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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단테 알리기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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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9T14:04:44Z
Bykim2012
3227
/*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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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text
text/x-wiki
{{저자
|이름 = 단테 델리 알리기에리
|다른 표기 = Durante degli Alighieri
|이름 첫 글자 = ㅇ
|국적 = 이탈리아
|탄생 연도 = 1265년
|사망 연도 = 1321년
|설명 = 이탈리아의 시인이다. 본명은 두란테 델리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이다. 단테(Dante)는 두란테의 약칭이다. 신곡으로 제목이 바뀌는 희곡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신곡은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씌어져 이탈리아 시가 문화 뿐만 아니라 수 백년 동안 서유럽에서 이탈리어가 문화어로 쓰이게 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ref>[http://100.empas.com/dicsearch/pentry.html?s=B&i=123048&v=42 브리태니커 백과], 2008년 6월 9일 읽어봄</ref>
|그림 = Dante exile.jpg
|위키백과 링크 = 단테 알리기에리
|위키인용집 링크 = 단테 알리기에리
|공용 링크 = Category:Dante Alighieri
|정렬 = 알리기에리
}}
== 저작 ==
=== 시 ===
* [[/신곡]]
* [[/향연]]
* [[/새로운 삶]]
* [[/토착어에 관하여]]
== 주석 ==
<references/>
== 라이선스 ==
{{PD-ol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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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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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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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9T13:09:19Z
Bykim2012
3227
/* 제4권 해신이 한 말 */
457672
wikitext
text/x-wiki
{{번역 머리말
| 제목 = 오디세이
| 다른 표기 =
| 부제 = The Odyssey
| 부제 다른 표기 =
| 저자 = [[저자:호메로스|호메로스]]
| 역자 = (영문) 사무엘 버틀러(Samuel Butler)1900년(1판) 및 2판(1921)<ref>[Project Gutenberg] The Odyssey by Homer ,Translator Butler, Samuel, 1835-1902[https://www.gutenberg.org/cache/epub/1727/pg1727-images.html]</ref>
| 이전 =
| 다음 =
| 연도 =
| 언어 = el
| 원본 =
| 설명 =
}}
==머리말==
이 번역은 내가 1897년에 출판한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The Authoress of the Odyssey)"라는 제목의 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디세이" 전체를 실으면 너무 번잡해지기 때문에 그 책에서는 이미 완성해두었던 번역을 요약해 실었었는데, 이제는 내용 전체를 출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방금 언급한 내 저작에 대해서 두 가지 주요 사항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 책에 쓴 내용에는 더할 것도, 삭제할 것도 없습니다. 두 가지 주요 사항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디세이"는 파이아키아 장면과 이타카 장면과 관련하여 현재 시칠리아 서해안의 트라파니라고 불리는 곳에서 전적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곳에서 전적으로 발췌되었습니다. 율리시스의 항해는 일단 시칠리아에 쉽게 닿으면 섬의 변두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사실상 트라파니에서 다시 트라파니로, 리파리 섬, 메시나 해협, 판텔라리아 섬을 거쳐야 합니다.
(2) 이 시는 전적으로 지금의 트라파니(Trapani)라고 불리는 곳에 살며 나우시카(Nausicaa)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소개한 아주 젊은 여성이 쓴 것입니다.
다소 놀라운 주장 중 첫 번째 근거가 되는 주요 주장은 1892년 1월 30일과 2월 20일에 "아테니엄Athenaeum"에 (반박 없이) 등장한 이후로 영국과 이탈리아 대중 앞에서 눈에 띄게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같은 해 사순절과 10월 기간에 대해 요한커뮤니티(Johnian)의 "이글Eagle"에서 촉구되었습니다(역시 반대 의견 없음). 내가 대답해야 할 어떤 것도 어느 방향에서든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으며, 내 주장에 결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면서, 그러한 결함이 존재했다면, 내가 들었어야 했다는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들 중 일부에 대해 어쨌든. 그러므로 잠시 동안 학자들이 내 결론을 일반적으로 묵인한다고 생각하는 척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반박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오디세이(아)"의 번역에만 국한하겠습니다. ” 영어 독자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메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xxii에 있는 한 가지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465-473 그림소프(Grimthorpe) 경이 친절하게도 제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나는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에 사용된 여러 삽화를 반복했으며, 독자들에게 율리시스 집의 바깥뜰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두 삽화를 추가했습니다. 한 그림에 사람과 개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며 부정적인 면이 전개될 때까지 나는 관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부록에는 율리시스의 집 계획을 설명하는 단락과 계획 자체도 재인쇄했습니다. 독자는 이 계획을 주의 깊게 연구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일리아드』 번역의 서문에서 나는 번역가가 따라야 할 주요 원칙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제시했으며, 시를 산문으로 번역하는 최초의 자유에는 번역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자유를 지속적으로 취합니다. 시에서는 옳은 것이 산문에서는 틀린 경우가 많으며, 읽을 수 있는 산문의 긴급성은 산문 번역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내가 엄격한 해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볼 수 있도록 여기에 부처(Butcher) 씨와 랭(Lang) 씨가 번역한 "오디세이"의 60행 정도를 인쇄하겠습니다. 번역은 다음과 같이 실행됩니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글을 장하도다, 슬기롭고 지혜가 무궁한 사내 오지수(吳智修)<ref>오디세우스</ref>의 이야기를 어찌 다 말로 하리오.
문선(文仙) 선녀<ref>무사 여신</ref>여, 그가 저 참혹한 토래성(吐來城)<ref>트로이아</ref>을 함락한 후, 어찌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만경창파(萬頃蒼波)를 떠돌았는지, 그 기이한 사연을 낱낱이 들려주소서. 이제 옛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 현대의 중생들에게 전하소서.
당시 토래성의 전란에서 살아남은 장수들은 제각기 고향으로 돌아가 가솔들과 재회하며 태평세월을 보내었으되, 오직 오지수만은 그러하지 못하였도다.
태왕의 따님 립선(立仙)<ref>칼립소</ref>이 오지수의 비범함을 탐내어, 그를 깊은 석굴에 가두고 지기(知己)이자 낭군으로 삼으려 하였음이라.
신들이 명한 천수(天數)가 차서 그가 마땅히 고향 이탁도(利托島)<ref>이타케</ref>로 돌아가야 할 해가 되었음에도, 오지수의 고난은 그치지 아니하였으니, 만리타국에서 일가친척 하나 없이 홀로 외로이 탄식할 뿐이었다.
모든 신선들이 그의 기구한 운명을 가련히 여겼으나, 오직 바다를 다스리는 해왕(海王)<ref>포세이돈</ref>만은 노기를 거두지 아니하고, 오지수가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풍랑을 일으켜 그를 괴롭히고자 하였도다.
이때 해왕은 해가 뜨고 지는 변방의 먼 남만(南蠻)<ref>에티오피아인</ref> 땅에서 백 마리의 소와 숫양을 제물로 받아 성대한 연회를 즐기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 그사이 다른 신선들은 천산(天山)<ref>올림포스</ref>에 있는 상제<ref>제우스</ref>의 대라천 궁전에 일제히 모여 있었다.
상제는 문득 세상을 굽어보다가, 건웅(建雄)<ref>아가멤논</ref>의 아들 충현(忠賢)<ref>오레스테스</ref>에게 당한 간우(奸宇)<ref>오레스테스</ref>의 가련한 최후를 떠올리고 한숨을 쉬며 신들에게 이르기를,
“인간들이 제 신세를 한탄하며 매번 신명을 원망하니, 참으로 어리석고 가소롭도다! 저희의 고통이 모두 신들의 탓이라 하지만, 실상은 제 손으로 화를 자초하여 도리어 고통을 더하는 것이 아니더냐.”
천왕이 이어 가라사대,
“저 간우를 보라. 그 자는 천륜을 어기고 건웅의 정실부인을 빼앗았으며, 건웅이 전장에서 돌아오자 도리어 그를 시해하는 대역죄를 범했다. 그것이 파멸의 길임을 어찌 몰랐겠느냐?
본디 우리 신선들이 일찍이 영민한 신명(神明)을 보내어 간우에게 경고하기를, *‘건웅을 해하지 말고 그 아내를 범하지 말라. 훗날 건웅의 아들 충현이 장성하면 반드시 부친의 원수를 갚으러 돌아올 것이니라’* 하고 그토록 간곡히 타일렀거늘!
간우가 끝내 그 선한 충고를 귓등으로 흘리고 욕망을 좇다가, 결국 제 목숨으로 그 죗값을 모조리 청산하게 되었으니, 누굴 원망하리오.”
하며 천왕이 조용히 눈을 감으시니, 온 궁전에 엄숙한 기운이 감돌더라.
천왕의 말씀이 끝나자, 맑고 깊은 눈을 지닌 지혜낭자(智慧娘子)<ref>아테나</ref>가 부친을 똑바로 바라보며 공손히 대답하여 아뢰되,
“오 전하, 천부(天父)이시여! 대역죄를 지은 간우 같은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하며, 향후에도 그와 같은 악인들에게는 마땅히 천벌을 내려주옵소서! 하오나 소녀의 마음은 오직 의롭고 불행한 장수 오지수 생각에 피가 마르는 듯하옵니다.
그는 붕우 하나 없이 만경창파에 둘러싸인 고독한 섬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고초를 겪고 있나이다. 그곳은 하늘과 땅을 가르는 거대한 바다 기둥을 떠받치고, 그 심연의 깊이를 모두 아는 무시무시한 신 태락(太落)<ref>아틀라스</ref>의 딸이 다스리는 외딴 섬이옵니다.
그 태락의 딸이 불쌍한 오지수를 붙잡아 두고, 온갖 감언이설과 부드러운 말로 고향 이탁도(利托島)를 잊게 하려 애쓰고 있으되, 오지수는 고향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자락이라도 보기를 소원하며 차라리 죽기를 바라고 있나이다.
천상의 신이시여, 어찌 이리 무심하시옵니까? 그가 지난날 토래성의 넓은 평원에서 배들을 줄 지어 놓고 상제님께 지성으로 제물을 바치던 일을 벌써 잊으셨나이까? 어찌하여 오지수를 이토록 외면하시나이까?”
이에 천왕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가라사대,
“내 사랑하는 딸아, 그것이 정녕 무슨 말이냐! 내가 어찌 그 영민하고 의로운 장수를 잊을 수 있겠느냐. 오지수는 인간들 중 누구보다 분별력이 뛰어나고 우리 신명들에게 제물을 아끼지 아니한 자다.
하오나 바다의 주재자인 해왕(海王)의 분노가 참으로 태산 같구나. 오지수가 신의 기운을 타고난 독안거인(獨眼巨人)<ref>키클롭스 </ref>인 포백, 즉 해왕의 아들이자 거인족 중 가장 맹렬한 자의 눈을 찔러 멀게 하지 않았느냐. 그 독안거인의 모친은 바다의 대왕 포길(捕吉)의 딸인 신령 도연(道蓮)으로, 깊은 수중 동굴에서 해왕의 총애를 받던 자라.
이 때문에 해왕이 오지수를 죽이지는 못하나, 고향 땅을 밟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가 묘책을 세워야겠구나. 어찌하면 그를 무사히 환향(還鄕)시킬 수 있겠느냐? 해왕이 아무리 맹렬한들, 온 천산의 신선들이 일제히 뜻을 모은다면 홀로 맞서지 못하고 노여움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니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다시 아뢰기를,
“위대한 천부이시여, 신명들께서 마침내 오지수를 구하기로 결단하셨다면, 서둘러 거인을 잡는 신검을 지닌 전령 신명(神明)을 저 멀리 오경도로 보내소서. 아름다운 여신 립선에게 ‘오지수의 고난이 너무 길었으니 이제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는 상제의 엄숙한 어명을 전하게 하소서.
그사이 소녀는 직접 이탁도로 내려가, 홀로 남은 오지수의 아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고을의 장정 아흔 명을 불러 모으겠나이다. 그리하여 밤낮으로 소와 양을 무자비하게 도살하며 저택을 어지럽히는 탐욕스러운 구혼자 무리에게 맞서게 하겠나이다. 그 후 아들을 필성(弼城)과 사파성(沙巴城)으로 보내어, 부친의 종적을 찾아 의로운 명예를 천하에 드높이게 하겠나이다.”
말을 마친 지혜낭자는 곧바로 바람처럼 빠르게 바다와 육지를 가르는 신비로운 금신을 신었도다. 그리고 분노한 장수들의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는 묵직한 청동 창을 손에 쥐고, 천산의 구름을 헤치며 순식간에 이탁도의 오지수 저택 대문 앞에 당도하였다.
청동 창을 꼬노 잡은 낭자의 자태는 흡사 다포도(多布島)의 저명한 추장이자 오지수의 오랜 벗인 민태(閔泰)의 형상과 같았더라.
이때 저택 뜰을 채운 구혼자라는 무뢰배들은 저들이 약탈해 잡은 소 가죽 위에 주저앉아 한가로이 장기를 두고 있었고, 날랜 하인과 노비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술과 물을 섞고, 상을 해면으로 닦아내며 고기를 썰어 바치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오지수의 아들 태명(泰明)이 섞여 앉아 있었으나, 그의 안색은 지극히 낙담해 있었다. 태명은 마음속으로 ‘언제쯤 아버님께서 신령처럼 나타나 저 무뢰배들을 쓸어버리고 가문의 명예와 가산을 되찾으실꼬’ 하며 깊은 탄식을 토해내던 중이었다.
낭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바로 태명이었다. 그는 멀리서 온 과객을 문밖에 오래 세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여겨, 급히 성문으로 나아가 낭자를 맞이하였다. 태명은 공손히 악수를 청하며 청동 창을 받아 들고 온화하게 말을 건넸다.
“외방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시여, 어서 오십시오. 부디 저희 처소로 드시어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누시고, 고단한 몸을 쉬신 후에 필요한 바를 말씀해 주소서.”
태명이 앞장서서 인도하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그 뒤를 따랐다. 웅장하고 높은 천장의 대청마루로 들어서자, 태명은 낭자의 청동 창을 본디 오지수가 무기를 보관하던 기둥 곁의 윤이 나는 받침대에 고이 거치하였다.
이어 부드럽고 화려한 비단 천을 깐 상감 세공 나무 의자로 낭자를 정중히 모시고, 발받침대까지 대어 주었다. 태명은 구혼자들의 무례한 고함과 소란이 귀한 손님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무리 무리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음속으로 그리운 부친의 소식을 은근히 묻고자 하였다.
이윽고 하녀가 금항아리에 맑은 물을 담아와 손을 씻기고 은대접을 받쳐 들었으며, 두 사람 앞에 정갈한 상을 차려냈다. 노련한 노비들이 향긋한 빵과 갖은 진수를 푸짐하게 올렸고, 고기를 다루는 자는 온갖 고기 요리를 금잔과 함께 곁들였다. 술을 담당한 하인은 연신 달콤한 술을 잔에 채우더라.
이때 구혼자 무리들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와 의자에 거만하게 자리를 잡으니, 노비들이 그들의 손에 물을 붓고 빵 바구니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 하인들이 술잔을 가득 채우자, 그들은 눈앞의 고기와 술을 마구 삼키며 배를 불렸다.
이윽고 먹고 마시기가 끝나자, 무뢰배들은 잔치의 흥을 돋우려 가무(歌舞)로 눈을 돌렸다. 한 노비가 거문고를 가져와, 구혼자들의 강요에 못지않게 노래를 불러야 했던 악사 배명(排明)에게 건네니, 배명이 가볍게 현을 퉁기며 장내에 처량하고도 아름다운 곡조를 울리기 시작하더라.
구혼자들의 소란이 극에 달하자, 소장수 태명(泰明)은 곁에 앉은 과객이 혹여 들을세라 나지막한 소리로 속삭여 가라사대,
“귀한 손님이시여, 노여워 마옵소서. 저 무뢰배들은 오직 풍악을 울리고 방탕하게 먹고 마시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나이다. 저들이 축내는 진수는 본디 엄연한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거늘, 그 주인의 고결한 유골은 찬 비바람 속에 뒹굴고 있거나 거친 파도 아래 가라앉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만일 아버님께서 이탁도(利托島)로 홀연히 돌아오신다면, 저들은 황금과 화려한 비단 옷을 구하기보다 아버님의 칼날을 피해 더 빠른 발을 달라고 신명께 빌어야 할 처지이나, 사실 아버님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셨을 터이니 저희에게는 한 가닥 희망도 없나이다.
그건 그러하옵고, 손님께 청하오니 부디 진실을 들려주소서. 당신은 뉘시오며 어느 고을에서 오셨나이까? 가문과 부모는 누구시며, 어떤 사공들과 항로를 거쳐 이 외딴 섬에 당도하셨나이까? 설마 이 거친 바다를 걸어서 오시진 않았을 터, 필시 아버님과 생전에 깊은 교분을 나누던 벗이시옵니까? 예전에 아버님이 천하를 주유하실 때 수많은 현인들이 이 집을 찾았나이다.”
이에 지혜낭자가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태명을 바라보며 대답하기를,
“내 숨김없이 말하리라. 나는 타포도(陀布島)를 다스리는 군주, 안현(安賢)의 아들 민태(閔泰)라 하네. 이번에 철을 가지고 태문(泰門)으로 가 구리와 바꾸고자 동료들과 배를 몰아 이 주홍빛 바다를 건너왔도다. 내 배는 고을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아래 항구에 정박해 있네. 자네 아버님과 우리 가문은 대대로 두터운 의리를 맺어온 사이니, 저 시골 과수원에서 늙은 노비와 함께 슬픔을 달래고 있는 노장 라현(羅賢)에게 물으면 능히 증명할 것이네.
내 자네 아버님이 환향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나, 신들의 조화로 잠시 길이 막힌 듯싶네. 하오나 내 장담하건대 오 장군은 결코 죽지 않았도다. 거친 바다의 어느 외딴 섬에 갇혀 사나운 자들에게 붙잡혀 있을 뿐, 오 장군은 워낙 수완이 재치 있고 능란한 장수이니 머지않아 쇠사슬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올 방도를 찾을 것이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정녕 오장군의 아들인가? 훤칠한 기상과 총기 어린 눈매가 과연 오 장군을 쏙 빼닮았도다!”
태명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아뢰되,
“어머님께서는 저를 아버님의 혈육이라 하시나, 사람의 출생이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니 어찌 다 알리오. 차라리 내 가산을 온전히 지키며 고향에서 평안히 늙어갈 수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제 아버지는 천하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지닌 분이시라 하니 원통할 따름입니다.”
지혜낭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태명을 격려하며 가라사대,
“연로비(裵蓮) 부인의 아들이여, 자네의 영민함을 보니 자네 가문은 결코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네. 그런데 이 저택에서 방탕하게 군림하며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저 무리는 도대체 누구며, 무슨 잔치이기에 이리 법도가 없는가? 선비된 자라면 저들의 추태를 보고 결코 참지 못할 것이네.”
태명이 침울하게 대답하되,
“과거 아버님이 계실 때는 가문이 번창하고 미래가 밝았으나, 이제 신들이 저주를 내려 아버지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었나이다. 차라리 토래성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셨거나 가솔들의 품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더라면, 고려(高麗)의 백성들이 거대한 무덤을 세워 영웅으로 기리고 저에게도 명예가 남았을 터이나, 지금은 이름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지셨으니 소자에게는 오직 눈물만 남았나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인근 사명도(沙明島), 자금도(紫錦島), 두림도(斗林島) 등지의 군수와 향신(鄕紳)들이 어머니께 청혼하겠다며 날마다 저택에 들이닥쳐 가산을 탕진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이 무뢰배들을 물리치지도 못하고 구혼을 끝내지도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저 무리는 머지않아 제 목숨까지 해하려 드나이다.”
이에 지혜낭자가 크게 분노하여 상을 치며 가라사대,
“이 어찌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오 장군이 당장 방패와 투구를 쓰고 두 손에 날카로운 청동 창을 쥔 채 이 대문 앞에 나타나야 저 파렴치한 무리들을 단숨에 도륙 낼 것이거늘!
자네는 내 말을 명심하게. 내일 당장 이 고을의 족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하고 천지신명을 증인으로 삼아, 저 구혼자 무리에게 ‘모두 제 집으로 물러가라’ 엄히 호령하게. 그리고 어머니께서 재가하고자 하신다면 친정인 대감댁으로 보내어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하라.
그 후 자네는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을 마련하여 아버님의 종적을 찾아 길을 떠나게나. 필성(弼城)의 노현(老賢)을 찾고, 사파성(沙巴城)의 민우(閔宇)를 만나보아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수모를 일 년만 더 참을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도록 하라.
이제 자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과거 오준(吳俊)이 아버지를 시해한 간신 간우를 처단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처럼 용맹하게 행동하여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이네. 나는 이제 동료들이 기다리는 배로 돌아갈 터이니, 부디 내 말을 뼈에 새기게나.”
태명이 감복하여 “아버님 같은 훈계를 주시니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부디 목욕을 하시고 귀한 보물을 선물로 받아 가소서” 하고 붙잡았으나, 낭자는 “그 선물은 훗날 돌아오는 길에 기쁘게 받으리라”는 말을 남기고, 부엉이의 눈을 한 선녀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며 한 마리 신령한 새가 되어 대청마루의 연기 속으로 휙 날아올라 천공으로 사라졌도다.
태명은 그 기이한 광경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하였으나, 이내 온몸에 신비로운 용맹과 결연한 의지가 솟구치며 그 과객이 다름 아닌 천상의 신명임을 깨닫고, 신과 같은 위엄을 띤 채 구혼자들이 모인 대청으로 걸어 나갔다.
이때 대청에서는 악사 배명(排明)이 거문고를 뜯으며, 지혜낭자의 저주를 받아 토래성에서 고려로 돌아오던 장수들이 바다에서 몰사한 처량한 곡조를 노래하고 있었다.
위층 침실에서 이 애달픈 노래를 들은 오지수의 정실 연로비(裵蓮) 부인이 두 여종의 부축을 받으며 높은 계단을 내려왔다. 선녀처럼 고결한 자태의 부인은 대청 기둥 곁에 서서 얇은 비단 베일로 눈물 젖은 얼굴을 가린 채 악사에게 애원하되,
“화공 배명 선생이여, 제발 그 노래를 멈추어 주오. 신명과 영웅들의 장한 위업을 담은 다른 좋은 노래도 많거늘, 어찌하여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이 슬픈 곡조를 부르나이까. 천하에 명성을 떨친 내 낭군 오 장군이 그리워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소.”
그러자 아들 태명이 어미를 향해 뜻밖에 단호하고 웅장한 목소리로 말하되,
“어머니, 예악을 담당한 악사가 제 뜻대로 노래하는 것을 어찌 비난하리이까. 세상의 흥망성쇠는 악사의 죄가 아니요, 오직 천왕 상제님의 뜻에 달린 일입니다. 저 토래성에서 전사하고 돌아오지 못한 자가 어찌 아버님 한 분뿐이겠나이까? 수많은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어머니는 어서 안방으로 드시어 베틀과 물레를 돌리며 여종들의 집안일을 살피소서. 이 저택의 대소사를 논하고 장부들과 담판을 짓는 일은 이 집안의 주인이자 가장인 이 자식의 도리이옵니다.”
부인은 아들의 예리하고도 늠름한 기상에 깜짝 놀라, 아들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며 조용히 위층 침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혜낭자가 안락한 잠을 내릴 때까지 그리운 낭군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더라.
어스름한 대청마루에서 구혼자 무리들이 부인의 아름다움을 탐내며 저마다 소란을 피우자, 태명이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청천벽력 같이 호령하였다.
“이 오만방자한 구혼자 놈들아! 소란을 멈추고 얌전히 풍악이나 들을지어다. 내일 새벽 관아 앞 광장에 전 고을의 장정들을 소집할 터이니 그리 알라. 내 너희에게 엄히 명하노니, 당장 내 아버님의 저택에서 나가 너희 집에서 식사를 하든, 너희 재산을 탕진하든 하라! 만일 한 사람의 가산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끝내 들키지 않을 것이라 자만한다면, 내 천지신명과 천왕께 간청하여 반드시 너희 머리 위로 피의 보복과 파멸을 내리게 할 것이니라!”
청년 태명이 감히 전에 없던 대담한 범의 포효를 내지르자, 무뢰배들은 충격을 받아 입술을 깨물며 서로 눈치만 보았다. 이때 무리 중 오현(吳賢)이라는 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하되,
“태명아, 신들이 네게 오만함을 가르쳤기로 이리 거만하게 구는구나! 천왕께서 자네에게 이탁도의 수령 자리를 결코 내리지 않기를 바라네.”
태명이 안색을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하되,
“오현 어른, 그 말이 가당치 않으나 내 솔직히 말하리라. 나는 천왕께서 내게 수령 자리를 주시기를 바라오. 수령이 되는 것이 가문을 번창하게 하고 명예를 드높이는 길임을 어찌 부인하겠소. 비록 이탁도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아 아버님이 부재한 사이 누가 수령자리를 찬탈할지는 신들의 뜻에 달렸으나, 적어도 내 집과 아버님이 나를 위해 남겨주신 가솔과 노비들의 주인은 바로 이 태명임이 틀림없소!”
그러자 또 다른 무뢰배 우혁(禹赫)이 나서서 겉으로 달래며 묻기를,
“태명아, 수령은 신들이 정할 터이니 자네는 자네 재산을 지키게나. 그런데 아까 찾아왔던 그 기이한 과객은 도대체 뉘시며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아버님의 생사 소식이라도 가져왔는가? 우리와 마주치기도 전에 바람처럼 사라지니 필시 보통 인물이 아닌 듯싶네.”
태명이 엄숙하게 대답하되,
“우혁 어른, 아버님은 결코 돌아오지 못하실 듯하오. 내 이제 어머니가 불러들이는 무당들의 헛된 예언 따위는 믿지 않소. 그 과객은 아버님의 오랜 벗이자 타포도의 군주인 민태 어른이오.”
태명이 겉으로는 이같이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과객이 부엉이 눈을 가진 천상의 선녀임을 확고히 알고 있었더라.
밤이 깊어 구혼자들이 제각기 흩어지자, 태명은 뜰 위에 높이 지어져 사방이 탁 트인 조용한 침실로 올라갔다. 피선의 아들 옥문의 딸이자, 과거 원덕(元德) 대감이 소 스무 마리를 주고 사 와 아내처럼 존중하며 애지중지 키운 충실한 노파 명숙(明宿)이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태명을 모셨다. 명숙은 태명이 갓난아기일 때부터 젖을 먹여 키운 자라 그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노비였다.
방에 든 태명이 침상에 앉아 겉옷 두루마리를 벗어 주니, 노파는 두루마리를 정갈하게 접어 나무 침대 곁 걸이에 고이 걸어두고 방을 나섰다. 명숙이 은박 걸쇠로 문을 닫고 무거운 빗장을 단단히 지르니 사방이 고요해지더라.
태명은 따뜻한 양모 이불에 몸을 감싸고, 밤이 새도록 지혜낭자가 일러준 거룩한 여정과 아버지를 찾을 계책을 구상하며 묵묵히 새벽을 기다리니, 그 기상이 참으로 장하도다.
==제2권 이탁도인의 회의와 태명의 출항==
이른 새벽이 천공에 밝아오니, 동녘 하늘에 꽃이 피듯 붉은 새벽빛이 화사하게 번져가더라.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떨치고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정제하고, 예리한 보검을 등 뒤에 꼬노 멨으며, 기름칠을 잘 하여 반질반질한 가죽신을 멋지게 신었다. 그 방을 나서는 기상이 흡사 당당한 천인(天人)과 같았도다.
태명은 즉시 목소리가 맑고 우렁찬 전령들을 급히 불러 호령하기를,
“지체하지 말고 온 고을의 아해인<ref>아카이오스인</ref>들을 관아 앞 광장으로 소집하라!”
하니, 전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북을 치며 소리쳤다. 이에 아카이오스인들이 순식간에 관아 광장으로 구름처럼 모여들더라.
태명은 손에 청동 검을 쥔 채 홀로 오지 아니하고, 날랜 사냥개 두 마리를 좌우에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행차하였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그에게 거룩한 기품을 내리시니, 광장에 모인 원로와 장로들이 그 신성함에 압도되어 감히 가로막지 못하고 회의의 상석으로 인도하였으며,
태명은 마침내 그리운 부친 오지수의 자리에 늠름하게 좌정하였도다.
가장 먼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입을 연 이는 지혜롭고 나이 많은 노병 애급 영감이었다.
그의 맏아들이자 용맹한 창병이었던 안형은 과거 오지수 장군을 따라 배를 타고 저 멀리 토래성 전장으로 출정하였으나, 귀환하는 길에 그만 눈이 하나뿐인 흉악한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깊은 석굴에서 비참하게 도살당해 거인의 저녁 식사 거리가 되고 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더라.
이 늙은 아비에게는 이제 세 아들이 남아 있었으니, 한 아들 우남은 불행히도 궁궐을 훼방 놓는 구혼자 무리에 가담하였고, 다른 아들들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업을 잇고 있었으되, 노인은 여전히 먼저 간 큰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늙은 애급 영감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대성통곡하듯 군중을 향해 말하기를,
“오호라, 이탁도의 백성들이여, 내 말을 귀담아들으시오! 위대한 오지수 장군께서 전선으로 배를 몰고 떠나신 그날 이후로, 우리 고을은 단 한 번도 이처럼 공식적인 총회를 열고 의견을 모은 적이 없었소. 도대체 오늘날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가 누구란 말이오? 나이가 지긋한 원로요, 아니면 피가 끓는 젊은이요? 그리고 무슨 연유로 소집했단 말이오? 저 바다 너머에서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라도 들은 것이오, 아니면 온 고을 백성에게 널리 전해야 할 조정의 엄중한 소식이라도 있는 것이오? 내 생각건대 오늘 회의를 소집한 자는 필시 의롭고 훌륭한 심성을 지닌 자임이 틀림없으니, 천왕 상제께서 그의 선한 의도에 큰 복으로 보답해 주시기를 원하노라!”
부친을 경외하는 노병의 따뜻한 서두를 들은 태명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도다.
그가 당당한 걸음으로 무리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자, 법도를 관장하는 유능한 관리 피선이 그에게 발언권을 상징하는 권위 있는 연설용 지팡이를 정중히 건넸다. 태명이 그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린 후, 먼저 말을 꺼냈던 애급 영감을 향해 예를 갖추어 준엄하게 고하기를,
“어르신, 여기 계십니다! 노련하신 어르신께서 찾으시던 소집권자가 바로 이 눈앞에 있는 소자 태명입니다! 제가 큰 곤경에 처하여 온 고을의 어른들을 한자리에 모셨나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소서. 저를 공격하러 다가오는 외적의 군대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요, 우리 백성에게 닥칠 다른 천재지변의 급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제 개인과 무너져가는 가문을 구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절박한 도움이 필요하여 종을 울렸나이다!
지금 저희 가문은 두 가지 거대한 재앙을 만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인자하게 다스리시던 제 부친 오지수 장군을 잃은 것이요, 둘째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끔찍한 일로, 제 집안이 날마다 파괴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모든 가산이 순식간에 탕진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인근 고을의 내로라하는 귀족 집안의 방탕한 아들놈들이 제 어머니 연로비 부인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날마다 우리 궁궐에 무단으로 들이닥쳐 강제로 구혼을 일삼고 있습니다. 저들이 진정 양반의 법도를 안다면 마땅히 어머니의 친정아버님이신 이대감 댁으로 찾아가 정당하게 지참금을 논하고 신랑감을 정해야 할 것이거늘, 저 겁쟁이 무뢰배들은 차마 감히 그러지 못하나이다!
도리어 저들은 날마다 우리 집 사랑채와 안채를 배회하며,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아버님이 남기신 소와 돼지, 살진 염소를 닥치는 대로 도살하여 잡아먹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술판을 벌이고 값비싼 술을 물 쓰듯 마셔대며 가산을 낭비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이 기가 막힌 처지를 두고 어찌 재앙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프도다! 지금 이 저택에는 저 탐욕스러운 도적 떼를 단숨에 쫓아내고 집안을 구원할 주인이 없나이다. 당대 영웅이셨던 제 부친 오지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으니, 일천한 학식과 훈련도 받지 못한 이 어린 태명의 힘으로는 저 무도한 무리와 맞서 싸울 힘이 없고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참으로 애통하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하며 태명이 지팡이를 쥐고 눈물을 흘리니, 온 광장의 백성들이 일제히 숙연해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라.
태명이 옥도(玉度) 같은 눈물을 흘리며 광장을 향해 다시 목청을 높여 고하되,
“오호라! 내게 저 무도한 도적 떼를 제압할 완력과 군사가 있었다면, 내 어찌 이 수모를 보고만 있었으리오! 저들이 가문을 도륙 내고 옥우(玉宇)를 황폐하게 만드니, 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도다. 너희 구혼자 놈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라! 인근 고을의 이웃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손가락질하며 무어라 비웃겠느냐?
너희는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 머지않아 분노하신 천지신명께서 너희에게 등을 돌리시고, 이 무도한 범죄 행위에 진노하사 벼락을 내리실 것이다. 대라천의 상제와 인세의 공의(公義)를 주관하시는 신명께 맹세하노니, 부디 이 원통함을 굽어살펴 정의를 행하소서!
아아, 그러나 다 부질없도다. 이웃 백성들이여, 차라리 나를 이대로 버려두어 홀로 슬픔에 겨워 죽게 하소서. 혹여 내 용맹한 부친 오지수 장군이 생전에 고을 백성들에게 척을 진 일이 있어, 너희가 그 원수를 갚겠답시고 나를 괴롭히며 저 무뢰배들을 충동질하는 것이냐?
정녕 그러하다면 차라리 고을 백성들이 내 가축과 곡식을 한꺼번에 먹어 치워 버리는 편이 나을 뻔하였도다! 그랬다면 내가 관아에 고발하고 고을을 돌아다니며 가산을 되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송사(訟事)라도 벌였을 터이나, 지금 저 도적 떼는 내 손발을 묶고 피를 말리니 참으로 대책이 없고 무의미하도다!”
태명이 좌절감과 억울함에 치를 떨며 말을 멈추고는, 손에 쥐고 있던 연설용 지팡이를 광장 바닥에 팽개치며 마침내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 처량하고 장한 모습에 광장에 모인 온 백성들이 일제히 가련히 여겨 눈물을 훔쳤고, 사방이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여 감히 누구도 소년에게 모진 말을 건네지 못하더라.
이때 구혼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악명 높은 안태우가 군중 헤치고 나와 삿대질을 하며 거만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태명아, 이 건방지고 고집 세며 철없는 꼬맹이 놈아! 네가 감히 천하의 영웅들을 조정의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우리에게 가산 탕진의 책임을 전가하려 드느냐! 우리 구혼자들은 네 가문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도다.
원망하려거든 도리어 네 귀하신 어미 연로비 부인의 흉계를 탓하거라! 그 부인의 꾀가 참으로 여우 같고 교활하도다.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에 이르도록 온갖 감언이설로 장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희망을 주며 서찰을 보내면서도, 정작 속맘은 딴 데 가 있도다.
부인이 지난날 기이한 꾀를 내어 궁궐 대청에 거대한 베틀을 설치하고는, 길고 가는 삼베천을 짜면서 우리에게 이르기를, ‘장부들이여, 내 낭군 오지수 장군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혼백이 되었으니, 그대들의 구혼을 내 어찌 모른 체하리오. 다만 내 시아버님이신 노장 라현<ref>라에르테스</ref> 대감께서 연세가 높아 만수무강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대감이 붕어(崩御)하신 후 수의(壽衣)도 없이 묻히시면 내 어찌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다 하리오. 제발 이 수의를 완성할 때까지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주오’ 하니, 그 말이 제법 충효(忠孝)에 부합하므로 우리도 묵묵히 기다려 주었느니라.
그런데 아연실색할 일은, 그 부인이 낮에는 눈속임으로 두꺼운 삼베를 짜다가, 밤만 되면 궁청에 횃불을 밝혀놓고 낮에 짠 코를 일일이 다시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더냐! 이 가당치 않은 속임수에 고려의 대장부들이 3년 동안 깜짝 속아 넘어갔도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침내 4년째 되던 해에 내막을 아는 여종 하나가 우리에게 밤의 기사를 밀고하였도다. 우리가 등달아 안채로 들이닥쳐 부인이 수의를 풀고 있는 현장을 덮쳐 윽박지른 후에야 비로소 그 수의를 완성하게 하였느니라. 이것이 숨겨진 진실이니, 너와 온 고을 백성들은 똑똑히 들을지어다!”
안태우가 광장의 백성들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호령하되,
“그러므로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명백하도다. 태명아, 너는 당장 네 어미를 이 저택에서 내쫓아 친정으로 돌려보내라! 네 외조부 이 대감이 부인을 마땅한 자에게 재가시키도록 조치하란 말이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자네 어미에게 빼어난 재능과 영민한 지혜, 그리고 고결한 마음을 주셨기에, 옛날 고려 땅의 절세가인들이었던 제후의 딸들이나 화환을 썼던 미케네의 미인들조차 연로비 부인의 기막힌 신통력을 따라잡지 못함은 내 인정하네.
하오나 부인이 이토록 장부들을 기만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천명(天命)을 거스르는 짓이도다. 부인이 신들이 내린 잔꾀에 매달려 재가를 미루는 한, 우리 구혼자들은 자네 집안의 곡식과 재산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남김없이 거덜 낼 것이니라! 그것이 부인에게는 정절의 영광일지 모르나, 자네 가문에는 오직 파멸의 손실일 뿐이도다. 부인이 우리 중 한 장부를 낭군으로 택해 나갈 때까지, 우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 궁궐을 떠나지 않을 것이로다!”
안태우의 서슬 퍼런 으름장이 끝나자, 청년 태명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대답할 준비를 하더라.
태명이 눈을 부릅뜨고 안태우를 꼬집어 꾸짖어 가라사대,
“안태우 너는 들으라! 내가 어찌 나를 낳고 길러주신 고결한 어머님을 이 궁궐에서 강제로 내쫓을 수 있단 말이냐. 아버님이 이 세상에 살아계신지 혹은 영장(靈長)의 혼백이 되셨는지 알 길이 없으나 타국에 억류되어 계시거늘, 내가 불효막심하게 어머님을 축출한다면 외조부 이 대감께서 내게 엄중한 대가를 물으실 것이요, 천지신명께서도 더 큰 천벌을 내리실 것이다. 어머님이 눈물로 이 집을 떠나시며 신명께 원통함을 고하시면, 복수의 여신들이 강림하여 나를 저주할 터이니 나는 결단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저희 놈들이 이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면 당장 이 궁궐에서 너희 발로 걸어 나가라! 내 아버님이 피땀으로 모으신 진수를 더는 축내지 말고, 정 그리 먹고 싶거든 너희 가산을 탕진하여 너희 소와 양을 잡아먹을 지어다! 남의 전답과 재물을 통째로 삼키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로 알았더냐? 정녕 그렇다면 어디 끝까지 가보자꾸나. 불멸의 신명과 천왕 상제께 피로써 간청하노니, 상제께서 머지않아 이 무도한 죄악의 대가를 철저히 치르게 하실 것이다. 너희 놈들은 마땅히 이 궁청에서 명줄이 끊길 것이요, 어느 누구도 너희의 죽음을 가엾게 여기지 아니하리라!”
태명의 말이 장내를 뒤흔들자, 홀연히 천공에서 뇌성이 은은히 울리더니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거룩한 목소리를 지닌 천왕 상제께서 저 높은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독수리 두 마리를 현신(現身)으로 내려보내셨도다.
처음에는 두 마리 신조(神鳥)가 바람을 타고 날개를 활짝 편 채 서로의 깃을 부딪치며 평화로이 떠돌더니, 이윽고 시끌벅적한 광장의 군중 한가운데에 이르자 별안간 빙빙 돌며 퍼덕이고 웅장한 날개 짓으로 살기(殺氣)를 뿜어내었다.
두 독수리는 죽음과 같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장내에 모인 구혼자 무리의 머리 위로 들이닥쳐,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얼굴과 목덜미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피를 흘리게 하더라!
그 후 신조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고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니, 광장에 모인 백성들과 구혼자들이 그 해괴하고 웅장한 도술에 놀라 자빠지며 마음속으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 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의아해하였다.
이때 장로들 중 새의 움직임과 천기를 읽는 혜안이 유독 뛰어난 마스토르의 아들, 늙은 지도자 맹수<ref>할리테르세스</ref> 옹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무리에게 준엄하게 고하되,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특히 저 탐욕에 눈이 먼 구혼자 놈들은 내 예언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오. 머지않아 피비린내 나는 대재앙이 너희 머리 위로 쏟아질 것이다! 오지수 장군께서는 결코 고향을 오래 떠나 계시지 않을 터, 이미 그분은 우리의 숨결이 닿는 곳까지 가까이 당도하사 너희 무도한 놈들에게 뿌릴 죽음의 씨앗을 품고 계신다.
나아가 이탁도의 방관한 백성들에게도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우리는 저 구혼자 무리의 악행을 당장 막을 방도를 세워야 할 것이오. 그것이 저들에게도 목숨을 보존할 유일한 길이외다.
내 일찍이 오 장군께서 토래성으로 출정하실 때 예언하기를, ‘오 장군이 온갖 모진 고초를 겪고 부하들을 모두 잃은 후, 20년 만에 아무도 몰라보는 초라한 행색으로 환향하리라’ 하였거늘, 이제 그 천수(天數)가 차서 예언이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도다!”
그러자 구혼자 무리의 또 다른 괴수인 보리보의 아들 우혁이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나서서 대답하되,
“이 망령 난 늙은이야, 그 입을 다물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네 자식들에게나 헛된 길흉화복을 점치거라! 그러지 않으면 네 늙은 목숨이 온전치 못하리라. 천공 아래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닌들 어찌 그것이 모두 신의 계시란 말이냐. 오지수 장군은 이미 타국 먼 바다에서 썩은 송장이 되어 죽었도다. 차라리 영감탱이 너도 그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었더라면 이 지루한 예언 따위는 듣지 않았을 것을! 자네가 이 철부지 태명 놈을 두둔하여 그 대가로 상(賞)이라도 바라는 모양이다만, 내 단언하건대 결코 그리 안 될 것이다.
늙은이야, 자네가 고대의 지혜를 읊으며 이 아이를 충동질해 보았자, 이 아이는 상처만 입고 파멸할 뿐이네. 우리는 자네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
내 온 백성 앞에서 선포하노니, 태명은 당장 제 어미를 친정 대감댁으로 돌려보내어 정당하게 혼례를 올리고 마땅한 선물을 준비하게 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독한 구혼 행위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0살 처먹은 늙은이의 장황한 사설도, 자네의 무의미한 예언 따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노라! 저 연로비 부인이 재가를 거부하며 우리의 희망을 꺾는 한, 이 궁궐의 가산은 씨가 마를 때까지 멸망할 것이로다!”
이에 태명이 안색을 굳히고 대답하되,
“좋소, 우혁 어른과 구혼자 무리들이여.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소. 천지신명과 여기 모인 백성들이 이미 내 원통함을 아실 터이오. 다만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부하 스무 명만 내어주시오. 내 직접 사필성와 모래 언덕의 필성까지 가며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찾겠소.
혹여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상제께서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 주실 수도 있음이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면 이 수모를 일 년 더 견딜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무덤을 파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것이오.”
태명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과거 오지수 장군이 배를 타고 떠날 때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보고 노비들에게 상전(上典)으로 모시라 당부했던 의리 있는 벗, 명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도다.
명토가 관아의 군중을 향해 피를 토하듯 연설하여 가로되,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세상의 법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도다! 향후 이 나라의 왕들은 백성을 어질고 따뜻하게 다스릴 필요가 없으며, 언제나 잔혹하고 혹독하게 군림해야 마땅할 것이오.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자애롭게 보살피셨던 은인 오지수 나리를, 저 배은망덕한 백성들이 이토록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오! 내 저 구혼자 놈들이 오만방자하게 가산을 갉아먹는 폭정은 차라리 비난하지 않겠소. 저놈들은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 믿고 제 목숨을 걸고 저질러진 도적질이니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나, 왕의 은혜를 입고도 이 불의를 묵인한 채 입을 닫고 있는 너희 백성들의 무심함은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로다!”
하니, 장내에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이 감돌더라.
명돈<ref>멘토르</ref>가 가슴을 치며 백성들을 향해 다시 부르짖어 가라사대,
“내가 정녕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저 무뢰배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여기 모인 고을 백성들 때문이로다! 너희가 수적으로는 저 도적 떼보다 훨씬 우세하거늘, 어찌 이 불의를 보고도 비겁하게 가만히 앉아 저들에게 꾸짖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단 말이냐!”
그러자 에우에노르의 아들 이곽<ref>레오크리토스</ref>이 코방귀를 뀌며 앞으로 나서서 명토를 윽박질러 대답하되,
“스승 명토여,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 자네가 필시 노망이 나 제정신이 아니로군.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이 즐거운 잔치를 중단하라 훈계하다니! 자네들이 감히 우리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듯싶은가? 우리의 세력이 자네들보다 훨씬 막강하네.
설령 이탁도의 주인 오지수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우리가 그의 궁궐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을 보고 노하여 쫓아내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아내 연로비 부인이 아무리 낭군을 그리워했을지언정, 홀로 우리 무리와 맞서다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남편의 처량한 최후를 보며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오!
그러니 영감의 말은 그저 쓸모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네. 어쨌든 총회는 끝났으니 모두 흩어져 각자 생업으로 돌아갑시다. 명토와 맹수 영감은 오지수의 오랜 동료들이라 하니, 저 철부지 태명의 유랑 길이나 한 번 잘 안내해 보시오. 내 장담하건대, 저 풋내기는 이탁도 항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평생 고향에서 소식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네!”
이곽의 말이 끝나자 군중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탁도 백성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으며, 구혼자 무리들은 떼를 지어 다시 오지수의 궁궐로 향하더라.
이때 태명은 무리의 눈을 피해 홀로 빠져나와 적막한 해변에 당도하였다.
그가 거친 파도가 치는 회색 바닷물에 손을 씻고 청하여 대라천의 여신 지혜낭자에게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여신이시여, 소자의 기도를 들으소서! 바로 어제 천신께서 현신하사 제게 이 만경창파를 건너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아버님의 종적을 찾으라 명하셨나이다. 하오나 저 오만방자하고 비열한 구혼자 놈들과 이를 방관하는 백성들 때문에 가산은 날마다 거덜 나고 소자는 발이 묶였으니, 어찌하면 좋으리이까.”
태명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지혜낭자가 별안간 벗 명토의 형상과 목소리로 변장하여 그의 곁에 나투시더니, 한 마리 새가 지저귀듯 신비로운 말로 귀에 대고 속삭이셨도다.
“태명아, 네 부친 오지수의 맹렬한 기상과 강인함이 정녕 네 혈육 속에 흐르고 있다면, 자네는 반드시 용맹하고 사려 깊은 장부가 될 것이네. 생전의 오 장군이 부하들을 통솔하는 말과 행동에 얼마나 유능했더냐! 네가 정녕 그의 친아들이라면 이번 여정은 필시 대성공을 거둘 것이로다.
본디 아비보다 나은 자식이 극히 드물고 대개는 부친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나, 자네를 보니 결코 겁쟁이도 아니요 어리석은 자도 아니로다. 자네는 오 장군의 영리한 지혜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이 대업을 능히 완수하리라 내 확신하네.
그러니 저 미련한 구혼자 놈들의 얄팍한 계획 따위는 뇌리에서 지워버려라. 저 도적 떼는 도덕도 없고 천벌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 머지않아 저들 머리 위에 닥칠 끔찍한 운명과 코앞에 이른 죽음의 칼날을 전혀 알지 못하도다. 내가 네 부친의 오랜 벗으로서 자네와 이 길을 끝까지 함께할 터이니 자네는 기필코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네.
내 자네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한 전선(戰船)을 마련해 줄 것이니, 자네는 지금 당장 구혼자들이 있는 궁궐로 돌아가 대담하게 식량을 구해 오게나. 항아리에는 향긋한 포도주를 채우고, 가죽 주머니에는 장정들의 힘의 근원이 될 곡식을 가득 담아 두어라. 그사이 내가 고을을 은밀히 돌아다니며 자네와 생사를 함께할 용맹한 사공들을 모집하겠네. 이탁도 항구에 배들이 많으니, 내가 가장 견고한 상선(商船)을 골라 빠르게 장비를 갖추고 먼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칠 것이니라.”
상제의 따님인 여신의 신령한 훈계를 듣고 태명은 군령을 받들듯 순종하였도다.
하오나 집으로 돌아가는 태명의 마음은 여전히 번뇌로 가득 차 있었다.
궁궐 대청에 들어서니, 과연 저 오만한 구혼자 놈들이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마당에서 염소 가죽을 벗기고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더라.
그 무리 가운데 괴수 안태우가 들어서는 태명을 보고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짐짓 친한 체하며 비아냥거려 가로되,
괴수 안태우가 짐짓 호방하게 웃으며 태명의 어깨를 툭툭 치고 가로되,
“태명 아, 자네는 어찌 그리 매사에 고집불통인가! 자네를 짓누르는 근심을 마음속에서 깨끗이 털어버리고, 예전처럼 우리와 함께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세나. 고려인 장부들이 자네의 가깝고 먼 소망을 다 해결해 줄 터이니 염려 마라. 우리가 견고한 쾌속선과 날랜 사공들을 골라줄 터이니, 자네는 순풍에 돛을 달고 필성으로 가 부친의 소식을 알아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에 태명이 안태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벽력같이 호령하여 가라사대,
“안태우 너는 들으라! 내 어찌 가문을 파멸로 이끄는 너희 이기적인 도적 떼와 한상에서 평화로이 술잔을 나누고 기쁨을 논하리오. 내가 철없는 어린아이였을 때, 너희가 아버님이 남기신 풍족한 가산을 마구 탕진한 것만으로도 이미 뼈에 사무치거늘!
하오나 이제 나도 장성하여 사리를 분별하고 현인들의 조언을 들었으니, 가슴속에 용맹한 기상이 소생하도다. 내가 이 궁궐에서든, 혹은 필성으로 날아가서든, 반드시 너희 놈들에게 피의 보복을 내리고야 말 것이다! 비록 너희가 배와 사공을 내어주지 않을지라도, 내 다른 배의 승객으로 동승하여서라도 기필코 필성으로 가고야 말 터이니 그리 알라!”
태명이 결연히 돌아서자, 대청에서 술판을 벌이던 구혼자 무리들은 도리어 조롱 섞인 비웃음을 터뜨리며 저희끼리 수군거리기를,
“에라, 큰일 났구나! 저 핏덩이 태명 놈이 정녕 우리를 몰살하려 드는 모양이네. 필성이나 사필성로 달려가 구원병이라도 청해올 기세가 아닌가! 아니면 저 멀리 에피라 섬의 독초 밭에서 치명적인 맹독을 구해와 우리 술잔에 몰래 타서 한꺼번에 도륙을 내려는구나!”
또 다른 오만한 자가 잔을 들어 올리며 낄낄거려 가로되,
“글쎄, 누가 알겠는가. 저 풋내기가 굽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제 아비 오지수처럼 길을 잃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혼백이 될지. 만일 그리된다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로다!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갖고, 이 웅장한 궁궐은 연로비 부인과 새로이 혼인할 낭군에게 통째로 넘겨주면 그만이니 말이네.”
그들의 조롱을 뒤로하고 태명은 아래층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친의 보물창고로 향하도다.
그 창고는 천장이 높고 웅장하여, 사방에 황금과 청동이 가득하고 궤짝마다 비단 옷가지와 향기로운 백합유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벽면을 따라서는 신의 명주(銘酒)와 같이 달콤하고 순수한 극상 포도주 항아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으니, 이는 오직 온갖 풍상을 겪은 오지수 장군이 환향할 날만을 고대하며 따로 보관해 둔 것이라.
두꺼운 이중문으로 굳게 잠긴 이 창고를 밤낮으로 현명하게 지키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과거 원덕 대감의 심복이자 옵스의 딸인 충직한 유모 명숙(명숙)이었다. 태명이 유모를 은밀히 불러 속삭여 가라사대,
“유모여, 나를 위해 저 항아리에서 달콤한 포도주를 따라 내어주시오. 다만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 때를 위해 비축해 둔 최고의 명주 말고, 그 다음으로 좋은 포도주로 항아리 열두 개를 가득 채워주시오.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 곱게 빻은 보리쌀 스무 근을 단단히 담아두되, 이 모든 일을 다른 무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붙여주시오. 해가 지고 어머님이 위층 침실로 드시어 잠자리에 오르시면, 내가 밤중에 몰래 와서 이를 수거할 것이오. 내 정녕 사필성와 모래벌판의 필성으로 가 아버님의 종적을 찾고자 하노라.”
유모 명숙이 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려 가로되,
“오호라, 도련님! 무슨 생각으로 이리 험난한 길을 자초하시나이까? 도련님은 우리 가문의 유일한 외동아들이시요 온 가솔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몸이시거늘, 어찌 그 멀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십니까! 오지수 왕께서도 타국 만리바다에서 길을 잃고 횡사하셨거늘, 도련님마저 성을 비우시면 저 도적 떼가 당장 도련님을 시해하고 재산을 분탈할 음모를 꾸밀 것이 자명하옵니다. 부디 이 늙은이의 말을 들으사 궁을 지키시고, 저 거친 만경창파의 위험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마옵소서!”
태명이 유모의 손을 잡고 단호히 달래어 가로되,
“유모여, 내 안위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천상의 신명께서 이미 이 계획을 굽어살피시고 대복(大福)을 약속하셨나이다. 다만 청이 있으니, 내가 떠난 것을 어머님이 아실 때까지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비밀을 유지해 주시오. 어머님이 슬피 우시다 고운 안색과 피부가 상하실까 두려우니 그리해 주시오.”
늙은 유모가 천지신명께 맹세하며 마침내 비밀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밤이 되자 향긋한 포도주를 항아리에 채우고 보리쌀을 튼튼히 기운 가죽 자루에 담아 준비하더라. 이에 태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대청으로 돌아가 구혼자 무리 틈에 섞여 동태를 살폈도다.
이때 천상의 지혜낭자가 궁궐의 사정을 굽어보시고 신통한 묘안을 내셨도다.
여신은 순식간에 태명의 형상으로 둔갑하여 이탁도 고을 곳곳을 암행(暗行)하며, 구혼자 무리의 장정들을 한 명씩 찾아가 ‘오늘 밤 삼경에 항구의 배 곁으로 집결하라’ 은밀히 군령을 내리셨다.
또한 프로니우스의 아들 노에몬을 찾아가 용맹한 전선(戰船) 한 척을 청하니, 노에몬이 기꺼이 배를 내어주겠노라 약속하더라. 이윽고 해가 지고 천지에 어둠이 짙게 깔리자, 여신은 홀연히 도술을 부려 거대한 배를 물 위로 끌어 올리고 항해에 필요한 갖은 도구와 장비를 빈틈없이 실었다.
해변의 외진 곳에 우뚝 선 여신은 건장한 사공들을 모아 일일이 군기를 다잡고 훈련시킨 후, 밤눈을 빛내며 오지수의 궁궐로 되돌아와, 여전히 술판을 벌이던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강력한 수면(睡眠)의 도술을 부리셨도다.
> 여신이 신형(神馨)의 기운으로 그들을 치시니, 도적 떼는 취기에 눈이 풀려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엎어져 깊은 잠에 빠져들더라.
여신은 다시 스승 명토의 형상으로 변장하여, 어스름한 대청에서 소년 태명을 밖으로 불러내어 그의 늠름한 안색을 유심히 바라보며 가라사대,
“태명아, 갑옷을 갖춰 입은 용맹한 선원들이 이미 항구에서 자네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도다. 어서 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한시바삐 닻을 올려야 하느니라!”
팔라스 아테나 여신이 앞장서서 날래게 걸어가니, 소년 태명이 호랑이 같은 걸음으로 그 신성한 발자취를 바짝 따랐다. 두 사람이 거친 해변에 당도하니, 과연 갯바람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늠름한 사공들이 배를 대어놓고 대기하고 있더라.
충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태명이 선원들을 향해 기운차게 호령하여 가로되,
“동지들아! 어서 가서 창고에 비축해 둔 행장과 식량을 배로 옮기자. 이미 만반의 준비가 끝났도다. 다만 사방이 고요하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말라. 내 어머님도 모르시고 다른 가솔들도 일절 모르는 비밀이되, 오직 내 노련한 유모 한 사람만 알고 있느니라.”
태명(오디세우스의 아들)이 군사를 지휘하듯 솔선수범하니 선원들이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든 보따리와 가죽 주머니를 갑판에 실었다. 준련(俊秀)한 태명이 사공들에게 최종 지시를 내린 후 당당히 배에 오르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뱃머리에 서서 행차를 인도하였도다. 여신이 배의 선미 상석에 좌정하시고 그 곁에 태명이 늠름하게 앉으니, 선원들이 일제히 밧줄을 풀고 각자 노를 잡고 자리에 앉아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하더라.
이때 지혜낭자가 서쪽 하늘을 향해 도술을 부려 맑고 강인한 순풍을 불러일으키시니, 만경창파 포도주 빛 바다 위로 서풍<ref>제피로스</ref>이 휘파람을 불며 돛을 밀어붙였다.**
태명이 대성(大聲)으로 명령하여 “모두 돛대를 굳게 잡으라!” 하니, 사공들이 일제히 소나무로 만든 튼튼한 돛대를 도르래 홈에 뚝딱 세우고 밧줄로 단단히 고정한 후, 잘 무두질한 가죽 끈을 당겨 눈부시게 하얀 흰 돛을 높이 올렸다.
순풍이 돛 한가운데를 빵빵하게 채우자, 배는 쏜살같이 나아갔고 거친 보랏빛 파도가 쪼개지는 용골 주위를 요란하게 때리며 하얀 거품을 일으켰도다. 여신이 풍랑을 조화롭게 다스려 항해를 지극히 순조롭게 하시니, 어둠을 가르는 검은 전선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만리길을 전진하였다.
사공들은 돛대를 질러 고정한 후,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 천지신명과 불멸의 신선들, 특히 오지수 가문을 수호하시는 눈빛 총명한 신명께 지성으로 고리(告祭)를 지내며 제물을 바쳤다.
이윽고 쾌속선은 어두운 밤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다가올 새벽의 붉은 동이 틀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저 먼 대해를 향해 도도하게 나아가니, 그 기상이 실로 장관이더라.
==제3권 늙은 왕의 회상==
이튿날 여명이 은은히 밝아오며, 태양신 해일<ref>헬리오스</ref>이 불멸의 신선들과 곡식을 가꾸며 살아가는 필멸의 중생들에게 빛을 비추고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양의 동녘을 떠나 청동빛 하늘을 향해 해수레를 몰아 맹렬히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태명 일행이 탄 검은 전선은 마침내 넬레우스 대감이 세운 유서 깊은 고을, 필성 항구에 도달하였도다.
마침 바닷가에서는 온 백성들이 모여, 대지를 뒤흔드는 권능을 지닌 검은 머리의 바다 신 해왕께 가장 좋은 제물을 바치는 거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니, 온몸이 숯비둘기처럼 새까만 흑황소(黑黃牛)들을 잡아 바치는 참이었다.
해변에는 아홉 줄의 자리가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한 줄에 무려 오백 명씩의 장정들이 군좌(群坐)하였으며, 각 줄마다 아홉 마리씩의 황소를 제물로 드려 장관을 이루었다. 백성들이 잡은 황소의 구운 내장을 먼저 맛보고, 제단 위에서 넓적다리뼈를 태워 연기를 신명께 올려드릴 때, 태명 일행은 균형 잡힌 쾌속선의 돛을 내린 후 선원들을 시켜 돛천을 잘 접어 단단히 정박시키고 마침내 육지에 첫발을 내딛도다.
태명이 배에서 내리자, 스승 명돈으로 변장한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걸으며 빛나는 눈으로 태명을 돌아보고 나직이 타이르되,
“태명아, 이제부터는 기가 죽거나 털끝만큼도 위축될 필요가 없느니라. 자네가 이 거친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까지 온 것은, 오직 대지가 자네 부친 오지수 장군을 어느 구석에 감추었으며 그분이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러니 자, 기운을 내어 곧장 말 길들이는 재주로 천하에 이름난 노장 노현 대감을 찾아가세나. 그 어른이 가슴속에 어떤 비책을 품고 계신지, 아버님의 소식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고 정중히 간청해보게. 노현 대감은 당대의 명망 높은 현인이시니 결코 거짓을 말하여 자네를 속이지 않을 것이네.”
이에 영민한 태명이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 아뢰되,
“스승님, 소자 아직 나이가 어리고 조정의 법도나 장부들과 지혜롭게 담판 짓는 말주변이 심히 서툴옵니다. 이토록 덕망 높은 고을의 대장 어른을 뵙고 어떤 말씀부터 꺼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위축되나이다.”
여신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되,
“태명아, 걱정 말라. 자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는 영감이 있을 것이요, 설령 부족할지라도 천지신명께서 자네 입을 빌려 마땅한 언변을 내려주실 것이네. 본디 신들의 가호와 음덕이 아니었다면 자네가 어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늠름하게 장성할 수 있었겠느냐.”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이 말을 마치고 대장부처럼 앞장서서 걸어가니, 태명이 고스란히 여신의 거룩한 발자국을 밟으며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필성의 장정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연회석 쪽으로 다가서니, 과연 상석에는 노장 노현 대감이 여러 아들들과 함께 좌정해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노비들이 고기를 굽거나 긴 꼬챙이에 꿰며 잔치 준비로 분주하더라.
외방에서 온 이방인 나그네들을 발견한 필성의 백성들은 일제히 몰려와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며, 먼 길에 고단할 터이니 어서 자리에 앉으라고 정중히 권하였다.
이때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가장 먼저 돛달음질쳐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이끌었다. 그는 바닷가 모래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양털 가죽을 정성껏 깔아 마련한 상석으로 두 귀빈을 인도하여, 형 트라시메데스와 부친 노현 대감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혔도다.
젊은 주인이 환영의 뜻으로 두 사람 앞에 갓 구워낸 소 내장 요리를 올리고, 화려한 황금 잔에 향긋한 포도주를 가득 따른 후, 천상의 방패를 지닌 상제의 따님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을 향해 공손히 잔을 바치며 말하되,
“먼 곳에서 오신 귀한 나그네여, 마침 우리가 바다의 주재자이신 해왕 군주를 위해 대제를 지내던 참에 귀한 발걸음을 하셨으니, 부디 우리 신명께 지성으로 기도를 올려주소서. 예법에 따라 먼저 신께 고리(告祭)를 지내며 포도주를 올린 후, 그 꿀맛 같은 잔을 곁에 계신 젊은 벗에게도 건네어 함께 축원을 빌게 하소서. 본디 천하의 모든 인간은 신령의 음덕 없이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자네의 친구 역시 불멸의 신선들께 정성껏 빌고 싶지 않겠소? 다만 저 곁에 계신 도령은 나이가 더 어려 나와 동년배로 보이니, 이 첫 황금 술잔은 마땅히 연치(年齒)가 높으신 어른께 먼저 올리는 것이 도리인가 하옵니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이렇듯 법도에 맞게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 잔을 여신의 손에 쥐여주니, 지혜낭자는 지혜롭고 올바른 행실을 갖춘 이 젊은이의 갸륵한 예법에 크게 흡족해하셨도다. 여신은 황금 잔을 높이 들어 즉시 바다의 군주 해왕을 향해 가슴 깊이 간절히 기도하여 가라사대,
“대지를 튼튼히 떠받치시는 해왕 신명이시여, 이 둔한 중생들의 기도를 굽어살피소서! 지성으로 간청하는 우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이 땅에 다음과 같은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첫째는 노장 노현 대감과 그의 의로운 아들들에게 천하의 영광을 내려주시고, 둘째는 이 성대한 흑황소 제물을 바치며 정성을 다한 필성의 모든 백성들에게 아낌없는 보상을 베풀어주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검고 빠른 전선을 타고 만리 길을 찾아온 소장 태명과 이 늙은 명토가 도모하는 대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환향하게 도우소서.”
여신이 이같이 엄숙하게 축원하셨으나, 실상은 **여신 스스로가 천상의 권능을 지니셨기에 본인의 뜻대로 이 모든 기적을 즉시 이룩하신 참이었다.
여신은 기도를 마친 후 손잡이가 둘 달린 웅장한 황금 술잔을 옆에 앉은 태명에게 건넸고, 오지수의 장한 아들 태명 역시 잔을 받아 들고 스승의 뒤를 이어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천지신명께 조상의 가호를 빌었도다.
두 사람의 고례(告禮)가 끝나자, 곁에 있던 시종들이 꼬챙이에 잘 구워진 황소고기를 빼내어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몫을 나누어 주니, 이윽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성대한 연회가 무르익더라.
좌중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마시어 기갈과 피로를 온전히 씻어내자, 마침내 수많은 전차를 몰고 전장을 누볐던 게레니아의 영웅, 늙은 노현 대감이 위엄 있게 수염을 쓸어내리며 두 나그네를 향해 먼저 웅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니,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사연이 흘러나올꼬.
==제4권 해신이 한 말==
태명 일행은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패삼득<ref>페이시스트라토스</ref>를 동반자로 삼아, 전차를 타고 험준한 골짜기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 동굴의 땅, 서파성에 당도하여 곧장 명뇌왕의 대궐로 향하였도다.
마침 대궐에서는 적면(赤面)의 영웅 명뇌왕이 자녀들의 혼례를 축하하고자 일가친척과 고을 백성들을 구름처럼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배풀고 있었느니라. 일찍이 토래성 전장에서 그는 자신의 고결한 딸을 장차 맥리민(貊利民) 족<ref>므리미돈족</ref>을 다스릴 불세출의 영웅 안길승<ref>아킬레스</ref>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했던바, 이제 화려한 보물과 말이 끄는 전차를 혼수품으로 내어주며 신행(新行) 길에 오르게 하니, 이는 실로 천지신명의 오묘한 섭리로 성사된 경사로다.
또한 왕은 노비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용맹한 서자 맹대수<ref>메가펜테스</ref>를 위해서도 고을의 어진 처녀인 안계리<ref>알렉토르</ref>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대궐 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본디 천상 신명들께서는 절세미인 하일란 여사<ref>헬레나</ref>에게 황금빛 포랑선녀<Ref>아프로디테</ref>를 닮은 아름다운 딸 허명혜<ref>헤르미오네</ref>를 점지해 주신 이후로는 더 이상 소생을 허락지 아니하셨음이라.
이때 왕의 심복인 위태선<ref>에태오네우스</ref>가 대궐 밖을 살피다 기이한 기상을 풍기는 두 장부를 발견하고,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왕께 고하되,
“상감 폐하, 밖에 귀인 두 분이 당도하였사온데, 그 풍채와 위엄이 마치 천왕 상제의 아들들처럼 비범한 이방 나그네들이옵니다. 저들이 타고 온 군마의 멍에를 풀어 정성껏 대접하오리까, 아니면 다른 고을의 주인을 찾아가라고 박대하여 보내오리까?”
이에 얼굴이 붉은 명뇌왕이 크게 노하여 벼락같이 소리치되,
“이 미련한 놈아! 네가 전에는 제법 총명하더니, 이제는 어찌 철없는 아이처럼 망발을 일삼느냐! 우리 역시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기 전까지, 이국땅을 떠돌며 수많은 주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목숨을 부지하지 않았더냐. 상제께서 앞으로도 우리 가문을 굽어살피시기를 간구하며, 당장 저 귀인들의 군마에서 멍에를 풀고 안으로 모셔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라!”
군령을 받은 위태선이 대궐 밖으로 뛰어나가 하인들을 소집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땀에 젖은 말들의 멍에를 풀고, 하얀 보리를 섞은 에머밀을 여물통에 가득 채워 묶어 두었도다. 마차는 잘 닦인 벽면에 기대어 세워두고, 두 소년을 신령스러운 저택 안으로 정중히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더라.
위대한 명뇌왕의 높은 전각은 마치 한낮의 태양이나 밤중의 보름달처럼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음이라. 그들이 웅장한 대궐을 충분히 구경한 후 윤이 나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니, 시녀들이 향기로운 백합유를 발라 몸을 씻겨주고 부드러운 양모 망토와 도포를 입혀 마침내 아트레우스의 아들 명뇌왕의 옆자리에 앉혔도다.
한 시녀가 은대야와 금병을 받쳐 들고 나와 그들의 손을 깨끗이 씻긴 후, 윤이 나는 나무 상을 차려내었고, 또 다른 정숙한 시녀가 향긋한 떡과 호화로운 찬을 끊임없이 내어왔다. 고기를 써는 시종이 온갖 기이한 육고기가 담긴 은반을 올리고 황금 잔을 바치니, 명뇌왕이 두 귀빈을 반갑게 맞이하며 가로되,
“마음껏 드시게! 먼 길에 고단했을 터이니 맛있게 들고 기운을 차리게나. 식사가 끝난 후에 자네들의 성씨와 근본을 물을 것이로다. 자네들의 기상을 보니 필시 천하를 호령하는 왕족의 후예가 틀림없구나. 본디 흙을 파먹는 농부의 자식들은 자네들 같은 영웅의 풍채를 지닐 수 없는 법이네.”
이때 태명이 대궐의 사치스럽고 웅장한 장식을 보고 경탄하며, 옆에 앉은 패삼득에게 나직이 소근거리되,
“여보게 벗이여, 이 울려 퍼지는 전각이 청동과 은, 황금과 상아, 그리고 영롱한 호박(琥珀)으로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보게나. 이곳은 흡사 올림포스 산에 있는 상제의 천궁처럼 풍요로우니, 내 심신이 경외심에 사로잡히는구려.”
명뇌왕이 흘러나오는 태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 바람처럼 날아가는 어조로 대답하여 가로되,
“장한 소년들이여, 천하의 어떤 필멸의 인간도 감히 천왕 상제의 권능에 비할 수는 없느니라. 신명께서 거처하시는 천궁과 보물은 영원불멸한 법이지. 물론 세상의 어떤 영웅은 내 재산과 견줄 만큼 부유할지 모르나, 나는 이 막대한 보물을 모으기 위해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도다.
내가 토래성이 함락된 후에도 무려 8년 동안이나 거친 바다를 표류하며 길을 잃고 이국땅을 헤맸음이라. 저 멀리 뿔 달린 양들이 일 년에 세 번씩 새끼를 낳고, 주인과 노비가 신선한 젖과 치즈와 고기를 일 년 내내 풍족하게 얻는 남방의 낙토(樂土)까지 흘러갔었지.
하오나 내가 그토록 타국을 떠돌며 보물을 긁어모으는 동안, 고향에서는 간교한 형수 놈에게 배신당한 내 친형님 아한왕이 궁궐 한복판에서 억울하게 시해당하셨도다! 그러니 내 손에 쥔 이 모든 천하의 보물이 내게 무슨 기쁨을 주겠느냐. 자네들의 부친 역시 내가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고 내 사랑하는 대궐과 떨어져 지냈는지 이미 들려주었을 것이네.
차라리 아라골의 푸른 목초지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 벌판에서 전사한 내 전우들이 지금 살아만 있다면, 내가 모은 이 보물의 삼분의 일만 가지고라도 이 대궐에 기쁘게 머물렀을 것을! 나는 매일같이 이 웅장한 대궐에 홀로 앉아, 먼저 가버린 백 명의 영웅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노라.
특히 그중에서도 오직 한 사람, 그의 운명은 가혹한 고통이었고 나의 운명은 그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 가득하니, 바로 오지수 장군이로다!
그분이 먼 길을 떠난 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 살아 계신지, 혹은 고혼(孤魂)이 되셨는지조차 알 길이 없구나. 지금쯤 고향에서 그의 충실한 아내 연로비 부인과 늙으신 부친 라현 옹, 그리고 그분이 출정할 때 갓난아기였던 어린 아들 태명 도령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곡읍(哭泣)하고 있겠느냐.”
명뇌왕의 이 절절한 강론이 소년 태명의 가슴속에 묻어둔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기어이 폭발시키고야 말았도다. 뜨거운 눈물이 소년의 안색을 타고 흘러내려 대청마루 바닥에 툭툭 떨어지니, 태명은 차마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자주색 망토 자락을 들어 두 눈을 가리고 흐느꼈다. 명뇌왕은 이를 예리하게 알아채고, ‘이 소년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그 근본을 물어야 할지’ 마음속으로 깊이 망설이더라.
왕이 이처럼 고뇌하고 있을 때, 홀연히 황금 화살을 든 수렵의 신 아라미낭자 여신처럼 고결한 자태를 지닌 연로비 여사(헬레나)가 천장이 높고 향기로운 침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도다.
시녀 아드라가 여왕을 위해 특별히 정성껏 칠한 의자를 마련하였고, 알키페는 그 위에 부드러운 양모 담요를 깔았으며, 필로는 은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바느질 바구니를 받들어 올렸다. 이 귀한 보물은 일찍이 이집트 테베 고을의 대부 보리보의 아내가 연로비 여사에게 바친 것으로, 테두리를 정금(純金)으로 두르고 바퀴가 달린 신기한 은바구니였으니, 안에는 이미 자아놓은 고운 실이 가득 보관되어 있었다.
연로비 여사가 의자에 좌정하여 장내를 둘러보더니, 놀란 안색으로 낭군 명뇌왕에게 나직이 물어 가로되,
“상감 폐하, 오늘 우리 대궐에 찾아온 저 장한 나그네들은 도대체 누구이옵니까? 제 얕은 소견을 숨겨야 할지, 혹은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할지 망설여지오나, 제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나이다.
내 일찍이 천하를 두루 보았으나, 오늘 찾아온 이 소년처럼 용맹한 오지수 장군의 아들 태명 도령을 쏙 빼닮은 이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이다. 과거 고려인들이 내 얼굴을 핑계 삼아 토래성을 치고자 폭정과 전쟁을 일삼으며 군사를 일으켰던 그 첫날, 오 장군께서 고향방에 갓난아기로 누워있던 이 태명을 두고 눈물로 출정하셨거늘, 어찌 이리 똑같단 말이옵니까.”
이에 명뇌왕이 무릎을 탁 치며 대답하되,
“부인, 내 눈도 정녕 틀리지 않았구려! 저 소년의 늠름한 손과 발, 머리카락과 두상의 골격, 그리고 번뜩이는 눈빛이 과연 오 장군과 붕어빵이로다. 내가 방금 오 장군이 나를 위해 전장에서 겪었던 온갖 고초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 아이가 안색을 찡그리며 자주색 망토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 않았소!”
그러자 곁에 있던 네스토르의 아들 패삼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법을 갖추어 아뢰되,
“명뇌왕 폐하, 두 분의 혜안이 과연 정확하시옵니다. 이 곁에 계신 도령은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하의 용장 오지수 장군의 친아들 태명이 맞사옵니다. 하오나 성품이 지극히 수줍고 겸손하여, 당대의 영웅이신 폐하 앞에서 감히 철없이 먼저 입을 열어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나이다.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우렁찬 목소리는 신령의 계시와 같다 칭송하시며, 소자에게 이 태명 도령을 안내하여 이곳까지 동행하라 명하셨나이다. 태명은 폐하께 아버님의 생사 소식과 고견을 듣고자 간절히 찾아왔나이다. 본디 아비 없는 자식은 가문을 지켜줄 힘이 없어 고을의 무뢰배들에게 큰 수모를 겪게 마련인바, 지금 태명의 처지가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명뇌왕이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태명의 손을 꼭 쥐며 가로되,
“오호라, 내 생전에 나를 위해 그토록 피땀을 흘렸던 진정한 벗의 아들이 내 집에 제 발로 걸어왔구나! 내 일찍이 상제께서 우리 함대를 가호하사 고향으로 속히 환향하게 하신다면, 천하의 어떤 아라골 장수들보다 오지수 그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영접하리라 다짐했었노라.
내 그와 그의 모든 가솔, 백성들을 이탁도에서 통째로 데려와 이 서파성 근처의 고을 하나를 내어주고 제후로 삼아 평생을 이웃하며 살고자 했거늘! 죽음의 먹구름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의 우정과 기쁨을 그 무엇도 꺾지 못할 거라 믿었노라. 하오나 천상의 신명께서 우리의 두터운 정을 시기하셨는지, 그 불쌍하고 불운한 영웅만을 홀로 고향에 들지 못하게 하셨도다.”
왕의 이 서글픈 한탄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로비 여사도 수건을 적셨고 명뇌왕도 눈시울을 붉혔으며, 패삼득 역시 과거 전장에서 광명의 새벽 신에게 안타깝게 살해당한 제 친형님 안틸로코스의 혼백이 생각나 눈물이 가득 고였도다.
패삼득이 눈물을 닦아내며, 날개 돋친 듯 수려한 말로 명뇌왕께 공손히 고하되,
“명뇌왕 폐하, 일찍이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상식과 혜안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하셨나이다. 그러니 소자의 미천한 간청을 들어주소서. 이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곡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사오니, 통곡은 다가올 새벽으로 미루심이 어떠하옵니까. 물론 먼저 가신 영웅들을 애도하고 머리를 깎으며 뺨을 적시는 것이 우리가 죽은 자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예우이오나, 지금은 귀한 손님을 맞이한 자리이옵니다.”
명뇌왕이 대장부의 청을 전해 듣고 흡족해하며 대답하되,
“장하도다, 소년이여! 자네는 정녕 나이 많은 노련한 장부처럼 지혜롭게 말하는구나. 과연 그 언변에 부친 노현 대감의 고결한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도다. 본디 상제께서 행복한 가문과 혈통을 점지해 주신 자들은 그 기상이 쉽게 드러나는 법이지.
상제께서 노현 대감에게 평생의 행운을 주사 고향에서 200세가 넘도록 장수하게 하시고, 그 아들들 또한 천하의 창술가로 키우셨으니 참으로 복되도다. 자, 이제 슬픔을 거두고 다시 저녁 식사에 집중하세나. 시종들은 어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 손을 씻기라. 다가올 새벽이 되면 내 태명 도령과 밤을 새워가며 아버님의 소식을 상세히 나눌 것이로다.”
왕의 명을 받들어 날랜 시종 아스팔리온이 귀빈들의 손에 맑은 물을 부었다.
이때 지혜로운 연로비 여사가 장내의 무거운 슬픔을 지워버리고자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렸도다. **여사는 일찍이 이집트 고을의 톤의 아내 폴리담나에게서 선물 받은 강력한 신약, 즉 인간의 가슴을 찢는 모든 슬픔과 분노를 단숨에 잊게 해주는 망우단(망우약)을 포도주 항아리에 몰래 섞어 넣은 참이었다.**
본디 이집트 땅은 온갖 기이한 약초와 치유의 도술이 발달한 의인(醫人)들의 나라인바, 이 약을 마신 자는 가령 자신의 눈앞에서 친부모나 형제가 청동 창에 찔려 죽을지라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효능이 있었다. 여왕이 약을 탄 달콤한 명주를 하인들에게 명하여 잔마다 가득 따르게 한 후, 좌중을 향해 우아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명뇌왕 폐하, 그리고 여기 모인 고결한 가문의 소년 장부들이여. 상제께서는 천하 중생들에게 때로는 길한 복을, 때로는 흉한 화를 번갈아 내리시니 그 권능은 실로 전능하시도다. 그러니 이제 시름을 잊고 음식을 즐기라. 내가 지루함을 달래고자 과거 토래성 전장에서 불굴의 오디세우스 장군이 펼쳤던 놀라운 무용담을 하나 들려주겠노라.
당시 고려 군사들이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지혜로운 오 장군은 스스로 노비의 초라한 망토를 두르고 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며, 가난하고 비참한 거지로 완벽히 변장한 채 홀로 적진인 토래성 성문 안으로 몰래 침투하였도다. 성내의 어떤 토래인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나만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간파하고 은밀히 불러 심문하였지.
그는 내 장막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려 군사들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꾸미고 있던 모든 천기(밀계)를 내게 털어놓았도다. 귀환하는 길에 그는 긴 청동 검을 뽑아 들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토래 장수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도륙하였고, 고려 진영에 전할 결정적인 군사 기밀을 품고 무사히 탈출하였음이라. 토래의 여인들은 장수들의 죽음에 대성통곡하였으나, 내 마음은 남몰래 기쁨으로 가득 찼으니, 나 역시 그때쯤엔 죄과를 뉘우치고 고향의 내 딸과 지혜로운 낭군 명뇌왕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로다.”
명뇌왕이 부인의 무용담을 듣고 크게 감탄하며 손뼉을 치고 가로되,
“부인의 말이 정녕 고스란히 맞는 사실이로다! 내가 평생 천하를 두루 주유하며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나보았으나, 오지수 장군처럼 단호하고 기상이 강철 같은 장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네.
과연 그분의 강인함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일찍이 우리가 거대한 목마(木馬) 속에 숨어 들어가 적들을 파멸시키고자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네. 고려의 내로라하는 용맹한 장수들이 모두 그 어두운 목마의 뱃속에 갇혀 긴장하고 있을 때, 부인께서 저 높은 성벽에서 내려와 목마 주위를 세 번 돌며 숨어 있는 곳을 가볍게 두드리지 않았소.
당시 토래인들을 도우려던 어떤 신령이 부인을 충동질했음이 분명한바, 부인은 목마 밖에서 안에 숨은 고려 장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되, 신기하게도 각 장수들의 실제 친아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어 애절하게 부르지 않았소!
그 소리를 들은 나와 도미달은 당장 목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안에서 대답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네. 하오나 오지수 장군이 강철 같은 손으로 우리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고 끝까지 제지하셨도다. 천상의 여신이 부인을 멀리 인도하여 위기를 넘길 때까지, 오 장군께서 목마 안의 모든 장수들을 꽉 붙잡아 두셨으니, 그분의 냉철한 지혜와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그날 밤 적들에게 발각되어 몰살당했을 것이 틀림없었네.”
태명이 부모의 이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곰곰이 전해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여 대답하되,
“하오나 명뇌왕 폐하, 그 모든 영웅담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며 상황을 어찌 더 낫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심장이 아무리 무쇠와 같고 강철과 같았을지라도, 결국 제 목숨 하나 온전히 보존하여 환향하지 못하셨나이다. 그러니 폐하, 밤이 깊었사오니 부디 저희를 잠자리로 인도해 주소서. 고단한 신신을 달콤한 잠 속에 묻고 싶나이다.”
이에 서파성의 여왕 연로비 여사가 시녀들에게 명하여 전각 현관에 안락한 침상을 마련하게 하고, 그 위에 화려한 자주색 양탄자를 깐 후 따뜻한 양털 이불을 두터이 덮어주게 하였다. 하인들이 횃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대궐 앞방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고, 명뇌왕은 전각 깊숙한 내실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연로비 여사와 함께 동침하였도다.
이튿날 동녘 하늘에 장미꽃 손가락을 지닌 광명의 새벽 여신이 대지를 물들일 때였다. 위엄 있는 명뇌왕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의복을 갖추고, 날카로운 보검을 어깨에 메어 기름칠을 잘 한 가죽 샌들을 신은 채, 마치 천상 신령과 같은 풍채로 침실을 나와 태명에게 다가가 웅장하게 물어 가로되,
“장한 태명 도령아, 무슨 중대한 결단이 섰기에 이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 서파성까지 나를 찾아왔느냐? 가문의 사사로운 송사 때문이냐, 혹은 이탁도의 공적인 정무 때문이냐? 내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아라!”
태명이 가슴 깊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공손히 꿇어앉아 아뢰되,
“아태우의 아들이신 위대한 명뇌왕 폐하, 소자가 이토록 만리 길을 온 것은 오직 홀로 되신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한 가닥이라도 듣고자 함이니이다. 지금 소자의 고향 궁궐은 불의한 도적 떼들에 의해 가산이 통째로 결단 나고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했나이다.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날마다 우리 소와 양을 무단으로 잡아 가택을 더럽히고 소자의 목숨마저 해하려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그러니 폐하,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간청하오니, 혹여 아버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을지라도 그 참혹한 진실을 제게 가감 없이 들려주소서! 폐하께서 전장에서 직접 목격하셨거나 혹은 만리 바다를 돌며 전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이 불효자에게 동정심을 베푸사 숨기지 말고 고해 주소서. 과거 제 용맹한 아버님이 토래성 전장에서 폐하를 도와 피 흘려 싸웠던 그 수많은 공로를 이 순간 기억하시어, 진실의 칼날을 제게 쥐여주소서!”
명뇌왕이 이 처절한 사연을 전해 듣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대노하여 웅장하게 소리치되,
“이 빌어먹을 도적 놈들! 감히 저 비겁하고 유약한 겁쟁이들이, 자신들보다 백배는 더 용맹한 천하무적 오지수 장군의 잠자리를 강탈하려 들다니!
이것은 흡사 미련한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핏덩이 새끼 사슴 두 마리를 숲속 깊은 곳에 있는 굶주린 맹수 사자의 굴속에 눕혀두고, 제 배를 채우려 언덕과 계곡을 넘어 풀밭으로 떠난 것과 다름없도다! 사자가 사냥을 마치고 제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핏덩이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빨로 물어뜯어 뼈째로 씹어 삼킬 것이 자명하도다. 오지수 장군이 고향에 당도하는 날, 저 무뢰배 놈들에게 내릴 피의 심판이 정녕 이와 같으리라!
오, 천왕 상제시여, 여신 지혜낭자와 광명의 아로 신이시여! 일찍이 오 장군이 리수도 천하장사 필로멜레이데스와 씨름을 벌여 단숨에 그자의 허리를 꺾고 땅바닥에 내던졌을 때, 우리 고려 군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나이까. 그 장부의 맹렬한 기상으로 당장 저 구혼자 놈들의 목을 베게 하소서! 저들의 가련한 명줄은 단숨에 끊길 것이요, 저들이 꿈꾸는 혼례는 가문의 영원한 저주가 될 것이로다!
장한 소년아, 네 질문에 대해 내 결코 속이거나 감추지 않겠노라.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의 노인, 즉 변신술의 대가인 **해선 프로테우스**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아버님의 소식을 단 한 마디도 숨김없이 들려주마.
당시 내가 이집트 해안에서 고향으로 가고자 했으나, 신들께 완벽한 제물(헤카톰)을 바치지 못해 큰 노여움을 사서 만리 바다에 발이 묶인 적이 있었네. 이집트 해안 앞바다에는 **파로스**라는 고요한 섬이 하나 있는데, 항구가 깊고 맑은 샘물이 있어 사공들이 어두운 물을 길어 바다로 나가는 요충지이지. 하오나 신들께서 순풍을 뚝 끊으시는 바람에 무려 스무 날 동안이나 그 척박한 섬에 갇혀 식량이 거덜 나고 군사들의 조총(희망)이 끊길 위기에 처했었도다.
그때 바다의 노신 프로테우스의 딸인 **에이도테아 여신**이 나를 가엾게 여기사, 홀로 해변을 거닐며 탄식하던 내 앞에 나투셨네. 당시 내 부하들은 굶주림에 지쳐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잡으려 흩어져 있었지. 여신이 내 곁에 서서 ‘나그네여, 어찌 그리 미련하게 고통만을 즐기며 이 섬에 영원히 갇혀 있으려 하느냐’ 물으시기에, 내가 고하기를 ‘여신이시여, 소자가 천상의 신명께 죄를 지어 이 드넓은 바다에 갇힌 줄 아오니, 부디 어떤 영령이 내 귀향길을 가로막고 있는지 천기를 들려주소서’ 하였도다.
그러자 여신이 내게 은밀히 비책을 전해주시되, *‘이집트 강가에는 바다의 깊은 연못을 모두 꿰뚫어 보고 바다 신 포세이돈을 섬기는 불멸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살고 있나니, 자네가 만일 그 노인을 물리력으로 제압하여 묶을 수만 있다면, 그가 자네의 귀향길은 물론이요, 자네가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대궐에서 일어난 온갖 길흉화복을 낱낱이 들려줄 것이네’* 하시는 게 아니겠나.
내가 다시 청하기를 ‘여신이시여, 그 신령스러운 노인을 어찌 감히 인간의 얄팍한 힘으로 가두어 도망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나이까’ 하니, 여신이 웃으며 가라사대, *‘내일 정오가 되어 서풍(제피로스)이 불고 바다에 그림자가 질 때, 노인은 바다 동굴에서 나와 낮잠을 청할 것이네. 그때 그의 주위로 바다 여신의 딸들인 수많은 물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들어 짠 바다 냄새를 풍기며 잠들 터인데, 자네는 군사 중 가장 용맹한 장정 세 명을 엄선하여 새벽에 해변으로 나오라’* 하셨도다.
여신은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시더니, 갓 벗겨낸 물개 가죽 네 장을 가져오사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고 모래 구덩이에 매복시키셨네. 본디 그 물개 가죽에서 풍기는 비린내와 썩은 소금내가 얼마나 진동하던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으나, 고결한 여신께서 천상의 영약인 **암브로시아**를 가져와 우리 콧구멍에 조금씩 발라주시니 그 신비로운 향취가 물개 비린내를 단숨에 지워버렸도다.
정오가 되자, 과연 바다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파도를 헤치며 나타나 살진 물개들의 숫자를 하나씩 세기 시작하더니, 우리 역시 물개인 줄로만 알고 아무 의심 없이 숫자에 포함한 후 맨 한가운데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네!
> 그 순간 내가 대성으로 군령을 내리며 장정들과 함께 폭풍처럼 달려들어 노인의 사지를 꽉 붙잡았도다!
노인은 과연 바다의 영물이라 온갖 도술과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갈기를 휘날리는 맹렬한 **사자**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독을 품은 **뱀**으로, 다시 날랜 **표범**으로, 거대한 **멧돼지**로 변형하였고, 심지어 흐르는 **물**과 잎이 무성한 거목(巨木)으로 둔갑하며 우리의 손귀를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도다!
하오나 우리는 여신의 조언대로 이가 부러져라 손에 힘을 주고 더욱 세차게 노인의 몸을 짓눌러 압박하였지. 마침내 도술이 바닥난 노인이 본래의 노인 형상으로 돌아와 지친 목소리로 내게 묻기를, *‘어떤 신령이 자네에게 이 밀계를 가르쳐 나를 포박하게 했느냐? 자네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더군.
내가 고하기를 *‘해선이시여, 내가 이 섬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진퇴양난에 빠졌으니, 어떤 신명이 내 길을 막고 있으며 어찌해야 고향으로 갈 수 있는지 들려주소서’* 하니, 노인이 대답하되 *‘자네가 상제와 여러 신명께 합당한 가책(백 마리 소)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니, 당장 배를 돌려 이집트 강가로 돌아가 신들을 기쁘게 하는 대제를 지내라. 그리하면 신들께서 자네가 원하는 만리 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네’* 하셨도다.
내가 거친 바다를 거슬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산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천기를 물었네. ‘해선이시여, 내가 토래성에 남겨두고 온 고려의 수많은 장수들과 내 친형님 아한왕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나이까, 혹은 바다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나이까’ 하니, 노인이 슬픈 눈빛으로 내게 전하기를,
‘아달의 아들이여, 어찌 그 비극을 내 입으로 다 들으려 하느냐. 수많은 장수들이 전장에서 뼈를 묻었고, 귀환하는 길에 청동 갑옷을 입은 최고 사령관 중 단 두 명만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도다. 용장 아이아스(아약스)는 삼지창을 든 바다 신의 분노를 사서 배가 난파당한 후 기란 바위 위에 겨우 기어올라 오만방자하게 신을 모독하다가, 신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부시는 바람에 깊은 바다 바닥으로 추락하여 짠 물을 들이켜고 고혼이 되었노라.
또한 자네의 친형님 아한왕은 가호 속에 겨우 살아남아 기쁘게 고향 땅에 발을 디디고 흙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그 고을의 망루에는 간교한 아내와 간통한 애기수가 심어둔 파수꾼이 황금 두 냥을 받고 일 년 내내 눈을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도다!
아한왕이 무방비로 궁궐 대청에 들어서자, 애기수는 매복시킨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시켜, 마치 도축업자가 마구간에서 소의 목을 베듯 저녁 식사를 즐기던 아한왕과 그의 시종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처참하게 도륙하여 몰살시켰느니라!’ 하시는 게 아니겠나!
노인의 이 청천벽력 같은 폭로를 전해 듣고,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친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리, 저 태양빛을 보아서 무엇하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도다.
내가 한참을 울다 지쳐 흐느끼고 있을 때, 바다의 노인이 나를 달래며 가로되 *‘명뇌왕이여, 이제 울음을 그치라. 통곡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당장 군사를 몰아 고향으로 가라. 어쩌면 원수 애기수가 아직 살아있을지, 혹은 아한왕의 장한 아들 오래손가 이미 원수의 목을 베었을지 모르는 일이니, 자네는 어서 가 장례식이라도 주관하라’* 하셨네. 이 말을 들으니 내 가슴속에 다시 장부의 뜨거운 피가 도는 듯하여, 내가 날개 돋친 듯 급히 물었도다.
‘해선이시여, 두 장수의 비극은 내 뼈에 새겼으나, 아직 저 넓은 만경창파 어딘가에 갇혀 살아남아 있다는 그 마지막 세 번째 영웅의 성명은 무엇이나이까? 그 소식이 비록 내 가슴을 찢을지라도 내 반드시 들어야겠나이다!’ 하니, 노인이 마침내 그 비록(秘錄)을 내게 전해 주시되,
‘그는 바로 이탁도 출신의 장수, 라현의 아들 오지수 장군이로다! 내가 바다의 깊은 눈으로 굽어보니, 그는 지금 저 멀리 고해(孤海)에 떠 있는 요녀 가립선의 섬, 그녀의 깊은 밀실에 갇혀 고향 땅을 바라보며 날마다 피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도다. 요녀가 강한 도술로 그를 묶어두었기에, 그에게는 만리 바다를 건널 노 젓는 전선도 없고 용맹한 사공도 없어,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느니라!’ 하셨도다.”
명뇌왕이 태명의 손을 잡고 이 엄숙한 천기를 전한 후, 인자하게 웃으며 가로되,
“장한 태명아, 이것이 내가 바다 신에게 직접 전해 들은 네 부친의 확실한 종적이로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라. 상제께서 자네에게 내리신 축복은 남다르니, 자네는 절세미인 연로비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덕에 상제의 사위로서 장차 이승의 목숨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끝에 있는 낙원 극락의 벌판으로 가 영생을 누릴 자격이 주어졌음이라. 그곳은 황갈색의 라만 대감이 다스리는 영험한 신선들의 땅으로, 겨울의 눈보라도 없고 매서운 폭풍우도 치지 아니하며, 대양이 언제나 산들바람 서풍을 보내어 장부들을 상쾌하게 해주는 무릉도원이로다.
자, 내 이제 신들의 노여움을 풀고 순풍을 받아 무사히 환향한 것처럼, 자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고자 하니, 부디 내 대궐에서 열이틀 동안만 더 머물다 가게나. 내가 자네에게 천하의 명마 세 마리와 청동으로 빛나는 웅장한 전차 한 대를 선물로 줄 것이요, 나아가 신명께 제사를 지낼 때 쓸 수 있는 정교한 황금 술잔을 내어줄 터이니, 평생 나를 기억해주게.”
이에 영민하고 재치 넘치는 소년 태명이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 대답하되,
“상감 폐하, 소자를 이토록 갸륵하게 보살펴주시니 감개무량하오나, 저를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붙잡아 두지 마옵소서. 폐하의 옥음(玉音)을 듣는 것이 제게는 천상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우니, 정녕 이 대궐에서 일 년 동안 머물지라도 고향 집이나 부모님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옵니다. 하오나 저를 믿고 필성 항구에서 고되게 기다리는 제 불쌍한 사공 동지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쳤을 터이니, 한시바삐 길을 물어야 하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내어주신 귀한 마필과 전차는 실로 과분하오나, 이 서파성의 보물창고에 그대로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폐하가 다가오시는 이 넓은 영토는 토끼풀이 무성하고 하얀 보리와 밀이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대초원이오나, 소자의 고향 이탁도는 온통 험준한 바위산과 절벽뿐이라 들판도 없고 경마장을 닦을 땅도 없나이다. 겨우 염소나 키우며 살 수 있는 척박한 섬이오니, 말 목장보다는 이곳 서파성의 넓은 벌판이 저 명마들에게 훨씬 어울릴 줄로 아옵니다. 본디 바다 한가운데 뜬 섬들은 풀을 뜯길 곳이 마땅치 않은 법인데, 우리 섬은 그중에서도 가히 최악이옵니다.”
명뇌왕이 태명의 이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당당한 거절을 전해 듣고, 기특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감싸 쥐고 우렁찬 목소리로 가로되,
“장하도다, 얘야! 네 가식 없는 언변을 들으니 과연 네 뼈대와 혈통이 천하의 영웅 오지수의 핏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구나.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선물을 바꾸어 주마. 내가 대궐 보물창고에 비축해 둔 갖은 영물 중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신물(神物)을 내어주리라.
이것은 본디 천상의 대장장이 신 해풍이 정금과 순은을 녹여 정교하게 세공한 웅장한 술그릇으로, 일찍이 시돈 고을의 왕 해담이 내가 환향하는 길에 그의 저택에 묵었을 때 내게 귀하게 선물한 보물치다. 이것을 자네에게 줄 터이니 가문의 가업으로 삼아 가져가게나.”
두 장부가 이렇듯 대청에서 대장부의 의리를 나누고 있을 때, 대궐 안방에서는 노비들이 양고기와 향기로운 명주를 나르고, 고운 스카프를 두른 시녀들이 따뜻한 떡을 받쳐 들며 대궐의 잔치가 밤늦도록 무르익어 가더라.
한편, 같은 시각 저 멀리 오지수 장군의 고향 이탁도 관저 앞마당에서는,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여느 때처럼 오만방자하게 원반을 던지고 청동 창을 날리며 제 세상을 만난 듯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최고 괴수인 안태우와 신령과 같은 풍채를 지닌 우혁이 상석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을 때, 문득 보윤의 아들 노문이 사색이 된 안색으로 헐레벌떡 다가와 안태우에게 따져 묻기를,
“안태우 어른, 저 태명 도령이 내 배를 빌려 타고 필성으로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쯤 돌아온답니까? 내가 지금 급히 엘리스 벌판으로 건너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노새 새끼를 먹이고 있는 암말 열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데려와 전마(戰馬)로 훈련시켜야 하니, 내 배를 당장 돌려받아야겠소!”
이 말을 들은 안태우와 우혁을 비롯한 구혼자 놈들이 일제히 잔을 떨어뜨리며 자지러지게 놀랐도다!
저들은 그저 유약한 태명 놈이 감히 항구를 벗어났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그저 근처 전답에서 양이나 돼지를 치며 숨어 지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참이었다. 안태우가 눈을 부릅뜨고 노문의 덜미를 잡으며 사납게 들이닥쳐 가로되,
“이놈, 내 앞에 실토하라! 그 풋내기가 도대체 언제 배를 띄웠단 말이냐? 그 조그만 배에 누구를 태우고 갔더냐? 이탁도의 쓸만한 장정들을 선동해 데려갔더냐, 아니면 제 집안의 노비나 머슴새끼들을 고용했더냐! 그리고 그놈이 네 배를 물리력으로 강탈해 갔느냐, 혹은 네가 미쳤다고 스스로 내어준 것이냐?”
노에몬이 겁에 질려 대답하되,
“어찌 강탈이라 하십니까, 내 스스로 자유롭게 내어주었나이다! 대궐의 장한 도령이 가문의 사활을 걸고 간청하며 통곡하는데, 고려의 장부로서 어찌 그 청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소! 게다가 그와 함께 배에 오른 젊은이들은 우리 가솔을 제외하고는 이 고을에서 가장 의리 있고 훌륭한 장정들이었소.
내 분명히 기억하건대, 오 장군의 오랜 벗이신 스승 명토(멘토르) 어른이 선장으로 뱃머리에 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소! 하오나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은, 내가 어제 새벽 관아 거리에서 위엄 있게 걸어가시는 명토 어른을 분명히 내 눈으로 직접 배알했거늘, 어찌 그분이 배를 타고 필성으로 가셨다는 것인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도술을 부린 듯 이해할 수가 없나이다.”
노문이 말을 마치고 제 집으로 돌아가자, 구혼자 무리의 괴수들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격분하였다. 저들은 당장 마당의 놀이판을 멈추게 하고 군사들을 소집하여 자리에 앉혔다. 안태우가 분노에 찬 눈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열어 포효하되,
“젠장맞을! 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태명 놈이 기어이 우리의 눈을 속이고 만리 유랑 길을 성공시켰구나! 우리가 모두 비웃으며 비겁하게 주저앉아 있을 거라 믿었거늘, 그놈이 온 고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를 띄워 최고 사령관들을 포섭해 가다니!
이것은 장차 우리 무리에게 닥칠 거대한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도다. 천왕 상제께서 저 핏덩이가 장성하여 장부가 되기 전에 그 무시무시한 힘을 꺾어놓으시기를 간구하노라! 여보게 동지들,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정예 무사 스무 명을 당장 내어주게. 저놈이 필성에서 돌아오는 길목인 이탁도와 삼해 섬 사이의 험준한 해협에 매복하고 있다가, 배를 통째로 들이받아 저 건방진 놈을 수중의 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로다. 저놈의 가련한 유랑 길을 영원한 죽음의 묘지로 만들어주마!”
그러자 무뢰배들이 일제히 상을 치며 찬동하였고, 저마다 칼을 빼 들고 오지수 장군의 대궐 안으로 들이닥쳐 피비린내 나는 모의를 다지더라.
하오나 하늘이 무심치 않으사, 저 사악한 도적 떼들의 비밀 음모는 대궐 안채에 계신 연로비 부인의 귀에 즉시 흘러 들어가게 되었도다. 마당 구석에서 가택의 대소사를 돌보던 충직한 집사 명돈이 저들의 흉계와 살기 어린 대화를 벽 너머로 엿듣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 부인의 침실로 단숨에 뛰어 들어간 참이었다. 명돈이 문턱을 넘어서자, 연로비 부인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다가와 날카롭게 물어 가로되,
“명돈아, 저 안하무인의 구혼자 놈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악행을 꾸미려고 너를 내보냈느냐? 감히 신령스러운 오지수 장군의 시녀들에게 길쌈을 멈추고 저 도적 놈들을 위한 잔치 상을 차려내라 협박하더냐! 오호라, 천지신명께 간구하오니 오늘 저들이 처먹는 음식을 제발 마지막 성찬이 되게 하소서!
다시는 이 궁궐에 모여 구혼 행각을 벌이지 못하게 하소서! 너희 무뢰배 놈들이 이탁도 가문의 가산을 마구 축내며 태명의 재산을 유린하고 있거늘, 너희는 정녕 어렸을 때 너희 부친들이 우리 오 장군의 위대함과 자애로움에 대해 들려주었던 훈계를 단 한 귀로도 듣지 않았단 말이냐! 오 장군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의를 행한 적이 없거늘, 너희의 악행과 음모는 참으로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찌 이토록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이냐!”
이에 명돈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되,
“국모 전하, 방금 제가 들은 흉계에 비하면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재앙이옵니다. 저 도적 떼들이 지금 전하의 가슴을 영원히 찢어놓을 거대한 파멸을 도모하고 있나이다. 상제께서 결단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시기를 바라오나, 구혼자 놈들이 지금 태명 도령이 필성과 서파성에서 아버님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날카로운 청동 창검으로 도령을 무참히 시해하려 모의하고 있나이다!”
이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전해 들은 연로비 부인은 온몸의 맥이 풀리고 심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하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한동안 목이 메어 말 한마디 뱉지 못하다가, 이윽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하여 가로되,
“오호라, 내 아들아! 네가 어찌 어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 위험한 만경창파로 나갔단 말이냐! 거친 바다를 군마처럼 질주하는 그 빠른 전선을 네가 어찌 감히 탔단 말이냐! 저 사악한 자들의 칼날에 네 이름 석 자마저 잃고 세상에서 영영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 하느냐!”
명돈이 머리를 조아려 가로되,
“필시 천상의 신령께서 도령의 마음을 대장부처럼 충동질하사,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지 혹은 이미 생을 마감하셨는지 그 종적을 찾게 하신 줄로 아옵니다.”
명돈이 물러가자, 옥방 안에는 가슴을 찌르는 슬픔과 차가운 한숨만이 가득 차 올랐다. 대궐 안채에 비단 의자들이 가득했으나, 부인은 차마 똑바로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 침실 차가운 문간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도다. 주위에 있던 시녀들과 늙은 노비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함께 흐느끼니, 부인이 목이 메어 부르짖기를,
“내 고결하고 용맹무쌍했던 낭군, 고려 땅에서 가장 재능 넘치고 명성이 자자했던 내 오지수 대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어치는 광풍 속에 내 하나뿐인 외동아들 태명마저 빼앗기게 생겼구나!
너희 시녀 놈들도 참으로 무심하고 배은망덕하도다! 저 아이가 밤중에 배를 타고 출항한다는 것을 너희가 필시 눈치챘을 터이거늘, 어찌 한 놈도 내 침실로 달려와 나를 깨워 알리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만일 그 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서라도 이 궁궐에 주저앉혔을 것이요, 정 떠나겠다면 차라리 나를 이 자리에서 죽여 묻고 가게 했을 것을!
당장 저 정원의 모든 나무를 돌보는 늙은 돌쇠 영감을 불러오너라. 과거 친정아버님이 내게 주신 신실한 심복이니, 영감을 저 깊은 산속에 은거 중이신 시아버님 라현 옹에게 급히 보내어 이 급보를 전하게 하라. 그리하면 노인께서 눈물로 산을 내려와, 저 불효막심한 구혼자 놈들 앞에 가 가슴을 치며 제 손자의 목숨을 살려달라 간청이라도 해보지 않겠느냐!”
이때 창고를 지키던 늙은 유모 명숙이 앞으로 나와 부인의 무릎을 잡고 통곡하며 아뢰되,
“부인, 내 사랑하는 전하! 설령 전하께서 노하사 날카로운 보검으로 이 늙은이의 목을 베실지라도 내 진실을 고하겠나이다. 실은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도령께서 떠나시기 전 제게 빵과 포도주를 구하시며, 전하께서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신명께 피로써 맹세하게 하셨나이다.
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슬피 우시다 그 고운 피부와 미모가 상하실까 두려워 도령이 효심으로 숨긴 처사이오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제 당장 옥체를 씻으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사 위층 침실로 오르소서. 천왕 상제의 따님이신 지혜낭자에게 지성으로 기도 올리시면, 여신께서 필시 도령을 저 죽음의 칼날에서 구하시고 이 풍요로운 가문을 지켜주실 것이옵니다.”
유모의 절절한 간청에 연로비 부인은 비로소 요동치던 심산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부인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깨끗이 씻은 후 고운 의복으로 갈아입고 시녀들과 함께 높은 다락방으로 올랐도다. 부인은 쟁반에 정결한 보리 알갱이를 담아 제단에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천상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상제의 지칠 줄 모르는 따님이신 지혜낭자여, 이 미천한 계집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일 제 지혜로운 낭군 오지수 왕이 생전에 이 대궐 제단에서 신명께 기름진 소고기와 양고기 허벅지살을 바치며 지성으로 공경했던 그 수많은 날들을 기억하신다면, 지금 강림하사 제 사랑하는 아들 태명의 목숨을 구원해 주소서! 저 무도한 구혼자 놈들의 포악한 손길과 칼날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해 주소서!”
부인이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애원하니, 천상의 여신께서 그 가륵한 축원을 기쁘게 가납하셨도다.
한편 대궐 마당의 사악한 구혼자 놈들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소란을 피우며 호언장담하기를,
“허허, 보아라!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여 구혼했던 저 오만한 여왕이, 이제야 제 아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중 한 명과 혼인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로다!”
저들은 천수의 돌아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헛된 망상을 떠벌리고 있었음이라. 안태우가 무리를 진정시키며 나직이 명령하되,
“동지들이여, 자랑은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 대궐 안채의 시녀들이 들으면 흉계가 탄로 날까 두려우니, 이제 조용히 일어나 가슴속에 합의한 피의 계획을 실행하러 가세나!”
안태우가 무리 중 가장 골격이 장대하고 잔인한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엄선하여 이끌고 음침한 해변으로 내려갔다. 저들은 노문에게서 빼앗은 검은 쾌속선을 깊은 바다에 띄우고, 돛대를 세우며 가죽 끈에 노를 단단히 고정한 후 하얀 돛을 넓게 펼쳤도다. 하인들이 가득 실어온 청동 창검과 무기를 사공들에게 은밀히 나누어 준 후, 저들은 이탁도와 사메 섬 사이에 위치한 작고 바위투성이인 아성도의 외진 항구에 배를 숨겨 매복하고, 오직 저녁이 되어 태명의 배가 지나가기만을 살기 어린 눈으로 기다리며 식사를 들더라.
이때 연로비 부인은 다락방 침상에 누워,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와 슬픔 속에서 음식과 미음(米飮)을 일절 거부한 채 꼬박 밤을 새우고 있었다.
어찌나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뇌했던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깊은 졸음이 부인의 삼혼칠백을 덮쳐 팔다리의 긴장이 풀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빛나는 눈을 지닌 지혜낭자께서 부인의 이 애처로운 처지를 굽어살피시고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리셨도다. 여신은 허공의 안개를 모아, 저 멀리 배래 고을에 사는 우밀의 아내이자 위대한 이건 대감의 딸인 이훤의 형상을 한 생생한 유령(幻影)을 한 분 빚어내셨도다.
여신이 유령을 오지수 장군의 대궐로 날려 보내시니, 유령은 옥방의 단단한 빗장 틈을 연기처럼 스르륵 타고 들어가, 잠든 연로비 부인의 머리맡에 우뚝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 가로되,
“동생 연로비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이토록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있느냐. 천상의 편안하게 사시는 신명들께서는 네가 이토록 눈물을 흘리며 번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느니라. 네 장한 아들 태명은 지금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으니 마음을 놓아라. 그 아이는 천지신명께 단 한 점의 죄과도 저지르지 아니한 올바른 장부니라.”
꿈의 문턱에서 여전히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총명한 연로비 부인이,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대답하여 가로되,
“언니, 언니의 가택은 멀고 먼 곳에 있거늘 어찌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나이까. 언니는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이 수많은 고통을 잊으라 하시나, 내 일찍이 사자처럼 용맹하여 그리스 전역에 명성이 자자했던 숭고한 낭군을 잃지 않았나이까.
하오나 지금은 내 남편보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내 아들 태명이 백배는 더 걱정되나이다! 저 아이가 거친 바다와 이국땅에서 무슨 해를 입을지 두려워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나이다. 지금 대궐 마당에는 저 아이를 증오하는 원수들이 가득하여, 아이가 고향 항구에 닿기도 전에 목을 베어 죽이려고 매복해 있나이다!”
안개와 같은 유령이 동생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위로하여 가로되,
“동생아, 용기를 내어라! 마음의 불안과 공포를 깨끗이 씻어내어라. 저 장한 태명의 곁에는 천하의 대여신 지혜낭자가 늘 그림자처럼 동행하며 길잡이가 되어주고 계시느니라.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이 그분의 가호를 입고자 밤낮으로 피로써 기도하거늘, 그 권능은 실로 우주를 뒤흔들 만큼 막강하시도다. 여신께서 네 지극한 모성애와 슬픔을 가엾게 여기사, 내 자네의 꿈속에 들어가 이 천기를 전하라 명하셨느니라.”
지혜로운 연로비 부인이 꿈속에서 다시 간절히 물어 가로되,
“언니가 정녕 신령의 명을 받고 온 거룩한 사자시라면, 부디 내 불쌍한 남편 오지수 왕의 소식도 들려주소서! 그이가 아직 이 세상의 햇빛을 보며 살아 계시나이까, 혹은 이미 지하 황천의 객이 되셨나이까!”
그러자 유령이 안색을 흐리며 조용히 머리를 저어 가로되,
“그분이 살았는지 혹은 죽었는지는 내 자네에게 확답을 줄 수 없느니라. 본디 천상의 법칙에 바람처럼 실체가 없고 만질 수 없는 천기를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엄히 금지되어 있느니라.”
말을 마친 유령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새벽바람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니, 연로비 부인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도다. 부인은 밤새 꾼 꿈이 실로 도술을 부린 듯 생생하고 영험하여, 짓누르던 가슴의 체증이 씻은 듯 사라지고 마음에 큰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음을 느꼈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매복한 구혼자 무리의 검은 쾌속선은 어두운 파도를 가르며 아성도 바위섬의 흑암 속에 숨어, 오직 소년 태명을 도륙할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탁도의 푸른 바다 위에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가 몰아칠 징조가 실로 첩첩산중이더라.
==제5권 가립선의 섬과 난파당한 오지수==
새벽이 티토노스 신과 함께 잠자리에서 일어나 불멸의 신들과 필멸의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주었다. 신들은 위대한 천둥의 신 상제와 함께 회의를 열었다. 지혜의 여신은 님프 가립선에게 갇혀 있는 오지수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걱정하였다.
「아버지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그녀가 이르되, 「더 이상 왕권이 있는 왕이 친절하거나 온화하거나 옳고 그름을 분별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소서. 모든 왕은 잔인하고 불의해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아버지처럼 온화하게 통치하였으나, 이제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불쌍한 그는 섬에 고립되었고, 가립선는 그를 강제로 자기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이다. 배도 없고, 노도 없고,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을 도와줄 동료도 없나이다. 그의 아들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모래 언덕의 필성와 찬란한 사필성로 갔고, 그들은 그가 돌아오면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구름을 쌓아 올리시는 상제 신께서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시며 대답하시되,
「아, 딸아.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오지수가 와서 구혼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을 네가 계획하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네 모든 지혜를 발휘하여 태명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구혼자들이 실패하여 떠나가게 하라.」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아서서 이르되,
「사랑하는 헤르메스여, 너는 나의 사자다. 여신께 우리의 확고한 뜻을 전하거라.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난을 겪었다. 신이나 인간의 안내자 없이, 그는 임시로 만든 뗏목 위에서 비참하게 이십 일을 표류하다가 비옥한 스케리아에 도착할 것이다. 마법을 행하는 파이아키아인들은 그를 신처럼 대하며, 청동과 금, 그리고 옷가지들을 선물로 주어 고향으로 보내 줄 것이다. 트로이에서 직접 약탈품을 가지고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향의 높은 지붕 아래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헤르메스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바다와 육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황금 샌들을 발에 신고, 사람들의 눈을 원하는 대로 잠들게 하거나 깨우는 마법 지팡이를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신은 온 힘을 다해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피에리아를 어루만진 후, 하늘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마치 물고기를 잡는 갈매기처럼 파도 사이를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짠 바닷물에 날개를 적셨다. 그렇게 헤르메스는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멀리 떨어진 섬에 도착하여 남색 바닷물에서 해안으로 발을 내딛고 여신이 사는 동굴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땋은 머리를 한 가립선이 앉아 있었다. 난로 옆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감귤과 소나무 향기가 섬 전체에 퍼져 있었다. 동굴 안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금으로 만든 북으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동굴 주변에는 오리나무, 포플러, 향기로운 삼나무 등 울창한 숲이 무성하였다. 숲은 날개로 가득하였다. 새들은 그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바다에서 사냥을 하였다. 올빼미, 매, 입을 크게 벌린 갈매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탐스럽게 익은 포도나무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동굴을 감싸고 있었다. 네 개의 샘에서 반짝이는 물이 솟아나와 서로 얽히고설킨 물줄기를 이루었다. 초원에는 셀러리와 제비꽃이 은은하게 피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에 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조차도 기뻐할 만한 광경이었다. 한때 아르고스를 죽였던 불멸의 신 헤르메스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에 감탄하며 멈춰 섰다. 마침내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찬란한 여신 가립선은 그를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불멸의 신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라. 그러나 헤르메스는 오지수를 찾지 못하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해변에 앉아 슬픔과 고통에 잠겨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허무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신성한 가립선은 손님에게 눈부시게 빛나는 의자에 앉으라 권하며 이르되,
「친애하는 친구여, 황금 지팡이의 헤르메스 신이시여,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 아니신데, 무슨 용건이시옵니까. 제 마음은 만일 운명이라면, 제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나이다. 자, 들어오소서. 제가 당신을 환영해 드리겠나이다.」
그러자 여신은 그를 암브로시아가 가득 쌓인 식탁으로 안내하고 붉은 넥타르를 섞어 주었다. 변덕스러운 헤르메스는 배가 부를 때까지 마시고 먹은 후, 그가 온 이유를 설명하되,
「당신은 여신이고 저는 신인데, 어찌하여 제가 여기에 있는지 묻는구나. 자, 말씀드리겠나이다. 상제께서 저에게 오라 명하셨나이다. 저는 오고 싶지 아니하였나이다. 누가 끝없이 펼쳐진 짠 바다를 건너고 싶어 하겠나이까. 신들이 훌륭한 제물을 바치는 인간 마을은 이 근처에 없나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없나이다. 상제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여기에 살고 있다 말씀하셨나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도시와 구 년 동안 싸우다가 십 년째 되는 해에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간 전사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지혜의 여신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바람과 거센 파도를 일으켜 그의 용감한 동료들을 모두 죽였고, 그 자신도 파도에 휩쓸려 이곳에 오게 되었나이다. 상제께서는 그를 즉시 고향으로 보내라 명하셨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는 것이 그의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가족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니라.」
가립선은 몸을 떨며 그에게 주먹을 날리되,
「잔인하고 질투심 많은 신들이여. 너희는 여신이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원한을 품는구나. 편안하게 사는 신들은 분홍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오리온을 데려갔을 때 분노하였고, 황금 옥좌에 앉은 순결한 아르테미스는 부드러운 화살로 그를 공격하여 죽였느니라. 옥수수 머리를 땋은 데메테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아시온과 밭고랑에서 사랑을 나누었느니라. 상제가 이 사실을 알고 번쩍이는 불꽃을 던져 그를 죽일 때까지 말이다. 이제 너희 남신들은 내가 남자와 함께 산다 나에게 화를 내는구나. 내가 구해 준 남자와 말이다. 상제는 그의 배를 꼼짝 못하게 하고 번개로 산산조각 냈느니라. 그의 친구들은 모두 포도주빛 바다에서 죽었느니라. 이 남자만이 뱃머리를 붙잡고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이곳, 내 집으로 왔느니라. 나는 그를 돌보고 사랑하였으며, 그를 시간과 죽음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 맹세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외에는 다른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신은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있나이다. 그러니 상제의 명령이라면 그를 보내소서. 황량한 바다를 건너게 하소서. 저는 배도 없고 노 젓는 사람도 없으니 호위병을 보내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제가 아는 것을 그와 나누고, 그가 무사히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기꺼이 유용한 조언을 해 드리겠나이다.」
상제의 종인 중재자는 이렇게 대답하되,
「그렇다면 지금 보내소서. 상제의 분노를 사지 마소서. 그를 화나게 하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의 분노가 당신을 해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상제의 명령을 받아들인 여신은 오지수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해변에서 그를 발견하였다. 그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그녀가 그를 기쁘게 해 주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밤마다 그녀의 동굴 안에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원하였으나,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아니하였다. 낮에는 오지수가 바위투성이 해변에 앉아 눈물과 슬픔에 잠겨 허탈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가엾은 자여. 제발 슬퍼하지 마시오. 당신의 삶을 헛되이 낭비할 필요는 없소. 이제 당신을 보내 드릴 준비가 되었소. 청동 검으로 나무줄기를 잘라 뗏목을 만들고, 갑판을 덧대어 안개 낀 바다를 건너게 하시오. 내가 물과 포도주, 음식을 제공하여 굶주림을 면하게 해 주고, 옷도 입혀 주겠소. 그리고 하늘의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신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바람도 보내 주겠소. 그들은 나보다 강하니,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될 것이오.」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어 온 오지수는 몸을 떨며 여신에게 말을 쏟아내되,
「여신이시여, 당신은 제 안전한 통행이 아닌 다른 속셈을 품고 계시는군요. 상제의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튼튼한 범선조차도 건너지 못할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심연을 고작 뗏목 하나로 건너라 하시는 것이옵니까. 안 됩니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제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저는 뗏목에 타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신성한 가립선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어루만지며 이르되,
「이런 건방진 녀석이여. 네 말을 보니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구나. 그러나 이 땅과 하늘, 그리고 스틱스 강물에 맹세하건대, 신들이 맹세하기에 가장 강력한 맹세인데, 나는 너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맹세한다.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나 자신을 위해 했을 것처럼 너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나는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 마음은 착하고 선량하며, 너를 불쌍히 여긴다.」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장섰고, 오지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동굴에 도착하였다. 헤르메스가 앉아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오지수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여신은 그에게 인간의 음식과 음료를 주었다. 여신은 신과 같은 모습의 오지수를 마주 보고 앉았고, 여종들은 그녀에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앞에 놓인 귀한 것들을 받아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였다. 여신 여왕은 말을 시작하되,
「상제의 축복을 받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지수여, 자네 계획은 늘 바뀌는군. 그토록 사랑하는 고향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잘 가라. 그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될지 알았다면, 나와 함께 여기에 남아 불멸의 삶을 살았을 터인데. 물론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으나 말이다. 게다가 내 몸이 그녀보다 훨씬 낫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키도 내가 더 크고. 필멸의 존재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불멸의 존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지.」
오지수는 재치 있게 이르되,
「위대한 여신이시여, 저에게 노하지 마소서. 당신 말씀이 맞나이다. 제 아내 연로비는 결코 당신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이다. 그녀는 인간이오나 당신은 불멸하고 영원하시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고, 매일 그날이 오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어떤 신이 포도주처럼 검은 바다에서 저를 쳐죽인다 해도 저는 견뎌 낼 것이옵니다. 이제 저는 고통에 익숙해졌나이다. 바다와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라나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서로를 꼭 껴안고 사랑의 기쁨을 누렸다. 봄날 새벽이 꽃으로 하늘을 물들일 무렵, 그들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오지수는 망토와 튜닉을 입었고, 가립선은 아름다운 은빛 긴 옷을 입었다. 그녀는 허리에 금빛 띠를 두르고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는 그 남자를 위해 여정을 준비하였다. 그녀는 그의 손에 꼭 맞는 도끼를 주었는데, 손잡이는 최고급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졌고, 거대한 청동 날은 양쪽 모두 날카로웠다. 또한 잘 닦인 자귀도 주었다. 그녀는 그를 섬 끝으로 안내하였는데, 그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검은 포플러, 오리나무,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전나무들은 잘 말린 목재로 만든 날렵한 배를 만들기에 적합하였다. 가립선 여신은 그에게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보여 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오지수는 출발하여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는 청동 도끼로 나무줄기 스무 개를 베어 능숙하게 다듬고 곧게 깎았다. 가립선은 송곳을 가져왔고, 그는 모든 판자에 구멍을 뚫고 서로 맞물려 못과 고정 장치로 단단히 고정하였다. 마치 숙련된 사람이 배의 곡선을 따라 뗏목의 폭을 재듯이, 오지수는 뗏목의 폭을 그렇게 넓게 만들었다. 그는 측면 갑판을 촘촘하게 박은 틀에 맞춰 홈을 파고, 늑골을 따라 긴 판자를 고정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안쪽에 돛대를 세우고, 배를 똑바로 조종하기 위해 돛대와 키를 연결하였다. 그는 배에 덤불을 쌓고, 물이 새지 않도록 옆면을 등나무 세공으로 틈을 메웠다. 가립선은 그에게 돛을 만들 천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능숙하게 돛을 만들었다. 그는 버팀대, 돛줄, 돛줄을 묶고 지렛대를 이용하여 배를 바다에 띄웠다. 작업은 나흘이 걸렸고, 닷새째 되는 날 가립선은 그를 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를 씻기고 향 냄새가 나는 옷을 입혔다. 뗏목에는 포도주 한 병, 물 한 병, 그리고 많은 양의 식량을 실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미지근한 바람을 이용하여 그를 배웅하였다.
오지수는 기쁜 마음으로 돛을 펼쳐 바람을 받았고, 능숙하게 키를 조종하였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아니하였다. 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늦게 지는 목동자리, 그리고 사람들이 쟁기자리라고도 부르는 곰자리는 한 자리를 중심으로 돌며 오리온자리를 가리키는데, 오리온자리는 바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일한 별이다. 여신들의 여왕 가립선은 그에게 항해하는 동안 곰자리를 왼쪽에 두라 말하였다. 그는 칠일 열흘 동안 바다를 항해하였고, 열여덟째 날에 안개 낀 바다 너머로 방패처럼 솟아오른 페아키아 땅의 흐릿한 산이 나타났다.
남만인들에게서 돌아오던 중 솔리마 산에 잠시 머물렀던 지진의 신 포세이돈은 멀리서 뗏목을 보았다. 격분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하되,
「이건 말도 안 된다. 내가 없는 동안 신들이 오지수에 대한 계획을 바꾼 모양이구나. 그는 이제 거의 파이아키아에 다다랐는데, 그곳은 지금 그를 묶고 있는 고통의 밧줄에서 벗어나야 할 운명인데. 그러나 나는 그를 더 괴롭혀서, 그가 지칠 때까지 계속 괴롭혀야겠다.」
그는 구름을 모아 삼지창을 움켜쥐고 바다를 휘젓고 온갖 바람을 일으켜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다. 밤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에우루스, 노투스, 폭풍을 일으키는 제피로스와 하늘의 아들 보레아스가 모두 쓰러져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오지수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는 절망에 빠져 외치되,
「또 고통이라니. 어떻게 끝나는 것인가. 여신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구나. 상제가 공기를 휘젓고 있구나. 저 구름들을 보라. 그가 파도를 일으키니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죽음뿐이다. 트로이 평원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을 돕다가 죽은 그리스인들은 정말 운이 좋았구나. 펠레우스의 아들 시신 주위에서 트로이 사람들이 청동 창이 달린 창을 던지던 바로 그날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장례식도 치르고 그리스인들에게 존경도 받았을 터인데. 그러나 이제 이렇게 잔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다니.」
그때 파도가 그를 덮쳐 뗏목이 뒤집혔고, 그는 뗏목에서 떨어졌다. 키는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왔고, 거대한 돌풍이 돛대를 부러뜨렸다. 돛과 돛대는 바다로 떠내려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 가립선이 준 옷이 그를 무겁게 하였다. 마침내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입에서 시큼한 바닷물을 뱉어 냈다. 바닷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고통과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뗏목을 기억해 파도를 헤치고 뗏목을 끌어올리려고 달려들었다. 그는 뗏목 위에 올라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거대한 파도가 뗏목을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마치 북풍에 실려 초원을 가로질러 엉겅퀴가 빽빽하게 자라나듯, 바람은 뗏목을 바다 위로 휩쓸고 지나갔다. 남풍이 뗏목을 내던지고, 북풍이 뗏목을 붙잡고, 동풍이 물러나 서풍이 뗏목을 몰아갔다.
그때, 한때 인간이었고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이제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신들과 함께 숭배받는 카드무스의 딸이자 백색 여신인 이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가 고통받고 길을 잃은 것을 가엾게 여겼다.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갈매기처럼 그녀는 바다에서 솟아올라 뗏목 위에 앉아 이르되,
「가엾은 사람이여. 어째서 분노한 해신이 당신에게 고통의 여정을 안겨 주는가. 그러나 그의 적개심이 당신을 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은 총명해 보인다. 내 말대로 하라. 옷을 벗고 뗏목은 바람에 날려 가게 두어라. 팔만 사용하여 파에아키아로 헤엄쳐 가거라. 운명은 네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정하였다. 자, 내 스카프를 받아 가슴 아래에 묶으렴. 이 불멸의 베일로 너는 죽음이나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그러나 마른 땅에 도착하면 스카프를 풀어 바다로, 육지에서 멀리 던져 버리렴. 그리고 돌아서렴.」
여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갈매기처럼 거센 파도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검은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그토록 많은 위험을 겪었던 영웅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나이다.
「어떤 신이 뗏목을 버리라 하였으나, 신들이 또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아직 그녀를 믿을 수 없다. 그녀가 도망치라 한 땅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렇게 해야겠다. 이 나무 기둥들이 버티는 한,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겠다. 그러나 파도가 내 뗏목을 산산조각 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헤엄쳐야겠지.」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진의 신 포세이돈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파도를 일으켜 그의 머리 위로 솟구치게 한 다음, 그에게 던졌다. 마치 사나운 바람이 마른 밀기울 더미를 휘날리게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듯이, 뗏목의 긴 나무 기둥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널빤지에 올라타 마치 말을 탄 것처럼 배를 타고 나아갔다. 그는 가립선이 준 옷을 벗었으나, 스카프는 가슴에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어 팔을 벌려 헤엄쳤다. 지진의 신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되,
「드디어 고통을 느끼는구나. 하늘의 신 상제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바다를 떠내려가거라. 그러나 그때에도 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멋진 갈기를 가진 말들을 몰아 집이 있는 아이가이 섬으로 향하였다.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은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녀는 다른 모든 바람의 진로를 막고, 멈추라 명령하여 잠들게 하였으나, 빠른 바람의 신 보레아스를 깨워 그의 앞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지수는 파이아키아에 도착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었느니라.
이틀 밤낮으로 그는 파도 위를 표류하였다. 매 순간 죽음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눈부신 새벽빛이 세 번째로 비추자 바람이 멈췄다. 미풍도 없고, 완전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올라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가까이에 해안이 보였다. 마치 아버지가 며칠 동안 병들고 쇠약해져 잔혹한 악령에 시달리다 마침내 신들이 그를 되살려 주었을 때 자녀들이 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오지수 또한 육지를 보았을 때 똑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헤엄쳐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가 귓가에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트림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짠 거품으로 뒤덮였다. 배를 위한 안식처는 없고, 깎아지른 절벽과 암초뿐이었다. 오지수는 심장이 멎을 듯하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떨리는 몸이었으나 결연한 의지로 그는 스스로에게 이르되,
「상제께서 내 희망을 뛰어넘어 내게 육지를 보여 주셨구나. 내가 심연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 잿빛 바다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아니한다. 해안에는 가파른 절벽이 있고, 사방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바위는 깎아지른 듯하고, 바다는 해안 가까이 깊다. 발을 디디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것이다. 기어오르려 하면 파도가 덮쳐 뾰족한 바위에 내동댕이칠 테니, 소용없다. 그러나 내가 더 멀리 헤엄쳐 나가 만이나 후미, 경사진 해변을 찾아다니면 폭풍우가 다시 나를 덮쳐 슬픔에 울부짖으며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 신이 암피트리테가 키우는 것과 같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낼지도 모른다. 나는 포세이돈이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파도가 거세져 그를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내던졌다. 지혜의 여신이 그를 생각해 주지 아니하였더라면 그의 살은 찢어지고 뼈는 부서졌을 것이니라.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고 신음하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매달렸다. 그러나 곧 파도가 다시 밀려와 그를 세차게 때리고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마치 굴에서 끌려나온 문어의 빨판에 조약돌이 잔뜩 달라붙듯이, 그의 강한 손은 바위에 긁혀 살점이 벗겨졌다. 거대한 파도가 다시 그를 덮쳤다. 지혜의 여신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그는 비참하게 너무 일찍 죽었을 것이니라. 그는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에서 올라와 완만한 경사의 해변이나 바다와의 만을 찾아 육지를 향해 헤엄쳐 갔다. 그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어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쳤다. 그곳은 바람을 막아 주는 매끄럽고 돌이 없는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그는 물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되,
「알 수 없는 신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였나이까. 저는 소금기 있는 바다와 포세이돈을 피해 왔나이다. 불멸의 신들조차 지금 저처럼 길을 잃은 인간을 존중하나이다. 저는 온갖 고난을 겪고 당신의 흐르는 강물에 이르렀나이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는 당신의 간청자이옵니다.」
물살이 멈추고 강의 신이 파도를 잠잠하게 하였다. 그는 그를 안전하게 강어귀로 인도하였다. 그의 다리에 쥐가 났다. 바닷물이 그를 부숴 버린 것이니라. 부어오른 몸에서 입과 콧구멍으로 소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숨이 차고 말없이 그곳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끔찍한 피로가 그를 덮쳤다. 겨우 숨을 쉬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여신의 스카프를 벗어 바다로 흐르는 강물에 던져 넣었다. 강한 물살이 스카프를 휩쓸어 내려갔고, 이노의 손이 그것을 건져 올렸다. 그는 땅 위로 기어 올라와 갈대밭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생명을 주는 땅에 입맞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속으로 이르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될까. 이 강가에서 밤새도록 깨어 있으면 잔혹한 서리와 부드러운 이슬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내 생명은 허약함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이 강가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저 비탈길을 올라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빽빽한 덤불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 추위와 피로를 떨쳐 낸다면, 야생 동물들이 나를 발견하고 먹잇감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물가 근처의 개활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가시나무와 올리브나무가 함께 자란 두 그루의 관목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강한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비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잎들은 너무나 빽빽하게 얽혀 자라 있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 잎들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영웅은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는 그 안에 누워 잎들을 더 쌓아 올렸다. 마치 이웃 없는 외딴 농장에서 사는 사람이 불씨를 아끼고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타오르는 횃불을 검은 숯 속에 묻는 것처럼, 오지수는 잎 속에 몸을 숨겼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감게 하여 모든 고통과 피로를 끝낼 수 있도록 잠을 내려 주었느니라.
==제6권 공주와 그녀의 빨래==
오지수는 고난을 겪었느니라. 길고 험난한 여정에 지친 영웅은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무릉도인들에게로 갔다. 이들은 원래 춤의 땅 희리국에 살았으나, 강력한 이웃인 독안거인들이 끊임없이 약탈을 일삼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무릉도의 왕 도화원주가 그들을 멀리 떨어진 도화원으로 데려가 성벽을 쌓고 집과 신전, 그리고 땅을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후 신이 내린 지혜를 가진 알진오가 왕위에 올랐다.
눈빛이 총명한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의 귀환을 돕기 위해 그의 궁전으로 갔다. 그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침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젊은 공주 나우공주가 잠들어 있었다. 문 밖에는 노비 두 명이 나란히 잠들어 있었으니, 모두 은총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적인 소녀들이었다. 빛나는 문은 닫혀 있었으나, 여신은 바람처럼 나우공주의 침실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유명한 뱃사람 디마스의 딸이자 나우공주와 같은 나이의 절친한 친구로 변장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오, 나우공주여. 너무 게으르구나. 네 어머니가 너를 가르쳤어야 했는데. 네 옷은 더러운 더미로 널려 있구나. 곧 결혼할 터인데, 입을 예쁜 드레스도 있어야 하고, 들러리들에게 줄 옷도 있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날이 밝으면 빨래를 해야지. 내가 가서 도와줄 터이니 금방 끝날 것이다. 분명 오래도록 결혼하지 않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네 고향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벌써 너에게 구혼하고 싶어 하거늘. 그러니 새벽에 아버지께 가서 옷과 스카프, 시트를 실을 노새가 끄는 수레를 달라 하렴. 걸어서 가지 말고 수레를 타고 가야 하느니라. 빨래터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느니라.」
여신은 소녀의 눈을 들여다본 후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곳이 신들이 영원히 거하는 곳이라 말하느니라.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지도 아니하고, 비에 젖지도 아니하며, 눈으로 덮이지도 아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산 위에 펼쳐져 있고, 온통 하얀 광채가 감도다. 축복받은 신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느니라.
그때 새벽이 아름다운 옥좌에서 내려와 소녀를 깨웠다. 소녀는 꿈이 생각나서 놀라워하며 예쁜 옷을 입고 홀 안에 있는 부모님께 가서 이야기하였다. 어머니는 난로 옆에 앉아 바다색 실을 잣고 있었고, 하녀들이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백성들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명한 조언자들과 함께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곁에 서서 이르되,
「아버지, 제게 큰 바퀴가 달린 마차를 준비해 주시겠나이까. 제 좋은 옷들을 강가에 가져가 빨래하고 싶사옵니다. 옷이 너무 더러우니이다. 아버지도 중요한 계획을 세우실 때 조언자들을 만나실 때는 깨끗한 옷을 입으셔야 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셔야 하옵니다. 아버지의 다섯 아들들 중 두 명은 결혼하였으나 세 명은 건장한 미혼남이오니, 무도회에 갈 때는 항상 깨끗하게 빨래한 멋진 옷을 입고 싶어 하시나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아버지께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대답하되,
「얘야, 노새든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겠노라. 어서 가거라. 종들이 마차에 짐칸을 달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종들을 불렀고, 종들은 순종하여 마차를 준비하고 바퀴를 점검한 다음, 노새들을 끌어와 멍에를 씌웠다. 소녀는 형형색색의 옷들을 꺼내 수레에 실었고, 어머니는 바구니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담았다. 감람, 치즈, 포도주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염소 가죽에 넣어 보관하였다. 소녀는 수레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목욕 후 쓸 기름이 든 금빛 병을 소녀에게 건네 주었다. 나우공주는 채찍과 고삐를 잡고 채찍을 휘둘렀다. 노새들은 서둘러 가고 싶어 마구를 덜컹거리며 옷과 소녀, 그리고 모든 노비들을 싣고 출발하였다.
그들은 항상 물웅덩이가 가득 찬 아름다운 강에 도착하였다. 강물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아래에서 솟아올라 가장 더러운 빨래도 씻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노새들을 풀어 주고 강가로 몰아 시냇가 옆의 꿀처럼 달콤한 풀을 뜯게 하였다. 소녀들은 수레에서 빨래를 꺼내 빨래터로 가져가 서로 경쟁하듯 발로 밟았다. 더러움이 사라지자 그들은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조약돌을 해변으로 밀어내는 강가에 빨래를 널었다. 그들은 목욕을 하고 감람유를 몸에 발랐다. 그런 다음 강둑에 앉아 음식을 먹고 햇볕에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머리 스카프를 벗고 공놀이를 하러 갔다. 하얀 팔을 가진 공주는 아림 여신처럼 활을 쏘며 그들을 이끌었다. 마치 태기 산과 이만 산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아림처럼, 그녀는 멧돼지와 날렵한 사슴과 함께 달리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아이기스 왕 상제의 시골 딸들은 그녀 주위에서 뛰어놀았고, 레토는 모두가 아름다웠으나 자신의 딸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래서 나우공주는 그들 모두보다 훨씬 돋보였느니라.
그러나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 노새에 멍에를 씌우고 빨래를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지혜의 여신의 눈이 번뜩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예쁜 공주를 보고 페아키아인들의 마을까지 호위를 받아야 하였다. 공주는 노비 소녀에게 공을 던졌으나, 소녀는 공을 잡지 못하였다. 공은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졌고, 소녀들은 모두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생각에 잠기되,
「내가 지금 있는 이 나라는 어떤 곳인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폭력적인가, 아니면 선량하고 친절하며 신을 경외하는가.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험준한 산꼭대기와 강가, 풀이 무성한 초원에 자주 나타나는 산령녀들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사람의 목소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노라.」
오지수는 덤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마치 산사자가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소나 양, 혹은 들사슴을 공격할 때 눈빛이 이글거리듯 빛나고, 굶주림에 못 이겨 튼튼한 양 우리를 헤집고 다니듯, 오지수 역시 발가벗은 몸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들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소금으로 범벅이 된 그의 모습은 끔찍하였다. 소녀들은 겁에 질려 해안가를 따라 이리저리 도망쳤다. 그러나 나우공주는 가만히 서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녀의 다리 떨림을 멈추게 하고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의 무릎을 만져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매력적인 말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옷을 달라 애원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결국 그는 거리를 두고 말로 애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놀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계산된 아첨이었다.
「부인이여, 제발. 당신은 신이시옵니까, 아니면 인간이시옵니까. 만일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여신이시라면, 당신은 상제의 딸 아림처럼 생겼나이다. 키도 크고 아름다우시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땅에 사는 인간이시라면, 당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참으로 행운아옵니다. 세 배로 행운이지요. 활짝 피어나는 새싹이자 무용수들의 우두머리인 당신을 보니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그리고 당신을 지참금과 함께 신부로 맞이하는 남자는 단연코 가장 행운아옵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나이다. 단 한 번도요. 당신을 보면 제 눈이 부시나이다. 저는 전쟁과 고난을 향해 가는 길에 한때 델로스에 갔나이다. 제 군대도 저와 함께 행군하였지요. 아로왕의 제단 옆에 어린 야자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나이다. 저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감탄하였나이다. 그렇게 마법 같은 나무는 본 적이 없었나이다. 부인이여, 당신은 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로잡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껴 당신의 무릎에 손을 대기가 두렵나이다. 그러나 저는 절박하나이다. 저는… 옥기섬에서 이십 일 동안 폭풍우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어제 어떤 신이 저를 바로 이곳으로 데려왔나이다. 아마도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겠지요. 신들이 할 일을 다 하기 전까지는 제 고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부인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신창이가 된 저는 당신께, 당신이 제일 먼저 찾아왔나이다. 이 나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마을을 알려 주시고, 혹시 여기 오실 때 옷을 가져오셨다면 입을 누더기라도 좀 주소서. 신들이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집과 남편,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부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원수는 질투하고 친구는 기뻐하며 큰 명예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하얀 팔을 가진 나우공주가 대답하되,
「이봐요, 나그네여. 당신은 용감하고 영리해 보이시옵니다. 상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아시지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뜻대로 말입니다. 당신의 고난은 그분에게서 온 것이니 감당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 땅에 오셨으니 옷이나 필요한 것은 부족함 없이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이곳 사람들은 무릉도인이라 불리고, 저는 위대한 알진오 왕의 딸이옵니다. 우리 백성의 힘과 권력은 바로 그분께 달려 있나이다.」
그리고는 머리를 땋은 노비들을 부르되,
「얘들아, 잠깐만. 어찌하여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냐. 얘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세상에 태어난 그 어떤 사람도 적개심을 품고 우리 무릉도에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니까. 우리 섬은 외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느니라. 그러나 이 불쌍한 사람은 길을 잃었으니 우리가 돌봐 주어야 하느니라. 모든 외국인과 거지들은 상제의 선물이니, 어떤 친절이든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낯선 사람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주고, 바람을 피해 강가에서 씻겨 주렴.」
그들은 멈춰 서서 알진오의 딸인 공주가 말한 대로 오지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자고 서로 부추겼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옷, 즉 튜닉과 장포를 주고, 금병에 담긴 감람 기름을 주어 강가로 데려가 씻겨 주었다. 오지수는 공손하게 이르되,
「얘들아, 여기서 좀 떨어져서 기다려라. 내가 더러운 등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니라. 꽤 오래되었거늘. 부디 조용히 씻게 해 다오. 예쁜 아가씨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 부끄럽구나. 머리카락도 예쁘고.」
그래서 그들은 물러나서 여주인에게 말하였다. 그런 다음 오지수는 강물로 등과 어깨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머리카락에 붙은 바닷소금을 씻어 냈다. 그러나 그가 깨끗하게 씻고 기름을 듬뿍 바르고, 젊은 미혼 소녀가 준 옷을 입자, 지혜의 여신은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보이게 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자운화처럼 곱슬곱슬하게 자라게 하였다. 마치 지혜의 여신과 해필수가 숙련된 장인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은에 금을 부어 더욱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처럼,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는 바닷가로 가서 앉았다. 그의 잘생김은 눈부셨느니라.
소녀는 깜짝 놀라 단정하게 머리를 손질한 여종들에게 이르되,
「얘들아, 내 말 잘 들어라. 오림산에 사는 신들이 이 남자가 내 신과 같은 백성들과 만나기를 바라셨던 것이 틀림없다. 전에는 가난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하늘에 사는 신 같구나. 나도 이런 남자, 여기 살면서 머물고 싶어 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구나. 자, 얘들아, 이제 이 낯선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라.」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소녀들은 복종하여 오지수에게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오지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마셨다. 그는 거의 굶주린 상태였다. 음식을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때 팔이 하얀 나우공주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그녀는 옷을 접어 수레에 싣고, 노새들에게 멍에를 씌운 다음 수레 안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오지수에게 분명한 지시를 내리되,
「낯선 이여, 준비하시오. 마을로 가셔야 하나이다. 그러면 우리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드리겠나이다. 똑똑해 보이시니 제 말대로 하시오. 들판과 농지를 지나갈 때, 당신은 소녀들과 함께 노새 뒤에서 재빨리 따라오시오. 제가 앞장서겠나이다. 그러면 양쪽에 경치 좋은 항구가 있고, 좁은 문이 있는 높은 성벽에 도착할 것입니다. 문 앞에는 곡선형 배들이 길을 따라 정박해 있는데, 각 배마다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나이다. 만남의 장소는 해신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데, 신전에는 땅속 깊이 박힌 무거운 돌들이 박혀 있나이다. 그곳에서 일꾼들은 배의 장비, 즉 밧줄과 돛을 만들고 노를 다듬나이다. 무릉도 사람들은 활쏘기에는 관심이 없나이다. 그들의 열정은 돛과 노, 그리고 배에 있으며, 그들은 그것으로 어둡고 회색빛 바다를 건너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서 저를 험담할까 봐 걱정이옵니다. 무례한 사람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저 덩치 큰 남자는 누구인가. 저 낯선 사람은 어디서 만났는가. 저 사람이 저 여자의 남편이 될까. 저 여자는 저 남자를 얻었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배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그녀를 꼭 안아 준 것이겠지. 그녀가 다른 곳에서 온 남자를 만났다면 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을 경멸하거든. 비록 많은 귀족 구혼자들이 있으나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나 같으면 결혼 전에 남자들과 너무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규칙을 어긴 여자를 비난하겠지. 그러나 잘 들어 보시오, 나그네여.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 드리겠나이다. 길가에 미루나무 숲이 있나이다. 그곳에는 샘물이 있고 주변에는 초원이 펼쳐져 있지요. 그곳은 지혜의 여신의 땅이옵니다. 아버지가 과수원과 영지를 가지고 계신 곳이지요. 사람 목소리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거기 앉아서 내가 마을에 있는 아버지 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내가 도착하였다고 생각되면, 계속 걸어가서 위대한 아버지, 알진오 왕의 궁전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오.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주 어린아이도 그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 집은 무릉도의 다른 집들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안뜰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 곧장 큰 홀로 가시오. 어머니께서 벽난로 옆에서 불빛을 받으며 놀라운 자주색 양털을 잣고 계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기둥에 기대어 서 계시고, 그 뒤에는 노비들이 서 있지요.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바로 옆에 왕좌에 앉아 신처럼 포도주를 홀짝이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지나쳐 어머니의 무릎에 엎드려 간청하시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잘해 주시고 마음속으로 당신을 좋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집으로,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빛나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재촉하였다. 노새들은 강물을 떠나 발굽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갔다. 그녀는 노비들과 위대한 오지수가 걸어갈 수 있도록 천천히 노새를 몰았다. 해가 지고 있을 때 그들은 지혜의 여신의 유명한 신전인 숲에 도착하였다. 오지수는 그곳에 앉아 곧바로 전능한 상제의 딸에게 기도하되,
「상제의 딸이시여, 불굴의 여왕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땅을 뒤흔드는 신이 저를 파멸시킬 때 당신께서 저를 도우셨다면, 그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 무릉도에서 따뜻하게 맞아 주시옵소서.」
지혜의 여신은 그의 기도를 들었으나, 오지수가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오지수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니라.
==제7권 마법의 왕국==
이에 오지수 장군은 인내심을 가다듬고 자리를 펴고 앉아 하늘에 기도를 올리니라. 그 사이에 튼튼하고 준수한 노새들이 소녀를 실어 마을로 향하니, 소녀는 마침내 아버지 궁궐 문 앞에 이르렀도다. 그의 오라버니들은 마치 불멸의 신선처럼 모여들어 노새의 마구를 벗기고 옷을 안으로 들여놓았으며, 소녀는 제 방으로 들어가니라. 늙은 여종 에우리메두사가 이미 불을 피워 두었는데, 이 여인은 오래전 배를 타고 아페이레에서 끌려온 이였도다. 백성들이 왕을 신처럼 받들어 절하므로 그녀를 왕에게 바쳤으며, 일찍이 어린 나우공주를 돌보던 그가 이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마련하노라.
오지수는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니, 지혜낭자께서 친절히 안개로 그를 감싸 사람들의 무례한 물음으로부터 보호하시니라. 아름다운 도시에 거의 다다르매, 눈빛이 초롱초롱한 지혜낭자가 젊고 미혼인 처녀 모습으로 물항아리를 들고 나와 그를 맞이하니, 그의 앞에 멈춰 섰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아이야, 이 땅을 다스리시는 알진오 대왕의 집까지 나를 인도하여 주겠느냐? 나는 고된 세월을 보내어 먼 곳에서 왔으니, 이방인이요 이 마을과 그 주변에는 아는 이가 없도다.”
여신이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하시되,
“이방인아, 네가 원하는 곳으로 모시리라. 왕은 내 아비 집 근처에 거하시니라. 그러나 조용히 걸으며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묻지 말지어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낯선 이를 달가워하지 아니하나, 스스로는 바다를 건너기를 즐기노라. 해신께서 그들에게 배를 날개처럼, 생각처럼 빠르게 하시었도다.”
여신이 그를 인도하니 그는 그 발걸음을 따르매, 바다를 누비는 무릉도인들은 그가 마을을 지남을 보지 못하였으니, 위대한 여신이자 땋은 머리의 지혜낭자께서 마법의 안개로 그를 보이지 않게 하셨기 때문이라. 그는 배와 항구, 귀족들의 회합 장소와 꼭대기에 말뚝을 박아 세운 높은 성벽을 보고 크게 놀라 탄식하였도다. 과연 놀라운 광경이로다!
마침내 왕의 웅장한 궁전에 이르니, 신성한 지혜낭자가 윙크하며 이르시되,
“이리 오라, 이방인아. 여기가 네가 데려다 달라 한 집이니라. 왕과 왕비는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실 것이니, 겁내지 말고 들어가거라. 용맹한 자는 어떤 모험에서도 성공하는 법이니, 멀리서 온 이라도 마찬가지니라. 먼저 왕비에게 인사하라. 그 이름은 아례희라. 왕과 왕비는 도화원주라는 공통 조상을 두었도다. 에우리메돈은 오래전 거인족의 왕이었으나 오만하고 사악하여 제 백성을 죽이고 스스로도 죽임을 당하였느니라. 그의 막내딸 비려화는 매우 아름다웠고, 해신께서 그와 동침하여 도화원주를 낳으시니 그가 이 무릉도의 왕이 되었도다. 그에게 두 아들이 있어 우리의 왕 알진오와 락선우라. 아로왕께서 락선우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없이 그를 쏘아 죽이시니, 딸 아례희를 남기셨고, 숙부인 알진오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도다. 어떤 여인도 그녀만큼 존경받지 못하니, 왕은 그녀를 공경하고 자녀와 백성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우리는 그녀를 여신처럼 받들어 마을을 지날 때면 손가락질하며 바라보노라. 그녀는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나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분쟁을 해결하니, 만일 그녀가 너를 호의로 여기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이같이 눈빛이 반짝이는 지혜낭자는 그를 떠나 아름다운 도화원을 지나 지칠 줄 모르는 바다를 건너 마라톤과 아테네로 향하여 어륵태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시니라.
오지수는 왕궁에 다가가 청동으로 된 문턱에 서서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스쳐 보내니, 위대한 왕의 궁전은 높고 햇살이나 달빛처럼 빛났도다. 입구에서 침실까지 벽은 온통 청동으로 되어 그 위에 푸른 띠가 둘려 있었고, 금빛 문이 궁전을 지키며, 은 기둥이 문턱에서 솟아나고 상인방은 은이요 손잡이는 금이었도다. 양쪽에는 해필수께서 뛰어난 솜씨로 만드신 은과 금의 개들이 서서 용맹한 알진오 왕의 집을 지키는 불멸의 수호라. 문에서 안쪽 방까지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의자가 놓이고 여인들이 수놓은 부드러운 덮개가 덮여 있어, 무릉도의 귀족 남녀들이 앉아 먹고 마시며 풍족한 삶을 누리니라. 금으로 만든 소년 조각상들이 받침대 위에 서서 손에 불타는 횃불을 들고 밤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홀을 밝히고, 왕의 집에는 쉰 명의 여종이 있어 어떤 이는 맷돌에 노란 곡식을 갈고 어떤 이는 천을 짜며 바스락거리는 미루나무 잎처럼 빠른 손가락으로 실을 잣아 짜인 천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노라. 무릉도 남자들이 배를 띄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듯이, 그곳 여인들은 지혜낭자 여신께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 뛰어난 지성과 기술을 내리시어 직조 솜씨가 탁월하니라.
문 밖 안뜰에는 울타리로 둘린 오천 평 크기의 과수원이 있어 키가 큰 나무들이 과일로 가득하고, 선명한 사과의 빛깔과 배·석류·달콤한 무화과·탐스러운 감람이 주렁주렁 열리니, 겨울이나 여름에도 과일이 떨어지거나 시들지 아니하고 일 년 내내 열매가 자라니라. 서풍이 항상 불어와 과일을 살찌우고 익히니, 배는 익어가고 사과는 사과대로, 포도는 포도대로, 무화과는 무성하게 열리도다. 비옥한 포도밭도 조성되어 따뜻한 쪽 평평한 경사면에서 포도를 햇볕에 말리고, 포도송이를 따서 밟아 으깨면 덜 익은 것은 꽃잎을 떨어뜨리고 익어가는 것은 보라색으로 물드니라. 샘물이 둘 있어 하나는 정원 전체를 흐르고 다른 하나는 안뜰 문턱에서 궁전 쪽으로 솟아나와 사람들이 식수를 긷노라. 이처럼 신들께서 알진오 왕의 집에 아름다운 선물을 내려 주셨도다.
오랜 세월 고난을 견뎌 온 강인한 오지수는 그곳에 서서 놀라움에 휩싸여 바라보다가 재빨리 궁전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라. 무릉도의 위엄 있는 지도자들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허명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술을 올리거늘, 오지수는 지혜낭자께서 만드신 안개로 변장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아례희와 왕에게 다가가 아례희의 무릎을 껴안으니, 순식간에 마법의 안개가 흩어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나매 모두가 놀라 침묵에 잠겼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락선오의 딸 아례희 왕비시여, 나는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었나이다. 왕비님과 왕세자님, 그리고 이곳에서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 간청하오니, 신들께서 왕비님의 삶을 축복하시고 자녀들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내가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족이 너무나 그리워 너무 오래 떠나 있어 가슴이 아프나이다.”
그는 화롯가 재 속에 앉으니 모두가 침묵을 지키다가 예개우가 입을 열었도다. 그는 무릉도의 원로 정치가이자 웅변에 능하고 학식이 풍부한 이로서 돕고자 하여 말하되,
“알진오여, 그대도 알다시피 낯선 이를 화롯가 재 속에 앉혀 두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모두가 그대의 명령을 기다리니, 그를 일으켜 은 의자에 앉히고 포도주를 따르게 하며,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하녀는 창고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야 하리라.”
이에 알진오는 오지수의 손을 잡고 재 속에서 일으켜 세워 가장 아끼는 아들 나도만에게 자리를 비키라 명하고 자신 옆에 앉히니라. 여종이 금 항아리에 물을 담아 손을 씻기고 은그릇에 물을 따르며 윤이 나는 나무 탁자를 가져오고, 천한 노비가 빵과 고기가 가득한 접시를 바치니, 반쯤 굶주리고 기진맥진한 영웅이 먹고 마셨도다.
위엄 있는 알진오 왕이 술꾼 본도수에게 이르되,
“가서 그릇에 술을 섞어 모든 손님에게 따라 주어라. 그리하여 고통받는 자를 축복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술을 바치게 하라.”
소년이 달콤하고 맛있는 술을 섞어 모든 이의 잔에 따르고 먼저 신들에게 올리니, 제물을 바치고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신 후 알진오가 말하되,
“들으소서, 신들이시여. 내 마음이 명하는 바를 들으소서. 잔치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드소서. 새벽이 되면 최고의 병사들을 더 불러 모아 이 낯선 이를 우리 궁전에 모시고 신들에게 훌륭한 제물을 바치리라. 그의 여정을 어떻게 도울지 계획하여 손님이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길에서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집에 도착하게 하리라. 집에 도착하면 태어날 때부터 운명과 무거운 존재들, 곧 방직공들이 정해 놓은 모든 것을 견뎌야 하리니. 그러나 만일 그가 불멸의 존재요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신들께서 방식을 바꾸셨도다. 예전에는 우리가 엄청난 제물을 바치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 가운데 앉아 음식을 먹으셨으며, 우리 중 단 한 사람이 길을 걷다 만나더라도 숨지 아니하셨느니라. 우리는 거인족이나 독안거인족처럼 가까운 친구였도다.”
오지수는 신중히 헤아린 후 아뢰되,
“알진오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주소서. 나는 하늘의 불멸의 신들과 같지 아니하며, 키도 보통이요 사람처럼 보이니라. 고통에 있어서는 그대가 아는 가장 고통받는 이와도 견줄 만하며, 내가 겪은 수많은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신들께서 그리 뜻하셨도다. 그러나 슬픔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허락하여 주소서. 배는 마치 낑낑대는 개와 같아 아무리 피곤하거나 슬픔에 잠겨도 배를 채우라 애원하나이다.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나 배는 항상 먹고 마시라 재촉하여 겪은 고통을 잊고 배를 채우라 하니라. 내일 새벽, 이 모든 고통 끝에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재산과 노비와 집을 바라보며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소서.”
모두가 낯선 이의 말이 일리 있다 여기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동의하니, 신들에게 음료를 바치고 원하는 만큼 마신 후 모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오지수는 연회장에 남아 아례희와 신과 같은 알진오 옆에 앉아 있었으며, 연회 음식은 노비들이 치우고 있었느니라.
하얀 팔을 가진 아례희가 그가 입은 멋진 옷, 자신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짠 장포와 저고리를 알아차리고 말이 날개를 단 듯 전하여 이르되,
“낯선 이여, 내가 먼저 말을 걸겠노라. 어디에서 왔으며, 그 옷은 누가 주었느냐? 바다를 떠내려 왔다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가 신중히 말을 골라 대답하되,
“폐하,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신들께서 내게 너무나 많은 시련을 안겨 주셨기 때문이니이다. 이것만 아뢰겠나이다. 먼 바다에 옥기섬이라는 섬이 있어 그곳에는 태락의 딸이요 매끄러운 땋은 머리의 강력한 여신, 교활한 립선이 살고 있나이다. 그는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상제께서 내 배를 낚아채 밝은 번개와 함께 포도주빛 바다 위로 갈라놓으시매 나는 홀로 그의 집으로 향하였나이다. 동료 용맹한 친구들은 모두 죽었고, 배의 용골을 껴안고 열흘 동안 표류하다가 열 번째 밤 신들께서 나를 데려가 아름답고 강력한 여신 립선의 고향인 옥기섬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그는 나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죽음과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맹세하였으나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곳에서 칠 년을 보내며 그가 신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주었으나 항상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나이다. 마침내 팔 년이 되어 상제 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마음도 바뀌어 나를 튼튼히 묶은 나무 뗏목에 태워 보내되 음식과 달콤한 포도주, 신들이 입을 법한 옷을 갖추어 주고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도 보내 주셨나이다. 나는 십칠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다가 십팔 일째 되는 날 당신 나라의 어두컴컴한 산들이 나타나매 너무나 기뻤으나 더 큰 불행이 닥쳐왔나이다. 해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나를 막고 바다를 휘저으시니 나는 흐느끼며 그곳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못하였나이다. 마침내 뗏목이 거대한 폭풍에 산산조각 났으나 이 깊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 여기까지 왔나이다. 곧바로 상륙하려 하였다면 바위에 부딪혀 다시 떠밀려갔을 것이니, 강어귀에 이를 때까지 헤엄쳐 가니 그곳은 상륙하기에 완벽한 자리처럼 보였나이다. 바람도 막아 주고 잔잔하며 파도도 전혀 없고 바위가 없었나이다. 거기에 털썩 주저앉아 거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력을 회복하려 애쓰다가 빗물로 채워진 강에서 기어 나와 강둑으로 가 덤불 속에 숨고 나뭇잎을 쌓아 덮었나이다. 어떤 신께서 깊은 잠을 내려 주시매 무거운 마음으로 밤새도록, 새벽부터 정오까지 나뭇잎 아래에서 잠을 잤나이다. 오후에 깨어 보니 해변에서 소녀들이 놀고 있었으며, 당신의 따님이 여신처럼 아름답고 그 노비들도 있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처럼 어린 소녀가 그리 분별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하였으니, 젊은이들은 보통 그리 사려 깊지 아니하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여 음식과 포도주를 주고 강에서 나를 씻겨 주며 이 옷도 주었나이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진실을 아뢰었나이다.”
알진오가 이르되,
“내 딸이 한 일 중 딱 하나만 잘못되었도다. 자네가 먼저 딸에게 간청하였으니 딸이 직접 여종들을 데리고 자네를 데려왔어야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조심스레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의 따님은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부디 그를 책망하지 마소서. 따님이 여종들을 데리고 오라 하였으나 나는 너무 부끄럽고 불안하여 왕께서 나를 보시면 불쾌해하실까 걱정하였나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의심하는 경향이 있나이다.”
왕이 대답하되,
“내 마음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타입이 아니니, 절제가 언제나 최선이로다. 지혜낭자·상제·아로왕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로다! 부디 여기에 머물러 내 딸과 결혼하여 내 아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노라. 원한다면 집과 재산을 주리라. 원하지 아니하면 의사에 반하여 이곳에 붙잡아 두지 아니하리니, 상제 신께서 그리 되기를 바라지 아니하시기를! 당신의 여정에 대해서는 내일 출발할 수 있도록 약속하노라. 편안하게 누워 잠들면 잔잔한 바다를 건너 고향이나 원하는 곳 어디든, 심지어 우보도 너머까지도 노를 저어 보내리라. 우리 백성들이 금발의 나달만을 가야의 아들 티우에게 데려다 줄 때 보았던 곳이니,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해안이라 하는데 그날 왕복하였어도 지치지 아니하였도다. 내 배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내 백성들이 노를 저어 바다를 얼마나 잘 가꾸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그 순간, 그토록 많은 고난을 견뎌 낸 오지수는 기뻐하며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시여, 알진오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의 명성이 영원히 땅 위에 빛나게 하시고, 내가 고향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소서.”
이 말을 듣자 백발의 아례희가 시종들에게 현관에 침대를 내놓고 그 위에 고운 자주색 담요를 깔며 덮개와 양털 이불을 덮으라 명하니,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재빨리 침대를 깔끔히 정리한 후 오지수를 불러 이르되,
“손님, 일어나 밖으로 나오소서. 침대가 준비되었나이다.”
오지수는 긴 모험 끝에 누마루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인 침대에서 잠들 수 있어 기뻤도다. 알진오는 아내 옆 방에서 잠들었으며, 아내는 그들의 침대를 정리하고 함께 잠을 잤느니라.
==제8권 시인의 노래==
곧 새벽이 밝아와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위엄 있고 거룩한 알진오 왕은 잠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시를 정복한 오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축복받은 위대한 알진오 왕은 배를 타고 손님을 페아키아 회의장으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왕실 사자처럼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지수의 귀향길을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은 차례로 각 사람 곁에 서서 이르되,
「나리여, 회의 장소로 오셔서 우리 왕궁을 방문한 손님에 대해 알아보십시오. 바다를 떠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멸의 신처럼 보이옵니다.」
이렇게 지혜의 여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웠고, 곧 회의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라에르테스의 영리한 아들을 본 군중은 감탄하였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신비로운 마법을 걸어 주었고,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무릉도인들은 그가 앞으로 치러질 여러 가지 기량 시험을 통과할 때 그를 환영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니라.
사람들이 모이자 알진오는 그들에게 연설을 시작하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족장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 마음의 소명을 너희에게 말하리라. 이방인 한 사람이—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나—서쪽이나 동쪽에서 방황하다가 내 집에 나타났다. 그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간청하고 기도한다. 우리가 전에 다른 손님들을 도왔던 것처럼 그를 도우자. 내 집에 손님을 머물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항상 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배를 띄워 첫 항해를 시작하게 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쉰두 명을 선원으로 뽑아 노를 벤치 옆에 묶어 두자. 그리고 해안으로 돌아와 내 집으로 오너라. 젊은이들은 서둘러 잔치를 준비하라. 내가 풍족하게 음식을 준비하리라. 그리고 너희 영주들도 나와 함께 그를 환영해 주렴. 거절하지 말라. 시인 데모도쿠스도 초대해야 한다. 신의 은총을 받은 자이니 그가 부르는 노래는 무엇이든 듣기 좋을 것이다.」
그가 앞장서서 갔다. 귀족들은 그와 함께 갔고, 하인은 시인을 데려왔다. 왕의 명령대로 정예 젊은이들 쉰두 명은 해안으로 갔다. 그들은 거친 바닷물에 이르러 검은 배를 물에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가죽 끈에 노를 하나씩 묶어 질서정연하게 고정하였다. 흰 돛을 활짝 펼치고 배를 물 위에 정박시켰다. 그런 다음 그들은 왕의 웅장한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홀과 회랑은 노인과 젊은이들로 가득하였다.
알진오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양 열두 마리와 은빛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 여덟 마리, 그리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 두 마리를 잡았다. 그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잔치를 준비하였다. 하인은 뮤즈가 숭배하는 시인을 데려왔다. 뮤즈는 그에게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 두 가지를 주었다. 그의 시력을 빼앗았으나, 아름다운 노래를 주었느니라.
술 장수는 은으로 장식된 의자를 가져와 모든 손님들 가운데 기둥에 기대어 세웠다. 그리고 못에 시인의 리라를 머리 위에 걸어 두고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시종은 시인 옆에 탁자를 차리고 빵 바구니와 와인 한 잔을 놓아 원할 때마다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자 뮤즈는 시인에게 하늘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유명한 일화, 아킬레우스와 오지수의 다툼에 대한 노래를 부르도록 하였다. 화려한 제사 잔치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었는데, 건웅은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기뻐하였다. 건웅이 피토의 신탁소에 가서 입구 돌을 넘어 신탁을 구할 때, 아폴론이 상제의 계략으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에게 고통이 시작될 것이라 예언하였기 때문이니라. 유명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건장한 손으로 무거운 자주색 장포를 집어 얼굴을 가렸다. 그는 자신이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래꾼이 노래를 멈출 때마다 오지수는 눈물을 닦고 장포를 끌어내린 후 신들을 위해 잔에서 포도주를 한 방울 따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릉도의 귀족들은 음유시인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 재촉하였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좋아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음유시인은 다시 노래를 시작하였고, 오지수는 신음하며 장포 아래로 얼굴을 숨겼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알진오만이 그의 눈물을 보고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이르되,
「폐하들이여, 우리는 이미 잔치에 대한 소망과 잔치의 동반자인 리라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켰나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모든 운동 경기를 준비합시다. 그러면 손님이 집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권투, 씨름, 높이뛰기, 달리기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소년이 앞장섰고, 다른 사람들도 뒤따랐다. 소년은 리라를 걸이에서 내려 데모도쿠스의 손을 잡고 경기를 구경하러 나온 군중 속으로 그를 이끌고 나갔다. 그곳에는 아크로네우스, 오키알루스, 엘라트레우스, 나우테우스, 토온, 안키알루스, 에레트메우스, 아나베시네우스, 폰테우스, 프림네우스, 프로레우스, 폴리나우스의 아들이자 테크톤의 손자인 암피알루스, 그리고 나우볼루스의 아들인 에우리아루스 등 많은 젊은 운동선수들이 서 있었다. 에우리아루스는 아레스처럼 파멸의 신으로 불렸다. 그는 외모와 힘에 있어서 나도만 다음으로 무릉도에서 가장 뛰어났다. 위대한 알진오의 세 아들, 나도만, 신과 같은 클리토네우스, 그리고 할리우스가 일어섰다.
먼저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줄을 서서 트랙을 따라 순식간에 질주하여 들판의 먼지를 일으켰다. 클리토네우스는 단연코 단거리 달리기에서 최고였다. 그는 노새가 쟁기질한 밭의 길이만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관중석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잔혹한 레슬링 경기가 이어졌는데, 에우리아루스가 가장 뛰어났다. 암피알루스는 멀리뛰기에서 탁월하였다. 그리고 원반던지기에서는 단연 엘라트레우스가 최고였다. 왕자 나도만은 권투에 뛰어났다. 그들은 모두 경기를 즐겼다.
그들이 이야기를 마치자, 알진오의 아들 나도만이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제 저 낯선 사람에게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야겠소. 체격이 좋고, 다리와 팔, 목이 튼튼하군. 고난을 겪었으나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이는군. 아무리 강했던 사람이라도 바다만큼 사람을 꺾을 수는 없소.」
에우리아루스가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네 말이 맞소. 직접 그에게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소.」
알진오의 고귀한 아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모두 가운데로 일어나 오지수를 부르되,
「이리 오시오. 자, 자네도 우리 경기를 해 보는 게 어떻소. 운동을 할 줄 안다면 말이오. 그럴 것 같소. 한평생 동안 손과 발로 이루어 낸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소. 그러니 걱정은 잊고 한번 해 보시오. 배가 출항하였으니 곧 항해를 시작할 것이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소.」
오지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어찌하여 이런 도전을 하며 나를 조롱하는가. 내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지, 경기에 얽매여 있지 아니하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겪었기에 이제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여기 앉아 당신의 왕과 백성들에게 내 소원을 들어 달라 기도하고 있다.」
에우리아루스는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자네는 운동 경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자네 같은 놈은 잘 안다. 상선 선원들의 선장인 자네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화물과 화물에만 신경 쓰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만 챙긴다. 자네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얼마나 오만한 소리를 하는가.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몸과 마음, 말솜씨를 축복으로 주지 아니한다. 어떤 사람은 허약하나 신의 축복을 받아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말은 침착하고 위엄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그가 마을을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은 신과 같은 외모를 가졌으나 말솜씨는 형편없다. 자네도 마찬가지다. 자네는 겉모습은 훌륭하나, 신조차도 자네의 몸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네의 정신은 불구다. 자네의 터무니없는 말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나는 스포츠와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 아니하다. 젊었을 때는 강한 팔을 믿고 항상 일등이었다. 지금은 고통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나는 전쟁의 고통을 견뎌 냈고, 바다의 위험을 헤쳐 왔다. 그러나 자네는 나에게 도전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고통스럽지만 나는 경쟁하리라.」
그러자 그는 장포를 걸친 채 뛰어올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거대한 원반을 움켜쥐었다. 그는 몸을 돌려 팔을 뒤로 젖혔다가 건장한 손으로 원반을 던졌다. 원반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노 젓기에 능했던 무릉도인들은 원반의 궤적 아래 몸을 숙여 움츠렸다. 원반은 다른 말뚝들을 훨씬 넘어 날아갔다. 지혜의 여신은 그 지점을 표시하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이르되,
「낯선 이여, 눈먼 사람이라도 더듬어 이 표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표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축하해도 좋다. 너희가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였고, 그 누구도 너희만큼 멀리, 더 멀리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오지수는 자신을 지지해 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젊은 무릉도인들에게 이르되,
「이것에 한번 도전해 보시오. 할 수 있다면, 더 멀리, 혹은 똑같이 멀리 또 한 번 던져 보겠소. 당신들이 나를 화나게 하였으니, 어떤 운동이든 해 보겠소. 어서. 권투든, 씨름이든, 달리기든, 누구와든 시합할 수 있소. 다만 나도만만은 예외로 하오. 그는 나의 주인이니. 누가 친구와 싸우겠소. 낯선 땅에서 자신을 환대해 준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자는 무가치하고 어리석은 자이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이오. 그러나 나는 당신들 중 누구와도 시합할 수 있소. 내 실력을 시험해 보시오. 당신들의 실력도 알려 주시오. 나는 어떤 운동에도 약하지 아니하오. 나는 잘 다듬어진 활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소. 많은 동료들이 내 옆에서 화살을 쏘아 올렸으나, 나는 언제나 적군 무리에서 가장 먼저 적을 쏘아 올렸소. 토래성에서 아카이아인들이 활을 쏠 때, 나보다 뛰어난 자는 단 한 명뿐이었소. 필록테테스. 지상에서 빵을 먹고 사는 다른 인간들은 모두 나보다 활 솜씨가 형편없나이다. 그러나 저는 헤라클레스나 에우리토스처럼 신들과 활쏘기 시합을 하려던 초인적인 궁수들과는 경쟁하지 않겠나이다. 아폴론은 그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격노하여 그를 죽였나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죽었고, 고향에서 장수하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다른 이들이 화살로 맞추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 창을 던질 수 있나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여러분 중 누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느냐일 뿐이옵니다. 저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체력이 떨어지고 다리가 약해져서 평소처럼 운동을 할 수 없었나이다.」
군중은 침묵하였으나, 알진오가 이르되,
「각하여, 아주 훌륭한 예의로 당신의 재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망과, 이 경기장에 나와 당신을 조롱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나이다.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 잘 들어 보시오. 집에 돌아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잔치를 벌일 때, 당신의 훌륭한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 조상 대대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모든 업적을 기억하시오. 우리는 씨름이나 권투에는 뛰어나지 아니하나, 달리기에는 빠르고 배를 다루는 데는 최고이옵니다. 우리는 잔치, 리라 연주, 춤, 다양한 옷차림, 따뜻한 목욕과 잠자리를 좋아하나이다. 자, 이제 무릉도 최고의 무용수들이 공연하게 하시오. 손님께서 집에 돌아가셔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항해술, 달리기, 춤과 노래에 얼마나 뛰어난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오. 데모도쿠스에게 줄 리라를 안에서 가져오시오. 어서 가시오.」
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시종이 리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홉 명의 심판을 뽑았다. 그들은 춤을 출 수 있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그 주위에 넓은 원을 만들었다. 시종이 데모도쿠스에게 리라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젊고 잘 훈련된 소년들을 대동하고 원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들은 발을 구르며 신성한 춤을 추었고, 그들의 빠른 다리는 빛났다. 오지수는 그 광경에 경탄하였다.
시인은 리라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왕관을 쓴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에게 품은 사랑에 대한 매혹적인 노래를 불렀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주었고, 해필수의 침대를 더럽혀 둘이 몰래 관계를 맺었다. 태양신은 그 모습을 보고 해필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해필수에게는 쓰디쓴 소식이었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대장간으로 가서 거대한 모루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결코 끊어지거나 풀릴 수 없는 튼튼한 사슬을 두들겼다. 그는 아레스에게 몹시 화가 났다. 덫을 만든 후, 그는 사랑하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기둥 주위에 엉킨 케이블을 감고, 가느다란 거미줄처럼 천장에 매달았다.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신들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 솜씨는 정말 기발하였다. 침대에 덫을 설치한 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문명화된 도시 렘노스로 갔다.
황금 기사 아레스는 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기적을 행하는 해필수가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강력한 아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 아레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내 사랑이여, 우리 함께 잠자리에 들자. 해필수는 마을을 떠났느니라. 이상한 언어를 쓰는 신티아인들을 만나러 렘노스에 갔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와 함께 눕고 싶어 흥분하였고, 둘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해필수가 만든 사슬이 그들을 단단히 묶어 움직일 수도, 일어설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저는 신은 가까이 다가왔다. 렘노스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마음이 괴로워하며 그는 집으로 향하였다. 문간에 서 있던 그는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모든 신들을 부르되,
「오, 아버지 상제여, 그리고 영원히 살아 계시는 모든 축복받은 신들이여, 보십시오. 웃으셔도 좋으나, 참기 힘드나이다. 상제의 딸인 아프로디테가 절름발이인 저를 어떻게 무시하는지 보십시오. 그녀는 파괴적이고 강하고 잘생긴 아레스를 사랑하나이다. 저는 약하나이다. 부모를 탓하나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러나 보십시오, 저 둘이 제 침대에서 연인처럼 자고 있나이다. 저는 그 광경에 소름이 끼치나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이 깊더라도 그들은 더 이상 저렇게 누워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곧 깨어나고 싶어 하겠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제가 딸을 위해 지불한 값을 갚을 때까지 제 덫과 사슬이 그들을 꽉 붙잡아 둘 것이옵니다. 그녀의 눈은 마치 개처럼 저를 쳐다보나이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우나, 자제력이 부족하나이다.」
신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 땅을 흔드는 해신, 도움을 주는 헤르메스, 그리고 아폴론이 있었다. 여신들은 수줍음 때문에 집에 머물렀다. 좋은 것을 주시는 축복받은 신들이 문간에 서 있다가 해필수가 설치한 기발한 함정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바라보며 서로 이르되,
「죄는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느린 자가 빠른 자를 이길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하고 느린 해필수가 자신의 솜씨로 오림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를 잡았으니 말이다. 아레스는 간음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들은 수군거렸다. 그때 상제의 아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이르되,
「내 형제 헤르메스여, 황금빛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녀의 침대에서, 비록 무거운 사슬에 묶여 있더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령 헤르메스가 대답하되,
「아, 활의 신 아폴론 형제여,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세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히 묶여서 당신들 신들과 당신들의 모든 아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라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그러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직 해신만이 웃지 아니하였다. 그는 해필수에게 아레스를 풀어 달라 간청하고 애원하였다. 그는 기적을 행하는 신에게 이르되,
「이제 그를 놓아 주소서. 당신이 부탁하신 대로 그는 신들 사이에서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옵니다.」
유명한 절뚝거리는 신이 대답하되,
「해신이여,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악당들을 풀어 주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레스가 속박과 빚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어찌 당신을 묶을 수 있겠소.」
지진의 신 해신은 그에게 대답하되,
「해필수여, 만일 그가 이 빚을 피하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갚겠소.」
절뚝거리는 신이 이르되,
「그렇다면 당신께 대한 예의로 당신의 부탁대로 하겠소.」
그래서 해필수는 온 힘을 다해 사슬을 풀었다. 두 연인은 속박에서 벗어나 둘 다 뛰어올랐다.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미소를 지으며 키프로스의 파포스 섬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향기로운 제단과 성소가 있었다. 은총의 여신들은 그곳에서 그녀를 씻기고 불멸의 존재들에게 빛을 발하는 마법의 기름을 발라 주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혀 주었다.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느니라.
그것은 시인의 노래였다. 오지수는 즐겁게 듣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알진오는 할리우스에게 나도만과 춤을 추라 하였다. 그들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장인 폴리부스가 만들어 준 자주색 공을 가져갔다. 한 소년은 뛰어올라 공을 구름 위로 던지고, 다른 소년은 발을 땅에서 떼고 뛰어올라 착지하기 전에 공을 쉽게 잡았다. 그들은 공을 똑바로 위로 던지는 연습을 한 후, 비옥한 땅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 가며 춤을 추었다. 들판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소년들은 시끄럽게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었다.
그때 오지수가 이르되,
「많은 백성의 왕이시여, 위대한 군주시여, 당신의 무용수들이 최고라고 자랑하셨는데, 정말 그러하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보니 감탄스럽나이다.」
존경받는 왕은 그 말에 기뻐하였다. 그는 곧바로 백성들에게 이르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영주들, 그리고 귀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낯선 사람은 매우 현명해 보이옵니다. 그러니 주인이 손님을 우호적으로 대접하듯 선물을 줍시다. 우리 백성은 열두 명의 영주가 다스리고 있으며, 내가 열세 번째 영주이옵니다. 우리 각자는 귀한 금 한 파운드와 깨끗하게 세탁한 옷, 튜닉과 장포를 가져오시오. 그것들을 쌓아 올려 손님이 이 모든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식사에 참석하게 하시오. 에우리아루스는 그에게 사과하고, 그의 말이 부적절하였으니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 하옵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고, 각자 대리인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에우리아루스가 이르되,
「위대한 왕 중의 왕이신 알진오 폐하, 폐하의 명령대로 사과하겠나이다. 그리고 은 손잡이와 상아로 조각한 칼집이 있는 이 청동 검을 그에게 선물하겠나이다. 그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알진오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오지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오지수는 말을 쏟아내되,
「환영하나이다, 나리여. 우리 집에 머무르십시오. 혹시라도 무례한 말이 있더라도 바람에 날아가 버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신들이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받으셨으니 말입니다.」
오지수는 이르되,
「친구여, 잘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신들이 당신을 보호하시고, 당신이 제게 주신 이 검을 결코 잊지 않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등에 메었고, 해가 질 무렵 귀한 선물들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노비들은 선물들을 알진오의 집 안으로 옮겼다. 왕자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을 어머니인 왕비 옆에 쌓아 두었다.
알진오 왕은 모두를 집 안으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혔다. 그는 아례희에게 이르되,
「여보, 우리 집에서 가장 좋은 궤짝을 가져와서 그 안에 튜닉과 갓 세탁한 장포를 넣어 두시오. 청동 가마솥을 불 위에 올려 물을 끓여서 손님이 목욕할 수 있도록 하시오. 그런 다음 귀족들이 가져온 귀한 선물들을 보여 주고 연회와 노래를 즐기게 하시오. 나도 선물을 하나 준비하였소. 금으로 만든 화려한 잔인데, 값어치를 하오. 손님이 상제와 다른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때마다 나를 떠올려 주기를 바라오.」
아례희는 하인들에게 빨래할 큰 솥을 빨리 데우라 명령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물을 붓고 장작을 쌓았다. 불길이 솥 주위를 감싸며 물을 데웠다. 아례희는 자기 방에서 궤짝을 가져와 손님에게 줄 선물, 즉 그들이 준 옷과 금을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장포와 튜닉을 넣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르되,
「뚜껑을 잘 지키고 묶어 두시오. 그래야 검은 배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무도 당신을 훔쳐 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상실을 여러 번 겪어 본 오지수는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뚜껑을 닫고 키르케에게서 배운 교묘한 매듭으로 묶었다. 그러자 여종은 곧바로 그를 목욕탕으로 데려가 씻겼다. 그는 따뜻한 물을 보고 기뻐하였다. 곱슬머리 칼리프소의 집을 떠난 이후로 목욕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칼리프소는 그를 마치 신처럼 보살펴 주었다. 여종들은 그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준 다음 튜닉과 고운 양모 장포를 입혀 주었다. 깨끗하게 씻고 난 그는 남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 신처럼 아름다운 나우공주가 궁전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지수를 보고 깜짝 놀라 말을 쏟아내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낯선 이여. 그러나 집에 돌아가시면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은 제게 목숨을 빚지고 있나이다. 제가 먼저 당신을 도왔으니까요.」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나우공주여, 헤라의 남편이자 천둥의 신이신 상제께서 제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공주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그곳에서 영원히 신처럼 당신께 기도하겠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왕 옆에 앉았다. 이제 음식을 차리고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는데, 집사가 존경받는 시인 데모도쿠스를 연회장 중앙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데모도쿠스를 기둥에 기대어 앉혔다. 오지수는 재빨리 생각하여 기름이 듬뿍 붙은 돼지고기를 한 조각 잘랐다. 접시에는 고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집사에게 이르되,
「이 고기를 가져다가 데모도쿠스에게 전해 주어라. 비록 슬프나 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시인들은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느니라. 뮤즈는 그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고, 시인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집사는 데모도쿠스에게 고기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기쁘게 고기를 받았고, 모두들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배를 채우고 마신 후, 여러 계략을 꾸민 영리한 책략가가 이르되,
「데모도쿠스여,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내가 자네를 누구보다 칭찬하노라. 아폴론 신이 자네를 가르쳤거나, 아니면 상제의 딸인 뮤즈가 자네를 가르쳤나 보네. 자네는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겪었는지 마치 그곳에 있었거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게 들은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군. 그러니 에페이우스가 지혜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든 목마 이야기를 노래해 주게. 오지수는 그 목마를 끌어다 성채 안으로 끌고 들어가 병사들을 태워 도시를 약탈하였지. 자네가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면, 자네는 진정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
신이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영감을 준 것이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진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한편, 오지수는 목마 안에 병사들을 태워 토래성 성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토래성 사람들은 그 말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놓고는 어떻게 할지 의논하였다. 어떤 이들은 「칼로 나무를 내리쳐야 한다」 하고 말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더 높이 끌어올려 바위에서 던져 버려야 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신들을 달래기 위해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 말은 전사들로 가득 차 토래성 사람들에게 죽음을 안겨 주었고, 그 말은 토래성의 도시를 파멸로 이끌었다. 시인은 아카이아인들이 그 말에서 쏟아져 나와 골짜기에서 매복 공격을 가해 도시를 약탈하고, 흩어지면서 모든 동네를 파괴하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아레스처럼 오지수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데이포보스의 집을 찾아 달려갔고, 마침내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끔찍한 폭력을 통해 승리하였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눈물을 쏟았다. 그의 뺨은 마치 여인이 남편을 껴안고 통곡하듯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남편은 집과 자식을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 그녀는 남편이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맑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시신 위에 쓰러졌다. 남자들이 바로 뒤따라왔다. 그들은 그녀의 어깨를 창으로 찌르고 그녀를 노비로 끌고 가 고된 노동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하였다. 오지수 또한 그와 같은 절망적인 방식으로 울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알아챈 사람은 바로 옆에 앉아 그의 흐느낌을 들은 알진오뿐이었다. 그는 재빨리 선원들에게 이르되,
「파에아키아의 귀족 여러분, 잘 들으시오. 데모도쿠스는 리라 연주를 멈추고 내려놓아야 하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저녁 식사 시간부터 이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우리의 손님은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었나이다. 그의 마음은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나이다. 노래를 끝내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시오.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옵니다. 이 환송 잔치와 우리가 우정의 표시로 드리는 이 귀한 선물들은 우리의 귀빈인 그를 위한 것이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에 처한 손님을 자기 형제처럼 대할 것이옵니다. 나그네여, 이제 내 질문에 회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대답하시오. 솔직한 것이 가장 좋나이다. 부모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 주셨나이까.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을 어떤 이름으로 알고 있나이까. 부모는 모든 아이에게 태어날 때 이름을 지어 주기 때문에 세상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든 귀족이든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 당신의 민족, 당신의 도시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오. 그래야 우리 배들이 당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수 있나이다. 파에아키아 사람들은 당신의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나이다. 다른 배들처럼 키를 잡는 사람도, 방향타를 잡는 사람도 없소. 우리 배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마을과 비옥한 들판을 알고 있소. 안개와 구름 속에 숨어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르며 나아가지. 배는 손상이나 손실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오. 그러나 언젠가 아버지 도화원주가 해신 신이 우리가 손님들을 바다 건너로 데려다 주는 것을 미워하여 언젠가 우리 배가 돌아오는 길에 난파될 것이고, 거대한 산이 우리 마을을 가릴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소. 신께서 뜻대로 이 일을 이루실지, 아니면 이루지 않으실지는 신의 뜻대로 될 것이오. 자, 이제 당신의 방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시오. 당신이 본 장소, 사람들, 도시들을 묘사해 보시오. 어떤 곳은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손님을 환영하지 아니하였고, 어떤 곳은 신을 존중하며 방문객에게 친절하였소. 그리고 토래성에서 그리스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왜 그렇게 흐느껴 울었는지 설명해 보시오. 신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이 파괴를 계획하고 계산하였나이다. 토래성에서 누군가를 잃으셨나이까. 아내의 집안 사람, 어쩌면 장인이나 장모님일지도 모르나이다. 결혼이라는 인연은 혈연 다음으로 가장 끈끈하나이다. 아니면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아는 친구를 잃으셨을지도 모르나이다. 친구는 형제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나이다.」
==제9권 목동의 동굴에 있는 해적==
이에 교활하고 거짓의 달인 오지수가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신 알진오 폐하, 이처럼 재능 있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니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그의 목소리는 신과 같사옵니다. 온 백성이 연회에 모여 집 안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빵과 고기가 가득 쌓인 식탁에서 술꾼이 잔에 술을 따라 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제게는 이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이로소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 슬픈 이야기를 물으시니,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제 절망을 더욱 깊게 하나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하오며, 어디서 끝내야 하오리까? 신들께서 제게 너무나 많은 슬픔을 안겨 주셨나이다. 먼저 제 이름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리하여야 서로 알아갈 수 있고, 제가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제 먼 고향에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옵니다. 저는 교활한 속임수와 거짓말로 유명하나이다. 제 명성은 하늘에까지 닿으나, 저는 이곳에 살고 있나이다.”
흔들리는 숲 속에 네리톤 산이 숨어 있는 이탁도라. 가까이에는 둘리키움과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그리고 사메 등 다른 섬들이 있도다. 다른 섬들은 모두 새벽을 맞이하나, 나의 이탁도는 멀리 떨어져 어둠을 마주하고 있느니라. 험준한 땅이나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좋은 곳이라. 내 눈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나라는 없도다.
알다시피, 신성한 칼피소는 나를 동굴에 가두고 혼인하려 하였고, 마찬가지로 교활한 키르케도 나를 함정에 빠뜨려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하였도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이에게는 고향과 가족보다 더 달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제 토래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제께서 내게 일으키신 모든 고난을 이야기하리라. 강풍이 나를 항로에서 벗어나 이스마루스의 키코네스족 쪽으로 밀어내었도다. 나는 마을을 약탈하고 남자들을 죽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아내를 취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느니라. 그리고 나서 나는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그 어리석은 자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술을 과음하며 해변을 따라 양과 소를 죽이고 있었느니라.
키코네스족은 본토에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니, 그들은 강하고 수가 많으며 말을 잘 타고 필요하다면 걸어서도 싸울 수 있는 이들이라. 그들은 마치 봄 새벽에 잎사귀와 꽃이 피어나듯 몰려왔도다. 그때 상제 신께서 우리에게 불운을 내리시니, 불쌍한 우리로다! 적군은 배 주위에 모여 청동 칼을 휘두르며 싸웠느니라. 거룩한 아침 햇살이 밝고 강렬할 때,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아 내었으나, 해가 지고 소들이 풀려나는 시간이 되자 키코네스족은 우리 그리스인들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도다. 우리 배에서 잘 무장한 선원 여섯 명이 각각 죽었고, 나머지 육십 명은 살아남아 위험에서 벗어났느니라.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친구들에 대한 슬픔을 안고 출항 준비를 하였도다. 배를 띄우기 전에 우리는 키코네스족의 손에 학살당한 불쌍한 동료들을 세 번씩 큰 소리로 불렀느니라.
구름의 신 상제께서 북풍을 우리 배들을 향해 맹렬한 태풍처럼 몰아쳐 바다와 땅을 안개로 뒤덮으시니, 밤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덮치고 배들은 옆으로 기울어졌도다. 돛은 강풍에 세 번이나 찢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우리는 돛을 내리고 온 힘을 다해 해안을 향해 노를 저었느니라. 우리는 이틀 밤낮을 그곳에서 지쳐 쓰러질 듯 괴로워하며 보냈도다.
밝은 새벽이 세 번째 아침을 가져다주자, 우리는 돛대를 세우고 빛나는 돛을 펼치고 배에 올랐느니라. 바람은 곧장 불고 항해사들은 키를 잡았도다. 나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이나, 말레아 섬을 돌아서자 시속 팔십 도의 해류와 강풍이 나를 키테라 섬에서 칠십 도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었느니라.
아홉 날 동안 나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폭풍우에 휩쓸려 헤매었도다. 열흘째 되는 날, 나는 연꽃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우리는 물을 길어 올리고 선원들은 음식을 준비하였으며, 식사를 하고 배 옆에서 소풍을 즐긴 후,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골라 정찰을 보내어 그 섬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내게 하였도다.
정찰병들은 인간, 곧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정찰병들을 해치지 아니하고 그저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나눠 주었을 뿐이라. 그러나 열매를 먹자 정찰병들은 돌아와 내게 소식을 전할 의욕을 잃었으며, 그곳에 머물며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였도다. 고향을 잊어버린 것이니라. 나는 눈물 흘리는 그들을 끌고 돌아와 텅 빈 배에 억지로 태워 갑판 아래로 밀어 넣고 묶었으며, 충성스러운 다른 남자들에게는 배로 돌아가라고 명하였느니라. 더 이상 아무도 연꽃 열매를 맛보고 목적지를 잊지 않도록 함이로다.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회색빛 물을 노로 저었도다.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여 고결한 독안거인, 곧 독불장군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였느니라. 그들은 신들을 믿었도다. 그들은 씨앗을 심지도 않고 밭을 갈지도 아니하나, 상제의 비 덕분에 보리와 곡식과 포도송이가 모두 무성하게 자라느니라. 그들은 회의도 열지 않고 공통된 법률도 없으며, 높은 산꼭대기의 동굴에서 살면서 각자 아내와 자녀를 위해 법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아니하느니라.
이 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섬이 있는데, 항구에서 비스듬히 물을 건너면 평평하고 숲이 우거진 섬이 있도다. 수많은 염소들이 그곳에 살지만 사람들은 결코 찾아오지 아니하며, 사냥꾼들은 숲을 헤치고 언덕진 봉우리를 오르려 애쓰지 아니하느니라. 양 떼도 없고 밭도 없으며, 그곳은 모두 경작되지 않고 씨를 뿌리지 않았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오직 염소들만이 그곳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느니라.
키클로프 사람들은 붉은 뺨을 가진 배도 없고, 다른 도시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공도 없었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서로를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나, 배만 있었다면 그들은 이 섬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비옥한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니라. 회색빛 해안가에는 물이 풍부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포도나무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며, 쟁기질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어 가을에는 풍성한 작물이 자랄 것이고, 땅속에는 비옥한 자원이 있을 것이로다. 항구는 닻을 내리기에 좋은 곳이라 닻돌이나 밧줄, 케이블도 필요 없을 것이며, 그곳 해안에 정박한 배들은 선원들이 떠나고 싶어 하고 순풍이 불 때까지 안전하게 해변에 정박해 있을 수 있으리라. 항구 입구 근처에서는 백사십 개의 민물이 동굴 아래로 솟구쳐 내려가고, 그 주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느니라.
우리는 그곳으로 항해하였도다. 신들께서 어둠 속에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니, 짙은 안개가 배를 감싸고 하늘의 달은 어둡고 구름에 가려져 섬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우리가 해변까지 노를 저어 갈 때까지는 아무도 육지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볼 수 없었으며, 우리는 모든 돛을 내리고 해안에 상륙하여 잠이 들었도다.
이른 새벽이 장밋빛으로 물들자, 우리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그 섬을 돌아다녔느니라. 위대한 상제 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 우리 선원들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산양들을 쫓아 내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우리는 배에서 창과 활을 가지러 달려가 세 무리로 나뉘어 조준하고 쏘았으며, 어떤 신께서 우리에게 좋은 사냥감을 주셨느니라. 열두 선원 모두 각자 염소 아홉 마리씩을 가지고 있었고, 내 선원들은 열 마리를 가졌도다. 우리는 해질녘까지 그곳에 앉아 고기를 먹고 독한 붉은 술을 마셨으며, 배에 실린 술은 아직 떨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키코네스족의 신성한 요새를 약탈했을 때 우리는 모두 커다란 항아리에 술을 가득 채워 가져왔기 때문이니라.
우리는 좁은 해협 건너편에 있는 키클로픽 섬을 바라보았으며, 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양과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도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누워 잠을 잤느니라.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선원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충성스러운 친구들이여!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 남아 있거라. 나는 배와 선원들을 이끌고 가서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이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침략자인지, 아니면 낯선 사람을 환영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리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배에 올라타 선원들에게 나와 함께 가자고 한 다음 배의 밧줄을 풀었도다. 그들은 재빨리 벤치에 앉아 노를 저어 하얗게 물든 물을 가르며 나아갔으며, 여정은 그리 길지 아니하였느니라.
육지 끝자락, 바닷가 바로 옆에 도착하니 월계수 나무가 드리워진 높은 동굴이 보였도다. 그곳에는 여러 무리의 양과 염소가 살고 있었으며, 동굴 주변에는 돌을 깊게 박아 만든 높은 마당이 있고 키 큰 소나무와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느니라. 그곳에는 거구의 남자가 혼자 양떼를 돌보며 살고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고 홀로 지내며 관습을 알지 못하였도다. 그의 체격은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마치 빵으로 연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드넓은 산봉우리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었느니라.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고, 내가 아끼는 열두 명과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였도다. 나는 이스마루스 산의 그늘진 숲 속에 살던 아로왕 신의 사제, 에우안테스의 아들 마론이 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가 가득 든 염소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갔느니라. 신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를 돕고 그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왔었도다. 그는 나에게 은그릇과 정교하게 세공된 금 일곱 파운드를 선물로 주었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조금 따라내어 나를 위해 열두 개의 항아리에 담아 주었으니, 마치 신이 내린 술과 같았느니라. 노비들은 이 포도주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직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한 명의 하녀만이 알고 있었도다. 그가 이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잔에 한 잔을 따르고 물 이십 잔을 섞으면 그릇에서 놀라운 향기가 피어오르고, 모두가 그 맛을 보고 싶어 하였느니라.
나는 큰 가죽 주머니에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자루에 식량을 챙겼도다. 내 마음속에는 용감하고 거칠며 일반적인 관습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느니라. 우리는 곧 동굴에 도착하였으나 독안거인은 찾지 못하였으니, 그는 양 떼를 치고 있었도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살펴보았느니라. 치즈로 가득 찬 상자들과 나이별로 나뉜 어린 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우리들이 보였으며, 갓 태어난 새끼와 중간 크기, 그리고 갓 젖을 뗀 새끼 양까지 이백이십 마리나 있었도다. 젖을 짜는 데 쓰는 잘 만들어진 그릇과 양동이들은 모두 유청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내 선원들이 “치즈 좀 챙겨서 염소와 어린 양들을 우리에서 빨리 몰아내 우리 배에 싣고 짠 바닷물을 건너 떠나자!”라고 애원하였도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나는 거절하였느니라. 나는 그를 만나 선물을 줄지 기대하였으나, 사실 그는 내 동료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하였도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고 치즈를 먹은 후, 그가 양떼를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동굴 안에서 기다렸느니라.
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와서 불을 피울 나무를 한 짐 가져왔으며, 나무를 시끄럽게 동굴 안으로 던지니 우리는 두려워서 동굴 안쪽으로 몸을 숨겼도다. 그는 암양과 암염소들을 안으로 몰아넣어 젖을 짜게 하였으나, 숫양과 염소들은 바깥 넓은 마당에 남겨 두었느니라. 그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려 동굴 입구를 막았으니, 그 돌은 너무나 거대하고 육중하여 이십이 대의 수레로도 끌어낼 수 없을 정도였도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암양과 암염소의 젖을 짠 다음, 새끼 양들을 어미 양 옆에 놓아 젖을 빨게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갓 짜낸 흰 우유의 절반을 응고시켜 바구니에 담아 따로 두고, 나머지는 양동이에 담아 저녁 식사 때 마시려고 하였도다.
그는 모든 일을 꼼꼼히 마친 후 불을 피우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이르되,
“낯선 자들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 이 깊은 바다를 건너 어디에서 왔는가? 사업차 온 것인가, 아니면 해적처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인가?”
그가 이렇게 말하니, 그의 깊고 우렁찬 목소리와 거대한 체구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되,
“저희는 그리스인이옵니다. 토래성에서 왔나이다. 바람이 저희를 사방으로 휩쓸고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항로에서 벗어나게 하였나이다. 상제 신께서 그렇게 하셨나이다. 저희는 하늘 아래 가장 큰 명성을 떨친 아트레우스의 아들 건웅의 백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나이다. 그는 그 거대한 도시를 함락시키고 많은 사람을 죽였나이다. 이제 저희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관례대로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려 선물을 주시기를 간청하나이다. 부디 신들을 존중해 주소서. 저희는 당신의 간청자이며, 상제께서는 저희 편이시니이다. 그는 방문객과 손님 친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바보이거나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자군. 자네가 나에게 신들을 두려워하라고 하다니! 우리 백성은 큰 홀을 든 상제든 다른 어떤 신이든 하찮게 여기느니라. 우리의 힘은 그들보다 강하니라. 내가 자네나 자네 친구들을 살려 준다고 해도 상제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자네는 그 멋진 배를 타고 멀리 가는 건가,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건가?”
그는 나를 시험하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도다. 나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느니라. 나는 그에게 교묘하게 대답하되,
“땅을 흔드는 해신이 당신 섬의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난파시켰나이다. 그는 우리를 밀어 넣었고, 바람은 우리를 바위에 내동댕이쳤나이다. 우리는 간신히 살아남았나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비도 베풀지 아니하였도다. 높이 뛰어올라 우리 부하들을 향해 손을 뻗어 두 명을 붙잡고 강아지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니, 바닥은 뇌수로 흠뻑 젖었느니라. 그는 그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식사를 준비한 다음, 산의 사자처럼 살점과 내장과 골수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아무것도 남기지 아니하였도다. 이 참상을 지켜보며 우리는 울부짖으며 상제에게 기도하였느니라. 우리는 너무나 무력감을 느꼈도다.
독안거인이 사람의 고기와 섞이지 않은 우유로 거대한 배를 채운 후, 그는 양 떼 사이에 누워 있었느니라. 그때 군인처럼 생각하며, 칼을 뽑아 그에게 다가가 몸통을 찔러 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랬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니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높은 문간에 세워 놓은 거대한 돌을 옮길 만큼 우리는 너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도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까지 그곳에서 비참하게 지냈느니라.
새벽녘에 분홍빛 손가락이 피어나듯 새벽이 밝아오니, 그는 불을 피우고 암양들의 젖을 차례로 짜서 각각 옆에 새끼 양을 한 마리씩 두었도다. 부지런히 일을 마친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잡아먹었으며, 식사를 마친 후 살찐 양 떼를 몰아냈느니라. 그는 마치 화살통 뚜껑을 닫듯이 쉽게 바위를 굴려 내렸으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살찐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도다.
나는 그에게 복수하고 그를 해치고 영광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느니라. 지혜낭자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로다. 나는 계획을 세웠도다. 우리 옆에는 그가 지팡이로 쓰려고 말린 커다란 감람 나무 곤봉이 서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여 우리 눈에는 마치 화물을 가득 싣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스무 개의 노가 달린 검은 화물선의 돛대처럼 보였느니라. 나는 가서 그 나무에서 약 한 패덤 정도를 잘라내어 사람들에게 주고는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옆에 서서 끝을 날카롭게 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단단하게 만들었느니라. 동굴은 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곤봉을 똥 더미 아래에 숨겼도다. 그런 다음 나는 사람들에게 누가 나와 함께 그 말뚝을 들어 올려 그가 달콤한 잠에 빠졌을 때 그의 눈에 꽂을지 제비를 뽑으라고 명령하였느니라. 제비는 내가 선택했을 법한 네 명에게 떨어졌고, 나는 그중 다섯 번째였도다.
저녁이 되자 그는 암수 양 떼를 모두 넓은 동굴 안으로 몰아넣고 바깥 마당에는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아니하였느니라. 아마도 무언가를 의심하였거나, 아니면 신께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셨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돌을 집어 문으로 삼고 앉아서 양과 염소의 젖을 차례로 짜고 새끼들을 젖먹이게 하였도다. 그의 일이 끝나자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저녁 식사로 먹었느니라.
내가 다가가 담쟁이덩굴로 만든 잔에 포도주를 가득 담아 그에게 건네며 이르되,
“여기, 독안거인여! 자네는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니 이제 포도주를 좀 마시고 우리 배에 실린 상품도 맛보게 하네. 자네가 나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를 바라며 거룩한 제물로 가져왔네. 그러나 자네는 누구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분노하고 있네. 우리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였는데 더 많은 손님을 기대하는 건가?”
그는 달콤하고 맛있는 포도주를 받아 마셨으며, 포도주가 마음에 들어 더 달라고 하였도다.
“한 잔 더! 그리고 자네 이름을 말해 보게. 자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손님 대접하겠네. 우리 백성은 포도주가 있네. 상제의 비로 풍족하게 자란 우리 땅에서 포도송이가 자라나네.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음식인 넥타르이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포도주를 한 잔 더 주고, 또 두 잔을 더 주었느니라. 그는 어리석게도 그 포도주를 모두 마셨도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이르되,
“독안거인여, 내 이름을 물었으니 알려 주리라. 그러면 네가 약속한 환대를 베풀어라. 내 이름은 노만이라. 내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나를 노만이라 부르느니라.”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대답하되,
“나는 노만을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라. 먼저 다른 사람들을 먹을 것이니, 그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로다.”
그러자 그는 쓰러져 거대한 목이 비뚤어진 채 그대로 누워 있었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도다. 술에 취해 무거워진 그는 목구멍에서 포도주와 사람의 살덩이를 토해내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창을 숯불에 꽂아 달구면서 부하들에게 이르되,
“용감하게 행동하라!”
나는 그들 중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 않기를 바랐도다. 불길은 곧 푸른빛을 띤 감람 창에 옮겨붙었고, 창은 끔찍하게 타올랐느니라. 나는 재빨리 불길에서 창을 낚아챘으며, 내 부하들은 굳건히 서 있었도다. 마치 신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듯하였느니라. 그들은 끝이 날카로운 감람 창을 집어 그의 눈에 꽂았으며, 나는 그 위에 올라타서 마치 배를 만들 때 나무에 구멍을 뚫듯이 창을 돌렸도다. 아래에서는 작업자들이 양쪽 끝에 끈을 매달아 드릴을 돌리고 있었느니라. 그렇게 창이 빙글빙글 돌아가자, 우리도 불처럼 날카로운 창을 그의 눈에 꽂아 돌렸도다. 그의 피가 말뚝 주위로 쏟아져 나왔고,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눈꺼풀과 눈썹을 지글지글 태우고 눈 뿌리를 태웠느니라. 마치 대장장이가 도끼나 자귀를 얼음물에 담가 단련할 때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쇠가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도다. 그의 눈알도 창에 부딪히며 바스락거렸느니라.
그러자 그는 끔찍하게 울부짖었고, 바위들이 그의 비명 소리에 휩싸였도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느니라. 그는 솟구치는 피로 흠뻑 젖은 눈을 뽑아냈으며,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창을 던져버리고, 주변의 바람 부는 절벽 위 동굴에 사는 독안거인들에게 소리쳤도다.
그들은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 가까이에 서서 외치되,
“폴리페무스! 무슨 일이냐? 심하게 다쳤느냐? 왜 거룩한 밤에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느냐? 누군가 네 가축을 훔치거나, 속임수나 폭력으로 너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동굴 안에서 힘센 폴리페무스가 대답하되,
“친구들이여! 아무도 나를 폭력이 아니라 속임수로 죽이려 하고 있느니라.”
그들의 말이 그에게 되돌아왔도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았다면, 너는 완전히 혼자로다. 위대한 상제께서 너를 병들게 하셨으니, 어쩔 수 없느니라. 위대한 해신 신이시여, 당신의 아버지께 기도하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떠났고, 나는 내 이름, 곧 ‘아무도’라는 계략이 그를 어떻게 속였는지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도다.
독안거인은 고통에 신음하며 힘겹게 더듬어 문돌을 빼내고는 양 떼와 함께 나가는 자를 잡으려고 팔을 뻗은 채 입구에 앉았느니라. 아마 그는 내가 완전히 바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전략을 짜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나와 내 부하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이로다. 나는 온갖 계략과 교활한 계략을 꾸몄느니라. 위험이 코앞에 닥쳤고, 생사가 달린 문제였도다.
내가 생각해 낸 최고의 생각은 이것이었느니라. 털이 두껍고 잘 익은, 보라색처럼 검은 숫양들이 있었으며, 모두 크고 훌륭한 동물들이었도다. 그래서 나는 독안거인이 침대로 쓰던 밧줄로 그 숫양들을 조용히 묶었느니라. 나는 숫양들을 세 마리씩 묶어 가운데 양 아래에 한 명씩, 양쪽에 한 명씩 사람을 세워 내 부하들을 구해 내었도다. 무리 중에서 가장 늠름한 숫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녀석의 등을 붙잡고 털북숭이 배 아래에 몸을 웅크린 채 털에 매달렸느니라. 의지의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었으며, 우리는 비참하게 날이 밝기를 기다렸도다.
이른 새벽, 장밋빛으로 물든 손길이 모습을 드러내자 숫양들은 모두 풀을 뜯어 먹고 싶어 뛰어올랐느니라. 암양들은 젖을 짜지 못해 젖통이 터질 듯이 가득 찬 채 우리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도다. 주인은 몸이 약해지고 고통에 지쳐 있었으나, 숫양들을 줄 세우면서 각각의 등을 더듬어 보았느니라. 그러나 털북숭이 배 아래에 묶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였도다. 마지막으로 덩치가 큰 숫양이 털과 나, 곧 영리한 사기꾼을 매달고 밖으로 나왔느니라.
힘센 폴리페무스는 그 숫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묻되,
“사랑스러운 숫양아, 오늘은 왜 동굴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거냐? 평소에는 이렇게 느리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어린 양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여린 꽃을 뜯어 먹고, 초원을 뛰어다니고,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가장 먼저 양 우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지. 그러나 이제 너는 가장 마지막이 되었구나. 주인님의 눈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구나. 그 사악한 놈이, 그의 비열한 부하들을 동원해 나를 술에 취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하였느니라. 노먼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나처럼 말할 수만 있다면, 나를 두려워하며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러면 내가 그놈의 머리를 바위에 내리쳐 동굴 곳곳에 흩뿌려 그 못된 노먼이 가져온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숫양을 밖으로 밀어내었도다. 우리는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말을 타고 갔으며, 나는 먼저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나서 부하들의 밧줄도 풀었느니라. 우리는 주인님의 살찐 가축들을 훔쳐 달아났고, 배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았도다.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은 친구들인 우리를 보고 기뻐하였으나,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울었느니라. 나는 그들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명령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섭게 노려보았도다. 나는 그들에게 양털 뭉치를 배에 싣고 배를 저어 바닷물 속으로 나가라고 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하얗게 바싹 마른 바다에 노를 저었도다.
내가 고함 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갔을 때, 나는 뒤돌아 야유를 퍼부었느니라.
“이봐, 독안거인! 바보여! 네 동굴에 갇힌 선원들은 불쌍하고 약한 자들의 것이 아니었어. 자업자득이지! 네 손님을 잡아먹다니 부끄러움도 없구나! 상제와 다른 신들이 네게 벌을 내리는 것이로다.”
내 조롱에 그는 더욱 화가 났도다. 그는 언덕에서 바위를 뽑아 우리에게 던졌으며, 바위는 우리 배의 어두운 뱃머리 바로 앞에 떨어져 키를 잡는 노 끝을 거의 부숴 버릴 뻔하였느니라. 돌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파도가 밀려왔으며, 갑자기 밀려오는 물살이 배를 육지 쪽으로 밀어내고 부풀어 오른 물은 우리를 함께 밀어내었도다. 나는 길고 큰 장대를 잡고 배를 밀어내었으며, 부하들에게 “목숨을 구하려면 빨리 노를 저어라!”라고 소리치며 고개를 끄덕여 재촉하였느니라. 그들은 몸을 굽혀 노를 젓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바다를 두 배나 더 건너갔도다. 그때 나는 다시 그를 불렀느니라.
내 선원들은 내게 그만하라고 애원하며 간청하되,
“제발! 진정하소서!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이 야만인을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그가 돌을 던져 우리 배를 육지로 밀어냈지 않사옵니까. 우리는 죽을 뻔하였나이다. 만약 그가 우리 말을 들었다면, 날카로운 돌을 던져 우리 머리와 나무 배를 부숴 버렸을 것이옵니다. 그는 정말 세게 던지옵니다!”
그러나 내 냉혹한 마음은 설득되지 아니하였도다. 나는 여전히 분노에 차서 다시 소리치되,
“독안거인! 만일 어떤 필멸자가 당신의 눈이 어떻게 잘리고 멀어졌는지 묻는다면, 이탁도에 사는 도시 약탈자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 당신의 시력을 잃게 하였다고 말하십시오!”
그는 신음하며 말하되,
“예언이로다!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우리 백성 가운데 에우리모스의 아들 텔레무스라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살았는데, 그는 우리에게 점을 치며 여생을 보냈느니라. 그는 오지수의 손길이 내 눈을 멀게 할 거라고 예언하였도다. 나는 늘 키 크고 잘생긴, 힘과 용기를 가진 남자가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이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하였구나. 술에 취해 나를 홀린 것이로다. 자, 오지수, 어서 오시오. 내가 선물을 드리고 해신 신께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리라. 나는 그의 아들이요, 신은 나를 아버지로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시느니라. 그가 원한다면 나를 고쳐 줄 것이나, 다른 누구도, 신도 인간도 그를 고칠 수 없느니라.”
그가 이 말을 하자 나는 그에게 대답하되,
“내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 지하 세계인 염라국의 집으로 보내 버릴 수만 있다면, 지진의 신조차도 당신을 고쳐 줄 수 없을 것이로다.”
그러나 그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기도하되,
“들으소서, 대지를 흔드는 푸른 머리의 해신 신이시여, 저를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시고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소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소서. 만약 그가 가족을 만나게 된다면, 늦게, 명예도 없이, 고통 속에, 배도 없이,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그리고 그의 집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하소서.”
푸른 해신은 아들의 기도를 들어 주었도다. 폴리페무스는 이전보다 훨씬 큰 바위를 들어 올려 휘두른 다음, 엄청난 힘으로 던졌느니라. 그 작은 공은 우리 키 바로 옆에 떨어져 바다에 첨벙 떨어졌으며,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배를 밀어 반대편 해안으로 향하게 하였도다.
우리는 배가 정박해 있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선원들은 울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내린 다음, 독안거인에게서 훔쳐 온 양들을 배의 선창에서 꺼내 공평하게 나누어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주었느니라. 그런데 양 떼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 선원들은 독안거인이 가장 아끼는 숫양을 나에게만 주었도다. 나는 해변에서 그 숫양을 도살하여 어둠의 구름의 신이자 온 세상의 주인인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에게 바쳤으며, 허벅지를 불태웠느니라. 그러나 신은 내 제물을 외면하고 내 모든 배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파멸시키려 하셨도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를 먹고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느니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서 잠이 들었도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깨워 배에 올라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느니라. 그들은 재빨리 복종하여 모두 질서정연하게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도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항해를 계속하였느니라.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친구들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도다.
==제10권 바람과 마녀==
「우리는 불멸의 신들이 모두 사랑하는 아이올로스의 떠다니는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섬 주변의 가파른 절벽에는 난공불락의 단단한 청동 성벽이 뻗어 있었나이다. 그의 궁전에는 열두 명의 자녀가 살고 있었으니, 건장한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이었나이다. 그는 형제자매끼리 결혼을 주선하였나이다. 그들은 부모와 함께 항상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잔치는 끝이 없었나이다. 낮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궁궐은 소리로 가득하였나이다. 밤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담요가 쌓인 밧줄 침대에서 잠을 청하였나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요새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환영하고 한 달 동안 머물게 해 주었으며, 토래성과 아르고스 배들,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소식을 물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나를 보내 달라 말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나를 돕기로 하고 소가죽 자루를 주면서 그 안에 거센 바람을 묶어 두었나이다. 크로노스의 아들인 상제는 그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였나이다.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는 마음대로 바람을 멈추거나 일으킬 수 있었나이다. 그는 빛나는 은실로 자루를 내 곡선형 배에 단단히 묶어 아무리 작은 바람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였고, 제피로스 신에게 바람을 불어 우리 배와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다 달라 부탁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아니하였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었나이다.
아홉 밤낮으로 항해한 끝에 열흘째 되는 날, 고향 땅이 눈앞에 나타났나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였나이다. 나는 지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나이다. 내가 키를 잡고 있으면 더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내가 잠든 사이에 선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나이다. 위대한 아이올로스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는 것이었나이다. 은과 금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나이다. 각자 옆 사람을 쳐다보며 불평하였나이다.
『우리가 항해하는 곳마다 모두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군. 게다가 토래성을 약탈해서 가져온 전리품도 가지고 있잖아. 우리는 그와 함께 항해하였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이제 아이올로스가 이런 친절한 선물을 주다니.』
그에게 말하였나이다.
『서둘러라, 자루를 열어 얼마나 있는지, 은이 얼마나 있는지, 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끔찍한 생각이 그들을 사로잡았나이다. 그들은 그대로 하였나이다. 자루를 열자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나이다. 갑작스러운 파도가 우리를 덮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나이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고, 저는 잠에서 깨어나 배에서 뛰어내려 익사할지, 아니면 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살아남을지 고민하였나이다. 저는 참고 얼굴을 가리고 갑판에 누웠나이다. 폭풍우가 몰아쳐 배들을 다시 위대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들은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항아리에 물을 채웠고, 남자들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나이다.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노비 한 명과 선원 한 명을 데리고 아이올로스를 만나러 갔나이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나이다. 우리는 들어가 문설주 옆에 앉았나이다. 그들은 깜짝 놀라 물었나이다.
『어찌하여 왔느냐. 또 왔느냐. 운이 나빴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는 분명히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고, 당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에 도착하도록 하려 하였느니라.』
나는 슬프게 대답하였나이다.
『제 부하들과, 우리를 망쳐 놓은 고집스러운 잠을 탓하십시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당신들은 모든 것을 바로잡을 힘이 있나이다.』
나는 이 말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를 바랐으나, 그들은 침묵하였나이다. 그때 아버지가 소리쳤나이다.
『나가라. 이 역겨운 놈아, 내 섬에서 나가라. 당장. 신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는 사람을 내가 데려다 주는 것은 옳지 아니하다. 이 저주받은 놈아, 감히 여기에 오다니. 나가라.』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궁전에서 쫓아냈나이다. 우리는 낙담한 채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선원들은 노 젓는 고통에 지쳐 갔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순풍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밤낮으로 노를 저었고, 이레째 되는 날, 우리는 라에스트리고니아, 즉 절벽 위의 텔레필루스 마을에 도착하였나이다. 라모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은 나가는 다른 목동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나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소를 몰고 흰 양을 방목하며 두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나이다. 낮과 밤의 길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유명한 항구에 도착하였나이다. 양쪽으로 해안선이 튀어나와 거의 만나 좁은 입구를 이루고 있었나이다. 그곳에는 파도가 전혀 치지 아니하였나이다. 작은 파도조차도 없었나이다. 온통 하얀 고요함뿐이었나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배를 항구 안에 빽빽하게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유일하게 배를 항구 밖에 정박하기로 하였나이다. 멀리 떨어진 바위에 밧줄을 묶고 배에서 내려 바위를 기어올라 정찰하였나이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외에는 소나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뽑아 이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빵을 먹는지 알아보라 보냈나이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산에서 나무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다니는 매끄러운 길을 따라 걸었나이다. 그들은 도시로 향하였나이다. 마을 앞에서 물을 긷고 있던 한 소녀를 만났나이다. 소녀는 마을 전체의 수원지인 아르타키 샘으로 가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라이스트리고니아 왕 안티파테스의 건장한 딸이었나이다. 그들은 소녀에게 왕과 백성들에 대해 물었나이다. 소녀는 곧바로 그들을 아버지의 높은 지붕의 궁전으로 데려갔나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산처럼 큰 여자가 있었나이다. 그들은 경악하고 충격을 받았나이다. 거인은 즉시 남편인 왕을 회의장에서 불러냈나이다. 왕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하였고, 한 명을 붙잡아 잡아먹었나이다. 나머지 두 명은 배로 도망쳤나이다.
왕의 외침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나이다. 그 소리를 듣고 거대한 라에스트리고니아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거인이었나이다. 그들은 사람이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바위를 절벽에서 우리에게 던졌나이다. 배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 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나이다. 그들은 마치 물고기를 잡듯이 사람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나이다. 끔찍한 만찬이었나이다.
그들이 항구 안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동안, 나는 칼을 뽑아 검은 뺨을 가진 내 배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나이다.
『위험에서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도망쳐라.』
그들은 죽음이 두려워 두 배로 노를 저었나이다. 내 배는 운 좋게도 깎아지른 절벽 너머 바다에 도달하였나이다. 만에 갇힌 나머지 배들은 모두 전멸하였나이다. 우리는 슬픔에 잠겨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으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나이다.
우리는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의 고향인 아이아이아에 도착하였나이다. 키르케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며, 파멸을 꿈꾸는 아이테스의 누이였나이다. 그 둘은 필멸의 존재들을 비추는 태양과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의 자식이었나이다. 어떤 신의 인도를 받아 우리는 조용히 항구로 표류하여 배를 정박하였나이다. 이틀 밤낮으로 우리는 지쳐 쓰러질 듯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나이다.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창과 날카로운 칼을 들고 배에서 내려 높은 곳으로 달려가 인간의 흔적을 찾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나이다. 바위 위로 올라가 보니 키르케의 궁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나이다. 땅에서 숲과 덤불 사이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나이다. 연기를 보았으니 내려가서 조사해 봐야 할지 고민하였나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변과 배로 돌아가 부하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정찰을 나가기로 하였나이다.
배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떤 신이 외로운 나를 불쌍히 여겨 크고 뿔이 우뚝 솟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를 내 앞길에 보내 주었나이다. 그 사슴은 숲에서 내려와 강물을 마시러 왔는데, 날씨가 매우 더웠나이다. 나는 그 사슴의 등 한가운데를 찔렀나이다. 내 청동 창이 그를 꿰뚫었나이다. 사슴은 신음하며 흙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영혼은 떠나갔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밟고 청동 창을 뽑아 땅에 버려 둔 채, 나뭇가지와 끈을 꺾어 한 패덤 길이의 밧줄을 만들어 꼼꼼하게 매듭지어 그 거대한 동물의 발굽을 묶었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등에 메고 어두운 배로 내려갔나이다. 사슴이 너무 커서 한쪽 어깨에 짊어질 수 없었기에, 나는 창을 짚고 내려갔나이다. 나는 그를 배 앞에 내려놓고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넸나이다.
『친구들이여. 비록 슬프나, 우리는 운명의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자, 배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으니 굶지 말자. 이제 먹을 시간이다.』
그들은 재빨리 내 말에 따랐고, 얼굴에서 장포를 내렸나이다. 그리고 해변에 누워 있는 커다란 사슴을 보고 놀라워하였나이다. 정말 거대하였나이다. 그들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씻고 훌륭한 식사를 준비하였나이다. 그렇게 우리는 해 질 때까지 풍성한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새벽의 손가락처럼 장미꽃이 다시 피어났나이다. 나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친구들이여, 슬픔에 잠겨 있더라도 내 말을 들어라. 우리는 어둠이 어디에 있는지, 새벽이 어디에 있는지,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땅속으로 어디로 사라지는지, 어디에서 다시 떠오르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처한 곤경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는 바위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땅은 낮다. 나는 숲과 빽빽한 덤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가라앉았나이다. 그들은 모두 라이스트리고니아인들과 그들의 왕 안티파테스에게 일어났던 일, 그리고 거대한 독안거인이 사람들을 잡아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들은 통곡하며 눈물을 쏟아냈나이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은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두 무리로 나누었나이다. 나는 한 무리를 이끌고, 신과 같은 에우리로코스에게 다른 무리를 이끌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청동 투구에 제비를 뽑았는데, 에우리로코스의 제비가 나왔나이다. 그래서 그는 스물두 명의 부하들과 함께 울면서 떠났나이다. 나와 함께 남은 사람들도 울고 있었나이다.
숲속 공터 안에서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로 높은 기초 위에 지어진 키르케의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집 주위에는 키르케가 약물로 길들인 산늑대와 사자들이 있었나이다. 동물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친근하게 모여들었나이다. 마치 주인이 저녁 식사 후 간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개들이 주인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긴 꼬리를 흔들며 다정하게 다가왔나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무시무시한 늑대와 사자들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나이다. 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나이다.
그들은 집 밖에 서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신 키르케였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베를 짜고 있었는데, 마치 여신이 빚어내는 듯한 정교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나이다. 그러자 나의 가장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동료들의 지도자인 폴리테스가 이르되,
『친구들아, 저 안에서 누군가 거대한 베틀에서 직물을 짜고 노래를 부르는데, 바닥이 울려 퍼질 정도이다. 아마 여자이거나 여신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불러오자.』
그들은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즉시 와서 빛나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들였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만은 속임수를 의심하여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의자에 앉히고 보리, 치즈, 황금 꿀을 프람니아 포도주와 섞어 물약을 만들었나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향을 완전히 잊게 하는 강력한 약을 넣었나이다. 그들은 그 혼합물을 마셨나이다. 그런 다음 그녀는 마법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쳐 돼지우리에 가두었나이다. 그들은 몸과 목소리, 머리카락이 돼지로 변하였으나, 정신은 그대로였나이다. 그들은 감금되자 비명을 질렀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돼지들이 진흙탕에서 파헤치며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와 산딸기를 던져 주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우리 검은 배로 달려와 친구들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는 말을 하려 하였으나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하였나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찢어지는 듯하였나이다. 놀라서 우리는 모두 그에게 물었나이다. 마침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였나이다.
『오지수여, 당신의 명령대로 우리는 숲 속으로 들어갔나이다. 숲속 공터에서 우리는 윤이 나는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높은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인인지 여신인지 모를 누군가가 베틀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나이다. 제 친구들이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초대하였나이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들은 그녀를 따라 들어갔나이다. 그러나 저는 무슨 속임수일까 두려워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때 갑자기 그들은 모두 사라졌나이다. 나는 잠시 그곳에 앉아 지켜보고 기다렸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은장검을 등에 메고 활을 집어 들고 그에게 이르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시오.』
그는 내 무릎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나이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보내지 마시오. 여기 있게 해 주소서. 당신은 그들을 데려올 수 없고, 그렇게 하려다가는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옵니다. 서둘러 주소서, 이 사람들과 함께 탈출해야 하나이다. 우리에게는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나이다.』
나는 이르되,
『당신은 배 옆에서 먹고 마시며 지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야 하나이다. 저는 이 일을 해야만 하나이다.』
나는 배와 해안을 떠나 신성한 숲길을 가로질러 걸어 올라갔나이다. 마녀 키르케의 큰 저택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나이다. 그는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하는 가장 귀여운 사춘기 소년 같았나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이르되,
『어찌하여 혼자 이 언덕을 넘었느냐. 불쌍한 자여, 자네는 이곳을 알지 못하는군. 자네 부하들은 키르케의 집에서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혔네. 자네가 그들을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하려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네도 그들과 함께 여기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네. 자, 키르케의 집에 들어갈 때 자네를 지켜 줄 해독제를 받아 가게. 이제 내가 키르케의 모든 치명적인 주문과 계략을 알려 주겠네. 그녀는 자네에게 독이 섞인 물약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자네는 내가 준 약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법은 자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긴 지팡이로 자네를 공격하면, 날카롭게 갈린 검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이 달려들게. 그녀는 자네를 두려워하며 자네에게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라 할 것이다. 그녀에게 저항하지 말게.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자네는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신들을 걸고 맹세하라 전하게. 다시는 너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옷을 벗고 있을 때 그녀가 너를 해쳐 남자를 무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밝고 변덕스러운 신은 땅에서 식물 하나를 뽑아 내게 보여 주었나이다. 뿌리는 검은색이고 꽃은 우유처럼 하얬나이다. 신들은 이 식물을 몰리라고 불렀나이다. 필멸의 인간은 이 식물을 캐내기 어려우나, 신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나이다. 그런 다음 헤르메스는 숲이 우거진 섬을 지나 높은 오림산으로 날아갔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집으로 들어갔나이다. 걸어가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나이다. 나는 문간에 서서 그녀를 보았나이다. 땋은 머리를 한 아름다운 키르케였다. 내가 부르자 그녀는 듣고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였나이다. 나는 초조하게 그녀를 따라갔나이다. 그녀는 나를 발판이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은장식 의자로 안내하였나이다. 그녀는 금잔에 나를 위해 음료를 섞고 약을 넣었나이다. 그녀는 나에게 해를 끼치기를 바랐나이다. 나는 그것을 마셨으나 마법은 통하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내리치며 이르되,
『이제 가거라. 돼지우리로 나가서 네 부하들과 함께 누워라.』
그러나 나는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칼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달려들었나이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피하였고, 내 무릎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물었나이다.
『당신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의 도시는 어디이옵니까. 당신의 부모는 누구이옵니까. 내 물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나이다. 다른 어떤 남자도 그것을 마시고 마법의 유혹을 견뎌 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다르나이다. 당신의 마음은 마법에 걸리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틀림없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오지수일 것이옵니다. 황금 지팡이를 든 밝게 빛나는 헤르메스가 당신이 빠른 배를 타고 토래성에서 이곳으로 항해해 올 것이라 여러 번 말해 주었나이다. 이제 칼을 칼집에 넣고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시오.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키르케여, 내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놓고, 나를 유혹해서 잠자리에 들자 한 다음, 내 용기와 남성성을 빼앗으려 하다니, 어찌 내게 당신을 부드럽게 대하라 명령할 수 있소. 당신이 다시는 나를 해치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과 잠자리에 들지 않겠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즉시 내가 요구한 대로 맹세하였나이다. 그녀는 맹세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키르케의 눈부신 침대로 올라갔나이다.
그동안 그녀의 시녀 네 명이 궁궐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들은 샘과 숲,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는 신성한 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었나이다. 한 시녀가 의자 위에 보라색의 고운 천을 깔고 그 아래에 돌을 놓았나이다. 각 의자 옆에는 또 다른 하녀가 은으로 된 탁자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금으로 된 바구니를 올려놓았나이다. 세 번째 하녀는 은그릇에 달콤하고 기분 좋은 포도주를 섞어 금잔에 따랐나이다. 네 번째 하녀는 물을 가져와 커다란 삼각대 아래에 불을 지펴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나이다. 구리 가마솥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나를 욕조로 데려가 머리와 어깨를 씻어 주었나이다. 내 영혼을 짓누르는 깊은 피로를 없애 주기 위해 완벽한 온도로 맞춘 물을 사용하였나이다. 목욕 후, 그녀는 내 피부에 기름을 바르고 고운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리고 은으로 장식된 정교하게 조각된 의자로 나를 안내하고 그 아래에 발판을 놓아 주었나이다. 또 다른 하녀는 금으로 된 물병에 물을 가져와 은그릇에 부어 내 손에 부어 주었나이다. 그녀는 근처에 윤이 나는 탁자를 차려 놓았나이다. 요리사는 빵을 가져와 푸짐한 음식을 차려 놓았고, 키르케는 나에게 먹으라 하였나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나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나이다.
키르케는 내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아니하고 슬픔에 잠겨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 곁에 서서 물었나이다.
『오지수여, 어찌하여 그렇게 말없이, 마치 벙어리처럼 앉아서 속을 게워내며 연회 음식도 술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억하건대, 나는 이미 맹세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이르되,
『키르케여, 안 됩니다. 어떤 양심적인 사람이 자기 부하들을 직접 보고 풀어 주기 전에 음식을 맛보거나 술을 마실 수 있겠나이까. 그렇게 먹고 마시라 하신다면, 그들을 풀어 주소서. 그래야 내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키르케는 지팡이를 든 채 연회장을 나와 돼지우리를 열고 그들을 쫓아냈나이다. 그들은 여전히 살찐 멧돼지처럼 크고 다 자란 모습이었나이다. 그들은 키르케 앞에 섰나이다. 위엄 있는 키르케는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각각에게 새로운 약을 발랐나이다. 그 약 때문에 그들의 몸에는 굵은 돼지털이 돋아났나이다. 뻣뻣했던 털이 모두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남자들이었는데, 전보다 젊고 훨씬 잘생기고 키도 컸나이다.
그때 그들은 저를 알아보았나이다. 각자 저를 꼭 껴안고 절망에 빠져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집안은 시끌벅적하였고, 심지어 아내조차도 그들을 불쌍히 여겼나이다. 아내는 제게 다가와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내시나이다. 이제 바닷가에 있는 당신의 빠른 배로 가시오.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당겨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으로 옮기시오. 그런 다음 충성스러운 부하들과 함께 돌아오시오.』
제 마음은 동의하였나이다. 저는 해안에 있는 제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배 옆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엉엉 울고 있었나이다. 마치 소떼가 목초지에서 마당으로 돌아올 때처럼, 어린 암소들이 우리에서 뛰쳐나와 어미에게 달려가고, 어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울부짖는 것 같았나이다. 그래서 내 부하들은 나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였고, 마치 고향인 험준한 이탁도 땅,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나이다. 흐느끼며 그들은 외쳤나이다.
『오, 주인님이여.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마치 우리 고향 이탁도로 돌아온 것 같나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이르되,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려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에 넣어 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서둘러 나와 함께 가서 키르케 여신의 성소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보라. 그들은 영원히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믿었으나, 에우리로코스는 경고하되,
『바보들아. 어찌하여 거기로 가려 하느냐.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길을 택하여 키르케의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 그곳에서 그녀는 우리 모두를 돼지나 늑대, 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의 웅장한 집을 지키도록 강요할 것이다. 독안거인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기억하느냐. 우리 친구들은 이 무모한 군주와 함께 그의 집에 갔느니라. 그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두 죽었느니라.』
그 순간, 나는 튼튼한 허벅지에 숨겨 둔 긴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어 땅에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나이다. 비록 그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말이다. 그때 부하들이 나를 말리며 이르되,
『안 됩니다, 왕이시여, 제발 그를 보내 주소서. 그가 여기 남아서 배를 지키도록 하소서. 저희가 왕을 따라 키르케의 성지로 가겠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거기에 머물지 아니하고, 내 꾸지람이 두려워 왔나이다.
그동안 키르케는 다른 사람들을 풀어 주고, 자신의 집에서 그들을 부드럽게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나이다. 그리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혔나이다. 우리는 연회장에서 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남자들은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 보자 울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흐느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나이다. 여신은 내 옆에 서서 이르되,
『왕이시여, 영리한 오지수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시여, 이제 이 슬픔을 부추기지 마시오. 나는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이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에서, 그리고 육지에서 적대적인 사람들로부터 큰 고통을 겪었음을 아나이다. 그러나 이제 먹고 마실 시간이다. 이탁도를 떠날 때 가졌던 열정을 되찾아야 하느니라. 당신은 지치고 상심하여 항상 고통과 방황에만 사로잡혀 있나이다. 마음속으로 기쁨을 느껴 본 적이 없나이다. 너희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 냈느니라.』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매일 그곳에서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나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긴 하루하루가 흘러가자,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나를 불러 이르되,
『신들의 인도를 받으소서. 이제 조국을 생각할 때이옵니다. 당신들이 살아남아 높은 지붕의 집과 조상의 땅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말이옵니다.』
내 전사의 영혼은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 잔치에 앉아 있었나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그들은 어둑한 궁전 안에서 잠자리에 들었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화려한 침대로 가서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의 무릎을 만졌나이다. 여신은 내 기도를 들었나이다.
『키르케여,』 나는 이르되, 『저를 고향으로 보내겠다는 당신의 맹세를 지켜 주소서. 이제 제 마음은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제 부하들도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당신이 부재중일 때마다 그들은 끊임없는 탄식으로 저를 지치게 하나이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하였나이다.
『레르테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왕 오지수여, 모든 도전을 극복한 자여, 당신은 원치 않게 제 집에 머물 필요가 없나이다. 그러나 먼저 다른 여정을 완수해야 하나이다.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예언자이자 눈먼 티레시아스에게 조언을 구하시오. 페르세포네는 죽어서도 그에게만 완전한 통찰력을 주었나이다. 다른 영혼들은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 뿐이옵니다.』
그 말에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침대에 앉아 울었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과 빛나는 태양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잃었나이다. 흐느껴 울고 슬픔에 잠겨 뒹굴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이르되,
『그러나 키르케여, 누가 이 여정을 안내해 줄 수 있나이까. 이전에는 아무도 배를 타고 염라국으로 간 적이 없나이다.』
그러자 여신이 즉시 대답하였나이다.
『오지수 왕이시여, 당신은 지혜로우시나이다. 배를 조종할 조종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하얀 돛을 펼치고 자리에 앉으시오. 북풍이 배를 밀어 줄 것이옵니다. 대양을 건너면 버드나무가 시들어가는 열매를 떨어뜨리고 페르세포네의 숲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가 자라는 해안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깊고 소용돌이치는 대양에 배를 묶고 염라국의 넓은 거처로 가시오. 피리플레게톤과 스틱스의 지류인 코키토스는 모두 아케론 강으로 흘러 들어가나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바위 옆에서 울려 퍼지나이다. 용감한 사람이여, 그곳으로 가서 폭과 길이가 각각 한 규빗인 구덩이를 파고 그 주위에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을 부으시오. 먼저 꿀물을 붓고, 그 다음에는 단 포도주를, 마지막으로는 물을 부으시오. 보리를 뿌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에게 간청하시오. 이탁도의 황량한 땅에 이르면, 네 궁전에서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 한 마리를 잡아 불에 쌓아 올리고, 티레시아스에게만 네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수한 검은색 숫양 한 마리를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라. 모든 유명한 죽은 자들에게 기도한 후,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암양 한 마리를 도살하여 에레보스에게 보내되, 너 자신은 세차게 흐르는 강 쪽으로 돌아서라. 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런 다음 네 부하들에게 잔혹한 청동기에 의해 죽은 양들의 가죽을 벗기고, 강력한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며 불태우라 하라. 그리고 칼을 뽑아 앉으라. 티레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무도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예언자가 곧 와서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건너는 너의 여정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황금빛 옥좌에 새벽빛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키르케는 내게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여신은 섬세하고 고운 천으로 만든 긴 흰 드레스를 입고 금빛 허리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베일을 쓰고 있었나이다.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불렀나이다. 나는 각 부하 옆에 서서 말로 그들을 깨웠나이다.
『일어나라. 이제 더 이상 달콤한 잠에 빠져 있지 마라. 가야 한다. 여신께서 지시를 내리셨느니라.』
그들은 내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나는 부하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갈 수 없었나이다. 가장 어린 엘페노르라는 부하가 있었는데, 그는 전쟁에 그다지 용감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다지 영리하지도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술에 취해 시원함을 찾으려고 키르케의 집 높은 곳에 동료들과 떨어져 누워 있었나이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와 분주한 소리, 친구들의 움직임을 듣고는 높은 사다리를 내려가는 것을 잊고 재빨리 벌떡 일어섰나이다. 그는 지붕에서 곤두박질쳐 떨어져 척추 바로 위에서 목이 부러졌나이다. 그의 영혼은 염라국으로 내려갔나이다.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르되,
『아마도 당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겠으나,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영혼인 티레시아스를 만나야 한다 말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나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옷을 찢었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애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우리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있는 우리의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펑펑 흘렸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와서 검은 암양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를 배 옆에 묶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사라졌나이다. 신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누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겠나이까.
==제11권 저승==
이에 우리는 바다에 이르러 먼저 반짝이는 소금물에 배를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양들을 배에 올렸도다.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눈물을 쏟아 내었느니라.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가 우리에게 바람을 보내어 돛을 가득 채우게 해 주었으며, 순풍이 짙푸른 뱃머리 뒤에서 우리를 인도하였도다. 우리는 장비를 정비하고 자리에 앉으니, 바람과 항해사가 우리의 항로를 곧게 인도하였느니라.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니, 우리는 깊이 흐르는 대양의 끝자락, 키메리아인들이 살고 도시를 세운 곳에 이르렀도다. 그들의 땅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빛나는 태양신은 별이 빛나는 하늘로 떠오를 때나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올 때나 결코 그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지 아니하였느니라. 그곳의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파괴적인 밤이 세상을 뒤덮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양들을 몰아낸 다음, 여신이 우리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던 대양의 물줄기를 찾아 나섰느니라.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가 제물을 바치니, 나는 칼을 뽑아 가로세로 한 길의 구덩이를 파고 죽은 자들을 위해 제물을 부었도다. 먼저 꿀물을 붓고, 달콤한 포도주를 붓고,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으며, 그 위에 보리를 뿌리고, 고향에 돌아가면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가장 좋은 어린 암소를 제물로 바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로 제단을 높이 쌓겠다고 엄숙히 맹세하였느니라. 티레시아스를 위해서는 내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종 검은 양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렇게 맹세하며 죽은 자들을 불렀도다.
양들을 가져다가 구덩이 위에서 목을 베니 검은 피가 흘러나왔으며, 영혼들이 에레보스 산에서 올라와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십 대 소년 소녀들과 오랜 세월 고통받은 노인들, 젊은 나이에 노동으로 목숨을 잃은 신부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은 채 청동 창에 베인 많은 남자들이 있었느니라. 그들은 사방에서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구덩이 주위로 몰려들었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도다. 창백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나는 부하들을 깨워 내가 죽인 양의 가죽을 벗기고 불태우며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라고 명령하였도다. 나는 칼을 뽑아 들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섰으니,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로다.
먼저 아직 땅에 묻히지 못한 내 부하 엘페노르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우리는 다른 일에 너무 바빠서 그의 시신을 키르케의 집에 장례도 치르지 않고 남겨 두었도다. 그를 보자 나는 가엾음에 울며 이르되,
“엘페노르야, 어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네가 걸어온 것이 내가 배를 타고 온 것보다 더 빠르구나.”
그가 신음하며 대답하되,
“오지수 폐하, 폐하는 모든 상황을 잘 헤쳐나가시나이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불운하였고,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혼미해졌나이다. 키르케의 집 위층에 누워 있었는데, 지붕에서 내려올 때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나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떨어졌으며, 목이 척추에서 부러져 제 영혼은 염라국으로 떨어졌나이다. 당신이 버리고 간 부하들, 그 부재중인 자들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의 아내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 주신 아버지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그리고 집에 홀로 버려두신 당신의 아들 태명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이 염라국을 떠나 아이아이아에 다시 배를 정박할 때, 부디 저를 기억해 주소서. 저를 그곳에 묻지도 않고, 눈물도 애통함도 없이 버려두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신들께서 당신에게 노하실 것이니이다. 제 팔과 함께 저를 불태우고 회색 소금 바다 옆에 무덤을 쌓아 주소서.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저와 제 불행을 알게 될 것이니이다. 그리고 제가 살아생전에 동료들과 함께 젓던 노를 무덤에 박아 두소서.”
“가엾은 자여!” 내가 대답하되,
“이 모든 것을 하리라.”
우리는 그곳에 앉아 슬픈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나는 한쪽에서 피 묻은 칼을 꽉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 동료의 유령이 말을 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영혼이 나타났으니, 나의 죽은 어머니, 아우톨리쿠스의 딸 안티클레이아를 보았도다. 나는 신성한 토래성으로 떠날 때 그녀를 살려 두었느니라. 그녀를 보자 나는 연민에 눈물을 흘렸으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티레시아스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였도다.
예언자는 황금 홀을 들고 나타났으며 나를 알아보고 이르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뛰어난 생존자시여, 불쌍한 자여, 어찌하여 태양을 버리고 죽은 자들과 기쁨 없는 이 곳을 보러 왔느냐? 이제 구덩이에서 물러나 날카로운 칼을 들어 내가 피를 마시고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자 나는 은으로 장식된 칼을 칼집에 넣었도다. 그가 탁한 피를 마신 후, 유명한 예언자가 말하되,
“오지수여,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꿀처럼 달콤하게 생각하겠으나, 신들께서는 그것을 쓰디쓰게 만들 것이니라. 해신은 당신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가라앉히지 아니할 것이로다. 당신은 고통받아야 하나, 감정을 다스린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라. 충동과 당신의 부하들에게 경고하노라. 보랏빛 심해에서 돌아서서 트린아키아 섬으로 배를 몰고 가라. 그곳에는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신, 태양신의 소유인 풀을 뜯는 소와 살찐 양들이 있느니라.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내버려 두고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만 집중한다면, 큰 손실이 있더라도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부하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니라. 만일 당신이 스스로 탈출한다면, 당신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낯선 배를 타고 지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그리고 집에는 침략자들이 당신의 식량을 먹어치우고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니라. 그때 당신은 구혼자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하리라. 당신의 궁궐 안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밖에서, 날카로운 청동 무기로 그들을 죽여야 하느니라. 그들이 죽고 나면, 당신은 떠나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를 가져다 주어야 하리라. 그들은 배의 붉은 뱃머리도, 배의 날개와 같은 노도 본 적이 없느니라.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징조를 예언하노라. 당신이 등에 짊어진 것을 키라고 부르는 여행자를 만나면, 그 노를 땅에 박고 해신에게 황소와 멧돼지를 제물로 바치라.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사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순서대로 거룩한 헤카톰을 바치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편안한 노년의 삶과 번성하는 백성을 맞이하며, 너에게 온화한 죽음이 찾아올 것이로다. 그렇게 될 것이니라.”
내가 이르되,
“티레시아스여, 신들께서 제게 이런 운명을 정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실로 말해 주소서. 저는 어머니의 영혼이 피 곁에 조용히 앉아 저에게 말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았나이다! 주님,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제가 티레시아스라는 것을 알아보시게 할 수 있으리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설명하기 쉬운 문제라. 네가 이런 영혼 중 하나를 피 곁에 오도록 허락하면, 그 영혼은 너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로다. 네가 그들을 밀어내면, 그들은 다시 떠나야 하느니라.”
그렇게 말하고 예언자 영혼 티레시아스는 염라국의 집으로 떠났도다. 나는 어머니가 와서 피를 마실 때까지 그곳에 꼼짝 않고 서 있었느니라. 어머니는 그때 나를 알아보고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이르되,
“내 아이야!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이곳은 산 사람이 보기 힘든 곳이라. 거대한 강과 무시무시한 만들이 있고, 걸어서 건널 수 없는 대양도 있느니라. 배가 필요하니라. 너는 배와 선원들을 거느리고 토래성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헤매다 온 것이냐? 아직 이탁도에 도착하지도 않았고, 집에 있는 아내도 보지 못하였느냐?”
내가 대답하되,
“어머니, 저는 예언자 영혼인 테베의 티레시아스와 상의하기 위해 염라국에 올 수밖에 없었나이다. 아직 그리스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고, 고향에도 도착하지 못하였나이다. 위대한 건웅을 따라 말의 땅 토래성으로 가서 그곳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 이후로 저는 길을 잃고 비참하게 불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말씀해 주소서.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나이까? 오랜 병으로 돌아가셨나이까? 아니면 활의 여신 아림이 부드러운 화살로 당신을 죽이셨나이까? 제가 두고 온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소서. 그들은 여전히 왕으로 존경받고 있나이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왕위를 계승하고 제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나이까? 그리고 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씀해 주소서. 그녀는 우리 아들과 함께 남아 그의 양육에 전념하고 있나이까, 아니면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 그녀와 결혼하였나이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그녀는 굳건하니라. 마음씨가 강하니라. 그녀는 여전히 당신 집에 있느니라. 밤마다 비참하게 보내고 낮에는 눈물로 지내느니라. 그러나 아무도 당신의 왕위를 찬탈하지 못하였도다. 태명은 여전히 온 영지를 무사히 돌보고 영주답게 호화롭게 잔치를 벌이며 항상 회의에 초대받느니라. 당신의 아버지는 시골에 계시니라. 도시에는 오지 않으시며, 담요와 깨끗한 시트가 깔린 제대로 된 침대에서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느니라. 겨울에는 집 안에서 불 옆에 누워 노비들과 함께 재 속에 누워 주무시고, 옷은 누더기이니라. 여름과 수확철에는 떨어진 낙엽 더미가 그의 잠자리가 되느니라. 그는 그곳에 누워 슬픔에 잠겨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시니, 그의 노년은 쉽지 아니하니라. 그래서 저도 그런 운명을 맞이하여 죽었도다. 여신이 집에서 저를 쏘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며, 병이 내 팔다리의 기력을 앗아가며 길고 잔혹한 쇠약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라. 아니, 오지수, 나의 햇살이여, 당신이 그리웠던 것이로다. 당신의 날카로운 지성과 따뜻한 마음이 내게서 달콤한 생명을 앗아갔느니라.”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영혼을 품에 안고 싶었도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느니라. 세 번이나 어머니를 만지려 애썼으나, 세 번 모두 어머니의 유령은 그림자처럼, 혹은 꿈처럼 내 품에서 떠나갔도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지며 내가 울부짖되,
“안 되옵니다, 어머니! 왜 저와 함께 있어 주지 않으시나이까? 이 지옥에서라도 저를 안아 주소서. 서로 사랑하는 팔을 감싸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위안을 찾고 싶나이다! 그러나 이분이 정말 어머니시옵니까? 아니면 여왕이 제 슬픔을 더 키우려고 유령을 보낸 것이옵니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오, 내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로다. 페르세포네가 너를 속이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이 인간이 죽으면 지켜야 할 규칙이니라. 우리의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붙잡고 있지 아니하느니라. 생명이 하얀 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타오르는 불길이 시체를 태워 버리느니라. 영혼은 날아가 버리고 곧 꿈처럼 사라지느니라. 이제 서둘러 빛을 향해 가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 훗날 당신의 아내에게 이야기하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페르세포네가 보낸 몇몇 여인들, 곧 전사들의 딸들과 아내들이 왔으며, 그들은 핏자국 주위에 몰려들었도다. 나는 그들 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계획을 세웠느니라. 나는 칼을 뽑아 그들이 한데 모여 피를 마시지 못하게 막았으며, 그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하였도다.
첫 번째는 명문가 출신의 티로였는데, 살모네우스의 딸이자 아이올로스의 아들 크레테우스의 아내였도다. 그녀는 세상에 물을 쏟아붓는 모든 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니페우스 강과 사랑에 빠졌으며, 종종 그의 아름다운 강가를 찾아갔느니라. 해신은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강어귀에서 그녀와 함께 누웠도다. 그들 주위로 산처럼 높이 솟은 짙은 푸른 파도가 굽이쳐 신과 인간 여인을 가렸느니라. 거기서 그는 그녀의 허리띠를 풀고 그녀를 잠들게 하였으며, 신은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여인이여, 이 사랑을 기뻐하라. 너는 내년에 영광스러운 자녀를 낳을 것이로다. 신과의 관계는 언제나 자손을 낳느니라. 그들을 잘 보살피고 기르도록 하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내가 누구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하리니, 나는 땅을 흔드는 해신이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도다. 그녀는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둘 다 건장한 아이들이었고 전능한 상제를 섬겼느니라. 펠리아스는 양이 풍부한 이올코스의 넓은 들판에 살았고, 그의 동생은 모래 언덕인 필성에 살았도다. 그리고 그녀는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손, 페레스, 그리고 전차를 사랑했던 아미타이온을 더 낳았느니라.
그리고 그녀 후에 나는 안티오페를 보았는데, 그녀는 상제의 품에서 잠들었다고 말하며 두 아들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도다. 그들은 일곱 개의 문이 있는 도시 테베의 최초 정착민들이었으며, 그들은 강했으나 방어 시설 없이는 드넓은 평원에서 살 수 없었느니라.
그 다음 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보았는데, 그녀는 위대한 상제에게서 용감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도다. 그리고 나는 오만한 크레온의 딸이자 불굴의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메가라를 보았느니라.
나는 무지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른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를 보았도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였으니,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와 결혼하였느니라. 신들께서 인간에게 진실을 드러내시니, 그들의 치명적인 계략을 통해 그는 고통 속에서도 테베의 카드메인들을 다스렸도다. 그러나 에피카스테는 염라국의 문을 넘어갔으며, 올가미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니라. 그녀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복수의 여신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남겼도다.
그리고 나는 오르코메노스의 미니안들을 다스리던 암피온의 막내딸 클로리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아름다웠고, 넬레우스는 그녀에게 값진 혼수를 바쳤도다. 그녀는 필성의 여왕이었고, 크로미우스, 네스토르, 페리클리메누스, 그리고 용맹한 피로를 낳았느니라. 피로는 너무나 뛰어난 용맹을 지녀 모든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였으나, 넬레우스는 필성에서 이피클레스의 고집 센 소떼를 몰아낼 수 있는 남자와만 결혼을 허락하였도다. 예언자 멜람푸스만이 유일하게 시도하였으나, 신들께서 그를 막고 저주하시니, 목동들이 그를 쇠사슬로 묶었느니라. 날과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마침내 이피클레스는 예언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풀어 주었으며, 상제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로다.
그리고 나는 틴다레우스의 아내 레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그에게 두 명의 강인한 아들, 기마병 카스토르와 권투에 능한 폴리데우케스를 낳았도다. 생명을 주는 대지는 그들을 품고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상제께서 저승에서도 그들을 존경하시니, 그들은 번갈아 살고 죽으며 신처럼 숭배받느니라.
그리고 나는 알로에오스의 아내 이피메데이아를 보았는데, 그녀는 해신과 동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도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 다 짧은 생을 마감하였으니, 오투스와 유명한 에피알테스였느니라. 비옥한 대지는 그들을 오리온 다음으로 키가 큰 영웅으로 키워 내었도다. 아홉 살 때 그들은 너비가 아홉 큐빗, 높이가 아홉 파덤에 달하였으며, 불멸의 신들에게 무시무시한 전쟁의 소음을 불러일으켰고, 오사와 펠리온 산을 나무와 잎사귀까지 모두 오림 산 높은 곳에 올려놓으려 하였느니라. 만약 그들이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나, 상제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이 그들을 죽였도다. 그들은 어린 턱에 솜털이 나기도 전에, 수염이 얼굴을 뒤덮기도 전에 죽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파이드라, 프로크리스, 그리고 위험한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를 보았도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오려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느니라. 여신 아림은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비난했을 때 디아 섬에서 그녀를 죽였도다. 그 후 마에라, 클리메네, 에리필레가 왔는데, 그녀는 황금 뇌물을 받고 남편을 죽였느니라. 제가 그곳에서 본 유명한 왕비와 딸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나이다. 거룩한 밤이 끝나기 전에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이다. 저는 선원들과 함께 배에서 자야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자야 하나이다. 저는 신들을 알고 있으니, 당신들이 제 여정을 도울 것이니이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홀에서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며 귀를 기울였도다. 흰 팔을 가진 아례희가 말하되,
“무릉도인들이여! 그를 보라! 얼마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인가! 게다가 얼마나 총명한가! 그는 나의 특별한 손님이지만, 여러분 모두 우리와 같은 영주의 지위를 공유하고 있으니 너무 빨리 그를 내쫓지 말라. 그리고 그가 떠날 때 관대하게 대해야 하느니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신들의 뜻으로 보물이 풍족하니라.”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노련한 예개우가 이르되,
“현명한 왕비께서 옳으셨나이다, 여러분. 왕비의 말씀대로 하소서. 그러나 먼저 알진오 왕께서 말씀하시고 행동하셔야 하나이다.”
왕이 이르되,
“내가 이 뱃사람들의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에는 왕비의 말씀대로 하라. 손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침까지 머물게 해 주라. 그때 모든 선물을 드리리라. 여러분 모두 그를 도우겠으나, 내가 이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으니 내가 가장 많이 도울 것이로다.”
오지수는 신중하고 재치 있게 대답하되,
“모든 백성의 왕이신 알진오 왕이시여, 만약 저에게 작별 선물을 주시고 떠나보내기 전에 이곳에 일 년 동안 머물라고 권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나이다. 보물을 가득 안고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니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존경하고 이탁도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니이다.”
알진오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세상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품고 있느니라.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기꾼과 도둑들도 많으나, 자네를 보니 그런 부류가 아니로다. 자네의 이야기에는 우아함과 지혜가 담겨 있느니라. 자네는 마치 뛰어난 시인처럼 모든 그리스인들의 고난, 그리고 자네 자신이 겪은 고통까지 이야기하였도다. 자, 이제 자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서 전쟁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겪은 친구들의 영혼을 보았는지 말해 주라. 밤은 아직 길고, 잠들 시간은 아니니라.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라! 자네가 겪었던 위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꺼이 들으리라.”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알진오 왕이시여,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이기도 하나, 잠을 잘 때이기도 하나이다.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토래성의 비명과 전투 소음을 피해 간신히 탈출하였으나, 나중에 집에서 악한 아내에게 살해당한 제 친구에 대한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성스러운 페르세포네께서 여인들의 유령을 흩어지게 하시니 그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도다. 건웅의 유령은 아이기스토스의 집에서 그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다른 이들과 함께 슬픔에 잠겨 나타났느니라. 그는 피를 마시고 나서야 저를 알아보았으며, 큰 소리로 울며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손을 뻗었도다. 필사적으로 저를 만지고 싶어 하는 듯하였으나, 그의 기력과 힘, 그리고 한때 가졌던 유연함은 모두 사라져 있었느니라. 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쌍히 여겼으며 외치되,
“인간의 왕이시여, 건웅 왕이시여! 어떻게 돌아가셨나이까? 어떤 불운이 당신을 덮쳤나이까? 해신이 그를 깨운 것이옵니까? 혹독한 바람이 불어 당신의 배를 난파시켰나이까? 아니면 육지에서 적의 양이나 소떼를 훔치거나, 그들의 도시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사백 명이 넘는 적에게 살해당하였나이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나는 생존자이니라! 아니다. 해신이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켜 내 배를 난파시킨 것이 아니며, 육지에서 적들이 정당방위로 나를 죽인 것도 아니니라. 아이기스토스가 내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를 죽이려고 계획하고 살해하였도다. 그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마치 마구간에서 소를 도살하듯이 죽였느니라. 얼마나 끔찍한 죽음이냐! 내 부하들은 마치 부유한 영주의 집에서 잔치나 결혼식, 연회를 위해 돼지를 도살하듯이 무참히 살해당하였도다. 당신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백병전에서 학살당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나, 당신이 직접 그런 일을 겪는다면 더욱 깊은 슬픔을 느낄 것이로다. 음식과 포도주가 쌓인 탁자 아래 우리가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바닥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느니라. 간교한 클리템네스트라가 내 옆에서 죽인 프리아모스의 딸, 불쌍한 카산드라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렸도다.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순간, 나는 땅에서 팔을 들어 올리려 애썼으나, 그 암캐 같은 여자는 등을 돌렸느니라. 나는 지옥으로 갔으며, 그녀는 내 눈도 감겨 주지 않았고 입도 다물게 해 주지 아니하였도다. 아내가 남편을 그렇게 배신하는 것보다 더 역겨운 짓은 없느니라. 그 여자는 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도다! 그녀의 남편을!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노비들과 자식들은 나를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녀는 너무나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여자들, 심지어 착한 여자들까지도 수치에 빠뜨렸느니라.”
내가 소리치되,
“저주받아라! 상제께서는 항상 여자들을 통해 아트레우스 가문에 재앙을 가져오셨도다. 많은 남자들이 헬렌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클리템네스트라는 당신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당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느니라.”
그러자 그가 즉시 대답하되,
“그러니 아내를 너무 잘 대해 주지 말라. 아는 것을 다 알려 주지 말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숨기라. 그러나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로다, 오지수여. 현명한 연로비는 그런 짓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아니하니라. 우리가 전쟁터로 떠날 때 당신의 아내는 아주 어렸으며,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이제 다 큰 아이가 되었으리라. 당신이 집에 돌아와 아들을 보면 무척 기뻐하며 아버지를 껴안을 것이니,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니라. 제 아내는 제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억눌렀으며, 아내가 먼저 저를 죽인 셈이니라.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충고 하나 하겠노라. 명심하라. 고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 배를 정박하지 말라. 조용히 움직이라. 요즘 세상에 여자를 믿는 사람은 없느니라. 그런데 제 아들 소식은 없느냐? 살아 있느냐? 오르코메노스에 있느냐, 아니면 모래 언덕의 필성에 있느냐, 아니면 사필성의 면나수와 함께 있느냐? 내 훌륭한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로다.”
건웅이 대답하되,
“건웅이여, 왜 그런 것을 묻느냐? 나는 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느니라. 가설을 세워 봤자 소용없느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쏟아낸 쓰라린 말 때문에 깊이 슬퍼하며 펑펑 울었도다. 그때 아길수와 파트로클로스, 안틸로코스, 그리고 그리스인 중 아길수 다음으로 가장 잘생기고 체격이 좋았던 아이아스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아길수는 나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되,
“오지수여, 이 여우 같은 놈아!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 것이냐? 어떻게 감히 염라국까지 내려올 수 있었느냐? 여기에는 감각이 마비된 죽은 자들, 지쳐 쓰러진 불쌍한 인간들의 영혼이 살고 있느니라.”
내가 이르되,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 아길수여, 나는 이 바위투성이 이탁도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티레시아스를 만나러 왔나이다. 나는 그리스에도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고, 고향은 말할 것도 없나이다. 운이 정말 나빴나이다. 그러나 누구의 운도 자네만큼 좋았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살아있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자네를 신처럼 존경하였도다. 이제 자네가 이 세상에 왔으니 죽은 자들 사이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느니라. 아길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마소서.”
그러나 그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 죽은 자들의 왕으로 군림하느니 차라리 가난한 농부에게 고용된 일꾼이 되는 게 낫겠느니라. 그러나 어서 와서 내 아들에 대해 말해 주라. 소식이 있느냐? 전쟁터로 나가 지도자가 되었느냐? 그리고 내 아버지 필우는 어떠냐? 아직도 미르미돈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있느냐? 아니면 늙고 허약해져서 프티아와 그리스에서 학대받고 있느냐? 이제 나는 햇빛을 등지고 떠났기에, 토래성 평원에서 최고의 토래성인들을 죽이던 때처럼 그리스인들을 도울 수 없느니라. 만약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아버지 댁으로 잠시라도 갈 수 있다면, 아버지를 해치고 모욕하는 자들이 내 손이 무적이지 않기를 바라게 만들겠느니라.”
내가 그에게 대답하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없으나, 당신의 아들, 사랑하는 네오프톨레무스에 대해서는 모두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나는 다른 잘 무장한 그리스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스키로스에서 그를 데려왔나이다. 우리가 토래성에 대한 전략을 세울 때, 그는 항상 네스토르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요점을 정확히 짚어 말하였나이다. 그리고 우리가 토래성에서 싸울 때, 그는 거대한 전투의 인파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항상 두려움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전쟁터에서 엄청난 수의 적을 죽였나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죽인 자들의 이름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나이다. 그러나 그는 청동 창으로 텔레포스의 아들 에우리필루스를 베어 죽였나이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데, 위대한 멤논 다음으로 잘생긴 사람이었나이다. 프리아모스가 그의 어머니에게 뇌물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데려온 수많은 케티아인들도 모두 죽임을 당하였나이다. 우리 아르고스 지도자들이 목마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 임무였나이다. 다른 그리스 지휘관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잘생긴 내 아들은 안 되었나이다! 나는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며, 그는 눈물을 닦을 필요도 없었나이다. 목마 안에서 그는 내게 뛰어내리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으며, 칼자루와 무거운 창을 꽉 쥐고 토래성인들을 해치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마침내 우리가 프리아모스의 높은 도시를 함락시켰을 때, 그는 전리품으로 가득 찬 채 목마에 올라탔나이다. 날카로운 청동 창에 상처 하나 나지 아니하였으며, 아레스가 맹렬하게 날뛰는 전쟁에서 그가 겪은 모든 소규모 전투에서 그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아길수의 유령은 아들의 영광스러운 용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도다. 다른 죽은 영혼들도 슬픔에 잠겨 모여들었고, 각자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직 아이아스만이 배 옆에서 재판이 열렸을 때 내가 아길수의 갑옷을 차지한 것에 분노하여 뒤에 남았도다. 영웅의 어머니 테티스와 토래성의 아들들, 그리고 팔라스가 내게 그 무기를 주었느니라. 차라리 이 시합에서 이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무기는 아길수, 필우의 아들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외모와 위업을 지녔던 아이아스가 땅속에 묻힌 것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그에게 화해를 청하며 이르되,
“제발, 위대한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여, 그 저주받은 무기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내려놓을 수 없겠나이까? 죽어서라도 말이니이다. 신들께서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탑이었는데, 얼마나 큰 손실이었나이까! 당신이 떠났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슬픔에 잠겼고, 아길수만큼이나 오랫동안 당신을 애도하였나이다. 상제 외에는 누구도 탓하지 마소서. 그는 그리스 군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우리를 파멸시켰고,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에게 이런 운명을 내린 이유이니이다. 그러나 이제 들어주소서, 폐하. 분노를 가라앉히소서.”
그는 대답하지 않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따라 에레보스로 향하였도다. 그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더 많은 영혼들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르나이다.
저는 그곳에서 황금 홀을 들고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상제의 아들 미노스를 보았느니라. 그들은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는 염라국의 집 안에서 왕에게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하느니라. 저는 또한 외로운 산꼭대기에 살면서 죽였던 짐승들을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쫓는 위대한 오리온을 보았도다. 그는 파괴할 수 없는 청동 곤봉을 들고 있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가야의 아들 티우가 아홉 마일이나 뻗어 있는 것을 보았도다. 상제의 연인 레토가 아름다운 파노페우스의 들판을 지나 피토로 가는 길에 상제께서 그녀를 강간하셨느니라. 두 마리의 독수리가 그의 양옆에 앉아 그의 간을 찢고 내장을 파고들었으나, 그는 독수리들을 밀쳐낼 수 없었도다.
나는 턱까지 물에 잠긴 탄탈루스의 고통을 보았느니라. 그는 너무나 목이 말라 마실 물조차 없었도다. 그 노인이 물을 향해 몸을 굽히자 물은 사라져 버렸으며, 어떤 신께서 물을 말려 버리셨느니라. 그의 발치에는 검은 흙이 나타났도다. 키 큰 잎이 무성한 나무에는 달콤한 무화과와 석류, 눈부시게 빛나는 사과와 잘 익은 감람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으나, 그가 손으로 그것들을 잡으려 하자 바람이 그것들을 어두운 구름 속으로 날려 버렸느니라.
그리고 나는 시시포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도다.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밀어 언덕 꼭대기로 올리려 온 힘을 다해 애썼느니라. 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다시 무심하게 굴러떨어졌으며, 그러나 그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먼지로 뒤덮인 머리를 한 채 계속해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도다.
나는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환영을 보았느니라. 그는 불멸의 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위대한 상제와 황금빛 헤라의 딸인 아름다운 발목의 헤베와 함께 있었도다. 그의 유령 주위에서 죽은 영혼들은 공포에 질려 새처럼 비명을 질렀느니라. 그는 마치 음산한 밤처럼 걸어 다니며 활집에서 꺼낸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꽂아 넣었으며, 쏘기 직전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도다. 그의 가슴에는 곰, 멧돼지, 사납게 노려보는 눈을 가진 사자, 전투와 사람들의 학살을 묘사한 놀라운 금빛 띠가 둘러져 있었느니라. 나는 이 장면을 디자인한 장인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이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슬픔에 잠겨 외치되,
“오지수여!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자여, 당신도 내가 지상에 살았을 때처럼 운명의 무게에 시달리는가? 나는 상제의 아들이었으나, 고통은 끝이 없었느니라. 나보다 훨씬 영웅적이지 못한 자의 노비가 되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도다. 그는 한때 나에게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라고 보냈는데,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니라. 나는 허명과 번뜩이는 눈빛의 지혜낭자의 도움을 받아 염라국에서 그 개를 데려왔느니라.”
그는 염라국의 집으로 돌아갔도다. 나는 고대에 죽은 다른 영웅들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았으며, 내가 바라던 대로 신의 아들 피리토스와 테세우스 같은 고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섬뜩한 울부짖음과 함께 몰려들었고,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 여왕이 고르곤의 머리를 염라국에서 내보낼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그래서 나는 서둘러 돌아가 부하들에게 배에 올라타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 벤치에 앉았으며, 강물은 배를 바다 강 아래로 밀어내었느니라. 처음에는 노를 저어 나아갔고, 나중에는 순풍을 받았도다.
==제12권 어려운 선택들==
「우리 배는 대양의 흐름을 넘어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갓 태어난 새벽이 있는 아이아이아에 이르렀나이다. 새벽은 태양신 헬리우스의 빛과 함께 초원에서 춤을 추는 곳이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배를 대고 하선하여 밝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나이다.
새벽이 일찍, 꽃잎 같은 손가락을 가진 채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키르케의 집으로 보내 죽은 엘페노르의 시신을 가져오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서둘러 나무를 베고 가장 먼 곶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였나이다. 우리는 그의 시신과 장비를 태우고 흙무덤을 쌓은 다음, 그 위에 기둥을 끌어다 놓고 그의 노를 꽂았나이다. 이 모든 의식을 차례로 행하였나이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신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노비들을 데리고 서둘러 우리를 맞으러 왔나이다. 노비들은 빵과 고기, 그리고 선명한 붉은 포도주를 가지고 왔나이다. 그녀는 우리 가운데 서서 이르되,
『참으로 놀랍구나. 너희 모두 산 채로 염라국에 갔다니.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죽는데 너희는 두 번 죽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먹고 여기서 하루 종일 포도주를 마시며 지내렴.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떠나라. 내가 너희의 항로를 자세히 설명해 줄 터이니,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어떤 악한 것도 너희를 해칠 틈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집 센 사람이었으나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실컷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남자들은 배 옆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내 손을 잡고 그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물었나이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키르케가 대답하되,
『이제 그 여정은 끝났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내가 좋은 지시를 내릴 터이니, 다른 신이 네가 기억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먼저 너희는 모든 행인을 홀리는 사이렌들에게 가야 한다. 만일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사람은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곳 초원에 앉아 있는 사이렌들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래로 그를 유혹할 것이다. 그들 주위에는 살점이 뼈에서 썩어 나가고 피부가 오그라든 채 죽어 있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널려 있다. 노를 저어 지나갈 때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넣어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라. 그러나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선원들은 당신을 손과 발로 밧줄을 단단히 묶어 배의 돛대에 똑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묶이면 사이렌의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들에게 풀어 달라 애원하면, 그들은 더 단단한 매듭으로 당신을 묶어야 할 것이다.
사이렌을 지나 항해한 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겠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첫 번째 길은 암피트리테 여신이 거대한 파도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거대한 바위들을 통과하는 길이다. 축복받은 신들은 이곳을 방랑하는 바위라 부른다. 상제에게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는 비둘기조차도 이곳을 안전하게 날아갈 수 없다. 비둘기 한 마리는 항상 길을 잃는다. 그 깎아지른 절벽 속 깊은 곳에 상제가 또 다른 신을 보내 무리의 수를 회복시켜야 하였느니라. 인간의 배는 그곳을 지나간 적이 없다. 들어가려 하면 파도와 거센 불길이 배의 목재와 사람들의 몸을 집어삼켰느니라. 오직 유명한 아르고호만이 아이에테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항해하였느니라. 강한 해류가 배를 바위 쪽으로 내던졌으나, 이아손을 사랑한 헤라가 그들을 안전하게 인도하였느니라.
두 번째 길로 가면 두 개의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뾰족한 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걷히지 않는 푸른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도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아니한다. 스무 개의 손과 스무 개의 발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바위를 오르거나 발을 디딜 수 없다. 바위는 마치 매끄럽게 연마된 듯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서쪽, 어두운 에레보스 산을 향해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있다. 위대한 오지수여, 배를 그 동굴 옆으로 몰고 가라. 그 동굴은 너무 높아서 화살로 쏠 수조차 없다. 그곳에는 울부짖고 짖어대는 스킬라가 살고 있다. 끔찍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강아지 같으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신조차도 그녀를 두려워할 정도이다. 그녀는 축 늘어진 다리가 열두 개이고, 목은 여섯 개이며, 각 목에는 끔찍한 머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각 얼굴에는 죽음을 품은 듯한 빽빽한 이빨이 세 줄로 나 있다. 그녀의 배는 텅 빈 동굴 안으로 축 늘어져 있고, 머리는 아득한 협곡 위로 내밀고 바위 주변을 살피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돌고래, 물개, 때로는 거대한 고래까지 잡아먹기도 한다. 포효하는 바다의 여왕 암피트리테는 수많은 생물을 보살핀다. 그곳을 지나가는 뱃사람은 결코 무사하지 못하다. 그녀는 검은 뱃머리를 가진 배에서 입으로 사람을 한 명씩 낚아챈다.
다른 바위는 화살을 쏘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이 두 번째 바위는 더 아래쪽에 있고, 그 위에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아래에서 신성한 카리브디스는 검은 물을 빨아들인다. 하루에 세 번 물을 뿜어내고, 세 번 꿀꺽꿀꺽 마신다. 그녀가 물을 삼킬 때는 그곳을 피해야 한다. 물속으로. 그때는 위대한 해신조차도 너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빨리 노를 저어 스킬라 옆으로 배를 몰고 가라. 여섯 명이라도 잃는 것이 모두 죽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여신이시여, 제발 진실을 말씀해 주소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카리브디스를 피해 스킬라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이까.』
여신이 대답하되,
『아니, 어리석은 자여. 네 마음은 아직도 전쟁에 사로잡혀 있구나. 그러나 이제 신들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녀는 필멸자가 아니다. 불멸의 악, 무시무시하고 사납고 잔인한 존재이다. 너는 그녀와 싸울 수 없다. 최선의 해결책이자 유일한 길은 도망치는 것이다. 바위 옆에서 무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녀는 여섯 개의 머리로 다시 공격해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스킬라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힘인 크라타이스에게 도움을 청하라. 그녀는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 준 존재이다. 여신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가라. 그러면 너는 헬리우스가 양과 소를 기르는 트리나키아라는 섬에 도착할 것이다. 한 무리에 쉰 마리씩, 총 일곱 무리가 있다. 그들은 번식도 하지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하며, 그들을 돌보는 자들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신 파에투사와 람페티아, 빛나는 네이라와 헬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빛나는 딸들이다. 그녀는 그들을 키운 후, 아버지의 양과 소를 지키도록 외딴 트리나키아로 보냈느니라. 만일 고향을 기억하고 소들을 해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선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을 예언한다.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늦게, 그리고 수치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키르케가 말을 마치자 새벽의 황금 옥좌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녀는 섬을 가로질러 걸어갔나이다. 나는 배로 돌아가 선원들을 깨워 배에 오르게 하고 뱃머리 밧줄을 풀도록 하였나이다. 그들은 배에 올라타 각자 자리에 앉아 노로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나이다. 검은 뱃머리를 가진 우리 배 뒤에서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는 돛을 채우는 친절한 바람을 보내 주었나이다. 우리는 재빨리 돛대를 정리하였고, 바람과 조타수가 배를 조종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선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키르케가 내게 알려 준 계시는 나 혼자만 아는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러분과도 나누겠나이다. 진실을 알고 죽거나, 아니면 탈출할 수 있나이다. 키르케는 우리가 저승의 세이렌들의 목소리를 피해야 하고, 그들의 꽃밭을 지나쳐야 한다 하였나이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나를 밧줄로 묶어 돛대에 똑바로 세워 두시오. 내가 간청하고 명령하면, 내 밧줄을 더 세게 묶어 더욱 꽉 묶어 주시오.』
이렇게 나는 그들에게 모든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곧 잘 만들어진 우리 배는 순풍을 타고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졌고,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었나이다. 고요함이 찾아왔나이다. 어떤 정령이 파도를 잠재운 듯하였나이다. 선원들은 일어나 돛을 내리고 선창에 넣었나이다. 그들은 노를 저어 매끄러운 나무 노가 물을 하얗게 물들였나이다. 나는 양손으로 밀랍 덩어리를 쥐고 잘게 잘랐나이다. 단단하게 반죽하고 햇볕에 데운 반죽을 차례로 각자의 귀에 발라 주었나이다. 그들은 내 손발을 돛대에 꼿꼿이 세운 채 묶었나이다. 그들은 앉아서 노를 저었나이다. 우리는 빠르게 나아갔고,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우리 배가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나이다.
『오지수여. 이리 오시오. 당신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잘 알려져 있소. 그리스의 영광이시여. 이제 배를 멈추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듣소. 이 음악은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은 더 큰 지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오소.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토래성에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겪은 모든 고통을 알고 있고, 세상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다 알고 있기 때문이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듣고 싶었나이다. 나는 부하들에게 나를 풀어 주라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찡그렸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노를 저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일어서서 나를 더욱 단단히, 더 많은 매듭으로 묶었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훨씬 지나쳐 더 이상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나이다. 그들은 내가 귀를 막았던 밀랍을 제거하고 나를 풀어 주었나이다.
그 섬을 떠나자, 나는 거대한 파도와 연기를 보았고, 굉음을 들었나이다. 부하들은 겁에 질려 노를 놓았고, 노는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나이다. 아무도 가느다란 노를 젓지 않자 배는 멈춰 섰나이다. 나는 갑판을 따라 걸으며 한 명 한 명 격려한 다음, 모두를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나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우리는 위험에 익숙하다. 이번 일은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동굴에 갇혔을 때보다 더 나쁘지 아니하다. 그때 우리는 나의 기술과 지혜, 그리고 전략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느니라. 그것을 기억하라. 자, 모두 내 말을 믿으라. 자리에 앉아 노를 저어 파도를 깊이 저어라. 상제께서 이 재앙에서도 우리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실지도 모른다. 선장이여, 잘 들어라. 이것이 네 명령이다. 키를 잡고 저 검은 연기와 솟아오르는 파도를 피해 바위 쪽으로 배를 몰아라. 배가 반대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들은 즉시 명령을 따랐나이다. 나는 스킬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스킬라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하였고,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남자들은 노를 놓고 두려움에 떨며 선창으로 도망쳐 숨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가 무기를 들지 말라 한 조언을 무시하였나이다.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나이다. 나는 찬란한 갑옷을 입고 긴 창 두 자루를 손에 든 채 뱃머리 갑판으로 올라갔나이다. 바위투성이의 스킬라가 그쪽에서 나타나 내 부하들을 해칠 것 같았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좁은 해협을 노를 저어 나아갔나이다. 한쪽에는 스킬라가, 다른 한쪽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이는 빛나는 카리브디스가 있었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물을 뿜어낼 때는 마치 거대한 불 위의 끓는 가마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나이다. 거품이 높이 솟아올라 양쪽 바위 꼭대기에 튀었나이다. 그러나 카리브디스가 바닷물을 다시 삼키자,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듯하였고, 주변의 바위들은 무시무시하게 포효하였으며, 아래쪽의 짙은 푸른 모래사장이 드러났나이다. 병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나이다.
우리가 두려움에 떨며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는 동안, 스킬라가 배에서 여섯 명의 병사를 낚아챘나이다. 그들은 내 배에서 가장 강하고 용맹한 전사들이었나이다. 아래에서 뒤돌아보니 그들의 발과 손이 하늘 높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나이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게 울부짖고 내 이름을 불렀나이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나이다. 마치 어부가 절벽 위에서 소뿔로 만든 낚싯줄을 길게 늘어뜨려 작은 물고기들을 낚으려 할 때, 물고기가 잡히면 숨을 헐떡이며 해안으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스킬라가 그들을 바위 동굴로 들어 올려 입구에서 잡아먹을 때, 그들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몸부림 속에서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나이다. 그것은 내가 바다에서 고통받는 동안 본 가장 가슴 아픈 광경이었나이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바위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곧 태양신 히페리온의 아들 헬리우스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멋진 얼굴을 한 그의 소들과 잘 먹은 양 떼들이 있었나이다. 검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 나는 우리 안의 소들의 울음소리와 양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나이다. 나는 눈먼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키르케의 말을 떠올렸나이다. 두 신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하라 엄격히 지시하였나이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잘 아나이다. 그러나 제 말을 잘 들어 주소서. 티레시아스와 키르케는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해야 한다 강조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끔찍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였나이다. 우리는 배를 돌려 섬을 지나가야 하나이다.』
그들은 이 말에 몹시 낙담하였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저에게 화를 내며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불공평하나이다. 당신은 강하고 지치는 기색이 없으니 분명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쉴 시간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완전히 지쳐 버렸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가 섬에 내려 맛있는 저녁을 해 먹는 것도 허락하지 아니하고, 안개 낀 바다를 밤새도록 표류하라 명령하는구나. 밤이 되면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 배를 난파시키는데, 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북쪽이나 서쪽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이 배를 부숴 버린다면 누가 재앙을 피할 수 있겠나이까.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자. 여기 머물면서 배 옆에서 음식을 해 먹자.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자.』
이것이 그의 말이었나이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였고, 그때 나는 어떤 악령이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직감하였나이다.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에우리로코스여. 나는 한 명이고 너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하는군. 그러나 모두 내게 굳게 맹세하노라. 소떼나 양떼를 발견하더라도 한 마리도 죽이지 마라. 가까이 가지 말고 불멸의 여신 키르케가 마련해 준 음식을 먹어라.』
그들은 내 말대로 맹세하였나이다. 맹세가 끝나자 우리는 잘 만들어진 배를 민물 근처의 굽은 항구 안쪽에 정박시켰나이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능숙하게 저녁을 요리하였나이다. 음식과 술로 배가 부르자 그들은 스킬라가 배에서 잡아먹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나이다. 그들이 울부짖는 동안 달콤한 잠이 그들을 감쌌나이다.
밤이 지나고 별들이 사라지자 상제는 기이한 폭풍우를 일으켰나이다. 그는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고,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나이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우리는 배를 산령녀들이 춤을 추는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모인 부하들에게 연설하였나이다.
『친구들이여, 배에는 식량이 있다. 가축은 건드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저 소들과 살찐 양들은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는 위대한 태양신 헬리우스의 소유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그들은 마지못해 따랐나이다. 그러나 그 달 내내 남풍이 불고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다른 바람은 전혀 불지 아니하였고, 오직 남풍과 동풍만이 불었나이다. 부하들은 아직 음식과 술이 있는 동안에는 소들을 건드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은 목숨을 건지기를 바랐나이다. 그러나 배의 물자가 바닥나자, 선원들은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나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은 낚싯바늘로 물고기와 새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잡았나이다.
저는 혹시라도 신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실까 하는 생각에 기도하러 나섰나이다. 부하들을 남겨 두고 섬을 가로질러 바람을 피해 그늘에서 손을 씻고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러자 신들이 제 눈에 달콤한 잠을 내려 주셨나이다. 그 사이에 에우리로코스는 어리석은 제안을 하였나이다.
『잘 들어 보시오, 친구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굶주림이 가장 비참한 일이다. 그러니 이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아 불멸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자. 이탁도로 돌아가면 곧바로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짓고 그 안에 보물을 모을 것이다. 만일 태양신이 이 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우리 배를 난파시키고 다른 신들도 동의한다면, 나는 이 사막 섬에서 천천히 시들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바닷물을 마시고 죽는 편이 낫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나이다. 그들은 배 옆에서 풀을 뜯고 있던 헬리우스의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으러 갔나이다. 사람들은 소들을 에워싸고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나이다. 배에는 보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참나무 잎을 뜯어 먹었나이다. 기도를 드린 후 소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허벅지를 잘라 낸 다음 뼈 위에 지방을 두 겹으로 덮고 그 위에 날고기를 올렸나이다. 불타는 제물에 부을 포도주가 없었기에 물을 사용하였고, 내장을 모두 구웠나이다. 허벅지살이 불에 타오르고 내장이 뿌려지자, 그들은 나머지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았나이다.
달콤한 잠이 눈에서 녹아내렸나이다. 나는 해안가에 정박한 배로 급히 돌아갔나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감쌌나이다. 나는 신음하며 신들에게 이르되,
『오,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당신들은 그 지독한 잠으로 내 정신을 멀게 하였나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내 부하들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나이다.』
그 사이에 긴 치마를 입은 람페티아는 태양신에게 우리가 그의 소들을 죽였다고 알리러 달려갔나이다. 격분한 태양신은 다른 신들을 불렀나이다.
『위대한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오지수의 부하들을 벌하소서. 그들이 내 소들을 죽였나이다. 나는 하늘에 오를 때나 땅에 내려올 때나 매일 그 소들을 보며 기뻐하였나이다. 그들이 내게 보답하지 아니하면 나는 염라국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만 나의 밝은 빛을 비출 것이다.』
상제가 대답하되,
『헬리우스여. 우리와 함께 빛을 비추어 생명을 주는 땅 위의 필멸자들을 위해 빛을 비춰 주소서. 나는 즉시 나의 밝은 번개로 그들의 배를 쳐서 포도주빛 바다 전체에 산산조각 내 버릴 것이옵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아름다운 칼리프소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배 옆 해안으로 돌아와 나는 그들 각자를 꾸짖었나이다. 그러나 소용없었나이다. 소들은 이미 죽어 있었나이다. 신들이 징조를 보냈나이다. 가죽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고, 꼬챙이에 꽂힌 고기는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음메 소리를 냈나이다. 소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나이다.
엿새 동안 내 부하들은 헬리우스가 준 소고기로 잔치를 벌였나이다. 이레째 날,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가 앞장서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우리는 재빨리 배에 올랐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돛을 펼쳐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우리가 그 섬을 떠났을 때, 우리는 하늘과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에 짙은 푸른색 폭풍 구름을 드리웠나이다. 그 아래 바다는 어두워졌나이다. 잠시 배가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때 제피로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맹렬한 폭풍을 몰고 왔나이다. 강한 돌풍이 앞쪽 돛줄 두 개를 모두 부러뜨렸고, 돛줄은 선창 안에 흩어졌나이다. 돛대는 뒤로 부러져 선장의 배 뒷부분을 강타하였고,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나이다. 그의 뼈는 으스러지고, 골격은 부서졌나이다. 그는 잠수부처럼 갑판에서 떨어졌고,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났나이다.
바로 그 순간, 상제가 천둥을 치며 배에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흔들리는 배는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모든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배 옆 파도 위의 갈매기처럼 휩쓸려 갔나이다. 신들은 그들이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았나이다. 나는 배 위에서 서성거렸고, 마침내 조류가 배의 옆면을 용골에서 뜯어냈나이다. 파도가 배의 뼈대를 휩쓸어 가고 돛대를 부러뜨렸나이다. 그러나 그 위에 소가죽으로 만든 돛대 고정줄이 걸려 있었나이다.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묶고 무시무시한 바람에 실려 나아갔나이다.
마침내 폭풍이 멈추고 서풍이 잦아들었나이다. 남풍이 나를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로 되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되었나이다. 밤새도록 뒤로 휩쓸려 갔고, 해가 뜰 무렵 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무시무시한 바위산으로 돌아왔나이다. 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무화과나무 가지에 가려진 채. 나는 박쥐처럼 나무줄기를 붙잡았나이다. 발을 디딜 수도, 기어오를 수도 없었나이다. 뿌리는 너무 낮았고, 길고 높은 가지는 너무 높았나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매달렸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내 돛대와 용골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기를 바랐나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리브디스가 그렇게 해 주었나이다. 젊은이들의 다툼을 하루 종일 심판하다가 마침내 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던 바로 그 순간, 카리브디스에서 널빤지들이 둥둥 떠올랐나이다. 저는 손과 발을 놓아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떠다니는 나무토막들 옆으로 떨어졌나이다. 저는 그 나무토막 위로 기어올라 손으로 노를 저어 떠났나이다. 상제께서 스킬라가 저를 보지 못하게 해 주셨기에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나이다.
저는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열흘째 저녁, 신들의 도움으로 저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답고 신성한 칼리프소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녀는 저를 사랑하고 보살펴 주었나이다. 제가 어제 당신과 당신의 아내에게 들려드린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리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옵니다.」
==제13권 두 명의 사기꾼==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는 어둑한 홀 안에 앉아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였다. 마침내 알진오가 이르되,
「오지수여, 자네가 내 집에 머물며 손님으로 지냈으니 이제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네. 충분히 고생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언제나 내 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는 내 노래를 들어 주는 존경하는 손님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시오. 손님은 궤짝에 옷을 싸 놓았고, 우리가 준 선물들도 있네. 이제 우리 각자는 튼튼한 삼각대와 가마솥을 하나씩 더해야겠네.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여 누구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네.」
왕의 말에 모두는 기뻐하였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쉬었다. 그때 새벽이 다시 밝아왔다. 새벽의 손가락에서 꽃이 피어나자 그들은 서둘러 배로 돌아가 영웅적인 청동 선물을 가져왔다. 왕은 배에 올라 그것들을 들보 아래에 놓아 선원들이 노를 저을 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왕과 함께 식사를 하러 돌아갔다.
거룩한 왕은 세상을 다스리는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어두운 구름의 신인 상제에게 바칠 제물을 잡았다. 그들은 소의 허벅지를 불태우고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존경받는 가수 데모도쿠스는 그들 가운데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내내 눈부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해가 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치 온종일 소를 끌고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난 사람이 저녁 식사를 간절히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을 수 있는 해 질 무렵을 반기는 것과 같았다. 가는 길에 다리가 쑤셨는데도 말이다. 오지수가 해 지는 것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었느니라.
그는 곧바로 항해를 나온 무릉도인들, 특히 알진오에게 이렇게 말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저를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 주시고 예물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제 소원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나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배편과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신들이 저의 행운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여전히 흠 없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리고 무릉도인 여러분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쁨과 모든 축복을 안겨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여러분의 백성들에게 아무런 고난도 없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들은 그의 말에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좋은 말을 하였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말하였다. 알진오는 오른팔인 본도수에게 이르되,
「본도수여, 이제 포도주 한 잔을 타서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따라 주어라. 상제 신께 기도를 드리고 손님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간구하자.」
그러자 집사는 잔에 포도주를 가득 타서 모두에게 차례로 따라 주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신과 같은 오지수는 일어서서 아례희의 손에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쥐여 주었다. 그의 말이 그녀에게 울려 퍼지되,
「여왕이시여, 우리 모두에게 그러하듯 당신도 늙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이제 떠나겠나이다. 당신의 집과 자녀들, 백성, 그리고 왕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소서.」
그렇게 말하고 고귀한 영웅은 문턱을 넘었다. 알진오는 그의 집사를 보내 해안에 정박한 빠른 배로 그를 안내하게 하였다. 아례희도 여종들을 보냈다. 한 명은 갓 세탁한 장포와 튜닉을 가져왔고, 한 명은 정교하게 조각된 궤짝을, 다른 한 명은 빵과 적포도주를 가져왔다.
배에 도착하자 안내자들은 모든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가 선창 안에 가지런히 실었다. 그들은 오지수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배의 선미 갑판에 시트와 담요를 깔았다. 오지수는 그곳에 올라가 조용히 누웠다. 노 젓는 사람들은 벤치에 차분히 앉아 닻줄을 풀었다. 그들은 몸을 뒤로 젖히고 힘껏 당겼다. 노가 물을 튀겼다. 그의 눈에는 죽음처럼 깊고 달콤한 잠이 내려앉았고, 그는 미동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치 네 마리의 멋진 말이 채찍을 향해 달려들어 마차를 몰고 트랙을 질주하듯, 머리를 높이 들고 유유자적 질주하는 배처럼, 배의 뱃머리도 높이 들려 있었다. 보랏빛 바다의 거친 파도가 배의 선미를 에워쌌고, 배는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가장 빠른 새인 매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배는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항해하였다. 배에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닌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가슴 아픈 상실과 전쟁, 난파의 고통을 견뎌 냈다. 이제 그는 평화롭게 잠들었고, 고통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느니라.
그러나 새벽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밝은 별이 하늘에 떠오르자, 바다를 항해하던 배는 육지에 가까워졌다. 이탁도 지역에는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항구가 있다. 항구 양쪽에는 만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절벽이 솟아 있어 폭풍우가 칠 때 큰 파도를 막아 준다. 배들은 일단 만의 경계를 넘어서면 밧줄 없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만의 어귀에는 잎이 긴 감람 나무가 자라고, 그 근처에는 바다 요정 네레이드들의 성지인 아름답고 어두운 동굴이 있다. 동굴 안에는 돌로 만든 그릇과 암포라가 있고,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가져온다. 돌로 만든 베틀도 있는데, 요정들이 바다처럼 보라색 천을 짜는 모습은 경이롭다. 동굴 안에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 입구는 두 개인데, 북쪽 입구는 인간의 것이고 남쪽 입구는 신성한 길이다. 사람들은 그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곳은 불멸의 존재들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니라.
그들은 노를 저어 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예로부터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팔은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고, 배는 너무 빠르게 나아가 육지에 다다르자 절반이 모래톱에 좌초되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시트와 담요로 싸인 오지수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여전히 깊이 잠든 오지수를 모래 위에 눕혔다.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무릉도 영주들이 고향으로 가져가라 준 선물들을 모두 꺼냈다. 그들은 오지수가 자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감람 나무 옆에 선물들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는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진의 신 해신은 여전히 오지수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상제에게 오지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물었나이다.
「오, 아버지 상제시여. 필멸자들이 저를 존경하지 아니하니 저는 신들 앞에서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이옵니다. 이 무릉도인들은 모두 제 후손인데 말입니다. 저는 항상 오지수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해 왔나이다. 당신께서 직접 고개를 끄덕여 약속하셨기에 저는 그에게서 그 특권을 빼앗지 아니하였나이다. 결코 그렇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의 빠른 배는 그를 바다 건너 이탁도에 데려다 주었고, 그들은 그에게 훌륭한 선물들을 안겨 주었나이다. 청동, 금, 그리고 고운 옷감까지, 그가 토래성에서 무사히 탈출하였더라도 얻었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리품이옵니다.」
폭풍의 신 상제가 외치되,
「땅을 흔드는 자여. 어처구니없구나. 신들은 너를 모욕하지 아니한다. 그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연장자를 모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일 고의적인 인간들이 존경심을 보이지 아니한다면 그들을 벌하라. 너에게는 언제나 그런 힘이 있다. 네 뜻대로 하라.」
해신이 대답하되,
「어두운 구름의 신이시여,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싶었나이다.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참아 왔으나, 이제 그 무릉도인들의 훌륭한 배가 그를 건너게 도와주고 돌아오면, 저는 그 배를 바다에 처박아 버리고 그들의 도시를 산으로 뒤덮어 다시는 여행자들을 안내하지 못하게 하고 싶나이다.」
구름의 신 상제가 이르되,
「형제여, 도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착하는 배를 돌로 변하게 하되, 여전히 배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나이다. 그들은 모두 충격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라.」
이 말을 듣고 해신은 무릉도의 도화원으로 가서 기다렸다. 배가 해안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신은 배 가까이 다가가 배 전체를 돌로 변하게 한 다음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다 밑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사라지자, 노와 훌륭한 배로 유명한 무릉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었나이다.
「무엇이라. 누가 그 배가 바다로 빠르게 돌아오는 동안 단단히 고정시켰는가. 우리가 다 보았는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알진오가 군중에게 이르되,
「정말이로구나. 제 아버지는 오래전에 해신 신께서 우리가 여행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미워하신다 말씀하셨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그 일을 모면하였으나, 언젠가 위대한 해신 신께서 그런 여정에서 돌아오는 배를 파괴하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어버리실 것이라 예언하셨나이다. 이제 그 노인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나이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하나이다. 더 이상 방문객들이 길을 떠나는 것을 도와주지 마시오. 우리는 해신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지 않으시도록 우리가 직접 고른 황소 열두 마리를 제물로 바쳐야 하나이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두려워하며 황소를 준비하였고, 무릉도의 모든 지도자들은 제단 주위에 서서 해신 신께 기도하였다.
한편, 고향 이탁도에서 잠들어 있던 오지수는 깨어났으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그곳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팔라스 지혜의 여신은 안개를 드리워 그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 주고, 그가 구혼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갚을 때까지 그의 아내와 가족, 이웃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 정겨운 항구와 구불구불한 길, 잎이 무성한 나무들은 모두 그의 왕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느니라.
그는 벌떡 일어서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허벅지를 치며 흐느꼈나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잔인한가. 아니면 신을 경외하는 친절한 사람들인가. 내 보물을 다 어디에 두고 가야 하는가. 어디로 떠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페아키아에 남아 다른 강력한 왕을 만났더라면, 내 친구가 되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었을 터인데. 내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가야 할까. 여기는 안 된다. 분명 도둑맞을 것이다. 페아키아 영주들은 믿을 만한 자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나를 이탁도로 데려다 주겠다 약속하였으나, 약속을 어기고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느니라. 가난한 자를 도우시는 상제께서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상제께서는 모든 사람을 지켜보시고 죄인을 벌하시느니라. 이제 내 보물을 세어 봐야겠구나.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날 때 몇 개 훔쳐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삼각대, 가마솥, 금, 천을 모두 세어 보았으나, 없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오지수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닷가를 서성이며 향수병에 시달리고 슬픔에 잠겨 흐느꼈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목동의 모습처럼 보였고, 왕자처럼 젊고 부드러운 피부를 지녔으며, 어깨에는 고운 천으로 만든 장포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여린 발에는 샌들을 신고 있었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너무나 기뻐하며 외치되,
「오, 친구여. 당신은 제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시구나. 반갑나이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제 보물과 저를 지켜 주소서. 저는 당신께 마치 신이신 것처럼 기도하고 간청하나이다. 당신의 무릎에 손을 얹고 간청하나이다. 부디 저를 도와주소서. 그리고 제발, 이곳은 어디이옵니까. 섬이옵니까. 아니면 비옥한 본토에서 바다로 뻗어 있는 반도이옵니까. 누가 이곳에 살고 있나이까.」
그러자 여신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르되,
「나그네여, 당신은 먼 곳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어리석은 자임이 틀림없구나. 이 유명한 나라에 대해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 해가 뜨는 동쪽 땅에 사는 사람들부터 어둑한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곳은 험준한 땅이라 말을 방목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고 넓지도 아니하나, 불모지는 아니다. 이곳에는 곡식과 포도주가 풍성하다. 땅은 항상 비와 이슬로 촉촉하고, 좋은 물웅덩이가 있으며, 염소와 소를 기르기에 좋고, 나무들도 다양하다. 외국인이여, 이탁도라는 이름은 그리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는 토래성에서도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난을 견뎌 온 오지수는 고향 땅에 돌아왔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의 말은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나,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야기를 삼켰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교묘한 계략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그래, 이탁도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으나 나는 먼 크레타에서 왔느니라. 지금 나는 이 모든 재산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남겨 두었느니라. 나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크레타 들판에서 나는 이도메네우스 왕의 아들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오르실로코스를 죽였느니라. 나는 토래성에서 그의 아버지를 섬기거나 돕기를 거부하고 내 군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내가 전쟁과 긴 항해 끝에 힘들게 얻은 토래성의 전리품을 훔치려 하였다. 나는 동료 한 명과 함께 길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여 창으로 찔렀느니라.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아무도 내가 날카로운 청동 칼로 그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를 죽인 후, 나는 재빨리 노를 저어 페니키아인들을 찾아가 약탈품을 나누어 주었고, 그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필성나 유명한 엘리스로 데려다 달라 말하였다. 그러나 폭풍우가 그들을 원치 않게 그곳을 떠나게 하였다. 그들은 나를 속이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항로를 이탈하여 우리는 밤중에 이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배가 고팠으나 아무도 저녁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 항구로 들어왔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모두 그 자리에 누웠다. 달콤한 잠이 나를 감쌌다.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 보물을 꺼내 모래 위에 잠든 내 옆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잘 지어진 시돈으로 항해를 떠났고, 나는 이곳에 남아 슬픔에 잠겼느니라.」
그의 말에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아름답고 키가 크며 모든 예술에 능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나이다.
「당신의 모든 속임수를 간파하려면 인간이든 신이든 속임수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이오. 영리한 악당이로구나. 얼마나 교활하고 거짓말에 능숙한지. 당신은 허구와 속임수를 너무나 좋아하여 자기 땅에서조차 멈추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래요, 우리 둘 다 영리하오. 당신처럼 계획을 세우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저는 신들 사이에서 통찰력과 교활함으로 유명하오. 당신은 저를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저는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이오. 저는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의 모든 고난을 돌보아 왔소. 당신이 무릉도인들에게 환영받도록 한 것도 저였소. 지금 저는 당신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저 덕분에 그들이 당신에게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 보물을 숨기기 위해 여기에 왔소. 당신이 고향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제가 알려 드리겠소. 이것이 너의 운명이니 용감하게 감내해야 한다. 방랑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 속에 고통을 견디고 그들의 잔혹한 대우를 참아내라.」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아니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당신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셨으니까요. 오래전 토래성 전쟁 때 당신이 저를 도와 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나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인들이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배에 올라탔을 때, 신들이 우리 함대를 흩어지게 했을 때, 상제의 딸이신 당신은 제 배에 계시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저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셨나이다.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저는 신들이 저를 고통에서 구해 주기를 기다렸나이다. 나중에 풍요로운 무릉도에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은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도시로 인도해 주셨나이다. 제발, 당신의 아버지 상제께 맹세코. 이곳이 이탁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나이다. 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나이다. 당신은 저를 속이고 조롱하려는 것이오. 진실을 말해 주시오. 이곳이 제 사랑하는 고향이오.」
빛나는 눈으로 그녀는 이르되,
「당신은 언제나 예리한 지성을 지녔기에,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당신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오. 당신은 직감과 집중력이 뛰어나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긴 여정 끝에 고국에 도착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보러 곧장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아내를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들에 대해 묻지도 않기로 하였소. 아내는 집에서 매일 밤 비참하게, 매일 낮에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소.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소. 모든 부하들을 잃은 후에도 당신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마음속 깊이 믿었소.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하였기에 당신을 원망하는 아버지의 동생, 해신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아니하였소. 이제 제가 당신에게 이탁도를 보여 드리겠소. 그렇게 믿으시겠지요. 이곳은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만이며, 만 끝에는 잎이 무성한 감람 나무가 있고, 그 근처에는 네가 수백 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쳤던 네레이드라 불리는 산령녀들에게 신성한 그늘진 동굴이 있다. 그리고 여기는 숲이 우거진 산 네리톤이다.」
여신은 이렇게 말하며 안개를 걷어냈다.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과 고통 끝에 마침내 행복에 휩싸인 오지수는 기쁨에 가득 찼다. 그는 기쁨에 차 고향의 비옥한 땅에 입맞추고 두 팔을 높이 들어 기도하되,
「오, 산령녀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제가 다시 당신들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저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 주시고, 상제의 아들이신 제 상관께서 저를 살려 주시고 아들을 기르게 해 주신다면 예전처럼 당신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용기를 내시오. 걱정할 필요 없소. 이제 서둘러 보물을 동굴에 안전하게 숨기시오. 그리고 나서 계획을 세워야겠소.」
여신은 어두컴컴한 동굴로 내려가 숨을 곳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지수는 페아키아인들이 준 선물, 즉 금과 튼튼한 청동, 그리고 정교하게 짠 천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그것들을 모두 안에 넣고 문돌을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두 사람은 신성한 감람 나무에 기대앉아 구혼자들을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하였다. 눈을 빛내며 지혜의 여신은 이르되,
「위대한 왕이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계략과 계획의 달인 오지수여, 구혼자들을 어떻게 물리칠지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삼 년 동안 당신의 집에 머물며 신과 같은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해 왔소. 아내는 항상 당신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며 슬퍼하오. 그녀는 그들에게 약속과 전갈을 보내며 유혹하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소.」
오지수는 외치되,
「오. 당신께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시지 아니하였더라면 저는 건웅처럼 제 집에서 죽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여신이시여, 이제 그들에게 복수할 전략을 짜 주소서. 제 곁에 서서 토래성의 찬란한 왕관을 부쉈을 때처럼 싸울 용기와 의지를 주소서. 여신이시여, 당신께서 그 열정으로 저와 함께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면, 저는 삼백 명의 적과도 한 번에 싸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지혜의 여신은 맑은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진실로 너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는 동안 내가 네 곁에 있음을 알아라. 네 생계를 앗아가는 구혼자들이 넓은 마룻바닥에 피와 뇌수를 흩뿌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제 내가 너를 변장시켜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네 매끈한 팔다리의 고운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고, 머리카락을 망가뜨리고, 누더기 옷을 입혀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몸서리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네 눈을 흐리게 하여 모든 구혼자들과 네 아내, 그리고 집에 남겨 둔 아들에게 네가 추하게 보이도록 할 것이다. 이제 돼지치기를 찾아가 보아라. 그는 비록 노비일 뿐이지만 네 아들과 현명한 연로비를 숭배하고 네 친구이다. 코락스 바위 옆, 아레투사 샘 근처에서 땅을 파헤치며 검은 물을 마시고 영양가 좋은 도토리를 먹는 암퇘지들 사이에서 그를 찾아보시오. 그곳에 머물며 그와 함께 앉아 모든 것을 물어보시오. 그러면 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사필성로 가서 당신이 사랑하는 소년 태명을 데려오겠소. 그는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메넬라오스에게 갔소.」
그가 날카롭게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그에게 말하지 아니하였소.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아니하오. 그가 나처럼 바다에서 길을 잃고 고통받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의 모든 유산을 차지하는 것을 원하였소.」
지혜의 여신은 빛나는 눈으로 대답하되,
「이제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직접 그를 인도하여 그의 여정에서 영광을 얻도록 하였소. 그는 고통받지 아니하오. 그는 지금 메넬라오스와 함께 앉아 연회를 즐기고 있소. 구혼자들은 그를 죽이려고 배에서 매복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의 재산을 먹어 치우는 자들 중 한두 명은 땅으로 덮일 것이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자신의 지팡이로 그를 톡톡 두드렸다. 그의 잘생긴 몸은 시들어 버렸고, 팔다리는 관절염에 걸렸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탈색시키고, 피부를 늙고 주름지게 만들었으며, 그의 아름답고 빛나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의 옷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해진 장포와 누더기 튜닉으로 바뀌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어깨에 커다란 사슴 가죽을 두르고, 해진 토트백과 지팡이를 주었다. 그들의 계획은 정해졌고, 그들은 헤어졌다. 지혜의 여신은 태명을 데리러 사필성로 떠났느니라.
==제14권 충성스러운 노비==
만을 떠나 오지수는 숲과 절벽을 가로지르는 험준한 길을 걸어갔다.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돼지치기를 찾을 길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의 하인들 중 이 고귀한 노비는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오지수는 그가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마당은 높고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돌담 위에는 가시가 있는 배나무 가지가 얹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동안, 라에르테스나 안주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당을 지었다. 마당 주위에는 껍질을 벗긴 나무 말뚝을 원형으로 박아 두었다. 마당 안에는 암퇘지를 위한 우리 열두 개를 나란히 만들고 각 우리에 쉰 마리씩 넣었다. 수퇘지들은 밖에서 잤다.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잡아먹는 바람에 수퇘지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돼지치기는 가장 살찐 수퇘지들을 구혼자들에게 양보하였고, 이제 삼백육십 마리만 남았다. 대장은 성문을 지키기 위해 사납고 반야생적인 개 네 마리를 키웠다.
오지수는 소가죽을 잘라 샌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부하 세 명은 돼지 떼를 몰아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나머지 한 명은 마을로 보내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줄 돼지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신선한 고기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였다.
그때 갑자기 경비견들이 오지수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지수는 머리를 숙이지 아니하고 지팡이를 떨어뜨린 채 땅에 엎드렸다. 개들은 그를 몹시 해치고 그의 땅에서 망신을 주려 하였으나, 재빨리 돼지치기는 가죽옷을 버리고 개들을 쫓아내기 위해 달려갔다. 그는 개들에게 소리치고 돌을 던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손님에게 이르되,
「제 개들이 당신을 거의 갈기갈기 찢어놓을 뻔하였나이다, 노인장이여. 신들이 이미 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당신이 저에게 수치를 안겨 줄 뻔하였나이다. 저는 주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 남들이 먹을 돼지를 기르고 있나이다. 제 주인님은 길을 잃고 아마도 굶주리고 계실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외국어를 쓰는 땅에서 말입니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시다면, 햇빛을 보고 계시다면 말입니다. 자, 노인장이여, 저를 따라오소서. 음식과 술을 배불리 드시고 나서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고귀한 돼지치기는 푹신한 덤불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 가죽을 깔았다. 그것은 그의 두껍고 따뜻한 잠자리 담요였다. 오지수는 자리에 앉아 이 환대에 기뻐하였다. 그는 이르되,
「당신이 저를 그토록 기꺼이 맞아주셨으니, 상제와 모든 불멸의 신들이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과 외국인과 나그네는 물론이고,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경해야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거지와 손님과 나그네를 돌보시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으나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노비의 삶은 이와 같나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나이다. 제 진짜 주인은 신들의 섭리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인이셨다면 저를 돌보시고 충성스러운 노비에게 친절한 주인이 주는 것을 주셨을 것이옵니다. 집과 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탐낼 만한 아내를 주셨을 것이옵니다. 신들이 축복하시고 번영하게 해 주신 수년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입니다. 주인이 여기 오래 계셨다면 저에게 잘해 주셨을 것이옵니다. 이제 돌아가셨을 것이옵니다. 헬렌과 그 가족들 때문이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죽었나이까. 주인은 건웅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토래성으로 가셨나이다.」
그는 튜닉 허리띠를 단단히 매고 서둘러 돼지우리로 가서 새끼 돼지 두 마리를 골랐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 돼지를 도살하고 털을 그슬린 다음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아 구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돼지를 손님 앞에 내놓고 그 위에 보리를 뿌렸다. 그는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담쟁이덩굴 그릇에 섞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아 권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이것은 가난한 노비의 식사입니다. 새끼 돼지 한 마리이옵니다. 구혼자들이 돼지를 먹어 치웁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자비심이 없나이다. 그들은 그런 범죄를 지켜보고 미워하며 선행과 정의를 축복하는 신들을 무시하나이다. 상제가 준 재물을 약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땅을 습격하여 보물로 가득 찬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무자비한 해적들조차도 신들의 감시를 느끼나이다. 이 구혼자들은 분명 어떤 신의 목소리가 ‘오지수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아니하고 적절한 혼처를 마련하지도 아니하나이다. 대신 그들은 앉아서 그의 재산을 잔치에 낭비하나이다. 밤낮으로 양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씩 잡아먹고, 함부로 마시기 위해 포도주를 더 붓나이다. 이기적인 바보들이여. 나의 주인님은 매우 부유하셨나이다. 본토에는 그만한 부자가 없었나이다. 이탁도에 있는 사람들도, 심지어 스무 명이나 합쳐도 이만큼 가진 게 없나이다. 전부 나열해 보겠나이다. 본토에 소떼 열두 무리, 양 백 마리씩 열두 무리, 돼지 열두 마리, 염소 열두 마리. 우리를 도울 일꾼을 더 고용해야 하였나이다. 그리고 이 섬 저 멀리에는 염소 떼 열한 무리가 풀을 뜯고 있는데, 훌륭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나이다. 매일 목동이 가장 살찌고 건강해 보이는 염소를 골라 궁궐로 데려오나이다. 나는 이 돼지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고 포도주를 조용히 마셨다. 그는 구혼자들을 파멸시킬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배를 채운 후, 그는 마셨던 술잔을 가져다가 다시 채워 에우마이오스에게 주었고, 에우마이오스는 기쁘게 받아 마셨다. 그러자 오지수가 이르되,
「친구여, 누가 당신을 샀나이까. 당신이 말한 그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은 그가 건웅의 명예를 위한 전쟁에서 죽었다 하였나이다. 그는 분명 유명한 사람일 테니, 어쩌면 내가 그를 알지도 모르나이다. 내가 그를 보고 당신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상제와 다른 신들이 알게 될 것이옵니다.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이르되,
「주인님의 아내와 아들은 소식을 전하였다 주장하는 여행자들을 믿지 아니하나이다. 떠돌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항상 거짓말을 하나이다.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나이다. 이탁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님께 와서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내나이다. 주인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질문도 하시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나이다. 당연한 일이옵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을 애도해야 하니까요. 주인님도 옷만 입으면 허풍을 떨고 싶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님의 가죽이 뼈에서 뜯겨 나갔고, 맹금류와 개들에게 잡아먹혀 목숨을 잃으셨나이다. 아니면 바다에서 물고기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르나이다. 뼈가 해변에 모래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옵니다. 주인님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저에게는 큰 슬픔이옵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심지어 저를 낳고 키워 주신 부모님 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런 친절한 주인님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제 가족에 대한 슬픔은 그 슬픔보다 덜하나이다. 오지수보다 더 그리우나이다. 그가 너무 보고 싶나이다. 낯선 이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지나이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형제’라 부르고 싶나이다. 그는 저를 그토록 사랑하고 아껴 주었으니까요.」
오지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이르되,
「친구여, 당신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너무나 완강하게 주장하는구나. 믿음이 없으신 것이오. 그러나 이건 허풍이 아니옵니다. 맹세컨대 오지수는 오고 있나이다.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때 전령으로서의 보상인 좋은 옷을 받겠나이다. 그때까지는 필요하긴 하나 아무것도 받지 않겠나이다. 가난에 굴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지옥의 문처럼 혐오스럽나이다. 상제 신과 당신이 베풀어 주신 환대, 그리고 제가 가고 있는 위대한 오지수의 난로에 맹세하나이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지금 말하는 대로 될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바로 이 달의 주기 안에, 즉 초승달과 보름달 사이에 돌아올 것이며, 그의 아내와 고귀한 아들을 모욕한 이곳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옵니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나리여, 그분이 돌아오지 아니하시니 저는 당신에게 이 보상을 드릴 수 없나이다. 편히 쉬시고 술이나 드시오. 다른 생각을 해 봅시다. 저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누군가 제 충실한 주인님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아프나이다. 당신의 맹세는 신경 쓰지 마시오. 연로비와 늙은 라에르테스, 그리고 태명처럼 그분도 돌아오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저는 그 불쌍한 아이, 제 주인님의 아들에 대한 슬픔을 잊을 수 없나이다. 신들의 은혜로 그는 나무처럼 잘생기고 튼튼하게 자라 마치 아버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처럼 되었나이다. 그러나 누군가, 혹은 어떤 신이 그의 분별력을 망쳐 버렸나이다. 그는 아버지 소식을 찾으러 필성로 갔나이다. 구혼자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머지않아 이탁도에서 아르케시우스의 가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옵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이다. 그들이 그를 잡을 수도 있고, 상제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도 있나이다. 자, 이제 당신의 모험에 대해 진실을 말해 주소서.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당신의 부모님은 어디에 사시나이까. 당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나이까. 이 마을이요. 어떤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선원들이 어떻게 당신을 이탁도로 데려왔나이까.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당신이 걸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는 교활하게 이르되,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 둘이 이 오두막에서 편히 앉아 마음껏 음식을 먹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마시며, 모든 일은 남들이 다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 년 내내 이야기한다 해도 신들이 내게 안겨 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건대, 나는 넓은 크레타 섬 출신이며, 부유한 카스토르 힐라키데스의 아들이옵니다. 그의 정실 부인과의 사이에는 아들이 많았고, 모두 그의 집에서 자랐나이다. 내 어머니는 노비였고, 첩으로 팔려 왔으나,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들들처럼 존중해 주셨나이다. 크레타 사람들은 그가 부유하고 훌륭한 아들들을 두었기에 그를 신처럼 존경하였나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염라국으로 데려갔나이다. 그리고 내 형들은 이기적으로 그의 재산을 빼앗고, 나에게는 겨우 살 곳만 남겨 주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약하거나 겁쟁이가 아니었나이다. 나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 덕분에 괜찮은 지참금을 가진 아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잃었나이다. 그러나 그루터기를 보면 한때 곡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 있나이다. 슬픔에 잠겨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지혜의 여신과 아레스에게서 용기의 선물을 받았나이다. 적을 매복 공격할 전사들을 선택할 때면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멀리 앞으로 뛰쳐나가 적들을 따라잡아 창으로 찔렀나이다. 전쟁터에서 저는 그런 모습이었나이다. 농사일이나 집안일, 아이 키우는 것은 좋아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항해와 창과 화살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을 더 좋아하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에 몸서리칠지 모르나, 신들은 제 마음이 그런 것들을 사랑하도록 만들었나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옵니다.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전에 저는 군대와 함대를 이끌고 아홉 번의 원정을 떠났고, 큰 성공을 거두었나이다. 저는 모든 전리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고, 전리품을 나눌 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나이다. 곧 우리 집안은 부유해졌고, 저는 크레타인들 사이에서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나이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시는 상제께서… 그 참혹한 원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말았나이다. 사람들은 제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기를 원하였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이다. 그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나이다. 우리 그리스인들은 구 년 동안 싸웠고, 십 년째 되던 해에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국으로 돌아왔나이다. 어떤 신이 그리스인들을 흩어지게 하였고, 저는 상제의 저주를 받았나이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내 소유물들을 즐겼나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홉 척의 배와 신과 같은 선원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항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나이다. 나는 서둘러 함대를 준비하고 선원들을 모았나이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칠 동물들과 선원들이 요리해 먹을 음식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이레째 되는 날 이백오십 명의 선원을 태우고 크레타 섬을 출항하였나이다. 순풍이 불어와 마치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나이다. 아무도 아프지 아니하였고, 모든 배는 손상 없이 도착하였나이다. 우리는 바람과 항해사의 인도에 따라 바다를 건너며 가만히 앉아 있었나이다. 닷새 만에 우리는 이집트의 강 계곡에 도착하였고, 내 함대는 나일 강 안쪽에 정박하였나이다.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 명령하고, 높은 지대에 정찰병을 보내 주변을 살피도록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백육십 명의 선원들을 이끌고 공격적인 충동에 휩싸여 이집트의 들판을 파괴하고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노비로 삼았으며, 남자들을 죽였나이다. 곧 그 소식이 도시에 전해졌나이다. 사람들은 비명 소리를 듣고 새벽녘에 모두 모여들었나이다. 평원은 보병과 전차, 번쩍이는 청동 무기로 가득 찼고, 번개의 신 상제는 내 병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나이다. 그들은 감히 싸움을 계속할 수 없었나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많은 병사들이 날카로운 청동 창에 찔려 죽었고, 나머지는 노비로 잡혀 갔나이다. 차라리 이집트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러나 고통은 계속되었나이다. 상제는 내게 다른 계획을 세워 주었나이다. 나는 투구를 벗고 방패와 칼을 내려놓은 채 무장하지 아니한 채 왕에게 다가갔나이다. 그의 전차 옆에서 나는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입맞춤하였나이다. 그는 자비로웠고, 나를 지켜 주었으며, 그의 전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나이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찼나이다. 많은 이집트인들이 나에게 분노하여 창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나이다. 왕은 나를 보호해 주었나이다. 그는 악을 미워하는 이방인의 신 상제의 분노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그곳에서 칠 년을 머물며 큰 부를 축적하였고,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러나 팔 년째 되던 해, 페니키아에서 탐욕스러운 자가 나타났나이다. 그는 거짓말에 능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속여 자기가 사는 페니키아로 데려갔나이다. 나는 그곳에서 일 년을 머물렀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일 년이 지나자 그는 나에게 무역을 하러 간다 거짓말을 하고는 리비아로 가는 배를 몰고 갔나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나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었나이다. 나는 의심스러웠으나 배에 올랐나이다. 배는 순풍을 타고 크레타 섬을 떠나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그러나 상제는 선원들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웠나이다. 크레타 섬을 떠나자 바다와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로 짙은 푸른 구름을 드리워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웠나이다. 그는 천둥을 치더니 배를 향해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번개의 충격으로 배는 완전히 회전하였고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어두운 배 옆의 가마우지처럼 파도에 휩쓸려 갔고, 신들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갔나이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저는 상제 신의 도움을 받았나이다. 상제 신은 튼튼한 돛대를 제 손에 쥐어 주었나이다. 저는 돛대에 매달려 폭풍우에 휩쓸려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그리고 열 번째 검은 밤, 거센 파도가 저를 테스프로티아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곳에서 페이돈이라는 왕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아니하고 저를 도와 주었나이다. 그의 아들이 아침 공기에 지쳐 추위에 떨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 옷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곳에서 저는 오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고향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 손님으로 머물렀다 말하였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모아 온 보물, 즉 금과 청동, 그리고 정성껏 세공한 철을 보여 주었나이다. 왕실 창고에는 그의 가족이 앞으로 십 대까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있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상제의 뜻을 묻기 위해 신성한 참나무에 가려고 도도나로 갔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비옥한 이탁도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나이다. 그는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변장할지 아니면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내게 제물을 바치며 맹세하기를,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배와 선원들을 준비해 두었다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먼저 보냈나이다. 마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이 이미 곡식이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항해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그들에게 나를 잘 대접하고 아카스투스 왕에게 데려가라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나를 다시 한번 비참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였나이다. 배가 바다로 나간 후, 그들은 나를 노비로 삼으려 음모를 꾸몄나이다. 그들은 내 장포와 튜닉을 벗기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누더기 옷을 던져 주었나이다. 밤이 되자 그들은 이탁도의 밝은 들판으로 와서 나를 밧줄로 단단히 묶고 배에 남겨 둔 채 저녁을 먹으러 재빨리 육지로 올라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내 밧줄을 풀어 주었나이다. 밧줄은 쉽게 풀렸나이다. 나는 누더기 옷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매끄러운 배의 널빤지를 타고 내려가 가슴을 바다에 담갔나이다. 두 팔로 헤엄쳐 재빨리 도망쳤나이다. 꽃이 만발한 덤불 옆 해안에 도착하여 두려움에 떨며 웅크렸나이다. 그들은 주위를 쿵쿵거리며 소리쳤으나, 잠시 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배로 돌아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나를 쉽게 숨겨 주시고 이 오두막, 현자의 집으로 데려오셨나이다. 살아남는 것이 내 운명이기 때문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가엾은 손님이시여.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오나, 아무 소용이 없나이다. 저는 오지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겠나이다. 어찌하여 그런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셨나이까. 저는 주인님의 귀환에 대해 알고 있나이다. 신들은 그를 미워하나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토래성에서 또는 전우들의 품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야 그리스인들이 후대에 그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언덕을 쌓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도둑 같은 바람이 그를 앗아 갔나이다. 이제 그에게는 영광이 없나이다. 저는 외톨이이옵니다. 저는 여기서 돼지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현명한 연로비가 소식을 전해주려고 저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마을에 나가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은 그녀 주위에 모여 질문을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떠나간 주인님을 슬퍼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몫을 챙겨 먹으려고 기뻐하나이다.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아니하나이다. 아이톨리아 사람이 거짓말로 저를 속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먼 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다 말하며 제 집에 찾아왔나이다. 나는 그를 환영하였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크레타에서 폭풍에 난파된 배들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나의 주인이 여름이나 수확기에 보물을 잔뜩 모아 부자가 되어, 선원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였나이다. 신이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니, 나를 속이거나 거짓말로 잘 보이려 하지 마시오. 노인이여, 내가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의 신인 상제에 대한 두려움과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당신은 너무 회의적이시구나. 내 맹세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를 믿지 않을 것 같구나. 오림산의 신들이 증인이 되어 당신의 주인이 이 집으로 돌아오면 당신은 내게 입을 옷을 주고 둘리키움으로 가는 것을 도와 주소서. 나는 그곳에 가고 싶나이다. 그러나 만일 그분이 오지 아니하시고 제가 틀렸다면, 당신의 노비들이 저를 절벽 아래로 몰아넣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다른 거지들이 당신을 속이려 들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정직한 돼지치기는 대답하되,
「손님이여, 제가 당신을 안으로 모시고 환영한 다음 죽인다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칭송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떻게 양심의 가책 없이 상제에게 기도할 수 있겠나이까. 어쨌든 지금은 저녁 시간이옵니다. 제 부하들이 안으로 들어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읍시다.」
이것이 그들의 대화였느니라. 목동들이 들어와 돼지들을 평소처럼 우리에 몰아넣어 쉬게 하였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귀한 돼지치기는 부하들에게 이르되,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가장 좋은 돼지를 가져오너라. 우리 모두 즐겁게 먹자. 우리는 이 하얀 어금니 돼지들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애써 얻은 음식을 먹어 치우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아니한다.」
날카로운 청동 도끼로 나무를 Pac다. 그들은 살찐 오 년 된 돼지 한 마리를 가져와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돼지치기는 마음이 선하여 신들을 생각하였다. 그는 돼지의 머리털을 깎아 불에 던지고, 자신의 지혜로 주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다. 그는 몸을 쭉 뻗어 참나무 장작으로 돼지를 내리쳤다. 돼지가 죽자 그들은 목을 베고 가죽을 그슬린 다음 잘게 잘랐다. 돼지치기는 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기름진 부분 위에 살코기를 얹고 그 위에 보리알을 얹어 불 위에 올렸다. 나머지는 썰어서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운 다음 고기를 꺼내 접시에 수북이 담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고기를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주었다. 첫 번째는 헤르메스와 산령녀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그다음은 그는 나머지 음식을 남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오지수에게 척추에서 잘라 낸 귀한 조각을 주었다. 그의 주인은 기뻐하며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자네가 내게 이렇게 좋은 것을 주니 상제께서 자네를 나처럼 축복하고 사랑하시기를.」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비록 소박하나 맛있게 드십시오. 신들은 주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들의 뜻이옵니다. 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선홍빛 포도주를 따라 제물을 바친 다음,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잔을 주었다. 마침내 돼지치기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음식을 내어 준 사람은 메사울리우스였다. 그는 에우마이오스가 주인이 없는 동안, 그의 여주인이나 라에르테스의 도움 없이, 타피아 사람들과 교환하여 사들인 노비였다. 모두들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뻗었다.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섭취한 후, 메사울리우스는 주변을 정리하였다. 사람들은 빵과 고기로 배가 불러 잠이 간절하였다.
