六|or}} 그가 급히 병항아리를 엇개에셔 나리며 갈아대 마시라 내가 당신의 약대의게도 마시우리라 하기로 내가 마시매 그가 ᄯᅩ 약대의게도 마시운지라
{{verse||四七|or}} 내가 그의게 뭇기를 네가 뉘ᄯᅡᆯ이뇨 한즉 갈아대 {{u|밀가}}가 {{u|나홀}}의게 나흔 {{u|브두엘}}의 ᄯᅡᆯ이라하기로 내가 고리를 그 코에 ᄭᅰ고 손목 고리를 그 손에 ᄭᅵ우고
{{verse||四八|or}}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ᄭᅴ셔 나를 바른 길노 인도하샤 나의 쥬인의 동생의ᄯᅡᆯ을 그 아달을 위하야 택하게 하셧슴으로 내가 머리를 슉여 그의게 경배하고 찬숑하엿나이다
{{verse||四九|or}} 이제 당신들이 인자와 진실노 나의 쥬인을 대졉하랴거든 내게 고하시고 그러치아닐지라도 내게 고하야 나로 좌우간 행하게 하쇼셔〇
{{verse||五〇|or}} {{u|라반}}과 {{u|브두엘}}이 대답하야 갈아대 이일이 여호와ᄭᅴ로 말매암앗스니 우리는 가부를 말할수업노라
{{verse||五一|or}} {{u|리브가}}가 그대 압헤 잇스니 다리고가셔 여호와의 명대로 그로 그대의 쥬인의 아달의 안해가 되게 하라
{{verse||五二|or}} {{u|아브라함}}의 죵이 그들의 말을 듯고 ᄯᅡ에 업대여 여호와ᄭᅴ 절하고
{{verse||五三|or}} 은금 패물과 의복을 ᄭᅳ어내여 {{u|리브가}}의게 주고 그 오라비와 어미의게도 보물을 주니라
{{verse||五四|or}} 이에 그들 곳 죵과 죵쟈들이 먹고 마시고 류슉하고 아참에 니러나셔 그가 갈아대 나를 보내여 내 쥬인의게로 도라가게 하쇼셔
{{verse||五五|or}} {{u|리브가}}의 오라비와 그 어미가 갈아대 쇼녀로 몃칠을 적어도 열흘을 우리와 함ᄭᅴ 잇게하라 그후에 그가 갈것이니라
{{verse||五六|or}} 그사람이 그들의게 닐아대 나를 만류치말으쇼셔 여호와ᄭᅴ셔 내게 형통한 길을 주셧스니 나를 보내여 내 쥬인의게로 도라가게하쇼셔
{{verse||五七|or}} 그들이 갈아대 우리가 쇼녀를 불너 그의게 무르리라하고
{{verse||五八|or}} {{u|리브가}}를불너 그의게 닐아대 네가 이사람과 함ᄭᅴ 가랴나냐 그가 대답하대 가겟나이다
{{verse||五九|or}} 그들이 그누의 {{u|리브가}}와 그의 유모와 {{u|아브라함}}의 죵과 죵쟈들을 보내며
{{verse||六〇|or}} {{u|리브가}}의게 츅복하야 갈아대 우리누의여 너는 쳔만인의 어미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원슈의 셩문을 엇게 할지어다〇
{{verse||六一|or}} {{u|리브가}}가 니러나 비자와 함ᄭᅴ 약대를 타고 그사람을 ᄯᅡ라가니 죵이 {{u|리브가}}를 다리고 가니라
{{verse||六二|or}} ᄯᅢ에 {{u|이삭}}이 {{du|브엘}} {{du|라해로이}}에셔 왓스니 그가 남방에 거하엿섯슴이라
{{verse||六三|or}} {{u|이삭}}이 져물ᄯᅢ에 들에 나가 믁샹하다가 눈을 드러보매 약대들이 오더라
{{verse||六四|or}} {{u|리브가}}가 눈을드러 {{u|이삭}}을 바라보고 약대에셔 나려
{{verse||六五|or}} 죵의게 말하대 들에셔 배회하다가 우리게로 마조오는쟈가 누구뇨 죵이 갈아대 이는 내 쥬인이니이다 {{u|리브가}}가 면박을 ᄎᆔ하야 스사로 가리우더라 죵이<!--원본에 절 표시 "六六"이 "죵이" 다음에 표기되어 있어 해당 표기대로 표기했습니다-->
{{verse||六六|or}} 그 행한일을 다 {{u|이삭}}의게 고하매
{{verse||六七|or}} {{u|이삭}}이 {{u|리브가}}를 인도하야 모친 {{u|사라}}의 쟝막으로 드리고 그를 ᄎᆔ하야 안해를 삼고 사랑하엿스니 {{u|이삭}}이 모친 상사 후에 위로를 엇엇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오쟝 ==
{{verse|二五|一|or}} {{u|아브라함}}이 후쳐를 ᄎᆔ하엿스니 그 일홈은 {{u|그두라}}라
{{verse||二|or}} 그가 {{u|심으란}}과 {{u|욕산}}과 {{u|므단}}과 {{u|미듸안}}과 {{u|이스박}}과 {{u|수아}}를 나핫고
{{verse||三|or}} {{u|욕산}}은 {{u|스바}}와 {{u|드단}}을 나핫스며 {{u|드단}}의 자손은 {{du|앗수르}}족쇽과 {{du|르두시}}족쇽과 {{du|르움미}}족쇽이며
{{verse||四|or}} {{u|미듸안}}의 아달은 {{u|에바}}와 {{u|에벨}}과 {{u|하녹}}과 {{u|아비다}}와 {{u|엘다아}}니 다 {{u|그두라}}의 자손이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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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e||六|or}} 자긔 셔자들의게도 재물을주어 자긔 생젼에 그들노 자긔 아달 {{u|이삭}}을 ᄯᅥ나 동방 곳 동국으로 가게 하엿더라
{{verse||七|or}} {{u|아브라함}}의 향년이 일백칠십오셰라
{{verse||八|or}} 그가 슈가 놉고 나이 만하 긔운이 진하야 죽어 자긔 렬조의게로 도라가매
{{verse||九|or}} 그 아달 {{u|이삭}}과 {{u|이스마엘}}이 그를 {{du|맘으레}} 압 {{du|헷}}족쇽 {{u|소할}}의 아달 {{u|에브론}}의 밧헤 잇는 {{du|막벨나}}굴에 장사하엿스니
{{verse||一〇|or}} 이것은 {{u|아브라함}}이 {{u|헷}}족쇽의게셔 산 밧치라 {{u|아브라함}}과 그 안해 {{u|사라}가 거긔 장사되니라
{{verse||一一|or}} {{u|아브라함}}이 죽은후에 하나님이 그 아달 {{u|이삭}}의게 복을 주셧고 {{u|이삭}}은 {{du|브엘}} {{du|라해로이}} 근쳐에 거하엿더라〇
{{verse||一二|or}} {{u|사라}}의 녀죵 {{du|애굽}}인 {{u|하갈}}이 {{u|아브라함}}의게 나흔 아달 {{u|이스마엘}}의 후예는 이러하고
{{verse||一三|or}} {{u|이스마엘}}의 아달들의 일홈은 그 일홈과 그 셰대대로 이와 갓흐니라 {{u|이스마엘}}의 쟝자는 {{u|느바욧}}이오 {{작게|기차는}} {{u|게달}}과 {{u|앗브엘}}과 {{u|밉삼}}과
{{verse||一四|or}} {{u|미스마}}와 {{u|두마}}와 {{u|맛사}}와
{{verse||一五|or}} {{u|하닷}}과 {{u|데마}}와 {{u|여둘}}과 {{u|나비스}}와 {{u|게드마}}니
{{verse||一六|or}} 이들은 {{u|이스마엘}}의 아달들이오 그 촌과 부락대로 된 일홈이며 그 족쇽대로는 십이 방백이엇더라
{{verse||一七|or}} {{u|이스마엘}}은 향년이 일백삼십칠셰에 긔운이 진하야 죽어 자긔 렬조의게로 도라갓고
{{verse||一八|or}} 그 자손들은 {{du|하윌나}}에셔브터 {{du|앗수르}}로 통하는 {{du|애굽}} 압 {{du|술}}ᄭᅡ지 니르러 그 모든 형뎨의 마즌편에 거하엿더라〇
{{verse||一九|or}} {{u|아브라함}}의 아달 {{u|이삭}}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u|아브라함}}이 {{u|이삭}}을 나핫고
{{verse||二〇|or}} {{u|이삭}}은 사십셰예 {{u|리브가}}를 ᄎᆔ하야 안해를 삼앗스니 {{u|리브가}}는 {{du|밧단}} {{du|아람}}의 {{du|아람}}족쇽 즁 {{u|브두엘}}의 ᄯᅡᆯ이오 {{du|아람}}족쇽중 {{u|라반}}의 누의엇더라
{{verse||二一|or}} {{u|이삭}}이 그안해가 잉태하지못함으로 그를 위하야 여호와ᄭᅴ 간구하매 여호와ᄭᅴ셔 그 간구를 드르셧슴으로 그 안해 {{u|리브가}}가 잉태하엿더니
{{verse||二二|or}} 아해들이 그의 태속에셔 서로 싸호는지라 그가 갈아대 이갓흐면 내가 엇지할고 하고 가셔 여호와ᄭᅴ 뭇자온대
{{verse||二三|or}}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닐아샤대{{들여쓰기/시작}}두국민이 네 태즁에 잇고나 두 민족이 네 복즁에셔브터 난호이리라 이 족쇽이 뎌 족쇽보다 강하겟고 큰쟈는 어린쟈를 셤기리라{{들여쓰기/끝}}하셧더라
{{verse||二四|or}} 그 해산긔한이 찬즉 태에 쌍동이가 잇섯는대
{{verse||二五|or}} 몬져 나온쟈는 붉고 젼신이 갓옷갓하셔 일홈을 {{u|에서}}라하엿고
{{verse||二六|or}} 후에 나온 아오는 손으로 {{u|에서}}의 발굼치를 잡앗슴으로 그 일홈을 <ref>발굼치를잡앗다는ᄯᅳᆺ</ref>{{u|야곱}}이라 하엿스며 {{u|리브가}}가 그들을 나흘ᄯᅢ에 {{u|이삭}}이 륙십셰이엇더라〇
{{verse||二七|or}} 그 아해들이 쟝셩하매 {{u|에서}}는 닉슉한 산양군인고로 들사람이 되고 {{u|야곱}}은 죵용한 사람인고로 쟝막에 거하니
{{verse||二八|or}} {{u|이삭}}은 {{u|에서}}의 산양한 고기를 됴화함으로 그를 사랑하고 {{u|리브가}}는 {{u|야곱}}을 사랑하엿더라
{{verse||二九|or}} {{u|야곱}}이 죽을쑤엇더니 {{u|에서}}가 들에셔브터 도라와셔 심히 곤비하야
{{verse||三〇|or}} {{u|야곱}}의게 닐아대 내가 곤비하니 그 붉은것을 나로 먹게 하라 한지라 그럼으로 {{u|에서}}의 별명은 <ref>붉음</ref>{{u|에돔}}이더라
{{verse||三一|or}} {{u|야곱}}이 갈아대 형의 쟝자의 명분을 오날날 내게 팔나
{{verse||三二|or}} {{u|에서}}가 갈아대 내가 죽게 되엿스니 이 쟝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오
{{verse||三三|or}} {{u|야곱}}이 갈아대 오날 내게 맹셔하라 {{u|에서}}가 맹셔하고 쟝자의 명분을 {{u|야곱}}의게 판지라
{{verse||三四|or}} {{u|야곱}}이 ᄯᅥᆨ과 팟쥭을 {{u|에서}}의게 주매 {{u|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니러나셔 갓스니 {{u|에서}}가 쟝자의 명분을 경홀히 녁임이엇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륙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六|一|or}} {{u|아브라함}}ᄯᅢ에 첫흉년이 드럿더니 그ᄯᅡ에 ᄯᅩ 흉년이 들매 {{u|이삭}}이 {{du|그랄}}노가셔 {{du|블네셋}}왕 {{u|아비멜넥}}의게 니르럿더니
{{verse||二|or}} 여호와ᄭᅴ셔 {{u|이삭}}의게 나타나 갈아샤대 {{du|애굽}}으로 나려가지 말고 내가 네게 지시하는 ᄯᅡ에 거하라
{{verse||三|or}} 이ᄯᅡ에 류하면 내가 너와 함ᄭᅴ 잇서 네게 복을 주고 내가 이 모든ᄯᅡ을 너와 네 자손의게 주리라 내가 네 아비 {{u|아브라함}}의게 맹셔한것을 일우어
{{verse||四|or}} 네 자손을 하날의 별과 갓치 번셩케 하며 이 모든ᄯᅡ을 네 자손의게 주리니 네 자손을 인하야 텬하 만민이 복을 밧으리라
{{verse||五|or}} 이는 {{u|아브라함}}이 내 말을 슌죵하고 내 명령과 내 계명과 내 률례와 내 법도를 직혓슴이니라 하시니라
{{verse||六|or}} {{u|이삭}}이 {{du|그랄}}에 거하엿더니
{{verse||七|or}} 그 곳 사람들이 그 안해를 무르매 그가 말하기를 그는 나의 누의라 하엿스니 {{u|리브가}}는 보기에 아릿다옴으로 그곳 백셩이 {{u|리브가}}로 인하야 자긔를 죽일가하야 그는 나의 안해라 하기를 두려워함이엇더라
{{verse||八|or}} {{u|이삭}}이 거긔 오래 거하엿더니 {{u|이삭}}이 그 안해 {{u|리브가}}를 ᄭᅧ안은것을 {{du|블네셋}}왕 {{u|아비멜넥}}이 창으로 내다본지라
{{verse||九|or}} 이에 {{u|아비멜넥}}이 {{u|이삭}}을 불너 닐아대 그가 뎡녕 네 안해어늘 엇지 네 누의라 하엿나냐 {{u|이삭}}이 그의게 대답하대 내 생각에 그를 인하야 내가 죽게 될가 두려워하엿슴이로라
{{verse||一〇|or}} {{u|아비멜넥}}이 갈아대 네가 엇지 우리의게 이러케 행하엿나냐 백셩즁 하나이 네 안해와 동침하기 쉬웟슬번 하엿슨즉 네가 죄를 우리의게 닙혓스리라
{{verse||一一|or}} {{u|아비멜넥}}이 이에 모든 백셩의게 명하야 갈아대 이 사람이나 그 안해의게 범하는쟈는 죽이리라 하엿더라〇
{{verse||一二|or}} {{u|이삭}}이 그ᄯᅡ에셔 농사하야 그해에 백배나 엇엇고 여호와ᄭᅴ셔 복을 주심으로
{{verse||一三|or}} 그 사람이 챵대하고 왕성하야 마참내 거부가 되여
{{verse||一四|or}} 양과 소가 ᄯᅦ를 일우고 노복이 심히 만흠으로 {{du|블네셋}}사람이 그를 싀긔하야
{{verse||一五|or}} 그 아비 {{u|아브라함}}ᄯᅢ에 그아비의 죵들이 판 모든 우물을 막고 흙으로 메웟더라
{{verse||一六|or}} {{u|아비멜넥}}이 {{u|이삭}}의게 닐아대 네가 우리보다 크게 강셩한즉 우리를 ᄯᅥ나가라
{{verse||一七|or}} {{u|이삭}}이 그곳을 ᄯᅥ나 {{du|그랄}}골ᄶᅡᆨ이에 쟝막을 치고 거긔 우거하며
{{verse||一八|or}} 그 아비 {{u|아브라함}}ᄯᅢ에 팟던 우물들을 다시 팟스니 이는 {{u|아브라함}} 죽은 후에 {{du|블네셋}}}사람이 그우물들을 메웟슴이라 {{u|이삭}}이 그 우물들의 일홈을 그아비의 부르던 일홈으로 불넛더라
{{verse||一九|or}} {{u|이삭}}의 죵들이 골ᄶᅡᆨ이에 파셔 샘 근원을 엇엇더니
{{verse||二〇|or}} {{du|그랄}}목쟈들이 {{u|이삭}}의 목쟈와 다토아 갈아대 이물은 우리의 것이라 하매 {{u|이삭}}이 그 다톰을 인하야 그 우물일홈을 <ref>다톰</ref>{{du|에섹}}이라 하엿스며
{{verse||二一|or}} ᄯᅩ 다른 우물을 팟더니 그들이 ᄯᅩ 다토는고로 그 일홈을 <ref>대뎍함</ref>{{du|싯나}}라 하엿스며
{{verse||二二|or}} {{u|이삭}}이 거긔셔 옴겨 다른 우물을 팟더니 그들이 다토지 아니하엿슴으로 그 일홈을 <ref>쟝소가넓음</ref>{{du|르호봇}}이라 하야 갈아대 이제는 여호와ᄭᅴ셔 우리의 {{작게|쟝소를}} 넓게 하셧스니 이ᄯᅡ에셔 우리가 번셩하리로다 하엿더라〇
{{verse||二三|or}} {{u|이삭}}이 거긔셔브터 {{du|브엘세바}}로 올나갓더니
{{verse||二四|or}} 그 밤에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나타나 갈아샤대 나는 네 아비 {{u|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 말나 내 죵 {{u|으바라함}}을 위하야 내가 너와 함ᄭᅴ 잇서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으로 번셩케 하리라 하신지라
{{verse||二五|or}} {{u|이삭}}이 그곳에 단을 싸하 여호와의 일홈을 부르고 거긔 쟝막을 첫더니 그 죵들이 거긔셔도 우물을 팟더라〇
{{verse||二六|or}} {{u|아비멜넥}}이 그친구 {{u|아훗삿}}과 군대 쟝관 {{u|비골}}노 더브러 {{du|그랄}}에셔브터 {{u|이삭}}의게로 온지라
{{verse||二七|or}} {{u|이삭}}이 그들의게 닐아대 너희가 나를 뮈워하야 나로 너희를 ᄯᅥ나가게 하엿거늘 엇지하야 내게 왓나냐
{{verse||二八|or}} 그들이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너와 함ᄭᅴ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앗슴으로 우리의 사이 곳 우리와 너의 사이에 맹셔를 세워 너와 계약을 매즈리라 말하엿노라
{{verse||二九|or}} 너는 우리를 해하지 말나 이는 우리가 너를 범하지 아니하고 션한일만 네게 행하며 너로 평안히 가게 하엿슴이니라 이제 너는 여호와ᄭᅴ 복을 밧은쟈니라
{{verse||三〇|or}} {{u|이삭}}이 그들을위하야 잔채를 베플매 그들이 먹고 마시고
{{verse||三一|or}}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서로 맹셔한후에 {{u|이삭}}이 그들을 보내매 그들이 평안히 갓더라
{{verse||三二|or}} 그 날에 {{u|이삭}}의 죵들이 자긔들의 판 우물에 대하야 {{u|이삭}}의게 와셔 고하야 갈아대 우리가 물을 엇엇나이다 하매
{{verse||三三|or}} 그가 그 일홈을 {{du|세바}}라 한지라 그런고로 그 셩읍일홈이 오날ᄭᅡ지 {{du|브엘세바}}더라〇
{{verse||三四|or}} {{u|에서}}가 사십셰에 {{du|헷}}족쇽 {{u|브에리}}의 ᄯᅡᆯ {{u|유딋}}과 {{du|헷}}족쇽 {{u|엘논}}의 ᄯᅡᆯ {{u|바스맛}}을 안해로 ᄎᆔ하엿더니
{{verse||三五|or}} 그들이 {{u|이삭}}과 {{u|리브가}}의 마암의 근심이 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칠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七|一|or}} {{u|이삭}}이 나이 만하 눈이 어두어 잘 보지 못하더니 맛아달 {{u|에서}}를 불너 갈아대 내 아달아 하매 그가 갈아대 내가 여긔 잇나이다 하니
{{verse||二|or}} {{u|이삭}}이 갈아대 내가 이제 늙어 어나날 죽을넌지 아지못하나니
{{verse||三|or}} 그런즉 네 긔구 곳 젼통과 활을 가지고 들에 가셔 나를 위하야 산양하야
{{verse||四|or}} 나의 즐기는 별미를 만드러 내게로 가져다가 먹게 하야 나로 죽기젼에 내 마암것 네게 츅복하게 하라〇
{{verse||五|or}} {{u|이삭}}이 그 아달 {{u|에서}}의게 말할 ᄯᅢ에 {{u|리브가}}가 드럿더니 {{u|에서}}가 산양하야 오려고 들노 나가매
{{verse||六|or}} {{u|리브가}}가 그 아달 {{u|야곱}}의게 닐너 갈아대 네 부친이 네 형 {{u|에서}}의게 말삼하시는 것을 내가 드르니 닐아시기를
{{verse||七|or}} 나를 위하야 산양하야 가져다가 별미를 만드러 나로 먹게 하야 죽기젼에 여호와 압헤셔 네게 츅복하게하라 하셧스니
{{verse||八|or}} 그런즉 내 아달아 내 말을 좃차 내가 네게 명하는대로
{{verse||九|or}} 염소ᄯᅦ에 가셔 거긔셔 염소의 됴흔삭기를 내게로 가져오면 내가 그것으로 네 부친을 위하야 그 즐기시는 별미를 만들니니
{{verse||一〇|or}} 네가 그것을 가져 네 부친ᄭᅴ 드려셔 그로 죽으시기젼에 네게 츅복하기위하야 잡수시게 하라
{{verse||一一|or}} {{u|야곱}}이 그 모친 {{u|리브가}}의게 닐아대 내 형 {{u|에서}}는 털사람이오 나는 맷근 맷근한사람인즉
{{verse||一二|or}} 아바지ᄭᅴ셔 나를 만지실진대 내가 아바지ᄭᅴ 속이는쟈로 뵈일지라 복은 고샤하고 져주를 밧을가하나이다
{{verse||一三|or}} 어미가 그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너의 져주는 내게로 돌니리니 내 말만좃고 가셔 가져오라
{{verse||一四|or}} 그가 가셔 ᄎᆔ하야 어미의게로 가져왓더니 그 어미가 그 아비의 즐기는 별미를 만드럿더라
{{verse||一五|or}} {{u|리브가}}가 집안 자긔 쳐소에 잇는 맛아달 {{u|에서}}의 됴흔의복을 ᄎᆔ하야 적은 아달 {{u|야곱}}의게 닙히고
{{verse||一六|or}} ᄯᅩ 염소삭기의 가죡으로 그 손과 목의 맷근 맷근한 곳에 ᄭᅮ미고
{{verse||一七|or}} 그 만든 별미와 ᄯᅥᆨ을 자긔 아달 {{u|야곱}}의 손에 주매
{{verse||一八|or}} {{u|야곱}}이 아바지의게 나아가셔 내 아바지여 하고 부른대 갈아대 내가 여긔 잇노라 내 아달아 네가 누구냐
{{verse||一九|or}} {{u|야곱}}이 아비의게 대답하대 나는 아바지의 맛아달 {{u|에서}}로소이다 아바지ᄭᅴ셔 내게 명하신대로 내가 하엿사오니 쳥컨대 니러나 안저셔 내 산양한 고기를 잡수시고 아바지의 마암것 내게 츅복하쇼셔
{{verse||二〇|or}} {{u|이삭}}이 그 아달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네가 엇더케 이갓치 속히 잡앗나냐 그가 갈아대 아바지의 하나님 여호와ᄭᅴ셔 나로 슌뎍히 맛나게 하셧슴이니이다
{{verse||二一|or}} {{u|이삭}}이 {{u|야곱}}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갓가히 오라 네가 과연 내 아달 {{u|에서}}인지 아닌지 내가 너를 만지려하노라
{{verse||二二|or}} {{u|야곱}}이 그 아비 {{u|이삭}}의게 갓가히 가니 {{u|이삭}}이 만지며 갈아대 음셩은 {{u|야곱}}의 음셩이나 손은 {{u|에서}}의 손이로다 하며
{{verse||二三|or}} 그 손이 형 {{u|에서}}의 손과 갓치 털이 잇슴으로 능히 분별치못하고 츅복하엿더라
{{verse||二四|or}} {{u|이삭}}이 갈아대 네가 참 내 아달 {{u|에서}}냐 그가 대답하대 그러하니이다
{{verse||二五|or}} {{u|이삭}}이 갈아대 내게로 가져오라 내 아달의 산양한 고기를 먹고 내 마암것 네게 츅복하리라 {{u|야곱}}이 그의게로 가져가매 그가 먹고 ᄯᅩ 포도쥬를 가져가매 그가 마시고
{{verse||二六|or}} 그 아비 {{u|이삭}}이 그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갓가히 와셔 내게 입맛초라
{{verse||二七|or}} 그가 갓가히 가셔 그의게 입맛초니 아비가 그 옷의 향ᄎᆔ를 맛고 그의게 츅복하야 갈아대{{들여쓰기/시작}}내 아달의 향ᄎᆔ는 여호와의 복주신 밧희 향ᄎᆔ로다{{들여쓰기/끝}}
{{verse||二八|or}} {{들여쓰기/시작}}하나님은 하날의 이슬과 ᄯᅡ의 기름짐이며 풍셩한 곡식과 포도쥬로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
{{verse||二九|or}} {{들여쓰기/시작}}만민이 너를 셤기고 렬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뎨들의 쥬가 되고 네 어미의 아달들이 네게 굴복하며 네게 져주하는쟈는 져주를 밧고 네게 츅복하는쟈는 복을 밧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
{{verse||三〇|or}} {{u|이삭}}이 {{u|야곱}}의게 츅복하기를 맛치매 {{u|야곱}}이 그 아비 {{u|이삭}} 압헤셔 나가자 곳 그 형 {{u|에서}}가 산양하야 도라온지라
{{verse||三一|or}} 그가 별미를 만드러 아비의게로 가지고 가셔 갈아대 아바지여 니러나셔 아달의 산양한 고기를 잡수시고 마암것 내게 츅복하쇼셔
{{verse||三二|or}} 그 아비 {{u|이삭}}이 그의게 닐아대 너는 누구냐 그가 대답하대 나는 아바지의 아달 곳 아바지의 맛아달 {{u|에서}}로소이다
{{verse||三三|or}} {{u|이삭}}이 심히 크게 ᄯᅥᆯ며 갈아대 그런즉 산양한 고기를 내게 가져온쟈가 누구냐 너 오기 젼에 내가 다 먹고 그를 위하야 츅복하엿슨즉 그가 뎡녕 복을 밧을것이니라
{{verse||三四|or}} {{u|에서}}가 그아비의 말을 듯고 방셩대곡하며 아비의게 닐아대 내 아바지여 내게 츅복하쇼셔 내게도 그리하쇼셔
{{verse||三五|or}} {{u|이삭}}이 갈아대 네아오가 간교하게 와셔 네 복을 ᄲᅢ아삿도다
{{verse||三六|or}} {{u|에서}}가 갈아대 그의 일홈을 {{u|야곱}}이라함이 합당치아니하니잇가 그가 나를 속임이 이것이 두번재니이다 젼에는 나의 쟝자의 명분을 ᄲᅢ앗고 이제는 내복을 ᄲᅢ아삿나이다 ᄯᅩ 갈아대 아바지ᄭᅴ셔 나를 위하야 빌복을 남기지아니하셧나잇가
{{verse||三七|or}} {{u|이삭}}이 {{u|에서}}의게 대답하야 가아대 내가 그를 너의 쥬로 세우고 그 모든 형뎨를 내가 그의게 죵으로 주엇스며 곡식과 포도쥬를 그의게 공급하엿스니 내 아달아 내가 네게 무엇을 할수잇스랴
{{verse||三八|or}} {{u|에서}}가 아비의게 닐아대 내 아바지여 아바지의 빌복이 이 하나ᄲᅮᆫ이리잇가 내 아바지여 내게 츅복하쇼셔 내게도 그리하쇼셔 하고 소래를 놉혀 우니
{{verse||三九|or}} 그 아비 {{u|이삭}}이 그의게 대답하야 갈아대{{들여쓰기/시작}}너의 쥬소는 ᄯᅡ의 기름짐에셔 ᄯᅳ고 나리는 하날 이슬에셔 ᄯᅳᆯ것이며{{들여쓰기/끝}}
{{verse||四〇|or}} {{들여쓰기/시작}}너는 칼을 밋고 생활하겟고 네 아오를 셤길것이며 네가 매임을 버슬 ᄯᅢ에는 그 멍에를 네 목에서 ᄯᅥᆯ쳐바리리라{{들여쓰기/끝}}하엿더라
{{verse||四一|or}} 그 아비가 {{u|야곱}}의게 츅복한 그 츅복을 인하야 {{u|에서}}가 {{u|야곱}}을 뮈워하야 심즁에 닐아기를 아바지를 곡할 ᄯᅢ가 갓가왓슨즉 내가 내 아오 {{u|야곱}}을 죽이리라 하엿더니
{{verse||四二|or}} 맛아달 {{u|에서}}의 이 말이 {{u|리브가}}의게 들니매 이에 보내여 적은아달 {{u|야곱}}을 불너 그의게 닐아대 네 형 {{u|에서}}가 너를 죽여 그 한을 풀녀하나니
{{verse||四三|or}} 내 아달아 내 말을 좃차 니러나 {{du|하란}}으로가셔 내 오라버니 {{u|라반}}의게 피하야
{{verse||四四|or}} 네 형의 노가 풀니기ᄭᅡ지 몃날동안 그와 함ᄭᅴ 거하라
{{verse||四五|or}} 네 형의 분노가 풀녀 네가 자긔의게 행한것을 니져바리거든 내가 곳 보내여 너를 거긔셔 불너 오리라 엇지하로에 너희 둘을 일흐라〇
{{verse||四六|or}} {{u|리브가}}가 {{u|이삭}}의게 닐아대 내가 {{du|헷}}사람의 ᄯᅡᆯ들을 인하야 나의 생명을 슬혀하거늘 {{u|야곱}}이 만일 이ᄯᅡ의 ᄯᅡᆯ들 곳 그들과 갓흔 {{du|헷}}사람의 ᄯᅡᆯ들즁에셔 안해를 ᄎᆔ하면 나의 생명이 내게 무삼 자미가 잇스리잇가
{{옛한글 끝}}
== 뎨이십팔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八|一|or}} {{u|이삭}}이 {{u|야곱}}을 불너 그의게 츅복하고 ᄯᅩ 부탁하야 갈아대 너는 {{du|가나안}}사람의 ᄯᅡᆯ들즁에셔 안해를 ᄎᆔ하지말고
{{verse||二|or}} 니러나 {{du|밧단아람}}으로 가셔 너의 외조부 {{u|브두엘}}집에 니르러 거긔셔 너의 외삼촌 {{u|라반}}의 ᄯᅡᆯ 즁에셔 안해를 ᄎᆔ하라
{{verse||三|or}} 젼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어 너로 생육하고 번셩케 하샤 너로 여러 족쇽을 일우게 하시고
{{verse||四|or}} {{u|아브라함}}의게 허락하신복을 네게 주시대 너와 너와 함ᄭᅴ 네 자손의게 주샤 너로 하나님이 {{u|아브라함}}의게 주신 ᄯᅡ 곳 너의 우거하는 ᄯᅡ을 유업으로 밧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verse||五|or}} 이에 {{u|이삭}}이 {{u|야곱}}을 보내엿더니 {{du|밧단아람}}으로 가셔 {{u|라반}}의게 니르럿스니 {{u|라반}}은 {{du|아람}}사람 {{u|브두엘}}의 아달이오 {{u|야곱}}과 {{u|에서}}의 어미 {{u|리브가}}의 오라비더라〇
{{verse||六|or}} {{u|에서}}가 본즉 {{u|이삭}}이 {{u|야곱}}의게 츅복하고 그를 {{du|밧단아람}}으로 보내여 거긔셔 안해를 ᄎᆔ하게하엿고 ᄯᅩ 그의게 츅복하고 명하기를 너는 {{du|가나안}}사람의 ᄯᅡᆯ들 즁에셔 안해를 ᄎᆔ하지말나 하엿고
{{verse||七|or}} ᄯᅩ {{u|야곱}}이 부모의 명을좃차 {{du|밧단아람}}으로 갓스며
{{verse||八|or}} {{u|에서}}가 ᄯᅩ 본즉 {{du|가나안}}사람의 ᄯᅡᆯ들이 그아비 {{u|이삭}}을 깃브게 못하는지라
