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위키백과 ―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구미호(九尾狐)는 고대 동아시아의 전설에 나오는, 황금빛 털에 9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태를 한 동물이다. 천호(天狐)라고도 한다.
《현중기(玄中記)》에 의하면, 여우가 천년을 묵으면 구미호로 변한다고 하는데, 구미호의 수준에 다다른 여우는 이미 하급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며, 그 능력이 극에 달하면 선도를 터득하여 천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천계에서 옥황상제의 궁정에 거주하며 그를 보좌한다. 그 중 호조사라고 하는 구미호는 오랜 수양을 거쳐 여우로서는 최초로 신이 되기도 했다. 구미호는 대개 여성으로 묘사되며, 인간으로 둔갑할 때도 여성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구미호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사냥꾼과 사냥개라고 한다.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천적에 대한 공포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의 구미호는 표독하고 간사한 여성상을 상징하며,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명나라 때의 소설 《봉신연의》를 보면, 달기(妲己)라는 구미호가 천하를 어지럽히기 위해 아리따운 인간 여자로 둔갑하여 은나라의 성군 주왕을 홀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나랏일을 농단하는 등 사악한 짓을 일삼게 하다가 주나라의 무왕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달기가 그러한 짓을 한 이유는 여와의 밀명에 따른 것이었는데, 그 밀명을 완수하면 요괴에서 신선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여와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한다.
일본의 구미호도 중국과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에도 시대의 동화책인 《회본삼국요부전(繪本三國妖婦傳)》을 보면, 달기는 죽지 않고 도망쳐 수백년이 흐른 후 주나라의 마지막 왕인 유왕을 유혹하여 다시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으며, 그 후 인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 도바천황을 유혹하다가 음양사들에 의해 살생석(殺生石)이라는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한국의 구미호 역시 무서운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해를 끼치는 요물은 아니며 인간이 되고 싶은 강한 소망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 예가 구미호가 아리따운 인간 여자로 둔갑하여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는데, 만약 구미호가 자신의 정체를 남편에게 들키지 않고 100일 동안 같이 살면 진짜 인간이 된다고 하는 전설이다. 그러나 전설의 끝부분에 가면 대개 하루를 남겨놓고 정체를 들켜버려 소망은 이루지 못한 구미호는 남편에게서 떠나버리는 것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