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한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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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한자어(日本式漢字語)는 한자의 음과 뜻을 이용하여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 어휘를 말한다. 특히 근대 이후 서양어(주로 영어독일어)를 대량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를 주로 가리킨다.

[편집] 개요

일본식 한자어는 한자 전래 이래로 중국어에는 없는 일본 고유의 개념이나 제도, 사물을 나타낼 필요성에 따라 계속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일본식 한자어의 대부분은 특히 메이지 시대에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집중적으로 번역, 만들어졌다. 이러한 작업에는 모리 오가이나 후쿠자와 유키치 등, 당대 일본의 학자 및 사상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른바 한자 문화권의 국가 중 일본이 한자를 매개로 하여 서양의 개념을 한자어로 번역하는데 먼저 성공함으로써, 일본보다 근대화 속도가 더뎠던 한국중국은 한자를 매개로 하여, 과거 중국에서 양국으로 수출되었던 한자어가 반대로 일본에서 양국으로 역수출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또한 현재 한자를 사용하지 않지만,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베트남 역시 일본 유학생 등을 통하여 베트남어에 일본식 한자어가 유입되게 된다. 일설에 따르면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이러한 번역어는 수만 낱말에 이르는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일본식 한자어는 종래의 전통적인 한자어의 조자법을 무시하거나 개별문자의 의미만으로는 단어의 의미를 알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 수용되게 되었다.

현재에도 ‘-단(團), -력(力), -법(法), -성(性), -적(的), -제(制), -주의(主義), -회(會)’ 등 일본식 한자어의 생산력 있는 조어 어미에 따라 새로운 신조 한자어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식 한자어의 조어법에는 개별 한자를 이용하여 새로운 어휘를 만들어 내는 방법과 원래 있던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추가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종래 한국에서 쓰이고 있던 전통적인 한자어의 용법을 몰아내고 완전히 자리잡은 것들이 상당수 있다.

  • 발명(發明): ‘죄인이 자신의 결백 등을 밝히다, 변명하다’라는 뜻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다’라는 뜻으로 바뀜.
  • 방송(放送): 본디 ‘죄인 등을 놓아주다’라는 뜻에서 ‘전파에 의한 매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로 바뀜.
  • 생산(生産): ‘자식을 낳다’라는 뜻이었으나, 이 의미로 쓰는 것은 예스러운 것으로 제한되고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다’라는 뜻으로 바뀜.
  • 실내(室內): ‘타인의 부인을 점잖이 일컫는 말’이었으나, ‘방이나 건물 따위의 안’이라는 의미로 바뀜.
  • 중심(中心): ‘마음 속’이라는 뜻이었으나 ‘사물의 한가운데’라는 뜻으로 바뀜.

[편집] 비판

일본식 한자어는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시기 이전에도 한자 문화권의 국가 들이 한자를 매개로 서양 문명을 받아들이는 간편한 방법으로 도입했었다. 이로 인해 일본식 한자어가 한국어중국어 등 한자 문화권의 언어에 대량으로 유입되었고,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본격화되자 일본어가 국어로 강요당하면서 개별 언어에 이러한 일본어 한자어의 유입이 한층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번역어뿐 아니라, 본래 개별 언어에서 쓰이지 않는 일본어의 문체 및 일본 고유 어휘도 함께 유입되었다.

이렇듯 한자라는 공유 매체를 통해 한자문화권의 국가들은 생소한 서양의 개념을 대량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한자어의 수용 과정이 대부분 식민지 침탈 과정 등에서 비주체적으로 이루어진 점과 이후에도 줄곧 이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이들 일본식 한자어는 해방 이후 국어사전 편찬 과정에서 편찬자들이 일본 사전의 어휘 풀이를 그대로 따라하여 일본식 한자어라는 의식 없이 전통적인 한자어의 일부로 알고 쓰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순수한 의미에서 일본식 한자어라고도 할 수 없는, 표기만 한자로 하고 읽기는 일본 고유어로 읽는 훈독 일본어도 일본식 한자어로 둔갑하여 사용되고 있다.

  • 매상: 売り上げ
  • 수속: 手続き
  • 소포: 小包み
  • 수입: 手入れ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일본식 한자어는 특히 근대 학문 영역에서 대체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 상당수가 발음과 표기상 한국어의 일부로 정착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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