밤이 되었다. 달빛 없는 매서운 밤이었다. 상제는 끊임없이 비를 내렸고, 젖은 제피로스는 더욱 세차게 불었다. 오지수는 에우마이오스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장포를 벗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벗으라 할지 시험해 보기 위해 이렇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자랑 좀 하겠나이다. 술에 취해 어지럽으나, 술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노래하고 낄낄거리고 춤추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까지 하게 만드나이다. 이렇게 주절거리기 시작하였으니 솔직하게 말해 보겠나이다. 제가 다시 젊고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래성 성벽 아래에서 매복 작전을 세웠을 때처럼 말입니다. 주동자는 면나수와 오지수였고, 저는 세 번째 지휘관으로 뽑혔나이다. 성벽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덤불과 갈대, 늪에 숨어 방패 아래에 엎드렸나이다. 밤이 되자 매섭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찾아왔고, 북풍과 진눈깨비 같은 눈이 내렸나이다. 너무 추워서 무기에 얼음이 얼어붙을 정도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포를 걸치고 방패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외투를 잊고 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채 두고 나왔나이다. 방패와 빛나는 허리띠만 가지고 있었나이다. 밤이 저물어 별들이 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오지수에게 다가가 그를 쿡 찔렀나이다. 그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었나이다. 나는 이르되, 『폐하, 위대한 장군 오지수여, 저는 이 추위 때문에 죽을 것 같나이다. 외투가 없나이다. 어떤 악령이 저를 속여 튜닉만 입게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나이다.』 그는 즉시 이 해결책을 떠올렸나이다.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이자 전사인가. 그는 아주 조용히 속삭이되, 『조용히 하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라.』 그는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 이르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신들이 보낸 꿈을 꾸었다. 우리는 배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 누군가 백성의 목자인 건웅에게 가서 더 많은 군대를 보내 달라 말해야 한다.』 그때, 토아스 안드라이몬이 벌떡 일어나 자주색 장포를 벗어 던지고 배들을 향해 달려갔나이다. 나는 황금빛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의 장포 아래에서 편안하게 몸을 웅크렸나이다. 내가 다시 젊고 강하기만 했다면. 그러면 이 농장의 돼지치기들 중 누군가가 존경과 우정의 표시로 내게 장포를 주었을 터인데. 지금은 모두 내가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다 나를 경멸하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훌륭한 이야기였소, 노인이여. 효과가 있었소. 자네는 가난한 늙은이에게 필요한 모든 옷과 물건들을 얻게 될 것이오. 적어도 지금은 말이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낡은 누더기를 입어야 할 것이오. 우리에게는 옷이 한 벌씩밖에 없소. 여벌 옷은 없소. 주인님의 아들이 도착하면 자네에게 옷을 주고, 자네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어나 불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양과 염소 가죽을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누웠다. 에우마이오스는 오지수에게 아주 추운 날씨에 대비한 크고 두꺼운 장포를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잠이 들었고, 젊은이들도 그의 곁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돼지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떠나려고 하였다. 오지수는 노비가 주인이 없는 동안 자신의 물건들을 잘 챙겨 준 것에 기뻐하였다. 에우마이오스는 잘 단련된 등에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허리띠를 두르고, 방풍 장포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가죽을 둘렀다. 그는 사람이나 개를 쫓아낼 날카로운 칼을 챙기고, 은빛 송곳니를 가진 돼지들이 자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잠을 잤다.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가 있었느니라.
==제15권 태명의 귀환==
지혜의 여신은 태명의 무사 귀환을 위해 사필성로 갔다. 그녀는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와 함께 메넬라오스의 현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태명은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신이 주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부엉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태명아, 더 이상 집을 떠나 재산을 버리고 탐욕스러운 남자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멀리 여행해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재산을 나눠 갖고 당신의 여행을 헛되게 만들 수도 있다. 메넬라오스에게 빨리 도움을 청하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하라. 어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이미 어머니에게 에우리마코스와 결혼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에우리마코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장 후하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의 전적인 동의 없이는 어머니가 집에서 어떤 물건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여자들이 어떤지 알다시피, 결혼한 남자의 집안일을 돕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을 잊어버린다. 안부조차 묻지 아니한다. 신들이 당신에게 아내를 주실 때까지 가장 아끼는 여종에게 재산을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잘 들어 두어라. 이탁도와 바위투성이의 마을 사이 시냇가에 구혼자 무리가 숨어 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자들 중 일부는 곧 땅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배를 섬에서 멀리 멀리 몰고 밤낮으로 항해하라. 당신을 지키고 지켜보는 신이 당신의 돛에 순풍을 보내 줄 것이다. 이탁도 해안에 처음 도착하면 당신의 부하들은 배를 마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당신은 먼저 대부분의 노비보다 나은 돼지치기를 찾아가라. 그곳에서 밤을 보내라. 그에게 마을로 가서 연로비에게 당신이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하라 하라.」
이 말을 끝으로 여신은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태명은 네스토르의 아들을 발로 차 깨우며 이르되,
「피시스트라투스여. 가서 말을 데려와 마차에 싣고 서둘러 출발하자.」
그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아무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칠흑 같은 밤에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나이다. 곧 동이 틀 것이옵니다. 메넬라오스 님께서 마차를 타고 나와 선물을 가져다주시고, 친절한 말로 우리를 배웅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소서. 후한 주인은 손님이 살아 있는 한 기억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황금빛 옥좌에 앉은 새벽빛이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메넬라오스 왕은 금발의 헬렌과 함께 자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오는 것을 본 태명은 밝은 흰색 튜닉을 입고, 튼튼한 어깨에 위풍당당한 검을 맸다. 그렇게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신과 같은 왕 오지수의 사랑받는 아들은 메넬라오스 곁에 서서 이르되,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여, 부디 저를 사랑하는 고향으로 보내 주소서. 제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나나이다.」
메넬라오스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당신이 정말로 고향에 가고 싶어 한다면 여기 머물게 하지 않겠나이다. 나는 지나친 친절과 지나친 냉담함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균형이 가장 좋나이다. 손님을 억지로 머물게 하는 것은 떠나라 재촉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아니하나이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에는 친절하게 대하고, 떠날 때는 잘 도와 주어야 하나이다. 그러니 친구여, 내가 당신의 마차에 실을 멋진 선물을 가져올 때까지만 머무르시오. 선물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이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우리 집의 풍성한 식량으로 연회를 준비하라 지시하겠나이다. 긴 여행 전에 잔치를 베푸는 것은 명예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이치에 맞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와 함께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기를 원한다면, 내 말을 마차에 태워 모든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가는 곳마다 선물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멋진 청동 삼각대, 솥, 노새 두 마리, 또는 금잔 같은 것들 말이오.」
태명이 대답하되,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나이다. 집에는 제 재산을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아버지를 찾다가 죽고 싶지도 아니하고, 집에 두고 온 재산을 잃고 싶지도 아니하나이다.」
그러자 메넬라오스 장군은 아내와 여종들에게 풍성한 식량을 준비하라 소리쳤다. 근처에 살던 에테오네우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왔다. 장군은 큰 소리로 명령하되,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라.」
여종은 순종하였다. 그동안 주인은 보물이 가득한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헬렌과 메가펜테스도 그와 함께 갔다. 그는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들고 아들에게 은그릇을 가져오라 하였다. 헬렌은 자신이 직접 만든 특별한 옷들을 보관해 둔 궤 옆에 섰다. 그녀는 다른 옷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큰 옷을 들어 올렸는데, 그 옷은 다른 옷들보다 훨씬 더 빛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궁궐을 지나 태명에게로 갔다. 금발의 메넬라오스가 그에게 이르되,
「위대한 천둥의 신이자 헤라의 남편이신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나이다. 깊은 존경의 표시로 내가 가진 보물 중 가장 귀한 것을 드리겠나이다. 금으로 테두리를 두른 순은 그릇이옵니다. 해필수가 만든 것이지요. 시돈의 왕 파이디모스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집에 들렀을 때 내게 선물해 준 것이옵니다. 자, 이것을 받으소서. 당신의 것이옵니다.」
그는 먼저 잔을 건넸고, 메가펜테스는 반짝이는 은그릇을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헬렌의 아름다운 뺨이 붉어지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옷을 들고 이르되,
「사랑하는 아이야, 나도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이 있단다. 네 결혼식 날이 오면 헬렌을 기억하고 신부에게 이 옷을 입히렴. 그때까지는 네 어머니가 잘 보관해 두실 거야. 네가 행복하고 좋은 집을 짓고 조국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란단다.」
그녀는 옷을 건넸고, 그는 기쁘게 받았다. 피시스트라투스 왕자는 모든 선물을 받아 짐에 싸고 마음속으로 감탄하였다. 왕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였고,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한 여종이 아름다운 금 물병과 은그릇을 가져와 그들의 손을 씻겨 주었다. 그녀는 윤이 나는 탁자를 그들 옆에 차려 놓았다. 또 다른 하층민 소녀는 빵과 온갖 음식을 가져왔다. 보에토에데스는 고기를 썰어 내놓기 시작하였다. 왕자는 모두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그들은 앞에 차려진 온갖 진미를 마음껏 먹었다.
배가 부르자 태명과 네스토르의 아들은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고 전차에 멍에를 씌운 후, 메넬라오스가 울려 퍼지는 현관과 문을 나서서 마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 메넬라오스가 오른손에 꿀에 절인 포도주가 담긴 금잔을 들고 그들 바로 뒤에서 달려와 떠나기 전에 제사를 지내자 하였다. 그는 그들 앞에 멈춰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이르되,
「얘들아, 행운을 빌어라. 네스토르에게 안부 전해다오. 우리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그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친절하였느니라.」
태명이 조심스럽게 이르되,
「예, 폐하. 그곳에 가면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로 돌아가 오지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나이다. 폐하의 너그러움과 친절에 걸맞은 행운이 저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오른쪽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개는 발톱에 커다란 흰 거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당에서 잡은 온순한 거위였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거위는 소년들 옆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말들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이 먼저 입을 열되,
「나의 주군이시여,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이것은 어떤 신이 우리에게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니면 왕께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레스의 총애를 받는 메넬라오스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때 헬렌이 먼저 말을 가로막되,
「자, 잘 들으소서. 제가 예언을 하나 하겠나이다. 신들이 제 마음에 심어 주신 말씀이며, 저는 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나이다. 독수리가 새끼와 부모가 있는 산에서 날아와 길들여진 거위를 낚아채 갔듯이, 오랫동안 떠나 많은 고난을 겪었던 오지수가 돌아와 복수할 것이옵니다. 사실, 그는 이미 집에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파멸을 심고 있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천둥의 상제께서 당신의 예언을 즉시 이루어 주시기를.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는 여신에게 절하듯 당신에게 경배하겠나이다.」
그는 말들을 채찍질하여 마을 중심부를 지나 넓은 평원으로 질주하게 하였다. 온종일 마구가 덜컹거리며 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들은 오르틸로코스의 아들이자 알페우스의 손자인 디오클레스의 고향 페라이에 도착하였다. 디오클레스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붉은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그들은 말에 멍에를 메고 전차에 올라타 웅장한 현관과 성문을 나서 출발하였다. 말들은 채찍에 힘차게 달려갔다. 곧 그들은 바위투성이의 도시 필성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에게 물었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겠나이까. 우리 아버지들이 대대로 친구였고, 우리도 동갑내기인데다가 이번 여행으로 더욱 가까워졌나이다. 제 배를 더 이상 끌고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노인이 저를 불러들여 손님으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에 남겨 주소서.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빨리 가야 하나이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들을 배로 돌려 바닷가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서 그는 메넬라오스가 준 값비싼 선물과 옷, 금을 꺼내 배의 선미에 싣고 태명에게 이르되,
「서둘러라. 지금 당장 승선하라. 내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너희가 여기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전에 선원들도 모두 태우고 가라. 아버지를 잘 알아라. 고집이 세시거든. 너희를 보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를 데리러 오실 것이고, 너희 없이는 절대 떠나지 않으실 것이다. 몹시 화를 내실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들에게 박차를 가하였다. 긴 갈기를 휘날리며 말들은 필성 성채를 향해 질주하였다. 태명이 명령하되,
「친구들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에 올라타자. 이제 출발하자.」
그들은 재빨리 순종하여 배의 벤치에 앉았다. 그가 지혜의 여신에게 기도와 제물을 바치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르고스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한 외국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예언자였으며, 한때 양의 땅인 필성에 살았던 멜람푸스의 후손이었다. 멜람푸스는 부유하였고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교만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인 넬레우스에게서 도망쳐 집을 떠났다. 넬레우스는 멜람푸스가 필라쿠스의 집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빼앗았다. 복수의 여신이 멜람푸스에게 넬레우스의 딸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니라. 멜람푸스는 간신히 탈출하여 소떼를 몰고 필라쿠스에서 필성로 향하였다. 그는 넬레우스가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를 하고, 그 여자를 형의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맞이한 후, 말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아르고스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니라. 그는 두 명의 강인한 아들, 만티우스와 안티파테스를 두었는데, 안티파테스는 영웅 오이클레스의 아버지였고, 오이클레스의 아들은 전쟁 영웅 암피아라오스였다. 아이기스를 든 상제와 아폴론은 그를 진심으로 숭배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테베에서 살해당하여 장수하지 못하였다. 그는 두 아들, 암필로코스와 알크마이온을 두었다. 만티우스의 아들은 클리투스와 폴리페이데스였다. 클리투스는 너무나 잘생겨서 새벽의 신에게 데려가졌고, 폴리페이데스는 암피아라우스가 죽은 후 아폴론이 인간 중 최고의 예언 능력을 부여한 인물이었다. 이 예언자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히페리시아로 이주하였고, 거기서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었다. 태명이 포도주를 따르며 신들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은 그의 아들 테오클리메누스였다.
낯선 이가 이르되,
「친구여, 자네가 제물을 바치고 있는 것을 보았네. 종교와 신들, 그리고 자네와 자네 부하들의 목숨을 걸고 간청하건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 부모는 누구인가. 자네 고향은 어디인가.」
태명이 대답하되,
「낯선 이방인이여, 자네를 위해 말하겠네. 나는 이탁도 출신이네. 내 아버지는 오지수였네. 그는 살아 있었으나, 지금쯤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 것이네. 내가 이 배와 선원들을 얻은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네. 나는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였네.」
그러자 낯선 사람이 대답하되,
「저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저는 제 부족 사람을 죽였고, 아르고스에 영향력 있는 형제와 친척들이 많아서 도망 다니고 있나이다. 그들이 저를 죽이려 하나이다. 저는 이제 집 없는 신세가 되었나이다. 그러나 제발, 저를 당신 배에 태워 주소서.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신께 왔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쫓고 있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좋소. 우리 배에 함께 타시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 당신은 우리의 손님이오.」
그는 낯선 사람의 창을 빼앗아 갑판에 놓고는 자신도 배에 올라 선미에 앉았다. 그리고 손님도 선미에 앉도록 하였다. 그들은 밧줄을 풀었다. 태명은 선원들에게 돛대를 잡으라 명령하였고, 그들은 즉시 복종하여 나무 돛대를 세우고 소켓에 고정시킨 다음, 앞돛줄로 묶고 가죽 밧줄로 흰 돛을 올렸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은 맑은 하늘을 가르는 거센 바람을 보내 순풍을 불어넣었다. 배는 크루니와 아름다운 칼키스 강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고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상제가 불어 준 바람에 힘입어 배는 파이아를 지나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유명한 엘리스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바늘섬을 향해 나아갔으나, 여전히 죽음을 확신할 수 없었느니라.
한편, 오지수는 오두막 안에서 고귀한 돼지치기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오지수는 돼지치기가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줄지, 농장에 머물도록 권할지, 아니면 마을로 보낼지 시험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잘 들어라. 그리고 너희 모두 잘 들어라. 새벽에 마을로 가서 구걸할 생각이다. 너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아니하다. 길 안내와 나와 함께 갈 안내자만 있으면 된다. 나는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실 것과 빵 조각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오지수 왕의 집에 도착하면 연로비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권력 있는 구혼자들과 어울릴 생각이다. 그들이 풍족한 창고에서 나에게 음식을 좀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당장 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나는 그럴 능력이 있다. 은혜를 베풀고 모든 인간의 노동을 영광스럽게 하는 신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나에게 모든 가사일에 비할 데 없는 솜씨를 주었다. 불을 피우고, 장작을 패고, 고기를 썰고 굽고, 포도주를 따르는 것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섬기기 위해 하는 모든 허드렛일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우마이오스는 화를 내며 이르되,
「안 됩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시나이까. 그 구혼자 무리 사이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당신은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공격성은 철과 하늘까지 닿을 정도이옵니다. 게다가 그들을 시중드는 자들은 당신과는 다르나이다. 그들은 잘 차려입고, 윤이 나는 깨끗한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옵니다. 윤이 나는 탁자 위에 빵과 포도주와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시중들고 있나이다. 여기 머무르소서. 아무도 당신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아니하나이다. 저도,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오지수의 아들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장포와 튜닉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옵니다.」
고통에 익숙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상제께서 저처럼 당신을 사랑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당신께서 저를 방랑의 고통에서 구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은 집 없는 삶이옵니다. 우리는 극심한 굶주림 때문에 이 삶을 견뎌야만 하나이다. 집 없는 이방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젊은 주인님을 기다리라 하셨으니, 오지수의 부모님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의 아버지는 떠날 때 노년에 접어드셨는데, 아직 살아 계시나이까. 아니면 돌아가셨나이까.」
그가 대답하되,
「나그네여, 진실을 말하겠나이다. 라에르테스는 살아 있으나, 늘 상제에게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고 있나이다.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너무나 괴로워 제때보다 일찍 늙어 버렸나이다. 아내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나이다. 어떤 친구에게도 그런 죽음을 바라지 아니하나이다. 유명한 영웅인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서 말이다. 살아생전, 슬픔 속에서도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나이다. 그녀는 막내딸이자 강하고 예쁜 크티메네와 함께 나를 키웠나이다. 그녀는 우리 둘을 함께 키우면서 나를 거의 동등하게, 다만 조금 덜 존중해 주었나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자, 그들은 크티메네를 거액의 지참금을 받고 사메로 보냈나이다. 어머니는 내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입히고 샌들을 신겨 시골로 보냈나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였나이다. 나는 두 사람 모두 그립나이다. 신들이 나를 이렇게 만드셨나이다. 이곳에서의 사업이 번창하여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였고 손님들에게도 대접할 수 있었나이다. 그러나 주인님에 대한 좋은 소식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침략자들 때문에 집이 폐허가 되었다 하나이다. 주인님의 모든 노비들은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문을 듣고, 음식을 나눠 먹고, 밭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 노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외치되,
「에우마이오스여. 네가 집과 부모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끌려갔을 때 얼마나 어린아이였단 말인가.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그들이 살던 도시가 약탈당했단 말인가. 아니면 네가 홀로 양이나 소를 치고 있을 때 산적들이 너를 발견했단 말인가. 그들이 너를 붙잡아 배에 태운 다음, 이 사람의 집에서 값싸게 팔았단 말인가.」
돼지치기가 그에게 대답하되,
「나그네여, 이렇게 물으셨으니 들어보소서. 조용히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제 이야기를 즐기소서. 이 밤들은 마법과 같나이다. 잠도 잘 자고 이야기도 들을 시간이 충분하니까요. 너무 일찍 주무실 필요는 없나이다. 건강에 좋지 아니하나이다. 잠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라면 가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주인의 돼지를 치러 가야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당신과 저는 제 오두막에 앉아 음식과 포도주를 나누며 서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나누도록 합시다. 오랜 세월 고통과 집을 떠나 살아온 사람은 슬픔을 즐길 수도 있나이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시리아라는 섬이 있나이다. 태양이 오르티기아 위에서 도는 곳이지요. 주민은 적으나 양과 포도주와 곡식이 풍부한 좋은 땅이옵니다. 그곳 사람들은 기근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늙어가고, 아림 여신은 그들의 부드러운 화살을 통해 그들을 보살피나이다. 은빛 활을 가진 아로왕 신이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였나이다. 땅은 두 개의 지방으로 나뉘었고, 나의 아버지 크테시우스는 두 지방 모두의 왕이었나이다. 그때 탐욕스러운 상인들이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페니키아인으로,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들이었고, 검은 배에는 엄청난 보물이 가득 실려 있었나이다. 나의 아버지 집에는 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이 있었는데,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 재주가 뛰어났나이다. 그 교활한 악당들은 그녀를 속였나이다. 그중 한 명이 먼저 배 옆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와 동침하였나이다. 성욕은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나이다. 아무리 훌륭한 여자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어디 출신이고 누구인지 물었나이다. 그녀는 그에게 나의 아버지 궁전을 보여 주며 이르되, 『저는 청동이 풍부한 시돈 출신이옵니다. 저는 부유한 아리바스의 딸이옵니다. 어느 날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타피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이 남자의 집으로 끌려와 거액을 받고 팔렸나이다.』 그녀의 비밀 연인이 이르되, 『그렇다면 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옵니까. 우리와 함께 부모님과 멋진 집을 다시 뵙고 싶지 않으시옵니까. 그분들은 살아 계시고 지금은 꽤 부유하시옵니다.』 여자가 이르되, 『오, 물론이옵니다. 모든 선원들이 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 맹세한다면요.』 그러자 그들은 여자가 부탁한 대로 맹세하고 엄숙히 서약하였나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르되, 『여러분은 입을 다물어야 하고, 길가나 분수대에서 저를 마주치더라도 말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집에 계신 노인에게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그러면 노인이 의심하고 저를 묶어놓고 여러분을 죽이려고 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명심하고,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소서. 배에 집으로 가져갈 물건이 가득 차면 저에게 빨리 소식을 전해주소서. 저도 금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재산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그리고 배삯으로 줄 선물도 하나 더 있나이다. 저는 주인님의 영리한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 아이는 항상 저와 함께 밖에서 뛰어다니나이다. 그 아이를 배에 태우면 꽤 비싼 값에 팔릴 것이옵니다. 외국인들이라고 하였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궁궐로 돌아갔나이다. 그들은 일 년 동안 우리와 함께 머물면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배의 화물칸을 가득 채웠나이다. 떠날 때가 되자, 그들은 아버지 집에 있는 여자에게 알리기 위해 사람을 보냈나이다.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나이다. 그는 호박 구슬이 꿰어진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궁궐의 노비 소녀들과 어머니는 그것을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며 얼마인지 묻기 시작하였나이다. 그는 여자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로 돌아갔나이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앞마당으로 데리고 나갔나이다. 거기서 연회를 마치고 회의를 하러 간 아버지 부하들이 탁자에 남겨 둔 컵 몇 개를 발견하였나이다. 그들은 토론을 하고 있었나이다. 어머니는 컵 세 개를 가져다가 옷 속에 숨기고 가지고 나갔나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뒤따라갔나이다. 해가 지자 우리는 어두운 거리를 서둘러 항구로 향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빠른 페니키아 배가 있었나이다. 모두 배에 올랐나이다. 우리도 배에 태워 주고는 파도를 넘어 항해를 시작하였나이다. 상제께서 순풍을 보내 주셨지요. 이레 동안 항해를 하다가 여덟째 날에 아림가 그 여자를 화살로 맞혔나이다. 그녀는 갈매기처럼 배의 선창에 부딪혔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와 물개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는 그곳에 남겨져 상심하였나이다. 해류가 그들을 이탁도로 실어 날랐고, 라에르테스가 그의 재산으로 저를 사 왔나이다. 그렇게 저는 이 땅을 처음 보게 되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의 고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구나. 그러나 결국 상제께서 당신을 축복하셨으니,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당신은 친절한 사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풍족하게 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은 편안하구나. 그러나 저는 아직도 길을 잃었나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마을을 헤매고 다녔나이다.」
이렇게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고, 잠시 눈을 붙였다. 곧 새벽이 밝아왔다.
한편, 태명은 육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부하들은 재빨리 돛을 내리고 돛대를 내린 후 노를 저어 정박지로 향하였다. 그들은 닻줄을 던지고 배의 선미에서 밧줄을 묶은 다음, 파도를 헤치고 배에서 내려 해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붉은 포도주를 섞어 저녁을 차렸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소년은 현명하게 이르되,
「여러분은 배를 마을 쪽으로 끌고 가시고, 저는 제 영지의 들판에 있는 목동들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그리고 저녁에 마을로 돌아오겠나이다. 새벽에 여러분을 위해 고기와 포도주로 잔치를 베풀겠나이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까, 얘야. 누구의 집으로 가야 할까. 이 땅을 다스리는 자들의 집으로. 아니면 바로 네 어머니 댁으로 가야 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평소 같으면 당신을 초대하였을 것이옵니다. 우리는 좋은 주인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는 게 좋겠나이다. 저는 집에 없을 것이고, 어머니도 당신을 만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위층에서 베틀에서 베를 짜고 계시는데, 구혼자들이 자신을 보는 걸 원치 않으시거든요. 그러니 다른 사람 집으로 가시는 게 좋겠나이다. 솜씨 좋은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의 집으로요. 이탁도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여기나이다. 그는 가장 유력한 구혼자이고, 제 어머니와 결혼해서 오지수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 가장 열심이옵니다. 상제만이 미래를 아시지요. 에우리마코스는 결혼 전에 끔찍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의 전령인 매였다. 매는 발톱으로 비둘기를 움켜쥐었고, 깃털이 배와 어린 태명 사이로 흩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그를 따로 불러 손을 잡고 이르되,
「태명이여. 어떤 신이 이 새를 당신의 오른손에 날리도록 보냈소. 나는 이것이 징조임을 즉시 알아차렸소. 이탁도 전체에서 당신 가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가문은 없소. 당신들은 영원히 왕이 될 것이오.」
그가 대답하되,
「오, 낯선 이여. 당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제 우정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그러면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감명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충실한 부하에게 이르되,
「피레우스여, 당신은 나와 함께 필성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나이다. 이 낯선 이를 당신의 집에 데려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친절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소서.」
피레우스가 대답하되,
「당신이 얼마나 오래 떠나 계시든 제가 그를 돌보겠나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배에 올라타서 선원들에게도 올라와서 밧줄을 풀라 말하였다. 그들은 그대로 하고 벤치에 앉았다. 그러자 태명은 샌들을 신고 갑판에서 날카로운 청동 창을 꺼냈다. 사람들은 밧줄을 풀고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 명령한 대로 마을을 향해 배를 저었다. 소년은 농장 마당에 도착할 때까지 빠르게 걸었다.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돼지가 있었고, 주인을 도울 줄 아는 돼지치기가 그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느니라.
==제16권 부자상봉==
새벽녘에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아침을 차리고 불을 지핀 다음, 몰아 놓은 돼지들을 데리고 목동들을 내보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 짖어대던 개들이 태명을 보자 조용해졌다. 오히려 그에게 헐떡거렸다. 오지수는 개들의 행동을 보고 발소리가 들리자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누군가 오는 게 틀림없다. 친구인지 아는 사람인지. 개들이 짖지도 아니하고 친근하게 구는 걸 보니 발소리가 들리는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성문 안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돼지치기는 벌떡 일어나 포도주를 섞던 잔을 떨어뜨려 포도주가 쏟아졌다. 그는 주인에게 달려가 얼굴과 빛나는 눈, 두 손에 입맞추고 울었다. 마치 십 년 동안의 슬픔 끝에 타지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외아들, 가장 소중한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태명을 껴안고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입맞춤을 하였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 그는 이르되,
「사랑하는 내 아들아. 태명아, 네가 돌아왔구나. 네가 필성로 떠난 후로는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들어오렴.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구나. 들어오렴. 너는 우리 같은 목동들을 보러 시골에 자주 오지 않잖아. 너는 도시에 남아서 그 악랄한 구혼자 무리를 감시하곤 하지.」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할아버지여, 예, 들어가겠나이다. 직접 뵙고 어머니께서 아직 집에 계신지, 아니면 다른 남자와 결혼하셨는지, 오지수의 침대가 거미줄로 뒤덮여 텅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나이다.」
돼지치기이자 지휘관인 그가 이르되,
「정말이로다, 어머니의 마음은 변치 아니한다. 어머니는 네 집에 계시면서 밤낮으로 슬퍼하고 계신다.」
그는 태명의 칼을 받아 들었다. 소년은 돌로 된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리를 권하였으나, 태명은 거절하며 이르되,
「낯선 분이시여, 거기 앉으소서. 저는 제 오두막 근처에서 의자를 찾을 수 있나이다. 노비가 도와줄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돌아가서 다시 앉았다. 돼지치기는 태명이 앉을 수 있도록 땔감과 양털을 깔아 주었다. 그는 바구니에 빵을 담고 전날 남은 고기를 가져왔다. 그는 나무 그릇에 포도주를 섞어 오지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배를 채운 후, 태명은 고귀한 돼지치기에게 돌아서 이르되,
「할아버지여, 이 낯선 사람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뱃사람들이 어떤 길로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그는 분명 이탁도까지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얘야, 내가 말해 주겠다. 그는 크레타 섬 출신이다. 그는 여러 마을을 헤매다 길을 잃었다 하는데, 어떤 신이 그의 운명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데려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나와 내 농장에 도착하였다. 그는 네게 간청하는 자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대하면 된다.」
태명이 걱정스럽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이 전하는 이 소식은 저에게 큰 걱정거리이옵니다. 어떻게 그를 제 집에 초대할 수 있겠나이까. 저는 아직 어려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주먹으로 맞서 싸울 수 없나이다. 어머니는 저와 함께 남아 남편의 침실과 소문에 휘둘리지 아니하고 집안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구혼자 중 누구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값비싼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나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당신 집에 왔으니, 제가 그에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 신발을 입히고 칼도 주고, 길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당신이 괜찮으시다면 그를 이 농가에 머물게 해 주시고 잘 보살펴 주소서. 제가 당신에게 옷과 음식을 보내 드릴 테니 그가 다른 남자들이나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구혼자들을 만나러 보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너무 폭력적이옵니다. 그들이 그를 학대한다면 저는 너무나 수치스러울 것이옵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는 없다. 너무 많거든.」
그러자 오지수는 좌절감에 휩싸여 이르되,
「친구여, 당신의 집에서 구혼자들이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듣고 나니, 내가 나서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하나이다. 정말 가슴이 아프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옵니다. 말해 보소서,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기로 선택하였나이까. 이탁도 사람들이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당신에게 등을 돌린 것이옵니까. 아니면 갈등이 닥쳤을 때 마땅히 당신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할 형제들을 탓하는 것이옵니까. 내게도 의지에 걸맞은 젊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가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었다면, 혹은 그 자신이 방랑 끝에 돌아온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직 희망은 있나이다. 오지수의 궁전에 들어가는 순간, 누가 내 목을 베더라도 나는 그들을 없애 버릴 것이옵니다. 설령 내가 진다 해도,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나 혼자서는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집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범죄들을 보고만 있겠나이까. 낯선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노비 소녀들이 끌려다니며, 내 아름다운 집에서 강간당하고, 남자들이 포도주와 빵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을. 이런 일들을 위해. 기다림의 게임이여.」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나그네여,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 사람들은 제 적이 아니며, 제가 탓할 형제도 없나이다. 상제께서 우리 가문에 단 하나의 혈통을 주셨나이다. 아르케시우스에게는 아들 라에르테스 하나뿐이었고, 라에르테스에게는 외아들 오지수가 있었으며, 오지수에게는 외아들 제가 있었나이다. 그는 저를 고향에 남겨 두고 떠났나이다. 저를 얻지 못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인한 침략자들이 득세하고 있나이다. 사메 섬과 둘리키움 섬,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섬, 그리고 바위투성이 이탁도 섬의 지배자들까지, 모든 섬에서 가장 강인한 자들이 어머니께 구혼하러 와서 제 재산을 탕진하고 있나이다. 어머니는 끔찍한 재혼을 거부하지도, 끝낼 수도 없나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제 집안 살림을 해치고 있으며, 곧 저마저 해칠지도 모르나이다. 이런 일은 신들의 몫이옵니다. 할아버지여, 이제 서둘러 왕비께 가서 제가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해 주소서.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나이다. 왕비께만 전해 주소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마시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알겠소.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불쌍한 라에르테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겠소. 한동안 그는 오지수를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내키면 밭을 지키고 노비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곤 하였소. 그런데 당신의 배가 필성로 떠난 후로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아니하고 밭을 살피러 가지도 않는다 하더오. 뼈만 남을 정도로 늙어서 울고불고 있다 하더오.」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로군. 그러나 안 된다. 그를 내버려 두시오. 만일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 첫 번째 소원은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오. 어머니께 전할 말씀을 전하고 서둘러 돌아가시오. 그리고 그를 찾아 시골을 헤매지 마시오. 어머니께 비밀리에 소녀를 보내 늙은 라에르테스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라 전해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발 끈을 묶고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혜의 여신은 그가 마당을 나서는 것을 보고 키가 크고 능숙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섰다. 오지수는 오두막 입구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태명은 볼 수 없었다.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개들은 그녀를 보았으나 짖지 아니하였다. 두려움에 떨며 낑낑거리며 방 건너편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혜의 여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수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담을 넘어 나와 그녀 옆에 섰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위대한 전략가 오지수여, 이제 당신의 아들이 진실을 알 때가 되었나이다. 두 사람은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치할지 함께 계획해야 하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을로 가소서. 저도 곧 그곳에서 당신들을 만나겠나이다. 사실 저는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만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고, 키를 더 크게 하고 젊어 보이게 하였다. 그의 피부는 그을리고 볼살이 통통해졌으며 턱에는 짙은 수염이 자랐다. 그렇게 지혜의 여신의 마법이 끝나고 그녀는 날아갔다. 오지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혹시 신일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낯선 분이시여, 전과는 너무나 다르시나이다. 옷도, 피부도…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틀림없나이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제물을 바치고 황금 보물을 드리겠나이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오랜 고통을 겪어 온 오지수가 대답하되,
「나는 신이 아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느냐. 나는 네 아버지, 네가 슬퍼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잔인한 자들이 너를 그토록 괴롭히는 것은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입맞추고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그는 그때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그가 정말 아버지인지 믿지 못하고 이르되,
「아니에요, 당신은 제 아버지 오지수가 아니에요. 어떤 신이 저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마법을 걸었을 거예요. 필멸의 인간은 자신의 지혜로 늙었다가 다시 젊어질 수는 없어요. 어떤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쉽게 해내지 않는 한 말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분명히 늙었고, 그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처럼 보이시네요.」
교활한 오지수는 날카롭게 이르되,
「아니, 태명아, 네 아버지를 보고 놀라지 마라. 바로 나다. 다른 사람이 오는 게 아니다. 나는 오지수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길을 잃었으나, 이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은 지혜의 여신의 솜씨다. 여신은 마음대로 나를 변신시킬 수 있다. 때로는 집 없는 거지로, 때로는 왕자의 옷을 입은 젊은이로 만들기도 한다. 천상의 신들에게는 필멸의 인간을 아름답게 하거나 추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명은 아버지를 껴안고 울었다. 두 사람은 깊은 슬픔에 잠겨 사냥꾼에게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를 빼앗긴 독수리나 콘도르처럼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그만큼 서럽게 울었다. 그들의 슬픔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을 터인데, 그때 갑자기 태명이 이르되,
「아버지여, 선원들이 어떤 길로 아버지를 이탁도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아버지가 걸어서 오신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들아, 모든 것을 말해 주겠다. 항해술로 유명한 페아키아인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언제나 손님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들의 배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고, 그들은 나를 이탁도에 내려놓았다.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금과 청동, 그리고 옷가지와 같은 귀한 선물들을 가져왔는데, 신들의 뜻에 따라 그것들은 동굴에 보관되어 있다. 지혜의 여신은 내게 이곳에 와서 너와 함께 적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우라 말씀하셨다. 구혼자는 몇 명이나 되느냐.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총명하기로 유명하니, 우리 둘이서만 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지 알아내겠다.」
태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르되,
「아버지여, 저는 항상 아버지께서 창술과 책략에 능하시다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그러나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과하시나이다. 우리 둘이서 저렇게 강하고 많은 사람들과 싸울 수는 없나이다. 몇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나 되나이다. 구혼자들의 수를 빨리 알려 드리겠나이다. 둘리키움에서 온 쉰두 명은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고, 여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왔나이다. 사메에서 온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 온 스무 명, 그리고 바로 이 이탁도에서 온 열두 명은 모두 건장한 젊은이들이옵니다. 그들에게는 메돈이라는 하인과 시인 한 명, 그리고 고기를 잘 써는 노비 두 명이 동행하나이다. 만일 그 많은 남자들이 집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을 때 공격한다면, 당신은 그들의 폭력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옵니다. 좀 더 생각해 보소서. 우리를 위해 싸워 줄 조력자를 찾을 수 있나이까.」
오지수가 이르되,
「지혜의 여신과 그녀의 아버지 상제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도움이 필요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당신이 언급한 신들은 훌륭한 수호자이옵니다. 그들은 구름 높은 곳에 앉아 인간과 신 모두를 다스리나이다.」
노련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저 두 사람은 우리가 구혼자들과 싸우기 시작할 때, 즉 내 집에서 전쟁의 신이 우리와 그들의 전투력을 시험할 때,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것이다. 새벽에 돌아가서 그 오만한 젊은이들과 합류해라. 돼지치기가 나를 마을까지 호위할 것이다. 나는 다시 거지처럼 보일 것이다. 만일 그들이 나를 학대하고 네가 내가 고통받는 것을 보더라도, 그들이 나에게 무기를 던지고 발을 잡아 밖으로 내던지더라도, 너는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화를 내지 마라. 정중하게 그들에게 이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 말해라. 그들은 네 말을 무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파멸의 날이 가까워졌다. 이제 잘 들어라. 나의 가장 든든한 공모자인 지혜의 여신이 내 심장을 톡톡 두드릴 것이고, 나는 너에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다음 집에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찾아 위층 창고에 숨겨 두어라. 그리고 구혼자들이 물으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고는 이렇게 둘러대라. 『그들은 불 근처에 있어서 연기 때문에 상하고 있었으니 옮겨 놓았을 뿐입니다. 오지수가 토래성으로 떠나기 전의 광채를 잃어가고 있었거든요. 상제 신이시여, 제가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당신들이 술에 취하면 싸우고 서로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멋진 저녁 식사와 구애가 망쳐질 겁니다. 무기는 사람을 무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라. 그리고 우리 둘이서 잽싸게 공격하기 전에 챙길 수 있도록 칼 두 자루, 창 두 자루, 두꺼운 방패 두 개를 남겨 두어라. 지혜의 여신이 그들을 홀릴 것이고, 영리한 상제가 도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나의 친아들이라면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라. 라에르테스와 돼지치기, 여종들, 심지어 연로비조차도 여자들의 태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알아서는 안 된다. 또한 시험해 봐야 한다. 남자 노비들을 살펴보고, 누가 마음속으로 나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누가 당신을 마땅히 존경해야 할 만큼 우러러보는지 알아보거라.」
그의 빛나는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여, 곧 제 용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저는 강인하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그동안 구혼자들은 아버지 집에 앉아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며 재산을 탕진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소서. 여자들에 대해서는, 누가 순결하고 누가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나이다. 그러나 남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이다. 상제께서 징조를 보여 주시면 나중에 해도 되나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하였느니라. 그때 태명이 필성로 갔던 배가 이탁도 중심 도시의 만에 정박하였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배를 해안으로 끌어올렸다. 노비들은 값비싼 선물과 무기를 꺼내 클리티우스의 집으로 가져갔다. 전령이 왕비에게 태명이 이탁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혹시라도 왕비가 아들 때문에 걱정하며 울고 있을까 봐 배를 끌어와 마을로 와야 한다 말했다고 하였다. 돼지치기와 전령은 같은 임무를 띠고 왕비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여종들이 전령 주위에 모여들었다. 전령이 이르되,
「위대한 왕비님,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오셨나이다.」
그리고 돼지치기는 왕비를 따로 데리고 가서 아들이 전하라 한 말을 전하였다. 말을 마치자 돼지치기는 홀을 지나 안뜰로 나가 자신의 돼지들에게로 갔다. 구혼자들은 마음이 상하고 낙담하였다.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 건방진 녀석의 여정이 성공하였소. 우리는 그가 실패할 것이라 확신하였소. 우리는 노 젓는 사람들을 태운 가장 좋은 배를 띄워 바다를 건너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당장 돌아오라 전해야겠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암피노무스가 항구 안에서 육지를 등지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하였다. 돛을 접고 선원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이르되,
「사신을 보낼 필요도 없소. 그들은 이미 돌아왔소. 어떤 신이 그들에게 알려 주었거나, 아니면 그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따라잡지 못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그들은 벌떡 일어나 해변으로 내려가 검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렸고, 하인들은 자랑스럽게 무기를 꺼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시장으로 몰려가 젊은이든 노인이든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나서 안타이노스가 그들에게 연설하되,
「정말 놀랍구나. 신들이 이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냈구나. 며칠 동안 우리 정찰병들은 바람 부는 절벽에서 교대로 감시하였느니라. 해가 지면 해안에서 밤을 지새우지 아니하고 태명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바다에서 매복하였느니라.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하였느니라. 그런데 어떤 신이 그를 집으로 데려왔느니라. 우리는 그를 죽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가 도망쳐서는 안 된다. 그는 우리의 속셈을 알고 있으니 살아남으면 우리의 구혼을 방해할 것이고, 음모를 꾸밀 것이다. 그러면 백성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태명이 백성들을 모을 것이다. 그는 격노할 것이고, 행동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어나서 우리가 그를 죽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말할 것이다. 백성들이 우리의 범죄를 알게 되면 우리를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다치거나 고향에서 쫓겨나 타국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 그를 시골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 혹은 길에서 잡자.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나눠 갖도록 하자.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모시고, 누구와 결혼하든 그 남자는 집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살려 두고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몰려와 그의 집 안의 재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선물을 보내며 그녀에게 구애해야 한다. 언젠가 그 아가씨는 결혼할 것이고, 가장 많은 선물을 보낸 남자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침묵하였다. 그때 니소스의 유명한 아들 암피노무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둘리키움의 밀밭과 목초지에서 왔다. 그는 총명하였고, 연로비는 다른 남자들보다 그의 말을 더 좋아하였다. 그는 현명하게 이르되,
「친구 여러분, 저는 태명을 죽일 생각이 없나이다. 왕족을 죽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옵니다. 그러니 먼저 신들의 뜻을 알아야 하나이다. 위대한 상제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직접 그를 죽이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동참을 촉구하겠나이다. 신들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가 말하자 그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일어서서 오지수의 집으로 돌아가 윤이 나는 의자에 앉았다. 연로비는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알게 되었으니 이 무례한 구혼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메돈이 그들의 계획을 엿듣고 그녀에게 알려 준 것이었다. 시녀들을 곁에 두고 그녀는 아래층 홀로 내려가 그들에게 다가가 문기둥 옆에 서서 얼굴에 베일을 썼다. 그녀는 안타이노스에게 이르되,
「당신은 짐승이다. 교활한 놈이다. 범죄자여. 사람들은 당신이 이탁도에서 당신 또래 중 가장 똑똑하다 말하나,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미쳤다. 어찌하여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 상제께서 지키시는 간청으로 맺어진 인연을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이냐. 당신의 아버지가 이탁도 사람들에게 쫓겨 도망쳐 왔다는 걸 잊었느냐. 이탁도 사람들은 그가 타포스의 해적들과 합류하고 우리의 동맹인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분노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그를 죽이고, 심장을 뜯어내고, 그의 재산을 빼앗으려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그를 보호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제 당신은 은인의 재산을 탐하고, 그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심지어 나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라. 그리고 다른 구혼자들도 그만두게 하라.」
그가 이르되,
「연로비여, 걱정하지 마소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소서. 내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의 아들을 해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옵니다. 맹세컨대, 만일 누군가 시도한다면 내 칼로 그의 피를 흘리게 할 것이옵니다. 당신의 도시를 약탈하던 남편은 종종 나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고기를 조금씩 먹여 주고 붉은 포도주를 마시게 해 주곤 하였나이다. 그래서 지금 태명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서 아무런 위험도 없나이다. 신들이 가져다주는 죽음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없나이다.」
그는 그녀를 달래려고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녀의 아들을 죽일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침실로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울었고, 지혜의 여신이 그녀에게 편안한 잠을 주었다.
저녁이 되자 돼지치기가 집으로 돌아와 오지수를 발견하였다. 그와 그의 아들은 일 년 된 돼지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 곁으로 와서 다시 한번 지팡이로 그를 건드려 초라하고 늙어 보이게 하였다. 돼지치기가 들어왔을 때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돼지치기가 연로비에게 비밀을 누설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니라.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태명이 먼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돌아왔구나. 마을 소식은 어떻지. 그 오만한 구혼자들이 매복에서 돌아와 내 집에 와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잡히려고 숨어 있는 건가.」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 질문을 하려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네. 나는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하고 돌아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당신의 부하 중 한 명, 전령이 나와 함께 갔는데, 그가 당신 어머니께 먼저 소식을 전하였다. 한 가지 더 본 것이 있다. 마을 바로 위 헤르메스 언덕을 지나갈 때, 사람들로 가득 차 방패와 창을 잔뜩 실은 배 한 척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자 태명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눈을 마주쳤다. 에우마이오스가 보지 못하게 숨긴 채였다. 요리가 끝나자 그들은 저녁 식사를 똑같이 나누어 먹었고,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느니라.
==제17권 모욕과 학대==
이에 갓 태어난 새벽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자,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멋진 샌들을 신고 손에 꼭 맞는 튼튼한 창을 들고 길을 나섰도다. 그는 돼지치기에게 이르되,
“할아버지여, 저는 어머니를 뵈러 마을에 가야 하나이다. 어머니를 뵙기 전까지 어머니는 계속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실 것 같나이다. 이제 할아버지께서 이 불쌍한 늙은이를 마을로 데려가 구걸하게 해 주셔야 하나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먹을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지금 모든 사람을 상대할 여유가 없나이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나이다. 그분이 화를 내시더라도 그건 그분의 문제일 뿐이니이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친구여, 나는 여기 머물고 싶지도 아니하니라. 거지들은 마을과 시골을 떠돌아다녀야 하느니라. 나는 자선가들에게서 음식을 얻어먹을 것이로다. 나는 너무 늙어서 감독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농부로 여기 머물 수 없느니라.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불 옆에서 몸을 녹이면 그 사람이 나를 데려갈 것이로다. 내게는 이 누더기 옷밖에 없느니라. 아침 서리가 내리면 죽을지도 모르느니라. 네가 말했듯이 마을은 멀도다.”
그러자 태명은 구혼자들을 혼내 줄 계획을 생각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도다. 왕궁에 도착하자 그는 창을 기둥에 기대어 놓고 돌로 된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느니라. 의자에 양털을 깔고 있던 유모 명숙이 그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도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었으며, 고집 센 오지수의 다른 여인들도 모여들어 태명의 머리와 어깨에 입맞추며 그를 환영하였느니라.
그때 현명한 연로비가 여신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와 사랑하는 아들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도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추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쏟아내되,
“태명아, 왔구나! 사랑스러운 아들아! 네가 아버지 소식을 듣기 위해 나에게 말도 없이 필성로 몰래 갔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느니라. 무슨 일을 보고 왔느냐?”
태명은 침착하게 이르되,
“어머니, 저를 화나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려 하지 마소서. 저는 위험에서 살아남았나이다.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소서. 그리고 시녀들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소서.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소서. 이제 저는 마을로 나가겠나이다. 이탁도에 저보다 바로 뒤에 도착한 낯선 사람을 초대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용감한 부하들과 함께 먼저 보냈고, 피레우스에게 그를 집으로 데려가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였나이다.”
그의 말은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도다. 어머니는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고 아낌없이 제물을 바치며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청하였느니라. 태명은 창을 들고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옆에 두고 홀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에게 신비로운 은총을 내리셨느니라. 모두가 그의 등장에 놀랐도다. 구혼자들은 주위에 모여들어 친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를 해치려는 속셈이었느니라.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피해 명토르와 안티푸스, 할리테르세스와 합류하였으니, 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도다. 그들은 그에게 자세히 질문하였느니라.
그때 피레우스가 테오클리메누스라는 낯선 사람을 데리고 마을 중심부로 다가왔도다. 태명은 즉시 길을 나서서 그 낯선 사람 곁에 섰으며, 피레우스가 먼저 입을 열되,
“태명이여, 여자들을 어서 내 집으로 보내소서. 면나수가 당신에게 준 선물을 돌려주겠나이다.”
그러나 태명은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피레우스여, 안 되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나이다. 만약 제 집에 있는 구혼자들이 몰래 저를 죽이고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 갖는다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당신이 선물을 받는 것을 더 원하나이다. 그리고 만약 제가 그들을 죽여 파멸을 가져온다면, 제게 선물을 가져다주소서. 그러면 우리 둘 다 행복할 것이니이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지친 나그네를 집으로 데려가 의자에 장포를 깔아 주었도다. 그들은 목욕하러 갔으며, 여종들이 그들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느니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의자에 앉았도다. 한 여종이 금 항아리를 가져와 은 그릇에 담긴 세숫대야에 그들의 손을 씻어 주었으며, 그녀는 그들 옆에 상을 차렸고, 한 겸손한 여종이 풍성한 음식을 가져왔느니라. 연로비는 태명을 마주 보고 문 옆 의자에 기대어 고운 양털을 잣고 있었도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마셨느니라.
그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던 연로비가 입을 열되,
“태명아, 이제 위층에 올라가 내 침대에 누워 쉬어야겠느니라. 오지수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떠난 후로 내 침대는 슬픔의 침대가 되어 항상 눈물로 얼룩져 있느니라. 그런데 당신은 아버지의 귀환 소식을 알아냈는지 말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구혼자들이 오기 전에 어서 말해 주소서.”
태명은 차분하게 대답하되,
“어머니,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는 네스토르 왕을 뵈러 필성에 갔나이다. 왕께서는 마치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 돌아온 아들처럼 저를 궁궐로 맞아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나이다. 친아들처럼 저를 아껴 주셨나이다. 그러나 왕께서는 오지수에 대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셨나이다. 그래서 저를 말과 마차를 타고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장군인 메넬라오스에게 보내셨나이다. 거기서 저는 헬레나를 만났나이다. 신들의 뜻에 따라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전쟁을 치르며 고통받았던 것이니이다. 메넬라오스가 제가 왜 영광스러운 사필성에 왔는지 묻자, 저는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셨나이다. ‘어리석은 겁쟁이들! 그들이 누우려는 자리는 진정으로 결연한 자의 것이로다. 마치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을 사나운 사자의 굴에 눕혀 놓고 풀을 뜯으러 비탈과 계곡으로 가는 것과 같으며,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잔인하게 새끼 사슴을 죽이는 것과 같도다. 두 어린아이들 말이로다. 오지수가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라. 아버지 상제, 지혜낭자, 아로왕께 기도하건대, 그가 오래전 레스보스 섬에서 필로메데스와 씨름하여 그를 땅에 내던지고 모든 그리스인들이 환호했던 때처럼 강하기를 바라노라. 그가 구혼자들과도 똑같이 싸워 그들의 구혼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나고 목숨도 빨리 잃게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고 저는 당신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늙은 바다의 신에게서 들은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는 그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았다고 하였나이다. 산령녀 립선이 그를 자신의 섬, 그녀의 집에 가두어 놓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는 넓은 바다를 건널 함대나 선원이 없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나이다. 유명한 면나수가 그렇게 말하였나이다. 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신들께서 순풍을 주셔서 저는 순조롭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나이다.’”
그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도다. 그때 신과 같은 테오클리메노스가 입을 열되,
“나의 부인,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시여, 이 소식은 불완전하나이다. 예언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겠나이다.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제가 온 곳, 위대한 오지수의 화롯가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는 이미 이탁도에 있나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오는 길일 것이니이다. 그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나이다. 제가 배에 앉아 있을 때 징조를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나이다. 태명에게도 이야기하였나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낯선 분이시여, 이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극진한 환대와 관대함을 베풀어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행운을 보게 할 것이니이다.”
한편, 오지수의 집 밖에서는 구혼자들이 평소처럼 밖에서 다트와 원반 던지기 게임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었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양 떼들이 목동들의 인도를 받으며 각 들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메돈이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이 가장 아끼는 노비 소년이었고, 구혼자들은 항상 그를 잔치에 데려왔도다.
“나리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소. 이제 안으로 들어오셔서 식사하시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소.”
그들은 그의 조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갔도다. 의자에 장포를 깔고 살찐 염소, 큰 숫양, 살찐 돼지 몇 마리,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소 한 마리를 잡아 잔치를 위해 요리하였느니라.
오지수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려고 서둘렀도다. 돼지치기는 위엄 있는 어조로 이르되,
“나그네여, 주인님께서 오늘 원하신다면 도시로 오셔도 된다고 하셨나이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여기 남아 농장을 지켜 주시기를 바랄 뿐이니이다. 그러나 주인님께서 저를 꾸짖으실까 봐 걱정되나이다. 주인의 꾸지람은 노비에게 무거운 짐이 되니까요. 이제 가야 하나이다. 시간이 늦었고 곧 추워질 것이니이다. 해가 지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알겠소. 이제 가자. 앞장서소. 그런데 지팡이가 있으면 내가 의지할 수 있도록 좀 주소. 길이 미끄럽다고 들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끈으로 가방을 어깨에 메었도다. 가방은 너덜너덜하고 구멍투성이였느니라. 에우마이오스는 그에게 쓸 만한 지팡이를 주었도다. 그들은 떠났고, 개들과 목동들은 농장을 지키기 위해 남았느니라. 돼지치기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 옷을 입은, 마치 가난한 늙은 거지처럼 보이는 주인을 마을로 안내하였도다.
그들은 돌길을 따라 걸어 마을 근처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화려한 샘에 도착하였느니라. 그 샘은 이타코스, 네리토스, 그리고 폴릭토르가 세운 것이었도다. 샘 주변에는 샘물의 양분을 받아 검은 포플러 나무들이 둥글게 자라 있었으며, 위쪽 바위에서는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렸느니라. 그 위에는 산령녀들을 기리는 제단이 세워져 있었으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산령녀들에게 제물을 바쳤도다.
돌리우스의 아들 말태수가 다른 두 명의 목동과 함께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에게 먹일 가장 좋은 염소들을 몰고 오고 있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그는 오지수를 격분시키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로 욕설을 퍼붓되,
“악당이 또 다른 악당을 이끌고 가는구나! 당연한 일이로다. 신들께서는 비슷한 것들을 짝짓기하게 하시니라. 이 더러운 돼지 인간아, 저 늙은 돼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사들에게 줄 선물도 없이 부스러기만 구걸하는 게으름뱅이 말이냐? 내 농장을 지키고 우리를 청소하고 새끼 돼지들에게 사료를 던져 주게 하면 유청이나 마시면서 뼈만 앙상한 다리를 살찌울 수 있을 터인데. 그러나 저놈은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탐욕스러운 배를 채울 음식을 구걸하는 것을 좋아하잖아. 내가 장담하노니, 저놈이 오지수의 궁전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머리에 의자를 던지고, 그를 집 안으로 내던져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이로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오지수를 지나쳐 엉덩이뼈를 걷어차려고 달려들었도다. 정말 어리석은 놈이로다! 오지수는 길에서 밀려나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어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귀를 잡아 땅에 내동댕이칠지 고민하였도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고 화를 억눌렀느니라. 돼지치기가 말태수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그는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도하되,
“오, 샘의 요정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오지수 왕께서 당신들을 위해 기름진 양고기와 염소고기 뼈를 가져오신 적이 있다면, 이제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신령들께서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 제 주인께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목동들 때문에 가축들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이 무례한 자의 허풍을 끝내실 것이니이다.”
염소지기 말태수는 그를 비웃으며 이르되,
“오, 아주 훌륭하도다! 이 개는 말도 할 줄 알고, 재주도 부렸구나. 언젠가 저 개를 배에 태워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팔아 보물을 잔뜩 얻어야겠도다. 내일 아폴론 신이 태명의 집에 은화살을 쏘거나, 구혼자들이 그를 죽였으면 좋겠구나. 오지수는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노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들을 떠났도다. 그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는 그들보다 앞서 달려갔느니라. 그는 주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총애하는 에우리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 사이에 앉았도다. 노비들이 그에게 고기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순종적인 하녀는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안으로 들어가 페미우스가 노래를 위해 조율하고 있는 리라의 울려 퍼지는 소리에 둘러싸여 서 있었도다. 오지수는 돼지치기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곳은 오지수의 웅장한 궁전이니이다. 수많은 궁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나이다. 방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안뜰은 처마 장식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튼튼한 이중문이 있나이다. 누구도 이곳을 뚫고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이나이다. 고기 냄새가 나고, 신들께서 잔치의 동반자로 삼으신 리라 소리가 들리니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맞나이다! 예리하시나이다.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하나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과 합류하시고, 저는 여기 밖에 남겠나이다. 아니면 기다리시고 제가 가겠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소서. 누군가 당신을 보면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매를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침착한 오지수가 이르되,
“그래, 그 생각도 하였느니라. 당신은 가시고 저는 여기 남겠느니라. 저는 전에도 많이 맞았느니라. 고난을 잘 아나이다. 저는 강인하니라. 전쟁도 겪었고,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러니 이대로 두겠느니라. 배고픔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니라. 굶주림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그 저주 때문에 우리가 거친 바다를 건너고 다른 민족을 약탈하는 것이로다.”
그들이 말하는 동안, 거기에 누워 있던 개 아르고스가 머리와 귀를 쫑긋 세웠도다. 오지수는 이 개를 훈련시켰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느니라. 그는 너무 일찍 신성한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니라. 주인이 떠나자, 소년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야생 염소와 사슴, 토끼를 사냥하러 나갔도다. 그러나 이제 아르고스는 주인도 없이, 노새와 소의 똥 더미 속에 방치되어 있었느니라. 노비들은 그 똥을 문 밖에 쌓아 두었다가 넓은 농장에 거름으로 썼도다. 그래서 아르고스는 더러운 채로, 벼룩으로 뒤덮인 채 누워 있었느니라. 오지수가 가까이 온 것을 알아차리자, 아르고스는 꼬리를 흔들고 두 귀를 뒤로 젖혔도다. 그는 너무 약해서 주인에게 다가갈 수 없었느니라. 멀리서 오지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닦고 감쪽같이 숨긴 채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 개가 똥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이상하구나. 그 개는 꽤 잘생겼으나, 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보기 좋게 키우는 애완견인지 알 수 없도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이 개는 타국에서 죽은 주인의 것이었나이다. 오지수가 그를 버리고 토래성으로 갔을 때처럼 건강했다면 얼마나 빠르고 용감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니이다. 숲속으로 사냥을 나가면 항상 먹이를 잡았나이다.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나이다. 그러나 주인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상태는 좋지 아니하나이다. 여자들은 그를 돌보지 아니하나이다. 주인이 지켜보지 않으면 노비들은 제 역할을 하려 하지 아니하나이다. 상제께서는 우리를 노비로 만드는 날 우리의 가치를 반으로 깎아내리시나이다.”
그렇게 돼지치기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귀족 구혼자들과 합류하였도다. 아르고스가 오지수를 본 지 이십 년이 흘렀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를 보게 된 순간이었느니라. 그때 갑자기 흑사병이 그를 덮쳤도다.
태명은 돼지치기가 오는 것을 먼저 보았으며, 고개를 끄덕여 오라고 하였느니라. 주위를 둘러보던 에우마이오스는 구혼자들의 고기를 자르던 소년이 쓰던 의자를 발견하였도다. 그는 의자를 집어 태명의 탁자 옆에 놓았으며, 거기에 앉았고, 노비 소년은 그에게 고기와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그때 오지수가 다가와 안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가난하고 슬픈 노인처럼 보였도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물푸레나무 문턱에 털썩 주저앉아 오래전에 일꾼이 다듬고 곧게 펴놓은 삼나무 문설주에 기대었느니라. 소년은 돼지치기를 불러 바구니에서 밀빵 하나와 손에 들 수 있는 만큼의 고기를 집어 들었으며, 그에게 음식을 주며 이르되,
“이 음식을 저 낯선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연회장을 돌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전해 주소서. 궁핍한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하나이다.”
돼지치기는 가서 오지수에게 이르되,
“태명이 당신에게 이 음식을 주면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하였나이다. 남에게 얻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한다고 하더이다.”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기도하되,
“오 상제시여, 이 태명을 축복하시고, 그의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하소서.”
오지수는 두 손으로 음식을 집어 낡고 해진 자루 위에 올려놓고 발치에 놓고 먹으며 연회장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었도다. 그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음악이 멈추고 구혼자들이 소리쳤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 곁에 서서 그에게 구혼자들 사이로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며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알아보라고 부추기셨도다. 비록 지혜낭자께서는 다가올 학살에서 누구도 구해낼 생각은 없으셨으나 말이로다.
오지수는 능숙한 거지처럼 손을 내밀며 좌우로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느니라. 사람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음식을 주었고,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였도다. 그들이 서로 묻자 염소지기 말태수가 이르되,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이 낯선 사람에 대해 제 말을 들어주소서. 저는 이 사람을 전에 본 적이 있나이다. 돼지치기가 데려온 사람이니이다. 저는 그 이상 아는 것이 없나이다. 그의 배경도 모르나이다.”
안태우는 돼지치기를 꾸짖기 시작하되,
“돼지치기여! 이 유명한 바보야! 왜 이 사람을 데려왔느냐? 이미 잔치를 망치러 오는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아니하느냐? 그들이 몰려들어 네 주인의 재산을 훔쳐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칫거리인데, 왜 이 사람까지 데려왔느냐?”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안태우여, 당신은 귀족이나 당신의 말은 헛소리이니이다. 백성을 도울 재능이 없는 이방인을 누가 초대하겠나이까? 예언자나 의사, 건축가, 아니면 노래로 기쁨을 줄 수 있는 시인 같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거지에게는 아무도 청하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배고픔만 가져올 뿐이니이다. 모든 구혼자 중에서 당신은 노비, 특히 저에게 가장 못되게 구는구나. 그러나 현명한 왕비와 신과 같은 왕자께서 여전히 이 집에 사신다면 저는 상관없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조용히 하라. 안태우는 대답할 가치도 없느니라. 그는 늘 시비를 걸고 남들을 자극하기만 하느니라.”
그러자 안태우에게로 돌아서서 이르되,
“아버지처럼 저를 너무나 잘 챙겨 주시는구나! 저 낯선 사람을 쫓아내라고 하셨지 아니한가! 신이시여,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소서! 가서 그에게 뭐라도 좀 주소서. 저는 음식을 나눠 줄 수 있나이다. 어서 가소서! 어머니나 아버지 소유의 다른 하인들은 신경 쓰지 마소서. 어차피 당신은 그들에게 관심도 없으셨지 아니한가. 당신은 남과 나누려는 게 아니라 자기 배만 채우려는 것이로다.”
안태우가 대답하되,
“잘난 척하는 녀석이구나! 심술궂은 성격이로다! 끔찍한 말을 하다니! 모든 구혼자들이 나처럼 음식을 준다면 이 집에서 그를 석 달 동안이나 가둬 둘 수 있겠도다!”
그는 식탁 밑에 발을 올려놓고 잔뜩 먹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발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휘둘렀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음식을 주어 거지 주머니를 채워 주었느니라. 오지수는 시험을 마쳤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문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도다. 대신 그는 안태우 곁에 서서 이르되,
“친구여, 내게 무엇을 좀 주소. 자네는 분명 모든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 것이오. 자네는 왕족처럼 생겼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겠소. 그러면 내가 자네를 온 세상에 알리겠소. 나는 한때 궁전을 가진 부자였소. 어디에서든 가난한 거지들이 찾아오면 신분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에게 음식을 주었소. 내 노비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재산도 많았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을 누렸소. 그러나 상제께서 모든 것을 파괴하셨소. 그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소. 그는 나를 부추겨 해적들과 함께 이집트로 가게 하셨소. 그 긴 여정이 내 파멸을 가져왔소. 나는 나일 강에 갤리선을 정박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였소. 그리고 모든 망루에 정찰병을 보냈소. 그러나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아름다운 이집트 들판을 약탈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잡아갔으며 남자들을 죽였소. 비명 소리가 마을까지 들렸소. 사람들이 듣고 도우러 달려왔소. 새벽이 되자 평원은 발굽으로 가득 찼소. 병사들과 말들, 그리고 번쩍이는 청동 무기들이었소. 그때 천둥을 사랑하는 상제께서 내 병사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셨소. 참혹한 공포였소.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했고, 사백 명 중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였소. 날카로운 청동 칼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다른 이들은 노비로 팔려갔소. 그러나 그들은 나를 만난 드메토르라는 키프로스 왕에게 넘겨 주었소. 나는 키프로스 출신이오. 이것이 내 비극적인 이야기이오.”
안태우가 대답하되,
“어떤 신이 이런 재앙을 내려 우리 잔치를 망쳤단 말인가? 저기서나 있어라, 내 식탁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 아니면 꺼져 버려라! 이집트에서 죽거나 키프로스에서 노비가 되든가! 뻔뻔스러운 거지 자식아! 우리에게 와서 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대접해 주는구나. 우리는 가진 것이 많고, 사람들은 남의 재산을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아니하느니라.”
재치 있는 오지수는 그에게서 물러서며 이르되,
“잘생긴 바보 같으니! 네 집에서 소금 한 알도 안 줄 주제에 남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 성대한 연회에서 빵 부스러기 하나 내게 주지 않겠다니!”
안태우는 격분하여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더 이상 못 참겠도다! 나를 모욕하다니? 품위 있게 떠날 기회를 놓쳤구나!”
그는 의자를 들어 오지수의 오른쪽 어깨, 등 쪽으로 던졌도다. 그러나 오지수는 쓰러지지 않고 돌처럼 굳어 서서 고개를 흔들며 말없이 복수를 생각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돌아가 문턱에 앉아 음식으로 가득 찬 자루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이르되,
“이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제가 할 말이 있나이다. 사람들이 소나 양 같은 자기 소유물을 위해 싸울 때는 상처를 입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이다. 그러나 안태우는 제가 배고픈 채로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저에게 상처를 입혔나이다. 굶주림은 인간에게 그토록 큰 고통을 가져다주나이다. 만약 가난한 자들의 신이나 복수의 여신이 있다면, 결혼 대신 그가 죽음으로 심판받기를 바라나이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입 다물거나 꺼져라! 계속 떠들면 우리 젊은이들이 네 손발을 잡고 궁궐을 끌고 다니며 산 채로 가죽을 벗길 것이로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안태우를 끈질기게 질책하되,
“가엾은 늙은 거지를 때려서는 안 됐소! 만약 그가 하늘에서 온 신으로 밝혀진다면 큰일 날 것이오! 신들께서는 누가 신성한 법을 어기는지, 누가 선한지 알아보기 위해 이방인이나 낯선 사람으로 변장해서 마을에 온단오하기도 한단오이오!”
안태우는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였도다. 그 일격은 태명의 마음속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으나,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복수를 생각하였도다.
연로비는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모든 노비들에게 이르되,
“아로왕 신이 안태우를 거지처럼 쏘아 죽이기를 바라네!”
그러자 늙은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소! 그들 중 누구도 새벽이 왕좌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오.”
연로비가 이르되,
“여보,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해요. 안태우가 제일 악랄해요. 그는 죽음과 같아요. 어떤 불쌍한 늙은 나그네가 궁핍해서 이 집에 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도와 자루를 채워 주었는데, 안태우가 그의 어깨에 발판을 던졌어요.”
그녀는 오지수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시녀들과 함께 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그러고 나서 돼지치기를 불렀느니라.
“에우마이오스여! 그 나그네를 내게 오게 하여 내가 그를 맞이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오지수에 대해 듣거나 본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하시오. 그 나그네는 먼 길을 온 것 같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폐하, 이 사람들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니이다. 저는 그를 사흘 밤낮으로 제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배에서 도망쳐 나와 제 집에 먼저 왔나이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는데,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나이다. 마치 신의 축복을 받아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가수처럼—사람들은 그가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보나이다—그의 이야기는 저를 매료시켰나이다. 그는 오지수와 자신이 조상 대대로 오랜 친구 사이라고 말하나이다. 그는 미노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살았는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험난한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하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아직 살아 있고, 이 근처 풍요로운 테스프로토스 땅에 있으며, 보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나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그를 불러 오소서. 그가 직접 내게 말하게 하소서. 구혼자들은 우리 집 안이나 문 앞에서 흥청망청 놀고 있소. 분위기가 아주 흥겹소. 그들의 집에는 맛보지 못한 음식과 포도주가 가득하고, 하인들은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소. 그러면서도 그들은 매일 우리 집에 몰려와 소, 양, 염소를 잡고 마음껏 잔치를 벌이며 우리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우리 재산은 텅 비었소. 오지수처럼 이 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여기 없소. 그러나 오지수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와 그의 아들은 곧 그들의 폭력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오.”
태명이 크게 재채기를 하자 그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도다. 연로비는 웃으며 에우마이오스에게 이르되,
“저 낯선 사람을 불러 오소서! 내 아들이 방금 내가 한 말에 재채기를 하였소. 들었소? 그건 모든 구혼자들에게 죽음의 징조요. 이제 아무도 그들을 파멸에서 구할 수 없소. 그러나 잘 들어 보소서. 만약 저 낯선 사람이 진실을 말한다면,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오지수 곁으로 가서 섰도다. 그의 말에는 날개가 달렸느니라.
“나리, 태명의 어머니인 연로비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남편에 대해 묻고 싶어 하시나이다. 만약 당신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한다면, 그녀는 알게 될 것이니, 옷을 얻게 될 것이오. 당신에게는 옷이 절실히 필요하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음식을 구걸할 수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당신에게 음식을 줄 것이오.”
강인한 의지의 오지수는 이렇게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연로비에게 곧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할 것이로다. 오지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니라. 우리도 고통을 함께 겪었으니 말이로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구혼자들 때문에 몹시 불안하니라. 그들의 공격성은 하늘을 깎아내리는 것 같도다. 방금 전에도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뭔가를 던져서 다쳤느니라. 태명도, 다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니 연로비에게 아무리 간절히 원하더라도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으라고 전해라. 해질녘이 되면 가까이 와서 불 옆에 앉아 남편의 귀향길에 대해 물어보라고 해라. 내 옷이 더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아니하느냐. 내가 도움을 청하러 처음 온 사람이 너였으니 말이로다.”
돼지치기는 돌아섰도다. 문턱을 넘자 날카로운 연로비가 이르되,
“그 여행자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오? 무슨 문제라도 있소? 너무 겁이 많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이오? 집 없는 사람이 그런 수치를 당할 수는 없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의 말은 상식적인 것이니이다. 그는 구혼자들을 피하고 싶어 하나이다. 그들은 공격적이니이다. 그는 해 질 때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라고 하나이다. 왕비님,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니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적어도 그 낯선 사람은 바보가 아니오. 저 사람들처럼 깡패 같은 놈들은 전에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하오.”
돼지치기는 구혼자 무리에게 돌아가 태명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였도다.
“친구여,” 그가 이르되, “나는 가서 돼지들과 당신의 모든 재산, 그리고 나의 재산을 지켜야 하나이다. 모든 것을 잘 돌보되,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지키소서. 다치지 마소서. 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우리를 해치기 전에 그들을 모두 없애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먼저 식사를 하고 가소서. 새벽에 먹을 동물을 가지고 돌아오소서. 나머지는 저와 신들에게 맡기겠나이다.”
그러자 에우마이오스는 의자에 앉아 먹고 마신 후,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 찬 궁전을 떠나 돼지들에게로 돌아갔도다. 이미 늦은 오후였고, 음악과 춤이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느니라.
==제18권 두 거지==
이에 이탁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이탁도는 탐욕으로 악명이 높았도다. 그는 끊임없이 먹고 마셔서 살은 쪘으나 허약하였고, 싸울 기력도 없었느니라. 그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지어 준 이름은 아르나이오스였으나, 젊은이들은 그를 심부름꾼이었기에 이루스라고 불렀도다.
이제 이 남자는 오지수를 그의 집에서 쫓아내려 하며 저주를 퍼붓되,
“저리 가라, 늙은이여! 나가거라! 그렇지 아니하면 발로 끌어내 버리리라! 구혼자들이 눈짓하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 보이지 아니하느냐? 이는 나에게 창피한 일이로다. 당장 너를 일으켜 세우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싸우리라!”
오지수는 그를 노려보며 이르되,
“어리석은 놈아! 나는 너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너를 험담한 것도 아니니라. 다른 거지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여 질투할 것도 없느니라. 그가 얼마나 많이 받든 상관없도다. 이 문은 우리 둘 다 지나갈 수 있느니라. 모든 재물을 독차지하지 말라. 네 것이 아니니라. 너도 나처럼 집 없는 사람 같구나. 신들께서는 모든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시느니라. 나를 자극하여 싸우게 하거나 화를 내게 하지 말라. 나는 늙었으나 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러면 내일은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니라. 너는 다시는 오지수의 궁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로다.”
방랑자 이루스는 격분하여 이르되,
“이 탐욕스러운 돼지 같은 놈이 마치 늙은 여인이 오븐을 닦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구나! 내가 저놈을 때려눕히고, 두 주먹으로 후려치고, 농부들이 농작물을 망치는 돼지의 어금니를 뽑아내듯이 이빨을 뽑아버리리라! 각오하라! 사람들이 지켜보게 놔두자. 어찌 감히 나보다 어린 놈과 싸움을 걸 생각을 하는 것이냐?”
궁궐 문턱에서 그들의 격렬한 적개심은 극에 달하였도다. 성스러운 군주 안태우는 싸움을 부추기며 껄껄 웃으며 구혼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처럼 멋진 구경거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처음이로다. 신이시여, 이 두 사람이 싸움을 벌일 태세로다. 자, 어서 부추겨 보자!”
그들은 모두 웃으며 벌떡 일어나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들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안태우가 그들에게 이르되,
“잘 들으라, 구혼자들아! 저녁 식사로 기름과 피를 가득 채운 염소 위를 불에 굽고 있느니라.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는 이것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가도록 하라. 그러면 그는 앞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식사할 수 있고, 우리는 다른 거지는 우리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리라.”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도다. 전략가 오지수는 그들을 속이며 이르되,
“친구들이여, 나처럼 늙고 고통에 지친 사람이 젊은이와 싸울 수는 없나이다. 굶주림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매를 맞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하나이다. 그러나 맹세코 이루스를 도와 나를 주먹으로 때려 패배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소서.”
모두 그의 말대로 맹세하였도다. 성스러운 왕자 태명이 이르되,
“손님, 당신의 용감한 마음이 이 도전자와 싸우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소서. 당신을 때리는 자는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니이다. 나는 당신의 주인이니이다.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도 현명하니 나와 같은 생각이니이다.”
모두 동의하였고, 오지수는 누더기 옷을 벗어 허리에 묶었도다. 그러자 우람한 허벅지와 어깨, 거대한 가슴과 튼튼한 팔이 드러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의 곁에 서서 백성의 목자로서의 자답게 그의 힘을 더해 주셨도다. 모든 구혼자들은 어안이 벙벙해하며 이르되,
“이는 이루스의 최후를 의미하는구나! 자업자득이로다! 저 늙은이의 누더기 아래에 숨겨진 근육이라니!”
이루스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으며, 그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도다. 그러나 하인들은 그에게 튜닉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라고 재촉하였으며, 그는 온몸을 떨었느니라. 안태우가 이르되,
“하하, 잘난 척하는구나! 고통에 지친 늙은이를 그렇게 두려워하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만약 저 자가 너를 이겨서 자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너를 배에 태워 그리스 본토의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버리리라. 그는 무자비한 청동으로 네 코와 귀를 자르고, 그다음엔 네 성기를 잘라내어 날것으로 개들에게 먹일 것이로다.”
이 말은 이루스의 떨림을 더욱 심화시켰도다. 링으로 호송된 그는 일어섰으며, 두 사람은 주먹을 치켜들었느니라. 온갖 모욕을 견뎌 낸 오지수는 이루스를 죽일 정도로 세게 때릴지, 아니면 가볍게 쳐서 쓰러뜨릴지 고민하였도다. 구혼자들이 눈치챌지도 모르니 가볍게 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였느니라.
마침내 둘은 주먹을 주고받았도다. 먼저 이루스가 오지수의 어깨를 쳤으며, 오지수는 이루스의 귀 아래 목을 주먹으로 쳐서 턱뼈를 부러뜨렸느니라. 입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고, 이루스는 신음하며 이를 악물고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웃다가 쓰러졌느니라.
오지수는 이루스의 발을 붙잡고 성문을 통해 안뜰로 끌고 나와 담벼락에 기대어 세웠도다. 그는 이루스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 주며 이르되,
“거기 앉아서 개와 돼지를 쫓아내라! 이 쓸모없는 놈아! 손님과 거지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렇지 아니하면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할 것이로다!”
그런 다음 그는 누더기 자루를 집어 어깨끈으로 메고 다시 문 옆에 앉았도다. 구혼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잔을 들며 이르되,
“모든 신들과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저 탐욕스러운 돼지 이루스는 가는 곳마다 기생충처럼 살찌워 댔도다. 네가 그를 막아 준다면 우리는 그를 대량 학살의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리라.”
오지수는 이 길조를 듣고 기뻐하였도다. 안태우는 피와 기름으로 가득 찬 커다란 염소의 위를 그의 앞에 내놓았으며, 암피노무스는 빵 바구니 두 개와 금으로 된 포도주 잔을 내어 그를 맞이하였느니라.
“선생님, 저희 집에 묵어 주소서.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나, 앞으로는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오지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하되,
“암피노무스여, 자네는 자네 아버지인 둘리키움의 니수스처럼 총명해 보이는구나. 그의 부와 뛰어난 지략, 그리고 자네가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느니라. 자네는 말솜씨도 좋도다. 내 말을 잘 들어 보라. 땅 위를 살고 숨 쉬고 기어 다니는 모든 생물 중에서 우리 인간은 가장 약하니라. 신들께서 우리에게 행운을 내려 주시고 다리가 날렵하고 유연할 때는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 신들께서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주실 때는 그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 내야 하느니라. 우리의 기분은 상제께서 매일 내리시는 시련에 달려 있도다. 나도 한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라고 여기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느니라. 그러나 형제들과 아버지의 사주를 받아 폭력과 권력 남용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도다. 누구도 옳은 것을 외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사람은 신들께서 무엇을 주시든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구혼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는지 보라. 재산을 낭비하고 곧 죽게 될 자의 아내를 존중하지도 아니하니 말이로다. 그는 곧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아주 곧! 신들께서 너를 집으로 인도하여 그가 돌아올 때 마주치지 않도록 하노라. 그가 이 연회장에서 구혼자들과 마주치면 피가 흐를 것이니라.”
그는 신들에게 달콤한 포도주를 바치고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암피노무스에게 건네었도다. 암피노무스는 잔을 받아들고는 마음이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집안을 서성였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위험을 감지하였으나, 그는 살 운명이 아니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가 강한 창을 든 태명에게 패배하도록 저주를 내리셨느니라. 암피노무스는 전에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도다.
회색 눈을 번뜩이는 지혜낭자께서는 생각에 잠긴 연로비에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셨도다. 구혼자들이 그녀를 보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욕망이 돛처럼 펼쳐지게 하고, 그러면 그녀의 아들과 남편이 그녀를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웃으며 하녀에게 이르되,
“에우리노메야, 내게 새로운 욕망이 생겼도다. 비록 내가 그들을 미워하나, 구혼자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도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충고도 해 주고 싶은데, 그 오만한 남자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함이로다. 그들은 말솜씨는 좋으나 속셈은 나쁘니라.”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얘야,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그러나 얼굴에 얼룩덜룩한 것이 묻은 채로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러 나가지 말고, 몸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느니라. 영원히 슬퍼할 필요는 없도다. 아들도 이제 다 컸도다. 너는 항상 신들에게 아들이 수염을 기른 어른이 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느니라.”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에우리노메야, 당신이 저를 걱정해 주시는 것은 알지만, 몸을 깨끗이 씻고 기름을 바르라고는 하지 마소서. 남편이 텅 빈 배를 타고 떠난 날, 신들께서 제 아름다움을 망쳐 놓으셨나이다. 가서 제 여종들인 히포다메이아와 아우토노에를 불러 주소서. 그들이 저와 함께 홀로 들어와야 하나이다. 저는 남자들을 혼자 만나러 가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니이다.”
그래서 노파는 가서 소녀들을 불렀도다. 지혜낭자의 눈은 계획으로 빛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하셨고, 연로비는 침대에 누워 관절이 이완된 채 잠이 들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신과 같은 힘을 주어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깜짝 놀라도록 만드셨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녀의 얼굴에 아프로디테가 은총의 여신들과 춤을 추기 전에 머틀 화관을 쓰고 화장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더하셨으며, 또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키를 크게 만드셨고, 피부는 상아보다 더 하얗게 만드셨도다.
여신이 떠나자 소녀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에 여왕은 잠에서 깼느니라. 그녀는 뺨을 만지며 이르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잠이 나를 감쌌도다. 아림 여신이 지금 당장 내게 고통 없는 죽음을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잘했던, 아카이아인 중 최고였던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내 삶을 허비하고 있느니라.”
그녀는 위층의 햇살 가득한 방에서 내려왔으며, 두 노비가 그녀와 함께 갔도다. 그녀는 구혼자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중앙 기둥 옆에 서서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렸느니라. 두 충실한 노비는 그녀의 양옆에 섰도다.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렸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그녀와 동침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느니라.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 태명에게 말을 걸되,
“태명아,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로다. 어렸을 때는 분별력이 있었으나, 이제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니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도다. 외국인이라도 금방 알아볼 정도이니라. 그런데도 판단력이 흐려졌도다. 손님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 집에 온 낯선 사람이 저렇게 모욕을 당하면 어쩌겠느냐? 자네는 망신을 당할 것이고, 명예가 실추될 것이로다!”
태명은 계산된 어조로 대답하되,
“어머니, 화내시는 것을 이해하나이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옳고 그름을 아나이다. 예전에는 아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나이다. 그 악랄한 구혼자들이 자꾸만 제 마음을 흔들고, 제 편은 아무도 없나이다. 낯선 남자와 거지 이루스의 싸움은 그들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아니하였나이다. 낯선 남자가 훨씬 강하였나이다. 아버지 상제시여! 아로왕이시여! 지혜낭자시여! 우리 집의 구혼자들이 모두 매를 맞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집 안의 남자든 밖에 있는 남자든 모두 그렇게 하소서. 이루스처럼 문 밖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술에 취한 듯 서 있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소서. 그의 몸은 너무 허약하나이다.”
그러자 에우리마코스가 입을 열어 이르되,
“오, 연로비 여왕이시여! 위대한 이카리우스의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시여! 만약 모든 그리스인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당신의 집에는 훨씬 더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들 것이니이다. 아름다움과 체격, 그리고 균형 잡힌 마음씨에 당신만큼 뛰어난 여인은 없기 때문이니이다.”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아니요, 불멸의 신들께서 이백오십 년 전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향하던 날, 제 외모를 망쳐 놓으셨나이다. 제 남편 오지수 또한 그들과 함께 갔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명예와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슬픔에 짓눌려 있나이다. 어떤 악령이 제게 온갖 고통을 안겨 준 것 같나이다. 남편이 이탁도를 떠날 때, 제 손목을 잡고 오른손을 쥐고 이르되, ‘여보, 우리 갑옷 입은 그리스인들이 모두 토래성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소. 토래성 사람들은 화살과 창에 능하고, 빠른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런 전차는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하더이다. 어떤 신이 저를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르고, 아니면 토래성에서 포로로 잡힐지도 모르오. 저도 모르겠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하오. 부모님은 지금보다, 아니 제가 떠난 지금 더욱더 잘 보살펴 드려야 하오. 그리고 우리 아들 수염이 다 자라면, 당신은 아무 남자와 결혼해야 하오. 당신이 선택하고 집을 떠나시오.’ 이것은 내 남편의 말이었도다. 때가 왔느니라. 결혼해야 할 밤이 다가왔도다. 끔찍하도다! 저주받았구나! 상제께서 내 행복을 빼앗아 가셨느니라. 또 다른 쓰라린 생각이 나를 짓누르느니라. 이렇게 품위 있는 여자, 그것도 부잣집 아내에게 구애하며 그녀의 손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들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찐 양과 소를 가져와야 하고, 좋은 선물을 주어야 하느니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먹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견뎌 온 오지수는 아내가 몰래 선물을 준비하고 예쁜 말로 그들을 매혹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도다. 아내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말이로다. 안태우가 이르되,
“현명한 연로비여, 그리스인들이 가져오는 선물은 모두 받으소서.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이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중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 농장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아니할 것이니이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하인들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도다. 안태우는 순금 브로치 열두 개가 박힌 화려한 수놓은 옷을 가져왔으며, 에우리마코스는 햇빛처럼 반짝이는 호박 구슬이 박힌 정교한 금 목걸이를 선물하였느니라. 두 노비는 에우리다마스에게서 귀걸이를 가져왔는데, 아름답게 반짝였고 각각 열매처럼 생긴 세 개의 송이가 달려 있었도다. 피산더의 노비는 정교하게 만든 아름다운 초커를 가져왔으며, 모든 구혼자들이 각기 다른 선물을 주었느니라. 왕비는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노비들은 화려한 선물들을 들고 갔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춤을 구경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해 돌아왔으며, 그들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즐거워하였도다. 그들은 잘 말린 나무와 갓 자른 나무를 섞어 큰 홀 전체를 밝히기 위해 세 개의 화로를 켰느니라. 인내심 많은 오지수의 여종들이 돌아가며 화로에 불을 붙였도다.
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르되,
“여종들아! 너희 주인 오지수는 오래전에 떠났느니라. 돌아가서 왕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해 주어라. 실을 잣거나 양털을 빗어라. 나는 이 사람들에게 불을 밝혀 줄 수 있느니라. 만약 그들이 밝은 새벽이 아름다운 왕좌에 앉을 때까지 여기에 머물기로 한다면, 나는 굴복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강하니라.”
그러자 소녀들은 서로를 힐끗힐끗 보며 낄낄거렸도다. 돌리우스의 딸인 예쁜 멜란토는 연로비 왕비의 손에서 자라 장난감을 받고 친딸처럼 대접받았으나, 멜란토는 연로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에우리마코스와 동침하였느니라. 그녀는 오지수를 모욕하고 조롱하기 시작하되,
“가엾은 늙은 이방인아! 미쳤구나! 대장간이나 공동 대피소에서 자고 싶지도 않았으면서, 여기 와서 남자들 무리 앞에서 거만하게 떠들어대다니! 무섭지도 아니하냐?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간 것이냐, 아니면 늘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하는 것이냐? 이루스를 이긴 것이 너를 미치게 만든 것이냐? 그 거지 자식 때문에? 조심하라, 곧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 네 얼굴을 후려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 집에서 쫓겨나게 할지도 모르느니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이 비열한 년아! 곧 태명에게 가서 네 말을 다 일러줄 터이니! 그러면 태명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로다!”
그 말에 여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으며, 그들은 오지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집 안 곳곳으로 흩어졌도다. 오지수는 화로 옆에 서서 불을 계속 밝히며 모든 구혼자들을 바라보았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곧 실행될 계획을 세웠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통이 자리 잡기를 바라셨으며,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도록 부추기셨느니라.
에우리마코스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려고 조롱하되,
“자, 구혼자들아! 내 직감으로는 이 남자는 어떤 신의 뜻에 따라 오지수의 집에 온 것 같소. 등불 아래에서 그의 머리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완전히 대머리라서 그런가 보군!”
그러고 나서 그는 돌아서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묻되,
“나그네여, 내가 사람을 고용한다면,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나를 위해 일하겠소? 당신이 키 큰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을 수 있다면, 분명히 보수를 받을 것이고, 나는 당신에게 일 년 내내 식사와 옷, 신발까지 제공해 줄 것이오. 그러나 자네는 악행에만 능숙하오. 일할 의지도 없고, 구걸하며 돌아다니면서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는 것만 좋아하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에우리마코스여, 봄날, 해가 길어지는 초원에서 우리 둘이 낫질 시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너처럼 완벽한 곡선의 낫을 갖고 있겠지. 풀도 무성하고, 우리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의 솜씨를 겨뤄 볼 수 있을 것이로다. 아니면 잘 먹고 잘 자란, 힘도 좋고 쟁기질하는 힘도 똑같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좋은 땅 사 에이커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반듯한 고랑을 만들 수 있는지 네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상제 신께서 내일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신다면, 내가 청동으로 만든 창 두 자루와 방패, 투구를 쓰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습을 네가 보게 될 것이로다. 그때는 내 배를 향해 욕설을 퍼붓지 못할 것이니라. 너는 공격적인 척하고, 천민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러나 만약 오지수가 나타난다면, 꽤 넓은 문들이 도망치려 애쓰는 동안에는 너무 좁게 느껴질 정도일 것이로다.”
분노에 찬 에우리마코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 비열한 거지 자식아! 우리 모두 앞에서 잘난 척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겁먹어야지! 술에 취해서 멍청해진 것이냐, 아니면 늘 헛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냐? 아니면 거지 이루스를 이겼다고 우쭐대는 것이냐!”
그러고는 오지수에게 발판을 던졌도다. 오지수는 두려움에 떨며 암피노무스 뒤로 숨었으며, 발판은 술을 따르던 노비 소년의 오른손에 맞았고, 술병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느니라. 소년은 먼지 속에 쓰러져 신음하였도다. 구혼자들의 외침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느니라.
“이 외국 떠돌이가 여기 오기 전에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지들과의 시비 때문에 연회가 망쳐지고 있구나! 즐거운 저녁을 망치고 있도다! 이 어리석은 소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구나!”
태명이 위엄 있게 이르되,
“존경하는 영주님들이여!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니이다. 아마도 너무 잘 드셨거나, 아니면 어떤 신이 여러분을 감동시키신 것 같나이다. 이제 저녁 식사는 끝났으니, 편하실 때 집으로 돌아가 주무소서. 제가 여러분을 쫓아내지는 아니하겠나이다.”
그들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놀라 입술을 깨물었도다. 니수스의 유명한 아들이자 아레티아스 신의 손자인 암피노무스가 그들 모두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그가 한 말은 옳으니 아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느니라. 낯선 사람이나 위대한 오지수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을 학대하지 말라. 소년이 잔에 포도주를 채우도록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자. 태명이 그 낯선 사람을 돌볼 것이니라. 어쨌든 그 거지는 그의 집에 온 것이니라.”
그들은 동의하였도다. 암피노무스가 둘리키움에서 데려온 노비 몰리우스는 그들 모두를 위해 포도주를 섞어 나눠 마셨느니라. 그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운을 북돋는 포도주를 홀짝였으며, 충분히 마신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제19권 여왕과 거지==
오지수는 홀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죽일 계책을 세웠다. 말이 빠르게 오가니,
「태명아, 무기를 가져와 숨겨야 한다. 구혼자들이 무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너에게 묻더라도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 내도록 하라. ‘그을음 때문에 무기가 손상되었다. 오지수 왕이 토래성으로 떠날 때에는 무기의 금속이 반짝거렸으나, 지금은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보관하였다. 또한 어떤 영이 내게 경고하기를, 너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다투면 서로 다치게 되어 연회와 구혼에 먹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기는 사람을 싸움으로 이끌 수 있다.’」
태명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였다. 그는 명숙를 불러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무기를 창고로 옮기는 동안 여인들은 방에 가두어 두어라.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떠나신 후로 무기가 더러워졌다. 연기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
자애로운 유모가 대답하되,
「얘야, 네가 집안일을 모두 맡고 재산을 잘 지키면 좋겠다. 누가 횃불을 가져와야 하겠느냐. 노비들은 네 앞에 걸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아니하였더냐.」
오지수가 이르되,
「이 낯선 사람이 하겠노라. 내 빵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멀리서 왔더라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하느니라.」
유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홀 안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오지수와 그의 총명한 아들은 벌떡 일어나 투구와 징 박힌 방패, 뾰족한 창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황금 등불을 들고 그들 곁에 서서 장엄한 빛을 비추었다.
태명이 말하되,
「아버지, 제 눈이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궁전의 벽과 아름다운 전나무 서까래와 가로대, 그리고 높은 기둥들이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옵니다. 하늘에서 어떤 신이 이 집에 계신 것이 틀림없나이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쉿, 더 이상 질문하지 마라. 생각을 정리하라. 이것이 오림산의 신들이 하는 일이다. 자, 이제 자러 가라. 나는 여기 남아서 여종들과 네 어머니를 괴롭히고, 울게 만들고, 내게 질문하게 할 것이다.」
태명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로 밝혀진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갔다. 잠이 들었고, 그는 새벽까지 그곳에 누워 있었다. 오지수는 복도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어떻게 없앨지 계속 모의하였다.
그때, 정신이 맑아진 왕비가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방에서 내려왔다. 노비들이 그녀가 늘 앉던 의자를 불 옆으로 끌어왔다. 그 의자는 이크말리우스가 상아와 은으로 상감 세공한 것으로, 발받침까지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커다란 양털이 의자 위에 깔렸고, 연로비는 생각에 잠긴 채 앉았다.
팔이 하얀 노비 소녀들이 와서 빵 더미와 탁자, 그리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마셨던 잔들을 치웠다. 그들은 화로의 불씨를 바닥에 던지고, 불과 온기를 위해 화로 안에 새 장작을 쌓아 올렸다.
이때 멜란토가 오지수를 다시 꾸짖되,
「이봐, 낯선 사람아. 밤에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 여인들을 엿보고 계속 문제를 일으킬 셈이냐. 나가라, 이 부랑자야.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안 그러면 곧 횃불을 맞을 것이다. 어서 가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계산적인 말을 내뱉되,
「미쳤구나. 이 어리석은 아가씨야, 어찌하여 나에게 화를 내느냐. 내가 더럽고 누더기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한다고. 어쩔 수 없느니라. 노숙자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느니라. 나도 한때 집이 있었고, 부유하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거지들에게도 자주 베풀었지. 누구든 찾아오면 도와주고, 신분에 상관없이 말이다. 노비 소녀들도 많았고, 우리가 부라고 여기는 모든 것을 누렸다. 행복한 삶이었느니라. 상제가 내 인생을 망쳐 놓았다. 분명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아가씨야, 네 주인님이 화를 내거나 오지수가 오더라도 다른 노비 소녀들 사이에서 네가 가진 지위를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 수도 있으나, 만일 그가 죽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아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아폴론 신께 감사해야겠구나. 그는 여기 여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제 다 컸으니까.」
연로비는 경계심을 갖고 듣고 있다가 이제 노비를 꾸짖기 위해 입을 열되,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것아. 어찌 감히.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다 안다. 그 건방진 표정을 지워라. 내가 직접 말했듯이, 이 낯선 사람을 홀에 붙잡아 두고 남편이 실종된 것에 대해 캐물을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었지 아니하냐. 나는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고는 에우리노메에게 이르되,
「의자를 가져와서 방석을 놓아라. 이 낯선 사람이 앉아서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여인은 윤이 나는 나무 의자를 가져와 방석을 놓았다. 오지수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았고, 신중한 연로비가 대화를 시작하되,
「낯선 분이시여, 먼저 어떤 가문 출신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누구시며, 고향은 어디이옵니까.」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세상 어떤 인간도 당신을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영광은 하늘에까지 닿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법으로 강대한 백성을 다스리던 거룩한 왕의 딸임이 틀림없나이다. 그의 통치 덕분에 검은 땅에는 밀과 보리가 자랐고, 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했으며, 양들은 새끼를 낳았고, 바다는 물고기를 제공했으며, 백성들은 번성하였나이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으나, 제 가족이나 고향에 대해서는 묻지 마십시오. 그 기억은 제 마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슬픔에 잠긴 사람이옵니다. 남의 집에 앉아 슬퍼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이다. 노비들이나 심지어 당신조차도 제가 술에 취해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불멸의 신들이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던 날, 그리고 제 남편 오지수가 그들과 함께 떠났던 날, 제 힘과 아름다움을 없애 버렸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아름다움과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터이나, 지금 저는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저를 망쳐 놓은 것 같사옵니다. 사메, 둘리키움, 자킨토스 등 모든 섬의 영주들과 이탁도에 사는 사람들이 저에게 구애를 하고 있나이다. 저는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옵니다. 게다가 제 집안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나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자들을 상대할 수가 없나이다. 오지수가 너무 그리워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사옵니다. 구혼자들은 저를 결혼시키려 하나 저는 계략을 꾸미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제게 베틀에 베틀을 놓고 길고 고운 천을 짜라고 시켰나이다. 그래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오지수는 죽었으나, 제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 결혼을 청하지 말아 주소서’라고 말하였나이다. 라에르테스가 죽으면 수의를 입혀야 한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아르고스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얻은 사람이 수의 없이 누워 있다면 말이다. 그들은 동의하였나이다.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풀었나이다. 삼 년 동안 그들을 속였나이다. 오랜 시간과 날들, 그리고 달들이 흘러갔나이다. 그러다 사 년째 되던 해, 변덕스럽고 개 같은 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와서 나를 붙잡았나이다. 그러자 그들은 항의하며 소리쳤고, 나에게 수의를 완성하라 강요하였나이다. 이제 더 이상 꾀가 없고, 결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나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있고, 내 아들은 이 남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을 알고 질려 있나이다. 이제 그는 상제가 축복한 집을 관리할 능력이 충분히 생겼나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혈통을 밝혀야 하나이다. 당신은 동화처럼 바위나 나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라.」
속임수의 달인이 대답하되,
「위대한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의 아내시여, 어찌하여 자꾸 제 가족에 대해 묻나이까. 꼭 말해야 한다면 말하겠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제 모든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나이다. 저처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래도 당신이 묻는 것을 말해 드리겠나이다. 제 고향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비옥한 섬 크레타입니다. 그곳에는 구십 개의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셀 수도 없나이다. 언어도 섞여 있고, 아카이아인, 크레타 토착민, 그리고 장발의 도리아인과 펠라스기인들이 살고 있나이다. 그곳에는 상제의 측근이었던 미노스가 구 년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웅장한 도시 크노소스가 있나이다. 제 아버지는 그의 아들인 용감한 데우칼리온이었고, 그의 또 다른 아들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항해했던 이도메네우스였나이다. 제 이름은 아이톤이고, 저는 그의 동생이옵니다. 크레타에서 나는 오지수를 만나 그에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는 말레아에서 폭풍에 휘말려 토래성을 그리워하였으나 크레타로 오게 되었나이다. 그는 간신히 바람을 피해 암니소스의 에일레이티아 동굴 곁에 배를 정박하고 피난처를 찾았나이다. 그는 마을로 올라와 내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는데, 그는 오지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이도메네우스는 열흘 전에 토래성에 도착해 있었나이다. 나는 그와 그의 선원들을 안으로 맞아들여 극진히 환대하였나이다. 우리의 식량은 풍족하였고, 나는 백성들에게 보리와 적포도주, 그리고 도축할 황소를 가져오게 하여 그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나이다. 그 고귀한 그리스인들은 열두 날 동안 머물렀나이다. 강한 북풍이 불어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였나이다. 너무 강한 바람에 사람은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나이다. 분명 어떤 악령이 그들을 저주하려고 바람을 불러낸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셋째 날, 바람이 잦아들었고,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그의 거짓말은 진실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제피로스가 산봉우리에 흩뿌리는 눈처럼 녹아내렸다. 에우루스가 그 눈을 녹이면 강물이 불어나 다시 흐르는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뺨도 눈물로 범람하였다.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 울었다. 오지수는 마음속으로 슬픔에 잠긴 아내를 가엾게 여겼으나, 눈빛은 뿔이나 쇠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굳게 유지하였으며,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울다가 다시 입을 열되,
「나그네여, 당신이 말한 대로 내 남편과 그를 따라온 사람들을 당신 집에 맞아들였는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의 옷차림과 생김새,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어떠하였는지 묘사해 보시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부인,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그가 방문한 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옵니다. 벌써 이십 년이나 지났나이다. 그러나 제 기억 속의 모습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왕 오지수는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장포는 정교하게 조각된 금 브로치로 고정되어 있었고, 브로치에는 핀이 두 개씩 달려 있었나이다. 앞발에는 얼룩무늬 새끼 사슴을 꽉 물고 있는 개가 있었나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진 개가 어떻게 새끼 사슴을 물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새끼 사슴이 어떻게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 하는지 신기해하였나이다. 그의 흰색 튜닉은 마른 양파 껍질처럼 부드럽고 햇빛처럼 반짝였나이다. 많은 여인들이 그 옷에 감탄하였나이다. 그러나 그가 이 옷들을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선원이나 손님 친구가 배에서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나이다. 오지수는 그의 가치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많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나이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청동 검과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 그리고 술 장식이 달린 튜닉을 선물하였나이다. 그가 배에 오를 때 저는 그를 영광스럽게 배웅하였나이다. 그에게는 에우리바테스라는 시종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고, 검은 피부에 둥근 어깨,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그의 선원들 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아버지와 잘 맞았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은 그녀의 슬픔을 더욱 깊게 하였다. 그녀는 그가 증거로 남겨 둔 흔적들을 알고 있었기에 흐느껴 울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는 이르되,
「전에는 당신을 불쌍히 여겼으나, 이제 당신은 손님이자 존경받는 친구이옵니다. 당신이 말한 그 옷들을 제가 그에게 주었나이다. 창고에서 꺼내 접어서 브로치를 달아 주었나이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를 집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에빌리움이라는 마을로 떠났을 때 저주가 그 배에 실렸나이다. 그 마을 이름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나이다.」
그는 날카롭게 대답하되,
「폐하, 오지수의 아내시여, 아름다운 피부를 눈물로 더럽히고 남편을 애도하며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나이다. 어떤 여자라도 자식을 낳아 준 남편을 잃으면 슬퍼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 남편처럼 신과 같은 영웅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울음을 그치소서. 제 말을 들어보소서. 확실한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오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나이다. 그는 살아 있고, 이곳 근처 테스프로티아에 있나이다. 그는 온갖 고생 끝에 많은 보물을 모아 집으로 가져오고 있나이다. 그는 트린아키아를 떠날 때 배를 잃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치하였나이다. 태양신과 상제는 오지수의 부하들이 태양의 소떼를 죽였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하였나이다. 그래서 그 부하들은 모두 파도에 휩쓸려 죽었으나, 오지수는 키에 매달려 신들의 사촌인 페아키아인들의 땅에 표류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고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썼나이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에 왔어야 했으나, 더 많이 여행하고 더 큰 부를 축적하기로 결심하였나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윤을 잘 내는 사람이 바로 그이옵니다. 테스프로티아의 왕 페이돈이 제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나이다. 그는 제물을 바치며 이미 배가 진수되었고 선원들도 모두 준비되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맹세하였나이다. 그러나 페이돈은 먼저 제게 작별 인사를 하였나이다. 마침 그들의 배 한 척이 보리가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오지수가 얻은 보물을 제게 보여 주었는데, 그의 자손과 손자 손녀를 십 대에 걸쳐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양이었나이다. 페이돈은 오지수가 도도나로 가서 바스락거리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에게 상제가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장하고 돌아갈지 조언을 구하였다고 말하였나이다. 제가 말씀드리건대, 그는 무사하며 가까이에 있나이다. 그는 고향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오래 떠나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높고 위대한 신인 상제와 제가 피난처로 삼고 있는 화로에 맹세하나이다.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이 음력 달, 즉 초승달과 보름달이 차오르는 사이에 오지수가 올 것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당신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에게 즉시 보답을 하고,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행운을 알게 될 만큼 따뜻한 환대를 베풀겠나이다. 사실, 제 생각에는 오지수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아무도 당신을 정중하게 배웅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정중하게 배웅해 줄 주인이 여기 없나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자, 노비들아, 그를 씻기고 매트리스와 양모 담요, 깨끗한 새 시트를 깔아 침대를 만들어 새벽이 황금빛 왕좌에 오를 때까지 따뜻하게 해 주도록 하라. 그리고 목욕시키고 기름을 발라 내 아들 옆 홀 안에 앉히고 음식을 대접하라. 이 사람들 중에 누가 우리 손님을 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은 큰일 날 것이다. 아무리 분노해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그네여, 당신이 누더기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로 내 집에 갇혀 있었다면, 내가 다른 모든 여인들보다 총명하다는 증거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나이까. 인간의 수명은 짧지 아니한가. 만일 우리가 잔인하다면,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저주할 것이고, 죽은 후에는 조롱할 것이다. 고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하나이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이르되,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나는 흐리고 산이 많은 크레타 섬에서 노를 저어 나온 날부터 담요와 깨끗한 고급 침대 시트를 싫어하게 되었나이다. 나는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보냈던 것처럼, 거친 침상에 누워 밝은 새벽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발을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당신 집의 여종들이 내 발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다만 나와 같은 비통함과 슬픔을 겪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늙은 여종이 있다면, 그녀가 내 발을 만져도 괜찮을 것이다.」
연로비는 생각에 잠겨 이르되,
「손님, 말씀 참 좋으시옵니다. 이전에 외국에서 우리 집에 온 손님 중에 이렇게 꼼꼼하신 분은 없었나이다. 제게는 현명한 노부인이 한 분 계시는데, 제 남편을 키우신 분이옵니다. 갓난아기였던 남편을 처음으로 어머니 품에 안으셨지요. 몸이 많이 약하시나, 손님 발을 씻어 드릴 수는 있나이다. 자, 명숙여, 일어나서 주인님 동갑내기를 씻겨 드리렴. 오지수도 이제쯤이면 이렇게 늙고 주름진 발과 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고난을 겪으면 빨리 늙어버리느니라.」
늙은 노비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되,
「오, 얘야. 이제 나는 너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상제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미워하였지. 네가 그토록 신을 경외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어떤 인간도 천둥의 신에게 너처럼 많은 허벅지 뼈를 태우거나 그토록 많은 제물을 바치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편안한 노년을 맞이하고 아들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도하였지. 그런데 이제 너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 불쌍한 오지수가 이방 왕궁에 머물 때면, 이 못된 여인들이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여인 노비들이 그를 조롱하는 것 같구나. 너는 학대를 피하려고 씻겨 주기를 거부하였지.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가 나에게 너를 씻겨 주라 하였느니라. 마지못해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씻겨 주겠노라. 너는 내 마음을 움직이느니라. 자, 잘 들어 보렴. 많은 낯선 사람들이 이곳에 곤경에 처해 왔으나, 나는 몸과 목소리, 발걸음이 내 주인님과 그토록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느니라.」
그는 영리하게 대답하되,
「노파여, 우리 둘을 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많이 닮았다고 하나이다. 당신은 그 닮은 점을 알아차리신 예리하시구나.」
그러자 노파는 발을 씻는 데 쓰는 반짝이는 가마솥을 가져와 물을 가득 채웠다. 찬물을 많이 넣고 뜨거운 물은 조금 넣었다. 오지수는 난로 옆에 앉아 어둠을 향해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자신을 만지면 흉터를 느끼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노파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주인을 씻겨 주었다. 갑자기 그녀는 흉터를 느꼈다. 오래전 파르나소스 산에서 흰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가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그는 외가 사촌들과 할아버지인 고귀한 아우톨리쿠스와 함께 그곳에 갔는데, 아우톨리쿠스는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고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헤르메스는 그가 자신에게 많은 제물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이 재능을 주었다.
훨씬 이전, 아우톨리쿠스는 딸의 아기를 보러 이탁도에 갔는데, 명숙가 갓난아기를 할아버지 무릎에 앉히고 말하되,
「이제 손자의 이름을 지어 주소서. 이토록 바라던 아기의 이름을요.」
아우톨리쿠스는 부모에게 이르되,
「이렇게 이름을 지어 주시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미워한다. 그러니 아이의 이름을 ‘오지수’라고 지어 주시오.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면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그의 친정집으로 오게 하시오. 내가 그에게 보물을 주고 기쁨으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소.」
오지수는 자라서 선물을 받으러 그곳에 왔다. 그의 사촌들과 아우톨리쿠스는 그를 껴안고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넸다. 그의 할머니 암피테아는 덩굴처럼 그를 껴안고 그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춤하였다.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 지시하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여 오 년 된 황소를 데려와 가죽을 벗기고, 토막 내어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워 나누어 먹었고, 모두가 똑같은 양을 받았다. 그들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 온종일 잔치를 벌였다.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였다.
이른 새벽, 발그레한 손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과 개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오지수도 함께 갔다. 그들은 파르나소스 산의 가파르고 숲이 우거진 비탈길을 올라 바람이 휘몰아치는 골짜기에 이르렀다. 사냥꾼들이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 태양이 잔잔하게 흐르는 대양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개들은 발자국을 찾으며 앞서 달려갔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이 뒤따라왔고, 오지수는 개들 곁에 바짝 붙어 긴 창을 휘두르며 따라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멧돼지가 숨어 있었다. 그 은신처는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아 주었고,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곳도, 비도 들어올 수 없었다. 안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멧돼지는 발소리를 들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멧돼지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털을 곤두세우고 불꽃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들 옆에 섰다. 오지수가 먼저 달려들어 긴 창을 꽉 쥐었다. 그가 공격하려 하자 멧돼지가 먼저 무릎 위를 공격하였고, 옆으로 돌진하며 송곳니로 살점을 크게 뜯어 냈으나 뼈까지는 닿지 아니하였다. 오지수는 멧돼지의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혔고, 창은 그것을 꿰뚫었다. 멧돼지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졌다. 그의 생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은 분주히 움직여 위대한 오지수가 입은 상처를 능숙하게 싸매고, 주술로 검은 피를 멈추게 한 다음, 그를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는 값진 선물을 주고 곧바로 이탁도로 돌려보냈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그의 부모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상처를 어떻게 입었는지 물었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하얀 어금니에 다리를 찔렸다고 말하였다.
늙은 여종은 그의 다리를 잡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그 상처에 다가와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의 다리를 물통에 떨어뜨렸다. 물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자 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녀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그의 수염을 만지며 이르되,
「당신은 오지수시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나의 주인님이여. 다리를 만져 보기 전까지는 당신이신 줄 몰랐나이다.」
그녀는 연로비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남편임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연로비는 뒤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오지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속삭이되,
「유모여, 어찌하여 나를 해치려 하느냐. 당신은 내게 젖을 먹여 주었지 아니하냐. 이십 년 동안의 고통 끝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알아차렸구나. 신이 당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나 보구나. 침묵을 지켜라.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신이 나를 도와 구혼자들을 물리친다면, 당신도 예외 없이 죽일 것이다. 당신은 내 유모였으나 말이다.」
명숙는 계산적으로 대답하되,
「얘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 마음은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아니하느냐. 돌이나 쇠처럼 강인할 것이다. 약속 하나만 해 주마. 네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면 궁궐에서 누가 너를 모욕하는지, 누가 죄 없는지 알려 주겠노라.」
오지수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이르되,
「유모여, 어찌하여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냐.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겠노라. 이제 조용히 하라. 미래는 신들에게 맡기자.」
늙은 유모는 빨래물을 더 길어 오러 갔다. 남은 물은 모두 쏟아졌다. 유모는 오지수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고, 오지수는 다시 의자를 끌어당겨 불 옆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헝겊으로 흉터를 가렸다.
그리고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되,
「낯선 이여, 작은 질문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곧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달콤한 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낮에는 끊임없는 슬픔 속에서도 제 일과 시녀들의 일에 집중하나이다. 그러나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들면 저는 침대에 누워 울면서 고통에 압도당하나이다. 걱정과 슬픔이 제 마음을 가득 채우나이다. 마치 봄이 오면 창백한 회색 나이팅게일이 아름답게 노래하며, 나무에 무성한 잎들 사이에 앉아 제토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랑하는 아들 이틸루스를 애도하며 소리의 교향곡을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하게 청동으로 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 마음도 두 갈래로 갈라지나이다. 아들 곁에 남아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제 재산, 여종들, 그리고 큰 저택을 그대로 두어 아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까요. 내 남편의 침대와 사람들의 말에 신경 써야 할까요. 아니면 구혼자들 중 가장 괜찮고 선물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남편 집을 떠날 수 없었나이다. 남편이 허락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이제 아들이 다 커서 남편은 제가 떠나기를 재촉하나이다. 자기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사옵니다. 자, 제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꿈에서 거위 스무 마리가 강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기뻤나이다. 그때 뾰족한 부리를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산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거위들의 목을 부러뜨리고 죽였나이다. 저는 꿈속에서 엉엉 울었나이다. 여인들이 제 주위에 모여들었고, 저는 독수리가 제 거위들을 죽였다고 울었나이다. 그때 독수리가 다시 나타나 튀어나온 지붕 들보에 앉아 제 슬픔을 달래려고 사람 말로 말하였나이다. ‘연로비, 위대한 여왕이시여, 기운 내십시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꿈속에서 거위들이 구혼자들을 상징하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한때 독수리였으나 이제는 당신의 남편입니다. 저는 그들을 잔혹하게 처단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위들이 전처럼 여물통 옆에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지혜로운 것으로 유명한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되,
「여인이여, 그 꿈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낼 방법은 없나이다. 오지수 자신이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이미 말하였나이다. 모든 구혼자들의 파멸을 의미하나이다. 아무도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없나이다.」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는 이르되,
「낯선 이여, 꿈은 혼란스럽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꿈의 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뿔로,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나이다. 상아로 만든 문은 속임수로 가득 차 있고, 그 이야기는 거짓으로 끝나나이다. 윤이 나는 뿔로 만든 문을 통과하는 꿈은 이루어지나이다. 그러나 제 이상한 꿈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저와 제 아들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터이나 말입니다. 오지수의 집에서 저를 데려갈 운명의 날이 오고 있나이다. 저는 그의 도끼로 시합을 할 것입니다. 그는 도끼들을 배의 지지대처럼 일렬로 세워 놓고 멀리서 화살을 쏴서 열두 자루를 모두 꿰뚫었나이다. 저는 이 시합을 구혼자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활시위를 가장 빨리 당겨 열두 자루의 도끼를 모두 꿰뚫는 자가 저를 차지할 것이고, 저는 그를 따를 것입니다. 저는 이곳, 이 아름다운 집, 제 결혼 생활을 했던 이 집, 풍요와 삶으로 가득했던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는 꿈속에서라도 이 집을 기억할 것입니다.」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는 이르되,
「존경하는 아내여,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이 시합을 미루지 마십시오. 그들은 활을 다루느라 허둥대며 활시위를 당기거나 화살을 쏘기도 전에, 모든 것을 계획한 오지수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으니 이르되,
「손님, 만일 당신이 앉아서 저를 즐겁게 해 주신다면, 저는 절대 잠들고 싶지 않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깨어 있을 수 없나이다. 불멸의 신들이 필멸의 인간이 지상에서 하는 모든 일에 적절한 시간을 정해 놓으셨나이다.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제 침대에 누우겠나이다. 그 침대는 슬픔의 침대이옵니다. 남편이 에빌리움이라는,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마을로 떠난 후로 제가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나이다. 저는 거기에 누울 터이니, 당신은 이 집에서 주무시오. 바닥에 담요를 깔거나 노비들에게 침대를 만들어 달라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여종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울었고, 마침내 예리한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눈에 달콤한 잠을 안겨 주었다.
==제20권 마지막 연회==
오지수는 아직 손질하지 아니한 소가죽 위에 몸을 뉘이고, 구혼자들이 바친 양털을 쌓아 올렸다. 에우리노메가 두터운 담요를 덮어 주었으나, 그는 누워 있으면서도 잠들지 못하였다. 그 마음속에는 구혼자들을 어찌 죽일까 하는 깊은 계책이 가득 차 있었다.
이때 구혼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였던 여인들이 낄낄거리며 기뻐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 흩어지니, 오지수의 가슴은 분노로 타올랐다. 저들을 지금 당장 달려들어 모조리 베어 버릴까, 아니면 저 오만한 무리들로 하여금 이 밤을 무사히 보내게 둘까. 어미 개가 낯선 사내를 보고 새끼를 지키려 으르렁거리듯, 그의 심장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에게 이르되,
「내 심장이여, 더욱 굳세어라. 저 외눈박이 거인이 네 건장한 동료 스무 명을 잡아먹던 날, 너는 이보다 더한 시련을 겪었으되, 끝내 침착함을 잃지 아니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동굴을 빠져나오지 아니하였더냐. 그때 너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거늘.」
그의 심장은 굳건히 버티었으나, 몸은 마치 기름과 피로 가득 찬 소시지를 불 위에 돌리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부림쳤다. 거대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그는 소시지가 어서 익기를 갈망하듯, 홀로 수많은 구혼자들을 어찌 물리칠까 하여 밤새도록 고민하였다.
이때 지혜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머리맡에 나타나 이르되,
「불운한 사람이여, 어찌하여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있느냐. 이곳은 네 집이며, 안에는 네 아내와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들이 있지 아니하냐.」
영리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말씀하신 바가 모두 진실이로소이다. 그러나 저는 홀로 항상 떼 지어 다니는 저 건방진 자들을 어찌 공격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가장 큰 두려움은 이것입니다. 만일 여신과 상제께서 저를 도와 저들을 죽이신다 한들, 그 뒤에는 어찌하여야 하오리까. 어디로 도망쳐 그 벌을 피할 수 있사오리까. 부디 가르쳐 주소서.」
지혜의 여신이 눈을 번뜩이며 이르되,
「참으로 고집이 세구나. 범인들은 약한 필멸의 친구조차 믿거늘, 하물며 나는 여신으로서 네가 수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줄곧 너를 지켜 오지 아니하였더냐. 설령 우리가 매복을 당하여 우리를 죽이려는 오십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너는 빠져나와 그들의 양과 소를 훔치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이제 잠자리에 들라. 밤새도록 경계를 서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라. 머지않아 너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오지수영.」
이렇게 이르고 여신은 그의 눈에 잠을 흠뻑 부어 준 뒤 오림산으로 날아갔다. 잠이 그를 감싸 안아 긴장을 풀고 근심을 잊게 하였다.
한편 그의 충실한 아내는 잠 못 이루어 부드러운 베개에 기대어 앉아 울고 있었다. 흐느낌이 잦아들자 그녀는 기도를 올리되,
「오 아림여, 위엄 있는 여신이시여, 상제의 따님이시여. 부디 제 심장에 화살을 꽂아 지금 당장 저를 죽이시거나, 혹은 바람 한 줄기가 저를 휩쓸어 안개 낀 구름 너머로 데려가 대양의 물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날려 보내 주시옵소서. 마치 신들이 판다레우스의 딸들을 죽이고 고아로 남겨 둔 뒤, 산들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프로디테는 그들을 도와 꿀과 치즈와 부드러운 포도주를 주었고, 헤라는 다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움과 지혜를 주었으며, 아림는 그들의 키를 크게 하였고, 지혜의 여신은 모든 수공예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뒤 아프로디테가 오림산으로 올라가 천둥의 신 상제께 소녀들에게 좋은 혼인을 허락해 달라 청하였으나, 하르피아들이 그들을 납치하여 잔혹한 복수의 여신들을 섬기게 하였나이다. 신들이 저를 그들처럼 멸망시키소서. 아니면 아림여, 저를 죽여 주소서.」
오지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찮은 남편을 기쁘게 해 주고 싶지 아니하다. 온종일 슬픔에 잠겨 울다가 밤에 잠들면 모든 것을 잊는다면 그 고통은 견딜 만하거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악몽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어젯밤에는 전쟁터로 떠날 때의 그 남자와 똑같은 이가 제 곁에 누워 있었나이다. 제 마음이 기쁘더니, 꿈이 아니라 환상 같았나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황금빛 새벽이 밝아 왔다. 오지수는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아내가 자기 머리맡에 서 있는 줄 알고, 벌써 자신을 알아본 줄로 여겼다. 그는 잠잘 때 덮었던 장포와 양털을 가져와 궁궐 안 의자에 놓고, 소가죽은 밖으로 내어 안뜰에 둔 뒤 팔을 들어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여, 신들이여. 당신들이 나를 일부러 육지와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데려오셨고,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겨 주셨다면, 집 안에서 누군가 길조의 말을 전하게 하시고, 상제여, 밖에서도 또 다른 징조를 보여 주소서.」
지혜의 신 상제가 그의 말을 듣고 구름 위 높은 오림산에서 천둥을 쳤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이때 근처 집 안에서 밀을 빻는 여인이 길조의 말을 하였다. 열두 명의 노비가 왕을 위해 밀과 보리를 빻는 맷돌을 돌리고 있었는데, 나머지 노비들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고, 가장 약한 노비 한 명만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맷돌을 멈추고 말하되,
「상제여, 신들과 인간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을 치셨으니, 이는 누군가를 위한 징조이옵니다. 불쌍한 노비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오늘이 구혼자들이 이 늙은 왕궁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마지막 날이 되게 하소서. 그들을 위해 곡식을 빻는 고된 노동 때문에 무릎이 쑤십니다. 부디 오늘이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이 징조와 상제의 천둥소리는 주인을 기쁘게 하였고,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였다.
다른 여인들이 모여 화로에 불을 지피니, 신과 같은 태명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칼을 등에 맸다. 기름칠을 잘한 발에 샌들을 신고 날카롭고 튼튼한 청동 창을 들었다. 문턱에 서서 명숙를 부르되,
「유모여, 손님들을 잘 대접하여 식사도 대접하고 편안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느냐, 아니면 그냥 방치해 두었느냐. 어머니답구나. 어머니는 영리하시나 제멋대로 행동하시는구나. 원치 않는 손님은 극진히 대접하면서, 좋은 손님은 무례하게 쫓아내시는구나.」
유모가 재치 있게 대답하되,
「얘야, 지금은 그녀를 탓하지 마라. 그는 포도주를 좀 마시고 의자를 골랐을 뿐이다. 저녁을 이미 먹었다고 하였고, 유모가 물어보니 그러하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유모는 간이침대를 가져다주어 여인들로 하여금 그의 침대를 정리하게 하였다. 불쌍하고 가난한 노인이여. 그는 좋은 침구를 쓰려 하지 아니하였다. 소가죽과 양털을 깔고 현관에서 잤고, 우리는 그 위에 장포를 덮어 주었느니라.」
태명은 칼을 손에 든 채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데리고 궁궐을 나와 아카이아인들의 회합 장소로 향하였다. 이때 옵스의 딸인 고귀한 명숙가 노비들을 부르되,
「자, 서두르라. 여인들은 바닥을 쓸고 물을 뿌리라. 의자에는 자주색 천을 깔아 놓으라. 다른 이들은 스펀지로 탁자를 닦고 손잡이가 둘인 잔과 그릇을 씻으라. 그리고 너희는 샘에서 물을 길어 오라. 서두르라. 곧 그들이 올 것이다. 오늘은 그들 모두를 위한 축제일이로다.」
그들은 주의 깊게 듣고 명령대로 하였다. 스무 명은 검은 샘물을 길으러 달려갔고, 나머지 잘 훈련된 노비들은 집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와 장작을 패니,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인들이 샘에서 돌아오자 돼지치기가 살찐 돼지 세 마리, 자기가 제일 아끼는 돼지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돼지들을 마당에 가두어 땅을 파헤치게 하고는 오지수에게 친절히 물으되,
「친구여, 이제 그들이 그대를 더 존중해 주느냐, 아니면 전처럼 여전히 학대하느냐.」
교활한 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신들이 이 건방진 자들의 악행과 계략에 대한 복수를 해 주시기를. 이 파렴치한 자들이 자기네 집도 아닌 곳에서 나를 모욕하였다. 참으로 뻔뻔스럽구나.」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말태수가 목동 두 명과 함께 도착하였다. 그들은 구혼자들의 연회에 내놓을 가장 살찐 암염소들을 양떼에서 몰아내고 있었다. 말태수는 염소들을 현관에 묶어 놓고 오지수를 괴롭히기 시작하되,
「낯선 자여, 아직도 여기 있느냐. 구걸하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느냐. 여기 있으면 매를 맞을 것이다. 네 구걸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스에서 먹을 것이 있는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니라.」
알 수 없는 표정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살인 계획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목동인 감독관 필로에티우스는 살찐 숫염소와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를 몰고 왔는데, 이 짐승들은 나룻배 사공이 이탁도로 데려온 것이었다. 나룻배는 건너갈 사람이 있으면 승객도 태워 주었다. 필로에티우스는 짐승들을 밖에 묶어 두고 돼지치기에게 물으되,
「새로 온 이 손님은 누구인가. 그의 민족은 누구이며, 고향은 어디이며, 조상은 누구인가. 가엾은 사람 같으니, 그의 모습은 마치 군주와 같구나. 신들이 고통의 실타래를 잣을 때면, 위대한 왕조차도 멀리 떠돌며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법이지.」
그러고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네되,
「안녕하시오, 선생님. 운이 없으시구나.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오. 상제 신이시여, 당신만큼 파괴적인 신은 없나이다. 당신은 인류의 아버지이시나, 우리의 고통에는 자비를 베풀지 아니하시는구나. 오지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온몸이 땀으로 젖나이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셔 햇빛을 보고 계신다면, 길을 잃고 저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계실 것이요.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다면, 오지수여, 참으로 안타깝도다. 그분은 제가 어린 소년이던 시절, 케팔레니아에서 제게 첫 소떼를 맡겨 주셨나이다. 이제 그분의 소떼는 셀 수 없이 많사오나, 다른 이였다면 이렇게 번성하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람들이 제게 소떼를 몰고 와 자기들에게 먹으라 하나이다.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는 관심도 없고, 지켜보는 신들의 눈길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이다. 주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나이다. 그들은 주인님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 하고, 저는 주인님의 아들이 여기 있는데 소떼를 몰고 타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나이다. 그러나 남의 가축을 돌보며 앉아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나을지니, 차라리 도망쳐 다른 왕을 섬기고 싶었나이다. 견딜 수가 없나이다. 그러나 불운한 주인님이 어디에 계시든 돌아와 궁궐에 있는 이 구혼자들을 모두 쫓아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당신은 영리한 듯하구나. 그래서 당신에게 엄숙한 맹세를 하리라.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이 화롯에 맹세하건대, 당신이 아직 여기 있는 동안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요, 원한다면 여기에서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으리라.」
목동이 대답하되,
「낯선 이여, 상제 신께서 당신의 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면 당신은 제 힘과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보게 되리라.」
에우마이오스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여 그의 다재다능한 주인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 간청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구혼자들은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독수리 한 마리가 그들의 왼쪽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들비둘기를 물고 있었다. 암피노모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우리의 이 계획, 이 살인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니 연회에 대해 생각하자.」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의자와 소파에 천을 깔고 큰 양, 살찐 염소, 큰 돼지, 그리고 온순한 소 한 마리를 잡았다. 내장을 삶아 나누어 먹고, 포도주는 그릇에 섞었다. 돼지치기는 포도주를 잔에 따랐고, 필로에티우스는 바구니에 빵을 담아 날랐으며, 말태수는 포도주를 돌렸다. 그들은 마음껏 음식을 먹었다.
그다음 태명은 곰곰이 생각하여 오지수를 홀 안 돌문턱 옆에 앉히고 탁자와 의자를 가져왔다. 그는 오지수에게 고기를 내어 주고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 주며 이르되,
「이제 당신은 여기 앉아 그들 가운데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내가 그들이 당신을 건드리거나 조롱하지 못하게 막겠소. 이곳은 술집이 아니오. 오지수가 나를 위해 마련한 곳이오. 그리고 당신들, 구혼자들이여. 제발 때리거나 모욕하지 마시오. 우리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소.」
그들은 소년이 그토록 대담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 입술을 깨물었고, 우필태의 아들 안태우가 선언하되,
「폐하들이여, 태명의 위협은 비록 성가시나 받아들여야 하리라. 상제께서 그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연회장에서 그의 연설을 막았을 것이니라.」
태명은 그를 무시하였고, 그동안 집안 아이들은 제물로 바칠 짐승 백 마리를 몰고 마을을 지나갔다. 이탁도 사람들은 활쏘기의 신 아로왕의 그늘진 숲에 모였다. 집 안에서는 구혼자들이 고기 꼬치를 굽고 꼬치를 꺼내어 몫을 나누었다. 성대한 잔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은 몫을 내어 주었는데, 그의 아들 태명이 그렇게 하라 명령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은 구혼자들이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멈추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고, 위대한 오지수의 마음에는 더욱 깊은 원한이 스며들었다. 사메 출신의 크테시푸스라는 무법자는 엄청난 부를 등에 업고 오지수가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것을 알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왔다. 그는 다른 무모한 구혼자들에게 소리치되,
「잘 들어라. 이 낯선 사람도 당연히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 물론 태명을 찾아온 손님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소. 그에게 환영의 선물을 주겠소. 그러면 그가 궁전의 목욕탕 시중드는 이나 다른 하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겠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소발 하나를 꺼내 오지수에게 던졌다. 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몸을 숙이며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소발은 벽에 부딪혔다.
태명이 크테시푸스를 꾸짖되,
「낯선 사람을 때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구나. 그가 공격을 피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면 네 배를 칼로 꿰뚫었을 테고, 네 아버지는 네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집에서는 모두 조심해야 하리라. 나도 어렸을 때는 그러하였으나, 이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도살된 양, 음식, 술 등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참아야 하니 말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지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제발 나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어 주시오. 아니면 여전히 청동 칼로 나를 죽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그렇게 하기를 바라오. 당신 같은 구혼자들이 낯선 사람들을 학대하고, 하녀들을 끌고 다니며 괴롭히는 끔찍한 짓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소.」
모두 침묵하였다. 아겔라우스가 입을 열되,
「친구들아, 그의 말은 옳다.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마라. 낯선 사람이나 오지수의 노비들을 학대하지 마라. 태명아, 너와 네 어머니께 정중히 충고 하나 하리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생각이 넓은 네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였을 때는,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실까 하여 우리를 멀리하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얘야, 어머니 곁에 앉아 우리 중 가장 훌륭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시도록 조언하라. 그러면 너는 아버지께서 남기신 재산을 누리며 먹고 마실 수 있고,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집을 돌보러 가실 수 있으리라.」
태명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답하되,
「예. 상제 신과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거나 어쩌면 죽기까지 하였던 제 아버지의 고난을 걸고 맹세하건대, 저는 지체 없이 그녀에게 남편감을 고르라 말하고 후한 지참금을 마련해 주겠나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보내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신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지혜의 여신이 구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웃었다. 깔깔대며 얼굴을 가누지 못하였다. 고기 접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너희의 얼굴과 머리와 몸은 밤으로 뒤덮여 있고, 너희의 비명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화려한 궁전의 천장과 벽에는 너희의 피가 흩뿌려져 있다. 현관과 안뜰은 유령으로 가득 차 있다. 에레보스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유령들이다.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음침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모두 웃었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이 새로 온 자는 미쳤구나. 어서, 얘들아, 그를 내쫓아라. 시장으로 보내라. 여기가 밤인 줄 아는구나.」
예언자가 대답하되,
「에우리마코스여, 나는 안내자를 구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눈과 귀와 발이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하니 떠나리라. 오지수의 집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너희 모두에게 무슨 불길한 일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드나이다. 너희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궁궐을 떠나 피레우스로 내려가 그를 맞이하였고, 그곳에서 환영을 받았다. 구혼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태명의 손님들을 비웃으며 그를 놀리려 하였다.
「손님들 때문에 운이 참 안 좋으시구나. 이 더러운 거지 자식은 늘 음식과 술만 더 달라 하고, 농사도 못 짓고 싸움도 못하는, 세상에 짐덩어리일 뿐이다. 저 다른 놈은 거기 서서 예언이나 하고 있더구나. 자, 잘 들어 보라. 내가 더 나은 계획을 제안하노라. 이 손님들을 배에 태워 노비로 삼아 시칠리아로 보내서 이익을 챙기라.」
태명은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조용히 아버지를 지켜보며, 뻔뻔스러운 구혼자들을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아름다운 연로비는 현명하게도 의자를 그들을 마주 보도록 놓고 각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들은 수많은 짐승을 잡아 잔치를 벌였고, 웃음이 끊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곧 강력한 남자와 여신이 복수심에 불타 그들에게 가져다줄 저녁 식사보다 더 달갑지 아니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먼저 복수를 시작하였고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제21권 활쏘기 경연==
그때 지혜로운 여신이 빛나는 눈으로 이카리우스의 딸이요 현부인인 연로비에게 한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대는 이제 오지수의 방에 활과 쇠도끼를 내어 놓고, 피바람이 일어날 시합을 베풀도록 하라.”
연로비가 그 말을 듣고 곧장 자기 방으로 올라가니, 그 굳세고 단련된 손으로 상아 자루에 청동 갈고리를 단 열쇠를 잡아 들고 시녀들과 함께 왕이 보물을 간직한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 안에는 금과 청동과 정교하게 벼린 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굽은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는 에우리토스의 아들 이피토스가 오지수에게 준 것이었다. 이피토스는 메세니아 땅 라케다이몬에 있는 현인 오르틸로코스의 집에서 우연히 오지수를 만나 깊은 우정을 맺은 신과 같은 영웅이었다.
당시 오지수는 빚을 받아내기 위하여 그곳에 갔었다. 메세니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탁도에 와서 양 삼백 마리를 훔쳐 가고 목동들까지 함께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라에르테스와 여러 장로들은 오지수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를 보내어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오게 하였다.
이피토스 또한 자기 말을 찾으러 그곳에 왔는데, 그에게는 훌륭한 암말 열두 필이 있었고, 암말마다 힘센 노새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이 훗날 이피토스의 죽음을 부르는 화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가 헤라클레스를 찾아가자 헤라클레스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흉계를 품고 있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그의 말을 빼앗으려 이피토스를 죽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를 저버리고 천신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있기 전에 이피토스가 처음 오지수를 만났을 때에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활을 그에게 선물하였다. 오지수 또한 우정의 증표로 검과 창을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집을 찾아보기 전에 이피토스는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지수가 수많은 배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나아갈 때에도 이 활만은 가져가지 않고 고향 집에 간직해 두었다가, 이탁도에서 벗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연로비가 마침내 창고에 이르러 윤이 반들반들한 참나무 문턱을 넘었다. 솜씨 좋은 목수가 자로 재고 수평을 맞추어 튼튼하게 틀을 세운 뒤 만든 아름다운 이중문이었다.
왕비가 재빨리 문고리를 풀고 열쇠를 꽂아 돌리니, 열쇠가 잠금쇠에 맞물리는 순간 문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들판의 황소가 목청을 다하여 울부짖는 듯하였다. 이윽고 문은 활짝 열렸다.
왕비는 안으로 들어가 향기로운 의복들이 상자에 보관된 널빤지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빛나는 상자 속에 놓인 활을 고리에서 조심스레 내려 품에 안았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활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활을 바라보는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뒤에야 눈물을 닦은 왕비는 수많은 날카로운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과 굽은 활을 품에 안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인 연회장으로 나아갔다.
시녀들은 주인의 청동 도끼와 철도끼가 가득 담긴 광주리를 끌고 뒤따랐다.
왕비가 구혼자들 앞에 이르러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기둥 곁에 서니, 두 시녀가 좌우에 시립하였다.
연로비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너희가 날마다 이 집에 찾아와 먹고 마시며, 오랫동안 타향을 떠난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탕진하고 있구나. 너희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너희는 나와 혼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한 가지 시합을 내리겠다.
여기 있는 이 큰 활은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 이 활을 손에 들고 능히 시위를 걸어 열두 도끼의 구멍을 한 줄로 꿰뚫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을 떠나 그 사람의 집으로 가겠다. 이 일을 내 마음이 어찌 잊으랴. 죽는 날까지, 꿈속에서라도 기억할 것이다.”
왕비는 곧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 활과 창백한 빛을 띤 쇠도끼를 구혼자들 앞에 가져다 놓으라.”
에우마이오스는 눈물을 머금고 활과 도끼를 받아 왕비가 명한 대로 갖다 놓았다.
소치기 또한 주인의 활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안태우가 크게 꾸짖으며 비웃었다.
“이 어리석은 농부들아! 어찌 그리 분별이 없느냐? 너희의 흘리는 눈물이 왕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느냐.
불쌍한 왕비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충분히 슬퍼하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앉아 밥이나 먹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실컷 울어라.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목숨을 건 활쏘기 시합을 벌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오지수만큼 활을 잘 쏘지는 못한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를 본 적이 있어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먼저 활시위를 당겨 열두 도끼를 꿰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오지수의 화살을 맞게 될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때 태명 왕자가 앞으로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아마 상제께서 나를 어리석은 자로 만드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평소의 지혜를 잃으시고 다른 사내와 혼인하여 이 집을 떠나시겠다고 하니, 나는 도리어 웃음이 나온다.
자, 구혼자들이여! 모두 앞으로 나오라.
그대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귀한 상이 아니겠는가. 이 여인은 신성한 필성에도, 아르고스에도, 미케네에도, 이탁도에도, 아카이아 땅 어느 곳에도 그와 같은 여인이 없다.
내가 굳이 어머니의 덕을 칭찬할 필요가 있으랴. 그대들도 이미 그 가치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핑계를 대지 말고 시합을 미루지도 말라. 나 또한 직접 활을 쏘아 보겠다.
만일 내가 이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설령 어머니가 다른 사내를 따라 나를 이곳에 남겨 둔다 해도 더는 원망하지 않겠다.
그리되면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무기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사내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태명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보랏빛 장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칼을 풀어 놓았다.
그는 열두 개의 도끼를 일렬로 세울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고 흙을 다져 반듯하게 고르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이처럼 능숙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제까지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명은 문턱에 걸터앉아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마다 그의 근육은 떨렸고 시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세 번 모두 실패하였다.
태명은 네 번째로 다시 시도하려 하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그를 만류하였다.
태명이 말하였다.
“아, 나는 언제나 이처럼 약하고 쓸모없는 자인가 보다.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것인가.
그대들은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 그대들이 먼저 해보라. 그렇게 하면 이 시합도 끝날 것이다.”
말을 마친 태명은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세워 두었던 활을 내려놓고 화살을 손잡이에 끼운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안태우가 외쳤다.
“자, 여러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로 일어나시오. 술을 따르는 종 곁에 앉은 자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이 이에 따르니 첫 번째로 나선 자는 성직자 레오데스였다.
그는 늘 술잔 곁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구혼자들의 횡포에 반대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활을 들고 문턱에 앉아 시위를 걸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고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았으므로 시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하였다.
레오데스가 구혼자들에게 말하였다.
“벗들이여, 나는 이 활을 당길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람이 할 차례다.
그러나 이 활은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와 기운을 꺾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이 집에 모이는 본래의 뜻을 잊고 이처럼 욕심에 사로잡혀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너희는 아직도 오지수의 아내 연로비와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활시위를 당기지 못한 자는 자기 재물을 가지고 다른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은 여인을 찾아가 구혼하라. 그리고 연로비는 운명이 정한 사람, 가장 많은 예물을 가져오는 자와 혼인하게 하라.”
말을 마친 레오데스는 활을 내려놓고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기대어 두었다.
안태우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무슨 흉한 말을 그리도 많이 하는가, 레오데스! 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는 자가 사람의 목숨을 앗을 활이라고 떠벌리다니. 네가 활쏘기에 재주가 없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다. 곧 이 활에 시위를 걸어 보일 것이다.”
한편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는 연회장을 나갔다. 오지수 또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세 사람이 대문을 지나 뜰 밖에 이르렀을 때, 오지수가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소치기와 돼지치기에게 내가 속마음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으나, 이제는 숨기지 않겠다.
만일 어느 신께서 오지수를 이끌어 갑자기 이곳에 돌아오게 하신다면,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구혼자들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오지수와 함께 싸울 것이냐? 너희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
소치기가 곧 대답하였다.
“오, 하늘의 상제시여! 부디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그분이 돌아오게 하소서. 신들이 그분을 집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그러면 제가 그분을 위하여 얼마나 용맹히 싸울 수 있는지 직접 보게 될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또한 모든 신들에게 오지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 모습을 본 오지수는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너희 둘만이 나의 귀환을 기뻐하는구나. 나를 위하여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다른 자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하였다.
만일 신께서 내 손으로 저 오만한 귀족 구혼자들을 물리치게 하신다면, 너희 두 사람에게 각각 아내와 재산을 주고 내 집 가까이에 좋은 집을 마련해 주겠다. 또한 너희는 태명의 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를 믿기 어렵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겠다.
내가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하던 때, 멧돼지의 흰 어금니에 찢긴 상처를 보아라.”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며 누더기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허벅지에 크고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두 사람은 그 상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침내 모든 의심을 버리고 통곡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오지수 또한 두 사람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세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라도 울고 싶었으나, 오지수가 말하였다.
“이제 그만 울어라. 누군가 밖으로 나와 너희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구혼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되 한꺼번에 들어가지 말고 차례대로 들어가라. 먼저 내가 들어가고, 그다음 너희가 한 사람씩 들어오라.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신호다.
만일 귀족들이 내게 활과 화살을 내주지 않거든, 에우마이오스, 네가 그것을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져와 내 손에 쥐어 주어라.
여인들에게는 연회장 입구를 굳게 잠그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있으라 명하라. 남자들의 고함이나 큰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잠잠히 자기 일을 하게 하라.
그리고 필로에티우스, 너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고 밧줄로 단단히 묶어라.
우리는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두 노비도 차례로 들어왔다.
그 무렵 에우리마코스는 불가에서 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시위를 걸 수 없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노하여 외쳤다.
“참으로 재앙이로다! 우리 모두에게 큰 수치가 닥쳤구나!
혼인이야 어찌 큰일이라 하겠는가. 이탁도에도 여인은 많고 다른 여러 성읍에도 아름다운 여인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오지수 왕보다 훨씬 힘이 약하여 그의 활에 시위 하나 걸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씻을 수 없는 수치가 아니겠는가! 이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안태우가 말하였다.
“에우리마코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은 아로왕 신의 축일이다. 이런 날에는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오늘은 활을 거두고 도끼는 그대로 두자. 아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포도주를 따르게 하여 신께 제사를 올리고, 활쏘기는 잠시 미루자.
내일 새벽 말태수를 불러 가장 좋은 염소를 가져오게 하고 활쏘기의 신 아로왕에게 제사를 올린 뒤 다시 활을 쏘아 시합을 끝내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시종들은 손 씻을 물을 따르고, 아이들은 술잔에 포도주를 나누어 따랐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하였다.
거짓과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이미 모든 일을 치밀하게 꾸며 놓았다는 것을.
오지수는 염소치기 말태수에게 명하였다.
“말태수여, 어서 불을 피우고 의자를 불 가까이 끌어다 놓으라. 양털도 깔아라. 그리고 창고에서 큰 기름 덩어리를 가져오라.
우리 젊은이들이 활을 따뜻하게 하고 기름칠하여 다시 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오늘 이 시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말태수는 곧 명을 받들어 불을 피우고 의자를 옮기며 양털을 깔고 기름 덩어리를 가져왔다.
젊은이들은 활을 불 가까이 가져가 데웠다.
그러나 여전히 시위를 걸지 못하였다.
그들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자들은 구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고 위세 높은 안태우와 에우리마코스였다.
그때 오지수가 말하였다.
“여왕의 구혼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숨기지 않겠다.
특히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 그대들에게 청하노라. 그대들은 앞서 훌륭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이제 활은 잠시 내려놓고 신들을 향하여 기도하라. 새벽이 되면 신께서 승자를 정하시고 그에게 성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저 윤이 나는 활을 다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 내 손이 아직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고 강한지, 아니면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며 가난 속에 살다가 그 힘마저 잃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구혼자들은 오지수가 정말로 활에 시위를 걸까 두려워하였다.
안태우가 곧 성을 내며 말하였다.
“이방인아!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가 너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우리 귀족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듣게 한 은혜도 모르느냐?
다른 거지들은 감히 우리의 잔치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좋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술이란 원래 그러하다. 지나치게 마시면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
옛날 유명한 켄타우로스 에우리티온도 라피테스 족을 찾아가 용맹한 피리토우스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었다.
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자 전사들이 그를 집 밖으로 끌어냈고, 무자비한 칼로 그의 귀와 코를 베었다.
그 후로도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떠돌았으며, 그날부터 켄타우로스와 인간은 서로 원수가 되었다.
술이 그에게 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네가 저 활에 시위까지 걸려고 한다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너를 가엾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배에 태워 잔혹하기로 이름난 에케토스 왕에게 보내겠다. 그곳에서는 네가 도망칠 길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잠자코 앉아 술이나 마시고 젊은 사내들과 다투지 말라.”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다.
“아니오, 안태우. 태명이 이 집에 손님으로 맞아들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손이 활시위를 당길 만큼 힘이 세다고 해서 내가 그를 따라가 혼인하리라 생각합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일로 잔치를 어지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에우리마코스가 말하였다.
“현명한 연로비여, 저 이방인이 그대와 혼인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만일 훗날 어떤 무례한 자가 말하기를,
‘저 사내들은 참으로 약하구나! 전사의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활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다니!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거지가 나타나 손쉽게 시위를 걸고 열두 도끼를 모두 꿰뚫었단 말인가!’
라고 한다면 우리의 수치가 얼마나 크겠소?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찌하겠소?”
연로비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에우리마코스여, 왕의 재산을 날마다 축내는 자가 어찌 위엄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이런 사소한 일에 그토록 소란을 피우십니까?
저 낯선 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좋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귀한 신분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서 활을 건네고 우리가 지켜보도록 하십시오.
만일 아로왕 신의 도움으로 그가 시위를 당긴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장포와 튜닉과 신을 주고, 사람과 짐승을 막아낼 날카로운 양날 검과 단검도 마련해 주겠습니다.
또한 그가 어느 곳으로 떠나든 그 길을 막지 않고 도와주겠습니다.”
그러자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하였다.
“어머니, 이 활을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거절할 것인지는 누구보다 제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섬에서든 엘리스의 넓은 목초지에서든, 이 집의 어떤 사내도 저에게 활을 내놓으라 명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서 방으로 올라가 베틀과 물레를 돌보십시오. 시녀들에게도 그리하라 명하십시오.
활쏘기는 사내의 일이며, 특히 이 집을 다스릴 제 일이옵니다.
이 집의 권세를 쥔 자가 바로 저입니다.”
연로비는 아들의 단호한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딸들과 함께 침실에 들어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맑은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내려와 그녀의 눈을 감기고 깊은 잠에 들게 하였다.
그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활을 들어 올렸다.
구혼자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웠다.
“더러운 돼지치기야! 그 활을 어디로 가져가느냐?
네가 미친 것이 아니냐? 네가 기르는 돼지들과 개들까지 너를 물어뜯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아로왕 신과 다른 불멸의 신들의 은총을 받는다 해도 그러할 것이다!”
연회장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이 너무나 컸으므로 에우마이오스는 두려워 활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때 태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할아버지! 어서 가시오! 활을 계속 가져가시오!
머지않아 누구의 명을 받들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오.
내가 할아버지보다 젊지만 힘은 더 세니 조심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판까지 쫓아가 돌을 던질 것이오.
이 집에 함부로 들어와 어머니에게 구혼하며 소란을 피우는 저 무리처럼 나에게도 힘이 있다면, 당장 모두 쫓아내고 복수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구혼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태명에 대한 분노도 어느덧 사라졌다.
에우마이오스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 유능한 주인 오지수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명숙를 불러 말하였다.
“태명이 명하기를, 연회장 문을 굳게 잠그고 단단히 묶으라 하였습니다. 남자들의 고함이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방 안에서 조용히 일을 하십시오.”
명숙는 아무 말 없이 연회장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필로에티우스 또한 급히 밖으로 나가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굳게 잠갔다.
현관에는 새로 꼰 비블로스 밧줄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밧줄로 문을 단단히 묶은 뒤 안으로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주인 오지수를 바라보았다.
오지수는 이미 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벌레가 활대를 갉아먹지는 않았는지, 곳곳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구혼자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하였다.
“활의 대가라도 되는 양 살펴보는구나. 정말 능숙한 사람처럼 행동하는군.
아마 자기 집에도 이런 활이 있었거나, 앞으로 하나 만들 생각인가 보다.
저 불쌍한 떠돌이가 활을 만지작거리는 꼴을 보라!”
한 젊은 구혼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제발 그의 앞날의 운도 저 활에 시위를 거는 솜씨만큼이나 좋기를 빌어야겠군!”
그들은 모두 오지수를 조롱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숙련된 악사가 양의 창자로 만든 줄을 리라의 줄감개에 감아 팽팽하게 매듯, 거대한 활을 한 치 한 치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능숙한 손으로 활에 시위를 걸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시위를 가볍게 튕기자, 그 소리가 마치 제비가 맑은 봄날 처마 밑에서 노래하는 듯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구혼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우레가 울렸다.
상제가 천둥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이날을 기다려 온 오지수는 간사한 크로노스의 아들이 보내온 징조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화살 하나를 집었다.
다른 화살들은 이미 화살통 속에 들어 있어 곧 쓰일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수는 화살을 활대에 얹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활과 시위를 함께 힘껏 당겼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확히 겨냥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을 놓았다.
쏜살같이 날아간 청동 화살촉은 첫 번째 도끼의 구멍을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도끼를 꿰뚫었다.
열두 개의 도끼가 모두 차례로 꿰뚫렸다.
화살은 마지막 도끼를 지나 반대편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오지수가 태명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태명아, 네 손님이 너에게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을 안겨 주었구나.
나는 모든 과녁을 맞혔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사람들은 내가 약한 자라고 비웃었으나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으나 이제 잔치를 벌일 때가 되었구나.
그리고 잠시 후 음악을 울려 축하하자. 그것이 저녁 잔치의 참된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그가 눈썹을 살짝 들어 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태명은 즉시 칼을 차고 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두 사람의 청동 무기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때부터 오래도록 억눌렸던 피바람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제22권 구혼자들을 소탕==
오지수는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알몸이 된 그는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문지방으로 뛰어 올라, 발아래에 화살을 한 아름 쏟아 놓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놀이가 끝났도다. 나는 다시 활을 쏘리라. 아직 한 번도 맞히지 못한 다른 과녁을 향하여 쏘리라. 오, 상제의 총애를 받는 활의 신이여! 부디 이 손을 도우소서!”
말을 마친 오지수는 안태우를 향하여 치명적인 화살을 겨누었다.
젊은 안태우는 금잔을 손에 들고 포도주를 휘저으며, 마치 아무 근심도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죽음이 자기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다. 어찌 그러한 생각을 하였겠는가. 수많은 연회객 가운데 홀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들 자가 있으리라고 누가 감히 생각하였겠는가.
그때 오지수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휙!
화살은 안태우의 목을 향하여 날아갔다. 화살촉은 그의 부드러운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안태우는 옆으로 쓰러졌고, 손에 들었던 금잔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곧 그의 콧구멍에서는 굵은 피가 솟구쳤으며, 발이 경련하듯 움직이다가 탁자를 걷어찼다. 탁자가 뒤집히자 음식과 술이 바닥에 쏟아졌다. 흰 빵과 잘 구운 고기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본 구혼자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두꺼운 돌담을 이리저리 뒤지며 방패와 칼을 찾았으나, 손에 잡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분노하여 오지수를 향해 소리쳤다.
“이 낯선 자여! 감히 사람을 쏘았으니 그 죗값을 치러야 하리라! 더는 경기에 참여할 수도 없고, 이제 네 목숨은 끝났도다. 네가 감히 이탁도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를 죽였으니, 오늘 여기서 독수리의 밥이 될 줄 알라!”
그러나 불쌍한 자들은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가 안태우를 우연히 죽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일 뜻을 품고 있었다는 것과, 이미 죽음의 그물이 사방에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웃었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내가 토래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 그래서 내 집을 제 것처럼 차지하고, 내 여종들을 욕보이며, 내가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내 아내에게 추근거렸느냐? 하늘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너희를 벌할 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느냐? 이제 보라. 너희는 스스로 죽음의 그물에 걸려들었도다.”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저마다 살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 가운데 에우리마코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지수여, 과연 그대가 돌아왔다면 우리의 말도 들어 주시오. 그리스인들이 그대의 영지와 집에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은 실로 잘못된 일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 일을 꾸민 우두머리는 죽었소. 바로 안태우 말이오.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소.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그대의 아내가 아니었소. 상제께서 그의 흉계를 꺾으셨으나, 그는 다른 큰일을 꾸미고 있었소. 그대의 아들을 길목에 매복하여 죽이고 왕좌를 빼앗아 이탁도를 다스리려 한 것이오.
이제 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소. 그러니 부디 폐하께서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그동안 먹은 음식과 마신 술값을 모두 갚겠소. 각자가 소 스무 마리 값에 해당하는 재물을 바치고, 그대가 원하는 금과 청동도 아끼지 않고 내놓겠소. 그대의 분노가 어찌 정당하지 않겠소.”
그러나 오지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에우리마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내 모든 재산을 내놓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친다 하여도 소용없다. 너희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내 손이 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두 길밖에 없다.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하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건져 보아라. 그러나 너희 가운데 죽음을 피할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리고 심장이 얼어붙는 듯하였다.
에우리마코스가 다시 동료들을 향하여 외쳤다.
“친구들이여! 이 자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저 윤이 나는 문지방에 버티어 서서 우리를 하나씩 쏘아 죽일 것이오. 어서 싸울 계책을 세우시오!
칼을 뽑고 탁자를 방패로 삼아 화살을 막으시오. 모두 힘을 합쳐 저자를 문지방에서 몰아내고,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합시다. 저자의 화살도 곧 다 떨어질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날카로운 청동검을 뽑아 들고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지수의 활시위가 울렸다.
쐐액!
화살은 에우리마코스의 가슴, 젖꼭지 곁을 꿰뚫고 들어가 순식간에 간을 관통하였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리며 탁자 위로 쓰러졌고, 음식과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마침내 그의 눈앞에는 검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때 암피노무스가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검을 뽑아 그를 베려 한 것이다.
그러나 태명이 재빨리 뛰어들었다. 그는 뒤에서 청동 창을 힘껏 찔러 암피노무스의 등을 꿰뚫고 가슴까지 관통시켰다.
암피노무스는 얼굴부터 땅에 처박히며 쿵 하고 쓰러졌다.
태명은 창을 그대로 그의 몸에 박아 둔 채 뒤로 달아났다. 창을 뽑으려고 몸을 굽혔다가 다른 그리스인이 달려들어 칼로 찌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말했다.
“아버님, 제가 방패와 창 두 자루, 그리고 청동 투구를 가져오겠습니다. 저도 무장을 하고 우리 목동 두 사람에게도 무기를 나누어 주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내 화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어서 가거라. 저들이 나를 문밖으로 몰아내기 전에 서둘러라. 나는 이곳에서 홀로 싸워야 하느니라.”
태명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무기고로 달려가 창 여덟 자루와 방패 네 개, 그리고 풍성한 말총 장식이 달린 청동 투구 네 개를 가져왔다.
돌아온 그는 먼저 자신의 갑옷을 갖추어 입었고, 두 목동 또한 무장을 하여 뛰어난 계략가인 오지수의 양옆에 섰다.
오지수는 화살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활을 쏘았다. 그의 집 안에서 구혼자들은 하나씩 쓰러져 갔다.
마침내 왕의 화살통도 비었다.
오지수는 튼튼한 문기둥 곁에 활을 내려놓고, 하얗게 빛나는 궁전 벽에 기대어 두었다. 그리고 네 겹으로 된 방패를 어깨에 걸치고, 잘 만든 청동 투구를 머리에 썼다. 투구 위의 말총 장식이 위엄 있게 흔들렸다.
그는 양손에 청동 창을 하나씩 움켜쥐었다.
그때 성벽 안쪽에 단단히 닫힌 문이 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오지수는 충직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곳에 서서 문을 지켜라. 이제 출구는 하나뿐이다.”
그러자 아겔라우스가 모든 구혼자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친구들이여!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저 문으로 빠져나가 사람들에게 사태를 알리고 경보를 울려야 하오. 그러면 이자의 화살도 곧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염소치기 말태수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주군. 그 입구는 너무 좁고 궁전 문과도 지나치게 가까우니 위험합니다. 용감한 한 사람만 그곳을 지켜도 우리 모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창고에 가서 갑옷을 가져오겠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적들이 갑옷을 그곳에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말태수는 성벽 안쪽의 좁은 통로를 기어 올라가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방패 열두 개와 창 열두 자루, 말총으로 장식한 청동 투구 열두 개를 꺼내 아래층으로 가져왔다.
그리하여 구혼자들은 다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오지수는 그들이 무기를 들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하였다. 그들의 오만하고 흉악한 모습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태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면 말태수가 내 집에서 우리를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구나!”
태명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버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창고 문을 조금 열어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쪽에서 누군가 망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여, 가서 문을 굳게 닫고 살펴보시오. 우리를 해치려 한 자가 여자들 가운데 있는지, 아니면 제가 의심하는 말태수인지 알아보시오.”
한편 말태수는 다시 무기를 가져오기 위하여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돼지치기가 그를 발견하고 오지수에게 알렸다.
“나리, 우리가 모두 의심하던 그 간악한 자가 창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리께서는 언제나 묘한 계책을 세우시니, 제가 그를 죽이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이곳으로 끌고 와 나리께서 그의 온갖 죄악을 친히 다스리시겠습니까?”
오지수는 이미 계책을 세워 두고 있었다.
“태명과 나는 저 구혼자들이 아무리 날뛰더라도 이곳에 가두어 두겠다. 너희 둘은 말태수의 손발을 뒤로 묶어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가라.
그리고 높은 기둥에 밧줄을 걸고 서까래에 매달아라. 그가 죽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하라.”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곧 무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말태수는 그들이 오는 줄도 몰랐다. 그가 무기를 찾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문 양쪽에 숨어 기다렸다.
마침내 말태수가 한 손에는 아름다운 투구를 들고, 다른 손에는 옛날 라에르테스가 젊은 시절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이음새가 다 풀려 녹슨 채 창고에 버려진 방패를 들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말태수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안으로 끌어들인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손발을 뒤로 묶고 매듭진 밧줄로 단단히 동여맨 다음,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서까래에 매달았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그를 조롱하였다.
“말태수야, 이 부드러운 침상에서 밤새도록 편히 자거라. 이것이 네가 지은 죄의 대가다. 새벽이 되어 바다 위 황금빛 왕좌에 해가 떠오르고, 네가 염소들을 몰아 이 집에 와서 구혼자들의 저녁상을 차리던 바로 그때까지 여기 매달려 있거라.”
그리하여 말태수는 손발이 묶인 채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다.
두 목동은 무장을 마치고 방을 나와 문을 닫은 뒤 교활한 지도자 오지수에게 합류하였다. 그들은 문지방에 굳게 서서 결의를 다졌다.
안에는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아 있었으나, 오지수와 태명, 그리고 두 충직한 목동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었다.
그때 상제의 딸인 지혜낭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과 음성은 마치 명토와 같았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말했다.
“명토여, 우리 사이의 오랜 우정을 기억하소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나는 그대를 소중히 대하였나이다. 이제 나를 도와주소서!”
그는 그녀가 군대를 움직이는 지혜낭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구혼자들이 일제히 반대의 소리를 질렀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스승이시여, 부디 오지수의 말에 속아 우리와 싸우지 마십시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우리가 이 아버지와 아들을 죽이고 당신 또한 당신의 계략대로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당신도 그 죗값을 목숨으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청동검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며, 당신이 가진 모든 재물 또한 빼앗아 우리의 전리품 가운데 섞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들도 이 연회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당신의 아내와 딸들도 이탁도에서 자유로이 거닐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지혜낭자는 크게 노하여 오지수를 꾸짖었다.
“지금 그대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상제의 총애를 받는 백발의 헬레나를 위하여 아홉 해 동안 토래성인들과 싸웠고, 전쟁 중 수많은 적을 죽였으며, 끝내 그 성을 함락할 계책까지 세웠도다.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거늘, 어찌하여 이 구혼자들에게 정당한 무력을 쓰기를 두려워하는가?
자, 내 곁에 서라. 알키무스의 아들 명토가 그대가 세운 모든 공적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적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라.”
그러나 지혜낭자는 아직 결정적인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지수와 그의 아들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비처럼 연기 속으로 날아올라 지붕의 서까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겔라우스와 데모프톨레모스, 에우리노모스, 피산더, 암피메돈, 보리보가 살아남은 구혼자들을 독려하였다. 그들은 가장 용감한 자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이미 활과 빗발치는 화살에 쓰러지고 없었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 명토의 허풍은 모두 헛소리였도다. 그는 떠났고, 이제 저자들만 문 앞에 남았소.
어서 저 잔혹한 자를 제압하여 손을 멈추게 하시오. 한꺼번에 모든 창을 던지지 말고, 먼저 우리 여섯 사람이 창을 던집시다. 상제께서 오지수를 맞혀 우리에게 승리를 허락하시기를 기도합시다. 그가 쓰러지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오.”
여섯 사람은 그의 말에 따라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가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버렸다.
한 창은 궁전 홀의 문설주를 꿰뚫었고, 또 한 창은 굳게 닫힌 문에 박혔다. 다른 창은 벽에 깊이 박혔다.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오지수의 무리는 모든 창을 피하였다.
오지수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마침내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들은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무기를 빼앗으려 한다! 이제 과거의 원한을 갚고 너희 목숨을 지켜라. 지금 쏘아라!”
네 사람은 일제히 창을 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데모프톨레모스를 쓰러뜨렸다. 태명과 에우리아데스와 돼지치기는 엘라투스를 죽였고, 소치기는 피산더를 쓰러뜨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다른 구혼자들은 구석으로 몰려 웅크렸다.
그러나 살아남은 네 사람이 시체에서 창을 뽑아 다시 손에 들었다.
구혼자들도 다시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는 또다시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 창은 문설주에 박혔고, 또 한 창은 문을 꿰뚫었다. 다른 물푸레나무 창은 벽에 박혔다.
암피메돈의 창은 태명의 손목 곁을 스치며 지나가 청동이 그의 살갗을 찢었다.
크테시푸스가 던진 창은 돼지치기의 방패 바로 위 어깨를 스쳐 지나가 뒤쪽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눈 밝고 계략에 능한 오지수와 그의 동료들은 몰려드는 구혼자들을 향하여 날카로운 창을 내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에우리다마스를 꿰뚫었다.
태명은 암피메돈을 베었고, 돼지치기는 보리보를 쓰러뜨렸다. 목동은 크테시푸스의 가슴을 청동 창으로 꿰뚫으며 외쳤다.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를 모욕하기를 즐겨 하더니, 이제 네 자랑도 끝났구나. 신들이 마지막 말을 하셨고 승리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것은 네가 오지수가 집 없는 떠돌이처럼 자기 집을 지나갈 때 발로 걷어찬 대가이니라!”
오지수는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아겔라우스를 찔렀다.
태명은 레오크리투스에게 달려들어 배에 청동 창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레오크리투스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쳤다.
그때 지혜낭자가 지붕 위에서 치명적인 아이기스를 높이 들어 올렸다.
겁에 질린 구혼자들은 봄날 해가 길어지는 때 등에에게 쫓긴 소 떼처럼 연회장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마치 굽은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독수리 떼가 높은 언덕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구름 아래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희생자들은 도움을 받을 곳도, 달아날 길도 없었다. 네 명의 전사들은 사방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며 하나씩 베어 넘겼다.
머리가 깨지는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가 궁전을 가득 채웠고, 바닥은 어느새 온통 피로 물들었다.
레오데스는 오지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위하여 달려들어 그의 무릎을 붙잡았다.
아겔라우스가 죽으며 손에서 칼을 떨어뜨렸다.
오지수는 강한 팔로 그 칼을 휘둘러 사제의 목을 베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읊조리던 그의 머리는 피를 흘리며 먼지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억지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시인 페미우스는 뒷문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갈림길에 놓였다.
밖으로 나가 옛 주인들이 수많은 제물의 허벅지뼈를 태우던 가정의 신, 위대한 상제의 제단 아래 숨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그는 마침내 결심하였다.
간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속이 빈 리라를 믹싱볼과 은제 의자 사이 바닥에 내려놓고 오지수의 무릎을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다.
“오지수 나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저를 죽이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저는 신과 인간을 위하여 노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를 익혔으나 신들께서 제 마음속에 온갖 노래를 심어 주셨습니다.
저는 마치 신 앞에서 노래하듯 나리를 위하여 노래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참으시고 제 목을 베지 마소서. 아드님께 물어보십시오. 제가 저녁마다 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러 온 것은 제 뜻이 아니었다고 아드님께서 증언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사납고 수가 많았습니다. 제게는 다른 길이 없었나이다.”
그러자 용맹한 태명이 급히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서 말하였다.
“아버님, 칼을 거두소서.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집사 메돈도 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늘 저를 돌보아 준 사람입니다. 목동들이 이미 그를 죽였거나,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모습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메돈은 이미 지혜롭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의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새 소가죽으로 자신을 덮어 숨었다.
태명의 말을 듣자 그는 의자 아래에서 벌떡 일어나 소가죽을 벗어 던지고 태명 곁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부디 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당신의 아버지는 너무나 강하시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고 아들인 당신을 업신여긴 구혼자들에게 크게 노하셨습니다. 제발 아버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러자 영리한 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 아버지는 이미 네 목숨을 구해 주셨느니라. 그러니 살아남아 선행이 악행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라.
이제 홀을 나가거라. 밖으로 나가 마당에 있는 이름난 가수 곁에 앉아 있으라. 나는 이 집 안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상제의 제단 곁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 숨을 죽였다.
오지수는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있는지, 혹은 죽음을 피해 숨어 있는 자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다가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었다. 마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어두운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고기 떼가 넓은 모래사장에 쏟아져 나온 것과 같았다.
그렇게 구혼자들은 서로 겹쳐져 죽어 있었다.
그러나 오지수는 여전히 계략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명숙에게 할 말이 있다. 태명아, 어서 그녀를 데려오너라.”
태명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문을 살짝 열고 유모를 불렀다.
“유모여, 어서 오시오! 그대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궁전의 여자 노비들을 거느려 왔소. 아버지께서 그대와 할 말씀이 있으니 빨리 오시오!”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으나 크고 튼튼한 홀의 문을 열었다.
태명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학살당한 남자들의 시체 사이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오지수를 보았다.
마치 사자가 초원의 소를 잡아먹은 뒤 가슴과 턱이 온통 피로 물든 것처럼, 오지수의 손발 또한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참혹한 시체들을 보고, 사방에 흩어진 피를 보고, 그토록 처참한 살육의 광경을 눈앞에 마주한 유모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맹세하건대 나는 이 집의 어떤 여자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소.
나는 오히려 구혼자들을 말리며 손을 더럽히지 말라고 간곡히 타일렀소. 그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소. 그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지은 죄에 합당한 최후를 맞은 것이오.
그러니 이제 이 집의 여자들에 관하여 말해 보시오. 누가 나를 업신여겼으며, 누가 끝까지 정절을 지켰소?”
주인을 깊이 사랑하는 늙은 여종이 대답하였다.
“얘야, 내가 이 집의 사정을 낱낱이 알려 주마.
이 집에는 우리가 양털을 빗는 법을 가르치고 노비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여종이 쉰 명이나 있단다. 그런데 그 가운데 열두 명이 명예를 저버렸구나.
그 열두 명은 나와 우리 안주인 연로비를 업신여겼다. 연로비께서는 태명이 아직 어리고 이제 막 장성하였으므로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셨지.
내가 위층 여자들의 방으로 올라가 주인마님께 이 일을 아뢰겠소. 아마 어느 신께서 그분에게 잠을 내려 주신 모양이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직은 안 된다. 그녀를 깨우지 마라. 먼저 나 없는 동안 반역을 꾀한 여자들을 모두 불러오너라.”
늙은 유모는 그의 명을 받들어 복도를 지나가며 여자들을 하나씩 불렀다.
그동안 오지수는 태명과 목동들을 불러 모아 명하였다.
“이제 시체를 치워야 한다. 여자들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 꿀처럼 부드러운 스펀지와 물을 가져다가 내 위엄 있는 의자와 아름다운 탁자를 깨끗이 닦아라.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내 궁전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아라.
그리고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데려오너라. 긴 칼로 그들을 베어 죽여라. 그리하면 그들이 아프로디테의 힘을 빌려 구혼자들과 은밀히 저지른 행위를 더는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자들은 절망하여 흐느끼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달려왔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밖으로 옮겨 지붕 아래에 차곡차곡 쌓았다.
오지수는 그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
여자들은 물에 적신 흡수성 좋은 스펀지로 아름다운 의자와 탁자를 닦았다. 태명과 목동들은 삽으로 바닥의 피와 더러운 것들을 긁어내 깨끗이 만들었다.
여자들은 쓰레기를 주워 밖으로 내다 버렸다.
남자들은 집 안의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돈한 다음, 여자들을 밖으로 끌어내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가두었다.
여자들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태명이 나서서 말했다.
“저 여자들은 구혼자들의 곁에 누워 나와 어머니에게 수치를 안겼소. 그러니 나는 이들에게 깨끗한 죽음을 허락할 수 없소.”
그는 뱃사람들이 쓰는 굵은 밧줄을 가져다가 둥근 홀과 높이 솟은 기둥에 걸었다. 그리고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매달았다.
마치 비둘기나 지빠귀가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날개를 펼쳤다가 누군가 놓아둔 덫에 걸려 그물에 갇히는 것과 같았다.
여자들의 머리가 일렬로 늘어섰고, 목에는 올가미가 걸렸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잠시 발을 떨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도 멎었다.
그런 다음 남자들은 말태수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들은 구부러진 청동 칼로 그의 코와 귀를 베고, 성기를 잘라 개들에게 날것으로 던져 주었다.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그들은 그의 손과 발까지 잘라냈다.
그 일을 마친 뒤 남자들은 몸을 씻고 궁전 안으로 돌아왔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늙은 유모에게 말했다.
“이제 불과 유황을 가져오너라. 악령을 몰아내는 약이니 집안을 깨끗이 소독하겠다. 그리고 연로비와 그녀의 노비들, 모든 여종들을 이 집 안으로 불러들이거라.”
유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나리. 모든 말씀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장포와 저고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튼튼한 등을 그런 누더기 한 벌로만 가리고 계시면 어찌 옳겠습니까?”
그러자 온갖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먼저 불을 피워 이 홀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옳다.”
충직한 여종은 그의 명을 받들어 불과 유황을 가져왔다.
오지수는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웠고, 집 안의 모든 방과 마당을 두루 훈증하였다.
그동안 늙은 유모는 궁전 곳곳을 뛰어다니며 여인들을 불렀다.
횃불을 든 여인들은 저마다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였다. 어떤 이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어떤 이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기쁨으로 맞았다.
오지수는 마침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그 자리에 있는 여인들을 하나하나 모두 알아보았다.
==제23권 부부상봉과 침상의 비밀==
늙은 여종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낄낄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 마님에게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음을 고하였더라.
평소에는 힘없이 떨리던 두 무릎에 문득 힘이 솟은 듯하고, 발걸음 또한 가벼워져 단숨에 여왕의 침상 곁, 머리맡에 이르러 말하였느니라.
“마마, 어서 일어나 보십시오! 마침내 마마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지수 대감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바로 이 집 안에 계십니다!
마침내 돌아오셨단 말입니다!
대감의 재산을 탕진하고 왕자를 위협하며 온갖 횡포를 일삼던 구혼자들을 모조리 죽이셨습니다!”
그러나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가련한 늙은이여, 신들이 그대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였구나.
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고, 어리석은 자를 갑자기 지혜롭게 만들 수도 있는 힘을 지녔느니라.
그대는 본래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토록 어리석은 말을 하는가.
내가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희롱하려 하는 것이며, 어찌하여 내 눈을 덮고 있던 달콤한 잠에서 나를 깨웠단 말인가.
오지수가 저주받은 도시 에빌리움으로 떠난 뒤로 나는 이토록 깊은 잠을 잔 적이 없었느니라.
어서 돌아가거라.
다른 여종이 와서 나를 깨우고 이런 허망한 말을 또다시 지껄인다면, 나는 당장 그 아이를 아래층으로 쫓아낼 것이며 결코 너그럽게 대하지 않을 것이니라.
다만 그대는 나이가 많으므로 이번에는 심한 꾸지람을 면하게 하겠노라.”
그러자 명숙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하였더라.
“얘야, 내가 너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란다. 참말이다.
오지수 대왕께서 정말 이곳에 돌아오셨단다.
그토록 오랫동안 너희를 괴롭히던 그 낯선 사람이 바로 오지수 대왕이시니라.
태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혜롭게도 아버지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그리하여 대왕께서 구혼자들의 오만과 횡포를 갚으실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 말을 듣자 연로비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유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느니라.
그리고 급히 말하였도다.
“유모여!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오지수가 이 집에 돌아왔다면 어찌 그 많은 구혼자들을 공격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혼자 한 분뿐인데, 이 집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 않았습니까?”
명숙가 대답하였느니라.
“나는 그 일을 자세히 보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사내들이 죽어가며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었을 뿐이란다.
우리는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는데, 얼마 후 네 아들이 나를 불렀단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것이었지.
그리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오지수께서 시신들 가운데 서 계셨단다.
시체가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서로 포개져 있었느니라.
네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마치 사자처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온몸이 떨렸을 것이다.
지금 그 시신들은 모두 안뜰 문밖에 쌓여 있고, 오지수께서는 궁전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하여 큰 불을 피우고 계신단다.
이 집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되찾으시려는 것이지.
그리고 나를 보내 너를 데려오게 하셨느니라.
어서 나와 함께 가자.
그러면 너와 그분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미 너무나 큰 고통을 견뎌내지 않았느냐.
이제 네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분은 살아 계신다!
집으로 돌아오셔서 너와 아들을 다시 만나셨으며,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구혼자들에게 마침내 원수를 갚으셨단다.”
그러나 연로비는 여전히 신중하게 대답하였느니라.
“유모여, 너무 기뻐하지 마시오.
그대도 알다시피 나와 내 아들은 오지수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소. 우리 모두 그러하였소.
그러나 그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소.
사람들은 어떤 신이 구혼자들의 횡포와 오만함에 진노하여 그들을 죽였다고 말하고 있소.
그들은 손님이 선하든 악하든 가리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았으며, 그들의 어리석음이 마침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을 것이오.
그러나 내 남편 오지수는 고향을 잃었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숨까지 잃었다고 나는 믿고 있소.”
유모가 다시 말하였느니라.
“얘야! 네 남편이 지금 여기 난롯가에 있는데 어찌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느냐?
너는 예나 지금이나 의심이 참 많구나.
그러나 내게는 분명한 증거가 있단다.
내가 그분의 몸을 씻겨 드리다가, 옛날 멧돼지의 송곳니에 찔려 생긴 흉터를 만졌느니라.
나는 곧장 너에게 알려주려 하였으나, 그분께서 내 목을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셨단다.
자, 어서 나와 함께 가자.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나를 죽여도 좋다.”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도다.
“유모여, 그대가 총명한 사람인 것은 내가 잘 아오.
그러나 신들의 뜻을 사람이 어찌 모두 헤아릴 수 있겠소.
자, 나와 함께 아들을 만나러 갑시다.
구혼자들이 죽은 모습을 직접 보고, 또한 그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소.”
이에 연로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느니라.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어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마음이 갈팡질팡하였도다.
마침내 문턱을 넘어 불빛이 비치는 곳에 이르러 벽 가까이에 앉아 남편과 마주 보았느니라.
오지수는 기둥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때 자신과 한 침상을 함께 쓰던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연로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느니라.
때때로 그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면 분명 오지수와 닮은 듯하였으나, 더럽고 낡은 옷차림은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도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태명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느니라.
“어머니! 어찌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왜 이토록 잔인하게 아버지를 거절하십니까?
왜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앉아 말씀을 나누지 않으십니까?
세상 어느 여인도 백 살을 먹었다 하더라도 어머니처럼 완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돌아오신 아버지를 어찌 이리 멀리하십니까?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돌처럼 굳어 있군요!”
그러나 연로비는 깊이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하였느니라.
“얘야, 나도 지금 마음이 어지럽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단다.
그러나 만일 이분이 정말 내 남편이라면, 정말로 나의 오지수가 돌아온 것이라면, 우리 둘만이 아는 은밀한 징표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징표로써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러자 냉정하기로 이름난 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태명에게 말하였도다.
“아들아, 어머니께서 나를 시험하시도록 내버려 두어라.
머지않아 어머니께서는 나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실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더럽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으로 있는 동안에는 어머니께서 나를 선뜻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실 것이니라.
그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한 사람만 죽였더라도 그 살인자는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달아나야 할 것이니라.
그런데 우리는 이탁도의 기둥이라 할 만한 자들과 이 섬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도 아버지의 꾀와 슬기에 견줄 수 없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곧장 아버지의 뒤를 따르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용감히 행동하겠습니다.”
오지수는 곧 계책을 세웠느니라.
그가 말하되,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희 셋은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에게도 좋은 옷을 입혀라.
그리고 신과 같은 가수는 리라를 들고 맑고 경쾌한 혼례의 노래를 연주하도록 하라.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이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이 집에서 혼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니라.
우리가 우리 영지의 숲에 이를 때까지는 구혼자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멀리 퍼져서는 안 된다.
그곳에 이르면 상제께서 우리에게 정해 주신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람들은 모두 오지수의 말대로 행하였도다.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도 몸을 단장하였으며, 가수는 리라를 들고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하였느니라.
그 음악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흥이 일어났도다.
집 안은 아름다운 허리띠를 두른 남녀들의 발소리로 가득 찼느니라.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렸도다.
“저토록 많은 구혼자가 찾아들던 왕비가 마침내 혼인하는 모양이구나!
참으로 완고한 여인이로다.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킬 힘조차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러나 그들은 궁전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여종 에우리노메가 오지수의 몸을 씻기기 시작하였도다.
그의 몸에 감람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튜닉과 아름다운 장포를 입혔느니라.
그러자 지혜낭자가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령한 아름다움을 내려주었도다.
그의 키는 더욱 크고 몸은 더욱 굳세어졌으며, 머리카락은 자운화 꽃처럼 풍성하고 곱슬곱슬하게 자라났느니라.
마치 지혜낭자나 해필수가 장인에게 금속 세공의 기술을 가르쳐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게 한 뒤, 은 위에 황금을 부어 장식하는 것과 같았도다.
지혜낭자는 오지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아름다움을 부어주었으며, 목욕을 마친 그의 모습은 마치 불멸의 신과 같았느니라.
오지수는 다시 아내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말하였도다.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로구나!
신들이 그대에게 철석같이 굳센 마음을 내려주신 것이 분명하도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통을 겪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이토록 거절하는 아내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자, 유모야.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상을 하나 마련해 주어라.
이 여인은 참으로 쇠붙이보다 더 굳센 마음을 지녔구나.”
그러자 연로비가 재치 있게 대답하였느니라.
“참으로 대단한 남자로군요!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뽐내는 것도 아니며, 지금 일어난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긴 노를 저어 이탁도를 떠나던 날에도 당신은 늘 그런 모습이었으니까요.
자, 명숙여.
그가 직접 지은 방 밖에 침상을 마련하여라.
침상틀을 밖으로 옮기고 그 위에 이불과 담요를 깔아 주어라.”
이 말은 남편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더라.
그러자 오지수가 크게 노하여 충실한 아내에게 말하였느니라.
“여인이여!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구나.
누가 내 침상을 옮겼단 말인가?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그것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신이라면 쉽게 옮길 수 있겠지.
아무리 젊고 힘센 사람이라도 그 침상을 움직일 수는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 침상에는 남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며,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느니라.
안뜰에는 가늘고 긴 잎을 가진 감람나무 한 그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도다.
그 줄기는 마치 기둥처럼 굳세었느니라.
나는 바로 그 감람나무를 중심으로 방을 지었도다.
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았느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람나무를 다듬어 청동 도끼로 가지를 뿌리부터 끝까지 잘라내고, 나무줄기를 깎아 침상의 기둥을 만들었도다.
송곳과 드릴로 나무를 뚫어 기둥을 만들었느니라.
그것이 내가 만든 첫 번째 침상 기둥이었도다.
그 뒤 금과 은과 상아를 박아 넣어 나머지 세 기둥을 만들고, 자주색으로 물들인 소가죽 끈을 그 위에 팽팽하게 둘렀느니라.
이것이 바로 그 침상의 비밀이니라.
그러니 여보, 내 아내여!
그 누가 감히 그 감람나무의 줄기를 잘라 침상을 옮겼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침상이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연로비의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느니라.
그녀는 마침내 남편이 보여준 징표를 모두 깨달았도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하였느니라.
“오지수여!
이제는 제게 노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다른 모든 일에서는 참으로 이해심 깊은 사람이거늘, 어찌하여 제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을 원망하십니까.
신들이 우리를 괴롭힌 것이옵니다.
우리가 함께 젊음을 누리고 늙을 때까지 한평생을 같이 살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하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악한 사내가 거짓말로 나를 속일까 늘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정직하지 못하고 간교한 남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이방인 또한 만일 그리스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 헬렌을 데려갈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신이 그녀의 마음에 그러한 욕망을 심어 그 일을 하게 만든 것이겠지요.
그것이야말로 내게 처음으로 큰 슬픔을 안겨 준 열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께서는 우리 침상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여종 악토리스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습니다.
악토리스는 우리 방을 지키던 사람이었지요.
당신은 마침내 내 완고한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믿게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오지수는 눈물이 솟아나는 것을 참지 못하였느니라.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소리 내어 흐느꼈도다.
마치 해신이 바다에서 배를 부수고 거센 파도와 강풍으로 선원들을 바다에 내던졌을 때, 살아남은 자들이 마침내 육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느니라.
어떤 자들은 바다를 빠져나와 해안에 이르렀으나 온몸에 소금물이 묻어 있었도다.
그들은 살아남은 것을 신들에게 감사하며 기어 올라왔느니라.
이와 같이 연로비 또한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품에 안고 기쁨에 겨워 하얀 팔로 그의 목을 놓지 않았도다.
두 사람은 장밋빛 새벽이 하늘에 이를 때까지 울고 싶었으나, 빛나는 눈을 가진 지혜낭자가 그들을 불쌍히 여겨 개입하였느니라.
지혜낭자는 밤을 붙잡아 두고 황금빛 새벽이 바닷가에 오래 머물게 하였으며, 빛나고 밝은 새벽의 망아지들이 멍에를 쓰지 못하게 하였도다.
그러자 오지수가 머리가 어지러운 듯 말하였느니라.
“여보, 우리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앞으로도 많은 고난이 남아 있고,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힘든 일이 많이 있소.
이는 티레시아스의 영혼이 내게 알려준 운명이오.
내가 염라국의 집에 들어가 나와 내 부하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었던 날, 그는 내게 앞으로의 일을 알려주었소.
그러니 이제 함께 침상에 들도록 합시다.
달콤한 잠을 누리도록 합시다.”
그러자 늘 앞날을 내다보는 연로비가 대답하였느니라.
“당신이 원하실 때 언제든지 그러십시오.
이 침상은 본래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신들께서 마침내 당신을 집으로, 그것도 잘 지어진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신께서 당신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겠지만, 지금 알아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지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그대는 참으로 특별한 여인이오.
어찌하여 내게 그대의 마음까지 아프게 할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대에게 숨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겠소.
티레시아스는 내가 노를 들고 여러 고을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소.
그러다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지 않는 사람들, 배의 뱃머리를 붉게 칠하지 않는 사람들, 배의 날개와도 같은 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사람이 내 어깨에 짊어진 것을 보고 그것을 ‘키’라고 부르는 순간, 내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라고 하였소.
그때 나는 노를 땅에 깊이 박고 해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하오.
숫양과 황소와 멧돼지, 흠 없는 짐승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늘에 거하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하였소.
그렇게 하면 나는 바다에서 죽지 않고 편안히 늙어갈 것이며, 부유하고 행복한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하였소.”
현명한 연로비가 대답하였도다.
“신들께서 당신이 편안하게 늙어가도록 허락하신다면, 우리의 모든 고난에도 마침내 끝이 있을 희망이 있겠군요.”
두 사람은 이렇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느니라.
그동안 노비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에우리노메와 명숙는 횃불을 들고 와 튼튼한 침상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깔았도다.
유모는 자기 침상으로 돌아갔고, 에우리노메는 횃불을 들고 왕과 왕비를 그들의 침상까지 인도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느니라.
마침내, 참으로 마침내, 기쁨에 찬 남편과 아내는 오래전 헤어졌던 부부의 침상으로 다시 돌아왔도다.
한편 목동들과 태명은 춤을 멈추고 여인들에게도 춤을 그치게 하였으며,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느니라.
왕과 왕비는 서로 사랑을 나눈 뒤 또 하나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더라.
연로비는 자신 때문에 구혼자들이 집안을 망쳐 놓고, 양과 소 떼를 마구 죽이며, 포도주를 지나치게 마시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남편에게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지수 또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그 일을 이루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를 하나하나 들려주었도다.
연로비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남편이 모든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잠들지 않았느니라.
먼저 오지수는 키코네스족을 무찌르고 그들을 죽였던 일부터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로터스 열매를 먹는 사람들이 사는 들판에 이르렀던 일과, 독안거인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그에게 붙잡힌 부하들을 되찾고 그 무도한 자에게 복수하였는지를 말하였느니라.
그 뒤 아이올로스 산에 이르러 환대를 받고 도움까지 받았으나,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운명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였도다.
갑자기 거센 폭풍이 일어나 그를 바다 건너로 끌고 갔으며,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하여 통곡하였느니라.
또한 라이스트리고니아에 이르렀을 때 그곳 사람들이 그의 함대를 공격하여 배를 모조리 깨뜨리고 수많은 부하를 죽였던 일도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키르케의 교활한 계략과,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하여 염라국으로 내려갔던 일도 말하였느니라.
그곳에서 죽은 벗들을 만났고, 어린 시절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어머니의 혼백까지 만났다고 하였도다.
또한 사이렌의 끝없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떠돌았던 일, 방황하는 바위와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에 이르렀던 일, 스킬라의 손아귀에서 겨우 빠져나왔던 일도 차례로 들려주었느니라.
그의 선원들이 태양신의 신성한 소 떼를 잡아먹었던 일도 말하였도다.
그때 상제가 연기와 천둥으로 하늘을 뒤흔들고 번개를 내리쳤으며, 그 번개가 배를 산산이 부수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자신만은 살아남아 마침내 옥기섬에 이르렀다고 하였도다.
그곳에서 립선가가 자신을 동굴에 가두고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며, 자신을 돌보아 죽음과 세월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그녀의 온갖 말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였느니라.
그는 여러 해 동안 참혹한 고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페아키아에 이르렀으며, 그곳 사람들은 자신을 마치 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하였도다.
그들은 청동과 금과 많은 옷가지를 선물하고 오지수를 다시 고향 이탁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에 태워 보냈느니라.
마침내 오지수의 긴 이야기가 끝났도다.
달콤한 잠이 그의 마음을 덮어 모든 근심과 고통을 잠시 잊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총명한 눈을 가진 지혜낭자는 밤새 경계를 늦추지 않았도다.
오지수가 아내와의 기쁨을 다 누리고 잠에 들었다고 생각한 때, 지혜낭자는 오케아노스의 물결에서 갓 태어난 새벽을 깨워 세상에 보내었느니라.
황금빛 새벽이 지상에 빛을 드리우기 시작하자 오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말하였도다.
“여보, 우리 둘 다 참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소.
당신은 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었고, 상제와 다른 신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소.
나 또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운명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소.
그러나 이제 마침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소.
당신은 집 안의 재산을 잘 돌보아 주시오.
나는 그동안 약탈을 나가 구혼자들이 제멋대로 죽여 버린 양들을 대신할 양들을 마련하고, 다른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양을 얻어 우리에 가득 채워야 하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골 과수원으로 가서 슬픔에 잠긴 아버지를 뵈어야겠소.
날이 밝으면 내가 구혼자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퍼질 것이오.
여보, 당신은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할 사람이오.
그러니 여종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앉아 있으시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무기를 챙기고 목동들과 태명을 불러 청동 흉갑을 입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거느리고 집 밖으로 나갔도다.
어느덧 새벽빛이 온 땅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였느니라.
그때 지혜낭자가 다시 밤의 어둠을 내려 그들을 감추고, 오지수와 그의 일행을 마을 밖으로 인도하였도다.
==제24권 구혼자들의 혼백과 저승의 속편,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이에 허명<ref>헤르메스</ref>이 구혼자들의 혼백을 집 밖으로 불러내니, 그 손에는 황금 지팡이가 들려 있었더라. 그 지팡이는 신묘한 힘이 있어, 뜻하는 때에는 산 사람의 눈을 감기기도 하고 잠든 자의 눈을 뜨게 하기도 하는 보물이었느니라.
허명이 혼백들을 이끌어 가매, 저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따라오는 모양이 마치 깊은 굴속 어두운 구석에 매달려 있는 박쥐 떼와 같았더라. 한 마리 박쥐가 무리에서 떨어져 바위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박쥐들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끽끽 울어대듯이, 구혼자들의 혼백 또한 괴이한 소리를 내며 치유의 신 허명의 뒤를 따랐느니라.
그들은 넓게 트인 길을 지나 큰 바다를 건너고, 려우도 바위와 태양신의 문을 지나 꿈의 세계를 헤매었으며, 마침내 삶에 지친 혼백들이 머무는 곳, 저승화 꽃밭에 이르렀더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길수의 유령과 파달룡의 혼백을 만났고,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아길수 다음으로 고려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아이아스의 유령 또한 만났더라.
그때 건웅의 혼백이 비통한 마음으로 죽음의 땅에 막 이르렀으니, 그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무리 가운데 들어섰더라. 또한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 호위병들에게 죽임을 당한 여러 사람의 혼백도 함께 이르렀느니라.
그때 아길수의 유령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였더라.
“오호라, 건웅이여!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번개의 신 상제께서 모든 영웅 가운데서 그대를 가장 사랑하셨다 하더이다. 그대가 토래성에서 고려 군사를 이끌고 큰 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니라. 고려 사람들이 전쟁의 온갖 고초를 견뎌야 했던 그곳에서 그대는 대군을 거느리고 용맹을 떨쳤도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하필 가장 참혹한 때에 그대를 찾아왔구나. 그대가 토래성에서 장수의 명예를 누리며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하였다면 모든 고려인과 동맹국의 사람들이 그대를 위하여 큰 무덤을 쌓았을 것이며, 그대의 아들 또한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쳤을 것이니라.
그러나 운명이 그대에게 허락한 것은 이처럼 참혹한 죽음이었도다.”
이에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필우의 아들 아길수여, 내가 아라국<ref>아르고스</ref>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ref>트로이아</ref>에서 죽은 것은 어찌 보면 하늘이 정한 운명이었느니라. 고려<ref>그리스</ref>의 용사들과 토래성의 뛰어난 전사들이 내 시신을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도다.
나는 휘몰아치는 먼지 가운데 누워 영웅의 위엄을 떨쳤으며, 한때 전차를 몰던 영화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느니라.
우리는 하루 종일 싸웠고, 차라리 영원히 싸우고 싶었으나 상제 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마침내 우리를 멈추게 하셨도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 시신을 배에 실어 전장에서 멀리 옮긴 뒤 관에 눕히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긴 다음 향기로운 기름을 발랐느니라. 그리고 나를 위하여 울며 머리카락을 잘랐도다.
그때 나의 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듣고 산령녀<ref>님프</ref>들과 함께 파도 위로 모습을 나타내셨느니라.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무서웠던지 바다 건너까지 메아리쳤으며, 병사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도다.
그때 현명한 노인 내손<ref>네스토르</ref>이 우리를 말리며 이르기를,
‘장수들이여, 여기 머무르시오. 지금 오시는 분은 불멸의 물을 가지고 오시는 그의 어머니이시니라.’
하였느니라.
산령녀들이 죽은 아들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려인들도 다시 용기를 얻었도다. 늙은 바다의 왕의 딸들이 내 주위에 둘러앉아 통곡하였고, 나에게 신들의 옷을 입혔느니라.
또한 아홉 무사여신<ref>뮤즈</ref>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를 위한 애가를 불렀으니, 그 노래가 너무나 애절하여 아무도 눈물을 참지 못하였도다.
신과 인간이 모두 열일곱 날 밤낮으로 나를 애도하였으며, 마침내 내 시신을 화장대 위에 올리고 살진 양과 소를 많이 잡아 제사를 올렸느니라.
나는 신들의 옷을 입은 채 불길 속에 놓였고, 몸에는 기름과 꿀을 발랐도다.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화장대 주위를 돌며 큰 함성을 질렀으며, 마침내 해필수의 불꽃이 내 육신을 태웠느니라.
날이 밝자 우리는 아길수여, 그대의 희고 깨끗한 뼈를 하나하나 거두어 기름과 순전한 포도주를 발랐도다.
그때 네 어머니께서 손잡이가 둘 달린 금 항아리 하나를 내놓으셨으니, 이는 해필수와 주신<ref>디오니소스</ref>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귀한 항아리였느니라. 그 안에 그대의 흰 뼈를 넣었는데, 그대가 죽은 벗 파달룡의 뼈도 함께 섞여 있었도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그대가 그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였던 벗 안달호<ref>안틸로코스</ref>의 곁에 두었느니라.
고려 전사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우리는 온갖 예를 다하여 해봉<ref>헬레스폰트</ref> 해협 곶에 큰 언덕을 쌓았도다. 그 언덕은 바다 멀리에서도 보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일 만큼 높고 웅장하였느니라.
그대의 어머니께서는 신들에게서 훌륭한 상을 받아 경기장 한가운데에 두고,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겨루게 하셨도다.
그대는 살아 있을 때 젊은이들이 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영웅의 장례를 위하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리라. 그러나 은빛 발을 가진 태희<ref>테티스</ref>가 그대를 위하여 가져온 수많은 보물을 보았다면 반드시 놀랐을 것이니라.
그대는 살아 있을 때에도 모든 신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에도 이름을 잃지 않았도다. 그대의 명성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아길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니라.
그러니 내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내가 집에 돌아오자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의 악당들이 나를 죽였으며, 사악한 아내 또한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니라. 이 또한 상제가 정한 운명이었도다.”
두 혼백이 이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길잡이 허명이 오지수가 죽인 구혼자들의 혼백을 이끌고 그들 앞에 이르렀더라.
두 위대한 군주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앞으로 달려갔으며, 건웅은 그 가운데서 이탁도에서 함께 지내던 옛 벗 면나수의 아들을 알아보았느니라.
건웅이 그에게 이르되,
“암필문<ref>암피메돈</ref>아! 너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어찌하여 너희 모두 이 어두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느냐.
너희는 아직 젊고 기운이 왕성하니, 마땅히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젊은이들이 아니었더냐. 혹 해신이 거센 바람과 큰 파도를 일으켜 너희의 배를 모두 깨뜨린 것이냐.
아니면 소나 양 떼를 훔치다가 붙잡혔거나, 성읍과 여인을 두고 싸우다가 육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 보아라. 우리는 본래 벗이 아니더냐.
내가 면나수와 함께 오지수를 설득하여 우리 함대에 합류시키고 토래성으로 함께 항해하고자 너희 집에 찾아갔던 일을 기억하느냐. 바다를 건너는 데 꼬박 한 달이나 걸렸으며, 성읍을 약탈하던 그 백스무 살의 노인을 설득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그러자 암필문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위대한 장군 건웅이시여,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말씀하신 모든 일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우리의 죽음에 얽힌 참혹한 사연을 하나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지수는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우리와 혼인할 뜻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거절하여 돌려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속여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여인은 궁전 한가운데에 큰 베틀을 놓고 넓고 고운 천을 짜기 시작하더니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젊은 구혼자들이여, 이제 오지수가 죽었으니 그대들이 혼인을 바라는 마음도 내가 잘 아노라. 그러나 내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내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여 주시오. 이것은 라열태라에르테스가 죽었을 때 덮을 수의라오. 마을의 여자들이 이처럼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수의 하나 없이 묻혔다고 나를 책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오.’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느니라.
그리하여 낮에는 그녀가 천을 짜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혀 낮에 짠 것을 다시 풀어버렸도다.
그렇게 세 해 동안 우리를 속였느니라.
마침내 네 번째 해가 되었을 때, 이 일을 알고 있던 한 시녀가 우리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도다. 우리가 몰래 가서 보니 과연 그녀가 자신이 짠 천을 다시 풀고 있었느니라.
우리는 그녀를 붙잡아 그 천을 끝까지 짜게 하였고, 마침내 그 거대한 천을 다 짠 뒤 깨끗이 씻게 하였느니라. 그녀가 그것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니 해와 달처럼 밝게 빛났도다.
그때였느니라.
어떤 파멸의 신이 오지수를 어디선가 이탁도로 데려왔도다. 그는 들판으로 가서 돼지치기가 사는 곳에 머물렀고, 그의 사랑하는 아들은 모래사장 비로성<Ref>필성</ref>에서 검은 배를 타고 돌아왔느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우리를 죽일 계책을 세웠도다.
마침내 그들이 궁전에 나타났느니라.
먼저 아들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막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오지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마치 갑자기 나타난 가난하고 늙은 거지와 같았으므로, 돼지치기가 그를 이끌고 왔음에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자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우리는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던졌으며, 그는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말없이 온갖 모욕을 견뎠도다.
그러나 밤이 되자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무기들을 창고에 들여놓고 문을 굳게 잠갔느니라.
그리고 마침내 간악한 계략을 실행하였도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에게 도끼와 활을 가져오게 하였느니라.
그것은 우리의 파멸과 학살을 알리는 신호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강력한 활을 당길 수 없었느니라. 모두 힘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도다.
그러나 오지수의 차례가 되자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활을 주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오직 태명만이 그에게 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도다.
마침내 오지수가 태연히 활을 받아들고 손쉽게 활시위를 당기더니, 쇠도끼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꿰뚫었느니라.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문턱에 우뚝 서서 활을 쏘기 시작했도다.
첫 화살이 우리 지도자 안태우를 꿰뚫었고, 이어서 또 다른 화살들이 날아와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렸느니라. 오지수와 가까이 있던 자들이 차례로 피를 흘리며 넘어졌도다.
그때 우리는 신들이 그들을 돕고 있음을 깨달았느니라.
그들은 분노에 휩싸여 궁전 안을 휩쓸었으며, 우리는 하나씩 죽임을 당하였도다.
사방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느니라.
그리하여 건웅이여, 우리 모두가 죽었도다.
그러나 우리의 시신은 아직도 살인자의 집에 묻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느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아직 우리가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도다.
그들은 마땅히 우리의 상처에 묻은 검은 피를 씻어내고, 우리를 위하여 울며, 시신을 장례 지내야 할 것이니라.
이것이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이기 때문이니라.”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교활한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은 자로다. 덕망 있는 아내, 위대한 연로비<ref>연로비</ref>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은 얼마나 굳센 절개를 지녔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남편을 잊지 않았단 말인가.
그 여인의 명성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불멸의 신들도 지혜로운 연로비의 절개를 노래하여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 아내와는 다르도다. 그녀는 제 남편을 죽였으니, 그 이름은 영원히 혐오스러운 이야기로 남을 것이며, 그 악명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여인들, 심지어 선량한 여인들까지도 나쁜 평판을 듣게 될 것이니라.”
이렇게 두 무리는 염라국의 어두운 땅속에 숨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한편 오지수와 그 일행은 마을을 떠나 오래전에 라열태<ref>라에르테스</ref>가 차지한 농장으로 서둘러 갔느니라.
라열태는 그 농장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며, 그곳에 자신의 집을 지었도다. 그의 명을 받드는 노비들은 중앙의 집을 둘러싼 막사에서 생활하며 잠을 자고 음식을 먹었느니라.
그 가운데에는 실리도<ref>시칠리아</ref>에서 온 늙은 여종 하나가 있었으니, 그녀는 시골에서 라열태를 돌보던 사람이었더라.
오지수가 노비들과 아들에게 이르되,
“안으로 들어가 가장 좋은 돼지를 골라 저녁상에 올릴 고기를 마련하라. 나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으니,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실지 알아보아야 하겠노라.”
하고는 자신의 무기를 노비들에게 맡겼느니라.
그들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오지수는 과수원이 있는 곳으로 홀로 걸어갔도다.
그는 집사 도리우 노인도, 그와 함께 있던 노비들도, 아들들도 보지 못하였느니라. 도리우가 그들을 데리고 돌을 모아 돌담을 쌓으러 갔기 때문이었도다.
오지수의 아버지는 잘 가꾸어진 과수원에서 홀로 나무 주위의 땅을 고르고 있었느니라.
그는 때가 타고 해진 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에는 가죽을 덧대어 가시가 살을 긁지 못하게 하였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었으며 머리에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처량하였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늙음과 고통에 지쳐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우뚝 솟은 배나무 아래에 멈추어 서서 눈물을 흘렸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당장 아버지께 달려가 입맞추고 껴안아 내가 돌아왔음을 말씀드릴 것인가. 아니면 길에서 겪은 모든 일을 먼저 고할 것인가. 혹은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여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할 것인가.’
하였느니라.
마침내 그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 주위의 흙을 파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갔도다.
그리고 이름난 아들 오지수가 그의 곁에 서서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그대는 자신의 일을 참으로 잘 아는구려.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훌륭하게 가꾸었으니 말이오.
무화과나무와 배나무와 감람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온갖 풀과 약초밭까지 어느 것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구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오.
그대는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않는 듯하오. 얼굴과 피부는 거칠고 더러우며 옷은 누더기요. 게으른 사람도 아닌 듯한데 주인은 어찌하여 그대를 이토록 방치한단 말이오.
그대의 키와 얼굴을 보니 노비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수나 군주의 모습에 가깝소. 마땅히 나이 든 사람답게 깨끗이 몸을 씻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부드러운 베개와 좋은 침상에서 쉬어야 할 듯하오.
그러니 내게 말해 보시오. 그대는 누구의 노비이며, 누구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소? 그리고 내가 방금 들은 말처럼 이곳이 정말 이탁도가 맞소?
얼마 전 내 고향에 한 나그네가 찾아온 적이 있었소. 내가 만난 수많은 손님 가운데 가장 가까운 벗이었지요. 그는 이탁도 사람이라 하였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열태라고 하였소.
나는 그를 집에 맞아들여 따뜻하게 대접하였소. 내게는 그럴 만한 재물이 있었으니 말이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금으로 된 보물 일곱 무더기와 꽃무늬를 새긴 은그릇 하나, 펼쳐진 장포 열두 벌, 두꺼운 담요 열두 장, 고운 장포 열두 벌, 저고리 열두 벌을 주었소.
또한 그가 직접 고른 아름답고 잘 길든 여종 네 명까지 주었소.”
그러자 라열태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였더라.
“그래, 낯선 이여. 그대는 이탁도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그러나 이곳은 이제 잔인한 자들의 손에 들어갔느니라.
그대가 그에게 베푼 모든 선물은 이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할 것이니라.
그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그대가 베푼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고 두 팔을 벌려 그대를 맞이했을 것이거늘.
처음 베푼 친절에는 마땅히 보답이 따르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이제 말해 보아라. 그 불행한 사람이 그대를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그대의 손님은 바로 내 아들이었느니라.
아마 바다에서는 물고기에게 먹혔을 것이며, 육지에서는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고, 나 또한 그러하며, 지혜롭고 부유한 그의 아내 연로비도 그러하니라.
그녀는 남편의 눈을 감겨주지도 못하였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였느니라.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를 베풀지 못한 것이로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보아라. 어느 고을에서 왔으며, 부모는 누구냐.
그대가 벗들과 선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배는 아직 어딘가에 정박해 있느냐. 아니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다른 사람의 배에 나그네로 올라탄 것이냐.”
그러자 거짓말쟁이 오지수가 대답하였더라.
“그렇다면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소.
나는 아리보<ref>알리바스</ref> 사람이며 그곳에 내 궁전이 있소. 내 이름은 예필수<ref>에페리투스</ref>라 하며, 보필문<ref>폴리페몬</ref>의 손자요 아비달<ref>아페이다스</ref> 왕의 아들이오.
나는 악령에 사로잡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실리도에서 이곳까지 흘러왔소.
내 배는 지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소.
불쌍한 오지수가 내 집에 찾아온 것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소.
그가 떠날 때 우리는 좋은 징조를 보았으니, 오른쪽에서 새들이 날아갔소.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다시 벗으로 찾아와 더 많은 선물을 서로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그 말을 듣자 검은 슬픔의 구름이 라열태의 온몸을 뒤덮었느니라.
그는 잿빛 먼지 두 줌을 움켜쥐어 늙은 머리 위에 뿌리고 목 놓아 울었도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느니라.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입을 맞추며 말하였도다.
“아버지! 저입니다. 제가 바로 아들 오지수입니다!
스무 해 동안 떠돌다가 이제야 고향,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울음을 거두십시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으나 모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집안의 구혼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들이 제게 저지른 온갖 고통과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말하였느니라.
“네가 정말 내 아들 오지수라면, 내게 그 증거를 보여다오.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도록 하여라.”
오지수가 곧 대답하였도다.
“그렇다면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제가 파라<ref>파르나소스</ref> 산에 올라갔을 때 멧돼지의 하얀 어금니에 긁힌 상처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를 할아버지 우돌수<ref>아우톨리쿠스</ref>에게 보내어 그분이 제게 약속하신 선물을 받아오게 하셨을 때 생긴 상처이지요.
그리고 이제 제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거닐었던 이 아름다운 과수원의 나무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을 거닐며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무들 아래를 함께 걸었고, 아버지는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려 주셨으며 내게 그것들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사과나무 열 그루, 배나무 열세 그루, 무화과나무 마흔 그루, 포도나무 쉰 그루가 있었으며, 포도나무들은 하나씩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포도송이의 모양 또한 상제께서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지요.”
이 말을 들은 라열태의 심장과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보여준 모든 징표가 거짓 없는 증거임을 깨달았도다.
라열태는 아들을 두 팔로 힘껏 껴안았으며, 아들은 기절하려는 아버지를 부축하였느니라.
잠시 후 숨을 돌리고 정신을 차린 라열태가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상제여! 만일 구혼자들이 저지른 모든 악행에 마땅한 벌을 받았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참으로 오림의 지배자이시로다.
그러나 이제 이탁도 사람들이 곧 우리를 공격하고, 개발도<ref>케팔레니아</ref>의 모든 마을에 이 소문을 퍼뜨릴까 두렵구나.”
이에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가 대답하였느니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들을 두 목동과 함께 보내 저녁 식사를 가장 빨리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농가로 가서 기다리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도다.
그곳에는 이미 푸짐한 고기와 향기로운 포도주가 차려지고 있었느니라.
실리도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여종이 용감한 라열태를 깨끗이 씻기고 감람유를 발라준 뒤 아름다운 장포를 입혀 주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가까이 다가와 신통한 힘을 베풀었으니, 라열태의 몸은 더욱 크고 굳세어지고 얼굴에는 젊은 기운이 돌아왔느니라.
그 모습을 본 오지수가 놀라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참으로 모습이 크게 달라지셨습니다. 신께서 아버지를 더욱 크고 늠름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생각에 잠겨 말하였느니라.
“오, 아버지 상제와 지혜낭자와 아로왕여여!
내가 한때 개발도의 왕으로 있었을 때, 본토 해안의 견고한 요새 내리성<ref>네리쿠스</ref>을 함락시키던 그 시절처럼 힘이 왕성하였다면, 어제 너와 함께 서서 무기를 들고 우리 집에 쳐들어온 구혼자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내가 그들 가운데 수많은 자를 쓰러뜨렸을 것이며, 너 또한 분명 크게 기뻐했을 것이로다.”
그들이 이처럼 이야기하는 동안 저녁상이 모두 차려졌느니라.
그들은 의자와 걸상에 앉아 음식을 집으려 손을 뻗었도다.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늙은 노비 도리수가 아들들과 함께 그들에게 다가왔으며, 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어머니 또한 그들을 부르러 나왔느니라.
그들은 오지수를 보는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추었도다.
그러나 오지수가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앉아서 음식을 드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놀라지 마시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소. 오늘 이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 기쁘오.”
그러나 도리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손목을 잡고 입을 맞추며 외쳤도다.
“주인이시여! 돌아오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들께서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들께서 당신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부인께서는 주인께서 돌아오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릴까요?”
그러자 오지수가 태연히 대답하였도다.
“늙은이여,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공연히 수고하지 말라.”
이에 도리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의 아들들도 유명한 주인 오지수를 환영하며 그의 곁에 둘러앉았느니라.
그들은 서로 반가이 품에 안고 차례로 아버지 곁에 앉았도다.
그리하여 모두 함께 농가에서 저녁을 먹었느니라.
한편 구혼자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도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통곡하며 사방에서 오지수의 관저로 몰려들었느니라.
그들은 집 안에서 시신을 꺼내어 장사를 지냈으며,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자들은 배를 타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도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우필태가 먼저 일어나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가장 먼저 죽인 아들 안태우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었고, 연설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도다.
“친구들이여, 이 간교한 자가 우리 모두에게 참혹한 재앙을 안겼도다.
처음에는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게 하여 배를 잃고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개발도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야 하오.
그가 430년이 되기 전에 필성이나 여리국으로 달아나 버리기 전에 반드시 행동해야 하오.
우리 아들과 형제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수치를 당할 것이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소.
차라리 죽어서 이미 죽은 벗들과 함께하고 싶소.
저들이 바다를 건너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오.
자, 지금 당장 나갑시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모든 사람이 그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슬퍼하였도다.
그때 문돈과 음유시인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와 군중 가운데 섰느니라.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문돈이 입을 열어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오지수가 신들의 도움 없이 어찌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겠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명토로 변장한 신을 보았소.
어떤 때에는 오지수의 곁에 서서 그에게 싸울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또 어떤 때에는 연회장을 휩쓸고 다니며 구혼자들을 흩어지게 하였소.
그들은 마치 파리처럼 하나둘 쓰러졌소.”
이 말을 들은 사람들 위에 창백한 공포가 덮였느니라.
그때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 늙은 전사 하리태가 일어나 그들에게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라.
친구들이여, 오늘날 이러한 재앙이 닥친 까닭은 다름 아닌 너희의 비겁함 때문이니라.
나와 명토가 너희 아들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하였건만 너희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도다.
그들은 제 욕심을 따라 큰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남의 재산을 함부로 차지하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의 아내까지 욕보였도다.
그러나 이제 내 말을 잘 들으라.
우리가 무기를 들고 싸우러 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니라.”
그러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남았으나, 절반이 넘는 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도다.
그들은 우필태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무기를 챙겼으며,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마을 앞에 모였느니라.
그들의 우두머리는 우필태였도다.
그는 죽임을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실상은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향한 길이었느니라.
그곳에서 죽는 것이 이미 그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거노왕<ref>크로노스</ref>의 아들에게 물었느니라.
“상제 아버지, 전능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뜻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또다시 전쟁과 쓰라린 분쟁을 일으키려 하십니까.
아니면 평화와 우정의 편에 서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구름을 거느리는 신이 대답하였도다.
“딸아, 어찌하여 내게 그런 것을 묻느냐.
오지수에게 원수를 갚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 것은 바로 너였지 않느냐.
그러니 이제 네 뜻대로 하도록 하라.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길은 이러하니라.
오지수는 이미 모든 구혼자들에게 벌을 내렸도다.
이제 그들이 오지수를 영원한 왕으로 받들도록 맹세하게 하고, 그들의 형제와 아들을 죽인 죄는 더 이상 묻지 말게 하라.
그리하여 다시 옛날처럼 서로 벗이 되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옳으니라.”
지혜낭자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었느니라.
그 말을 듣자마자 오림산에서 내려왔도다.
그 무렵 저녁 식사를 마친 오지수는 전쟁을 준비하며 말하였느니라.
“누군가 나가서 저들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그러자 도리우의 아들이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갔도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적들이 이미 집 가까이까지 이르렀음을 보았느니라.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와 외쳤도다.
“저들이 가까이 왔습니다! 어서 무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서둘러 무기를 들었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아들, 그리고 두 노비까지 모두 네 사람이었으며, 도리수<ref>돌리우스</ref>는 여섯 아들을 데리고 왔도다.
라열태와 늙은 도리우 또한 비록 백발이 성성하였으나 전사로서 필요한 자들이었느니라.
그들은 모두 빛나는 청동 갑옷을 입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으며, 오지수가 그들을 이끌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명토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가까이 다가왔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태명에게 돌아서서 말하였도다.
“아들아, 이제 네가 전쟁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용기를 시험하는 일이니라.
너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쳐서는 안 된다.
우리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용기와 사내다운 기개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 왔느니라.”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고 대답하였도다.
“아버지께서 제 용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지켜보십시오.
저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수치라는 말을 제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라열태가 크게 기뻐하여 외쳤느니라.
“아, 신들이시여!
오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날이로다.
내 아들과 손자가 서로 누가 더 용감한지를 다투고 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지혜낭자가 눈을 빛내며 라열태의 곁에 서서 말하였도다.
“라열태여, 그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니라.
눈빛이 빛나는 여신과 그 아버지께 기도하고, 창을 들어 힘껏 던져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마치자 곧 신통한 힘을 라열태에게 불어넣었느니라.
그러자 라열태가 재빨리 창을 들어 힘껏 던졌도다.
그 창은 우필태의 청동 투구를 그대로 꿰뚫었느니라.
투구는 창을 막지 못하였고, 창끝은 우필태의 머리를 꿰뚫어 그를 땅에 쓰러뜨렸도다.
그의 청동 갑옷이 땅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를 냈느니라.
이를 본 오지수는 빛나는 아들과 함께 최전선으로 돌격하였도다.
두 사람은 칼과 굽은 창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넘겼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일행은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 하였도다.
그러나 그때 지혜낭자가 크게 외쳤느니라.
“이탁도 사람들이여!
이 무참한 전쟁을 당장 멈추어라!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지금 즉시 각자의 길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 창백한 초록빛 공포가 엄습하였느니라.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살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달아났으며, 모두 도시를 향하여 몸을 돌렸도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오지수는 무서운 함성을 지르고 몸을 낮추어 그들을 뒤쫓았으니,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먹잇감을 덮치는 독수리와 같았느니라.
그때 상제가 번개를 내리쳤도다.
번개는 자신의 딸이자 위대한 여신인 지혜낭자의 앞에 떨어졌느니라.
지혜낭자는 차가운 눈으로 오지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도다.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꾀가 많고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자로다.
그러나 이제 이 전쟁을 멈추어라.
그렇지 아니하면 상제께서 그대에게 크게 진노하실 것이니라.”
오지수는 기꺼이 그 뜻을 따랐느니라.
이에 지혜낭자는 다시 명토의 모습을 하고 전쟁에 나선 양편 사람들 앞에 서서, 앞으로는 서로 평화를 지키고 다시는 칼을 겨누지 않겠다는 엄숙한 맹세를 하게 하였도다.
그리하여 오랜 원한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마침내 끝나고, 이탁도 땅에는 다시 평화의 기운이 깃들게 되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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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번역은 내가 1897년에 출판한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The Authoress of the Odyssey)"라는 제목의 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디세이" 전체를 실으면 너무 번잡해지기 때문에 그 책에서는 이미 완성해두었던 번역을 요약해 실었었는데, 이제는 내용 전체를 출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방금 언급한 내 저작에 대해서 두 가지 주요 사항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 책에 쓴 내용에는 더할 것도, 삭제할 것도 없습니다. 두 가지 주요 사항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디세이"는 파이아키아 장면과 이타카 장면과 관련하여 현재 시칠리아 서해안의 트라파니라고 불리는 곳에서 전적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곳에서 전적으로 발췌되었습니다. 율리시스의 항해는 일단 시칠리아에 쉽게 닿으면 섬의 변두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사실상 트라파니에서 다시 트라파니로, 리파리 섬, 메시나 해협, 판텔라리아 섬을 거쳐야 합니다.
(2) 이 시는 전적으로 지금의 트라파니(Trapani)라고 불리는 곳에 살며 나우시카(Nausicaa)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소개한 아주 젊은 여성이 쓴 것입니다.
다소 놀라운 주장 중 첫 번째 근거가 되는 주요 주장은 1892년 1월 30일과 2월 20일에 "아테니엄Athenaeum"에 (반박 없이) 등장한 이후로 영국과 이탈리아 대중 앞에서 눈에 띄게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같은 해 사순절과 10월 기간에 대해 요한커뮤니티(Johnian)의 "이글Eagle"에서 촉구되었습니다(역시 반대 의견 없음). 내가 대답해야 할 어떤 것도 어느 방향에서든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으며, 내 주장에 결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면서, 그러한 결함이 존재했다면, 내가 들었어야 했다는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들 중 일부에 대해 어쨌든. 그러므로 잠시 동안 학자들이 내 결론을 일반적으로 묵인한다고 생각하는 척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반박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오디세이(아)"의 번역에만 국한하겠습니다. ” 영어 독자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메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xxii에 있는 한 가지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465-473 그림소프(Grimthorpe) 경이 친절하게도 제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나는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에 사용된 여러 삽화를 반복했으며, 독자들에게 율리시스 집의 바깥뜰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두 삽화를 추가했습니다. 한 그림에 사람과 개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며 부정적인 면이 전개될 때까지 나는 관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부록에는 율리시스의 집 계획을 설명하는 단락과 계획 자체도 재인쇄했습니다. 독자는 이 계획을 주의 깊게 연구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일리아드』 번역의 서문에서 나는 번역가가 따라야 할 주요 원칙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제시했으며, 시를 산문으로 번역하는 최초의 자유에는 번역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자유를 지속적으로 취합니다. 시에서는 옳은 것이 산문에서는 틀린 경우가 많으며, 읽을 수 있는 산문의 긴급성은 산문 번역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내가 엄격한 해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볼 수 있도록 여기에 부처(Butcher) 씨와 랭(Lang) 씨가 번역한 "오디세이"의 60행 정도를 인쇄하겠습니다. 번역은 다음과 같이 실행됩니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글을 장하도다, 지혜 많은 사내 오지수(吳智修)<ref>오디세우스</ref>의 이야기를 어찌 다 말로 하리오.
문선(文仙) 선녀<ref>무사 여신</ref>여, 그가 저 참혹한 토래성(吐來城)<ref>트로이아</ref>을 함락한 후, 어찌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만경창파(萬頃蒼波)를 떠돌았는지, 그 기이한 사연을 낱낱이 들려주소서. 이제 옛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 현대의 중생들에게 전하소서.
당시 토래성의 전란에서 살아남은 장수들은 제각기 고향으로 돌아가 가솔들과 재회하며 태평세월을 보내었으되, 오직 오지수만은 그러하지 못하였도다.
태왕의 따님 립선(立仙)<ref>칼립소</ref>이 오지수의 비범함을 탐내어, 그를 깊은 석굴에 가두고 지기(知己)이자 낭군으로 삼으려 하였음이라.
신들이 명한 천수(天數)가 차서 그가 마땅히 고향 이탁도(利托島)<ref>이타케</ref>로 돌아가야 할 해가 되었음에도, 오지수의 고난은 그치지 아니하였으니, 만리타국에서 일가친척 하나 없이 홀로 외로이 탄식할 뿐이었다.
모든 신선들이 그의 기구한 운명을 가련히 여겼으나, 오직 바다를 다스리는 해왕(海王)<ref>포세이돈</ref>만은 노기를 거두지 아니하고, 오지수가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풍랑을 일으켜 그를 괴롭히고자 하였도다.
이때 해왕은 해가 뜨고 지는 변방의 먼 남만(南蠻)<ref>에티오피아인</ref> 땅에서 백 마리의 소와 숫양을 제물로 받아 성대한 연회를 즐기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 그사이 다른 신선들은 천산(天山)<ref>올림포스</ref>에 있는 상제<ref>제우스</ref>의 대라천 궁전에 일제히 모여 있었다.
상제는 문득 세상을 굽어보다가, 건웅(建雄)<ref>아가멤논</ref>의 아들 충현(忠賢)<ref>오레스테스</ref>에게 당한 간우(奸宇)<ref>오레스테스</ref>의 가련한 최후를 떠올리고 한숨을 쉬며 신들에게 이르기를,
“인간들이 제 신세를 한탄하며 매번 신명을 원망하니, 참으로 어리석고 가소롭도다! 저희의 고통이 모두 신들의 탓이라 하지만, 실상은 제 손으로 화를 자초하여 도리어 고통을 더하는 것이 아니더냐.”
천왕이 이어 가라사대,
“저 간우를 보라. 그 자는 천륜을 어기고 건웅의 정실부인을 빼앗았으며, 건웅이 전장에서 돌아오자 도리어 그를 시해하는 대역죄를 범했다. 그것이 파멸의 길임을 어찌 몰랐겠느냐?
본디 우리 신선들이 일찍이 영민한 신명(神明)을 보내어 간우에게 경고하기를, *‘건웅을 해하지 말고 그 아내를 범하지 말라. 훗날 건웅의 아들 충현이 장성하면 반드시 부친의 원수를 갚으러 돌아올 것이니라’* 하고 그토록 간곡히 타일렀거늘!
간우가 끝내 그 선한 충고를 귓등으로 흘리고 욕망을 좇다가, 결국 제 목숨으로 그 죗값을 모조리 청산하게 되었으니, 누굴 원망하리오.”
하며 천왕이 조용히 눈을 감으시니, 온 궁전에 엄숙한 기운이 감돌더라.
천왕의 말씀이 끝나자, 맑고 깊은 눈을 지닌 지혜낭자(智慧娘子)<ref>아테나</ref>가 부친을 똑바로 바라보며 공손히 대답하여 아뢰되,
“오 전하, 천부(天父)이시여! 대역죄를 지은 간우 같은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하며, 향후에도 그와 같은 악인들에게는 마땅히 천벌을 내려주옵소서! 하오나 소녀의 마음은 오직 의롭고 불행한 장수 오지수 생각에 피가 마르는 듯하옵니다.
그는 붕우 하나 없이 만경창파에 둘러싸인 고독한 섬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고초를 겪고 있나이다. 그곳은 하늘과 땅을 가르는 거대한 바다 기둥을 떠받치고, 그 심연의 깊이를 모두 아는 무시무시한 신 태락(太落)<ref>아틀라스</ref>의 딸이 다스리는 외딴 섬이옵니다.
그 태락의 딸이 불쌍한 오지수를 붙잡아 두고, 온갖 감언이설과 부드러운 말로 고향 이탁도(利托島)를 잊게 하려 애쓰고 있으되, 오지수는 고향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자락이라도 보기를 소원하며 차라리 죽기를 바라고 있나이다.
천상의 신이시여, 어찌 이리 무심하시옵니까? 그가 지난날 토래성의 넓은 평원에서 배들을 줄 지어 놓고 상제님께 지성으로 제물을 바치던 일을 벌써 잊으셨나이까? 어찌하여 오지수를 이토록 외면하시나이까?”
이에 천왕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가라사대,
“내 사랑하는 딸아, 그것이 정녕 무슨 말이냐! 내가 어찌 그 영민하고 의로운 장수를 잊을 수 있겠느냐. 오지수는 인간들 중 누구보다 분별력이 뛰어나고 우리 신명들에게 제물을 아끼지 아니한 자다.
하오나 바다의 주재자인 해왕(海王)의 분노가 참으로 태산 같구나. 오지수가 신의 기운을 타고난 독안거인(獨眼巨人)<ref>키클롭스 </ref>인 포백, 즉 해왕의 아들이자 거인족 중 가장 맹렬한 자의 눈을 찔러 멀게 하지 않았느냐. 그 독안거인의 모친은 바다의 대왕 포길(捕吉)의 딸인 신령 도연(道蓮)으로, 깊은 수중 동굴에서 해왕의 총애를 받던 자라.
이 때문에 해왕이 오지수를 죽이지는 못하나, 고향 땅을 밟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가 묘책을 세워야겠구나. 어찌하면 그를 무사히 환향(還鄕)시킬 수 있겠느냐? 해왕이 아무리 맹렬한들, 온 천산의 신선들이 일제히 뜻을 모은다면 홀로 맞서지 못하고 노여움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니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다시 아뢰기를,
“위대한 천부이시여, 신명들께서 마침내 오지수를 구하기로 결단하셨다면, 서둘러 거인을 잡는 신검을 지닌 전령 신명(神明)을 저 멀리 오경도로 보내소서. 아름다운 여신 립선에게 ‘오지수의 고난이 너무 길었으니 이제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는 상제의 엄숙한 어명을 전하게 하소서.
그사이 소녀는 직접 이탁도로 내려가, 홀로 남은 오지수의 아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고을의 장정 아흔 명을 불러 모으겠나이다. 그리하여 밤낮으로 소와 양을 무자비하게 도살하며 저택을 어지럽히는 탐욕스러운 구혼자 무리에게 맞서게 하겠나이다. 그 후 아들을 필성(弼城)과 사파성(沙巴城)으로 보내어, 부친의 종적을 찾아 의로운 명예를 천하에 드높이게 하겠나이다.”
말을 마친 지혜낭자는 곧바로 바람처럼 빠르게 바다와 육지를 가르는 신비로운 금신을 신었도다. 그리고 분노한 장수들의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는 묵직한 청동 창을 손에 쥐고, 천산의 구름을 헤치며 순식간에 이탁도의 오지수 저택 대문 앞에 당도하였다.
청동 창을 꼬노 잡은 낭자의 자태는 흡사 다포도(多布島)의 저명한 추장이자 오지수의 오랜 벗인 민태(閔泰)의 형상과 같았더라.
이때 저택 뜰을 채운 구혼자라는 무뢰배들은 저들이 약탈해 잡은 소 가죽 위에 주저앉아 한가로이 장기를 두고 있었고, 날랜 하인과 노비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술과 물을 섞고, 상을 해면으로 닦아내며 고기를 썰어 바치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오지수의 아들 태명(泰明)이 섞여 앉아 있었으나, 그의 안색은 지극히 낙담해 있었다. 태명은 마음속으로 ‘언제쯤 아버님께서 신령처럼 나타나 저 무뢰배들을 쓸어버리고 가문의 명예와 가산을 되찾으실꼬’ 하며 깊은 탄식을 토해내던 중이었다.
낭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바로 태명이었다. 그는 멀리서 온 과객을 문밖에 오래 세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여겨, 급히 성문으로 나아가 낭자를 맞이하였다. 태명은 공손히 악수를 청하며 청동 창을 받아 들고 온화하게 말을 건넸다.
“외방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시여, 어서 오십시오. 부디 저희 처소로 드시어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누시고, 고단한 몸을 쉬신 후에 필요한 바를 말씀해 주소서.”
태명이 앞장서서 인도하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그 뒤를 따랐다. 웅장하고 높은 천장의 대청마루로 들어서자, 태명은 낭자의 청동 창을 본디 오지수가 무기를 보관하던 기둥 곁의 윤이 나는 받침대에 고이 거치하였다.
이어 부드럽고 화려한 비단 천을 깐 상감 세공 나무 의자로 낭자를 정중히 모시고, 발받침대까지 대어 주었다. 태명은 구혼자들의 무례한 고함과 소란이 귀한 손님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무리 무리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음속으로 그리운 부친의 소식을 은근히 묻고자 하였다.
이윽고 하녀가 금항아리에 맑은 물을 담아와 손을 씻기고 은대접을 받쳐 들었으며, 두 사람 앞에 정갈한 상을 차려냈다. 노련한 노비들이 향긋한 빵과 갖은 진수를 푸짐하게 올렸고, 고기를 다루는 자는 온갖 고기 요리를 금잔과 함께 곁들였다. 술을 담당한 하인은 연신 달콤한 술을 잔에 채우더라.
이때 구혼자 무리들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와 의자에 거만하게 자리를 잡으니, 노비들이 그들의 손에 물을 붓고 빵 바구니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 하인들이 술잔을 가득 채우자, 그들은 눈앞의 고기와 술을 마구 삼키며 배를 불렸다.
이윽고 먹고 마시기가 끝나자, 무뢰배들은 잔치의 흥을 돋우려 가무(歌舞)로 눈을 돌렸다. 한 노비가 거문고를 가져와, 구혼자들의 강요에 못지않게 노래를 불러야 했던 악사 배명(排明)에게 건네니, 배명이 가볍게 현을 퉁기며 장내에 처량하고도 아름다운 곡조를 울리기 시작하더라.
구혼자들의 소란이 극에 달하자, 소장수 태명(泰明)은 곁에 앉은 과객이 혹여 들을세라 나지막한 소리로 속삭여 가라사대,
“귀한 손님이시여, 노여워 마옵소서. 저 무뢰배들은 오직 풍악을 울리고 방탕하게 먹고 마시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나이다. 저들이 축내는 진수는 본디 엄연한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거늘, 그 주인의 고결한 유골은 찬 비바람 속에 뒹굴고 있거나 거친 파도 아래 가라앉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만일 아버님께서 이탁도(利托島)로 홀연히 돌아오신다면, 저들은 황금과 화려한 비단 옷을 구하기보다 아버님의 칼날을 피해 더 빠른 발을 달라고 신명께 빌어야 할 처지이나, 사실 아버님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셨을 터이니 저희에게는 한 가닥 희망도 없나이다.
그건 그러하옵고, 손님께 청하오니 부디 진실을 들려주소서. 당신은 뉘시오며 어느 고을에서 오셨나이까? 가문과 부모는 누구시며, 어떤 사공들과 항로를 거쳐 이 외딴 섬에 당도하셨나이까? 설마 이 거친 바다를 걸어서 오시진 않았을 터, 필시 아버님과 생전에 깊은 교분을 나누던 벗이시옵니까? 예전에 아버님이 천하를 주유하실 때 수많은 현인들이 이 집을 찾았나이다.”
이에 지혜낭자가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태명을 바라보며 대답하기를,
“내 숨김없이 말하리라. 나는 타포도(陀布島)를 다스리는 군주, 안현(安賢)의 아들 민태(閔泰)라 하네. 이번에 철을 가지고 태문(泰門)으로 가 구리와 바꾸고자 동료들과 배를 몰아 이 주홍빛 바다를 건너왔도다. 내 배는 고을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아래 항구에 정박해 있네. 자네 아버님과 우리 가문은 대대로 두터운 의리를 맺어온 사이니, 저 시골 과수원에서 늙은 노비와 함께 슬픔을 달래고 있는 노장 라현(羅賢)에게 물으면 능히 증명할 것이네.
내 자네 아버님이 환향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나, 신들의 조화로 잠시 길이 막힌 듯싶네. 하오나 내 장담하건대 오 장군은 결코 죽지 않았도다. 거친 바다의 어느 외딴 섬에 갇혀 사나운 자들에게 붙잡혀 있을 뿐, 오 장군은 워낙 수완이 재치 있고 능란한 장수이니 머지않아 쇠사슬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올 방도를 찾을 것이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정녕 오장군의 아들인가? 훤칠한 기상과 총기 어린 눈매가 과연 오 장군을 쏙 빼닮았도다!”
태명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아뢰되,
“어머님께서는 저를 아버님의 혈육이라 하시나, 사람의 출생이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니 어찌 다 알리오. 차라리 내 가산을 온전히 지키며 고향에서 평안히 늙어갈 수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제 아버지는 천하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지닌 분이시라 하니 원통할 따름입니다.”
지혜낭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태명을 격려하며 가라사대,
“연로비(裵蓮) 부인의 아들이여, 자네의 영민함을 보니 자네 가문은 결코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네. 그런데 이 저택에서 방탕하게 군림하며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저 무리는 도대체 누구며, 무슨 잔치이기에 이리 법도가 없는가? 선비된 자라면 저들의 추태를 보고 결코 참지 못할 것이네.”
태명이 침울하게 대답하되,
“과거 아버님이 계실 때는 가문이 번창하고 미래가 밝았으나, 이제 신들이 저주를 내려 아버지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었나이다. 차라리 토래성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셨거나 가솔들의 품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더라면, 고려(高麗)의 백성들이 거대한 무덤을 세워 영웅으로 기리고 저에게도 명예가 남았을 터이나, 지금은 이름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지셨으니 소자에게는 오직 눈물만 남았나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인근 사명도(沙明島), 자금도(紫錦島), 두림도(斗林島) 등지의 군수와 향신(鄕紳)들이 어머니께 청혼하겠다며 날마다 저택에 들이닥쳐 가산을 탕진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이 무뢰배들을 물리치지도 못하고 구혼을 끝내지도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저 무리는 머지않아 제 목숨까지 해하려 드나이다.”
이에 지혜낭자가 크게 분노하여 상을 치며 가라사대,
“이 어찌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오 장군이 당장 방패와 투구를 쓰고 두 손에 날카로운 청동 창을 쥔 채 이 대문 앞에 나타나야 저 파렴치한 무리들을 단숨에 도륙 낼 것이거늘!
자네는 내 말을 명심하게. 내일 당장 이 고을의 족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하고 천지신명을 증인으로 삼아, 저 구혼자 무리에게 ‘모두 제 집으로 물러가라’ 엄히 호령하게. 그리고 어머니께서 재가하고자 하신다면 친정인 대감댁으로 보내어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하라.
그 후 자네는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을 마련하여 아버님의 종적을 찾아 길을 떠나게나. 필성(弼城)의 노현(老賢)을 찾고, 사파성(沙巴城)의 민우(閔宇)를 만나보아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수모를 일 년만 더 참을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도록 하라.
이제 자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과거 오준(吳俊)이 아버지를 시해한 간신 간우를 처단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처럼 용맹하게 행동하여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이네. 나는 이제 동료들이 기다리는 배로 돌아갈 터이니, 부디 내 말을 뼈에 새기게나.”
태명이 감복하여 “아버님 같은 훈계를 주시니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부디 목욕을 하시고 귀한 보물을 선물로 받아 가소서” 하고 붙잡았으나, 낭자는 “그 선물은 훗날 돌아오는 길에 기쁘게 받으리라”는 말을 남기고, 부엉이의 눈을 한 선녀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며 한 마리 신령한 새가 되어 대청마루의 연기 속으로 휙 날아올라 천공으로 사라졌도다.
태명은 그 기이한 광경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하였으나, 이내 온몸에 신비로운 용맹과 결연한 의지가 솟구치며 그 과객이 다름 아닌 천상의 신명임을 깨닫고, 신과 같은 위엄을 띤 채 구혼자들이 모인 대청으로 걸어 나갔다.
이때 대청에서는 악사 배명(排明)이 거문고를 뜯으며, 지혜낭자의 저주를 받아 토래성에서 고려로 돌아오던 장수들이 바다에서 몰사한 처량한 곡조를 노래하고 있었다.
위층 침실에서 이 애달픈 노래를 들은 오지수의 정실 연로비(裵蓮) 부인이 두 여종의 부축을 받으며 높은 계단을 내려왔다. 선녀처럼 고결한 자태의 부인은 대청 기둥 곁에 서서 얇은 비단 베일로 눈물 젖은 얼굴을 가린 채 악사에게 애원하되,
“화공 배명 선생이여, 제발 그 노래를 멈추어 주오. 신명과 영웅들의 장한 위업을 담은 다른 좋은 노래도 많거늘, 어찌하여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이 슬픈 곡조를 부르나이까. 천하에 명성을 떨친 내 낭군 오 장군이 그리워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소.”
그러자 아들 태명이 어미를 향해 뜻밖에 단호하고 웅장한 목소리로 말하되,
“어머니, 예악을 담당한 악사가 제 뜻대로 노래하는 것을 어찌 비난하리이까. 세상의 흥망성쇠는 악사의 죄가 아니요, 오직 천왕 상제님의 뜻에 달린 일입니다. 저 토래성에서 전사하고 돌아오지 못한 자가 어찌 아버님 한 분뿐이겠나이까? 수많은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어머니는 어서 안방으로 드시어 베틀과 물레를 돌리며 여종들의 집안일을 살피소서. 이 저택의 대소사를 논하고 장부들과 담판을 짓는 일은 이 집안의 주인이자 가장인 이 자식의 도리이옵니다.”
부인은 아들의 예리하고도 늠름한 기상에 깜짝 놀라, 아들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며 조용히 위층 침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혜낭자가 안락한 잠을 내릴 때까지 그리운 낭군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더라.
어스름한 대청마루에서 구혼자 무리들이 부인의 아름다움을 탐내며 저마다 소란을 피우자, 태명이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청천벽력 같이 호령하였다.
“이 오만방자한 구혼자 놈들아! 소란을 멈추고 얌전히 풍악이나 들을지어다. 내일 새벽 관아 앞 광장에 전 고을의 장정들을 소집할 터이니 그리 알라. 내 너희에게 엄히 명하노니, 당장 내 아버님의 저택에서 나가 너희 집에서 식사를 하든, 너희 재산을 탕진하든 하라! 만일 한 사람의 가산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끝내 들키지 않을 것이라 자만한다면, 내 천지신명과 천왕께 간청하여 반드시 너희 머리 위로 피의 보복과 파멸을 내리게 할 것이니라!”
청년 태명이 감히 전에 없던 대담한 범의 포효를 내지르자, 무뢰배들은 충격을 받아 입술을 깨물며 서로 눈치만 보았다. 이때 무리 중 오현(吳賢)이라는 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하되,
“태명아, 신들이 네게 오만함을 가르쳤기로 이리 거만하게 구는구나! 천왕께서 자네에게 이탁도의 수령 자리를 결코 내리지 않기를 바라네.”
태명이 안색을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하되,
“오현 어른, 그 말이 가당치 않으나 내 솔직히 말하리라. 나는 천왕께서 내게 수령 자리를 주시기를 바라오. 수령이 되는 것이 가문을 번창하게 하고 명예를 드높이는 길임을 어찌 부인하겠소. 비록 이탁도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아 아버님이 부재한 사이 누가 수령자리를 찬탈할지는 신들의 뜻에 달렸으나, 적어도 내 집과 아버님이 나를 위해 남겨주신 가솔과 노비들의 주인은 바로 이 태명임이 틀림없소!”
그러자 또 다른 무뢰배 우혁(禹赫)이 나서서 겉으로 달래며 묻기를,
“태명아, 수령은 신들이 정할 터이니 자네는 자네 재산을 지키게나. 그런데 아까 찾아왔던 그 기이한 과객은 도대체 뉘시며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아버님의 생사 소식이라도 가져왔는가? 우리와 마주치기도 전에 바람처럼 사라지니 필시 보통 인물이 아닌 듯싶네.”
태명이 엄숙하게 대답하되,
“우혁 어른, 아버님은 결코 돌아오지 못하실 듯하오. 내 이제 어머니가 불러들이는 무당들의 헛된 예언 따위는 믿지 않소. 그 과객은 아버님의 오랜 벗이자 타포도의 군주인 민태 어른이오.”
태명이 겉으로는 이같이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과객이 부엉이 눈을 가진 천상의 선녀임을 확고히 알고 있었더라.
밤이 깊어 구혼자들이 제각기 흩어지자, 태명은 뜰 위에 높이 지어져 사방이 탁 트인 조용한 침실로 올라갔다. 피선의 아들 옥문의 딸이자, 과거 원덕(元德) 대감이 소 스무 마리를 주고 사 와 아내처럼 존중하며 애지중지 키운 충실한 노파 명숙(明宿)이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태명을 모셨다. 명숙은 태명이 갓난아기일 때부터 젖을 먹여 키운 자라 그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노비였다.
방에 든 태명이 침상에 앉아 겉옷 두루마리를 벗어 주니, 노파는 두루마리를 정갈하게 접어 나무 침대 곁 걸이에 고이 걸어두고 방을 나섰다. 명숙이 은박 걸쇠로 문을 닫고 무거운 빗장을 단단히 지르니 사방이 고요해지더라.
태명은 따뜻한 양모 이불에 몸을 감싸고, 밤이 새도록 지혜낭자가 일러준 거룩한 여정과 아버지를 찾을 계책을 구상하며 묵묵히 새벽을 기다리니, 그 기상이 참으로 장하도다.
==제2권 이탁도인의 회의와 태명의 출항==
이른 새벽이 천공에 밝아오니, 동녘 하늘에 꽃이 피듯 붉은 새벽빛이 화사하게 번져가더라.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떨치고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정제하고, 예리한 보검을 등 뒤에 꼬노 멨으며, 기름칠을 잘 하여 반질반질한 가죽신을 멋지게 신었다. 그 방을 나서는 기상이 흡사 당당한 천인(天人)과 같았도다.
태명은 즉시 목소리가 맑고 우렁찬 전령들을 급히 불러 호령하기를,
“지체하지 말고 온 고을의 아해인<ref>아카이오스인</ref>들을 관아 앞 광장으로 소집하라!”
하니, 전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북을 치며 소리쳤다. 이에 아카이오스인들이 순식간에 관아 광장으로 구름처럼 모여들더라.
태명은 손에 청동 검을 쥔 채 홀로 오지 아니하고, 날랜 사냥개 두 마리를 좌우에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행차하였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그에게 거룩한 기품을 내리시니, 광장에 모인 원로와 장로들이 그 신성함에 압도되어 감히 가로막지 못하고 회의의 상석으로 인도하였으며,
태명은 마침내 그리운 부친 오지수의 자리에 늠름하게 좌정하였도다.
가장 먼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입을 연 이는 지혜롭고 나이 많은 노병 애급 영감이었다.
그의 맏아들이자 용맹한 창병이었던 안형은 과거 오지수 장군을 따라 배를 타고 저 멀리 토래성 전장으로 출정하였으나, 귀환하는 길에 그만 눈이 하나뿐인 흉악한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깊은 석굴에서 비참하게 도살당해 거인의 저녁 식사 거리가 되고 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더라.
이 늙은 아비에게는 이제 세 아들이 남아 있었으니, 한 아들 우남은 불행히도 궁궐을 훼방 놓는 구혼자 무리에 가담하였고, 다른 아들들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업을 잇고 있었으되, 노인은 여전히 먼저 간 큰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늙은 애급 영감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대성통곡하듯 군중을 향해 말하기를,
“오호라, 이탁도의 백성들이여, 내 말을 귀담아들으시오! 위대한 오지수 장군께서 전선으로 배를 몰고 떠나신 그날 이후로, 우리 고을은 단 한 번도 이처럼 공식적인 총회를 열고 의견을 모은 적이 없었소. 도대체 오늘날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가 누구란 말이오? 나이가 지긋한 원로요, 아니면 피가 끓는 젊은이요? 그리고 무슨 연유로 소집했단 말이오? 저 바다 너머에서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라도 들은 것이오, 아니면 온 고을 백성에게 널리 전해야 할 조정의 엄중한 소식이라도 있는 것이오? 내 생각건대 오늘 회의를 소집한 자는 필시 의롭고 훌륭한 심성을 지닌 자임이 틀림없으니, 천왕 상제께서 그의 선한 의도에 큰 복으로 보답해 주시기를 원하노라!”
부친을 경외하는 노병의 따뜻한 서두를 들은 태명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도다.
그가 당당한 걸음으로 무리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자, 법도를 관장하는 유능한 관리 피선이 그에게 발언권을 상징하는 권위 있는 연설용 지팡이를 정중히 건넸다. 태명이 그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린 후, 먼저 말을 꺼냈던 애급 영감을 향해 예를 갖추어 준엄하게 고하기를,
“어르신, 여기 계십니다! 노련하신 어르신께서 찾으시던 소집권자가 바로 이 눈앞에 있는 소자 태명입니다! 제가 큰 곤경에 처하여 온 고을의 어른들을 한자리에 모셨나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소서. 저를 공격하러 다가오는 외적의 군대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요, 우리 백성에게 닥칠 다른 천재지변의 급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제 개인과 무너져가는 가문을 구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절박한 도움이 필요하여 종을 울렸나이다!
지금 저희 가문은 두 가지 거대한 재앙을 만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인자하게 다스리시던 제 부친 오지수 장군을 잃은 것이요, 둘째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끔찍한 일로, 제 집안이 날마다 파괴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모든 가산이 순식간에 탕진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인근 고을의 내로라하는 귀족 집안의 방탕한 아들놈들이 제 어머니 연로비 부인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날마다 우리 궁궐에 무단으로 들이닥쳐 강제로 구혼을 일삼고 있습니다. 저들이 진정 양반의 법도를 안다면 마땅히 어머니의 친정아버님이신 이대감 댁으로 찾아가 정당하게 지참금을 논하고 신랑감을 정해야 할 것이거늘, 저 겁쟁이 무뢰배들은 차마 감히 그러지 못하나이다!
도리어 저들은 날마다 우리 집 사랑채와 안채를 배회하며,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아버님이 남기신 소와 돼지, 살진 염소를 닥치는 대로 도살하여 잡아먹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술판을 벌이고 값비싼 술을 물 쓰듯 마셔대며 가산을 낭비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이 기가 막힌 처지를 두고 어찌 재앙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프도다! 지금 이 저택에는 저 탐욕스러운 도적 떼를 단숨에 쫓아내고 집안을 구원할 주인이 없나이다. 당대 영웅이셨던 제 부친 오지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으니, 일천한 학식과 훈련도 받지 못한 이 어린 태명의 힘으로는 저 무도한 무리와 맞서 싸울 힘이 없고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참으로 애통하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하며 태명이 지팡이를 쥐고 눈물을 흘리니, 온 광장의 백성들이 일제히 숙연해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라.
태명이 옥도(玉度) 같은 눈물을 흘리며 광장을 향해 다시 목청을 높여 고하되,
“오호라! 내게 저 무도한 도적 떼를 제압할 완력과 군사가 있었다면, 내 어찌 이 수모를 보고만 있었으리오! 저들이 가문을 도륙 내고 옥우(玉宇)를 황폐하게 만드니, 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도다. 너희 구혼자 놈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라! 인근 고을의 이웃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손가락질하며 무어라 비웃겠느냐?
너희는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 머지않아 분노하신 천지신명께서 너희에게 등을 돌리시고, 이 무도한 범죄 행위에 진노하사 벼락을 내리실 것이다. 대라천의 상제와 인세의 공의(公義)를 주관하시는 신명께 맹세하노니, 부디 이 원통함을 굽어살펴 정의를 행하소서!
아아, 그러나 다 부질없도다. 이웃 백성들이여, 차라리 나를 이대로 버려두어 홀로 슬픔에 겨워 죽게 하소서. 혹여 내 용맹한 부친 오지수 장군이 생전에 고을 백성들에게 척을 진 일이 있어, 너희가 그 원수를 갚겠답시고 나를 괴롭히며 저 무뢰배들을 충동질하는 것이냐?
정녕 그러하다면 차라리 고을 백성들이 내 가축과 곡식을 한꺼번에 먹어 치워 버리는 편이 나을 뻔하였도다! 그랬다면 내가 관아에 고발하고 고을을 돌아다니며 가산을 되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송사(訟事)라도 벌였을 터이나, 지금 저 도적 떼는 내 손발을 묶고 피를 말리니 참으로 대책이 없고 무의미하도다!”
태명이 좌절감과 억울함에 치를 떨며 말을 멈추고는, 손에 쥐고 있던 연설용 지팡이를 광장 바닥에 팽개치며 마침내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 처량하고 장한 모습에 광장에 모인 온 백성들이 일제히 가련히 여겨 눈물을 훔쳤고, 사방이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여 감히 누구도 소년에게 모진 말을 건네지 못하더라.
이때 구혼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악명 높은 안태우가 군중 헤치고 나와 삿대질을 하며 거만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태명아, 이 건방지고 고집 세며 철없는 꼬맹이 놈아! 네가 감히 천하의 영웅들을 조정의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우리에게 가산 탕진의 책임을 전가하려 드느냐! 우리 구혼자들은 네 가문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도다.
원망하려거든 도리어 네 귀하신 어미 연로비 부인의 흉계를 탓하거라! 그 부인의 꾀가 참으로 여우 같고 교활하도다.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에 이르도록 온갖 감언이설로 장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희망을 주며 서찰을 보내면서도, 정작 속맘은 딴 데 가 있도다.
부인이 지난날 기이한 꾀를 내어 궁궐 대청에 거대한 베틀을 설치하고는, 길고 가는 삼베천을 짜면서 우리에게 이르기를, ‘장부들이여, 내 낭군 오지수 장군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혼백이 되었으니, 그대들의 구혼을 내 어찌 모른 체하리오. 다만 내 시아버님이신 노장 라현<ref>라에르테스</ref> 대감께서 연세가 높아 만수무강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대감이 붕어(崩御)하신 후 수의(壽衣)도 없이 묻히시면 내 어찌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다 하리오. 제발 이 수의를 완성할 때까지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주오’ 하니, 그 말이 제법 충효(忠孝)에 부합하므로 우리도 묵묵히 기다려 주었느니라.
그런데 아연실색할 일은, 그 부인이 낮에는 눈속임으로 두꺼운 삼베를 짜다가, 밤만 되면 궁청에 횃불을 밝혀놓고 낮에 짠 코를 일일이 다시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더냐! 이 가당치 않은 속임수에 고려의 대장부들이 3년 동안 깜짝 속아 넘어갔도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침내 4년째 되던 해에 내막을 아는 여종 하나가 우리에게 밤의 기사를 밀고하였도다. 우리가 등달아 안채로 들이닥쳐 부인이 수의를 풀고 있는 현장을 덮쳐 윽박지른 후에야 비로소 그 수의를 완성하게 하였느니라. 이것이 숨겨진 진실이니, 너와 온 고을 백성들은 똑똑히 들을지어다!”
안태우가 광장의 백성들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호령하되,
“그러므로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명백하도다. 태명아, 너는 당장 네 어미를 이 저택에서 내쫓아 친정으로 돌려보내라! 네 외조부 이 대감이 부인을 마땅한 자에게 재가시키도록 조치하란 말이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자네 어미에게 빼어난 재능과 영민한 지혜, 그리고 고결한 마음을 주셨기에, 옛날 고려 땅의 절세가인들이었던 제후의 딸들이나 화환을 썼던 미케네의 미인들조차 연로비 부인의 기막힌 신통력을 따라잡지 못함은 내 인정하네.
하오나 부인이 이토록 장부들을 기만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천명(天命)을 거스르는 짓이도다. 부인이 신들이 내린 잔꾀에 매달려 재가를 미루는 한, 우리 구혼자들은 자네 집안의 곡식과 재산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남김없이 거덜 낼 것이니라! 그것이 부인에게는 정절의 영광일지 모르나, 자네 가문에는 오직 파멸의 손실일 뿐이도다. 부인이 우리 중 한 장부를 낭군으로 택해 나갈 때까지, 우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 궁궐을 떠나지 않을 것이로다!”
안태우의 서슬 퍼런 으름장이 끝나자, 청년 태명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대답할 준비를 하더라.
태명이 눈을 부릅뜨고 안태우를 꼬집어 꾸짖어 가라사대,
“안태우 너는 들으라! 내가 어찌 나를 낳고 길러주신 고결한 어머님을 이 궁궐에서 강제로 내쫓을 수 있단 말이냐. 아버님이 이 세상에 살아계신지 혹은 영장(靈長)의 혼백이 되셨는지 알 길이 없으나 타국에 억류되어 계시거늘, 내가 불효막심하게 어머님을 축출한다면 외조부 이 대감께서 내게 엄중한 대가를 물으실 것이요, 천지신명께서도 더 큰 천벌을 내리실 것이다. 어머님이 눈물로 이 집을 떠나시며 신명께 원통함을 고하시면, 복수의 여신들이 강림하여 나를 저주할 터이니 나는 결단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저희 놈들이 이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면 당장 이 궁궐에서 너희 발로 걸어 나가라! 내 아버님이 피땀으로 모으신 진수를 더는 축내지 말고, 정 그리 먹고 싶거든 너희 가산을 탕진하여 너희 소와 양을 잡아먹을 지어다! 남의 전답과 재물을 통째로 삼키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로 알았더냐? 정녕 그렇다면 어디 끝까지 가보자꾸나. 불멸의 신명과 천왕 상제께 피로써 간청하노니, 상제께서 머지않아 이 무도한 죄악의 대가를 철저히 치르게 하실 것이다. 너희 놈들은 마땅히 이 궁청에서 명줄이 끊길 것이요, 어느 누구도 너희의 죽음을 가엾게 여기지 아니하리라!”
태명의 말이 장내를 뒤흔들자, 홀연히 천공에서 뇌성이 은은히 울리더니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거룩한 목소리를 지닌 천왕 상제께서 저 높은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독수리 두 마리를 현신(現身)으로 내려보내셨도다.
처음에는 두 마리 신조(神鳥)가 바람을 타고 날개를 활짝 편 채 서로의 깃을 부딪치며 평화로이 떠돌더니, 이윽고 시끌벅적한 광장의 군중 한가운데에 이르자 별안간 빙빙 돌며 퍼덕이고 웅장한 날개 짓으로 살기(殺氣)를 뿜어내었다.
두 독수리는 죽음과 같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장내에 모인 구혼자 무리의 머리 위로 들이닥쳐,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얼굴과 목덜미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피를 흘리게 하더라!
그 후 신조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고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니, 광장에 모인 백성들과 구혼자들이 그 해괴하고 웅장한 도술에 놀라 자빠지며 마음속으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 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의아해하였다.
이때 장로들 중 새의 움직임과 천기를 읽는 혜안이 유독 뛰어난 마스토르의 아들, 늙은 지도자 맹수<ref>할리테르세스</ref> 옹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무리에게 준엄하게 고하되,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특히 저 탐욕에 눈이 먼 구혼자 놈들은 내 예언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오. 머지않아 피비린내 나는 대재앙이 너희 머리 위로 쏟아질 것이다! 오지수 장군께서는 결코 고향을 오래 떠나 계시지 않을 터, 이미 그분은 우리의 숨결이 닿는 곳까지 가까이 당도하사 너희 무도한 놈들에게 뿌릴 죽음의 씨앗을 품고 계신다.
나아가 이탁도의 방관한 백성들에게도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우리는 저 구혼자 무리의 악행을 당장 막을 방도를 세워야 할 것이오. 그것이 저들에게도 목숨을 보존할 유일한 길이외다.
내 일찍이 오 장군께서 토래성으로 출정하실 때 예언하기를, ‘오 장군이 온갖 모진 고초를 겪고 부하들을 모두 잃은 후, 20년 만에 아무도 몰라보는 초라한 행색으로 환향하리라’ 하였거늘, 이제 그 천수(天數)가 차서 예언이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도다!”
그러자 구혼자 무리의 또 다른 괴수인 보리보의 아들 우혁이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나서서 대답하되,
“이 망령 난 늙은이야, 그 입을 다물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네 자식들에게나 헛된 길흉화복을 점치거라! 그러지 않으면 네 늙은 목숨이 온전치 못하리라. 천공 아래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닌들 어찌 그것이 모두 신의 계시란 말이냐. 오지수 장군은 이미 타국 먼 바다에서 썩은 송장이 되어 죽었도다. 차라리 영감탱이 너도 그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었더라면 이 지루한 예언 따위는 듣지 않았을 것을! 자네가 이 철부지 태명 놈을 두둔하여 그 대가로 상(賞)이라도 바라는 모양이다만, 내 단언하건대 결코 그리 안 될 것이다.
늙은이야, 자네가 고대의 지혜를 읊으며 이 아이를 충동질해 보았자, 이 아이는 상처만 입고 파멸할 뿐이네. 우리는 자네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
내 온 백성 앞에서 선포하노니, 태명은 당장 제 어미를 친정 대감댁으로 돌려보내어 정당하게 혼례를 올리고 마땅한 선물을 준비하게 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독한 구혼 행위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0살 처먹은 늙은이의 장황한 사설도, 자네의 무의미한 예언 따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노라! 저 연로비 부인이 재가를 거부하며 우리의 희망을 꺾는 한, 이 궁궐의 가산은 씨가 마를 때까지 멸망할 것이로다!”
이에 태명이 안색을 굳히고 대답하되,
“좋소, 우혁 어른과 구혼자 무리들이여.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소. 천지신명과 여기 모인 백성들이 이미 내 원통함을 아실 터이오. 다만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부하 스무 명만 내어주시오. 내 직접 사필성와 모래 언덕의 필성까지 가며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찾겠소.
혹여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상제께서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 주실 수도 있음이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면 이 수모를 일 년 더 견딜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무덤을 파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것이오.”
태명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과거 오지수 장군이 배를 타고 떠날 때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보고 노비들에게 상전(上典)으로 모시라 당부했던 의리 있는 벗, 명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도다.
명토가 관아의 군중을 향해 피를 토하듯 연설하여 가로되,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세상의 법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도다! 향후 이 나라의 왕들은 백성을 어질고 따뜻하게 다스릴 필요가 없으며, 언제나 잔혹하고 혹독하게 군림해야 마땅할 것이오.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자애롭게 보살피셨던 은인 오지수 나리를, 저 배은망덕한 백성들이 이토록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오! 내 저 구혼자 놈들이 오만방자하게 가산을 갉아먹는 폭정은 차라리 비난하지 않겠소. 저놈들은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 믿고 제 목숨을 걸고 저질러진 도적질이니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나, 왕의 은혜를 입고도 이 불의를 묵인한 채 입을 닫고 있는 너희 백성들의 무심함은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로다!”
하니, 장내에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이 감돌더라.
명돈<ref>멘토르</ref>가 가슴을 치며 백성들을 향해 다시 부르짖어 가라사대,
“내가 정녕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저 무뢰배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여기 모인 고을 백성들 때문이로다! 너희가 수적으로는 저 도적 떼보다 훨씬 우세하거늘, 어찌 이 불의를 보고도 비겁하게 가만히 앉아 저들에게 꾸짖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단 말이냐!”
그러자 에우에노르의 아들 이곽<ref>레오크리토스</ref>이 코방귀를 뀌며 앞으로 나서서 명토를 윽박질러 대답하되,
“스승 명토여,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 자네가 필시 노망이 나 제정신이 아니로군.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이 즐거운 잔치를 중단하라 훈계하다니! 자네들이 감히 우리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듯싶은가? 우리의 세력이 자네들보다 훨씬 막강하네.
설령 이탁도의 주인 오지수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우리가 그의 궁궐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을 보고 노하여 쫓아내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아내 연로비 부인이 아무리 낭군을 그리워했을지언정, 홀로 우리 무리와 맞서다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남편의 처량한 최후를 보며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오!
그러니 영감의 말은 그저 쓸모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네. 어쨌든 총회는 끝났으니 모두 흩어져 각자 생업으로 돌아갑시다. 명토와 맹수 영감은 오지수의 오랜 동료들이라 하니, 저 철부지 태명의 유랑 길이나 한 번 잘 안내해 보시오. 내 장담하건대, 저 풋내기는 이탁도 항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평생 고향에서 소식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네!”
이곽의 말이 끝나자 군중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탁도 백성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으며, 구혼자 무리들은 떼를 지어 다시 오지수의 궁궐로 향하더라.
이때 태명은 무리의 눈을 피해 홀로 빠져나와 적막한 해변에 당도하였다.
그가 거친 파도가 치는 회색 바닷물에 손을 씻고 청하여 대라천의 여신 지혜낭자에게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여신이시여, 소자의 기도를 들으소서! 바로 어제 천신께서 현신하사 제게 이 만경창파를 건너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아버님의 종적을 찾으라 명하셨나이다. 하오나 저 오만방자하고 비열한 구혼자 놈들과 이를 방관하는 백성들 때문에 가산은 날마다 거덜 나고 소자는 발이 묶였으니, 어찌하면 좋으리이까.”
태명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지혜낭자가 별안간 벗 명토의 형상과 목소리로 변장하여 그의 곁에 나투시더니, 한 마리 새가 지저귀듯 신비로운 말로 귀에 대고 속삭이셨도다.
“태명아, 네 부친 오지수의 맹렬한 기상과 강인함이 정녕 네 혈육 속에 흐르고 있다면, 자네는 반드시 용맹하고 사려 깊은 장부가 될 것이네. 생전의 오 장군이 부하들을 통솔하는 말과 행동에 얼마나 유능했더냐! 네가 정녕 그의 친아들이라면 이번 여정은 필시 대성공을 거둘 것이로다.
본디 아비보다 나은 자식이 극히 드물고 대개는 부친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나, 자네를 보니 결코 겁쟁이도 아니요 어리석은 자도 아니로다. 자네는 오 장군의 영리한 지혜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이 대업을 능히 완수하리라 내 확신하네.
그러니 저 미련한 구혼자 놈들의 얄팍한 계획 따위는 뇌리에서 지워버려라. 저 도적 떼는 도덕도 없고 천벌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 머지않아 저들 머리 위에 닥칠 끔찍한 운명과 코앞에 이른 죽음의 칼날을 전혀 알지 못하도다. 내가 네 부친의 오랜 벗으로서 자네와 이 길을 끝까지 함께할 터이니 자네는 기필코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네.
내 자네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한 전선(戰船)을 마련해 줄 것이니, 자네는 지금 당장 구혼자들이 있는 궁궐로 돌아가 대담하게 식량을 구해 오게나. 항아리에는 향긋한 포도주를 채우고, 가죽 주머니에는 장정들의 힘의 근원이 될 곡식을 가득 담아 두어라. 그사이 내가 고을을 은밀히 돌아다니며 자네와 생사를 함께할 용맹한 사공들을 모집하겠네. 이탁도 항구에 배들이 많으니, 내가 가장 견고한 상선(商船)을 골라 빠르게 장비를 갖추고 먼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칠 것이니라.”
상제의 따님인 여신의 신령한 훈계를 듣고 태명은 군령을 받들듯 순종하였도다.
하오나 집으로 돌아가는 태명의 마음은 여전히 번뇌로 가득 차 있었다.
궁궐 대청에 들어서니, 과연 저 오만한 구혼자 놈들이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마당에서 염소 가죽을 벗기고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더라.
그 무리 가운데 괴수 안태우가 들어서는 태명을 보고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짐짓 친한 체하며 비아냥거려 가로되,
괴수 안태우가 짐짓 호방하게 웃으며 태명의 어깨를 툭툭 치고 가로되,
“태명 아, 자네는 어찌 그리 매사에 고집불통인가! 자네를 짓누르는 근심을 마음속에서 깨끗이 털어버리고, 예전처럼 우리와 함께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세나. 고려인 장부들이 자네의 가깝고 먼 소망을 다 해결해 줄 터이니 염려 마라. 우리가 견고한 쾌속선과 날랜 사공들을 골라줄 터이니, 자네는 순풍에 돛을 달고 필성으로 가 부친의 소식을 알아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에 태명이 안태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벽력같이 호령하여 가라사대,
“안태우 너는 들으라! 내 어찌 가문을 파멸로 이끄는 너희 이기적인 도적 떼와 한상에서 평화로이 술잔을 나누고 기쁨을 논하리오. 내가 철없는 어린아이였을 때, 너희가 아버님이 남기신 풍족한 가산을 마구 탕진한 것만으로도 이미 뼈에 사무치거늘!
하오나 이제 나도 장성하여 사리를 분별하고 현인들의 조언을 들었으니, 가슴속에 용맹한 기상이 소생하도다. 내가 이 궁궐에서든, 혹은 필성으로 날아가서든, 반드시 너희 놈들에게 피의 보복을 내리고야 말 것이다! 비록 너희가 배와 사공을 내어주지 않을지라도, 내 다른 배의 승객으로 동승하여서라도 기필코 필성으로 가고야 말 터이니 그리 알라!”
태명이 결연히 돌아서자, 대청에서 술판을 벌이던 구혼자 무리들은 도리어 조롱 섞인 비웃음을 터뜨리며 저희끼리 수군거리기를,
“에라, 큰일 났구나! 저 핏덩이 태명 놈이 정녕 우리를 몰살하려 드는 모양이네. 필성이나 사필성로 달려가 구원병이라도 청해올 기세가 아닌가! 아니면 저 멀리 에피라 섬의 독초 밭에서 치명적인 맹독을 구해와 우리 술잔에 몰래 타서 한꺼번에 도륙을 내려는구나!”
또 다른 오만한 자가 잔을 들어 올리며 낄낄거려 가로되,
“글쎄, 누가 알겠는가. 저 풋내기가 굽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제 아비 오지수처럼 길을 잃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혼백이 될지. 만일 그리된다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로다!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갖고, 이 웅장한 궁궐은 연로비 부인과 새로이 혼인할 낭군에게 통째로 넘겨주면 그만이니 말이네.”
그들의 조롱을 뒤로하고 태명은 아래층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친의 보물창고로 향하도다.
그 창고는 천장이 높고 웅장하여, 사방에 황금과 청동이 가득하고 궤짝마다 비단 옷가지와 향기로운 백합유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벽면을 따라서는 신의 명주(銘酒)와 같이 달콤하고 순수한 극상 포도주 항아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으니, 이는 오직 온갖 풍상을 겪은 오지수 장군이 환향할 날만을 고대하며 따로 보관해 둔 것이라.
두꺼운 이중문으로 굳게 잠긴 이 창고를 밤낮으로 현명하게 지키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과거 원덕 대감의 심복이자 옵스의 딸인 충직한 유모 명숙(명숙)이었다. 태명이 유모를 은밀히 불러 속삭여 가라사대,
“유모여, 나를 위해 저 항아리에서 달콤한 포도주를 따라 내어주시오. 다만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 때를 위해 비축해 둔 최고의 명주 말고, 그 다음으로 좋은 포도주로 항아리 열두 개를 가득 채워주시오.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 곱게 빻은 보리쌀 스무 근을 단단히 담아두되, 이 모든 일을 다른 무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붙여주시오. 해가 지고 어머님이 위층 침실로 드시어 잠자리에 오르시면, 내가 밤중에 몰래 와서 이를 수거할 것이오. 내 정녕 사필성와 모래벌판의 필성으로 가 아버님의 종적을 찾고자 하노라.”
유모 명숙이 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려 가로되,
“오호라, 도련님! 무슨 생각으로 이리 험난한 길을 자초하시나이까? 도련님은 우리 가문의 유일한 외동아들이시요 온 가솔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몸이시거늘, 어찌 그 멀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십니까! 오지수 왕께서도 타국 만리바다에서 길을 잃고 횡사하셨거늘, 도련님마저 성을 비우시면 저 도적 떼가 당장 도련님을 시해하고 재산을 분탈할 음모를 꾸밀 것이 자명하옵니다. 부디 이 늙은이의 말을 들으사 궁을 지키시고, 저 거친 만경창파의 위험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마옵소서!”
태명이 유모의 손을 잡고 단호히 달래어 가로되,
“유모여, 내 안위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천상의 신명께서 이미 이 계획을 굽어살피시고 대복(大福)을 약속하셨나이다. 다만 청이 있으니, 내가 떠난 것을 어머님이 아실 때까지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비밀을 유지해 주시오. 어머님이 슬피 우시다 고운 안색과 피부가 상하실까 두려우니 그리해 주시오.”
늙은 유모가 천지신명께 맹세하며 마침내 비밀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밤이 되자 향긋한 포도주를 항아리에 채우고 보리쌀을 튼튼히 기운 가죽 자루에 담아 준비하더라. 이에 태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대청으로 돌아가 구혼자 무리 틈에 섞여 동태를 살폈도다.
이때 천상의 지혜낭자가 궁궐의 사정을 굽어보시고 신통한 묘안을 내셨도다.
여신은 순식간에 태명의 형상으로 둔갑하여 이탁도 고을 곳곳을 암행(暗行)하며, 구혼자 무리의 장정들을 한 명씩 찾아가 ‘오늘 밤 삼경에 항구의 배 곁으로 집결하라’ 은밀히 군령을 내리셨다.
또한 프로니우스의 아들 노에몬을 찾아가 용맹한 전선(戰船) 한 척을 청하니, 노에몬이 기꺼이 배를 내어주겠노라 약속하더라. 이윽고 해가 지고 천지에 어둠이 짙게 깔리자, 여신은 홀연히 도술을 부려 거대한 배를 물 위로 끌어 올리고 항해에 필요한 갖은 도구와 장비를 빈틈없이 실었다.
해변의 외진 곳에 우뚝 선 여신은 건장한 사공들을 모아 일일이 군기를 다잡고 훈련시킨 후, 밤눈을 빛내며 오지수의 궁궐로 되돌아와, 여전히 술판을 벌이던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강력한 수면(睡眠)의 도술을 부리셨도다.
> 여신이 신형(神馨)의 기운으로 그들을 치시니, 도적 떼는 취기에 눈이 풀려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엎어져 깊은 잠에 빠져들더라.
여신은 다시 스승 명토의 형상으로 변장하여, 어스름한 대청에서 소년 태명을 밖으로 불러내어 그의 늠름한 안색을 유심히 바라보며 가라사대,
“태명아, 갑옷을 갖춰 입은 용맹한 선원들이 이미 항구에서 자네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도다. 어서 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한시바삐 닻을 올려야 하느니라!”
팔라스 아테나 여신이 앞장서서 날래게 걸어가니, 소년 태명이 호랑이 같은 걸음으로 그 신성한 발자취를 바짝 따랐다. 두 사람이 거친 해변에 당도하니, 과연 갯바람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늠름한 사공들이 배를 대어놓고 대기하고 있더라.
충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태명이 선원들을 향해 기운차게 호령하여 가로되,
“동지들아! 어서 가서 창고에 비축해 둔 행장과 식량을 배로 옮기자. 이미 만반의 준비가 끝났도다. 다만 사방이 고요하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말라. 내 어머님도 모르시고 다른 가솔들도 일절 모르는 비밀이되, 오직 내 노련한 유모 한 사람만 알고 있느니라.”
태명(오디세우스의 아들)이 군사를 지휘하듯 솔선수범하니 선원들이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든 보따리와 가죽 주머니를 갑판에 실었다. 준련(俊秀)한 태명이 사공들에게 최종 지시를 내린 후 당당히 배에 오르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뱃머리에 서서 행차를 인도하였도다. 여신이 배의 선미 상석에 좌정하시고 그 곁에 태명이 늠름하게 앉으니, 선원들이 일제히 밧줄을 풀고 각자 노를 잡고 자리에 앉아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하더라.
이때 지혜낭자가 서쪽 하늘을 향해 도술을 부려 맑고 강인한 순풍을 불러일으키시니, 만경창파 포도주 빛 바다 위로 서풍<ref>제피로스</ref>이 휘파람을 불며 돛을 밀어붙였다.**
태명이 대성(大聲)으로 명령하여 “모두 돛대를 굳게 잡으라!” 하니, 사공들이 일제히 소나무로 만든 튼튼한 돛대를 도르래 홈에 뚝딱 세우고 밧줄로 단단히 고정한 후, 잘 무두질한 가죽 끈을 당겨 눈부시게 하얀 흰 돛을 높이 올렸다.
순풍이 돛 한가운데를 빵빵하게 채우자, 배는 쏜살같이 나아갔고 거친 보랏빛 파도가 쪼개지는 용골 주위를 요란하게 때리며 하얀 거품을 일으켰도다. 여신이 풍랑을 조화롭게 다스려 항해를 지극히 순조롭게 하시니, 어둠을 가르는 검은 전선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만리길을 전진하였다.
사공들은 돛대를 질러 고정한 후,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 천지신명과 불멸의 신선들, 특히 오지수 가문을 수호하시는 눈빛 총명한 신명께 지성으로 고리(告祭)를 지내며 제물을 바쳤다.
이윽고 쾌속선은 어두운 밤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다가올 새벽의 붉은 동이 틀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저 먼 대해를 향해 도도하게 나아가니, 그 기상이 실로 장관이더라.
==제3권 늙은 왕의 회상==
이튿날 여명이 은은히 밝아오며, 태양신 해일<ref>헬리오스</ref>이 불멸의 신선들과 곡식을 가꾸며 살아가는 필멸의 중생들에게 빛을 비추고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양의 동녘을 떠나 청동빛 하늘을 향해 해수레를 몰아 맹렬히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태명 일행이 탄 검은 전선은 마침내 넬레우스 대감이 세운 유서 깊은 고을, 필성 항구에 도달하였도다.
마침 바닷가에서는 온 백성들이 모여, 대지를 뒤흔드는 권능을 지닌 검은 머리의 바다 신 해왕께 가장 좋은 제물을 바치는 거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니, 온몸이 숯비둘기처럼 새까만 흑황소(黑黃牛)들을 잡아 바치는 참이었다.
해변에는 아홉 줄의 자리가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한 줄에 무려 오백 명씩의 장정들이 군좌(群坐)하였으며, 각 줄마다 아홉 마리씩의 황소를 제물로 드려 장관을 이루었다. 백성들이 잡은 황소의 구운 내장을 먼저 맛보고, 제단 위에서 넓적다리뼈를 태워 연기를 신명께 올려드릴 때, 태명 일행은 균형 잡힌 쾌속선의 돛을 내린 후 선원들을 시켜 돛천을 잘 접어 단단히 정박시키고 마침내 육지에 첫발을 내딛도다.
태명이 배에서 내리자, 스승 명돈으로 변장한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걸으며 빛나는 눈으로 태명을 돌아보고 나직이 타이르되,
“태명아, 이제부터는 기가 죽거나 털끝만큼도 위축될 필요가 없느니라. 자네가 이 거친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까지 온 것은, 오직 대지가 자네 부친 오지수 장군을 어느 구석에 감추었으며 그분이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러니 자, 기운을 내어 곧장 말 길들이는 재주로 천하에 이름난 노장 노현 대감을 찾아가세나. 그 어른이 가슴속에 어떤 비책을 품고 계신지, 아버님의 소식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고 정중히 간청해보게. 노현 대감은 당대의 명망 높은 현인이시니 결코 거짓을 말하여 자네를 속이지 않을 것이네.”
이에 영민한 태명이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 아뢰되,
“스승님, 소자 아직 나이가 어리고 조정의 법도나 장부들과 지혜롭게 담판 짓는 말주변이 심히 서툴옵니다. 이토록 덕망 높은 고을의 대장 어른을 뵙고 어떤 말씀부터 꺼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위축되나이다.”
여신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되,
“태명아, 걱정 말라. 자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는 영감이 있을 것이요, 설령 부족할지라도 천지신명께서 자네 입을 빌려 마땅한 언변을 내려주실 것이네. 본디 신들의 가호와 음덕이 아니었다면 자네가 어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늠름하게 장성할 수 있었겠느냐.”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이 말을 마치고 대장부처럼 앞장서서 걸어가니, 태명이 고스란히 여신의 거룩한 발자국을 밟으며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필성의 장정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연회석 쪽으로 다가서니, 과연 상석에는 노장 노현 대감이 여러 아들들과 함께 좌정해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노비들이 고기를 굽거나 긴 꼬챙이에 꿰며 잔치 준비로 분주하더라.
외방에서 온 이방인 나그네들을 발견한 필성의 백성들은 일제히 몰려와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며, 먼 길에 고단할 터이니 어서 자리에 앉으라고 정중히 권하였다.
이때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가장 먼저 돛달음질쳐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이끌었다. 그는 바닷가 모래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양털 가죽을 정성껏 깔아 마련한 상석으로 두 귀빈을 인도하여, 형 트라시메데스와 부친 노현 대감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혔도다.
젊은 주인이 환영의 뜻으로 두 사람 앞에 갓 구워낸 소 내장 요리를 올리고, 화려한 황금 잔에 향긋한 포도주를 가득 따른 후, 천상의 방패를 지닌 상제의 따님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을 향해 공손히 잔을 바치며 말하되,
“먼 곳에서 오신 귀한 나그네여, 마침 우리가 바다의 주재자이신 해왕 군주를 위해 대제를 지내던 참에 귀한 발걸음을 하셨으니, 부디 우리 신명께 지성으로 기도를 올려주소서. 예법에 따라 먼저 신께 고리(告祭)를 지내며 포도주를 올린 후, 그 꿀맛 같은 잔을 곁에 계신 젊은 벗에게도 건네어 함께 축원을 빌게 하소서. 본디 천하의 모든 인간은 신령의 음덕 없이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자네의 친구 역시 불멸의 신선들께 정성껏 빌고 싶지 않겠소? 다만 저 곁에 계신 도령은 나이가 더 어려 나와 동년배로 보이니, 이 첫 황금 술잔은 마땅히 연치(年齒)가 높으신 어른께 먼저 올리는 것이 도리인가 하옵니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이렇듯 법도에 맞게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 잔을 여신의 손에 쥐여주니, 지혜낭자는 지혜롭고 올바른 행실을 갖춘 이 젊은이의 갸륵한 예법에 크게 흡족해하셨도다. 여신은 황금 잔을 높이 들어 즉시 바다의 군주 해왕을 향해 가슴 깊이 간절히 기도하여 가라사대,
“대지를 튼튼히 떠받치시는 해왕 신명이시여, 이 둔한 중생들의 기도를 굽어살피소서! 지성으로 간청하는 우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이 땅에 다음과 같은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첫째는 노장 노현 대감과 그의 의로운 아들들에게 천하의 영광을 내려주시고, 둘째는 이 성대한 흑황소 제물을 바치며 정성을 다한 필성의 모든 백성들에게 아낌없는 보상을 베풀어주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검고 빠른 전선을 타고 만리 길을 찾아온 소장 태명과 이 늙은 명토가 도모하는 대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환향하게 도우소서.”
여신이 이같이 엄숙하게 축원하셨으나, 실상은 **여신 스스로가 천상의 권능을 지니셨기에 본인의 뜻대로 이 모든 기적을 즉시 이룩하신 참이었다.
여신은 기도를 마친 후 손잡이가 둘 달린 웅장한 황금 술잔을 옆에 앉은 태명에게 건넸고, 오지수의 장한 아들 태명 역시 잔을 받아 들고 스승의 뒤를 이어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천지신명께 조상의 가호를 빌었도다.
두 사람의 고례(告禮)가 끝나자, 곁에 있던 시종들이 꼬챙이에 잘 구워진 황소고기를 빼내어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몫을 나누어 주니, 이윽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성대한 연회가 무르익더라.
좌중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마시어 기갈과 피로를 온전히 씻어내자, 마침내 수많은 전차를 몰고 전장을 누볐던 게레니아의 영웅, 늙은 노현 대감이 위엄 있게 수염을 쓸어내리며 두 나그네를 향해 먼저 웅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니,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사연이 흘러나올꼬.
==제4권 해신이 한 말==
태명 일행은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패삼득<ref>페이시스트라토스</ref>를 동반자로 삼아, 전차를 타고 험준한 골짜기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 동굴의 땅, 서파성에 당도하여 곧장 명뇌왕의 대궐로 향하였도다.
마침 대궐에서는 적면(赤面)의 영웅 명뇌왕이 자녀들의 혼례를 축하하고자 일가친척과 고을 백성들을 구름처럼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배풀고 있었느니라. 일찍이 토래성 전장에서 그는 자신의 고결한 딸을 장차 맥리민(貊利民) 족<ref>므리미돈족</ref>을 다스릴 불세출의 영웅 안길승<ref>아킬레스</ref>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했던바, 이제 화려한 보물과 말이 끄는 전차를 혼수품으로 내어주며 신행(新行) 길에 오르게 하니, 이는 실로 천지신명의 오묘한 섭리로 성사된 경사로다.
또한 왕은 노비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용맹한 서자 맹대수<ref>메가펜테스</ref>를 위해서도 고을의 어진 처녀인 안계리<ref>알렉토르</ref>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대궐 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본디 천상 신명들께서는 절세미인 하일란 여사<ref>헬레나</ref>에게 황금빛 포랑선녀<Ref>아프로디테</ref>를 닮은 아름다운 딸 허명혜<ref>헤르미오네</ref>를 점지해 주신 이후로는 더 이상 소생을 허락지 아니하셨음이라.
이때 왕의 심복인 위태선<ref>에태오네우스</ref>가 대궐 밖을 살피다 기이한 기상을 풍기는 두 장부를 발견하고,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왕께 고하되,
“상감 폐하, 밖에 귀인 두 분이 당도하였사온데, 그 풍채와 위엄이 마치 천왕 상제의 아들들처럼 비범한 이방 나그네들이옵니다. 저들이 타고 온 군마의 멍에를 풀어 정성껏 대접하오리까, 아니면 다른 고을의 주인을 찾아가라고 박대하여 보내오리까?”
이에 얼굴이 붉은 명뇌왕이 크게 노하여 벼락같이 소리치되,
“이 미련한 놈아! 네가 전에는 제법 총명하더니, 이제는 어찌 철없는 아이처럼 망발을 일삼느냐! 우리 역시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기 전까지, 이국땅을 떠돌며 수많은 주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목숨을 부지하지 않았더냐. 상제께서 앞으로도 우리 가문을 굽어살피시기를 간구하며, 당장 저 귀인들의 군마에서 멍에를 풀고 안으로 모셔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라!”
군령을 받은 위태선이 대궐 밖으로 뛰어나가 하인들을 소집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땀에 젖은 말들의 멍에를 풀고, 하얀 보리를 섞은 에머밀을 여물통에 가득 채워 묶어 두었도다. 마차는 잘 닦인 벽면에 기대어 세워두고, 두 소년을 신령스러운 저택 안으로 정중히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더라.
위대한 명뇌왕의 높은 전각은 마치 한낮의 태양이나 밤중의 보름달처럼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음이라. 그들이 웅장한 대궐을 충분히 구경한 후 윤이 나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니, 시녀들이 향기로운 백합유를 발라 몸을 씻겨주고 부드러운 양모 망토와 도포를 입혀 마침내 아트레우스의 아들 명뇌왕의 옆자리에 앉혔도다.
한 시녀가 은대야와 금병을 받쳐 들고 나와 그들의 손을 깨끗이 씻긴 후, 윤이 나는 나무 상을 차려내었고, 또 다른 정숙한 시녀가 향긋한 떡과 호화로운 찬을 끊임없이 내어왔다. 고기를 써는 시종이 온갖 기이한 육고기가 담긴 은반을 올리고 황금 잔을 바치니, 명뇌왕이 두 귀빈을 반갑게 맞이하며 가로되,
“마음껏 드시게! 먼 길에 고단했을 터이니 맛있게 들고 기운을 차리게나. 식사가 끝난 후에 자네들의 성씨와 근본을 물을 것이로다. 자네들의 기상을 보니 필시 천하를 호령하는 왕족의 후예가 틀림없구나. 본디 흙을 파먹는 농부의 자식들은 자네들 같은 영웅의 풍채를 지닐 수 없는 법이네.”
이때 태명이 대궐의 사치스럽고 웅장한 장식을 보고 경탄하며, 옆에 앉은 패삼득에게 나직이 소근거리되,
“여보게 벗이여, 이 울려 퍼지는 전각이 청동과 은, 황금과 상아, 그리고 영롱한 호박(琥珀)으로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보게나. 이곳은 흡사 올림포스 산에 있는 상제의 천궁처럼 풍요로우니, 내 심신이 경외심에 사로잡히는구려.”
명뇌왕이 흘러나오는 태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 바람처럼 날아가는 어조로 대답하여 가로되,
“장한 소년들이여, 천하의 어떤 필멸의 인간도 감히 천왕 상제의 권능에 비할 수는 없느니라. 신명께서 거처하시는 천궁과 보물은 영원불멸한 법이지. 물론 세상의 어떤 영웅은 내 재산과 견줄 만큼 부유할지 모르나, 나는 이 막대한 보물을 모으기 위해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도다.
내가 토래성이 함락된 후에도 무려 8년 동안이나 거친 바다를 표류하며 길을 잃고 이국땅을 헤맸음이라. 저 멀리 뿔 달린 양들이 일 년에 세 번씩 새끼를 낳고, 주인과 노비가 신선한 젖과 치즈와 고기를 일 년 내내 풍족하게 얻는 남방의 낙토(樂土)까지 흘러갔었지.
하오나 내가 그토록 타국을 떠돌며 보물을 긁어모으는 동안, 고향에서는 간교한 형수 놈에게 배신당한 내 친형님 아한왕이 궁궐 한복판에서 억울하게 시해당하셨도다! 그러니 내 손에 쥔 이 모든 천하의 보물이 내게 무슨 기쁨을 주겠느냐. 자네들의 부친 역시 내가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고 내 사랑하는 대궐과 떨어져 지냈는지 이미 들려주었을 것이네.
차라리 아라골의 푸른 목초지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 벌판에서 전사한 내 전우들이 지금 살아만 있다면, 내가 모은 이 보물의 삼분의 일만 가지고라도 이 대궐에 기쁘게 머물렀을 것을! 나는 매일같이 이 웅장한 대궐에 홀로 앉아, 먼저 가버린 백 명의 영웅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노라.
특히 그중에서도 오직 한 사람, 그의 운명은 가혹한 고통이었고 나의 운명은 그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 가득하니, 바로 오지수 장군이로다!
그분이 먼 길을 떠난 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 살아 계신지, 혹은 고혼(孤魂)이 되셨는지조차 알 길이 없구나. 지금쯤 고향에서 그의 충실한 아내 연로비 부인과 늙으신 부친 라현 옹, 그리고 그분이 출정할 때 갓난아기였던 어린 아들 태명 도령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곡읍(哭泣)하고 있겠느냐.”
명뇌왕의 이 절절한 강론이 소년 태명의 가슴속에 묻어둔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기어이 폭발시키고야 말았도다. 뜨거운 눈물이 소년의 안색을 타고 흘러내려 대청마루 바닥에 툭툭 떨어지니, 태명은 차마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자주색 망토 자락을 들어 두 눈을 가리고 흐느꼈다. 명뇌왕은 이를 예리하게 알아채고, ‘이 소년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그 근본을 물어야 할지’ 마음속으로 깊이 망설이더라.
왕이 이처럼 고뇌하고 있을 때, 홀연히 황금 화살을 든 수렵의 신 아라미낭자 여신처럼 고결한 자태를 지닌 연로비 여사(헬레나)가 천장이 높고 향기로운 침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도다.
시녀 아드라가 여왕을 위해 특별히 정성껏 칠한 의자를 마련하였고, 알키페는 그 위에 부드러운 양모 담요를 깔았으며, 필로는 은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바느질 바구니를 받들어 올렸다. 이 귀한 보물은 일찍이 이집트 테베 고을의 대부 보리보의 아내가 연로비 여사에게 바친 것으로, 테두리를 정금(純金)으로 두르고 바퀴가 달린 신기한 은바구니였으니, 안에는 이미 자아놓은 고운 실이 가득 보관되어 있었다.
연로비 여사가 의자에 좌정하여 장내를 둘러보더니, 놀란 안색으로 낭군 명뇌왕에게 나직이 물어 가로되,
“상감 폐하, 오늘 우리 대궐에 찾아온 저 장한 나그네들은 도대체 누구이옵니까? 제 얕은 소견을 숨겨야 할지, 혹은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할지 망설여지오나, 제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나이다.
내 일찍이 천하를 두루 보았으나, 오늘 찾아온 이 소년처럼 용맹한 오지수 장군의 아들 태명 도령을 쏙 빼닮은 이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이다. 과거 고려인들이 내 얼굴을 핑계 삼아 토래성을 치고자 폭정과 전쟁을 일삼으며 군사를 일으켰던 그 첫날, 오 장군께서 고향방에 갓난아기로 누워있던 이 태명을 두고 눈물로 출정하셨거늘, 어찌 이리 똑같단 말이옵니까.”
이에 명뇌왕이 무릎을 탁 치며 대답하되,
“부인, 내 눈도 정녕 틀리지 않았구려! 저 소년의 늠름한 손과 발, 머리카락과 두상의 골격, 그리고 번뜩이는 눈빛이 과연 오 장군과 붕어빵이로다. 내가 방금 오 장군이 나를 위해 전장에서 겪었던 온갖 고초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 아이가 안색을 찡그리며 자주색 망토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 않았소!”
그러자 곁에 있던 네스토르의 아들 패삼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법을 갖추어 아뢰되,
“명뇌왕 폐하, 두 분의 혜안이 과연 정확하시옵니다. 이 곁에 계신 도령은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하의 용장 오지수 장군의 친아들 태명이 맞사옵니다. 하오나 성품이 지극히 수줍고 겸손하여, 당대의 영웅이신 폐하 앞에서 감히 철없이 먼저 입을 열어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나이다.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우렁찬 목소리는 신령의 계시와 같다 칭송하시며, 소자에게 이 태명 도령을 안내하여 이곳까지 동행하라 명하셨나이다. 태명은 폐하께 아버님의 생사 소식과 고견을 듣고자 간절히 찾아왔나이다. 본디 아비 없는 자식은 가문을 지켜줄 힘이 없어 고을의 무뢰배들에게 큰 수모를 겪게 마련인바, 지금 태명의 처지가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명뇌왕이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태명의 손을 꼭 쥐며 가로되,
“오호라, 내 생전에 나를 위해 그토록 피땀을 흘렸던 진정한 벗의 아들이 내 집에 제 발로 걸어왔구나! 내 일찍이 상제께서 우리 함대를 가호하사 고향으로 속히 환향하게 하신다면, 천하의 어떤 아라골 장수들보다 오지수 그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영접하리라 다짐했었노라.
내 그와 그의 모든 가솔, 백성들을 이탁도에서 통째로 데려와 이 서파성 근처의 고을 하나를 내어주고 제후로 삼아 평생을 이웃하며 살고자 했거늘! 죽음의 먹구름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의 우정과 기쁨을 그 무엇도 꺾지 못할 거라 믿었노라. 하오나 천상의 신명께서 우리의 두터운 정을 시기하셨는지, 그 불쌍하고 불운한 영웅만을 홀로 고향에 들지 못하게 하셨도다.”
왕의 이 서글픈 한탄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로비 여사도 수건을 적셨고 명뇌왕도 눈시울을 붉혔으며, 패삼득 역시 과거 전장에서 광명의 새벽 신에게 안타깝게 살해당한 제 친형님 안틸로코스의 혼백이 생각나 눈물이 가득 고였도다.
패삼득이 눈물을 닦아내며, 날개 돋친 듯 수려한 말로 명뇌왕께 공손히 고하되,
“명뇌왕 폐하, 일찍이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상식과 혜안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하셨나이다. 그러니 소자의 미천한 간청을 들어주소서. 이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곡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사오니, 통곡은 다가올 새벽으로 미루심이 어떠하옵니까. 물론 먼저 가신 영웅들을 애도하고 머리를 깎으며 뺨을 적시는 것이 우리가 죽은 자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예우이오나, 지금은 귀한 손님을 맞이한 자리이옵니다.”
명뇌왕이 대장부의 청을 전해 듣고 흡족해하며 대답하되,
“장하도다, 소년이여! 자네는 정녕 나이 많은 노련한 장부처럼 지혜롭게 말하는구나. 과연 그 언변에 부친 노현 대감의 고결한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도다. 본디 상제께서 행복한 가문과 혈통을 점지해 주신 자들은 그 기상이 쉽게 드러나는 법이지.
상제께서 노현 대감에게 평생의 행운을 주사 고향에서 200세가 넘도록 장수하게 하시고, 그 아들들 또한 천하의 창술가로 키우셨으니 참으로 복되도다. 자, 이제 슬픔을 거두고 다시 저녁 식사에 집중하세나. 시종들은 어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 손을 씻기라. 다가올 새벽이 되면 내 태명 도령과 밤을 새워가며 아버님의 소식을 상세히 나눌 것이로다.”
왕의 명을 받들어 날랜 시종 아스팔리온이 귀빈들의 손에 맑은 물을 부었다.
이때 지혜로운 연로비 여사가 장내의 무거운 슬픔을 지워버리고자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렸도다. **여사는 일찍이 이집트 고을의 톤의 아내 폴리담나에게서 선물 받은 강력한 신약, 즉 인간의 가슴을 찢는 모든 슬픔과 분노를 단숨에 잊게 해주는 망우단(망우약)을 포도주 항아리에 몰래 섞어 넣은 참이었다.**
본디 이집트 땅은 온갖 기이한 약초와 치유의 도술이 발달한 의인(醫人)들의 나라인바, 이 약을 마신 자는 가령 자신의 눈앞에서 친부모나 형제가 청동 창에 찔려 죽을지라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효능이 있었다. 여왕이 약을 탄 달콤한 명주를 하인들에게 명하여 잔마다 가득 따르게 한 후, 좌중을 향해 우아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명뇌왕 폐하, 그리고 여기 모인 고결한 가문의 소년 장부들이여. 상제께서는 천하 중생들에게 때로는 길한 복을, 때로는 흉한 화를 번갈아 내리시니 그 권능은 실로 전능하시도다. 그러니 이제 시름을 잊고 음식을 즐기라. 내가 지루함을 달래고자 과거 토래성 전장에서 불굴의 오디세우스 장군이 펼쳤던 놀라운 무용담을 하나 들려주겠노라.
당시 고려 군사들이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지혜로운 오 장군은 스스로 노비의 초라한 망토를 두르고 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며, 가난하고 비참한 거지로 완벽히 변장한 채 홀로 적진인 토래성 성문 안으로 몰래 침투하였도다. 성내의 어떤 토래인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나만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간파하고 은밀히 불러 심문하였지.
그는 내 장막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려 군사들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꾸미고 있던 모든 천기(밀계)를 내게 털어놓았도다. 귀환하는 길에 그는 긴 청동 검을 뽑아 들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토래 장수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도륙하였고, 고려 진영에 전할 결정적인 군사 기밀을 품고 무사히 탈출하였음이라. 토래의 여인들은 장수들의 죽음에 대성통곡하였으나, 내 마음은 남몰래 기쁨으로 가득 찼으니, 나 역시 그때쯤엔 죄과를 뉘우치고 고향의 내 딸과 지혜로운 낭군 명뇌왕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로다.”
명뇌왕이 부인의 무용담을 듣고 크게 감탄하며 손뼉을 치고 가로되,
“부인의 말이 정녕 고스란히 맞는 사실이로다! 내가 평생 천하를 두루 주유하며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나보았으나, 오지수 장군처럼 단호하고 기상이 강철 같은 장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네.
과연 그분의 강인함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일찍이 우리가 거대한 목마(木馬) 속에 숨어 들어가 적들을 파멸시키고자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네. 고려의 내로라하는 용맹한 장수들이 모두 그 어두운 목마의 뱃속에 갇혀 긴장하고 있을 때, 부인께서 저 높은 성벽에서 내려와 목마 주위를 세 번 돌며 숨어 있는 곳을 가볍게 두드리지 않았소.
당시 토래인들을 도우려던 어떤 신령이 부인을 충동질했음이 분명한바, 부인은 목마 밖에서 안에 숨은 고려 장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되, 신기하게도 각 장수들의 실제 친아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어 애절하게 부르지 않았소!
그 소리를 들은 나와 도미달은 당장 목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안에서 대답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네. 하오나 오지수 장군이 강철 같은 손으로 우리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고 끝까지 제지하셨도다. 천상의 여신이 부인을 멀리 인도하여 위기를 넘길 때까지, 오 장군께서 목마 안의 모든 장수들을 꽉 붙잡아 두셨으니, 그분의 냉철한 지혜와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그날 밤 적들에게 발각되어 몰살당했을 것이 틀림없었네.”
태명이 부모의 이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곰곰이 전해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여 대답하되,
“하오나 명뇌왕 폐하, 그 모든 영웅담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며 상황을 어찌 더 낫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심장이 아무리 무쇠와 같고 강철과 같았을지라도, 결국 제 목숨 하나 온전히 보존하여 환향하지 못하셨나이다. 그러니 폐하, 밤이 깊었사오니 부디 저희를 잠자리로 인도해 주소서. 고단한 신신을 달콤한 잠 속에 묻고 싶나이다.”
이에 서파성의 여왕 연로비 여사가 시녀들에게 명하여 전각 현관에 안락한 침상을 마련하게 하고, 그 위에 화려한 자주색 양탄자를 깐 후 따뜻한 양털 이불을 두터이 덮어주게 하였다. 하인들이 횃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대궐 앞방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고, 명뇌왕은 전각 깊숙한 내실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연로비 여사와 함께 동침하였도다.
이튿날 동녘 하늘에 장미꽃 손가락을 지닌 광명의 새벽 여신이 대지를 물들일 때였다. 위엄 있는 명뇌왕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의복을 갖추고, 날카로운 보검을 어깨에 메어 기름칠을 잘 한 가죽 샌들을 신은 채, 마치 천상 신령과 같은 풍채로 침실을 나와 태명에게 다가가 웅장하게 물어 가로되,
“장한 태명 도령아, 무슨 중대한 결단이 섰기에 이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 서파성까지 나를 찾아왔느냐? 가문의 사사로운 송사 때문이냐, 혹은 이탁도의 공적인 정무 때문이냐? 내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아라!”
태명이 가슴 깊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공손히 꿇어앉아 아뢰되,
“아태우의 아들이신 위대한 명뇌왕 폐하, 소자가 이토록 만리 길을 온 것은 오직 홀로 되신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한 가닥이라도 듣고자 함이니이다. 지금 소자의 고향 궁궐은 불의한 도적 떼들에 의해 가산이 통째로 결단 나고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했나이다.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날마다 우리 소와 양을 무단으로 잡아 가택을 더럽히고 소자의 목숨마저 해하려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그러니 폐하,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간청하오니, 혹여 아버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을지라도 그 참혹한 진실을 제게 가감 없이 들려주소서! 폐하께서 전장에서 직접 목격하셨거나 혹은 만리 바다를 돌며 전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이 불효자에게 동정심을 베푸사 숨기지 말고 고해 주소서. 과거 제 용맹한 아버님이 토래성 전장에서 폐하를 도와 피 흘려 싸웠던 그 수많은 공로를 이 순간 기억하시어, 진실의 칼날을 제게 쥐여주소서!”
명뇌왕이 이 처절한 사연을 전해 듣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대노하여 웅장하게 소리치되,
“이 빌어먹을 도적 놈들! 감히 저 비겁하고 유약한 겁쟁이들이, 자신들보다 백배는 더 용맹한 천하무적 오지수 장군의 잠자리를 강탈하려 들다니!
이것은 흡사 미련한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핏덩이 새끼 사슴 두 마리를 숲속 깊은 곳에 있는 굶주린 맹수 사자의 굴속에 눕혀두고, 제 배를 채우려 언덕과 계곡을 넘어 풀밭으로 떠난 것과 다름없도다! 사자가 사냥을 마치고 제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핏덩이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빨로 물어뜯어 뼈째로 씹어 삼킬 것이 자명하도다. 오지수 장군이 고향에 당도하는 날, 저 무뢰배 놈들에게 내릴 피의 심판이 정녕 이와 같으리라!
오, 천왕 상제시여, 여신 지혜낭자와 광명의 아로 신이시여! 일찍이 오 장군이 리수도 천하장사 필로멜레이데스와 씨름을 벌여 단숨에 그자의 허리를 꺾고 땅바닥에 내던졌을 때, 우리 고려 군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나이까. 그 장부의 맹렬한 기상으로 당장 저 구혼자 놈들의 목을 베게 하소서! 저들의 가련한 명줄은 단숨에 끊길 것이요, 저들이 꿈꾸는 혼례는 가문의 영원한 저주가 될 것이로다!
장한 소년아, 네 질문에 대해 내 결코 속이거나 감추지 않겠노라.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의 노인, 즉 변신술의 대가인 **해선 프로테우스**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아버님의 소식을 단 한 마디도 숨김없이 들려주마.
당시 내가 이집트 해안에서 고향으로 가고자 했으나, 신들께 완벽한 제물(헤카톰)을 바치지 못해 큰 노여움을 사서 만리 바다에 발이 묶인 적이 있었네. 이집트 해안 앞바다에는 **파로스**라는 고요한 섬이 하나 있는데, 항구가 깊고 맑은 샘물이 있어 사공들이 어두운 물을 길어 바다로 나가는 요충지이지. 하오나 신들께서 순풍을 뚝 끊으시는 바람에 무려 스무 날 동안이나 그 척박한 섬에 갇혀 식량이 거덜 나고 군사들의 조총(희망)이 끊길 위기에 처했었도다.
그때 바다의 노신 프로테우스의 딸인 **에이도테아 여신**이 나를 가엾게 여기사, 홀로 해변을 거닐며 탄식하던 내 앞에 나투셨네. 당시 내 부하들은 굶주림에 지쳐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잡으려 흩어져 있었지. 여신이 내 곁에 서서 ‘나그네여, 어찌 그리 미련하게 고통만을 즐기며 이 섬에 영원히 갇혀 있으려 하느냐’ 물으시기에, 내가 고하기를 ‘여신이시여, 소자가 천상의 신명께 죄를 지어 이 드넓은 바다에 갇힌 줄 아오니, 부디 어떤 영령이 내 귀향길을 가로막고 있는지 천기를 들려주소서’ 하였도다.
그러자 여신이 내게 은밀히 비책을 전해주시되, *‘이집트 강가에는 바다의 깊은 연못을 모두 꿰뚫어 보고 바다 신 포세이돈을 섬기는 불멸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살고 있나니, 자네가 만일 그 노인을 물리력으로 제압하여 묶을 수만 있다면, 그가 자네의 귀향길은 물론이요, 자네가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대궐에서 일어난 온갖 길흉화복을 낱낱이 들려줄 것이네’* 하시는 게 아니겠나.
내가 다시 청하기를 ‘여신이시여, 그 신령스러운 노인을 어찌 감히 인간의 얄팍한 힘으로 가두어 도망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나이까’ 하니, 여신이 웃으며 가라사대, *‘내일 정오가 되어 서풍(제피로스)이 불고 바다에 그림자가 질 때, 노인은 바다 동굴에서 나와 낮잠을 청할 것이네. 그때 그의 주위로 바다 여신의 딸들인 수많은 물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들어 짠 바다 냄새를 풍기며 잠들 터인데, 자네는 군사 중 가장 용맹한 장정 세 명을 엄선하여 새벽에 해변으로 나오라’* 하셨도다.
여신은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시더니, 갓 벗겨낸 물개 가죽 네 장을 가져오사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고 모래 구덩이에 매복시키셨네. 본디 그 물개 가죽에서 풍기는 비린내와 썩은 소금내가 얼마나 진동하던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으나, 고결한 여신께서 천상의 영약인 **암브로시아**를 가져와 우리 콧구멍에 조금씩 발라주시니 그 신비로운 향취가 물개 비린내를 단숨에 지워버렸도다.
정오가 되자, 과연 바다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파도를 헤치며 나타나 살진 물개들의 숫자를 하나씩 세기 시작하더니, 우리 역시 물개인 줄로만 알고 아무 의심 없이 숫자에 포함한 후 맨 한가운데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네!
> 그 순간 내가 대성으로 군령을 내리며 장정들과 함께 폭풍처럼 달려들어 노인의 사지를 꽉 붙잡았도다!
노인은 과연 바다의 영물이라 온갖 도술과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갈기를 휘날리는 맹렬한 **사자**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독을 품은 **뱀**으로, 다시 날랜 **표범**으로, 거대한 **멧돼지**로 변형하였고, 심지어 흐르는 **물**과 잎이 무성한 거목(巨木)으로 둔갑하며 우리의 손귀를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도다!
하오나 우리는 여신의 조언대로 이가 부러져라 손에 힘을 주고 더욱 세차게 노인의 몸을 짓눌러 압박하였지. 마침내 도술이 바닥난 노인이 본래의 노인 형상으로 돌아와 지친 목소리로 내게 묻기를, *‘어떤 신령이 자네에게 이 밀계를 가르쳐 나를 포박하게 했느냐? 자네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더군.
내가 고하기를 *‘해선이시여, 내가 이 섬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진퇴양난에 빠졌으니, 어떤 신명이 내 길을 막고 있으며 어찌해야 고향으로 갈 수 있는지 들려주소서’* 하니, 노인이 대답하되 *‘자네가 상제와 여러 신명께 합당한 가책(백 마리 소)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니, 당장 배를 돌려 이집트 강가로 돌아가 신들을 기쁘게 하는 대제를 지내라. 그리하면 신들께서 자네가 원하는 만리 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네’* 하셨도다.
내가 거친 바다를 거슬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산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천기를 물었네. ‘해선이시여, 내가 토래성에 남겨두고 온 고려의 수많은 장수들과 내 친형님 아한왕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나이까, 혹은 바다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나이까’ 하니, 노인이 슬픈 눈빛으로 내게 전하기를,
‘아달의 아들이여, 어찌 그 비극을 내 입으로 다 들으려 하느냐. 수많은 장수들이 전장에서 뼈를 묻었고, 귀환하는 길에 청동 갑옷을 입은 최고 사령관 중 단 두 명만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도다. 용장 아이아스(아약스)는 삼지창을 든 바다 신의 분노를 사서 배가 난파당한 후 기란 바위 위에 겨우 기어올라 오만방자하게 신을 모독하다가, 신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부시는 바람에 깊은 바다 바닥으로 추락하여 짠 물을 들이켜고 고혼이 되었노라.
또한 자네의 친형님 아한왕은 가호 속에 겨우 살아남아 기쁘게 고향 땅에 발을 디디고 흙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그 고을의 망루에는 간교한 아내와 간통한 애기수가 심어둔 파수꾼이 황금 두 냥을 받고 일 년 내내 눈을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도다!
아한왕이 무방비로 궁궐 대청에 들어서자, 애기수는 매복시킨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시켜, 마치 도축업자가 마구간에서 소의 목을 베듯 저녁 식사를 즐기던 아한왕과 그의 시종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처참하게 도륙하여 몰살시켰느니라!’ 하시는 게 아니겠나!
노인의 이 청천벽력 같은 폭로를 전해 듣고,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친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리, 저 태양빛을 보아서 무엇하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도다.
내가 한참을 울다 지쳐 흐느끼고 있을 때, 바다의 노인이 나를 달래며 가로되 *‘명뇌왕이여, 이제 울음을 그치라. 통곡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당장 군사를 몰아 고향으로 가라. 어쩌면 원수 애기수가 아직 살아있을지, 혹은 아한왕의 장한 아들 오래손가 이미 원수의 목을 베었을지 모르는 일이니, 자네는 어서 가 장례식이라도 주관하라’* 하셨네. 이 말을 들으니 내 가슴속에 다시 장부의 뜨거운 피가 도는 듯하여, 내가 날개 돋친 듯 급히 물었도다.
‘해선이시여, 두 장수의 비극은 내 뼈에 새겼으나, 아직 저 넓은 만경창파 어딘가에 갇혀 살아남아 있다는 그 마지막 세 번째 영웅의 성명은 무엇이나이까? 그 소식이 비록 내 가슴을 찢을지라도 내 반드시 들어야겠나이다!’ 하니, 노인이 마침내 그 비록(秘錄)을 내게 전해 주시되,
‘그는 바로 이탁도 출신의 장수, 라현의 아들 오지수 장군이로다! 내가 바다의 깊은 눈으로 굽어보니, 그는 지금 저 멀리 고해(孤海)에 떠 있는 요녀 가립선의 섬, 그녀의 깊은 밀실에 갇혀 고향 땅을 바라보며 날마다 피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도다. 요녀가 강한 도술로 그를 묶어두었기에, 그에게는 만리 바다를 건널 노 젓는 전선도 없고 용맹한 사공도 없어,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느니라!’ 하셨도다.”
명뇌왕이 태명의 손을 잡고 이 엄숙한 천기를 전한 후, 인자하게 웃으며 가로되,
“장한 태명아, 이것이 내가 바다 신에게 직접 전해 들은 네 부친의 확실한 종적이로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라. 상제께서 자네에게 내리신 축복은 남다르니, 자네는 절세미인 연로비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덕에 상제의 사위로서 장차 이승의 목숨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끝에 있는 낙원 극락의 벌판으로 가 영생을 누릴 자격이 주어졌음이라. 그곳은 황갈색의 라만 대감이 다스리는 영험한 신선들의 땅으로, 겨울의 눈보라도 없고 매서운 폭풍우도 치지 아니하며, 대양이 언제나 산들바람 서풍을 보내어 장부들을 상쾌하게 해주는 무릉도원이로다.
자, 내 이제 신들의 노여움을 풀고 순풍을 받아 무사히 환향한 것처럼, 자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고자 하니, 부디 내 대궐에서 열이틀 동안만 더 머물다 가게나. 내가 자네에게 천하의 명마 세 마리와 청동으로 빛나는 웅장한 전차 한 대를 선물로 줄 것이요, 나아가 신명께 제사를 지낼 때 쓸 수 있는 정교한 황금 술잔을 내어줄 터이니, 평생 나를 기억해주게.”
이에 영민하고 재치 넘치는 소년 태명이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 대답하되,
“상감 폐하, 소자를 이토록 갸륵하게 보살펴주시니 감개무량하오나, 저를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붙잡아 두지 마옵소서. 폐하의 옥음(玉音)을 듣는 것이 제게는 천상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우니, 정녕 이 대궐에서 일 년 동안 머물지라도 고향 집이나 부모님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옵니다. 하오나 저를 믿고 필성 항구에서 고되게 기다리는 제 불쌍한 사공 동지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쳤을 터이니, 한시바삐 길을 물어야 하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내어주신 귀한 마필과 전차는 실로 과분하오나, 이 서파성의 보물창고에 그대로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폐하가 다가오시는 이 넓은 영토는 토끼풀이 무성하고 하얀 보리와 밀이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대초원이오나, 소자의 고향 이탁도는 온통 험준한 바위산과 절벽뿐이라 들판도 없고 경마장을 닦을 땅도 없나이다. 겨우 염소나 키우며 살 수 있는 척박한 섬이오니, 말 목장보다는 이곳 서파성의 넓은 벌판이 저 명마들에게 훨씬 어울릴 줄로 아옵니다. 본디 바다 한가운데 뜬 섬들은 풀을 뜯길 곳이 마땅치 않은 법인데, 우리 섬은 그중에서도 가히 최악이옵니다.”
명뇌왕이 태명의 이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당당한 거절을 전해 듣고, 기특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감싸 쥐고 우렁찬 목소리로 가로되,
“장하도다, 얘야! 네 가식 없는 언변을 들으니 과연 네 뼈대와 혈통이 천하의 영웅 오지수의 핏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구나.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선물을 바꾸어 주마. 내가 대궐 보물창고에 비축해 둔 갖은 영물 중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신물(神物)을 내어주리라.
이것은 본디 천상의 대장장이 신 해풍이 정금과 순은을 녹여 정교하게 세공한 웅장한 술그릇으로, 일찍이 시돈 고을의 왕 해담이 내가 환향하는 길에 그의 저택에 묵었을 때 내게 귀하게 선물한 보물치다. 이것을 자네에게 줄 터이니 가문의 가업으로 삼아 가져가게나.”
두 장부가 이렇듯 대청에서 대장부의 의리를 나누고 있을 때, 대궐 안방에서는 노비들이 양고기와 향기로운 명주를 나르고, 고운 스카프를 두른 시녀들이 따뜻한 떡을 받쳐 들며 대궐의 잔치가 밤늦도록 무르익어 가더라.