{{verse||九|or}} 이에 {{u|에서}}가 {{u|이스마엘}}의게 가셔 그 본쳐들외에 {{u|아브라함}}의 아달 {{u|이스마엘}}의 ᄯᅡᆯ이오 {{u|느바욧}}의 누의인 {{u|마할낫}}을 안해로 ᄎᆔ하엿더라〇
{{verse||一〇|or}} {{u|야곱}}이 {{du|브엘세바}}에셔 ᄯᅥ나 {{du|하란}}으로 향하야 가더니
{{verse||一一|or}} 한곳에 니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긔셔 류슉하려고 그곳의 한돌을 ᄎᆔ하야 벼개하고 거긔 누어 자더니
{{verse||一二|or}} ᄭᅮᆷ에 본즉 사다리가 ᄯᅡ 우에 섯는대 그 ᄭᅩᆨ닥이가 하날에 다핫고 ᄯᅩ 본즉 하나님의 사쟈가 그우에셔 오르락 나리락하고
{{verse||一三|or}} ᄯᅩ 본즉 여호와ᄭᅴ셔 그 우에서셔 갈아샤대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u|아브라함}}의 하나님이오 {{u|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은 ᄯᅡ을 내가 너와 네 자손의게 주리니
{{verse||一四|or}} 네 자손이 ᄯᅡ의 틔ᄭᅳᆯ갓치 되여셔 동셔 남븍에 편만할지며 ᄯᅡ의 모든 족쇽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야 복을 엇으리라
{{verse||一五|or}} 내가 너와 함ᄭᅴ 잇서 네가 어대로 가던지 너를 직히며 너를 잇ᄭᅳ러 이ᄯᅡ으로 도라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것을 다 일우기ᄭᅡ지 너를 ᄯᅥ나지아니하리라 하신지라
{{verse||一六|or}} {{u|야곱}}이 잠이 ᄭᅢ여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과연 여긔 계시거늘 내가 아지못하엿도다
{{verse||一七|or}} 이에 두려워하야 갈아대 두렵도다 이곳이어 다른 것이 아니라 이는 하나님의 뎐이오 이는 하날의 문이로다 하고
{{verse||一八|or}} {{u|야곱}}이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벼개하엿던돌을 가져 기동으로 세우고 그우에 기름을붓고
{{verse||一九|or}} 그 곳 일홈을 <ref>하나님의집</ref>{{du|벳엘}}이라 하엿더라 이 셩의 본일홈은 {{du|루스}}더라
{{verse||二〇|or}} {{u|야곱}}이 셔원하야 갈아대 하나님이 나와 함ᄭᅴ 계씨샤 내가 가는 이 길에셔 나를 직히시고 먹을 량식과 닙을 옷을 주샤
{{verse||二一|or}} 나로 평안히 아비집으로 도라가게하시오면 여호와ᄭᅴ셔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오
{{verse||二二|or}} 내가 기동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뎐이 될 것이오 하나님ᄭᅴ셔 내게 주신 모든 것에셔 십분일을 내가 반다시 하나님ᄭᅴ 드리겟나이다 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구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九|一|or}} {{u|야곱}}이 발행하야 동방 사람의 ᄯᅡ에 니르러
{{verse||二|or}} 본즉 들에 우물이 잇고 그 겻헤 양 세 ᄯᅦ가 누엇스니 이는 목쟈들이 그 우물에셔 물을 양ᄯᅦ의게 먹임이라 큰돌노 우물아구를 덥헛다가
{{verse||三|or}} 모든 ᄯᅦ가 모히면 그들이 우물 아구에셔 돌을 옴기고 양이게 물을 먹이고는 여젼히 우물 아구 그자리에 돌을 덥더라
{{verse||四|or}} {{u|야곱}}이 그들의게 닐아대 나의 형뎨여 어대로셔뇨 그들이 갈아대 {{du|하란}}에셔로라
{{verse||五|or}} {{u|야곱}}이 그들의게 닐아대 너희가 {{u|나홀}}의 손자 {{u|라반}}을 아나냐 그들이 갈아대 아노라
{{verse||六|or}} {{u|야곱}}이 그들의게 닐아대 그가 평안하냐 갈아대 평안하니라 그 ᄯᅡᆯ {{u|라헬}}이 지금 양을 몰고 오나니라
{{verse||七|or}} {{u|야곱}}이 갈아대 해가 아직 놉흔즉 즘생 모힐ᄯᅢ가 아니니 양의게 물을 먹이고 가셔 ᄯᅳᆺ기라
{{verse||八|or}} 그들이 갈아대 우리가 그리하지못하겟노라 ᄯᅦ가 다 모히고 {{작게|목쟈들이}} 우물아구에셔 돌을 옴겨야 우리가 양의게 물을먹이나니라
{{verse||九|or}} {{u|야곱}}이 그들과 말하는즁에 {{u|라헬}}이 그 아비의 양과 함ᄭᅴ 오니 그가 그의 양들을 침이엇더라
{{verse||一〇|or}} {{u|야곱}}이 그 외삼촌 {{u|라반}}의 ᄯᅡᆯ {{u|라헬}}과 그 외삼촌의 양을 보고 나아가셔 우물아구에셔 돌을 옴기고 외삼촌 {{u|라반}}의 양ᄯᅦ의게 물을 먹이고
{{verse||一一|or}} 그가 {{u|라헬}}의게 입맛초고 소래 내여 울며
{{verse||一二|or}} 그의게 자긔가 그의 아비의 생질이오 {{u|리브가}}의 아달 됨을 고하엿더니 {{u|라헬}}이 달녀가셔 그 아비의게 고하매
{{verse||一三|or}} {{u|라반}}이 그 생질 {{u|야곱}}의 쇼식을 듯고 달녀와셔 그를 영졉하야 안고 입맛초고 자긔 집으로 인도하야 드리니 {{u|야곱}}이 자긔의 모든 일을 {{u|라반}}의게 고하매
{{verse||一四|or}} {{u|라반}}이 갈아대 ㅑ너는 참으로 나의 골육이로다 하엿더라 {{u|야곱}}이 한달을 그와 함ᄭᅴ 거하더니
{{verse||一五|or}} {{u|라반}}이 {{u|야곱}}의게 닐아대 네가 비록 나의 생질이나 엇지 공히 내 일만 하겟나냐 무엇이 네 보슈겟나냐 내게 고하라
{{verse||一六|or}} {{u|라반}}이 두 ᄯᅡᆯ이 잇스니 형의 일홈은 {{u|레아}}요 아오의 일홈은
{{verse||一七|or}} {{u|라헬}}이라 {{u|레아}}는 안력이 부죡하고 {{u|라헬}}은 곱고 아릿다오니
{{verse||一八|or}} {{u|야곱}}이 {{u|라헬}}을 련애하는고로 대답하대 내가 외삼촌의 적은 ᄯᅡᆯ {{u|라헬}}을 위하야 외삼촌의게 칠년을 봉사하리이다
{{verse||一九|or}} {{u|라반}}이 갈아대 그를 네게 주는 것이 타인의게 주는 것보다 나으니 나와 함ᄭᅴ 잇스라
{{verse||二〇|or}} {{u|야곱}}이 {{u|라헬}}을 위하야 칠년 동안 {{u|라반}}을 봉사하엿스나 그를 련애하는 ᄭᅡ닭에 칠년을 수일 갓치 녁엿더라〇
{{verse||二一|or}} {{u|야곱}}이 {{u|라반}}의게 닐아대 내 긔한이 찻스니 내 안해를 내게 주쇼셔 내가 그의게 드러가겟나이다
{{verse||二二|or}} {{u|라반}}이 그 곳 사람을 다 모화 잔채하고
{{verse||二三|or}} 져녁에 그ᄯᅡᆯ{{u|레아}}를 {{u|야곱}}의게로 다려가매 {{u|야곱}}이 그의게로 드러가니라
{{verse||二四|or}} {{u|라반}}이 ᄯᅩ 그 녀죵 {{u|실바}}를 그 ᄯᅡᆯ {{u|레아}}의게 시녀로 주엇더라
{{verse||二五|or}} {{u|야곱}}이 아참에 보니 {{u|레아}}라 {{u|라반}}의게 닐아대 외삼촌이 엇지하ㅑ 내게 이갓치 행하셧나잇가 내가 {{u|라헬}}을 위하야 외삼촌ᄭᅴ 봉사하지아니하엿나잇가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엇짐이니잇가
{{verse||二六|or}} {{u|라반}}이 갈아대 형보다 아오를 몬져 주는 것은 우리 디방에셔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verse||二七|or}} 이를 위하야 칠일을 채오라 우리가 그도 네게 주리니 네가 그를 위하야 ᄯᅩ 칠년을 내게 봉사할지니라
{{verse||二八|or}} {{u|야곱}}이 그대로하야 그 칠일을 채오매 {{u|라반}}이 ᄯᅡᆯ {{u|라헬}}도 그의게 안해로 주고
{{verse||二九|or}} {{u|라반}}이 ᄯᅩ 그녀죵 {{u|빌하}}를 그ᄯᅡᆯ {{u|라헬}}의게 주어 시녀가 되게 하매
{{verse||三〇|or}} {{u|야곱}}이 ᄯᅩ한 {{u|라헬}}의게로 드러갓고 그가 {{u|레아}}보다 {{u|라헬}}을 더 사랑하고 다시 칠년을 {{u|라반}}의게 봉사하엿더라〇
{{verse||三一|or}} 여호와ᄭᅴ셔 {{u|레아}}의게 춍이 업슴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여셧스나 {{u|라헬}}은 무자하엿더라
{{verse||三二|or}} {{u|레아}}가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그 일홈을 <ref>보라아달이라</ref>{{u|르우벤}}이라하야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나의 괴로옴을 권고하셧스니 이제는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리로다 하엿더라
{{verse||三三|or}} 그가 다시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나의 춍이 업슴을 드르셧슴으로 내게 이도 주셧도다 하고 그일홈을 <ref>드르심</ref>{{u|시므온}}이라 하엿스며
{{verse||三四|or}} 그가 ᄯᅩ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갈아대 내가 그의게 세 아달을 나핫스니 내 남편이 지금브터 나와 련합하리로다 하고 그 일홈을 <ref>련합함</ref>{{u|레위}}라하엿스며
{{verse||三五|or}} 그가 ᄯᅩ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갈아대 내가 이제는 여호와를 찬숑하리로다 하고 이로인하야 그가 그 일홈을 <ref>찬숑함</ref>{{u|유다}}라 하엿고 그의 생산이 멈추엇더라
{{옛한글 끝}}
== 뎨삼십쟝 ==
== 뎨삼십일쟝 ==
== 뎨삼십이쟝 ==
== 뎨삼십삼쟝 ==
== 뎨삼십사쟝 ==
== 뎨삼십오쟝 ==
== 뎨삼십륙쟝 ==
== 뎨삼십칠쟝 ==
== 뎨삼십팔쟝 ==
== 뎨삼십구쟝 ==
== 뎨사십쟝 ==
== 뎨사십일쟝 ==
== 뎨사십이쟝 ==
== 뎨사십삼쟝 ==
== 뎨사십사쟝 ==
== 뎨사십오쟝 ==
== 뎨사십륙쟝 ==
== 뎨사십칠쟝 ==
== 뎨사십팔쟝 ==
== 뎨사십구쟝 ==
== 뎨오십쟝 ==
== 각주 ==
{{각주}}
[[분류:셩경 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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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T11:12:5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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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창셰긔
|지은이 =
|역자 =
|부제 ={{u|모세}} 뎨일경
|이전 =
|다음 =[[../츌애굽긔|츌애굽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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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한글 알림}}
== 뎨일쟝 ==
{{옛한글 처음}}
{{verse|一|一|or}} 태초에 하나님이 텬디를 창조하시니라
{{verse||二|or}} ᄯᅡ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깁흠 우에 잇고 하나님의 신은 슈면에 운행하시니라
{{verse||三|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빗치 잇스라 하시매 빗치 잇섯고
{{verse||四|or}} 그 빗치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하나님이 빗과 어두움을 난호샤
{{verse||五|or}} 빗츨 낫이라 칭하시고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첫재 날이니라○
{{verse||六|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물 가온대 궁창이 잇서 물과 물노 난호이게 하리라 하시고
{{verse||七|or}}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샤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우의 물이 난호이게 하시매 그대로 되니라
{{verse||八|or}} 하나님이 궁창을 하날이라 칭하시니라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둘재 날이니라○
{{verse||九|or}} 하나님이 갈아샤대 텬하의 물이 한곳으로 모히고 뭇이 드러나라 하시매 그대로 되니라
{{verse||一〇|or}} 하나님이 뭇을 ᄯᅡ이라 칭하시고 모힌물을 바다라 칭하시니라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verse||一一|or}} 하나님이 갈아샤대 ᄯᅡ는 풀과 씨 맷는 채소와 각기 죵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맷는 과목을 내라 하시매 그대로 되여
{{verse||一二|or}} ᄯᅡ이 풀과 각기 죵류대로 씨맷는 채소와 각기 죵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맷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verse||一三|or}}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셋재 날이니라○
{{verse||一四|or}} 하나님이 갈아샤대 하날의 궁창에 광명이 잇서 쥬야를 난호게 하라 ᄯᅩ 그 광명으로 하야 징죠와 사시와 일자와 년한이 일우라
{{verse||一五|or}} ᄯᅩ 그 광명이 하날의 궁창에 잇서 ᄯᅡ에 빗최라하시고 (그대로 되니라)
{{verse||一六|or}} 하나님이 두 큰 광명을 만드샤 큰 광명으로 낫을 쥬관하게 하시고 적은 광명으로 밤을 쥬관하게 하시며 ᄯᅩ 별들을 {{작게|만드시고}}
{{verse||一七|or}} 하나님의 그것들을 하날의 궁창에 두어 ᄯᅡ에 빗최게 하시며
{{verse||一八|or}} 쥬야를 쥬관하게 하시며 빗과 어두움을 난호게 하시니라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verse||一九|or}}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넷재 날이니라○
{{verse||二〇|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물들은 생물노 번셩케 하라 ᄯᅡ 우 하날의 궁창에는 새가 날나 하시고
{{verse||二一|or}} 하나님이 큰 물고기와 물에셔 번셩하여 움즉이는 모든 생물을 그 죵류대로 날개 잇는 모든 새를 그 죵류대로 창조하시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verse||二二|or}} 하나님이 그들의게 복을 주어 갈아샤대 생육하고 번셩하여 여러 바다 물에 츙만하라 새들도 ᄯᅡ에 번셩하라 하시니라
{{verse||二三|or}}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다섯재 날이니라○
{{verse||二四|or}} 하나님이 갈아샤대 ᄯᅡ는 생물을 그 죵류대로 내대 륙츅과 긔는 것과 ᄯᅡ의 즘생을 죵류대로 내라 하시고 (그대로 되니라)
{{verse||二五|or}} 하나님이 ᄯᅡ의 즘생을 그 죵류대로 륙츅을 그 죵류대로 ᄯᅡ에 긔는 모든 것을 그 죵류대로 만드시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됴홧더라
{{verse||二六|or}} 하나님이 갈아샤대 우리의 형상을 ᄯᅡ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즁의 새와 륙츅과 온 ᄯᅡ와 ᄯᅡ에 긔는 모든 것을 다사리게 하자 하시고
{{verse||二七|or}} 하나님이 쟈긔 형상 곳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대 남자와 녀자를 창조하시고
{{verse||二八|or}} 하나님이 그들의게 복을 주시며 그들의게 닐아샤대 생육하고 번셩하야 ᄯᅡ에 충만하라 ᄯᅡ을 졍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즁의 새와 ᄯᅡ에 움즉이는 모든 생물을 다사리라 하시니라
{{verse||二九|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내가 온 디면의 씨 맷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맷는 모든 나무를 너희게 주나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
{{verse||三〇|or}} ᄯᅩ ᄯᅡ의 모든 즘생과 공즁의 모든 새와 생명이 잇서 ᄯᅡ에 긔는 모든 것의게는 내가 모든 푸른 풀을 식물노 주노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verse||三一|or}}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됴홧더라 져녁이 되며 아참이 되니 이는 여섯재 날이니라
{{옛한글 끝}}
== 뎨이쟝 ==
{{옛한글 처음}}
{{verse|二|一|or}} 텬디와 만물이 다 일우니라
{{verse||二|or}} 하나님의 지으시던 일이 닐곱재 날이 니를 ᄯᅢ에 맛치니 그 지으시던 일이 다함으로 닐곱재 날에 안식하시니라
{{verse||三|or}} 하나님이 닐곱재 날을 복 주샤 거륵하게 하셧스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맛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셧슴이더라
{{verse||四|or}} 여호와 하나님이 텬디를 창조하신 ᄯᅢ에 텬디의 창조된 대략이 이러하니라○
{{verse||五|or}} 여호와 하나님이 ᄯᅡ에 비를 나리지아니하셧고 경작할 사람도 업섯슴으로 들에는 초목이 아직 업섯고 밧헤는 채소가 나지아니하엿스며
{{verse||六|or}} 안개만 ᄯᅡ에셔 올나와 온디면을 적셧더라
{{verse||七|or}}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긔를 그 코에 부러 너흐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verse||八|or}}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du|에덴}}에 동산을 창셜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긔 두시고
{{verse||九|or}} 여호와 하나님이 그 ᄯᅡ에셔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됴흔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가온대에는 생명나무와 션악을 알게하는 나무도 잇더라
{{verse||一〇|or}} 강이 {{du|에덴}}에셔 발원하야 동산을 젹시고 거긔서브터 갈나져 네 근원이 되엿스니
{{verse||一一|or}} 첫재의 일홈은 {{du|비손}}이라 금이 잇는 {{du|하윌나}} 온 ᄯᅡ에 둘녓으며
{{verse||一二|or}} 그 ᄯᅡ의 금은 {{작게|졍금이오}} 그곳에는 <ref>진쥬</ref>{{물결밑줄|베델니엄}}과 호마노도 잇스며
{{verse||一三|or}} 둘재 강의 일홈은 {{du|기혼}}이라 {{du|구스}} 온 ᄯᅡ에 둘녓고
{{verse||一四|or}} 셋재 강의 일홈은 {{du|힛데겔}}이라 {{du|앗수르}} 동편으로 흐르며 넷재 강은 {{du|유브라데}}더라
{{verse||一五|or}}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잇ᄭᅳ러 {{du|에덴}} 동산에 두샤 그것을 다사리며 직히게 하시고
{{verse||一六|or}}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의게 명하야 갈아샤대 동산 각죵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으되
{{verse||一七|or}} 션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나 네가 먹는 날에는 뎡녕 죽으리라 하시니라○
{{verse||一八|or}} 여호와 하나님이 갈아샤대 사람의 독쳐하는것이 됴치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야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verse||一九|or}}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죵 들즘생과 공즁의 각죵새를 지으시고 {{u|아담}}이 엇더케 일홈을 짓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의게로 잇ᄭᅳ러 니르시니 {{u|아담}}이 각 생물을 닐캇는 바가 곳 그 일홈이라
{{verse||二〇|or}} {{u|아담}}이 모든륙츅과 공즁의 새와 들의 모든 즘생의게 일홈을 주니라 {{u|아담}}이 돕는 배필이 업슴으로
{{verse||二一|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을 깁히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비대 하나를 ᄎᆔ하고 살노 대신 채오시고
{{verse||二二|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의게셔 ᄎᆔ하신 그 갈비대로 녀자를 만드시고 그를 {{u|아담}}의게로 잇ᄭᅳ러 오시니
{{verse||二三|or}} {{u|아담}}이 갈아대 이는 내 ᄲᅧ 즁의 ᄲᅧ요 살 즁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의게셔 ᄎᆔ하엿슨즉 녀자라 칭하리라 하니라
{{verse||二四|or}} 이럼으로 남자가 부모를 ᄯᅥ나 그 안해와 련합하야 둘이 한 몸을 일울지로다
{{verse||二五|or}} {{u|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버섯스나 붓그러워 아니하니라
{{옛한글 끝}}
== 뎨삼쟝 ==
{{옛한글 처음}}
{{verse|三|一|or}} 여호와 하나님의 지으신 들 즘생 즁에 배암이 가장 간교하더라 배암이 녀자의게 무러 갈아대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다려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말나시더냐
{{verse||二|or}} 녀자가 배암의게 말하대 동산나무의 실과를 우리가 먹을 수 잇스나
{{verse||三|or}} 동산 즁앙에 잇는 나무의 실과는 하나님의 말삼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나 너희가 죽을가 하노라 하셧나니라
{{verse||四|or}} 배암이 녀자의게 닐아대 너희가 결코 죽지아니하리라
{{verse||五|or}}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갓치 되여 션악을 알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verse||六|or}} 녀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하고 보암직도하고 지혜롭게 할만치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녀자가 그 실과를 ᄯᅡ 먹고 자긔와 함ᄭᅴ한 남편의게 주매 그도 먹은지라
{{verse||七|or}}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긔들의 몸이 버슨줄을 알고 무화과 나무닙흘 역거 치마를 하엿더라
{{verse||八|or}} 그들이 날의 서늘할 ᄯᅢ에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음셩을 듯고 {{u|아담}}과 그 안해가 여호와 하나님의 낫츨 피하야 동산나무 사이에 숨은지라
{{verse||九|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을 불으시며 그의게 닐아샤대 네가 어대 잇나냐
{{verse||一〇|or}} 갈아대 내가 동산에셔 하나님의 소래를 듯고 내가 버섯슴으로 두려워하야 숨엇나이다
{{verse||一一|or}} 갈아샤대 누가 너의 버섯슴을 네게 고하엿나냐 내가 너다려 먹지 말나 명한 그 나무 실과를 네가 먹엇나냐
{{verse||一二|or}} {{u|아담}}이 갈아대 하나님이 주서셔 나와 함ᄭᅴ 하게 하신 녀자 그가 그 나무 실과를 내게 줌으로 내가 먹엇나이다
{{verse||一三|or}} 여호와 하나님이 녀자의게 닐아샤대 네가 엇지하야 이러케 하엿나냐 녀자가 갈아대 배암이 나를 ᄭᅬ임으로 내가 먹엇나이다
{{verse||一四|or}} 여호와 하나님이 배암의게 닐아샤대 네가 이러케 하엿스니 네가 모든 륙츅과 들의 모든 즘생보다 더욱 져주를 밧아 배로 단니고 죵신토록 흙을 먹을지니라
{{verse||一五|or}} 내가 너로 녀자와 원슈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녀자의 후손과 원슈가 되게 하리니 녀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샹하게 할 것이오 너는 그의 발굼치를 샹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verse||一六|or}} ᄯᅩ 녀자의게 닐아샤대 내가 네게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슈고하고 자식을 나흘 것이며 너는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은 너를 다사릴 것이니라 하시고
{{verse||一七|or}} 아담의게 닐아샤대 네가 네 안해의 말을 듯고 내가 너다려 먹지말나 한 나무 실과를 먹엇슨즉 ᄯᅡ는 너로 인하야 져주를 밧고 너는 죵신토록 슈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verse||一八|or}} ᄯᅡ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너의 먹을 것은 밧희 채소인즉
{{verse||一九|or}} 네가 얼골에 ᄯᅡᆷ이 흘너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도 도라가리니 그 속에셔 네가 ᄎᆔ함을 닙엇슴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도라갈 것이니라 하시니라
{{verse||二〇|or}} {{u|아담}}이 그 안해를 <ref>생명</ref>{{u|하와}}라 일홈하엿스니 그는 모든 산쟈의 어미가 됨이더라
