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얽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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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얽힘은 상호작용하는 여러 물체들의 양자상태 간에 발생하는 양자역학적 현상이다. 이 현상은 물체들이 공간적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나타날 수 있으며, 관측가능한 물리계 간의 상호작용이다.
예를 들어, 두 입자를 일정한 양자상태에 두어 두 입자의 스핀이 항상 반대가 되도록 하자. (예를 들어 두 스핀의 단일항 상태.) 양자역학에 따르면, 측정하기 전까지는 두 입자의 상태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측정을 한다면, 그 순간 한 계의 상태가 결정되고 이는 즉시 그 계와 얽혀 있는 다른 계의 상태까지 결정하게 된다. 이는 마치 정보가 순식간에 한 계에서 다른 계로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양자얽힘 이론이 등장한 이후 양자암호, 양자컴퓨터, 양자전송 실험 등이 꾸준히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양자얽힘 이론의 예측을 실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실험적 결과들이 점점 쌓여가는 한편 철학적인 논의도 꾸준히 진행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이 양자얽힘 현상이 국소성의 원리를 위배한다는 논의였다. 이 국소성의 원리는 계의 상태에 관한 정보가 항상 그 계의 주위를 통해서만 매개될 수 있다는 원리로, 만약 양자얽힘 현상에 의해 정보가 전달된다면 주위를 통하지 않고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국소성의 원리와 모순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양자얽힘 과정에서 실제로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었고, 이후 이 모순을 없앨 수 있는 양자역학의 새로운 해석방법이 대두하게 되다.
[편집] 배경지식
양자얽힘은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으로부터 유도되는 결론 중 하나이나, 그 비직관성으로 인해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양자역학의 표준해석방법인 코펜하겐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숨은 변수 이론을 창안하였다. 이 이론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결정론적 매개변수가 상호작용을 유도한다는 내용으로, 코펜하겐 해석의 확률적 해석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1935년에 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에 의해 발표된 EPR 역설은 비국소적이고 비직관적인 양자역학적 사고 실험으로, 코펜하겐 해석을 무너뜨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코펜하겐 해석은 이 역설을 해결할 수 있었고, 이후 실제로 양자얽힘 현상의 실험적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었다. 1964년에 벨이라는 물리학자가 벨 부등식이라는 조건을 유도하였는데, 이 조건은 국소성의 원리를 따르는 모든 이론들로부터 나오는 상호작용의 세기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결정한다. 이 조건을 근거로 만들어진 벨 실험의 결과는 코펜하겐 해석의 손을 들어주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양자얽힘은 정보 전달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는 상대성 이론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얽힌 두 계가 아무리 넓은 거리를 가로질러 상호작용할지라도, 유의미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양자얽힘 현상을 통해 정보를 전달할 수는 없지만, 고전적인 정보와 결합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가능하며, 이를 양자전송이라 부른다. 이 경우에도 역시 정보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편집] 순수한 계
앞으로의 논의는 브라-켓 표기법과 양자역학의 수학적 표기법를 따른다.
서로 상호작용하지 않는 두 계 A, B와 각각의 힐버트 공간HA, HB을 생각해보자. 혼합 계의 힐버트 공간은 텐서 곱
으로 표현된다.
첫번째 계가 상태 에 있고 두번째 계가 상태
에 있다면, 혼합 계의 상태는
즉
로 표현된다. 이런 형태로 표현된 혼합 계의 상태는 분리가능한 상태 혹는 곱 상태라고 말한다.
HA에 작용하는 측정값(그리고 대응되는 허미션 연산자) ΩA과 HB에 작용하는 측정값 ΩB 을 생각하자. 스펙트랄 정리에 의하면, 우리는 HA에 대한 고유벡터 ΩA로 구성된 기저 와 HB에 대한 고유벡터 ΩB로 구성된 기저
를 구할 수 있다. 이로부터 우리는 어떤 복소계수 ai와 bj에 대해서 순수한 계를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보다 일반적인 의 상태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으며,
만약 이러한 상태가 분리가능한 상태가 아니라면 얽힌 상태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HA의 두 기저 벡터 와 HB의 두 기저 벡터
가 있을 때 다음은 얽힌 상태다.
.
만약 혼합 계가 이러한 상태에 있다면, 계 A와 계 B 둘 중 하나에만 의한 상태로 볼 수 없고, 대신 서로가 섞인 상태가 된다. 앨리스가 계 A의 관찰자고, 밥이 B의 관찰자라고 하자. 앨리스가 측정 ΩA를 했다고 하면, 같은 확률로 일어나는 가능한 결과 두가지가 있다.
- 앨리스가 0를 측정하고 계의 상태가 붕괴하여
로 바뀐다.
- 앨리스가 1를 측정하고 계의 상태가 붕괴하여
로 바뀐다.
만약 전자가 일어났다면, 밥에 의해서 다음으로 측정하는 ΩB는 항상 1로 측정된다. 만약 후자가 일어났다면, 밥의 실험의 결과는 항상 0로 측정된다. 그러므로, 계 B는 계 A 와 B가 공간적으로 분리되있을지라도 앨리스가 A를 측정한 사건의 영향을 받았다. 이것은 EPR 역설의 기초가 된다.
앨리스의 실험 결과는 임의적이다. 즉, 앨리스는 혼합 계가 어떤 상태로 붕괴할지 알 수 없고, 따라서 자신의 계를 조작하여 정보를 전송할 수도 없다. 만약 밥이 그가 받은 계의 상태를 복제할 수 있다면, 그는 통계치를 모음으로써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상태를 복제할 수 없다는 복제 불가능 정리에 의해 불가능하다.
보다 형식적인 수학으로 표현하면, 순수한 양자역학 계는 푸비니-스터디 측량이 부여되는 사영 힐버트 공간에 존재한다. 이 때 순수한 두 계의 곱은 세그레 결합으로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