한편, 같은 시각 저 멀리 오지수 장군의 고향 이탁도 관저 앞마당에서는,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여느 때처럼 오만방자하게 원반을 던지고 청동 창을 날리며 제 세상을 만난 듯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최고 괴수인 안태우와 신령과 같은 풍채를 지닌 우혁이 상석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을 때, 문득 보윤의 아들 노문이 사색이 된 안색으로 헐레벌떡 다가와 안태우에게 따져 묻기를,
“안태우 어른, 저 태명 도령이 내 배를 빌려 타고 필성으로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쯤 돌아온답니까? 내가 지금 급히 엘리스 벌판으로 건너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노새 새끼를 먹이고 있는 암말 열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데려와 전마(戰馬)로 훈련시켜야 하니, 내 배를 당장 돌려받아야겠소!”
이 말을 들은 안태우와 우혁을 비롯한 구혼자 놈들이 일제히 잔을 떨어뜨리며 자지러지게 놀랐도다!
저들은 그저 유약한 태명 놈이 감히 항구를 벗어났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그저 근처 전답에서 양이나 돼지를 치며 숨어 지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참이었다. 안태우가 눈을 부릅뜨고 노문의 덜미를 잡으며 사납게 들이닥쳐 가로되,
“이놈, 내 앞에 실토하라! 그 풋내기가 도대체 언제 배를 띄웠단 말이냐? 그 조그만 배에 누구를 태우고 갔더냐? 이탁도의 쓸만한 장정들을 선동해 데려갔더냐, 아니면 제 집안의 노비나 머슴새끼들을 고용했더냐! 그리고 그놈이 네 배를 물리력으로 강탈해 갔느냐, 혹은 네가 미쳤다고 스스로 내어준 것이냐?”
노에몬이 겁에 질려 대답하되,
“어찌 강탈이라 하십니까, 내 스스로 자유롭게 내어주었나이다! 대궐의 장한 도령이 가문의 사활을 걸고 간청하며 통곡하는데, 고려의 장부로서 어찌 그 청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소! 게다가 그와 함께 배에 오른 젊은이들은 우리 가솔을 제외하고는 이 고을에서 가장 의리 있고 훌륭한 장정들이었소.
내 분명히 기억하건대, 오 장군의 오랜 벗이신 스승 명토(멘토르) 어른이 선장으로 뱃머리에 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소! 하오나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은, 내가 어제 새벽 관아 거리에서 위엄 있게 걸어가시는 명토 어른을 분명히 내 눈으로 직접 배알했거늘, 어찌 그분이 배를 타고 필성으로 가셨다는 것인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도술을 부린 듯 이해할 수가 없나이다.”
노문이 말을 마치고 제 집으로 돌아가자, 구혼자 무리의 괴수들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격분하였다. 저들은 당장 마당의 놀이판을 멈추게 하고 군사들을 소집하여 자리에 앉혔다. 안태우가 분노에 찬 눈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열어 포효하되,
“젠장맞을! 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태명 놈이 기어이 우리의 눈을 속이고 만리 유랑 길을 성공시켰구나! 우리가 모두 비웃으며 비겁하게 주저앉아 있을 거라 믿었거늘, 그놈이 온 고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를 띄워 최고 사령관들을 포섭해 가다니!
이것은 장차 우리 무리에게 닥칠 거대한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도다. 천왕 상제께서 저 핏덩이가 장성하여 장부가 되기 전에 그 무시무시한 힘을 꺾어놓으시기를 간구하노라! 여보게 동지들,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정예 무사 스무 명을 당장 내어주게. 저놈이 필성에서 돌아오는 길목인 이탁도와 삼해 섬 사이의 험준한 해협에 매복하고 있다가, 배를 통째로 들이받아 저 건방진 놈을 수중의 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로다. 저놈의 가련한 유랑 길을 영원한 죽음의 묘지로 만들어주마!”
그러자 무뢰배들이 일제히 상을 치며 찬동하였고, 저마다 칼을 빼 들고 오지수 장군의 대궐 안으로 들이닥쳐 피비린내 나는 모의를 다지더라.
하오나 하늘이 무심치 않으사, 저 사악한 도적 떼들의 비밀 음모는 대궐 안채에 계신 연로비 부인의 귀에 즉시 흘러 들어가게 되었도다. 마당 구석에서 가택의 대소사를 돌보던 충직한 집사 명돈이 저들의 흉계와 살기 어린 대화를 벽 너머로 엿듣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 부인의 침실로 단숨에 뛰어 들어간 참이었다. 명돈이 문턱을 넘어서자, 연로비 부인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다가와 날카롭게 물어 가로되,
“명돈아, 저 안하무인의 구혼자 놈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악행을 꾸미려고 너를 내보냈느냐? 감히 신령스러운 오지수 장군의 시녀들에게 길쌈을 멈추고 저 도적 놈들을 위한 잔치 상을 차려내라 협박하더냐! 오호라, 천지신명께 간구하오니 오늘 저들이 처먹는 음식을 제발 마지막 성찬이 되게 하소서!
다시는 이 궁궐에 모여 구혼 행각을 벌이지 못하게 하소서! 너희 무뢰배 놈들이 이탁도 가문의 가산을 마구 축내며 태명의 재산을 유린하고 있거늘, 너희는 정녕 어렸을 때 너희 부친들이 우리 오 장군의 위대함과 자애로움에 대해 들려주었던 훈계를 단 한 귀로도 듣지 않았단 말이냐! 오 장군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의를 행한 적이 없거늘, 너희의 악행과 음모는 참으로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찌 이토록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이냐!”
이에 명돈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되,
“국모 전하, 방금 제가 들은 흉계에 비하면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재앙이옵니다. 저 도적 떼들이 지금 전하의 가슴을 영원히 찢어놓을 거대한 파멸을 도모하고 있나이다. 상제께서 결단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시기를 바라오나, 구혼자 놈들이 지금 태명 도령이 필성과 서파성에서 아버님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날카로운 청동 창검으로 도령을 무참히 시해하려 모의하고 있나이다!”
이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전해 들은 연로비 부인은 온몸의 맥이 풀리고 심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하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한동안 목이 메어 말 한마디 뱉지 못하다가, 이윽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하여 가로되,
“오호라, 내 아들아! 네가 어찌 어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 위험한 만경창파로 나갔단 말이냐! 거친 바다를 군마처럼 질주하는 그 빠른 전선을 네가 어찌 감히 탔단 말이냐! 저 사악한 자들의 칼날에 네 이름 석 자마저 잃고 세상에서 영영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 하느냐!”
명돈이 머리를 조아려 가로되,
“필시 천상의 신령께서 도령의 마음을 대장부처럼 충동질하사,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지 혹은 이미 생을 마감하셨는지 그 종적을 찾게 하신 줄로 아옵니다.”
명돈이 물러가자, 옥방 안에는 가슴을 찌르는 슬픔과 차가운 한숨만이 가득 차 올랐다. 대궐 안채에 비단 의자들이 가득했으나, 부인은 차마 똑바로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 침실 차가운 문간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도다. 주위에 있던 시녀들과 늙은 노비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함께 흐느끼니, 부인이 목이 메어 부르짖기를,
“내 고결하고 용맹무쌍했던 낭군, 고려 땅에서 가장 재능 넘치고 명성이 자자했던 내 오지수 대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어치는 광풍 속에 내 하나뿐인 외동아들 태명마저 빼앗기게 생겼구나!
너희 시녀 놈들도 참으로 무심하고 배은망덕하도다! 저 아이가 밤중에 배를 타고 출항한다는 것을 너희가 필시 눈치챘을 터이거늘, 어찌 한 놈도 내 침실로 달려와 나를 깨워 알리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만일 그 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서라도 이 궁궐에 주저앉혔을 것이요, 정 떠나겠다면 차라리 나를 이 자리에서 죽여 묻고 가게 했을 것을!
당장 저 정원의 모든 나무를 돌보는 늙은 돌쇠 영감을 불러오너라. 과거 친정아버님이 내게 주신 신실한 심복이니, 영감을 저 깊은 산속에 은거 중이신 시아버님 라현 옹에게 급히 보내어 이 급보를 전하게 하라. 그리하면 노인께서 눈물로 산을 내려와, 저 불효막심한 구혼자 놈들 앞에 가 가슴을 치며 제 손자의 목숨을 살려달라 간청이라도 해보지 않겠느냐!”
이때 창고를 지키던 늙은 유모 명숙이 앞으로 나와 부인의 무릎을 잡고 통곡하며 아뢰되,
“부인, 내 사랑하는 전하! 설령 전하께서 노하사 날카로운 보검으로 이 늙은이의 목을 베실지라도 내 진실을 고하겠나이다. 실은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도령께서 떠나시기 전 제게 빵과 포도주를 구하시며, 전하께서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신명께 피로써 맹세하게 하셨나이다.
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슬피 우시다 그 고운 피부와 미모가 상하실까 두려워 도령이 효심으로 숨긴 처사이오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제 당장 옥체를 씻으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사 위층 침실로 오르소서. 천왕 상제의 따님이신 지혜낭자에게 지성으로 기도 올리시면, 여신께서 필시 도령을 저 죽음의 칼날에서 구하시고 이 풍요로운 가문을 지켜주실 것이옵니다.”
유모의 절절한 간청에 연로비 부인은 비로소 요동치던 심산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부인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깨끗이 씻은 후 고운 의복으로 갈아입고 시녀들과 함께 높은 다락방으로 올랐도다. 부인은 쟁반에 정결한 보리 알갱이를 담아 제단에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천상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상제의 지칠 줄 모르는 따님이신 지혜낭자여, 이 미천한 계집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일 제 지혜로운 낭군 오지수 왕이 생전에 이 대궐 제단에서 신명께 기름진 소고기와 양고기 허벅지살을 바치며 지성으로 공경했던 그 수많은 날들을 기억하신다면, 지금 강림하사 제 사랑하는 아들 태명의 목숨을 구원해 주소서! 저 무도한 구혼자 놈들의 포악한 손길과 칼날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해 주소서!”
부인이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애원하니, 천상의 여신께서 그 가륵한 축원을 기쁘게 가납하셨도다.
한편 대궐 마당의 사악한 구혼자 놈들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소란을 피우며 호언장담하기를,
“허허, 보아라!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여 구혼했던 저 오만한 여왕이, 이제야 제 아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중 한 명과 혼인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로다!”
저들은 천수의 돌아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헛된 망상을 떠벌리고 있었음이라. 안태우가 무리를 진정시키며 나직이 명령하되,
“동지들이여, 자랑은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 대궐 안채의 시녀들이 들으면 흉계가 탄로 날까 두려우니, 이제 조용히 일어나 가슴속에 합의한 피의 계획을 실행하러 가세나!”
안태우가 무리 중 가장 골격이 장대하고 잔인한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엄선하여 이끌고 음침한 해변으로 내려갔다. 저들은 노문에게서 빼앗은 검은 쾌속선을 깊은 바다에 띄우고, 돛대를 세우며 가죽 끈에 노를 단단히 고정한 후 하얀 돛을 넓게 펼쳤도다. 하인들이 가득 실어온 청동 창검과 무기를 사공들에게 은밀히 나누어 준 후, 저들은 이탁도와 사메 섬 사이에 위치한 작고 바위투성이인 아성도의 외진 항구에 배를 숨겨 매복하고, 오직 저녁이 되어 태명의 배가 지나가기만을 살기 어린 눈으로 기다리며 식사를 들더라.
이때 연로비 부인은 다락방 침상에 누워,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와 슬픔 속에서 음식과 미음(米飮)을 일절 거부한 채 꼬박 밤을 새우고 있었다.
어찌나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뇌했던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깊은 졸음이 부인의 삼혼칠백을 덮쳐 팔다리의 긴장이 풀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빛나는 눈을 지닌 지혜낭자께서 부인의 이 애처로운 처지를 굽어살피시고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리셨도다. 여신은 허공의 안개를 모아, 저 멀리 배래 고을에 사는 우밀의 아내이자 위대한 이건 대감의 딸인 이훤의 형상을 한 생생한 유령(幻影)을 한 분 빚어내셨도다.
여신이 유령을 오지수 장군의 대궐로 날려 보내시니, 유령은 옥방의 단단한 빗장 틈을 연기처럼 스르륵 타고 들어가, 잠든 연로비 부인의 머리맡에 우뚝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 가로되,
“동생 연로비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이토록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있느냐. 천상의 편안하게 사시는 신명들께서는 네가 이토록 눈물을 흘리며 번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느니라. 네 장한 아들 태명은 지금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으니 마음을 놓아라. 그 아이는 천지신명께 단 한 점의 죄과도 저지르지 아니한 올바른 장부니라.”
꿈의 문턱에서 여전히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총명한 연로비 부인이,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대답하여 가로되,
“언니, 언니의 가택은 멀고 먼 곳에 있거늘 어찌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나이까. 언니는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이 수많은 고통을 잊으라 하시나, 내 일찍이 사자처럼 용맹하여 그리스 전역에 명성이 자자했던 숭고한 낭군을 잃지 않았나이까.
하오나 지금은 내 남편보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내 아들 태명이 백배는 더 걱정되나이다! 저 아이가 거친 바다와 이국땅에서 무슨 해를 입을지 두려워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나이다. 지금 대궐 마당에는 저 아이를 증오하는 원수들이 가득하여, 아이가 고향 항구에 닿기도 전에 목을 베어 죽이려고 매복해 있나이다!”
안개와 같은 유령이 동생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위로하여 가로되,
“동생아, 용기를 내어라! 마음의 불안과 공포를 깨끗이 씻어내어라. 저 장한 태명의 곁에는 천하의 대여신 지혜낭자가 늘 그림자처럼 동행하며 길잡이가 되어주고 계시느니라.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이 그분의 가호를 입고자 밤낮으로 피로써 기도하거늘, 그 권능은 실로 우주를 뒤흔들 만큼 막강하시도다. 여신께서 네 지극한 모성애와 슬픔을 가엾게 여기사, 내 자네의 꿈속에 들어가 이 천기를 전하라 명하셨느니라.”
지혜로운 연로비 부인이 꿈속에서 다시 간절히 물어 가로되,
“언니가 정녕 신령의 명을 받고 온 거룩한 사자시라면, 부디 내 불쌍한 남편 오지수 왕의 소식도 들려주소서! 그이가 아직 이 세상의 햇빛을 보며 살아 계시나이까, 혹은 이미 지하 황천의 객이 되셨나이까!”
그러자 유령이 안색을 흐리며 조용히 머리를 저어 가로되,
“그분이 살았는지 혹은 죽었는지는 내 자네에게 확답을 줄 수 없느니라. 본디 천상의 법칙에 바람처럼 실체가 없고 만질 수 없는 천기를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엄히 금지되어 있느니라.”
말을 마친 유령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새벽바람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니, 연로비 부인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도다. 부인은 밤새 꾼 꿈이 실로 도술을 부린 듯 생생하고 영험하여, 짓누르던 가슴의 체증이 씻은 듯 사라지고 마음에 큰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음을 느꼈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매복한 구혼자 무리의 검은 쾌속선은 어두운 파도를 가르며 아성도 바위섬의 흑암 속에 숨어, 오직 소년 태명을 도륙할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탁도의 푸른 바다 위에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가 몰아칠 징조가 실로 첩첩산중이더라.
==제5권 가립선의 섬과 난파당한 오지수==
새벽이 티토노스 신과 함께 잠자리에서 일어나 불멸의 신들과 필멸의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주었다. 신들은 위대한 천둥의 신 상제와 함께 회의를 열었다. 지혜의 여신은 님프 가립선에게 갇혀 있는 오지수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걱정하였다.
「아버지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그녀가 이르되, 「더 이상 왕권이 있는 왕이 친절하거나 온화하거나 옳고 그름을 분별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소서. 모든 왕은 잔인하고 불의해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아버지처럼 온화하게 통치하였으나, 이제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불쌍한 그는 섬에 고립되었고, 가립선는 그를 강제로 자기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이다. 배도 없고, 노도 없고,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을 도와줄 동료도 없나이다. 그의 아들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모래 언덕의 필성와 찬란한 사필성로 갔고, 그들은 그가 돌아오면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구름을 쌓아 올리시는 상제 신께서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시며 대답하시되,
「아, 딸아.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오지수가 와서 구혼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을 네가 계획하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네 모든 지혜를 발휘하여 태명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구혼자들이 실패하여 떠나가게 하라.」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아서서 이르되,
「사랑하는 헤르메스여, 너는 나의 사자다. 여신께 우리의 확고한 뜻을 전하거라.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난을 겪었다. 신이나 인간의 안내자 없이, 그는 임시로 만든 뗏목 위에서 비참하게 이십 일을 표류하다가 비옥한 스케리아에 도착할 것이다. 마법을 행하는 파이아키아인들은 그를 신처럼 대하며, 청동과 금, 그리고 옷가지들을 선물로 주어 고향으로 보내 줄 것이다. 트로이에서 직접 약탈품을 가지고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향의 높은 지붕 아래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헤르메스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바다와 육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황금 샌들을 발에 신고, 사람들의 눈을 원하는 대로 잠들게 하거나 깨우는 마법 지팡이를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신은 온 힘을 다해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피에리아를 어루만진 후, 하늘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마치 물고기를 잡는 갈매기처럼 파도 사이를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짠 바닷물에 날개를 적셨다. 그렇게 헤르메스는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멀리 떨어진 섬에 도착하여 남색 바닷물에서 해안으로 발을 내딛고 여신이 사는 동굴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땋은 머리를 한 가립선이 앉아 있었다. 난로 옆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감귤과 소나무 향기가 섬 전체에 퍼져 있었다. 동굴 안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금으로 만든 북으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동굴 주변에는 오리나무, 포플러, 향기로운 삼나무 등 울창한 숲이 무성하였다. 숲은 날개로 가득하였다. 새들은 그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바다에서 사냥을 하였다. 올빼미, 매, 입을 크게 벌린 갈매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탐스럽게 익은 포도나무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동굴을 감싸고 있었다. 네 개의 샘에서 반짝이는 물이 솟아나와 서로 얽히고설킨 물줄기를 이루었다. 초원에는 셀러리와 제비꽃이 은은하게 피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에 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조차도 기뻐할 만한 광경이었다. 한때 아르고스를 죽였던 불멸의 신 헤르메스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에 감탄하며 멈춰 섰다. 마침내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찬란한 여신 가립선은 그를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불멸의 신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라. 그러나 헤르메스는 오지수를 찾지 못하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해변에 앉아 슬픔과 고통에 잠겨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허무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신성한 가립선은 손님에게 눈부시게 빛나는 의자에 앉으라 권하며 이르되,
「친애하는 친구여, 황금 지팡이의 헤르메스 신이시여,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 아니신데, 무슨 용건이시옵니까. 제 마음은 만일 운명이라면, 제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나이다. 자, 들어오소서. 제가 당신을 환영해 드리겠나이다.」
그러자 여신은 그를 암브로시아가 가득 쌓인 식탁으로 안내하고 붉은 넥타르를 섞어 주었다. 변덕스러운 헤르메스는 배가 부를 때까지 마시고 먹은 후, 그가 온 이유를 설명하되,
「당신은 여신이고 저는 신인데, 어찌하여 제가 여기에 있는지 묻는구나. 자, 말씀드리겠나이다. 상제께서 저에게 오라 명하셨나이다. 저는 오고 싶지 아니하였나이다. 누가 끝없이 펼쳐진 짠 바다를 건너고 싶어 하겠나이까. 신들이 훌륭한 제물을 바치는 인간 마을은 이 근처에 없나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없나이다. 상제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여기에 살고 있다 말씀하셨나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도시와 구 년 동안 싸우다가 십 년째 되는 해에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간 전사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지혜의 여신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바람과 거센 파도를 일으켜 그의 용감한 동료들을 모두 죽였고, 그 자신도 파도에 휩쓸려 이곳에 오게 되었나이다. 상제께서는 그를 즉시 고향으로 보내라 명하셨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는 것이 그의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가족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니라.」
가립선은 몸을 떨며 그에게 주먹을 날리되,
「잔인하고 질투심 많은 신들이여. 너희는 여신이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원한을 품는구나. 편안하게 사는 신들은 분홍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오리온을 데려갔을 때 분노하였고, 황금 옥좌에 앉은 순결한 아르테미스는 부드러운 화살로 그를 공격하여 죽였느니라. 옥수수 머리를 땋은 데메테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아시온과 밭고랑에서 사랑을 나누었느니라. 상제가 이 사실을 알고 번쩍이는 불꽃을 던져 그를 죽일 때까지 말이다. 이제 너희 남신들은 내가 남자와 함께 산다 나에게 화를 내는구나. 내가 구해 준 남자와 말이다. 상제는 그의 배를 꼼짝 못하게 하고 번개로 산산조각 냈느니라. 그의 친구들은 모두 포도주빛 바다에서 죽었느니라. 이 남자만이 뱃머리를 붙잡고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이곳, 내 집으로 왔느니라. 나는 그를 돌보고 사랑하였으며, 그를 시간과 죽음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 맹세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외에는 다른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신은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있나이다. 그러니 상제의 명령이라면 그를 보내소서. 황량한 바다를 건너게 하소서. 저는 배도 없고 노 젓는 사람도 없으니 호위병을 보내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제가 아는 것을 그와 나누고, 그가 무사히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기꺼이 유용한 조언을 해 드리겠나이다.」
상제의 종인 중재자는 이렇게 대답하되,
「그렇다면 지금 보내소서. 상제의 분노를 사지 마소서. 그를 화나게 하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의 분노가 당신을 해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상제의 명령을 받아들인 여신은 오지수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해변에서 그를 발견하였다. 그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그녀가 그를 기쁘게 해 주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밤마다 그녀의 동굴 안에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원하였으나,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아니하였다. 낮에는 오지수가 바위투성이 해변에 앉아 눈물과 슬픔에 잠겨 허탈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가엾은 자여. 제발 슬퍼하지 마시오. 당신의 삶을 헛되이 낭비할 필요는 없소. 이제 당신을 보내 드릴 준비가 되었소. 청동 검으로 나무줄기를 잘라 뗏목을 만들고, 갑판을 덧대어 안개 낀 바다를 건너게 하시오. 내가 물과 포도주, 음식을 제공하여 굶주림을 면하게 해 주고, 옷도 입혀 주겠소. 그리고 하늘의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신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바람도 보내 주겠소. 그들은 나보다 강하니,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될 것이오.」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어 온 오지수는 몸을 떨며 여신에게 말을 쏟아내되,
「여신이시여, 당신은 제 안전한 통행이 아닌 다른 속셈을 품고 계시는군요. 상제의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튼튼한 범선조차도 건너지 못할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심연을 고작 뗏목 하나로 건너라 하시는 것이옵니까. 안 됩니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제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저는 뗏목에 타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신성한 가립선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어루만지며 이르되,
「이런 건방진 녀석이여. 네 말을 보니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구나. 그러나 이 땅과 하늘, 그리고 스틱스 강물에 맹세하건대, 신들이 맹세하기에 가장 강력한 맹세인데, 나는 너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맹세한다.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나 자신을 위해 했을 것처럼 너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나는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 마음은 착하고 선량하며, 너를 불쌍히 여긴다.」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장섰고, 오지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동굴에 도착하였다. 헤르메스가 앉아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오지수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여신은 그에게 인간의 음식과 음료를 주었다. 여신은 신과 같은 모습의 오지수를 마주 보고 앉았고, 여종들은 그녀에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앞에 놓인 귀한 것들을 받아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였다. 여신 여왕은 말을 시작하되,
「상제의 축복을 받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지수여, 자네 계획은 늘 바뀌는군. 그토록 사랑하는 고향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잘 가라. 그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될지 알았다면, 나와 함께 여기에 남아 불멸의 삶을 살았을 터인데. 물론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으나 말이다. 게다가 내 몸이 그녀보다 훨씬 낫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키도 내가 더 크고. 필멸의 존재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불멸의 존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지.」
오지수는 재치 있게 이르되,
「위대한 여신이시여, 저에게 노하지 마소서. 당신 말씀이 맞나이다. 제 아내 연로비는 결코 당신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이다. 그녀는 인간이오나 당신은 불멸하고 영원하시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고, 매일 그날이 오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어떤 신이 포도주처럼 검은 바다에서 저를 쳐죽인다 해도 저는 견뎌 낼 것이옵니다. 이제 저는 고통에 익숙해졌나이다. 바다와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라나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서로를 꼭 껴안고 사랑의 기쁨을 누렸다. 봄날 새벽이 꽃으로 하늘을 물들일 무렵, 그들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오지수는 망토와 튜닉을 입었고, 가립선은 아름다운 은빛 긴 옷을 입었다. 그녀는 허리에 금빛 띠를 두르고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는 그 남자를 위해 여정을 준비하였다. 그녀는 그의 손에 꼭 맞는 도끼를 주었는데, 손잡이는 최고급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졌고, 거대한 청동 날은 양쪽 모두 날카로웠다. 또한 잘 닦인 자귀도 주었다. 그녀는 그를 섬 끝으로 안내하였는데, 그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검은 포플러, 오리나무,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전나무들은 잘 말린 목재로 만든 날렵한 배를 만들기에 적합하였다. 가립선 여신은 그에게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보여 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오지수는 출발하여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는 청동 도끼로 나무줄기 스무 개를 베어 능숙하게 다듬고 곧게 깎았다. 가립선은 송곳을 가져왔고, 그는 모든 판자에 구멍을 뚫고 서로 맞물려 못과 고정 장치로 단단히 고정하였다. 마치 숙련된 사람이 배의 곡선을 따라 뗏목의 폭을 재듯이, 오지수는 뗏목의 폭을 그렇게 넓게 만들었다. 그는 측면 갑판을 촘촘하게 박은 틀에 맞춰 홈을 파고, 늑골을 따라 긴 판자를 고정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안쪽에 돛대를 세우고, 배를 똑바로 조종하기 위해 돛대와 키를 연결하였다. 그는 배에 덤불을 쌓고, 물이 새지 않도록 옆면을 등나무 세공으로 틈을 메웠다. 가립선은 그에게 돛을 만들 천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능숙하게 돛을 만들었다. 그는 버팀대, 돛줄, 돛줄을 묶고 지렛대를 이용하여 배를 바다에 띄웠다. 작업은 나흘이 걸렸고, 닷새째 되는 날 가립선은 그를 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를 씻기고 향 냄새가 나는 옷을 입혔다. 뗏목에는 포도주 한 병, 물 한 병, 그리고 많은 양의 식량을 실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미지근한 바람을 이용하여 그를 배웅하였다.
오지수는 기쁜 마음으로 돛을 펼쳐 바람을 받았고, 능숙하게 키를 조종하였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아니하였다. 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늦게 지는 목동자리, 그리고 사람들이 쟁기자리라고도 부르는 곰자리는 한 자리를 중심으로 돌며 오리온자리를 가리키는데, 오리온자리는 바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일한 별이다. 여신들의 여왕 가립선은 그에게 항해하는 동안 곰자리를 왼쪽에 두라 말하였다. 그는 칠일 열흘 동안 바다를 항해하였고, 열여덟째 날에 안개 낀 바다 너머로 방패처럼 솟아오른 페아키아 땅의 흐릿한 산이 나타났다.
남만인들에게서 돌아오던 중 솔리마 산에 잠시 머물렀던 지진의 신 포세이돈은 멀리서 뗏목을 보았다. 격분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하되,
「이건 말도 안 된다. 내가 없는 동안 신들이 오지수에 대한 계획을 바꾼 모양이구나. 그는 이제 거의 파이아키아에 다다랐는데, 그곳은 지금 그를 묶고 있는 고통의 밧줄에서 벗어나야 할 운명인데. 그러나 나는 그를 더 괴롭혀서, 그가 지칠 때까지 계속 괴롭혀야겠다.」
그는 구름을 모아 삼지창을 움켜쥐고 바다를 휘젓고 온갖 바람을 일으켜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다. 밤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에우루스, 노투스, 폭풍을 일으키는 제피로스와 하늘의 아들 보레아스가 모두 쓰러져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오지수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는 절망에 빠져 외치되,
「또 고통이라니. 어떻게 끝나는 것인가. 여신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구나. 상제가 공기를 휘젓고 있구나. 저 구름들을 보라. 그가 파도를 일으키니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죽음뿐이다. 트로이 평원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을 돕다가 죽은 그리스인들은 정말 운이 좋았구나. 펠레우스의 아들 시신 주위에서 트로이 사람들이 청동 창이 달린 창을 던지던 바로 그날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장례식도 치르고 그리스인들에게 존경도 받았을 터인데. 그러나 이제 이렇게 잔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다니.」
그때 파도가 그를 덮쳐 뗏목이 뒤집혔고, 그는 뗏목에서 떨어졌다. 키는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왔고, 거대한 돌풍이 돛대를 부러뜨렸다. 돛과 돛대는 바다로 떠내려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 가립선이 준 옷이 그를 무겁게 하였다. 마침내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입에서 시큼한 바닷물을 뱉어 냈다. 바닷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고통과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뗏목을 기억해 파도를 헤치고 뗏목을 끌어올리려고 달려들었다. 그는 뗏목 위에 올라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거대한 파도가 뗏목을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마치 북풍에 실려 초원을 가로질러 엉겅퀴가 빽빽하게 자라나듯, 바람은 뗏목을 바다 위로 휩쓸고 지나갔다. 남풍이 뗏목을 내던지고, 북풍이 뗏목을 붙잡고, 동풍이 물러나 서풍이 뗏목을 몰아갔다.
그때, 한때 인간이었고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이제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신들과 함께 숭배받는 카드무스의 딸이자 백색 여신인 이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가 고통받고 길을 잃은 것을 가엾게 여겼다.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갈매기처럼 그녀는 바다에서 솟아올라 뗏목 위에 앉아 이르되,
「가엾은 사람이여. 어째서 분노한 해신이 당신에게 고통의 여정을 안겨 주는가. 그러나 그의 적개심이 당신을 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은 총명해 보인다. 내 말대로 하라. 옷을 벗고 뗏목은 바람에 날려 가게 두어라. 팔만 사용하여 파에아키아로 헤엄쳐 가거라. 운명은 네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정하였다. 자, 내 스카프를 받아 가슴 아래에 묶으렴. 이 불멸의 베일로 너는 죽음이나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그러나 마른 땅에 도착하면 스카프를 풀어 바다로, 육지에서 멀리 던져 버리렴. 그리고 돌아서렴.」
여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갈매기처럼 거센 파도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검은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그토록 많은 위험을 겪었던 영웅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나이다.
「어떤 신이 뗏목을 버리라 하였으나, 신들이 또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아직 그녀를 믿을 수 없다. 그녀가 도망치라 한 땅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렇게 해야겠다. 이 나무 기둥들이 버티는 한,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겠다. 그러나 파도가 내 뗏목을 산산조각 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헤엄쳐야겠지.」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진의 신 포세이돈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파도를 일으켜 그의 머리 위로 솟구치게 한 다음, 그에게 던졌다. 마치 사나운 바람이 마른 밀기울 더미를 휘날리게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듯이, 뗏목의 긴 나무 기둥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널빤지에 올라타 마치 말을 탄 것처럼 배를 타고 나아갔다. 그는 가립선이 준 옷을 벗었으나, 스카프는 가슴에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어 팔을 벌려 헤엄쳤다. 지진의 신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되,
「드디어 고통을 느끼는구나. 하늘의 신 상제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바다를 떠내려가거라. 그러나 그때에도 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멋진 갈기를 가진 말들을 몰아 집이 있는 아이가이 섬으로 향하였다.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은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녀는 다른 모든 바람의 진로를 막고, 멈추라 명령하여 잠들게 하였으나, 빠른 바람의 신 보레아스를 깨워 그의 앞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지수는 파이아키아에 도착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었느니라.
이틀 밤낮으로 그는 파도 위를 표류하였다. 매 순간 죽음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눈부신 새벽빛이 세 번째로 비추자 바람이 멈췄다. 미풍도 없고, 완전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올라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가까이에 해안이 보였다. 마치 아버지가 며칠 동안 병들고 쇠약해져 잔혹한 악령에 시달리다 마침내 신들이 그를 되살려 주었을 때 자녀들이 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오지수 또한 육지를 보았을 때 똑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헤엄쳐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가 귓가에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트림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짠 거품으로 뒤덮였다. 배를 위한 안식처는 없고, 깎아지른 절벽과 암초뿐이었다. 오지수는 심장이 멎을 듯하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떨리는 몸이었으나 결연한 의지로 그는 스스로에게 이르되,
「상제께서 내 희망을 뛰어넘어 내게 육지를 보여 주셨구나. 내가 심연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 잿빛 바다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아니한다. 해안에는 가파른 절벽이 있고, 사방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바위는 깎아지른 듯하고, 바다는 해안 가까이 깊다. 발을 디디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것이다. 기어오르려 하면 파도가 덮쳐 뾰족한 바위에 내동댕이칠 테니, 소용없다. 그러나 내가 더 멀리 헤엄쳐 나가 만이나 후미, 경사진 해변을 찾아다니면 폭풍우가 다시 나를 덮쳐 슬픔에 울부짖으며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 신이 암피트리테가 키우는 것과 같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낼지도 모른다. 나는 포세이돈이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파도가 거세져 그를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내던졌다. 지혜의 여신이 그를 생각해 주지 아니하였더라면 그의 살은 찢어지고 뼈는 부서졌을 것이니라.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고 신음하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매달렸다. 그러나 곧 파도가 다시 밀려와 그를 세차게 때리고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마치 굴에서 끌려나온 문어의 빨판에 조약돌이 잔뜩 달라붙듯이, 그의 강한 손은 바위에 긁혀 살점이 벗겨졌다. 거대한 파도가 다시 그를 덮쳤다. 지혜의 여신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그는 비참하게 너무 일찍 죽었을 것이니라. 그는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에서 올라와 완만한 경사의 해변이나 바다와의 만을 찾아 육지를 향해 헤엄쳐 갔다. 그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어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쳤다. 그곳은 바람을 막아 주는 매끄럽고 돌이 없는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그는 물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되,
「알 수 없는 신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였나이까. 저는 소금기 있는 바다와 포세이돈을 피해 왔나이다. 불멸의 신들조차 지금 저처럼 길을 잃은 인간을 존중하나이다. 저는 온갖 고난을 겪고 당신의 흐르는 강물에 이르렀나이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는 당신의 간청자이옵니다.」
물살이 멈추고 강의 신이 파도를 잠잠하게 하였다. 그는 그를 안전하게 강어귀로 인도하였다. 그의 다리에 쥐가 났다. 바닷물이 그를 부숴 버린 것이니라. 부어오른 몸에서 입과 콧구멍으로 소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숨이 차고 말없이 그곳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끔찍한 피로가 그를 덮쳤다. 겨우 숨을 쉬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여신의 스카프를 벗어 바다로 흐르는 강물에 던져 넣었다. 강한 물살이 스카프를 휩쓸어 내려갔고, 이노의 손이 그것을 건져 올렸다. 그는 땅 위로 기어 올라와 갈대밭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생명을 주는 땅에 입맞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속으로 이르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될까. 이 강가에서 밤새도록 깨어 있으면 잔혹한 서리와 부드러운 이슬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내 생명은 허약함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이 강가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저 비탈길을 올라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빽빽한 덤불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 추위와 피로를 떨쳐 낸다면, 야생 동물들이 나를 발견하고 먹잇감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물가 근처의 개활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가시나무와 올리브나무가 함께 자란 두 그루의 관목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강한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비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잎들은 너무나 빽빽하게 얽혀 자라 있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 잎들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영웅은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는 그 안에 누워 잎들을 더 쌓아 올렸다. 마치 이웃 없는 외딴 농장에서 사는 사람이 불씨를 아끼고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타오르는 횃불을 검은 숯 속에 묻는 것처럼, 오지수는 잎 속에 몸을 숨겼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감게 하여 모든 고통과 피로를 끝낼 수 있도록 잠을 내려 주었느니라.
==제6권 공주와 그녀의 빨래==
오지수는 고난을 겪었느니라. 길고 험난한 여정에 지친 영웅은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무릉도인들에게로 갔다. 이들은 원래 춤의 땅 희리국에 살았으나, 강력한 이웃인 독안거인들이 끊임없이 약탈을 일삼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무릉도의 왕 도화원주가 그들을 멀리 떨어진 도화원으로 데려가 성벽을 쌓고 집과 신전, 그리고 땅을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후 신이 내린 지혜를 가진 알진오가 왕위에 올랐다.
눈빛이 총명한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의 귀환을 돕기 위해 그의 궁전으로 갔다. 그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침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젊은 공주 나우공주가 잠들어 있었다. 문 밖에는 노비 두 명이 나란히 잠들어 있었으니, 모두 은총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적인 소녀들이었다. 빛나는 문은 닫혀 있었으나, 여신은 바람처럼 나우공주의 침실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유명한 뱃사람 디마스의 딸이자 나우공주와 같은 나이의 절친한 친구로 변장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오, 나우공주여. 너무 게으르구나. 네 어머니가 너를 가르쳤어야 했는데. 네 옷은 더러운 더미로 널려 있구나. 곧 결혼할 터인데, 입을 예쁜 드레스도 있어야 하고, 들러리들에게 줄 옷도 있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날이 밝으면 빨래를 해야지. 내가 가서 도와줄 터이니 금방 끝날 것이다. 분명 오래도록 결혼하지 않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네 고향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벌써 너에게 구혼하고 싶어 하거늘. 그러니 새벽에 아버지께 가서 옷과 스카프, 시트를 실을 노새가 끄는 수레를 달라 하렴. 걸어서 가지 말고 수레를 타고 가야 하느니라. 빨래터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느니라.」
여신은 소녀의 눈을 들여다본 후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곳이 신들이 영원히 거하는 곳이라 말하느니라.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지도 아니하고, 비에 젖지도 아니하며, 눈으로 덮이지도 아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산 위에 펼쳐져 있고, 온통 하얀 광채가 감도다. 축복받은 신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느니라.
그때 새벽이 아름다운 옥좌에서 내려와 소녀를 깨웠다. 소녀는 꿈이 생각나서 놀라워하며 예쁜 옷을 입고 홀 안에 있는 부모님께 가서 이야기하였다. 어머니는 난로 옆에 앉아 바다색 실을 잣고 있었고, 하녀들이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백성들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명한 조언자들과 함께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곁에 서서 이르되,
「아버지, 제게 큰 바퀴가 달린 마차를 준비해 주시겠나이까. 제 좋은 옷들을 강가에 가져가 빨래하고 싶사옵니다. 옷이 너무 더러우니이다. 아버지도 중요한 계획을 세우실 때 조언자들을 만나실 때는 깨끗한 옷을 입으셔야 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셔야 하옵니다. 아버지의 다섯 아들들 중 두 명은 결혼하였으나 세 명은 건장한 미혼남이오니, 무도회에 갈 때는 항상 깨끗하게 빨래한 멋진 옷을 입고 싶어 하시나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아버지께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대답하되,
「얘야, 노새든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겠노라. 어서 가거라. 종들이 마차에 짐칸을 달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종들을 불렀고, 종들은 순종하여 마차를 준비하고 바퀴를 점검한 다음, 노새들을 끌어와 멍에를 씌웠다. 소녀는 형형색색의 옷들을 꺼내 수레에 실었고, 어머니는 바구니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담았다. 감람, 치즈, 포도주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염소 가죽에 넣어 보관하였다. 소녀는 수레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목욕 후 쓸 기름이 든 금빛 병을 소녀에게 건네 주었다. 나우공주는 채찍과 고삐를 잡고 채찍을 휘둘렀다. 노새들은 서둘러 가고 싶어 마구를 덜컹거리며 옷과 소녀, 그리고 모든 노비들을 싣고 출발하였다.
그들은 항상 물웅덩이가 가득 찬 아름다운 강에 도착하였다. 강물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아래에서 솟아올라 가장 더러운 빨래도 씻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노새들을 풀어 주고 강가로 몰아 시냇가 옆의 꿀처럼 달콤한 풀을 뜯게 하였다. 소녀들은 수레에서 빨래를 꺼내 빨래터로 가져가 서로 경쟁하듯 발로 밟았다. 더러움이 사라지자 그들은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조약돌을 해변으로 밀어내는 강가에 빨래를 널었다. 그들은 목욕을 하고 감람유를 몸에 발랐다. 그런 다음 강둑에 앉아 음식을 먹고 햇볕에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머리 스카프를 벗고 공놀이를 하러 갔다. 하얀 팔을 가진 공주는 아림 여신처럼 활을 쏘며 그들을 이끌었다. 마치 태기 산과 이만 산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아림처럼, 그녀는 멧돼지와 날렵한 사슴과 함께 달리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아이기스 왕 상제의 시골 딸들은 그녀 주위에서 뛰어놀았고, 레토는 모두가 아름다웠으나 자신의 딸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래서 나우공주는 그들 모두보다 훨씬 돋보였느니라.
그러나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 노새에 멍에를 씌우고 빨래를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지혜의 여신의 눈이 번뜩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예쁜 공주를 보고 페아키아인들의 마을까지 호위를 받아야 하였다. 공주는 노비 소녀에게 공을 던졌으나, 소녀는 공을 잡지 못하였다. 공은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졌고, 소녀들은 모두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생각에 잠기되,
「내가 지금 있는 이 나라는 어떤 곳인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폭력적인가, 아니면 선량하고 친절하며 신을 경외하는가.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험준한 산꼭대기와 강가, 풀이 무성한 초원에 자주 나타나는 산령녀들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사람의 목소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노라.」
오지수는 덤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마치 산사자가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소나 양, 혹은 들사슴을 공격할 때 눈빛이 이글거리듯 빛나고, 굶주림에 못 이겨 튼튼한 양 우리를 헤집고 다니듯, 오지수 역시 발가벗은 몸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들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소금으로 범벅이 된 그의 모습은 끔찍하였다. 소녀들은 겁에 질려 해안가를 따라 이리저리 도망쳤다. 그러나 나우공주는 가만히 서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녀의 다리 떨림을 멈추게 하고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의 무릎을 만져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매력적인 말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옷을 달라 애원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결국 그는 거리를 두고 말로 애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놀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계산된 아첨이었다.
「부인이여, 제발. 당신은 신이시옵니까, 아니면 인간이시옵니까. 만일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여신이시라면, 당신은 상제의 딸 아림처럼 생겼나이다. 키도 크고 아름다우시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땅에 사는 인간이시라면, 당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참으로 행운아옵니다. 세 배로 행운이지요. 활짝 피어나는 새싹이자 무용수들의 우두머리인 당신을 보니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그리고 당신을 지참금과 함께 신부로 맞이하는 남자는 단연코 가장 행운아옵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나이다. 단 한 번도요. 당신을 보면 제 눈이 부시나이다. 저는 전쟁과 고난을 향해 가는 길에 한때 델로스에 갔나이다. 제 군대도 저와 함께 행군하였지요. 아로왕의 제단 옆에 어린 야자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나이다. 저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감탄하였나이다. 그렇게 마법 같은 나무는 본 적이 없었나이다. 부인이여, 당신은 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로잡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껴 당신의 무릎에 손을 대기가 두렵나이다. 그러나 저는 절박하나이다. 저는… 옥기섬에서 이십 일 동안 폭풍우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어제 어떤 신이 저를 바로 이곳으로 데려왔나이다. 아마도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겠지요. 신들이 할 일을 다 하기 전까지는 제 고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부인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신창이가 된 저는 당신께, 당신이 제일 먼저 찾아왔나이다. 이 나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마을을 알려 주시고, 혹시 여기 오실 때 옷을 가져오셨다면 입을 누더기라도 좀 주소서. 신들이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집과 남편,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부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원수는 질투하고 친구는 기뻐하며 큰 명예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하얀 팔을 가진 나우공주가 대답하되,
「이봐요, 나그네여. 당신은 용감하고 영리해 보이시옵니다. 상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아시지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뜻대로 말입니다. 당신의 고난은 그분에게서 온 것이니 감당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 땅에 오셨으니 옷이나 필요한 것은 부족함 없이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이곳 사람들은 무릉도인이라 불리고, 저는 위대한 알진오 왕의 딸이옵니다. 우리 백성의 힘과 권력은 바로 그분께 달려 있나이다.」
그리고는 머리를 땋은 노비들을 부르되,
「얘들아, 잠깐만. 어찌하여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냐. 얘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세상에 태어난 그 어떤 사람도 적개심을 품고 우리 무릉도에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니까. 우리 섬은 외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느니라. 그러나 이 불쌍한 사람은 길을 잃었으니 우리가 돌봐 주어야 하느니라. 모든 외국인과 거지들은 상제의 선물이니, 어떤 친절이든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낯선 사람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주고, 바람을 피해 강가에서 씻겨 주렴.」
그들은 멈춰 서서 알진오의 딸인 공주가 말한 대로 오지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자고 서로 부추겼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옷, 즉 튜닉과 장포를 주고, 금병에 담긴 감람 기름을 주어 강가로 데려가 씻겨 주었다. 오지수는 공손하게 이르되,
「얘들아, 여기서 좀 떨어져서 기다려라. 내가 더러운 등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니라. 꽤 오래되었거늘. 부디 조용히 씻게 해 다오. 예쁜 아가씨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 부끄럽구나. 머리카락도 예쁘고.」
그래서 그들은 물러나서 여주인에게 말하였다. 그런 다음 오지수는 강물로 등과 어깨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머리카락에 붙은 바닷소금을 씻어 냈다. 그러나 그가 깨끗하게 씻고 기름을 듬뿍 바르고, 젊은 미혼 소녀가 준 옷을 입자, 지혜의 여신은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보이게 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자운화처럼 곱슬곱슬하게 자라게 하였다. 마치 지혜의 여신과 해필수가 숙련된 장인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은에 금을 부어 더욱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처럼,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는 바닷가로 가서 앉았다. 그의 잘생김은 눈부셨느니라.
소녀는 깜짝 놀라 단정하게 머리를 손질한 여종들에게 이르되,
「얘들아, 내 말 잘 들어라. 오림산에 사는 신들이 이 남자가 내 신과 같은 백성들과 만나기를 바라셨던 것이 틀림없다. 전에는 가난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하늘에 사는 신 같구나. 나도 이런 남자, 여기 살면서 머물고 싶어 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구나. 자, 얘들아, 이제 이 낯선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라.」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소녀들은 복종하여 오지수에게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오지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마셨다. 그는 거의 굶주린 상태였다. 음식을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때 팔이 하얀 나우공주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그녀는 옷을 접어 수레에 싣고, 노새들에게 멍에를 씌운 다음 수레 안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오지수에게 분명한 지시를 내리되,
「낯선 이여, 준비하시오. 마을로 가셔야 하나이다. 그러면 우리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드리겠나이다. 똑똑해 보이시니 제 말대로 하시오. 들판과 농지를 지나갈 때, 당신은 소녀들과 함께 노새 뒤에서 재빨리 따라오시오. 제가 앞장서겠나이다. 그러면 양쪽에 경치 좋은 항구가 있고, 좁은 문이 있는 높은 성벽에 도착할 것입니다. 문 앞에는 곡선형 배들이 길을 따라 정박해 있는데, 각 배마다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나이다. 만남의 장소는 해신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데, 신전에는 땅속 깊이 박힌 무거운 돌들이 박혀 있나이다. 그곳에서 일꾼들은 배의 장비, 즉 밧줄과 돛을 만들고 노를 다듬나이다. 무릉도 사람들은 활쏘기에는 관심이 없나이다. 그들의 열정은 돛과 노, 그리고 배에 있으며, 그들은 그것으로 어둡고 회색빛 바다를 건너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서 저를 험담할까 봐 걱정이옵니다. 무례한 사람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저 덩치 큰 남자는 누구인가. 저 낯선 사람은 어디서 만났는가. 저 사람이 저 여자의 남편이 될까. 저 여자는 저 남자를 얻었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배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그녀를 꼭 안아 준 것이겠지. 그녀가 다른 곳에서 온 남자를 만났다면 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을 경멸하거든. 비록 많은 귀족 구혼자들이 있으나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나 같으면 결혼 전에 남자들과 너무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규칙을 어긴 여자를 비난하겠지. 그러나 잘 들어 보시오, 나그네여.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 드리겠나이다. 길가에 미루나무 숲이 있나이다. 그곳에는 샘물이 있고 주변에는 초원이 펼쳐져 있지요. 그곳은 지혜의 여신의 땅이옵니다. 아버지가 과수원과 영지를 가지고 계신 곳이지요. 사람 목소리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거기 앉아서 내가 마을에 있는 아버지 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내가 도착하였다고 생각되면, 계속 걸어가서 위대한 아버지, 알진오 왕의 궁전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오.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주 어린아이도 그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 집은 무릉도의 다른 집들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안뜰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 곧장 큰 홀로 가시오. 어머니께서 벽난로 옆에서 불빛을 받으며 놀라운 자주색 양털을 잣고 계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기둥에 기대어 서 계시고, 그 뒤에는 노비들이 서 있지요.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바로 옆에 왕좌에 앉아 신처럼 포도주를 홀짝이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지나쳐 어머니의 무릎에 엎드려 간청하시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잘해 주시고 마음속으로 당신을 좋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집으로,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빛나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재촉하였다. 노새들은 강물을 떠나 발굽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갔다. 그녀는 노비들과 위대한 오지수가 걸어갈 수 있도록 천천히 노새를 몰았다. 해가 지고 있을 때 그들은 지혜의 여신의 유명한 신전인 숲에 도착하였다. 오지수는 그곳에 앉아 곧바로 전능한 상제의 딸에게 기도하되,
「상제의 딸이시여, 불굴의 여왕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땅을 뒤흔드는 신이 저를 파멸시킬 때 당신께서 저를 도우셨다면, 그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 무릉도에서 따뜻하게 맞아 주시옵소서.」
지혜의 여신은 그의 기도를 들었으나, 오지수가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오지수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니라.
==제7권 마법의 왕국==
이에 오지수 장군은 인내심을 가다듬고 자리를 펴고 앉아 하늘에 기도를 올리니라. 그 사이에 튼튼하고 준수한 노새들이 소녀를 실어 마을로 향하니, 소녀는 마침내 아버지 궁궐 문 앞에 이르렀도다. 그의 오라버니들은 마치 불멸의 신선처럼 모여들어 노새의 마구를 벗기고 옷을 안으로 들여놓았으며, 소녀는 제 방으로 들어가니라. 늙은 여종 에우리메두사가 이미 불을 피워 두었는데, 이 여인은 오래전 배를 타고 아페이레에서 끌려온 이였도다. 백성들이 왕을 신처럼 받들어 절하므로 그녀를 왕에게 바쳤으며, 일찍이 어린 나우공주를 돌보던 그가 이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마련하노라.
오지수는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니, 지혜낭자께서 친절히 안개로 그를 감싸 사람들의 무례한 물음으로부터 보호하시니라. 아름다운 도시에 거의 다다르매, 눈빛이 초롱초롱한 지혜낭자가 젊고 미혼인 처녀 모습으로 물항아리를 들고 나와 그를 맞이하니, 그의 앞에 멈춰 섰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아이야, 이 땅을 다스리시는 알진오 대왕의 집까지 나를 인도하여 주겠느냐? 나는 고된 세월을 보내어 먼 곳에서 왔으니, 이방인이요 이 마을과 그 주변에는 아는 이가 없도다.”
여신이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하시되,
“이방인아, 네가 원하는 곳으로 모시리라. 왕은 내 아비 집 근처에 거하시니라. 그러나 조용히 걸으며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묻지 말지어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낯선 이를 달가워하지 아니하나, 스스로는 바다를 건너기를 즐기노라. 해신께서 그들에게 배를 날개처럼, 생각처럼 빠르게 하시었도다.”
여신이 그를 인도하니 그는 그 발걸음을 따르매, 바다를 누비는 무릉도인들은 그가 마을을 지남을 보지 못하였으니, 위대한 여신이자 땋은 머리의 지혜낭자께서 마법의 안개로 그를 보이지 않게 하셨기 때문이라. 그는 배와 항구, 귀족들의 회합 장소와 꼭대기에 말뚝을 박아 세운 높은 성벽을 보고 크게 놀라 탄식하였도다. 과연 놀라운 광경이로다!
마침내 왕의 웅장한 궁전에 이르니, 신성한 지혜낭자가 윙크하며 이르시되,
“이리 오라, 이방인아. 여기가 네가 데려다 달라 한 집이니라. 왕과 왕비는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실 것이니, 겁내지 말고 들어가거라. 용맹한 자는 어떤 모험에서도 성공하는 법이니, 멀리서 온 이라도 마찬가지니라. 먼저 왕비에게 인사하라. 그 이름은 아례희라. 왕과 왕비는 도화원주라는 공통 조상을 두었도다. 에우리메돈은 오래전 거인족의 왕이었으나 오만하고 사악하여 제 백성을 죽이고 스스로도 죽임을 당하였느니라. 그의 막내딸 비려화는 매우 아름다웠고, 해신께서 그와 동침하여 도화원주를 낳으시니 그가 이 무릉도의 왕이 되었도다. 그에게 두 아들이 있어 우리의 왕 알진오와 락선우라. 아로왕께서 락선우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없이 그를 쏘아 죽이시니, 딸 아례희를 남기셨고, 숙부인 알진오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도다. 어떤 여인도 그녀만큼 존경받지 못하니, 왕은 그녀를 공경하고 자녀와 백성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우리는 그녀를 여신처럼 받들어 마을을 지날 때면 손가락질하며 바라보노라. 그녀는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나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분쟁을 해결하니, 만일 그녀가 너를 호의로 여기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이같이 눈빛이 반짝이는 지혜낭자는 그를 떠나 아름다운 도화원을 지나 지칠 줄 모르는 바다를 건너 마라톤과 아테네로 향하여 어륵태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시니라.
오지수는 왕궁에 다가가 청동으로 된 문턱에 서서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스쳐 보내니, 위대한 왕의 궁전은 높고 햇살이나 달빛처럼 빛났도다. 입구에서 침실까지 벽은 온통 청동으로 되어 그 위에 푸른 띠가 둘려 있었고, 금빛 문이 궁전을 지키며, 은 기둥이 문턱에서 솟아나고 상인방은 은이요 손잡이는 금이었도다. 양쪽에는 해필수께서 뛰어난 솜씨로 만드신 은과 금의 개들이 서서 용맹한 알진오 왕의 집을 지키는 불멸의 수호라. 문에서 안쪽 방까지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의자가 놓이고 여인들이 수놓은 부드러운 덮개가 덮여 있어, 무릉도의 귀족 남녀들이 앉아 먹고 마시며 풍족한 삶을 누리니라. 금으로 만든 소년 조각상들이 받침대 위에 서서 손에 불타는 횃불을 들고 밤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홀을 밝히고, 왕의 집에는 쉰 명의 여종이 있어 어떤 이는 맷돌에 노란 곡식을 갈고 어떤 이는 천을 짜며 바스락거리는 미루나무 잎처럼 빠른 손가락으로 실을 잣아 짜인 천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노라. 무릉도 남자들이 배를 띄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듯이, 그곳 여인들은 지혜낭자 여신께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 뛰어난 지성과 기술을 내리시어 직조 솜씨가 탁월하니라.
문 밖 안뜰에는 울타리로 둘린 오천 평 크기의 과수원이 있어 키가 큰 나무들이 과일로 가득하고, 선명한 사과의 빛깔과 배·석류·달콤한 무화과·탐스러운 감람이 주렁주렁 열리니, 겨울이나 여름에도 과일이 떨어지거나 시들지 아니하고 일 년 내내 열매가 자라니라. 서풍이 항상 불어와 과일을 살찌우고 익히니, 배는 익어가고 사과는 사과대로, 포도는 포도대로, 무화과는 무성하게 열리도다. 비옥한 포도밭도 조성되어 따뜻한 쪽 평평한 경사면에서 포도를 햇볕에 말리고, 포도송이를 따서 밟아 으깨면 덜 익은 것은 꽃잎을 떨어뜨리고 익어가는 것은 보라색으로 물드니라. 샘물이 둘 있어 하나는 정원 전체를 흐르고 다른 하나는 안뜰 문턱에서 궁전 쪽으로 솟아나와 사람들이 식수를 긷노라. 이처럼 신들께서 알진오 왕의 집에 아름다운 선물을 내려 주셨도다.
오랜 세월 고난을 견뎌 온 강인한 오지수는 그곳에 서서 놀라움에 휩싸여 바라보다가 재빨리 궁전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라. 무릉도의 위엄 있는 지도자들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허명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술을 올리거늘, 오지수는 지혜낭자께서 만드신 안개로 변장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아례희와 왕에게 다가가 아례희의 무릎을 껴안으니, 순식간에 마법의 안개가 흩어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나매 모두가 놀라 침묵에 잠겼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락선오의 딸 아례희 왕비시여, 나는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었나이다. 왕비님과 왕세자님, 그리고 이곳에서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 간청하오니, 신들께서 왕비님의 삶을 축복하시고 자녀들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내가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족이 너무나 그리워 너무 오래 떠나 있어 가슴이 아프나이다.”
그는 화롯가 재 속에 앉으니 모두가 침묵을 지키다가 예개우가 입을 열었도다. 그는 무릉도의 원로 정치가이자 웅변에 능하고 학식이 풍부한 이로서 돕고자 하여 말하되,
“알진오여, 그대도 알다시피 낯선 이를 화롯가 재 속에 앉혀 두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모두가 그대의 명령을 기다리니, 그를 일으켜 은 의자에 앉히고 포도주를 따르게 하며,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하녀는 창고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야 하리라.”
이에 알진오는 오지수의 손을 잡고 재 속에서 일으켜 세워 가장 아끼는 아들 나도만에게 자리를 비키라 명하고 자신 옆에 앉히니라. 여종이 금 항아리에 물을 담아 손을 씻기고 은그릇에 물을 따르며 윤이 나는 나무 탁자를 가져오고, 천한 노비가 빵과 고기가 가득한 접시를 바치니, 반쯤 굶주리고 기진맥진한 영웅이 먹고 마셨도다.
위엄 있는 알진오 왕이 술꾼 본도수에게 이르되,
“가서 그릇에 술을 섞어 모든 손님에게 따라 주어라. 그리하여 고통받는 자를 축복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술을 바치게 하라.”
소년이 달콤하고 맛있는 술을 섞어 모든 이의 잔에 따르고 먼저 신들에게 올리니, 제물을 바치고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신 후 알진오가 말하되,
“들으소서, 신들이시여. 내 마음이 명하는 바를 들으소서. 잔치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드소서. 새벽이 되면 최고의 병사들을 더 불러 모아 이 낯선 이를 우리 궁전에 모시고 신들에게 훌륭한 제물을 바치리라. 그의 여정을 어떻게 도울지 계획하여 손님이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길에서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집에 도착하게 하리라. 집에 도착하면 태어날 때부터 운명과 무거운 존재들, 곧 방직공들이 정해 놓은 모든 것을 견뎌야 하리니. 그러나 만일 그가 불멸의 존재요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신들께서 방식을 바꾸셨도다. 예전에는 우리가 엄청난 제물을 바치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 가운데 앉아 음식을 먹으셨으며, 우리 중 단 한 사람이 길을 걷다 만나더라도 숨지 아니하셨느니라. 우리는 거인족이나 독안거인족처럼 가까운 친구였도다.”
오지수는 신중히 헤아린 후 아뢰되,
“알진오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주소서. 나는 하늘의 불멸의 신들과 같지 아니하며, 키도 보통이요 사람처럼 보이니라. 고통에 있어서는 그대가 아는 가장 고통받는 이와도 견줄 만하며, 내가 겪은 수많은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신들께서 그리 뜻하셨도다. 그러나 슬픔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허락하여 주소서. 배는 마치 낑낑대는 개와 같아 아무리 피곤하거나 슬픔에 잠겨도 배를 채우라 애원하나이다.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나 배는 항상 먹고 마시라 재촉하여 겪은 고통을 잊고 배를 채우라 하니라. 내일 새벽, 이 모든 고통 끝에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재산과 노비와 집을 바라보며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소서.”
모두가 낯선 이의 말이 일리 있다 여기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동의하니, 신들에게 음료를 바치고 원하는 만큼 마신 후 모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오지수는 연회장에 남아 아례희와 신과 같은 알진오 옆에 앉아 있었으며, 연회 음식은 노비들이 치우고 있었느니라.
하얀 팔을 가진 아례희가 그가 입은 멋진 옷, 자신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짠 장포와 저고리를 알아차리고 말이 날개를 단 듯 전하여 이르되,
“낯선 이여, 내가 먼저 말을 걸겠노라. 어디에서 왔으며, 그 옷은 누가 주었느냐? 바다를 떠내려 왔다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가 신중히 말을 골라 대답하되,
“폐하,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신들께서 내게 너무나 많은 시련을 안겨 주셨기 때문이니이다. 이것만 아뢰겠나이다. 먼 바다에 옥기섬이라는 섬이 있어 그곳에는 태락의 딸이요 매끄러운 땋은 머리의 강력한 여신, 교활한 립선이 살고 있나이다. 그는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상제께서 내 배를 낚아채 밝은 번개와 함께 포도주빛 바다 위로 갈라놓으시매 나는 홀로 그의 집으로 향하였나이다. 동료 용맹한 친구들은 모두 죽었고, 배의 용골을 껴안고 열흘 동안 표류하다가 열 번째 밤 신들께서 나를 데려가 아름답고 강력한 여신 립선의 고향인 옥기섬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그는 나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죽음과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맹세하였으나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곳에서 칠 년을 보내며 그가 신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주었으나 항상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나이다. 마침내 팔 년이 되어 상제 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마음도 바뀌어 나를 튼튼히 묶은 나무 뗏목에 태워 보내되 음식과 달콤한 포도주, 신들이 입을 법한 옷을 갖추어 주고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도 보내 주셨나이다. 나는 십칠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다가 십팔 일째 되는 날 당신 나라의 어두컴컴한 산들이 나타나매 너무나 기뻤으나 더 큰 불행이 닥쳐왔나이다. 해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나를 막고 바다를 휘저으시니 나는 흐느끼며 그곳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못하였나이다. 마침내 뗏목이 거대한 폭풍에 산산조각 났으나 이 깊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 여기까지 왔나이다. 곧바로 상륙하려 하였다면 바위에 부딪혀 다시 떠밀려갔을 것이니, 강어귀에 이를 때까지 헤엄쳐 가니 그곳은 상륙하기에 완벽한 자리처럼 보였나이다. 바람도 막아 주고 잔잔하며 파도도 전혀 없고 바위가 없었나이다. 거기에 털썩 주저앉아 거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력을 회복하려 애쓰다가 빗물로 채워진 강에서 기어 나와 강둑으로 가 덤불 속에 숨고 나뭇잎을 쌓아 덮었나이다. 어떤 신께서 깊은 잠을 내려 주시매 무거운 마음으로 밤새도록, 새벽부터 정오까지 나뭇잎 아래에서 잠을 잤나이다. 오후에 깨어 보니 해변에서 소녀들이 놀고 있었으며, 당신의 따님이 여신처럼 아름답고 그 노비들도 있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처럼 어린 소녀가 그리 분별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하였으니, 젊은이들은 보통 그리 사려 깊지 아니하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여 음식과 포도주를 주고 강에서 나를 씻겨 주며 이 옷도 주었나이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진실을 아뢰었나이다.”
알진오가 이르되,
“내 딸이 한 일 중 딱 하나만 잘못되었도다. 자네가 먼저 딸에게 간청하였으니 딸이 직접 여종들을 데리고 자네를 데려왔어야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조심스레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의 따님은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부디 그를 책망하지 마소서. 따님이 여종들을 데리고 오라 하였으나 나는 너무 부끄럽고 불안하여 왕께서 나를 보시면 불쾌해하실까 걱정하였나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의심하는 경향이 있나이다.”
왕이 대답하되,
“내 마음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타입이 아니니, 절제가 언제나 최선이로다. 지혜낭자·상제·아로왕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로다! 부디 여기에 머물러 내 딸과 결혼하여 내 아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노라. 원한다면 집과 재산을 주리라. 원하지 아니하면 의사에 반하여 이곳에 붙잡아 두지 아니하리니, 상제 신께서 그리 되기를 바라지 아니하시기를! 당신의 여정에 대해서는 내일 출발할 수 있도록 약속하노라. 편안하게 누워 잠들면 잔잔한 바다를 건너 고향이나 원하는 곳 어디든, 심지어 우보도 너머까지도 노를 저어 보내리라. 우리 백성들이 금발의 나달만을 가야의 아들 티우에게 데려다 줄 때 보았던 곳이니,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해안이라 하는데 그날 왕복하였어도 지치지 아니하였도다. 내 배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내 백성들이 노를 저어 바다를 얼마나 잘 가꾸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그 순간, 그토록 많은 고난을 견뎌 낸 오지수는 기뻐하며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시여, 알진오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의 명성이 영원히 땅 위에 빛나게 하시고, 내가 고향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소서.”
이 말을 듣자 백발의 아례희가 시종들에게 현관에 침대를 내놓고 그 위에 고운 자주색 담요를 깔며 덮개와 양털 이불을 덮으라 명하니,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재빨리 침대를 깔끔히 정리한 후 오지수를 불러 이르되,
“손님, 일어나 밖으로 나오소서. 침대가 준비되었나이다.”
오지수는 긴 모험 끝에 누마루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인 침대에서 잠들 수 있어 기뻤도다. 알진오는 아내 옆 방에서 잠들었으며, 아내는 그들의 침대를 정리하고 함께 잠을 잤느니라.
==제8권 시인의 노래==
곧 새벽이 밝아와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위엄 있고 거룩한 알진오 왕은 잠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시를 정복한 오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축복받은 위대한 알진오 왕은 배를 타고 손님을 페아키아 회의장으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왕실 사자처럼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지수의 귀향길을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은 차례로 각 사람 곁에 서서 이르되,
「나리여, 회의 장소로 오셔서 우리 왕궁을 방문한 손님에 대해 알아보십시오. 바다를 떠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멸의 신처럼 보이옵니다.」
이렇게 지혜의 여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웠고, 곧 회의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라에르테스의 영리한 아들을 본 군중은 감탄하였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신비로운 마법을 걸어 주었고,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무릉도인들은 그가 앞으로 치러질 여러 가지 기량 시험을 통과할 때 그를 환영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니라.
사람들이 모이자 알진오는 그들에게 연설을 시작하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족장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 마음의 소명을 너희에게 말하리라. 이방인 한 사람이—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나—서쪽이나 동쪽에서 방황하다가 내 집에 나타났다. 그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간청하고 기도한다. 우리가 전에 다른 손님들을 도왔던 것처럼 그를 도우자. 내 집에 손님을 머물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항상 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배를 띄워 첫 항해를 시작하게 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쉰두 명을 선원으로 뽑아 노를 벤치 옆에 묶어 두자. 그리고 해안으로 돌아와 내 집으로 오너라. 젊은이들은 서둘러 잔치를 준비하라. 내가 풍족하게 음식을 준비하리라. 그리고 너희 영주들도 나와 함께 그를 환영해 주렴. 거절하지 말라. 시인 데모도쿠스도 초대해야 한다. 신의 은총을 받은 자이니 그가 부르는 노래는 무엇이든 듣기 좋을 것이다.」
그가 앞장서서 갔다. 귀족들은 그와 함께 갔고, 하인은 시인을 데려왔다. 왕의 명령대로 정예 젊은이들 쉰두 명은 해안으로 갔다. 그들은 거친 바닷물에 이르러 검은 배를 물에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가죽 끈에 노를 하나씩 묶어 질서정연하게 고정하였다. 흰 돛을 활짝 펼치고 배를 물 위에 정박시켰다. 그런 다음 그들은 왕의 웅장한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홀과 회랑은 노인과 젊은이들로 가득하였다.
알진오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양 열두 마리와 은빛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 여덟 마리, 그리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 두 마리를 잡았다. 그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잔치를 준비하였다. 하인은 뮤즈가 숭배하는 시인을 데려왔다. 뮤즈는 그에게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 두 가지를 주었다. 그의 시력을 빼앗았으나, 아름다운 노래를 주었느니라.
술 장수는 은으로 장식된 의자를 가져와 모든 손님들 가운데 기둥에 기대어 세웠다. 그리고 못에 시인의 리라를 머리 위에 걸어 두고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시종은 시인 옆에 탁자를 차리고 빵 바구니와 와인 한 잔을 놓아 원할 때마다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자 뮤즈는 시인에게 하늘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유명한 일화, 아킬레우스와 오지수의 다툼에 대한 노래를 부르도록 하였다. 화려한 제사 잔치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었는데, 건웅은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기뻐하였다. 건웅이 피토의 신탁소에 가서 입구 돌을 넘어 신탁을 구할 때, 아폴론이 상제의 계략으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에게 고통이 시작될 것이라 예언하였기 때문이니라. 유명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건장한 손으로 무거운 자주색 장포를 집어 얼굴을 가렸다. 그는 자신이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래꾼이 노래를 멈출 때마다 오지수는 눈물을 닦고 장포를 끌어내린 후 신들을 위해 잔에서 포도주를 한 방울 따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릉도의 귀족들은 음유시인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 재촉하였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좋아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음유시인은 다시 노래를 시작하였고, 오지수는 신음하며 장포 아래로 얼굴을 숨겼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알진오만이 그의 눈물을 보고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이르되,
「폐하들이여, 우리는 이미 잔치에 대한 소망과 잔치의 동반자인 리라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켰나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모든 운동 경기를 준비합시다. 그러면 손님이 집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권투, 씨름, 높이뛰기, 달리기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소년이 앞장섰고, 다른 사람들도 뒤따랐다. 소년은 리라를 걸이에서 내려 데모도쿠스의 손을 잡고 경기를 구경하러 나온 군중 속으로 그를 이끌고 나갔다. 그곳에는 아크로네우스, 오키알루스, 엘라트레우스, 나우테우스, 토온, 안키알루스, 에레트메우스, 아나베시네우스, 폰테우스, 프림네우스, 프로레우스, 폴리나우스의 아들이자 테크톤의 손자인 암피알루스, 그리고 나우볼루스의 아들인 에우리아루스 등 많은 젊은 운동선수들이 서 있었다. 에우리아루스는 아레스처럼 파멸의 신으로 불렸다. 그는 외모와 힘에 있어서 나도만 다음으로 무릉도에서 가장 뛰어났다. 위대한 알진오의 세 아들, 나도만, 신과 같은 클리토네우스, 그리고 할리우스가 일어섰다.
먼저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줄을 서서 트랙을 따라 순식간에 질주하여 들판의 먼지를 일으켰다. 클리토네우스는 단연코 단거리 달리기에서 최고였다. 그는 노새가 쟁기질한 밭의 길이만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관중석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잔혹한 레슬링 경기가 이어졌는데, 에우리아루스가 가장 뛰어났다. 암피알루스는 멀리뛰기에서 탁월하였다. 그리고 원반던지기에서는 단연 엘라트레우스가 최고였다. 왕자 나도만은 권투에 뛰어났다. 그들은 모두 경기를 즐겼다.
그들이 이야기를 마치자, 알진오의 아들 나도만이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제 저 낯선 사람에게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야겠소. 체격이 좋고, 다리와 팔, 목이 튼튼하군. 고난을 겪었으나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이는군. 아무리 강했던 사람이라도 바다만큼 사람을 꺾을 수는 없소.」
에우리아루스가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네 말이 맞소. 직접 그에게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소.」
알진오의 고귀한 아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모두 가운데로 일어나 오지수를 부르되,
「이리 오시오. 자, 자네도 우리 경기를 해 보는 게 어떻소. 운동을 할 줄 안다면 말이오. 그럴 것 같소. 한평생 동안 손과 발로 이루어 낸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소. 그러니 걱정은 잊고 한번 해 보시오. 배가 출항하였으니 곧 항해를 시작할 것이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소.」
오지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어찌하여 이런 도전을 하며 나를 조롱하는가. 내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지, 경기에 얽매여 있지 아니하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겪었기에 이제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여기 앉아 당신의 왕과 백성들에게 내 소원을 들어 달라 기도하고 있다.」
에우리아루스는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자네는 운동 경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자네 같은 놈은 잘 안다. 상선 선원들의 선장인 자네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화물과 화물에만 신경 쓰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만 챙긴다. 자네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얼마나 오만한 소리를 하는가.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몸과 마음, 말솜씨를 축복으로 주지 아니한다. 어떤 사람은 허약하나 신의 축복을 받아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말은 침착하고 위엄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그가 마을을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은 신과 같은 외모를 가졌으나 말솜씨는 형편없다. 자네도 마찬가지다. 자네는 겉모습은 훌륭하나, 신조차도 자네의 몸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네의 정신은 불구다. 자네의 터무니없는 말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나는 스포츠와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 아니하다. 젊었을 때는 강한 팔을 믿고 항상 일등이었다. 지금은 고통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나는 전쟁의 고통을 견뎌 냈고, 바다의 위험을 헤쳐 왔다. 그러나 자네는 나에게 도전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고통스럽지만 나는 경쟁하리라.」
그러자 그는 장포를 걸친 채 뛰어올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거대한 원반을 움켜쥐었다. 그는 몸을 돌려 팔을 뒤로 젖혔다가 건장한 손으로 원반을 던졌다. 원반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노 젓기에 능했던 무릉도인들은 원반의 궤적 아래 몸을 숙여 움츠렸다. 원반은 다른 말뚝들을 훨씬 넘어 날아갔다. 지혜의 여신은 그 지점을 표시하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이르되,
「낯선 이여, 눈먼 사람이라도 더듬어 이 표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표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축하해도 좋다. 너희가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였고, 그 누구도 너희만큼 멀리, 더 멀리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오지수는 자신을 지지해 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젊은 무릉도인들에게 이르되,
「이것에 한번 도전해 보시오. 할 수 있다면, 더 멀리, 혹은 똑같이 멀리 또 한 번 던져 보겠소. 당신들이 나를 화나게 하였으니, 어떤 운동이든 해 보겠소. 어서. 권투든, 씨름이든, 달리기든, 누구와든 시합할 수 있소. 다만 나도만만은 예외로 하오. 그는 나의 주인이니. 누가 친구와 싸우겠소. 낯선 땅에서 자신을 환대해 준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자는 무가치하고 어리석은 자이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이오. 그러나 나는 당신들 중 누구와도 시합할 수 있소. 내 실력을 시험해 보시오. 당신들의 실력도 알려 주시오. 나는 어떤 운동에도 약하지 아니하오. 나는 잘 다듬어진 활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소. 많은 동료들이 내 옆에서 화살을 쏘아 올렸으나, 나는 언제나 적군 무리에서 가장 먼저 적을 쏘아 올렸소. 토래성에서 아카이아인들이 활을 쏠 때, 나보다 뛰어난 자는 단 한 명뿐이었소. 필록테테스. 지상에서 빵을 먹고 사는 다른 인간들은 모두 나보다 활 솜씨가 형편없나이다. 그러나 저는 헤라클레스나 에우리토스처럼 신들과 활쏘기 시합을 하려던 초인적인 궁수들과는 경쟁하지 않겠나이다. 아폴론은 그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격노하여 그를 죽였나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죽었고, 고향에서 장수하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다른 이들이 화살로 맞추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 창을 던질 수 있나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여러분 중 누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느냐일 뿐이옵니다. 저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체력이 떨어지고 다리가 약해져서 평소처럼 운동을 할 수 없었나이다.」
군중은 침묵하였으나, 알진오가 이르되,
「각하여, 아주 훌륭한 예의로 당신의 재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망과, 이 경기장에 나와 당신을 조롱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나이다.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 잘 들어 보시오. 집에 돌아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잔치를 벌일 때, 당신의 훌륭한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 조상 대대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모든 업적을 기억하시오. 우리는 씨름이나 권투에는 뛰어나지 아니하나, 달리기에는 빠르고 배를 다루는 데는 최고이옵니다. 우리는 잔치, 리라 연주, 춤, 다양한 옷차림, 따뜻한 목욕과 잠자리를 좋아하나이다. 자, 이제 무릉도 최고의 무용수들이 공연하게 하시오. 손님께서 집에 돌아가셔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항해술, 달리기, 춤과 노래에 얼마나 뛰어난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오. 데모도쿠스에게 줄 리라를 안에서 가져오시오. 어서 가시오.」
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시종이 리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홉 명의 심판을 뽑았다. 그들은 춤을 출 수 있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그 주위에 넓은 원을 만들었다. 시종이 데모도쿠스에게 리라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젊고 잘 훈련된 소년들을 대동하고 원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들은 발을 구르며 신성한 춤을 추었고, 그들의 빠른 다리는 빛났다. 오지수는 그 광경에 경탄하였다.
시인은 리라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왕관을 쓴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에게 품은 사랑에 대한 매혹적인 노래를 불렀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주었고, 해필수의 침대를 더럽혀 둘이 몰래 관계를 맺었다. 태양신은 그 모습을 보고 해필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해필수에게는 쓰디쓴 소식이었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대장간으로 가서 거대한 모루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결코 끊어지거나 풀릴 수 없는 튼튼한 사슬을 두들겼다. 그는 아레스에게 몹시 화가 났다. 덫을 만든 후, 그는 사랑하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기둥 주위에 엉킨 케이블을 감고, 가느다란 거미줄처럼 천장에 매달았다.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신들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 솜씨는 정말 기발하였다. 침대에 덫을 설치한 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문명화된 도시 렘노스로 갔다.
황금 기사 아레스는 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기적을 행하는 해필수가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강력한 아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 아레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내 사랑이여, 우리 함께 잠자리에 들자. 해필수는 마을을 떠났느니라. 이상한 언어를 쓰는 신티아인들을 만나러 렘노스에 갔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와 함께 눕고 싶어 흥분하였고, 둘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해필수가 만든 사슬이 그들을 단단히 묶어 움직일 수도, 일어설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저는 신은 가까이 다가왔다. 렘노스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마음이 괴로워하며 그는 집으로 향하였다. 문간에 서 있던 그는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모든 신들을 부르되,
「오, 아버지 상제여, 그리고 영원히 살아 계시는 모든 축복받은 신들이여, 보십시오. 웃으셔도 좋으나, 참기 힘드나이다. 상제의 딸인 아프로디테가 절름발이인 저를 어떻게 무시하는지 보십시오. 그녀는 파괴적이고 강하고 잘생긴 아레스를 사랑하나이다. 저는 약하나이다. 부모를 탓하나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러나 보십시오, 저 둘이 제 침대에서 연인처럼 자고 있나이다. 저는 그 광경에 소름이 끼치나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이 깊더라도 그들은 더 이상 저렇게 누워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곧 깨어나고 싶어 하겠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제가 딸을 위해 지불한 값을 갚을 때까지 제 덫과 사슬이 그들을 꽉 붙잡아 둘 것이옵니다. 그녀의 눈은 마치 개처럼 저를 쳐다보나이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우나, 자제력이 부족하나이다.」
신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 땅을 흔드는 해신, 도움을 주는 헤르메스, 그리고 아폴론이 있었다. 여신들은 수줍음 때문에 집에 머물렀다. 좋은 것을 주시는 축복받은 신들이 문간에 서 있다가 해필수가 설치한 기발한 함정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바라보며 서로 이르되,
「죄는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느린 자가 빠른 자를 이길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하고 느린 해필수가 자신의 솜씨로 오림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를 잡았으니 말이다. 아레스는 간음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들은 수군거렸다. 그때 상제의 아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이르되,
「내 형제 헤르메스여, 황금빛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녀의 침대에서, 비록 무거운 사슬에 묶여 있더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령 헤르메스가 대답하되,
「아, 활의 신 아폴론 형제여,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세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히 묶여서 당신들 신들과 당신들의 모든 아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라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그러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직 해신만이 웃지 아니하였다. 그는 해필수에게 아레스를 풀어 달라 간청하고 애원하였다. 그는 기적을 행하는 신에게 이르되,
「이제 그를 놓아 주소서. 당신이 부탁하신 대로 그는 신들 사이에서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옵니다.」
유명한 절뚝거리는 신이 대답하되,
「해신이여,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악당들을 풀어 주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레스가 속박과 빚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어찌 당신을 묶을 수 있겠소.」
지진의 신 해신은 그에게 대답하되,
「해필수여, 만일 그가 이 빚을 피하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갚겠소.」
절뚝거리는 신이 이르되,
「그렇다면 당신께 대한 예의로 당신의 부탁대로 하겠소.」
그래서 해필수는 온 힘을 다해 사슬을 풀었다. 두 연인은 속박에서 벗어나 둘 다 뛰어올랐다.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미소를 지으며 키프로스의 파포스 섬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향기로운 제단과 성소가 있었다. 은총의 여신들은 그곳에서 그녀를 씻기고 불멸의 존재들에게 빛을 발하는 마법의 기름을 발라 주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혀 주었다.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느니라.
그것은 시인의 노래였다. 오지수는 즐겁게 듣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알진오는 할리우스에게 나도만과 춤을 추라 하였다. 그들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장인 폴리부스가 만들어 준 자주색 공을 가져갔다. 한 소년은 뛰어올라 공을 구름 위로 던지고, 다른 소년은 발을 땅에서 떼고 뛰어올라 착지하기 전에 공을 쉽게 잡았다. 그들은 공을 똑바로 위로 던지는 연습을 한 후, 비옥한 땅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 가며 춤을 추었다. 들판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소년들은 시끄럽게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었다.
그때 오지수가 이르되,
「많은 백성의 왕이시여, 위대한 군주시여, 당신의 무용수들이 최고라고 자랑하셨는데, 정말 그러하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보니 감탄스럽나이다.」
존경받는 왕은 그 말에 기뻐하였다. 그는 곧바로 백성들에게 이르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영주들, 그리고 귀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낯선 사람은 매우 현명해 보이옵니다. 그러니 주인이 손님을 우호적으로 대접하듯 선물을 줍시다. 우리 백성은 열두 명의 영주가 다스리고 있으며, 내가 열세 번째 영주이옵니다. 우리 각자는 귀한 금 한 파운드와 깨끗하게 세탁한 옷, 튜닉과 장포를 가져오시오. 그것들을 쌓아 올려 손님이 이 모든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식사에 참석하게 하시오. 에우리아루스는 그에게 사과하고, 그의 말이 부적절하였으니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 하옵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고, 각자 대리인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에우리아루스가 이르되,
「위대한 왕 중의 왕이신 알진오 폐하, 폐하의 명령대로 사과하겠나이다. 그리고 은 손잡이와 상아로 조각한 칼집이 있는 이 청동 검을 그에게 선물하겠나이다. 그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알진오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오지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오지수는 말을 쏟아내되,
「환영하나이다, 나리여. 우리 집에 머무르십시오. 혹시라도 무례한 말이 있더라도 바람에 날아가 버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신들이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받으셨으니 말입니다.」
오지수는 이르되,
「친구여, 잘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신들이 당신을 보호하시고, 당신이 제게 주신 이 검을 결코 잊지 않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등에 메었고, 해가 질 무렵 귀한 선물들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노비들은 선물들을 알진오의 집 안으로 옮겼다. 왕자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을 어머니인 왕비 옆에 쌓아 두었다.
알진오 왕은 모두를 집 안으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혔다. 그는 아례희에게 이르되,
「여보, 우리 집에서 가장 좋은 궤짝을 가져와서 그 안에 튜닉과 갓 세탁한 장포를 넣어 두시오. 청동 가마솥을 불 위에 올려 물을 끓여서 손님이 목욕할 수 있도록 하시오. 그런 다음 귀족들이 가져온 귀한 선물들을 보여 주고 연회와 노래를 즐기게 하시오. 나도 선물을 하나 준비하였소. 금으로 만든 화려한 잔인데, 값어치를 하오. 손님이 상제와 다른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때마다 나를 떠올려 주기를 바라오.」
아례희는 하인들에게 빨래할 큰 솥을 빨리 데우라 명령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물을 붓고 장작을 쌓았다. 불길이 솥 주위를 감싸며 물을 데웠다. 아례희는 자기 방에서 궤짝을 가져와 손님에게 줄 선물, 즉 그들이 준 옷과 금을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장포와 튜닉을 넣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르되,
「뚜껑을 잘 지키고 묶어 두시오. 그래야 검은 배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무도 당신을 훔쳐 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상실을 여러 번 겪어 본 오지수는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뚜껑을 닫고 키르케에게서 배운 교묘한 매듭으로 묶었다. 그러자 여종은 곧바로 그를 목욕탕으로 데려가 씻겼다. 그는 따뜻한 물을 보고 기뻐하였다. 곱슬머리 칼리프소의 집을 떠난 이후로 목욕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칼리프소는 그를 마치 신처럼 보살펴 주었다. 여종들은 그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준 다음 튜닉과 고운 양모 장포를 입혀 주었다. 깨끗하게 씻고 난 그는 남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 신처럼 아름다운 나우공주가 궁전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지수를 보고 깜짝 놀라 말을 쏟아내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낯선 이여. 그러나 집에 돌아가시면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은 제게 목숨을 빚지고 있나이다. 제가 먼저 당신을 도왔으니까요.」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나우공주여, 헤라의 남편이자 천둥의 신이신 상제께서 제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공주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그곳에서 영원히 신처럼 당신께 기도하겠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왕 옆에 앉았다. 이제 음식을 차리고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는데, 집사가 존경받는 시인 데모도쿠스를 연회장 중앙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데모도쿠스를 기둥에 기대어 앉혔다. 오지수는 재빨리 생각하여 기름이 듬뿍 붙은 돼지고기를 한 조각 잘랐다. 접시에는 고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집사에게 이르되,
「이 고기를 가져다가 데모도쿠스에게 전해 주어라. 비록 슬프나 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시인들은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느니라. 뮤즈는 그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고, 시인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집사는 데모도쿠스에게 고기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기쁘게 고기를 받았고, 모두들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배를 채우고 마신 후, 여러 계략을 꾸민 영리한 책략가가 이르되,
「데모도쿠스여,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내가 자네를 누구보다 칭찬하노라. 아폴론 신이 자네를 가르쳤거나, 아니면 상제의 딸인 뮤즈가 자네를 가르쳤나 보네. 자네는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겪었는지 마치 그곳에 있었거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게 들은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군. 그러니 에페이우스가 지혜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든 목마 이야기를 노래해 주게. 오지수는 그 목마를 끌어다 성채 안으로 끌고 들어가 병사들을 태워 도시를 약탈하였지. 자네가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면, 자네는 진정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
신이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영감을 준 것이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진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한편, 오지수는 목마 안에 병사들을 태워 토래성 성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토래성 사람들은 그 말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놓고는 어떻게 할지 의논하였다. 어떤 이들은 「칼로 나무를 내리쳐야 한다」 하고 말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더 높이 끌어올려 바위에서 던져 버려야 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신들을 달래기 위해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 말은 전사들로 가득 차 토래성 사람들에게 죽음을 안겨 주었고, 그 말은 토래성의 도시를 파멸로 이끌었다. 시인은 아카이아인들이 그 말에서 쏟아져 나와 골짜기에서 매복 공격을 가해 도시를 약탈하고, 흩어지면서 모든 동네를 파괴하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아레스처럼 오지수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데이포보스의 집을 찾아 달려갔고, 마침내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끔찍한 폭력을 통해 승리하였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눈물을 쏟았다. 그의 뺨은 마치 여인이 남편을 껴안고 통곡하듯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남편은 집과 자식을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 그녀는 남편이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맑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시신 위에 쓰러졌다. 남자들이 바로 뒤따라왔다. 그들은 그녀의 어깨를 창으로 찌르고 그녀를 노비로 끌고 가 고된 노동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하였다. 오지수 또한 그와 같은 절망적인 방식으로 울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알아챈 사람은 바로 옆에 앉아 그의 흐느낌을 들은 알진오뿐이었다. 그는 재빨리 선원들에게 이르되,
「파에아키아의 귀족 여러분, 잘 들으시오. 데모도쿠스는 리라 연주를 멈추고 내려놓아야 하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저녁 식사 시간부터 이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우리의 손님은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었나이다. 그의 마음은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나이다. 노래를 끝내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시오.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옵니다. 이 환송 잔치와 우리가 우정의 표시로 드리는 이 귀한 선물들은 우리의 귀빈인 그를 위한 것이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에 처한 손님을 자기 형제처럼 대할 것이옵니다. 나그네여, 이제 내 질문에 회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대답하시오. 솔직한 것이 가장 좋나이다. 부모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 주셨나이까.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을 어떤 이름으로 알고 있나이까. 부모는 모든 아이에게 태어날 때 이름을 지어 주기 때문에 세상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든 귀족이든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 당신의 민족, 당신의 도시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오. 그래야 우리 배들이 당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수 있나이다. 파에아키아 사람들은 당신의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나이다. 다른 배들처럼 키를 잡는 사람도, 방향타를 잡는 사람도 없소. 우리 배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마을과 비옥한 들판을 알고 있소. 안개와 구름 속에 숨어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르며 나아가지. 배는 손상이나 손실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오. 그러나 언젠가 아버지 도화원주가 해신 신이 우리가 손님들을 바다 건너로 데려다 주는 것을 미워하여 언젠가 우리 배가 돌아오는 길에 난파될 것이고, 거대한 산이 우리 마을을 가릴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소. 신께서 뜻대로 이 일을 이루실지, 아니면 이루지 않으실지는 신의 뜻대로 될 것이오. 자, 이제 당신의 방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시오. 당신이 본 장소, 사람들, 도시들을 묘사해 보시오. 어떤 곳은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손님을 환영하지 아니하였고, 어떤 곳은 신을 존중하며 방문객에게 친절하였소. 그리고 토래성에서 그리스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왜 그렇게 흐느껴 울었는지 설명해 보시오. 신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이 파괴를 계획하고 계산하였나이다. 토래성에서 누군가를 잃으셨나이까. 아내의 집안 사람, 어쩌면 장인이나 장모님일지도 모르나이다. 결혼이라는 인연은 혈연 다음으로 가장 끈끈하나이다. 아니면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아는 친구를 잃으셨을지도 모르나이다. 친구는 형제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나이다.」
==제9권 목동의 동굴에 있는 해적==
이에 교활하고 거짓의 달인 오지수가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신 알진오 폐하, 이처럼 재능 있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니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그의 목소리는 신과 같사옵니다. 온 백성이 연회에 모여 집 안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빵과 고기가 가득 쌓인 식탁에서 술꾼이 잔에 술을 따라 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제게는 이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이로소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 슬픈 이야기를 물으시니,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제 절망을 더욱 깊게 하나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하오며, 어디서 끝내야 하오리까? 신들께서 제게 너무나 많은 슬픔을 안겨 주셨나이다. 먼저 제 이름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리하여야 서로 알아갈 수 있고, 제가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제 먼 고향에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옵니다. 저는 교활한 속임수와 거짓말로 유명하나이다. 제 명성은 하늘에까지 닿으나, 저는 이곳에 살고 있나이다.”
흔들리는 숲 속에 네리톤 산이 숨어 있는 이탁도라. 가까이에는 둘리키움과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그리고 사메 등 다른 섬들이 있도다. 다른 섬들은 모두 새벽을 맞이하나, 나의 이탁도는 멀리 떨어져 어둠을 마주하고 있느니라. 험준한 땅이나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좋은 곳이라. 내 눈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나라는 없도다.
알다시피, 신성한 칼피소는 나를 동굴에 가두고 혼인하려 하였고, 마찬가지로 교활한 키르케도 나를 함정에 빠뜨려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하였도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이에게는 고향과 가족보다 더 달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제 토래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제께서 내게 일으키신 모든 고난을 이야기하리라. 강풍이 나를 항로에서 벗어나 이스마루스의 키코네스족 쪽으로 밀어내었도다. 나는 마을을 약탈하고 남자들을 죽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아내를 취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느니라. 그리고 나서 나는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그 어리석은 자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술을 과음하며 해변을 따라 양과 소를 죽이고 있었느니라.
키코네스족은 본토에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니, 그들은 강하고 수가 많으며 말을 잘 타고 필요하다면 걸어서도 싸울 수 있는 이들이라. 그들은 마치 봄 새벽에 잎사귀와 꽃이 피어나듯 몰려왔도다. 그때 상제 신께서 우리에게 불운을 내리시니, 불쌍한 우리로다! 적군은 배 주위에 모여 청동 칼을 휘두르며 싸웠느니라. 거룩한 아침 햇살이 밝고 강렬할 때,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아 내었으나, 해가 지고 소들이 풀려나는 시간이 되자 키코네스족은 우리 그리스인들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도다. 우리 배에서 잘 무장한 선원 여섯 명이 각각 죽었고, 나머지 육십 명은 살아남아 위험에서 벗어났느니라.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친구들에 대한 슬픔을 안고 출항 준비를 하였도다. 배를 띄우기 전에 우리는 키코네스족의 손에 학살당한 불쌍한 동료들을 세 번씩 큰 소리로 불렀느니라.
구름의 신 상제께서 북풍을 우리 배들을 향해 맹렬한 태풍처럼 몰아쳐 바다와 땅을 안개로 뒤덮으시니, 밤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덮치고 배들은 옆으로 기울어졌도다. 돛은 강풍에 세 번이나 찢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우리는 돛을 내리고 온 힘을 다해 해안을 향해 노를 저었느니라. 우리는 이틀 밤낮을 그곳에서 지쳐 쓰러질 듯 괴로워하며 보냈도다.
밝은 새벽이 세 번째 아침을 가져다주자, 우리는 돛대를 세우고 빛나는 돛을 펼치고 배에 올랐느니라. 바람은 곧장 불고 항해사들은 키를 잡았도다. 나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이나, 말레아 섬을 돌아서자 시속 팔십 도의 해류와 강풍이 나를 키테라 섬에서 칠십 도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었느니라.
아홉 날 동안 나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폭풍우에 휩쓸려 헤매었도다. 열흘째 되는 날, 나는 연꽃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우리는 물을 길어 올리고 선원들은 음식을 준비하였으며, 식사를 하고 배 옆에서 소풍을 즐긴 후,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골라 정찰을 보내어 그 섬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내게 하였도다.
정찰병들은 인간, 곧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정찰병들을 해치지 아니하고 그저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나눠 주었을 뿐이라. 그러나 열매를 먹자 정찰병들은 돌아와 내게 소식을 전할 의욕을 잃었으며, 그곳에 머물며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였도다. 고향을 잊어버린 것이니라. 나는 눈물 흘리는 그들을 끌고 돌아와 텅 빈 배에 억지로 태워 갑판 아래로 밀어 넣고 묶었으며, 충성스러운 다른 남자들에게는 배로 돌아가라고 명하였느니라. 더 이상 아무도 연꽃 열매를 맛보고 목적지를 잊지 않도록 함이로다.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회색빛 물을 노로 저었도다.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여 고결한 독안거인, 곧 독불장군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였느니라. 그들은 신들을 믿었도다. 그들은 씨앗을 심지도 않고 밭을 갈지도 아니하나, 상제의 비 덕분에 보리와 곡식과 포도송이가 모두 무성하게 자라느니라. 그들은 회의도 열지 않고 공통된 법률도 없으며, 높은 산꼭대기의 동굴에서 살면서 각자 아내와 자녀를 위해 법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아니하느니라.
이 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섬이 있는데, 항구에서 비스듬히 물을 건너면 평평하고 숲이 우거진 섬이 있도다. 수많은 염소들이 그곳에 살지만 사람들은 결코 찾아오지 아니하며, 사냥꾼들은 숲을 헤치고 언덕진 봉우리를 오르려 애쓰지 아니하느니라. 양 떼도 없고 밭도 없으며, 그곳은 모두 경작되지 않고 씨를 뿌리지 않았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오직 염소들만이 그곳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느니라.
키클로프 사람들은 붉은 뺨을 가진 배도 없고, 다른 도시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공도 없었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서로를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나, 배만 있었다면 그들은 이 섬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비옥한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니라. 회색빛 해안가에는 물이 풍부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포도나무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며, 쟁기질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어 가을에는 풍성한 작물이 자랄 것이고, 땅속에는 비옥한 자원이 있을 것이로다. 항구는 닻을 내리기에 좋은 곳이라 닻돌이나 밧줄, 케이블도 필요 없을 것이며, 그곳 해안에 정박한 배들은 선원들이 떠나고 싶어 하고 순풍이 불 때까지 안전하게 해변에 정박해 있을 수 있으리라. 항구 입구 근처에서는 백사십 개의 민물이 동굴 아래로 솟구쳐 내려가고, 그 주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느니라.
우리는 그곳으로 항해하였도다. 신들께서 어둠 속에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니, 짙은 안개가 배를 감싸고 하늘의 달은 어둡고 구름에 가려져 섬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우리가 해변까지 노를 저어 갈 때까지는 아무도 육지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볼 수 없었으며, 우리는 모든 돛을 내리고 해안에 상륙하여 잠이 들었도다.
이른 새벽이 장밋빛으로 물들자, 우리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그 섬을 돌아다녔느니라. 위대한 상제 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 우리 선원들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산양들을 쫓아 내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우리는 배에서 창과 활을 가지러 달려가 세 무리로 나뉘어 조준하고 쏘았으며, 어떤 신께서 우리에게 좋은 사냥감을 주셨느니라. 열두 선원 모두 각자 염소 아홉 마리씩을 가지고 있었고, 내 선원들은 열 마리를 가졌도다. 우리는 해질녘까지 그곳에 앉아 고기를 먹고 독한 붉은 술을 마셨으며, 배에 실린 술은 아직 떨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키코네스족의 신성한 요새를 약탈했을 때 우리는 모두 커다란 항아리에 술을 가득 채워 가져왔기 때문이니라.
우리는 좁은 해협 건너편에 있는 키클로픽 섬을 바라보았으며, 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양과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도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누워 잠을 잤느니라.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선원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충성스러운 친구들이여!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 남아 있거라. 나는 배와 선원들을 이끌고 가서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이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침략자인지, 아니면 낯선 사람을 환영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리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배에 올라타 선원들에게 나와 함께 가자고 한 다음 배의 밧줄을 풀었도다. 그들은 재빨리 벤치에 앉아 노를 저어 하얗게 물든 물을 가르며 나아갔으며, 여정은 그리 길지 아니하였느니라.
육지 끝자락, 바닷가 바로 옆에 도착하니 월계수 나무가 드리워진 높은 동굴이 보였도다. 그곳에는 여러 무리의 양과 염소가 살고 있었으며, 동굴 주변에는 돌을 깊게 박아 만든 높은 마당이 있고 키 큰 소나무와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느니라. 그곳에는 거구의 남자가 혼자 양떼를 돌보며 살고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고 홀로 지내며 관습을 알지 못하였도다. 그의 체격은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마치 빵으로 연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드넓은 산봉우리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었느니라.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고, 내가 아끼는 열두 명과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였도다. 나는 이스마루스 산의 그늘진 숲 속에 살던 아로왕 신의 사제, 에우안테스의 아들 마론이 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가 가득 든 염소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갔느니라. 신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를 돕고 그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왔었도다. 그는 나에게 은그릇과 정교하게 세공된 금 일곱 파운드를 선물로 주었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조금 따라내어 나를 위해 열두 개의 항아리에 담아 주었으니, 마치 신이 내린 술과 같았느니라. 노비들은 이 포도주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직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한 명의 하녀만이 알고 있었도다. 그가 이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잔에 한 잔을 따르고 물 이십 잔을 섞으면 그릇에서 놀라운 향기가 피어오르고, 모두가 그 맛을 보고 싶어 하였느니라.
나는 큰 가죽 주머니에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자루에 식량을 챙겼도다. 내 마음속에는 용감하고 거칠며 일반적인 관습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느니라. 우리는 곧 동굴에 도착하였으나 독안거인은 찾지 못하였으니, 그는 양 떼를 치고 있었도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살펴보았느니라. 치즈로 가득 찬 상자들과 나이별로 나뉜 어린 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우리들이 보였으며, 갓 태어난 새끼와 중간 크기, 그리고 갓 젖을 뗀 새끼 양까지 이백이십 마리나 있었도다. 젖을 짜는 데 쓰는 잘 만들어진 그릇과 양동이들은 모두 유청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내 선원들이 “치즈 좀 챙겨서 염소와 어린 양들을 우리에서 빨리 몰아내 우리 배에 싣고 짠 바닷물을 건너 떠나자!”라고 애원하였도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나는 거절하였느니라. 나는 그를 만나 선물을 줄지 기대하였으나, 사실 그는 내 동료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하였도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고 치즈를 먹은 후, 그가 양떼를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동굴 안에서 기다렸느니라.
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와서 불을 피울 나무를 한 짐 가져왔으며, 나무를 시끄럽게 동굴 안으로 던지니 우리는 두려워서 동굴 안쪽으로 몸을 숨겼도다. 그는 암양과 암염소들을 안으로 몰아넣어 젖을 짜게 하였으나, 숫양과 염소들은 바깥 넓은 마당에 남겨 두었느니라. 그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려 동굴 입구를 막았으니, 그 돌은 너무나 거대하고 육중하여 이십이 대의 수레로도 끌어낼 수 없을 정도였도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암양과 암염소의 젖을 짠 다음, 새끼 양들을 어미 양 옆에 놓아 젖을 빨게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갓 짜낸 흰 우유의 절반을 응고시켜 바구니에 담아 따로 두고, 나머지는 양동이에 담아 저녁 식사 때 마시려고 하였도다.
그는 모든 일을 꼼꼼히 마친 후 불을 피우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이르되,
“낯선 자들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 이 깊은 바다를 건너 어디에서 왔는가? 사업차 온 것인가, 아니면 해적처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인가?”
그가 이렇게 말하니, 그의 깊고 우렁찬 목소리와 거대한 체구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되,
“저희는 그리스인이옵니다. 토래성에서 왔나이다. 바람이 저희를 사방으로 휩쓸고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항로에서 벗어나게 하였나이다. 상제 신께서 그렇게 하셨나이다. 저희는 하늘 아래 가장 큰 명성을 떨친 아트레우스의 아들 건웅의 백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나이다. 그는 그 거대한 도시를 함락시키고 많은 사람을 죽였나이다. 이제 저희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관례대로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려 선물을 주시기를 간청하나이다. 부디 신들을 존중해 주소서. 저희는 당신의 간청자이며, 상제께서는 저희 편이시니이다. 그는 방문객과 손님 친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바보이거나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자군. 자네가 나에게 신들을 두려워하라고 하다니! 우리 백성은 큰 홀을 든 상제든 다른 어떤 신이든 하찮게 여기느니라. 우리의 힘은 그들보다 강하니라. 내가 자네나 자네 친구들을 살려 준다고 해도 상제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자네는 그 멋진 배를 타고 멀리 가는 건가,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건가?”
그는 나를 시험하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도다. 나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느니라. 나는 그에게 교묘하게 대답하되,
“땅을 흔드는 해신이 당신 섬의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난파시켰나이다. 그는 우리를 밀어 넣었고, 바람은 우리를 바위에 내동댕이쳤나이다. 우리는 간신히 살아남았나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비도 베풀지 아니하였도다. 높이 뛰어올라 우리 부하들을 향해 손을 뻗어 두 명을 붙잡고 강아지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니, 바닥은 뇌수로 흠뻑 젖었느니라. 그는 그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식사를 준비한 다음, 산의 사자처럼 살점과 내장과 골수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아무것도 남기지 아니하였도다. 이 참상을 지켜보며 우리는 울부짖으며 상제에게 기도하였느니라. 우리는 너무나 무력감을 느꼈도다.
독안거인이 사람의 고기와 섞이지 않은 우유로 거대한 배를 채운 후, 그는 양 떼 사이에 누워 있었느니라. 그때 군인처럼 생각하며, 칼을 뽑아 그에게 다가가 몸통을 찔러 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랬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니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높은 문간에 세워 놓은 거대한 돌을 옮길 만큼 우리는 너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도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까지 그곳에서 비참하게 지냈느니라.
새벽녘에 분홍빛 손가락이 피어나듯 새벽이 밝아오니, 그는 불을 피우고 암양들의 젖을 차례로 짜서 각각 옆에 새끼 양을 한 마리씩 두었도다. 부지런히 일을 마친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잡아먹었으며, 식사를 마친 후 살찐 양 떼를 몰아냈느니라. 그는 마치 화살통 뚜껑을 닫듯이 쉽게 바위를 굴려 내렸으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살찐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도다.
나는 그에게 복수하고 그를 해치고 영광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느니라. 지혜낭자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로다. 나는 계획을 세웠도다. 우리 옆에는 그가 지팡이로 쓰려고 말린 커다란 감람 나무 곤봉이 서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여 우리 눈에는 마치 화물을 가득 싣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스무 개의 노가 달린 검은 화물선의 돛대처럼 보였느니라. 나는 가서 그 나무에서 약 한 패덤 정도를 잘라내어 사람들에게 주고는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옆에 서서 끝을 날카롭게 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단단하게 만들었느니라. 동굴은 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곤봉을 똥 더미 아래에 숨겼도다. 그런 다음 나는 사람들에게 누가 나와 함께 그 말뚝을 들어 올려 그가 달콤한 잠에 빠졌을 때 그의 눈에 꽂을지 제비를 뽑으라고 명령하였느니라. 제비는 내가 선택했을 법한 네 명에게 떨어졌고, 나는 그중 다섯 번째였도다.
저녁이 되자 그는 암수 양 떼를 모두 넓은 동굴 안으로 몰아넣고 바깥 마당에는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아니하였느니라. 아마도 무언가를 의심하였거나, 아니면 신께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셨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돌을 집어 문으로 삼고 앉아서 양과 염소의 젖을 차례로 짜고 새끼들을 젖먹이게 하였도다. 그의 일이 끝나자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저녁 식사로 먹었느니라.
내가 다가가 담쟁이덩굴로 만든 잔에 포도주를 가득 담아 그에게 건네며 이르되,
“여기, 독안거인여! 자네는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니 이제 포도주를 좀 마시고 우리 배에 실린 상품도 맛보게 하네. 자네가 나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를 바라며 거룩한 제물로 가져왔네. 그러나 자네는 누구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분노하고 있네. 우리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였는데 더 많은 손님을 기대하는 건가?”
그는 달콤하고 맛있는 포도주를 받아 마셨으며, 포도주가 마음에 들어 더 달라고 하였도다.
“한 잔 더! 그리고 자네 이름을 말해 보게. 자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손님 대접하겠네. 우리 백성은 포도주가 있네. 상제의 비로 풍족하게 자란 우리 땅에서 포도송이가 자라나네.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음식인 넥타르이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포도주를 한 잔 더 주고, 또 두 잔을 더 주었느니라. 그는 어리석게도 그 포도주를 모두 마셨도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이르되,
“독안거인여, 내 이름을 물었으니 알려 주리라. 그러면 네가 약속한 환대를 베풀어라. 내 이름은 노만이라. 내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나를 노만이라 부르느니라.”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대답하되,
“나는 노만을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라. 먼저 다른 사람들을 먹을 것이니, 그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로다.”
그러자 그는 쓰러져 거대한 목이 비뚤어진 채 그대로 누워 있었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도다. 술에 취해 무거워진 그는 목구멍에서 포도주와 사람의 살덩이를 토해내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창을 숯불에 꽂아 달구면서 부하들에게 이르되,
“용감하게 행동하라!”
나는 그들 중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 않기를 바랐도다. 불길은 곧 푸른빛을 띤 감람 창에 옮겨붙었고, 창은 끔찍하게 타올랐느니라. 나는 재빨리 불길에서 창을 낚아챘으며, 내 부하들은 굳건히 서 있었도다. 마치 신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듯하였느니라. 그들은 끝이 날카로운 감람 창을 집어 그의 눈에 꽂았으며, 나는 그 위에 올라타서 마치 배를 만들 때 나무에 구멍을 뚫듯이 창을 돌렸도다. 아래에서는 작업자들이 양쪽 끝에 끈을 매달아 드릴을 돌리고 있었느니라. 그렇게 창이 빙글빙글 돌아가자, 우리도 불처럼 날카로운 창을 그의 눈에 꽂아 돌렸도다. 그의 피가 말뚝 주위로 쏟아져 나왔고,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눈꺼풀과 눈썹을 지글지글 태우고 눈 뿌리를 태웠느니라. 마치 대장장이가 도끼나 자귀를 얼음물에 담가 단련할 때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쇠가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도다. 그의 눈알도 창에 부딪히며 바스락거렸느니라.
그러자 그는 끔찍하게 울부짖었고, 바위들이 그의 비명 소리에 휩싸였도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느니라. 그는 솟구치는 피로 흠뻑 젖은 눈을 뽑아냈으며,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창을 던져버리고, 주변의 바람 부는 절벽 위 동굴에 사는 독안거인들에게 소리쳤도다.
그들은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 가까이에 서서 외치되,
“폴리페무스! 무슨 일이냐? 심하게 다쳤느냐? 왜 거룩한 밤에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느냐? 누군가 네 가축을 훔치거나, 속임수나 폭력으로 너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동굴 안에서 힘센 폴리페무스가 대답하되,
“친구들이여! 아무도 나를 폭력이 아니라 속임수로 죽이려 하고 있느니라.”
그들의 말이 그에게 되돌아왔도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았다면, 너는 완전히 혼자로다. 위대한 상제께서 너를 병들게 하셨으니, 어쩔 수 없느니라. 위대한 해신 신이시여, 당신의 아버지께 기도하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떠났고, 나는 내 이름, 곧 ‘아무도’라는 계략이 그를 어떻게 속였는지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도다.
독안거인은 고통에 신음하며 힘겹게 더듬어 문돌을 빼내고는 양 떼와 함께 나가는 자를 잡으려고 팔을 뻗은 채 입구에 앉았느니라. 아마 그는 내가 완전히 바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전략을 짜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나와 내 부하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이로다. 나는 온갖 계략과 교활한 계략을 꾸몄느니라. 위험이 코앞에 닥쳤고, 생사가 달린 문제였도다.
내가 생각해 낸 최고의 생각은 이것이었느니라. 털이 두껍고 잘 익은, 보라색처럼 검은 숫양들이 있었으며, 모두 크고 훌륭한 동물들이었도다. 그래서 나는 독안거인이 침대로 쓰던 밧줄로 그 숫양들을 조용히 묶었느니라. 나는 숫양들을 세 마리씩 묶어 가운데 양 아래에 한 명씩, 양쪽에 한 명씩 사람을 세워 내 부하들을 구해 내었도다. 무리 중에서 가장 늠름한 숫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녀석의 등을 붙잡고 털북숭이 배 아래에 몸을 웅크린 채 털에 매달렸느니라. 의지의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었으며, 우리는 비참하게 날이 밝기를 기다렸도다.
이른 새벽, 장밋빛으로 물든 손길이 모습을 드러내자 숫양들은 모두 풀을 뜯어 먹고 싶어 뛰어올랐느니라. 암양들은 젖을 짜지 못해 젖통이 터질 듯이 가득 찬 채 우리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도다. 주인은 몸이 약해지고 고통에 지쳐 있었으나, 숫양들을 줄 세우면서 각각의 등을 더듬어 보았느니라. 그러나 털북숭이 배 아래에 묶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였도다. 마지막으로 덩치가 큰 숫양이 털과 나, 곧 영리한 사기꾼을 매달고 밖으로 나왔느니라.
힘센 폴리페무스는 그 숫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묻되,
“사랑스러운 숫양아, 오늘은 왜 동굴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거냐? 평소에는 이렇게 느리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어린 양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여린 꽃을 뜯어 먹고, 초원을 뛰어다니고,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가장 먼저 양 우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지. 그러나 이제 너는 가장 마지막이 되었구나. 주인님의 눈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구나. 그 사악한 놈이, 그의 비열한 부하들을 동원해 나를 술에 취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하였느니라. 노먼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나처럼 말할 수만 있다면, 나를 두려워하며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러면 내가 그놈의 머리를 바위에 내리쳐 동굴 곳곳에 흩뿌려 그 못된 노먼이 가져온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숫양을 밖으로 밀어내었도다. 우리는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말을 타고 갔으며, 나는 먼저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나서 부하들의 밧줄도 풀었느니라. 우리는 주인님의 살찐 가축들을 훔쳐 달아났고, 배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았도다.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은 친구들인 우리를 보고 기뻐하였으나,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울었느니라. 나는 그들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명령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섭게 노려보았도다. 나는 그들에게 양털 뭉치를 배에 싣고 배를 저어 바닷물 속으로 나가라고 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하얗게 바싹 마른 바다에 노를 저었도다.
내가 고함 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갔을 때, 나는 뒤돌아 야유를 퍼부었느니라.
“이봐, 독안거인! 바보여! 네 동굴에 갇힌 선원들은 불쌍하고 약한 자들의 것이 아니었어. 자업자득이지! 네 손님을 잡아먹다니 부끄러움도 없구나! 상제와 다른 신들이 네게 벌을 내리는 것이로다.”
내 조롱에 그는 더욱 화가 났도다. 그는 언덕에서 바위를 뽑아 우리에게 던졌으며, 바위는 우리 배의 어두운 뱃머리 바로 앞에 떨어져 키를 잡는 노 끝을 거의 부숴 버릴 뻔하였느니라. 돌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파도가 밀려왔으며, 갑자기 밀려오는 물살이 배를 육지 쪽으로 밀어내고 부풀어 오른 물은 우리를 함께 밀어내었도다. 나는 길고 큰 장대를 잡고 배를 밀어내었으며, 부하들에게 “목숨을 구하려면 빨리 노를 저어라!”라고 소리치며 고개를 끄덕여 재촉하였느니라. 그들은 몸을 굽혀 노를 젓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바다를 두 배나 더 건너갔도다. 그때 나는 다시 그를 불렀느니라.
내 선원들은 내게 그만하라고 애원하며 간청하되,
“제발! 진정하소서!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이 야만인을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그가 돌을 던져 우리 배를 육지로 밀어냈지 않사옵니까. 우리는 죽을 뻔하였나이다. 만약 그가 우리 말을 들었다면, 날카로운 돌을 던져 우리 머리와 나무 배를 부숴 버렸을 것이옵니다. 그는 정말 세게 던지옵니다!”
그러나 내 냉혹한 마음은 설득되지 아니하였도다. 나는 여전히 분노에 차서 다시 소리치되,
“독안거인! 만일 어떤 필멸자가 당신의 눈이 어떻게 잘리고 멀어졌는지 묻는다면, 이탁도에 사는 도시 약탈자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 당신의 시력을 잃게 하였다고 말하십시오!”
그는 신음하며 말하되,
“예언이로다!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우리 백성 가운데 에우리모스의 아들 텔레무스라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살았는데, 그는 우리에게 점을 치며 여생을 보냈느니라. 그는 오지수의 손길이 내 눈을 멀게 할 거라고 예언하였도다. 나는 늘 키 크고 잘생긴, 힘과 용기를 가진 남자가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이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하였구나. 술에 취해 나를 홀린 것이로다. 자, 오지수, 어서 오시오. 내가 선물을 드리고 해신 신께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리라. 나는 그의 아들이요, 신은 나를 아버지로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시느니라. 그가 원한다면 나를 고쳐 줄 것이나, 다른 누구도, 신도 인간도 그를 고칠 수 없느니라.”
그가 이 말을 하자 나는 그에게 대답하되,
“내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 지하 세계인 염라국의 집으로 보내 버릴 수만 있다면, 지진의 신조차도 당신을 고쳐 줄 수 없을 것이로다.”
그러나 그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기도하되,
“들으소서, 대지를 흔드는 푸른 머리의 해신 신이시여, 저를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시고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소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소서. 만약 그가 가족을 만나게 된다면, 늦게, 명예도 없이, 고통 속에, 배도 없이,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그리고 그의 집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하소서.”
푸른 해신은 아들의 기도를 들어 주었도다. 폴리페무스는 이전보다 훨씬 큰 바위를 들어 올려 휘두른 다음, 엄청난 힘으로 던졌느니라. 그 작은 공은 우리 키 바로 옆에 떨어져 바다에 첨벙 떨어졌으며,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배를 밀어 반대편 해안으로 향하게 하였도다.
우리는 배가 정박해 있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선원들은 울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내린 다음, 독안거인에게서 훔쳐 온 양들을 배의 선창에서 꺼내 공평하게 나누어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주었느니라. 그런데 양 떼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 선원들은 독안거인이 가장 아끼는 숫양을 나에게만 주었도다. 나는 해변에서 그 숫양을 도살하여 어둠의 구름의 신이자 온 세상의 주인인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에게 바쳤으며, 허벅지를 불태웠느니라. 그러나 신은 내 제물을 외면하고 내 모든 배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파멸시키려 하셨도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를 먹고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느니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서 잠이 들었도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깨워 배에 올라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느니라. 그들은 재빨리 복종하여 모두 질서정연하게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도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항해를 계속하였느니라.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친구들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도다.
==제10권 바람과 마녀==
「우리는 불멸의 신들이 모두 사랑하는 아이올로스의 떠다니는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섬 주변의 가파른 절벽에는 난공불락의 단단한 청동 성벽이 뻗어 있었나이다. 그의 궁전에는 열두 명의 자녀가 살고 있었으니, 건장한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이었나이다. 그는 형제자매끼리 결혼을 주선하였나이다. 그들은 부모와 함께 항상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잔치는 끝이 없었나이다. 낮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궁궐은 소리로 가득하였나이다. 밤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담요가 쌓인 밧줄 침대에서 잠을 청하였나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요새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환영하고 한 달 동안 머물게 해 주었으며, 토래성과 아르고스 배들,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소식을 물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나를 보내 달라 말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나를 돕기로 하고 소가죽 자루를 주면서 그 안에 거센 바람을 묶어 두었나이다. 크로노스의 아들인 상제는 그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였나이다.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는 마음대로 바람을 멈추거나 일으킬 수 있었나이다. 그는 빛나는 은실로 자루를 내 곡선형 배에 단단히 묶어 아무리 작은 바람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였고, 제피로스 신에게 바람을 불어 우리 배와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다 달라 부탁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아니하였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었나이다.
아홉 밤낮으로 항해한 끝에 열흘째 되는 날, 고향 땅이 눈앞에 나타났나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였나이다. 나는 지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나이다. 내가 키를 잡고 있으면 더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내가 잠든 사이에 선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나이다. 위대한 아이올로스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는 것이었나이다. 은과 금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나이다. 각자 옆 사람을 쳐다보며 불평하였나이다.
『우리가 항해하는 곳마다 모두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군. 게다가 토래성을 약탈해서 가져온 전리품도 가지고 있잖아. 우리는 그와 함께 항해하였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이제 아이올로스가 이런 친절한 선물을 주다니.』
그에게 말하였나이다.
『서둘러라, 자루를 열어 얼마나 있는지, 은이 얼마나 있는지, 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끔찍한 생각이 그들을 사로잡았나이다. 그들은 그대로 하였나이다. 자루를 열자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나이다. 갑작스러운 파도가 우리를 덮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나이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고, 저는 잠에서 깨어나 배에서 뛰어내려 익사할지, 아니면 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살아남을지 고민하였나이다. 저는 참고 얼굴을 가리고 갑판에 누웠나이다. 폭풍우가 몰아쳐 배들을 다시 위대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들은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항아리에 물을 채웠고, 남자들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나이다.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노비 한 명과 선원 한 명을 데리고 아이올로스를 만나러 갔나이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나이다. 우리는 들어가 문설주 옆에 앉았나이다. 그들은 깜짝 놀라 물었나이다.
『어찌하여 왔느냐. 또 왔느냐. 운이 나빴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는 분명히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고, 당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에 도착하도록 하려 하였느니라.』
나는 슬프게 대답하였나이다.
『제 부하들과, 우리를 망쳐 놓은 고집스러운 잠을 탓하십시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당신들은 모든 것을 바로잡을 힘이 있나이다.』
나는 이 말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를 바랐으나, 그들은 침묵하였나이다. 그때 아버지가 소리쳤나이다.
『나가라. 이 역겨운 놈아, 내 섬에서 나가라. 당장. 신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는 사람을 내가 데려다 주는 것은 옳지 아니하다. 이 저주받은 놈아, 감히 여기에 오다니. 나가라.』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궁전에서 쫓아냈나이다. 우리는 낙담한 채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선원들은 노 젓는 고통에 지쳐 갔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순풍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밤낮으로 노를 저었고, 이레째 되는 날, 우리는 라에스트리고니아, 즉 절벽 위의 텔레필루스 마을에 도착하였나이다. 라모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은 나가는 다른 목동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나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소를 몰고 흰 양을 방목하며 두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나이다. 낮과 밤의 길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유명한 항구에 도착하였나이다. 양쪽으로 해안선이 튀어나와 거의 만나 좁은 입구를 이루고 있었나이다. 그곳에는 파도가 전혀 치지 아니하였나이다. 작은 파도조차도 없었나이다. 온통 하얀 고요함뿐이었나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배를 항구 안에 빽빽하게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유일하게 배를 항구 밖에 정박하기로 하였나이다. 멀리 떨어진 바위에 밧줄을 묶고 배에서 내려 바위를 기어올라 정찰하였나이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외에는 소나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뽑아 이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빵을 먹는지 알아보라 보냈나이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산에서 나무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다니는 매끄러운 길을 따라 걸었나이다. 그들은 도시로 향하였나이다. 마을 앞에서 물을 긷고 있던 한 소녀를 만났나이다. 소녀는 마을 전체의 수원지인 아르타키 샘으로 가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라이스트리고니아 왕 안티파테스의 건장한 딸이었나이다. 그들은 소녀에게 왕과 백성들에 대해 물었나이다. 소녀는 곧바로 그들을 아버지의 높은 지붕의 궁전으로 데려갔나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산처럼 큰 여자가 있었나이다. 그들은 경악하고 충격을 받았나이다. 거인은 즉시 남편인 왕을 회의장에서 불러냈나이다. 왕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하였고, 한 명을 붙잡아 잡아먹었나이다. 나머지 두 명은 배로 도망쳤나이다.
왕의 외침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나이다. 그 소리를 듣고 거대한 라에스트리고니아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거인이었나이다. 그들은 사람이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바위를 절벽에서 우리에게 던졌나이다. 배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 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나이다. 그들은 마치 물고기를 잡듯이 사람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나이다. 끔찍한 만찬이었나이다.
그들이 항구 안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동안, 나는 칼을 뽑아 검은 뺨을 가진 내 배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나이다.
『위험에서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도망쳐라.』
그들은 죽음이 두려워 두 배로 노를 저었나이다. 내 배는 운 좋게도 깎아지른 절벽 너머 바다에 도달하였나이다. 만에 갇힌 나머지 배들은 모두 전멸하였나이다. 우리는 슬픔에 잠겨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으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나이다.
우리는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의 고향인 아이아이아에 도착하였나이다. 키르케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며, 파멸을 꿈꾸는 아이테스의 누이였나이다. 그 둘은 필멸의 존재들을 비추는 태양과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의 자식이었나이다. 어떤 신의 인도를 받아 우리는 조용히 항구로 표류하여 배를 정박하였나이다. 이틀 밤낮으로 우리는 지쳐 쓰러질 듯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나이다.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창과 날카로운 칼을 들고 배에서 내려 높은 곳으로 달려가 인간의 흔적을 찾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나이다. 바위 위로 올라가 보니 키르케의 궁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나이다. 땅에서 숲과 덤불 사이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나이다. 연기를 보았으니 내려가서 조사해 봐야 할지 고민하였나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변과 배로 돌아가 부하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정찰을 나가기로 하였나이다.
배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떤 신이 외로운 나를 불쌍히 여겨 크고 뿔이 우뚝 솟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를 내 앞길에 보내 주었나이다. 그 사슴은 숲에서 내려와 강물을 마시러 왔는데, 날씨가 매우 더웠나이다. 나는 그 사슴의 등 한가운데를 찔렀나이다. 내 청동 창이 그를 꿰뚫었나이다. 사슴은 신음하며 흙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영혼은 떠나갔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밟고 청동 창을 뽑아 땅에 버려 둔 채, 나뭇가지와 끈을 꺾어 한 패덤 길이의 밧줄을 만들어 꼼꼼하게 매듭지어 그 거대한 동물의 발굽을 묶었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등에 메고 어두운 배로 내려갔나이다. 사슴이 너무 커서 한쪽 어깨에 짊어질 수 없었기에, 나는 창을 짚고 내려갔나이다. 나는 그를 배 앞에 내려놓고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넸나이다.
『친구들이여. 비록 슬프나, 우리는 운명의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자, 배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으니 굶지 말자. 이제 먹을 시간이다.』
그들은 재빨리 내 말에 따랐고, 얼굴에서 장포를 내렸나이다. 그리고 해변에 누워 있는 커다란 사슴을 보고 놀라워하였나이다. 정말 거대하였나이다. 그들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씻고 훌륭한 식사를 준비하였나이다. 그렇게 우리는 해 질 때까지 풍성한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새벽의 손가락처럼 장미꽃이 다시 피어났나이다. 나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친구들이여, 슬픔에 잠겨 있더라도 내 말을 들어라. 우리는 어둠이 어디에 있는지, 새벽이 어디에 있는지,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땅속으로 어디로 사라지는지, 어디에서 다시 떠오르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처한 곤경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는 바위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땅은 낮다. 나는 숲과 빽빽한 덤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가라앉았나이다. 그들은 모두 라이스트리고니아인들과 그들의 왕 안티파테스에게 일어났던 일, 그리고 거대한 독안거인이 사람들을 잡아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들은 통곡하며 눈물을 쏟아냈나이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은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두 무리로 나누었나이다. 나는 한 무리를 이끌고, 신과 같은 에우리로코스에게 다른 무리를 이끌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청동 투구에 제비를 뽑았는데, 에우리로코스의 제비가 나왔나이다. 그래서 그는 스물두 명의 부하들과 함께 울면서 떠났나이다. 나와 함께 남은 사람들도 울고 있었나이다.
숲속 공터 안에서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로 높은 기초 위에 지어진 키르케의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집 주위에는 키르케가 약물로 길들인 산늑대와 사자들이 있었나이다. 동물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친근하게 모여들었나이다. 마치 주인이 저녁 식사 후 간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개들이 주인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긴 꼬리를 흔들며 다정하게 다가왔나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무시무시한 늑대와 사자들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나이다. 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나이다.
그들은 집 밖에 서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신 키르케였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베를 짜고 있었는데, 마치 여신이 빚어내는 듯한 정교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나이다. 그러자 나의 가장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동료들의 지도자인 폴리테스가 이르되,
『친구들아, 저 안에서 누군가 거대한 베틀에서 직물을 짜고 노래를 부르는데, 바닥이 울려 퍼질 정도이다. 아마 여자이거나 여신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불러오자.』
그들은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즉시 와서 빛나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들였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만은 속임수를 의심하여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의자에 앉히고 보리, 치즈, 황금 꿀을 프람니아 포도주와 섞어 물약을 만들었나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향을 완전히 잊게 하는 강력한 약을 넣었나이다. 그들은 그 혼합물을 마셨나이다. 그런 다음 그녀는 마법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쳐 돼지우리에 가두었나이다. 그들은 몸과 목소리, 머리카락이 돼지로 변하였으나, 정신은 그대로였나이다. 그들은 감금되자 비명을 질렀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돼지들이 진흙탕에서 파헤치며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와 산딸기를 던져 주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우리 검은 배로 달려와 친구들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는 말을 하려 하였으나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하였나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찢어지는 듯하였나이다. 놀라서 우리는 모두 그에게 물었나이다. 마침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였나이다.
『오지수여, 당신의 명령대로 우리는 숲 속으로 들어갔나이다. 숲속 공터에서 우리는 윤이 나는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높은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인인지 여신인지 모를 누군가가 베틀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나이다. 제 친구들이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초대하였나이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들은 그녀를 따라 들어갔나이다. 그러나 저는 무슨 속임수일까 두려워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때 갑자기 그들은 모두 사라졌나이다. 나는 잠시 그곳에 앉아 지켜보고 기다렸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은장검을 등에 메고 활을 집어 들고 그에게 이르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시오.』
그는 내 무릎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나이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보내지 마시오. 여기 있게 해 주소서. 당신은 그들을 데려올 수 없고, 그렇게 하려다가는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옵니다. 서둘러 주소서, 이 사람들과 함께 탈출해야 하나이다. 우리에게는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나이다.』
나는 이르되,
『당신은 배 옆에서 먹고 마시며 지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야 하나이다. 저는 이 일을 해야만 하나이다.』
나는 배와 해안을 떠나 신성한 숲길을 가로질러 걸어 올라갔나이다. 마녀 키르케의 큰 저택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나이다. 그는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하는 가장 귀여운 사춘기 소년 같았나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이르되,
『어찌하여 혼자 이 언덕을 넘었느냐. 불쌍한 자여, 자네는 이곳을 알지 못하는군. 자네 부하들은 키르케의 집에서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혔네. 자네가 그들을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하려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네도 그들과 함께 여기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네. 자, 키르케의 집에 들어갈 때 자네를 지켜 줄 해독제를 받아 가게. 이제 내가 키르케의 모든 치명적인 주문과 계략을 알려 주겠네. 그녀는 자네에게 독이 섞인 물약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자네는 내가 준 약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법은 자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긴 지팡이로 자네를 공격하면, 날카롭게 갈린 검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이 달려들게. 그녀는 자네를 두려워하며 자네에게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라 할 것이다. 그녀에게 저항하지 말게.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자네는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신들을 걸고 맹세하라 전하게. 다시는 너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옷을 벗고 있을 때 그녀가 너를 해쳐 남자를 무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밝고 변덕스러운 신은 땅에서 식물 하나를 뽑아 내게 보여 주었나이다. 뿌리는 검은색이고 꽃은 우유처럼 하얬나이다. 신들은 이 식물을 몰리라고 불렀나이다. 필멸의 인간은 이 식물을 캐내기 어려우나, 신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나이다. 그런 다음 헤르메스는 숲이 우거진 섬을 지나 높은 오림산으로 날아갔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집으로 들어갔나이다. 걸어가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나이다. 나는 문간에 서서 그녀를 보았나이다. 땋은 머리를 한 아름다운 키르케였다. 내가 부르자 그녀는 듣고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였나이다. 나는 초조하게 그녀를 따라갔나이다. 그녀는 나를 발판이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은장식 의자로 안내하였나이다. 그녀는 금잔에 나를 위해 음료를 섞고 약을 넣었나이다. 그녀는 나에게 해를 끼치기를 바랐나이다. 나는 그것을 마셨으나 마법은 통하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내리치며 이르되,
『이제 가거라. 돼지우리로 나가서 네 부하들과 함께 누워라.』
그러나 나는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칼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달려들었나이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피하였고, 내 무릎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물었나이다.
『당신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의 도시는 어디이옵니까. 당신의 부모는 누구이옵니까. 내 물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나이다. 다른 어떤 남자도 그것을 마시고 마법의 유혹을 견뎌 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다르나이다. 당신의 마음은 마법에 걸리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틀림없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오지수일 것이옵니다. 황금 지팡이를 든 밝게 빛나는 헤르메스가 당신이 빠른 배를 타고 토래성에서 이곳으로 항해해 올 것이라 여러 번 말해 주었나이다. 이제 칼을 칼집에 넣고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시오.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키르케여, 내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놓고, 나를 유혹해서 잠자리에 들자 한 다음, 내 용기와 남성성을 빼앗으려 하다니, 어찌 내게 당신을 부드럽게 대하라 명령할 수 있소. 당신이 다시는 나를 해치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과 잠자리에 들지 않겠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즉시 내가 요구한 대로 맹세하였나이다. 그녀는 맹세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키르케의 눈부신 침대로 올라갔나이다.
그동안 그녀의 시녀 네 명이 궁궐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들은 샘과 숲,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는 신성한 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었나이다. 한 시녀가 의자 위에 보라색의 고운 천을 깔고 그 아래에 돌을 놓았나이다. 각 의자 옆에는 또 다른 하녀가 은으로 된 탁자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금으로 된 바구니를 올려놓았나이다. 세 번째 하녀는 은그릇에 달콤하고 기분 좋은 포도주를 섞어 금잔에 따랐나이다. 네 번째 하녀는 물을 가져와 커다란 삼각대 아래에 불을 지펴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나이다. 구리 가마솥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나를 욕조로 데려가 머리와 어깨를 씻어 주었나이다. 내 영혼을 짓누르는 깊은 피로를 없애 주기 위해 완벽한 온도로 맞춘 물을 사용하였나이다. 목욕 후, 그녀는 내 피부에 기름을 바르고 고운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리고 은으로 장식된 정교하게 조각된 의자로 나를 안내하고 그 아래에 발판을 놓아 주었나이다. 또 다른 하녀는 금으로 된 물병에 물을 가져와 은그릇에 부어 내 손에 부어 주었나이다. 그녀는 근처에 윤이 나는 탁자를 차려 놓았나이다. 요리사는 빵을 가져와 푸짐한 음식을 차려 놓았고, 키르케는 나에게 먹으라 하였나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나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나이다.
키르케는 내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아니하고 슬픔에 잠겨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 곁에 서서 물었나이다.
『오지수여, 어찌하여 그렇게 말없이, 마치 벙어리처럼 앉아서 속을 게워내며 연회 음식도 술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억하건대, 나는 이미 맹세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이르되,
『키르케여, 안 됩니다. 어떤 양심적인 사람이 자기 부하들을 직접 보고 풀어 주기 전에 음식을 맛보거나 술을 마실 수 있겠나이까. 그렇게 먹고 마시라 하신다면, 그들을 풀어 주소서. 그래야 내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키르케는 지팡이를 든 채 연회장을 나와 돼지우리를 열고 그들을 쫓아냈나이다. 그들은 여전히 살찐 멧돼지처럼 크고 다 자란 모습이었나이다. 그들은 키르케 앞에 섰나이다. 위엄 있는 키르케는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각각에게 새로운 약을 발랐나이다. 그 약 때문에 그들의 몸에는 굵은 돼지털이 돋아났나이다. 뻣뻣했던 털이 모두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남자들이었는데, 전보다 젊고 훨씬 잘생기고 키도 컸나이다.
그때 그들은 저를 알아보았나이다. 각자 저를 꼭 껴안고 절망에 빠져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집안은 시끌벅적하였고, 심지어 아내조차도 그들을 불쌍히 여겼나이다. 아내는 제게 다가와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내시나이다. 이제 바닷가에 있는 당신의 빠른 배로 가시오.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당겨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으로 옮기시오. 그런 다음 충성스러운 부하들과 함께 돌아오시오.』
제 마음은 동의하였나이다. 저는 해안에 있는 제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배 옆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엉엉 울고 있었나이다. 마치 소떼가 목초지에서 마당으로 돌아올 때처럼, 어린 암소들이 우리에서 뛰쳐나와 어미에게 달려가고, 어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울부짖는 것 같았나이다. 그래서 내 부하들은 나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였고, 마치 고향인 험준한 이탁도 땅,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나이다. 흐느끼며 그들은 외쳤나이다.
『오, 주인님이여.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마치 우리 고향 이탁도로 돌아온 것 같나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이르되,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려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에 넣어 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서둘러 나와 함께 가서 키르케 여신의 성소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보라. 그들은 영원히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믿었으나, 에우리로코스는 경고하되,
『바보들아. 어찌하여 거기로 가려 하느냐.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길을 택하여 키르케의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 그곳에서 그녀는 우리 모두를 돼지나 늑대, 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의 웅장한 집을 지키도록 강요할 것이다. 독안거인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기억하느냐. 우리 친구들은 이 무모한 군주와 함께 그의 집에 갔느니라. 그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두 죽었느니라.』
그 순간, 나는 튼튼한 허벅지에 숨겨 둔 긴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어 땅에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나이다. 비록 그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말이다. 그때 부하들이 나를 말리며 이르되,
『안 됩니다, 왕이시여, 제발 그를 보내 주소서. 그가 여기 남아서 배를 지키도록 하소서. 저희가 왕을 따라 키르케의 성지로 가겠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거기에 머물지 아니하고, 내 꾸지람이 두려워 왔나이다.
그동안 키르케는 다른 사람들을 풀어 주고, 자신의 집에서 그들을 부드럽게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나이다. 그리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혔나이다. 우리는 연회장에서 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남자들은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 보자 울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흐느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나이다. 여신은 내 옆에 서서 이르되,
『왕이시여, 영리한 오지수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시여, 이제 이 슬픔을 부추기지 마시오. 나는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이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에서, 그리고 육지에서 적대적인 사람들로부터 큰 고통을 겪었음을 아나이다. 그러나 이제 먹고 마실 시간이다. 이탁도를 떠날 때 가졌던 열정을 되찾아야 하느니라. 당신은 지치고 상심하여 항상 고통과 방황에만 사로잡혀 있나이다. 마음속으로 기쁨을 느껴 본 적이 없나이다. 너희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 냈느니라.』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매일 그곳에서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나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긴 하루하루가 흘러가자,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나를 불러 이르되,
『신들의 인도를 받으소서. 이제 조국을 생각할 때이옵니다. 당신들이 살아남아 높은 지붕의 집과 조상의 땅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말이옵니다.』
내 전사의 영혼은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 잔치에 앉아 있었나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그들은 어둑한 궁전 안에서 잠자리에 들었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화려한 침대로 가서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의 무릎을 만졌나이다. 여신은 내 기도를 들었나이다.
『키르케여,』 나는 이르되, 『저를 고향으로 보내겠다는 당신의 맹세를 지켜 주소서. 이제 제 마음은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제 부하들도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당신이 부재중일 때마다 그들은 끊임없는 탄식으로 저를 지치게 하나이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하였나이다.
『레르테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왕 오지수여, 모든 도전을 극복한 자여, 당신은 원치 않게 제 집에 머물 필요가 없나이다. 그러나 먼저 다른 여정을 완수해야 하나이다.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예언자이자 눈먼 티레시아스에게 조언을 구하시오. 페르세포네는 죽어서도 그에게만 완전한 통찰력을 주었나이다. 다른 영혼들은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 뿐이옵니다.』
그 말에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침대에 앉아 울었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과 빛나는 태양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잃었나이다. 흐느껴 울고 슬픔에 잠겨 뒹굴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이르되,
『그러나 키르케여, 누가 이 여정을 안내해 줄 수 있나이까. 이전에는 아무도 배를 타고 염라국으로 간 적이 없나이다.』
그러자 여신이 즉시 대답하였나이다.
『오지수 왕이시여, 당신은 지혜로우시나이다. 배를 조종할 조종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하얀 돛을 펼치고 자리에 앉으시오. 북풍이 배를 밀어 줄 것이옵니다. 대양을 건너면 버드나무가 시들어가는 열매를 떨어뜨리고 페르세포네의 숲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가 자라는 해안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깊고 소용돌이치는 대양에 배를 묶고 염라국의 넓은 거처로 가시오. 피리플레게톤과 스틱스의 지류인 코키토스는 모두 아케론 강으로 흘러 들어가나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바위 옆에서 울려 퍼지나이다. 용감한 사람이여, 그곳으로 가서 폭과 길이가 각각 한 규빗인 구덩이를 파고 그 주위에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을 부으시오. 먼저 꿀물을 붓고, 그 다음에는 단 포도주를, 마지막으로는 물을 부으시오. 보리를 뿌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에게 간청하시오. 이탁도의 황량한 땅에 이르면, 네 궁전에서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 한 마리를 잡아 불에 쌓아 올리고, 티레시아스에게만 네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수한 검은색 숫양 한 마리를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라. 모든 유명한 죽은 자들에게 기도한 후,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암양 한 마리를 도살하여 에레보스에게 보내되, 너 자신은 세차게 흐르는 강 쪽으로 돌아서라. 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런 다음 네 부하들에게 잔혹한 청동기에 의해 죽은 양들의 가죽을 벗기고, 강력한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며 불태우라 하라. 그리고 칼을 뽑아 앉으라. 티레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무도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예언자가 곧 와서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건너는 너의 여정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황금빛 옥좌에 새벽빛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키르케는 내게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여신은 섬세하고 고운 천으로 만든 긴 흰 드레스를 입고 금빛 허리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베일을 쓰고 있었나이다.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불렀나이다. 나는 각 부하 옆에 서서 말로 그들을 깨웠나이다.
『일어나라. 이제 더 이상 달콤한 잠에 빠져 있지 마라. 가야 한다. 여신께서 지시를 내리셨느니라.』
그들은 내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나는 부하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갈 수 없었나이다. 가장 어린 엘페노르라는 부하가 있었는데, 그는 전쟁에 그다지 용감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다지 영리하지도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술에 취해 시원함을 찾으려고 키르케의 집 높은 곳에 동료들과 떨어져 누워 있었나이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와 분주한 소리, 친구들의 움직임을 듣고는 높은 사다리를 내려가는 것을 잊고 재빨리 벌떡 일어섰나이다. 그는 지붕에서 곤두박질쳐 떨어져 척추 바로 위에서 목이 부러졌나이다. 그의 영혼은 염라국으로 내려갔나이다.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르되,
『아마도 당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겠으나,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영혼인 티레시아스를 만나야 한다 말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나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옷을 찢었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애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우리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있는 우리의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펑펑 흘렸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와서 검은 암양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를 배 옆에 묶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사라졌나이다. 신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누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겠나이까.
==제11권 저승==
이에 우리는 바다에 이르러 먼저 반짝이는 소금물에 배를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양들을 배에 올렸도다.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눈물을 쏟아 내었느니라.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가 우리에게 바람을 보내어 돛을 가득 채우게 해 주었으며, 순풍이 짙푸른 뱃머리 뒤에서 우리를 인도하였도다. 우리는 장비를 정비하고 자리에 앉으니, 바람과 항해사가 우리의 항로를 곧게 인도하였느니라.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니, 우리는 깊이 흐르는 대양의 끝자락, 키메리아인들이 살고 도시를 세운 곳에 이르렀도다. 그들의 땅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빛나는 태양신은 별이 빛나는 하늘로 떠오를 때나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올 때나 결코 그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지 아니하였느니라. 그곳의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파괴적인 밤이 세상을 뒤덮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양들을 몰아낸 다음, 여신이 우리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던 대양의 물줄기를 찾아 나섰느니라.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가 제물을 바치니, 나는 칼을 뽑아 가로세로 한 길의 구덩이를 파고 죽은 자들을 위해 제물을 부었도다. 먼저 꿀물을 붓고, 달콤한 포도주를 붓고,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으며, 그 위에 보리를 뿌리고, 고향에 돌아가면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가장 좋은 어린 암소를 제물로 바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로 제단을 높이 쌓겠다고 엄숙히 맹세하였느니라. 티레시아스를 위해서는 내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종 검은 양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렇게 맹세하며 죽은 자들을 불렀도다.
양들을 가져다가 구덩이 위에서 목을 베니 검은 피가 흘러나왔으며, 영혼들이 에레보스 산에서 올라와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십 대 소년 소녀들과 오랜 세월 고통받은 노인들, 젊은 나이에 노동으로 목숨을 잃은 신부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은 채 청동 창에 베인 많은 남자들이 있었느니라. 그들은 사방에서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구덩이 주위로 몰려들었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도다. 창백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나는 부하들을 깨워 내가 죽인 양의 가죽을 벗기고 불태우며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라고 명령하였도다. 나는 칼을 뽑아 들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섰으니,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로다.
먼저 아직 땅에 묻히지 못한 내 부하 엘페노르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우리는 다른 일에 너무 바빠서 그의 시신을 키르케의 집에 장례도 치르지 않고 남겨 두었도다. 그를 보자 나는 가엾음에 울며 이르되,
“엘페노르야, 어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네가 걸어온 것이 내가 배를 타고 온 것보다 더 빠르구나.”
그가 신음하며 대답하되,
“오지수 폐하, 폐하는 모든 상황을 잘 헤쳐나가시나이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불운하였고,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혼미해졌나이다. 키르케의 집 위층에 누워 있었는데, 지붕에서 내려올 때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나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떨어졌으며, 목이 척추에서 부러져 제 영혼은 염라국으로 떨어졌나이다. 당신이 버리고 간 부하들, 그 부재중인 자들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의 아내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 주신 아버지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그리고 집에 홀로 버려두신 당신의 아들 태명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이 염라국을 떠나 아이아이아에 다시 배를 정박할 때, 부디 저를 기억해 주소서. 저를 그곳에 묻지도 않고, 눈물도 애통함도 없이 버려두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신들께서 당신에게 노하실 것이니이다. 제 팔과 함께 저를 불태우고 회색 소금 바다 옆에 무덤을 쌓아 주소서.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저와 제 불행을 알게 될 것이니이다. 그리고 제가 살아생전에 동료들과 함께 젓던 노를 무덤에 박아 두소서.”
“가엾은 자여!” 내가 대답하되,
“이 모든 것을 하리라.”
우리는 그곳에 앉아 슬픈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나는 한쪽에서 피 묻은 칼을 꽉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 동료의 유령이 말을 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영혼이 나타났으니, 나의 죽은 어머니, 아우톨리쿠스의 딸 안티클레이아를 보았도다. 나는 신성한 토래성으로 떠날 때 그녀를 살려 두었느니라. 그녀를 보자 나는 연민에 눈물을 흘렸으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티레시아스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였도다.
예언자는 황금 홀을 들고 나타났으며 나를 알아보고 이르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뛰어난 생존자시여, 불쌍한 자여, 어찌하여 태양을 버리고 죽은 자들과 기쁨 없는 이 곳을 보러 왔느냐? 이제 구덩이에서 물러나 날카로운 칼을 들어 내가 피를 마시고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자 나는 은으로 장식된 칼을 칼집에 넣었도다. 그가 탁한 피를 마신 후, 유명한 예언자가 말하되,
“오지수여,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꿀처럼 달콤하게 생각하겠으나, 신들께서는 그것을 쓰디쓰게 만들 것이니라. 해신은 당신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가라앉히지 아니할 것이로다. 당신은 고통받아야 하나, 감정을 다스린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라. 충동과 당신의 부하들에게 경고하노라. 보랏빛 심해에서 돌아서서 트린아키아 섬으로 배를 몰고 가라. 그곳에는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신, 태양신의 소유인 풀을 뜯는 소와 살찐 양들이 있느니라.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내버려 두고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만 집중한다면, 큰 손실이 있더라도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부하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니라. 만일 당신이 스스로 탈출한다면, 당신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낯선 배를 타고 지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그리고 집에는 침략자들이 당신의 식량을 먹어치우고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니라. 그때 당신은 구혼자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하리라. 당신의 궁궐 안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밖에서, 날카로운 청동 무기로 그들을 죽여야 하느니라. 그들이 죽고 나면, 당신은 떠나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를 가져다 주어야 하리라. 그들은 배의 붉은 뱃머리도, 배의 날개와 같은 노도 본 적이 없느니라.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징조를 예언하노라. 당신이 등에 짊어진 것을 키라고 부르는 여행자를 만나면, 그 노를 땅에 박고 해신에게 황소와 멧돼지를 제물로 바치라.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사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순서대로 거룩한 헤카톰을 바치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편안한 노년의 삶과 번성하는 백성을 맞이하며, 너에게 온화한 죽음이 찾아올 것이로다. 그렇게 될 것이니라.”
내가 이르되,
“티레시아스여, 신들께서 제게 이런 운명을 정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실로 말해 주소서. 저는 어머니의 영혼이 피 곁에 조용히 앉아 저에게 말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았나이다! 주님,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제가 티레시아스라는 것을 알아보시게 할 수 있으리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설명하기 쉬운 문제라. 네가 이런 영혼 중 하나를 피 곁에 오도록 허락하면, 그 영혼은 너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로다. 네가 그들을 밀어내면, 그들은 다시 떠나야 하느니라.”
그렇게 말하고 예언자 영혼 티레시아스는 염라국의 집으로 떠났도다. 나는 어머니가 와서 피를 마실 때까지 그곳에 꼼짝 않고 서 있었느니라. 어머니는 그때 나를 알아보고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이르되,
“내 아이야!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이곳은 산 사람이 보기 힘든 곳이라. 거대한 강과 무시무시한 만들이 있고, 걸어서 건널 수 없는 대양도 있느니라. 배가 필요하니라. 너는 배와 선원들을 거느리고 토래성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헤매다 온 것이냐? 아직 이탁도에 도착하지도 않았고, 집에 있는 아내도 보지 못하였느냐?”
내가 대답하되,
“어머니, 저는 예언자 영혼인 테베의 티레시아스와 상의하기 위해 염라국에 올 수밖에 없었나이다. 아직 그리스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고, 고향에도 도착하지 못하였나이다. 위대한 건웅을 따라 말의 땅 토래성으로 가서 그곳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 이후로 저는 길을 잃고 비참하게 불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말씀해 주소서.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나이까? 오랜 병으로 돌아가셨나이까? 아니면 활의 여신 아림이 부드러운 화살로 당신을 죽이셨나이까? 제가 두고 온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소서. 그들은 여전히 왕으로 존경받고 있나이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왕위를 계승하고 제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나이까? 그리고 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씀해 주소서. 그녀는 우리 아들과 함께 남아 그의 양육에 전념하고 있나이까, 아니면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 그녀와 결혼하였나이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그녀는 굳건하니라. 마음씨가 강하니라. 그녀는 여전히 당신 집에 있느니라. 밤마다 비참하게 보내고 낮에는 눈물로 지내느니라. 그러나 아무도 당신의 왕위를 찬탈하지 못하였도다. 태명은 여전히 온 영지를 무사히 돌보고 영주답게 호화롭게 잔치를 벌이며 항상 회의에 초대받느니라. 당신의 아버지는 시골에 계시니라. 도시에는 오지 않으시며, 담요와 깨끗한 시트가 깔린 제대로 된 침대에서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느니라. 겨울에는 집 안에서 불 옆에 누워 노비들과 함께 재 속에 누워 주무시고, 옷은 누더기이니라. 여름과 수확철에는 떨어진 낙엽 더미가 그의 잠자리가 되느니라. 그는 그곳에 누워 슬픔에 잠겨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시니, 그의 노년은 쉽지 아니하니라. 그래서 저도 그런 운명을 맞이하여 죽었도다. 여신이 집에서 저를 쏘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며, 병이 내 팔다리의 기력을 앗아가며 길고 잔혹한 쇠약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라. 아니, 오지수, 나의 햇살이여, 당신이 그리웠던 것이로다. 당신의 날카로운 지성과 따뜻한 마음이 내게서 달콤한 생명을 앗아갔느니라.”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영혼을 품에 안고 싶었도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느니라. 세 번이나 어머니를 만지려 애썼으나, 세 번 모두 어머니의 유령은 그림자처럼, 혹은 꿈처럼 내 품에서 떠나갔도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지며 내가 울부짖되,
“안 되옵니다, 어머니! 왜 저와 함께 있어 주지 않으시나이까? 이 지옥에서라도 저를 안아 주소서. 서로 사랑하는 팔을 감싸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위안을 찾고 싶나이다! 그러나 이분이 정말 어머니시옵니까? 아니면 여왕이 제 슬픔을 더 키우려고 유령을 보낸 것이옵니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오, 내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로다. 페르세포네가 너를 속이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이 인간이 죽으면 지켜야 할 규칙이니라. 우리의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붙잡고 있지 아니하느니라. 생명이 하얀 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타오르는 불길이 시체를 태워 버리느니라. 영혼은 날아가 버리고 곧 꿈처럼 사라지느니라. 이제 서둘러 빛을 향해 가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 훗날 당신의 아내에게 이야기하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페르세포네가 보낸 몇몇 여인들, 곧 전사들의 딸들과 아내들이 왔으며, 그들은 핏자국 주위에 몰려들었도다. 나는 그들 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계획을 세웠느니라. 나는 칼을 뽑아 그들이 한데 모여 피를 마시지 못하게 막았으며, 그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하였도다.
첫 번째는 명문가 출신의 티로였는데, 살모네우스의 딸이자 아이올로스의 아들 크레테우스의 아내였도다. 그녀는 세상에 물을 쏟아붓는 모든 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니페우스 강과 사랑에 빠졌으며, 종종 그의 아름다운 강가를 찾아갔느니라. 해신은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강어귀에서 그녀와 함께 누웠도다. 그들 주위로 산처럼 높이 솟은 짙은 푸른 파도가 굽이쳐 신과 인간 여인을 가렸느니라. 거기서 그는 그녀의 허리띠를 풀고 그녀를 잠들게 하였으며, 신은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여인이여, 이 사랑을 기뻐하라. 너는 내년에 영광스러운 자녀를 낳을 것이로다. 신과의 관계는 언제나 자손을 낳느니라. 그들을 잘 보살피고 기르도록 하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내가 누구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하리니, 나는 땅을 흔드는 해신이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도다. 그녀는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둘 다 건장한 아이들이었고 전능한 상제를 섬겼느니라. 펠리아스는 양이 풍부한 이올코스의 넓은 들판에 살았고, 그의 동생은 모래 언덕인 필성에 살았도다. 그리고 그녀는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손, 페레스, 그리고 전차를 사랑했던 아미타이온을 더 낳았느니라.
그리고 그녀 후에 나는 안티오페를 보았는데, 그녀는 상제의 품에서 잠들었다고 말하며 두 아들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도다. 그들은 일곱 개의 문이 있는 도시 테베의 최초 정착민들이었으며, 그들은 강했으나 방어 시설 없이는 드넓은 평원에서 살 수 없었느니라.
그 다음 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보았는데, 그녀는 위대한 상제에게서 용감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도다. 그리고 나는 오만한 크레온의 딸이자 불굴의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메가라를 보았느니라.
나는 무지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른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를 보았도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였으니,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와 결혼하였느니라. 신들께서 인간에게 진실을 드러내시니, 그들의 치명적인 계략을 통해 그는 고통 속에서도 테베의 카드메인들을 다스렸도다. 그러나 에피카스테는 염라국의 문을 넘어갔으며, 올가미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니라. 그녀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복수의 여신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남겼도다.
그리고 나는 오르코메노스의 미니안들을 다스리던 암피온의 막내딸 클로리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아름다웠고, 넬레우스는 그녀에게 값진 혼수를 바쳤도다. 그녀는 필성의 여왕이었고, 크로미우스, 네스토르, 페리클리메누스, 그리고 용맹한 피로를 낳았느니라. 피로는 너무나 뛰어난 용맹을 지녀 모든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였으나, 넬레우스는 필성에서 이피클레스의 고집 센 소떼를 몰아낼 수 있는 남자와만 결혼을 허락하였도다. 예언자 멜람푸스만이 유일하게 시도하였으나, 신들께서 그를 막고 저주하시니, 목동들이 그를 쇠사슬로 묶었느니라. 날과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마침내 이피클레스는 예언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풀어 주었으며, 상제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로다.
그리고 나는 틴다레우스의 아내 레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그에게 두 명의 강인한 아들, 기마병 카스토르와 권투에 능한 폴리데우케스를 낳았도다. 생명을 주는 대지는 그들을 품고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상제께서 저승에서도 그들을 존경하시니, 그들은 번갈아 살고 죽으며 신처럼 숭배받느니라.
그리고 나는 알로에오스의 아내 이피메데이아를 보았는데, 그녀는 해신과 동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도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 다 짧은 생을 마감하였으니, 오투스와 유명한 에피알테스였느니라. 비옥한 대지는 그들을 오리온 다음으로 키가 큰 영웅으로 키워 내었도다. 아홉 살 때 그들은 너비가 아홉 큐빗, 높이가 아홉 파덤에 달하였으며, 불멸의 신들에게 무시무시한 전쟁의 소음을 불러일으켰고, 오사와 펠리온 산을 나무와 잎사귀까지 모두 오림 산 높은 곳에 올려놓으려 하였느니라. 만약 그들이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나, 상제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이 그들을 죽였도다. 그들은 어린 턱에 솜털이 나기도 전에, 수염이 얼굴을 뒤덮기도 전에 죽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파이드라, 프로크리스, 그리고 위험한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를 보았도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오려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느니라. 여신 아림은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비난했을 때 디아 섬에서 그녀를 죽였도다. 그 후 마에라, 클리메네, 에리필레가 왔는데, 그녀는 황금 뇌물을 받고 남편을 죽였느니라. 제가 그곳에서 본 유명한 왕비와 딸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나이다. 거룩한 밤이 끝나기 전에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이다. 저는 선원들과 함께 배에서 자야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자야 하나이다. 저는 신들을 알고 있으니, 당신들이 제 여정을 도울 것이니이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홀에서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며 귀를 기울였도다. 흰 팔을 가진 아례희가 말하되,
“무릉도인들이여! 그를 보라! 얼마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인가! 게다가 얼마나 총명한가! 그는 나의 특별한 손님이지만, 여러분 모두 우리와 같은 영주의 지위를 공유하고 있으니 너무 빨리 그를 내쫓지 말라. 그리고 그가 떠날 때 관대하게 대해야 하느니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신들의 뜻으로 보물이 풍족하니라.”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노련한 예개우가 이르되,
“현명한 왕비께서 옳으셨나이다, 여러분. 왕비의 말씀대로 하소서. 그러나 먼저 알진오 왕께서 말씀하시고 행동하셔야 하나이다.”
왕이 이르되,
“내가 이 뱃사람들의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에는 왕비의 말씀대로 하라. 손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침까지 머물게 해 주라. 그때 모든 선물을 드리리라. 여러분 모두 그를 도우겠으나, 내가 이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으니 내가 가장 많이 도울 것이로다.”
오지수는 신중하고 재치 있게 대답하되,
“모든 백성의 왕이신 알진오 왕이시여, 만약 저에게 작별 선물을 주시고 떠나보내기 전에 이곳에 일 년 동안 머물라고 권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나이다. 보물을 가득 안고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니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존경하고 이탁도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니이다.”
알진오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세상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품고 있느니라.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기꾼과 도둑들도 많으나, 자네를 보니 그런 부류가 아니로다. 자네의 이야기에는 우아함과 지혜가 담겨 있느니라. 자네는 마치 뛰어난 시인처럼 모든 그리스인들의 고난, 그리고 자네 자신이 겪은 고통까지 이야기하였도다. 자, 이제 자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서 전쟁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겪은 친구들의 영혼을 보았는지 말해 주라. 밤은 아직 길고, 잠들 시간은 아니니라.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라! 자네가 겪었던 위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꺼이 들으리라.”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알진오 왕이시여,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이기도 하나, 잠을 잘 때이기도 하나이다.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토래성의 비명과 전투 소음을 피해 간신히 탈출하였으나, 나중에 집에서 악한 아내에게 살해당한 제 친구에 대한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성스러운 페르세포네께서 여인들의 유령을 흩어지게 하시니 그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도다. 건웅의 유령은 아이기스토스의 집에서 그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다른 이들과 함께 슬픔에 잠겨 나타났느니라. 그는 피를 마시고 나서야 저를 알아보았으며, 큰 소리로 울며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손을 뻗었도다. 필사적으로 저를 만지고 싶어 하는 듯하였으나, 그의 기력과 힘, 그리고 한때 가졌던 유연함은 모두 사라져 있었느니라. 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쌍히 여겼으며 외치되,
“인간의 왕이시여, 건웅 왕이시여! 어떻게 돌아가셨나이까? 어떤 불운이 당신을 덮쳤나이까? 해신이 그를 깨운 것이옵니까? 혹독한 바람이 불어 당신의 배를 난파시켰나이까? 아니면 육지에서 적의 양이나 소떼를 훔치거나, 그들의 도시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사백 명이 넘는 적에게 살해당하였나이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나는 생존자이니라! 아니다. 해신이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켜 내 배를 난파시킨 것이 아니며, 육지에서 적들이 정당방위로 나를 죽인 것도 아니니라. 아이기스토스가 내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를 죽이려고 계획하고 살해하였도다. 그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마치 마구간에서 소를 도살하듯이 죽였느니라. 얼마나 끔찍한 죽음이냐! 내 부하들은 마치 부유한 영주의 집에서 잔치나 결혼식, 연회를 위해 돼지를 도살하듯이 무참히 살해당하였도다. 당신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백병전에서 학살당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나, 당신이 직접 그런 일을 겪는다면 더욱 깊은 슬픔을 느낄 것이로다. 음식과 포도주가 쌓인 탁자 아래 우리가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바닥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느니라. 간교한 클리템네스트라가 내 옆에서 죽인 프리아모스의 딸, 불쌍한 카산드라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렸도다.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순간, 나는 땅에서 팔을 들어 올리려 애썼으나, 그 암캐 같은 여자는 등을 돌렸느니라. 나는 지옥으로 갔으며, 그녀는 내 눈도 감겨 주지 않았고 입도 다물게 해 주지 아니하였도다. 아내가 남편을 그렇게 배신하는 것보다 더 역겨운 짓은 없느니라. 그 여자는 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도다! 그녀의 남편을!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노비들과 자식들은 나를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녀는 너무나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여자들, 심지어 착한 여자들까지도 수치에 빠뜨렸느니라.”
내가 소리치되,
“저주받아라! 상제께서는 항상 여자들을 통해 아트레우스 가문에 재앙을 가져오셨도다. 많은 남자들이 헬렌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클리템네스트라는 당신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당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느니라.”
그러자 그가 즉시 대답하되,
“그러니 아내를 너무 잘 대해 주지 말라. 아는 것을 다 알려 주지 말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숨기라. 그러나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로다, 오지수여. 현명한 연로비는 그런 짓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아니하니라. 우리가 전쟁터로 떠날 때 당신의 아내는 아주 어렸으며,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이제 다 큰 아이가 되었으리라. 당신이 집에 돌아와 아들을 보면 무척 기뻐하며 아버지를 껴안을 것이니,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니라. 제 아내는 제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억눌렀으며, 아내가 먼저 저를 죽인 셈이니라.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충고 하나 하겠노라. 명심하라. 고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 배를 정박하지 말라. 조용히 움직이라. 요즘 세상에 여자를 믿는 사람은 없느니라. 그런데 제 아들 소식은 없느냐? 살아 있느냐? 오르코메노스에 있느냐, 아니면 모래 언덕의 필성에 있느냐, 아니면 사필성의 면나수와 함께 있느냐? 내 훌륭한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로다.”
건웅이 대답하되,
“건웅이여, 왜 그런 것을 묻느냐? 나는 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느니라. 가설을 세워 봤자 소용없느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쏟아낸 쓰라린 말 때문에 깊이 슬퍼하며 펑펑 울었도다. 그때 아길수와 파트로클로스, 안틸로코스, 그리고 그리스인 중 아길수 다음으로 가장 잘생기고 체격이 좋았던 아이아스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아길수는 나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되,
“오지수여, 이 여우 같은 놈아!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 것이냐? 어떻게 감히 염라국까지 내려올 수 있었느냐? 여기에는 감각이 마비된 죽은 자들, 지쳐 쓰러진 불쌍한 인간들의 영혼이 살고 있느니라.”
내가 이르되,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 아길수여, 나는 이 바위투성이 이탁도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티레시아스를 만나러 왔나이다. 나는 그리스에도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고, 고향은 말할 것도 없나이다. 운이 정말 나빴나이다. 그러나 누구의 운도 자네만큼 좋았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살아있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자네를 신처럼 존경하였도다. 이제 자네가 이 세상에 왔으니 죽은 자들 사이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느니라. 아길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마소서.”
그러나 그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 죽은 자들의 왕으로 군림하느니 차라리 가난한 농부에게 고용된 일꾼이 되는 게 낫겠느니라. 그러나 어서 와서 내 아들에 대해 말해 주라. 소식이 있느냐? 전쟁터로 나가 지도자가 되었느냐? 그리고 내 아버지 필우는 어떠냐? 아직도 미르미돈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있느냐? 아니면 늙고 허약해져서 프티아와 그리스에서 학대받고 있느냐? 이제 나는 햇빛을 등지고 떠났기에, 토래성 평원에서 최고의 토래성인들을 죽이던 때처럼 그리스인들을 도울 수 없느니라. 만약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아버지 댁으로 잠시라도 갈 수 있다면, 아버지를 해치고 모욕하는 자들이 내 손이 무적이지 않기를 바라게 만들겠느니라.”
내가 그에게 대답하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없으나, 당신의 아들, 사랑하는 네오프톨레무스에 대해서는 모두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나는 다른 잘 무장한 그리스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스키로스에서 그를 데려왔나이다. 우리가 토래성에 대한 전략을 세울 때, 그는 항상 네스토르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요점을 정확히 짚어 말하였나이다. 그리고 우리가 토래성에서 싸울 때, 그는 거대한 전투의 인파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항상 두려움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전쟁터에서 엄청난 수의 적을 죽였나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죽인 자들의 이름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나이다. 그러나 그는 청동 창으로 텔레포스의 아들 에우리필루스를 베어 죽였나이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데, 위대한 멤논 다음으로 잘생긴 사람이었나이다. 프리아모스가 그의 어머니에게 뇌물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데려온 수많은 케티아인들도 모두 죽임을 당하였나이다. 우리 아르고스 지도자들이 목마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 임무였나이다. 다른 그리스 지휘관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잘생긴 내 아들은 안 되었나이다! 나는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며, 그는 눈물을 닦을 필요도 없었나이다. 목마 안에서 그는 내게 뛰어내리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으며, 칼자루와 무거운 창을 꽉 쥐고 토래성인들을 해치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마침내 우리가 프리아모스의 높은 도시를 함락시켰을 때, 그는 전리품으로 가득 찬 채 목마에 올라탔나이다. 날카로운 청동 창에 상처 하나 나지 아니하였으며, 아레스가 맹렬하게 날뛰는 전쟁에서 그가 겪은 모든 소규모 전투에서 그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아길수의 유령은 아들의 영광스러운 용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도다. 다른 죽은 영혼들도 슬픔에 잠겨 모여들었고, 각자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직 아이아스만이 배 옆에서 재판이 열렸을 때 내가 아길수의 갑옷을 차지한 것에 분노하여 뒤에 남았도다. 영웅의 어머니 테티스와 토래성의 아들들, 그리고 팔라스가 내게 그 무기를 주었느니라. 차라리 이 시합에서 이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무기는 아길수, 필우의 아들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외모와 위업을 지녔던 아이아스가 땅속에 묻힌 것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그에게 화해를 청하며 이르되,
“제발, 위대한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여, 그 저주받은 무기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내려놓을 수 없겠나이까? 죽어서라도 말이니이다. 신들께서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탑이었는데, 얼마나 큰 손실이었나이까! 당신이 떠났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슬픔에 잠겼고, 아길수만큼이나 오랫동안 당신을 애도하였나이다. 상제 외에는 누구도 탓하지 마소서. 그는 그리스 군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우리를 파멸시켰고,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에게 이런 운명을 내린 이유이니이다. 그러나 이제 들어주소서, 폐하. 분노를 가라앉히소서.”
그는 대답하지 않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따라 에레보스로 향하였도다. 그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더 많은 영혼들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르나이다.
저는 그곳에서 황금 홀을 들고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상제의 아들 미노스를 보았느니라. 그들은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는 염라국의 집 안에서 왕에게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하느니라. 저는 또한 외로운 산꼭대기에 살면서 죽였던 짐승들을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쫓는 위대한 오리온을 보았도다. 그는 파괴할 수 없는 청동 곤봉을 들고 있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가야의 아들 티우가 아홉 마일이나 뻗어 있는 것을 보았도다. 상제의 연인 레토가 아름다운 파노페우스의 들판을 지나 피토로 가는 길에 상제께서 그녀를 강간하셨느니라. 두 마리의 독수리가 그의 양옆에 앉아 그의 간을 찢고 내장을 파고들었으나, 그는 독수리들을 밀쳐낼 수 없었도다.
나는 턱까지 물에 잠긴 탄탈루스의 고통을 보았느니라. 그는 너무나 목이 말라 마실 물조차 없었도다. 그 노인이 물을 향해 몸을 굽히자 물은 사라져 버렸으며, 어떤 신께서 물을 말려 버리셨느니라. 그의 발치에는 검은 흙이 나타났도다. 키 큰 잎이 무성한 나무에는 달콤한 무화과와 석류, 눈부시게 빛나는 사과와 잘 익은 감람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으나, 그가 손으로 그것들을 잡으려 하자 바람이 그것들을 어두운 구름 속으로 날려 버렸느니라.
그리고 나는 시시포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도다.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밀어 언덕 꼭대기로 올리려 온 힘을 다해 애썼느니라. 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다시 무심하게 굴러떨어졌으며, 그러나 그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먼지로 뒤덮인 머리를 한 채 계속해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도다.
나는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환영을 보았느니라. 그는 불멸의 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위대한 상제와 황금빛 헤라의 딸인 아름다운 발목의 헤베와 함께 있었도다. 그의 유령 주위에서 죽은 영혼들은 공포에 질려 새처럼 비명을 질렀느니라. 그는 마치 음산한 밤처럼 걸어 다니며 활집에서 꺼낸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꽂아 넣었으며, 쏘기 직전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도다. 그의 가슴에는 곰, 멧돼지, 사납게 노려보는 눈을 가진 사자, 전투와 사람들의 학살을 묘사한 놀라운 금빛 띠가 둘러져 있었느니라. 나는 이 장면을 디자인한 장인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이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슬픔에 잠겨 외치되,
“오지수여!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자여, 당신도 내가 지상에 살았을 때처럼 운명의 무게에 시달리는가? 나는 상제의 아들이었으나, 고통은 끝이 없었느니라. 나보다 훨씬 영웅적이지 못한 자의 노비가 되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도다. 그는 한때 나에게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라고 보냈는데,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니라. 나는 허명과 번뜩이는 눈빛의 지혜낭자의 도움을 받아 염라국에서 그 개를 데려왔느니라.”
그는 염라국의 집으로 돌아갔도다. 나는 고대에 죽은 다른 영웅들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았으며, 내가 바라던 대로 신의 아들 피리토스와 테세우스 같은 고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섬뜩한 울부짖음과 함께 몰려들었고,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 여왕이 고르곤의 머리를 염라국에서 내보낼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그래서 나는 서둘러 돌아가 부하들에게 배에 올라타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 벤치에 앉았으며, 강물은 배를 바다 강 아래로 밀어내었느니라. 처음에는 노를 저어 나아갔고, 나중에는 순풍을 받았도다.
==제12권 어려운 선택들==
「우리 배는 대양의 흐름을 넘어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갓 태어난 새벽이 있는 아이아이아에 이르렀나이다. 새벽은 태양신 헬리우스의 빛과 함께 초원에서 춤을 추는 곳이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배를 대고 하선하여 밝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나이다.
새벽이 일찍, 꽃잎 같은 손가락을 가진 채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키르케의 집으로 보내 죽은 엘페노르의 시신을 가져오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서둘러 나무를 베고 가장 먼 곶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였나이다. 우리는 그의 시신과 장비를 태우고 흙무덤을 쌓은 다음, 그 위에 기둥을 끌어다 놓고 그의 노를 꽂았나이다. 이 모든 의식을 차례로 행하였나이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신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노비들을 데리고 서둘러 우리를 맞으러 왔나이다. 노비들은 빵과 고기, 그리고 선명한 붉은 포도주를 가지고 왔나이다. 그녀는 우리 가운데 서서 이르되,
『참으로 놀랍구나. 너희 모두 산 채로 염라국에 갔다니.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죽는데 너희는 두 번 죽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먹고 여기서 하루 종일 포도주를 마시며 지내렴.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떠나라. 내가 너희의 항로를 자세히 설명해 줄 터이니,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어떤 악한 것도 너희를 해칠 틈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집 센 사람이었으나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실컷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남자들은 배 옆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내 손을 잡고 그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물었나이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키르케가 대답하되,
『이제 그 여정은 끝났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내가 좋은 지시를 내릴 터이니, 다른 신이 네가 기억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먼저 너희는 모든 행인을 홀리는 사이렌들에게 가야 한다. 만일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사람은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곳 초원에 앉아 있는 사이렌들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래로 그를 유혹할 것이다. 그들 주위에는 살점이 뼈에서 썩어 나가고 피부가 오그라든 채 죽어 있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널려 있다. 노를 저어 지나갈 때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넣어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라. 그러나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선원들은 당신을 손과 발로 밧줄을 단단히 묶어 배의 돛대에 똑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묶이면 사이렌의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들에게 풀어 달라 애원하면, 그들은 더 단단한 매듭으로 당신을 묶어야 할 것이다.
사이렌을 지나 항해한 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겠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첫 번째 길은 암피트리테 여신이 거대한 파도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거대한 바위들을 통과하는 길이다. 축복받은 신들은 이곳을 방랑하는 바위라 부른다. 상제에게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는 비둘기조차도 이곳을 안전하게 날아갈 수 없다. 비둘기 한 마리는 항상 길을 잃는다. 그 깎아지른 절벽 속 깊은 곳에 상제가 또 다른 신을 보내 무리의 수를 회복시켜야 하였느니라. 인간의 배는 그곳을 지나간 적이 없다. 들어가려 하면 파도와 거센 불길이 배의 목재와 사람들의 몸을 집어삼켰느니라. 오직 유명한 아르고호만이 아이에테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항해하였느니라. 강한 해류가 배를 바위 쪽으로 내던졌으나, 이아손을 사랑한 헤라가 그들을 안전하게 인도하였느니라.
두 번째 길로 가면 두 개의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뾰족한 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걷히지 않는 푸른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도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아니한다. 스무 개의 손과 스무 개의 발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바위를 오르거나 발을 디딜 수 없다. 바위는 마치 매끄럽게 연마된 듯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서쪽, 어두운 에레보스 산을 향해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있다. 위대한 오지수여, 배를 그 동굴 옆으로 몰고 가라. 그 동굴은 너무 높아서 화살로 쏠 수조차 없다. 그곳에는 울부짖고 짖어대는 스킬라가 살고 있다. 끔찍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강아지 같으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신조차도 그녀를 두려워할 정도이다. 그녀는 축 늘어진 다리가 열두 개이고, 목은 여섯 개이며, 각 목에는 끔찍한 머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각 얼굴에는 죽음을 품은 듯한 빽빽한 이빨이 세 줄로 나 있다. 그녀의 배는 텅 빈 동굴 안으로 축 늘어져 있고, 머리는 아득한 협곡 위로 내밀고 바위 주변을 살피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돌고래, 물개, 때로는 거대한 고래까지 잡아먹기도 한다. 포효하는 바다의 여왕 암피트리테는 수많은 생물을 보살핀다. 그곳을 지나가는 뱃사람은 결코 무사하지 못하다. 그녀는 검은 뱃머리를 가진 배에서 입으로 사람을 한 명씩 낚아챈다.
다른 바위는 화살을 쏘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이 두 번째 바위는 더 아래쪽에 있고, 그 위에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아래에서 신성한 카리브디스는 검은 물을 빨아들인다. 하루에 세 번 물을 뿜어내고, 세 번 꿀꺽꿀꺽 마신다. 그녀가 물을 삼킬 때는 그곳을 피해야 한다. 물속으로. 그때는 위대한 해신조차도 너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빨리 노를 저어 스킬라 옆으로 배를 몰고 가라. 여섯 명이라도 잃는 것이 모두 죽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여신이시여, 제발 진실을 말씀해 주소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카리브디스를 피해 스킬라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이까.』
여신이 대답하되,
『아니, 어리석은 자여. 네 마음은 아직도 전쟁에 사로잡혀 있구나. 그러나 이제 신들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녀는 필멸자가 아니다. 불멸의 악, 무시무시하고 사납고 잔인한 존재이다. 너는 그녀와 싸울 수 없다. 최선의 해결책이자 유일한 길은 도망치는 것이다. 바위 옆에서 무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녀는 여섯 개의 머리로 다시 공격해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스킬라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힘인 크라타이스에게 도움을 청하라. 그녀는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 준 존재이다. 여신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가라. 그러면 너는 헬리우스가 양과 소를 기르는 트리나키아라는 섬에 도착할 것이다. 한 무리에 쉰 마리씩, 총 일곱 무리가 있다. 그들은 번식도 하지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하며, 그들을 돌보는 자들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신 파에투사와 람페티아, 빛나는 네이라와 헬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빛나는 딸들이다. 그녀는 그들을 키운 후, 아버지의 양과 소를 지키도록 외딴 트리나키아로 보냈느니라. 만일 고향을 기억하고 소들을 해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선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을 예언한다.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늦게, 그리고 수치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키르케가 말을 마치자 새벽의 황금 옥좌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녀는 섬을 가로질러 걸어갔나이다. 나는 배로 돌아가 선원들을 깨워 배에 오르게 하고 뱃머리 밧줄을 풀도록 하였나이다. 그들은 배에 올라타 각자 자리에 앉아 노로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나이다. 검은 뱃머리를 가진 우리 배 뒤에서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는 돛을 채우는 친절한 바람을 보내 주었나이다. 우리는 재빨리 돛대를 정리하였고, 바람과 조타수가 배를 조종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선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키르케가 내게 알려 준 계시는 나 혼자만 아는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러분과도 나누겠나이다. 진실을 알고 죽거나, 아니면 탈출할 수 있나이다. 키르케는 우리가 저승의 세이렌들의 목소리를 피해야 하고, 그들의 꽃밭을 지나쳐야 한다 하였나이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나를 밧줄로 묶어 돛대에 똑바로 세워 두시오. 내가 간청하고 명령하면, 내 밧줄을 더 세게 묶어 더욱 꽉 묶어 주시오.』
이렇게 나는 그들에게 모든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곧 잘 만들어진 우리 배는 순풍을 타고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졌고,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었나이다. 고요함이 찾아왔나이다. 어떤 정령이 파도를 잠재운 듯하였나이다. 선원들은 일어나 돛을 내리고 선창에 넣었나이다. 그들은 노를 저어 매끄러운 나무 노가 물을 하얗게 물들였나이다. 나는 양손으로 밀랍 덩어리를 쥐고 잘게 잘랐나이다. 단단하게 반죽하고 햇볕에 데운 반죽을 차례로 각자의 귀에 발라 주었나이다. 그들은 내 손발을 돛대에 꼿꼿이 세운 채 묶었나이다. 그들은 앉아서 노를 저었나이다. 우리는 빠르게 나아갔고,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우리 배가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나이다.
『오지수여. 이리 오시오. 당신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잘 알려져 있소. 그리스의 영광이시여. 이제 배를 멈추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듣소. 이 음악은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은 더 큰 지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오소.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토래성에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겪은 모든 고통을 알고 있고, 세상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다 알고 있기 때문이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듣고 싶었나이다. 나는 부하들에게 나를 풀어 주라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찡그렸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노를 저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일어서서 나를 더욱 단단히, 더 많은 매듭으로 묶었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훨씬 지나쳐 더 이상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나이다. 그들은 내가 귀를 막았던 밀랍을 제거하고 나를 풀어 주었나이다.
그 섬을 떠나자, 나는 거대한 파도와 연기를 보았고, 굉음을 들었나이다. 부하들은 겁에 질려 노를 놓았고, 노는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나이다. 아무도 가느다란 노를 젓지 않자 배는 멈춰 섰나이다. 나는 갑판을 따라 걸으며 한 명 한 명 격려한 다음, 모두를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나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우리는 위험에 익숙하다. 이번 일은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동굴에 갇혔을 때보다 더 나쁘지 아니하다. 그때 우리는 나의 기술과 지혜, 그리고 전략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느니라. 그것을 기억하라. 자, 모두 내 말을 믿으라. 자리에 앉아 노를 저어 파도를 깊이 저어라. 상제께서 이 재앙에서도 우리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실지도 모른다. 선장이여, 잘 들어라. 이것이 네 명령이다. 키를 잡고 저 검은 연기와 솟아오르는 파도를 피해 바위 쪽으로 배를 몰아라. 배가 반대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들은 즉시 명령을 따랐나이다. 나는 스킬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스킬라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하였고,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남자들은 노를 놓고 두려움에 떨며 선창으로 도망쳐 숨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가 무기를 들지 말라 한 조언을 무시하였나이다.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나이다. 나는 찬란한 갑옷을 입고 긴 창 두 자루를 손에 든 채 뱃머리 갑판으로 올라갔나이다. 바위투성이의 스킬라가 그쪽에서 나타나 내 부하들을 해칠 것 같았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좁은 해협을 노를 저어 나아갔나이다. 한쪽에는 스킬라가, 다른 한쪽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이는 빛나는 카리브디스가 있었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물을 뿜어낼 때는 마치 거대한 불 위의 끓는 가마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나이다. 거품이 높이 솟아올라 양쪽 바위 꼭대기에 튀었나이다. 그러나 카리브디스가 바닷물을 다시 삼키자,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듯하였고, 주변의 바위들은 무시무시하게 포효하였으며, 아래쪽의 짙은 푸른 모래사장이 드러났나이다. 병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나이다.
우리가 두려움에 떨며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는 동안, 스킬라가 배에서 여섯 명의 병사를 낚아챘나이다. 그들은 내 배에서 가장 강하고 용맹한 전사들이었나이다. 아래에서 뒤돌아보니 그들의 발과 손이 하늘 높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나이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게 울부짖고 내 이름을 불렀나이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나이다. 마치 어부가 절벽 위에서 소뿔로 만든 낚싯줄을 길게 늘어뜨려 작은 물고기들을 낚으려 할 때, 물고기가 잡히면 숨을 헐떡이며 해안으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스킬라가 그들을 바위 동굴로 들어 올려 입구에서 잡아먹을 때, 그들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몸부림 속에서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나이다. 그것은 내가 바다에서 고통받는 동안 본 가장 가슴 아픈 광경이었나이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바위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곧 태양신 히페리온의 아들 헬리우스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멋진 얼굴을 한 그의 소들과 잘 먹은 양 떼들이 있었나이다. 검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 나는 우리 안의 소들의 울음소리와 양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나이다. 나는 눈먼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키르케의 말을 떠올렸나이다. 두 신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하라 엄격히 지시하였나이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잘 아나이다. 그러나 제 말을 잘 들어 주소서. 티레시아스와 키르케는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해야 한다 강조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끔찍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였나이다. 우리는 배를 돌려 섬을 지나가야 하나이다.』
그들은 이 말에 몹시 낙담하였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저에게 화를 내며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불공평하나이다. 당신은 강하고 지치는 기색이 없으니 분명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쉴 시간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완전히 지쳐 버렸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가 섬에 내려 맛있는 저녁을 해 먹는 것도 허락하지 아니하고, 안개 낀 바다를 밤새도록 표류하라 명령하는구나. 밤이 되면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 배를 난파시키는데, 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북쪽이나 서쪽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이 배를 부숴 버린다면 누가 재앙을 피할 수 있겠나이까.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자. 여기 머물면서 배 옆에서 음식을 해 먹자.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자.』
이것이 그의 말이었나이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였고, 그때 나는 어떤 악령이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직감하였나이다.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에우리로코스여. 나는 한 명이고 너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하는군. 그러나 모두 내게 굳게 맹세하노라. 소떼나 양떼를 발견하더라도 한 마리도 죽이지 마라. 가까이 가지 말고 불멸의 여신 키르케가 마련해 준 음식을 먹어라.』
그들은 내 말대로 맹세하였나이다. 맹세가 끝나자 우리는 잘 만들어진 배를 민물 근처의 굽은 항구 안쪽에 정박시켰나이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능숙하게 저녁을 요리하였나이다. 음식과 술로 배가 부르자 그들은 스킬라가 배에서 잡아먹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나이다. 그들이 울부짖는 동안 달콤한 잠이 그들을 감쌌나이다.
밤이 지나고 별들이 사라지자 상제는 기이한 폭풍우를 일으켰나이다. 그는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고,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나이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우리는 배를 산령녀들이 춤을 추는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모인 부하들에게 연설하였나이다.
『친구들이여, 배에는 식량이 있다. 가축은 건드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저 소들과 살찐 양들은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는 위대한 태양신 헬리우스의 소유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그들은 마지못해 따랐나이다. 그러나 그 달 내내 남풍이 불고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다른 바람은 전혀 불지 아니하였고, 오직 남풍과 동풍만이 불었나이다. 부하들은 아직 음식과 술이 있는 동안에는 소들을 건드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은 목숨을 건지기를 바랐나이다. 그러나 배의 물자가 바닥나자, 선원들은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나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은 낚싯바늘로 물고기와 새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잡았나이다.
저는 혹시라도 신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실까 하는 생각에 기도하러 나섰나이다. 부하들을 남겨 두고 섬을 가로질러 바람을 피해 그늘에서 손을 씻고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러자 신들이 제 눈에 달콤한 잠을 내려 주셨나이다. 그 사이에 에우리로코스는 어리석은 제안을 하였나이다.
『잘 들어 보시오, 친구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굶주림이 가장 비참한 일이다. 그러니 이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아 불멸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자. 이탁도로 돌아가면 곧바로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짓고 그 안에 보물을 모을 것이다. 만일 태양신이 이 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우리 배를 난파시키고 다른 신들도 동의한다면, 나는 이 사막 섬에서 천천히 시들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바닷물을 마시고 죽는 편이 낫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나이다. 그들은 배 옆에서 풀을 뜯고 있던 헬리우스의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으러 갔나이다. 사람들은 소들을 에워싸고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나이다. 배에는 보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참나무 잎을 뜯어 먹었나이다. 기도를 드린 후 소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허벅지를 잘라 낸 다음 뼈 위에 지방을 두 겹으로 덮고 그 위에 날고기를 올렸나이다. 불타는 제물에 부을 포도주가 없었기에 물을 사용하였고, 내장을 모두 구웠나이다. 허벅지살이 불에 타오르고 내장이 뿌려지자, 그들은 나머지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았나이다.
달콤한 잠이 눈에서 녹아내렸나이다. 나는 해안가에 정박한 배로 급히 돌아갔나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감쌌나이다. 나는 신음하며 신들에게 이르되,
『오,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당신들은 그 지독한 잠으로 내 정신을 멀게 하였나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내 부하들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나이다.』
그 사이에 긴 치마를 입은 람페티아는 태양신에게 우리가 그의 소들을 죽였다고 알리러 달려갔나이다. 격분한 태양신은 다른 신들을 불렀나이다.
『위대한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오지수의 부하들을 벌하소서. 그들이 내 소들을 죽였나이다. 나는 하늘에 오를 때나 땅에 내려올 때나 매일 그 소들을 보며 기뻐하였나이다. 그들이 내게 보답하지 아니하면 나는 염라국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만 나의 밝은 빛을 비출 것이다.』
상제가 대답하되,
『헬리우스여. 우리와 함께 빛을 비추어 생명을 주는 땅 위의 필멸자들을 위해 빛을 비춰 주소서. 나는 즉시 나의 밝은 번개로 그들의 배를 쳐서 포도주빛 바다 전체에 산산조각 내 버릴 것이옵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아름다운 칼리프소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배 옆 해안으로 돌아와 나는 그들 각자를 꾸짖었나이다. 그러나 소용없었나이다. 소들은 이미 죽어 있었나이다. 신들이 징조를 보냈나이다. 가죽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고, 꼬챙이에 꽂힌 고기는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음메 소리를 냈나이다. 소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나이다.
엿새 동안 내 부하들은 헬리우스가 준 소고기로 잔치를 벌였나이다. 이레째 날,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가 앞장서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우리는 재빨리 배에 올랐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돛을 펼쳐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우리가 그 섬을 떠났을 때, 우리는 하늘과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에 짙은 푸른색 폭풍 구름을 드리웠나이다. 그 아래 바다는 어두워졌나이다. 잠시 배가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때 제피로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맹렬한 폭풍을 몰고 왔나이다. 강한 돌풍이 앞쪽 돛줄 두 개를 모두 부러뜨렸고, 돛줄은 선창 안에 흩어졌나이다. 돛대는 뒤로 부러져 선장의 배 뒷부분을 강타하였고,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나이다. 그의 뼈는 으스러지고, 골격은 부서졌나이다. 그는 잠수부처럼 갑판에서 떨어졌고,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났나이다.
바로 그 순간, 상제가 천둥을 치며 배에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흔들리는 배는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모든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배 옆 파도 위의 갈매기처럼 휩쓸려 갔나이다. 신들은 그들이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았나이다. 나는 배 위에서 서성거렸고, 마침내 조류가 배의 옆면을 용골에서 뜯어냈나이다. 파도가 배의 뼈대를 휩쓸어 가고 돛대를 부러뜨렸나이다. 그러나 그 위에 소가죽으로 만든 돛대 고정줄이 걸려 있었나이다.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묶고 무시무시한 바람에 실려 나아갔나이다.
마침내 폭풍이 멈추고 서풍이 잦아들었나이다. 남풍이 나를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로 되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되었나이다. 밤새도록 뒤로 휩쓸려 갔고, 해가 뜰 무렵 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무시무시한 바위산으로 돌아왔나이다. 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무화과나무 가지에 가려진 채. 나는 박쥐처럼 나무줄기를 붙잡았나이다. 발을 디딜 수도, 기어오를 수도 없었나이다. 뿌리는 너무 낮았고, 길고 높은 가지는 너무 높았나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매달렸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내 돛대와 용골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기를 바랐나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리브디스가 그렇게 해 주었나이다. 젊은이들의 다툼을 하루 종일 심판하다가 마침내 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던 바로 그 순간, 카리브디스에서 널빤지들이 둥둥 떠올랐나이다. 저는 손과 발을 놓아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떠다니는 나무토막들 옆으로 떨어졌나이다. 저는 그 나무토막 위로 기어올라 손으로 노를 저어 떠났나이다. 상제께서 스킬라가 저를 보지 못하게 해 주셨기에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나이다.
저는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열흘째 저녁, 신들의 도움으로 저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답고 신성한 칼리프소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녀는 저를 사랑하고 보살펴 주었나이다. 제가 어제 당신과 당신의 아내에게 들려드린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리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옵니다.」
==제13권 두 명의 사기꾼==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는 어둑한 홀 안에 앉아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였다. 마침내 알진오가 이르되,
「오지수여, 자네가 내 집에 머물며 손님으로 지냈으니 이제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네. 충분히 고생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언제나 내 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는 내 노래를 들어 주는 존경하는 손님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시오. 손님은 궤짝에 옷을 싸 놓았고, 우리가 준 선물들도 있네. 이제 우리 각자는 튼튼한 삼각대와 가마솥을 하나씩 더해야겠네.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여 누구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네.」
왕의 말에 모두는 기뻐하였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쉬었다. 그때 새벽이 다시 밝아왔다. 새벽의 손가락에서 꽃이 피어나자 그들은 서둘러 배로 돌아가 영웅적인 청동 선물을 가져왔다. 왕은 배에 올라 그것들을 들보 아래에 놓아 선원들이 노를 저을 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왕과 함께 식사를 하러 돌아갔다.
거룩한 왕은 세상을 다스리는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어두운 구름의 신인 상제에게 바칠 제물을 잡았다. 그들은 소의 허벅지를 불태우고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존경받는 가수 데모도쿠스는 그들 가운데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내내 눈부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해가 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치 온종일 소를 끌고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난 사람이 저녁 식사를 간절히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을 수 있는 해 질 무렵을 반기는 것과 같았다. 가는 길에 다리가 쑤셨는데도 말이다. 오지수가 해 지는 것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었느니라.
그는 곧바로 항해를 나온 무릉도인들, 특히 알진오에게 이렇게 말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저를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 주시고 예물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제 소원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나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배편과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신들이 저의 행운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여전히 흠 없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리고 무릉도인 여러분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쁨과 모든 축복을 안겨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여러분의 백성들에게 아무런 고난도 없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들은 그의 말에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좋은 말을 하였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말하였다. 알진오는 오른팔인 본도수에게 이르되,
「본도수여, 이제 포도주 한 잔을 타서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따라 주어라. 상제 신께 기도를 드리고 손님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간구하자.」
그러자 집사는 잔에 포도주를 가득 타서 모두에게 차례로 따라 주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신과 같은 오지수는 일어서서 아례희의 손에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쥐여 주었다. 그의 말이 그녀에게 울려 퍼지되,
「여왕이시여, 우리 모두에게 그러하듯 당신도 늙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이제 떠나겠나이다. 당신의 집과 자녀들, 백성, 그리고 왕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소서.」
그렇게 말하고 고귀한 영웅은 문턱을 넘었다. 알진오는 그의 집사를 보내 해안에 정박한 빠른 배로 그를 안내하게 하였다. 아례희도 여종들을 보냈다. 한 명은 갓 세탁한 장포와 튜닉을 가져왔고, 한 명은 정교하게 조각된 궤짝을, 다른 한 명은 빵과 적포도주를 가져왔다.
배에 도착하자 안내자들은 모든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가 선창 안에 가지런히 실었다. 그들은 오지수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배의 선미 갑판에 시트와 담요를 깔았다. 오지수는 그곳에 올라가 조용히 누웠다. 노 젓는 사람들은 벤치에 차분히 앉아 닻줄을 풀었다. 그들은 몸을 뒤로 젖히고 힘껏 당겼다. 노가 물을 튀겼다. 그의 눈에는 죽음처럼 깊고 달콤한 잠이 내려앉았고, 그는 미동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치 네 마리의 멋진 말이 채찍을 향해 달려들어 마차를 몰고 트랙을 질주하듯, 머리를 높이 들고 유유자적 질주하는 배처럼, 배의 뱃머리도 높이 들려 있었다. 보랏빛 바다의 거친 파도가 배의 선미를 에워쌌고, 배는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가장 빠른 새인 매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배는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항해하였다. 배에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닌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가슴 아픈 상실과 전쟁, 난파의 고통을 견뎌 냈다. 이제 그는 평화롭게 잠들었고, 고통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느니라.
그러나 새벽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밝은 별이 하늘에 떠오르자, 바다를 항해하던 배는 육지에 가까워졌다. 이탁도 지역에는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항구가 있다. 항구 양쪽에는 만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절벽이 솟아 있어 폭풍우가 칠 때 큰 파도를 막아 준다. 배들은 일단 만의 경계를 넘어서면 밧줄 없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만의 어귀에는 잎이 긴 감람 나무가 자라고, 그 근처에는 바다 요정 네레이드들의 성지인 아름답고 어두운 동굴이 있다. 동굴 안에는 돌로 만든 그릇과 암포라가 있고,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가져온다. 돌로 만든 베틀도 있는데, 요정들이 바다처럼 보라색 천을 짜는 모습은 경이롭다. 동굴 안에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 입구는 두 개인데, 북쪽 입구는 인간의 것이고 남쪽 입구는 신성한 길이다. 사람들은 그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곳은 불멸의 존재들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니라.
그들은 노를 저어 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예로부터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팔은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고, 배는 너무 빠르게 나아가 육지에 다다르자 절반이 모래톱에 좌초되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시트와 담요로 싸인 오지수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여전히 깊이 잠든 오지수를 모래 위에 눕혔다.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무릉도 영주들이 고향으로 가져가라 준 선물들을 모두 꺼냈다. 그들은 오지수가 자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감람 나무 옆에 선물들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는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진의 신 해신은 여전히 오지수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상제에게 오지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물었나이다.
「오, 아버지 상제시여. 필멸자들이 저를 존경하지 아니하니 저는 신들 앞에서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이옵니다. 이 무릉도인들은 모두 제 후손인데 말입니다. 저는 항상 오지수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해 왔나이다. 당신께서 직접 고개를 끄덕여 약속하셨기에 저는 그에게서 그 특권을 빼앗지 아니하였나이다. 결코 그렇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의 빠른 배는 그를 바다 건너 이탁도에 데려다 주었고, 그들은 그에게 훌륭한 선물들을 안겨 주었나이다. 청동, 금, 그리고 고운 옷감까지, 그가 토래성에서 무사히 탈출하였더라도 얻었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리품이옵니다.」
폭풍의 신 상제가 외치되,
「땅을 흔드는 자여. 어처구니없구나. 신들은 너를 모욕하지 아니한다. 그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연장자를 모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일 고의적인 인간들이 존경심을 보이지 아니한다면 그들을 벌하라. 너에게는 언제나 그런 힘이 있다. 네 뜻대로 하라.」
해신이 대답하되,
「어두운 구름의 신이시여,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싶었나이다.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참아 왔으나, 이제 그 무릉도인들의 훌륭한 배가 그를 건너게 도와주고 돌아오면, 저는 그 배를 바다에 처박아 버리고 그들의 도시를 산으로 뒤덮어 다시는 여행자들을 안내하지 못하게 하고 싶나이다.」
구름의 신 상제가 이르되,
「형제여, 도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착하는 배를 돌로 변하게 하되, 여전히 배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나이다. 그들은 모두 충격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라.」
이 말을 듣고 해신은 무릉도의 도화원으로 가서 기다렸다. 배가 해안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신은 배 가까이 다가가 배 전체를 돌로 변하게 한 다음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다 밑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사라지자, 노와 훌륭한 배로 유명한 무릉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었나이다.
「무엇이라. 누가 그 배가 바다로 빠르게 돌아오는 동안 단단히 고정시켰는가. 우리가 다 보았는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알진오가 군중에게 이르되,
「정말이로구나. 제 아버지는 오래전에 해신 신께서 우리가 여행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미워하신다 말씀하셨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그 일을 모면하였으나, 언젠가 위대한 해신 신께서 그런 여정에서 돌아오는 배를 파괴하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어버리실 것이라 예언하셨나이다. 이제 그 노인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나이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하나이다. 더 이상 방문객들이 길을 떠나는 것을 도와주지 마시오. 우리는 해신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지 않으시도록 우리가 직접 고른 황소 열두 마리를 제물로 바쳐야 하나이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두려워하며 황소를 준비하였고, 무릉도의 모든 지도자들은 제단 주위에 서서 해신 신께 기도하였다.
한편, 고향 이탁도에서 잠들어 있던 오지수는 깨어났으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그곳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팔라스 지혜의 여신은 안개를 드리워 그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 주고, 그가 구혼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갚을 때까지 그의 아내와 가족, 이웃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 정겨운 항구와 구불구불한 길, 잎이 무성한 나무들은 모두 그의 왕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느니라.
그는 벌떡 일어서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허벅지를 치며 흐느꼈나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잔인한가. 아니면 신을 경외하는 친절한 사람들인가. 내 보물을 다 어디에 두고 가야 하는가. 어디로 떠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페아키아에 남아 다른 강력한 왕을 만났더라면, 내 친구가 되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었을 터인데. 내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가야 할까. 여기는 안 된다. 분명 도둑맞을 것이다. 페아키아 영주들은 믿을 만한 자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나를 이탁도로 데려다 주겠다 약속하였으나, 약속을 어기고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느니라. 가난한 자를 도우시는 상제께서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상제께서는 모든 사람을 지켜보시고 죄인을 벌하시느니라. 이제 내 보물을 세어 봐야겠구나.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날 때 몇 개 훔쳐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삼각대, 가마솥, 금, 천을 모두 세어 보았으나, 없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오지수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닷가를 서성이며 향수병에 시달리고 슬픔에 잠겨 흐느꼈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목동의 모습처럼 보였고, 왕자처럼 젊고 부드러운 피부를 지녔으며, 어깨에는 고운 천으로 만든 장포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여린 발에는 샌들을 신고 있었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너무나 기뻐하며 외치되,
「오, 친구여. 당신은 제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시구나. 반갑나이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제 보물과 저를 지켜 주소서. 저는 당신께 마치 신이신 것처럼 기도하고 간청하나이다. 당신의 무릎에 손을 얹고 간청하나이다. 부디 저를 도와주소서. 그리고 제발, 이곳은 어디이옵니까. 섬이옵니까. 아니면 비옥한 본토에서 바다로 뻗어 있는 반도이옵니까. 누가 이곳에 살고 있나이까.」
그러자 여신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르되,
「나그네여, 당신은 먼 곳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어리석은 자임이 틀림없구나. 이 유명한 나라에 대해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 해가 뜨는 동쪽 땅에 사는 사람들부터 어둑한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곳은 험준한 땅이라 말을 방목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고 넓지도 아니하나, 불모지는 아니다. 이곳에는 곡식과 포도주가 풍성하다. 땅은 항상 비와 이슬로 촉촉하고, 좋은 물웅덩이가 있으며, 염소와 소를 기르기에 좋고, 나무들도 다양하다. 외국인이여, 이탁도라는 이름은 그리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는 토래성에서도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난을 견뎌 온 오지수는 고향 땅에 돌아왔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의 말은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나,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야기를 삼켰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교묘한 계략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그래, 이탁도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으나 나는 먼 크레타에서 왔느니라. 지금 나는 이 모든 재산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남겨 두었느니라. 나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크레타 들판에서 나는 이도메네우스 왕의 아들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오르실로코스를 죽였느니라. 나는 토래성에서 그의 아버지를 섬기거나 돕기를 거부하고 내 군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내가 전쟁과 긴 항해 끝에 힘들게 얻은 토래성의 전리품을 훔치려 하였다. 나는 동료 한 명과 함께 길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여 창으로 찔렀느니라.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아무도 내가 날카로운 청동 칼로 그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를 죽인 후, 나는 재빨리 노를 저어 페니키아인들을 찾아가 약탈품을 나누어 주었고, 그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필성나 유명한 엘리스로 데려다 달라 말하였다. 그러나 폭풍우가 그들을 원치 않게 그곳을 떠나게 하였다. 그들은 나를 속이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항로를 이탈하여 우리는 밤중에 이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배가 고팠으나 아무도 저녁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 항구로 들어왔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모두 그 자리에 누웠다. 달콤한 잠이 나를 감쌌다.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 보물을 꺼내 모래 위에 잠든 내 옆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잘 지어진 시돈으로 항해를 떠났고, 나는 이곳에 남아 슬픔에 잠겼느니라.」
그의 말에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아름답고 키가 크며 모든 예술에 능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나이다.
「당신의 모든 속임수를 간파하려면 인간이든 신이든 속임수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이오. 영리한 악당이로구나. 얼마나 교활하고 거짓말에 능숙한지. 당신은 허구와 속임수를 너무나 좋아하여 자기 땅에서조차 멈추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래요, 우리 둘 다 영리하오. 당신처럼 계획을 세우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저는 신들 사이에서 통찰력과 교활함으로 유명하오. 당신은 저를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저는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이오. 저는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의 모든 고난을 돌보아 왔소. 당신이 무릉도인들에게 환영받도록 한 것도 저였소. 지금 저는 당신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저 덕분에 그들이 당신에게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 보물을 숨기기 위해 여기에 왔소. 당신이 고향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제가 알려 드리겠소. 이것이 너의 운명이니 용감하게 감내해야 한다. 방랑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 속에 고통을 견디고 그들의 잔혹한 대우를 참아내라.」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아니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당신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셨으니까요. 오래전 토래성 전쟁 때 당신이 저를 도와 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나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인들이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배에 올라탔을 때, 신들이 우리 함대를 흩어지게 했을 때, 상제의 딸이신 당신은 제 배에 계시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저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셨나이다.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저는 신들이 저를 고통에서 구해 주기를 기다렸나이다. 나중에 풍요로운 무릉도에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은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도시로 인도해 주셨나이다. 제발, 당신의 아버지 상제께 맹세코. 이곳이 이탁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나이다. 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나이다. 당신은 저를 속이고 조롱하려는 것이오. 진실을 말해 주시오. 이곳이 제 사랑하는 고향이오.」
빛나는 눈으로 그녀는 이르되,
「당신은 언제나 예리한 지성을 지녔기에,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당신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오. 당신은 직감과 집중력이 뛰어나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긴 여정 끝에 고국에 도착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보러 곧장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아내를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들에 대해 묻지도 않기로 하였소. 아내는 집에서 매일 밤 비참하게, 매일 낮에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소.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소. 모든 부하들을 잃은 후에도 당신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마음속 깊이 믿었소.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하였기에 당신을 원망하는 아버지의 동생, 해신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아니하였소. 이제 제가 당신에게 이탁도를 보여 드리겠소. 그렇게 믿으시겠지요. 이곳은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만이며, 만 끝에는 잎이 무성한 감람 나무가 있고, 그 근처에는 네가 수백 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쳤던 네레이드라 불리는 산령녀들에게 신성한 그늘진 동굴이 있다. 그리고 여기는 숲이 우거진 산 네리톤이다.」
여신은 이렇게 말하며 안개를 걷어냈다.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과 고통 끝에 마침내 행복에 휩싸인 오지수는 기쁨에 가득 찼다. 그는 기쁨에 차 고향의 비옥한 땅에 입맞추고 두 팔을 높이 들어 기도하되,
「오, 산령녀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제가 다시 당신들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저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 주시고, 상제의 아들이신 제 상관께서 저를 살려 주시고 아들을 기르게 해 주신다면 예전처럼 당신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용기를 내시오. 걱정할 필요 없소. 이제 서둘러 보물을 동굴에 안전하게 숨기시오. 그리고 나서 계획을 세워야겠소.」
여신은 어두컴컴한 동굴로 내려가 숨을 곳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지수는 페아키아인들이 준 선물, 즉 금과 튼튼한 청동, 그리고 정교하게 짠 천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그것들을 모두 안에 넣고 문돌을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두 사람은 신성한 감람 나무에 기대앉아 구혼자들을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하였다. 눈을 빛내며 지혜의 여신은 이르되,
「위대한 왕이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계략과 계획의 달인 오지수여, 구혼자들을 어떻게 물리칠지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삼 년 동안 당신의 집에 머물며 신과 같은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해 왔소. 아내는 항상 당신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며 슬퍼하오. 그녀는 그들에게 약속과 전갈을 보내며 유혹하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소.」
오지수는 외치되,
「오. 당신께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시지 아니하였더라면 저는 건웅처럼 제 집에서 죽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여신이시여, 이제 그들에게 복수할 전략을 짜 주소서. 제 곁에 서서 토래성의 찬란한 왕관을 부쉈을 때처럼 싸울 용기와 의지를 주소서. 여신이시여, 당신께서 그 열정으로 저와 함께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면, 저는 삼백 명의 적과도 한 번에 싸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지혜의 여신은 맑은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진실로 너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는 동안 내가 네 곁에 있음을 알아라. 네 생계를 앗아가는 구혼자들이 넓은 마룻바닥에 피와 뇌수를 흩뿌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제 내가 너를 변장시켜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네 매끈한 팔다리의 고운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고, 머리카락을 망가뜨리고, 누더기 옷을 입혀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몸서리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네 눈을 흐리게 하여 모든 구혼자들과 네 아내, 그리고 집에 남겨 둔 아들에게 네가 추하게 보이도록 할 것이다. 이제 돼지치기를 찾아가 보아라. 그는 비록 노비일 뿐이지만 네 아들과 현명한 연로비를 숭배하고 네 친구이다. 코락스 바위 옆, 아레투사 샘 근처에서 땅을 파헤치며 검은 물을 마시고 영양가 좋은 도토리를 먹는 암퇘지들 사이에서 그를 찾아보시오. 그곳에 머물며 그와 함께 앉아 모든 것을 물어보시오. 그러면 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사필성로 가서 당신이 사랑하는 소년 태명을 데려오겠소. 그는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메넬라오스에게 갔소.」
그가 날카롭게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그에게 말하지 아니하였소.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아니하오. 그가 나처럼 바다에서 길을 잃고 고통받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의 모든 유산을 차지하는 것을 원하였소.」
지혜의 여신은 빛나는 눈으로 대답하되,
「이제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직접 그를 인도하여 그의 여정에서 영광을 얻도록 하였소. 그는 고통받지 아니하오. 그는 지금 메넬라오스와 함께 앉아 연회를 즐기고 있소. 구혼자들은 그를 죽이려고 배에서 매복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의 재산을 먹어 치우는 자들 중 한두 명은 땅으로 덮일 것이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자신의 지팡이로 그를 톡톡 두드렸다. 그의 잘생긴 몸은 시들어 버렸고, 팔다리는 관절염에 걸렸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탈색시키고, 피부를 늙고 주름지게 만들었으며, 그의 아름답고 빛나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의 옷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해진 장포와 누더기 튜닉으로 바뀌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어깨에 커다란 사슴 가죽을 두르고, 해진 토트백과 지팡이를 주었다. 그들의 계획은 정해졌고, 그들은 헤어졌다. 지혜의 여신은 태명을 데리러 사필성로 떠났느니라.
==제14권 충성스러운 노비==
만을 떠나 오지수는 숲과 절벽을 가로지르는 험준한 길을 걸어갔다.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돼지치기를 찾을 길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의 하인들 중 이 고귀한 노비는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오지수는 그가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마당은 높고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돌담 위에는 가시가 있는 배나무 가지가 얹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동안, 라에르테스나 안주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당을 지었다. 마당 주위에는 껍질을 벗긴 나무 말뚝을 원형으로 박아 두었다. 마당 안에는 암퇘지를 위한 우리 열두 개를 나란히 만들고 각 우리에 쉰 마리씩 넣었다. 수퇘지들은 밖에서 잤다.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잡아먹는 바람에 수퇘지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돼지치기는 가장 살찐 수퇘지들을 구혼자들에게 양보하였고, 이제 삼백육십 마리만 남았다. 대장은 성문을 지키기 위해 사납고 반야생적인 개 네 마리를 키웠다.
오지수는 소가죽을 잘라 샌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부하 세 명은 돼지 떼를 몰아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나머지 한 명은 마을로 보내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줄 돼지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신선한 고기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였다.
그때 갑자기 경비견들이 오지수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지수는 머리를 숙이지 아니하고 지팡이를 떨어뜨린 채 땅에 엎드렸다. 개들은 그를 몹시 해치고 그의 땅에서 망신을 주려 하였으나, 재빨리 돼지치기는 가죽옷을 버리고 개들을 쫓아내기 위해 달려갔다. 그는 개들에게 소리치고 돌을 던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손님에게 이르되,
「제 개들이 당신을 거의 갈기갈기 찢어놓을 뻔하였나이다, 노인장이여. 신들이 이미 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당신이 저에게 수치를 안겨 줄 뻔하였나이다. 저는 주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 남들이 먹을 돼지를 기르고 있나이다. 제 주인님은 길을 잃고 아마도 굶주리고 계실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외국어를 쓰는 땅에서 말입니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시다면, 햇빛을 보고 계시다면 말입니다. 자, 노인장이여, 저를 따라오소서. 음식과 술을 배불리 드시고 나서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고귀한 돼지치기는 푹신한 덤불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 가죽을 깔았다. 그것은 그의 두껍고 따뜻한 잠자리 담요였다. 오지수는 자리에 앉아 이 환대에 기뻐하였다. 그는 이르되,
「당신이 저를 그토록 기꺼이 맞아주셨으니, 상제와 모든 불멸의 신들이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과 외국인과 나그네는 물론이고,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경해야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거지와 손님과 나그네를 돌보시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으나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노비의 삶은 이와 같나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나이다. 제 진짜 주인은 신들의 섭리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인이셨다면 저를 돌보시고 충성스러운 노비에게 친절한 주인이 주는 것을 주셨을 것이옵니다. 집과 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탐낼 만한 아내를 주셨을 것이옵니다. 신들이 축복하시고 번영하게 해 주신 수년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입니다. 주인이 여기 오래 계셨다면 저에게 잘해 주셨을 것이옵니다. 이제 돌아가셨을 것이옵니다. 헬렌과 그 가족들 때문이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죽었나이까. 주인은 건웅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토래성으로 가셨나이다.」
그는 튜닉 허리띠를 단단히 매고 서둘러 돼지우리로 가서 새끼 돼지 두 마리를 골랐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 돼지를 도살하고 털을 그슬린 다음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아 구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돼지를 손님 앞에 내놓고 그 위에 보리를 뿌렸다. 그는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담쟁이덩굴 그릇에 섞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아 권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이것은 가난한 노비의 식사입니다. 새끼 돼지 한 마리이옵니다. 구혼자들이 돼지를 먹어 치웁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자비심이 없나이다. 그들은 그런 범죄를 지켜보고 미워하며 선행과 정의를 축복하는 신들을 무시하나이다. 상제가 준 재물을 약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땅을 습격하여 보물로 가득 찬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무자비한 해적들조차도 신들의 감시를 느끼나이다. 이 구혼자들은 분명 어떤 신의 목소리가 ‘오지수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아니하고 적절한 혼처를 마련하지도 아니하나이다. 대신 그들은 앉아서 그의 재산을 잔치에 낭비하나이다. 밤낮으로 양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씩 잡아먹고, 함부로 마시기 위해 포도주를 더 붓나이다. 이기적인 바보들이여. 나의 주인님은 매우 부유하셨나이다. 본토에는 그만한 부자가 없었나이다. 이탁도에 있는 사람들도, 심지어 스무 명이나 합쳐도 이만큼 가진 게 없나이다. 전부 나열해 보겠나이다. 본토에 소떼 열두 무리, 양 백 마리씩 열두 무리, 돼지 열두 마리, 염소 열두 마리. 우리를 도울 일꾼을 더 고용해야 하였나이다. 그리고 이 섬 저 멀리에는 염소 떼 열한 무리가 풀을 뜯고 있는데, 훌륭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나이다. 매일 목동이 가장 살찌고 건강해 보이는 염소를 골라 궁궐로 데려오나이다. 나는 이 돼지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고 포도주를 조용히 마셨다. 그는 구혼자들을 파멸시킬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배를 채운 후, 그는 마셨던 술잔을 가져다가 다시 채워 에우마이오스에게 주었고, 에우마이오스는 기쁘게 받아 마셨다. 그러자 오지수가 이르되,
「친구여, 누가 당신을 샀나이까. 당신이 말한 그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은 그가 건웅의 명예를 위한 전쟁에서 죽었다 하였나이다. 그는 분명 유명한 사람일 테니, 어쩌면 내가 그를 알지도 모르나이다. 내가 그를 보고 당신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상제와 다른 신들이 알게 될 것이옵니다.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이르되,
「주인님의 아내와 아들은 소식을 전하였다 주장하는 여행자들을 믿지 아니하나이다. 떠돌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항상 거짓말을 하나이다.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나이다. 이탁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님께 와서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내나이다. 주인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질문도 하시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나이다. 당연한 일이옵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을 애도해야 하니까요. 주인님도 옷만 입으면 허풍을 떨고 싶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님의 가죽이 뼈에서 뜯겨 나갔고, 맹금류와 개들에게 잡아먹혀 목숨을 잃으셨나이다. 아니면 바다에서 물고기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르나이다. 뼈가 해변에 모래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옵니다. 주인님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저에게는 큰 슬픔이옵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심지어 저를 낳고 키워 주신 부모님 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런 친절한 주인님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제 가족에 대한 슬픔은 그 슬픔보다 덜하나이다. 오지수보다 더 그리우나이다. 그가 너무 보고 싶나이다. 낯선 이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지나이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형제’라 부르고 싶나이다. 그는 저를 그토록 사랑하고 아껴 주었으니까요.」
오지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이르되,
「친구여, 당신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너무나 완강하게 주장하는구나. 믿음이 없으신 것이오. 그러나 이건 허풍이 아니옵니다. 맹세컨대 오지수는 오고 있나이다.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때 전령으로서의 보상인 좋은 옷을 받겠나이다. 그때까지는 필요하긴 하나 아무것도 받지 않겠나이다. 가난에 굴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지옥의 문처럼 혐오스럽나이다. 상제 신과 당신이 베풀어 주신 환대, 그리고 제가 가고 있는 위대한 오지수의 난로에 맹세하나이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지금 말하는 대로 될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바로 이 달의 주기 안에, 즉 초승달과 보름달 사이에 돌아올 것이며, 그의 아내와 고귀한 아들을 모욕한 이곳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옵니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나리여, 그분이 돌아오지 아니하시니 저는 당신에게 이 보상을 드릴 수 없나이다. 편히 쉬시고 술이나 드시오. 다른 생각을 해 봅시다. 저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누군가 제 충실한 주인님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아프나이다. 당신의 맹세는 신경 쓰지 마시오. 연로비와 늙은 라에르테스, 그리고 태명처럼 그분도 돌아오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저는 그 불쌍한 아이, 제 주인님의 아들에 대한 슬픔을 잊을 수 없나이다. 신들의 은혜로 그는 나무처럼 잘생기고 튼튼하게 자라 마치 아버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처럼 되었나이다. 그러나 누군가, 혹은 어떤 신이 그의 분별력을 망쳐 버렸나이다. 그는 아버지 소식을 찾으러 필성로 갔나이다. 구혼자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머지않아 이탁도에서 아르케시우스의 가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옵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이다. 그들이 그를 잡을 수도 있고, 상제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도 있나이다. 자, 이제 당신의 모험에 대해 진실을 말해 주소서.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당신의 부모님은 어디에 사시나이까. 당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나이까. 이 마을이요. 어떤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선원들이 어떻게 당신을 이탁도로 데려왔나이까.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당신이 걸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는 교활하게 이르되,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 둘이 이 오두막에서 편히 앉아 마음껏 음식을 먹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마시며, 모든 일은 남들이 다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 년 내내 이야기한다 해도 신들이 내게 안겨 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건대, 나는 넓은 크레타 섬 출신이며, 부유한 카스토르 힐라키데스의 아들이옵니다. 그의 정실 부인과의 사이에는 아들이 많았고, 모두 그의 집에서 자랐나이다. 내 어머니는 노비였고, 첩으로 팔려 왔으나,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들들처럼 존중해 주셨나이다. 크레타 사람들은 그가 부유하고 훌륭한 아들들을 두었기에 그를 신처럼 존경하였나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염라국으로 데려갔나이다. 그리고 내 형들은 이기적으로 그의 재산을 빼앗고, 나에게는 겨우 살 곳만 남겨 주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약하거나 겁쟁이가 아니었나이다. 나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 덕분에 괜찮은 지참금을 가진 아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잃었나이다. 그러나 그루터기를 보면 한때 곡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 있나이다. 슬픔에 잠겨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지혜의 여신과 아레스에게서 용기의 선물을 받았나이다. 적을 매복 공격할 전사들을 선택할 때면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멀리 앞으로 뛰쳐나가 적들을 따라잡아 창으로 찔렀나이다. 전쟁터에서 저는 그런 모습이었나이다. 농사일이나 집안일, 아이 키우는 것은 좋아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항해와 창과 화살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을 더 좋아하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에 몸서리칠지 모르나, 신들은 제 마음이 그런 것들을 사랑하도록 만들었나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옵니다.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전에 저는 군대와 함대를 이끌고 아홉 번의 원정을 떠났고, 큰 성공을 거두었나이다. 저는 모든 전리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고, 전리품을 나눌 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나이다. 곧 우리 집안은 부유해졌고, 저는 크레타인들 사이에서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나이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시는 상제께서… 그 참혹한 원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말았나이다. 사람들은 제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기를 원하였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이다. 그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나이다. 우리 그리스인들은 구 년 동안 싸웠고, 십 년째 되던 해에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국으로 돌아왔나이다. 어떤 신이 그리스인들을 흩어지게 하였고, 저는 상제의 저주를 받았나이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내 소유물들을 즐겼나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홉 척의 배와 신과 같은 선원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항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나이다. 나는 서둘러 함대를 준비하고 선원들을 모았나이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칠 동물들과 선원들이 요리해 먹을 음식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이레째 되는 날 이백오십 명의 선원을 태우고 크레타 섬을 출항하였나이다. 순풍이 불어와 마치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나이다. 아무도 아프지 아니하였고, 모든 배는 손상 없이 도착하였나이다. 우리는 바람과 항해사의 인도에 따라 바다를 건너며 가만히 앉아 있었나이다. 닷새 만에 우리는 이집트의 강 계곡에 도착하였고, 내 함대는 나일 강 안쪽에 정박하였나이다.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 명령하고, 높은 지대에 정찰병을 보내 주변을 살피도록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백육십 명의 선원들을 이끌고 공격적인 충동에 휩싸여 이집트의 들판을 파괴하고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노비로 삼았으며, 남자들을 죽였나이다. 곧 그 소식이 도시에 전해졌나이다. 사람들은 비명 소리를 듣고 새벽녘에 모두 모여들었나이다. 평원은 보병과 전차, 번쩍이는 청동 무기로 가득 찼고, 번개의 신 상제는 내 병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나이다. 그들은 감히 싸움을 계속할 수 없었나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많은 병사들이 날카로운 청동 창에 찔려 죽었고, 나머지는 노비로 잡혀 갔나이다. 차라리 이집트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러나 고통은 계속되었나이다. 상제는 내게 다른 계획을 세워 주었나이다. 나는 투구를 벗고 방패와 칼을 내려놓은 채 무장하지 아니한 채 왕에게 다가갔나이다. 그의 전차 옆에서 나는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입맞춤하였나이다. 그는 자비로웠고, 나를 지켜 주었으며, 그의 전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나이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찼나이다. 많은 이집트인들이 나에게 분노하여 창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나이다. 왕은 나를 보호해 주었나이다. 그는 악을 미워하는 이방인의 신 상제의 분노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그곳에서 칠 년을 머물며 큰 부를 축적하였고,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러나 팔 년째 되던 해, 페니키아에서 탐욕스러운 자가 나타났나이다. 그는 거짓말에 능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속여 자기가 사는 페니키아로 데려갔나이다. 나는 그곳에서 일 년을 머물렀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일 년이 지나자 그는 나에게 무역을 하러 간다 거짓말을 하고는 리비아로 가는 배를 몰고 갔나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나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었나이다. 나는 의심스러웠으나 배에 올랐나이다. 배는 순풍을 타고 크레타 섬을 떠나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그러나 상제는 선원들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웠나이다. 크레타 섬을 떠나자 바다와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로 짙은 푸른 구름을 드리워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웠나이다. 그는 천둥을 치더니 배를 향해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번개의 충격으로 배는 완전히 회전하였고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어두운 배 옆의 가마우지처럼 파도에 휩쓸려 갔고, 신들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갔나이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저는 상제 신의 도움을 받았나이다. 상제 신은 튼튼한 돛대를 제 손에 쥐어 주었나이다. 저는 돛대에 매달려 폭풍우에 휩쓸려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그리고 열 번째 검은 밤, 거센 파도가 저를 테스프로티아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곳에서 페이돈이라는 왕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아니하고 저를 도와 주었나이다. 그의 아들이 아침 공기에 지쳐 추위에 떨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 옷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곳에서 저는 오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고향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 손님으로 머물렀다 말하였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모아 온 보물, 즉 금과 청동, 그리고 정성껏 세공한 철을 보여 주었나이다. 왕실 창고에는 그의 가족이 앞으로 십 대까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있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상제의 뜻을 묻기 위해 신성한 참나무에 가려고 도도나로 갔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비옥한 이탁도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나이다. 그는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변장할지 아니면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내게 제물을 바치며 맹세하기를,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배와 선원들을 준비해 두었다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먼저 보냈나이다. 마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이 이미 곡식이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항해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그들에게 나를 잘 대접하고 아카스투스 왕에게 데려가라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나를 다시 한번 비참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였나이다. 배가 바다로 나간 후, 그들은 나를 노비로 삼으려 음모를 꾸몄나이다. 그들은 내 장포와 튜닉을 벗기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누더기 옷을 던져 주었나이다. 밤이 되자 그들은 이탁도의 밝은 들판으로 와서 나를 밧줄로 단단히 묶고 배에 남겨 둔 채 저녁을 먹으러 재빨리 육지로 올라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내 밧줄을 풀어 주었나이다. 밧줄은 쉽게 풀렸나이다. 나는 누더기 옷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매끄러운 배의 널빤지를 타고 내려가 가슴을 바다에 담갔나이다. 두 팔로 헤엄쳐 재빨리 도망쳤나이다. 꽃이 만발한 덤불 옆 해안에 도착하여 두려움에 떨며 웅크렸나이다. 그들은 주위를 쿵쿵거리며 소리쳤으나, 잠시 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배로 돌아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나를 쉽게 숨겨 주시고 이 오두막, 현자의 집으로 데려오셨나이다. 살아남는 것이 내 운명이기 때문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가엾은 손님이시여.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오나, 아무 소용이 없나이다. 저는 오지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겠나이다. 어찌하여 그런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셨나이까. 저는 주인님의 귀환에 대해 알고 있나이다. 신들은 그를 미워하나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토래성에서 또는 전우들의 품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야 그리스인들이 후대에 그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언덕을 쌓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도둑 같은 바람이 그를 앗아 갔나이다. 이제 그에게는 영광이 없나이다. 저는 외톨이이옵니다. 저는 여기서 돼지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현명한 연로비가 소식을 전해주려고 저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마을에 나가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은 그녀 주위에 모여 질문을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떠나간 주인님을 슬퍼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몫을 챙겨 먹으려고 기뻐하나이다.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아니하나이다. 아이톨리아 사람이 거짓말로 저를 속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먼 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다 말하며 제 집에 찾아왔나이다. 나는 그를 환영하였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크레타에서 폭풍에 난파된 배들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나의 주인이 여름이나 수확기에 보물을 잔뜩 모아 부자가 되어, 선원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였나이다. 신이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니, 나를 속이거나 거짓말로 잘 보이려 하지 마시오. 노인이여, 내가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의 신인 상제에 대한 두려움과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당신은 너무 회의적이시구나. 내 맹세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를 믿지 않을 것 같구나. 오림산의 신들이 증인이 되어 당신의 주인이 이 집으로 돌아오면 당신은 내게 입을 옷을 주고 둘리키움으로 가는 것을 도와 주소서. 나는 그곳에 가고 싶나이다. 그러나 만일 그분이 오지 아니하시고 제가 틀렸다면, 당신의 노비들이 저를 절벽 아래로 몰아넣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다른 거지들이 당신을 속이려 들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정직한 돼지치기는 대답하되,
「손님이여, 제가 당신을 안으로 모시고 환영한 다음 죽인다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칭송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떻게 양심의 가책 없이 상제에게 기도할 수 있겠나이까. 어쨌든 지금은 저녁 시간이옵니다. 제 부하들이 안으로 들어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읍시다.」
이것이 그들의 대화였느니라. 목동들이 들어와 돼지들을 평소처럼 우리에 몰아넣어 쉬게 하였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귀한 돼지치기는 부하들에게 이르되,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가장 좋은 돼지를 가져오너라. 우리 모두 즐겁게 먹자. 우리는 이 하얀 어금니 돼지들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애써 얻은 음식을 먹어 치우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아니한다.」
날카로운 청동 도끼로 나무를 Pac다. 그들은 살찐 오 년 된 돼지 한 마리를 가져와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돼지치기는 마음이 선하여 신들을 생각하였다. 그는 돼지의 머리털을 깎아 불에 던지고, 자신의 지혜로 주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다. 그는 몸을 쭉 뻗어 참나무 장작으로 돼지를 내리쳤다. 돼지가 죽자 그들은 목을 베고 가죽을 그슬린 다음 잘게 잘랐다. 돼지치기는 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기름진 부분 위에 살코기를 얹고 그 위에 보리알을 얹어 불 위에 올렸다. 나머지는 썰어서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운 다음 고기를 꺼내 접시에 수북이 담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고기를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주었다. 첫 번째는 헤르메스와 산령녀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그다음은 그는 나머지 음식을 남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오지수에게 척추에서 잘라 낸 귀한 조각을 주었다. 그의 주인은 기뻐하며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자네가 내게 이렇게 좋은 것을 주니 상제께서 자네를 나처럼 축복하고 사랑하시기를.」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비록 소박하나 맛있게 드십시오. 신들은 주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들의 뜻이옵니다. 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선홍빛 포도주를 따라 제물을 바친 다음,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잔을 주었다. 마침내 돼지치기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음식을 내어 준 사람은 메사울리우스였다. 그는 에우마이오스가 주인이 없는 동안, 그의 여주인이나 라에르테스의 도움 없이, 타피아 사람들과 교환하여 사들인 노비였다. 모두들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뻗었다.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섭취한 후, 메사울리우스는 주변을 정리하였다. 사람들은 빵과 고기로 배가 불러 잠이 간절하였다.
밤이 되었다. 달빛 없는 매서운 밤이었다. 상제는 끊임없이 비를 내렸고, 젖은 제피로스는 더욱 세차게 불었다. 오지수는 에우마이오스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장포를 벗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벗으라 할지 시험해 보기 위해 이렇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자랑 좀 하겠나이다. 술에 취해 어지럽으나, 술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노래하고 낄낄거리고 춤추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까지 하게 만드나이다. 이렇게 주절거리기 시작하였으니 솔직하게 말해 보겠나이다. 제가 다시 젊고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래성 성벽 아래에서 매복 작전을 세웠을 때처럼 말입니다. 주동자는 면나수와 오지수였고, 저는 세 번째 지휘관으로 뽑혔나이다. 성벽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덤불과 갈대, 늪에 숨어 방패 아래에 엎드렸나이다. 밤이 되자 매섭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찾아왔고, 북풍과 진눈깨비 같은 눈이 내렸나이다. 너무 추워서 무기에 얼음이 얼어붙을 정도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포를 걸치고 방패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외투를 잊고 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채 두고 나왔나이다. 방패와 빛나는 허리띠만 가지고 있었나이다. 밤이 저물어 별들이 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오지수에게 다가가 그를 쿡 찔렀나이다. 그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었나이다. 나는 이르되, 『폐하, 위대한 장군 오지수여, 저는 이 추위 때문에 죽을 것 같나이다. 외투가 없나이다. 어떤 악령이 저를 속여 튜닉만 입게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나이다.』 그는 즉시 이 해결책을 떠올렸나이다.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이자 전사인가. 그는 아주 조용히 속삭이되, 『조용히 하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라.』 그는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 이르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신들이 보낸 꿈을 꾸었다. 우리는 배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 누군가 백성의 목자인 건웅에게 가서 더 많은 군대를 보내 달라 말해야 한다.』 그때, 토아스 안드라이몬이 벌떡 일어나 자주색 장포를 벗어 던지고 배들을 향해 달려갔나이다. 나는 황금빛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의 장포 아래에서 편안하게 몸을 웅크렸나이다. 내가 다시 젊고 강하기만 했다면. 그러면 이 농장의 돼지치기들 중 누군가가 존경과 우정의 표시로 내게 장포를 주었을 터인데. 지금은 모두 내가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다 나를 경멸하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훌륭한 이야기였소, 노인이여. 효과가 있었소. 자네는 가난한 늙은이에게 필요한 모든 옷과 물건들을 얻게 될 것이오. 적어도 지금은 말이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낡은 누더기를 입어야 할 것이오. 우리에게는 옷이 한 벌씩밖에 없소. 여벌 옷은 없소. 주인님의 아들이 도착하면 자네에게 옷을 주고, 자네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어나 불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양과 염소 가죽을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누웠다. 에우마이오스는 오지수에게 아주 추운 날씨에 대비한 크고 두꺼운 장포를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잠이 들었고, 젊은이들도 그의 곁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돼지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떠나려고 하였다. 오지수는 노비가 주인이 없는 동안 자신의 물건들을 잘 챙겨 준 것에 기뻐하였다. 에우마이오스는 잘 단련된 등에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허리띠를 두르고, 방풍 장포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가죽을 둘렀다. 그는 사람이나 개를 쫓아낼 날카로운 칼을 챙기고, 은빛 송곳니를 가진 돼지들이 자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잠을 잤다.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가 있었느니라.
==제15권 태명의 귀환==
지혜의 여신은 태명의 무사 귀환을 위해 사필성로 갔다. 그녀는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와 함께 메넬라오스의 현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태명은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신이 주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부엉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태명아, 더 이상 집을 떠나 재산을 버리고 탐욕스러운 남자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멀리 여행해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재산을 나눠 갖고 당신의 여행을 헛되게 만들 수도 있다. 메넬라오스에게 빨리 도움을 청하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하라. 어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이미 어머니에게 에우리마코스와 결혼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에우리마코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장 후하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의 전적인 동의 없이는 어머니가 집에서 어떤 물건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여자들이 어떤지 알다시피, 결혼한 남자의 집안일을 돕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을 잊어버린다. 안부조차 묻지 아니한다. 신들이 당신에게 아내를 주실 때까지 가장 아끼는 여종에게 재산을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잘 들어 두어라. 이탁도와 바위투성이의 마을 사이 시냇가에 구혼자 무리가 숨어 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자들 중 일부는 곧 땅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배를 섬에서 멀리 멀리 몰고 밤낮으로 항해하라. 당신을 지키고 지켜보는 신이 당신의 돛에 순풍을 보내 줄 것이다. 이탁도 해안에 처음 도착하면 당신의 부하들은 배를 마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당신은 먼저 대부분의 노비보다 나은 돼지치기를 찾아가라. 그곳에서 밤을 보내라. 그에게 마을로 가서 연로비에게 당신이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하라 하라.」
이 말을 끝으로 여신은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태명은 네스토르의 아들을 발로 차 깨우며 이르되,
「피시스트라투스여. 가서 말을 데려와 마차에 싣고 서둘러 출발하자.」
그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아무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칠흑 같은 밤에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나이다. 곧 동이 틀 것이옵니다. 메넬라오스 님께서 마차를 타고 나와 선물을 가져다주시고, 친절한 말로 우리를 배웅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소서. 후한 주인은 손님이 살아 있는 한 기억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황금빛 옥좌에 앉은 새벽빛이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메넬라오스 왕은 금발의 헬렌과 함께 자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오는 것을 본 태명은 밝은 흰색 튜닉을 입고, 튼튼한 어깨에 위풍당당한 검을 맸다. 그렇게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신과 같은 왕 오지수의 사랑받는 아들은 메넬라오스 곁에 서서 이르되,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여, 부디 저를 사랑하는 고향으로 보내 주소서. 제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나나이다.」
메넬라오스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당신이 정말로 고향에 가고 싶어 한다면 여기 머물게 하지 않겠나이다. 나는 지나친 친절과 지나친 냉담함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균형이 가장 좋나이다. 손님을 억지로 머물게 하는 것은 떠나라 재촉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아니하나이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에는 친절하게 대하고, 떠날 때는 잘 도와 주어야 하나이다. 그러니 친구여, 내가 당신의 마차에 실을 멋진 선물을 가져올 때까지만 머무르시오. 선물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이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우리 집의 풍성한 식량으로 연회를 준비하라 지시하겠나이다. 긴 여행 전에 잔치를 베푸는 것은 명예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이치에 맞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와 함께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기를 원한다면, 내 말을 마차에 태워 모든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가는 곳마다 선물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멋진 청동 삼각대, 솥, 노새 두 마리, 또는 금잔 같은 것들 말이오.」
태명이 대답하되,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나이다. 집에는 제 재산을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아버지를 찾다가 죽고 싶지도 아니하고, 집에 두고 온 재산을 잃고 싶지도 아니하나이다.」
그러자 메넬라오스 장군은 아내와 여종들에게 풍성한 식량을 준비하라 소리쳤다. 근처에 살던 에테오네우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왔다. 장군은 큰 소리로 명령하되,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라.」
여종은 순종하였다. 그동안 주인은 보물이 가득한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헬렌과 메가펜테스도 그와 함께 갔다. 그는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들고 아들에게 은그릇을 가져오라 하였다. 헬렌은 자신이 직접 만든 특별한 옷들을 보관해 둔 궤 옆에 섰다. 그녀는 다른 옷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큰 옷을 들어 올렸는데, 그 옷은 다른 옷들보다 훨씬 더 빛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궁궐을 지나 태명에게로 갔다. 금발의 메넬라오스가 그에게 이르되,
「위대한 천둥의 신이자 헤라의 남편이신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나이다. 깊은 존경의 표시로 내가 가진 보물 중 가장 귀한 것을 드리겠나이다. 금으로 테두리를 두른 순은 그릇이옵니다. 해필수가 만든 것이지요. 시돈의 왕 파이디모스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집에 들렀을 때 내게 선물해 준 것이옵니다. 자, 이것을 받으소서. 당신의 것이옵니다.」
그는 먼저 잔을 건넸고, 메가펜테스는 반짝이는 은그릇을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헬렌의 아름다운 뺨이 붉어지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옷을 들고 이르되,
「사랑하는 아이야, 나도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이 있단다. 네 결혼식 날이 오면 헬렌을 기억하고 신부에게 이 옷을 입히렴. 그때까지는 네 어머니가 잘 보관해 두실 거야. 네가 행복하고 좋은 집을 짓고 조국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란단다.」
그녀는 옷을 건넸고, 그는 기쁘게 받았다. 피시스트라투스 왕자는 모든 선물을 받아 짐에 싸고 마음속으로 감탄하였다. 왕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였고,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한 여종이 아름다운 금 물병과 은그릇을 가져와 그들의 손을 씻겨 주었다. 그녀는 윤이 나는 탁자를 그들 옆에 차려 놓았다. 또 다른 하층민 소녀는 빵과 온갖 음식을 가져왔다. 보에토에데스는 고기를 썰어 내놓기 시작하였다. 왕자는 모두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그들은 앞에 차려진 온갖 진미를 마음껏 먹었다.
배가 부르자 태명과 네스토르의 아들은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고 전차에 멍에를 씌운 후, 메넬라오스가 울려 퍼지는 현관과 문을 나서서 마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 메넬라오스가 오른손에 꿀에 절인 포도주가 담긴 금잔을 들고 그들 바로 뒤에서 달려와 떠나기 전에 제사를 지내자 하였다. 그는 그들 앞에 멈춰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이르되,
「얘들아, 행운을 빌어라. 네스토르에게 안부 전해다오. 우리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그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친절하였느니라.」
태명이 조심스럽게 이르되,
「예, 폐하. 그곳에 가면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로 돌아가 오지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나이다. 폐하의 너그러움과 친절에 걸맞은 행운이 저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오른쪽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개는 발톱에 커다란 흰 거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당에서 잡은 온순한 거위였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거위는 소년들 옆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말들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이 먼저 입을 열되,
「나의 주군이시여,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이것은 어떤 신이 우리에게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니면 왕께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레스의 총애를 받는 메넬라오스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때 헬렌이 먼저 말을 가로막되,
「자, 잘 들으소서. 제가 예언을 하나 하겠나이다. 신들이 제 마음에 심어 주신 말씀이며, 저는 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나이다. 독수리가 새끼와 부모가 있는 산에서 날아와 길들여진 거위를 낚아채 갔듯이, 오랫동안 떠나 많은 고난을 겪었던 오지수가 돌아와 복수할 것이옵니다. 사실, 그는 이미 집에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파멸을 심고 있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천둥의 상제께서 당신의 예언을 즉시 이루어 주시기를.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는 여신에게 절하듯 당신에게 경배하겠나이다.」
그는 말들을 채찍질하여 마을 중심부를 지나 넓은 평원으로 질주하게 하였다. 온종일 마구가 덜컹거리며 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들은 오르틸로코스의 아들이자 알페우스의 손자인 디오클레스의 고향 페라이에 도착하였다. 디오클레스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붉은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그들은 말에 멍에를 메고 전차에 올라타 웅장한 현관과 성문을 나서 출발하였다. 말들은 채찍에 힘차게 달려갔다. 곧 그들은 바위투성이의 도시 필성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에게 물었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겠나이까. 우리 아버지들이 대대로 친구였고, 우리도 동갑내기인데다가 이번 여행으로 더욱 가까워졌나이다. 제 배를 더 이상 끌고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노인이 저를 불러들여 손님으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에 남겨 주소서.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빨리 가야 하나이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들을 배로 돌려 바닷가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서 그는 메넬라오스가 준 값비싼 선물과 옷, 금을 꺼내 배의 선미에 싣고 태명에게 이르되,
「서둘러라. 지금 당장 승선하라. 내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너희가 여기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전에 선원들도 모두 태우고 가라. 아버지를 잘 알아라. 고집이 세시거든. 너희를 보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를 데리러 오실 것이고, 너희 없이는 절대 떠나지 않으실 것이다. 몹시 화를 내실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들에게 박차를 가하였다. 긴 갈기를 휘날리며 말들은 필성 성채를 향해 질주하였다. 태명이 명령하되,
「친구들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에 올라타자. 이제 출발하자.」
그들은 재빨리 순종하여 배의 벤치에 앉았다. 그가 지혜의 여신에게 기도와 제물을 바치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르고스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한 외국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예언자였으며, 한때 양의 땅인 필성에 살았던 멜람푸스의 후손이었다. 멜람푸스는 부유하였고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교만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인 넬레우스에게서 도망쳐 집을 떠났다. 넬레우스는 멜람푸스가 필라쿠스의 집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빼앗았다. 복수의 여신이 멜람푸스에게 넬레우스의 딸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니라. 멜람푸스는 간신히 탈출하여 소떼를 몰고 필라쿠스에서 필성로 향하였다. 그는 넬레우스가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를 하고, 그 여자를 형의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맞이한 후, 말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아르고스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니라. 그는 두 명의 강인한 아들, 만티우스와 안티파테스를 두었는데, 안티파테스는 영웅 오이클레스의 아버지였고, 오이클레스의 아들은 전쟁 영웅 암피아라오스였다. 아이기스를 든 상제와 아폴론은 그를 진심으로 숭배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테베에서 살해당하여 장수하지 못하였다. 그는 두 아들, 암필로코스와 알크마이온을 두었다. 만티우스의 아들은 클리투스와 폴리페이데스였다. 클리투스는 너무나 잘생겨서 새벽의 신에게 데려가졌고, 폴리페이데스는 암피아라우스가 죽은 후 아폴론이 인간 중 최고의 예언 능력을 부여한 인물이었다. 이 예언자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히페리시아로 이주하였고, 거기서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었다. 태명이 포도주를 따르며 신들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은 그의 아들 테오클리메누스였다.
낯선 이가 이르되,
「친구여, 자네가 제물을 바치고 있는 것을 보았네. 종교와 신들, 그리고 자네와 자네 부하들의 목숨을 걸고 간청하건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 부모는 누구인가. 자네 고향은 어디인가.」
태명이 대답하되,
「낯선 이방인이여, 자네를 위해 말하겠네. 나는 이탁도 출신이네. 내 아버지는 오지수였네. 그는 살아 있었으나, 지금쯤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 것이네. 내가 이 배와 선원들을 얻은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네. 나는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였네.」
그러자 낯선 사람이 대답하되,
「저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저는 제 부족 사람을 죽였고, 아르고스에 영향력 있는 형제와 친척들이 많아서 도망 다니고 있나이다. 그들이 저를 죽이려 하나이다. 저는 이제 집 없는 신세가 되었나이다. 그러나 제발, 저를 당신 배에 태워 주소서.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신께 왔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쫓고 있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좋소. 우리 배에 함께 타시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 당신은 우리의 손님이오.」
그는 낯선 사람의 창을 빼앗아 갑판에 놓고는 자신도 배에 올라 선미에 앉았다. 그리고 손님도 선미에 앉도록 하였다. 그들은 밧줄을 풀었다. 태명은 선원들에게 돛대를 잡으라 명령하였고, 그들은 즉시 복종하여 나무 돛대를 세우고 소켓에 고정시킨 다음, 앞돛줄로 묶고 가죽 밧줄로 흰 돛을 올렸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은 맑은 하늘을 가르는 거센 바람을 보내 순풍을 불어넣었다. 배는 크루니와 아름다운 칼키스 강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고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상제가 불어 준 바람에 힘입어 배는 파이아를 지나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유명한 엘리스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바늘섬을 향해 나아갔으나, 여전히 죽음을 확신할 수 없었느니라.
한편, 오지수는 오두막 안에서 고귀한 돼지치기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오지수는 돼지치기가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줄지, 농장에 머물도록 권할지, 아니면 마을로 보낼지 시험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잘 들어라. 그리고 너희 모두 잘 들어라. 새벽에 마을로 가서 구걸할 생각이다. 너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아니하다. 길 안내와 나와 함께 갈 안내자만 있으면 된다. 나는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실 것과 빵 조각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오지수 왕의 집에 도착하면 연로비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권력 있는 구혼자들과 어울릴 생각이다. 그들이 풍족한 창고에서 나에게 음식을 좀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당장 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나는 그럴 능력이 있다. 은혜를 베풀고 모든 인간의 노동을 영광스럽게 하는 신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나에게 모든 가사일에 비할 데 없는 솜씨를 주었다. 불을 피우고, 장작을 패고, 고기를 썰고 굽고, 포도주를 따르는 것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섬기기 위해 하는 모든 허드렛일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우마이오스는 화를 내며 이르되,
「안 됩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시나이까. 그 구혼자 무리 사이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당신은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공격성은 철과 하늘까지 닿을 정도이옵니다. 게다가 그들을 시중드는 자들은 당신과는 다르나이다. 그들은 잘 차려입고, 윤이 나는 깨끗한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옵니다. 윤이 나는 탁자 위에 빵과 포도주와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시중들고 있나이다. 여기 머무르소서. 아무도 당신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아니하나이다. 저도,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오지수의 아들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장포와 튜닉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옵니다.」
고통에 익숙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상제께서 저처럼 당신을 사랑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당신께서 저를 방랑의 고통에서 구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은 집 없는 삶이옵니다. 우리는 극심한 굶주림 때문에 이 삶을 견뎌야만 하나이다. 집 없는 이방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젊은 주인님을 기다리라 하셨으니, 오지수의 부모님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의 아버지는 떠날 때 노년에 접어드셨는데, 아직 살아 계시나이까. 아니면 돌아가셨나이까.」
그가 대답하되,
「나그네여, 진실을 말하겠나이다. 라에르테스는 살아 있으나, 늘 상제에게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고 있나이다.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너무나 괴로워 제때보다 일찍 늙어 버렸나이다. 아내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나이다. 어떤 친구에게도 그런 죽음을 바라지 아니하나이다. 유명한 영웅인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서 말이다. 살아생전, 슬픔 속에서도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나이다. 그녀는 막내딸이자 강하고 예쁜 크티메네와 함께 나를 키웠나이다. 그녀는 우리 둘을 함께 키우면서 나를 거의 동등하게, 다만 조금 덜 존중해 주었나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자, 그들은 크티메네를 거액의 지참금을 받고 사메로 보냈나이다. 어머니는 내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입히고 샌들을 신겨 시골로 보냈나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였나이다. 나는 두 사람 모두 그립나이다. 신들이 나를 이렇게 만드셨나이다. 이곳에서의 사업이 번창하여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였고 손님들에게도 대접할 수 있었나이다. 그러나 주인님에 대한 좋은 소식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침략자들 때문에 집이 폐허가 되었다 하나이다. 주인님의 모든 노비들은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문을 듣고, 음식을 나눠 먹고, 밭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 노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외치되,
「에우마이오스여. 네가 집과 부모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끌려갔을 때 얼마나 어린아이였단 말인가.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그들이 살던 도시가 약탈당했단 말인가. 아니면 네가 홀로 양이나 소를 치고 있을 때 산적들이 너를 발견했단 말인가. 그들이 너를 붙잡아 배에 태운 다음, 이 사람의 집에서 값싸게 팔았단 말인가.」
돼지치기가 그에게 대답하되,
「나그네여, 이렇게 물으셨으니 들어보소서. 조용히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제 이야기를 즐기소서. 이 밤들은 마법과 같나이다. 잠도 잘 자고 이야기도 들을 시간이 충분하니까요. 너무 일찍 주무실 필요는 없나이다. 건강에 좋지 아니하나이다. 잠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라면 가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주인의 돼지를 치러 가야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당신과 저는 제 오두막에 앉아 음식과 포도주를 나누며 서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나누도록 합시다. 오랜 세월 고통과 집을 떠나 살아온 사람은 슬픔을 즐길 수도 있나이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시리아라는 섬이 있나이다. 태양이 오르티기아 위에서 도는 곳이지요. 주민은 적으나 양과 포도주와 곡식이 풍부한 좋은 땅이옵니다. 그곳 사람들은 기근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늙어가고, 아림 여신은 그들의 부드러운 화살을 통해 그들을 보살피나이다. 은빛 활을 가진 아로왕 신이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였나이다. 땅은 두 개의 지방으로 나뉘었고, 나의 아버지 크테시우스는 두 지방 모두의 왕이었나이다. 그때 탐욕스러운 상인들이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페니키아인으로,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들이었고, 검은 배에는 엄청난 보물이 가득 실려 있었나이다. 나의 아버지 집에는 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이 있었는데,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 재주가 뛰어났나이다. 그 교활한 악당들은 그녀를 속였나이다. 그중 한 명이 먼저 배 옆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와 동침하였나이다. 성욕은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나이다. 아무리 훌륭한 여자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어디 출신이고 누구인지 물었나이다. 그녀는 그에게 나의 아버지 궁전을 보여 주며 이르되, 『저는 청동이 풍부한 시돈 출신이옵니다. 저는 부유한 아리바스의 딸이옵니다. 어느 날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타피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이 남자의 집으로 끌려와 거액을 받고 팔렸나이다.』 그녀의 비밀 연인이 이르되, 『그렇다면 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옵니까. 우리와 함께 부모님과 멋진 집을 다시 뵙고 싶지 않으시옵니까. 그분들은 살아 계시고 지금은 꽤 부유하시옵니다.』 여자가 이르되, 『오, 물론이옵니다. 모든 선원들이 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 맹세한다면요.』 그러자 그들은 여자가 부탁한 대로 맹세하고 엄숙히 서약하였나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르되, 『여러분은 입을 다물어야 하고, 길가나 분수대에서 저를 마주치더라도 말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집에 계신 노인에게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그러면 노인이 의심하고 저를 묶어놓고 여러분을 죽이려고 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명심하고,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소서. 배에 집으로 가져갈 물건이 가득 차면 저에게 빨리 소식을 전해주소서. 저도 금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재산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그리고 배삯으로 줄 선물도 하나 더 있나이다. 저는 주인님의 영리한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 아이는 항상 저와 함께 밖에서 뛰어다니나이다. 그 아이를 배에 태우면 꽤 비싼 값에 팔릴 것이옵니다. 외국인들이라고 하였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궁궐로 돌아갔나이다. 그들은 일 년 동안 우리와 함께 머물면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배의 화물칸을 가득 채웠나이다. 떠날 때가 되자, 그들은 아버지 집에 있는 여자에게 알리기 위해 사람을 보냈나이다.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나이다. 그는 호박 구슬이 꿰어진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궁궐의 노비 소녀들과 어머니는 그것을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며 얼마인지 묻기 시작하였나이다. 그는 여자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로 돌아갔나이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앞마당으로 데리고 나갔나이다. 거기서 연회를 마치고 회의를 하러 간 아버지 부하들이 탁자에 남겨 둔 컵 몇 개를 발견하였나이다. 그들은 토론을 하고 있었나이다. 어머니는 컵 세 개를 가져다가 옷 속에 숨기고 가지고 나갔나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뒤따라갔나이다. 해가 지자 우리는 어두운 거리를 서둘러 항구로 향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빠른 페니키아 배가 있었나이다. 모두 배에 올랐나이다. 우리도 배에 태워 주고는 파도를 넘어 항해를 시작하였나이다. 상제께서 순풍을 보내 주셨지요. 이레 동안 항해를 하다가 여덟째 날에 아림가 그 여자를 화살로 맞혔나이다. 그녀는 갈매기처럼 배의 선창에 부딪혔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와 물개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는 그곳에 남겨져 상심하였나이다. 해류가 그들을 이탁도로 실어 날랐고, 라에르테스가 그의 재산으로 저를 사 왔나이다. 그렇게 저는 이 땅을 처음 보게 되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의 고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구나. 그러나 결국 상제께서 당신을 축복하셨으니,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당신은 친절한 사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풍족하게 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은 편안하구나. 그러나 저는 아직도 길을 잃었나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마을을 헤매고 다녔나이다.」
이렇게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고, 잠시 눈을 붙였다. 곧 새벽이 밝아왔다.
한편, 태명은 육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부하들은 재빨리 돛을 내리고 돛대를 내린 후 노를 저어 정박지로 향하였다. 그들은 닻줄을 던지고 배의 선미에서 밧줄을 묶은 다음, 파도를 헤치고 배에서 내려 해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붉은 포도주를 섞어 저녁을 차렸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소년은 현명하게 이르되,
「여러분은 배를 마을 쪽으로 끌고 가시고, 저는 제 영지의 들판에 있는 목동들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그리고 저녁에 마을로 돌아오겠나이다. 새벽에 여러분을 위해 고기와 포도주로 잔치를 베풀겠나이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까, 얘야. 누구의 집으로 가야 할까. 이 땅을 다스리는 자들의 집으로. 아니면 바로 네 어머니 댁으로 가야 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평소 같으면 당신을 초대하였을 것이옵니다. 우리는 좋은 주인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는 게 좋겠나이다. 저는 집에 없을 것이고, 어머니도 당신을 만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위층에서 베틀에서 베를 짜고 계시는데, 구혼자들이 자신을 보는 걸 원치 않으시거든요. 그러니 다른 사람 집으로 가시는 게 좋겠나이다. 솜씨 좋은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의 집으로요. 이탁도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여기나이다. 그는 가장 유력한 구혼자이고, 제 어머니와 결혼해서 오지수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 가장 열심이옵니다. 상제만이 미래를 아시지요. 에우리마코스는 결혼 전에 끔찍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의 전령인 매였다. 매는 발톱으로 비둘기를 움켜쥐었고, 깃털이 배와 어린 태명 사이로 흩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그를 따로 불러 손을 잡고 이르되,
「태명이여. 어떤 신이 이 새를 당신의 오른손에 날리도록 보냈소. 나는 이것이 징조임을 즉시 알아차렸소. 이탁도 전체에서 당신 가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가문은 없소. 당신들은 영원히 왕이 될 것이오.」
그가 대답하되,
「오, 낯선 이여. 당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제 우정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그러면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감명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충실한 부하에게 이르되,
「피레우스여, 당신은 나와 함께 필성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나이다. 이 낯선 이를 당신의 집에 데려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친절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소서.」
피레우스가 대답하되,
「당신이 얼마나 오래 떠나 계시든 제가 그를 돌보겠나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배에 올라타서 선원들에게도 올라와서 밧줄을 풀라 말하였다. 그들은 그대로 하고 벤치에 앉았다. 그러자 태명은 샌들을 신고 갑판에서 날카로운 청동 창을 꺼냈다. 사람들은 밧줄을 풀고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 명령한 대로 마을을 향해 배를 저었다. 소년은 농장 마당에 도착할 때까지 빠르게 걸었다.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돼지가 있었고, 주인을 도울 줄 아는 돼지치기가 그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느니라.
==제16권 부자상봉==
새벽녘에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아침을 차리고 불을 지핀 다음, 몰아 놓은 돼지들을 데리고 목동들을 내보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 짖어대던 개들이 태명을 보자 조용해졌다. 오히려 그에게 헐떡거렸다. 오지수는 개들의 행동을 보고 발소리가 들리자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누군가 오는 게 틀림없다. 친구인지 아는 사람인지. 개들이 짖지도 아니하고 친근하게 구는 걸 보니 발소리가 들리는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성문 안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돼지치기는 벌떡 일어나 포도주를 섞던 잔을 떨어뜨려 포도주가 쏟아졌다. 그는 주인에게 달려가 얼굴과 빛나는 눈, 두 손에 입맞추고 울었다. 마치 십 년 동안의 슬픔 끝에 타지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외아들, 가장 소중한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태명을 껴안고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입맞춤을 하였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 그는 이르되,
「사랑하는 내 아들아. 태명아, 네가 돌아왔구나. 네가 필성로 떠난 후로는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들어오렴.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구나. 들어오렴. 너는 우리 같은 목동들을 보러 시골에 자주 오지 않잖아. 너는 도시에 남아서 그 악랄한 구혼자 무리를 감시하곤 하지.」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할아버지여, 예, 들어가겠나이다. 직접 뵙고 어머니께서 아직 집에 계신지, 아니면 다른 남자와 결혼하셨는지, 오지수의 침대가 거미줄로 뒤덮여 텅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나이다.」
돼지치기이자 지휘관인 그가 이르되,
「정말이로다, 어머니의 마음은 변치 아니한다. 어머니는 네 집에 계시면서 밤낮으로 슬퍼하고 계신다.」
그는 태명의 칼을 받아 들었다. 소년은 돌로 된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리를 권하였으나, 태명은 거절하며 이르되,
「낯선 분이시여, 거기 앉으소서. 저는 제 오두막 근처에서 의자를 찾을 수 있나이다. 노비가 도와줄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돌아가서 다시 앉았다. 돼지치기는 태명이 앉을 수 있도록 땔감과 양털을 깔아 주었다. 그는 바구니에 빵을 담고 전날 남은 고기를 가져왔다. 그는 나무 그릇에 포도주를 섞어 오지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배를 채운 후, 태명은 고귀한 돼지치기에게 돌아서 이르되,
「할아버지여, 이 낯선 사람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뱃사람들이 어떤 길로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그는 분명 이탁도까지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얘야, 내가 말해 주겠다. 그는 크레타 섬 출신이다. 그는 여러 마을을 헤매다 길을 잃었다 하는데, 어떤 신이 그의 운명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데려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나와 내 농장에 도착하였다. 그는 네게 간청하는 자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대하면 된다.」
태명이 걱정스럽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이 전하는 이 소식은 저에게 큰 걱정거리이옵니다. 어떻게 그를 제 집에 초대할 수 있겠나이까. 저는 아직 어려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주먹으로 맞서 싸울 수 없나이다. 어머니는 저와 함께 남아 남편의 침실과 소문에 휘둘리지 아니하고 집안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구혼자 중 누구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값비싼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나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당신 집에 왔으니, 제가 그에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 신발을 입히고 칼도 주고, 길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당신이 괜찮으시다면 그를 이 농가에 머물게 해 주시고 잘 보살펴 주소서. 제가 당신에게 옷과 음식을 보내 드릴 테니 그가 다른 남자들이나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구혼자들을 만나러 보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너무 폭력적이옵니다. 그들이 그를 학대한다면 저는 너무나 수치스러울 것이옵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는 없다. 너무 많거든.」
그러자 오지수는 좌절감에 휩싸여 이르되,
「친구여, 당신의 집에서 구혼자들이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듣고 나니, 내가 나서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하나이다. 정말 가슴이 아프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옵니다. 말해 보소서,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기로 선택하였나이까. 이탁도 사람들이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당신에게 등을 돌린 것이옵니까. 아니면 갈등이 닥쳤을 때 마땅히 당신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할 형제들을 탓하는 것이옵니까. 내게도 의지에 걸맞은 젊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가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었다면, 혹은 그 자신이 방랑 끝에 돌아온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직 희망은 있나이다. 오지수의 궁전에 들어가는 순간, 누가 내 목을 베더라도 나는 그들을 없애 버릴 것이옵니다. 설령 내가 진다 해도,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나 혼자서는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집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범죄들을 보고만 있겠나이까. 낯선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노비 소녀들이 끌려다니며, 내 아름다운 집에서 강간당하고, 남자들이 포도주와 빵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을. 이런 일들을 위해. 기다림의 게임이여.」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나그네여,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 사람들은 제 적이 아니며, 제가 탓할 형제도 없나이다. 상제께서 우리 가문에 단 하나의 혈통을 주셨나이다. 아르케시우스에게는 아들 라에르테스 하나뿐이었고, 라에르테스에게는 외아들 오지수가 있었으며, 오지수에게는 외아들 제가 있었나이다. 그는 저를 고향에 남겨 두고 떠났나이다. 저를 얻지 못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인한 침략자들이 득세하고 있나이다. 사메 섬과 둘리키움 섬,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섬, 그리고 바위투성이 이탁도 섬의 지배자들까지, 모든 섬에서 가장 강인한 자들이 어머니께 구혼하러 와서 제 재산을 탕진하고 있나이다. 어머니는 끔찍한 재혼을 거부하지도, 끝낼 수도 없나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제 집안 살림을 해치고 있으며, 곧 저마저 해칠지도 모르나이다. 이런 일은 신들의 몫이옵니다. 할아버지여, 이제 서둘러 왕비께 가서 제가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해 주소서.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나이다. 왕비께만 전해 주소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마시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알겠소.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불쌍한 라에르테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겠소. 한동안 그는 오지수를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내키면 밭을 지키고 노비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곤 하였소. 그런데 당신의 배가 필성로 떠난 후로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아니하고 밭을 살피러 가지도 않는다 하더오. 뼈만 남을 정도로 늙어서 울고불고 있다 하더오.」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로군. 그러나 안 된다. 그를 내버려 두시오. 만일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 첫 번째 소원은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오. 어머니께 전할 말씀을 전하고 서둘러 돌아가시오. 그리고 그를 찾아 시골을 헤매지 마시오. 어머니께 비밀리에 소녀를 보내 늙은 라에르테스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라 전해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발 끈을 묶고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혜의 여신은 그가 마당을 나서는 것을 보고 키가 크고 능숙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섰다. 오지수는 오두막 입구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태명은 볼 수 없었다.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개들은 그녀를 보았으나 짖지 아니하였다. 두려움에 떨며 낑낑거리며 방 건너편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혜의 여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수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담을 넘어 나와 그녀 옆에 섰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위대한 전략가 오지수여, 이제 당신의 아들이 진실을 알 때가 되었나이다. 두 사람은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치할지 함께 계획해야 하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을로 가소서. 저도 곧 그곳에서 당신들을 만나겠나이다. 사실 저는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만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고, 키를 더 크게 하고 젊어 보이게 하였다. 그의 피부는 그을리고 볼살이 통통해졌으며 턱에는 짙은 수염이 자랐다. 그렇게 지혜의 여신의 마법이 끝나고 그녀는 날아갔다. 오지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혹시 신일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낯선 분이시여, 전과는 너무나 다르시나이다. 옷도, 피부도…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틀림없나이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제물을 바치고 황금 보물을 드리겠나이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오랜 고통을 겪어 온 오지수가 대답하되,
「나는 신이 아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느냐. 나는 네 아버지, 네가 슬퍼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잔인한 자들이 너를 그토록 괴롭히는 것은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입맞추고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그는 그때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그가 정말 아버지인지 믿지 못하고 이르되,
「아니에요, 당신은 제 아버지 오지수가 아니에요. 어떤 신이 저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마법을 걸었을 거예요. 필멸의 인간은 자신의 지혜로 늙었다가 다시 젊어질 수는 없어요. 어떤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쉽게 해내지 않는 한 말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분명히 늙었고, 그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처럼 보이시네요.」
교활한 오지수는 날카롭게 이르되,
「아니, 태명아, 네 아버지를 보고 놀라지 마라. 바로 나다. 다른 사람이 오는 게 아니다. 나는 오지수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길을 잃었으나, 이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은 지혜의 여신의 솜씨다. 여신은 마음대로 나를 변신시킬 수 있다. 때로는 집 없는 거지로, 때로는 왕자의 옷을 입은 젊은이로 만들기도 한다. 천상의 신들에게는 필멸의 인간을 아름답게 하거나 추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명은 아버지를 껴안고 울었다. 두 사람은 깊은 슬픔에 잠겨 사냥꾼에게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를 빼앗긴 독수리나 콘도르처럼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그만큼 서럽게 울었다. 그들의 슬픔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을 터인데, 그때 갑자기 태명이 이르되,
「아버지여, 선원들이 어떤 길로 아버지를 이탁도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아버지가 걸어서 오신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들아, 모든 것을 말해 주겠다. 항해술로 유명한 페아키아인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언제나 손님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들의 배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고, 그들은 나를 이탁도에 내려놓았다.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금과 청동, 그리고 옷가지와 같은 귀한 선물들을 가져왔는데, 신들의 뜻에 따라 그것들은 동굴에 보관되어 있다. 지혜의 여신은 내게 이곳에 와서 너와 함께 적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우라 말씀하셨다. 구혼자는 몇 명이나 되느냐.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총명하기로 유명하니, 우리 둘이서만 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지 알아내겠다.」
태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르되,
「아버지여, 저는 항상 아버지께서 창술과 책략에 능하시다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그러나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과하시나이다. 우리 둘이서 저렇게 강하고 많은 사람들과 싸울 수는 없나이다. 몇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나 되나이다. 구혼자들의 수를 빨리 알려 드리겠나이다. 둘리키움에서 온 쉰두 명은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고, 여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왔나이다. 사메에서 온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 온 스무 명, 그리고 바로 이 이탁도에서 온 열두 명은 모두 건장한 젊은이들이옵니다. 그들에게는 메돈이라는 하인과 시인 한 명, 그리고 고기를 잘 써는 노비 두 명이 동행하나이다. 만일 그 많은 남자들이 집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을 때 공격한다면, 당신은 그들의 폭력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옵니다. 좀 더 생각해 보소서. 우리를 위해 싸워 줄 조력자를 찾을 수 있나이까.」
오지수가 이르되,
「지혜의 여신과 그녀의 아버지 상제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도움이 필요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당신이 언급한 신들은 훌륭한 수호자이옵니다. 그들은 구름 높은 곳에 앉아 인간과 신 모두를 다스리나이다.」
노련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저 두 사람은 우리가 구혼자들과 싸우기 시작할 때, 즉 내 집에서 전쟁의 신이 우리와 그들의 전투력을 시험할 때,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것이다. 새벽에 돌아가서 그 오만한 젊은이들과 합류해라. 돼지치기가 나를 마을까지 호위할 것이다. 나는 다시 거지처럼 보일 것이다. 만일 그들이 나를 학대하고 네가 내가 고통받는 것을 보더라도, 그들이 나에게 무기를 던지고 발을 잡아 밖으로 내던지더라도, 너는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화를 내지 마라. 정중하게 그들에게 이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 말해라. 그들은 네 말을 무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파멸의 날이 가까워졌다. 이제 잘 들어라. 나의 가장 든든한 공모자인 지혜의 여신이 내 심장을 톡톡 두드릴 것이고, 나는 너에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다음 집에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찾아 위층 창고에 숨겨 두어라. 그리고 구혼자들이 물으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고는 이렇게 둘러대라. 『그들은 불 근처에 있어서 연기 때문에 상하고 있었으니 옮겨 놓았을 뿐입니다. 오지수가 토래성으로 떠나기 전의 광채를 잃어가고 있었거든요. 상제 신이시여, 제가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당신들이 술에 취하면 싸우고 서로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멋진 저녁 식사와 구애가 망쳐질 겁니다. 무기는 사람을 무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라. 그리고 우리 둘이서 잽싸게 공격하기 전에 챙길 수 있도록 칼 두 자루, 창 두 자루, 두꺼운 방패 두 개를 남겨 두어라. 지혜의 여신이 그들을 홀릴 것이고, 영리한 상제가 도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나의 친아들이라면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라. 라에르테스와 돼지치기, 여종들, 심지어 연로비조차도 여자들의 태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알아서는 안 된다. 또한 시험해 봐야 한다. 남자 노비들을 살펴보고, 누가 마음속으로 나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누가 당신을 마땅히 존경해야 할 만큼 우러러보는지 알아보거라.」
그의 빛나는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여, 곧 제 용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저는 강인하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그동안 구혼자들은 아버지 집에 앉아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며 재산을 탕진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소서. 여자들에 대해서는, 누가 순결하고 누가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나이다. 그러나 남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이다. 상제께서 징조를 보여 주시면 나중에 해도 되나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하였느니라. 그때 태명이 필성로 갔던 배가 이탁도 중심 도시의 만에 정박하였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배를 해안으로 끌어올렸다. 노비들은 값비싼 선물과 무기를 꺼내 클리티우스의 집으로 가져갔다. 전령이 왕비에게 태명이 이탁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혹시라도 왕비가 아들 때문에 걱정하며 울고 있을까 봐 배를 끌어와 마을로 와야 한다 말했다고 하였다. 돼지치기와 전령은 같은 임무를 띠고 왕비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여종들이 전령 주위에 모여들었다. 전령이 이르되,
「위대한 왕비님,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오셨나이다.」
그리고 돼지치기는 왕비를 따로 데리고 가서 아들이 전하라 한 말을 전하였다. 말을 마치자 돼지치기는 홀을 지나 안뜰로 나가 자신의 돼지들에게로 갔다. 구혼자들은 마음이 상하고 낙담하였다.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 건방진 녀석의 여정이 성공하였소. 우리는 그가 실패할 것이라 확신하였소. 우리는 노 젓는 사람들을 태운 가장 좋은 배를 띄워 바다를 건너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당장 돌아오라 전해야겠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암피노무스가 항구 안에서 육지를 등지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하였다. 돛을 접고 선원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이르되,
「사신을 보낼 필요도 없소. 그들은 이미 돌아왔소. 어떤 신이 그들에게 알려 주었거나, 아니면 그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따라잡지 못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그들은 벌떡 일어나 해변으로 내려가 검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렸고, 하인들은 자랑스럽게 무기를 꺼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시장으로 몰려가 젊은이든 노인이든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나서 안타이노스가 그들에게 연설하되,
「정말 놀랍구나. 신들이 이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냈구나. 며칠 동안 우리 정찰병들은 바람 부는 절벽에서 교대로 감시하였느니라. 해가 지면 해안에서 밤을 지새우지 아니하고 태명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바다에서 매복하였느니라.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하였느니라. 그런데 어떤 신이 그를 집으로 데려왔느니라. 우리는 그를 죽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가 도망쳐서는 안 된다. 그는 우리의 속셈을 알고 있으니 살아남으면 우리의 구혼을 방해할 것이고, 음모를 꾸밀 것이다. 그러면 백성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태명이 백성들을 모을 것이다. 그는 격노할 것이고, 행동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어나서 우리가 그를 죽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말할 것이다. 백성들이 우리의 범죄를 알게 되면 우리를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다치거나 고향에서 쫓겨나 타국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 그를 시골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 혹은 길에서 잡자.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나눠 갖도록 하자.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모시고, 누구와 결혼하든 그 남자는 집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살려 두고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몰려와 그의 집 안의 재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선물을 보내며 그녀에게 구애해야 한다. 언젠가 그 아가씨는 결혼할 것이고, 가장 많은 선물을 보낸 남자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침묵하였다. 그때 니소스의 유명한 아들 암피노무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둘리키움의 밀밭과 목초지에서 왔다. 그는 총명하였고, 연로비는 다른 남자들보다 그의 말을 더 좋아하였다. 그는 현명하게 이르되,
「친구 여러분, 저는 태명을 죽일 생각이 없나이다. 왕족을 죽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옵니다. 그러니 먼저 신들의 뜻을 알아야 하나이다. 위대한 상제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직접 그를 죽이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동참을 촉구하겠나이다. 신들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가 말하자 그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일어서서 오지수의 집으로 돌아가 윤이 나는 의자에 앉았다. 연로비는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알게 되었으니 이 무례한 구혼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메돈이 그들의 계획을 엿듣고 그녀에게 알려 준 것이었다. 시녀들을 곁에 두고 그녀는 아래층 홀로 내려가 그들에게 다가가 문기둥 옆에 서서 얼굴에 베일을 썼다. 그녀는 안타이노스에게 이르되,
「당신은 짐승이다. 교활한 놈이다. 범죄자여. 사람들은 당신이 이탁도에서 당신 또래 중 가장 똑똑하다 말하나,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미쳤다. 어찌하여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 상제께서 지키시는 간청으로 맺어진 인연을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이냐. 당신의 아버지가 이탁도 사람들에게 쫓겨 도망쳐 왔다는 걸 잊었느냐. 이탁도 사람들은 그가 타포스의 해적들과 합류하고 우리의 동맹인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분노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그를 죽이고, 심장을 뜯어내고, 그의 재산을 빼앗으려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그를 보호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제 당신은 은인의 재산을 탐하고, 그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심지어 나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라. 그리고 다른 구혼자들도 그만두게 하라.」
그가 이르되,
「연로비여, 걱정하지 마소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소서. 내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의 아들을 해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옵니다. 맹세컨대, 만일 누군가 시도한다면 내 칼로 그의 피를 흘리게 할 것이옵니다. 당신의 도시를 약탈하던 남편은 종종 나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고기를 조금씩 먹여 주고 붉은 포도주를 마시게 해 주곤 하였나이다. 그래서 지금 태명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서 아무런 위험도 없나이다. 신들이 가져다주는 죽음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없나이다.」
그는 그녀를 달래려고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녀의 아들을 죽일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침실로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울었고, 지혜의 여신이 그녀에게 편안한 잠을 주었다.
저녁이 되자 돼지치기가 집으로 돌아와 오지수를 발견하였다. 그와 그의 아들은 일 년 된 돼지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 곁으로 와서 다시 한번 지팡이로 그를 건드려 초라하고 늙어 보이게 하였다. 돼지치기가 들어왔을 때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돼지치기가 연로비에게 비밀을 누설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니라.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태명이 먼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돌아왔구나. 마을 소식은 어떻지. 그 오만한 구혼자들이 매복에서 돌아와 내 집에 와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잡히려고 숨어 있는 건가.」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 질문을 하려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네. 나는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하고 돌아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당신의 부하 중 한 명, 전령이 나와 함께 갔는데, 그가 당신 어머니께 먼저 소식을 전하였다. 한 가지 더 본 것이 있다. 마을 바로 위 헤르메스 언덕을 지나갈 때, 사람들로 가득 차 방패와 창을 잔뜩 실은 배 한 척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자 태명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눈을 마주쳤다. 에우마이오스가 보지 못하게 숨긴 채였다. 요리가 끝나자 그들은 저녁 식사를 똑같이 나누어 먹었고,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느니라.
==제17권 모욕과 학대==
이에 갓 태어난 새벽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자,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멋진 샌들을 신고 손에 꼭 맞는 튼튼한 창을 들고 길을 나섰도다. 그는 돼지치기에게 이르되,
“할아버지여, 저는 어머니를 뵈러 마을에 가야 하나이다. 어머니를 뵙기 전까지 어머니는 계속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실 것 같나이다. 이제 할아버지께서 이 불쌍한 늙은이를 마을로 데려가 구걸하게 해 주셔야 하나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먹을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지금 모든 사람을 상대할 여유가 없나이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나이다. 그분이 화를 내시더라도 그건 그분의 문제일 뿐이니이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친구여, 나는 여기 머물고 싶지도 아니하니라. 거지들은 마을과 시골을 떠돌아다녀야 하느니라. 나는 자선가들에게서 음식을 얻어먹을 것이로다. 나는 너무 늙어서 감독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농부로 여기 머물 수 없느니라.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불 옆에서 몸을 녹이면 그 사람이 나를 데려갈 것이로다. 내게는 이 누더기 옷밖에 없느니라. 아침 서리가 내리면 죽을지도 모르느니라. 네가 말했듯이 마을은 멀도다.”
그러자 태명은 구혼자들을 혼내 줄 계획을 생각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도다. 왕궁에 도착하자 그는 창을 기둥에 기대어 놓고 돌로 된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느니라. 의자에 양털을 깔고 있던 유모 명숙이 그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도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었으며, 고집 센 오지수의 다른 여인들도 모여들어 태명의 머리와 어깨에 입맞추며 그를 환영하였느니라.
그때 현명한 연로비가 여신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와 사랑하는 아들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도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추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쏟아내되,
“태명아, 왔구나! 사랑스러운 아들아! 네가 아버지 소식을 듣기 위해 나에게 말도 없이 필성로 몰래 갔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느니라. 무슨 일을 보고 왔느냐?”
태명은 침착하게 이르되,
“어머니, 저를 화나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려 하지 마소서. 저는 위험에서 살아남았나이다.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소서. 그리고 시녀들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소서.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소서. 이제 저는 마을로 나가겠나이다. 이탁도에 저보다 바로 뒤에 도착한 낯선 사람을 초대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용감한 부하들과 함께 먼저 보냈고, 피레우스에게 그를 집으로 데려가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였나이다.”
그의 말은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도다. 어머니는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고 아낌없이 제물을 바치며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청하였느니라. 태명은 창을 들고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옆에 두고 홀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에게 신비로운 은총을 내리셨느니라. 모두가 그의 등장에 놀랐도다. 구혼자들은 주위에 모여들어 친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를 해치려는 속셈이었느니라.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피해 명토르와 안티푸스, 할리테르세스와 합류하였으니, 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도다. 그들은 그에게 자세히 질문하였느니라.
그때 피레우스가 테오클리메누스라는 낯선 사람을 데리고 마을 중심부로 다가왔도다. 태명은 즉시 길을 나서서 그 낯선 사람 곁에 섰으며, 피레우스가 먼저 입을 열되,
“태명이여, 여자들을 어서 내 집으로 보내소서. 면나수가 당신에게 준 선물을 돌려주겠나이다.”
그러나 태명은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피레우스여, 안 되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나이다. 만약 제 집에 있는 구혼자들이 몰래 저를 죽이고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 갖는다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당신이 선물을 받는 것을 더 원하나이다. 그리고 만약 제가 그들을 죽여 파멸을 가져온다면, 제게 선물을 가져다주소서. 그러면 우리 둘 다 행복할 것이니이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지친 나그네를 집으로 데려가 의자에 장포를 깔아 주었도다. 그들은 목욕하러 갔으며, 여종들이 그들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느니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의자에 앉았도다. 한 여종이 금 항아리를 가져와 은 그릇에 담긴 세숫대야에 그들의 손을 씻어 주었으며, 그녀는 그들 옆에 상을 차렸고, 한 겸손한 여종이 풍성한 음식을 가져왔느니라. 연로비는 태명을 마주 보고 문 옆 의자에 기대어 고운 양털을 잣고 있었도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마셨느니라.
그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던 연로비가 입을 열되,
“태명아, 이제 위층에 올라가 내 침대에 누워 쉬어야겠느니라. 오지수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떠난 후로 내 침대는 슬픔의 침대가 되어 항상 눈물로 얼룩져 있느니라. 그런데 당신은 아버지의 귀환 소식을 알아냈는지 말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구혼자들이 오기 전에 어서 말해 주소서.”
태명은 차분하게 대답하되,
“어머니,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는 네스토르 왕을 뵈러 필성에 갔나이다. 왕께서는 마치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 돌아온 아들처럼 저를 궁궐로 맞아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나이다. 친아들처럼 저를 아껴 주셨나이다. 그러나 왕께서는 오지수에 대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셨나이다. 그래서 저를 말과 마차를 타고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장군인 메넬라오스에게 보내셨나이다. 거기서 저는 헬레나를 만났나이다. 신들의 뜻에 따라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전쟁을 치르며 고통받았던 것이니이다. 메넬라오스가 제가 왜 영광스러운 사필성에 왔는지 묻자, 저는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셨나이다. ‘어리석은 겁쟁이들! 그들이 누우려는 자리는 진정으로 결연한 자의 것이로다. 마치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을 사나운 사자의 굴에 눕혀 놓고 풀을 뜯으러 비탈과 계곡으로 가는 것과 같으며,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잔인하게 새끼 사슴을 죽이는 것과 같도다. 두 어린아이들 말이로다. 오지수가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라. 아버지 상제, 지혜낭자, 아로왕께 기도하건대, 그가 오래전 레스보스 섬에서 필로메데스와 씨름하여 그를 땅에 내던지고 모든 그리스인들이 환호했던 때처럼 강하기를 바라노라. 그가 구혼자들과도 똑같이 싸워 그들의 구혼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나고 목숨도 빨리 잃게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고 저는 당신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늙은 바다의 신에게서 들은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는 그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았다고 하였나이다. 산령녀 립선이 그를 자신의 섬, 그녀의 집에 가두어 놓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는 넓은 바다를 건널 함대나 선원이 없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나이다. 유명한 면나수가 그렇게 말하였나이다. 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신들께서 순풍을 주셔서 저는 순조롭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나이다.’”
그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도다. 그때 신과 같은 테오클리메노스가 입을 열되,
“나의 부인,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시여, 이 소식은 불완전하나이다. 예언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겠나이다.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제가 온 곳, 위대한 오지수의 화롯가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는 이미 이탁도에 있나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오는 길일 것이니이다. 그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나이다. 제가 배에 앉아 있을 때 징조를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나이다. 태명에게도 이야기하였나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낯선 분이시여, 이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극진한 환대와 관대함을 베풀어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행운을 보게 할 것이니이다.”
한편, 오지수의 집 밖에서는 구혼자들이 평소처럼 밖에서 다트와 원반 던지기 게임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었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양 떼들이 목동들의 인도를 받으며 각 들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메돈이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이 가장 아끼는 노비 소년이었고, 구혼자들은 항상 그를 잔치에 데려왔도다.
“나리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소. 이제 안으로 들어오셔서 식사하시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소.”
그들은 그의 조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갔도다. 의자에 장포를 깔고 살찐 염소, 큰 숫양, 살찐 돼지 몇 마리,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소 한 마리를 잡아 잔치를 위해 요리하였느니라.
오지수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려고 서둘렀도다. 돼지치기는 위엄 있는 어조로 이르되,
“나그네여, 주인님께서 오늘 원하신다면 도시로 오셔도 된다고 하셨나이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여기 남아 농장을 지켜 주시기를 바랄 뿐이니이다. 그러나 주인님께서 저를 꾸짖으실까 봐 걱정되나이다. 주인의 꾸지람은 노비에게 무거운 짐이 되니까요. 이제 가야 하나이다. 시간이 늦었고 곧 추워질 것이니이다. 해가 지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알겠소. 이제 가자. 앞장서소. 그런데 지팡이가 있으면 내가 의지할 수 있도록 좀 주소. 길이 미끄럽다고 들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끈으로 가방을 어깨에 메었도다. 가방은 너덜너덜하고 구멍투성이였느니라. 에우마이오스는 그에게 쓸 만한 지팡이를 주었도다. 그들은 떠났고, 개들과 목동들은 농장을 지키기 위해 남았느니라. 돼지치기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 옷을 입은, 마치 가난한 늙은 거지처럼 보이는 주인을 마을로 안내하였도다.
그들은 돌길을 따라 걸어 마을 근처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화려한 샘에 도착하였느니라. 그 샘은 이타코스, 네리토스, 그리고 폴릭토르가 세운 것이었도다. 샘 주변에는 샘물의 양분을 받아 검은 포플러 나무들이 둥글게 자라 있었으며, 위쪽 바위에서는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렸느니라. 그 위에는 산령녀들을 기리는 제단이 세워져 있었으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산령녀들에게 제물을 바쳤도다.
돌리우스의 아들 말태수가 다른 두 명의 목동과 함께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에게 먹일 가장 좋은 염소들을 몰고 오고 있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그는 오지수를 격분시키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로 욕설을 퍼붓되,
“악당이 또 다른 악당을 이끌고 가는구나! 당연한 일이로다. 신들께서는 비슷한 것들을 짝짓기하게 하시니라. 이 더러운 돼지 인간아, 저 늙은 돼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사들에게 줄 선물도 없이 부스러기만 구걸하는 게으름뱅이 말이냐? 내 농장을 지키고 우리를 청소하고 새끼 돼지들에게 사료를 던져 주게 하면 유청이나 마시면서 뼈만 앙상한 다리를 살찌울 수 있을 터인데. 그러나 저놈은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탐욕스러운 배를 채울 음식을 구걸하는 것을 좋아하잖아. 내가 장담하노니, 저놈이 오지수의 궁전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머리에 의자를 던지고, 그를 집 안으로 내던져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이로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오지수를 지나쳐 엉덩이뼈를 걷어차려고 달려들었도다. 정말 어리석은 놈이로다! 오지수는 길에서 밀려나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어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귀를 잡아 땅에 내동댕이칠지 고민하였도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고 화를 억눌렀느니라. 돼지치기가 말태수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그는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도하되,
“오, 샘의 요정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오지수 왕께서 당신들을 위해 기름진 양고기와 염소고기 뼈를 가져오신 적이 있다면, 이제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신령들께서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 제 주인께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목동들 때문에 가축들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이 무례한 자의 허풍을 끝내실 것이니이다.”
염소지기 말태수는 그를 비웃으며 이르되,
“오, 아주 훌륭하도다! 이 개는 말도 할 줄 알고, 재주도 부렸구나. 언젠가 저 개를 배에 태워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팔아 보물을 잔뜩 얻어야겠도다. 내일 아폴론 신이 태명의 집에 은화살을 쏘거나, 구혼자들이 그를 죽였으면 좋겠구나. 오지수는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노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들을 떠났도다. 그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는 그들보다 앞서 달려갔느니라. 그는 주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총애하는 에우리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 사이에 앉았도다. 노비들이 그에게 고기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순종적인 하녀는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안으로 들어가 페미우스가 노래를 위해 조율하고 있는 리라의 울려 퍼지는 소리에 둘러싸여 서 있었도다. 오지수는 돼지치기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곳은 오지수의 웅장한 궁전이니이다. 수많은 궁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나이다. 방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안뜰은 처마 장식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튼튼한 이중문이 있나이다. 누구도 이곳을 뚫고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이나이다. 고기 냄새가 나고, 신들께서 잔치의 동반자로 삼으신 리라 소리가 들리니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맞나이다! 예리하시나이다.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하나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과 합류하시고, 저는 여기 밖에 남겠나이다. 아니면 기다리시고 제가 가겠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소서. 누군가 당신을 보면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매를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침착한 오지수가 이르되,
“그래, 그 생각도 하였느니라. 당신은 가시고 저는 여기 남겠느니라. 저는 전에도 많이 맞았느니라. 고난을 잘 아나이다. 저는 강인하니라. 전쟁도 겪었고,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러니 이대로 두겠느니라. 배고픔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니라. 굶주림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그 저주 때문에 우리가 거친 바다를 건너고 다른 민족을 약탈하는 것이로다.”
그들이 말하는 동안, 거기에 누워 있던 개 아르고스가 머리와 귀를 쫑긋 세웠도다. 오지수는 이 개를 훈련시켰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느니라. 그는 너무 일찍 신성한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니라. 주인이 떠나자, 소년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야생 염소와 사슴, 토끼를 사냥하러 나갔도다. 그러나 이제 아르고스는 주인도 없이, 노새와 소의 똥 더미 속에 방치되어 있었느니라. 노비들은 그 똥을 문 밖에 쌓아 두었다가 넓은 농장에 거름으로 썼도다. 그래서 아르고스는 더러운 채로, 벼룩으로 뒤덮인 채 누워 있었느니라. 오지수가 가까이 온 것을 알아차리자, 아르고스는 꼬리를 흔들고 두 귀를 뒤로 젖혔도다. 그는 너무 약해서 주인에게 다가갈 수 없었느니라. 멀리서 오지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닦고 감쪽같이 숨긴 채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 개가 똥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이상하구나. 그 개는 꽤 잘생겼으나, 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보기 좋게 키우는 애완견인지 알 수 없도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이 개는 타국에서 죽은 주인의 것이었나이다. 오지수가 그를 버리고 토래성으로 갔을 때처럼 건강했다면 얼마나 빠르고 용감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니이다. 숲속으로 사냥을 나가면 항상 먹이를 잡았나이다.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나이다. 그러나 주인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상태는 좋지 아니하나이다. 여자들은 그를 돌보지 아니하나이다. 주인이 지켜보지 않으면 노비들은 제 역할을 하려 하지 아니하나이다. 상제께서는 우리를 노비로 만드는 날 우리의 가치를 반으로 깎아내리시나이다.”
그렇게 돼지치기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귀족 구혼자들과 합류하였도다. 아르고스가 오지수를 본 지 이십 년이 흘렀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를 보게 된 순간이었느니라. 그때 갑자기 흑사병이 그를 덮쳤도다.
태명은 돼지치기가 오는 것을 먼저 보았으며, 고개를 끄덕여 오라고 하였느니라. 주위를 둘러보던 에우마이오스는 구혼자들의 고기를 자르던 소년이 쓰던 의자를 발견하였도다. 그는 의자를 집어 태명의 탁자 옆에 놓았으며, 거기에 앉았고, 노비 소년은 그에게 고기와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그때 오지수가 다가와 안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가난하고 슬픈 노인처럼 보였도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물푸레나무 문턱에 털썩 주저앉아 오래전에 일꾼이 다듬고 곧게 펴놓은 삼나무 문설주에 기대었느니라. 소년은 돼지치기를 불러 바구니에서 밀빵 하나와 손에 들 수 있는 만큼의 고기를 집어 들었으며, 그에게 음식을 주며 이르되,
“이 음식을 저 낯선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연회장을 돌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전해 주소서. 궁핍한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하나이다.”
돼지치기는 가서 오지수에게 이르되,
“태명이 당신에게 이 음식을 주면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하였나이다. 남에게 얻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한다고 하더이다.”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기도하되,
“오 상제시여, 이 태명을 축복하시고, 그의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하소서.”
오지수는 두 손으로 음식을 집어 낡고 해진 자루 위에 올려놓고 발치에 놓고 먹으며 연회장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었도다. 그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음악이 멈추고 구혼자들이 소리쳤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 곁에 서서 그에게 구혼자들 사이로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며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알아보라고 부추기셨도다. 비록 지혜낭자께서는 다가올 학살에서 누구도 구해낼 생각은 없으셨으나 말이로다.
오지수는 능숙한 거지처럼 손을 내밀며 좌우로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느니라. 사람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음식을 주었고,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였도다. 그들이 서로 묻자 염소지기 말태수가 이르되,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이 낯선 사람에 대해 제 말을 들어주소서. 저는 이 사람을 전에 본 적이 있나이다. 돼지치기가 데려온 사람이니이다. 저는 그 이상 아는 것이 없나이다. 그의 배경도 모르나이다.”
안태우는 돼지치기를 꾸짖기 시작하되,
“돼지치기여! 이 유명한 바보야! 왜 이 사람을 데려왔느냐? 이미 잔치를 망치러 오는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아니하느냐? 그들이 몰려들어 네 주인의 재산을 훔쳐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칫거리인데, 왜 이 사람까지 데려왔느냐?”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안태우여, 당신은 귀족이나 당신의 말은 헛소리이니이다. 백성을 도울 재능이 없는 이방인을 누가 초대하겠나이까? 예언자나 의사, 건축가, 아니면 노래로 기쁨을 줄 수 있는 시인 같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거지에게는 아무도 청하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배고픔만 가져올 뿐이니이다. 모든 구혼자 중에서 당신은 노비, 특히 저에게 가장 못되게 구는구나. 그러나 현명한 왕비와 신과 같은 왕자께서 여전히 이 집에 사신다면 저는 상관없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조용히 하라. 안태우는 대답할 가치도 없느니라. 그는 늘 시비를 걸고 남들을 자극하기만 하느니라.”
그러자 안태우에게로 돌아서서 이르되,
“아버지처럼 저를 너무나 잘 챙겨 주시는구나! 저 낯선 사람을 쫓아내라고 하셨지 아니한가! 신이시여,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소서! 가서 그에게 뭐라도 좀 주소서. 저는 음식을 나눠 줄 수 있나이다. 어서 가소서! 어머니나 아버지 소유의 다른 하인들은 신경 쓰지 마소서. 어차피 당신은 그들에게 관심도 없으셨지 아니한가. 당신은 남과 나누려는 게 아니라 자기 배만 채우려는 것이로다.”
안태우가 대답하되,
“잘난 척하는 녀석이구나! 심술궂은 성격이로다! 끔찍한 말을 하다니! 모든 구혼자들이 나처럼 음식을 준다면 이 집에서 그를 석 달 동안이나 가둬 둘 수 있겠도다!”
그는 식탁 밑에 발을 올려놓고 잔뜩 먹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발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휘둘렀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음식을 주어 거지 주머니를 채워 주었느니라. 오지수는 시험을 마쳤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문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도다. 대신 그는 안태우 곁에 서서 이르되,
“친구여, 내게 무엇을 좀 주소. 자네는 분명 모든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 것이오. 자네는 왕족처럼 생겼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겠소. 그러면 내가 자네를 온 세상에 알리겠소. 나는 한때 궁전을 가진 부자였소. 어디에서든 가난한 거지들이 찾아오면 신분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에게 음식을 주었소. 내 노비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재산도 많았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을 누렸소. 그러나 상제께서 모든 것을 파괴하셨소. 그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소. 그는 나를 부추겨 해적들과 함께 이집트로 가게 하셨소. 그 긴 여정이 내 파멸을 가져왔소. 나는 나일 강에 갤리선을 정박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였소. 그리고 모든 망루에 정찰병을 보냈소. 그러나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아름다운 이집트 들판을 약탈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잡아갔으며 남자들을 죽였소. 비명 소리가 마을까지 들렸소. 사람들이 듣고 도우러 달려왔소. 새벽이 되자 평원은 발굽으로 가득 찼소. 병사들과 말들, 그리고 번쩍이는 청동 무기들이었소. 그때 천둥을 사랑하는 상제께서 내 병사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셨소. 참혹한 공포였소.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했고, 사백 명 중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였소. 날카로운 청동 칼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다른 이들은 노비로 팔려갔소. 그러나 그들은 나를 만난 드메토르라는 키프로스 왕에게 넘겨 주었소. 나는 키프로스 출신이오. 이것이 내 비극적인 이야기이오.”
안태우가 대답하되,
“어떤 신이 이런 재앙을 내려 우리 잔치를 망쳤단 말인가? 저기서나 있어라, 내 식탁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 아니면 꺼져 버려라! 이집트에서 죽거나 키프로스에서 노비가 되든가! 뻔뻔스러운 거지 자식아! 우리에게 와서 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대접해 주는구나. 우리는 가진 것이 많고, 사람들은 남의 재산을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아니하느니라.”
재치 있는 오지수는 그에게서 물러서며 이르되,
“잘생긴 바보 같으니! 네 집에서 소금 한 알도 안 줄 주제에 남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 성대한 연회에서 빵 부스러기 하나 내게 주지 않겠다니!”
안태우는 격분하여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더 이상 못 참겠도다! 나를 모욕하다니? 품위 있게 떠날 기회를 놓쳤구나!”
그는 의자를 들어 오지수의 오른쪽 어깨, 등 쪽으로 던졌도다. 그러나 오지수는 쓰러지지 않고 돌처럼 굳어 서서 고개를 흔들며 말없이 복수를 생각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돌아가 문턱에 앉아 음식으로 가득 찬 자루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이르되,
“이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제가 할 말이 있나이다. 사람들이 소나 양 같은 자기 소유물을 위해 싸울 때는 상처를 입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이다. 그러나 안태우는 제가 배고픈 채로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저에게 상처를 입혔나이다. 굶주림은 인간에게 그토록 큰 고통을 가져다주나이다. 만약 가난한 자들의 신이나 복수의 여신이 있다면, 결혼 대신 그가 죽음으로 심판받기를 바라나이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입 다물거나 꺼져라! 계속 떠들면 우리 젊은이들이 네 손발을 잡고 궁궐을 끌고 다니며 산 채로 가죽을 벗길 것이로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안태우를 끈질기게 질책하되,
“가엾은 늙은 거지를 때려서는 안 됐소! 만약 그가 하늘에서 온 신으로 밝혀진다면 큰일 날 것이오! 신들께서는 누가 신성한 법을 어기는지, 누가 선한지 알아보기 위해 이방인이나 낯선 사람으로 변장해서 마을에 온단오하기도 한단오이오!”
안태우는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였도다. 그 일격은 태명의 마음속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으나,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복수를 생각하였도다.
연로비는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모든 노비들에게 이르되,
“아로왕 신이 안태우를 거지처럼 쏘아 죽이기를 바라네!”
그러자 늙은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소! 그들 중 누구도 새벽이 왕좌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오.”
연로비가 이르되,
“여보,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해요. 안태우가 제일 악랄해요. 그는 죽음과 같아요. 어떤 불쌍한 늙은 나그네가 궁핍해서 이 집에 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도와 자루를 채워 주었는데, 안태우가 그의 어깨에 발판을 던졌어요.”
그녀는 오지수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시녀들과 함께 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그러고 나서 돼지치기를 불렀느니라.
“에우마이오스여! 그 나그네를 내게 오게 하여 내가 그를 맞이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오지수에 대해 듣거나 본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하시오. 그 나그네는 먼 길을 온 것 같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폐하, 이 사람들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니이다. 저는 그를 사흘 밤낮으로 제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배에서 도망쳐 나와 제 집에 먼저 왔나이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는데,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나이다. 마치 신의 축복을 받아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가수처럼—사람들은 그가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보나이다—그의 이야기는 저를 매료시켰나이다. 그는 오지수와 자신이 조상 대대로 오랜 친구 사이라고 말하나이다. 그는 미노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살았는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험난한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하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아직 살아 있고, 이 근처 풍요로운 테스프로토스 땅에 있으며, 보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나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그를 불러 오소서. 그가 직접 내게 말하게 하소서. 구혼자들은 우리 집 안이나 문 앞에서 흥청망청 놀고 있소. 분위기가 아주 흥겹소. 그들의 집에는 맛보지 못한 음식과 포도주가 가득하고, 하인들은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소. 그러면서도 그들은 매일 우리 집에 몰려와 소, 양, 염소를 잡고 마음껏 잔치를 벌이며 우리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우리 재산은 텅 비었소. 오지수처럼 이 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여기 없소. 그러나 오지수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와 그의 아들은 곧 그들의 폭력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오.”
태명이 크게 재채기를 하자 그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도다. 연로비는 웃으며 에우마이오스에게 이르되,
“저 낯선 사람을 불러 오소서! 내 아들이 방금 내가 한 말에 재채기를 하였소. 들었소? 그건 모든 구혼자들에게 죽음의 징조요. 이제 아무도 그들을 파멸에서 구할 수 없소. 그러나 잘 들어 보소서. 만약 저 낯선 사람이 진실을 말한다면,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오지수 곁으로 가서 섰도다. 그의 말에는 날개가 달렸느니라.
“나리, 태명의 어머니인 연로비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남편에 대해 묻고 싶어 하시나이다. 만약 당신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한다면, 그녀는 알게 될 것이니, 옷을 얻게 될 것이오. 당신에게는 옷이 절실히 필요하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음식을 구걸할 수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당신에게 음식을 줄 것이오.”
강인한 의지의 오지수는 이렇게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연로비에게 곧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할 것이로다. 오지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니라. 우리도 고통을 함께 겪었으니 말이로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구혼자들 때문에 몹시 불안하니라. 그들의 공격성은 하늘을 깎아내리는 것 같도다. 방금 전에도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뭔가를 던져서 다쳤느니라. 태명도, 다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니 연로비에게 아무리 간절히 원하더라도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으라고 전해라. 해질녘이 되면 가까이 와서 불 옆에 앉아 남편의 귀향길에 대해 물어보라고 해라. 내 옷이 더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아니하느냐. 내가 도움을 청하러 처음 온 사람이 너였으니 말이로다.”
돼지치기는 돌아섰도다. 문턱을 넘자 날카로운 연로비가 이르되,
“그 여행자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오? 무슨 문제라도 있소? 너무 겁이 많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이오? 집 없는 사람이 그런 수치를 당할 수는 없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의 말은 상식적인 것이니이다. 그는 구혼자들을 피하고 싶어 하나이다. 그들은 공격적이니이다. 그는 해 질 때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라고 하나이다. 왕비님,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니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적어도 그 낯선 사람은 바보가 아니오. 저 사람들처럼 깡패 같은 놈들은 전에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하오.”
돼지치기는 구혼자 무리에게 돌아가 태명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였도다.
“친구여,” 그가 이르되, “나는 가서 돼지들과 당신의 모든 재산, 그리고 나의 재산을 지켜야 하나이다. 모든 것을 잘 돌보되,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지키소서. 다치지 마소서. 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우리를 해치기 전에 그들을 모두 없애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먼저 식사를 하고 가소서. 새벽에 먹을 동물을 가지고 돌아오소서. 나머지는 저와 신들에게 맡기겠나이다.”
그러자 에우마이오스는 의자에 앉아 먹고 마신 후,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 찬 궁전을 떠나 돼지들에게로 돌아갔도다. 이미 늦은 오후였고, 음악과 춤이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느니라.
==제18권 두 거지==
이에 이탁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이탁도는 탐욕으로 악명이 높았도다. 그는 끊임없이 먹고 마셔서 살은 쪘으나 허약하였고, 싸울 기력도 없었느니라. 그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지어 준 이름은 아르나이오스였으나, 젊은이들은 그를 심부름꾼이었기에 이루스라고 불렀도다.
이제 이 남자는 오지수를 그의 집에서 쫓아내려 하며 저주를 퍼붓되,
“저리 가라, 늙은이여! 나가거라! 그렇지 아니하면 발로 끌어내 버리리라! 구혼자들이 눈짓하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 보이지 아니하느냐? 이는 나에게 창피한 일이로다. 당장 너를 일으켜 세우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싸우리라!”
오지수는 그를 노려보며 이르되,
“어리석은 놈아! 나는 너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너를 험담한 것도 아니니라. 다른 거지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여 질투할 것도 없느니라. 그가 얼마나 많이 받든 상관없도다. 이 문은 우리 둘 다 지나갈 수 있느니라. 모든 재물을 독차지하지 말라. 네 것이 아니니라. 너도 나처럼 집 없는 사람 같구나. 신들께서는 모든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시느니라. 나를 자극하여 싸우게 하거나 화를 내게 하지 말라. 나는 늙었으나 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러면 내일은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니라. 너는 다시는 오지수의 궁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로다.”
방랑자 이루스는 격분하여 이르되,
“이 탐욕스러운 돼지 같은 놈이 마치 늙은 여인이 오븐을 닦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구나! 내가 저놈을 때려눕히고, 두 주먹으로 후려치고, 농부들이 농작물을 망치는 돼지의 어금니를 뽑아내듯이 이빨을 뽑아버리리라! 각오하라! 사람들이 지켜보게 놔두자. 어찌 감히 나보다 어린 놈과 싸움을 걸 생각을 하는 것이냐?”
궁궐 문턱에서 그들의 격렬한 적개심은 극에 달하였도다. 성스러운 군주 안태우는 싸움을 부추기며 껄껄 웃으며 구혼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처럼 멋진 구경거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처음이로다. 신이시여, 이 두 사람이 싸움을 벌일 태세로다. 자, 어서 부추겨 보자!”
그들은 모두 웃으며 벌떡 일어나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들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안태우가 그들에게 이르되,
“잘 들으라, 구혼자들아! 저녁 식사로 기름과 피를 가득 채운 염소 위를 불에 굽고 있느니라.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는 이것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가도록 하라. 그러면 그는 앞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식사할 수 있고, 우리는 다른 거지는 우리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리라.”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도다. 전략가 오지수는 그들을 속이며 이르되,
“친구들이여, 나처럼 늙고 고통에 지친 사람이 젊은이와 싸울 수는 없나이다. 굶주림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매를 맞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하나이다. 그러나 맹세코 이루스를 도와 나를 주먹으로 때려 패배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소서.”
모두 그의 말대로 맹세하였도다. 성스러운 왕자 태명이 이르되,
“손님, 당신의 용감한 마음이 이 도전자와 싸우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소서. 당신을 때리는 자는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니이다. 나는 당신의 주인이니이다.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도 현명하니 나와 같은 생각이니이다.”
모두 동의하였고, 오지수는 누더기 옷을 벗어 허리에 묶었도다. 그러자 우람한 허벅지와 어깨, 거대한 가슴과 튼튼한 팔이 드러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의 곁에 서서 백성의 목자로서의 자답게 그의 힘을 더해 주셨도다. 모든 구혼자들은 어안이 벙벙해하며 이르되,
“이는 이루스의 최후를 의미하는구나! 자업자득이로다! 저 늙은이의 누더기 아래에 숨겨진 근육이라니!”
이루스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으며, 그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도다. 그러나 하인들은 그에게 튜닉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라고 재촉하였으며, 그는 온몸을 떨었느니라. 안태우가 이르되,
“하하, 잘난 척하는구나! 고통에 지친 늙은이를 그렇게 두려워하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만약 저 자가 너를 이겨서 자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너를 배에 태워 그리스 본토의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버리리라. 그는 무자비한 청동으로 네 코와 귀를 자르고, 그다음엔 네 성기를 잘라내어 날것으로 개들에게 먹일 것이로다.”
이 말은 이루스의 떨림을 더욱 심화시켰도다. 링으로 호송된 그는 일어섰으며, 두 사람은 주먹을 치켜들었느니라. 온갖 모욕을 견뎌 낸 오지수는 이루스를 죽일 정도로 세게 때릴지, 아니면 가볍게 쳐서 쓰러뜨릴지 고민하였도다. 구혼자들이 눈치챌지도 모르니 가볍게 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였느니라.
마침내 둘은 주먹을 주고받았도다. 먼저 이루스가 오지수의 어깨를 쳤으며, 오지수는 이루스의 귀 아래 목을 주먹으로 쳐서 턱뼈를 부러뜨렸느니라. 입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고, 이루스는 신음하며 이를 악물고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웃다가 쓰러졌느니라.
오지수는 이루스의 발을 붙잡고 성문을 통해 안뜰로 끌고 나와 담벼락에 기대어 세웠도다. 그는 이루스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 주며 이르되,
“거기 앉아서 개와 돼지를 쫓아내라! 이 쓸모없는 놈아! 손님과 거지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렇지 아니하면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할 것이로다!”
그런 다음 그는 누더기 자루를 집어 어깨끈으로 메고 다시 문 옆에 앉았도다. 구혼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잔을 들며 이르되,
“모든 신들과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저 탐욕스러운 돼지 이루스는 가는 곳마다 기생충처럼 살찌워 댔도다. 네가 그를 막아 준다면 우리는 그를 대량 학살의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리라.”
오지수는 이 길조를 듣고 기뻐하였도다. 안태우는 피와 기름으로 가득 찬 커다란 염소의 위를 그의 앞에 내놓았으며, 암피노무스는 빵 바구니 두 개와 금으로 된 포도주 잔을 내어 그를 맞이하였느니라.
“선생님, 저희 집에 묵어 주소서.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나, 앞으로는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오지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하되,
“암피노무스여, 자네는 자네 아버지인 둘리키움의 니수스처럼 총명해 보이는구나. 그의 부와 뛰어난 지략, 그리고 자네가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느니라. 자네는 말솜씨도 좋도다. 내 말을 잘 들어 보라. 땅 위를 살고 숨 쉬고 기어 다니는 모든 생물 중에서 우리 인간은 가장 약하니라. 신들께서 우리에게 행운을 내려 주시고 다리가 날렵하고 유연할 때는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 신들께서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주실 때는 그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 내야 하느니라. 우리의 기분은 상제께서 매일 내리시는 시련에 달려 있도다. 나도 한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라고 여기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느니라. 그러나 형제들과 아버지의 사주를 받아 폭력과 권력 남용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도다. 누구도 옳은 것을 외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사람은 신들께서 무엇을 주시든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구혼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는지 보라. 재산을 낭비하고 곧 죽게 될 자의 아내를 존중하지도 아니하니 말이로다. 그는 곧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아주 곧! 신들께서 너를 집으로 인도하여 그가 돌아올 때 마주치지 않도록 하노라. 그가 이 연회장에서 구혼자들과 마주치면 피가 흐를 것이니라.”
그는 신들에게 달콤한 포도주를 바치고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암피노무스에게 건네었도다. 암피노무스는 잔을 받아들고는 마음이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집안을 서성였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위험을 감지하였으나, 그는 살 운명이 아니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가 강한 창을 든 태명에게 패배하도록 저주를 내리셨느니라. 암피노무스는 전에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도다.
회색 눈을 번뜩이는 지혜낭자께서는 생각에 잠긴 연로비에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셨도다. 구혼자들이 그녀를 보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욕망이 돛처럼 펼쳐지게 하고, 그러면 그녀의 아들과 남편이 그녀를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웃으며 하녀에게 이르되,
“에우리노메야, 내게 새로운 욕망이 생겼도다. 비록 내가 그들을 미워하나, 구혼자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도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충고도 해 주고 싶은데, 그 오만한 남자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함이로다. 그들은 말솜씨는 좋으나 속셈은 나쁘니라.”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얘야,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그러나 얼굴에 얼룩덜룩한 것이 묻은 채로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러 나가지 말고, 몸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느니라. 영원히 슬퍼할 필요는 없도다. 아들도 이제 다 컸도다. 너는 항상 신들에게 아들이 수염을 기른 어른이 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느니라.”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에우리노메야, 당신이 저를 걱정해 주시는 것은 알지만, 몸을 깨끗이 씻고 기름을 바르라고는 하지 마소서. 남편이 텅 빈 배를 타고 떠난 날, 신들께서 제 아름다움을 망쳐 놓으셨나이다. 가서 제 여종들인 히포다메이아와 아우토노에를 불러 주소서. 그들이 저와 함께 홀로 들어와야 하나이다. 저는 남자들을 혼자 만나러 가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니이다.”
그래서 노파는 가서 소녀들을 불렀도다. 지혜낭자의 눈은 계획으로 빛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하셨고, 연로비는 침대에 누워 관절이 이완된 채 잠이 들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신과 같은 힘을 주어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깜짝 놀라도록 만드셨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녀의 얼굴에 아프로디테가 은총의 여신들과 춤을 추기 전에 머틀 화관을 쓰고 화장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더하셨으며, 또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키를 크게 만드셨고, 피부는 상아보다 더 하얗게 만드셨도다.
여신이 떠나자 소녀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에 여왕은 잠에서 깼느니라. 그녀는 뺨을 만지며 이르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잠이 나를 감쌌도다. 아림 여신이 지금 당장 내게 고통 없는 죽음을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잘했던, 아카이아인 중 최고였던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내 삶을 허비하고 있느니라.”
그녀는 위층의 햇살 가득한 방에서 내려왔으며, 두 노비가 그녀와 함께 갔도다. 그녀는 구혼자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중앙 기둥 옆에 서서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렸느니라. 두 충실한 노비는 그녀의 양옆에 섰도다.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렸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그녀와 동침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느니라.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 태명에게 말을 걸되,
“태명아,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로다. 어렸을 때는 분별력이 있었으나, 이제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니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도다. 외국인이라도 금방 알아볼 정도이니라. 그런데도 판단력이 흐려졌도다. 손님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 집에 온 낯선 사람이 저렇게 모욕을 당하면 어쩌겠느냐? 자네는 망신을 당할 것이고, 명예가 실추될 것이로다!”
태명은 계산된 어조로 대답하되,
“어머니, 화내시는 것을 이해하나이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옳고 그름을 아나이다. 예전에는 아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나이다. 그 악랄한 구혼자들이 자꾸만 제 마음을 흔들고, 제 편은 아무도 없나이다. 낯선 남자와 거지 이루스의 싸움은 그들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아니하였나이다. 낯선 남자가 훨씬 강하였나이다. 아버지 상제시여! 아로왕이시여! 지혜낭자시여! 우리 집의 구혼자들이 모두 매를 맞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집 안의 남자든 밖에 있는 남자든 모두 그렇게 하소서. 이루스처럼 문 밖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술에 취한 듯 서 있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소서. 그의 몸은 너무 허약하나이다.”
그러자 에우리마코스가 입을 열어 이르되,
“오, 연로비 여왕이시여! 위대한 이카리우스의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시여! 만약 모든 그리스인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당신의 집에는 훨씬 더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들 것이니이다. 아름다움과 체격, 그리고 균형 잡힌 마음씨에 당신만큼 뛰어난 여인은 없기 때문이니이다.”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아니요, 불멸의 신들께서 이백오십 년 전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향하던 날, 제 외모를 망쳐 놓으셨나이다. 제 남편 오지수 또한 그들과 함께 갔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명예와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슬픔에 짓눌려 있나이다. 어떤 악령이 제게 온갖 고통을 안겨 준 것 같나이다. 남편이 이탁도를 떠날 때, 제 손목을 잡고 오른손을 쥐고 이르되, ‘여보, 우리 갑옷 입은 그리스인들이 모두 토래성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소. 토래성 사람들은 화살과 창에 능하고, 빠른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런 전차는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하더이다. 어떤 신이 저를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르고, 아니면 토래성에서 포로로 잡힐지도 모르오. 저도 모르겠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하오. 부모님은 지금보다, 아니 제가 떠난 지금 더욱더 잘 보살펴 드려야 하오. 그리고 우리 아들 수염이 다 자라면, 당신은 아무 남자와 결혼해야 하오. 당신이 선택하고 집을 떠나시오.’ 이것은 내 남편의 말이었도다. 때가 왔느니라. 결혼해야 할 밤이 다가왔도다. 끔찍하도다! 저주받았구나! 상제께서 내 행복을 빼앗아 가셨느니라. 또 다른 쓰라린 생각이 나를 짓누르느니라. 이렇게 품위 있는 여자, 그것도 부잣집 아내에게 구애하며 그녀의 손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들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찐 양과 소를 가져와야 하고, 좋은 선물을 주어야 하느니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먹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견뎌 온 오지수는 아내가 몰래 선물을 준비하고 예쁜 말로 그들을 매혹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도다. 아내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말이로다. 안태우가 이르되,
“현명한 연로비여, 그리스인들이 가져오는 선물은 모두 받으소서.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이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중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 농장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아니할 것이니이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하인들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도다. 안태우는 순금 브로치 열두 개가 박힌 화려한 수놓은 옷을 가져왔으며, 에우리마코스는 햇빛처럼 반짝이는 호박 구슬이 박힌 정교한 금 목걸이를 선물하였느니라. 두 노비는 에우리다마스에게서 귀걸이를 가져왔는데, 아름답게 반짝였고 각각 열매처럼 생긴 세 개의 송이가 달려 있었도다. 피산더의 노비는 정교하게 만든 아름다운 초커를 가져왔으며, 모든 구혼자들이 각기 다른 선물을 주었느니라. 왕비는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노비들은 화려한 선물들을 들고 갔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춤을 구경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해 돌아왔으며, 그들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즐거워하였도다. 그들은 잘 말린 나무와 갓 자른 나무를 섞어 큰 홀 전체를 밝히기 위해 세 개의 화로를 켰느니라. 인내심 많은 오지수의 여종들이 돌아가며 화로에 불을 붙였도다.
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르되,
“여종들아! 너희 주인 오지수는 오래전에 떠났느니라. 돌아가서 왕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해 주어라. 실을 잣거나 양털을 빗어라. 나는 이 사람들에게 불을 밝혀 줄 수 있느니라. 만약 그들이 밝은 새벽이 아름다운 왕좌에 앉을 때까지 여기에 머물기로 한다면, 나는 굴복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강하니라.”
그러자 소녀들은 서로를 힐끗힐끗 보며 낄낄거렸도다. 돌리우스의 딸인 예쁜 멜란토는 연로비 왕비의 손에서 자라 장난감을 받고 친딸처럼 대접받았으나, 멜란토는 연로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에우리마코스와 동침하였느니라. 그녀는 오지수를 모욕하고 조롱하기 시작하되,
“가엾은 늙은 이방인아! 미쳤구나! 대장간이나 공동 대피소에서 자고 싶지도 않았으면서, 여기 와서 남자들 무리 앞에서 거만하게 떠들어대다니! 무섭지도 아니하냐?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간 것이냐, 아니면 늘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하는 것이냐? 이루스를 이긴 것이 너를 미치게 만든 것이냐? 그 거지 자식 때문에? 조심하라, 곧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 네 얼굴을 후려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 집에서 쫓겨나게 할지도 모르느니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이 비열한 년아! 곧 태명에게 가서 네 말을 다 일러줄 터이니! 그러면 태명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로다!”
그 말에 여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으며, 그들은 오지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집 안 곳곳으로 흩어졌도다. 오지수는 화로 옆에 서서 불을 계속 밝히며 모든 구혼자들을 바라보았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곧 실행될 계획을 세웠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통이 자리 잡기를 바라셨으며,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도록 부추기셨느니라.
에우리마코스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려고 조롱하되,
“자, 구혼자들아! 내 직감으로는 이 남자는 어떤 신의 뜻에 따라 오지수의 집에 온 것 같소. 등불 아래에서 그의 머리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완전히 대머리라서 그런가 보군!”
그러고 나서 그는 돌아서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묻되,
“나그네여, 내가 사람을 고용한다면,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나를 위해 일하겠소? 당신이 키 큰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을 수 있다면, 분명히 보수를 받을 것이고, 나는 당신에게 일 년 내내 식사와 옷, 신발까지 제공해 줄 것이오. 그러나 자네는 악행에만 능숙하오. 일할 의지도 없고, 구걸하며 돌아다니면서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는 것만 좋아하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에우리마코스여, 봄날, 해가 길어지는 초원에서 우리 둘이 낫질 시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너처럼 완벽한 곡선의 낫을 갖고 있겠지. 풀도 무성하고, 우리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의 솜씨를 겨뤄 볼 수 있을 것이로다. 아니면 잘 먹고 잘 자란, 힘도 좋고 쟁기질하는 힘도 똑같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좋은 땅 사 에이커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반듯한 고랑을 만들 수 있는지 네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상제 신께서 내일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신다면, 내가 청동으로 만든 창 두 자루와 방패, 투구를 쓰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습을 네가 보게 될 것이로다. 그때는 내 배를 향해 욕설을 퍼붓지 못할 것이니라. 너는 공격적인 척하고, 천민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러나 만약 오지수가 나타난다면, 꽤 넓은 문들이 도망치려 애쓰는 동안에는 너무 좁게 느껴질 정도일 것이로다.”
분노에 찬 에우리마코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 비열한 거지 자식아! 우리 모두 앞에서 잘난 척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겁먹어야지! 술에 취해서 멍청해진 것이냐, 아니면 늘 헛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냐? 아니면 거지 이루스를 이겼다고 우쭐대는 것이냐!”
그러고는 오지수에게 발판을 던졌도다. 오지수는 두려움에 떨며 암피노무스 뒤로 숨었으며, 발판은 술을 따르던 노비 소년의 오른손에 맞았고, 술병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느니라. 소년은 먼지 속에 쓰러져 신음하였도다. 구혼자들의 외침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느니라.
“이 외국 떠돌이가 여기 오기 전에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지들과의 시비 때문에 연회가 망쳐지고 있구나! 즐거운 저녁을 망치고 있도다! 이 어리석은 소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구나!”
태명이 위엄 있게 이르되,
“존경하는 영주님들이여!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니이다. 아마도 너무 잘 드셨거나, 아니면 어떤 신이 여러분을 감동시키신 것 같나이다. 이제 저녁 식사는 끝났으니, 편하실 때 집으로 돌아가 주무소서. 제가 여러분을 쫓아내지는 아니하겠나이다.”
그들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놀라 입술을 깨물었도다. 니수스의 유명한 아들이자 아레티아스 신의 손자인 암피노무스가 그들 모두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그가 한 말은 옳으니 아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느니라. 낯선 사람이나 위대한 오지수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을 학대하지 말라. 소년이 잔에 포도주를 채우도록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자. 태명이 그 낯선 사람을 돌볼 것이니라. 어쨌든 그 거지는 그의 집에 온 것이니라.”