{{verse||二一|or}} 여호와 하나님이 {{u|아담}}과 그 안해를 위하야 가죡 옷을 지어 닙히시니라○
{{verse||二二|or}} 여호와 하나님이 갈아샤대 보라 이 사람이 션악을 아는 일에 우리 즁 하나 갓치 되엿스니 그가 그 손을 드러 생명나무 실과도 ᄯᅡ 먹고 영생할가 하노라 하시고
{{verse||二三|or}} 여호와 하나님이 {{du|에덴}}동산에셔 그 사람을 내여 보내여 그의 근본된 토디를 갈게 하시니라
{{verse||二四|or}} 이 갓치 하나님이 그 사람을 ᄶᅩᆺ차 내시고 {{du|에덴}}동산 동편에 {{물결밑줄|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직히게 하시니라
{{옛한글 끝}}
== 뎨사쟝 ==
{{옛한글 처음}}
{{verse|四|一|or}} {{u|아담}}이 그 안해 {{u|하와}}와 동침하매 {{u|하와}}가 잉태하야 <ref>엇음</ref>{{u|가인}}을 나코 닐아대 내가 여호와로 말매암아 득남하엿다 하니라
{{verse||二|or}} 그가 ᄯᅩ {{u|가인}}의 아오 {{u|아벨}}을 나핫는대 {{u|아벨}}은 양치는쟈이엇고 {{u|가인}}은 농사하는쟈이엇더라
{{verse||三|or}} 셰월이 지난 후에 {{u|가인}}은 ᄯᅡ의 소산으로 졔물을 삼아 여호와ᄭᅴ 드렷고
{{verse||四|or}} {{u|아벨}}은 자긔도 양의 첫삭기와 그 기름으로 드렷더니 여호와ᄭᅴ셔 {{u|아벨}}과 그 졔물은 열납하셧스나
{{verse||五|or}} {{u|가인}}과 그 졔물은 열납하지아니하신지라 {{u|가인}}이 심히 분하야 안색이 변하니
{{verse||六|or}} 여호와ᄭᅴ셔 {{u|가인}}의게 닐아샤대 네가 분하야 함은 엇짐이며 안색이 변함은 엇짐이뇨
{{verse||七|or}} 네가 션을 행하면 엇지 낫츨 들지 못하겟나냐 션을 행치아니하면 죄가 문에 업드리나니라 죄의 <ref>사모가</ref>소원은 네게 잇스나 너는 죄를 다사릴지니라
{{verse||八|or}} {{u|가인}}이 그 아오 {{u|아벨}}의게 고하니라 그 후 그들이 들에 잇슬 ᄯᅢ에 {{u|가인}}이 그 아오{{u|아벨}}을 쳐죽이니라
{{verse||九|or}} 여호와ᄭᅴ셔 {{u|가인}}의게 닐아샤대 네 아오 {{u|아벨}}이 어대 잇나냐 그가 갈아샤대 내가 아지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오를 직히는쟈니잇가
{{verse||一〇|or}} 갈아샤대 네가 무엇을 하엿나냐 네 아오의 피 소래가 ᄯᅡ에셔 브터 내게 호소하나니라
{{verse||一一|or}} ᄯᅡ가 그 입을 버려 네 손에셔브터 네 아오의 피를 밧앗슨즉 네가 ᄯᅡ에셔 져주를 밧으리니
{{verse||一二|or}} 네가 밧가라도 ᄯᅡ가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오 너는 ᄯᅡ에셔 피하며 류리하는쟈가 되리라
{{verse||一三|or}} {{u|가인}}이 여호와ᄭᅴ 고하대 내 죄벌이 너무 즁하야 견댈수 업나이다
{{verse||一四|or}} 주ᄭᅴ셔 오날 이 디면에셔 나를 ᄶᅩᆺ차 내시온즉 내가 쥬의 낫츨 뵈옵지 못하리니 내가 ᄯᅡ에셔 피하며 류리하는쟈가 될지라 므릇 나를 맛나는쟈가 나를 죽이겟나이다
{{verse||一五|or}}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닐아샤대 그러치안타 {{u|가인}}을 죽이는쟈는 벌을 칠배나 밧으리라 하시고 {{u|가인}}의게 표를 주샤 맛나는 누구의게던지 죽임을 면케 하시니라
{{verse||一六|or}} {{u|가인}}이 여호와의 압흘 ᄯᅥ나 나가 {{du|에덴}}동편 <ref>류리함</ref>놋ᄯᅡ에 거하엿더니
{{verse||一七|or}} 안해와 동침하니 그가 잉태하야 {{u|에녹}}을 나흔지라 {{u|가인}}이 셩을 싸코 그 아달의 일홈으로 셩을 일홈하야 {{du|에녹}}이라 하엿더라
{{verse||一八|or}} {{u|에녹}}이 {{u|이랏}}을 나핫고 {{u|이랏}}은 {{u|므후야엘}}을 나핫고 {{u|므후야엘}}은 {{u|므드사엘}}을 나핫고 {{u|므드사엘}}은 {{u|라멕}}을 나핫더라
{{verse||一九|or}} {{u|라멕}}이 두 안해를 ᄎᆔ하엿스니 하나의 일홈은 {{u|아다}}요 하나의 일홈은 {{u|씰나}}며
{{verse||二〇|or}} {{u|아다}}는 {{u|야발}}을 나핫스니 그는 쟝막에 거하야 륙츅치는쟈의 조샹이 되엿고
{{verse||二一|or}} 그아오의 일홈은 {{u|유발}}이니 그는 슈금과 통쇼를잡는 모든쟈의 조샹이 되엿스며
{{verse||二二|or}} {{u|씰나}}는 {{u|두발가인}}을 나핫스니 그는 동텰노 각양 날카로온긔계를 만드는쟈요 {{u|두발가인}}의 누의는 {{u|나아마}}이엇더라
{{verse||二三|or}} {{u|라멕}}이 안해들의게 닐아대 {{u|아다}}와 {{u|씰나}}여 내 소래를 드르라 {{u|라멕}}의 안해들이어 내 말을 드르라 나의 창샹을 인하야 내가 사람을 죽엿고 나의 샹함을 인하야 소년을 죽엿도다
{{verse||二四|or}} {{u|가인}}을 위하야는 벌이 칠배일진대 {{u|라멕}}을 위하야는 벌이 칠십칠배이리로다 하엿더라○
{{verse||二五|or}} {{u|아담}}이 다시 안해와 동침하매 그가 아달을 나하 그일홈을 {{u|셋}}이라 하엿스니 이는 하나님이 내게 {{u|가인}}의 죽인 {{u|아벨}}대신에 다른씨를 주셧다함이며
{{verse||二六|or}} {{u|셋}}도 아달을나코 그 일홈을 {{u|에노스}}라 하엿스며 그ᄯᅢ에 사람들이 비로소여호와의 일홈을 불넛더라
{{옛한글 끝}}
== 뎨오쟝 ==
{{옛한글 처음}}
{{verse|五|一|or}} {{u|아담}}자손의 계보가 이러하니라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ᄯᅢ에 하나님의 형샹대로 지으시대
{{verse||二|or}} 남자와 녀자를 창조하셧고 그들이 창조되던 날에 하나님이 그들의게 복을 주시고 그들의 일홈을 사람이라 닐카르셧더라
{{verse||三|or}} {{u|아담}}이 일백삼십셰에 자긔 모양 곳 자긔 형샹과 갓흔아달을 나하 일홈을 {{u|셋}}이라 하엿고
{{verse||四|or}} {{u|아담}}이 {{u|셋}}을 나흔후 팔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五|or}} 그가 구백삼십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六|or}} {{u|셋}}은 일백 오셰에 {{u|에노스}}를 나핫고
{{verse||七|or}} {{u|에노스}}를 나흔후 팔백칠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八|or}} 그가 구백 십이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九|or}} {{u|에노스}}는 구십셰에 {{u|게난}}을 나핫고
{{verse||一〇|or}} {{u|게난}}을 나흔후 팔백십오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一|or}} 그가 구백오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一二|or}} {{u|게난}}은 칠십셰에 {{u|마할날넬}}을 나핫고
{{verse||一三|or}} {{u|마할날넬}}을 나흔후 팔백사십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四|or}} 그가 구백 십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一五|or}} {{u|마할날넬}}은 륙십오셰에 {{u|야렛}}을 나핫고
{{verse||一六|or}} {{u|야렛}}을 나흔 후 팔백삼십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七|or}} 그가 팔백구십오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一八|or}} {{u|야렛}}은 일백륙십이셰에 {{u|에녹}}을 나핫고
{{verse||一九|or}} {{u|에녹}}을 나흔 후 팔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〇|or}} 그가 구백륙십이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二一|or}} {{u|에녹}}은 륙십 오셰에 {{u|므두셀나}}를 나핫고
{{verse||二二|or}} {{u|므두셀나}}를 나흔 후 삼백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三|or}} 그가 삼백륙십오셰를 향슈하엿더라
{{verse||二四|or}} {{u|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다려 가심으로 {{작게|셰샹에}} 잇지 아니하엿더라○
{{verse||二五|or}} {{u|므두셀나}}는 일백팔십칠셰에 {{u|라멕}}을 나핫고
{{verse||二六|or}} {{u|라멕}}을 나흔 후 칠백팔십이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七|or}} 그는 구백륙십구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二八|or}} {{u|라멕}}은 일백팔십이셰에 아달을 나코
{{verse||二九|or}} 일홈을 <ref>안위함</ref>{{u|노아}}라 하야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ᄯᅡ을 져주하심으로 슈고로히 일하는 우리를 아달이 안위하리라 하엿더라
{{verse||三〇|or}} {{u|라멕}}이 {{u|노아}}를 나흔 후 오백구십오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三一|or}} 그는 칠백칠십칠셰를 향슈하고 죽엇더라○
{{verse||三二|or}} {{u|노아}}가 오백셰 {{작게|된 후}}에 {{u|셈}}과 {{u|함}}과 {{u|야벳}}을 나핫더라
{{옛한글 끝}}
== 뎨륙쟝 ==
{{옛한글 처음}}
{{verse|六|一|or}} 사람이 ᄯᅡ 우에 번셩하기 시작할ᄯᅢ에 그들의게셔 ᄯᅡᆯ들이나니
{{verse||二|or}} 하나님의 아달들이 사람의 ᄯᅡᆯ들의 아름다옴을 보고 자긔들의 됴화하는 모든 쟈로 안해를 삼는지라
{{verse||三|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나의 신이 영원히 사람과 함ᄭᅴ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ref>육톄임으로범과함이라</ref>육톄가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일백이심년이 되리라하시니라
{{verse||四|or}} 당시에 ᄯᅡ에 <ref>장부가</ref>{{물결밑줄|네피림}}이 잇섯고 그후에도 하나님의 아달들이 사람의 ᄯᅡᆯ들을 ᄎᆔ하야 자식을 나핫스니 그들이 용사라 고대에 유명한사람이엇더라〇
{{verse||五|or}} 여호와ᄭᅴ셔 사람의 죄악이 셰샹에 관영함과 그마암의 생각의 모든 계획이 항샹 악랄ᄲᅮᆫ임을 보시고
{{verse||六|or}} ᄯᅡ우에 사람 지으셧슴을 한탄하샤 마암에 근심하시고
{{verse||七|or}} 갈아샤대 나의 창조한 사람을 내가 디면에서 쓰러 바리대 사람으로브터 륙츅과 긔는것과 공즁의새ᄭᅡ지 그리하리니 이는 내가 그것을 지엇슴을 한탄함이니라 하시니라
{{verse||八|or}} 그러나 {{u|노아}}는 여호와ᄭᅴ 은혜를 닙었더라〇
{{verse||九|or}} {{u|노아}}의 사젹은 이러하니라 {{u|노아}}는 의인이오 당셰에 완젼한쟈라 그가 하나님과 동행하엿스며
{{verse||一〇|or}} 그가 세 아달을 나핫스니 {{u|셈}}과 {{u|함}}과 {{u|야벳}}이라
{{verse||一一|or}} ᄯᅢ에 온 ᄯᅡ이 하나님 압헤 패괴하야 강포가 ᄯᅡ에 츙만한지라
{{verse||一二|or}} 하나님이 보신즉 ᄯᅡ이 패괴하엿스니 이는 ᄯᅡ에셔 모든 혈육잇는쟈의 행위가 패괴함이엇더라〇
{{verse||一三|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닐아샤대 모든 혈육잇는쟈의 강포가 ᄯᅡ에 가득함으로 그ᄭᅳᆺ날이 내 앞에 히느넛스니 내가 그들을 ᄯᅡ와 함ᄭᅴ멸하리라
{{verse||一四|or}} 너는 잣나무로 너를 위하야 방쥬를 지으대 그 안에 간들을 막고 력쳥으로 그 안팟게 칠하라
{{verse||一五|or}} 그 방쥬의 졔도는 이러하니 쟝이 삼백{{물결밑줄|규빗}} 광이 오십{{물결밑줄|규빗}} 고가 삼십{{물결밑줄|규빗}}이며
{{verse||一六|or}} 거긔 창을 내대 우에셔브터 한{{물결밑줄|규빗}}에 내고 그문은 녑흐로 내고 샹즁하 삼층으로 할지니라
{{verse||一七|or}} 내가 홍슈를 ᄯᅡ에 니르켜 므릇 생명의 긔식잇는 육톄를 텬하에셔 멸졀하리니 ᄯᅡ에 잇는쟈가 다 죽으리라
{{verse||一八|or}} 그러나 너와는 내가 내 언약을 세우리니 너는 네 아달들과 네 안해와 네 자부들과 함ᄭᅴ 그방쥬로 드러가고
{{verse||一九|or}} 혈육잇는 모든 생물을 너는 각기 암슈 한쌍식 방쥬로잇ᄭᅳ러드러와 함ᄭᅴ생명을 보존케하대
{{verse||二〇|or}} 새가 그 죵류대로 륙츅이 그 죵류대로 ᄯᅡ에 긔는 모든 것이 그 죵류대로 각기 둘식 네게로 나아오리니 그 생명을 보존케하라
{{verse||二一|or}} 너는 먹을 모든 식물을 네게로 가져다가 져츅하라 이것이 너와 그들의 식물이 되리라
{{verse||二二|or}} {{u|노아}}가 그와갓치하대 하나님이 자긔의게 명하신대로 다 준행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칠쟝 ==
{{옛한글 처음}}
{{verse|七|一|or}} 여호와ᄭᅴ셔 {{u|노아}}의게 닐아샤대 너와 네 온 집은 방쥬로 드러가라 네가 이셰대에 내압헤셔 의로움을 내가 보앗슴이니라
{{verse||二|or}} 너는 모든 정결한 즘생은 암슈 닐곱식 부졍한것은 암슈 둘식을 네게로 ᄎᆔ하며
{{verse||三|or}} 공즁의 새도 암슈 닐곱식을 ᄎᆔ하야 그씨를 온디면에 유젼케하라
{{verse||四|or}} 지금브터 칠일이면 내가 사십쥬야를 ᄯᅡ에 비를 나려 나의 지은 모든 생물을 디면에셔 쓰러바리리라
{{verse||五|or}} {{u|노아}}가 여호와ᄭᅴ셔 자긔의게 명하신대로 다 준행하엿더라〇
{{verse||六|or}} 홍슈가 ᄯᅡ에 잇슬ᄯᅢ에 {{u|노아}}가 륙백셰라
{{verse||七|or}} {{u|노아}}가 아달들과 안해와 자부들과 함ᄭᅴ홍슈를 피하야 방쥬에 드러갓고
{{verse||八|or}} 졍결한즘생과 부졍한즘생과 새와 ᄯᅡ에긔는 모든것이
{{verse||九|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명하신대로 암슈 둘식 노아의게 나아와 방쥬로 방쥬로 드러갓더니
{{verse||一〇|or}} 칠일후에 홍슈가 ᄯᅡ에 덥히니
{{verse||一一|or}} {{u|노아}} 륙백세되던해 이월곳 그달 십칠일이라 그 날에 큰깁흠의 샘들이 터지며 하날의 창들이 열녀
{{verse||一二|or}} 사십쥬야를 비가 ᄯᅡ에 쏘다졋더라〇
{{verse||一三|or}} 곳 그날에 {{u|노아}}와 그의 아달 {{u|셈}} {{u|함}} {{u|야벳}}과 {{u|노아}}의 쳐와 세자부가 다 방쥬로 드러갓고
{{verse||一四|or}} 그들과 모든 들즘생이 그 죵류대로 모든 륙츅이 그 죵류대로 ᄯᅡ에긔는 모든것이 그 죵류대로 모든 새 곳 각양의 새가 그 죵류대로
{{verse||一五|or}} 므릇긔식이 잇는 육톄가 둘식 {{u|노아}}의게 나아와 방쥬로 드러갓스니
{{verse||一六|or}} 드러간것들은 모든것의 암슈라 하나님의 그의게 명하신대로 드러가매 여호와ᄭᅴ셔 그를 닷아 너흐시니라
{{verse||一七|or}} 홍슈가 ᄯᅡ에 사십일을 잇섯는지라 물이 만하져 방쥬가 ᄯᅡ에셔 ᄯᅥ올낫고
{{verse||一八|or}} 물이 더 만하져 ᄯᅡ에 챵일하매 방쥬가 물우에 ᄯᅥ단녓스며
{{verse||一九|or}} 물이 ᄯᅡ에 더욱 챵일하매 텬하의 놉흔 산이 다 덥혓더나
{{verse||二〇|or}} 물이 부러셔 십오 규빗이 오르매 르매 산들이 덥힌지라
{{verse||二一|or}} ᄯᅡ우에 움즉이는 생물이 다 죽엇스니 곳 새와 륙츅과 들즘생과 ᄯᅡ에긔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라
{{verse||二二|or}} 륙디에 잇서코로 생명의 긔식을 호흡하는것은 다 죽엇더라
{{verse||二三|or}} 디면의 모든 생물을 쓰러바리시니 곳 사람과 즘생과 긔는것과 공즁의 새ᄭᅡ지라 이들은 ᄯᅡ에셔 쓰러바림을 당하엿스되 홀노 {{u|노아}}와 그와 함ᄭᅴ방쥬에 잇던쟈만 남앗더라
{{verse||二四|or}} 물이 일백오십일을 ᄯᅡ에 챵일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팔쟝 ==
{{옛한글 처음}}
{{verse|八|一|or}} 하나님이 {{u|노아}}와 그와함ᄭᅴ 방쥬에 잇는 모든 들즘생과 륙츅을 권념하샤 바람으로 ᄯᅡ우에 불게 하시매 물이 감하엿고
{{verse||二|or}} 깁흠의 샘과 하날의 창이 막히고 하날에셔 비가 긋치매
{{verse||三|or}} 물이 ᄯᅡ에셔 물너가고 졈졈 물너가셔 일백오십일후에 감하고
{{verse||四|or}} 칠월곳 그달십칠일에 방쥬가 {{du|아라랏}}산에 머믈넛스며
{{verse||五|or}} 물이 졈졈 감하야 십월곳 그달일일에 산들의 봉오리가 보엿더라〇
{{verse||六|or}} 사십일을 지나셔 {{u|노아}}가 그 방쥬에 지은창을 열고
{{verse||七|or}} 가마귀를내여 노흐매 가마귀가 물이ᄯᅡ에셔 마르기ᄭᅡ지 날나 왕래하엿더라
{{verse||八|or}} 그가 ᄯᅩ비닭이를 내여노하 디면에 물이 감한 여부를 알고져하매
{{verse||九|or}} 온 디면에 물이 잇슴으로 비닭이가 졉죡할곳을 찻지못하고 방쥬로 도라와 그의게로 오는지라 그가 손을 내밀어 방쥬속 자긔의게로 밧아드리고
{{verse||一〇|or}} ᄯᅩ 칠일을 기다려 다시 비닭이를 방쥬에셔 내여 노흐매
{{verse||一一|or}} 져녁ᄯᅢ에 비닭이가 그의게로 도라왓는대 그 입에 감람새닙사귀가 잇는지라 이에 {{u|노아}}가 ᄯᅡ에 물이 감한줄 알앗스며
{{verse||一二|or}} ᄯᅩ칠일을 기다려 비닭이를 내여 노흐매 다시는 그의게로 도라오지 아니하엿더라〇
{{verse||一三|or}} 륙백일년 졍월곳 그달 일일에 디면에 물이 것친지라 노아가 방쥬 ᄯᅮᄭᅢᆼ을 졔치고 본즉 디면에 물이 것쳣더니
{{verse||一四|or}} 이월이십칠일에 ᄯᅡ이 말낫더라
{{verse||一五|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말삼하야 갈아샤대
{{verse||一六|or}} 너는 네 안해와 네 아달들과 네 자부들노더브러 방쥬에셔 나오고
{{verse||一七|or}} 너와 함ᄭᅴ한 모든 혈육 잇는 생물 곳 새와 륙츅과 ᄯᅡ에긔는모든 것을 다 잇ᄭᅳ러 내라 이것들이 ᄯᅡ에셔 생육하고 ᄯᅡ에셔 번셩하리라 하시매
{{verse||一八|or}} {{u|노아}}가 그 아달들과 그 안해와 그 자부들과 함ᄭᅴ 나왓고
{{verse||一九|or}} ᄯᅡ우의 동물 곳 모든 즘생과 모든 긔는 것과 모든 새도 그 죵류대로 방쥬에셔 나왓더라〇
{{verse||二〇|or}} {{u|노아}}가 여호와를 위하야 단을 싸코 모든 졍결한 즘생즁에셔와 모든 졍결한 새즁에셔 ᄎᆔ하야 번졔로 단에 드렷더니
{{verse||二一|or}} 여호와ᄭᅴ셔 그 향긔를 흠향하시고 그 즁심에 닐아샤대 내가 다시는 사람으로 인하야 ᄯᅡ을 져주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사람의 마암에 계획하는바가 어려셔브터 악함이라 내가 젼에 행한 것갓치 모든 생물을 멸하지 아니하리니
{{verse||二二|or}} ᄯᅡ이 잇슬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치위와 더위와 녀름과 겨을과 낫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
{{옛한글 끝}}
== 뎨구쟝 ==
{{옛한글 시작}}
{{verse|九|一|or}} 하나님이 {{u|노아}}와 그 아달들의게 복을 주시며 그들의게 닐아샤대 생육하고 번셩하야 ᄯᅡ에 츙만하라
{{verse||二|or}} ᄯᅡ의 모든 즘생과 공즁의 모든 새와 ᄯᅡ에 긔는 모든 것과 바다의 모든 고기가 너희를 두려워하며 너희를 무셔워하리니 이들은 너희손에 붓치웟슴이라
{{verse||三|or}} 므릇 산 동물은 너희의 식물이 될지라 채소갓치 내가 이것을 다 너희의게 주노라
{{verse||四|or}} 그러나 고기를 그 생명되는 피채 먹지 말것이니라
{{verse||五|or}} 내가 결코 너희 피 곳 너희 생명의 피를 차즈리니 즘생이면 사람이면 사람의 형뎨면 그의게셔 사람의 생명을 차즈리라
{{verse||六|or}} 므릇 사람의 피를 흘니면 사람이 그 피를 흘닛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긔 형샹대로 사람을 지엇슴이니라
{{verse||七|or}} 너희는 생육하고 번셩하며 ᄯᅡ에 편만하야 그즁에셔 번셩하라 하셧더라〇
{{verse||八|or}} 하나님이 {{u|노아}}와 그와 함ᄭᅴ한 아달들의게 닐너 갈아샤대
{{verse||九|or}} 내가 내 언약을 너희와 너희 후손과
{{verse||一〇|or}} 너희와 함ᄭᅴ한 모든 생물 곳 너희와 함ᄭᅴ한 새와 륙츅과 ᄯᅡ의 모든 즘생의게 세우리니 방쥬에셔 나온 모든 것 곳 ᄯᅡ의 모든 즘생의게니라
{{verse||一一|or}}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슈로 멸하지 아니할것이라 ᄯᅡ의 침몰할 홍슈가 다시 잇지아니하리라
{{verse||一二|or}} 하나님이 갈아샤대 내가 나와 너희와 밋 너희와 함ᄭᅴ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영셰ᄭᅡ지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라
{{verse||一三|or}}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속에 두엇나니 이것이 나의 셰샹과의 언약의 증거니라
{{verse||一四|or}} 내가 구름으로 ᄯᅡ을 덥흘ᄯᅢ에 무지개가 구름 속에 나타나면
{{verse||一五|or}} 내가 나와 너희와 밋 혈긔 잇는 모든 생물 사이의 내 언약을 긔억하리니 다시는 물이 모든 혈긔 잇는 쟈를 멸하는 홍슈가 되지 아니할지라
{{verse||一六|or}}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잇스리니 내가 보고 나 하나님과 ᄯᅡ의 므릇 혈긔 잇는 모든 생물 사이에 된 영원한 언약을 긔억하리라
{{verse||一七|or}} 하나님이 {{u|노아}}의게 ᄯᅩ 닐아샤대 내가 나와 ᄯᅡ에 잇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운 언약의 증거가 이것이라 하셧더라〇
{{verse||一八|or}} 방쥬에셔 나온 {{u|노아}}의 아달들은 {{u|셈}}과 {{u|함}}과 {{u|야벳}}이며 {{u|함}}은 {{u|가나안}}의 아비라
{{verse||一九|or}} {{u|노아}}의 이 세 아달노좃차 {{작게|백셩이}} 온 ᄯᅡ에 퍼지니라〇
{{verse||二〇|or}} {{u|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야 포도원을 심엇더니
{{verse||二一|or}} 포도쥬를 마시고 ᄎᆔ하야 그 쟝막 안에셔 벌거버슨지라
{{verse||二二|or}} {{u|가나안}}의 아비 {{u|함}}이 그 아비의 하톄를 보고 밧그로나가셔 두 형뎨의게 고하매
{{verse||二三|or}} {{u|셈}}과 {{u|야벳}}이 옷을 ᄎᆔ하야 자긔들의 엇개에메고 뒤거름쳐 드러가셔 아비의 하톄에 덥헛스며 그들이 얼골을 도리키고 그 아비의 하톄를 보지아니하엿더라
{{verse||二四|or}} {{u|노아}}가 술이 ᄭᅢ여 <ref>둘재</ref>그 적은 아달이 자긔의게 행한일을알고
{{verse||二五|or}} 이에 갈아대<br>{{들여쓰기/시작}}{{u|가나안}}은 져주를 밧아 그 형뎨의 죵들의 죵이 되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
{{verse||二六|or}} ᄯᅩ 갈아대<br>{{들여쓰기/시작}}{{u|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숑하리로다 {{u|가나안}}은 {{u|셈}}의 죵이 되고{{들여쓰기/끝}}
{{verse||二七|or}} {{들여쓰기/시작}}하나님이 {{u|야벳}}을 챵대케 하샤 {{u|셈}}의 쟝막에 거하게 하시고 {{u|가나안}}은 그의 죵이 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하엿더라〇
{{verse||二八|or}} 홍슈 후에 {{u|노아}}가 삼백 오십년을 지내엿고
{{verse||二九|or}} 향년이 구백 오십셰에 죽엇더라
{{옛한글 끝}}
== 뎨십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〇|一|or}} {{u|노아}}의 아달 {{u|셈}}과 {{u|함}}과 {{u|야벳}}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슈후에 그들이 아달들을 나핫스니
{{verse||二|or}} {{u|야벳}}의 아달은 {{u|고멜}}과 {{u|마곡}}과 {{u|마대}}와 {{u|야완}}과 {{u|두발}}과 {{u|메섹}}과 {{u|듸라스}}요
{{verse||三|or}} {{u|고멜}}의 아달은 {{u|아스그나스}}와 {{u|리밧}}과 {{u|도갈마}}요
{{verse||四|or}} {{u|야완}}의 아달은 {{u|엘니사}}와 {{u|달시스}}와 {{u|깃딈}}과 {{u|도다님}}이라
{{verse||五|or}} 이들노브터 여러나라 백셩으로 난호여셔 각기 방언과 종족과 나라대로 바다가의ᄯᅡ에 머므럿더라〇
{{verse||六|or}} {{u|함}}의 아달은 {{u|구스}}와 {{u|미스라임}}과 {{u|붓}}과 {{u|가나안}}이오
{{verse||七|or}} {{u|구스}}의 아달은 {{u|스바}}와 {{u|하윌나}}와 {{u|삽다}}와 {{u|라아마}}와 {{u|삽드가}}요 {{u|라아마}}의 아달은 {{u|스바}}와 {{u|드단}}이며
{{verse||八|or}} {{u|구스}}가 ᄯᅩ {{u|님으롯}}을 나핫스니 그는 셰샹에 처음 영걸이라
{{verse||九|or}} 그가 여호와 압헤셔 특이한 산양군이 되엿슴으로 쇽담에 닐아기를 아모는 여호와 압헤 {{u|님으롯}}같은 특이한 산양군이로다 하더라
{{verse||一〇|or}} 그의 나라는 {{du|신알}} ᄯᅡ의 {{u|바벨}}과 {{u|메렉}}과 {{u|악갓}}과 {{u|갈네}}에셔 시작되엿스며
{{verse||一一|or}} 그가 그ᄯᅡ에셔 {{u|앗수르}}로 나아가 {{du|니느웨}}와 {{du|르호봇일}}과 {{du|갈나}}와
{{verse||一二|or}} 밋 {{du|니느웨}}와 {{du|갈나}} 사이의 {{du|레센}}(이는 큰 셩이라)을 건츅하엿스며
{{verse||一三|or}} {{u|미스라임}}은 {{u|루딈}}과 {{u|아나밈}}과 {{u|르하빔}}과 {{u|납두힘}}과
{{verse||一四|or}} {{u|밧으루심}}과 {{u|가슬누힘}}과 {{u|갑도림}}을 나핫더라({{du|블네셋}}이 {{u|가슬누힘}}의게셔 나왓더라)〇
{{verse||一五|or}} {{u|가나안}}은 쟝자 {{u|시돈}}과 {{u|헷}}을 나코
