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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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공존했던 많은 문화현상들 중에서 특히 종교라고 불리는 현상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검증적인 연구를 시도하는 근대 학문이다. 종교학의 시작에는 계몽주의와 낭만주의의 영향이 교묘히 걸쳐져 있다. 17-18세기 서구 지성계를 지배하던 계몽주의 사조가 잡아내지 못하는 인간의 정서적인 측면과 감성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해 줄 것을 요청한 낭만주의자들의 호소는 그리스도교 이외의 종교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관심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비그리스도교 전통에 있는 종교들도 그들 연구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고, 그것이 바로 근대 종교학의 시작이 된다.
초기의 종교학은 주로 종교의 '기원'과 '원천' 문제에 매달렸다. 이 말은 그들이 종교학이라고 하는 학문을 통하여 얻고자 했던 목표가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종교의 기원을 밝히어 종교를 열등한 것으로부터 고등한 것으로, 유치한 것으로부터 고고한 것으로 줄 세워 보려했던 것이 그들의 의도였다. 그리고 이 의도는 당연히 그리스도교에 적을 두고 있는 연구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이 연구의 종국은 결국 그리스도교가 모든 종교의 ‘꽃’ 혹은 ‘궁극’임을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 되곤 했다. 이러한 초기 종교연구가들의 계산된 의도는 후에 많은 학자들의 비판과 질타 속에 사양길에 접어들게 되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서서히 객관적인 근대 종교학의 기틀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 후 종교학은 요아힘 바흐와 엘리아데, 그리고 W. C. 스미스, 니니안 스마트 등을 통하여 대중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학문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최근의 종교 연구는 초기의 많은 오류들을 교정하고 보다 검증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지금의 종교학은 크게 보아 역사비평적인 종교연구(종교역사학)와 현상학적인 종교연구(종교현상학)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역사비평적인 방법은 문화현상으로서의 종교전통을 성실하게 역사적 배경 하에서 검토하는 것이고, 현상학적 종교연구는 다양한 종교현상에 대한 체계적 내지는 조직적 이해를 시도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협력적이기도 하지만, 양자 사이에는 상호 공유하지 못하는 긴장관계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종교사학 쪽에서는 역사적인 종교현상을 공시적으로 파헤치고 자의적이라 여겨질 정도의 해석을 시도하는 현상학적 방법을 좋게 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현상학적 연구 쪽에서도 종교학이라고 하는 학문의 정체성 자체를 애매하게 만드는 역사학적 연구에 대하여 조금은 냉소적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종교학은 종교라고 하는 문화현상에 대한 검증적 이해를 시도하는 인문학과 사회학의 경계선에 서 있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