그들은 동의하였도다. 암피노무스가 둘리키움에서 데려온 노비 몰리우스는 그들 모두를 위해 포도주를 섞어 나눠 마셨느니라. 그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운을 북돋는 포도주를 홀짝였으며, 충분히 마신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제19권 여왕과 거지==
오지수는 홀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죽일 계책을 세웠다. 말이 빠르게 오가니,
「태명아, 무기를 가져와 숨겨야 한다. 구혼자들이 무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너에게 묻더라도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 내도록 하라. ‘그을음 때문에 무기가 손상되었다. 오지수 왕이 토래성으로 떠날 때에는 무기의 금속이 반짝거렸으나, 지금은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보관하였다. 또한 어떤 영이 내게 경고하기를, 너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다투면 서로 다치게 되어 연회와 구혼에 먹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기는 사람을 싸움으로 이끌 수 있다.’」
태명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였다. 그는 명숙를 불러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무기를 창고로 옮기는 동안 여인들은 방에 가두어 두어라.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떠나신 후로 무기가 더러워졌다. 연기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
자애로운 유모가 대답하되,
「얘야, 네가 집안일을 모두 맡고 재산을 잘 지키면 좋겠다. 누가 횃불을 가져와야 하겠느냐. 노비들은 네 앞에 걸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아니하였더냐.」
오지수가 이르되,
「이 낯선 사람이 하겠노라. 내 빵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멀리서 왔더라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하느니라.」
유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홀 안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오지수와 그의 총명한 아들은 벌떡 일어나 투구와 징 박힌 방패, 뾰족한 창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황금 등불을 들고 그들 곁에 서서 장엄한 빛을 비추었다.
태명이 말하되,
「아버지, 제 눈이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궁전의 벽과 아름다운 전나무 서까래와 가로대, 그리고 높은 기둥들이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옵니다. 하늘에서 어떤 신이 이 집에 계신 것이 틀림없나이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쉿, 더 이상 질문하지 마라. 생각을 정리하라. 이것이 오림산의 신들이 하는 일이다. 자, 이제 자러 가라. 나는 여기 남아서 여종들과 네 어머니를 괴롭히고, 울게 만들고, 내게 질문하게 할 것이다.」
태명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로 밝혀진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갔다. 잠이 들었고, 그는 새벽까지 그곳에 누워 있었다. 오지수는 복도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어떻게 없앨지 계속 모의하였다.
그때, 정신이 맑아진 왕비가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방에서 내려왔다. 노비들이 그녀가 늘 앉던 의자를 불 옆으로 끌어왔다. 그 의자는 이크말리우스가 상아와 은으로 상감 세공한 것으로, 발받침까지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커다란 양털이 의자 위에 깔렸고, 연로비는 생각에 잠긴 채 앉았다.
팔이 하얀 노비 소녀들이 와서 빵 더미와 탁자, 그리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마셨던 잔들을 치웠다. 그들은 화로의 불씨를 바닥에 던지고, 불과 온기를 위해 화로 안에 새 장작을 쌓아 올렸다.
이때 멜란토가 오지수를 다시 꾸짖되,
「이봐, 낯선 사람아. 밤에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 여인들을 엿보고 계속 문제를 일으킬 셈이냐. 나가라, 이 부랑자야.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안 그러면 곧 횃불을 맞을 것이다. 어서 가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계산적인 말을 내뱉되,
「미쳤구나. 이 어리석은 아가씨야, 어찌하여 나에게 화를 내느냐. 내가 더럽고 누더기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한다고. 어쩔 수 없느니라. 노숙자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느니라. 나도 한때 집이 있었고, 부유하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거지들에게도 자주 베풀었지. 누구든 찾아오면 도와주고, 신분에 상관없이 말이다. 노비 소녀들도 많았고, 우리가 부라고 여기는 모든 것을 누렸다. 행복한 삶이었느니라. 상제가 내 인생을 망쳐 놓았다. 분명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아가씨야, 네 주인님이 화를 내거나 오지수가 오더라도 다른 노비 소녀들 사이에서 네가 가진 지위를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 수도 있으나, 만일 그가 죽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아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아폴론 신께 감사해야겠구나. 그는 여기 여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제 다 컸으니까.」
연로비는 경계심을 갖고 듣고 있다가 이제 노비를 꾸짖기 위해 입을 열되,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것아. 어찌 감히.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다 안다. 그 건방진 표정을 지워라. 내가 직접 말했듯이, 이 낯선 사람을 홀에 붙잡아 두고 남편이 실종된 것에 대해 캐물을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었지 아니하냐. 나는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고는 에우리노메에게 이르되,
「의자를 가져와서 방석을 놓아라. 이 낯선 사람이 앉아서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여인은 윤이 나는 나무 의자를 가져와 방석을 놓았다. 오지수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았고, 신중한 연로비가 대화를 시작하되,
「낯선 분이시여, 먼저 어떤 가문 출신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누구시며, 고향은 어디이옵니까.」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세상 어떤 인간도 당신을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영광은 하늘에까지 닿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법으로 강대한 백성을 다스리던 거룩한 왕의 딸임이 틀림없나이다. 그의 통치 덕분에 검은 땅에는 밀과 보리가 자랐고, 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했으며, 양들은 새끼를 낳았고, 바다는 물고기를 제공했으며, 백성들은 번성하였나이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으나, 제 가족이나 고향에 대해서는 묻지 마십시오. 그 기억은 제 마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슬픔에 잠긴 사람이옵니다. 남의 집에 앉아 슬퍼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이다. 노비들이나 심지어 당신조차도 제가 술에 취해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불멸의 신들이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던 날, 그리고 제 남편 오지수가 그들과 함께 떠났던 날, 제 힘과 아름다움을 없애 버렸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아름다움과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터이나, 지금 저는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저를 망쳐 놓은 것 같사옵니다. 사메, 둘리키움, 자킨토스 등 모든 섬의 영주들과 이탁도에 사는 사람들이 저에게 구애를 하고 있나이다. 저는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옵니다. 게다가 제 집안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나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자들을 상대할 수가 없나이다. 오지수가 너무 그리워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사옵니다. 구혼자들은 저를 결혼시키려 하나 저는 계략을 꾸미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제게 베틀에 베틀을 놓고 길고 고운 천을 짜라고 시켰나이다. 그래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오지수는 죽었으나, 제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 결혼을 청하지 말아 주소서’라고 말하였나이다. 라에르테스가 죽으면 수의를 입혀야 한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아르고스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얻은 사람이 수의 없이 누워 있다면 말이다. 그들은 동의하였나이다.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풀었나이다. 삼 년 동안 그들을 속였나이다. 오랜 시간과 날들, 그리고 달들이 흘러갔나이다. 그러다 사 년째 되던 해, 변덕스럽고 개 같은 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와서 나를 붙잡았나이다. 그러자 그들은 항의하며 소리쳤고, 나에게 수의를 완성하라 강요하였나이다. 이제 더 이상 꾀가 없고, 결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나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있고, 내 아들은 이 남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을 알고 질려 있나이다. 이제 그는 상제가 축복한 집을 관리할 능력이 충분히 생겼나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혈통을 밝혀야 하나이다. 당신은 동화처럼 바위나 나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라.」
속임수의 달인이 대답하되,
「위대한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의 아내시여, 어찌하여 자꾸 제 가족에 대해 묻나이까. 꼭 말해야 한다면 말하겠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제 모든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나이다. 저처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래도 당신이 묻는 것을 말해 드리겠나이다. 제 고향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비옥한 섬 크레타입니다. 그곳에는 구십 개의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셀 수도 없나이다. 언어도 섞여 있고, 아카이아인, 크레타 토착민, 그리고 장발의 도리아인과 펠라스기인들이 살고 있나이다. 그곳에는 상제의 측근이었던 미노스가 구 년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웅장한 도시 크노소스가 있나이다. 제 아버지는 그의 아들인 용감한 데우칼리온이었고, 그의 또 다른 아들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항해했던 이도메네우스였나이다. 제 이름은 아이톤이고, 저는 그의 동생이옵니다. 크레타에서 나는 오지수를 만나 그에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는 말레아에서 폭풍에 휘말려 토래성을 그리워하였으나 크레타로 오게 되었나이다. 그는 간신히 바람을 피해 암니소스의 에일레이티아 동굴 곁에 배를 정박하고 피난처를 찾았나이다. 그는 마을로 올라와 내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는데, 그는 오지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이도메네우스는 열흘 전에 토래성에 도착해 있었나이다. 나는 그와 그의 선원들을 안으로 맞아들여 극진히 환대하였나이다. 우리의 식량은 풍족하였고, 나는 백성들에게 보리와 적포도주, 그리고 도축할 황소를 가져오게 하여 그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나이다. 그 고귀한 그리스인들은 열두 날 동안 머물렀나이다. 강한 북풍이 불어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였나이다. 너무 강한 바람에 사람은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나이다. 분명 어떤 악령이 그들을 저주하려고 바람을 불러낸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셋째 날, 바람이 잦아들었고,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그의 거짓말은 진실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제피로스가 산봉우리에 흩뿌리는 눈처럼 녹아내렸다. 에우루스가 그 눈을 녹이면 강물이 불어나 다시 흐르는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뺨도 눈물로 범람하였다.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 울었다. 오지수는 마음속으로 슬픔에 잠긴 아내를 가엾게 여겼으나, 눈빛은 뿔이나 쇠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굳게 유지하였으며,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울다가 다시 입을 열되,
「나그네여, 당신이 말한 대로 내 남편과 그를 따라온 사람들을 당신 집에 맞아들였는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의 옷차림과 생김새,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어떠하였는지 묘사해 보시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부인,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그가 방문한 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옵니다. 벌써 이십 년이나 지났나이다. 그러나 제 기억 속의 모습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왕 오지수는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장포는 정교하게 조각된 금 브로치로 고정되어 있었고, 브로치에는 핀이 두 개씩 달려 있었나이다. 앞발에는 얼룩무늬 새끼 사슴을 꽉 물고 있는 개가 있었나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진 개가 어떻게 새끼 사슴을 물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새끼 사슴이 어떻게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 하는지 신기해하였나이다. 그의 흰색 튜닉은 마른 양파 껍질처럼 부드럽고 햇빛처럼 반짝였나이다. 많은 여인들이 그 옷에 감탄하였나이다. 그러나 그가 이 옷들을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선원이나 손님 친구가 배에서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나이다. 오지수는 그의 가치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많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나이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청동 검과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 그리고 술 장식이 달린 튜닉을 선물하였나이다. 그가 배에 오를 때 저는 그를 영광스럽게 배웅하였나이다. 그에게는 에우리바테스라는 시종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고, 검은 피부에 둥근 어깨,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그의 선원들 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아버지와 잘 맞았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은 그녀의 슬픔을 더욱 깊게 하였다. 그녀는 그가 증거로 남겨 둔 흔적들을 알고 있었기에 흐느껴 울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는 이르되,
「전에는 당신을 불쌍히 여겼으나, 이제 당신은 손님이자 존경받는 친구이옵니다. 당신이 말한 그 옷들을 제가 그에게 주었나이다. 창고에서 꺼내 접어서 브로치를 달아 주었나이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를 집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에빌리움이라는 마을로 떠났을 때 저주가 그 배에 실렸나이다. 그 마을 이름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나이다.」
그는 날카롭게 대답하되,
「폐하, 오지수의 아내시여, 아름다운 피부를 눈물로 더럽히고 남편을 애도하며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나이다. 어떤 여자라도 자식을 낳아 준 남편을 잃으면 슬퍼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 남편처럼 신과 같은 영웅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울음을 그치소서. 제 말을 들어보소서. 확실한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오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나이다. 그는 살아 있고, 이곳 근처 테스프로티아에 있나이다. 그는 온갖 고생 끝에 많은 보물을 모아 집으로 가져오고 있나이다. 그는 트린아키아를 떠날 때 배를 잃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치하였나이다. 태양신과 상제는 오지수의 부하들이 태양의 소떼를 죽였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하였나이다. 그래서 그 부하들은 모두 파도에 휩쓸려 죽었으나, 오지수는 키에 매달려 신들의 사촌인 페아키아인들의 땅에 표류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고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썼나이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에 왔어야 했으나, 더 많이 여행하고 더 큰 부를 축적하기로 결심하였나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윤을 잘 내는 사람이 바로 그이옵니다. 테스프로티아의 왕 페이돈이 제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나이다. 그는 제물을 바치며 이미 배가 진수되었고 선원들도 모두 준비되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맹세하였나이다. 그러나 페이돈은 먼저 제게 작별 인사를 하였나이다. 마침 그들의 배 한 척이 보리가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오지수가 얻은 보물을 제게 보여 주었는데, 그의 자손과 손자 손녀를 십 대에 걸쳐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양이었나이다. 페이돈은 오지수가 도도나로 가서 바스락거리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에게 상제가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장하고 돌아갈지 조언을 구하였다고 말하였나이다. 제가 말씀드리건대, 그는 무사하며 가까이에 있나이다. 그는 고향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오래 떠나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높고 위대한 신인 상제와 제가 피난처로 삼고 있는 화로에 맹세하나이다.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이 음력 달, 즉 초승달과 보름달이 차오르는 사이에 오지수가 올 것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당신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에게 즉시 보답을 하고,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행운을 알게 될 만큼 따뜻한 환대를 베풀겠나이다. 사실, 제 생각에는 오지수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아무도 당신을 정중하게 배웅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정중하게 배웅해 줄 주인이 여기 없나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자, 노비들아, 그를 씻기고 매트리스와 양모 담요, 깨끗한 새 시트를 깔아 침대를 만들어 새벽이 황금빛 왕좌에 오를 때까지 따뜻하게 해 주도록 하라. 그리고 목욕시키고 기름을 발라 내 아들 옆 홀 안에 앉히고 음식을 대접하라. 이 사람들 중에 누가 우리 손님을 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은 큰일 날 것이다. 아무리 분노해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그네여, 당신이 누더기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로 내 집에 갇혀 있었다면, 내가 다른 모든 여인들보다 총명하다는 증거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나이까. 인간의 수명은 짧지 아니한가. 만일 우리가 잔인하다면,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저주할 것이고, 죽은 후에는 조롱할 것이다. 고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하나이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이르되,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나는 흐리고 산이 많은 크레타 섬에서 노를 저어 나온 날부터 담요와 깨끗한 고급 침대 시트를 싫어하게 되었나이다. 나는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보냈던 것처럼, 거친 침상에 누워 밝은 새벽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발을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당신 집의 여종들이 내 발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다만 나와 같은 비통함과 슬픔을 겪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늙은 여종이 있다면, 그녀가 내 발을 만져도 괜찮을 것이다.」
연로비는 생각에 잠겨 이르되,
「손님, 말씀 참 좋으시옵니다. 이전에 외국에서 우리 집에 온 손님 중에 이렇게 꼼꼼하신 분은 없었나이다. 제게는 현명한 노부인이 한 분 계시는데, 제 남편을 키우신 분이옵니다. 갓난아기였던 남편을 처음으로 어머니 품에 안으셨지요. 몸이 많이 약하시나, 손님 발을 씻어 드릴 수는 있나이다. 자, 명숙여, 일어나서 주인님 동갑내기를 씻겨 드리렴. 오지수도 이제쯤이면 이렇게 늙고 주름진 발과 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고난을 겪으면 빨리 늙어버리느니라.」
늙은 노비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되,
「오, 얘야. 이제 나는 너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상제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미워하였지. 네가 그토록 신을 경외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어떤 인간도 천둥의 신에게 너처럼 많은 허벅지 뼈를 태우거나 그토록 많은 제물을 바치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편안한 노년을 맞이하고 아들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도하였지. 그런데 이제 너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 불쌍한 오지수가 이방 왕궁에 머물 때면, 이 못된 여인들이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여인 노비들이 그를 조롱하는 것 같구나. 너는 학대를 피하려고 씻겨 주기를 거부하였지.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가 나에게 너를 씻겨 주라 하였느니라. 마지못해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씻겨 주겠노라. 너는 내 마음을 움직이느니라. 자, 잘 들어 보렴. 많은 낯선 사람들이 이곳에 곤경에 처해 왔으나, 나는 몸과 목소리, 발걸음이 내 주인님과 그토록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느니라.」
그는 영리하게 대답하되,
「노파여, 우리 둘을 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많이 닮았다고 하나이다. 당신은 그 닮은 점을 알아차리신 예리하시구나.」
그러자 노파는 발을 씻는 데 쓰는 반짝이는 가마솥을 가져와 물을 가득 채웠다. 찬물을 많이 넣고 뜨거운 물은 조금 넣었다. 오지수는 난로 옆에 앉아 어둠을 향해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자신을 만지면 흉터를 느끼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노파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주인을 씻겨 주었다. 갑자기 그녀는 흉터를 느꼈다. 오래전 파르나소스 산에서 흰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가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그는 외가 사촌들과 할아버지인 고귀한 아우톨리쿠스와 함께 그곳에 갔는데, 아우톨리쿠스는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고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헤르메스는 그가 자신에게 많은 제물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이 재능을 주었다.
훨씬 이전, 아우톨리쿠스는 딸의 아기를 보러 이탁도에 갔는데, 명숙가 갓난아기를 할아버지 무릎에 앉히고 말하되,
「이제 손자의 이름을 지어 주소서. 이토록 바라던 아기의 이름을요.」
아우톨리쿠스는 부모에게 이르되,
「이렇게 이름을 지어 주시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미워한다. 그러니 아이의 이름을 ‘오지수’라고 지어 주시오.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면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그의 친정집으로 오게 하시오. 내가 그에게 보물을 주고 기쁨으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소.」
오지수는 자라서 선물을 받으러 그곳에 왔다. 그의 사촌들과 아우톨리쿠스는 그를 껴안고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넸다. 그의 할머니 암피테아는 덩굴처럼 그를 껴안고 그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춤하였다.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 지시하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여 오 년 된 황소를 데려와 가죽을 벗기고, 토막 내어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워 나누어 먹었고, 모두가 똑같은 양을 받았다. 그들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 온종일 잔치를 벌였다.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였다.
이른 새벽, 발그레한 손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과 개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오지수도 함께 갔다. 그들은 파르나소스 산의 가파르고 숲이 우거진 비탈길을 올라 바람이 휘몰아치는 골짜기에 이르렀다. 사냥꾼들이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 태양이 잔잔하게 흐르는 대양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개들은 발자국을 찾으며 앞서 달려갔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이 뒤따라왔고, 오지수는 개들 곁에 바짝 붙어 긴 창을 휘두르며 따라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멧돼지가 숨어 있었다. 그 은신처는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아 주었고,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곳도, 비도 들어올 수 없었다. 안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멧돼지는 발소리를 들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멧돼지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털을 곤두세우고 불꽃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들 옆에 섰다. 오지수가 먼저 달려들어 긴 창을 꽉 쥐었다. 그가 공격하려 하자 멧돼지가 먼저 무릎 위를 공격하였고, 옆으로 돌진하며 송곳니로 살점을 크게 뜯어 냈으나 뼈까지는 닿지 아니하였다. 오지수는 멧돼지의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혔고, 창은 그것을 꿰뚫었다. 멧돼지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졌다. 그의 생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은 분주히 움직여 위대한 오지수가 입은 상처를 능숙하게 싸매고, 주술로 검은 피를 멈추게 한 다음, 그를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는 값진 선물을 주고 곧바로 이탁도로 돌려보냈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그의 부모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상처를 어떻게 입었는지 물었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하얀 어금니에 다리를 찔렸다고 말하였다.
늙은 여종은 그의 다리를 잡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그 상처에 다가와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의 다리를 물통에 떨어뜨렸다. 물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자 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녀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그의 수염을 만지며 이르되,
「당신은 오지수시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나의 주인님이여. 다리를 만져 보기 전까지는 당신이신 줄 몰랐나이다.」
그녀는 연로비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남편임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연로비는 뒤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오지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속삭이되,
「유모여, 어찌하여 나를 해치려 하느냐. 당신은 내게 젖을 먹여 주었지 아니하냐. 이십 년 동안의 고통 끝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알아차렸구나. 신이 당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나 보구나. 침묵을 지켜라.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신이 나를 도와 구혼자들을 물리친다면, 당신도 예외 없이 죽일 것이다. 당신은 내 유모였으나 말이다.」
명숙는 계산적으로 대답하되,
「얘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 마음은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아니하느냐. 돌이나 쇠처럼 강인할 것이다. 약속 하나만 해 주마. 네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면 궁궐에서 누가 너를 모욕하는지, 누가 죄 없는지 알려 주겠노라.」
오지수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이르되,
「유모여, 어찌하여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냐.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겠노라. 이제 조용히 하라. 미래는 신들에게 맡기자.」
늙은 유모는 빨래물을 더 길어 오러 갔다. 남은 물은 모두 쏟아졌다. 유모는 오지수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고, 오지수는 다시 의자를 끌어당겨 불 옆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헝겊으로 흉터를 가렸다.
그리고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되,
「낯선 이여, 작은 질문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곧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달콤한 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낮에는 끊임없는 슬픔 속에서도 제 일과 시녀들의 일에 집중하나이다. 그러나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들면 저는 침대에 누워 울면서 고통에 압도당하나이다. 걱정과 슬픔이 제 마음을 가득 채우나이다. 마치 봄이 오면 창백한 회색 나이팅게일이 아름답게 노래하며, 나무에 무성한 잎들 사이에 앉아 제토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랑하는 아들 이틸루스를 애도하며 소리의 교향곡을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하게 청동으로 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 마음도 두 갈래로 갈라지나이다. 아들 곁에 남아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제 재산, 여종들, 그리고 큰 저택을 그대로 두어 아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까요. 내 남편의 침대와 사람들의 말에 신경 써야 할까요. 아니면 구혼자들 중 가장 괜찮고 선물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남편 집을 떠날 수 없었나이다. 남편이 허락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이제 아들이 다 커서 남편은 제가 떠나기를 재촉하나이다. 자기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사옵니다. 자, 제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꿈에서 거위 스무 마리가 강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기뻤나이다. 그때 뾰족한 부리를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산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거위들의 목을 부러뜨리고 죽였나이다. 저는 꿈속에서 엉엉 울었나이다. 여인들이 제 주위에 모여들었고, 저는 독수리가 제 거위들을 죽였다고 울었나이다. 그때 독수리가 다시 나타나 튀어나온 지붕 들보에 앉아 제 슬픔을 달래려고 사람 말로 말하였나이다. ‘연로비, 위대한 여왕이시여, 기운 내십시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꿈속에서 거위들이 구혼자들을 상징하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한때 독수리였으나 이제는 당신의 남편입니다. 저는 그들을 잔혹하게 처단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위들이 전처럼 여물통 옆에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지혜로운 것으로 유명한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되,
「여인이여, 그 꿈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낼 방법은 없나이다. 오지수 자신이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이미 말하였나이다. 모든 구혼자들의 파멸을 의미하나이다. 아무도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없나이다.」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는 이르되,
「낯선 이여, 꿈은 혼란스럽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꿈의 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뿔로,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나이다. 상아로 만든 문은 속임수로 가득 차 있고, 그 이야기는 거짓으로 끝나나이다. 윤이 나는 뿔로 만든 문을 통과하는 꿈은 이루어지나이다. 그러나 제 이상한 꿈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저와 제 아들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터이나 말입니다. 오지수의 집에서 저를 데려갈 운명의 날이 오고 있나이다. 저는 그의 도끼로 시합을 할 것입니다. 그는 도끼들을 배의 지지대처럼 일렬로 세워 놓고 멀리서 화살을 쏴서 열두 자루를 모두 꿰뚫었나이다. 저는 이 시합을 구혼자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활시위를 가장 빨리 당겨 열두 자루의 도끼를 모두 꿰뚫는 자가 저를 차지할 것이고, 저는 그를 따를 것입니다. 저는 이곳, 이 아름다운 집, 제 결혼 생활을 했던 이 집, 풍요와 삶으로 가득했던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는 꿈속에서라도 이 집을 기억할 것입니다.」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는 이르되,
「존경하는 아내여,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이 시합을 미루지 마십시오. 그들은 활을 다루느라 허둥대며 활시위를 당기거나 화살을 쏘기도 전에, 모든 것을 계획한 오지수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으니 이르되,
「손님, 만일 당신이 앉아서 저를 즐겁게 해 주신다면, 저는 절대 잠들고 싶지 않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깨어 있을 수 없나이다. 불멸의 신들이 필멸의 인간이 지상에서 하는 모든 일에 적절한 시간을 정해 놓으셨나이다.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제 침대에 누우겠나이다. 그 침대는 슬픔의 침대이옵니다. 남편이 에빌리움이라는,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마을로 떠난 후로 제가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나이다. 저는 거기에 누울 터이니, 당신은 이 집에서 주무시오. 바닥에 담요를 깔거나 노비들에게 침대를 만들어 달라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여종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울었고, 마침내 예리한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눈에 달콤한 잠을 안겨 주었다.
==제20권 마지막 연회==
오지수는 아직 손질하지 아니한 소가죽 위에 몸을 뉘이고, 구혼자들이 바친 양털을 쌓아 올렸다. 에우리노메가 두터운 담요를 덮어 주었으나, 그는 누워 있으면서도 잠들지 못하였다. 그 마음속에는 구혼자들을 어찌 죽일까 하는 깊은 계책이 가득 차 있었다.
이때 구혼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였던 여인들이 낄낄거리며 기뻐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 흩어지니, 오지수의 가슴은 분노로 타올랐다. 저들을 지금 당장 달려들어 모조리 베어 버릴까, 아니면 저 오만한 무리들로 하여금 이 밤을 무사히 보내게 둘까. 어미 개가 낯선 사내를 보고 새끼를 지키려 으르렁거리듯, 그의 심장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에게 이르되,
「내 심장이여, 더욱 굳세어라. 저 외눈박이 거인이 네 건장한 동료 스무 명을 잡아먹던 날, 너는 이보다 더한 시련을 겪었으되, 끝내 침착함을 잃지 아니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동굴을 빠져나오지 아니하였더냐. 그때 너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거늘.」
그의 심장은 굳건히 버티었으나, 몸은 마치 기름과 피로 가득 찬 소시지를 불 위에 돌리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부림쳤다. 거대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그는 소시지가 어서 익기를 갈망하듯, 홀로 수많은 구혼자들을 어찌 물리칠까 하여 밤새도록 고민하였다.
이때 지혜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머리맡에 나타나 이르되,
「불운한 사람이여, 어찌하여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있느냐. 이곳은 네 집이며, 안에는 네 아내와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들이 있지 아니하냐.」
영리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말씀하신 바가 모두 진실이로소이다. 그러나 저는 홀로 항상 떼 지어 다니는 저 건방진 자들을 어찌 공격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가장 큰 두려움은 이것입니다. 만일 여신과 상제께서 저를 도와 저들을 죽이신다 한들, 그 뒤에는 어찌하여야 하오리까. 어디로 도망쳐 그 벌을 피할 수 있사오리까. 부디 가르쳐 주소서.」
지혜의 여신이 눈을 번뜩이며 이르되,
「참으로 고집이 세구나. 범인들은 약한 필멸의 친구조차 믿거늘, 하물며 나는 여신으로서 네가 수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줄곧 너를 지켜 오지 아니하였더냐. 설령 우리가 매복을 당하여 우리를 죽이려는 오십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너는 빠져나와 그들의 양과 소를 훔치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이제 잠자리에 들라. 밤새도록 경계를 서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라. 머지않아 너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오지수영.」
이렇게 이르고 여신은 그의 눈에 잠을 흠뻑 부어 준 뒤 오림산으로 날아갔다. 잠이 그를 감싸 안아 긴장을 풀고 근심을 잊게 하였다.
한편 그의 충실한 아내는 잠 못 이루어 부드러운 베개에 기대어 앉아 울고 있었다. 흐느낌이 잦아들자 그녀는 기도를 올리되,
「오 아림여, 위엄 있는 여신이시여, 상제의 따님이시여. 부디 제 심장에 화살을 꽂아 지금 당장 저를 죽이시거나, 혹은 바람 한 줄기가 저를 휩쓸어 안개 낀 구름 너머로 데려가 대양의 물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날려 보내 주시옵소서. 마치 신들이 판다레우스의 딸들을 죽이고 고아로 남겨 둔 뒤, 산들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프로디테는 그들을 도와 꿀과 치즈와 부드러운 포도주를 주었고, 헤라는 다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움과 지혜를 주었으며, 아림는 그들의 키를 크게 하였고, 지혜의 여신은 모든 수공예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뒤 아프로디테가 오림산으로 올라가 천둥의 신 상제께 소녀들에게 좋은 혼인을 허락해 달라 청하였으나, 하르피아들이 그들을 납치하여 잔혹한 복수의 여신들을 섬기게 하였나이다. 신들이 저를 그들처럼 멸망시키소서. 아니면 아림여, 저를 죽여 주소서.」
오지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찮은 남편을 기쁘게 해 주고 싶지 아니하다. 온종일 슬픔에 잠겨 울다가 밤에 잠들면 모든 것을 잊는다면 그 고통은 견딜 만하거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악몽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어젯밤에는 전쟁터로 떠날 때의 그 남자와 똑같은 이가 제 곁에 누워 있었나이다. 제 마음이 기쁘더니, 꿈이 아니라 환상 같았나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황금빛 새벽이 밝아 왔다. 오지수는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아내가 자기 머리맡에 서 있는 줄 알고, 벌써 자신을 알아본 줄로 여겼다. 그는 잠잘 때 덮었던 장포와 양털을 가져와 궁궐 안 의자에 놓고, 소가죽은 밖으로 내어 안뜰에 둔 뒤 팔을 들어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여, 신들이여. 당신들이 나를 일부러 육지와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데려오셨고,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겨 주셨다면, 집 안에서 누군가 길조의 말을 전하게 하시고, 상제여, 밖에서도 또 다른 징조를 보여 주소서.」
지혜의 신 상제가 그의 말을 듣고 구름 위 높은 오림산에서 천둥을 쳤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이때 근처 집 안에서 밀을 빻는 여인이 길조의 말을 하였다. 열두 명의 노비가 왕을 위해 밀과 보리를 빻는 맷돌을 돌리고 있었는데, 나머지 노비들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고, 가장 약한 노비 한 명만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맷돌을 멈추고 말하되,
「상제여, 신들과 인간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을 치셨으니, 이는 누군가를 위한 징조이옵니다. 불쌍한 노비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오늘이 구혼자들이 이 늙은 왕궁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마지막 날이 되게 하소서. 그들을 위해 곡식을 빻는 고된 노동 때문에 무릎이 쑤십니다. 부디 오늘이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이 징조와 상제의 천둥소리는 주인을 기쁘게 하였고,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였다.
다른 여인들이 모여 화로에 불을 지피니, 신과 같은 태명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칼을 등에 맸다. 기름칠을 잘한 발에 샌들을 신고 날카롭고 튼튼한 청동 창을 들었다. 문턱에 서서 명숙를 부르되,
「유모여, 손님들을 잘 대접하여 식사도 대접하고 편안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느냐, 아니면 그냥 방치해 두었느냐. 어머니답구나. 어머니는 영리하시나 제멋대로 행동하시는구나. 원치 않는 손님은 극진히 대접하면서, 좋은 손님은 무례하게 쫓아내시는구나.」
유모가 재치 있게 대답하되,
「얘야, 지금은 그녀를 탓하지 마라. 그는 포도주를 좀 마시고 의자를 골랐을 뿐이다. 저녁을 이미 먹었다고 하였고, 유모가 물어보니 그러하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유모는 간이침대를 가져다주어 여인들로 하여금 그의 침대를 정리하게 하였다. 불쌍하고 가난한 노인이여. 그는 좋은 침구를 쓰려 하지 아니하였다. 소가죽과 양털을 깔고 현관에서 잤고, 우리는 그 위에 장포를 덮어 주었느니라.」
태명은 칼을 손에 든 채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데리고 궁궐을 나와 아카이아인들의 회합 장소로 향하였다. 이때 옵스의 딸인 고귀한 명숙가 노비들을 부르되,
「자, 서두르라. 여인들은 바닥을 쓸고 물을 뿌리라. 의자에는 자주색 천을 깔아 놓으라. 다른 이들은 스펀지로 탁자를 닦고 손잡이가 둘인 잔과 그릇을 씻으라. 그리고 너희는 샘에서 물을 길어 오라. 서두르라. 곧 그들이 올 것이다. 오늘은 그들 모두를 위한 축제일이로다.」
그들은 주의 깊게 듣고 명령대로 하였다. 스무 명은 검은 샘물을 길으러 달려갔고, 나머지 잘 훈련된 노비들은 집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와 장작을 패니,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인들이 샘에서 돌아오자 돼지치기가 살찐 돼지 세 마리, 자기가 제일 아끼는 돼지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돼지들을 마당에 가두어 땅을 파헤치게 하고는 오지수에게 친절히 물으되,
「친구여, 이제 그들이 그대를 더 존중해 주느냐, 아니면 전처럼 여전히 학대하느냐.」
교활한 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신들이 이 건방진 자들의 악행과 계략에 대한 복수를 해 주시기를. 이 파렴치한 자들이 자기네 집도 아닌 곳에서 나를 모욕하였다. 참으로 뻔뻔스럽구나.」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말태수가 목동 두 명과 함께 도착하였다. 그들은 구혼자들의 연회에 내놓을 가장 살찐 암염소들을 양떼에서 몰아내고 있었다. 말태수는 염소들을 현관에 묶어 놓고 오지수를 괴롭히기 시작하되,
「낯선 자여, 아직도 여기 있느냐. 구걸하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느냐. 여기 있으면 매를 맞을 것이다. 네 구걸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스에서 먹을 것이 있는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니라.」
알 수 없는 표정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살인 계획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목동인 감독관 필로에티우스는 살찐 숫염소와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를 몰고 왔는데, 이 짐승들은 나룻배 사공이 이탁도로 데려온 것이었다. 나룻배는 건너갈 사람이 있으면 승객도 태워 주었다. 필로에티우스는 짐승들을 밖에 묶어 두고 돼지치기에게 물으되,
「새로 온 이 손님은 누구인가. 그의 민족은 누구이며, 고향은 어디이며, 조상은 누구인가. 가엾은 사람 같으니, 그의 모습은 마치 군주와 같구나. 신들이 고통의 실타래를 잣을 때면, 위대한 왕조차도 멀리 떠돌며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법이지.」
그러고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네되,
「안녕하시오, 선생님. 운이 없으시구나.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오. 상제 신이시여, 당신만큼 파괴적인 신은 없나이다. 당신은 인류의 아버지이시나, 우리의 고통에는 자비를 베풀지 아니하시는구나. 오지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온몸이 땀으로 젖나이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셔 햇빛을 보고 계신다면, 길을 잃고 저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계실 것이요.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다면, 오지수여, 참으로 안타깝도다. 그분은 제가 어린 소년이던 시절, 케팔레니아에서 제게 첫 소떼를 맡겨 주셨나이다. 이제 그분의 소떼는 셀 수 없이 많사오나, 다른 이였다면 이렇게 번성하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람들이 제게 소떼를 몰고 와 자기들에게 먹으라 하나이다.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는 관심도 없고, 지켜보는 신들의 눈길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이다. 주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나이다. 그들은 주인님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 하고, 저는 주인님의 아들이 여기 있는데 소떼를 몰고 타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나이다. 그러나 남의 가축을 돌보며 앉아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나을지니, 차라리 도망쳐 다른 왕을 섬기고 싶었나이다. 견딜 수가 없나이다. 그러나 불운한 주인님이 어디에 계시든 돌아와 궁궐에 있는 이 구혼자들을 모두 쫓아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당신은 영리한 듯하구나. 그래서 당신에게 엄숙한 맹세를 하리라.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이 화롯에 맹세하건대, 당신이 아직 여기 있는 동안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요, 원한다면 여기에서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으리라.」
목동이 대답하되,
「낯선 이여, 상제 신께서 당신의 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면 당신은 제 힘과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보게 되리라.」
에우마이오스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여 그의 다재다능한 주인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 간청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구혼자들은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독수리 한 마리가 그들의 왼쪽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들비둘기를 물고 있었다. 암피노모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우리의 이 계획, 이 살인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니 연회에 대해 생각하자.」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의자와 소파에 천을 깔고 큰 양, 살찐 염소, 큰 돼지, 그리고 온순한 소 한 마리를 잡았다. 내장을 삶아 나누어 먹고, 포도주는 그릇에 섞었다. 돼지치기는 포도주를 잔에 따랐고, 필로에티우스는 바구니에 빵을 담아 날랐으며, 말태수는 포도주를 돌렸다. 그들은 마음껏 음식을 먹었다.
그다음 태명은 곰곰이 생각하여 오지수를 홀 안 돌문턱 옆에 앉히고 탁자와 의자를 가져왔다. 그는 오지수에게 고기를 내어 주고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 주며 이르되,
「이제 당신은 여기 앉아 그들 가운데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내가 그들이 당신을 건드리거나 조롱하지 못하게 막겠소. 이곳은 술집이 아니오. 오지수가 나를 위해 마련한 곳이오. 그리고 당신들, 구혼자들이여. 제발 때리거나 모욕하지 마시오. 우리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소.」
그들은 소년이 그토록 대담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 입술을 깨물었고, 우필태의 아들 안태우가 선언하되,
「폐하들이여, 태명의 위협은 비록 성가시나 받아들여야 하리라. 상제께서 그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연회장에서 그의 연설을 막았을 것이니라.」
태명은 그를 무시하였고, 그동안 집안 아이들은 제물로 바칠 짐승 백 마리를 몰고 마을을 지나갔다. 이탁도 사람들은 활쏘기의 신 아로왕의 그늘진 숲에 모였다. 집 안에서는 구혼자들이 고기 꼬치를 굽고 꼬치를 꺼내어 몫을 나누었다. 성대한 잔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은 몫을 내어 주었는데, 그의 아들 태명이 그렇게 하라 명령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은 구혼자들이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멈추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고, 위대한 오지수의 마음에는 더욱 깊은 원한이 스며들었다. 사메 출신의 크테시푸스라는 무법자는 엄청난 부를 등에 업고 오지수가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것을 알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왔다. 그는 다른 무모한 구혼자들에게 소리치되,
「잘 들어라. 이 낯선 사람도 당연히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 물론 태명을 찾아온 손님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소. 그에게 환영의 선물을 주겠소. 그러면 그가 궁전의 목욕탕 시중드는 이나 다른 하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겠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소발 하나를 꺼내 오지수에게 던졌다. 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몸을 숙이며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소발은 벽에 부딪혔다.
태명이 크테시푸스를 꾸짖되,
「낯선 사람을 때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구나. 그가 공격을 피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면 네 배를 칼로 꿰뚫었을 테고, 네 아버지는 네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집에서는 모두 조심해야 하리라. 나도 어렸을 때는 그러하였으나, 이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도살된 양, 음식, 술 등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참아야 하니 말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지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제발 나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어 주시오. 아니면 여전히 청동 칼로 나를 죽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그렇게 하기를 바라오. 당신 같은 구혼자들이 낯선 사람들을 학대하고, 하녀들을 끌고 다니며 괴롭히는 끔찍한 짓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소.」
모두 침묵하였다. 아겔라우스가 입을 열되,
「친구들아, 그의 말은 옳다.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마라. 낯선 사람이나 오지수의 노비들을 학대하지 마라. 태명아, 너와 네 어머니께 정중히 충고 하나 하리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생각이 넓은 네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였을 때는,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실까 하여 우리를 멀리하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얘야, 어머니 곁에 앉아 우리 중 가장 훌륭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시도록 조언하라. 그러면 너는 아버지께서 남기신 재산을 누리며 먹고 마실 수 있고,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집을 돌보러 가실 수 있으리라.」
태명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답하되,
「예. 상제 신과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거나 어쩌면 죽기까지 하였던 제 아버지의 고난을 걸고 맹세하건대, 저는 지체 없이 그녀에게 남편감을 고르라 말하고 후한 지참금을 마련해 주겠나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보내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신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지혜의 여신이 구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웃었다. 깔깔대며 얼굴을 가누지 못하였다. 고기 접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너희의 얼굴과 머리와 몸은 밤으로 뒤덮여 있고, 너희의 비명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화려한 궁전의 천장과 벽에는 너희의 피가 흩뿌려져 있다. 현관과 안뜰은 유령으로 가득 차 있다. 에레보스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유령들이다.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음침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모두 웃었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이 새로 온 자는 미쳤구나. 어서, 얘들아, 그를 내쫓아라. 시장으로 보내라. 여기가 밤인 줄 아는구나.」
예언자가 대답하되,
「에우리마코스여, 나는 안내자를 구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눈과 귀와 발이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하니 떠나리라. 오지수의 집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너희 모두에게 무슨 불길한 일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드나이다. 너희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궁궐을 떠나 피레우스로 내려가 그를 맞이하였고, 그곳에서 환영을 받았다. 구혼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태명의 손님들을 비웃으며 그를 놀리려 하였다.
「손님들 때문에 운이 참 안 좋으시구나. 이 더러운 거지 자식은 늘 음식과 술만 더 달라 하고, 농사도 못 짓고 싸움도 못하는, 세상에 짐덩어리일 뿐이다. 저 다른 놈은 거기 서서 예언이나 하고 있더구나. 자, 잘 들어 보라. 내가 더 나은 계획을 제안하노라. 이 손님들을 배에 태워 노비로 삼아 시칠리아로 보내서 이익을 챙기라.」
태명은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조용히 아버지를 지켜보며, 뻔뻔스러운 구혼자들을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아름다운 연로비는 현명하게도 의자를 그들을 마주 보도록 놓고 각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들은 수많은 짐승을 잡아 잔치를 벌였고, 웃음이 끊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곧 강력한 남자와 여신이 복수심에 불타 그들에게 가져다줄 저녁 식사보다 더 달갑지 아니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먼저 복수를 시작하였고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제21권 활쏘기 경연==
그때 지혜로운 여신이 빛나는 눈으로 이카리우스의 딸이요 현부인인 연로비에게 한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대는 이제 오지수의 방에 활과 쇠도끼를 내어 놓고, 피바람이 일어날 시합을 베풀도록 하라.”
연로비가 그 말을 듣고 곧장 자기 방으로 올라가니, 그 굳세고 단련된 손으로 상아 자루에 청동 갈고리를 단 열쇠를 잡아 들고 시녀들과 함께 왕이 보물을 간직한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 안에는 금과 청동과 정교하게 벼린 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굽은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는 에우리토스의 아들 이피토스가 오지수에게 준 것이었다. 이피토스는 메세니아 땅 라케다이몬에 있는 현인 오르틸로코스의 집에서 우연히 오지수를 만나 깊은 우정을 맺은 신과 같은 영웅이었다.
당시 오지수는 빚을 받아내기 위하여 그곳에 갔었다. 메세니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탁도에 와서 양 삼백 마리를 훔쳐 가고 목동들까지 함께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라에르테스와 여러 장로들은 오지수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를 보내어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오게 하였다.
이피토스 또한 자기 말을 찾으러 그곳에 왔는데, 그에게는 훌륭한 암말 열두 필이 있었고, 암말마다 힘센 노새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이 훗날 이피토스의 죽음을 부르는 화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가 헤라클레스를 찾아가자 헤라클레스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흉계를 품고 있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그의 말을 빼앗으려 이피토스를 죽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를 저버리고 천신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있기 전에 이피토스가 처음 오지수를 만났을 때에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활을 그에게 선물하였다. 오지수 또한 우정의 증표로 검과 창을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집을 찾아보기 전에 이피토스는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지수가 수많은 배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나아갈 때에도 이 활만은 가져가지 않고 고향 집에 간직해 두었다가, 이탁도에서 벗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연로비가 마침내 창고에 이르러 윤이 반들반들한 참나무 문턱을 넘었다. 솜씨 좋은 목수가 자로 재고 수평을 맞추어 튼튼하게 틀을 세운 뒤 만든 아름다운 이중문이었다.
왕비가 재빨리 문고리를 풀고 열쇠를 꽂아 돌리니, 열쇠가 잠금쇠에 맞물리는 순간 문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들판의 황소가 목청을 다하여 울부짖는 듯하였다. 이윽고 문은 활짝 열렸다.
왕비는 안으로 들어가 향기로운 의복들이 상자에 보관된 널빤지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빛나는 상자 속에 놓인 활을 고리에서 조심스레 내려 품에 안았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활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활을 바라보는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뒤에야 눈물을 닦은 왕비는 수많은 날카로운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과 굽은 활을 품에 안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인 연회장으로 나아갔다.
시녀들은 주인의 청동 도끼와 철도끼가 가득 담긴 광주리를 끌고 뒤따랐다.
왕비가 구혼자들 앞에 이르러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기둥 곁에 서니, 두 시녀가 좌우에 시립하였다.
연로비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너희가 날마다 이 집에 찾아와 먹고 마시며, 오랫동안 타향을 떠난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탕진하고 있구나. 너희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너희는 나와 혼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한 가지 시합을 내리겠다.
여기 있는 이 큰 활은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 이 활을 손에 들고 능히 시위를 걸어 열두 도끼의 구멍을 한 줄로 꿰뚫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을 떠나 그 사람의 집으로 가겠다. 이 일을 내 마음이 어찌 잊으랴. 죽는 날까지, 꿈속에서라도 기억할 것이다.”
왕비는 곧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 활과 창백한 빛을 띤 쇠도끼를 구혼자들 앞에 가져다 놓으라.”
에우마이오스는 눈물을 머금고 활과 도끼를 받아 왕비가 명한 대로 갖다 놓았다.
소치기 또한 주인의 활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안태우가 크게 꾸짖으며 비웃었다.
“이 어리석은 농부들아! 어찌 그리 분별이 없느냐? 너희의 흘리는 눈물이 왕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느냐.
불쌍한 왕비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충분히 슬퍼하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앉아 밥이나 먹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실컷 울어라.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목숨을 건 활쏘기 시합을 벌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오지수만큼 활을 잘 쏘지는 못한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를 본 적이 있어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먼저 활시위를 당겨 열두 도끼를 꿰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오지수의 화살을 맞게 될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때 태명 왕자가 앞으로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아마 상제께서 나를 어리석은 자로 만드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평소의 지혜를 잃으시고 다른 사내와 혼인하여 이 집을 떠나시겠다고 하니, 나는 도리어 웃음이 나온다.
자, 구혼자들이여! 모두 앞으로 나오라.
그대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귀한 상이 아니겠는가. 이 여인은 신성한 필성에도, 아르고스에도, 미케네에도, 이탁도에도, 아카이아 땅 어느 곳에도 그와 같은 여인이 없다.
내가 굳이 어머니의 덕을 칭찬할 필요가 있으랴. 그대들도 이미 그 가치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핑계를 대지 말고 시합을 미루지도 말라. 나 또한 직접 활을 쏘아 보겠다.
만일 내가 이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설령 어머니가 다른 사내를 따라 나를 이곳에 남겨 둔다 해도 더는 원망하지 않겠다.
그리되면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무기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사내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태명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보랏빛 장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칼을 풀어 놓았다.
그는 열두 개의 도끼를 일렬로 세울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고 흙을 다져 반듯하게 고르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이처럼 능숙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제까지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명은 문턱에 걸터앉아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마다 그의 근육은 떨렸고 시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세 번 모두 실패하였다.
태명은 네 번째로 다시 시도하려 하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그를 만류하였다.
태명이 말하였다.
“아, 나는 언제나 이처럼 약하고 쓸모없는 자인가 보다.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것인가.
그대들은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 그대들이 먼저 해보라. 그렇게 하면 이 시합도 끝날 것이다.”
말을 마친 태명은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세워 두었던 활을 내려놓고 화살을 손잡이에 끼운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안태우가 외쳤다.
“자, 여러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로 일어나시오. 술을 따르는 종 곁에 앉은 자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이 이에 따르니 첫 번째로 나선 자는 성직자 레오데스였다.
그는 늘 술잔 곁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구혼자들의 횡포에 반대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활을 들고 문턱에 앉아 시위를 걸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고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았으므로 시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하였다.
레오데스가 구혼자들에게 말하였다.
“벗들이여, 나는 이 활을 당길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람이 할 차례다.
그러나 이 활은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와 기운을 꺾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이 집에 모이는 본래의 뜻을 잊고 이처럼 욕심에 사로잡혀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너희는 아직도 오지수의 아내 연로비와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활시위를 당기지 못한 자는 자기 재물을 가지고 다른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은 여인을 찾아가 구혼하라. 그리고 연로비는 운명이 정한 사람, 가장 많은 예물을 가져오는 자와 혼인하게 하라.”
말을 마친 레오데스는 활을 내려놓고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기대어 두었다.
안태우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무슨 흉한 말을 그리도 많이 하는가, 레오데스! 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는 자가 사람의 목숨을 앗을 활이라고 떠벌리다니. 네가 활쏘기에 재주가 없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다. 곧 이 활에 시위를 걸어 보일 것이다.”
한편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는 연회장을 나갔다. 오지수 또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세 사람이 대문을 지나 뜰 밖에 이르렀을 때, 오지수가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소치기와 돼지치기에게 내가 속마음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으나, 이제는 숨기지 않겠다.
만일 어느 신께서 오지수를 이끌어 갑자기 이곳에 돌아오게 하신다면,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구혼자들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오지수와 함께 싸울 것이냐? 너희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
소치기가 곧 대답하였다.
“오, 하늘의 상제시여! 부디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그분이 돌아오게 하소서. 신들이 그분을 집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그러면 제가 그분을 위하여 얼마나 용맹히 싸울 수 있는지 직접 보게 될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또한 모든 신들에게 오지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 모습을 본 오지수는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너희 둘만이 나의 귀환을 기뻐하는구나. 나를 위하여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다른 자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하였다.
만일 신께서 내 손으로 저 오만한 귀족 구혼자들을 물리치게 하신다면, 너희 두 사람에게 각각 아내와 재산을 주고 내 집 가까이에 좋은 집을 마련해 주겠다. 또한 너희는 태명의 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를 믿기 어렵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겠다.
내가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하던 때, 멧돼지의 흰 어금니에 찢긴 상처를 보아라.”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며 누더기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허벅지에 크고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두 사람은 그 상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침내 모든 의심을 버리고 통곡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오지수 또한 두 사람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세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라도 울고 싶었으나, 오지수가 말하였다.
“이제 그만 울어라. 누군가 밖으로 나와 너희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구혼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되 한꺼번에 들어가지 말고 차례대로 들어가라. 먼저 내가 들어가고, 그다음 너희가 한 사람씩 들어오라.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신호다.
만일 귀족들이 내게 활과 화살을 내주지 않거든, 에우마이오스, 네가 그것을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져와 내 손에 쥐어 주어라.
여인들에게는 연회장 입구를 굳게 잠그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있으라 명하라. 남자들의 고함이나 큰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잠잠히 자기 일을 하게 하라.
그리고 필로에티우스, 너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고 밧줄로 단단히 묶어라.
우리는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두 노비도 차례로 들어왔다.
그 무렵 에우리마코스는 불가에서 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시위를 걸 수 없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노하여 외쳤다.
“참으로 재앙이로다! 우리 모두에게 큰 수치가 닥쳤구나!
혼인이야 어찌 큰일이라 하겠는가. 이탁도에도 여인은 많고 다른 여러 성읍에도 아름다운 여인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오지수 왕보다 훨씬 힘이 약하여 그의 활에 시위 하나 걸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씻을 수 없는 수치가 아니겠는가! 이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안태우가 말하였다.
“에우리마코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은 아로왕 신의 축일이다. 이런 날에는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오늘은 활을 거두고 도끼는 그대로 두자. 아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포도주를 따르게 하여 신께 제사를 올리고, 활쏘기는 잠시 미루자.
내일 새벽 말태수를 불러 가장 좋은 염소를 가져오게 하고 활쏘기의 신 아로왕에게 제사를 올린 뒤 다시 활을 쏘아 시합을 끝내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시종들은 손 씻을 물을 따르고, 아이들은 술잔에 포도주를 나누어 따랐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하였다.
거짓과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이미 모든 일을 치밀하게 꾸며 놓았다는 것을.
오지수는 염소치기 말태수에게 명하였다.
“말태수여, 어서 불을 피우고 의자를 불 가까이 끌어다 놓으라. 양털도 깔아라. 그리고 창고에서 큰 기름 덩어리를 가져오라.
우리 젊은이들이 활을 따뜻하게 하고 기름칠하여 다시 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오늘 이 시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말태수는 곧 명을 받들어 불을 피우고 의자를 옮기며 양털을 깔고 기름 덩어리를 가져왔다.
젊은이들은 활을 불 가까이 가져가 데웠다.
그러나 여전히 시위를 걸지 못하였다.
그들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자들은 구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고 위세 높은 안태우와 에우리마코스였다.
그때 오지수가 말하였다.
“여왕의 구혼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숨기지 않겠다.
특히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 그대들에게 청하노라. 그대들은 앞서 훌륭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이제 활은 잠시 내려놓고 신들을 향하여 기도하라. 새벽이 되면 신께서 승자를 정하시고 그에게 성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저 윤이 나는 활을 다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 내 손이 아직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고 강한지, 아니면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며 가난 속에 살다가 그 힘마저 잃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구혼자들은 오지수가 정말로 활에 시위를 걸까 두려워하였다.
안태우가 곧 성을 내며 말하였다.
“이방인아!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가 너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우리 귀족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듣게 한 은혜도 모르느냐?
다른 거지들은 감히 우리의 잔치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좋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술이란 원래 그러하다. 지나치게 마시면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
옛날 유명한 켄타우로스 에우리티온도 라피테스 족을 찾아가 용맹한 피리토우스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었다.
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자 전사들이 그를 집 밖으로 끌어냈고, 무자비한 칼로 그의 귀와 코를 베었다.
그 후로도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떠돌았으며, 그날부터 켄타우로스와 인간은 서로 원수가 되었다.
술이 그에게 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네가 저 활에 시위까지 걸려고 한다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너를 가엾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배에 태워 잔혹하기로 이름난 에케토스 왕에게 보내겠다. 그곳에서는 네가 도망칠 길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잠자코 앉아 술이나 마시고 젊은 사내들과 다투지 말라.”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다.
“아니오, 안태우. 태명이 이 집에 손님으로 맞아들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손이 활시위를 당길 만큼 힘이 세다고 해서 내가 그를 따라가 혼인하리라 생각합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일로 잔치를 어지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에우리마코스가 말하였다.
“현명한 연로비여, 저 이방인이 그대와 혼인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만일 훗날 어떤 무례한 자가 말하기를,
‘저 사내들은 참으로 약하구나! 전사의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활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다니!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거지가 나타나 손쉽게 시위를 걸고 열두 도끼를 모두 꿰뚫었단 말인가!’
라고 한다면 우리의 수치가 얼마나 크겠소?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찌하겠소?”
연로비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에우리마코스여, 왕의 재산을 날마다 축내는 자가 어찌 위엄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이런 사소한 일에 그토록 소란을 피우십니까?
저 낯선 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좋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귀한 신분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서 활을 건네고 우리가 지켜보도록 하십시오.
만일 아로왕 신의 도움으로 그가 시위를 당긴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장포와 튜닉과 신을 주고, 사람과 짐승을 막아낼 날카로운 양날 검과 단검도 마련해 주겠습니다.
또한 그가 어느 곳으로 떠나든 그 길을 막지 않고 도와주겠습니다.”
그러자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하였다.
“어머니, 이 활을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거절할 것인지는 누구보다 제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섬에서든 엘리스의 넓은 목초지에서든, 이 집의 어떤 사내도 저에게 활을 내놓으라 명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서 방으로 올라가 베틀과 물레를 돌보십시오. 시녀들에게도 그리하라 명하십시오.
활쏘기는 사내의 일이며, 특히 이 집을 다스릴 제 일이옵니다.
이 집의 권세를 쥔 자가 바로 저입니다.”
연로비는 아들의 단호한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딸들과 함께 침실에 들어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맑은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내려와 그녀의 눈을 감기고 깊은 잠에 들게 하였다.
그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활을 들어 올렸다.
구혼자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웠다.
“더러운 돼지치기야! 그 활을 어디로 가져가느냐?
네가 미친 것이 아니냐? 네가 기르는 돼지들과 개들까지 너를 물어뜯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아로왕 신과 다른 불멸의 신들의 은총을 받는다 해도 그러할 것이다!”
연회장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이 너무나 컸으므로 에우마이오스는 두려워 활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때 태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할아버지! 어서 가시오! 활을 계속 가져가시오!
머지않아 누구의 명을 받들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오.
내가 할아버지보다 젊지만 힘은 더 세니 조심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판까지 쫓아가 돌을 던질 것이오.
이 집에 함부로 들어와 어머니에게 구혼하며 소란을 피우는 저 무리처럼 나에게도 힘이 있다면, 당장 모두 쫓아내고 복수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구혼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태명에 대한 분노도 어느덧 사라졌다.
에우마이오스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 유능한 주인 오지수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명숙를 불러 말하였다.
“태명이 명하기를, 연회장 문을 굳게 잠그고 단단히 묶으라 하였습니다. 남자들의 고함이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방 안에서 조용히 일을 하십시오.”
명숙는 아무 말 없이 연회장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필로에티우스 또한 급히 밖으로 나가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굳게 잠갔다.
현관에는 새로 꼰 비블로스 밧줄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밧줄로 문을 단단히 묶은 뒤 안으로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주인 오지수를 바라보았다.
오지수는 이미 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벌레가 활대를 갉아먹지는 않았는지, 곳곳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구혼자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하였다.
“활의 대가라도 되는 양 살펴보는구나. 정말 능숙한 사람처럼 행동하는군.
아마 자기 집에도 이런 활이 있었거나, 앞으로 하나 만들 생각인가 보다.
저 불쌍한 떠돌이가 활을 만지작거리는 꼴을 보라!”
한 젊은 구혼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제발 그의 앞날의 운도 저 활에 시위를 거는 솜씨만큼이나 좋기를 빌어야겠군!”
그들은 모두 오지수를 조롱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숙련된 악사가 양의 창자로 만든 줄을 리라의 줄감개에 감아 팽팽하게 매듯, 거대한 활을 한 치 한 치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능숙한 손으로 활에 시위를 걸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시위를 가볍게 튕기자, 그 소리가 마치 제비가 맑은 봄날 처마 밑에서 노래하는 듯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구혼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우레가 울렸다.
상제가 천둥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이날을 기다려 온 오지수는 간사한 크로노스의 아들이 보내온 징조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화살 하나를 집었다.
다른 화살들은 이미 화살통 속에 들어 있어 곧 쓰일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수는 화살을 활대에 얹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활과 시위를 함께 힘껏 당겼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확히 겨냥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을 놓았다.
쏜살같이 날아간 청동 화살촉은 첫 번째 도끼의 구멍을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도끼를 꿰뚫었다.
열두 개의 도끼가 모두 차례로 꿰뚫렸다.
화살은 마지막 도끼를 지나 반대편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오지수가 태명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태명아, 네 손님이 너에게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을 안겨 주었구나.
나는 모든 과녁을 맞혔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사람들은 내가 약한 자라고 비웃었으나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으나 이제 잔치를 벌일 때가 되었구나.
그리고 잠시 후 음악을 울려 축하하자. 그것이 저녁 잔치의 참된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그가 눈썹을 살짝 들어 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태명은 즉시 칼을 차고 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두 사람의 청동 무기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때부터 오래도록 억눌렸던 피바람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제22권 구혼자들을 소탕==
오지수는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알몸이 된 그는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문지방으로 뛰어 올라, 발아래에 화살을 한 아름 쏟아 놓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놀이가 끝났도다. 나는 다시 활을 쏘리라. 아직 한 번도 맞히지 못한 다른 과녁을 향하여 쏘리라. 오, 상제의 총애를 받는 활의 신이여! 부디 이 손을 도우소서!”
말을 마친 오지수는 안태우를 향하여 치명적인 화살을 겨누었다.
젊은 안태우는 금잔을 손에 들고 포도주를 휘저으며, 마치 아무 근심도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죽음이 자기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다. 어찌 그러한 생각을 하였겠는가. 수많은 연회객 가운데 홀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들 자가 있으리라고 누가 감히 생각하였겠는가.
그때 오지수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휙!
화살은 안태우의 목을 향하여 날아갔다. 화살촉은 그의 부드러운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안태우는 옆으로 쓰러졌고, 손에 들었던 금잔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곧 그의 콧구멍에서는 굵은 피가 솟구쳤으며, 발이 경련하듯 움직이다가 탁자를 걷어찼다. 탁자가 뒤집히자 음식과 술이 바닥에 쏟아졌다. 흰 빵과 잘 구운 고기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본 구혼자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두꺼운 돌담을 이리저리 뒤지며 방패와 칼을 찾았으나, 손에 잡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분노하여 오지수를 향해 소리쳤다.
“이 낯선 자여! 감히 사람을 쏘았으니 그 죗값을 치러야 하리라! 더는 경기에 참여할 수도 없고, 이제 네 목숨은 끝났도다. 네가 감히 이탁도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를 죽였으니, 오늘 여기서 독수리의 밥이 될 줄 알라!”
그러나 불쌍한 자들은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가 안태우를 우연히 죽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일 뜻을 품고 있었다는 것과, 이미 죽음의 그물이 사방에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웃었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내가 토래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 그래서 내 집을 제 것처럼 차지하고, 내 여종들을 욕보이며, 내가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내 아내에게 추근거렸느냐? 하늘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너희를 벌할 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느냐? 이제 보라. 너희는 스스로 죽음의 그물에 걸려들었도다.”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저마다 살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 가운데 에우리마코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지수여, 과연 그대가 돌아왔다면 우리의 말도 들어 주시오. 그리스인들이 그대의 영지와 집에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은 실로 잘못된 일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 일을 꾸민 우두머리는 죽었소. 바로 안태우 말이오.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소.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그대의 아내가 아니었소. 상제께서 그의 흉계를 꺾으셨으나, 그는 다른 큰일을 꾸미고 있었소. 그대의 아들을 길목에 매복하여 죽이고 왕좌를 빼앗아 이탁도를 다스리려 한 것이오.
이제 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소. 그러니 부디 폐하께서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그동안 먹은 음식과 마신 술값을 모두 갚겠소. 각자가 소 스무 마리 값에 해당하는 재물을 바치고, 그대가 원하는 금과 청동도 아끼지 않고 내놓겠소. 그대의 분노가 어찌 정당하지 않겠소.”
그러나 오지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에우리마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내 모든 재산을 내놓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친다 하여도 소용없다. 너희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내 손이 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두 길밖에 없다.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하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건져 보아라. 그러나 너희 가운데 죽음을 피할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리고 심장이 얼어붙는 듯하였다.
에우리마코스가 다시 동료들을 향하여 외쳤다.
“친구들이여! 이 자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저 윤이 나는 문지방에 버티어 서서 우리를 하나씩 쏘아 죽일 것이오. 어서 싸울 계책을 세우시오!
칼을 뽑고 탁자를 방패로 삼아 화살을 막으시오. 모두 힘을 합쳐 저자를 문지방에서 몰아내고,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합시다. 저자의 화살도 곧 다 떨어질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날카로운 청동검을 뽑아 들고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지수의 활시위가 울렸다.
쐐액!
화살은 에우리마코스의 가슴, 젖꼭지 곁을 꿰뚫고 들어가 순식간에 간을 관통하였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리며 탁자 위로 쓰러졌고, 음식과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마침내 그의 눈앞에는 검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때 암피노무스가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검을 뽑아 그를 베려 한 것이다.
그러나 태명이 재빨리 뛰어들었다. 그는 뒤에서 청동 창을 힘껏 찔러 암피노무스의 등을 꿰뚫고 가슴까지 관통시켰다.
암피노무스는 얼굴부터 땅에 처박히며 쿵 하고 쓰러졌다.
태명은 창을 그대로 그의 몸에 박아 둔 채 뒤로 달아났다. 창을 뽑으려고 몸을 굽혔다가 다른 그리스인이 달려들어 칼로 찌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말했다.
“아버님, 제가 방패와 창 두 자루, 그리고 청동 투구를 가져오겠습니다. 저도 무장을 하고 우리 목동 두 사람에게도 무기를 나누어 주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내 화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어서 가거라. 저들이 나를 문밖으로 몰아내기 전에 서둘러라. 나는 이곳에서 홀로 싸워야 하느니라.”
태명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무기고로 달려가 창 여덟 자루와 방패 네 개, 그리고 풍성한 말총 장식이 달린 청동 투구 네 개를 가져왔다.
돌아온 그는 먼저 자신의 갑옷을 갖추어 입었고, 두 목동 또한 무장을 하여 뛰어난 계략가인 오지수의 양옆에 섰다.
오지수는 화살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활을 쏘았다. 그의 집 안에서 구혼자들은 하나씩 쓰러져 갔다.
마침내 왕의 화살통도 비었다.
오지수는 튼튼한 문기둥 곁에 활을 내려놓고, 하얗게 빛나는 궁전 벽에 기대어 두었다. 그리고 네 겹으로 된 방패를 어깨에 걸치고, 잘 만든 청동 투구를 머리에 썼다. 투구 위의 말총 장식이 위엄 있게 흔들렸다.
그는 양손에 청동 창을 하나씩 움켜쥐었다.
그때 성벽 안쪽에 단단히 닫힌 문이 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오지수는 충직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곳에 서서 문을 지켜라. 이제 출구는 하나뿐이다.”
그러자 아겔라우스가 모든 구혼자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친구들이여!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저 문으로 빠져나가 사람들에게 사태를 알리고 경보를 울려야 하오. 그러면 이자의 화살도 곧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염소치기 말태수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주군. 그 입구는 너무 좁고 궁전 문과도 지나치게 가까우니 위험합니다. 용감한 한 사람만 그곳을 지켜도 우리 모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창고에 가서 갑옷을 가져오겠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적들이 갑옷을 그곳에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말태수는 성벽 안쪽의 좁은 통로를 기어 올라가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방패 열두 개와 창 열두 자루, 말총으로 장식한 청동 투구 열두 개를 꺼내 아래층으로 가져왔다.
그리하여 구혼자들은 다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오지수는 그들이 무기를 들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하였다. 그들의 오만하고 흉악한 모습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태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면 말태수가 내 집에서 우리를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구나!”
태명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버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창고 문을 조금 열어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쪽에서 누군가 망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여, 가서 문을 굳게 닫고 살펴보시오. 우리를 해치려 한 자가 여자들 가운데 있는지, 아니면 제가 의심하는 말태수인지 알아보시오.”
한편 말태수는 다시 무기를 가져오기 위하여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돼지치기가 그를 발견하고 오지수에게 알렸다.
“나리, 우리가 모두 의심하던 그 간악한 자가 창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리께서는 언제나 묘한 계책을 세우시니, 제가 그를 죽이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이곳으로 끌고 와 나리께서 그의 온갖 죄악을 친히 다스리시겠습니까?”
오지수는 이미 계책을 세워 두고 있었다.
“태명과 나는 저 구혼자들이 아무리 날뛰더라도 이곳에 가두어 두겠다. 너희 둘은 말태수의 손발을 뒤로 묶어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가라.
그리고 높은 기둥에 밧줄을 걸고 서까래에 매달아라. 그가 죽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하라.”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곧 무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말태수는 그들이 오는 줄도 몰랐다. 그가 무기를 찾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문 양쪽에 숨어 기다렸다.
마침내 말태수가 한 손에는 아름다운 투구를 들고, 다른 손에는 옛날 라에르테스가 젊은 시절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이음새가 다 풀려 녹슨 채 창고에 버려진 방패를 들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말태수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안으로 끌어들인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손발을 뒤로 묶고 매듭진 밧줄로 단단히 동여맨 다음,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서까래에 매달았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그를 조롱하였다.
“말태수야, 이 부드러운 침상에서 밤새도록 편히 자거라. 이것이 네가 지은 죄의 대가다. 새벽이 되어 바다 위 황금빛 왕좌에 해가 떠오르고, 네가 염소들을 몰아 이 집에 와서 구혼자들의 저녁상을 차리던 바로 그때까지 여기 매달려 있거라.”
그리하여 말태수는 손발이 묶인 채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다.
두 목동은 무장을 마치고 방을 나와 문을 닫은 뒤 교활한 지도자 오지수에게 합류하였다. 그들은 문지방에 굳게 서서 결의를 다졌다.
안에는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아 있었으나, 오지수와 태명, 그리고 두 충직한 목동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었다.
그때 상제의 딸인 지혜낭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과 음성은 마치 명토와 같았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말했다.
“명토여, 우리 사이의 오랜 우정을 기억하소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나는 그대를 소중히 대하였나이다. 이제 나를 도와주소서!”
그는 그녀가 군대를 움직이는 지혜낭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구혼자들이 일제히 반대의 소리를 질렀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스승이시여, 부디 오지수의 말에 속아 우리와 싸우지 마십시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우리가 이 아버지와 아들을 죽이고 당신 또한 당신의 계략대로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당신도 그 죗값을 목숨으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청동검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며, 당신이 가진 모든 재물 또한 빼앗아 우리의 전리품 가운데 섞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들도 이 연회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당신의 아내와 딸들도 이탁도에서 자유로이 거닐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지혜낭자는 크게 노하여 오지수를 꾸짖었다.
“지금 그대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상제의 총애를 받는 백발의 헬레나를 위하여 아홉 해 동안 토래성인들과 싸웠고, 전쟁 중 수많은 적을 죽였으며, 끝내 그 성을 함락할 계책까지 세웠도다.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거늘, 어찌하여 이 구혼자들에게 정당한 무력을 쓰기를 두려워하는가?
자, 내 곁에 서라. 알키무스의 아들 명토가 그대가 세운 모든 공적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적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라.”
그러나 지혜낭자는 아직 결정적인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지수와 그의 아들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비처럼 연기 속으로 날아올라 지붕의 서까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겔라우스와 데모프톨레모스, 에우리노모스, 피산더, 암피메돈, 보리보가 살아남은 구혼자들을 독려하였다. 그들은 가장 용감한 자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이미 활과 빗발치는 화살에 쓰러지고 없었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 명토의 허풍은 모두 헛소리였도다. 그는 떠났고, 이제 저자들만 문 앞에 남았소.
어서 저 잔혹한 자를 제압하여 손을 멈추게 하시오. 한꺼번에 모든 창을 던지지 말고, 먼저 우리 여섯 사람이 창을 던집시다. 상제께서 오지수를 맞혀 우리에게 승리를 허락하시기를 기도합시다. 그가 쓰러지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오.”
여섯 사람은 그의 말에 따라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가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버렸다.
한 창은 궁전 홀의 문설주를 꿰뚫었고, 또 한 창은 굳게 닫힌 문에 박혔다. 다른 창은 벽에 깊이 박혔다.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오지수의 무리는 모든 창을 피하였다.
오지수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마침내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들은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무기를 빼앗으려 한다! 이제 과거의 원한을 갚고 너희 목숨을 지켜라. 지금 쏘아라!”
네 사람은 일제히 창을 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데모프톨레모스를 쓰러뜨렸다. 태명과 에우리아데스와 돼지치기는 엘라투스를 죽였고, 소치기는 피산더를 쓰러뜨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다른 구혼자들은 구석으로 몰려 웅크렸다.
그러나 살아남은 네 사람이 시체에서 창을 뽑아 다시 손에 들었다.
구혼자들도 다시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는 또다시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 창은 문설주에 박혔고, 또 한 창은 문을 꿰뚫었다. 다른 물푸레나무 창은 벽에 박혔다.
암피메돈의 창은 태명의 손목 곁을 스치며 지나가 청동이 그의 살갗을 찢었다.
크테시푸스가 던진 창은 돼지치기의 방패 바로 위 어깨를 스쳐 지나가 뒤쪽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눈 밝고 계략에 능한 오지수와 그의 동료들은 몰려드는 구혼자들을 향하여 날카로운 창을 내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에우리다마스를 꿰뚫었다.
태명은 암피메돈을 베었고, 돼지치기는 보리보를 쓰러뜨렸다. 목동은 크테시푸스의 가슴을 청동 창으로 꿰뚫으며 외쳤다.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를 모욕하기를 즐겨 하더니, 이제 네 자랑도 끝났구나. 신들이 마지막 말을 하셨고 승리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것은 네가 오지수가 집 없는 떠돌이처럼 자기 집을 지나갈 때 발로 걷어찬 대가이니라!”
오지수는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아겔라우스를 찔렀다.
태명은 레오크리투스에게 달려들어 배에 청동 창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레오크리투스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쳤다.
그때 지혜낭자가 지붕 위에서 치명적인 아이기스를 높이 들어 올렸다.
겁에 질린 구혼자들은 봄날 해가 길어지는 때 등에에게 쫓긴 소 떼처럼 연회장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마치 굽은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독수리 떼가 높은 언덕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구름 아래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희생자들은 도움을 받을 곳도, 달아날 길도 없었다. 네 명의 전사들은 사방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며 하나씩 베어 넘겼다.
머리가 깨지는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가 궁전을 가득 채웠고, 바닥은 어느새 온통 피로 물들었다.
레오데스는 오지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위하여 달려들어 그의 무릎을 붙잡았다.
아겔라우스가 죽으며 손에서 칼을 떨어뜨렸다.
오지수는 강한 팔로 그 칼을 휘둘러 사제의 목을 베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읊조리던 그의 머리는 피를 흘리며 먼지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억지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시인 페미우스는 뒷문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갈림길에 놓였다.
밖으로 나가 옛 주인들이 수많은 제물의 허벅지뼈를 태우던 가정의 신, 위대한 상제의 제단 아래 숨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그는 마침내 결심하였다.
간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속이 빈 리라를 믹싱볼과 은제 의자 사이 바닥에 내려놓고 오지수의 무릎을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다.
“오지수 나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저를 죽이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저는 신과 인간을 위하여 노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를 익혔으나 신들께서 제 마음속에 온갖 노래를 심어 주셨습니다.
저는 마치 신 앞에서 노래하듯 나리를 위하여 노래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참으시고 제 목을 베지 마소서. 아드님께 물어보십시오. 제가 저녁마다 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러 온 것은 제 뜻이 아니었다고 아드님께서 증언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사납고 수가 많았습니다. 제게는 다른 길이 없었나이다.”
그러자 용맹한 태명이 급히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서 말하였다.
“아버님, 칼을 거두소서.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집사 메돈도 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늘 저를 돌보아 준 사람입니다. 목동들이 이미 그를 죽였거나,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모습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메돈은 이미 지혜롭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의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새 소가죽으로 자신을 덮어 숨었다.
태명의 말을 듣자 그는 의자 아래에서 벌떡 일어나 소가죽을 벗어 던지고 태명 곁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부디 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당신의 아버지는 너무나 강하시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고 아들인 당신을 업신여긴 구혼자들에게 크게 노하셨습니다. 제발 아버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러자 영리한 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 아버지는 이미 네 목숨을 구해 주셨느니라. 그러니 살아남아 선행이 악행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라.
이제 홀을 나가거라. 밖으로 나가 마당에 있는 이름난 가수 곁에 앉아 있으라. 나는 이 집 안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상제의 제단 곁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 숨을 죽였다.
오지수는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있는지, 혹은 죽음을 피해 숨어 있는 자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다가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었다. 마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어두운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고기 떼가 넓은 모래사장에 쏟아져 나온 것과 같았다.
그렇게 구혼자들은 서로 겹쳐져 죽어 있었다.
그러나 오지수는 여전히 계략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명숙에게 할 말이 있다. 태명아, 어서 그녀를 데려오너라.”
태명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문을 살짝 열고 유모를 불렀다.
“유모여, 어서 오시오! 그대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궁전의 여자 노비들을 거느려 왔소. 아버지께서 그대와 할 말씀이 있으니 빨리 오시오!”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으나 크고 튼튼한 홀의 문을 열었다.
태명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학살당한 남자들의 시체 사이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오지수를 보았다.
마치 사자가 초원의 소를 잡아먹은 뒤 가슴과 턱이 온통 피로 물든 것처럼, 오지수의 손발 또한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참혹한 시체들을 보고, 사방에 흩어진 피를 보고, 그토록 처참한 살육의 광경을 눈앞에 마주한 유모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맹세하건대 나는 이 집의 어떤 여자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소.
나는 오히려 구혼자들을 말리며 손을 더럽히지 말라고 간곡히 타일렀소. 그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소. 그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지은 죄에 합당한 최후를 맞은 것이오.
그러니 이제 이 집의 여자들에 관하여 말해 보시오. 누가 나를 업신여겼으며, 누가 끝까지 정절을 지켰소?”
주인을 깊이 사랑하는 늙은 여종이 대답하였다.
“얘야, 내가 이 집의 사정을 낱낱이 알려 주마.
이 집에는 우리가 양털을 빗는 법을 가르치고 노비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여종이 쉰 명이나 있단다. 그런데 그 가운데 열두 명이 명예를 저버렸구나.
그 열두 명은 나와 우리 안주인 연로비를 업신여겼다. 연로비께서는 태명이 아직 어리고 이제 막 장성하였으므로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셨지.
내가 위층 여자들의 방으로 올라가 주인마님께 이 일을 아뢰겠소. 아마 어느 신께서 그분에게 잠을 내려 주신 모양이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직은 안 된다. 그녀를 깨우지 마라. 먼저 나 없는 동안 반역을 꾀한 여자들을 모두 불러오너라.”
늙은 유모는 그의 명을 받들어 복도를 지나가며 여자들을 하나씩 불렀다.
그동안 오지수는 태명과 목동들을 불러 모아 명하였다.
“이제 시체를 치워야 한다. 여자들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 꿀처럼 부드러운 스펀지와 물을 가져다가 내 위엄 있는 의자와 아름다운 탁자를 깨끗이 닦아라.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내 궁전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아라.
그리고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데려오너라. 긴 칼로 그들을 베어 죽여라. 그리하면 그들이 아프로디테의 힘을 빌려 구혼자들과 은밀히 저지른 행위를 더는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자들은 절망하여 흐느끼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달려왔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밖으로 옮겨 지붕 아래에 차곡차곡 쌓았다.
오지수는 그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
여자들은 물에 적신 흡수성 좋은 스펀지로 아름다운 의자와 탁자를 닦았다. 태명과 목동들은 삽으로 바닥의 피와 더러운 것들을 긁어내 깨끗이 만들었다.
여자들은 쓰레기를 주워 밖으로 내다 버렸다.
남자들은 집 안의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돈한 다음, 여자들을 밖으로 끌어내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가두었다.
여자들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태명이 나서서 말했다.
“저 여자들은 구혼자들의 곁에 누워 나와 어머니에게 수치를 안겼소. 그러니 나는 이들에게 깨끗한 죽음을 허락할 수 없소.”
그는 뱃사람들이 쓰는 굵은 밧줄을 가져다가 둥근 홀과 높이 솟은 기둥에 걸었다. 그리고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매달았다.
마치 비둘기나 지빠귀가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날개를 펼쳤다가 누군가 놓아둔 덫에 걸려 그물에 갇히는 것과 같았다.
여자들의 머리가 일렬로 늘어섰고, 목에는 올가미가 걸렸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잠시 발을 떨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도 멎었다.
그런 다음 남자들은 말태수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들은 구부러진 청동 칼로 그의 코와 귀를 베고, 성기를 잘라 개들에게 날것으로 던져 주었다.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그들은 그의 손과 발까지 잘라냈다.
그 일을 마친 뒤 남자들은 몸을 씻고 궁전 안으로 돌아왔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늙은 유모에게 말했다.
“이제 불과 유황을 가져오너라. 악령을 몰아내는 약이니 집안을 깨끗이 소독하겠다. 그리고 연로비와 그녀의 노비들, 모든 여종들을 이 집 안으로 불러들이거라.”
유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나리. 모든 말씀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장포와 저고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튼튼한 등을 그런 누더기 한 벌로만 가리고 계시면 어찌 옳겠습니까?”
그러자 온갖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먼저 불을 피워 이 홀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옳다.”
충직한 여종은 그의 명을 받들어 불과 유황을 가져왔다.
오지수는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웠고, 집 안의 모든 방과 마당을 두루 훈증하였다.
그동안 늙은 유모는 궁전 곳곳을 뛰어다니며 여인들을 불렀다.
횃불을 든 여인들은 저마다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였다. 어떤 이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어떤 이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기쁨으로 맞았다.
오지수는 마침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그 자리에 있는 여인들을 하나하나 모두 알아보았다.
==제23권 부부상봉과 침상의 비밀==
늙은 여종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낄낄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 마님에게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음을 고하였더라.
평소에는 힘없이 떨리던 두 무릎에 문득 힘이 솟은 듯하고, 발걸음 또한 가벼워져 단숨에 여왕의 침상 곁, 머리맡에 이르러 말하였느니라.
“마마, 어서 일어나 보십시오! 마침내 마마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지수 대감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바로 이 집 안에 계십니다!
마침내 돌아오셨단 말입니다!
대감의 재산을 탕진하고 왕자를 위협하며 온갖 횡포를 일삼던 구혼자들을 모조리 죽이셨습니다!”
그러나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가련한 늙은이여, 신들이 그대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였구나.
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고, 어리석은 자를 갑자기 지혜롭게 만들 수도 있는 힘을 지녔느니라.
그대는 본래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토록 어리석은 말을 하는가.
내가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희롱하려 하는 것이며, 어찌하여 내 눈을 덮고 있던 달콤한 잠에서 나를 깨웠단 말인가.
오지수가 저주받은 도시 에빌리움으로 떠난 뒤로 나는 이토록 깊은 잠을 잔 적이 없었느니라.
어서 돌아가거라.
다른 여종이 와서 나를 깨우고 이런 허망한 말을 또다시 지껄인다면, 나는 당장 그 아이를 아래층으로 쫓아낼 것이며 결코 너그럽게 대하지 않을 것이니라.
다만 그대는 나이가 많으므로 이번에는 심한 꾸지람을 면하게 하겠노라.”
그러자 명숙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하였더라.
“얘야, 내가 너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란다. 참말이다.
오지수 대왕께서 정말 이곳에 돌아오셨단다.
그토록 오랫동안 너희를 괴롭히던 그 낯선 사람이 바로 오지수 대왕이시니라.
태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혜롭게도 아버지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그리하여 대왕께서 구혼자들의 오만과 횡포를 갚으실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 말을 듣자 연로비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유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느니라.
그리고 급히 말하였도다.
“유모여!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오지수가 이 집에 돌아왔다면 어찌 그 많은 구혼자들을 공격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혼자 한 분뿐인데, 이 집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 않았습니까?”
명숙가 대답하였느니라.
“나는 그 일을 자세히 보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사내들이 죽어가며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었을 뿐이란다.
우리는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는데, 얼마 후 네 아들이 나를 불렀단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것이었지.
그리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오지수께서 시신들 가운데 서 계셨단다.
시체가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서로 포개져 있었느니라.
네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마치 사자처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온몸이 떨렸을 것이다.
지금 그 시신들은 모두 안뜰 문밖에 쌓여 있고, 오지수께서는 궁전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하여 큰 불을 피우고 계신단다.
이 집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되찾으시려는 것이지.
그리고 나를 보내 너를 데려오게 하셨느니라.
어서 나와 함께 가자.
그러면 너와 그분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미 너무나 큰 고통을 견뎌내지 않았느냐.
이제 네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분은 살아 계신다!
집으로 돌아오셔서 너와 아들을 다시 만나셨으며,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구혼자들에게 마침내 원수를 갚으셨단다.”
그러나 연로비는 여전히 신중하게 대답하였느니라.
“유모여, 너무 기뻐하지 마시오.
그대도 알다시피 나와 내 아들은 오지수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소. 우리 모두 그러하였소.
그러나 그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소.
사람들은 어떤 신이 구혼자들의 횡포와 오만함에 진노하여 그들을 죽였다고 말하고 있소.
그들은 손님이 선하든 악하든 가리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았으며, 그들의 어리석음이 마침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을 것이오.
그러나 내 남편 오지수는 고향을 잃었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숨까지 잃었다고 나는 믿고 있소.”
유모가 다시 말하였느니라.
“얘야! 네 남편이 지금 여기 난롯가에 있는데 어찌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느냐?
너는 예나 지금이나 의심이 참 많구나.
그러나 내게는 분명한 증거가 있단다.
내가 그분의 몸을 씻겨 드리다가, 옛날 멧돼지의 송곳니에 찔려 생긴 흉터를 만졌느니라.
나는 곧장 너에게 알려주려 하였으나, 그분께서 내 목을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셨단다.
자, 어서 나와 함께 가자.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나를 죽여도 좋다.”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도다.
“유모여, 그대가 총명한 사람인 것은 내가 잘 아오.
그러나 신들의 뜻을 사람이 어찌 모두 헤아릴 수 있겠소.
자, 나와 함께 아들을 만나러 갑시다.
구혼자들이 죽은 모습을 직접 보고, 또한 그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소.”
이에 연로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느니라.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어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마음이 갈팡질팡하였도다.
마침내 문턱을 넘어 불빛이 비치는 곳에 이르러 벽 가까이에 앉아 남편과 마주 보았느니라.
오지수는 기둥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때 자신과 한 침상을 함께 쓰던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연로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느니라.
때때로 그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면 분명 오지수와 닮은 듯하였으나, 더럽고 낡은 옷차림은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도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태명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느니라.
“어머니! 어찌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왜 이토록 잔인하게 아버지를 거절하십니까?
왜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앉아 말씀을 나누지 않으십니까?
세상 어느 여인도 백 살을 먹었다 하더라도 어머니처럼 완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돌아오신 아버지를 어찌 이리 멀리하십니까?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돌처럼 굳어 있군요!”
그러나 연로비는 깊이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하였느니라.
“얘야, 나도 지금 마음이 어지럽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단다.
그러나 만일 이분이 정말 내 남편이라면, 정말로 나의 오지수가 돌아온 것이라면, 우리 둘만이 아는 은밀한 징표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징표로써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러자 냉정하기로 이름난 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태명에게 말하였도다.
“아들아, 어머니께서 나를 시험하시도록 내버려 두어라.
머지않아 어머니께서는 나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실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더럽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으로 있는 동안에는 어머니께서 나를 선뜻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실 것이니라.
그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한 사람만 죽였더라도 그 살인자는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달아나야 할 것이니라.
그런데 우리는 이탁도의 기둥이라 할 만한 자들과 이 섬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도 아버지의 꾀와 슬기에 견줄 수 없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곧장 아버지의 뒤를 따르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용감히 행동하겠습니다.”
오지수는 곧 계책을 세웠느니라.
그가 말하되,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희 셋은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에게도 좋은 옷을 입혀라.
그리고 신과 같은 가수는 리라를 들고 맑고 경쾌한 혼례의 노래를 연주하도록 하라.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이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이 집에서 혼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니라.
우리가 우리 영지의 숲에 이를 때까지는 구혼자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멀리 퍼져서는 안 된다.
그곳에 이르면 상제께서 우리에게 정해 주신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람들은 모두 오지수의 말대로 행하였도다.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도 몸을 단장하였으며, 가수는 리라를 들고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하였느니라.
그 음악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흥이 일어났도다.
집 안은 아름다운 허리띠를 두른 남녀들의 발소리로 가득 찼느니라.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렸도다.
“저토록 많은 구혼자가 찾아들던 왕비가 마침내 혼인하는 모양이구나!
참으로 완고한 여인이로다.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킬 힘조차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러나 그들은 궁전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여종 에우리노메가 오지수의 몸을 씻기기 시작하였도다.
그의 몸에 감람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튜닉과 아름다운 장포를 입혔느니라.
그러자 지혜낭자가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령한 아름다움을 내려주었도다.
그의 키는 더욱 크고 몸은 더욱 굳세어졌으며, 머리카락은 자운화 꽃처럼 풍성하고 곱슬곱슬하게 자라났느니라.
마치 지혜낭자나 해필수가 장인에게 금속 세공의 기술을 가르쳐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게 한 뒤, 은 위에 황금을 부어 장식하는 것과 같았도다.
지혜낭자는 오지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아름다움을 부어주었으며, 목욕을 마친 그의 모습은 마치 불멸의 신과 같았느니라.
오지수는 다시 아내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말하였도다.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로구나!
신들이 그대에게 철석같이 굳센 마음을 내려주신 것이 분명하도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통을 겪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이토록 거절하는 아내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자, 유모야.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상을 하나 마련해 주어라.
이 여인은 참으로 쇠붙이보다 더 굳센 마음을 지녔구나.”
그러자 연로비가 재치 있게 대답하였느니라.
“참으로 대단한 남자로군요!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뽐내는 것도 아니며, 지금 일어난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긴 노를 저어 이탁도를 떠나던 날에도 당신은 늘 그런 모습이었으니까요.
자, 명숙여.
그가 직접 지은 방 밖에 침상을 마련하여라.
침상틀을 밖으로 옮기고 그 위에 이불과 담요를 깔아 주어라.”
이 말은 남편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더라.
그러자 오지수가 크게 노하여 충실한 아내에게 말하였느니라.
“여인이여!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구나.
누가 내 침상을 옮겼단 말인가?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그것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신이라면 쉽게 옮길 수 있겠지.
아무리 젊고 힘센 사람이라도 그 침상을 움직일 수는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 침상에는 남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며,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느니라.
안뜰에는 가늘고 긴 잎을 가진 감람나무 한 그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도다.
그 줄기는 마치 기둥처럼 굳세었느니라.
나는 바로 그 감람나무를 중심으로 방을 지었도다.
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았느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람나무를 다듬어 청동 도끼로 가지를 뿌리부터 끝까지 잘라내고, 나무줄기를 깎아 침상의 기둥을 만들었도다.
송곳과 드릴로 나무를 뚫어 기둥을 만들었느니라.
그것이 내가 만든 첫 번째 침상 기둥이었도다.
그 뒤 금과 은과 상아를 박아 넣어 나머지 세 기둥을 만들고, 자주색으로 물들인 소가죽 끈을 그 위에 팽팽하게 둘렀느니라.
이것이 바로 그 침상의 비밀이니라.
그러니 여보, 내 아내여!
그 누가 감히 그 감람나무의 줄기를 잘라 침상을 옮겼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침상이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연로비의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느니라.
그녀는 마침내 남편이 보여준 징표를 모두 깨달았도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하였느니라.
“오지수여!
이제는 제게 노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다른 모든 일에서는 참으로 이해심 깊은 사람이거늘, 어찌하여 제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을 원망하십니까.
신들이 우리를 괴롭힌 것이옵니다.
우리가 함께 젊음을 누리고 늙을 때까지 한평생을 같이 살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하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악한 사내가 거짓말로 나를 속일까 늘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정직하지 못하고 간교한 남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이방인 또한 만일 그리스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 헬렌을 데려갈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신이 그녀의 마음에 그러한 욕망을 심어 그 일을 하게 만든 것이겠지요.
그것이야말로 내게 처음으로 큰 슬픔을 안겨 준 열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께서는 우리 침상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여종 악토리스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습니다.
악토리스는 우리 방을 지키던 사람이었지요.
당신은 마침내 내 완고한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믿게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오지수는 눈물이 솟아나는 것을 참지 못하였느니라.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소리 내어 흐느꼈도다.
마치 해신이 바다에서 배를 부수고 거센 파도와 강풍으로 선원들을 바다에 내던졌을 때, 살아남은 자들이 마침내 육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느니라.
어떤 자들은 바다를 빠져나와 해안에 이르렀으나 온몸에 소금물이 묻어 있었도다.
그들은 살아남은 것을 신들에게 감사하며 기어 올라왔느니라.
이와 같이 연로비 또한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품에 안고 기쁨에 겨워 하얀 팔로 그의 목을 놓지 않았도다.
두 사람은 장밋빛 새벽이 하늘에 이를 때까지 울고 싶었으나, 빛나는 눈을 가진 지혜낭자가 그들을 불쌍히 여겨 개입하였느니라.
지혜낭자는 밤을 붙잡아 두고 황금빛 새벽이 바닷가에 오래 머물게 하였으며, 빛나고 밝은 새벽의 망아지들이 멍에를 쓰지 못하게 하였도다.
그러자 오지수가 머리가 어지러운 듯 말하였느니라.
“여보, 우리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앞으로도 많은 고난이 남아 있고,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힘든 일이 많이 있소.
이는 티레시아스의 영혼이 내게 알려준 운명이오.
내가 염라국의 집에 들어가 나와 내 부하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었던 날, 그는 내게 앞으로의 일을 알려주었소.
그러니 이제 함께 침상에 들도록 합시다.
달콤한 잠을 누리도록 합시다.”
그러자 늘 앞날을 내다보는 연로비가 대답하였느니라.
“당신이 원하실 때 언제든지 그러십시오.
이 침상은 본래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신들께서 마침내 당신을 집으로, 그것도 잘 지어진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신께서 당신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겠지만, 지금 알아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지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그대는 참으로 특별한 여인이오.
어찌하여 내게 그대의 마음까지 아프게 할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대에게 숨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겠소.
티레시아스는 내가 노를 들고 여러 고을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소.
그러다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지 않는 사람들, 배의 뱃머리를 붉게 칠하지 않는 사람들, 배의 날개와도 같은 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사람이 내 어깨에 짊어진 것을 보고 그것을 ‘키’라고 부르는 순간, 내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라고 하였소.
그때 나는 노를 땅에 깊이 박고 해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하오.
숫양과 황소와 멧돼지, 흠 없는 짐승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늘에 거하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하였소.
그렇게 하면 나는 바다에서 죽지 않고 편안히 늙어갈 것이며, 부유하고 행복한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하였소.”
현명한 연로비가 대답하였도다.
“신들께서 당신이 편안하게 늙어가도록 허락하신다면, 우리의 모든 고난에도 마침내 끝이 있을 희망이 있겠군요.”
두 사람은 이렇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느니라.
그동안 노비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에우리노메와 명숙는 횃불을 들고 와 튼튼한 침상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깔았도다.
유모는 자기 침상으로 돌아갔고, 에우리노메는 횃불을 들고 왕과 왕비를 그들의 침상까지 인도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느니라.
마침내, 참으로 마침내, 기쁨에 찬 남편과 아내는 오래전 헤어졌던 부부의 침상으로 다시 돌아왔도다.
한편 목동들과 태명은 춤을 멈추고 여인들에게도 춤을 그치게 하였으며,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느니라.
왕과 왕비는 서로 사랑을 나눈 뒤 또 하나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더라.
연로비는 자신 때문에 구혼자들이 집안을 망쳐 놓고, 양과 소 떼를 마구 죽이며, 포도주를 지나치게 마시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남편에게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지수 또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그 일을 이루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를 하나하나 들려주었도다.
연로비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남편이 모든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잠들지 않았느니라.
먼저 오지수는 키코네스족을 무찌르고 그들을 죽였던 일부터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로터스 열매를 먹는 사람들이 사는 들판에 이르렀던 일과, 독안거인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그에게 붙잡힌 부하들을 되찾고 그 무도한 자에게 복수하였는지를 말하였느니라.
그 뒤 아이올로스 산에 이르러 환대를 받고 도움까지 받았으나,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운명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였도다.
갑자기 거센 폭풍이 일어나 그를 바다 건너로 끌고 갔으며,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하여 통곡하였느니라.
또한 라이스트리고니아에 이르렀을 때 그곳 사람들이 그의 함대를 공격하여 배를 모조리 깨뜨리고 수많은 부하를 죽였던 일도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키르케의 교활한 계략과,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하여 염라국으로 내려갔던 일도 말하였느니라.
그곳에서 죽은 벗들을 만났고, 어린 시절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어머니의 혼백까지 만났다고 하였도다.
또한 사이렌의 끝없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떠돌았던 일, 방황하는 바위와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에 이르렀던 일, 스킬라의 손아귀에서 겨우 빠져나왔던 일도 차례로 들려주었느니라.
그의 선원들이 태양신의 신성한 소 떼를 잡아먹었던 일도 말하였도다.
그때 상제가 연기와 천둥으로 하늘을 뒤흔들고 번개를 내리쳤으며, 그 번개가 배를 산산이 부수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자신만은 살아남아 마침내 옥기섬에 이르렀다고 하였도다.
그곳에서 립선가가 자신을 동굴에 가두고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며, 자신을 돌보아 죽음과 세월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그녀의 온갖 말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였느니라.
그는 여러 해 동안 참혹한 고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페아키아에 이르렀으며, 그곳 사람들은 자신을 마치 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하였도다.
그들은 청동과 금과 많은 옷가지를 선물하고 오지수를 다시 고향 이탁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에 태워 보냈느니라.
마침내 오지수의 긴 이야기가 끝났도다.
달콤한 잠이 그의 마음을 덮어 모든 근심과 고통을 잠시 잊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총명한 눈을 가진 지혜낭자는 밤새 경계를 늦추지 않았도다.
오지수가 아내와의 기쁨을 다 누리고 잠에 들었다고 생각한 때, 지혜낭자는 오케아노스의 물결에서 갓 태어난 새벽을 깨워 세상에 보내었느니라.
황금빛 새벽이 지상에 빛을 드리우기 시작하자 오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말하였도다.
“여보, 우리 둘 다 참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소.
당신은 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었고, 상제와 다른 신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소.
나 또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운명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소.
그러나 이제 마침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소.
당신은 집 안의 재산을 잘 돌보아 주시오.
나는 그동안 약탈을 나가 구혼자들이 제멋대로 죽여 버린 양들을 대신할 양들을 마련하고, 다른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양을 얻어 우리에 가득 채워야 하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골 과수원으로 가서 슬픔에 잠긴 아버지를 뵈어야겠소.
날이 밝으면 내가 구혼자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퍼질 것이오.
여보, 당신은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할 사람이오.
그러니 여종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앉아 있으시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무기를 챙기고 목동들과 태명을 불러 청동 흉갑을 입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거느리고 집 밖으로 나갔도다.
어느덧 새벽빛이 온 땅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였느니라.
그때 지혜낭자가 다시 밤의 어둠을 내려 그들을 감추고, 오지수와 그의 일행을 마을 밖으로 인도하였도다.
==제24권 구혼자들의 혼백과 저승의 속편,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이에 허명<ref>헤르메스</ref>이 구혼자들의 혼백을 집 밖으로 불러내니, 그 손에는 황금 지팡이가 들려 있었더라. 그 지팡이는 신묘한 힘이 있어, 뜻하는 때에는 산 사람의 눈을 감기기도 하고 잠든 자의 눈을 뜨게 하기도 하는 보물이었느니라.
허명이 혼백들을 이끌어 가매, 저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따라오는 모양이 마치 깊은 굴속 어두운 구석에 매달려 있는 박쥐 떼와 같았더라. 한 마리 박쥐가 무리에서 떨어져 바위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박쥐들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끽끽 울어대듯이, 구혼자들의 혼백 또한 괴이한 소리를 내며 치유의 신 허명의 뒤를 따랐느니라.
그들은 넓게 트인 길을 지나 큰 바다를 건너고, 려우도 바위와 태양신의 문을 지나 꿈의 세계를 헤매었으며, 마침내 삶에 지친 혼백들이 머무는 곳, 저승화 꽃밭에 이르렀더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길수의 유령과 파달룡의 혼백을 만났고,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아길수 다음으로 고려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아이아스의 유령 또한 만났더라.
그때 건웅의 혼백이 비통한 마음으로 죽음의 땅에 막 이르렀으니, 그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무리 가운데 들어섰더라. 또한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 호위병들에게 죽임을 당한 여러 사람의 혼백도 함께 이르렀느니라.
그때 아길수의 유령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였더라.
“오호라, 건웅이여!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번개의 신 상제께서 모든 영웅 가운데서 그대를 가장 사랑하셨다 하더이다. 그대가 토래성에서 고려 군사를 이끌고 큰 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니라. 고려 사람들이 전쟁의 온갖 고초를 견뎌야 했던 그곳에서 그대는 대군을 거느리고 용맹을 떨쳤도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하필 가장 참혹한 때에 그대를 찾아왔구나. 그대가 토래성에서 장수의 명예를 누리며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하였다면 모든 고려인과 동맹국의 사람들이 그대를 위하여 큰 무덤을 쌓았을 것이며, 그대의 아들 또한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쳤을 것이니라.
그러나 운명이 그대에게 허락한 것은 이처럼 참혹한 죽음이었도다.”
이에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필우의 아들 아길수여, 내가 아라국<ref>아르고스</ref>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ref>트로이아</ref>에서 죽은 것은 어찌 보면 하늘이 정한 운명이었느니라. 고려<ref>그리스</ref>의 용사들과 토래성의 뛰어난 전사들이 내 시신을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도다.
나는 휘몰아치는 먼지 가운데 누워 영웅의 위엄을 떨쳤으며, 한때 전차를 몰던 영화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느니라.
우리는 하루 종일 싸웠고, 차라리 영원히 싸우고 싶었으나 상제 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마침내 우리를 멈추게 하셨도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 시신을 배에 실어 전장에서 멀리 옮긴 뒤 관에 눕히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긴 다음 향기로운 기름을 발랐느니라. 그리고 나를 위하여 울며 머리카락을 잘랐도다.
그때 나의 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듣고 산령녀<ref>님프</ref>들과 함께 파도 위로 모습을 나타내셨느니라.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무서웠던지 바다 건너까지 메아리쳤으며, 병사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도다.
그때 현명한 노인 내손<ref>네스토르</ref>이 우리를 말리며 이르기를,
‘장수들이여, 여기 머무르시오. 지금 오시는 분은 불멸의 물을 가지고 오시는 그의 어머니이시니라.’
하였느니라.
산령녀들이 죽은 아들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려인들도 다시 용기를 얻었도다. 늙은 바다의 왕의 딸들이 내 주위에 둘러앉아 통곡하였고, 나에게 신들의 옷을 입혔느니라.
또한 아홉 무사여신<ref>뮤즈</ref>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를 위한 애가를 불렀으니, 그 노래가 너무나 애절하여 아무도 눈물을 참지 못하였도다.
신과 인간이 모두 열일곱 날 밤낮으로 나를 애도하였으며, 마침내 내 시신을 화장대 위에 올리고 살진 양과 소를 많이 잡아 제사를 올렸느니라.
나는 신들의 옷을 입은 채 불길 속에 놓였고, 몸에는 기름과 꿀을 발랐도다.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화장대 주위를 돌며 큰 함성을 질렀으며, 마침내 해필수의 불꽃이 내 육신을 태웠느니라.
날이 밝자 우리는 아길수여, 그대의 희고 깨끗한 뼈를 하나하나 거두어 기름과 순전한 포도주를 발랐도다.
그때 네 어머니께서 손잡이가 둘 달린 금 항아리 하나를 내놓으셨으니, 이는 해필수와 주신<ref>디오니소스</ref>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귀한 항아리였느니라. 그 안에 그대의 흰 뼈를 넣었는데, 그대가 죽은 벗 파달룡의 뼈도 함께 섞여 있었도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그대가 그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였던 벗 안달호<ref>안틸로코스</ref>의 곁에 두었느니라.
고려 전사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우리는 온갖 예를 다하여 해봉<ref>헬레스폰트</ref> 해협 곶에 큰 언덕을 쌓았도다. 그 언덕은 바다 멀리에서도 보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일 만큼 높고 웅장하였느니라.
그대의 어머니께서는 신들에게서 훌륭한 상을 받아 경기장 한가운데에 두고,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겨루게 하셨도다.
그대는 살아 있을 때 젊은이들이 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영웅의 장례를 위하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리라. 그러나 은빛 발을 가진 태희<ref>테티스</ref>가 그대를 위하여 가져온 수많은 보물을 보았다면 반드시 놀랐을 것이니라.
그대는 살아 있을 때에도 모든 신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에도 이름을 잃지 않았도다. 그대의 명성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아길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니라.
그러니 내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내가 집에 돌아오자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의 악당들이 나를 죽였으며, 사악한 아내 또한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니라. 이 또한 상제가 정한 운명이었도다.”
두 혼백이 이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길잡이 허명이 오지수가 죽인 구혼자들의 혼백을 이끌고 그들 앞에 이르렀더라.
두 위대한 군주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앞으로 달려갔으며, 건웅은 그 가운데서 이탁도에서 함께 지내던 옛 벗 면나수의 아들을 알아보았느니라.
건웅이 그에게 이르되,
“암필문<ref>암피메돈</ref>아! 너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어찌하여 너희 모두 이 어두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느냐.
너희는 아직 젊고 기운이 왕성하니, 마땅히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젊은이들이 아니었더냐. 혹 해신이 거센 바람과 큰 파도를 일으켜 너희의 배를 모두 깨뜨린 것이냐.
아니면 소나 양 떼를 훔치다가 붙잡혔거나, 성읍과 여인을 두고 싸우다가 육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 보아라. 우리는 본래 벗이 아니더냐.
내가 면나수와 함께 오지수를 설득하여 우리 함대에 합류시키고 토래성으로 함께 항해하고자 너희 집에 찾아갔던 일을 기억하느냐. 바다를 건너는 데 꼬박 한 달이나 걸렸으며, 성읍을 약탈하던 그 백스무 살의 노인을 설득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그러자 암필문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위대한 장군 건웅이시여,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말씀하신 모든 일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우리의 죽음에 얽힌 참혹한 사연을 하나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지수는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우리와 혼인할 뜻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거절하여 돌려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속여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여인은 궁전 한가운데에 큰 베틀을 놓고 넓고 고운 천을 짜기 시작하더니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젊은 구혼자들이여, 이제 오지수가 죽었으니 그대들이 혼인을 바라는 마음도 내가 잘 아노라. 그러나 내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내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여 주시오. 이것은 라열태라에르테스가 죽었을 때 덮을 수의라오. 마을의 여자들이 이처럼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수의 하나 없이 묻혔다고 나를 책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오.’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느니라.
그리하여 낮에는 그녀가 천을 짜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혀 낮에 짠 것을 다시 풀어버렸도다.
그렇게 세 해 동안 우리를 속였느니라.
마침내 네 번째 해가 되었을 때, 이 일을 알고 있던 한 시녀가 우리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도다. 우리가 몰래 가서 보니 과연 그녀가 자신이 짠 천을 다시 풀고 있었느니라.
우리는 그녀를 붙잡아 그 천을 끝까지 짜게 하였고, 마침내 그 거대한 천을 다 짠 뒤 깨끗이 씻게 하였느니라. 그녀가 그것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니 해와 달처럼 밝게 빛났도다.
그때였느니라.
어떤 파멸의 신이 오지수를 어디선가 이탁도로 데려왔도다. 그는 들판으로 가서 돼지치기가 사는 곳에 머물렀고, 그의 사랑하는 아들은 모래사장 비로성<Ref>필성</ref>에서 검은 배를 타고 돌아왔느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우리를 죽일 계책을 세웠도다.
마침내 그들이 궁전에 나타났느니라.
먼저 아들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막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오지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마치 갑자기 나타난 가난하고 늙은 거지와 같았으므로, 돼지치기가 그를 이끌고 왔음에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자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우리는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던졌으며, 그는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말없이 온갖 모욕을 견뎠도다.
그러나 밤이 되자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무기들을 창고에 들여놓고 문을 굳게 잠갔느니라.
그리고 마침내 간악한 계략을 실행하였도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에게 도끼와 활을 가져오게 하였느니라.
그것은 우리의 파멸과 학살을 알리는 신호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강력한 활을 당길 수 없었느니라. 모두 힘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도다.
그러나 오지수의 차례가 되자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활을 주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오직 태명만이 그에게 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도다.
마침내 오지수가 태연히 활을 받아들고 손쉽게 활시위를 당기더니, 쇠도끼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꿰뚫었느니라.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문턱에 우뚝 서서 활을 쏘기 시작했도다.
첫 화살이 우리 지도자 안태우를 꿰뚫었고, 이어서 또 다른 화살들이 날아와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렸느니라. 오지수와 가까이 있던 자들이 차례로 피를 흘리며 넘어졌도다.
그때 우리는 신들이 그들을 돕고 있음을 깨달았느니라.
그들은 분노에 휩싸여 궁전 안을 휩쓸었으며, 우리는 하나씩 죽임을 당하였도다.
사방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느니라.
그리하여 건웅이여, 우리 모두가 죽었도다.
그러나 우리의 시신은 아직도 살인자의 집에 묻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느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아직 우리가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도다.
그들은 마땅히 우리의 상처에 묻은 검은 피를 씻어내고, 우리를 위하여 울며, 시신을 장례 지내야 할 것이니라.
이것이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이기 때문이니라.”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교활한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은 자로다. 덕망 있는 아내, 위대한 연로비<ref>연로비</ref>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은 얼마나 굳센 절개를 지녔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남편을 잊지 않았단 말인가.
그 여인의 명성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불멸의 신들도 지혜로운 연로비의 절개를 노래하여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 아내와는 다르도다. 그녀는 제 남편을 죽였으니, 그 이름은 영원히 혐오스러운 이야기로 남을 것이며, 그 악명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여인들, 심지어 선량한 여인들까지도 나쁜 평판을 듣게 될 것이니라.”
이렇게 두 무리는 염라국의 어두운 땅속에 숨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한편 오지수와 그 일행은 마을을 떠나 오래전에 라열태<ref>라에르테스</ref>가 차지한 농장으로 서둘러 갔느니라.
라열태는 그 농장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며, 그곳에 자신의 집을 지었도다. 그의 명을 받드는 노비들은 중앙의 집을 둘러싼 막사에서 생활하며 잠을 자고 음식을 먹었느니라.
그 가운데에는 실리도<ref>시칠리아</ref>에서 온 늙은 여종 하나가 있었으니, 그녀는 시골에서 라열태를 돌보던 사람이었더라.
오지수가 노비들과 아들에게 이르되,
“안으로 들어가 가장 좋은 돼지를 골라 저녁상에 올릴 고기를 마련하라. 나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으니,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실지 알아보아야 하겠노라.”
하고는 자신의 무기를 노비들에게 맡겼느니라.
그들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오지수는 과수원이 있는 곳으로 홀로 걸어갔도다.
그는 집사 도리우 노인도, 그와 함께 있던 노비들도, 아들들도 보지 못하였느니라. 도리우가 그들을 데리고 돌을 모아 돌담을 쌓으러 갔기 때문이었도다.
오지수의 아버지는 잘 가꾸어진 과수원에서 홀로 나무 주위의 땅을 고르고 있었느니라.
그는 때가 타고 해진 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에는 가죽을 덧대어 가시가 살을 긁지 못하게 하였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었으며 머리에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처량하였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늙음과 고통에 지쳐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우뚝 솟은 배나무 아래에 멈추어 서서 눈물을 흘렸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당장 아버지께 달려가 입맞추고 껴안아 내가 돌아왔음을 말씀드릴 것인가. 아니면 길에서 겪은 모든 일을 먼저 고할 것인가. 혹은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여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할 것인가.’
하였느니라.
마침내 그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 주위의 흙을 파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갔도다.
그리고 이름난 아들 오지수가 그의 곁에 서서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그대는 자신의 일을 참으로 잘 아는구려.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훌륭하게 가꾸었으니 말이오.
무화과나무와 배나무와 감람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온갖 풀과 약초밭까지 어느 것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구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오.
그대는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않는 듯하오. 얼굴과 피부는 거칠고 더러우며 옷은 누더기요. 게으른 사람도 아닌 듯한데 주인은 어찌하여 그대를 이토록 방치한단 말이오.
그대의 키와 얼굴을 보니 노비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수나 군주의 모습에 가깝소. 마땅히 나이 든 사람답게 깨끗이 몸을 씻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부드러운 베개와 좋은 침상에서 쉬어야 할 듯하오.
그러니 내게 말해 보시오. 그대는 누구의 노비이며, 누구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소? 그리고 내가 방금 들은 말처럼 이곳이 정말 이탁도가 맞소?
얼마 전 내 고향에 한 나그네가 찾아온 적이 있었소. 내가 만난 수많은 손님 가운데 가장 가까운 벗이었지요. 그는 이탁도 사람이라 하였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열태라고 하였소.
나는 그를 집에 맞아들여 따뜻하게 대접하였소. 내게는 그럴 만한 재물이 있었으니 말이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금으로 된 보물 일곱 무더기와 꽃무늬를 새긴 은그릇 하나, 펼쳐진 장포 열두 벌, 두꺼운 담요 열두 장, 고운 장포 열두 벌, 저고리 열두 벌을 주었소.
또한 그가 직접 고른 아름답고 잘 길든 여종 네 명까지 주었소.”
그러자 라열태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였더라.
“그래, 낯선 이여. 그대는 이탁도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그러나 이곳은 이제 잔인한 자들의 손에 들어갔느니라.
그대가 그에게 베푼 모든 선물은 이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할 것이니라.
그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그대가 베푼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고 두 팔을 벌려 그대를 맞이했을 것이거늘.
처음 베푼 친절에는 마땅히 보답이 따르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이제 말해 보아라. 그 불행한 사람이 그대를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그대의 손님은 바로 내 아들이었느니라.
아마 바다에서는 물고기에게 먹혔을 것이며, 육지에서는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고, 나 또한 그러하며, 지혜롭고 부유한 그의 아내 연로비도 그러하니라.
그녀는 남편의 눈을 감겨주지도 못하였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였느니라.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를 베풀지 못한 것이로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보아라. 어느 고을에서 왔으며, 부모는 누구냐.
그대가 벗들과 선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배는 아직 어딘가에 정박해 있느냐. 아니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다른 사람의 배에 나그네로 올라탄 것이냐.”
그러자 거짓말쟁이 오지수가 대답하였더라.
“그렇다면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소.
나는 아리보<ref>알리바스</ref> 사람이며 그곳에 내 궁전이 있소. 내 이름은 예필수<ref>에페리투스</ref>라 하며, 보필문<ref>폴리페몬</ref>의 손자요 아비달<ref>아페이다스</ref> 왕의 아들이오.
나는 악령에 사로잡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실리도에서 이곳까지 흘러왔소.
내 배는 지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소.
불쌍한 오지수가 내 집에 찾아온 것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소.
그가 떠날 때 우리는 좋은 징조를 보았으니, 오른쪽에서 새들이 날아갔소.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다시 벗으로 찾아와 더 많은 선물을 서로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그 말을 듣자 검은 슬픔의 구름이 라열태의 온몸을 뒤덮었느니라.
그는 잿빛 먼지 두 줌을 움켜쥐어 늙은 머리 위에 뿌리고 목 놓아 울었도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느니라.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입을 맞추며 말하였도다.
“아버지! 저입니다. 제가 바로 아들 오지수입니다!
스무 해 동안 떠돌다가 이제야 고향,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울음을 거두십시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으나 모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집안의 구혼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들이 제게 저지른 온갖 고통과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말하였느니라.
“네가 정말 내 아들 오지수라면, 내게 그 증거를 보여다오.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도록 하여라.”
오지수가 곧 대답하였도다.
“그렇다면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제가 파라<ref>파르나소스</ref> 산에 올라갔을 때 멧돼지의 하얀 어금니에 긁힌 상처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를 할아버지 우돌수<ref>아우톨리쿠스</ref>에게 보내어 그분이 제게 약속하신 선물을 받아오게 하셨을 때 생긴 상처이지요.
그리고 이제 제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거닐었던 이 아름다운 과수원의 나무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을 거닐며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무들 아래를 함께 걸었고, 아버지는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려 주셨으며 내게 그것들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사과나무 열 그루, 배나무 열세 그루, 무화과나무 마흔 그루, 포도나무 쉰 그루가 있었으며, 포도나무들은 하나씩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포도송이의 모양 또한 상제께서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지요.”
이 말을 들은 라열태의 심장과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보여준 모든 징표가 거짓 없는 증거임을 깨달았도다.
라열태는 아들을 두 팔로 힘껏 껴안았으며, 아들은 기절하려는 아버지를 부축하였느니라.
잠시 후 숨을 돌리고 정신을 차린 라열태가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상제여! 만일 구혼자들이 저지른 모든 악행에 마땅한 벌을 받았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참으로 오림의 지배자이시로다.
그러나 이제 이탁도 사람들이 곧 우리를 공격하고, 개발도<ref>케팔레니아</ref>의 모든 마을에 이 소문을 퍼뜨릴까 두렵구나.”
이에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가 대답하였느니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들을 두 목동과 함께 보내 저녁 식사를 가장 빨리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농가로 가서 기다리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도다.
그곳에는 이미 푸짐한 고기와 향기로운 포도주가 차려지고 있었느니라.
실리도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여종이 용감한 라열태를 깨끗이 씻기고 감람유를 발라준 뒤 아름다운 장포를 입혀 주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가까이 다가와 신통한 힘을 베풀었으니, 라열태의 몸은 더욱 크고 굳세어지고 얼굴에는 젊은 기운이 돌아왔느니라.
그 모습을 본 오지수가 놀라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참으로 모습이 크게 달라지셨습니다. 신께서 아버지를 더욱 크고 늠름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생각에 잠겨 말하였느니라.
“오, 아버지 상제와 지혜낭자와 아로왕여여!
내가 한때 개발도의 왕으로 있었을 때, 본토 해안의 견고한 요새 내리성<ref>네리쿠스</ref>을 함락시키던 그 시절처럼 힘이 왕성하였다면, 어제 너와 함께 서서 무기를 들고 우리 집에 쳐들어온 구혼자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내가 그들 가운데 수많은 자를 쓰러뜨렸을 것이며, 너 또한 분명 크게 기뻐했을 것이로다.”
그들이 이처럼 이야기하는 동안 저녁상이 모두 차려졌느니라.
그들은 의자와 걸상에 앉아 음식을 집으려 손을 뻗었도다.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늙은 노비 도리수가 아들들과 함께 그들에게 다가왔으며, 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어머니 또한 그들을 부르러 나왔느니라.
그들은 오지수를 보는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추었도다.
그러나 오지수가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앉아서 음식을 드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놀라지 마시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소. 오늘 이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 기쁘오.”
그러나 도리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손목을 잡고 입을 맞추며 외쳤도다.
“주인이시여! 돌아오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들께서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들께서 당신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부인께서는 주인께서 돌아오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릴까요?”
그러자 오지수가 태연히 대답하였도다.
“늙은이여,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공연히 수고하지 말라.”
이에 도리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의 아들들도 유명한 주인 오지수를 환영하며 그의 곁에 둘러앉았느니라.
그들은 서로 반가이 품에 안고 차례로 아버지 곁에 앉았도다.
그리하여 모두 함께 농가에서 저녁을 먹었느니라.
한편 구혼자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도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통곡하며 사방에서 오지수의 관저로 몰려들었느니라.
그들은 집 안에서 시신을 꺼내어 장사를 지냈으며,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자들은 배를 타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도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우필태가 먼저 일어나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가장 먼저 죽인 아들 안태우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었고, 연설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도다.
“친구들이여, 이 간교한 자가 우리 모두에게 참혹한 재앙을 안겼도다.
처음에는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게 하여 배를 잃고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개발도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야 하오.
그가 430년이 되기 전에 필성이나 여리국으로 달아나 버리기 전에 반드시 행동해야 하오.
우리 아들과 형제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수치를 당할 것이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소.
차라리 죽어서 이미 죽은 벗들과 함께하고 싶소.
저들이 바다를 건너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오.
자, 지금 당장 나갑시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모든 사람이 그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슬퍼하였도다.
그때 문돈과 음유시인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와 군중 가운데 섰느니라.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문돈이 입을 열어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오지수가 신들의 도움 없이 어찌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겠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명토로 변장한 신을 보았소.
어떤 때에는 오지수의 곁에 서서 그에게 싸울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또 어떤 때에는 연회장을 휩쓸고 다니며 구혼자들을 흩어지게 하였소.
그들은 마치 파리처럼 하나둘 쓰러졌소.”
이 말을 들은 사람들 위에 창백한 공포가 덮였느니라.
그때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 늙은 전사 하리태가 일어나 그들에게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라.
친구들이여, 오늘날 이러한 재앙이 닥친 까닭은 다름 아닌 너희의 비겁함 때문이니라.
나와 명토가 너희 아들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하였건만 너희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도다.
그들은 제 욕심을 따라 큰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남의 재산을 함부로 차지하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의 아내까지 욕보였도다.
그러나 이제 내 말을 잘 들으라.
우리가 무기를 들고 싸우러 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니라.”
그러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남았으나, 절반이 넘는 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도다.
그들은 우필태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무기를 챙겼으며,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마을 앞에 모였느니라.
그들의 우두머리는 우필태였도다.
그는 죽임을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실상은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향한 길이었느니라.
그곳에서 죽는 것이 이미 그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거노왕<ref>크로노스</ref>의 아들에게 물었느니라.
“상제 아버지, 전능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뜻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또다시 전쟁과 쓰라린 분쟁을 일으키려 하십니까.
아니면 평화와 우정의 편에 서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구름을 거느리는 신이 대답하였도다.
“딸아, 어찌하여 내게 그런 것을 묻느냐.
오지수에게 원수를 갚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 것은 바로 너였지 않느냐.
그러니 이제 네 뜻대로 하도록 하라.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길은 이러하니라.
오지수는 이미 모든 구혼자들에게 벌을 내렸도다.
이제 그들이 오지수를 영원한 왕으로 받들도록 맹세하게 하고, 그들의 형제와 아들을 죽인 죄는 더 이상 묻지 말게 하라.
그리하여 다시 옛날처럼 서로 벗이 되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옳으니라.”
지혜낭자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었느니라.
그 말을 듣자마자 오림산에서 내려왔도다.
그 무렵 저녁 식사를 마친 오지수는 전쟁을 준비하며 말하였느니라.
“누군가 나가서 저들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그러자 도리우의 아들이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갔도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적들이 이미 집 가까이까지 이르렀음을 보았느니라.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와 외쳤도다.
“저들이 가까이 왔습니다! 어서 무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서둘러 무기를 들었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아들, 그리고 두 노비까지 모두 네 사람이었으며, 도리수<ref>돌리우스</ref>는 여섯 아들을 데리고 왔도다.
라열태와 늙은 도리우 또한 비록 백발이 성성하였으나 전사로서 필요한 자들이었느니라.
그들은 모두 빛나는 청동 갑옷을 입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으며, 오지수가 그들을 이끌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명토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가까이 다가왔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태명에게 돌아서서 말하였도다.
“아들아, 이제 네가 전쟁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용기를 시험하는 일이니라.
너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쳐서는 안 된다.
우리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용기와 사내다운 기개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 왔느니라.”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고 대답하였도다.
“아버지께서 제 용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지켜보십시오.
저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수치라는 말을 제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라열태가 크게 기뻐하여 외쳤느니라.
“아, 신들이시여!
오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날이로다.
내 아들과 손자가 서로 누가 더 용감한지를 다투고 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지혜낭자가 눈을 빛내며 라열태의 곁에 서서 말하였도다.
“라열태여, 그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니라.
눈빛이 빛나는 여신과 그 아버지께 기도하고, 창을 들어 힘껏 던져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마치자 곧 신통한 힘을 라열태에게 불어넣었느니라.
그러자 라열태가 재빨리 창을 들어 힘껏 던졌도다.
그 창은 우필태의 청동 투구를 그대로 꿰뚫었느니라.
투구는 창을 막지 못하였고, 창끝은 우필태의 머리를 꿰뚫어 그를 땅에 쓰러뜨렸도다.
그의 청동 갑옷이 땅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를 냈느니라.
이를 본 오지수는 빛나는 아들과 함께 최전선으로 돌격하였도다.
두 사람은 칼과 굽은 창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넘겼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일행은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 하였도다.
그러나 그때 지혜낭자가 크게 외쳤느니라.
“이탁도 사람들이여!
이 무참한 전쟁을 당장 멈추어라!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지금 즉시 각자의 길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 창백한 초록빛 공포가 엄습하였느니라.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살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달아났으며, 모두 도시를 향하여 몸을 돌렸도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오지수는 무서운 함성을 지르고 몸을 낮추어 그들을 뒤쫓았으니,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먹잇감을 덮치는 독수리와 같았느니라.
그때 상제가 번개를 내리쳤도다.
번개는 자신의 딸이자 위대한 여신인 지혜낭자의 앞에 떨어졌느니라.
지혜낭자는 차가운 눈으로 오지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도다.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꾀가 많고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자로다.
그러나 이제 이 전쟁을 멈추어라.
그렇지 아니하면 상제께서 그대에게 크게 진노하실 것이니라.”
오지수는 기꺼이 그 뜻을 따랐느니라.
이에 지혜낭자는 다시 명토의 모습을 하고 전쟁에 나선 양편 사람들 앞에 서서, 앞으로는 서로 평화를 지키고 다시는 칼을 겨누지 않겠다는 엄숙한 맹세를 하게 하였도다.
그리하여 오랜 원한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마침내 끝나고, 이탁도 땅에는 다시 평화의 기운이 깃들게 되었느니라.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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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9T13:14:15Z
Bykim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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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권 가립선의 섬과 난파당한 오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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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머리말
| 제목 =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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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The Odyssey
| 부제 다른 표기 =
| 저자 = [[저자:호메로스|호메로스]]
| 역자 = (영문) 사무엘 버틀러(Samuel Butler)1900년(1판) 및 2판(1921)<ref>[Project Gutenberg] The Odyssey by Homer ,Translator Butler, Samuel, 1835-1902[https://www.gutenberg.org/cache/epub/1727/pg1727-images.html]</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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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번역은 내가 1897년에 출판한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The Authoress of the Odyssey)"라는 제목의 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디세이" 전체를 실으면 너무 번잡해지기 때문에 그 책에서는 이미 완성해두었던 번역을 요약해 실었었는데, 이제는 내용 전체를 출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방금 언급한 내 저작에 대해서 두 가지 주요 사항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 책에 쓴 내용에는 더할 것도, 삭제할 것도 없습니다. 두 가지 주요 사항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디세이"는 파이아키아 장면과 이타카 장면과 관련하여 현재 시칠리아 서해안의 트라파니라고 불리는 곳에서 전적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곳에서 전적으로 발췌되었습니다. 율리시스의 항해는 일단 시칠리아에 쉽게 닿으면 섬의 변두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사실상 트라파니에서 다시 트라파니로, 리파리 섬, 메시나 해협, 판텔라리아 섬을 거쳐야 합니다.
(2) 이 시는 전적으로 지금의 트라파니(Trapani)라고 불리는 곳에 살며 나우시카(Nausicaa)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소개한 아주 젊은 여성이 쓴 것입니다.
다소 놀라운 주장 중 첫 번째 근거가 되는 주요 주장은 1892년 1월 30일과 2월 20일에 "아테니엄Athenaeum"에 (반박 없이) 등장한 이후로 영국과 이탈리아 대중 앞에서 눈에 띄게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같은 해 사순절과 10월 기간에 대해 요한커뮤니티(Johnian)의 "이글Eagle"에서 촉구되었습니다(역시 반대 의견 없음). 내가 대답해야 할 어떤 것도 어느 방향에서든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으며, 내 주장에 결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면서, 그러한 결함이 존재했다면, 내가 들었어야 했다는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들 중 일부에 대해 어쨌든. 그러므로 잠시 동안 학자들이 내 결론을 일반적으로 묵인한다고 생각하는 척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반박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오디세이(아)"의 번역에만 국한하겠습니다. ” 영어 독자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메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xxii에 있는 한 가지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465-473 그림소프(Grimthorpe) 경이 친절하게도 제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나는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에 사용된 여러 삽화를 반복했으며, 독자들에게 율리시스 집의 바깥뜰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두 삽화를 추가했습니다. 한 그림에 사람과 개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며 부정적인 면이 전개될 때까지 나는 관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부록에는 율리시스의 집 계획을 설명하는 단락과 계획 자체도 재인쇄했습니다. 독자는 이 계획을 주의 깊게 연구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일리아드』 번역의 서문에서 나는 번역가가 따라야 할 주요 원칙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제시했으며, 시를 산문으로 번역하는 최초의 자유에는 번역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자유를 지속적으로 취합니다. 시에서는 옳은 것이 산문에서는 틀린 경우가 많으며, 읽을 수 있는 산문의 긴급성은 산문 번역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내가 엄격한 해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볼 수 있도록 여기에 부처(Butcher) 씨와 랭(Lang) 씨가 번역한 "오디세이"의 60행 정도를 인쇄하겠습니다. 번역은 다음과 같이 실행됩니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글을 장하도다, 지혜 많은 사내 오지수(吳智修)<ref>오디세우스</ref>의 이야기를 어찌 다 말로 하리오.
문선(文仙) 선녀<ref>무사 여신</ref>여, 그가 저 참혹한 토래성(吐來城)<ref>트로이아</ref>을 함락한 후, 어찌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만경창파(萬頃蒼波)를 떠돌았는지, 그 기이한 사연을 낱낱이 들려주소서. 이제 옛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 현대의 중생들에게 전하소서.
당시 토래성의 전란에서 살아남은 장수들은 제각기 고향으로 돌아가 가솔들과 재회하며 태평세월을 보내었으되, 오직 오지수만은 그러하지 못하였도다.
태왕의 따님 립선(立仙)<ref>칼립소</ref>이 오지수의 비범함을 탐내어, 그를 깊은 석굴에 가두고 지기(知己)이자 낭군으로 삼으려 하였음이라.
신들이 명한 천수(天數)가 차서 그가 마땅히 고향 이탁도(利托島)<ref>이타케</ref>로 돌아가야 할 해가 되었음에도, 오지수의 고난은 그치지 아니하였으니, 만리타국에서 일가친척 하나 없이 홀로 외로이 탄식할 뿐이었다.
모든 신선들이 그의 기구한 운명을 가련히 여겼으나, 오직 바다를 다스리는 해왕(海王)<ref>포세이돈</ref>만은 노기를 거두지 아니하고, 오지수가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풍랑을 일으켜 그를 괴롭히고자 하였도다.
이때 해왕은 해가 뜨고 지는 변방의 먼 남만(南蠻)<ref>에티오피아인</ref> 땅에서 백 마리의 소와 숫양을 제물로 받아 성대한 연회를 즐기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 그사이 다른 신선들은 천산(天山)<ref>올림포스</ref>에 있는 상제<ref>제우스</ref>의 대라천 궁전에 일제히 모여 있었다.
상제는 문득 세상을 굽어보다가, 건웅(建雄)<ref>아가멤논</ref>의 아들 충현(忠賢)<ref>오레스테스</ref>에게 당한 간우(奸宇)<ref>오레스테스</ref>의 가련한 최후를 떠올리고 한숨을 쉬며 신들에게 이르기를,
“인간들이 제 신세를 한탄하며 매번 신명을 원망하니, 참으로 어리석고 가소롭도다! 저희의 고통이 모두 신들의 탓이라 하지만, 실상은 제 손으로 화를 자초하여 도리어 고통을 더하는 것이 아니더냐.”
천왕이 이어 가라사대,
“저 간우를 보라. 그 자는 천륜을 어기고 건웅의 정실부인을 빼앗았으며, 건웅이 전장에서 돌아오자 도리어 그를 시해하는 대역죄를 범했다. 그것이 파멸의 길임을 어찌 몰랐겠느냐?
본디 우리 신선들이 일찍이 영민한 신명(神明)을 보내어 간우에게 경고하기를, *‘건웅을 해하지 말고 그 아내를 범하지 말라. 훗날 건웅의 아들 충현이 장성하면 반드시 부친의 원수를 갚으러 돌아올 것이니라’* 하고 그토록 간곡히 타일렀거늘!
간우가 끝내 그 선한 충고를 귓등으로 흘리고 욕망을 좇다가, 결국 제 목숨으로 그 죗값을 모조리 청산하게 되었으니, 누굴 원망하리오.”
하며 천왕이 조용히 눈을 감으시니, 온 궁전에 엄숙한 기운이 감돌더라.
천왕의 말씀이 끝나자, 맑고 깊은 눈을 지닌 지혜낭자(智慧娘子)<ref>아테나</ref>가 부친을 똑바로 바라보며 공손히 대답하여 아뢰되,
“오 전하, 천부(天父)이시여! 대역죄를 지은 간우 같은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하며, 향후에도 그와 같은 악인들에게는 마땅히 천벌을 내려주옵소서! 하오나 소녀의 마음은 오직 의롭고 불행한 장수 오지수 생각에 피가 마르는 듯하옵니다.
그는 붕우 하나 없이 만경창파에 둘러싸인 고독한 섬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고초를 겪고 있나이다. 그곳은 하늘과 땅을 가르는 거대한 바다 기둥을 떠받치고, 그 심연의 깊이를 모두 아는 무시무시한 신 태락(太落)<ref>아틀라스</ref>의 딸이 다스리는 외딴 섬이옵니다.
그 태락의 딸이 불쌍한 오지수를 붙잡아 두고, 온갖 감언이설과 부드러운 말로 고향 이탁도(利托島)를 잊게 하려 애쓰고 있으되, 오지수는 고향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자락이라도 보기를 소원하며 차라리 죽기를 바라고 있나이다.
천상의 신이시여, 어찌 이리 무심하시옵니까? 그가 지난날 토래성의 넓은 평원에서 배들을 줄 지어 놓고 상제님께 지성으로 제물을 바치던 일을 벌써 잊으셨나이까? 어찌하여 오지수를 이토록 외면하시나이까?”
이에 천왕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가라사대,
“내 사랑하는 딸아, 그것이 정녕 무슨 말이냐! 내가 어찌 그 영민하고 의로운 장수를 잊을 수 있겠느냐. 오지수는 인간들 중 누구보다 분별력이 뛰어나고 우리 신명들에게 제물을 아끼지 아니한 자다.
하오나 바다의 주재자인 해왕(海王)의 분노가 참으로 태산 같구나. 오지수가 신의 기운을 타고난 독안거인(獨眼巨人)<ref>키클롭스 </ref>인 포백, 즉 해왕의 아들이자 거인족 중 가장 맹렬한 자의 눈을 찔러 멀게 하지 않았느냐. 그 독안거인의 모친은 바다의 대왕 포길(捕吉)의 딸인 신령 도연(道蓮)으로, 깊은 수중 동굴에서 해왕의 총애를 받던 자라.
이 때문에 해왕이 오지수를 죽이지는 못하나, 고향 땅을 밟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가 묘책을 세워야겠구나. 어찌하면 그를 무사히 환향(還鄕)시킬 수 있겠느냐? 해왕이 아무리 맹렬한들, 온 천산의 신선들이 일제히 뜻을 모은다면 홀로 맞서지 못하고 노여움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니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다시 아뢰기를,
“위대한 천부이시여, 신명들께서 마침내 오지수를 구하기로 결단하셨다면, 서둘러 거인을 잡는 신검을 지닌 전령 신명(神明)을 저 멀리 오경도로 보내소서. 아름다운 여신 립선에게 ‘오지수의 고난이 너무 길었으니 이제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는 상제의 엄숙한 어명을 전하게 하소서.
그사이 소녀는 직접 이탁도로 내려가, 홀로 남은 오지수의 아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고을의 장정 아흔 명을 불러 모으겠나이다. 그리하여 밤낮으로 소와 양을 무자비하게 도살하며 저택을 어지럽히는 탐욕스러운 구혼자 무리에게 맞서게 하겠나이다. 그 후 아들을 필성(弼城)과 사파성(沙巴城)으로 보내어, 부친의 종적을 찾아 의로운 명예를 천하에 드높이게 하겠나이다.”
말을 마친 지혜낭자는 곧바로 바람처럼 빠르게 바다와 육지를 가르는 신비로운 금신을 신었도다. 그리고 분노한 장수들의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는 묵직한 청동 창을 손에 쥐고, 천산의 구름을 헤치며 순식간에 이탁도의 오지수 저택 대문 앞에 당도하였다.
청동 창을 꼬노 잡은 낭자의 자태는 흡사 다포도(多布島)의 저명한 추장이자 오지수의 오랜 벗인 민태(閔泰)의 형상과 같았더라.
이때 저택 뜰을 채운 구혼자라는 무뢰배들은 저들이 약탈해 잡은 소 가죽 위에 주저앉아 한가로이 장기를 두고 있었고, 날랜 하인과 노비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술과 물을 섞고, 상을 해면으로 닦아내며 고기를 썰어 바치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오지수의 아들 태명(泰明)이 섞여 앉아 있었으나, 그의 안색은 지극히 낙담해 있었다. 태명은 마음속으로 ‘언제쯤 아버님께서 신령처럼 나타나 저 무뢰배들을 쓸어버리고 가문의 명예와 가산을 되찾으실꼬’ 하며 깊은 탄식을 토해내던 중이었다.
낭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바로 태명이었다. 그는 멀리서 온 과객을 문밖에 오래 세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여겨, 급히 성문으로 나아가 낭자를 맞이하였다. 태명은 공손히 악수를 청하며 청동 창을 받아 들고 온화하게 말을 건넸다.
“외방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시여, 어서 오십시오. 부디 저희 처소로 드시어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누시고, 고단한 몸을 쉬신 후에 필요한 바를 말씀해 주소서.”
태명이 앞장서서 인도하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그 뒤를 따랐다. 웅장하고 높은 천장의 대청마루로 들어서자, 태명은 낭자의 청동 창을 본디 오지수가 무기를 보관하던 기둥 곁의 윤이 나는 받침대에 고이 거치하였다.
이어 부드럽고 화려한 비단 천을 깐 상감 세공 나무 의자로 낭자를 정중히 모시고, 발받침대까지 대어 주었다. 태명은 구혼자들의 무례한 고함과 소란이 귀한 손님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무리 무리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음속으로 그리운 부친의 소식을 은근히 묻고자 하였다.
이윽고 하녀가 금항아리에 맑은 물을 담아와 손을 씻기고 은대접을 받쳐 들었으며, 두 사람 앞에 정갈한 상을 차려냈다. 노련한 노비들이 향긋한 빵과 갖은 진수를 푸짐하게 올렸고, 고기를 다루는 자는 온갖 고기 요리를 금잔과 함께 곁들였다. 술을 담당한 하인은 연신 달콤한 술을 잔에 채우더라.
이때 구혼자 무리들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와 의자에 거만하게 자리를 잡으니, 노비들이 그들의 손에 물을 붓고 빵 바구니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 하인들이 술잔을 가득 채우자, 그들은 눈앞의 고기와 술을 마구 삼키며 배를 불렸다.
이윽고 먹고 마시기가 끝나자, 무뢰배들은 잔치의 흥을 돋우려 가무(歌舞)로 눈을 돌렸다. 한 노비가 거문고를 가져와, 구혼자들의 강요에 못지않게 노래를 불러야 했던 악사 배명(排明)에게 건네니, 배명이 가볍게 현을 퉁기며 장내에 처량하고도 아름다운 곡조를 울리기 시작하더라.
구혼자들의 소란이 극에 달하자, 소장수 태명(泰明)은 곁에 앉은 과객이 혹여 들을세라 나지막한 소리로 속삭여 가라사대,
“귀한 손님이시여, 노여워 마옵소서. 저 무뢰배들은 오직 풍악을 울리고 방탕하게 먹고 마시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나이다. 저들이 축내는 진수는 본디 엄연한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거늘, 그 주인의 고결한 유골은 찬 비바람 속에 뒹굴고 있거나 거친 파도 아래 가라앉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만일 아버님께서 이탁도(利托島)로 홀연히 돌아오신다면, 저들은 황금과 화려한 비단 옷을 구하기보다 아버님의 칼날을 피해 더 빠른 발을 달라고 신명께 빌어야 할 처지이나, 사실 아버님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셨을 터이니 저희에게는 한 가닥 희망도 없나이다.
그건 그러하옵고, 손님께 청하오니 부디 진실을 들려주소서. 당신은 뉘시오며 어느 고을에서 오셨나이까? 가문과 부모는 누구시며, 어떤 사공들과 항로를 거쳐 이 외딴 섬에 당도하셨나이까? 설마 이 거친 바다를 걸어서 오시진 않았을 터, 필시 아버님과 생전에 깊은 교분을 나누던 벗이시옵니까? 예전에 아버님이 천하를 주유하실 때 수많은 현인들이 이 집을 찾았나이다.”
이에 지혜낭자가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태명을 바라보며 대답하기를,
“내 숨김없이 말하리라. 나는 타포도(陀布島)를 다스리는 군주, 안현(安賢)의 아들 민태(閔泰)라 하네. 이번에 철을 가지고 태문(泰門)으로 가 구리와 바꾸고자 동료들과 배를 몰아 이 주홍빛 바다를 건너왔도다. 내 배는 고을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아래 항구에 정박해 있네. 자네 아버님과 우리 가문은 대대로 두터운 의리를 맺어온 사이니, 저 시골 과수원에서 늙은 노비와 함께 슬픔을 달래고 있는 노장 라현(羅賢)에게 물으면 능히 증명할 것이네.
내 자네 아버님이 환향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나, 신들의 조화로 잠시 길이 막힌 듯싶네. 하오나 내 장담하건대 오 장군은 결코 죽지 않았도다. 거친 바다의 어느 외딴 섬에 갇혀 사나운 자들에게 붙잡혀 있을 뿐, 오 장군은 워낙 수완이 재치 있고 능란한 장수이니 머지않아 쇠사슬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올 방도를 찾을 것이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정녕 오장군의 아들인가? 훤칠한 기상과 총기 어린 눈매가 과연 오 장군을 쏙 빼닮았도다!”
태명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아뢰되,
“어머님께서는 저를 아버님의 혈육이라 하시나, 사람의 출생이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니 어찌 다 알리오. 차라리 내 가산을 온전히 지키며 고향에서 평안히 늙어갈 수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제 아버지는 천하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지닌 분이시라 하니 원통할 따름입니다.”
지혜낭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태명을 격려하며 가라사대,
“연로비(裵蓮) 부인의 아들이여, 자네의 영민함을 보니 자네 가문은 결코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네. 그런데 이 저택에서 방탕하게 군림하며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저 무리는 도대체 누구며, 무슨 잔치이기에 이리 법도가 없는가? 선비된 자라면 저들의 추태를 보고 결코 참지 못할 것이네.”
태명이 침울하게 대답하되,
“과거 아버님이 계실 때는 가문이 번창하고 미래가 밝았으나, 이제 신들이 저주를 내려 아버지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었나이다. 차라리 토래성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셨거나 가솔들의 품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더라면, 고려(高麗)의 백성들이 거대한 무덤을 세워 영웅으로 기리고 저에게도 명예가 남았을 터이나, 지금은 이름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지셨으니 소자에게는 오직 눈물만 남았나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인근 사명도(沙明島), 자금도(紫錦島), 두림도(斗林島) 등지의 군수와 향신(鄕紳)들이 어머니께 청혼하겠다며 날마다 저택에 들이닥쳐 가산을 탕진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이 무뢰배들을 물리치지도 못하고 구혼을 끝내지도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저 무리는 머지않아 제 목숨까지 해하려 드나이다.”
이에 지혜낭자가 크게 분노하여 상을 치며 가라사대,
“이 어찌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오 장군이 당장 방패와 투구를 쓰고 두 손에 날카로운 청동 창을 쥔 채 이 대문 앞에 나타나야 저 파렴치한 무리들을 단숨에 도륙 낼 것이거늘!
자네는 내 말을 명심하게. 내일 당장 이 고을의 족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하고 천지신명을 증인으로 삼아, 저 구혼자 무리에게 ‘모두 제 집으로 물러가라’ 엄히 호령하게. 그리고 어머니께서 재가하고자 하신다면 친정인 대감댁으로 보내어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하라.
그 후 자네는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을 마련하여 아버님의 종적을 찾아 길을 떠나게나. 필성(弼城)의 노현(老賢)을 찾고, 사파성(沙巴城)의 민우(閔宇)를 만나보아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수모를 일 년만 더 참을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도록 하라.
이제 자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과거 오준(吳俊)이 아버지를 시해한 간신 간우를 처단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처럼 용맹하게 행동하여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이네. 나는 이제 동료들이 기다리는 배로 돌아갈 터이니, 부디 내 말을 뼈에 새기게나.”
태명이 감복하여 “아버님 같은 훈계를 주시니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부디 목욕을 하시고 귀한 보물을 선물로 받아 가소서” 하고 붙잡았으나, 낭자는 “그 선물은 훗날 돌아오는 길에 기쁘게 받으리라”는 말을 남기고, 부엉이의 눈을 한 선녀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며 한 마리 신령한 새가 되어 대청마루의 연기 속으로 휙 날아올라 천공으로 사라졌도다.
태명은 그 기이한 광경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하였으나, 이내 온몸에 신비로운 용맹과 결연한 의지가 솟구치며 그 과객이 다름 아닌 천상의 신명임을 깨닫고, 신과 같은 위엄을 띤 채 구혼자들이 모인 대청으로 걸어 나갔다.
이때 대청에서는 악사 배명(排明)이 거문고를 뜯으며, 지혜낭자의 저주를 받아 토래성에서 고려로 돌아오던 장수들이 바다에서 몰사한 처량한 곡조를 노래하고 있었다.
위층 침실에서 이 애달픈 노래를 들은 오지수의 정실 연로비(裵蓮) 부인이 두 여종의 부축을 받으며 높은 계단을 내려왔다. 선녀처럼 고결한 자태의 부인은 대청 기둥 곁에 서서 얇은 비단 베일로 눈물 젖은 얼굴을 가린 채 악사에게 애원하되,
“화공 배명 선생이여, 제발 그 노래를 멈추어 주오. 신명과 영웅들의 장한 위업을 담은 다른 좋은 노래도 많거늘, 어찌하여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이 슬픈 곡조를 부르나이까. 천하에 명성을 떨친 내 낭군 오 장군이 그리워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소.”
그러자 아들 태명이 어미를 향해 뜻밖에 단호하고 웅장한 목소리로 말하되,
“어머니, 예악을 담당한 악사가 제 뜻대로 노래하는 것을 어찌 비난하리이까. 세상의 흥망성쇠는 악사의 죄가 아니요, 오직 천왕 상제님의 뜻에 달린 일입니다. 저 토래성에서 전사하고 돌아오지 못한 자가 어찌 아버님 한 분뿐이겠나이까? 수많은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어머니는 어서 안방으로 드시어 베틀과 물레를 돌리며 여종들의 집안일을 살피소서. 이 저택의 대소사를 논하고 장부들과 담판을 짓는 일은 이 집안의 주인이자 가장인 이 자식의 도리이옵니다.”
부인은 아들의 예리하고도 늠름한 기상에 깜짝 놀라, 아들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며 조용히 위층 침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혜낭자가 안락한 잠을 내릴 때까지 그리운 낭군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더라.
어스름한 대청마루에서 구혼자 무리들이 부인의 아름다움을 탐내며 저마다 소란을 피우자, 태명이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청천벽력 같이 호령하였다.
“이 오만방자한 구혼자 놈들아! 소란을 멈추고 얌전히 풍악이나 들을지어다. 내일 새벽 관아 앞 광장에 전 고을의 장정들을 소집할 터이니 그리 알라. 내 너희에게 엄히 명하노니, 당장 내 아버님의 저택에서 나가 너희 집에서 식사를 하든, 너희 재산을 탕진하든 하라! 만일 한 사람의 가산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끝내 들키지 않을 것이라 자만한다면, 내 천지신명과 천왕께 간청하여 반드시 너희 머리 위로 피의 보복과 파멸을 내리게 할 것이니라!”
청년 태명이 감히 전에 없던 대담한 범의 포효를 내지르자, 무뢰배들은 충격을 받아 입술을 깨물며 서로 눈치만 보았다. 이때 무리 중 오현(吳賢)이라는 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하되,
“태명아, 신들이 네게 오만함을 가르쳤기로 이리 거만하게 구는구나! 천왕께서 자네에게 이탁도의 수령 자리를 결코 내리지 않기를 바라네.”
태명이 안색을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하되,
“오현 어른, 그 말이 가당치 않으나 내 솔직히 말하리라. 나는 천왕께서 내게 수령 자리를 주시기를 바라오. 수령이 되는 것이 가문을 번창하게 하고 명예를 드높이는 길임을 어찌 부인하겠소. 비록 이탁도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아 아버님이 부재한 사이 누가 수령자리를 찬탈할지는 신들의 뜻에 달렸으나, 적어도 내 집과 아버님이 나를 위해 남겨주신 가솔과 노비들의 주인은 바로 이 태명임이 틀림없소!”
그러자 또 다른 무뢰배 우혁(禹赫)이 나서서 겉으로 달래며 묻기를,
“태명아, 수령은 신들이 정할 터이니 자네는 자네 재산을 지키게나. 그런데 아까 찾아왔던 그 기이한 과객은 도대체 뉘시며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아버님의 생사 소식이라도 가져왔는가? 우리와 마주치기도 전에 바람처럼 사라지니 필시 보통 인물이 아닌 듯싶네.”
태명이 엄숙하게 대답하되,
“우혁 어른, 아버님은 결코 돌아오지 못하실 듯하오. 내 이제 어머니가 불러들이는 무당들의 헛된 예언 따위는 믿지 않소. 그 과객은 아버님의 오랜 벗이자 타포도의 군주인 민태 어른이오.”
태명이 겉으로는 이같이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과객이 부엉이 눈을 가진 천상의 선녀임을 확고히 알고 있었더라.
밤이 깊어 구혼자들이 제각기 흩어지자, 태명은 뜰 위에 높이 지어져 사방이 탁 트인 조용한 침실로 올라갔다. 피선의 아들 옥문의 딸이자, 과거 원덕(元德) 대감이 소 스무 마리를 주고 사 와 아내처럼 존중하며 애지중지 키운 충실한 노파 명숙(明宿)이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태명을 모셨다. 명숙은 태명이 갓난아기일 때부터 젖을 먹여 키운 자라 그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노비였다.
방에 든 태명이 침상에 앉아 겉옷 두루마리를 벗어 주니, 노파는 두루마리를 정갈하게 접어 나무 침대 곁 걸이에 고이 걸어두고 방을 나섰다. 명숙이 은박 걸쇠로 문을 닫고 무거운 빗장을 단단히 지르니 사방이 고요해지더라.
태명은 따뜻한 양모 이불에 몸을 감싸고, 밤이 새도록 지혜낭자가 일러준 거룩한 여정과 아버지를 찾을 계책을 구상하며 묵묵히 새벽을 기다리니, 그 기상이 참으로 장하도다.
==제2권 이탁도인의 회의와 태명의 출항==
이른 새벽이 천공에 밝아오니, 동녘 하늘에 꽃이 피듯 붉은 새벽빛이 화사하게 번져가더라.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떨치고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정제하고, 예리한 보검을 등 뒤에 꼬노 멨으며, 기름칠을 잘 하여 반질반질한 가죽신을 멋지게 신었다. 그 방을 나서는 기상이 흡사 당당한 천인(天人)과 같았도다.
태명은 즉시 목소리가 맑고 우렁찬 전령들을 급히 불러 호령하기를,
“지체하지 말고 온 고을의 아해인<ref>아카이오스인</ref>들을 관아 앞 광장으로 소집하라!”
하니, 전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북을 치며 소리쳤다. 이에 아카이오스인들이 순식간에 관아 광장으로 구름처럼 모여들더라.
태명은 손에 청동 검을 쥔 채 홀로 오지 아니하고, 날랜 사냥개 두 마리를 좌우에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행차하였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그에게 거룩한 기품을 내리시니, 광장에 모인 원로와 장로들이 그 신성함에 압도되어 감히 가로막지 못하고 회의의 상석으로 인도하였으며,
태명은 마침내 그리운 부친 오지수의 자리에 늠름하게 좌정하였도다.
가장 먼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입을 연 이는 지혜롭고 나이 많은 노병 애급 영감이었다.
그의 맏아들이자 용맹한 창병이었던 안형은 과거 오지수 장군을 따라 배를 타고 저 멀리 토래성 전장으로 출정하였으나, 귀환하는 길에 그만 눈이 하나뿐인 흉악한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깊은 석굴에서 비참하게 도살당해 거인의 저녁 식사 거리가 되고 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더라.
이 늙은 아비에게는 이제 세 아들이 남아 있었으니, 한 아들 우남은 불행히도 궁궐을 훼방 놓는 구혼자 무리에 가담하였고, 다른 아들들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업을 잇고 있었으되, 노인은 여전히 먼저 간 큰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늙은 애급 영감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대성통곡하듯 군중을 향해 말하기를,
“오호라, 이탁도의 백성들이여, 내 말을 귀담아들으시오! 위대한 오지수 장군께서 전선으로 배를 몰고 떠나신 그날 이후로, 우리 고을은 단 한 번도 이처럼 공식적인 총회를 열고 의견을 모은 적이 없었소. 도대체 오늘날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가 누구란 말이오? 나이가 지긋한 원로요, 아니면 피가 끓는 젊은이요? 그리고 무슨 연유로 소집했단 말이오? 저 바다 너머에서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라도 들은 것이오, 아니면 온 고을 백성에게 널리 전해야 할 조정의 엄중한 소식이라도 있는 것이오? 내 생각건대 오늘 회의를 소집한 자는 필시 의롭고 훌륭한 심성을 지닌 자임이 틀림없으니, 천왕 상제께서 그의 선한 의도에 큰 복으로 보답해 주시기를 원하노라!”
부친을 경외하는 노병의 따뜻한 서두를 들은 태명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도다.
그가 당당한 걸음으로 무리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자, 법도를 관장하는 유능한 관리 피선이 그에게 발언권을 상징하는 권위 있는 연설용 지팡이를 정중히 건넸다. 태명이 그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린 후, 먼저 말을 꺼냈던 애급 영감을 향해 예를 갖추어 준엄하게 고하기를,
“어르신, 여기 계십니다! 노련하신 어르신께서 찾으시던 소집권자가 바로 이 눈앞에 있는 소자 태명입니다! 제가 큰 곤경에 처하여 온 고을의 어른들을 한자리에 모셨나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소서. 저를 공격하러 다가오는 외적의 군대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요, 우리 백성에게 닥칠 다른 천재지변의 급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제 개인과 무너져가는 가문을 구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절박한 도움이 필요하여 종을 울렸나이다!
지금 저희 가문은 두 가지 거대한 재앙을 만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인자하게 다스리시던 제 부친 오지수 장군을 잃은 것이요, 둘째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끔찍한 일로, 제 집안이 날마다 파괴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모든 가산이 순식간에 탕진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인근 고을의 내로라하는 귀족 집안의 방탕한 아들놈들이 제 어머니 연로비 부인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날마다 우리 궁궐에 무단으로 들이닥쳐 강제로 구혼을 일삼고 있습니다. 저들이 진정 양반의 법도를 안다면 마땅히 어머니의 친정아버님이신 이대감 댁으로 찾아가 정당하게 지참금을 논하고 신랑감을 정해야 할 것이거늘, 저 겁쟁이 무뢰배들은 차마 감히 그러지 못하나이다!
도리어 저들은 날마다 우리 집 사랑채와 안채를 배회하며,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아버님이 남기신 소와 돼지, 살진 염소를 닥치는 대로 도살하여 잡아먹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술판을 벌이고 값비싼 술을 물 쓰듯 마셔대며 가산을 낭비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이 기가 막힌 처지를 두고 어찌 재앙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프도다! 지금 이 저택에는 저 탐욕스러운 도적 떼를 단숨에 쫓아내고 집안을 구원할 주인이 없나이다. 당대 영웅이셨던 제 부친 오지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으니, 일천한 학식과 훈련도 받지 못한 이 어린 태명의 힘으로는 저 무도한 무리와 맞서 싸울 힘이 없고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참으로 애통하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하며 태명이 지팡이를 쥐고 눈물을 흘리니, 온 광장의 백성들이 일제히 숙연해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라.
태명이 옥도(玉度) 같은 눈물을 흘리며 광장을 향해 다시 목청을 높여 고하되,
“오호라! 내게 저 무도한 도적 떼를 제압할 완력과 군사가 있었다면, 내 어찌 이 수모를 보고만 있었으리오! 저들이 가문을 도륙 내고 옥우(玉宇)를 황폐하게 만드니, 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도다. 너희 구혼자 놈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라! 인근 고을의 이웃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손가락질하며 무어라 비웃겠느냐?
너희는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 머지않아 분노하신 천지신명께서 너희에게 등을 돌리시고, 이 무도한 범죄 행위에 진노하사 벼락을 내리실 것이다. 대라천의 상제와 인세의 공의(公義)를 주관하시는 신명께 맹세하노니, 부디 이 원통함을 굽어살펴 정의를 행하소서!
아아, 그러나 다 부질없도다. 이웃 백성들이여, 차라리 나를 이대로 버려두어 홀로 슬픔에 겨워 죽게 하소서. 혹여 내 용맹한 부친 오지수 장군이 생전에 고을 백성들에게 척을 진 일이 있어, 너희가 그 원수를 갚겠답시고 나를 괴롭히며 저 무뢰배들을 충동질하는 것이냐?
정녕 그러하다면 차라리 고을 백성들이 내 가축과 곡식을 한꺼번에 먹어 치워 버리는 편이 나을 뻔하였도다! 그랬다면 내가 관아에 고발하고 고을을 돌아다니며 가산을 되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송사(訟事)라도 벌였을 터이나, 지금 저 도적 떼는 내 손발을 묶고 피를 말리니 참으로 대책이 없고 무의미하도다!”
태명이 좌절감과 억울함에 치를 떨며 말을 멈추고는, 손에 쥐고 있던 연설용 지팡이를 광장 바닥에 팽개치며 마침내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 처량하고 장한 모습에 광장에 모인 온 백성들이 일제히 가련히 여겨 눈물을 훔쳤고, 사방이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여 감히 누구도 소년에게 모진 말을 건네지 못하더라.
이때 구혼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악명 높은 안태우가 군중 헤치고 나와 삿대질을 하며 거만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태명아, 이 건방지고 고집 세며 철없는 꼬맹이 놈아! 네가 감히 천하의 영웅들을 조정의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우리에게 가산 탕진의 책임을 전가하려 드느냐! 우리 구혼자들은 네 가문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도다.
원망하려거든 도리어 네 귀하신 어미 연로비 부인의 흉계를 탓하거라! 그 부인의 꾀가 참으로 여우 같고 교활하도다.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에 이르도록 온갖 감언이설로 장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희망을 주며 서찰을 보내면서도, 정작 속맘은 딴 데 가 있도다.
부인이 지난날 기이한 꾀를 내어 궁궐 대청에 거대한 베틀을 설치하고는, 길고 가는 삼베천을 짜면서 우리에게 이르기를, ‘장부들이여, 내 낭군 오지수 장군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혼백이 되었으니, 그대들의 구혼을 내 어찌 모른 체하리오. 다만 내 시아버님이신 노장 라현<ref>라에르테스</ref> 대감께서 연세가 높아 만수무강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대감이 붕어(崩御)하신 후 수의(壽衣)도 없이 묻히시면 내 어찌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다 하리오. 제발 이 수의를 완성할 때까지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주오’ 하니, 그 말이 제법 충효(忠孝)에 부합하므로 우리도 묵묵히 기다려 주었느니라.
그런데 아연실색할 일은, 그 부인이 낮에는 눈속임으로 두꺼운 삼베를 짜다가, 밤만 되면 궁청에 횃불을 밝혀놓고 낮에 짠 코를 일일이 다시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더냐! 이 가당치 않은 속임수에 고려의 대장부들이 3년 동안 깜짝 속아 넘어갔도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침내 4년째 되던 해에 내막을 아는 여종 하나가 우리에게 밤의 기사를 밀고하였도다. 우리가 등달아 안채로 들이닥쳐 부인이 수의를 풀고 있는 현장을 덮쳐 윽박지른 후에야 비로소 그 수의를 완성하게 하였느니라. 이것이 숨겨진 진실이니, 너와 온 고을 백성들은 똑똑히 들을지어다!”
안태우가 광장의 백성들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호령하되,
“그러므로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명백하도다. 태명아, 너는 당장 네 어미를 이 저택에서 내쫓아 친정으로 돌려보내라! 네 외조부 이 대감이 부인을 마땅한 자에게 재가시키도록 조치하란 말이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자네 어미에게 빼어난 재능과 영민한 지혜, 그리고 고결한 마음을 주셨기에, 옛날 고려 땅의 절세가인들이었던 제후의 딸들이나 화환을 썼던 미케네의 미인들조차 연로비 부인의 기막힌 신통력을 따라잡지 못함은 내 인정하네.
하오나 부인이 이토록 장부들을 기만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천명(天命)을 거스르는 짓이도다. 부인이 신들이 내린 잔꾀에 매달려 재가를 미루는 한, 우리 구혼자들은 자네 집안의 곡식과 재산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남김없이 거덜 낼 것이니라! 그것이 부인에게는 정절의 영광일지 모르나, 자네 가문에는 오직 파멸의 손실일 뿐이도다. 부인이 우리 중 한 장부를 낭군으로 택해 나갈 때까지, 우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 궁궐을 떠나지 않을 것이로다!”
안태우의 서슬 퍼런 으름장이 끝나자, 청년 태명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대답할 준비를 하더라.
태명이 눈을 부릅뜨고 안태우를 꼬집어 꾸짖어 가라사대,
“안태우 너는 들으라! 내가 어찌 나를 낳고 길러주신 고결한 어머님을 이 궁궐에서 강제로 내쫓을 수 있단 말이냐. 아버님이 이 세상에 살아계신지 혹은 영장(靈長)의 혼백이 되셨는지 알 길이 없으나 타국에 억류되어 계시거늘, 내가 불효막심하게 어머님을 축출한다면 외조부 이 대감께서 내게 엄중한 대가를 물으실 것이요, 천지신명께서도 더 큰 천벌을 내리실 것이다. 어머님이 눈물로 이 집을 떠나시며 신명께 원통함을 고하시면, 복수의 여신들이 강림하여 나를 저주할 터이니 나는 결단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저희 놈들이 이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면 당장 이 궁궐에서 너희 발로 걸어 나가라! 내 아버님이 피땀으로 모으신 진수를 더는 축내지 말고, 정 그리 먹고 싶거든 너희 가산을 탕진하여 너희 소와 양을 잡아먹을 지어다! 남의 전답과 재물을 통째로 삼키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로 알았더냐? 정녕 그렇다면 어디 끝까지 가보자꾸나. 불멸의 신명과 천왕 상제께 피로써 간청하노니, 상제께서 머지않아 이 무도한 죄악의 대가를 철저히 치르게 하실 것이다. 너희 놈들은 마땅히 이 궁청에서 명줄이 끊길 것이요, 어느 누구도 너희의 죽음을 가엾게 여기지 아니하리라!”
태명의 말이 장내를 뒤흔들자, 홀연히 천공에서 뇌성이 은은히 울리더니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거룩한 목소리를 지닌 천왕 상제께서 저 높은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독수리 두 마리를 현신(現身)으로 내려보내셨도다.
처음에는 두 마리 신조(神鳥)가 바람을 타고 날개를 활짝 편 채 서로의 깃을 부딪치며 평화로이 떠돌더니, 이윽고 시끌벅적한 광장의 군중 한가운데에 이르자 별안간 빙빙 돌며 퍼덕이고 웅장한 날개 짓으로 살기(殺氣)를 뿜어내었다.
두 독수리는 죽음과 같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장내에 모인 구혼자 무리의 머리 위로 들이닥쳐,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얼굴과 목덜미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피를 흘리게 하더라!
그 후 신조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고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니, 광장에 모인 백성들과 구혼자들이 그 해괴하고 웅장한 도술에 놀라 자빠지며 마음속으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 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의아해하였다.
이때 장로들 중 새의 움직임과 천기를 읽는 혜안이 유독 뛰어난 마스토르의 아들, 늙은 지도자 맹수<ref>할리테르세스</ref> 옹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무리에게 준엄하게 고하되,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특히 저 탐욕에 눈이 먼 구혼자 놈들은 내 예언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오. 머지않아 피비린내 나는 대재앙이 너희 머리 위로 쏟아질 것이다! 오지수 장군께서는 결코 고향을 오래 떠나 계시지 않을 터, 이미 그분은 우리의 숨결이 닿는 곳까지 가까이 당도하사 너희 무도한 놈들에게 뿌릴 죽음의 씨앗을 품고 계신다.
나아가 이탁도의 방관한 백성들에게도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우리는 저 구혼자 무리의 악행을 당장 막을 방도를 세워야 할 것이오. 그것이 저들에게도 목숨을 보존할 유일한 길이외다.
내 일찍이 오 장군께서 토래성으로 출정하실 때 예언하기를, ‘오 장군이 온갖 모진 고초를 겪고 부하들을 모두 잃은 후, 20년 만에 아무도 몰라보는 초라한 행색으로 환향하리라’ 하였거늘, 이제 그 천수(天數)가 차서 예언이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도다!”
그러자 구혼자 무리의 또 다른 괴수인 보리보의 아들 우혁이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나서서 대답하되,
“이 망령 난 늙은이야, 그 입을 다물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네 자식들에게나 헛된 길흉화복을 점치거라! 그러지 않으면 네 늙은 목숨이 온전치 못하리라. 천공 아래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닌들 어찌 그것이 모두 신의 계시란 말이냐. 오지수 장군은 이미 타국 먼 바다에서 썩은 송장이 되어 죽었도다. 차라리 영감탱이 너도 그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었더라면 이 지루한 예언 따위는 듣지 않았을 것을! 자네가 이 철부지 태명 놈을 두둔하여 그 대가로 상(賞)이라도 바라는 모양이다만, 내 단언하건대 결코 그리 안 될 것이다.
늙은이야, 자네가 고대의 지혜를 읊으며 이 아이를 충동질해 보았자, 이 아이는 상처만 입고 파멸할 뿐이네. 우리는 자네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
내 온 백성 앞에서 선포하노니, 태명은 당장 제 어미를 친정 대감댁으로 돌려보내어 정당하게 혼례를 올리고 마땅한 선물을 준비하게 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독한 구혼 행위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0살 처먹은 늙은이의 장황한 사설도, 자네의 무의미한 예언 따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노라! 저 연로비 부인이 재가를 거부하며 우리의 희망을 꺾는 한, 이 궁궐의 가산은 씨가 마를 때까지 멸망할 것이로다!”
이에 태명이 안색을 굳히고 대답하되,
“좋소, 우혁 어른과 구혼자 무리들이여.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소. 천지신명과 여기 모인 백성들이 이미 내 원통함을 아실 터이오. 다만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부하 스무 명만 내어주시오. 내 직접 사필성와 모래 언덕의 필성까지 가며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찾겠소.
혹여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상제께서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 주실 수도 있음이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면 이 수모를 일 년 더 견딜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무덤을 파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것이오.”
태명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과거 오지수 장군이 배를 타고 떠날 때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보고 노비들에게 상전(上典)으로 모시라 당부했던 의리 있는 벗, 명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도다.
명토가 관아의 군중을 향해 피를 토하듯 연설하여 가로되,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세상의 법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도다! 향후 이 나라의 왕들은 백성을 어질고 따뜻하게 다스릴 필요가 없으며, 언제나 잔혹하고 혹독하게 군림해야 마땅할 것이오.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자애롭게 보살피셨던 은인 오지수 나리를, 저 배은망덕한 백성들이 이토록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오! 내 저 구혼자 놈들이 오만방자하게 가산을 갉아먹는 폭정은 차라리 비난하지 않겠소. 저놈들은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 믿고 제 목숨을 걸고 저질러진 도적질이니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나, 왕의 은혜를 입고도 이 불의를 묵인한 채 입을 닫고 있는 너희 백성들의 무심함은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로다!”
하니, 장내에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이 감돌더라.
명돈<ref>멘토르</ref>가 가슴을 치며 백성들을 향해 다시 부르짖어 가라사대,
“내가 정녕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저 무뢰배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여기 모인 고을 백성들 때문이로다! 너희가 수적으로는 저 도적 떼보다 훨씬 우세하거늘, 어찌 이 불의를 보고도 비겁하게 가만히 앉아 저들에게 꾸짖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단 말이냐!”
그러자 에우에노르의 아들 이곽<ref>레오크리토스</ref>이 코방귀를 뀌며 앞으로 나서서 명토를 윽박질러 대답하되,
“스승 명토여,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 자네가 필시 노망이 나 제정신이 아니로군.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이 즐거운 잔치를 중단하라 훈계하다니! 자네들이 감히 우리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듯싶은가? 우리의 세력이 자네들보다 훨씬 막강하네.
설령 이탁도의 주인 오지수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우리가 그의 궁궐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을 보고 노하여 쫓아내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아내 연로비 부인이 아무리 낭군을 그리워했을지언정, 홀로 우리 무리와 맞서다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남편의 처량한 최후를 보며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오!
그러니 영감의 말은 그저 쓸모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네. 어쨌든 총회는 끝났으니 모두 흩어져 각자 생업으로 돌아갑시다. 명토와 맹수 영감은 오지수의 오랜 동료들이라 하니, 저 철부지 태명의 유랑 길이나 한 번 잘 안내해 보시오. 내 장담하건대, 저 풋내기는 이탁도 항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평생 고향에서 소식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네!”
이곽의 말이 끝나자 군중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탁도 백성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으며, 구혼자 무리들은 떼를 지어 다시 오지수의 궁궐로 향하더라.
이때 태명은 무리의 눈을 피해 홀로 빠져나와 적막한 해변에 당도하였다.
그가 거친 파도가 치는 회색 바닷물에 손을 씻고 청하여 대라천의 여신 지혜낭자에게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여신이시여, 소자의 기도를 들으소서! 바로 어제 천신께서 현신하사 제게 이 만경창파를 건너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아버님의 종적을 찾으라 명하셨나이다. 하오나 저 오만방자하고 비열한 구혼자 놈들과 이를 방관하는 백성들 때문에 가산은 날마다 거덜 나고 소자는 발이 묶였으니, 어찌하면 좋으리이까.”
태명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지혜낭자가 별안간 벗 명토의 형상과 목소리로 변장하여 그의 곁에 나투시더니, 한 마리 새가 지저귀듯 신비로운 말로 귀에 대고 속삭이셨도다.
“태명아, 네 부친 오지수의 맹렬한 기상과 강인함이 정녕 네 혈육 속에 흐르고 있다면, 자네는 반드시 용맹하고 사려 깊은 장부가 될 것이네. 생전의 오 장군이 부하들을 통솔하는 말과 행동에 얼마나 유능했더냐! 네가 정녕 그의 친아들이라면 이번 여정은 필시 대성공을 거둘 것이로다.
본디 아비보다 나은 자식이 극히 드물고 대개는 부친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나, 자네를 보니 결코 겁쟁이도 아니요 어리석은 자도 아니로다. 자네는 오 장군의 영리한 지혜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이 대업을 능히 완수하리라 내 확신하네.
그러니 저 미련한 구혼자 놈들의 얄팍한 계획 따위는 뇌리에서 지워버려라. 저 도적 떼는 도덕도 없고 천벌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 머지않아 저들 머리 위에 닥칠 끔찍한 운명과 코앞에 이른 죽음의 칼날을 전혀 알지 못하도다. 내가 네 부친의 오랜 벗으로서 자네와 이 길을 끝까지 함께할 터이니 자네는 기필코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네.
내 자네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한 전선(戰船)을 마련해 줄 것이니, 자네는 지금 당장 구혼자들이 있는 궁궐로 돌아가 대담하게 식량을 구해 오게나. 항아리에는 향긋한 포도주를 채우고, 가죽 주머니에는 장정들의 힘의 근원이 될 곡식을 가득 담아 두어라. 그사이 내가 고을을 은밀히 돌아다니며 자네와 생사를 함께할 용맹한 사공들을 모집하겠네. 이탁도 항구에 배들이 많으니, 내가 가장 견고한 상선(商船)을 골라 빠르게 장비를 갖추고 먼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칠 것이니라.”
상제의 따님인 여신의 신령한 훈계를 듣고 태명은 군령을 받들듯 순종하였도다.
하오나 집으로 돌아가는 태명의 마음은 여전히 번뇌로 가득 차 있었다.
궁궐 대청에 들어서니, 과연 저 오만한 구혼자 놈들이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마당에서 염소 가죽을 벗기고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더라.
그 무리 가운데 괴수 안태우가 들어서는 태명을 보고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짐짓 친한 체하며 비아냥거려 가로되,
괴수 안태우가 짐짓 호방하게 웃으며 태명의 어깨를 툭툭 치고 가로되,
“태명 아, 자네는 어찌 그리 매사에 고집불통인가! 자네를 짓누르는 근심을 마음속에서 깨끗이 털어버리고, 예전처럼 우리와 함께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세나. 고려인 장부들이 자네의 가깝고 먼 소망을 다 해결해 줄 터이니 염려 마라. 우리가 견고한 쾌속선과 날랜 사공들을 골라줄 터이니, 자네는 순풍에 돛을 달고 필성으로 가 부친의 소식을 알아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에 태명이 안태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벽력같이 호령하여 가라사대,
“안태우 너는 들으라! 내 어찌 가문을 파멸로 이끄는 너희 이기적인 도적 떼와 한상에서 평화로이 술잔을 나누고 기쁨을 논하리오. 내가 철없는 어린아이였을 때, 너희가 아버님이 남기신 풍족한 가산을 마구 탕진한 것만으로도 이미 뼈에 사무치거늘!
하오나 이제 나도 장성하여 사리를 분별하고 현인들의 조언을 들었으니, 가슴속에 용맹한 기상이 소생하도다. 내가 이 궁궐에서든, 혹은 필성으로 날아가서든, 반드시 너희 놈들에게 피의 보복을 내리고야 말 것이다! 비록 너희가 배와 사공을 내어주지 않을지라도, 내 다른 배의 승객으로 동승하여서라도 기필코 필성으로 가고야 말 터이니 그리 알라!”
태명이 결연히 돌아서자, 대청에서 술판을 벌이던 구혼자 무리들은 도리어 조롱 섞인 비웃음을 터뜨리며 저희끼리 수군거리기를,
“에라, 큰일 났구나! 저 핏덩이 태명 놈이 정녕 우리를 몰살하려 드는 모양이네. 필성이나 사필성로 달려가 구원병이라도 청해올 기세가 아닌가! 아니면 저 멀리 에피라 섬의 독초 밭에서 치명적인 맹독을 구해와 우리 술잔에 몰래 타서 한꺼번에 도륙을 내려는구나!”
또 다른 오만한 자가 잔을 들어 올리며 낄낄거려 가로되,
“글쎄, 누가 알겠는가. 저 풋내기가 굽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제 아비 오지수처럼 길을 잃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혼백이 될지. 만일 그리된다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로다!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갖고, 이 웅장한 궁궐은 연로비 부인과 새로이 혼인할 낭군에게 통째로 넘겨주면 그만이니 말이네.”
그들의 조롱을 뒤로하고 태명은 아래층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친의 보물창고로 향하도다.
그 창고는 천장이 높고 웅장하여, 사방에 황금과 청동이 가득하고 궤짝마다 비단 옷가지와 향기로운 백합유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벽면을 따라서는 신의 명주(銘酒)와 같이 달콤하고 순수한 극상 포도주 항아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으니, 이는 오직 온갖 풍상을 겪은 오지수 장군이 환향할 날만을 고대하며 따로 보관해 둔 것이라.
두꺼운 이중문으로 굳게 잠긴 이 창고를 밤낮으로 현명하게 지키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과거 원덕 대감의 심복이자 옵스의 딸인 충직한 유모 명숙(명숙)이었다. 태명이 유모를 은밀히 불러 속삭여 가라사대,
“유모여, 나를 위해 저 항아리에서 달콤한 포도주를 따라 내어주시오. 다만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 때를 위해 비축해 둔 최고의 명주 말고, 그 다음으로 좋은 포도주로 항아리 열두 개를 가득 채워주시오.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 곱게 빻은 보리쌀 스무 근을 단단히 담아두되, 이 모든 일을 다른 무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붙여주시오. 해가 지고 어머님이 위층 침실로 드시어 잠자리에 오르시면, 내가 밤중에 몰래 와서 이를 수거할 것이오. 내 정녕 사필성와 모래벌판의 필성으로 가 아버님의 종적을 찾고자 하노라.”
유모 명숙이 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려 가로되,
“오호라, 도련님! 무슨 생각으로 이리 험난한 길을 자초하시나이까? 도련님은 우리 가문의 유일한 외동아들이시요 온 가솔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몸이시거늘, 어찌 그 멀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십니까! 오지수 왕께서도 타국 만리바다에서 길을 잃고 횡사하셨거늘, 도련님마저 성을 비우시면 저 도적 떼가 당장 도련님을 시해하고 재산을 분탈할 음모를 꾸밀 것이 자명하옵니다. 부디 이 늙은이의 말을 들으사 궁을 지키시고, 저 거친 만경창파의 위험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마옵소서!”
태명이 유모의 손을 잡고 단호히 달래어 가로되,
“유모여, 내 안위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천상의 신명께서 이미 이 계획을 굽어살피시고 대복(大福)을 약속하셨나이다. 다만 청이 있으니, 내가 떠난 것을 어머님이 아실 때까지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비밀을 유지해 주시오. 어머님이 슬피 우시다 고운 안색과 피부가 상하실까 두려우니 그리해 주시오.”
늙은 유모가 천지신명께 맹세하며 마침내 비밀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밤이 되자 향긋한 포도주를 항아리에 채우고 보리쌀을 튼튼히 기운 가죽 자루에 담아 준비하더라. 이에 태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대청으로 돌아가 구혼자 무리 틈에 섞여 동태를 살폈도다.
이때 천상의 지혜낭자가 궁궐의 사정을 굽어보시고 신통한 묘안을 내셨도다.
여신은 순식간에 태명의 형상으로 둔갑하여 이탁도 고을 곳곳을 암행(暗行)하며, 구혼자 무리의 장정들을 한 명씩 찾아가 ‘오늘 밤 삼경에 항구의 배 곁으로 집결하라’ 은밀히 군령을 내리셨다.
또한 프로니우스의 아들 노에몬을 찾아가 용맹한 전선(戰船) 한 척을 청하니, 노에몬이 기꺼이 배를 내어주겠노라 약속하더라. 이윽고 해가 지고 천지에 어둠이 짙게 깔리자, 여신은 홀연히 도술을 부려 거대한 배를 물 위로 끌어 올리고 항해에 필요한 갖은 도구와 장비를 빈틈없이 실었다.
해변의 외진 곳에 우뚝 선 여신은 건장한 사공들을 모아 일일이 군기를 다잡고 훈련시킨 후, 밤눈을 빛내며 오지수의 궁궐로 되돌아와, 여전히 술판을 벌이던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강력한 수면(睡眠)의 도술을 부리셨도다.
> 여신이 신형(神馨)의 기운으로 그들을 치시니, 도적 떼는 취기에 눈이 풀려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엎어져 깊은 잠에 빠져들더라.
여신은 다시 스승 명토의 형상으로 변장하여, 어스름한 대청에서 소년 태명을 밖으로 불러내어 그의 늠름한 안색을 유심히 바라보며 가라사대,
“태명아, 갑옷을 갖춰 입은 용맹한 선원들이 이미 항구에서 자네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도다. 어서 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한시바삐 닻을 올려야 하느니라!”
팔라스 아테나 여신이 앞장서서 날래게 걸어가니, 소년 태명이 호랑이 같은 걸음으로 그 신성한 발자취를 바짝 따랐다. 두 사람이 거친 해변에 당도하니, 과연 갯바람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늠름한 사공들이 배를 대어놓고 대기하고 있더라.
충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태명이 선원들을 향해 기운차게 호령하여 가로되,
“동지들아! 어서 가서 창고에 비축해 둔 행장과 식량을 배로 옮기자. 이미 만반의 준비가 끝났도다. 다만 사방이 고요하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말라. 내 어머님도 모르시고 다른 가솔들도 일절 모르는 비밀이되, 오직 내 노련한 유모 한 사람만 알고 있느니라.”
태명(오디세우스의 아들)이 군사를 지휘하듯 솔선수범하니 선원들이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든 보따리와 가죽 주머니를 갑판에 실었다. 준련(俊秀)한 태명이 사공들에게 최종 지시를 내린 후 당당히 배에 오르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뱃머리에 서서 행차를 인도하였도다. 여신이 배의 선미 상석에 좌정하시고 그 곁에 태명이 늠름하게 앉으니, 선원들이 일제히 밧줄을 풀고 각자 노를 잡고 자리에 앉아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하더라.
이때 지혜낭자가 서쪽 하늘을 향해 도술을 부려 맑고 강인한 순풍을 불러일으키시니, 만경창파 포도주 빛 바다 위로 서풍<ref>제피로스</ref>이 휘파람을 불며 돛을 밀어붙였다.**
태명이 대성(大聲)으로 명령하여 “모두 돛대를 굳게 잡으라!” 하니, 사공들이 일제히 소나무로 만든 튼튼한 돛대를 도르래 홈에 뚝딱 세우고 밧줄로 단단히 고정한 후, 잘 무두질한 가죽 끈을 당겨 눈부시게 하얀 흰 돛을 높이 올렸다.
순풍이 돛 한가운데를 빵빵하게 채우자, 배는 쏜살같이 나아갔고 거친 보랏빛 파도가 쪼개지는 용골 주위를 요란하게 때리며 하얀 거품을 일으켰도다. 여신이 풍랑을 조화롭게 다스려 항해를 지극히 순조롭게 하시니, 어둠을 가르는 검은 전선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만리길을 전진하였다.
사공들은 돛대를 질러 고정한 후,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 천지신명과 불멸의 신선들, 특히 오지수 가문을 수호하시는 눈빛 총명한 신명께 지성으로 고리(告祭)를 지내며 제물을 바쳤다.
이윽고 쾌속선은 어두운 밤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다가올 새벽의 붉은 동이 틀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저 먼 대해를 향해 도도하게 나아가니, 그 기상이 실로 장관이더라.
==제3권 늙은 왕의 회상==
이튿날 여명이 은은히 밝아오며, 태양신 해일<ref>헬리오스</ref>이 불멸의 신선들과 곡식을 가꾸며 살아가는 필멸의 중생들에게 빛을 비추고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양의 동녘을 떠나 청동빛 하늘을 향해 해수레를 몰아 맹렬히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태명 일행이 탄 검은 전선은 마침내 넬레우스 대감이 세운 유서 깊은 고을, 필성 항구에 도달하였도다.
마침 바닷가에서는 온 백성들이 모여, 대지를 뒤흔드는 권능을 지닌 검은 머리의 바다 신 해왕께 가장 좋은 제물을 바치는 거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니, 온몸이 숯비둘기처럼 새까만 흑황소(黑黃牛)들을 잡아 바치는 참이었다.
해변에는 아홉 줄의 자리가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한 줄에 무려 오백 명씩의 장정들이 군좌(群坐)하였으며, 각 줄마다 아홉 마리씩의 황소를 제물로 드려 장관을 이루었다. 백성들이 잡은 황소의 구운 내장을 먼저 맛보고, 제단 위에서 넓적다리뼈를 태워 연기를 신명께 올려드릴 때, 태명 일행은 균형 잡힌 쾌속선의 돛을 내린 후 선원들을 시켜 돛천을 잘 접어 단단히 정박시키고 마침내 육지에 첫발을 내딛도다.
태명이 배에서 내리자, 스승 명돈으로 변장한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걸으며 빛나는 눈으로 태명을 돌아보고 나직이 타이르되,
“태명아, 이제부터는 기가 죽거나 털끝만큼도 위축될 필요가 없느니라. 자네가 이 거친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까지 온 것은, 오직 대지가 자네 부친 오지수 장군을 어느 구석에 감추었으며 그분이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러니 자, 기운을 내어 곧장 말 길들이는 재주로 천하에 이름난 노장 노현 대감을 찾아가세나. 그 어른이 가슴속에 어떤 비책을 품고 계신지, 아버님의 소식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고 정중히 간청해보게. 노현 대감은 당대의 명망 높은 현인이시니 결코 거짓을 말하여 자네를 속이지 않을 것이네.”
이에 영민한 태명이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 아뢰되,
“스승님, 소자 아직 나이가 어리고 조정의 법도나 장부들과 지혜롭게 담판 짓는 말주변이 심히 서툴옵니다. 이토록 덕망 높은 고을의 대장 어른을 뵙고 어떤 말씀부터 꺼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위축되나이다.”
여신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되,
“태명아, 걱정 말라. 자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는 영감이 있을 것이요, 설령 부족할지라도 천지신명께서 자네 입을 빌려 마땅한 언변을 내려주실 것이네. 본디 신들의 가호와 음덕이 아니었다면 자네가 어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늠름하게 장성할 수 있었겠느냐.”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이 말을 마치고 대장부처럼 앞장서서 걸어가니, 태명이 고스란히 여신의 거룩한 발자국을 밟으며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필성의 장정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연회석 쪽으로 다가서니, 과연 상석에는 노장 노현 대감이 여러 아들들과 함께 좌정해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노비들이 고기를 굽거나 긴 꼬챙이에 꿰며 잔치 준비로 분주하더라.
외방에서 온 이방인 나그네들을 발견한 필성의 백성들은 일제히 몰려와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며, 먼 길에 고단할 터이니 어서 자리에 앉으라고 정중히 권하였다.
이때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가장 먼저 돛달음질쳐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이끌었다. 그는 바닷가 모래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양털 가죽을 정성껏 깔아 마련한 상석으로 두 귀빈을 인도하여, 형 트라시메데스와 부친 노현 대감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혔도다.
젊은 주인이 환영의 뜻으로 두 사람 앞에 갓 구워낸 소 내장 요리를 올리고, 화려한 황금 잔에 향긋한 포도주를 가득 따른 후, 천상의 방패를 지닌 상제의 따님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을 향해 공손히 잔을 바치며 말하되,
“먼 곳에서 오신 귀한 나그네여, 마침 우리가 바다의 주재자이신 해왕 군주를 위해 대제를 지내던 참에 귀한 발걸음을 하셨으니, 부디 우리 신명께 지성으로 기도를 올려주소서. 예법에 따라 먼저 신께 고리(告祭)를 지내며 포도주를 올린 후, 그 꿀맛 같은 잔을 곁에 계신 젊은 벗에게도 건네어 함께 축원을 빌게 하소서. 본디 천하의 모든 인간은 신령의 음덕 없이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자네의 친구 역시 불멸의 신선들께 정성껏 빌고 싶지 않겠소? 다만 저 곁에 계신 도령은 나이가 더 어려 나와 동년배로 보이니, 이 첫 황금 술잔은 마땅히 연치(年齒)가 높으신 어른께 먼저 올리는 것이 도리인가 하옵니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이렇듯 법도에 맞게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 잔을 여신의 손에 쥐여주니, 지혜낭자는 지혜롭고 올바른 행실을 갖춘 이 젊은이의 갸륵한 예법에 크게 흡족해하셨도다. 여신은 황금 잔을 높이 들어 즉시 바다의 군주 해왕을 향해 가슴 깊이 간절히 기도하여 가라사대,
“대지를 튼튼히 떠받치시는 해왕 신명이시여, 이 둔한 중생들의 기도를 굽어살피소서! 지성으로 간청하는 우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이 땅에 다음과 같은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첫째는 노장 노현 대감과 그의 의로운 아들들에게 천하의 영광을 내려주시고, 둘째는 이 성대한 흑황소 제물을 바치며 정성을 다한 필성의 모든 백성들에게 아낌없는 보상을 베풀어주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검고 빠른 전선을 타고 만리 길을 찾아온 소장 태명과 이 늙은 명토가 도모하는 대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환향하게 도우소서.”
여신이 이같이 엄숙하게 축원하셨으나, 실상은 **여신 스스로가 천상의 권능을 지니셨기에 본인의 뜻대로 이 모든 기적을 즉시 이룩하신 참이었다.
여신은 기도를 마친 후 손잡이가 둘 달린 웅장한 황금 술잔을 옆에 앉은 태명에게 건넸고, 오지수의 장한 아들 태명 역시 잔을 받아 들고 스승의 뒤를 이어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천지신명께 조상의 가호를 빌었도다.
두 사람의 고례(告禮)가 끝나자, 곁에 있던 시종들이 꼬챙이에 잘 구워진 황소고기를 빼내어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몫을 나누어 주니, 이윽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성대한 연회가 무르익더라.
좌중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마시어 기갈과 피로를 온전히 씻어내자, 마침내 수많은 전차를 몰고 전장을 누볐던 게레니아의 영웅, 늙은 노현 대감이 위엄 있게 수염을 쓸어내리며 두 나그네를 향해 먼저 웅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니,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사연이 흘러나올꼬.
==제4권 해신이 한 말==
태명 일행은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패삼득<ref>페이시스트라토스</ref>를 동반자로 삼아, 전차를 타고 험준한 골짜기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 동굴의 땅, 서파성에 당도하여 곧장 명뇌왕의 대궐로 향하였도다.
마침 대궐에서는 적면(赤面)의 영웅 명뇌왕이 자녀들의 혼례를 축하하고자 일가친척과 고을 백성들을 구름처럼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배풀고 있었느니라. 일찍이 토래성 전장에서 그는 자신의 고결한 딸을 장차 맥리민(貊利民) 족<ref>므리미돈족</ref>을 다스릴 불세출의 영웅 안길승<ref>아킬레스</ref>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했던바, 이제 화려한 보물과 말이 끄는 전차를 혼수품으로 내어주며 신행(新行) 길에 오르게 하니, 이는 실로 천지신명의 오묘한 섭리로 성사된 경사로다.
또한 왕은 노비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용맹한 서자 맹대수<ref>메가펜테스</ref>를 위해서도 고을의 어진 처녀인 안계리<ref>알렉토르</ref>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대궐 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본디 천상 신명들께서는 절세미인 하일란 여사<ref>헬레나</ref>에게 황금빛 포랑선녀<Ref>아프로디테</ref>를 닮은 아름다운 딸 허명혜<ref>헤르미오네</ref>를 점지해 주신 이후로는 더 이상 소생을 허락지 아니하셨음이라.
이때 왕의 심복인 위태선<ref>에태오네우스</ref>가 대궐 밖을 살피다 기이한 기상을 풍기는 두 장부를 발견하고,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왕께 고하되,
“상감 폐하, 밖에 귀인 두 분이 당도하였사온데, 그 풍채와 위엄이 마치 천왕 상제의 아들들처럼 비범한 이방 나그네들이옵니다. 저들이 타고 온 군마의 멍에를 풀어 정성껏 대접하오리까, 아니면 다른 고을의 주인을 찾아가라고 박대하여 보내오리까?”
이에 얼굴이 붉은 명뇌왕이 크게 노하여 벼락같이 소리치되,
“이 미련한 놈아! 네가 전에는 제법 총명하더니, 이제는 어찌 철없는 아이처럼 망발을 일삼느냐! 우리 역시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기 전까지, 이국땅을 떠돌며 수많은 주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목숨을 부지하지 않았더냐. 상제께서 앞으로도 우리 가문을 굽어살피시기를 간구하며, 당장 저 귀인들의 군마에서 멍에를 풀고 안으로 모셔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라!”
군령을 받은 위태선이 대궐 밖으로 뛰어나가 하인들을 소집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땀에 젖은 말들의 멍에를 풀고, 하얀 보리를 섞은 에머밀을 여물통에 가득 채워 묶어 두었도다. 마차는 잘 닦인 벽면에 기대어 세워두고, 두 소년을 신령스러운 저택 안으로 정중히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더라.
위대한 명뇌왕의 높은 전각은 마치 한낮의 태양이나 밤중의 보름달처럼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음이라. 그들이 웅장한 대궐을 충분히 구경한 후 윤이 나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니, 시녀들이 향기로운 백합유를 발라 몸을 씻겨주고 부드러운 양모 망토와 도포를 입혀 마침내 아트레우스의 아들 명뇌왕의 옆자리에 앉혔도다.
한 시녀가 은대야와 금병을 받쳐 들고 나와 그들의 손을 깨끗이 씻긴 후, 윤이 나는 나무 상을 차려내었고, 또 다른 정숙한 시녀가 향긋한 떡과 호화로운 찬을 끊임없이 내어왔다. 고기를 써는 시종이 온갖 기이한 육고기가 담긴 은반을 올리고 황금 잔을 바치니, 명뇌왕이 두 귀빈을 반갑게 맞이하며 가로되,
“마음껏 드시게! 먼 길에 고단했을 터이니 맛있게 들고 기운을 차리게나. 식사가 끝난 후에 자네들의 성씨와 근본을 물을 것이로다. 자네들의 기상을 보니 필시 천하를 호령하는 왕족의 후예가 틀림없구나. 본디 흙을 파먹는 농부의 자식들은 자네들 같은 영웅의 풍채를 지닐 수 없는 법이네.”
이때 태명이 대궐의 사치스럽고 웅장한 장식을 보고 경탄하며, 옆에 앉은 패삼득에게 나직이 소근거리되,
“여보게 벗이여, 이 울려 퍼지는 전각이 청동과 은, 황금과 상아, 그리고 영롱한 호박(琥珀)으로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보게나. 이곳은 흡사 올림포스 산에 있는 상제의 천궁처럼 풍요로우니, 내 심신이 경외심에 사로잡히는구려.”
명뇌왕이 흘러나오는 태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 바람처럼 날아가는 어조로 대답하여 가로되,
“장한 소년들이여, 천하의 어떤 필멸의 인간도 감히 천왕 상제의 권능에 비할 수는 없느니라. 신명께서 거처하시는 천궁과 보물은 영원불멸한 법이지. 물론 세상의 어떤 영웅은 내 재산과 견줄 만큼 부유할지 모르나, 나는 이 막대한 보물을 모으기 위해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도다.
내가 토래성이 함락된 후에도 무려 8년 동안이나 거친 바다를 표류하며 길을 잃고 이국땅을 헤맸음이라. 저 멀리 뿔 달린 양들이 일 년에 세 번씩 새끼를 낳고, 주인과 노비가 신선한 젖과 치즈와 고기를 일 년 내내 풍족하게 얻는 남방의 낙토(樂土)까지 흘러갔었지.
하오나 내가 그토록 타국을 떠돌며 보물을 긁어모으는 동안, 고향에서는 간교한 형수 놈에게 배신당한 내 친형님 아한왕이 궁궐 한복판에서 억울하게 시해당하셨도다! 그러니 내 손에 쥔 이 모든 천하의 보물이 내게 무슨 기쁨을 주겠느냐. 자네들의 부친 역시 내가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고 내 사랑하는 대궐과 떨어져 지냈는지 이미 들려주었을 것이네.
차라리 아라골의 푸른 목초지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 벌판에서 전사한 내 전우들이 지금 살아만 있다면, 내가 모은 이 보물의 삼분의 일만 가지고라도 이 대궐에 기쁘게 머물렀을 것을! 나는 매일같이 이 웅장한 대궐에 홀로 앉아, 먼저 가버린 백 명의 영웅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노라.
특히 그중에서도 오직 한 사람, 그의 운명은 가혹한 고통이었고 나의 운명은 그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 가득하니, 바로 오지수 장군이로다!
그분이 먼 길을 떠난 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 살아 계신지, 혹은 고혼(孤魂)이 되셨는지조차 알 길이 없구나. 지금쯤 고향에서 그의 충실한 아내 연로비 부인과 늙으신 부친 라현 옹, 그리고 그분이 출정할 때 갓난아기였던 어린 아들 태명 도령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곡읍(哭泣)하고 있겠느냐.”
명뇌왕의 이 절절한 강론이 소년 태명의 가슴속에 묻어둔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기어이 폭발시키고야 말았도다. 뜨거운 눈물이 소년의 안색을 타고 흘러내려 대청마루 바닥에 툭툭 떨어지니, 태명은 차마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자주색 망토 자락을 들어 두 눈을 가리고 흐느꼈다. 명뇌왕은 이를 예리하게 알아채고, ‘이 소년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그 근본을 물어야 할지’ 마음속으로 깊이 망설이더라.
왕이 이처럼 고뇌하고 있을 때, 홀연히 황금 화살을 든 수렵의 신 아라미낭자 여신처럼 고결한 자태를 지닌 연로비 여사(헬레나)가 천장이 높고 향기로운 침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도다.
시녀 아드라가 여왕을 위해 특별히 정성껏 칠한 의자를 마련하였고, 알키페는 그 위에 부드러운 양모 담요를 깔았으며, 필로는 은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바느질 바구니를 받들어 올렸다. 이 귀한 보물은 일찍이 이집트 테베 고을의 대부 보리보의 아내가 연로비 여사에게 바친 것으로, 테두리를 정금(純金)으로 두르고 바퀴가 달린 신기한 은바구니였으니, 안에는 이미 자아놓은 고운 실이 가득 보관되어 있었다.
연로비 여사가 의자에 좌정하여 장내를 둘러보더니, 놀란 안색으로 낭군 명뇌왕에게 나직이 물어 가로되,
“상감 폐하, 오늘 우리 대궐에 찾아온 저 장한 나그네들은 도대체 누구이옵니까? 제 얕은 소견을 숨겨야 할지, 혹은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할지 망설여지오나, 제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나이다.
내 일찍이 천하를 두루 보았으나, 오늘 찾아온 이 소년처럼 용맹한 오지수 장군의 아들 태명 도령을 쏙 빼닮은 이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이다. 과거 고려인들이 내 얼굴을 핑계 삼아 토래성을 치고자 폭정과 전쟁을 일삼으며 군사를 일으켰던 그 첫날, 오 장군께서 고향방에 갓난아기로 누워있던 이 태명을 두고 눈물로 출정하셨거늘, 어찌 이리 똑같단 말이옵니까.”
이에 명뇌왕이 무릎을 탁 치며 대답하되,
“부인, 내 눈도 정녕 틀리지 않았구려! 저 소년의 늠름한 손과 발, 머리카락과 두상의 골격, 그리고 번뜩이는 눈빛이 과연 오 장군과 붕어빵이로다. 내가 방금 오 장군이 나를 위해 전장에서 겪었던 온갖 고초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 아이가 안색을 찡그리며 자주색 망토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 않았소!”
그러자 곁에 있던 네스토르의 아들 패삼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법을 갖추어 아뢰되,
“명뇌왕 폐하, 두 분의 혜안이 과연 정확하시옵니다. 이 곁에 계신 도령은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하의 용장 오지수 장군의 친아들 태명이 맞사옵니다. 하오나 성품이 지극히 수줍고 겸손하여, 당대의 영웅이신 폐하 앞에서 감히 철없이 먼저 입을 열어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나이다.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우렁찬 목소리는 신령의 계시와 같다 칭송하시며, 소자에게 이 태명 도령을 안내하여 이곳까지 동행하라 명하셨나이다. 태명은 폐하께 아버님의 생사 소식과 고견을 듣고자 간절히 찾아왔나이다. 본디 아비 없는 자식은 가문을 지켜줄 힘이 없어 고을의 무뢰배들에게 큰 수모를 겪게 마련인바, 지금 태명의 처지가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명뇌왕이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태명의 손을 꼭 쥐며 가로되,
“오호라, 내 생전에 나를 위해 그토록 피땀을 흘렸던 진정한 벗의 아들이 내 집에 제 발로 걸어왔구나! 내 일찍이 상제께서 우리 함대를 가호하사 고향으로 속히 환향하게 하신다면, 천하의 어떤 아라골 장수들보다 오지수 그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영접하리라 다짐했었노라.
내 그와 그의 모든 가솔, 백성들을 이탁도에서 통째로 데려와 이 서파성 근처의 고을 하나를 내어주고 제후로 삼아 평생을 이웃하며 살고자 했거늘! 죽음의 먹구름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의 우정과 기쁨을 그 무엇도 꺾지 못할 거라 믿었노라. 하오나 천상의 신명께서 우리의 두터운 정을 시기하셨는지, 그 불쌍하고 불운한 영웅만을 홀로 고향에 들지 못하게 하셨도다.”
왕의 이 서글픈 한탄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로비 여사도 수건을 적셨고 명뇌왕도 눈시울을 붉혔으며, 패삼득 역시 과거 전장에서 광명의 새벽 신에게 안타깝게 살해당한 제 친형님 안틸로코스의 혼백이 생각나 눈물이 가득 고였도다.
패삼득이 눈물을 닦아내며, 날개 돋친 듯 수려한 말로 명뇌왕께 공손히 고하되,
“명뇌왕 폐하, 일찍이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상식과 혜안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하셨나이다. 그러니 소자의 미천한 간청을 들어주소서. 이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곡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사오니, 통곡은 다가올 새벽으로 미루심이 어떠하옵니까. 물론 먼저 가신 영웅들을 애도하고 머리를 깎으며 뺨을 적시는 것이 우리가 죽은 자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예우이오나, 지금은 귀한 손님을 맞이한 자리이옵니다.”
명뇌왕이 대장부의 청을 전해 듣고 흡족해하며 대답하되,
“장하도다, 소년이여! 자네는 정녕 나이 많은 노련한 장부처럼 지혜롭게 말하는구나. 과연 그 언변에 부친 노현 대감의 고결한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도다. 본디 상제께서 행복한 가문과 혈통을 점지해 주신 자들은 그 기상이 쉽게 드러나는 법이지.
상제께서 노현 대감에게 평생의 행운을 주사 고향에서 200세가 넘도록 장수하게 하시고, 그 아들들 또한 천하의 창술가로 키우셨으니 참으로 복되도다. 자, 이제 슬픔을 거두고 다시 저녁 식사에 집중하세나. 시종들은 어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 손을 씻기라. 다가올 새벽이 되면 내 태명 도령과 밤을 새워가며 아버님의 소식을 상세히 나눌 것이로다.”
왕의 명을 받들어 날랜 시종 아스팔리온이 귀빈들의 손에 맑은 물을 부었다.
이때 지혜로운 연로비 여사가 장내의 무거운 슬픔을 지워버리고자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렸도다. **여사는 일찍이 이집트 고을의 톤의 아내 폴리담나에게서 선물 받은 강력한 신약, 즉 인간의 가슴을 찢는 모든 슬픔과 분노를 단숨에 잊게 해주는 망우단(망우약)을 포도주 항아리에 몰래 섞어 넣은 참이었다.**
본디 이집트 땅은 온갖 기이한 약초와 치유의 도술이 발달한 의인(醫人)들의 나라인바, 이 약을 마신 자는 가령 자신의 눈앞에서 친부모나 형제가 청동 창에 찔려 죽을지라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효능이 있었다. 여왕이 약을 탄 달콤한 명주를 하인들에게 명하여 잔마다 가득 따르게 한 후, 좌중을 향해 우아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명뇌왕 폐하, 그리고 여기 모인 고결한 가문의 소년 장부들이여. 상제께서는 천하 중생들에게 때로는 길한 복을, 때로는 흉한 화를 번갈아 내리시니 그 권능은 실로 전능하시도다. 그러니 이제 시름을 잊고 음식을 즐기라. 내가 지루함을 달래고자 과거 토래성 전장에서 불굴의 오디세우스 장군이 펼쳤던 놀라운 무용담을 하나 들려주겠노라.
당시 고려 군사들이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지혜로운 오 장군은 스스로 노비의 초라한 망토를 두르고 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며, 가난하고 비참한 거지로 완벽히 변장한 채 홀로 적진인 토래성 성문 안으로 몰래 침투하였도다. 성내의 어떤 토래인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나만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간파하고 은밀히 불러 심문하였지.
그는 내 장막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려 군사들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꾸미고 있던 모든 천기(밀계)를 내게 털어놓았도다. 귀환하는 길에 그는 긴 청동 검을 뽑아 들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토래 장수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도륙하였고, 고려 진영에 전할 결정적인 군사 기밀을 품고 무사히 탈출하였음이라. 토래의 여인들은 장수들의 죽음에 대성통곡하였으나, 내 마음은 남몰래 기쁨으로 가득 찼으니, 나 역시 그때쯤엔 죄과를 뉘우치고 고향의 내 딸과 지혜로운 낭군 명뇌왕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로다.”
명뇌왕이 부인의 무용담을 듣고 크게 감탄하며 손뼉을 치고 가로되,
“부인의 말이 정녕 고스란히 맞는 사실이로다! 내가 평생 천하를 두루 주유하며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나보았으나, 오지수 장군처럼 단호하고 기상이 강철 같은 장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네.
과연 그분의 강인함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일찍이 우리가 거대한 목마(木馬) 속에 숨어 들어가 적들을 파멸시키고자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네. 고려의 내로라하는 용맹한 장수들이 모두 그 어두운 목마의 뱃속에 갇혀 긴장하고 있을 때, 부인께서 저 높은 성벽에서 내려와 목마 주위를 세 번 돌며 숨어 있는 곳을 가볍게 두드리지 않았소.
당시 토래인들을 도우려던 어떤 신령이 부인을 충동질했음이 분명한바, 부인은 목마 밖에서 안에 숨은 고려 장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되, 신기하게도 각 장수들의 실제 친아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어 애절하게 부르지 않았소!
그 소리를 들은 나와 도미달은 당장 목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안에서 대답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네. 하오나 오지수 장군이 강철 같은 손으로 우리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고 끝까지 제지하셨도다. 천상의 여신이 부인을 멀리 인도하여 위기를 넘길 때까지, 오 장군께서 목마 안의 모든 장수들을 꽉 붙잡아 두셨으니, 그분의 냉철한 지혜와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그날 밤 적들에게 발각되어 몰살당했을 것이 틀림없었네.”
태명이 부모의 이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곰곰이 전해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여 대답하되,
“하오나 명뇌왕 폐하, 그 모든 영웅담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며 상황을 어찌 더 낫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심장이 아무리 무쇠와 같고 강철과 같았을지라도, 결국 제 목숨 하나 온전히 보존하여 환향하지 못하셨나이다. 그러니 폐하, 밤이 깊었사오니 부디 저희를 잠자리로 인도해 주소서. 고단한 신신을 달콤한 잠 속에 묻고 싶나이다.”
이에 서파성의 여왕 연로비 여사가 시녀들에게 명하여 전각 현관에 안락한 침상을 마련하게 하고, 그 위에 화려한 자주색 양탄자를 깐 후 따뜻한 양털 이불을 두터이 덮어주게 하였다. 하인들이 횃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대궐 앞방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고, 명뇌왕은 전각 깊숙한 내실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연로비 여사와 함께 동침하였도다.
이튿날 동녘 하늘에 장미꽃 손가락을 지닌 광명의 새벽 여신이 대지를 물들일 때였다. 위엄 있는 명뇌왕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의복을 갖추고, 날카로운 보검을 어깨에 메어 기름칠을 잘 한 가죽 샌들을 신은 채, 마치 천상 신령과 같은 풍채로 침실을 나와 태명에게 다가가 웅장하게 물어 가로되,
“장한 태명 도령아, 무슨 중대한 결단이 섰기에 이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 서파성까지 나를 찾아왔느냐? 가문의 사사로운 송사 때문이냐, 혹은 이탁도의 공적인 정무 때문이냐? 내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아라!”
태명이 가슴 깊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공손히 꿇어앉아 아뢰되,
“아태우의 아들이신 위대한 명뇌왕 폐하, 소자가 이토록 만리 길을 온 것은 오직 홀로 되신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한 가닥이라도 듣고자 함이니이다. 지금 소자의 고향 궁궐은 불의한 도적 떼들에 의해 가산이 통째로 결단 나고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했나이다.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날마다 우리 소와 양을 무단으로 잡아 가택을 더럽히고 소자의 목숨마저 해하려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그러니 폐하,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간청하오니, 혹여 아버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을지라도 그 참혹한 진실을 제게 가감 없이 들려주소서! 폐하께서 전장에서 직접 목격하셨거나 혹은 만리 바다를 돌며 전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이 불효자에게 동정심을 베푸사 숨기지 말고 고해 주소서. 과거 제 용맹한 아버님이 토래성 전장에서 폐하를 도와 피 흘려 싸웠던 그 수많은 공로를 이 순간 기억하시어, 진실의 칼날을 제게 쥐여주소서!”
명뇌왕이 이 처절한 사연을 전해 듣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대노하여 웅장하게 소리치되,
“이 빌어먹을 도적 놈들! 감히 저 비겁하고 유약한 겁쟁이들이, 자신들보다 백배는 더 용맹한 천하무적 오지수 장군의 잠자리를 강탈하려 들다니!
이것은 흡사 미련한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핏덩이 새끼 사슴 두 마리를 숲속 깊은 곳에 있는 굶주린 맹수 사자의 굴속에 눕혀두고, 제 배를 채우려 언덕과 계곡을 넘어 풀밭으로 떠난 것과 다름없도다! 사자가 사냥을 마치고 제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핏덩이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빨로 물어뜯어 뼈째로 씹어 삼킬 것이 자명하도다. 오지수 장군이 고향에 당도하는 날, 저 무뢰배 놈들에게 내릴 피의 심판이 정녕 이와 같으리라!
오, 천왕 상제시여, 여신 지혜낭자와 광명의 아로 신이시여! 일찍이 오 장군이 리수도 천하장사 필로멜레이데스와 씨름을 벌여 단숨에 그자의 허리를 꺾고 땅바닥에 내던졌을 때, 우리 고려 군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나이까. 그 장부의 맹렬한 기상으로 당장 저 구혼자 놈들의 목을 베게 하소서! 저들의 가련한 명줄은 단숨에 끊길 것이요, 저들이 꿈꾸는 혼례는 가문의 영원한 저주가 될 것이로다!
장한 소년아, 네 질문에 대해 내 결코 속이거나 감추지 않겠노라.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의 노인, 즉 변신술의 대가인 **해선 프로테우스**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아버님의 소식을 단 한 마디도 숨김없이 들려주마.
당시 내가 이집트 해안에서 고향으로 가고자 했으나, 신들께 완벽한 제물(헤카톰)을 바치지 못해 큰 노여움을 사서 만리 바다에 발이 묶인 적이 있었네. 이집트 해안 앞바다에는 **파로스**라는 고요한 섬이 하나 있는데, 항구가 깊고 맑은 샘물이 있어 사공들이 어두운 물을 길어 바다로 나가는 요충지이지. 하오나 신들께서 순풍을 뚝 끊으시는 바람에 무려 스무 날 동안이나 그 척박한 섬에 갇혀 식량이 거덜 나고 군사들의 조총(희망)이 끊길 위기에 처했었도다.
그때 바다의 노신 프로테우스의 딸인 **에이도테아 여신**이 나를 가엾게 여기사, 홀로 해변을 거닐며 탄식하던 내 앞에 나투셨네. 당시 내 부하들은 굶주림에 지쳐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잡으려 흩어져 있었지. 여신이 내 곁에 서서 ‘나그네여, 어찌 그리 미련하게 고통만을 즐기며 이 섬에 영원히 갇혀 있으려 하느냐’ 물으시기에, 내가 고하기를 ‘여신이시여, 소자가 천상의 신명께 죄를 지어 이 드넓은 바다에 갇힌 줄 아오니, 부디 어떤 영령이 내 귀향길을 가로막고 있는지 천기를 들려주소서’ 하였도다.
그러자 여신이 내게 은밀히 비책을 전해주시되, *‘이집트 강가에는 바다의 깊은 연못을 모두 꿰뚫어 보고 바다 신 포세이돈을 섬기는 불멸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살고 있나니, 자네가 만일 그 노인을 물리력으로 제압하여 묶을 수만 있다면, 그가 자네의 귀향길은 물론이요, 자네가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대궐에서 일어난 온갖 길흉화복을 낱낱이 들려줄 것이네’* 하시는 게 아니겠나.
내가 다시 청하기를 ‘여신이시여, 그 신령스러운 노인을 어찌 감히 인간의 얄팍한 힘으로 가두어 도망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나이까’ 하니, 여신이 웃으며 가라사대, *‘내일 정오가 되어 서풍(제피로스)이 불고 바다에 그림자가 질 때, 노인은 바다 동굴에서 나와 낮잠을 청할 것이네. 그때 그의 주위로 바다 여신의 딸들인 수많은 물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들어 짠 바다 냄새를 풍기며 잠들 터인데, 자네는 군사 중 가장 용맹한 장정 세 명을 엄선하여 새벽에 해변으로 나오라’* 하셨도다.
여신은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시더니, 갓 벗겨낸 물개 가죽 네 장을 가져오사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고 모래 구덩이에 매복시키셨네. 본디 그 물개 가죽에서 풍기는 비린내와 썩은 소금내가 얼마나 진동하던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으나, 고결한 여신께서 천상의 영약인 **암브로시아**를 가져와 우리 콧구멍에 조금씩 발라주시니 그 신비로운 향취가 물개 비린내를 단숨에 지워버렸도다.
정오가 되자, 과연 바다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파도를 헤치며 나타나 살진 물개들의 숫자를 하나씩 세기 시작하더니, 우리 역시 물개인 줄로만 알고 아무 의심 없이 숫자에 포함한 후 맨 한가운데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네!
> 그 순간 내가 대성으로 군령을 내리며 장정들과 함께 폭풍처럼 달려들어 노인의 사지를 꽉 붙잡았도다!
노인은 과연 바다의 영물이라 온갖 도술과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갈기를 휘날리는 맹렬한 **사자**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독을 품은 **뱀**으로, 다시 날랜 **표범**으로, 거대한 **멧돼지**로 변형하였고, 심지어 흐르는 **물**과 잎이 무성한 거목(巨木)으로 둔갑하며 우리의 손귀를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도다!
하오나 우리는 여신의 조언대로 이가 부러져라 손에 힘을 주고 더욱 세차게 노인의 몸을 짓눌러 압박하였지. 마침내 도술이 바닥난 노인이 본래의 노인 형상으로 돌아와 지친 목소리로 내게 묻기를, *‘어떤 신령이 자네에게 이 밀계를 가르쳐 나를 포박하게 했느냐? 자네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더군.
내가 고하기를 *‘해선이시여, 내가 이 섬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진퇴양난에 빠졌으니, 어떤 신명이 내 길을 막고 있으며 어찌해야 고향으로 갈 수 있는지 들려주소서’* 하니, 노인이 대답하되 *‘자네가 상제와 여러 신명께 합당한 가책(백 마리 소)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니, 당장 배를 돌려 이집트 강가로 돌아가 신들을 기쁘게 하는 대제를 지내라. 그리하면 신들께서 자네가 원하는 만리 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네’* 하셨도다.
내가 거친 바다를 거슬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산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천기를 물었네. ‘해선이시여, 내가 토래성에 남겨두고 온 고려의 수많은 장수들과 내 친형님 아한왕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나이까, 혹은 바다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나이까’ 하니, 노인이 슬픈 눈빛으로 내게 전하기를,
‘아달의 아들이여, 어찌 그 비극을 내 입으로 다 들으려 하느냐. 수많은 장수들이 전장에서 뼈를 묻었고, 귀환하는 길에 청동 갑옷을 입은 최고 사령관 중 단 두 명만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도다. 용장 아이아스(아약스)는 삼지창을 든 바다 신의 분노를 사서 배가 난파당한 후 기란 바위 위에 겨우 기어올라 오만방자하게 신을 모독하다가, 신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부시는 바람에 깊은 바다 바닥으로 추락하여 짠 물을 들이켜고 고혼이 되었노라.
또한 자네의 친형님 아한왕은 가호 속에 겨우 살아남아 기쁘게 고향 땅에 발을 디디고 흙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그 고을의 망루에는 간교한 아내와 간통한 애기수가 심어둔 파수꾼이 황금 두 냥을 받고 일 년 내내 눈을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도다!
아한왕이 무방비로 궁궐 대청에 들어서자, 애기수는 매복시킨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시켜, 마치 도축업자가 마구간에서 소의 목을 베듯 저녁 식사를 즐기던 아한왕과 그의 시종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처참하게 도륙하여 몰살시켰느니라!’ 하시는 게 아니겠나!
노인의 이 청천벽력 같은 폭로를 전해 듣고,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친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리, 저 태양빛을 보아서 무엇하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도다.
내가 한참을 울다 지쳐 흐느끼고 있을 때, 바다의 노인이 나를 달래며 가로되 *‘명뇌왕이여, 이제 울음을 그치라. 통곡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당장 군사를 몰아 고향으로 가라. 어쩌면 원수 애기수가 아직 살아있을지, 혹은 아한왕의 장한 아들 오래손가 이미 원수의 목을 베었을지 모르는 일이니, 자네는 어서 가 장례식이라도 주관하라’* 하셨네. 이 말을 들으니 내 가슴속에 다시 장부의 뜨거운 피가 도는 듯하여, 내가 날개 돋친 듯 급히 물었도다.
‘해선이시여, 두 장수의 비극은 내 뼈에 새겼으나, 아직 저 넓은 만경창파 어딘가에 갇혀 살아남아 있다는 그 마지막 세 번째 영웅의 성명은 무엇이나이까? 그 소식이 비록 내 가슴을 찢을지라도 내 반드시 들어야겠나이다!’ 하니, 노인이 마침내 그 비록(秘錄)을 내게 전해 주시되,
‘그는 바로 이탁도 출신의 장수, 라현의 아들 오지수 장군이로다! 내가 바다의 깊은 눈으로 굽어보니, 그는 지금 저 멀리 고해(孤海)에 떠 있는 요녀 가립선의 섬, 그녀의 깊은 밀실에 갇혀 고향 땅을 바라보며 날마다 피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도다. 요녀가 강한 도술로 그를 묶어두었기에, 그에게는 만리 바다를 건널 노 젓는 전선도 없고 용맹한 사공도 없어,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느니라!’ 하셨도다.”
명뇌왕이 태명의 손을 잡고 이 엄숙한 천기를 전한 후, 인자하게 웃으며 가로되,
“장한 태명아, 이것이 내가 바다 신에게 직접 전해 들은 네 부친의 확실한 종적이로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라. 상제께서 자네에게 내리신 축복은 남다르니, 자네는 절세미인 연로비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덕에 상제의 사위로서 장차 이승의 목숨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끝에 있는 낙원 극락의 벌판으로 가 영생을 누릴 자격이 주어졌음이라. 그곳은 황갈색의 라만 대감이 다스리는 영험한 신선들의 땅으로, 겨울의 눈보라도 없고 매서운 폭풍우도 치지 아니하며, 대양이 언제나 산들바람 서풍을 보내어 장부들을 상쾌하게 해주는 무릉도원이로다.
자, 내 이제 신들의 노여움을 풀고 순풍을 받아 무사히 환향한 것처럼, 자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고자 하니, 부디 내 대궐에서 열이틀 동안만 더 머물다 가게나. 내가 자네에게 천하의 명마 세 마리와 청동으로 빛나는 웅장한 전차 한 대를 선물로 줄 것이요, 나아가 신명께 제사를 지낼 때 쓸 수 있는 정교한 황금 술잔을 내어줄 터이니, 평생 나를 기억해주게.”
이에 영민하고 재치 넘치는 소년 태명이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 대답하되,
“상감 폐하, 소자를 이토록 갸륵하게 보살펴주시니 감개무량하오나, 저를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붙잡아 두지 마옵소서. 폐하의 옥음(玉音)을 듣는 것이 제게는 천상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우니, 정녕 이 대궐에서 일 년 동안 머물지라도 고향 집이나 부모님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옵니다. 하오나 저를 믿고 필성 항구에서 고되게 기다리는 제 불쌍한 사공 동지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쳤을 터이니, 한시바삐 길을 물어야 하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내어주신 귀한 마필과 전차는 실로 과분하오나, 이 서파성의 보물창고에 그대로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폐하가 다가오시는 이 넓은 영토는 토끼풀이 무성하고 하얀 보리와 밀이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대초원이오나, 소자의 고향 이탁도는 온통 험준한 바위산과 절벽뿐이라 들판도 없고 경마장을 닦을 땅도 없나이다. 겨우 염소나 키우며 살 수 있는 척박한 섬이오니, 말 목장보다는 이곳 서파성의 넓은 벌판이 저 명마들에게 훨씬 어울릴 줄로 아옵니다. 본디 바다 한가운데 뜬 섬들은 풀을 뜯길 곳이 마땅치 않은 법인데, 우리 섬은 그중에서도 가히 최악이옵니다.”
명뇌왕이 태명의 이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당당한 거절을 전해 듣고, 기특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감싸 쥐고 우렁찬 목소리로 가로되,
“장하도다, 얘야! 네 가식 없는 언변을 들으니 과연 네 뼈대와 혈통이 천하의 영웅 오지수의 핏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구나.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선물을 바꾸어 주마. 내가 대궐 보물창고에 비축해 둔 갖은 영물 중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신물(神物)을 내어주리라.
이것은 본디 천상의 대장장이 신 해풍이 정금과 순은을 녹여 정교하게 세공한 웅장한 술그릇으로, 일찍이 시돈 고을의 왕 해담이 내가 환향하는 길에 그의 저택에 묵었을 때 내게 귀하게 선물한 보물치다. 이것을 자네에게 줄 터이니 가문의 가업으로 삼아 가져가게나.”
두 장부가 이렇듯 대청에서 대장부의 의리를 나누고 있을 때, 대궐 안방에서는 노비들이 양고기와 향기로운 명주를 나르고, 고운 스카프를 두른 시녀들이 따뜻한 떡을 받쳐 들며 대궐의 잔치가 밤늦도록 무르익어 가더라.
한편, 같은 시각 저 멀리 오지수 장군의 고향 이탁도 관저 앞마당에서는,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여느 때처럼 오만방자하게 원반을 던지고 청동 창을 날리며 제 세상을 만난 듯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최고 괴수인 안태우와 신령과 같은 풍채를 지닌 우혁이 상석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을 때, 문득 보윤의 아들 노문이 사색이 된 안색으로 헐레벌떡 다가와 안태우에게 따져 묻기를,
“안태우 어른, 저 태명 도령이 내 배를 빌려 타고 필성으로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쯤 돌아온답니까? 내가 지금 급히 엘리스 벌판으로 건너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노새 새끼를 먹이고 있는 암말 열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데려와 전마(戰馬)로 훈련시켜야 하니, 내 배를 당장 돌려받아야겠소!”
이 말을 들은 안태우와 우혁을 비롯한 구혼자 놈들이 일제히 잔을 떨어뜨리며 자지러지게 놀랐도다!
저들은 그저 유약한 태명 놈이 감히 항구를 벗어났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그저 근처 전답에서 양이나 돼지를 치며 숨어 지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참이었다. 안태우가 눈을 부릅뜨고 노문의 덜미를 잡으며 사납게 들이닥쳐 가로되,
“이놈, 내 앞에 실토하라! 그 풋내기가 도대체 언제 배를 띄웠단 말이냐? 그 조그만 배에 누구를 태우고 갔더냐? 이탁도의 쓸만한 장정들을 선동해 데려갔더냐, 아니면 제 집안의 노비나 머슴새끼들을 고용했더냐! 그리고 그놈이 네 배를 물리력으로 강탈해 갔느냐, 혹은 네가 미쳤다고 스스로 내어준 것이냐?”
노에몬이 겁에 질려 대답하되,
“어찌 강탈이라 하십니까, 내 스스로 자유롭게 내어주었나이다! 대궐의 장한 도령이 가문의 사활을 걸고 간청하며 통곡하는데, 고려의 장부로서 어찌 그 청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소! 게다가 그와 함께 배에 오른 젊은이들은 우리 가솔을 제외하고는 이 고을에서 가장 의리 있고 훌륭한 장정들이었소.
내 분명히 기억하건대, 오 장군의 오랜 벗이신 스승 명토(멘토르) 어른이 선장으로 뱃머리에 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소! 하오나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은, 내가 어제 새벽 관아 거리에서 위엄 있게 걸어가시는 명토 어른을 분명히 내 눈으로 직접 배알했거늘, 어찌 그분이 배를 타고 필성으로 가셨다는 것인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도술을 부린 듯 이해할 수가 없나이다.”
노문이 말을 마치고 제 집으로 돌아가자, 구혼자 무리의 괴수들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격분하였다. 저들은 당장 마당의 놀이판을 멈추게 하고 군사들을 소집하여 자리에 앉혔다. 안태우가 분노에 찬 눈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열어 포효하되,
“젠장맞을! 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태명 놈이 기어이 우리의 눈을 속이고 만리 유랑 길을 성공시켰구나! 우리가 모두 비웃으며 비겁하게 주저앉아 있을 거라 믿었거늘, 그놈이 온 고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를 띄워 최고 사령관들을 포섭해 가다니!
이것은 장차 우리 무리에게 닥칠 거대한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도다. 천왕 상제께서 저 핏덩이가 장성하여 장부가 되기 전에 그 무시무시한 힘을 꺾어놓으시기를 간구하노라! 여보게 동지들,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정예 무사 스무 명을 당장 내어주게. 저놈이 필성에서 돌아오는 길목인 이탁도와 삼해 섬 사이의 험준한 해협에 매복하고 있다가, 배를 통째로 들이받아 저 건방진 놈을 수중의 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로다. 저놈의 가련한 유랑 길을 영원한 죽음의 묘지로 만들어주마!”
그러자 무뢰배들이 일제히 상을 치며 찬동하였고, 저마다 칼을 빼 들고 오지수 장군의 대궐 안으로 들이닥쳐 피비린내 나는 모의를 다지더라.
하오나 하늘이 무심치 않으사, 저 사악한 도적 떼들의 비밀 음모는 대궐 안채에 계신 연로비 부인의 귀에 즉시 흘러 들어가게 되었도다. 마당 구석에서 가택의 대소사를 돌보던 충직한 집사 명돈이 저들의 흉계와 살기 어린 대화를 벽 너머로 엿듣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 부인의 침실로 단숨에 뛰어 들어간 참이었다. 명돈이 문턱을 넘어서자, 연로비 부인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다가와 날카롭게 물어 가로되,
“명돈아, 저 안하무인의 구혼자 놈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악행을 꾸미려고 너를 내보냈느냐? 감히 신령스러운 오지수 장군의 시녀들에게 길쌈을 멈추고 저 도적 놈들을 위한 잔치 상을 차려내라 협박하더냐! 오호라, 천지신명께 간구하오니 오늘 저들이 처먹는 음식을 제발 마지막 성찬이 되게 하소서!
다시는 이 궁궐에 모여 구혼 행각을 벌이지 못하게 하소서! 너희 무뢰배 놈들이 이탁도 가문의 가산을 마구 축내며 태명의 재산을 유린하고 있거늘, 너희는 정녕 어렸을 때 너희 부친들이 우리 오 장군의 위대함과 자애로움에 대해 들려주었던 훈계를 단 한 귀로도 듣지 않았단 말이냐! 오 장군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의를 행한 적이 없거늘, 너희의 악행과 음모는 참으로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찌 이토록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이냐!”
이에 명돈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되,
“국모 전하, 방금 제가 들은 흉계에 비하면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재앙이옵니다. 저 도적 떼들이 지금 전하의 가슴을 영원히 찢어놓을 거대한 파멸을 도모하고 있나이다. 상제께서 결단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시기를 바라오나, 구혼자 놈들이 지금 태명 도령이 필성과 서파성에서 아버님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날카로운 청동 창검으로 도령을 무참히 시해하려 모의하고 있나이다!”
이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전해 들은 연로비 부인은 온몸의 맥이 풀리고 심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하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한동안 목이 메어 말 한마디 뱉지 못하다가, 이윽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하여 가로되,
“오호라, 내 아들아! 네가 어찌 어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 위험한 만경창파로 나갔단 말이냐! 거친 바다를 군마처럼 질주하는 그 빠른 전선을 네가 어찌 감히 탔단 말이냐! 저 사악한 자들의 칼날에 네 이름 석 자마저 잃고 세상에서 영영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 하느냐!”
명돈이 머리를 조아려 가로되,
“필시 천상의 신령께서 도령의 마음을 대장부처럼 충동질하사,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지 혹은 이미 생을 마감하셨는지 그 종적을 찾게 하신 줄로 아옵니다.”
명돈이 물러가자, 옥방 안에는 가슴을 찌르는 슬픔과 차가운 한숨만이 가득 차 올랐다. 대궐 안채에 비단 의자들이 가득했으나, 부인은 차마 똑바로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 침실 차가운 문간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도다. 주위에 있던 시녀들과 늙은 노비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함께 흐느끼니, 부인이 목이 메어 부르짖기를,
“내 고결하고 용맹무쌍했던 낭군, 고려 땅에서 가장 재능 넘치고 명성이 자자했던 내 오지수 대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어치는 광풍 속에 내 하나뿐인 외동아들 태명마저 빼앗기게 생겼구나!
너희 시녀 놈들도 참으로 무심하고 배은망덕하도다! 저 아이가 밤중에 배를 타고 출항한다는 것을 너희가 필시 눈치챘을 터이거늘, 어찌 한 놈도 내 침실로 달려와 나를 깨워 알리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만일 그 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서라도 이 궁궐에 주저앉혔을 것이요, 정 떠나겠다면 차라리 나를 이 자리에서 죽여 묻고 가게 했을 것을!
당장 저 정원의 모든 나무를 돌보는 늙은 돌쇠 영감을 불러오너라. 과거 친정아버님이 내게 주신 신실한 심복이니, 영감을 저 깊은 산속에 은거 중이신 시아버님 라현 옹에게 급히 보내어 이 급보를 전하게 하라. 그리하면 노인께서 눈물로 산을 내려와, 저 불효막심한 구혼자 놈들 앞에 가 가슴을 치며 제 손자의 목숨을 살려달라 간청이라도 해보지 않겠느냐!”
이때 창고를 지키던 늙은 유모 명숙이 앞으로 나와 부인의 무릎을 잡고 통곡하며 아뢰되,
“부인, 내 사랑하는 전하! 설령 전하께서 노하사 날카로운 보검으로 이 늙은이의 목을 베실지라도 내 진실을 고하겠나이다. 실은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도령께서 떠나시기 전 제게 빵과 포도주를 구하시며, 전하께서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신명께 피로써 맹세하게 하셨나이다.
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슬피 우시다 그 고운 피부와 미모가 상하실까 두려워 도령이 효심으로 숨긴 처사이오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제 당장 옥체를 씻으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사 위층 침실로 오르소서. 천왕 상제의 따님이신 지혜낭자에게 지성으로 기도 올리시면, 여신께서 필시 도령을 저 죽음의 칼날에서 구하시고 이 풍요로운 가문을 지켜주실 것이옵니다.”
유모의 절절한 간청에 연로비 부인은 비로소 요동치던 심산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부인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깨끗이 씻은 후 고운 의복으로 갈아입고 시녀들과 함께 높은 다락방으로 올랐도다. 부인은 쟁반에 정결한 보리 알갱이를 담아 제단에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천상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상제의 지칠 줄 모르는 따님이신 지혜낭자여, 이 미천한 계집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일 제 지혜로운 낭군 오지수 왕이 생전에 이 대궐 제단에서 신명께 기름진 소고기와 양고기 허벅지살을 바치며 지성으로 공경했던 그 수많은 날들을 기억하신다면, 지금 강림하사 제 사랑하는 아들 태명의 목숨을 구원해 주소서! 저 무도한 구혼자 놈들의 포악한 손길과 칼날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해 주소서!”
부인이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애원하니, 천상의 여신께서 그 가륵한 축원을 기쁘게 가납하셨도다.
한편 대궐 마당의 사악한 구혼자 놈들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소란을 피우며 호언장담하기를,
“허허, 보아라!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여 구혼했던 저 오만한 여왕이, 이제야 제 아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중 한 명과 혼인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로다!”
저들은 천수의 돌아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헛된 망상을 떠벌리고 있었음이라. 안태우가 무리를 진정시키며 나직이 명령하되,
“동지들이여, 자랑은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 대궐 안채의 시녀들이 들으면 흉계가 탄로 날까 두려우니, 이제 조용히 일어나 가슴속에 합의한 피의 계획을 실행하러 가세나!”
안태우가 무리 중 가장 골격이 장대하고 잔인한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엄선하여 이끌고 음침한 해변으로 내려갔다. 저들은 노문에게서 빼앗은 검은 쾌속선을 깊은 바다에 띄우고, 돛대를 세우며 가죽 끈에 노를 단단히 고정한 후 하얀 돛을 넓게 펼쳤도다. 하인들이 가득 실어온 청동 창검과 무기를 사공들에게 은밀히 나누어 준 후, 저들은 이탁도와 사메 섬 사이에 위치한 작고 바위투성이인 아성도의 외진 항구에 배를 숨겨 매복하고, 오직 저녁이 되어 태명의 배가 지나가기만을 살기 어린 눈으로 기다리며 식사를 들더라.
이때 연로비 부인은 다락방 침상에 누워,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와 슬픔 속에서 음식과 미음(米飮)을 일절 거부한 채 꼬박 밤을 새우고 있었다.
어찌나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뇌했던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깊은 졸음이 부인의 삼혼칠백을 덮쳐 팔다리의 긴장이 풀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빛나는 눈을 지닌 지혜낭자께서 부인의 이 애처로운 처지를 굽어살피시고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리셨도다. 여신은 허공의 안개를 모아, 저 멀리 배래 고을에 사는 우밀의 아내이자 위대한 이건 대감의 딸인 이훤의 형상을 한 생생한 유령(幻影)을 한 분 빚어내셨도다.
여신이 유령을 오지수 장군의 대궐로 날려 보내시니, 유령은 옥방의 단단한 빗장 틈을 연기처럼 스르륵 타고 들어가, 잠든 연로비 부인의 머리맡에 우뚝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 가로되,
“동생 연로비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이토록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있느냐. 천상의 편안하게 사시는 신명들께서는 네가 이토록 눈물을 흘리며 번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느니라. 네 장한 아들 태명은 지금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으니 마음을 놓아라. 그 아이는 천지신명께 단 한 점의 죄과도 저지르지 아니한 올바른 장부니라.”
꿈의 문턱에서 여전히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총명한 연로비 부인이,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대답하여 가로되,
“언니, 언니의 가택은 멀고 먼 곳에 있거늘 어찌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나이까. 언니는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이 수많은 고통을 잊으라 하시나, 내 일찍이 사자처럼 용맹하여 그리스 전역에 명성이 자자했던 숭고한 낭군을 잃지 않았나이까.
하오나 지금은 내 남편보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내 아들 태명이 백배는 더 걱정되나이다! 저 아이가 거친 바다와 이국땅에서 무슨 해를 입을지 두려워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나이다. 지금 대궐 마당에는 저 아이를 증오하는 원수들이 가득하여, 아이가 고향 항구에 닿기도 전에 목을 베어 죽이려고 매복해 있나이다!”
안개와 같은 유령이 동생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위로하여 가로되,
“동생아, 용기를 내어라! 마음의 불안과 공포를 깨끗이 씻어내어라. 저 장한 태명의 곁에는 천하의 대여신 지혜낭자가 늘 그림자처럼 동행하며 길잡이가 되어주고 계시느니라.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이 그분의 가호를 입고자 밤낮으로 피로써 기도하거늘, 그 권능은 실로 우주를 뒤흔들 만큼 막강하시도다. 여신께서 네 지극한 모성애와 슬픔을 가엾게 여기사, 내 자네의 꿈속에 들어가 이 천기를 전하라 명하셨느니라.”
지혜로운 연로비 부인이 꿈속에서 다시 간절히 물어 가로되,
“언니가 정녕 신령의 명을 받고 온 거룩한 사자시라면, 부디 내 불쌍한 남편 오지수 왕의 소식도 들려주소서! 그이가 아직 이 세상의 햇빛을 보며 살아 계시나이까, 혹은 이미 지하 황천의 객이 되셨나이까!”
그러자 유령이 안색을 흐리며 조용히 머리를 저어 가로되,
“그분이 살았는지 혹은 죽었는지는 내 자네에게 확답을 줄 수 없느니라. 본디 천상의 법칙에 바람처럼 실체가 없고 만질 수 없는 천기를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엄히 금지되어 있느니라.”
말을 마친 유령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새벽바람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니, 연로비 부인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도다. 부인은 밤새 꾼 꿈이 실로 도술을 부린 듯 생생하고 영험하여, 짓누르던 가슴의 체증이 씻은 듯 사라지고 마음에 큰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음을 느꼈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매복한 구혼자 무리의 검은 쾌속선은 어두운 파도를 가르며 아성도 바위섬의 흑암 속에 숨어, 오직 소년 태명을 도륙할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탁도의 푸른 바다 위에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가 몰아칠 징조가 실로 첩첩산중이더라.
==제5권 가립선의 섬과 난파당한 오지수==
새벽이 티토노스 신과 함께 잠자리에서 일어나 불멸의 신들과 필멸의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주었다. 신들은 위대한 천둥의 신 상제와 함께 회의를 열었다. 지혜의 여신은 님프 가립선에게 갇혀 있는 오지수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걱정하였다.
「아버지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그녀가 이르되, 「더 이상 왕권이 있는 왕이 친절하거나 온화하거나 옳고 그름을 분별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소서. 모든 왕은 잔인하고 불의해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아버지처럼 온화하게 통치하였으나, 이제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불쌍한 그는 섬에 고립되었고, 가립선는 그를 강제로 자기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이다. 배도 없고, 노도 없고,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을 도와줄 동료도 없나이다. 그의 아들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모래 언덕의 필성와 찬란한 사필성로 갔고, 그들은 그가 돌아오면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구름을 쌓아 올리시는 상제 신께서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시며 대답하시되,
「아, 딸아.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오지수가 와서 구혼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을 네가 계획하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네 모든 지혜를 발휘하여 태명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구혼자들이 실패하여 떠나가게 하라.」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아서서 이르되,
「사랑하는 허명아, 너는 나의 사자다. 여신께 우리의 확고한 뜻을 전하거라.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난을 겪었다. 신이나 인간의 안내자 없이, 그는 임시로 만든 뗏목 위에서 비참하게 이십 일을 표류하다가 비옥한 스케리아에 도착할 것이다. 마법을 행하는 파이아키아인들은 그를 신처럼 대하며, 청동과 금, 그리고 옷가지들을 선물로 주어 고향으로 보내 줄 것이다. 트로이에서 직접 약탈품을 가지고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향의 높은 지붕 아래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허명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바다와 육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황금 샌들을 발에 신고, 사람들의 눈을 원하는 대로 잠들게 하거나 깨우는 마법 지팡이를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신은 온 힘을 다해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피에리아를 어루만진 후, 하늘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마치 물고기를 잡는 갈매기처럼 파도 사이를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짠 바닷물에 날개를 적셨다. 그렇게 허명은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멀리 떨어진 섬에 도착하여 남색 바닷물에서 해안으로 발을 내딛고 여신이 사는 동굴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땋은 머리를 한 가립선이 앉아 있었다. 난로 옆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감귤과 소나무 향기가 섬 전체에 퍼져 있었다. 동굴 안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금으로 만든 북으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동굴 주변에는 오리나무, 포플러, 향기로운 삼나무 등 울창한 숲이 무성하였다. 숲은 날개로 가득하였다. 새들은 그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바다에서 사냥을 하였다. 올빼미, 매, 입을 크게 벌린 갈매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탐스럽게 익은 포도나무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동굴을 감싸고 있었다. 네 개의 샘에서 반짝이는 물이 솟아나와 서로 얽히고설킨 물줄기를 이루었다. 초원에는 셀러리와 제비꽃이 은은하게 피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에 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조차도 기뻐할 만한 광경이었다. 한때 아르고스를 죽였던 불멸의 신 허명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에 감탄하며 멈춰 섰다. 마침내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찬란한 여신 가립선은 그를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불멸의 신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라. 그러나 허명은 오지수를 찾지 못하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해변에 앉아 슬픔과 고통에 잠겨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허무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신성한 가립선은 손님에게 눈부시게 빛나는 의자에 앉으라 권하며 이르되,
「친애하는 친구여, 황금 지팡이의 허명 신이시여,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 아니신데, 무슨 용건이시옵니까. 제 마음은 만일 운명이라면, 제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나이다. 자, 들어오소서. 제가 당신을 환영해 드리겠나이다.」
그러자 여신은 그를 암브로시아가 가득 쌓인 식탁으로 안내하고 붉은 넥타르를 섞어 주었다. 변덕스러운 허명은 배가 부를 때까지 마시고 먹은 후, 그가 온 이유를 설명하되,
「당신은 여신이고 저는 신인데, 어찌하여 제가 여기에 있는지 묻는구나. 자, 말씀드리겠나이다. 상제께서 저에게 오라 명하셨나이다. 저는 오고 싶지 아니하였나이다. 누가 끝없이 펼쳐진 짠 바다를 건너고 싶어 하겠나이까. 신들이 훌륭한 제물을 바치는 인간 마을은 이 근처에 없나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없나이다. 상제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여기에 살고 있다 말씀하셨나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도시와 구 년 동안 싸우다가 십 년째 되는 해에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간 전사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지혜의 여신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바람과 거센 파도를 일으켜 그의 용감한 동료들을 모두 죽였고, 그 자신도 파도에 휩쓸려 이곳에 오게 되었나이다. 상제께서는 그를 즉시 고향으로 보내라 명하셨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는 것이 그의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가족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니라.」
가립선은 몸을 떨며 그에게 주먹을 날리되,
「잔인하고 질투심 많은 신들이여. 너희는 여신이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원한을 품는구나. 편안하게 사는 신들은 분홍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오리온을 데려갔을 때 분노하였고, 황금 옥좌에 앉은 순결한 아르테미스는 부드러운 화살로 그를 공격하여 죽였느니라. 옥수수 머리를 땋은 데메테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아시온과 밭고랑에서 사랑을 나누었느니라. 상제가 이 사실을 알고 번쩍이는 불꽃을 던져 그를 죽일 때까지 말이다. 이제 너희 남신들은 내가 남자와 함께 산다 나에게 화를 내는구나. 내가 구해 준 남자와 말이다. 상제는 그의 배를 꼼짝 못하게 하고 번개로 산산조각 냈느니라. 그의 친구들은 모두 포도주빛 바다에서 죽었느니라. 이 남자만이 뱃머리를 붙잡고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이곳, 내 집으로 왔느니라. 나는 그를 돌보고 사랑하였으며, 그를 시간과 죽음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 맹세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외에는 다른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신은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있나이다. 그러니 상제의 명령이라면 그를 보내소서. 황량한 바다를 건너게 하소서. 저는 배도 없고 노 젓는 사람도 없으니 호위병을 보내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제가 아는 것을 그와 나누고, 그가 무사히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기꺼이 유용한 조언을 해 드리겠나이다.」
상제의 종인 중재자는 이렇게 대답하되,
「그렇다면 지금 보내소서. 상제의 분노를 사지 마소서. 그를 화나게 하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의 분노가 당신을 해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상제의 명령을 받아들인 여신은 오지수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해변에서 그를 발견하였다. 그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그녀가 그를 기쁘게 해 주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밤마다 그녀의 동굴 안에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원하였으나,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아니하였다. 낮에는 오지수가 바위투성이 해변에 앉아 눈물과 슬픔에 잠겨 허탈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가엾은 자여. 제발 슬퍼하지 마시오. 당신의 삶을 헛되이 낭비할 필요는 없소. 이제 당신을 보내 드릴 준비가 되었소. 청동 검으로 나무줄기를 잘라 뗏목을 만들고, 갑판을 덧대어 안개 낀 바다를 건너게 하시오. 내가 물과 포도주, 음식을 제공하여 굶주림을 면하게 해 주고, 옷도 입혀 주겠소. 그리고 하늘의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신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바람도 보내 주겠소. 그들은 나보다 강하니,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될 것이오.」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어 온 오지수는 몸을 떨며 여신에게 말을 쏟아내되,
「여신이시여, 당신은 제 안전한 통행이 아닌 다른 속셈을 품고 계시는군요. 상제의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튼튼한 범선조차도 건너지 못할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심연을 고작 뗏목 하나로 건너라 하시는 것이옵니까. 안 됩니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제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저는 뗏목에 타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신성한 가립선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어루만지며 이르되,
「이런 건방진 녀석이여. 네 말을 보니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구나. 그러나 이 땅과 하늘, 그리고 스틱스 강물에 맹세하건대, 신들이 맹세하기에 가장 강력한 맹세인데, 나는 너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맹세한다.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나 자신을 위해 했을 것처럼 너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나는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 마음은 착하고 선량하며, 너를 불쌍히 여긴다.」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장섰고, 오지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동굴에 도착하였다. 허명이 앉아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오지수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여신은 그에게 인간의 음식과 음료를 주었다. 여신은 신과 같은 모습의 오지수를 마주 보고 앉았고, 여종들은 그녀에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앞에 놓인 귀한 것들을 받아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였다. 여신 여왕은 말을 시작하되,
「상제의 축복을 받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지수여, 자네 계획은 늘 바뀌는군. 그토록 사랑하는 고향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잘 가라. 그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될지 알았다면, 나와 함께 여기에 남아 불멸의 삶을 살았을 터인데. 물론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으나 말이다. 게다가 내 몸이 그녀보다 훨씬 낫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키도 내가 더 크고. 필멸의 존재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불멸의 존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지.」
오지수는 재치 있게 이르되,
「위대한 여신이시여, 저에게 노하지 마소서. 당신 말씀이 맞나이다. 제 아내 연로비는 결코 당신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이다. 그녀는 인간이오나 당신은 불멸하고 영원하시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고, 매일 그날이 오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어떤 신이 포도주처럼 검은 바다에서 저를 쳐죽인다 해도 저는 견뎌 낼 것이옵니다. 이제 저는 고통에 익숙해졌나이다. 바다와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라나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서로를 꼭 껴안고 사랑의 기쁨을 누렸다. 봄날 새벽이 꽃으로 하늘을 물들일 무렵, 그들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오지수는 망토와 튜닉을 입었고, 가립선은 아름다운 은빛 긴 옷을 입었다. 그녀는 허리에 금빛 띠를 두르고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는 그 남자를 위해 여정을 준비하였다. 그녀는 그의 손에 꼭 맞는 도끼를 주었는데, 손잡이는 최고급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졌고, 거대한 청동 날은 양쪽 모두 날카로웠다. 또한 잘 닦인 자귀도 주었다. 그녀는 그를 섬 끝으로 안내하였는데, 그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검은 포플러, 오리나무,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전나무들은 잘 말린 목재로 만든 날렵한 배를 만들기에 적합하였다. 가립선 여신은 그에게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보여 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오지수는 출발하여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는 청동 도끼로 나무줄기 스무 개를 베어 능숙하게 다듬고 곧게 깎았다. 가립선은 송곳을 가져왔고, 그는 모든 판자에 구멍을 뚫고 서로 맞물려 못과 고정 장치로 단단히 고정하였다. 마치 숙련된 사람이 배의 곡선을 따라 뗏목의 폭을 재듯이, 오지수는 뗏목의 폭을 그렇게 넓게 만들었다. 그는 측면 갑판을 촘촘하게 박은 틀에 맞춰 홈을 파고, 늑골을 따라 긴 판자를 고정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안쪽에 돛대를 세우고, 배를 똑바로 조종하기 위해 돛대와 키를 연결하였다. 그는 배에 덤불을 쌓고, 물이 새지 않도록 옆면을 등나무 세공으로 틈을 메웠다. 가립선은 그에게 돛을 만들 천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능숙하게 돛을 만들었다. 그는 버팀대, 돛줄, 돛줄을 묶고 지렛대를 이용하여 배를 바다에 띄웠다. 작업은 나흘이 걸렸고, 닷새째 되는 날 가립선은 그를 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를 씻기고 향 냄새가 나는 옷을 입혔다. 뗏목에는 포도주 한 병, 물 한 병, 그리고 많은 양의 식량을 실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미지근한 바람을 이용하여 그를 배웅하였다.
오지수는 기쁜 마음으로 돛을 펼쳐 바람을 받았고, 능숙하게 키를 조종하였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아니하였다. 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늦게 지는 목동자리, 그리고 사람들이 쟁기자리라고도 부르는 곰자리는 한 자리를 중심으로 돌며 오리온자리를 가리키는데, 오리온자리는 바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일한 별이다. 여신들의 여왕 가립선은 그에게 항해하는 동안 곰자리를 왼쪽에 두라 말하였다. 그는 칠일 열흘 동안 바다를 항해하였고, 열여덟째 날에 안개 낀 바다 너머로 방패처럼 솟아오른 페아키아 땅의 흐릿한 산이 나타났다.
남만인들에게서 돌아오던 중 솔리마 산에 잠시 머물렀던 지진의 신 포세이돈은 멀리서 뗏목을 보았다. 격분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하되,
「이건 말도 안 된다. 내가 없는 동안 신들이 오지수에 대한 계획을 바꾼 모양이구나. 그는 이제 거의 파이아키아에 다다랐는데, 그곳은 지금 그를 묶고 있는 고통의 밧줄에서 벗어나야 할 운명인데. 그러나 나는 그를 더 괴롭혀서, 그가 지칠 때까지 계속 괴롭혀야겠다.」
그는 구름을 모아 삼지창을 움켜쥐고 바다를 휘젓고 온갖 바람을 일으켜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다. 밤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에우루스, 노투스, 폭풍을 일으키는 제피로스와 하늘의 아들 보레아스가 모두 쓰러져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오지수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는 절망에 빠져 외치되,
「또 고통이라니. 어떻게 끝나는 것인가. 여신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구나. 상제가 공기를 휘젓고 있구나. 저 구름들을 보라. 그가 파도를 일으키니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죽음뿐이다. 트로이 평원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을 돕다가 죽은 그리스인들은 정말 운이 좋았구나. 펠레우스의 아들 시신 주위에서 트로이 사람들이 청동 창이 달린 창을 던지던 바로 그날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장례식도 치르고 그리스인들에게 존경도 받았을 터인데. 그러나 이제 이렇게 잔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다니.」
그때 파도가 그를 덮쳐 뗏목이 뒤집혔고, 그는 뗏목에서 떨어졌다. 키는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왔고, 거대한 돌풍이 돛대를 부러뜨렸다. 돛과 돛대는 바다로 떠내려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 가립선이 준 옷이 그를 무겁게 하였다. 마침내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입에서 시큼한 바닷물을 뱉어 냈다. 바닷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고통과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뗏목을 기억해 파도를 헤치고 뗏목을 끌어올리려고 달려들었다. 그는 뗏목 위에 올라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거대한 파도가 뗏목을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마치 북풍에 실려 초원을 가로질러 엉겅퀴가 빽빽하게 자라나듯, 바람은 뗏목을 바다 위로 휩쓸고 지나갔다. 남풍이 뗏목을 내던지고, 북풍이 뗏목을 붙잡고, 동풍이 물러나 서풍이 뗏목을 몰아갔다.
그때, 한때 인간이었고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이제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신들과 함께 숭배받는 카드무스의 딸이자 백색 여신인 이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가 고통받고 길을 잃은 것을 가엾게 여겼다.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갈매기처럼 그녀는 바다에서 솟아올라 뗏목 위에 앉아 이르되,
「가엾은 사람이여. 어째서 분노한 해신이 당신에게 고통의 여정을 안겨 주는가. 그러나 그의 적개심이 당신을 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은 총명해 보인다. 내 말대로 하라. 옷을 벗고 뗏목은 바람에 날려 가게 두어라. 팔만 사용하여 파에아키아로 헤엄쳐 가거라. 운명은 네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정하였다. 자, 내 스카프를 받아 가슴 아래에 묶으렴. 이 불멸의 베일로 너는 죽음이나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그러나 마른 땅에 도착하면 스카프를 풀어 바다로, 육지에서 멀리 던져 버리렴. 그리고 돌아서렴.」
여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갈매기처럼 거센 파도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검은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그토록 많은 위험을 겪었던 영웅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나이다.
「어떤 신이 뗏목을 버리라 하였으나, 신들이 또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아직 그녀를 믿을 수 없다. 그녀가 도망치라 한 땅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렇게 해야겠다. 이 나무 기둥들이 버티는 한,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겠다. 그러나 파도가 내 뗏목을 산산조각 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헤엄쳐야겠지.」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진의 신 포세이돈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파도를 일으켜 그의 머리 위로 솟구치게 한 다음, 그에게 던졌다. 마치 사나운 바람이 마른 밀기울 더미를 휘날리게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듯이, 뗏목의 긴 나무 기둥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널빤지에 올라타 마치 말을 탄 것처럼 배를 타고 나아갔다. 그는 가립선이 준 옷을 벗었으나, 스카프는 가슴에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어 팔을 벌려 헤엄쳤다. 지진의 신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되,
「드디어 고통을 느끼는구나. 하늘의 신 상제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바다를 떠내려가거라. 그러나 그때에도 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멋진 갈기를 가진 말들을 몰아 집이 있는 아이가이 섬으로 향하였다.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은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녀는 다른 모든 바람의 진로를 막고, 멈추라 명령하여 잠들게 하였으나, 빠른 바람의 신 보레아스를 깨워 그의 앞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지수는 파이아키아에 도착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었느니라.
이틀 밤낮으로 그는 파도 위를 표류하였다. 매 순간 죽음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눈부신 새벽빛이 세 번째로 비추자 바람이 멈췄다. 미풍도 없고, 완전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올라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가까이에 해안이 보였다. 마치 아버지가 며칠 동안 병들고 쇠약해져 잔혹한 악령에 시달리다 마침내 신들이 그를 되살려 주었을 때 자녀들이 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오지수 또한 육지를 보았을 때 똑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헤엄쳐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가 귓가에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트림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짠 거품으로 뒤덮였다. 배를 위한 안식처는 없고, 깎아지른 절벽과 암초뿐이었다. 오지수는 심장이 멎을 듯하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떨리는 몸이었으나 결연한 의지로 그는 스스로에게 이르되,
「상제께서 내 희망을 뛰어넘어 내게 육지를 보여 주셨구나. 내가 심연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 잿빛 바다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아니한다. 해안에는 가파른 절벽이 있고, 사방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바위는 깎아지른 듯하고, 바다는 해안 가까이 깊다. 발을 디디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것이다. 기어오르려 하면 파도가 덮쳐 뾰족한 바위에 내동댕이칠 테니, 소용없다. 그러나 내가 더 멀리 헤엄쳐 나가 만이나 후미, 경사진 해변을 찾아다니면 폭풍우가 다시 나를 덮쳐 슬픔에 울부짖으며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 신이 암피트리테가 키우는 것과 같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낼지도 모른다. 나는 포세이돈이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파도가 거세져 그를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내던졌다. 지혜의 여신이 그를 생각해 주지 아니하였더라면 그의 살은 찢어지고 뼈는 부서졌을 것이니라.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고 신음하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매달렸다. 그러나 곧 파도가 다시 밀려와 그를 세차게 때리고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마치 굴에서 끌려나온 문어의 빨판에 조약돌이 잔뜩 달라붙듯이, 그의 강한 손은 바위에 긁혀 살점이 벗겨졌다. 거대한 파도가 다시 그를 덮쳤다. 지혜의 여신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그는 비참하게 너무 일찍 죽었을 것이니라. 그는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에서 올라와 완만한 경사의 해변이나 바다와의 만을 찾아 육지를 향해 헤엄쳐 갔다. 그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어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쳤다. 그곳은 바람을 막아 주는 매끄럽고 돌이 없는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그는 물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되,
「알 수 없는 신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였나이까. 저는 소금기 있는 바다와 포세이돈을 피해 왔나이다. 불멸의 신들조차 지금 저처럼 길을 잃은 인간을 존중하나이다. 저는 온갖 고난을 겪고 당신의 흐르는 강물에 이르렀나이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는 당신의 간청자이옵니다.」
물살이 멈추고 강의 신이 파도를 잠잠하게 하였다. 그는 그를 안전하게 강어귀로 인도하였다. 그의 다리에 쥐가 났다. 바닷물이 그를 부숴 버린 것이니라. 부어오른 몸에서 입과 콧구멍으로 소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숨이 차고 말없이 그곳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끔찍한 피로가 그를 덮쳤다. 겨우 숨을 쉬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여신의 스카프를 벗어 바다로 흐르는 강물에 던져 넣었다. 강한 물살이 스카프를 휩쓸어 내려갔고, 이노의 손이 그것을 건져 올렸다. 그는 땅 위로 기어 올라와 갈대밭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생명을 주는 땅에 입맞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속으로 이르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될까. 이 강가에서 밤새도록 깨어 있으면 잔혹한 서리와 부드러운 이슬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내 생명은 허약함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이 강가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저 비탈길을 올라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빽빽한 덤불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 추위와 피로를 떨쳐 낸다면, 야생 동물들이 나를 발견하고 먹잇감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물가 근처의 개활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가시나무와 올리브나무가 함께 자란 두 그루의 관목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강한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비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잎들은 너무나 빽빽하게 얽혀 자라 있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 잎들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영웅은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는 그 안에 누워 잎들을 더 쌓아 올렸다. 마치 이웃 없는 외딴 농장에서 사는 사람이 불씨를 아끼고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타오르는 횃불을 검은 숯 속에 묻는 것처럼, 오지수는 잎 속에 몸을 숨겼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감게 하여 모든 고통과 피로를 끝낼 수 있도록 잠을 내려 주었느니라.
==제6권 공주와 그녀의 빨래==
오지수는 고난을 겪었느니라. 길고 험난한 여정에 지친 영웅은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무릉도인들에게로 갔다. 이들은 원래 춤의 땅 희리국에 살았으나, 강력한 이웃인 독안거인들이 끊임없이 약탈을 일삼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무릉도의 왕 도화원주가 그들을 멀리 떨어진 도화원으로 데려가 성벽을 쌓고 집과 신전, 그리고 땅을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후 신이 내린 지혜를 가진 알진오가 왕위에 올랐다.
눈빛이 총명한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의 귀환을 돕기 위해 그의 궁전으로 갔다. 그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침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젊은 공주 나우공주가 잠들어 있었다. 문 밖에는 노비 두 명이 나란히 잠들어 있었으니, 모두 은총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적인 소녀들이었다. 빛나는 문은 닫혀 있었으나, 여신은 바람처럼 나우공주의 침실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유명한 뱃사람 디마스의 딸이자 나우공주와 같은 나이의 절친한 친구로 변장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오, 나우공주여. 너무 게으르구나. 네 어머니가 너를 가르쳤어야 했는데. 네 옷은 더러운 더미로 널려 있구나. 곧 결혼할 터인데, 입을 예쁜 드레스도 있어야 하고, 들러리들에게 줄 옷도 있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날이 밝으면 빨래를 해야지. 내가 가서 도와줄 터이니 금방 끝날 것이다. 분명 오래도록 결혼하지 않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네 고향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벌써 너에게 구혼하고 싶어 하거늘. 그러니 새벽에 아버지께 가서 옷과 스카프, 시트를 실을 노새가 끄는 수레를 달라 하렴. 걸어서 가지 말고 수레를 타고 가야 하느니라. 빨래터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느니라.」
여신은 소녀의 눈을 들여다본 후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곳이 신들이 영원히 거하는 곳이라 말하느니라.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지도 아니하고, 비에 젖지도 아니하며, 눈으로 덮이지도 아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산 위에 펼쳐져 있고, 온통 하얀 광채가 감도다. 축복받은 신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느니라.
그때 새벽이 아름다운 옥좌에서 내려와 소녀를 깨웠다. 소녀는 꿈이 생각나서 놀라워하며 예쁜 옷을 입고 홀 안에 있는 부모님께 가서 이야기하였다. 어머니는 난로 옆에 앉아 바다색 실을 잣고 있었고, 하녀들이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백성들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명한 조언자들과 함께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곁에 서서 이르되,
「아버지, 제게 큰 바퀴가 달린 마차를 준비해 주시겠나이까. 제 좋은 옷들을 강가에 가져가 빨래하고 싶사옵니다. 옷이 너무 더러우니이다. 아버지도 중요한 계획을 세우실 때 조언자들을 만나실 때는 깨끗한 옷을 입으셔야 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셔야 하옵니다. 아버지의 다섯 아들들 중 두 명은 결혼하였으나 세 명은 건장한 미혼남이오니, 무도회에 갈 때는 항상 깨끗하게 빨래한 멋진 옷을 입고 싶어 하시나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아버지께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대답하되,
「얘야, 노새든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겠노라. 어서 가거라. 종들이 마차에 짐칸을 달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종들을 불렀고, 종들은 순종하여 마차를 준비하고 바퀴를 점검한 다음, 노새들을 끌어와 멍에를 씌웠다. 소녀는 형형색색의 옷들을 꺼내 수레에 실었고, 어머니는 바구니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담았다. 감람, 치즈, 포도주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염소 가죽에 넣어 보관하였다. 소녀는 수레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목욕 후 쓸 기름이 든 금빛 병을 소녀에게 건네 주었다. 나우공주는 채찍과 고삐를 잡고 채찍을 휘둘렀다. 노새들은 서둘러 가고 싶어 마구를 덜컹거리며 옷과 소녀, 그리고 모든 노비들을 싣고 출발하였다.
그들은 항상 물웅덩이가 가득 찬 아름다운 강에 도착하였다. 강물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아래에서 솟아올라 가장 더러운 빨래도 씻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노새들을 풀어 주고 강가로 몰아 시냇가 옆의 꿀처럼 달콤한 풀을 뜯게 하였다. 소녀들은 수레에서 빨래를 꺼내 빨래터로 가져가 서로 경쟁하듯 발로 밟았다. 더러움이 사라지자 그들은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조약돌을 해변으로 밀어내는 강가에 빨래를 널었다. 그들은 목욕을 하고 감람유를 몸에 발랐다. 그런 다음 강둑에 앉아 음식을 먹고 햇볕에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머리 스카프를 벗고 공놀이를 하러 갔다. 하얀 팔을 가진 공주는 아림 여신처럼 활을 쏘며 그들을 이끌었다. 마치 태기 산과 이만 산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아림처럼, 그녀는 멧돼지와 날렵한 사슴과 함께 달리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아이기스 왕 상제의 시골 딸들은 그녀 주위에서 뛰어놀았고, 레토는 모두가 아름다웠으나 자신의 딸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래서 나우공주는 그들 모두보다 훨씬 돋보였느니라.
그러나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 노새에 멍에를 씌우고 빨래를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지혜의 여신의 눈이 번뜩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예쁜 공주를 보고 페아키아인들의 마을까지 호위를 받아야 하였다. 공주는 노비 소녀에게 공을 던졌으나, 소녀는 공을 잡지 못하였다. 공은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졌고, 소녀들은 모두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생각에 잠기되,
「내가 지금 있는 이 나라는 어떤 곳인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폭력적인가, 아니면 선량하고 친절하며 신을 경외하는가.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험준한 산꼭대기와 강가, 풀이 무성한 초원에 자주 나타나는 산령녀들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사람의 목소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노라.」
오지수는 덤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마치 산사자가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소나 양, 혹은 들사슴을 공격할 때 눈빛이 이글거리듯 빛나고, 굶주림에 못 이겨 튼튼한 양 우리를 헤집고 다니듯, 오지수 역시 발가벗은 몸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들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소금으로 범벅이 된 그의 모습은 끔찍하였다. 소녀들은 겁에 질려 해안가를 따라 이리저리 도망쳤다. 그러나 나우공주는 가만히 서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녀의 다리 떨림을 멈추게 하고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의 무릎을 만져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매력적인 말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옷을 달라 애원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결국 그는 거리를 두고 말로 애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놀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계산된 아첨이었다.
「부인이여, 제발. 당신은 신이시옵니까, 아니면 인간이시옵니까. 만일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여신이시라면, 당신은 상제의 딸 아림처럼 생겼나이다. 키도 크고 아름다우시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땅에 사는 인간이시라면, 당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참으로 행운아옵니다. 세 배로 행운이지요. 활짝 피어나는 새싹이자 무용수들의 우두머리인 당신을 보니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그리고 당신을 지참금과 함께 신부로 맞이하는 남자는 단연코 가장 행운아옵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나이다. 단 한 번도요. 당신을 보면 제 눈이 부시나이다. 저는 전쟁과 고난을 향해 가는 길에 한때 델로스에 갔나이다. 제 군대도 저와 함께 행군하였지요. 아로왕의 제단 옆에 어린 야자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나이다. 저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감탄하였나이다. 그렇게 마법 같은 나무는 본 적이 없었나이다. 부인이여, 당신은 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로잡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껴 당신의 무릎에 손을 대기가 두렵나이다. 그러나 저는 절박하나이다. 저는… 옥기섬에서 이십 일 동안 폭풍우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어제 어떤 신이 저를 바로 이곳으로 데려왔나이다. 아마도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겠지요. 신들이 할 일을 다 하기 전까지는 제 고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부인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신창이가 된 저는 당신께, 당신이 제일 먼저 찾아왔나이다. 이 나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마을을 알려 주시고, 혹시 여기 오실 때 옷을 가져오셨다면 입을 누더기라도 좀 주소서. 신들이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집과 남편,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부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원수는 질투하고 친구는 기뻐하며 큰 명예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하얀 팔을 가진 나우공주가 대답하되,
「이봐요, 나그네여. 당신은 용감하고 영리해 보이시옵니다. 상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아시지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뜻대로 말입니다. 당신의 고난은 그분에게서 온 것이니 감당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 땅에 오셨으니 옷이나 필요한 것은 부족함 없이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이곳 사람들은 무릉도인이라 불리고, 저는 위대한 알진오 왕의 딸이옵니다. 우리 백성의 힘과 권력은 바로 그분께 달려 있나이다.」
그리고는 머리를 땋은 노비들을 부르되,
「얘들아, 잠깐만. 어찌하여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냐. 얘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세상에 태어난 그 어떤 사람도 적개심을 품고 우리 무릉도에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니까. 우리 섬은 외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느니라. 그러나 이 불쌍한 사람은 길을 잃었으니 우리가 돌봐 주어야 하느니라. 모든 외국인과 거지들은 상제의 선물이니, 어떤 친절이든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낯선 사람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주고, 바람을 피해 강가에서 씻겨 주렴.」
그들은 멈춰 서서 알진오의 딸인 공주가 말한 대로 오지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자고 서로 부추겼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옷, 즉 튜닉과 장포를 주고, 금병에 담긴 감람 기름을 주어 강가로 데려가 씻겨 주었다. 오지수는 공손하게 이르되,
「얘들아, 여기서 좀 떨어져서 기다려라. 내가 더러운 등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니라. 꽤 오래되었거늘. 부디 조용히 씻게 해 다오. 예쁜 아가씨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 부끄럽구나. 머리카락도 예쁘고.」
그래서 그들은 물러나서 여주인에게 말하였다. 그런 다음 오지수는 강물로 등과 어깨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머리카락에 붙은 바닷소금을 씻어 냈다. 그러나 그가 깨끗하게 씻고 기름을 듬뿍 바르고, 젊은 미혼 소녀가 준 옷을 입자, 지혜의 여신은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보이게 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자운화처럼 곱슬곱슬하게 자라게 하였다. 마치 지혜의 여신과 해필수가 숙련된 장인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은에 금을 부어 더욱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처럼,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는 바닷가로 가서 앉았다. 그의 잘생김은 눈부셨느니라.
소녀는 깜짝 놀라 단정하게 머리를 손질한 여종들에게 이르되,
「얘들아, 내 말 잘 들어라. 오림산에 사는 신들이 이 남자가 내 신과 같은 백성들과 만나기를 바라셨던 것이 틀림없다. 전에는 가난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하늘에 사는 신 같구나. 나도 이런 남자, 여기 살면서 머물고 싶어 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구나. 자, 얘들아, 이제 이 낯선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라.」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소녀들은 복종하여 오지수에게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오지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마셨다. 그는 거의 굶주린 상태였다. 음식을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때 팔이 하얀 나우공주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그녀는 옷을 접어 수레에 싣고, 노새들에게 멍에를 씌운 다음 수레 안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오지수에게 분명한 지시를 내리되,
「낯선 이여, 준비하시오. 마을로 가셔야 하나이다. 그러면 우리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드리겠나이다. 똑똑해 보이시니 제 말대로 하시오. 들판과 농지를 지나갈 때, 당신은 소녀들과 함께 노새 뒤에서 재빨리 따라오시오. 제가 앞장서겠나이다. 그러면 양쪽에 경치 좋은 항구가 있고, 좁은 문이 있는 높은 성벽에 도착할 것입니다. 문 앞에는 곡선형 배들이 길을 따라 정박해 있는데, 각 배마다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나이다. 만남의 장소는 해신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데, 신전에는 땅속 깊이 박힌 무거운 돌들이 박혀 있나이다. 그곳에서 일꾼들은 배의 장비, 즉 밧줄과 돛을 만들고 노를 다듬나이다. 무릉도 사람들은 활쏘기에는 관심이 없나이다. 그들의 열정은 돛과 노, 그리고 배에 있으며, 그들은 그것으로 어둡고 회색빛 바다를 건너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서 저를 험담할까 봐 걱정이옵니다. 무례한 사람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저 덩치 큰 남자는 누구인가. 저 낯선 사람은 어디서 만났는가. 저 사람이 저 여자의 남편이 될까. 저 여자는 저 남자를 얻었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배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그녀를 꼭 안아 준 것이겠지. 그녀가 다른 곳에서 온 남자를 만났다면 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을 경멸하거든. 비록 많은 귀족 구혼자들이 있으나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나 같으면 결혼 전에 남자들과 너무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규칙을 어긴 여자를 비난하겠지. 그러나 잘 들어 보시오, 나그네여.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 드리겠나이다. 길가에 미루나무 숲이 있나이다. 그곳에는 샘물이 있고 주변에는 초원이 펼쳐져 있지요. 그곳은 지혜의 여신의 땅이옵니다. 아버지가 과수원과 영지를 가지고 계신 곳이지요. 사람 목소리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거기 앉아서 내가 마을에 있는 아버지 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내가 도착하였다고 생각되면, 계속 걸어가서 위대한 아버지, 알진오 왕의 궁전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오.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주 어린아이도 그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 집은 무릉도의 다른 집들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안뜰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 곧장 큰 홀로 가시오. 어머니께서 벽난로 옆에서 불빛을 받으며 놀라운 자주색 양털을 잣고 계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기둥에 기대어 서 계시고, 그 뒤에는 노비들이 서 있지요.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바로 옆에 왕좌에 앉아 신처럼 포도주를 홀짝이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지나쳐 어머니의 무릎에 엎드려 간청하시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잘해 주시고 마음속으로 당신을 좋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집으로,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빛나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재촉하였다. 노새들은 강물을 떠나 발굽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갔다. 그녀는 노비들과 위대한 오지수가 걸어갈 수 있도록 천천히 노새를 몰았다. 해가 지고 있을 때 그들은 지혜의 여신의 유명한 신전인 숲에 도착하였다. 오지수는 그곳에 앉아 곧바로 전능한 상제의 딸에게 기도하되,
「상제의 딸이시여, 불굴의 여왕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땅을 뒤흔드는 신이 저를 파멸시킬 때 당신께서 저를 도우셨다면, 그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 무릉도에서 따뜻하게 맞아 주시옵소서.」
지혜의 여신은 그의 기도를 들었으나, 오지수가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오지수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니라.
==제7권 마법의 왕국==
이에 오지수 장군은 인내심을 가다듬고 자리를 펴고 앉아 하늘에 기도를 올리니라. 그 사이에 튼튼하고 준수한 노새들이 소녀를 실어 마을로 향하니, 소녀는 마침내 아버지 궁궐 문 앞에 이르렀도다. 그의 오라버니들은 마치 불멸의 신선처럼 모여들어 노새의 마구를 벗기고 옷을 안으로 들여놓았으며, 소녀는 제 방으로 들어가니라. 늙은 여종 에우리메두사가 이미 불을 피워 두었는데, 이 여인은 오래전 배를 타고 아페이레에서 끌려온 이였도다. 백성들이 왕을 신처럼 받들어 절하므로 그녀를 왕에게 바쳤으며, 일찍이 어린 나우공주를 돌보던 그가 이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마련하노라.
오지수는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니, 지혜낭자께서 친절히 안개로 그를 감싸 사람들의 무례한 물음으로부터 보호하시니라. 아름다운 도시에 거의 다다르매, 눈빛이 초롱초롱한 지혜낭자가 젊고 미혼인 처녀 모습으로 물항아리를 들고 나와 그를 맞이하니, 그의 앞에 멈춰 섰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아이야, 이 땅을 다스리시는 알진오 대왕의 집까지 나를 인도하여 주겠느냐? 나는 고된 세월을 보내어 먼 곳에서 왔으니, 이방인이요 이 마을과 그 주변에는 아는 이가 없도다.”
여신이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하시되,
“이방인아, 네가 원하는 곳으로 모시리라. 왕은 내 아비 집 근처에 거하시니라. 그러나 조용히 걸으며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묻지 말지어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낯선 이를 달가워하지 아니하나, 스스로는 바다를 건너기를 즐기노라. 해신께서 그들에게 배를 날개처럼, 생각처럼 빠르게 하시었도다.”
여신이 그를 인도하니 그는 그 발걸음을 따르매, 바다를 누비는 무릉도인들은 그가 마을을 지남을 보지 못하였으니, 위대한 여신이자 땋은 머리의 지혜낭자께서 마법의 안개로 그를 보이지 않게 하셨기 때문이라. 그는 배와 항구, 귀족들의 회합 장소와 꼭대기에 말뚝을 박아 세운 높은 성벽을 보고 크게 놀라 탄식하였도다. 과연 놀라운 광경이로다!
마침내 왕의 웅장한 궁전에 이르니, 신성한 지혜낭자가 윙크하며 이르시되,
“이리 오라, 이방인아. 여기가 네가 데려다 달라 한 집이니라. 왕과 왕비는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실 것이니, 겁내지 말고 들어가거라. 용맹한 자는 어떤 모험에서도 성공하는 법이니, 멀리서 온 이라도 마찬가지니라. 먼저 왕비에게 인사하라. 그 이름은 아례희라. 왕과 왕비는 도화원주라는 공통 조상을 두었도다. 에우리메돈은 오래전 거인족의 왕이었으나 오만하고 사악하여 제 백성을 죽이고 스스로도 죽임을 당하였느니라. 그의 막내딸 비려화는 매우 아름다웠고, 해신께서 그와 동침하여 도화원주를 낳으시니 그가 이 무릉도의 왕이 되었도다. 그에게 두 아들이 있어 우리의 왕 알진오와 락선우라. 아로왕께서 락선우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없이 그를 쏘아 죽이시니, 딸 아례희를 남기셨고, 숙부인 알진오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도다. 어떤 여인도 그녀만큼 존경받지 못하니, 왕은 그녀를 공경하고 자녀와 백성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우리는 그녀를 여신처럼 받들어 마을을 지날 때면 손가락질하며 바라보노라. 그녀는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나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분쟁을 해결하니, 만일 그녀가 너를 호의로 여기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이같이 눈빛이 반짝이는 지혜낭자는 그를 떠나 아름다운 도화원을 지나 지칠 줄 모르는 바다를 건너 마라톤과 아테네로 향하여 어륵태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시니라.
오지수는 왕궁에 다가가 청동으로 된 문턱에 서서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스쳐 보내니, 위대한 왕의 궁전은 높고 햇살이나 달빛처럼 빛났도다. 입구에서 침실까지 벽은 온통 청동으로 되어 그 위에 푸른 띠가 둘려 있었고, 금빛 문이 궁전을 지키며, 은 기둥이 문턱에서 솟아나고 상인방은 은이요 손잡이는 금이었도다. 양쪽에는 해필수께서 뛰어난 솜씨로 만드신 은과 금의 개들이 서서 용맹한 알진오 왕의 집을 지키는 불멸의 수호라. 문에서 안쪽 방까지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의자가 놓이고 여인들이 수놓은 부드러운 덮개가 덮여 있어, 무릉도의 귀족 남녀들이 앉아 먹고 마시며 풍족한 삶을 누리니라. 금으로 만든 소년 조각상들이 받침대 위에 서서 손에 불타는 횃불을 들고 밤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홀을 밝히고, 왕의 집에는 쉰 명의 여종이 있어 어떤 이는 맷돌에 노란 곡식을 갈고 어떤 이는 천을 짜며 바스락거리는 미루나무 잎처럼 빠른 손가락으로 실을 잣아 짜인 천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노라. 무릉도 남자들이 배를 띄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듯이, 그곳 여인들은 지혜낭자 여신께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 뛰어난 지성과 기술을 내리시어 직조 솜씨가 탁월하니라.
문 밖 안뜰에는 울타리로 둘린 오천 평 크기의 과수원이 있어 키가 큰 나무들이 과일로 가득하고, 선명한 사과의 빛깔과 배·석류·달콤한 무화과·탐스러운 감람이 주렁주렁 열리니, 겨울이나 여름에도 과일이 떨어지거나 시들지 아니하고 일 년 내내 열매가 자라니라. 서풍이 항상 불어와 과일을 살찌우고 익히니, 배는 익어가고 사과는 사과대로, 포도는 포도대로, 무화과는 무성하게 열리도다. 비옥한 포도밭도 조성되어 따뜻한 쪽 평평한 경사면에서 포도를 햇볕에 말리고, 포도송이를 따서 밟아 으깨면 덜 익은 것은 꽃잎을 떨어뜨리고 익어가는 것은 보라색으로 물드니라. 샘물이 둘 있어 하나는 정원 전체를 흐르고 다른 하나는 안뜰 문턱에서 궁전 쪽으로 솟아나와 사람들이 식수를 긷노라. 이처럼 신들께서 알진오 왕의 집에 아름다운 선물을 내려 주셨도다.
오랜 세월 고난을 견뎌 온 강인한 오지수는 그곳에 서서 놀라움에 휩싸여 바라보다가 재빨리 궁전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라. 무릉도의 위엄 있는 지도자들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허명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술을 올리거늘, 오지수는 지혜낭자께서 만드신 안개로 변장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아례희와 왕에게 다가가 아례희의 무릎을 껴안으니, 순식간에 마법의 안개가 흩어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나매 모두가 놀라 침묵에 잠겼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락선오의 딸 아례희 왕비시여, 나는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었나이다. 왕비님과 왕세자님, 그리고 이곳에서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 간청하오니, 신들께서 왕비님의 삶을 축복하시고 자녀들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내가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족이 너무나 그리워 너무 오래 떠나 있어 가슴이 아프나이다.”
그는 화롯가 재 속에 앉으니 모두가 침묵을 지키다가 예개우가 입을 열었도다. 그는 무릉도의 원로 정치가이자 웅변에 능하고 학식이 풍부한 이로서 돕고자 하여 말하되,
“알진오여, 그대도 알다시피 낯선 이를 화롯가 재 속에 앉혀 두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모두가 그대의 명령을 기다리니, 그를 일으켜 은 의자에 앉히고 포도주를 따르게 하며,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하녀는 창고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야 하리라.”
이에 알진오는 오지수의 손을 잡고 재 속에서 일으켜 세워 가장 아끼는 아들 나도만에게 자리를 비키라 명하고 자신 옆에 앉히니라. 여종이 금 항아리에 물을 담아 손을 씻기고 은그릇에 물을 따르며 윤이 나는 나무 탁자를 가져오고, 천한 노비가 빵과 고기가 가득한 접시를 바치니, 반쯤 굶주리고 기진맥진한 영웅이 먹고 마셨도다.
위엄 있는 알진오 왕이 술꾼 본도수에게 이르되,
“가서 그릇에 술을 섞어 모든 손님에게 따라 주어라. 그리하여 고통받는 자를 축복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술을 바치게 하라.”
소년이 달콤하고 맛있는 술을 섞어 모든 이의 잔에 따르고 먼저 신들에게 올리니, 제물을 바치고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신 후 알진오가 말하되,
“들으소서, 신들이시여. 내 마음이 명하는 바를 들으소서. 잔치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드소서. 새벽이 되면 최고의 병사들을 더 불러 모아 이 낯선 이를 우리 궁전에 모시고 신들에게 훌륭한 제물을 바치리라. 그의 여정을 어떻게 도울지 계획하여 손님이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길에서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집에 도착하게 하리라. 집에 도착하면 태어날 때부터 운명과 무거운 존재들, 곧 방직공들이 정해 놓은 모든 것을 견뎌야 하리니. 그러나 만일 그가 불멸의 존재요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신들께서 방식을 바꾸셨도다. 예전에는 우리가 엄청난 제물을 바치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 가운데 앉아 음식을 먹으셨으며, 우리 중 단 한 사람이 길을 걷다 만나더라도 숨지 아니하셨느니라. 우리는 거인족이나 독안거인족처럼 가까운 친구였도다.”
오지수는 신중히 헤아린 후 아뢰되,
“알진오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주소서. 나는 하늘의 불멸의 신들과 같지 아니하며, 키도 보통이요 사람처럼 보이니라. 고통에 있어서는 그대가 아는 가장 고통받는 이와도 견줄 만하며, 내가 겪은 수많은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신들께서 그리 뜻하셨도다. 그러나 슬픔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허락하여 주소서. 배는 마치 낑낑대는 개와 같아 아무리 피곤하거나 슬픔에 잠겨도 배를 채우라 애원하나이다.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나 배는 항상 먹고 마시라 재촉하여 겪은 고통을 잊고 배를 채우라 하니라. 내일 새벽, 이 모든 고통 끝에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재산과 노비와 집을 바라보며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소서.”
모두가 낯선 이의 말이 일리 있다 여기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동의하니, 신들에게 음료를 바치고 원하는 만큼 마신 후 모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오지수는 연회장에 남아 아례희와 신과 같은 알진오 옆에 앉아 있었으며, 연회 음식은 노비들이 치우고 있었느니라.
하얀 팔을 가진 아례희가 그가 입은 멋진 옷, 자신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짠 장포와 저고리를 알아차리고 말이 날개를 단 듯 전하여 이르되,
“낯선 이여, 내가 먼저 말을 걸겠노라. 어디에서 왔으며, 그 옷은 누가 주었느냐? 바다를 떠내려 왔다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가 신중히 말을 골라 대답하되,
“폐하,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신들께서 내게 너무나 많은 시련을 안겨 주셨기 때문이니이다. 이것만 아뢰겠나이다. 먼 바다에 옥기섬이라는 섬이 있어 그곳에는 태락의 딸이요 매끄러운 땋은 머리의 강력한 여신, 교활한 립선이 살고 있나이다. 그는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상제께서 내 배를 낚아채 밝은 번개와 함께 포도주빛 바다 위로 갈라놓으시매 나는 홀로 그의 집으로 향하였나이다. 동료 용맹한 친구들은 모두 죽었고, 배의 용골을 껴안고 열흘 동안 표류하다가 열 번째 밤 신들께서 나를 데려가 아름답고 강력한 여신 립선의 고향인 옥기섬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그는 나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죽음과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맹세하였으나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곳에서 칠 년을 보내며 그가 신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주었으나 항상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나이다. 마침내 팔 년이 되어 상제 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마음도 바뀌어 나를 튼튼히 묶은 나무 뗏목에 태워 보내되 음식과 달콤한 포도주, 신들이 입을 법한 옷을 갖추어 주고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도 보내 주셨나이다. 나는 십칠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다가 십팔 일째 되는 날 당신 나라의 어두컴컴한 산들이 나타나매 너무나 기뻤으나 더 큰 불행이 닥쳐왔나이다. 해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나를 막고 바다를 휘저으시니 나는 흐느끼며 그곳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못하였나이다. 마침내 뗏목이 거대한 폭풍에 산산조각 났으나 이 깊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 여기까지 왔나이다. 곧바로 상륙하려 하였다면 바위에 부딪혀 다시 떠밀려갔을 것이니, 강어귀에 이를 때까지 헤엄쳐 가니 그곳은 상륙하기에 완벽한 자리처럼 보였나이다. 바람도 막아 주고 잔잔하며 파도도 전혀 없고 바위가 없었나이다. 거기에 털썩 주저앉아 거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력을 회복하려 애쓰다가 빗물로 채워진 강에서 기어 나와 강둑으로 가 덤불 속에 숨고 나뭇잎을 쌓아 덮었나이다. 어떤 신께서 깊은 잠을 내려 주시매 무거운 마음으로 밤새도록, 새벽부터 정오까지 나뭇잎 아래에서 잠을 잤나이다. 오후에 깨어 보니 해변에서 소녀들이 놀고 있었으며, 당신의 따님이 여신처럼 아름답고 그 노비들도 있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처럼 어린 소녀가 그리 분별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하였으니, 젊은이들은 보통 그리 사려 깊지 아니하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여 음식과 포도주를 주고 강에서 나를 씻겨 주며 이 옷도 주었나이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진실을 아뢰었나이다.”
알진오가 이르되,
“내 딸이 한 일 중 딱 하나만 잘못되었도다. 자네가 먼저 딸에게 간청하였으니 딸이 직접 여종들을 데리고 자네를 데려왔어야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조심스레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의 따님은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부디 그를 책망하지 마소서. 따님이 여종들을 데리고 오라 하였으나 나는 너무 부끄럽고 불안하여 왕께서 나를 보시면 불쾌해하실까 걱정하였나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의심하는 경향이 있나이다.”
왕이 대답하되,
“내 마음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타입이 아니니, 절제가 언제나 최선이로다. 지혜낭자·상제·아로왕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로다! 부디 여기에 머물러 내 딸과 결혼하여 내 아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노라. 원한다면 집과 재산을 주리라. 원하지 아니하면 의사에 반하여 이곳에 붙잡아 두지 아니하리니, 상제 신께서 그리 되기를 바라지 아니하시기를! 당신의 여정에 대해서는 내일 출발할 수 있도록 약속하노라. 편안하게 누워 잠들면 잔잔한 바다를 건너 고향이나 원하는 곳 어디든, 심지어 우보도 너머까지도 노를 저어 보내리라. 우리 백성들이 금발의 나달만을 가야의 아들 티우에게 데려다 줄 때 보았던 곳이니,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해안이라 하는데 그날 왕복하였어도 지치지 아니하였도다. 내 배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내 백성들이 노를 저어 바다를 얼마나 잘 가꾸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그 순간, 그토록 많은 고난을 견뎌 낸 오지수는 기뻐하며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시여, 알진오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의 명성이 영원히 땅 위에 빛나게 하시고, 내가 고향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소서.”
이 말을 듣자 백발의 아례희가 시종들에게 현관에 침대를 내놓고 그 위에 고운 자주색 담요를 깔며 덮개와 양털 이불을 덮으라 명하니,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재빨리 침대를 깔끔히 정리한 후 오지수를 불러 이르되,
“손님, 일어나 밖으로 나오소서. 침대가 준비되었나이다.”
오지수는 긴 모험 끝에 누마루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인 침대에서 잠들 수 있어 기뻤도다. 알진오는 아내 옆 방에서 잠들었으며, 아내는 그들의 침대를 정리하고 함께 잠을 잤느니라.
==제8권 시인의 노래==
곧 새벽이 밝아와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위엄 있고 거룩한 알진오 왕은 잠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시를 정복한 오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축복받은 위대한 알진오 왕은 배를 타고 손님을 페아키아 회의장으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왕실 사자처럼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지수의 귀향길을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은 차례로 각 사람 곁에 서서 이르되,
「나리여, 회의 장소로 오셔서 우리 왕궁을 방문한 손님에 대해 알아보십시오. 바다를 떠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멸의 신처럼 보이옵니다.」
이렇게 지혜의 여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웠고, 곧 회의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라에르테스의 영리한 아들을 본 군중은 감탄하였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신비로운 마법을 걸어 주었고,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무릉도인들은 그가 앞으로 치러질 여러 가지 기량 시험을 통과할 때 그를 환영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니라.
사람들이 모이자 알진오는 그들에게 연설을 시작하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족장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 마음의 소명을 너희에게 말하리라. 이방인 한 사람이—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나—서쪽이나 동쪽에서 방황하다가 내 집에 나타났다. 그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간청하고 기도한다. 우리가 전에 다른 손님들을 도왔던 것처럼 그를 도우자. 내 집에 손님을 머물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항상 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배를 띄워 첫 항해를 시작하게 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쉰두 명을 선원으로 뽑아 노를 벤치 옆에 묶어 두자. 그리고 해안으로 돌아와 내 집으로 오너라. 젊은이들은 서둘러 잔치를 준비하라. 내가 풍족하게 음식을 준비하리라. 그리고 너희 영주들도 나와 함께 그를 환영해 주렴. 거절하지 말라. 시인 데모도쿠스도 초대해야 한다. 신의 은총을 받은 자이니 그가 부르는 노래는 무엇이든 듣기 좋을 것이다.」
그가 앞장서서 갔다. 귀족들은 그와 함께 갔고, 하인은 시인을 데려왔다. 왕의 명령대로 정예 젊은이들 쉰두 명은 해안으로 갔다. 그들은 거친 바닷물에 이르러 검은 배를 물에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가죽 끈에 노를 하나씩 묶어 질서정연하게 고정하였다. 흰 돛을 활짝 펼치고 배를 물 위에 정박시켰다. 그런 다음 그들은 왕의 웅장한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홀과 회랑은 노인과 젊은이들로 가득하였다.
알진오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양 열두 마리와 은빛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 여덟 마리, 그리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 두 마리를 잡았다. 그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잔치를 준비하였다. 하인은 뮤즈가 숭배하는 시인을 데려왔다. 뮤즈는 그에게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 두 가지를 주었다. 그의 시력을 빼앗았으나, 아름다운 노래를 주었느니라.
술 장수는 은으로 장식된 의자를 가져와 모든 손님들 가운데 기둥에 기대어 세웠다. 그리고 못에 시인의 리라를 머리 위에 걸어 두고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시종은 시인 옆에 탁자를 차리고 빵 바구니와 와인 한 잔을 놓아 원할 때마다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자 뮤즈는 시인에게 하늘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유명한 일화, 아킬레우스와 오지수의 다툼에 대한 노래를 부르도록 하였다. 화려한 제사 잔치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었는데, 건웅은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기뻐하였다. 건웅이 피토의 신탁소에 가서 입구 돌을 넘어 신탁을 구할 때, 아폴론이 상제의 계략으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에게 고통이 시작될 것이라 예언하였기 때문이니라. 유명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건장한 손으로 무거운 자주색 장포를 집어 얼굴을 가렸다. 그는 자신이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래꾼이 노래를 멈출 때마다 오지수는 눈물을 닦고 장포를 끌어내린 후 신들을 위해 잔에서 포도주를 한 방울 따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릉도의 귀족들은 음유시인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 재촉하였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좋아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음유시인은 다시 노래를 시작하였고, 오지수는 신음하며 장포 아래로 얼굴을 숨겼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알진오만이 그의 눈물을 보고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이르되,
「폐하들이여, 우리는 이미 잔치에 대한 소망과 잔치의 동반자인 리라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켰나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모든 운동 경기를 준비합시다. 그러면 손님이 집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권투, 씨름, 높이뛰기, 달리기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소년이 앞장섰고, 다른 사람들도 뒤따랐다. 소년은 리라를 걸이에서 내려 데모도쿠스의 손을 잡고 경기를 구경하러 나온 군중 속으로 그를 이끌고 나갔다. 그곳에는 아크로네우스, 오키알루스, 엘라트레우스, 나우테우스, 토온, 안키알루스, 에레트메우스, 아나베시네우스, 폰테우스, 프림네우스, 프로레우스, 폴리나우스의 아들이자 테크톤의 손자인 암피알루스, 그리고 나우볼루스의 아들인 에우리아루스 등 많은 젊은 운동선수들이 서 있었다. 에우리아루스는 아레스처럼 파멸의 신으로 불렸다. 그는 외모와 힘에 있어서 나도만 다음으로 무릉도에서 가장 뛰어났다. 위대한 알진오의 세 아들, 나도만, 신과 같은 클리토네우스, 그리고 할리우스가 일어섰다.
먼저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줄을 서서 트랙을 따라 순식간에 질주하여 들판의 먼지를 일으켰다. 클리토네우스는 단연코 단거리 달리기에서 최고였다. 그는 노새가 쟁기질한 밭의 길이만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관중석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잔혹한 레슬링 경기가 이어졌는데, 에우리아루스가 가장 뛰어났다. 암피알루스는 멀리뛰기에서 탁월하였다. 그리고 원반던지기에서는 단연 엘라트레우스가 최고였다. 왕자 나도만은 권투에 뛰어났다. 그들은 모두 경기를 즐겼다.
그들이 이야기를 마치자, 알진오의 아들 나도만이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제 저 낯선 사람에게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야겠소. 체격이 좋고, 다리와 팔, 목이 튼튼하군. 고난을 겪었으나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이는군. 아무리 강했던 사람이라도 바다만큼 사람을 꺾을 수는 없소.」
에우리아루스가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네 말이 맞소. 직접 그에게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소.」
알진오의 고귀한 아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모두 가운데로 일어나 오지수를 부르되,
「이리 오시오. 자, 자네도 우리 경기를 해 보는 게 어떻소. 운동을 할 줄 안다면 말이오. 그럴 것 같소. 한평생 동안 손과 발로 이루어 낸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소. 그러니 걱정은 잊고 한번 해 보시오. 배가 출항하였으니 곧 항해를 시작할 것이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소.」
오지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어찌하여 이런 도전을 하며 나를 조롱하는가. 내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지, 경기에 얽매여 있지 아니하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겪었기에 이제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여기 앉아 당신의 왕과 백성들에게 내 소원을 들어 달라 기도하고 있다.」
에우리아루스는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자네는 운동 경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자네 같은 놈은 잘 안다. 상선 선원들의 선장인 자네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화물과 화물에만 신경 쓰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만 챙긴다. 자네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얼마나 오만한 소리를 하는가.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몸과 마음, 말솜씨를 축복으로 주지 아니한다. 어떤 사람은 허약하나 신의 축복을 받아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말은 침착하고 위엄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그가 마을을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은 신과 같은 외모를 가졌으나 말솜씨는 형편없다. 자네도 마찬가지다. 자네는 겉모습은 훌륭하나, 신조차도 자네의 몸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네의 정신은 불구다. 자네의 터무니없는 말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나는 스포츠와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 아니하다. 젊었을 때는 강한 팔을 믿고 항상 일등이었다. 지금은 고통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나는 전쟁의 고통을 견뎌 냈고, 바다의 위험을 헤쳐 왔다. 그러나 자네는 나에게 도전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고통스럽지만 나는 경쟁하리라.」
그러자 그는 장포를 걸친 채 뛰어올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거대한 원반을 움켜쥐었다. 그는 몸을 돌려 팔을 뒤로 젖혔다가 건장한 손으로 원반을 던졌다. 원반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노 젓기에 능했던 무릉도인들은 원반의 궤적 아래 몸을 숙여 움츠렸다. 원반은 다른 말뚝들을 훨씬 넘어 날아갔다. 지혜의 여신은 그 지점을 표시하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이르되,
「낯선 이여, 눈먼 사람이라도 더듬어 이 표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표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축하해도 좋다. 너희가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였고, 그 누구도 너희만큼 멀리, 더 멀리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오지수는 자신을 지지해 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젊은 무릉도인들에게 이르되,
「이것에 한번 도전해 보시오. 할 수 있다면, 더 멀리, 혹은 똑같이 멀리 또 한 번 던져 보겠소. 당신들이 나를 화나게 하였으니, 어떤 운동이든 해 보겠소. 어서. 권투든, 씨름이든, 달리기든, 누구와든 시합할 수 있소. 다만 나도만만은 예외로 하오. 그는 나의 주인이니. 누가 친구와 싸우겠소. 낯선 땅에서 자신을 환대해 준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자는 무가치하고 어리석은 자이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이오. 그러나 나는 당신들 중 누구와도 시합할 수 있소. 내 실력을 시험해 보시오. 당신들의 실력도 알려 주시오. 나는 어떤 운동에도 약하지 아니하오. 나는 잘 다듬어진 활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소. 많은 동료들이 내 옆에서 화살을 쏘아 올렸으나, 나는 언제나 적군 무리에서 가장 먼저 적을 쏘아 올렸소. 토래성에서 아카이아인들이 활을 쏠 때, 나보다 뛰어난 자는 단 한 명뿐이었소. 필록테테스. 지상에서 빵을 먹고 사는 다른 인간들은 모두 나보다 활 솜씨가 형편없나이다. 그러나 저는 헤라클레스나 에우리토스처럼 신들과 활쏘기 시합을 하려던 초인적인 궁수들과는 경쟁하지 않겠나이다. 아폴론은 그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격노하여 그를 죽였나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죽었고, 고향에서 장수하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다른 이들이 화살로 맞추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 창을 던질 수 있나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여러분 중 누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느냐일 뿐이옵니다. 저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체력이 떨어지고 다리가 약해져서 평소처럼 운동을 할 수 없었나이다.」
군중은 침묵하였으나, 알진오가 이르되,
「각하여, 아주 훌륭한 예의로 당신의 재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망과, 이 경기장에 나와 당신을 조롱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나이다.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 잘 들어 보시오. 집에 돌아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잔치를 벌일 때, 당신의 훌륭한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 조상 대대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모든 업적을 기억하시오. 우리는 씨름이나 권투에는 뛰어나지 아니하나, 달리기에는 빠르고 배를 다루는 데는 최고이옵니다. 우리는 잔치, 리라 연주, 춤, 다양한 옷차림, 따뜻한 목욕과 잠자리를 좋아하나이다. 자, 이제 무릉도 최고의 무용수들이 공연하게 하시오. 손님께서 집에 돌아가셔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항해술, 달리기, 춤과 노래에 얼마나 뛰어난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오. 데모도쿠스에게 줄 리라를 안에서 가져오시오. 어서 가시오.」
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시종이 리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홉 명의 심판을 뽑았다. 그들은 춤을 출 수 있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그 주위에 넓은 원을 만들었다. 시종이 데모도쿠스에게 리라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젊고 잘 훈련된 소년들을 대동하고 원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들은 발을 구르며 신성한 춤을 추었고, 그들의 빠른 다리는 빛났다. 오지수는 그 광경에 경탄하였다.
시인은 리라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왕관을 쓴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에게 품은 사랑에 대한 매혹적인 노래를 불렀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주었고, 해필수의 침대를 더럽혀 둘이 몰래 관계를 맺었다. 태양신은 그 모습을 보고 해필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해필수에게는 쓰디쓴 소식이었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대장간으로 가서 거대한 모루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결코 끊어지거나 풀릴 수 없는 튼튼한 사슬을 두들겼다. 그는 아레스에게 몹시 화가 났다. 덫을 만든 후, 그는 사랑하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기둥 주위에 엉킨 케이블을 감고, 가느다란 거미줄처럼 천장에 매달았다.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신들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 솜씨는 정말 기발하였다. 침대에 덫을 설치한 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문명화된 도시 렘노스로 갔다.
황금 기사 아레스는 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기적을 행하는 해필수가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강력한 아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 아레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내 사랑이여, 우리 함께 잠자리에 들자. 해필수는 마을을 떠났느니라. 이상한 언어를 쓰는 신티아인들을 만나러 렘노스에 갔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와 함께 눕고 싶어 흥분하였고, 둘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해필수가 만든 사슬이 그들을 단단히 묶어 움직일 수도, 일어설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저는 신은 가까이 다가왔다. 렘노스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마음이 괴로워하며 그는 집으로 향하였다. 문간에 서 있던 그는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모든 신들을 부르되,
「오, 아버지 상제여, 그리고 영원히 살아 계시는 모든 축복받은 신들이여, 보십시오. 웃으셔도 좋으나, 참기 힘드나이다. 상제의 딸인 아프로디테가 절름발이인 저를 어떻게 무시하는지 보십시오. 그녀는 파괴적이고 강하고 잘생긴 아레스를 사랑하나이다. 저는 약하나이다. 부모를 탓하나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러나 보십시오, 저 둘이 제 침대에서 연인처럼 자고 있나이다. 저는 그 광경에 소름이 끼치나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이 깊더라도 그들은 더 이상 저렇게 누워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곧 깨어나고 싶어 하겠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제가 딸을 위해 지불한 값을 갚을 때까지 제 덫과 사슬이 그들을 꽉 붙잡아 둘 것이옵니다. 그녀의 눈은 마치 개처럼 저를 쳐다보나이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우나, 자제력이 부족하나이다.」
신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 땅을 흔드는 해신, 도움을 주는 헤르메스, 그리고 아폴론이 있었다. 여신들은 수줍음 때문에 집에 머물렀다. 좋은 것을 주시는 축복받은 신들이 문간에 서 있다가 해필수가 설치한 기발한 함정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바라보며 서로 이르되,
「죄는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느린 자가 빠른 자를 이길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하고 느린 해필수가 자신의 솜씨로 오림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를 잡았으니 말이다. 아레스는 간음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들은 수군거렸다. 그때 상제의 아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이르되,
「내 형제 헤르메스여, 황금빛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녀의 침대에서, 비록 무거운 사슬에 묶여 있더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령 헤르메스가 대답하되,
「아, 활의 신 아폴론 형제여,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세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히 묶여서 당신들 신들과 당신들의 모든 아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라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그러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직 해신만이 웃지 아니하였다. 그는 해필수에게 아레스를 풀어 달라 간청하고 애원하였다. 그는 기적을 행하는 신에게 이르되,
「이제 그를 놓아 주소서. 당신이 부탁하신 대로 그는 신들 사이에서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옵니다.」
유명한 절뚝거리는 신이 대답하되,
「해신이여,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악당들을 풀어 주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레스가 속박과 빚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어찌 당신을 묶을 수 있겠소.」
지진의 신 해신은 그에게 대답하되,
「해필수여, 만일 그가 이 빚을 피하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갚겠소.」
절뚝거리는 신이 이르되,
「그렇다면 당신께 대한 예의로 당신의 부탁대로 하겠소.」
그래서 해필수는 온 힘을 다해 사슬을 풀었다. 두 연인은 속박에서 벗어나 둘 다 뛰어올랐다.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미소를 지으며 키프로스의 파포스 섬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향기로운 제단과 성소가 있었다. 은총의 여신들은 그곳에서 그녀를 씻기고 불멸의 존재들에게 빛을 발하는 마법의 기름을 발라 주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혀 주었다.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느니라.
그것은 시인의 노래였다. 오지수는 즐겁게 듣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알진오는 할리우스에게 나도만과 춤을 추라 하였다. 그들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장인 폴리부스가 만들어 준 자주색 공을 가져갔다. 한 소년은 뛰어올라 공을 구름 위로 던지고, 다른 소년은 발을 땅에서 떼고 뛰어올라 착지하기 전에 공을 쉽게 잡았다. 그들은 공을 똑바로 위로 던지는 연습을 한 후, 비옥한 땅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 가며 춤을 추었다. 들판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소년들은 시끄럽게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었다.
그때 오지수가 이르되,
「많은 백성의 왕이시여, 위대한 군주시여, 당신의 무용수들이 최고라고 자랑하셨는데, 정말 그러하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보니 감탄스럽나이다.」
존경받는 왕은 그 말에 기뻐하였다. 그는 곧바로 백성들에게 이르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영주들, 그리고 귀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낯선 사람은 매우 현명해 보이옵니다. 그러니 주인이 손님을 우호적으로 대접하듯 선물을 줍시다. 우리 백성은 열두 명의 영주가 다스리고 있으며, 내가 열세 번째 영주이옵니다. 우리 각자는 귀한 금 한 파운드와 깨끗하게 세탁한 옷, 튜닉과 장포를 가져오시오. 그것들을 쌓아 올려 손님이 이 모든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식사에 참석하게 하시오. 에우리아루스는 그에게 사과하고, 그의 말이 부적절하였으니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 하옵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고, 각자 대리인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에우리아루스가 이르되,
「위대한 왕 중의 왕이신 알진오 폐하, 폐하의 명령대로 사과하겠나이다. 그리고 은 손잡이와 상아로 조각한 칼집이 있는 이 청동 검을 그에게 선물하겠나이다. 그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알진오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오지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오지수는 말을 쏟아내되,
「환영하나이다, 나리여. 우리 집에 머무르십시오. 혹시라도 무례한 말이 있더라도 바람에 날아가 버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신들이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받으셨으니 말입니다.」
오지수는 이르되,
「친구여, 잘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신들이 당신을 보호하시고, 당신이 제게 주신 이 검을 결코 잊지 않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등에 메었고, 해가 질 무렵 귀한 선물들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노비들은 선물들을 알진오의 집 안으로 옮겼다. 왕자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을 어머니인 왕비 옆에 쌓아 두었다.
알진오 왕은 모두를 집 안으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혔다. 그는 아례희에게 이르되,
「여보, 우리 집에서 가장 좋은 궤짝을 가져와서 그 안에 튜닉과 갓 세탁한 장포를 넣어 두시오. 청동 가마솥을 불 위에 올려 물을 끓여서 손님이 목욕할 수 있도록 하시오. 그런 다음 귀족들이 가져온 귀한 선물들을 보여 주고 연회와 노래를 즐기게 하시오. 나도 선물을 하나 준비하였소. 금으로 만든 화려한 잔인데, 값어치를 하오. 손님이 상제와 다른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때마다 나를 떠올려 주기를 바라오.」
아례희는 하인들에게 빨래할 큰 솥을 빨리 데우라 명령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물을 붓고 장작을 쌓았다. 불길이 솥 주위를 감싸며 물을 데웠다. 아례희는 자기 방에서 궤짝을 가져와 손님에게 줄 선물, 즉 그들이 준 옷과 금을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장포와 튜닉을 넣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르되,
「뚜껑을 잘 지키고 묶어 두시오. 그래야 검은 배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무도 당신을 훔쳐 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상실을 여러 번 겪어 본 오지수는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뚜껑을 닫고 키르케에게서 배운 교묘한 매듭으로 묶었다. 그러자 여종은 곧바로 그를 목욕탕으로 데려가 씻겼다. 그는 따뜻한 물을 보고 기뻐하였다. 곱슬머리 칼리프소의 집을 떠난 이후로 목욕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칼리프소는 그를 마치 신처럼 보살펴 주었다. 여종들은 그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준 다음 튜닉과 고운 양모 장포를 입혀 주었다. 깨끗하게 씻고 난 그는 남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 신처럼 아름다운 나우공주가 궁전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지수를 보고 깜짝 놀라 말을 쏟아내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낯선 이여. 그러나 집에 돌아가시면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은 제게 목숨을 빚지고 있나이다. 제가 먼저 당신을 도왔으니까요.」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나우공주여, 헤라의 남편이자 천둥의 신이신 상제께서 제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공주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그곳에서 영원히 신처럼 당신께 기도하겠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왕 옆에 앉았다. 이제 음식을 차리고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는데, 집사가 존경받는 시인 데모도쿠스를 연회장 중앙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데모도쿠스를 기둥에 기대어 앉혔다. 오지수는 재빨리 생각하여 기름이 듬뿍 붙은 돼지고기를 한 조각 잘랐다. 접시에는 고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집사에게 이르되,
「이 고기를 가져다가 데모도쿠스에게 전해 주어라. 비록 슬프나 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시인들은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느니라. 뮤즈는 그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고, 시인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집사는 데모도쿠스에게 고기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기쁘게 고기를 받았고, 모두들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배를 채우고 마신 후, 여러 계략을 꾸민 영리한 책략가가 이르되,
「데모도쿠스여,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내가 자네를 누구보다 칭찬하노라. 아폴론 신이 자네를 가르쳤거나, 아니면 상제의 딸인 뮤즈가 자네를 가르쳤나 보네. 자네는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겪었는지 마치 그곳에 있었거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게 들은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군. 그러니 에페이우스가 지혜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든 목마 이야기를 노래해 주게. 오지수는 그 목마를 끌어다 성채 안으로 끌고 들어가 병사들을 태워 도시를 약탈하였지. 자네가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면, 자네는 진정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
신이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영감을 준 것이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진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한편, 오지수는 목마 안에 병사들을 태워 토래성 성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토래성 사람들은 그 말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놓고는 어떻게 할지 의논하였다. 어떤 이들은 「칼로 나무를 내리쳐야 한다」 하고 말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더 높이 끌어올려 바위에서 던져 버려야 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신들을 달래기 위해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 말은 전사들로 가득 차 토래성 사람들에게 죽음을 안겨 주었고, 그 말은 토래성의 도시를 파멸로 이끌었다. 시인은 아카이아인들이 그 말에서 쏟아져 나와 골짜기에서 매복 공격을 가해 도시를 약탈하고, 흩어지면서 모든 동네를 파괴하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아레스처럼 오지수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데이포보스의 집을 찾아 달려갔고, 마침내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끔찍한 폭력을 통해 승리하였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눈물을 쏟았다. 그의 뺨은 마치 여인이 남편을 껴안고 통곡하듯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남편은 집과 자식을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 그녀는 남편이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맑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시신 위에 쓰러졌다. 남자들이 바로 뒤따라왔다. 그들은 그녀의 어깨를 창으로 찌르고 그녀를 노비로 끌고 가 고된 노동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하였다. 오지수 또한 그와 같은 절망적인 방식으로 울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알아챈 사람은 바로 옆에 앉아 그의 흐느낌을 들은 알진오뿐이었다. 그는 재빨리 선원들에게 이르되,
「파에아키아의 귀족 여러분, 잘 들으시오. 데모도쿠스는 리라 연주를 멈추고 내려놓아야 하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저녁 식사 시간부터 이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우리의 손님은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었나이다. 그의 마음은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나이다. 노래를 끝내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시오.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옵니다. 이 환송 잔치와 우리가 우정의 표시로 드리는 이 귀한 선물들은 우리의 귀빈인 그를 위한 것이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에 처한 손님을 자기 형제처럼 대할 것이옵니다. 나그네여, 이제 내 질문에 회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대답하시오. 솔직한 것이 가장 좋나이다. 부모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 주셨나이까.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을 어떤 이름으로 알고 있나이까. 부모는 모든 아이에게 태어날 때 이름을 지어 주기 때문에 세상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든 귀족이든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 당신의 민족, 당신의 도시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오. 그래야 우리 배들이 당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수 있나이다. 파에아키아 사람들은 당신의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나이다. 다른 배들처럼 키를 잡는 사람도, 방향타를 잡는 사람도 없소. 우리 배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마을과 비옥한 들판을 알고 있소. 안개와 구름 속에 숨어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르며 나아가지. 배는 손상이나 손실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오. 그러나 언젠가 아버지 도화원주가 해신 신이 우리가 손님들을 바다 건너로 데려다 주는 것을 미워하여 언젠가 우리 배가 돌아오는 길에 난파될 것이고, 거대한 산이 우리 마을을 가릴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소. 신께서 뜻대로 이 일을 이루실지, 아니면 이루지 않으실지는 신의 뜻대로 될 것이오. 자, 이제 당신의 방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시오. 당신이 본 장소, 사람들, 도시들을 묘사해 보시오. 어떤 곳은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손님을 환영하지 아니하였고, 어떤 곳은 신을 존중하며 방문객에게 친절하였소. 그리고 토래성에서 그리스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왜 그렇게 흐느껴 울었는지 설명해 보시오. 신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이 파괴를 계획하고 계산하였나이다. 토래성에서 누군가를 잃으셨나이까. 아내의 집안 사람, 어쩌면 장인이나 장모님일지도 모르나이다. 결혼이라는 인연은 혈연 다음으로 가장 끈끈하나이다. 아니면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아는 친구를 잃으셨을지도 모르나이다. 친구는 형제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나이다.」
==제9권 목동의 동굴에 있는 해적==
이에 교활하고 거짓의 달인 오지수가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신 알진오 폐하, 이처럼 재능 있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니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그의 목소리는 신과 같사옵니다. 온 백성이 연회에 모여 집 안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빵과 고기가 가득 쌓인 식탁에서 술꾼이 잔에 술을 따라 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제게는 이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이로소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 슬픈 이야기를 물으시니,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제 절망을 더욱 깊게 하나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하오며, 어디서 끝내야 하오리까? 신들께서 제게 너무나 많은 슬픔을 안겨 주셨나이다. 먼저 제 이름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리하여야 서로 알아갈 수 있고, 제가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제 먼 고향에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옵니다. 저는 교활한 속임수와 거짓말로 유명하나이다. 제 명성은 하늘에까지 닿으나, 저는 이곳에 살고 있나이다.”
흔들리는 숲 속에 네리톤 산이 숨어 있는 이탁도라. 가까이에는 둘리키움과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그리고 사메 등 다른 섬들이 있도다. 다른 섬들은 모두 새벽을 맞이하나, 나의 이탁도는 멀리 떨어져 어둠을 마주하고 있느니라. 험준한 땅이나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좋은 곳이라. 내 눈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나라는 없도다.
알다시피, 신성한 칼피소는 나를 동굴에 가두고 혼인하려 하였고, 마찬가지로 교활한 키르케도 나를 함정에 빠뜨려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하였도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이에게는 고향과 가족보다 더 달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제 토래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제께서 내게 일으키신 모든 고난을 이야기하리라. 강풍이 나를 항로에서 벗어나 이스마루스의 키코네스족 쪽으로 밀어내었도다. 나는 마을을 약탈하고 남자들을 죽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아내를 취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느니라. 그리고 나서 나는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그 어리석은 자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술을 과음하며 해변을 따라 양과 소를 죽이고 있었느니라.
키코네스족은 본토에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니, 그들은 강하고 수가 많으며 말을 잘 타고 필요하다면 걸어서도 싸울 수 있는 이들이라. 그들은 마치 봄 새벽에 잎사귀와 꽃이 피어나듯 몰려왔도다. 그때 상제 신께서 우리에게 불운을 내리시니, 불쌍한 우리로다! 적군은 배 주위에 모여 청동 칼을 휘두르며 싸웠느니라. 거룩한 아침 햇살이 밝고 강렬할 때,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아 내었으나, 해가 지고 소들이 풀려나는 시간이 되자 키코네스족은 우리 그리스인들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도다. 우리 배에서 잘 무장한 선원 여섯 명이 각각 죽었고, 나머지 육십 명은 살아남아 위험에서 벗어났느니라.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친구들에 대한 슬픔을 안고 출항 준비를 하였도다. 배를 띄우기 전에 우리는 키코네스족의 손에 학살당한 불쌍한 동료들을 세 번씩 큰 소리로 불렀느니라.
구름의 신 상제께서 북풍을 우리 배들을 향해 맹렬한 태풍처럼 몰아쳐 바다와 땅을 안개로 뒤덮으시니, 밤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덮치고 배들은 옆으로 기울어졌도다. 돛은 강풍에 세 번이나 찢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우리는 돛을 내리고 온 힘을 다해 해안을 향해 노를 저었느니라. 우리는 이틀 밤낮을 그곳에서 지쳐 쓰러질 듯 괴로워하며 보냈도다.
밝은 새벽이 세 번째 아침을 가져다주자, 우리는 돛대를 세우고 빛나는 돛을 펼치고 배에 올랐느니라. 바람은 곧장 불고 항해사들은 키를 잡았도다. 나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이나, 말레아 섬을 돌아서자 시속 팔십 도의 해류와 강풍이 나를 키테라 섬에서 칠십 도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었느니라.
아홉 날 동안 나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폭풍우에 휩쓸려 헤매었도다. 열흘째 되는 날, 나는 연꽃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우리는 물을 길어 올리고 선원들은 음식을 준비하였으며, 식사를 하고 배 옆에서 소풍을 즐긴 후,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골라 정찰을 보내어 그 섬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내게 하였도다.
정찰병들은 인간, 곧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정찰병들을 해치지 아니하고 그저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나눠 주었을 뿐이라. 그러나 열매를 먹자 정찰병들은 돌아와 내게 소식을 전할 의욕을 잃었으며, 그곳에 머물며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였도다. 고향을 잊어버린 것이니라. 나는 눈물 흘리는 그들을 끌고 돌아와 텅 빈 배에 억지로 태워 갑판 아래로 밀어 넣고 묶었으며, 충성스러운 다른 남자들에게는 배로 돌아가라고 명하였느니라. 더 이상 아무도 연꽃 열매를 맛보고 목적지를 잊지 않도록 함이로다.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회색빛 물을 노로 저었도다.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여 고결한 독안거인, 곧 독불장군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였느니라. 그들은 신들을 믿었도다. 그들은 씨앗을 심지도 않고 밭을 갈지도 아니하나, 상제의 비 덕분에 보리와 곡식과 포도송이가 모두 무성하게 자라느니라. 그들은 회의도 열지 않고 공통된 법률도 없으며, 높은 산꼭대기의 동굴에서 살면서 각자 아내와 자녀를 위해 법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아니하느니라.
이 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섬이 있는데, 항구에서 비스듬히 물을 건너면 평평하고 숲이 우거진 섬이 있도다. 수많은 염소들이 그곳에 살지만 사람들은 결코 찾아오지 아니하며, 사냥꾼들은 숲을 헤치고 언덕진 봉우리를 오르려 애쓰지 아니하느니라. 양 떼도 없고 밭도 없으며, 그곳은 모두 경작되지 않고 씨를 뿌리지 않았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오직 염소들만이 그곳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느니라.
키클로프 사람들은 붉은 뺨을 가진 배도 없고, 다른 도시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공도 없었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서로를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나, 배만 있었다면 그들은 이 섬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비옥한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니라. 회색빛 해안가에는 물이 풍부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포도나무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며, 쟁기질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어 가을에는 풍성한 작물이 자랄 것이고, 땅속에는 비옥한 자원이 있을 것이로다. 항구는 닻을 내리기에 좋은 곳이라 닻돌이나 밧줄, 케이블도 필요 없을 것이며, 그곳 해안에 정박한 배들은 선원들이 떠나고 싶어 하고 순풍이 불 때까지 안전하게 해변에 정박해 있을 수 있으리라. 항구 입구 근처에서는 백사십 개의 민물이 동굴 아래로 솟구쳐 내려가고, 그 주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느니라.
우리는 그곳으로 항해하였도다. 신들께서 어둠 속에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니, 짙은 안개가 배를 감싸고 하늘의 달은 어둡고 구름에 가려져 섬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우리가 해변까지 노를 저어 갈 때까지는 아무도 육지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볼 수 없었으며, 우리는 모든 돛을 내리고 해안에 상륙하여 잠이 들었도다.
이른 새벽이 장밋빛으로 물들자, 우리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그 섬을 돌아다녔느니라. 위대한 상제 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 우리 선원들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산양들을 쫓아 내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우리는 배에서 창과 활을 가지러 달려가 세 무리로 나뉘어 조준하고 쏘았으며, 어떤 신께서 우리에게 좋은 사냥감을 주셨느니라. 열두 선원 모두 각자 염소 아홉 마리씩을 가지고 있었고, 내 선원들은 열 마리를 가졌도다. 우리는 해질녘까지 그곳에 앉아 고기를 먹고 독한 붉은 술을 마셨으며, 배에 실린 술은 아직 떨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키코네스족의 신성한 요새를 약탈했을 때 우리는 모두 커다란 항아리에 술을 가득 채워 가져왔기 때문이니라.