{{verse||一六|or}} ᄯᅩ {{du|여부스}}족쇽과 {{du|아모리}}족쇽과 {{du|기르가스}}족쇽과
{{verse||一七|or}} {{du|히위}}족쇽과 {{du|알가}}족쇽과 {{du|신}}족쇽과
{{verse||一八|or}} {{du|아르왓}}족쇽과 {{du|스말}}족쇽과 {{du|하맛}}족쇽{{작게|의 조샹}}을 나핫더니 이후로 {{du|가나안}} 자손의 족쇽이 흣허져 쳐하엿더라
{{verse||一九|or}} {{du|가나안}}의 디경은 {{du|시돈}}에셔브터 {{du|그랄}}을 지나 {{du|가사}}ᄭᅡ지와 {{du|소돔}}과 {{du|고모라}}와 {{du|앗으마}}와 {{du|스보임}}을 지나 {{du|라사}}ᄭᅡ지엇더라
{{verse||二〇|or}} 이들은 {{u|함}}의 자손이라 각기 족쇽과 방언과 디방과 나라대로이엇더라〇
{{verse||二一|or}} {{u|셈}}은 {{du|에벨}} 온 자손의 조샹이오 {{u|야벳}}의 형이라 그의게도 자녀가 츌생하엿스니
{{verse||二二|or}} {{u|셈}}의 아달은 {{u|엘남}}과 {{u|앗수르}}와 {{u|아르박삿}}과 {{u|룻}}과 {{u|아람}}이오
{{verse||二三|or}} {{u|아람}}의 아달은 {{u|우스}}와 {{u|훌}}과 {{u|게델}}과 {{u|마스}}며
{{verse||二四|or}} {{u|아르박삿}}은 {{u|셀나}}를 나코 {{u|셀나}}는 {{u|에벨}}을 나핫스며
{{verse||二五|or}} {{u|에벨}}은 두 아달을 나코 하나의 일홈을 <ref>난홈</ref>{{u|벨넥}}이라 하엿스니 그ᄯᅢ에 셰샹이 난호엿슴이오 {{u|벨넥}}의 아오의 일홈은 {{u|욕단}}이며
{{verse||二六|or}} {{u|욕단}}은 {{u|알모닷}}과 {{u|셀넵}}과 {{u|하살마웻}}과 {{u|예라}}와
{{verse||二七|or}} {{u|하도람}}과 {{u|우살}}과 {{u|듸글나}}와
{{verse||二八|or}} {{u|오발}}과 {{u|아비마엘}}과 {{u|스바}}와
{{verse||二九|or}} {{u|오빌}}과 {{u|하윌나}}와 {{u|요밥}}을 나핫스니 이들은 다 {{u|욕단}}의 아달이며
{{verse||三〇|or}} 그들의 거하는 곳은 {{du|메사}}에셔브터 {{du|스발}}노 가는 길의 동편 산이엇더라
{{verse||三一|or}} 이들은 {{u|셈}}의 자손이라 그족쇽과 방언과 디방과 나라대로이엇더라〇
{{verse||三二|or}} 이들은 {{u|노아}} 자손의 족쇽들이오 그셰계와 나라대로라 홍슈후에 이들의게셔 ᄯᅡ의 렬국 백셩이 난호엿더라
{{옛한글 끝}}
== 뎨십일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一|一|or}} 온 ᄯᅡ의 구음이 하나이오 언어가 하나이엇더라
{{verse||二|or}} 이에 그들이 동방으로 옴기다가 {{du|신알}} 평디를 맛나 거긔 거하고
{{verse||三|or}} 서로말하대 자—벽돌을 만드러 견고히 굽자하 이에 벽돌노 돌을 대신하며 력쳥으로 진흙을 대신하고
{{verse||四|or}} ᄯᅩ 말하대 자—셩과 대를 싸하 대 ᄭᅩᆨ닥이를 하날에 다케하야 우리 일홈을 내고 온디면에 흣허짐을 면하자 하엿더니
{{verse||五|or}} 여호와ᄭᅴ셔 인생들의 쌋는 셩과 대를 보시랴고 강림하셧더라
{{verse||六|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무리가 한족쇽이오 언어도 하나임으로 이 갓치 시작하엿스니 이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수업스리로다
{{verse||七|or}} 자—우리가 나려가셔 거긔셔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하야 그들노서로 알아 듯지못하게 하자하시고
{{verse||八|or}} 여호와ᄭᅴ셔 거긔셔 그들을 온디면에 흣흐신고로 그들이 셩싸키를 긋쳣더라
{{verse||九|or}} 그런고로 그 일홈을 {{du|바벨}}이라하니 이는 여호와ᄭᅴ셔 거긔셔 온 ᄯᅡ의 언어를 혼잡케 하셧슴이라 여호와ᄭᅴ셔 거긔셔 그들을 온 디면에 흣흐셧더라〇
{{verse||一〇|or}} {{u|셈}}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u|셈}}은 일백셰 곳 홍슈 후 이년에 {{u|아르박삿}}을 나핫고
{{verse||一一|or}} {{u|아르박삿}}을 나흔후에 오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二|or}} {{u|아르박삿}}은 삼십오셰에 {{u|셀나}}를 나핫고
{{verse||一三|or}} {{u|셀나}}를 나흔후에 사백삼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四|or}} {{u|셀나}}는 삼십셰에 {{u|에벨}}을 나핫고
{{verse||一五|or}} {{u|에벨}}을 나흔 후에 사백삼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六|or}} {{u|에벨}}은 삼십사셰에 {{u|벨넥}}을 나핫고
{{verse||一七|or}} {{u|벨넥}}을 아흔후에 사백삼십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一八|or}} {{u|벨넥}}은 삼십셰에 {{u|르우}}를 나핫고
{{verse||一九|or}} {{u|르우}}를 나흔 후에 이백구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〇|or}} {{u|르우}}는 삼십이셰에 {{u|스룩}}을 나핫고
{{verse||二一|or}} {{u|스룩}}을 나흔후에 이백칠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二|or}} {{u|스룩}}은 삼십셰에 {{u|나홀}}을 나핫고
{{verse||二三|or}} {{u|나홀}}을 나흔후에 이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四|or}} {{u|나홀}}은 이십구셰에 {{u|데라}}를 나핫고
{{verse||二五|or}} {{u|데라}}를 나흔후에 일백십구년을 지내며 자녀를 나핫스며
{{verse||二六|or}} {{u|데라}}는 칠십셰에 {{u|아브람}}과 {{u|나홀}}과 {{u|하란}}을 나핫더라〇
{{verse||二七|or}} {{u|데라}}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u|데라}}는 {{u|아브람}}과 {{u|나홀}}과 {{u|하란}}을 나핫고 {{u|하란}}은 {{u|롯}}을 나핫스며
{{verse||二八|or}} {{u|하란}}은 그 아비 {{u|데라}}보다 몬져 본토 {{du|갈대아}} {{du|우르}}에셔 죽엇더라
{{verse||二九|or}} {{u|아브람}}과 {{u|나홀}}이 쟝가 드럿스니 {{u|아브람}}의 안해 일홈은 {{u|사래}}며 {{u|나홀}}의 안해 일홈은 {{u|밀가}}니 {{u|하란}}의 ᄯᅡᆯ이오 {{u|하란}}은 {{u|밀가}}의 아비며 ᄯᅩ {{u|이스가}}의 아비더라
{{verse||三〇|or}} {{u|사래}}는 잉태하지못함으로 자식이 업섯더라
{{verse||三一|or}} {{u|데라}}가 그 아달 {{u|아브람}}과 {{u|하란}}의 아달 그 손자 {{u|롯}}과 그 자부 {{u|아브람}}의 안해 {{u|사래}}를 다리고 {{du|갈대아}} {{du|우르}}에셔 ᄯᅥ나 {{du|가나안}} ᄯᅡ으로 가고져하더니 {{du|하란}}에 니르러 거긔 거하엿스며
{{verse||三二|or}} {{u|데라}}는 이백 오셰를 향슈하고 {{du|하란}}에셔 죽엇더라
{{옛한글 끝}}
== 뎨십이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二|一|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닐아샤대 너 너의 본토친쳑 아비집을 ᄯᅥ나 내가 네게 지시할ᄯᅡ으로 가라
{{verse||二|or}}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일우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일홈을 챵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verse||三|or}} 너를 츅복하는쟈의게는 내가 복을 나리고 너를 져주하는쟈의게는 내가 져주하리니 ᄯᅡ의 모든 족쇽이 너를 인하야 복을 엇을 것이니라 하신지라
{{verse||四|or}} 이에 {{u|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삼을 좃차갓고 {{u|롯}}도 그와 함ᄭᅴ 갓스며 {{u|아브람}}이 {{du|하란}}을 ᄯᅥ날ᄯᅢ에 그 나이 칠십오셰엿더라
{{verse||五|or}} {{u|아브람}}이 그 안해 {{u|사래}}와 족하 {{u|롯}}과 {{u|하란}}에셔 모혼 모든 소유와 엇은 사람들을 잇ᄭᅳᆯ고 {{du|가나안}}ᄯᅡ으로 가랴고 ᄯᅥ나셔 마참내 {{du|가나안}}ᄯᅡ에 드러갓더라
{{verse||六|or}} {{u|아브람}}이 그ᄯᅡ을 통과하야 {{du|세겜}}ᄯᅡ{{du|모레}} 샹수리나무에 니르니 그ᄯᅢ에 {{du|가나안}}사람이 그ᄯᅡ에 거하엿더라
{{verse||七|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나타나 갈아샤대 내가 이ᄯᅡ을 네자손의게 주리라 하신지라 그가 자긔의게 나타나신 여호와를 위하야 그곳에 단을싸코
{{verse||八|or}} 거긔셔 {{du|벳엘}}동편산으로 옴겨 쟝막을 치니 셔는 {{du|벳엘}}이오 동은 {{du|아이}}라 그가 그곳에셔 여호와를 위하야 단을 싸코 여호와의 일홈을 부르더니
{{verse||九|or}} 졈졈 남방으로 옴겨 갓더라〇
{{verse||一〇|or}} 그 ᄯᅡ에 긔근이 잇슴으로 {{u|아브람}}이 {{du|애굽}}에 우거하려 하야 그리로 나려갓스니 이는 그 ᄯᅡ에 긔근이 심하엿슴이라
{{verse||一一|or}} 그가 {{du|애굽}}에 갓가히 니를 ᄯᅢ에 그 안해 {{u|사래}}다려 말하대 나 알기에 그대는 아릿다온 녀인이라
{{verse||一二|or}} {{du|애굽}}사람이 그대를 볼 ᄯᅢ에 닐아기를 이는 그의 안해라 하고 나는 죽이고 그대는 살니리니
{{verse||一三|or}} 원컨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리하면 내가 그대로인하야 안젼하고 내 목숨이 그대로인하야 보존하겟노라 하니라
{{verse||一四|or}} {{u|아브람}}이 {{du|애굽}}에 니르럿슬 ᄯᅢ에 {{du|애굽}}사람들이 그녀인의 심이 아릿다옴을 보앗고
{{verse||一五|or}} {{u|바로}}의 대신들도 그를보고 바로 압헤 칭찬함으로 그녀인을 {{u|바로}}의 궁으로 ᄎᆔ하야 드린지라
{{verse||一六|or}} 이에 {{u|바로}}가 그를 인하야 {{u|아브람}}을 후대함으로 {{u|아브람}}이 양과 소와 노비와 암슈라귀와 약대를 엇엇더라
{{verse||一七|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 안해 {{u|사래}}의 연고로 {{u|바로}}와 그집에 큰 재앙을 나리신지라
{{verse||一八|or}} {{u|바로}}가 {{u|아브람}}을 불너셔 닐아대 네가 엇지하야 나를 이러케 대졉하엿나냐 네가 엇지하야 그를 네 안해라고 내게 고하지 아니하엿나냐
{{verse||一九|or}} 네가 엇지 그를 누의라하야 나로 그를 ᄎᆔ하야 안해를 삼게 하엿나냐 네 안해가 여긔 잇스니 이제 다려가라 하고
{{verse||二〇|or}} {{u|바로}}가 사람들의게 그의 일을 명하매 그들이 그 안해와 그 모든 소유를 보내엿더라
{{옛한글 끝}}
== 뎨십삼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三|一|or}} {{u|아브람}}이 {{du|애굽}}에셔 나올새 그와 그 안해와 모든 소유며 {{u|롯}} 함ᄭᅴ하야 남방으로 올나가니
{{verse||二|or}} {{u|아브람}}의게 륙츅과 은금이 풍부하엿더라
{{verse||三|or}} 그가 남방에셔브터 발행하야 {{du|벳엘}}에 니르며 {{du|벳엘}}과 {{du|아이}}사이젼에 장막쳤던곳에 니르니
{{verse||四|or}} 그가 처음으로 단을 싸흔곳이라 그가 거긔셔 여호와의 일홈을 불넛더라
{{verse||五|or}} {{u|아브람}}의 일행 {{u|롯}}도 양과 소와 쟝막이 잇슴으로
{{verse||六|or}} 그 ᄯᅡ이 그들의 동거함을 용납지못하엿스니 곳 그들의 소유가 만하셔 동거할수업섯슴이라
{{verse||七|or}} 그럼으로 {{u|아브람}}의 가츅의 목쟈와 {{u|롯}}의 가츅의 목쟈가 서로 다토고 ᄯᅩ {{du|가나안}} 사람과 {{du|브리스}} 사람도 그 ᄯᅡ에 거하엿는지라
{{verse||八|or}} {{u|아브람}}이 {{u|롯}}의게 닐아대 우리는 한골육이라 나나 너나 내목쟈나 네목쟈나 서로 다토게 말자
{{verse||九|or}} 네 압헤 온 ᄯᅡ이 잇지 아니하냐 나를 ᄯᅥ나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
{{verse||一〇|or}} 이에 {{u|롯}}이 눈을 드러 {{du|요단}}들을 바라본즉 {{du|소알}}ᄭᅡ지 온ᄯᅡ에 물이 넉넉하니 여호와ᄭᅴ셔 {{du|소돔}}과 {{du|고모라}}를 멸하시기 젼이엇는고로 여호와의 동산갓고 {{du|애굽}}ᄯᅡ와 갓하엿더라
{{verse||一一|or}} 그럼으로 {{u|롯}}이 {{du|요단}} 온들을 택하고 동으로 옴기니 그들이 서로 ᄯᅥ난지라
{{verse||一二|or}} {{u|아브람}}은 {{du|가나안}} ᄯᅡ에 거하엿고 {{u|롯}}은 평디 셩읍들에 머므르며 그 쟝막을 옴겨 {{du|소돔}}ᄭᅡ지 니르럿더라
{{verse||一三|or}} {{du|소돔}}사람은 악하야 여호와 압헤 큰 죄인이엇더라〇
{{verse||一四|or}} {{u|롯}}이 {{u|아브람}}을 ᄯᅥ난 후에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닐아샤대 너는 눈을 드러 너잇는곳에셔 동셔남븍을 바라보라
{{verse||一五|or}} 보이는ᄯᅡ을 내가 너와 네자손의게 주리니 영원히 니르리라
{{verse||一六|or}} 내가 네 자손으로 ᄯᅡ의 틔ᄭᅳᆯ갓게 하리니 사람이 ᄯᅡ의 틔ᄭᅳᆯ을 능히 혜일수잇슬진대 네자손도 혜이리라
{{verse||一七|or}} 너는 니러나 그ᄯᅡ을 죵과 횡으로 행하야 보라 내가 그것을 네게 주리라
{{verse||一八|or}} 이에 {{u|아브람}}이 쟝막을 옴겨 {{du|헤브론}}에 잇는 {{du|맘으레}} 샹수리수풀에 니르러 거하며 거긔셔 여호와를 위하야 단을 싸핫더라
{{옛한글 끝}}
== 뎨십사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四|一|or}} 당시에 {{du|신알}}왕 {{u|암으라벨}}과 {{du|엘나살}}왕 {{u|아리옥}}과 {{du|엘남}}왕 {{u|그돌나오멜}}과 {{du|고임}}왕 {{u|듸달}}이
{{verse||二|or}} {{du|소돔}}왕 {{u|베라}}와 {{du|고모라}}왕 {{u|비르사}}와 {{du|앗으마}}왕 {{u|시납}}과 {{du|스보임}}왕 {{u|세메벨}}과 {{du|벨나}} 곳 {{du|소알}}왕과 싸호니라
{{verse||三|or}} 이들이 다 {{du|싯딈}}골ᄶᅡᆨ이 곳 지금 {{du|염해}}에 모혓더라
{{verse||四|or}} 이들이 삽이년 동안 {{u|그돌나오멜}}을 셤기다가 뎨 십삼년에 배반한지라
{{verse||五|or}} 뎨 십사년에 {{u|그돌나오멜}}과 그와동맹한 왕들이 나와셔 {{du|아스드롯}} {{du|가르나임}}에셔 {{du|르바}}족쇽을 {{du|함}}에셔 {{du|수스}}족쇽을 <ref>평디</ref>{{du|사웨}} {{du|길야다임}}에셔 {{du|엠}}족쇽을 치고
{{verse||六|or}} {{du|호리}}족쇽을 그산 {{du|세일}}에셔 쳐서 광야 근방 {{du|엘바란}}ᄭᅡ지 니르럿스며
{{verse||七|or}} 그들이 도리켜 {{du|엔미스밧}} 곳 {{du|가데스}}에 니르러 {{du|아말넥}}족쇽의 온ᄯᅡ와 {{du|하사손다말}}에 사는 {{du|아모리}} 족쇽을 친지라
{{verse||八|or}} {{du|소돔}}왕과 {{du|고모라}}왕과 {{du|앗으마}}왕과 {{du|스보임}}왕과 {{du|벨나}} 곳 {{du|소알}}왕이 나와셔 {{du|싯딈}} 골ᄶᅡᆨ이에셔 그들과 졉젼하엿스니
{{verse||九|or}} 곳 그 다섯왕이 {{du|엘남}}왕 {{u|그돌나오멜}}과 {{du|고임}}왕 {{u|듸달}}과 {{du|신알}}왕 {{u|암으라벨}}과 {{du|엘나살}}왕 {{u|아리옥}} 네 왕과 교젼하엿더라
{{verse||一〇|or}} {{du|싓딈}}골ᄶᅡᆨ이에는 력쳥 구덩이가 만흔지라 {{du|소돔}}왕과 {{du|고모라}}왕이 다라날ᄯᅢ에 {{작게|군사가}} 거긔 ᄲᅡ지고 그 남아는 산으로 도망하매
{{verse||一一|or}} {{작게|네 왕이}} {{du|소돔}}과 {{du|고모라}}의 모든 재물과 량식을 ᄲᅢ아사가고
{{verse||一二|or}} {{du|소돔}}에 거하는 {{u|아브람}}의 족하 {{u|롯}}도 사로잡고 그 재물ᄭᅡ지 로략하야 갓더라〇
{{verse||一三|or}} 도망한쟈가 와셔 {{du|히브리}}사람 {{u|아브람}}의게 고하니 ᄯᅢ에 {{u|아브람}}이 {{du|아모리}}족쇽 {{u|맘으레}}의 상수리 수풀 근쳐에 거하엿더라 {{u|맘으레}}는 {{u|에스골}}의 형뎨요 ᄯᅩ {{u|아넬}}의 형뎨라 이들은 {{u|아브람}}과 동맹한쟈더라
{{verse||一四|or}} {{u|아브람}}이 그족하의 사로잡혓슴을 듯고 집에셔 길니고 련습한쟈 삼백십팔인을 거나리고 {{du|단}}ᄭᅡ지 ᄶᅩᆺ차가셔
{{verse||一五|or}} 그 가신을 난호아 밤을 타셔 그들을 쳐셔 파하고 {{du|다메섹}} 좌편 {{du|호바}}ᄭᅡ지 ᄶᅩᆺ차가셔
{{verse||一六|or}} 모든 ᄲᅢ앗겻던 재물과 자긔 족하 {{u|롯}}과 그 재물과 ᄯᅩ 부녀와 인민을 다 차자 왓더라〇
{{verse||一七|or}} {{u|아브람}}이 {{u|그돌나오멜}}과 그와 함ᄭᅴ한 왕들을 파하고 도라올ᄯᅢ에 {{du|소돔}}왕이 {{du|사웨}} 골짝이 곳 {{du|왕곡}}에 나와 그를 영졉하엿고
{{verse||一八|or}} {{du|살넴}}왕 {{u|멜기세덱}}이 ᄯᅥᆨ과 포도쥬를 가지고 나왓스니 그는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의 졔사쟝이엇더라
{{verse||一九|or}} 그가 {{u|아브람}}의게 츅복하야 갈아대 텬디의 쥬재시오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이어 {{u|아브람}}의게 복을 주옵쇼셔
{{verse||二〇|or}} 너의 대뎍을 네 손에 붓치신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을 찬숑할지로다 하매 {{u|아브람}}이 그엇은것에셔 십분일을 {{u|멜기세덱}}의게 주엇더라
{{verse||二一|or}} {{du|소돔}}왕이 {{u|아브람}}의게 닐아대 사람은 내게 보내고 물픔은 네가 ᄎᆔ하라
{{verse||二二|or}} {{u|아브람}}이 {{du|소돔}}왕의게 닐아대 텬디의 쥬재시오 지극히 놉흐신 하나님 여호와ᄭᅴ 내가 손을 드러 맹셔하노니
{{verse||二三|or}} 네 말이 내가 {{u|아브람}}으로 치부케 하엿다 할가하야 네게 쇽한것은 무론 한실이나 신들메라도 내가 ᄎᆔ하지아니하리라
{{verse||二四|or}} 오직 쇼년들의 먹은 것과 나와 동행한 {{u|아넬}}과 {{u|에스골}}과 {{u|맘으레}}의 분깃을 졔할지니 그들이 그분것을 ᄎᆔ할 것이니라
{{옛한글 끝}}
== 뎨십오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五|一|or}} 이후에 여호와의 말삼이 이샹즁에 {{u|아브람}}의게 림하야 갈아샤대 {{u|아브람}}아 두려워 말나 나는 너의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샹급이니라
{{verse||二|or}} {{u|아브람}}이 갈아대 쥬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나잇가 나는 무자하오니 나의 샹쇽쟈는 이{{du|다메섹}} {{u|엘니에셀}}이니이다
{{verse||三|or}} {{u|아브람}}이 ᄯᅩ 갈아대 쥬ᄭᅴ셔 내게 씨를 아니주셧스니 내집에셔 길닌쟈가 나의 후사가 될것이니이다
{{verse||四|or}} 여호와의 말삼이 그의게 림하야 갈아샤대 그사람은 너의 후사가 아니라 네몸에셔 날쟈가 네 후사가 되리라하시고
{{verse||五|or}} 그를 잇ᄭᅳᆯ고 밧그로나가 갈아샤대 하날을 우러러 뭇별을 혜일수잇나 보라 ᄯᅩ 그의게 닐아샤대 네자손이 이와갓흐리라
{{verse||六|or}} {{u|아브람}}이 여호와를 밋으니 여호와ᄭᅴ셔이를 그의 의로 녁이시고
{{verse||七|or}} ᄯᅩ 그의게 닐아샤대 나는 이ᄯᅡ을 네게 주어 업을삼게하랴고 너를 {{du|갈대아}} {{du|우르}}에셔 잇ᄭᅳ러낸 여호와로라
{{verse||八|or}} 그가 갈아대 쥬 여호와여 내가 이ᄯᅡ로 업을 삼을줄을 무엇으로 알니잇가
{{verse||九|or}}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닐아샤대 나를위하야 삼년된 암소와 삼년된 암염소와 삼년된 슈양과 뫼비닭이와 집비닭이삭기를 ᄎᆔ할지니라
{{verse||一〇|or}} {{u|아브람}}이 그 모든 것을 ᄎᆔ하야 그즁간을 ᄶᅩᆨ의고 그ᄶᅩᆨ읜것을 마조 대하야 노코 그새는 ᄶᅩᆨ의지 아니하엿스며
{{verse||一一|or}} 솔개가 그사톄우에 나릴ᄯᅢ에는 {{u|아브람}}이 ᄶᅩᆺ찻더라〇
{{verse||一二|or}} 해 질 ᄯᅢ에 {{u|아브람}}이 깁히 잠든 즁에 캄캄함이 림함으로 심히 두려워하더니
{{verse||一三|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닐아샤대 너는 뎡녕히알나 네자손이 이방에셔 객이 되여 그들을 셤기겟고 그들은 사백년동안 네 자손을 괴롭게 하리니
{{verse||一四|or}} 그 셤기는 나라를 내가 징지할지며 그후에 네자손이 큰재물을 잇ᄭᅳᆯ고 나오리라
{{verse||一五|or}} 너는 쟝슈하다가 평안히 조샹의게로 도라가 장사될것이오
{{verse||一六|or}} 네 자손은 사대만에 이ᄯᅡ으로 도라오리니 이는 {{du|아모리}}족쇽의 죄악이 아직 관영치 아니함이니라 하시더니
{{verse||一七|or}} 해가 져셔 어둘ᄯᅢ에 연긔나는 풀무가 보이며 타는 홰불이 ᄶᅩᆨ읜고기 사이로 지나더라
{{verse||一八|or}} 그 날에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으로 더브러 언약을 세워 갈아샤대 내가 이ᄯᅡ을 {{du|애굽}}강에셔브터 그큰강 {{du|유브라데}}ᄭᅡ지 네자손의게 주나니
{{verse||一九|or}} 곳 {{du|겐}}족쇽과 {{du|그니스}}족쇽과 {{du|갓몬}}족쇽과
{{verse||二〇|or}} {{du|헷}}족쇽과 {{du|브리스}}족쇽과 {{du|르바}}족쇽과
{{verse||二一|or}} {{du|아모리}}족쇽과 {{du|가나안}}족쇽과 {{du|기르가스}}족쇽과 {{du|여브스}}족쇽의 ᄯᅡ이니라 하셧더라
{{옛한글 끝}}
== 뎨십륙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六|一|or}} {{u|아브람}}의 안해 {{u|사래}}는 생산치못하엿고 그의게 한 녀종이 잇스니 {{du|애굽}}사람이오 일홈은 {{u|하갈}}이라
{{verse||二|or}} {{u|사래}}가 {{u|아브람}}의게 닐아대 여호와ᄭᅴ셔 나의 생산을 허락지아니하셧스니 원컨대 나의 녀죵과 동침하라 내가 혹 그로 말매암아 자녀를 엇을가 하노라 하매 {{u|아브람}}이 {{u|사래}}의 말을 드르니라
{{verse||三|or}} {{u|아브람}}의 안해 {{u|사래}}가 그녀죵 {{du|애굽}}사람 {{u|하갈}}을 가져 그남편 {{u|아브람}}의게 쳡으로 준ᄯᅢ는 {{u|아브람}}이 {{du|가나안}}ᄯᅡ에 거한지 십년 후이엇더라
{{verse||四|or}} {{u|아브람}}이 {{u|하갈}}과 동침하엿더니 {{u|하갈}}이 잉태하매 그가 자긔의 잉태함을 ᄭᅢ닷고 그녀쥬인을 멸시한지라
{{verse||五|or}} {{u|사래}}가 {{u|아브람}}의게 닐아대 나의 밧는 욕은 당신이 밧아야 올토다 내가 나의 녀죵을 당신의 품에 두엇거늘 그가 자긔의 잉태함을 ᄭᅢ닷고 나를멸시하니 당신과 나사이에 여호왓긔셔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
{{verse||六|or}} {{u|아브람}}이 {{u|사래}}의게 닐아대 그대의 녀죵은 그대의 슈즁에 잇스니 그대의 눈에 됴흔대로 그의게 행하라하매 {{u|사래}}가 {{u|하갈}}을 학대하엿더니 {{u|하갈}}이 {{u|사레}}의 압헤셔 도망하엿더라
{{verse||七|or}} 여호와의 사쟈가 광야의 샘겻 곳 {{du|술}}길샘물 겻헤셔 그를 맛나
{{verse||八|or}} 갈아대 {{u|사래}}의 녀죵 {{u|하갈}}아 네가 여대셔 왓슴며 어대로 가나냐 그가 갈아대 나는 나의 녀쥬인 {{u|사래}}를 피하야 도망하나이다
{{verse||九|or}} 여호와의 사쟈가 그의게 닐아대 네 녀쥬인의게로 도라가셔 그 슈하에 복죵하라
{{verse||一〇|or}} 여호와의 사쟈가 ᄯᅩ 그의게 닐아대 내가 네 자손으로 크게 번셩하야 그수가 만하 혜일수 업게 하리라
{{verse||一一|or}} 여호와의 사쟈가 ᄯᅩ 그의게 닐아대 네가 잉태하엿슨즉 아달을 나흐리니 그일홈을 <ref>하나님이드트심</ref>{{u|이스마엘}}이라하라 이는 여호와ᄭᅴ셔 네 고통을 드르셧슴이니라
{{verse||一二|or}} 그가 사람즁에 들라귀갓치 되리니 그손이 모든사람을 치겟고 모든사람의 손이 그를 칠지며 그가 모든형뎨의 동방에셔 살니라 하니라
{{verse||一三|or}} {{u|하갈}}이 자긔의게 닐아신 여호와의 일홈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이라 하엿스니 이는 내가 엇더케 여긔셔 나를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뵈앗는고 함이라
{{verse||一四|or}} 이럼으로 그샘물을 <ref>나를감찰하시는생존쟈의우물이라</ref>{{du|브엘라해로이}}라 불넛스며 그것이 {{du|가데스}}와 {{du|베렛}}사이에 잇더라〇
{{verse||一五|or}} {{u|하갈}}이 {{u|아브람}}의 아달을 나흐매 {{u|아브람}}이 {{u|하갈}}의 나흔 그 아달을 일홈하야 {{u|이스마엘}}이라 하엿더라
{{verse||一六|or}} {{u|하갈}}이 {{u|아브람}}의게 {{u|이스마엘}}을 나흘ᄯᅢ에 {{u|아브람}}이 팔십륙셰이엇더라
{{옛한글 끝}}
== 뎨십칠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七|一|or}} {{u|아브람}}의 구십구셰 ᄯᅢ에 여호와ᄭᅴ셔 {{u|아브람}}의게 나타나셔 그의게 닐아샤대 나는 젼능한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압헤셔 행하야 완젼하라
{{verse||二|or}}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사이에 세워 너로 심히 번셩케하리라 하시니
{{verse||三|or}} {{u|아브람}}이 업드린대 하나님이 ᄯᅩ 그의게 닐너 갈아샤대
{{verse||四|or}} 내가 너와 내 언약을 세우니 너는 렬국의 아비가될지라
{{verse||五|or}} 이제 후로는 네 일홈을 {{u|아브람}}이라 하지아니하고 <ref>만흔무리의아비</ref>{{u|아브라함}}이라하리니 이는 내가 너로 렬국의 아비가 되게 함이니라
{{verse||六|or}} 내가 너로 심히 번셩케 하리니 나라들이 네게로 좃차 니러나며 렬왕이 네게로 좃차 나리라
{{verse||七|or}}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와 네대대 후손의 사이에 세워셔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
{{verse||八|or}} 내가 너와 네 후손의게 너의 우거하는 이 ᄯᅡ 곳 {{du|가나안}} 일경으로주어 영원한긔업이 되게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〇
{{verse||九|or}} 하나님이 ᄯᅩ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그런즉 너는 내 언약을 직히고 네 후손도 대대로 직히라
{{verse||一〇|or}} 너희즁 남자는 다 할례를 밧으라 이것이 나와 너희와 너희 후손 사이의 직힐 내 언약이니라
{{verse||一一|or}} 너희는 양피를 버히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니라
{{verse||一二|or}} 대대로 남자는 집에셔 난쟈나 혹 너희자손이 아니오 이방사람의게셔 돈으로 산쟈를 무론하고 난지 팔일만에 할례를 밧을 것이라
{{verse||一三|or}} 너희 집에셔 난쟈던지 너희돈으로 산쟈던지 할례를 밧아야 하리니 이에 내언약이 너희 살에 잇서 영원한 언약이 되려니와
{{verse||一四|or}} 할례를 밧지아니한 남자 곳 그양피를 버히지 아닌쟈는 백셩즁에셔 ᄭᅳᆫ허지리니 그가 내언약을 배반하엿슴이니라〇
{{verse||一五|or}} 하나님이 ᄯᅩ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네 안해 {{u|사래}}는 일홈을 {{u|사래}}라하지말고 그일홈을 <ref>녀쥬</ref>{{u|사라}}라하라
{{verse||一六|or}} 내가 그의게 복을주어 그로 네게 아달을 나하주게하며 내가 그의게 복을주어 그로 렬국의 어미가 되게 하리니 민족의 렬왕이 그의게셔 나리라
ᅟ{{verse||一七|or}} {{u|아브라함}}이 업대여 우스며 심즁에 닐아대 백셰된사람이 엇지 자식을 나흘가 {{u|사라}}는 구십셰니 엇지생산하리오 하고
{{verse||一八|or}} {{u|아브라함}}이 이에 하나님ᄭᅴ 고하대 {{u|이스마엘}}이나 하나님압헤 살기를 원하나이다
{{verse||一九|or}} 하나님이 갈아샤대 아니라 네 안해 {{u|사라}}가 뎡녕 네게 아달을 나흐리니 너는 그 일홈을 <ref>우슴</ref>{{u|이삭}}이라하라 내가 그와 내 언약을 세우리니 그의 후손의게 영원한 언약이 되리라
{{verse||二〇|or}} {{u|이스마엘}}의게 니르러는 내가 네 말을 드럿나니 내가 그의게 복을주어 생육이 즁다하야 그로 크게 번셩케 할지라 그가 열두 방백을 나흐리니 내가 그로 큰나라이 되게 하려니와
{{verse||二一|or}} 내 언약은 내가 명년이 긔한에 {{u|사라}}가 네게 나흘 {{u|이삭}}과 세우리라
{{verse||二二|or}} 하나님이 {{u|아브라함}}과 말삼을 마치시고 그를 ᄯᅥ나 올나 가셧더라〇
{{verse||二三|or}} 이에 {{u|아브라함}}이 하나님이 자긔의게 말삼하신대로 이날에 그아달 {{u|이스마엘}}과 집에셔 생쟝한 모든쟈와 돈으로산 모든쟈 곳 {{u|아브라함}}의 집사람즁 모든 남자를 다려다가 그양피를 버혓스니
{{verse||二四|or}} {{u|아브라함}}이 그양피를 버힌 ᄯᅢ는 구십구셰이었고
{{verse||二五|or}} 그아달 {{u|이스마엘}}이 그양피를 버힌 ᄯᅢ는 십삼셰이엇더라
{{verse||二六|or}} 당일에 {{u|아브라함}}과 그아달 {{u|이스마엘}}이 할례를 밧앗고
{{verse||二七|or}} 그집의 모든 남자 곳 집에셔 생쟝한쟈와 돈으로 이방 사람의게셔 사온쟈가 다 그와 함ᄭᅴ 할례를 밧앗더라
{{옛한글 끝}}
== 뎨십팔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八|一|or}} 여호와ᄭᅴ셔 {{du|맘으레}} 샹수리 수풀 근쳐에셔 {{u|아브라함}}의게 나타나시니라 오졍 즈음에 그가 쟝막문에 안젓다가
{{verse||二|or}} 눈을 드러 본즉 사람 셋이 마즌편에 섯는지라 그가 그들을 보자 곳 쟝막 문에셔 달녀나가 영졉하며 몸을 ᄯᅡ에 굽혀
{{verse||三|or}} 갈아대 내 쥬여 내가 쥬ᄭᅴ 은혜를 닙엇사오면 원컨대 죵을 ᄯᅥ나 지나가지마옵시고
{{verse||四|or}} 물을 조곰 가져오게 하샤 당신들의 발을 씨스시고 나무 아래 쉬이쇼셔
{{verse||五|or}} 내가 ᄯᅥᆨ을 조곰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마암을 쾌활케 하신 후에 지나가쇼셔 당신들이 죵의게 오셧슴이니이다 그들이 갈아대 네 말대로 그리하라
{{verse||六|or}} {{u|아브라함}}이 급히 쟝막에 드러가 {{u|사라}}의게 니르러 닐아대 속히 고은가로 세{{물결밑줄|스아}}를 가져다가 반쥭하야 ᄯᅥᆨ을 만들나 하고
{{verse||七|or}} {{u|아브라함}}이 ᄯᅩ 즘생ᄯᅦ에 달녀가셔 기름지고 됴흔 송아지를 ᄎᆔ하야 하인의게주니 그가 급히 료리한지라
{{verse||八|or}} {{u|아브라함}}이 {{물결밑줄|ᄲᅥ터}}와 우유와 하인이 료리한 송아지를 가져다가 그들의 압헤 진셜하고 나무 아래 모셔 서매 그들이 먹으니라
{{verse||九|or}} 그들이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네 안해 {{u|사라}}가 어대잇나냐 대답하대 쟝막에 잇나이다
{{verse||一〇|or}} 그가 갈아샤대 긔한이 니를 ᄯᅢ에 내가 뎡녕 네게로 도라오리니 네 안해 {{u|사라}}의게 아달이 잇스리라 하시니 {{u|사라}}가 그 뒤 쟝막문에셔 드럿더라
{{verse||一一|or}} {{u|아브라함}}과 {{u|사라}}가 나이만하 늙엇고 {{u|사라}}의 경슈는 ᄭᅳᆫ허졋는지라
{{verse||一二|or}} {{u|사라}}가 속으로 웃고 닐아대 내가 로쇠하엿고 내쥬인도 늙엇스니 내게 엇지 락이 잇스리오
{{verse||一三|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u|사라}}가 웨 우스며 닐아기를 내가 늙엇거늘 엇더케 아달을 나흐리오 하나냐
{{verse||一四|or}} 여호와ᄭᅴ 능치못한 일이 잇겟나냐 긔한이 니를 ᄯᅢ에 내가 네게로 도라오리니 {{u|사라}}의게 아달이 잇스리라
{{verse||一五|or}} {{u|사라}}가 두려워서 승인치아니하야 갈아대 내가 웃지아니하엿나이다 갈아샤대 아니라 네가 우섯나니라〇
{{verse||一六|or}} 그 사람들이 거긔셔 니러나셔 {{du|소돔}}으로 향하고 {{u|아브라함}}은 그들을 젼송하러 함ᄭᅴ 나가니라
{{verse||一七|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나의 하랴는것을 {{u|아브라함}}의게 숨기겟나냐
{{verse||一八|or}} {{u|아브라함}}은 강대한 나라가 되고 텬하만민은 그를 인하야 복을 밧게 될것이아니냐
{{verse||一九|or}}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쇽의게 명하야 여호와의 도를 직혀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엿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u|아브라함}}의게 대하야 말한일을 일우려함이니라
{{verse||二〇|or}} 여호와ᄭᅴ셔 ᄯᅩ 갈아샤대 {{du|소돔}}과 {{du|고모라}}에 대한 부르지즘이 크고 그죄악이 심히 즁하니
{{verse||二一|or}} 내가 이제 나려가셔 그 모든 행한것이 과연 내게 들닌 부르지즘과 갓흔지 그러치 아닌지 내가 보고 알녀하노라〇
{{verse||二二|or}} 그 사람들이 거긔셔 ᄯᅥ나 {{du|소돔}}으로 향하야 가고 {{u|아브라함}}은 여호와 압헤 그대로 섯더니
{{verse||二三|or}} 갓가히 나아가 갈아대 쥬ᄭᅴ셔 의인을 악인과 함ᄭᅴ 멸하시랴나잇가
{{verse||二四|or}} 그 셩즁에 의인 오십이 잇슬지라도 쥬ᄭᅴ셔 그곳을 멸하시고 그 오십의인을 위하야 용셔치 아니하시리잇가
{{verse||二五|or}} 쥬ᄭᅴ셔 이 갓치하샤 의인을 악인과 함ᄭᅴ 죽이심은 불가하오며 의인과 악인을 균등히 하심도 불가하니이다 셰샹을 심판하시는이가 공의를 행하실 것이아니니잇가
{{verse||二六|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내가 만일 {{du|소돔}}셩즁에셔 의인 오십을 차즈면 그들을 위하야 온디경을 용셔하리라
{{verse||二七|or}} {{u|아브라함}}이 말삼하야 갈아대 나는 틔ᄭᅳᆯ과 재라도 감히 쥬ᄭᅴ 고하나이다
{{verse||二八|or}} 오십의인즁에 오인이 부죡할것이면 그 오인이 부죡함을 인하야 온셩을 멸하시리잇가 갈아샤대 내가 거긔셔 사십 오인을 차즈면 멸하지 아니하리라
{{verse||二九|or}} {{u|아브라함}}이 ᄯᅩ 고하야 갈아대 거긔셔 사십인을 차즈시면 {{작게|엇지하시랴나잇가}} 갈아샤대 사십인을 인하야 멸하지 아니하리라
{{verse||三〇|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내 쥬여 노하지마옵시고 말삼하게 하옵쇼셔 거긔셔 삼십인을 차즈시면 엇지하시랴나잇가 내가 거긔셔 삼십인을 차즈면 멸하지아니하리라
{{verse||三一|or}} {{u|아브라함}}이 ᄯᅩ 갈아대 내가 감히 내 쥬ᄭᅴ 고하나이다 거긔셔 이십인을 차즈시면 {{작게|엇지하시랴나잇가}} 갈아샤대 내가 이십인을 인하야 멸하지 아니하리라
{{verse||三二|or}} {{u|아브라함}}이 ᄯᅩ 갈아대 쥬는 노하지마옵쇼셔 내가 이번만 더 말삼하리이다 거긔셔 십인을 차즈시면 {{작게|엇지하시랴나잇가}} 갈아샤대 내가 십인을 인하야도 멸하지아니하리라
{{verse||三三|or}} 여호와ᄭᅴ셔 {{u|아브라함}}과 말삼을 마치시고 즉시 가시니 {{u|아브라함}}도 자기 곳으로 도라갓더라
{{옛한글 끝}}
== 뎨십구쟝 ==
{{옛한글 시작}}
{{verse|一九|一|or}} 날이 져물ᄯᅢ에 그 두 텬사가 {{du|소돔}}에 니르니 마참 {{u|롯이}} {{du|소돔}}셩문에 안젓다가 그들을 보고 니러나 영졉하고 ᄯᅡ에 업대여 졀하야
{{verse||二|or}} 갈아대 내 쥬여 도리켜 죵의 집으로 드러와 발을 씨고 줌으시고 일즉이 니러나 갈 길을 가쇼셔 그들이 갈아대 아니라 우리가 거리에셔 경야하리라
{{verse||三|or}} {{u|롯}}이 간쳥하매 그제야 도리켜셔 그집으로 드러오는지라 {{u|롯}}이 그들을 위하야 식탁을 베플고 무교병을 구으니 그들이 먹으니라
{{verse||四|or}} 그들의 눕기 젼에 그셩사람 곳 {{du|소돔}}백셩들이 무론로쇼하고 사방에셔 다 모혀 그집을 에워싸고
{{verse||五|or}} {{u|롯}}을 불으고 그의게 닐아대 이져녁에 네게 온 사람이 어대잇나냐 잇ᄭᅳ러 내라 우기가 그들을 샹관하리라
{{verse||六|or}} {{u|롯}}이 문박긔 무리의게로 나가셔 뒤로 문을 닷고
{{verse||七|or}} 닐아대 쳥하노니 내 형뎨들아 이런악을 행치말나
{{verse||八|or}} 내게 남자를 갓가히 아니한 두 ᄯᅡᆯ이 잇노라 쳥컨대 내가 그들을 너희게로 잇ᄭᅳ러 내리니 너희 눈에 됴흔대로 그들의게 행하고 이 사람들은 내집에 드러왓슨즉 이 사람들의게는 아모짓도 하지말나
{{verse||九|or}} 그들이 갈아대 너는 물너나라 ᄯᅩ 갈아대 이놈이 드러와셔 우거하면셔 우리의 법관이 되랴하는도다 이제 우리가 그들보다 너를 더 해하리라 하고 {{u|롯}}을 밀치며 갓가히 나아와셔 그문을 ᄭᅢ치려하는지라
{{verse||一〇|or}} 그 사람들이 손을내미러 {{u|롯}}을 집으로 ᄭᅳ으러 드리고 문을 다드며
{{verse||一一|or}} 문밧긔 무리로 무론대쇼하고 그눈이 어둡게 하니 그들이 문을 찻노라고 곤비하엿더라〇
{{verse||一二|or}} 그 사람들이 {{u|롯}}의게 닐아대 이외에 네게 쇽한쟈가 ᄯᅩ 잇나냐 네 사위나 자녀나 셩즁에 네게 쇽한쟈들을 다 셩밧그로 잇ᄭᅳ러내라
{{verse||一三|or}} 그들에 대하야 부르지즘이 여호와 압헤 큰고로 여호와ᄭᅴ셔 우리로 이곳을 멸하러 보내셧나니 우리가 멸하리라
{{verse||一四|or}} {{u|롯}}이 나가서 그ᄯᅡᆯ들과 뎡혼한 사위들의게 고하야 닐아대 여호와ᄭᅴ셔 이셩을 멸하실터이니 너희는 니러나 이곳에셔 ᄯᅥ나라 하되 그사위들이 롱담으로 녁엿더라
{{verse||一五|or}} 동틀ᄯᅢ에 텬사가 {{u|롯}}을 재촉하야 갈아대 니러나 여긔 잇는 네 안해와 두 ᄯᅡᆯ을 잇ᄭᅳᆯ나 이 셩의 죄악즁에 함ᄭᅴ 멸망할가 하노라
{{verse||一六|or}} 그러나 {{u|롯}}이 지체하매 그사람들이 {{u|롯}}의 손과 그 안해의 손과 두 ᄯᅡᆯ의 손을 잡아 인도하야 셩 밧게 두니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인자를 더하심이엇더라
{{verse||一七|or}} 그사람들이 그들을 밧그로 잇ᄭᅳ러낸 후에 닐아대 도망하야 생명을 보존하라 도라 보거나 들에 머믈거나 하지말고 산으로 도망하야 멸망함을 면하라
{{verse||一八|or}} {{u|롯}}이 그들의게 닐아대 내쥬여 그리마옵쇼셔
{{verse||一九|or}} 죵이 쥬ᄭᅴ 은혜를 엇엇고 쥬ᄭᅴ셔 큰인자를 내게 베프샤 내 생명을 구원하시오나 내가 도망하야 산ᄭᅡ지 갈수업나이다 두렵건대 재앙을 맛나 죽을가 하나이다
{{verse||二〇|or}} 보쇼셔 뎌셩은 도망하기 갓갑고 적기도 하오니 나로 그곳에 도망하게 하쇼셔 이는 적은 셩이 아니니잇가 내 생명이 보존되리이다
{{verse||二一|or}} 그가 그의게 닐아대 내가 이일에도 네 소원을 드럿슨즉 너의 말하는 셩을 멸하지아니하리니
{{verse||二二|or}} 그리로 속히 도망하라 네가 거긔 니르기ᄭᅡ지는 내가 아모일도 행할수업노라 하엿더라 그럼으로 그 셩 일홈을 <ref>적음</ref>{{du|소알}}이라 불넛더라〇
{{verse||二三|or}} {{u|롯}}이 {{du|소알}}에 드러갈 ᄯᅢ에 해가 도닷더라
{{verse||二四|or}} 여호와ᄭᅴ셔 하날 곳 여호와의게로셔 류황과 불을 비갓치 {{du|소돔}}과 {{du|고모라}}에 나리샤
{{verse||二五|or}} 그셩들과 온 들과 셩에 거하는 모든 백셩과 ᄯᅡ에 난것을 다 업허 멸하셧더라
{{verse||二六|or}} {{u|롯}}의 안해는 뒤를 도라본고로 소곰 기동이 되엿더라
{{verse||二七|or}} {{u|아브라함}}이 그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여호와의 압헤 섯던 곳에 니르러
{{verse||二八|or}} {{du|소돔}}과 {{du|고모라}}와 그 온 들을 향하야 눈을 드러 연긔가 옹긔뎜 연긔 갓치 치밀믈 모앗더라〇
{{verse||二九|or}} 하나님이 들의 셩들을 멸하실ᄯᅢ 곳 {{u|롯}}의 거하는 셩을 업흐실ᄯᅢ에 {{u|아브라함}}을 생각하샤 {{u|롯}}을 그 업흐시는즁에셔 내여보내셧더라〇
{{verse||三〇|or}} {{u|롯}}이 {{du|소알}}에 거하기를 두려워하야 두 ᄯᅡᆯ과 함ᄭᅴ {{du|소알}}에셔 나와 산에 올나 거하대 그 두 ᄯᅡᆯ과 함ᄭᅴ 굴에 거하엿더니
{{verse||三一|or}} 큰ᄯᅡᆯ이 적은ᄯᅡᆯ의게 닐아대 우리 아바지는 늙으셧고 이ᄯᅡ에는 셰샹의 도리를 좃차 우리의 배필될 사람이 업스니
{{verse||三二|or}} 우리가 우리 아바지의게 술을 마시우고 동침하야 우리 아바지로 말매암아 인죵을 젼하자하고
{{verse||三三|or}} 그밤에 그들이 아비의게 술을 마시우고 큰ᄯᅡᆯ이 드러가셔 그아비와 동침하니라 그러나 그아비는 그ᄯᅡᆯ의 눕고 니러나는 것을 ᄭᅢ닷지못하엿더라
{{verse||三四|or}} 잇흔날에 큰ᄯᅡᆯ이 적은ᄯᅡᆯ의게 닐아대 어제 밤에는 내가 우리 아바지와 동침하엿스니 오날 밤에도 우리가 아바지의게 술을 마시우고 네가 드러가 동침하고 우리가 아바지로 말매암아 인죵을 젼하자하고
{{verse||三五|or}} 이밤에도 그들이 아비의게 술을 마시우고 적은ᄯᅡᆯ이 니러나 아비와 동침하니라 그러나 아비는 그ᄯᅡᆯ의 눕고 니러나는 것을 ᄭᅢ닷지못하엿더라
{{verse||三六|or}} {{u|롯}}의 두 ᄯᅡᆯ이 아비로 말매암아 잉태하고
{{verse||三七|or}} 큰ᄯᅡᆯ은 아달을 나하 일홈을 {{u|모압}}이라하엿스니 오날날 {{du|모압}}족쇽의 조샹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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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한글 끝}}
== 뎨이십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〇|一|or}} {{u|아브라함}}이 거긔셔 남방으로 이사하야 {{du|가데스}}와 {{du|술}}사이 {{du|그랄}}에 우거하며
{{verse||二|or}} 그 안해 {{u|사라}}를 자긔 누의라 한고로 {{du|그랄}}왕 {{u|아비멜넥}}이 보내여 {{u|사라}}를 ᄎᆔ하엿더니
{{verse||三|or}} 그밤에 하나님이 {{u|아비멜넥}}의게 현몽하시고 그의게 닐아샤대 네가 ᄎᆔ한 이 녀인을 인하야 네가 죽으리니 그가 남의 안해임이니라
{{verse||四|or}} {{u|아비멜넥}}이 그 녀인을 갓가히 아니한고로 그가 대답하대 쥬여 쥬ᄭᅴ셔 의로운 백셩도 멸하시나잇가
{{verse||五|or}} 그가 나다려 이는 내 누의라고 하지아니하엿나잇가 그녀인도 그는 내 오라비라 하엿사오니 나는 온젼한 마암과 ᄭᅢᆺ긋한 손으로 이러케 하엿나이다
{{verse||六|or}} 하나님이 ᄭᅮᆷ에 ᄯᅩ 그의게 닐아샤대 네가 온젼한 마암으로 이러케 한줄을 나도 안고로 너를 막아 내게 범죄하지 안케 하엿나니 녀인의게 갓가히 못하게 함이 이ᄭᅡ닭이니라
{{verse||七|or}} 이제 그사람의 안해를 돌녀보내라 그는 션지쟈라 그가 너를 위하야 긔도하리니 네가 살녀니와 네가 돌녀 보내지아니하면 너와 네게 쇽한쟈가 다 뎡녕 죽을줄 알지니라〇
{{verse||八|or}} {{u|아비멜넥}}이 그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모든 신복을 불너 그일을 다말하야 들니매 그사람들이 심히 두려워하엿더라
{{verse||九|or}} {{u|아비멜넥}}이 {{u|아브라함}}을 불너셔 그의게 닐아대 네가 엇지하야 우리의게 이리하나냐 내가 무삼죄를 네게 범하엿관대 네가 나와 내 나라로 큰죄에 ᄲᅡ질번하게 하엿나냐 네가 합당치 아닌일을 내게 행하엿도다 하고
{{verse||一〇|or}} {{u|아비멜넥}}이 ᄯᅩ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네가 무삼 의견으로 이러케 하엿나냐
{{verse||一一|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이곳에셔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업스니 내 안해를 인하야 사람이 나를 죽일가 생각하엿슴이오
{{verse||一二|or}} ᄯᅩ 그는 실노 나의 이복누의로셔 내 쳐가 되엿슴이니라
{{verse||一三|or}} 하나님이 나로 내 아비집을 ᄯᅥ나 두루 단니게 하실ᄯᅢ에 내가 안해의게 말하기를 이후로 우리의 가는 곳마다 그대는 나를 그대의 오라비라 하라 이것이 그대가 내게 베플 은혜라 하엿섯노라
{{verse||一四|or}} {{u|아비멜넥}}이 양과 소와 노비를 ᄎᆔ하야 {{u|아브라함}}의게 주고 그 안해 {{u|사라}}도 그의게 돌녀 보내고
{{verse||一五|or}}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내ᄯᅡ이 네 압헤 잇스니 너 보기에 됴흔 대로 거하라 하고
{{verse||一六|or}} {{u|사라}}의게 닐아대 내가 은 쳔개를 네 오라비의게 주어셔 그것으로 너와 함ᄭᅴ 한 여러 사람 압헤셔 네 <ref>히,눈을가티우게</ref>슈치를 풀게 하엿노니 네 일이 다 션히 해결되엿나니라
{{verse||一七|or}} {{u|아브라함}}이 하나님ᄭᅴ 긔도하매 하나님이 {{u|아비멜넥}}과 그 안해와 녀죵을 치료하샤 생산케 하셧스니
{{verse||一八|or}} 여호와ᄭᅴ셔 이왕에 {{u|아브라함}}의 안해 {{u|사라}}의 연고로 {{u|아비멜넥}}의 집 모든 태를 닷치셧슴이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일쟝 ==
{{옛한글 처음}}
{{verse|二一|一|or}} 여호와ᄭᅴ셔 그 말삼대로 {{u|사라}}를 권고하셧고 여호와ᄭᅴ셔 그 말삼대로 {{u|사라}}의게 행하셧슴으로
{{verse||二|or}} {{u|사라}}가 잉태하고 하나님의 말삼하신긔한에 밋처 늙은 {{u|아브라함}}의게 아달을 나흐니
{{verse||三|or}} {{u|아브라함}}이 그 나흔 아달 곳 {{u|사라}}가 자긔의게 나흔 아달을 일홈하야 {{u|이삭}}이라 하엿고
{{verse||四|or}} 그 아달 {{u|이삭}}이 난지 팔일만에 그가 하나님의 명대로 할례를 행하엿더라
{{verse||五|or}} {{u|아브라함}}이 그 아달 {{u|이삭}}을 나흘ᄯᅢ에 백셰라
{{verse||六|or}} {{u|사라}}가 갈아대 하나님이 나로 웃게 하시니 듯는쟈가 다 나와 함ᄭᅴ 우스리로다
{{verse||七|or}} ᄯᅩ 갈아대 {{u|사라}}가 자식들을 졋먹이겟다고 누가 {{u|아브라함}}의게 말하엿스리오마는 {{u|아브라함}} 로경에 내가 아달을 나핫도다 하니라〇
{{verse||八|or}} 아해가 자라매 졋을 ᄯᅦ이고 {{u|이삭}}의 졋을 ᄯᅦ이는 날에 {{u|아브라함}}이 대연을 배셜하엿더라
{{verse||九|or}} {{u|사라}}가 본즉 {{u|아브라함}}의 아달 {{du|애굽}} 녀인 {{u|하갈}}의 소생이 {{작게|{{u|이삭}}을}} 희롱하는지라
{{verse||一〇|or}} 그가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이 녀죵과 그 아달을 내여ᄶᅩᆺ츠라 이죵의 아달은 내 아달 {{u|이삭}}과 함ᄭᅴ 긔업을 엇지 못하리라 하매
{{verse||一一|or}} {{u|아브라함}}이 그 아달을위하야 그 일이 깁히 근심이 되엿더니
{{verse||一二|or}} 하나님이 {{u|아브라함}}의게 닐아샤대 아해를 위하야 네 녀죵을 위하야 근심하지말고 {{u|사라}}가 네게 닐은 말을 다 드르라 {{u|이삭}}의게셔 {{작게|나는쟈라야}} 네씨라 칭할것임이니라
{{verse||一三|or}} 그러나 녀죵의 아달도 네 씨니 내가 그로 한민족을 일우게 하리라 하신지라
{{verse||一四|or}} {{u|아브라함}}이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ᄯᅥᆨ과 물 한가죡 부대를 ᄎᆔ하야 {{u|하갈}}의 엇개에 메워주고 그 자식을 잇ᄭᅳᆯ고 가게하매 {{u|하갈}}이 나가셔 {{du|브엘세바}} 들에셔 방황하더니
{{verse||一五|or}} 가죡 부대의 물이 다 한지라 그 자식을 ᄯᅥᆯ기나무 아래 두며
{{verse||一六|or}} 갈아대 자식의 죽는 것을 참아 보지못하겟다 하고 살한바탕ᄶᅳᆷ 가셔 마조 안저 바라보며 방셩대곡하니
{{verse||一七|or}} 하나님이 그 아해의 소래를 드르심으로 하나님의 사쟈가 하날에셔브터 {{u|하갈}}을 불너 갈아샤대 {{u|하갈}}아 무삼일이냐 두려워말나 하나님이 뎌긔 잇는 아해의 소래를 드르셧나니
{{verse||一八|or}} 니러나 아해를 니르켜 네 손으로 붓들나 그로 큰민족을 일우게 하리라 하시니라
{{verse||一九|or}} 하나님이 {{u|하갈}}의 눈을 밝히시매 샘물을 보고 가셔 가죡부대에 물을 채워다가 그아해의게 마시웟더라
{{verse||二〇|or}} 하나님이 그아해와 함ᄭᅴ 계시매 그가 쟝셩하야 광야에 거하며 활쏘는쟈가 되엿더니
{{verse||二一|or}} 그가 {{du|바란}}광야에 거할ᄯᅢ에 그어미가 그를 위하야 {{du|애굽}}ᄯᅡ 녀인을 ᄎᆔ하야 안해를 삼게 하엿더라〇
{{verse||二二|or}} ᄯᅢ에 {{u|아비멜넥}}과 그 군대쟝관 {{u|비골}}이 {{u|아브라함}}의게 말하야 갈아대 네가 무삼일을 하던지 하나님이 너와 함ᄭᅴ 계시도다
{{verse||二三|or}} 그런즉 너는 나와 내 아달과 내 손자의게 거즛되이 행치안키를 이제 여긔셔 하나님을 가라쳐 내게 맹셔하라 내가 네게 후대한대로 너도 나와 너의 머므는 이ᄯᅡ에 행할 것이니라
{{verse||二四|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내가 맹셔하리라하고
{{verse||二五|or}} {{u|아비멜넥}}의 죵들이 {{u|아브라함}}의 우물을 륵탈한 일에 대하야 {{u|아브라함}}이 {{u|아비멜넥}}을 책망하매
{{verse||二六|or}} {{u|아비멜넥}}이 갈아대 누가 그리하엿는지 내가 아지못하노라 너도 내게 고하지 아니하엿고 나도 듯지못하엿더니 오날이야 {{작게|드럿노라}}
{{verse||二七|or}} {{u|아브라함}}이 양과 소를 ᄎᆔ하야 {{u|아비멜넥}}의게 주고 두 사람이 서로 언약을 세우니라
{{verse||二八|or}} {{u|아브라함}}이 닐곱 암양 삭기를 ᄯᅡ로 노흐니
{{verse||二九|or}} {{u|아비멜넥}}이 {{u|아브라함}}의게 닐아대 이 닐곱 암양 삭기를 ᄯᅡ로 노흠은 엇짐이뇨
{{verse||三〇|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너는 내 손에셔 이 암양삭기 닐곱을 밧아 내가 이 우물판증거를 삼으라하고
{{verse||三一|or}} 두 사람이 거긔셔 서로맹셔한고로 그곳을 <ref>맹셔의우물</ref>{{du|브엘세바}}라 일홈하엿더라
{{verse||三二|or}} 그들이 {{du|브엘세바}}에셔 언약을 세우매 {{u|아비멜넥}}과 그 군대 쟝관 {{u|비골}}은 ᄯᅥ나 {{du|블네셋}}족쇽의 ᄯᅡ으로 도라갓고
{{verse||三三|or}} {{작게|{{u|아브라함}}은}} {{du|브엘세바}}에 {{물결밑줄|에셀}}나무를 심으고 거긔셔 영생하시는 하나님 여호와의 일홈을 불넛스며
{{verse||三四|or}} 그가 {{du|블네셋}}족쇽의 ᄯᅡ에셔 여러 날을 지내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이쟝 ==
{{옛한글 처음}}
{{verse|二二|一|or}} 그일 후에 하나님이 {{u|아브라함}}을 시험하시랴고 그를부르샤대 {{u|아브라함}}아 하시니 그가 갈아대 내가 여긔잇나이다
{{verse||二|or}} 여호와ᄭᅴ셔 갈아샤대 네 아달 네 사랑하는독자 {{u|이삭}}을 다리고 {{du|모리아}}ᄯᅡ으로 가셔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산 거긔셔 그를 번졔로 드리라
{{verse||三|or}} {{u|아브라함}}이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라귀에 안장을 지우고 두 사환과 그아달 {{u|이삭}}을 다리고 번졔에 쓸 나무를 ᄶᅩᆨ의여 가지고 ᄯᅥ나 하나님의 자긔의게 지시하시는 곳으로 가더니
{{verse||四|or}} 뎨 삼일에 {{u|아브라함}}이 눈을 드러 그곳을 멀니 바라본지라
{{verse||五|or}} 이에 {{u|아브라함}}이 사환의게 닐아대 너희는 라귀와 함ᄭᅴ 뎌긔 가셔 경배하고 너희게로 도라오리라 하고