우리는 좁은 해협 건너편에 있는 키클로픽 섬을 바라보았으며, 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양과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도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누워 잠을 잤느니라.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선원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충성스러운 친구들이여!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 남아 있거라. 나는 배와 선원들을 이끌고 가서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이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침략자인지, 아니면 낯선 사람을 환영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리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배에 올라타 선원들에게 나와 함께 가자고 한 다음 배의 밧줄을 풀었도다. 그들은 재빨리 벤치에 앉아 노를 저어 하얗게 물든 물을 가르며 나아갔으며, 여정은 그리 길지 아니하였느니라.
육지 끝자락, 바닷가 바로 옆에 도착하니 월계수 나무가 드리워진 높은 동굴이 보였도다. 그곳에는 여러 무리의 양과 염소가 살고 있었으며, 동굴 주변에는 돌을 깊게 박아 만든 높은 마당이 있고 키 큰 소나무와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느니라. 그곳에는 거구의 남자가 혼자 양떼를 돌보며 살고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고 홀로 지내며 관습을 알지 못하였도다. 그의 체격은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마치 빵으로 연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드넓은 산봉우리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었느니라.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고, 내가 아끼는 열두 명과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였도다. 나는 이스마루스 산의 그늘진 숲 속에 살던 아로왕 신의 사제, 에우안테스의 아들 마론이 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가 가득 든 염소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갔느니라. 신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를 돕고 그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왔었도다. 그는 나에게 은그릇과 정교하게 세공된 금 일곱 파운드를 선물로 주었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조금 따라내어 나를 위해 열두 개의 항아리에 담아 주었으니, 마치 신이 내린 술과 같았느니라. 노비들은 이 포도주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직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한 명의 하녀만이 알고 있었도다. 그가 이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잔에 한 잔을 따르고 물 이십 잔을 섞으면 그릇에서 놀라운 향기가 피어오르고, 모두가 그 맛을 보고 싶어 하였느니라.
나는 큰 가죽 주머니에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자루에 식량을 챙겼도다. 내 마음속에는 용감하고 거칠며 일반적인 관습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느니라. 우리는 곧 동굴에 도착하였으나 독안거인은 찾지 못하였으니, 그는 양 떼를 치고 있었도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살펴보았느니라. 치즈로 가득 찬 상자들과 나이별로 나뉜 어린 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우리들이 보였으며, 갓 태어난 새끼와 중간 크기, 그리고 갓 젖을 뗀 새끼 양까지 이백이십 마리나 있었도다. 젖을 짜는 데 쓰는 잘 만들어진 그릇과 양동이들은 모두 유청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내 선원들이 “치즈 좀 챙겨서 염소와 어린 양들을 우리에서 빨리 몰아내 우리 배에 싣고 짠 바닷물을 건너 떠나자!”라고 애원하였도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나는 거절하였느니라. 나는 그를 만나 선물을 줄지 기대하였으나, 사실 그는 내 동료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하였도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고 치즈를 먹은 후, 그가 양떼를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동굴 안에서 기다렸느니라.
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와서 불을 피울 나무를 한 짐 가져왔으며, 나무를 시끄럽게 동굴 안으로 던지니 우리는 두려워서 동굴 안쪽으로 몸을 숨겼도다. 그는 암양과 암염소들을 안으로 몰아넣어 젖을 짜게 하였으나, 숫양과 염소들은 바깥 넓은 마당에 남겨 두었느니라. 그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려 동굴 입구를 막았으니, 그 돌은 너무나 거대하고 육중하여 이십이 대의 수레로도 끌어낼 수 없을 정도였도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암양과 암염소의 젖을 짠 다음, 새끼 양들을 어미 양 옆에 놓아 젖을 빨게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갓 짜낸 흰 우유의 절반을 응고시켜 바구니에 담아 따로 두고, 나머지는 양동이에 담아 저녁 식사 때 마시려고 하였도다.
그는 모든 일을 꼼꼼히 마친 후 불을 피우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이르되,
“낯선 자들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 이 깊은 바다를 건너 어디에서 왔는가? 사업차 온 것인가, 아니면 해적처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인가?”
그가 이렇게 말하니, 그의 깊고 우렁찬 목소리와 거대한 체구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되,
“저희는 그리스인이옵니다. 토래성에서 왔나이다. 바람이 저희를 사방으로 휩쓸고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항로에서 벗어나게 하였나이다. 상제 신께서 그렇게 하셨나이다. 저희는 하늘 아래 가장 큰 명성을 떨친 아트레우스의 아들 건웅의 백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나이다. 그는 그 거대한 도시를 함락시키고 많은 사람을 죽였나이다. 이제 저희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관례대로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려 선물을 주시기를 간청하나이다. 부디 신들을 존중해 주소서. 저희는 당신의 간청자이며, 상제께서는 저희 편이시니이다. 그는 방문객과 손님 친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바보이거나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자군. 자네가 나에게 신들을 두려워하라고 하다니! 우리 백성은 큰 홀을 든 상제든 다른 어떤 신이든 하찮게 여기느니라. 우리의 힘은 그들보다 강하니라. 내가 자네나 자네 친구들을 살려 준다고 해도 상제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자네는 그 멋진 배를 타고 멀리 가는 건가,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건가?”
그는 나를 시험하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도다. 나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느니라. 나는 그에게 교묘하게 대답하되,
“땅을 흔드는 해신이 당신 섬의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난파시켰나이다. 그는 우리를 밀어 넣었고, 바람은 우리를 바위에 내동댕이쳤나이다. 우리는 간신히 살아남았나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비도 베풀지 아니하였도다. 높이 뛰어올라 우리 부하들을 향해 손을 뻗어 두 명을 붙잡고 강아지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니, 바닥은 뇌수로 흠뻑 젖었느니라. 그는 그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식사를 준비한 다음, 산의 사자처럼 살점과 내장과 골수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아무것도 남기지 아니하였도다. 이 참상을 지켜보며 우리는 울부짖으며 상제에게 기도하였느니라. 우리는 너무나 무력감을 느꼈도다.
독안거인이 사람의 고기와 섞이지 않은 우유로 거대한 배를 채운 후, 그는 양 떼 사이에 누워 있었느니라. 그때 군인처럼 생각하며, 칼을 뽑아 그에게 다가가 몸통을 찔러 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랬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니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높은 문간에 세워 놓은 거대한 돌을 옮길 만큼 우리는 너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도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까지 그곳에서 비참하게 지냈느니라.
새벽녘에 분홍빛 손가락이 피어나듯 새벽이 밝아오니, 그는 불을 피우고 암양들의 젖을 차례로 짜서 각각 옆에 새끼 양을 한 마리씩 두었도다. 부지런히 일을 마친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잡아먹었으며, 식사를 마친 후 살찐 양 떼를 몰아냈느니라. 그는 마치 화살통 뚜껑을 닫듯이 쉽게 바위를 굴려 내렸으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살찐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도다.
나는 그에게 복수하고 그를 해치고 영광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느니라. 지혜낭자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로다. 나는 계획을 세웠도다. 우리 옆에는 그가 지팡이로 쓰려고 말린 커다란 감람 나무 곤봉이 서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여 우리 눈에는 마치 화물을 가득 싣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스무 개의 노가 달린 검은 화물선의 돛대처럼 보였느니라. 나는 가서 그 나무에서 약 한 패덤 정도를 잘라내어 사람들에게 주고는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옆에 서서 끝을 날카롭게 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단단하게 만들었느니라. 동굴은 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곤봉을 똥 더미 아래에 숨겼도다. 그런 다음 나는 사람들에게 누가 나와 함께 그 말뚝을 들어 올려 그가 달콤한 잠에 빠졌을 때 그의 눈에 꽂을지 제비를 뽑으라고 명령하였느니라. 제비는 내가 선택했을 법한 네 명에게 떨어졌고, 나는 그중 다섯 번째였도다.
저녁이 되자 그는 암수 양 떼를 모두 넓은 동굴 안으로 몰아넣고 바깥 마당에는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아니하였느니라. 아마도 무언가를 의심하였거나, 아니면 신께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셨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돌을 집어 문으로 삼고 앉아서 양과 염소의 젖을 차례로 짜고 새끼들을 젖먹이게 하였도다. 그의 일이 끝나자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저녁 식사로 먹었느니라.
내가 다가가 담쟁이덩굴로 만든 잔에 포도주를 가득 담아 그에게 건네며 이르되,
“여기, 독안거인여! 자네는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니 이제 포도주를 좀 마시고 우리 배에 실린 상품도 맛보게 하네. 자네가 나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를 바라며 거룩한 제물로 가져왔네. 그러나 자네는 누구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분노하고 있네. 우리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였는데 더 많은 손님을 기대하는 건가?”
그는 달콤하고 맛있는 포도주를 받아 마셨으며, 포도주가 마음에 들어 더 달라고 하였도다.
“한 잔 더! 그리고 자네 이름을 말해 보게. 자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손님 대접하겠네. 우리 백성은 포도주가 있네. 상제의 비로 풍족하게 자란 우리 땅에서 포도송이가 자라나네.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음식인 넥타르이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포도주를 한 잔 더 주고, 또 두 잔을 더 주었느니라. 그는 어리석게도 그 포도주를 모두 마셨도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이르되,
“독안거인여, 내 이름을 물었으니 알려 주리라. 그러면 네가 약속한 환대를 베풀어라. 내 이름은 노만이라. 내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나를 노만이라 부르느니라.”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대답하되,
“나는 노만을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라. 먼저 다른 사람들을 먹을 것이니, 그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로다.”
그러자 그는 쓰러져 거대한 목이 비뚤어진 채 그대로 누워 있었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도다. 술에 취해 무거워진 그는 목구멍에서 포도주와 사람의 살덩이를 토해내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창을 숯불에 꽂아 달구면서 부하들에게 이르되,
“용감하게 행동하라!”
나는 그들 중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 않기를 바랐도다. 불길은 곧 푸른빛을 띤 감람 창에 옮겨붙었고, 창은 끔찍하게 타올랐느니라. 나는 재빨리 불길에서 창을 낚아챘으며, 내 부하들은 굳건히 서 있었도다. 마치 신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듯하였느니라. 그들은 끝이 날카로운 감람 창을 집어 그의 눈에 꽂았으며, 나는 그 위에 올라타서 마치 배를 만들 때 나무에 구멍을 뚫듯이 창을 돌렸도다. 아래에서는 작업자들이 양쪽 끝에 끈을 매달아 드릴을 돌리고 있었느니라. 그렇게 창이 빙글빙글 돌아가자, 우리도 불처럼 날카로운 창을 그의 눈에 꽂아 돌렸도다. 그의 피가 말뚝 주위로 쏟아져 나왔고,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눈꺼풀과 눈썹을 지글지글 태우고 눈 뿌리를 태웠느니라. 마치 대장장이가 도끼나 자귀를 얼음물에 담가 단련할 때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쇠가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도다. 그의 눈알도 창에 부딪히며 바스락거렸느니라.
그러자 그는 끔찍하게 울부짖었고, 바위들이 그의 비명 소리에 휩싸였도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느니라. 그는 솟구치는 피로 흠뻑 젖은 눈을 뽑아냈으며,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창을 던져버리고, 주변의 바람 부는 절벽 위 동굴에 사는 독안거인들에게 소리쳤도다.
그들은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 가까이에 서서 외치되,
“폴리페무스! 무슨 일이냐? 심하게 다쳤느냐? 왜 거룩한 밤에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느냐? 누군가 네 가축을 훔치거나, 속임수나 폭력으로 너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동굴 안에서 힘센 폴리페무스가 대답하되,
“친구들이여! 아무도 나를 폭력이 아니라 속임수로 죽이려 하고 있느니라.”
그들의 말이 그에게 되돌아왔도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았다면, 너는 완전히 혼자로다. 위대한 상제께서 너를 병들게 하셨으니, 어쩔 수 없느니라. 위대한 해신 신이시여, 당신의 아버지께 기도하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떠났고, 나는 내 이름, 곧 ‘아무도’라는 계략이 그를 어떻게 속였는지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도다.
독안거인은 고통에 신음하며 힘겹게 더듬어 문돌을 빼내고는 양 떼와 함께 나가는 자를 잡으려고 팔을 뻗은 채 입구에 앉았느니라. 아마 그는 내가 완전히 바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전략을 짜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나와 내 부하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이로다. 나는 온갖 계략과 교활한 계략을 꾸몄느니라. 위험이 코앞에 닥쳤고, 생사가 달린 문제였도다.
내가 생각해 낸 최고의 생각은 이것이었느니라. 털이 두껍고 잘 익은, 보라색처럼 검은 숫양들이 있었으며, 모두 크고 훌륭한 동물들이었도다. 그래서 나는 독안거인이 침대로 쓰던 밧줄로 그 숫양들을 조용히 묶었느니라. 나는 숫양들을 세 마리씩 묶어 가운데 양 아래에 한 명씩, 양쪽에 한 명씩 사람을 세워 내 부하들을 구해 내었도다. 무리 중에서 가장 늠름한 숫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녀석의 등을 붙잡고 털북숭이 배 아래에 몸을 웅크린 채 털에 매달렸느니라. 의지의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었으며, 우리는 비참하게 날이 밝기를 기다렸도다.
이른 새벽, 장밋빛으로 물든 손길이 모습을 드러내자 숫양들은 모두 풀을 뜯어 먹고 싶어 뛰어올랐느니라. 암양들은 젖을 짜지 못해 젖통이 터질 듯이 가득 찬 채 우리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도다. 주인은 몸이 약해지고 고통에 지쳐 있었으나, 숫양들을 줄 세우면서 각각의 등을 더듬어 보았느니라. 그러나 털북숭이 배 아래에 묶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였도다. 마지막으로 덩치가 큰 숫양이 털과 나, 곧 영리한 사기꾼을 매달고 밖으로 나왔느니라.
힘센 폴리페무스는 그 숫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묻되,
“사랑스러운 숫양아, 오늘은 왜 동굴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거냐? 평소에는 이렇게 느리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어린 양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여린 꽃을 뜯어 먹고, 초원을 뛰어다니고,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가장 먼저 양 우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지. 그러나 이제 너는 가장 마지막이 되었구나. 주인님의 눈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구나. 그 사악한 놈이, 그의 비열한 부하들을 동원해 나를 술에 취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하였느니라. 노먼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나처럼 말할 수만 있다면, 나를 두려워하며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러면 내가 그놈의 머리를 바위에 내리쳐 동굴 곳곳에 흩뿌려 그 못된 노먼이 가져온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숫양을 밖으로 밀어내었도다. 우리는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말을 타고 갔으며, 나는 먼저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나서 부하들의 밧줄도 풀었느니라. 우리는 주인님의 살찐 가축들을 훔쳐 달아났고, 배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았도다.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은 친구들인 우리를 보고 기뻐하였으나,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울었느니라. 나는 그들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명령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섭게 노려보았도다. 나는 그들에게 양털 뭉치를 배에 싣고 배를 저어 바닷물 속으로 나가라고 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하얗게 바싹 마른 바다에 노를 저었도다.
내가 고함 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갔을 때, 나는 뒤돌아 야유를 퍼부었느니라.
“이봐, 독안거인! 바보여! 네 동굴에 갇힌 선원들은 불쌍하고 약한 자들의 것이 아니었어. 자업자득이지! 네 손님을 잡아먹다니 부끄러움도 없구나! 상제와 다른 신들이 네게 벌을 내리는 것이로다.”
내 조롱에 그는 더욱 화가 났도다. 그는 언덕에서 바위를 뽑아 우리에게 던졌으며, 바위는 우리 배의 어두운 뱃머리 바로 앞에 떨어져 키를 잡는 노 끝을 거의 부숴 버릴 뻔하였느니라. 돌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파도가 밀려왔으며, 갑자기 밀려오는 물살이 배를 육지 쪽으로 밀어내고 부풀어 오른 물은 우리를 함께 밀어내었도다. 나는 길고 큰 장대를 잡고 배를 밀어내었으며, 부하들에게 “목숨을 구하려면 빨리 노를 저어라!”라고 소리치며 고개를 끄덕여 재촉하였느니라. 그들은 몸을 굽혀 노를 젓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바다를 두 배나 더 건너갔도다. 그때 나는 다시 그를 불렀느니라.
내 선원들은 내게 그만하라고 애원하며 간청하되,
“제발! 진정하소서!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이 야만인을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그가 돌을 던져 우리 배를 육지로 밀어냈지 않사옵니까. 우리는 죽을 뻔하였나이다. 만약 그가 우리 말을 들었다면, 날카로운 돌을 던져 우리 머리와 나무 배를 부숴 버렸을 것이옵니다. 그는 정말 세게 던지옵니다!”
그러나 내 냉혹한 마음은 설득되지 아니하였도다. 나는 여전히 분노에 차서 다시 소리치되,
“독안거인! 만일 어떤 필멸자가 당신의 눈이 어떻게 잘리고 멀어졌는지 묻는다면, 이탁도에 사는 도시 약탈자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 당신의 시력을 잃게 하였다고 말하십시오!”
그는 신음하며 말하되,
“예언이로다!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우리 백성 가운데 에우리모스의 아들 텔레무스라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살았는데, 그는 우리에게 점을 치며 여생을 보냈느니라. 그는 오지수의 손길이 내 눈을 멀게 할 거라고 예언하였도다. 나는 늘 키 크고 잘생긴, 힘과 용기를 가진 남자가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이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하였구나. 술에 취해 나를 홀린 것이로다. 자, 오지수, 어서 오시오. 내가 선물을 드리고 해신 신께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리라. 나는 그의 아들이요, 신은 나를 아버지로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시느니라. 그가 원한다면 나를 고쳐 줄 것이나, 다른 누구도, 신도 인간도 그를 고칠 수 없느니라.”
그가 이 말을 하자 나는 그에게 대답하되,
“내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 지하 세계인 염라국의 집으로 보내 버릴 수만 있다면, 지진의 신조차도 당신을 고쳐 줄 수 없을 것이로다.”
그러나 그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기도하되,
“들으소서, 대지를 흔드는 푸른 머리의 해신 신이시여, 저를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시고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소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소서. 만약 그가 가족을 만나게 된다면, 늦게, 명예도 없이, 고통 속에, 배도 없이,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그리고 그의 집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하소서.”
푸른 해신은 아들의 기도를 들어 주었도다. 폴리페무스는 이전보다 훨씬 큰 바위를 들어 올려 휘두른 다음, 엄청난 힘으로 던졌느니라. 그 작은 공은 우리 키 바로 옆에 떨어져 바다에 첨벙 떨어졌으며,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배를 밀어 반대편 해안으로 향하게 하였도다.
우리는 배가 정박해 있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선원들은 울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내린 다음, 독안거인에게서 훔쳐 온 양들을 배의 선창에서 꺼내 공평하게 나누어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주었느니라. 그런데 양 떼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 선원들은 독안거인이 가장 아끼는 숫양을 나에게만 주었도다. 나는 해변에서 그 숫양을 도살하여 어둠의 구름의 신이자 온 세상의 주인인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에게 바쳤으며, 허벅지를 불태웠느니라. 그러나 신은 내 제물을 외면하고 내 모든 배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파멸시키려 하셨도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를 먹고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느니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서 잠이 들었도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깨워 배에 올라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느니라. 그들은 재빨리 복종하여 모두 질서정연하게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도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항해를 계속하였느니라.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친구들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도다.
==제10권 바람과 마녀==
「우리는 불멸의 신들이 모두 사랑하는 아이올로스의 떠다니는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섬 주변의 가파른 절벽에는 난공불락의 단단한 청동 성벽이 뻗어 있었나이다. 그의 궁전에는 열두 명의 자녀가 살고 있었으니, 건장한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이었나이다. 그는 형제자매끼리 결혼을 주선하였나이다. 그들은 부모와 함께 항상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잔치는 끝이 없었나이다. 낮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궁궐은 소리로 가득하였나이다. 밤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담요가 쌓인 밧줄 침대에서 잠을 청하였나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요새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환영하고 한 달 동안 머물게 해 주었으며, 토래성과 아르고스 배들,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소식을 물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나를 보내 달라 말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나를 돕기로 하고 소가죽 자루를 주면서 그 안에 거센 바람을 묶어 두었나이다. 크로노스의 아들인 상제는 그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였나이다.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는 마음대로 바람을 멈추거나 일으킬 수 있었나이다. 그는 빛나는 은실로 자루를 내 곡선형 배에 단단히 묶어 아무리 작은 바람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였고, 제피로스 신에게 바람을 불어 우리 배와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다 달라 부탁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아니하였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었나이다.
아홉 밤낮으로 항해한 끝에 열흘째 되는 날, 고향 땅이 눈앞에 나타났나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였나이다. 나는 지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나이다. 내가 키를 잡고 있으면 더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내가 잠든 사이에 선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나이다. 위대한 아이올로스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는 것이었나이다. 은과 금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나이다. 각자 옆 사람을 쳐다보며 불평하였나이다.
『우리가 항해하는 곳마다 모두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군. 게다가 토래성을 약탈해서 가져온 전리품도 가지고 있잖아. 우리는 그와 함께 항해하였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이제 아이올로스가 이런 친절한 선물을 주다니.』
그에게 말하였나이다.
『서둘러라, 자루를 열어 얼마나 있는지, 은이 얼마나 있는지, 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끔찍한 생각이 그들을 사로잡았나이다. 그들은 그대로 하였나이다. 자루를 열자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나이다. 갑작스러운 파도가 우리를 덮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나이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고, 저는 잠에서 깨어나 배에서 뛰어내려 익사할지, 아니면 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살아남을지 고민하였나이다. 저는 참고 얼굴을 가리고 갑판에 누웠나이다. 폭풍우가 몰아쳐 배들을 다시 위대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들은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항아리에 물을 채웠고, 남자들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나이다.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노비 한 명과 선원 한 명을 데리고 아이올로스를 만나러 갔나이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나이다. 우리는 들어가 문설주 옆에 앉았나이다. 그들은 깜짝 놀라 물었나이다.
『어찌하여 왔느냐. 또 왔느냐. 운이 나빴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는 분명히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고, 당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에 도착하도록 하려 하였느니라.』
나는 슬프게 대답하였나이다.
『제 부하들과, 우리를 망쳐 놓은 고집스러운 잠을 탓하십시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당신들은 모든 것을 바로잡을 힘이 있나이다.』
나는 이 말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를 바랐으나, 그들은 침묵하였나이다. 그때 아버지가 소리쳤나이다.
『나가라. 이 역겨운 놈아, 내 섬에서 나가라. 당장. 신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는 사람을 내가 데려다 주는 것은 옳지 아니하다. 이 저주받은 놈아, 감히 여기에 오다니. 나가라.』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궁전에서 쫓아냈나이다. 우리는 낙담한 채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선원들은 노 젓는 고통에 지쳐 갔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순풍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밤낮으로 노를 저었고, 이레째 되는 날, 우리는 라에스트리고니아, 즉 절벽 위의 텔레필루스 마을에 도착하였나이다. 라모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은 나가는 다른 목동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나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소를 몰고 흰 양을 방목하며 두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나이다. 낮과 밤의 길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유명한 항구에 도착하였나이다. 양쪽으로 해안선이 튀어나와 거의 만나 좁은 입구를 이루고 있었나이다. 그곳에는 파도가 전혀 치지 아니하였나이다. 작은 파도조차도 없었나이다. 온통 하얀 고요함뿐이었나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배를 항구 안에 빽빽하게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유일하게 배를 항구 밖에 정박하기로 하였나이다. 멀리 떨어진 바위에 밧줄을 묶고 배에서 내려 바위를 기어올라 정찰하였나이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외에는 소나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뽑아 이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빵을 먹는지 알아보라 보냈나이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산에서 나무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다니는 매끄러운 길을 따라 걸었나이다. 그들은 도시로 향하였나이다. 마을 앞에서 물을 긷고 있던 한 소녀를 만났나이다. 소녀는 마을 전체의 수원지인 아르타키 샘으로 가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라이스트리고니아 왕 안티파테스의 건장한 딸이었나이다. 그들은 소녀에게 왕과 백성들에 대해 물었나이다. 소녀는 곧바로 그들을 아버지의 높은 지붕의 궁전으로 데려갔나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산처럼 큰 여자가 있었나이다. 그들은 경악하고 충격을 받았나이다. 거인은 즉시 남편인 왕을 회의장에서 불러냈나이다. 왕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하였고, 한 명을 붙잡아 잡아먹었나이다. 나머지 두 명은 배로 도망쳤나이다.
왕의 외침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나이다. 그 소리를 듣고 거대한 라에스트리고니아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거인이었나이다. 그들은 사람이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바위를 절벽에서 우리에게 던졌나이다. 배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 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나이다. 그들은 마치 물고기를 잡듯이 사람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나이다. 끔찍한 만찬이었나이다.
그들이 항구 안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동안, 나는 칼을 뽑아 검은 뺨을 가진 내 배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나이다.
『위험에서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도망쳐라.』
그들은 죽음이 두려워 두 배로 노를 저었나이다. 내 배는 운 좋게도 깎아지른 절벽 너머 바다에 도달하였나이다. 만에 갇힌 나머지 배들은 모두 전멸하였나이다. 우리는 슬픔에 잠겨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으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나이다.
우리는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의 고향인 아이아이아에 도착하였나이다. 키르케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며, 파멸을 꿈꾸는 아이테스의 누이였나이다. 그 둘은 필멸의 존재들을 비추는 태양과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의 자식이었나이다. 어떤 신의 인도를 받아 우리는 조용히 항구로 표류하여 배를 정박하였나이다. 이틀 밤낮으로 우리는 지쳐 쓰러질 듯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나이다.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창과 날카로운 칼을 들고 배에서 내려 높은 곳으로 달려가 인간의 흔적을 찾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나이다. 바위 위로 올라가 보니 키르케의 궁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나이다. 땅에서 숲과 덤불 사이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나이다. 연기를 보았으니 내려가서 조사해 봐야 할지 고민하였나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변과 배로 돌아가 부하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정찰을 나가기로 하였나이다.
배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떤 신이 외로운 나를 불쌍히 여겨 크고 뿔이 우뚝 솟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를 내 앞길에 보내 주었나이다. 그 사슴은 숲에서 내려와 강물을 마시러 왔는데, 날씨가 매우 더웠나이다. 나는 그 사슴의 등 한가운데를 찔렀나이다. 내 청동 창이 그를 꿰뚫었나이다. 사슴은 신음하며 흙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영혼은 떠나갔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밟고 청동 창을 뽑아 땅에 버려 둔 채, 나뭇가지와 끈을 꺾어 한 패덤 길이의 밧줄을 만들어 꼼꼼하게 매듭지어 그 거대한 동물의 발굽을 묶었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등에 메고 어두운 배로 내려갔나이다. 사슴이 너무 커서 한쪽 어깨에 짊어질 수 없었기에, 나는 창을 짚고 내려갔나이다. 나는 그를 배 앞에 내려놓고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넸나이다.
『친구들이여. 비록 슬프나, 우리는 운명의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자, 배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으니 굶지 말자. 이제 먹을 시간이다.』
그들은 재빨리 내 말에 따랐고, 얼굴에서 장포를 내렸나이다. 그리고 해변에 누워 있는 커다란 사슴을 보고 놀라워하였나이다. 정말 거대하였나이다. 그들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씻고 훌륭한 식사를 준비하였나이다. 그렇게 우리는 해 질 때까지 풍성한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새벽의 손가락처럼 장미꽃이 다시 피어났나이다. 나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친구들이여, 슬픔에 잠겨 있더라도 내 말을 들어라. 우리는 어둠이 어디에 있는지, 새벽이 어디에 있는지,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땅속으로 어디로 사라지는지, 어디에서 다시 떠오르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처한 곤경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는 바위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땅은 낮다. 나는 숲과 빽빽한 덤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가라앉았나이다. 그들은 모두 라이스트리고니아인들과 그들의 왕 안티파테스에게 일어났던 일, 그리고 거대한 독안거인이 사람들을 잡아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들은 통곡하며 눈물을 쏟아냈나이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은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두 무리로 나누었나이다. 나는 한 무리를 이끌고, 신과 같은 에우리로코스에게 다른 무리를 이끌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청동 투구에 제비를 뽑았는데, 에우리로코스의 제비가 나왔나이다. 그래서 그는 스물두 명의 부하들과 함께 울면서 떠났나이다. 나와 함께 남은 사람들도 울고 있었나이다.
숲속 공터 안에서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로 높은 기초 위에 지어진 키르케의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집 주위에는 키르케가 약물로 길들인 산늑대와 사자들이 있었나이다. 동물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친근하게 모여들었나이다. 마치 주인이 저녁 식사 후 간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개들이 주인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긴 꼬리를 흔들며 다정하게 다가왔나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무시무시한 늑대와 사자들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나이다. 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나이다.
그들은 집 밖에 서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신 키르케였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베를 짜고 있었는데, 마치 여신이 빚어내는 듯한 정교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나이다. 그러자 나의 가장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동료들의 지도자인 폴리테스가 이르되,
『친구들아, 저 안에서 누군가 거대한 베틀에서 직물을 짜고 노래를 부르는데, 바닥이 울려 퍼질 정도이다. 아마 여자이거나 여신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불러오자.』
그들은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즉시 와서 빛나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들였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만은 속임수를 의심하여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의자에 앉히고 보리, 치즈, 황금 꿀을 프람니아 포도주와 섞어 물약을 만들었나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향을 완전히 잊게 하는 강력한 약을 넣었나이다. 그들은 그 혼합물을 마셨나이다. 그런 다음 그녀는 마법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쳐 돼지우리에 가두었나이다. 그들은 몸과 목소리, 머리카락이 돼지로 변하였으나, 정신은 그대로였나이다. 그들은 감금되자 비명을 질렀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돼지들이 진흙탕에서 파헤치며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와 산딸기를 던져 주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우리 검은 배로 달려와 친구들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는 말을 하려 하였으나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하였나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찢어지는 듯하였나이다. 놀라서 우리는 모두 그에게 물었나이다. 마침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였나이다.
『오지수여, 당신의 명령대로 우리는 숲 속으로 들어갔나이다. 숲속 공터에서 우리는 윤이 나는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높은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인인지 여신인지 모를 누군가가 베틀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나이다. 제 친구들이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초대하였나이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들은 그녀를 따라 들어갔나이다. 그러나 저는 무슨 속임수일까 두려워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때 갑자기 그들은 모두 사라졌나이다. 나는 잠시 그곳에 앉아 지켜보고 기다렸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은장검을 등에 메고 활을 집어 들고 그에게 이르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시오.』
그는 내 무릎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나이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보내지 마시오. 여기 있게 해 주소서. 당신은 그들을 데려올 수 없고, 그렇게 하려다가는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옵니다. 서둘러 주소서, 이 사람들과 함께 탈출해야 하나이다. 우리에게는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나이다.』
나는 이르되,
『당신은 배 옆에서 먹고 마시며 지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야 하나이다. 저는 이 일을 해야만 하나이다.』
나는 배와 해안을 떠나 신성한 숲길을 가로질러 걸어 올라갔나이다. 마녀 키르케의 큰 저택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나이다. 그는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하는 가장 귀여운 사춘기 소년 같았나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이르되,
『어찌하여 혼자 이 언덕을 넘었느냐. 불쌍한 자여, 자네는 이곳을 알지 못하는군. 자네 부하들은 키르케의 집에서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혔네. 자네가 그들을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하려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네도 그들과 함께 여기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네. 자, 키르케의 집에 들어갈 때 자네를 지켜 줄 해독제를 받아 가게. 이제 내가 키르케의 모든 치명적인 주문과 계략을 알려 주겠네. 그녀는 자네에게 독이 섞인 물약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자네는 내가 준 약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법은 자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긴 지팡이로 자네를 공격하면, 날카롭게 갈린 검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이 달려들게. 그녀는 자네를 두려워하며 자네에게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라 할 것이다. 그녀에게 저항하지 말게.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자네는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신들을 걸고 맹세하라 전하게. 다시는 너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옷을 벗고 있을 때 그녀가 너를 해쳐 남자를 무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밝고 변덕스러운 신은 땅에서 식물 하나를 뽑아 내게 보여 주었나이다. 뿌리는 검은색이고 꽃은 우유처럼 하얬나이다. 신들은 이 식물을 몰리라고 불렀나이다. 필멸의 인간은 이 식물을 캐내기 어려우나, 신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나이다. 그런 다음 헤르메스는 숲이 우거진 섬을 지나 높은 오림산으로 날아갔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집으로 들어갔나이다. 걸어가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나이다. 나는 문간에 서서 그녀를 보았나이다. 땋은 머리를 한 아름다운 키르케였다. 내가 부르자 그녀는 듣고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였나이다. 나는 초조하게 그녀를 따라갔나이다. 그녀는 나를 발판이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은장식 의자로 안내하였나이다. 그녀는 금잔에 나를 위해 음료를 섞고 약을 넣었나이다. 그녀는 나에게 해를 끼치기를 바랐나이다. 나는 그것을 마셨으나 마법은 통하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내리치며 이르되,
『이제 가거라. 돼지우리로 나가서 네 부하들과 함께 누워라.』
그러나 나는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칼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달려들었나이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피하였고, 내 무릎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물었나이다.
『당신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의 도시는 어디이옵니까. 당신의 부모는 누구이옵니까. 내 물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나이다. 다른 어떤 남자도 그것을 마시고 마법의 유혹을 견뎌 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다르나이다. 당신의 마음은 마법에 걸리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틀림없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오지수일 것이옵니다. 황금 지팡이를 든 밝게 빛나는 헤르메스가 당신이 빠른 배를 타고 토래성에서 이곳으로 항해해 올 것이라 여러 번 말해 주었나이다. 이제 칼을 칼집에 넣고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시오.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키르케여, 내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놓고, 나를 유혹해서 잠자리에 들자 한 다음, 내 용기와 남성성을 빼앗으려 하다니, 어찌 내게 당신을 부드럽게 대하라 명령할 수 있소. 당신이 다시는 나를 해치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과 잠자리에 들지 않겠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즉시 내가 요구한 대로 맹세하였나이다. 그녀는 맹세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키르케의 눈부신 침대로 올라갔나이다.
그동안 그녀의 시녀 네 명이 궁궐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들은 샘과 숲,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는 신성한 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었나이다. 한 시녀가 의자 위에 보라색의 고운 천을 깔고 그 아래에 돌을 놓았나이다. 각 의자 옆에는 또 다른 하녀가 은으로 된 탁자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금으로 된 바구니를 올려놓았나이다. 세 번째 하녀는 은그릇에 달콤하고 기분 좋은 포도주를 섞어 금잔에 따랐나이다. 네 번째 하녀는 물을 가져와 커다란 삼각대 아래에 불을 지펴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나이다. 구리 가마솥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나를 욕조로 데려가 머리와 어깨를 씻어 주었나이다. 내 영혼을 짓누르는 깊은 피로를 없애 주기 위해 완벽한 온도로 맞춘 물을 사용하였나이다. 목욕 후, 그녀는 내 피부에 기름을 바르고 고운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리고 은으로 장식된 정교하게 조각된 의자로 나를 안내하고 그 아래에 발판을 놓아 주었나이다. 또 다른 하녀는 금으로 된 물병에 물을 가져와 은그릇에 부어 내 손에 부어 주었나이다. 그녀는 근처에 윤이 나는 탁자를 차려 놓았나이다. 요리사는 빵을 가져와 푸짐한 음식을 차려 놓았고, 키르케는 나에게 먹으라 하였나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나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나이다.
키르케는 내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아니하고 슬픔에 잠겨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 곁에 서서 물었나이다.
『오지수여, 어찌하여 그렇게 말없이, 마치 벙어리처럼 앉아서 속을 게워내며 연회 음식도 술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억하건대, 나는 이미 맹세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이르되,
『키르케여, 안 됩니다. 어떤 양심적인 사람이 자기 부하들을 직접 보고 풀어 주기 전에 음식을 맛보거나 술을 마실 수 있겠나이까. 그렇게 먹고 마시라 하신다면, 그들을 풀어 주소서. 그래야 내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키르케는 지팡이를 든 채 연회장을 나와 돼지우리를 열고 그들을 쫓아냈나이다. 그들은 여전히 살찐 멧돼지처럼 크고 다 자란 모습이었나이다. 그들은 키르케 앞에 섰나이다. 위엄 있는 키르케는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각각에게 새로운 약을 발랐나이다. 그 약 때문에 그들의 몸에는 굵은 돼지털이 돋아났나이다. 뻣뻣했던 털이 모두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남자들이었는데, 전보다 젊고 훨씬 잘생기고 키도 컸나이다.
그때 그들은 저를 알아보았나이다. 각자 저를 꼭 껴안고 절망에 빠져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집안은 시끌벅적하였고, 심지어 아내조차도 그들을 불쌍히 여겼나이다. 아내는 제게 다가와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내시나이다. 이제 바닷가에 있는 당신의 빠른 배로 가시오.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당겨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으로 옮기시오. 그런 다음 충성스러운 부하들과 함께 돌아오시오.』
제 마음은 동의하였나이다. 저는 해안에 있는 제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배 옆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엉엉 울고 있었나이다. 마치 소떼가 목초지에서 마당으로 돌아올 때처럼, 어린 암소들이 우리에서 뛰쳐나와 어미에게 달려가고, 어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울부짖는 것 같았나이다. 그래서 내 부하들은 나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였고, 마치 고향인 험준한 이탁도 땅,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나이다. 흐느끼며 그들은 외쳤나이다.
『오, 주인님이여.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마치 우리 고향 이탁도로 돌아온 것 같나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이르되,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려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에 넣어 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서둘러 나와 함께 가서 키르케 여신의 성소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보라. 그들은 영원히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믿었으나, 에우리로코스는 경고하되,
『바보들아. 어찌하여 거기로 가려 하느냐.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길을 택하여 키르케의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 그곳에서 그녀는 우리 모두를 돼지나 늑대, 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의 웅장한 집을 지키도록 강요할 것이다. 독안거인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기억하느냐. 우리 친구들은 이 무모한 군주와 함께 그의 집에 갔느니라. 그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두 죽었느니라.』
그 순간, 나는 튼튼한 허벅지에 숨겨 둔 긴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어 땅에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나이다. 비록 그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말이다. 그때 부하들이 나를 말리며 이르되,
『안 됩니다, 왕이시여, 제발 그를 보내 주소서. 그가 여기 남아서 배를 지키도록 하소서. 저희가 왕을 따라 키르케의 성지로 가겠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거기에 머물지 아니하고, 내 꾸지람이 두려워 왔나이다.
그동안 키르케는 다른 사람들을 풀어 주고, 자신의 집에서 그들을 부드럽게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나이다. 그리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혔나이다. 우리는 연회장에서 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남자들은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 보자 울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흐느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나이다. 여신은 내 옆에 서서 이르되,
『왕이시여, 영리한 오지수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시여, 이제 이 슬픔을 부추기지 마시오. 나는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이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에서, 그리고 육지에서 적대적인 사람들로부터 큰 고통을 겪었음을 아나이다. 그러나 이제 먹고 마실 시간이다. 이탁도를 떠날 때 가졌던 열정을 되찾아야 하느니라. 당신은 지치고 상심하여 항상 고통과 방황에만 사로잡혀 있나이다. 마음속으로 기쁨을 느껴 본 적이 없나이다. 너희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 냈느니라.』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매일 그곳에서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나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긴 하루하루가 흘러가자,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나를 불러 이르되,
『신들의 인도를 받으소서. 이제 조국을 생각할 때이옵니다. 당신들이 살아남아 높은 지붕의 집과 조상의 땅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말이옵니다.』
내 전사의 영혼은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 잔치에 앉아 있었나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그들은 어둑한 궁전 안에서 잠자리에 들었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화려한 침대로 가서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의 무릎을 만졌나이다. 여신은 내 기도를 들었나이다.
『키르케여,』 나는 이르되, 『저를 고향으로 보내겠다는 당신의 맹세를 지켜 주소서. 이제 제 마음은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제 부하들도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당신이 부재중일 때마다 그들은 끊임없는 탄식으로 저를 지치게 하나이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하였나이다.
『레르테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왕 오지수여, 모든 도전을 극복한 자여, 당신은 원치 않게 제 집에 머물 필요가 없나이다. 그러나 먼저 다른 여정을 완수해야 하나이다.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예언자이자 눈먼 티레시아스에게 조언을 구하시오. 페르세포네는 죽어서도 그에게만 완전한 통찰력을 주었나이다. 다른 영혼들은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 뿐이옵니다.』
그 말에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침대에 앉아 울었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과 빛나는 태양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잃었나이다. 흐느껴 울고 슬픔에 잠겨 뒹굴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이르되,
『그러나 키르케여, 누가 이 여정을 안내해 줄 수 있나이까. 이전에는 아무도 배를 타고 염라국으로 간 적이 없나이다.』
그러자 여신이 즉시 대답하였나이다.
『오지수 왕이시여, 당신은 지혜로우시나이다. 배를 조종할 조종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하얀 돛을 펼치고 자리에 앉으시오. 북풍이 배를 밀어 줄 것이옵니다. 대양을 건너면 버드나무가 시들어가는 열매를 떨어뜨리고 페르세포네의 숲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가 자라는 해안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깊고 소용돌이치는 대양에 배를 묶고 염라국의 넓은 거처로 가시오. 피리플레게톤과 스틱스의 지류인 코키토스는 모두 아케론 강으로 흘러 들어가나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바위 옆에서 울려 퍼지나이다. 용감한 사람이여, 그곳으로 가서 폭과 길이가 각각 한 규빗인 구덩이를 파고 그 주위에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을 부으시오. 먼저 꿀물을 붓고, 그 다음에는 단 포도주를, 마지막으로는 물을 부으시오. 보리를 뿌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에게 간청하시오. 이탁도의 황량한 땅에 이르면, 네 궁전에서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 한 마리를 잡아 불에 쌓아 올리고, 티레시아스에게만 네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수한 검은색 숫양 한 마리를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라. 모든 유명한 죽은 자들에게 기도한 후,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암양 한 마리를 도살하여 에레보스에게 보내되, 너 자신은 세차게 흐르는 강 쪽으로 돌아서라. 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런 다음 네 부하들에게 잔혹한 청동기에 의해 죽은 양들의 가죽을 벗기고, 강력한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며 불태우라 하라. 그리고 칼을 뽑아 앉으라. 티레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무도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예언자가 곧 와서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건너는 너의 여정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황금빛 옥좌에 새벽빛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키르케는 내게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여신은 섬세하고 고운 천으로 만든 긴 흰 드레스를 입고 금빛 허리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베일을 쓰고 있었나이다.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불렀나이다. 나는 각 부하 옆에 서서 말로 그들을 깨웠나이다.
『일어나라. 이제 더 이상 달콤한 잠에 빠져 있지 마라. 가야 한다. 여신께서 지시를 내리셨느니라.』
그들은 내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나는 부하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갈 수 없었나이다. 가장 어린 엘페노르라는 부하가 있었는데, 그는 전쟁에 그다지 용감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다지 영리하지도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술에 취해 시원함을 찾으려고 키르케의 집 높은 곳에 동료들과 떨어져 누워 있었나이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와 분주한 소리, 친구들의 움직임을 듣고는 높은 사다리를 내려가는 것을 잊고 재빨리 벌떡 일어섰나이다. 그는 지붕에서 곤두박질쳐 떨어져 척추 바로 위에서 목이 부러졌나이다. 그의 영혼은 염라국으로 내려갔나이다.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르되,
『아마도 당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겠으나,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영혼인 티레시아스를 만나야 한다 말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나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옷을 찢었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애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우리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있는 우리의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펑펑 흘렸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와서 검은 암양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를 배 옆에 묶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사라졌나이다. 신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누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겠나이까.
==제11권 저승==
이에 우리는 바다에 이르러 먼저 반짝이는 소금물에 배를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양들을 배에 올렸도다.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눈물을 쏟아 내었느니라.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가 우리에게 바람을 보내어 돛을 가득 채우게 해 주었으며, 순풍이 짙푸른 뱃머리 뒤에서 우리를 인도하였도다. 우리는 장비를 정비하고 자리에 앉으니, 바람과 항해사가 우리의 항로를 곧게 인도하였느니라.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니, 우리는 깊이 흐르는 대양의 끝자락, 키메리아인들이 살고 도시를 세운 곳에 이르렀도다. 그들의 땅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빛나는 태양신은 별이 빛나는 하늘로 떠오를 때나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올 때나 결코 그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지 아니하였느니라. 그곳의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파괴적인 밤이 세상을 뒤덮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양들을 몰아낸 다음, 여신이 우리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던 대양의 물줄기를 찾아 나섰느니라.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가 제물을 바치니, 나는 칼을 뽑아 가로세로 한 길의 구덩이를 파고 죽은 자들을 위해 제물을 부었도다. 먼저 꿀물을 붓고, 달콤한 포도주를 붓고,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으며, 그 위에 보리를 뿌리고, 고향에 돌아가면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가장 좋은 어린 암소를 제물로 바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로 제단을 높이 쌓겠다고 엄숙히 맹세하였느니라. 티레시아스를 위해서는 내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종 검은 양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렇게 맹세하며 죽은 자들을 불렀도다.
양들을 가져다가 구덩이 위에서 목을 베니 검은 피가 흘러나왔으며, 영혼들이 에레보스 산에서 올라와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십 대 소년 소녀들과 오랜 세월 고통받은 노인들, 젊은 나이에 노동으로 목숨을 잃은 신부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은 채 청동 창에 베인 많은 남자들이 있었느니라. 그들은 사방에서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구덩이 주위로 몰려들었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도다. 창백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나는 부하들을 깨워 내가 죽인 양의 가죽을 벗기고 불태우며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라고 명령하였도다. 나는 칼을 뽑아 들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섰으니,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로다.
먼저 아직 땅에 묻히지 못한 내 부하 엘페노르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우리는 다른 일에 너무 바빠서 그의 시신을 키르케의 집에 장례도 치르지 않고 남겨 두었도다. 그를 보자 나는 가엾음에 울며 이르되,
“엘페노르야, 어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네가 걸어온 것이 내가 배를 타고 온 것보다 더 빠르구나.”
그가 신음하며 대답하되,
“오지수 폐하, 폐하는 모든 상황을 잘 헤쳐나가시나이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불운하였고,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혼미해졌나이다. 키르케의 집 위층에 누워 있었는데, 지붕에서 내려올 때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나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떨어졌으며, 목이 척추에서 부러져 제 영혼은 염라국으로 떨어졌나이다. 당신이 버리고 간 부하들, 그 부재중인 자들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의 아내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 주신 아버지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그리고 집에 홀로 버려두신 당신의 아들 태명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이 염라국을 떠나 아이아이아에 다시 배를 정박할 때, 부디 저를 기억해 주소서. 저를 그곳에 묻지도 않고, 눈물도 애통함도 없이 버려두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신들께서 당신에게 노하실 것이니이다. 제 팔과 함께 저를 불태우고 회색 소금 바다 옆에 무덤을 쌓아 주소서.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저와 제 불행을 알게 될 것이니이다. 그리고 제가 살아생전에 동료들과 함께 젓던 노를 무덤에 박아 두소서.”
“가엾은 자여!” 내가 대답하되,
“이 모든 것을 하리라.”
우리는 그곳에 앉아 슬픈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나는 한쪽에서 피 묻은 칼을 꽉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 동료의 유령이 말을 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영혼이 나타났으니, 나의 죽은 어머니, 아우톨리쿠스의 딸 안티클레이아를 보았도다. 나는 신성한 토래성으로 떠날 때 그녀를 살려 두었느니라. 그녀를 보자 나는 연민에 눈물을 흘렸으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티레시아스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였도다.
예언자는 황금 홀을 들고 나타났으며 나를 알아보고 이르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뛰어난 생존자시여, 불쌍한 자여, 어찌하여 태양을 버리고 죽은 자들과 기쁨 없는 이 곳을 보러 왔느냐? 이제 구덩이에서 물러나 날카로운 칼을 들어 내가 피를 마시고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자 나는 은으로 장식된 칼을 칼집에 넣었도다. 그가 탁한 피를 마신 후, 유명한 예언자가 말하되,
“오지수여,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꿀처럼 달콤하게 생각하겠으나, 신들께서는 그것을 쓰디쓰게 만들 것이니라. 해신은 당신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가라앉히지 아니할 것이로다. 당신은 고통받아야 하나, 감정을 다스린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라. 충동과 당신의 부하들에게 경고하노라. 보랏빛 심해에서 돌아서서 트린아키아 섬으로 배를 몰고 가라. 그곳에는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신, 태양신의 소유인 풀을 뜯는 소와 살찐 양들이 있느니라.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내버려 두고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만 집중한다면, 큰 손실이 있더라도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부하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니라. 만일 당신이 스스로 탈출한다면, 당신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낯선 배를 타고 지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그리고 집에는 침략자들이 당신의 식량을 먹어치우고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니라. 그때 당신은 구혼자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하리라. 당신의 궁궐 안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밖에서, 날카로운 청동 무기로 그들을 죽여야 하느니라. 그들이 죽고 나면, 당신은 떠나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를 가져다 주어야 하리라. 그들은 배의 붉은 뱃머리도, 배의 날개와 같은 노도 본 적이 없느니라.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징조를 예언하노라. 당신이 등에 짊어진 것을 키라고 부르는 여행자를 만나면, 그 노를 땅에 박고 해신에게 황소와 멧돼지를 제물로 바치라.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사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순서대로 거룩한 헤카톰을 바치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편안한 노년의 삶과 번성하는 백성을 맞이하며, 너에게 온화한 죽음이 찾아올 것이로다. 그렇게 될 것이니라.”
내가 이르되,
“티레시아스여, 신들께서 제게 이런 운명을 정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실로 말해 주소서. 저는 어머니의 영혼이 피 곁에 조용히 앉아 저에게 말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았나이다! 주님,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제가 티레시아스라는 것을 알아보시게 할 수 있으리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설명하기 쉬운 문제라. 네가 이런 영혼 중 하나를 피 곁에 오도록 허락하면, 그 영혼은 너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로다. 네가 그들을 밀어내면, 그들은 다시 떠나야 하느니라.”
그렇게 말하고 예언자 영혼 티레시아스는 염라국의 집으로 떠났도다. 나는 어머니가 와서 피를 마실 때까지 그곳에 꼼짝 않고 서 있었느니라. 어머니는 그때 나를 알아보고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이르되,
“내 아이야!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이곳은 산 사람이 보기 힘든 곳이라. 거대한 강과 무시무시한 만들이 있고, 걸어서 건널 수 없는 대양도 있느니라. 배가 필요하니라. 너는 배와 선원들을 거느리고 토래성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헤매다 온 것이냐? 아직 이탁도에 도착하지도 않았고, 집에 있는 아내도 보지 못하였느냐?”
내가 대답하되,
“어머니, 저는 예언자 영혼인 테베의 티레시아스와 상의하기 위해 염라국에 올 수밖에 없었나이다. 아직 그리스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고, 고향에도 도착하지 못하였나이다. 위대한 건웅을 따라 말의 땅 토래성으로 가서 그곳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 이후로 저는 길을 잃고 비참하게 불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말씀해 주소서.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나이까? 오랜 병으로 돌아가셨나이까? 아니면 활의 여신 아림이 부드러운 화살로 당신을 죽이셨나이까? 제가 두고 온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소서. 그들은 여전히 왕으로 존경받고 있나이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왕위를 계승하고 제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나이까? 그리고 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씀해 주소서. 그녀는 우리 아들과 함께 남아 그의 양육에 전념하고 있나이까, 아니면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 그녀와 결혼하였나이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그녀는 굳건하니라. 마음씨가 강하니라. 그녀는 여전히 당신 집에 있느니라. 밤마다 비참하게 보내고 낮에는 눈물로 지내느니라. 그러나 아무도 당신의 왕위를 찬탈하지 못하였도다. 태명은 여전히 온 영지를 무사히 돌보고 영주답게 호화롭게 잔치를 벌이며 항상 회의에 초대받느니라. 당신의 아버지는 시골에 계시니라. 도시에는 오지 않으시며, 담요와 깨끗한 시트가 깔린 제대로 된 침대에서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느니라. 겨울에는 집 안에서 불 옆에 누워 노비들과 함께 재 속에 누워 주무시고, 옷은 누더기이니라. 여름과 수확철에는 떨어진 낙엽 더미가 그의 잠자리가 되느니라. 그는 그곳에 누워 슬픔에 잠겨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시니, 그의 노년은 쉽지 아니하니라. 그래서 저도 그런 운명을 맞이하여 죽었도다. 여신이 집에서 저를 쏘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며, 병이 내 팔다리의 기력을 앗아가며 길고 잔혹한 쇠약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라. 아니, 오지수, 나의 햇살이여, 당신이 그리웠던 것이로다. 당신의 날카로운 지성과 따뜻한 마음이 내게서 달콤한 생명을 앗아갔느니라.”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영혼을 품에 안고 싶었도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느니라. 세 번이나 어머니를 만지려 애썼으나, 세 번 모두 어머니의 유령은 그림자처럼, 혹은 꿈처럼 내 품에서 떠나갔도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지며 내가 울부짖되,
“안 되옵니다, 어머니! 왜 저와 함께 있어 주지 않으시나이까? 이 지옥에서라도 저를 안아 주소서. 서로 사랑하는 팔을 감싸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위안을 찾고 싶나이다! 그러나 이분이 정말 어머니시옵니까? 아니면 여왕이 제 슬픔을 더 키우려고 유령을 보낸 것이옵니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오, 내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로다. 페르세포네가 너를 속이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이 인간이 죽으면 지켜야 할 규칙이니라. 우리의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붙잡고 있지 아니하느니라. 생명이 하얀 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타오르는 불길이 시체를 태워 버리느니라. 영혼은 날아가 버리고 곧 꿈처럼 사라지느니라. 이제 서둘러 빛을 향해 가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 훗날 당신의 아내에게 이야기하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페르세포네가 보낸 몇몇 여인들, 곧 전사들의 딸들과 아내들이 왔으며, 그들은 핏자국 주위에 몰려들었도다. 나는 그들 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계획을 세웠느니라. 나는 칼을 뽑아 그들이 한데 모여 피를 마시지 못하게 막았으며, 그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하였도다.
첫 번째는 명문가 출신의 티로였는데, 살모네우스의 딸이자 아이올로스의 아들 크레테우스의 아내였도다. 그녀는 세상에 물을 쏟아붓는 모든 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니페우스 강과 사랑에 빠졌으며, 종종 그의 아름다운 강가를 찾아갔느니라. 해신은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강어귀에서 그녀와 함께 누웠도다. 그들 주위로 산처럼 높이 솟은 짙은 푸른 파도가 굽이쳐 신과 인간 여인을 가렸느니라. 거기서 그는 그녀의 허리띠를 풀고 그녀를 잠들게 하였으며, 신은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여인이여, 이 사랑을 기뻐하라. 너는 내년에 영광스러운 자녀를 낳을 것이로다. 신과의 관계는 언제나 자손을 낳느니라. 그들을 잘 보살피고 기르도록 하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내가 누구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하리니, 나는 땅을 흔드는 해신이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도다. 그녀는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둘 다 건장한 아이들이었고 전능한 상제를 섬겼느니라. 펠리아스는 양이 풍부한 이올코스의 넓은 들판에 살았고, 그의 동생은 모래 언덕인 필성에 살았도다. 그리고 그녀는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손, 페레스, 그리고 전차를 사랑했던 아미타이온을 더 낳았느니라.
그리고 그녀 후에 나는 안티오페를 보았는데, 그녀는 상제의 품에서 잠들었다고 말하며 두 아들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도다. 그들은 일곱 개의 문이 있는 도시 테베의 최초 정착민들이었으며, 그들은 강했으나 방어 시설 없이는 드넓은 평원에서 살 수 없었느니라.
그 다음 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보았는데, 그녀는 위대한 상제에게서 용감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도다. 그리고 나는 오만한 크레온의 딸이자 불굴의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메가라를 보았느니라.
나는 무지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른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를 보았도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였으니,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와 결혼하였느니라. 신들께서 인간에게 진실을 드러내시니, 그들의 치명적인 계략을 통해 그는 고통 속에서도 테베의 카드메인들을 다스렸도다. 그러나 에피카스테는 염라국의 문을 넘어갔으며, 올가미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니라. 그녀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복수의 여신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남겼도다.
그리고 나는 오르코메노스의 미니안들을 다스리던 암피온의 막내딸 클로리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아름다웠고, 넬레우스는 그녀에게 값진 혼수를 바쳤도다. 그녀는 필성의 여왕이었고, 크로미우스, 네스토르, 페리클리메누스, 그리고 용맹한 피로를 낳았느니라. 피로는 너무나 뛰어난 용맹을 지녀 모든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였으나, 넬레우스는 필성에서 이피클레스의 고집 센 소떼를 몰아낼 수 있는 남자와만 결혼을 허락하였도다. 예언자 멜람푸스만이 유일하게 시도하였으나, 신들께서 그를 막고 저주하시니, 목동들이 그를 쇠사슬로 묶었느니라. 날과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마침내 이피클레스는 예언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풀어 주었으며, 상제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로다.
그리고 나는 틴다레우스의 아내 레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그에게 두 명의 강인한 아들, 기마병 카스토르와 권투에 능한 폴리데우케스를 낳았도다. 생명을 주는 대지는 그들을 품고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상제께서 저승에서도 그들을 존경하시니, 그들은 번갈아 살고 죽으며 신처럼 숭배받느니라.
그리고 나는 알로에오스의 아내 이피메데이아를 보았는데, 그녀는 해신과 동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도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 다 짧은 생을 마감하였으니, 오투스와 유명한 에피알테스였느니라. 비옥한 대지는 그들을 오리온 다음으로 키가 큰 영웅으로 키워 내었도다. 아홉 살 때 그들은 너비가 아홉 큐빗, 높이가 아홉 파덤에 달하였으며, 불멸의 신들에게 무시무시한 전쟁의 소음을 불러일으켰고, 오사와 펠리온 산을 나무와 잎사귀까지 모두 오림 산 높은 곳에 올려놓으려 하였느니라. 만약 그들이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나, 상제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이 그들을 죽였도다. 그들은 어린 턱에 솜털이 나기도 전에, 수염이 얼굴을 뒤덮기도 전에 죽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파이드라, 프로크리스, 그리고 위험한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를 보았도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오려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느니라. 여신 아림은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비난했을 때 디아 섬에서 그녀를 죽였도다. 그 후 마에라, 클리메네, 에리필레가 왔는데, 그녀는 황금 뇌물을 받고 남편을 죽였느니라. 제가 그곳에서 본 유명한 왕비와 딸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나이다. 거룩한 밤이 끝나기 전에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이다. 저는 선원들과 함께 배에서 자야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자야 하나이다. 저는 신들을 알고 있으니, 당신들이 제 여정을 도울 것이니이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홀에서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며 귀를 기울였도다. 흰 팔을 가진 아례희가 말하되,
“무릉도인들이여! 그를 보라! 얼마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인가! 게다가 얼마나 총명한가! 그는 나의 특별한 손님이지만, 여러분 모두 우리와 같은 영주의 지위를 공유하고 있으니 너무 빨리 그를 내쫓지 말라. 그리고 그가 떠날 때 관대하게 대해야 하느니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신들의 뜻으로 보물이 풍족하니라.”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노련한 예개우가 이르되,
“현명한 왕비께서 옳으셨나이다, 여러분. 왕비의 말씀대로 하소서. 그러나 먼저 알진오 왕께서 말씀하시고 행동하셔야 하나이다.”
왕이 이르되,
“내가 이 뱃사람들의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에는 왕비의 말씀대로 하라. 손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침까지 머물게 해 주라. 그때 모든 선물을 드리리라. 여러분 모두 그를 도우겠으나, 내가 이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으니 내가 가장 많이 도울 것이로다.”
오지수는 신중하고 재치 있게 대답하되,
“모든 백성의 왕이신 알진오 왕이시여, 만약 저에게 작별 선물을 주시고 떠나보내기 전에 이곳에 일 년 동안 머물라고 권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나이다. 보물을 가득 안고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니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존경하고 이탁도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니이다.”
알진오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세상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품고 있느니라.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기꾼과 도둑들도 많으나, 자네를 보니 그런 부류가 아니로다. 자네의 이야기에는 우아함과 지혜가 담겨 있느니라. 자네는 마치 뛰어난 시인처럼 모든 그리스인들의 고난, 그리고 자네 자신이 겪은 고통까지 이야기하였도다. 자, 이제 자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서 전쟁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겪은 친구들의 영혼을 보았는지 말해 주라. 밤은 아직 길고, 잠들 시간은 아니니라.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라! 자네가 겪었던 위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꺼이 들으리라.”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알진오 왕이시여,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이기도 하나, 잠을 잘 때이기도 하나이다.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토래성의 비명과 전투 소음을 피해 간신히 탈출하였으나, 나중에 집에서 악한 아내에게 살해당한 제 친구에 대한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성스러운 페르세포네께서 여인들의 유령을 흩어지게 하시니 그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도다. 건웅의 유령은 아이기스토스의 집에서 그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다른 이들과 함께 슬픔에 잠겨 나타났느니라. 그는 피를 마시고 나서야 저를 알아보았으며, 큰 소리로 울며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손을 뻗었도다. 필사적으로 저를 만지고 싶어 하는 듯하였으나, 그의 기력과 힘, 그리고 한때 가졌던 유연함은 모두 사라져 있었느니라. 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쌍히 여겼으며 외치되,
“인간의 왕이시여, 건웅 왕이시여! 어떻게 돌아가셨나이까? 어떤 불운이 당신을 덮쳤나이까? 해신이 그를 깨운 것이옵니까? 혹독한 바람이 불어 당신의 배를 난파시켰나이까? 아니면 육지에서 적의 양이나 소떼를 훔치거나, 그들의 도시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사백 명이 넘는 적에게 살해당하였나이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나는 생존자이니라! 아니다. 해신이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켜 내 배를 난파시킨 것이 아니며, 육지에서 적들이 정당방위로 나를 죽인 것도 아니니라. 아이기스토스가 내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를 죽이려고 계획하고 살해하였도다. 그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마치 마구간에서 소를 도살하듯이 죽였느니라. 얼마나 끔찍한 죽음이냐! 내 부하들은 마치 부유한 영주의 집에서 잔치나 결혼식, 연회를 위해 돼지를 도살하듯이 무참히 살해당하였도다. 당신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백병전에서 학살당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나, 당신이 직접 그런 일을 겪는다면 더욱 깊은 슬픔을 느낄 것이로다. 음식과 포도주가 쌓인 탁자 아래 우리가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바닥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느니라. 간교한 클리템네스트라가 내 옆에서 죽인 프리아모스의 딸, 불쌍한 카산드라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렸도다.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순간, 나는 땅에서 팔을 들어 올리려 애썼으나, 그 암캐 같은 여자는 등을 돌렸느니라. 나는 지옥으로 갔으며, 그녀는 내 눈도 감겨 주지 않았고 입도 다물게 해 주지 아니하였도다. 아내가 남편을 그렇게 배신하는 것보다 더 역겨운 짓은 없느니라. 그 여자는 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도다! 그녀의 남편을!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노비들과 자식들은 나를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녀는 너무나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여자들, 심지어 착한 여자들까지도 수치에 빠뜨렸느니라.”
내가 소리치되,
“저주받아라! 상제께서는 항상 여자들을 통해 아트레우스 가문에 재앙을 가져오셨도다. 많은 남자들이 헬렌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클리템네스트라는 당신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당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느니라.”
그러자 그가 즉시 대답하되,
“그러니 아내를 너무 잘 대해 주지 말라. 아는 것을 다 알려 주지 말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숨기라. 그러나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로다, 오지수여. 현명한 연로비는 그런 짓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아니하니라. 우리가 전쟁터로 떠날 때 당신의 아내는 아주 어렸으며,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이제 다 큰 아이가 되었으리라. 당신이 집에 돌아와 아들을 보면 무척 기뻐하며 아버지를 껴안을 것이니,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니라. 제 아내는 제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억눌렀으며, 아내가 먼저 저를 죽인 셈이니라.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충고 하나 하겠노라. 명심하라. 고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 배를 정박하지 말라. 조용히 움직이라. 요즘 세상에 여자를 믿는 사람은 없느니라. 그런데 제 아들 소식은 없느냐? 살아 있느냐? 오르코메노스에 있느냐, 아니면 모래 언덕의 필성에 있느냐, 아니면 사필성의 면나수와 함께 있느냐? 내 훌륭한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로다.”
건웅이 대답하되,
“건웅이여, 왜 그런 것을 묻느냐? 나는 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느니라. 가설을 세워 봤자 소용없느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쏟아낸 쓰라린 말 때문에 깊이 슬퍼하며 펑펑 울었도다. 그때 아길수와 파트로클로스, 안틸로코스, 그리고 그리스인 중 아길수 다음으로 가장 잘생기고 체격이 좋았던 아이아스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아길수는 나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되,
“오지수여, 이 여우 같은 놈아!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 것이냐? 어떻게 감히 염라국까지 내려올 수 있었느냐? 여기에는 감각이 마비된 죽은 자들, 지쳐 쓰러진 불쌍한 인간들의 영혼이 살고 있느니라.”
내가 이르되,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 아길수여, 나는 이 바위투성이 이탁도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티레시아스를 만나러 왔나이다. 나는 그리스에도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고, 고향은 말할 것도 없나이다. 운이 정말 나빴나이다. 그러나 누구의 운도 자네만큼 좋았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살아있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자네를 신처럼 존경하였도다. 이제 자네가 이 세상에 왔으니 죽은 자들 사이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느니라. 아길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마소서.”
그러나 그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 죽은 자들의 왕으로 군림하느니 차라리 가난한 농부에게 고용된 일꾼이 되는 게 낫겠느니라. 그러나 어서 와서 내 아들에 대해 말해 주라. 소식이 있느냐? 전쟁터로 나가 지도자가 되었느냐? 그리고 내 아버지 필우는 어떠냐? 아직도 미르미돈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있느냐? 아니면 늙고 허약해져서 프티아와 그리스에서 학대받고 있느냐? 이제 나는 햇빛을 등지고 떠났기에, 토래성 평원에서 최고의 토래성인들을 죽이던 때처럼 그리스인들을 도울 수 없느니라. 만약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아버지 댁으로 잠시라도 갈 수 있다면, 아버지를 해치고 모욕하는 자들이 내 손이 무적이지 않기를 바라게 만들겠느니라.”
내가 그에게 대답하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없으나, 당신의 아들, 사랑하는 네오프톨레무스에 대해서는 모두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나는 다른 잘 무장한 그리스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스키로스에서 그를 데려왔나이다. 우리가 토래성에 대한 전략을 세울 때, 그는 항상 네스토르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요점을 정확히 짚어 말하였나이다. 그리고 우리가 토래성에서 싸울 때, 그는 거대한 전투의 인파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항상 두려움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전쟁터에서 엄청난 수의 적을 죽였나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죽인 자들의 이름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나이다. 그러나 그는 청동 창으로 텔레포스의 아들 에우리필루스를 베어 죽였나이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데, 위대한 멤논 다음으로 잘생긴 사람이었나이다. 프리아모스가 그의 어머니에게 뇌물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데려온 수많은 케티아인들도 모두 죽임을 당하였나이다. 우리 아르고스 지도자들이 목마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 임무였나이다. 다른 그리스 지휘관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잘생긴 내 아들은 안 되었나이다! 나는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며, 그는 눈물을 닦을 필요도 없었나이다. 목마 안에서 그는 내게 뛰어내리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으며, 칼자루와 무거운 창을 꽉 쥐고 토래성인들을 해치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마침내 우리가 프리아모스의 높은 도시를 함락시켰을 때, 그는 전리품으로 가득 찬 채 목마에 올라탔나이다. 날카로운 청동 창에 상처 하나 나지 아니하였으며, 아레스가 맹렬하게 날뛰는 전쟁에서 그가 겪은 모든 소규모 전투에서 그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아길수의 유령은 아들의 영광스러운 용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도다. 다른 죽은 영혼들도 슬픔에 잠겨 모여들었고, 각자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직 아이아스만이 배 옆에서 재판이 열렸을 때 내가 아길수의 갑옷을 차지한 것에 분노하여 뒤에 남았도다. 영웅의 어머니 테티스와 토래성의 아들들, 그리고 팔라스가 내게 그 무기를 주었느니라. 차라리 이 시합에서 이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무기는 아길수, 필우의 아들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외모와 위업을 지녔던 아이아스가 땅속에 묻힌 것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그에게 화해를 청하며 이르되,
“제발, 위대한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여, 그 저주받은 무기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내려놓을 수 없겠나이까? 죽어서라도 말이니이다. 신들께서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탑이었는데, 얼마나 큰 손실이었나이까! 당신이 떠났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슬픔에 잠겼고, 아길수만큼이나 오랫동안 당신을 애도하였나이다. 상제 외에는 누구도 탓하지 마소서. 그는 그리스 군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우리를 파멸시켰고,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에게 이런 운명을 내린 이유이니이다. 그러나 이제 들어주소서, 폐하. 분노를 가라앉히소서.”
그는 대답하지 않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따라 에레보스로 향하였도다. 그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더 많은 영혼들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르나이다.
저는 그곳에서 황금 홀을 들고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상제의 아들 미노스를 보았느니라. 그들은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는 염라국의 집 안에서 왕에게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하느니라. 저는 또한 외로운 산꼭대기에 살면서 죽였던 짐승들을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쫓는 위대한 오리온을 보았도다. 그는 파괴할 수 없는 청동 곤봉을 들고 있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가야의 아들 티우가 아홉 마일이나 뻗어 있는 것을 보았도다. 상제의 연인 레토가 아름다운 파노페우스의 들판을 지나 피토로 가는 길에 상제께서 그녀를 강간하셨느니라. 두 마리의 독수리가 그의 양옆에 앉아 그의 간을 찢고 내장을 파고들었으나, 그는 독수리들을 밀쳐낼 수 없었도다.
나는 턱까지 물에 잠긴 탄탈루스의 고통을 보았느니라. 그는 너무나 목이 말라 마실 물조차 없었도다. 그 노인이 물을 향해 몸을 굽히자 물은 사라져 버렸으며, 어떤 신께서 물을 말려 버리셨느니라. 그의 발치에는 검은 흙이 나타났도다. 키 큰 잎이 무성한 나무에는 달콤한 무화과와 석류, 눈부시게 빛나는 사과와 잘 익은 감람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으나, 그가 손으로 그것들을 잡으려 하자 바람이 그것들을 어두운 구름 속으로 날려 버렸느니라.
그리고 나는 시시포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도다.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밀어 언덕 꼭대기로 올리려 온 힘을 다해 애썼느니라. 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다시 무심하게 굴러떨어졌으며, 그러나 그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먼지로 뒤덮인 머리를 한 채 계속해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도다.
나는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환영을 보았느니라. 그는 불멸의 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위대한 상제와 황금빛 헤라의 딸인 아름다운 발목의 헤베와 함께 있었도다. 그의 유령 주위에서 죽은 영혼들은 공포에 질려 새처럼 비명을 질렀느니라. 그는 마치 음산한 밤처럼 걸어 다니며 활집에서 꺼낸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꽂아 넣었으며, 쏘기 직전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도다. 그의 가슴에는 곰, 멧돼지, 사납게 노려보는 눈을 가진 사자, 전투와 사람들의 학살을 묘사한 놀라운 금빛 띠가 둘러져 있었느니라. 나는 이 장면을 디자인한 장인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이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슬픔에 잠겨 외치되,
“오지수여!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자여, 당신도 내가 지상에 살았을 때처럼 운명의 무게에 시달리는가? 나는 상제의 아들이었으나, 고통은 끝이 없었느니라. 나보다 훨씬 영웅적이지 못한 자의 노비가 되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도다. 그는 한때 나에게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라고 보냈는데,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니라. 나는 허명과 번뜩이는 눈빛의 지혜낭자의 도움을 받아 염라국에서 그 개를 데려왔느니라.”
그는 염라국의 집으로 돌아갔도다. 나는 고대에 죽은 다른 영웅들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았으며, 내가 바라던 대로 신의 아들 피리토스와 테세우스 같은 고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섬뜩한 울부짖음과 함께 몰려들었고,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 여왕이 고르곤의 머리를 염라국에서 내보낼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그래서 나는 서둘러 돌아가 부하들에게 배에 올라타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 벤치에 앉았으며, 강물은 배를 바다 강 아래로 밀어내었느니라. 처음에는 노를 저어 나아갔고, 나중에는 순풍을 받았도다.
==제12권 어려운 선택들==
「우리 배는 대양의 흐름을 넘어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갓 태어난 새벽이 있는 아이아이아에 이르렀나이다. 새벽은 태양신 헬리우스의 빛과 함께 초원에서 춤을 추는 곳이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배를 대고 하선하여 밝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나이다.
새벽이 일찍, 꽃잎 같은 손가락을 가진 채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키르케의 집으로 보내 죽은 엘페노르의 시신을 가져오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서둘러 나무를 베고 가장 먼 곶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였나이다. 우리는 그의 시신과 장비를 태우고 흙무덤을 쌓은 다음, 그 위에 기둥을 끌어다 놓고 그의 노를 꽂았나이다. 이 모든 의식을 차례로 행하였나이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신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노비들을 데리고 서둘러 우리를 맞으러 왔나이다. 노비들은 빵과 고기, 그리고 선명한 붉은 포도주를 가지고 왔나이다. 그녀는 우리 가운데 서서 이르되,
『참으로 놀랍구나. 너희 모두 산 채로 염라국에 갔다니.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죽는데 너희는 두 번 죽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먹고 여기서 하루 종일 포도주를 마시며 지내렴.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떠나라. 내가 너희의 항로를 자세히 설명해 줄 터이니,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어떤 악한 것도 너희를 해칠 틈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집 센 사람이었으나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실컷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남자들은 배 옆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내 손을 잡고 그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물었나이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키르케가 대답하되,
『이제 그 여정은 끝났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내가 좋은 지시를 내릴 터이니, 다른 신이 네가 기억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먼저 너희는 모든 행인을 홀리는 사이렌들에게 가야 한다. 만일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사람은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곳 초원에 앉아 있는 사이렌들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래로 그를 유혹할 것이다. 그들 주위에는 살점이 뼈에서 썩어 나가고 피부가 오그라든 채 죽어 있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널려 있다. 노를 저어 지나갈 때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넣어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라. 그러나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선원들은 당신을 손과 발로 밧줄을 단단히 묶어 배의 돛대에 똑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묶이면 사이렌의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들에게 풀어 달라 애원하면, 그들은 더 단단한 매듭으로 당신을 묶어야 할 것이다.
사이렌을 지나 항해한 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겠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첫 번째 길은 암피트리테 여신이 거대한 파도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거대한 바위들을 통과하는 길이다. 축복받은 신들은 이곳을 방랑하는 바위라 부른다. 상제에게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는 비둘기조차도 이곳을 안전하게 날아갈 수 없다. 비둘기 한 마리는 항상 길을 잃는다. 그 깎아지른 절벽 속 깊은 곳에 상제가 또 다른 신을 보내 무리의 수를 회복시켜야 하였느니라. 인간의 배는 그곳을 지나간 적이 없다. 들어가려 하면 파도와 거센 불길이 배의 목재와 사람들의 몸을 집어삼켰느니라. 오직 유명한 아르고호만이 아이에테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항해하였느니라. 강한 해류가 배를 바위 쪽으로 내던졌으나, 이아손을 사랑한 헤라가 그들을 안전하게 인도하였느니라.
두 번째 길로 가면 두 개의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뾰족한 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걷히지 않는 푸른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도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아니한다. 스무 개의 손과 스무 개의 발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바위를 오르거나 발을 디딜 수 없다. 바위는 마치 매끄럽게 연마된 듯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서쪽, 어두운 에레보스 산을 향해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있다. 위대한 오지수여, 배를 그 동굴 옆으로 몰고 가라. 그 동굴은 너무 높아서 화살로 쏠 수조차 없다. 그곳에는 울부짖고 짖어대는 스킬라가 살고 있다. 끔찍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강아지 같으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신조차도 그녀를 두려워할 정도이다. 그녀는 축 늘어진 다리가 열두 개이고, 목은 여섯 개이며, 각 목에는 끔찍한 머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각 얼굴에는 죽음을 품은 듯한 빽빽한 이빨이 세 줄로 나 있다. 그녀의 배는 텅 빈 동굴 안으로 축 늘어져 있고, 머리는 아득한 협곡 위로 내밀고 바위 주변을 살피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돌고래, 물개, 때로는 거대한 고래까지 잡아먹기도 한다. 포효하는 바다의 여왕 암피트리테는 수많은 생물을 보살핀다. 그곳을 지나가는 뱃사람은 결코 무사하지 못하다. 그녀는 검은 뱃머리를 가진 배에서 입으로 사람을 한 명씩 낚아챈다.
다른 바위는 화살을 쏘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이 두 번째 바위는 더 아래쪽에 있고, 그 위에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아래에서 신성한 카리브디스는 검은 물을 빨아들인다. 하루에 세 번 물을 뿜어내고, 세 번 꿀꺽꿀꺽 마신다. 그녀가 물을 삼킬 때는 그곳을 피해야 한다. 물속으로. 그때는 위대한 해신조차도 너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빨리 노를 저어 스킬라 옆으로 배를 몰고 가라. 여섯 명이라도 잃는 것이 모두 죽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여신이시여, 제발 진실을 말씀해 주소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카리브디스를 피해 스킬라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이까.』
여신이 대답하되,
『아니, 어리석은 자여. 네 마음은 아직도 전쟁에 사로잡혀 있구나. 그러나 이제 신들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녀는 필멸자가 아니다. 불멸의 악, 무시무시하고 사납고 잔인한 존재이다. 너는 그녀와 싸울 수 없다. 최선의 해결책이자 유일한 길은 도망치는 것이다. 바위 옆에서 무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녀는 여섯 개의 머리로 다시 공격해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스킬라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힘인 크라타이스에게 도움을 청하라. 그녀는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 준 존재이다. 여신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가라. 그러면 너는 헬리우스가 양과 소를 기르는 트리나키아라는 섬에 도착할 것이다. 한 무리에 쉰 마리씩, 총 일곱 무리가 있다. 그들은 번식도 하지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하며, 그들을 돌보는 자들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신 파에투사와 람페티아, 빛나는 네이라와 헬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빛나는 딸들이다. 그녀는 그들을 키운 후, 아버지의 양과 소를 지키도록 외딴 트리나키아로 보냈느니라. 만일 고향을 기억하고 소들을 해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선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을 예언한다.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늦게, 그리고 수치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키르케가 말을 마치자 새벽의 황금 옥좌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녀는 섬을 가로질러 걸어갔나이다. 나는 배로 돌아가 선원들을 깨워 배에 오르게 하고 뱃머리 밧줄을 풀도록 하였나이다. 그들은 배에 올라타 각자 자리에 앉아 노로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나이다. 검은 뱃머리를 가진 우리 배 뒤에서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는 돛을 채우는 친절한 바람을 보내 주었나이다. 우리는 재빨리 돛대를 정리하였고, 바람과 조타수가 배를 조종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선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키르케가 내게 알려 준 계시는 나 혼자만 아는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러분과도 나누겠나이다. 진실을 알고 죽거나, 아니면 탈출할 수 있나이다. 키르케는 우리가 저승의 세이렌들의 목소리를 피해야 하고, 그들의 꽃밭을 지나쳐야 한다 하였나이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나를 밧줄로 묶어 돛대에 똑바로 세워 두시오. 내가 간청하고 명령하면, 내 밧줄을 더 세게 묶어 더욱 꽉 묶어 주시오.』
이렇게 나는 그들에게 모든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곧 잘 만들어진 우리 배는 순풍을 타고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졌고,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었나이다. 고요함이 찾아왔나이다. 어떤 정령이 파도를 잠재운 듯하였나이다. 선원들은 일어나 돛을 내리고 선창에 넣었나이다. 그들은 노를 저어 매끄러운 나무 노가 물을 하얗게 물들였나이다. 나는 양손으로 밀랍 덩어리를 쥐고 잘게 잘랐나이다. 단단하게 반죽하고 햇볕에 데운 반죽을 차례로 각자의 귀에 발라 주었나이다. 그들은 내 손발을 돛대에 꼿꼿이 세운 채 묶었나이다. 그들은 앉아서 노를 저었나이다. 우리는 빠르게 나아갔고,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우리 배가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나이다.
『오지수여. 이리 오시오. 당신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잘 알려져 있소. 그리스의 영광이시여. 이제 배를 멈추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듣소. 이 음악은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은 더 큰 지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오소.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토래성에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겪은 모든 고통을 알고 있고, 세상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다 알고 있기 때문이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듣고 싶었나이다. 나는 부하들에게 나를 풀어 주라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찡그렸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노를 저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일어서서 나를 더욱 단단히, 더 많은 매듭으로 묶었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훨씬 지나쳐 더 이상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나이다. 그들은 내가 귀를 막았던 밀랍을 제거하고 나를 풀어 주었나이다.
그 섬을 떠나자, 나는 거대한 파도와 연기를 보았고, 굉음을 들었나이다. 부하들은 겁에 질려 노를 놓았고, 노는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나이다. 아무도 가느다란 노를 젓지 않자 배는 멈춰 섰나이다. 나는 갑판을 따라 걸으며 한 명 한 명 격려한 다음, 모두를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나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우리는 위험에 익숙하다. 이번 일은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동굴에 갇혔을 때보다 더 나쁘지 아니하다. 그때 우리는 나의 기술과 지혜, 그리고 전략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느니라. 그것을 기억하라. 자, 모두 내 말을 믿으라. 자리에 앉아 노를 저어 파도를 깊이 저어라. 상제께서 이 재앙에서도 우리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실지도 모른다. 선장이여, 잘 들어라. 이것이 네 명령이다. 키를 잡고 저 검은 연기와 솟아오르는 파도를 피해 바위 쪽으로 배를 몰아라. 배가 반대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들은 즉시 명령을 따랐나이다. 나는 스킬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스킬라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하였고,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남자들은 노를 놓고 두려움에 떨며 선창으로 도망쳐 숨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가 무기를 들지 말라 한 조언을 무시하였나이다.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나이다. 나는 찬란한 갑옷을 입고 긴 창 두 자루를 손에 든 채 뱃머리 갑판으로 올라갔나이다. 바위투성이의 스킬라가 그쪽에서 나타나 내 부하들을 해칠 것 같았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좁은 해협을 노를 저어 나아갔나이다. 한쪽에는 스킬라가, 다른 한쪽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이는 빛나는 카리브디스가 있었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물을 뿜어낼 때는 마치 거대한 불 위의 끓는 가마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나이다. 거품이 높이 솟아올라 양쪽 바위 꼭대기에 튀었나이다. 그러나 카리브디스가 바닷물을 다시 삼키자,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듯하였고, 주변의 바위들은 무시무시하게 포효하였으며, 아래쪽의 짙은 푸른 모래사장이 드러났나이다. 병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나이다.
우리가 두려움에 떨며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는 동안, 스킬라가 배에서 여섯 명의 병사를 낚아챘나이다. 그들은 내 배에서 가장 강하고 용맹한 전사들이었나이다. 아래에서 뒤돌아보니 그들의 발과 손이 하늘 높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나이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게 울부짖고 내 이름을 불렀나이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나이다. 마치 어부가 절벽 위에서 소뿔로 만든 낚싯줄을 길게 늘어뜨려 작은 물고기들을 낚으려 할 때, 물고기가 잡히면 숨을 헐떡이며 해안으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스킬라가 그들을 바위 동굴로 들어 올려 입구에서 잡아먹을 때, 그들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몸부림 속에서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나이다. 그것은 내가 바다에서 고통받는 동안 본 가장 가슴 아픈 광경이었나이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바위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곧 태양신 히페리온의 아들 헬리우스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멋진 얼굴을 한 그의 소들과 잘 먹은 양 떼들이 있었나이다. 검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 나는 우리 안의 소들의 울음소리와 양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나이다. 나는 눈먼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키르케의 말을 떠올렸나이다. 두 신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하라 엄격히 지시하였나이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잘 아나이다. 그러나 제 말을 잘 들어 주소서. 티레시아스와 키르케는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해야 한다 강조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끔찍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였나이다. 우리는 배를 돌려 섬을 지나가야 하나이다.』
그들은 이 말에 몹시 낙담하였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저에게 화를 내며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불공평하나이다. 당신은 강하고 지치는 기색이 없으니 분명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쉴 시간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완전히 지쳐 버렸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가 섬에 내려 맛있는 저녁을 해 먹는 것도 허락하지 아니하고, 안개 낀 바다를 밤새도록 표류하라 명령하는구나. 밤이 되면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 배를 난파시키는데, 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북쪽이나 서쪽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이 배를 부숴 버린다면 누가 재앙을 피할 수 있겠나이까.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자. 여기 머물면서 배 옆에서 음식을 해 먹자.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자.』
이것이 그의 말이었나이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였고, 그때 나는 어떤 악령이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직감하였나이다.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에우리로코스여. 나는 한 명이고 너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하는군. 그러나 모두 내게 굳게 맹세하노라. 소떼나 양떼를 발견하더라도 한 마리도 죽이지 마라. 가까이 가지 말고 불멸의 여신 키르케가 마련해 준 음식을 먹어라.』
그들은 내 말대로 맹세하였나이다. 맹세가 끝나자 우리는 잘 만들어진 배를 민물 근처의 굽은 항구 안쪽에 정박시켰나이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능숙하게 저녁을 요리하였나이다. 음식과 술로 배가 부르자 그들은 스킬라가 배에서 잡아먹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나이다. 그들이 울부짖는 동안 달콤한 잠이 그들을 감쌌나이다.
밤이 지나고 별들이 사라지자 상제는 기이한 폭풍우를 일으켰나이다. 그는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고,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나이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우리는 배를 산령녀들이 춤을 추는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모인 부하들에게 연설하였나이다.
『친구들이여, 배에는 식량이 있다. 가축은 건드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저 소들과 살찐 양들은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는 위대한 태양신 헬리우스의 소유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그들은 마지못해 따랐나이다. 그러나 그 달 내내 남풍이 불고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다른 바람은 전혀 불지 아니하였고, 오직 남풍과 동풍만이 불었나이다. 부하들은 아직 음식과 술이 있는 동안에는 소들을 건드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은 목숨을 건지기를 바랐나이다. 그러나 배의 물자가 바닥나자, 선원들은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나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은 낚싯바늘로 물고기와 새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잡았나이다.
저는 혹시라도 신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실까 하는 생각에 기도하러 나섰나이다. 부하들을 남겨 두고 섬을 가로질러 바람을 피해 그늘에서 손을 씻고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러자 신들이 제 눈에 달콤한 잠을 내려 주셨나이다. 그 사이에 에우리로코스는 어리석은 제안을 하였나이다.
『잘 들어 보시오, 친구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굶주림이 가장 비참한 일이다. 그러니 이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아 불멸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자. 이탁도로 돌아가면 곧바로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짓고 그 안에 보물을 모을 것이다. 만일 태양신이 이 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우리 배를 난파시키고 다른 신들도 동의한다면, 나는 이 사막 섬에서 천천히 시들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바닷물을 마시고 죽는 편이 낫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나이다. 그들은 배 옆에서 풀을 뜯고 있던 헬리우스의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으러 갔나이다. 사람들은 소들을 에워싸고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나이다. 배에는 보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참나무 잎을 뜯어 먹었나이다. 기도를 드린 후 소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허벅지를 잘라 낸 다음 뼈 위에 지방을 두 겹으로 덮고 그 위에 날고기를 올렸나이다. 불타는 제물에 부을 포도주가 없었기에 물을 사용하였고, 내장을 모두 구웠나이다. 허벅지살이 불에 타오르고 내장이 뿌려지자, 그들은 나머지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았나이다.
달콤한 잠이 눈에서 녹아내렸나이다. 나는 해안가에 정박한 배로 급히 돌아갔나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감쌌나이다. 나는 신음하며 신들에게 이르되,
『오,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당신들은 그 지독한 잠으로 내 정신을 멀게 하였나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내 부하들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나이다.』
그 사이에 긴 치마를 입은 람페티아는 태양신에게 우리가 그의 소들을 죽였다고 알리러 달려갔나이다. 격분한 태양신은 다른 신들을 불렀나이다.
『위대한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오지수의 부하들을 벌하소서. 그들이 내 소들을 죽였나이다. 나는 하늘에 오를 때나 땅에 내려올 때나 매일 그 소들을 보며 기뻐하였나이다. 그들이 내게 보답하지 아니하면 나는 염라국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만 나의 밝은 빛을 비출 것이다.』
상제가 대답하되,
『헬리우스여. 우리와 함께 빛을 비추어 생명을 주는 땅 위의 필멸자들을 위해 빛을 비춰 주소서. 나는 즉시 나의 밝은 번개로 그들의 배를 쳐서 포도주빛 바다 전체에 산산조각 내 버릴 것이옵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아름다운 칼리프소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배 옆 해안으로 돌아와 나는 그들 각자를 꾸짖었나이다. 그러나 소용없었나이다. 소들은 이미 죽어 있었나이다. 신들이 징조를 보냈나이다. 가죽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고, 꼬챙이에 꽂힌 고기는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음메 소리를 냈나이다. 소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나이다.
엿새 동안 내 부하들은 헬리우스가 준 소고기로 잔치를 벌였나이다. 이레째 날,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가 앞장서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우리는 재빨리 배에 올랐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돛을 펼쳐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우리가 그 섬을 떠났을 때, 우리는 하늘과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에 짙은 푸른색 폭풍 구름을 드리웠나이다. 그 아래 바다는 어두워졌나이다. 잠시 배가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때 제피로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맹렬한 폭풍을 몰고 왔나이다. 강한 돌풍이 앞쪽 돛줄 두 개를 모두 부러뜨렸고, 돛줄은 선창 안에 흩어졌나이다. 돛대는 뒤로 부러져 선장의 배 뒷부분을 강타하였고,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나이다. 그의 뼈는 으스러지고, 골격은 부서졌나이다. 그는 잠수부처럼 갑판에서 떨어졌고,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났나이다.
바로 그 순간, 상제가 천둥을 치며 배에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흔들리는 배는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모든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배 옆 파도 위의 갈매기처럼 휩쓸려 갔나이다. 신들은 그들이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았나이다. 나는 배 위에서 서성거렸고, 마침내 조류가 배의 옆면을 용골에서 뜯어냈나이다. 파도가 배의 뼈대를 휩쓸어 가고 돛대를 부러뜨렸나이다. 그러나 그 위에 소가죽으로 만든 돛대 고정줄이 걸려 있었나이다.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묶고 무시무시한 바람에 실려 나아갔나이다.
마침내 폭풍이 멈추고 서풍이 잦아들었나이다. 남풍이 나를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로 되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되었나이다. 밤새도록 뒤로 휩쓸려 갔고, 해가 뜰 무렵 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무시무시한 바위산으로 돌아왔나이다. 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무화과나무 가지에 가려진 채. 나는 박쥐처럼 나무줄기를 붙잡았나이다. 발을 디딜 수도, 기어오를 수도 없었나이다. 뿌리는 너무 낮았고, 길고 높은 가지는 너무 높았나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매달렸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내 돛대와 용골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기를 바랐나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리브디스가 그렇게 해 주었나이다. 젊은이들의 다툼을 하루 종일 심판하다가 마침내 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던 바로 그 순간, 카리브디스에서 널빤지들이 둥둥 떠올랐나이다. 저는 손과 발을 놓아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떠다니는 나무토막들 옆으로 떨어졌나이다. 저는 그 나무토막 위로 기어올라 손으로 노를 저어 떠났나이다. 상제께서 스킬라가 저를 보지 못하게 해 주셨기에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나이다.
저는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열흘째 저녁, 신들의 도움으로 저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답고 신성한 칼리프소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녀는 저를 사랑하고 보살펴 주었나이다. 제가 어제 당신과 당신의 아내에게 들려드린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리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옵니다.」
==제13권 두 명의 사기꾼==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는 어둑한 홀 안에 앉아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였다. 마침내 알진오가 이르되,
「오지수여, 자네가 내 집에 머물며 손님으로 지냈으니 이제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네. 충분히 고생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언제나 내 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는 내 노래를 들어 주는 존경하는 손님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시오. 손님은 궤짝에 옷을 싸 놓았고, 우리가 준 선물들도 있네. 이제 우리 각자는 튼튼한 삼각대와 가마솥을 하나씩 더해야겠네.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여 누구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네.」
왕의 말에 모두는 기뻐하였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쉬었다. 그때 새벽이 다시 밝아왔다. 새벽의 손가락에서 꽃이 피어나자 그들은 서둘러 배로 돌아가 영웅적인 청동 선물을 가져왔다. 왕은 배에 올라 그것들을 들보 아래에 놓아 선원들이 노를 저을 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왕과 함께 식사를 하러 돌아갔다.
거룩한 왕은 세상을 다스리는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어두운 구름의 신인 상제에게 바칠 제물을 잡았다. 그들은 소의 허벅지를 불태우고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존경받는 가수 데모도쿠스는 그들 가운데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내내 눈부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해가 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치 온종일 소를 끌고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난 사람이 저녁 식사를 간절히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을 수 있는 해 질 무렵을 반기는 것과 같았다. 가는 길에 다리가 쑤셨는데도 말이다. 오지수가 해 지는 것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었느니라.
그는 곧바로 항해를 나온 무릉도인들, 특히 알진오에게 이렇게 말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저를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 주시고 예물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제 소원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나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배편과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신들이 저의 행운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여전히 흠 없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리고 무릉도인 여러분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쁨과 모든 축복을 안겨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여러분의 백성들에게 아무런 고난도 없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들은 그의 말에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좋은 말을 하였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말하였다. 알진오는 오른팔인 본도수에게 이르되,
「본도수여, 이제 포도주 한 잔을 타서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따라 주어라. 상제 신께 기도를 드리고 손님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간구하자.」
그러자 집사는 잔에 포도주를 가득 타서 모두에게 차례로 따라 주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신과 같은 오지수는 일어서서 아례희의 손에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쥐여 주었다. 그의 말이 그녀에게 울려 퍼지되,
「여왕이시여, 우리 모두에게 그러하듯 당신도 늙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이제 떠나겠나이다. 당신의 집과 자녀들, 백성, 그리고 왕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소서.」
그렇게 말하고 고귀한 영웅은 문턱을 넘었다. 알진오는 그의 집사를 보내 해안에 정박한 빠른 배로 그를 안내하게 하였다. 아례희도 여종들을 보냈다. 한 명은 갓 세탁한 장포와 튜닉을 가져왔고, 한 명은 정교하게 조각된 궤짝을, 다른 한 명은 빵과 적포도주를 가져왔다.
배에 도착하자 안내자들은 모든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가 선창 안에 가지런히 실었다. 그들은 오지수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배의 선미 갑판에 시트와 담요를 깔았다. 오지수는 그곳에 올라가 조용히 누웠다. 노 젓는 사람들은 벤치에 차분히 앉아 닻줄을 풀었다. 그들은 몸을 뒤로 젖히고 힘껏 당겼다. 노가 물을 튀겼다. 그의 눈에는 죽음처럼 깊고 달콤한 잠이 내려앉았고, 그는 미동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치 네 마리의 멋진 말이 채찍을 향해 달려들어 마차를 몰고 트랙을 질주하듯, 머리를 높이 들고 유유자적 질주하는 배처럼, 배의 뱃머리도 높이 들려 있었다. 보랏빛 바다의 거친 파도가 배의 선미를 에워쌌고, 배는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가장 빠른 새인 매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배는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항해하였다. 배에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닌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가슴 아픈 상실과 전쟁, 난파의 고통을 견뎌 냈다. 이제 그는 평화롭게 잠들었고, 고통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느니라.
그러나 새벽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밝은 별이 하늘에 떠오르자, 바다를 항해하던 배는 육지에 가까워졌다. 이탁도 지역에는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항구가 있다. 항구 양쪽에는 만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절벽이 솟아 있어 폭풍우가 칠 때 큰 파도를 막아 준다. 배들은 일단 만의 경계를 넘어서면 밧줄 없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만의 어귀에는 잎이 긴 감람 나무가 자라고, 그 근처에는 바다 요정 네레이드들의 성지인 아름답고 어두운 동굴이 있다. 동굴 안에는 돌로 만든 그릇과 암포라가 있고,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가져온다. 돌로 만든 베틀도 있는데, 요정들이 바다처럼 보라색 천을 짜는 모습은 경이롭다. 동굴 안에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 입구는 두 개인데, 북쪽 입구는 인간의 것이고 남쪽 입구는 신성한 길이다. 사람들은 그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곳은 불멸의 존재들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니라.
그들은 노를 저어 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예로부터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팔은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고, 배는 너무 빠르게 나아가 육지에 다다르자 절반이 모래톱에 좌초되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시트와 담요로 싸인 오지수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여전히 깊이 잠든 오지수를 모래 위에 눕혔다.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무릉도 영주들이 고향으로 가져가라 준 선물들을 모두 꺼냈다. 그들은 오지수가 자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감람 나무 옆에 선물들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는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진의 신 해신은 여전히 오지수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상제에게 오지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물었나이다.
「오, 아버지 상제시여. 필멸자들이 저를 존경하지 아니하니 저는 신들 앞에서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이옵니다. 이 무릉도인들은 모두 제 후손인데 말입니다. 저는 항상 오지수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해 왔나이다. 당신께서 직접 고개를 끄덕여 약속하셨기에 저는 그에게서 그 특권을 빼앗지 아니하였나이다. 결코 그렇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의 빠른 배는 그를 바다 건너 이탁도에 데려다 주었고, 그들은 그에게 훌륭한 선물들을 안겨 주었나이다. 청동, 금, 그리고 고운 옷감까지, 그가 토래성에서 무사히 탈출하였더라도 얻었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리품이옵니다.」
폭풍의 신 상제가 외치되,
「땅을 흔드는 자여. 어처구니없구나. 신들은 너를 모욕하지 아니한다. 그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연장자를 모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일 고의적인 인간들이 존경심을 보이지 아니한다면 그들을 벌하라. 너에게는 언제나 그런 힘이 있다. 네 뜻대로 하라.」
해신이 대답하되,
「어두운 구름의 신이시여,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싶었나이다.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참아 왔으나, 이제 그 무릉도인들의 훌륭한 배가 그를 건너게 도와주고 돌아오면, 저는 그 배를 바다에 처박아 버리고 그들의 도시를 산으로 뒤덮어 다시는 여행자들을 안내하지 못하게 하고 싶나이다.」
구름의 신 상제가 이르되,
「형제여, 도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착하는 배를 돌로 변하게 하되, 여전히 배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나이다. 그들은 모두 충격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라.」
이 말을 듣고 해신은 무릉도의 도화원으로 가서 기다렸다. 배가 해안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신은 배 가까이 다가가 배 전체를 돌로 변하게 한 다음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다 밑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사라지자, 노와 훌륭한 배로 유명한 무릉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었나이다.
「무엇이라. 누가 그 배가 바다로 빠르게 돌아오는 동안 단단히 고정시켰는가. 우리가 다 보았는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알진오가 군중에게 이르되,
「정말이로구나. 제 아버지는 오래전에 해신 신께서 우리가 여행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미워하신다 말씀하셨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그 일을 모면하였으나, 언젠가 위대한 해신 신께서 그런 여정에서 돌아오는 배를 파괴하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어버리실 것이라 예언하셨나이다. 이제 그 노인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나이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하나이다. 더 이상 방문객들이 길을 떠나는 것을 도와주지 마시오. 우리는 해신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지 않으시도록 우리가 직접 고른 황소 열두 마리를 제물로 바쳐야 하나이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두려워하며 황소를 준비하였고, 무릉도의 모든 지도자들은 제단 주위에 서서 해신 신께 기도하였다.
한편, 고향 이탁도에서 잠들어 있던 오지수는 깨어났으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그곳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팔라스 지혜의 여신은 안개를 드리워 그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 주고, 그가 구혼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갚을 때까지 그의 아내와 가족, 이웃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 정겨운 항구와 구불구불한 길, 잎이 무성한 나무들은 모두 그의 왕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느니라.
그는 벌떡 일어서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허벅지를 치며 흐느꼈나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잔인한가. 아니면 신을 경외하는 친절한 사람들인가. 내 보물을 다 어디에 두고 가야 하는가. 어디로 떠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페아키아에 남아 다른 강력한 왕을 만났더라면, 내 친구가 되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었을 터인데. 내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가야 할까. 여기는 안 된다. 분명 도둑맞을 것이다. 페아키아 영주들은 믿을 만한 자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나를 이탁도로 데려다 주겠다 약속하였으나, 약속을 어기고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느니라. 가난한 자를 도우시는 상제께서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상제께서는 모든 사람을 지켜보시고 죄인을 벌하시느니라. 이제 내 보물을 세어 봐야겠구나.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날 때 몇 개 훔쳐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삼각대, 가마솥, 금, 천을 모두 세어 보았으나, 없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오지수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닷가를 서성이며 향수병에 시달리고 슬픔에 잠겨 흐느꼈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목동의 모습처럼 보였고, 왕자처럼 젊고 부드러운 피부를 지녔으며, 어깨에는 고운 천으로 만든 장포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여린 발에는 샌들을 신고 있었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너무나 기뻐하며 외치되,
「오, 친구여. 당신은 제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시구나. 반갑나이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제 보물과 저를 지켜 주소서. 저는 당신께 마치 신이신 것처럼 기도하고 간청하나이다. 당신의 무릎에 손을 얹고 간청하나이다. 부디 저를 도와주소서. 그리고 제발, 이곳은 어디이옵니까. 섬이옵니까. 아니면 비옥한 본토에서 바다로 뻗어 있는 반도이옵니까. 누가 이곳에 살고 있나이까.」
그러자 여신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르되,
「나그네여, 당신은 먼 곳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어리석은 자임이 틀림없구나. 이 유명한 나라에 대해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 해가 뜨는 동쪽 땅에 사는 사람들부터 어둑한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곳은 험준한 땅이라 말을 방목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고 넓지도 아니하나, 불모지는 아니다. 이곳에는 곡식과 포도주가 풍성하다. 땅은 항상 비와 이슬로 촉촉하고, 좋은 물웅덩이가 있으며, 염소와 소를 기르기에 좋고, 나무들도 다양하다. 외국인이여, 이탁도라는 이름은 그리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는 토래성에서도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난을 견뎌 온 오지수는 고향 땅에 돌아왔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의 말은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나,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야기를 삼켰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교묘한 계략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그래, 이탁도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으나 나는 먼 크레타에서 왔느니라. 지금 나는 이 모든 재산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남겨 두었느니라. 나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크레타 들판에서 나는 이도메네우스 왕의 아들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오르실로코스를 죽였느니라. 나는 토래성에서 그의 아버지를 섬기거나 돕기를 거부하고 내 군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내가 전쟁과 긴 항해 끝에 힘들게 얻은 토래성의 전리품을 훔치려 하였다. 나는 동료 한 명과 함께 길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여 창으로 찔렀느니라.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아무도 내가 날카로운 청동 칼로 그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를 죽인 후, 나는 재빨리 노를 저어 페니키아인들을 찾아가 약탈품을 나누어 주었고, 그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필성나 유명한 엘리스로 데려다 달라 말하였다. 그러나 폭풍우가 그들을 원치 않게 그곳을 떠나게 하였다. 그들은 나를 속이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항로를 이탈하여 우리는 밤중에 이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배가 고팠으나 아무도 저녁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 항구로 들어왔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모두 그 자리에 누웠다. 달콤한 잠이 나를 감쌌다.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 보물을 꺼내 모래 위에 잠든 내 옆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잘 지어진 시돈으로 항해를 떠났고, 나는 이곳에 남아 슬픔에 잠겼느니라.」
그의 말에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아름답고 키가 크며 모든 예술에 능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나이다.
「당신의 모든 속임수를 간파하려면 인간이든 신이든 속임수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이오. 영리한 악당이로구나. 얼마나 교활하고 거짓말에 능숙한지. 당신은 허구와 속임수를 너무나 좋아하여 자기 땅에서조차 멈추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래요, 우리 둘 다 영리하오. 당신처럼 계획을 세우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저는 신들 사이에서 통찰력과 교활함으로 유명하오. 당신은 저를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저는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이오. 저는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의 모든 고난을 돌보아 왔소. 당신이 무릉도인들에게 환영받도록 한 것도 저였소. 지금 저는 당신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저 덕분에 그들이 당신에게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 보물을 숨기기 위해 여기에 왔소. 당신이 고향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제가 알려 드리겠소. 이것이 너의 운명이니 용감하게 감내해야 한다. 방랑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 속에 고통을 견디고 그들의 잔혹한 대우를 참아내라.」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아니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당신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셨으니까요. 오래전 토래성 전쟁 때 당신이 저를 도와 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나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인들이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배에 올라탔을 때, 신들이 우리 함대를 흩어지게 했을 때, 상제의 딸이신 당신은 제 배에 계시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저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셨나이다.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저는 신들이 저를 고통에서 구해 주기를 기다렸나이다. 나중에 풍요로운 무릉도에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은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도시로 인도해 주셨나이다. 제발, 당신의 아버지 상제께 맹세코. 이곳이 이탁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나이다. 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나이다. 당신은 저를 속이고 조롱하려는 것이오. 진실을 말해 주시오. 이곳이 제 사랑하는 고향이오.」
빛나는 눈으로 그녀는 이르되,
「당신은 언제나 예리한 지성을 지녔기에,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당신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오. 당신은 직감과 집중력이 뛰어나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긴 여정 끝에 고국에 도착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보러 곧장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아내를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들에 대해 묻지도 않기로 하였소. 아내는 집에서 매일 밤 비참하게, 매일 낮에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소.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소. 모든 부하들을 잃은 후에도 당신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마음속 깊이 믿었소.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하였기에 당신을 원망하는 아버지의 동생, 해신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아니하였소. 이제 제가 당신에게 이탁도를 보여 드리겠소. 그렇게 믿으시겠지요. 이곳은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만이며, 만 끝에는 잎이 무성한 감람 나무가 있고, 그 근처에는 네가 수백 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쳤던 네레이드라 불리는 산령녀들에게 신성한 그늘진 동굴이 있다. 그리고 여기는 숲이 우거진 산 네리톤이다.」
여신은 이렇게 말하며 안개를 걷어냈다.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과 고통 끝에 마침내 행복에 휩싸인 오지수는 기쁨에 가득 찼다. 그는 기쁨에 차 고향의 비옥한 땅에 입맞추고 두 팔을 높이 들어 기도하되,
「오, 산령녀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제가 다시 당신들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저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 주시고, 상제의 아들이신 제 상관께서 저를 살려 주시고 아들을 기르게 해 주신다면 예전처럼 당신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용기를 내시오. 걱정할 필요 없소. 이제 서둘러 보물을 동굴에 안전하게 숨기시오. 그리고 나서 계획을 세워야겠소.」
여신은 어두컴컴한 동굴로 내려가 숨을 곳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지수는 페아키아인들이 준 선물, 즉 금과 튼튼한 청동, 그리고 정교하게 짠 천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그것들을 모두 안에 넣고 문돌을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두 사람은 신성한 감람 나무에 기대앉아 구혼자들을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하였다. 눈을 빛내며 지혜의 여신은 이르되,
「위대한 왕이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계략과 계획의 달인 오지수여, 구혼자들을 어떻게 물리칠지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삼 년 동안 당신의 집에 머물며 신과 같은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해 왔소. 아내는 항상 당신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며 슬퍼하오. 그녀는 그들에게 약속과 전갈을 보내며 유혹하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소.」
오지수는 외치되,
「오. 당신께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시지 아니하였더라면 저는 건웅처럼 제 집에서 죽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여신이시여, 이제 그들에게 복수할 전략을 짜 주소서. 제 곁에 서서 토래성의 찬란한 왕관을 부쉈을 때처럼 싸울 용기와 의지를 주소서. 여신이시여, 당신께서 그 열정으로 저와 함께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면, 저는 삼백 명의 적과도 한 번에 싸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지혜의 여신은 맑은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진실로 너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는 동안 내가 네 곁에 있음을 알아라. 네 생계를 앗아가는 구혼자들이 넓은 마룻바닥에 피와 뇌수를 흩뿌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제 내가 너를 변장시켜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네 매끈한 팔다리의 고운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고, 머리카락을 망가뜨리고, 누더기 옷을 입혀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몸서리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네 눈을 흐리게 하여 모든 구혼자들과 네 아내, 그리고 집에 남겨 둔 아들에게 네가 추하게 보이도록 할 것이다. 이제 돼지치기를 찾아가 보아라. 그는 비록 노비일 뿐이지만 네 아들과 현명한 연로비를 숭배하고 네 친구이다. 코락스 바위 옆, 아레투사 샘 근처에서 땅을 파헤치며 검은 물을 마시고 영양가 좋은 도토리를 먹는 암퇘지들 사이에서 그를 찾아보시오. 그곳에 머물며 그와 함께 앉아 모든 것을 물어보시오. 그러면 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사필성로 가서 당신이 사랑하는 소년 태명을 데려오겠소. 그는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메넬라오스에게 갔소.」
그가 날카롭게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그에게 말하지 아니하였소.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아니하오. 그가 나처럼 바다에서 길을 잃고 고통받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의 모든 유산을 차지하는 것을 원하였소.」
지혜의 여신은 빛나는 눈으로 대답하되,
「이제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직접 그를 인도하여 그의 여정에서 영광을 얻도록 하였소. 그는 고통받지 아니하오. 그는 지금 메넬라오스와 함께 앉아 연회를 즐기고 있소. 구혼자들은 그를 죽이려고 배에서 매복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의 재산을 먹어 치우는 자들 중 한두 명은 땅으로 덮일 것이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자신의 지팡이로 그를 톡톡 두드렸다. 그의 잘생긴 몸은 시들어 버렸고, 팔다리는 관절염에 걸렸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탈색시키고, 피부를 늙고 주름지게 만들었으며, 그의 아름답고 빛나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의 옷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해진 장포와 누더기 튜닉으로 바뀌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어깨에 커다란 사슴 가죽을 두르고, 해진 토트백과 지팡이를 주었다. 그들의 계획은 정해졌고, 그들은 헤어졌다. 지혜의 여신은 태명을 데리러 사필성로 떠났느니라.
==제14권 충성스러운 노비==
만을 떠나 오지수는 숲과 절벽을 가로지르는 험준한 길을 걸어갔다.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돼지치기를 찾을 길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의 하인들 중 이 고귀한 노비는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오지수는 그가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마당은 높고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돌담 위에는 가시가 있는 배나무 가지가 얹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동안, 라에르테스나 안주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당을 지었다. 마당 주위에는 껍질을 벗긴 나무 말뚝을 원형으로 박아 두었다. 마당 안에는 암퇘지를 위한 우리 열두 개를 나란히 만들고 각 우리에 쉰 마리씩 넣었다. 수퇘지들은 밖에서 잤다.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잡아먹는 바람에 수퇘지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돼지치기는 가장 살찐 수퇘지들을 구혼자들에게 양보하였고, 이제 삼백육십 마리만 남았다. 대장은 성문을 지키기 위해 사납고 반야생적인 개 네 마리를 키웠다.
오지수는 소가죽을 잘라 샌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부하 세 명은 돼지 떼를 몰아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나머지 한 명은 마을로 보내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줄 돼지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신선한 고기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였다.
그때 갑자기 경비견들이 오지수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지수는 머리를 숙이지 아니하고 지팡이를 떨어뜨린 채 땅에 엎드렸다. 개들은 그를 몹시 해치고 그의 땅에서 망신을 주려 하였으나, 재빨리 돼지치기는 가죽옷을 버리고 개들을 쫓아내기 위해 달려갔다. 그는 개들에게 소리치고 돌을 던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손님에게 이르되,
「제 개들이 당신을 거의 갈기갈기 찢어놓을 뻔하였나이다, 노인장이여. 신들이 이미 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당신이 저에게 수치를 안겨 줄 뻔하였나이다. 저는 주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 남들이 먹을 돼지를 기르고 있나이다. 제 주인님은 길을 잃고 아마도 굶주리고 계실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외국어를 쓰는 땅에서 말입니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시다면, 햇빛을 보고 계시다면 말입니다. 자, 노인장이여, 저를 따라오소서. 음식과 술을 배불리 드시고 나서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고귀한 돼지치기는 푹신한 덤불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 가죽을 깔았다. 그것은 그의 두껍고 따뜻한 잠자리 담요였다. 오지수는 자리에 앉아 이 환대에 기뻐하였다. 그는 이르되,
「당신이 저를 그토록 기꺼이 맞아주셨으니, 상제와 모든 불멸의 신들이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과 외국인과 나그네는 물론이고,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경해야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거지와 손님과 나그네를 돌보시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으나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노비의 삶은 이와 같나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나이다. 제 진짜 주인은 신들의 섭리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인이셨다면 저를 돌보시고 충성스러운 노비에게 친절한 주인이 주는 것을 주셨을 것이옵니다. 집과 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탐낼 만한 아내를 주셨을 것이옵니다. 신들이 축복하시고 번영하게 해 주신 수년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입니다. 주인이 여기 오래 계셨다면 저에게 잘해 주셨을 것이옵니다. 이제 돌아가셨을 것이옵니다. 헬렌과 그 가족들 때문이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죽었나이까. 주인은 건웅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토래성으로 가셨나이다.」
그는 튜닉 허리띠를 단단히 매고 서둘러 돼지우리로 가서 새끼 돼지 두 마리를 골랐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 돼지를 도살하고 털을 그슬린 다음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아 구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돼지를 손님 앞에 내놓고 그 위에 보리를 뿌렸다. 그는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담쟁이덩굴 그릇에 섞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아 권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이것은 가난한 노비의 식사입니다. 새끼 돼지 한 마리이옵니다. 구혼자들이 돼지를 먹어 치웁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자비심이 없나이다. 그들은 그런 범죄를 지켜보고 미워하며 선행과 정의를 축복하는 신들을 무시하나이다. 상제가 준 재물을 약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땅을 습격하여 보물로 가득 찬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무자비한 해적들조차도 신들의 감시를 느끼나이다. 이 구혼자들은 분명 어떤 신의 목소리가 ‘오지수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아니하고 적절한 혼처를 마련하지도 아니하나이다. 대신 그들은 앉아서 그의 재산을 잔치에 낭비하나이다. 밤낮으로 양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씩 잡아먹고, 함부로 마시기 위해 포도주를 더 붓나이다. 이기적인 바보들이여. 나의 주인님은 매우 부유하셨나이다. 본토에는 그만한 부자가 없었나이다. 이탁도에 있는 사람들도, 심지어 스무 명이나 합쳐도 이만큼 가진 게 없나이다. 전부 나열해 보겠나이다. 본토에 소떼 열두 무리, 양 백 마리씩 열두 무리, 돼지 열두 마리, 염소 열두 마리. 우리를 도울 일꾼을 더 고용해야 하였나이다. 그리고 이 섬 저 멀리에는 염소 떼 열한 무리가 풀을 뜯고 있는데, 훌륭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나이다. 매일 목동이 가장 살찌고 건강해 보이는 염소를 골라 궁궐로 데려오나이다. 나는 이 돼지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고 포도주를 조용히 마셨다. 그는 구혼자들을 파멸시킬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배를 채운 후, 그는 마셨던 술잔을 가져다가 다시 채워 에우마이오스에게 주었고, 에우마이오스는 기쁘게 받아 마셨다. 그러자 오지수가 이르되,
「친구여, 누가 당신을 샀나이까. 당신이 말한 그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은 그가 건웅의 명예를 위한 전쟁에서 죽었다 하였나이다. 그는 분명 유명한 사람일 테니, 어쩌면 내가 그를 알지도 모르나이다. 내가 그를 보고 당신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상제와 다른 신들이 알게 될 것이옵니다.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이르되,
「주인님의 아내와 아들은 소식을 전하였다 주장하는 여행자들을 믿지 아니하나이다. 떠돌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항상 거짓말을 하나이다.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나이다. 이탁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님께 와서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내나이다. 주인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질문도 하시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나이다. 당연한 일이옵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을 애도해야 하니까요. 주인님도 옷만 입으면 허풍을 떨고 싶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님의 가죽이 뼈에서 뜯겨 나갔고, 맹금류와 개들에게 잡아먹혀 목숨을 잃으셨나이다. 아니면 바다에서 물고기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르나이다. 뼈가 해변에 모래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옵니다. 주인님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저에게는 큰 슬픔이옵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심지어 저를 낳고 키워 주신 부모님 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런 친절한 주인님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제 가족에 대한 슬픔은 그 슬픔보다 덜하나이다. 오지수보다 더 그리우나이다. 그가 너무 보고 싶나이다. 낯선 이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지나이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형제’라 부르고 싶나이다. 그는 저를 그토록 사랑하고 아껴 주었으니까요.」
오지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이르되,
「친구여, 당신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너무나 완강하게 주장하는구나. 믿음이 없으신 것이오. 그러나 이건 허풍이 아니옵니다. 맹세컨대 오지수는 오고 있나이다.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때 전령으로서의 보상인 좋은 옷을 받겠나이다. 그때까지는 필요하긴 하나 아무것도 받지 않겠나이다. 가난에 굴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지옥의 문처럼 혐오스럽나이다. 상제 신과 당신이 베풀어 주신 환대, 그리고 제가 가고 있는 위대한 오지수의 난로에 맹세하나이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지금 말하는 대로 될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바로 이 달의 주기 안에, 즉 초승달과 보름달 사이에 돌아올 것이며, 그의 아내와 고귀한 아들을 모욕한 이곳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옵니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나리여, 그분이 돌아오지 아니하시니 저는 당신에게 이 보상을 드릴 수 없나이다. 편히 쉬시고 술이나 드시오. 다른 생각을 해 봅시다. 저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누군가 제 충실한 주인님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아프나이다. 당신의 맹세는 신경 쓰지 마시오. 연로비와 늙은 라에르테스, 그리고 태명처럼 그분도 돌아오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저는 그 불쌍한 아이, 제 주인님의 아들에 대한 슬픔을 잊을 수 없나이다. 신들의 은혜로 그는 나무처럼 잘생기고 튼튼하게 자라 마치 아버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처럼 되었나이다. 그러나 누군가, 혹은 어떤 신이 그의 분별력을 망쳐 버렸나이다. 그는 아버지 소식을 찾으러 필성로 갔나이다. 구혼자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머지않아 이탁도에서 아르케시우스의 가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옵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이다. 그들이 그를 잡을 수도 있고, 상제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도 있나이다. 자, 이제 당신의 모험에 대해 진실을 말해 주소서.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당신의 부모님은 어디에 사시나이까. 당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나이까. 이 마을이요. 어떤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선원들이 어떻게 당신을 이탁도로 데려왔나이까.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당신이 걸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는 교활하게 이르되,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 둘이 이 오두막에서 편히 앉아 마음껏 음식을 먹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마시며, 모든 일은 남들이 다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 년 내내 이야기한다 해도 신들이 내게 안겨 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건대, 나는 넓은 크레타 섬 출신이며, 부유한 카스토르 힐라키데스의 아들이옵니다. 그의 정실 부인과의 사이에는 아들이 많았고, 모두 그의 집에서 자랐나이다. 내 어머니는 노비였고, 첩으로 팔려 왔으나,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들들처럼 존중해 주셨나이다. 크레타 사람들은 그가 부유하고 훌륭한 아들들을 두었기에 그를 신처럼 존경하였나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염라국으로 데려갔나이다. 그리고 내 형들은 이기적으로 그의 재산을 빼앗고, 나에게는 겨우 살 곳만 남겨 주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약하거나 겁쟁이가 아니었나이다. 나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 덕분에 괜찮은 지참금을 가진 아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잃었나이다. 그러나 그루터기를 보면 한때 곡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 있나이다. 슬픔에 잠겨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지혜의 여신과 아레스에게서 용기의 선물을 받았나이다. 적을 매복 공격할 전사들을 선택할 때면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멀리 앞으로 뛰쳐나가 적들을 따라잡아 창으로 찔렀나이다. 전쟁터에서 저는 그런 모습이었나이다. 농사일이나 집안일, 아이 키우는 것은 좋아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항해와 창과 화살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을 더 좋아하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에 몸서리칠지 모르나, 신들은 제 마음이 그런 것들을 사랑하도록 만들었나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옵니다.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전에 저는 군대와 함대를 이끌고 아홉 번의 원정을 떠났고, 큰 성공을 거두었나이다. 저는 모든 전리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고, 전리품을 나눌 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나이다. 곧 우리 집안은 부유해졌고, 저는 크레타인들 사이에서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나이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시는 상제께서… 그 참혹한 원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말았나이다. 사람들은 제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기를 원하였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이다. 그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나이다. 우리 그리스인들은 구 년 동안 싸웠고, 십 년째 되던 해에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국으로 돌아왔나이다. 어떤 신이 그리스인들을 흩어지게 하였고, 저는 상제의 저주를 받았나이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내 소유물들을 즐겼나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홉 척의 배와 신과 같은 선원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항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나이다. 나는 서둘러 함대를 준비하고 선원들을 모았나이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칠 동물들과 선원들이 요리해 먹을 음식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이레째 되는 날 이백오십 명의 선원을 태우고 크레타 섬을 출항하였나이다. 순풍이 불어와 마치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나이다. 아무도 아프지 아니하였고, 모든 배는 손상 없이 도착하였나이다. 우리는 바람과 항해사의 인도에 따라 바다를 건너며 가만히 앉아 있었나이다. 닷새 만에 우리는 이집트의 강 계곡에 도착하였고, 내 함대는 나일 강 안쪽에 정박하였나이다.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 명령하고, 높은 지대에 정찰병을 보내 주변을 살피도록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백육십 명의 선원들을 이끌고 공격적인 충동에 휩싸여 이집트의 들판을 파괴하고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노비로 삼았으며, 남자들을 죽였나이다. 곧 그 소식이 도시에 전해졌나이다. 사람들은 비명 소리를 듣고 새벽녘에 모두 모여들었나이다. 평원은 보병과 전차, 번쩍이는 청동 무기로 가득 찼고, 번개의 신 상제는 내 병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나이다. 그들은 감히 싸움을 계속할 수 없었나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많은 병사들이 날카로운 청동 창에 찔려 죽었고, 나머지는 노비로 잡혀 갔나이다. 차라리 이집트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러나 고통은 계속되었나이다. 상제는 내게 다른 계획을 세워 주었나이다. 나는 투구를 벗고 방패와 칼을 내려놓은 채 무장하지 아니한 채 왕에게 다가갔나이다. 그의 전차 옆에서 나는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입맞춤하였나이다. 그는 자비로웠고, 나를 지켜 주었으며, 그의 전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나이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찼나이다. 많은 이집트인들이 나에게 분노하여 창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나이다. 왕은 나를 보호해 주었나이다. 그는 악을 미워하는 이방인의 신 상제의 분노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그곳에서 칠 년을 머물며 큰 부를 축적하였고,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러나 팔 년째 되던 해, 페니키아에서 탐욕스러운 자가 나타났나이다. 그는 거짓말에 능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속여 자기가 사는 페니키아로 데려갔나이다. 나는 그곳에서 일 년을 머물렀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일 년이 지나자 그는 나에게 무역을 하러 간다 거짓말을 하고는 리비아로 가는 배를 몰고 갔나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나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었나이다. 나는 의심스러웠으나 배에 올랐나이다. 배는 순풍을 타고 크레타 섬을 떠나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그러나 상제는 선원들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웠나이다. 크레타 섬을 떠나자 바다와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로 짙은 푸른 구름을 드리워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웠나이다. 그는 천둥을 치더니 배를 향해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번개의 충격으로 배는 완전히 회전하였고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어두운 배 옆의 가마우지처럼 파도에 휩쓸려 갔고, 신들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갔나이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저는 상제 신의 도움을 받았나이다. 상제 신은 튼튼한 돛대를 제 손에 쥐어 주었나이다. 저는 돛대에 매달려 폭풍우에 휩쓸려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그리고 열 번째 검은 밤, 거센 파도가 저를 테스프로티아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곳에서 페이돈이라는 왕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아니하고 저를 도와 주었나이다. 그의 아들이 아침 공기에 지쳐 추위에 떨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 옷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곳에서 저는 오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고향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 손님으로 머물렀다 말하였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모아 온 보물, 즉 금과 청동, 그리고 정성껏 세공한 철을 보여 주었나이다. 왕실 창고에는 그의 가족이 앞으로 십 대까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있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상제의 뜻을 묻기 위해 신성한 참나무에 가려고 도도나로 갔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비옥한 이탁도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나이다. 그는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변장할지 아니면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내게 제물을 바치며 맹세하기를,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배와 선원들을 준비해 두었다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먼저 보냈나이다. 마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이 이미 곡식이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항해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그들에게 나를 잘 대접하고 아카스투스 왕에게 데려가라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나를 다시 한번 비참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였나이다. 배가 바다로 나간 후, 그들은 나를 노비로 삼으려 음모를 꾸몄나이다. 그들은 내 장포와 튜닉을 벗기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누더기 옷을 던져 주었나이다. 밤이 되자 그들은 이탁도의 밝은 들판으로 와서 나를 밧줄로 단단히 묶고 배에 남겨 둔 채 저녁을 먹으러 재빨리 육지로 올라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내 밧줄을 풀어 주었나이다. 밧줄은 쉽게 풀렸나이다. 나는 누더기 옷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매끄러운 배의 널빤지를 타고 내려가 가슴을 바다에 담갔나이다. 두 팔로 헤엄쳐 재빨리 도망쳤나이다. 꽃이 만발한 덤불 옆 해안에 도착하여 두려움에 떨며 웅크렸나이다. 그들은 주위를 쿵쿵거리며 소리쳤으나, 잠시 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배로 돌아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나를 쉽게 숨겨 주시고 이 오두막, 현자의 집으로 데려오셨나이다. 살아남는 것이 내 운명이기 때문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가엾은 손님이시여.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오나, 아무 소용이 없나이다. 저는 오지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겠나이다. 어찌하여 그런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셨나이까. 저는 주인님의 귀환에 대해 알고 있나이다. 신들은 그를 미워하나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토래성에서 또는 전우들의 품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야 그리스인들이 후대에 그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언덕을 쌓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도둑 같은 바람이 그를 앗아 갔나이다. 이제 그에게는 영광이 없나이다. 저는 외톨이이옵니다. 저는 여기서 돼지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현명한 연로비가 소식을 전해주려고 저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마을에 나가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은 그녀 주위에 모여 질문을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떠나간 주인님을 슬퍼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몫을 챙겨 먹으려고 기뻐하나이다.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아니하나이다. 아이톨리아 사람이 거짓말로 저를 속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먼 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다 말하며 제 집에 찾아왔나이다. 나는 그를 환영하였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크레타에서 폭풍에 난파된 배들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나의 주인이 여름이나 수확기에 보물을 잔뜩 모아 부자가 되어, 선원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였나이다. 신이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니, 나를 속이거나 거짓말로 잘 보이려 하지 마시오. 노인이여, 내가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의 신인 상제에 대한 두려움과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당신은 너무 회의적이시구나. 내 맹세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를 믿지 않을 것 같구나. 오림산의 신들이 증인이 되어 당신의 주인이 이 집으로 돌아오면 당신은 내게 입을 옷을 주고 둘리키움으로 가는 것을 도와 주소서. 나는 그곳에 가고 싶나이다. 그러나 만일 그분이 오지 아니하시고 제가 틀렸다면, 당신의 노비들이 저를 절벽 아래로 몰아넣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다른 거지들이 당신을 속이려 들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정직한 돼지치기는 대답하되,
「손님이여, 제가 당신을 안으로 모시고 환영한 다음 죽인다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칭송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떻게 양심의 가책 없이 상제에게 기도할 수 있겠나이까. 어쨌든 지금은 저녁 시간이옵니다. 제 부하들이 안으로 들어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읍시다.」
이것이 그들의 대화였느니라. 목동들이 들어와 돼지들을 평소처럼 우리에 몰아넣어 쉬게 하였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귀한 돼지치기는 부하들에게 이르되,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가장 좋은 돼지를 가져오너라. 우리 모두 즐겁게 먹자. 우리는 이 하얀 어금니 돼지들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애써 얻은 음식을 먹어 치우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아니한다.」
날카로운 청동 도끼로 나무를 Pac다. 그들은 살찐 오 년 된 돼지 한 마리를 가져와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돼지치기는 마음이 선하여 신들을 생각하였다. 그는 돼지의 머리털을 깎아 불에 던지고, 자신의 지혜로 주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다. 그는 몸을 쭉 뻗어 참나무 장작으로 돼지를 내리쳤다. 돼지가 죽자 그들은 목을 베고 가죽을 그슬린 다음 잘게 잘랐다. 돼지치기는 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기름진 부분 위에 살코기를 얹고 그 위에 보리알을 얹어 불 위에 올렸다. 나머지는 썰어서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운 다음 고기를 꺼내 접시에 수북이 담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고기를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주었다. 첫 번째는 헤르메스와 산령녀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그다음은 그는 나머지 음식을 남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오지수에게 척추에서 잘라 낸 귀한 조각을 주었다. 그의 주인은 기뻐하며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자네가 내게 이렇게 좋은 것을 주니 상제께서 자네를 나처럼 축복하고 사랑하시기를.」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비록 소박하나 맛있게 드십시오. 신들은 주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들의 뜻이옵니다. 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선홍빛 포도주를 따라 제물을 바친 다음,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잔을 주었다. 마침내 돼지치기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음식을 내어 준 사람은 메사울리우스였다. 그는 에우마이오스가 주인이 없는 동안, 그의 여주인이나 라에르테스의 도움 없이, 타피아 사람들과 교환하여 사들인 노비였다. 모두들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뻗었다.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섭취한 후, 메사울리우스는 주변을 정리하였다. 사람들은 빵과 고기로 배가 불러 잠이 간절하였다.
밤이 되었다. 달빛 없는 매서운 밤이었다. 상제는 끊임없이 비를 내렸고, 젖은 제피로스는 더욱 세차게 불었다. 오지수는 에우마이오스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장포를 벗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벗으라 할지 시험해 보기 위해 이렇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자랑 좀 하겠나이다. 술에 취해 어지럽으나, 술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노래하고 낄낄거리고 춤추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까지 하게 만드나이다. 이렇게 주절거리기 시작하였으니 솔직하게 말해 보겠나이다. 제가 다시 젊고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래성 성벽 아래에서 매복 작전을 세웠을 때처럼 말입니다. 주동자는 면나수와 오지수였고, 저는 세 번째 지휘관으로 뽑혔나이다. 성벽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덤불과 갈대, 늪에 숨어 방패 아래에 엎드렸나이다. 밤이 되자 매섭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찾아왔고, 북풍과 진눈깨비 같은 눈이 내렸나이다. 너무 추워서 무기에 얼음이 얼어붙을 정도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포를 걸치고 방패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외투를 잊고 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채 두고 나왔나이다. 방패와 빛나는 허리띠만 가지고 있었나이다. 밤이 저물어 별들이 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오지수에게 다가가 그를 쿡 찔렀나이다. 그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었나이다. 나는 이르되, 『폐하, 위대한 장군 오지수여, 저는 이 추위 때문에 죽을 것 같나이다. 외투가 없나이다. 어떤 악령이 저를 속여 튜닉만 입게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나이다.』 그는 즉시 이 해결책을 떠올렸나이다.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이자 전사인가. 그는 아주 조용히 속삭이되, 『조용히 하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라.』 그는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 이르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신들이 보낸 꿈을 꾸었다. 우리는 배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 누군가 백성의 목자인 건웅에게 가서 더 많은 군대를 보내 달라 말해야 한다.』 그때, 토아스 안드라이몬이 벌떡 일어나 자주색 장포를 벗어 던지고 배들을 향해 달려갔나이다. 나는 황금빛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의 장포 아래에서 편안하게 몸을 웅크렸나이다. 내가 다시 젊고 강하기만 했다면. 그러면 이 농장의 돼지치기들 중 누군가가 존경과 우정의 표시로 내게 장포를 주었을 터인데. 지금은 모두 내가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다 나를 경멸하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훌륭한 이야기였소, 노인이여. 효과가 있었소. 자네는 가난한 늙은이에게 필요한 모든 옷과 물건들을 얻게 될 것이오. 적어도 지금은 말이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낡은 누더기를 입어야 할 것이오. 우리에게는 옷이 한 벌씩밖에 없소. 여벌 옷은 없소. 주인님의 아들이 도착하면 자네에게 옷을 주고, 자네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어나 불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양과 염소 가죽을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누웠다. 에우마이오스는 오지수에게 아주 추운 날씨에 대비한 크고 두꺼운 장포를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잠이 들었고, 젊은이들도 그의 곁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돼지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떠나려고 하였다. 오지수는 노비가 주인이 없는 동안 자신의 물건들을 잘 챙겨 준 것에 기뻐하였다. 에우마이오스는 잘 단련된 등에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허리띠를 두르고, 방풍 장포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가죽을 둘렀다. 그는 사람이나 개를 쫓아낼 날카로운 칼을 챙기고, 은빛 송곳니를 가진 돼지들이 자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잠을 잤다.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가 있었느니라.
==제15권 태명의 귀환==
지혜의 여신은 태명의 무사 귀환을 위해 사필성로 갔다. 그녀는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와 함께 메넬라오스의 현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태명은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신이 주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부엉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태명아, 더 이상 집을 떠나 재산을 버리고 탐욕스러운 남자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멀리 여행해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재산을 나눠 갖고 당신의 여행을 헛되게 만들 수도 있다. 메넬라오스에게 빨리 도움을 청하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하라. 어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이미 어머니에게 에우리마코스와 결혼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에우리마코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장 후하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의 전적인 동의 없이는 어머니가 집에서 어떤 물건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여자들이 어떤지 알다시피, 결혼한 남자의 집안일을 돕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을 잊어버린다. 안부조차 묻지 아니한다. 신들이 당신에게 아내를 주실 때까지 가장 아끼는 여종에게 재산을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잘 들어 두어라. 이탁도와 바위투성이의 마을 사이 시냇가에 구혼자 무리가 숨어 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자들 중 일부는 곧 땅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배를 섬에서 멀리 멀리 몰고 밤낮으로 항해하라. 당신을 지키고 지켜보는 신이 당신의 돛에 순풍을 보내 줄 것이다. 이탁도 해안에 처음 도착하면 당신의 부하들은 배를 마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당신은 먼저 대부분의 노비보다 나은 돼지치기를 찾아가라. 그곳에서 밤을 보내라. 그에게 마을로 가서 연로비에게 당신이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하라 하라.」
이 말을 끝으로 여신은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태명은 네스토르의 아들을 발로 차 깨우며 이르되,
「피시스트라투스여. 가서 말을 데려와 마차에 싣고 서둘러 출발하자.」
그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아무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칠흑 같은 밤에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나이다. 곧 동이 틀 것이옵니다. 메넬라오스 님께서 마차를 타고 나와 선물을 가져다주시고, 친절한 말로 우리를 배웅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소서. 후한 주인은 손님이 살아 있는 한 기억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황금빛 옥좌에 앉은 새벽빛이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메넬라오스 왕은 금발의 헬렌과 함께 자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오는 것을 본 태명은 밝은 흰색 튜닉을 입고, 튼튼한 어깨에 위풍당당한 검을 맸다. 그렇게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신과 같은 왕 오지수의 사랑받는 아들은 메넬라오스 곁에 서서 이르되,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여, 부디 저를 사랑하는 고향으로 보내 주소서. 제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나나이다.」
메넬라오스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당신이 정말로 고향에 가고 싶어 한다면 여기 머물게 하지 않겠나이다. 나는 지나친 친절과 지나친 냉담함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균형이 가장 좋나이다. 손님을 억지로 머물게 하는 것은 떠나라 재촉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아니하나이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에는 친절하게 대하고, 떠날 때는 잘 도와 주어야 하나이다. 그러니 친구여, 내가 당신의 마차에 실을 멋진 선물을 가져올 때까지만 머무르시오. 선물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이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우리 집의 풍성한 식량으로 연회를 준비하라 지시하겠나이다. 긴 여행 전에 잔치를 베푸는 것은 명예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이치에 맞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와 함께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기를 원한다면, 내 말을 마차에 태워 모든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가는 곳마다 선물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멋진 청동 삼각대, 솥, 노새 두 마리, 또는 금잔 같은 것들 말이오.」
태명이 대답하되,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나이다. 집에는 제 재산을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아버지를 찾다가 죽고 싶지도 아니하고, 집에 두고 온 재산을 잃고 싶지도 아니하나이다.」
그러자 메넬라오스 장군은 아내와 여종들에게 풍성한 식량을 준비하라 소리쳤다. 근처에 살던 에테오네우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왔다. 장군은 큰 소리로 명령하되,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라.」
여종은 순종하였다. 그동안 주인은 보물이 가득한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헬렌과 메가펜테스도 그와 함께 갔다. 그는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들고 아들에게 은그릇을 가져오라 하였다. 헬렌은 자신이 직접 만든 특별한 옷들을 보관해 둔 궤 옆에 섰다. 그녀는 다른 옷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큰 옷을 들어 올렸는데, 그 옷은 다른 옷들보다 훨씬 더 빛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궁궐을 지나 태명에게로 갔다. 금발의 메넬라오스가 그에게 이르되,
「위대한 천둥의 신이자 헤라의 남편이신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나이다. 깊은 존경의 표시로 내가 가진 보물 중 가장 귀한 것을 드리겠나이다. 금으로 테두리를 두른 순은 그릇이옵니다. 해필수가 만든 것이지요. 시돈의 왕 파이디모스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집에 들렀을 때 내게 선물해 준 것이옵니다. 자, 이것을 받으소서. 당신의 것이옵니다.」
그는 먼저 잔을 건넸고, 메가펜테스는 반짝이는 은그릇을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헬렌의 아름다운 뺨이 붉어지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옷을 들고 이르되,
「사랑하는 아이야, 나도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이 있단다. 네 결혼식 날이 오면 헬렌을 기억하고 신부에게 이 옷을 입히렴. 그때까지는 네 어머니가 잘 보관해 두실 거야. 네가 행복하고 좋은 집을 짓고 조국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란단다.」
그녀는 옷을 건넸고, 그는 기쁘게 받았다. 피시스트라투스 왕자는 모든 선물을 받아 짐에 싸고 마음속으로 감탄하였다. 왕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였고,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한 여종이 아름다운 금 물병과 은그릇을 가져와 그들의 손을 씻겨 주었다. 그녀는 윤이 나는 탁자를 그들 옆에 차려 놓았다. 또 다른 하층민 소녀는 빵과 온갖 음식을 가져왔다. 보에토에데스는 고기를 썰어 내놓기 시작하였다. 왕자는 모두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그들은 앞에 차려진 온갖 진미를 마음껏 먹었다.
배가 부르자 태명과 네스토르의 아들은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고 전차에 멍에를 씌운 후, 메넬라오스가 울려 퍼지는 현관과 문을 나서서 마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 메넬라오스가 오른손에 꿀에 절인 포도주가 담긴 금잔을 들고 그들 바로 뒤에서 달려와 떠나기 전에 제사를 지내자 하였다. 그는 그들 앞에 멈춰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이르되,
「얘들아, 행운을 빌어라. 네스토르에게 안부 전해다오. 우리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그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친절하였느니라.」
태명이 조심스럽게 이르되,
「예, 폐하. 그곳에 가면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로 돌아가 오지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나이다. 폐하의 너그러움과 친절에 걸맞은 행운이 저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오른쪽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개는 발톱에 커다란 흰 거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당에서 잡은 온순한 거위였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거위는 소년들 옆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말들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이 먼저 입을 열되,
「나의 주군이시여,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이것은 어떤 신이 우리에게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니면 왕께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레스의 총애를 받는 메넬라오스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때 헬렌이 먼저 말을 가로막되,
「자, 잘 들으소서. 제가 예언을 하나 하겠나이다. 신들이 제 마음에 심어 주신 말씀이며, 저는 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나이다. 독수리가 새끼와 부모가 있는 산에서 날아와 길들여진 거위를 낚아채 갔듯이, 오랫동안 떠나 많은 고난을 겪었던 오지수가 돌아와 복수할 것이옵니다. 사실, 그는 이미 집에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파멸을 심고 있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천둥의 상제께서 당신의 예언을 즉시 이루어 주시기를.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는 여신에게 절하듯 당신에게 경배하겠나이다.」
그는 말들을 채찍질하여 마을 중심부를 지나 넓은 평원으로 질주하게 하였다. 온종일 마구가 덜컹거리며 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들은 오르틸로코스의 아들이자 알페우스의 손자인 디오클레스의 고향 페라이에 도착하였다. 디오클레스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붉은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그들은 말에 멍에를 메고 전차에 올라타 웅장한 현관과 성문을 나서 출발하였다. 말들은 채찍에 힘차게 달려갔다. 곧 그들은 바위투성이의 도시 필성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에게 물었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겠나이까. 우리 아버지들이 대대로 친구였고, 우리도 동갑내기인데다가 이번 여행으로 더욱 가까워졌나이다. 제 배를 더 이상 끌고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노인이 저를 불러들여 손님으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에 남겨 주소서.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빨리 가야 하나이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들을 배로 돌려 바닷가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서 그는 메넬라오스가 준 값비싼 선물과 옷, 금을 꺼내 배의 선미에 싣고 태명에게 이르되,
「서둘러라. 지금 당장 승선하라. 내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너희가 여기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전에 선원들도 모두 태우고 가라. 아버지를 잘 알아라. 고집이 세시거든. 너희를 보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를 데리러 오실 것이고, 너희 없이는 절대 떠나지 않으실 것이다. 몹시 화를 내실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들에게 박차를 가하였다. 긴 갈기를 휘날리며 말들은 필성 성채를 향해 질주하였다. 태명이 명령하되,
「친구들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에 올라타자. 이제 출발하자.」
그들은 재빨리 순종하여 배의 벤치에 앉았다. 그가 지혜의 여신에게 기도와 제물을 바치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르고스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한 외국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예언자였으며, 한때 양의 땅인 필성에 살았던 멜람푸스의 후손이었다. 멜람푸스는 부유하였고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교만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인 넬레우스에게서 도망쳐 집을 떠났다. 넬레우스는 멜람푸스가 필라쿠스의 집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빼앗았다. 복수의 여신이 멜람푸스에게 넬레우스의 딸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니라. 멜람푸스는 간신히 탈출하여 소떼를 몰고 필라쿠스에서 필성로 향하였다. 그는 넬레우스가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를 하고, 그 여자를 형의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맞이한 후, 말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아르고스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니라. 그는 두 명의 강인한 아들, 만티우스와 안티파테스를 두었는데, 안티파테스는 영웅 오이클레스의 아버지였고, 오이클레스의 아들은 전쟁 영웅 암피아라오스였다. 아이기스를 든 상제와 아폴론은 그를 진심으로 숭배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테베에서 살해당하여 장수하지 못하였다. 그는 두 아들, 암필로코스와 알크마이온을 두었다. 만티우스의 아들은 클리투스와 폴리페이데스였다. 클리투스는 너무나 잘생겨서 새벽의 신에게 데려가졌고, 폴리페이데스는 암피아라우스가 죽은 후 아폴론이 인간 중 최고의 예언 능력을 부여한 인물이었다. 이 예언자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히페리시아로 이주하였고, 거기서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었다. 태명이 포도주를 따르며 신들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은 그의 아들 테오클리메누스였다.
낯선 이가 이르되,
「친구여, 자네가 제물을 바치고 있는 것을 보았네. 종교와 신들, 그리고 자네와 자네 부하들의 목숨을 걸고 간청하건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 부모는 누구인가. 자네 고향은 어디인가.」
태명이 대답하되,
「낯선 이방인이여, 자네를 위해 말하겠네. 나는 이탁도 출신이네. 내 아버지는 오지수였네. 그는 살아 있었으나, 지금쯤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 것이네. 내가 이 배와 선원들을 얻은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네. 나는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였네.」
그러자 낯선 사람이 대답하되,
「저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저는 제 부족 사람을 죽였고, 아르고스에 영향력 있는 형제와 친척들이 많아서 도망 다니고 있나이다. 그들이 저를 죽이려 하나이다. 저는 이제 집 없는 신세가 되었나이다. 그러나 제발, 저를 당신 배에 태워 주소서.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신께 왔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쫓고 있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좋소. 우리 배에 함께 타시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 당신은 우리의 손님이오.」
그는 낯선 사람의 창을 빼앗아 갑판에 놓고는 자신도 배에 올라 선미에 앉았다. 그리고 손님도 선미에 앉도록 하였다. 그들은 밧줄을 풀었다. 태명은 선원들에게 돛대를 잡으라 명령하였고, 그들은 즉시 복종하여 나무 돛대를 세우고 소켓에 고정시킨 다음, 앞돛줄로 묶고 가죽 밧줄로 흰 돛을 올렸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은 맑은 하늘을 가르는 거센 바람을 보내 순풍을 불어넣었다. 배는 크루니와 아름다운 칼키스 강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고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상제가 불어 준 바람에 힘입어 배는 파이아를 지나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유명한 엘리스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바늘섬을 향해 나아갔으나, 여전히 죽음을 확신할 수 없었느니라.
한편, 오지수는 오두막 안에서 고귀한 돼지치기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오지수는 돼지치기가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줄지, 농장에 머물도록 권할지, 아니면 마을로 보낼지 시험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잘 들어라. 그리고 너희 모두 잘 들어라. 새벽에 마을로 가서 구걸할 생각이다. 너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아니하다. 길 안내와 나와 함께 갈 안내자만 있으면 된다. 나는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실 것과 빵 조각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오지수 왕의 집에 도착하면 연로비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권력 있는 구혼자들과 어울릴 생각이다. 그들이 풍족한 창고에서 나에게 음식을 좀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당장 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나는 그럴 능력이 있다. 은혜를 베풀고 모든 인간의 노동을 영광스럽게 하는 신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나에게 모든 가사일에 비할 데 없는 솜씨를 주었다. 불을 피우고, 장작을 패고, 고기를 썰고 굽고, 포도주를 따르는 것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섬기기 위해 하는 모든 허드렛일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우마이오스는 화를 내며 이르되,
「안 됩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시나이까. 그 구혼자 무리 사이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당신은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공격성은 철과 하늘까지 닿을 정도이옵니다. 게다가 그들을 시중드는 자들은 당신과는 다르나이다. 그들은 잘 차려입고, 윤이 나는 깨끗한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옵니다. 윤이 나는 탁자 위에 빵과 포도주와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시중들고 있나이다. 여기 머무르소서. 아무도 당신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아니하나이다. 저도,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오지수의 아들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장포와 튜닉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옵니다.」
고통에 익숙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상제께서 저처럼 당신을 사랑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당신께서 저를 방랑의 고통에서 구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은 집 없는 삶이옵니다. 우리는 극심한 굶주림 때문에 이 삶을 견뎌야만 하나이다. 집 없는 이방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젊은 주인님을 기다리라 하셨으니, 오지수의 부모님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의 아버지는 떠날 때 노년에 접어드셨는데, 아직 살아 계시나이까. 아니면 돌아가셨나이까.」
그가 대답하되,
「나그네여, 진실을 말하겠나이다. 라에르테스는 살아 있으나, 늘 상제에게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고 있나이다.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너무나 괴로워 제때보다 일찍 늙어 버렸나이다. 아내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나이다. 어떤 친구에게도 그런 죽음을 바라지 아니하나이다. 유명한 영웅인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서 말이다. 살아생전, 슬픔 속에서도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나이다. 그녀는 막내딸이자 강하고 예쁜 크티메네와 함께 나를 키웠나이다. 그녀는 우리 둘을 함께 키우면서 나를 거의 동등하게, 다만 조금 덜 존중해 주었나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자, 그들은 크티메네를 거액의 지참금을 받고 사메로 보냈나이다. 어머니는 내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입히고 샌들을 신겨 시골로 보냈나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였나이다. 나는 두 사람 모두 그립나이다. 신들이 나를 이렇게 만드셨나이다. 이곳에서의 사업이 번창하여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였고 손님들에게도 대접할 수 있었나이다. 그러나 주인님에 대한 좋은 소식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침략자들 때문에 집이 폐허가 되었다 하나이다. 주인님의 모든 노비들은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문을 듣고, 음식을 나눠 먹고, 밭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 노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외치되,
「에우마이오스여. 네가 집과 부모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끌려갔을 때 얼마나 어린아이였단 말인가.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그들이 살던 도시가 약탈당했단 말인가. 아니면 네가 홀로 양이나 소를 치고 있을 때 산적들이 너를 발견했단 말인가. 그들이 너를 붙잡아 배에 태운 다음, 이 사람의 집에서 값싸게 팔았단 말인가.」
돼지치기가 그에게 대답하되,
「나그네여, 이렇게 물으셨으니 들어보소서. 조용히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제 이야기를 즐기소서. 이 밤들은 마법과 같나이다. 잠도 잘 자고 이야기도 들을 시간이 충분하니까요. 너무 일찍 주무실 필요는 없나이다. 건강에 좋지 아니하나이다. 잠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라면 가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주인의 돼지를 치러 가야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당신과 저는 제 오두막에 앉아 음식과 포도주를 나누며 서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나누도록 합시다. 오랜 세월 고통과 집을 떠나 살아온 사람은 슬픔을 즐길 수도 있나이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시리아라는 섬이 있나이다. 태양이 오르티기아 위에서 도는 곳이지요. 주민은 적으나 양과 포도주와 곡식이 풍부한 좋은 땅이옵니다. 그곳 사람들은 기근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늙어가고, 아림 여신은 그들의 부드러운 화살을 통해 그들을 보살피나이다. 은빛 활을 가진 아로왕 신이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였나이다. 땅은 두 개의 지방으로 나뉘었고, 나의 아버지 크테시우스는 두 지방 모두의 왕이었나이다. 그때 탐욕스러운 상인들이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페니키아인으로,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들이었고, 검은 배에는 엄청난 보물이 가득 실려 있었나이다. 나의 아버지 집에는 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이 있었는데,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 재주가 뛰어났나이다. 그 교활한 악당들은 그녀를 속였나이다. 그중 한 명이 먼저 배 옆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와 동침하였나이다. 성욕은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나이다. 아무리 훌륭한 여자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어디 출신이고 누구인지 물었나이다. 그녀는 그에게 나의 아버지 궁전을 보여 주며 이르되, 『저는 청동이 풍부한 시돈 출신이옵니다. 저는 부유한 아리바스의 딸이옵니다. 어느 날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타피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이 남자의 집으로 끌려와 거액을 받고 팔렸나이다.』 그녀의 비밀 연인이 이르되, 『그렇다면 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옵니까. 우리와 함께 부모님과 멋진 집을 다시 뵙고 싶지 않으시옵니까. 그분들은 살아 계시고 지금은 꽤 부유하시옵니다.』 여자가 이르되, 『오, 물론이옵니다. 모든 선원들이 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 맹세한다면요.』 그러자 그들은 여자가 부탁한 대로 맹세하고 엄숙히 서약하였나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르되, 『여러분은 입을 다물어야 하고, 길가나 분수대에서 저를 마주치더라도 말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집에 계신 노인에게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그러면 노인이 의심하고 저를 묶어놓고 여러분을 죽이려고 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명심하고,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소서. 배에 집으로 가져갈 물건이 가득 차면 저에게 빨리 소식을 전해주소서. 저도 금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재산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그리고 배삯으로 줄 선물도 하나 더 있나이다. 저는 주인님의 영리한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 아이는 항상 저와 함께 밖에서 뛰어다니나이다. 그 아이를 배에 태우면 꽤 비싼 값에 팔릴 것이옵니다. 외국인들이라고 하였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궁궐로 돌아갔나이다. 그들은 일 년 동안 우리와 함께 머물면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배의 화물칸을 가득 채웠나이다. 떠날 때가 되자, 그들은 아버지 집에 있는 여자에게 알리기 위해 사람을 보냈나이다.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나이다. 그는 호박 구슬이 꿰어진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궁궐의 노비 소녀들과 어머니는 그것을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며 얼마인지 묻기 시작하였나이다. 그는 여자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로 돌아갔나이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앞마당으로 데리고 나갔나이다. 거기서 연회를 마치고 회의를 하러 간 아버지 부하들이 탁자에 남겨 둔 컵 몇 개를 발견하였나이다. 그들은 토론을 하고 있었나이다. 어머니는 컵 세 개를 가져다가 옷 속에 숨기고 가지고 나갔나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뒤따라갔나이다. 해가 지자 우리는 어두운 거리를 서둘러 항구로 향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빠른 페니키아 배가 있었나이다. 모두 배에 올랐나이다. 우리도 배에 태워 주고는 파도를 넘어 항해를 시작하였나이다. 상제께서 순풍을 보내 주셨지요. 이레 동안 항해를 하다가 여덟째 날에 아림가 그 여자를 화살로 맞혔나이다. 그녀는 갈매기처럼 배의 선창에 부딪혔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와 물개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는 그곳에 남겨져 상심하였나이다. 해류가 그들을 이탁도로 실어 날랐고, 라에르테스가 그의 재산으로 저를 사 왔나이다. 그렇게 저는 이 땅을 처음 보게 되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의 고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구나. 그러나 결국 상제께서 당신을 축복하셨으니,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당신은 친절한 사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풍족하게 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은 편안하구나. 그러나 저는 아직도 길을 잃었나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마을을 헤매고 다녔나이다.」
이렇게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고, 잠시 눈을 붙였다. 곧 새벽이 밝아왔다.
한편, 태명은 육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부하들은 재빨리 돛을 내리고 돛대를 내린 후 노를 저어 정박지로 향하였다. 그들은 닻줄을 던지고 배의 선미에서 밧줄을 묶은 다음, 파도를 헤치고 배에서 내려 해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붉은 포도주를 섞어 저녁을 차렸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소년은 현명하게 이르되,
「여러분은 배를 마을 쪽으로 끌고 가시고, 저는 제 영지의 들판에 있는 목동들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그리고 저녁에 마을로 돌아오겠나이다. 새벽에 여러분을 위해 고기와 포도주로 잔치를 베풀겠나이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까, 얘야. 누구의 집으로 가야 할까. 이 땅을 다스리는 자들의 집으로. 아니면 바로 네 어머니 댁으로 가야 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평소 같으면 당신을 초대하였을 것이옵니다. 우리는 좋은 주인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는 게 좋겠나이다. 저는 집에 없을 것이고, 어머니도 당신을 만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위층에서 베틀에서 베를 짜고 계시는데, 구혼자들이 자신을 보는 걸 원치 않으시거든요. 그러니 다른 사람 집으로 가시는 게 좋겠나이다. 솜씨 좋은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의 집으로요. 이탁도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여기나이다. 그는 가장 유력한 구혼자이고, 제 어머니와 결혼해서 오지수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 가장 열심이옵니다. 상제만이 미래를 아시지요. 에우리마코스는 결혼 전에 끔찍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의 전령인 매였다. 매는 발톱으로 비둘기를 움켜쥐었고, 깃털이 배와 어린 태명 사이로 흩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그를 따로 불러 손을 잡고 이르되,
「태명이여. 어떤 신이 이 새를 당신의 오른손에 날리도록 보냈소. 나는 이것이 징조임을 즉시 알아차렸소. 이탁도 전체에서 당신 가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가문은 없소. 당신들은 영원히 왕이 될 것이오.」
그가 대답하되,
「오, 낯선 이여. 당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제 우정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그러면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감명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충실한 부하에게 이르되,
「피레우스여, 당신은 나와 함께 필성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나이다. 이 낯선 이를 당신의 집에 데려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친절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소서.」
피레우스가 대답하되,
「당신이 얼마나 오래 떠나 계시든 제가 그를 돌보겠나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배에 올라타서 선원들에게도 올라와서 밧줄을 풀라 말하였다. 그들은 그대로 하고 벤치에 앉았다. 그러자 태명은 샌들을 신고 갑판에서 날카로운 청동 창을 꺼냈다. 사람들은 밧줄을 풀고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 명령한 대로 마을을 향해 배를 저었다. 소년은 농장 마당에 도착할 때까지 빠르게 걸었다.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돼지가 있었고, 주인을 도울 줄 아는 돼지치기가 그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느니라.
==제16권 부자상봉==
새벽녘에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아침을 차리고 불을 지핀 다음, 몰아 놓은 돼지들을 데리고 목동들을 내보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 짖어대던 개들이 태명을 보자 조용해졌다. 오히려 그에게 헐떡거렸다. 오지수는 개들의 행동을 보고 발소리가 들리자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누군가 오는 게 틀림없다. 친구인지 아는 사람인지. 개들이 짖지도 아니하고 친근하게 구는 걸 보니 발소리가 들리는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성문 안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돼지치기는 벌떡 일어나 포도주를 섞던 잔을 떨어뜨려 포도주가 쏟아졌다. 그는 주인에게 달려가 얼굴과 빛나는 눈, 두 손에 입맞추고 울었다. 마치 십 년 동안의 슬픔 끝에 타지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외아들, 가장 소중한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태명을 껴안고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입맞춤을 하였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 그는 이르되,
「사랑하는 내 아들아. 태명아, 네가 돌아왔구나. 네가 필성로 떠난 후로는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들어오렴.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구나. 들어오렴. 너는 우리 같은 목동들을 보러 시골에 자주 오지 않잖아. 너는 도시에 남아서 그 악랄한 구혼자 무리를 감시하곤 하지.」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할아버지여, 예, 들어가겠나이다. 직접 뵙고 어머니께서 아직 집에 계신지, 아니면 다른 남자와 결혼하셨는지, 오지수의 침대가 거미줄로 뒤덮여 텅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나이다.」
돼지치기이자 지휘관인 그가 이르되,
「정말이로다, 어머니의 마음은 변치 아니한다. 어머니는 네 집에 계시면서 밤낮으로 슬퍼하고 계신다.」
그는 태명의 칼을 받아 들었다. 소년은 돌로 된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리를 권하였으나, 태명은 거절하며 이르되,
「낯선 분이시여, 거기 앉으소서. 저는 제 오두막 근처에서 의자를 찾을 수 있나이다. 노비가 도와줄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돌아가서 다시 앉았다. 돼지치기는 태명이 앉을 수 있도록 땔감과 양털을 깔아 주었다. 그는 바구니에 빵을 담고 전날 남은 고기를 가져왔다. 그는 나무 그릇에 포도주를 섞어 오지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배를 채운 후, 태명은 고귀한 돼지치기에게 돌아서 이르되,
「할아버지여, 이 낯선 사람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뱃사람들이 어떤 길로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그는 분명 이탁도까지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얘야, 내가 말해 주겠다. 그는 크레타 섬 출신이다. 그는 여러 마을을 헤매다 길을 잃었다 하는데, 어떤 신이 그의 운명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데려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나와 내 농장에 도착하였다. 그는 네게 간청하는 자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대하면 된다.」
태명이 걱정스럽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이 전하는 이 소식은 저에게 큰 걱정거리이옵니다. 어떻게 그를 제 집에 초대할 수 있겠나이까. 저는 아직 어려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주먹으로 맞서 싸울 수 없나이다. 어머니는 저와 함께 남아 남편의 침실과 소문에 휘둘리지 아니하고 집안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구혼자 중 누구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값비싼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나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당신 집에 왔으니, 제가 그에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 신발을 입히고 칼도 주고, 길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당신이 괜찮으시다면 그를 이 농가에 머물게 해 주시고 잘 보살펴 주소서. 제가 당신에게 옷과 음식을 보내 드릴 테니 그가 다른 남자들이나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구혼자들을 만나러 보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너무 폭력적이옵니다. 그들이 그를 학대한다면 저는 너무나 수치스러울 것이옵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는 없다. 너무 많거든.」
그러자 오지수는 좌절감에 휩싸여 이르되,
「친구여, 당신의 집에서 구혼자들이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듣고 나니, 내가 나서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하나이다. 정말 가슴이 아프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옵니다. 말해 보소서,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기로 선택하였나이까. 이탁도 사람들이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당신에게 등을 돌린 것이옵니까. 아니면 갈등이 닥쳤을 때 마땅히 당신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할 형제들을 탓하는 것이옵니까. 내게도 의지에 걸맞은 젊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가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었다면, 혹은 그 자신이 방랑 끝에 돌아온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직 희망은 있나이다. 오지수의 궁전에 들어가는 순간, 누가 내 목을 베더라도 나는 그들을 없애 버릴 것이옵니다. 설령 내가 진다 해도,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나 혼자서는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집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범죄들을 보고만 있겠나이까. 낯선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노비 소녀들이 끌려다니며, 내 아름다운 집에서 강간당하고, 남자들이 포도주와 빵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을. 이런 일들을 위해. 기다림의 게임이여.」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나그네여,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 사람들은 제 적이 아니며, 제가 탓할 형제도 없나이다. 상제께서 우리 가문에 단 하나의 혈통을 주셨나이다. 아르케시우스에게는 아들 라에르테스 하나뿐이었고, 라에르테스에게는 외아들 오지수가 있었으며, 오지수에게는 외아들 제가 있었나이다. 그는 저를 고향에 남겨 두고 떠났나이다. 저를 얻지 못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인한 침략자들이 득세하고 있나이다. 사메 섬과 둘리키움 섬,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섬, 그리고 바위투성이 이탁도 섬의 지배자들까지, 모든 섬에서 가장 강인한 자들이 어머니께 구혼하러 와서 제 재산을 탕진하고 있나이다. 어머니는 끔찍한 재혼을 거부하지도, 끝낼 수도 없나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제 집안 살림을 해치고 있으며, 곧 저마저 해칠지도 모르나이다. 이런 일은 신들의 몫이옵니다. 할아버지여, 이제 서둘러 왕비께 가서 제가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해 주소서.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나이다. 왕비께만 전해 주소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마시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알겠소.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불쌍한 라에르테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겠소. 한동안 그는 오지수를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내키면 밭을 지키고 노비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곤 하였소. 그런데 당신의 배가 필성로 떠난 후로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아니하고 밭을 살피러 가지도 않는다 하더오. 뼈만 남을 정도로 늙어서 울고불고 있다 하더오.」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로군. 그러나 안 된다. 그를 내버려 두시오. 만일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 첫 번째 소원은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오. 어머니께 전할 말씀을 전하고 서둘러 돌아가시오. 그리고 그를 찾아 시골을 헤매지 마시오. 어머니께 비밀리에 소녀를 보내 늙은 라에르테스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라 전해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발 끈을 묶고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혜의 여신은 그가 마당을 나서는 것을 보고 키가 크고 능숙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섰다. 오지수는 오두막 입구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태명은 볼 수 없었다.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개들은 그녀를 보았으나 짖지 아니하였다. 두려움에 떨며 낑낑거리며 방 건너편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혜의 여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수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담을 넘어 나와 그녀 옆에 섰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위대한 전략가 오지수여, 이제 당신의 아들이 진실을 알 때가 되었나이다. 두 사람은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치할지 함께 계획해야 하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을로 가소서. 저도 곧 그곳에서 당신들을 만나겠나이다. 사실 저는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만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고, 키를 더 크게 하고 젊어 보이게 하였다. 그의 피부는 그을리고 볼살이 통통해졌으며 턱에는 짙은 수염이 자랐다. 그렇게 지혜의 여신의 마법이 끝나고 그녀는 날아갔다. 오지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혹시 신일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낯선 분이시여, 전과는 너무나 다르시나이다. 옷도, 피부도…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틀림없나이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제물을 바치고 황금 보물을 드리겠나이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오랜 고통을 겪어 온 오지수가 대답하되,
「나는 신이 아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느냐. 나는 네 아버지, 네가 슬퍼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잔인한 자들이 너를 그토록 괴롭히는 것은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입맞추고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그는 그때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그가 정말 아버지인지 믿지 못하고 이르되,
「아니에요, 당신은 제 아버지 오지수가 아니에요. 어떤 신이 저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마법을 걸었을 거예요. 필멸의 인간은 자신의 지혜로 늙었다가 다시 젊어질 수는 없어요. 어떤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쉽게 해내지 않는 한 말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분명히 늙었고, 그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처럼 보이시네요.」
교활한 오지수는 날카롭게 이르되,
「아니, 태명아, 네 아버지를 보고 놀라지 마라. 바로 나다. 다른 사람이 오는 게 아니다. 나는 오지수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길을 잃었으나, 이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은 지혜의 여신의 솜씨다. 여신은 마음대로 나를 변신시킬 수 있다. 때로는 집 없는 거지로, 때로는 왕자의 옷을 입은 젊은이로 만들기도 한다. 천상의 신들에게는 필멸의 인간을 아름답게 하거나 추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명은 아버지를 껴안고 울었다. 두 사람은 깊은 슬픔에 잠겨 사냥꾼에게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를 빼앗긴 독수리나 콘도르처럼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그만큼 서럽게 울었다. 그들의 슬픔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을 터인데, 그때 갑자기 태명이 이르되,
「아버지여, 선원들이 어떤 길로 아버지를 이탁도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아버지가 걸어서 오신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들아, 모든 것을 말해 주겠다. 항해술로 유명한 페아키아인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언제나 손님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들의 배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고, 그들은 나를 이탁도에 내려놓았다.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금과 청동, 그리고 옷가지와 같은 귀한 선물들을 가져왔는데, 신들의 뜻에 따라 그것들은 동굴에 보관되어 있다. 지혜의 여신은 내게 이곳에 와서 너와 함께 적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우라 말씀하셨다. 구혼자는 몇 명이나 되느냐.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총명하기로 유명하니, 우리 둘이서만 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지 알아내겠다.」
태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르되,
「아버지여, 저는 항상 아버지께서 창술과 책략에 능하시다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그러나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과하시나이다. 우리 둘이서 저렇게 강하고 많은 사람들과 싸울 수는 없나이다. 몇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나 되나이다. 구혼자들의 수를 빨리 알려 드리겠나이다. 둘리키움에서 온 쉰두 명은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고, 여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왔나이다. 사메에서 온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 온 스무 명, 그리고 바로 이 이탁도에서 온 열두 명은 모두 건장한 젊은이들이옵니다. 그들에게는 메돈이라는 하인과 시인 한 명, 그리고 고기를 잘 써는 노비 두 명이 동행하나이다. 만일 그 많은 남자들이 집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을 때 공격한다면, 당신은 그들의 폭력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옵니다. 좀 더 생각해 보소서. 우리를 위해 싸워 줄 조력자를 찾을 수 있나이까.」
오지수가 이르되,
「지혜의 여신과 그녀의 아버지 상제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도움이 필요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당신이 언급한 신들은 훌륭한 수호자이옵니다. 그들은 구름 높은 곳에 앉아 인간과 신 모두를 다스리나이다.」
노련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저 두 사람은 우리가 구혼자들과 싸우기 시작할 때, 즉 내 집에서 전쟁의 신이 우리와 그들의 전투력을 시험할 때,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것이다. 새벽에 돌아가서 그 오만한 젊은이들과 합류해라. 돼지치기가 나를 마을까지 호위할 것이다. 나는 다시 거지처럼 보일 것이다. 만일 그들이 나를 학대하고 네가 내가 고통받는 것을 보더라도, 그들이 나에게 무기를 던지고 발을 잡아 밖으로 내던지더라도, 너는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화를 내지 마라. 정중하게 그들에게 이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 말해라. 그들은 네 말을 무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파멸의 날이 가까워졌다. 이제 잘 들어라. 나의 가장 든든한 공모자인 지혜의 여신이 내 심장을 톡톡 두드릴 것이고, 나는 너에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다음 집에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찾아 위층 창고에 숨겨 두어라. 그리고 구혼자들이 물으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고는 이렇게 둘러대라. 『그들은 불 근처에 있어서 연기 때문에 상하고 있었으니 옮겨 놓았을 뿐입니다. 오지수가 토래성으로 떠나기 전의 광채를 잃어가고 있었거든요. 상제 신이시여, 제가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당신들이 술에 취하면 싸우고 서로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멋진 저녁 식사와 구애가 망쳐질 겁니다. 무기는 사람을 무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라. 그리고 우리 둘이서 잽싸게 공격하기 전에 챙길 수 있도록 칼 두 자루, 창 두 자루, 두꺼운 방패 두 개를 남겨 두어라. 지혜의 여신이 그들을 홀릴 것이고, 영리한 상제가 도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나의 친아들이라면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라. 라에르테스와 돼지치기, 여종들, 심지어 연로비조차도 여자들의 태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알아서는 안 된다. 또한 시험해 봐야 한다. 남자 노비들을 살펴보고, 누가 마음속으로 나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누가 당신을 마땅히 존경해야 할 만큼 우러러보는지 알아보거라.」
그의 빛나는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여, 곧 제 용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저는 강인하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그동안 구혼자들은 아버지 집에 앉아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며 재산을 탕진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소서. 여자들에 대해서는, 누가 순결하고 누가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나이다. 그러나 남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이다. 상제께서 징조를 보여 주시면 나중에 해도 되나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하였느니라. 그때 태명이 필성로 갔던 배가 이탁도 중심 도시의 만에 정박하였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배를 해안으로 끌어올렸다. 노비들은 값비싼 선물과 무기를 꺼내 클리티우스의 집으로 가져갔다. 전령이 왕비에게 태명이 이탁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혹시라도 왕비가 아들 때문에 걱정하며 울고 있을까 봐 배를 끌어와 마을로 와야 한다 말했다고 하였다. 돼지치기와 전령은 같은 임무를 띠고 왕비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여종들이 전령 주위에 모여들었다. 전령이 이르되,
「위대한 왕비님,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오셨나이다.」
그리고 돼지치기는 왕비를 따로 데리고 가서 아들이 전하라 한 말을 전하였다. 말을 마치자 돼지치기는 홀을 지나 안뜰로 나가 자신의 돼지들에게로 갔다. 구혼자들은 마음이 상하고 낙담하였다.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 건방진 녀석의 여정이 성공하였소. 우리는 그가 실패할 것이라 확신하였소. 우리는 노 젓는 사람들을 태운 가장 좋은 배를 띄워 바다를 건너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당장 돌아오라 전해야겠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암피노무스가 항구 안에서 육지를 등지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하였다. 돛을 접고 선원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이르되,
「사신을 보낼 필요도 없소. 그들은 이미 돌아왔소. 어떤 신이 그들에게 알려 주었거나, 아니면 그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따라잡지 못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그들은 벌떡 일어나 해변으로 내려가 검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렸고, 하인들은 자랑스럽게 무기를 꺼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시장으로 몰려가 젊은이든 노인이든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나서 안타이노스가 그들에게 연설하되,
「정말 놀랍구나. 신들이 이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냈구나. 며칠 동안 우리 정찰병들은 바람 부는 절벽에서 교대로 감시하였느니라. 해가 지면 해안에서 밤을 지새우지 아니하고 태명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바다에서 매복하였느니라.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하였느니라. 그런데 어떤 신이 그를 집으로 데려왔느니라. 우리는 그를 죽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가 도망쳐서는 안 된다. 그는 우리의 속셈을 알고 있으니 살아남으면 우리의 구혼을 방해할 것이고, 음모를 꾸밀 것이다. 그러면 백성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태명이 백성들을 모을 것이다. 그는 격노할 것이고, 행동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어나서 우리가 그를 죽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말할 것이다. 백성들이 우리의 범죄를 알게 되면 우리를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다치거나 고향에서 쫓겨나 타국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 그를 시골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 혹은 길에서 잡자.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나눠 갖도록 하자.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모시고, 누구와 결혼하든 그 남자는 집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살려 두고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몰려와 그의 집 안의 재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선물을 보내며 그녀에게 구애해야 한다. 언젠가 그 아가씨는 결혼할 것이고, 가장 많은 선물을 보낸 남자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침묵하였다. 그때 니소스의 유명한 아들 암피노무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둘리키움의 밀밭과 목초지에서 왔다. 그는 총명하였고, 연로비는 다른 남자들보다 그의 말을 더 좋아하였다. 그는 현명하게 이르되,
「친구 여러분, 저는 태명을 죽일 생각이 없나이다. 왕족을 죽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옵니다. 그러니 먼저 신들의 뜻을 알아야 하나이다. 위대한 상제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직접 그를 죽이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동참을 촉구하겠나이다. 신들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가 말하자 그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일어서서 오지수의 집으로 돌아가 윤이 나는 의자에 앉았다. 연로비는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알게 되었으니 이 무례한 구혼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메돈이 그들의 계획을 엿듣고 그녀에게 알려 준 것이었다. 시녀들을 곁에 두고 그녀는 아래층 홀로 내려가 그들에게 다가가 문기둥 옆에 서서 얼굴에 베일을 썼다. 그녀는 안타이노스에게 이르되,
「당신은 짐승이다. 교활한 놈이다. 범죄자여. 사람들은 당신이 이탁도에서 당신 또래 중 가장 똑똑하다 말하나,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미쳤다. 어찌하여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 상제께서 지키시는 간청으로 맺어진 인연을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이냐. 당신의 아버지가 이탁도 사람들에게 쫓겨 도망쳐 왔다는 걸 잊었느냐. 이탁도 사람들은 그가 타포스의 해적들과 합류하고 우리의 동맹인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분노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그를 죽이고, 심장을 뜯어내고, 그의 재산을 빼앗으려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그를 보호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제 당신은 은인의 재산을 탐하고, 그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심지어 나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라. 그리고 다른 구혼자들도 그만두게 하라.」
그가 이르되,
「연로비여, 걱정하지 마소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소서. 내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의 아들을 해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옵니다. 맹세컨대, 만일 누군가 시도한다면 내 칼로 그의 피를 흘리게 할 것이옵니다. 당신의 도시를 약탈하던 남편은 종종 나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고기를 조금씩 먹여 주고 붉은 포도주를 마시게 해 주곤 하였나이다. 그래서 지금 태명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서 아무런 위험도 없나이다. 신들이 가져다주는 죽음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없나이다.」
그는 그녀를 달래려고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녀의 아들을 죽일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침실로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울었고, 지혜의 여신이 그녀에게 편안한 잠을 주었다.
저녁이 되자 돼지치기가 집으로 돌아와 오지수를 발견하였다. 그와 그의 아들은 일 년 된 돼지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 곁으로 와서 다시 한번 지팡이로 그를 건드려 초라하고 늙어 보이게 하였다. 돼지치기가 들어왔을 때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돼지치기가 연로비에게 비밀을 누설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니라.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태명이 먼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돌아왔구나. 마을 소식은 어떻지. 그 오만한 구혼자들이 매복에서 돌아와 내 집에 와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잡히려고 숨어 있는 건가.」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 질문을 하려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네. 나는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하고 돌아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당신의 부하 중 한 명, 전령이 나와 함께 갔는데, 그가 당신 어머니께 먼저 소식을 전하였다. 한 가지 더 본 것이 있다. 마을 바로 위 헤르메스 언덕을 지나갈 때, 사람들로 가득 차 방패와 창을 잔뜩 실은 배 한 척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자 태명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눈을 마주쳤다. 에우마이오스가 보지 못하게 숨긴 채였다. 요리가 끝나자 그들은 저녁 식사를 똑같이 나누어 먹었고,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느니라.
==제17권 모욕과 학대==
이에 갓 태어난 새벽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자,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멋진 샌들을 신고 손에 꼭 맞는 튼튼한 창을 들고 길을 나섰도다. 그는 돼지치기에게 이르되,
“할아버지여, 저는 어머니를 뵈러 마을에 가야 하나이다. 어머니를 뵙기 전까지 어머니는 계속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실 것 같나이다. 이제 할아버지께서 이 불쌍한 늙은이를 마을로 데려가 구걸하게 해 주셔야 하나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먹을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지금 모든 사람을 상대할 여유가 없나이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나이다. 그분이 화를 내시더라도 그건 그분의 문제일 뿐이니이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친구여, 나는 여기 머물고 싶지도 아니하니라. 거지들은 마을과 시골을 떠돌아다녀야 하느니라. 나는 자선가들에게서 음식을 얻어먹을 것이로다. 나는 너무 늙어서 감독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농부로 여기 머물 수 없느니라.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불 옆에서 몸을 녹이면 그 사람이 나를 데려갈 것이로다. 내게는 이 누더기 옷밖에 없느니라. 아침 서리가 내리면 죽을지도 모르느니라. 네가 말했듯이 마을은 멀도다.”
그러자 태명은 구혼자들을 혼내 줄 계획을 생각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도다. 왕궁에 도착하자 그는 창을 기둥에 기대어 놓고 돌로 된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느니라. 의자에 양털을 깔고 있던 유모 명숙이 그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도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었으며, 고집 센 오지수의 다른 여인들도 모여들어 태명의 머리와 어깨에 입맞추며 그를 환영하였느니라.
그때 현명한 연로비가 여신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와 사랑하는 아들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도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추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쏟아내되,
“태명아, 왔구나! 사랑스러운 아들아! 네가 아버지 소식을 듣기 위해 나에게 말도 없이 필성로 몰래 갔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느니라. 무슨 일을 보고 왔느냐?”
태명은 침착하게 이르되,
“어머니, 저를 화나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려 하지 마소서. 저는 위험에서 살아남았나이다.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소서. 그리고 시녀들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소서.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소서. 이제 저는 마을로 나가겠나이다. 이탁도에 저보다 바로 뒤에 도착한 낯선 사람을 초대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용감한 부하들과 함께 먼저 보냈고, 피레우스에게 그를 집으로 데려가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였나이다.”
그의 말은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도다. 어머니는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고 아낌없이 제물을 바치며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청하였느니라. 태명은 창을 들고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옆에 두고 홀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에게 신비로운 은총을 내리셨느니라. 모두가 그의 등장에 놀랐도다. 구혼자들은 주위에 모여들어 친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를 해치려는 속셈이었느니라.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피해 명토르와 안티푸스, 할리테르세스와 합류하였으니, 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도다. 그들은 그에게 자세히 질문하였느니라.
그때 피레우스가 테오클리메누스라는 낯선 사람을 데리고 마을 중심부로 다가왔도다. 태명은 즉시 길을 나서서 그 낯선 사람 곁에 섰으며, 피레우스가 먼저 입을 열되,
“태명이여, 여자들을 어서 내 집으로 보내소서. 면나수가 당신에게 준 선물을 돌려주겠나이다.”
그러나 태명은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피레우스여, 안 되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나이다. 만약 제 집에 있는 구혼자들이 몰래 저를 죽이고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 갖는다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당신이 선물을 받는 것을 더 원하나이다. 그리고 만약 제가 그들을 죽여 파멸을 가져온다면, 제게 선물을 가져다주소서. 그러면 우리 둘 다 행복할 것이니이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지친 나그네를 집으로 데려가 의자에 장포를 깔아 주었도다. 그들은 목욕하러 갔으며, 여종들이 그들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느니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의자에 앉았도다. 한 여종이 금 항아리를 가져와 은 그릇에 담긴 세숫대야에 그들의 손을 씻어 주었으며, 그녀는 그들 옆에 상을 차렸고, 한 겸손한 여종이 풍성한 음식을 가져왔느니라. 연로비는 태명을 마주 보고 문 옆 의자에 기대어 고운 양털을 잣고 있었도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마셨느니라.
그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던 연로비가 입을 열되,
“태명아, 이제 위층에 올라가 내 침대에 누워 쉬어야겠느니라. 오지수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떠난 후로 내 침대는 슬픔의 침대가 되어 항상 눈물로 얼룩져 있느니라. 그런데 당신은 아버지의 귀환 소식을 알아냈는지 말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구혼자들이 오기 전에 어서 말해 주소서.”
태명은 차분하게 대답하되,
“어머니,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는 네스토르 왕을 뵈러 필성에 갔나이다. 왕께서는 마치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 돌아온 아들처럼 저를 궁궐로 맞아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나이다. 친아들처럼 저를 아껴 주셨나이다. 그러나 왕께서는 오지수에 대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셨나이다. 그래서 저를 말과 마차를 타고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장군인 메넬라오스에게 보내셨나이다. 거기서 저는 헬레나를 만났나이다. 신들의 뜻에 따라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전쟁을 치르며 고통받았던 것이니이다. 메넬라오스가 제가 왜 영광스러운 사필성에 왔는지 묻자, 저는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셨나이다. ‘어리석은 겁쟁이들! 그들이 누우려는 자리는 진정으로 결연한 자의 것이로다. 마치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을 사나운 사자의 굴에 눕혀 놓고 풀을 뜯으러 비탈과 계곡으로 가는 것과 같으며,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잔인하게 새끼 사슴을 죽이는 것과 같도다. 두 어린아이들 말이로다. 오지수가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라. 아버지 상제, 지혜낭자, 아로왕께 기도하건대, 그가 오래전 레스보스 섬에서 필로메데스와 씨름하여 그를 땅에 내던지고 모든 그리스인들이 환호했던 때처럼 강하기를 바라노라. 그가 구혼자들과도 똑같이 싸워 그들의 구혼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나고 목숨도 빨리 잃게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고 저는 당신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늙은 바다의 신에게서 들은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는 그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았다고 하였나이다. 산령녀 립선이 그를 자신의 섬, 그녀의 집에 가두어 놓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는 넓은 바다를 건널 함대나 선원이 없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나이다. 유명한 면나수가 그렇게 말하였나이다. 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신들께서 순풍을 주셔서 저는 순조롭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나이다.’”
그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도다. 그때 신과 같은 테오클리메노스가 입을 열되,
“나의 부인,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시여, 이 소식은 불완전하나이다. 예언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겠나이다.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제가 온 곳, 위대한 오지수의 화롯가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는 이미 이탁도에 있나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오는 길일 것이니이다. 그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나이다. 제가 배에 앉아 있을 때 징조를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나이다. 태명에게도 이야기하였나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낯선 분이시여, 이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극진한 환대와 관대함을 베풀어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행운을 보게 할 것이니이다.”
한편, 오지수의 집 밖에서는 구혼자들이 평소처럼 밖에서 다트와 원반 던지기 게임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었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양 떼들이 목동들의 인도를 받으며 각 들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메돈이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이 가장 아끼는 노비 소년이었고, 구혼자들은 항상 그를 잔치에 데려왔도다.
“나리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소. 이제 안으로 들어오셔서 식사하시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소.”
그들은 그의 조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갔도다. 의자에 장포를 깔고 살찐 염소, 큰 숫양, 살찐 돼지 몇 마리,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소 한 마리를 잡아 잔치를 위해 요리하였느니라.
오지수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려고 서둘렀도다. 돼지치기는 위엄 있는 어조로 이르되,
“나그네여, 주인님께서 오늘 원하신다면 도시로 오셔도 된다고 하셨나이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여기 남아 농장을 지켜 주시기를 바랄 뿐이니이다. 그러나 주인님께서 저를 꾸짖으실까 봐 걱정되나이다. 주인의 꾸지람은 노비에게 무거운 짐이 되니까요. 이제 가야 하나이다. 시간이 늦었고 곧 추워질 것이니이다. 해가 지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알겠소. 이제 가자. 앞장서소. 그런데 지팡이가 있으면 내가 의지할 수 있도록 좀 주소. 길이 미끄럽다고 들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끈으로 가방을 어깨에 메었도다. 가방은 너덜너덜하고 구멍투성이였느니라. 에우마이오스는 그에게 쓸 만한 지팡이를 주었도다. 그들은 떠났고, 개들과 목동들은 농장을 지키기 위해 남았느니라. 돼지치기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 옷을 입은, 마치 가난한 늙은 거지처럼 보이는 주인을 마을로 안내하였도다.
그들은 돌길을 따라 걸어 마을 근처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화려한 샘에 도착하였느니라. 그 샘은 이타코스, 네리토스, 그리고 폴릭토르가 세운 것이었도다. 샘 주변에는 샘물의 양분을 받아 검은 포플러 나무들이 둥글게 자라 있었으며, 위쪽 바위에서는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렸느니라. 그 위에는 산령녀들을 기리는 제단이 세워져 있었으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산령녀들에게 제물을 바쳤도다.
돌리우스의 아들 말태수가 다른 두 명의 목동과 함께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에게 먹일 가장 좋은 염소들을 몰고 오고 있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그는 오지수를 격분시키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로 욕설을 퍼붓되,
“악당이 또 다른 악당을 이끌고 가는구나! 당연한 일이로다. 신들께서는 비슷한 것들을 짝짓기하게 하시니라. 이 더러운 돼지 인간아, 저 늙은 돼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사들에게 줄 선물도 없이 부스러기만 구걸하는 게으름뱅이 말이냐? 내 농장을 지키고 우리를 청소하고 새끼 돼지들에게 사료를 던져 주게 하면 유청이나 마시면서 뼈만 앙상한 다리를 살찌울 수 있을 터인데. 그러나 저놈은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탐욕스러운 배를 채울 음식을 구걸하는 것을 좋아하잖아. 내가 장담하노니, 저놈이 오지수의 궁전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머리에 의자를 던지고, 그를 집 안으로 내던져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이로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오지수를 지나쳐 엉덩이뼈를 걷어차려고 달려들었도다. 정말 어리석은 놈이로다! 오지수는 길에서 밀려나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어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귀를 잡아 땅에 내동댕이칠지 고민하였도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고 화를 억눌렀느니라. 돼지치기가 말태수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그는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도하되,
“오, 샘의 요정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오지수 왕께서 당신들을 위해 기름진 양고기와 염소고기 뼈를 가져오신 적이 있다면, 이제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신령들께서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 제 주인께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목동들 때문에 가축들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이 무례한 자의 허풍을 끝내실 것이니이다.”
염소지기 말태수는 그를 비웃으며 이르되,
“오, 아주 훌륭하도다! 이 개는 말도 할 줄 알고, 재주도 부렸구나. 언젠가 저 개를 배에 태워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팔아 보물을 잔뜩 얻어야겠도다. 내일 아폴론 신이 태명의 집에 은화살을 쏘거나, 구혼자들이 그를 죽였으면 좋겠구나. 오지수는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노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들을 떠났도다. 그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는 그들보다 앞서 달려갔느니라. 그는 주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총애하는 에우리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 사이에 앉았도다. 노비들이 그에게 고기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순종적인 하녀는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안으로 들어가 페미우스가 노래를 위해 조율하고 있는 리라의 울려 퍼지는 소리에 둘러싸여 서 있었도다. 오지수는 돼지치기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곳은 오지수의 웅장한 궁전이니이다. 수많은 궁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나이다. 방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안뜰은 처마 장식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튼튼한 이중문이 있나이다. 누구도 이곳을 뚫고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이나이다. 고기 냄새가 나고, 신들께서 잔치의 동반자로 삼으신 리라 소리가 들리니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맞나이다! 예리하시나이다.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하나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과 합류하시고, 저는 여기 밖에 남겠나이다. 아니면 기다리시고 제가 가겠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소서. 누군가 당신을 보면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매를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침착한 오지수가 이르되,
“그래, 그 생각도 하였느니라. 당신은 가시고 저는 여기 남겠느니라. 저는 전에도 많이 맞았느니라. 고난을 잘 아나이다. 저는 강인하니라. 전쟁도 겪었고,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러니 이대로 두겠느니라. 배고픔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니라. 굶주림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그 저주 때문에 우리가 거친 바다를 건너고 다른 민족을 약탈하는 것이로다.”
그들이 말하는 동안, 거기에 누워 있던 개 아르고스가 머리와 귀를 쫑긋 세웠도다. 오지수는 이 개를 훈련시켰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느니라. 그는 너무 일찍 신성한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니라. 주인이 떠나자, 소년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야생 염소와 사슴, 토끼를 사냥하러 나갔도다. 그러나 이제 아르고스는 주인도 없이, 노새와 소의 똥 더미 속에 방치되어 있었느니라. 노비들은 그 똥을 문 밖에 쌓아 두었다가 넓은 농장에 거름으로 썼도다. 그래서 아르고스는 더러운 채로, 벼룩으로 뒤덮인 채 누워 있었느니라. 오지수가 가까이 온 것을 알아차리자, 아르고스는 꼬리를 흔들고 두 귀를 뒤로 젖혔도다. 그는 너무 약해서 주인에게 다가갈 수 없었느니라. 멀리서 오지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닦고 감쪽같이 숨긴 채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 개가 똥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이상하구나. 그 개는 꽤 잘생겼으나, 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보기 좋게 키우는 애완견인지 알 수 없도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이 개는 타국에서 죽은 주인의 것이었나이다. 오지수가 그를 버리고 토래성으로 갔을 때처럼 건강했다면 얼마나 빠르고 용감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니이다. 숲속으로 사냥을 나가면 항상 먹이를 잡았나이다.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나이다. 그러나 주인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상태는 좋지 아니하나이다. 여자들은 그를 돌보지 아니하나이다. 주인이 지켜보지 않으면 노비들은 제 역할을 하려 하지 아니하나이다. 상제께서는 우리를 노비로 만드는 날 우리의 가치를 반으로 깎아내리시나이다.”
그렇게 돼지치기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귀족 구혼자들과 합류하였도다. 아르고스가 오지수를 본 지 이십 년이 흘렀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를 보게 된 순간이었느니라. 그때 갑자기 흑사병이 그를 덮쳤도다.
태명은 돼지치기가 오는 것을 먼저 보았으며, 고개를 끄덕여 오라고 하였느니라. 주위를 둘러보던 에우마이오스는 구혼자들의 고기를 자르던 소년이 쓰던 의자를 발견하였도다. 그는 의자를 집어 태명의 탁자 옆에 놓았으며, 거기에 앉았고, 노비 소년은 그에게 고기와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그때 오지수가 다가와 안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가난하고 슬픈 노인처럼 보였도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물푸레나무 문턱에 털썩 주저앉아 오래전에 일꾼이 다듬고 곧게 펴놓은 삼나무 문설주에 기대었느니라. 소년은 돼지치기를 불러 바구니에서 밀빵 하나와 손에 들 수 있는 만큼의 고기를 집어 들었으며, 그에게 음식을 주며 이르되,
“이 음식을 저 낯선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연회장을 돌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전해 주소서. 궁핍한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하나이다.”
돼지치기는 가서 오지수에게 이르되,
“태명이 당신에게 이 음식을 주면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하였나이다. 남에게 얻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한다고 하더이다.”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기도하되,
“오 상제시여, 이 태명을 축복하시고, 그의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하소서.”
오지수는 두 손으로 음식을 집어 낡고 해진 자루 위에 올려놓고 발치에 놓고 먹으며 연회장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었도다. 그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음악이 멈추고 구혼자들이 소리쳤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 곁에 서서 그에게 구혼자들 사이로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며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알아보라고 부추기셨도다. 비록 지혜낭자께서는 다가올 학살에서 누구도 구해낼 생각은 없으셨으나 말이로다.
오지수는 능숙한 거지처럼 손을 내밀며 좌우로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느니라. 사람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음식을 주었고,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였도다. 그들이 서로 묻자 염소지기 말태수가 이르되,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이 낯선 사람에 대해 제 말을 들어주소서. 저는 이 사람을 전에 본 적이 있나이다. 돼지치기가 데려온 사람이니이다. 저는 그 이상 아는 것이 없나이다. 그의 배경도 모르나이다.”
안태우는 돼지치기를 꾸짖기 시작하되,
“돼지치기여! 이 유명한 바보야! 왜 이 사람을 데려왔느냐? 이미 잔치를 망치러 오는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아니하느냐? 그들이 몰려들어 네 주인의 재산을 훔쳐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칫거리인데, 왜 이 사람까지 데려왔느냐?”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안태우여, 당신은 귀족이나 당신의 말은 헛소리이니이다. 백성을 도울 재능이 없는 이방인을 누가 초대하겠나이까? 예언자나 의사, 건축가, 아니면 노래로 기쁨을 줄 수 있는 시인 같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거지에게는 아무도 청하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배고픔만 가져올 뿐이니이다. 모든 구혼자 중에서 당신은 노비, 특히 저에게 가장 못되게 구는구나. 그러나 현명한 왕비와 신과 같은 왕자께서 여전히 이 집에 사신다면 저는 상관없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조용히 하라. 안태우는 대답할 가치도 없느니라. 그는 늘 시비를 걸고 남들을 자극하기만 하느니라.”
그러자 안태우에게로 돌아서서 이르되,
“아버지처럼 저를 너무나 잘 챙겨 주시는구나! 저 낯선 사람을 쫓아내라고 하셨지 아니한가! 신이시여,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소서! 가서 그에게 뭐라도 좀 주소서. 저는 음식을 나눠 줄 수 있나이다. 어서 가소서! 어머니나 아버지 소유의 다른 하인들은 신경 쓰지 마소서. 어차피 당신은 그들에게 관심도 없으셨지 아니한가. 당신은 남과 나누려는 게 아니라 자기 배만 채우려는 것이로다.”
안태우가 대답하되,
“잘난 척하는 녀석이구나! 심술궂은 성격이로다! 끔찍한 말을 하다니! 모든 구혼자들이 나처럼 음식을 준다면 이 집에서 그를 석 달 동안이나 가둬 둘 수 있겠도다!”
그는 식탁 밑에 발을 올려놓고 잔뜩 먹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발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휘둘렀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음식을 주어 거지 주머니를 채워 주었느니라. 오지수는 시험을 마쳤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문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도다. 대신 그는 안태우 곁에 서서 이르되,
“친구여, 내게 무엇을 좀 주소. 자네는 분명 모든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 것이오. 자네는 왕족처럼 생겼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겠소. 그러면 내가 자네를 온 세상에 알리겠소. 나는 한때 궁전을 가진 부자였소. 어디에서든 가난한 거지들이 찾아오면 신분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에게 음식을 주었소. 내 노비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재산도 많았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을 누렸소. 그러나 상제께서 모든 것을 파괴하셨소. 그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소. 그는 나를 부추겨 해적들과 함께 이집트로 가게 하셨소. 그 긴 여정이 내 파멸을 가져왔소. 나는 나일 강에 갤리선을 정박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였소. 그리고 모든 망루에 정찰병을 보냈소. 그러나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아름다운 이집트 들판을 약탈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잡아갔으며 남자들을 죽였소. 비명 소리가 마을까지 들렸소. 사람들이 듣고 도우러 달려왔소. 새벽이 되자 평원은 발굽으로 가득 찼소. 병사들과 말들, 그리고 번쩍이는 청동 무기들이었소. 그때 천둥을 사랑하는 상제께서 내 병사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셨소. 참혹한 공포였소.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했고, 사백 명 중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였소. 날카로운 청동 칼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다른 이들은 노비로 팔려갔소. 그러나 그들은 나를 만난 드메토르라는 키프로스 왕에게 넘겨 주었소. 나는 키프로스 출신이오. 이것이 내 비극적인 이야기이오.”
안태우가 대답하되,
“어떤 신이 이런 재앙을 내려 우리 잔치를 망쳤단 말인가? 저기서나 있어라, 내 식탁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 아니면 꺼져 버려라! 이집트에서 죽거나 키프로스에서 노비가 되든가! 뻔뻔스러운 거지 자식아! 우리에게 와서 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대접해 주는구나. 우리는 가진 것이 많고, 사람들은 남의 재산을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아니하느니라.”
재치 있는 오지수는 그에게서 물러서며 이르되,
“잘생긴 바보 같으니! 네 집에서 소금 한 알도 안 줄 주제에 남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 성대한 연회에서 빵 부스러기 하나 내게 주지 않겠다니!”
안태우는 격분하여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더 이상 못 참겠도다! 나를 모욕하다니? 품위 있게 떠날 기회를 놓쳤구나!”
그는 의자를 들어 오지수의 오른쪽 어깨, 등 쪽으로 던졌도다. 그러나 오지수는 쓰러지지 않고 돌처럼 굳어 서서 고개를 흔들며 말없이 복수를 생각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돌아가 문턱에 앉아 음식으로 가득 찬 자루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이르되,
“이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제가 할 말이 있나이다. 사람들이 소나 양 같은 자기 소유물을 위해 싸울 때는 상처를 입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이다. 그러나 안태우는 제가 배고픈 채로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저에게 상처를 입혔나이다. 굶주림은 인간에게 그토록 큰 고통을 가져다주나이다. 만약 가난한 자들의 신이나 복수의 여신이 있다면, 결혼 대신 그가 죽음으로 심판받기를 바라나이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입 다물거나 꺼져라! 계속 떠들면 우리 젊은이들이 네 손발을 잡고 궁궐을 끌고 다니며 산 채로 가죽을 벗길 것이로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안태우를 끈질기게 질책하되,
“가엾은 늙은 거지를 때려서는 안 됐소! 만약 그가 하늘에서 온 신으로 밝혀진다면 큰일 날 것이오! 신들께서는 누가 신성한 법을 어기는지, 누가 선한지 알아보기 위해 이방인이나 낯선 사람으로 변장해서 마을에 온단오하기도 한단오이오!”
안태우는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였도다. 그 일격은 태명의 마음속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으나,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복수를 생각하였도다.
연로비는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모든 노비들에게 이르되,
“아로왕 신이 안태우를 거지처럼 쏘아 죽이기를 바라네!”
그러자 늙은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소! 그들 중 누구도 새벽이 왕좌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오.”
연로비가 이르되,
“여보,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해요. 안태우가 제일 악랄해요. 그는 죽음과 같아요. 어떤 불쌍한 늙은 나그네가 궁핍해서 이 집에 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도와 자루를 채워 주었는데, 안태우가 그의 어깨에 발판을 던졌어요.”
그녀는 오지수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시녀들과 함께 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그러고 나서 돼지치기를 불렀느니라.
“에우마이오스여! 그 나그네를 내게 오게 하여 내가 그를 맞이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오지수에 대해 듣거나 본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하시오. 그 나그네는 먼 길을 온 것 같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폐하, 이 사람들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니이다. 저는 그를 사흘 밤낮으로 제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배에서 도망쳐 나와 제 집에 먼저 왔나이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는데,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나이다. 마치 신의 축복을 받아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가수처럼—사람들은 그가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보나이다—그의 이야기는 저를 매료시켰나이다. 그는 오지수와 자신이 조상 대대로 오랜 친구 사이라고 말하나이다. 그는 미노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살았는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험난한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하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아직 살아 있고, 이 근처 풍요로운 테스프로토스 땅에 있으며, 보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나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그를 불러 오소서. 그가 직접 내게 말하게 하소서. 구혼자들은 우리 집 안이나 문 앞에서 흥청망청 놀고 있소. 분위기가 아주 흥겹소. 그들의 집에는 맛보지 못한 음식과 포도주가 가득하고, 하인들은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소. 그러면서도 그들은 매일 우리 집에 몰려와 소, 양, 염소를 잡고 마음껏 잔치를 벌이며 우리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우리 재산은 텅 비었소. 오지수처럼 이 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여기 없소. 그러나 오지수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와 그의 아들은 곧 그들의 폭력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오.”
태명이 크게 재채기를 하자 그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도다. 연로비는 웃으며 에우마이오스에게 이르되,
“저 낯선 사람을 불러 오소서! 내 아들이 방금 내가 한 말에 재채기를 하였소. 들었소? 그건 모든 구혼자들에게 죽음의 징조요. 이제 아무도 그들을 파멸에서 구할 수 없소. 그러나 잘 들어 보소서. 만약 저 낯선 사람이 진실을 말한다면,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오지수 곁으로 가서 섰도다. 그의 말에는 날개가 달렸느니라.
“나리, 태명의 어머니인 연로비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남편에 대해 묻고 싶어 하시나이다. 만약 당신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한다면, 그녀는 알게 될 것이니, 옷을 얻게 될 것이오. 당신에게는 옷이 절실히 필요하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음식을 구걸할 수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당신에게 음식을 줄 것이오.”
강인한 의지의 오지수는 이렇게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연로비에게 곧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할 것이로다. 오지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니라. 우리도 고통을 함께 겪었으니 말이로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구혼자들 때문에 몹시 불안하니라. 그들의 공격성은 하늘을 깎아내리는 것 같도다. 방금 전에도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뭔가를 던져서 다쳤느니라. 태명도, 다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니 연로비에게 아무리 간절히 원하더라도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으라고 전해라. 해질녘이 되면 가까이 와서 불 옆에 앉아 남편의 귀향길에 대해 물어보라고 해라. 내 옷이 더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아니하느냐. 내가 도움을 청하러 처음 온 사람이 너였으니 말이로다.”
돼지치기는 돌아섰도다. 문턱을 넘자 날카로운 연로비가 이르되,
“그 여행자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오? 무슨 문제라도 있소? 너무 겁이 많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이오? 집 없는 사람이 그런 수치를 당할 수는 없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의 말은 상식적인 것이니이다. 그는 구혼자들을 피하고 싶어 하나이다. 그들은 공격적이니이다. 그는 해 질 때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라고 하나이다. 왕비님,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니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적어도 그 낯선 사람은 바보가 아니오. 저 사람들처럼 깡패 같은 놈들은 전에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하오.”
돼지치기는 구혼자 무리에게 돌아가 태명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였도다.
“친구여,” 그가 이르되, “나는 가서 돼지들과 당신의 모든 재산, 그리고 나의 재산을 지켜야 하나이다. 모든 것을 잘 돌보되,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지키소서. 다치지 마소서. 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우리를 해치기 전에 그들을 모두 없애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먼저 식사를 하고 가소서. 새벽에 먹을 동물을 가지고 돌아오소서. 나머지는 저와 신들에게 맡기겠나이다.”
그러자 에우마이오스는 의자에 앉아 먹고 마신 후,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 찬 궁전을 떠나 돼지들에게로 돌아갔도다. 이미 늦은 오후였고, 음악과 춤이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느니라.
==제18권 두 거지==
이에 이탁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이탁도는 탐욕으로 악명이 높았도다. 그는 끊임없이 먹고 마셔서 살은 쪘으나 허약하였고, 싸울 기력도 없었느니라. 그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지어 준 이름은 아르나이오스였으나, 젊은이들은 그를 심부름꾼이었기에 이루스라고 불렀도다.
이제 이 남자는 오지수를 그의 집에서 쫓아내려 하며 저주를 퍼붓되,
“저리 가라, 늙은이여! 나가거라! 그렇지 아니하면 발로 끌어내 버리리라! 구혼자들이 눈짓하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 보이지 아니하느냐? 이는 나에게 창피한 일이로다. 당장 너를 일으켜 세우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싸우리라!”
오지수는 그를 노려보며 이르되,
“어리석은 놈아! 나는 너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너를 험담한 것도 아니니라. 다른 거지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여 질투할 것도 없느니라. 그가 얼마나 많이 받든 상관없도다. 이 문은 우리 둘 다 지나갈 수 있느니라. 모든 재물을 독차지하지 말라. 네 것이 아니니라. 너도 나처럼 집 없는 사람 같구나. 신들께서는 모든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시느니라. 나를 자극하여 싸우게 하거나 화를 내게 하지 말라. 나는 늙었으나 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러면 내일은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니라. 너는 다시는 오지수의 궁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로다.”
방랑자 이루스는 격분하여 이르되,
“이 탐욕스러운 돼지 같은 놈이 마치 늙은 여인이 오븐을 닦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구나! 내가 저놈을 때려눕히고, 두 주먹으로 후려치고, 농부들이 농작물을 망치는 돼지의 어금니를 뽑아내듯이 이빨을 뽑아버리리라! 각오하라! 사람들이 지켜보게 놔두자. 어찌 감히 나보다 어린 놈과 싸움을 걸 생각을 하는 것이냐?”
궁궐 문턱에서 그들의 격렬한 적개심은 극에 달하였도다. 성스러운 군주 안태우는 싸움을 부추기며 껄껄 웃으며 구혼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처럼 멋진 구경거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처음이로다. 신이시여, 이 두 사람이 싸움을 벌일 태세로다. 자, 어서 부추겨 보자!”
그들은 모두 웃으며 벌떡 일어나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들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안태우가 그들에게 이르되,
“잘 들으라, 구혼자들아! 저녁 식사로 기름과 피를 가득 채운 염소 위를 불에 굽고 있느니라.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는 이것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가도록 하라. 그러면 그는 앞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식사할 수 있고, 우리는 다른 거지는 우리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리라.”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도다. 전략가 오지수는 그들을 속이며 이르되,
“친구들이여, 나처럼 늙고 고통에 지친 사람이 젊은이와 싸울 수는 없나이다. 굶주림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매를 맞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하나이다. 그러나 맹세코 이루스를 도와 나를 주먹으로 때려 패배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소서.”
모두 그의 말대로 맹세하였도다. 성스러운 왕자 태명이 이르되,
“손님, 당신의 용감한 마음이 이 도전자와 싸우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소서. 당신을 때리는 자는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니이다. 나는 당신의 주인이니이다.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도 현명하니 나와 같은 생각이니이다.”
모두 동의하였고, 오지수는 누더기 옷을 벗어 허리에 묶었도다. 그러자 우람한 허벅지와 어깨, 거대한 가슴과 튼튼한 팔이 드러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의 곁에 서서 백성의 목자로서의 자답게 그의 힘을 더해 주셨도다. 모든 구혼자들은 어안이 벙벙해하며 이르되,
“이는 이루스의 최후를 의미하는구나! 자업자득이로다! 저 늙은이의 누더기 아래에 숨겨진 근육이라니!”
이루스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으며, 그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도다. 그러나 하인들은 그에게 튜닉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라고 재촉하였으며, 그는 온몸을 떨었느니라. 안태우가 이르되,
“하하, 잘난 척하는구나! 고통에 지친 늙은이를 그렇게 두려워하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만약 저 자가 너를 이겨서 자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너를 배에 태워 그리스 본토의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버리리라. 그는 무자비한 청동으로 네 코와 귀를 자르고, 그다음엔 네 성기를 잘라내어 날것으로 개들에게 먹일 것이로다.”
이 말은 이루스의 떨림을 더욱 심화시켰도다. 링으로 호송된 그는 일어섰으며, 두 사람은 주먹을 치켜들었느니라. 온갖 모욕을 견뎌 낸 오지수는 이루스를 죽일 정도로 세게 때릴지, 아니면 가볍게 쳐서 쓰러뜨릴지 고민하였도다. 구혼자들이 눈치챌지도 모르니 가볍게 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였느니라.
마침내 둘은 주먹을 주고받았도다. 먼저 이루스가 오지수의 어깨를 쳤으며, 오지수는 이루스의 귀 아래 목을 주먹으로 쳐서 턱뼈를 부러뜨렸느니라. 입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고, 이루스는 신음하며 이를 악물고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웃다가 쓰러졌느니라.
오지수는 이루스의 발을 붙잡고 성문을 통해 안뜰로 끌고 나와 담벼락에 기대어 세웠도다. 그는 이루스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 주며 이르되,
“거기 앉아서 개와 돼지를 쫓아내라! 이 쓸모없는 놈아! 손님과 거지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렇지 아니하면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할 것이로다!”
그런 다음 그는 누더기 자루를 집어 어깨끈으로 메고 다시 문 옆에 앉았도다. 구혼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잔을 들며 이르되,
“모든 신들과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저 탐욕스러운 돼지 이루스는 가는 곳마다 기생충처럼 살찌워 댔도다. 네가 그를 막아 준다면 우리는 그를 대량 학살의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리라.”
오지수는 이 길조를 듣고 기뻐하였도다. 안태우는 피와 기름으로 가득 찬 커다란 염소의 위를 그의 앞에 내놓았으며, 암피노무스는 빵 바구니 두 개와 금으로 된 포도주 잔을 내어 그를 맞이하였느니라.
“선생님, 저희 집에 묵어 주소서.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나, 앞으로는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오지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하되,
“암피노무스여, 자네는 자네 아버지인 둘리키움의 니수스처럼 총명해 보이는구나. 그의 부와 뛰어난 지략, 그리고 자네가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느니라. 자네는 말솜씨도 좋도다. 내 말을 잘 들어 보라. 땅 위를 살고 숨 쉬고 기어 다니는 모든 생물 중에서 우리 인간은 가장 약하니라. 신들께서 우리에게 행운을 내려 주시고 다리가 날렵하고 유연할 때는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 신들께서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주실 때는 그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 내야 하느니라. 우리의 기분은 상제께서 매일 내리시는 시련에 달려 있도다. 나도 한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라고 여기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느니라. 그러나 형제들과 아버지의 사주를 받아 폭력과 권력 남용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도다. 누구도 옳은 것을 외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사람은 신들께서 무엇을 주시든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구혼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는지 보라. 재산을 낭비하고 곧 죽게 될 자의 아내를 존중하지도 아니하니 말이로다. 그는 곧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아주 곧! 신들께서 너를 집으로 인도하여 그가 돌아올 때 마주치지 않도록 하노라. 그가 이 연회장에서 구혼자들과 마주치면 피가 흐를 것이니라.”
그는 신들에게 달콤한 포도주를 바치고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암피노무스에게 건네었도다. 암피노무스는 잔을 받아들고는 마음이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집안을 서성였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위험을 감지하였으나, 그는 살 운명이 아니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가 강한 창을 든 태명에게 패배하도록 저주를 내리셨느니라. 암피노무스는 전에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도다.
회색 눈을 번뜩이는 지혜낭자께서는 생각에 잠긴 연로비에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셨도다. 구혼자들이 그녀를 보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욕망이 돛처럼 펼쳐지게 하고, 그러면 그녀의 아들과 남편이 그녀를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웃으며 하녀에게 이르되,
“에우리노메야, 내게 새로운 욕망이 생겼도다. 비록 내가 그들을 미워하나, 구혼자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도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충고도 해 주고 싶은데, 그 오만한 남자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함이로다. 그들은 말솜씨는 좋으나 속셈은 나쁘니라.”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얘야,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그러나 얼굴에 얼룩덜룩한 것이 묻은 채로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러 나가지 말고, 몸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느니라. 영원히 슬퍼할 필요는 없도다. 아들도 이제 다 컸도다. 너는 항상 신들에게 아들이 수염을 기른 어른이 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느니라.”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에우리노메야, 당신이 저를 걱정해 주시는 것은 알지만, 몸을 깨끗이 씻고 기름을 바르라고는 하지 마소서. 남편이 텅 빈 배를 타고 떠난 날, 신들께서 제 아름다움을 망쳐 놓으셨나이다. 가서 제 여종들인 히포다메이아와 아우토노에를 불러 주소서. 그들이 저와 함께 홀로 들어와야 하나이다. 저는 남자들을 혼자 만나러 가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니이다.”
그래서 노파는 가서 소녀들을 불렀도다. 지혜낭자의 눈은 계획으로 빛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하셨고, 연로비는 침대에 누워 관절이 이완된 채 잠이 들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신과 같은 힘을 주어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깜짝 놀라도록 만드셨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녀의 얼굴에 아프로디테가 은총의 여신들과 춤을 추기 전에 머틀 화관을 쓰고 화장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더하셨으며, 또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키를 크게 만드셨고, 피부는 상아보다 더 하얗게 만드셨도다.
여신이 떠나자 소녀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에 여왕은 잠에서 깼느니라. 그녀는 뺨을 만지며 이르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잠이 나를 감쌌도다. 아림 여신이 지금 당장 내게 고통 없는 죽음을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잘했던, 아카이아인 중 최고였던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내 삶을 허비하고 있느니라.”
그녀는 위층의 햇살 가득한 방에서 내려왔으며, 두 노비가 그녀와 함께 갔도다. 그녀는 구혼자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중앙 기둥 옆에 서서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렸느니라. 두 충실한 노비는 그녀의 양옆에 섰도다.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렸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그녀와 동침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느니라.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 태명에게 말을 걸되,
“태명아,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로다. 어렸을 때는 분별력이 있었으나, 이제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니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도다. 외국인이라도 금방 알아볼 정도이니라. 그런데도 판단력이 흐려졌도다. 손님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 집에 온 낯선 사람이 저렇게 모욕을 당하면 어쩌겠느냐? 자네는 망신을 당할 것이고, 명예가 실추될 것이로다!”
태명은 계산된 어조로 대답하되,
“어머니, 화내시는 것을 이해하나이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옳고 그름을 아나이다. 예전에는 아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나이다. 그 악랄한 구혼자들이 자꾸만 제 마음을 흔들고, 제 편은 아무도 없나이다. 낯선 남자와 거지 이루스의 싸움은 그들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아니하였나이다. 낯선 남자가 훨씬 강하였나이다. 아버지 상제시여! 아로왕이시여! 지혜낭자시여! 우리 집의 구혼자들이 모두 매를 맞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집 안의 남자든 밖에 있는 남자든 모두 그렇게 하소서. 이루스처럼 문 밖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술에 취한 듯 서 있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소서. 그의 몸은 너무 허약하나이다.”
그러자 에우리마코스가 입을 열어 이르되,
“오, 연로비 여왕이시여! 위대한 이카리우스의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시여! 만약 모든 그리스인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당신의 집에는 훨씬 더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들 것이니이다. 아름다움과 체격, 그리고 균형 잡힌 마음씨에 당신만큼 뛰어난 여인은 없기 때문이니이다.”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아니요, 불멸의 신들께서 이백오십 년 전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향하던 날, 제 외모를 망쳐 놓으셨나이다. 제 남편 오지수 또한 그들과 함께 갔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명예와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슬픔에 짓눌려 있나이다. 어떤 악령이 제게 온갖 고통을 안겨 준 것 같나이다. 남편이 이탁도를 떠날 때, 제 손목을 잡고 오른손을 쥐고 이르되, ‘여보, 우리 갑옷 입은 그리스인들이 모두 토래성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소. 토래성 사람들은 화살과 창에 능하고, 빠른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런 전차는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하더이다. 어떤 신이 저를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르고, 아니면 토래성에서 포로로 잡힐지도 모르오. 저도 모르겠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하오. 부모님은 지금보다, 아니 제가 떠난 지금 더욱더 잘 보살펴 드려야 하오. 그리고 우리 아들 수염이 다 자라면, 당신은 아무 남자와 결혼해야 하오. 당신이 선택하고 집을 떠나시오.’ 이것은 내 남편의 말이었도다. 때가 왔느니라. 결혼해야 할 밤이 다가왔도다. 끔찍하도다! 저주받았구나! 상제께서 내 행복을 빼앗아 가셨느니라. 또 다른 쓰라린 생각이 나를 짓누르느니라. 이렇게 품위 있는 여자, 그것도 부잣집 아내에게 구애하며 그녀의 손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들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찐 양과 소를 가져와야 하고, 좋은 선물을 주어야 하느니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먹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견뎌 온 오지수는 아내가 몰래 선물을 준비하고 예쁜 말로 그들을 매혹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도다. 아내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말이로다. 안태우가 이르되,
“현명한 연로비여, 그리스인들이 가져오는 선물은 모두 받으소서.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이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중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 농장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아니할 것이니이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하인들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도다. 안태우는 순금 브로치 열두 개가 박힌 화려한 수놓은 옷을 가져왔으며, 에우리마코스는 햇빛처럼 반짝이는 호박 구슬이 박힌 정교한 금 목걸이를 선물하였느니라. 두 노비는 에우리다마스에게서 귀걸이를 가져왔는데, 아름답게 반짝였고 각각 열매처럼 생긴 세 개의 송이가 달려 있었도다. 피산더의 노비는 정교하게 만든 아름다운 초커를 가져왔으며, 모든 구혼자들이 각기 다른 선물을 주었느니라. 왕비는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노비들은 화려한 선물들을 들고 갔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춤을 구경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해 돌아왔으며, 그들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즐거워하였도다. 그들은 잘 말린 나무와 갓 자른 나무를 섞어 큰 홀 전체를 밝히기 위해 세 개의 화로를 켰느니라. 인내심 많은 오지수의 여종들이 돌아가며 화로에 불을 붙였도다.
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르되,
“여종들아! 너희 주인 오지수는 오래전에 떠났느니라. 돌아가서 왕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해 주어라. 실을 잣거나 양털을 빗어라. 나는 이 사람들에게 불을 밝혀 줄 수 있느니라. 만약 그들이 밝은 새벽이 아름다운 왕좌에 앉을 때까지 여기에 머물기로 한다면, 나는 굴복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강하니라.”
그러자 소녀들은 서로를 힐끗힐끗 보며 낄낄거렸도다. 돌리우스의 딸인 예쁜 멜란토는 연로비 왕비의 손에서 자라 장난감을 받고 친딸처럼 대접받았으나, 멜란토는 연로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에우리마코스와 동침하였느니라. 그녀는 오지수를 모욕하고 조롱하기 시작하되,
“가엾은 늙은 이방인아! 미쳤구나! 대장간이나 공동 대피소에서 자고 싶지도 않았으면서, 여기 와서 남자들 무리 앞에서 거만하게 떠들어대다니! 무섭지도 아니하냐?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간 것이냐, 아니면 늘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하는 것이냐? 이루스를 이긴 것이 너를 미치게 만든 것이냐? 그 거지 자식 때문에? 조심하라, 곧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 네 얼굴을 후려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 집에서 쫓겨나게 할지도 모르느니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이 비열한 년아! 곧 태명에게 가서 네 말을 다 일러줄 터이니! 그러면 태명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로다!”
그 말에 여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으며, 그들은 오지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집 안 곳곳으로 흩어졌도다. 오지수는 화로 옆에 서서 불을 계속 밝히며 모든 구혼자들을 바라보았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곧 실행될 계획을 세웠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통이 자리 잡기를 바라셨으며,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도록 부추기셨느니라.
에우리마코스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려고 조롱하되,
“자, 구혼자들아! 내 직감으로는 이 남자는 어떤 신의 뜻에 따라 오지수의 집에 온 것 같소. 등불 아래에서 그의 머리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완전히 대머리라서 그런가 보군!”
그러고 나서 그는 돌아서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묻되,
“나그네여, 내가 사람을 고용한다면,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나를 위해 일하겠소? 당신이 키 큰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을 수 있다면, 분명히 보수를 받을 것이고, 나는 당신에게 일 년 내내 식사와 옷, 신발까지 제공해 줄 것이오. 그러나 자네는 악행에만 능숙하오. 일할 의지도 없고, 구걸하며 돌아다니면서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는 것만 좋아하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에우리마코스여, 봄날, 해가 길어지는 초원에서 우리 둘이 낫질 시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너처럼 완벽한 곡선의 낫을 갖고 있겠지. 풀도 무성하고, 우리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의 솜씨를 겨뤄 볼 수 있을 것이로다. 아니면 잘 먹고 잘 자란, 힘도 좋고 쟁기질하는 힘도 똑같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좋은 땅 사 에이커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반듯한 고랑을 만들 수 있는지 네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상제 신께서 내일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신다면, 내가 청동으로 만든 창 두 자루와 방패, 투구를 쓰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습을 네가 보게 될 것이로다. 그때는 내 배를 향해 욕설을 퍼붓지 못할 것이니라. 너는 공격적인 척하고, 천민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러나 만약 오지수가 나타난다면, 꽤 넓은 문들이 도망치려 애쓰는 동안에는 너무 좁게 느껴질 정도일 것이로다.”
분노에 찬 에우리마코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 비열한 거지 자식아! 우리 모두 앞에서 잘난 척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겁먹어야지! 술에 취해서 멍청해진 것이냐, 아니면 늘 헛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냐? 아니면 거지 이루스를 이겼다고 우쭐대는 것이냐!”
그러고는 오지수에게 발판을 던졌도다. 오지수는 두려움에 떨며 암피노무스 뒤로 숨었으며, 발판은 술을 따르던 노비 소년의 오른손에 맞았고, 술병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느니라. 소년은 먼지 속에 쓰러져 신음하였도다. 구혼자들의 외침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느니라.
“이 외국 떠돌이가 여기 오기 전에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지들과의 시비 때문에 연회가 망쳐지고 있구나! 즐거운 저녁을 망치고 있도다! 이 어리석은 소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구나!”
태명이 위엄 있게 이르되,
“존경하는 영주님들이여!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니이다. 아마도 너무 잘 드셨거나, 아니면 어떤 신이 여러분을 감동시키신 것 같나이다. 이제 저녁 식사는 끝났으니, 편하실 때 집으로 돌아가 주무소서. 제가 여러분을 쫓아내지는 아니하겠나이다.”
그들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놀라 입술을 깨물었도다. 니수스의 유명한 아들이자 아레티아스 신의 손자인 암피노무스가 그들 모두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그가 한 말은 옳으니 아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느니라. 낯선 사람이나 위대한 오지수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을 학대하지 말라. 소년이 잔에 포도주를 채우도록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자. 태명이 그 낯선 사람을 돌볼 것이니라. 어쨌든 그 거지는 그의 집에 온 것이니라.”
그들은 동의하였도다. 암피노무스가 둘리키움에서 데려온 노비 몰리우스는 그들 모두를 위해 포도주를 섞어 나눠 마셨느니라. 그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운을 북돋는 포도주를 홀짝였으며, 충분히 마신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제19권 여왕과 거지==
오지수는 홀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죽일 계책을 세웠다. 말이 빠르게 오가니,
「태명아, 무기를 가져와 숨겨야 한다. 구혼자들이 무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너에게 묻더라도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 내도록 하라. ‘그을음 때문에 무기가 손상되었다. 오지수 왕이 토래성으로 떠날 때에는 무기의 금속이 반짝거렸으나, 지금은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보관하였다. 또한 어떤 영이 내게 경고하기를, 너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다투면 서로 다치게 되어 연회와 구혼에 먹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기는 사람을 싸움으로 이끌 수 있다.’」
태명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였다. 그는 명숙를 불러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무기를 창고로 옮기는 동안 여인들은 방에 가두어 두어라.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떠나신 후로 무기가 더러워졌다. 연기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
자애로운 유모가 대답하되,
「얘야, 네가 집안일을 모두 맡고 재산을 잘 지키면 좋겠다. 누가 횃불을 가져와야 하겠느냐. 노비들은 네 앞에 걸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아니하였더냐.」
오지수가 이르되,
「이 낯선 사람이 하겠노라. 내 빵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멀리서 왔더라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하느니라.」
유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홀 안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오지수와 그의 총명한 아들은 벌떡 일어나 투구와 징 박힌 방패, 뾰족한 창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황금 등불을 들고 그들 곁에 서서 장엄한 빛을 비추었다.
태명이 말하되,
「아버지, 제 눈이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궁전의 벽과 아름다운 전나무 서까래와 가로대, 그리고 높은 기둥들이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옵니다. 하늘에서 어떤 신이 이 집에 계신 것이 틀림없나이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쉿, 더 이상 질문하지 마라. 생각을 정리하라. 이것이 오림산의 신들이 하는 일이다. 자, 이제 자러 가라. 나는 여기 남아서 여종들과 네 어머니를 괴롭히고, 울게 만들고, 내게 질문하게 할 것이다.」
태명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로 밝혀진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갔다. 잠이 들었고, 그는 새벽까지 그곳에 누워 있었다. 오지수는 복도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어떻게 없앨지 계속 모의하였다.
그때, 정신이 맑아진 왕비가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방에서 내려왔다. 노비들이 그녀가 늘 앉던 의자를 불 옆으로 끌어왔다. 그 의자는 이크말리우스가 상아와 은으로 상감 세공한 것으로, 발받침까지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커다란 양털이 의자 위에 깔렸고, 연로비는 생각에 잠긴 채 앉았다.
팔이 하얀 노비 소녀들이 와서 빵 더미와 탁자, 그리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마셨던 잔들을 치웠다. 그들은 화로의 불씨를 바닥에 던지고, 불과 온기를 위해 화로 안에 새 장작을 쌓아 올렸다.
이때 멜란토가 오지수를 다시 꾸짖되,
「이봐, 낯선 사람아. 밤에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 여인들을 엿보고 계속 문제를 일으킬 셈이냐. 나가라, 이 부랑자야.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안 그러면 곧 횃불을 맞을 것이다. 어서 가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계산적인 말을 내뱉되,
「미쳤구나. 이 어리석은 아가씨야, 어찌하여 나에게 화를 내느냐. 내가 더럽고 누더기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한다고. 어쩔 수 없느니라. 노숙자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느니라. 나도 한때 집이 있었고, 부유하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거지들에게도 자주 베풀었지. 누구든 찾아오면 도와주고, 신분에 상관없이 말이다. 노비 소녀들도 많았고, 우리가 부라고 여기는 모든 것을 누렸다. 행복한 삶이었느니라. 상제가 내 인생을 망쳐 놓았다. 분명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아가씨야, 네 주인님이 화를 내거나 오지수가 오더라도 다른 노비 소녀들 사이에서 네가 가진 지위를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 수도 있으나, 만일 그가 죽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아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아폴론 신께 감사해야겠구나. 그는 여기 여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제 다 컸으니까.」
연로비는 경계심을 갖고 듣고 있다가 이제 노비를 꾸짖기 위해 입을 열되,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것아. 어찌 감히.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다 안다. 그 건방진 표정을 지워라. 내가 직접 말했듯이, 이 낯선 사람을 홀에 붙잡아 두고 남편이 실종된 것에 대해 캐물을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었지 아니하냐. 나는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고는 에우리노메에게 이르되,
「의자를 가져와서 방석을 놓아라. 이 낯선 사람이 앉아서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여인은 윤이 나는 나무 의자를 가져와 방석을 놓았다. 오지수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았고, 신중한 연로비가 대화를 시작하되,
「낯선 분이시여, 먼저 어떤 가문 출신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누구시며, 고향은 어디이옵니까.」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세상 어떤 인간도 당신을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영광은 하늘에까지 닿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법으로 강대한 백성을 다스리던 거룩한 왕의 딸임이 틀림없나이다. 그의 통치 덕분에 검은 땅에는 밀과 보리가 자랐고, 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했으며, 양들은 새끼를 낳았고, 바다는 물고기를 제공했으며, 백성들은 번성하였나이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으나, 제 가족이나 고향에 대해서는 묻지 마십시오. 그 기억은 제 마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슬픔에 잠긴 사람이옵니다. 남의 집에 앉아 슬퍼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이다. 노비들이나 심지어 당신조차도 제가 술에 취해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불멸의 신들이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던 날, 그리고 제 남편 오지수가 그들과 함께 떠났던 날, 제 힘과 아름다움을 없애 버렸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아름다움과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터이나, 지금 저는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저를 망쳐 놓은 것 같사옵니다. 사메, 둘리키움, 자킨토스 등 모든 섬의 영주들과 이탁도에 사는 사람들이 저에게 구애를 하고 있나이다. 저는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옵니다. 게다가 제 집안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나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자들을 상대할 수가 없나이다. 오지수가 너무 그리워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사옵니다. 구혼자들은 저를 결혼시키려 하나 저는 계략을 꾸미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제게 베틀에 베틀을 놓고 길고 고운 천을 짜라고 시켰나이다. 그래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오지수는 죽었으나, 제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 결혼을 청하지 말아 주소서’라고 말하였나이다. 라에르테스가 죽으면 수의를 입혀야 한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아르고스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얻은 사람이 수의 없이 누워 있다면 말이다. 그들은 동의하였나이다.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풀었나이다. 삼 년 동안 그들을 속였나이다. 오랜 시간과 날들, 그리고 달들이 흘러갔나이다. 그러다 사 년째 되던 해, 변덕스럽고 개 같은 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와서 나를 붙잡았나이다. 그러자 그들은 항의하며 소리쳤고, 나에게 수의를 완성하라 강요하였나이다. 이제 더 이상 꾀가 없고, 결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나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있고, 내 아들은 이 남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을 알고 질려 있나이다. 이제 그는 상제가 축복한 집을 관리할 능력이 충분히 생겼나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혈통을 밝혀야 하나이다. 당신은 동화처럼 바위나 나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라.」
속임수의 달인이 대답하되,
「위대한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의 아내시여, 어찌하여 자꾸 제 가족에 대해 묻나이까. 꼭 말해야 한다면 말하겠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제 모든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나이다. 저처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래도 당신이 묻는 것을 말해 드리겠나이다. 제 고향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비옥한 섬 크레타입니다. 그곳에는 구십 개의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셀 수도 없나이다. 언어도 섞여 있고, 아카이아인, 크레타 토착민, 그리고 장발의 도리아인과 펠라스기인들이 살고 있나이다. 그곳에는 상제의 측근이었던 미노스가 구 년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웅장한 도시 크노소스가 있나이다. 제 아버지는 그의 아들인 용감한 데우칼리온이었고, 그의 또 다른 아들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항해했던 이도메네우스였나이다. 제 이름은 아이톤이고, 저는 그의 동생이옵니다. 크레타에서 나는 오지수를 만나 그에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는 말레아에서 폭풍에 휘말려 토래성을 그리워하였으나 크레타로 오게 되었나이다. 그는 간신히 바람을 피해 암니소스의 에일레이티아 동굴 곁에 배를 정박하고 피난처를 찾았나이다. 그는 마을로 올라와 내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는데, 그는 오지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이도메네우스는 열흘 전에 토래성에 도착해 있었나이다. 나는 그와 그의 선원들을 안으로 맞아들여 극진히 환대하였나이다. 우리의 식량은 풍족하였고, 나는 백성들에게 보리와 적포도주, 그리고 도축할 황소를 가져오게 하여 그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나이다. 그 고귀한 그리스인들은 열두 날 동안 머물렀나이다. 강한 북풍이 불어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였나이다. 너무 강한 바람에 사람은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나이다. 분명 어떤 악령이 그들을 저주하려고 바람을 불러낸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셋째 날, 바람이 잦아들었고,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그의 거짓말은 진실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제피로스가 산봉우리에 흩뿌리는 눈처럼 녹아내렸다. 에우루스가 그 눈을 녹이면 강물이 불어나 다시 흐르는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뺨도 눈물로 범람하였다.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 울었다. 오지수는 마음속으로 슬픔에 잠긴 아내를 가엾게 여겼으나, 눈빛은 뿔이나 쇠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굳게 유지하였으며,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울다가 다시 입을 열되,
「나그네여, 당신이 말한 대로 내 남편과 그를 따라온 사람들을 당신 집에 맞아들였는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의 옷차림과 생김새,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어떠하였는지 묘사해 보시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부인,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그가 방문한 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옵니다. 벌써 이십 년이나 지났나이다. 그러나 제 기억 속의 모습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왕 오지수는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장포는 정교하게 조각된 금 브로치로 고정되어 있었고, 브로치에는 핀이 두 개씩 달려 있었나이다. 앞발에는 얼룩무늬 새끼 사슴을 꽉 물고 있는 개가 있었나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진 개가 어떻게 새끼 사슴을 물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새끼 사슴이 어떻게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 하는지 신기해하였나이다. 그의 흰색 튜닉은 마른 양파 껍질처럼 부드럽고 햇빛처럼 반짝였나이다. 많은 여인들이 그 옷에 감탄하였나이다. 그러나 그가 이 옷들을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선원이나 손님 친구가 배에서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나이다. 오지수는 그의 가치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많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나이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청동 검과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 그리고 술 장식이 달린 튜닉을 선물하였나이다. 그가 배에 오를 때 저는 그를 영광스럽게 배웅하였나이다. 그에게는 에우리바테스라는 시종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고, 검은 피부에 둥근 어깨,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그의 선원들 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아버지와 잘 맞았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은 그녀의 슬픔을 더욱 깊게 하였다. 그녀는 그가 증거로 남겨 둔 흔적들을 알고 있었기에 흐느껴 울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는 이르되,
「전에는 당신을 불쌍히 여겼으나, 이제 당신은 손님이자 존경받는 친구이옵니다. 당신이 말한 그 옷들을 제가 그에게 주었나이다. 창고에서 꺼내 접어서 브로치를 달아 주었나이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를 집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에빌리움이라는 마을로 떠났을 때 저주가 그 배에 실렸나이다. 그 마을 이름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나이다.」
그는 날카롭게 대답하되,
「폐하, 오지수의 아내시여, 아름다운 피부를 눈물로 더럽히고 남편을 애도하며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나이다. 어떤 여자라도 자식을 낳아 준 남편을 잃으면 슬퍼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 남편처럼 신과 같은 영웅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울음을 그치소서. 제 말을 들어보소서. 확실한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오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나이다. 그는 살아 있고, 이곳 근처 테스프로티아에 있나이다. 그는 온갖 고생 끝에 많은 보물을 모아 집으로 가져오고 있나이다. 그는 트린아키아를 떠날 때 배를 잃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치하였나이다. 태양신과 상제는 오지수의 부하들이 태양의 소떼를 죽였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하였나이다. 그래서 그 부하들은 모두 파도에 휩쓸려 죽었으나, 오지수는 키에 매달려 신들의 사촌인 페아키아인들의 땅에 표류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고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썼나이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에 왔어야 했으나, 더 많이 여행하고 더 큰 부를 축적하기로 결심하였나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윤을 잘 내는 사람이 바로 그이옵니다. 테스프로티아의 왕 페이돈이 제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나이다. 그는 제물을 바치며 이미 배가 진수되었고 선원들도 모두 준비되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맹세하였나이다. 그러나 페이돈은 먼저 제게 작별 인사를 하였나이다. 마침 그들의 배 한 척이 보리가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오지수가 얻은 보물을 제게 보여 주었는데, 그의 자손과 손자 손녀를 십 대에 걸쳐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양이었나이다. 페이돈은 오지수가 도도나로 가서 바스락거리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에게 상제가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장하고 돌아갈지 조언을 구하였다고 말하였나이다. 제가 말씀드리건대, 그는 무사하며 가까이에 있나이다. 그는 고향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오래 떠나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높고 위대한 신인 상제와 제가 피난처로 삼고 있는 화로에 맹세하나이다.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이 음력 달, 즉 초승달과 보름달이 차오르는 사이에 오지수가 올 것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당신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에게 즉시 보답을 하고,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행운을 알게 될 만큼 따뜻한 환대를 베풀겠나이다. 사실, 제 생각에는 오지수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아무도 당신을 정중하게 배웅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정중하게 배웅해 줄 주인이 여기 없나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자, 노비들아, 그를 씻기고 매트리스와 양모 담요, 깨끗한 새 시트를 깔아 침대를 만들어 새벽이 황금빛 왕좌에 오를 때까지 따뜻하게 해 주도록 하라. 그리고 목욕시키고 기름을 발라 내 아들 옆 홀 안에 앉히고 음식을 대접하라. 이 사람들 중에 누가 우리 손님을 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은 큰일 날 것이다. 아무리 분노해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그네여, 당신이 누더기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로 내 집에 갇혀 있었다면, 내가 다른 모든 여인들보다 총명하다는 증거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나이까. 인간의 수명은 짧지 아니한가. 만일 우리가 잔인하다면,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저주할 것이고, 죽은 후에는 조롱할 것이다. 고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하나이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이르되,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나는 흐리고 산이 많은 크레타 섬에서 노를 저어 나온 날부터 담요와 깨끗한 고급 침대 시트를 싫어하게 되었나이다. 나는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보냈던 것처럼, 거친 침상에 누워 밝은 새벽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발을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당신 집의 여종들이 내 발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다만 나와 같은 비통함과 슬픔을 겪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늙은 여종이 있다면, 그녀가 내 발을 만져도 괜찮을 것이다.」
연로비는 생각에 잠겨 이르되,
「손님, 말씀 참 좋으시옵니다. 이전에 외국에서 우리 집에 온 손님 중에 이렇게 꼼꼼하신 분은 없었나이다. 제게는 현명한 노부인이 한 분 계시는데, 제 남편을 키우신 분이옵니다. 갓난아기였던 남편을 처음으로 어머니 품에 안으셨지요. 몸이 많이 약하시나, 손님 발을 씻어 드릴 수는 있나이다. 자, 명숙여, 일어나서 주인님 동갑내기를 씻겨 드리렴. 오지수도 이제쯤이면 이렇게 늙고 주름진 발과 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고난을 겪으면 빨리 늙어버리느니라.」
늙은 노비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되,
「오, 얘야. 이제 나는 너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상제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미워하였지. 네가 그토록 신을 경외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어떤 인간도 천둥의 신에게 너처럼 많은 허벅지 뼈를 태우거나 그토록 많은 제물을 바치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편안한 노년을 맞이하고 아들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도하였지. 그런데 이제 너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 불쌍한 오지수가 이방 왕궁에 머물 때면, 이 못된 여인들이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여인 노비들이 그를 조롱하는 것 같구나. 너는 학대를 피하려고 씻겨 주기를 거부하였지.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가 나에게 너를 씻겨 주라 하였느니라. 마지못해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씻겨 주겠노라. 너는 내 마음을 움직이느니라. 자, 잘 들어 보렴. 많은 낯선 사람들이 이곳에 곤경에 처해 왔으나, 나는 몸과 목소리, 발걸음이 내 주인님과 그토록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느니라.」
그는 영리하게 대답하되,
「노파여, 우리 둘을 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많이 닮았다고 하나이다. 당신은 그 닮은 점을 알아차리신 예리하시구나.」
그러자 노파는 발을 씻는 데 쓰는 반짝이는 가마솥을 가져와 물을 가득 채웠다. 찬물을 많이 넣고 뜨거운 물은 조금 넣었다. 오지수는 난로 옆에 앉아 어둠을 향해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자신을 만지면 흉터를 느끼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노파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주인을 씻겨 주었다. 갑자기 그녀는 흉터를 느꼈다. 오래전 파르나소스 산에서 흰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가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그는 외가 사촌들과 할아버지인 고귀한 아우톨리쿠스와 함께 그곳에 갔는데, 아우톨리쿠스는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고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헤르메스는 그가 자신에게 많은 제물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이 재능을 주었다.
훨씬 이전, 아우톨리쿠스는 딸의 아기를 보러 이탁도에 갔는데, 명숙가 갓난아기를 할아버지 무릎에 앉히고 말하되,
「이제 손자의 이름을 지어 주소서. 이토록 바라던 아기의 이름을요.」
아우톨리쿠스는 부모에게 이르되,
「이렇게 이름을 지어 주시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미워한다. 그러니 아이의 이름을 ‘오지수’라고 지어 주시오.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면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그의 친정집으로 오게 하시오. 내가 그에게 보물을 주고 기쁨으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소.」
오지수는 자라서 선물을 받으러 그곳에 왔다. 그의 사촌들과 아우톨리쿠스는 그를 껴안고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넸다. 그의 할머니 암피테아는 덩굴처럼 그를 껴안고 그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춤하였다.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 지시하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여 오 년 된 황소를 데려와 가죽을 벗기고, 토막 내어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워 나누어 먹었고, 모두가 똑같은 양을 받았다. 그들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 온종일 잔치를 벌였다.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였다.
이른 새벽, 발그레한 손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과 개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오지수도 함께 갔다. 그들은 파르나소스 산의 가파르고 숲이 우거진 비탈길을 올라 바람이 휘몰아치는 골짜기에 이르렀다. 사냥꾼들이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 태양이 잔잔하게 흐르는 대양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개들은 발자국을 찾으며 앞서 달려갔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이 뒤따라왔고, 오지수는 개들 곁에 바짝 붙어 긴 창을 휘두르며 따라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멧돼지가 숨어 있었다. 그 은신처는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아 주었고,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곳도, 비도 들어올 수 없었다. 안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멧돼지는 발소리를 들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멧돼지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털을 곤두세우고 불꽃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들 옆에 섰다. 오지수가 먼저 달려들어 긴 창을 꽉 쥐었다. 그가 공격하려 하자 멧돼지가 먼저 무릎 위를 공격하였고, 옆으로 돌진하며 송곳니로 살점을 크게 뜯어 냈으나 뼈까지는 닿지 아니하였다. 오지수는 멧돼지의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혔고, 창은 그것을 꿰뚫었다. 멧돼지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졌다. 그의 생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은 분주히 움직여 위대한 오지수가 입은 상처를 능숙하게 싸매고, 주술로 검은 피를 멈추게 한 다음, 그를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는 값진 선물을 주고 곧바로 이탁도로 돌려보냈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그의 부모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상처를 어떻게 입었는지 물었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하얀 어금니에 다리를 찔렸다고 말하였다.
늙은 여종은 그의 다리를 잡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그 상처에 다가와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의 다리를 물통에 떨어뜨렸다. 물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자 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녀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그의 수염을 만지며 이르되,
「당신은 오지수시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나의 주인님이여. 다리를 만져 보기 전까지는 당신이신 줄 몰랐나이다.」
그녀는 연로비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남편임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연로비는 뒤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오지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속삭이되,
「유모여, 어찌하여 나를 해치려 하느냐. 당신은 내게 젖을 먹여 주었지 아니하냐. 이십 년 동안의 고통 끝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알아차렸구나. 신이 당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나 보구나. 침묵을 지켜라.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신이 나를 도와 구혼자들을 물리친다면, 당신도 예외 없이 죽일 것이다. 당신은 내 유모였으나 말이다.」
명숙는 계산적으로 대답하되,
「얘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 마음은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아니하느냐. 돌이나 쇠처럼 강인할 것이다. 약속 하나만 해 주마. 네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면 궁궐에서 누가 너를 모욕하는지, 누가 죄 없는지 알려 주겠노라.」
오지수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이르되,
「유모여, 어찌하여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냐.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겠노라. 이제 조용히 하라. 미래는 신들에게 맡기자.」
늙은 유모는 빨래물을 더 길어 오러 갔다. 남은 물은 모두 쏟아졌다. 유모는 오지수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고, 오지수는 다시 의자를 끌어당겨 불 옆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헝겊으로 흉터를 가렸다.
그리고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되,
「낯선 이여, 작은 질문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곧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달콤한 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낮에는 끊임없는 슬픔 속에서도 제 일과 시녀들의 일에 집중하나이다. 그러나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들면 저는 침대에 누워 울면서 고통에 압도당하나이다. 걱정과 슬픔이 제 마음을 가득 채우나이다. 마치 봄이 오면 창백한 회색 나이팅게일이 아름답게 노래하며, 나무에 무성한 잎들 사이에 앉아 제토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랑하는 아들 이틸루스를 애도하며 소리의 교향곡을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하게 청동으로 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 마음도 두 갈래로 갈라지나이다. 아들 곁에 남아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제 재산, 여종들, 그리고 큰 저택을 그대로 두어 아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까요. 내 남편의 침대와 사람들의 말에 신경 써야 할까요. 아니면 구혼자들 중 가장 괜찮고 선물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남편 집을 떠날 수 없었나이다. 남편이 허락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이제 아들이 다 커서 남편은 제가 떠나기를 재촉하나이다. 자기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사옵니다. 자, 제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꿈에서 거위 스무 마리가 강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기뻤나이다. 그때 뾰족한 부리를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산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거위들의 목을 부러뜨리고 죽였나이다. 저는 꿈속에서 엉엉 울었나이다. 여인들이 제 주위에 모여들었고, 저는 독수리가 제 거위들을 죽였다고 울었나이다. 그때 독수리가 다시 나타나 튀어나온 지붕 들보에 앉아 제 슬픔을 달래려고 사람 말로 말하였나이다. ‘연로비, 위대한 여왕이시여, 기운 내십시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꿈속에서 거위들이 구혼자들을 상징하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한때 독수리였으나 이제는 당신의 남편입니다. 저는 그들을 잔혹하게 처단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위들이 전처럼 여물통 옆에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지혜로운 것으로 유명한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되,
「여인이여, 그 꿈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낼 방법은 없나이다. 오지수 자신이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이미 말하였나이다. 모든 구혼자들의 파멸을 의미하나이다. 아무도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없나이다.」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는 이르되,
「낯선 이여, 꿈은 혼란스럽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꿈의 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뿔로,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나이다. 상아로 만든 문은 속임수로 가득 차 있고, 그 이야기는 거짓으로 끝나나이다. 윤이 나는 뿔로 만든 문을 통과하는 꿈은 이루어지나이다. 그러나 제 이상한 꿈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저와 제 아들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터이나 말입니다. 오지수의 집에서 저를 데려갈 운명의 날이 오고 있나이다. 저는 그의 도끼로 시합을 할 것입니다. 그는 도끼들을 배의 지지대처럼 일렬로 세워 놓고 멀리서 화살을 쏴서 열두 자루를 모두 꿰뚫었나이다. 저는 이 시합을 구혼자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활시위를 가장 빨리 당겨 열두 자루의 도끼를 모두 꿰뚫는 자가 저를 차지할 것이고, 저는 그를 따를 것입니다. 저는 이곳, 이 아름다운 집, 제 결혼 생활을 했던 이 집, 풍요와 삶으로 가득했던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는 꿈속에서라도 이 집을 기억할 것입니다.」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는 이르되,
「존경하는 아내여,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이 시합을 미루지 마십시오. 그들은 활을 다루느라 허둥대며 활시위를 당기거나 화살을 쏘기도 전에, 모든 것을 계획한 오지수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으니 이르되,
「손님, 만일 당신이 앉아서 저를 즐겁게 해 주신다면, 저는 절대 잠들고 싶지 않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깨어 있을 수 없나이다. 불멸의 신들이 필멸의 인간이 지상에서 하는 모든 일에 적절한 시간을 정해 놓으셨나이다.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제 침대에 누우겠나이다. 그 침대는 슬픔의 침대이옵니다. 남편이 에빌리움이라는,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마을로 떠난 후로 제가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나이다. 저는 거기에 누울 터이니, 당신은 이 집에서 주무시오. 바닥에 담요를 깔거나 노비들에게 침대를 만들어 달라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여종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울었고, 마침내 예리한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눈에 달콤한 잠을 안겨 주었다.
==제20권 마지막 연회==
오지수는 아직 손질하지 아니한 소가죽 위에 몸을 뉘이고, 구혼자들이 바친 양털을 쌓아 올렸다. 에우리노메가 두터운 담요를 덮어 주었으나, 그는 누워 있으면서도 잠들지 못하였다. 그 마음속에는 구혼자들을 어찌 죽일까 하는 깊은 계책이 가득 차 있었다.
이때 구혼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였던 여인들이 낄낄거리며 기뻐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 흩어지니, 오지수의 가슴은 분노로 타올랐다. 저들을 지금 당장 달려들어 모조리 베어 버릴까, 아니면 저 오만한 무리들로 하여금 이 밤을 무사히 보내게 둘까. 어미 개가 낯선 사내를 보고 새끼를 지키려 으르렁거리듯, 그의 심장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에게 이르되,
「내 심장이여, 더욱 굳세어라. 저 외눈박이 거인이 네 건장한 동료 스무 명을 잡아먹던 날, 너는 이보다 더한 시련을 겪었으되, 끝내 침착함을 잃지 아니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동굴을 빠져나오지 아니하였더냐. 그때 너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거늘.」
그의 심장은 굳건히 버티었으나, 몸은 마치 기름과 피로 가득 찬 소시지를 불 위에 돌리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부림쳤다. 거대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그는 소시지가 어서 익기를 갈망하듯, 홀로 수많은 구혼자들을 어찌 물리칠까 하여 밤새도록 고민하였다.
이때 지혜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머리맡에 나타나 이르되,
「불운한 사람이여, 어찌하여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있느냐. 이곳은 네 집이며, 안에는 네 아내와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들이 있지 아니하냐.」
영리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말씀하신 바가 모두 진실이로소이다. 그러나 저는 홀로 항상 떼 지어 다니는 저 건방진 자들을 어찌 공격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가장 큰 두려움은 이것입니다. 만일 여신과 상제께서 저를 도와 저들을 죽이신다 한들, 그 뒤에는 어찌하여야 하오리까. 어디로 도망쳐 그 벌을 피할 수 있사오리까. 부디 가르쳐 주소서.」
지혜의 여신이 눈을 번뜩이며 이르되,
「참으로 고집이 세구나. 범인들은 약한 필멸의 친구조차 믿거늘, 하물며 나는 여신으로서 네가 수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줄곧 너를 지켜 오지 아니하였더냐. 설령 우리가 매복을 당하여 우리를 죽이려는 오십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너는 빠져나와 그들의 양과 소를 훔치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이제 잠자리에 들라. 밤새도록 경계를 서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라. 머지않아 너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오지수영.」
이렇게 이르고 여신은 그의 눈에 잠을 흠뻑 부어 준 뒤 오림산으로 날아갔다. 잠이 그를 감싸 안아 긴장을 풀고 근심을 잊게 하였다.
한편 그의 충실한 아내는 잠 못 이루어 부드러운 베개에 기대어 앉아 울고 있었다. 흐느낌이 잦아들자 그녀는 기도를 올리되,
「오 아림여, 위엄 있는 여신이시여, 상제의 따님이시여. 부디 제 심장에 화살을 꽂아 지금 당장 저를 죽이시거나, 혹은 바람 한 줄기가 저를 휩쓸어 안개 낀 구름 너머로 데려가 대양의 물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날려 보내 주시옵소서. 마치 신들이 판다레우스의 딸들을 죽이고 고아로 남겨 둔 뒤, 산들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프로디테는 그들을 도와 꿀과 치즈와 부드러운 포도주를 주었고, 헤라는 다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움과 지혜를 주었으며, 아림는 그들의 키를 크게 하였고, 지혜의 여신은 모든 수공예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뒤 아프로디테가 오림산으로 올라가 천둥의 신 상제께 소녀들에게 좋은 혼인을 허락해 달라 청하였으나, 하르피아들이 그들을 납치하여 잔혹한 복수의 여신들을 섬기게 하였나이다. 신들이 저를 그들처럼 멸망시키소서. 아니면 아림여, 저를 죽여 주소서.」
오지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찮은 남편을 기쁘게 해 주고 싶지 아니하다. 온종일 슬픔에 잠겨 울다가 밤에 잠들면 모든 것을 잊는다면 그 고통은 견딜 만하거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악몽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어젯밤에는 전쟁터로 떠날 때의 그 남자와 똑같은 이가 제 곁에 누워 있었나이다. 제 마음이 기쁘더니, 꿈이 아니라 환상 같았나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황금빛 새벽이 밝아 왔다. 오지수는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아내가 자기 머리맡에 서 있는 줄 알고, 벌써 자신을 알아본 줄로 여겼다. 그는 잠잘 때 덮었던 장포와 양털을 가져와 궁궐 안 의자에 놓고, 소가죽은 밖으로 내어 안뜰에 둔 뒤 팔을 들어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여, 신들이여. 당신들이 나를 일부러 육지와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데려오셨고,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겨 주셨다면, 집 안에서 누군가 길조의 말을 전하게 하시고, 상제여, 밖에서도 또 다른 징조를 보여 주소서.」
지혜의 신 상제가 그의 말을 듣고 구름 위 높은 오림산에서 천둥을 쳤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이때 근처 집 안에서 밀을 빻는 여인이 길조의 말을 하였다. 열두 명의 노비가 왕을 위해 밀과 보리를 빻는 맷돌을 돌리고 있었는데, 나머지 노비들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고, 가장 약한 노비 한 명만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맷돌을 멈추고 말하되,
「상제여, 신들과 인간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을 치셨으니, 이는 누군가를 위한 징조이옵니다. 불쌍한 노비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오늘이 구혼자들이 이 늙은 왕궁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마지막 날이 되게 하소서. 그들을 위해 곡식을 빻는 고된 노동 때문에 무릎이 쑤십니다. 부디 오늘이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이 징조와 상제의 천둥소리는 주인을 기쁘게 하였고,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였다.
다른 여인들이 모여 화로에 불을 지피니, 신과 같은 태명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칼을 등에 맸다. 기름칠을 잘한 발에 샌들을 신고 날카롭고 튼튼한 청동 창을 들었다. 문턱에 서서 명숙를 부르되,
「유모여, 손님들을 잘 대접하여 식사도 대접하고 편안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느냐, 아니면 그냥 방치해 두었느냐. 어머니답구나. 어머니는 영리하시나 제멋대로 행동하시는구나. 원치 않는 손님은 극진히 대접하면서, 좋은 손님은 무례하게 쫓아내시는구나.」
유모가 재치 있게 대답하되,
「얘야, 지금은 그녀를 탓하지 마라. 그는 포도주를 좀 마시고 의자를 골랐을 뿐이다. 저녁을 이미 먹었다고 하였고, 유모가 물어보니 그러하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유모는 간이침대를 가져다주어 여인들로 하여금 그의 침대를 정리하게 하였다. 불쌍하고 가난한 노인이여. 그는 좋은 침구를 쓰려 하지 아니하였다. 소가죽과 양털을 깔고 현관에서 잤고, 우리는 그 위에 장포를 덮어 주었느니라.」
태명은 칼을 손에 든 채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데리고 궁궐을 나와 아카이아인들의 회합 장소로 향하였다. 이때 옵스의 딸인 고귀한 명숙가 노비들을 부르되,
「자, 서두르라. 여인들은 바닥을 쓸고 물을 뿌리라. 의자에는 자주색 천을 깔아 놓으라. 다른 이들은 스펀지로 탁자를 닦고 손잡이가 둘인 잔과 그릇을 씻으라. 그리고 너희는 샘에서 물을 길어 오라. 서두르라. 곧 그들이 올 것이다. 오늘은 그들 모두를 위한 축제일이로다.」
그들은 주의 깊게 듣고 명령대로 하였다. 스무 명은 검은 샘물을 길으러 달려갔고, 나머지 잘 훈련된 노비들은 집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와 장작을 패니,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인들이 샘에서 돌아오자 돼지치기가 살찐 돼지 세 마리, 자기가 제일 아끼는 돼지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돼지들을 마당에 가두어 땅을 파헤치게 하고는 오지수에게 친절히 물으되,
「친구여, 이제 그들이 그대를 더 존중해 주느냐, 아니면 전처럼 여전히 학대하느냐.」
교활한 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신들이 이 건방진 자들의 악행과 계략에 대한 복수를 해 주시기를. 이 파렴치한 자들이 자기네 집도 아닌 곳에서 나를 모욕하였다. 참으로 뻔뻔스럽구나.」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말태수가 목동 두 명과 함께 도착하였다. 그들은 구혼자들의 연회에 내놓을 가장 살찐 암염소들을 양떼에서 몰아내고 있었다. 말태수는 염소들을 현관에 묶어 놓고 오지수를 괴롭히기 시작하되,
「낯선 자여, 아직도 여기 있느냐. 구걸하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느냐. 여기 있으면 매를 맞을 것이다. 네 구걸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스에서 먹을 것이 있는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니라.」
알 수 없는 표정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살인 계획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목동인 감독관 필로에티우스는 살찐 숫염소와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를 몰고 왔는데, 이 짐승들은 나룻배 사공이 이탁도로 데려온 것이었다. 나룻배는 건너갈 사람이 있으면 승객도 태워 주었다. 필로에티우스는 짐승들을 밖에 묶어 두고 돼지치기에게 물으되,
「새로 온 이 손님은 누구인가. 그의 민족은 누구이며, 고향은 어디이며, 조상은 누구인가. 가엾은 사람 같으니, 그의 모습은 마치 군주와 같구나. 신들이 고통의 실타래를 잣을 때면, 위대한 왕조차도 멀리 떠돌며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법이지.」
그러고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네되,
「안녕하시오, 선생님. 운이 없으시구나.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오. 상제 신이시여, 당신만큼 파괴적인 신은 없나이다. 당신은 인류의 아버지이시나, 우리의 고통에는 자비를 베풀지 아니하시는구나. 오지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온몸이 땀으로 젖나이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셔 햇빛을 보고 계신다면, 길을 잃고 저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계실 것이요.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다면, 오지수여, 참으로 안타깝도다. 그분은 제가 어린 소년이던 시절, 케팔레니아에서 제게 첫 소떼를 맡겨 주셨나이다. 이제 그분의 소떼는 셀 수 없이 많사오나, 다른 이였다면 이렇게 번성하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람들이 제게 소떼를 몰고 와 자기들에게 먹으라 하나이다.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는 관심도 없고, 지켜보는 신들의 눈길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이다. 주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나이다. 그들은 주인님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 하고, 저는 주인님의 아들이 여기 있는데 소떼를 몰고 타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나이다. 그러나 남의 가축을 돌보며 앉아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나을지니, 차라리 도망쳐 다른 왕을 섬기고 싶었나이다. 견딜 수가 없나이다. 그러나 불운한 주인님이 어디에 계시든 돌아와 궁궐에 있는 이 구혼자들을 모두 쫓아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당신은 영리한 듯하구나. 그래서 당신에게 엄숙한 맹세를 하리라.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이 화롯에 맹세하건대, 당신이 아직 여기 있는 동안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요, 원한다면 여기에서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으리라.」
목동이 대답하되,
「낯선 이여, 상제 신께서 당신의 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면 당신은 제 힘과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보게 되리라.」
에우마이오스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여 그의 다재다능한 주인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 간청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구혼자들은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독수리 한 마리가 그들의 왼쪽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들비둘기를 물고 있었다. 암피노모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우리의 이 계획, 이 살인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니 연회에 대해 생각하자.」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의자와 소파에 천을 깔고 큰 양, 살찐 염소, 큰 돼지, 그리고 온순한 소 한 마리를 잡았다. 내장을 삶아 나누어 먹고, 포도주는 그릇에 섞었다. 돼지치기는 포도주를 잔에 따랐고, 필로에티우스는 바구니에 빵을 담아 날랐으며, 말태수는 포도주를 돌렸다. 그들은 마음껏 음식을 먹었다.
그다음 태명은 곰곰이 생각하여 오지수를 홀 안 돌문턱 옆에 앉히고 탁자와 의자를 가져왔다. 그는 오지수에게 고기를 내어 주고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 주며 이르되,
「이제 당신은 여기 앉아 그들 가운데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내가 그들이 당신을 건드리거나 조롱하지 못하게 막겠소. 이곳은 술집이 아니오. 오지수가 나를 위해 마련한 곳이오. 그리고 당신들, 구혼자들이여. 제발 때리거나 모욕하지 마시오. 우리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소.」
그들은 소년이 그토록 대담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 입술을 깨물었고, 우필태의 아들 안태우가 선언하되,
「폐하들이여, 태명의 위협은 비록 성가시나 받아들여야 하리라. 상제께서 그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연회장에서 그의 연설을 막았을 것이니라.」
태명은 그를 무시하였고, 그동안 집안 아이들은 제물로 바칠 짐승 백 마리를 몰고 마을을 지나갔다. 이탁도 사람들은 활쏘기의 신 아로왕의 그늘진 숲에 모였다. 집 안에서는 구혼자들이 고기 꼬치를 굽고 꼬치를 꺼내어 몫을 나누었다. 성대한 잔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은 몫을 내어 주었는데, 그의 아들 태명이 그렇게 하라 명령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은 구혼자들이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멈추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고, 위대한 오지수의 마음에는 더욱 깊은 원한이 스며들었다. 사메 출신의 크테시푸스라는 무법자는 엄청난 부를 등에 업고 오지수가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것을 알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왔다. 그는 다른 무모한 구혼자들에게 소리치되,
「잘 들어라. 이 낯선 사람도 당연히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 물론 태명을 찾아온 손님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소. 그에게 환영의 선물을 주겠소. 그러면 그가 궁전의 목욕탕 시중드는 이나 다른 하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겠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소발 하나를 꺼내 오지수에게 던졌다. 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몸을 숙이며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소발은 벽에 부딪혔다.
태명이 크테시푸스를 꾸짖되,
「낯선 사람을 때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구나. 그가 공격을 피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면 네 배를 칼로 꿰뚫었을 테고, 네 아버지는 네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집에서는 모두 조심해야 하리라. 나도 어렸을 때는 그러하였으나, 이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도살된 양, 음식, 술 등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참아야 하니 말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지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제발 나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어 주시오. 아니면 여전히 청동 칼로 나를 죽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그렇게 하기를 바라오. 당신 같은 구혼자들이 낯선 사람들을 학대하고, 하녀들을 끌고 다니며 괴롭히는 끔찍한 짓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소.」
모두 침묵하였다. 아겔라우스가 입을 열되,
「친구들아, 그의 말은 옳다.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마라. 낯선 사람이나 오지수의 노비들을 학대하지 마라. 태명아, 너와 네 어머니께 정중히 충고 하나 하리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생각이 넓은 네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였을 때는,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실까 하여 우리를 멀리하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얘야, 어머니 곁에 앉아 우리 중 가장 훌륭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시도록 조언하라. 그러면 너는 아버지께서 남기신 재산을 누리며 먹고 마실 수 있고,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집을 돌보러 가실 수 있으리라.」
태명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답하되,
「예. 상제 신과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거나 어쩌면 죽기까지 하였던 제 아버지의 고난을 걸고 맹세하건대, 저는 지체 없이 그녀에게 남편감을 고르라 말하고 후한 지참금을 마련해 주겠나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보내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신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지혜의 여신이 구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웃었다. 깔깔대며 얼굴을 가누지 못하였다. 고기 접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너희의 얼굴과 머리와 몸은 밤으로 뒤덮여 있고, 너희의 비명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화려한 궁전의 천장과 벽에는 너희의 피가 흩뿌려져 있다. 현관과 안뜰은 유령으로 가득 차 있다. 에레보스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유령들이다.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음침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모두 웃었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이 새로 온 자는 미쳤구나. 어서, 얘들아, 그를 내쫓아라. 시장으로 보내라. 여기가 밤인 줄 아는구나.」
예언자가 대답하되,
「에우리마코스여, 나는 안내자를 구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눈과 귀와 발이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하니 떠나리라. 오지수의 집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너희 모두에게 무슨 불길한 일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드나이다. 너희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궁궐을 떠나 피레우스로 내려가 그를 맞이하였고, 그곳에서 환영을 받았다. 구혼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태명의 손님들을 비웃으며 그를 놀리려 하였다.
「손님들 때문에 운이 참 안 좋으시구나. 이 더러운 거지 자식은 늘 음식과 술만 더 달라 하고, 농사도 못 짓고 싸움도 못하는, 세상에 짐덩어리일 뿐이다. 저 다른 놈은 거기 서서 예언이나 하고 있더구나. 자, 잘 들어 보라. 내가 더 나은 계획을 제안하노라. 이 손님들을 배에 태워 노비로 삼아 시칠리아로 보내서 이익을 챙기라.」
태명은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조용히 아버지를 지켜보며, 뻔뻔스러운 구혼자들을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아름다운 연로비는 현명하게도 의자를 그들을 마주 보도록 놓고 각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들은 수많은 짐승을 잡아 잔치를 벌였고, 웃음이 끊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곧 강력한 남자와 여신이 복수심에 불타 그들에게 가져다줄 저녁 식사보다 더 달갑지 아니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먼저 복수를 시작하였고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제21권 활쏘기 경연==
그때 지혜로운 여신이 빛나는 눈으로 이카리우스의 딸이요 현부인인 연로비에게 한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대는 이제 오지수의 방에 활과 쇠도끼를 내어 놓고, 피바람이 일어날 시합을 베풀도록 하라.”
연로비가 그 말을 듣고 곧장 자기 방으로 올라가니, 그 굳세고 단련된 손으로 상아 자루에 청동 갈고리를 단 열쇠를 잡아 들고 시녀들과 함께 왕이 보물을 간직한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 안에는 금과 청동과 정교하게 벼린 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굽은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는 에우리토스의 아들 이피토스가 오지수에게 준 것이었다. 이피토스는 메세니아 땅 라케다이몬에 있는 현인 오르틸로코스의 집에서 우연히 오지수를 만나 깊은 우정을 맺은 신과 같은 영웅이었다.
당시 오지수는 빚을 받아내기 위하여 그곳에 갔었다. 메세니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탁도에 와서 양 삼백 마리를 훔쳐 가고 목동들까지 함께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라에르테스와 여러 장로들은 오지수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를 보내어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오게 하였다.
이피토스 또한 자기 말을 찾으러 그곳에 왔는데, 그에게는 훌륭한 암말 열두 필이 있었고, 암말마다 힘센 노새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이 훗날 이피토스의 죽음을 부르는 화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가 헤라클레스를 찾아가자 헤라클레스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흉계를 품고 있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그의 말을 빼앗으려 이피토스를 죽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를 저버리고 천신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있기 전에 이피토스가 처음 오지수를 만났을 때에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활을 그에게 선물하였다. 오지수 또한 우정의 증표로 검과 창을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집을 찾아보기 전에 이피토스는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지수가 수많은 배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나아갈 때에도 이 활만은 가져가지 않고 고향 집에 간직해 두었다가, 이탁도에서 벗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연로비가 마침내 창고에 이르러 윤이 반들반들한 참나무 문턱을 넘었다. 솜씨 좋은 목수가 자로 재고 수평을 맞추어 튼튼하게 틀을 세운 뒤 만든 아름다운 이중문이었다.
왕비가 재빨리 문고리를 풀고 열쇠를 꽂아 돌리니, 열쇠가 잠금쇠에 맞물리는 순간 문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들판의 황소가 목청을 다하여 울부짖는 듯하였다. 이윽고 문은 활짝 열렸다.
왕비는 안으로 들어가 향기로운 의복들이 상자에 보관된 널빤지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빛나는 상자 속에 놓인 활을 고리에서 조심스레 내려 품에 안았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활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활을 바라보는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뒤에야 눈물을 닦은 왕비는 수많은 날카로운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과 굽은 활을 품에 안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인 연회장으로 나아갔다.
시녀들은 주인의 청동 도끼와 철도끼가 가득 담긴 광주리를 끌고 뒤따랐다.
왕비가 구혼자들 앞에 이르러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기둥 곁에 서니, 두 시녀가 좌우에 시립하였다.
연로비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너희가 날마다 이 집에 찾아와 먹고 마시며, 오랫동안 타향을 떠난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탕진하고 있구나. 너희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너희는 나와 혼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한 가지 시합을 내리겠다.
여기 있는 이 큰 활은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 이 활을 손에 들고 능히 시위를 걸어 열두 도끼의 구멍을 한 줄로 꿰뚫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을 떠나 그 사람의 집으로 가겠다. 이 일을 내 마음이 어찌 잊으랴. 죽는 날까지, 꿈속에서라도 기억할 것이다.”
왕비는 곧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 활과 창백한 빛을 띤 쇠도끼를 구혼자들 앞에 가져다 놓으라.”
에우마이오스는 눈물을 머금고 활과 도끼를 받아 왕비가 명한 대로 갖다 놓았다.
소치기 또한 주인의 활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안태우가 크게 꾸짖으며 비웃었다.
“이 어리석은 농부들아! 어찌 그리 분별이 없느냐? 너희의 흘리는 눈물이 왕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느냐.
불쌍한 왕비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충분히 슬퍼하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앉아 밥이나 먹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실컷 울어라.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목숨을 건 활쏘기 시합을 벌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오지수만큼 활을 잘 쏘지는 못한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를 본 적이 있어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먼저 활시위를 당겨 열두 도끼를 꿰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오지수의 화살을 맞게 될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때 태명 왕자가 앞으로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아마 상제께서 나를 어리석은 자로 만드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평소의 지혜를 잃으시고 다른 사내와 혼인하여 이 집을 떠나시겠다고 하니, 나는 도리어 웃음이 나온다.
자, 구혼자들이여! 모두 앞으로 나오라.
그대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귀한 상이 아니겠는가. 이 여인은 신성한 필성에도, 아르고스에도, 미케네에도, 이탁도에도, 아카이아 땅 어느 곳에도 그와 같은 여인이 없다.
내가 굳이 어머니의 덕을 칭찬할 필요가 있으랴. 그대들도 이미 그 가치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핑계를 대지 말고 시합을 미루지도 말라. 나 또한 직접 활을 쏘아 보겠다.
만일 내가 이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설령 어머니가 다른 사내를 따라 나를 이곳에 남겨 둔다 해도 더는 원망하지 않겠다.
그리되면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무기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사내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태명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보랏빛 장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칼을 풀어 놓았다.
그는 열두 개의 도끼를 일렬로 세울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고 흙을 다져 반듯하게 고르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이처럼 능숙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제까지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명은 문턱에 걸터앉아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마다 그의 근육은 떨렸고 시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세 번 모두 실패하였다.
태명은 네 번째로 다시 시도하려 하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그를 만류하였다.
태명이 말하였다.
“아, 나는 언제나 이처럼 약하고 쓸모없는 자인가 보다.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것인가.
그대들은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 그대들이 먼저 해보라. 그렇게 하면 이 시합도 끝날 것이다.”
말을 마친 태명은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세워 두었던 활을 내려놓고 화살을 손잡이에 끼운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안태우가 외쳤다.
“자, 여러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로 일어나시오. 술을 따르는 종 곁에 앉은 자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이 이에 따르니 첫 번째로 나선 자는 성직자 레오데스였다.
그는 늘 술잔 곁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구혼자들의 횡포에 반대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활을 들고 문턱에 앉아 시위를 걸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고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았으므로 시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하였다.
레오데스가 구혼자들에게 말하였다.
“벗들이여, 나는 이 활을 당길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람이 할 차례다.
그러나 이 활은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와 기운을 꺾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이 집에 모이는 본래의 뜻을 잊고 이처럼 욕심에 사로잡혀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너희는 아직도 오지수의 아내 연로비와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활시위를 당기지 못한 자는 자기 재물을 가지고 다른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은 여인을 찾아가 구혼하라. 그리고 연로비는 운명이 정한 사람, 가장 많은 예물을 가져오는 자와 혼인하게 하라.”
말을 마친 레오데스는 활을 내려놓고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기대어 두었다.
안태우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무슨 흉한 말을 그리도 많이 하는가, 레오데스! 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는 자가 사람의 목숨을 앗을 활이라고 떠벌리다니. 네가 활쏘기에 재주가 없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다. 곧 이 활에 시위를 걸어 보일 것이다.”
한편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는 연회장을 나갔다. 오지수 또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세 사람이 대문을 지나 뜰 밖에 이르렀을 때, 오지수가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소치기와 돼지치기에게 내가 속마음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으나, 이제는 숨기지 않겠다.
만일 어느 신께서 오지수를 이끌어 갑자기 이곳에 돌아오게 하신다면,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구혼자들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오지수와 함께 싸울 것이냐? 너희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
소치기가 곧 대답하였다.
“오, 하늘의 상제시여! 부디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그분이 돌아오게 하소서. 신들이 그분을 집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그러면 제가 그분을 위하여 얼마나 용맹히 싸울 수 있는지 직접 보게 될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또한 모든 신들에게 오지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 모습을 본 오지수는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너희 둘만이 나의 귀환을 기뻐하는구나. 나를 위하여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다른 자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하였다.
만일 신께서 내 손으로 저 오만한 귀족 구혼자들을 물리치게 하신다면, 너희 두 사람에게 각각 아내와 재산을 주고 내 집 가까이에 좋은 집을 마련해 주겠다. 또한 너희는 태명의 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를 믿기 어렵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겠다.
내가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하던 때, 멧돼지의 흰 어금니에 찢긴 상처를 보아라.”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며 누더기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허벅지에 크고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두 사람은 그 상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침내 모든 의심을 버리고 통곡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오지수 또한 두 사람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세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라도 울고 싶었으나, 오지수가 말하였다.
“이제 그만 울어라. 누군가 밖으로 나와 너희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구혼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되 한꺼번에 들어가지 말고 차례대로 들어가라. 먼저 내가 들어가고, 그다음 너희가 한 사람씩 들어오라.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신호다.
만일 귀족들이 내게 활과 화살을 내주지 않거든, 에우마이오스, 네가 그것을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져와 내 손에 쥐어 주어라.
여인들에게는 연회장 입구를 굳게 잠그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있으라 명하라. 남자들의 고함이나 큰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잠잠히 자기 일을 하게 하라.
그리고 필로에티우스, 너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고 밧줄로 단단히 묶어라.
우리는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두 노비도 차례로 들어왔다.
그 무렵 에우리마코스는 불가에서 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시위를 걸 수 없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노하여 외쳤다.
“참으로 재앙이로다! 우리 모두에게 큰 수치가 닥쳤구나!
혼인이야 어찌 큰일이라 하겠는가. 이탁도에도 여인은 많고 다른 여러 성읍에도 아름다운 여인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오지수 왕보다 훨씬 힘이 약하여 그의 활에 시위 하나 걸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씻을 수 없는 수치가 아니겠는가! 이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안태우가 말하였다.
“에우리마코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은 아로왕 신의 축일이다. 이런 날에는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오늘은 활을 거두고 도끼는 그대로 두자. 아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포도주를 따르게 하여 신께 제사를 올리고, 활쏘기는 잠시 미루자.
내일 새벽 말태수를 불러 가장 좋은 염소를 가져오게 하고 활쏘기의 신 아로왕에게 제사를 올린 뒤 다시 활을 쏘아 시합을 끝내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시종들은 손 씻을 물을 따르고, 아이들은 술잔에 포도주를 나누어 따랐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하였다.
거짓과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이미 모든 일을 치밀하게 꾸며 놓았다는 것을.
오지수는 염소치기 말태수에게 명하였다.
“말태수여, 어서 불을 피우고 의자를 불 가까이 끌어다 놓으라. 양털도 깔아라. 그리고 창고에서 큰 기름 덩어리를 가져오라.
우리 젊은이들이 활을 따뜻하게 하고 기름칠하여 다시 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오늘 이 시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말태수는 곧 명을 받들어 불을 피우고 의자를 옮기며 양털을 깔고 기름 덩어리를 가져왔다.
젊은이들은 활을 불 가까이 가져가 데웠다.
그러나 여전히 시위를 걸지 못하였다.
그들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자들은 구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고 위세 높은 안태우와 에우리마코스였다.
그때 오지수가 말하였다.
“여왕의 구혼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숨기지 않겠다.
특히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 그대들에게 청하노라. 그대들은 앞서 훌륭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이제 활은 잠시 내려놓고 신들을 향하여 기도하라. 새벽이 되면 신께서 승자를 정하시고 그에게 성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저 윤이 나는 활을 다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 내 손이 아직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고 강한지, 아니면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며 가난 속에 살다가 그 힘마저 잃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구혼자들은 오지수가 정말로 활에 시위를 걸까 두려워하였다.
안태우가 곧 성을 내며 말하였다.
“이방인아!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가 너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우리 귀족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듣게 한 은혜도 모르느냐?
다른 거지들은 감히 우리의 잔치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좋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술이란 원래 그러하다. 지나치게 마시면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
옛날 유명한 켄타우로스 에우리티온도 라피테스 족을 찾아가 용맹한 피리토우스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었다.
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자 전사들이 그를 집 밖으로 끌어냈고, 무자비한 칼로 그의 귀와 코를 베었다.
그 후로도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떠돌았으며, 그날부터 켄타우로스와 인간은 서로 원수가 되었다.
술이 그에게 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네가 저 활에 시위까지 걸려고 한다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너를 가엾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배에 태워 잔혹하기로 이름난 에케토스 왕에게 보내겠다. 그곳에서는 네가 도망칠 길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잠자코 앉아 술이나 마시고 젊은 사내들과 다투지 말라.”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다.
“아니오, 안태우. 태명이 이 집에 손님으로 맞아들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손이 활시위를 당길 만큼 힘이 세다고 해서 내가 그를 따라가 혼인하리라 생각합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일로 잔치를 어지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에우리마코스가 말하였다.
“현명한 연로비여, 저 이방인이 그대와 혼인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만일 훗날 어떤 무례한 자가 말하기를,
‘저 사내들은 참으로 약하구나! 전사의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활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다니!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거지가 나타나 손쉽게 시위를 걸고 열두 도끼를 모두 꿰뚫었단 말인가!’
라고 한다면 우리의 수치가 얼마나 크겠소?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찌하겠소?”
연로비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에우리마코스여, 왕의 재산을 날마다 축내는 자가 어찌 위엄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이런 사소한 일에 그토록 소란을 피우십니까?
저 낯선 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좋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귀한 신분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서 활을 건네고 우리가 지켜보도록 하십시오.
만일 아로왕 신의 도움으로 그가 시위를 당긴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장포와 튜닉과 신을 주고, 사람과 짐승을 막아낼 날카로운 양날 검과 단검도 마련해 주겠습니다.
또한 그가 어느 곳으로 떠나든 그 길을 막지 않고 도와주겠습니다.”
그러자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하였다.
“어머니, 이 활을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거절할 것인지는 누구보다 제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섬에서든 엘리스의 넓은 목초지에서든, 이 집의 어떤 사내도 저에게 활을 내놓으라 명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서 방으로 올라가 베틀과 물레를 돌보십시오. 시녀들에게도 그리하라 명하십시오.
활쏘기는 사내의 일이며, 특히 이 집을 다스릴 제 일이옵니다.
이 집의 권세를 쥔 자가 바로 저입니다.”
연로비는 아들의 단호한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딸들과 함께 침실에 들어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맑은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내려와 그녀의 눈을 감기고 깊은 잠에 들게 하였다.
그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활을 들어 올렸다.
구혼자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웠다.
“더러운 돼지치기야! 그 활을 어디로 가져가느냐?
네가 미친 것이 아니냐? 네가 기르는 돼지들과 개들까지 너를 물어뜯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아로왕 신과 다른 불멸의 신들의 은총을 받는다 해도 그러할 것이다!”
연회장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이 너무나 컸으므로 에우마이오스는 두려워 활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때 태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할아버지! 어서 가시오! 활을 계속 가져가시오!
머지않아 누구의 명을 받들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오.
내가 할아버지보다 젊지만 힘은 더 세니 조심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판까지 쫓아가 돌을 던질 것이오.
이 집에 함부로 들어와 어머니에게 구혼하며 소란을 피우는 저 무리처럼 나에게도 힘이 있다면, 당장 모두 쫓아내고 복수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구혼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태명에 대한 분노도 어느덧 사라졌다.
에우마이오스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 유능한 주인 오지수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명숙를 불러 말하였다.
“태명이 명하기를, 연회장 문을 굳게 잠그고 단단히 묶으라 하였습니다. 남자들의 고함이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방 안에서 조용히 일을 하십시오.”
명숙는 아무 말 없이 연회장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필로에티우스 또한 급히 밖으로 나가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굳게 잠갔다.
현관에는 새로 꼰 비블로스 밧줄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밧줄로 문을 단단히 묶은 뒤 안으로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주인 오지수를 바라보았다.
오지수는 이미 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벌레가 활대를 갉아먹지는 않았는지, 곳곳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구혼자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하였다.
“활의 대가라도 되는 양 살펴보는구나. 정말 능숙한 사람처럼 행동하는군.
아마 자기 집에도 이런 활이 있었거나, 앞으로 하나 만들 생각인가 보다.
저 불쌍한 떠돌이가 활을 만지작거리는 꼴을 보라!”
한 젊은 구혼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제발 그의 앞날의 운도 저 활에 시위를 거는 솜씨만큼이나 좋기를 빌어야겠군!”
그들은 모두 오지수를 조롱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숙련된 악사가 양의 창자로 만든 줄을 리라의 줄감개에 감아 팽팽하게 매듯, 거대한 활을 한 치 한 치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능숙한 손으로 활에 시위를 걸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시위를 가볍게 튕기자, 그 소리가 마치 제비가 맑은 봄날 처마 밑에서 노래하는 듯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구혼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우레가 울렸다.
상제가 천둥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이날을 기다려 온 오지수는 간사한 크로노스의 아들이 보내온 징조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화살 하나를 집었다.
다른 화살들은 이미 화살통 속에 들어 있어 곧 쓰일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수는 화살을 활대에 얹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활과 시위를 함께 힘껏 당겼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확히 겨냥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을 놓았다.
쏜살같이 날아간 청동 화살촉은 첫 번째 도끼의 구멍을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도끼를 꿰뚫었다.
열두 개의 도끼가 모두 차례로 꿰뚫렸다.
화살은 마지막 도끼를 지나 반대편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오지수가 태명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태명아, 네 손님이 너에게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을 안겨 주었구나.
나는 모든 과녁을 맞혔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사람들은 내가 약한 자라고 비웃었으나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으나 이제 잔치를 벌일 때가 되었구나.
그리고 잠시 후 음악을 울려 축하하자. 그것이 저녁 잔치의 참된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그가 눈썹을 살짝 들어 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태명은 즉시 칼을 차고 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두 사람의 청동 무기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때부터 오래도록 억눌렸던 피바람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제22권 구혼자들을 소탕==
오지수는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알몸이 된 그는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문지방으로 뛰어 올라, 발아래에 화살을 한 아름 쏟아 놓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놀이가 끝났도다. 나는 다시 활을 쏘리라. 아직 한 번도 맞히지 못한 다른 과녁을 향하여 쏘리라. 오, 상제의 총애를 받는 활의 신이여! 부디 이 손을 도우소서!”
말을 마친 오지수는 안태우를 향하여 치명적인 화살을 겨누었다.
젊은 안태우는 금잔을 손에 들고 포도주를 휘저으며, 마치 아무 근심도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죽음이 자기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다. 어찌 그러한 생각을 하였겠는가. 수많은 연회객 가운데 홀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들 자가 있으리라고 누가 감히 생각하였겠는가.
그때 오지수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휙!
화살은 안태우의 목을 향하여 날아갔다. 화살촉은 그의 부드러운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안태우는 옆으로 쓰러졌고, 손에 들었던 금잔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곧 그의 콧구멍에서는 굵은 피가 솟구쳤으며, 발이 경련하듯 움직이다가 탁자를 걷어찼다. 탁자가 뒤집히자 음식과 술이 바닥에 쏟아졌다. 흰 빵과 잘 구운 고기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본 구혼자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두꺼운 돌담을 이리저리 뒤지며 방패와 칼을 찾았으나, 손에 잡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분노하여 오지수를 향해 소리쳤다.
“이 낯선 자여! 감히 사람을 쏘았으니 그 죗값을 치러야 하리라! 더는 경기에 참여할 수도 없고, 이제 네 목숨은 끝났도다. 네가 감히 이탁도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를 죽였으니, 오늘 여기서 독수리의 밥이 될 줄 알라!”
그러나 불쌍한 자들은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가 안태우를 우연히 죽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일 뜻을 품고 있었다는 것과, 이미 죽음의 그물이 사방에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웃었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내가 토래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 그래서 내 집을 제 것처럼 차지하고, 내 여종들을 욕보이며, 내가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내 아내에게 추근거렸느냐? 하늘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너희를 벌할 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느냐? 이제 보라. 너희는 스스로 죽음의 그물에 걸려들었도다.”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저마다 살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 가운데 에우리마코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지수여, 과연 그대가 돌아왔다면 우리의 말도 들어 주시오. 그리스인들이 그대의 영지와 집에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은 실로 잘못된 일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 일을 꾸민 우두머리는 죽었소. 바로 안태우 말이오.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소.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그대의 아내가 아니었소. 상제께서 그의 흉계를 꺾으셨으나, 그는 다른 큰일을 꾸미고 있었소. 그대의 아들을 길목에 매복하여 죽이고 왕좌를 빼앗아 이탁도를 다스리려 한 것이오.
이제 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소. 그러니 부디 폐하께서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그동안 먹은 음식과 마신 술값을 모두 갚겠소. 각자가 소 스무 마리 값에 해당하는 재물을 바치고, 그대가 원하는 금과 청동도 아끼지 않고 내놓겠소. 그대의 분노가 어찌 정당하지 않겠소.”
그러나 오지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에우리마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내 모든 재산을 내놓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친다 하여도 소용없다. 너희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내 손이 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두 길밖에 없다.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하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건져 보아라. 그러나 너희 가운데 죽음을 피할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리고 심장이 얼어붙는 듯하였다.
에우리마코스가 다시 동료들을 향하여 외쳤다.
“친구들이여! 이 자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저 윤이 나는 문지방에 버티어 서서 우리를 하나씩 쏘아 죽일 것이오. 어서 싸울 계책을 세우시오!
칼을 뽑고 탁자를 방패로 삼아 화살을 막으시오. 모두 힘을 합쳐 저자를 문지방에서 몰아내고,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합시다. 저자의 화살도 곧 다 떨어질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날카로운 청동검을 뽑아 들고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지수의 활시위가 울렸다.
쐐액!
화살은 에우리마코스의 가슴, 젖꼭지 곁을 꿰뚫고 들어가 순식간에 간을 관통하였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리며 탁자 위로 쓰러졌고, 음식과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마침내 그의 눈앞에는 검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때 암피노무스가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검을 뽑아 그를 베려 한 것이다.
그러나 태명이 재빨리 뛰어들었다. 그는 뒤에서 청동 창을 힘껏 찔러 암피노무스의 등을 꿰뚫고 가슴까지 관통시켰다.
암피노무스는 얼굴부터 땅에 처박히며 쿵 하고 쓰러졌다.
태명은 창을 그대로 그의 몸에 박아 둔 채 뒤로 달아났다. 창을 뽑으려고 몸을 굽혔다가 다른 그리스인이 달려들어 칼로 찌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말했다.
“아버님, 제가 방패와 창 두 자루, 그리고 청동 투구를 가져오겠습니다. 저도 무장을 하고 우리 목동 두 사람에게도 무기를 나누어 주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내 화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어서 가거라. 저들이 나를 문밖으로 몰아내기 전에 서둘러라. 나는 이곳에서 홀로 싸워야 하느니라.”
태명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무기고로 달려가 창 여덟 자루와 방패 네 개, 그리고 풍성한 말총 장식이 달린 청동 투구 네 개를 가져왔다.
돌아온 그는 먼저 자신의 갑옷을 갖추어 입었고, 두 목동 또한 무장을 하여 뛰어난 계략가인 오지수의 양옆에 섰다.
오지수는 화살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활을 쏘았다. 그의 집 안에서 구혼자들은 하나씩 쓰러져 갔다.
마침내 왕의 화살통도 비었다.
오지수는 튼튼한 문기둥 곁에 활을 내려놓고, 하얗게 빛나는 궁전 벽에 기대어 두었다. 그리고 네 겹으로 된 방패를 어깨에 걸치고, 잘 만든 청동 투구를 머리에 썼다. 투구 위의 말총 장식이 위엄 있게 흔들렸다.
그는 양손에 청동 창을 하나씩 움켜쥐었다.
그때 성벽 안쪽에 단단히 닫힌 문이 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오지수는 충직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곳에 서서 문을 지켜라. 이제 출구는 하나뿐이다.”
그러자 아겔라우스가 모든 구혼자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친구들이여!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저 문으로 빠져나가 사람들에게 사태를 알리고 경보를 울려야 하오. 그러면 이자의 화살도 곧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염소치기 말태수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주군. 그 입구는 너무 좁고 궁전 문과도 지나치게 가까우니 위험합니다. 용감한 한 사람만 그곳을 지켜도 우리 모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창고에 가서 갑옷을 가져오겠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적들이 갑옷을 그곳에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말태수는 성벽 안쪽의 좁은 통로를 기어 올라가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방패 열두 개와 창 열두 자루, 말총으로 장식한 청동 투구 열두 개를 꺼내 아래층으로 가져왔다.
그리하여 구혼자들은 다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오지수는 그들이 무기를 들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하였다. 그들의 오만하고 흉악한 모습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태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면 말태수가 내 집에서 우리를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구나!”
태명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버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창고 문을 조금 열어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쪽에서 누군가 망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여, 가서 문을 굳게 닫고 살펴보시오. 우리를 해치려 한 자가 여자들 가운데 있는지, 아니면 제가 의심하는 말태수인지 알아보시오.”
한편 말태수는 다시 무기를 가져오기 위하여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돼지치기가 그를 발견하고 오지수에게 알렸다.
“나리, 우리가 모두 의심하던 그 간악한 자가 창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리께서는 언제나 묘한 계책을 세우시니, 제가 그를 죽이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이곳으로 끌고 와 나리께서 그의 온갖 죄악을 친히 다스리시겠습니까?”
오지수는 이미 계책을 세워 두고 있었다.
“태명과 나는 저 구혼자들이 아무리 날뛰더라도 이곳에 가두어 두겠다. 너희 둘은 말태수의 손발을 뒤로 묶어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가라.
그리고 높은 기둥에 밧줄을 걸고 서까래에 매달아라. 그가 죽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하라.”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곧 무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말태수는 그들이 오는 줄도 몰랐다. 그가 무기를 찾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문 양쪽에 숨어 기다렸다.
마침내 말태수가 한 손에는 아름다운 투구를 들고, 다른 손에는 옛날 라에르테스가 젊은 시절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이음새가 다 풀려 녹슨 채 창고에 버려진 방패를 들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말태수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안으로 끌어들인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손발을 뒤로 묶고 매듭진 밧줄로 단단히 동여맨 다음,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서까래에 매달았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그를 조롱하였다.
“말태수야, 이 부드러운 침상에서 밤새도록 편히 자거라. 이것이 네가 지은 죄의 대가다. 새벽이 되어 바다 위 황금빛 왕좌에 해가 떠오르고, 네가 염소들을 몰아 이 집에 와서 구혼자들의 저녁상을 차리던 바로 그때까지 여기 매달려 있거라.”
그리하여 말태수는 손발이 묶인 채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다.
두 목동은 무장을 마치고 방을 나와 문을 닫은 뒤 교활한 지도자 오지수에게 합류하였다. 그들은 문지방에 굳게 서서 결의를 다졌다.
안에는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아 있었으나, 오지수와 태명, 그리고 두 충직한 목동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었다.
그때 상제의 딸인 지혜낭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과 음성은 마치 명토와 같았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말했다.
“명토여, 우리 사이의 오랜 우정을 기억하소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나는 그대를 소중히 대하였나이다. 이제 나를 도와주소서!”
그는 그녀가 군대를 움직이는 지혜낭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구혼자들이 일제히 반대의 소리를 질렀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스승이시여, 부디 오지수의 말에 속아 우리와 싸우지 마십시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우리가 이 아버지와 아들을 죽이고 당신 또한 당신의 계략대로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당신도 그 죗값을 목숨으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청동검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며, 당신이 가진 모든 재물 또한 빼앗아 우리의 전리품 가운데 섞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들도 이 연회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당신의 아내와 딸들도 이탁도에서 자유로이 거닐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지혜낭자는 크게 노하여 오지수를 꾸짖었다.
“지금 그대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상제의 총애를 받는 백발의 헬레나를 위하여 아홉 해 동안 토래성인들과 싸웠고, 전쟁 중 수많은 적을 죽였으며, 끝내 그 성을 함락할 계책까지 세웠도다.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거늘, 어찌하여 이 구혼자들에게 정당한 무력을 쓰기를 두려워하는가?
자, 내 곁에 서라. 알키무스의 아들 명토가 그대가 세운 모든 공적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적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라.”
그러나 지혜낭자는 아직 결정적인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지수와 그의 아들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비처럼 연기 속으로 날아올라 지붕의 서까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겔라우스와 데모프톨레모스, 에우리노모스, 피산더, 암피메돈, 보리보가 살아남은 구혼자들을 독려하였다. 그들은 가장 용감한 자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이미 활과 빗발치는 화살에 쓰러지고 없었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 명토의 허풍은 모두 헛소리였도다. 그는 떠났고, 이제 저자들만 문 앞에 남았소.
어서 저 잔혹한 자를 제압하여 손을 멈추게 하시오. 한꺼번에 모든 창을 던지지 말고, 먼저 우리 여섯 사람이 창을 던집시다. 상제께서 오지수를 맞혀 우리에게 승리를 허락하시기를 기도합시다. 그가 쓰러지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오.”
여섯 사람은 그의 말에 따라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가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버렸다.
한 창은 궁전 홀의 문설주를 꿰뚫었고, 또 한 창은 굳게 닫힌 문에 박혔다. 다른 창은 벽에 깊이 박혔다.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오지수의 무리는 모든 창을 피하였다.
오지수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마침내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들은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무기를 빼앗으려 한다! 이제 과거의 원한을 갚고 너희 목숨을 지켜라. 지금 쏘아라!”
네 사람은 일제히 창을 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데모프톨레모스를 쓰러뜨렸다. 태명과 에우리아데스와 돼지치기는 엘라투스를 죽였고, 소치기는 피산더를 쓰러뜨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다른 구혼자들은 구석으로 몰려 웅크렸다.
그러나 살아남은 네 사람이 시체에서 창을 뽑아 다시 손에 들었다.
구혼자들도 다시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는 또다시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 창은 문설주에 박혔고, 또 한 창은 문을 꿰뚫었다. 다른 물푸레나무 창은 벽에 박혔다.
암피메돈의 창은 태명의 손목 곁을 스치며 지나가 청동이 그의 살갗을 찢었다.
크테시푸스가 던진 창은 돼지치기의 방패 바로 위 어깨를 스쳐 지나가 뒤쪽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눈 밝고 계략에 능한 오지수와 그의 동료들은 몰려드는 구혼자들을 향하여 날카로운 창을 내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에우리다마스를 꿰뚫었다.
태명은 암피메돈을 베었고, 돼지치기는 보리보를 쓰러뜨렸다. 목동은 크테시푸스의 가슴을 청동 창으로 꿰뚫으며 외쳤다.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를 모욕하기를 즐겨 하더니, 이제 네 자랑도 끝났구나. 신들이 마지막 말을 하셨고 승리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것은 네가 오지수가 집 없는 떠돌이처럼 자기 집을 지나갈 때 발로 걷어찬 대가이니라!”
오지수는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아겔라우스를 찔렀다.
태명은 레오크리투스에게 달려들어 배에 청동 창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레오크리투스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쳤다.
그때 지혜낭자가 지붕 위에서 치명적인 아이기스를 높이 들어 올렸다.
겁에 질린 구혼자들은 봄날 해가 길어지는 때 등에에게 쫓긴 소 떼처럼 연회장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마치 굽은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독수리 떼가 높은 언덕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구름 아래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희생자들은 도움을 받을 곳도, 달아날 길도 없었다. 네 명의 전사들은 사방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며 하나씩 베어 넘겼다.
머리가 깨지는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가 궁전을 가득 채웠고, 바닥은 어느새 온통 피로 물들었다.
레오데스는 오지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위하여 달려들어 그의 무릎을 붙잡았다.
아겔라우스가 죽으며 손에서 칼을 떨어뜨렸다.
오지수는 강한 팔로 그 칼을 휘둘러 사제의 목을 베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읊조리던 그의 머리는 피를 흘리며 먼지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억지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시인 페미우스는 뒷문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갈림길에 놓였다.
밖으로 나가 옛 주인들이 수많은 제물의 허벅지뼈를 태우던 가정의 신, 위대한 상제의 제단 아래 숨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그는 마침내 결심하였다.
간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속이 빈 리라를 믹싱볼과 은제 의자 사이 바닥에 내려놓고 오지수의 무릎을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다.
“오지수 나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저를 죽이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저는 신과 인간을 위하여 노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를 익혔으나 신들께서 제 마음속에 온갖 노래를 심어 주셨습니다.
저는 마치 신 앞에서 노래하듯 나리를 위하여 노래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참으시고 제 목을 베지 마소서. 아드님께 물어보십시오. 제가 저녁마다 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러 온 것은 제 뜻이 아니었다고 아드님께서 증언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사납고 수가 많았습니다. 제게는 다른 길이 없었나이다.”
그러자 용맹한 태명이 급히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서 말하였다.
“아버님, 칼을 거두소서.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집사 메돈도 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늘 저를 돌보아 준 사람입니다. 목동들이 이미 그를 죽였거나,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모습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메돈은 이미 지혜롭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의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새 소가죽으로 자신을 덮어 숨었다.
태명의 말을 듣자 그는 의자 아래에서 벌떡 일어나 소가죽을 벗어 던지고 태명 곁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부디 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당신의 아버지는 너무나 강하시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고 아들인 당신을 업신여긴 구혼자들에게 크게 노하셨습니다. 제발 아버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러자 영리한 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 아버지는 이미 네 목숨을 구해 주셨느니라. 그러니 살아남아 선행이 악행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라.
이제 홀을 나가거라. 밖으로 나가 마당에 있는 이름난 가수 곁에 앉아 있으라. 나는 이 집 안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상제의 제단 곁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 숨을 죽였다.
오지수는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있는지, 혹은 죽음을 피해 숨어 있는 자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다가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었다. 마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어두운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고기 떼가 넓은 모래사장에 쏟아져 나온 것과 같았다.
그렇게 구혼자들은 서로 겹쳐져 죽어 있었다.
그러나 오지수는 여전히 계략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명숙에게 할 말이 있다. 태명아, 어서 그녀를 데려오너라.”
태명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문을 살짝 열고 유모를 불렀다.
“유모여, 어서 오시오! 그대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궁전의 여자 노비들을 거느려 왔소. 아버지께서 그대와 할 말씀이 있으니 빨리 오시오!”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으나 크고 튼튼한 홀의 문을 열었다.
태명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학살당한 남자들의 시체 사이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오지수를 보았다.
마치 사자가 초원의 소를 잡아먹은 뒤 가슴과 턱이 온통 피로 물든 것처럼, 오지수의 손발 또한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참혹한 시체들을 보고, 사방에 흩어진 피를 보고, 그토록 처참한 살육의 광경을 눈앞에 마주한 유모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맹세하건대 나는 이 집의 어떤 여자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소.
나는 오히려 구혼자들을 말리며 손을 더럽히지 말라고 간곡히 타일렀소. 그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소. 그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지은 죄에 합당한 최후를 맞은 것이오.
그러니 이제 이 집의 여자들에 관하여 말해 보시오. 누가 나를 업신여겼으며, 누가 끝까지 정절을 지켰소?”
주인을 깊이 사랑하는 늙은 여종이 대답하였다.
“얘야, 내가 이 집의 사정을 낱낱이 알려 주마.
이 집에는 우리가 양털을 빗는 법을 가르치고 노비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여종이 쉰 명이나 있단다. 그런데 그 가운데 열두 명이 명예를 저버렸구나.
그 열두 명은 나와 우리 안주인 연로비를 업신여겼다. 연로비께서는 태명이 아직 어리고 이제 막 장성하였으므로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셨지.
내가 위층 여자들의 방으로 올라가 주인마님께 이 일을 아뢰겠소. 아마 어느 신께서 그분에게 잠을 내려 주신 모양이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직은 안 된다. 그녀를 깨우지 마라. 먼저 나 없는 동안 반역을 꾀한 여자들을 모두 불러오너라.”
늙은 유모는 그의 명을 받들어 복도를 지나가며 여자들을 하나씩 불렀다.
그동안 오지수는 태명과 목동들을 불러 모아 명하였다.
“이제 시체를 치워야 한다. 여자들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 꿀처럼 부드러운 스펀지와 물을 가져다가 내 위엄 있는 의자와 아름다운 탁자를 깨끗이 닦아라.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내 궁전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아라.
그리고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데려오너라. 긴 칼로 그들을 베어 죽여라. 그리하면 그들이 아프로디테의 힘을 빌려 구혼자들과 은밀히 저지른 행위를 더는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자들은 절망하여 흐느끼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달려왔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밖으로 옮겨 지붕 아래에 차곡차곡 쌓았다.
오지수는 그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
여자들은 물에 적신 흡수성 좋은 스펀지로 아름다운 의자와 탁자를 닦았다. 태명과 목동들은 삽으로 바닥의 피와 더러운 것들을 긁어내 깨끗이 만들었다.
여자들은 쓰레기를 주워 밖으로 내다 버렸다.
남자들은 집 안의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돈한 다음, 여자들을 밖으로 끌어내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가두었다.
여자들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태명이 나서서 말했다.
“저 여자들은 구혼자들의 곁에 누워 나와 어머니에게 수치를 안겼소. 그러니 나는 이들에게 깨끗한 죽음을 허락할 수 없소.”
그는 뱃사람들이 쓰는 굵은 밧줄을 가져다가 둥근 홀과 높이 솟은 기둥에 걸었다. 그리고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매달았다.
마치 비둘기나 지빠귀가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날개를 펼쳤다가 누군가 놓아둔 덫에 걸려 그물에 갇히는 것과 같았다.
여자들의 머리가 일렬로 늘어섰고, 목에는 올가미가 걸렸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잠시 발을 떨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도 멎었다.
그런 다음 남자들은 말태수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들은 구부러진 청동 칼로 그의 코와 귀를 베고, 성기를 잘라 개들에게 날것으로 던져 주었다.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그들은 그의 손과 발까지 잘라냈다.
그 일을 마친 뒤 남자들은 몸을 씻고 궁전 안으로 돌아왔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늙은 유모에게 말했다.
“이제 불과 유황을 가져오너라. 악령을 몰아내는 약이니 집안을 깨끗이 소독하겠다. 그리고 연로비와 그녀의 노비들, 모든 여종들을 이 집 안으로 불러들이거라.”
유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나리. 모든 말씀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장포와 저고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튼튼한 등을 그런 누더기 한 벌로만 가리고 계시면 어찌 옳겠습니까?”
그러자 온갖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먼저 불을 피워 이 홀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옳다.”
충직한 여종은 그의 명을 받들어 불과 유황을 가져왔다.
오지수는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웠고, 집 안의 모든 방과 마당을 두루 훈증하였다.
그동안 늙은 유모는 궁전 곳곳을 뛰어다니며 여인들을 불렀다.
횃불을 든 여인들은 저마다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였다. 어떤 이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어떤 이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기쁨으로 맞았다.
오지수는 마침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그 자리에 있는 여인들을 하나하나 모두 알아보았다.
==제23권 부부상봉과 침상의 비밀==
늙은 여종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낄낄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 마님에게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음을 고하였더라.
평소에는 힘없이 떨리던 두 무릎에 문득 힘이 솟은 듯하고, 발걸음 또한 가벼워져 단숨에 여왕의 침상 곁, 머리맡에 이르러 말하였느니라.
“마마, 어서 일어나 보십시오! 마침내 마마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지수 대감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바로 이 집 안에 계십니다!
마침내 돌아오셨단 말입니다!
대감의 재산을 탕진하고 왕자를 위협하며 온갖 횡포를 일삼던 구혼자들을 모조리 죽이셨습니다!”
그러나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가련한 늙은이여, 신들이 그대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였구나.
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고, 어리석은 자를 갑자기 지혜롭게 만들 수도 있는 힘을 지녔느니라.
그대는 본래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토록 어리석은 말을 하는가.
내가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희롱하려 하는 것이며, 어찌하여 내 눈을 덮고 있던 달콤한 잠에서 나를 깨웠단 말인가.
오지수가 저주받은 도시 에빌리움으로 떠난 뒤로 나는 이토록 깊은 잠을 잔 적이 없었느니라.
어서 돌아가거라.
다른 여종이 와서 나를 깨우고 이런 허망한 말을 또다시 지껄인다면, 나는 당장 그 아이를 아래층으로 쫓아낼 것이며 결코 너그럽게 대하지 않을 것이니라.
다만 그대는 나이가 많으므로 이번에는 심한 꾸지람을 면하게 하겠노라.”
그러자 명숙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하였더라.
“얘야, 내가 너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란다. 참말이다.
오지수 대왕께서 정말 이곳에 돌아오셨단다.
그토록 오랫동안 너희를 괴롭히던 그 낯선 사람이 바로 오지수 대왕이시니라.
태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혜롭게도 아버지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그리하여 대왕께서 구혼자들의 오만과 횡포를 갚으실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 말을 듣자 연로비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유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느니라.
그리고 급히 말하였도다.
“유모여!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오지수가 이 집에 돌아왔다면 어찌 그 많은 구혼자들을 공격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혼자 한 분뿐인데, 이 집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 않았습니까?”
명숙가 대답하였느니라.
“나는 그 일을 자세히 보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사내들이 죽어가며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었을 뿐이란다.
우리는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는데, 얼마 후 네 아들이 나를 불렀단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것이었지.
그리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오지수께서 시신들 가운데 서 계셨단다.
시체가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서로 포개져 있었느니라.
네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마치 사자처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온몸이 떨렸을 것이다.
지금 그 시신들은 모두 안뜰 문밖에 쌓여 있고, 오지수께서는 궁전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하여 큰 불을 피우고 계신단다.
이 집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되찾으시려는 것이지.
그리고 나를 보내 너를 데려오게 하셨느니라.
어서 나와 함께 가자.
그러면 너와 그분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미 너무나 큰 고통을 견뎌내지 않았느냐.
이제 네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분은 살아 계신다!
집으로 돌아오셔서 너와 아들을 다시 만나셨으며,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구혼자들에게 마침내 원수를 갚으셨단다.”
그러나 연로비는 여전히 신중하게 대답하였느니라.
“유모여, 너무 기뻐하지 마시오.
그대도 알다시피 나와 내 아들은 오지수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소. 우리 모두 그러하였소.
그러나 그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소.
사람들은 어떤 신이 구혼자들의 횡포와 오만함에 진노하여 그들을 죽였다고 말하고 있소.
그들은 손님이 선하든 악하든 가리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았으며, 그들의 어리석음이 마침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을 것이오.
그러나 내 남편 오지수는 고향을 잃었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숨까지 잃었다고 나는 믿고 있소.”
유모가 다시 말하였느니라.
“얘야! 네 남편이 지금 여기 난롯가에 있는데 어찌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느냐?
너는 예나 지금이나 의심이 참 많구나.
그러나 내게는 분명한 증거가 있단다.
내가 그분의 몸을 씻겨 드리다가, 옛날 멧돼지의 송곳니에 찔려 생긴 흉터를 만졌느니라.
나는 곧장 너에게 알려주려 하였으나, 그분께서 내 목을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셨단다.
자, 어서 나와 함께 가자.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나를 죽여도 좋다.”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도다.
“유모여, 그대가 총명한 사람인 것은 내가 잘 아오.
그러나 신들의 뜻을 사람이 어찌 모두 헤아릴 수 있겠소.
자, 나와 함께 아들을 만나러 갑시다.
구혼자들이 죽은 모습을 직접 보고, 또한 그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소.”
이에 연로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느니라.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어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마음이 갈팡질팡하였도다.
마침내 문턱을 넘어 불빛이 비치는 곳에 이르러 벽 가까이에 앉아 남편과 마주 보았느니라.
오지수는 기둥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때 자신과 한 침상을 함께 쓰던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연로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느니라.
때때로 그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면 분명 오지수와 닮은 듯하였으나, 더럽고 낡은 옷차림은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도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태명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느니라.
“어머니! 어찌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왜 이토록 잔인하게 아버지를 거절하십니까?
왜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앉아 말씀을 나누지 않으십니까?
세상 어느 여인도 백 살을 먹었다 하더라도 어머니처럼 완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돌아오신 아버지를 어찌 이리 멀리하십니까?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돌처럼 굳어 있군요!”
그러나 연로비는 깊이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하였느니라.
“얘야, 나도 지금 마음이 어지럽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단다.
그러나 만일 이분이 정말 내 남편이라면, 정말로 나의 오지수가 돌아온 것이라면, 우리 둘만이 아는 은밀한 징표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징표로써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러자 냉정하기로 이름난 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태명에게 말하였도다.
“아들아, 어머니께서 나를 시험하시도록 내버려 두어라.
머지않아 어머니께서는 나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실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더럽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으로 있는 동안에는 어머니께서 나를 선뜻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실 것이니라.
그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한 사람만 죽였더라도 그 살인자는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달아나야 할 것이니라.
그런데 우리는 이탁도의 기둥이라 할 만한 자들과 이 섬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도 아버지의 꾀와 슬기에 견줄 수 없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곧장 아버지의 뒤를 따르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용감히 행동하겠습니다.”
오지수는 곧 계책을 세웠느니라.
그가 말하되,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희 셋은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에게도 좋은 옷을 입혀라.
그리고 신과 같은 가수는 리라를 들고 맑고 경쾌한 혼례의 노래를 연주하도록 하라.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이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이 집에서 혼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니라.
우리가 우리 영지의 숲에 이를 때까지는 구혼자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멀리 퍼져서는 안 된다.
그곳에 이르면 상제께서 우리에게 정해 주신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람들은 모두 오지수의 말대로 행하였도다.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도 몸을 단장하였으며, 가수는 리라를 들고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하였느니라.
그 음악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흥이 일어났도다.
집 안은 아름다운 허리띠를 두른 남녀들의 발소리로 가득 찼느니라.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렸도다.
“저토록 많은 구혼자가 찾아들던 왕비가 마침내 혼인하는 모양이구나!
참으로 완고한 여인이로다.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킬 힘조차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러나 그들은 궁전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여종 에우리노메가 오지수의 몸을 씻기기 시작하였도다.
그의 몸에 감람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튜닉과 아름다운 장포를 입혔느니라.
그러자 지혜낭자가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령한 아름다움을 내려주었도다.
그의 키는 더욱 크고 몸은 더욱 굳세어졌으며, 머리카락은 자운화 꽃처럼 풍성하고 곱슬곱슬하게 자라났느니라.
마치 지혜낭자나 해필수가 장인에게 금속 세공의 기술을 가르쳐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게 한 뒤, 은 위에 황금을 부어 장식하는 것과 같았도다.
지혜낭자는 오지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아름다움을 부어주었으며, 목욕을 마친 그의 모습은 마치 불멸의 신과 같았느니라.
오지수는 다시 아내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말하였도다.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로구나!
신들이 그대에게 철석같이 굳센 마음을 내려주신 것이 분명하도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통을 겪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이토록 거절하는 아내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자, 유모야.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상을 하나 마련해 주어라.
이 여인은 참으로 쇠붙이보다 더 굳센 마음을 지녔구나.”
그러자 연로비가 재치 있게 대답하였느니라.
“참으로 대단한 남자로군요!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뽐내는 것도 아니며, 지금 일어난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긴 노를 저어 이탁도를 떠나던 날에도 당신은 늘 그런 모습이었으니까요.
자, 명숙여.
그가 직접 지은 방 밖에 침상을 마련하여라.
침상틀을 밖으로 옮기고 그 위에 이불과 담요를 깔아 주어라.”
이 말은 남편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더라.
그러자 오지수가 크게 노하여 충실한 아내에게 말하였느니라.
“여인이여!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구나.
누가 내 침상을 옮겼단 말인가?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그것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신이라면 쉽게 옮길 수 있겠지.
아무리 젊고 힘센 사람이라도 그 침상을 움직일 수는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 침상에는 남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며,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느니라.
안뜰에는 가늘고 긴 잎을 가진 감람나무 한 그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도다.
그 줄기는 마치 기둥처럼 굳세었느니라.
나는 바로 그 감람나무를 중심으로 방을 지었도다.
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았느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람나무를 다듬어 청동 도끼로 가지를 뿌리부터 끝까지 잘라내고, 나무줄기를 깎아 침상의 기둥을 만들었도다.
송곳과 드릴로 나무를 뚫어 기둥을 만들었느니라.
그것이 내가 만든 첫 번째 침상 기둥이었도다.
그 뒤 금과 은과 상아를 박아 넣어 나머지 세 기둥을 만들고, 자주색으로 물들인 소가죽 끈을 그 위에 팽팽하게 둘렀느니라.
이것이 바로 그 침상의 비밀이니라.
그러니 여보, 내 아내여!
그 누가 감히 그 감람나무의 줄기를 잘라 침상을 옮겼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침상이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연로비의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느니라.
그녀는 마침내 남편이 보여준 징표를 모두 깨달았도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하였느니라.
“오지수여!
이제는 제게 노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다른 모든 일에서는 참으로 이해심 깊은 사람이거늘, 어찌하여 제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을 원망하십니까.
신들이 우리를 괴롭힌 것이옵니다.
우리가 함께 젊음을 누리고 늙을 때까지 한평생을 같이 살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하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악한 사내가 거짓말로 나를 속일까 늘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정직하지 못하고 간교한 남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이방인 또한 만일 그리스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 헬렌을 데려갈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신이 그녀의 마음에 그러한 욕망을 심어 그 일을 하게 만든 것이겠지요.
그것이야말로 내게 처음으로 큰 슬픔을 안겨 준 열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께서는 우리 침상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여종 악토리스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습니다.
악토리스는 우리 방을 지키던 사람이었지요.
당신은 마침내 내 완고한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믿게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오지수는 눈물이 솟아나는 것을 참지 못하였느니라.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소리 내어 흐느꼈도다.
마치 해신이 바다에서 배를 부수고 거센 파도와 강풍으로 선원들을 바다에 내던졌을 때, 살아남은 자들이 마침내 육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느니라.
어떤 자들은 바다를 빠져나와 해안에 이르렀으나 온몸에 소금물이 묻어 있었도다.
그들은 살아남은 것을 신들에게 감사하며 기어 올라왔느니라.
이와 같이 연로비 또한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품에 안고 기쁨에 겨워 하얀 팔로 그의 목을 놓지 않았도다.
두 사람은 장밋빛 새벽이 하늘에 이를 때까지 울고 싶었으나, 빛나는 눈을 가진 지혜낭자가 그들을 불쌍히 여겨 개입하였느니라.
지혜낭자는 밤을 붙잡아 두고 황금빛 새벽이 바닷가에 오래 머물게 하였으며, 빛나고 밝은 새벽의 망아지들이 멍에를 쓰지 못하게 하였도다.
그러자 오지수가 머리가 어지러운 듯 말하였느니라.
“여보, 우리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앞으로도 많은 고난이 남아 있고,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힘든 일이 많이 있소.
이는 티레시아스의 영혼이 내게 알려준 운명이오.
내가 염라국의 집에 들어가 나와 내 부하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었던 날, 그는 내게 앞으로의 일을 알려주었소.
그러니 이제 함께 침상에 들도록 합시다.
달콤한 잠을 누리도록 합시다.”
그러자 늘 앞날을 내다보는 연로비가 대답하였느니라.
“당신이 원하실 때 언제든지 그러십시오.
이 침상은 본래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신들께서 마침내 당신을 집으로, 그것도 잘 지어진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신께서 당신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겠지만, 지금 알아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지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그대는 참으로 특별한 여인이오.
어찌하여 내게 그대의 마음까지 아프게 할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대에게 숨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겠소.
티레시아스는 내가 노를 들고 여러 고을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소.
그러다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지 않는 사람들, 배의 뱃머리를 붉게 칠하지 않는 사람들, 배의 날개와도 같은 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사람이 내 어깨에 짊어진 것을 보고 그것을 ‘키’라고 부르는 순간, 내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라고 하였소.
그때 나는 노를 땅에 깊이 박고 해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하오.
숫양과 황소와 멧돼지, 흠 없는 짐승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늘에 거하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하였소.
그렇게 하면 나는 바다에서 죽지 않고 편안히 늙어갈 것이며, 부유하고 행복한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하였소.”
현명한 연로비가 대답하였도다.
“신들께서 당신이 편안하게 늙어가도록 허락하신다면, 우리의 모든 고난에도 마침내 끝이 있을 희망이 있겠군요.”
두 사람은 이렇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느니라.
그동안 노비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에우리노메와 명숙는 횃불을 들고 와 튼튼한 침상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깔았도다.
유모는 자기 침상으로 돌아갔고, 에우리노메는 횃불을 들고 왕과 왕비를 그들의 침상까지 인도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느니라.
마침내, 참으로 마침내, 기쁨에 찬 남편과 아내는 오래전 헤어졌던 부부의 침상으로 다시 돌아왔도다.
한편 목동들과 태명은 춤을 멈추고 여인들에게도 춤을 그치게 하였으며,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느니라.
왕과 왕비는 서로 사랑을 나눈 뒤 또 하나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더라.
연로비는 자신 때문에 구혼자들이 집안을 망쳐 놓고, 양과 소 떼를 마구 죽이며, 포도주를 지나치게 마시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남편에게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지수 또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그 일을 이루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를 하나하나 들려주었도다.
연로비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남편이 모든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잠들지 않았느니라.
먼저 오지수는 키코네스족을 무찌르고 그들을 죽였던 일부터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로터스 열매를 먹는 사람들이 사는 들판에 이르렀던 일과, 독안거인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그에게 붙잡힌 부하들을 되찾고 그 무도한 자에게 복수하였는지를 말하였느니라.
그 뒤 아이올로스 산에 이르러 환대를 받고 도움까지 받았으나,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운명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였도다.
갑자기 거센 폭풍이 일어나 그를 바다 건너로 끌고 갔으며,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하여 통곡하였느니라.
또한 라이스트리고니아에 이르렀을 때 그곳 사람들이 그의 함대를 공격하여 배를 모조리 깨뜨리고 수많은 부하를 죽였던 일도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키르케의 교활한 계략과,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하여 염라국으로 내려갔던 일도 말하였느니라.
그곳에서 죽은 벗들을 만났고, 어린 시절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어머니의 혼백까지 만났다고 하였도다.
또한 사이렌의 끝없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떠돌았던 일, 방황하는 바위와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에 이르렀던 일, 스킬라의 손아귀에서 겨우 빠져나왔던 일도 차례로 들려주었느니라.
그의 선원들이 태양신의 신성한 소 떼를 잡아먹었던 일도 말하였도다.
그때 상제가 연기와 천둥으로 하늘을 뒤흔들고 번개를 내리쳤으며, 그 번개가 배를 산산이 부수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자신만은 살아남아 마침내 옥기섬에 이르렀다고 하였도다.
그곳에서 립선가가 자신을 동굴에 가두고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며, 자신을 돌보아 죽음과 세월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그녀의 온갖 말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였느니라.
그는 여러 해 동안 참혹한 고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페아키아에 이르렀으며, 그곳 사람들은 자신을 마치 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하였도다.
그들은 청동과 금과 많은 옷가지를 선물하고 오지수를 다시 고향 이탁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에 태워 보냈느니라.
마침내 오지수의 긴 이야기가 끝났도다.
달콤한 잠이 그의 마음을 덮어 모든 근심과 고통을 잠시 잊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총명한 눈을 가진 지혜낭자는 밤새 경계를 늦추지 않았도다.
오지수가 아내와의 기쁨을 다 누리고 잠에 들었다고 생각한 때, 지혜낭자는 오케아노스의 물결에서 갓 태어난 새벽을 깨워 세상에 보내었느니라.
황금빛 새벽이 지상에 빛을 드리우기 시작하자 오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말하였도다.
“여보, 우리 둘 다 참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소.
당신은 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었고, 상제와 다른 신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소.
나 또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운명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소.
그러나 이제 마침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소.
당신은 집 안의 재산을 잘 돌보아 주시오.
나는 그동안 약탈을 나가 구혼자들이 제멋대로 죽여 버린 양들을 대신할 양들을 마련하고, 다른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양을 얻어 우리에 가득 채워야 하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골 과수원으로 가서 슬픔에 잠긴 아버지를 뵈어야겠소.
날이 밝으면 내가 구혼자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퍼질 것이오.
여보, 당신은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할 사람이오.
그러니 여종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앉아 있으시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무기를 챙기고 목동들과 태명을 불러 청동 흉갑을 입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거느리고 집 밖으로 나갔도다.
어느덧 새벽빛이 온 땅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였느니라.