{{verse||六|or}} {{u|아브라함}}이 이에 번졔 나무를 ᄎᆔ하야 그 아달 {{u|이삭}}의게 지우고 자긔는 불과 칼을 손에 들고 두 사람이 동행하더니
{{verse||七|or}} {{u|이삭}}이 그아비 {{u|아브라함}}의게 말하야 갈아대 내 아바지여하니 그가 갈아대 내 아달아 내가 여긔 잇노라 {{u|이삭}}이 갈아대 불과 나무는 잇거니와 번졔할 어린양은 어대 잇나잇가
{{verse||八|or}} {{u|아브라함}}이 갈아대 아달아 번졔할 어린양은 하나님이 자긔를 위하야 친히 쥰비하시리라하고 두 사람이 함ᄭᅴ 나아가셔
{{verse||九|or}} 하나님이 그의게 지시하신곳에 니른지라 이에 {{u|아브라함}}이 그곳에 단을 싸코 나무를 버려노코 그아달 {{u|이삭}}을 결박하야 단나무우에 노코
{{verse||一〇|or}} 손을 내미러 칼을 잡고 그 아달을 잡으려하더니
{{verse||一一|or}} 여호와의 사쟈가 하날에셔브터 그를 불너 갈아사대 {{u|아브라함}}아 {{u|아브라함}}아 하시는지라 {{u|아브라함}}이 갈아대 내가 여긔 잇나이다하매
{{verse||一二|or}} 사쟈가 갈아샤대 그아해의게 네 손을 대지말나 아모일도 그의게 하지말나 네가 네아달 네독자라도 내게 앗기지 아니하엿스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verse||一三|or}} {{u|아브라함}}이 눈을 드러 삷혀본즉 한슈양이 뒤에 잇는대 ᄲᅮᆯ이 수풀에 걸녓는지라 {{u|아브라함}}이 가셔 그슈양을 가져다가 아달을 대신하야 번졔로 드렷더라
{{verse||一四|or}} {{u|아브라함}}이 그ᄯᅡ 일홈을 <ref>여호와ᄭᅴ셔쥰비하심</ref>{{du|여호와이레}}라 하엿슴으로 오날ᄭᅡ지 사람들이 닐아기를 여호와의 산에셔 쥰비되리라 하더라
{{verse||一五|or}} 여호와의 사쟈가 하날에셔브터 두번재 {{u|아브라함}}을 불너
{{verse||一六|or}} 갈아샤대 여호와ᄭᅴ셔 닐아시기를 내가 나를 가라쳐 맹셔하노니 네가 이갓치 행하야 네 아달 네 독쟈를 앗기지아니하엿슨즉
{{verse||一七|or}} 내가 네게 큰복을주고 네씨로 크게 셩하야 하날의 별과 갓고 바다가의 모래와 갓게 하리니 네씨가 그 대덕의 문을 엇으리라
{{verse||一八|or}} ᄯᅩ 네씨로 말매암아 텬하 만민이 복을 엇으리니 이는 네가 나의 말을 준행하엿슴이니라 하셧다 하나니라
{{verse||一九|or}} 이에 {{u|아브라함}}이 그 사환의게로 도라와셔 함ᄭᅴ ᄯᅥ나 {{du|브엘세바}}에 니르러 거긔 거하엿더라〇
{{verse||二〇|or}} 이 일 후에 혹이 {{u|아브라함}}의게 고하야 닐아기를 {{u|밀가}}가 그대의 동생 {{u|나홀}}의게 자녀를 나핫다하엿더라
{{verse||二一|or}} 그 맛아달은 {{u|우스}}요 {{u|우스}}의 동생은 {{u|부스}}와 {{u|아람}}의 아비 {{u|그무엘}}과
{{verse||二二|or}} {{u|게셋}}과 {{u|하소}}와 {{u|빌다스}}와 {{u|잇을납}}과 {{u|브두엘}}이라
{{verse||二三|or}} 이 여닯 사람은 {{u|아브라함}}의 동생 {{u|나홀}}의 쳐 {{u|밀가}}의 소생이며 {{u|브두엘}}은 {{u|리브가}}를 나핫고
{{verse||二四|or}} {{u|나홀}}의 쳡 {{u|르우마}}라 하는쟈도 {{u|데바}}와 {{u|가함}}과 {{u|다하스}}와 {{u|마아가}}를 나핫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삼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三|一|or}} {{u|사라}}가 일백이십칠셰를 살앗스니 이것이 곳 {{u|사라}}의 향년이라
{{verse||二|or}} {{u|사라}}가 {{du|가나안}}ᄯᅡ {{du|헤브론}} 곳 {{du|길얏아르바}}에셔 죽으매 {{u|아브라함}}이 드러가셔 {{u|사라}}를 위하야 슯허하며 애통하다가
{{verse||三|or}} 그 시톄 압헤셔 니러나 {{작게|나가셔}} {{du|헷}}족쇽의게 말하야 갈아대
{{verse||四|or}} 나는 당신들즁에 나그내요 우거한쟈니 쳥컨대 당신들 즁에셔 내게 매쟝디를 주어 소유를 삼아 나로 내 죽은쟈를 내여 장사하게 하시오
{{verse||五|or}} {{du|헷}}족쇽이 {{u|아브라함}}의게 대답하야 갈아대
{{verse||六|or}} 내 쥬여 드르쇼셔 당신은 우리 즁 하나님의 방백이시니 우리 묘실즁에셔 됴흔것을 택하야 당신의 죽은쟈를 장사하쇼셔 우리즁에셔 자긔 묘실에 당신의 죽은쟈 장사함을 금할쟈가 업스리이다
{{verse||七|or}} {{u|아브라함}}이 니러나 그 ᄯᅡ 거민 {{du|헷}}족쇽을향하야 몸을굽히고
{{verse||八|or}} 그들의게 말하야 갈아대 나로 나의 죽은쟈를 내여 장사하게하는일이 당신들의 ᄯᅳᆺ일진대 내 말을 듯고 나를위하야 {{u|소할}}의 아달 {{u|에브론}}의게 구하야
{{verse||九|or}} 그로 그 밧머리에 잇는 {{du|막벨나}} 굴을 내게 주게하대 쥰가를밧고 그 굴을 내게 주어셔 당신들즁에 내 소유 매장디가 되게 하기를 원하노라
{{verse||一〇|or}} ᄯᅢ에 {{u|에브론}}이 {{du|헷}}족쇽즁에 안젓더니 그가 {{du|헷}}족쇽 곳 셩문에 드러온 모든 쟈의 듯는대 {{u|아브라함}}의게 대답하야 갈아대
{{verse||一一|or}} 내쥬여 그리마시고 내말을 드르쇼셔 내가 그 밧츨 당신ᄭᅴ 드리고 그속의 굴도 내가 당신ᄭᅴ 드리대 내가 내동족 압헤셔 당신ᄭᅴ 드리오니 당신의 죽은쟈를 장사하쇼셔
{{verse||一二|or}} {{u|아브라함}}이 이에 그ᄯᅡ 백셩을대하야 몸을굽히고
{{verse||一三|or}} 그 ᄯᅡ 백셩의 듯는대 {{u|에브론}}의게 말하야 갈아대 당신이 합당히 녁이면 쳥컨대 내말을 드르시오 내가 그밧갑슬 당신의게 주리니 당신은 내게셔 밧으시오 내가 나의 죽은쟈를 거긔 장사하겟노라
{{verse||一四|or}} {{u|에브론}}이 {{u|아브라함}}의게 대답하야 갈아대
{{verse||一五|or}} 내쥬여 내게 드르쇼셔 ᄯᅡ갑슨 은사백{{물결밑줄|세겔}}이나 나와 당신 사이에 엇지 교계하리잇가 당신의 죽은쟈를 장사하쇼셔
{{verse||一六|or}} {{u|아브라함}}이 {{u|에브론}}의 말을 좃차 {{u|에브론}}이 {{du|헷}}족쇽의 듯는대셔 말한대로 샹고의 통용하는 은 사백{{물결밑줄|세겔}}을 달아 {{u|에브론}}의게 주엇더니
{{verse||一七|or}} {{du|맘으레}} 압 {{du|막벨나}}에 잇는 {{u|에브론}}의 밧츨 밧과 그속의 굴과 그 사방에 둘닌 슈목을 다
{{verse||一八|or}} 셩문에 드러온 {{du|헷}}족쇽 압헤셔 {{u|아브라함}}의 소유로 뎡한지라
{{verse||一九|or}} 그후에 {{u|아브라함}}이 그 안해 {{u|사라}}를 {{du|가나안}}ᄯᅡ {{du|맘으레}} 압 {{du|막벨나}} 밧굴에 장사하엿더라({{du|맘으레}}는 곳 {{du|헤브론}}이라)
{{verse||二〇|or}} 이와 갓치 그 밧과 그 속의 굴을 {{du|헷}}족쇽이 {{u|아브라함}}의 소유 매장디로 뎡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사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四|一|or}} {{u|아브라함}}이 나이 만하 늙엇고 여호와ᄭᅴ셔 그의 범사에 복을 주섯더라
{{verse||二|or}} {{u|아브라함}}이 자긔 집 모든 소유를 맛흔 늙은 죵의게 닐아대 쳥컨대 네 손을 내 환도ᄲᅧ밋헤 너흐라
{{verse||三|or}} 내가 너로 하날의 하나님 ᄯᅡ의 하나님이신 여호와를 가라쳐 맹셔하게 하노니 너는 나의 거하는 이디방 {{du|가나안}}족쇽의ᄯᅡᆯ즁에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하지말고
{{verse||四|or}} 내 고향 내 족쇽의게로 가셔 내 아달 {{u|이삭}}을위하야 안해를 택하라
{{verse||五|or}} 죵이 갈아대 녀자가 나를 좃차 이ᄯᅡ으로 오고져 아니하거든 내가 쥬인의 아달을 쥬인의 나오신 ᄯᅡ으로 인도하야 도라가리잇가
{{verse||六|or}} {{u|아브라함}}이 그의게 닐아대 삼가 내 아달을 그리로 다리고 도라가지말나
{{verse||七|or}} 하날의 하나님 여호와ᄭᅴ셔 나를 내 아바지의 집과 내 본토에셔 ᄯᅥ나게 하시고 내게 말삼하시며 내게 맹셔하야 닐아시기를 이ᄯᅡ을 네 씨의게 주리라 하셧스니 그가 그사쟈를 네 압서 보내실지라 네가 거긔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할지니라
{{verse||八|or}} 만일 녀자가 너를 좃차 오고져 아니하면 나의 이 맹셔가 너와 샹관이 업나니 오직 내 아달을 다리고 그리로 가지 말지니라
{{verse||九|or}} 죵이 이에 쥬인 {{u|아브라함}}의 환도ᄲᅧ아래 손을너코 이 일에 대하야 그의게 맹셔하엿더라〇
{{verse||一〇|or}} 이에 죵이 그쥬인의 약대즁 열필을 ᄎᆔ하고 ᄯᅥ낫는대 곳 그쥬인의 모든 됴흔것을 가지고 ᄯᅥ나 {{du|메소보다미아}}로 가셔 {{u|나홀}}의 셩에 니르러
{{verse||一一|or}} 그 약대를 셩밧우물겻헤 ᄭᅮᆯ녓스니 져녁ᄯᅢ라 녀인들이 물을 길너 나올 ᄯᅢ이엇더라
{{verse||一二|or}} 그가 갈아대 우리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워넌대 오날날 나로 슌뎍히 맛나게 하샤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게 은혜를 베프시옵쇼셔
{{verse||一三|or}} 셩즁사람의 ᄯᅡᆯ들이 물길너 나오겟사오니 내가 우물겻헤 섯다가
{{verse||一四|or}} 한 쇼녀의게 닐아기를 쳥컨대 너는 병항아리를 기우려 나로 마시게 하라하리니 그의 대답이 마시라 내가 당신의 약대의게도 마시우리라 하면 그는 쥬ᄭᅴ셔 쥬의 죵 {{u|이삭}}을 위하야 뎡하신쟈라 이로 인하야 쥬ᄭᅴ셔 나의 쥬인의게 은혜 베프심을 내가 알겟나이다
{{verse||一五|or}} 말을 마치지못하야셔 {{u|리브가}}가 병항아리를 엇개에메고 나오니 그는 {{u|아브라함}}의 동생 {{u|나홀}}의 안해 {{u|밀가}}의 아달 {{u|브두엘}}의 소생이라
{{verse||一六|or}} 그쇼녀는 보기에 심히 아릿답고 지금ᄭᅡ지 남자가 갓가히 하지아니한 쳐녀더라 그가 우물에 나려가셔 물을 그병항아리에 채워가지고 올나오는지라
{{verse||一七|or}} 죵이 마조 달녀가셔 갈아대 쳥컨대 네병항아리의 물을 내게 조곰 마시우라
{{verse||一八|or}} 그가 갈아대 쥬여 마시쇼셔 하며 급히 그병항아리를 손에 나려 마시게 하고
{{verse||一九|or}} 마시우기를 다하고 갈아대 당신의 약대도 위하야 {{작게|물을}} 기려 그것들노 배불니 마시게 하리이다하고
{{verse||二〇|or}} 급히 병항아리의 물을 구유에 붓고 다시 기르려고 우물노 달녀가셔 모든약대를 위하야 깃는지라
{{verse||二一|or}} 그사람이 그를 믁믁히 주목하며 여호와ᄭᅴ셔 과연 평탄한 길을 주신 여부를 알고져하더니
{{verse||二二|or}} 약대가 마시기를 다하매 그가 반{{물결밑줄|세겔}}즁 금고리한개와 열{{물결밑줄|세겔}}즁 금손목 고리 한쌍을 그의게 주며
{{verse||二三|or}} 갈아대 네가 뉘ᄯᅡᆯ이냐 쳥컨대 내게 고하라 네 부친의 집에 우리 류슉할곳이 잇나냐
{{verse||二四|or}} 그녀자가 그의게 닐아대 나는 {{u|밀가}}가 {{u|나홀}}의게 나흔아달 {{u|브두엘}}의 ᄯᅡᆯ이니이다
{{verse||二五|or}} ᄯᅩ갈아대 우리의게 집과 보리가 죡하며 류슉할곳도 잇나이다
{{verse||二六|or}} 이에 그사람이 머리를 슉여 여호와ᄭᅴ 경배하고
{{verse||二七|or}} 갈아대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숑하나이다 나의 쥬인의게 쥬의 인자와 셩실을 ᄭᅳᆫ히지아니하셧사오며 여호와ᄭᅴ셔 길에셔 나를 인도하샤 내 쥬인의 동생 집에 니르게 하셧나이다 하니라〇
{{verse||二八|or}} 쇼녀가 달녀가셔 이일을 어미집에 고하엿더니
{{verse||二九|or}} {{u|리브가}}의게 오라비가 잇서 일홈은 {{u|라반}}이라 그가 우물노 달녀가 그사람의게 니르니
{{verse||三〇|or}} 그가 그누의의 고리와 그손의 손목 고리를보고 ᄯᅩ 그누의 {{u|리브가}}가 그사람이 자긔의게 이갓치 말하더라 함을 듯고 그사람의게로 나아감이라 ᄯᅢ에 그가 우물가 약대 겻헤 섯더라
{{verse||三一|or}} {{u|라반}}이 갈아대 여호와ᄭᅴ 복을 밧은 쟈여 드러오쇼셔 엇지 밧긔 섯나잇가 내가 방과 약대의 쳐소를 예비하엿나이다
{{verse||三二|or}} 그 사람이 집으로 드러가매 {{u|라반}}이 약대의 짐을 부리고 집과 보리를 약대의게 주고 그사람의 발과 그죵쟈의 발씨슬물을주고
{{verse||三三|or}} 그압헤 식물을 베프니 그사람이 갈아대 내가 내 일을 진슐하기 젼에는 먹지아니하겟나이다 {{u|라반}}이 갈아대 말하쇼셔
{{verse||三四|or}} 그가 갈아대 나는 {{u|아브라함}}의 죵이니이다
{{verse||三五|or}} 여호와ᄭᅴ셔 나의 쥬인의게 크게 복을 주어 챵셩케하시대 우양과 은금과 노비와 약대와 라귀를 그의게 주셧고
{{verse||三六|or}} 나의 쥬인의 부인 {{u|사라}}가 로년에 나의 쥬인의게 아달을 나흐매 쥬인이 그 모든 소유를 그 아달의게 주엇나이다
{{verse||三七|or}} 나의 쥬인이 나로 맹셔하게 하야 갈아대 너는 내 아달을 위하야 나 사는 ᄯᅡ {{du|가나안}}족쇽의 ᄯᅡᆯ즁에셔 안해를 택하지말고
{{verse||三八|or}} 내 아비 집 내 족쇽의게로 가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하라 하시기로
{{verse||三九|or}} 내가 내 쥬인의게 말삼하대 혹녀자가 나를 좃지아니하면 엇지하리잇가 한즉
{{verse||四〇|or}} 쥬인이 내게 닐아대 나의 셤기는 여호와ᄭᅴ셔 그사쟈를 너와함ᄭᅴ 보내여 네게 평탄한길을 주시리니 너는 내족쇽즁 내 아비집에셔 내 아달을 위하야 안해를 택할것이니라
{{verse||四一|or}} 네가 내 족쇽의게 니를ᄯᅢ에는 네가 내 맹셔와 샹관이 업스리라 셜혹 그들이 네게 주지아니할지라도 네가 내맹셔와 샹관이 업스리라 하시기로
{{verse||四二|or}} 내가 오날우물에 니르러 말삼하기를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만일 나의 행하는길에 형통함을 주실진대
{{verse||四三|or}} 내가 이 우물겻헤 섯다가 쳥년녀자가 물을 길너오거든 내가 그의게 쳥하기를 너는 병항아리의 물을 내게 조곰 마시우라하야
{{verse||四四|or}} 그의 대답이 당신은 마시라 내가 ᄯᅩ 당신의 약대를 위하야도 기르리라하면 그녀자는 여호와ᄭᅴ셔 나의 쥬인의 아달을 위하야 뎡하야 주신쟈가 되리이다하며
{{verse||四五|or}} 내가 믁도하기를 마치지못하야 {{u|리브가}}가 병항아리를 엇개에 메고나와셔 우물노 나려와 깃기로 내가 그의게 닐아기를 쳥컨대 내게 마시우라 한즉
{{verse||四六|or}} 그가 급히 병항아리를 엇개에셔 나리며 갈아대 마시라 내가 당신의 약대의게도 마시우리라 하기로 내가 마시매 그가 ᄯᅩ 약대의게도 마시운지라
{{verse||四七|or}} 내가 그의게 뭇기를 네가 뉘ᄯᅡᆯ이뇨 한즉 갈아대 {{u|밀가}}가 {{u|나홀}}의게 나흔 {{u|브두엘}}의 ᄯᅡᆯ이라하기로 내가 고리를 그 코에 ᄭᅰ고 손목 고리를 그 손에 ᄭᅵ우고
{{verse||四八|or}} 나의 쥬인 {{u|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ᄭᅴ셔 나를 바른 길노 인도하샤 나의 쥬인의 동생의ᄯᅡᆯ을 그 아달을 위하야 택하게 하셧슴으로 내가 머리를 슉여 그의게 경배하고 찬숑하엿나이다
{{verse||四九|or}} 이제 당신들이 인자와 진실노 나의 쥬인을 대졉하랴거든 내게 고하시고 그러치아닐지라도 내게 고하야 나로 좌우간 행하게 하쇼셔〇
{{verse||五〇|or}} {{u|라반}}과 {{u|브두엘}}이 대답하야 갈아대 이일이 여호와ᄭᅴ로 말매암앗스니 우리는 가부를 말할수업노라
{{verse||五一|or}} {{u|리브가}}가 그대 압헤 잇스니 다리고가셔 여호와의 명대로 그로 그대의 쥬인의 아달의 안해가 되게 하라
{{verse||五二|or}} {{u|아브라함}}의 죵이 그들의 말을 듯고 ᄯᅡ에 업대여 여호와ᄭᅴ 절하고
{{verse||五三|or}} 은금 패물과 의복을 ᄭᅳ어내여 {{u|리브가}}의게 주고 그 오라비와 어미의게도 보물을 주니라
{{verse||五四|or}} 이에 그들 곳 죵과 죵쟈들이 먹고 마시고 류슉하고 아참에 니러나셔 그가 갈아대 나를 보내여 내 쥬인의게로 도라가게 하쇼셔
{{verse||五五|or}} {{u|리브가}}의 오라비와 그 어미가 갈아대 쇼녀로 몃칠을 적어도 열흘을 우리와 함ᄭᅴ 잇게하라 그후에 그가 갈것이니라
{{verse||五六|or}} 그사람이 그들의게 닐아대 나를 만류치말으쇼셔 여호와ᄭᅴ셔 내게 형통한 길을 주셧스니 나를 보내여 내 쥬인의게로 도라가게하쇼셔
{{verse||五七|or}} 그들이 갈아대 우리가 쇼녀를 불너 그의게 무르리라하고
{{verse||五八|or}} {{u|리브가}}를불너 그의게 닐아대 네가 이사람과 함ᄭᅴ 가랴나냐 그가 대답하대 가겟나이다
{{verse||五九|or}} 그들이 그누의 {{u|리브가}}와 그의 유모와 {{u|아브라함}}의 죵과 죵쟈들을 보내며
{{verse||六〇|or}} {{u|리브가}}의게 츅복하야 갈아대 우리누의여 너는 쳔만인의 어미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원슈의 셩문을 엇게 할지어다〇
{{verse||六一|or}} {{u|리브가}}가 니러나 비자와 함ᄭᅴ 약대를 타고 그사람을 ᄯᅡ라가니 죵이 {{u|리브가}}를 다리고 가니라
{{verse||六二|or}} ᄯᅢ에 {{u|이삭}}이 {{du|브엘}} {{du|라해로이}}에셔 왓스니 그가 남방에 거하엿섯슴이라
{{verse||六三|or}} {{u|이삭}}이 져물ᄯᅢ에 들에 나가 믁샹하다가 눈을 드러보매 약대들이 오더라
{{verse||六四|or}} {{u|리브가}}가 눈을드러 {{u|이삭}}을 바라보고 약대에셔 나려
{{verse||六五|or}} 죵의게 말하대 들에셔 배회하다가 우리게로 마조오는쟈가 누구뇨 죵이 갈아대 이는 내 쥬인이니이다 {{u|리브가}}가 면박을 ᄎᆔ하야 스사로 가리우더라 죵이<!--원본에 절 표시 "六六"이 "죵이" 다음에 표기되어 있어 해당 표기대로 표기했습니다-->
{{verse||六六|or}} 그 행한일을 다 {{u|이삭}}의게 고하매
{{verse||六七|or}} {{u|이삭}}이 {{u|리브가}}를 인도하야 모친 {{u|사라}}의 쟝막으로 드리고 그를 ᄎᆔ하야 안해를 삼고 사랑하엿스니 {{u|이삭}}이 모친 상사 후에 위로를 엇엇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오쟝 ==
{{verse|二五|一|or}} {{u|아브라함}}이 후쳐를 ᄎᆔ하엿스니 그 일홈은 {{u|그두라}}라
{{verse||二|or}} 그가 {{u|심으란}}과 {{u|욕산}}과 {{u|므단}}과 {{u|미듸안}}과 {{u|이스박}}과 {{u|수아}}를 나핫고
{{verse||三|or}} {{u|욕산}}은 {{u|스바}}와 {{u|드단}}을 나핫스며 {{u|드단}}의 자손은 {{du|앗수르}}족쇽과 {{du|르두시}}족쇽과 {{du|르움미}}족쇽이며
{{verse||四|or}} {{u|미듸안}}의 아달은 {{u|에바}}와 {{u|에벨}}과 {{u|하녹}}과 {{u|아비다}}와 {{u|엘다아}}니 다 {{u|그두라}}의 자손이엇더라
{{verse||五|or}} {{u|아브라함}}이 {{u|이삭}}의게 자긔 모든 소유를 주엇고
{{verse||六|or}} 자긔 셔자들의게도 재물을주어 자긔 생젼에 그들노 자긔 아달 {{u|이삭}}을 ᄯᅥ나 동방 곳 동국으로 가게 하엿더라
{{verse||七|or}} {{u|아브라함}}의 향년이 일백칠십오셰라
{{verse||八|or}} 그가 슈가 놉고 나이 만하 긔운이 진하야 죽어 자긔 렬조의게로 도라가매
{{verse||九|or}} 그 아달 {{u|이삭}}과 {{u|이스마엘}}이 그를 {{du|맘으레}} 압 {{du|헷}}족쇽 {{u|소할}}의 아달 {{u|에브론}}의 밧헤 잇는 {{du|막벨나}}굴에 장사하엿스니
{{verse||一〇|or}} 이것은 {{u|아브라함}}이 {{u|헷}}족쇽의게셔 산 밧치라 {{u|아브라함}}과 그 안해 {{u|사라}가 거긔 장사되니라
{{verse||一一|or}} {{u|아브라함}}이 죽은후에 하나님이 그 아달 {{u|이삭}}의게 복을 주셧고 {{u|이삭}}은 {{du|브엘}} {{du|라해로이}} 근쳐에 거하엿더라〇
{{verse||一二|or}} {{u|사라}}의 녀죵 {{du|애굽}}인 {{u|하갈}}이 {{u|아브라함}}의게 나흔 아달 {{u|이스마엘}}의 후예는 이러하고
{{verse||一三|or}} {{u|이스마엘}}의 아달들의 일홈은 그 일홈과 그 셰대대로 이와 갓흐니라 {{u|이스마엘}}의 쟝자는 {{u|느바욧}}이오 {{작게|기차는}} {{u|게달}}과 {{u|앗브엘}}과 {{u|밉삼}}과
{{verse||一四|or}} {{u|미스마}}와 {{u|두마}}와 {{u|맛사}}와
{{verse||一五|or}} {{u|하닷}}과 {{u|데마}}와 {{u|여둘}}과 {{u|나비스}}와 {{u|게드마}}니
{{verse||一六|or}} 이들은 {{u|이스마엘}}의 아달들이오 그 촌과 부락대로 된 일홈이며 그 족쇽대로는 십이 방백이엇더라
{{verse||一七|or}} {{u|이스마엘}}은 향년이 일백삼십칠셰에 긔운이 진하야 죽어 자긔 렬조의게로 도라갓고
{{verse||一八|or}} 그 자손들은 {{du|하윌나}}에셔브터 {{du|앗수르}}로 통하는 {{du|애굽}} 압 {{du|술}}ᄭᅡ지 니르러 그 모든 형뎨의 마즌편에 거하엿더라〇
{{verse||一九|or}} {{u|아브라함}}의 아달 {{u|이삭}}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u|아브라함}}이 {{u|이삭}}을 나핫고
{{verse||二〇|or}} {{u|이삭}}은 사십셰예 {{u|리브가}}를 ᄎᆔ하야 안해를 삼앗스니 {{u|리브가}}는 {{du|밧단}} {{du|아람}}의 {{du|아람}}족쇽 즁 {{u|브두엘}}의 ᄯᅡᆯ이오 {{du|아람}}족쇽중 {{u|라반}}의 누의엇더라
{{verse||二一|or}} {{u|이삭}}이 그안해가 잉태하지못함으로 그를 위하야 여호와ᄭᅴ 간구하매 여호와ᄭᅴ셔 그 간구를 드르셧슴으로 그 안해 {{u|리브가}}가 잉태하엿더니
{{verse||二二|or}} 아해들이 그의 태속에셔 서로 싸호는지라 그가 갈아대 이갓흐면 내가 엇지할고 하고 가셔 여호와ᄭᅴ 뭇자온대
{{verse||二三|or}}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닐아샤대{{들여쓰기/시작}}두국민이 네 태즁에 잇고나 두 민족이 네 복즁에셔브터 난호이리라 이 족쇽이 뎌 족쇽보다 강하겟고 큰쟈는 어린쟈를 셤기리라{{들여쓰기/끝}}하셧더라
{{verse||二四|or}} 그 해산긔한이 찬즉 태에 쌍동이가 잇섯는대
{{verse||二五|or}} 몬져 나온쟈는 붉고 젼신이 갓옷갓하셔 일홈을 {{u|에서}}라하엿고
{{verse||二六|or}} 후에 나온 아오는 손으로 {{u|에서}}의 발굼치를 잡앗슴으로 그 일홈을 <ref>발굼치를잡앗다는ᄯᅳᆺ</ref>{{u|야곱}}이라 하엿스며 {{u|리브가}}가 그들을 나흘ᄯᅢ에 {{u|이삭}}이 륙십셰이엇더라〇
{{verse||二七|or}} 그 아해들이 쟝셩하매 {{u|에서}}는 닉슉한 산양군인고로 들사람이 되고 {{u|야곱}}은 죵용한 사람인고로 쟝막에 거하니
{{verse||二八|or}} {{u|이삭}}은 {{u|에서}}의 산양한 고기를 됴화함으로 그를 사랑하고 {{u|리브가}}는 {{u|야곱}}을 사랑하엿더라
{{verse||二九|or}} {{u|야곱}}이 죽을쑤엇더니 {{u|에서}}가 들에셔브터 도라와셔 심히 곤비하야
{{verse||三〇|or}} {{u|야곱}}의게 닐아대 내가 곤비하니 그 붉은것을 나로 먹게 하라 한지라 그럼으로 {{u|에서}}의 별명은 <ref>붉음</ref>{{u|에돔}}이더라
{{verse||三一|or}} {{u|야곱}}이 갈아대 형의 쟝자의 명분을 오날날 내게 팔나
{{verse||三二|or}} {{u|에서}}가 갈아대 내가 죽게 되엿스니 이 쟝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오
{{verse||三三|or}} {{u|야곱}}이 갈아대 오날 내게 맹셔하라 {{u|에서}}가 맹셔하고 쟝자의 명분을 {{u|야곱}}의게 판지라
{{verse||三四|or}} {{u|야곱}}이 ᄯᅥᆨ과 팟쥭을 {{u|에서}}의게 주매 {{u|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니러나셔 갓스니 {{u|에서}}가 쟝자의 명분을 경홀히 녁임이엇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륙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六|一|or}} {{u|아브라함}}ᄯᅢ에 첫흉년이 드럿더니 그ᄯᅡ에 ᄯᅩ 흉년이 들매 {{u|이삭}}이 {{du|그랄}}노가셔 {{du|블네셋}}왕 {{u|아비멜넥}}의게 니르럿더니
{{verse||二|or}} 여호와ᄭᅴ셔 {{u|이삭}}의게 나타나 갈아샤대 {{du|애굽}}으로 나려가지 말고 내가 네게 지시하는 ᄯᅡ에 거하라
{{verse||三|or}} 이ᄯᅡ에 류하면 내가 너와 함ᄭᅴ 잇서 네게 복을 주고 내가 이 모든ᄯᅡ을 너와 네 자손의게 주리라 내가 네 아비 {{u|아브라함}}의게 맹셔한것을 일우어
{{verse||四|or}} 네 자손을 하날의 별과 갓치 번셩케 하며 이 모든ᄯᅡ을 네 자손의게 주리니 네 자손을 인하야 텬하 만민이 복을 밧으리라
{{verse||五|or}} 이는 {{u|아브라함}}이 내 말을 슌죵하고 내 명령과 내 계명과 내 률례와 내 법도를 직혓슴이니라 하시니라
{{verse||六|or}} {{u|이삭}}이 {{du|그랄}}에 거하엿더니
{{verse||七|or}} 그 곳 사람들이 그 안해를 무르매 그가 말하기를 그는 나의 누의라 하엿스니 {{u|리브가}}는 보기에 아릿다옴으로 그곳 백셩이 {{u|리브가}}로 인하야 자긔를 죽일가하야 그는 나의 안해라 하기를 두려워함이엇더라
{{verse||八|or}} {{u|이삭}}이 거긔 오래 거하엿더니 {{u|이삭}}이 그 안해 {{u|리브가}}를 ᄭᅧ안은것을 {{du|블네셋}}왕 {{u|아비멜넥}}이 창으로 내다본지라
{{verse||九|or}} 이에 {{u|아비멜넥}}이 {{u|이삭}}을 불너 닐아대 그가 뎡녕 네 안해어늘 엇지 네 누의라 하엿나냐 {{u|이삭}}이 그의게 대답하대 내 생각에 그를 인하야 내가 죽게 될가 두려워하엿슴이로라
{{verse||一〇|or}} {{u|아비멜넥}}이 갈아대 네가 엇지 우리의게 이러케 행하엿나냐 백셩즁 하나이 네 안해와 동침하기 쉬웟슬번 하엿슨즉 네가 죄를 우리의게 닙혓스리라
{{verse||一一|or}} {{u|아비멜넥}}이 이에 모든 백셩의게 명하야 갈아대 이 사람이나 그 안해의게 범하는쟈는 죽이리라 하엿더라〇
{{verse||一二|or}} {{u|이삭}}이 그ᄯᅡ에셔 농사하야 그해에 백배나 엇엇고 여호와ᄭᅴ셔 복을 주심으로
{{verse||一三|or}} 그 사람이 챵대하고 왕성하야 마참내 거부가 되여
{{verse||一四|or}} 양과 소가 ᄯᅦ를 일우고 노복이 심히 만흠으로 {{du|블네셋}}사람이 그를 싀긔하야
{{verse||一五|or}} 그 아비 {{u|아브라함}}ᄯᅢ에 그아비의 죵들이 판 모든 우물을 막고 흙으로 메웟더라
{{verse||一六|or}} {{u|아비멜넥}}이 {{u|이삭}}의게 닐아대 네가 우리보다 크게 강셩한즉 우리를 ᄯᅥ나가라
{{verse||一七|or}} {{u|이삭}}이 그곳을 ᄯᅥ나 {{du|그랄}}골ᄶᅡᆨ이에 쟝막을 치고 거긔 우거하며
{{verse||一八|or}} 그 아비 {{u|아브라함}}ᄯᅢ에 팟던 우물들을 다시 팟스니 이는 {{u|아브라함}} 죽은 후에 {{du|블네셋}}}사람이 그우물들을 메웟슴이라 {{u|이삭}}이 그 우물들의 일홈을 그아비의 부르던 일홈으로 불넛더라
{{verse||一九|or}} {{u|이삭}}의 죵들이 골ᄶᅡᆨ이에 파셔 샘 근원을 엇엇더니
{{verse||二〇|or}} {{du|그랄}}목쟈들이 {{u|이삭}}의 목쟈와 다토아 갈아대 이물은 우리의 것이라 하매 {{u|이삭}}이 그 다톰을 인하야 그 우물일홈을 <ref>다톰</ref>{{du|에섹}}이라 하엿스며
{{verse||二一|or}} ᄯᅩ 다른 우물을 팟더니 그들이 ᄯᅩ 다토는고로 그 일홈을 <ref>대뎍함</ref>{{du|싯나}}라 하엿스며
{{verse||二二|or}} {{u|이삭}}이 거긔셔 옴겨 다른 우물을 팟더니 그들이 다토지 아니하엿슴으로 그 일홈을 <ref>쟝소가넓음</ref>{{du|르호봇}}이라 하야 갈아대 이제는 여호와ᄭᅴ셔 우리의 {{작게|쟝소를}} 넓게 하셧스니 이ᄯᅡ에셔 우리가 번셩하리로다 하엿더라〇
{{verse||二三|or}} {{u|이삭}}이 거긔셔브터 {{du|브엘세바}}로 올나갓더니
{{verse||二四|or}} 그 밤에 여호와ᄭᅴ셔 그의게 나타나 갈아샤대 나는 네 아비 {{u|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 말나 내 죵 {{u|으바라함}}을 위하야 내가 너와 함ᄭᅴ 잇서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으로 번셩케 하리라 하신지라
{{verse||二五|or}} {{u|이삭}}이 그곳에 단을 싸하 여호와의 일홈을 부르고 거긔 쟝막을 첫더니 그 죵들이 거긔셔도 우물을 팟더라〇
{{verse||二六|or}} {{u|아비멜넥}}이 그친구 {{u|아훗삿}}과 군대 쟝관 {{u|비골}}노 더브러 {{du|그랄}}에셔브터 {{u|이삭}}의게로 온지라
{{verse||二七|or}} {{u|이삭}}이 그들의게 닐아대 너희가 나를 뮈워하야 나로 너희를 ᄯᅥ나가게 하엿거늘 엇지하야 내게 왓나냐
{{verse||二八|or}} 그들이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너와 함ᄭᅴ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앗슴으로 우리의 사이 곳 우리와 너의 사이에 맹셔를 세워 너와 계약을 매즈리라 말하엿노라
{{verse||二九|or}} 너는 우리를 해하지 말나 이는 우리가 너를 범하지 아니하고 션한일만 네게 행하며 너로 평안히 가게 하엿슴이니라 이제 너는 여호와ᄭᅴ 복을 밧은쟈니라
{{verse||三〇|or}} {{u|이삭}}이 그들을위하야 잔채를 베플매 그들이 먹고 마시고
{{verse||三一|or}}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서로 맹셔한후에 {{u|이삭}}이 그들을 보내매 그들이 평안히 갓더라
{{verse||三二|or}} 그 날에 {{u|이삭}}의 죵들이 자긔들의 판 우물에 대하야 {{u|이삭}}의게 와셔 고하야 갈아대 우리가 물을 엇엇나이다 하매
{{verse||三三|or}} 그가 그 일홈을 {{du|세바}}라 한지라 그런고로 그 셩읍일홈이 오날ᄭᅡ지 {{du|브엘세바}}더라〇
{{verse||三四|or}} {{u|에서}}가 사십셰에 {{du|헷}}족쇽 {{u|브에리}}의 ᄯᅡᆯ {{u|유딋}}과 {{du|헷}}족쇽 {{u|엘논}}의 ᄯᅡᆯ {{u|바스맛}}을 안해로 ᄎᆔ하엿더니
{{verse||三五|or}} 그들이 {{u|이삭}}과 {{u|리브가}}의 마암의 근심이 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칠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七|一|or}} {{u|이삭}}이 나이 만하 눈이 어두어 잘 보지 못하더니 맛아달 {{u|에서}}를 불너 갈아대 내 아달아 하매 그가 갈아대 내가 여긔 잇나이다 하니
{{verse||二|or}} {{u|이삭}}이 갈아대 내가 이제 늙어 어나날 죽을넌지 아지못하나니
{{verse||三|or}} 그런즉 네 긔구 곳 젼통과 활을 가지고 들에 가셔 나를 위하야 산양하야
{{verse||四|or}} 나의 즐기는 별미를 만드러 내게로 가져다가 먹게 하야 나로 죽기젼에 내 마암것 네게 츅복하게 하라〇
{{verse||五|or}} {{u|이삭}}이 그 아달 {{u|에서}}의게 말할 ᄯᅢ에 {{u|리브가}}가 드럿더니 {{u|에서}}가 산양하야 오려고 들노 나가매
{{verse||六|or}} {{u|리브가}}가 그 아달 {{u|야곱}}의게 닐너 갈아대 네 부친이 네 형 {{u|에서}}의게 말삼하시는 것을 내가 드르니 닐아시기를
{{verse||七|or}} 나를 위하야 산양하야 가져다가 별미를 만드러 나로 먹게 하야 죽기젼에 여호와 압헤셔 네게 츅복하게하라 하셧스니
{{verse||八|or}} 그런즉 내 아달아 내 말을 좃차 내가 네게 명하는대로
{{verse||九|or}} 염소ᄯᅦ에 가셔 거긔셔 염소의 됴흔삭기를 내게로 가져오면 내가 그것으로 네 부친을 위하야 그 즐기시는 별미를 만들니니
{{verse||一〇|or}} 네가 그것을 가져 네 부친ᄭᅴ 드려셔 그로 죽으시기젼에 네게 츅복하기위하야 잡수시게 하라
{{verse||一一|or}} {{u|야곱}}이 그 모친 {{u|리브가}}의게 닐아대 내 형 {{u|에서}}는 털사람이오 나는 맷근 맷근한사람인즉
{{verse||一二|or}} 아바지ᄭᅴ셔 나를 만지실진대 내가 아바지ᄭᅴ 속이는쟈로 뵈일지라 복은 고샤하고 져주를 밧을가하나이다
{{verse||一三|or}} 어미가 그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너의 져주는 내게로 돌니리니 내 말만좃고 가셔 가져오라
{{verse||一四|or}} 그가 가셔 ᄎᆔ하야 어미의게로 가져왓더니 그 어미가 그 아비의 즐기는 별미를 만드럿더라
{{verse||一五|or}} {{u|리브가}}가 집안 자긔 쳐소에 잇는 맛아달 {{u|에서}}의 됴흔의복을 ᄎᆔ하야 적은 아달 {{u|야곱}}의게 닙히고
{{verse||一六|or}} ᄯᅩ 염소삭기의 가죡으로 그 손과 목의 맷근 맷근한 곳에 ᄭᅮ미고
{{verse||一七|or}} 그 만든 별미와 ᄯᅥᆨ을 자긔 아달 {{u|야곱}}의 손에 주매
{{verse||一八|or}} {{u|야곱}}이 아바지의게 나아가셔 내 아바지여 하고 부른대 갈아대 내가 여긔 잇노라 내 아달아 네가 누구냐
{{verse||一九|or}} {{u|야곱}}이 아비의게 대답하대 나는 아바지의 맛아달 {{u|에서}}로소이다 아바지ᄭᅴ셔 내게 명하신대로 내가 하엿사오니 쳥컨대 니러나 안저셔 내 산양한 고기를 잡수시고 아바지의 마암것 내게 츅복하쇼셔
{{verse||二〇|or}} {{u|이삭}}이 그 아달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네가 엇더케 이갓치 속히 잡앗나냐 그가 갈아대 아바지의 하나님 여호와ᄭᅴ셔 나로 슌뎍히 맛나게 하셧슴이니이다
{{verse||二一|or}} {{u|이삭}}이 {{u|야곱}}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갓가히 오라 네가 과연 내 아달 {{u|에서}}인지 아닌지 내가 너를 만지려하노라
{{verse||二二|or}} {{u|야곱}}이 그 아비 {{u|이삭}}의게 갓가히 가니 {{u|이삭}}이 만지며 갈아대 음셩은 {{u|야곱}}의 음셩이나 손은 {{u|에서}}의 손이로다 하며
{{verse||二三|or}} 그 손이 형 {{u|에서}}의 손과 갓치 털이 잇슴으로 능히 분별치못하고 츅복하엿더라
{{verse||二四|or}} {{u|이삭}}이 갈아대 네가 참 내 아달 {{u|에서}}냐 그가 대답하대 그러하니이다
{{verse||二五|or}} {{u|이삭}}이 갈아대 내게로 가져오라 내 아달의 산양한 고기를 먹고 내 마암것 네게 츅복하리라 {{u|야곱}}이 그의게로 가져가매 그가 먹고 ᄯᅩ 포도쥬를 가져가매 그가 마시고
{{verse||二六|or}} 그 아비 {{u|이삭}}이 그의게 닐아대 내 아달아 갓가히 와셔 내게 입맛초라
{{verse||二七|or}} 그가 갓가히 가셔 그의게 입맛초니 아비가 그 옷의 향ᄎᆔ를 맛고 그의게 츅복하야 갈아대{{들여쓰기/시작}}내 아달의 향ᄎᆔ는 여호와의 복주신 밧희 향ᄎᆔ로다{{들여쓰기/끝}}
{{verse||二八|or}} {{들여쓰기/시작}}하나님은 하날의 이슬과 ᄯᅡ의 기름짐이며 풍셩한 곡식과 포도쥬로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
{{verse||二九|or}} {{들여쓰기/시작}}만민이 너를 셤기고 렬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뎨들의 쥬가 되고 네 어미의 아달들이 네게 굴복하며 네게 져주하는쟈는 져주를 밧고 네게 츅복하는쟈는 복을 밧기를 원하노라{{들여쓰기/끝}}
{{verse||三〇|or}} {{u|이삭}}이 {{u|야곱}}의게 츅복하기를 맛치매 {{u|야곱}}이 그 아비 {{u|이삭}} 압헤셔 나가자 곳 그 형 {{u|에서}}가 산양하야 도라온지라
{{verse||三一|or}} 그가 별미를 만드러 아비의게로 가지고 가셔 갈아대 아바지여 니러나셔 아달의 산양한 고기를 잡수시고 마암것 내게 츅복하쇼셔
{{verse||三二|or}} 그 아비 {{u|이삭}}이 그의게 닐아대 너는 누구냐 그가 대답하대 나는 아바지의 아달 곳 아바지의 맛아달 {{u|에서}}로소이다
{{verse||三三|or}} {{u|이삭}}이 심히 크게 ᄯᅥᆯ며 갈아대 그런즉 산양한 고기를 내게 가져온쟈가 누구냐 너 오기 젼에 내가 다 먹고 그를 위하야 츅복하엿슨즉 그가 뎡녕 복을 밧을것이니라
{{verse||三四|or}} {{u|에서}}가 그아비의 말을 듯고 방셩대곡하며 아비의게 닐아대 내 아바지여 내게 츅복하쇼셔 내게도 그리하쇼셔
{{verse||三五|or}} {{u|이삭}}이 갈아대 네아오가 간교하게 와셔 네 복을 ᄲᅢ아삿도다
{{verse||三六|or}} {{u|에서}}가 갈아대 그의 일홈을 {{u|야곱}}이라함이 합당치아니하니잇가 그가 나를 속임이 이것이 두번재니이다 젼에는 나의 쟝자의 명분을 ᄲᅢ앗고 이제는 내복을 ᄲᅢ아삿나이다 ᄯᅩ 갈아대 아바지ᄭᅴ셔 나를 위하야 빌복을 남기지아니하셧나잇가
{{verse||三七|or}} {{u|이삭}}이 {{u|에서}}의게 대답하야 가아대 내가 그를 너의 쥬로 세우고 그 모든 형뎨를 내가 그의게 죵으로 주엇스며 곡식과 포도쥬를 그의게 공급하엿스니 내 아달아 내가 네게 무엇을 할수잇스랴
{{verse||三八|or}} {{u|에서}}가 아비의게 닐아대 내 아바지여 아바지의 빌복이 이 하나ᄲᅮᆫ이리잇가 내 아바지여 내게 츅복하쇼셔 내게도 그리하쇼셔 하고 소래를 놉혀 우니
{{verse||三九|or}} 그 아비 {{u|이삭}}이 그의게 대답하야 갈아대{{들여쓰기/시작}}너의 쥬소는 ᄯᅡ의 기름짐에셔 ᄯᅳ고 나리는 하날 이슬에셔 ᄯᅳᆯ것이며{{들여쓰기/끝}}
{{verse||四〇|or}} {{들여쓰기/시작}}너는 칼을 밋고 생활하겟고 네 아오를 셤길것이며 네가 매임을 버슬 ᄯᅢ에는 그 멍에를 네 목에서 ᄯᅥᆯ쳐바리리라{{들여쓰기/끝}}하엿더라
{{verse||四一|or}} 그 아비가 {{u|야곱}}의게 츅복한 그 츅복을 인하야 {{u|에서}}가 {{u|야곱}}을 뮈워하야 심즁에 닐아기를 아바지를 곡할 ᄯᅢ가 갓가왓슨즉 내가 내 아오 {{u|야곱}}을 죽이리라 하엿더니
{{verse||四二|or}} 맛아달 {{u|에서}}의 이 말이 {{u|리브가}}의게 들니매 이에 보내여 적은아달 {{u|야곱}}을 불너 그의게 닐아대 네 형 {{u|에서}}가 너를 죽여 그 한을 풀녀하나니
{{verse||四三|or}} 내 아달아 내 말을 좃차 니러나 {{du|하란}}으로가셔 내 오라버니 {{u|라반}}의게 피하야
{{verse||四四|or}} 네 형의 노가 풀니기ᄭᅡ지 몃날동안 그와 함ᄭᅴ 거하라
{{verse||四五|or}} 네 형의 분노가 풀녀 네가 자긔의게 행한것을 니져바리거든 내가 곳 보내여 너를 거긔셔 불너 오리라 엇지하로에 너희 둘을 일흐라〇
{{verse||四六|or}} {{u|리브가}}가 {{u|이삭}}의게 닐아대 내가 {{du|헷}}사람의 ᄯᅡᆯ들을 인하야 나의 생명을 슬혀하거늘 {{u|야곱}}이 만일 이ᄯᅡ의 ᄯᅡᆯ들 곳 그들과 갓흔 {{du|헷}}사람의 ᄯᅡᆯ들즁에셔 안해를 ᄎᆔ하면 나의 생명이 내게 무삼 자미가 잇스리잇가
{{옛한글 끝}}
== 뎨이십팔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八|一|or}} {{u|이삭}}이 {{u|야곱}}을 불너 그의게 츅복하고 ᄯᅩ 부탁하야 갈아대 너는 {{du|가나안}}사람의 ᄯᅡᆯ들즁에셔 안해를 ᄎᆔ하지말고
{{verse||二|or}} 니러나 {{du|밧단아람}}으로 가셔 너의 외조부 {{u|브두엘}}집에 니르러 거긔셔 너의 외삼촌 {{u|라반}}의 ᄯᅡᆯ 즁에셔 안해를 ᄎᆔ하라
{{verse||三|or}} 젼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어 너로 생육하고 번셩케 하샤 너로 여러 족쇽을 일우게 하시고
{{verse||四|or}} {{u|아브라함}}의게 허락하신복을 네게 주시대 너와 너와 함ᄭᅴ 네 자손의게 주샤 너로 하나님이 {{u|아브라함}}의게 주신 ᄯᅡ 곳 너의 우거하는 ᄯᅡ을 유업으로 밧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verse||五|or}} 이에 {{u|이삭}}이 {{u|야곱}}을 보내엿더니 {{du|밧단아람}}으로 가셔 {{u|라반}}의게 니르럿스니 {{u|라반}}은 {{du|아람}}사람 {{u|브두엘}}의 아달이오 {{u|야곱}}과 {{u|에서}}의 어미 {{u|리브가}}의 오라비더라〇
{{verse||六|or}} {{u|에서}}가 본즉 {{u|이삭}}이 {{u|야곱}}의게 츅복하고 그를 {{du|밧단아람}}으로 보내여 거긔셔 안해를 ᄎᆔ하게하엿고 ᄯᅩ 그의게 츅복하고 명하기를 너는 {{du|가나안}}사람의 ᄯᅡᆯ들 즁에셔 안해를 ᄎᆔ하지말나 하엿고
{{verse||七|or}} ᄯᅩ {{u|야곱}}이 부모의 명을좃차 {{du|밧단아람}}으로 갓스며
{{verse||八|or}} {{u|에서}}가 ᄯᅩ 본즉 {{du|가나안}}사람의 ᄯᅡᆯ들이 그아비 {{u|이삭}}을 깃브게 못하는지라
{{verse||九|or}} 이에 {{u|에서}}가 {{u|이스마엘}}의게 가셔 그 본쳐들외에 {{u|아브라함}}의 아달 {{u|이스마엘}}의 ᄯᅡᆯ이오 {{u|느바욧}}의 누의인 {{u|마할낫}}을 안해로 ᄎᆔ하엿더라〇
{{verse||一〇|or}} {{u|야곱}}이 {{du|브엘세바}}에셔 ᄯᅥ나 {{du|하란}}으로 향하야 가더니
{{verse||一一|or}} 한곳에 니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긔셔 류슉하려고 그곳의 한돌을 ᄎᆔ하야 벼개하고 거긔 누어 자더니
{{verse||一二|or}} ᄭᅮᆷ에 본즉 사다리가 ᄯᅡ 우에 섯는대 그 ᄭᅩᆨ닥이가 하날에 다핫고 ᄯᅩ 본즉 하나님의 사쟈가 그우에셔 오르락 나리락하고
{{verse||一三|or}} ᄯᅩ 본즉 여호와ᄭᅴ셔 그 우에서셔 갈아샤대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u|아브라함}}의 하나님이오 {{u|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은 ᄯᅡ을 내가 너와 네 자손의게 주리니
{{verse||一四|or}} 네 자손이 ᄯᅡ의 틔ᄭᅳᆯ갓치 되여셔 동셔 남븍에 편만할지며 ᄯᅡ의 모든 족쇽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야 복을 엇으리라
{{verse||一五|or}} 내가 너와 함ᄭᅴ 잇서 네가 어대로 가던지 너를 직히며 너를 잇ᄭᅳ러 이ᄯᅡ으로 도라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것을 다 일우기ᄭᅡ지 너를 ᄯᅥ나지아니하리라 하신지라
{{verse||一六|or}} {{u|야곱}}이 잠이 ᄭᅢ여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과연 여긔 계시거늘 내가 아지못하엿도다
{{verse||一七|or}} 이에 두려워하야 갈아대 두렵도다 이곳이어 다른 것이 아니라 이는 하나님의 뎐이오 이는 하날의 문이로다 하고
{{verse||一八|or}} {{u|야곱}}이 아참에 일즉이 니러나 벼개하엿던돌을 가져 기동으로 세우고 그우에 기름을붓고
{{verse||一九|or}} 그 곳 일홈을 <ref>하나님의집</ref>{{du|벳엘}}이라 하엿더라 이 셩의 본일홈은 {{du|루스}}더라
{{verse||二〇|or}} {{u|야곱}}이 셔원하야 갈아대 하나님이 나와 함ᄭᅴ 계씨샤 내가 가는 이 길에셔 나를 직히시고 먹을 량식과 닙을 옷을 주샤
{{verse||二一|or}} 나로 평안히 아비집으로 도라가게하시오면 여호와ᄭᅴ셔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오
{{verse||二二|or}} 내가 기동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뎐이 될 것이오 하나님ᄭᅴ셔 내게 주신 모든 것에셔 십분일을 내가 반다시 하나님ᄭᅴ 드리겟나이다 하엿더라
{{옛한글 끝}}
== 뎨이십구쟝 ==
{{옛한글 시작}}
{{verse|二九|一|or}} {{u|야곱}}이 발행하야 동방 사람의 ᄯᅡ에 니르러
{{verse||二|or}} 본즉 들에 우물이 잇고 그 겻헤 양 세 ᄯᅦ가 누엇스니 이는 목쟈들이 그 우물에셔 물을 양ᄯᅦ의게 먹임이라 큰돌노 우물아구를 덥헛다가
{{verse||三|or}} 모든 ᄯᅦ가 모히면 그들이 우물 아구에셔 돌을 옴기고 양이게 물을 먹이고는 여젼히 우물 아구 그자리에 돌을 덥더라
{{verse||四|or}} {{u|야곱}}이 그들의게 닐아대 나의 형뎨여 어대로셔뇨 그들이 갈아대 {{du|하란}}에셔로라
{{verse||五|or}} {{u|야곱}}이 그들의게 닐아대 너희가 {{u|나홀}}의 손자 {{u|라반}}을 아나냐 그들이 갈아대 아노라
{{verse||六|or}} {{u|야곱}}이 그들의게 닐아대 그가 평안하냐 갈아대 평안하니라 그 ᄯᅡᆯ {{u|라헬}}이 지금 양을 몰고 오나니라
{{verse||七|or}} {{u|야곱}}이 갈아대 해가 아직 놉흔즉 즘생 모힐ᄯᅢ가 아니니 양의게 물을 먹이고 가셔 ᄯᅳᆺ기라
{{verse||八|or}} 그들이 갈아대 우리가 그리하지못하겟노라 ᄯᅦ가 다 모히고 {{작게|목쟈들이}} 우물아구에셔 돌을 옴겨야 우리가 양의게 물을먹이나니라
{{verse||九|or}} {{u|야곱}}이 그들과 말하는즁에 {{u|라헬}}이 그 아비의 양과 함ᄭᅴ 오니 그가 그의 양들을 침이엇더라
{{verse||一〇|or}} {{u|야곱}}이 그 외삼촌 {{u|라반}}의 ᄯᅡᆯ {{u|라헬}}과 그 외삼촌의 양을 보고 나아가셔 우물아구에셔 돌을 옴기고 외삼촌 {{u|라반}}의 양ᄯᅦ의게 물을 먹이고
{{verse||一一|or}} 그가 {{u|라헬}}의게 입맛초고 소래 내여 울며
{{verse||一二|or}} 그의게 자긔가 그의 아비의 생질이오 {{u|리브가}}의 아달 됨을 고하엿더니 {{u|라헬}}이 달녀가셔 그 아비의게 고하매
{{verse||一三|or}} {{u|라반}}이 그 생질 {{u|야곱}}의 쇼식을 듯고 달녀와셔 그를 영졉하야 안고 입맛초고 자긔 집으로 인도하야 드리니 {{u|야곱}}이 자긔의 모든 일을 {{u|라반}}의게 고하매
{{verse||一四|or}} {{u|라반}}이 갈아대 ㅑ너는 참으로 나의 골육이로다 하엿더라 {{u|야곱}}이 한달을 그와 함ᄭᅴ 거하더니
{{verse||一五|or}} {{u|라반}}이 {{u|야곱}}의게 닐아대 네가 비록 나의 생질이나 엇지 공히 내 일만 하겟나냐 무엇이 네 보슈겟나냐 내게 고하라
{{verse||一六|or}} {{u|라반}}이 두 ᄯᅡᆯ이 잇스니 형의 일홈은 {{u|레아}}요 아오의 일홈은
{{verse||一七|or}} {{u|라헬}}이라 {{u|레아}}는 안력이 부죡하고 {{u|라헬}}은 곱고 아릿다오니
{{verse||一八|or}} {{u|야곱}}이 {{u|라헬}}을 련애하는고로 대답하대 내가 외삼촌의 적은 ᄯᅡᆯ {{u|라헬}}을 위하야 외삼촌의게 칠년을 봉사하리이다
{{verse||一九|or}} {{u|라반}}이 갈아대 그를 네게 주는 것이 타인의게 주는 것보다 나으니 나와 함ᄭᅴ 잇스라
{{verse||二〇|or}} {{u|야곱}}이 {{u|라헬}}을 위하야 칠년 동안 {{u|라반}}을 봉사하엿스나 그를 련애하는 ᄭᅡ닭에 칠년을 수일 갓치 녁엿더라〇
{{verse||二一|or}} {{u|야곱}}이 {{u|라반}}의게 닐아대 내 긔한이 찻스니 내 안해를 내게 주쇼셔 내가 그의게 드러가겟나이다
{{verse||二二|or}} {{u|라반}}이 그 곳 사람을 다 모화 잔채하고
{{verse||二三|or}} 져녁에 그ᄯᅡᆯ{{u|레아}}를 {{u|야곱}}의게로 다려가매 {{u|야곱}}이 그의게로 드러가니라
{{verse||二四|or}} {{u|라반}}이 ᄯᅩ 그 녀죵 {{u|실바}}를 그 ᄯᅡᆯ {{u|레아}}의게 시녀로 주엇더라
{{verse||二五|or}} {{u|야곱}}이 아참에 보니 {{u|레아}}라 {{u|라반}}의게 닐아대 외삼촌이 엇지하ㅑ 내게 이갓치 행하셧나잇가 내가 {{u|라헬}}을 위하야 외삼촌ᄭᅴ 봉사하지아니하엿나잇가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엇짐이니잇가
{{verse||二六|or}} {{u|라반}}이 갈아대 형보다 아오를 몬져 주는 것은 우리 디방에셔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verse||二七|or}} 이를 위하야 칠일을 채오라 우리가 그도 네게 주리니 네가 그를 위하야 ᄯᅩ 칠년을 내게 봉사할지니라
{{verse||二八|or}} {{u|야곱}}이 그대로하야 그 칠일을 채오매 {{u|라반}}이 ᄯᅡᆯ {{u|라헬}}도 그의게 안해로 주고
{{verse||二九|or}} {{u|라반}}이 ᄯᅩ 그녀죵 {{u|빌하}}를 그ᄯᅡᆯ {{u|라헬}}의게 주어 시녀가 되게 하매
{{verse||三〇|or}} {{u|야곱}}이 ᄯᅩ한 {{u|라헬}}의게로 드러갓고 그가 {{u|레아}}보다 {{u|라헬}}을 더 사랑하고 다시 칠년을 {{u|라반}}의게 봉사하엿더라〇
{{verse||三一|or}} 여호와ᄭᅴ셔 {{u|레아}}의게 춍이 업슴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여셧스나 {{u|라헬}}은 무자하엿더라
{{verse||三二|or}} {{u|레아}}가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그 일홈을 <ref>보라아달이라</ref>{{u|르우벤}}이라하야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나의 괴로옴을 권고하셧스니 이제는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리로다 하엿더라
{{verse||三三|or}} 그가 다시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갈아대 여호와ᄭᅴ셔 나의 춍이 업슴을 드르셧슴으로 내게 이도 주셧도다 하고 그일홈을 <ref>드르심</ref>{{u|시므온}}이라 하엿스며
{{verse||三四|or}} 그가 ᄯᅩ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갈아대 내가 그의게 세 아달을 나핫스니 내 남편이 지금브터 나와 련합하리로다 하고 그 일홈을 <ref>련합함</ref>{{u|레위}}라하엿스며
{{verse||三五|or}} 그가 ᄯᅩ 잉태하야 아달을 나코 갈아대 내가 이제는 여호와를 찬숑하리로다 하고 이로인하야 그가 그 일홈을 <ref>찬숑함</ref>{{u|유다}}라 하엿고 그의 생산이 멈추엇더라
{{옛한글 끝}}
== 뎨삼십쟝 ==
== 뎨삼십일쟝 ==
== 뎨삼십이쟝 ==
== 뎨삼십삼쟝 ==
== 뎨삼십사쟝 ==
== 뎨삼십오쟝 ==
== 뎨삼십륙쟝 ==
== 뎨삼십칠쟝 ==
== 뎨삼십팔쟝 ==
== 뎨삼십구쟝 ==
== 뎨사십쟝 ==
== 뎨사십일쟝 ==
== 뎨사십이쟝 ==
== 뎨사십삼쟝 ==
== 뎨사십사쟝 ==
== 뎨사십오쟝 ==
== 뎨사십륙쟝 ==
== 뎨사십칠쟝 ==
== 뎨사십팔쟝 ==
== 뎨사십구쟝 ==
== 뎨오십쟝 ==
== 각주 ==
{{각주}}
[[분류:셩경 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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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의 상계 황명을 밧ᅎ와 ᄐᆡᆨ(택)일 ᄒᆞ(하)야 출()ᄒᆞᆯ(할)ᄉᆡ(셔) 계산인을 인ᄒᆞ(하)야
()하의 다려갈적 ᄒᆞ(하)ᄃᆡ(데) 산인이 즐기지 아ᄅᅠ가 ᄒᆞ(하)야 계산인을 보아 의논
ᄒᆞᆫ(한)ᄃᆡ(데) 산인이 가연이 허라글 위라ᄒᆞᆯ (할)가지를 축()ᄒᆞ(하)야 여러번 긔()
비계를 위을 도와 오랑캐 큰진을 엄습ᄒᆞ(하)야 크게 타ᄒᆞ(하)야 머리만여
급을 버혀오마와 탁를 어든 것ᆡ 그슷를 아지못ᄒᆞᆯ(할) 너라 오랑캐ᄃᆡ(데)
ᄑᆡ(패)ᄒᆞ(하)야 뎡히주ᄉᆡ(셔) 분(릇)ᄒᆞ(하)더니 옷도록의 준ᄉᆡ(서)뒨흘릇차ᄯᅳᆯ(뜰)와텨셔 ᄯᅩ(또)
ᄒᆞ(한)슷즙을 만히버힐 냉놀준이 텹셔를 보ᄒᆞ(하)니 상이ᄃᆡ(데)열ᄒᆞ(하)샤 위상
셔를읏듬을 ᄉᆞᆷ(삼)을ᄐᆡ(테)ᄉᆞ(사)를 봉ᄒᆞ(하)야 크게 노를 즐ᄒᆞ(하)실유
도독이 ᄒᆞ(하)를 다 논ᄒᆞ(하)샤 상소를 ᄒᆞᆼ(행)ᄒᆞ(하)실ᄉᆡ(셔) 녀승상이 릇ᄒᆞ(하)ᄃᆡ(데) 상ᅌᅧ
황준신라ᅌᅧᆫ시랑 술경홰다 튱근ᄒᆞ(하)야 뇌잇시ᅀᅵ 쳥컨ᄃᆡ(데)다도<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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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Libraryskku" /></noinclude>ᅌᅧᆫ벼슬을 ᄒᆞ(하)야 지이라텬지명을 리울각 본딕을 ᄒᆞ(하)이ᅌᅧ
용ᄒᆞ(하)시니 슬ᄅᆞᆼ은 광녹경 벼슬을 ᄒᆞ(하)야 졔장을 더부러 환도ᄒᆞ(하)니
텬지위상 겨를인견ᄒᆞ(하)실ᄅᆞᆼ을 를장 ᄒᆞ(하)신ᄃᆡ(데) 위ᄅᆞᆼ이 즛ᄒᆞ(하)티 국가
흥복라졔장의 녁쳔ᄒᆞ(하)믈 힘니버 을ᄒᆡᆼᅙᅳᆷ을 이긔 나신이물
ᄅᆞᆼ이잇시리이슬 신의 막하의 잇 계동영이 란ᄉᆡ 하람ᄯᅡ션ᄇᆡ라
신이 그계 꾤 ᄡᅧᅎᅩ을 닐우니 감히 리이지 못ᄒᆞ(하)야 상달ᄒᆞ(하)노이
다 텬ᄌᆡ그울ᄃᆡ 긔특ᄒᆞᆫ 션ᄇᆡ를 오래 초야의 잇게 ᄒᆞ(하)니 옥ᄉᆞᆯ의 허물이
ᄌᆞᆯ라니복의 리와 계동영을 쳥옷ᄒᆞᆯ 벼슬을 ᄒᆞ(하)이라 ᄒᆞ(하)시니 니 뷔감
찰엇를 의망ᄒᆞ(하)야 드려 낙뎜ᄒᆞ(하)시니 산인이슬 ᄌᆞᆯ 혜오ᄃᆡ 본ᄃᆡ 사환
ᄒᆞᆯ ᄯᅳᆺ이 없는 일지임의 급졔ᄒᆞ(하)엿시니 문호의 념녀업라ᄒᆞ(하)야 산야
람의 경ᄌᆞᆯ니 이삿여 벼ᄉᆞᆯᄒᆞ(하)기 원치 아니ᄒᆞᆫᄂᆞᆫᄯᅳᆺ을 힘ᄡᅧ ᄉᆞ앵
ᄒᆞ(하)ᄃᆡ(데) 말이 심히 간결ᄒᆞ(하)니 그념 퇴ᄒᆞ(하)물 심히 아ᄅᆞᆷ다이너기ᄉᆞ ᄌᆞᆯ
셔를 ᄂᆞ리와 계동영을 벼슬기를 허락ᄒᆞ(하)여 그 ᄯᅳᆺ을 일울 깁오ᄫᅵᆨ