그때 지혜낭자가 다시 밤의 어둠을 내려 그들을 감추고, 오지수와 그의 일행을 마을 밖으로 인도하였도다.
==제24권 구혼자들의 혼백과 저승의 속편,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이에 허명<ref>헤르메스</ref>이 구혼자들의 혼백을 집 밖으로 불러내니, 그 손에는 황금 지팡이가 들려 있었더라. 그 지팡이는 신묘한 힘이 있어, 뜻하는 때에는 산 사람의 눈을 감기기도 하고 잠든 자의 눈을 뜨게 하기도 하는 보물이었느니라.
허명이 혼백들을 이끌어 가매, 저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따라오는 모양이 마치 깊은 굴속 어두운 구석에 매달려 있는 박쥐 떼와 같았더라. 한 마리 박쥐가 무리에서 떨어져 바위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박쥐들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끽끽 울어대듯이, 구혼자들의 혼백 또한 괴이한 소리를 내며 치유의 신 허명의 뒤를 따랐느니라.
그들은 넓게 트인 길을 지나 큰 바다를 건너고, 려우도 바위와 태양신의 문을 지나 꿈의 세계를 헤매었으며, 마침내 삶에 지친 혼백들이 머무는 곳, 저승화 꽃밭에 이르렀더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길수의 유령과 파달룡의 혼백을 만났고,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아길수 다음으로 고려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아이아스의 유령 또한 만났더라.
그때 건웅의 혼백이 비통한 마음으로 죽음의 땅에 막 이르렀으니, 그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무리 가운데 들어섰더라. 또한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 호위병들에게 죽임을 당한 여러 사람의 혼백도 함께 이르렀느니라.
그때 아길수의 유령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였더라.
“오호라, 건웅이여!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번개의 신 상제께서 모든 영웅 가운데서 그대를 가장 사랑하셨다 하더이다. 그대가 토래성에서 고려 군사를 이끌고 큰 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니라. 고려 사람들이 전쟁의 온갖 고초를 견뎌야 했던 그곳에서 그대는 대군을 거느리고 용맹을 떨쳤도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하필 가장 참혹한 때에 그대를 찾아왔구나. 그대가 토래성에서 장수의 명예를 누리며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하였다면 모든 고려인과 동맹국의 사람들이 그대를 위하여 큰 무덤을 쌓았을 것이며, 그대의 아들 또한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쳤을 것이니라.
그러나 운명이 그대에게 허락한 것은 이처럼 참혹한 죽음이었도다.”
이에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필우의 아들 아길수여, 내가 아라국<ref>아르고스</ref>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ref>트로이아</ref>에서 죽은 것은 어찌 보면 하늘이 정한 운명이었느니라. 고려<ref>그리스</ref>의 용사들과 토래성의 뛰어난 전사들이 내 시신을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도다.
나는 휘몰아치는 먼지 가운데 누워 영웅의 위엄을 떨쳤으며, 한때 전차를 몰던 영화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느니라.
우리는 하루 종일 싸웠고, 차라리 영원히 싸우고 싶었으나 상제 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마침내 우리를 멈추게 하셨도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 시신을 배에 실어 전장에서 멀리 옮긴 뒤 관에 눕히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긴 다음 향기로운 기름을 발랐느니라. 그리고 나를 위하여 울며 머리카락을 잘랐도다.
그때 나의 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듣고 산령녀<ref>님프</ref>들과 함께 파도 위로 모습을 나타내셨느니라.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무서웠던지 바다 건너까지 메아리쳤으며, 병사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도다.
그때 현명한 노인 내손<ref>네스토르</ref>이 우리를 말리며 이르기를,
‘장수들이여, 여기 머무르시오. 지금 오시는 분은 불멸의 물을 가지고 오시는 그의 어머니이시니라.’
하였느니라.
산령녀들이 죽은 아들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려인들도 다시 용기를 얻었도다. 늙은 바다의 왕의 딸들이 내 주위에 둘러앉아 통곡하였고, 나에게 신들의 옷을 입혔느니라.
또한 아홉 무사여신<ref>뮤즈</ref>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를 위한 애가를 불렀으니, 그 노래가 너무나 애절하여 아무도 눈물을 참지 못하였도다.
신과 인간이 모두 열일곱 날 밤낮으로 나를 애도하였으며, 마침내 내 시신을 화장대 위에 올리고 살진 양과 소를 많이 잡아 제사를 올렸느니라.
나는 신들의 옷을 입은 채 불길 속에 놓였고, 몸에는 기름과 꿀을 발랐도다.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화장대 주위를 돌며 큰 함성을 질렀으며, 마침내 해필수의 불꽃이 내 육신을 태웠느니라.
날이 밝자 우리는 아길수여, 그대의 희고 깨끗한 뼈를 하나하나 거두어 기름과 순전한 포도주를 발랐도다.
그때 네 어머니께서 손잡이가 둘 달린 금 항아리 하나를 내놓으셨으니, 이는 해필수와 주신<ref>디오니소스</ref>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귀한 항아리였느니라. 그 안에 그대의 흰 뼈를 넣었는데, 그대가 죽은 벗 파달룡의 뼈도 함께 섞여 있었도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그대가 그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였던 벗 안달호<ref>안틸로코스</ref>의 곁에 두었느니라.
고려 전사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우리는 온갖 예를 다하여 해봉<ref>헬레스폰트</ref> 해협 곶에 큰 언덕을 쌓았도다. 그 언덕은 바다 멀리에서도 보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일 만큼 높고 웅장하였느니라.
그대의 어머니께서는 신들에게서 훌륭한 상을 받아 경기장 한가운데에 두고,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겨루게 하셨도다.
그대는 살아 있을 때 젊은이들이 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영웅의 장례를 위하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리라. 그러나 은빛 발을 가진 태희<ref>테티스</ref>가 그대를 위하여 가져온 수많은 보물을 보았다면 반드시 놀랐을 것이니라.
그대는 살아 있을 때에도 모든 신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에도 이름을 잃지 않았도다. 그대의 명성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아길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니라.
그러니 내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내가 집에 돌아오자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의 악당들이 나를 죽였으며, 사악한 아내 또한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니라. 이 또한 상제가 정한 운명이었도다.”
두 혼백이 이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길잡이 허명이 오지수가 죽인 구혼자들의 혼백을 이끌고 그들 앞에 이르렀더라.
두 위대한 군주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앞으로 달려갔으며, 건웅은 그 가운데서 이탁도에서 함께 지내던 옛 벗 면나수의 아들을 알아보았느니라.
건웅이 그에게 이르되,
“암필문<ref>암피메돈</ref>아! 너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어찌하여 너희 모두 이 어두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느냐.
너희는 아직 젊고 기운이 왕성하니, 마땅히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젊은이들이 아니었더냐. 혹 해신이 거센 바람과 큰 파도를 일으켜 너희의 배를 모두 깨뜨린 것이냐.
아니면 소나 양 떼를 훔치다가 붙잡혔거나, 성읍과 여인을 두고 싸우다가 육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 보아라. 우리는 본래 벗이 아니더냐.
내가 면나수와 함께 오지수를 설득하여 우리 함대에 합류시키고 토래성으로 함께 항해하고자 너희 집에 찾아갔던 일을 기억하느냐. 바다를 건너는 데 꼬박 한 달이나 걸렸으며, 성읍을 약탈하던 그 백스무 살의 노인을 설득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그러자 암필문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위대한 장군 건웅이시여,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말씀하신 모든 일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우리의 죽음에 얽힌 참혹한 사연을 하나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지수는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우리와 혼인할 뜻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거절하여 돌려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속여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여인은 궁전 한가운데에 큰 베틀을 놓고 넓고 고운 천을 짜기 시작하더니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젊은 구혼자들이여, 이제 오지수가 죽었으니 그대들이 혼인을 바라는 마음도 내가 잘 아노라. 그러나 내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내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여 주시오. 이것은 라열태라에르테스가 죽었을 때 덮을 수의라오. 마을의 여자들이 이처럼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수의 하나 없이 묻혔다고 나를 책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오.’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느니라.
그리하여 낮에는 그녀가 천을 짜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혀 낮에 짠 것을 다시 풀어버렸도다.
그렇게 세 해 동안 우리를 속였느니라.
마침내 네 번째 해가 되었을 때, 이 일을 알고 있던 한 시녀가 우리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도다. 우리가 몰래 가서 보니 과연 그녀가 자신이 짠 천을 다시 풀고 있었느니라.
우리는 그녀를 붙잡아 그 천을 끝까지 짜게 하였고, 마침내 그 거대한 천을 다 짠 뒤 깨끗이 씻게 하였느니라. 그녀가 그것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니 해와 달처럼 밝게 빛났도다.
그때였느니라.
어떤 파멸의 신이 오지수를 어디선가 이탁도로 데려왔도다. 그는 들판으로 가서 돼지치기가 사는 곳에 머물렀고, 그의 사랑하는 아들은 모래사장 비로성<Ref>필성</ref>에서 검은 배를 타고 돌아왔느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우리를 죽일 계책을 세웠도다.
마침내 그들이 궁전에 나타났느니라.
먼저 아들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막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오지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마치 갑자기 나타난 가난하고 늙은 거지와 같았으므로, 돼지치기가 그를 이끌고 왔음에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자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우리는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던졌으며, 그는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말없이 온갖 모욕을 견뎠도다.
그러나 밤이 되자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무기들을 창고에 들여놓고 문을 굳게 잠갔느니라.
그리고 마침내 간악한 계략을 실행하였도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에게 도끼와 활을 가져오게 하였느니라.
그것은 우리의 파멸과 학살을 알리는 신호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강력한 활을 당길 수 없었느니라. 모두 힘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도다.
그러나 오지수의 차례가 되자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활을 주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오직 태명만이 그에게 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도다.
마침내 오지수가 태연히 활을 받아들고 손쉽게 활시위를 당기더니, 쇠도끼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꿰뚫었느니라.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문턱에 우뚝 서서 활을 쏘기 시작했도다.
첫 화살이 우리 지도자 안태우를 꿰뚫었고, 이어서 또 다른 화살들이 날아와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렸느니라. 오지수와 가까이 있던 자들이 차례로 피를 흘리며 넘어졌도다.
그때 우리는 신들이 그들을 돕고 있음을 깨달았느니라.
그들은 분노에 휩싸여 궁전 안을 휩쓸었으며, 우리는 하나씩 죽임을 당하였도다.
사방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느니라.
그리하여 건웅이여, 우리 모두가 죽었도다.
그러나 우리의 시신은 아직도 살인자의 집에 묻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느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아직 우리가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도다.
그들은 마땅히 우리의 상처에 묻은 검은 피를 씻어내고, 우리를 위하여 울며, 시신을 장례 지내야 할 것이니라.
이것이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이기 때문이니라.”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교활한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은 자로다. 덕망 있는 아내, 위대한 연로비<ref>연로비</ref>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은 얼마나 굳센 절개를 지녔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남편을 잊지 않았단 말인가.
그 여인의 명성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불멸의 신들도 지혜로운 연로비의 절개를 노래하여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 아내와는 다르도다. 그녀는 제 남편을 죽였으니, 그 이름은 영원히 혐오스러운 이야기로 남을 것이며, 그 악명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여인들, 심지어 선량한 여인들까지도 나쁜 평판을 듣게 될 것이니라.”
이렇게 두 무리는 염라국의 어두운 땅속에 숨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한편 오지수와 그 일행은 마을을 떠나 오래전에 라열태<ref>라에르테스</ref>가 차지한 농장으로 서둘러 갔느니라.
라열태는 그 농장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며, 그곳에 자신의 집을 지었도다. 그의 명을 받드는 노비들은 중앙의 집을 둘러싼 막사에서 생활하며 잠을 자고 음식을 먹었느니라.
그 가운데에는 실리도<ref>시칠리아</ref>에서 온 늙은 여종 하나가 있었으니, 그녀는 시골에서 라열태를 돌보던 사람이었더라.
오지수가 노비들과 아들에게 이르되,
“안으로 들어가 가장 좋은 돼지를 골라 저녁상에 올릴 고기를 마련하라. 나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으니,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실지 알아보아야 하겠노라.”
하고는 자신의 무기를 노비들에게 맡겼느니라.
그들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오지수는 과수원이 있는 곳으로 홀로 걸어갔도다.
그는 집사 도리우 노인도, 그와 함께 있던 노비들도, 아들들도 보지 못하였느니라. 도리우가 그들을 데리고 돌을 모아 돌담을 쌓으러 갔기 때문이었도다.
오지수의 아버지는 잘 가꾸어진 과수원에서 홀로 나무 주위의 땅을 고르고 있었느니라.
그는 때가 타고 해진 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에는 가죽을 덧대어 가시가 살을 긁지 못하게 하였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었으며 머리에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처량하였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늙음과 고통에 지쳐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우뚝 솟은 배나무 아래에 멈추어 서서 눈물을 흘렸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당장 아버지께 달려가 입맞추고 껴안아 내가 돌아왔음을 말씀드릴 것인가. 아니면 길에서 겪은 모든 일을 먼저 고할 것인가. 혹은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여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할 것인가.’
하였느니라.
마침내 그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 주위의 흙을 파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갔도다.
그리고 이름난 아들 오지수가 그의 곁에 서서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그대는 자신의 일을 참으로 잘 아는구려.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훌륭하게 가꾸었으니 말이오.
무화과나무와 배나무와 감람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온갖 풀과 약초밭까지 어느 것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구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오.
그대는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않는 듯하오. 얼굴과 피부는 거칠고 더러우며 옷은 누더기요. 게으른 사람도 아닌 듯한데 주인은 어찌하여 그대를 이토록 방치한단 말이오.
그대의 키와 얼굴을 보니 노비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수나 군주의 모습에 가깝소. 마땅히 나이 든 사람답게 깨끗이 몸을 씻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부드러운 베개와 좋은 침상에서 쉬어야 할 듯하오.
그러니 내게 말해 보시오. 그대는 누구의 노비이며, 누구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소? 그리고 내가 방금 들은 말처럼 이곳이 정말 이탁도가 맞소?
얼마 전 내 고향에 한 나그네가 찾아온 적이 있었소. 내가 만난 수많은 손님 가운데 가장 가까운 벗이었지요. 그는 이탁도 사람이라 하였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열태라고 하였소.
나는 그를 집에 맞아들여 따뜻하게 대접하였소. 내게는 그럴 만한 재물이 있었으니 말이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금으로 된 보물 일곱 무더기와 꽃무늬를 새긴 은그릇 하나, 펼쳐진 장포 열두 벌, 두꺼운 담요 열두 장, 고운 장포 열두 벌, 저고리 열두 벌을 주었소.
또한 그가 직접 고른 아름답고 잘 길든 여종 네 명까지 주었소.”
그러자 라열태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였더라.
“그래, 낯선 이여. 그대는 이탁도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그러나 이곳은 이제 잔인한 자들의 손에 들어갔느니라.
그대가 그에게 베푼 모든 선물은 이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할 것이니라.
그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그대가 베푼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고 두 팔을 벌려 그대를 맞이했을 것이거늘.
처음 베푼 친절에는 마땅히 보답이 따르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이제 말해 보아라. 그 불행한 사람이 그대를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그대의 손님은 바로 내 아들이었느니라.
아마 바다에서는 물고기에게 먹혔을 것이며, 육지에서는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고, 나 또한 그러하며, 지혜롭고 부유한 그의 아내 연로비도 그러하니라.
그녀는 남편의 눈을 감겨주지도 못하였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였느니라.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를 베풀지 못한 것이로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보아라. 어느 고을에서 왔으며, 부모는 누구냐.
그대가 벗들과 선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배는 아직 어딘가에 정박해 있느냐. 아니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다른 사람의 배에 나그네로 올라탄 것이냐.”
그러자 거짓말쟁이 오지수가 대답하였더라.
“그렇다면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소.
나는 아리보<ref>알리바스</ref> 사람이며 그곳에 내 궁전이 있소. 내 이름은 예필수<ref>에페리투스</ref>라 하며, 보필문<ref>폴리페몬</ref>의 손자요 아비달<ref>아페이다스</ref> 왕의 아들이오.
나는 악령에 사로잡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실리도에서 이곳까지 흘러왔소.
내 배는 지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소.
불쌍한 오지수가 내 집에 찾아온 것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소.
그가 떠날 때 우리는 좋은 징조를 보았으니, 오른쪽에서 새들이 날아갔소.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다시 벗으로 찾아와 더 많은 선물을 서로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그 말을 듣자 검은 슬픔의 구름이 라열태의 온몸을 뒤덮었느니라.
그는 잿빛 먼지 두 줌을 움켜쥐어 늙은 머리 위에 뿌리고 목 놓아 울었도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느니라.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입을 맞추며 말하였도다.
“아버지! 저입니다. 제가 바로 아들 오지수입니다!
스무 해 동안 떠돌다가 이제야 고향,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울음을 거두십시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으나 모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집안의 구혼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들이 제게 저지른 온갖 고통과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말하였느니라.
“네가 정말 내 아들 오지수라면, 내게 그 증거를 보여다오.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도록 하여라.”
오지수가 곧 대답하였도다.
“그렇다면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제가 파라<ref>파르나소스</ref> 산에 올라갔을 때 멧돼지의 하얀 어금니에 긁힌 상처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를 할아버지 우돌수<ref>아우톨리쿠스</ref>에게 보내어 그분이 제게 약속하신 선물을 받아오게 하셨을 때 생긴 상처이지요.
그리고 이제 제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거닐었던 이 아름다운 과수원의 나무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을 거닐며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무들 아래를 함께 걸었고, 아버지는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려 주셨으며 내게 그것들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사과나무 열 그루, 배나무 열세 그루, 무화과나무 마흔 그루, 포도나무 쉰 그루가 있었으며, 포도나무들은 하나씩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포도송이의 모양 또한 상제께서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지요.”
이 말을 들은 라열태의 심장과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보여준 모든 징표가 거짓 없는 증거임을 깨달았도다.
라열태는 아들을 두 팔로 힘껏 껴안았으며, 아들은 기절하려는 아버지를 부축하였느니라.
잠시 후 숨을 돌리고 정신을 차린 라열태가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상제여! 만일 구혼자들이 저지른 모든 악행에 마땅한 벌을 받았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참으로 오림의 지배자이시로다.
그러나 이제 이탁도 사람들이 곧 우리를 공격하고, 개발도<ref>케팔레니아</ref>의 모든 마을에 이 소문을 퍼뜨릴까 두렵구나.”
이에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가 대답하였느니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들을 두 목동과 함께 보내 저녁 식사를 가장 빨리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농가로 가서 기다리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도다.
그곳에는 이미 푸짐한 고기와 향기로운 포도주가 차려지고 있었느니라.
실리도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여종이 용감한 라열태를 깨끗이 씻기고 감람유를 발라준 뒤 아름다운 장포를 입혀 주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가까이 다가와 신통한 힘을 베풀었으니, 라열태의 몸은 더욱 크고 굳세어지고 얼굴에는 젊은 기운이 돌아왔느니라.
그 모습을 본 오지수가 놀라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참으로 모습이 크게 달라지셨습니다. 신께서 아버지를 더욱 크고 늠름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생각에 잠겨 말하였느니라.
“오, 아버지 상제와 지혜낭자와 아로왕여여!
내가 한때 개발도의 왕으로 있었을 때, 본토 해안의 견고한 요새 내리성<ref>네리쿠스</ref>을 함락시키던 그 시절처럼 힘이 왕성하였다면, 어제 너와 함께 서서 무기를 들고 우리 집에 쳐들어온 구혼자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내가 그들 가운데 수많은 자를 쓰러뜨렸을 것이며, 너 또한 분명 크게 기뻐했을 것이로다.”
그들이 이처럼 이야기하는 동안 저녁상이 모두 차려졌느니라.
그들은 의자와 걸상에 앉아 음식을 집으려 손을 뻗었도다.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늙은 노비 도리수가 아들들과 함께 그들에게 다가왔으며, 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어머니 또한 그들을 부르러 나왔느니라.
그들은 오지수를 보는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추었도다.
그러나 오지수가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앉아서 음식을 드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놀라지 마시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소. 오늘 이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 기쁘오.”
그러나 도리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손목을 잡고 입을 맞추며 외쳤도다.
“주인이시여! 돌아오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들께서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들께서 당신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부인께서는 주인께서 돌아오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릴까요?”
그러자 오지수가 태연히 대답하였도다.
“늙은이여,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공연히 수고하지 말라.”
이에 도리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의 아들들도 유명한 주인 오지수를 환영하며 그의 곁에 둘러앉았느니라.
그들은 서로 반가이 품에 안고 차례로 아버지 곁에 앉았도다.
그리하여 모두 함께 농가에서 저녁을 먹었느니라.
한편 구혼자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도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통곡하며 사방에서 오지수의 관저로 몰려들었느니라.
그들은 집 안에서 시신을 꺼내어 장사를 지냈으며,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자들은 배를 타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도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우필태가 먼저 일어나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가장 먼저 죽인 아들 안태우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었고, 연설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도다.
“친구들이여, 이 간교한 자가 우리 모두에게 참혹한 재앙을 안겼도다.
처음에는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게 하여 배를 잃고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개발도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야 하오.
그가 430년이 되기 전에 필성이나 여리국으로 달아나 버리기 전에 반드시 행동해야 하오.
우리 아들과 형제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수치를 당할 것이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소.
차라리 죽어서 이미 죽은 벗들과 함께하고 싶소.
저들이 바다를 건너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오.
자, 지금 당장 나갑시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모든 사람이 그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슬퍼하였도다.
그때 문돈과 음유시인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와 군중 가운데 섰느니라.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문돈이 입을 열어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오지수가 신들의 도움 없이 어찌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겠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명토로 변장한 신을 보았소.
어떤 때에는 오지수의 곁에 서서 그에게 싸울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또 어떤 때에는 연회장을 휩쓸고 다니며 구혼자들을 흩어지게 하였소.
그들은 마치 파리처럼 하나둘 쓰러졌소.”
이 말을 들은 사람들 위에 창백한 공포가 덮였느니라.
그때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 늙은 전사 하리태가 일어나 그들에게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라.
친구들이여, 오늘날 이러한 재앙이 닥친 까닭은 다름 아닌 너희의 비겁함 때문이니라.
나와 명토가 너희 아들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하였건만 너희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도다.
그들은 제 욕심을 따라 큰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남의 재산을 함부로 차지하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의 아내까지 욕보였도다.
그러나 이제 내 말을 잘 들으라.
우리가 무기를 들고 싸우러 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니라.”
그러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남았으나, 절반이 넘는 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도다.
그들은 우필태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무기를 챙겼으며,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마을 앞에 모였느니라.
그들의 우두머리는 우필태였도다.
그는 죽임을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실상은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향한 길이었느니라.
그곳에서 죽는 것이 이미 그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거노왕<ref>크로노스</ref>의 아들에게 물었느니라.
“상제 아버지, 전능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뜻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또다시 전쟁과 쓰라린 분쟁을 일으키려 하십니까.
아니면 평화와 우정의 편에 서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구름을 거느리는 신이 대답하였도다.
“딸아, 어찌하여 내게 그런 것을 묻느냐.
오지수에게 원수를 갚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 것은 바로 너였지 않느냐.
그러니 이제 네 뜻대로 하도록 하라.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길은 이러하니라.
오지수는 이미 모든 구혼자들에게 벌을 내렸도다.
이제 그들이 오지수를 영원한 왕으로 받들도록 맹세하게 하고, 그들의 형제와 아들을 죽인 죄는 더 이상 묻지 말게 하라.
그리하여 다시 옛날처럼 서로 벗이 되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옳으니라.”
지혜낭자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었느니라.
그 말을 듣자마자 오림산에서 내려왔도다.
그 무렵 저녁 식사를 마친 오지수는 전쟁을 준비하며 말하였느니라.
“누군가 나가서 저들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그러자 도리우의 아들이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갔도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적들이 이미 집 가까이까지 이르렀음을 보았느니라.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와 외쳤도다.
“저들이 가까이 왔습니다! 어서 무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서둘러 무기를 들었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아들, 그리고 두 노비까지 모두 네 사람이었으며, 도리수<ref>돌리우스</ref>는 여섯 아들을 데리고 왔도다.
라열태와 늙은 도리우 또한 비록 백발이 성성하였으나 전사로서 필요한 자들이었느니라.
그들은 모두 빛나는 청동 갑옷을 입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으며, 오지수가 그들을 이끌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명토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가까이 다가왔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태명에게 돌아서서 말하였도다.
“아들아, 이제 네가 전쟁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용기를 시험하는 일이니라.
너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쳐서는 안 된다.
우리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용기와 사내다운 기개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 왔느니라.”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고 대답하였도다.
“아버지께서 제 용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지켜보십시오.
저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수치라는 말을 제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라열태가 크게 기뻐하여 외쳤느니라.
“아, 신들이시여!
오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날이로다.
내 아들과 손자가 서로 누가 더 용감한지를 다투고 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지혜낭자가 눈을 빛내며 라열태의 곁에 서서 말하였도다.
“라열태여, 그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니라.
눈빛이 빛나는 여신과 그 아버지께 기도하고, 창을 들어 힘껏 던져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마치자 곧 신통한 힘을 라열태에게 불어넣었느니라.
그러자 라열태가 재빨리 창을 들어 힘껏 던졌도다.
그 창은 우필태의 청동 투구를 그대로 꿰뚫었느니라.
투구는 창을 막지 못하였고, 창끝은 우필태의 머리를 꿰뚫어 그를 땅에 쓰러뜨렸도다.
그의 청동 갑옷이 땅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를 냈느니라.
이를 본 오지수는 빛나는 아들과 함께 최전선으로 돌격하였도다.
두 사람은 칼과 굽은 창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넘겼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일행은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 하였도다.
그러나 그때 지혜낭자가 크게 외쳤느니라.
“이탁도 사람들이여!
이 무참한 전쟁을 당장 멈추어라!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지금 즉시 각자의 길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 창백한 초록빛 공포가 엄습하였느니라.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살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달아났으며, 모두 도시를 향하여 몸을 돌렸도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오지수는 무서운 함성을 지르고 몸을 낮추어 그들을 뒤쫓았으니,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먹잇감을 덮치는 독수리와 같았느니라.
그때 상제가 번개를 내리쳤도다.
번개는 자신의 딸이자 위대한 여신인 지혜낭자의 앞에 떨어졌느니라.
지혜낭자는 차가운 눈으로 오지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도다.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꾀가 많고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자로다.
그러나 이제 이 전쟁을 멈추어라.
그렇지 아니하면 상제께서 그대에게 크게 진노하실 것이니라.”
오지수는 기꺼이 그 뜻을 따랐느니라.
이에 지혜낭자는 다시 명토의 모습을 하고 전쟁에 나선 양편 사람들 앞에 서서, 앞으로는 서로 평화를 지키고 다시는 칼을 겨누지 않겠다는 엄숙한 맹세를 하게 하였도다.
그리하여 오랜 원한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마침내 끝나고, 이탁도 땅에는 다시 평화의 기운이 깃들게 되었느니라.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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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kim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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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머리말
| 제목 =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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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The Odys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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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저자:호메로스|호메로스]]
| 역자 = (영문) 사무엘 버틀러(Samuel Butler)1900년(1판) 및 2판(1921)<ref>[Project Gutenberg] The Odyssey by Homer ,Translator Butler, Samuel, 1835-1902[https://www.gutenberg.org/cache/epub/1727/pg1727-images.html]</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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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번역은 내가 1897년에 출판한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The Authoress of the Odyssey)"라는 제목의 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디세이" 전체를 실으면 너무 번잡해지기 때문에 그 책에서는 이미 완성해두었던 번역을 요약해 실었었는데, 이제는 내용 전체를 출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방금 언급한 내 저작에 대해서 두 가지 주요 사항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 책에 쓴 내용에는 더할 것도, 삭제할 것도 없습니다. 두 가지 주요 사항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디세이"는 파이아키아 장면과 이타카 장면과 관련하여 현재 시칠리아 서해안의 트라파니라고 불리는 곳에서 전적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곳에서 전적으로 발췌되었습니다. 율리시스의 항해는 일단 시칠리아에 쉽게 닿으면 섬의 변두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사실상 트라파니에서 다시 트라파니로, 리파리 섬, 메시나 해협, 판텔라리아 섬을 거쳐야 합니다.
(2) 이 시는 전적으로 지금의 트라파니(Trapani)라고 불리는 곳에 살며 나우시카(Nausicaa)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소개한 아주 젊은 여성이 쓴 것입니다.
다소 놀라운 주장 중 첫 번째 근거가 되는 주요 주장은 1892년 1월 30일과 2월 20일에 "아테니엄Athenaeum"에 (반박 없이) 등장한 이후로 영국과 이탈리아 대중 앞에서 눈에 띄게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같은 해 사순절과 10월 기간에 대해 요한커뮤니티(Johnian)의 "이글Eagle"에서 촉구되었습니다(역시 반대 의견 없음). 내가 대답해야 할 어떤 것도 어느 방향에서든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으며, 내 주장에 결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면서, 그러한 결함이 존재했다면, 내가 들었어야 했다는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들 중 일부에 대해 어쨌든. 그러므로 잠시 동안 학자들이 내 결론을 일반적으로 묵인한다고 생각하는 척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반박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오디세이(아)"의 번역에만 국한하겠습니다. ” 영어 독자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메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xxii에 있는 한 가지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465-473 그림소프(Grimthorpe) 경이 친절하게도 제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나는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에 사용된 여러 삽화를 반복했으며, 독자들에게 율리시스 집의 바깥뜰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두 삽화를 추가했습니다. 한 그림에 사람과 개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며 부정적인 면이 전개될 때까지 나는 관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부록에는 율리시스의 집 계획을 설명하는 단락과 계획 자체도 재인쇄했습니다. 독자는 이 계획을 주의 깊게 연구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일리아드』 번역의 서문에서 나는 번역가가 따라야 할 주요 원칙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제시했으며, 시를 산문으로 번역하는 최초의 자유에는 번역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자유를 지속적으로 취합니다. 시에서는 옳은 것이 산문에서는 틀린 경우가 많으며, 읽을 수 있는 산문의 긴급성은 산문 번역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내가 엄격한 해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볼 수 있도록 여기에 부처(Butcher) 씨와 랭(Lang) 씨가 번역한 "오디세이"의 60행 정도를 인쇄하겠습니다. 번역은 다음과 같이 실행됩니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글을 장하도다, 지혜 많은 사내 오지수(吳智修)<ref>오디세우스</ref>의 이야기를 어찌 다 말로 하리오.
문선(文仙) 선녀<ref>무사 여신</ref>여, 그가 저 참혹한 토래성(吐來城)<ref>트로이아</ref>을 함락한 후, 어찌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만경창파(萬頃蒼波)를 떠돌았는지, 그 기이한 사연을 낱낱이 들려주소서. 이제 옛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 현대의 중생들에게 전하소서.
당시 토래성의 전란에서 살아남은 장수들은 제각기 고향으로 돌아가 가솔들과 재회하며 태평세월을 보내었으되, 오직 오지수만은 그러하지 못하였도다.
태왕의 따님 립선(立仙)<ref>칼립소</ref>이 오지수의 비범함을 탐내어, 그를 깊은 석굴에 가두고 지기(知己)이자 낭군으로 삼으려 하였음이라.
신들이 명한 천수(天數)가 차서 그가 마땅히 고향 이탁도(利托島)<ref>이타케</ref>로 돌아가야 할 해가 되었음에도, 오지수의 고난은 그치지 아니하였으니, 만리타국에서 일가친척 하나 없이 홀로 외로이 탄식할 뿐이었다.
모든 신선들이 그의 기구한 운명을 가련히 여겼으나, 오직 바다를 다스리는 해왕(海王)<ref>포세이돈</ref>만은 노기를 거두지 아니하고, 오지수가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풍랑을 일으켜 그를 괴롭히고자 하였도다.
이때 해왕은 해가 뜨고 지는 변방의 먼 남만(南蠻)<ref>에티오피아인</ref> 땅에서 백 마리의 소와 숫양을 제물로 받아 성대한 연회를 즐기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 그사이 다른 신선들은 천산(天山)<ref>올림포스</ref>에 있는 상제<ref>제우스</ref>의 대라천 궁전에 일제히 모여 있었다.
상제는 문득 세상을 굽어보다가, 건웅(建雄)<ref>아가멤논</ref>의 아들 충현(忠賢)<ref>오레스테스</ref>에게 당한 간우(奸宇)<ref>오레스테스</ref>의 가련한 최후를 떠올리고 한숨을 쉬며 신들에게 이르기를,
“인간들이 제 신세를 한탄하며 매번 신명을 원망하니, 참으로 어리석고 가소롭도다! 저희의 고통이 모두 신들의 탓이라 하지만, 실상은 제 손으로 화를 자초하여 도리어 고통을 더하는 것이 아니더냐.”
천왕이 이어 가라사대,
“저 간우를 보라. 그 자는 천륜을 어기고 건웅의 정실부인을 빼앗았으며, 건웅이 전장에서 돌아오자 도리어 그를 시해하는 대역죄를 범했다. 그것이 파멸의 길임을 어찌 몰랐겠느냐?
본디 우리 신선들이 일찍이 영민한 신명(神明)을 보내어 간우에게 경고하기를, *‘건웅을 해하지 말고 그 아내를 범하지 말라. 훗날 건웅의 아들 충현이 장성하면 반드시 부친의 원수를 갚으러 돌아올 것이니라’* 하고 그토록 간곡히 타일렀거늘!
간우가 끝내 그 선한 충고를 귓등으로 흘리고 욕망을 좇다가, 결국 제 목숨으로 그 죗값을 모조리 청산하게 되었으니, 누굴 원망하리오.”
하며 천왕이 조용히 눈을 감으시니, 온 궁전에 엄숙한 기운이 감돌더라.
천왕의 말씀이 끝나자, 맑고 깊은 눈을 지닌 지혜낭자(智慧娘子)<ref>아테나</ref>가 부친을 똑바로 바라보며 공손히 대답하여 아뢰되,
“오 전하, 천부(天父)이시여! 대역죄를 지은 간우 같은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하며, 향후에도 그와 같은 악인들에게는 마땅히 천벌을 내려주옵소서! 하오나 소녀의 마음은 오직 의롭고 불행한 장수 오지수 생각에 피가 마르는 듯하옵니다.
그는 붕우 하나 없이 만경창파에 둘러싸인 고독한 섬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고초를 겪고 있나이다. 그곳은 하늘과 땅을 가르는 거대한 바다 기둥을 떠받치고, 그 심연의 깊이를 모두 아는 무시무시한 신 태락(太落)<ref>아틀라스</ref>의 딸이 다스리는 외딴 섬이옵니다.
그 태락의 딸이 불쌍한 오지수를 붙잡아 두고, 온갖 감언이설과 부드러운 말로 고향 이탁도(利托島)를 잊게 하려 애쓰고 있으되, 오지수는 고향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자락이라도 보기를 소원하며 차라리 죽기를 바라고 있나이다.
천상의 신이시여, 어찌 이리 무심하시옵니까? 그가 지난날 토래성의 넓은 평원에서 배들을 줄 지어 놓고 상제님께 지성으로 제물을 바치던 일을 벌써 잊으셨나이까? 어찌하여 오지수를 이토록 외면하시나이까?”
이에 천왕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가라사대,
“내 사랑하는 딸아, 그것이 정녕 무슨 말이냐! 내가 어찌 그 영민하고 의로운 장수를 잊을 수 있겠느냐. 오지수는 인간들 중 누구보다 분별력이 뛰어나고 우리 신명들에게 제물을 아끼지 아니한 자다.
하오나 바다의 주재자인 해왕(海王)의 분노가 참으로 태산 같구나. 오지수가 신의 기운을 타고난 독안거인(獨眼巨人)<ref>키클롭스 </ref>인 포백, 즉 해왕의 아들이자 거인족 중 가장 맹렬한 자의 눈을 찔러 멀게 하지 않았느냐. 그 독안거인의 모친은 바다의 대왕 포길(捕吉)의 딸인 신령 도연(道蓮)으로, 깊은 수중 동굴에서 해왕의 총애를 받던 자라.
이 때문에 해왕이 오지수를 죽이지는 못하나, 고향 땅을 밟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가 묘책을 세워야겠구나. 어찌하면 그를 무사히 환향(還鄕)시킬 수 있겠느냐? 해왕이 아무리 맹렬한들, 온 천산의 신선들이 일제히 뜻을 모은다면 홀로 맞서지 못하고 노여움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니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다시 아뢰기를,
“위대한 천부이시여, 신명들께서 마침내 오지수를 구하기로 결단하셨다면, 서둘러 거인을 잡는 신검을 지닌 전령 신명(神明)을 저 멀리 오경도로 보내소서. 아름다운 여신 립선에게 ‘오지수의 고난이 너무 길었으니 이제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는 상제의 엄숙한 어명을 전하게 하소서.
그사이 소녀는 직접 이탁도로 내려가, 홀로 남은 오지수의 아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고을의 장정 아흔 명을 불러 모으겠나이다. 그리하여 밤낮으로 소와 양을 무자비하게 도살하며 저택을 어지럽히는 탐욕스러운 구혼자 무리에게 맞서게 하겠나이다. 그 후 아들을 필성(弼城)과 사파성(沙巴城)으로 보내어, 부친의 종적을 찾아 의로운 명예를 천하에 드높이게 하겠나이다.”
말을 마친 지혜낭자는 곧바로 바람처럼 빠르게 바다와 육지를 가르는 신비로운 금신을 신었도다. 그리고 분노한 장수들의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는 묵직한 청동 창을 손에 쥐고, 천산의 구름을 헤치며 순식간에 이탁도의 오지수 저택 대문 앞에 당도하였다.
청동 창을 꼬노 잡은 낭자의 자태는 흡사 다포도(多布島)의 저명한 추장이자 오지수의 오랜 벗인 민태(閔泰)의 형상과 같았더라.
이때 저택 뜰을 채운 구혼자라는 무뢰배들은 저들이 약탈해 잡은 소 가죽 위에 주저앉아 한가로이 장기를 두고 있었고, 날랜 하인과 노비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술과 물을 섞고, 상을 해면으로 닦아내며 고기를 썰어 바치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오지수의 아들 태명(泰明)이 섞여 앉아 있었으나, 그의 안색은 지극히 낙담해 있었다. 태명은 마음속으로 ‘언제쯤 아버님께서 신령처럼 나타나 저 무뢰배들을 쓸어버리고 가문의 명예와 가산을 되찾으실꼬’ 하며 깊은 탄식을 토해내던 중이었다.
낭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바로 태명이었다. 그는 멀리서 온 과객을 문밖에 오래 세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여겨, 급히 성문으로 나아가 낭자를 맞이하였다. 태명은 공손히 악수를 청하며 청동 창을 받아 들고 온화하게 말을 건넸다.
“외방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시여, 어서 오십시오. 부디 저희 처소로 드시어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누시고, 고단한 몸을 쉬신 후에 필요한 바를 말씀해 주소서.”
태명이 앞장서서 인도하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그 뒤를 따랐다. 웅장하고 높은 천장의 대청마루로 들어서자, 태명은 낭자의 청동 창을 본디 오지수가 무기를 보관하던 기둥 곁의 윤이 나는 받침대에 고이 거치하였다.
이어 부드럽고 화려한 비단 천을 깐 상감 세공 나무 의자로 낭자를 정중히 모시고, 발받침대까지 대어 주었다. 태명은 구혼자들의 무례한 고함과 소란이 귀한 손님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무리 무리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음속으로 그리운 부친의 소식을 은근히 묻고자 하였다.
이윽고 하녀가 금항아리에 맑은 물을 담아와 손을 씻기고 은대접을 받쳐 들었으며, 두 사람 앞에 정갈한 상을 차려냈다. 노련한 노비들이 향긋한 빵과 갖은 진수를 푸짐하게 올렸고, 고기를 다루는 자는 온갖 고기 요리를 금잔과 함께 곁들였다. 술을 담당한 하인은 연신 달콤한 술을 잔에 채우더라.
이때 구혼자 무리들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와 의자에 거만하게 자리를 잡으니, 노비들이 그들의 손에 물을 붓고 빵 바구니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 하인들이 술잔을 가득 채우자, 그들은 눈앞의 고기와 술을 마구 삼키며 배를 불렸다.
이윽고 먹고 마시기가 끝나자, 무뢰배들은 잔치의 흥을 돋우려 가무(歌舞)로 눈을 돌렸다. 한 노비가 거문고를 가져와, 구혼자들의 강요에 못지않게 노래를 불러야 했던 악사 배명(排明)에게 건네니, 배명이 가볍게 현을 퉁기며 장내에 처량하고도 아름다운 곡조를 울리기 시작하더라.
구혼자들의 소란이 극에 달하자, 소장수 태명(泰明)은 곁에 앉은 과객이 혹여 들을세라 나지막한 소리로 속삭여 가라사대,
“귀한 손님이시여, 노여워 마옵소서. 저 무뢰배들은 오직 풍악을 울리고 방탕하게 먹고 마시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나이다. 저들이 축내는 진수는 본디 엄연한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거늘, 그 주인의 고결한 유골은 찬 비바람 속에 뒹굴고 있거나 거친 파도 아래 가라앉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만일 아버님께서 이탁도(利托島)로 홀연히 돌아오신다면, 저들은 황금과 화려한 비단 옷을 구하기보다 아버님의 칼날을 피해 더 빠른 발을 달라고 신명께 빌어야 할 처지이나, 사실 아버님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셨을 터이니 저희에게는 한 가닥 희망도 없나이다.
그건 그러하옵고, 손님께 청하오니 부디 진실을 들려주소서. 당신은 뉘시오며 어느 고을에서 오셨나이까? 가문과 부모는 누구시며, 어떤 사공들과 항로를 거쳐 이 외딴 섬에 당도하셨나이까? 설마 이 거친 바다를 걸어서 오시진 않았을 터, 필시 아버님과 생전에 깊은 교분을 나누던 벗이시옵니까? 예전에 아버님이 천하를 주유하실 때 수많은 현인들이 이 집을 찾았나이다.”
이에 지혜낭자가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태명을 바라보며 대답하기를,
“내 숨김없이 말하리라. 나는 타포도(陀布島)를 다스리는 군주, 안현(安賢)의 아들 민태(閔泰)라 하네. 이번에 철을 가지고 태문(泰門)으로 가 구리와 바꾸고자 동료들과 배를 몰아 이 주홍빛 바다를 건너왔도다. 내 배는 고을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아래 항구에 정박해 있네. 자네 아버님과 우리 가문은 대대로 두터운 의리를 맺어온 사이니, 저 시골 과수원에서 늙은 노비와 함께 슬픔을 달래고 있는 노장 라현(羅賢)에게 물으면 능히 증명할 것이네.
내 자네 아버님이 환향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나, 신들의 조화로 잠시 길이 막힌 듯싶네. 하오나 내 장담하건대 오 장군은 결코 죽지 않았도다. 거친 바다의 어느 외딴 섬에 갇혀 사나운 자들에게 붙잡혀 있을 뿐, 오 장군은 워낙 수완이 재치 있고 능란한 장수이니 머지않아 쇠사슬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올 방도를 찾을 것이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정녕 오장군의 아들인가? 훤칠한 기상과 총기 어린 눈매가 과연 오 장군을 쏙 빼닮았도다!”
태명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아뢰되,
“어머님께서는 저를 아버님의 혈육이라 하시나, 사람의 출생이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니 어찌 다 알리오. 차라리 내 가산을 온전히 지키며 고향에서 평안히 늙어갈 수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제 아버지는 천하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지닌 분이시라 하니 원통할 따름입니다.”
지혜낭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태명을 격려하며 가라사대,
“연로비(裵蓮) 부인의 아들이여, 자네의 영민함을 보니 자네 가문은 결코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네. 그런데 이 저택에서 방탕하게 군림하며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저 무리는 도대체 누구며, 무슨 잔치이기에 이리 법도가 없는가? 선비된 자라면 저들의 추태를 보고 결코 참지 못할 것이네.”
태명이 침울하게 대답하되,
“과거 아버님이 계실 때는 가문이 번창하고 미래가 밝았으나, 이제 신들이 저주를 내려 아버지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었나이다. 차라리 토래성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셨거나 가솔들의 품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더라면, 고려(高麗)의 백성들이 거대한 무덤을 세워 영웅으로 기리고 저에게도 명예가 남았을 터이나, 지금은 이름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지셨으니 소자에게는 오직 눈물만 남았나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인근 사명도(沙明島), 자금도(紫錦島), 두림도(斗林島) 등지의 군수와 향신(鄕紳)들이 어머니께 청혼하겠다며 날마다 저택에 들이닥쳐 가산을 탕진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이 무뢰배들을 물리치지도 못하고 구혼을 끝내지도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저 무리는 머지않아 제 목숨까지 해하려 드나이다.”
이에 지혜낭자가 크게 분노하여 상을 치며 가라사대,
“이 어찌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오 장군이 당장 방패와 투구를 쓰고 두 손에 날카로운 청동 창을 쥔 채 이 대문 앞에 나타나야 저 파렴치한 무리들을 단숨에 도륙 낼 것이거늘!
자네는 내 말을 명심하게. 내일 당장 이 고을의 족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하고 천지신명을 증인으로 삼아, 저 구혼자 무리에게 ‘모두 제 집으로 물러가라’ 엄히 호령하게. 그리고 어머니께서 재가하고자 하신다면 친정인 대감댁으로 보내어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하라.
그 후 자네는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을 마련하여 아버님의 종적을 찾아 길을 떠나게나. 필성(弼城)의 노현(老賢)을 찾고, 사파성(沙巴城)의 민우(閔宇)를 만나보아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수모를 일 년만 더 참을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도록 하라.
이제 자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과거 오준(吳俊)이 아버지를 시해한 간신 간우를 처단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처럼 용맹하게 행동하여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이네. 나는 이제 동료들이 기다리는 배로 돌아갈 터이니, 부디 내 말을 뼈에 새기게나.”
태명이 감복하여 “아버님 같은 훈계를 주시니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부디 목욕을 하시고 귀한 보물을 선물로 받아 가소서” 하고 붙잡았으나, 낭자는 “그 선물은 훗날 돌아오는 길에 기쁘게 받으리라”는 말을 남기고, 부엉이의 눈을 한 선녀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며 한 마리 신령한 새가 되어 대청마루의 연기 속으로 휙 날아올라 천공으로 사라졌도다.
태명은 그 기이한 광경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하였으나, 이내 온몸에 신비로운 용맹과 결연한 의지가 솟구치며 그 과객이 다름 아닌 천상의 신명임을 깨닫고, 신과 같은 위엄을 띤 채 구혼자들이 모인 대청으로 걸어 나갔다.
이때 대청에서는 악사 배명(排明)이 거문고를 뜯으며, 지혜낭자의 저주를 받아 토래성에서 고려로 돌아오던 장수들이 바다에서 몰사한 처량한 곡조를 노래하고 있었다.
위층 침실에서 이 애달픈 노래를 들은 오지수의 정실 연로비(裵蓮) 부인이 두 여종의 부축을 받으며 높은 계단을 내려왔다. 선녀처럼 고결한 자태의 부인은 대청 기둥 곁에 서서 얇은 비단 베일로 눈물 젖은 얼굴을 가린 채 악사에게 애원하되,
“화공 배명 선생이여, 제발 그 노래를 멈추어 주오. 신명과 영웅들의 장한 위업을 담은 다른 좋은 노래도 많거늘, 어찌하여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이 슬픈 곡조를 부르나이까. 천하에 명성을 떨친 내 낭군 오 장군이 그리워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소.”
그러자 아들 태명이 어미를 향해 뜻밖에 단호하고 웅장한 목소리로 말하되,
“어머니, 예악을 담당한 악사가 제 뜻대로 노래하는 것을 어찌 비난하리이까. 세상의 흥망성쇠는 악사의 죄가 아니요, 오직 천왕 상제님의 뜻에 달린 일입니다. 저 토래성에서 전사하고 돌아오지 못한 자가 어찌 아버님 한 분뿐이겠나이까? 수많은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어머니는 어서 안방으로 드시어 베틀과 물레를 돌리며 여종들의 집안일을 살피소서. 이 저택의 대소사를 논하고 장부들과 담판을 짓는 일은 이 집안의 주인이자 가장인 이 자식의 도리이옵니다.”
부인은 아들의 예리하고도 늠름한 기상에 깜짝 놀라, 아들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며 조용히 위층 침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혜낭자가 안락한 잠을 내릴 때까지 그리운 낭군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더라.
어스름한 대청마루에서 구혼자 무리들이 부인의 아름다움을 탐내며 저마다 소란을 피우자, 태명이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청천벽력 같이 호령하였다.
“이 오만방자한 구혼자 놈들아! 소란을 멈추고 얌전히 풍악이나 들을지어다. 내일 새벽 관아 앞 광장에 전 고을의 장정들을 소집할 터이니 그리 알라. 내 너희에게 엄히 명하노니, 당장 내 아버님의 저택에서 나가 너희 집에서 식사를 하든, 너희 재산을 탕진하든 하라! 만일 한 사람의 가산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끝내 들키지 않을 것이라 자만한다면, 내 천지신명과 천왕께 간청하여 반드시 너희 머리 위로 피의 보복과 파멸을 내리게 할 것이니라!”
청년 태명이 감히 전에 없던 대담한 범의 포효를 내지르자, 무뢰배들은 충격을 받아 입술을 깨물며 서로 눈치만 보았다. 이때 무리 중 오현(吳賢)이라는 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하되,
“태명아, 신들이 네게 오만함을 가르쳤기로 이리 거만하게 구는구나! 천왕께서 자네에게 이탁도의 수령 자리를 결코 내리지 않기를 바라네.”
태명이 안색을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하되,
“오현 어른, 그 말이 가당치 않으나 내 솔직히 말하리라. 나는 천왕께서 내게 수령 자리를 주시기를 바라오. 수령이 되는 것이 가문을 번창하게 하고 명예를 드높이는 길임을 어찌 부인하겠소. 비록 이탁도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아 아버님이 부재한 사이 누가 수령자리를 찬탈할지는 신들의 뜻에 달렸으나, 적어도 내 집과 아버님이 나를 위해 남겨주신 가솔과 노비들의 주인은 바로 이 태명임이 틀림없소!”
그러자 또 다른 무뢰배 우혁(禹赫)이 나서서 겉으로 달래며 묻기를,
“태명아, 수령은 신들이 정할 터이니 자네는 자네 재산을 지키게나. 그런데 아까 찾아왔던 그 기이한 과객은 도대체 뉘시며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아버님의 생사 소식이라도 가져왔는가? 우리와 마주치기도 전에 바람처럼 사라지니 필시 보통 인물이 아닌 듯싶네.”
태명이 엄숙하게 대답하되,
“우혁 어른, 아버님은 결코 돌아오지 못하실 듯하오. 내 이제 어머니가 불러들이는 무당들의 헛된 예언 따위는 믿지 않소. 그 과객은 아버님의 오랜 벗이자 타포도의 군주인 민태 어른이오.”
태명이 겉으로는 이같이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과객이 부엉이 눈을 가진 천상의 선녀임을 확고히 알고 있었더라.
밤이 깊어 구혼자들이 제각기 흩어지자, 태명은 뜰 위에 높이 지어져 사방이 탁 트인 조용한 침실로 올라갔다. 피선의 아들 옥문의 딸이자, 과거 원덕(元德) 대감이 소 스무 마리를 주고 사 와 아내처럼 존중하며 애지중지 키운 충실한 노파 명숙(明宿)이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태명을 모셨다. 명숙은 태명이 갓난아기일 때부터 젖을 먹여 키운 자라 그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노비였다.
방에 든 태명이 침상에 앉아 겉옷 두루마리를 벗어 주니, 노파는 두루마리를 정갈하게 접어 나무 침대 곁 걸이에 고이 걸어두고 방을 나섰다. 명숙이 은박 걸쇠로 문을 닫고 무거운 빗장을 단단히 지르니 사방이 고요해지더라.
태명은 따뜻한 양모 이불에 몸을 감싸고, 밤이 새도록 지혜낭자가 일러준 거룩한 여정과 아버지를 찾을 계책을 구상하며 묵묵히 새벽을 기다리니, 그 기상이 참으로 장하도다.
==제2권 이탁도인의 회의와 태명의 출항==
이른 새벽이 천공에 밝아오니, 동녘 하늘에 꽃이 피듯 붉은 새벽빛이 화사하게 번져가더라.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떨치고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정제하고, 예리한 보검을 등 뒤에 꼬노 멨으며, 기름칠을 잘 하여 반질반질한 가죽신을 멋지게 신었다. 그 방을 나서는 기상이 흡사 당당한 천인(天人)과 같았도다.
태명은 즉시 목소리가 맑고 우렁찬 전령들을 급히 불러 호령하기를,
“지체하지 말고 온 고을의 아해인<ref>아카이오스인</ref>들을 관아 앞 광장으로 소집하라!”
하니, 전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북을 치며 소리쳤다. 이에 아카이오스인들이 순식간에 관아 광장으로 구름처럼 모여들더라.
태명은 손에 청동 검을 쥔 채 홀로 오지 아니하고, 날랜 사냥개 두 마리를 좌우에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행차하였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그에게 거룩한 기품을 내리시니, 광장에 모인 원로와 장로들이 그 신성함에 압도되어 감히 가로막지 못하고 회의의 상석으로 인도하였으며,
태명은 마침내 그리운 부친 오지수의 자리에 늠름하게 좌정하였도다.
가장 먼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입을 연 이는 지혜롭고 나이 많은 노병 애급 영감이었다.
그의 맏아들이자 용맹한 창병이었던 안형은 과거 오지수 장군을 따라 배를 타고 저 멀리 토래성 전장으로 출정하였으나, 귀환하는 길에 그만 눈이 하나뿐인 흉악한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깊은 석굴에서 비참하게 도살당해 거인의 저녁 식사 거리가 되고 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더라.
이 늙은 아비에게는 이제 세 아들이 남아 있었으니, 한 아들 우남은 불행히도 궁궐을 훼방 놓는 구혼자 무리에 가담하였고, 다른 아들들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업을 잇고 있었으되, 노인은 여전히 먼저 간 큰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늙은 애급 영감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대성통곡하듯 군중을 향해 말하기를,
“오호라, 이탁도의 백성들이여, 내 말을 귀담아들으시오! 위대한 오지수 장군께서 전선으로 배를 몰고 떠나신 그날 이후로, 우리 고을은 단 한 번도 이처럼 공식적인 총회를 열고 의견을 모은 적이 없었소. 도대체 오늘날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가 누구란 말이오? 나이가 지긋한 원로요, 아니면 피가 끓는 젊은이요? 그리고 무슨 연유로 소집했단 말이오? 저 바다 너머에서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라도 들은 것이오, 아니면 온 고을 백성에게 널리 전해야 할 조정의 엄중한 소식이라도 있는 것이오? 내 생각건대 오늘 회의를 소집한 자는 필시 의롭고 훌륭한 심성을 지닌 자임이 틀림없으니, 천왕 상제께서 그의 선한 의도에 큰 복으로 보답해 주시기를 원하노라!”
부친을 경외하는 노병의 따뜻한 서두를 들은 태명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도다.
그가 당당한 걸음으로 무리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자, 법도를 관장하는 유능한 관리 피선이 그에게 발언권을 상징하는 권위 있는 연설용 지팡이를 정중히 건넸다. 태명이 그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린 후, 먼저 말을 꺼냈던 애급 영감을 향해 예를 갖추어 준엄하게 고하기를,
“어르신, 여기 계십니다! 노련하신 어르신께서 찾으시던 소집권자가 바로 이 눈앞에 있는 소자 태명입니다! 제가 큰 곤경에 처하여 온 고을의 어른들을 한자리에 모셨나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소서. 저를 공격하러 다가오는 외적의 군대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요, 우리 백성에게 닥칠 다른 천재지변의 급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제 개인과 무너져가는 가문을 구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절박한 도움이 필요하여 종을 울렸나이다!
지금 저희 가문은 두 가지 거대한 재앙을 만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인자하게 다스리시던 제 부친 오지수 장군을 잃은 것이요, 둘째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끔찍한 일로, 제 집안이 날마다 파괴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모든 가산이 순식간에 탕진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인근 고을의 내로라하는 귀족 집안의 방탕한 아들놈들이 제 어머니 연로비 부인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날마다 우리 궁궐에 무단으로 들이닥쳐 강제로 구혼을 일삼고 있습니다. 저들이 진정 양반의 법도를 안다면 마땅히 어머니의 친정아버님이신 이대감 댁으로 찾아가 정당하게 지참금을 논하고 신랑감을 정해야 할 것이거늘, 저 겁쟁이 무뢰배들은 차마 감히 그러지 못하나이다!
도리어 저들은 날마다 우리 집 사랑채와 안채를 배회하며,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아버님이 남기신 소와 돼지, 살진 염소를 닥치는 대로 도살하여 잡아먹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술판을 벌이고 값비싼 술을 물 쓰듯 마셔대며 가산을 낭비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이 기가 막힌 처지를 두고 어찌 재앙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프도다! 지금 이 저택에는 저 탐욕스러운 도적 떼를 단숨에 쫓아내고 집안을 구원할 주인이 없나이다. 당대 영웅이셨던 제 부친 오지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으니, 일천한 학식과 훈련도 받지 못한 이 어린 태명의 힘으로는 저 무도한 무리와 맞서 싸울 힘이 없고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참으로 애통하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하며 태명이 지팡이를 쥐고 눈물을 흘리니, 온 광장의 백성들이 일제히 숙연해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라.
태명이 옥도(玉度) 같은 눈물을 흘리며 광장을 향해 다시 목청을 높여 고하되,
“오호라! 내게 저 무도한 도적 떼를 제압할 완력과 군사가 있었다면, 내 어찌 이 수모를 보고만 있었으리오! 저들이 가문을 도륙 내고 옥우(玉宇)를 황폐하게 만드니, 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도다. 너희 구혼자 놈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라! 인근 고을의 이웃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손가락질하며 무어라 비웃겠느냐?
너희는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 머지않아 분노하신 천지신명께서 너희에게 등을 돌리시고, 이 무도한 범죄 행위에 진노하사 벼락을 내리실 것이다. 대라천의 상제와 인세의 공의(公義)를 주관하시는 신명께 맹세하노니, 부디 이 원통함을 굽어살펴 정의를 행하소서!
아아, 그러나 다 부질없도다. 이웃 백성들이여, 차라리 나를 이대로 버려두어 홀로 슬픔에 겨워 죽게 하소서. 혹여 내 용맹한 부친 오지수 장군이 생전에 고을 백성들에게 척을 진 일이 있어, 너희가 그 원수를 갚겠답시고 나를 괴롭히며 저 무뢰배들을 충동질하는 것이냐?
정녕 그러하다면 차라리 고을 백성들이 내 가축과 곡식을 한꺼번에 먹어 치워 버리는 편이 나을 뻔하였도다! 그랬다면 내가 관아에 고발하고 고을을 돌아다니며 가산을 되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송사(訟事)라도 벌였을 터이나, 지금 저 도적 떼는 내 손발을 묶고 피를 말리니 참으로 대책이 없고 무의미하도다!”
태명이 좌절감과 억울함에 치를 떨며 말을 멈추고는, 손에 쥐고 있던 연설용 지팡이를 광장 바닥에 팽개치며 마침내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 처량하고 장한 모습에 광장에 모인 온 백성들이 일제히 가련히 여겨 눈물을 훔쳤고, 사방이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여 감히 누구도 소년에게 모진 말을 건네지 못하더라.
이때 구혼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악명 높은 안태우가 군중 헤치고 나와 삿대질을 하며 거만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태명아, 이 건방지고 고집 세며 철없는 꼬맹이 놈아! 네가 감히 천하의 영웅들을 조정의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우리에게 가산 탕진의 책임을 전가하려 드느냐! 우리 구혼자들은 네 가문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도다.
원망하려거든 도리어 네 귀하신 어미 연로비 부인의 흉계를 탓하거라! 그 부인의 꾀가 참으로 여우 같고 교활하도다.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에 이르도록 온갖 감언이설로 장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희망을 주며 서찰을 보내면서도, 정작 속맘은 딴 데 가 있도다.
부인이 지난날 기이한 꾀를 내어 궁궐 대청에 거대한 베틀을 설치하고는, 길고 가는 삼베천을 짜면서 우리에게 이르기를, ‘장부들이여, 내 낭군 오지수 장군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혼백이 되었으니, 그대들의 구혼을 내 어찌 모른 체하리오. 다만 내 시아버님이신 노장 라현<ref>라에르테스</ref> 대감께서 연세가 높아 만수무강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대감이 붕어(崩御)하신 후 수의(壽衣)도 없이 묻히시면 내 어찌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다 하리오. 제발 이 수의를 완성할 때까지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주오’ 하니, 그 말이 제법 충효(忠孝)에 부합하므로 우리도 묵묵히 기다려 주었느니라.
그런데 아연실색할 일은, 그 부인이 낮에는 눈속임으로 두꺼운 삼베를 짜다가, 밤만 되면 궁청에 횃불을 밝혀놓고 낮에 짠 코를 일일이 다시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더냐! 이 가당치 않은 속임수에 고려의 대장부들이 3년 동안 깜짝 속아 넘어갔도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침내 4년째 되던 해에 내막을 아는 여종 하나가 우리에게 밤의 기사를 밀고하였도다. 우리가 등달아 안채로 들이닥쳐 부인이 수의를 풀고 있는 현장을 덮쳐 윽박지른 후에야 비로소 그 수의를 완성하게 하였느니라. 이것이 숨겨진 진실이니, 너와 온 고을 백성들은 똑똑히 들을지어다!”
안태우가 광장의 백성들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호령하되,
“그러므로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명백하도다. 태명아, 너는 당장 네 어미를 이 저택에서 내쫓아 친정으로 돌려보내라! 네 외조부 이 대감이 부인을 마땅한 자에게 재가시키도록 조치하란 말이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자네 어미에게 빼어난 재능과 영민한 지혜, 그리고 고결한 마음을 주셨기에, 옛날 고려 땅의 절세가인들이었던 제후의 딸들이나 화환을 썼던 미케네의 미인들조차 연로비 부인의 기막힌 신통력을 따라잡지 못함은 내 인정하네.
하오나 부인이 이토록 장부들을 기만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천명(天命)을 거스르는 짓이도다. 부인이 신들이 내린 잔꾀에 매달려 재가를 미루는 한, 우리 구혼자들은 자네 집안의 곡식과 재산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남김없이 거덜 낼 것이니라! 그것이 부인에게는 정절의 영광일지 모르나, 자네 가문에는 오직 파멸의 손실일 뿐이도다. 부인이 우리 중 한 장부를 낭군으로 택해 나갈 때까지, 우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 궁궐을 떠나지 않을 것이로다!”
안태우의 서슬 퍼런 으름장이 끝나자, 청년 태명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대답할 준비를 하더라.
태명이 눈을 부릅뜨고 안태우를 꼬집어 꾸짖어 가라사대,
“안태우 너는 들으라! 내가 어찌 나를 낳고 길러주신 고결한 어머님을 이 궁궐에서 강제로 내쫓을 수 있단 말이냐. 아버님이 이 세상에 살아계신지 혹은 영장(靈長)의 혼백이 되셨는지 알 길이 없으나 타국에 억류되어 계시거늘, 내가 불효막심하게 어머님을 축출한다면 외조부 이 대감께서 내게 엄중한 대가를 물으실 것이요, 천지신명께서도 더 큰 천벌을 내리실 것이다. 어머님이 눈물로 이 집을 떠나시며 신명께 원통함을 고하시면, 복수의 여신들이 강림하여 나를 저주할 터이니 나는 결단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저희 놈들이 이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면 당장 이 궁궐에서 너희 발로 걸어 나가라! 내 아버님이 피땀으로 모으신 진수를 더는 축내지 말고, 정 그리 먹고 싶거든 너희 가산을 탕진하여 너희 소와 양을 잡아먹을 지어다! 남의 전답과 재물을 통째로 삼키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로 알았더냐? 정녕 그렇다면 어디 끝까지 가보자꾸나. 불멸의 신명과 천왕 상제께 피로써 간청하노니, 상제께서 머지않아 이 무도한 죄악의 대가를 철저히 치르게 하실 것이다. 너희 놈들은 마땅히 이 궁청에서 명줄이 끊길 것이요, 어느 누구도 너희의 죽음을 가엾게 여기지 아니하리라!”
태명의 말이 장내를 뒤흔들자, 홀연히 천공에서 뇌성이 은은히 울리더니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거룩한 목소리를 지닌 천왕 상제께서 저 높은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독수리 두 마리를 현신(現身)으로 내려보내셨도다.
처음에는 두 마리 신조(神鳥)가 바람을 타고 날개를 활짝 편 채 서로의 깃을 부딪치며 평화로이 떠돌더니, 이윽고 시끌벅적한 광장의 군중 한가운데에 이르자 별안간 빙빙 돌며 퍼덕이고 웅장한 날개 짓으로 살기(殺氣)를 뿜어내었다.
두 독수리는 죽음과 같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장내에 모인 구혼자 무리의 머리 위로 들이닥쳐,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얼굴과 목덜미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피를 흘리게 하더라!
그 후 신조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고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니, 광장에 모인 백성들과 구혼자들이 그 해괴하고 웅장한 도술에 놀라 자빠지며 마음속으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 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의아해하였다.
이때 장로들 중 새의 움직임과 천기를 읽는 혜안이 유독 뛰어난 마스토르의 아들, 늙은 지도자 맹수<ref>할리테르세스</ref> 옹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무리에게 준엄하게 고하되,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특히 저 탐욕에 눈이 먼 구혼자 놈들은 내 예언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오. 머지않아 피비린내 나는 대재앙이 너희 머리 위로 쏟아질 것이다! 오지수 장군께서는 결코 고향을 오래 떠나 계시지 않을 터, 이미 그분은 우리의 숨결이 닿는 곳까지 가까이 당도하사 너희 무도한 놈들에게 뿌릴 죽음의 씨앗을 품고 계신다.
나아가 이탁도의 방관한 백성들에게도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우리는 저 구혼자 무리의 악행을 당장 막을 방도를 세워야 할 것이오. 그것이 저들에게도 목숨을 보존할 유일한 길이외다.
내 일찍이 오 장군께서 토래성으로 출정하실 때 예언하기를, ‘오 장군이 온갖 모진 고초를 겪고 부하들을 모두 잃은 후, 20년 만에 아무도 몰라보는 초라한 행색으로 환향하리라’ 하였거늘, 이제 그 천수(天數)가 차서 예언이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도다!”
그러자 구혼자 무리의 또 다른 괴수인 보리보의 아들 우혁이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나서서 대답하되,
“이 망령 난 늙은이야, 그 입을 다물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네 자식들에게나 헛된 길흉화복을 점치거라! 그러지 않으면 네 늙은 목숨이 온전치 못하리라. 천공 아래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닌들 어찌 그것이 모두 신의 계시란 말이냐. 오지수 장군은 이미 타국 먼 바다에서 썩은 송장이 되어 죽었도다. 차라리 영감탱이 너도 그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었더라면 이 지루한 예언 따위는 듣지 않았을 것을! 자네가 이 철부지 태명 놈을 두둔하여 그 대가로 상(賞)이라도 바라는 모양이다만, 내 단언하건대 결코 그리 안 될 것이다.
늙은이야, 자네가 고대의 지혜를 읊으며 이 아이를 충동질해 보았자, 이 아이는 상처만 입고 파멸할 뿐이네. 우리는 자네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
내 온 백성 앞에서 선포하노니, 태명은 당장 제 어미를 친정 대감댁으로 돌려보내어 정당하게 혼례를 올리고 마땅한 선물을 준비하게 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독한 구혼 행위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0살 처먹은 늙은이의 장황한 사설도, 자네의 무의미한 예언 따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노라! 저 연로비 부인이 재가를 거부하며 우리의 희망을 꺾는 한, 이 궁궐의 가산은 씨가 마를 때까지 멸망할 것이로다!”
이에 태명이 안색을 굳히고 대답하되,
“좋소, 우혁 어른과 구혼자 무리들이여.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소. 천지신명과 여기 모인 백성들이 이미 내 원통함을 아실 터이오. 다만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부하 스무 명만 내어주시오. 내 직접 사필성와 모래 언덕의 필성까지 가며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찾겠소.
혹여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상제께서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 주실 수도 있음이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면 이 수모를 일 년 더 견딜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무덤을 파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것이오.”
태명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과거 오지수 장군이 배를 타고 떠날 때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보고 노비들에게 상전(上典)으로 모시라 당부했던 의리 있는 벗, 명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도다.
명토가 관아의 군중을 향해 피를 토하듯 연설하여 가로되,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세상의 법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도다! 향후 이 나라의 왕들은 백성을 어질고 따뜻하게 다스릴 필요가 없으며, 언제나 잔혹하고 혹독하게 군림해야 마땅할 것이오.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자애롭게 보살피셨던 은인 오지수 나리를, 저 배은망덕한 백성들이 이토록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오! 내 저 구혼자 놈들이 오만방자하게 가산을 갉아먹는 폭정은 차라리 비난하지 않겠소. 저놈들은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 믿고 제 목숨을 걸고 저질러진 도적질이니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나, 왕의 은혜를 입고도 이 불의를 묵인한 채 입을 닫고 있는 너희 백성들의 무심함은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로다!”
하니, 장내에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이 감돌더라.
명돈<ref>멘토르</ref>가 가슴을 치며 백성들을 향해 다시 부르짖어 가라사대,
“내가 정녕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저 무뢰배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여기 모인 고을 백성들 때문이로다! 너희가 수적으로는 저 도적 떼보다 훨씬 우세하거늘, 어찌 이 불의를 보고도 비겁하게 가만히 앉아 저들에게 꾸짖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단 말이냐!”
그러자 에우에노르의 아들 이곽<ref>레오크리토스</ref>이 코방귀를 뀌며 앞으로 나서서 명토를 윽박질러 대답하되,
“스승 명토여,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 자네가 필시 노망이 나 제정신이 아니로군.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이 즐거운 잔치를 중단하라 훈계하다니! 자네들이 감히 우리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듯싶은가? 우리의 세력이 자네들보다 훨씬 막강하네.
설령 이탁도의 주인 오지수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우리가 그의 궁궐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을 보고 노하여 쫓아내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아내 연로비 부인이 아무리 낭군을 그리워했을지언정, 홀로 우리 무리와 맞서다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남편의 처량한 최후를 보며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오!
그러니 영감의 말은 그저 쓸모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네. 어쨌든 총회는 끝났으니 모두 흩어져 각자 생업으로 돌아갑시다. 명토와 맹수 영감은 오지수의 오랜 동료들이라 하니, 저 철부지 태명의 유랑 길이나 한 번 잘 안내해 보시오. 내 장담하건대, 저 풋내기는 이탁도 항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평생 고향에서 소식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네!”
이곽의 말이 끝나자 군중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탁도 백성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으며, 구혼자 무리들은 떼를 지어 다시 오지수의 궁궐로 향하더라.
이때 태명은 무리의 눈을 피해 홀로 빠져나와 적막한 해변에 당도하였다.
그가 거친 파도가 치는 회색 바닷물에 손을 씻고 청하여 대라천의 여신 지혜낭자에게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여신이시여, 소자의 기도를 들으소서! 바로 어제 천신께서 현신하사 제게 이 만경창파를 건너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아버님의 종적을 찾으라 명하셨나이다. 하오나 저 오만방자하고 비열한 구혼자 놈들과 이를 방관하는 백성들 때문에 가산은 날마다 거덜 나고 소자는 발이 묶였으니, 어찌하면 좋으리이까.”
태명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지혜낭자가 별안간 벗 명토의 형상과 목소리로 변장하여 그의 곁에 나투시더니, 한 마리 새가 지저귀듯 신비로운 말로 귀에 대고 속삭이셨도다.
“태명아, 네 부친 오지수의 맹렬한 기상과 강인함이 정녕 네 혈육 속에 흐르고 있다면, 자네는 반드시 용맹하고 사려 깊은 장부가 될 것이네. 생전의 오 장군이 부하들을 통솔하는 말과 행동에 얼마나 유능했더냐! 네가 정녕 그의 친아들이라면 이번 여정은 필시 대성공을 거둘 것이로다.
본디 아비보다 나은 자식이 극히 드물고 대개는 부친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나, 자네를 보니 결코 겁쟁이도 아니요 어리석은 자도 아니로다. 자네는 오 장군의 영리한 지혜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이 대업을 능히 완수하리라 내 확신하네.
그러니 저 미련한 구혼자 놈들의 얄팍한 계획 따위는 뇌리에서 지워버려라. 저 도적 떼는 도덕도 없고 천벌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 머지않아 저들 머리 위에 닥칠 끔찍한 운명과 코앞에 이른 죽음의 칼날을 전혀 알지 못하도다. 내가 네 부친의 오랜 벗으로서 자네와 이 길을 끝까지 함께할 터이니 자네는 기필코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네.
내 자네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한 전선(戰船)을 마련해 줄 것이니, 자네는 지금 당장 구혼자들이 있는 궁궐로 돌아가 대담하게 식량을 구해 오게나. 항아리에는 향긋한 포도주를 채우고, 가죽 주머니에는 장정들의 힘의 근원이 될 곡식을 가득 담아 두어라. 그사이 내가 고을을 은밀히 돌아다니며 자네와 생사를 함께할 용맹한 사공들을 모집하겠네. 이탁도 항구에 배들이 많으니, 내가 가장 견고한 상선(商船)을 골라 빠르게 장비를 갖추고 먼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칠 것이니라.”
상제의 따님인 여신의 신령한 훈계를 듣고 태명은 군령을 받들듯 순종하였도다.
하오나 집으로 돌아가는 태명의 마음은 여전히 번뇌로 가득 차 있었다.
궁궐 대청에 들어서니, 과연 저 오만한 구혼자 놈들이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마당에서 염소 가죽을 벗기고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더라.
그 무리 가운데 괴수 안태우가 들어서는 태명을 보고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짐짓 친한 체하며 비아냥거려 가로되,
괴수 안태우가 짐짓 호방하게 웃으며 태명의 어깨를 툭툭 치고 가로되,
“태명 아, 자네는 어찌 그리 매사에 고집불통인가! 자네를 짓누르는 근심을 마음속에서 깨끗이 털어버리고, 예전처럼 우리와 함께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세나. 고려인 장부들이 자네의 가깝고 먼 소망을 다 해결해 줄 터이니 염려 마라. 우리가 견고한 쾌속선과 날랜 사공들을 골라줄 터이니, 자네는 순풍에 돛을 달고 필성으로 가 부친의 소식을 알아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에 태명이 안태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벽력같이 호령하여 가라사대,
“안태우 너는 들으라! 내 어찌 가문을 파멸로 이끄는 너희 이기적인 도적 떼와 한상에서 평화로이 술잔을 나누고 기쁨을 논하리오. 내가 철없는 어린아이였을 때, 너희가 아버님이 남기신 풍족한 가산을 마구 탕진한 것만으로도 이미 뼈에 사무치거늘!
하오나 이제 나도 장성하여 사리를 분별하고 현인들의 조언을 들었으니, 가슴속에 용맹한 기상이 소생하도다. 내가 이 궁궐에서든, 혹은 필성으로 날아가서든, 반드시 너희 놈들에게 피의 보복을 내리고야 말 것이다! 비록 너희가 배와 사공을 내어주지 않을지라도, 내 다른 배의 승객으로 동승하여서라도 기필코 필성으로 가고야 말 터이니 그리 알라!”
태명이 결연히 돌아서자, 대청에서 술판을 벌이던 구혼자 무리들은 도리어 조롱 섞인 비웃음을 터뜨리며 저희끼리 수군거리기를,
“에라, 큰일 났구나! 저 핏덩이 태명 놈이 정녕 우리를 몰살하려 드는 모양이네. 필성이나 사필성로 달려가 구원병이라도 청해올 기세가 아닌가! 아니면 저 멀리 에피라 섬의 독초 밭에서 치명적인 맹독을 구해와 우리 술잔에 몰래 타서 한꺼번에 도륙을 내려는구나!”
또 다른 오만한 자가 잔을 들어 올리며 낄낄거려 가로되,
“글쎄, 누가 알겠는가. 저 풋내기가 굽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제 아비 오지수처럼 길을 잃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혼백이 될지. 만일 그리된다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로다!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갖고, 이 웅장한 궁궐은 연로비 부인과 새로이 혼인할 낭군에게 통째로 넘겨주면 그만이니 말이네.”
그들의 조롱을 뒤로하고 태명은 아래층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친의 보물창고로 향하도다.
그 창고는 천장이 높고 웅장하여, 사방에 황금과 청동이 가득하고 궤짝마다 비단 옷가지와 향기로운 백합유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벽면을 따라서는 신의 명주(銘酒)와 같이 달콤하고 순수한 극상 포도주 항아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으니, 이는 오직 온갖 풍상을 겪은 오지수 장군이 환향할 날만을 고대하며 따로 보관해 둔 것이라.
두꺼운 이중문으로 굳게 잠긴 이 창고를 밤낮으로 현명하게 지키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과거 원덕 대감의 심복이자 옵스의 딸인 충직한 유모 명숙(명숙)이었다. 태명이 유모를 은밀히 불러 속삭여 가라사대,
“유모여, 나를 위해 저 항아리에서 달콤한 포도주를 따라 내어주시오. 다만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 때를 위해 비축해 둔 최고의 명주 말고, 그 다음으로 좋은 포도주로 항아리 열두 개를 가득 채워주시오.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 곱게 빻은 보리쌀 스무 근을 단단히 담아두되, 이 모든 일을 다른 무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붙여주시오. 해가 지고 어머님이 위층 침실로 드시어 잠자리에 오르시면, 내가 밤중에 몰래 와서 이를 수거할 것이오. 내 정녕 사필성와 모래벌판의 필성으로 가 아버님의 종적을 찾고자 하노라.”
유모 명숙이 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려 가로되,
“오호라, 도련님! 무슨 생각으로 이리 험난한 길을 자초하시나이까? 도련님은 우리 가문의 유일한 외동아들이시요 온 가솔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몸이시거늘, 어찌 그 멀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십니까! 오지수 왕께서도 타국 만리바다에서 길을 잃고 횡사하셨거늘, 도련님마저 성을 비우시면 저 도적 떼가 당장 도련님을 시해하고 재산을 분탈할 음모를 꾸밀 것이 자명하옵니다. 부디 이 늙은이의 말을 들으사 궁을 지키시고, 저 거친 만경창파의 위험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마옵소서!”
태명이 유모의 손을 잡고 단호히 달래어 가로되,
“유모여, 내 안위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천상의 신명께서 이미 이 계획을 굽어살피시고 대복(大福)을 약속하셨나이다. 다만 청이 있으니, 내가 떠난 것을 어머님이 아실 때까지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비밀을 유지해 주시오. 어머님이 슬피 우시다 고운 안색과 피부가 상하실까 두려우니 그리해 주시오.”
늙은 유모가 천지신명께 맹세하며 마침내 비밀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밤이 되자 향긋한 포도주를 항아리에 채우고 보리쌀을 튼튼히 기운 가죽 자루에 담아 준비하더라. 이에 태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대청으로 돌아가 구혼자 무리 틈에 섞여 동태를 살폈도다.
이때 천상의 지혜낭자가 궁궐의 사정을 굽어보시고 신통한 묘안을 내셨도다.
여신은 순식간에 태명의 형상으로 둔갑하여 이탁도 고을 곳곳을 암행(暗行)하며, 구혼자 무리의 장정들을 한 명씩 찾아가 ‘오늘 밤 삼경에 항구의 배 곁으로 집결하라’ 은밀히 군령을 내리셨다.
또한 프로니우스의 아들 노에몬을 찾아가 용맹한 전선(戰船) 한 척을 청하니, 노에몬이 기꺼이 배를 내어주겠노라 약속하더라. 이윽고 해가 지고 천지에 어둠이 짙게 깔리자, 여신은 홀연히 도술을 부려 거대한 배를 물 위로 끌어 올리고 항해에 필요한 갖은 도구와 장비를 빈틈없이 실었다.
해변의 외진 곳에 우뚝 선 여신은 건장한 사공들을 모아 일일이 군기를 다잡고 훈련시킨 후, 밤눈을 빛내며 오지수의 궁궐로 되돌아와, 여전히 술판을 벌이던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강력한 수면(睡眠)의 도술을 부리셨도다.
> 여신이 신형(神馨)의 기운으로 그들을 치시니, 도적 떼는 취기에 눈이 풀려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엎어져 깊은 잠에 빠져들더라.
여신은 다시 스승 명토의 형상으로 변장하여, 어스름한 대청에서 소년 태명을 밖으로 불러내어 그의 늠름한 안색을 유심히 바라보며 가라사대,
“태명아, 갑옷을 갖춰 입은 용맹한 선원들이 이미 항구에서 자네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도다. 어서 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한시바삐 닻을 올려야 하느니라!”
팔라스 아테나 여신이 앞장서서 날래게 걸어가니, 소년 태명이 호랑이 같은 걸음으로 그 신성한 발자취를 바짝 따랐다. 두 사람이 거친 해변에 당도하니, 과연 갯바람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늠름한 사공들이 배를 대어놓고 대기하고 있더라.
충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태명이 선원들을 향해 기운차게 호령하여 가로되,
“동지들아! 어서 가서 창고에 비축해 둔 행장과 식량을 배로 옮기자. 이미 만반의 준비가 끝났도다. 다만 사방이 고요하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말라. 내 어머님도 모르시고 다른 가솔들도 일절 모르는 비밀이되, 오직 내 노련한 유모 한 사람만 알고 있느니라.”
태명(오디세우스의 아들)이 군사를 지휘하듯 솔선수범하니 선원들이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든 보따리와 가죽 주머니를 갑판에 실었다. 준련(俊秀)한 태명이 사공들에게 최종 지시를 내린 후 당당히 배에 오르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뱃머리에 서서 행차를 인도하였도다. 여신이 배의 선미 상석에 좌정하시고 그 곁에 태명이 늠름하게 앉으니, 선원들이 일제히 밧줄을 풀고 각자 노를 잡고 자리에 앉아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하더라.
이때 지혜낭자가 서쪽 하늘을 향해 도술을 부려 맑고 강인한 순풍을 불러일으키시니, 만경창파 포도주 빛 바다 위로 서풍<ref>제피로스</ref>이 휘파람을 불며 돛을 밀어붙였다.**
태명이 대성(大聲)으로 명령하여 “모두 돛대를 굳게 잡으라!” 하니, 사공들이 일제히 소나무로 만든 튼튼한 돛대를 도르래 홈에 뚝딱 세우고 밧줄로 단단히 고정한 후, 잘 무두질한 가죽 끈을 당겨 눈부시게 하얀 흰 돛을 높이 올렸다.
순풍이 돛 한가운데를 빵빵하게 채우자, 배는 쏜살같이 나아갔고 거친 보랏빛 파도가 쪼개지는 용골 주위를 요란하게 때리며 하얀 거품을 일으켰도다. 여신이 풍랑을 조화롭게 다스려 항해를 지극히 순조롭게 하시니, 어둠을 가르는 검은 전선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만리길을 전진하였다.
사공들은 돛대를 질러 고정한 후,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 천지신명과 불멸의 신선들, 특히 오지수 가문을 수호하시는 눈빛 총명한 신명께 지성으로 고리(告祭)를 지내며 제물을 바쳤다.
이윽고 쾌속선은 어두운 밤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다가올 새벽의 붉은 동이 틀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저 먼 대해를 향해 도도하게 나아가니, 그 기상이 실로 장관이더라.
==제3권 늙은 왕의 회상==
이튿날 여명이 은은히 밝아오며, 태양신 해일<ref>헬리오스</ref>이 불멸의 신선들과 곡식을 가꾸며 살아가는 필멸의 중생들에게 빛을 비추고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양의 동녘을 떠나 청동빛 하늘을 향해 해수레를 몰아 맹렬히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태명 일행이 탄 검은 전선은 마침내 넬레우스 대감이 세운 유서 깊은 고을, 필성 항구에 도달하였도다.
마침 바닷가에서는 온 백성들이 모여, 대지를 뒤흔드는 권능을 지닌 검은 머리의 바다 신 해왕께 가장 좋은 제물을 바치는 거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니, 온몸이 숯비둘기처럼 새까만 흑황소(黑黃牛)들을 잡아 바치는 참이었다.
해변에는 아홉 줄의 자리가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한 줄에 무려 오백 명씩의 장정들이 군좌(群坐)하였으며, 각 줄마다 아홉 마리씩의 황소를 제물로 드려 장관을 이루었다. 백성들이 잡은 황소의 구운 내장을 먼저 맛보고, 제단 위에서 넓적다리뼈를 태워 연기를 신명께 올려드릴 때, 태명 일행은 균형 잡힌 쾌속선의 돛을 내린 후 선원들을 시켜 돛천을 잘 접어 단단히 정박시키고 마침내 육지에 첫발을 내딛도다.
태명이 배에서 내리자, 스승 명돈으로 변장한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걸으며 빛나는 눈으로 태명을 돌아보고 나직이 타이르되,
“태명아, 이제부터는 기가 죽거나 털끝만큼도 위축될 필요가 없느니라. 자네가 이 거친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까지 온 것은, 오직 대지가 자네 부친 오지수 장군을 어느 구석에 감추었으며 그분이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러니 자, 기운을 내어 곧장 말 길들이는 재주로 천하에 이름난 노장 노현 대감을 찾아가세나. 그 어른이 가슴속에 어떤 비책을 품고 계신지, 아버님의 소식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고 정중히 간청해보게. 노현 대감은 당대의 명망 높은 현인이시니 결코 거짓을 말하여 자네를 속이지 않을 것이네.”
이에 영민한 태명이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 아뢰되,
“스승님, 소자 아직 나이가 어리고 조정의 법도나 장부들과 지혜롭게 담판 짓는 말주변이 심히 서툴옵니다. 이토록 덕망 높은 고을의 대장 어른을 뵙고 어떤 말씀부터 꺼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위축되나이다.”
여신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되,
“태명아, 걱정 말라. 자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는 영감이 있을 것이요, 설령 부족할지라도 천지신명께서 자네 입을 빌려 마땅한 언변을 내려주실 것이네. 본디 신들의 가호와 음덕이 아니었다면 자네가 어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늠름하게 장성할 수 있었겠느냐.”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이 말을 마치고 대장부처럼 앞장서서 걸어가니, 태명이 고스란히 여신의 거룩한 발자국을 밟으며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필성의 장정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연회석 쪽으로 다가서니, 과연 상석에는 노장 노현 대감이 여러 아들들과 함께 좌정해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노비들이 고기를 굽거나 긴 꼬챙이에 꿰며 잔치 준비로 분주하더라.
외방에서 온 이방인 나그네들을 발견한 필성의 백성들은 일제히 몰려와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며, 먼 길에 고단할 터이니 어서 자리에 앉으라고 정중히 권하였다.
이때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가장 먼저 돛달음질쳐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이끌었다. 그는 바닷가 모래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양털 가죽을 정성껏 깔아 마련한 상석으로 두 귀빈을 인도하여, 형 트라시메데스와 부친 노현 대감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혔도다.
젊은 주인이 환영의 뜻으로 두 사람 앞에 갓 구워낸 소 내장 요리를 올리고, 화려한 황금 잔에 향긋한 포도주를 가득 따른 후, 천상의 방패를 지닌 상제의 따님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을 향해 공손히 잔을 바치며 말하되,
“먼 곳에서 오신 귀한 나그네여, 마침 우리가 바다의 주재자이신 해왕 군주를 위해 대제를 지내던 참에 귀한 발걸음을 하셨으니, 부디 우리 신명께 지성으로 기도를 올려주소서. 예법에 따라 먼저 신께 고리(告祭)를 지내며 포도주를 올린 후, 그 꿀맛 같은 잔을 곁에 계신 젊은 벗에게도 건네어 함께 축원을 빌게 하소서. 본디 천하의 모든 인간은 신령의 음덕 없이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자네의 친구 역시 불멸의 신선들께 정성껏 빌고 싶지 않겠소? 다만 저 곁에 계신 도령은 나이가 더 어려 나와 동년배로 보이니, 이 첫 황금 술잔은 마땅히 연치(年齒)가 높으신 어른께 먼저 올리는 것이 도리인가 하옵니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이렇듯 법도에 맞게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 잔을 여신의 손에 쥐여주니, 지혜낭자는 지혜롭고 올바른 행실을 갖춘 이 젊은이의 갸륵한 예법에 크게 흡족해하셨도다. 여신은 황금 잔을 높이 들어 즉시 바다의 군주 해왕을 향해 가슴 깊이 간절히 기도하여 가라사대,
“대지를 튼튼히 떠받치시는 해왕 신명이시여, 이 둔한 중생들의 기도를 굽어살피소서! 지성으로 간청하는 우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이 땅에 다음과 같은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첫째는 노장 노현 대감과 그의 의로운 아들들에게 천하의 영광을 내려주시고, 둘째는 이 성대한 흑황소 제물을 바치며 정성을 다한 필성의 모든 백성들에게 아낌없는 보상을 베풀어주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검고 빠른 전선을 타고 만리 길을 찾아온 소장 태명과 이 늙은 명토가 도모하는 대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환향하게 도우소서.”
여신이 이같이 엄숙하게 축원하셨으나, 실상은 **여신 스스로가 천상의 권능을 지니셨기에 본인의 뜻대로 이 모든 기적을 즉시 이룩하신 참이었다.
여신은 기도를 마친 후 손잡이가 둘 달린 웅장한 황금 술잔을 옆에 앉은 태명에게 건넸고, 오지수의 장한 아들 태명 역시 잔을 받아 들고 스승의 뒤를 이어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천지신명께 조상의 가호를 빌었도다.
두 사람의 고례(告禮)가 끝나자, 곁에 있던 시종들이 꼬챙이에 잘 구워진 황소고기를 빼내어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몫을 나누어 주니, 이윽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성대한 연회가 무르익더라.
좌중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마시어 기갈과 피로를 온전히 씻어내자, 마침내 수많은 전차를 몰고 전장을 누볐던 게레니아의 영웅, 늙은 노현 대감이 위엄 있게 수염을 쓸어내리며 두 나그네를 향해 먼저 웅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니,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사연이 흘러나올꼬.
==제4권 해신이 한 말==
태명 일행은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패삼득<ref>페이시스트라토스</ref>를 동반자로 삼아, 전차를 타고 험준한 골짜기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 동굴의 땅, 서파성에 당도하여 곧장 명뇌왕의 대궐로 향하였도다.
마침 대궐에서는 적면(赤面)의 영웅 명뇌왕이 자녀들의 혼례를 축하하고자 일가친척과 고을 백성들을 구름처럼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배풀고 있었느니라. 일찍이 토래성 전장에서 그는 자신의 고결한 딸을 장차 맥리민(貊利民) 족<ref>므리미돈족</ref>을 다스릴 불세출의 영웅 안길승<ref>아킬레스</ref>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했던바, 이제 화려한 보물과 말이 끄는 전차를 혼수품으로 내어주며 신행(新行) 길에 오르게 하니, 이는 실로 천지신명의 오묘한 섭리로 성사된 경사로다.
또한 왕은 노비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용맹한 서자 맹대수<ref>메가펜테스</ref>를 위해서도 고을의 어진 처녀인 안계리<ref>알렉토르</ref>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대궐 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본디 천상 신명들께서는 절세미인 하일란 여사<ref>헬레나</ref>에게 황금빛 포랑선녀<Ref>아프로디테</ref>를 닮은 아름다운 딸 허명혜<ref>헤르미오네</ref>를 점지해 주신 이후로는 더 이상 소생을 허락지 아니하셨음이라.
이때 왕의 심복인 위태선<ref>에태오네우스</ref>가 대궐 밖을 살피다 기이한 기상을 풍기는 두 장부를 발견하고,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왕께 고하되,
“상감 폐하, 밖에 귀인 두 분이 당도하였사온데, 그 풍채와 위엄이 마치 천왕 상제의 아들들처럼 비범한 이방 나그네들이옵니다. 저들이 타고 온 군마의 멍에를 풀어 정성껏 대접하오리까, 아니면 다른 고을의 주인을 찾아가라고 박대하여 보내오리까?”
이에 얼굴이 붉은 명뇌왕이 크게 노하여 벼락같이 소리치되,
“이 미련한 놈아! 네가 전에는 제법 총명하더니, 이제는 어찌 철없는 아이처럼 망발을 일삼느냐! 우리 역시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기 전까지, 이국땅을 떠돌며 수많은 주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목숨을 부지하지 않았더냐. 상제께서 앞으로도 우리 가문을 굽어살피시기를 간구하며, 당장 저 귀인들의 군마에서 멍에를 풀고 안으로 모셔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라!”
군령을 받은 위태선이 대궐 밖으로 뛰어나가 하인들을 소집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땀에 젖은 말들의 멍에를 풀고, 하얀 보리를 섞은 에머밀을 여물통에 가득 채워 묶어 두었도다. 마차는 잘 닦인 벽면에 기대어 세워두고, 두 소년을 신령스러운 저택 안으로 정중히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더라.
위대한 명뇌왕의 높은 전각은 마치 한낮의 태양이나 밤중의 보름달처럼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음이라. 그들이 웅장한 대궐을 충분히 구경한 후 윤이 나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니, 시녀들이 향기로운 백합유를 발라 몸을 씻겨주고 부드러운 양모 망토와 도포를 입혀 마침내 아트레우스의 아들 명뇌왕의 옆자리에 앉혔도다.
한 시녀가 은대야와 금병을 받쳐 들고 나와 그들의 손을 깨끗이 씻긴 후, 윤이 나는 나무 상을 차려내었고, 또 다른 정숙한 시녀가 향긋한 떡과 호화로운 찬을 끊임없이 내어왔다. 고기를 써는 시종이 온갖 기이한 육고기가 담긴 은반을 올리고 황금 잔을 바치니, 명뇌왕이 두 귀빈을 반갑게 맞이하며 가로되,
“마음껏 드시게! 먼 길에 고단했을 터이니 맛있게 들고 기운을 차리게나. 식사가 끝난 후에 자네들의 성씨와 근본을 물을 것이로다. 자네들의 기상을 보니 필시 천하를 호령하는 왕족의 후예가 틀림없구나. 본디 흙을 파먹는 농부의 자식들은 자네들 같은 영웅의 풍채를 지닐 수 없는 법이네.”
이때 태명이 대궐의 사치스럽고 웅장한 장식을 보고 경탄하며, 옆에 앉은 패삼득에게 나직이 소근거리되,
“여보게 벗이여, 이 울려 퍼지는 전각이 청동과 은, 황금과 상아, 그리고 영롱한 호박(琥珀)으로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보게나. 이곳은 흡사 올림포스 산에 있는 상제의 천궁처럼 풍요로우니, 내 심신이 경외심에 사로잡히는구려.”
명뇌왕이 흘러나오는 태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 바람처럼 날아가는 어조로 대답하여 가로되,
“장한 소년들이여, 천하의 어떤 필멸의 인간도 감히 천왕 상제의 권능에 비할 수는 없느니라. 신명께서 거처하시는 천궁과 보물은 영원불멸한 법이지. 물론 세상의 어떤 영웅은 내 재산과 견줄 만큼 부유할지 모르나, 나는 이 막대한 보물을 모으기 위해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도다.
내가 토래성이 함락된 후에도 무려 8년 동안이나 거친 바다를 표류하며 길을 잃고 이국땅을 헤맸음이라. 저 멀리 뿔 달린 양들이 일 년에 세 번씩 새끼를 낳고, 주인과 노비가 신선한 젖과 치즈와 고기를 일 년 내내 풍족하게 얻는 남방의 낙토(樂土)까지 흘러갔었지.
하오나 내가 그토록 타국을 떠돌며 보물을 긁어모으는 동안, 고향에서는 간교한 형수 놈에게 배신당한 내 친형님 아한왕이 궁궐 한복판에서 억울하게 시해당하셨도다! 그러니 내 손에 쥔 이 모든 천하의 보물이 내게 무슨 기쁨을 주겠느냐. 자네들의 부친 역시 내가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고 내 사랑하는 대궐과 떨어져 지냈는지 이미 들려주었을 것이네.
차라리 아라골의 푸른 목초지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 벌판에서 전사한 내 전우들이 지금 살아만 있다면, 내가 모은 이 보물의 삼분의 일만 가지고라도 이 대궐에 기쁘게 머물렀을 것을! 나는 매일같이 이 웅장한 대궐에 홀로 앉아, 먼저 가버린 백 명의 영웅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노라.
특히 그중에서도 오직 한 사람, 그의 운명은 가혹한 고통이었고 나의 운명은 그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 가득하니, 바로 오지수 장군이로다!
그분이 먼 길을 떠난 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 살아 계신지, 혹은 고혼(孤魂)이 되셨는지조차 알 길이 없구나. 지금쯤 고향에서 그의 충실한 아내 연로비 부인과 늙으신 부친 라현 옹, 그리고 그분이 출정할 때 갓난아기였던 어린 아들 태명 도령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곡읍(哭泣)하고 있겠느냐.”
명뇌왕의 이 절절한 강론이 소년 태명의 가슴속에 묻어둔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기어이 폭발시키고야 말았도다. 뜨거운 눈물이 소년의 안색을 타고 흘러내려 대청마루 바닥에 툭툭 떨어지니, 태명은 차마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자주색 망토 자락을 들어 두 눈을 가리고 흐느꼈다. 명뇌왕은 이를 예리하게 알아채고, ‘이 소년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그 근본을 물어야 할지’ 마음속으로 깊이 망설이더라.
왕이 이처럼 고뇌하고 있을 때, 홀연히 황금 화살을 든 수렵의 신 아라미낭자 여신처럼 고결한 자태를 지닌 연로비 여사(헬레나)가 천장이 높고 향기로운 침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도다.
시녀 아드라가 여왕을 위해 특별히 정성껏 칠한 의자를 마련하였고, 알키페는 그 위에 부드러운 양모 담요를 깔았으며, 필로는 은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바느질 바구니를 받들어 올렸다. 이 귀한 보물은 일찍이 이집트 테베 고을의 대부 보리보의 아내가 연로비 여사에게 바친 것으로, 테두리를 정금(純金)으로 두르고 바퀴가 달린 신기한 은바구니였으니, 안에는 이미 자아놓은 고운 실이 가득 보관되어 있었다.
연로비 여사가 의자에 좌정하여 장내를 둘러보더니, 놀란 안색으로 낭군 명뇌왕에게 나직이 물어 가로되,
“상감 폐하, 오늘 우리 대궐에 찾아온 저 장한 나그네들은 도대체 누구이옵니까? 제 얕은 소견을 숨겨야 할지, 혹은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할지 망설여지오나, 제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나이다.
내 일찍이 천하를 두루 보았으나, 오늘 찾아온 이 소년처럼 용맹한 오지수 장군의 아들 태명 도령을 쏙 빼닮은 이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이다. 과거 고려인들이 내 얼굴을 핑계 삼아 토래성을 치고자 폭정과 전쟁을 일삼으며 군사를 일으켰던 그 첫날, 오 장군께서 고향방에 갓난아기로 누워있던 이 태명을 두고 눈물로 출정하셨거늘, 어찌 이리 똑같단 말이옵니까.”
이에 명뇌왕이 무릎을 탁 치며 대답하되,
“부인, 내 눈도 정녕 틀리지 않았구려! 저 소년의 늠름한 손과 발, 머리카락과 두상의 골격, 그리고 번뜩이는 눈빛이 과연 오 장군과 붕어빵이로다. 내가 방금 오 장군이 나를 위해 전장에서 겪었던 온갖 고초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 아이가 안색을 찡그리며 자주색 망토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 않았소!”
그러자 곁에 있던 네스토르의 아들 패삼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법을 갖추어 아뢰되,
“명뇌왕 폐하, 두 분의 혜안이 과연 정확하시옵니다. 이 곁에 계신 도령은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하의 용장 오지수 장군의 친아들 태명이 맞사옵니다. 하오나 성품이 지극히 수줍고 겸손하여, 당대의 영웅이신 폐하 앞에서 감히 철없이 먼저 입을 열어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나이다.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우렁찬 목소리는 신령의 계시와 같다 칭송하시며, 소자에게 이 태명 도령을 안내하여 이곳까지 동행하라 명하셨나이다. 태명은 폐하께 아버님의 생사 소식과 고견을 듣고자 간절히 찾아왔나이다. 본디 아비 없는 자식은 가문을 지켜줄 힘이 없어 고을의 무뢰배들에게 큰 수모를 겪게 마련인바, 지금 태명의 처지가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명뇌왕이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태명의 손을 꼭 쥐며 가로되,
“오호라, 내 생전에 나를 위해 그토록 피땀을 흘렸던 진정한 벗의 아들이 내 집에 제 발로 걸어왔구나! 내 일찍이 상제께서 우리 함대를 가호하사 고향으로 속히 환향하게 하신다면, 천하의 어떤 아라골 장수들보다 오지수 그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영접하리라 다짐했었노라.
내 그와 그의 모든 가솔, 백성들을 이탁도에서 통째로 데려와 이 서파성 근처의 고을 하나를 내어주고 제후로 삼아 평생을 이웃하며 살고자 했거늘! 죽음의 먹구름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의 우정과 기쁨을 그 무엇도 꺾지 못할 거라 믿었노라. 하오나 천상의 신명께서 우리의 두터운 정을 시기하셨는지, 그 불쌍하고 불운한 영웅만을 홀로 고향에 들지 못하게 하셨도다.”
왕의 이 서글픈 한탄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로비 여사도 수건을 적셨고 명뇌왕도 눈시울을 붉혔으며, 패삼득 역시 과거 전장에서 광명의 새벽 신에게 안타깝게 살해당한 제 친형님 안틸로코스의 혼백이 생각나 눈물이 가득 고였도다.
패삼득이 눈물을 닦아내며, 날개 돋친 듯 수려한 말로 명뇌왕께 공손히 고하되,
“명뇌왕 폐하, 일찍이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상식과 혜안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하셨나이다. 그러니 소자의 미천한 간청을 들어주소서. 이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곡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사오니, 통곡은 다가올 새벽으로 미루심이 어떠하옵니까. 물론 먼저 가신 영웅들을 애도하고 머리를 깎으며 뺨을 적시는 것이 우리가 죽은 자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예우이오나, 지금은 귀한 손님을 맞이한 자리이옵니다.”
명뇌왕이 대장부의 청을 전해 듣고 흡족해하며 대답하되,
“장하도다, 소년이여! 자네는 정녕 나이 많은 노련한 장부처럼 지혜롭게 말하는구나. 과연 그 언변에 부친 노현 대감의 고결한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도다. 본디 상제께서 행복한 가문과 혈통을 점지해 주신 자들은 그 기상이 쉽게 드러나는 법이지.
상제께서 노현 대감에게 평생의 행운을 주사 고향에서 200세가 넘도록 장수하게 하시고, 그 아들들 또한 천하의 창술가로 키우셨으니 참으로 복되도다. 자, 이제 슬픔을 거두고 다시 저녁 식사에 집중하세나. 시종들은 어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 손을 씻기라. 다가올 새벽이 되면 내 태명 도령과 밤을 새워가며 아버님의 소식을 상세히 나눌 것이로다.”
왕의 명을 받들어 날랜 시종 아스팔리온이 귀빈들의 손에 맑은 물을 부었다.
이때 지혜로운 연로비 여사가 장내의 무거운 슬픔을 지워버리고자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렸도다. **여사는 일찍이 이집트 고을의 톤의 아내 폴리담나에게서 선물 받은 강력한 신약, 즉 인간의 가슴을 찢는 모든 슬픔과 분노를 단숨에 잊게 해주는 망우단(망우약)을 포도주 항아리에 몰래 섞어 넣은 참이었다.**
본디 이집트 땅은 온갖 기이한 약초와 치유의 도술이 발달한 의인(醫人)들의 나라인바, 이 약을 마신 자는 가령 자신의 눈앞에서 친부모나 형제가 청동 창에 찔려 죽을지라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효능이 있었다. 여왕이 약을 탄 달콤한 명주를 하인들에게 명하여 잔마다 가득 따르게 한 후, 좌중을 향해 우아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명뇌왕 폐하, 그리고 여기 모인 고결한 가문의 소년 장부들이여. 상제께서는 천하 중생들에게 때로는 길한 복을, 때로는 흉한 화를 번갈아 내리시니 그 권능은 실로 전능하시도다. 그러니 이제 시름을 잊고 음식을 즐기라. 내가 지루함을 달래고자 과거 토래성 전장에서 불굴의 오디세우스 장군이 펼쳤던 놀라운 무용담을 하나 들려주겠노라.
당시 고려 군사들이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지혜로운 오 장군은 스스로 노비의 초라한 망토를 두르고 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며, 가난하고 비참한 거지로 완벽히 변장한 채 홀로 적진인 토래성 성문 안으로 몰래 침투하였도다. 성내의 어떤 토래인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나만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간파하고 은밀히 불러 심문하였지.
그는 내 장막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려 군사들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꾸미고 있던 모든 천기(밀계)를 내게 털어놓았도다. 귀환하는 길에 그는 긴 청동 검을 뽑아 들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토래 장수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도륙하였고, 고려 진영에 전할 결정적인 군사 기밀을 품고 무사히 탈출하였음이라. 토래의 여인들은 장수들의 죽음에 대성통곡하였으나, 내 마음은 남몰래 기쁨으로 가득 찼으니, 나 역시 그때쯤엔 죄과를 뉘우치고 고향의 내 딸과 지혜로운 낭군 명뇌왕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로다.”
명뇌왕이 부인의 무용담을 듣고 크게 감탄하며 손뼉을 치고 가로되,
“부인의 말이 정녕 고스란히 맞는 사실이로다! 내가 평생 천하를 두루 주유하며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나보았으나, 오지수 장군처럼 단호하고 기상이 강철 같은 장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네.
과연 그분의 강인함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일찍이 우리가 거대한 목마(木馬) 속에 숨어 들어가 적들을 파멸시키고자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네. 고려의 내로라하는 용맹한 장수들이 모두 그 어두운 목마의 뱃속에 갇혀 긴장하고 있을 때, 부인께서 저 높은 성벽에서 내려와 목마 주위를 세 번 돌며 숨어 있는 곳을 가볍게 두드리지 않았소.
당시 토래인들을 도우려던 어떤 신령이 부인을 충동질했음이 분명한바, 부인은 목마 밖에서 안에 숨은 고려 장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되, 신기하게도 각 장수들의 실제 친아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어 애절하게 부르지 않았소!
그 소리를 들은 나와 도미달은 당장 목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안에서 대답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네. 하오나 오지수 장군이 강철 같은 손으로 우리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고 끝까지 제지하셨도다. 천상의 여신이 부인을 멀리 인도하여 위기를 넘길 때까지, 오 장군께서 목마 안의 모든 장수들을 꽉 붙잡아 두셨으니, 그분의 냉철한 지혜와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그날 밤 적들에게 발각되어 몰살당했을 것이 틀림없었네.”
태명이 부모의 이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곰곰이 전해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여 대답하되,
“하오나 명뇌왕 폐하, 그 모든 영웅담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며 상황을 어찌 더 낫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심장이 아무리 무쇠와 같고 강철과 같았을지라도, 결국 제 목숨 하나 온전히 보존하여 환향하지 못하셨나이다. 그러니 폐하, 밤이 깊었사오니 부디 저희를 잠자리로 인도해 주소서. 고단한 신신을 달콤한 잠 속에 묻고 싶나이다.”
이에 서파성의 여왕 연로비 여사가 시녀들에게 명하여 전각 현관에 안락한 침상을 마련하게 하고, 그 위에 화려한 자주색 양탄자를 깐 후 따뜻한 양털 이불을 두터이 덮어주게 하였다. 하인들이 횃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대궐 앞방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고, 명뇌왕은 전각 깊숙한 내실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연로비 여사와 함께 동침하였도다.
이튿날 동녘 하늘에 장미꽃 손가락을 지닌 광명의 새벽 여신이 대지를 물들일 때였다. 위엄 있는 명뇌왕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의복을 갖추고, 날카로운 보검을 어깨에 메어 기름칠을 잘 한 가죽 샌들을 신은 채, 마치 천상 신령과 같은 풍채로 침실을 나와 태명에게 다가가 웅장하게 물어 가로되,
“장한 태명 도령아, 무슨 중대한 결단이 섰기에 이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 서파성까지 나를 찾아왔느냐? 가문의 사사로운 송사 때문이냐, 혹은 이탁도의 공적인 정무 때문이냐? 내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아라!”
태명이 가슴 깊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공손히 꿇어앉아 아뢰되,
“아태우의 아들이신 위대한 명뇌왕 폐하, 소자가 이토록 만리 길을 온 것은 오직 홀로 되신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한 가닥이라도 듣고자 함이니이다. 지금 소자의 고향 궁궐은 불의한 도적 떼들에 의해 가산이 통째로 결단 나고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했나이다.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날마다 우리 소와 양을 무단으로 잡아 가택을 더럽히고 소자의 목숨마저 해하려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그러니 폐하,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간청하오니, 혹여 아버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을지라도 그 참혹한 진실을 제게 가감 없이 들려주소서! 폐하께서 전장에서 직접 목격하셨거나 혹은 만리 바다를 돌며 전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이 불효자에게 동정심을 베푸사 숨기지 말고 고해 주소서. 과거 제 용맹한 아버님이 토래성 전장에서 폐하를 도와 피 흘려 싸웠던 그 수많은 공로를 이 순간 기억하시어, 진실의 칼날을 제게 쥐여주소서!”
명뇌왕이 이 처절한 사연을 전해 듣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대노하여 웅장하게 소리치되,
“이 빌어먹을 도적 놈들! 감히 저 비겁하고 유약한 겁쟁이들이, 자신들보다 백배는 더 용맹한 천하무적 오지수 장군의 잠자리를 강탈하려 들다니!
이것은 흡사 미련한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핏덩이 새끼 사슴 두 마리를 숲속 깊은 곳에 있는 굶주린 맹수 사자의 굴속에 눕혀두고, 제 배를 채우려 언덕과 계곡을 넘어 풀밭으로 떠난 것과 다름없도다! 사자가 사냥을 마치고 제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핏덩이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빨로 물어뜯어 뼈째로 씹어 삼킬 것이 자명하도다. 오지수 장군이 고향에 당도하는 날, 저 무뢰배 놈들에게 내릴 피의 심판이 정녕 이와 같으리라!
오, 천왕 상제시여, 여신 지혜낭자와 광명의 아로 신이시여! 일찍이 오 장군이 리수도 천하장사 필로멜레이데스와 씨름을 벌여 단숨에 그자의 허리를 꺾고 땅바닥에 내던졌을 때, 우리 고려 군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나이까. 그 장부의 맹렬한 기상으로 당장 저 구혼자 놈들의 목을 베게 하소서! 저들의 가련한 명줄은 단숨에 끊길 것이요, 저들이 꿈꾸는 혼례는 가문의 영원한 저주가 될 것이로다!
장한 소년아, 네 질문에 대해 내 결코 속이거나 감추지 않겠노라.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의 노인, 즉 변신술의 대가인 **해선 프로테우스**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아버님의 소식을 단 한 마디도 숨김없이 들려주마.
당시 내가 이집트 해안에서 고향으로 가고자 했으나, 신들께 완벽한 제물(헤카톰)을 바치지 못해 큰 노여움을 사서 만리 바다에 발이 묶인 적이 있었네. 이집트 해안 앞바다에는 **파로스**라는 고요한 섬이 하나 있는데, 항구가 깊고 맑은 샘물이 있어 사공들이 어두운 물을 길어 바다로 나가는 요충지이지. 하오나 신들께서 순풍을 뚝 끊으시는 바람에 무려 스무 날 동안이나 그 척박한 섬에 갇혀 식량이 거덜 나고 군사들의 조총(희망)이 끊길 위기에 처했었도다.
그때 바다의 노신 프로테우스의 딸인 **에이도테아 여신**이 나를 가엾게 여기사, 홀로 해변을 거닐며 탄식하던 내 앞에 나투셨네. 당시 내 부하들은 굶주림에 지쳐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잡으려 흩어져 있었지. 여신이 내 곁에 서서 ‘나그네여, 어찌 그리 미련하게 고통만을 즐기며 이 섬에 영원히 갇혀 있으려 하느냐’ 물으시기에, 내가 고하기를 ‘여신이시여, 소자가 천상의 신명께 죄를 지어 이 드넓은 바다에 갇힌 줄 아오니, 부디 어떤 영령이 내 귀향길을 가로막고 있는지 천기를 들려주소서’ 하였도다.
그러자 여신이 내게 은밀히 비책을 전해주시되, *‘이집트 강가에는 바다의 깊은 연못을 모두 꿰뚫어 보고 바다 신 포세이돈을 섬기는 불멸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살고 있나니, 자네가 만일 그 노인을 물리력으로 제압하여 묶을 수만 있다면, 그가 자네의 귀향길은 물론이요, 자네가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대궐에서 일어난 온갖 길흉화복을 낱낱이 들려줄 것이네’* 하시는 게 아니겠나.
내가 다시 청하기를 ‘여신이시여, 그 신령스러운 노인을 어찌 감히 인간의 얄팍한 힘으로 가두어 도망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나이까’ 하니, 여신이 웃으며 가라사대, *‘내일 정오가 되어 서풍(제피로스)이 불고 바다에 그림자가 질 때, 노인은 바다 동굴에서 나와 낮잠을 청할 것이네. 그때 그의 주위로 바다 여신의 딸들인 수많은 물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들어 짠 바다 냄새를 풍기며 잠들 터인데, 자네는 군사 중 가장 용맹한 장정 세 명을 엄선하여 새벽에 해변으로 나오라’* 하셨도다.
여신은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시더니, 갓 벗겨낸 물개 가죽 네 장을 가져오사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고 모래 구덩이에 매복시키셨네. 본디 그 물개 가죽에서 풍기는 비린내와 썩은 소금내가 얼마나 진동하던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으나, 고결한 여신께서 천상의 영약인 **암브로시아**를 가져와 우리 콧구멍에 조금씩 발라주시니 그 신비로운 향취가 물개 비린내를 단숨에 지워버렸도다.
정오가 되자, 과연 바다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파도를 헤치며 나타나 살진 물개들의 숫자를 하나씩 세기 시작하더니, 우리 역시 물개인 줄로만 알고 아무 의심 없이 숫자에 포함한 후 맨 한가운데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네!
> 그 순간 내가 대성으로 군령을 내리며 장정들과 함께 폭풍처럼 달려들어 노인의 사지를 꽉 붙잡았도다!
노인은 과연 바다의 영물이라 온갖 도술과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갈기를 휘날리는 맹렬한 **사자**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독을 품은 **뱀**으로, 다시 날랜 **표범**으로, 거대한 **멧돼지**로 변형하였고, 심지어 흐르는 **물**과 잎이 무성한 거목(巨木)으로 둔갑하며 우리의 손귀를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도다!
하오나 우리는 여신의 조언대로 이가 부러져라 손에 힘을 주고 더욱 세차게 노인의 몸을 짓눌러 압박하였지. 마침내 도술이 바닥난 노인이 본래의 노인 형상으로 돌아와 지친 목소리로 내게 묻기를, *‘어떤 신령이 자네에게 이 밀계를 가르쳐 나를 포박하게 했느냐? 자네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더군.
내가 고하기를 *‘해선이시여, 내가 이 섬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진퇴양난에 빠졌으니, 어떤 신명이 내 길을 막고 있으며 어찌해야 고향으로 갈 수 있는지 들려주소서’* 하니, 노인이 대답하되 *‘자네가 상제와 여러 신명께 합당한 가책(백 마리 소)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니, 당장 배를 돌려 이집트 강가로 돌아가 신들을 기쁘게 하는 대제를 지내라. 그리하면 신들께서 자네가 원하는 만리 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네’* 하셨도다.
내가 거친 바다를 거슬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산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천기를 물었네. ‘해선이시여, 내가 토래성에 남겨두고 온 고려의 수많은 장수들과 내 친형님 아한왕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나이까, 혹은 바다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나이까’ 하니, 노인이 슬픈 눈빛으로 내게 전하기를,
‘아달의 아들이여, 어찌 그 비극을 내 입으로 다 들으려 하느냐. 수많은 장수들이 전장에서 뼈를 묻었고, 귀환하는 길에 청동 갑옷을 입은 최고 사령관 중 단 두 명만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도다. 용장 아이아스(아약스)는 삼지창을 든 바다 신의 분노를 사서 배가 난파당한 후 기란 바위 위에 겨우 기어올라 오만방자하게 신을 모독하다가, 신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부시는 바람에 깊은 바다 바닥으로 추락하여 짠 물을 들이켜고 고혼이 되었노라.
또한 자네의 친형님 아한왕은 가호 속에 겨우 살아남아 기쁘게 고향 땅에 발을 디디고 흙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그 고을의 망루에는 간교한 아내와 간통한 애기수가 심어둔 파수꾼이 황금 두 냥을 받고 일 년 내내 눈을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도다!
아한왕이 무방비로 궁궐 대청에 들어서자, 애기수는 매복시킨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시켜, 마치 도축업자가 마구간에서 소의 목을 베듯 저녁 식사를 즐기던 아한왕과 그의 시종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처참하게 도륙하여 몰살시켰느니라!’ 하시는 게 아니겠나!
노인의 이 청천벽력 같은 폭로를 전해 듣고,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친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리, 저 태양빛을 보아서 무엇하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도다.
내가 한참을 울다 지쳐 흐느끼고 있을 때, 바다의 노인이 나를 달래며 가로되 *‘명뇌왕이여, 이제 울음을 그치라. 통곡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당장 군사를 몰아 고향으로 가라. 어쩌면 원수 애기수가 아직 살아있을지, 혹은 아한왕의 장한 아들 오래손가 이미 원수의 목을 베었을지 모르는 일이니, 자네는 어서 가 장례식이라도 주관하라’* 하셨네. 이 말을 들으니 내 가슴속에 다시 장부의 뜨거운 피가 도는 듯하여, 내가 날개 돋친 듯 급히 물었도다.
‘해선이시여, 두 장수의 비극은 내 뼈에 새겼으나, 아직 저 넓은 만경창파 어딘가에 갇혀 살아남아 있다는 그 마지막 세 번째 영웅의 성명은 무엇이나이까? 그 소식이 비록 내 가슴을 찢을지라도 내 반드시 들어야겠나이다!’ 하니, 노인이 마침내 그 비록(秘錄)을 내게 전해 주시되,
‘그는 바로 이탁도 출신의 장수, 라현의 아들 오지수 장군이로다! 내가 바다의 깊은 눈으로 굽어보니, 그는 지금 저 멀리 고해(孤海)에 떠 있는 요녀 가립선의 섬, 그녀의 깊은 밀실에 갇혀 고향 땅을 바라보며 날마다 피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도다. 요녀가 강한 도술로 그를 묶어두었기에, 그에게는 만리 바다를 건널 노 젓는 전선도 없고 용맹한 사공도 없어,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느니라!’ 하셨도다.”
명뇌왕이 태명의 손을 잡고 이 엄숙한 천기를 전한 후, 인자하게 웃으며 가로되,
“장한 태명아, 이것이 내가 바다 신에게 직접 전해 들은 네 부친의 확실한 종적이로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라. 상제께서 자네에게 내리신 축복은 남다르니, 자네는 절세미인 연로비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덕에 상제의 사위로서 장차 이승의 목숨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끝에 있는 낙원 극락의 벌판으로 가 영생을 누릴 자격이 주어졌음이라. 그곳은 황갈색의 라만 대감이 다스리는 영험한 신선들의 땅으로, 겨울의 눈보라도 없고 매서운 폭풍우도 치지 아니하며, 대양이 언제나 산들바람 서풍을 보내어 장부들을 상쾌하게 해주는 무릉도원이로다.
자, 내 이제 신들의 노여움을 풀고 순풍을 받아 무사히 환향한 것처럼, 자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고자 하니, 부디 내 대궐에서 열이틀 동안만 더 머물다 가게나. 내가 자네에게 천하의 명마 세 마리와 청동으로 빛나는 웅장한 전차 한 대를 선물로 줄 것이요, 나아가 신명께 제사를 지낼 때 쓸 수 있는 정교한 황금 술잔을 내어줄 터이니, 평생 나를 기억해주게.”
이에 영민하고 재치 넘치는 소년 태명이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 대답하되,
“상감 폐하, 소자를 이토록 갸륵하게 보살펴주시니 감개무량하오나, 저를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붙잡아 두지 마옵소서. 폐하의 옥음(玉音)을 듣는 것이 제게는 천상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우니, 정녕 이 대궐에서 일 년 동안 머물지라도 고향 집이나 부모님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옵니다. 하오나 저를 믿고 필성 항구에서 고되게 기다리는 제 불쌍한 사공 동지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쳤을 터이니, 한시바삐 길을 물어야 하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내어주신 귀한 마필과 전차는 실로 과분하오나, 이 서파성의 보물창고에 그대로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폐하가 다가오시는 이 넓은 영토는 토끼풀이 무성하고 하얀 보리와 밀이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대초원이오나, 소자의 고향 이탁도는 온통 험준한 바위산과 절벽뿐이라 들판도 없고 경마장을 닦을 땅도 없나이다. 겨우 염소나 키우며 살 수 있는 척박한 섬이오니, 말 목장보다는 이곳 서파성의 넓은 벌판이 저 명마들에게 훨씬 어울릴 줄로 아옵니다. 본디 바다 한가운데 뜬 섬들은 풀을 뜯길 곳이 마땅치 않은 법인데, 우리 섬은 그중에서도 가히 최악이옵니다.”
명뇌왕이 태명의 이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당당한 거절을 전해 듣고, 기특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감싸 쥐고 우렁찬 목소리로 가로되,
“장하도다, 얘야! 네 가식 없는 언변을 들으니 과연 네 뼈대와 혈통이 천하의 영웅 오지수의 핏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구나.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선물을 바꾸어 주마. 내가 대궐 보물창고에 비축해 둔 갖은 영물 중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신물(神物)을 내어주리라.
이것은 본디 천상의 대장장이 신 해풍이 정금과 순은을 녹여 정교하게 세공한 웅장한 술그릇으로, 일찍이 시돈 고을의 왕 해담이 내가 환향하는 길에 그의 저택에 묵었을 때 내게 귀하게 선물한 보물치다. 이것을 자네에게 줄 터이니 가문의 가업으로 삼아 가져가게나.”
두 장부가 이렇듯 대청에서 대장부의 의리를 나누고 있을 때, 대궐 안방에서는 노비들이 양고기와 향기로운 명주를 나르고, 고운 스카프를 두른 시녀들이 따뜻한 떡을 받쳐 들며 대궐의 잔치가 밤늦도록 무르익어 가더라.
한편, 같은 시각 저 멀리 오지수 장군의 고향 이탁도 관저 앞마당에서는,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여느 때처럼 오만방자하게 원반을 던지고 청동 창을 날리며 제 세상을 만난 듯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최고 괴수인 안태우와 신령과 같은 풍채를 지닌 우혁이 상석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을 때, 문득 보윤의 아들 노문이 사색이 된 안색으로 헐레벌떡 다가와 안태우에게 따져 묻기를,
“안태우 어른, 저 태명 도령이 내 배를 빌려 타고 필성으로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쯤 돌아온답니까? 내가 지금 급히 엘리스 벌판으로 건너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노새 새끼를 먹이고 있는 암말 열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데려와 전마(戰馬)로 훈련시켜야 하니, 내 배를 당장 돌려받아야겠소!”
이 말을 들은 안태우와 우혁을 비롯한 구혼자 놈들이 일제히 잔을 떨어뜨리며 자지러지게 놀랐도다!
저들은 그저 유약한 태명 놈이 감히 항구를 벗어났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그저 근처 전답에서 양이나 돼지를 치며 숨어 지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참이었다. 안태우가 눈을 부릅뜨고 노문의 덜미를 잡으며 사납게 들이닥쳐 가로되,
“이놈, 내 앞에 실토하라! 그 풋내기가 도대체 언제 배를 띄웠단 말이냐? 그 조그만 배에 누구를 태우고 갔더냐? 이탁도의 쓸만한 장정들을 선동해 데려갔더냐, 아니면 제 집안의 노비나 머슴새끼들을 고용했더냐! 그리고 그놈이 네 배를 물리력으로 강탈해 갔느냐, 혹은 네가 미쳤다고 스스로 내어준 것이냐?”
노에몬이 겁에 질려 대답하되,
“어찌 강탈이라 하십니까, 내 스스로 자유롭게 내어주었나이다! 대궐의 장한 도령이 가문의 사활을 걸고 간청하며 통곡하는데, 고려의 장부로서 어찌 그 청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소! 게다가 그와 함께 배에 오른 젊은이들은 우리 가솔을 제외하고는 이 고을에서 가장 의리 있고 훌륭한 장정들이었소.
내 분명히 기억하건대, 오 장군의 오랜 벗이신 스승 명토(멘토르) 어른이 선장으로 뱃머리에 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소! 하오나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은, 내가 어제 새벽 관아 거리에서 위엄 있게 걸어가시는 명토 어른을 분명히 내 눈으로 직접 배알했거늘, 어찌 그분이 배를 타고 필성으로 가셨다는 것인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도술을 부린 듯 이해할 수가 없나이다.”
노문이 말을 마치고 제 집으로 돌아가자, 구혼자 무리의 괴수들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격분하였다. 저들은 당장 마당의 놀이판을 멈추게 하고 군사들을 소집하여 자리에 앉혔다. 안태우가 분노에 찬 눈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열어 포효하되,
“젠장맞을! 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태명 놈이 기어이 우리의 눈을 속이고 만리 유랑 길을 성공시켰구나! 우리가 모두 비웃으며 비겁하게 주저앉아 있을 거라 믿었거늘, 그놈이 온 고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를 띄워 최고 사령관들을 포섭해 가다니!
이것은 장차 우리 무리에게 닥칠 거대한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도다. 천왕 상제께서 저 핏덩이가 장성하여 장부가 되기 전에 그 무시무시한 힘을 꺾어놓으시기를 간구하노라! 여보게 동지들,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정예 무사 스무 명을 당장 내어주게. 저놈이 필성에서 돌아오는 길목인 이탁도와 삼해 섬 사이의 험준한 해협에 매복하고 있다가, 배를 통째로 들이받아 저 건방진 놈을 수중의 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로다. 저놈의 가련한 유랑 길을 영원한 죽음의 묘지로 만들어주마!”
그러자 무뢰배들이 일제히 상을 치며 찬동하였고, 저마다 칼을 빼 들고 오지수 장군의 대궐 안으로 들이닥쳐 피비린내 나는 모의를 다지더라.
하오나 하늘이 무심치 않으사, 저 사악한 도적 떼들의 비밀 음모는 대궐 안채에 계신 연로비 부인의 귀에 즉시 흘러 들어가게 되었도다. 마당 구석에서 가택의 대소사를 돌보던 충직한 집사 명돈이 저들의 흉계와 살기 어린 대화를 벽 너머로 엿듣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 부인의 침실로 단숨에 뛰어 들어간 참이었다. 명돈이 문턱을 넘어서자, 연로비 부인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다가와 날카롭게 물어 가로되,
“명돈아, 저 안하무인의 구혼자 놈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악행을 꾸미려고 너를 내보냈느냐? 감히 신령스러운 오지수 장군의 시녀들에게 길쌈을 멈추고 저 도적 놈들을 위한 잔치 상을 차려내라 협박하더냐! 오호라, 천지신명께 간구하오니 오늘 저들이 처먹는 음식을 제발 마지막 성찬이 되게 하소서!
다시는 이 궁궐에 모여 구혼 행각을 벌이지 못하게 하소서! 너희 무뢰배 놈들이 이탁도 가문의 가산을 마구 축내며 태명의 재산을 유린하고 있거늘, 너희는 정녕 어렸을 때 너희 부친들이 우리 오 장군의 위대함과 자애로움에 대해 들려주었던 훈계를 단 한 귀로도 듣지 않았단 말이냐! 오 장군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의를 행한 적이 없거늘, 너희의 악행과 음모는 참으로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찌 이토록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이냐!”
이에 명돈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되,
“국모 전하, 방금 제가 들은 흉계에 비하면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재앙이옵니다. 저 도적 떼들이 지금 전하의 가슴을 영원히 찢어놓을 거대한 파멸을 도모하고 있나이다. 상제께서 결단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시기를 바라오나, 구혼자 놈들이 지금 태명 도령이 필성과 서파성에서 아버님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날카로운 청동 창검으로 도령을 무참히 시해하려 모의하고 있나이다!”
이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전해 들은 연로비 부인은 온몸의 맥이 풀리고 심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하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한동안 목이 메어 말 한마디 뱉지 못하다가, 이윽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하여 가로되,
“오호라, 내 아들아! 네가 어찌 어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 위험한 만경창파로 나갔단 말이냐! 거친 바다를 군마처럼 질주하는 그 빠른 전선을 네가 어찌 감히 탔단 말이냐! 저 사악한 자들의 칼날에 네 이름 석 자마저 잃고 세상에서 영영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 하느냐!”
명돈이 머리를 조아려 가로되,
“필시 천상의 신령께서 도령의 마음을 대장부처럼 충동질하사,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지 혹은 이미 생을 마감하셨는지 그 종적을 찾게 하신 줄로 아옵니다.”
명돈이 물러가자, 옥방 안에는 가슴을 찌르는 슬픔과 차가운 한숨만이 가득 차 올랐다. 대궐 안채에 비단 의자들이 가득했으나, 부인은 차마 똑바로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 침실 차가운 문간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도다. 주위에 있던 시녀들과 늙은 노비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함께 흐느끼니, 부인이 목이 메어 부르짖기를,
“내 고결하고 용맹무쌍했던 낭군, 고려 땅에서 가장 재능 넘치고 명성이 자자했던 내 오지수 대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어치는 광풍 속에 내 하나뿐인 외동아들 태명마저 빼앗기게 생겼구나!
너희 시녀 놈들도 참으로 무심하고 배은망덕하도다! 저 아이가 밤중에 배를 타고 출항한다는 것을 너희가 필시 눈치챘을 터이거늘, 어찌 한 놈도 내 침실로 달려와 나를 깨워 알리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만일 그 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서라도 이 궁궐에 주저앉혔을 것이요, 정 떠나겠다면 차라리 나를 이 자리에서 죽여 묻고 가게 했을 것을!
당장 저 정원의 모든 나무를 돌보는 늙은 돌쇠 영감을 불러오너라. 과거 친정아버님이 내게 주신 신실한 심복이니, 영감을 저 깊은 산속에 은거 중이신 시아버님 라현 옹에게 급히 보내어 이 급보를 전하게 하라. 그리하면 노인께서 눈물로 산을 내려와, 저 불효막심한 구혼자 놈들 앞에 가 가슴을 치며 제 손자의 목숨을 살려달라 간청이라도 해보지 않겠느냐!”
이때 창고를 지키던 늙은 유모 명숙이 앞으로 나와 부인의 무릎을 잡고 통곡하며 아뢰되,
“부인, 내 사랑하는 전하! 설령 전하께서 노하사 날카로운 보검으로 이 늙은이의 목을 베실지라도 내 진실을 고하겠나이다. 실은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도령께서 떠나시기 전 제게 빵과 포도주를 구하시며, 전하께서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신명께 피로써 맹세하게 하셨나이다.
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슬피 우시다 그 고운 피부와 미모가 상하실까 두려워 도령이 효심으로 숨긴 처사이오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제 당장 옥체를 씻으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사 위층 침실로 오르소서. 천왕 상제의 따님이신 지혜낭자에게 지성으로 기도 올리시면, 여신께서 필시 도령을 저 죽음의 칼날에서 구하시고 이 풍요로운 가문을 지켜주실 것이옵니다.”
유모의 절절한 간청에 연로비 부인은 비로소 요동치던 심산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부인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깨끗이 씻은 후 고운 의복으로 갈아입고 시녀들과 함께 높은 다락방으로 올랐도다. 부인은 쟁반에 정결한 보리 알갱이를 담아 제단에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천상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상제의 지칠 줄 모르는 따님이신 지혜낭자여, 이 미천한 계집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일 제 지혜로운 낭군 오지수 왕이 생전에 이 대궐 제단에서 신명께 기름진 소고기와 양고기 허벅지살을 바치며 지성으로 공경했던 그 수많은 날들을 기억하신다면, 지금 강림하사 제 사랑하는 아들 태명의 목숨을 구원해 주소서! 저 무도한 구혼자 놈들의 포악한 손길과 칼날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해 주소서!”
부인이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애원하니, 천상의 여신께서 그 가륵한 축원을 기쁘게 가납하셨도다.
한편 대궐 마당의 사악한 구혼자 놈들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소란을 피우며 호언장담하기를,
“허허, 보아라!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여 구혼했던 저 오만한 여왕이, 이제야 제 아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중 한 명과 혼인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로다!”
저들은 천수의 돌아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헛된 망상을 떠벌리고 있었음이라. 안태우가 무리를 진정시키며 나직이 명령하되,
“동지들이여, 자랑은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 대궐 안채의 시녀들이 들으면 흉계가 탄로 날까 두려우니, 이제 조용히 일어나 가슴속에 합의한 피의 계획을 실행하러 가세나!”
안태우가 무리 중 가장 골격이 장대하고 잔인한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엄선하여 이끌고 음침한 해변으로 내려갔다. 저들은 노문에게서 빼앗은 검은 쾌속선을 깊은 바다에 띄우고, 돛대를 세우며 가죽 끈에 노를 단단히 고정한 후 하얀 돛을 넓게 펼쳤도다. 하인들이 가득 실어온 청동 창검과 무기를 사공들에게 은밀히 나누어 준 후, 저들은 이탁도와 사메 섬 사이에 위치한 작고 바위투성이인 아성도의 외진 항구에 배를 숨겨 매복하고, 오직 저녁이 되어 태명의 배가 지나가기만을 살기 어린 눈으로 기다리며 식사를 들더라.
이때 연로비 부인은 다락방 침상에 누워,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와 슬픔 속에서 음식과 미음(米飮)을 일절 거부한 채 꼬박 밤을 새우고 있었다.
어찌나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뇌했던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깊은 졸음이 부인의 삼혼칠백을 덮쳐 팔다리의 긴장이 풀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빛나는 눈을 지닌 지혜낭자께서 부인의 이 애처로운 처지를 굽어살피시고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리셨도다. 여신은 허공의 안개를 모아, 저 멀리 배래 고을에 사는 우밀의 아내이자 위대한 이건 대감의 딸인 이훤의 형상을 한 생생한 유령(幻影)을 한 분 빚어내셨도다.
여신이 유령을 오지수 장군의 대궐로 날려 보내시니, 유령은 옥방의 단단한 빗장 틈을 연기처럼 스르륵 타고 들어가, 잠든 연로비 부인의 머리맡에 우뚝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 가로되,
“동생 연로비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이토록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있느냐. 천상의 편안하게 사시는 신명들께서는 네가 이토록 눈물을 흘리며 번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느니라. 네 장한 아들 태명은 지금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으니 마음을 놓아라. 그 아이는 천지신명께 단 한 점의 죄과도 저지르지 아니한 올바른 장부니라.”
꿈의 문턱에서 여전히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총명한 연로비 부인이,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대답하여 가로되,
“언니, 언니의 가택은 멀고 먼 곳에 있거늘 어찌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나이까. 언니는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이 수많은 고통을 잊으라 하시나, 내 일찍이 사자처럼 용맹하여 그리스 전역에 명성이 자자했던 숭고한 낭군을 잃지 않았나이까.
하오나 지금은 내 남편보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내 아들 태명이 백배는 더 걱정되나이다! 저 아이가 거친 바다와 이국땅에서 무슨 해를 입을지 두려워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나이다. 지금 대궐 마당에는 저 아이를 증오하는 원수들이 가득하여, 아이가 고향 항구에 닿기도 전에 목을 베어 죽이려고 매복해 있나이다!”
안개와 같은 유령이 동생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위로하여 가로되,
“동생아, 용기를 내어라! 마음의 불안과 공포를 깨끗이 씻어내어라. 저 장한 태명의 곁에는 천하의 대여신 지혜낭자가 늘 그림자처럼 동행하며 길잡이가 되어주고 계시느니라.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이 그분의 가호를 입고자 밤낮으로 피로써 기도하거늘, 그 권능은 실로 우주를 뒤흔들 만큼 막강하시도다. 여신께서 네 지극한 모성애와 슬픔을 가엾게 여기사, 내 자네의 꿈속에 들어가 이 천기를 전하라 명하셨느니라.”
지혜로운 연로비 부인이 꿈속에서 다시 간절히 물어 가로되,
“언니가 정녕 신령의 명을 받고 온 거룩한 사자시라면, 부디 내 불쌍한 남편 오지수 왕의 소식도 들려주소서! 그이가 아직 이 세상의 햇빛을 보며 살아 계시나이까, 혹은 이미 지하 황천의 객이 되셨나이까!”
그러자 유령이 안색을 흐리며 조용히 머리를 저어 가로되,
“그분이 살았는지 혹은 죽었는지는 내 자네에게 확답을 줄 수 없느니라. 본디 천상의 법칙에 바람처럼 실체가 없고 만질 수 없는 천기를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엄히 금지되어 있느니라.”
말을 마친 유령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새벽바람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니, 연로비 부인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도다. 부인은 밤새 꾼 꿈이 실로 도술을 부린 듯 생생하고 영험하여, 짓누르던 가슴의 체증이 씻은 듯 사라지고 마음에 큰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음을 느꼈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매복한 구혼자 무리의 검은 쾌속선은 어두운 파도를 가르며 아성도 바위섬의 흑암 속에 숨어, 오직 소년 태명을 도륙할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탁도의 푸른 바다 위에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가 몰아칠 징조가 실로 첩첩산중이더라.
==제5권 가립선의 섬과 난파당한 오지수==
새벽이 티토노스 신과 함께 잠자리에서 일어나 불멸의 신들과 필멸의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주었다. 신들은 위대한 천둥의 신 상제와 함께 회의를 열었다. 지혜의 여신은 님프 가립선에게 갇혀 있는 오지수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걱정하였다.
「아버지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그녀가 이르되, 「더 이상 왕권이 있는 왕이 친절하거나 온화하거나 옳고 그름을 분별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소서. 모든 왕은 잔인하고 불의해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아버지처럼 온화하게 통치하였으나, 이제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불쌍한 그는 섬에 고립되었고, 가립선는 그를 강제로 자기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이다. 배도 없고, 노도 없고,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을 도와줄 동료도 없나이다. 그의 아들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모래 언덕의 필성와 찬란한 사필성로 갔고, 그들은 그가 돌아오면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구름을 쌓아 올리시는 상제 신께서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시며 대답하시되,
「아, 딸아.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오지수가 와서 구혼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을 네가 계획하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네 모든 지혜를 발휘하여 태명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구혼자들이 실패하여 떠나가게 하라.」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아서서 이르되,
「사랑하는 허명아, 너는 나의 사자다. 여신께 우리의 확고한 뜻을 전하거라.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난을 겪었다. 신이나 인간의 안내자 없이, 그는 임시로 만든 뗏목 위에서 비참하게 이십 일을 표류하다가 비옥한 스케리아에 도착할 것이다. 마법을 행하는 파이아키아인들은 그를 신처럼 대하며, 청동과 금, 그리고 옷가지들을 선물로 주어 고향으로 보내 줄 것이다. 트로이에서 직접 약탈품을 가지고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향의 높은 지붕 아래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허명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바다와 육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황금 샌들을 발에 신고, 사람들의 눈을 원하는 대로 잠들게 하거나 깨우는 마법 지팡이를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신은 온 힘을 다해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피에리아를 어루만진 후, 하늘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마치 물고기를 잡는 갈매기처럼 파도 사이를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짠 바닷물에 날개를 적셨다. 그렇게 허명은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멀리 떨어진 섬에 도착하여 남색 바닷물에서 해안으로 발을 내딛고 여신이 사는 동굴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땋은 머리를 한 가립선이 앉아 있었다. 난로 옆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감귤과 소나무 향기가 섬 전체에 퍼져 있었다. 동굴 안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금으로 만든 북으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동굴 주변에는 오리나무, 포플러, 향기로운 삼나무 등 울창한 숲이 무성하였다. 숲은 날개로 가득하였다. 새들은 그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바다에서 사냥을 하였다. 올빼미, 매, 입을 크게 벌린 갈매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탐스럽게 익은 포도나무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동굴을 감싸고 있었다. 네 개의 샘에서 반짝이는 물이 솟아나와 서로 얽히고설킨 물줄기를 이루었다. 초원에는 셀러리와 제비꽃이 은은하게 피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에 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조차도 기뻐할 만한 광경이었다. 한때 아르고스를 죽였던 불멸의 신 허명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에 감탄하며 멈춰 섰다. 마침내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찬란한 여신 가립선은 그를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불멸의 신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라. 그러나 허명은 오지수를 찾지 못하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해변에 앉아 슬픔과 고통에 잠겨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허무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신성한 가립선은 손님에게 눈부시게 빛나는 의자에 앉으라 권하며 이르되,
「친애하는 친구여, 황금 지팡이의 허명 신이시여,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 아니신데, 무슨 용건이시옵니까. 제 마음은 만일 운명이라면, 제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나이다. 자, 들어오소서. 제가 당신을 환영해 드리겠나이다.」
그러자 여신은 그를 암브로시아가 가득 쌓인 식탁으로 안내하고 붉은 넥타르를 섞어 주었다. 변덕스러운 허명은 배가 부를 때까지 마시고 먹은 후, 그가 온 이유를 설명하되,
「당신은 여신이고 저는 신인데, 어찌하여 제가 여기에 있는지 묻는구나. 자, 말씀드리겠나이다. 상제께서 저에게 오라 명하셨나이다. 저는 오고 싶지 아니하였나이다. 누가 끝없이 펼쳐진 짠 바다를 건너고 싶어 하겠나이까. 신들이 훌륭한 제물을 바치는 인간 마을은 이 근처에 없나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없나이다. 상제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여기에 살고 있다 말씀하셨나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도시와 구 년 동안 싸우다가 십 년째 되는 해에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간 전사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지혜의 여신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바람과 거센 파도를 일으켜 그의 용감한 동료들을 모두 죽였고, 그 자신도 파도에 휩쓸려 이곳에 오게 되었나이다. 상제께서는 그를 즉시 고향으로 보내라 명하셨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는 것이 그의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가족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니라.」
가립선은 몸을 떨며 그에게 주먹을 날리되,
「잔인하고 질투심 많은 신들이여. 너희는 여신이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원한을 품는구나. 편안하게 사는 신들은 분홍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오리온을 데려갔을 때 분노하였고, 황금 옥좌에 앉은 순결한 아르테미스는 부드러운 화살로 그를 공격하여 죽였느니라. 옥수수 머리를 땋은 데메테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아시온과 밭고랑에서 사랑을 나누었느니라. 상제가 이 사실을 알고 번쩍이는 불꽃을 던져 그를 죽일 때까지 말이다. 이제 너희 남신들은 내가 남자와 함께 산다 나에게 화를 내는구나. 내가 구해 준 남자와 말이다. 상제는 그의 배를 꼼짝 못하게 하고 번개로 산산조각 냈느니라. 그의 친구들은 모두 포도주빛 바다에서 죽었느니라. 이 남자만이 뱃머리를 붙잡고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이곳, 내 집으로 왔느니라. 나는 그를 돌보고 사랑하였으며, 그를 시간과 죽음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 맹세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외에는 다른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신은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있나이다. 그러니 상제의 명령이라면 그를 보내소서. 황량한 바다를 건너게 하소서. 저는 배도 없고 노 젓는 사람도 없으니 호위병을 보내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제가 아는 것을 그와 나누고, 그가 무사히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기꺼이 유용한 조언을 해 드리겠나이다.」
상제의 종인 중재자는 이렇게 대답하되,
「그렇다면 지금 보내소서. 상제의 분노를 사지 마소서. 그를 화나게 하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의 분노가 당신을 해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상제의 명령을 받아들인 여신은 오지수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해변에서 그를 발견하였다. 그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그녀가 그를 기쁘게 해 주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밤마다 그녀의 동굴 안에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원하였으나,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아니하였다. 낮에는 오지수가 바위투성이 해변에 앉아 눈물과 슬픔에 잠겨 허탈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가엾은 자여. 제발 슬퍼하지 마시오. 당신의 삶을 헛되이 낭비할 필요는 없소. 이제 당신을 보내 드릴 준비가 되었소. 청동 검으로 나무줄기를 잘라 뗏목을 만들고, 갑판을 덧대어 안개 낀 바다를 건너게 하시오. 내가 물과 포도주, 음식을 제공하여 굶주림을 면하게 해 주고, 옷도 입혀 주겠소. 그리고 하늘의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신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바람도 보내 주겠소. 그들은 나보다 강하니,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될 것이오.」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어 온 오지수는 몸을 떨며 여신에게 말을 쏟아내되,
「여신이시여, 당신은 제 안전한 통행이 아닌 다른 속셈을 품고 계시는군요. 상제의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튼튼한 범선조차도 건너지 못할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심연을 고작 뗏목 하나로 건너라 하시는 것이옵니까. 안 됩니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제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저는 뗏목에 타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신성한 가립선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어루만지며 이르되,
「이런 건방진 녀석이여. 네 말을 보니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구나. 그러나 이 땅과 하늘, 그리고 스틱스 강물에 맹세하건대, 신들이 맹세하기에 가장 강력한 맹세인데, 나는 너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맹세한다.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나 자신을 위해 했을 것처럼 너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나는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 마음은 착하고 선량하며, 너를 불쌍히 여긴다.」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장섰고, 오지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동굴에 도착하였다. 허명이 앉아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오지수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여신은 그에게 인간의 음식과 음료를 주었다. 여신은 신과 같은 모습의 오지수를 마주 보고 앉았고, 여종들은 그녀에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앞에 놓인 귀한 것들을 받아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였다. 여신 여왕은 말을 시작하되,
「상제의 축복을 받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지수여, 자네 계획은 늘 바뀌는군. 그토록 사랑하는 고향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잘 가라. 그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될지 알았다면, 나와 함께 여기에 남아 불멸의 삶을 살았을 터인데. 물론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으나 말이다. 게다가 내 몸이 그녀보다 훨씬 낫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키도 내가 더 크고. 필멸의 존재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불멸의 존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지.」
오지수는 재치 있게 이르되,
「위대한 여신이시여, 저에게 노하지 마소서. 당신 말씀이 맞나이다. 제 아내 연로비는 결코 당신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이다. 그녀는 인간이오나 당신은 불멸하고 영원하시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고, 매일 그날이 오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어떤 신이 포도주처럼 검은 바다에서 저를 쳐죽인다 해도 저는 견뎌 낼 것이옵니다. 이제 저는 고통에 익숙해졌나이다. 바다와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라나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서로를 꼭 껴안고 사랑의 기쁨을 누렸다. 봄날 새벽이 꽃으로 하늘을 물들일 무렵, 그들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오지수는 망토와 튜닉을 입었고, 가립선은 아름다운 은빛 긴 옷을 입었다. 그녀는 허리에 금빛 띠를 두르고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는 그 남자를 위해 여정을 준비하였다. 그녀는 그의 손에 꼭 맞는 도끼를 주었는데, 손잡이는 최고급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졌고, 거대한 청동 날은 양쪽 모두 날카로웠다. 또한 잘 닦인 자귀도 주었다. 그녀는 그를 섬 끝으로 안내하였는데, 그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검은 포플러, 오리나무,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전나무들은 잘 말린 목재로 만든 날렵한 배를 만들기에 적합하였다. 가립선 여신은 그에게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보여 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오지수는 출발하여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는 청동 도끼로 나무줄기 스무 개를 베어 능숙하게 다듬고 곧게 깎았다. 가립선은 송곳을 가져왔고, 그는 모든 판자에 구멍을 뚫고 서로 맞물려 못과 고정 장치로 단단히 고정하였다. 마치 숙련된 사람이 배의 곡선을 따라 뗏목의 폭을 재듯이, 오지수는 뗏목의 폭을 그렇게 넓게 만들었다. 그는 측면 갑판을 촘촘하게 박은 틀에 맞춰 홈을 파고, 늑골을 따라 긴 판자를 고정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안쪽에 돛대를 세우고, 배를 똑바로 조종하기 위해 돛대와 키를 연결하였다. 그는 배에 덤불을 쌓고, 물이 새지 않도록 옆면을 등나무 세공으로 틈을 메웠다. 가립선은 그에게 돛을 만들 천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능숙하게 돛을 만들었다. 그는 버팀대, 돛줄, 돛줄을 묶고 지렛대를 이용하여 배를 바다에 띄웠다. 작업은 나흘이 걸렸고, 닷새째 되는 날 가립선은 그를 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를 씻기고 향 냄새가 나는 옷을 입혔다. 뗏목에는 포도주 한 병, 물 한 병, 그리고 많은 양의 식량을 실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미지근한 바람을 이용하여 그를 배웅하였다.
오지수는 기쁜 마음으로 돛을 펼쳐 바람을 받았고, 능숙하게 키를 조종하였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아니하였다. 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늦게 지는 목동자리, 그리고 사람들이 쟁기자리라고도 부르는 곰자리는 한 자리를 중심으로 돌며 오리온자리를 가리키는데, 오리온자리는 바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일한 별이다. 여신들의 여왕 가립선은 그에게 항해하는 동안 곰자리를 왼쪽에 두라 말하였다. 그는 칠일 열흘 동안 바다를 항해하였고, 열여덟째 날에 안개 낀 바다 너머로 방패처럼 솟아오른 페아키아 땅의 흐릿한 산이 나타났다.
남만인들에게서 돌아오던 중 솔리마 산에 잠시 머물렀던 지진의 신 포세이돈은 멀리서 뗏목을 보았다. 격분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하되,
「이건 말도 안 된다. 내가 없는 동안 신들이 오지수에 대한 계획을 바꾼 모양이구나. 그는 이제 거의 파이아키아에 다다랐는데, 그곳은 지금 그를 묶고 있는 고통의 밧줄에서 벗어나야 할 운명인데. 그러나 나는 그를 더 괴롭혀서, 그가 지칠 때까지 계속 괴롭혀야겠다.」
그는 구름을 모아 삼지창을 움켜쥐고 바다를 휘젓고 온갖 바람을 일으켜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다. 밤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에우루스, 노투스, 폭풍을 일으키는 제피로스와 하늘의 아들 보레아스가 모두 쓰러져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오지수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는 절망에 빠져 외치되,
「또 고통이라니. 어떻게 끝나는 것인가. 여신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구나. 상제가 공기를 휘젓고 있구나. 저 구름들을 보라. 그가 파도를 일으키니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죽음뿐이다. 트로이 평원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을 돕다가 죽은 그리스인들은 정말 운이 좋았구나. 펠레우스의 아들 시신 주위에서 트로이 사람들이 청동 창이 달린 창을 던지던 바로 그날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장례식도 치르고 그리스인들에게 존경도 받았을 터인데. 그러나 이제 이렇게 잔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다니.」
그때 파도가 그를 덮쳐 뗏목이 뒤집혔고, 그는 뗏목에서 떨어졌다. 키는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왔고, 거대한 돌풍이 돛대를 부러뜨렸다. 돛과 돛대는 바다로 떠내려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 가립선이 준 옷이 그를 무겁게 하였다. 마침내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입에서 시큼한 바닷물을 뱉어 냈다. 바닷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고통과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뗏목을 기억해 파도를 헤치고 뗏목을 끌어올리려고 달려들었다. 그는 뗏목 위에 올라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거대한 파도가 뗏목을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마치 북풍에 실려 초원을 가로질러 엉겅퀴가 빽빽하게 자라나듯, 바람은 뗏목을 바다 위로 휩쓸고 지나갔다. 남풍이 뗏목을 내던지고, 북풍이 뗏목을 붙잡고, 동풍이 물러나 서풍이 뗏목을 몰아갔다.
그때, 한때 인간이었고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이제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신들과 함께 숭배받는 카드무스의 딸이자 백색 여신인 이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가 고통받고 길을 잃은 것을 가엾게 여겼다.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갈매기처럼 그녀는 바다에서 솟아올라 뗏목 위에 앉아 이르되,
「가엾은 사람이여. 어째서 분노한 해신이 당신에게 고통의 여정을 안겨 주는가. 그러나 그의 적개심이 당신을 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은 총명해 보인다. 내 말대로 하라. 옷을 벗고 뗏목은 바람에 날려 가게 두어라. 팔만 사용하여 파에아키아로 헤엄쳐 가거라. 운명은 네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정하였다. 자, 내 스카프를 받아 가슴 아래에 묶으렴. 이 불멸의 베일로 너는 죽음이나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그러나 마른 땅에 도착하면 스카프를 풀어 바다로, 육지에서 멀리 던져 버리렴. 그리고 돌아서렴.」
여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갈매기처럼 거센 파도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검은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그토록 많은 위험을 겪었던 영웅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나이다.
「어떤 신이 뗏목을 버리라 하였으나, 신들이 또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아직 그녀를 믿을 수 없다. 그녀가 도망치라 한 땅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렇게 해야겠다. 이 나무 기둥들이 버티는 한,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겠다. 그러나 파도가 내 뗏목을 산산조각 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헤엄쳐야겠지.」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진의 신 포세이돈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파도를 일으켜 그의 머리 위로 솟구치게 한 다음, 그에게 던졌다. 마치 사나운 바람이 마른 밀기울 더미를 휘날리게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듯이, 뗏목의 긴 나무 기둥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널빤지에 올라타 마치 말을 탄 것처럼 배를 타고 나아갔다. 그는 가립선이 준 옷을 벗었으나, 스카프는 가슴에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어 팔을 벌려 헤엄쳤다. 지진의 신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되,
「드디어 고통을 느끼는구나. 하늘의 신 상제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바다를 떠내려가거라. 그러나 그때에도 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멋진 갈기를 가진 말들을 몰아 집이 있는 아이가이 섬으로 향하였다.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은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녀는 다른 모든 바람의 진로를 막고, 멈추라 명령하여 잠들게 하였으나, 빠른 바람의 신 보레아스를 깨워 그의 앞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지수는 파이아키아에 도착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었느니라.
이틀 밤낮으로 그는 파도 위를 표류하였다. 매 순간 죽음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눈부신 새벽빛이 세 번째로 비추자 바람이 멈췄다. 미풍도 없고, 완전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올라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가까이에 해안이 보였다. 마치 아버지가 며칠 동안 병들고 쇠약해져 잔혹한 악령에 시달리다 마침내 신들이 그를 되살려 주었을 때 자녀들이 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오지수 또한 육지를 보았을 때 똑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헤엄쳐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가 귓가에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트림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짠 거품으로 뒤덮였다. 배를 위한 안식처는 없고, 깎아지른 절벽과 암초뿐이었다. 오지수는 심장이 멎을 듯하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떨리는 몸이었으나 결연한 의지로 그는 스스로에게 이르되,
「상제께서 내 희망을 뛰어넘어 내게 육지를 보여 주셨구나. 내가 심연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 잿빛 바다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아니한다. 해안에는 가파른 절벽이 있고, 사방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바위는 깎아지른 듯하고, 바다는 해안 가까이 깊다. 발을 디디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것이다. 기어오르려 하면 파도가 덮쳐 뾰족한 바위에 내동댕이칠 테니, 소용없다. 그러나 내가 더 멀리 헤엄쳐 나가 만이나 후미, 경사진 해변을 찾아다니면 폭풍우가 다시 나를 덮쳐 슬픔에 울부짖으며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 신이 암피트리테가 키우는 것과 같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낼지도 모른다. 나는 포세이돈이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파도가 거세져 그를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내던졌다. 지혜의 여신이 그를 생각해 주지 아니하였더라면 그의 살은 찢어지고 뼈는 부서졌을 것이니라.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고 신음하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매달렸다. 그러나 곧 파도가 다시 밀려와 그를 세차게 때리고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마치 굴에서 끌려나온 문어의 빨판에 조약돌이 잔뜩 달라붙듯이, 그의 강한 손은 바위에 긁혀 살점이 벗겨졌다. 거대한 파도가 다시 그를 덮쳤다. 지혜의 여신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그는 비참하게 너무 일찍 죽었을 것이니라. 그는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에서 올라와 완만한 경사의 해변이나 바다와의 만을 찾아 육지를 향해 헤엄쳐 갔다. 그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어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쳤다. 그곳은 바람을 막아 주는 매끄럽고 돌이 없는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그는 물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되,
「알 수 없는 신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였나이까. 저는 소금기 있는 바다와 포세이돈을 피해 왔나이다. 불멸의 신들조차 지금 저처럼 길을 잃은 인간을 존중하나이다. 저는 온갖 고난을 겪고 당신의 흐르는 강물에 이르렀나이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는 당신의 간청자이옵니다.」
물살이 멈추고 강의 신이 파도를 잠잠하게 하였다. 그는 그를 안전하게 강어귀로 인도하였다. 그의 다리에 쥐가 났다. 바닷물이 그를 부숴 버린 것이니라. 부어오른 몸에서 입과 콧구멍으로 소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숨이 차고 말없이 그곳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끔찍한 피로가 그를 덮쳤다. 겨우 숨을 쉬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여신의 스카프를 벗어 바다로 흐르는 강물에 던져 넣었다. 강한 물살이 스카프를 휩쓸어 내려갔고, 이노의 손이 그것을 건져 올렸다. 그는 땅 위로 기어 올라와 갈대밭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생명을 주는 땅에 입맞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속으로 이르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될까. 이 강가에서 밤새도록 깨어 있으면 잔혹한 서리와 부드러운 이슬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내 생명은 허약함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이 강가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저 비탈길을 올라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빽빽한 덤불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 추위와 피로를 떨쳐 낸다면, 야생 동물들이 나를 발견하고 먹잇감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물가 근처의 개활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가시나무와 올리브나무가 함께 자란 두 그루의 관목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강한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비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잎들은 너무나 빽빽하게 얽혀 자라 있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 잎들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영웅은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는 그 안에 누워 잎들을 더 쌓아 올렸다. 마치 이웃 없는 외딴 농장에서 사는 사람이 불씨를 아끼고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타오르는 횃불을 검은 숯 속에 묻는 것처럼, 오지수는 잎 속에 몸을 숨겼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감게 하여 모든 고통과 피로를 끝낼 수 있도록 잠을 내려 주었느니라.
==제6권 공주와 그녀의 빨래==
오지수는 고난을 겪었느니라. 길고 험난한 여정에 지친 영웅은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무릉도인들에게로 갔다. 이들은 원래 춤의 땅 희리국에 살았으나, 강력한 이웃인 독안거인들이 끊임없이 약탈을 일삼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무릉도의 왕 도화원주가 그들을 멀리 떨어진 도화원으로 데려가 성벽을 쌓고 집과 신전, 그리고 땅을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후 신이 내린 지혜를 가진 알진오가 왕위에 올랐다.
눈빛이 총명한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의 귀환을 돕기 위해 그의 궁전으로 갔다. 그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침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젊은 공주 나우공주가 잠들어 있었다. 문 밖에는 노비 두 명이 나란히 잠들어 있었으니, 모두 은총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적인 소녀들이었다. 빛나는 문은 닫혀 있었으나, 여신은 바람처럼 나우공주의 침실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유명한 뱃사람 디마스의 딸이자 나우공주와 같은 나이의 절친한 친구로 변장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오, 나우공주여. 너무 게으르구나. 네 어머니가 너를 가르쳤어야 했는데. 네 옷은 더러운 더미로 널려 있구나. 곧 결혼할 터인데, 입을 예쁜 드레스도 있어야 하고, 들러리들에게 줄 옷도 있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날이 밝으면 빨래를 해야지. 내가 가서 도와줄 터이니 금방 끝날 것이다. 분명 오래도록 결혼하지 않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네 고향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벌써 너에게 구혼하고 싶어 하거늘. 그러니 새벽에 아버지께 가서 옷과 스카프, 시트를 실을 노새가 끄는 수레를 달라 하렴. 걸어서 가지 말고 수레를 타고 가야 하느니라. 빨래터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느니라.」
여신은 소녀의 눈을 들여다본 후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곳이 신들이 영원히 거하는 곳이라 말하느니라.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지도 아니하고, 비에 젖지도 아니하며, 눈으로 덮이지도 아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산 위에 펼쳐져 있고, 온통 하얀 광채가 감도다. 축복받은 신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느니라.
그때 새벽이 아름다운 옥좌에서 내려와 소녀를 깨웠다. 소녀는 꿈이 생각나서 놀라워하며 예쁜 옷을 입고 홀 안에 있는 부모님께 가서 이야기하였다. 어머니는 난로 옆에 앉아 바다색 실을 잣고 있었고, 하녀들이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백성들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명한 조언자들과 함께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곁에 서서 이르되,
「아버지, 제게 큰 바퀴가 달린 마차를 준비해 주시겠나이까. 제 좋은 옷들을 강가에 가져가 빨래하고 싶사옵니다. 옷이 너무 더러우니이다. 아버지도 중요한 계획을 세우실 때 조언자들을 만나실 때는 깨끗한 옷을 입으셔야 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셔야 하옵니다. 아버지의 다섯 아들들 중 두 명은 결혼하였으나 세 명은 건장한 미혼남이오니, 무도회에 갈 때는 항상 깨끗하게 빨래한 멋진 옷을 입고 싶어 하시나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아버지께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대답하되,
「얘야, 노새든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겠노라. 어서 가거라. 종들이 마차에 짐칸을 달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종들을 불렀고, 종들은 순종하여 마차를 준비하고 바퀴를 점검한 다음, 노새들을 끌어와 멍에를 씌웠다. 소녀는 형형색색의 옷들을 꺼내 수레에 실었고, 어머니는 바구니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담았다. 감람, 치즈, 포도주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염소 가죽에 넣어 보관하였다. 소녀는 수레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목욕 후 쓸 기름이 든 금빛 병을 소녀에게 건네 주었다. 나우공주는 채찍과 고삐를 잡고 채찍을 휘둘렀다. 노새들은 서둘러 가고 싶어 마구를 덜컹거리며 옷과 소녀, 그리고 모든 노비들을 싣고 출발하였다.
그들은 항상 물웅덩이가 가득 찬 아름다운 강에 도착하였다. 강물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아래에서 솟아올라 가장 더러운 빨래도 씻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노새들을 풀어 주고 강가로 몰아 시냇가 옆의 꿀처럼 달콤한 풀을 뜯게 하였다. 소녀들은 수레에서 빨래를 꺼내 빨래터로 가져가 서로 경쟁하듯 발로 밟았다. 더러움이 사라지자 그들은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조약돌을 해변으로 밀어내는 강가에 빨래를 널었다. 그들은 목욕을 하고 감람유를 몸에 발랐다. 그런 다음 강둑에 앉아 음식을 먹고 햇볕에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머리 스카프를 벗고 공놀이를 하러 갔다. 하얀 팔을 가진 공주는 아림 여신처럼 활을 쏘며 그들을 이끌었다. 마치 태기 산과 이만 산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아림처럼, 그녀는 멧돼지와 날렵한 사슴과 함께 달리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아이기스 왕 상제의 시골 딸들은 그녀 주위에서 뛰어놀았고, 레토는 모두가 아름다웠으나 자신의 딸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래서 나우공주는 그들 모두보다 훨씬 돋보였느니라.
그러나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 노새에 멍에를 씌우고 빨래를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지혜의 여신의 눈이 번뜩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예쁜 공주를 보고 페아키아인들의 마을까지 호위를 받아야 하였다. 공주는 노비 소녀에게 공을 던졌으나, 소녀는 공을 잡지 못하였다. 공은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졌고, 소녀들은 모두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생각에 잠기되,
「내가 지금 있는 이 나라는 어떤 곳인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폭력적인가, 아니면 선량하고 친절하며 신을 경외하는가.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험준한 산꼭대기와 강가, 풀이 무성한 초원에 자주 나타나는 산령녀들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사람의 목소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노라.」
오지수는 덤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마치 산사자가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소나 양, 혹은 들사슴을 공격할 때 눈빛이 이글거리듯 빛나고, 굶주림에 못 이겨 튼튼한 양 우리를 헤집고 다니듯, 오지수 역시 발가벗은 몸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들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소금으로 범벅이 된 그의 모습은 끔찍하였다. 소녀들은 겁에 질려 해안가를 따라 이리저리 도망쳤다. 그러나 나우공주는 가만히 서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녀의 다리 떨림을 멈추게 하고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의 무릎을 만져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매력적인 말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옷을 달라 애원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결국 그는 거리를 두고 말로 애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놀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계산된 아첨이었다.
「부인이여, 제발. 당신은 신이시옵니까, 아니면 인간이시옵니까. 만일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여신이시라면, 당신은 상제의 딸 아림처럼 생겼나이다. 키도 크고 아름다우시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땅에 사는 인간이시라면, 당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참으로 행운아옵니다. 세 배로 행운이지요. 활짝 피어나는 새싹이자 무용수들의 우두머리인 당신을 보니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그리고 당신을 지참금과 함께 신부로 맞이하는 남자는 단연코 가장 행운아옵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나이다. 단 한 번도요. 당신을 보면 제 눈이 부시나이다. 저는 전쟁과 고난을 향해 가는 길에 한때 델로스에 갔나이다. 제 군대도 저와 함께 행군하였지요. 아로왕의 제단 옆에 어린 야자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나이다. 저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감탄하였나이다. 그렇게 마법 같은 나무는 본 적이 없었나이다. 부인이여, 당신은 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로잡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껴 당신의 무릎에 손을 대기가 두렵나이다. 그러나 저는 절박하나이다. 저는… 옥기섬에서 이십 일 동안 폭풍우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어제 어떤 신이 저를 바로 이곳으로 데려왔나이다. 아마도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겠지요. 신들이 할 일을 다 하기 전까지는 제 고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부인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신창이가 된 저는 당신께, 당신이 제일 먼저 찾아왔나이다. 이 나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마을을 알려 주시고, 혹시 여기 오실 때 옷을 가져오셨다면 입을 누더기라도 좀 주소서. 신들이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집과 남편,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부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원수는 질투하고 친구는 기뻐하며 큰 명예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하얀 팔을 가진 나우공주가 대답하되,
「이봐요, 나그네여. 당신은 용감하고 영리해 보이시옵니다. 상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아시지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뜻대로 말입니다. 당신의 고난은 그분에게서 온 것이니 감당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 땅에 오셨으니 옷이나 필요한 것은 부족함 없이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이곳 사람들은 무릉도인이라 불리고, 저는 위대한 알진오 왕의 딸이옵니다. 우리 백성의 힘과 권력은 바로 그분께 달려 있나이다.」
그리고는 머리를 땋은 노비들을 부르되,
「얘들아, 잠깐만. 어찌하여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냐. 얘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세상에 태어난 그 어떤 사람도 적개심을 품고 우리 무릉도에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니까. 우리 섬은 외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느니라. 그러나 이 불쌍한 사람은 길을 잃었으니 우리가 돌봐 주어야 하느니라. 모든 외국인과 거지들은 상제의 선물이니, 어떤 친절이든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낯선 사람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주고, 바람을 피해 강가에서 씻겨 주렴.」
그들은 멈춰 서서 알진오의 딸인 공주가 말한 대로 오지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자고 서로 부추겼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옷, 즉 튜닉과 장포를 주고, 금병에 담긴 감람 기름을 주어 강가로 데려가 씻겨 주었다. 오지수는 공손하게 이르되,
「얘들아, 여기서 좀 떨어져서 기다려라. 내가 더러운 등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니라. 꽤 오래되었거늘. 부디 조용히 씻게 해 다오. 예쁜 아가씨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 부끄럽구나. 머리카락도 예쁘고.」
그래서 그들은 물러나서 여주인에게 말하였다. 그런 다음 오지수는 강물로 등과 어깨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머리카락에 붙은 바닷소금을 씻어 냈다. 그러나 그가 깨끗하게 씻고 기름을 듬뿍 바르고, 젊은 미혼 소녀가 준 옷을 입자, 지혜의 여신은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보이게 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자운화처럼 곱슬곱슬하게 자라게 하였다. 마치 지혜의 여신과 해필수가 숙련된 장인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은에 금을 부어 더욱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처럼,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는 바닷가로 가서 앉았다. 그의 잘생김은 눈부셨느니라.
소녀는 깜짝 놀라 단정하게 머리를 손질한 여종들에게 이르되,
「얘들아, 내 말 잘 들어라. 오림산에 사는 신들이 이 남자가 내 신과 같은 백성들과 만나기를 바라셨던 것이 틀림없다. 전에는 가난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하늘에 사는 신 같구나. 나도 이런 남자, 여기 살면서 머물고 싶어 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구나. 자, 얘들아, 이제 이 낯선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라.」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소녀들은 복종하여 오지수에게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오지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마셨다. 그는 거의 굶주린 상태였다. 음식을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때 팔이 하얀 나우공주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그녀는 옷을 접어 수레에 싣고, 노새들에게 멍에를 씌운 다음 수레 안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오지수에게 분명한 지시를 내리되,
「낯선 이여, 준비하시오. 마을로 가셔야 하나이다. 그러면 우리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드리겠나이다. 똑똑해 보이시니 제 말대로 하시오. 들판과 농지를 지나갈 때, 당신은 소녀들과 함께 노새 뒤에서 재빨리 따라오시오. 제가 앞장서겠나이다. 그러면 양쪽에 경치 좋은 항구가 있고, 좁은 문이 있는 높은 성벽에 도착할 것입니다. 문 앞에는 곡선형 배들이 길을 따라 정박해 있는데, 각 배마다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나이다. 만남의 장소는 해신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데, 신전에는 땅속 깊이 박힌 무거운 돌들이 박혀 있나이다. 그곳에서 일꾼들은 배의 장비, 즉 밧줄과 돛을 만들고 노를 다듬나이다. 무릉도 사람들은 활쏘기에는 관심이 없나이다. 그들의 열정은 돛과 노, 그리고 배에 있으며, 그들은 그것으로 어둡고 회색빛 바다를 건너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서 저를 험담할까 봐 걱정이옵니다. 무례한 사람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저 덩치 큰 남자는 누구인가. 저 낯선 사람은 어디서 만났는가. 저 사람이 저 여자의 남편이 될까. 저 여자는 저 남자를 얻었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배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그녀를 꼭 안아 준 것이겠지. 그녀가 다른 곳에서 온 남자를 만났다면 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을 경멸하거든. 비록 많은 귀족 구혼자들이 있으나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나 같으면 결혼 전에 남자들과 너무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규칙을 어긴 여자를 비난하겠지. 그러나 잘 들어 보시오, 나그네여.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 드리겠나이다. 길가에 미루나무 숲이 있나이다. 그곳에는 샘물이 있고 주변에는 초원이 펼쳐져 있지요. 그곳은 지혜의 여신의 땅이옵니다. 아버지가 과수원과 영지를 가지고 계신 곳이지요. 사람 목소리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거기 앉아서 내가 마을에 있는 아버지 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내가 도착하였다고 생각되면, 계속 걸어가서 위대한 아버지, 알진오 왕의 궁전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오.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주 어린아이도 그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 집은 무릉도의 다른 집들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안뜰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 곧장 큰 홀로 가시오. 어머니께서 벽난로 옆에서 불빛을 받으며 놀라운 자주색 양털을 잣고 계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기둥에 기대어 서 계시고, 그 뒤에는 노비들이 서 있지요.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바로 옆에 왕좌에 앉아 신처럼 포도주를 홀짝이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지나쳐 어머니의 무릎에 엎드려 간청하시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잘해 주시고 마음속으로 당신을 좋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집으로,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빛나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재촉하였다. 노새들은 강물을 떠나 발굽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갔다. 그녀는 노비들과 위대한 오지수가 걸어갈 수 있도록 천천히 노새를 몰았다. 해가 지고 있을 때 그들은 지혜의 여신의 유명한 신전인 숲에 도착하였다. 오지수는 그곳에 앉아 곧바로 전능한 상제의 딸에게 기도하되,
「상제의 딸이시여, 불굴의 여왕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땅을 뒤흔드는 신이 저를 파멸시킬 때 당신께서 저를 도우셨다면, 그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 무릉도에서 따뜻하게 맞아 주시옵소서.」
지혜의 여신은 그의 기도를 들었으나, 오지수가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오지수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니라.
==제7권 마법의 왕국==
이에 오지수 장군은 인내심을 가다듬고 자리를 펴고 앉아 하늘에 기도를 올리니라. 그 사이에 튼튼하고 준수한 노새들이 소녀를 실어 마을로 향하니, 소녀는 마침내 아버지 궁궐 문 앞에 이르렀도다. 그의 오라버니들은 마치 불멸의 신선처럼 모여들어 노새의 마구를 벗기고 옷을 안으로 들여놓았으며, 소녀는 제 방으로 들어가니라. 늙은 여종 에우리메두사가 이미 불을 피워 두었는데, 이 여인은 오래전 배를 타고 아페이레에서 끌려온 이였도다. 백성들이 왕을 신처럼 받들어 절하므로 그녀를 왕에게 바쳤으며, 일찍이 어린 나우공주를 돌보던 그가 이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마련하노라.
오지수는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니, 지혜낭자께서 친절히 안개로 그를 감싸 사람들의 무례한 물음으로부터 보호하시니라. 아름다운 도시에 거의 다다르매, 눈빛이 초롱초롱한 지혜낭자가 젊고 미혼인 처녀 모습으로 물항아리를 들고 나와 그를 맞이하니, 그의 앞에 멈춰 섰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아이야, 이 땅을 다스리시는 알진오 대왕의 집까지 나를 인도하여 주겠느냐? 나는 고된 세월을 보내어 먼 곳에서 왔으니, 이방인이요 이 마을과 그 주변에는 아는 이가 없도다.”
여신이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하시되,
“이방인아, 네가 원하는 곳으로 모시리라. 왕은 내 아비 집 근처에 거하시니라. 그러나 조용히 걸으며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묻지 말지어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낯선 이를 달가워하지 아니하나, 스스로는 바다를 건너기를 즐기노라. 해신께서 그들에게 배를 날개처럼, 생각처럼 빠르게 하시었도다.”
여신이 그를 인도하니 그는 그 발걸음을 따르매, 바다를 누비는 무릉도인들은 그가 마을을 지남을 보지 못하였으니, 위대한 여신이자 땋은 머리의 지혜낭자께서 마법의 안개로 그를 보이지 않게 하셨기 때문이라. 그는 배와 항구, 귀족들의 회합 장소와 꼭대기에 말뚝을 박아 세운 높은 성벽을 보고 크게 놀라 탄식하였도다. 과연 놀라운 광경이로다!
마침내 왕의 웅장한 궁전에 이르니, 신성한 지혜낭자가 윙크하며 이르시되,
“이리 오라, 이방인아. 여기가 네가 데려다 달라 한 집이니라. 왕과 왕비는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실 것이니, 겁내지 말고 들어가거라. 용맹한 자는 어떤 모험에서도 성공하는 법이니, 멀리서 온 이라도 마찬가지니라. 먼저 왕비에게 인사하라. 그 이름은 아례희라. 왕과 왕비는 도화원주라는 공통 조상을 두었도다. 에우리메돈은 오래전 거인족의 왕이었으나 오만하고 사악하여 제 백성을 죽이고 스스로도 죽임을 당하였느니라. 그의 막내딸 비려화는 매우 아름다웠고, 해신께서 그와 동침하여 도화원주를 낳으시니 그가 이 무릉도의 왕이 되었도다. 그에게 두 아들이 있어 우리의 왕 알진오와 락선우라. 아로왕께서 락선우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없이 그를 쏘아 죽이시니, 딸 아례희를 남기셨고, 숙부인 알진오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도다. 어떤 여인도 그녀만큼 존경받지 못하니, 왕은 그녀를 공경하고 자녀와 백성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우리는 그녀를 여신처럼 받들어 마을을 지날 때면 손가락질하며 바라보노라. 그녀는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나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분쟁을 해결하니, 만일 그녀가 너를 호의로 여기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이같이 눈빛이 반짝이는 지혜낭자는 그를 떠나 아름다운 도화원을 지나 지칠 줄 모르는 바다를 건너 마라톤과 아테네로 향하여 어륵태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시니라.
오지수는 왕궁에 다가가 청동으로 된 문턱에 서서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스쳐 보내니, 위대한 왕의 궁전은 높고 햇살이나 달빛처럼 빛났도다. 입구에서 침실까지 벽은 온통 청동으로 되어 그 위에 푸른 띠가 둘려 있었고, 금빛 문이 궁전을 지키며, 은 기둥이 문턱에서 솟아나고 상인방은 은이요 손잡이는 금이었도다. 양쪽에는 해필수께서 뛰어난 솜씨로 만드신 은과 금의 개들이 서서 용맹한 알진오 왕의 집을 지키는 불멸의 수호라. 문에서 안쪽 방까지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의자가 놓이고 여인들이 수놓은 부드러운 덮개가 덮여 있어, 무릉도의 귀족 남녀들이 앉아 먹고 마시며 풍족한 삶을 누리니라. 금으로 만든 소년 조각상들이 받침대 위에 서서 손에 불타는 횃불을 들고 밤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홀을 밝히고, 왕의 집에는 쉰 명의 여종이 있어 어떤 이는 맷돌에 노란 곡식을 갈고 어떤 이는 천을 짜며 바스락거리는 미루나무 잎처럼 빠른 손가락으로 실을 잣아 짜인 천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노라. 무릉도 남자들이 배를 띄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듯이, 그곳 여인들은 지혜낭자 여신께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 뛰어난 지성과 기술을 내리시어 직조 솜씨가 탁월하니라.
문 밖 안뜰에는 울타리로 둘린 오천 평 크기의 과수원이 있어 키가 큰 나무들이 과일로 가득하고, 선명한 사과의 빛깔과 배·석류·달콤한 무화과·탐스러운 감람이 주렁주렁 열리니, 겨울이나 여름에도 과일이 떨어지거나 시들지 아니하고 일 년 내내 열매가 자라니라. 서풍이 항상 불어와 과일을 살찌우고 익히니, 배는 익어가고 사과는 사과대로, 포도는 포도대로, 무화과는 무성하게 열리도다. 비옥한 포도밭도 조성되어 따뜻한 쪽 평평한 경사면에서 포도를 햇볕에 말리고, 포도송이를 따서 밟아 으깨면 덜 익은 것은 꽃잎을 떨어뜨리고 익어가는 것은 보라색으로 물드니라. 샘물이 둘 있어 하나는 정원 전체를 흐르고 다른 하나는 안뜰 문턱에서 궁전 쪽으로 솟아나와 사람들이 식수를 긷노라. 이처럼 신들께서 알진오 왕의 집에 아름다운 선물을 내려 주셨도다.
오랜 세월 고난을 견뎌 온 강인한 오지수는 그곳에 서서 놀라움에 휩싸여 바라보다가 재빨리 궁전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라. 무릉도의 위엄 있는 지도자들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허명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술을 올리거늘, 오지수는 지혜낭자께서 만드신 안개로 변장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아례희와 왕에게 다가가 아례희의 무릎을 껴안으니, 순식간에 마법의 안개가 흩어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나매 모두가 놀라 침묵에 잠겼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락선오의 딸 아례희 왕비시여, 나는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었나이다. 왕비님과 왕세자님, 그리고 이곳에서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 간청하오니, 신들께서 왕비님의 삶을 축복하시고 자녀들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내가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족이 너무나 그리워 너무 오래 떠나 있어 가슴이 아프나이다.”
그는 화롯가 재 속에 앉으니 모두가 침묵을 지키다가 예개우가 입을 열었도다. 그는 무릉도의 원로 정치가이자 웅변에 능하고 학식이 풍부한 이로서 돕고자 하여 말하되,
“알진오여, 그대도 알다시피 낯선 이를 화롯가 재 속에 앉혀 두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모두가 그대의 명령을 기다리니, 그를 일으켜 은 의자에 앉히고 포도주를 따르게 하며,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하녀는 창고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야 하리라.”
이에 알진오는 오지수의 손을 잡고 재 속에서 일으켜 세워 가장 아끼는 아들 나도만에게 자리를 비키라 명하고 자신 옆에 앉히니라. 여종이 금 항아리에 물을 담아 손을 씻기고 은그릇에 물을 따르며 윤이 나는 나무 탁자를 가져오고, 천한 노비가 빵과 고기가 가득한 접시를 바치니, 반쯤 굶주리고 기진맥진한 영웅이 먹고 마셨도다.
위엄 있는 알진오 왕이 술꾼 본도수에게 이르되,
“가서 그릇에 술을 섞어 모든 손님에게 따라 주어라. 그리하여 고통받는 자를 축복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술을 바치게 하라.”
소년이 달콤하고 맛있는 술을 섞어 모든 이의 잔에 따르고 먼저 신들에게 올리니, 제물을 바치고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신 후 알진오가 말하되,
“들으소서, 신들이시여. 내 마음이 명하는 바를 들으소서. 잔치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드소서. 새벽이 되면 최고의 병사들을 더 불러 모아 이 낯선 이를 우리 궁전에 모시고 신들에게 훌륭한 제물을 바치리라. 그의 여정을 어떻게 도울지 계획하여 손님이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길에서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집에 도착하게 하리라. 집에 도착하면 태어날 때부터 운명과 무거운 존재들, 곧 방직공들이 정해 놓은 모든 것을 견뎌야 하리니. 그러나 만일 그가 불멸의 존재요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신들께서 방식을 바꾸셨도다. 예전에는 우리가 엄청난 제물을 바치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 가운데 앉아 음식을 먹으셨으며, 우리 중 단 한 사람이 길을 걷다 만나더라도 숨지 아니하셨느니라. 우리는 거인족이나 독안거인족처럼 가까운 친구였도다.”
오지수는 신중히 헤아린 후 아뢰되,
“알진오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주소서. 나는 하늘의 불멸의 신들과 같지 아니하며, 키도 보통이요 사람처럼 보이니라. 고통에 있어서는 그대가 아는 가장 고통받는 이와도 견줄 만하며, 내가 겪은 수많은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신들께서 그리 뜻하셨도다. 그러나 슬픔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허락하여 주소서. 배는 마치 낑낑대는 개와 같아 아무리 피곤하거나 슬픔에 잠겨도 배를 채우라 애원하나이다.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나 배는 항상 먹고 마시라 재촉하여 겪은 고통을 잊고 배를 채우라 하니라. 내일 새벽, 이 모든 고통 끝에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재산과 노비와 집을 바라보며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소서.”
모두가 낯선 이의 말이 일리 있다 여기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동의하니, 신들에게 음료를 바치고 원하는 만큼 마신 후 모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오지수는 연회장에 남아 아례희와 신과 같은 알진오 옆에 앉아 있었으며, 연회 음식은 노비들이 치우고 있었느니라.
하얀 팔을 가진 아례희가 그가 입은 멋진 옷, 자신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짠 장포와 저고리를 알아차리고 말이 날개를 단 듯 전하여 이르되,
“낯선 이여, 내가 먼저 말을 걸겠노라. 어디에서 왔으며, 그 옷은 누가 주었느냐? 바다를 떠내려 왔다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가 신중히 말을 골라 대답하되,
“폐하,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신들께서 내게 너무나 많은 시련을 안겨 주셨기 때문이니이다. 이것만 아뢰겠나이다. 먼 바다에 옥기섬이라는 섬이 있어 그곳에는 태락의 딸이요 매끄러운 땋은 머리의 강력한 여신, 교활한 립선이 살고 있나이다. 그는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상제께서 내 배를 낚아채 밝은 번개와 함께 포도주빛 바다 위로 갈라놓으시매 나는 홀로 그의 집으로 향하였나이다. 동료 용맹한 친구들은 모두 죽었고, 배의 용골을 껴안고 열흘 동안 표류하다가 열 번째 밤 신들께서 나를 데려가 아름답고 강력한 여신 립선의 고향인 옥기섬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그는 나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죽음과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맹세하였으나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곳에서 칠 년을 보내며 그가 신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주었으나 항상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나이다. 마침내 팔 년이 되어 상제 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마음도 바뀌어 나를 튼튼히 묶은 나무 뗏목에 태워 보내되 음식과 달콤한 포도주, 신들이 입을 법한 옷을 갖추어 주고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도 보내 주셨나이다. 나는 십칠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다가 십팔 일째 되는 날 당신 나라의 어두컴컴한 산들이 나타나매 너무나 기뻤으나 더 큰 불행이 닥쳐왔나이다. 해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나를 막고 바다를 휘저으시니 나는 흐느끼며 그곳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못하였나이다. 마침내 뗏목이 거대한 폭풍에 산산조각 났으나 이 깊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 여기까지 왔나이다. 곧바로 상륙하려 하였다면 바위에 부딪혀 다시 떠밀려갔을 것이니, 강어귀에 이를 때까지 헤엄쳐 가니 그곳은 상륙하기에 완벽한 자리처럼 보였나이다. 바람도 막아 주고 잔잔하며 파도도 전혀 없고 바위가 없었나이다. 거기에 털썩 주저앉아 거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력을 회복하려 애쓰다가 빗물로 채워진 강에서 기어 나와 강둑으로 가 덤불 속에 숨고 나뭇잎을 쌓아 덮었나이다. 어떤 신께서 깊은 잠을 내려 주시매 무거운 마음으로 밤새도록, 새벽부터 정오까지 나뭇잎 아래에서 잠을 잤나이다. 오후에 깨어 보니 해변에서 소녀들이 놀고 있었으며, 당신의 따님이 여신처럼 아름답고 그 노비들도 있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처럼 어린 소녀가 그리 분별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하였으니, 젊은이들은 보통 그리 사려 깊지 아니하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여 음식과 포도주를 주고 강에서 나를 씻겨 주며 이 옷도 주었나이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진실을 아뢰었나이다.”
알진오가 이르되,
“내 딸이 한 일 중 딱 하나만 잘못되었도다. 자네가 먼저 딸에게 간청하였으니 딸이 직접 여종들을 데리고 자네를 데려왔어야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조심스레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의 따님은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부디 그를 책망하지 마소서. 따님이 여종들을 데리고 오라 하였으나 나는 너무 부끄럽고 불안하여 왕께서 나를 보시면 불쾌해하실까 걱정하였나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의심하는 경향이 있나이다.”
왕이 대답하되,
“내 마음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타입이 아니니, 절제가 언제나 최선이로다. 지혜낭자·상제·아로왕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로다! 부디 여기에 머물러 내 딸과 결혼하여 내 아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노라. 원한다면 집과 재산을 주리라. 원하지 아니하면 의사에 반하여 이곳에 붙잡아 두지 아니하리니, 상제 신께서 그리 되기를 바라지 아니하시기를! 당신의 여정에 대해서는 내일 출발할 수 있도록 약속하노라. 편안하게 누워 잠들면 잔잔한 바다를 건너 고향이나 원하는 곳 어디든, 심지어 우보도 너머까지도 노를 저어 보내리라. 우리 백성들이 금발의 나달만을 가야의 아들 티우에게 데려다 줄 때 보았던 곳이니,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해안이라 하는데 그날 왕복하였어도 지치지 아니하였도다. 내 배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내 백성들이 노를 저어 바다를 얼마나 잘 가꾸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그 순간, 그토록 많은 고난을 견뎌 낸 오지수는 기뻐하며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시여, 알진오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의 명성이 영원히 땅 위에 빛나게 하시고, 내가 고향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소서.”
이 말을 듣자 백발의 아례희가 시종들에게 현관에 침대를 내놓고 그 위에 고운 자주색 담요를 깔며 덮개와 양털 이불을 덮으라 명하니,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재빨리 침대를 깔끔히 정리한 후 오지수를 불러 이르되,
“손님, 일어나 밖으로 나오소서. 침대가 준비되었나이다.”
오지수는 긴 모험 끝에 누마루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인 침대에서 잠들 수 있어 기뻤도다. 알진오는 아내 옆 방에서 잠들었으며, 아내는 그들의 침대를 정리하고 함께 잠을 잤느니라.
==제8권 시인의 노래==
곧 새벽이 밝아와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위엄 있고 거룩한 알진오 왕은 잠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시를 정복한 오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축복받은 위대한 알진오 왕은 배를 타고 손님을 페아키아 회의장으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왕실 사자처럼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지수의 귀향길을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은 차례로 각 사람 곁에 서서 이르되,
「나리여, 회의 장소로 오셔서 우리 왕궁을 방문한 손님에 대해 알아보십시오. 바다를 떠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멸의 신처럼 보이옵니다.」
이렇게 지혜의 여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웠고, 곧 회의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라에르테스의 영리한 아들을 본 군중은 감탄하였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신비로운 마법을 걸어 주었고,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무릉도인들은 그가 앞으로 치러질 여러 가지 기량 시험을 통과할 때 그를 환영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니라.
사람들이 모이자 알진오는 그들에게 연설을 시작하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족장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 마음의 소명을 너희에게 말하리라. 이방인 한 사람이—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나—서쪽이나 동쪽에서 방황하다가 내 집에 나타났다. 그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간청하고 기도한다. 우리가 전에 다른 손님들을 도왔던 것처럼 그를 도우자. 내 집에 손님을 머물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항상 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배를 띄워 첫 항해를 시작하게 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쉰두 명을 선원으로 뽑아 노를 벤치 옆에 묶어 두자. 그리고 해안으로 돌아와 내 집으로 오너라. 젊은이들은 서둘러 잔치를 준비하라. 내가 풍족하게 음식을 준비하리라. 그리고 너희 영주들도 나와 함께 그를 환영해 주렴. 거절하지 말라. 시인 데모도쿠스도 초대해야 한다. 신의 은총을 받은 자이니 그가 부르는 노래는 무엇이든 듣기 좋을 것이다.」
그가 앞장서서 갔다. 귀족들은 그와 함께 갔고, 하인은 시인을 데려왔다. 왕의 명령대로 정예 젊은이들 쉰두 명은 해안으로 갔다. 그들은 거친 바닷물에 이르러 검은 배를 물에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가죽 끈에 노를 하나씩 묶어 질서정연하게 고정하였다. 흰 돛을 활짝 펼치고 배를 물 위에 정박시켰다. 그런 다음 그들은 왕의 웅장한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홀과 회랑은 노인과 젊은이들로 가득하였다.
알진오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양 열두 마리와 은빛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 여덟 마리, 그리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 두 마리를 잡았다. 그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잔치를 준비하였다. 하인은 뮤즈가 숭배하는 시인을 데려왔다. 뮤즈는 그에게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 두 가지를 주었다. 그의 시력을 빼앗았으나, 아름다운 노래를 주었느니라.
술 장수는 은으로 장식된 의자를 가져와 모든 손님들 가운데 기둥에 기대어 세웠다. 그리고 못에 시인의 리라를 머리 위에 걸어 두고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시종은 시인 옆에 탁자를 차리고 빵 바구니와 와인 한 잔을 놓아 원할 때마다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자 뮤즈는 시인에게 하늘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유명한 일화, 아킬레우스와 오지수의 다툼에 대한 노래를 부르도록 하였다. 화려한 제사 잔치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었는데, 건웅은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기뻐하였다. 건웅이 피토의 신탁소에 가서 입구 돌을 넘어 신탁을 구할 때, 아폴론이 상제의 계략으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에게 고통이 시작될 것이라 예언하였기 때문이니라. 유명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건장한 손으로 무거운 자주색 장포를 집어 얼굴을 가렸다. 그는 자신이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래꾼이 노래를 멈출 때마다 오지수는 눈물을 닦고 장포를 끌어내린 후 신들을 위해 잔에서 포도주를 한 방울 따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릉도의 귀족들은 음유시인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 재촉하였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좋아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음유시인은 다시 노래를 시작하였고, 오지수는 신음하며 장포 아래로 얼굴을 숨겼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알진오만이 그의 눈물을 보고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이르되,
「폐하들이여, 우리는 이미 잔치에 대한 소망과 잔치의 동반자인 리라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켰나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모든 운동 경기를 준비합시다. 그러면 손님이 집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권투, 씨름, 높이뛰기, 달리기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소년이 앞장섰고, 다른 사람들도 뒤따랐다. 소년은 리라를 걸이에서 내려 데모도쿠스의 손을 잡고 경기를 구경하러 나온 군중 속으로 그를 이끌고 나갔다. 그곳에는 아크로네우스, 오키알루스, 엘라트레우스, 나우테우스, 토온, 안키알루스, 에레트메우스, 아나베시네우스, 폰테우스, 프림네우스, 프로레우스, 폴리나우스의 아들이자 테크톤의 손자인 암피알루스, 그리고 나우볼루스의 아들인 에우리아루스 등 많은 젊은 운동선수들이 서 있었다. 에우리아루스는 아레스처럼 파멸의 신으로 불렸다. 그는 외모와 힘에 있어서 나도만 다음으로 무릉도에서 가장 뛰어났다. 위대한 알진오의 세 아들, 나도만, 신과 같은 클리토네우스, 그리고 할리우스가 일어섰다.
먼저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줄을 서서 트랙을 따라 순식간에 질주하여 들판의 먼지를 일으켰다. 클리토네우스는 단연코 단거리 달리기에서 최고였다. 그는 노새가 쟁기질한 밭의 길이만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관중석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잔혹한 레슬링 경기가 이어졌는데, 에우리아루스가 가장 뛰어났다. 암피알루스는 멀리뛰기에서 탁월하였다. 그리고 원반던지기에서는 단연 엘라트레우스가 최고였다. 왕자 나도만은 권투에 뛰어났다. 그들은 모두 경기를 즐겼다.
그들이 이야기를 마치자, 알진오의 아들 나도만이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제 저 낯선 사람에게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야겠소. 체격이 좋고, 다리와 팔, 목이 튼튼하군. 고난을 겪었으나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이는군. 아무리 강했던 사람이라도 바다만큼 사람을 꺾을 수는 없소.」
에우리아루스가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네 말이 맞소. 직접 그에게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소.」
알진오의 고귀한 아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모두 가운데로 일어나 오지수를 부르되,
「이리 오시오. 자, 자네도 우리 경기를 해 보는 게 어떻소. 운동을 할 줄 안다면 말이오. 그럴 것 같소. 한평생 동안 손과 발로 이루어 낸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소. 그러니 걱정은 잊고 한번 해 보시오. 배가 출항하였으니 곧 항해를 시작할 것이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소.」
오지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어찌하여 이런 도전을 하며 나를 조롱하는가. 내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지, 경기에 얽매여 있지 아니하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겪었기에 이제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여기 앉아 당신의 왕과 백성들에게 내 소원을 들어 달라 기도하고 있다.」
에우리아루스는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자네는 운동 경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자네 같은 놈은 잘 안다. 상선 선원들의 선장인 자네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화물과 화물에만 신경 쓰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만 챙긴다. 자네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얼마나 오만한 소리를 하는가.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몸과 마음, 말솜씨를 축복으로 주지 아니한다. 어떤 사람은 허약하나 신의 축복을 받아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말은 침착하고 위엄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그가 마을을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은 신과 같은 외모를 가졌으나 말솜씨는 형편없다. 자네도 마찬가지다. 자네는 겉모습은 훌륭하나, 신조차도 자네의 몸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네의 정신은 불구다. 자네의 터무니없는 말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나는 스포츠와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 아니하다. 젊었을 때는 강한 팔을 믿고 항상 일등이었다. 지금은 고통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나는 전쟁의 고통을 견뎌 냈고, 바다의 위험을 헤쳐 왔다. 그러나 자네는 나에게 도전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고통스럽지만 나는 경쟁하리라.」
그러자 그는 장포를 걸친 채 뛰어올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거대한 원반을 움켜쥐었다. 그는 몸을 돌려 팔을 뒤로 젖혔다가 건장한 손으로 원반을 던졌다. 원반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노 젓기에 능했던 무릉도인들은 원반의 궤적 아래 몸을 숙여 움츠렸다. 원반은 다른 말뚝들을 훨씬 넘어 날아갔다. 지혜의 여신은 그 지점을 표시하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이르되,
「낯선 이여, 눈먼 사람이라도 더듬어 이 표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표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축하해도 좋다. 너희가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였고, 그 누구도 너희만큼 멀리, 더 멀리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오지수는 자신을 지지해 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젊은 무릉도인들에게 이르되,
「이것에 한번 도전해 보시오. 할 수 있다면, 더 멀리, 혹은 똑같이 멀리 또 한 번 던져 보겠소. 당신들이 나를 화나게 하였으니, 어떤 운동이든 해 보겠소. 어서. 권투든, 씨름이든, 달리기든, 누구와든 시합할 수 있소. 다만 나도만만은 예외로 하오. 그는 나의 주인이니. 누가 친구와 싸우겠소. 낯선 땅에서 자신을 환대해 준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자는 무가치하고 어리석은 자이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이오. 그러나 나는 당신들 중 누구와도 시합할 수 있소. 내 실력을 시험해 보시오. 당신들의 실력도 알려 주시오. 나는 어떤 운동에도 약하지 아니하오. 나는 잘 다듬어진 활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소. 많은 동료들이 내 옆에서 화살을 쏘아 올렸으나, 나는 언제나 적군 무리에서 가장 먼저 적을 쏘아 올렸소. 토래성에서 아카이아인들이 활을 쏠 때, 나보다 뛰어난 자는 단 한 명뿐이었소. 필록테테스. 지상에서 빵을 먹고 사는 다른 인간들은 모두 나보다 활 솜씨가 형편없나이다. 그러나 저는 헤라클레스나 에우리토스처럼 신들과 활쏘기 시합을 하려던 초인적인 궁수들과는 경쟁하지 않겠나이다. 아폴론은 그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격노하여 그를 죽였나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죽었고, 고향에서 장수하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다른 이들이 화살로 맞추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 창을 던질 수 있나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여러분 중 누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느냐일 뿐이옵니다. 저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체력이 떨어지고 다리가 약해져서 평소처럼 운동을 할 수 없었나이다.」
군중은 침묵하였으나, 알진오가 이르되,
「각하여, 아주 훌륭한 예의로 당신의 재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망과, 이 경기장에 나와 당신을 조롱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나이다.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 잘 들어 보시오. 집에 돌아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잔치를 벌일 때, 당신의 훌륭한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 조상 대대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모든 업적을 기억하시오. 우리는 씨름이나 권투에는 뛰어나지 아니하나, 달리기에는 빠르고 배를 다루는 데는 최고이옵니다. 우리는 잔치, 리라 연주, 춤, 다양한 옷차림, 따뜻한 목욕과 잠자리를 좋아하나이다. 자, 이제 무릉도 최고의 무용수들이 공연하게 하시오. 손님께서 집에 돌아가셔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항해술, 달리기, 춤과 노래에 얼마나 뛰어난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오. 데모도쿠스에게 줄 리라를 안에서 가져오시오. 어서 가시오.」
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시종이 리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홉 명의 심판을 뽑았다. 그들은 춤을 출 수 있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그 주위에 넓은 원을 만들었다. 시종이 데모도쿠스에게 리라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젊고 잘 훈련된 소년들을 대동하고 원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들은 발을 구르며 신성한 춤을 추었고, 그들의 빠른 다리는 빛났다. 오지수는 그 광경에 경탄하였다.
시인은 리라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왕관을 쓴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에게 품은 사랑에 대한 매혹적인 노래를 불렀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주었고, 해필수의 침대를 더럽혀 둘이 몰래 관계를 맺었다. 태양신은 그 모습을 보고 해필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해필수에게는 쓰디쓴 소식이었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대장간으로 가서 거대한 모루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결코 끊어지거나 풀릴 수 없는 튼튼한 사슬을 두들겼다. 그는 아레스에게 몹시 화가 났다. 덫을 만든 후, 그는 사랑하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기둥 주위에 엉킨 케이블을 감고, 가느다란 거미줄처럼 천장에 매달았다.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신들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 솜씨는 정말 기발하였다. 침대에 덫을 설치한 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문명화된 도시 렘노스로 갔다.
황금 기사 아레스는 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기적을 행하는 해필수가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강력한 아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 아레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내 사랑이여, 우리 함께 잠자리에 들자. 해필수는 마을을 떠났느니라. 이상한 언어를 쓰는 신티아인들을 만나러 렘노스에 갔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와 함께 눕고 싶어 흥분하였고, 둘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해필수가 만든 사슬이 그들을 단단히 묶어 움직일 수도, 일어설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저는 신은 가까이 다가왔다. 렘노스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마음이 괴로워하며 그는 집으로 향하였다. 문간에 서 있던 그는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모든 신들을 부르되,
「오, 아버지 상제여, 그리고 영원히 살아 계시는 모든 축복받은 신들이여, 보십시오. 웃으셔도 좋으나, 참기 힘드나이다. 상제의 딸인 아프로디테가 절름발이인 저를 어떻게 무시하는지 보십시오. 그녀는 파괴적이고 강하고 잘생긴 아레스를 사랑하나이다. 저는 약하나이다. 부모를 탓하나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러나 보십시오, 저 둘이 제 침대에서 연인처럼 자고 있나이다. 저는 그 광경에 소름이 끼치나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이 깊더라도 그들은 더 이상 저렇게 누워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곧 깨어나고 싶어 하겠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제가 딸을 위해 지불한 값을 갚을 때까지 제 덫과 사슬이 그들을 꽉 붙잡아 둘 것이옵니다. 그녀의 눈은 마치 개처럼 저를 쳐다보나이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우나, 자제력이 부족하나이다.」
신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 땅을 흔드는 해신, 도움을 주는 헤르메스, 그리고 아폴론이 있었다. 여신들은 수줍음 때문에 집에 머물렀다. 좋은 것을 주시는 축복받은 신들이 문간에 서 있다가 해필수가 설치한 기발한 함정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바라보며 서로 이르되,
「죄는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느린 자가 빠른 자를 이길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하고 느린 해필수가 자신의 솜씨로 오림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를 잡았으니 말이다. 아레스는 간음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들은 수군거렸다. 그때 상제의 아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이르되,
「내 형제 헤르메스여, 황금빛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녀의 침대에서, 비록 무거운 사슬에 묶여 있더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령 헤르메스가 대답하되,
「아, 활의 신 아폴론 형제여,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세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히 묶여서 당신들 신들과 당신들의 모든 아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라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그러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직 해신만이 웃지 아니하였다. 그는 해필수에게 아레스를 풀어 달라 간청하고 애원하였다. 그는 기적을 행하는 신에게 이르되,
「이제 그를 놓아 주소서. 당신이 부탁하신 대로 그는 신들 사이에서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옵니다.」
유명한 절뚝거리는 신이 대답하되,
「해신이여,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악당들을 풀어 주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레스가 속박과 빚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어찌 당신을 묶을 수 있겠소.」
지진의 신 해신은 그에게 대답하되,
「해필수여, 만일 그가 이 빚을 피하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갚겠소.」
절뚝거리는 신이 이르되,
「그렇다면 당신께 대한 예의로 당신의 부탁대로 하겠소.」
그래서 해필수는 온 힘을 다해 사슬을 풀었다. 두 연인은 속박에서 벗어나 둘 다 뛰어올랐다.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미소를 지으며 키프로스의 파포스 섬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향기로운 제단과 성소가 있었다. 은총의 여신들은 그곳에서 그녀를 씻기고 불멸의 존재들에게 빛을 발하는 마법의 기름을 발라 주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혀 주었다.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느니라.
그것은 시인의 노래였다. 오지수는 즐겁게 듣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알진오는 할리우스에게 나도만과 춤을 추라 하였다. 그들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장인 폴리부스가 만들어 준 자주색 공을 가져갔다. 한 소년은 뛰어올라 공을 구름 위로 던지고, 다른 소년은 발을 땅에서 떼고 뛰어올라 착지하기 전에 공을 쉽게 잡았다. 그들은 공을 똑바로 위로 던지는 연습을 한 후, 비옥한 땅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 가며 춤을 추었다. 들판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소년들은 시끄럽게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었다.
그때 오지수가 이르되,
「많은 백성의 왕이시여, 위대한 군주시여, 당신의 무용수들이 최고라고 자랑하셨는데, 정말 그러하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보니 감탄스럽나이다.」
존경받는 왕은 그 말에 기뻐하였다. 그는 곧바로 백성들에게 이르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영주들, 그리고 귀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낯선 사람은 매우 현명해 보이옵니다. 그러니 주인이 손님을 우호적으로 대접하듯 선물을 줍시다. 우리 백성은 열두 명의 영주가 다스리고 있으며, 내가 열세 번째 영주이옵니다. 우리 각자는 귀한 금 한 파운드와 깨끗하게 세탁한 옷, 튜닉과 장포를 가져오시오. 그것들을 쌓아 올려 손님이 이 모든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식사에 참석하게 하시오. 에우리아루스는 그에게 사과하고, 그의 말이 부적절하였으니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 하옵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고, 각자 대리인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에우리아루스가 이르되,
「위대한 왕 중의 왕이신 알진오 폐하, 폐하의 명령대로 사과하겠나이다. 그리고 은 손잡이와 상아로 조각한 칼집이 있는 이 청동 검을 그에게 선물하겠나이다. 그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알진오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오지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오지수는 말을 쏟아내되,
「환영하나이다, 나리여. 우리 집에 머무르십시오. 혹시라도 무례한 말이 있더라도 바람에 날아가 버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신들이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받으셨으니 말입니다.」
오지수는 이르되,
「친구여, 잘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신들이 당신을 보호하시고, 당신이 제게 주신 이 검을 결코 잊지 않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등에 메었고, 해가 질 무렵 귀한 선물들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노비들은 선물들을 알진오의 집 안으로 옮겼다. 왕자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을 어머니인 왕비 옆에 쌓아 두었다.
알진오 왕은 모두를 집 안으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혔다. 그는 아례희에게 이르되,
「여보, 우리 집에서 가장 좋은 궤짝을 가져와서 그 안에 튜닉과 갓 세탁한 장포를 넣어 두시오. 청동 가마솥을 불 위에 올려 물을 끓여서 손님이 목욕할 수 있도록 하시오. 그런 다음 귀족들이 가져온 귀한 선물들을 보여 주고 연회와 노래를 즐기게 하시오. 나도 선물을 하나 준비하였소. 금으로 만든 화려한 잔인데, 값어치를 하오. 손님이 상제와 다른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때마다 나를 떠올려 주기를 바라오.」
아례희는 하인들에게 빨래할 큰 솥을 빨리 데우라 명령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물을 붓고 장작을 쌓았다. 불길이 솥 주위를 감싸며 물을 데웠다. 아례희는 자기 방에서 궤짝을 가져와 손님에게 줄 선물, 즉 그들이 준 옷과 금을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장포와 튜닉을 넣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르되,
「뚜껑을 잘 지키고 묶어 두시오. 그래야 검은 배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무도 당신을 훔쳐 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상실을 여러 번 겪어 본 오지수는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뚜껑을 닫고 키르케에게서 배운 교묘한 매듭으로 묶었다. 그러자 여종은 곧바로 그를 목욕탕으로 데려가 씻겼다. 그는 따뜻한 물을 보고 기뻐하였다. 곱슬머리 칼리프소의 집을 떠난 이후로 목욕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칼리프소는 그를 마치 신처럼 보살펴 주었다. 여종들은 그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준 다음 튜닉과 고운 양모 장포를 입혀 주었다. 깨끗하게 씻고 난 그는 남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 신처럼 아름다운 나우공주가 궁전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지수를 보고 깜짝 놀라 말을 쏟아내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낯선 이여. 그러나 집에 돌아가시면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은 제게 목숨을 빚지고 있나이다. 제가 먼저 당신을 도왔으니까요.」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나우공주여, 헤라의 남편이자 천둥의 신이신 상제께서 제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공주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그곳에서 영원히 신처럼 당신께 기도하겠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왕 옆에 앉았다. 이제 음식을 차리고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는데, 집사가 존경받는 시인 데모도쿠스를 연회장 중앙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데모도쿠스를 기둥에 기대어 앉혔다. 오지수는 재빨리 생각하여 기름이 듬뿍 붙은 돼지고기를 한 조각 잘랐다. 접시에는 고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집사에게 이르되,
「이 고기를 가져다가 데모도쿠스에게 전해 주어라. 비록 슬프나 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시인들은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느니라. 뮤즈는 그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고, 시인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집사는 데모도쿠스에게 고기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기쁘게 고기를 받았고, 모두들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배를 채우고 마신 후, 여러 계략을 꾸민 영리한 책략가가 이르되,
「데모도쿠스여,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내가 자네를 누구보다 칭찬하노라. 아폴론 신이 자네를 가르쳤거나, 아니면 상제의 딸인 뮤즈가 자네를 가르쳤나 보네. 자네는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겪었는지 마치 그곳에 있었거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게 들은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군. 그러니 에페이우스가 지혜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든 목마 이야기를 노래해 주게. 오지수는 그 목마를 끌어다 성채 안으로 끌고 들어가 병사들을 태워 도시를 약탈하였지. 자네가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면, 자네는 진정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
신이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영감을 준 것이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진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한편, 오지수는 목마 안에 병사들을 태워 토래성 성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토래성 사람들은 그 말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놓고는 어떻게 할지 의논하였다. 어떤 이들은 「칼로 나무를 내리쳐야 한다」 하고 말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더 높이 끌어올려 바위에서 던져 버려야 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신들을 달래기 위해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 말은 전사들로 가득 차 토래성 사람들에게 죽음을 안겨 주었고, 그 말은 토래성의 도시를 파멸로 이끌었다. 시인은 아카이아인들이 그 말에서 쏟아져 나와 골짜기에서 매복 공격을 가해 도시를 약탈하고, 흩어지면서 모든 동네를 파괴하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아레스처럼 오지수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데이포보스의 집을 찾아 달려갔고, 마침내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끔찍한 폭력을 통해 승리하였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눈물을 쏟았다. 그의 뺨은 마치 여인이 남편을 껴안고 통곡하듯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남편은 집과 자식을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 그녀는 남편이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맑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시신 위에 쓰러졌다. 남자들이 바로 뒤따라왔다. 그들은 그녀의 어깨를 창으로 찌르고 그녀를 노비로 끌고 가 고된 노동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하였다. 오지수 또한 그와 같은 절망적인 방식으로 울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알아챈 사람은 바로 옆에 앉아 그의 흐느낌을 들은 알진오뿐이었다. 그는 재빨리 선원들에게 이르되,
「파에아키아의 귀족 여러분, 잘 들으시오. 데모도쿠스는 리라 연주를 멈추고 내려놓아야 하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저녁 식사 시간부터 이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우리의 손님은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었나이다. 그의 마음은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나이다. 노래를 끝내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시오.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옵니다. 이 환송 잔치와 우리가 우정의 표시로 드리는 이 귀한 선물들은 우리의 귀빈인 그를 위한 것이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에 처한 손님을 자기 형제처럼 대할 것이옵니다. 나그네여, 이제 내 질문에 회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대답하시오. 솔직한 것이 가장 좋나이다. 부모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 주셨나이까.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을 어떤 이름으로 알고 있나이까. 부모는 모든 아이에게 태어날 때 이름을 지어 주기 때문에 세상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든 귀족이든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 당신의 민족, 당신의 도시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오. 그래야 우리 배들이 당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수 있나이다. 파에아키아 사람들은 당신의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나이다. 다른 배들처럼 키를 잡는 사람도, 방향타를 잡는 사람도 없소. 우리 배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마을과 비옥한 들판을 알고 있소. 안개와 구름 속에 숨어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르며 나아가지. 배는 손상이나 손실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오. 그러나 언젠가 아버지 도화원주가 해신 신이 우리가 손님들을 바다 건너로 데려다 주는 것을 미워하여 언젠가 우리 배가 돌아오는 길에 난파될 것이고, 거대한 산이 우리 마을을 가릴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소. 신께서 뜻대로 이 일을 이루실지, 아니면 이루지 않으실지는 신의 뜻대로 될 것이오. 자, 이제 당신의 방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시오. 당신이 본 장소, 사람들, 도시들을 묘사해 보시오. 어떤 곳은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손님을 환영하지 아니하였고, 어떤 곳은 신을 존중하며 방문객에게 친절하였소. 그리고 토래성에서 그리스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왜 그렇게 흐느껴 울었는지 설명해 보시오. 신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이 파괴를 계획하고 계산하였나이다. 토래성에서 누군가를 잃으셨나이까. 아내의 집안 사람, 어쩌면 장인이나 장모님일지도 모르나이다. 결혼이라는 인연은 혈연 다음으로 가장 끈끈하나이다. 아니면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아는 친구를 잃으셨을지도 모르나이다. 친구는 형제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나이다.」
==제9권 목동의 동굴에 있는 해적==
이에 교활하고 거짓의 달인 오지수가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신 알진오 폐하, 이처럼 재능 있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니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그의 목소리는 신과 같사옵니다. 온 백성이 연회에 모여 집 안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빵과 고기가 가득 쌓인 식탁에서 술꾼이 잔에 술을 따라 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제게는 이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이로소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 슬픈 이야기를 물으시니,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제 절망을 더욱 깊게 하나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하오며, 어디서 끝내야 하오리까? 신들께서 제게 너무나 많은 슬픔을 안겨 주셨나이다. 먼저 제 이름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리하여야 서로 알아갈 수 있고, 제가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제 먼 고향에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옵니다. 저는 교활한 속임수와 거짓말로 유명하나이다. 제 명성은 하늘에까지 닿으나, 저는 이곳에 살고 있나이다.”
흔들리는 숲 속에 네리톤 산이 숨어 있는 이탁도라. 가까이에는 둘리키움과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그리고 사메 등 다른 섬들이 있도다. 다른 섬들은 모두 새벽을 맞이하나, 나의 이탁도는 멀리 떨어져 어둠을 마주하고 있느니라. 험준한 땅이나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좋은 곳이라. 내 눈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나라는 없도다.
알다시피, 신성한 칼피소는 나를 동굴에 가두고 혼인하려 하였고, 마찬가지로 교활한 키르케도 나를 함정에 빠뜨려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하였도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이에게는 고향과 가족보다 더 달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제 토래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제께서 내게 일으키신 모든 고난을 이야기하리라. 강풍이 나를 항로에서 벗어나 이스마루스의 키코네스족 쪽으로 밀어내었도다. 나는 마을을 약탈하고 남자들을 죽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아내를 취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느니라. 그리고 나서 나는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그 어리석은 자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술을 과음하며 해변을 따라 양과 소를 죽이고 있었느니라.
키코네스족은 본토에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니, 그들은 강하고 수가 많으며 말을 잘 타고 필요하다면 걸어서도 싸울 수 있는 이들이라. 그들은 마치 봄 새벽에 잎사귀와 꽃이 피어나듯 몰려왔도다. 그때 상제 신께서 우리에게 불운을 내리시니, 불쌍한 우리로다! 적군은 배 주위에 모여 청동 칼을 휘두르며 싸웠느니라. 거룩한 아침 햇살이 밝고 강렬할 때,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아 내었으나, 해가 지고 소들이 풀려나는 시간이 되자 키코네스족은 우리 그리스인들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도다. 우리 배에서 잘 무장한 선원 여섯 명이 각각 죽었고, 나머지 육십 명은 살아남아 위험에서 벗어났느니라.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친구들에 대한 슬픔을 안고 출항 준비를 하였도다. 배를 띄우기 전에 우리는 키코네스족의 손에 학살당한 불쌍한 동료들을 세 번씩 큰 소리로 불렀느니라.
구름의 신 상제께서 북풍을 우리 배들을 향해 맹렬한 태풍처럼 몰아쳐 바다와 땅을 안개로 뒤덮으시니, 밤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덮치고 배들은 옆으로 기울어졌도다. 돛은 강풍에 세 번이나 찢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우리는 돛을 내리고 온 힘을 다해 해안을 향해 노를 저었느니라. 우리는 이틀 밤낮을 그곳에서 지쳐 쓰러질 듯 괴로워하며 보냈도다.
밝은 새벽이 세 번째 아침을 가져다주자, 우리는 돛대를 세우고 빛나는 돛을 펼치고 배에 올랐느니라. 바람은 곧장 불고 항해사들은 키를 잡았도다. 나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이나, 말레아 섬을 돌아서자 시속 팔십 도의 해류와 강풍이 나를 키테라 섬에서 칠십 도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었느니라.
아홉 날 동안 나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폭풍우에 휩쓸려 헤매었도다. 열흘째 되는 날, 나는 연꽃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우리는 물을 길어 올리고 선원들은 음식을 준비하였으며, 식사를 하고 배 옆에서 소풍을 즐긴 후,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골라 정찰을 보내어 그 섬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내게 하였도다.
정찰병들은 인간, 곧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정찰병들을 해치지 아니하고 그저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나눠 주었을 뿐이라. 그러나 열매를 먹자 정찰병들은 돌아와 내게 소식을 전할 의욕을 잃었으며, 그곳에 머물며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였도다. 고향을 잊어버린 것이니라. 나는 눈물 흘리는 그들을 끌고 돌아와 텅 빈 배에 억지로 태워 갑판 아래로 밀어 넣고 묶었으며, 충성스러운 다른 남자들에게는 배로 돌아가라고 명하였느니라. 더 이상 아무도 연꽃 열매를 맛보고 목적지를 잊지 않도록 함이로다.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회색빛 물을 노로 저었도다.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여 고결한 독안거인, 곧 독불장군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였느니라. 그들은 신들을 믿었도다. 그들은 씨앗을 심지도 않고 밭을 갈지도 아니하나, 상제의 비 덕분에 보리와 곡식과 포도송이가 모두 무성하게 자라느니라. 그들은 회의도 열지 않고 공통된 법률도 없으며, 높은 산꼭대기의 동굴에서 살면서 각자 아내와 자녀를 위해 법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아니하느니라.
이 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섬이 있는데, 항구에서 비스듬히 물을 건너면 평평하고 숲이 우거진 섬이 있도다. 수많은 염소들이 그곳에 살지만 사람들은 결코 찾아오지 아니하며, 사냥꾼들은 숲을 헤치고 언덕진 봉우리를 오르려 애쓰지 아니하느니라. 양 떼도 없고 밭도 없으며, 그곳은 모두 경작되지 않고 씨를 뿌리지 않았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오직 염소들만이 그곳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느니라.
키클로프 사람들은 붉은 뺨을 가진 배도 없고, 다른 도시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공도 없었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서로를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나, 배만 있었다면 그들은 이 섬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비옥한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니라. 회색빛 해안가에는 물이 풍부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포도나무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며, 쟁기질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어 가을에는 풍성한 작물이 자랄 것이고, 땅속에는 비옥한 자원이 있을 것이로다. 항구는 닻을 내리기에 좋은 곳이라 닻돌이나 밧줄, 케이블도 필요 없을 것이며, 그곳 해안에 정박한 배들은 선원들이 떠나고 싶어 하고 순풍이 불 때까지 안전하게 해변에 정박해 있을 수 있으리라. 항구 입구 근처에서는 백사십 개의 민물이 동굴 아래로 솟구쳐 내려가고, 그 주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느니라.
우리는 그곳으로 항해하였도다. 신들께서 어둠 속에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니, 짙은 안개가 배를 감싸고 하늘의 달은 어둡고 구름에 가려져 섬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우리가 해변까지 노를 저어 갈 때까지는 아무도 육지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볼 수 없었으며, 우리는 모든 돛을 내리고 해안에 상륙하여 잠이 들었도다.
이른 새벽이 장밋빛으로 물들자, 우리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그 섬을 돌아다녔느니라. 위대한 상제 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 우리 선원들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산양들을 쫓아 내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우리는 배에서 창과 활을 가지러 달려가 세 무리로 나뉘어 조준하고 쏘았으며, 어떤 신께서 우리에게 좋은 사냥감을 주셨느니라. 열두 선원 모두 각자 염소 아홉 마리씩을 가지고 있었고, 내 선원들은 열 마리를 가졌도다. 우리는 해질녘까지 그곳에 앉아 고기를 먹고 독한 붉은 술을 마셨으며, 배에 실린 술은 아직 떨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키코네스족의 신성한 요새를 약탈했을 때 우리는 모두 커다란 항아리에 술을 가득 채워 가져왔기 때문이니라.
우리는 좁은 해협 건너편에 있는 키클로픽 섬을 바라보았으며, 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양과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도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누워 잠을 잤느니라.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선원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충성스러운 친구들이여!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 남아 있거라. 나는 배와 선원들을 이끌고 가서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이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침략자인지, 아니면 낯선 사람을 환영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리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배에 올라타 선원들에게 나와 함께 가자고 한 다음 배의 밧줄을 풀었도다. 그들은 재빨리 벤치에 앉아 노를 저어 하얗게 물든 물을 가르며 나아갔으며, 여정은 그리 길지 아니하였느니라.
육지 끝자락, 바닷가 바로 옆에 도착하니 월계수 나무가 드리워진 높은 동굴이 보였도다. 그곳에는 여러 무리의 양과 염소가 살고 있었으며, 동굴 주변에는 돌을 깊게 박아 만든 높은 마당이 있고 키 큰 소나무와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느니라. 그곳에는 거구의 남자가 혼자 양떼를 돌보며 살고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고 홀로 지내며 관습을 알지 못하였도다. 그의 체격은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마치 빵으로 연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드넓은 산봉우리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었느니라.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고, 내가 아끼는 열두 명과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였도다. 나는 이스마루스 산의 그늘진 숲 속에 살던 아로왕 신의 사제, 에우안테스의 아들 마론이 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가 가득 든 염소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갔느니라. 신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를 돕고 그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왔었도다. 그는 나에게 은그릇과 정교하게 세공된 금 일곱 파운드를 선물로 주었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조금 따라내어 나를 위해 열두 개의 항아리에 담아 주었으니, 마치 신이 내린 술과 같았느니라. 노비들은 이 포도주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직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한 명의 하녀만이 알고 있었도다. 그가 이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잔에 한 잔을 따르고 물 이십 잔을 섞으면 그릇에서 놀라운 향기가 피어오르고, 모두가 그 맛을 보고 싶어 하였느니라.
나는 큰 가죽 주머니에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자루에 식량을 챙겼도다. 내 마음속에는 용감하고 거칠며 일반적인 관습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느니라. 우리는 곧 동굴에 도착하였으나 독안거인은 찾지 못하였으니, 그는 양 떼를 치고 있었도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살펴보았느니라. 치즈로 가득 찬 상자들과 나이별로 나뉜 어린 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우리들이 보였으며, 갓 태어난 새끼와 중간 크기, 그리고 갓 젖을 뗀 새끼 양까지 이백이십 마리나 있었도다. 젖을 짜는 데 쓰는 잘 만들어진 그릇과 양동이들은 모두 유청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내 선원들이 “치즈 좀 챙겨서 염소와 어린 양들을 우리에서 빨리 몰아내 우리 배에 싣고 짠 바닷물을 건너 떠나자!”라고 애원하였도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나는 거절하였느니라. 나는 그를 만나 선물을 줄지 기대하였으나, 사실 그는 내 동료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하였도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고 치즈를 먹은 후, 그가 양떼를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동굴 안에서 기다렸느니라.
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와서 불을 피울 나무를 한 짐 가져왔으며, 나무를 시끄럽게 동굴 안으로 던지니 우리는 두려워서 동굴 안쪽으로 몸을 숨겼도다. 그는 암양과 암염소들을 안으로 몰아넣어 젖을 짜게 하였으나, 숫양과 염소들은 바깥 넓은 마당에 남겨 두었느니라. 그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려 동굴 입구를 막았으니, 그 돌은 너무나 거대하고 육중하여 이십이 대의 수레로도 끌어낼 수 없을 정도였도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암양과 암염소의 젖을 짠 다음, 새끼 양들을 어미 양 옆에 놓아 젖을 빨게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갓 짜낸 흰 우유의 절반을 응고시켜 바구니에 담아 따로 두고, 나머지는 양동이에 담아 저녁 식사 때 마시려고 하였도다.
그는 모든 일을 꼼꼼히 마친 후 불을 피우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이르되,
“낯선 자들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 이 깊은 바다를 건너 어디에서 왔는가? 사업차 온 것인가, 아니면 해적처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인가?”
그가 이렇게 말하니, 그의 깊고 우렁찬 목소리와 거대한 체구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되,
“저희는 그리스인이옵니다. 토래성에서 왔나이다. 바람이 저희를 사방으로 휩쓸고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항로에서 벗어나게 하였나이다. 상제 신께서 그렇게 하셨나이다. 저희는 하늘 아래 가장 큰 명성을 떨친 아트레우스의 아들 건웅의 백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나이다. 그는 그 거대한 도시를 함락시키고 많은 사람을 죽였나이다. 이제 저희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관례대로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려 선물을 주시기를 간청하나이다. 부디 신들을 존중해 주소서. 저희는 당신의 간청자이며, 상제께서는 저희 편이시니이다. 그는 방문객과 손님 친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바보이거나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자군. 자네가 나에게 신들을 두려워하라고 하다니! 우리 백성은 큰 홀을 든 상제든 다른 어떤 신이든 하찮게 여기느니라. 우리의 힘은 그들보다 강하니라. 내가 자네나 자네 친구들을 살려 준다고 해도 상제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자네는 그 멋진 배를 타고 멀리 가는 건가,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건가?”
그는 나를 시험하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도다. 나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느니라. 나는 그에게 교묘하게 대답하되,
“땅을 흔드는 해신이 당신 섬의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난파시켰나이다. 그는 우리를 밀어 넣었고, 바람은 우리를 바위에 내동댕이쳤나이다. 우리는 간신히 살아남았나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비도 베풀지 아니하였도다. 높이 뛰어올라 우리 부하들을 향해 손을 뻗어 두 명을 붙잡고 강아지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니, 바닥은 뇌수로 흠뻑 젖었느니라. 그는 그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식사를 준비한 다음, 산의 사자처럼 살점과 내장과 골수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아무것도 남기지 아니하였도다. 이 참상을 지켜보며 우리는 울부짖으며 상제에게 기도하였느니라. 우리는 너무나 무력감을 느꼈도다.
독안거인이 사람의 고기와 섞이지 않은 우유로 거대한 배를 채운 후, 그는 양 떼 사이에 누워 있었느니라. 그때 군인처럼 생각하며, 칼을 뽑아 그에게 다가가 몸통을 찔러 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랬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니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높은 문간에 세워 놓은 거대한 돌을 옮길 만큼 우리는 너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도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까지 그곳에서 비참하게 지냈느니라.
새벽녘에 분홍빛 손가락이 피어나듯 새벽이 밝아오니, 그는 불을 피우고 암양들의 젖을 차례로 짜서 각각 옆에 새끼 양을 한 마리씩 두었도다. 부지런히 일을 마친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잡아먹었으며, 식사를 마친 후 살찐 양 떼를 몰아냈느니라. 그는 마치 화살통 뚜껑을 닫듯이 쉽게 바위를 굴려 내렸으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살찐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도다.
나는 그에게 복수하고 그를 해치고 영광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느니라. 지혜낭자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로다. 나는 계획을 세웠도다. 우리 옆에는 그가 지팡이로 쓰려고 말린 커다란 감람 나무 곤봉이 서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여 우리 눈에는 마치 화물을 가득 싣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스무 개의 노가 달린 검은 화물선의 돛대처럼 보였느니라. 나는 가서 그 나무에서 약 한 패덤 정도를 잘라내어 사람들에게 주고는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옆에 서서 끝을 날카롭게 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단단하게 만들었느니라. 동굴은 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곤봉을 똥 더미 아래에 숨겼도다. 그런 다음 나는 사람들에게 누가 나와 함께 그 말뚝을 들어 올려 그가 달콤한 잠에 빠졌을 때 그의 눈에 꽂을지 제비를 뽑으라고 명령하였느니라. 제비는 내가 선택했을 법한 네 명에게 떨어졌고, 나는 그중 다섯 번째였도다.
저녁이 되자 그는 암수 양 떼를 모두 넓은 동굴 안으로 몰아넣고 바깥 마당에는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아니하였느니라. 아마도 무언가를 의심하였거나, 아니면 신께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셨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돌을 집어 문으로 삼고 앉아서 양과 염소의 젖을 차례로 짜고 새끼들을 젖먹이게 하였도다. 그의 일이 끝나자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저녁 식사로 먹었느니라.
내가 다가가 담쟁이덩굴로 만든 잔에 포도주를 가득 담아 그에게 건네며 이르되,
“여기, 독안거인여! 자네는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니 이제 포도주를 좀 마시고 우리 배에 실린 상품도 맛보게 하네. 자네가 나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를 바라며 거룩한 제물로 가져왔네. 그러나 자네는 누구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분노하고 있네. 우리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였는데 더 많은 손님을 기대하는 건가?”
그는 달콤하고 맛있는 포도주를 받아 마셨으며, 포도주가 마음에 들어 더 달라고 하였도다.
“한 잔 더! 그리고 자네 이름을 말해 보게. 자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손님 대접하겠네. 우리 백성은 포도주가 있네. 상제의 비로 풍족하게 자란 우리 땅에서 포도송이가 자라나네.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음식인 넥타르이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포도주를 한 잔 더 주고, 또 두 잔을 더 주었느니라. 그는 어리석게도 그 포도주를 모두 마셨도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이르되,
“독안거인여, 내 이름을 물었으니 알려 주리라. 그러면 네가 약속한 환대를 베풀어라. 내 이름은 노만이라. 내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나를 노만이라 부르느니라.”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대답하되,
“나는 노만을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라. 먼저 다른 사람들을 먹을 것이니, 그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로다.”
그러자 그는 쓰러져 거대한 목이 비뚤어진 채 그대로 누워 있었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도다. 술에 취해 무거워진 그는 목구멍에서 포도주와 사람의 살덩이를 토해내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창을 숯불에 꽂아 달구면서 부하들에게 이르되,
“용감하게 행동하라!”
나는 그들 중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 않기를 바랐도다. 불길은 곧 푸른빛을 띤 감람 창에 옮겨붙었고, 창은 끔찍하게 타올랐느니라. 나는 재빨리 불길에서 창을 낚아챘으며, 내 부하들은 굳건히 서 있었도다. 마치 신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듯하였느니라. 그들은 끝이 날카로운 감람 창을 집어 그의 눈에 꽂았으며, 나는 그 위에 올라타서 마치 배를 만들 때 나무에 구멍을 뚫듯이 창을 돌렸도다. 아래에서는 작업자들이 양쪽 끝에 끈을 매달아 드릴을 돌리고 있었느니라. 그렇게 창이 빙글빙글 돌아가자, 우리도 불처럼 날카로운 창을 그의 눈에 꽂아 돌렸도다. 그의 피가 말뚝 주위로 쏟아져 나왔고,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눈꺼풀과 눈썹을 지글지글 태우고 눈 뿌리를 태웠느니라. 마치 대장장이가 도끼나 자귀를 얼음물에 담가 단련할 때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쇠가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도다. 그의 눈알도 창에 부딪히며 바스락거렸느니라.
그러자 그는 끔찍하게 울부짖었고, 바위들이 그의 비명 소리에 휩싸였도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느니라. 그는 솟구치는 피로 흠뻑 젖은 눈을 뽑아냈으며,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창을 던져버리고, 주변의 바람 부는 절벽 위 동굴에 사는 독안거인들에게 소리쳤도다.
그들은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 가까이에 서서 외치되,
“폴리페무스! 무슨 일이냐? 심하게 다쳤느냐? 왜 거룩한 밤에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느냐? 누군가 네 가축을 훔치거나, 속임수나 폭력으로 너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동굴 안에서 힘센 폴리페무스가 대답하되,
“친구들이여! 아무도 나를 폭력이 아니라 속임수로 죽이려 하고 있느니라.”
그들의 말이 그에게 되돌아왔도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았다면, 너는 완전히 혼자로다. 위대한 상제께서 너를 병들게 하셨으니, 어쩔 수 없느니라. 위대한 해신 신이시여, 당신의 아버지께 기도하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떠났고, 나는 내 이름, 곧 ‘아무도’라는 계략이 그를 어떻게 속였는지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도다.
독안거인은 고통에 신음하며 힘겹게 더듬어 문돌을 빼내고는 양 떼와 함께 나가는 자를 잡으려고 팔을 뻗은 채 입구에 앉았느니라. 아마 그는 내가 완전히 바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전략을 짜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나와 내 부하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이로다. 나는 온갖 계략과 교활한 계략을 꾸몄느니라. 위험이 코앞에 닥쳤고, 생사가 달린 문제였도다.
내가 생각해 낸 최고의 생각은 이것이었느니라. 털이 두껍고 잘 익은, 보라색처럼 검은 숫양들이 있었으며, 모두 크고 훌륭한 동물들이었도다. 그래서 나는 독안거인이 침대로 쓰던 밧줄로 그 숫양들을 조용히 묶었느니라. 나는 숫양들을 세 마리씩 묶어 가운데 양 아래에 한 명씩, 양쪽에 한 명씩 사람을 세워 내 부하들을 구해 내었도다. 무리 중에서 가장 늠름한 숫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녀석의 등을 붙잡고 털북숭이 배 아래에 몸을 웅크린 채 털에 매달렸느니라. 의지의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었으며, 우리는 비참하게 날이 밝기를 기다렸도다.
이른 새벽, 장밋빛으로 물든 손길이 모습을 드러내자 숫양들은 모두 풀을 뜯어 먹고 싶어 뛰어올랐느니라. 암양들은 젖을 짜지 못해 젖통이 터질 듯이 가득 찬 채 우리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도다. 주인은 몸이 약해지고 고통에 지쳐 있었으나, 숫양들을 줄 세우면서 각각의 등을 더듬어 보았느니라. 그러나 털북숭이 배 아래에 묶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였도다. 마지막으로 덩치가 큰 숫양이 털과 나, 곧 영리한 사기꾼을 매달고 밖으로 나왔느니라.
힘센 폴리페무스는 그 숫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묻되,
“사랑스러운 숫양아, 오늘은 왜 동굴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거냐? 평소에는 이렇게 느리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어린 양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여린 꽃을 뜯어 먹고, 초원을 뛰어다니고,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가장 먼저 양 우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지. 그러나 이제 너는 가장 마지막이 되었구나. 주인님의 눈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구나. 그 사악한 놈이, 그의 비열한 부하들을 동원해 나를 술에 취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하였느니라. 노먼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나처럼 말할 수만 있다면, 나를 두려워하며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러면 내가 그놈의 머리를 바위에 내리쳐 동굴 곳곳에 흩뿌려 그 못된 노먼이 가져온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숫양을 밖으로 밀어내었도다. 우리는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말을 타고 갔으며, 나는 먼저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나서 부하들의 밧줄도 풀었느니라. 우리는 주인님의 살찐 가축들을 훔쳐 달아났고, 배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았도다.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은 친구들인 우리를 보고 기뻐하였으나,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울었느니라. 나는 그들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명령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섭게 노려보았도다. 나는 그들에게 양털 뭉치를 배에 싣고 배를 저어 바닷물 속으로 나가라고 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하얗게 바싹 마른 바다에 노를 저었도다.
내가 고함 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갔을 때, 나는 뒤돌아 야유를 퍼부었느니라.
“이봐, 독안거인! 바보여! 네 동굴에 갇힌 선원들은 불쌍하고 약한 자들의 것이 아니었어. 자업자득이지! 네 손님을 잡아먹다니 부끄러움도 없구나! 상제와 다른 신들이 네게 벌을 내리는 것이로다.”
내 조롱에 그는 더욱 화가 났도다. 그는 언덕에서 바위를 뽑아 우리에게 던졌으며, 바위는 우리 배의 어두운 뱃머리 바로 앞에 떨어져 키를 잡는 노 끝을 거의 부숴 버릴 뻔하였느니라. 돌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파도가 밀려왔으며, 갑자기 밀려오는 물살이 배를 육지 쪽으로 밀어내고 부풀어 오른 물은 우리를 함께 밀어내었도다. 나는 길고 큰 장대를 잡고 배를 밀어내었으며, 부하들에게 “목숨을 구하려면 빨리 노를 저어라!”라고 소리치며 고개를 끄덕여 재촉하였느니라. 그들은 몸을 굽혀 노를 젓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바다를 두 배나 더 건너갔도다. 그때 나는 다시 그를 불렀느니라.
내 선원들은 내게 그만하라고 애원하며 간청하되,
“제발! 진정하소서!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이 야만인을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그가 돌을 던져 우리 배를 육지로 밀어냈지 않사옵니까. 우리는 죽을 뻔하였나이다. 만약 그가 우리 말을 들었다면, 날카로운 돌을 던져 우리 머리와 나무 배를 부숴 버렸을 것이옵니다. 그는 정말 세게 던지옵니다!”
그러나 내 냉혹한 마음은 설득되지 아니하였도다. 나는 여전히 분노에 차서 다시 소리치되,
“독안거인! 만일 어떤 필멸자가 당신의 눈이 어떻게 잘리고 멀어졌는지 묻는다면, 이탁도에 사는 도시 약탈자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 당신의 시력을 잃게 하였다고 말하십시오!”
그는 신음하며 말하되,
“예언이로다!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우리 백성 가운데 에우리모스의 아들 텔레무스라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살았는데, 그는 우리에게 점을 치며 여생을 보냈느니라. 그는 오지수의 손길이 내 눈을 멀게 할 거라고 예언하였도다. 나는 늘 키 크고 잘생긴, 힘과 용기를 가진 남자가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이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하였구나. 술에 취해 나를 홀린 것이로다. 자, 오지수, 어서 오시오. 내가 선물을 드리고 해신 신께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리라. 나는 그의 아들이요, 신은 나를 아버지로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시느니라. 그가 원한다면 나를 고쳐 줄 것이나, 다른 누구도, 신도 인간도 그를 고칠 수 없느니라.”
그가 이 말을 하자 나는 그에게 대답하되,
“내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 지하 세계인 염라국의 집으로 보내 버릴 수만 있다면, 지진의 신조차도 당신을 고쳐 줄 수 없을 것이로다.”
그러나 그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기도하되,
“들으소서, 대지를 흔드는 푸른 머리의 해신 신이시여, 저를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시고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소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소서. 만약 그가 가족을 만나게 된다면, 늦게, 명예도 없이, 고통 속에, 배도 없이,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그리고 그의 집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하소서.”
푸른 해신은 아들의 기도를 들어 주었도다. 폴리페무스는 이전보다 훨씬 큰 바위를 들어 올려 휘두른 다음, 엄청난 힘으로 던졌느니라. 그 작은 공은 우리 키 바로 옆에 떨어져 바다에 첨벙 떨어졌으며,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배를 밀어 반대편 해안으로 향하게 하였도다.
우리는 배가 정박해 있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선원들은 울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내린 다음, 독안거인에게서 훔쳐 온 양들을 배의 선창에서 꺼내 공평하게 나누어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주었느니라. 그런데 양 떼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 선원들은 독안거인이 가장 아끼는 숫양을 나에게만 주었도다. 나는 해변에서 그 숫양을 도살하여 어둠의 구름의 신이자 온 세상의 주인인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에게 바쳤으며, 허벅지를 불태웠느니라. 그러나 신은 내 제물을 외면하고 내 모든 배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파멸시키려 하셨도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를 먹고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느니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서 잠이 들었도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깨워 배에 올라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느니라. 그들은 재빨리 복종하여 모두 질서정연하게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도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항해를 계속하였느니라.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친구들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도다.
==제10권 바람과 마녀==
「우리는 불멸의 신들이 모두 사랑하는 아이올로스의 떠다니는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섬 주변의 가파른 절벽에는 난공불락의 단단한 청동 성벽이 뻗어 있었나이다. 그의 궁전에는 열두 명의 자녀가 살고 있었으니, 건장한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이었나이다. 그는 형제자매끼리 결혼을 주선하였나이다. 그들은 부모와 함께 항상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잔치는 끝이 없었나이다. 낮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궁궐은 소리로 가득하였나이다. 밤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담요가 쌓인 밧줄 침대에서 잠을 청하였나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요새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환영하고 한 달 동안 머물게 해 주었으며, 토래성과 아르고스 배들,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소식을 물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나를 보내 달라 말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나를 돕기로 하고 소가죽 자루를 주면서 그 안에 거센 바람을 묶어 두었나이다. 크로노스의 아들인 상제는 그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였나이다.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는 마음대로 바람을 멈추거나 일으킬 수 있었나이다. 그는 빛나는 은실로 자루를 내 곡선형 배에 단단히 묶어 아무리 작은 바람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였고, 제피로스 신에게 바람을 불어 우리 배와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다 달라 부탁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아니하였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었나이다.
아홉 밤낮으로 항해한 끝에 열흘째 되는 날, 고향 땅이 눈앞에 나타났나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였나이다. 나는 지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나이다. 내가 키를 잡고 있으면 더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내가 잠든 사이에 선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나이다. 위대한 아이올로스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는 것이었나이다. 은과 금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나이다. 각자 옆 사람을 쳐다보며 불평하였나이다.
『우리가 항해하는 곳마다 모두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군. 게다가 토래성을 약탈해서 가져온 전리품도 가지고 있잖아. 우리는 그와 함께 항해하였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이제 아이올로스가 이런 친절한 선물을 주다니.』
그에게 말하였나이다.
『서둘러라, 자루를 열어 얼마나 있는지, 은이 얼마나 있는지, 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끔찍한 생각이 그들을 사로잡았나이다. 그들은 그대로 하였나이다. 자루를 열자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나이다. 갑작스러운 파도가 우리를 덮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나이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고, 저는 잠에서 깨어나 배에서 뛰어내려 익사할지, 아니면 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살아남을지 고민하였나이다. 저는 참고 얼굴을 가리고 갑판에 누웠나이다. 폭풍우가 몰아쳐 배들을 다시 위대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들은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항아리에 물을 채웠고, 남자들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나이다.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노비 한 명과 선원 한 명을 데리고 아이올로스를 만나러 갔나이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나이다. 우리는 들어가 문설주 옆에 앉았나이다. 그들은 깜짝 놀라 물었나이다.
『어찌하여 왔느냐. 또 왔느냐. 운이 나빴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는 분명히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고, 당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에 도착하도록 하려 하였느니라.』
나는 슬프게 대답하였나이다.
『제 부하들과, 우리를 망쳐 놓은 고집스러운 잠을 탓하십시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당신들은 모든 것을 바로잡을 힘이 있나이다.』
나는 이 말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를 바랐으나, 그들은 침묵하였나이다. 그때 아버지가 소리쳤나이다.
『나가라. 이 역겨운 놈아, 내 섬에서 나가라. 당장. 신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는 사람을 내가 데려다 주는 것은 옳지 아니하다. 이 저주받은 놈아, 감히 여기에 오다니. 나가라.』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궁전에서 쫓아냈나이다. 우리는 낙담한 채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선원들은 노 젓는 고통에 지쳐 갔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순풍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밤낮으로 노를 저었고, 이레째 되는 날, 우리는 라에스트리고니아, 즉 절벽 위의 텔레필루스 마을에 도착하였나이다. 라모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은 나가는 다른 목동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나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소를 몰고 흰 양을 방목하며 두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나이다. 낮과 밤의 길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유명한 항구에 도착하였나이다. 양쪽으로 해안선이 튀어나와 거의 만나 좁은 입구를 이루고 있었나이다. 그곳에는 파도가 전혀 치지 아니하였나이다. 작은 파도조차도 없었나이다. 온통 하얀 고요함뿐이었나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배를 항구 안에 빽빽하게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유일하게 배를 항구 밖에 정박하기로 하였나이다. 멀리 떨어진 바위에 밧줄을 묶고 배에서 내려 바위를 기어올라 정찰하였나이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외에는 소나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뽑아 이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빵을 먹는지 알아보라 보냈나이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산에서 나무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다니는 매끄러운 길을 따라 걸었나이다. 그들은 도시로 향하였나이다. 마을 앞에서 물을 긷고 있던 한 소녀를 만났나이다. 소녀는 마을 전체의 수원지인 아르타키 샘으로 가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라이스트리고니아 왕 안티파테스의 건장한 딸이었나이다. 그들은 소녀에게 왕과 백성들에 대해 물었나이다. 소녀는 곧바로 그들을 아버지의 높은 지붕의 궁전으로 데려갔나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산처럼 큰 여자가 있었나이다. 그들은 경악하고 충격을 받았나이다. 거인은 즉시 남편인 왕을 회의장에서 불러냈나이다. 왕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하였고, 한 명을 붙잡아 잡아먹었나이다. 나머지 두 명은 배로 도망쳤나이다.
왕의 외침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나이다. 그 소리를 듣고 거대한 라에스트리고니아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거인이었나이다. 그들은 사람이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바위를 절벽에서 우리에게 던졌나이다. 배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 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나이다. 그들은 마치 물고기를 잡듯이 사람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나이다. 끔찍한 만찬이었나이다.
그들이 항구 안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동안, 나는 칼을 뽑아 검은 뺨을 가진 내 배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나이다.
『위험에서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도망쳐라.』
그들은 죽음이 두려워 두 배로 노를 저었나이다. 내 배는 운 좋게도 깎아지른 절벽 너머 바다에 도달하였나이다. 만에 갇힌 나머지 배들은 모두 전멸하였나이다. 우리는 슬픔에 잠겨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으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나이다.
우리는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의 고향인 아이아이아에 도착하였나이다. 키르케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며, 파멸을 꿈꾸는 아이테스의 누이였나이다. 그 둘은 필멸의 존재들을 비추는 태양과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의 자식이었나이다. 어떤 신의 인도를 받아 우리는 조용히 항구로 표류하여 배를 정박하였나이다. 이틀 밤낮으로 우리는 지쳐 쓰러질 듯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나이다.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창과 날카로운 칼을 들고 배에서 내려 높은 곳으로 달려가 인간의 흔적을 찾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나이다. 바위 위로 올라가 보니 키르케의 궁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나이다. 땅에서 숲과 덤불 사이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나이다. 연기를 보았으니 내려가서 조사해 봐야 할지 고민하였나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변과 배로 돌아가 부하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정찰을 나가기로 하였나이다.
배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떤 신이 외로운 나를 불쌍히 여겨 크고 뿔이 우뚝 솟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를 내 앞길에 보내 주었나이다. 그 사슴은 숲에서 내려와 강물을 마시러 왔는데, 날씨가 매우 더웠나이다. 나는 그 사슴의 등 한가운데를 찔렀나이다. 내 청동 창이 그를 꿰뚫었나이다. 사슴은 신음하며 흙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영혼은 떠나갔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밟고 청동 창을 뽑아 땅에 버려 둔 채, 나뭇가지와 끈을 꺾어 한 패덤 길이의 밧줄을 만들어 꼼꼼하게 매듭지어 그 거대한 동물의 발굽을 묶었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등에 메고 어두운 배로 내려갔나이다. 사슴이 너무 커서 한쪽 어깨에 짊어질 수 없었기에, 나는 창을 짚고 내려갔나이다. 나는 그를 배 앞에 내려놓고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넸나이다.
『친구들이여. 비록 슬프나, 우리는 운명의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자, 배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으니 굶지 말자. 이제 먹을 시간이다.』
그들은 재빨리 내 말에 따랐고, 얼굴에서 장포를 내렸나이다. 그리고 해변에 누워 있는 커다란 사슴을 보고 놀라워하였나이다. 정말 거대하였나이다. 그들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씻고 훌륭한 식사를 준비하였나이다. 그렇게 우리는 해 질 때까지 풍성한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새벽의 손가락처럼 장미꽃이 다시 피어났나이다. 나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친구들이여, 슬픔에 잠겨 있더라도 내 말을 들어라. 우리는 어둠이 어디에 있는지, 새벽이 어디에 있는지,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땅속으로 어디로 사라지는지, 어디에서 다시 떠오르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처한 곤경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는 바위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땅은 낮다. 나는 숲과 빽빽한 덤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가라앉았나이다. 그들은 모두 라이스트리고니아인들과 그들의 왕 안티파테스에게 일어났던 일, 그리고 거대한 독안거인이 사람들을 잡아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들은 통곡하며 눈물을 쏟아냈나이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은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두 무리로 나누었나이다. 나는 한 무리를 이끌고, 신과 같은 에우리로코스에게 다른 무리를 이끌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청동 투구에 제비를 뽑았는데, 에우리로코스의 제비가 나왔나이다. 그래서 그는 스물두 명의 부하들과 함께 울면서 떠났나이다. 나와 함께 남은 사람들도 울고 있었나이다.
숲속 공터 안에서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로 높은 기초 위에 지어진 키르케의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집 주위에는 키르케가 약물로 길들인 산늑대와 사자들이 있었나이다. 동물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친근하게 모여들었나이다. 마치 주인이 저녁 식사 후 간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개들이 주인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긴 꼬리를 흔들며 다정하게 다가왔나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무시무시한 늑대와 사자들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나이다. 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나이다.
그들은 집 밖에 서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신 키르케였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베를 짜고 있었는데, 마치 여신이 빚어내는 듯한 정교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나이다. 그러자 나의 가장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동료들의 지도자인 폴리테스가 이르되,
『친구들아, 저 안에서 누군가 거대한 베틀에서 직물을 짜고 노래를 부르는데, 바닥이 울려 퍼질 정도이다. 아마 여자이거나 여신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불러오자.』
그들은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즉시 와서 빛나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들였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만은 속임수를 의심하여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의자에 앉히고 보리, 치즈, 황금 꿀을 프람니아 포도주와 섞어 물약을 만들었나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향을 완전히 잊게 하는 강력한 약을 넣었나이다. 그들은 그 혼합물을 마셨나이다. 그런 다음 그녀는 마법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쳐 돼지우리에 가두었나이다. 그들은 몸과 목소리, 머리카락이 돼지로 변하였으나, 정신은 그대로였나이다. 그들은 감금되자 비명을 질렀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돼지들이 진흙탕에서 파헤치며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와 산딸기를 던져 주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우리 검은 배로 달려와 친구들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는 말을 하려 하였으나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하였나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찢어지는 듯하였나이다. 놀라서 우리는 모두 그에게 물었나이다. 마침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였나이다.
『오지수여, 당신의 명령대로 우리는 숲 속으로 들어갔나이다. 숲속 공터에서 우리는 윤이 나는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높은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인인지 여신인지 모를 누군가가 베틀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나이다. 제 친구들이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초대하였나이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들은 그녀를 따라 들어갔나이다. 그러나 저는 무슨 속임수일까 두려워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때 갑자기 그들은 모두 사라졌나이다. 나는 잠시 그곳에 앉아 지켜보고 기다렸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은장검을 등에 메고 활을 집어 들고 그에게 이르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시오.』
그는 내 무릎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나이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보내지 마시오. 여기 있게 해 주소서. 당신은 그들을 데려올 수 없고, 그렇게 하려다가는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옵니다. 서둘러 주소서, 이 사람들과 함께 탈출해야 하나이다. 우리에게는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나이다.』
나는 이르되,
『당신은 배 옆에서 먹고 마시며 지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야 하나이다. 저는 이 일을 해야만 하나이다.』
나는 배와 해안을 떠나 신성한 숲길을 가로질러 걸어 올라갔나이다. 마녀 키르케의 큰 저택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나이다. 그는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하는 가장 귀여운 사춘기 소년 같았나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이르되,
『어찌하여 혼자 이 언덕을 넘었느냐. 불쌍한 자여, 자네는 이곳을 알지 못하는군. 자네 부하들은 키르케의 집에서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혔네. 자네가 그들을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하려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네도 그들과 함께 여기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네. 자, 키르케의 집에 들어갈 때 자네를 지켜 줄 해독제를 받아 가게. 이제 내가 키르케의 모든 치명적인 주문과 계략을 알려 주겠네. 그녀는 자네에게 독이 섞인 물약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자네는 내가 준 약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법은 자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긴 지팡이로 자네를 공격하면, 날카롭게 갈린 검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이 달려들게. 그녀는 자네를 두려워하며 자네에게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라 할 것이다. 그녀에게 저항하지 말게.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자네는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신들을 걸고 맹세하라 전하게. 다시는 너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옷을 벗고 있을 때 그녀가 너를 해쳐 남자를 무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밝고 변덕스러운 신은 땅에서 식물 하나를 뽑아 내게 보여 주었나이다. 뿌리는 검은색이고 꽃은 우유처럼 하얬나이다. 신들은 이 식물을 몰리라고 불렀나이다. 필멸의 인간은 이 식물을 캐내기 어려우나, 신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나이다. 그런 다음 헤르메스는 숲이 우거진 섬을 지나 높은 오림산으로 날아갔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집으로 들어갔나이다. 걸어가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나이다. 나는 문간에 서서 그녀를 보았나이다. 땋은 머리를 한 아름다운 키르케였다. 내가 부르자 그녀는 듣고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였나이다. 나는 초조하게 그녀를 따라갔나이다. 그녀는 나를 발판이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은장식 의자로 안내하였나이다. 그녀는 금잔에 나를 위해 음료를 섞고 약을 넣었나이다. 그녀는 나에게 해를 끼치기를 바랐나이다. 나는 그것을 마셨으나 마법은 통하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내리치며 이르되,
『이제 가거라. 돼지우리로 나가서 네 부하들과 함께 누워라.』
그러나 나는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칼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달려들었나이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피하였고, 내 무릎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물었나이다.
『당신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의 도시는 어디이옵니까. 당신의 부모는 누구이옵니까. 내 물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나이다. 다른 어떤 남자도 그것을 마시고 마법의 유혹을 견뎌 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다르나이다. 당신의 마음은 마법에 걸리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틀림없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오지수일 것이옵니다. 황금 지팡이를 든 밝게 빛나는 헤르메스가 당신이 빠른 배를 타고 토래성에서 이곳으로 항해해 올 것이라 여러 번 말해 주었나이다. 이제 칼을 칼집에 넣고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시오.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키르케여, 내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놓고, 나를 유혹해서 잠자리에 들자 한 다음, 내 용기와 남성성을 빼앗으려 하다니, 어찌 내게 당신을 부드럽게 대하라 명령할 수 있소. 당신이 다시는 나를 해치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과 잠자리에 들지 않겠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즉시 내가 요구한 대로 맹세하였나이다. 그녀는 맹세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키르케의 눈부신 침대로 올라갔나이다.
그동안 그녀의 시녀 네 명이 궁궐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들은 샘과 숲,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는 신성한 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었나이다. 한 시녀가 의자 위에 보라색의 고운 천을 깔고 그 아래에 돌을 놓았나이다. 각 의자 옆에는 또 다른 하녀가 은으로 된 탁자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금으로 된 바구니를 올려놓았나이다. 세 번째 하녀는 은그릇에 달콤하고 기분 좋은 포도주를 섞어 금잔에 따랐나이다. 네 번째 하녀는 물을 가져와 커다란 삼각대 아래에 불을 지펴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나이다. 구리 가마솥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나를 욕조로 데려가 머리와 어깨를 씻어 주었나이다. 내 영혼을 짓누르는 깊은 피로를 없애 주기 위해 완벽한 온도로 맞춘 물을 사용하였나이다. 목욕 후, 그녀는 내 피부에 기름을 바르고 고운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리고 은으로 장식된 정교하게 조각된 의자로 나를 안내하고 그 아래에 발판을 놓아 주었나이다. 또 다른 하녀는 금으로 된 물병에 물을 가져와 은그릇에 부어 내 손에 부어 주었나이다. 그녀는 근처에 윤이 나는 탁자를 차려 놓았나이다. 요리사는 빵을 가져와 푸짐한 음식을 차려 놓았고, 키르케는 나에게 먹으라 하였나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나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나이다.
키르케는 내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아니하고 슬픔에 잠겨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 곁에 서서 물었나이다.
『오지수여, 어찌하여 그렇게 말없이, 마치 벙어리처럼 앉아서 속을 게워내며 연회 음식도 술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억하건대, 나는 이미 맹세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이르되,
『키르케여, 안 됩니다. 어떤 양심적인 사람이 자기 부하들을 직접 보고 풀어 주기 전에 음식을 맛보거나 술을 마실 수 있겠나이까. 그렇게 먹고 마시라 하신다면, 그들을 풀어 주소서. 그래야 내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키르케는 지팡이를 든 채 연회장을 나와 돼지우리를 열고 그들을 쫓아냈나이다. 그들은 여전히 살찐 멧돼지처럼 크고 다 자란 모습이었나이다. 그들은 키르케 앞에 섰나이다. 위엄 있는 키르케는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각각에게 새로운 약을 발랐나이다. 그 약 때문에 그들의 몸에는 굵은 돼지털이 돋아났나이다. 뻣뻣했던 털이 모두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남자들이었는데, 전보다 젊고 훨씬 잘생기고 키도 컸나이다.
그때 그들은 저를 알아보았나이다. 각자 저를 꼭 껴안고 절망에 빠져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집안은 시끌벅적하였고, 심지어 아내조차도 그들을 불쌍히 여겼나이다. 아내는 제게 다가와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내시나이다. 이제 바닷가에 있는 당신의 빠른 배로 가시오.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당겨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으로 옮기시오. 그런 다음 충성스러운 부하들과 함께 돌아오시오.』
제 마음은 동의하였나이다. 저는 해안에 있는 제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배 옆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엉엉 울고 있었나이다. 마치 소떼가 목초지에서 마당으로 돌아올 때처럼, 어린 암소들이 우리에서 뛰쳐나와 어미에게 달려가고, 어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울부짖는 것 같았나이다. 그래서 내 부하들은 나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였고, 마치 고향인 험준한 이탁도 땅,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나이다. 흐느끼며 그들은 외쳤나이다.
『오, 주인님이여.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마치 우리 고향 이탁도로 돌아온 것 같나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이르되,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려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에 넣어 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서둘러 나와 함께 가서 키르케 여신의 성소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보라. 그들은 영원히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믿었으나, 에우리로코스는 경고하되,
『바보들아. 어찌하여 거기로 가려 하느냐.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길을 택하여 키르케의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 그곳에서 그녀는 우리 모두를 돼지나 늑대, 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의 웅장한 집을 지키도록 강요할 것이다. 독안거인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기억하느냐. 우리 친구들은 이 무모한 군주와 함께 그의 집에 갔느니라. 그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두 죽었느니라.』
그 순간, 나는 튼튼한 허벅지에 숨겨 둔 긴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어 땅에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나이다. 비록 그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말이다. 그때 부하들이 나를 말리며 이르되,
『안 됩니다, 왕이시여, 제발 그를 보내 주소서. 그가 여기 남아서 배를 지키도록 하소서. 저희가 왕을 따라 키르케의 성지로 가겠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거기에 머물지 아니하고, 내 꾸지람이 두려워 왔나이다.
그동안 키르케는 다른 사람들을 풀어 주고, 자신의 집에서 그들을 부드럽게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나이다. 그리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혔나이다. 우리는 연회장에서 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남자들은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 보자 울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흐느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나이다. 여신은 내 옆에 서서 이르되,
『왕이시여, 영리한 오지수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시여, 이제 이 슬픔을 부추기지 마시오. 나는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이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에서, 그리고 육지에서 적대적인 사람들로부터 큰 고통을 겪었음을 아나이다. 그러나 이제 먹고 마실 시간이다. 이탁도를 떠날 때 가졌던 열정을 되찾아야 하느니라. 당신은 지치고 상심하여 항상 고통과 방황에만 사로잡혀 있나이다. 마음속으로 기쁨을 느껴 본 적이 없나이다. 너희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 냈느니라.』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매일 그곳에서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나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긴 하루하루가 흘러가자,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나를 불러 이르되,
『신들의 인도를 받으소서. 이제 조국을 생각할 때이옵니다. 당신들이 살아남아 높은 지붕의 집과 조상의 땅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말이옵니다.』
내 전사의 영혼은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 잔치에 앉아 있었나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그들은 어둑한 궁전 안에서 잠자리에 들었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화려한 침대로 가서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의 무릎을 만졌나이다. 여신은 내 기도를 들었나이다.
『키르케여,』 나는 이르되, 『저를 고향으로 보내겠다는 당신의 맹세를 지켜 주소서. 이제 제 마음은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제 부하들도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당신이 부재중일 때마다 그들은 끊임없는 탄식으로 저를 지치게 하나이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하였나이다.
『레르테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왕 오지수여, 모든 도전을 극복한 자여, 당신은 원치 않게 제 집에 머물 필요가 없나이다. 그러나 먼저 다른 여정을 완수해야 하나이다.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예언자이자 눈먼 티레시아스에게 조언을 구하시오. 페르세포네는 죽어서도 그에게만 완전한 통찰력을 주었나이다. 다른 영혼들은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 뿐이옵니다.』
그 말에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침대에 앉아 울었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과 빛나는 태양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잃었나이다. 흐느껴 울고 슬픔에 잠겨 뒹굴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이르되,
『그러나 키르케여, 누가 이 여정을 안내해 줄 수 있나이까. 이전에는 아무도 배를 타고 염라국으로 간 적이 없나이다.』
그러자 여신이 즉시 대답하였나이다.
『오지수 왕이시여, 당신은 지혜로우시나이다. 배를 조종할 조종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하얀 돛을 펼치고 자리에 앉으시오. 북풍이 배를 밀어 줄 것이옵니다. 대양을 건너면 버드나무가 시들어가는 열매를 떨어뜨리고 페르세포네의 숲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가 자라는 해안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깊고 소용돌이치는 대양에 배를 묶고 염라국의 넓은 거처로 가시오. 화열강과 시천강의 지류인 코키토스는 모두 아케론 강으로 흘러 들어가나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바위 옆에서 울려 퍼지나이다. 용감한 사람이여, 그곳으로 가서 폭과 길이가 각각 한 규빗인 구덩이를 파고 그 주위에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을 부으시오. 먼저 꿀물을 붓고, 그 다음에는 단 포도주를, 마지막으로는 물을 부으시오. 보리를 뿌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에게 간청하시오. 이탁도의 황량한 땅에 이르면, 네 궁전에서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 한 마리를 잡아 불에 쌓아 올리고, 티레시아스에게만 네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수한 검은색 숫양 한 마리를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라. 모든 유명한 죽은 자들에게 기도한 후,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암양 한 마리를 도살하여 에레보스에게 보내되, 너 자신은 세차게 흐르는 강 쪽으로 돌아서라. 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런 다음 네 부하들에게 잔혹한 청동기에 의해 죽은 양들의 가죽을 벗기고, 강력한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며 불태우라 하라. 그리고 칼을 뽑아 앉으라. 티레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무도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예언자가 곧 와서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건너는 너의 여정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황금빛 옥좌에 새벽빛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키르케는 내게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여신은 섬세하고 고운 천으로 만든 긴 흰 드레스를 입고 금빛 허리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베일을 쓰고 있었나이다.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불렀나이다. 나는 각 부하 옆에 서서 말로 그들을 깨웠나이다.
『일어나라. 이제 더 이상 달콤한 잠에 빠져 있지 마라. 가야 한다. 여신께서 지시를 내리셨느니라.』
그들은 내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나는 부하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갈 수 없었나이다. 가장 어린 엘페노르라는 부하가 있었는데, 그는 전쟁에 그다지 용감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다지 영리하지도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술에 취해 시원함을 찾으려고 키르케의 집 높은 곳에 동료들과 떨어져 누워 있었나이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와 분주한 소리, 친구들의 움직임을 듣고는 높은 사다리를 내려가는 것을 잊고 재빨리 벌떡 일어섰나이다. 그는 지붕에서 곤두박질쳐 떨어져 척추 바로 위에서 목이 부러졌나이다. 그의 영혼은 염라국으로 내려갔나이다.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르되,
『아마도 당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겠으나,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영혼인 티레시아스를 만나야 한다 말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나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옷을 찢었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애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우리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있는 우리의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펑펑 흘렸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와서 검은 암양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를 배 옆에 묶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사라졌나이다. 신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누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겠나이까.
==제11권 저승==
이에 우리는 바다에 이르러 먼저 반짝이는 소금물에 배를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양들을 배에 올렸도다.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눈물을 쏟아 내었느니라.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가 우리에게 바람을 보내어 돛을 가득 채우게 해 주었으며, 순풍이 짙푸른 뱃머리 뒤에서 우리를 인도하였도다. 우리는 장비를 정비하고 자리에 앉으니, 바람과 항해사가 우리의 항로를 곧게 인도하였느니라.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니, 우리는 깊이 흐르는 대양의 끝자락, 키메리아인들이 살고 도시를 세운 곳에 이르렀도다. 그들의 땅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빛나는 태양신은 별이 빛나는 하늘로 떠오를 때나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올 때나 결코 그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지 아니하였느니라. 그곳의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파괴적인 밤이 세상을 뒤덮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양들을 몰아낸 다음, 여신이 우리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던 대양의 물줄기를 찾아 나섰느니라.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가 제물을 바치니, 나는 칼을 뽑아 가로세로 한 길의 구덩이를 파고 죽은 자들을 위해 제물을 부었도다. 먼저 꿀물을 붓고, 달콤한 포도주를 붓고,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으며, 그 위에 보리를 뿌리고, 고향에 돌아가면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가장 좋은 어린 암소를 제물로 바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로 제단을 높이 쌓겠다고 엄숙히 맹세하였느니라. 티레시아스를 위해서는 내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종 검은 양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렇게 맹세하며 죽은 자들을 불렀도다.
양들을 가져다가 구덩이 위에서 목을 베니 검은 피가 흘러나왔으며, 영혼들이 에레보스 산에서 올라와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십 대 소년 소녀들과 오랜 세월 고통받은 노인들, 젊은 나이에 노동으로 목숨을 잃은 신부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은 채 청동 창에 베인 많은 남자들이 있었느니라. 그들은 사방에서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구덩이 주위로 몰려들었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도다. 창백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나는 부하들을 깨워 내가 죽인 양의 가죽을 벗기고 불태우며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라고 명령하였도다. 나는 칼을 뽑아 들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섰으니,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로다.
먼저 아직 땅에 묻히지 못한 내 부하 엘페노르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우리는 다른 일에 너무 바빠서 그의 시신을 키르케의 집에 장례도 치르지 않고 남겨 두었도다. 그를 보자 나는 가엾음에 울며 이르되,
“엘페노르야, 어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네가 걸어온 것이 내가 배를 타고 온 것보다 더 빠르구나.”
그가 신음하며 대답하되,
“오지수 폐하, 폐하는 모든 상황을 잘 헤쳐나가시나이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불운하였고,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혼미해졌나이다. 키르케의 집 위층에 누워 있었는데, 지붕에서 내려올 때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나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떨어졌으며, 목이 척추에서 부러져 제 영혼은 염라국으로 떨어졌나이다. 당신이 버리고 간 부하들, 그 부재중인 자들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의 아내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 주신 아버지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그리고 집에 홀로 버려두신 당신의 아들 태명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이 염라국을 떠나 아이아이아에 다시 배를 정박할 때, 부디 저를 기억해 주소서. 저를 그곳에 묻지도 않고, 눈물도 애통함도 없이 버려두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신들께서 당신에게 노하실 것이니이다. 제 팔과 함께 저를 불태우고 회색 소금 바다 옆에 무덤을 쌓아 주소서.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저와 제 불행을 알게 될 것이니이다. 그리고 제가 살아생전에 동료들과 함께 젓던 노를 무덤에 박아 두소서.”
“가엾은 자여!” 내가 대답하되,
“이 모든 것을 하리라.”
우리는 그곳에 앉아 슬픈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나는 한쪽에서 피 묻은 칼을 꽉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 동료의 유령이 말을 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영혼이 나타났으니, 나의 죽은 어머니, 아우톨리쿠스의 딸 안티클레이아를 보았도다. 나는 신성한 토래성으로 떠날 때 그녀를 살려 두었느니라. 그녀를 보자 나는 연민에 눈물을 흘렸으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티레시아스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였도다.
예언자는 황금 홀을 들고 나타났으며 나를 알아보고 이르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뛰어난 생존자시여, 불쌍한 자여, 어찌하여 태양을 버리고 죽은 자들과 기쁨 없는 이 곳을 보러 왔느냐? 이제 구덩이에서 물러나 날카로운 칼을 들어 내가 피를 마시고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자 나는 은으로 장식된 칼을 칼집에 넣었도다. 그가 탁한 피를 마신 후, 유명한 예언자가 말하되,
“오지수여,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꿀처럼 달콤하게 생각하겠으나, 신들께서는 그것을 쓰디쓰게 만들 것이니라. 해신은 당신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가라앉히지 아니할 것이로다. 당신은 고통받아야 하나, 감정을 다스린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라. 충동과 당신의 부하들에게 경고하노라. 보랏빛 심해에서 돌아서서 트린아키아 섬으로 배를 몰고 가라. 그곳에는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신, 태양신의 소유인 풀을 뜯는 소와 살찐 양들이 있느니라.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내버려 두고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만 집중한다면, 큰 손실이 있더라도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부하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니라. 만일 당신이 스스로 탈출한다면, 당신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낯선 배를 타고 지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그리고 집에는 침략자들이 당신의 식량을 먹어치우고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니라. 그때 당신은 구혼자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하리라. 당신의 궁궐 안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밖에서, 날카로운 청동 무기로 그들을 죽여야 하느니라. 그들이 죽고 나면, 당신은 떠나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를 가져다 주어야 하리라. 그들은 배의 붉은 뱃머리도, 배의 날개와 같은 노도 본 적이 없느니라.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징조를 예언하노라. 당신이 등에 짊어진 것을 키라고 부르는 여행자를 만나면, 그 노를 땅에 박고 해신에게 황소와 멧돼지를 제물로 바치라.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사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순서대로 거룩한 헤카톰을 바치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편안한 노년의 삶과 번성하는 백성을 맞이하며, 너에게 온화한 죽음이 찾아올 것이로다. 그렇게 될 것이니라.”
내가 이르되,
“티레시아스여, 신들께서 제게 이런 운명을 정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실로 말해 주소서. 저는 어머니의 영혼이 피 곁에 조용히 앉아 저에게 말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았나이다! 주님,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제가 티레시아스라는 것을 알아보시게 할 수 있으리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설명하기 쉬운 문제라. 네가 이런 영혼 중 하나를 피 곁에 오도록 허락하면, 그 영혼은 너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로다. 네가 그들을 밀어내면, 그들은 다시 떠나야 하느니라.”
그렇게 말하고 예언자 영혼 티레시아스는 염라국의 집으로 떠났도다. 나는 어머니가 와서 피를 마실 때까지 그곳에 꼼짝 않고 서 있었느니라. 어머니는 그때 나를 알아보고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이르되,
“내 아이야!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이곳은 산 사람이 보기 힘든 곳이라. 거대한 강과 무시무시한 만들이 있고, 걸어서 건널 수 없는 대양도 있느니라. 배가 필요하니라. 너는 배와 선원들을 거느리고 토래성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헤매다 온 것이냐? 아직 이탁도에 도착하지도 않았고, 집에 있는 아내도 보지 못하였느냐?”
내가 대답하되,
“어머니, 저는 예언자 영혼인 테베의 티레시아스와 상의하기 위해 염라국에 올 수밖에 없었나이다. 아직 그리스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고, 고향에도 도착하지 못하였나이다. 위대한 건웅을 따라 말의 땅 토래성으로 가서 그곳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 이후로 저는 길을 잃고 비참하게 불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말씀해 주소서.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나이까? 오랜 병으로 돌아가셨나이까? 아니면 활의 여신 아림이 부드러운 화살로 당신을 죽이셨나이까? 제가 두고 온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소서. 그들은 여전히 왕으로 존경받고 있나이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왕위를 계승하고 제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나이까? 그리고 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씀해 주소서. 그녀는 우리 아들과 함께 남아 그의 양육에 전념하고 있나이까, 아니면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 그녀와 결혼하였나이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그녀는 굳건하니라. 마음씨가 강하니라. 그녀는 여전히 당신 집에 있느니라. 밤마다 비참하게 보내고 낮에는 눈물로 지내느니라. 그러나 아무도 당신의 왕위를 찬탈하지 못하였도다. 태명은 여전히 온 영지를 무사히 돌보고 영주답게 호화롭게 잔치를 벌이며 항상 회의에 초대받느니라. 당신의 아버지는 시골에 계시니라. 도시에는 오지 않으시며, 담요와 깨끗한 시트가 깔린 제대로 된 침대에서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느니라. 겨울에는 집 안에서 불 옆에 누워 노비들과 함께 재 속에 누워 주무시고, 옷은 누더기이니라. 여름과 수확철에는 떨어진 낙엽 더미가 그의 잠자리가 되느니라. 그는 그곳에 누워 슬픔에 잠겨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시니, 그의 노년은 쉽지 아니하니라. 그래서 저도 그런 운명을 맞이하여 죽었도다. 여신이 집에서 저를 쏘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며, 병이 내 팔다리의 기력을 앗아가며 길고 잔혹한 쇠약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라. 아니, 오지수, 나의 햇살이여, 당신이 그리웠던 것이로다. 당신의 날카로운 지성과 따뜻한 마음이 내게서 달콤한 생명을 앗아갔느니라.”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영혼을 품에 안고 싶었도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느니라. 세 번이나 어머니를 만지려 애썼으나, 세 번 모두 어머니의 유령은 그림자처럼, 혹은 꿈처럼 내 품에서 떠나갔도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지며 내가 울부짖되,
“안 되옵니다, 어머니! 왜 저와 함께 있어 주지 않으시나이까? 이 지옥에서라도 저를 안아 주소서. 서로 사랑하는 팔을 감싸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위안을 찾고 싶나이다! 그러나 이분이 정말 어머니시옵니까? 아니면 여왕이 제 슬픔을 더 키우려고 유령을 보낸 것이옵니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오, 내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로다. 페르세포네가 너를 속이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이 인간이 죽으면 지켜야 할 규칙이니라. 우리의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붙잡고 있지 아니하느니라. 생명이 하얀 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타오르는 불길이 시체를 태워 버리느니라. 영혼은 날아가 버리고 곧 꿈처럼 사라지느니라. 이제 서둘러 빛을 향해 가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 훗날 당신의 아내에게 이야기하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페르세포네가 보낸 몇몇 여인들, 곧 전사들의 딸들과 아내들이 왔으며, 그들은 핏자국 주위에 몰려들었도다. 나는 그들 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계획을 세웠느니라. 나는 칼을 뽑아 그들이 한데 모여 피를 마시지 못하게 막았으며, 그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하였도다.
첫 번째는 명문가 출신의 티로였는데, 살모네우스의 딸이자 아이올로스의 아들 크레테우스의 아내였도다. 그녀는 세상에 물을 쏟아붓는 모든 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니페우스 강과 사랑에 빠졌으며, 종종 그의 아름다운 강가를 찾아갔느니라. 해신은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강어귀에서 그녀와 함께 누웠도다. 그들 주위로 산처럼 높이 솟은 짙은 푸른 파도가 굽이쳐 신과 인간 여인을 가렸느니라. 거기서 그는 그녀의 허리띠를 풀고 그녀를 잠들게 하였으며, 신은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여인이여, 이 사랑을 기뻐하라. 너는 내년에 영광스러운 자녀를 낳을 것이로다. 신과의 관계는 언제나 자손을 낳느니라. 그들을 잘 보살피고 기르도록 하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내가 누구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하리니, 나는 땅을 흔드는 해신이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도다. 그녀는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둘 다 건장한 아이들이었고 전능한 상제를 섬겼느니라. 펠리아스는 양이 풍부한 이올코스의 넓은 들판에 살았고, 그의 동생은 모래 언덕인 필성에 살았도다. 그리고 그녀는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손, 페레스, 그리고 전차를 사랑했던 아미타이온을 더 낳았느니라.
그리고 그녀 후에 나는 안티오페를 보았는데, 그녀는 상제의 품에서 잠들었다고 말하며 두 아들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도다. 그들은 일곱 개의 문이 있는 도시 테베의 최초 정착민들이었으며, 그들은 강했으나 방어 시설 없이는 드넓은 평원에서 살 수 없었느니라.
그 다음 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보았는데, 그녀는 위대한 상제에게서 용감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도다. 그리고 나는 오만한 크레온의 딸이자 불굴의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메가라를 보았느니라.
나는 무지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른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를 보았도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였으니,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와 결혼하였느니라. 신들께서 인간에게 진실을 드러내시니, 그들의 치명적인 계략을 통해 그는 고통 속에서도 테베의 카드메인들을 다스렸도다. 그러나 에피카스테는 염라국의 문을 넘어갔으며, 올가미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니라. 그녀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복수의 여신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남겼도다.
그리고 나는 오르코메노스의 미니안들을 다스리던 암피온의 막내딸 클로리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아름다웠고, 넬레우스는 그녀에게 값진 혼수를 바쳤도다. 그녀는 필성의 여왕이었고, 크로미우스, 네스토르, 페리클리메누스, 그리고 용맹한 피로를 낳았느니라. 피로는 너무나 뛰어난 용맹을 지녀 모든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였으나, 넬레우스는 필성에서 이피클레스의 고집 센 소떼를 몰아낼 수 있는 남자와만 결혼을 허락하였도다. 예언자 멜람푸스만이 유일하게 시도하였으나, 신들께서 그를 막고 저주하시니, 목동들이 그를 쇠사슬로 묶었느니라. 날과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마침내 이피클레스는 예언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풀어 주었으며, 상제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로다.
그리고 나는 틴다레우스의 아내 레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그에게 두 명의 강인한 아들, 기마병 카스토르와 권투에 능한 폴리데우케스를 낳았도다. 생명을 주는 대지는 그들을 품고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상제께서 저승에서도 그들을 존경하시니, 그들은 번갈아 살고 죽으며 신처럼 숭배받느니라.
그리고 나는 알로에오스의 아내 이피메데이아를 보았는데, 그녀는 해신과 동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도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 다 짧은 생을 마감하였으니, 오투스와 유명한 에피알테스였느니라. 비옥한 대지는 그들을 오리온 다음으로 키가 큰 영웅으로 키워 내었도다. 아홉 살 때 그들은 너비가 아홉 큐빗, 높이가 아홉 파덤에 달하였으며, 불멸의 신들에게 무시무시한 전쟁의 소음을 불러일으켰고, 오사와 펠리온 산을 나무와 잎사귀까지 모두 오림 산 높은 곳에 올려놓으려 하였느니라. 만약 그들이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나, 상제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이 그들을 죽였도다. 그들은 어린 턱에 솜털이 나기도 전에, 수염이 얼굴을 뒤덮기도 전에 죽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파이드라, 프로크리스, 그리고 위험한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를 보았도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오려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느니라. 여신 아림은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비난했을 때 디아 섬에서 그녀를 죽였도다. 그 후 마에라, 클리메네, 에리필레가 왔는데, 그녀는 황금 뇌물을 받고 남편을 죽였느니라. 제가 그곳에서 본 유명한 왕비와 딸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나이다. 거룩한 밤이 끝나기 전에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이다. 저는 선원들과 함께 배에서 자야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자야 하나이다. 저는 신들을 알고 있으니, 당신들이 제 여정을 도울 것이니이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홀에서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며 귀를 기울였도다. 흰 팔을 가진 아례희가 말하되,
“무릉도인들이여! 그를 보라! 얼마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인가! 게다가 얼마나 총명한가! 그는 나의 특별한 손님이지만, 여러분 모두 우리와 같은 영주의 지위를 공유하고 있으니 너무 빨리 그를 내쫓지 말라. 그리고 그가 떠날 때 관대하게 대해야 하느니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신들의 뜻으로 보물이 풍족하니라.”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노련한 예개우가 이르되,
“현명한 왕비께서 옳으셨나이다, 여러분. 왕비의 말씀대로 하소서. 그러나 먼저 알진오 왕께서 말씀하시고 행동하셔야 하나이다.”
왕이 이르되,
“내가 이 뱃사람들의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에는 왕비의 말씀대로 하라. 손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침까지 머물게 해 주라. 그때 모든 선물을 드리리라. 여러분 모두 그를 도우겠으나, 내가 이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으니 내가 가장 많이 도울 것이로다.”
오지수는 신중하고 재치 있게 대답하되,
“모든 백성의 왕이신 알진오 왕이시여, 만약 저에게 작별 선물을 주시고 떠나보내기 전에 이곳에 일 년 동안 머물라고 권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나이다. 보물을 가득 안고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니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존경하고 이탁도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니이다.”
알진오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세상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품고 있느니라.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기꾼과 도둑들도 많으나, 자네를 보니 그런 부류가 아니로다. 자네의 이야기에는 우아함과 지혜가 담겨 있느니라. 자네는 마치 뛰어난 시인처럼 모든 그리스인들의 고난, 그리고 자네 자신이 겪은 고통까지 이야기하였도다. 자, 이제 자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서 전쟁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겪은 친구들의 영혼을 보았는지 말해 주라. 밤은 아직 길고, 잠들 시간은 아니니라.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라! 자네가 겪었던 위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꺼이 들으리라.”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알진오 왕이시여,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이기도 하나, 잠을 잘 때이기도 하나이다.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토래성의 비명과 전투 소음을 피해 간신히 탈출하였으나, 나중에 집에서 악한 아내에게 살해당한 제 친구에 대한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성스러운 페르세포네께서 여인들의 유령을 흩어지게 하시니 그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도다. 건웅의 유령은 아이기스토스의 집에서 그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다른 이들과 함께 슬픔에 잠겨 나타났느니라. 그는 피를 마시고 나서야 저를 알아보았으며, 큰 소리로 울며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손을 뻗었도다. 필사적으로 저를 만지고 싶어 하는 듯하였으나, 그의 기력과 힘, 그리고 한때 가졌던 유연함은 모두 사라져 있었느니라. 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쌍히 여겼으며 외치되,
“인간의 왕이시여, 건웅 왕이시여! 어떻게 돌아가셨나이까? 어떤 불운이 당신을 덮쳤나이까? 해신이 그를 깨운 것이옵니까? 혹독한 바람이 불어 당신의 배를 난파시켰나이까? 아니면 육지에서 적의 양이나 소떼를 훔치거나, 그들의 도시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사백 명이 넘는 적에게 살해당하였나이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나는 생존자이니라! 아니다. 해신이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켜 내 배를 난파시킨 것이 아니며, 육지에서 적들이 정당방위로 나를 죽인 것도 아니니라. 아이기스토스가 내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를 죽이려고 계획하고 살해하였도다. 그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마치 마구간에서 소를 도살하듯이 죽였느니라. 얼마나 끔찍한 죽음이냐! 내 부하들은 마치 부유한 영주의 집에서 잔치나 결혼식, 연회를 위해 돼지를 도살하듯이 무참히 살해당하였도다. 당신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백병전에서 학살당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나, 당신이 직접 그런 일을 겪는다면 더욱 깊은 슬픔을 느낄 것이로다. 음식과 포도주가 쌓인 탁자 아래 우리가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바닥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느니라. 간교한 클리템네스트라가 내 옆에서 죽인 프리아모스의 딸, 불쌍한 카산드라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렸도다.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순간, 나는 땅에서 팔을 들어 올리려 애썼으나, 그 암캐 같은 여자는 등을 돌렸느니라. 나는 지옥으로 갔으며, 그녀는 내 눈도 감겨 주지 않았고 입도 다물게 해 주지 아니하였도다. 아내가 남편을 그렇게 배신하는 것보다 더 역겨운 짓은 없느니라. 그 여자는 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도다! 그녀의 남편을!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노비들과 자식들은 나를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녀는 너무나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여자들, 심지어 착한 여자들까지도 수치에 빠뜨렸느니라.”
내가 소리치되,
“저주받아라! 상제께서는 항상 여자들을 통해 아트레우스 가문에 재앙을 가져오셨도다. 많은 남자들이 헬렌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클리템네스트라는 당신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당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느니라.”
그러자 그가 즉시 대답하되,
“그러니 아내를 너무 잘 대해 주지 말라. 아는 것을 다 알려 주지 말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숨기라. 그러나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로다, 오지수여. 현명한 연로비는 그런 짓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아니하니라. 우리가 전쟁터로 떠날 때 당신의 아내는 아주 어렸으며,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이제 다 큰 아이가 되었으리라. 당신이 집에 돌아와 아들을 보면 무척 기뻐하며 아버지를 껴안을 것이니,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니라. 제 아내는 제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억눌렀으며, 아내가 먼저 저를 죽인 셈이니라.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충고 하나 하겠노라. 명심하라. 고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 배를 정박하지 말라. 조용히 움직이라. 요즘 세상에 여자를 믿는 사람은 없느니라. 그런데 제 아들 소식은 없느냐? 살아 있느냐? 오르코메노스에 있느냐, 아니면 모래 언덕의 필성에 있느냐, 아니면 사필성의 면나수와 함께 있느냐? 내 훌륭한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로다.”
건웅이 대답하되,
“건웅이여, 왜 그런 것을 묻느냐? 나는 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느니라. 가설을 세워 봤자 소용없느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쏟아낸 쓰라린 말 때문에 깊이 슬퍼하며 펑펑 울었도다. 그때 아길수와 파트로클로스, 안틸로코스, 그리고 그리스인 중 아길수 다음으로 가장 잘생기고 체격이 좋았던 아이아스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아길수는 나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되,
“오지수여, 이 여우 같은 놈아!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 것이냐? 어떻게 감히 염라국까지 내려올 수 있었느냐? 여기에는 감각이 마비된 죽은 자들, 지쳐 쓰러진 불쌍한 인간들의 영혼이 살고 있느니라.”
내가 이르되,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 아길수여, 나는 이 바위투성이 이탁도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티레시아스를 만나러 왔나이다. 나는 그리스에도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고, 고향은 말할 것도 없나이다. 운이 정말 나빴나이다. 그러나 누구의 운도 자네만큼 좋았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살아있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자네를 신처럼 존경하였도다. 이제 자네가 이 세상에 왔으니 죽은 자들 사이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느니라. 아길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마소서.”
그러나 그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 죽은 자들의 왕으로 군림하느니 차라리 가난한 농부에게 고용된 일꾼이 되는 게 낫겠느니라. 그러나 어서 와서 내 아들에 대해 말해 주라. 소식이 있느냐? 전쟁터로 나가 지도자가 되었느냐? 그리고 내 아버지 필우는 어떠냐? 아직도 미르미돈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있느냐? 아니면 늙고 허약해져서 프티아와 그리스에서 학대받고 있느냐? 이제 나는 햇빛을 등지고 떠났기에, 토래성 평원에서 최고의 토래성인들을 죽이던 때처럼 그리스인들을 도울 수 없느니라. 만약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아버지 댁으로 잠시라도 갈 수 있다면, 아버지를 해치고 모욕하는 자들이 내 손이 무적이지 않기를 바라게 만들겠느니라.”
내가 그에게 대답하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없으나, 당신의 아들, 사랑하는 네오프톨레무스에 대해서는 모두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나는 다른 잘 무장한 그리스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스키로스에서 그를 데려왔나이다. 우리가 토래성에 대한 전략을 세울 때, 그는 항상 네스토르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요점을 정확히 짚어 말하였나이다. 그리고 우리가 토래성에서 싸울 때, 그는 거대한 전투의 인파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항상 두려움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전쟁터에서 엄청난 수의 적을 죽였나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죽인 자들의 이름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나이다. 그러나 그는 청동 창으로 텔레포스의 아들 에우리필루스를 베어 죽였나이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데, 위대한 멤논 다음으로 잘생긴 사람이었나이다. 프리아모스가 그의 어머니에게 뇌물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데려온 수많은 케티아인들도 모두 죽임을 당하였나이다. 우리 아르고스 지도자들이 목마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 임무였나이다. 다른 그리스 지휘관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잘생긴 내 아들은 안 되었나이다! 나는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며, 그는 눈물을 닦을 필요도 없었나이다. 목마 안에서 그는 내게 뛰어내리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으며, 칼자루와 무거운 창을 꽉 쥐고 토래성인들을 해치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마침내 우리가 프리아모스의 높은 도시를 함락시켰을 때, 그는 전리품으로 가득 찬 채 목마에 올라탔나이다. 날카로운 청동 창에 상처 하나 나지 아니하였으며, 아레스가 맹렬하게 날뛰는 전쟁에서 그가 겪은 모든 소규모 전투에서 그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아길수의 유령은 아들의 영광스러운 용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도다. 다른 죽은 영혼들도 슬픔에 잠겨 모여들었고, 각자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직 아이아스만이 배 옆에서 재판이 열렸을 때 내가 아길수의 갑옷을 차지한 것에 분노하여 뒤에 남았도다. 영웅의 어머니 테티스와 토래성의 아들들, 그리고 팔라스가 내게 그 무기를 주었느니라. 차라리 이 시합에서 이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무기는 아길수, 필우의 아들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외모와 위업을 지녔던 아이아스가 땅속에 묻힌 것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그에게 화해를 청하며 이르되,
“제발, 위대한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여, 그 저주받은 무기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내려놓을 수 없겠나이까? 죽어서라도 말이니이다. 신들께서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탑이었는데, 얼마나 큰 손실이었나이까! 당신이 떠났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슬픔에 잠겼고, 아길수만큼이나 오랫동안 당신을 애도하였나이다. 상제 외에는 누구도 탓하지 마소서. 그는 그리스 군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우리를 파멸시켰고,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에게 이런 운명을 내린 이유이니이다. 그러나 이제 들어주소서, 폐하. 분노를 가라앉히소서.”
그는 대답하지 않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따라 에레보스로 향하였도다. 그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더 많은 영혼들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르나이다.
저는 그곳에서 황금 홀을 들고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상제의 아들 미노스를 보았느니라. 그들은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는 염라국의 집 안에서 왕에게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하느니라. 저는 또한 외로운 산꼭대기에 살면서 죽였던 짐승들을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쫓는 위대한 오리온을 보았도다. 그는 파괴할 수 없는 청동 곤봉을 들고 있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가야의 아들 티우가 아홉 마일이나 뻗어 있는 것을 보았도다. 상제의 연인 레토가 아름다운 파노페우스의 들판을 지나 피토로 가는 길에 상제께서 그녀를 강간하셨느니라. 두 마리의 독수리가 그의 양옆에 앉아 그의 간을 찢고 내장을 파고들었으나, 그는 독수리들을 밀쳐낼 수 없었도다.
나는 턱까지 물에 잠긴 탄탈루스의 고통을 보았느니라. 그는 너무나 목이 말라 마실 물조차 없었도다. 그 노인이 물을 향해 몸을 굽히자 물은 사라져 버렸으며, 어떤 신께서 물을 말려 버리셨느니라. 그의 발치에는 검은 흙이 나타났도다. 키 큰 잎이 무성한 나무에는 달콤한 무화과와 석류, 눈부시게 빛나는 사과와 잘 익은 감람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으나, 그가 손으로 그것들을 잡으려 하자 바람이 그것들을 어두운 구름 속으로 날려 버렸느니라.
그리고 나는 시시포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도다.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밀어 언덕 꼭대기로 올리려 온 힘을 다해 애썼느니라. 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다시 무심하게 굴러떨어졌으며, 그러나 그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먼지로 뒤덮인 머리를 한 채 계속해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도다.
나는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환영을 보았느니라. 그는 불멸의 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위대한 상제와 황금빛 헤라의 딸인 아름다운 발목의 헤베와 함께 있었도다. 그의 유령 주위에서 죽은 영혼들은 공포에 질려 새처럼 비명을 질렀느니라. 그는 마치 음산한 밤처럼 걸어 다니며 활집에서 꺼낸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꽂아 넣었으며, 쏘기 직전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도다. 그의 가슴에는 곰, 멧돼지, 사납게 노려보는 눈을 가진 사자, 전투와 사람들의 학살을 묘사한 놀라운 금빛 띠가 둘러져 있었느니라. 나는 이 장면을 디자인한 장인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이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슬픔에 잠겨 외치되,
“오지수여!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자여, 당신도 내가 지상에 살았을 때처럼 운명의 무게에 시달리는가? 나는 상제의 아들이었으나, 고통은 끝이 없었느니라. 나보다 훨씬 영웅적이지 못한 자의 노비가 되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도다. 그는 한때 나에게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라고 보냈는데,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니라. 나는 허명과 번뜩이는 눈빛의 지혜낭자의 도움을 받아 염라국에서 그 개를 데려왔느니라.”
그는 염라국의 집으로 돌아갔도다. 나는 고대에 죽은 다른 영웅들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았으며, 내가 바라던 대로 신의 아들 피리토스와 테세우스 같은 고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섬뜩한 울부짖음과 함께 몰려들었고,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 여왕이 고르곤의 머리를 염라국에서 내보낼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그래서 나는 서둘러 돌아가 부하들에게 배에 올라타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 벤치에 앉았으며, 강물은 배를 바다 강 아래로 밀어내었느니라. 처음에는 노를 저어 나아갔고, 나중에는 순풍을 받았도다.
==제12권 어려운 선택들==
「우리 배는 대양의 흐름을 넘어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갓 태어난 새벽이 있는 아이아이아에 이르렀나이다. 새벽은 태양신 헬리우스의 빛과 함께 초원에서 춤을 추는 곳이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배를 대고 하선하여 밝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나이다.
새벽이 일찍, 꽃잎 같은 손가락을 가진 채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키르케의 집으로 보내 죽은 엘페노르의 시신을 가져오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서둘러 나무를 베고 가장 먼 곶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였나이다. 우리는 그의 시신과 장비를 태우고 흙무덤을 쌓은 다음, 그 위에 기둥을 끌어다 놓고 그의 노를 꽂았나이다. 이 모든 의식을 차례로 행하였나이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신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노비들을 데리고 서둘러 우리를 맞으러 왔나이다. 노비들은 빵과 고기, 그리고 선명한 붉은 포도주를 가지고 왔나이다. 그녀는 우리 가운데 서서 이르되,
『참으로 놀랍구나. 너희 모두 산 채로 염라국에 갔다니.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죽는데 너희는 두 번 죽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먹고 여기서 하루 종일 포도주를 마시며 지내렴.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떠나라. 내가 너희의 항로를 자세히 설명해 줄 터이니,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어떤 악한 것도 너희를 해칠 틈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집 센 사람이었으나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실컷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남자들은 배 옆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내 손을 잡고 그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물었나이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키르케가 대답하되,
『이제 그 여정은 끝났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내가 좋은 지시를 내릴 터이니, 다른 신이 네가 기억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먼저 너희는 모든 행인을 홀리는 사이렌들에게 가야 한다. 만일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사람은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곳 초원에 앉아 있는 사이렌들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래로 그를 유혹할 것이다. 그들 주위에는 살점이 뼈에서 썩어 나가고 피부가 오그라든 채 죽어 있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널려 있다. 노를 저어 지나갈 때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넣어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라. 그러나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선원들은 당신을 손과 발로 밧줄을 단단히 묶어 배의 돛대에 똑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묶이면 사이렌의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들에게 풀어 달라 애원하면, 그들은 더 단단한 매듭으로 당신을 묶어야 할 것이다.
사이렌을 지나 항해한 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겠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첫 번째 길은 암피트리테 여신이 거대한 파도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거대한 바위들을 통과하는 길이다. 축복받은 신들은 이곳을 방랑하는 바위라 부른다. 상제에게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는 비둘기조차도 이곳을 안전하게 날아갈 수 없다. 비둘기 한 마리는 항상 길을 잃는다. 그 깎아지른 절벽 속 깊은 곳에 상제가 또 다른 신을 보내 무리의 수를 회복시켜야 하였느니라. 인간의 배는 그곳을 지나간 적이 없다. 들어가려 하면 파도와 거센 불길이 배의 목재와 사람들의 몸을 집어삼켰느니라. 오직 유명한 아르고호만이 아이에테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항해하였느니라. 강한 해류가 배를 바위 쪽으로 내던졌으나, 이아손을 사랑한 헤라가 그들을 안전하게 인도하였느니라.
두 번째 길로 가면 두 개의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뾰족한 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걷히지 않는 푸른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도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아니한다. 스무 개의 손과 스무 개의 발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바위를 오르거나 발을 디딜 수 없다. 바위는 마치 매끄럽게 연마된 듯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서쪽, 어두운 에레보스 산을 향해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있다. 위대한 오지수여, 배를 그 동굴 옆으로 몰고 가라. 그 동굴은 너무 높아서 화살로 쏠 수조차 없다. 그곳에는 울부짖고 짖어대는 스킬라가 살고 있다. 끔찍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강아지 같으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신조차도 그녀를 두려워할 정도이다. 그녀는 축 늘어진 다리가 열두 개이고, 목은 여섯 개이며, 각 목에는 끔찍한 머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각 얼굴에는 죽음을 품은 듯한 빽빽한 이빨이 세 줄로 나 있다. 그녀의 배는 텅 빈 동굴 안으로 축 늘어져 있고, 머리는 아득한 협곡 위로 내밀고 바위 주변을 살피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돌고래, 물개, 때로는 거대한 고래까지 잡아먹기도 한다. 포효하는 바다의 여왕 암피트리테는 수많은 생물을 보살핀다. 그곳을 지나가는 뱃사람은 결코 무사하지 못하다. 그녀는 검은 뱃머리를 가진 배에서 입으로 사람을 한 명씩 낚아챈다.
다른 바위는 화살을 쏘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이 두 번째 바위는 더 아래쪽에 있고, 그 위에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아래에서 신성한 카리브디스는 검은 물을 빨아들인다. 하루에 세 번 물을 뿜어내고, 세 번 꿀꺽꿀꺽 마신다. 그녀가 물을 삼킬 때는 그곳을 피해야 한다. 물속으로. 그때는 위대한 해신조차도 너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빨리 노를 저어 스킬라 옆으로 배를 몰고 가라. 여섯 명이라도 잃는 것이 모두 죽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여신이시여, 제발 진실을 말씀해 주소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카리브디스를 피해 스킬라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이까.』
여신이 대답하되,
『아니, 어리석은 자여. 네 마음은 아직도 전쟁에 사로잡혀 있구나. 그러나 이제 신들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녀는 필멸자가 아니다. 불멸의 악, 무시무시하고 사납고 잔인한 존재이다. 너는 그녀와 싸울 수 없다. 최선의 해결책이자 유일한 길은 도망치는 것이다. 바위 옆에서 무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녀는 여섯 개의 머리로 다시 공격해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스킬라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힘인 크라타이스에게 도움을 청하라. 그녀는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 준 존재이다. 여신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가라. 그러면 너는 헬리우스가 양과 소를 기르는 트리나키아라는 섬에 도착할 것이다. 한 무리에 쉰 마리씩, 총 일곱 무리가 있다. 그들은 번식도 하지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하며, 그들을 돌보는 자들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신 파에투사와 람페티아, 빛나는 네이라와 헬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빛나는 딸들이다. 그녀는 그들을 키운 후, 아버지의 양과 소를 지키도록 외딴 트리나키아로 보냈느니라. 만일 고향을 기억하고 소들을 해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선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을 예언한다.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늦게, 그리고 수치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키르케가 말을 마치자 새벽의 황금 옥좌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녀는 섬을 가로질러 걸어갔나이다. 나는 배로 돌아가 선원들을 깨워 배에 오르게 하고 뱃머리 밧줄을 풀도록 하였나이다. 그들은 배에 올라타 각자 자리에 앉아 노로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나이다. 검은 뱃머리를 가진 우리 배 뒤에서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는 돛을 채우는 친절한 바람을 보내 주었나이다. 우리는 재빨리 돛대를 정리하였고, 바람과 조타수가 배를 조종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선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키르케가 내게 알려 준 계시는 나 혼자만 아는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러분과도 나누겠나이다. 진실을 알고 죽거나, 아니면 탈출할 수 있나이다. 키르케는 우리가 저승의 세이렌들의 목소리를 피해야 하고, 그들의 꽃밭을 지나쳐야 한다 하였나이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나를 밧줄로 묶어 돛대에 똑바로 세워 두시오. 내가 간청하고 명령하면, 내 밧줄을 더 세게 묶어 더욱 꽉 묶어 주시오.』
이렇게 나는 그들에게 모든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곧 잘 만들어진 우리 배는 순풍을 타고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졌고,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었나이다. 고요함이 찾아왔나이다. 어떤 정령이 파도를 잠재운 듯하였나이다. 선원들은 일어나 돛을 내리고 선창에 넣었나이다. 그들은 노를 저어 매끄러운 나무 노가 물을 하얗게 물들였나이다. 나는 양손으로 밀랍 덩어리를 쥐고 잘게 잘랐나이다. 단단하게 반죽하고 햇볕에 데운 반죽을 차례로 각자의 귀에 발라 주었나이다. 그들은 내 손발을 돛대에 꼿꼿이 세운 채 묶었나이다. 그들은 앉아서 노를 저었나이다. 우리는 빠르게 나아갔고,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우리 배가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나이다.
『오지수여. 이리 오시오. 당신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잘 알려져 있소. 그리스의 영광이시여. 이제 배를 멈추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듣소. 이 음악은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은 더 큰 지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오소.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토래성에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겪은 모든 고통을 알고 있고, 세상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다 알고 있기 때문이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듣고 싶었나이다. 나는 부하들에게 나를 풀어 주라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찡그렸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노를 저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일어서서 나를 더욱 단단히, 더 많은 매듭으로 묶었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훨씬 지나쳐 더 이상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나이다. 그들은 내가 귀를 막았던 밀랍을 제거하고 나를 풀어 주었나이다.
그 섬을 떠나자, 나는 거대한 파도와 연기를 보았고, 굉음을 들었나이다. 부하들은 겁에 질려 노를 놓았고, 노는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나이다. 아무도 가느다란 노를 젓지 않자 배는 멈춰 섰나이다. 나는 갑판을 따라 걸으며 한 명 한 명 격려한 다음, 모두를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나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우리는 위험에 익숙하다. 이번 일은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동굴에 갇혔을 때보다 더 나쁘지 아니하다. 그때 우리는 나의 기술과 지혜, 그리고 전략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느니라. 그것을 기억하라. 자, 모두 내 말을 믿으라. 자리에 앉아 노를 저어 파도를 깊이 저어라. 상제께서 이 재앙에서도 우리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실지도 모른다. 선장이여, 잘 들어라. 이것이 네 명령이다. 키를 잡고 저 검은 연기와 솟아오르는 파도를 피해 바위 쪽으로 배를 몰아라. 배가 반대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들은 즉시 명령을 따랐나이다. 나는 스킬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스킬라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하였고,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남자들은 노를 놓고 두려움에 떨며 선창으로 도망쳐 숨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가 무기를 들지 말라 한 조언을 무시하였나이다.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나이다. 나는 찬란한 갑옷을 입고 긴 창 두 자루를 손에 든 채 뱃머리 갑판으로 올라갔나이다. 바위투성이의 스킬라가 그쪽에서 나타나 내 부하들을 해칠 것 같았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좁은 해협을 노를 저어 나아갔나이다. 한쪽에는 스킬라가, 다른 한쪽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이는 빛나는 카리브디스가 있었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물을 뿜어낼 때는 마치 거대한 불 위의 끓는 가마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나이다. 거품이 높이 솟아올라 양쪽 바위 꼭대기에 튀었나이다. 그러나 카리브디스가 바닷물을 다시 삼키자,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듯하였고, 주변의 바위들은 무시무시하게 포효하였으며, 아래쪽의 짙은 푸른 모래사장이 드러났나이다. 병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나이다.
우리가 두려움에 떨며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는 동안, 스킬라가 배에서 여섯 명의 병사를 낚아챘나이다. 그들은 내 배에서 가장 강하고 용맹한 전사들이었나이다. 아래에서 뒤돌아보니 그들의 발과 손이 하늘 높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나이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게 울부짖고 내 이름을 불렀나이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나이다. 마치 어부가 절벽 위에서 소뿔로 만든 낚싯줄을 길게 늘어뜨려 작은 물고기들을 낚으려 할 때, 물고기가 잡히면 숨을 헐떡이며 해안으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스킬라가 그들을 바위 동굴로 들어 올려 입구에서 잡아먹을 때, 그들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몸부림 속에서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나이다. 그것은 내가 바다에서 고통받는 동안 본 가장 가슴 아픈 광경이었나이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바위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곧 태양신 히페리온의 아들 헬리우스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멋진 얼굴을 한 그의 소들과 잘 먹은 양 떼들이 있었나이다. 검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 나는 우리 안의 소들의 울음소리와 양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나이다. 나는 눈먼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키르케의 말을 떠올렸나이다. 두 신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하라 엄격히 지시하였나이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잘 아나이다. 그러나 제 말을 잘 들어 주소서. 티레시아스와 키르케는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해야 한다 강조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끔찍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였나이다. 우리는 배를 돌려 섬을 지나가야 하나이다.』
그들은 이 말에 몹시 낙담하였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저에게 화를 내며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불공평하나이다. 당신은 강하고 지치는 기색이 없으니 분명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쉴 시간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완전히 지쳐 버렸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가 섬에 내려 맛있는 저녁을 해 먹는 것도 허락하지 아니하고, 안개 낀 바다를 밤새도록 표류하라 명령하는구나. 밤이 되면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 배를 난파시키는데, 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북쪽이나 서쪽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이 배를 부숴 버린다면 누가 재앙을 피할 수 있겠나이까.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자. 여기 머물면서 배 옆에서 음식을 해 먹자.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자.』
이것이 그의 말이었나이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였고, 그때 나는 어떤 악령이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직감하였나이다.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에우리로코스여. 나는 한 명이고 너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하는군. 그러나 모두 내게 굳게 맹세하노라. 소떼나 양떼를 발견하더라도 한 마리도 죽이지 마라. 가까이 가지 말고 불멸의 여신 키르케가 마련해 준 음식을 먹어라.』
그들은 내 말대로 맹세하였나이다. 맹세가 끝나자 우리는 잘 만들어진 배를 민물 근처의 굽은 항구 안쪽에 정박시켰나이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능숙하게 저녁을 요리하였나이다. 음식과 술로 배가 부르자 그들은 스킬라가 배에서 잡아먹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나이다. 그들이 울부짖는 동안 달콤한 잠이 그들을 감쌌나이다.
밤이 지나고 별들이 사라지자 상제는 기이한 폭풍우를 일으켰나이다. 그는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고,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나이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우리는 배를 산령녀들이 춤을 추는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모인 부하들에게 연설하였나이다.
『친구들이여, 배에는 식량이 있다. 가축은 건드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저 소들과 살찐 양들은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는 위대한 태양신 헬리우스의 소유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그들은 마지못해 따랐나이다. 그러나 그 달 내내 남풍이 불고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다른 바람은 전혀 불지 아니하였고, 오직 남풍과 동풍만이 불었나이다. 부하들은 아직 음식과 술이 있는 동안에는 소들을 건드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은 목숨을 건지기를 바랐나이다. 그러나 배의 물자가 바닥나자, 선원들은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나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은 낚싯바늘로 물고기와 새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잡았나이다.
저는 혹시라도 신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실까 하는 생각에 기도하러 나섰나이다. 부하들을 남겨 두고 섬을 가로질러 바람을 피해 그늘에서 손을 씻고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러자 신들이 제 눈에 달콤한 잠을 내려 주셨나이다. 그 사이에 에우리로코스는 어리석은 제안을 하였나이다.
『잘 들어 보시오, 친구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굶주림이 가장 비참한 일이다. 그러니 이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아 불멸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자. 이탁도로 돌아가면 곧바로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짓고 그 안에 보물을 모을 것이다. 만일 태양신이 이 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우리 배를 난파시키고 다른 신들도 동의한다면, 나는 이 사막 섬에서 천천히 시들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바닷물을 마시고 죽는 편이 낫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나이다. 그들은 배 옆에서 풀을 뜯고 있던 헬리우스의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으러 갔나이다. 사람들은 소들을 에워싸고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나이다. 배에는 보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참나무 잎을 뜯어 먹었나이다. 기도를 드린 후 소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허벅지를 잘라 낸 다음 뼈 위에 지방을 두 겹으로 덮고 그 위에 날고기를 올렸나이다. 불타는 제물에 부을 포도주가 없었기에 물을 사용하였고, 내장을 모두 구웠나이다. 허벅지살이 불에 타오르고 내장이 뿌려지자, 그들은 나머지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았나이다.
달콤한 잠이 눈에서 녹아내렸나이다. 나는 해안가에 정박한 배로 급히 돌아갔나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감쌌나이다. 나는 신음하며 신들에게 이르되,
『오,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당신들은 그 지독한 잠으로 내 정신을 멀게 하였나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내 부하들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나이다.』
그 사이에 긴 치마를 입은 람페티아는 태양신에게 우리가 그의 소들을 죽였다고 알리러 달려갔나이다. 격분한 태양신은 다른 신들을 불렀나이다.
『위대한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오지수의 부하들을 벌하소서. 그들이 내 소들을 죽였나이다. 나는 하늘에 오를 때나 땅에 내려올 때나 매일 그 소들을 보며 기뻐하였나이다. 그들이 내게 보답하지 아니하면 나는 염라국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만 나의 밝은 빛을 비출 것이다.』
상제가 대답하되,
『헬리우스여. 우리와 함께 빛을 비추어 생명을 주는 땅 위의 필멸자들을 위해 빛을 비춰 주소서. 나는 즉시 나의 밝은 번개로 그들의 배를 쳐서 포도주빛 바다 전체에 산산조각 내 버릴 것이옵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아름다운 칼리프소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배 옆 해안으로 돌아와 나는 그들 각자를 꾸짖었나이다. 그러나 소용없었나이다. 소들은 이미 죽어 있었나이다. 신들이 징조를 보냈나이다. 가죽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고, 꼬챙이에 꽂힌 고기는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음메 소리를 냈나이다. 소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나이다.
엿새 동안 내 부하들은 헬리우스가 준 소고기로 잔치를 벌였나이다. 이레째 날,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가 앞장서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우리는 재빨리 배에 올랐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돛을 펼쳐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우리가 그 섬을 떠났을 때, 우리는 하늘과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에 짙은 푸른색 폭풍 구름을 드리웠나이다. 그 아래 바다는 어두워졌나이다. 잠시 배가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때 제피로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맹렬한 폭풍을 몰고 왔나이다. 강한 돌풍이 앞쪽 돛줄 두 개를 모두 부러뜨렸고, 돛줄은 선창 안에 흩어졌나이다. 돛대는 뒤로 부러져 선장의 배 뒷부분을 강타하였고,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나이다. 그의 뼈는 으스러지고, 골격은 부서졌나이다. 그는 잠수부처럼 갑판에서 떨어졌고,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났나이다.
바로 그 순간, 상제가 천둥을 치며 배에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흔들리는 배는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모든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배 옆 파도 위의 갈매기처럼 휩쓸려 갔나이다. 신들은 그들이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았나이다. 나는 배 위에서 서성거렸고, 마침내 조류가 배의 옆면을 용골에서 뜯어냈나이다. 파도가 배의 뼈대를 휩쓸어 가고 돛대를 부러뜨렸나이다. 그러나 그 위에 소가죽으로 만든 돛대 고정줄이 걸려 있었나이다.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묶고 무시무시한 바람에 실려 나아갔나이다.
마침내 폭풍이 멈추고 서풍이 잦아들었나이다. 남풍이 나를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로 되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되었나이다. 밤새도록 뒤로 휩쓸려 갔고, 해가 뜰 무렵 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무시무시한 바위산으로 돌아왔나이다. 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무화과나무 가지에 가려진 채. 나는 박쥐처럼 나무줄기를 붙잡았나이다. 발을 디딜 수도, 기어오를 수도 없었나이다. 뿌리는 너무 낮았고, 길고 높은 가지는 너무 높았나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매달렸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내 돛대와 용골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기를 바랐나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리브디스가 그렇게 해 주었나이다. 젊은이들의 다툼을 하루 종일 심판하다가 마침내 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던 바로 그 순간, 카리브디스에서 널빤지들이 둥둥 떠올랐나이다. 저는 손과 발을 놓아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떠다니는 나무토막들 옆으로 떨어졌나이다. 저는 그 나무토막 위로 기어올라 손으로 노를 저어 떠났나이다. 상제께서 스킬라가 저를 보지 못하게 해 주셨기에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나이다.
저는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열흘째 저녁, 신들의 도움으로 저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답고 신성한 칼리프소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녀는 저를 사랑하고 보살펴 주었나이다. 제가 어제 당신과 당신의 아내에게 들려드린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리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옵니다.」
==제13권 두 명의 사기꾼==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는 어둑한 홀 안에 앉아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였다. 마침내 알진오가 이르되,
「오지수여, 자네가 내 집에 머물며 손님으로 지냈으니 이제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네. 충분히 고생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언제나 내 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는 내 노래를 들어 주는 존경하는 손님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시오. 손님은 궤짝에 옷을 싸 놓았고, 우리가 준 선물들도 있네. 이제 우리 각자는 튼튼한 삼각대와 가마솥을 하나씩 더해야겠네.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여 누구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네.」
왕의 말에 모두는 기뻐하였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쉬었다. 그때 새벽이 다시 밝아왔다. 새벽의 손가락에서 꽃이 피어나자 그들은 서둘러 배로 돌아가 영웅적인 청동 선물을 가져왔다. 왕은 배에 올라 그것들을 들보 아래에 놓아 선원들이 노를 저을 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왕과 함께 식사를 하러 돌아갔다.
거룩한 왕은 세상을 다스리는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어두운 구름의 신인 상제에게 바칠 제물을 잡았다. 그들은 소의 허벅지를 불태우고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존경받는 가수 데모도쿠스는 그들 가운데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내내 눈부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해가 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치 온종일 소를 끌고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난 사람이 저녁 식사를 간절히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을 수 있는 해 질 무렵을 반기는 것과 같았다. 가는 길에 다리가 쑤셨는데도 말이다. 오지수가 해 지는 것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었느니라.
그는 곧바로 항해를 나온 무릉도인들, 특히 알진오에게 이렇게 말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저를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 주시고 예물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제 소원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나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배편과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신들이 저의 행운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여전히 흠 없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리고 무릉도인 여러분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쁨과 모든 축복을 안겨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여러분의 백성들에게 아무런 고난도 없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들은 그의 말에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좋은 말을 하였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말하였다. 알진오는 오른팔인 본도수에게 이르되,
「본도수여, 이제 포도주 한 잔을 타서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따라 주어라. 상제 신께 기도를 드리고 손님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간구하자.」
그러자 집사는 잔에 포도주를 가득 타서 모두에게 차례로 따라 주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신과 같은 오지수는 일어서서 아례희의 손에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쥐여 주었다. 그의 말이 그녀에게 울려 퍼지되,
「여왕이시여, 우리 모두에게 그러하듯 당신도 늙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이제 떠나겠나이다. 당신의 집과 자녀들, 백성, 그리고 왕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소서.」
그렇게 말하고 고귀한 영웅은 문턱을 넘었다. 알진오는 그의 집사를 보내 해안에 정박한 빠른 배로 그를 안내하게 하였다. 아례희도 여종들을 보냈다. 한 명은 갓 세탁한 장포와 튜닉을 가져왔고, 한 명은 정교하게 조각된 궤짝을, 다른 한 명은 빵과 적포도주를 가져왔다.
배에 도착하자 안내자들은 모든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가 선창 안에 가지런히 실었다. 그들은 오지수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배의 선미 갑판에 시트와 담요를 깔았다. 오지수는 그곳에 올라가 조용히 누웠다. 노 젓는 사람들은 벤치에 차분히 앉아 닻줄을 풀었다. 그들은 몸을 뒤로 젖히고 힘껏 당겼다. 노가 물을 튀겼다. 그의 눈에는 죽음처럼 깊고 달콤한 잠이 내려앉았고, 그는 미동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치 네 마리의 멋진 말이 채찍을 향해 달려들어 마차를 몰고 트랙을 질주하듯, 머리를 높이 들고 유유자적 질주하는 배처럼, 배의 뱃머리도 높이 들려 있었다. 보랏빛 바다의 거친 파도가 배의 선미를 에워쌌고, 배는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가장 빠른 새인 매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배는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항해하였다. 배에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닌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가슴 아픈 상실과 전쟁, 난파의 고통을 견뎌 냈다. 이제 그는 평화롭게 잠들었고, 고통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느니라.
그러나 새벽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밝은 별이 하늘에 떠오르자, 바다를 항해하던 배는 육지에 가까워졌다. 이탁도 지역에는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항구가 있다. 항구 양쪽에는 만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절벽이 솟아 있어 폭풍우가 칠 때 큰 파도를 막아 준다. 배들은 일단 만의 경계를 넘어서면 밧줄 없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만의 어귀에는 잎이 긴 감람 나무가 자라고, 그 근처에는 바다 요정 네레이드들의 성지인 아름답고 어두운 동굴이 있다. 동굴 안에는 돌로 만든 그릇과 암포라가 있고,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가져온다. 돌로 만든 베틀도 있는데, 요정들이 바다처럼 보라색 천을 짜는 모습은 경이롭다. 동굴 안에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 입구는 두 개인데, 북쪽 입구는 인간의 것이고 남쪽 입구는 신성한 길이다. 사람들은 그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곳은 불멸의 존재들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니라.
그들은 노를 저어 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예로부터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팔은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고, 배는 너무 빠르게 나아가 육지에 다다르자 절반이 모래톱에 좌초되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시트와 담요로 싸인 오지수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여전히 깊이 잠든 오지수를 모래 위에 눕혔다.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무릉도 영주들이 고향으로 가져가라 준 선물들을 모두 꺼냈다. 그들은 오지수가 자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감람 나무 옆에 선물들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는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진의 신 해신은 여전히 오지수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상제에게 오지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물었나이다.