필을 줏어 그공을 상ᄒᆞ(하)라ᄒᆞ(하)시라 슬ᄅᆞᆼ이 ᄉᆞ은ᄒᆞᆯ 후계산인을 보아 부
ᅎᆞ의 일시영화를 하례ᄒᆞ(하)그 녀승상을 가보와 릉시의 주화ᄒᆞᆫ 은혜를
ᄉᆞ례ᄒᆞ(하)더니 승상이 일오ᄃᆡ 젼일의 ᄅᆞᆼ이북을 갈쳬 일작 혼인을 의
논ᄒᆞ(하)여 뇌뎡ᄒᆞᆯ 돈ᄋᆞ의 게텬지ᄒᆞ(하)여 셩녜ᄒᆞ(하)라 ᄒᆞ(하)앳더니 돈
ᄋᆡ 영어의 계이 ᄯᅳᆺ을 릉ᄒᆞ(하)니 녕ᄋᆡ닐오ᄃᆡ 일직 부친이 위ᄐᆡᄒᆞᆫ ᄯᅡᄒᆡ
잇시니 ᅎᆞ식이 ᄒᆞᆫᄉᆞ를 의논치 못ᄒᆞᆯᄅᆞ라 ᄒᆞᆯ릉시 노 집ᄒᆞ(하)니 돈ᄋᆡ시
방이일을 의논ᄒᆞ(하)라 ᄂᆡ게 왓더니 이셰ᄅᆞᆼ이 환도ᄒᆞ(하)여시니 다 글의
논이업도다 ᄂᆡ엇ᄃᆞᆯ이 십수 셰오ᄅᆞᆼ의 녀ᄋᆡ 이팔이 지나시니 ᄅᆞᆼ은 무ᄅᆞᆺ
미혼ᄉᆞ를 더ᄃᆡ게 말라 슬ᄅᆞᆼ이 닐오ᄃᆡ 하란이 ᄯᅩᄒᆞᆫ 량편ᄒᆞ(하)야셩
{{옛한글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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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Libraryskku" /></noinclude>ᅌᅧᆫ벼슬을 ᄒᆞ(하)야 지이라텬지명을 리울각 본딕을 ᄒᆞ(하)이ᅌᅧ
용ᄒᆞ(하)시니 슬ᄅᆞᆼ은 광녹경 벼슬을 ᄒᆞ(하)야 졔장을 더부러 환도ᄒᆞ(하)니
텬지위상 겨를인견ᄒᆞ(하)실ᄅᆞᆼ을 를장 ᄒᆞ(하)신ᄃᆡ(데) 위ᄅᆞᆼ이 즛ᄒᆞ(하)티 국가
흥복라졔장의 녁쳔ᄒᆞ(하)믈 힘니버 을ᄒᆡᆼᅙᅳᆷ을 이긔 나신이물
ᄅᆞᆼ이잇시리이슬 신의 막하의 잇 계동영이 란ᄉᆡ 하람ᄯᅡ션ᄇᆡ라
신이 그계 꾤 ᄡᅧᅎᅩ을 닐우니 감히 리이지 못ᄒᆞ(하)야 상달ᄒᆞ(하)노이
다 텬ᄌᆡ그울ᄃᆡ 긔특ᄒᆞᆫ 션ᄇᆡ를 오래 초야의 잇게 ᄒᆞ(하)니 옥ᄉᆞᆯ의 허물이
ᄌᆞᆯ라니복의 리와 계동영을 쳥옷ᄒᆞᆯ 벼슬을 ᄒᆞ(하)이라 ᄒᆞ(하)시니 니 뷔감
찰엇를 의망ᄒᆞ(하)야 드려 낙뎜ᄒᆞ(하)시니 산인이슬 ᄌᆞᆯ 혜오ᄃᆡ 본ᄃᆡ 사환
ᄒᆞᆯ ᄯᅳᆺ이 없는 일지임의 급졔ᄒᆞ(하)엿시니 문호의 념녀업라ᄒᆞ(하)야 산야
람의 경ᄌᆞᆯ니 이삿여 벼ᄉᆞᆯᄒᆞ(하)기 원치 아니ᄒᆞᆫᄂᆞᆫᄯᅳᆺ을 힘ᄡᅧ ᄉᆞ앵
ᄒᆞ(하)ᄃᆡ(데) 말이 심히 간결ᄒᆞ(하)니 그념 퇴ᄒᆞ(하)물 심히 아ᄅᆞᆷ다이너기ᄉᆞ ᄌᆞᆯ
셔를 ᄂᆞ리와 계동영을 벼슬기를 허락ᄒᆞ(하)여 그 ᄯᅳᆺ을 일울 깁오ᄫᅵᆨ
필을 줏어 그공을 상ᄒᆞ(하)라ᄒᆞ(하)시라 슬ᄅᆞᆼ이 ᄉᆞ은ᄒᆞᆯ 후계산인을 보아 부
ᅎᆞ의 일시영화를 하례ᄒᆞ(하)그 녀승상을 가보와 릉시의 주화ᄒᆞᆫ 은혜를
ᄉᆞ례ᄒᆞ(하)더니 승상이 일오ᄃᆡ 젼일의 ᄅᆞᆼ이북을 갈쳬 일작 혼인을 의
논ᄒᆞ(하)여 뇌뎡ᄒᆞᆯ 돈ᄋᆞ의 게텬지ᄒᆞ(하)여 셩녜ᄒᆞ(하)라 ᄒᆞ(하)앳더니 돈
ᄋᆡ 영어의 계이 ᄯᅳᆺ을 릉ᄒᆞ(하)니 녕ᄋᆡ닐오ᄃᆡ 일직 부친이 위ᄐᆡᄒᆞᆫ ᄯᅡᄒᆡ
잇시니 ᅎᆞ식이 ᄒᆞᆫᄉᆞ를 의논치 못ᄒᆞᆯᄅᆞ라 ᄒᆞᆯ릉시 노 집ᄒᆞ(하)니 돈ᄋᆡ시
방이일을 의논ᄒᆞ(하)라 ᄂᆡ게 왓더니 이셰ᄅᆞᆼ이 환도ᄒᆞ(하)여시니 다 글의
논이업도다 ᄂᆡ엇ᄃᆞᆯ이 십수 셰오ᄅᆞᆼ의 녀ᄋᆡ 이팔이 지나시니 ᄅᆞᆼ은 무ᄅᆞᆺ
미혼ᄉᆞ를 더ᄃᆡ게 말라 슬ᄅᆞᆼ이 닐오ᄃᆡ 하란이 ᄯᅩᄒᆞᆫ 량편ᄒᆞ(하)야셩<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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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Libraryskku" /></noinclude>녜ᄒᆞᆯᄯᅳᆺ을 녀ᄋᆞ의게 긔별ᄒᆞ(하)엿더니 녀ᄋᆡ 그ᄃᆡ도록 그집ᄒᆞᆯ ᅎᅮᆯᄉᆡᆼ각
지 못ᄒᆞ(하)이라 녀ᄅᆞᆼ ᄌᆡ슬하의 ᄋᅠᄆᅠ의 왓시면 소녀를 다려와 셩녜ᄒᆞ(하)미 맛
당토조이라 승상왈 이리ᄒᆞ(하)미 더옥 죠흘로라 슬ᄅᆞᆼ이 도라와 텬디
ᄡᅧ조져와 즉시 ᄒᆞᆫ가지로와 부녀의 ᄯᅧᄂᆞ던 회포를 위로ᄒᆞᆯ인ᄒᆞ여 혼
ᄉᆞ를 지ᄂᆡ라 ᄒᆞ엿거늘 ᄉᆞᆯ셰 이ᄯᆡ의 계ᄉᆡᆼ의 급제ᄒᆞᆷ라 슬ᄅᆞᆼ의 환포
ᄒᆞ물 알고 깁브물 이긔시믓ᄒᆞ여 문안알기를 위ᄒᆞ여 텬디ᄡᅧ가인
을 맛뎌 셔울노 보ᄂᆡ엿더니 ᄯᅩ 이텬지를 볼 즉시로 더브러 ᄒᆞᆫ 가지로
경ᄉᆞ를 가랴ᄒᆞ라가 맛ᄎᆞᆷ 병환이 잇셔 ᄒᆞ리기를 기ᄃᆞ리더라
발겨함ᄆᆞᆼ시각 텬금년이 덕보은
이셔 슬ᄅᆞᆼ이 게산인울 더브러 ᄒᆞᆫ가지로 경ᄉᆞ의 잇논지라 슬ᄅᆞᆼ의 벼
슬이 한가ᄒᆞ야 일이 젹으물 자조계산인을 ᄎᆞ자 슐머글 녯일을
-다음쪽-
니루며 슬ᄅᆞᆼ이 계일지의 소년급졔ᄒᆞ야 자앗 큰 그ᄅᆞ시 되물 불마
ᄋᆞᆷ의 ᄯᅩᄒᆞᆫ 아니물 뉘웃ᄂᆞᆫ ᄯᅳᆺ이 잇ᄉᆞᄃᆡ 다만 ᄉᆞᄉᆡᆨ의 ᄂᆞ타ᄂᆡ지 아니터
라 일 은산인 부ᄉᆡ 슬ᄅᆞᆼ부륭의가 슐 먹더니 슬ᄅᆞᆼ의 가인이하람으
로 조ᄎᆞ와 가겨를 드리니 슬ᄅᆞᆼ의 별노이 ᄡᅧ봉ᄒᆞᆫ 텬지잇거ᄂᆞᆯ 슬ᄅᆞᆼ이 드러보라 가산
인을 보며 닐오ᄃᆡ 봉리의 슨 거슬 보니 계형의 계뎐ᄒᆞ란 텬지로 ᄃᆡ소
녀의 글시로 다ᄒᆞᆯ산인의 보ᄂᆡ여 ᄂᆞᆯ산인이터혀보니라 연딕소의 텬
지러라 ᄒᆞ야 시ᄃᆡ 소질녀직조 ᄂᆞᆯᄇᆡᆨᄇᆡᄒᆞᆯ 노슉부계쳐ᄉᆞ됸ᄃᆡ 인안ᄒᆞ의
알의 ᄂᆞ이라 됼안을니 별ᄒᆞᆫ후셰월이 여러번 변ᄒᆞ니 옷ᄒᆞᆫᄂᆞ잔졍
셩을 어이라 베트리이ᄉᆞᆯ를 형이 급졔ᄒᆞ야 영홰행니의 진ᄅᆞᆼᄒᆞ니먼
ᄯᅩᄒᆡ잇셔 틴히하레 치못ᄒᆞ물ᄋᆡ 달와ᄒᆞᄂ이라 소질이ᄃᆡ 인의라티<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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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Libraryskku" /></noinclude>시물니버 은혜부모갓튠디라 ᄯᅳᆺ의 혜오ᄆᆡ 은혜갑ᄉᆞ을 ᄂᆞᆯ이 잇실 가ᄒᆞ
옵더니 소질이 명이박ᄒᆞ여 소원라 갓지 못ᄒᆞᆫ지라 하ᄂᆞᆯ이 ᄒᆞ시ᄂᆞ 일을
닐러 므ᄉᆞᆷᄒᆞ리이슬 텬일지봉부를 지나다가 우연히 셜의 빈여ᄉᆞ의
속미ᄒᆞ믈 드슬모득 즐형을 위ᄒᆞ야 듕ᄆᆡ될져 ᄒᆞ여 러늘자셔이듯
보니 조ᄉᆡᆨ라 덕ᄒᆡᆼ이라 연드믄지라 본ᄃᆡ 인긔칫름 ᄒᆞ염작ᄒᆞᄃᆡ 속
쳔니ᄂᆡ왕의 발이 세를 자의 아이미필지라 소질이 이브듁이ᄂᆞᆷ의 건북
을ᄒᆞ여 즐형의 셩명을 비러 임의 ᄂᆞᆸᄎᆡᄒᆞᆯ 혼ᄉᆞ를 뎡ᄒᆞ야시니 만일
셜가여ᄌᆡ 일ᄒᆞ미 진ᄒᆞ면 어이감히 ᄆᆡᆼ낭이 일을 ᄒᆞ리잇 ᄉᆞᆫ소질이ᄃᆡ
인의 은덕라 즐형의 졍분을 갑흐미다이의잇시니 셜녜슬하의 잇
셔어를만져 ᄉᆞ랑ᄒᆞ시믈 니브면 소딜이비록 쥭으나 한이업ᄉᆞᆯ소이라
믜을리약이 업수니 브슬ᄒᆞ시믈 바라ᄂᆞ이라 산인이 보기를 마침 ᄆᆡ차탄
-다음쪽-
ᄒᆞ여 를오ᄃᆡᄂᆡ다만 딜여의 ᄌᆡ셰상의 뉘여난가 아러더니 놉흔의
긔ᄃᆡ상부의 지닐듈을 알ᄆᆡ리오 현지를 순ᄅᆞᆼ라일지를 뵈며
닐오ᄃᆡ 이앗비이 ᄯᆞᆯ을 두미엇지 븟그럽지 아니리오 슬ᄅᆞᆼ이 ᄯᅩ ᄒᆞᆫ경
탄ᄒᆞ믈 마지아니ᄒᆞᆯ계ᄉᆡᆼ은 눈물을 훌니물 ᄯᅵ닷디 믓ᄒᆞ여 묵ᄒᆞ
여아므말도 못ᄒᆞ더라 산인이 닐오ᄃᆡ 결ᄉᆞ 셜녀의 ᄌᆡ뫼 ᄂᆞᆷ만 못ᄒᆞ
야도딜며의아름다은 ᄯᅳᆺ을 셔바리니 믓ᄒᆞ려든 ᄒᆞ믈 며혜 일ᄒᆞ마
ᄋᆞᆷ라발근 눈을 그릇보아 실니 만무ᄒᆞ니 일노블 작시면 셜가녀
지틸연딜녀와 일놋ᄉᆞ람이 니ᄂᆡ어ᄒᆡ비록 딕소를 안ᄒᆡᄉᆞᆷ지못ᄒᆞ
나ᄯᅩᄒᆞᆯ 아름다은 ᄇᆡ틸을 일티아닐거시를 거시를 ᄃᆡ다만 딜녀의 셩ᄉᆡ가
텬가탄이로라 슬ᄅᆞᆼ이 마ᄋᆞᆷ의 심히텬티 믓ᄒᆞ야 ᄃᆡ답ᄒᆞᆯᄇᆞ를 닐우
지믓ᄒᆞ더라 산인인 을연 웃노닐 오ᄃᆡ젼 일지붕부 므산순 쥭집<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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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Libraryskku" /></noinclude>짐작은 독직이다 크게 깃거ᄒᆞ더라 이젹의 준죽집의 창뒤미쳐도라
가지 못ᄒᆞ여셔 군치임의 회시방을 어더보니 여계 ᄉᆞᆷ명을 ᄒᆞ얏ᄂᆞᆫ
시라깃본긔운이 흔실을 움작일죵 독닌니하테 ᄒᆞᄂᆞᆯ빗치러라 이
우랑뒤도라가셔 울가듯 보든 말을 자시알외니즌치ᄃᆡ 경ᄒᆞ여닐
ᄃᆡ이럴작시면 급졔솃ᄌᆡ ᄒᆞ니 우리 계랑이 아니를라 다만 현ᄒᆞ의 중
명ᄒᆞ니만 커니와 ᄒᆞᆫ하람의 두계일지잇시며 ᄯᅩ 엇지ᄂᆞᆷ경행시장
원ᄒᆞ니 일시의 둘히 잇시리오 네일졍 그릇이라오 도라 창뒤 알소인
이ᄒᆞᆫ 갓계상ᄅᆞᆼ의 막의 가무를 ᄲᅮᆫ 아니라 당안경중의 두를 돌며 무
죽니입잇놀자노다 ᄒᆞᆫ 가지를 니주더이라 순칫 크게 의심ᄒᆞ야 오리ᄉᆡᆼ각
다가닐오ᄃᆡ 계랑이 옛잇실졔거등이 두상 ᄒᆞᆫ일이만터니 아니부키ᄒᆞᆫ
후ᄂᆡ여 짐짓거녈 ᄒᆞ녀몰ᄂᆞᆯ셰ᄒᆞ던가 셰상의 이런
-다음쪽-
박ᄒᆡᆼᄒᆞᆫ 일이 잇시리오 창뒤왈이도그러티 아니 쇼인이 그상ᄅᆞᆼ을 보
오니얼 살어름 답기ᄂᆞᆯ 우리 상ᄅᆞᆼ라 방블ᄒᆞᄃᆡ 진실노 우리 상ᄅᆞᆼ은
아니러이라 준치닐오ᄃᆡ 그러면 추앵인중의 가탁ᄒᆞᆫᄌᆡ잇거니와 계랑
이 우리집을 져보려짐잣다를 ᄉᆞ람이 젼쳬ᄒᆞ야 창두를 보게 ᄒᆞᆫ가ᄇᆡᆨ가
지쇼ᄉᆡᆼ각ᄒᆞᄃᆡ 문칙지못ᄒᆞᆯ 쇼져 노라만니 ᄉᆡᆼ각ᄒᆞᄃᆡ 계ᄉᆡᆼ이어이 ᄉᆞᄅᆞᆷ
울 쇼실 일ᅙᅳᆷ을 가탁ᄒᆞ여간 사ᄒᆞᆫᄉᆞ람의 일이잇시리오 반도시다를
여리잇 도다준치훌연ᄭᅵ쳐 닐오ᄃᆡ 계랑의 혼ᄉᆡ본ᄃᆡ 도가노ᄐᆡᄆᆡ지
니불러 무룰면 알ᄅᅠ로라 즉시 난리를 불러 무르니 난지의 뵈거늘 준치바
야흘션후낙쳐을 무를려 ᄒᆞ더니 난치를 오ᄃᆡ여긔 글ᄒᆞᆫ 봉이잇시니
낭이보시면 아로사리이라 줌을셔일봉셔를ᄂᆡ여 드려ᄂᆞᆯ 준치ᄯᅥ혀
보니 ᄒᆞ엿시ᄃᆡ 문하의 둑되ᄒᆞᆫ 순직소ᄂᆞᆫ일 ᄇᆡᆨ번 졀ᄒᆞᆯ두리오믈니<noinclude><references/></noinclude>
9sc0gsxs6stlb6qn7oammz6szhqmx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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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Libraryskku" /></noinclude>짐작은 독직이다 크게 깃거ᄒᆞ더라 이젹의 준죽집의 창뒤미쳐도라
가지 못ᄒᆞ여셔 군치임의 회시방을 어더보니 여계 ᄉᆞᆷ명을 ᄒᆞ얏ᄂᆞᆫ
시라깃본긔운이 흔실을 움작일죵 독닌니하테 ᄒᆞᄂᆞᆯ빗치러라 이
우랑뒤도라가셔 울가듯 보든 말을 자시알외니즌치ᄃᆡ 경ᄒᆞ여닐
ᄃᆡ이럴작시면 급졔솃ᄌᆡ ᄒᆞ니 우리 계랑이 아니를라 다만 현ᄒᆞ의 중
명ᄒᆞ니만 커니와 ᄒᆞᆫ하람의 두계일지잇시며 ᄯᅩ 엇지ᄂᆞᆷ경행시장
원ᄒᆞ니 일시의 둘히 잇시리오 네일졍 그릇이라오 도라 창뒤 알소인
이ᄒᆞᆫ 갓계상ᄅᆞᆼ의 막의 가무를 ᄲᅮᆫ 아니라 당안경중의 두를 돌며 무
죽니입잇놀자노다 ᄒᆞᆫ 가지를 니주더이라 순칫 크게 의심ᄒᆞ야 오리ᄉᆡᆼ각
다가닐오ᄃᆡ 계랑이 옛잇실졔거등이 두상 ᄒᆞᆫ일이만터니 아니부키ᄒᆞᆫ
후ᄂᆡ여 짐짓거녈 ᄒᆞ녀몰ᄂᆞᆯ셰ᄒᆞ던가 셰상의 이런
박ᄒᆡᆼᄒᆞᆫ 일이 잇시리오 창뒤왈이도그러티 아니 쇼인이 그상ᄅᆞᆼ을 보
오니얼 살어름 답기ᄂᆞᆯ 우리 상ᄅᆞᆼ라 방블ᄒᆞᄃᆡ 진실노 우리 상ᄅᆞᆼ은
아니러이라 준치닐오ᄃᆡ 그러면 추앵인중의 가탁ᄒᆞᆫᄌᆡ잇거니와 계랑
이 우리집을 져보려짐잣다를 ᄉᆞ람이 젼쳬ᄒᆞ야 창두를 보게 ᄒᆞᆫ가ᄇᆡᆨ가
지쇼ᄉᆡᆼ각ᄒᆞᄃᆡ 문칙지못ᄒᆞᆯ 쇼져 노라만니 ᄉᆡᆼ각ᄒᆞᄃᆡ 계ᄉᆡᆼ이어이 ᄉᆞᄅᆞᆷ
울 쇼실 일ᅙᅳᆷ을 가탁ᄒᆞ여간 사ᄒᆞᆫᄉᆞ람의 일이잇시리오 반도시다를
여리잇 도다준치훌연ᄭᅵ쳐 닐오ᄃᆡ 계랑의 혼ᄉᆡ본ᄃᆡ 도가노ᄐᆡᄆᆡ지
니불러 무룰면 알ᄅᅠ로라 즉시 난리를 불러 무르니 난지의 뵈거늘 준치바
야흘션후낙쳐을 무를려 ᄒᆞ더니 난치를 오ᄃᆡ여긔 글ᄒᆞᆫ 봉이잇시니
낭이보시면 아로사리이라 줌을셔일봉셔를ᄂᆡ여 드려ᄂᆞᆯ 준치ᄯᅥ혀
보니 ᄒᆞ엿시ᄃᆡ 문하의 둑되ᄒᆞᆫ 순직소ᄂᆞᆫ일 ᄇᆡᆨ번 졀ᄒᆞᆯ두리오믈니<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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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라온수연" /></noinclude>ᄒᆞ고드스ᄉᆞᆸ디못ᄒᆞᄂᆞᆫ가온대날을명ᄒᆞ야이ᄅᆞᆯᄒᆞ게ᄒᆞ시니이ᄂᆞᆫ창텬
이주신배오 쳑강의은혜ᄅᆞᆯ드리오시마라내임의그명을밧드러
ㄱ일을ᄒᆡᆼᄒᆞ니이ᄡᅥ즉금의스ᄉᆞ로듕흥에거ᄒᆞᄂᆞᆫ배라그러치아니
ᄒᆞ며창텬과 쳑강이권우ᄒᆞ시며고휼ᄒᆞ시믈ᄡᅥᄇᆞᆰ히디못
ᄒᆞ리니슬프다즉금의듕흥하믄곳창텬과 쳑강의명ᄒᆞ
신배니내게엇디이시리오이ᄂᆞᆫ졍히듕티아니ᄒᆞ면위티못ᄒᆞᆯ일
이니라슬프다삼십년고심이됴졔ᄒᆞ기로ᄡᅥ듕흥ᄒᆞᆯᄉᆞ업을삼
더니그효험을보디못ᄒᆞ고만만몽샹밧긔이런거죄이시니나의잡
은ᄆᆞᄋᆞᆷ은임의슐편의닐럿ᄂᆞᆫ디라이제ᄇᆞ야흐로스사로힘ᄡᅳ고ᄯᅩ
초졍을당ᄒᆞ니ᄯᅩᄒᆞᆫ므ᄉᆞᆫᄆᆞᄋᆞᆷ으로스ᄉᆞ로듕흥의거흐리오나의ᄯᅳᆺ
이아니오나의ᄯᅳᆺ이아니라이ᄂᆞᆫ진실노마디못ᄒᆞ미오이ᄂᆞᆫ진실노마디못
ᄒᆞ미니이ᄂᆞᆫ나의ᄡᅥ강개ᄒᆞ야ᄃᆡ답ᄒᆞᄂᆞᆫ배니라뭇ᄂᆞᆫ쟤유유ᄒᆞ거ᄂᆞᆯ
인ᄒᆞ야그대개ᄅᆞᆯ긔록ᄒᆞ노라슬프다부탁을 황형긔바ᄉᆞᄉᆞ와
갑진의ᄉᆞ복ᄒᆞ니비록부덕이무능ᄒᆞ나국ᄉᆞ의근근이ᄒᆞ므로ᄡᅥ우
러러갑흐믈삼고져ᄒᆞ더니즉금츨슌의헤아림밧긔복졍ᄒᆞ
니이ᄂᆞᆫ창텬과 쳑강이나의게명ᄒᆞ신배라더옥엇디감히방
홀ᄒᆞ며더옥엇디감히방홀ᄒᆞ리오이ᄅᆞᆯ가져회포ᄅᆞᆯ긔록ᄒᆞ
야스ᄉᆞ로경틱ᄒᆞ노라
져즈음긔젼알ᄒᆞ고젼ᄇᆡᄒᆞᆫ후의구적의님ᄒᆞᆫᄯᅢ의슐회ᄒᆞᆫ
가온대ᄀᆞᆯ와시ᄃᆡ나라히쟝ᄎᆞᆺ흥ᄒᆞ랴ᄒᆞ야도ᄃᆡ답디아니ᄒᆞᆫ고<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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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T08:54:1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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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Libraryskku" /></noinclude>져굴윌울 준치낭의 시하인의 게을니ᄂᆞ이라 쳡
의녀ᄌᆡ라 어미ᄉᆞᆯ러 실계 동행계쳐ᄉᆞ의 아ᄃᆞᆯ 졸형
ᄉᆞ마ᄋᆞᆷ의 도ᄯᅩᄒᆞᆫ 계가의 면ᄂᆞ리 로허ᄒᆞ엿더니 어미중
귄문의 팁박ᆞᆫᄇᆡ죄엿시니 아비마지못ᄒᆞ야 혼ᄉᆞ
탈ᄌᆡ박ᄒᆞ미라 엇지감히 하ᄂᆞᆯ을 원망ᄒᆞ리이ᄉᆞᆯ
계글을 ᄇᆡ화를 치미부모와 가ᄉᆞᆯ를 형을 더브러
여문 ᄌᆞ를 의논ᄒᆞ여 ᄉᆞ괴미 막역의 벗갓더니 이계비
못ᄒᆞ나 은혜를 갑셔 ᄒᆞᄂᆞᆯ 뜻이 경ᄒᆞ여 마ᄋᆞᆷ의 잇
옥쳥란의 가영ᄋᆡ 소셔의 옥한ᄒᆞᆫ 덕셩라 ᄲᅢ혀난
즐형을 위ᄒᆞ여 즁ᄆᆡ되믈 ᄉᆡᆼ각ᄒᆞ니 녯셔원직이
롱을 쳔거ᄒᆞ여 스ᄉᆞᄅᆞᆯᄃᆡ신ᄒᆞ니 준신라 남녜 비록 다르나 졍졍을 다
야 은혜를 갑흐미엇지가티아니리오 쳐음은 문하의 ᄂᆞ아가 바로 를형
의일ᅙᅳᆷ을 쳘거ᄒᆞ려ᄒᆞ러니 낭계셔 브ᄃᆡ 글을 보와 윤최ᄒᆞ랴 ᄒᆞ시
물듯문득 더러온 져질를 즐형ᄃᆡ신 ᄒᆞ여 오ᄒᆡᆼ기리 시물닙우니
즉시 령혼ᄒᆞᆯ 물러가텨 ᄒᆞ엿더니 낭이 브ᄃᆡ 얼를울 보려 ᄒᆞ시니
ᄉᆞ셰팁밧ᄒᆞᆫᄇᆡ 되여 마지못ᄒᆞ야 걷북울 니븐죽 중의 ᄂᆞᆺ찰 들러ᄂᆡ
여 믄득 문하의 노아가니 의의예더라 아니신인 ᄒᆞ야 조근거슬 크게 되
여튼 ᄃᆡ로셔 깁히되야 심젹이낭ᄑᆡᄒᆞᆯ 형셰 틀니여실노만 브둑
이 ᄒᆞᆫ일이라 ᄒᆞᆫ번 ᄉᆡᆼ각 ᄒᆞ니 어이 모둘이승연티 아니리오 쳡이 비록
긔망ᄒᆞᆫ리잇시ᄂᆞ를 형계일지ᄂᆞᆫ 셰ᄃᆡ벌녈이오 다ᄉᆞ 즁밀위 노ᄇᆡ
라ᄉᆞ진의 ᄌᆡ됴와 바악의 얼를울 겸ᄒᆞ엿 겸ᄒᆞᆫ 은윤ᄒᆞ여진
실노니 를바옥갓툐준죄니 만일 다른 날 장원탐화금마옥당을<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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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Libraryskku" /></noinclude>믓ᄒᆞ면 쳡이 당이눈을 바혀 ᄉᆞ람 아지 못ᄒᆞᆫᄃᆡ 즐ᄉᆞ례ᄒᆞ리니 낭
낭이 비록 텬하의 ᄌᆡ죠를 갈희여도 이도로 나은 자를 엇지 못ᄒᆞ시
리니 일노불 작이면 쳡의 이번 일이 ᄒᆞᆫ갓 를형을 위ᄒᆞ미 아니라
ᄒᆞᄆᆞᆯ며 쇼졔계ᄉᆡᆼ을 더브러 우연히 만날 무심히 창화ᄒᆞ여 그가
온ᄃᆡ 실논ᄒᆞᄂᆞᆯᄯᅳᆺ이 잇시니 어이 ᄉᆞᄅᆞᆷ의 힘이리오 쳡이 일작 산이부
자의긔텬지ᄒᆞ여 이일을 통ᄒᆞᆯ 거시니 쳡의 말을을 듯지 아닐니 업ᄉᆞ
니ᄒᆞ물며 ᄇᆡᆼ예금셕긋 튼니타일의 지아비 영화ᄒᆞᆯ 안ᄒᆡ 지이되
여낭이 무중ᄒᆞᆫ 경ᄉᆞᄅᆞᆯ 누리실졔 벅이 즁ᄆᆡᆺ의 ᄅᆞᆼ을 ᄉᆡᆼ각ᄒᆞ시
리이라 박명ᄒᆞᆫ ᄉᆞ람은 아ᄎᆞᆷ이 살갓ᄐᆞ니 이몸이 낭라 소셔긔다시
뵈오려 ᄒᆞᆫ들 잇지 ᄌᆡ오리오 진루룰 ᄇᆞ라보ᄆᆡ 하ᄂᆞᆯ우ᄒᆡ 잇ᄂᆞᆫ닷 수월
ᄉᆞ랑ᄒᆞ시미 일몽이 어렴풋ᄒᆞᆫ지라 됴ᄒᆡᄅᆞᆯ님 ᄒᆞ여 눈믈이 ᄯᅥ러지
니알욀바롤 아지못ᄒᆞᄂᆞ이라 ᄒᆞ엿더라 준치볼 크게 늘나더니 난지
그두ᄒᆞᆯᄀᆞᆯ오ᄃᆡ 슌소셔의 명을 어긔지못ᄒᆞ여 바를 알외지 못ᄒᆞ니 긔
망ᄒᆞᆫ최ᄌᆞᆯ 쳥ᄒᆞᄂᆞ이라 준치왈 네죄아니 불안ᄒᆞ여 말나다시텬지
쥴자바볼 크게 탄ᄒᆞ야 즐오ᄃᆡ 긔이ᄒᆞ라 이 ᄉᆞᄅᆞᆷ의 일이야 넷 져를 협이
라도이의 셔더으지못ᄒᆞᆯ노라 비록 그러나 ᄉᆞᄅᆞᆷ 소기 물어 무심히 ᄒᆞᄃᆞ
다도라 옷란다려 뭊ᄃᆡ 셔즁의 위연이 만나 무심히 화답ᄒᆞ단 말
이 어인 말로 이ᄯᆡ소셔 ᄂᆞᆯ 마ᄋᆞᆷ의 황당ᄒᆞ야 일흔거시 잇ᄂᆞᆫ덧 ᄒᆞ러니
오라게야 ᄃᆡ답ᄒᆞᄃᆡ 이말이 을흐니이라 소예지ᄂᆞᆯᅟᅩᆷ의 옥쳥란의 가
니길잡은 창뒤ᄒᆞᆫ 셔ᄉᆡᆼ을 츼오거ᄂᆞᆯ 보왓더니 뎡현이 닐오ᄃᆡ 긔로
년이 소녀의 화상의 굴을 지어ᄡᅳᆯ가라 ᄒᆞ야 ᄂᆞᆯ 부쳘업시 ᄒᆞᆫ글을 챠
온ᄒᆞ야 ᄡᅧᆺ더니이라 주니왈 녜임의 그겨ᄉᆡᆼ을 보앗시면 슌가 녀죄 그<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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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Libraryskku" /></noinclude>ᄉᆞᄅᆞᆷ 아닌 둘을 어이 아러보지 못ᄒᆞ노 소져왈 실노 로이ᄒᆞ니 실
노갓ᄐᆞᆫ 닷ᄒᆞᆯ 순시의 굴의 소녀의 화상본말을 ᄒᆞ얏ᄉᆞ니 의심을 아니
ᄒᆞ이라 준치왈디 ᄂᆞ일은 닐너 ᄡᅳᆯᄃᆡ업거니와 계일지임의 급졔를 ᄒᆞ
여ᄉᆞᆫ 얼굴를 이ᄯᅩ슌시와 갓다ᄒᆞ니 벅이 아ᄅᆞᆷ다오려니와 뎐두일이 아모
슐슐 아지못ᄒᆞ니 뎌순시의 보진납ᄎᆡᄉᆞᆯ 어이 됵히 의빙ᄒᆞ리오 난지 왈
이ᄂᆞᆯ의 심이 업ᄉᆞ니 슌소져의 셰ᄉᆡᆼ 위ᄒᆞᆫ 마ᄋᆞᆷ이 현지의 간히 질졍ᄒᆞ리
니 계ᄉᆡᆼ이 아니됴 ᄎᆞᆯ니 업ᄉᆞ니 흔ᄉᆞᄂᆞᆫ의 심이 업ᄉᆞ리이라 준치이발를
둣ᄂᆞ 마ᄋᆞᆷ이 뎍이 졍ᄒᆞ여 ᄂᆞᆺ빗티 화텽ᄒᆞ거늘 난지 ᄯᅩ 자근 붕ᄒᆞᆫ됴희
즐 ᄂᆡ여드려 왈 순소져 열 소졔셜소져긔드리라ᄒᆞ시더이라 소셰여러보니 편디
즐ᄂᆡ여 드려 셰셔로 졀루 ᄒᆞᄂᆞᄒᆞᆯᄡᅳᆯ 아ᄅᆡᄃᆡ 소ᄂᆞᆫ든 솟라ᄒᆞ엿더라 그글의
명의 한ᄆᆡ 불급츈
ᄉᆞ감 영낙위황원
동풍원낙이화묵
당속ᄂᆞᆷ지이단ᄒᆞᆫ
(작은 글씨: ᄎᆞᆫᄆᆡ화명이 봄울
미쳐 보지 못ᄒᆞ니
녕낙ᄒᆞ야 거친 동산의
리믈 ᄃᆞᆺ게 너가 뇨도라
봄바람 부ᄂᆞ니
화의 ᄭᅮᆷ을
거의 ᄂᆞᆷ녁가지의 임의
긋쳐 진넉ᄉᆞᆯ 니올노라)
셜소졔 이 글을 보아ᄉᆡᆨ이 ᄎᆞᆷ연ᄒᆞ야 눈물을 훌니 오열ᄒᆞ야 ᄀᆞᆯ오ᄃᆡ
술즈라 순시의 졍ᄉᆞ야 그 ᄉᆞᄅᆞᄆᄅᆞᆷ의 긔뎌러 ᄐᆞᆺᄒᆞᆫ 글ᄯᅳᆺ이 ᄋᆡ원ᄒᆞ미 이러듯
ᄒᆞ니 소졔혜 아리건ᄃᆡ 슌시감심ᄒᆞ야 권문의 며ᄂᆞ리 되지 아니ᄒᆞᆯ 몸을
바려 ᄯᅳᆺ을 닐을가ᄒᆞᄂᆞ이라 난디다 혀무돗 ᄃᆡ 권문은 이엇던 집이며 니
를 바순계양인의 혼인언액을 어이ᄒᆞ야 이러ᄐᆞᆺ 되노순시의 글이 ᄃᆡ강
이라시나 도시조시듯 져ᄒᆞ노라 난지직시 슌계앵인이 ᄒᆞᆫᄃᆞᆯ의 나셔ᄀᆞ티
굴ᄇᆡ호던 일이며 권문은 당초 녀승상이니이라 군쳐닐오ᄃᆡ 녀승<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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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Libraryskku" /></noinclude>상전계ᄂᆞᆫ 진실노 간히 두리오려니와 그러나 순시랑이 뎌런 녀소슬
둔권계인ᄂᆞᆫ 집의 필냐 ᄒᆞ니 ᄯᅩᄒᆞᆫ 혜아리건ᄃᆡ 그를 ᄉᆡᆼ각ᄒᆞ도라 셜
소셰머리를 숙여 오리 ᄉᆡᆼ각 ᄂᆞᆯ 일이 잇ᄂᆞ닷 ᄒᆞ다 가난지 이의ᄒᆞ지글 나
가거ᄂᆞᆯ 소셰준두 긔ᄉᆞᆯ오 ᄃᆡ 쇼녜아ᄒᆡ 졔모틴을 뫼셔 경셩 ᄃᆡ장ᄀᆞᆼ
주의 계가 실졔나히어린 쥭ᄂᆞ히 ᄌᆞ라하간 ᄒᆞ기 머지 아녓다 ᄒᆞ노경
ᄉᆞ의 죽중을 지으며 외방의 긔이ᄒᆞᆫ 나모와 일흠난 엇을 두ᄒᆞ니우
리중의 셔도리 격라 모란을 실러 보ᄂᆡ엿더니 지금 ᄉᆡᆼ각ᄒᆞ니 글을 주
의ᄂᆞᆫ히소 여의 아ᄅᆡ던 거시니 미쳐 ᄒᆞ가를 믓ᄒᆞ얏 ᄂᆞᆫ가ᄒᆞᄂᆞ이라 준지 왈
나흔거의 ᄂᆞᆫ가ᄂᆞᆫ게 되엿시나 노라 히부마를 ᄲᅡ시면 우리지붕부의 셔
도소년 ᄌᆡᄉᆞ를 ᄲᅡ울닐 거시니 어이 소문이 업ᄉᆞ리오 소셰왈 소녜ᄒᆞᆫ 일
이엿셔 모친긔 의논ᄒᆞ랴 ᄒᆞᄂᆞ이라 준체읠 므슴일노 소셰왈 순가녀
ᄌᆡ혜일ᄒᆞᆫ 마ᄋᆞᆷ라 놉흔 의긔 ᄉᆞᄅᆞᆷ울 ᄒᆞ 여름감동ᄒᆞ논 중박ᄒᆞᆫ 자
최와ᄋᆡ 원ᄒᆞᆫ ᄯᅳᆺ을 ᄉᆞᄅᆞᆷ을 ᄒᆞ여름술허ᄒᆞ게 ᄒᆞ니 ᄉᆞᄅᆞᆷ의 급ᄒᆞᆫ ᅟᅵᆼᄅᅠ을
본주치아니ᄒᆞ면 어이 슌시의 죄인이 되지 아니ᄒᆞ리오 소녜상찻경샤
의가 ᄃᆡ장ᄅᆞᆼ 쥬를 보ᄋᆞᆷ이 말ᄉᆞᆷ오 벌도모ᄒᆞ야 순시의 몸을 벗겨
ᄂᆡ여 ᄒᆞᆫ가지를 엇지를 글와 ᄉᆞ람을 셤기려 ᄒᆞ노이라 준치왈 네 ᄯᅳᆺ은 듯
커니와 네장ᄎᆞᆺ므ᄉᆞᆷ계파를 순시를 주훌라 소셰왈 소녜 ᄃᆡ장ᄀᆞᆼ 죽긔
이리이리 ᄒᆞ랴 ᄒᆞ노이라 준치왈 녜쳐럿 틋의릿의 긔를를 중히 너기니 어미
되엿노니 계속 말ᄒᆞ기를 어렵거니와 이도 ᄯᅳᆺ은 자식을 ᄉᆞᄅᆞᆼᄒᆞ노경
이라 순시얼굴이 뎌러ᄒᆞ노 지죄ᄯᅳᆺ인셰 의ᄲᆞ혀ᄂᆞᆯ 계ᄉᆡᆼ을 더브러
ᄉᆞᄉᆡᆼ언닉이 잇셔 졍분이 심상치아니ᄒᆞ니 뎌를 잇그러ᄒᆞ ᄉᆞᄅᆞᆷ을 겸
기이네게 이ᄒᆞᆫ 일이 없슬ᄀᆞᄒᆞ노라 소셰 왈 소녜 순시의 마ᄋᆞᆷ을 보니<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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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라온수연" /></noinclude>다ᄅᆞ미리오창창과 쳑강이비록ᄇᆡᆨ셩을권휼코져ᄒᆞ시
나곳나의졍셩이엿고부덕의닐위미라더옥숑연ᄒᆞ미ᄀᆞᆫ졀
ᄒᆞ고더옥숑연ᄒᆞ미ᄀᆞᆫ졀호라밤이엇마나ᄒᆞ엿ᄂᆞ뇨졔ᄒᆞᆯᄯᅢ임
의디나시니뎌동단을보매졔장ᄎᆞᆺᄒᆡᆼᄒᆞᆯ디라비올가비올
가ᄒᆞᄂᆞᆫᄇᆞ라미더옥속에ᄀᆞᆫ졀ᄒᆞ괘라뭇ᄂᆞᆫ쟤유유ᄒᆞ거ᄂᆞᆯ스ᄉᆞ
로대략을긔록ᄒᆞ노라
블러ᄡᅳ이믈계유ᄒᆞᆺᄎᆞ매홀연이패연ᄒᆞᄂᆞᆫ소ᄅᆡᄅᆞᆯ드ᄅᆞ니오회
라창창과 쳑강이ᄇᆡᆨ셩울권휼ᄒᆞ미이러ᄐᆞ시근근ᄒᆞ
시ᄃᆡ슬프다부덕이능히만일을갑디못ᄒᆞ고ᄯᅩ한능히ᄒᆞᆫ
ᄇᆡᆨ셩을구졔티못ᄒᆞ니우러러븟그리오며그버븟그러워늠쳑
ᄒᆞ미더옥깁도다슬프다이우ᄐᆡᆨ을졔되ᄒᆞᆫ가지로닙ᄂᆞᆫ가못
닙ᄂᆞᆫ가비록그러나동동ᄒᆞᆫ이ᄆᆞᄋᆞᆷ은농ᄉᆡ등쟝ᄒᆞᆫ연후에거
의가히브리오린뎌셰임오계하열아흐레날닙츄요ᄯᅩᄒᆞᆫ삼
복이러리
뭇ᄌᆞ와ᄀᆞᆯ오ᄃᆡ이제대ᄒᆞᆨ과셔경에ᄡᅥ깁히탄식ᄒᆞ시ᄂᆞᆫ바ᄂᆞᆫ엇디
니잇고답왈대ᄒᆞᆨ젼구댱에ᄒᆞᆫ집이ᄉᆞ양ᄒᆞ면ᄒᆞᆫ나라히ᄉᆞ양
에흥ᄒᆞ고ᄒᆞᆫ사ᄅᆞᆷ이탐ᄒᆞ며모질면ᄒᆞᆫ나라히작나나ᄒᆞᄂᆞ니그고등
이어ᄀᆞᆺᄐᆞ니이닐온ᄒᆞᆫ말이일을패ᄒᆞ며ᄒᆞᆫ사ᄅᆞᆷ이나라흘졍
ᄒᆞ미라ᄒᆞ고샹셔홍범의ᄀᆞᆯ오ᄃᆡ오직님금이사옥식ᄒᆞ며오
직님금이사복을지으며위엄을짓ᄂᆞ니신하ᄂᆞᆫ옥식ᄒᆞ미업<noinclude><references/></noinclude>
9pps3cmrwwkgptbpww61ynkctie1bbf
페이지:어졔경셰문답쇽녹.pdf/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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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라온수연" /></noinclude>고오니아나의ᄡᅥᄆᆞᄋᆞᆷ이펴힌듕의그오히려경경ᄒᆞᄂᆞᆫ배라슬프다
어버의날을권념ᄒᆞ시며날을주시미엇디ᄒᆞᆫ갓이ᄲᅮᆫ이라오ᄌᆞ식
의어비이셤기미도로혀그어버이ᄀᆞᆺ디못ᄒᆞ니더옥창모ᄒᆞ미ᄀᆞᆫ졀
ᄒᆞ미라슬프다훗사ᄅᆞᆷ은날을본밧디말고효도ᄅᆞᆯᄯᅢ예극진이
ᄒᆞ라슬프다남기안졍코져ᄒᆞᄃᆡᄇᆞ람이긋치디아니ᄒᆞ고ᄌᆞ식이효
도코져ᄒᆞᄃᆡ어버이기ᄃᆞ리디아니ᄒᆞ믄고어의말ᄉᆞᆷ이오솟ᄎᆞᆯ버텨먹으
매ᄡᆞᆯ지던거ᄉᆞᆯᄯᆞ라ᄉᆡᆼ각ᄒᆞ믄듕유의탄식ᄒᆞ미라비록효도코져
ᄒᆞ나눌을위ᄒᆞ야효도ᄒᆞ며비록공슌코져ᄒᆞ나눌을위ᄒᆞ야공
슌ᄒᆞ리오ᄒᆞ믄증ᄌᆡᄯᅩᄒᆞᆫ닐러시니슬프다경ᄌᆞ이젼일은엇디오
ᄂᆞᆯ날ᄇᆞ라며 영모당밋ᄌᆞᆸ디못ᄒᆞᄋᆞᆸᄂᆞᆫ회포ᄅᆞᆯ튜ᄉᆞᄒᆞ매명년
이쟝ᄎᆞᆺ칠슌이라져넉구롬을먼니ᄇᆞ라매담이ᄯᅥ러지고져ᄒᆞ노라
뭇ᄂᆞᆫ쟤유유ᄒᆞ거ᄂᆞᆯ인ᄒᆞ야긔록ᄒᆞ야ᄡᅥ사ᄅᆞᆷ의ᄌᆞ뎨되니ᄅᆞᆯ권면ᄒᆞ
노라아ᄒᆡᄂᆞᆫ임오계동이일이니만일그나흘무ᄅᆞ면임의뉵슌이디
나고ᄯᅩ임의아홉이라슬프다이제내회포ᄅᆞᆯ긔록ᄒᆞ믄오직이문담
의잇ᄂᆞ니라
내일ᄌᆞᆨ쥬부ᄌᆞ동안승샤일을드러더니동안은디명이오승샤ᄂᆞᆫ딜어니쥬ᄌᆡ그뎔의셔븍소ᄅᆡᄅᆞᆯ드
ᄅᆞ시고스ᄉᆞ로ᄆᆞᄋᆞᆷ을ᄉᆞᆯ피시나져즈음긔듕츄와어제길가온대죵셩을듯고믄득쥬
교ᄒᆞ고쥬런ᄒᆞ야스ᄉᆞ로그ᄆᆞᄋᆞᆷ검찰ᄒᆞ매요ᄒᆡᆼ주작ᄒᆞ미업ᄉᆞ긔
샹시의부렴은심감의임의의논ᄒᆞ엿거니와이엇디되일며공
뷔닉어그러ᄒᆞ리오아니젼일은동동ᄒᆞᆫᄆᆞᄋᆞᆷ이알ᄑᆡ이시며어<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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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 안 됨 */ 새 문서: {{ruby|行|ᄒᆡᆼ}}{{ruby|之|지}}{{ruby|㢤|ᄌᆡ}}{{*|리오}} {{ruby|子|ᄌᆞ}}ᅵᄀᆞᆯᄋᆞ샤ᄃᆡ사ᄅᆞᆷ이오{{ruby|信|신}}이업스면그{{ruby|可|가}}홈을아디몯게라{{ruby|大|대}}ᄒᆞᆫ{{ruby|車|거}}ㅣ{{ruby|輗|예}}ㅣ업스며{{ruby|小|쇼}}ᄒᆞᆫ{{ruby|車|거}}ㅣ{{ruby|軏|월}}이업스면그므서스로ᄡᅥ{{ruby|行|ᄒᆡᆼ}}ᄒᆞ리오 ○{{ruby|子|ᄌᆞ}}{{ruby|張|쟝}}{{*|이}}{{ruby|問|문}}{{ruby|十|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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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by|子|ᄌᆞ}}{{ruby|張|쟝}}{{*|이}}{{ruby|問|문}}{{ruby|十|십}}{{ruby|世|셰}}{{*|를}}{{ruby|可|가}}{{ruby|知|지}}{{ruby|也|야}}ㅣ{{*|잇가}}
{{ruby|子|ᄌᆞ}}{{ruby|張|쟝}}이묻ᄌᆞ오ᄃᆡ{{ruby|十|십}}{{ruby|世|셰}}를{{ruby|可|가}}히알꺼시닝잇가
{{ruby|子|ᄌᆞ}}ㅣ{{ruby|曰|왈}}{{ruby|殷|은}}{{ruby|人因|인}}{{ruby|於|어}}{{ruby|夏|하}}{{ruby|禮|례}}{{*|ᄒᆞ니}}{{ruby|𠩄|소}}<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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