「오, 아버지 상제시여. 필멸자들이 저를 존경하지 아니하니 저는 신들 앞에서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이옵니다. 이 무릉도인들은 모두 제 후손인데 말입니다. 저는 항상 오지수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해 왔나이다. 당신께서 직접 고개를 끄덕여 약속하셨기에 저는 그에게서 그 특권을 빼앗지 아니하였나이다. 결코 그렇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의 빠른 배는 그를 바다 건너 이탁도에 데려다 주었고, 그들은 그에게 훌륭한 선물들을 안겨 주었나이다. 청동, 금, 그리고 고운 옷감까지, 그가 토래성에서 무사히 탈출하였더라도 얻었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리품이옵니다.」
폭풍의 신 상제가 외치되,
「땅을 흔드는 자여. 어처구니없구나. 신들은 너를 모욕하지 아니한다. 그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연장자를 모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일 고의적인 인간들이 존경심을 보이지 아니한다면 그들을 벌하라. 너에게는 언제나 그런 힘이 있다. 네 뜻대로 하라.」
해신이 대답하되,
「어두운 구름의 신이시여,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싶었나이다.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참아 왔으나, 이제 그 무릉도인들의 훌륭한 배가 그를 건너게 도와주고 돌아오면, 저는 그 배를 바다에 처박아 버리고 그들의 도시를 산으로 뒤덮어 다시는 여행자들을 안내하지 못하게 하고 싶나이다.」
구름의 신 상제가 이르되,
「형제여, 도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착하는 배를 돌로 변하게 하되, 여전히 배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나이다. 그들은 모두 충격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라.」
이 말을 듣고 해신은 무릉도의 도화원으로 가서 기다렸다. 배가 해안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신은 배 가까이 다가가 배 전체를 돌로 변하게 한 다음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다 밑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사라지자, 노와 훌륭한 배로 유명한 무릉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었나이다.
「무엇이라. 누가 그 배가 바다로 빠르게 돌아오는 동안 단단히 고정시켰는가. 우리가 다 보았는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알진오가 군중에게 이르되,
「정말이로구나. 제 아버지는 오래전에 해신 신께서 우리가 여행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미워하신다 말씀하셨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그 일을 모면하였으나, 언젠가 위대한 해신 신께서 그런 여정에서 돌아오는 배를 파괴하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어버리실 것이라 예언하셨나이다. 이제 그 노인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나이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하나이다. 더 이상 방문객들이 길을 떠나는 것을 도와주지 마시오. 우리는 해신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지 않으시도록 우리가 직접 고른 황소 열두 마리를 제물로 바쳐야 하나이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두려워하며 황소를 준비하였고, 무릉도의 모든 지도자들은 제단 주위에 서서 해신 신께 기도하였다.
한편, 고향 이탁도에서 잠들어 있던 오지수는 깨어났으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그곳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팔라스 지혜의 여신은 안개를 드리워 그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 주고, 그가 구혼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갚을 때까지 그의 아내와 가족, 이웃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 정겨운 항구와 구불구불한 길, 잎이 무성한 나무들은 모두 그의 왕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느니라.
그는 벌떡 일어서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허벅지를 치며 흐느꼈나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잔인한가. 아니면 신을 경외하는 친절한 사람들인가. 내 보물을 다 어디에 두고 가야 하는가. 어디로 떠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페아키아에 남아 다른 강력한 왕을 만났더라면, 내 친구가 되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었을 터인데. 내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가야 할까. 여기는 안 된다. 분명 도둑맞을 것이다. 페아키아 영주들은 믿을 만한 자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나를 이탁도로 데려다 주겠다 약속하였으나, 약속을 어기고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느니라. 가난한 자를 도우시는 상제께서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상제께서는 모든 사람을 지켜보시고 죄인을 벌하시느니라. 이제 내 보물을 세어 봐야겠구나.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날 때 몇 개 훔쳐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삼각대, 가마솥, 금, 천을 모두 세어 보았으나, 없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오지수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닷가를 서성이며 향수병에 시달리고 슬픔에 잠겨 흐느꼈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목동의 모습처럼 보였고, 왕자처럼 젊고 부드러운 피부를 지녔으며, 어깨에는 고운 천으로 만든 장포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여린 발에는 샌들을 신고 있었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너무나 기뻐하며 외치되,
「오, 친구여. 당신은 제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시구나. 반갑나이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제 보물과 저를 지켜 주소서. 저는 당신께 마치 신이신 것처럼 기도하고 간청하나이다. 당신의 무릎에 손을 얹고 간청하나이다. 부디 저를 도와주소서. 그리고 제발, 이곳은 어디이옵니까. 섬이옵니까. 아니면 비옥한 본토에서 바다로 뻗어 있는 반도이옵니까. 누가 이곳에 살고 있나이까.」
그러자 여신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르되,
「나그네여, 당신은 먼 곳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어리석은 자임이 틀림없구나. 이 유명한 나라에 대해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 해가 뜨는 동쪽 땅에 사는 사람들부터 어둑한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곳은 험준한 땅이라 말을 방목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고 넓지도 아니하나, 불모지는 아니다. 이곳에는 곡식과 포도주가 풍성하다. 땅은 항상 비와 이슬로 촉촉하고, 좋은 물웅덩이가 있으며, 염소와 소를 기르기에 좋고, 나무들도 다양하다. 외국인이여, 이탁도라는 이름은 그리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는 토래성에서도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난을 견뎌 온 오지수는 고향 땅에 돌아왔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의 말은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나,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야기를 삼켰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교묘한 계략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그래, 이탁도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으나 나는 먼 크레타에서 왔느니라. 지금 나는 이 모든 재산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남겨 두었느니라. 나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크레타 들판에서 나는 이도메네우스 왕의 아들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오르실로코스를 죽였느니라. 나는 토래성에서 그의 아버지를 섬기거나 돕기를 거부하고 내 군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내가 전쟁과 긴 항해 끝에 힘들게 얻은 토래성의 전리품을 훔치려 하였다. 나는 동료 한 명과 함께 길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여 창으로 찔렀느니라.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아무도 내가 날카로운 청동 칼로 그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를 죽인 후, 나는 재빨리 노를 저어 페니키아인들을 찾아가 약탈품을 나누어 주었고, 그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필성나 유명한 엘리스로 데려다 달라 말하였다. 그러나 폭풍우가 그들을 원치 않게 그곳을 떠나게 하였다. 그들은 나를 속이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항로를 이탈하여 우리는 밤중에 이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배가 고팠으나 아무도 저녁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 항구로 들어왔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모두 그 자리에 누웠다. 달콤한 잠이 나를 감쌌다.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 보물을 꺼내 모래 위에 잠든 내 옆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잘 지어진 시돈으로 항해를 떠났고, 나는 이곳에 남아 슬픔에 잠겼느니라.」
그의 말에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아름답고 키가 크며 모든 예술에 능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나이다.
「당신의 모든 속임수를 간파하려면 인간이든 신이든 속임수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이오. 영리한 악당이로구나. 얼마나 교활하고 거짓말에 능숙한지. 당신은 허구와 속임수를 너무나 좋아하여 자기 땅에서조차 멈추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래요, 우리 둘 다 영리하오. 당신처럼 계획을 세우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저는 신들 사이에서 통찰력과 교활함으로 유명하오. 당신은 저를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저는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이오. 저는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의 모든 고난을 돌보아 왔소. 당신이 무릉도인들에게 환영받도록 한 것도 저였소. 지금 저는 당신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저 덕분에 그들이 당신에게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 보물을 숨기기 위해 여기에 왔소. 당신이 고향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제가 알려 드리겠소. 이것이 너의 운명이니 용감하게 감내해야 한다. 방랑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 속에 고통을 견디고 그들의 잔혹한 대우를 참아내라.」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아니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당신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셨으니까요. 오래전 토래성 전쟁 때 당신이 저를 도와 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나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인들이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배에 올라탔을 때, 신들이 우리 함대를 흩어지게 했을 때, 상제의 딸이신 당신은 제 배에 계시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저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셨나이다.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저는 신들이 저를 고통에서 구해 주기를 기다렸나이다. 나중에 풍요로운 무릉도에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은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도시로 인도해 주셨나이다. 제발, 당신의 아버지 상제께 맹세코. 이곳이 이탁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나이다. 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나이다. 당신은 저를 속이고 조롱하려는 것이오. 진실을 말해 주시오. 이곳이 제 사랑하는 고향이오.」
빛나는 눈으로 그녀는 이르되,
「당신은 언제나 예리한 지성을 지녔기에,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당신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오. 당신은 직감과 집중력이 뛰어나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긴 여정 끝에 고국에 도착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보러 곧장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아내를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들에 대해 묻지도 않기로 하였소. 아내는 집에서 매일 밤 비참하게, 매일 낮에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소.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소. 모든 부하들을 잃은 후에도 당신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마음속 깊이 믿었소.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하였기에 당신을 원망하는 아버지의 동생, 해신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아니하였소. 이제 제가 당신에게 이탁도를 보여 드리겠소. 그렇게 믿으시겠지요. 이곳은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만이며, 만 끝에는 잎이 무성한 감람 나무가 있고, 그 근처에는 네가 수백 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쳤던 네레이드라 불리는 산령녀들에게 신성한 그늘진 동굴이 있다. 그리고 여기는 숲이 우거진 산 네리톤이다.」
여신은 이렇게 말하며 안개를 걷어냈다.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과 고통 끝에 마침내 행복에 휩싸인 오지수는 기쁨에 가득 찼다. 그는 기쁨에 차 고향의 비옥한 땅에 입맞추고 두 팔을 높이 들어 기도하되,
「오, 산령녀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제가 다시 당신들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저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 주시고, 상제의 아들이신 제 상관께서 저를 살려 주시고 아들을 기르게 해 주신다면 예전처럼 당신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용기를 내시오. 걱정할 필요 없소. 이제 서둘러 보물을 동굴에 안전하게 숨기시오. 그리고 나서 계획을 세워야겠소.」
여신은 어두컴컴한 동굴로 내려가 숨을 곳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지수는 페아키아인들이 준 선물, 즉 금과 튼튼한 청동, 그리고 정교하게 짠 천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그것들을 모두 안에 넣고 문돌을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두 사람은 신성한 감람 나무에 기대앉아 구혼자들을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하였다. 눈을 빛내며 지혜의 여신은 이르되,
「위대한 왕이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계략과 계획의 달인 오지수여, 구혼자들을 어떻게 물리칠지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삼 년 동안 당신의 집에 머물며 신과 같은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해 왔소. 아내는 항상 당신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며 슬퍼하오. 그녀는 그들에게 약속과 전갈을 보내며 유혹하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소.」
오지수는 외치되,
「오. 당신께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시지 아니하였더라면 저는 건웅처럼 제 집에서 죽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여신이시여, 이제 그들에게 복수할 전략을 짜 주소서. 제 곁에 서서 토래성의 찬란한 왕관을 부쉈을 때처럼 싸울 용기와 의지를 주소서. 여신이시여, 당신께서 그 열정으로 저와 함께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면, 저는 삼백 명의 적과도 한 번에 싸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지혜의 여신은 맑은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진실로 너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는 동안 내가 네 곁에 있음을 알아라. 네 생계를 앗아가는 구혼자들이 넓은 마룻바닥에 피와 뇌수를 흩뿌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제 내가 너를 변장시켜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네 매끈한 팔다리의 고운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고, 머리카락을 망가뜨리고, 누더기 옷을 입혀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몸서리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네 눈을 흐리게 하여 모든 구혼자들과 네 아내, 그리고 집에 남겨 둔 아들에게 네가 추하게 보이도록 할 것이다. 이제 돼지치기를 찾아가 보아라. 그는 비록 노비일 뿐이지만 네 아들과 현명한 연로비를 숭배하고 네 친구이다. 코락스 바위 옆, 아레투사 샘 근처에서 땅을 파헤치며 검은 물을 마시고 영양가 좋은 도토리를 먹는 암퇘지들 사이에서 그를 찾아보시오. 그곳에 머물며 그와 함께 앉아 모든 것을 물어보시오. 그러면 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사필성로 가서 당신이 사랑하는 소년 태명을 데려오겠소. 그는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메넬라오스에게 갔소.」
그가 날카롭게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그에게 말하지 아니하였소.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아니하오. 그가 나처럼 바다에서 길을 잃고 고통받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의 모든 유산을 차지하는 것을 원하였소.」
지혜의 여신은 빛나는 눈으로 대답하되,
「이제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직접 그를 인도하여 그의 여정에서 영광을 얻도록 하였소. 그는 고통받지 아니하오. 그는 지금 메넬라오스와 함께 앉아 연회를 즐기고 있소. 구혼자들은 그를 죽이려고 배에서 매복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의 재산을 먹어 치우는 자들 중 한두 명은 땅으로 덮일 것이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자신의 지팡이로 그를 톡톡 두드렸다. 그의 잘생긴 몸은 시들어 버렸고, 팔다리는 관절염에 걸렸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탈색시키고, 피부를 늙고 주름지게 만들었으며, 그의 아름답고 빛나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의 옷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해진 장포와 누더기 튜닉으로 바뀌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어깨에 커다란 사슴 가죽을 두르고, 해진 토트백과 지팡이를 주었다. 그들의 계획은 정해졌고, 그들은 헤어졌다. 지혜의 여신은 태명을 데리러 사필성로 떠났느니라.
==제14권 충성스러운 노비==
만을 떠나 오지수는 숲과 절벽을 가로지르는 험준한 길을 걸어갔다.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돼지치기를 찾을 길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의 하인들 중 이 고귀한 노비는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오지수는 그가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마당은 높고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돌담 위에는 가시가 있는 배나무 가지가 얹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동안, 라에르테스나 안주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당을 지었다. 마당 주위에는 껍질을 벗긴 나무 말뚝을 원형으로 박아 두었다. 마당 안에는 암퇘지를 위한 우리 열두 개를 나란히 만들고 각 우리에 쉰 마리씩 넣었다. 수퇘지들은 밖에서 잤다.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잡아먹는 바람에 수퇘지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돼지치기는 가장 살찐 수퇘지들을 구혼자들에게 양보하였고, 이제 삼백육십 마리만 남았다. 대장은 성문을 지키기 위해 사납고 반야생적인 개 네 마리를 키웠다.
오지수는 소가죽을 잘라 샌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부하 세 명은 돼지 떼를 몰아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나머지 한 명은 마을로 보내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줄 돼지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신선한 고기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였다.
그때 갑자기 경비견들이 오지수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지수는 머리를 숙이지 아니하고 지팡이를 떨어뜨린 채 땅에 엎드렸다. 개들은 그를 몹시 해치고 그의 땅에서 망신을 주려 하였으나, 재빨리 돼지치기는 가죽옷을 버리고 개들을 쫓아내기 위해 달려갔다. 그는 개들에게 소리치고 돌을 던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손님에게 이르되,
「제 개들이 당신을 거의 갈기갈기 찢어놓을 뻔하였나이다, 노인장이여. 신들이 이미 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당신이 저에게 수치를 안겨 줄 뻔하였나이다. 저는 주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 남들이 먹을 돼지를 기르고 있나이다. 제 주인님은 길을 잃고 아마도 굶주리고 계실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외국어를 쓰는 땅에서 말입니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시다면, 햇빛을 보고 계시다면 말입니다. 자, 노인장이여, 저를 따라오소서. 음식과 술을 배불리 드시고 나서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고귀한 돼지치기는 푹신한 덤불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 가죽을 깔았다. 그것은 그의 두껍고 따뜻한 잠자리 담요였다. 오지수는 자리에 앉아 이 환대에 기뻐하였다. 그는 이르되,
「당신이 저를 그토록 기꺼이 맞아주셨으니, 상제와 모든 불멸의 신들이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과 외국인과 나그네는 물론이고,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경해야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거지와 손님과 나그네를 돌보시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으나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노비의 삶은 이와 같나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나이다. 제 진짜 주인은 신들의 섭리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인이셨다면 저를 돌보시고 충성스러운 노비에게 친절한 주인이 주는 것을 주셨을 것이옵니다. 집과 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탐낼 만한 아내를 주셨을 것이옵니다. 신들이 축복하시고 번영하게 해 주신 수년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입니다. 주인이 여기 오래 계셨다면 저에게 잘해 주셨을 것이옵니다. 이제 돌아가셨을 것이옵니다. 헬렌과 그 가족들 때문이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죽었나이까. 주인은 건웅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토래성으로 가셨나이다.」
그는 튜닉 허리띠를 단단히 매고 서둘러 돼지우리로 가서 새끼 돼지 두 마리를 골랐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 돼지를 도살하고 털을 그슬린 다음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아 구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돼지를 손님 앞에 내놓고 그 위에 보리를 뿌렸다. 그는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담쟁이덩굴 그릇에 섞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아 권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이것은 가난한 노비의 식사입니다. 새끼 돼지 한 마리이옵니다. 구혼자들이 돼지를 먹어 치웁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자비심이 없나이다. 그들은 그런 범죄를 지켜보고 미워하며 선행과 정의를 축복하는 신들을 무시하나이다. 상제가 준 재물을 약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땅을 습격하여 보물로 가득 찬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무자비한 해적들조차도 신들의 감시를 느끼나이다. 이 구혼자들은 분명 어떤 신의 목소리가 ‘오지수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아니하고 적절한 혼처를 마련하지도 아니하나이다. 대신 그들은 앉아서 그의 재산을 잔치에 낭비하나이다. 밤낮으로 양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씩 잡아먹고, 함부로 마시기 위해 포도주를 더 붓나이다. 이기적인 바보들이여. 나의 주인님은 매우 부유하셨나이다. 본토에는 그만한 부자가 없었나이다. 이탁도에 있는 사람들도, 심지어 스무 명이나 합쳐도 이만큼 가진 게 없나이다. 전부 나열해 보겠나이다. 본토에 소떼 열두 무리, 양 백 마리씩 열두 무리, 돼지 열두 마리, 염소 열두 마리. 우리를 도울 일꾼을 더 고용해야 하였나이다. 그리고 이 섬 저 멀리에는 염소 떼 열한 무리가 풀을 뜯고 있는데, 훌륭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나이다. 매일 목동이 가장 살찌고 건강해 보이는 염소를 골라 궁궐로 데려오나이다. 나는 이 돼지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고 포도주를 조용히 마셨다. 그는 구혼자들을 파멸시킬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배를 채운 후, 그는 마셨던 술잔을 가져다가 다시 채워 에우마이오스에게 주었고, 에우마이오스는 기쁘게 받아 마셨다. 그러자 오지수가 이르되,
「친구여, 누가 당신을 샀나이까. 당신이 말한 그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은 그가 건웅의 명예를 위한 전쟁에서 죽었다 하였나이다. 그는 분명 유명한 사람일 테니, 어쩌면 내가 그를 알지도 모르나이다. 내가 그를 보고 당신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상제와 다른 신들이 알게 될 것이옵니다.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이르되,
「주인님의 아내와 아들은 소식을 전하였다 주장하는 여행자들을 믿지 아니하나이다. 떠돌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항상 거짓말을 하나이다.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나이다. 이탁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님께 와서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내나이다. 주인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질문도 하시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나이다. 당연한 일이옵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을 애도해야 하니까요. 주인님도 옷만 입으면 허풍을 떨고 싶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님의 가죽이 뼈에서 뜯겨 나갔고, 맹금류와 개들에게 잡아먹혀 목숨을 잃으셨나이다. 아니면 바다에서 물고기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르나이다. 뼈가 해변에 모래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옵니다. 주인님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저에게는 큰 슬픔이옵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심지어 저를 낳고 키워 주신 부모님 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런 친절한 주인님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제 가족에 대한 슬픔은 그 슬픔보다 덜하나이다. 오지수보다 더 그리우나이다. 그가 너무 보고 싶나이다. 낯선 이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지나이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형제’라 부르고 싶나이다. 그는 저를 그토록 사랑하고 아껴 주었으니까요.」
오지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이르되,
「친구여, 당신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너무나 완강하게 주장하는구나. 믿음이 없으신 것이오. 그러나 이건 허풍이 아니옵니다. 맹세컨대 오지수는 오고 있나이다.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때 전령으로서의 보상인 좋은 옷을 받겠나이다. 그때까지는 필요하긴 하나 아무것도 받지 않겠나이다. 가난에 굴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지옥의 문처럼 혐오스럽나이다. 상제 신과 당신이 베풀어 주신 환대, 그리고 제가 가고 있는 위대한 오지수의 난로에 맹세하나이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지금 말하는 대로 될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바로 이 달의 주기 안에, 즉 초승달과 보름달 사이에 돌아올 것이며, 그의 아내와 고귀한 아들을 모욕한 이곳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옵니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나리여, 그분이 돌아오지 아니하시니 저는 당신에게 이 보상을 드릴 수 없나이다. 편히 쉬시고 술이나 드시오. 다른 생각을 해 봅시다. 저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누군가 제 충실한 주인님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아프나이다. 당신의 맹세는 신경 쓰지 마시오. 연로비와 늙은 라에르테스, 그리고 태명처럼 그분도 돌아오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저는 그 불쌍한 아이, 제 주인님의 아들에 대한 슬픔을 잊을 수 없나이다. 신들의 은혜로 그는 나무처럼 잘생기고 튼튼하게 자라 마치 아버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처럼 되었나이다. 그러나 누군가, 혹은 어떤 신이 그의 분별력을 망쳐 버렸나이다. 그는 아버지 소식을 찾으러 필성로 갔나이다. 구혼자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머지않아 이탁도에서 아르케시우스의 가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옵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이다. 그들이 그를 잡을 수도 있고, 상제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도 있나이다. 자, 이제 당신의 모험에 대해 진실을 말해 주소서.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당신의 부모님은 어디에 사시나이까. 당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나이까. 이 마을이요. 어떤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선원들이 어떻게 당신을 이탁도로 데려왔나이까.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당신이 걸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는 교활하게 이르되,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 둘이 이 오두막에서 편히 앉아 마음껏 음식을 먹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마시며, 모든 일은 남들이 다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 년 내내 이야기한다 해도 신들이 내게 안겨 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건대, 나는 넓은 크레타 섬 출신이며, 부유한 카스토르 힐라키데스의 아들이옵니다. 그의 정실 부인과의 사이에는 아들이 많았고, 모두 그의 집에서 자랐나이다. 내 어머니는 노비였고, 첩으로 팔려 왔으나,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들들처럼 존중해 주셨나이다. 크레타 사람들은 그가 부유하고 훌륭한 아들들을 두었기에 그를 신처럼 존경하였나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염라국으로 데려갔나이다. 그리고 내 형들은 이기적으로 그의 재산을 빼앗고, 나에게는 겨우 살 곳만 남겨 주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약하거나 겁쟁이가 아니었나이다. 나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 덕분에 괜찮은 지참금을 가진 아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잃었나이다. 그러나 그루터기를 보면 한때 곡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 있나이다. 슬픔에 잠겨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지혜의 여신과 아레스에게서 용기의 선물을 받았나이다. 적을 매복 공격할 전사들을 선택할 때면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멀리 앞으로 뛰쳐나가 적들을 따라잡아 창으로 찔렀나이다. 전쟁터에서 저는 그런 모습이었나이다. 농사일이나 집안일, 아이 키우는 것은 좋아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항해와 창과 화살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을 더 좋아하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에 몸서리칠지 모르나, 신들은 제 마음이 그런 것들을 사랑하도록 만들었나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옵니다.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전에 저는 군대와 함대를 이끌고 아홉 번의 원정을 떠났고, 큰 성공을 거두었나이다. 저는 모든 전리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고, 전리품을 나눌 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나이다. 곧 우리 집안은 부유해졌고, 저는 크레타인들 사이에서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나이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시는 상제께서… 그 참혹한 원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말았나이다. 사람들은 제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기를 원하였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이다. 그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나이다. 우리 그리스인들은 구 년 동안 싸웠고, 십 년째 되던 해에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국으로 돌아왔나이다. 어떤 신이 그리스인들을 흩어지게 하였고, 저는 상제의 저주를 받았나이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내 소유물들을 즐겼나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홉 척의 배와 신과 같은 선원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항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나이다. 나는 서둘러 함대를 준비하고 선원들을 모았나이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칠 동물들과 선원들이 요리해 먹을 음식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이레째 되는 날 이백오십 명의 선원을 태우고 크레타 섬을 출항하였나이다. 순풍이 불어와 마치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나이다. 아무도 아프지 아니하였고, 모든 배는 손상 없이 도착하였나이다. 우리는 바람과 항해사의 인도에 따라 바다를 건너며 가만히 앉아 있었나이다. 닷새 만에 우리는 이집트의 강 계곡에 도착하였고, 내 함대는 나일 강 안쪽에 정박하였나이다.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 명령하고, 높은 지대에 정찰병을 보내 주변을 살피도록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백육십 명의 선원들을 이끌고 공격적인 충동에 휩싸여 이집트의 들판을 파괴하고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노비로 삼았으며, 남자들을 죽였나이다. 곧 그 소식이 도시에 전해졌나이다. 사람들은 비명 소리를 듣고 새벽녘에 모두 모여들었나이다. 평원은 보병과 전차, 번쩍이는 청동 무기로 가득 찼고, 번개의 신 상제는 내 병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나이다. 그들은 감히 싸움을 계속할 수 없었나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많은 병사들이 날카로운 청동 창에 찔려 죽었고, 나머지는 노비로 잡혀 갔나이다. 차라리 이집트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러나 고통은 계속되었나이다. 상제는 내게 다른 계획을 세워 주었나이다. 나는 투구를 벗고 방패와 칼을 내려놓은 채 무장하지 아니한 채 왕에게 다가갔나이다. 그의 전차 옆에서 나는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입맞춤하였나이다. 그는 자비로웠고, 나를 지켜 주었으며, 그의 전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나이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찼나이다. 많은 이집트인들이 나에게 분노하여 창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나이다. 왕은 나를 보호해 주었나이다. 그는 악을 미워하는 이방인의 신 상제의 분노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그곳에서 칠 년을 머물며 큰 부를 축적하였고,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러나 팔 년째 되던 해, 페니키아에서 탐욕스러운 자가 나타났나이다. 그는 거짓말에 능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속여 자기가 사는 페니키아로 데려갔나이다. 나는 그곳에서 일 년을 머물렀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일 년이 지나자 그는 나에게 무역을 하러 간다 거짓말을 하고는 리비아로 가는 배를 몰고 갔나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나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었나이다. 나는 의심스러웠으나 배에 올랐나이다. 배는 순풍을 타고 크레타 섬을 떠나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그러나 상제는 선원들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웠나이다. 크레타 섬을 떠나자 바다와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로 짙은 푸른 구름을 드리워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웠나이다. 그는 천둥을 치더니 배를 향해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번개의 충격으로 배는 완전히 회전하였고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어두운 배 옆의 가마우지처럼 파도에 휩쓸려 갔고, 신들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갔나이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저는 상제 신의 도움을 받았나이다. 상제 신은 튼튼한 돛대를 제 손에 쥐어 주었나이다. 저는 돛대에 매달려 폭풍우에 휩쓸려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그리고 열 번째 검은 밤, 거센 파도가 저를 테스프로티아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곳에서 페이돈이라는 왕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아니하고 저를 도와 주었나이다. 그의 아들이 아침 공기에 지쳐 추위에 떨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 옷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곳에서 저는 오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고향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 손님으로 머물렀다 말하였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모아 온 보물, 즉 금과 청동, 그리고 정성껏 세공한 철을 보여 주었나이다. 왕실 창고에는 그의 가족이 앞으로 십 대까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있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상제의 뜻을 묻기 위해 신성한 참나무에 가려고 도도나로 갔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비옥한 이탁도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나이다. 그는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변장할지 아니면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내게 제물을 바치며 맹세하기를,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배와 선원들을 준비해 두었다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먼저 보냈나이다. 마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이 이미 곡식이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항해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그들에게 나를 잘 대접하고 아카스투스 왕에게 데려가라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나를 다시 한번 비참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였나이다. 배가 바다로 나간 후, 그들은 나를 노비로 삼으려 음모를 꾸몄나이다. 그들은 내 장포와 튜닉을 벗기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누더기 옷을 던져 주었나이다. 밤이 되자 그들은 이탁도의 밝은 들판으로 와서 나를 밧줄로 단단히 묶고 배에 남겨 둔 채 저녁을 먹으러 재빨리 육지로 올라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내 밧줄을 풀어 주었나이다. 밧줄은 쉽게 풀렸나이다. 나는 누더기 옷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매끄러운 배의 널빤지를 타고 내려가 가슴을 바다에 담갔나이다. 두 팔로 헤엄쳐 재빨리 도망쳤나이다. 꽃이 만발한 덤불 옆 해안에 도착하여 두려움에 떨며 웅크렸나이다. 그들은 주위를 쿵쿵거리며 소리쳤으나, 잠시 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배로 돌아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나를 쉽게 숨겨 주시고 이 오두막, 현자의 집으로 데려오셨나이다. 살아남는 것이 내 운명이기 때문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가엾은 손님이시여.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오나, 아무 소용이 없나이다. 저는 오지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겠나이다. 어찌하여 그런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셨나이까. 저는 주인님의 귀환에 대해 알고 있나이다. 신들은 그를 미워하나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토래성에서 또는 전우들의 품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야 그리스인들이 후대에 그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언덕을 쌓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도둑 같은 바람이 그를 앗아 갔나이다. 이제 그에게는 영광이 없나이다. 저는 외톨이이옵니다. 저는 여기서 돼지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현명한 연로비가 소식을 전해주려고 저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마을에 나가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은 그녀 주위에 모여 질문을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떠나간 주인님을 슬퍼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몫을 챙겨 먹으려고 기뻐하나이다.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아니하나이다. 아이톨리아 사람이 거짓말로 저를 속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먼 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다 말하며 제 집에 찾아왔나이다. 나는 그를 환영하였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크레타에서 폭풍에 난파된 배들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나의 주인이 여름이나 수확기에 보물을 잔뜩 모아 부자가 되어, 선원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였나이다. 신이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니, 나를 속이거나 거짓말로 잘 보이려 하지 마시오. 노인이여, 내가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의 신인 상제에 대한 두려움과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당신은 너무 회의적이시구나. 내 맹세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를 믿지 않을 것 같구나. 오림산의 신들이 증인이 되어 당신의 주인이 이 집으로 돌아오면 당신은 내게 입을 옷을 주고 둘리키움으로 가는 것을 도와 주소서. 나는 그곳에 가고 싶나이다. 그러나 만일 그분이 오지 아니하시고 제가 틀렸다면, 당신의 노비들이 저를 절벽 아래로 몰아넣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다른 거지들이 당신을 속이려 들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정직한 돼지치기는 대답하되,
「손님이여, 제가 당신을 안으로 모시고 환영한 다음 죽인다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칭송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떻게 양심의 가책 없이 상제에게 기도할 수 있겠나이까. 어쨌든 지금은 저녁 시간이옵니다. 제 부하들이 안으로 들어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읍시다.」
이것이 그들의 대화였느니라. 목동들이 들어와 돼지들을 평소처럼 우리에 몰아넣어 쉬게 하였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귀한 돼지치기는 부하들에게 이르되,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가장 좋은 돼지를 가져오너라. 우리 모두 즐겁게 먹자. 우리는 이 하얀 어금니 돼지들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애써 얻은 음식을 먹어 치우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아니한다.」
날카로운 청동 도끼로 나무를 Pac다. 그들은 살찐 오 년 된 돼지 한 마리를 가져와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돼지치기는 마음이 선하여 신들을 생각하였다. 그는 돼지의 머리털을 깎아 불에 던지고, 자신의 지혜로 주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다. 그는 몸을 쭉 뻗어 참나무 장작으로 돼지를 내리쳤다. 돼지가 죽자 그들은 목을 베고 가죽을 그슬린 다음 잘게 잘랐다. 돼지치기는 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기름진 부분 위에 살코기를 얹고 그 위에 보리알을 얹어 불 위에 올렸다. 나머지는 썰어서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운 다음 고기를 꺼내 접시에 수북이 담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고기를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주었다. 첫 번째는 헤르메스와 산령녀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그다음은 그는 나머지 음식을 남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오지수에게 척추에서 잘라 낸 귀한 조각을 주었다. 그의 주인은 기뻐하며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자네가 내게 이렇게 좋은 것을 주니 상제께서 자네를 나처럼 축복하고 사랑하시기를.」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비록 소박하나 맛있게 드십시오. 신들은 주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들의 뜻이옵니다. 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선홍빛 포도주를 따라 제물을 바친 다음,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잔을 주었다. 마침내 돼지치기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음식을 내어 준 사람은 메사울리우스였다. 그는 에우마이오스가 주인이 없는 동안, 그의 여주인이나 라에르테스의 도움 없이, 타피아 사람들과 교환하여 사들인 노비였다. 모두들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뻗었다.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섭취한 후, 메사울리우스는 주변을 정리하였다. 사람들은 빵과 고기로 배가 불러 잠이 간절하였다.
밤이 되었다. 달빛 없는 매서운 밤이었다. 상제는 끊임없이 비를 내렸고, 젖은 제피로스는 더욱 세차게 불었다. 오지수는 에우마이오스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장포를 벗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벗으라 할지 시험해 보기 위해 이렇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자랑 좀 하겠나이다. 술에 취해 어지럽으나, 술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노래하고 낄낄거리고 춤추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까지 하게 만드나이다. 이렇게 주절거리기 시작하였으니 솔직하게 말해 보겠나이다. 제가 다시 젊고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래성 성벽 아래에서 매복 작전을 세웠을 때처럼 말입니다. 주동자는 면나수와 오지수였고, 저는 세 번째 지휘관으로 뽑혔나이다. 성벽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덤불과 갈대, 늪에 숨어 방패 아래에 엎드렸나이다. 밤이 되자 매섭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찾아왔고, 북풍과 진눈깨비 같은 눈이 내렸나이다. 너무 추워서 무기에 얼음이 얼어붙을 정도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포를 걸치고 방패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외투를 잊고 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채 두고 나왔나이다. 방패와 빛나는 허리띠만 가지고 있었나이다. 밤이 저물어 별들이 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오지수에게 다가가 그를 쿡 찔렀나이다. 그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었나이다. 나는 이르되, 『폐하, 위대한 장군 오지수여, 저는 이 추위 때문에 죽을 것 같나이다. 외투가 없나이다. 어떤 악령이 저를 속여 튜닉만 입게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나이다.』 그는 즉시 이 해결책을 떠올렸나이다.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이자 전사인가. 그는 아주 조용히 속삭이되, 『조용히 하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라.』 그는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 이르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신들이 보낸 꿈을 꾸었다. 우리는 배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 누군가 백성의 목자인 건웅에게 가서 더 많은 군대를 보내 달라 말해야 한다.』 그때, 토아스 안드라이몬이 벌떡 일어나 자주색 장포를 벗어 던지고 배들을 향해 달려갔나이다. 나는 황금빛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의 장포 아래에서 편안하게 몸을 웅크렸나이다. 내가 다시 젊고 강하기만 했다면. 그러면 이 농장의 돼지치기들 중 누군가가 존경과 우정의 표시로 내게 장포를 주었을 터인데. 지금은 모두 내가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다 나를 경멸하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훌륭한 이야기였소, 노인이여. 효과가 있었소. 자네는 가난한 늙은이에게 필요한 모든 옷과 물건들을 얻게 될 것이오. 적어도 지금은 말이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낡은 누더기를 입어야 할 것이오. 우리에게는 옷이 한 벌씩밖에 없소. 여벌 옷은 없소. 주인님의 아들이 도착하면 자네에게 옷을 주고, 자네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어나 불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양과 염소 가죽을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누웠다. 에우마이오스는 오지수에게 아주 추운 날씨에 대비한 크고 두꺼운 장포를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잠이 들었고, 젊은이들도 그의 곁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돼지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떠나려고 하였다. 오지수는 노비가 주인이 없는 동안 자신의 물건들을 잘 챙겨 준 것에 기뻐하였다. 에우마이오스는 잘 단련된 등에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허리띠를 두르고, 방풍 장포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가죽을 둘렀다. 그는 사람이나 개를 쫓아낼 날카로운 칼을 챙기고, 은빛 송곳니를 가진 돼지들이 자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잠을 잤다.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가 있었느니라.
==제15권 태명의 귀환==
지혜의 여신은 태명의 무사 귀환을 위해 사필성로 갔다. 그녀는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와 함께 메넬라오스의 현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태명은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신이 주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부엉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태명아, 더 이상 집을 떠나 재산을 버리고 탐욕스러운 남자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멀리 여행해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재산을 나눠 갖고 당신의 여행을 헛되게 만들 수도 있다. 메넬라오스에게 빨리 도움을 청하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하라. 어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이미 어머니에게 에우리마코스와 결혼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에우리마코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장 후하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의 전적인 동의 없이는 어머니가 집에서 어떤 물건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여자들이 어떤지 알다시피, 결혼한 남자의 집안일을 돕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을 잊어버린다. 안부조차 묻지 아니한다. 신들이 당신에게 아내를 주실 때까지 가장 아끼는 여종에게 재산을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잘 들어 두어라. 이탁도와 바위투성이의 마을 사이 시냇가에 구혼자 무리가 숨어 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자들 중 일부는 곧 땅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배를 섬에서 멀리 멀리 몰고 밤낮으로 항해하라. 당신을 지키고 지켜보는 신이 당신의 돛에 순풍을 보내 줄 것이다. 이탁도 해안에 처음 도착하면 당신의 부하들은 배를 마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당신은 먼저 대부분의 노비보다 나은 돼지치기를 찾아가라. 그곳에서 밤을 보내라. 그에게 마을로 가서 연로비에게 당신이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하라 하라.」
이 말을 끝으로 여신은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태명은 네스토르의 아들을 발로 차 깨우며 이르되,
「피시스트라투스여. 가서 말을 데려와 마차에 싣고 서둘러 출발하자.」
그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아무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칠흑 같은 밤에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나이다. 곧 동이 틀 것이옵니다. 메넬라오스 님께서 마차를 타고 나와 선물을 가져다주시고, 친절한 말로 우리를 배웅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소서. 후한 주인은 손님이 살아 있는 한 기억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황금빛 옥좌에 앉은 새벽빛이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메넬라오스 왕은 금발의 헬렌과 함께 자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오는 것을 본 태명은 밝은 흰색 튜닉을 입고, 튼튼한 어깨에 위풍당당한 검을 맸다. 그렇게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신과 같은 왕 오지수의 사랑받는 아들은 메넬라오스 곁에 서서 이르되,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여, 부디 저를 사랑하는 고향으로 보내 주소서. 제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나나이다.」
메넬라오스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당신이 정말로 고향에 가고 싶어 한다면 여기 머물게 하지 않겠나이다. 나는 지나친 친절과 지나친 냉담함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균형이 가장 좋나이다. 손님을 억지로 머물게 하는 것은 떠나라 재촉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아니하나이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에는 친절하게 대하고, 떠날 때는 잘 도와 주어야 하나이다. 그러니 친구여, 내가 당신의 마차에 실을 멋진 선물을 가져올 때까지만 머무르시오. 선물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이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우리 집의 풍성한 식량으로 연회를 준비하라 지시하겠나이다. 긴 여행 전에 잔치를 베푸는 것은 명예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이치에 맞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와 함께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기를 원한다면, 내 말을 마차에 태워 모든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가는 곳마다 선물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멋진 청동 삼각대, 솥, 노새 두 마리, 또는 금잔 같은 것들 말이오.」
태명이 대답하되,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나이다. 집에는 제 재산을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아버지를 찾다가 죽고 싶지도 아니하고, 집에 두고 온 재산을 잃고 싶지도 아니하나이다.」
그러자 메넬라오스 장군은 아내와 여종들에게 풍성한 식량을 준비하라 소리쳤다. 근처에 살던 에테오네우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왔다. 장군은 큰 소리로 명령하되,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라.」
여종은 순종하였다. 그동안 주인은 보물이 가득한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헬렌과 메가펜테스도 그와 함께 갔다. 그는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들고 아들에게 은그릇을 가져오라 하였다. 헬렌은 자신이 직접 만든 특별한 옷들을 보관해 둔 궤 옆에 섰다. 그녀는 다른 옷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큰 옷을 들어 올렸는데, 그 옷은 다른 옷들보다 훨씬 더 빛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궁궐을 지나 태명에게로 갔다. 금발의 메넬라오스가 그에게 이르되,
「위대한 천둥의 신이자 헤라의 남편이신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나이다. 깊은 존경의 표시로 내가 가진 보물 중 가장 귀한 것을 드리겠나이다. 금으로 테두리를 두른 순은 그릇이옵니다. 해필수가 만든 것이지요. 시돈의 왕 파이디모스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집에 들렀을 때 내게 선물해 준 것이옵니다. 자, 이것을 받으소서. 당신의 것이옵니다.」
그는 먼저 잔을 건넸고, 메가펜테스는 반짝이는 은그릇을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헬렌의 아름다운 뺨이 붉어지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옷을 들고 이르되,
「사랑하는 아이야, 나도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이 있단다. 네 결혼식 날이 오면 헬렌을 기억하고 신부에게 이 옷을 입히렴. 그때까지는 네 어머니가 잘 보관해 두실 거야. 네가 행복하고 좋은 집을 짓고 조국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란단다.」
그녀는 옷을 건넸고, 그는 기쁘게 받았다. 피시스트라투스 왕자는 모든 선물을 받아 짐에 싸고 마음속으로 감탄하였다. 왕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였고,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한 여종이 아름다운 금 물병과 은그릇을 가져와 그들의 손을 씻겨 주었다. 그녀는 윤이 나는 탁자를 그들 옆에 차려 놓았다. 또 다른 하층민 소녀는 빵과 온갖 음식을 가져왔다. 보에토에데스는 고기를 썰어 내놓기 시작하였다. 왕자는 모두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그들은 앞에 차려진 온갖 진미를 마음껏 먹었다.
배가 부르자 태명과 네스토르의 아들은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고 전차에 멍에를 씌운 후, 메넬라오스가 울려 퍼지는 현관과 문을 나서서 마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 메넬라오스가 오른손에 꿀에 절인 포도주가 담긴 금잔을 들고 그들 바로 뒤에서 달려와 떠나기 전에 제사를 지내자 하였다. 그는 그들 앞에 멈춰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이르되,
「얘들아, 행운을 빌어라. 네스토르에게 안부 전해다오. 우리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그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친절하였느니라.」
태명이 조심스럽게 이르되,
「예, 폐하. 그곳에 가면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로 돌아가 오지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나이다. 폐하의 너그러움과 친절에 걸맞은 행운이 저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오른쪽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개는 발톱에 커다란 흰 거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당에서 잡은 온순한 거위였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거위는 소년들 옆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말들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이 먼저 입을 열되,
「나의 주군이시여,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이것은 어떤 신이 우리에게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니면 왕께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레스의 총애를 받는 메넬라오스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때 헬렌이 먼저 말을 가로막되,
「자, 잘 들으소서. 제가 예언을 하나 하겠나이다. 신들이 제 마음에 심어 주신 말씀이며, 저는 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나이다. 독수리가 새끼와 부모가 있는 산에서 날아와 길들여진 거위를 낚아채 갔듯이, 오랫동안 떠나 많은 고난을 겪었던 오지수가 돌아와 복수할 것이옵니다. 사실, 그는 이미 집에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파멸을 심고 있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천둥의 상제께서 당신의 예언을 즉시 이루어 주시기를.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는 여신에게 절하듯 당신에게 경배하겠나이다.」
그는 말들을 채찍질하여 마을 중심부를 지나 넓은 평원으로 질주하게 하였다. 온종일 마구가 덜컹거리며 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들은 오르틸로코스의 아들이자 알페우스의 손자인 디오클레스의 고향 페라이에 도착하였다. 디오클레스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붉은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그들은 말에 멍에를 메고 전차에 올라타 웅장한 현관과 성문을 나서 출발하였다. 말들은 채찍에 힘차게 달려갔다. 곧 그들은 바위투성이의 도시 필성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에게 물었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겠나이까. 우리 아버지들이 대대로 친구였고, 우리도 동갑내기인데다가 이번 여행으로 더욱 가까워졌나이다. 제 배를 더 이상 끌고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노인이 저를 불러들여 손님으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에 남겨 주소서.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빨리 가야 하나이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들을 배로 돌려 바닷가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서 그는 메넬라오스가 준 값비싼 선물과 옷, 금을 꺼내 배의 선미에 싣고 태명에게 이르되,
「서둘러라. 지금 당장 승선하라. 내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너희가 여기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전에 선원들도 모두 태우고 가라. 아버지를 잘 알아라. 고집이 세시거든. 너희를 보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를 데리러 오실 것이고, 너희 없이는 절대 떠나지 않으실 것이다. 몹시 화를 내실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들에게 박차를 가하였다. 긴 갈기를 휘날리며 말들은 필성 성채를 향해 질주하였다. 태명이 명령하되,
「친구들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에 올라타자. 이제 출발하자.」
그들은 재빨리 순종하여 배의 벤치에 앉았다. 그가 지혜의 여신에게 기도와 제물을 바치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르고스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한 외국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예언자였으며, 한때 양의 땅인 필성에 살았던 멜람푸스의 후손이었다. 멜람푸스는 부유하였고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교만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인 넬레우스에게서 도망쳐 집을 떠났다. 넬레우스는 멜람푸스가 필라쿠스의 집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빼앗았다. 복수의 여신이 멜람푸스에게 넬레우스의 딸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니라. 멜람푸스는 간신히 탈출하여 소떼를 몰고 필라쿠스에서 필성로 향하였다. 그는 넬레우스가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를 하고, 그 여자를 형의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맞이한 후, 말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아르고스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니라. 그는 두 명의 강인한 아들, 만티우스와 안티파테스를 두었는데, 안티파테스는 영웅 오이클레스의 아버지였고, 오이클레스의 아들은 전쟁 영웅 암피아라오스였다. 아이기스를 든 상제와 아폴론은 그를 진심으로 숭배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테베에서 살해당하여 장수하지 못하였다. 그는 두 아들, 암필로코스와 알크마이온을 두었다. 만티우스의 아들은 클리투스와 폴리페이데스였다. 클리투스는 너무나 잘생겨서 새벽의 신에게 데려가졌고, 폴리페이데스는 암피아라우스가 죽은 후 아폴론이 인간 중 최고의 예언 능력을 부여한 인물이었다. 이 예언자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히페리시아로 이주하였고, 거기서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었다. 태명이 포도주를 따르며 신들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은 그의 아들 테오클리메누스였다.
낯선 이가 이르되,
「친구여, 자네가 제물을 바치고 있는 것을 보았네. 종교와 신들, 그리고 자네와 자네 부하들의 목숨을 걸고 간청하건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 부모는 누구인가. 자네 고향은 어디인가.」
태명이 대답하되,
「낯선 이방인이여, 자네를 위해 말하겠네. 나는 이탁도 출신이네. 내 아버지는 오지수였네. 그는 살아 있었으나, 지금쯤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 것이네. 내가 이 배와 선원들을 얻은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네. 나는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였네.」
그러자 낯선 사람이 대답하되,
「저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저는 제 부족 사람을 죽였고, 아르고스에 영향력 있는 형제와 친척들이 많아서 도망 다니고 있나이다. 그들이 저를 죽이려 하나이다. 저는 이제 집 없는 신세가 되었나이다. 그러나 제발, 저를 당신 배에 태워 주소서.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신께 왔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쫓고 있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좋소. 우리 배에 함께 타시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 당신은 우리의 손님이오.」
그는 낯선 사람의 창을 빼앗아 갑판에 놓고는 자신도 배에 올라 선미에 앉았다. 그리고 손님도 선미에 앉도록 하였다. 그들은 밧줄을 풀었다. 태명은 선원들에게 돛대를 잡으라 명령하였고, 그들은 즉시 복종하여 나무 돛대를 세우고 소켓에 고정시킨 다음, 앞돛줄로 묶고 가죽 밧줄로 흰 돛을 올렸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은 맑은 하늘을 가르는 거센 바람을 보내 순풍을 불어넣었다. 배는 크루니와 아름다운 칼키스 강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고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상제가 불어 준 바람에 힘입어 배는 파이아를 지나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유명한 엘리스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바늘섬을 향해 나아갔으나, 여전히 죽음을 확신할 수 없었느니라.
한편, 오지수는 오두막 안에서 고귀한 돼지치기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오지수는 돼지치기가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줄지, 농장에 머물도록 권할지, 아니면 마을로 보낼지 시험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잘 들어라. 그리고 너희 모두 잘 들어라. 새벽에 마을로 가서 구걸할 생각이다. 너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아니하다. 길 안내와 나와 함께 갈 안내자만 있으면 된다. 나는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실 것과 빵 조각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오지수 왕의 집에 도착하면 연로비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권력 있는 구혼자들과 어울릴 생각이다. 그들이 풍족한 창고에서 나에게 음식을 좀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당장 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나는 그럴 능력이 있다. 은혜를 베풀고 모든 인간의 노동을 영광스럽게 하는 신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나에게 모든 가사일에 비할 데 없는 솜씨를 주었다. 불을 피우고, 장작을 패고, 고기를 썰고 굽고, 포도주를 따르는 것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섬기기 위해 하는 모든 허드렛일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우마이오스는 화를 내며 이르되,
「안 됩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시나이까. 그 구혼자 무리 사이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당신은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공격성은 철과 하늘까지 닿을 정도이옵니다. 게다가 그들을 시중드는 자들은 당신과는 다르나이다. 그들은 잘 차려입고, 윤이 나는 깨끗한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옵니다. 윤이 나는 탁자 위에 빵과 포도주와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시중들고 있나이다. 여기 머무르소서. 아무도 당신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아니하나이다. 저도,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오지수의 아들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장포와 튜닉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옵니다.」
고통에 익숙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상제께서 저처럼 당신을 사랑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당신께서 저를 방랑의 고통에서 구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은 집 없는 삶이옵니다. 우리는 극심한 굶주림 때문에 이 삶을 견뎌야만 하나이다. 집 없는 이방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젊은 주인님을 기다리라 하셨으니, 오지수의 부모님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의 아버지는 떠날 때 노년에 접어드셨는데, 아직 살아 계시나이까. 아니면 돌아가셨나이까.」
그가 대답하되,
「나그네여, 진실을 말하겠나이다. 라에르테스는 살아 있으나, 늘 상제에게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고 있나이다.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너무나 괴로워 제때보다 일찍 늙어 버렸나이다. 아내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나이다. 어떤 친구에게도 그런 죽음을 바라지 아니하나이다. 유명한 영웅인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서 말이다. 살아생전, 슬픔 속에서도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나이다. 그녀는 막내딸이자 강하고 예쁜 크티메네와 함께 나를 키웠나이다. 그녀는 우리 둘을 함께 키우면서 나를 거의 동등하게, 다만 조금 덜 존중해 주었나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자, 그들은 크티메네를 거액의 지참금을 받고 사메로 보냈나이다. 어머니는 내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입히고 샌들을 신겨 시골로 보냈나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였나이다. 나는 두 사람 모두 그립나이다. 신들이 나를 이렇게 만드셨나이다. 이곳에서의 사업이 번창하여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였고 손님들에게도 대접할 수 있었나이다. 그러나 주인님에 대한 좋은 소식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침략자들 때문에 집이 폐허가 되었다 하나이다. 주인님의 모든 노비들은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문을 듣고, 음식을 나눠 먹고, 밭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 노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외치되,
「에우마이오스여. 네가 집과 부모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끌려갔을 때 얼마나 어린아이였단 말인가.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그들이 살던 도시가 약탈당했단 말인가. 아니면 네가 홀로 양이나 소를 치고 있을 때 산적들이 너를 발견했단 말인가. 그들이 너를 붙잡아 배에 태운 다음, 이 사람의 집에서 값싸게 팔았단 말인가.」
돼지치기가 그에게 대답하되,
「나그네여, 이렇게 물으셨으니 들어보소서. 조용히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제 이야기를 즐기소서. 이 밤들은 마법과 같나이다. 잠도 잘 자고 이야기도 들을 시간이 충분하니까요. 너무 일찍 주무실 필요는 없나이다. 건강에 좋지 아니하나이다. 잠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라면 가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주인의 돼지를 치러 가야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당신과 저는 제 오두막에 앉아 음식과 포도주를 나누며 서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나누도록 합시다. 오랜 세월 고통과 집을 떠나 살아온 사람은 슬픔을 즐길 수도 있나이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시리아라는 섬이 있나이다. 태양이 오르티기아 위에서 도는 곳이지요. 주민은 적으나 양과 포도주와 곡식이 풍부한 좋은 땅이옵니다. 그곳 사람들은 기근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늙어가고, 아림 여신은 그들의 부드러운 화살을 통해 그들을 보살피나이다. 은빛 활을 가진 아로왕 신이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였나이다. 땅은 두 개의 지방으로 나뉘었고, 나의 아버지 크테시우스는 두 지방 모두의 왕이었나이다. 그때 탐욕스러운 상인들이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페니키아인으로,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들이었고, 검은 배에는 엄청난 보물이 가득 실려 있었나이다. 나의 아버지 집에는 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이 있었는데,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 재주가 뛰어났나이다. 그 교활한 악당들은 그녀를 속였나이다. 그중 한 명이 먼저 배 옆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와 동침하였나이다. 성욕은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나이다. 아무리 훌륭한 여자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어디 출신이고 누구인지 물었나이다. 그녀는 그에게 나의 아버지 궁전을 보여 주며 이르되, 『저는 청동이 풍부한 시돈 출신이옵니다. 저는 부유한 아리바스의 딸이옵니다. 어느 날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타피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이 남자의 집으로 끌려와 거액을 받고 팔렸나이다.』 그녀의 비밀 연인이 이르되, 『그렇다면 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옵니까. 우리와 함께 부모님과 멋진 집을 다시 뵙고 싶지 않으시옵니까. 그분들은 살아 계시고 지금은 꽤 부유하시옵니다.』 여자가 이르되, 『오, 물론이옵니다. 모든 선원들이 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 맹세한다면요.』 그러자 그들은 여자가 부탁한 대로 맹세하고 엄숙히 서약하였나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르되, 『여러분은 입을 다물어야 하고, 길가나 분수대에서 저를 마주치더라도 말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집에 계신 노인에게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그러면 노인이 의심하고 저를 묶어놓고 여러분을 죽이려고 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명심하고,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소서. 배에 집으로 가져갈 물건이 가득 차면 저에게 빨리 소식을 전해주소서. 저도 금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재산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그리고 배삯으로 줄 선물도 하나 더 있나이다. 저는 주인님의 영리한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 아이는 항상 저와 함께 밖에서 뛰어다니나이다. 그 아이를 배에 태우면 꽤 비싼 값에 팔릴 것이옵니다. 외국인들이라고 하였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궁궐로 돌아갔나이다. 그들은 일 년 동안 우리와 함께 머물면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배의 화물칸을 가득 채웠나이다. 떠날 때가 되자, 그들은 아버지 집에 있는 여자에게 알리기 위해 사람을 보냈나이다.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나이다. 그는 호박 구슬이 꿰어진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궁궐의 노비 소녀들과 어머니는 그것을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며 얼마인지 묻기 시작하였나이다. 그는 여자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로 돌아갔나이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앞마당으로 데리고 나갔나이다. 거기서 연회를 마치고 회의를 하러 간 아버지 부하들이 탁자에 남겨 둔 컵 몇 개를 발견하였나이다. 그들은 토론을 하고 있었나이다. 어머니는 컵 세 개를 가져다가 옷 속에 숨기고 가지고 나갔나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뒤따라갔나이다. 해가 지자 우리는 어두운 거리를 서둘러 항구로 향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빠른 페니키아 배가 있었나이다. 모두 배에 올랐나이다. 우리도 배에 태워 주고는 파도를 넘어 항해를 시작하였나이다. 상제께서 순풍을 보내 주셨지요. 이레 동안 항해를 하다가 여덟째 날에 아림가 그 여자를 화살로 맞혔나이다. 그녀는 갈매기처럼 배의 선창에 부딪혔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와 물개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는 그곳에 남겨져 상심하였나이다. 해류가 그들을 이탁도로 실어 날랐고, 라에르테스가 그의 재산으로 저를 사 왔나이다. 그렇게 저는 이 땅을 처음 보게 되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의 고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구나. 그러나 결국 상제께서 당신을 축복하셨으니,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당신은 친절한 사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풍족하게 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은 편안하구나. 그러나 저는 아직도 길을 잃었나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마을을 헤매고 다녔나이다.」
이렇게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고, 잠시 눈을 붙였다. 곧 새벽이 밝아왔다.
한편, 태명은 육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부하들은 재빨리 돛을 내리고 돛대를 내린 후 노를 저어 정박지로 향하였다. 그들은 닻줄을 던지고 배의 선미에서 밧줄을 묶은 다음, 파도를 헤치고 배에서 내려 해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붉은 포도주를 섞어 저녁을 차렸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소년은 현명하게 이르되,
「여러분은 배를 마을 쪽으로 끌고 가시고, 저는 제 영지의 들판에 있는 목동들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그리고 저녁에 마을로 돌아오겠나이다. 새벽에 여러분을 위해 고기와 포도주로 잔치를 베풀겠나이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까, 얘야. 누구의 집으로 가야 할까. 이 땅을 다스리는 자들의 집으로. 아니면 바로 네 어머니 댁으로 가야 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평소 같으면 당신을 초대하였을 것이옵니다. 우리는 좋은 주인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는 게 좋겠나이다. 저는 집에 없을 것이고, 어머니도 당신을 만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위층에서 베틀에서 베를 짜고 계시는데, 구혼자들이 자신을 보는 걸 원치 않으시거든요. 그러니 다른 사람 집으로 가시는 게 좋겠나이다. 솜씨 좋은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의 집으로요. 이탁도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여기나이다. 그는 가장 유력한 구혼자이고, 제 어머니와 결혼해서 오지수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 가장 열심이옵니다. 상제만이 미래를 아시지요. 에우리마코스는 결혼 전에 끔찍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의 전령인 매였다. 매는 발톱으로 비둘기를 움켜쥐었고, 깃털이 배와 어린 태명 사이로 흩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그를 따로 불러 손을 잡고 이르되,
「태명이여. 어떤 신이 이 새를 당신의 오른손에 날리도록 보냈소. 나는 이것이 징조임을 즉시 알아차렸소. 이탁도 전체에서 당신 가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가문은 없소. 당신들은 영원히 왕이 될 것이오.」
그가 대답하되,
「오, 낯선 이여. 당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제 우정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그러면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감명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충실한 부하에게 이르되,
「피레우스여, 당신은 나와 함께 필성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나이다. 이 낯선 이를 당신의 집에 데려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친절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소서.」
피레우스가 대답하되,
「당신이 얼마나 오래 떠나 계시든 제가 그를 돌보겠나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배에 올라타서 선원들에게도 올라와서 밧줄을 풀라 말하였다. 그들은 그대로 하고 벤치에 앉았다. 그러자 태명은 샌들을 신고 갑판에서 날카로운 청동 창을 꺼냈다. 사람들은 밧줄을 풀고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 명령한 대로 마을을 향해 배를 저었다. 소년은 농장 마당에 도착할 때까지 빠르게 걸었다.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돼지가 있었고, 주인을 도울 줄 아는 돼지치기가 그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느니라.
==제16권 부자상봉==
새벽녘에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아침을 차리고 불을 지핀 다음, 몰아 놓은 돼지들을 데리고 목동들을 내보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 짖어대던 개들이 태명을 보자 조용해졌다. 오히려 그에게 헐떡거렸다. 오지수는 개들의 행동을 보고 발소리가 들리자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누군가 오는 게 틀림없다. 친구인지 아는 사람인지. 개들이 짖지도 아니하고 친근하게 구는 걸 보니 발소리가 들리는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성문 안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돼지치기는 벌떡 일어나 포도주를 섞던 잔을 떨어뜨려 포도주가 쏟아졌다. 그는 주인에게 달려가 얼굴과 빛나는 눈, 두 손에 입맞추고 울었다. 마치 십 년 동안의 슬픔 끝에 타지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외아들, 가장 소중한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태명을 껴안고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입맞춤을 하였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 그는 이르되,
「사랑하는 내 아들아. 태명아, 네가 돌아왔구나. 네가 필성로 떠난 후로는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들어오렴.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구나. 들어오렴. 너는 우리 같은 목동들을 보러 시골에 자주 오지 않잖아. 너는 도시에 남아서 그 악랄한 구혼자 무리를 감시하곤 하지.」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할아버지여, 예, 들어가겠나이다. 직접 뵙고 어머니께서 아직 집에 계신지, 아니면 다른 남자와 결혼하셨는지, 오지수의 침대가 거미줄로 뒤덮여 텅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나이다.」
돼지치기이자 지휘관인 그가 이르되,
「정말이로다, 어머니의 마음은 변치 아니한다. 어머니는 네 집에 계시면서 밤낮으로 슬퍼하고 계신다.」
그는 태명의 칼을 받아 들었다. 소년은 돌로 된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리를 권하였으나, 태명은 거절하며 이르되,
「낯선 분이시여, 거기 앉으소서. 저는 제 오두막 근처에서 의자를 찾을 수 있나이다. 노비가 도와줄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돌아가서 다시 앉았다. 돼지치기는 태명이 앉을 수 있도록 땔감과 양털을 깔아 주었다. 그는 바구니에 빵을 담고 전날 남은 고기를 가져왔다. 그는 나무 그릇에 포도주를 섞어 오지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배를 채운 후, 태명은 고귀한 돼지치기에게 돌아서 이르되,
「할아버지여, 이 낯선 사람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뱃사람들이 어떤 길로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그는 분명 이탁도까지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얘야, 내가 말해 주겠다. 그는 크레타 섬 출신이다. 그는 여러 마을을 헤매다 길을 잃었다 하는데, 어떤 신이 그의 운명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데려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나와 내 농장에 도착하였다. 그는 네게 간청하는 자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대하면 된다.」
태명이 걱정스럽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이 전하는 이 소식은 저에게 큰 걱정거리이옵니다. 어떻게 그를 제 집에 초대할 수 있겠나이까. 저는 아직 어려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주먹으로 맞서 싸울 수 없나이다. 어머니는 저와 함께 남아 남편의 침실과 소문에 휘둘리지 아니하고 집안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구혼자 중 누구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값비싼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나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당신 집에 왔으니, 제가 그에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 신발을 입히고 칼도 주고, 길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당신이 괜찮으시다면 그를 이 농가에 머물게 해 주시고 잘 보살펴 주소서. 제가 당신에게 옷과 음식을 보내 드릴 테니 그가 다른 남자들이나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구혼자들을 만나러 보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너무 폭력적이옵니다. 그들이 그를 학대한다면 저는 너무나 수치스러울 것이옵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는 없다. 너무 많거든.」
그러자 오지수는 좌절감에 휩싸여 이르되,
「친구여, 당신의 집에서 구혼자들이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듣고 나니, 내가 나서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하나이다. 정말 가슴이 아프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옵니다. 말해 보소서,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기로 선택하였나이까. 이탁도 사람들이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당신에게 등을 돌린 것이옵니까. 아니면 갈등이 닥쳤을 때 마땅히 당신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할 형제들을 탓하는 것이옵니까. 내게도 의지에 걸맞은 젊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가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었다면, 혹은 그 자신이 방랑 끝에 돌아온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직 희망은 있나이다. 오지수의 궁전에 들어가는 순간, 누가 내 목을 베더라도 나는 그들을 없애 버릴 것이옵니다. 설령 내가 진다 해도,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나 혼자서는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집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범죄들을 보고만 있겠나이까. 낯선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노비 소녀들이 끌려다니며, 내 아름다운 집에서 강간당하고, 남자들이 포도주와 빵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을. 이런 일들을 위해. 기다림의 게임이여.」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나그네여,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 사람들은 제 적이 아니며, 제가 탓할 형제도 없나이다. 상제께서 우리 가문에 단 하나의 혈통을 주셨나이다. 아르케시우스에게는 아들 라에르테스 하나뿐이었고, 라에르테스에게는 외아들 오지수가 있었으며, 오지수에게는 외아들 제가 있었나이다. 그는 저를 고향에 남겨 두고 떠났나이다. 저를 얻지 못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인한 침략자들이 득세하고 있나이다. 사메 섬과 둘리키움 섬,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섬, 그리고 바위투성이 이탁도 섬의 지배자들까지, 모든 섬에서 가장 강인한 자들이 어머니께 구혼하러 와서 제 재산을 탕진하고 있나이다. 어머니는 끔찍한 재혼을 거부하지도, 끝낼 수도 없나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제 집안 살림을 해치고 있으며, 곧 저마저 해칠지도 모르나이다. 이런 일은 신들의 몫이옵니다. 할아버지여, 이제 서둘러 왕비께 가서 제가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해 주소서.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나이다. 왕비께만 전해 주소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마시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알겠소.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불쌍한 라에르테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겠소. 한동안 그는 오지수를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내키면 밭을 지키고 노비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곤 하였소. 그런데 당신의 배가 필성로 떠난 후로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아니하고 밭을 살피러 가지도 않는다 하더오. 뼈만 남을 정도로 늙어서 울고불고 있다 하더오.」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로군. 그러나 안 된다. 그를 내버려 두시오. 만일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 첫 번째 소원은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오. 어머니께 전할 말씀을 전하고 서둘러 돌아가시오. 그리고 그를 찾아 시골을 헤매지 마시오. 어머니께 비밀리에 소녀를 보내 늙은 라에르테스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라 전해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발 끈을 묶고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혜의 여신은 그가 마당을 나서는 것을 보고 키가 크고 능숙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섰다. 오지수는 오두막 입구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태명은 볼 수 없었다.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개들은 그녀를 보았으나 짖지 아니하였다. 두려움에 떨며 낑낑거리며 방 건너편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혜의 여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수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담을 넘어 나와 그녀 옆에 섰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위대한 전략가 오지수여, 이제 당신의 아들이 진실을 알 때가 되었나이다. 두 사람은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치할지 함께 계획해야 하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을로 가소서. 저도 곧 그곳에서 당신들을 만나겠나이다. 사실 저는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만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고, 키를 더 크게 하고 젊어 보이게 하였다. 그의 피부는 그을리고 볼살이 통통해졌으며 턱에는 짙은 수염이 자랐다. 그렇게 지혜의 여신의 마법이 끝나고 그녀는 날아갔다. 오지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혹시 신일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낯선 분이시여, 전과는 너무나 다르시나이다. 옷도, 피부도…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틀림없나이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제물을 바치고 황금 보물을 드리겠나이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오랜 고통을 겪어 온 오지수가 대답하되,
「나는 신이 아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느냐. 나는 네 아버지, 네가 슬퍼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잔인한 자들이 너를 그토록 괴롭히는 것은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입맞추고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그는 그때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그가 정말 아버지인지 믿지 못하고 이르되,
「아니에요, 당신은 제 아버지 오지수가 아니에요. 어떤 신이 저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마법을 걸었을 거예요. 필멸의 인간은 자신의 지혜로 늙었다가 다시 젊어질 수는 없어요. 어떤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쉽게 해내지 않는 한 말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분명히 늙었고, 그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처럼 보이시네요.」
교활한 오지수는 날카롭게 이르되,
「아니, 태명아, 네 아버지를 보고 놀라지 마라. 바로 나다. 다른 사람이 오는 게 아니다. 나는 오지수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길을 잃었으나, 이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은 지혜의 여신의 솜씨다. 여신은 마음대로 나를 변신시킬 수 있다. 때로는 집 없는 거지로, 때로는 왕자의 옷을 입은 젊은이로 만들기도 한다. 천상의 신들에게는 필멸의 인간을 아름답게 하거나 추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명은 아버지를 껴안고 울었다. 두 사람은 깊은 슬픔에 잠겨 사냥꾼에게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를 빼앗긴 독수리나 콘도르처럼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그만큼 서럽게 울었다. 그들의 슬픔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을 터인데, 그때 갑자기 태명이 이르되,
「아버지여, 선원들이 어떤 길로 아버지를 이탁도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아버지가 걸어서 오신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들아, 모든 것을 말해 주겠다. 항해술로 유명한 페아키아인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언제나 손님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들의 배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고, 그들은 나를 이탁도에 내려놓았다.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금과 청동, 그리고 옷가지와 같은 귀한 선물들을 가져왔는데, 신들의 뜻에 따라 그것들은 동굴에 보관되어 있다. 지혜의 여신은 내게 이곳에 와서 너와 함께 적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우라 말씀하셨다. 구혼자는 몇 명이나 되느냐.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총명하기로 유명하니, 우리 둘이서만 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지 알아내겠다.」
태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르되,
「아버지여, 저는 항상 아버지께서 창술과 책략에 능하시다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그러나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과하시나이다. 우리 둘이서 저렇게 강하고 많은 사람들과 싸울 수는 없나이다. 몇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나 되나이다. 구혼자들의 수를 빨리 알려 드리겠나이다. 둘리키움에서 온 쉰두 명은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고, 여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왔나이다. 사메에서 온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 온 스무 명, 그리고 바로 이 이탁도에서 온 열두 명은 모두 건장한 젊은이들이옵니다. 그들에게는 메돈이라는 하인과 시인 한 명, 그리고 고기를 잘 써는 노비 두 명이 동행하나이다. 만일 그 많은 남자들이 집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을 때 공격한다면, 당신은 그들의 폭력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옵니다. 좀 더 생각해 보소서. 우리를 위해 싸워 줄 조력자를 찾을 수 있나이까.」
오지수가 이르되,
「지혜의 여신과 그녀의 아버지 상제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도움이 필요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당신이 언급한 신들은 훌륭한 수호자이옵니다. 그들은 구름 높은 곳에 앉아 인간과 신 모두를 다스리나이다.」
노련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저 두 사람은 우리가 구혼자들과 싸우기 시작할 때, 즉 내 집에서 전쟁의 신이 우리와 그들의 전투력을 시험할 때,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것이다. 새벽에 돌아가서 그 오만한 젊은이들과 합류해라. 돼지치기가 나를 마을까지 호위할 것이다. 나는 다시 거지처럼 보일 것이다. 만일 그들이 나를 학대하고 네가 내가 고통받는 것을 보더라도, 그들이 나에게 무기를 던지고 발을 잡아 밖으로 내던지더라도, 너는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화를 내지 마라. 정중하게 그들에게 이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 말해라. 그들은 네 말을 무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파멸의 날이 가까워졌다. 이제 잘 들어라. 나의 가장 든든한 공모자인 지혜의 여신이 내 심장을 톡톡 두드릴 것이고, 나는 너에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다음 집에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찾아 위층 창고에 숨겨 두어라. 그리고 구혼자들이 물으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고는 이렇게 둘러대라. 『그들은 불 근처에 있어서 연기 때문에 상하고 있었으니 옮겨 놓았을 뿐입니다. 오지수가 토래성으로 떠나기 전의 광채를 잃어가고 있었거든요. 상제 신이시여, 제가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당신들이 술에 취하면 싸우고 서로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멋진 저녁 식사와 구애가 망쳐질 겁니다. 무기는 사람을 무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라. 그리고 우리 둘이서 잽싸게 공격하기 전에 챙길 수 있도록 칼 두 자루, 창 두 자루, 두꺼운 방패 두 개를 남겨 두어라. 지혜의 여신이 그들을 홀릴 것이고, 영리한 상제가 도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나의 친아들이라면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라. 라에르테스와 돼지치기, 여종들, 심지어 연로비조차도 여자들의 태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알아서는 안 된다. 또한 시험해 봐야 한다. 남자 노비들을 살펴보고, 누가 마음속으로 나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누가 당신을 마땅히 존경해야 할 만큼 우러러보는지 알아보거라.」
그의 빛나는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여, 곧 제 용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저는 강인하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그동안 구혼자들은 아버지 집에 앉아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며 재산을 탕진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소서. 여자들에 대해서는, 누가 순결하고 누가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나이다. 그러나 남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이다. 상제께서 징조를 보여 주시면 나중에 해도 되나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하였느니라. 그때 태명이 필성로 갔던 배가 이탁도 중심 도시의 만에 정박하였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배를 해안으로 끌어올렸다. 노비들은 값비싼 선물과 무기를 꺼내 클리티우스의 집으로 가져갔다. 전령이 왕비에게 태명이 이탁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혹시라도 왕비가 아들 때문에 걱정하며 울고 있을까 봐 배를 끌어와 마을로 와야 한다 말했다고 하였다. 돼지치기와 전령은 같은 임무를 띠고 왕비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여종들이 전령 주위에 모여들었다. 전령이 이르되,
「위대한 왕비님,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오셨나이다.」
그리고 돼지치기는 왕비를 따로 데리고 가서 아들이 전하라 한 말을 전하였다. 말을 마치자 돼지치기는 홀을 지나 안뜰로 나가 자신의 돼지들에게로 갔다. 구혼자들은 마음이 상하고 낙담하였다.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 건방진 녀석의 여정이 성공하였소. 우리는 그가 실패할 것이라 확신하였소. 우리는 노 젓는 사람들을 태운 가장 좋은 배를 띄워 바다를 건너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당장 돌아오라 전해야겠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암피노무스가 항구 안에서 육지를 등지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하였다. 돛을 접고 선원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이르되,
「사신을 보낼 필요도 없소. 그들은 이미 돌아왔소. 어떤 신이 그들에게 알려 주었거나, 아니면 그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따라잡지 못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그들은 벌떡 일어나 해변으로 내려가 검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렸고, 하인들은 자랑스럽게 무기를 꺼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시장으로 몰려가 젊은이든 노인이든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나서 안타이노스가 그들에게 연설하되,
「정말 놀랍구나. 신들이 이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냈구나. 며칠 동안 우리 정찰병들은 바람 부는 절벽에서 교대로 감시하였느니라. 해가 지면 해안에서 밤을 지새우지 아니하고 태명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바다에서 매복하였느니라.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하였느니라. 그런데 어떤 신이 그를 집으로 데려왔느니라. 우리는 그를 죽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가 도망쳐서는 안 된다. 그는 우리의 속셈을 알고 있으니 살아남으면 우리의 구혼을 방해할 것이고, 음모를 꾸밀 것이다. 그러면 백성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태명이 백성들을 모을 것이다. 그는 격노할 것이고, 행동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어나서 우리가 그를 죽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말할 것이다. 백성들이 우리의 범죄를 알게 되면 우리를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다치거나 고향에서 쫓겨나 타국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 그를 시골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 혹은 길에서 잡자.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나눠 갖도록 하자.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모시고, 누구와 결혼하든 그 남자는 집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살려 두고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몰려와 그의 집 안의 재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선물을 보내며 그녀에게 구애해야 한다. 언젠가 그 아가씨는 결혼할 것이고, 가장 많은 선물을 보낸 남자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침묵하였다. 그때 니소스의 유명한 아들 암피노무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둘리키움의 밀밭과 목초지에서 왔다. 그는 총명하였고, 연로비는 다른 남자들보다 그의 말을 더 좋아하였다. 그는 현명하게 이르되,
「친구 여러분, 저는 태명을 죽일 생각이 없나이다. 왕족을 죽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옵니다. 그러니 먼저 신들의 뜻을 알아야 하나이다. 위대한 상제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직접 그를 죽이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동참을 촉구하겠나이다. 신들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가 말하자 그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일어서서 오지수의 집으로 돌아가 윤이 나는 의자에 앉았다. 연로비는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알게 되었으니 이 무례한 구혼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메돈이 그들의 계획을 엿듣고 그녀에게 알려 준 것이었다. 시녀들을 곁에 두고 그녀는 아래층 홀로 내려가 그들에게 다가가 문기둥 옆에 서서 얼굴에 베일을 썼다. 그녀는 안타이노스에게 이르되,
「당신은 짐승이다. 교활한 놈이다. 범죄자여. 사람들은 당신이 이탁도에서 당신 또래 중 가장 똑똑하다 말하나,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미쳤다. 어찌하여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 상제께서 지키시는 간청으로 맺어진 인연을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이냐. 당신의 아버지가 이탁도 사람들에게 쫓겨 도망쳐 왔다는 걸 잊었느냐. 이탁도 사람들은 그가 타포스의 해적들과 합류하고 우리의 동맹인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분노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그를 죽이고, 심장을 뜯어내고, 그의 재산을 빼앗으려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그를 보호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제 당신은 은인의 재산을 탐하고, 그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심지어 나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라. 그리고 다른 구혼자들도 그만두게 하라.」
그가 이르되,
「연로비여, 걱정하지 마소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소서. 내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의 아들을 해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옵니다. 맹세컨대, 만일 누군가 시도한다면 내 칼로 그의 피를 흘리게 할 것이옵니다. 당신의 도시를 약탈하던 남편은 종종 나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고기를 조금씩 먹여 주고 붉은 포도주를 마시게 해 주곤 하였나이다. 그래서 지금 태명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서 아무런 위험도 없나이다. 신들이 가져다주는 죽음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없나이다.」
그는 그녀를 달래려고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녀의 아들을 죽일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침실로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울었고, 지혜의 여신이 그녀에게 편안한 잠을 주었다.
저녁이 되자 돼지치기가 집으로 돌아와 오지수를 발견하였다. 그와 그의 아들은 일 년 된 돼지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 곁으로 와서 다시 한번 지팡이로 그를 건드려 초라하고 늙어 보이게 하였다. 돼지치기가 들어왔을 때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돼지치기가 연로비에게 비밀을 누설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니라.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태명이 먼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돌아왔구나. 마을 소식은 어떻지. 그 오만한 구혼자들이 매복에서 돌아와 내 집에 와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잡히려고 숨어 있는 건가.」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 질문을 하려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네. 나는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하고 돌아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당신의 부하 중 한 명, 전령이 나와 함께 갔는데, 그가 당신 어머니께 먼저 소식을 전하였다. 한 가지 더 본 것이 있다. 마을 바로 위 헤르메스 언덕을 지나갈 때, 사람들로 가득 차 방패와 창을 잔뜩 실은 배 한 척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자 태명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눈을 마주쳤다. 에우마이오스가 보지 못하게 숨긴 채였다. 요리가 끝나자 그들은 저녁 식사를 똑같이 나누어 먹었고,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느니라.
==제17권 모욕과 학대==
이에 갓 태어난 새벽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자,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멋진 샌들을 신고 손에 꼭 맞는 튼튼한 창을 들고 길을 나섰도다. 그는 돼지치기에게 이르되,
“할아버지여, 저는 어머니를 뵈러 마을에 가야 하나이다. 어머니를 뵙기 전까지 어머니는 계속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실 것 같나이다. 이제 할아버지께서 이 불쌍한 늙은이를 마을로 데려가 구걸하게 해 주셔야 하나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먹을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지금 모든 사람을 상대할 여유가 없나이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나이다. 그분이 화를 내시더라도 그건 그분의 문제일 뿐이니이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친구여, 나는 여기 머물고 싶지도 아니하니라. 거지들은 마을과 시골을 떠돌아다녀야 하느니라. 나는 자선가들에게서 음식을 얻어먹을 것이로다. 나는 너무 늙어서 감독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농부로 여기 머물 수 없느니라.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불 옆에서 몸을 녹이면 그 사람이 나를 데려갈 것이로다. 내게는 이 누더기 옷밖에 없느니라. 아침 서리가 내리면 죽을지도 모르느니라. 네가 말했듯이 마을은 멀도다.”
그러자 태명은 구혼자들을 혼내 줄 계획을 생각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도다. 왕궁에 도착하자 그는 창을 기둥에 기대어 놓고 돌로 된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느니라. 의자에 양털을 깔고 있던 유모 명숙이 그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도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었으며, 고집 센 오지수의 다른 여인들도 모여들어 태명의 머리와 어깨에 입맞추며 그를 환영하였느니라.
그때 현명한 연로비가 여신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와 사랑하는 아들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도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추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쏟아내되,
“태명아, 왔구나! 사랑스러운 아들아! 네가 아버지 소식을 듣기 위해 나에게 말도 없이 필성로 몰래 갔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느니라. 무슨 일을 보고 왔느냐?”
태명은 침착하게 이르되,
“어머니, 저를 화나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려 하지 마소서. 저는 위험에서 살아남았나이다.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소서. 그리고 시녀들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소서.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소서. 이제 저는 마을로 나가겠나이다. 이탁도에 저보다 바로 뒤에 도착한 낯선 사람을 초대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용감한 부하들과 함께 먼저 보냈고, 피레우스에게 그를 집으로 데려가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였나이다.”
그의 말은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도다. 어머니는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고 아낌없이 제물을 바치며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청하였느니라. 태명은 창을 들고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옆에 두고 홀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에게 신비로운 은총을 내리셨느니라. 모두가 그의 등장에 놀랐도다. 구혼자들은 주위에 모여들어 친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를 해치려는 속셈이었느니라.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피해 명토르와 안티푸스, 할리테르세스와 합류하였으니, 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도다. 그들은 그에게 자세히 질문하였느니라.
그때 피레우스가 테오클리메누스라는 낯선 사람을 데리고 마을 중심부로 다가왔도다. 태명은 즉시 길을 나서서 그 낯선 사람 곁에 섰으며, 피레우스가 먼저 입을 열되,
“태명이여, 여자들을 어서 내 집으로 보내소서. 면나수가 당신에게 준 선물을 돌려주겠나이다.”
그러나 태명은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피레우스여, 안 되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나이다. 만약 제 집에 있는 구혼자들이 몰래 저를 죽이고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 갖는다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당신이 선물을 받는 것을 더 원하나이다. 그리고 만약 제가 그들을 죽여 파멸을 가져온다면, 제게 선물을 가져다주소서. 그러면 우리 둘 다 행복할 것이니이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지친 나그네를 집으로 데려가 의자에 장포를 깔아 주었도다. 그들은 목욕하러 갔으며, 여종들이 그들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느니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의자에 앉았도다. 한 여종이 금 항아리를 가져와 은 그릇에 담긴 세숫대야에 그들의 손을 씻어 주었으며, 그녀는 그들 옆에 상을 차렸고, 한 겸손한 여종이 풍성한 음식을 가져왔느니라. 연로비는 태명을 마주 보고 문 옆 의자에 기대어 고운 양털을 잣고 있었도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마셨느니라.
그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던 연로비가 입을 열되,
“태명아, 이제 위층에 올라가 내 침대에 누워 쉬어야겠느니라. 오지수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떠난 후로 내 침대는 슬픔의 침대가 되어 항상 눈물로 얼룩져 있느니라. 그런데 당신은 아버지의 귀환 소식을 알아냈는지 말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구혼자들이 오기 전에 어서 말해 주소서.”
태명은 차분하게 대답하되,
“어머니,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는 네스토르 왕을 뵈러 필성에 갔나이다. 왕께서는 마치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 돌아온 아들처럼 저를 궁궐로 맞아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나이다. 친아들처럼 저를 아껴 주셨나이다. 그러나 왕께서는 오지수에 대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셨나이다. 그래서 저를 말과 마차를 타고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장군인 메넬라오스에게 보내셨나이다. 거기서 저는 헬레나를 만났나이다. 신들의 뜻에 따라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전쟁을 치르며 고통받았던 것이니이다. 메넬라오스가 제가 왜 영광스러운 사필성에 왔는지 묻자, 저는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셨나이다. ‘어리석은 겁쟁이들! 그들이 누우려는 자리는 진정으로 결연한 자의 것이로다. 마치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을 사나운 사자의 굴에 눕혀 놓고 풀을 뜯으러 비탈과 계곡으로 가는 것과 같으며,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잔인하게 새끼 사슴을 죽이는 것과 같도다. 두 어린아이들 말이로다. 오지수가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라. 아버지 상제, 지혜낭자, 아로왕께 기도하건대, 그가 오래전 레스보스 섬에서 필로메데스와 씨름하여 그를 땅에 내던지고 모든 그리스인들이 환호했던 때처럼 강하기를 바라노라. 그가 구혼자들과도 똑같이 싸워 그들의 구혼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나고 목숨도 빨리 잃게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고 저는 당신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늙은 바다의 신에게서 들은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는 그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았다고 하였나이다. 산령녀 립선이 그를 자신의 섬, 그녀의 집에 가두어 놓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는 넓은 바다를 건널 함대나 선원이 없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나이다. 유명한 면나수가 그렇게 말하였나이다. 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신들께서 순풍을 주셔서 저는 순조롭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나이다.’”
그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도다. 그때 신과 같은 테오클리메노스가 입을 열되,
“나의 부인,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시여, 이 소식은 불완전하나이다. 예언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겠나이다.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제가 온 곳, 위대한 오지수의 화롯가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는 이미 이탁도에 있나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오는 길일 것이니이다. 그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나이다. 제가 배에 앉아 있을 때 징조를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나이다. 태명에게도 이야기하였나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낯선 분이시여, 이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극진한 환대와 관대함을 베풀어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행운을 보게 할 것이니이다.”
한편, 오지수의 집 밖에서는 구혼자들이 평소처럼 밖에서 다트와 원반 던지기 게임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었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양 떼들이 목동들의 인도를 받으며 각 들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메돈이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이 가장 아끼는 노비 소년이었고, 구혼자들은 항상 그를 잔치에 데려왔도다.
“나리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소. 이제 안으로 들어오셔서 식사하시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소.”
그들은 그의 조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갔도다. 의자에 장포를 깔고 살찐 염소, 큰 숫양, 살찐 돼지 몇 마리,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소 한 마리를 잡아 잔치를 위해 요리하였느니라.
오지수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려고 서둘렀도다. 돼지치기는 위엄 있는 어조로 이르되,
“나그네여, 주인님께서 오늘 원하신다면 도시로 오셔도 된다고 하셨나이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여기 남아 농장을 지켜 주시기를 바랄 뿐이니이다. 그러나 주인님께서 저를 꾸짖으실까 봐 걱정되나이다. 주인의 꾸지람은 노비에게 무거운 짐이 되니까요. 이제 가야 하나이다. 시간이 늦었고 곧 추워질 것이니이다. 해가 지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알겠소. 이제 가자. 앞장서소. 그런데 지팡이가 있으면 내가 의지할 수 있도록 좀 주소. 길이 미끄럽다고 들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끈으로 가방을 어깨에 메었도다. 가방은 너덜너덜하고 구멍투성이였느니라. 에우마이오스는 그에게 쓸 만한 지팡이를 주었도다. 그들은 떠났고, 개들과 목동들은 농장을 지키기 위해 남았느니라. 돼지치기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 옷을 입은, 마치 가난한 늙은 거지처럼 보이는 주인을 마을로 안내하였도다.
그들은 돌길을 따라 걸어 마을 근처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화려한 샘에 도착하였느니라. 그 샘은 이타코스, 네리토스, 그리고 폴릭토르가 세운 것이었도다. 샘 주변에는 샘물의 양분을 받아 검은 포플러 나무들이 둥글게 자라 있었으며, 위쪽 바위에서는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렸느니라. 그 위에는 산령녀들을 기리는 제단이 세워져 있었으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산령녀들에게 제물을 바쳤도다.
돌리우스의 아들 말태수가 다른 두 명의 목동과 함께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에게 먹일 가장 좋은 염소들을 몰고 오고 있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그는 오지수를 격분시키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로 욕설을 퍼붓되,
“악당이 또 다른 악당을 이끌고 가는구나! 당연한 일이로다. 신들께서는 비슷한 것들을 짝짓기하게 하시니라. 이 더러운 돼지 인간아, 저 늙은 돼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사들에게 줄 선물도 없이 부스러기만 구걸하는 게으름뱅이 말이냐? 내 농장을 지키고 우리를 청소하고 새끼 돼지들에게 사료를 던져 주게 하면 유청이나 마시면서 뼈만 앙상한 다리를 살찌울 수 있을 터인데. 그러나 저놈은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탐욕스러운 배를 채울 음식을 구걸하는 것을 좋아하잖아. 내가 장담하노니, 저놈이 오지수의 궁전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머리에 의자를 던지고, 그를 집 안으로 내던져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이로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오지수를 지나쳐 엉덩이뼈를 걷어차려고 달려들었도다. 정말 어리석은 놈이로다! 오지수는 길에서 밀려나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어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귀를 잡아 땅에 내동댕이칠지 고민하였도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고 화를 억눌렀느니라. 돼지치기가 말태수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그는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도하되,
“오, 샘의 요정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오지수 왕께서 당신들을 위해 기름진 양고기와 염소고기 뼈를 가져오신 적이 있다면, 이제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신령들께서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 제 주인께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목동들 때문에 가축들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이 무례한 자의 허풍을 끝내실 것이니이다.”
염소지기 말태수는 그를 비웃으며 이르되,
“오, 아주 훌륭하도다! 이 개는 말도 할 줄 알고, 재주도 부렸구나. 언젠가 저 개를 배에 태워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팔아 보물을 잔뜩 얻어야겠도다. 내일 아폴론 신이 태명의 집에 은화살을 쏘거나, 구혼자들이 그를 죽였으면 좋겠구나. 오지수는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노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들을 떠났도다. 그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는 그들보다 앞서 달려갔느니라. 그는 주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총애하는 에우리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 사이에 앉았도다. 노비들이 그에게 고기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순종적인 하녀는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안으로 들어가 페미우스가 노래를 위해 조율하고 있는 리라의 울려 퍼지는 소리에 둘러싸여 서 있었도다. 오지수는 돼지치기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곳은 오지수의 웅장한 궁전이니이다. 수많은 궁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나이다. 방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안뜰은 처마 장식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튼튼한 이중문이 있나이다. 누구도 이곳을 뚫고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이나이다. 고기 냄새가 나고, 신들께서 잔치의 동반자로 삼으신 리라 소리가 들리니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맞나이다! 예리하시나이다.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하나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과 합류하시고, 저는 여기 밖에 남겠나이다. 아니면 기다리시고 제가 가겠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소서. 누군가 당신을 보면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매를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침착한 오지수가 이르되,
“그래, 그 생각도 하였느니라. 당신은 가시고 저는 여기 남겠느니라. 저는 전에도 많이 맞았느니라. 고난을 잘 아나이다. 저는 강인하니라. 전쟁도 겪었고,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러니 이대로 두겠느니라. 배고픔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니라. 굶주림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그 저주 때문에 우리가 거친 바다를 건너고 다른 민족을 약탈하는 것이로다.”
그들이 말하는 동안, 거기에 누워 있던 개 아르고스가 머리와 귀를 쫑긋 세웠도다. 오지수는 이 개를 훈련시켰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느니라. 그는 너무 일찍 신성한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니라. 주인이 떠나자, 소년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야생 염소와 사슴, 토끼를 사냥하러 나갔도다. 그러나 이제 아르고스는 주인도 없이, 노새와 소의 똥 더미 속에 방치되어 있었느니라. 노비들은 그 똥을 문 밖에 쌓아 두었다가 넓은 농장에 거름으로 썼도다. 그래서 아르고스는 더러운 채로, 벼룩으로 뒤덮인 채 누워 있었느니라. 오지수가 가까이 온 것을 알아차리자, 아르고스는 꼬리를 흔들고 두 귀를 뒤로 젖혔도다. 그는 너무 약해서 주인에게 다가갈 수 없었느니라. 멀리서 오지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닦고 감쪽같이 숨긴 채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 개가 똥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이상하구나. 그 개는 꽤 잘생겼으나, 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보기 좋게 키우는 애완견인지 알 수 없도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이 개는 타국에서 죽은 주인의 것이었나이다. 오지수가 그를 버리고 토래성으로 갔을 때처럼 건강했다면 얼마나 빠르고 용감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니이다. 숲속으로 사냥을 나가면 항상 먹이를 잡았나이다.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나이다. 그러나 주인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상태는 좋지 아니하나이다. 여자들은 그를 돌보지 아니하나이다. 주인이 지켜보지 않으면 노비들은 제 역할을 하려 하지 아니하나이다. 상제께서는 우리를 노비로 만드는 날 우리의 가치를 반으로 깎아내리시나이다.”
그렇게 돼지치기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귀족 구혼자들과 합류하였도다. 아르고스가 오지수를 본 지 이십 년이 흘렀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를 보게 된 순간이었느니라. 그때 갑자기 흑사병이 그를 덮쳤도다.
태명은 돼지치기가 오는 것을 먼저 보았으며, 고개를 끄덕여 오라고 하였느니라. 주위를 둘러보던 에우마이오스는 구혼자들의 고기를 자르던 소년이 쓰던 의자를 발견하였도다. 그는 의자를 집어 태명의 탁자 옆에 놓았으며, 거기에 앉았고, 노비 소년은 그에게 고기와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그때 오지수가 다가와 안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가난하고 슬픈 노인처럼 보였도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물푸레나무 문턱에 털썩 주저앉아 오래전에 일꾼이 다듬고 곧게 펴놓은 삼나무 문설주에 기대었느니라. 소년은 돼지치기를 불러 바구니에서 밀빵 하나와 손에 들 수 있는 만큼의 고기를 집어 들었으며, 그에게 음식을 주며 이르되,
“이 음식을 저 낯선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연회장을 돌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전해 주소서. 궁핍한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하나이다.”
돼지치기는 가서 오지수에게 이르되,
“태명이 당신에게 이 음식을 주면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하였나이다. 남에게 얻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한다고 하더이다.”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기도하되,
“오 상제시여, 이 태명을 축복하시고, 그의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하소서.”
오지수는 두 손으로 음식을 집어 낡고 해진 자루 위에 올려놓고 발치에 놓고 먹으며 연회장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었도다. 그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음악이 멈추고 구혼자들이 소리쳤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 곁에 서서 그에게 구혼자들 사이로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며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알아보라고 부추기셨도다. 비록 지혜낭자께서는 다가올 학살에서 누구도 구해낼 생각은 없으셨으나 말이로다.
오지수는 능숙한 거지처럼 손을 내밀며 좌우로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느니라. 사람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음식을 주었고,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였도다. 그들이 서로 묻자 염소지기 말태수가 이르되,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이 낯선 사람에 대해 제 말을 들어주소서. 저는 이 사람을 전에 본 적이 있나이다. 돼지치기가 데려온 사람이니이다. 저는 그 이상 아는 것이 없나이다. 그의 배경도 모르나이다.”
안태우는 돼지치기를 꾸짖기 시작하되,
“돼지치기여! 이 유명한 바보야! 왜 이 사람을 데려왔느냐? 이미 잔치를 망치러 오는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아니하느냐? 그들이 몰려들어 네 주인의 재산을 훔쳐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칫거리인데, 왜 이 사람까지 데려왔느냐?”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안태우여, 당신은 귀족이나 당신의 말은 헛소리이니이다. 백성을 도울 재능이 없는 이방인을 누가 초대하겠나이까? 예언자나 의사, 건축가, 아니면 노래로 기쁨을 줄 수 있는 시인 같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거지에게는 아무도 청하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배고픔만 가져올 뿐이니이다. 모든 구혼자 중에서 당신은 노비, 특히 저에게 가장 못되게 구는구나. 그러나 현명한 왕비와 신과 같은 왕자께서 여전히 이 집에 사신다면 저는 상관없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조용히 하라. 안태우는 대답할 가치도 없느니라. 그는 늘 시비를 걸고 남들을 자극하기만 하느니라.”
그러자 안태우에게로 돌아서서 이르되,
“아버지처럼 저를 너무나 잘 챙겨 주시는구나! 저 낯선 사람을 쫓아내라고 하셨지 아니한가! 신이시여,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소서! 가서 그에게 뭐라도 좀 주소서. 저는 음식을 나눠 줄 수 있나이다. 어서 가소서! 어머니나 아버지 소유의 다른 하인들은 신경 쓰지 마소서. 어차피 당신은 그들에게 관심도 없으셨지 아니한가. 당신은 남과 나누려는 게 아니라 자기 배만 채우려는 것이로다.”
안태우가 대답하되,
“잘난 척하는 녀석이구나! 심술궂은 성격이로다! 끔찍한 말을 하다니! 모든 구혼자들이 나처럼 음식을 준다면 이 집에서 그를 석 달 동안이나 가둬 둘 수 있겠도다!”
그는 식탁 밑에 발을 올려놓고 잔뜩 먹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발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휘둘렀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음식을 주어 거지 주머니를 채워 주었느니라. 오지수는 시험을 마쳤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문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도다. 대신 그는 안태우 곁에 서서 이르되,
“친구여, 내게 무엇을 좀 주소. 자네는 분명 모든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 것이오. 자네는 왕족처럼 생겼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겠소. 그러면 내가 자네를 온 세상에 알리겠소. 나는 한때 궁전을 가진 부자였소. 어디에서든 가난한 거지들이 찾아오면 신분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에게 음식을 주었소. 내 노비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재산도 많았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을 누렸소. 그러나 상제께서 모든 것을 파괴하셨소. 그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소. 그는 나를 부추겨 해적들과 함께 이집트로 가게 하셨소. 그 긴 여정이 내 파멸을 가져왔소. 나는 나일 강에 갤리선을 정박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였소. 그리고 모든 망루에 정찰병을 보냈소. 그러나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아름다운 이집트 들판을 약탈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잡아갔으며 남자들을 죽였소. 비명 소리가 마을까지 들렸소. 사람들이 듣고 도우러 달려왔소. 새벽이 되자 평원은 발굽으로 가득 찼소. 병사들과 말들, 그리고 번쩍이는 청동 무기들이었소. 그때 천둥을 사랑하는 상제께서 내 병사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셨소. 참혹한 공포였소.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했고, 사백 명 중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였소. 날카로운 청동 칼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다른 이들은 노비로 팔려갔소. 그러나 그들은 나를 만난 드메토르라는 키프로스 왕에게 넘겨 주었소. 나는 키프로스 출신이오. 이것이 내 비극적인 이야기이오.”
안태우가 대답하되,
“어떤 신이 이런 재앙을 내려 우리 잔치를 망쳤단 말인가? 저기서나 있어라, 내 식탁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 아니면 꺼져 버려라! 이집트에서 죽거나 키프로스에서 노비가 되든가! 뻔뻔스러운 거지 자식아! 우리에게 와서 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대접해 주는구나. 우리는 가진 것이 많고, 사람들은 남의 재산을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아니하느니라.”
재치 있는 오지수는 그에게서 물러서며 이르되,
“잘생긴 바보 같으니! 네 집에서 소금 한 알도 안 줄 주제에 남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 성대한 연회에서 빵 부스러기 하나 내게 주지 않겠다니!”
안태우는 격분하여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더 이상 못 참겠도다! 나를 모욕하다니? 품위 있게 떠날 기회를 놓쳤구나!”
그는 의자를 들어 오지수의 오른쪽 어깨, 등 쪽으로 던졌도다. 그러나 오지수는 쓰러지지 않고 돌처럼 굳어 서서 고개를 흔들며 말없이 복수를 생각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돌아가 문턱에 앉아 음식으로 가득 찬 자루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이르되,
“이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제가 할 말이 있나이다. 사람들이 소나 양 같은 자기 소유물을 위해 싸울 때는 상처를 입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이다. 그러나 안태우는 제가 배고픈 채로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저에게 상처를 입혔나이다. 굶주림은 인간에게 그토록 큰 고통을 가져다주나이다. 만약 가난한 자들의 신이나 복수의 여신이 있다면, 결혼 대신 그가 죽음으로 심판받기를 바라나이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입 다물거나 꺼져라! 계속 떠들면 우리 젊은이들이 네 손발을 잡고 궁궐을 끌고 다니며 산 채로 가죽을 벗길 것이로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안태우를 끈질기게 질책하되,
“가엾은 늙은 거지를 때려서는 안 됐소! 만약 그가 하늘에서 온 신으로 밝혀진다면 큰일 날 것이오! 신들께서는 누가 신성한 법을 어기는지, 누가 선한지 알아보기 위해 이방인이나 낯선 사람으로 변장해서 마을에 온단오하기도 한단오이오!”
안태우는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였도다. 그 일격은 태명의 마음속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으나,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복수를 생각하였도다.
연로비는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모든 노비들에게 이르되,
“아로왕 신이 안태우를 거지처럼 쏘아 죽이기를 바라네!”
그러자 늙은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소! 그들 중 누구도 새벽이 왕좌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오.”
연로비가 이르되,
“여보,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해요. 안태우가 제일 악랄해요. 그는 죽음과 같아요. 어떤 불쌍한 늙은 나그네가 궁핍해서 이 집에 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도와 자루를 채워 주었는데, 안태우가 그의 어깨에 발판을 던졌어요.”
그녀는 오지수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시녀들과 함께 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그러고 나서 돼지치기를 불렀느니라.
“에우마이오스여! 그 나그네를 내게 오게 하여 내가 그를 맞이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오지수에 대해 듣거나 본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하시오. 그 나그네는 먼 길을 온 것 같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폐하, 이 사람들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니이다. 저는 그를 사흘 밤낮으로 제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배에서 도망쳐 나와 제 집에 먼저 왔나이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는데,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나이다. 마치 신의 축복을 받아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가수처럼—사람들은 그가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보나이다—그의 이야기는 저를 매료시켰나이다. 그는 오지수와 자신이 조상 대대로 오랜 친구 사이라고 말하나이다. 그는 미노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살았는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험난한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하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아직 살아 있고, 이 근처 풍요로운 테스프로토스 땅에 있으며, 보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나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그를 불러 오소서. 그가 직접 내게 말하게 하소서. 구혼자들은 우리 집 안이나 문 앞에서 흥청망청 놀고 있소. 분위기가 아주 흥겹소. 그들의 집에는 맛보지 못한 음식과 포도주가 가득하고, 하인들은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소. 그러면서도 그들은 매일 우리 집에 몰려와 소, 양, 염소를 잡고 마음껏 잔치를 벌이며 우리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우리 재산은 텅 비었소. 오지수처럼 이 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여기 없소. 그러나 오지수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와 그의 아들은 곧 그들의 폭력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오.”
태명이 크게 재채기를 하자 그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도다. 연로비는 웃으며 에우마이오스에게 이르되,
“저 낯선 사람을 불러 오소서! 내 아들이 방금 내가 한 말에 재채기를 하였소. 들었소? 그건 모든 구혼자들에게 죽음의 징조요. 이제 아무도 그들을 파멸에서 구할 수 없소. 그러나 잘 들어 보소서. 만약 저 낯선 사람이 진실을 말한다면,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오지수 곁으로 가서 섰도다. 그의 말에는 날개가 달렸느니라.
“나리, 태명의 어머니인 연로비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남편에 대해 묻고 싶어 하시나이다. 만약 당신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한다면, 그녀는 알게 될 것이니, 옷을 얻게 될 것이오. 당신에게는 옷이 절실히 필요하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음식을 구걸할 수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당신에게 음식을 줄 것이오.”
강인한 의지의 오지수는 이렇게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연로비에게 곧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할 것이로다. 오지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니라. 우리도 고통을 함께 겪었으니 말이로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구혼자들 때문에 몹시 불안하니라. 그들의 공격성은 하늘을 깎아내리는 것 같도다. 방금 전에도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뭔가를 던져서 다쳤느니라. 태명도, 다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니 연로비에게 아무리 간절히 원하더라도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으라고 전해라. 해질녘이 되면 가까이 와서 불 옆에 앉아 남편의 귀향길에 대해 물어보라고 해라. 내 옷이 더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아니하느냐. 내가 도움을 청하러 처음 온 사람이 너였으니 말이로다.”
돼지치기는 돌아섰도다. 문턱을 넘자 날카로운 연로비가 이르되,
“그 여행자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오? 무슨 문제라도 있소? 너무 겁이 많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이오? 집 없는 사람이 그런 수치를 당할 수는 없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의 말은 상식적인 것이니이다. 그는 구혼자들을 피하고 싶어 하나이다. 그들은 공격적이니이다. 그는 해 질 때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라고 하나이다. 왕비님,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니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적어도 그 낯선 사람은 바보가 아니오. 저 사람들처럼 깡패 같은 놈들은 전에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하오.”
돼지치기는 구혼자 무리에게 돌아가 태명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였도다.
“친구여,” 그가 이르되, “나는 가서 돼지들과 당신의 모든 재산, 그리고 나의 재산을 지켜야 하나이다. 모든 것을 잘 돌보되,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지키소서. 다치지 마소서. 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우리를 해치기 전에 그들을 모두 없애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먼저 식사를 하고 가소서. 새벽에 먹을 동물을 가지고 돌아오소서. 나머지는 저와 신들에게 맡기겠나이다.”
그러자 에우마이오스는 의자에 앉아 먹고 마신 후,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 찬 궁전을 떠나 돼지들에게로 돌아갔도다. 이미 늦은 오후였고, 음악과 춤이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느니라.
==제18권 두 거지==
이에 이탁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이탁도는 탐욕으로 악명이 높았도다. 그는 끊임없이 먹고 마셔서 살은 쪘으나 허약하였고, 싸울 기력도 없었느니라. 그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지어 준 이름은 아르나이오스였으나, 젊은이들은 그를 심부름꾼이었기에 이루스라고 불렀도다.
이제 이 남자는 오지수를 그의 집에서 쫓아내려 하며 저주를 퍼붓되,
“저리 가라, 늙은이여! 나가거라! 그렇지 아니하면 발로 끌어내 버리리라! 구혼자들이 눈짓하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 보이지 아니하느냐? 이는 나에게 창피한 일이로다. 당장 너를 일으켜 세우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싸우리라!”
오지수는 그를 노려보며 이르되,
“어리석은 놈아! 나는 너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너를 험담한 것도 아니니라. 다른 거지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여 질투할 것도 없느니라. 그가 얼마나 많이 받든 상관없도다. 이 문은 우리 둘 다 지나갈 수 있느니라. 모든 재물을 독차지하지 말라. 네 것이 아니니라. 너도 나처럼 집 없는 사람 같구나. 신들께서는 모든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시느니라. 나를 자극하여 싸우게 하거나 화를 내게 하지 말라. 나는 늙었으나 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러면 내일은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니라. 너는 다시는 오지수의 궁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로다.”
방랑자 이루스는 격분하여 이르되,
“이 탐욕스러운 돼지 같은 놈이 마치 늙은 여인이 오븐을 닦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구나! 내가 저놈을 때려눕히고, 두 주먹으로 후려치고, 농부들이 농작물을 망치는 돼지의 어금니를 뽑아내듯이 이빨을 뽑아버리리라! 각오하라! 사람들이 지켜보게 놔두자. 어찌 감히 나보다 어린 놈과 싸움을 걸 생각을 하는 것이냐?”
궁궐 문턱에서 그들의 격렬한 적개심은 극에 달하였도다. 성스러운 군주 안태우는 싸움을 부추기며 껄껄 웃으며 구혼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처럼 멋진 구경거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처음이로다. 신이시여, 이 두 사람이 싸움을 벌일 태세로다. 자, 어서 부추겨 보자!”
그들은 모두 웃으며 벌떡 일어나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들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안태우가 그들에게 이르되,
“잘 들으라, 구혼자들아! 저녁 식사로 기름과 피를 가득 채운 염소 위를 불에 굽고 있느니라.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는 이것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가도록 하라. 그러면 그는 앞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식사할 수 있고, 우리는 다른 거지는 우리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리라.”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도다. 전략가 오지수는 그들을 속이며 이르되,
“친구들이여, 나처럼 늙고 고통에 지친 사람이 젊은이와 싸울 수는 없나이다. 굶주림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매를 맞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하나이다. 그러나 맹세코 이루스를 도와 나를 주먹으로 때려 패배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소서.”
모두 그의 말대로 맹세하였도다. 성스러운 왕자 태명이 이르되,
“손님, 당신의 용감한 마음이 이 도전자와 싸우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소서. 당신을 때리는 자는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니이다. 나는 당신의 주인이니이다.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도 현명하니 나와 같은 생각이니이다.”
모두 동의하였고, 오지수는 누더기 옷을 벗어 허리에 묶었도다. 그러자 우람한 허벅지와 어깨, 거대한 가슴과 튼튼한 팔이 드러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의 곁에 서서 백성의 목자로서의 자답게 그의 힘을 더해 주셨도다. 모든 구혼자들은 어안이 벙벙해하며 이르되,
“이는 이루스의 최후를 의미하는구나! 자업자득이로다! 저 늙은이의 누더기 아래에 숨겨진 근육이라니!”
이루스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으며, 그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도다. 그러나 하인들은 그에게 튜닉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라고 재촉하였으며, 그는 온몸을 떨었느니라. 안태우가 이르되,
“하하, 잘난 척하는구나! 고통에 지친 늙은이를 그렇게 두려워하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만약 저 자가 너를 이겨서 자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너를 배에 태워 그리스 본토의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버리리라. 그는 무자비한 청동으로 네 코와 귀를 자르고, 그다음엔 네 성기를 잘라내어 날것으로 개들에게 먹일 것이로다.”
이 말은 이루스의 떨림을 더욱 심화시켰도다. 링으로 호송된 그는 일어섰으며, 두 사람은 주먹을 치켜들었느니라. 온갖 모욕을 견뎌 낸 오지수는 이루스를 죽일 정도로 세게 때릴지, 아니면 가볍게 쳐서 쓰러뜨릴지 고민하였도다. 구혼자들이 눈치챌지도 모르니 가볍게 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였느니라.
마침내 둘은 주먹을 주고받았도다. 먼저 이루스가 오지수의 어깨를 쳤으며, 오지수는 이루스의 귀 아래 목을 주먹으로 쳐서 턱뼈를 부러뜨렸느니라. 입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고, 이루스는 신음하며 이를 악물고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웃다가 쓰러졌느니라.
오지수는 이루스의 발을 붙잡고 성문을 통해 안뜰로 끌고 나와 담벼락에 기대어 세웠도다. 그는 이루스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 주며 이르되,
“거기 앉아서 개와 돼지를 쫓아내라! 이 쓸모없는 놈아! 손님과 거지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렇지 아니하면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할 것이로다!”
그런 다음 그는 누더기 자루를 집어 어깨끈으로 메고 다시 문 옆에 앉았도다. 구혼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잔을 들며 이르되,
“모든 신들과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저 탐욕스러운 돼지 이루스는 가는 곳마다 기생충처럼 살찌워 댔도다. 네가 그를 막아 준다면 우리는 그를 대량 학살의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리라.”
오지수는 이 길조를 듣고 기뻐하였도다. 안태우는 피와 기름으로 가득 찬 커다란 염소의 위를 그의 앞에 내놓았으며, 암피노무스는 빵 바구니 두 개와 금으로 된 포도주 잔을 내어 그를 맞이하였느니라.
“선생님, 저희 집에 묵어 주소서.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나, 앞으로는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오지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하되,
“암피노무스여, 자네는 자네 아버지인 둘리키움의 니수스처럼 총명해 보이는구나. 그의 부와 뛰어난 지략, 그리고 자네가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느니라. 자네는 말솜씨도 좋도다. 내 말을 잘 들어 보라. 땅 위를 살고 숨 쉬고 기어 다니는 모든 생물 중에서 우리 인간은 가장 약하니라. 신들께서 우리에게 행운을 내려 주시고 다리가 날렵하고 유연할 때는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 신들께서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주실 때는 그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 내야 하느니라. 우리의 기분은 상제께서 매일 내리시는 시련에 달려 있도다. 나도 한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라고 여기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느니라. 그러나 형제들과 아버지의 사주를 받아 폭력과 권력 남용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도다. 누구도 옳은 것을 외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사람은 신들께서 무엇을 주시든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구혼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는지 보라. 재산을 낭비하고 곧 죽게 될 자의 아내를 존중하지도 아니하니 말이로다. 그는 곧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아주 곧! 신들께서 너를 집으로 인도하여 그가 돌아올 때 마주치지 않도록 하노라. 그가 이 연회장에서 구혼자들과 마주치면 피가 흐를 것이니라.”
그는 신들에게 달콤한 포도주를 바치고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암피노무스에게 건네었도다. 암피노무스는 잔을 받아들고는 마음이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집안을 서성였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위험을 감지하였으나, 그는 살 운명이 아니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가 강한 창을 든 태명에게 패배하도록 저주를 내리셨느니라. 암피노무스는 전에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도다.
회색 눈을 번뜩이는 지혜낭자께서는 생각에 잠긴 연로비에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셨도다. 구혼자들이 그녀를 보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욕망이 돛처럼 펼쳐지게 하고, 그러면 그녀의 아들과 남편이 그녀를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웃으며 하녀에게 이르되,
“에우리노메야, 내게 새로운 욕망이 생겼도다. 비록 내가 그들을 미워하나, 구혼자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도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충고도 해 주고 싶은데, 그 오만한 남자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함이로다. 그들은 말솜씨는 좋으나 속셈은 나쁘니라.”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얘야,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그러나 얼굴에 얼룩덜룩한 것이 묻은 채로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러 나가지 말고, 몸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느니라. 영원히 슬퍼할 필요는 없도다. 아들도 이제 다 컸도다. 너는 항상 신들에게 아들이 수염을 기른 어른이 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느니라.”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에우리노메야, 당신이 저를 걱정해 주시는 것은 알지만, 몸을 깨끗이 씻고 기름을 바르라고는 하지 마소서. 남편이 텅 빈 배를 타고 떠난 날, 신들께서 제 아름다움을 망쳐 놓으셨나이다. 가서 제 여종들인 히포다메이아와 아우토노에를 불러 주소서. 그들이 저와 함께 홀로 들어와야 하나이다. 저는 남자들을 혼자 만나러 가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니이다.”
그래서 노파는 가서 소녀들을 불렀도다. 지혜낭자의 눈은 계획으로 빛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하셨고, 연로비는 침대에 누워 관절이 이완된 채 잠이 들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신과 같은 힘을 주어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깜짝 놀라도록 만드셨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녀의 얼굴에 아프로디테가 은총의 여신들과 춤을 추기 전에 머틀 화관을 쓰고 화장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더하셨으며, 또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키를 크게 만드셨고, 피부는 상아보다 더 하얗게 만드셨도다.
여신이 떠나자 소녀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에 여왕은 잠에서 깼느니라. 그녀는 뺨을 만지며 이르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잠이 나를 감쌌도다. 아림 여신이 지금 당장 내게 고통 없는 죽음을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잘했던, 아카이아인 중 최고였던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내 삶을 허비하고 있느니라.”
그녀는 위층의 햇살 가득한 방에서 내려왔으며, 두 노비가 그녀와 함께 갔도다. 그녀는 구혼자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중앙 기둥 옆에 서서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렸느니라. 두 충실한 노비는 그녀의 양옆에 섰도다.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렸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그녀와 동침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느니라.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 태명에게 말을 걸되,
“태명아,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로다. 어렸을 때는 분별력이 있었으나, 이제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니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도다. 외국인이라도 금방 알아볼 정도이니라. 그런데도 판단력이 흐려졌도다. 손님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 집에 온 낯선 사람이 저렇게 모욕을 당하면 어쩌겠느냐? 자네는 망신을 당할 것이고, 명예가 실추될 것이로다!”
태명은 계산된 어조로 대답하되,
“어머니, 화내시는 것을 이해하나이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옳고 그름을 아나이다. 예전에는 아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나이다. 그 악랄한 구혼자들이 자꾸만 제 마음을 흔들고, 제 편은 아무도 없나이다. 낯선 남자와 거지 이루스의 싸움은 그들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아니하였나이다. 낯선 남자가 훨씬 강하였나이다. 아버지 상제시여! 아로왕이시여! 지혜낭자시여! 우리 집의 구혼자들이 모두 매를 맞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집 안의 남자든 밖에 있는 남자든 모두 그렇게 하소서. 이루스처럼 문 밖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술에 취한 듯 서 있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소서. 그의 몸은 너무 허약하나이다.”
그러자 에우리마코스가 입을 열어 이르되,
“오, 연로비 여왕이시여! 위대한 이카리우스의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시여! 만약 모든 그리스인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당신의 집에는 훨씬 더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들 것이니이다. 아름다움과 체격, 그리고 균형 잡힌 마음씨에 당신만큼 뛰어난 여인은 없기 때문이니이다.”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아니요, 불멸의 신들께서 이백오십 년 전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향하던 날, 제 외모를 망쳐 놓으셨나이다. 제 남편 오지수 또한 그들과 함께 갔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명예와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슬픔에 짓눌려 있나이다. 어떤 악령이 제게 온갖 고통을 안겨 준 것 같나이다. 남편이 이탁도를 떠날 때, 제 손목을 잡고 오른손을 쥐고 이르되, ‘여보, 우리 갑옷 입은 그리스인들이 모두 토래성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소. 토래성 사람들은 화살과 창에 능하고, 빠른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런 전차는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하더이다. 어떤 신이 저를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르고, 아니면 토래성에서 포로로 잡힐지도 모르오. 저도 모르겠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하오. 부모님은 지금보다, 아니 제가 떠난 지금 더욱더 잘 보살펴 드려야 하오. 그리고 우리 아들 수염이 다 자라면, 당신은 아무 남자와 결혼해야 하오. 당신이 선택하고 집을 떠나시오.’ 이것은 내 남편의 말이었도다. 때가 왔느니라. 결혼해야 할 밤이 다가왔도다. 끔찍하도다! 저주받았구나! 상제께서 내 행복을 빼앗아 가셨느니라. 또 다른 쓰라린 생각이 나를 짓누르느니라. 이렇게 품위 있는 여자, 그것도 부잣집 아내에게 구애하며 그녀의 손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들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찐 양과 소를 가져와야 하고, 좋은 선물을 주어야 하느니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먹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견뎌 온 오지수는 아내가 몰래 선물을 준비하고 예쁜 말로 그들을 매혹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도다. 아내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말이로다. 안태우가 이르되,
“현명한 연로비여, 그리스인들이 가져오는 선물은 모두 받으소서.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이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중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 농장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아니할 것이니이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하인들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도다. 안태우는 순금 브로치 열두 개가 박힌 화려한 수놓은 옷을 가져왔으며, 에우리마코스는 햇빛처럼 반짝이는 호박 구슬이 박힌 정교한 금 목걸이를 선물하였느니라. 두 노비는 에우리다마스에게서 귀걸이를 가져왔는데, 아름답게 반짝였고 각각 열매처럼 생긴 세 개의 송이가 달려 있었도다. 피산더의 노비는 정교하게 만든 아름다운 초커를 가져왔으며, 모든 구혼자들이 각기 다른 선물을 주었느니라. 왕비는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노비들은 화려한 선물들을 들고 갔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춤을 구경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해 돌아왔으며, 그들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즐거워하였도다. 그들은 잘 말린 나무와 갓 자른 나무를 섞어 큰 홀 전체를 밝히기 위해 세 개의 화로를 켰느니라. 인내심 많은 오지수의 여종들이 돌아가며 화로에 불을 붙였도다.
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르되,
“여종들아! 너희 주인 오지수는 오래전에 떠났느니라. 돌아가서 왕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해 주어라. 실을 잣거나 양털을 빗어라. 나는 이 사람들에게 불을 밝혀 줄 수 있느니라. 만약 그들이 밝은 새벽이 아름다운 왕좌에 앉을 때까지 여기에 머물기로 한다면, 나는 굴복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강하니라.”
그러자 소녀들은 서로를 힐끗힐끗 보며 낄낄거렸도다. 돌리우스의 딸인 예쁜 멜란토는 연로비 왕비의 손에서 자라 장난감을 받고 친딸처럼 대접받았으나, 멜란토는 연로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에우리마코스와 동침하였느니라. 그녀는 오지수를 모욕하고 조롱하기 시작하되,
“가엾은 늙은 이방인아! 미쳤구나! 대장간이나 공동 대피소에서 자고 싶지도 않았으면서, 여기 와서 남자들 무리 앞에서 거만하게 떠들어대다니! 무섭지도 아니하냐?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간 것이냐, 아니면 늘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하는 것이냐? 이루스를 이긴 것이 너를 미치게 만든 것이냐? 그 거지 자식 때문에? 조심하라, 곧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 네 얼굴을 후려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 집에서 쫓겨나게 할지도 모르느니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이 비열한 년아! 곧 태명에게 가서 네 말을 다 일러줄 터이니! 그러면 태명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로다!”
그 말에 여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으며, 그들은 오지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집 안 곳곳으로 흩어졌도다. 오지수는 화로 옆에 서서 불을 계속 밝히며 모든 구혼자들을 바라보았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곧 실행될 계획을 세웠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통이 자리 잡기를 바라셨으며,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도록 부추기셨느니라.
에우리마코스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려고 조롱하되,
“자, 구혼자들아! 내 직감으로는 이 남자는 어떤 신의 뜻에 따라 오지수의 집에 온 것 같소. 등불 아래에서 그의 머리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완전히 대머리라서 그런가 보군!”
그러고 나서 그는 돌아서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묻되,
“나그네여, 내가 사람을 고용한다면,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나를 위해 일하겠소? 당신이 키 큰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을 수 있다면, 분명히 보수를 받을 것이고, 나는 당신에게 일 년 내내 식사와 옷, 신발까지 제공해 줄 것이오. 그러나 자네는 악행에만 능숙하오. 일할 의지도 없고, 구걸하며 돌아다니면서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는 것만 좋아하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에우리마코스여, 봄날, 해가 길어지는 초원에서 우리 둘이 낫질 시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너처럼 완벽한 곡선의 낫을 갖고 있겠지. 풀도 무성하고, 우리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의 솜씨를 겨뤄 볼 수 있을 것이로다. 아니면 잘 먹고 잘 자란, 힘도 좋고 쟁기질하는 힘도 똑같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좋은 땅 사 에이커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반듯한 고랑을 만들 수 있는지 네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상제 신께서 내일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신다면, 내가 청동으로 만든 창 두 자루와 방패, 투구를 쓰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습을 네가 보게 될 것이로다. 그때는 내 배를 향해 욕설을 퍼붓지 못할 것이니라. 너는 공격적인 척하고, 천민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러나 만약 오지수가 나타난다면, 꽤 넓은 문들이 도망치려 애쓰는 동안에는 너무 좁게 느껴질 정도일 것이로다.”
분노에 찬 에우리마코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 비열한 거지 자식아! 우리 모두 앞에서 잘난 척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겁먹어야지! 술에 취해서 멍청해진 것이냐, 아니면 늘 헛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냐? 아니면 거지 이루스를 이겼다고 우쭐대는 것이냐!”
그러고는 오지수에게 발판을 던졌도다. 오지수는 두려움에 떨며 암피노무스 뒤로 숨었으며, 발판은 술을 따르던 노비 소년의 오른손에 맞았고, 술병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느니라. 소년은 먼지 속에 쓰러져 신음하였도다. 구혼자들의 외침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느니라.
“이 외국 떠돌이가 여기 오기 전에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지들과의 시비 때문에 연회가 망쳐지고 있구나! 즐거운 저녁을 망치고 있도다! 이 어리석은 소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구나!”
태명이 위엄 있게 이르되,
“존경하는 영주님들이여!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니이다. 아마도 너무 잘 드셨거나, 아니면 어떤 신이 여러분을 감동시키신 것 같나이다. 이제 저녁 식사는 끝났으니, 편하실 때 집으로 돌아가 주무소서. 제가 여러분을 쫓아내지는 아니하겠나이다.”
그들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놀라 입술을 깨물었도다. 니수스의 유명한 아들이자 아레티아스 신의 손자인 암피노무스가 그들 모두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그가 한 말은 옳으니 아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느니라. 낯선 사람이나 위대한 오지수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을 학대하지 말라. 소년이 잔에 포도주를 채우도록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자. 태명이 그 낯선 사람을 돌볼 것이니라. 어쨌든 그 거지는 그의 집에 온 것이니라.”
그들은 동의하였도다. 암피노무스가 둘리키움에서 데려온 노비 몰리우스는 그들 모두를 위해 포도주를 섞어 나눠 마셨느니라. 그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운을 북돋는 포도주를 홀짝였으며, 충분히 마신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제19권 여왕과 거지==
오지수는 홀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죽일 계책을 세웠다. 말이 빠르게 오가니,
「태명아, 무기를 가져와 숨겨야 한다. 구혼자들이 무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너에게 묻더라도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 내도록 하라. ‘그을음 때문에 무기가 손상되었다. 오지수 왕이 토래성으로 떠날 때에는 무기의 금속이 반짝거렸으나, 지금은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보관하였다. 또한 어떤 영이 내게 경고하기를, 너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다투면 서로 다치게 되어 연회와 구혼에 먹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기는 사람을 싸움으로 이끌 수 있다.’」
태명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였다. 그는 명숙를 불러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무기를 창고로 옮기는 동안 여인들은 방에 가두어 두어라.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떠나신 후로 무기가 더러워졌다. 연기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
자애로운 유모가 대답하되,
「얘야, 네가 집안일을 모두 맡고 재산을 잘 지키면 좋겠다. 누가 횃불을 가져와야 하겠느냐. 노비들은 네 앞에 걸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아니하였더냐.」
오지수가 이르되,
「이 낯선 사람이 하겠노라. 내 빵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멀리서 왔더라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하느니라.」
유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홀 안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오지수와 그의 총명한 아들은 벌떡 일어나 투구와 징 박힌 방패, 뾰족한 창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황금 등불을 들고 그들 곁에 서서 장엄한 빛을 비추었다.
태명이 말하되,
「아버지, 제 눈이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궁전의 벽과 아름다운 전나무 서까래와 가로대, 그리고 높은 기둥들이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옵니다. 하늘에서 어떤 신이 이 집에 계신 것이 틀림없나이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쉿, 더 이상 질문하지 마라. 생각을 정리하라. 이것이 오림산의 신들이 하는 일이다. 자, 이제 자러 가라. 나는 여기 남아서 여종들과 네 어머니를 괴롭히고, 울게 만들고, 내게 질문하게 할 것이다.」
태명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로 밝혀진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갔다. 잠이 들었고, 그는 새벽까지 그곳에 누워 있었다. 오지수는 복도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어떻게 없앨지 계속 모의하였다.
그때, 정신이 맑아진 왕비가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방에서 내려왔다. 노비들이 그녀가 늘 앉던 의자를 불 옆으로 끌어왔다. 그 의자는 이크말리우스가 상아와 은으로 상감 세공한 것으로, 발받침까지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커다란 양털이 의자 위에 깔렸고, 연로비는 생각에 잠긴 채 앉았다.
팔이 하얀 노비 소녀들이 와서 빵 더미와 탁자, 그리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마셨던 잔들을 치웠다. 그들은 화로의 불씨를 바닥에 던지고, 불과 온기를 위해 화로 안에 새 장작을 쌓아 올렸다.
이때 멜란토가 오지수를 다시 꾸짖되,
「이봐, 낯선 사람아. 밤에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 여인들을 엿보고 계속 문제를 일으킬 셈이냐. 나가라, 이 부랑자야.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안 그러면 곧 횃불을 맞을 것이다. 어서 가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계산적인 말을 내뱉되,
「미쳤구나. 이 어리석은 아가씨야, 어찌하여 나에게 화를 내느냐. 내가 더럽고 누더기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한다고. 어쩔 수 없느니라. 노숙자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느니라. 나도 한때 집이 있었고, 부유하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거지들에게도 자주 베풀었지. 누구든 찾아오면 도와주고, 신분에 상관없이 말이다. 노비 소녀들도 많았고, 우리가 부라고 여기는 모든 것을 누렸다. 행복한 삶이었느니라. 상제가 내 인생을 망쳐 놓았다. 분명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아가씨야, 네 주인님이 화를 내거나 오지수가 오더라도 다른 노비 소녀들 사이에서 네가 가진 지위를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 수도 있으나, 만일 그가 죽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아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아폴론 신께 감사해야겠구나. 그는 여기 여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제 다 컸으니까.」
연로비는 경계심을 갖고 듣고 있다가 이제 노비를 꾸짖기 위해 입을 열되,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것아. 어찌 감히.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다 안다. 그 건방진 표정을 지워라. 내가 직접 말했듯이, 이 낯선 사람을 홀에 붙잡아 두고 남편이 실종된 것에 대해 캐물을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었지 아니하냐. 나는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고는 에우리노메에게 이르되,
「의자를 가져와서 방석을 놓아라. 이 낯선 사람이 앉아서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여인은 윤이 나는 나무 의자를 가져와 방석을 놓았다. 오지수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았고, 신중한 연로비가 대화를 시작하되,
「낯선 분이시여, 먼저 어떤 가문 출신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누구시며, 고향은 어디이옵니까.」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세상 어떤 인간도 당신을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영광은 하늘에까지 닿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법으로 강대한 백성을 다스리던 거룩한 왕의 딸임이 틀림없나이다. 그의 통치 덕분에 검은 땅에는 밀과 보리가 자랐고, 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했으며, 양들은 새끼를 낳았고, 바다는 물고기를 제공했으며, 백성들은 번성하였나이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으나, 제 가족이나 고향에 대해서는 묻지 마십시오. 그 기억은 제 마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슬픔에 잠긴 사람이옵니다. 남의 집에 앉아 슬퍼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이다. 노비들이나 심지어 당신조차도 제가 술에 취해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불멸의 신들이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던 날, 그리고 제 남편 오지수가 그들과 함께 떠났던 날, 제 힘과 아름다움을 없애 버렸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아름다움과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터이나, 지금 저는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저를 망쳐 놓은 것 같사옵니다. 사메, 둘리키움, 자킨토스 등 모든 섬의 영주들과 이탁도에 사는 사람들이 저에게 구애를 하고 있나이다. 저는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옵니다. 게다가 제 집안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나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자들을 상대할 수가 없나이다. 오지수가 너무 그리워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사옵니다. 구혼자들은 저를 결혼시키려 하나 저는 계략을 꾸미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제게 베틀에 베틀을 놓고 길고 고운 천을 짜라고 시켰나이다. 그래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오지수는 죽었으나, 제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 결혼을 청하지 말아 주소서’라고 말하였나이다. 라에르테스가 죽으면 수의를 입혀야 한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아르고스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얻은 사람이 수의 없이 누워 있다면 말이다. 그들은 동의하였나이다.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풀었나이다. 삼 년 동안 그들을 속였나이다. 오랜 시간과 날들, 그리고 달들이 흘러갔나이다. 그러다 사 년째 되던 해, 변덕스럽고 개 같은 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와서 나를 붙잡았나이다. 그러자 그들은 항의하며 소리쳤고, 나에게 수의를 완성하라 강요하였나이다. 이제 더 이상 꾀가 없고, 결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나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있고, 내 아들은 이 남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을 알고 질려 있나이다. 이제 그는 상제가 축복한 집을 관리할 능력이 충분히 생겼나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혈통을 밝혀야 하나이다. 당신은 동화처럼 바위나 나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라.」
속임수의 달인이 대답하되,
「위대한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의 아내시여, 어찌하여 자꾸 제 가족에 대해 묻나이까. 꼭 말해야 한다면 말하겠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제 모든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나이다. 저처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래도 당신이 묻는 것을 말해 드리겠나이다. 제 고향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비옥한 섬 크레타입니다. 그곳에는 구십 개의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셀 수도 없나이다. 언어도 섞여 있고, 아카이아인, 크레타 토착민, 그리고 장발의 도리아인과 펠라스기인들이 살고 있나이다. 그곳에는 상제의 측근이었던 미노스가 구 년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웅장한 도시 크노소스가 있나이다. 제 아버지는 그의 아들인 용감한 데우칼리온이었고, 그의 또 다른 아들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항해했던 이도메네우스였나이다. 제 이름은 아이톤이고, 저는 그의 동생이옵니다. 크레타에서 나는 오지수를 만나 그에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는 말레아에서 폭풍에 휘말려 토래성을 그리워하였으나 크레타로 오게 되었나이다. 그는 간신히 바람을 피해 암니소스의 에일레이티아 동굴 곁에 배를 정박하고 피난처를 찾았나이다. 그는 마을로 올라와 내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는데, 그는 오지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이도메네우스는 열흘 전에 토래성에 도착해 있었나이다. 나는 그와 그의 선원들을 안으로 맞아들여 극진히 환대하였나이다. 우리의 식량은 풍족하였고, 나는 백성들에게 보리와 적포도주, 그리고 도축할 황소를 가져오게 하여 그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나이다. 그 고귀한 그리스인들은 열두 날 동안 머물렀나이다. 강한 북풍이 불어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였나이다. 너무 강한 바람에 사람은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나이다. 분명 어떤 악령이 그들을 저주하려고 바람을 불러낸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셋째 날, 바람이 잦아들었고,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그의 거짓말은 진실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제피로스가 산봉우리에 흩뿌리는 눈처럼 녹아내렸다. 에우루스가 그 눈을 녹이면 강물이 불어나 다시 흐르는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뺨도 눈물로 범람하였다.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 울었다. 오지수는 마음속으로 슬픔에 잠긴 아내를 가엾게 여겼으나, 눈빛은 뿔이나 쇠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굳게 유지하였으며,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울다가 다시 입을 열되,
「나그네여, 당신이 말한 대로 내 남편과 그를 따라온 사람들을 당신 집에 맞아들였는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의 옷차림과 생김새,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어떠하였는지 묘사해 보시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부인,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그가 방문한 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옵니다. 벌써 이십 년이나 지났나이다. 그러나 제 기억 속의 모습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왕 오지수는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장포는 정교하게 조각된 금 브로치로 고정되어 있었고, 브로치에는 핀이 두 개씩 달려 있었나이다. 앞발에는 얼룩무늬 새끼 사슴을 꽉 물고 있는 개가 있었나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진 개가 어떻게 새끼 사슴을 물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새끼 사슴이 어떻게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 하는지 신기해하였나이다. 그의 흰색 튜닉은 마른 양파 껍질처럼 부드럽고 햇빛처럼 반짝였나이다. 많은 여인들이 그 옷에 감탄하였나이다. 그러나 그가 이 옷들을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선원이나 손님 친구가 배에서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나이다. 오지수는 그의 가치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많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나이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청동 검과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 그리고 술 장식이 달린 튜닉을 선물하였나이다. 그가 배에 오를 때 저는 그를 영광스럽게 배웅하였나이다. 그에게는 에우리바테스라는 시종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고, 검은 피부에 둥근 어깨,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그의 선원들 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아버지와 잘 맞았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은 그녀의 슬픔을 더욱 깊게 하였다. 그녀는 그가 증거로 남겨 둔 흔적들을 알고 있었기에 흐느껴 울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는 이르되,
「전에는 당신을 불쌍히 여겼으나, 이제 당신은 손님이자 존경받는 친구이옵니다. 당신이 말한 그 옷들을 제가 그에게 주었나이다. 창고에서 꺼내 접어서 브로치를 달아 주었나이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를 집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에빌리움이라는 마을로 떠났을 때 저주가 그 배에 실렸나이다. 그 마을 이름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나이다.」
그는 날카롭게 대답하되,
「폐하, 오지수의 아내시여, 아름다운 피부를 눈물로 더럽히고 남편을 애도하며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나이다. 어떤 여자라도 자식을 낳아 준 남편을 잃으면 슬퍼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 남편처럼 신과 같은 영웅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울음을 그치소서. 제 말을 들어보소서. 확실한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오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나이다. 그는 살아 있고, 이곳 근처 테스프로티아에 있나이다. 그는 온갖 고생 끝에 많은 보물을 모아 집으로 가져오고 있나이다. 그는 트린아키아를 떠날 때 배를 잃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치하였나이다. 태양신과 상제는 오지수의 부하들이 태양의 소떼를 죽였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하였나이다. 그래서 그 부하들은 모두 파도에 휩쓸려 죽었으나, 오지수는 키에 매달려 신들의 사촌인 페아키아인들의 땅에 표류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고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썼나이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에 왔어야 했으나, 더 많이 여행하고 더 큰 부를 축적하기로 결심하였나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윤을 잘 내는 사람이 바로 그이옵니다. 테스프로티아의 왕 페이돈이 제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나이다. 그는 제물을 바치며 이미 배가 진수되었고 선원들도 모두 준비되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맹세하였나이다. 그러나 페이돈은 먼저 제게 작별 인사를 하였나이다. 마침 그들의 배 한 척이 보리가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오지수가 얻은 보물을 제게 보여 주었는데, 그의 자손과 손자 손녀를 십 대에 걸쳐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양이었나이다. 페이돈은 오지수가 도도나로 가서 바스락거리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에게 상제가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장하고 돌아갈지 조언을 구하였다고 말하였나이다. 제가 말씀드리건대, 그는 무사하며 가까이에 있나이다. 그는 고향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오래 떠나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높고 위대한 신인 상제와 제가 피난처로 삼고 있는 화로에 맹세하나이다.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이 음력 달, 즉 초승달과 보름달이 차오르는 사이에 오지수가 올 것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당신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에게 즉시 보답을 하고,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행운을 알게 될 만큼 따뜻한 환대를 베풀겠나이다. 사실, 제 생각에는 오지수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아무도 당신을 정중하게 배웅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정중하게 배웅해 줄 주인이 여기 없나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자, 노비들아, 그를 씻기고 매트리스와 양모 담요, 깨끗한 새 시트를 깔아 침대를 만들어 새벽이 황금빛 왕좌에 오를 때까지 따뜻하게 해 주도록 하라. 그리고 목욕시키고 기름을 발라 내 아들 옆 홀 안에 앉히고 음식을 대접하라. 이 사람들 중에 누가 우리 손님을 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은 큰일 날 것이다. 아무리 분노해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그네여, 당신이 누더기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로 내 집에 갇혀 있었다면, 내가 다른 모든 여인들보다 총명하다는 증거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나이까. 인간의 수명은 짧지 아니한가. 만일 우리가 잔인하다면,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저주할 것이고, 죽은 후에는 조롱할 것이다. 고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하나이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이르되,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나는 흐리고 산이 많은 크레타 섬에서 노를 저어 나온 날부터 담요와 깨끗한 고급 침대 시트를 싫어하게 되었나이다. 나는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보냈던 것처럼, 거친 침상에 누워 밝은 새벽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발을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당신 집의 여종들이 내 발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다만 나와 같은 비통함과 슬픔을 겪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늙은 여종이 있다면, 그녀가 내 발을 만져도 괜찮을 것이다.」
연로비는 생각에 잠겨 이르되,
「손님, 말씀 참 좋으시옵니다. 이전에 외국에서 우리 집에 온 손님 중에 이렇게 꼼꼼하신 분은 없었나이다. 제게는 현명한 노부인이 한 분 계시는데, 제 남편을 키우신 분이옵니다. 갓난아기였던 남편을 처음으로 어머니 품에 안으셨지요. 몸이 많이 약하시나, 손님 발을 씻어 드릴 수는 있나이다. 자, 명숙여, 일어나서 주인님 동갑내기를 씻겨 드리렴. 오지수도 이제쯤이면 이렇게 늙고 주름진 발과 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고난을 겪으면 빨리 늙어버리느니라.」
늙은 노비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되,
「오, 얘야. 이제 나는 너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상제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미워하였지. 네가 그토록 신을 경외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어떤 인간도 천둥의 신에게 너처럼 많은 허벅지 뼈를 태우거나 그토록 많은 제물을 바치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편안한 노년을 맞이하고 아들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도하였지. 그런데 이제 너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 불쌍한 오지수가 이방 왕궁에 머물 때면, 이 못된 여인들이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여인 노비들이 그를 조롱하는 것 같구나. 너는 학대를 피하려고 씻겨 주기를 거부하였지.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가 나에게 너를 씻겨 주라 하였느니라. 마지못해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씻겨 주겠노라. 너는 내 마음을 움직이느니라. 자, 잘 들어 보렴. 많은 낯선 사람들이 이곳에 곤경에 처해 왔으나, 나는 몸과 목소리, 발걸음이 내 주인님과 그토록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느니라.」
그는 영리하게 대답하되,
「노파여, 우리 둘을 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많이 닮았다고 하나이다. 당신은 그 닮은 점을 알아차리신 예리하시구나.」
그러자 노파는 발을 씻는 데 쓰는 반짝이는 가마솥을 가져와 물을 가득 채웠다. 찬물을 많이 넣고 뜨거운 물은 조금 넣었다. 오지수는 난로 옆에 앉아 어둠을 향해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자신을 만지면 흉터를 느끼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노파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주인을 씻겨 주었다. 갑자기 그녀는 흉터를 느꼈다. 오래전 파르나소스 산에서 흰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가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그는 외가 사촌들과 할아버지인 고귀한 아우톨리쿠스와 함께 그곳에 갔는데, 아우톨리쿠스는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고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헤르메스는 그가 자신에게 많은 제물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이 재능을 주었다.
훨씬 이전, 아우톨리쿠스는 딸의 아기를 보러 이탁도에 갔는데, 명숙가 갓난아기를 할아버지 무릎에 앉히고 말하되,
「이제 손자의 이름을 지어 주소서. 이토록 바라던 아기의 이름을요.」
아우톨리쿠스는 부모에게 이르되,
「이렇게 이름을 지어 주시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미워한다. 그러니 아이의 이름을 ‘오지수’라고 지어 주시오.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면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그의 친정집으로 오게 하시오. 내가 그에게 보물을 주고 기쁨으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소.」
오지수는 자라서 선물을 받으러 그곳에 왔다. 그의 사촌들과 아우톨리쿠스는 그를 껴안고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넸다. 그의 할머니 암피테아는 덩굴처럼 그를 껴안고 그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춤하였다.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 지시하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여 오 년 된 황소를 데려와 가죽을 벗기고, 토막 내어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워 나누어 먹었고, 모두가 똑같은 양을 받았다. 그들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 온종일 잔치를 벌였다.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였다.
이른 새벽, 발그레한 손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과 개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오지수도 함께 갔다. 그들은 파르나소스 산의 가파르고 숲이 우거진 비탈길을 올라 바람이 휘몰아치는 골짜기에 이르렀다. 사냥꾼들이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 태양이 잔잔하게 흐르는 대양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개들은 발자국을 찾으며 앞서 달려갔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이 뒤따라왔고, 오지수는 개들 곁에 바짝 붙어 긴 창을 휘두르며 따라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멧돼지가 숨어 있었다. 그 은신처는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아 주었고,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곳도, 비도 들어올 수 없었다. 안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멧돼지는 발소리를 들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멧돼지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털을 곤두세우고 불꽃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들 옆에 섰다. 오지수가 먼저 달려들어 긴 창을 꽉 쥐었다. 그가 공격하려 하자 멧돼지가 먼저 무릎 위를 공격하였고, 옆으로 돌진하며 송곳니로 살점을 크게 뜯어 냈으나 뼈까지는 닿지 아니하였다. 오지수는 멧돼지의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혔고, 창은 그것을 꿰뚫었다. 멧돼지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졌다. 그의 생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은 분주히 움직여 위대한 오지수가 입은 상처를 능숙하게 싸매고, 주술로 검은 피를 멈추게 한 다음, 그를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는 값진 선물을 주고 곧바로 이탁도로 돌려보냈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그의 부모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상처를 어떻게 입었는지 물었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하얀 어금니에 다리를 찔렸다고 말하였다.
늙은 여종은 그의 다리를 잡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그 상처에 다가와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의 다리를 물통에 떨어뜨렸다. 물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자 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녀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그의 수염을 만지며 이르되,
「당신은 오지수시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나의 주인님이여. 다리를 만져 보기 전까지는 당신이신 줄 몰랐나이다.」
그녀는 연로비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남편임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연로비는 뒤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오지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속삭이되,
「유모여, 어찌하여 나를 해치려 하느냐. 당신은 내게 젖을 먹여 주었지 아니하냐. 이십 년 동안의 고통 끝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알아차렸구나. 신이 당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나 보구나. 침묵을 지켜라.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신이 나를 도와 구혼자들을 물리친다면, 당신도 예외 없이 죽일 것이다. 당신은 내 유모였으나 말이다.」
명숙는 계산적으로 대답하되,
「얘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 마음은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아니하느냐. 돌이나 쇠처럼 강인할 것이다. 약속 하나만 해 주마. 네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면 궁궐에서 누가 너를 모욕하는지, 누가 죄 없는지 알려 주겠노라.」
오지수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이르되,
「유모여, 어찌하여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냐.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겠노라. 이제 조용히 하라. 미래는 신들에게 맡기자.」
늙은 유모는 빨래물을 더 길어 오러 갔다. 남은 물은 모두 쏟아졌다. 유모는 오지수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고, 오지수는 다시 의자를 끌어당겨 불 옆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헝겊으로 흉터를 가렸다.
그리고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되,
「낯선 이여, 작은 질문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곧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달콤한 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낮에는 끊임없는 슬픔 속에서도 제 일과 시녀들의 일에 집중하나이다. 그러나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들면 저는 침대에 누워 울면서 고통에 압도당하나이다. 걱정과 슬픔이 제 마음을 가득 채우나이다. 마치 봄이 오면 창백한 회색 나이팅게일이 아름답게 노래하며, 나무에 무성한 잎들 사이에 앉아 제토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랑하는 아들 이틸루스를 애도하며 소리의 교향곡을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하게 청동으로 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 마음도 두 갈래로 갈라지나이다. 아들 곁에 남아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제 재산, 여종들, 그리고 큰 저택을 그대로 두어 아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까요. 내 남편의 침대와 사람들의 말에 신경 써야 할까요. 아니면 구혼자들 중 가장 괜찮고 선물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남편 집을 떠날 수 없었나이다. 남편이 허락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이제 아들이 다 커서 남편은 제가 떠나기를 재촉하나이다. 자기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사옵니다. 자, 제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꿈에서 거위 스무 마리가 강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기뻤나이다. 그때 뾰족한 부리를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산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거위들의 목을 부러뜨리고 죽였나이다. 저는 꿈속에서 엉엉 울었나이다. 여인들이 제 주위에 모여들었고, 저는 독수리가 제 거위들을 죽였다고 울었나이다. 그때 독수리가 다시 나타나 튀어나온 지붕 들보에 앉아 제 슬픔을 달래려고 사람 말로 말하였나이다. ‘연로비, 위대한 여왕이시여, 기운 내십시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꿈속에서 거위들이 구혼자들을 상징하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한때 독수리였으나 이제는 당신의 남편입니다. 저는 그들을 잔혹하게 처단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위들이 전처럼 여물통 옆에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지혜로운 것으로 유명한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되,
「여인이여, 그 꿈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낼 방법은 없나이다. 오지수 자신이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이미 말하였나이다. 모든 구혼자들의 파멸을 의미하나이다. 아무도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없나이다.」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는 이르되,
「낯선 이여, 꿈은 혼란스럽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꿈의 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뿔로,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나이다. 상아로 만든 문은 속임수로 가득 차 있고, 그 이야기는 거짓으로 끝나나이다. 윤이 나는 뿔로 만든 문을 통과하는 꿈은 이루어지나이다. 그러나 제 이상한 꿈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저와 제 아들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터이나 말입니다. 오지수의 집에서 저를 데려갈 운명의 날이 오고 있나이다. 저는 그의 도끼로 시합을 할 것입니다. 그는 도끼들을 배의 지지대처럼 일렬로 세워 놓고 멀리서 화살을 쏴서 열두 자루를 모두 꿰뚫었나이다. 저는 이 시합을 구혼자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활시위를 가장 빨리 당겨 열두 자루의 도끼를 모두 꿰뚫는 자가 저를 차지할 것이고, 저는 그를 따를 것입니다. 저는 이곳, 이 아름다운 집, 제 결혼 생활을 했던 이 집, 풍요와 삶으로 가득했던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는 꿈속에서라도 이 집을 기억할 것입니다.」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는 이르되,
「존경하는 아내여,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이 시합을 미루지 마십시오. 그들은 활을 다루느라 허둥대며 활시위를 당기거나 화살을 쏘기도 전에, 모든 것을 계획한 오지수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으니 이르되,
「손님, 만일 당신이 앉아서 저를 즐겁게 해 주신다면, 저는 절대 잠들고 싶지 않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깨어 있을 수 없나이다. 불멸의 신들이 필멸의 인간이 지상에서 하는 모든 일에 적절한 시간을 정해 놓으셨나이다.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제 침대에 누우겠나이다. 그 침대는 슬픔의 침대이옵니다. 남편이 에빌리움이라는,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마을로 떠난 후로 제가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나이다. 저는 거기에 누울 터이니, 당신은 이 집에서 주무시오. 바닥에 담요를 깔거나 노비들에게 침대를 만들어 달라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여종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울었고, 마침내 예리한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눈에 달콤한 잠을 안겨 주었다.
==제20권 마지막 연회==
오지수는 아직 손질하지 아니한 소가죽 위에 몸을 뉘이고, 구혼자들이 바친 양털을 쌓아 올렸다. 에우리노메가 두터운 담요를 덮어 주었으나, 그는 누워 있으면서도 잠들지 못하였다. 그 마음속에는 구혼자들을 어찌 죽일까 하는 깊은 계책이 가득 차 있었다.
이때 구혼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였던 여인들이 낄낄거리며 기뻐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 흩어지니, 오지수의 가슴은 분노로 타올랐다. 저들을 지금 당장 달려들어 모조리 베어 버릴까, 아니면 저 오만한 무리들로 하여금 이 밤을 무사히 보내게 둘까. 어미 개가 낯선 사내를 보고 새끼를 지키려 으르렁거리듯, 그의 심장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에게 이르되,
「내 심장이여, 더욱 굳세어라. 저 외눈박이 거인이 네 건장한 동료 스무 명을 잡아먹던 날, 너는 이보다 더한 시련을 겪었으되, 끝내 침착함을 잃지 아니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동굴을 빠져나오지 아니하였더냐. 그때 너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거늘.」
그의 심장은 굳건히 버티었으나, 몸은 마치 기름과 피로 가득 찬 소시지를 불 위에 돌리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부림쳤다. 거대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그는 소시지가 어서 익기를 갈망하듯, 홀로 수많은 구혼자들을 어찌 물리칠까 하여 밤새도록 고민하였다.
이때 지혜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머리맡에 나타나 이르되,
「불운한 사람이여, 어찌하여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있느냐. 이곳은 네 집이며, 안에는 네 아내와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들이 있지 아니하냐.」
영리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말씀하신 바가 모두 진실이로소이다. 그러나 저는 홀로 항상 떼 지어 다니는 저 건방진 자들을 어찌 공격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가장 큰 두려움은 이것입니다. 만일 여신과 상제께서 저를 도와 저들을 죽이신다 한들, 그 뒤에는 어찌하여야 하오리까. 어디로 도망쳐 그 벌을 피할 수 있사오리까. 부디 가르쳐 주소서.」
지혜의 여신이 눈을 번뜩이며 이르되,
「참으로 고집이 세구나. 범인들은 약한 필멸의 친구조차 믿거늘, 하물며 나는 여신으로서 네가 수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줄곧 너를 지켜 오지 아니하였더냐. 설령 우리가 매복을 당하여 우리를 죽이려는 오십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너는 빠져나와 그들의 양과 소를 훔치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이제 잠자리에 들라. 밤새도록 경계를 서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라. 머지않아 너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오지수영.」
이렇게 이르고 여신은 그의 눈에 잠을 흠뻑 부어 준 뒤 오림산으로 날아갔다. 잠이 그를 감싸 안아 긴장을 풀고 근심을 잊게 하였다.
한편 그의 충실한 아내는 잠 못 이루어 부드러운 베개에 기대어 앉아 울고 있었다. 흐느낌이 잦아들자 그녀는 기도를 올리되,
「오 아림여, 위엄 있는 여신이시여, 상제의 따님이시여. 부디 제 심장에 화살을 꽂아 지금 당장 저를 죽이시거나, 혹은 바람 한 줄기가 저를 휩쓸어 안개 낀 구름 너머로 데려가 대양의 물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날려 보내 주시옵소서. 마치 신들이 판다레우스의 딸들을 죽이고 고아로 남겨 둔 뒤, 산들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프로디테는 그들을 도와 꿀과 치즈와 부드러운 포도주를 주었고, 헤라는 다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움과 지혜를 주었으며, 아림는 그들의 키를 크게 하였고, 지혜의 여신은 모든 수공예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뒤 아프로디테가 오림산으로 올라가 천둥의 신 상제께 소녀들에게 좋은 혼인을 허락해 달라 청하였으나, 하르피아들이 그들을 납치하여 잔혹한 복수의 여신들을 섬기게 하였나이다. 신들이 저를 그들처럼 멸망시키소서. 아니면 아림여, 저를 죽여 주소서.」
오지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찮은 남편을 기쁘게 해 주고 싶지 아니하다. 온종일 슬픔에 잠겨 울다가 밤에 잠들면 모든 것을 잊는다면 그 고통은 견딜 만하거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악몽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어젯밤에는 전쟁터로 떠날 때의 그 남자와 똑같은 이가 제 곁에 누워 있었나이다. 제 마음이 기쁘더니, 꿈이 아니라 환상 같았나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황금빛 새벽이 밝아 왔다. 오지수는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아내가 자기 머리맡에 서 있는 줄 알고, 벌써 자신을 알아본 줄로 여겼다. 그는 잠잘 때 덮었던 장포와 양털을 가져와 궁궐 안 의자에 놓고, 소가죽은 밖으로 내어 안뜰에 둔 뒤 팔을 들어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여, 신들이여. 당신들이 나를 일부러 육지와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데려오셨고,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겨 주셨다면, 집 안에서 누군가 길조의 말을 전하게 하시고, 상제여, 밖에서도 또 다른 징조를 보여 주소서.」
지혜의 신 상제가 그의 말을 듣고 구름 위 높은 오림산에서 천둥을 쳤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이때 근처 집 안에서 밀을 빻는 여인이 길조의 말을 하였다. 열두 명의 노비가 왕을 위해 밀과 보리를 빻는 맷돌을 돌리고 있었는데, 나머지 노비들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고, 가장 약한 노비 한 명만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맷돌을 멈추고 말하되,
「상제여, 신들과 인간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을 치셨으니, 이는 누군가를 위한 징조이옵니다. 불쌍한 노비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오늘이 구혼자들이 이 늙은 왕궁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마지막 날이 되게 하소서. 그들을 위해 곡식을 빻는 고된 노동 때문에 무릎이 쑤십니다. 부디 오늘이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이 징조와 상제의 천둥소리는 주인을 기쁘게 하였고,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였다.
다른 여인들이 모여 화로에 불을 지피니, 신과 같은 태명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칼을 등에 맸다. 기름칠을 잘한 발에 샌들을 신고 날카롭고 튼튼한 청동 창을 들었다. 문턱에 서서 명숙를 부르되,
「유모여, 손님들을 잘 대접하여 식사도 대접하고 편안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느냐, 아니면 그냥 방치해 두었느냐. 어머니답구나. 어머니는 영리하시나 제멋대로 행동하시는구나. 원치 않는 손님은 극진히 대접하면서, 좋은 손님은 무례하게 쫓아내시는구나.」
유모가 재치 있게 대답하되,
「얘야, 지금은 그녀를 탓하지 마라. 그는 포도주를 좀 마시고 의자를 골랐을 뿐이다. 저녁을 이미 먹었다고 하였고, 유모가 물어보니 그러하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유모는 간이침대를 가져다주어 여인들로 하여금 그의 침대를 정리하게 하였다. 불쌍하고 가난한 노인이여. 그는 좋은 침구를 쓰려 하지 아니하였다. 소가죽과 양털을 깔고 현관에서 잤고, 우리는 그 위에 장포를 덮어 주었느니라.」
태명은 칼을 손에 든 채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데리고 궁궐을 나와 아카이아인들의 회합 장소로 향하였다. 이때 옵스의 딸인 고귀한 명숙가 노비들을 부르되,
「자, 서두르라. 여인들은 바닥을 쓸고 물을 뿌리라. 의자에는 자주색 천을 깔아 놓으라. 다른 이들은 스펀지로 탁자를 닦고 손잡이가 둘인 잔과 그릇을 씻으라. 그리고 너희는 샘에서 물을 길어 오라. 서두르라. 곧 그들이 올 것이다. 오늘은 그들 모두를 위한 축제일이로다.」
그들은 주의 깊게 듣고 명령대로 하였다. 스무 명은 검은 샘물을 길으러 달려갔고, 나머지 잘 훈련된 노비들은 집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와 장작을 패니,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인들이 샘에서 돌아오자 돼지치기가 살찐 돼지 세 마리, 자기가 제일 아끼는 돼지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돼지들을 마당에 가두어 땅을 파헤치게 하고는 오지수에게 친절히 물으되,
「친구여, 이제 그들이 그대를 더 존중해 주느냐, 아니면 전처럼 여전히 학대하느냐.」
교활한 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신들이 이 건방진 자들의 악행과 계략에 대한 복수를 해 주시기를. 이 파렴치한 자들이 자기네 집도 아닌 곳에서 나를 모욕하였다. 참으로 뻔뻔스럽구나.」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말태수가 목동 두 명과 함께 도착하였다. 그들은 구혼자들의 연회에 내놓을 가장 살찐 암염소들을 양떼에서 몰아내고 있었다. 말태수는 염소들을 현관에 묶어 놓고 오지수를 괴롭히기 시작하되,
「낯선 자여, 아직도 여기 있느냐. 구걸하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느냐. 여기 있으면 매를 맞을 것이다. 네 구걸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스에서 먹을 것이 있는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니라.」
알 수 없는 표정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살인 계획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목동인 감독관 필로에티우스는 살찐 숫염소와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를 몰고 왔는데, 이 짐승들은 나룻배 사공이 이탁도로 데려온 것이었다. 나룻배는 건너갈 사람이 있으면 승객도 태워 주었다. 필로에티우스는 짐승들을 밖에 묶어 두고 돼지치기에게 물으되,
「새로 온 이 손님은 누구인가. 그의 민족은 누구이며, 고향은 어디이며, 조상은 누구인가. 가엾은 사람 같으니, 그의 모습은 마치 군주와 같구나. 신들이 고통의 실타래를 잣을 때면, 위대한 왕조차도 멀리 떠돌며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법이지.」
그러고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네되,
「안녕하시오, 선생님. 운이 없으시구나.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오. 상제 신이시여, 당신만큼 파괴적인 신은 없나이다. 당신은 인류의 아버지이시나, 우리의 고통에는 자비를 베풀지 아니하시는구나. 오지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온몸이 땀으로 젖나이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셔 햇빛을 보고 계신다면, 길을 잃고 저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계실 것이요.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다면, 오지수여, 참으로 안타깝도다. 그분은 제가 어린 소년이던 시절, 케팔레니아에서 제게 첫 소떼를 맡겨 주셨나이다. 이제 그분의 소떼는 셀 수 없이 많사오나, 다른 이였다면 이렇게 번성하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람들이 제게 소떼를 몰고 와 자기들에게 먹으라 하나이다.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는 관심도 없고, 지켜보는 신들의 눈길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이다. 주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나이다. 그들은 주인님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 하고, 저는 주인님의 아들이 여기 있는데 소떼를 몰고 타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나이다. 그러나 남의 가축을 돌보며 앉아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나을지니, 차라리 도망쳐 다른 왕을 섬기고 싶었나이다. 견딜 수가 없나이다. 그러나 불운한 주인님이 어디에 계시든 돌아와 궁궐에 있는 이 구혼자들을 모두 쫓아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당신은 영리한 듯하구나. 그래서 당신에게 엄숙한 맹세를 하리라.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이 화롯에 맹세하건대, 당신이 아직 여기 있는 동안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요, 원한다면 여기에서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으리라.」
목동이 대답하되,
「낯선 이여, 상제 신께서 당신의 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면 당신은 제 힘과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보게 되리라.」
에우마이오스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여 그의 다재다능한 주인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 간청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구혼자들은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독수리 한 마리가 그들의 왼쪽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들비둘기를 물고 있었다. 암피노모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우리의 이 계획, 이 살인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니 연회에 대해 생각하자.」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의자와 소파에 천을 깔고 큰 양, 살찐 염소, 큰 돼지, 그리고 온순한 소 한 마리를 잡았다. 내장을 삶아 나누어 먹고, 포도주는 그릇에 섞었다. 돼지치기는 포도주를 잔에 따랐고, 필로에티우스는 바구니에 빵을 담아 날랐으며, 말태수는 포도주를 돌렸다. 그들은 마음껏 음식을 먹었다.
그다음 태명은 곰곰이 생각하여 오지수를 홀 안 돌문턱 옆에 앉히고 탁자와 의자를 가져왔다. 그는 오지수에게 고기를 내어 주고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 주며 이르되,
「이제 당신은 여기 앉아 그들 가운데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내가 그들이 당신을 건드리거나 조롱하지 못하게 막겠소. 이곳은 술집이 아니오. 오지수가 나를 위해 마련한 곳이오. 그리고 당신들, 구혼자들이여. 제발 때리거나 모욕하지 마시오. 우리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소.」
그들은 소년이 그토록 대담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 입술을 깨물었고, 우필태의 아들 안태우가 선언하되,
「폐하들이여, 태명의 위협은 비록 성가시나 받아들여야 하리라. 상제께서 그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연회장에서 그의 연설을 막았을 것이니라.」
태명은 그를 무시하였고, 그동안 집안 아이들은 제물로 바칠 짐승 백 마리를 몰고 마을을 지나갔다. 이탁도 사람들은 활쏘기의 신 아로왕의 그늘진 숲에 모였다. 집 안에서는 구혼자들이 고기 꼬치를 굽고 꼬치를 꺼내어 몫을 나누었다. 성대한 잔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은 몫을 내어 주었는데, 그의 아들 태명이 그렇게 하라 명령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은 구혼자들이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멈추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고, 위대한 오지수의 마음에는 더욱 깊은 원한이 스며들었다. 사메 출신의 크테시푸스라는 무법자는 엄청난 부를 등에 업고 오지수가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것을 알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왔다. 그는 다른 무모한 구혼자들에게 소리치되,
「잘 들어라. 이 낯선 사람도 당연히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 물론 태명을 찾아온 손님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소. 그에게 환영의 선물을 주겠소. 그러면 그가 궁전의 목욕탕 시중드는 이나 다른 하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겠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소발 하나를 꺼내 오지수에게 던졌다. 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몸을 숙이며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소발은 벽에 부딪혔다.
태명이 크테시푸스를 꾸짖되,
「낯선 사람을 때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구나. 그가 공격을 피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면 네 배를 칼로 꿰뚫었을 테고, 네 아버지는 네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집에서는 모두 조심해야 하리라. 나도 어렸을 때는 그러하였으나, 이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도살된 양, 음식, 술 등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참아야 하니 말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지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제발 나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어 주시오. 아니면 여전히 청동 칼로 나를 죽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그렇게 하기를 바라오. 당신 같은 구혼자들이 낯선 사람들을 학대하고, 하녀들을 끌고 다니며 괴롭히는 끔찍한 짓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소.」
모두 침묵하였다. 아겔라우스가 입을 열되,
「친구들아, 그의 말은 옳다.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마라. 낯선 사람이나 오지수의 노비들을 학대하지 마라. 태명아, 너와 네 어머니께 정중히 충고 하나 하리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생각이 넓은 네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였을 때는,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실까 하여 우리를 멀리하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얘야, 어머니 곁에 앉아 우리 중 가장 훌륭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시도록 조언하라. 그러면 너는 아버지께서 남기신 재산을 누리며 먹고 마실 수 있고,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집을 돌보러 가실 수 있으리라.」
태명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답하되,
「예. 상제 신과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거나 어쩌면 죽기까지 하였던 제 아버지의 고난을 걸고 맹세하건대, 저는 지체 없이 그녀에게 남편감을 고르라 말하고 후한 지참금을 마련해 주겠나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보내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신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지혜의 여신이 구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웃었다. 깔깔대며 얼굴을 가누지 못하였다. 고기 접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너희의 얼굴과 머리와 몸은 밤으로 뒤덮여 있고, 너희의 비명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화려한 궁전의 천장과 벽에는 너희의 피가 흩뿌려져 있다. 현관과 안뜰은 유령으로 가득 차 있다. 에레보스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유령들이다.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음침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모두 웃었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이 새로 온 자는 미쳤구나. 어서, 얘들아, 그를 내쫓아라. 시장으로 보내라. 여기가 밤인 줄 아는구나.」
예언자가 대답하되,
「에우리마코스여, 나는 안내자를 구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눈과 귀와 발이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하니 떠나리라. 오지수의 집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너희 모두에게 무슨 불길한 일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드나이다. 너희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궁궐을 떠나 피레우스로 내려가 그를 맞이하였고, 그곳에서 환영을 받았다. 구혼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태명의 손님들을 비웃으며 그를 놀리려 하였다.
「손님들 때문에 운이 참 안 좋으시구나. 이 더러운 거지 자식은 늘 음식과 술만 더 달라 하고, 농사도 못 짓고 싸움도 못하는, 세상에 짐덩어리일 뿐이다. 저 다른 놈은 거기 서서 예언이나 하고 있더구나. 자, 잘 들어 보라. 내가 더 나은 계획을 제안하노라. 이 손님들을 배에 태워 노비로 삼아 시칠리아로 보내서 이익을 챙기라.」
태명은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조용히 아버지를 지켜보며, 뻔뻔스러운 구혼자들을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아름다운 연로비는 현명하게도 의자를 그들을 마주 보도록 놓고 각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들은 수많은 짐승을 잡아 잔치를 벌였고, 웃음이 끊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곧 강력한 남자와 여신이 복수심에 불타 그들에게 가져다줄 저녁 식사보다 더 달갑지 아니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먼저 복수를 시작하였고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제21권 활쏘기 경연==
그때 지혜로운 여신이 빛나는 눈으로 이카리우스의 딸이요 현부인인 연로비에게 한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대는 이제 오지수의 방에 활과 쇠도끼를 내어 놓고, 피바람이 일어날 시합을 베풀도록 하라.”
연로비가 그 말을 듣고 곧장 자기 방으로 올라가니, 그 굳세고 단련된 손으로 상아 자루에 청동 갈고리를 단 열쇠를 잡아 들고 시녀들과 함께 왕이 보물을 간직한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 안에는 금과 청동과 정교하게 벼린 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굽은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는 에우리토스의 아들 이피토스가 오지수에게 준 것이었다. 이피토스는 메세니아 땅 라케다이몬에 있는 현인 오르틸로코스의 집에서 우연히 오지수를 만나 깊은 우정을 맺은 신과 같은 영웅이었다.
당시 오지수는 빚을 받아내기 위하여 그곳에 갔었다. 메세니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탁도에 와서 양 삼백 마리를 훔쳐 가고 목동들까지 함께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라에르테스와 여러 장로들은 오지수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를 보내어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오게 하였다.
이피토스 또한 자기 말을 찾으러 그곳에 왔는데, 그에게는 훌륭한 암말 열두 필이 있었고, 암말마다 힘센 노새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이 훗날 이피토스의 죽음을 부르는 화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가 헤라클레스를 찾아가자 헤라클레스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흉계를 품고 있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그의 말을 빼앗으려 이피토스를 죽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를 저버리고 천신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있기 전에 이피토스가 처음 오지수를 만났을 때에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활을 그에게 선물하였다. 오지수 또한 우정의 증표로 검과 창을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집을 찾아보기 전에 이피토스는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지수가 수많은 배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나아갈 때에도 이 활만은 가져가지 않고 고향 집에 간직해 두었다가, 이탁도에서 벗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연로비가 마침내 창고에 이르러 윤이 반들반들한 참나무 문턱을 넘었다. 솜씨 좋은 목수가 자로 재고 수평을 맞추어 튼튼하게 틀을 세운 뒤 만든 아름다운 이중문이었다.
왕비가 재빨리 문고리를 풀고 열쇠를 꽂아 돌리니, 열쇠가 잠금쇠에 맞물리는 순간 문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들판의 황소가 목청을 다하여 울부짖는 듯하였다. 이윽고 문은 활짝 열렸다.
왕비는 안으로 들어가 향기로운 의복들이 상자에 보관된 널빤지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빛나는 상자 속에 놓인 활을 고리에서 조심스레 내려 품에 안았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활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활을 바라보는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뒤에야 눈물을 닦은 왕비는 수많은 날카로운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과 굽은 활을 품에 안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인 연회장으로 나아갔다.
시녀들은 주인의 청동 도끼와 철도끼가 가득 담긴 광주리를 끌고 뒤따랐다.
왕비가 구혼자들 앞에 이르러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기둥 곁에 서니, 두 시녀가 좌우에 시립하였다.
연로비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너희가 날마다 이 집에 찾아와 먹고 마시며, 오랫동안 타향을 떠난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탕진하고 있구나. 너희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너희는 나와 혼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한 가지 시합을 내리겠다.
여기 있는 이 큰 활은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 이 활을 손에 들고 능히 시위를 걸어 열두 도끼의 구멍을 한 줄로 꿰뚫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을 떠나 그 사람의 집으로 가겠다. 이 일을 내 마음이 어찌 잊으랴. 죽는 날까지, 꿈속에서라도 기억할 것이다.”
왕비는 곧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 활과 창백한 빛을 띤 쇠도끼를 구혼자들 앞에 가져다 놓으라.”
에우마이오스는 눈물을 머금고 활과 도끼를 받아 왕비가 명한 대로 갖다 놓았다.
소치기 또한 주인의 활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안태우가 크게 꾸짖으며 비웃었다.
“이 어리석은 농부들아! 어찌 그리 분별이 없느냐? 너희의 흘리는 눈물이 왕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느냐.
불쌍한 왕비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충분히 슬퍼하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앉아 밥이나 먹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실컷 울어라.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목숨을 건 활쏘기 시합을 벌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오지수만큼 활을 잘 쏘지는 못한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를 본 적이 있어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먼저 활시위를 당겨 열두 도끼를 꿰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오지수의 화살을 맞게 될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때 태명 왕자가 앞으로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아마 상제께서 나를 어리석은 자로 만드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평소의 지혜를 잃으시고 다른 사내와 혼인하여 이 집을 떠나시겠다고 하니, 나는 도리어 웃음이 나온다.
자, 구혼자들이여! 모두 앞으로 나오라.
그대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귀한 상이 아니겠는가. 이 여인은 신성한 필성에도, 아르고스에도, 미케네에도, 이탁도에도, 아카이아 땅 어느 곳에도 그와 같은 여인이 없다.
내가 굳이 어머니의 덕을 칭찬할 필요가 있으랴. 그대들도 이미 그 가치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핑계를 대지 말고 시합을 미루지도 말라. 나 또한 직접 활을 쏘아 보겠다.
만일 내가 이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설령 어머니가 다른 사내를 따라 나를 이곳에 남겨 둔다 해도 더는 원망하지 않겠다.
그리되면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무기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사내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태명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보랏빛 장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칼을 풀어 놓았다.
그는 열두 개의 도끼를 일렬로 세울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고 흙을 다져 반듯하게 고르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이처럼 능숙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제까지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명은 문턱에 걸터앉아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마다 그의 근육은 떨렸고 시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세 번 모두 실패하였다.
태명은 네 번째로 다시 시도하려 하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그를 만류하였다.
태명이 말하였다.
“아, 나는 언제나 이처럼 약하고 쓸모없는 자인가 보다.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것인가.
그대들은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 그대들이 먼저 해보라. 그렇게 하면 이 시합도 끝날 것이다.”
말을 마친 태명은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세워 두었던 활을 내려놓고 화살을 손잡이에 끼운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안태우가 외쳤다.
“자, 여러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로 일어나시오. 술을 따르는 종 곁에 앉은 자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이 이에 따르니 첫 번째로 나선 자는 성직자 레오데스였다.
그는 늘 술잔 곁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구혼자들의 횡포에 반대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활을 들고 문턱에 앉아 시위를 걸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고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았으므로 시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하였다.
레오데스가 구혼자들에게 말하였다.
“벗들이여, 나는 이 활을 당길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람이 할 차례다.
그러나 이 활은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와 기운을 꺾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이 집에 모이는 본래의 뜻을 잊고 이처럼 욕심에 사로잡혀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너희는 아직도 오지수의 아내 연로비와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활시위를 당기지 못한 자는 자기 재물을 가지고 다른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은 여인을 찾아가 구혼하라. 그리고 연로비는 운명이 정한 사람, 가장 많은 예물을 가져오는 자와 혼인하게 하라.”
말을 마친 레오데스는 활을 내려놓고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기대어 두었다.
안태우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무슨 흉한 말을 그리도 많이 하는가, 레오데스! 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는 자가 사람의 목숨을 앗을 활이라고 떠벌리다니. 네가 활쏘기에 재주가 없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다. 곧 이 활에 시위를 걸어 보일 것이다.”
한편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는 연회장을 나갔다. 오지수 또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세 사람이 대문을 지나 뜰 밖에 이르렀을 때, 오지수가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소치기와 돼지치기에게 내가 속마음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으나, 이제는 숨기지 않겠다.
만일 어느 신께서 오지수를 이끌어 갑자기 이곳에 돌아오게 하신다면,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구혼자들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오지수와 함께 싸울 것이냐? 너희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
소치기가 곧 대답하였다.
“오, 하늘의 상제시여! 부디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그분이 돌아오게 하소서. 신들이 그분을 집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그러면 제가 그분을 위하여 얼마나 용맹히 싸울 수 있는지 직접 보게 될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또한 모든 신들에게 오지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 모습을 본 오지수는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너희 둘만이 나의 귀환을 기뻐하는구나. 나를 위하여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다른 자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하였다.
만일 신께서 내 손으로 저 오만한 귀족 구혼자들을 물리치게 하신다면, 너희 두 사람에게 각각 아내와 재산을 주고 내 집 가까이에 좋은 집을 마련해 주겠다. 또한 너희는 태명의 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를 믿기 어렵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겠다.
내가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하던 때, 멧돼지의 흰 어금니에 찢긴 상처를 보아라.”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며 누더기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허벅지에 크고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두 사람은 그 상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침내 모든 의심을 버리고 통곡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오지수 또한 두 사람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세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라도 울고 싶었으나, 오지수가 말하였다.
“이제 그만 울어라. 누군가 밖으로 나와 너희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구혼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되 한꺼번에 들어가지 말고 차례대로 들어가라. 먼저 내가 들어가고, 그다음 너희가 한 사람씩 들어오라.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신호다.
만일 귀족들이 내게 활과 화살을 내주지 않거든, 에우마이오스, 네가 그것을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져와 내 손에 쥐어 주어라.
여인들에게는 연회장 입구를 굳게 잠그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있으라 명하라. 남자들의 고함이나 큰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잠잠히 자기 일을 하게 하라.
그리고 필로에티우스, 너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고 밧줄로 단단히 묶어라.
우리는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두 노비도 차례로 들어왔다.
그 무렵 에우리마코스는 불가에서 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시위를 걸 수 없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노하여 외쳤다.
“참으로 재앙이로다! 우리 모두에게 큰 수치가 닥쳤구나!
혼인이야 어찌 큰일이라 하겠는가. 이탁도에도 여인은 많고 다른 여러 성읍에도 아름다운 여인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오지수 왕보다 훨씬 힘이 약하여 그의 활에 시위 하나 걸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씻을 수 없는 수치가 아니겠는가! 이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안태우가 말하였다.
“에우리마코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은 아로왕 신의 축일이다. 이런 날에는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오늘은 활을 거두고 도끼는 그대로 두자. 아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포도주를 따르게 하여 신께 제사를 올리고, 활쏘기는 잠시 미루자.
내일 새벽 말태수를 불러 가장 좋은 염소를 가져오게 하고 활쏘기의 신 아로왕에게 제사를 올린 뒤 다시 활을 쏘아 시합을 끝내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시종들은 손 씻을 물을 따르고, 아이들은 술잔에 포도주를 나누어 따랐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하였다.
거짓과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이미 모든 일을 치밀하게 꾸며 놓았다는 것을.
오지수는 염소치기 말태수에게 명하였다.
“말태수여, 어서 불을 피우고 의자를 불 가까이 끌어다 놓으라. 양털도 깔아라. 그리고 창고에서 큰 기름 덩어리를 가져오라.
우리 젊은이들이 활을 따뜻하게 하고 기름칠하여 다시 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오늘 이 시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말태수는 곧 명을 받들어 불을 피우고 의자를 옮기며 양털을 깔고 기름 덩어리를 가져왔다.
젊은이들은 활을 불 가까이 가져가 데웠다.
그러나 여전히 시위를 걸지 못하였다.
그들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자들은 구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고 위세 높은 안태우와 에우리마코스였다.
그때 오지수가 말하였다.
“여왕의 구혼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숨기지 않겠다.
특히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 그대들에게 청하노라. 그대들은 앞서 훌륭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이제 활은 잠시 내려놓고 신들을 향하여 기도하라. 새벽이 되면 신께서 승자를 정하시고 그에게 성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저 윤이 나는 활을 다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 내 손이 아직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고 강한지, 아니면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며 가난 속에 살다가 그 힘마저 잃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구혼자들은 오지수가 정말로 활에 시위를 걸까 두려워하였다.
안태우가 곧 성을 내며 말하였다.
“이방인아!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가 너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우리 귀족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듣게 한 은혜도 모르느냐?
다른 거지들은 감히 우리의 잔치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좋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술이란 원래 그러하다. 지나치게 마시면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
옛날 유명한 켄타우로스 에우리티온도 라피테스 족을 찾아가 용맹한 피리토우스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었다.
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자 전사들이 그를 집 밖으로 끌어냈고, 무자비한 칼로 그의 귀와 코를 베었다.
그 후로도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떠돌았으며, 그날부터 켄타우로스와 인간은 서로 원수가 되었다.
술이 그에게 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네가 저 활에 시위까지 걸려고 한다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너를 가엾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배에 태워 잔혹하기로 이름난 에케토스 왕에게 보내겠다. 그곳에서는 네가 도망칠 길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잠자코 앉아 술이나 마시고 젊은 사내들과 다투지 말라.”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다.
“아니오, 안태우. 태명이 이 집에 손님으로 맞아들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손이 활시위를 당길 만큼 힘이 세다고 해서 내가 그를 따라가 혼인하리라 생각합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일로 잔치를 어지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에우리마코스가 말하였다.
“현명한 연로비여, 저 이방인이 그대와 혼인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만일 훗날 어떤 무례한 자가 말하기를,
‘저 사내들은 참으로 약하구나! 전사의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활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다니!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거지가 나타나 손쉽게 시위를 걸고 열두 도끼를 모두 꿰뚫었단 말인가!’
라고 한다면 우리의 수치가 얼마나 크겠소?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찌하겠소?”
연로비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에우리마코스여, 왕의 재산을 날마다 축내는 자가 어찌 위엄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이런 사소한 일에 그토록 소란을 피우십니까?
저 낯선 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좋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귀한 신분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서 활을 건네고 우리가 지켜보도록 하십시오.
만일 아로왕 신의 도움으로 그가 시위를 당긴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장포와 튜닉과 신을 주고, 사람과 짐승을 막아낼 날카로운 양날 검과 단검도 마련해 주겠습니다.
또한 그가 어느 곳으로 떠나든 그 길을 막지 않고 도와주겠습니다.”
그러자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하였다.
“어머니, 이 활을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거절할 것인지는 누구보다 제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섬에서든 엘리스의 넓은 목초지에서든, 이 집의 어떤 사내도 저에게 활을 내놓으라 명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서 방으로 올라가 베틀과 물레를 돌보십시오. 시녀들에게도 그리하라 명하십시오.
활쏘기는 사내의 일이며, 특히 이 집을 다스릴 제 일이옵니다.
이 집의 권세를 쥔 자가 바로 저입니다.”
연로비는 아들의 단호한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딸들과 함께 침실에 들어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맑은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내려와 그녀의 눈을 감기고 깊은 잠에 들게 하였다.
그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활을 들어 올렸다.
구혼자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웠다.
“더러운 돼지치기야! 그 활을 어디로 가져가느냐?
네가 미친 것이 아니냐? 네가 기르는 돼지들과 개들까지 너를 물어뜯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아로왕 신과 다른 불멸의 신들의 은총을 받는다 해도 그러할 것이다!”
연회장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이 너무나 컸으므로 에우마이오스는 두려워 활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때 태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할아버지! 어서 가시오! 활을 계속 가져가시오!
머지않아 누구의 명을 받들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오.
내가 할아버지보다 젊지만 힘은 더 세니 조심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판까지 쫓아가 돌을 던질 것이오.
이 집에 함부로 들어와 어머니에게 구혼하며 소란을 피우는 저 무리처럼 나에게도 힘이 있다면, 당장 모두 쫓아내고 복수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구혼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태명에 대한 분노도 어느덧 사라졌다.
에우마이오스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 유능한 주인 오지수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명숙를 불러 말하였다.
“태명이 명하기를, 연회장 문을 굳게 잠그고 단단히 묶으라 하였습니다. 남자들의 고함이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방 안에서 조용히 일을 하십시오.”
명숙는 아무 말 없이 연회장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필로에티우스 또한 급히 밖으로 나가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굳게 잠갔다.
현관에는 새로 꼰 비블로스 밧줄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밧줄로 문을 단단히 묶은 뒤 안으로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주인 오지수를 바라보았다.
오지수는 이미 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벌레가 활대를 갉아먹지는 않았는지, 곳곳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구혼자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하였다.
“활의 대가라도 되는 양 살펴보는구나. 정말 능숙한 사람처럼 행동하는군.
아마 자기 집에도 이런 활이 있었거나, 앞으로 하나 만들 생각인가 보다.
저 불쌍한 떠돌이가 활을 만지작거리는 꼴을 보라!”
한 젊은 구혼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제발 그의 앞날의 운도 저 활에 시위를 거는 솜씨만큼이나 좋기를 빌어야겠군!”
그들은 모두 오지수를 조롱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숙련된 악사가 양의 창자로 만든 줄을 리라의 줄감개에 감아 팽팽하게 매듯, 거대한 활을 한 치 한 치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능숙한 손으로 활에 시위를 걸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시위를 가볍게 튕기자, 그 소리가 마치 제비가 맑은 봄날 처마 밑에서 노래하는 듯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구혼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우레가 울렸다.
상제가 천둥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이날을 기다려 온 오지수는 간사한 크로노스의 아들이 보내온 징조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화살 하나를 집었다.
다른 화살들은 이미 화살통 속에 들어 있어 곧 쓰일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수는 화살을 활대에 얹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활과 시위를 함께 힘껏 당겼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확히 겨냥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을 놓았다.
쏜살같이 날아간 청동 화살촉은 첫 번째 도끼의 구멍을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도끼를 꿰뚫었다.
열두 개의 도끼가 모두 차례로 꿰뚫렸다.
화살은 마지막 도끼를 지나 반대편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오지수가 태명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태명아, 네 손님이 너에게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을 안겨 주었구나.
나는 모든 과녁을 맞혔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사람들은 내가 약한 자라고 비웃었으나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으나 이제 잔치를 벌일 때가 되었구나.
그리고 잠시 후 음악을 울려 축하하자. 그것이 저녁 잔치의 참된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그가 눈썹을 살짝 들어 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태명은 즉시 칼을 차고 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두 사람의 청동 무기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때부터 오래도록 억눌렸던 피바람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제22권 구혼자들을 소탕==
오지수는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알몸이 된 그는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문지방으로 뛰어 올라, 발아래에 화살을 한 아름 쏟아 놓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놀이가 끝났도다. 나는 다시 활을 쏘리라. 아직 한 번도 맞히지 못한 다른 과녁을 향하여 쏘리라. 오, 상제의 총애를 받는 활의 신이여! 부디 이 손을 도우소서!”
말을 마친 오지수는 안태우를 향하여 치명적인 화살을 겨누었다.
젊은 안태우는 금잔을 손에 들고 포도주를 휘저으며, 마치 아무 근심도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죽음이 자기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다. 어찌 그러한 생각을 하였겠는가. 수많은 연회객 가운데 홀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들 자가 있으리라고 누가 감히 생각하였겠는가.
그때 오지수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휙!
화살은 안태우의 목을 향하여 날아갔다. 화살촉은 그의 부드러운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안태우는 옆으로 쓰러졌고, 손에 들었던 금잔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곧 그의 콧구멍에서는 굵은 피가 솟구쳤으며, 발이 경련하듯 움직이다가 탁자를 걷어찼다. 탁자가 뒤집히자 음식과 술이 바닥에 쏟아졌다. 흰 빵과 잘 구운 고기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본 구혼자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두꺼운 돌담을 이리저리 뒤지며 방패와 칼을 찾았으나, 손에 잡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분노하여 오지수를 향해 소리쳤다.
“이 낯선 자여! 감히 사람을 쏘았으니 그 죗값을 치러야 하리라! 더는 경기에 참여할 수도 없고, 이제 네 목숨은 끝났도다. 네가 감히 이탁도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를 죽였으니, 오늘 여기서 독수리의 밥이 될 줄 알라!”
그러나 불쌍한 자들은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가 안태우를 우연히 죽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일 뜻을 품고 있었다는 것과, 이미 죽음의 그물이 사방에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웃었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내가 토래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 그래서 내 집을 제 것처럼 차지하고, 내 여종들을 욕보이며, 내가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내 아내에게 추근거렸느냐? 하늘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너희를 벌할 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느냐? 이제 보라. 너희는 스스로 죽음의 그물에 걸려들었도다.”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저마다 살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 가운데 에우리마코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지수여, 과연 그대가 돌아왔다면 우리의 말도 들어 주시오. 그리스인들이 그대의 영지와 집에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은 실로 잘못된 일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 일을 꾸민 우두머리는 죽었소. 바로 안태우 말이오.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소.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그대의 아내가 아니었소. 상제께서 그의 흉계를 꺾으셨으나, 그는 다른 큰일을 꾸미고 있었소. 그대의 아들을 길목에 매복하여 죽이고 왕좌를 빼앗아 이탁도를 다스리려 한 것이오.
이제 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소. 그러니 부디 폐하께서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그동안 먹은 음식과 마신 술값을 모두 갚겠소. 각자가 소 스무 마리 값에 해당하는 재물을 바치고, 그대가 원하는 금과 청동도 아끼지 않고 내놓겠소. 그대의 분노가 어찌 정당하지 않겠소.”
그러나 오지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에우리마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내 모든 재산을 내놓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친다 하여도 소용없다. 너희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내 손이 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두 길밖에 없다.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하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건져 보아라. 그러나 너희 가운데 죽음을 피할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리고 심장이 얼어붙는 듯하였다.
에우리마코스가 다시 동료들을 향하여 외쳤다.
“친구들이여! 이 자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저 윤이 나는 문지방에 버티어 서서 우리를 하나씩 쏘아 죽일 것이오. 어서 싸울 계책을 세우시오!
칼을 뽑고 탁자를 방패로 삼아 화살을 막으시오. 모두 힘을 합쳐 저자를 문지방에서 몰아내고,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합시다. 저자의 화살도 곧 다 떨어질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날카로운 청동검을 뽑아 들고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지수의 활시위가 울렸다.
쐐액!
화살은 에우리마코스의 가슴, 젖꼭지 곁을 꿰뚫고 들어가 순식간에 간을 관통하였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리며 탁자 위로 쓰러졌고, 음식과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마침내 그의 눈앞에는 검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때 암피노무스가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검을 뽑아 그를 베려 한 것이다.
그러나 태명이 재빨리 뛰어들었다. 그는 뒤에서 청동 창을 힘껏 찔러 암피노무스의 등을 꿰뚫고 가슴까지 관통시켰다.
암피노무스는 얼굴부터 땅에 처박히며 쿵 하고 쓰러졌다.
태명은 창을 그대로 그의 몸에 박아 둔 채 뒤로 달아났다. 창을 뽑으려고 몸을 굽혔다가 다른 그리스인이 달려들어 칼로 찌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말했다.
“아버님, 제가 방패와 창 두 자루, 그리고 청동 투구를 가져오겠습니다. 저도 무장을 하고 우리 목동 두 사람에게도 무기를 나누어 주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내 화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어서 가거라. 저들이 나를 문밖으로 몰아내기 전에 서둘러라. 나는 이곳에서 홀로 싸워야 하느니라.”
태명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무기고로 달려가 창 여덟 자루와 방패 네 개, 그리고 풍성한 말총 장식이 달린 청동 투구 네 개를 가져왔다.
돌아온 그는 먼저 자신의 갑옷을 갖추어 입었고, 두 목동 또한 무장을 하여 뛰어난 계략가인 오지수의 양옆에 섰다.
오지수는 화살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활을 쏘았다. 그의 집 안에서 구혼자들은 하나씩 쓰러져 갔다.
마침내 왕의 화살통도 비었다.
오지수는 튼튼한 문기둥 곁에 활을 내려놓고, 하얗게 빛나는 궁전 벽에 기대어 두었다. 그리고 네 겹으로 된 방패를 어깨에 걸치고, 잘 만든 청동 투구를 머리에 썼다. 투구 위의 말총 장식이 위엄 있게 흔들렸다.
그는 양손에 청동 창을 하나씩 움켜쥐었다.
그때 성벽 안쪽에 단단히 닫힌 문이 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오지수는 충직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곳에 서서 문을 지켜라. 이제 출구는 하나뿐이다.”
그러자 아겔라우스가 모든 구혼자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친구들이여!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저 문으로 빠져나가 사람들에게 사태를 알리고 경보를 울려야 하오. 그러면 이자의 화살도 곧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염소치기 말태수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주군. 그 입구는 너무 좁고 궁전 문과도 지나치게 가까우니 위험합니다. 용감한 한 사람만 그곳을 지켜도 우리 모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창고에 가서 갑옷을 가져오겠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적들이 갑옷을 그곳에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말태수는 성벽 안쪽의 좁은 통로를 기어 올라가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방패 열두 개와 창 열두 자루, 말총으로 장식한 청동 투구 열두 개를 꺼내 아래층으로 가져왔다.
그리하여 구혼자들은 다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오지수는 그들이 무기를 들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하였다. 그들의 오만하고 흉악한 모습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태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면 말태수가 내 집에서 우리를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구나!”
태명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버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창고 문을 조금 열어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쪽에서 누군가 망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여, 가서 문을 굳게 닫고 살펴보시오. 우리를 해치려 한 자가 여자들 가운데 있는지, 아니면 제가 의심하는 말태수인지 알아보시오.”
한편 말태수는 다시 무기를 가져오기 위하여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돼지치기가 그를 발견하고 오지수에게 알렸다.
“나리, 우리가 모두 의심하던 그 간악한 자가 창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리께서는 언제나 묘한 계책을 세우시니, 제가 그를 죽이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이곳으로 끌고 와 나리께서 그의 온갖 죄악을 친히 다스리시겠습니까?”
오지수는 이미 계책을 세워 두고 있었다.
“태명과 나는 저 구혼자들이 아무리 날뛰더라도 이곳에 가두어 두겠다. 너희 둘은 말태수의 손발을 뒤로 묶어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가라.
그리고 높은 기둥에 밧줄을 걸고 서까래에 매달아라. 그가 죽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하라.”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곧 무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말태수는 그들이 오는 줄도 몰랐다. 그가 무기를 찾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문 양쪽에 숨어 기다렸다.
마침내 말태수가 한 손에는 아름다운 투구를 들고, 다른 손에는 옛날 라에르테스가 젊은 시절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이음새가 다 풀려 녹슨 채 창고에 버려진 방패를 들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말태수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안으로 끌어들인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손발을 뒤로 묶고 매듭진 밧줄로 단단히 동여맨 다음,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서까래에 매달았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그를 조롱하였다.
“말태수야, 이 부드러운 침상에서 밤새도록 편히 자거라. 이것이 네가 지은 죄의 대가다. 새벽이 되어 바다 위 황금빛 왕좌에 해가 떠오르고, 네가 염소들을 몰아 이 집에 와서 구혼자들의 저녁상을 차리던 바로 그때까지 여기 매달려 있거라.”
그리하여 말태수는 손발이 묶인 채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다.
두 목동은 무장을 마치고 방을 나와 문을 닫은 뒤 교활한 지도자 오지수에게 합류하였다. 그들은 문지방에 굳게 서서 결의를 다졌다.
안에는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아 있었으나, 오지수와 태명, 그리고 두 충직한 목동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었다.
그때 상제의 딸인 지혜낭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과 음성은 마치 명토와 같았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말했다.
“명토여, 우리 사이의 오랜 우정을 기억하소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나는 그대를 소중히 대하였나이다. 이제 나를 도와주소서!”
그는 그녀가 군대를 움직이는 지혜낭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구혼자들이 일제히 반대의 소리를 질렀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스승이시여, 부디 오지수의 말에 속아 우리와 싸우지 마십시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우리가 이 아버지와 아들을 죽이고 당신 또한 당신의 계략대로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당신도 그 죗값을 목숨으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청동검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며, 당신이 가진 모든 재물 또한 빼앗아 우리의 전리품 가운데 섞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들도 이 연회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당신의 아내와 딸들도 이탁도에서 자유로이 거닐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지혜낭자는 크게 노하여 오지수를 꾸짖었다.
“지금 그대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상제의 총애를 받는 백발의 헬레나를 위하여 아홉 해 동안 토래성인들과 싸웠고, 전쟁 중 수많은 적을 죽였으며, 끝내 그 성을 함락할 계책까지 세웠도다.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거늘, 어찌하여 이 구혼자들에게 정당한 무력을 쓰기를 두려워하는가?
자, 내 곁에 서라. 알키무스의 아들 명토가 그대가 세운 모든 공적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적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라.”
그러나 지혜낭자는 아직 결정적인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지수와 그의 아들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비처럼 연기 속으로 날아올라 지붕의 서까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겔라우스와 데모프톨레모스, 에우리노모스, 피산더, 암피메돈, 보리보가 살아남은 구혼자들을 독려하였다. 그들은 가장 용감한 자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이미 활과 빗발치는 화살에 쓰러지고 없었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 명토의 허풍은 모두 헛소리였도다. 그는 떠났고, 이제 저자들만 문 앞에 남았소.
어서 저 잔혹한 자를 제압하여 손을 멈추게 하시오. 한꺼번에 모든 창을 던지지 말고, 먼저 우리 여섯 사람이 창을 던집시다. 상제께서 오지수를 맞혀 우리에게 승리를 허락하시기를 기도합시다. 그가 쓰러지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오.”
여섯 사람은 그의 말에 따라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가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버렸다.
한 창은 궁전 홀의 문설주를 꿰뚫었고, 또 한 창은 굳게 닫힌 문에 박혔다. 다른 창은 벽에 깊이 박혔다.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오지수의 무리는 모든 창을 피하였다.
오지수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마침내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들은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무기를 빼앗으려 한다! 이제 과거의 원한을 갚고 너희 목숨을 지켜라. 지금 쏘아라!”
네 사람은 일제히 창을 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데모프톨레모스를 쓰러뜨렸다. 태명과 에우리아데스와 돼지치기는 엘라투스를 죽였고, 소치기는 피산더를 쓰러뜨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다른 구혼자들은 구석으로 몰려 웅크렸다.
그러나 살아남은 네 사람이 시체에서 창을 뽑아 다시 손에 들었다.
구혼자들도 다시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는 또다시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 창은 문설주에 박혔고, 또 한 창은 문을 꿰뚫었다. 다른 물푸레나무 창은 벽에 박혔다.
암피메돈의 창은 태명의 손목 곁을 스치며 지나가 청동이 그의 살갗을 찢었다.
크테시푸스가 던진 창은 돼지치기의 방패 바로 위 어깨를 스쳐 지나가 뒤쪽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눈 밝고 계략에 능한 오지수와 그의 동료들은 몰려드는 구혼자들을 향하여 날카로운 창을 내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에우리다마스를 꿰뚫었다.
태명은 암피메돈을 베었고, 돼지치기는 보리보를 쓰러뜨렸다. 목동은 크테시푸스의 가슴을 청동 창으로 꿰뚫으며 외쳤다.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를 모욕하기를 즐겨 하더니, 이제 네 자랑도 끝났구나. 신들이 마지막 말을 하셨고 승리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것은 네가 오지수가 집 없는 떠돌이처럼 자기 집을 지나갈 때 발로 걷어찬 대가이니라!”
오지수는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아겔라우스를 찔렀다.
태명은 레오크리투스에게 달려들어 배에 청동 창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레오크리투스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쳤다.
그때 지혜낭자가 지붕 위에서 치명적인 아이기스를 높이 들어 올렸다.
겁에 질린 구혼자들은 봄날 해가 길어지는 때 등에에게 쫓긴 소 떼처럼 연회장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마치 굽은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독수리 떼가 높은 언덕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구름 아래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희생자들은 도움을 받을 곳도, 달아날 길도 없었다. 네 명의 전사들은 사방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며 하나씩 베어 넘겼다.
머리가 깨지는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가 궁전을 가득 채웠고, 바닥은 어느새 온통 피로 물들었다.
레오데스는 오지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위하여 달려들어 그의 무릎을 붙잡았다.
아겔라우스가 죽으며 손에서 칼을 떨어뜨렸다.
오지수는 강한 팔로 그 칼을 휘둘러 사제의 목을 베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읊조리던 그의 머리는 피를 흘리며 먼지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억지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시인 페미우스는 뒷문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갈림길에 놓였다.
밖으로 나가 옛 주인들이 수많은 제물의 허벅지뼈를 태우던 가정의 신, 위대한 상제의 제단 아래 숨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그는 마침내 결심하였다.
간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속이 빈 리라를 믹싱볼과 은제 의자 사이 바닥에 내려놓고 오지수의 무릎을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다.
“오지수 나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저를 죽이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저는 신과 인간을 위하여 노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를 익혔으나 신들께서 제 마음속에 온갖 노래를 심어 주셨습니다.
저는 마치 신 앞에서 노래하듯 나리를 위하여 노래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참으시고 제 목을 베지 마소서. 아드님께 물어보십시오. 제가 저녁마다 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러 온 것은 제 뜻이 아니었다고 아드님께서 증언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사납고 수가 많았습니다. 제게는 다른 길이 없었나이다.”
그러자 용맹한 태명이 급히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서 말하였다.
“아버님, 칼을 거두소서.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집사 메돈도 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늘 저를 돌보아 준 사람입니다. 목동들이 이미 그를 죽였거나,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모습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메돈은 이미 지혜롭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의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새 소가죽으로 자신을 덮어 숨었다.
태명의 말을 듣자 그는 의자 아래에서 벌떡 일어나 소가죽을 벗어 던지고 태명 곁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부디 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당신의 아버지는 너무나 강하시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고 아들인 당신을 업신여긴 구혼자들에게 크게 노하셨습니다. 제발 아버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러자 영리한 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 아버지는 이미 네 목숨을 구해 주셨느니라. 그러니 살아남아 선행이 악행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라.
이제 홀을 나가거라. 밖으로 나가 마당에 있는 이름난 가수 곁에 앉아 있으라. 나는 이 집 안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상제의 제단 곁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 숨을 죽였다.
오지수는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있는지, 혹은 죽음을 피해 숨어 있는 자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다가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었다. 마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어두운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고기 떼가 넓은 모래사장에 쏟아져 나온 것과 같았다.
그렇게 구혼자들은 서로 겹쳐져 죽어 있었다.
그러나 오지수는 여전히 계략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명숙에게 할 말이 있다. 태명아, 어서 그녀를 데려오너라.”
태명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문을 살짝 열고 유모를 불렀다.
“유모여, 어서 오시오! 그대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궁전의 여자 노비들을 거느려 왔소. 아버지께서 그대와 할 말씀이 있으니 빨리 오시오!”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으나 크고 튼튼한 홀의 문을 열었다.
태명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학살당한 남자들의 시체 사이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오지수를 보았다.
마치 사자가 초원의 소를 잡아먹은 뒤 가슴과 턱이 온통 피로 물든 것처럼, 오지수의 손발 또한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참혹한 시체들을 보고, 사방에 흩어진 피를 보고, 그토록 처참한 살육의 광경을 눈앞에 마주한 유모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맹세하건대 나는 이 집의 어떤 여자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소.
나는 오히려 구혼자들을 말리며 손을 더럽히지 말라고 간곡히 타일렀소. 그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소. 그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지은 죄에 합당한 최후를 맞은 것이오.
그러니 이제 이 집의 여자들에 관하여 말해 보시오. 누가 나를 업신여겼으며, 누가 끝까지 정절을 지켰소?”
주인을 깊이 사랑하는 늙은 여종이 대답하였다.
“얘야, 내가 이 집의 사정을 낱낱이 알려 주마.
이 집에는 우리가 양털을 빗는 법을 가르치고 노비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여종이 쉰 명이나 있단다. 그런데 그 가운데 열두 명이 명예를 저버렸구나.
그 열두 명은 나와 우리 안주인 연로비를 업신여겼다. 연로비께서는 태명이 아직 어리고 이제 막 장성하였으므로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셨지.
내가 위층 여자들의 방으로 올라가 주인마님께 이 일을 아뢰겠소. 아마 어느 신께서 그분에게 잠을 내려 주신 모양이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직은 안 된다. 그녀를 깨우지 마라. 먼저 나 없는 동안 반역을 꾀한 여자들을 모두 불러오너라.”
늙은 유모는 그의 명을 받들어 복도를 지나가며 여자들을 하나씩 불렀다.
그동안 오지수는 태명과 목동들을 불러 모아 명하였다.
“이제 시체를 치워야 한다. 여자들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 꿀처럼 부드러운 스펀지와 물을 가져다가 내 위엄 있는 의자와 아름다운 탁자를 깨끗이 닦아라.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내 궁전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아라.
그리고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데려오너라. 긴 칼로 그들을 베어 죽여라. 그리하면 그들이 아프로디테의 힘을 빌려 구혼자들과 은밀히 저지른 행위를 더는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자들은 절망하여 흐느끼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달려왔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밖으로 옮겨 지붕 아래에 차곡차곡 쌓았다.
오지수는 그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
여자들은 물에 적신 흡수성 좋은 스펀지로 아름다운 의자와 탁자를 닦았다. 태명과 목동들은 삽으로 바닥의 피와 더러운 것들을 긁어내 깨끗이 만들었다.
여자들은 쓰레기를 주워 밖으로 내다 버렸다.
남자들은 집 안의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돈한 다음, 여자들을 밖으로 끌어내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가두었다.
여자들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태명이 나서서 말했다.
“저 여자들은 구혼자들의 곁에 누워 나와 어머니에게 수치를 안겼소. 그러니 나는 이들에게 깨끗한 죽음을 허락할 수 없소.”
그는 뱃사람들이 쓰는 굵은 밧줄을 가져다가 둥근 홀과 높이 솟은 기둥에 걸었다. 그리고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매달았다.
마치 비둘기나 지빠귀가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날개를 펼쳤다가 누군가 놓아둔 덫에 걸려 그물에 갇히는 것과 같았다.
여자들의 머리가 일렬로 늘어섰고, 목에는 올가미가 걸렸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잠시 발을 떨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도 멎었다.
그런 다음 남자들은 말태수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들은 구부러진 청동 칼로 그의 코와 귀를 베고, 성기를 잘라 개들에게 날것으로 던져 주었다.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그들은 그의 손과 발까지 잘라냈다.
그 일을 마친 뒤 남자들은 몸을 씻고 궁전 안으로 돌아왔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늙은 유모에게 말했다.
“이제 불과 유황을 가져오너라. 악령을 몰아내는 약이니 집안을 깨끗이 소독하겠다. 그리고 연로비와 그녀의 노비들, 모든 여종들을 이 집 안으로 불러들이거라.”
유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나리. 모든 말씀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장포와 저고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튼튼한 등을 그런 누더기 한 벌로만 가리고 계시면 어찌 옳겠습니까?”
그러자 온갖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먼저 불을 피워 이 홀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옳다.”
충직한 여종은 그의 명을 받들어 불과 유황을 가져왔다.
오지수는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웠고, 집 안의 모든 방과 마당을 두루 훈증하였다.
그동안 늙은 유모는 궁전 곳곳을 뛰어다니며 여인들을 불렀다.
횃불을 든 여인들은 저마다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였다. 어떤 이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어떤 이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기쁨으로 맞았다.
오지수는 마침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그 자리에 있는 여인들을 하나하나 모두 알아보았다.
==제23권 부부상봉과 침상의 비밀==
늙은 여종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낄낄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 마님에게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음을 고하였더라.
평소에는 힘없이 떨리던 두 무릎에 문득 힘이 솟은 듯하고, 발걸음 또한 가벼워져 단숨에 여왕의 침상 곁, 머리맡에 이르러 말하였느니라.
“마마, 어서 일어나 보십시오! 마침내 마마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지수 대감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바로 이 집 안에 계십니다!
마침내 돌아오셨단 말입니다!
대감의 재산을 탕진하고 왕자를 위협하며 온갖 횡포를 일삼던 구혼자들을 모조리 죽이셨습니다!”
그러나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가련한 늙은이여, 신들이 그대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였구나.
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고, 어리석은 자를 갑자기 지혜롭게 만들 수도 있는 힘을 지녔느니라.
그대는 본래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토록 어리석은 말을 하는가.
내가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희롱하려 하는 것이며, 어찌하여 내 눈을 덮고 있던 달콤한 잠에서 나를 깨웠단 말인가.
오지수가 저주받은 도시 에빌리움으로 떠난 뒤로 나는 이토록 깊은 잠을 잔 적이 없었느니라.
어서 돌아가거라.
다른 여종이 와서 나를 깨우고 이런 허망한 말을 또다시 지껄인다면, 나는 당장 그 아이를 아래층으로 쫓아낼 것이며 결코 너그럽게 대하지 않을 것이니라.
다만 그대는 나이가 많으므로 이번에는 심한 꾸지람을 면하게 하겠노라.”
그러자 명숙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하였더라.
“얘야, 내가 너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란다. 참말이다.
오지수 대왕께서 정말 이곳에 돌아오셨단다.
그토록 오랫동안 너희를 괴롭히던 그 낯선 사람이 바로 오지수 대왕이시니라.
태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혜롭게도 아버지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그리하여 대왕께서 구혼자들의 오만과 횡포를 갚으실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 말을 듣자 연로비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유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느니라.
그리고 급히 말하였도다.
“유모여!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오지수가 이 집에 돌아왔다면 어찌 그 많은 구혼자들을 공격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혼자 한 분뿐인데, 이 집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 않았습니까?”
명숙가 대답하였느니라.
“나는 그 일을 자세히 보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사내들이 죽어가며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었을 뿐이란다.
우리는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는데, 얼마 후 네 아들이 나를 불렀단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것이었지.
그리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오지수께서 시신들 가운데 서 계셨단다.
시체가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서로 포개져 있었느니라.
네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마치 사자처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온몸이 떨렸을 것이다.
지금 그 시신들은 모두 안뜰 문밖에 쌓여 있고, 오지수께서는 궁전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하여 큰 불을 피우고 계신단다.
이 집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되찾으시려는 것이지.
그리고 나를 보내 너를 데려오게 하셨느니라.
어서 나와 함께 가자.
그러면 너와 그분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미 너무나 큰 고통을 견뎌내지 않았느냐.
이제 네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분은 살아 계신다!
집으로 돌아오셔서 너와 아들을 다시 만나셨으며,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구혼자들에게 마침내 원수를 갚으셨단다.”
그러나 연로비는 여전히 신중하게 대답하였느니라.
“유모여, 너무 기뻐하지 마시오.
그대도 알다시피 나와 내 아들은 오지수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소. 우리 모두 그러하였소.
그러나 그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소.
사람들은 어떤 신이 구혼자들의 횡포와 오만함에 진노하여 그들을 죽였다고 말하고 있소.
그들은 손님이 선하든 악하든 가리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았으며, 그들의 어리석음이 마침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을 것이오.
그러나 내 남편 오지수는 고향을 잃었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숨까지 잃었다고 나는 믿고 있소.”
유모가 다시 말하였느니라.
“얘야! 네 남편이 지금 여기 난롯가에 있는데 어찌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느냐?
너는 예나 지금이나 의심이 참 많구나.
그러나 내게는 분명한 증거가 있단다.
내가 그분의 몸을 씻겨 드리다가, 옛날 멧돼지의 송곳니에 찔려 생긴 흉터를 만졌느니라.
나는 곧장 너에게 알려주려 하였으나, 그분께서 내 목을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셨단다.
자, 어서 나와 함께 가자.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나를 죽여도 좋다.”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도다.
“유모여, 그대가 총명한 사람인 것은 내가 잘 아오.
그러나 신들의 뜻을 사람이 어찌 모두 헤아릴 수 있겠소.
자, 나와 함께 아들을 만나러 갑시다.
구혼자들이 죽은 모습을 직접 보고, 또한 그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소.”
이에 연로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느니라.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어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마음이 갈팡질팡하였도다.
마침내 문턱을 넘어 불빛이 비치는 곳에 이르러 벽 가까이에 앉아 남편과 마주 보았느니라.
오지수는 기둥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때 자신과 한 침상을 함께 쓰던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연로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느니라.
때때로 그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면 분명 오지수와 닮은 듯하였으나, 더럽고 낡은 옷차림은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도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태명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느니라.
“어머니! 어찌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왜 이토록 잔인하게 아버지를 거절하십니까?
왜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앉아 말씀을 나누지 않으십니까?
세상 어느 여인도 백 살을 먹었다 하더라도 어머니처럼 완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돌아오신 아버지를 어찌 이리 멀리하십니까?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돌처럼 굳어 있군요!”
그러나 연로비는 깊이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하였느니라.
“얘야, 나도 지금 마음이 어지럽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단다.
그러나 만일 이분이 정말 내 남편이라면, 정말로 나의 오지수가 돌아온 것이라면, 우리 둘만이 아는 은밀한 징표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징표로써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러자 냉정하기로 이름난 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태명에게 말하였도다.
“아들아, 어머니께서 나를 시험하시도록 내버려 두어라.
머지않아 어머니께서는 나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실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더럽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으로 있는 동안에는 어머니께서 나를 선뜻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실 것이니라.
그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한 사람만 죽였더라도 그 살인자는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달아나야 할 것이니라.
그런데 우리는 이탁도의 기둥이라 할 만한 자들과 이 섬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도 아버지의 꾀와 슬기에 견줄 수 없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곧장 아버지의 뒤를 따르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용감히 행동하겠습니다.”
오지수는 곧 계책을 세웠느니라.
그가 말하되,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희 셋은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에게도 좋은 옷을 입혀라.
그리고 신과 같은 가수는 리라를 들고 맑고 경쾌한 혼례의 노래를 연주하도록 하라.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이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이 집에서 혼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니라.
우리가 우리 영지의 숲에 이를 때까지는 구혼자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멀리 퍼져서는 안 된다.
그곳에 이르면 상제께서 우리에게 정해 주신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람들은 모두 오지수의 말대로 행하였도다.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도 몸을 단장하였으며, 가수는 리라를 들고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하였느니라.
그 음악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흥이 일어났도다.
집 안은 아름다운 허리띠를 두른 남녀들의 발소리로 가득 찼느니라.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렸도다.
“저토록 많은 구혼자가 찾아들던 왕비가 마침내 혼인하는 모양이구나!
참으로 완고한 여인이로다.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킬 힘조차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러나 그들은 궁전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여종 에우리노메가 오지수의 몸을 씻기기 시작하였도다.
그의 몸에 감람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튜닉과 아름다운 장포를 입혔느니라.
그러자 지혜낭자가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령한 아름다움을 내려주었도다.
그의 키는 더욱 크고 몸은 더욱 굳세어졌으며, 머리카락은 자운화 꽃처럼 풍성하고 곱슬곱슬하게 자라났느니라.
마치 지혜낭자나 해필수가 장인에게 금속 세공의 기술을 가르쳐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게 한 뒤, 은 위에 황금을 부어 장식하는 것과 같았도다.
지혜낭자는 오지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아름다움을 부어주었으며, 목욕을 마친 그의 모습은 마치 불멸의 신과 같았느니라.
오지수는 다시 아내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말하였도다.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로구나!
신들이 그대에게 철석같이 굳센 마음을 내려주신 것이 분명하도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통을 겪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이토록 거절하는 아내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자, 유모야.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상을 하나 마련해 주어라.
이 여인은 참으로 쇠붙이보다 더 굳센 마음을 지녔구나.”
그러자 연로비가 재치 있게 대답하였느니라.
“참으로 대단한 남자로군요!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뽐내는 것도 아니며, 지금 일어난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긴 노를 저어 이탁도를 떠나던 날에도 당신은 늘 그런 모습이었으니까요.
자, 명숙여.
그가 직접 지은 방 밖에 침상을 마련하여라.
침상틀을 밖으로 옮기고 그 위에 이불과 담요를 깔아 주어라.”
이 말은 남편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더라.
그러자 오지수가 크게 노하여 충실한 아내에게 말하였느니라.
“여인이여!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구나.
누가 내 침상을 옮겼단 말인가?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그것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신이라면 쉽게 옮길 수 있겠지.
아무리 젊고 힘센 사람이라도 그 침상을 움직일 수는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 침상에는 남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며,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느니라.
안뜰에는 가늘고 긴 잎을 가진 감람나무 한 그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도다.
그 줄기는 마치 기둥처럼 굳세었느니라.
나는 바로 그 감람나무를 중심으로 방을 지었도다.
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았느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람나무를 다듬어 청동 도끼로 가지를 뿌리부터 끝까지 잘라내고, 나무줄기를 깎아 침상의 기둥을 만들었도다.
송곳과 드릴로 나무를 뚫어 기둥을 만들었느니라.
그것이 내가 만든 첫 번째 침상 기둥이었도다.
그 뒤 금과 은과 상아를 박아 넣어 나머지 세 기둥을 만들고, 자주색으로 물들인 소가죽 끈을 그 위에 팽팽하게 둘렀느니라.
이것이 바로 그 침상의 비밀이니라.
그러니 여보, 내 아내여!
그 누가 감히 그 감람나무의 줄기를 잘라 침상을 옮겼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침상이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연로비의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느니라.
그녀는 마침내 남편이 보여준 징표를 모두 깨달았도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하였느니라.
“오지수여!
이제는 제게 노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다른 모든 일에서는 참으로 이해심 깊은 사람이거늘, 어찌하여 제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을 원망하십니까.
신들이 우리를 괴롭힌 것이옵니다.
우리가 함께 젊음을 누리고 늙을 때까지 한평생을 같이 살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하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악한 사내가 거짓말로 나를 속일까 늘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정직하지 못하고 간교한 남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이방인 또한 만일 그리스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 헬렌을 데려갈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신이 그녀의 마음에 그러한 욕망을 심어 그 일을 하게 만든 것이겠지요.
그것이야말로 내게 처음으로 큰 슬픔을 안겨 준 열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께서는 우리 침상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여종 악토리스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습니다.
악토리스는 우리 방을 지키던 사람이었지요.
당신은 마침내 내 완고한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믿게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오지수는 눈물이 솟아나는 것을 참지 못하였느니라.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소리 내어 흐느꼈도다.
마치 해신이 바다에서 배를 부수고 거센 파도와 강풍으로 선원들을 바다에 내던졌을 때, 살아남은 자들이 마침내 육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느니라.
어떤 자들은 바다를 빠져나와 해안에 이르렀으나 온몸에 소금물이 묻어 있었도다.
그들은 살아남은 것을 신들에게 감사하며 기어 올라왔느니라.
이와 같이 연로비 또한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품에 안고 기쁨에 겨워 하얀 팔로 그의 목을 놓지 않았도다.
두 사람은 장밋빛 새벽이 하늘에 이를 때까지 울고 싶었으나, 빛나는 눈을 가진 지혜낭자가 그들을 불쌍히 여겨 개입하였느니라.
지혜낭자는 밤을 붙잡아 두고 황금빛 새벽이 바닷가에 오래 머물게 하였으며, 빛나고 밝은 새벽의 망아지들이 멍에를 쓰지 못하게 하였도다.
그러자 오지수가 머리가 어지러운 듯 말하였느니라.
“여보, 우리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앞으로도 많은 고난이 남아 있고,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힘든 일이 많이 있소.
이는 티레시아스의 영혼이 내게 알려준 운명이오.
내가 염라국의 집에 들어가 나와 내 부하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었던 날, 그는 내게 앞으로의 일을 알려주었소.
그러니 이제 함께 침상에 들도록 합시다.
달콤한 잠을 누리도록 합시다.”
그러자 늘 앞날을 내다보는 연로비가 대답하였느니라.
“당신이 원하실 때 언제든지 그러십시오.
이 침상은 본래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신들께서 마침내 당신을 집으로, 그것도 잘 지어진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신께서 당신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겠지만, 지금 알아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지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그대는 참으로 특별한 여인이오.
어찌하여 내게 그대의 마음까지 아프게 할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대에게 숨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겠소.
티레시아스는 내가 노를 들고 여러 고을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소.
그러다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지 않는 사람들, 배의 뱃머리를 붉게 칠하지 않는 사람들, 배의 날개와도 같은 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사람이 내 어깨에 짊어진 것을 보고 그것을 ‘키’라고 부르는 순간, 내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라고 하였소.
그때 나는 노를 땅에 깊이 박고 해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하오.
숫양과 황소와 멧돼지, 흠 없는 짐승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늘에 거하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하였소.
그렇게 하면 나는 바다에서 죽지 않고 편안히 늙어갈 것이며, 부유하고 행복한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하였소.”
현명한 연로비가 대답하였도다.
“신들께서 당신이 편안하게 늙어가도록 허락하신다면, 우리의 모든 고난에도 마침내 끝이 있을 희망이 있겠군요.”
두 사람은 이렇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느니라.
그동안 노비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에우리노메와 명숙는 횃불을 들고 와 튼튼한 침상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깔았도다.
유모는 자기 침상으로 돌아갔고, 에우리노메는 횃불을 들고 왕과 왕비를 그들의 침상까지 인도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느니라.
마침내, 참으로 마침내, 기쁨에 찬 남편과 아내는 오래전 헤어졌던 부부의 침상으로 다시 돌아왔도다.
한편 목동들과 태명은 춤을 멈추고 여인들에게도 춤을 그치게 하였으며,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느니라.
왕과 왕비는 서로 사랑을 나눈 뒤 또 하나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더라.
연로비는 자신 때문에 구혼자들이 집안을 망쳐 놓고, 양과 소 떼를 마구 죽이며, 포도주를 지나치게 마시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남편에게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지수 또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그 일을 이루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를 하나하나 들려주었도다.
연로비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남편이 모든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잠들지 않았느니라.
먼저 오지수는 키코네스족을 무찌르고 그들을 죽였던 일부터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로터스 열매를 먹는 사람들이 사는 들판에 이르렀던 일과, 독안거인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그에게 붙잡힌 부하들을 되찾고 그 무도한 자에게 복수하였는지를 말하였느니라.
그 뒤 아이올로스 산에 이르러 환대를 받고 도움까지 받았으나,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운명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였도다.
갑자기 거센 폭풍이 일어나 그를 바다 건너로 끌고 갔으며,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하여 통곡하였느니라.
또한 라이스트리고니아에 이르렀을 때 그곳 사람들이 그의 함대를 공격하여 배를 모조리 깨뜨리고 수많은 부하를 죽였던 일도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키르케의 교활한 계략과,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하여 염라국으로 내려갔던 일도 말하였느니라.
그곳에서 죽은 벗들을 만났고, 어린 시절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어머니의 혼백까지 만났다고 하였도다.
또한 사이렌의 끝없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떠돌았던 일, 방황하는 바위와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에 이르렀던 일, 스킬라의 손아귀에서 겨우 빠져나왔던 일도 차례로 들려주었느니라.
그의 선원들이 태양신의 신성한 소 떼를 잡아먹었던 일도 말하였도다.
그때 상제가 연기와 천둥으로 하늘을 뒤흔들고 번개를 내리쳤으며, 그 번개가 배를 산산이 부수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자신만은 살아남아 마침내 옥기섬에 이르렀다고 하였도다.
그곳에서 립선가가 자신을 동굴에 가두고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며, 자신을 돌보아 죽음과 세월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그녀의 온갖 말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였느니라.
그는 여러 해 동안 참혹한 고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페아키아에 이르렀으며, 그곳 사람들은 자신을 마치 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하였도다.
그들은 청동과 금과 많은 옷가지를 선물하고 오지수를 다시 고향 이탁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에 태워 보냈느니라.
마침내 오지수의 긴 이야기가 끝났도다.
달콤한 잠이 그의 마음을 덮어 모든 근심과 고통을 잠시 잊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총명한 눈을 가진 지혜낭자는 밤새 경계를 늦추지 않았도다.
오지수가 아내와의 기쁨을 다 누리고 잠에 들었다고 생각한 때, 지혜낭자는 오케아노스의 물결에서 갓 태어난 새벽을 깨워 세상에 보내었느니라.
황금빛 새벽이 지상에 빛을 드리우기 시작하자 오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말하였도다.
“여보, 우리 둘 다 참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소.
당신은 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었고, 상제와 다른 신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소.
나 또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운명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소.
그러나 이제 마침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소.
당신은 집 안의 재산을 잘 돌보아 주시오.
나는 그동안 약탈을 나가 구혼자들이 제멋대로 죽여 버린 양들을 대신할 양들을 마련하고, 다른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양을 얻어 우리에 가득 채워야 하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골 과수원으로 가서 슬픔에 잠긴 아버지를 뵈어야겠소.
날이 밝으면 내가 구혼자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퍼질 것이오.
여보, 당신은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할 사람이오.
그러니 여종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앉아 있으시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무기를 챙기고 목동들과 태명을 불러 청동 흉갑을 입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거느리고 집 밖으로 나갔도다.
어느덧 새벽빛이 온 땅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였느니라.
그때 지혜낭자가 다시 밤의 어둠을 내려 그들을 감추고, 오지수와 그의 일행을 마을 밖으로 인도하였도다.
==제24권 구혼자들의 혼백과 저승의 속편,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이에 허명<ref>헤르메스</ref>이 구혼자들의 혼백을 집 밖으로 불러내니, 그 손에는 황금 지팡이가 들려 있었더라. 그 지팡이는 신묘한 힘이 있어, 뜻하는 때에는 산 사람의 눈을 감기기도 하고 잠든 자의 눈을 뜨게 하기도 하는 보물이었느니라.
허명이 혼백들을 이끌어 가매, 저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따라오는 모양이 마치 깊은 굴속 어두운 구석에 매달려 있는 박쥐 떼와 같았더라. 한 마리 박쥐가 무리에서 떨어져 바위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박쥐들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끽끽 울어대듯이, 구혼자들의 혼백 또한 괴이한 소리를 내며 치유의 신 허명의 뒤를 따랐느니라.
그들은 넓게 트인 길을 지나 큰 바다를 건너고, 려우도 바위와 태양신의 문을 지나 꿈의 세계를 헤매었으며, 마침내 삶에 지친 혼백들이 머무는 곳, 저승화 꽃밭에 이르렀더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길수의 유령과 파달룡의 혼백을 만났고,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아길수 다음으로 고려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아이아스의 유령 또한 만났더라.
그때 건웅의 혼백이 비통한 마음으로 죽음의 땅에 막 이르렀으니, 그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무리 가운데 들어섰더라. 또한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 호위병들에게 죽임을 당한 여러 사람의 혼백도 함께 이르렀느니라.
그때 아길수의 유령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였더라.
“오호라, 건웅이여!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번개의 신 상제께서 모든 영웅 가운데서 그대를 가장 사랑하셨다 하더이다. 그대가 토래성에서 고려 군사를 이끌고 큰 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니라. 고려 사람들이 전쟁의 온갖 고초를 견뎌야 했던 그곳에서 그대는 대군을 거느리고 용맹을 떨쳤도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하필 가장 참혹한 때에 그대를 찾아왔구나. 그대가 토래성에서 장수의 명예를 누리며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하였다면 모든 고려인과 동맹국의 사람들이 그대를 위하여 큰 무덤을 쌓았을 것이며, 그대의 아들 또한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쳤을 것이니라.
그러나 운명이 그대에게 허락한 것은 이처럼 참혹한 죽음이었도다.”
이에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필우의 아들 아길수여, 내가 아라국<ref>아르고스</ref>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ref>트로이아</ref>에서 죽은 것은 어찌 보면 하늘이 정한 운명이었느니라. 고려<ref>그리스</ref>의 용사들과 토래성의 뛰어난 전사들이 내 시신을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도다.
나는 휘몰아치는 먼지 가운데 누워 영웅의 위엄을 떨쳤으며, 한때 전차를 몰던 영화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느니라.
우리는 하루 종일 싸웠고, 차라리 영원히 싸우고 싶었으나 상제 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마침내 우리를 멈추게 하셨도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 시신을 배에 실어 전장에서 멀리 옮긴 뒤 관에 눕히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긴 다음 향기로운 기름을 발랐느니라. 그리고 나를 위하여 울며 머리카락을 잘랐도다.
그때 나의 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듣고 산령녀<ref>님프</ref>들과 함께 파도 위로 모습을 나타내셨느니라.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무서웠던지 바다 건너까지 메아리쳤으며, 병사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도다.
그때 현명한 노인 내손<ref>네스토르</ref>이 우리를 말리며 이르기를,
‘장수들이여, 여기 머무르시오. 지금 오시는 분은 불멸의 물을 가지고 오시는 그의 어머니이시니라.’
하였느니라.
산령녀들이 죽은 아들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려인들도 다시 용기를 얻었도다. 늙은 바다의 왕의 딸들이 내 주위에 둘러앉아 통곡하였고, 나에게 신들의 옷을 입혔느니라.
또한 아홉 무사여신<ref>뮤즈</ref>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를 위한 애가를 불렀으니, 그 노래가 너무나 애절하여 아무도 눈물을 참지 못하였도다.
신과 인간이 모두 열일곱 날 밤낮으로 나를 애도하였으며, 마침내 내 시신을 화장대 위에 올리고 살진 양과 소를 많이 잡아 제사를 올렸느니라.
나는 신들의 옷을 입은 채 불길 속에 놓였고, 몸에는 기름과 꿀을 발랐도다.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화장대 주위를 돌며 큰 함성을 질렀으며, 마침내 해필수의 불꽃이 내 육신을 태웠느니라.
날이 밝자 우리는 아길수여, 그대의 희고 깨끗한 뼈를 하나하나 거두어 기름과 순전한 포도주를 발랐도다.
그때 네 어머니께서 손잡이가 둘 달린 금 항아리 하나를 내놓으셨으니, 이는 해필수와 주신<ref>디오니소스</ref>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귀한 항아리였느니라. 그 안에 그대의 흰 뼈를 넣었는데, 그대가 죽은 벗 파달룡의 뼈도 함께 섞여 있었도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그대가 그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였던 벗 안달호<ref>안틸로코스</ref>의 곁에 두었느니라.
고려 전사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우리는 온갖 예를 다하여 해봉<ref>헬레스폰트</ref> 해협 곶에 큰 언덕을 쌓았도다. 그 언덕은 바다 멀리에서도 보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일 만큼 높고 웅장하였느니라.
그대의 어머니께서는 신들에게서 훌륭한 상을 받아 경기장 한가운데에 두고,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겨루게 하셨도다.
그대는 살아 있을 때 젊은이들이 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영웅의 장례를 위하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리라. 그러나 은빛 발을 가진 태희<ref>테티스</ref>가 그대를 위하여 가져온 수많은 보물을 보았다면 반드시 놀랐을 것이니라.
그대는 살아 있을 때에도 모든 신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에도 이름을 잃지 않았도다. 그대의 명성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아길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니라.
그러니 내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내가 집에 돌아오자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의 악당들이 나를 죽였으며, 사악한 아내 또한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니라. 이 또한 상제가 정한 운명이었도다.”
두 혼백이 이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길잡이 허명이 오지수가 죽인 구혼자들의 혼백을 이끌고 그들 앞에 이르렀더라.
두 위대한 군주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앞으로 달려갔으며, 건웅은 그 가운데서 이탁도에서 함께 지내던 옛 벗 면나수의 아들을 알아보았느니라.
건웅이 그에게 이르되,
“암필문<ref>암피메돈</ref>아! 너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어찌하여 너희 모두 이 어두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느냐.
너희는 아직 젊고 기운이 왕성하니, 마땅히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젊은이들이 아니었더냐. 혹 해신이 거센 바람과 큰 파도를 일으켜 너희의 배를 모두 깨뜨린 것이냐.
아니면 소나 양 떼를 훔치다가 붙잡혔거나, 성읍과 여인을 두고 싸우다가 육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 보아라. 우리는 본래 벗이 아니더냐.
내가 면나수와 함께 오지수를 설득하여 우리 함대에 합류시키고 토래성으로 함께 항해하고자 너희 집에 찾아갔던 일을 기억하느냐. 바다를 건너는 데 꼬박 한 달이나 걸렸으며, 성읍을 약탈하던 그 백스무 살의 노인을 설득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그러자 암필문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위대한 장군 건웅이시여,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말씀하신 모든 일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우리의 죽음에 얽힌 참혹한 사연을 하나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지수는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우리와 혼인할 뜻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거절하여 돌려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속여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여인은 궁전 한가운데에 큰 베틀을 놓고 넓고 고운 천을 짜기 시작하더니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젊은 구혼자들이여, 이제 오지수가 죽었으니 그대들이 혼인을 바라는 마음도 내가 잘 아노라. 그러나 내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내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여 주시오. 이것은 라열태라에르테스가 죽었을 때 덮을 수의라오. 마을의 여자들이 이처럼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수의 하나 없이 묻혔다고 나를 책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오.’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느니라.
그리하여 낮에는 그녀가 천을 짜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혀 낮에 짠 것을 다시 풀어버렸도다.
그렇게 세 해 동안 우리를 속였느니라.
마침내 네 번째 해가 되었을 때, 이 일을 알고 있던 한 시녀가 우리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도다. 우리가 몰래 가서 보니 과연 그녀가 자신이 짠 천을 다시 풀고 있었느니라.
우리는 그녀를 붙잡아 그 천을 끝까지 짜게 하였고, 마침내 그 거대한 천을 다 짠 뒤 깨끗이 씻게 하였느니라. 그녀가 그것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니 해와 달처럼 밝게 빛났도다.
그때였느니라.
어떤 파멸의 신이 오지수를 어디선가 이탁도로 데려왔도다. 그는 들판으로 가서 돼지치기가 사는 곳에 머물렀고, 그의 사랑하는 아들은 모래사장 비로성<Ref>필성</ref>에서 검은 배를 타고 돌아왔느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우리를 죽일 계책을 세웠도다.
마침내 그들이 궁전에 나타났느니라.
먼저 아들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막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오지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마치 갑자기 나타난 가난하고 늙은 거지와 같았으므로, 돼지치기가 그를 이끌고 왔음에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자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우리는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던졌으며, 그는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말없이 온갖 모욕을 견뎠도다.
그러나 밤이 되자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무기들을 창고에 들여놓고 문을 굳게 잠갔느니라.
그리고 마침내 간악한 계략을 실행하였도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에게 도끼와 활을 가져오게 하였느니라.
그것은 우리의 파멸과 학살을 알리는 신호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강력한 활을 당길 수 없었느니라. 모두 힘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도다.
그러나 오지수의 차례가 되자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활을 주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오직 태명만이 그에게 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도다.
마침내 오지수가 태연히 활을 받아들고 손쉽게 활시위를 당기더니, 쇠도끼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꿰뚫었느니라.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문턱에 우뚝 서서 활을 쏘기 시작했도다.
첫 화살이 우리 지도자 안태우를 꿰뚫었고, 이어서 또 다른 화살들이 날아와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렸느니라. 오지수와 가까이 있던 자들이 차례로 피를 흘리며 넘어졌도다.
그때 우리는 신들이 그들을 돕고 있음을 깨달았느니라.
그들은 분노에 휩싸여 궁전 안을 휩쓸었으며, 우리는 하나씩 죽임을 당하였도다.
사방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느니라.
그리하여 건웅이여, 우리 모두가 죽었도다.
그러나 우리의 시신은 아직도 살인자의 집에 묻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느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아직 우리가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도다.
그들은 마땅히 우리의 상처에 묻은 검은 피를 씻어내고, 우리를 위하여 울며, 시신을 장례 지내야 할 것이니라.
이것이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이기 때문이니라.”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교활한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은 자로다. 덕망 있는 아내, 위대한 연로비<ref>연로비</ref>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은 얼마나 굳센 절개를 지녔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남편을 잊지 않았단 말인가.
그 여인의 명성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불멸의 신들도 지혜로운 연로비의 절개를 노래하여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 아내와는 다르도다. 그녀는 제 남편을 죽였으니, 그 이름은 영원히 혐오스러운 이야기로 남을 것이며, 그 악명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여인들, 심지어 선량한 여인들까지도 나쁜 평판을 듣게 될 것이니라.”
이렇게 두 무리는 염라국의 어두운 땅속에 숨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한편 오지수와 그 일행은 마을을 떠나 오래전에 라열태<ref>라에르테스</ref>가 차지한 농장으로 서둘러 갔느니라.
라열태는 그 농장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며, 그곳에 자신의 집을 지었도다. 그의 명을 받드는 노비들은 중앙의 집을 둘러싼 막사에서 생활하며 잠을 자고 음식을 먹었느니라.
그 가운데에는 실리도<ref>시칠리아</ref>에서 온 늙은 여종 하나가 있었으니, 그녀는 시골에서 라열태를 돌보던 사람이었더라.
오지수가 노비들과 아들에게 이르되,
“안으로 들어가 가장 좋은 돼지를 골라 저녁상에 올릴 고기를 마련하라. 나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으니,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실지 알아보아야 하겠노라.”
하고는 자신의 무기를 노비들에게 맡겼느니라.
그들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오지수는 과수원이 있는 곳으로 홀로 걸어갔도다.
그는 집사 도리우 노인도, 그와 함께 있던 노비들도, 아들들도 보지 못하였느니라. 도리우가 그들을 데리고 돌을 모아 돌담을 쌓으러 갔기 때문이었도다.
오지수의 아버지는 잘 가꾸어진 과수원에서 홀로 나무 주위의 땅을 고르고 있었느니라.
그는 때가 타고 해진 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에는 가죽을 덧대어 가시가 살을 긁지 못하게 하였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었으며 머리에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처량하였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늙음과 고통에 지쳐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우뚝 솟은 배나무 아래에 멈추어 서서 눈물을 흘렸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당장 아버지께 달려가 입맞추고 껴안아 내가 돌아왔음을 말씀드릴 것인가. 아니면 길에서 겪은 모든 일을 먼저 고할 것인가. 혹은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여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할 것인가.’
하였느니라.
마침내 그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 주위의 흙을 파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갔도다.
그리고 이름난 아들 오지수가 그의 곁에 서서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그대는 자신의 일을 참으로 잘 아는구려.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훌륭하게 가꾸었으니 말이오.
무화과나무와 배나무와 감람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온갖 풀과 약초밭까지 어느 것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구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오.
그대는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않는 듯하오. 얼굴과 피부는 거칠고 더러우며 옷은 누더기요. 게으른 사람도 아닌 듯한데 주인은 어찌하여 그대를 이토록 방치한단 말이오.
그대의 키와 얼굴을 보니 노비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수나 군주의 모습에 가깝소. 마땅히 나이 든 사람답게 깨끗이 몸을 씻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부드러운 베개와 좋은 침상에서 쉬어야 할 듯하오.
그러니 내게 말해 보시오. 그대는 누구의 노비이며, 누구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소? 그리고 내가 방금 들은 말처럼 이곳이 정말 이탁도가 맞소?
얼마 전 내 고향에 한 나그네가 찾아온 적이 있었소. 내가 만난 수많은 손님 가운데 가장 가까운 벗이었지요. 그는 이탁도 사람이라 하였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열태라고 하였소.
나는 그를 집에 맞아들여 따뜻하게 대접하였소. 내게는 그럴 만한 재물이 있었으니 말이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금으로 된 보물 일곱 무더기와 꽃무늬를 새긴 은그릇 하나, 펼쳐진 장포 열두 벌, 두꺼운 담요 열두 장, 고운 장포 열두 벌, 저고리 열두 벌을 주었소.
또한 그가 직접 고른 아름답고 잘 길든 여종 네 명까지 주었소.”
그러자 라열태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였더라.
“그래, 낯선 이여. 그대는 이탁도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그러나 이곳은 이제 잔인한 자들의 손에 들어갔느니라.
그대가 그에게 베푼 모든 선물은 이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할 것이니라.
그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그대가 베푼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고 두 팔을 벌려 그대를 맞이했을 것이거늘.
처음 베푼 친절에는 마땅히 보답이 따르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이제 말해 보아라. 그 불행한 사람이 그대를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그대의 손님은 바로 내 아들이었느니라.
아마 바다에서는 물고기에게 먹혔을 것이며, 육지에서는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고, 나 또한 그러하며, 지혜롭고 부유한 그의 아내 연로비도 그러하니라.
그녀는 남편의 눈을 감겨주지도 못하였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였느니라.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를 베풀지 못한 것이로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보아라. 어느 고을에서 왔으며, 부모는 누구냐.
그대가 벗들과 선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배는 아직 어딘가에 정박해 있느냐. 아니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다른 사람의 배에 나그네로 올라탄 것이냐.”
그러자 거짓말쟁이 오지수가 대답하였더라.
“그렇다면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소.
나는 아리보<ref>알리바스</ref> 사람이며 그곳에 내 궁전이 있소. 내 이름은 예필수<ref>에페리투스</ref>라 하며, 보필문<ref>폴리페몬</ref>의 손자요 아비달<ref>아페이다스</ref> 왕의 아들이오.
나는 악령에 사로잡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실리도에서 이곳까지 흘러왔소.
내 배는 지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소.
불쌍한 오지수가 내 집에 찾아온 것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소.
그가 떠날 때 우리는 좋은 징조를 보았으니, 오른쪽에서 새들이 날아갔소.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다시 벗으로 찾아와 더 많은 선물을 서로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그 말을 듣자 검은 슬픔의 구름이 라열태의 온몸을 뒤덮었느니라.
그는 잿빛 먼지 두 줌을 움켜쥐어 늙은 머리 위에 뿌리고 목 놓아 울었도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느니라.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입을 맞추며 말하였도다.
“아버지! 저입니다. 제가 바로 아들 오지수입니다!
스무 해 동안 떠돌다가 이제야 고향,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울음을 거두십시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으나 모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집안의 구혼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들이 제게 저지른 온갖 고통과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말하였느니라.
“네가 정말 내 아들 오지수라면, 내게 그 증거를 보여다오.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도록 하여라.”
오지수가 곧 대답하였도다.
“그렇다면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제가 파라<ref>파르나소스</ref> 산에 올라갔을 때 멧돼지의 하얀 어금니에 긁힌 상처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를 할아버지 우돌수<ref>아우톨리쿠스</ref>에게 보내어 그분이 제게 약속하신 선물을 받아오게 하셨을 때 생긴 상처이지요.
그리고 이제 제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거닐었던 이 아름다운 과수원의 나무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을 거닐며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무들 아래를 함께 걸었고, 아버지는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려 주셨으며 내게 그것들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사과나무 열 그루, 배나무 열세 그루, 무화과나무 마흔 그루, 포도나무 쉰 그루가 있었으며, 포도나무들은 하나씩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포도송이의 모양 또한 상제께서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지요.”
이 말을 들은 라열태의 심장과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보여준 모든 징표가 거짓 없는 증거임을 깨달았도다.
라열태는 아들을 두 팔로 힘껏 껴안았으며, 아들은 기절하려는 아버지를 부축하였느니라.
잠시 후 숨을 돌리고 정신을 차린 라열태가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상제여! 만일 구혼자들이 저지른 모든 악행에 마땅한 벌을 받았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참으로 오림의 지배자이시로다.
그러나 이제 이탁도 사람들이 곧 우리를 공격하고, 개발도<ref>케팔레니아</ref>의 모든 마을에 이 소문을 퍼뜨릴까 두렵구나.”
이에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가 대답하였느니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들을 두 목동과 함께 보내 저녁 식사를 가장 빨리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농가로 가서 기다리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도다.
그곳에는 이미 푸짐한 고기와 향기로운 포도주가 차려지고 있었느니라.
실리도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여종이 용감한 라열태를 깨끗이 씻기고 감람유를 발라준 뒤 아름다운 장포를 입혀 주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가까이 다가와 신통한 힘을 베풀었으니, 라열태의 몸은 더욱 크고 굳세어지고 얼굴에는 젊은 기운이 돌아왔느니라.
그 모습을 본 오지수가 놀라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참으로 모습이 크게 달라지셨습니다. 신께서 아버지를 더욱 크고 늠름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생각에 잠겨 말하였느니라.
“오, 아버지 상제와 지혜낭자와 아로왕여여!
내가 한때 개발도의 왕으로 있었을 때, 본토 해안의 견고한 요새 내리성<ref>네리쿠스</ref>을 함락시키던 그 시절처럼 힘이 왕성하였다면, 어제 너와 함께 서서 무기를 들고 우리 집에 쳐들어온 구혼자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내가 그들 가운데 수많은 자를 쓰러뜨렸을 것이며, 너 또한 분명 크게 기뻐했을 것이로다.”
그들이 이처럼 이야기하는 동안 저녁상이 모두 차려졌느니라.
그들은 의자와 걸상에 앉아 음식을 집으려 손을 뻗었도다.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늙은 노비 도리수가 아들들과 함께 그들에게 다가왔으며, 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어머니 또한 그들을 부르러 나왔느니라.
그들은 오지수를 보는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추었도다.
그러나 오지수가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앉아서 음식을 드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놀라지 마시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소. 오늘 이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 기쁘오.”
그러나 도리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손목을 잡고 입을 맞추며 외쳤도다.
“주인이시여! 돌아오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들께서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들께서 당신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부인께서는 주인께서 돌아오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릴까요?”
그러자 오지수가 태연히 대답하였도다.
“늙은이여,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공연히 수고하지 말라.”
이에 도리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의 아들들도 유명한 주인 오지수를 환영하며 그의 곁에 둘러앉았느니라.
그들은 서로 반가이 품에 안고 차례로 아버지 곁에 앉았도다.
그리하여 모두 함께 농가에서 저녁을 먹었느니라.
한편 구혼자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도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통곡하며 사방에서 오지수의 관저로 몰려들었느니라.
그들은 집 안에서 시신을 꺼내어 장사를 지냈으며,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자들은 배를 타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도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우필태가 먼저 일어나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가장 먼저 죽인 아들 안태우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었고, 연설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도다.
“친구들이여, 이 간교한 자가 우리 모두에게 참혹한 재앙을 안겼도다.
처음에는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게 하여 배를 잃고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개발도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야 하오.
그가 430년이 되기 전에 필성이나 여리국으로 달아나 버리기 전에 반드시 행동해야 하오.
우리 아들과 형제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수치를 당할 것이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소.
차라리 죽어서 이미 죽은 벗들과 함께하고 싶소.
저들이 바다를 건너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오.
자, 지금 당장 나갑시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모든 사람이 그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슬퍼하였도다.
그때 문돈과 음유시인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와 군중 가운데 섰느니라.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문돈이 입을 열어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오지수가 신들의 도움 없이 어찌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겠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명토로 변장한 신을 보았소.
어떤 때에는 오지수의 곁에 서서 그에게 싸울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또 어떤 때에는 연회장을 휩쓸고 다니며 구혼자들을 흩어지게 하였소.
그들은 마치 파리처럼 하나둘 쓰러졌소.”
이 말을 들은 사람들 위에 창백한 공포가 덮였느니라.
그때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 늙은 전사 하리태가 일어나 그들에게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라.
친구들이여, 오늘날 이러한 재앙이 닥친 까닭은 다름 아닌 너희의 비겁함 때문이니라.
나와 명토가 너희 아들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하였건만 너희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도다.
그들은 제 욕심을 따라 큰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남의 재산을 함부로 차지하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의 아내까지 욕보였도다.
그러나 이제 내 말을 잘 들으라.
우리가 무기를 들고 싸우러 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니라.”
그러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남았으나, 절반이 넘는 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도다.
그들은 우필태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무기를 챙겼으며,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마을 앞에 모였느니라.
그들의 우두머리는 우필태였도다.
그는 죽임을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실상은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향한 길이었느니라.
그곳에서 죽는 것이 이미 그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거노왕<ref>크로노스</ref>의 아들에게 물었느니라.
“상제 아버지, 전능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뜻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또다시 전쟁과 쓰라린 분쟁을 일으키려 하십니까.
아니면 평화와 우정의 편에 서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구름을 거느리는 신이 대답하였도다.
“딸아, 어찌하여 내게 그런 것을 묻느냐.
오지수에게 원수를 갚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 것은 바로 너였지 않느냐.
그러니 이제 네 뜻대로 하도록 하라.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길은 이러하니라.
오지수는 이미 모든 구혼자들에게 벌을 내렸도다.
이제 그들이 오지수를 영원한 왕으로 받들도록 맹세하게 하고, 그들의 형제와 아들을 죽인 죄는 더 이상 묻지 말게 하라.
그리하여 다시 옛날처럼 서로 벗이 되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옳으니라.”
지혜낭자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었느니라.
그 말을 듣자마자 오림산에서 내려왔도다.
그 무렵 저녁 식사를 마친 오지수는 전쟁을 준비하며 말하였느니라.
“누군가 나가서 저들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그러자 도리우의 아들이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갔도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적들이 이미 집 가까이까지 이르렀음을 보았느니라.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와 외쳤도다.
“저들이 가까이 왔습니다! 어서 무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서둘러 무기를 들었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아들, 그리고 두 노비까지 모두 네 사람이었으며, 도리수<ref>돌리우스</ref>는 여섯 아들을 데리고 왔도다.
라열태와 늙은 도리우 또한 비록 백발이 성성하였으나 전사로서 필요한 자들이었느니라.
그들은 모두 빛나는 청동 갑옷을 입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으며, 오지수가 그들을 이끌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명토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가까이 다가왔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태명에게 돌아서서 말하였도다.
“아들아, 이제 네가 전쟁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용기를 시험하는 일이니라.
너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쳐서는 안 된다.
우리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용기와 사내다운 기개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 왔느니라.”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고 대답하였도다.
“아버지께서 제 용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지켜보십시오.
저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수치라는 말을 제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라열태가 크게 기뻐하여 외쳤느니라.
“아, 신들이시여!
오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날이로다.
내 아들과 손자가 서로 누가 더 용감한지를 다투고 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지혜낭자가 눈을 빛내며 라열태의 곁에 서서 말하였도다.
“라열태여, 그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니라.
눈빛이 빛나는 여신과 그 아버지께 기도하고, 창을 들어 힘껏 던져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마치자 곧 신통한 힘을 라열태에게 불어넣었느니라.
그러자 라열태가 재빨리 창을 들어 힘껏 던졌도다.
그 창은 우필태의 청동 투구를 그대로 꿰뚫었느니라.
투구는 창을 막지 못하였고, 창끝은 우필태의 머리를 꿰뚫어 그를 땅에 쓰러뜨렸도다.
그의 청동 갑옷이 땅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를 냈느니라.
이를 본 오지수는 빛나는 아들과 함께 최전선으로 돌격하였도다.
두 사람은 칼과 굽은 창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넘겼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일행은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 하였도다.
그러나 그때 지혜낭자가 크게 외쳤느니라.
“이탁도 사람들이여!
이 무참한 전쟁을 당장 멈추어라!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지금 즉시 각자의 길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 창백한 초록빛 공포가 엄습하였느니라.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살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달아났으며, 모두 도시를 향하여 몸을 돌렸도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오지수는 무서운 함성을 지르고 몸을 낮추어 그들을 뒤쫓았으니,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먹잇감을 덮치는 독수리와 같았느니라.
그때 상제가 번개를 내리쳤도다.
번개는 자신의 딸이자 위대한 여신인 지혜낭자의 앞에 떨어졌느니라.
지혜낭자는 차가운 눈으로 오지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도다.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꾀가 많고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자로다.
그러나 이제 이 전쟁을 멈추어라.
그렇지 아니하면 상제께서 그대에게 크게 진노하실 것이니라.”
오지수는 기꺼이 그 뜻을 따랐느니라.
이에 지혜낭자는 다시 명토의 모습을 하고 전쟁에 나선 양편 사람들 앞에 서서, 앞으로는 서로 평화를 지키고 다시는 칼을 겨누지 않겠다는 엄숙한 맹세를 하게 하였도다.
그리하여 오랜 원한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마침내 끝나고, 이탁도 땅에는 다시 평화의 기운이 깃들게 되었느니라.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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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머리말
| 제목 =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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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저자:호메로스|호메로스]]
| 역자 = (영문) 사무엘 버틀러(Samuel Butler)1900년(1판) 및 2판(1921)<ref>[Project Gutenberg] The Odyssey by Homer ,Translator Butler, Samuel, 1835-1902[https://www.gutenberg.org/cache/epub/1727/pg1727-images.html]</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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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번역은 내가 1897년에 출판한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The Authoress of the Odyssey)"라는 제목의 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디세이" 전체를 실으면 너무 번잡해지기 때문에 그 책에서는 이미 완성해두었던 번역을 요약해 실었었는데, 이제는 내용 전체를 출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방금 언급한 내 저작에 대해서 두 가지 주요 사항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 책에 쓴 내용에는 더할 것도, 삭제할 것도 없습니다. 두 가지 주요 사항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디세이"는 파이아키아 장면과 이타카 장면과 관련하여 현재 시칠리아 서해안의 트라파니라고 불리는 곳에서 전적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곳에서 전적으로 발췌되었습니다. 율리시스의 항해는 일단 시칠리아에 쉽게 닿으면 섬의 변두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사실상 트라파니에서 다시 트라파니로, 리파리 섬, 메시나 해협, 판텔라리아 섬을 거쳐야 합니다.
(2) 이 시는 전적으로 지금의 트라파니(Trapani)라고 불리는 곳에 살며 나우시카(Nausicaa)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소개한 아주 젊은 여성이 쓴 것입니다.
다소 놀라운 주장 중 첫 번째 근거가 되는 주요 주장은 1892년 1월 30일과 2월 20일에 "아테니엄Athenaeum"에 (반박 없이) 등장한 이후로 영국과 이탈리아 대중 앞에서 눈에 띄게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같은 해 사순절과 10월 기간에 대해 요한커뮤니티(Johnian)의 "이글Eagle"에서 촉구되었습니다(역시 반대 의견 없음). 내가 대답해야 할 어떤 것도 어느 방향에서든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으며, 내 주장에 결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면서, 그러한 결함이 존재했다면, 내가 들었어야 했다는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들 중 일부에 대해 어쨌든. 그러므로 잠시 동안 학자들이 내 결론을 일반적으로 묵인한다고 생각하는 척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반박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오디세이(아)"의 번역에만 국한하겠습니다. ” 영어 독자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메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xxii에 있는 한 가지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465-473 그림소프(Grimthorpe) 경이 친절하게도 제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나는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에 사용된 여러 삽화를 반복했으며, 독자들에게 율리시스 집의 바깥뜰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두 삽화를 추가했습니다. 한 그림에 사람과 개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며 부정적인 면이 전개될 때까지 나는 관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부록에는 율리시스의 집 계획을 설명하는 단락과 계획 자체도 재인쇄했습니다. 독자는 이 계획을 주의 깊게 연구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일리아드』 번역의 서문에서 나는 번역가가 따라야 할 주요 원칙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제시했으며, 시를 산문으로 번역하는 최초의 자유에는 번역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자유를 지속적으로 취합니다. 시에서는 옳은 것이 산문에서는 틀린 경우가 많으며, 읽을 수 있는 산문의 긴급성은 산문 번역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내가 엄격한 해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볼 수 있도록 여기에 부처(Butcher) 씨와 랭(Lang) 씨가 번역한 "오디세이"의 60행 정도를 인쇄하겠습니다. 번역은 다음과 같이 실행됩니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지혜로운 사내 오지수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 풀어낼 수 있을까.
문선의 선녀여, 그가 저 참혹한 토래성을 무너뜨린 뒤에도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없는 바다를 떠돌았는지, 그 기이하고도 처절한 사연을 현대의 우리에게 들려주소서.
토래성의 전쟁이 끝났을 때, 살아남은 장수들은 저마다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재회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오직 오지수만은 그렇지 못했다.
태왕의 딸 립선이 그의 비범함을 탐내어 깊은 석굴에 가두고, 자신과 함께 살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신들이 정한 운명의 기한이 이미 지났음에도 오지수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만리타국에서 혈육 하나 없이 홀로 탄식할 뿐이었다.
대부분의 신들은 그의 처지를 가엾게 여겼다. 그러나 바다를 다스리는 해왕만은 노여움을 풀지 않았다. 오지수가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풍랑을 일으켜 괴롭히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 무렵 해왕은 해가 뜨고 지는 먼 남만 땅에서 백 마리의 소와 숫양을 제물로 받으며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 사이 다른 신들은 천산에 있는 상제의 궁전에 모두 모여 있었다.
상제가 문득 세상을 굽어보다가, 건웅의 아들 충현에게 당한 간우의 비참한 최후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인간들이 제 신세를 한탄하며 매번 신들을 원망하니, 참으로 어리석구나. 고통이 모두 신의 탓이라 하지만, 실상은 제 손으로 화를 불러들여 스스로를 더 괴롭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천왕은 이어서 말했다.
“간우를 보라. 그는 천륜을 어기고 건웅의 부인을 빼앗았으며, 전장에서 돌아온 건웅을 시해하는 대역죄를 저질렀다. 그것이 파멸의 길임을 어찌 몰랐겠는가.
우리 신들이 일찍이 영민한 신명을 보내어 경고했다. ‘건웅을 해하지 말고 그 아내를 범하지 말라. 훗날 건웅의 아들 충현이 장성하면 반드시 부친의 원수를 갚으러 돌아올 것이다’라고.
간우는 그 충고를 귓등으로 흘리고 욕망을 좇다가, 결국 목숨으로 죗값을 치렀다. 누굴 원망하랴.”
천왕이 조용히 눈을 감자, 궁전 안에 엄숙한 기운이 감돌았다.
말이 끝나자, 맑고 깊은 눈을 지닌 지혜낭자가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공손히 아뢰었다.
“전하, 천부여. 대역죄를 지은 간우 같은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합니다. 그와 같은 악인들에게는 앞으로도 마땅히 천벌을 내려주소서.
그러나 소녀의 마음은 오직 의롭고 불행한 장수 오지수 생각에 찢어질 듯합니다.
그는 친구 하나 없이, 하늘과 땅을 가르는 거대한 바다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신 태락의 딸이 다스리는 외딴 섬에 너무 오래 갇혀 있습니다.
그 여신이 온갖 감언이설로 고향 이탁도를 잊게 하려 하지만, 오지수는 고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줄기라도 보고 싶어 차라리 죽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천상의 신이시여, 어찌 이리 무심하십니까. 그가 지난날 토래성의 넓은 평원에서 배들을 줄 지어 놓고 상제께 지성으로 제물을 바치던 일을 벌써 잊으셨나이까?”
천왕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내 사랑하는 딸아,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그 영민하고 의로운 장수를 잊을 리 있겠느냐. 오지수는 인간들 중 누구보다 분별력이 뛰어나고, 우리 신들에게 제물을 아끼지 않은 자다.
다만 바다의 주재자인 해왕의 분노가 태산 같구나. 오지수가 신의 기운을 타고난 독안거인 포백, 해왕의 아들이자 거인족 중 가장 맹렬한 자의 눈을 찔러 멀게 하지 않았느냐.
그 거인의 어미는 바다의 대왕 포길의 딸인 신령 도연이었다.
이 때문에 해왕은 오지수를 죽이지는 못하나, 고향 땅을 밟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가로막고 있다.
이제 우리가 묘책을 세워야겠다. 해왕이 아무리 맹렬한들, 온 천산의 신들이 뜻을 모으면 홀로 맞서지 못하고 노여움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혜낭자가 눈을 반짝이며 다시 아뢰었다.
“위대한 천부여, 신들께서 오지수를 구하기로 결단하셨다면, 서둘러 전령 신명을 저 멀리 오경도로 보내소서. 아름다운 여신 립선에게 ‘오지수의 고난이 너무 길었으니 이제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는 상제의 엄숙한 어명을 전하게 하소서.
그사이 소녀는 직접 이탁도로 내려가, 홀로 남은 오지수의 아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고을의 장정들을 불러 모으겠나이다. 밤낮으로 소와 양을 도살하며 저택을 어지럽히는 탐욕스러운 구혼자들에게 맞서게 하겠나이다.
그 후 아들을 필성과 사파성으로 보내어, 부친의 종적을 찾아 의로운 명예를 천하에 드높이게 하겠나이다.”
말을 마친 지혜낭자는 바람처럼 빠르게 금신을 신고, 분노한 장수들의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는 묵직한 청동 창을 손에 쥐었다. 천산의 구름을 헤치며 순식간에 이탁도의 오지수 저택 대문 앞에 당도했다.
청동 창을 꼬노 잡은 그의 자태는, 다포도의 저명한 추장이자 오지수의 오랜 벗인 민태의 형상과 같았다.
저택 뜰을 채운 구혼자들은 약탈해 잡은 소 가죽 위에 주저앉아 한가롭게 장기를 두고 있었다. 하인들과 노비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술과 물을 섞고, 상을 닦아내며 고기를 썰어 바치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오지수의 아들 태명이 섞여 앉아 있었으나, 안색은 지극히 어두웠다.
‘언제쯤 아버님이 신령처럼 나타나 저 무뢰배들을 쓸어버리고 가문의 명예와 가산을 되찾으실까.’
그는 마음속으로 깊은 탄식을 토해내고 있었다.
낭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태명이었다. 멀리서 온 과객을 문밖에 오래 세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여겨, 급히 성문으로 나가 맞이했다. 공손히 악수를 청하며 청동 창을 받아 들고 온화하게 말했다.
“외방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시여, 어서 오십시오. 부디 저희 처소로 드시어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누시고, 고단한 몸을 쉬신 후에 필요한 바를 말씀해 주소서.”
태명이 앞장서자 변장한 지혜낭자가 그 뒤를 따랐다. 웅장하고 높은 천장의 대청마루로 들어서자, 태명은 낭자의 청동 창을 오지수가 예전에 무기를 보관하던 기둥 곁의 윤이 나는 받침대에 고이 올려놓았다.
이어 부드럽고 화려한 비단을 깐 상감 세공 나무 의자로 낭자를 정중히 모시고, 발받침대까지 대어 주었다. 구혼자들의 무례한 고함과 소란이 귀한 손님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무리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음속으로는 그리운 부친의 소식을 은근히 묻고 싶었다.
하녀가 금항아리에 맑은 물을 담아와 손을 씻기고 은대접을 받쳐 들었다. 두 사람 앞에 정갈한 상이 차려졌다. 노련한 노비들이 향긋한 빵과 갖은 진수를 푸짐하게 올렸고, 고기를 다루는 자는 온갖 고기 요리를 금잔과 함께 곁들였다. 술을 담당한 하인은 연신 달콤한 술을 잔에 채웠다.
구혼자들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와 거만하게 자리를 잡자, 노비들이 그들의 손에 물을 붓고 빵 바구니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 하인들이 술잔을 가득 채우자, 그들은 눈앞의 고기와 술을 마구 삼키며 배를 불렸다.
먹고 마시기가 끝나자 무뢰배들은 잔치의 흥을 돋우려 가무로 눈을 돌렸다. 한 노비가 거문고를 가져와, 구혼자들의 강요에 못 이겨 노래를 불러야 했던 악사 배명에게 건넸다. 배명이 가볍게 현을 퉁기자, 장내에 처량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조가 울리기 시작했다.
구혼자들의 소란이 극에 달하자, 태명은 곁에 앉은 과객이 혹여 들을세라 나지막이 속삭였다.
“귀한 손님이시여, 노여워 마옵소서. 저 무뢰배들은 오직 풍악을 울리고 방탕하게 먹고 마시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저들이 축내는 진수는 본디 엄연한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인데, 그 주인의 고결한 유골은 찬 비바람 속에 뒹굴고 있거나 거친 파도 아래 가라앉았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아버님이 이탁도로 홀연히 돌아오신다면, 저들은 황금과 화려한 비단 옷보다 아버님의 칼날을 피해 더 빠른 발을 달라고 신께 빌어야 할 처지입니다. 하지만 사실 아버님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셨을 터이니, 저희에게는 한 가닥 희망도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손님께 청하오니 부디 진실을 들려주소서. 당신은 누구시며 어느 고을에서 오셨나이까? 가문과 부모는 누구시며, 어떤 사공들과 항로를 거쳐 이 외딴 섬에 당도하셨나이까? 설마 이 거친 바다를 걸어서 오시진 않았을 터, 필시 아버님과 생전에 깊은 교분을 나누던 벗이시옵니까? 예전에 아버님이 천하를 주유하실 때 수많은 현인들이 이 집을 찾았습니다.”
지혜낭자가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태명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숨김없이 말하리라. 나는 타포도를 다스리는 군주 안현의 아들 민태라 하네. 이번에 철을 가지고 태문으로 가 구리와 바꾸고자 동료들과 배를 몰아 이 주홍빛 바다를 건너왔도다. 내 배는 고을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아래 항구에 정박해 있네.
자네 아버님과 우리 가문은 대대로 두터운 의리를 맺어온 사이니, 저 시골 과수원에서 늙은 노비와 함께 슬픔을 달래고 있는 노장 라현에게 물으면 능히 증명할 것이네.
내 자네 아버님이 환향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나, 신들의 조화로 잠시 길이 막힌 듯싶네. 하오나 내 장담하건대 오 장군은 결코 죽지 않았도다. 거친 바다의 어느 외딴 섬에 갇혀 사나운 자들에게 붙잡혀 있을 뿐, 오 장군은 워낙 수완이 재치 있고 능란한 장수이니 머지않아 쇠사슬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올 방도를 찾을 것이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정녕 오 장군의 아들인가? 훤칠한 기상과 총기 어린 눈매가 과연 오 장군을 쏙 빼닮았도다.”
태명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아뢰었다.
“어머님께서는 저를 아버님의 혈육이라 하시나, 사람의 출생이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니 어찌 다 알리오. 차라리 내 가산을 온전히 지키며 고향에서 평안히 늙어갈 수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제 아버지는 천하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지닌 분이시라 하니 원통할 따름입니다.”
지혜낭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태명을 격려하며 말했다.
“연로비 부인의 아들이여, 자네의 영민함을 보니 자네 가문은 결코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네. 그런데 이 저택에서 방탕하게 군림하며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저 무리는 도대체 누구며, 무슨 잔치이기에 이리 법도가 없는가? 선비된 자라면 저들의 추태를 보고 결코 참지 못할 것이네.”
태명이 침울하게 대답했다.
“과거 아버님이 계실 때는 가문이 번창하고 미래가 밝았으나, 이제 신들이 저주를 내려 아버지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차라리 토래성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셨거나 가솔들의 품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더라면, 고려의 백성들이 거대한 무덤을 세워 영웅으로 기리고 저에게도 명예가 남았을 터이나, 지금은 이름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지셨으니 소자에게는 오직 눈물만 남았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인근 사명도, 자금도, 두림도 등지의 군수와 향신들이 어머니께 청혼하겠다며 날마다 저택에 들이닥쳐 가산을 탕진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이 무뢰배들을 물리치지도 못하고 구혼을 끝내지도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저 무리는 머지않아 제 목숨까지 해하려 듭니다.”
지혜낭자가 크게 분노하여 상을 치며 말했다.
“이 어찌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오 장군이 당장 방패와 투구를 쓰고 두 손에 날카로운 청동 창을 쥔 채 이 대문 앞에 나타나야 저 파렴치한 무리들을 단숨에 도륙 낼 것이거늘!
자네는 내 말을 명심하게. 내일 당장 이 고을의 족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하고 천지신명을 증인으로 삼아, 저 구혼자 무리에게 ‘모두 제 집으로 물러가라’ 엄히 호령하게. 그리고 어머니께서 재가하고자 하신다면 친정인 대감댁으로 보내어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하라.
그 후 자네는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을 마련하여 아버님의 종적을 찾아 길을 떠나게나. 필성의 노현을 찾고, 사파성의 민우를 만나보아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수모를 일 년만 더 참을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도록 하라.
이제 자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과거 오준이 아버지를 시해한 간신 간우를 처단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처럼 용맹하게 행동하여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이네. 나는 이제 동료들이 기다리는 배로 돌아갈 터이니, 부디 내 말을 뼈에 새기게나.”
태명이 감복하여 “아버님 같은 훈계를 주시니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부디 목욕을 하시고 귀한 보물을 선물로 받아 가소서” 하고 붙잡았으나, 낭자는 “그 선물은 훗날 돌아오는 길에 기쁘게 받으리라”는 말을 남기고, 부엉이의 눈을 한 선녀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며 한 마리 신령한 새가 되어 대청마루의 연기 속으로 휙 날아올라 천공으로 사라졌다.
태명은 그 기이한 광경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으나, 이내 온몸에 신비로운 용맹과 결연한 의지가 솟구치며 그 과객이 다름 아닌 천상의 신명임을 깨달았다. 신과 같은 위엄을 띤 채 구혼자들이 모인 대청으로 걸어 나갔다.
대청에서는 악사 배명이 거문고를 뜯으며, 지혜낭자의 저주를 받아 토래성에서 고려로 돌아오던 장수들이 바다에서 몰사한 처량한 곡조를 노래하고 있었다.
위층 침실에서 이 애달픈 노래를 들은 오지수의 정실 연로비 부인이 두 여종의 부축을 받으며 높은 계단을 내려왔다. 선녀처럼 고결한 자태의 부인은 대청 기둥 곁에 서서 얇은 비단 베일로 눈물 젖은 얼굴을 가린 채 악사에게 애원했다.
“화공 배명 선생이여, 제발 그 노래를 멈추어 주오. 신명과 영웅들의 장한 위업을 담은 다른 좋은 노래도 많거늘, 어찌하여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이 슬픈 곡조를 부르나이까. 천하에 명성을 떨친 내 낭군 오 장군이 그리워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소.”
그러자 아들 태명이 어미를 향해 뜻밖에 단호하고 웅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예악을 담당한 악사가 제 뜻대로 노래하는 것을 어찌 비난하리이까. 세상의 흥망성쇠는 악사의 죄가 아니요, 오직 천왕 상제님의 뜻에 달린 일입니다. 저 토래성에서 전사하고 돌아오지 못한 자가 어찌 아버님 한 분뿐이겠나이까? 수많은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어머니는 어서 안방으로 드시어 베틀과 물레를 돌리며 여종들의 집안일을 살피소서. 이 저택의 대소사를 논하고 장부들과 담판을 짓는 일은 이 집안의 주인이자 가장인 이 자식의 도리이옵니다.”
부인은 아들의 예리하고도 늠름한 기상에 깜짝 놀라, 아들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며 조용히 위층 침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혜낭자가 안락한 잠을 내릴 때까지 그리운 낭군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스름한 대청마루에서 구혼자 무리들이 부인의 아름다움을 탐내며 저마다 소란을 피우자, 태명이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청천벽력같이 호령했다.
“이 오만방자한 구혼자 놈들아! 소란을 멈추고 얌전히 풍악이나 들을지어다. 내일 새벽 관아 앞 광장에 전 고을의 장정들을 소집할 터이니 그리 알라. 내 너희에게 엄히 명하노니, 당장 내 아버님의 저택에서 나가 너희 집에서 식사를 하든, 너희 재산을 탕진하든 하라! 만일 한 사람의 가산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끝내 들키지 않을 것이라 자만한다면, 내 천지신명과 천왕께 간청하여 반드시 너희 머리 위로 피의 보복과 파멸을 내리게 할 것이니라!”
청년 태명이 감히 전에 없던 대담한 범의 포효를 내지르자, 무뢰배들은 충격을 받아 입술을 깨물며 서로 눈치만 보았다. 이때 무리 중 오현이라는 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태명아, 신들이 네게 오만함을 가르쳤기로 이리 거만하게 구는구나! 천왕께서 자네에게 이탁도의 수령 자리를 결코 내리지 않기를 바라네.”
태명이 안색을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했다.
“오현 어른, 그 말이 가당치 않으나 내 솔직히 말하리라. 나는 천왕께서 내게 수령 자리를 주시기를 바라오. 수령이 되는 것이 가문을 번창하게 하고 명예를 드높이는 길임을 어찌 부인하겠소. 비록 이탁도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아 아버님이 부재한 사이 누가 수령자리를 찬탈할지는 신들의 뜻에 달렸으나, 적어도 내 집과 아버님이 나를 위해 남겨주신 가솔과 노비들의 주인은 바로 이 태명임이 틀림없소!”
그러자 또 다른 무뢰배 우혁이 나서서 겉으로 달래며 물었다.
“태명아, 수령은 신들이 정할 터이니 자네는 자네 재산을 지키게나. 그런데 아까 찾아왔던 그 기이한 과객은 도대체 뉘시며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아버님의 생사 소식이라도 가져왔는가? 우리와 마주치기도 전에 바람처럼 사라지니 필시 보통 인물이 아닌 듯싶네.”
태명이 엄숙하게 대답했다.
“우혁 어른, 아버님은 결코 돌아오지 못하실 듯하오. 내 이제 어머니가 불러들이는 무당들의 헛된 예언 따위는 믿지 않소. 그 과객은 아버님의 오랜 벗이자 타포도의 군주인 민태 어른이오.”
태명이 겉으로는 이같이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과객이 부엉이 눈을 가진 천상의 선녀임을 확고히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 구혼자들이 제각기 흩어지자, 태명은 뜰 위에 높이 지어져 사방이 탁 트인 조용한 침실로 올라갔다. 피선의 아들 옥문의 딸이자, 과거 원덕 대감이 소 스무 마리를 주고 사 와 아내처럼 존중하며 애지중지 키운 충실한 노파 명숙이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태명을 모셨다. 명숙은 태명이 갓난아기일 때부터 젖을 먹여 키운 자라 그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노비였다.
방에 든 태명이 침상에 앉아 겉옷 두루마리를 벗어 주니, 노파는 두루마리를 정갈하게 접어 나무 침대 곁 걸이에 고이 걸어두고 방을 나섰다. 명숙이 은박 걸쇠로 문을 닫고 무거운 빗장을 단단히 지르니 사방이 고요해졌다.
태명은 따뜻한 양모 이불에 몸을 감싸고, 밤이 새도록 지혜낭자가 일러준 거룩한 여정과 아버지를 찾을 계책을 구상하며 묵묵히 새벽을 기다렸다.
그의 기상이 참으로 장하였다.
==제2권 이탁도인의 회의와 태명의 출항==
이른 새벽이 천공에 밝아오니, 동녘 하늘에 꽃이 피듯 붉은 새벽빛이 화사하게 번져가더라.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떨치고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정제하고, 예리한 보검을 등 뒤에 꼬노 멨으며, 기름칠을 잘 하여 반질반질한 가죽신을 멋지게 신었다. 그 방을 나서는 기상이 흡사 당당한 천인(天人)과 같았도다.
태명은 즉시 목소리가 맑고 우렁찬 전령들을 급히 불러 호령하기를,
“지체하지 말고 온 고을의 아해인<ref>아카이오스인</ref>들을 관아 앞 광장으로 소집하라!”
하니, 전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북을 치며 소리쳤다. 이에 아카이오스인들이 순식간에 관아 광장으로 구름처럼 모여들더라.
태명은 손에 청동 검을 쥔 채 홀로 오지 아니하고, 날랜 사냥개 두 마리를 좌우에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행차하였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그에게 거룩한 기품을 내리시니, 광장에 모인 원로와 장로들이 그 신성함에 압도되어 감히 가로막지 못하고 회의의 상석으로 인도하였으며,
태명은 마침내 그리운 부친 오지수의 자리에 늠름하게 좌정하였도다.
가장 먼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입을 연 이는 지혜롭고 나이 많은 노병 애급 영감이었다.
그의 맏아들이자 용맹한 창병이었던 안형은 과거 오지수 장군을 따라 배를 타고 저 멀리 토래성 전장으로 출정하였으나, 귀환하는 길에 그만 눈이 하나뿐인 흉악한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깊은 석굴에서 비참하게 도살당해 거인의 저녁 식사 거리가 되고 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더라.
이 늙은 아비에게는 이제 세 아들이 남아 있었으니, 한 아들 우남은 불행히도 궁궐을 훼방 놓는 구혼자 무리에 가담하였고, 다른 아들들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업을 잇고 있었으되, 노인은 여전히 먼저 간 큰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늙은 애급 영감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대성통곡하듯 군중을 향해 말하기를,
“오호라, 이탁도의 백성들이여, 내 말을 귀담아들으시오! 위대한 오지수 장군께서 전선으로 배를 몰고 떠나신 그날 이후로, 우리 고을은 단 한 번도 이처럼 공식적인 총회를 열고 의견을 모은 적이 없었소. 도대체 오늘날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가 누구란 말이오? 나이가 지긋한 원로요, 아니면 피가 끓는 젊은이요? 그리고 무슨 연유로 소집했단 말이오? 저 바다 너머에서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라도 들은 것이오, 아니면 온 고을 백성에게 널리 전해야 할 조정의 엄중한 소식이라도 있는 것이오? 내 생각건대 오늘 회의를 소집한 자는 필시 의롭고 훌륭한 심성을 지닌 자임이 틀림없으니, 천왕 상제께서 그의 선한 의도에 큰 복으로 보답해 주시기를 원하노라!”
부친을 경외하는 노병의 따뜻한 서두를 들은 태명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도다.
그가 당당한 걸음으로 무리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자, 법도를 관장하는 유능한 관리 피선이 그에게 발언권을 상징하는 권위 있는 연설용 지팡이를 정중히 건넸다. 태명이 그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린 후, 먼저 말을 꺼냈던 애급 영감을 향해 예를 갖추어 준엄하게 고하기를,
“어르신, 여기 계십니다! 노련하신 어르신께서 찾으시던 소집권자가 바로 이 눈앞에 있는 소자 태명입니다! 제가 큰 곤경에 처하여 온 고을의 어른들을 한자리에 모셨나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소서. 저를 공격하러 다가오는 외적의 군대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요, 우리 백성에게 닥칠 다른 천재지변의 급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제 개인과 무너져가는 가문을 구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절박한 도움이 필요하여 종을 울렸나이다!
지금 저희 가문은 두 가지 거대한 재앙을 만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인자하게 다스리시던 제 부친 오지수 장군을 잃은 것이요, 둘째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끔찍한 일로, 제 집안이 날마다 파괴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모든 가산이 순식간에 탕진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인근 고을의 내로라하는 귀족 집안의 방탕한 아들놈들이 제 어머니 연로비 부인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날마다 우리 궁궐에 무단으로 들이닥쳐 강제로 구혼을 일삼고 있습니다. 저들이 진정 양반의 법도를 안다면 마땅히 어머니의 친정아버님이신 이대감 댁으로 찾아가 정당하게 지참금을 논하고 신랑감을 정해야 할 것이거늘, 저 겁쟁이 무뢰배들은 차마 감히 그러지 못하나이다!
도리어 저들은 날마다 우리 집 사랑채와 안채를 배회하며,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아버님이 남기신 소와 돼지, 살진 염소를 닥치는 대로 도살하여 잡아먹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술판을 벌이고 값비싼 술을 물 쓰듯 마셔대며 가산을 낭비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이 기가 막힌 처지를 두고 어찌 재앙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프도다! 지금 이 저택에는 저 탐욕스러운 도적 떼를 단숨에 쫓아내고 집안을 구원할 주인이 없나이다. 당대 영웅이셨던 제 부친 오지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으니, 일천한 학식과 훈련도 받지 못한 이 어린 태명의 힘으로는 저 무도한 무리와 맞서 싸울 힘이 없고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참으로 애통하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하며 태명이 지팡이를 쥐고 눈물을 흘리니, 온 광장의 백성들이 일제히 숙연해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라.
태명이 옥도(玉度) 같은 눈물을 흘리며 광장을 향해 다시 목청을 높여 고하되,
“오호라! 내게 저 무도한 도적 떼를 제압할 완력과 군사가 있었다면, 내 어찌 이 수모를 보고만 있었으리오! 저들이 가문을 도륙 내고 옥우(玉宇)를 황폐하게 만드니, 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도다. 너희 구혼자 놈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라! 인근 고을의 이웃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손가락질하며 무어라 비웃겠느냐?
너희는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 머지않아 분노하신 천지신명께서 너희에게 등을 돌리시고, 이 무도한 범죄 행위에 진노하사 벼락을 내리실 것이다. 대라천의 상제와 인세의 공의(公義)를 주관하시는 신명께 맹세하노니, 부디 이 원통함을 굽어살펴 정의를 행하소서!
아아, 그러나 다 부질없도다. 이웃 백성들이여, 차라리 나를 이대로 버려두어 홀로 슬픔에 겨워 죽게 하소서. 혹여 내 용맹한 부친 오지수 장군이 생전에 고을 백성들에게 척을 진 일이 있어, 너희가 그 원수를 갚겠답시고 나를 괴롭히며 저 무뢰배들을 충동질하는 것이냐?
정녕 그러하다면 차라리 고을 백성들이 내 가축과 곡식을 한꺼번에 먹어 치워 버리는 편이 나을 뻔하였도다! 그랬다면 내가 관아에 고발하고 고을을 돌아다니며 가산을 되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송사(訟事)라도 벌였을 터이나, 지금 저 도적 떼는 내 손발을 묶고 피를 말리니 참으로 대책이 없고 무의미하도다!”
태명이 좌절감과 억울함에 치를 떨며 말을 멈추고는, 손에 쥐고 있던 연설용 지팡이를 광장 바닥에 팽개치며 마침내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 처량하고 장한 모습에 광장에 모인 온 백성들이 일제히 가련히 여겨 눈물을 훔쳤고, 사방이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여 감히 누구도 소년에게 모진 말을 건네지 못하더라.
이때 구혼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악명 높은 안태우가 군중 헤치고 나와 삿대질을 하며 거만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태명아, 이 건방지고 고집 세며 철없는 꼬맹이 놈아! 네가 감히 천하의 영웅들을 조정의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우리에게 가산 탕진의 책임을 전가하려 드느냐! 우리 구혼자들은 네 가문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도다.
원망하려거든 도리어 네 귀하신 어미 연로비 부인의 흉계를 탓하거라! 그 부인의 꾀가 참으로 여우 같고 교활하도다.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에 이르도록 온갖 감언이설로 장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희망을 주며 서찰을 보내면서도, 정작 속맘은 딴 데 가 있도다.
부인이 지난날 기이한 꾀를 내어 궁궐 대청에 거대한 베틀을 설치하고는, 길고 가는 삼베천을 짜면서 우리에게 이르기를, ‘장부들이여, 내 낭군 오지수 장군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혼백이 되었으니, 그대들의 구혼을 내 어찌 모른 체하리오. 다만 내 시아버님이신 노장 라현<ref>라에르테스</ref> 대감께서 연세가 높아 만수무강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대감이 붕어(崩御)하신 후 수의(壽衣)도 없이 묻히시면 내 어찌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다 하리오. 제발 이 수의를 완성할 때까지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주오’ 하니, 그 말이 제법 충효(忠孝)에 부합하므로 우리도 묵묵히 기다려 주었느니라.
그런데 아연실색할 일은, 그 부인이 낮에는 눈속임으로 두꺼운 삼베를 짜다가, 밤만 되면 궁청에 횃불을 밝혀놓고 낮에 짠 코를 일일이 다시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더냐! 이 가당치 않은 속임수에 고려의 대장부들이 3년 동안 깜짝 속아 넘어갔도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침내 4년째 되던 해에 내막을 아는 여종 하나가 우리에게 밤의 기사를 밀고하였도다. 우리가 등달아 안채로 들이닥쳐 부인이 수의를 풀고 있는 현장을 덮쳐 윽박지른 후에야 비로소 그 수의를 완성하게 하였느니라. 이것이 숨겨진 진실이니, 너와 온 고을 백성들은 똑똑히 들을지어다!”
안태우가 광장의 백성들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호령하되,
“그러므로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명백하도다. 태명아, 너는 당장 네 어미를 이 저택에서 내쫓아 친정으로 돌려보내라! 네 외조부 이 대감이 부인을 마땅한 자에게 재가시키도록 조치하란 말이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자네 어미에게 빼어난 재능과 영민한 지혜, 그리고 고결한 마음을 주셨기에, 옛날 고려 땅의 절세가인들이었던 제후의 딸들이나 화환을 썼던 미케네의 미인들조차 연로비 부인의 기막힌 신통력을 따라잡지 못함은 내 인정하네.
하오나 부인이 이토록 장부들을 기만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천명(天命)을 거스르는 짓이도다. 부인이 신들이 내린 잔꾀에 매달려 재가를 미루는 한, 우리 구혼자들은 자네 집안의 곡식과 재산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남김없이 거덜 낼 것이니라! 그것이 부인에게는 정절의 영광일지 모르나, 자네 가문에는 오직 파멸의 손실일 뿐이도다. 부인이 우리 중 한 장부를 낭군으로 택해 나갈 때까지, 우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 궁궐을 떠나지 않을 것이로다!”
안태우의 서슬 퍼런 으름장이 끝나자, 청년 태명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대답할 준비를 하더라.
태명이 눈을 부릅뜨고 안태우를 꼬집어 꾸짖어 가라사대,
“안태우 너는 들으라! 내가 어찌 나를 낳고 길러주신 고결한 어머님을 이 궁궐에서 강제로 내쫓을 수 있단 말이냐. 아버님이 이 세상에 살아계신지 혹은 영장(靈長)의 혼백이 되셨는지 알 길이 없으나 타국에 억류되어 계시거늘, 내가 불효막심하게 어머님을 축출한다면 외조부 이 대감께서 내게 엄중한 대가를 물으실 것이요, 천지신명께서도 더 큰 천벌을 내리실 것이다. 어머님이 눈물로 이 집을 떠나시며 신명께 원통함을 고하시면, 복수의 여신들이 강림하여 나를 저주할 터이니 나는 결단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저희 놈들이 이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면 당장 이 궁궐에서 너희 발로 걸어 나가라! 내 아버님이 피땀으로 모으신 진수를 더는 축내지 말고, 정 그리 먹고 싶거든 너희 가산을 탕진하여 너희 소와 양을 잡아먹을 지어다! 남의 전답과 재물을 통째로 삼키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로 알았더냐? 정녕 그렇다면 어디 끝까지 가보자꾸나. 불멸의 신명과 천왕 상제께 피로써 간청하노니, 상제께서 머지않아 이 무도한 죄악의 대가를 철저히 치르게 하실 것이다. 너희 놈들은 마땅히 이 궁청에서 명줄이 끊길 것이요, 어느 누구도 너희의 죽음을 가엾게 여기지 아니하리라!”
태명의 말이 장내를 뒤흔들자, 홀연히 천공에서 뇌성이 은은히 울리더니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거룩한 목소리를 지닌 천왕 상제께서 저 높은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독수리 두 마리를 현신(現身)으로 내려보내셨도다.
처음에는 두 마리 신조(神鳥)가 바람을 타고 날개를 활짝 편 채 서로의 깃을 부딪치며 평화로이 떠돌더니, 이윽고 시끌벅적한 광장의 군중 한가운데에 이르자 별안간 빙빙 돌며 퍼덕이고 웅장한 날개 짓으로 살기(殺氣)를 뿜어내었다.
두 독수리는 죽음과 같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장내에 모인 구혼자 무리의 머리 위로 들이닥쳐,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얼굴과 목덜미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피를 흘리게 하더라!
그 후 신조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고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니, 광장에 모인 백성들과 구혼자들이 그 해괴하고 웅장한 도술에 놀라 자빠지며 마음속으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 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의아해하였다.
이때 장로들 중 새의 움직임과 천기를 읽는 혜안이 유독 뛰어난 마스토르의 아들, 늙은 지도자 맹수<ref>할리테르세스</ref> 옹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무리에게 준엄하게 고하되,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특히 저 탐욕에 눈이 먼 구혼자 놈들은 내 예언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오. 머지않아 피비린내 나는 대재앙이 너희 머리 위로 쏟아질 것이다! 오지수 장군께서는 결코 고향을 오래 떠나 계시지 않을 터, 이미 그분은 우리의 숨결이 닿는 곳까지 가까이 당도하사 너희 무도한 놈들에게 뿌릴 죽음의 씨앗을 품고 계신다.
나아가 이탁도의 방관한 백성들에게도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우리는 저 구혼자 무리의 악행을 당장 막을 방도를 세워야 할 것이오. 그것이 저들에게도 목숨을 보존할 유일한 길이외다.
내 일찍이 오 장군께서 토래성으로 출정하실 때 예언하기를, ‘오 장군이 온갖 모진 고초를 겪고 부하들을 모두 잃은 후, 20년 만에 아무도 몰라보는 초라한 행색으로 환향하리라’ 하였거늘, 이제 그 천수(天數)가 차서 예언이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도다!”
그러자 구혼자 무리의 또 다른 괴수인 보리보의 아들 우혁이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나서서 대답하되,
“이 망령 난 늙은이야, 그 입을 다물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네 자식들에게나 헛된 길흉화복을 점치거라! 그러지 않으면 네 늙은 목숨이 온전치 못하리라. 천공 아래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닌들 어찌 그것이 모두 신의 계시란 말이냐. 오지수 장군은 이미 타국 먼 바다에서 썩은 송장이 되어 죽었도다. 차라리 영감탱이 너도 그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었더라면 이 지루한 예언 따위는 듣지 않았을 것을! 자네가 이 철부지 태명 놈을 두둔하여 그 대가로 상(賞)이라도 바라는 모양이다만, 내 단언하건대 결코 그리 안 될 것이다.
늙은이야, 자네가 고대의 지혜를 읊으며 이 아이를 충동질해 보았자, 이 아이는 상처만 입고 파멸할 뿐이네. 우리는 자네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
내 온 백성 앞에서 선포하노니, 태명은 당장 제 어미를 친정 대감댁으로 돌려보내어 정당하게 혼례를 올리고 마땅한 선물을 준비하게 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독한 구혼 행위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0살 처먹은 늙은이의 장황한 사설도, 자네의 무의미한 예언 따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노라! 저 연로비 부인이 재가를 거부하며 우리의 희망을 꺾는 한, 이 궁궐의 가산은 씨가 마를 때까지 멸망할 것이로다!”
이에 태명이 안색을 굳히고 대답하되,
“좋소, 우혁 어른과 구혼자 무리들이여.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소. 천지신명과 여기 모인 백성들이 이미 내 원통함을 아실 터이오. 다만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부하 스무 명만 내어주시오. 내 직접 사필성와 모래 언덕의 필성까지 가며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찾겠소.
혹여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상제께서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 주실 수도 있음이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면 이 수모를 일 년 더 견딜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무덤을 파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것이오.”
태명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과거 오지수 장군이 배를 타고 떠날 때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보고 노비들에게 상전(上典)으로 모시라 당부했던 의리 있는 벗, 명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도다.
명토가 관아의 군중을 향해 피를 토하듯 연설하여 가로되,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세상의 법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도다! 향후 이 나라의 왕들은 백성을 어질고 따뜻하게 다스릴 필요가 없으며, 언제나 잔혹하고 혹독하게 군림해야 마땅할 것이오.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자애롭게 보살피셨던 은인 오지수 나리를, 저 배은망덕한 백성들이 이토록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오! 내 저 구혼자 놈들이 오만방자하게 가산을 갉아먹는 폭정은 차라리 비난하지 않겠소. 저놈들은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 믿고 제 목숨을 걸고 저질러진 도적질이니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나, 왕의 은혜를 입고도 이 불의를 묵인한 채 입을 닫고 있는 너희 백성들의 무심함은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로다!”
하니, 장내에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이 감돌더라.
명돈<ref>멘토르</ref>가 가슴을 치며 백성들을 향해 다시 부르짖어 가라사대,
“내가 정녕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저 무뢰배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여기 모인 고을 백성들 때문이로다! 너희가 수적으로는 저 도적 떼보다 훨씬 우세하거늘, 어찌 이 불의를 보고도 비겁하게 가만히 앉아 저들에게 꾸짖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단 말이냐!”
그러자 에우에노르의 아들 이곽<ref>레오크리토스</ref>이 코방귀를 뀌며 앞으로 나서서 명토를 윽박질러 대답하되,
“스승 명토여,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 자네가 필시 노망이 나 제정신이 아니로군.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이 즐거운 잔치를 중단하라 훈계하다니! 자네들이 감히 우리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듯싶은가? 우리의 세력이 자네들보다 훨씬 막강하네.
설령 이탁도의 주인 오지수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우리가 그의 궁궐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을 보고 노하여 쫓아내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아내 연로비 부인이 아무리 낭군을 그리워했을지언정, 홀로 우리 무리와 맞서다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남편의 처량한 최후를 보며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오!
그러니 영감의 말은 그저 쓸모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네. 어쨌든 총회는 끝났으니 모두 흩어져 각자 생업으로 돌아갑시다. 명토와 맹수 영감은 오지수의 오랜 동료들이라 하니, 저 철부지 태명의 유랑 길이나 한 번 잘 안내해 보시오. 내 장담하건대, 저 풋내기는 이탁도 항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평생 고향에서 소식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네!”
이곽의 말이 끝나자 군중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탁도 백성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으며, 구혼자 무리들은 떼를 지어 다시 오지수의 궁궐로 향하더라.
이때 태명은 무리의 눈을 피해 홀로 빠져나와 적막한 해변에 당도하였다.
그가 거친 파도가 치는 회색 바닷물에 손을 씻고 청하여 대라천의 여신 지혜낭자에게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여신이시여, 소자의 기도를 들으소서! 바로 어제 천신께서 현신하사 제게 이 만경창파를 건너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아버님의 종적을 찾으라 명하셨나이다. 하오나 저 오만방자하고 비열한 구혼자 놈들과 이를 방관하는 백성들 때문에 가산은 날마다 거덜 나고 소자는 발이 묶였으니, 어찌하면 좋으리이까.”
태명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지혜낭자가 별안간 벗 명토의 형상과 목소리로 변장하여 그의 곁에 나투시더니, 한 마리 새가 지저귀듯 신비로운 말로 귀에 대고 속삭이셨도다.
“태명아, 네 부친 오지수의 맹렬한 기상과 강인함이 정녕 네 혈육 속에 흐르고 있다면, 자네는 반드시 용맹하고 사려 깊은 장부가 될 것이네. 생전의 오 장군이 부하들을 통솔하는 말과 행동에 얼마나 유능했더냐! 네가 정녕 그의 친아들이라면 이번 여정은 필시 대성공을 거둘 것이로다.
본디 아비보다 나은 자식이 극히 드물고 대개는 부친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나, 자네를 보니 결코 겁쟁이도 아니요 어리석은 자도 아니로다. 자네는 오 장군의 영리한 지혜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이 대업을 능히 완수하리라 내 확신하네.
그러니 저 미련한 구혼자 놈들의 얄팍한 계획 따위는 뇌리에서 지워버려라. 저 도적 떼는 도덕도 없고 천벌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 머지않아 저들 머리 위에 닥칠 끔찍한 운명과 코앞에 이른 죽음의 칼날을 전혀 알지 못하도다. 내가 네 부친의 오랜 벗으로서 자네와 이 길을 끝까지 함께할 터이니 자네는 기필코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네.
내 자네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한 전선(戰船)을 마련해 줄 것이니, 자네는 지금 당장 구혼자들이 있는 궁궐로 돌아가 대담하게 식량을 구해 오게나. 항아리에는 향긋한 포도주를 채우고, 가죽 주머니에는 장정들의 힘의 근원이 될 곡식을 가득 담아 두어라. 그사이 내가 고을을 은밀히 돌아다니며 자네와 생사를 함께할 용맹한 사공들을 모집하겠네. 이탁도 항구에 배들이 많으니, 내가 가장 견고한 상선(商船)을 골라 빠르게 장비를 갖추고 먼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칠 것이니라.”
상제의 따님인 여신의 신령한 훈계를 듣고 태명은 군령을 받들듯 순종하였도다.
하오나 집으로 돌아가는 태명의 마음은 여전히 번뇌로 가득 차 있었다.
궁궐 대청에 들어서니, 과연 저 오만한 구혼자 놈들이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마당에서 염소 가죽을 벗기고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더라.
그 무리 가운데 괴수 안태우가 들어서는 태명을 보고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짐짓 친한 체하며 비아냥거려 가로되,
괴수 안태우가 짐짓 호방하게 웃으며 태명의 어깨를 툭툭 치고 가로되,
“태명 아, 자네는 어찌 그리 매사에 고집불통인가! 자네를 짓누르는 근심을 마음속에서 깨끗이 털어버리고, 예전처럼 우리와 함께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세나. 고려인 장부들이 자네의 가깝고 먼 소망을 다 해결해 줄 터이니 염려 마라. 우리가 견고한 쾌속선과 날랜 사공들을 골라줄 터이니, 자네는 순풍에 돛을 달고 필성으로 가 부친의 소식을 알아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에 태명이 안태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벽력같이 호령하여 가라사대,
“안태우 너는 들으라! 내 어찌 가문을 파멸로 이끄는 너희 이기적인 도적 떼와 한상에서 평화로이 술잔을 나누고 기쁨을 논하리오. 내가 철없는 어린아이였을 때, 너희가 아버님이 남기신 풍족한 가산을 마구 탕진한 것만으로도 이미 뼈에 사무치거늘!
하오나 이제 나도 장성하여 사리를 분별하고 현인들의 조언을 들었으니, 가슴속에 용맹한 기상이 소생하도다. 내가 이 궁궐에서든, 혹은 필성으로 날아가서든, 반드시 너희 놈들에게 피의 보복을 내리고야 말 것이다! 비록 너희가 배와 사공을 내어주지 않을지라도, 내 다른 배의 승객으로 동승하여서라도 기필코 필성으로 가고야 말 터이니 그리 알라!”
태명이 결연히 돌아서자, 대청에서 술판을 벌이던 구혼자 무리들은 도리어 조롱 섞인 비웃음을 터뜨리며 저희끼리 수군거리기를,
“에라, 큰일 났구나! 저 핏덩이 태명 놈이 정녕 우리를 몰살하려 드는 모양이네. 필성이나 사필성로 달려가 구원병이라도 청해올 기세가 아닌가! 아니면 저 멀리 에피라 섬의 독초 밭에서 치명적인 맹독을 구해와 우리 술잔에 몰래 타서 한꺼번에 도륙을 내려는구나!”
또 다른 오만한 자가 잔을 들어 올리며 낄낄거려 가로되,
“글쎄, 누가 알겠는가. 저 풋내기가 굽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제 아비 오지수처럼 길을 잃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혼백이 될지. 만일 그리된다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로다!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갖고, 이 웅장한 궁궐은 연로비 부인과 새로이 혼인할 낭군에게 통째로 넘겨주면 그만이니 말이네.”
그들의 조롱을 뒤로하고 태명은 아래층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친의 보물창고로 향하도다.
그 창고는 천장이 높고 웅장하여, 사방에 황금과 청동이 가득하고 궤짝마다 비단 옷가지와 향기로운 백합유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벽면을 따라서는 신의 명주(銘酒)와 같이 달콤하고 순수한 극상 포도주 항아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으니, 이는 오직 온갖 풍상을 겪은 오지수 장군이 환향할 날만을 고대하며 따로 보관해 둔 것이라.
두꺼운 이중문으로 굳게 잠긴 이 창고를 밤낮으로 현명하게 지키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과거 원덕 대감의 심복이자 옵스의 딸인 충직한 유모 명숙(명숙)이었다. 태명이 유모를 은밀히 불러 속삭여 가라사대,
“유모여, 나를 위해 저 항아리에서 달콤한 포도주를 따라 내어주시오. 다만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 때를 위해 비축해 둔 최고의 명주 말고, 그 다음으로 좋은 포도주로 항아리 열두 개를 가득 채워주시오.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 곱게 빻은 보리쌀 스무 근을 단단히 담아두되, 이 모든 일을 다른 무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붙여주시오. 해가 지고 어머님이 위층 침실로 드시어 잠자리에 오르시면, 내가 밤중에 몰래 와서 이를 수거할 것이오. 내 정녕 사필성와 모래벌판의 필성으로 가 아버님의 종적을 찾고자 하노라.”
유모 명숙이 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려 가로되,
“오호라, 도련님! 무슨 생각으로 이리 험난한 길을 자초하시나이까? 도련님은 우리 가문의 유일한 외동아들이시요 온 가솔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몸이시거늘, 어찌 그 멀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십니까! 오지수 왕께서도 타국 만리바다에서 길을 잃고 횡사하셨거늘, 도련님마저 성을 비우시면 저 도적 떼가 당장 도련님을 시해하고 재산을 분탈할 음모를 꾸밀 것이 자명하옵니다. 부디 이 늙은이의 말을 들으사 궁을 지키시고, 저 거친 만경창파의 위험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마옵소서!”
태명이 유모의 손을 잡고 단호히 달래어 가로되,
“유모여, 내 안위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천상의 신명께서 이미 이 계획을 굽어살피시고 대복(大福)을 약속하셨나이다. 다만 청이 있으니, 내가 떠난 것을 어머님이 아실 때까지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비밀을 유지해 주시오. 어머님이 슬피 우시다 고운 안색과 피부가 상하실까 두려우니 그리해 주시오.”
늙은 유모가 천지신명께 맹세하며 마침내 비밀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밤이 되자 향긋한 포도주를 항아리에 채우고 보리쌀을 튼튼히 기운 가죽 자루에 담아 준비하더라. 이에 태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대청으로 돌아가 구혼자 무리 틈에 섞여 동태를 살폈도다.
이때 천상의 지혜낭자가 궁궐의 사정을 굽어보시고 신통한 묘안을 내셨도다.
여신은 순식간에 태명의 형상으로 둔갑하여 이탁도 고을 곳곳을 암행(暗行)하며, 구혼자 무리의 장정들을 한 명씩 찾아가 ‘오늘 밤 삼경에 항구의 배 곁으로 집결하라’ 은밀히 군령을 내리셨다.
또한 프로니우스의 아들 노에몬을 찾아가 용맹한 전선(戰船) 한 척을 청하니, 노에몬이 기꺼이 배를 내어주겠노라 약속하더라. 이윽고 해가 지고 천지에 어둠이 짙게 깔리자, 여신은 홀연히 도술을 부려 거대한 배를 물 위로 끌어 올리고 항해에 필요한 갖은 도구와 장비를 빈틈없이 실었다.
해변의 외진 곳에 우뚝 선 여신은 건장한 사공들을 모아 일일이 군기를 다잡고 훈련시킨 후, 밤눈을 빛내며 오지수의 궁궐로 되돌아와, 여전히 술판을 벌이던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강력한 수면(睡眠)의 도술을 부리셨도다.
> 여신이 신형(神馨)의 기운으로 그들을 치시니, 도적 떼는 취기에 눈이 풀려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엎어져 깊은 잠에 빠져들더라.
여신은 다시 스승 명토의 형상으로 변장하여, 어스름한 대청에서 소년 태명을 밖으로 불러내어 그의 늠름한 안색을 유심히 바라보며 가라사대,
“태명아, 갑옷을 갖춰 입은 용맹한 선원들이 이미 항구에서 자네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도다. 어서 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한시바삐 닻을 올려야 하느니라!”
팔라스 아테나 여신이 앞장서서 날래게 걸어가니, 소년 태명이 호랑이 같은 걸음으로 그 신성한 발자취를 바짝 따랐다. 두 사람이 거친 해변에 당도하니, 과연 갯바람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늠름한 사공들이 배를 대어놓고 대기하고 있더라.
충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태명이 선원들을 향해 기운차게 호령하여 가로되,
“동지들아! 어서 가서 창고에 비축해 둔 행장과 식량을 배로 옮기자. 이미 만반의 준비가 끝났도다. 다만 사방이 고요하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말라. 내 어머님도 모르시고 다른 가솔들도 일절 모르는 비밀이되, 오직 내 노련한 유모 한 사람만 알고 있느니라.”
태명(오디세우스의 아들)이 군사를 지휘하듯 솔선수범하니 선원들이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든 보따리와 가죽 주머니를 갑판에 실었다. 준련(俊秀)한 태명이 사공들에게 최종 지시를 내린 후 당당히 배에 오르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뱃머리에 서서 행차를 인도하였도다. 여신이 배의 선미 상석에 좌정하시고 그 곁에 태명이 늠름하게 앉으니, 선원들이 일제히 밧줄을 풀고 각자 노를 잡고 자리에 앉아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하더라.
이때 지혜낭자가 서쪽 하늘을 향해 도술을 부려 맑고 강인한 순풍을 불러일으키시니, 만경창파 포도주 빛 바다 위로 서풍<ref>제피로스</ref>이 휘파람을 불며 돛을 밀어붙였다.**
태명이 대성(大聲)으로 명령하여 “모두 돛대를 굳게 잡으라!” 하니, 사공들이 일제히 소나무로 만든 튼튼한 돛대를 도르래 홈에 뚝딱 세우고 밧줄로 단단히 고정한 후, 잘 무두질한 가죽 끈을 당겨 눈부시게 하얀 흰 돛을 높이 올렸다.
순풍이 돛 한가운데를 빵빵하게 채우자, 배는 쏜살같이 나아갔고 거친 보랏빛 파도가 쪼개지는 용골 주위를 요란하게 때리며 하얀 거품을 일으켰도다. 여신이 풍랑을 조화롭게 다스려 항해를 지극히 순조롭게 하시니, 어둠을 가르는 검은 전선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만리길을 전진하였다.
사공들은 돛대를 질러 고정한 후,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 천지신명과 불멸의 신선들, 특히 오지수 가문을 수호하시는 눈빛 총명한 신명께 지성으로 고리(告祭)를 지내며 제물을 바쳤다.
이윽고 쾌속선은 어두운 밤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다가올 새벽의 붉은 동이 틀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저 먼 대해를 향해 도도하게 나아가니, 그 기상이 실로 장관이더라.
==제3권 늙은 왕의 회상==
이튿날 여명이 은은히 밝아오며, 태양신 해일<ref>헬리오스</ref>이 불멸의 신선들과 곡식을 가꾸며 살아가는 필멸의 중생들에게 빛을 비추고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양의 동녘을 떠나 청동빛 하늘을 향해 해수레를 몰아 맹렬히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태명 일행이 탄 검은 전선은 마침내 넬레우스 대감이 세운 유서 깊은 고을, 필성 항구에 도달하였도다.
마침 바닷가에서는 온 백성들이 모여, 대지를 뒤흔드는 권능을 지닌 검은 머리의 바다 신 해왕께 가장 좋은 제물을 바치는 거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니, 온몸이 숯비둘기처럼 새까만 흑황소(黑黃牛)들을 잡아 바치는 참이었다.
해변에는 아홉 줄의 자리가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한 줄에 무려 오백 명씩의 장정들이 군좌(群坐)하였으며, 각 줄마다 아홉 마리씩의 황소를 제물로 드려 장관을 이루었다. 백성들이 잡은 황소의 구운 내장을 먼저 맛보고, 제단 위에서 넓적다리뼈를 태워 연기를 신명께 올려드릴 때, 태명 일행은 균형 잡힌 쾌속선의 돛을 내린 후 선원들을 시켜 돛천을 잘 접어 단단히 정박시키고 마침내 육지에 첫발을 내딛도다.
태명이 배에서 내리자, 스승 명돈으로 변장한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걸으며 빛나는 눈으로 태명을 돌아보고 나직이 타이르되,
“태명아, 이제부터는 기가 죽거나 털끝만큼도 위축될 필요가 없느니라. 자네가 이 거친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까지 온 것은, 오직 대지가 자네 부친 오지수 장군을 어느 구석에 감추었으며 그분이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러니 자, 기운을 내어 곧장 말 길들이는 재주로 천하에 이름난 노장 노현 대감을 찾아가세나. 그 어른이 가슴속에 어떤 비책을 품고 계신지, 아버님의 소식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고 정중히 간청해보게. 노현 대감은 당대의 명망 높은 현인이시니 결코 거짓을 말하여 자네를 속이지 않을 것이네.”
이에 영민한 태명이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 아뢰되,
“스승님, 소자 아직 나이가 어리고 조정의 법도나 장부들과 지혜롭게 담판 짓는 말주변이 심히 서툴옵니다. 이토록 덕망 높은 고을의 대장 어른을 뵙고 어떤 말씀부터 꺼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위축되나이다.”
여신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되,
“태명아, 걱정 말라. 자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는 영감이 있을 것이요, 설령 부족할지라도 천지신명께서 자네 입을 빌려 마땅한 언변을 내려주실 것이네. 본디 신들의 가호와 음덕이 아니었다면 자네가 어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늠름하게 장성할 수 있었겠느냐.”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이 말을 마치고 대장부처럼 앞장서서 걸어가니, 태명이 고스란히 여신의 거룩한 발자국을 밟으며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필성의 장정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연회석 쪽으로 다가서니, 과연 상석에는 노장 노현 대감이 여러 아들들과 함께 좌정해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노비들이 고기를 굽거나 긴 꼬챙이에 꿰며 잔치 준비로 분주하더라.
외방에서 온 이방인 나그네들을 발견한 필성의 백성들은 일제히 몰려와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며, 먼 길에 고단할 터이니 어서 자리에 앉으라고 정중히 권하였다.
이때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가장 먼저 돛달음질쳐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이끌었다. 그는 바닷가 모래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양털 가죽을 정성껏 깔아 마련한 상석으로 두 귀빈을 인도하여, 형 트라시메데스와 부친 노현 대감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혔도다.
젊은 주인이 환영의 뜻으로 두 사람 앞에 갓 구워낸 소 내장 요리를 올리고, 화려한 황금 잔에 향긋한 포도주를 가득 따른 후, 천상의 방패를 지닌 상제의 따님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을 향해 공손히 잔을 바치며 말하되,
“먼 곳에서 오신 귀한 나그네여, 마침 우리가 바다의 주재자이신 해왕 군주를 위해 대제를 지내던 참에 귀한 발걸음을 하셨으니, 부디 우리 신명께 지성으로 기도를 올려주소서. 예법에 따라 먼저 신께 고리(告祭)를 지내며 포도주를 올린 후, 그 꿀맛 같은 잔을 곁에 계신 젊은 벗에게도 건네어 함께 축원을 빌게 하소서. 본디 천하의 모든 인간은 신령의 음덕 없이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자네의 친구 역시 불멸의 신선들께 정성껏 빌고 싶지 않겠소? 다만 저 곁에 계신 도령은 나이가 더 어려 나와 동년배로 보이니, 이 첫 황금 술잔은 마땅히 연치(年齒)가 높으신 어른께 먼저 올리는 것이 도리인가 하옵니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이렇듯 법도에 맞게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 잔을 여신의 손에 쥐여주니, 지혜낭자는 지혜롭고 올바른 행실을 갖춘 이 젊은이의 갸륵한 예법에 크게 흡족해하셨도다. 여신은 황금 잔을 높이 들어 즉시 바다의 군주 해왕을 향해 가슴 깊이 간절히 기도하여 가라사대,
“대지를 튼튼히 떠받치시는 해왕 신명이시여, 이 둔한 중생들의 기도를 굽어살피소서! 지성으로 간청하는 우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이 땅에 다음과 같은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첫째는 노장 노현 대감과 그의 의로운 아들들에게 천하의 영광을 내려주시고, 둘째는 이 성대한 흑황소 제물을 바치며 정성을 다한 필성의 모든 백성들에게 아낌없는 보상을 베풀어주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검고 빠른 전선을 타고 만리 길을 찾아온 소장 태명과 이 늙은 명토가 도모하는 대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환향하게 도우소서.”
여신이 이같이 엄숙하게 축원하셨으나, 실상은 **여신 스스로가 천상의 권능을 지니셨기에 본인의 뜻대로 이 모든 기적을 즉시 이룩하신 참이었다.
여신은 기도를 마친 후 손잡이가 둘 달린 웅장한 황금 술잔을 옆에 앉은 태명에게 건넸고, 오지수의 장한 아들 태명 역시 잔을 받아 들고 스승의 뒤를 이어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천지신명께 조상의 가호를 빌었도다.
두 사람의 고례(告禮)가 끝나자, 곁에 있던 시종들이 꼬챙이에 잘 구워진 황소고기를 빼내어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몫을 나누어 주니, 이윽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성대한 연회가 무르익더라.
좌중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마시어 기갈과 피로를 온전히 씻어내자, 마침내 수많은 전차를 몰고 전장을 누볐던 게레니아의 영웅, 늙은 노현 대감이 위엄 있게 수염을 쓸어내리며 두 나그네를 향해 먼저 웅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니,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사연이 흘러나올꼬.
==제4권 해신이 한 말==
태명 일행은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패삼득<ref>페이시스트라토스</ref>를 동반자로 삼아, 전차를 타고 험준한 골짜기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 동굴의 땅, 서파성에 당도하여 곧장 명뇌왕의 대궐로 향하였도다.
마침 대궐에서는 적면(赤面)의 영웅 명뇌왕이 자녀들의 혼례를 축하하고자 일가친척과 고을 백성들을 구름처럼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배풀고 있었느니라. 일찍이 토래성 전장에서 그는 자신의 고결한 딸을 장차 맥리민(貊利民) 족<ref>므리미돈족</ref>을 다스릴 불세출의 영웅 안길승<ref>아킬레스</ref>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했던바, 이제 화려한 보물과 말이 끄는 전차를 혼수품으로 내어주며 신행(新行) 길에 오르게 하니, 이는 실로 천지신명의 오묘한 섭리로 성사된 경사로다.
또한 왕은 노비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용맹한 서자 맹대수<ref>메가펜테스</ref>를 위해서도 고을의 어진 처녀인 안계리<ref>알렉토르</ref>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대궐 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본디 천상 신명들께서는 절세미인 하일란 여사<ref>헬레나</ref>에게 황금빛 포랑선녀<Ref>아프로디테</ref>를 닮은 아름다운 딸 허명혜<ref>헤르미오네</ref>를 점지해 주신 이후로는 더 이상 소생을 허락지 아니하셨음이라.
이때 왕의 심복인 위태선<ref>에태오네우스</ref>가 대궐 밖을 살피다 기이한 기상을 풍기는 두 장부를 발견하고,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왕께 고하되,
“상감 폐하, 밖에 귀인 두 분이 당도하였사온데, 그 풍채와 위엄이 마치 천왕 상제의 아들들처럼 비범한 이방 나그네들이옵니다. 저들이 타고 온 군마의 멍에를 풀어 정성껏 대접하오리까, 아니면 다른 고을의 주인을 찾아가라고 박대하여 보내오리까?”
이에 얼굴이 붉은 명뇌왕이 크게 노하여 벼락같이 소리치되,
“이 미련한 놈아! 네가 전에는 제법 총명하더니, 이제는 어찌 철없는 아이처럼 망발을 일삼느냐! 우리 역시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기 전까지, 이국땅을 떠돌며 수많은 주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목숨을 부지하지 않았더냐. 상제께서 앞으로도 우리 가문을 굽어살피시기를 간구하며, 당장 저 귀인들의 군마에서 멍에를 풀고 안으로 모셔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라!”
군령을 받은 위태선이 대궐 밖으로 뛰어나가 하인들을 소집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땀에 젖은 말들의 멍에를 풀고, 하얀 보리를 섞은 에머밀을 여물통에 가득 채워 묶어 두었도다. 마차는 잘 닦인 벽면에 기대어 세워두고, 두 소년을 신령스러운 저택 안으로 정중히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더라.
위대한 명뇌왕의 높은 전각은 마치 한낮의 태양이나 밤중의 보름달처럼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음이라. 그들이 웅장한 대궐을 충분히 구경한 후 윤이 나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니, 시녀들이 향기로운 백합유를 발라 몸을 씻겨주고 부드러운 양모 망토와 도포를 입혀 마침내 아트레우스의 아들 명뇌왕의 옆자리에 앉혔도다.
한 시녀가 은대야와 금병을 받쳐 들고 나와 그들의 손을 깨끗이 씻긴 후, 윤이 나는 나무 상을 차려내었고, 또 다른 정숙한 시녀가 향긋한 떡과 호화로운 찬을 끊임없이 내어왔다. 고기를 써는 시종이 온갖 기이한 육고기가 담긴 은반을 올리고 황금 잔을 바치니, 명뇌왕이 두 귀빈을 반갑게 맞이하며 가로되,
“마음껏 드시게! 먼 길에 고단했을 터이니 맛있게 들고 기운을 차리게나. 식사가 끝난 후에 자네들의 성씨와 근본을 물을 것이로다. 자네들의 기상을 보니 필시 천하를 호령하는 왕족의 후예가 틀림없구나. 본디 흙을 파먹는 농부의 자식들은 자네들 같은 영웅의 풍채를 지닐 수 없는 법이네.”
이때 태명이 대궐의 사치스럽고 웅장한 장식을 보고 경탄하며, 옆에 앉은 패삼득에게 나직이 소근거리되,
“여보게 벗이여, 이 울려 퍼지는 전각이 청동과 은, 황금과 상아, 그리고 영롱한 호박(琥珀)으로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보게나. 이곳은 흡사 올림포스 산에 있는 상제의 천궁처럼 풍요로우니, 내 심신이 경외심에 사로잡히는구려.”
명뇌왕이 흘러나오는 태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 바람처럼 날아가는 어조로 대답하여 가로되,
“장한 소년들이여, 천하의 어떤 필멸의 인간도 감히 천왕 상제의 권능에 비할 수는 없느니라. 신명께서 거처하시는 천궁과 보물은 영원불멸한 법이지. 물론 세상의 어떤 영웅은 내 재산과 견줄 만큼 부유할지 모르나, 나는 이 막대한 보물을 모으기 위해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도다.
내가 토래성이 함락된 후에도 무려 8년 동안이나 거친 바다를 표류하며 길을 잃고 이국땅을 헤맸음이라. 저 멀리 뿔 달린 양들이 일 년에 세 번씩 새끼를 낳고, 주인과 노비가 신선한 젖과 치즈와 고기를 일 년 내내 풍족하게 얻는 남방의 낙토(樂土)까지 흘러갔었지.
하오나 내가 그토록 타국을 떠돌며 보물을 긁어모으는 동안, 고향에서는 간교한 형수 놈에게 배신당한 내 친형님 아한왕이 궁궐 한복판에서 억울하게 시해당하셨도다! 그러니 내 손에 쥔 이 모든 천하의 보물이 내게 무슨 기쁨을 주겠느냐. 자네들의 부친 역시 내가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고 내 사랑하는 대궐과 떨어져 지냈는지 이미 들려주었을 것이네.
차라리 아라골의 푸른 목초지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 벌판에서 전사한 내 전우들이 지금 살아만 있다면, 내가 모은 이 보물의 삼분의 일만 가지고라도 이 대궐에 기쁘게 머물렀을 것을! 나는 매일같이 이 웅장한 대궐에 홀로 앉아, 먼저 가버린 백 명의 영웅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노라.
특히 그중에서도 오직 한 사람, 그의 운명은 가혹한 고통이었고 나의 운명은 그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 가득하니, 바로 오지수 장군이로다!
그분이 먼 길을 떠난 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 살아 계신지, 혹은 고혼(孤魂)이 되셨는지조차 알 길이 없구나. 지금쯤 고향에서 그의 충실한 아내 연로비 부인과 늙으신 부친 라현 옹, 그리고 그분이 출정할 때 갓난아기였던 어린 아들 태명 도령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곡읍(哭泣)하고 있겠느냐.”
명뇌왕의 이 절절한 강론이 소년 태명의 가슴속에 묻어둔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기어이 폭발시키고야 말았도다. 뜨거운 눈물이 소년의 안색을 타고 흘러내려 대청마루 바닥에 툭툭 떨어지니, 태명은 차마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자주색 망토 자락을 들어 두 눈을 가리고 흐느꼈다. 명뇌왕은 이를 예리하게 알아채고, ‘이 소년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그 근본을 물어야 할지’ 마음속으로 깊이 망설이더라.
왕이 이처럼 고뇌하고 있을 때, 홀연히 황금 화살을 든 수렵의 신 아라미낭자 여신처럼 고결한 자태를 지닌 연로비 여사(헬레나)가 천장이 높고 향기로운 침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도다.
시녀 아드라가 여왕을 위해 특별히 정성껏 칠한 의자를 마련하였고, 알키페는 그 위에 부드러운 양모 담요를 깔았으며, 필로는 은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바느질 바구니를 받들어 올렸다. 이 귀한 보물은 일찍이 이집트 테베 고을의 대부 보리보의 아내가 연로비 여사에게 바친 것으로, 테두리를 정금(純金)으로 두르고 바퀴가 달린 신기한 은바구니였으니, 안에는 이미 자아놓은 고운 실이 가득 보관되어 있었다.
연로비 여사가 의자에 좌정하여 장내를 둘러보더니, 놀란 안색으로 낭군 명뇌왕에게 나직이 물어 가로되,
“상감 폐하, 오늘 우리 대궐에 찾아온 저 장한 나그네들은 도대체 누구이옵니까? 제 얕은 소견을 숨겨야 할지, 혹은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할지 망설여지오나, 제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나이다.
내 일찍이 천하를 두루 보았으나, 오늘 찾아온 이 소년처럼 용맹한 오지수 장군의 아들 태명 도령을 쏙 빼닮은 이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이다. 과거 고려인들이 내 얼굴을 핑계 삼아 토래성을 치고자 폭정과 전쟁을 일삼으며 군사를 일으켰던 그 첫날, 오 장군께서 고향방에 갓난아기로 누워있던 이 태명을 두고 눈물로 출정하셨거늘, 어찌 이리 똑같단 말이옵니까.”
이에 명뇌왕이 무릎을 탁 치며 대답하되,
“부인, 내 눈도 정녕 틀리지 않았구려! 저 소년의 늠름한 손과 발, 머리카락과 두상의 골격, 그리고 번뜩이는 눈빛이 과연 오 장군과 붕어빵이로다. 내가 방금 오 장군이 나를 위해 전장에서 겪었던 온갖 고초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 아이가 안색을 찡그리며 자주색 망토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 않았소!”
그러자 곁에 있던 네스토르의 아들 패삼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법을 갖추어 아뢰되,
“명뇌왕 폐하, 두 분의 혜안이 과연 정확하시옵니다. 이 곁에 계신 도령은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하의 용장 오지수 장군의 친아들 태명이 맞사옵니다. 하오나 성품이 지극히 수줍고 겸손하여, 당대의 영웅이신 폐하 앞에서 감히 철없이 먼저 입을 열어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나이다.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우렁찬 목소리는 신령의 계시와 같다 칭송하시며, 소자에게 이 태명 도령을 안내하여 이곳까지 동행하라 명하셨나이다. 태명은 폐하께 아버님의 생사 소식과 고견을 듣고자 간절히 찾아왔나이다. 본디 아비 없는 자식은 가문을 지켜줄 힘이 없어 고을의 무뢰배들에게 큰 수모를 겪게 마련인바, 지금 태명의 처지가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명뇌왕이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태명의 손을 꼭 쥐며 가로되,
“오호라, 내 생전에 나를 위해 그토록 피땀을 흘렸던 진정한 벗의 아들이 내 집에 제 발로 걸어왔구나! 내 일찍이 상제께서 우리 함대를 가호하사 고향으로 속히 환향하게 하신다면, 천하의 어떤 아라골 장수들보다 오지수 그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영접하리라 다짐했었노라.
내 그와 그의 모든 가솔, 백성들을 이탁도에서 통째로 데려와 이 서파성 근처의 고을 하나를 내어주고 제후로 삼아 평생을 이웃하며 살고자 했거늘! 죽음의 먹구름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의 우정과 기쁨을 그 무엇도 꺾지 못할 거라 믿었노라. 하오나 천상의 신명께서 우리의 두터운 정을 시기하셨는지, 그 불쌍하고 불운한 영웅만을 홀로 고향에 들지 못하게 하셨도다.”
왕의 이 서글픈 한탄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로비 여사도 수건을 적셨고 명뇌왕도 눈시울을 붉혔으며, 패삼득 역시 과거 전장에서 광명의 새벽 신에게 안타깝게 살해당한 제 친형님 안틸로코스의 혼백이 생각나 눈물이 가득 고였도다.
패삼득이 눈물을 닦아내며, 날개 돋친 듯 수려한 말로 명뇌왕께 공손히 고하되,
“명뇌왕 폐하, 일찍이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상식과 혜안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하셨나이다. 그러니 소자의 미천한 간청을 들어주소서. 이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곡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사오니, 통곡은 다가올 새벽으로 미루심이 어떠하옵니까. 물론 먼저 가신 영웅들을 애도하고 머리를 깎으며 뺨을 적시는 것이 우리가 죽은 자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예우이오나, 지금은 귀한 손님을 맞이한 자리이옵니다.”
명뇌왕이 대장부의 청을 전해 듣고 흡족해하며 대답하되,
“장하도다, 소년이여! 자네는 정녕 나이 많은 노련한 장부처럼 지혜롭게 말하는구나. 과연 그 언변에 부친 노현 대감의 고결한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도다. 본디 상제께서 행복한 가문과 혈통을 점지해 주신 자들은 그 기상이 쉽게 드러나는 법이지.
상제께서 노현 대감에게 평생의 행운을 주사 고향에서 200세가 넘도록 장수하게 하시고, 그 아들들 또한 천하의 창술가로 키우셨으니 참으로 복되도다. 자, 이제 슬픔을 거두고 다시 저녁 식사에 집중하세나. 시종들은 어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 손을 씻기라. 다가올 새벽이 되면 내 태명 도령과 밤을 새워가며 아버님의 소식을 상세히 나눌 것이로다.”
왕의 명을 받들어 날랜 시종 아스팔리온이 귀빈들의 손에 맑은 물을 부었다.
이때 지혜로운 연로비 여사가 장내의 무거운 슬픔을 지워버리고자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렸도다. **여사는 일찍이 이집트 고을의 톤의 아내 폴리담나에게서 선물 받은 강력한 신약, 즉 인간의 가슴을 찢는 모든 슬픔과 분노를 단숨에 잊게 해주는 망우단(망우약)을 포도주 항아리에 몰래 섞어 넣은 참이었다.**
본디 이집트 땅은 온갖 기이한 약초와 치유의 도술이 발달한 의인(醫人)들의 나라인바, 이 약을 마신 자는 가령 자신의 눈앞에서 친부모나 형제가 청동 창에 찔려 죽을지라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효능이 있었다. 여왕이 약을 탄 달콤한 명주를 하인들에게 명하여 잔마다 가득 따르게 한 후, 좌중을 향해 우아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명뇌왕 폐하, 그리고 여기 모인 고결한 가문의 소년 장부들이여. 상제께서는 천하 중생들에게 때로는 길한 복을, 때로는 흉한 화를 번갈아 내리시니 그 권능은 실로 전능하시도다. 그러니 이제 시름을 잊고 음식을 즐기라. 내가 지루함을 달래고자 과거 토래성 전장에서 불굴의 오디세우스 장군이 펼쳤던 놀라운 무용담을 하나 들려주겠노라.
당시 고려 군사들이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지혜로운 오 장군은 스스로 노비의 초라한 망토를 두르고 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며, 가난하고 비참한 거지로 완벽히 변장한 채 홀로 적진인 토래성 성문 안으로 몰래 침투하였도다. 성내의 어떤 토래인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나만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간파하고 은밀히 불러 심문하였지.
그는 내 장막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려 군사들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꾸미고 있던 모든 천기(밀계)를 내게 털어놓았도다. 귀환하는 길에 그는 긴 청동 검을 뽑아 들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토래 장수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도륙하였고, 고려 진영에 전할 결정적인 군사 기밀을 품고 무사히 탈출하였음이라. 토래의 여인들은 장수들의 죽음에 대성통곡하였으나, 내 마음은 남몰래 기쁨으로 가득 찼으니, 나 역시 그때쯤엔 죄과를 뉘우치고 고향의 내 딸과 지혜로운 낭군 명뇌왕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로다.”
명뇌왕이 부인의 무용담을 듣고 크게 감탄하며 손뼉을 치고 가로되,
“부인의 말이 정녕 고스란히 맞는 사실이로다! 내가 평생 천하를 두루 주유하며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나보았으나, 오지수 장군처럼 단호하고 기상이 강철 같은 장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네.
과연 그분의 강인함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일찍이 우리가 거대한 목마(木馬) 속에 숨어 들어가 적들을 파멸시키고자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네. 고려의 내로라하는 용맹한 장수들이 모두 그 어두운 목마의 뱃속에 갇혀 긴장하고 있을 때, 부인께서 저 높은 성벽에서 내려와 목마 주위를 세 번 돌며 숨어 있는 곳을 가볍게 두드리지 않았소.
당시 토래인들을 도우려던 어떤 신령이 부인을 충동질했음이 분명한바, 부인은 목마 밖에서 안에 숨은 고려 장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되, 신기하게도 각 장수들의 실제 친아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어 애절하게 부르지 않았소!
그 소리를 들은 나와 도미달은 당장 목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안에서 대답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네. 하오나 오지수 장군이 강철 같은 손으로 우리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고 끝까지 제지하셨도다. 천상의 여신이 부인을 멀리 인도하여 위기를 넘길 때까지, 오 장군께서 목마 안의 모든 장수들을 꽉 붙잡아 두셨으니, 그분의 냉철한 지혜와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그날 밤 적들에게 발각되어 몰살당했을 것이 틀림없었네.”
태명이 부모의 이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곰곰이 전해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여 대답하되,
“하오나 명뇌왕 폐하, 그 모든 영웅담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며 상황을 어찌 더 낫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심장이 아무리 무쇠와 같고 강철과 같았을지라도, 결국 제 목숨 하나 온전히 보존하여 환향하지 못하셨나이다. 그러니 폐하, 밤이 깊었사오니 부디 저희를 잠자리로 인도해 주소서. 고단한 신신을 달콤한 잠 속에 묻고 싶나이다.”
이에 서파성의 여왕 연로비 여사가 시녀들에게 명하여 전각 현관에 안락한 침상을 마련하게 하고, 그 위에 화려한 자주색 양탄자를 깐 후 따뜻한 양털 이불을 두터이 덮어주게 하였다. 하인들이 횃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대궐 앞방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고, 명뇌왕은 전각 깊숙한 내실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연로비 여사와 함께 동침하였도다.
이튿날 동녘 하늘에 장미꽃 손가락을 지닌 광명의 새벽 여신이 대지를 물들일 때였다. 위엄 있는 명뇌왕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의복을 갖추고, 날카로운 보검을 어깨에 메어 기름칠을 잘 한 가죽 샌들을 신은 채, 마치 천상 신령과 같은 풍채로 침실을 나와 태명에게 다가가 웅장하게 물어 가로되,
“장한 태명 도령아, 무슨 중대한 결단이 섰기에 이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 서파성까지 나를 찾아왔느냐? 가문의 사사로운 송사 때문이냐, 혹은 이탁도의 공적인 정무 때문이냐? 내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아라!”
태명이 가슴 깊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공손히 꿇어앉아 아뢰되,
“아태우의 아들이신 위대한 명뇌왕 폐하, 소자가 이토록 만리 길을 온 것은 오직 홀로 되신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한 가닥이라도 듣고자 함이니이다. 지금 소자의 고향 궁궐은 불의한 도적 떼들에 의해 가산이 통째로 결단 나고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했나이다.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날마다 우리 소와 양을 무단으로 잡아 가택을 더럽히고 소자의 목숨마저 해하려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그러니 폐하,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간청하오니, 혹여 아버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을지라도 그 참혹한 진실을 제게 가감 없이 들려주소서! 폐하께서 전장에서 직접 목격하셨거나 혹은 만리 바다를 돌며 전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이 불효자에게 동정심을 베푸사 숨기지 말고 고해 주소서. 과거 제 용맹한 아버님이 토래성 전장에서 폐하를 도와 피 흘려 싸웠던 그 수많은 공로를 이 순간 기억하시어, 진실의 칼날을 제게 쥐여주소서!”
명뇌왕이 이 처절한 사연을 전해 듣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대노하여 웅장하게 소리치되,
“이 빌어먹을 도적 놈들! 감히 저 비겁하고 유약한 겁쟁이들이, 자신들보다 백배는 더 용맹한 천하무적 오지수 장군의 잠자리를 강탈하려 들다니!
이것은 흡사 미련한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핏덩이 새끼 사슴 두 마리를 숲속 깊은 곳에 있는 굶주린 맹수 사자의 굴속에 눕혀두고, 제 배를 채우려 언덕과 계곡을 넘어 풀밭으로 떠난 것과 다름없도다! 사자가 사냥을 마치고 제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핏덩이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빨로 물어뜯어 뼈째로 씹어 삼킬 것이 자명하도다. 오지수 장군이 고향에 당도하는 날, 저 무뢰배 놈들에게 내릴 피의 심판이 정녕 이와 같으리라!
오, 천왕 상제시여, 여신 지혜낭자와 광명의 아로 신이시여! 일찍이 오 장군이 리수도 천하장사 필로멜레이데스와 씨름을 벌여 단숨에 그자의 허리를 꺾고 땅바닥에 내던졌을 때, 우리 고려 군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나이까. 그 장부의 맹렬한 기상으로 당장 저 구혼자 놈들의 목을 베게 하소서! 저들의 가련한 명줄은 단숨에 끊길 것이요, 저들이 꿈꾸는 혼례는 가문의 영원한 저주가 될 것이로다!
장한 소년아, 네 질문에 대해 내 결코 속이거나 감추지 않겠노라.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의 노인, 즉 변신술의 대가인 **해선 프로테우스**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아버님의 소식을 단 한 마디도 숨김없이 들려주마.
당시 내가 이집트 해안에서 고향으로 가고자 했으나, 신들께 완벽한 제물(헤카톰)을 바치지 못해 큰 노여움을 사서 만리 바다에 발이 묶인 적이 있었네. 이집트 해안 앞바다에는 **파로스**라는 고요한 섬이 하나 있는데, 항구가 깊고 맑은 샘물이 있어 사공들이 어두운 물을 길어 바다로 나가는 요충지이지. 하오나 신들께서 순풍을 뚝 끊으시는 바람에 무려 스무 날 동안이나 그 척박한 섬에 갇혀 식량이 거덜 나고 군사들의 조총(희망)이 끊길 위기에 처했었도다.
그때 바다의 노신 프로테우스의 딸인 **에이도테아 여신**이 나를 가엾게 여기사, 홀로 해변을 거닐며 탄식하던 내 앞에 나투셨네. 당시 내 부하들은 굶주림에 지쳐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잡으려 흩어져 있었지. 여신이 내 곁에 서서 ‘나그네여, 어찌 그리 미련하게 고통만을 즐기며 이 섬에 영원히 갇혀 있으려 하느냐’ 물으시기에, 내가 고하기를 ‘여신이시여, 소자가 천상의 신명께 죄를 지어 이 드넓은 바다에 갇힌 줄 아오니, 부디 어떤 영령이 내 귀향길을 가로막고 있는지 천기를 들려주소서’ 하였도다.
그러자 여신이 내게 은밀히 비책을 전해주시되, *‘이집트 강가에는 바다의 깊은 연못을 모두 꿰뚫어 보고 바다 신 포세이돈을 섬기는 불멸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살고 있나니, 자네가 만일 그 노인을 물리력으로 제압하여 묶을 수만 있다면, 그가 자네의 귀향길은 물론이요, 자네가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대궐에서 일어난 온갖 길흉화복을 낱낱이 들려줄 것이네’* 하시는 게 아니겠나.
내가 다시 청하기를 ‘여신이시여, 그 신령스러운 노인을 어찌 감히 인간의 얄팍한 힘으로 가두어 도망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나이까’ 하니, 여신이 웃으며 가라사대, *‘내일 정오가 되어 서풍(제피로스)이 불고 바다에 그림자가 질 때, 노인은 바다 동굴에서 나와 낮잠을 청할 것이네. 그때 그의 주위로 바다 여신의 딸들인 수많은 물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들어 짠 바다 냄새를 풍기며 잠들 터인데, 자네는 군사 중 가장 용맹한 장정 세 명을 엄선하여 새벽에 해변으로 나오라’* 하셨도다.
여신은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시더니, 갓 벗겨낸 물개 가죽 네 장을 가져오사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고 모래 구덩이에 매복시키셨네. 본디 그 물개 가죽에서 풍기는 비린내와 썩은 소금내가 얼마나 진동하던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으나, 고결한 여신께서 천상의 영약인 **암브로시아**를 가져와 우리 콧구멍에 조금씩 발라주시니 그 신비로운 향취가 물개 비린내를 단숨에 지워버렸도다.
정오가 되자, 과연 바다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파도를 헤치며 나타나 살진 물개들의 숫자를 하나씩 세기 시작하더니, 우리 역시 물개인 줄로만 알고 아무 의심 없이 숫자에 포함한 후 맨 한가운데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네!
> 그 순간 내가 대성으로 군령을 내리며 장정들과 함께 폭풍처럼 달려들어 노인의 사지를 꽉 붙잡았도다!
노인은 과연 바다의 영물이라 온갖 도술과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갈기를 휘날리는 맹렬한 **사자**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독을 품은 **뱀**으로, 다시 날랜 **표범**으로, 거대한 **멧돼지**로 변형하였고, 심지어 흐르는 **물**과 잎이 무성한 거목(巨木)으로 둔갑하며 우리의 손귀를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도다!
하오나 우리는 여신의 조언대로 이가 부러져라 손에 힘을 주고 더욱 세차게 노인의 몸을 짓눌러 압박하였지. 마침내 도술이 바닥난 노인이 본래의 노인 형상으로 돌아와 지친 목소리로 내게 묻기를, *‘어떤 신령이 자네에게 이 밀계를 가르쳐 나를 포박하게 했느냐? 자네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더군.
내가 고하기를 *‘해선이시여, 내가 이 섬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진퇴양난에 빠졌으니, 어떤 신명이 내 길을 막고 있으며 어찌해야 고향으로 갈 수 있는지 들려주소서’* 하니, 노인이 대답하되 *‘자네가 상제와 여러 신명께 합당한 가책(백 마리 소)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니, 당장 배를 돌려 이집트 강가로 돌아가 신들을 기쁘게 하는 대제를 지내라. 그리하면 신들께서 자네가 원하는 만리 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네’* 하셨도다.
내가 거친 바다를 거슬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산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천기를 물었네. ‘해선이시여, 내가 토래성에 남겨두고 온 고려의 수많은 장수들과 내 친형님 아한왕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나이까, 혹은 바다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나이까’ 하니, 노인이 슬픈 눈빛으로 내게 전하기를,
‘아달의 아들이여, 어찌 그 비극을 내 입으로 다 들으려 하느냐. 수많은 장수들이 전장에서 뼈를 묻었고, 귀환하는 길에 청동 갑옷을 입은 최고 사령관 중 단 두 명만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도다. 용장 아이아스(아약스)는 삼지창을 든 바다 신의 분노를 사서 배가 난파당한 후 기란 바위 위에 겨우 기어올라 오만방자하게 신을 모독하다가, 신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부시는 바람에 깊은 바다 바닥으로 추락하여 짠 물을 들이켜고 고혼이 되었노라.
또한 자네의 친형님 아한왕은 가호 속에 겨우 살아남아 기쁘게 고향 땅에 발을 디디고 흙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그 고을의 망루에는 간교한 아내와 간통한 애기수가 심어둔 파수꾼이 황금 두 냥을 받고 일 년 내내 눈을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도다!
아한왕이 무방비로 궁궐 대청에 들어서자, 애기수는 매복시킨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시켜, 마치 도축업자가 마구간에서 소의 목을 베듯 저녁 식사를 즐기던 아한왕과 그의 시종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처참하게 도륙하여 몰살시켰느니라!’ 하시는 게 아니겠나!
노인의 이 청천벽력 같은 폭로를 전해 듣고,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친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리, 저 태양빛을 보아서 무엇하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도다.
내가 한참을 울다 지쳐 흐느끼고 있을 때, 바다의 노인이 나를 달래며 가로되 *‘명뇌왕이여, 이제 울음을 그치라. 통곡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당장 군사를 몰아 고향으로 가라. 어쩌면 원수 애기수가 아직 살아있을지, 혹은 아한왕의 장한 아들 오래손가 이미 원수의 목을 베었을지 모르는 일이니, 자네는 어서 가 장례식이라도 주관하라’* 하셨네. 이 말을 들으니 내 가슴속에 다시 장부의 뜨거운 피가 도는 듯하여, 내가 날개 돋친 듯 급히 물었도다.
‘해선이시여, 두 장수의 비극은 내 뼈에 새겼으나, 아직 저 넓은 만경창파 어딘가에 갇혀 살아남아 있다는 그 마지막 세 번째 영웅의 성명은 무엇이나이까? 그 소식이 비록 내 가슴을 찢을지라도 내 반드시 들어야겠나이다!’ 하니, 노인이 마침내 그 비록(秘錄)을 내게 전해 주시되,
‘그는 바로 이탁도 출신의 장수, 라현의 아들 오지수 장군이로다! 내가 바다의 깊은 눈으로 굽어보니, 그는 지금 저 멀리 고해(孤海)에 떠 있는 요녀 가립선의 섬, 그녀의 깊은 밀실에 갇혀 고향 땅을 바라보며 날마다 피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도다. 요녀가 강한 도술로 그를 묶어두었기에, 그에게는 만리 바다를 건널 노 젓는 전선도 없고 용맹한 사공도 없어,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느니라!’ 하셨도다.”
명뇌왕이 태명의 손을 잡고 이 엄숙한 천기를 전한 후, 인자하게 웃으며 가로되,
“장한 태명아, 이것이 내가 바다 신에게 직접 전해 들은 네 부친의 확실한 종적이로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라. 상제께서 자네에게 내리신 축복은 남다르니, 자네는 절세미인 연로비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덕에 상제의 사위로서 장차 이승의 목숨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끝에 있는 낙원 극락의 벌판으로 가 영생을 누릴 자격이 주어졌음이라. 그곳은 황갈색의 라만 대감이 다스리는 영험한 신선들의 땅으로, 겨울의 눈보라도 없고 매서운 폭풍우도 치지 아니하며, 대양이 언제나 산들바람 서풍을 보내어 장부들을 상쾌하게 해주는 무릉도원이로다.
자, 내 이제 신들의 노여움을 풀고 순풍을 받아 무사히 환향한 것처럼, 자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고자 하니, 부디 내 대궐에서 열이틀 동안만 더 머물다 가게나. 내가 자네에게 천하의 명마 세 마리와 청동으로 빛나는 웅장한 전차 한 대를 선물로 줄 것이요, 나아가 신명께 제사를 지낼 때 쓸 수 있는 정교한 황금 술잔을 내어줄 터이니, 평생 나를 기억해주게.”
이에 영민하고 재치 넘치는 소년 태명이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 대답하되,
“상감 폐하, 소자를 이토록 갸륵하게 보살펴주시니 감개무량하오나, 저를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붙잡아 두지 마옵소서. 폐하의 옥음(玉音)을 듣는 것이 제게는 천상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우니, 정녕 이 대궐에서 일 년 동안 머물지라도 고향 집이나 부모님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옵니다. 하오나 저를 믿고 필성 항구에서 고되게 기다리는 제 불쌍한 사공 동지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쳤을 터이니, 한시바삐 길을 물어야 하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내어주신 귀한 마필과 전차는 실로 과분하오나, 이 서파성의 보물창고에 그대로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폐하가 다가오시는 이 넓은 영토는 토끼풀이 무성하고 하얀 보리와 밀이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대초원이오나, 소자의 고향 이탁도는 온통 험준한 바위산과 절벽뿐이라 들판도 없고 경마장을 닦을 땅도 없나이다. 겨우 염소나 키우며 살 수 있는 척박한 섬이오니, 말 목장보다는 이곳 서파성의 넓은 벌판이 저 명마들에게 훨씬 어울릴 줄로 아옵니다. 본디 바다 한가운데 뜬 섬들은 풀을 뜯길 곳이 마땅치 않은 법인데, 우리 섬은 그중에서도 가히 최악이옵니다.”
명뇌왕이 태명의 이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당당한 거절을 전해 듣고, 기특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감싸 쥐고 우렁찬 목소리로 가로되,
“장하도다, 얘야! 네 가식 없는 언변을 들으니 과연 네 뼈대와 혈통이 천하의 영웅 오지수의 핏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구나.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선물을 바꾸어 주마. 내가 대궐 보물창고에 비축해 둔 갖은 영물 중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신물(神物)을 내어주리라.
이것은 본디 천상의 대장장이 신 해풍이 정금과 순은을 녹여 정교하게 세공한 웅장한 술그릇으로, 일찍이 시돈 고을의 왕 해담이 내가 환향하는 길에 그의 저택에 묵었을 때 내게 귀하게 선물한 보물치다. 이것을 자네에게 줄 터이니 가문의 가업으로 삼아 가져가게나.”
두 장부가 이렇듯 대청에서 대장부의 의리를 나누고 있을 때, 대궐 안방에서는 노비들이 양고기와 향기로운 명주를 나르고, 고운 스카프를 두른 시녀들이 따뜻한 떡을 받쳐 들며 대궐의 잔치가 밤늦도록 무르익어 가더라.
한편, 같은 시각 저 멀리 오지수 장군의 고향 이탁도 관저 앞마당에서는,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여느 때처럼 오만방자하게 원반을 던지고 청동 창을 날리며 제 세상을 만난 듯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최고 괴수인 안태우와 신령과 같은 풍채를 지닌 우혁이 상석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을 때, 문득 보윤의 아들 노문이 사색이 된 안색으로 헐레벌떡 다가와 안태우에게 따져 묻기를,
“안태우 어른, 저 태명 도령이 내 배를 빌려 타고 필성으로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쯤 돌아온답니까? 내가 지금 급히 엘리스 벌판으로 건너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노새 새끼를 먹이고 있는 암말 열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데려와 전마(戰馬)로 훈련시켜야 하니, 내 배를 당장 돌려받아야겠소!”
이 말을 들은 안태우와 우혁을 비롯한 구혼자 놈들이 일제히 잔을 떨어뜨리며 자지러지게 놀랐도다!
저들은 그저 유약한 태명 놈이 감히 항구를 벗어났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그저 근처 전답에서 양이나 돼지를 치며 숨어 지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참이었다. 안태우가 눈을 부릅뜨고 노문의 덜미를 잡으며 사납게 들이닥쳐 가로되,
“이놈, 내 앞에 실토하라! 그 풋내기가 도대체 언제 배를 띄웠단 말이냐? 그 조그만 배에 누구를 태우고 갔더냐? 이탁도의 쓸만한 장정들을 선동해 데려갔더냐, 아니면 제 집안의 노비나 머슴새끼들을 고용했더냐! 그리고 그놈이 네 배를 물리력으로 강탈해 갔느냐, 혹은 네가 미쳤다고 스스로 내어준 것이냐?”
노에몬이 겁에 질려 대답하되,
“어찌 강탈이라 하십니까, 내 스스로 자유롭게 내어주었나이다! 대궐의 장한 도령이 가문의 사활을 걸고 간청하며 통곡하는데, 고려의 장부로서 어찌 그 청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소! 게다가 그와 함께 배에 오른 젊은이들은 우리 가솔을 제외하고는 이 고을에서 가장 의리 있고 훌륭한 장정들이었소.
내 분명히 기억하건대, 오 장군의 오랜 벗이신 스승 명토(멘토르) 어른이 선장으로 뱃머리에 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소! 하오나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은, 내가 어제 새벽 관아 거리에서 위엄 있게 걸어가시는 명토 어른을 분명히 내 눈으로 직접 배알했거늘, 어찌 그분이 배를 타고 필성으로 가셨다는 것인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도술을 부린 듯 이해할 수가 없나이다.”
노문이 말을 마치고 제 집으로 돌아가자, 구혼자 무리의 괴수들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격분하였다. 저들은 당장 마당의 놀이판을 멈추게 하고 군사들을 소집하여 자리에 앉혔다. 안태우가 분노에 찬 눈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열어 포효하되,
“젠장맞을! 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태명 놈이 기어이 우리의 눈을 속이고 만리 유랑 길을 성공시켰구나! 우리가 모두 비웃으며 비겁하게 주저앉아 있을 거라 믿었거늘, 그놈이 온 고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를 띄워 최고 사령관들을 포섭해 가다니!
이것은 장차 우리 무리에게 닥칠 거대한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도다. 천왕 상제께서 저 핏덩이가 장성하여 장부가 되기 전에 그 무시무시한 힘을 꺾어놓으시기를 간구하노라! 여보게 동지들,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정예 무사 스무 명을 당장 내어주게. 저놈이 필성에서 돌아오는 길목인 이탁도와 삼해 섬 사이의 험준한 해협에 매복하고 있다가, 배를 통째로 들이받아 저 건방진 놈을 수중의 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로다. 저놈의 가련한 유랑 길을 영원한 죽음의 묘지로 만들어주마!”
그러자 무뢰배들이 일제히 상을 치며 찬동하였고, 저마다 칼을 빼 들고 오지수 장군의 대궐 안으로 들이닥쳐 피비린내 나는 모의를 다지더라.
하오나 하늘이 무심치 않으사, 저 사악한 도적 떼들의 비밀 음모는 대궐 안채에 계신 연로비 부인의 귀에 즉시 흘러 들어가게 되었도다. 마당 구석에서 가택의 대소사를 돌보던 충직한 집사 명돈이 저들의 흉계와 살기 어린 대화를 벽 너머로 엿듣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 부인의 침실로 단숨에 뛰어 들어간 참이었다. 명돈이 문턱을 넘어서자, 연로비 부인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다가와 날카롭게 물어 가로되,
“명돈아, 저 안하무인의 구혼자 놈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악행을 꾸미려고 너를 내보냈느냐? 감히 신령스러운 오지수 장군의 시녀들에게 길쌈을 멈추고 저 도적 놈들을 위한 잔치 상을 차려내라 협박하더냐! 오호라, 천지신명께 간구하오니 오늘 저들이 처먹는 음식을 제발 마지막 성찬이 되게 하소서!
다시는 이 궁궐에 모여 구혼 행각을 벌이지 못하게 하소서! 너희 무뢰배 놈들이 이탁도 가문의 가산을 마구 축내며 태명의 재산을 유린하고 있거늘, 너희는 정녕 어렸을 때 너희 부친들이 우리 오 장군의 위대함과 자애로움에 대해 들려주었던 훈계를 단 한 귀로도 듣지 않았단 말이냐! 오 장군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의를 행한 적이 없거늘, 너희의 악행과 음모는 참으로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찌 이토록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이냐!”
이에 명돈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되,
“국모 전하, 방금 제가 들은 흉계에 비하면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재앙이옵니다. 저 도적 떼들이 지금 전하의 가슴을 영원히 찢어놓을 거대한 파멸을 도모하고 있나이다. 상제께서 결단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시기를 바라오나, 구혼자 놈들이 지금 태명 도령이 필성과 서파성에서 아버님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날카로운 청동 창검으로 도령을 무참히 시해하려 모의하고 있나이다!”
이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전해 들은 연로비 부인은 온몸의 맥이 풀리고 심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하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한동안 목이 메어 말 한마디 뱉지 못하다가, 이윽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하여 가로되,
“오호라, 내 아들아! 네가 어찌 어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 위험한 만경창파로 나갔단 말이냐! 거친 바다를 군마처럼 질주하는 그 빠른 전선을 네가 어찌 감히 탔단 말이냐! 저 사악한 자들의 칼날에 네 이름 석 자마저 잃고 세상에서 영영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 하느냐!”
명돈이 머리를 조아려 가로되,
“필시 천상의 신령께서 도령의 마음을 대장부처럼 충동질하사,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지 혹은 이미 생을 마감하셨는지 그 종적을 찾게 하신 줄로 아옵니다.”
명돈이 물러가자, 옥방 안에는 가슴을 찌르는 슬픔과 차가운 한숨만이 가득 차 올랐다. 대궐 안채에 비단 의자들이 가득했으나, 부인은 차마 똑바로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 침실 차가운 문간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도다. 주위에 있던 시녀들과 늙은 노비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함께 흐느끼니, 부인이 목이 메어 부르짖기를,
“내 고결하고 용맹무쌍했던 낭군, 고려 땅에서 가장 재능 넘치고 명성이 자자했던 내 오지수 대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어치는 광풍 속에 내 하나뿐인 외동아들 태명마저 빼앗기게 생겼구나!
너희 시녀 놈들도 참으로 무심하고 배은망덕하도다! 저 아이가 밤중에 배를 타고 출항한다는 것을 너희가 필시 눈치챘을 터이거늘, 어찌 한 놈도 내 침실로 달려와 나를 깨워 알리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만일 그 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서라도 이 궁궐에 주저앉혔을 것이요, 정 떠나겠다면 차라리 나를 이 자리에서 죽여 묻고 가게 했을 것을!
당장 저 정원의 모든 나무를 돌보는 늙은 돌쇠 영감을 불러오너라. 과거 친정아버님이 내게 주신 신실한 심복이니, 영감을 저 깊은 산속에 은거 중이신 시아버님 라현 옹에게 급히 보내어 이 급보를 전하게 하라. 그리하면 노인께서 눈물로 산을 내려와, 저 불효막심한 구혼자 놈들 앞에 가 가슴을 치며 제 손자의 목숨을 살려달라 간청이라도 해보지 않겠느냐!”
이때 창고를 지키던 늙은 유모 명숙이 앞으로 나와 부인의 무릎을 잡고 통곡하며 아뢰되,
“부인, 내 사랑하는 전하! 설령 전하께서 노하사 날카로운 보검으로 이 늙은이의 목을 베실지라도 내 진실을 고하겠나이다. 실은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도령께서 떠나시기 전 제게 빵과 포도주를 구하시며, 전하께서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신명께 피로써 맹세하게 하셨나이다.
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슬피 우시다 그 고운 피부와 미모가 상하실까 두려워 도령이 효심으로 숨긴 처사이오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제 당장 옥체를 씻으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사 위층 침실로 오르소서. 천왕 상제의 따님이신 지혜낭자에게 지성으로 기도 올리시면, 여신께서 필시 도령을 저 죽음의 칼날에서 구하시고 이 풍요로운 가문을 지켜주실 것이옵니다.”
유모의 절절한 간청에 연로비 부인은 비로소 요동치던 심산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부인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깨끗이 씻은 후 고운 의복으로 갈아입고 시녀들과 함께 높은 다락방으로 올랐도다. 부인은 쟁반에 정결한 보리 알갱이를 담아 제단에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천상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상제의 지칠 줄 모르는 따님이신 지혜낭자여, 이 미천한 계집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일 제 지혜로운 낭군 오지수 왕이 생전에 이 대궐 제단에서 신명께 기름진 소고기와 양고기 허벅지살을 바치며 지성으로 공경했던 그 수많은 날들을 기억하신다면, 지금 강림하사 제 사랑하는 아들 태명의 목숨을 구원해 주소서! 저 무도한 구혼자 놈들의 포악한 손길과 칼날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해 주소서!”
부인이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애원하니, 천상의 여신께서 그 가륵한 축원을 기쁘게 가납하셨도다.
한편 대궐 마당의 사악한 구혼자 놈들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소란을 피우며 호언장담하기를,
“허허, 보아라!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여 구혼했던 저 오만한 여왕이, 이제야 제 아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중 한 명과 혼인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로다!”
저들은 천수의 돌아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헛된 망상을 떠벌리고 있었음이라. 안태우가 무리를 진정시키며 나직이 명령하되,
“동지들이여, 자랑은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 대궐 안채의 시녀들이 들으면 흉계가 탄로 날까 두려우니, 이제 조용히 일어나 가슴속에 합의한 피의 계획을 실행하러 가세나!”
안태우가 무리 중 가장 골격이 장대하고 잔인한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엄선하여 이끌고 음침한 해변으로 내려갔다. 저들은 노문에게서 빼앗은 검은 쾌속선을 깊은 바다에 띄우고, 돛대를 세우며 가죽 끈에 노를 단단히 고정한 후 하얀 돛을 넓게 펼쳤도다. 하인들이 가득 실어온 청동 창검과 무기를 사공들에게 은밀히 나누어 준 후, 저들은 이탁도와 사메 섬 사이에 위치한 작고 바위투성이인 아성도의 외진 항구에 배를 숨겨 매복하고, 오직 저녁이 되어 태명의 배가 지나가기만을 살기 어린 눈으로 기다리며 식사를 들더라.
이때 연로비 부인은 다락방 침상에 누워,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와 슬픔 속에서 음식과 미음(米飮)을 일절 거부한 채 꼬박 밤을 새우고 있었다.
어찌나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뇌했던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깊은 졸음이 부인의 삼혼칠백을 덮쳐 팔다리의 긴장이 풀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빛나는 눈을 지닌 지혜낭자께서 부인의 이 애처로운 처지를 굽어살피시고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리셨도다. 여신은 허공의 안개를 모아, 저 멀리 배래 고을에 사는 우밀의 아내이자 위대한 이건 대감의 딸인 이훤의 형상을 한 생생한 유령(幻影)을 한 분 빚어내셨도다.
여신이 유령을 오지수 장군의 대궐로 날려 보내시니, 유령은 옥방의 단단한 빗장 틈을 연기처럼 스르륵 타고 들어가, 잠든 연로비 부인의 머리맡에 우뚝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 가로되,
“동생 연로비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이토록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있느냐. 천상의 편안하게 사시는 신명들께서는 네가 이토록 눈물을 흘리며 번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느니라. 네 장한 아들 태명은 지금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으니 마음을 놓아라. 그 아이는 천지신명께 단 한 점의 죄과도 저지르지 아니한 올바른 장부니라.”
꿈의 문턱에서 여전히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총명한 연로비 부인이,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대답하여 가로되,
“언니, 언니의 가택은 멀고 먼 곳에 있거늘 어찌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나이까. 언니는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이 수많은 고통을 잊으라 하시나, 내 일찍이 사자처럼 용맹하여 그리스 전역에 명성이 자자했던 숭고한 낭군을 잃지 않았나이까.
하오나 지금은 내 남편보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내 아들 태명이 백배는 더 걱정되나이다! 저 아이가 거친 바다와 이국땅에서 무슨 해를 입을지 두려워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나이다. 지금 대궐 마당에는 저 아이를 증오하는 원수들이 가득하여, 아이가 고향 항구에 닿기도 전에 목을 베어 죽이려고 매복해 있나이다!”
안개와 같은 유령이 동생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위로하여 가로되,
“동생아, 용기를 내어라! 마음의 불안과 공포를 깨끗이 씻어내어라. 저 장한 태명의 곁에는 천하의 대여신 지혜낭자가 늘 그림자처럼 동행하며 길잡이가 되어주고 계시느니라.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이 그분의 가호를 입고자 밤낮으로 피로써 기도하거늘, 그 권능은 실로 우주를 뒤흔들 만큼 막강하시도다. 여신께서 네 지극한 모성애와 슬픔을 가엾게 여기사, 내 자네의 꿈속에 들어가 이 천기를 전하라 명하셨느니라.”
지혜로운 연로비 부인이 꿈속에서 다시 간절히 물어 가로되,
“언니가 정녕 신령의 명을 받고 온 거룩한 사자시라면, 부디 내 불쌍한 남편 오지수 왕의 소식도 들려주소서! 그이가 아직 이 세상의 햇빛을 보며 살아 계시나이까, 혹은 이미 지하 황천의 객이 되셨나이까!”
그러자 유령이 안색을 흐리며 조용히 머리를 저어 가로되,
“그분이 살았는지 혹은 죽었는지는 내 자네에게 확답을 줄 수 없느니라. 본디 천상의 법칙에 바람처럼 실체가 없고 만질 수 없는 천기를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엄히 금지되어 있느니라.”
말을 마친 유령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새벽바람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니, 연로비 부인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도다. 부인은 밤새 꾼 꿈이 실로 도술을 부린 듯 생생하고 영험하여, 짓누르던 가슴의 체증이 씻은 듯 사라지고 마음에 큰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음을 느꼈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매복한 구혼자 무리의 검은 쾌속선은 어두운 파도를 가르며 아성도 바위섬의 흑암 속에 숨어, 오직 소년 태명을 도륙할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탁도의 푸른 바다 위에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가 몰아칠 징조가 실로 첩첩산중이더라.
==제5권 가립선의 섬과 난파당한 오지수==
새벽이 티토노스 신과 함께 잠자리에서 일어나 불멸의 신들과 필멸의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주었다. 신들은 위대한 천둥의 신 상제와 함께 회의를 열었다. 지혜의 여신은 님프 가립선에게 갇혀 있는 오지수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걱정하였다.
「아버지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그녀가 이르되, 「더 이상 왕권이 있는 왕이 친절하거나 온화하거나 옳고 그름을 분별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소서. 모든 왕은 잔인하고 불의해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아버지처럼 온화하게 통치하였으나, 이제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불쌍한 그는 섬에 고립되었고, 가립선는 그를 강제로 자기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이다. 배도 없고, 노도 없고,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을 도와줄 동료도 없나이다. 그의 아들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모래 언덕의 필성와 찬란한 사필성로 갔고, 그들은 그가 돌아오면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구름을 쌓아 올리시는 상제 신께서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시며 대답하시되,
「아, 딸아.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오지수가 와서 구혼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을 네가 계획하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네 모든 지혜를 발휘하여 태명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구혼자들이 실패하여 떠나가게 하라.」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아서서 이르되,
「사랑하는 허명아, 너는 나의 사자다. 여신께 우리의 확고한 뜻을 전하거라.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난을 겪었다. 신이나 인간의 안내자 없이, 그는 임시로 만든 뗏목 위에서 비참하게 이십 일을 표류하다가 비옥한 스케리아에 도착할 것이다. 마법을 행하는 파이아키아인들은 그를 신처럼 대하며, 청동과 금, 그리고 옷가지들을 선물로 주어 고향으로 보내 줄 것이다. 트로이에서 직접 약탈품을 가지고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향의 높은 지붕 아래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허명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바다와 육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황금 샌들을 발에 신고, 사람들의 눈을 원하는 대로 잠들게 하거나 깨우는 마법 지팡이를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신은 온 힘을 다해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피에리아를 어루만진 후, 하늘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마치 물고기를 잡는 갈매기처럼 파도 사이를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짠 바닷물에 날개를 적셨다. 그렇게 허명은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멀리 떨어진 섬에 도착하여 남색 바닷물에서 해안으로 발을 내딛고 여신이 사는 동굴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땋은 머리를 한 가립선이 앉아 있었다. 난로 옆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감귤과 소나무 향기가 섬 전체에 퍼져 있었다. 동굴 안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금으로 만든 북으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동굴 주변에는 오리나무, 포플러, 향기로운 삼나무 등 울창한 숲이 무성하였다. 숲은 날개로 가득하였다. 새들은 그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바다에서 사냥을 하였다. 올빼미, 매, 입을 크게 벌린 갈매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탐스럽게 익은 포도나무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동굴을 감싸고 있었다. 네 개의 샘에서 반짝이는 물이 솟아나와 서로 얽히고설킨 물줄기를 이루었다. 초원에는 셀러리와 제비꽃이 은은하게 피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에 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조차도 기뻐할 만한 광경이었다. 한때 아르고스를 죽였던 불멸의 신 허명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에 감탄하며 멈춰 섰다. 마침내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찬란한 여신 가립선은 그를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불멸의 신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라. 그러나 허명은 오지수를 찾지 못하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해변에 앉아 슬픔과 고통에 잠겨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허무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신성한 가립선은 손님에게 눈부시게 빛나는 의자에 앉으라 권하며 이르되,
「친애하는 친구여, 황금 지팡이의 허명 신이시여,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 아니신데, 무슨 용건이시옵니까. 제 마음은 만일 운명이라면, 제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나이다. 자, 들어오소서. 제가 당신을 환영해 드리겠나이다.」
그러자 여신은 그를 암브로시아가 가득 쌓인 식탁으로 안내하고 붉은 넥타르를 섞어 주었다. 변덕스러운 허명은 배가 부를 때까지 마시고 먹은 후, 그가 온 이유를 설명하되,
「당신은 여신이고 저는 신인데, 어찌하여 제가 여기에 있는지 묻는구나. 자, 말씀드리겠나이다. 상제께서 저에게 오라 명하셨나이다. 저는 오고 싶지 아니하였나이다. 누가 끝없이 펼쳐진 짠 바다를 건너고 싶어 하겠나이까. 신들이 훌륭한 제물을 바치는 인간 마을은 이 근처에 없나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없나이다. 상제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여기에 살고 있다 말씀하셨나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도시와 구 년 동안 싸우다가 십 년째 되는 해에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간 전사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지혜의 여신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바람과 거센 파도를 일으켜 그의 용감한 동료들을 모두 죽였고, 그 자신도 파도에 휩쓸려 이곳에 오게 되었나이다. 상제께서는 그를 즉시 고향으로 보내라 명하셨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는 것이 그의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가족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니라.」
가립선은 몸을 떨며 그에게 주먹을 날리되,
「잔인하고 질투심 많은 신들이여. 너희는 여신이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원한을 품는구나. 편안하게 사는 신들은 분홍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오리온을 데려갔을 때 분노하였고, 황금 옥좌에 앉은 순결한 아르테미스는 부드러운 화살로 그를 공격하여 죽였느니라. 옥수수 머리를 땋은 데메테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아시온과 밭고랑에서 사랑을 나누었느니라. 상제가 이 사실을 알고 번쩍이는 불꽃을 던져 그를 죽일 때까지 말이다. 이제 너희 남신들은 내가 남자와 함께 산다 나에게 화를 내는구나. 내가 구해 준 남자와 말이다. 상제는 그의 배를 꼼짝 못하게 하고 번개로 산산조각 냈느니라. 그의 친구들은 모두 포도주빛 바다에서 죽었느니라. 이 남자만이 뱃머리를 붙잡고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이곳, 내 집으로 왔느니라. 나는 그를 돌보고 사랑하였으며, 그를 시간과 죽음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 맹세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외에는 다른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신은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있나이다. 그러니 상제의 명령이라면 그를 보내소서. 황량한 바다를 건너게 하소서. 저는 배도 없고 노 젓는 사람도 없으니 호위병을 보내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제가 아는 것을 그와 나누고, 그가 무사히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기꺼이 유용한 조언을 해 드리겠나이다.」
상제의 종인 중재자는 이렇게 대답하되,
「그렇다면 지금 보내소서. 상제의 분노를 사지 마소서. 그를 화나게 하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의 분노가 당신을 해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상제의 명령을 받아들인 여신은 오지수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해변에서 그를 발견하였다. 그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그녀가 그를 기쁘게 해 주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밤마다 그녀의 동굴 안에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원하였으나,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아니하였다. 낮에는 오지수가 바위투성이 해변에 앉아 눈물과 슬픔에 잠겨 허탈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가엾은 자여. 제발 슬퍼하지 마시오. 당신의 삶을 헛되이 낭비할 필요는 없소. 이제 당신을 보내 드릴 준비가 되었소. 청동 검으로 나무줄기를 잘라 뗏목을 만들고, 갑판을 덧대어 안개 낀 바다를 건너게 하시오. 내가 물과 포도주, 음식을 제공하여 굶주림을 면하게 해 주고, 옷도 입혀 주겠소. 그리고 하늘의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신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바람도 보내 주겠소. 그들은 나보다 강하니,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될 것이오.」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어 온 오지수는 몸을 떨며 여신에게 말을 쏟아내되,
「여신이시여, 당신은 제 안전한 통행이 아닌 다른 속셈을 품고 계시는군요. 상제의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튼튼한 범선조차도 건너지 못할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심연을 고작 뗏목 하나로 건너라 하시는 것이옵니까. 안 됩니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제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저는 뗏목에 타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신성한 가립선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어루만지며 이르되,
「이런 건방진 녀석이여. 네 말을 보니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구나. 그러나 이 땅과 하늘, 그리고 스틱스 강물에 맹세하건대, 신들이 맹세하기에 가장 강력한 맹세인데, 나는 너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맹세한다.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나 자신을 위해 했을 것처럼 너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나는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 마음은 착하고 선량하며, 너를 불쌍히 여긴다.」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장섰고, 오지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동굴에 도착하였다. 허명이 앉아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오지수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여신은 그에게 인간의 음식과 음료를 주었다. 여신은 신과 같은 모습의 오지수를 마주 보고 앉았고, 여종들은 그녀에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앞에 놓인 귀한 것들을 받아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였다. 여신 여왕은 말을 시작하되,
「상제의 축복을 받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지수여, 자네 계획은 늘 바뀌는군. 그토록 사랑하는 고향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잘 가라. 그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될지 알았다면, 나와 함께 여기에 남아 불멸의 삶을 살았을 터인데. 물론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으나 말이다. 게다가 내 몸이 그녀보다 훨씬 낫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키도 내가 더 크고. 필멸의 존재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불멸의 존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지.」
오지수는 재치 있게 이르되,
「위대한 여신이시여, 저에게 노하지 마소서. 당신 말씀이 맞나이다. 제 아내 연로비는 결코 당신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이다. 그녀는 인간이오나 당신은 불멸하고 영원하시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고, 매일 그날이 오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어떤 신이 포도주처럼 검은 바다에서 저를 쳐죽인다 해도 저는 견뎌 낼 것이옵니다. 이제 저는 고통에 익숙해졌나이다. 바다와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라나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서로를 꼭 껴안고 사랑의 기쁨을 누렸다. 봄날 새벽이 꽃으로 하늘을 물들일 무렵, 그들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오지수는 망토와 튜닉을 입었고, 가립선은 아름다운 은빛 긴 옷을 입었다. 그녀는 허리에 금빛 띠를 두르고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는 그 남자를 위해 여정을 준비하였다. 그녀는 그의 손에 꼭 맞는 도끼를 주었는데, 손잡이는 최고급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졌고, 거대한 청동 날은 양쪽 모두 날카로웠다. 또한 잘 닦인 자귀도 주었다. 그녀는 그를 섬 끝으로 안내하였는데, 그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검은 포플러, 오리나무,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전나무들은 잘 말린 목재로 만든 날렵한 배를 만들기에 적합하였다. 가립선 여신은 그에게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보여 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오지수는 출발하여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는 청동 도끼로 나무줄기 스무 개를 베어 능숙하게 다듬고 곧게 깎았다. 가립선은 송곳을 가져왔고, 그는 모든 판자에 구멍을 뚫고 서로 맞물려 못과 고정 장치로 단단히 고정하였다. 마치 숙련된 사람이 배의 곡선을 따라 뗏목의 폭을 재듯이, 오지수는 뗏목의 폭을 그렇게 넓게 만들었다. 그는 측면 갑판을 촘촘하게 박은 틀에 맞춰 홈을 파고, 늑골을 따라 긴 판자를 고정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안쪽에 돛대를 세우고, 배를 똑바로 조종하기 위해 돛대와 키를 연결하였다. 그는 배에 덤불을 쌓고, 물이 새지 않도록 옆면을 등나무 세공으로 틈을 메웠다. 가립선은 그에게 돛을 만들 천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능숙하게 돛을 만들었다. 그는 버팀대, 돛줄, 돛줄을 묶고 지렛대를 이용하여 배를 바다에 띄웠다. 작업은 나흘이 걸렸고, 닷새째 되는 날 가립선은 그를 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를 씻기고 향 냄새가 나는 옷을 입혔다. 뗏목에는 포도주 한 병, 물 한 병, 그리고 많은 양의 식량을 실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미지근한 바람을 이용하여 그를 배웅하였다.
오지수는 기쁜 마음으로 돛을 펼쳐 바람을 받았고, 능숙하게 키를 조종하였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아니하였다. 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늦게 지는 목동자리, 그리고 사람들이 쟁기자리라고도 부르는 곰자리는 한 자리를 중심으로 돌며 오리온자리를 가리키는데, 오리온자리는 바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일한 별이다. 여신들의 여왕 가립선은 그에게 항해하는 동안 곰자리를 왼쪽에 두라 말하였다. 그는 칠일 열흘 동안 바다를 항해하였고, 열여덟째 날에 안개 낀 바다 너머로 방패처럼 솟아오른 페아키아 땅의 흐릿한 산이 나타났다.
남만인들에게서 돌아오던 중 솔리마 산에 잠시 머물렀던 지진의 신 포세이돈은 멀리서 뗏목을 보았다. 격분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하되,
「이건 말도 안 된다. 내가 없는 동안 신들이 오지수에 대한 계획을 바꾼 모양이구나. 그는 이제 거의 파이아키아에 다다랐는데, 그곳은 지금 그를 묶고 있는 고통의 밧줄에서 벗어나야 할 운명인데. 그러나 나는 그를 더 괴롭혀서, 그가 지칠 때까지 계속 괴롭혀야겠다.」
그는 구름을 모아 삼지창을 움켜쥐고 바다를 휘젓고 온갖 바람을 일으켜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다. 밤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에우루스, 노투스, 폭풍을 일으키는 제피로스와 하늘의 아들 보레아스가 모두 쓰러져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오지수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는 절망에 빠져 외치되,
「또 고통이라니. 어떻게 끝나는 것인가. 여신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구나. 상제가 공기를 휘젓고 있구나. 저 구름들을 보라. 그가 파도를 일으키니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죽음뿐이다. 트로이 평원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을 돕다가 죽은 그리스인들은 정말 운이 좋았구나. 펠레우스의 아들 시신 주위에서 트로이 사람들이 청동 창이 달린 창을 던지던 바로 그날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장례식도 치르고 그리스인들에게 존경도 받았을 터인데. 그러나 이제 이렇게 잔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다니.」
그때 파도가 그를 덮쳐 뗏목이 뒤집혔고, 그는 뗏목에서 떨어졌다. 키는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왔고, 거대한 돌풍이 돛대를 부러뜨렸다. 돛과 돛대는 바다로 떠내려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 가립선이 준 옷이 그를 무겁게 하였다. 마침내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입에서 시큼한 바닷물을 뱉어 냈다. 바닷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고통과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뗏목을 기억해 파도를 헤치고 뗏목을 끌어올리려고 달려들었다. 그는 뗏목 위에 올라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거대한 파도가 뗏목을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마치 북풍에 실려 초원을 가로질러 엉겅퀴가 빽빽하게 자라나듯, 바람은 뗏목을 바다 위로 휩쓸고 지나갔다. 남풍이 뗏목을 내던지고, 북풍이 뗏목을 붙잡고, 동풍이 물러나 서풍이 뗏목을 몰아갔다.
그때, 한때 인간이었고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이제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신들과 함께 숭배받는 카드무스의 딸이자 백색 여신인 이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가 고통받고 길을 잃은 것을 가엾게 여겼다.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갈매기처럼 그녀는 바다에서 솟아올라 뗏목 위에 앉아 이르되,
「가엾은 사람이여. 어째서 분노한 해신이 당신에게 고통의 여정을 안겨 주는가. 그러나 그의 적개심이 당신을 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은 총명해 보인다. 내 말대로 하라. 옷을 벗고 뗏목은 바람에 날려 가게 두어라. 팔만 사용하여 파에아키아로 헤엄쳐 가거라. 운명은 네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정하였다. 자, 내 스카프를 받아 가슴 아래에 묶으렴. 이 불멸의 베일로 너는 죽음이나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그러나 마른 땅에 도착하면 스카프를 풀어 바다로, 육지에서 멀리 던져 버리렴. 그리고 돌아서렴.」
여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갈매기처럼 거센 파도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검은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그토록 많은 위험을 겪었던 영웅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나이다.
「어떤 신이 뗏목을 버리라 하였으나, 신들이 또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아직 그녀를 믿을 수 없다. 그녀가 도망치라 한 땅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렇게 해야겠다. 이 나무 기둥들이 버티는 한,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겠다. 그러나 파도가 내 뗏목을 산산조각 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헤엄쳐야겠지.」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진의 신 포세이돈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파도를 일으켜 그의 머리 위로 솟구치게 한 다음, 그에게 던졌다. 마치 사나운 바람이 마른 밀기울 더미를 휘날리게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듯이, 뗏목의 긴 나무 기둥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널빤지에 올라타 마치 말을 탄 것처럼 배를 타고 나아갔다. 그는 가립선이 준 옷을 벗었으나, 스카프는 가슴에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어 팔을 벌려 헤엄쳤다. 지진의 신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되,
「드디어 고통을 느끼는구나. 하늘의 신 상제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바다를 떠내려가거라. 그러나 그때에도 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멋진 갈기를 가진 말들을 몰아 집이 있는 아이가이 섬으로 향하였다.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은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녀는 다른 모든 바람의 진로를 막고, 멈추라 명령하여 잠들게 하였으나, 빠른 바람의 신 보레아스를 깨워 그의 앞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지수는 파이아키아에 도착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었느니라.
이틀 밤낮으로 그는 파도 위를 표류하였다. 매 순간 죽음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눈부신 새벽빛이 세 번째로 비추자 바람이 멈췄다. 미풍도 없고, 완전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올라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가까이에 해안이 보였다. 마치 아버지가 며칠 동안 병들고 쇠약해져 잔혹한 악령에 시달리다 마침내 신들이 그를 되살려 주었을 때 자녀들이 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오지수 또한 육지를 보았을 때 똑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헤엄쳐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가 귓가에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트림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짠 거품으로 뒤덮였다. 배를 위한 안식처는 없고, 깎아지른 절벽과 암초뿐이었다. 오지수는 심장이 멎을 듯하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떨리는 몸이었으나 결연한 의지로 그는 스스로에게 이르되,
「상제께서 내 희망을 뛰어넘어 내게 육지를 보여 주셨구나. 내가 심연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 잿빛 바다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아니한다. 해안에는 가파른 절벽이 있고, 사방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바위는 깎아지른 듯하고, 바다는 해안 가까이 깊다. 발을 디디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것이다. 기어오르려 하면 파도가 덮쳐 뾰족한 바위에 내동댕이칠 테니, 소용없다. 그러나 내가 더 멀리 헤엄쳐 나가 만이나 후미, 경사진 해변을 찾아다니면 폭풍우가 다시 나를 덮쳐 슬픔에 울부짖으며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 신이 암피트리테가 키우는 것과 같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낼지도 모른다. 나는 포세이돈이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파도가 거세져 그를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내던졌다. 지혜의 여신이 그를 생각해 주지 아니하였더라면 그의 살은 찢어지고 뼈는 부서졌을 것이니라.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고 신음하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매달렸다. 그러나 곧 파도가 다시 밀려와 그를 세차게 때리고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마치 굴에서 끌려나온 문어의 빨판에 조약돌이 잔뜩 달라붙듯이, 그의 강한 손은 바위에 긁혀 살점이 벗겨졌다. 거대한 파도가 다시 그를 덮쳤다. 지혜의 여신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그는 비참하게 너무 일찍 죽었을 것이니라. 그는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에서 올라와 완만한 경사의 해변이나 바다와의 만을 찾아 육지를 향해 헤엄쳐 갔다. 그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어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쳤다. 그곳은 바람을 막아 주는 매끄럽고 돌이 없는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그는 물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되,
「알 수 없는 신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였나이까. 저는 소금기 있는 바다와 포세이돈을 피해 왔나이다. 불멸의 신들조차 지금 저처럼 길을 잃은 인간을 존중하나이다. 저는 온갖 고난을 겪고 당신의 흐르는 강물에 이르렀나이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는 당신의 간청자이옵니다.」
물살이 멈추고 강의 신이 파도를 잠잠하게 하였다. 그는 그를 안전하게 강어귀로 인도하였다. 그의 다리에 쥐가 났다. 바닷물이 그를 부숴 버린 것이니라. 부어오른 몸에서 입과 콧구멍으로 소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숨이 차고 말없이 그곳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끔찍한 피로가 그를 덮쳤다. 겨우 숨을 쉬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여신의 스카프를 벗어 바다로 흐르는 강물에 던져 넣었다. 강한 물살이 스카프를 휩쓸어 내려갔고, 이노의 손이 그것을 건져 올렸다. 그는 땅 위로 기어 올라와 갈대밭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생명을 주는 땅에 입맞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속으로 이르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될까. 이 강가에서 밤새도록 깨어 있으면 잔혹한 서리와 부드러운 이슬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내 생명은 허약함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이 강가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저 비탈길을 올라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빽빽한 덤불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 추위와 피로를 떨쳐 낸다면, 야생 동물들이 나를 발견하고 먹잇감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물가 근처의 개활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가시나무와 올리브나무가 함께 자란 두 그루의 관목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강한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비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잎들은 너무나 빽빽하게 얽혀 자라 있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 잎들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영웅은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는 그 안에 누워 잎들을 더 쌓아 올렸다. 마치 이웃 없는 외딴 농장에서 사는 사람이 불씨를 아끼고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타오르는 횃불을 검은 숯 속에 묻는 것처럼, 오지수는 잎 속에 몸을 숨겼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감게 하여 모든 고통과 피로를 끝낼 수 있도록 잠을 내려 주었느니라.
==제6권 공주와 그녀의 빨래==
오지수는 고난을 겪었느니라. 길고 험난한 여정에 지친 영웅은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무릉도인들에게로 갔다. 이들은 원래 춤의 땅 희리국에 살았으나, 강력한 이웃인 독안거인들이 끊임없이 약탈을 일삼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무릉도의 왕 도화원주가 그들을 멀리 떨어진 도화원으로 데려가 성벽을 쌓고 집과 신전, 그리고 땅을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후 신이 내린 지혜를 가진 알진오가 왕위에 올랐다.
눈빛이 총명한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의 귀환을 돕기 위해 그의 궁전으로 갔다. 그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침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젊은 공주 나우공주가 잠들어 있었다. 문 밖에는 노비 두 명이 나란히 잠들어 있었으니, 모두 은총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적인 소녀들이었다. 빛나는 문은 닫혀 있었으나, 여신은 바람처럼 나우공주의 침실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유명한 뱃사람 디마스의 딸이자 나우공주와 같은 나이의 절친한 친구로 변장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오, 나우공주여. 너무 게으르구나. 네 어머니가 너를 가르쳤어야 했는데. 네 옷은 더러운 더미로 널려 있구나. 곧 결혼할 터인데, 입을 예쁜 드레스도 있어야 하고, 들러리들에게 줄 옷도 있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날이 밝으면 빨래를 해야지. 내가 가서 도와줄 터이니 금방 끝날 것이다. 분명 오래도록 결혼하지 않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네 고향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벌써 너에게 구혼하고 싶어 하거늘. 그러니 새벽에 아버지께 가서 옷과 스카프, 시트를 실을 노새가 끄는 수레를 달라 하렴. 걸어서 가지 말고 수레를 타고 가야 하느니라. 빨래터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느니라.」
여신은 소녀의 눈을 들여다본 후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곳이 신들이 영원히 거하는 곳이라 말하느니라.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지도 아니하고, 비에 젖지도 아니하며, 눈으로 덮이지도 아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산 위에 펼쳐져 있고, 온통 하얀 광채가 감도다. 축복받은 신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느니라.
그때 새벽이 아름다운 옥좌에서 내려와 소녀를 깨웠다. 소녀는 꿈이 생각나서 놀라워하며 예쁜 옷을 입고 홀 안에 있는 부모님께 가서 이야기하였다. 어머니는 난로 옆에 앉아 바다색 실을 잣고 있었고, 하녀들이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백성들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명한 조언자들과 함께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곁에 서서 이르되,
「아버지, 제게 큰 바퀴가 달린 마차를 준비해 주시겠나이까. 제 좋은 옷들을 강가에 가져가 빨래하고 싶사옵니다. 옷이 너무 더러우니이다. 아버지도 중요한 계획을 세우실 때 조언자들을 만나실 때는 깨끗한 옷을 입으셔야 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셔야 하옵니다. 아버지의 다섯 아들들 중 두 명은 결혼하였으나 세 명은 건장한 미혼남이오니, 무도회에 갈 때는 항상 깨끗하게 빨래한 멋진 옷을 입고 싶어 하시나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아버지께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대답하되,
「얘야, 노새든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겠노라. 어서 가거라. 종들이 마차에 짐칸을 달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종들을 불렀고, 종들은 순종하여 마차를 준비하고 바퀴를 점검한 다음, 노새들을 끌어와 멍에를 씌웠다. 소녀는 형형색색의 옷들을 꺼내 수레에 실었고, 어머니는 바구니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담았다. 감람, 치즈, 포도주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염소 가죽에 넣어 보관하였다. 소녀는 수레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목욕 후 쓸 기름이 든 금빛 병을 소녀에게 건네 주었다. 나우공주는 채찍과 고삐를 잡고 채찍을 휘둘렀다. 노새들은 서둘러 가고 싶어 마구를 덜컹거리며 옷과 소녀, 그리고 모든 노비들을 싣고 출발하였다.
그들은 항상 물웅덩이가 가득 찬 아름다운 강에 도착하였다. 강물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아래에서 솟아올라 가장 더러운 빨래도 씻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노새들을 풀어 주고 강가로 몰아 시냇가 옆의 꿀처럼 달콤한 풀을 뜯게 하였다. 소녀들은 수레에서 빨래를 꺼내 빨래터로 가져가 서로 경쟁하듯 발로 밟았다. 더러움이 사라지자 그들은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조약돌을 해변으로 밀어내는 강가에 빨래를 널었다. 그들은 목욕을 하고 감람유를 몸에 발랐다. 그런 다음 강둑에 앉아 음식을 먹고 햇볕에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머리 스카프를 벗고 공놀이를 하러 갔다. 하얀 팔을 가진 공주는 아림 여신처럼 활을 쏘며 그들을 이끌었다. 마치 태기 산과 이만 산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아림처럼, 그녀는 멧돼지와 날렵한 사슴과 함께 달리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아이기스 왕 상제의 시골 딸들은 그녀 주위에서 뛰어놀았고, 레토는 모두가 아름다웠으나 자신의 딸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래서 나우공주는 그들 모두보다 훨씬 돋보였느니라.
그러나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 노새에 멍에를 씌우고 빨래를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지혜의 여신의 눈이 번뜩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예쁜 공주를 보고 페아키아인들의 마을까지 호위를 받아야 하였다. 공주는 노비 소녀에게 공을 던졌으나, 소녀는 공을 잡지 못하였다. 공은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졌고, 소녀들은 모두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생각에 잠기되,
「내가 지금 있는 이 나라는 어떤 곳인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폭력적인가, 아니면 선량하고 친절하며 신을 경외하는가.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험준한 산꼭대기와 강가, 풀이 무성한 초원에 자주 나타나는 산령녀들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사람의 목소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노라.」
오지수는 덤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마치 산사자가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소나 양, 혹은 들사슴을 공격할 때 눈빛이 이글거리듯 빛나고, 굶주림에 못 이겨 튼튼한 양 우리를 헤집고 다니듯, 오지수 역시 발가벗은 몸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들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소금으로 범벅이 된 그의 모습은 끔찍하였다. 소녀들은 겁에 질려 해안가를 따라 이리저리 도망쳤다. 그러나 나우공주는 가만히 서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녀의 다리 떨림을 멈추게 하고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의 무릎을 만져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매력적인 말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옷을 달라 애원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결국 그는 거리를 두고 말로 애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놀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계산된 아첨이었다.
「부인이여, 제발. 당신은 신이시옵니까, 아니면 인간이시옵니까. 만일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여신이시라면, 당신은 상제의 딸 아림처럼 생겼나이다. 키도 크고 아름다우시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땅에 사는 인간이시라면, 당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참으로 행운아옵니다. 세 배로 행운이지요. 활짝 피어나는 새싹이자 무용수들의 우두머리인 당신을 보니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그리고 당신을 지참금과 함께 신부로 맞이하는 남자는 단연코 가장 행운아옵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나이다. 단 한 번도요. 당신을 보면 제 눈이 부시나이다. 저는 전쟁과 고난을 향해 가는 길에 한때 델로스에 갔나이다. 제 군대도 저와 함께 행군하였지요. 아로왕의 제단 옆에 어린 야자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나이다. 저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감탄하였나이다. 그렇게 마법 같은 나무는 본 적이 없었나이다. 부인이여, 당신은 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로잡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껴 당신의 무릎에 손을 대기가 두렵나이다. 그러나 저는 절박하나이다. 저는… 옥기섬에서 이십 일 동안 폭풍우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어제 어떤 신이 저를 바로 이곳으로 데려왔나이다. 아마도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겠지요. 신들이 할 일을 다 하기 전까지는 제 고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부인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신창이가 된 저는 당신께, 당신이 제일 먼저 찾아왔나이다. 이 나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마을을 알려 주시고, 혹시 여기 오실 때 옷을 가져오셨다면 입을 누더기라도 좀 주소서. 신들이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집과 남편,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부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원수는 질투하고 친구는 기뻐하며 큰 명예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하얀 팔을 가진 나우공주가 대답하되,
「이봐요, 나그네여. 당신은 용감하고 영리해 보이시옵니다. 상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아시지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뜻대로 말입니다. 당신의 고난은 그분에게서 온 것이니 감당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 땅에 오셨으니 옷이나 필요한 것은 부족함 없이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이곳 사람들은 무릉도인이라 불리고, 저는 위대한 알진오 왕의 딸이옵니다. 우리 백성의 힘과 권력은 바로 그분께 달려 있나이다.」
그리고는 머리를 땋은 노비들을 부르되,
「얘들아, 잠깐만. 어찌하여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냐. 얘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세상에 태어난 그 어떤 사람도 적개심을 품고 우리 무릉도에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니까. 우리 섬은 외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느니라. 그러나 이 불쌍한 사람은 길을 잃었으니 우리가 돌봐 주어야 하느니라. 모든 외국인과 거지들은 상제의 선물이니, 어떤 친절이든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낯선 사람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주고, 바람을 피해 강가에서 씻겨 주렴.」
그들은 멈춰 서서 알진오의 딸인 공주가 말한 대로 오지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자고 서로 부추겼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옷, 즉 튜닉과 장포를 주고, 금병에 담긴 감람 기름을 주어 강가로 데려가 씻겨 주었다. 오지수는 공손하게 이르되,
「얘들아, 여기서 좀 떨어져서 기다려라. 내가 더러운 등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니라. 꽤 오래되었거늘. 부디 조용히 씻게 해 다오. 예쁜 아가씨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 부끄럽구나. 머리카락도 예쁘고.」
그래서 그들은 물러나서 여주인에게 말하였다. 그런 다음 오지수는 강물로 등과 어깨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머리카락에 붙은 바닷소금을 씻어 냈다. 그러나 그가 깨끗하게 씻고 기름을 듬뿍 바르고, 젊은 미혼 소녀가 준 옷을 입자, 지혜의 여신은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보이게 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자운화처럼 곱슬곱슬하게 자라게 하였다. 마치 지혜의 여신과 해필수가 숙련된 장인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은에 금을 부어 더욱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처럼,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는 바닷가로 가서 앉았다. 그의 잘생김은 눈부셨느니라.
소녀는 깜짝 놀라 단정하게 머리를 손질한 여종들에게 이르되,
「얘들아, 내 말 잘 들어라. 오림산에 사는 신들이 이 남자가 내 신과 같은 백성들과 만나기를 바라셨던 것이 틀림없다. 전에는 가난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하늘에 사는 신 같구나. 나도 이런 남자, 여기 살면서 머물고 싶어 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구나. 자, 얘들아, 이제 이 낯선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라.」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소녀들은 복종하여 오지수에게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오지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마셨다. 그는 거의 굶주린 상태였다. 음식을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때 팔이 하얀 나우공주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그녀는 옷을 접어 수레에 싣고, 노새들에게 멍에를 씌운 다음 수레 안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오지수에게 분명한 지시를 내리되,
「낯선 이여, 준비하시오. 마을로 가셔야 하나이다. 그러면 우리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드리겠나이다. 똑똑해 보이시니 제 말대로 하시오. 들판과 농지를 지나갈 때, 당신은 소녀들과 함께 노새 뒤에서 재빨리 따라오시오. 제가 앞장서겠나이다. 그러면 양쪽에 경치 좋은 항구가 있고, 좁은 문이 있는 높은 성벽에 도착할 것입니다. 문 앞에는 곡선형 배들이 길을 따라 정박해 있는데, 각 배마다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나이다. 만남의 장소는 해신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데, 신전에는 땅속 깊이 박힌 무거운 돌들이 박혀 있나이다. 그곳에서 일꾼들은 배의 장비, 즉 밧줄과 돛을 만들고 노를 다듬나이다. 무릉도 사람들은 활쏘기에는 관심이 없나이다. 그들의 열정은 돛과 노, 그리고 배에 있으며, 그들은 그것으로 어둡고 회색빛 바다를 건너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서 저를 험담할까 봐 걱정이옵니다. 무례한 사람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저 덩치 큰 남자는 누구인가. 저 낯선 사람은 어디서 만났는가. 저 사람이 저 여자의 남편이 될까. 저 여자는 저 남자를 얻었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배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그녀를 꼭 안아 준 것이겠지. 그녀가 다른 곳에서 온 남자를 만났다면 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을 경멸하거든. 비록 많은 귀족 구혼자들이 있으나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나 같으면 결혼 전에 남자들과 너무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규칙을 어긴 여자를 비난하겠지. 그러나 잘 들어 보시오, 나그네여.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 드리겠나이다. 길가에 미루나무 숲이 있나이다. 그곳에는 샘물이 있고 주변에는 초원이 펼쳐져 있지요. 그곳은 지혜의 여신의 땅이옵니다. 아버지가 과수원과 영지를 가지고 계신 곳이지요. 사람 목소리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거기 앉아서 내가 마을에 있는 아버지 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내가 도착하였다고 생각되면, 계속 걸어가서 위대한 아버지, 알진오 왕의 궁전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오.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주 어린아이도 그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 집은 무릉도의 다른 집들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안뜰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 곧장 큰 홀로 가시오. 어머니께서 벽난로 옆에서 불빛을 받으며 놀라운 자주색 양털을 잣고 계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기둥에 기대어 서 계시고, 그 뒤에는 노비들이 서 있지요.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바로 옆에 왕좌에 앉아 신처럼 포도주를 홀짝이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지나쳐 어머니의 무릎에 엎드려 간청하시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잘해 주시고 마음속으로 당신을 좋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집으로,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빛나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재촉하였다. 노새들은 강물을 떠나 발굽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갔다. 그녀는 노비들과 위대한 오지수가 걸어갈 수 있도록 천천히 노새를 몰았다. 해가 지고 있을 때 그들은 지혜의 여신의 유명한 신전인 숲에 도착하였다. 오지수는 그곳에 앉아 곧바로 전능한 상제의 딸에게 기도하되,
「상제의 딸이시여, 불굴의 여왕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땅을 뒤흔드는 신이 저를 파멸시킬 때 당신께서 저를 도우셨다면, 그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 무릉도에서 따뜻하게 맞아 주시옵소서.」
지혜의 여신은 그의 기도를 들었으나, 오지수가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오지수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니라.
==제7권 마법의 왕국==
이에 오지수 장군은 인내심을 가다듬고 자리를 펴고 앉아 하늘에 기도를 올리니라. 그 사이에 튼튼하고 준수한 노새들이 소녀를 실어 마을로 향하니, 소녀는 마침내 아버지 궁궐 문 앞에 이르렀도다. 그의 오라버니들은 마치 불멸의 신선처럼 모여들어 노새의 마구를 벗기고 옷을 안으로 들여놓았으며, 소녀는 제 방으로 들어가니라. 늙은 여종 에우리메두사가 이미 불을 피워 두었는데, 이 여인은 오래전 배를 타고 아페이레에서 끌려온 이였도다. 백성들이 왕을 신처럼 받들어 절하므로 그녀를 왕에게 바쳤으며, 일찍이 어린 나우공주를 돌보던 그가 이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마련하노라.
오지수는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니, 지혜낭자께서 친절히 안개로 그를 감싸 사람들의 무례한 물음으로부터 보호하시니라. 아름다운 도시에 거의 다다르매, 눈빛이 초롱초롱한 지혜낭자가 젊고 미혼인 처녀 모습으로 물항아리를 들고 나와 그를 맞이하니, 그의 앞에 멈춰 섰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아이야, 이 땅을 다스리시는 알진오 대왕의 집까지 나를 인도하여 주겠느냐? 나는 고된 세월을 보내어 먼 곳에서 왔으니, 이방인이요 이 마을과 그 주변에는 아는 이가 없도다.”
여신이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하시되,
“이방인아, 네가 원하는 곳으로 모시리라. 왕은 내 아비 집 근처에 거하시니라. 그러나 조용히 걸으며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묻지 말지어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낯선 이를 달가워하지 아니하나, 스스로는 바다를 건너기를 즐기노라. 해신께서 그들에게 배를 날개처럼, 생각처럼 빠르게 하시었도다.”
여신이 그를 인도하니 그는 그 발걸음을 따르매, 바다를 누비는 무릉도인들은 그가 마을을 지남을 보지 못하였으니, 위대한 여신이자 땋은 머리의 지혜낭자께서 마법의 안개로 그를 보이지 않게 하셨기 때문이라. 그는 배와 항구, 귀족들의 회합 장소와 꼭대기에 말뚝을 박아 세운 높은 성벽을 보고 크게 놀라 탄식하였도다. 과연 놀라운 광경이로다!
마침내 왕의 웅장한 궁전에 이르니, 신성한 지혜낭자가 윙크하며 이르시되,
“이리 오라, 이방인아. 여기가 네가 데려다 달라 한 집이니라. 왕과 왕비는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실 것이니, 겁내지 말고 들어가거라. 용맹한 자는 어떤 모험에서도 성공하는 법이니, 멀리서 온 이라도 마찬가지니라. 먼저 왕비에게 인사하라. 그 이름은 아례희라. 왕과 왕비는 도화원주라는 공통 조상을 두었도다. 에우리메돈은 오래전 거인족의 왕이었으나 오만하고 사악하여 제 백성을 죽이고 스스로도 죽임을 당하였느니라. 그의 막내딸 비려화는 매우 아름다웠고, 해신께서 그와 동침하여 도화원주를 낳으시니 그가 이 무릉도의 왕이 되었도다. 그에게 두 아들이 있어 우리의 왕 알진오와 락선우라. 아로왕께서 락선우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없이 그를 쏘아 죽이시니, 딸 아례희를 남기셨고, 숙부인 알진오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도다. 어떤 여인도 그녀만큼 존경받지 못하니, 왕은 그녀를 공경하고 자녀와 백성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우리는 그녀를 여신처럼 받들어 마을을 지날 때면 손가락질하며 바라보노라. 그녀는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나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분쟁을 해결하니, 만일 그녀가 너를 호의로 여기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이같이 눈빛이 반짝이는 지혜낭자는 그를 떠나 아름다운 도화원을 지나 지칠 줄 모르는 바다를 건너 마라톤과 아테네로 향하여 어륵태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시니라.
오지수는 왕궁에 다가가 청동으로 된 문턱에 서서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스쳐 보내니, 위대한 왕의 궁전은 높고 햇살이나 달빛처럼 빛났도다. 입구에서 침실까지 벽은 온통 청동으로 되어 그 위에 푸른 띠가 둘려 있었고, 금빛 문이 궁전을 지키며, 은 기둥이 문턱에서 솟아나고 상인방은 은이요 손잡이는 금이었도다. 양쪽에는 해필수께서 뛰어난 솜씨로 만드신 은과 금의 개들이 서서 용맹한 알진오 왕의 집을 지키는 불멸의 수호라. 문에서 안쪽 방까지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의자가 놓이고 여인들이 수놓은 부드러운 덮개가 덮여 있어, 무릉도의 귀족 남녀들이 앉아 먹고 마시며 풍족한 삶을 누리니라. 금으로 만든 소년 조각상들이 받침대 위에 서서 손에 불타는 횃불을 들고 밤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홀을 밝히고, 왕의 집에는 쉰 명의 여종이 있어 어떤 이는 맷돌에 노란 곡식을 갈고 어떤 이는 천을 짜며 바스락거리는 미루나무 잎처럼 빠른 손가락으로 실을 잣아 짜인 천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노라. 무릉도 남자들이 배를 띄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듯이, 그곳 여인들은 지혜낭자 여신께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 뛰어난 지성과 기술을 내리시어 직조 솜씨가 탁월하니라.
문 밖 안뜰에는 울타리로 둘린 오천 평 크기의 과수원이 있어 키가 큰 나무들이 과일로 가득하고, 선명한 사과의 빛깔과 배·석류·달콤한 무화과·탐스러운 감람이 주렁주렁 열리니, 겨울이나 여름에도 과일이 떨어지거나 시들지 아니하고 일 년 내내 열매가 자라니라. 서풍이 항상 불어와 과일을 살찌우고 익히니, 배는 익어가고 사과는 사과대로, 포도는 포도대로, 무화과는 무성하게 열리도다. 비옥한 포도밭도 조성되어 따뜻한 쪽 평평한 경사면에서 포도를 햇볕에 말리고, 포도송이를 따서 밟아 으깨면 덜 익은 것은 꽃잎을 떨어뜨리고 익어가는 것은 보라색으로 물드니라. 샘물이 둘 있어 하나는 정원 전체를 흐르고 다른 하나는 안뜰 문턱에서 궁전 쪽으로 솟아나와 사람들이 식수를 긷노라. 이처럼 신들께서 알진오 왕의 집에 아름다운 선물을 내려 주셨도다.
오랜 세월 고난을 견뎌 온 강인한 오지수는 그곳에 서서 놀라움에 휩싸여 바라보다가 재빨리 궁전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라. 무릉도의 위엄 있는 지도자들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허명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술을 올리거늘, 오지수는 지혜낭자께서 만드신 안개로 변장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아례희와 왕에게 다가가 아례희의 무릎을 껴안으니, 순식간에 마법의 안개가 흩어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나매 모두가 놀라 침묵에 잠겼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락선오의 딸 아례희 왕비시여, 나는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었나이다. 왕비님과 왕세자님, 그리고 이곳에서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 간청하오니, 신들께서 왕비님의 삶을 축복하시고 자녀들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내가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족이 너무나 그리워 너무 오래 떠나 있어 가슴이 아프나이다.”
그는 화롯가 재 속에 앉으니 모두가 침묵을 지키다가 예개우가 입을 열었도다. 그는 무릉도의 원로 정치가이자 웅변에 능하고 학식이 풍부한 이로서 돕고자 하여 말하되,
“알진오여, 그대도 알다시피 낯선 이를 화롯가 재 속에 앉혀 두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모두가 그대의 명령을 기다리니, 그를 일으켜 은 의자에 앉히고 포도주를 따르게 하며,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하녀는 창고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야 하리라.”
이에 알진오는 오지수의 손을 잡고 재 속에서 일으켜 세워 가장 아끼는 아들 나도만에게 자리를 비키라 명하고 자신 옆에 앉히니라. 여종이 금 항아리에 물을 담아 손을 씻기고 은그릇에 물을 따르며 윤이 나는 나무 탁자를 가져오고, 천한 노비가 빵과 고기가 가득한 접시를 바치니, 반쯤 굶주리고 기진맥진한 영웅이 먹고 마셨도다.
위엄 있는 알진오 왕이 술꾼 본도수에게 이르되,
“가서 그릇에 술을 섞어 모든 손님에게 따라 주어라. 그리하여 고통받는 자를 축복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술을 바치게 하라.”
소년이 달콤하고 맛있는 술을 섞어 모든 이의 잔에 따르고 먼저 신들에게 올리니, 제물을 바치고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신 후 알진오가 말하되,
“들으소서, 신들이시여. 내 마음이 명하는 바를 들으소서. 잔치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드소서. 새벽이 되면 최고의 병사들을 더 불러 모아 이 낯선 이를 우리 궁전에 모시고 신들에게 훌륭한 제물을 바치리라. 그의 여정을 어떻게 도울지 계획하여 손님이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길에서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집에 도착하게 하리라. 집에 도착하면 태어날 때부터 운명과 무거운 존재들, 곧 방직공들이 정해 놓은 모든 것을 견뎌야 하리니. 그러나 만일 그가 불멸의 존재요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신들께서 방식을 바꾸셨도다. 예전에는 우리가 엄청난 제물을 바치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 가운데 앉아 음식을 먹으셨으며, 우리 중 단 한 사람이 길을 걷다 만나더라도 숨지 아니하셨느니라. 우리는 거인족이나 독안거인족처럼 가까운 친구였도다.”
오지수는 신중히 헤아린 후 아뢰되,
“알진오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주소서. 나는 하늘의 불멸의 신들과 같지 아니하며, 키도 보통이요 사람처럼 보이니라. 고통에 있어서는 그대가 아는 가장 고통받는 이와도 견줄 만하며, 내가 겪은 수많은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신들께서 그리 뜻하셨도다. 그러나 슬픔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허락하여 주소서. 배는 마치 낑낑대는 개와 같아 아무리 피곤하거나 슬픔에 잠겨도 배를 채우라 애원하나이다.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나 배는 항상 먹고 마시라 재촉하여 겪은 고통을 잊고 배를 채우라 하니라. 내일 새벽, 이 모든 고통 끝에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재산과 노비와 집을 바라보며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소서.”
모두가 낯선 이의 말이 일리 있다 여기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동의하니, 신들에게 음료를 바치고 원하는 만큼 마신 후 모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오지수는 연회장에 남아 아례희와 신과 같은 알진오 옆에 앉아 있었으며, 연회 음식은 노비들이 치우고 있었느니라.
하얀 팔을 가진 아례희가 그가 입은 멋진 옷, 자신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짠 장포와 저고리를 알아차리고 말이 날개를 단 듯 전하여 이르되,
“낯선 이여, 내가 먼저 말을 걸겠노라. 어디에서 왔으며, 그 옷은 누가 주었느냐? 바다를 떠내려 왔다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가 신중히 말을 골라 대답하되,
“폐하,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신들께서 내게 너무나 많은 시련을 안겨 주셨기 때문이니이다. 이것만 아뢰겠나이다. 먼 바다에 옥기섬이라는 섬이 있어 그곳에는 태락의 딸이요 매끄러운 땋은 머리의 강력한 여신, 교활한 립선이 살고 있나이다. 그는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상제께서 내 배를 낚아채 밝은 번개와 함께 포도주빛 바다 위로 갈라놓으시매 나는 홀로 그의 집으로 향하였나이다. 동료 용맹한 친구들은 모두 죽었고, 배의 용골을 껴안고 열흘 동안 표류하다가 열 번째 밤 신들께서 나를 데려가 아름답고 강력한 여신 립선의 고향인 옥기섬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그는 나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죽음과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맹세하였으나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곳에서 칠 년을 보내며 그가 신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주었으나 항상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나이다. 마침내 팔 년이 되어 상제 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마음도 바뀌어 나를 튼튼히 묶은 나무 뗏목에 태워 보내되 음식과 달콤한 포도주, 신들이 입을 법한 옷을 갖추어 주고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도 보내 주셨나이다. 나는 십칠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다가 십팔 일째 되는 날 당신 나라의 어두컴컴한 산들이 나타나매 너무나 기뻤으나 더 큰 불행이 닥쳐왔나이다. 해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나를 막고 바다를 휘저으시니 나는 흐느끼며 그곳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못하였나이다. 마침내 뗏목이 거대한 폭풍에 산산조각 났으나 이 깊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 여기까지 왔나이다. 곧바로 상륙하려 하였다면 바위에 부딪혀 다시 떠밀려갔을 것이니, 강어귀에 이를 때까지 헤엄쳐 가니 그곳은 상륙하기에 완벽한 자리처럼 보였나이다. 바람도 막아 주고 잔잔하며 파도도 전혀 없고 바위가 없었나이다. 거기에 털썩 주저앉아 거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력을 회복하려 애쓰다가 빗물로 채워진 강에서 기어 나와 강둑으로 가 덤불 속에 숨고 나뭇잎을 쌓아 덮었나이다. 어떤 신께서 깊은 잠을 내려 주시매 무거운 마음으로 밤새도록, 새벽부터 정오까지 나뭇잎 아래에서 잠을 잤나이다. 오후에 깨어 보니 해변에서 소녀들이 놀고 있었으며, 당신의 따님이 여신처럼 아름답고 그 노비들도 있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처럼 어린 소녀가 그리 분별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하였으니, 젊은이들은 보통 그리 사려 깊지 아니하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여 음식과 포도주를 주고 강에서 나를 씻겨 주며 이 옷도 주었나이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진실을 아뢰었나이다.”
알진오가 이르되,
“내 딸이 한 일 중 딱 하나만 잘못되었도다. 자네가 먼저 딸에게 간청하였으니 딸이 직접 여종들을 데리고 자네를 데려왔어야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조심스레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의 따님은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부디 그를 책망하지 마소서. 따님이 여종들을 데리고 오라 하였으나 나는 너무 부끄럽고 불안하여 왕께서 나를 보시면 불쾌해하실까 걱정하였나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의심하는 경향이 있나이다.”
왕이 대답하되,
“내 마음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타입이 아니니, 절제가 언제나 최선이로다. 지혜낭자·상제·아로왕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로다! 부디 여기에 머물러 내 딸과 결혼하여 내 아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노라. 원한다면 집과 재산을 주리라. 원하지 아니하면 의사에 반하여 이곳에 붙잡아 두지 아니하리니, 상제 신께서 그리 되기를 바라지 아니하시기를! 당신의 여정에 대해서는 내일 출발할 수 있도록 약속하노라. 편안하게 누워 잠들면 잔잔한 바다를 건너 고향이나 원하는 곳 어디든, 심지어 우보도 너머까지도 노를 저어 보내리라. 우리 백성들이 금발의 나달만을 가야의 아들 티우에게 데려다 줄 때 보았던 곳이니,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해안이라 하는데 그날 왕복하였어도 지치지 아니하였도다. 내 배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내 백성들이 노를 저어 바다를 얼마나 잘 가꾸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그 순간, 그토록 많은 고난을 견뎌 낸 오지수는 기뻐하며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시여, 알진오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의 명성이 영원히 땅 위에 빛나게 하시고, 내가 고향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소서.”
이 말을 듣자 백발의 아례희가 시종들에게 현관에 침대를 내놓고 그 위에 고운 자주색 담요를 깔며 덮개와 양털 이불을 덮으라 명하니,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재빨리 침대를 깔끔히 정리한 후 오지수를 불러 이르되,
“손님, 일어나 밖으로 나오소서. 침대가 준비되었나이다.”
오지수는 긴 모험 끝에 누마루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인 침대에서 잠들 수 있어 기뻤도다. 알진오는 아내 옆 방에서 잠들었으며, 아내는 그들의 침대를 정리하고 함께 잠을 잤느니라.
==제8권 시인의 노래==
곧 새벽이 밝아와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위엄 있고 거룩한 알진오 왕은 잠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시를 정복한 오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축복받은 위대한 알진오 왕은 배를 타고 손님을 페아키아 회의장으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왕실 사자처럼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지수의 귀향길을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은 차례로 각 사람 곁에 서서 이르되,
「나리여, 회의 장소로 오셔서 우리 왕궁을 방문한 손님에 대해 알아보십시오. 바다를 떠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멸의 신처럼 보이옵니다.」
이렇게 지혜의 여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웠고, 곧 회의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라에르테스의 영리한 아들을 본 군중은 감탄하였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신비로운 마법을 걸어 주었고,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무릉도인들은 그가 앞으로 치러질 여러 가지 기량 시험을 통과할 때 그를 환영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니라.
사람들이 모이자 알진오는 그들에게 연설을 시작하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족장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 마음의 소명을 너희에게 말하리라. 이방인 한 사람이—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나—서쪽이나 동쪽에서 방황하다가 내 집에 나타났다. 그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간청하고 기도한다. 우리가 전에 다른 손님들을 도왔던 것처럼 그를 도우자. 내 집에 손님을 머물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항상 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배를 띄워 첫 항해를 시작하게 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쉰두 명을 선원으로 뽑아 노를 벤치 옆에 묶어 두자. 그리고 해안으로 돌아와 내 집으로 오너라. 젊은이들은 서둘러 잔치를 준비하라. 내가 풍족하게 음식을 준비하리라. 그리고 너희 영주들도 나와 함께 그를 환영해 주렴. 거절하지 말라. 시인 데모도쿠스도 초대해야 한다. 신의 은총을 받은 자이니 그가 부르는 노래는 무엇이든 듣기 좋을 것이다.」
그가 앞장서서 갔다. 귀족들은 그와 함께 갔고, 하인은 시인을 데려왔다. 왕의 명령대로 정예 젊은이들 쉰두 명은 해안으로 갔다. 그들은 거친 바닷물에 이르러 검은 배를 물에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가죽 끈에 노를 하나씩 묶어 질서정연하게 고정하였다. 흰 돛을 활짝 펼치고 배를 물 위에 정박시켰다. 그런 다음 그들은 왕의 웅장한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홀과 회랑은 노인과 젊은이들로 가득하였다.
알진오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양 열두 마리와 은빛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 여덟 마리, 그리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 두 마리를 잡았다. 그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잔치를 준비하였다. 하인은 뮤즈가 숭배하는 시인을 데려왔다. 뮤즈는 그에게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 두 가지를 주었다. 그의 시력을 빼앗았으나, 아름다운 노래를 주었느니라.
술 장수는 은으로 장식된 의자를 가져와 모든 손님들 가운데 기둥에 기대어 세웠다. 그리고 못에 시인의 리라를 머리 위에 걸어 두고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시종은 시인 옆에 탁자를 차리고 빵 바구니와 와인 한 잔을 놓아 원할 때마다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자 뮤즈는 시인에게 하늘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유명한 일화, 아킬레우스와 오지수의 다툼에 대한 노래를 부르도록 하였다. 화려한 제사 잔치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었는데, 건웅은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기뻐하였다. 건웅이 피토의 신탁소에 가서 입구 돌을 넘어 신탁을 구할 때, 아폴론이 상제의 계략으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에게 고통이 시작될 것이라 예언하였기 때문이니라. 유명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건장한 손으로 무거운 자주색 장포를 집어 얼굴을 가렸다. 그는 자신이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래꾼이 노래를 멈출 때마다 오지수는 눈물을 닦고 장포를 끌어내린 후 신들을 위해 잔에서 포도주를 한 방울 따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릉도의 귀족들은 음유시인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 재촉하였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좋아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음유시인은 다시 노래를 시작하였고, 오지수는 신음하며 장포 아래로 얼굴을 숨겼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알진오만이 그의 눈물을 보고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이르되,
「폐하들이여, 우리는 이미 잔치에 대한 소망과 잔치의 동반자인 리라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켰나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모든 운동 경기를 준비합시다. 그러면 손님이 집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권투, 씨름, 높이뛰기, 달리기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소년이 앞장섰고, 다른 사람들도 뒤따랐다. 소년은 리라를 걸이에서 내려 데모도쿠스의 손을 잡고 경기를 구경하러 나온 군중 속으로 그를 이끌고 나갔다. 그곳에는 아크로네우스, 오키알루스, 엘라트레우스, 나우테우스, 토온, 안키알루스, 에레트메우스, 아나베시네우스, 폰테우스, 프림네우스, 프로레우스, 폴리나우스의 아들이자 테크톤의 손자인 암피알루스, 그리고 나우볼루스의 아들인 에우리아루스 등 많은 젊은 운동선수들이 서 있었다. 에우리아루스는 아레스처럼 파멸의 신으로 불렸다. 그는 외모와 힘에 있어서 나도만 다음으로 무릉도에서 가장 뛰어났다. 위대한 알진오의 세 아들, 나도만, 신과 같은 클리토네우스, 그리고 할리우스가 일어섰다.
먼저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줄을 서서 트랙을 따라 순식간에 질주하여 들판의 먼지를 일으켰다. 클리토네우스는 단연코 단거리 달리기에서 최고였다. 그는 노새가 쟁기질한 밭의 길이만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관중석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잔혹한 레슬링 경기가 이어졌는데, 에우리아루스가 가장 뛰어났다. 암피알루스는 멀리뛰기에서 탁월하였다. 그리고 원반던지기에서는 단연 엘라트레우스가 최고였다. 왕자 나도만은 권투에 뛰어났다. 그들은 모두 경기를 즐겼다.
그들이 이야기를 마치자, 알진오의 아들 나도만이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제 저 낯선 사람에게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야겠소. 체격이 좋고, 다리와 팔, 목이 튼튼하군. 고난을 겪었으나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이는군. 아무리 강했던 사람이라도 바다만큼 사람을 꺾을 수는 없소.」
에우리아루스가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네 말이 맞소. 직접 그에게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소.」
알진오의 고귀한 아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모두 가운데로 일어나 오지수를 부르되,
「이리 오시오. 자, 자네도 우리 경기를 해 보는 게 어떻소. 운동을 할 줄 안다면 말이오. 그럴 것 같소. 한평생 동안 손과 발로 이루어 낸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소. 그러니 걱정은 잊고 한번 해 보시오. 배가 출항하였으니 곧 항해를 시작할 것이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소.」
오지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어찌하여 이런 도전을 하며 나를 조롱하는가. 내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지, 경기에 얽매여 있지 아니하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겪었기에 이제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여기 앉아 당신의 왕과 백성들에게 내 소원을 들어 달라 기도하고 있다.」
에우리아루스는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자네는 운동 경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자네 같은 놈은 잘 안다. 상선 선원들의 선장인 자네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화물과 화물에만 신경 쓰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만 챙긴다. 자네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얼마나 오만한 소리를 하는가.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몸과 마음, 말솜씨를 축복으로 주지 아니한다. 어떤 사람은 허약하나 신의 축복을 받아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말은 침착하고 위엄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그가 마을을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은 신과 같은 외모를 가졌으나 말솜씨는 형편없다. 자네도 마찬가지다. 자네는 겉모습은 훌륭하나, 신조차도 자네의 몸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네의 정신은 불구다. 자네의 터무니없는 말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나는 스포츠와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 아니하다. 젊었을 때는 강한 팔을 믿고 항상 일등이었다. 지금은 고통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나는 전쟁의 고통을 견뎌 냈고, 바다의 위험을 헤쳐 왔다. 그러나 자네는 나에게 도전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고통스럽지만 나는 경쟁하리라.」
그러자 그는 장포를 걸친 채 뛰어올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거대한 원반을 움켜쥐었다. 그는 몸을 돌려 팔을 뒤로 젖혔다가 건장한 손으로 원반을 던졌다. 원반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노 젓기에 능했던 무릉도인들은 원반의 궤적 아래 몸을 숙여 움츠렸다. 원반은 다른 말뚝들을 훨씬 넘어 날아갔다. 지혜의 여신은 그 지점을 표시하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이르되,
「낯선 이여, 눈먼 사람이라도 더듬어 이 표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표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축하해도 좋다. 너희가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였고, 그 누구도 너희만큼 멀리, 더 멀리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오지수는 자신을 지지해 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젊은 무릉도인들에게 이르되,
「이것에 한번 도전해 보시오. 할 수 있다면, 더 멀리, 혹은 똑같이 멀리 또 한 번 던져 보겠소. 당신들이 나를 화나게 하였으니, 어떤 운동이든 해 보겠소. 어서. 권투든, 씨름이든, 달리기든, 누구와든 시합할 수 있소. 다만 나도만만은 예외로 하오. 그는 나의 주인이니. 누가 친구와 싸우겠소. 낯선 땅에서 자신을 환대해 준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자는 무가치하고 어리석은 자이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이오. 그러나 나는 당신들 중 누구와도 시합할 수 있소. 내 실력을 시험해 보시오. 당신들의 실력도 알려 주시오. 나는 어떤 운동에도 약하지 아니하오. 나는 잘 다듬어진 활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소. 많은 동료들이 내 옆에서 화살을 쏘아 올렸으나, 나는 언제나 적군 무리에서 가장 먼저 적을 쏘아 올렸소. 토래성에서 아카이아인들이 활을 쏠 때, 나보다 뛰어난 자는 단 한 명뿐이었소. 필록테테스. 지상에서 빵을 먹고 사는 다른 인간들은 모두 나보다 활 솜씨가 형편없나이다. 그러나 저는 헤라클레스나 에우리토스처럼 신들과 활쏘기 시합을 하려던 초인적인 궁수들과는 경쟁하지 않겠나이다. 아폴론은 그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격노하여 그를 죽였나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죽었고, 고향에서 장수하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다른 이들이 화살로 맞추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 창을 던질 수 있나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여러분 중 누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느냐일 뿐이옵니다. 저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체력이 떨어지고 다리가 약해져서 평소처럼 운동을 할 수 없었나이다.」
군중은 침묵하였으나, 알진오가 이르되,
「각하여, 아주 훌륭한 예의로 당신의 재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망과, 이 경기장에 나와 당신을 조롱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나이다.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 잘 들어 보시오. 집에 돌아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잔치를 벌일 때, 당신의 훌륭한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 조상 대대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모든 업적을 기억하시오. 우리는 씨름이나 권투에는 뛰어나지 아니하나, 달리기에는 빠르고 배를 다루는 데는 최고이옵니다. 우리는 잔치, 리라 연주, 춤, 다양한 옷차림, 따뜻한 목욕과 잠자리를 좋아하나이다. 자, 이제 무릉도 최고의 무용수들이 공연하게 하시오. 손님께서 집에 돌아가셔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항해술, 달리기, 춤과 노래에 얼마나 뛰어난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오. 데모도쿠스에게 줄 리라를 안에서 가져오시오. 어서 가시오.」
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시종이 리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홉 명의 심판을 뽑았다. 그들은 춤을 출 수 있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그 주위에 넓은 원을 만들었다. 시종이 데모도쿠스에게 리라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젊고 잘 훈련된 소년들을 대동하고 원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들은 발을 구르며 신성한 춤을 추었고, 그들의 빠른 다리는 빛났다. 오지수는 그 광경에 경탄하였다.
시인은 리라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왕관을 쓴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에게 품은 사랑에 대한 매혹적인 노래를 불렀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주었고, 해필수의 침대를 더럽혀 둘이 몰래 관계를 맺었다. 태양신은 그 모습을 보고 해필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해필수에게는 쓰디쓴 소식이었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대장간으로 가서 거대한 모루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결코 끊어지거나 풀릴 수 없는 튼튼한 사슬을 두들겼다. 그는 아레스에게 몹시 화가 났다. 덫을 만든 후, 그는 사랑하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기둥 주위에 엉킨 케이블을 감고, 가느다란 거미줄처럼 천장에 매달았다.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신들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 솜씨는 정말 기발하였다. 침대에 덫을 설치한 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문명화된 도시 렘노스로 갔다.
황금 기사 아레스는 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기적을 행하는 해필수가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강력한 아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 아레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내 사랑이여, 우리 함께 잠자리에 들자. 해필수는 마을을 떠났느니라. 이상한 언어를 쓰는 신티아인들을 만나러 렘노스에 갔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와 함께 눕고 싶어 흥분하였고, 둘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해필수가 만든 사슬이 그들을 단단히 묶어 움직일 수도, 일어설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저는 신은 가까이 다가왔다. 렘노스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마음이 괴로워하며 그는 집으로 향하였다. 문간에 서 있던 그는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모든 신들을 부르되,
「오, 아버지 상제여, 그리고 영원히 살아 계시는 모든 축복받은 신들이여, 보십시오. 웃으셔도 좋으나, 참기 힘드나이다. 상제의 딸인 아프로디테가 절름발이인 저를 어떻게 무시하는지 보십시오. 그녀는 파괴적이고 강하고 잘생긴 아레스를 사랑하나이다. 저는 약하나이다. 부모를 탓하나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러나 보십시오, 저 둘이 제 침대에서 연인처럼 자고 있나이다. 저는 그 광경에 소름이 끼치나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이 깊더라도 그들은 더 이상 저렇게 누워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곧 깨어나고 싶어 하겠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제가 딸을 위해 지불한 값을 갚을 때까지 제 덫과 사슬이 그들을 꽉 붙잡아 둘 것이옵니다. 그녀의 눈은 마치 개처럼 저를 쳐다보나이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우나, 자제력이 부족하나이다.」
신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 땅을 흔드는 해신, 도움을 주는 헤르메스, 그리고 아폴론이 있었다. 여신들은 수줍음 때문에 집에 머물렀다. 좋은 것을 주시는 축복받은 신들이 문간에 서 있다가 해필수가 설치한 기발한 함정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바라보며 서로 이르되,
「죄는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느린 자가 빠른 자를 이길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하고 느린 해필수가 자신의 솜씨로 오림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를 잡았으니 말이다. 아레스는 간음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들은 수군거렸다. 그때 상제의 아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이르되,
「내 형제 헤르메스여, 황금빛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녀의 침대에서, 비록 무거운 사슬에 묶여 있더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령 헤르메스가 대답하되,
「아, 활의 신 아폴론 형제여,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세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히 묶여서 당신들 신들과 당신들의 모든 아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라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그러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직 해신만이 웃지 아니하였다. 그는 해필수에게 아레스를 풀어 달라 간청하고 애원하였다. 그는 기적을 행하는 신에게 이르되,
「이제 그를 놓아 주소서. 당신이 부탁하신 대로 그는 신들 사이에서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옵니다.」
유명한 절뚝거리는 신이 대답하되,
「해신이여,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악당들을 풀어 주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레스가 속박과 빚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어찌 당신을 묶을 수 있겠소.」
지진의 신 해신은 그에게 대답하되,
「해필수여, 만일 그가 이 빚을 피하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갚겠소.」
절뚝거리는 신이 이르되,
「그렇다면 당신께 대한 예의로 당신의 부탁대로 하겠소.」
그래서 해필수는 온 힘을 다해 사슬을 풀었다. 두 연인은 속박에서 벗어나 둘 다 뛰어올랐다.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미소를 지으며 키프로스의 파포스 섬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향기로운 제단과 성소가 있었다. 은총의 여신들은 그곳에서 그녀를 씻기고 불멸의 존재들에게 빛을 발하는 마법의 기름을 발라 주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혀 주었다.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느니라.
그것은 시인의 노래였다. 오지수는 즐겁게 듣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알진오는 할리우스에게 나도만과 춤을 추라 하였다. 그들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장인 폴리부스가 만들어 준 자주색 공을 가져갔다. 한 소년은 뛰어올라 공을 구름 위로 던지고, 다른 소년은 발을 땅에서 떼고 뛰어올라 착지하기 전에 공을 쉽게 잡았다. 그들은 공을 똑바로 위로 던지는 연습을 한 후, 비옥한 땅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 가며 춤을 추었다. 들판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소년들은 시끄럽게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었다.
그때 오지수가 이르되,
「많은 백성의 왕이시여, 위대한 군주시여, 당신의 무용수들이 최고라고 자랑하셨는데, 정말 그러하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보니 감탄스럽나이다.」
존경받는 왕은 그 말에 기뻐하였다. 그는 곧바로 백성들에게 이르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영주들, 그리고 귀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낯선 사람은 매우 현명해 보이옵니다. 그러니 주인이 손님을 우호적으로 대접하듯 선물을 줍시다. 우리 백성은 열두 명의 영주가 다스리고 있으며, 내가 열세 번째 영주이옵니다. 우리 각자는 귀한 금 한 파운드와 깨끗하게 세탁한 옷, 튜닉과 장포를 가져오시오. 그것들을 쌓아 올려 손님이 이 모든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식사에 참석하게 하시오. 에우리아루스는 그에게 사과하고, 그의 말이 부적절하였으니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 하옵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고, 각자 대리인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에우리아루스가 이르되,
「위대한 왕 중의 왕이신 알진오 폐하, 폐하의 명령대로 사과하겠나이다. 그리고 은 손잡이와 상아로 조각한 칼집이 있는 이 청동 검을 그에게 선물하겠나이다. 그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알진오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오지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오지수는 말을 쏟아내되,
「환영하나이다, 나리여. 우리 집에 머무르십시오. 혹시라도 무례한 말이 있더라도 바람에 날아가 버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신들이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받으셨으니 말입니다.」
오지수는 이르되,
「친구여, 잘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신들이 당신을 보호하시고, 당신이 제게 주신 이 검을 결코 잊지 않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등에 메었고, 해가 질 무렵 귀한 선물들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노비들은 선물들을 알진오의 집 안으로 옮겼다. 왕자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을 어머니인 왕비 옆에 쌓아 두었다.
알진오 왕은 모두를 집 안으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혔다. 그는 아례희에게 이르되,
「여보, 우리 집에서 가장 좋은 궤짝을 가져와서 그 안에 튜닉과 갓 세탁한 장포를 넣어 두시오. 청동 가마솥을 불 위에 올려 물을 끓여서 손님이 목욕할 수 있도록 하시오. 그런 다음 귀족들이 가져온 귀한 선물들을 보여 주고 연회와 노래를 즐기게 하시오. 나도 선물을 하나 준비하였소. 금으로 만든 화려한 잔인데, 값어치를 하오. 손님이 상제와 다른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때마다 나를 떠올려 주기를 바라오.」
아례희는 하인들에게 빨래할 큰 솥을 빨리 데우라 명령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물을 붓고 장작을 쌓았다. 불길이 솥 주위를 감싸며 물을 데웠다. 아례희는 자기 방에서 궤짝을 가져와 손님에게 줄 선물, 즉 그들이 준 옷과 금을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장포와 튜닉을 넣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르되,
「뚜껑을 잘 지키고 묶어 두시오. 그래야 검은 배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무도 당신을 훔쳐 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상실을 여러 번 겪어 본 오지수는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뚜껑을 닫고 키르케에게서 배운 교묘한 매듭으로 묶었다. 그러자 여종은 곧바로 그를 목욕탕으로 데려가 씻겼다. 그는 따뜻한 물을 보고 기뻐하였다. 곱슬머리 칼리프소의 집을 떠난 이후로 목욕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칼리프소는 그를 마치 신처럼 보살펴 주었다. 여종들은 그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준 다음 튜닉과 고운 양모 장포를 입혀 주었다. 깨끗하게 씻고 난 그는 남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 신처럼 아름다운 나우공주가 궁전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지수를 보고 깜짝 놀라 말을 쏟아내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낯선 이여. 그러나 집에 돌아가시면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은 제게 목숨을 빚지고 있나이다. 제가 먼저 당신을 도왔으니까요.」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나우공주여, 헤라의 남편이자 천둥의 신이신 상제께서 제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공주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그곳에서 영원히 신처럼 당신께 기도하겠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왕 옆에 앉았다. 이제 음식을 차리고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는데, 집사가 존경받는 시인 데모도쿠스를 연회장 중앙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데모도쿠스를 기둥에 기대어 앉혔다. 오지수는 재빨리 생각하여 기름이 듬뿍 붙은 돼지고기를 한 조각 잘랐다. 접시에는 고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집사에게 이르되,
「이 고기를 가져다가 데모도쿠스에게 전해 주어라. 비록 슬프나 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시인들은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느니라. 뮤즈는 그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고, 시인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집사는 데모도쿠스에게 고기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기쁘게 고기를 받았고, 모두들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배를 채우고 마신 후, 여러 계략을 꾸민 영리한 책략가가 이르되,
「데모도쿠스여,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내가 자네를 누구보다 칭찬하노라. 아폴론 신이 자네를 가르쳤거나, 아니면 상제의 딸인 뮤즈가 자네를 가르쳤나 보네. 자네는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겪었는지 마치 그곳에 있었거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게 들은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군. 그러니 에페이우스가 지혜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든 목마 이야기를 노래해 주게. 오지수는 그 목마를 끌어다 성채 안으로 끌고 들어가 병사들을 태워 도시를 약탈하였지. 자네가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면, 자네는 진정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
신이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영감을 준 것이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진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한편, 오지수는 목마 안에 병사들을 태워 토래성 성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토래성 사람들은 그 말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놓고는 어떻게 할지 의논하였다. 어떤 이들은 「칼로 나무를 내리쳐야 한다」 하고 말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더 높이 끌어올려 바위에서 던져 버려야 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신들을 달래기 위해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 말은 전사들로 가득 차 토래성 사람들에게 죽음을 안겨 주었고, 그 말은 토래성의 도시를 파멸로 이끌었다. 시인은 아카이아인들이 그 말에서 쏟아져 나와 골짜기에서 매복 공격을 가해 도시를 약탈하고, 흩어지면서 모든 동네를 파괴하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아레스처럼 오지수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데이포보스의 집을 찾아 달려갔고, 마침내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끔찍한 폭력을 통해 승리하였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눈물을 쏟았다. 그의 뺨은 마치 여인이 남편을 껴안고 통곡하듯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남편은 집과 자식을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 그녀는 남편이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맑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시신 위에 쓰러졌다. 남자들이 바로 뒤따라왔다. 그들은 그녀의 어깨를 창으로 찌르고 그녀를 노비로 끌고 가 고된 노동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하였다. 오지수 또한 그와 같은 절망적인 방식으로 울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알아챈 사람은 바로 옆에 앉아 그의 흐느낌을 들은 알진오뿐이었다. 그는 재빨리 선원들에게 이르되,
「파에아키아의 귀족 여러분, 잘 들으시오. 데모도쿠스는 리라 연주를 멈추고 내려놓아야 하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저녁 식사 시간부터 이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우리의 손님은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었나이다. 그의 마음은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나이다. 노래를 끝내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시오.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옵니다. 이 환송 잔치와 우리가 우정의 표시로 드리는 이 귀한 선물들은 우리의 귀빈인 그를 위한 것이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에 처한 손님을 자기 형제처럼 대할 것이옵니다. 나그네여, 이제 내 질문에 회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대답하시오. 솔직한 것이 가장 좋나이다. 부모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 주셨나이까.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을 어떤 이름으로 알고 있나이까. 부모는 모든 아이에게 태어날 때 이름을 지어 주기 때문에 세상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든 귀족이든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 당신의 민족, 당신의 도시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오. 그래야 우리 배들이 당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수 있나이다. 파에아키아 사람들은 당신의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나이다. 다른 배들처럼 키를 잡는 사람도, 방향타를 잡는 사람도 없소. 우리 배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마을과 비옥한 들판을 알고 있소. 안개와 구름 속에 숨어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르며 나아가지. 배는 손상이나 손실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오. 그러나 언젠가 아버지 도화원주가 해신 신이 우리가 손님들을 바다 건너로 데려다 주는 것을 미워하여 언젠가 우리 배가 돌아오는 길에 난파될 것이고, 거대한 산이 우리 마을을 가릴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소. 신께서 뜻대로 이 일을 이루실지, 아니면 이루지 않으실지는 신의 뜻대로 될 것이오. 자, 이제 당신의 방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시오. 당신이 본 장소, 사람들, 도시들을 묘사해 보시오. 어떤 곳은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손님을 환영하지 아니하였고, 어떤 곳은 신을 존중하며 방문객에게 친절하였소. 그리고 토래성에서 그리스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왜 그렇게 흐느껴 울었는지 설명해 보시오. 신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이 파괴를 계획하고 계산하였나이다. 토래성에서 누군가를 잃으셨나이까. 아내의 집안 사람, 어쩌면 장인이나 장모님일지도 모르나이다. 결혼이라는 인연은 혈연 다음으로 가장 끈끈하나이다. 아니면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아는 친구를 잃으셨을지도 모르나이다. 친구는 형제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나이다.」
==제9권 목동의 동굴에 있는 해적==
이에 교활하고 거짓의 달인 오지수가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신 알진오 폐하, 이처럼 재능 있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니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그의 목소리는 신과 같사옵니다. 온 백성이 연회에 모여 집 안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빵과 고기가 가득 쌓인 식탁에서 술꾼이 잔에 술을 따라 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제게는 이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이로소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 슬픈 이야기를 물으시니,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제 절망을 더욱 깊게 하나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하오며, 어디서 끝내야 하오리까? 신들께서 제게 너무나 많은 슬픔을 안겨 주셨나이다. 먼저 제 이름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리하여야 서로 알아갈 수 있고, 제가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제 먼 고향에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옵니다. 저는 교활한 속임수와 거짓말로 유명하나이다. 제 명성은 하늘에까지 닿으나, 저는 이곳에 살고 있나이다.”
흔들리는 숲 속에 네리톤 산이 숨어 있는 이탁도라. 가까이에는 둘리키움과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그리고 사메 등 다른 섬들이 있도다. 다른 섬들은 모두 새벽을 맞이하나, 나의 이탁도는 멀리 떨어져 어둠을 마주하고 있느니라. 험준한 땅이나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좋은 곳이라. 내 눈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나라는 없도다.
알다시피, 신성한 칼피소는 나를 동굴에 가두고 혼인하려 하였고, 마찬가지로 교활한 키르케도 나를 함정에 빠뜨려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하였도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이에게는 고향과 가족보다 더 달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제 토래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제께서 내게 일으키신 모든 고난을 이야기하리라. 강풍이 나를 항로에서 벗어나 이스마루스의 키코네스족 쪽으로 밀어내었도다. 나는 마을을 약탈하고 남자들을 죽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아내를 취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느니라. 그리고 나서 나는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그 어리석은 자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술을 과음하며 해변을 따라 양과 소를 죽이고 있었느니라.
키코네스족은 본토에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니, 그들은 강하고 수가 많으며 말을 잘 타고 필요하다면 걸어서도 싸울 수 있는 이들이라. 그들은 마치 봄 새벽에 잎사귀와 꽃이 피어나듯 몰려왔도다. 그때 상제 신께서 우리에게 불운을 내리시니, 불쌍한 우리로다! 적군은 배 주위에 모여 청동 칼을 휘두르며 싸웠느니라. 거룩한 아침 햇살이 밝고 강렬할 때,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아 내었으나, 해가 지고 소들이 풀려나는 시간이 되자 키코네스족은 우리 그리스인들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도다. 우리 배에서 잘 무장한 선원 여섯 명이 각각 죽었고, 나머지 육십 명은 살아남아 위험에서 벗어났느니라.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친구들에 대한 슬픔을 안고 출항 준비를 하였도다. 배를 띄우기 전에 우리는 키코네스족의 손에 학살당한 불쌍한 동료들을 세 번씩 큰 소리로 불렀느니라.
구름의 신 상제께서 북풍을 우리 배들을 향해 맹렬한 태풍처럼 몰아쳐 바다와 땅을 안개로 뒤덮으시니, 밤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덮치고 배들은 옆으로 기울어졌도다. 돛은 강풍에 세 번이나 찢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우리는 돛을 내리고 온 힘을 다해 해안을 향해 노를 저었느니라. 우리는 이틀 밤낮을 그곳에서 지쳐 쓰러질 듯 괴로워하며 보냈도다.
밝은 새벽이 세 번째 아침을 가져다주자, 우리는 돛대를 세우고 빛나는 돛을 펼치고 배에 올랐느니라. 바람은 곧장 불고 항해사들은 키를 잡았도다. 나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이나, 말레아 섬을 돌아서자 시속 팔십 도의 해류와 강풍이 나를 키테라 섬에서 칠십 도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었느니라.
아홉 날 동안 나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폭풍우에 휩쓸려 헤매었도다. 열흘째 되는 날, 나는 연꽃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우리는 물을 길어 올리고 선원들은 음식을 준비하였으며, 식사를 하고 배 옆에서 소풍을 즐긴 후,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골라 정찰을 보내어 그 섬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내게 하였도다.
정찰병들은 인간, 곧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정찰병들을 해치지 아니하고 그저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나눠 주었을 뿐이라. 그러나 열매를 먹자 정찰병들은 돌아와 내게 소식을 전할 의욕을 잃었으며, 그곳에 머물며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였도다. 고향을 잊어버린 것이니라. 나는 눈물 흘리는 그들을 끌고 돌아와 텅 빈 배에 억지로 태워 갑판 아래로 밀어 넣고 묶었으며, 충성스러운 다른 남자들에게는 배로 돌아가라고 명하였느니라. 더 이상 아무도 연꽃 열매를 맛보고 목적지를 잊지 않도록 함이로다.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회색빛 물을 노로 저었도다.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여 고결한 독안거인, 곧 독불장군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였느니라. 그들은 신들을 믿었도다. 그들은 씨앗을 심지도 않고 밭을 갈지도 아니하나, 상제의 비 덕분에 보리와 곡식과 포도송이가 모두 무성하게 자라느니라. 그들은 회의도 열지 않고 공통된 법률도 없으며, 높은 산꼭대기의 동굴에서 살면서 각자 아내와 자녀를 위해 법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아니하느니라.
이 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섬이 있는데, 항구에서 비스듬히 물을 건너면 평평하고 숲이 우거진 섬이 있도다. 수많은 염소들이 그곳에 살지만 사람들은 결코 찾아오지 아니하며, 사냥꾼들은 숲을 헤치고 언덕진 봉우리를 오르려 애쓰지 아니하느니라. 양 떼도 없고 밭도 없으며, 그곳은 모두 경작되지 않고 씨를 뿌리지 않았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오직 염소들만이 그곳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느니라.
키클로프 사람들은 붉은 뺨을 가진 배도 없고, 다른 도시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공도 없었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서로를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나, 배만 있었다면 그들은 이 섬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비옥한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니라. 회색빛 해안가에는 물이 풍부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포도나무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며, 쟁기질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어 가을에는 풍성한 작물이 자랄 것이고, 땅속에는 비옥한 자원이 있을 것이로다. 항구는 닻을 내리기에 좋은 곳이라 닻돌이나 밧줄, 케이블도 필요 없을 것이며, 그곳 해안에 정박한 배들은 선원들이 떠나고 싶어 하고 순풍이 불 때까지 안전하게 해변에 정박해 있을 수 있으리라. 항구 입구 근처에서는 백사십 개의 민물이 동굴 아래로 솟구쳐 내려가고, 그 주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느니라.
우리는 그곳으로 항해하였도다. 신들께서 어둠 속에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니, 짙은 안개가 배를 감싸고 하늘의 달은 어둡고 구름에 가려져 섬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우리가 해변까지 노를 저어 갈 때까지는 아무도 육지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볼 수 없었으며, 우리는 모든 돛을 내리고 해안에 상륙하여 잠이 들었도다.
이른 새벽이 장밋빛으로 물들자, 우리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그 섬을 돌아다녔느니라. 위대한 상제 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 우리 선원들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산양들을 쫓아 내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우리는 배에서 창과 활을 가지러 달려가 세 무리로 나뉘어 조준하고 쏘았으며, 어떤 신께서 우리에게 좋은 사냥감을 주셨느니라. 열두 선원 모두 각자 염소 아홉 마리씩을 가지고 있었고, 내 선원들은 열 마리를 가졌도다. 우리는 해질녘까지 그곳에 앉아 고기를 먹고 독한 붉은 술을 마셨으며, 배에 실린 술은 아직 떨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키코네스족의 신성한 요새를 약탈했을 때 우리는 모두 커다란 항아리에 술을 가득 채워 가져왔기 때문이니라.
우리는 좁은 해협 건너편에 있는 키클로픽 섬을 바라보았으며, 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양과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도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누워 잠을 잤느니라.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선원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충성스러운 친구들이여!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 남아 있거라. 나는 배와 선원들을 이끌고 가서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이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침략자인지, 아니면 낯선 사람을 환영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리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배에 올라타 선원들에게 나와 함께 가자고 한 다음 배의 밧줄을 풀었도다. 그들은 재빨리 벤치에 앉아 노를 저어 하얗게 물든 물을 가르며 나아갔으며, 여정은 그리 길지 아니하였느니라.
육지 끝자락, 바닷가 바로 옆에 도착하니 월계수 나무가 드리워진 높은 동굴이 보였도다. 그곳에는 여러 무리의 양과 염소가 살고 있었으며, 동굴 주변에는 돌을 깊게 박아 만든 높은 마당이 있고 키 큰 소나무와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느니라. 그곳에는 거구의 남자가 혼자 양떼를 돌보며 살고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고 홀로 지내며 관습을 알지 못하였도다. 그의 체격은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마치 빵으로 연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드넓은 산봉우리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었느니라.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고, 내가 아끼는 열두 명과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였도다. 나는 이스마루스 산의 그늘진 숲 속에 살던 아로왕 신의 사제, 에우안테스의 아들 마론이 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가 가득 든 염소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갔느니라. 신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를 돕고 그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왔었도다. 그는 나에게 은그릇과 정교하게 세공된 금 일곱 파운드를 선물로 주었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조금 따라내어 나를 위해 열두 개의 항아리에 담아 주었으니, 마치 신이 내린 술과 같았느니라. 노비들은 이 포도주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직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한 명의 하녀만이 알고 있었도다. 그가 이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잔에 한 잔을 따르고 물 이십 잔을 섞으면 그릇에서 놀라운 향기가 피어오르고, 모두가 그 맛을 보고 싶어 하였느니라.
나는 큰 가죽 주머니에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자루에 식량을 챙겼도다. 내 마음속에는 용감하고 거칠며 일반적인 관습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느니라. 우리는 곧 동굴에 도착하였으나 독안거인은 찾지 못하였으니, 그는 양 떼를 치고 있었도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살펴보았느니라. 치즈로 가득 찬 상자들과 나이별로 나뉜 어린 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우리들이 보였으며, 갓 태어난 새끼와 중간 크기, 그리고 갓 젖을 뗀 새끼 양까지 이백이십 마리나 있었도다. 젖을 짜는 데 쓰는 잘 만들어진 그릇과 양동이들은 모두 유청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내 선원들이 “치즈 좀 챙겨서 염소와 어린 양들을 우리에서 빨리 몰아내 우리 배에 싣고 짠 바닷물을 건너 떠나자!”라고 애원하였도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나는 거절하였느니라. 나는 그를 만나 선물을 줄지 기대하였으나, 사실 그는 내 동료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하였도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고 치즈를 먹은 후, 그가 양떼를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동굴 안에서 기다렸느니라.
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와서 불을 피울 나무를 한 짐 가져왔으며, 나무를 시끄럽게 동굴 안으로 던지니 우리는 두려워서 동굴 안쪽으로 몸을 숨겼도다. 그는 암양과 암염소들을 안으로 몰아넣어 젖을 짜게 하였으나, 숫양과 염소들은 바깥 넓은 마당에 남겨 두었느니라. 그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려 동굴 입구를 막았으니, 그 돌은 너무나 거대하고 육중하여 이십이 대의 수레로도 끌어낼 수 없을 정도였도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암양과 암염소의 젖을 짠 다음, 새끼 양들을 어미 양 옆에 놓아 젖을 빨게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갓 짜낸 흰 우유의 절반을 응고시켜 바구니에 담아 따로 두고, 나머지는 양동이에 담아 저녁 식사 때 마시려고 하였도다.
그는 모든 일을 꼼꼼히 마친 후 불을 피우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이르되,
“낯선 자들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 이 깊은 바다를 건너 어디에서 왔는가? 사업차 온 것인가, 아니면 해적처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인가?”
그가 이렇게 말하니, 그의 깊고 우렁찬 목소리와 거대한 체구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되,
“저희는 그리스인이옵니다. 토래성에서 왔나이다. 바람이 저희를 사방으로 휩쓸고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항로에서 벗어나게 하였나이다. 상제 신께서 그렇게 하셨나이다. 저희는 하늘 아래 가장 큰 명성을 떨친 아트레우스의 아들 건웅의 백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나이다. 그는 그 거대한 도시를 함락시키고 많은 사람을 죽였나이다. 이제 저희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관례대로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려 선물을 주시기를 간청하나이다. 부디 신들을 존중해 주소서. 저희는 당신의 간청자이며, 상제께서는 저희 편이시니이다. 그는 방문객과 손님 친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바보이거나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자군. 자네가 나에게 신들을 두려워하라고 하다니! 우리 백성은 큰 홀을 든 상제든 다른 어떤 신이든 하찮게 여기느니라. 우리의 힘은 그들보다 강하니라. 내가 자네나 자네 친구들을 살려 준다고 해도 상제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자네는 그 멋진 배를 타고 멀리 가는 건가,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건가?”
그는 나를 시험하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도다. 나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느니라. 나는 그에게 교묘하게 대답하되,
“땅을 흔드는 해신이 당신 섬의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난파시켰나이다. 그는 우리를 밀어 넣었고, 바람은 우리를 바위에 내동댕이쳤나이다. 우리는 간신히 살아남았나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비도 베풀지 아니하였도다. 높이 뛰어올라 우리 부하들을 향해 손을 뻗어 두 명을 붙잡고 강아지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니, 바닥은 뇌수로 흠뻑 젖었느니라. 그는 그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식사를 준비한 다음, 산의 사자처럼 살점과 내장과 골수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아무것도 남기지 아니하였도다. 이 참상을 지켜보며 우리는 울부짖으며 상제에게 기도하였느니라. 우리는 너무나 무력감을 느꼈도다.
독안거인이 사람의 고기와 섞이지 않은 우유로 거대한 배를 채운 후, 그는 양 떼 사이에 누워 있었느니라. 그때 군인처럼 생각하며, 칼을 뽑아 그에게 다가가 몸통을 찔러 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랬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니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높은 문간에 세워 놓은 거대한 돌을 옮길 만큼 우리는 너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도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까지 그곳에서 비참하게 지냈느니라.
새벽녘에 분홍빛 손가락이 피어나듯 새벽이 밝아오니, 그는 불을 피우고 암양들의 젖을 차례로 짜서 각각 옆에 새끼 양을 한 마리씩 두었도다. 부지런히 일을 마친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잡아먹었으며, 식사를 마친 후 살찐 양 떼를 몰아냈느니라. 그는 마치 화살통 뚜껑을 닫듯이 쉽게 바위를 굴려 내렸으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살찐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도다.
나는 그에게 복수하고 그를 해치고 영광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느니라. 지혜낭자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로다. 나는 계획을 세웠도다. 우리 옆에는 그가 지팡이로 쓰려고 말린 커다란 감람 나무 곤봉이 서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여 우리 눈에는 마치 화물을 가득 싣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스무 개의 노가 달린 검은 화물선의 돛대처럼 보였느니라. 나는 가서 그 나무에서 약 한 패덤 정도를 잘라내어 사람들에게 주고는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옆에 서서 끝을 날카롭게 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단단하게 만들었느니라. 동굴은 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곤봉을 똥 더미 아래에 숨겼도다. 그런 다음 나는 사람들에게 누가 나와 함께 그 말뚝을 들어 올려 그가 달콤한 잠에 빠졌을 때 그의 눈에 꽂을지 제비를 뽑으라고 명령하였느니라. 제비는 내가 선택했을 법한 네 명에게 떨어졌고, 나는 그중 다섯 번째였도다.
저녁이 되자 그는 암수 양 떼를 모두 넓은 동굴 안으로 몰아넣고 바깥 마당에는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아니하였느니라. 아마도 무언가를 의심하였거나, 아니면 신께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셨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돌을 집어 문으로 삼고 앉아서 양과 염소의 젖을 차례로 짜고 새끼들을 젖먹이게 하였도다. 그의 일이 끝나자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저녁 식사로 먹었느니라.
내가 다가가 담쟁이덩굴로 만든 잔에 포도주를 가득 담아 그에게 건네며 이르되,
“여기, 독안거인여! 자네는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니 이제 포도주를 좀 마시고 우리 배에 실린 상품도 맛보게 하네. 자네가 나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를 바라며 거룩한 제물로 가져왔네. 그러나 자네는 누구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분노하고 있네. 우리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였는데 더 많은 손님을 기대하는 건가?”
그는 달콤하고 맛있는 포도주를 받아 마셨으며, 포도주가 마음에 들어 더 달라고 하였도다.
“한 잔 더! 그리고 자네 이름을 말해 보게. 자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손님 대접하겠네. 우리 백성은 포도주가 있네. 상제의 비로 풍족하게 자란 우리 땅에서 포도송이가 자라나네.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음식인 넥타르이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포도주를 한 잔 더 주고, 또 두 잔을 더 주었느니라. 그는 어리석게도 그 포도주를 모두 마셨도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이르되,
“독안거인여, 내 이름을 물었으니 알려 주리라. 그러면 네가 약속한 환대를 베풀어라. 내 이름은 노만이라. 내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나를 노만이라 부르느니라.”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대답하되,
“나는 노만을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라. 먼저 다른 사람들을 먹을 것이니, 그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로다.”
그러자 그는 쓰러져 거대한 목이 비뚤어진 채 그대로 누워 있었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도다. 술에 취해 무거워진 그는 목구멍에서 포도주와 사람의 살덩이를 토해내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창을 숯불에 꽂아 달구면서 부하들에게 이르되,
“용감하게 행동하라!”
나는 그들 중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 않기를 바랐도다. 불길은 곧 푸른빛을 띤 감람 창에 옮겨붙었고, 창은 끔찍하게 타올랐느니라. 나는 재빨리 불길에서 창을 낚아챘으며, 내 부하들은 굳건히 서 있었도다. 마치 신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듯하였느니라. 그들은 끝이 날카로운 감람 창을 집어 그의 눈에 꽂았으며, 나는 그 위에 올라타서 마치 배를 만들 때 나무에 구멍을 뚫듯이 창을 돌렸도다. 아래에서는 작업자들이 양쪽 끝에 끈을 매달아 드릴을 돌리고 있었느니라. 그렇게 창이 빙글빙글 돌아가자, 우리도 불처럼 날카로운 창을 그의 눈에 꽂아 돌렸도다. 그의 피가 말뚝 주위로 쏟아져 나왔고,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눈꺼풀과 눈썹을 지글지글 태우고 눈 뿌리를 태웠느니라. 마치 대장장이가 도끼나 자귀를 얼음물에 담가 단련할 때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쇠가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도다. 그의 눈알도 창에 부딪히며 바스락거렸느니라.
그러자 그는 끔찍하게 울부짖었고, 바위들이 그의 비명 소리에 휩싸였도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느니라. 그는 솟구치는 피로 흠뻑 젖은 눈을 뽑아냈으며,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창을 던져버리고, 주변의 바람 부는 절벽 위 동굴에 사는 독안거인들에게 소리쳤도다.
그들은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 가까이에 서서 외치되,
“폴리페무스! 무슨 일이냐? 심하게 다쳤느냐? 왜 거룩한 밤에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느냐? 누군가 네 가축을 훔치거나, 속임수나 폭력으로 너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동굴 안에서 힘센 폴리페무스가 대답하되,
“친구들이여! 아무도 나를 폭력이 아니라 속임수로 죽이려 하고 있느니라.”
그들의 말이 그에게 되돌아왔도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았다면, 너는 완전히 혼자로다. 위대한 상제께서 너를 병들게 하셨으니, 어쩔 수 없느니라. 위대한 해신 신이시여, 당신의 아버지께 기도하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떠났고, 나는 내 이름, 곧 ‘아무도’라는 계략이 그를 어떻게 속였는지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도다.
독안거인은 고통에 신음하며 힘겹게 더듬어 문돌을 빼내고는 양 떼와 함께 나가는 자를 잡으려고 팔을 뻗은 채 입구에 앉았느니라. 아마 그는 내가 완전히 바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전략을 짜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나와 내 부하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이로다. 나는 온갖 계략과 교활한 계략을 꾸몄느니라. 위험이 코앞에 닥쳤고, 생사가 달린 문제였도다.
내가 생각해 낸 최고의 생각은 이것이었느니라. 털이 두껍고 잘 익은, 보라색처럼 검은 숫양들이 있었으며, 모두 크고 훌륭한 동물들이었도다. 그래서 나는 독안거인이 침대로 쓰던 밧줄로 그 숫양들을 조용히 묶었느니라. 나는 숫양들을 세 마리씩 묶어 가운데 양 아래에 한 명씩, 양쪽에 한 명씩 사람을 세워 내 부하들을 구해 내었도다. 무리 중에서 가장 늠름한 숫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녀석의 등을 붙잡고 털북숭이 배 아래에 몸을 웅크린 채 털에 매달렸느니라. 의지의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었으며, 우리는 비참하게 날이 밝기를 기다렸도다.
이른 새벽, 장밋빛으로 물든 손길이 모습을 드러내자 숫양들은 모두 풀을 뜯어 먹고 싶어 뛰어올랐느니라. 암양들은 젖을 짜지 못해 젖통이 터질 듯이 가득 찬 채 우리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도다. 주인은 몸이 약해지고 고통에 지쳐 있었으나, 숫양들을 줄 세우면서 각각의 등을 더듬어 보았느니라. 그러나 털북숭이 배 아래에 묶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였도다. 마지막으로 덩치가 큰 숫양이 털과 나, 곧 영리한 사기꾼을 매달고 밖으로 나왔느니라.
힘센 폴리페무스는 그 숫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묻되,
“사랑스러운 숫양아, 오늘은 왜 동굴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거냐? 평소에는 이렇게 느리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어린 양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여린 꽃을 뜯어 먹고, 초원을 뛰어다니고,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가장 먼저 양 우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지. 그러나 이제 너는 가장 마지막이 되었구나. 주인님의 눈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구나. 그 사악한 놈이, 그의 비열한 부하들을 동원해 나를 술에 취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하였느니라. 노먼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나처럼 말할 수만 있다면, 나를 두려워하며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러면 내가 그놈의 머리를 바위에 내리쳐 동굴 곳곳에 흩뿌려 그 못된 노먼이 가져온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숫양을 밖으로 밀어내었도다. 우리는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말을 타고 갔으며, 나는 먼저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나서 부하들의 밧줄도 풀었느니라. 우리는 주인님의 살찐 가축들을 훔쳐 달아났고, 배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았도다.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은 친구들인 우리를 보고 기뻐하였으나,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울었느니라. 나는 그들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명령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섭게 노려보았도다. 나는 그들에게 양털 뭉치를 배에 싣고 배를 저어 바닷물 속으로 나가라고 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하얗게 바싹 마른 바다에 노를 저었도다.
내가 고함 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갔을 때, 나는 뒤돌아 야유를 퍼부었느니라.
“이봐, 독안거인! 바보여! 네 동굴에 갇힌 선원들은 불쌍하고 약한 자들의 것이 아니었어. 자업자득이지! 네 손님을 잡아먹다니 부끄러움도 없구나! 상제와 다른 신들이 네게 벌을 내리는 것이로다.”
내 조롱에 그는 더욱 화가 났도다. 그는 언덕에서 바위를 뽑아 우리에게 던졌으며, 바위는 우리 배의 어두운 뱃머리 바로 앞에 떨어져 키를 잡는 노 끝을 거의 부숴 버릴 뻔하였느니라. 돌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파도가 밀려왔으며, 갑자기 밀려오는 물살이 배를 육지 쪽으로 밀어내고 부풀어 오른 물은 우리를 함께 밀어내었도다. 나는 길고 큰 장대를 잡고 배를 밀어내었으며, 부하들에게 “목숨을 구하려면 빨리 노를 저어라!”라고 소리치며 고개를 끄덕여 재촉하였느니라. 그들은 몸을 굽혀 노를 젓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바다를 두 배나 더 건너갔도다. 그때 나는 다시 그를 불렀느니라.
내 선원들은 내게 그만하라고 애원하며 간청하되,
“제발! 진정하소서!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이 야만인을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그가 돌을 던져 우리 배를 육지로 밀어냈지 않사옵니까. 우리는 죽을 뻔하였나이다. 만약 그가 우리 말을 들었다면, 날카로운 돌을 던져 우리 머리와 나무 배를 부숴 버렸을 것이옵니다. 그는 정말 세게 던지옵니다!”
그러나 내 냉혹한 마음은 설득되지 아니하였도다. 나는 여전히 분노에 차서 다시 소리치되,
“독안거인! 만일 어떤 필멸자가 당신의 눈이 어떻게 잘리고 멀어졌는지 묻는다면, 이탁도에 사는 도시 약탈자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 당신의 시력을 잃게 하였다고 말하십시오!”
그는 신음하며 말하되,
“예언이로다!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우리 백성 가운데 에우리모스의 아들 텔레무스라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살았는데, 그는 우리에게 점을 치며 여생을 보냈느니라. 그는 오지수의 손길이 내 눈을 멀게 할 거라고 예언하였도다. 나는 늘 키 크고 잘생긴, 힘과 용기를 가진 남자가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이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하였구나. 술에 취해 나를 홀린 것이로다. 자, 오지수, 어서 오시오. 내가 선물을 드리고 해신 신께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리라. 나는 그의 아들이요, 신은 나를 아버지로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시느니라. 그가 원한다면 나를 고쳐 줄 것이나, 다른 누구도, 신도 인간도 그를 고칠 수 없느니라.”
그가 이 말을 하자 나는 그에게 대답하되,
“내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 지하 세계인 염라국의 집으로 보내 버릴 수만 있다면, 지진의 신조차도 당신을 고쳐 줄 수 없을 것이로다.”
그러나 그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기도하되,
“들으소서, 대지를 흔드는 푸른 머리의 해신 신이시여, 저를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시고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소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소서. 만약 그가 가족을 만나게 된다면, 늦게, 명예도 없이, 고통 속에, 배도 없이,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그리고 그의 집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하소서.”
푸른 해신은 아들의 기도를 들어 주었도다. 폴리페무스는 이전보다 훨씬 큰 바위를 들어 올려 휘두른 다음, 엄청난 힘으로 던졌느니라. 그 작은 공은 우리 키 바로 옆에 떨어져 바다에 첨벙 떨어졌으며,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배를 밀어 반대편 해안으로 향하게 하였도다.
우리는 배가 정박해 있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선원들은 울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내린 다음, 독안거인에게서 훔쳐 온 양들을 배의 선창에서 꺼내 공평하게 나누어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주었느니라. 그런데 양 떼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 선원들은 독안거인이 가장 아끼는 숫양을 나에게만 주었도다. 나는 해변에서 그 숫양을 도살하여 어둠의 구름의 신이자 온 세상의 주인인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에게 바쳤으며, 허벅지를 불태웠느니라. 그러나 신은 내 제물을 외면하고 내 모든 배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파멸시키려 하셨도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를 먹고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느니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서 잠이 들었도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깨워 배에 올라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느니라. 그들은 재빨리 복종하여 모두 질서정연하게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도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항해를 계속하였느니라.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친구들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도다.
==제10권 바람과 마녀==
「우리는 불멸의 신들이 모두 사랑하는 아이올로스의 떠다니는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섬 주변의 가파른 절벽에는 난공불락의 단단한 청동 성벽이 뻗어 있었나이다. 그의 궁전에는 열두 명의 자녀가 살고 있었으니, 건장한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이었나이다. 그는 형제자매끼리 결혼을 주선하였나이다. 그들은 부모와 함께 항상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잔치는 끝이 없었나이다. 낮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궁궐은 소리로 가득하였나이다. 밤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담요가 쌓인 밧줄 침대에서 잠을 청하였나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요새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환영하고 한 달 동안 머물게 해 주었으며, 토래성과 아르고스 배들,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소식을 물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나를 보내 달라 말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나를 돕기로 하고 소가죽 자루를 주면서 그 안에 거센 바람을 묶어 두었나이다. 크로노스의 아들인 상제는 그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였나이다.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는 마음대로 바람을 멈추거나 일으킬 수 있었나이다. 그는 빛나는 은실로 자루를 내 곡선형 배에 단단히 묶어 아무리 작은 바람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였고, 제피로스 신에게 바람을 불어 우리 배와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다 달라 부탁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아니하였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었나이다.
아홉 밤낮으로 항해한 끝에 열흘째 되는 날, 고향 땅이 눈앞에 나타났나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였나이다. 나는 지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나이다. 내가 키를 잡고 있으면 더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내가 잠든 사이에 선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나이다. 위대한 아이올로스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는 것이었나이다. 은과 금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나이다. 각자 옆 사람을 쳐다보며 불평하였나이다.
『우리가 항해하는 곳마다 모두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군. 게다가 토래성을 약탈해서 가져온 전리품도 가지고 있잖아. 우리는 그와 함께 항해하였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이제 아이올로스가 이런 친절한 선물을 주다니.』
그에게 말하였나이다.
『서둘러라, 자루를 열어 얼마나 있는지, 은이 얼마나 있는지, 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끔찍한 생각이 그들을 사로잡았나이다. 그들은 그대로 하였나이다. 자루를 열자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나이다. 갑작스러운 파도가 우리를 덮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나이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고, 저는 잠에서 깨어나 배에서 뛰어내려 익사할지, 아니면 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살아남을지 고민하였나이다. 저는 참고 얼굴을 가리고 갑판에 누웠나이다. 폭풍우가 몰아쳐 배들을 다시 위대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들은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항아리에 물을 채웠고, 남자들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나이다.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노비 한 명과 선원 한 명을 데리고 아이올로스를 만나러 갔나이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나이다. 우리는 들어가 문설주 옆에 앉았나이다. 그들은 깜짝 놀라 물었나이다.
『어찌하여 왔느냐. 또 왔느냐. 운이 나빴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는 분명히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고, 당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에 도착하도록 하려 하였느니라.』
나는 슬프게 대답하였나이다.
『제 부하들과, 우리를 망쳐 놓은 고집스러운 잠을 탓하십시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당신들은 모든 것을 바로잡을 힘이 있나이다.』
나는 이 말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를 바랐으나, 그들은 침묵하였나이다. 그때 아버지가 소리쳤나이다.
『나가라. 이 역겨운 놈아, 내 섬에서 나가라. 당장. 신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는 사람을 내가 데려다 주는 것은 옳지 아니하다. 이 저주받은 놈아, 감히 여기에 오다니. 나가라.』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궁전에서 쫓아냈나이다. 우리는 낙담한 채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선원들은 노 젓는 고통에 지쳐 갔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순풍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밤낮으로 노를 저었고, 이레째 되는 날, 우리는 라에스트리고니아, 즉 절벽 위의 텔레필루스 마을에 도착하였나이다. 라모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은 나가는 다른 목동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나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소를 몰고 흰 양을 방목하며 두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나이다. 낮과 밤의 길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유명한 항구에 도착하였나이다. 양쪽으로 해안선이 튀어나와 거의 만나 좁은 입구를 이루고 있었나이다. 그곳에는 파도가 전혀 치지 아니하였나이다. 작은 파도조차도 없었나이다. 온통 하얀 고요함뿐이었나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배를 항구 안에 빽빽하게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유일하게 배를 항구 밖에 정박하기로 하였나이다. 멀리 떨어진 바위에 밧줄을 묶고 배에서 내려 바위를 기어올라 정찰하였나이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외에는 소나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뽑아 이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빵을 먹는지 알아보라 보냈나이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산에서 나무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다니는 매끄러운 길을 따라 걸었나이다. 그들은 도시로 향하였나이다. 마을 앞에서 물을 긷고 있던 한 소녀를 만났나이다. 소녀는 마을 전체의 수원지인 아르타키 샘으로 가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라이스트리고니아 왕 안티파테스의 건장한 딸이었나이다. 그들은 소녀에게 왕과 백성들에 대해 물었나이다. 소녀는 곧바로 그들을 아버지의 높은 지붕의 궁전으로 데려갔나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산처럼 큰 여자가 있었나이다. 그들은 경악하고 충격을 받았나이다. 거인은 즉시 남편인 왕을 회의장에서 불러냈나이다. 왕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하였고, 한 명을 붙잡아 잡아먹었나이다. 나머지 두 명은 배로 도망쳤나이다.
왕의 외침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나이다. 그 소리를 듣고 거대한 라에스트리고니아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거인이었나이다. 그들은 사람이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바위를 절벽에서 우리에게 던졌나이다. 배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 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나이다. 그들은 마치 물고기를 잡듯이 사람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나이다. 끔찍한 만찬이었나이다.
그들이 항구 안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동안, 나는 칼을 뽑아 검은 뺨을 가진 내 배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나이다.
『위험에서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도망쳐라.』
그들은 죽음이 두려워 두 배로 노를 저었나이다. 내 배는 운 좋게도 깎아지른 절벽 너머 바다에 도달하였나이다. 만에 갇힌 나머지 배들은 모두 전멸하였나이다. 우리는 슬픔에 잠겨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으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나이다.
우리는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의 고향인 아이아이아에 도착하였나이다. 키르케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며, 파멸을 꿈꾸는 아이테스의 누이였나이다. 그 둘은 필멸의 존재들을 비추는 태양과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의 자식이었나이다. 어떤 신의 인도를 받아 우리는 조용히 항구로 표류하여 배를 정박하였나이다. 이틀 밤낮으로 우리는 지쳐 쓰러질 듯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나이다.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창과 날카로운 칼을 들고 배에서 내려 높은 곳으로 달려가 인간의 흔적을 찾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나이다. 바위 위로 올라가 보니 키르케의 궁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나이다. 땅에서 숲과 덤불 사이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나이다. 연기를 보았으니 내려가서 조사해 봐야 할지 고민하였나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변과 배로 돌아가 부하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정찰을 나가기로 하였나이다.
배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떤 신이 외로운 나를 불쌍히 여겨 크고 뿔이 우뚝 솟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를 내 앞길에 보내 주었나이다. 그 사슴은 숲에서 내려와 강물을 마시러 왔는데, 날씨가 매우 더웠나이다. 나는 그 사슴의 등 한가운데를 찔렀나이다. 내 청동 창이 그를 꿰뚫었나이다. 사슴은 신음하며 흙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영혼은 떠나갔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밟고 청동 창을 뽑아 땅에 버려 둔 채, 나뭇가지와 끈을 꺾어 한 패덤 길이의 밧줄을 만들어 꼼꼼하게 매듭지어 그 거대한 동물의 발굽을 묶었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등에 메고 어두운 배로 내려갔나이다. 사슴이 너무 커서 한쪽 어깨에 짊어질 수 없었기에, 나는 창을 짚고 내려갔나이다. 나는 그를 배 앞에 내려놓고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넸나이다.
『친구들이여. 비록 슬프나, 우리는 운명의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자, 배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으니 굶지 말자. 이제 먹을 시간이다.』
그들은 재빨리 내 말에 따랐고, 얼굴에서 장포를 내렸나이다. 그리고 해변에 누워 있는 커다란 사슴을 보고 놀라워하였나이다. 정말 거대하였나이다. 그들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씻고 훌륭한 식사를 준비하였나이다. 그렇게 우리는 해 질 때까지 풍성한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새벽의 손가락처럼 장미꽃이 다시 피어났나이다. 나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친구들이여, 슬픔에 잠겨 있더라도 내 말을 들어라. 우리는 어둠이 어디에 있는지, 새벽이 어디에 있는지,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땅속으로 어디로 사라지는지, 어디에서 다시 떠오르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처한 곤경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는 바위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땅은 낮다. 나는 숲과 빽빽한 덤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가라앉았나이다. 그들은 모두 라이스트리고니아인들과 그들의 왕 안티파테스에게 일어났던 일, 그리고 거대한 독안거인이 사람들을 잡아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들은 통곡하며 눈물을 쏟아냈나이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은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두 무리로 나누었나이다. 나는 한 무리를 이끌고, 신과 같은 에우리로코스에게 다른 무리를 이끌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청동 투구에 제비를 뽑았는데, 에우리로코스의 제비가 나왔나이다. 그래서 그는 스물두 명의 부하들과 함께 울면서 떠났나이다. 나와 함께 남은 사람들도 울고 있었나이다.
숲속 공터 안에서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로 높은 기초 위에 지어진 키르케의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집 주위에는 키르케가 약물로 길들인 산늑대와 사자들이 있었나이다. 동물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친근하게 모여들었나이다. 마치 주인이 저녁 식사 후 간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개들이 주인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긴 꼬리를 흔들며 다정하게 다가왔나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무시무시한 늑대와 사자들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나이다. 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나이다.
그들은 집 밖에 서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신 키르케였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베를 짜고 있었는데, 마치 여신이 빚어내는 듯한 정교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나이다. 그러자 나의 가장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동료들의 지도자인 폴리테스가 이르되,
『친구들아, 저 안에서 누군가 거대한 베틀에서 직물을 짜고 노래를 부르는데, 바닥이 울려 퍼질 정도이다. 아마 여자이거나 여신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불러오자.』
그들은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즉시 와서 빛나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들였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만은 속임수를 의심하여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의자에 앉히고 보리, 치즈, 황금 꿀을 프람니아 포도주와 섞어 물약을 만들었나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향을 완전히 잊게 하는 강력한 약을 넣었나이다. 그들은 그 혼합물을 마셨나이다. 그런 다음 그녀는 마법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쳐 돼지우리에 가두었나이다. 그들은 몸과 목소리, 머리카락이 돼지로 변하였으나, 정신은 그대로였나이다. 그들은 감금되자 비명을 질렀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돼지들이 진흙탕에서 파헤치며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와 산딸기를 던져 주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우리 검은 배로 달려와 친구들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는 말을 하려 하였으나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하였나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찢어지는 듯하였나이다. 놀라서 우리는 모두 그에게 물었나이다. 마침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였나이다.
『오지수여, 당신의 명령대로 우리는 숲 속으로 들어갔나이다. 숲속 공터에서 우리는 윤이 나는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높은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인인지 여신인지 모를 누군가가 베틀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나이다. 제 친구들이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초대하였나이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들은 그녀를 따라 들어갔나이다. 그러나 저는 무슨 속임수일까 두려워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때 갑자기 그들은 모두 사라졌나이다. 나는 잠시 그곳에 앉아 지켜보고 기다렸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은장검을 등에 메고 활을 집어 들고 그에게 이르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시오.』
그는 내 무릎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나이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보내지 마시오. 여기 있게 해 주소서. 당신은 그들을 데려올 수 없고, 그렇게 하려다가는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옵니다. 서둘러 주소서, 이 사람들과 함께 탈출해야 하나이다. 우리에게는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나이다.』
나는 이르되,
『당신은 배 옆에서 먹고 마시며 지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야 하나이다. 저는 이 일을 해야만 하나이다.』
나는 배와 해안을 떠나 신성한 숲길을 가로질러 걸어 올라갔나이다. 마녀 키르케의 큰 저택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나이다. 그는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하는 가장 귀여운 사춘기 소년 같았나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이르되,
『어찌하여 혼자 이 언덕을 넘었느냐. 불쌍한 자여, 자네는 이곳을 알지 못하는군. 자네 부하들은 키르케의 집에서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혔네. 자네가 그들을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하려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네도 그들과 함께 여기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네. 자, 키르케의 집에 들어갈 때 자네를 지켜 줄 해독제를 받아 가게. 이제 내가 키르케의 모든 치명적인 주문과 계략을 알려 주겠네. 그녀는 자네에게 독이 섞인 물약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자네는 내가 준 약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법은 자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긴 지팡이로 자네를 공격하면, 날카롭게 갈린 검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이 달려들게. 그녀는 자네를 두려워하며 자네에게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라 할 것이다. 그녀에게 저항하지 말게.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자네는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신들을 걸고 맹세하라 전하게. 다시는 너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옷을 벗고 있을 때 그녀가 너를 해쳐 남자를 무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밝고 변덕스러운 신은 땅에서 식물 하나를 뽑아 내게 보여 주었나이다. 뿌리는 검은색이고 꽃은 우유처럼 하얬나이다. 신들은 이 식물을 몰리라고 불렀나이다. 필멸의 인간은 이 식물을 캐내기 어려우나, 신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나이다. 그런 다음 헤르메스는 숲이 우거진 섬을 지나 높은 오림산으로 날아갔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집으로 들어갔나이다. 걸어가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나이다. 나는 문간에 서서 그녀를 보았나이다. 땋은 머리를 한 아름다운 키르케였다. 내가 부르자 그녀는 듣고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였나이다. 나는 초조하게 그녀를 따라갔나이다. 그녀는 나를 발판이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은장식 의자로 안내하였나이다. 그녀는 금잔에 나를 위해 음료를 섞고 약을 넣었나이다. 그녀는 나에게 해를 끼치기를 바랐나이다. 나는 그것을 마셨으나 마법은 통하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내리치며 이르되,
『이제 가거라. 돼지우리로 나가서 네 부하들과 함께 누워라.』
그러나 나는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칼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달려들었나이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피하였고, 내 무릎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물었나이다.
『당신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의 도시는 어디이옵니까. 당신의 부모는 누구이옵니까. 내 물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나이다. 다른 어떤 남자도 그것을 마시고 마법의 유혹을 견뎌 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다르나이다. 당신의 마음은 마법에 걸리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틀림없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오지수일 것이옵니다. 황금 지팡이를 든 밝게 빛나는 헤르메스가 당신이 빠른 배를 타고 토래성에서 이곳으로 항해해 올 것이라 여러 번 말해 주었나이다. 이제 칼을 칼집에 넣고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시오.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키르케여, 내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놓고, 나를 유혹해서 잠자리에 들자 한 다음, 내 용기와 남성성을 빼앗으려 하다니, 어찌 내게 당신을 부드럽게 대하라 명령할 수 있소. 당신이 다시는 나를 해치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과 잠자리에 들지 않겠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즉시 내가 요구한 대로 맹세하였나이다. 그녀는 맹세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키르케의 눈부신 침대로 올라갔나이다.
그동안 그녀의 시녀 네 명이 궁궐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들은 샘과 숲,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는 신성한 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었나이다. 한 시녀가 의자 위에 보라색의 고운 천을 깔고 그 아래에 돌을 놓았나이다. 각 의자 옆에는 또 다른 하녀가 은으로 된 탁자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금으로 된 바구니를 올려놓았나이다. 세 번째 하녀는 은그릇에 달콤하고 기분 좋은 포도주를 섞어 금잔에 따랐나이다. 네 번째 하녀는 물을 가져와 커다란 삼각대 아래에 불을 지펴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나이다. 구리 가마솥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나를 욕조로 데려가 머리와 어깨를 씻어 주었나이다. 내 영혼을 짓누르는 깊은 피로를 없애 주기 위해 완벽한 온도로 맞춘 물을 사용하였나이다. 목욕 후, 그녀는 내 피부에 기름을 바르고 고운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리고 은으로 장식된 정교하게 조각된 의자로 나를 안내하고 그 아래에 발판을 놓아 주었나이다. 또 다른 하녀는 금으로 된 물병에 물을 가져와 은그릇에 부어 내 손에 부어 주었나이다. 그녀는 근처에 윤이 나는 탁자를 차려 놓았나이다. 요리사는 빵을 가져와 푸짐한 음식을 차려 놓았고, 키르케는 나에게 먹으라 하였나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나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나이다.
키르케는 내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아니하고 슬픔에 잠겨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 곁에 서서 물었나이다.
『오지수여, 어찌하여 그렇게 말없이, 마치 벙어리처럼 앉아서 속을 게워내며 연회 음식도 술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억하건대, 나는 이미 맹세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이르되,
『키르케여, 안 됩니다. 어떤 양심적인 사람이 자기 부하들을 직접 보고 풀어 주기 전에 음식을 맛보거나 술을 마실 수 있겠나이까. 그렇게 먹고 마시라 하신다면, 그들을 풀어 주소서. 그래야 내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키르케는 지팡이를 든 채 연회장을 나와 돼지우리를 열고 그들을 쫓아냈나이다. 그들은 여전히 살찐 멧돼지처럼 크고 다 자란 모습이었나이다. 그들은 키르케 앞에 섰나이다. 위엄 있는 키르케는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각각에게 새로운 약을 발랐나이다. 그 약 때문에 그들의 몸에는 굵은 돼지털이 돋아났나이다. 뻣뻣했던 털이 모두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남자들이었는데, 전보다 젊고 훨씬 잘생기고 키도 컸나이다.
그때 그들은 저를 알아보았나이다. 각자 저를 꼭 껴안고 절망에 빠져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집안은 시끌벅적하였고, 심지어 아내조차도 그들을 불쌍히 여겼나이다. 아내는 제게 다가와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내시나이다. 이제 바닷가에 있는 당신의 빠른 배로 가시오.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당겨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으로 옮기시오. 그런 다음 충성스러운 부하들과 함께 돌아오시오.』
제 마음은 동의하였나이다. 저는 해안에 있는 제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배 옆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엉엉 울고 있었나이다. 마치 소떼가 목초지에서 마당으로 돌아올 때처럼, 어린 암소들이 우리에서 뛰쳐나와 어미에게 달려가고, 어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울부짖는 것 같았나이다. 그래서 내 부하들은 나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였고, 마치 고향인 험준한 이탁도 땅,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나이다. 흐느끼며 그들은 외쳤나이다.
『오, 주인님이여.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마치 우리 고향 이탁도로 돌아온 것 같나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이르되,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려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에 넣어 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서둘러 나와 함께 가서 키르케 여신의 성소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보라. 그들은 영원히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믿었으나, 에우리로코스는 경고하되,
『바보들아. 어찌하여 거기로 가려 하느냐.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길을 택하여 키르케의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 그곳에서 그녀는 우리 모두를 돼지나 늑대, 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의 웅장한 집을 지키도록 강요할 것이다. 독안거인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기억하느냐. 우리 친구들은 이 무모한 군주와 함께 그의 집에 갔느니라. 그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두 죽었느니라.』
그 순간, 나는 튼튼한 허벅지에 숨겨 둔 긴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어 땅에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나이다. 비록 그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말이다. 그때 부하들이 나를 말리며 이르되,
『안 됩니다, 왕이시여, 제발 그를 보내 주소서. 그가 여기 남아서 배를 지키도록 하소서. 저희가 왕을 따라 키르케의 성지로 가겠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거기에 머물지 아니하고, 내 꾸지람이 두려워 왔나이다.
그동안 키르케는 다른 사람들을 풀어 주고, 자신의 집에서 그들을 부드럽게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나이다. 그리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혔나이다. 우리는 연회장에서 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남자들은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 보자 울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흐느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나이다. 여신은 내 옆에 서서 이르되,
『왕이시여, 영리한 오지수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시여, 이제 이 슬픔을 부추기지 마시오. 나는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이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에서, 그리고 육지에서 적대적인 사람들로부터 큰 고통을 겪었음을 아나이다. 그러나 이제 먹고 마실 시간이다. 이탁도를 떠날 때 가졌던 열정을 되찾아야 하느니라. 당신은 지치고 상심하여 항상 고통과 방황에만 사로잡혀 있나이다. 마음속으로 기쁨을 느껴 본 적이 없나이다. 너희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 냈느니라.』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매일 그곳에서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나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긴 하루하루가 흘러가자,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나를 불러 이르되,
『신들의 인도를 받으소서. 이제 조국을 생각할 때이옵니다. 당신들이 살아남아 높은 지붕의 집과 조상의 땅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말이옵니다.』
내 전사의 영혼은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 잔치에 앉아 있었나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그들은 어둑한 궁전 안에서 잠자리에 들었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화려한 침대로 가서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의 무릎을 만졌나이다. 여신은 내 기도를 들었나이다.
『키르케여,』 나는 이르되, 『저를 고향으로 보내겠다는 당신의 맹세를 지켜 주소서. 이제 제 마음은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제 부하들도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당신이 부재중일 때마다 그들은 끊임없는 탄식으로 저를 지치게 하나이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하였나이다.
『레르테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왕 오지수여, 모든 도전을 극복한 자여, 당신은 원치 않게 제 집에 머물 필요가 없나이다. 그러나 먼저 다른 여정을 완수해야 하나이다.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예언자이자 눈먼 티레시아스에게 조언을 구하시오. 페르세포네는 죽어서도 그에게만 완전한 통찰력을 주었나이다. 다른 영혼들은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 뿐이옵니다.』
그 말에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침대에 앉아 울었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과 빛나는 태양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잃었나이다. 흐느껴 울고 슬픔에 잠겨 뒹굴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이르되,
『그러나 키르케여, 누가 이 여정을 안내해 줄 수 있나이까. 이전에는 아무도 배를 타고 염라국으로 간 적이 없나이다.』
그러자 여신이 즉시 대답하였나이다.
『오지수 왕이시여, 당신은 지혜로우시나이다. 배를 조종할 조종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하얀 돛을 펼치고 자리에 앉으시오. 북풍이 배를 밀어 줄 것이옵니다. 대양을 건너면 버드나무가 시들어가는 열매를 떨어뜨리고 페르세포네의 숲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가 자라는 해안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깊고 소용돌이치는 대양에 배를 묶고 염라국의 넓은 거처로 가시오. 화열강과 시천강의 지류인 코키토스는 모두 아케론 강으로 흘러 들어가나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바위 옆에서 울려 퍼지나이다. 용감한 사람이여, 그곳으로 가서 폭과 길이가 각각 한 규빗인 구덩이를 파고 그 주위에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을 부으시오. 먼저 꿀물을 붓고, 그 다음에는 단 포도주를, 마지막으로는 물을 부으시오. 보리를 뿌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에게 간청하시오. 이탁도의 황량한 땅에 이르면, 네 궁전에서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 한 마리를 잡아 불에 쌓아 올리고, 티레시아스에게만 네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수한 검은색 숫양 한 마리를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라. 모든 유명한 죽은 자들에게 기도한 후,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암양 한 마리를 도살하여 에레보스에게 보내되, 너 자신은 세차게 흐르는 강 쪽으로 돌아서라. 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런 다음 네 부하들에게 잔혹한 청동기에 의해 죽은 양들의 가죽을 벗기고, 강력한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며 불태우라 하라. 그리고 칼을 뽑아 앉으라. 티레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무도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예언자가 곧 와서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건너는 너의 여정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황금빛 옥좌에 새벽빛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키르케는 내게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여신은 섬세하고 고운 천으로 만든 긴 흰 드레스를 입고 금빛 허리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베일을 쓰고 있었나이다.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불렀나이다. 나는 각 부하 옆에 서서 말로 그들을 깨웠나이다.
『일어나라. 이제 더 이상 달콤한 잠에 빠져 있지 마라. 가야 한다. 여신께서 지시를 내리셨느니라.』
그들은 내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나는 부하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갈 수 없었나이다. 가장 어린 엘페노르라는 부하가 있었는데, 그는 전쟁에 그다지 용감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다지 영리하지도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술에 취해 시원함을 찾으려고 키르케의 집 높은 곳에 동료들과 떨어져 누워 있었나이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와 분주한 소리, 친구들의 움직임을 듣고는 높은 사다리를 내려가는 것을 잊고 재빨리 벌떡 일어섰나이다. 그는 지붕에서 곤두박질쳐 떨어져 척추 바로 위에서 목이 부러졌나이다. 그의 영혼은 염라국으로 내려갔나이다.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르되,
『아마도 당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겠으나,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영혼인 티레시아스를 만나야 한다 말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나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옷을 찢었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애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우리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있는 우리의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펑펑 흘렸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와서 검은 암양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를 배 옆에 묶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사라졌나이다. 신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누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겠나이까.
==제11권 저승==
이에 우리는 바다에 이르러 먼저 반짝이는 소금물에 배를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양들을 배에 올렸도다.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눈물을 쏟아 내었느니라.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가 우리에게 바람을 보내어 돛을 가득 채우게 해 주었으며, 순풍이 짙푸른 뱃머리 뒤에서 우리를 인도하였도다. 우리는 장비를 정비하고 자리에 앉으니, 바람과 항해사가 우리의 항로를 곧게 인도하였느니라.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니, 우리는 깊이 흐르는 대양의 끝자락, 키메리아인들이 살고 도시를 세운 곳에 이르렀도다. 그들의 땅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빛나는 태양신은 별이 빛나는 하늘로 떠오를 때나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올 때나 결코 그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지 아니하였느니라. 그곳의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파괴적인 밤이 세상을 뒤덮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양들을 몰아낸 다음, 여신이 우리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던 대양의 물줄기를 찾아 나섰느니라.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가 제물을 바치니, 나는 칼을 뽑아 가로세로 한 길의 구덩이를 파고 죽은 자들을 위해 제물을 부었도다. 먼저 꿀물을 붓고, 달콤한 포도주를 붓고,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으며, 그 위에 보리를 뿌리고, 고향에 돌아가면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가장 좋은 어린 암소를 제물로 바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로 제단을 높이 쌓겠다고 엄숙히 맹세하였느니라. 티레시아스를 위해서는 내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종 검은 양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렇게 맹세하며 죽은 자들을 불렀도다.
양들을 가져다가 구덩이 위에서 목을 베니 검은 피가 흘러나왔으며, 영혼들이 에레보스 산에서 올라와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십 대 소년 소녀들과 오랜 세월 고통받은 노인들, 젊은 나이에 노동으로 목숨을 잃은 신부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은 채 청동 창에 베인 많은 남자들이 있었느니라. 그들은 사방에서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구덩이 주위로 몰려들었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도다. 창백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나는 부하들을 깨워 내가 죽인 양의 가죽을 벗기고 불태우며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라고 명령하였도다. 나는 칼을 뽑아 들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섰으니,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로다.
먼저 아직 땅에 묻히지 못한 내 부하 엘페노르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우리는 다른 일에 너무 바빠서 그의 시신을 키르케의 집에 장례도 치르지 않고 남겨 두었도다. 그를 보자 나는 가엾음에 울며 이르되,
“엘페노르야, 어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네가 걸어온 것이 내가 배를 타고 온 것보다 더 빠르구나.”
그가 신음하며 대답하되,
“오지수 폐하, 폐하는 모든 상황을 잘 헤쳐나가시나이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불운하였고,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혼미해졌나이다. 키르케의 집 위층에 누워 있었는데, 지붕에서 내려올 때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나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떨어졌으며, 목이 척추에서 부러져 제 영혼은 염라국으로 떨어졌나이다. 당신이 버리고 간 부하들, 그 부재중인 자들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의 아내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 주신 아버지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그리고 집에 홀로 버려두신 당신의 아들 태명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이 염라국을 떠나 아이아이아에 다시 배를 정박할 때, 부디 저를 기억해 주소서. 저를 그곳에 묻지도 않고, 눈물도 애통함도 없이 버려두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신들께서 당신에게 노하실 것이니이다. 제 팔과 함께 저를 불태우고 회색 소금 바다 옆에 무덤을 쌓아 주소서.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저와 제 불행을 알게 될 것이니이다. 그리고 제가 살아생전에 동료들과 함께 젓던 노를 무덤에 박아 두소서.”
“가엾은 자여!” 내가 대답하되,
“이 모든 것을 하리라.”
우리는 그곳에 앉아 슬픈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나는 한쪽에서 피 묻은 칼을 꽉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 동료의 유령이 말을 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영혼이 나타났으니, 나의 죽은 어머니, 아우톨리쿠스의 딸 안티클레이아를 보았도다. 나는 신성한 토래성으로 떠날 때 그녀를 살려 두었느니라. 그녀를 보자 나는 연민에 눈물을 흘렸으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티레시아스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였도다.
예언자는 황금 홀을 들고 나타났으며 나를 알아보고 이르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뛰어난 생존자시여, 불쌍한 자여, 어찌하여 태양을 버리고 죽은 자들과 기쁨 없는 이 곳을 보러 왔느냐? 이제 구덩이에서 물러나 날카로운 칼을 들어 내가 피를 마시고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자 나는 은으로 장식된 칼을 칼집에 넣었도다. 그가 탁한 피를 마신 후, 유명한 예언자가 말하되,
“오지수여,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꿀처럼 달콤하게 생각하겠으나, 신들께서는 그것을 쓰디쓰게 만들 것이니라. 해신은 당신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가라앉히지 아니할 것이로다. 당신은 고통받아야 하나, 감정을 다스린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라. 충동과 당신의 부하들에게 경고하노라. 보랏빛 심해에서 돌아서서 트린아키아 섬으로 배를 몰고 가라. 그곳에는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신, 태양신의 소유인 풀을 뜯는 소와 살찐 양들이 있느니라.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내버려 두고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만 집중한다면, 큰 손실이 있더라도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부하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니라. 만일 당신이 스스로 탈출한다면, 당신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낯선 배를 타고 지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그리고 집에는 침략자들이 당신의 식량을 먹어치우고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니라. 그때 당신은 구혼자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하리라. 당신의 궁궐 안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밖에서, 날카로운 청동 무기로 그들을 죽여야 하느니라. 그들이 죽고 나면, 당신은 떠나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를 가져다 주어야 하리라. 그들은 배의 붉은 뱃머리도, 배의 날개와 같은 노도 본 적이 없느니라.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징조를 예언하노라. 당신이 등에 짊어진 것을 키라고 부르는 여행자를 만나면, 그 노를 땅에 박고 해신에게 황소와 멧돼지를 제물로 바치라.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사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순서대로 거룩한 헤카톰을 바치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편안한 노년의 삶과 번성하는 백성을 맞이하며, 너에게 온화한 죽음이 찾아올 것이로다. 그렇게 될 것이니라.”
내가 이르되,
“티레시아스여, 신들께서 제게 이런 운명을 정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실로 말해 주소서. 저는 어머니의 영혼이 피 곁에 조용히 앉아 저에게 말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았나이다! 주님,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제가 티레시아스라는 것을 알아보시게 할 수 있으리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설명하기 쉬운 문제라. 네가 이런 영혼 중 하나를 피 곁에 오도록 허락하면, 그 영혼은 너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로다. 네가 그들을 밀어내면, 그들은 다시 떠나야 하느니라.”
그렇게 말하고 예언자 영혼 티레시아스는 염라국의 집으로 떠났도다. 나는 어머니가 와서 피를 마실 때까지 그곳에 꼼짝 않고 서 있었느니라. 어머니는 그때 나를 알아보고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이르되,
“내 아이야!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이곳은 산 사람이 보기 힘든 곳이라. 거대한 강과 무시무시한 만들이 있고, 걸어서 건널 수 없는 대양도 있느니라. 배가 필요하니라. 너는 배와 선원들을 거느리고 토래성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헤매다 온 것이냐? 아직 이탁도에 도착하지도 않았고, 집에 있는 아내도 보지 못하였느냐?”
내가 대답하되,
“어머니, 저는 예언자 영혼인 테베의 티레시아스와 상의하기 위해 염라국에 올 수밖에 없었나이다. 아직 그리스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고, 고향에도 도착하지 못하였나이다. 위대한 건웅을 따라 말의 땅 토래성으로 가서 그곳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 이후로 저는 길을 잃고 비참하게 불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말씀해 주소서.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나이까? 오랜 병으로 돌아가셨나이까? 아니면 활의 여신 아림이 부드러운 화살로 당신을 죽이셨나이까? 제가 두고 온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소서. 그들은 여전히 왕으로 존경받고 있나이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왕위를 계승하고 제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나이까? 그리고 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씀해 주소서. 그녀는 우리 아들과 함께 남아 그의 양육에 전념하고 있나이까, 아니면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 그녀와 결혼하였나이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그녀는 굳건하니라. 마음씨가 강하니라. 그녀는 여전히 당신 집에 있느니라. 밤마다 비참하게 보내고 낮에는 눈물로 지내느니라. 그러나 아무도 당신의 왕위를 찬탈하지 못하였도다. 태명은 여전히 온 영지를 무사히 돌보고 영주답게 호화롭게 잔치를 벌이며 항상 회의에 초대받느니라. 당신의 아버지는 시골에 계시니라. 도시에는 오지 않으시며, 담요와 깨끗한 시트가 깔린 제대로 된 침대에서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느니라. 겨울에는 집 안에서 불 옆에 누워 노비들과 함께 재 속에 누워 주무시고, 옷은 누더기이니라. 여름과 수확철에는 떨어진 낙엽 더미가 그의 잠자리가 되느니라. 그는 그곳에 누워 슬픔에 잠겨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시니, 그의 노년은 쉽지 아니하니라. 그래서 저도 그런 운명을 맞이하여 죽었도다. 여신이 집에서 저를 쏘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며, 병이 내 팔다리의 기력을 앗아가며 길고 잔혹한 쇠약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라. 아니, 오지수, 나의 햇살이여, 당신이 그리웠던 것이로다. 당신의 날카로운 지성과 따뜻한 마음이 내게서 달콤한 생명을 앗아갔느니라.”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영혼을 품에 안고 싶었도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느니라. 세 번이나 어머니를 만지려 애썼으나, 세 번 모두 어머니의 유령은 그림자처럼, 혹은 꿈처럼 내 품에서 떠나갔도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지며 내가 울부짖되,
“안 되옵니다, 어머니! 왜 저와 함께 있어 주지 않으시나이까? 이 지옥에서라도 저를 안아 주소서. 서로 사랑하는 팔을 감싸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위안을 찾고 싶나이다! 그러나 이분이 정말 어머니시옵니까? 아니면 여왕이 제 슬픔을 더 키우려고 유령을 보낸 것이옵니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오, 내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로다. 페르세포네가 너를 속이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이 인간이 죽으면 지켜야 할 규칙이니라. 우리의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붙잡고 있지 아니하느니라. 생명이 하얀 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타오르는 불길이 시체를 태워 버리느니라. 영혼은 날아가 버리고 곧 꿈처럼 사라지느니라. 이제 서둘러 빛을 향해 가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 훗날 당신의 아내에게 이야기하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페르세포네가 보낸 몇몇 여인들, 곧 전사들의 딸들과 아내들이 왔으며, 그들은 핏자국 주위에 몰려들었도다. 나는 그들 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계획을 세웠느니라. 나는 칼을 뽑아 그들이 한데 모여 피를 마시지 못하게 막았으며, 그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하였도다.
첫 번째는 명문가 출신의 티로였는데, 살모네우스의 딸이자 아이올로스의 아들 크레테우스의 아내였도다. 그녀는 세상에 물을 쏟아붓는 모든 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니페우스 강과 사랑에 빠졌으며, 종종 그의 아름다운 강가를 찾아갔느니라. 해신은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강어귀에서 그녀와 함께 누웠도다. 그들 주위로 산처럼 높이 솟은 짙은 푸른 파도가 굽이쳐 신과 인간 여인을 가렸느니라. 거기서 그는 그녀의 허리띠를 풀고 그녀를 잠들게 하였으며, 신은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여인이여, 이 사랑을 기뻐하라. 너는 내년에 영광스러운 자녀를 낳을 것이로다. 신과의 관계는 언제나 자손을 낳느니라. 그들을 잘 보살피고 기르도록 하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내가 누구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하리니, 나는 땅을 흔드는 해신이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도다. 그녀는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둘 다 건장한 아이들이었고 전능한 상제를 섬겼느니라. 펠리아스는 양이 풍부한 이올코스의 넓은 들판에 살았고, 그의 동생은 모래 언덕인 필성에 살았도다. 그리고 그녀는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손, 페레스, 그리고 전차를 사랑했던 아미타이온을 더 낳았느니라.
그리고 그녀 후에 나는 안티오페를 보았는데, 그녀는 상제의 품에서 잠들었다고 말하며 두 아들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도다. 그들은 일곱 개의 문이 있는 도시 테베의 최초 정착민들이었으며, 그들은 강했으나 방어 시설 없이는 드넓은 평원에서 살 수 없었느니라.
그 다음 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보았는데, 그녀는 위대한 상제에게서 용감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도다. 그리고 나는 오만한 크레온의 딸이자 불굴의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메가라를 보았느니라.
나는 무지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른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를 보았도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였으니,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와 결혼하였느니라. 신들께서 인간에게 진실을 드러내시니, 그들의 치명적인 계략을 통해 그는 고통 속에서도 테베의 카드메인들을 다스렸도다. 그러나 에피카스테는 염라국의 문을 넘어갔으며, 올가미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니라. 그녀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복수의 여신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남겼도다.
그리고 나는 오르코메노스의 미니안들을 다스리던 암피온의 막내딸 클로리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아름다웠고, 넬레우스는 그녀에게 값진 혼수를 바쳤도다. 그녀는 필성의 여왕이었고, 크로미우스, 네스토르, 페리클리메누스, 그리고 용맹한 피로를 낳았느니라. 피로는 너무나 뛰어난 용맹을 지녀 모든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였으나, 넬레우스는 필성에서 이피클레스의 고집 센 소떼를 몰아낼 수 있는 남자와만 결혼을 허락하였도다. 예언자 멜람푸스만이 유일하게 시도하였으나, 신들께서 그를 막고 저주하시니, 목동들이 그를 쇠사슬로 묶었느니라. 날과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마침내 이피클레스는 예언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풀어 주었으며, 상제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로다.
그리고 나는 틴다레우스의 아내 레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그에게 두 명의 강인한 아들, 기마병 카스토르와 권투에 능한 폴리데우케스를 낳았도다. 생명을 주는 대지는 그들을 품고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상제께서 저승에서도 그들을 존경하시니, 그들은 번갈아 살고 죽으며 신처럼 숭배받느니라.
그리고 나는 알로에오스의 아내 이피메데이아를 보았는데, 그녀는 해신과 동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도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 다 짧은 생을 마감하였으니, 오투스와 유명한 에피알테스였느니라. 비옥한 대지는 그들을 오리온 다음으로 키가 큰 영웅으로 키워 내었도다. 아홉 살 때 그들은 너비가 아홉 큐빗, 높이가 아홉 파덤에 달하였으며, 불멸의 신들에게 무시무시한 전쟁의 소음을 불러일으켰고, 오사와 펠리온 산을 나무와 잎사귀까지 모두 오림 산 높은 곳에 올려놓으려 하였느니라. 만약 그들이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나, 상제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이 그들을 죽였도다. 그들은 어린 턱에 솜털이 나기도 전에, 수염이 얼굴을 뒤덮기도 전에 죽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파이드라, 프로크리스, 그리고 위험한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를 보았도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오려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느니라. 여신 아림은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비난했을 때 디아 섬에서 그녀를 죽였도다. 그 후 마에라, 클리메네, 에리필레가 왔는데, 그녀는 황금 뇌물을 받고 남편을 죽였느니라. 제가 그곳에서 본 유명한 왕비와 딸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나이다. 거룩한 밤이 끝나기 전에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이다. 저는 선원들과 함께 배에서 자야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자야 하나이다. 저는 신들을 알고 있으니, 당신들이 제 여정을 도울 것이니이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홀에서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며 귀를 기울였도다. 흰 팔을 가진 아례희가 말하되,
“무릉도인들이여! 그를 보라! 얼마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인가! 게다가 얼마나 총명한가! 그는 나의 특별한 손님이지만, 여러분 모두 우리와 같은 영주의 지위를 공유하고 있으니 너무 빨리 그를 내쫓지 말라. 그리고 그가 떠날 때 관대하게 대해야 하느니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신들의 뜻으로 보물이 풍족하니라.”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노련한 예개우가 이르되,
“현명한 왕비께서 옳으셨나이다, 여러분. 왕비의 말씀대로 하소서. 그러나 먼저 알진오 왕께서 말씀하시고 행동하셔야 하나이다.”
왕이 이르되,
“내가 이 뱃사람들의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에는 왕비의 말씀대로 하라. 손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침까지 머물게 해 주라. 그때 모든 선물을 드리리라. 여러분 모두 그를 도우겠으나, 내가 이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으니 내가 가장 많이 도울 것이로다.”
오지수는 신중하고 재치 있게 대답하되,
“모든 백성의 왕이신 알진오 왕이시여, 만약 저에게 작별 선물을 주시고 떠나보내기 전에 이곳에 일 년 동안 머물라고 권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나이다. 보물을 가득 안고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니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존경하고 이탁도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니이다.”
알진오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세상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품고 있느니라.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기꾼과 도둑들도 많으나, 자네를 보니 그런 부류가 아니로다. 자네의 이야기에는 우아함과 지혜가 담겨 있느니라. 자네는 마치 뛰어난 시인처럼 모든 그리스인들의 고난, 그리고 자네 자신이 겪은 고통까지 이야기하였도다. 자, 이제 자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서 전쟁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겪은 친구들의 영혼을 보았는지 말해 주라. 밤은 아직 길고, 잠들 시간은 아니니라.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라! 자네가 겪었던 위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꺼이 들으리라.”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알진오 왕이시여,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이기도 하나, 잠을 잘 때이기도 하나이다.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토래성의 비명과 전투 소음을 피해 간신히 탈출하였으나, 나중에 집에서 악한 아내에게 살해당한 제 친구에 대한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성스러운 페르세포네께서 여인들의 유령을 흩어지게 하시니 그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도다. 건웅의 유령은 아이기스토스의 집에서 그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다른 이들과 함께 슬픔에 잠겨 나타났느니라. 그는 피를 마시고 나서야 저를 알아보았으며, 큰 소리로 울며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손을 뻗었도다. 필사적으로 저를 만지고 싶어 하는 듯하였으나, 그의 기력과 힘, 그리고 한때 가졌던 유연함은 모두 사라져 있었느니라. 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쌍히 여겼으며 외치되,
“인간의 왕이시여, 건웅 왕이시여! 어떻게 돌아가셨나이까? 어떤 불운이 당신을 덮쳤나이까? 해신이 그를 깨운 것이옵니까? 혹독한 바람이 불어 당신의 배를 난파시켰나이까? 아니면 육지에서 적의 양이나 소떼를 훔치거나, 그들의 도시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사백 명이 넘는 적에게 살해당하였나이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나는 생존자이니라! 아니다. 해신이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켜 내 배를 난파시킨 것이 아니며, 육지에서 적들이 정당방위로 나를 죽인 것도 아니니라. 아이기스토스가 내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를 죽이려고 계획하고 살해하였도다. 그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마치 마구간에서 소를 도살하듯이 죽였느니라. 얼마나 끔찍한 죽음이냐! 내 부하들은 마치 부유한 영주의 집에서 잔치나 결혼식, 연회를 위해 돼지를 도살하듯이 무참히 살해당하였도다. 당신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백병전에서 학살당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나, 당신이 직접 그런 일을 겪는다면 더욱 깊은 슬픔을 느낄 것이로다. 음식과 포도주가 쌓인 탁자 아래 우리가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바닥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느니라. 간교한 클리템네스트라가 내 옆에서 죽인 프리아모스의 딸, 불쌍한 카산드라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렸도다.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순간, 나는 땅에서 팔을 들어 올리려 애썼으나, 그 암캐 같은 여자는 등을 돌렸느니라. 나는 지옥으로 갔으며, 그녀는 내 눈도 감겨 주지 않았고 입도 다물게 해 주지 아니하였도다. 아내가 남편을 그렇게 배신하는 것보다 더 역겨운 짓은 없느니라. 그 여자는 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도다! 그녀의 남편을!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노비들과 자식들은 나를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녀는 너무나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여자들, 심지어 착한 여자들까지도 수치에 빠뜨렸느니라.”
내가 소리치되,
“저주받아라! 상제께서는 항상 여자들을 통해 아트레우스 가문에 재앙을 가져오셨도다. 많은 남자들이 헬렌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클리템네스트라는 당신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당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느니라.”
그러자 그가 즉시 대답하되,
“그러니 아내를 너무 잘 대해 주지 말라. 아는 것을 다 알려 주지 말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숨기라. 그러나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로다, 오지수여. 현명한 연로비는 그런 짓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아니하니라. 우리가 전쟁터로 떠날 때 당신의 아내는 아주 어렸으며,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이제 다 큰 아이가 되었으리라. 당신이 집에 돌아와 아들을 보면 무척 기뻐하며 아버지를 껴안을 것이니,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니라. 제 아내는 제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억눌렀으며, 아내가 먼저 저를 죽인 셈이니라.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충고 하나 하겠노라. 명심하라. 고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 배를 정박하지 말라. 조용히 움직이라. 요즘 세상에 여자를 믿는 사람은 없느니라. 그런데 제 아들 소식은 없느냐? 살아 있느냐? 오르코메노스에 있느냐, 아니면 모래 언덕의 필성에 있느냐, 아니면 사필성의 면나수와 함께 있느냐? 내 훌륭한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로다.”
건웅이 대답하되,
“건웅이여, 왜 그런 것을 묻느냐? 나는 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느니라. 가설을 세워 봤자 소용없느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쏟아낸 쓰라린 말 때문에 깊이 슬퍼하며 펑펑 울었도다. 그때 아길수와 파트로클로스, 안틸로코스, 그리고 그리스인 중 아길수 다음으로 가장 잘생기고 체격이 좋았던 아이아스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아길수는 나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되,
“오지수여, 이 여우 같은 놈아!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 것이냐? 어떻게 감히 염라국까지 내려올 수 있었느냐? 여기에는 감각이 마비된 죽은 자들, 지쳐 쓰러진 불쌍한 인간들의 영혼이 살고 있느니라.”
내가 이르되,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 아길수여, 나는 이 바위투성이 이탁도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티레시아스를 만나러 왔나이다. 나는 그리스에도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고, 고향은 말할 것도 없나이다. 운이 정말 나빴나이다. 그러나 누구의 운도 자네만큼 좋았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살아있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자네를 신처럼 존경하였도다. 이제 자네가 이 세상에 왔으니 죽은 자들 사이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느니라. 아길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마소서.”
그러나 그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 죽은 자들의 왕으로 군림하느니 차라리 가난한 농부에게 고용된 일꾼이 되는 게 낫겠느니라. 그러나 어서 와서 내 아들에 대해 말해 주라. 소식이 있느냐? 전쟁터로 나가 지도자가 되었느냐? 그리고 내 아버지 필우는 어떠냐? 아직도 미르미돈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있느냐? 아니면 늙고 허약해져서 프티아와 그리스에서 학대받고 있느냐? 이제 나는 햇빛을 등지고 떠났기에, 토래성 평원에서 최고의 토래성인들을 죽이던 때처럼 그리스인들을 도울 수 없느니라. 만약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아버지 댁으로 잠시라도 갈 수 있다면, 아버지를 해치고 모욕하는 자들이 내 손이 무적이지 않기를 바라게 만들겠느니라.”
내가 그에게 대답하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없으나, 당신의 아들, 사랑하는 네오프톨레무스에 대해서는 모두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나는 다른 잘 무장한 그리스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스키로스에서 그를 데려왔나이다. 우리가 토래성에 대한 전략을 세울 때, 그는 항상 네스토르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요점을 정확히 짚어 말하였나이다. 그리고 우리가 토래성에서 싸울 때, 그는 거대한 전투의 인파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항상 두려움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전쟁터에서 엄청난 수의 적을 죽였나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죽인 자들의 이름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나이다. 그러나 그는 청동 창으로 텔레포스의 아들 에우리필루스를 베어 죽였나이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데, 위대한 멤논 다음으로 잘생긴 사람이었나이다. 프리아모스가 그의 어머니에게 뇌물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데려온 수많은 케티아인들도 모두 죽임을 당하였나이다. 우리 아르고스 지도자들이 목마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 임무였나이다. 다른 그리스 지휘관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잘생긴 내 아들은 안 되었나이다! 나는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며, 그는 눈물을 닦을 필요도 없었나이다. 목마 안에서 그는 내게 뛰어내리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으며, 칼자루와 무거운 창을 꽉 쥐고 토래성인들을 해치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마침내 우리가 프리아모스의 높은 도시를 함락시켰을 때, 그는 전리품으로 가득 찬 채 목마에 올라탔나이다. 날카로운 청동 창에 상처 하나 나지 아니하였으며, 아레스가 맹렬하게 날뛰는 전쟁에서 그가 겪은 모든 소규모 전투에서 그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아길수의 유령은 아들의 영광스러운 용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도다. 다른 죽은 영혼들도 슬픔에 잠겨 모여들었고, 각자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직 아이아스만이 배 옆에서 재판이 열렸을 때 내가 아길수의 갑옷을 차지한 것에 분노하여 뒤에 남았도다. 영웅의 어머니 테티스와 토래성의 아들들, 그리고 팔라스가 내게 그 무기를 주었느니라. 차라리 이 시합에서 이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무기는 아길수, 필우의 아들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외모와 위업을 지녔던 아이아스가 땅속에 묻힌 것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그에게 화해를 청하며 이르되,
“제발, 위대한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여, 그 저주받은 무기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내려놓을 수 없겠나이까? 죽어서라도 말이니이다. 신들께서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탑이었는데, 얼마나 큰 손실이었나이까! 당신이 떠났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슬픔에 잠겼고, 아길수만큼이나 오랫동안 당신을 애도하였나이다. 상제 외에는 누구도 탓하지 마소서. 그는 그리스 군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우리를 파멸시켰고,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에게 이런 운명을 내린 이유이니이다. 그러나 이제 들어주소서, 폐하. 분노를 가라앉히소서.”
그는 대답하지 않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따라 에레보스로 향하였도다. 그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더 많은 영혼들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르나이다.
저는 그곳에서 황금 홀을 들고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상제의 아들 미노스를 보았느니라. 그들은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는 염라국의 집 안에서 왕에게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하느니라. 저는 또한 외로운 산꼭대기에 살면서 죽였던 짐승들을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쫓는 위대한 오리온을 보았도다. 그는 파괴할 수 없는 청동 곤봉을 들고 있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가야의 아들 티우가 아홉 마일이나 뻗어 있는 것을 보았도다. 상제의 연인 레토가 아름다운 파노페우스의 들판을 지나 피토로 가는 길에 상제께서 그녀를 강간하셨느니라. 두 마리의 독수리가 그의 양옆에 앉아 그의 간을 찢고 내장을 파고들었으나, 그는 독수리들을 밀쳐낼 수 없었도다.
나는 턱까지 물에 잠긴 탄탈루스의 고통을 보았느니라. 그는 너무나 목이 말라 마실 물조차 없었도다. 그 노인이 물을 향해 몸을 굽히자 물은 사라져 버렸으며, 어떤 신께서 물을 말려 버리셨느니라. 그의 발치에는 검은 흙이 나타났도다. 키 큰 잎이 무성한 나무에는 달콤한 무화과와 석류, 눈부시게 빛나는 사과와 잘 익은 감람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으나, 그가 손으로 그것들을 잡으려 하자 바람이 그것들을 어두운 구름 속으로 날려 버렸느니라.
그리고 나는 시시포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도다.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밀어 언덕 꼭대기로 올리려 온 힘을 다해 애썼느니라. 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다시 무심하게 굴러떨어졌으며, 그러나 그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먼지로 뒤덮인 머리를 한 채 계속해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도다.
나는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환영을 보았느니라. 그는 불멸의 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위대한 상제와 황금빛 헤라의 딸인 아름다운 발목의 헤베와 함께 있었도다. 그의 유령 주위에서 죽은 영혼들은 공포에 질려 새처럼 비명을 질렀느니라. 그는 마치 음산한 밤처럼 걸어 다니며 활집에서 꺼낸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꽂아 넣었으며, 쏘기 직전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도다. 그의 가슴에는 곰, 멧돼지, 사납게 노려보는 눈을 가진 사자, 전투와 사람들의 학살을 묘사한 놀라운 금빛 띠가 둘러져 있었느니라. 나는 이 장면을 디자인한 장인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이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슬픔에 잠겨 외치되,
“오지수여!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자여, 당신도 내가 지상에 살았을 때처럼 운명의 무게에 시달리는가? 나는 상제의 아들이었으나, 고통은 끝이 없었느니라. 나보다 훨씬 영웅적이지 못한 자의 노비가 되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도다. 그는 한때 나에게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라고 보냈는데,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니라. 나는 허명과 번뜩이는 눈빛의 지혜낭자의 도움을 받아 염라국에서 그 개를 데려왔느니라.”
그는 염라국의 집으로 돌아갔도다. 나는 고대에 죽은 다른 영웅들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았으며, 내가 바라던 대로 신의 아들 피리토스와 테세우스 같은 고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섬뜩한 울부짖음과 함께 몰려들었고,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 여왕이 고르곤의 머리를 염라국에서 내보낼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그래서 나는 서둘러 돌아가 부하들에게 배에 올라타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 벤치에 앉았으며, 강물은 배를 바다 강 아래로 밀어내었느니라. 처음에는 노를 저어 나아갔고, 나중에는 순풍을 받았도다.
==제12권 어려운 선택들==
「우리 배는 대양의 흐름을 넘어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갓 태어난 새벽이 있는 아이아이아에 이르렀나이다. 새벽은 태양신 헬리우스의 빛과 함께 초원에서 춤을 추는 곳이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배를 대고 하선하여 밝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나이다.
새벽이 일찍, 꽃잎 같은 손가락을 가진 채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키르케의 집으로 보내 죽은 엘페노르의 시신을 가져오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서둘러 나무를 베고 가장 먼 곶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였나이다. 우리는 그의 시신과 장비를 태우고 흙무덤을 쌓은 다음, 그 위에 기둥을 끌어다 놓고 그의 노를 꽂았나이다. 이 모든 의식을 차례로 행하였나이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신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노비들을 데리고 서둘러 우리를 맞으러 왔나이다. 노비들은 빵과 고기, 그리고 선명한 붉은 포도주를 가지고 왔나이다. 그녀는 우리 가운데 서서 이르되,
『참으로 놀랍구나. 너희 모두 산 채로 염라국에 갔다니.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죽는데 너희는 두 번 죽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먹고 여기서 하루 종일 포도주를 마시며 지내렴.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떠나라. 내가 너희의 항로를 자세히 설명해 줄 터이니,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어떤 악한 것도 너희를 해칠 틈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집 센 사람이었으나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실컷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남자들은 배 옆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내 손을 잡고 그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물었나이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키르케가 대답하되,
『이제 그 여정은 끝났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내가 좋은 지시를 내릴 터이니, 다른 신이 네가 기억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먼저 너희는 모든 행인을 홀리는 사이렌들에게 가야 한다. 만일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사람은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곳 초원에 앉아 있는 사이렌들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래로 그를 유혹할 것이다. 그들 주위에는 살점이 뼈에서 썩어 나가고 피부가 오그라든 채 죽어 있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널려 있다. 노를 저어 지나갈 때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넣어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라. 그러나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선원들은 당신을 손과 발로 밧줄을 단단히 묶어 배의 돛대에 똑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묶이면 사이렌의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들에게 풀어 달라 애원하면, 그들은 더 단단한 매듭으로 당신을 묶어야 할 것이다.
사이렌을 지나 항해한 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겠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첫 번째 길은 암피트리테 여신이 거대한 파도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거대한 바위들을 통과하는 길이다. 축복받은 신들은 이곳을 방랑하는 바위라 부른다. 상제에게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는 비둘기조차도 이곳을 안전하게 날아갈 수 없다. 비둘기 한 마리는 항상 길을 잃는다. 그 깎아지른 절벽 속 깊은 곳에 상제가 또 다른 신을 보내 무리의 수를 회복시켜야 하였느니라. 인간의 배는 그곳을 지나간 적이 없다. 들어가려 하면 파도와 거센 불길이 배의 목재와 사람들의 몸을 집어삼켰느니라. 오직 유명한 아르고호만이 아이에테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항해하였느니라. 강한 해류가 배를 바위 쪽으로 내던졌으나, 이아손을 사랑한 헤라가 그들을 안전하게 인도하였느니라.
두 번째 길로 가면 두 개의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뾰족한 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걷히지 않는 푸른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도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아니한다. 스무 개의 손과 스무 개의 발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바위를 오르거나 발을 디딜 수 없다. 바위는 마치 매끄럽게 연마된 듯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서쪽, 어두운 에레보스 산을 향해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있다. 위대한 오지수여, 배를 그 동굴 옆으로 몰고 가라. 그 동굴은 너무 높아서 화살로 쏠 수조차 없다. 그곳에는 울부짖고 짖어대는 스킬라가 살고 있다. 끔찍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강아지 같으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신조차도 그녀를 두려워할 정도이다. 그녀는 축 늘어진 다리가 열두 개이고, 목은 여섯 개이며, 각 목에는 끔찍한 머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각 얼굴에는 죽음을 품은 듯한 빽빽한 이빨이 세 줄로 나 있다. 그녀의 배는 텅 빈 동굴 안으로 축 늘어져 있고, 머리는 아득한 협곡 위로 내밀고 바위 주변을 살피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돌고래, 물개, 때로는 거대한 고래까지 잡아먹기도 한다. 포효하는 바다의 여왕 암피트리테는 수많은 생물을 보살핀다. 그곳을 지나가는 뱃사람은 결코 무사하지 못하다. 그녀는 검은 뱃머리를 가진 배에서 입으로 사람을 한 명씩 낚아챈다.
다른 바위는 화살을 쏘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이 두 번째 바위는 더 아래쪽에 있고, 그 위에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아래에서 신성한 카리브디스는 검은 물을 빨아들인다. 하루에 세 번 물을 뿜어내고, 세 번 꿀꺽꿀꺽 마신다. 그녀가 물을 삼킬 때는 그곳을 피해야 한다. 물속으로. 그때는 위대한 해신조차도 너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빨리 노를 저어 스킬라 옆으로 배를 몰고 가라. 여섯 명이라도 잃는 것이 모두 죽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여신이시여, 제발 진실을 말씀해 주소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카리브디스를 피해 스킬라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이까.』
여신이 대답하되,
『아니, 어리석은 자여. 네 마음은 아직도 전쟁에 사로잡혀 있구나. 그러나 이제 신들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녀는 필멸자가 아니다. 불멸의 악, 무시무시하고 사납고 잔인한 존재이다. 너는 그녀와 싸울 수 없다. 최선의 해결책이자 유일한 길은 도망치는 것이다. 바위 옆에서 무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녀는 여섯 개의 머리로 다시 공격해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스킬라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힘인 크라타이스에게 도움을 청하라. 그녀는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 준 존재이다. 여신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가라. 그러면 너는 헬리우스가 양과 소를 기르는 트리나키아라는 섬에 도착할 것이다. 한 무리에 쉰 마리씩, 총 일곱 무리가 있다. 그들은 번식도 하지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하며, 그들을 돌보는 자들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신 파에투사와 람페티아, 빛나는 네이라와 헬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빛나는 딸들이다. 그녀는 그들을 키운 후, 아버지의 양과 소를 지키도록 외딴 트리나키아로 보냈느니라. 만일 고향을 기억하고 소들을 해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선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을 예언한다.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늦게, 그리고 수치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키르케가 말을 마치자 새벽의 황금 옥좌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녀는 섬을 가로질러 걸어갔나이다. 나는 배로 돌아가 선원들을 깨워 배에 오르게 하고 뱃머리 밧줄을 풀도록 하였나이다. 그들은 배에 올라타 각자 자리에 앉아 노로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나이다. 검은 뱃머리를 가진 우리 배 뒤에서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는 돛을 채우는 친절한 바람을 보내 주었나이다. 우리는 재빨리 돛대를 정리하였고, 바람과 조타수가 배를 조종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선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키르케가 내게 알려 준 계시는 나 혼자만 아는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러분과도 나누겠나이다. 진실을 알고 죽거나, 아니면 탈출할 수 있나이다. 키르케는 우리가 저승의 세이렌들의 목소리를 피해야 하고, 그들의 꽃밭을 지나쳐야 한다 하였나이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나를 밧줄로 묶어 돛대에 똑바로 세워 두시오. 내가 간청하고 명령하면, 내 밧줄을 더 세게 묶어 더욱 꽉 묶어 주시오.』
이렇게 나는 그들에게 모든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곧 잘 만들어진 우리 배는 순풍을 타고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졌고,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었나이다. 고요함이 찾아왔나이다. 어떤 정령이 파도를 잠재운 듯하였나이다. 선원들은 일어나 돛을 내리고 선창에 넣었나이다. 그들은 노를 저어 매끄러운 나무 노가 물을 하얗게 물들였나이다. 나는 양손으로 밀랍 덩어리를 쥐고 잘게 잘랐나이다. 단단하게 반죽하고 햇볕에 데운 반죽을 차례로 각자의 귀에 발라 주었나이다. 그들은 내 손발을 돛대에 꼿꼿이 세운 채 묶었나이다. 그들은 앉아서 노를 저었나이다. 우리는 빠르게 나아갔고,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우리 배가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나이다.
『오지수여. 이리 오시오. 당신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잘 알려져 있소. 그리스의 영광이시여. 이제 배를 멈추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듣소. 이 음악은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은 더 큰 지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오소.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토래성에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겪은 모든 고통을 알고 있고, 세상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다 알고 있기 때문이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듣고 싶었나이다. 나는 부하들에게 나를 풀어 주라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찡그렸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노를 저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일어서서 나를 더욱 단단히, 더 많은 매듭으로 묶었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훨씬 지나쳐 더 이상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나이다. 그들은 내가 귀를 막았던 밀랍을 제거하고 나를 풀어 주었나이다.
그 섬을 떠나자, 나는 거대한 파도와 연기를 보았고, 굉음을 들었나이다. 부하들은 겁에 질려 노를 놓았고, 노는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나이다. 아무도 가느다란 노를 젓지 않자 배는 멈춰 섰나이다. 나는 갑판을 따라 걸으며 한 명 한 명 격려한 다음, 모두를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나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우리는 위험에 익숙하다. 이번 일은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동굴에 갇혔을 때보다 더 나쁘지 아니하다. 그때 우리는 나의 기술과 지혜, 그리고 전략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느니라. 그것을 기억하라. 자, 모두 내 말을 믿으라. 자리에 앉아 노를 저어 파도를 깊이 저어라. 상제께서 이 재앙에서도 우리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실지도 모른다. 선장이여, 잘 들어라. 이것이 네 명령이다. 키를 잡고 저 검은 연기와 솟아오르는 파도를 피해 바위 쪽으로 배를 몰아라. 배가 반대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들은 즉시 명령을 따랐나이다. 나는 스킬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스킬라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하였고,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남자들은 노를 놓고 두려움에 떨며 선창으로 도망쳐 숨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가 무기를 들지 말라 한 조언을 무시하였나이다.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나이다. 나는 찬란한 갑옷을 입고 긴 창 두 자루를 손에 든 채 뱃머리 갑판으로 올라갔나이다. 바위투성이의 스킬라가 그쪽에서 나타나 내 부하들을 해칠 것 같았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좁은 해협을 노를 저어 나아갔나이다. 한쪽에는 스킬라가, 다른 한쪽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이는 빛나는 카리브디스가 있었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물을 뿜어낼 때는 마치 거대한 불 위의 끓는 가마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나이다. 거품이 높이 솟아올라 양쪽 바위 꼭대기에 튀었나이다. 그러나 카리브디스가 바닷물을 다시 삼키자,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듯하였고, 주변의 바위들은 무시무시하게 포효하였으며, 아래쪽의 짙은 푸른 모래사장이 드러났나이다. 병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나이다.
우리가 두려움에 떨며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는 동안, 스킬라가 배에서 여섯 명의 병사를 낚아챘나이다. 그들은 내 배에서 가장 강하고 용맹한 전사들이었나이다. 아래에서 뒤돌아보니 그들의 발과 손이 하늘 높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나이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게 울부짖고 내 이름을 불렀나이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나이다. 마치 어부가 절벽 위에서 소뿔로 만든 낚싯줄을 길게 늘어뜨려 작은 물고기들을 낚으려 할 때, 물고기가 잡히면 숨을 헐떡이며 해안으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스킬라가 그들을 바위 동굴로 들어 올려 입구에서 잡아먹을 때, 그들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몸부림 속에서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나이다. 그것은 내가 바다에서 고통받는 동안 본 가장 가슴 아픈 광경이었나이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바위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곧 태양신 히페리온의 아들 헬리우스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멋진 얼굴을 한 그의 소들과 잘 먹은 양 떼들이 있었나이다. 검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 나는 우리 안의 소들의 울음소리와 양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나이다. 나는 눈먼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키르케의 말을 떠올렸나이다. 두 신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하라 엄격히 지시하였나이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잘 아나이다. 그러나 제 말을 잘 들어 주소서. 티레시아스와 키르케는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해야 한다 강조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끔찍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였나이다. 우리는 배를 돌려 섬을 지나가야 하나이다.』
그들은 이 말에 몹시 낙담하였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저에게 화를 내며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불공평하나이다. 당신은 강하고 지치는 기색이 없으니 분명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쉴 시간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완전히 지쳐 버렸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가 섬에 내려 맛있는 저녁을 해 먹는 것도 허락하지 아니하고, 안개 낀 바다를 밤새도록 표류하라 명령하는구나. 밤이 되면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 배를 난파시키는데, 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북쪽이나 서쪽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이 배를 부숴 버린다면 누가 재앙을 피할 수 있겠나이까.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자. 여기 머물면서 배 옆에서 음식을 해 먹자.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자.』
이것이 그의 말이었나이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였고, 그때 나는 어떤 악령이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직감하였나이다.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에우리로코스여. 나는 한 명이고 너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하는군. 그러나 모두 내게 굳게 맹세하노라. 소떼나 양떼를 발견하더라도 한 마리도 죽이지 마라. 가까이 가지 말고 불멸의 여신 키르케가 마련해 준 음식을 먹어라.』
그들은 내 말대로 맹세하였나이다. 맹세가 끝나자 우리는 잘 만들어진 배를 민물 근처의 굽은 항구 안쪽에 정박시켰나이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능숙하게 저녁을 요리하였나이다. 음식과 술로 배가 부르자 그들은 스킬라가 배에서 잡아먹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나이다. 그들이 울부짖는 동안 달콤한 잠이 그들을 감쌌나이다.
밤이 지나고 별들이 사라지자 상제는 기이한 폭풍우를 일으켰나이다. 그는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고,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나이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우리는 배를 산령녀들이 춤을 추는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모인 부하들에게 연설하였나이다.
『친구들이여, 배에는 식량이 있다. 가축은 건드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저 소들과 살찐 양들은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는 위대한 태양신 헬리우스의 소유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그들은 마지못해 따랐나이다. 그러나 그 달 내내 남풍이 불고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다른 바람은 전혀 불지 아니하였고, 오직 남풍과 동풍만이 불었나이다. 부하들은 아직 음식과 술이 있는 동안에는 소들을 건드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은 목숨을 건지기를 바랐나이다. 그러나 배의 물자가 바닥나자, 선원들은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나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은 낚싯바늘로 물고기와 새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잡았나이다.
저는 혹시라도 신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실까 하는 생각에 기도하러 나섰나이다. 부하들을 남겨 두고 섬을 가로질러 바람을 피해 그늘에서 손을 씻고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러자 신들이 제 눈에 달콤한 잠을 내려 주셨나이다. 그 사이에 에우리로코스는 어리석은 제안을 하였나이다.
『잘 들어 보시오, 친구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굶주림이 가장 비참한 일이다. 그러니 이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아 불멸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자. 이탁도로 돌아가면 곧바로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짓고 그 안에 보물을 모을 것이다. 만일 태양신이 이 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우리 배를 난파시키고 다른 신들도 동의한다면, 나는 이 사막 섬에서 천천히 시들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바닷물을 마시고 죽는 편이 낫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나이다. 그들은 배 옆에서 풀을 뜯고 있던 헬리우스의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으러 갔나이다. 사람들은 소들을 에워싸고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나이다. 배에는 보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참나무 잎을 뜯어 먹었나이다. 기도를 드린 후 소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허벅지를 잘라 낸 다음 뼈 위에 지방을 두 겹으로 덮고 그 위에 날고기를 올렸나이다. 불타는 제물에 부을 포도주가 없었기에 물을 사용하였고, 내장을 모두 구웠나이다. 허벅지살이 불에 타오르고 내장이 뿌려지자, 그들은 나머지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았나이다.
달콤한 잠이 눈에서 녹아내렸나이다. 나는 해안가에 정박한 배로 급히 돌아갔나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감쌌나이다. 나는 신음하며 신들에게 이르되,
『오,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당신들은 그 지독한 잠으로 내 정신을 멀게 하였나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내 부하들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나이다.』
그 사이에 긴 치마를 입은 람페티아는 태양신에게 우리가 그의 소들을 죽였다고 알리러 달려갔나이다. 격분한 태양신은 다른 신들을 불렀나이다.
『위대한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오지수의 부하들을 벌하소서. 그들이 내 소들을 죽였나이다. 나는 하늘에 오를 때나 땅에 내려올 때나 매일 그 소들을 보며 기뻐하였나이다. 그들이 내게 보답하지 아니하면 나는 염라국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만 나의 밝은 빛을 비출 것이다.』
상제가 대답하되,
『헬리우스여. 우리와 함께 빛을 비추어 생명을 주는 땅 위의 필멸자들을 위해 빛을 비춰 주소서. 나는 즉시 나의 밝은 번개로 그들의 배를 쳐서 포도주빛 바다 전체에 산산조각 내 버릴 것이옵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아름다운 칼리프소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배 옆 해안으로 돌아와 나는 그들 각자를 꾸짖었나이다. 그러나 소용없었나이다. 소들은 이미 죽어 있었나이다. 신들이 징조를 보냈나이다. 가죽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고, 꼬챙이에 꽂힌 고기는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음메 소리를 냈나이다. 소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나이다.
엿새 동안 내 부하들은 헬리우스가 준 소고기로 잔치를 벌였나이다. 이레째 날,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가 앞장서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우리는 재빨리 배에 올랐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돛을 펼쳐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우리가 그 섬을 떠났을 때, 우리는 하늘과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에 짙은 푸른색 폭풍 구름을 드리웠나이다. 그 아래 바다는 어두워졌나이다. 잠시 배가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때 제피로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맹렬한 폭풍을 몰고 왔나이다. 강한 돌풍이 앞쪽 돛줄 두 개를 모두 부러뜨렸고, 돛줄은 선창 안에 흩어졌나이다. 돛대는 뒤로 부러져 선장의 배 뒷부분을 강타하였고,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나이다. 그의 뼈는 으스러지고, 골격은 부서졌나이다. 그는 잠수부처럼 갑판에서 떨어졌고,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났나이다.
바로 그 순간, 상제가 천둥을 치며 배에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흔들리는 배는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모든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배 옆 파도 위의 갈매기처럼 휩쓸려 갔나이다. 신들은 그들이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았나이다. 나는 배 위에서 서성거렸고, 마침내 조류가 배의 옆면을 용골에서 뜯어냈나이다. 파도가 배의 뼈대를 휩쓸어 가고 돛대를 부러뜨렸나이다. 그러나 그 위에 소가죽으로 만든 돛대 고정줄이 걸려 있었나이다.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묶고 무시무시한 바람에 실려 나아갔나이다.
마침내 폭풍이 멈추고 서풍이 잦아들었나이다. 남풍이 나를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로 되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되었나이다. 밤새도록 뒤로 휩쓸려 갔고, 해가 뜰 무렵 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무시무시한 바위산으로 돌아왔나이다. 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무화과나무 가지에 가려진 채. 나는 박쥐처럼 나무줄기를 붙잡았나이다. 발을 디딜 수도, 기어오를 수도 없었나이다. 뿌리는 너무 낮았고, 길고 높은 가지는 너무 높았나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매달렸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내 돛대와 용골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기를 바랐나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리브디스가 그렇게 해 주었나이다. 젊은이들의 다툼을 하루 종일 심판하다가 마침내 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던 바로 그 순간, 카리브디스에서 널빤지들이 둥둥 떠올랐나이다. 저는 손과 발을 놓아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떠다니는 나무토막들 옆으로 떨어졌나이다. 저는 그 나무토막 위로 기어올라 손으로 노를 저어 떠났나이다. 상제께서 스킬라가 저를 보지 못하게 해 주셨기에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나이다.
저는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열흘째 저녁, 신들의 도움으로 저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답고 신성한 칼리프소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녀는 저를 사랑하고 보살펴 주었나이다. 제가 어제 당신과 당신의 아내에게 들려드린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리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옵니다.」
==제13권 두 명의 사기꾼==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는 어둑한 홀 안에 앉아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였다. 마침내 알진오가 이르되,
「오지수여, 자네가 내 집에 머물며 손님으로 지냈으니 이제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네. 충분히 고생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언제나 내 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는 내 노래를 들어 주는 존경하는 손님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시오. 손님은 궤짝에 옷을 싸 놓았고, 우리가 준 선물들도 있네. 이제 우리 각자는 튼튼한 삼각대와 가마솥을 하나씩 더해야겠네.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여 누구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네.」
왕의 말에 모두는 기뻐하였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쉬었다. 그때 새벽이 다시 밝아왔다. 새벽의 손가락에서 꽃이 피어나자 그들은 서둘러 배로 돌아가 영웅적인 청동 선물을 가져왔다. 왕은 배에 올라 그것들을 들보 아래에 놓아 선원들이 노를 저을 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왕과 함께 식사를 하러 돌아갔다.
거룩한 왕은 세상을 다스리는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어두운 구름의 신인 상제에게 바칠 제물을 잡았다. 그들은 소의 허벅지를 불태우고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존경받는 가수 데모도쿠스는 그들 가운데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내내 눈부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해가 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치 온종일 소를 끌고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난 사람이 저녁 식사를 간절히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을 수 있는 해 질 무렵을 반기는 것과 같았다. 가는 길에 다리가 쑤셨는데도 말이다. 오지수가 해 지는 것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었느니라.
그는 곧바로 항해를 나온 무릉도인들, 특히 알진오에게 이렇게 말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저를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 주시고 예물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제 소원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나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배편과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신들이 저의 행운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여전히 흠 없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리고 무릉도인 여러분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쁨과 모든 축복을 안겨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여러분의 백성들에게 아무런 고난도 없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들은 그의 말에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좋은 말을 하였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말하였다. 알진오는 오른팔인 본도수에게 이르되,
「본도수여, 이제 포도주 한 잔을 타서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따라 주어라. 상제 신께 기도를 드리고 손님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간구하자.」
그러자 집사는 잔에 포도주를 가득 타서 모두에게 차례로 따라 주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신과 같은 오지수는 일어서서 아례희의 손에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쥐여 주었다. 그의 말이 그녀에게 울려 퍼지되,
「여왕이시여, 우리 모두에게 그러하듯 당신도 늙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이제 떠나겠나이다. 당신의 집과 자녀들, 백성, 그리고 왕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소서.」
그렇게 말하고 고귀한 영웅은 문턱을 넘었다. 알진오는 그의 집사를 보내 해안에 정박한 빠른 배로 그를 안내하게 하였다. 아례희도 여종들을 보냈다. 한 명은 갓 세탁한 장포와 튜닉을 가져왔고, 한 명은 정교하게 조각된 궤짝을, 다른 한 명은 빵과 적포도주를 가져왔다.
배에 도착하자 안내자들은 모든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가 선창 안에 가지런히 실었다. 그들은 오지수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배의 선미 갑판에 시트와 담요를 깔았다. 오지수는 그곳에 올라가 조용히 누웠다. 노 젓는 사람들은 벤치에 차분히 앉아 닻줄을 풀었다. 그들은 몸을 뒤로 젖히고 힘껏 당겼다. 노가 물을 튀겼다. 그의 눈에는 죽음처럼 깊고 달콤한 잠이 내려앉았고, 그는 미동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치 네 마리의 멋진 말이 채찍을 향해 달려들어 마차를 몰고 트랙을 질주하듯, 머리를 높이 들고 유유자적 질주하는 배처럼, 배의 뱃머리도 높이 들려 있었다. 보랏빛 바다의 거친 파도가 배의 선미를 에워쌌고, 배는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가장 빠른 새인 매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배는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항해하였다. 배에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닌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가슴 아픈 상실과 전쟁, 난파의 고통을 견뎌 냈다. 이제 그는 평화롭게 잠들었고, 고통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느니라.
그러나 새벽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밝은 별이 하늘에 떠오르자, 바다를 항해하던 배는 육지에 가까워졌다. 이탁도 지역에는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항구가 있다. 항구 양쪽에는 만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절벽이 솟아 있어 폭풍우가 칠 때 큰 파도를 막아 준다. 배들은 일단 만의 경계를 넘어서면 밧줄 없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만의 어귀에는 잎이 긴 감람 나무가 자라고, 그 근처에는 바다 요정 네레이드들의 성지인 아름답고 어두운 동굴이 있다. 동굴 안에는 돌로 만든 그릇과 암포라가 있고,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가져온다. 돌로 만든 베틀도 있는데, 요정들이 바다처럼 보라색 천을 짜는 모습은 경이롭다. 동굴 안에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 입구는 두 개인데, 북쪽 입구는 인간의 것이고 남쪽 입구는 신성한 길이다. 사람들은 그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곳은 불멸의 존재들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니라.
그들은 노를 저어 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예로부터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팔은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고, 배는 너무 빠르게 나아가 육지에 다다르자 절반이 모래톱에 좌초되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시트와 담요로 싸인 오지수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여전히 깊이 잠든 오지수를 모래 위에 눕혔다.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무릉도 영주들이 고향으로 가져가라 준 선물들을 모두 꺼냈다. 그들은 오지수가 자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감람 나무 옆에 선물들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는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진의 신 해신은 여전히 오지수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상제에게 오지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물었나이다.
「오, 아버지 상제시여. 필멸자들이 저를 존경하지 아니하니 저는 신들 앞에서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이옵니다. 이 무릉도인들은 모두 제 후손인데 말입니다. 저는 항상 오지수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해 왔나이다. 당신께서 직접 고개를 끄덕여 약속하셨기에 저는 그에게서 그 특권을 빼앗지 아니하였나이다. 결코 그렇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의 빠른 배는 그를 바다 건너 이탁도에 데려다 주었고, 그들은 그에게 훌륭한 선물들을 안겨 주었나이다. 청동, 금, 그리고 고운 옷감까지, 그가 토래성에서 무사히 탈출하였더라도 얻었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리품이옵니다.」
폭풍의 신 상제가 외치되,
「땅을 흔드는 자여. 어처구니없구나. 신들은 너를 모욕하지 아니한다. 그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연장자를 모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일 고의적인 인간들이 존경심을 보이지 아니한다면 그들을 벌하라. 너에게는 언제나 그런 힘이 있다. 네 뜻대로 하라.」
해신이 대답하되,
「어두운 구름의 신이시여,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싶었나이다.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참아 왔으나, 이제 그 무릉도인들의 훌륭한 배가 그를 건너게 도와주고 돌아오면, 저는 그 배를 바다에 처박아 버리고 그들의 도시를 산으로 뒤덮어 다시는 여행자들을 안내하지 못하게 하고 싶나이다.」
구름의 신 상제가 이르되,
「형제여, 도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착하는 배를 돌로 변하게 하되, 여전히 배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나이다. 그들은 모두 충격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라.」
이 말을 듣고 해신은 무릉도의 도화원으로 가서 기다렸다. 배가 해안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신은 배 가까이 다가가 배 전체를 돌로 변하게 한 다음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다 밑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사라지자, 노와 훌륭한 배로 유명한 무릉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었나이다.
「무엇이라. 누가 그 배가 바다로 빠르게 돌아오는 동안 단단히 고정시켰는가. 우리가 다 보았는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알진오가 군중에게 이르되,
「정말이로구나. 제 아버지는 오래전에 해신 신께서 우리가 여행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미워하신다 말씀하셨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그 일을 모면하였으나, 언젠가 위대한 해신 신께서 그런 여정에서 돌아오는 배를 파괴하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어버리실 것이라 예언하셨나이다. 이제 그 노인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나이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하나이다. 더 이상 방문객들이 길을 떠나는 것을 도와주지 마시오. 우리는 해신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지 않으시도록 우리가 직접 고른 황소 열두 마리를 제물로 바쳐야 하나이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두려워하며 황소를 준비하였고, 무릉도의 모든 지도자들은 제단 주위에 서서 해신 신께 기도하였다.
한편, 고향 이탁도에서 잠들어 있던 오지수는 깨어났으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그곳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팔라스 지혜의 여신은 안개를 드리워 그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 주고, 그가 구혼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갚을 때까지 그의 아내와 가족, 이웃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 정겨운 항구와 구불구불한 길, 잎이 무성한 나무들은 모두 그의 왕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느니라.
그는 벌떡 일어서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허벅지를 치며 흐느꼈나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잔인한가. 아니면 신을 경외하는 친절한 사람들인가. 내 보물을 다 어디에 두고 가야 하는가. 어디로 떠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페아키아에 남아 다른 강력한 왕을 만났더라면, 내 친구가 되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었을 터인데. 내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가야 할까. 여기는 안 된다. 분명 도둑맞을 것이다. 페아키아 영주들은 믿을 만한 자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나를 이탁도로 데려다 주겠다 약속하였으나, 약속을 어기고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느니라. 가난한 자를 도우시는 상제께서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상제께서는 모든 사람을 지켜보시고 죄인을 벌하시느니라. 이제 내 보물을 세어 봐야겠구나.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날 때 몇 개 훔쳐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삼각대, 가마솥, 금, 천을 모두 세어 보았으나, 없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오지수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닷가를 서성이며 향수병에 시달리고 슬픔에 잠겨 흐느꼈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목동의 모습처럼 보였고, 왕자처럼 젊고 부드러운 피부를 지녔으며, 어깨에는 고운 천으로 만든 장포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여린 발에는 샌들을 신고 있었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너무나 기뻐하며 외치되,
「오, 친구여. 당신은 제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시구나. 반갑나이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제 보물과 저를 지켜 주소서. 저는 당신께 마치 신이신 것처럼 기도하고 간청하나이다. 당신의 무릎에 손을 얹고 간청하나이다. 부디 저를 도와주소서. 그리고 제발, 이곳은 어디이옵니까. 섬이옵니까. 아니면 비옥한 본토에서 바다로 뻗어 있는 반도이옵니까. 누가 이곳에 살고 있나이까.」
그러자 여신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르되,
「나그네여, 당신은 먼 곳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어리석은 자임이 틀림없구나. 이 유명한 나라에 대해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 해가 뜨는 동쪽 땅에 사는 사람들부터 어둑한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곳은 험준한 땅이라 말을 방목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고 넓지도 아니하나, 불모지는 아니다. 이곳에는 곡식과 포도주가 풍성하다. 땅은 항상 비와 이슬로 촉촉하고, 좋은 물웅덩이가 있으며, 염소와 소를 기르기에 좋고, 나무들도 다양하다. 외국인이여, 이탁도라는 이름은 그리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는 토래성에서도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난을 견뎌 온 오지수는 고향 땅에 돌아왔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의 말은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나,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야기를 삼켰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교묘한 계략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그래, 이탁도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으나 나는 먼 크레타에서 왔느니라. 지금 나는 이 모든 재산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남겨 두었느니라. 나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크레타 들판에서 나는 이도메네우스 왕의 아들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오르실로코스를 죽였느니라. 나는 토래성에서 그의 아버지를 섬기거나 돕기를 거부하고 내 군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내가 전쟁과 긴 항해 끝에 힘들게 얻은 토래성의 전리품을 훔치려 하였다. 나는 동료 한 명과 함께 길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여 창으로 찔렀느니라.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아무도 내가 날카로운 청동 칼로 그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를 죽인 후, 나는 재빨리 노를 저어 페니키아인들을 찾아가 약탈품을 나누어 주었고, 그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필성나 유명한 엘리스로 데려다 달라 말하였다. 그러나 폭풍우가 그들을 원치 않게 그곳을 떠나게 하였다. 그들은 나를 속이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항로를 이탈하여 우리는 밤중에 이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배가 고팠으나 아무도 저녁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 항구로 들어왔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모두 그 자리에 누웠다. 달콤한 잠이 나를 감쌌다.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 보물을 꺼내 모래 위에 잠든 내 옆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잘 지어진 시돈으로 항해를 떠났고, 나는 이곳에 남아 슬픔에 잠겼느니라.」
그의 말에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아름답고 키가 크며 모든 예술에 능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나이다.
「당신의 모든 속임수를 간파하려면 인간이든 신이든 속임수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이오. 영리한 악당이로구나. 얼마나 교활하고 거짓말에 능숙한지. 당신은 허구와 속임수를 너무나 좋아하여 자기 땅에서조차 멈추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래요, 우리 둘 다 영리하오. 당신처럼 계획을 세우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저는 신들 사이에서 통찰력과 교활함으로 유명하오. 당신은 저를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저는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이오. 저는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의 모든 고난을 돌보아 왔소. 당신이 무릉도인들에게 환영받도록 한 것도 저였소. 지금 저는 당신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저 덕분에 그들이 당신에게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 보물을 숨기기 위해 여기에 왔소. 당신이 고향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제가 알려 드리겠소. 이것이 너의 운명이니 용감하게 감내해야 한다. 방랑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 속에 고통을 견디고 그들의 잔혹한 대우를 참아내라.」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아니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당신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셨으니까요. 오래전 토래성 전쟁 때 당신이 저를 도와 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나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인들이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배에 올라탔을 때, 신들이 우리 함대를 흩어지게 했을 때, 상제의 딸이신 당신은 제 배에 계시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저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셨나이다.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저는 신들이 저를 고통에서 구해 주기를 기다렸나이다. 나중에 풍요로운 무릉도에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은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도시로 인도해 주셨나이다. 제발, 당신의 아버지 상제께 맹세코. 이곳이 이탁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나이다. 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나이다. 당신은 저를 속이고 조롱하려는 것이오. 진실을 말해 주시오. 이곳이 제 사랑하는 고향이오.」
빛나는 눈으로 그녀는 이르되,
「당신은 언제나 예리한 지성을 지녔기에,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당신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오. 당신은 직감과 집중력이 뛰어나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긴 여정 끝에 고국에 도착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보러 곧장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아내를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들에 대해 묻지도 않기로 하였소. 아내는 집에서 매일 밤 비참하게, 매일 낮에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소.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소. 모든 부하들을 잃은 후에도 당신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마음속 깊이 믿었소.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하였기에 당신을 원망하는 아버지의 동생, 해신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아니하였소. 이제 제가 당신에게 이탁도를 보여 드리겠소. 그렇게 믿으시겠지요. 이곳은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만이며, 만 끝에는 잎이 무성한 감람 나무가 있고, 그 근처에는 네가 수백 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쳤던 네레이드라 불리는 산령녀들에게 신성한 그늘진 동굴이 있다. 그리고 여기는 숲이 우거진 산 네리톤이다.」
여신은 이렇게 말하며 안개를 걷어냈다.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과 고통 끝에 마침내 행복에 휩싸인 오지수는 기쁨에 가득 찼다. 그는 기쁨에 차 고향의 비옥한 땅에 입맞추고 두 팔을 높이 들어 기도하되,
「오, 산령녀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제가 다시 당신들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저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 주시고, 상제의 아들이신 제 상관께서 저를 살려 주시고 아들을 기르게 해 주신다면 예전처럼 당신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용기를 내시오. 걱정할 필요 없소. 이제 서둘러 보물을 동굴에 안전하게 숨기시오. 그리고 나서 계획을 세워야겠소.」
여신은 어두컴컴한 동굴로 내려가 숨을 곳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지수는 페아키아인들이 준 선물, 즉 금과 튼튼한 청동, 그리고 정교하게 짠 천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그것들을 모두 안에 넣고 문돌을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두 사람은 신성한 감람 나무에 기대앉아 구혼자들을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하였다. 눈을 빛내며 지혜의 여신은 이르되,
「위대한 왕이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계략과 계획의 달인 오지수여, 구혼자들을 어떻게 물리칠지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삼 년 동안 당신의 집에 머물며 신과 같은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해 왔소. 아내는 항상 당신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며 슬퍼하오. 그녀는 그들에게 약속과 전갈을 보내며 유혹하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소.」
오지수는 외치되,
「오. 당신께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시지 아니하였더라면 저는 건웅처럼 제 집에서 죽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여신이시여, 이제 그들에게 복수할 전략을 짜 주소서. 제 곁에 서서 토래성의 찬란한 왕관을 부쉈을 때처럼 싸울 용기와 의지를 주소서. 여신이시여, 당신께서 그 열정으로 저와 함께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면, 저는 삼백 명의 적과도 한 번에 싸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지혜의 여신은 맑은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진실로 너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는 동안 내가 네 곁에 있음을 알아라. 네 생계를 앗아가는 구혼자들이 넓은 마룻바닥에 피와 뇌수를 흩뿌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제 내가 너를 변장시켜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네 매끈한 팔다리의 고운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고, 머리카락을 망가뜨리고, 누더기 옷을 입혀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몸서리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네 눈을 흐리게 하여 모든 구혼자들과 네 아내, 그리고 집에 남겨 둔 아들에게 네가 추하게 보이도록 할 것이다. 이제 돼지치기를 찾아가 보아라. 그는 비록 노비일 뿐이지만 네 아들과 현명한 연로비를 숭배하고 네 친구이다. 코락스 바위 옆, 아레투사 샘 근처에서 땅을 파헤치며 검은 물을 마시고 영양가 좋은 도토리를 먹는 암퇘지들 사이에서 그를 찾아보시오. 그곳에 머물며 그와 함께 앉아 모든 것을 물어보시오. 그러면 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사필성로 가서 당신이 사랑하는 소년 태명을 데려오겠소. 그는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메넬라오스에게 갔소.」
그가 날카롭게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그에게 말하지 아니하였소.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아니하오. 그가 나처럼 바다에서 길을 잃고 고통받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의 모든 유산을 차지하는 것을 원하였소.」
지혜의 여신은 빛나는 눈으로 대답하되,
「이제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직접 그를 인도하여 그의 여정에서 영광을 얻도록 하였소. 그는 고통받지 아니하오. 그는 지금 메넬라오스와 함께 앉아 연회를 즐기고 있소. 구혼자들은 그를 죽이려고 배에서 매복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의 재산을 먹어 치우는 자들 중 한두 명은 땅으로 덮일 것이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자신의 지팡이로 그를 톡톡 두드렸다. 그의 잘생긴 몸은 시들어 버렸고, 팔다리는 관절염에 걸렸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탈색시키고, 피부를 늙고 주름지게 만들었으며, 그의 아름답고 빛나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의 옷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해진 장포와 누더기 튜닉으로 바뀌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어깨에 커다란 사슴 가죽을 두르고, 해진 토트백과 지팡이를 주었다. 그들의 계획은 정해졌고, 그들은 헤어졌다. 지혜의 여신은 태명을 데리러 사필성로 떠났느니라.
==제14권 충성스러운 노비==
만을 떠나 오지수는 숲과 절벽을 가로지르는 험준한 길을 걸어갔다.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돼지치기를 찾을 길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의 하인들 중 이 고귀한 노비는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오지수는 그가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마당은 높고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돌담 위에는 가시가 있는 배나무 가지가 얹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동안, 라에르테스나 안주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당을 지었다. 마당 주위에는 껍질을 벗긴 나무 말뚝을 원형으로 박아 두었다. 마당 안에는 암퇘지를 위한 우리 열두 개를 나란히 만들고 각 우리에 쉰 마리씩 넣었다. 수퇘지들은 밖에서 잤다.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잡아먹는 바람에 수퇘지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돼지치기는 가장 살찐 수퇘지들을 구혼자들에게 양보하였고, 이제 삼백육십 마리만 남았다. 대장은 성문을 지키기 위해 사납고 반야생적인 개 네 마리를 키웠다.
오지수는 소가죽을 잘라 샌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부하 세 명은 돼지 떼를 몰아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나머지 한 명은 마을로 보내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줄 돼지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신선한 고기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였다.
그때 갑자기 경비견들이 오지수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지수는 머리를 숙이지 아니하고 지팡이를 떨어뜨린 채 땅에 엎드렸다. 개들은 그를 몹시 해치고 그의 땅에서 망신을 주려 하였으나, 재빨리 돼지치기는 가죽옷을 버리고 개들을 쫓아내기 위해 달려갔다. 그는 개들에게 소리치고 돌을 던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손님에게 이르되,
「제 개들이 당신을 거의 갈기갈기 찢어놓을 뻔하였나이다, 노인장이여. 신들이 이미 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당신이 저에게 수치를 안겨 줄 뻔하였나이다. 저는 주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 남들이 먹을 돼지를 기르고 있나이다. 제 주인님은 길을 잃고 아마도 굶주리고 계실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외국어를 쓰는 땅에서 말입니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시다면, 햇빛을 보고 계시다면 말입니다. 자, 노인장이여, 저를 따라오소서. 음식과 술을 배불리 드시고 나서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고귀한 돼지치기는 푹신한 덤불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 가죽을 깔았다. 그것은 그의 두껍고 따뜻한 잠자리 담요였다. 오지수는 자리에 앉아 이 환대에 기뻐하였다. 그는 이르되,
「당신이 저를 그토록 기꺼이 맞아주셨으니, 상제와 모든 불멸의 신들이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과 외국인과 나그네는 물론이고,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경해야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거지와 손님과 나그네를 돌보시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으나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노비의 삶은 이와 같나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나이다. 제 진짜 주인은 신들의 섭리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인이셨다면 저를 돌보시고 충성스러운 노비에게 친절한 주인이 주는 것을 주셨을 것이옵니다. 집과 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탐낼 만한 아내를 주셨을 것이옵니다. 신들이 축복하시고 번영하게 해 주신 수년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입니다. 주인이 여기 오래 계셨다면 저에게 잘해 주셨을 것이옵니다. 이제 돌아가셨을 것이옵니다. 헬렌과 그 가족들 때문이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죽었나이까. 주인은 건웅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토래성으로 가셨나이다.」
그는 튜닉 허리띠를 단단히 매고 서둘러 돼지우리로 가서 새끼 돼지 두 마리를 골랐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 돼지를 도살하고 털을 그슬린 다음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아 구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돼지를 손님 앞에 내놓고 그 위에 보리를 뿌렸다. 그는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담쟁이덩굴 그릇에 섞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아 권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이것은 가난한 노비의 식사입니다. 새끼 돼지 한 마리이옵니다. 구혼자들이 돼지를 먹어 치웁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자비심이 없나이다. 그들은 그런 범죄를 지켜보고 미워하며 선행과 정의를 축복하는 신들을 무시하나이다. 상제가 준 재물을 약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땅을 습격하여 보물로 가득 찬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무자비한 해적들조차도 신들의 감시를 느끼나이다. 이 구혼자들은 분명 어떤 신의 목소리가 ‘오지수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아니하고 적절한 혼처를 마련하지도 아니하나이다. 대신 그들은 앉아서 그의 재산을 잔치에 낭비하나이다. 밤낮으로 양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씩 잡아먹고, 함부로 마시기 위해 포도주를 더 붓나이다. 이기적인 바보들이여. 나의 주인님은 매우 부유하셨나이다. 본토에는 그만한 부자가 없었나이다. 이탁도에 있는 사람들도, 심지어 스무 명이나 합쳐도 이만큼 가진 게 없나이다. 전부 나열해 보겠나이다. 본토에 소떼 열두 무리, 양 백 마리씩 열두 무리, 돼지 열두 마리, 염소 열두 마리. 우리를 도울 일꾼을 더 고용해야 하였나이다. 그리고 이 섬 저 멀리에는 염소 떼 열한 무리가 풀을 뜯고 있는데, 훌륭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나이다. 매일 목동이 가장 살찌고 건강해 보이는 염소를 골라 궁궐로 데려오나이다. 나는 이 돼지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고 포도주를 조용히 마셨다. 그는 구혼자들을 파멸시킬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배를 채운 후, 그는 마셨던 술잔을 가져다가 다시 채워 에우마이오스에게 주었고, 에우마이오스는 기쁘게 받아 마셨다. 그러자 오지수가 이르되,
「친구여, 누가 당신을 샀나이까. 당신이 말한 그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은 그가 건웅의 명예를 위한 전쟁에서 죽었다 하였나이다. 그는 분명 유명한 사람일 테니, 어쩌면 내가 그를 알지도 모르나이다. 내가 그를 보고 당신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상제와 다른 신들이 알게 될 것이옵니다.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이르되,
「주인님의 아내와 아들은 소식을 전하였다 주장하는 여행자들을 믿지 아니하나이다. 떠돌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항상 거짓말을 하나이다.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나이다. 이탁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님께 와서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내나이다. 주인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질문도 하시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나이다. 당연한 일이옵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을 애도해야 하니까요. 주인님도 옷만 입으면 허풍을 떨고 싶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님의 가죽이 뼈에서 뜯겨 나갔고, 맹금류와 개들에게 잡아먹혀 목숨을 잃으셨나이다. 아니면 바다에서 물고기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르나이다. 뼈가 해변에 모래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옵니다. 주인님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저에게는 큰 슬픔이옵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심지어 저를 낳고 키워 주신 부모님 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런 친절한 주인님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제 가족에 대한 슬픔은 그 슬픔보다 덜하나이다. 오지수보다 더 그리우나이다. 그가 너무 보고 싶나이다. 낯선 이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지나이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형제’라 부르고 싶나이다. 그는 저를 그토록 사랑하고 아껴 주었으니까요.」
오지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이르되,
「친구여, 당신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너무나 완강하게 주장하는구나. 믿음이 없으신 것이오. 그러나 이건 허풍이 아니옵니다. 맹세컨대 오지수는 오고 있나이다.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때 전령으로서의 보상인 좋은 옷을 받겠나이다. 그때까지는 필요하긴 하나 아무것도 받지 않겠나이다. 가난에 굴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지옥의 문처럼 혐오스럽나이다. 상제 신과 당신이 베풀어 주신 환대, 그리고 제가 가고 있는 위대한 오지수의 난로에 맹세하나이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지금 말하는 대로 될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바로 이 달의 주기 안에, 즉 초승달과 보름달 사이에 돌아올 것이며, 그의 아내와 고귀한 아들을 모욕한 이곳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옵니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나리여, 그분이 돌아오지 아니하시니 저는 당신에게 이 보상을 드릴 수 없나이다. 편히 쉬시고 술이나 드시오. 다른 생각을 해 봅시다. 저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누군가 제 충실한 주인님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아프나이다. 당신의 맹세는 신경 쓰지 마시오. 연로비와 늙은 라에르테스, 그리고 태명처럼 그분도 돌아오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저는 그 불쌍한 아이, 제 주인님의 아들에 대한 슬픔을 잊을 수 없나이다. 신들의 은혜로 그는 나무처럼 잘생기고 튼튼하게 자라 마치 아버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처럼 되었나이다. 그러나 누군가, 혹은 어떤 신이 그의 분별력을 망쳐 버렸나이다. 그는 아버지 소식을 찾으러 필성로 갔나이다. 구혼자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머지않아 이탁도에서 아르케시우스의 가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옵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이다. 그들이 그를 잡을 수도 있고, 상제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도 있나이다. 자, 이제 당신의 모험에 대해 진실을 말해 주소서.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당신의 부모님은 어디에 사시나이까. 당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나이까. 이 마을이요. 어떤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선원들이 어떻게 당신을 이탁도로 데려왔나이까.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당신이 걸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는 교활하게 이르되,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 둘이 이 오두막에서 편히 앉아 마음껏 음식을 먹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마시며, 모든 일은 남들이 다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 년 내내 이야기한다 해도 신들이 내게 안겨 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건대, 나는 넓은 크레타 섬 출신이며, 부유한 카스토르 힐라키데스의 아들이옵니다. 그의 정실 부인과의 사이에는 아들이 많았고, 모두 그의 집에서 자랐나이다. 내 어머니는 노비였고, 첩으로 팔려 왔으나,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들들처럼 존중해 주셨나이다. 크레타 사람들은 그가 부유하고 훌륭한 아들들을 두었기에 그를 신처럼 존경하였나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염라국으로 데려갔나이다. 그리고 내 형들은 이기적으로 그의 재산을 빼앗고, 나에게는 겨우 살 곳만 남겨 주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약하거나 겁쟁이가 아니었나이다. 나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 덕분에 괜찮은 지참금을 가진 아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잃었나이다. 그러나 그루터기를 보면 한때 곡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 있나이다. 슬픔에 잠겨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지혜의 여신과 아레스에게서 용기의 선물을 받았나이다. 적을 매복 공격할 전사들을 선택할 때면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멀리 앞으로 뛰쳐나가 적들을 따라잡아 창으로 찔렀나이다. 전쟁터에서 저는 그런 모습이었나이다. 농사일이나 집안일, 아이 키우는 것은 좋아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항해와 창과 화살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을 더 좋아하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에 몸서리칠지 모르나, 신들은 제 마음이 그런 것들을 사랑하도록 만들었나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옵니다.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전에 저는 군대와 함대를 이끌고 아홉 번의 원정을 떠났고, 큰 성공을 거두었나이다. 저는 모든 전리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고, 전리품을 나눌 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나이다. 곧 우리 집안은 부유해졌고, 저는 크레타인들 사이에서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나이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시는 상제께서… 그 참혹한 원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말았나이다. 사람들은 제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기를 원하였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이다. 그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나이다. 우리 그리스인들은 구 년 동안 싸웠고, 십 년째 되던 해에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국으로 돌아왔나이다. 어떤 신이 그리스인들을 흩어지게 하였고, 저는 상제의 저주를 받았나이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내 소유물들을 즐겼나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홉 척의 배와 신과 같은 선원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항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나이다. 나는 서둘러 함대를 준비하고 선원들을 모았나이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칠 동물들과 선원들이 요리해 먹을 음식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이레째 되는 날 이백오십 명의 선원을 태우고 크레타 섬을 출항하였나이다. 순풍이 불어와 마치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나이다. 아무도 아프지 아니하였고, 모든 배는 손상 없이 도착하였나이다. 우리는 바람과 항해사의 인도에 따라 바다를 건너며 가만히 앉아 있었나이다. 닷새 만에 우리는 이집트의 강 계곡에 도착하였고, 내 함대는 나일 강 안쪽에 정박하였나이다.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 명령하고, 높은 지대에 정찰병을 보내 주변을 살피도록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백육십 명의 선원들을 이끌고 공격적인 충동에 휩싸여 이집트의 들판을 파괴하고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노비로 삼았으며, 남자들을 죽였나이다. 곧 그 소식이 도시에 전해졌나이다. 사람들은 비명 소리를 듣고 새벽녘에 모두 모여들었나이다. 평원은 보병과 전차, 번쩍이는 청동 무기로 가득 찼고, 번개의 신 상제는 내 병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나이다. 그들은 감히 싸움을 계속할 수 없었나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많은 병사들이 날카로운 청동 창에 찔려 죽었고, 나머지는 노비로 잡혀 갔나이다. 차라리 이집트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러나 고통은 계속되었나이다. 상제는 내게 다른 계획을 세워 주었나이다. 나는 투구를 벗고 방패와 칼을 내려놓은 채 무장하지 아니한 채 왕에게 다가갔나이다. 그의 전차 옆에서 나는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입맞춤하였나이다. 그는 자비로웠고, 나를 지켜 주었으며, 그의 전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나이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찼나이다. 많은 이집트인들이 나에게 분노하여 창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나이다. 왕은 나를 보호해 주었나이다. 그는 악을 미워하는 이방인의 신 상제의 분노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그곳에서 칠 년을 머물며 큰 부를 축적하였고,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러나 팔 년째 되던 해, 페니키아에서 탐욕스러운 자가 나타났나이다. 그는 거짓말에 능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속여 자기가 사는 페니키아로 데려갔나이다. 나는 그곳에서 일 년을 머물렀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일 년이 지나자 그는 나에게 무역을 하러 간다 거짓말을 하고는 리비아로 가는 배를 몰고 갔나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나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었나이다. 나는 의심스러웠으나 배에 올랐나이다. 배는 순풍을 타고 크레타 섬을 떠나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그러나 상제는 선원들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웠나이다. 크레타 섬을 떠나자 바다와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로 짙은 푸른 구름을 드리워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웠나이다. 그는 천둥을 치더니 배를 향해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번개의 충격으로 배는 완전히 회전하였고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어두운 배 옆의 가마우지처럼 파도에 휩쓸려 갔고, 신들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갔나이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저는 상제 신의 도움을 받았나이다. 상제 신은 튼튼한 돛대를 제 손에 쥐어 주었나이다. 저는 돛대에 매달려 폭풍우에 휩쓸려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그리고 열 번째 검은 밤, 거센 파도가 저를 테스프로티아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곳에서 페이돈이라는 왕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아니하고 저를 도와 주었나이다. 그의 아들이 아침 공기에 지쳐 추위에 떨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 옷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곳에서 저는 오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고향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 손님으로 머물렀다 말하였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모아 온 보물, 즉 금과 청동, 그리고 정성껏 세공한 철을 보여 주었나이다. 왕실 창고에는 그의 가족이 앞으로 십 대까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있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상제의 뜻을 묻기 위해 신성한 참나무에 가려고 도도나로 갔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비옥한 이탁도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나이다. 그는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변장할지 아니면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내게 제물을 바치며 맹세하기를,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배와 선원들을 준비해 두었다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먼저 보냈나이다. 마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이 이미 곡식이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항해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그들에게 나를 잘 대접하고 아카스투스 왕에게 데려가라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나를 다시 한번 비참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였나이다. 배가 바다로 나간 후, 그들은 나를 노비로 삼으려 음모를 꾸몄나이다. 그들은 내 장포와 튜닉을 벗기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누더기 옷을 던져 주었나이다. 밤이 되자 그들은 이탁도의 밝은 들판으로 와서 나를 밧줄로 단단히 묶고 배에 남겨 둔 채 저녁을 먹으러 재빨리 육지로 올라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내 밧줄을 풀어 주었나이다. 밧줄은 쉽게 풀렸나이다. 나는 누더기 옷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매끄러운 배의 널빤지를 타고 내려가 가슴을 바다에 담갔나이다. 두 팔로 헤엄쳐 재빨리 도망쳤나이다. 꽃이 만발한 덤불 옆 해안에 도착하여 두려움에 떨며 웅크렸나이다. 그들은 주위를 쿵쿵거리며 소리쳤으나, 잠시 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배로 돌아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나를 쉽게 숨겨 주시고 이 오두막, 현자의 집으로 데려오셨나이다. 살아남는 것이 내 운명이기 때문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가엾은 손님이시여.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오나, 아무 소용이 없나이다. 저는 오지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겠나이다. 어찌하여 그런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셨나이까. 저는 주인님의 귀환에 대해 알고 있나이다. 신들은 그를 미워하나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토래성에서 또는 전우들의 품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야 그리스인들이 후대에 그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언덕을 쌓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도둑 같은 바람이 그를 앗아 갔나이다. 이제 그에게는 영광이 없나이다. 저는 외톨이이옵니다. 저는 여기서 돼지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현명한 연로비가 소식을 전해주려고 저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마을에 나가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은 그녀 주위에 모여 질문을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떠나간 주인님을 슬퍼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몫을 챙겨 먹으려고 기뻐하나이다.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아니하나이다. 아이톨리아 사람이 거짓말로 저를 속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먼 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다 말하며 제 집에 찾아왔나이다. 나는 그를 환영하였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크레타에서 폭풍에 난파된 배들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나의 주인이 여름이나 수확기에 보물을 잔뜩 모아 부자가 되어, 선원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였나이다. 신이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니, 나를 속이거나 거짓말로 잘 보이려 하지 마시오. 노인이여, 내가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의 신인 상제에 대한 두려움과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당신은 너무 회의적이시구나. 내 맹세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를 믿지 않을 것 같구나. 오림산의 신들이 증인이 되어 당신의 주인이 이 집으로 돌아오면 당신은 내게 입을 옷을 주고 둘리키움으로 가는 것을 도와 주소서. 나는 그곳에 가고 싶나이다. 그러나 만일 그분이 오지 아니하시고 제가 틀렸다면, 당신의 노비들이 저를 절벽 아래로 몰아넣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다른 거지들이 당신을 속이려 들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정직한 돼지치기는 대답하되,
「손님이여, 제가 당신을 안으로 모시고 환영한 다음 죽인다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칭송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떻게 양심의 가책 없이 상제에게 기도할 수 있겠나이까. 어쨌든 지금은 저녁 시간이옵니다. 제 부하들이 안으로 들어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읍시다.」
이것이 그들의 대화였느니라. 목동들이 들어와 돼지들을 평소처럼 우리에 몰아넣어 쉬게 하였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귀한 돼지치기는 부하들에게 이르되,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가장 좋은 돼지를 가져오너라. 우리 모두 즐겁게 먹자. 우리는 이 하얀 어금니 돼지들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애써 얻은 음식을 먹어 치우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아니한다.」
날카로운 청동 도끼로 나무를 Pac다. 그들은 살찐 오 년 된 돼지 한 마리를 가져와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돼지치기는 마음이 선하여 신들을 생각하였다. 그는 돼지의 머리털을 깎아 불에 던지고, 자신의 지혜로 주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다. 그는 몸을 쭉 뻗어 참나무 장작으로 돼지를 내리쳤다. 돼지가 죽자 그들은 목을 베고 가죽을 그슬린 다음 잘게 잘랐다. 돼지치기는 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기름진 부분 위에 살코기를 얹고 그 위에 보리알을 얹어 불 위에 올렸다. 나머지는 썰어서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운 다음 고기를 꺼내 접시에 수북이 담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고기를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주었다. 첫 번째는 헤르메스와 산령녀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그다음은 그는 나머지 음식을 남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오지수에게 척추에서 잘라 낸 귀한 조각을 주었다. 그의 주인은 기뻐하며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자네가 내게 이렇게 좋은 것을 주니 상제께서 자네를 나처럼 축복하고 사랑하시기를.」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비록 소박하나 맛있게 드십시오. 신들은 주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들의 뜻이옵니다. 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선홍빛 포도주를 따라 제물을 바친 다음,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잔을 주었다. 마침내 돼지치기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음식을 내어 준 사람은 메사울리우스였다. 그는 에우마이오스가 주인이 없는 동안, 그의 여주인이나 라에르테스의 도움 없이, 타피아 사람들과 교환하여 사들인 노비였다. 모두들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뻗었다.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섭취한 후, 메사울리우스는 주변을 정리하였다. 사람들은 빵과 고기로 배가 불러 잠이 간절하였다.
밤이 되었다. 달빛 없는 매서운 밤이었다. 상제는 끊임없이 비를 내렸고, 젖은 제피로스는 더욱 세차게 불었다. 오지수는 에우마이오스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장포를 벗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벗으라 할지 시험해 보기 위해 이렇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자랑 좀 하겠나이다. 술에 취해 어지럽으나, 술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노래하고 낄낄거리고 춤추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까지 하게 만드나이다. 이렇게 주절거리기 시작하였으니 솔직하게 말해 보겠나이다. 제가 다시 젊고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래성 성벽 아래에서 매복 작전을 세웠을 때처럼 말입니다. 주동자는 면나수와 오지수였고, 저는 세 번째 지휘관으로 뽑혔나이다. 성벽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덤불과 갈대, 늪에 숨어 방패 아래에 엎드렸나이다. 밤이 되자 매섭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찾아왔고, 북풍과 진눈깨비 같은 눈이 내렸나이다. 너무 추워서 무기에 얼음이 얼어붙을 정도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포를 걸치고 방패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외투를 잊고 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채 두고 나왔나이다. 방패와 빛나는 허리띠만 가지고 있었나이다. 밤이 저물어 별들이 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오지수에게 다가가 그를 쿡 찔렀나이다. 그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었나이다. 나는 이르되, 『폐하, 위대한 장군 오지수여, 저는 이 추위 때문에 죽을 것 같나이다. 외투가 없나이다. 어떤 악령이 저를 속여 튜닉만 입게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나이다.』 그는 즉시 이 해결책을 떠올렸나이다.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이자 전사인가. 그는 아주 조용히 속삭이되, 『조용히 하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라.』 그는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 이르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신들이 보낸 꿈을 꾸었다. 우리는 배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 누군가 백성의 목자인 건웅에게 가서 더 많은 군대를 보내 달라 말해야 한다.』 그때, 토아스 안드라이몬이 벌떡 일어나 자주색 장포를 벗어 던지고 배들을 향해 달려갔나이다. 나는 황금빛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의 장포 아래에서 편안하게 몸을 웅크렸나이다. 내가 다시 젊고 강하기만 했다면. 그러면 이 농장의 돼지치기들 중 누군가가 존경과 우정의 표시로 내게 장포를 주었을 터인데. 지금은 모두 내가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다 나를 경멸하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훌륭한 이야기였소, 노인이여. 효과가 있었소. 자네는 가난한 늙은이에게 필요한 모든 옷과 물건들을 얻게 될 것이오. 적어도 지금은 말이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낡은 누더기를 입어야 할 것이오. 우리에게는 옷이 한 벌씩밖에 없소. 여벌 옷은 없소. 주인님의 아들이 도착하면 자네에게 옷을 주고, 자네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어나 불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양과 염소 가죽을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누웠다. 에우마이오스는 오지수에게 아주 추운 날씨에 대비한 크고 두꺼운 장포를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잠이 들었고, 젊은이들도 그의 곁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돼지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떠나려고 하였다. 오지수는 노비가 주인이 없는 동안 자신의 물건들을 잘 챙겨 준 것에 기뻐하였다. 에우마이오스는 잘 단련된 등에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허리띠를 두르고, 방풍 장포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가죽을 둘렀다. 그는 사람이나 개를 쫓아낼 날카로운 칼을 챙기고, 은빛 송곳니를 가진 돼지들이 자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잠을 잤다.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가 있었느니라.
==제15권 태명의 귀환==
지혜의 여신은 태명의 무사 귀환을 위해 사필성로 갔다. 그녀는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와 함께 메넬라오스의 현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태명은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신이 주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부엉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태명아, 더 이상 집을 떠나 재산을 버리고 탐욕스러운 남자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멀리 여행해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재산을 나눠 갖고 당신의 여행을 헛되게 만들 수도 있다. 메넬라오스에게 빨리 도움을 청하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하라. 어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이미 어머니에게 에우리마코스와 결혼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에우리마코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장 후하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의 전적인 동의 없이는 어머니가 집에서 어떤 물건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여자들이 어떤지 알다시피, 결혼한 남자의 집안일을 돕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을 잊어버린다. 안부조차 묻지 아니한다. 신들이 당신에게 아내를 주실 때까지 가장 아끼는 여종에게 재산을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잘 들어 두어라. 이탁도와 바위투성이의 마을 사이 시냇가에 구혼자 무리가 숨어 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자들 중 일부는 곧 땅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배를 섬에서 멀리 멀리 몰고 밤낮으로 항해하라. 당신을 지키고 지켜보는 신이 당신의 돛에 순풍을 보내 줄 것이다. 이탁도 해안에 처음 도착하면 당신의 부하들은 배를 마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당신은 먼저 대부분의 노비보다 나은 돼지치기를 찾아가라. 그곳에서 밤을 보내라. 그에게 마을로 가서 연로비에게 당신이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하라 하라.」
이 말을 끝으로 여신은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태명은 네스토르의 아들을 발로 차 깨우며 이르되,
「피시스트라투스여. 가서 말을 데려와 마차에 싣고 서둘러 출발하자.」
그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아무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칠흑 같은 밤에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나이다. 곧 동이 틀 것이옵니다. 메넬라오스 님께서 마차를 타고 나와 선물을 가져다주시고, 친절한 말로 우리를 배웅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소서. 후한 주인은 손님이 살아 있는 한 기억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황금빛 옥좌에 앉은 새벽빛이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메넬라오스 왕은 금발의 헬렌과 함께 자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오는 것을 본 태명은 밝은 흰색 튜닉을 입고, 튼튼한 어깨에 위풍당당한 검을 맸다. 그렇게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신과 같은 왕 오지수의 사랑받는 아들은 메넬라오스 곁에 서서 이르되,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여, 부디 저를 사랑하는 고향으로 보내 주소서. 제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나나이다.」
메넬라오스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당신이 정말로 고향에 가고 싶어 한다면 여기 머물게 하지 않겠나이다. 나는 지나친 친절과 지나친 냉담함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균형이 가장 좋나이다. 손님을 억지로 머물게 하는 것은 떠나라 재촉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아니하나이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에는 친절하게 대하고, 떠날 때는 잘 도와 주어야 하나이다. 그러니 친구여, 내가 당신의 마차에 실을 멋진 선물을 가져올 때까지만 머무르시오. 선물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이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우리 집의 풍성한 식량으로 연회를 준비하라 지시하겠나이다. 긴 여행 전에 잔치를 베푸는 것은 명예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이치에 맞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와 함께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기를 원한다면, 내 말을 마차에 태워 모든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가는 곳마다 선물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멋진 청동 삼각대, 솥, 노새 두 마리, 또는 금잔 같은 것들 말이오.」
태명이 대답하되,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나이다. 집에는 제 재산을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아버지를 찾다가 죽고 싶지도 아니하고, 집에 두고 온 재산을 잃고 싶지도 아니하나이다.」
그러자 메넬라오스 장군은 아내와 여종들에게 풍성한 식량을 준비하라 소리쳤다. 근처에 살던 에테오네우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왔다. 장군은 큰 소리로 명령하되,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라.」
여종은 순종하였다. 그동안 주인은 보물이 가득한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헬렌과 메가펜테스도 그와 함께 갔다. 그는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들고 아들에게 은그릇을 가져오라 하였다. 헬렌은 자신이 직접 만든 특별한 옷들을 보관해 둔 궤 옆에 섰다. 그녀는 다른 옷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큰 옷을 들어 올렸는데, 그 옷은 다른 옷들보다 훨씬 더 빛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궁궐을 지나 태명에게로 갔다. 금발의 메넬라오스가 그에게 이르되,
「위대한 천둥의 신이자 헤라의 남편이신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나이다. 깊은 존경의 표시로 내가 가진 보물 중 가장 귀한 것을 드리겠나이다. 금으로 테두리를 두른 순은 그릇이옵니다. 해필수가 만든 것이지요. 시돈의 왕 파이디모스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집에 들렀을 때 내게 선물해 준 것이옵니다. 자, 이것을 받으소서. 당신의 것이옵니다.」
그는 먼저 잔을 건넸고, 메가펜테스는 반짝이는 은그릇을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헬렌의 아름다운 뺨이 붉어지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옷을 들고 이르되,
「사랑하는 아이야, 나도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이 있단다. 네 결혼식 날이 오면 헬렌을 기억하고 신부에게 이 옷을 입히렴. 그때까지는 네 어머니가 잘 보관해 두실 거야. 네가 행복하고 좋은 집을 짓고 조국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란단다.」
그녀는 옷을 건넸고, 그는 기쁘게 받았다. 피시스트라투스 왕자는 모든 선물을 받아 짐에 싸고 마음속으로 감탄하였다. 왕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였고,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한 여종이 아름다운 금 물병과 은그릇을 가져와 그들의 손을 씻겨 주었다. 그녀는 윤이 나는 탁자를 그들 옆에 차려 놓았다. 또 다른 하층민 소녀는 빵과 온갖 음식을 가져왔다. 보에토에데스는 고기를 썰어 내놓기 시작하였다. 왕자는 모두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그들은 앞에 차려진 온갖 진미를 마음껏 먹었다.
배가 부르자 태명과 네스토르의 아들은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고 전차에 멍에를 씌운 후, 메넬라오스가 울려 퍼지는 현관과 문을 나서서 마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 메넬라오스가 오른손에 꿀에 절인 포도주가 담긴 금잔을 들고 그들 바로 뒤에서 달려와 떠나기 전에 제사를 지내자 하였다. 그는 그들 앞에 멈춰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이르되,
「얘들아, 행운을 빌어라. 네스토르에게 안부 전해다오. 우리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그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친절하였느니라.」
태명이 조심스럽게 이르되,
「예, 폐하. 그곳에 가면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로 돌아가 오지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나이다. 폐하의 너그러움과 친절에 걸맞은 행운이 저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오른쪽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개는 발톱에 커다란 흰 거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당에서 잡은 온순한 거위였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거위는 소년들 옆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말들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이 먼저 입을 열되,
「나의 주군이시여,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이것은 어떤 신이 우리에게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니면 왕께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레스의 총애를 받는 메넬라오스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때 헬렌이 먼저 말을 가로막되,
「자, 잘 들으소서. 제가 예언을 하나 하겠나이다. 신들이 제 마음에 심어 주신 말씀이며, 저는 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나이다. 독수리가 새끼와 부모가 있는 산에서 날아와 길들여진 거위를 낚아채 갔듯이, 오랫동안 떠나 많은 고난을 겪었던 오지수가 돌아와 복수할 것이옵니다. 사실, 그는 이미 집에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파멸을 심고 있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천둥의 상제께서 당신의 예언을 즉시 이루어 주시기를.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는 여신에게 절하듯 당신에게 경배하겠나이다.」
그는 말들을 채찍질하여 마을 중심부를 지나 넓은 평원으로 질주하게 하였다. 온종일 마구가 덜컹거리며 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들은 오르틸로코스의 아들이자 알페우스의 손자인 디오클레스의 고향 페라이에 도착하였다. 디오클레스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붉은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그들은 말에 멍에를 메고 전차에 올라타 웅장한 현관과 성문을 나서 출발하였다. 말들은 채찍에 힘차게 달려갔다. 곧 그들은 바위투성이의 도시 필성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에게 물었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겠나이까. 우리 아버지들이 대대로 친구였고, 우리도 동갑내기인데다가 이번 여행으로 더욱 가까워졌나이다. 제 배를 더 이상 끌고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노인이 저를 불러들여 손님으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에 남겨 주소서.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빨리 가야 하나이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들을 배로 돌려 바닷가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서 그는 메넬라오스가 준 값비싼 선물과 옷, 금을 꺼내 배의 선미에 싣고 태명에게 이르되,
「서둘러라. 지금 당장 승선하라. 내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너희가 여기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전에 선원들도 모두 태우고 가라. 아버지를 잘 알아라. 고집이 세시거든. 너희를 보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를 데리러 오실 것이고, 너희 없이는 절대 떠나지 않으실 것이다. 몹시 화를 내실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들에게 박차를 가하였다. 긴 갈기를 휘날리며 말들은 필성 성채를 향해 질주하였다. 태명이 명령하되,
「친구들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에 올라타자. 이제 출발하자.」
그들은 재빨리 순종하여 배의 벤치에 앉았다. 그가 지혜의 여신에게 기도와 제물을 바치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르고스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한 외국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예언자였으며, 한때 양의 땅인 필성에 살았던 멜람푸스의 후손이었다. 멜람푸스는 부유하였고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교만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인 넬레우스에게서 도망쳐 집을 떠났다. 넬레우스는 멜람푸스가 필라쿠스의 집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빼앗았다. 복수의 여신이 멜람푸스에게 넬레우스의 딸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니라. 멜람푸스는 간신히 탈출하여 소떼를 몰고 필라쿠스에서 필성로 향하였다. 그는 넬레우스가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를 하고, 그 여자를 형의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맞이한 후, 말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아르고스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니라. 그는 두 명의 강인한 아들, 만티우스와 안티파테스를 두었는데, 안티파테스는 영웅 오이클레스의 아버지였고, 오이클레스의 아들은 전쟁 영웅 암피아라오스였다. 아이기스를 든 상제와 아폴론은 그를 진심으로 숭배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테베에서 살해당하여 장수하지 못하였다. 그는 두 아들, 암필로코스와 알크마이온을 두었다. 만티우스의 아들은 클리투스와 폴리페이데스였다. 클리투스는 너무나 잘생겨서 새벽의 신에게 데려가졌고, 폴리페이데스는 암피아라우스가 죽은 후 아폴론이 인간 중 최고의 예언 능력을 부여한 인물이었다. 이 예언자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히페리시아로 이주하였고, 거기서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었다. 태명이 포도주를 따르며 신들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은 그의 아들 테오클리메누스였다.
낯선 이가 이르되,
「친구여, 자네가 제물을 바치고 있는 것을 보았네. 종교와 신들, 그리고 자네와 자네 부하들의 목숨을 걸고 간청하건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 부모는 누구인가. 자네 고향은 어디인가.」
태명이 대답하되,
「낯선 이방인이여, 자네를 위해 말하겠네. 나는 이탁도 출신이네. 내 아버지는 오지수였네. 그는 살아 있었으나, 지금쯤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 것이네. 내가 이 배와 선원들을 얻은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네. 나는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였네.」
그러자 낯선 사람이 대답하되,
「저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저는 제 부족 사람을 죽였고, 아르고스에 영향력 있는 형제와 친척들이 많아서 도망 다니고 있나이다. 그들이 저를 죽이려 하나이다. 저는 이제 집 없는 신세가 되었나이다. 그러나 제발, 저를 당신 배에 태워 주소서.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신께 왔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쫓고 있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좋소. 우리 배에 함께 타시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 당신은 우리의 손님이오.」
그는 낯선 사람의 창을 빼앗아 갑판에 놓고는 자신도 배에 올라 선미에 앉았다. 그리고 손님도 선미에 앉도록 하였다. 그들은 밧줄을 풀었다. 태명은 선원들에게 돛대를 잡으라 명령하였고, 그들은 즉시 복종하여 나무 돛대를 세우고 소켓에 고정시킨 다음, 앞돛줄로 묶고 가죽 밧줄로 흰 돛을 올렸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은 맑은 하늘을 가르는 거센 바람을 보내 순풍을 불어넣었다. 배는 크루니와 아름다운 칼키스 강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고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상제가 불어 준 바람에 힘입어 배는 파이아를 지나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유명한 엘리스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바늘섬을 향해 나아갔으나, 여전히 죽음을 확신할 수 없었느니라.
한편, 오지수는 오두막 안에서 고귀한 돼지치기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오지수는 돼지치기가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줄지, 농장에 머물도록 권할지, 아니면 마을로 보낼지 시험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잘 들어라. 그리고 너희 모두 잘 들어라. 새벽에 마을로 가서 구걸할 생각이다. 너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아니하다. 길 안내와 나와 함께 갈 안내자만 있으면 된다. 나는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실 것과 빵 조각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오지수 왕의 집에 도착하면 연로비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권력 있는 구혼자들과 어울릴 생각이다. 그들이 풍족한 창고에서 나에게 음식을 좀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당장 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나는 그럴 능력이 있다. 은혜를 베풀고 모든 인간의 노동을 영광스럽게 하는 신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나에게 모든 가사일에 비할 데 없는 솜씨를 주었다. 불을 피우고, 장작을 패고, 고기를 썰고 굽고, 포도주를 따르는 것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섬기기 위해 하는 모든 허드렛일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우마이오스는 화를 내며 이르되,
「안 됩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시나이까. 그 구혼자 무리 사이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당신은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공격성은 철과 하늘까지 닿을 정도이옵니다. 게다가 그들을 시중드는 자들은 당신과는 다르나이다. 그들은 잘 차려입고, 윤이 나는 깨끗한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옵니다. 윤이 나는 탁자 위에 빵과 포도주와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시중들고 있나이다. 여기 머무르소서. 아무도 당신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아니하나이다. 저도,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오지수의 아들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장포와 튜닉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옵니다.」
고통에 익숙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상제께서 저처럼 당신을 사랑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당신께서 저를 방랑의 고통에서 구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은 집 없는 삶이옵니다. 우리는 극심한 굶주림 때문에 이 삶을 견뎌야만 하나이다. 집 없는 이방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젊은 주인님을 기다리라 하셨으니, 오지수의 부모님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의 아버지는 떠날 때 노년에 접어드셨는데, 아직 살아 계시나이까. 아니면 돌아가셨나이까.」
그가 대답하되,
「나그네여, 진실을 말하겠나이다. 라에르테스는 살아 있으나, 늘 상제에게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고 있나이다.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너무나 괴로워 제때보다 일찍 늙어 버렸나이다. 아내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나이다. 어떤 친구에게도 그런 죽음을 바라지 아니하나이다. 유명한 영웅인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서 말이다. 살아생전, 슬픔 속에서도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나이다. 그녀는 막내딸이자 강하고 예쁜 크티메네와 함께 나를 키웠나이다. 그녀는 우리 둘을 함께 키우면서 나를 거의 동등하게, 다만 조금 덜 존중해 주었나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자, 그들은 크티메네를 거액의 지참금을 받고 사메로 보냈나이다. 어머니는 내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입히고 샌들을 신겨 시골로 보냈나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였나이다. 나는 두 사람 모두 그립나이다. 신들이 나를 이렇게 만드셨나이다. 이곳에서의 사업이 번창하여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였고 손님들에게도 대접할 수 있었나이다. 그러나 주인님에 대한 좋은 소식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침략자들 때문에 집이 폐허가 되었다 하나이다. 주인님의 모든 노비들은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문을 듣고, 음식을 나눠 먹고, 밭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 노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외치되,
「에우마이오스여. 네가 집과 부모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끌려갔을 때 얼마나 어린아이였단 말인가.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그들이 살던 도시가 약탈당했단 말인가. 아니면 네가 홀로 양이나 소를 치고 있을 때 산적들이 너를 발견했단 말인가. 그들이 너를 붙잡아 배에 태운 다음, 이 사람의 집에서 값싸게 팔았단 말인가.」
돼지치기가 그에게 대답하되,
「나그네여, 이렇게 물으셨으니 들어보소서. 조용히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제 이야기를 즐기소서. 이 밤들은 마법과 같나이다. 잠도 잘 자고 이야기도 들을 시간이 충분하니까요. 너무 일찍 주무실 필요는 없나이다. 건강에 좋지 아니하나이다. 잠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라면 가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주인의 돼지를 치러 가야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당신과 저는 제 오두막에 앉아 음식과 포도주를 나누며 서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나누도록 합시다. 오랜 세월 고통과 집을 떠나 살아온 사람은 슬픔을 즐길 수도 있나이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시리아라는 섬이 있나이다. 태양이 오르티기아 위에서 도는 곳이지요. 주민은 적으나 양과 포도주와 곡식이 풍부한 좋은 땅이옵니다. 그곳 사람들은 기근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늙어가고, 아림 여신은 그들의 부드러운 화살을 통해 그들을 보살피나이다. 은빛 활을 가진 아로왕 신이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였나이다. 땅은 두 개의 지방으로 나뉘었고, 나의 아버지 크테시우스는 두 지방 모두의 왕이었나이다. 그때 탐욕스러운 상인들이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페니키아인으로,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들이었고, 검은 배에는 엄청난 보물이 가득 실려 있었나이다. 나의 아버지 집에는 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이 있었는데,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 재주가 뛰어났나이다. 그 교활한 악당들은 그녀를 속였나이다. 그중 한 명이 먼저 배 옆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와 동침하였나이다. 성욕은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나이다. 아무리 훌륭한 여자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어디 출신이고 누구인지 물었나이다. 그녀는 그에게 나의 아버지 궁전을 보여 주며 이르되, 『저는 청동이 풍부한 시돈 출신이옵니다. 저는 부유한 아리바스의 딸이옵니다. 어느 날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타피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이 남자의 집으로 끌려와 거액을 받고 팔렸나이다.』 그녀의 비밀 연인이 이르되, 『그렇다면 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옵니까. 우리와 함께 부모님과 멋진 집을 다시 뵙고 싶지 않으시옵니까. 그분들은 살아 계시고 지금은 꽤 부유하시옵니다.』 여자가 이르되, 『오, 물론이옵니다. 모든 선원들이 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 맹세한다면요.』 그러자 그들은 여자가 부탁한 대로 맹세하고 엄숙히 서약하였나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르되, 『여러분은 입을 다물어야 하고, 길가나 분수대에서 저를 마주치더라도 말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집에 계신 노인에게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그러면 노인이 의심하고 저를 묶어놓고 여러분을 죽이려고 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명심하고,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소서. 배에 집으로 가져갈 물건이 가득 차면 저에게 빨리 소식을 전해주소서. 저도 금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재산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그리고 배삯으로 줄 선물도 하나 더 있나이다. 저는 주인님의 영리한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 아이는 항상 저와 함께 밖에서 뛰어다니나이다. 그 아이를 배에 태우면 꽤 비싼 값에 팔릴 것이옵니다. 외국인들이라고 하였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궁궐로 돌아갔나이다. 그들은 일 년 동안 우리와 함께 머물면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배의 화물칸을 가득 채웠나이다. 떠날 때가 되자, 그들은 아버지 집에 있는 여자에게 알리기 위해 사람을 보냈나이다.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나이다. 그는 호박 구슬이 꿰어진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궁궐의 노비 소녀들과 어머니는 그것을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며 얼마인지 묻기 시작하였나이다. 그는 여자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로 돌아갔나이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앞마당으로 데리고 나갔나이다. 거기서 연회를 마치고 회의를 하러 간 아버지 부하들이 탁자에 남겨 둔 컵 몇 개를 발견하였나이다. 그들은 토론을 하고 있었나이다. 어머니는 컵 세 개를 가져다가 옷 속에 숨기고 가지고 나갔나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뒤따라갔나이다. 해가 지자 우리는 어두운 거리를 서둘러 항구로 향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빠른 페니키아 배가 있었나이다. 모두 배에 올랐나이다. 우리도 배에 태워 주고는 파도를 넘어 항해를 시작하였나이다. 상제께서 순풍을 보내 주셨지요. 이레 동안 항해를 하다가 여덟째 날에 아림가 그 여자를 화살로 맞혔나이다. 그녀는 갈매기처럼 배의 선창에 부딪혔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와 물개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는 그곳에 남겨져 상심하였나이다. 해류가 그들을 이탁도로 실어 날랐고, 라에르테스가 그의 재산으로 저를 사 왔나이다. 그렇게 저는 이 땅을 처음 보게 되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의 고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구나. 그러나 결국 상제께서 당신을 축복하셨으니,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당신은 친절한 사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풍족하게 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은 편안하구나. 그러나 저는 아직도 길을 잃었나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마을을 헤매고 다녔나이다.」
이렇게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고, 잠시 눈을 붙였다. 곧 새벽이 밝아왔다.
한편, 태명은 육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부하들은 재빨리 돛을 내리고 돛대를 내린 후 노를 저어 정박지로 향하였다. 그들은 닻줄을 던지고 배의 선미에서 밧줄을 묶은 다음, 파도를 헤치고 배에서 내려 해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붉은 포도주를 섞어 저녁을 차렸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소년은 현명하게 이르되,
「여러분은 배를 마을 쪽으로 끌고 가시고, 저는 제 영지의 들판에 있는 목동들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그리고 저녁에 마을로 돌아오겠나이다. 새벽에 여러분을 위해 고기와 포도주로 잔치를 베풀겠나이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까, 얘야. 누구의 집으로 가야 할까. 이 땅을 다스리는 자들의 집으로. 아니면 바로 네 어머니 댁으로 가야 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평소 같으면 당신을 초대하였을 것이옵니다. 우리는 좋은 주인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는 게 좋겠나이다. 저는 집에 없을 것이고, 어머니도 당신을 만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위층에서 베틀에서 베를 짜고 계시는데, 구혼자들이 자신을 보는 걸 원치 않으시거든요. 그러니 다른 사람 집으로 가시는 게 좋겠나이다. 솜씨 좋은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의 집으로요. 이탁도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여기나이다. 그는 가장 유력한 구혼자이고, 제 어머니와 결혼해서 오지수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 가장 열심이옵니다. 상제만이 미래를 아시지요. 에우리마코스는 결혼 전에 끔찍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의 전령인 매였다. 매는 발톱으로 비둘기를 움켜쥐었고, 깃털이 배와 어린 태명 사이로 흩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그를 따로 불러 손을 잡고 이르되,
「태명이여. 어떤 신이 이 새를 당신의 오른손에 날리도록 보냈소. 나는 이것이 징조임을 즉시 알아차렸소. 이탁도 전체에서 당신 가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가문은 없소. 당신들은 영원히 왕이 될 것이오.」
그가 대답하되,
「오, 낯선 이여. 당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제 우정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그러면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감명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충실한 부하에게 이르되,
「피레우스여, 당신은 나와 함께 필성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나이다. 이 낯선 이를 당신의 집에 데려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친절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소서.」
피레우스가 대답하되,
「당신이 얼마나 오래 떠나 계시든 제가 그를 돌보겠나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배에 올라타서 선원들에게도 올라와서 밧줄을 풀라 말하였다. 그들은 그대로 하고 벤치에 앉았다. 그러자 태명은 샌들을 신고 갑판에서 날카로운 청동 창을 꺼냈다. 사람들은 밧줄을 풀고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 명령한 대로 마을을 향해 배를 저었다. 소년은 농장 마당에 도착할 때까지 빠르게 걸었다.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돼지가 있었고, 주인을 도울 줄 아는 돼지치기가 그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느니라.
==제16권 부자상봉==
새벽녘에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아침을 차리고 불을 지핀 다음, 몰아 놓은 돼지들을 데리고 목동들을 내보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 짖어대던 개들이 태명을 보자 조용해졌다. 오히려 그에게 헐떡거렸다. 오지수는 개들의 행동을 보고 발소리가 들리자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누군가 오는 게 틀림없다. 친구인지 아는 사람인지. 개들이 짖지도 아니하고 친근하게 구는 걸 보니 발소리가 들리는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성문 안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돼지치기는 벌떡 일어나 포도주를 섞던 잔을 떨어뜨려 포도주가 쏟아졌다. 그는 주인에게 달려가 얼굴과 빛나는 눈, 두 손에 입맞추고 울었다. 마치 십 년 동안의 슬픔 끝에 타지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외아들, 가장 소중한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태명을 껴안고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입맞춤을 하였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 그는 이르되,
「사랑하는 내 아들아. 태명아, 네가 돌아왔구나. 네가 필성로 떠난 후로는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들어오렴.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구나. 들어오렴. 너는 우리 같은 목동들을 보러 시골에 자주 오지 않잖아. 너는 도시에 남아서 그 악랄한 구혼자 무리를 감시하곤 하지.」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할아버지여, 예, 들어가겠나이다. 직접 뵙고 어머니께서 아직 집에 계신지, 아니면 다른 남자와 결혼하셨는지, 오지수의 침대가 거미줄로 뒤덮여 텅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나이다.」
돼지치기이자 지휘관인 그가 이르되,
「정말이로다, 어머니의 마음은 변치 아니한다. 어머니는 네 집에 계시면서 밤낮으로 슬퍼하고 계신다.」
그는 태명의 칼을 받아 들었다. 소년은 돌로 된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리를 권하였으나, 태명은 거절하며 이르되,
「낯선 분이시여, 거기 앉으소서. 저는 제 오두막 근처에서 의자를 찾을 수 있나이다. 노비가 도와줄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돌아가서 다시 앉았다. 돼지치기는 태명이 앉을 수 있도록 땔감과 양털을 깔아 주었다. 그는 바구니에 빵을 담고 전날 남은 고기를 가져왔다. 그는 나무 그릇에 포도주를 섞어 오지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배를 채운 후, 태명은 고귀한 돼지치기에게 돌아서 이르되,
「할아버지여, 이 낯선 사람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뱃사람들이 어떤 길로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그는 분명 이탁도까지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얘야, 내가 말해 주겠다. 그는 크레타 섬 출신이다. 그는 여러 마을을 헤매다 길을 잃었다 하는데, 어떤 신이 그의 운명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데려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나와 내 농장에 도착하였다. 그는 네게 간청하는 자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대하면 된다.」
태명이 걱정스럽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이 전하는 이 소식은 저에게 큰 걱정거리이옵니다. 어떻게 그를 제 집에 초대할 수 있겠나이까. 저는 아직 어려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주먹으로 맞서 싸울 수 없나이다. 어머니는 저와 함께 남아 남편의 침실과 소문에 휘둘리지 아니하고 집안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구혼자 중 누구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값비싼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나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당신 집에 왔으니, 제가 그에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 신발을 입히고 칼도 주고, 길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당신이 괜찮으시다면 그를 이 농가에 머물게 해 주시고 잘 보살펴 주소서. 제가 당신에게 옷과 음식을 보내 드릴 테니 그가 다른 남자들이나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구혼자들을 만나러 보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너무 폭력적이옵니다. 그들이 그를 학대한다면 저는 너무나 수치스러울 것이옵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는 없다. 너무 많거든.」
그러자 오지수는 좌절감에 휩싸여 이르되,
「친구여, 당신의 집에서 구혼자들이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듣고 나니, 내가 나서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하나이다. 정말 가슴이 아프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옵니다. 말해 보소서,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기로 선택하였나이까. 이탁도 사람들이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당신에게 등을 돌린 것이옵니까. 아니면 갈등이 닥쳤을 때 마땅히 당신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할 형제들을 탓하는 것이옵니까. 내게도 의지에 걸맞은 젊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가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었다면, 혹은 그 자신이 방랑 끝에 돌아온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직 희망은 있나이다. 오지수의 궁전에 들어가는 순간, 누가 내 목을 베더라도 나는 그들을 없애 버릴 것이옵니다. 설령 내가 진다 해도,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나 혼자서는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집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범죄들을 보고만 있겠나이까. 낯선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노비 소녀들이 끌려다니며, 내 아름다운 집에서 강간당하고, 남자들이 포도주와 빵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을. 이런 일들을 위해. 기다림의 게임이여.」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나그네여,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 사람들은 제 적이 아니며, 제가 탓할 형제도 없나이다. 상제께서 우리 가문에 단 하나의 혈통을 주셨나이다. 아르케시우스에게는 아들 라에르테스 하나뿐이었고, 라에르테스에게는 외아들 오지수가 있었으며, 오지수에게는 외아들 제가 있었나이다. 그는 저를 고향에 남겨 두고 떠났나이다. 저를 얻지 못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인한 침략자들이 득세하고 있나이다. 사메 섬과 둘리키움 섬,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섬, 그리고 바위투성이 이탁도 섬의 지배자들까지, 모든 섬에서 가장 강인한 자들이 어머니께 구혼하러 와서 제 재산을 탕진하고 있나이다. 어머니는 끔찍한 재혼을 거부하지도, 끝낼 수도 없나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제 집안 살림을 해치고 있으며, 곧 저마저 해칠지도 모르나이다. 이런 일은 신들의 몫이옵니다. 할아버지여, 이제 서둘러 왕비께 가서 제가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해 주소서.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나이다. 왕비께만 전해 주소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마시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알겠소.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불쌍한 라에르테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겠소. 한동안 그는 오지수를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내키면 밭을 지키고 노비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곤 하였소. 그런데 당신의 배가 필성로 떠난 후로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아니하고 밭을 살피러 가지도 않는다 하더오. 뼈만 남을 정도로 늙어서 울고불고 있다 하더오.」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로군. 그러나 안 된다. 그를 내버려 두시오. 만일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 첫 번째 소원은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오. 어머니께 전할 말씀을 전하고 서둘러 돌아가시오. 그리고 그를 찾아 시골을 헤매지 마시오. 어머니께 비밀리에 소녀를 보내 늙은 라에르테스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라 전해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발 끈을 묶고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혜의 여신은 그가 마당을 나서는 것을 보고 키가 크고 능숙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섰다. 오지수는 오두막 입구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태명은 볼 수 없었다.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개들은 그녀를 보았으나 짖지 아니하였다. 두려움에 떨며 낑낑거리며 방 건너편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혜의 여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수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담을 넘어 나와 그녀 옆에 섰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위대한 전략가 오지수여, 이제 당신의 아들이 진실을 알 때가 되었나이다. 두 사람은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치할지 함께 계획해야 하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을로 가소서. 저도 곧 그곳에서 당신들을 만나겠나이다. 사실 저는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만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고, 키를 더 크게 하고 젊어 보이게 하였다. 그의 피부는 그을리고 볼살이 통통해졌으며 턱에는 짙은 수염이 자랐다. 그렇게 지혜의 여신의 마법이 끝나고 그녀는 날아갔다. 오지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혹시 신일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낯선 분이시여, 전과는 너무나 다르시나이다. 옷도, 피부도…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틀림없나이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제물을 바치고 황금 보물을 드리겠나이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오랜 고통을 겪어 온 오지수가 대답하되,
「나는 신이 아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느냐. 나는 네 아버지, 네가 슬퍼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잔인한 자들이 너를 그토록 괴롭히는 것은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입맞추고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그는 그때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그가 정말 아버지인지 믿지 못하고 이르되,
「아니에요, 당신은 제 아버지 오지수가 아니에요. 어떤 신이 저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마법을 걸었을 거예요. 필멸의 인간은 자신의 지혜로 늙었다가 다시 젊어질 수는 없어요. 어떤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쉽게 해내지 않는 한 말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분명히 늙었고, 그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처럼 보이시네요.」
교활한 오지수는 날카롭게 이르되,
「아니, 태명아, 네 아버지를 보고 놀라지 마라. 바로 나다. 다른 사람이 오는 게 아니다. 나는 오지수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길을 잃었으나, 이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은 지혜의 여신의 솜씨다. 여신은 마음대로 나를 변신시킬 수 있다. 때로는 집 없는 거지로, 때로는 왕자의 옷을 입은 젊은이로 만들기도 한다. 천상의 신들에게는 필멸의 인간을 아름답게 하거나 추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명은 아버지를 껴안고 울었다. 두 사람은 깊은 슬픔에 잠겨 사냥꾼에게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를 빼앗긴 독수리나 콘도르처럼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그만큼 서럽게 울었다. 그들의 슬픔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을 터인데, 그때 갑자기 태명이 이르되,
「아버지여, 선원들이 어떤 길로 아버지를 이탁도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아버지가 걸어서 오신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들아, 모든 것을 말해 주겠다. 항해술로 유명한 페아키아인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언제나 손님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들의 배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고, 그들은 나를 이탁도에 내려놓았다.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금과 청동, 그리고 옷가지와 같은 귀한 선물들을 가져왔는데, 신들의 뜻에 따라 그것들은 동굴에 보관되어 있다. 지혜의 여신은 내게 이곳에 와서 너와 함께 적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우라 말씀하셨다. 구혼자는 몇 명이나 되느냐.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총명하기로 유명하니, 우리 둘이서만 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지 알아내겠다.」
태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르되,
「아버지여, 저는 항상 아버지께서 창술과 책략에 능하시다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그러나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과하시나이다. 우리 둘이서 저렇게 강하고 많은 사람들과 싸울 수는 없나이다. 몇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나 되나이다. 구혼자들의 수를 빨리 알려 드리겠나이다. 둘리키움에서 온 쉰두 명은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고, 여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왔나이다. 사메에서 온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 온 스무 명, 그리고 바로 이 이탁도에서 온 열두 명은 모두 건장한 젊은이들이옵니다. 그들에게는 메돈이라는 하인과 시인 한 명, 그리고 고기를 잘 써는 노비 두 명이 동행하나이다. 만일 그 많은 남자들이 집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을 때 공격한다면, 당신은 그들의 폭력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옵니다. 좀 더 생각해 보소서. 우리를 위해 싸워 줄 조력자를 찾을 수 있나이까.」
오지수가 이르되,
「지혜의 여신과 그녀의 아버지 상제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도움이 필요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당신이 언급한 신들은 훌륭한 수호자이옵니다. 그들은 구름 높은 곳에 앉아 인간과 신 모두를 다스리나이다.」
노련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저 두 사람은 우리가 구혼자들과 싸우기 시작할 때, 즉 내 집에서 전쟁의 신이 우리와 그들의 전투력을 시험할 때,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것이다. 새벽에 돌아가서 그 오만한 젊은이들과 합류해라. 돼지치기가 나를 마을까지 호위할 것이다. 나는 다시 거지처럼 보일 것이다. 만일 그들이 나를 학대하고 네가 내가 고통받는 것을 보더라도, 그들이 나에게 무기를 던지고 발을 잡아 밖으로 내던지더라도, 너는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화를 내지 마라. 정중하게 그들에게 이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 말해라. 그들은 네 말을 무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파멸의 날이 가까워졌다. 이제 잘 들어라. 나의 가장 든든한 공모자인 지혜의 여신이 내 심장을 톡톡 두드릴 것이고, 나는 너에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다음 집에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찾아 위층 창고에 숨겨 두어라. 그리고 구혼자들이 물으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고는 이렇게 둘러대라. 『그들은 불 근처에 있어서 연기 때문에 상하고 있었으니 옮겨 놓았을 뿐입니다. 오지수가 토래성으로 떠나기 전의 광채를 잃어가고 있었거든요. 상제 신이시여, 제가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당신들이 술에 취하면 싸우고 서로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멋진 저녁 식사와 구애가 망쳐질 겁니다. 무기는 사람을 무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라. 그리고 우리 둘이서 잽싸게 공격하기 전에 챙길 수 있도록 칼 두 자루, 창 두 자루, 두꺼운 방패 두 개를 남겨 두어라. 지혜의 여신이 그들을 홀릴 것이고, 영리한 상제가 도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나의 친아들이라면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라. 라에르테스와 돼지치기, 여종들, 심지어 연로비조차도 여자들의 태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알아서는 안 된다. 또한 시험해 봐야 한다. 남자 노비들을 살펴보고, 누가 마음속으로 나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누가 당신을 마땅히 존경해야 할 만큼 우러러보는지 알아보거라.」
그의 빛나는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여, 곧 제 용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저는 강인하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그동안 구혼자들은 아버지 집에 앉아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며 재산을 탕진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소서. 여자들에 대해서는, 누가 순결하고 누가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나이다. 그러나 남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이다. 상제께서 징조를 보여 주시면 나중에 해도 되나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하였느니라. 그때 태명이 필성로 갔던 배가 이탁도 중심 도시의 만에 정박하였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배를 해안으로 끌어올렸다. 노비들은 값비싼 선물과 무기를 꺼내 클리티우스의 집으로 가져갔다. 전령이 왕비에게 태명이 이탁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혹시라도 왕비가 아들 때문에 걱정하며 울고 있을까 봐 배를 끌어와 마을로 와야 한다 말했다고 하였다. 돼지치기와 전령은 같은 임무를 띠고 왕비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여종들이 전령 주위에 모여들었다. 전령이 이르되,
「위대한 왕비님,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오셨나이다.」
그리고 돼지치기는 왕비를 따로 데리고 가서 아들이 전하라 한 말을 전하였다. 말을 마치자 돼지치기는 홀을 지나 안뜰로 나가 자신의 돼지들에게로 갔다. 구혼자들은 마음이 상하고 낙담하였다.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 건방진 녀석의 여정이 성공하였소. 우리는 그가 실패할 것이라 확신하였소. 우리는 노 젓는 사람들을 태운 가장 좋은 배를 띄워 바다를 건너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당장 돌아오라 전해야겠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암피노무스가 항구 안에서 육지를 등지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하였다. 돛을 접고 선원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이르되,
「사신을 보낼 필요도 없소. 그들은 이미 돌아왔소. 어떤 신이 그들에게 알려 주었거나, 아니면 그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따라잡지 못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그들은 벌떡 일어나 해변으로 내려가 검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렸고, 하인들은 자랑스럽게 무기를 꺼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시장으로 몰려가 젊은이든 노인이든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나서 안타이노스가 그들에게 연설하되,
「정말 놀랍구나. 신들이 이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냈구나. 며칠 동안 우리 정찰병들은 바람 부는 절벽에서 교대로 감시하였느니라. 해가 지면 해안에서 밤을 지새우지 아니하고 태명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바다에서 매복하였느니라.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하였느니라. 그런데 어떤 신이 그를 집으로 데려왔느니라. 우리는 그를 죽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가 도망쳐서는 안 된다. 그는 우리의 속셈을 알고 있으니 살아남으면 우리의 구혼을 방해할 것이고, 음모를 꾸밀 것이다. 그러면 백성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태명이 백성들을 모을 것이다. 그는 격노할 것이고, 행동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어나서 우리가 그를 죽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말할 것이다. 백성들이 우리의 범죄를 알게 되면 우리를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다치거나 고향에서 쫓겨나 타국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 그를 시골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 혹은 길에서 잡자.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나눠 갖도록 하자.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모시고, 누구와 결혼하든 그 남자는 집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살려 두고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몰려와 그의 집 안의 재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선물을 보내며 그녀에게 구애해야 한다. 언젠가 그 아가씨는 결혼할 것이고, 가장 많은 선물을 보낸 남자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침묵하였다. 그때 니소스의 유명한 아들 암피노무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둘리키움의 밀밭과 목초지에서 왔다. 그는 총명하였고, 연로비는 다른 남자들보다 그의 말을 더 좋아하였다. 그는 현명하게 이르되,
「친구 여러분, 저는 태명을 죽일 생각이 없나이다. 왕족을 죽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옵니다. 그러니 먼저 신들의 뜻을 알아야 하나이다. 위대한 상제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직접 그를 죽이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동참을 촉구하겠나이다. 신들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가 말하자 그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일어서서 오지수의 집으로 돌아가 윤이 나는 의자에 앉았다. 연로비는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알게 되었으니 이 무례한 구혼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메돈이 그들의 계획을 엿듣고 그녀에게 알려 준 것이었다. 시녀들을 곁에 두고 그녀는 아래층 홀로 내려가 그들에게 다가가 문기둥 옆에 서서 얼굴에 베일을 썼다. 그녀는 안타이노스에게 이르되,
「당신은 짐승이다. 교활한 놈이다. 범죄자여. 사람들은 당신이 이탁도에서 당신 또래 중 가장 똑똑하다 말하나,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미쳤다. 어찌하여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 상제께서 지키시는 간청으로 맺어진 인연을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이냐. 당신의 아버지가 이탁도 사람들에게 쫓겨 도망쳐 왔다는 걸 잊었느냐. 이탁도 사람들은 그가 타포스의 해적들과 합류하고 우리의 동맹인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분노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그를 죽이고, 심장을 뜯어내고, 그의 재산을 빼앗으려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그를 보호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제 당신은 은인의 재산을 탐하고, 그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심지어 나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라. 그리고 다른 구혼자들도 그만두게 하라.」
그가 이르되,
「연로비여, 걱정하지 마소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소서. 내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의 아들을 해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옵니다. 맹세컨대, 만일 누군가 시도한다면 내 칼로 그의 피를 흘리게 할 것이옵니다. 당신의 도시를 약탈하던 남편은 종종 나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고기를 조금씩 먹여 주고 붉은 포도주를 마시게 해 주곤 하였나이다. 그래서 지금 태명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서 아무런 위험도 없나이다. 신들이 가져다주는 죽음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없나이다.」
그는 그녀를 달래려고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녀의 아들을 죽일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침실로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울었고, 지혜의 여신이 그녀에게 편안한 잠을 주었다.
저녁이 되자 돼지치기가 집으로 돌아와 오지수를 발견하였다. 그와 그의 아들은 일 년 된 돼지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 곁으로 와서 다시 한번 지팡이로 그를 건드려 초라하고 늙어 보이게 하였다. 돼지치기가 들어왔을 때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돼지치기가 연로비에게 비밀을 누설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니라.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태명이 먼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돌아왔구나. 마을 소식은 어떻지. 그 오만한 구혼자들이 매복에서 돌아와 내 집에 와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잡히려고 숨어 있는 건가.」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 질문을 하려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네. 나는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하고 돌아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당신의 부하 중 한 명, 전령이 나와 함께 갔는데, 그가 당신 어머니께 먼저 소식을 전하였다. 한 가지 더 본 것이 있다. 마을 바로 위 헤르메스 언덕을 지나갈 때, 사람들로 가득 차 방패와 창을 잔뜩 실은 배 한 척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자 태명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눈을 마주쳤다. 에우마이오스가 보지 못하게 숨긴 채였다. 요리가 끝나자 그들은 저녁 식사를 똑같이 나누어 먹었고,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느니라.
==제17권 모욕과 학대==
이에 갓 태어난 새벽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자,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멋진 샌들을 신고 손에 꼭 맞는 튼튼한 창을 들고 길을 나섰도다. 그는 돼지치기에게 이르되,
“할아버지여, 저는 어머니를 뵈러 마을에 가야 하나이다. 어머니를 뵙기 전까지 어머니는 계속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실 것 같나이다. 이제 할아버지께서 이 불쌍한 늙은이를 마을로 데려가 구걸하게 해 주셔야 하나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먹을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지금 모든 사람을 상대할 여유가 없나이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나이다. 그분이 화를 내시더라도 그건 그분의 문제일 뿐이니이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친구여, 나는 여기 머물고 싶지도 아니하니라. 거지들은 마을과 시골을 떠돌아다녀야 하느니라. 나는 자선가들에게서 음식을 얻어먹을 것이로다. 나는 너무 늙어서 감독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농부로 여기 머물 수 없느니라.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불 옆에서 몸을 녹이면 그 사람이 나를 데려갈 것이로다. 내게는 이 누더기 옷밖에 없느니라. 아침 서리가 내리면 죽을지도 모르느니라. 네가 말했듯이 마을은 멀도다.”
그러자 태명은 구혼자들을 혼내 줄 계획을 생각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도다. 왕궁에 도착하자 그는 창을 기둥에 기대어 놓고 돌로 된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느니라. 의자에 양털을 깔고 있던 유모 명숙이 그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도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었으며, 고집 센 오지수의 다른 여인들도 모여들어 태명의 머리와 어깨에 입맞추며 그를 환영하였느니라.
그때 현명한 연로비가 여신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와 사랑하는 아들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도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추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쏟아내되,
“태명아, 왔구나! 사랑스러운 아들아! 네가 아버지 소식을 듣기 위해 나에게 말도 없이 필성로 몰래 갔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느니라. 무슨 일을 보고 왔느냐?”
태명은 침착하게 이르되,
“어머니, 저를 화나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려 하지 마소서. 저는 위험에서 살아남았나이다.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소서. 그리고 시녀들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소서.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소서. 이제 저는 마을로 나가겠나이다. 이탁도에 저보다 바로 뒤에 도착한 낯선 사람을 초대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용감한 부하들과 함께 먼저 보냈고, 피레우스에게 그를 집으로 데려가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였나이다.”
그의 말은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도다. 어머니는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고 아낌없이 제물을 바치며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청하였느니라. 태명은 창을 들고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옆에 두고 홀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에게 신비로운 은총을 내리셨느니라. 모두가 그의 등장에 놀랐도다. 구혼자들은 주위에 모여들어 친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를 해치려는 속셈이었느니라.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피해 명토르와 안티푸스, 할리테르세스와 합류하였으니, 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도다. 그들은 그에게 자세히 질문하였느니라.
그때 피레우스가 테오클리메누스라는 낯선 사람을 데리고 마을 중심부로 다가왔도다. 태명은 즉시 길을 나서서 그 낯선 사람 곁에 섰으며, 피레우스가 먼저 입을 열되,
“태명이여, 여자들을 어서 내 집으로 보내소서. 면나수가 당신에게 준 선물을 돌려주겠나이다.”
그러나 태명은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피레우스여, 안 되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나이다. 만약 제 집에 있는 구혼자들이 몰래 저를 죽이고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 갖는다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당신이 선물을 받는 것을 더 원하나이다. 그리고 만약 제가 그들을 죽여 파멸을 가져온다면, 제게 선물을 가져다주소서. 그러면 우리 둘 다 행복할 것이니이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지친 나그네를 집으로 데려가 의자에 장포를 깔아 주었도다. 그들은 목욕하러 갔으며, 여종들이 그들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느니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의자에 앉았도다. 한 여종이 금 항아리를 가져와 은 그릇에 담긴 세숫대야에 그들의 손을 씻어 주었으며, 그녀는 그들 옆에 상을 차렸고, 한 겸손한 여종이 풍성한 음식을 가져왔느니라. 연로비는 태명을 마주 보고 문 옆 의자에 기대어 고운 양털을 잣고 있었도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마셨느니라.
그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던 연로비가 입을 열되,
“태명아, 이제 위층에 올라가 내 침대에 누워 쉬어야겠느니라. 오지수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떠난 후로 내 침대는 슬픔의 침대가 되어 항상 눈물로 얼룩져 있느니라. 그런데 당신은 아버지의 귀환 소식을 알아냈는지 말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구혼자들이 오기 전에 어서 말해 주소서.”
태명은 차분하게 대답하되,
“어머니,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는 네스토르 왕을 뵈러 필성에 갔나이다. 왕께서는 마치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 돌아온 아들처럼 저를 궁궐로 맞아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나이다. 친아들처럼 저를 아껴 주셨나이다. 그러나 왕께서는 오지수에 대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셨나이다. 그래서 저를 말과 마차를 타고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장군인 메넬라오스에게 보내셨나이다. 거기서 저는 헬레나를 만났나이다. 신들의 뜻에 따라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전쟁을 치르며 고통받았던 것이니이다. 메넬라오스가 제가 왜 영광스러운 사필성에 왔는지 묻자, 저는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셨나이다. ‘어리석은 겁쟁이들! 그들이 누우려는 자리는 진정으로 결연한 자의 것이로다. 마치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을 사나운 사자의 굴에 눕혀 놓고 풀을 뜯으러 비탈과 계곡으로 가는 것과 같으며,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잔인하게 새끼 사슴을 죽이는 것과 같도다. 두 어린아이들 말이로다. 오지수가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라. 아버지 상제, 지혜낭자, 아로왕께 기도하건대, 그가 오래전 레스보스 섬에서 필로메데스와 씨름하여 그를 땅에 내던지고 모든 그리스인들이 환호했던 때처럼 강하기를 바라노라. 그가 구혼자들과도 똑같이 싸워 그들의 구혼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나고 목숨도 빨리 잃게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고 저는 당신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늙은 바다의 신에게서 들은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는 그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았다고 하였나이다. 산령녀 립선이 그를 자신의 섬, 그녀의 집에 가두어 놓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는 넓은 바다를 건널 함대나 선원이 없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나이다. 유명한 면나수가 그렇게 말하였나이다. 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신들께서 순풍을 주셔서 저는 순조롭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나이다.’”
그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도다. 그때 신과 같은 테오클리메노스가 입을 열되,
“나의 부인,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시여, 이 소식은 불완전하나이다. 예언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겠나이다.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제가 온 곳, 위대한 오지수의 화롯가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는 이미 이탁도에 있나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오는 길일 것이니이다. 그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나이다. 제가 배에 앉아 있을 때 징조를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나이다. 태명에게도 이야기하였나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낯선 분이시여, 이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극진한 환대와 관대함을 베풀어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행운을 보게 할 것이니이다.”
한편, 오지수의 집 밖에서는 구혼자들이 평소처럼 밖에서 다트와 원반 던지기 게임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었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양 떼들이 목동들의 인도를 받으며 각 들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메돈이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이 가장 아끼는 노비 소년이었고, 구혼자들은 항상 그를 잔치에 데려왔도다.
“나리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소. 이제 안으로 들어오셔서 식사하시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소.”
그들은 그의 조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갔도다. 의자에 장포를 깔고 살찐 염소, 큰 숫양, 살찐 돼지 몇 마리,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소 한 마리를 잡아 잔치를 위해 요리하였느니라.
오지수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려고 서둘렀도다. 돼지치기는 위엄 있는 어조로 이르되,
“나그네여, 주인님께서 오늘 원하신다면 도시로 오셔도 된다고 하셨나이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여기 남아 농장을 지켜 주시기를 바랄 뿐이니이다. 그러나 주인님께서 저를 꾸짖으실까 봐 걱정되나이다. 주인의 꾸지람은 노비에게 무거운 짐이 되니까요. 이제 가야 하나이다. 시간이 늦었고 곧 추워질 것이니이다. 해가 지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알겠소. 이제 가자. 앞장서소. 그런데 지팡이가 있으면 내가 의지할 수 있도록 좀 주소. 길이 미끄럽다고 들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끈으로 가방을 어깨에 메었도다. 가방은 너덜너덜하고 구멍투성이였느니라. 에우마이오스는 그에게 쓸 만한 지팡이를 주었도다. 그들은 떠났고, 개들과 목동들은 농장을 지키기 위해 남았느니라. 돼지치기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 옷을 입은, 마치 가난한 늙은 거지처럼 보이는 주인을 마을로 안내하였도다.
그들은 돌길을 따라 걸어 마을 근처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화려한 샘에 도착하였느니라. 그 샘은 이타코스, 네리토스, 그리고 폴릭토르가 세운 것이었도다. 샘 주변에는 샘물의 양분을 받아 검은 포플러 나무들이 둥글게 자라 있었으며, 위쪽 바위에서는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렸느니라. 그 위에는 산령녀들을 기리는 제단이 세워져 있었으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산령녀들에게 제물을 바쳤도다.
돌리우스의 아들 말태수가 다른 두 명의 목동과 함께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에게 먹일 가장 좋은 염소들을 몰고 오고 있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그는 오지수를 격분시키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로 욕설을 퍼붓되,
“악당이 또 다른 악당을 이끌고 가는구나! 당연한 일이로다. 신들께서는 비슷한 것들을 짝짓기하게 하시니라. 이 더러운 돼지 인간아, 저 늙은 돼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사들에게 줄 선물도 없이 부스러기만 구걸하는 게으름뱅이 말이냐? 내 농장을 지키고 우리를 청소하고 새끼 돼지들에게 사료를 던져 주게 하면 유청이나 마시면서 뼈만 앙상한 다리를 살찌울 수 있을 터인데. 그러나 저놈은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탐욕스러운 배를 채울 음식을 구걸하는 것을 좋아하잖아. 내가 장담하노니, 저놈이 오지수의 궁전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머리에 의자를 던지고, 그를 집 안으로 내던져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이로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오지수를 지나쳐 엉덩이뼈를 걷어차려고 달려들었도다. 정말 어리석은 놈이로다! 오지수는 길에서 밀려나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어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귀를 잡아 땅에 내동댕이칠지 고민하였도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고 화를 억눌렀느니라. 돼지치기가 말태수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그는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도하되,
“오, 샘의 요정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오지수 왕께서 당신들을 위해 기름진 양고기와 염소고기 뼈를 가져오신 적이 있다면, 이제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신령들께서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 제 주인께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목동들 때문에 가축들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이 무례한 자의 허풍을 끝내실 것이니이다.”
염소지기 말태수는 그를 비웃으며 이르되,
“오, 아주 훌륭하도다! 이 개는 말도 할 줄 알고, 재주도 부렸구나. 언젠가 저 개를 배에 태워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팔아 보물을 잔뜩 얻어야겠도다. 내일 아폴론 신이 태명의 집에 은화살을 쏘거나, 구혼자들이 그를 죽였으면 좋겠구나. 오지수는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노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들을 떠났도다. 그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는 그들보다 앞서 달려갔느니라. 그는 주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총애하는 에우리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 사이에 앉았도다. 노비들이 그에게 고기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순종적인 하녀는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안으로 들어가 페미우스가 노래를 위해 조율하고 있는 리라의 울려 퍼지는 소리에 둘러싸여 서 있었도다. 오지수는 돼지치기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곳은 오지수의 웅장한 궁전이니이다. 수많은 궁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나이다. 방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안뜰은 처마 장식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튼튼한 이중문이 있나이다. 누구도 이곳을 뚫고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이나이다. 고기 냄새가 나고, 신들께서 잔치의 동반자로 삼으신 리라 소리가 들리니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맞나이다! 예리하시나이다.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하나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과 합류하시고, 저는 여기 밖에 남겠나이다. 아니면 기다리시고 제가 가겠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소서. 누군가 당신을 보면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매를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침착한 오지수가 이르되,
“그래, 그 생각도 하였느니라. 당신은 가시고 저는 여기 남겠느니라. 저는 전에도 많이 맞았느니라. 고난을 잘 아나이다. 저는 강인하니라. 전쟁도 겪었고,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러니 이대로 두겠느니라. 배고픔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니라. 굶주림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그 저주 때문에 우리가 거친 바다를 건너고 다른 민족을 약탈하는 것이로다.”
그들이 말하는 동안, 거기에 누워 있던 개 아르고스가 머리와 귀를 쫑긋 세웠도다. 오지수는 이 개를 훈련시켰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느니라. 그는 너무 일찍 신성한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니라. 주인이 떠나자, 소년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야생 염소와 사슴, 토끼를 사냥하러 나갔도다. 그러나 이제 아르고스는 주인도 없이, 노새와 소의 똥 더미 속에 방치되어 있었느니라. 노비들은 그 똥을 문 밖에 쌓아 두었다가 넓은 농장에 거름으로 썼도다. 그래서 아르고스는 더러운 채로, 벼룩으로 뒤덮인 채 누워 있었느니라. 오지수가 가까이 온 것을 알아차리자, 아르고스는 꼬리를 흔들고 두 귀를 뒤로 젖혔도다. 그는 너무 약해서 주인에게 다가갈 수 없었느니라. 멀리서 오지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닦고 감쪽같이 숨긴 채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 개가 똥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이상하구나. 그 개는 꽤 잘생겼으나, 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보기 좋게 키우는 애완견인지 알 수 없도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이 개는 타국에서 죽은 주인의 것이었나이다. 오지수가 그를 버리고 토래성으로 갔을 때처럼 건강했다면 얼마나 빠르고 용감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니이다. 숲속으로 사냥을 나가면 항상 먹이를 잡았나이다.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나이다. 그러나 주인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상태는 좋지 아니하나이다. 여자들은 그를 돌보지 아니하나이다. 주인이 지켜보지 않으면 노비들은 제 역할을 하려 하지 아니하나이다. 상제께서는 우리를 노비로 만드는 날 우리의 가치를 반으로 깎아내리시나이다.”
그렇게 돼지치기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귀족 구혼자들과 합류하였도다. 아르고스가 오지수를 본 지 이십 년이 흘렀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를 보게 된 순간이었느니라. 그때 갑자기 흑사병이 그를 덮쳤도다.
태명은 돼지치기가 오는 것을 먼저 보았으며, 고개를 끄덕여 오라고 하였느니라. 주위를 둘러보던 에우마이오스는 구혼자들의 고기를 자르던 소년이 쓰던 의자를 발견하였도다. 그는 의자를 집어 태명의 탁자 옆에 놓았으며, 거기에 앉았고, 노비 소년은 그에게 고기와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그때 오지수가 다가와 안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가난하고 슬픈 노인처럼 보였도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물푸레나무 문턱에 털썩 주저앉아 오래전에 일꾼이 다듬고 곧게 펴놓은 삼나무 문설주에 기대었느니라. 소년은 돼지치기를 불러 바구니에서 밀빵 하나와 손에 들 수 있는 만큼의 고기를 집어 들었으며, 그에게 음식을 주며 이르되,
“이 음식을 저 낯선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연회장을 돌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전해 주소서. 궁핍한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하나이다.”
돼지치기는 가서 오지수에게 이르되,
“태명이 당신에게 이 음식을 주면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하였나이다. 남에게 얻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한다고 하더이다.”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기도하되,
“오 상제시여, 이 태명을 축복하시고, 그의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하소서.”
오지수는 두 손으로 음식을 집어 낡고 해진 자루 위에 올려놓고 발치에 놓고 먹으며 연회장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었도다. 그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음악이 멈추고 구혼자들이 소리쳤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 곁에 서서 그에게 구혼자들 사이로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며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알아보라고 부추기셨도다. 비록 지혜낭자께서는 다가올 학살에서 누구도 구해낼 생각은 없으셨으나 말이로다.
오지수는 능숙한 거지처럼 손을 내밀며 좌우로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느니라. 사람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음식을 주었고,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였도다. 그들이 서로 묻자 염소지기 말태수가 이르되,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이 낯선 사람에 대해 제 말을 들어주소서. 저는 이 사람을 전에 본 적이 있나이다. 돼지치기가 데려온 사람이니이다. 저는 그 이상 아는 것이 없나이다. 그의 배경도 모르나이다.”
안태우는 돼지치기를 꾸짖기 시작하되,
“돼지치기여! 이 유명한 바보야! 왜 이 사람을 데려왔느냐? 이미 잔치를 망치러 오는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아니하느냐? 그들이 몰려들어 네 주인의 재산을 훔쳐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칫거리인데, 왜 이 사람까지 데려왔느냐?”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안태우여, 당신은 귀족이나 당신의 말은 헛소리이니이다. 백성을 도울 재능이 없는 이방인을 누가 초대하겠나이까? 예언자나 의사, 건축가, 아니면 노래로 기쁨을 줄 수 있는 시인 같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거지에게는 아무도 청하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배고픔만 가져올 뿐이니이다. 모든 구혼자 중에서 당신은 노비, 특히 저에게 가장 못되게 구는구나. 그러나 현명한 왕비와 신과 같은 왕자께서 여전히 이 집에 사신다면 저는 상관없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조용히 하라. 안태우는 대답할 가치도 없느니라. 그는 늘 시비를 걸고 남들을 자극하기만 하느니라.”
그러자 안태우에게로 돌아서서 이르되,
“아버지처럼 저를 너무나 잘 챙겨 주시는구나! 저 낯선 사람을 쫓아내라고 하셨지 아니한가! 신이시여,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소서! 가서 그에게 뭐라도 좀 주소서. 저는 음식을 나눠 줄 수 있나이다. 어서 가소서! 어머니나 아버지 소유의 다른 하인들은 신경 쓰지 마소서. 어차피 당신은 그들에게 관심도 없으셨지 아니한가. 당신은 남과 나누려는 게 아니라 자기 배만 채우려는 것이로다.”
안태우가 대답하되,
“잘난 척하는 녀석이구나! 심술궂은 성격이로다! 끔찍한 말을 하다니! 모든 구혼자들이 나처럼 음식을 준다면 이 집에서 그를 석 달 동안이나 가둬 둘 수 있겠도다!”
그는 식탁 밑에 발을 올려놓고 잔뜩 먹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발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휘둘렀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음식을 주어 거지 주머니를 채워 주었느니라. 오지수는 시험을 마쳤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문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도다. 대신 그는 안태우 곁에 서서 이르되,
“친구여, 내게 무엇을 좀 주소. 자네는 분명 모든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 것이오. 자네는 왕족처럼 생겼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겠소. 그러면 내가 자네를 온 세상에 알리겠소. 나는 한때 궁전을 가진 부자였소. 어디에서든 가난한 거지들이 찾아오면 신분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에게 음식을 주었소. 내 노비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재산도 많았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을 누렸소. 그러나 상제께서 모든 것을 파괴하셨소. 그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소. 그는 나를 부추겨 해적들과 함께 이집트로 가게 하셨소. 그 긴 여정이 내 파멸을 가져왔소. 나는 나일 강에 갤리선을 정박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였소. 그리고 모든 망루에 정찰병을 보냈소. 그러나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아름다운 이집트 들판을 약탈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잡아갔으며 남자들을 죽였소. 비명 소리가 마을까지 들렸소. 사람들이 듣고 도우러 달려왔소. 새벽이 되자 평원은 발굽으로 가득 찼소. 병사들과 말들, 그리고 번쩍이는 청동 무기들이었소. 그때 천둥을 사랑하는 상제께서 내 병사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셨소. 참혹한 공포였소.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했고, 사백 명 중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였소. 날카로운 청동 칼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다른 이들은 노비로 팔려갔소. 그러나 그들은 나를 만난 드메토르라는 키프로스 왕에게 넘겨 주었소. 나는 키프로스 출신이오. 이것이 내 비극적인 이야기이오.”
안태우가 대답하되,
“어떤 신이 이런 재앙을 내려 우리 잔치를 망쳤단 말인가? 저기서나 있어라, 내 식탁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 아니면 꺼져 버려라! 이집트에서 죽거나 키프로스에서 노비가 되든가! 뻔뻔스러운 거지 자식아! 우리에게 와서 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대접해 주는구나. 우리는 가진 것이 많고, 사람들은 남의 재산을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아니하느니라.”
재치 있는 오지수는 그에게서 물러서며 이르되,
“잘생긴 바보 같으니! 네 집에서 소금 한 알도 안 줄 주제에 남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 성대한 연회에서 빵 부스러기 하나 내게 주지 않겠다니!”
안태우는 격분하여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더 이상 못 참겠도다! 나를 모욕하다니? 품위 있게 떠날 기회를 놓쳤구나!”
그는 의자를 들어 오지수의 오른쪽 어깨, 등 쪽으로 던졌도다. 그러나 오지수는 쓰러지지 않고 돌처럼 굳어 서서 고개를 흔들며 말없이 복수를 생각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돌아가 문턱에 앉아 음식으로 가득 찬 자루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이르되,
“이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제가 할 말이 있나이다. 사람들이 소나 양 같은 자기 소유물을 위해 싸울 때는 상처를 입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이다. 그러나 안태우는 제가 배고픈 채로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저에게 상처를 입혔나이다. 굶주림은 인간에게 그토록 큰 고통을 가져다주나이다. 만약 가난한 자들의 신이나 복수의 여신이 있다면, 결혼 대신 그가 죽음으로 심판받기를 바라나이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입 다물거나 꺼져라! 계속 떠들면 우리 젊은이들이 네 손발을 잡고 궁궐을 끌고 다니며 산 채로 가죽을 벗길 것이로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안태우를 끈질기게 질책하되,
“가엾은 늙은 거지를 때려서는 안 됐소! 만약 그가 하늘에서 온 신으로 밝혀진다면 큰일 날 것이오! 신들께서는 누가 신성한 법을 어기는지, 누가 선한지 알아보기 위해 이방인이나 낯선 사람으로 변장해서 마을에 온단오하기도 한단오이오!”
안태우는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였도다. 그 일격은 태명의 마음속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으나,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복수를 생각하였도다.
연로비는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모든 노비들에게 이르되,
“아로왕 신이 안태우를 거지처럼 쏘아 죽이기를 바라네!”
그러자 늙은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소! 그들 중 누구도 새벽이 왕좌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오.”
연로비가 이르되,
“여보,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해요. 안태우가 제일 악랄해요. 그는 죽음과 같아요. 어떤 불쌍한 늙은 나그네가 궁핍해서 이 집에 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도와 자루를 채워 주었는데, 안태우가 그의 어깨에 발판을 던졌어요.”
그녀는 오지수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시녀들과 함께 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그러고 나서 돼지치기를 불렀느니라.
“에우마이오스여! 그 나그네를 내게 오게 하여 내가 그를 맞이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오지수에 대해 듣거나 본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하시오. 그 나그네는 먼 길을 온 것 같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폐하, 이 사람들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니이다. 저는 그를 사흘 밤낮으로 제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배에서 도망쳐 나와 제 집에 먼저 왔나이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는데,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나이다. 마치 신의 축복을 받아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가수처럼—사람들은 그가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보나이다—그의 이야기는 저를 매료시켰나이다. 그는 오지수와 자신이 조상 대대로 오랜 친구 사이라고 말하나이다. 그는 미노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살았는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험난한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하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아직 살아 있고, 이 근처 풍요로운 테스프로토스 땅에 있으며, 보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나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그를 불러 오소서. 그가 직접 내게 말하게 하소서. 구혼자들은 우리 집 안이나 문 앞에서 흥청망청 놀고 있소. 분위기가 아주 흥겹소. 그들의 집에는 맛보지 못한 음식과 포도주가 가득하고, 하인들은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소. 그러면서도 그들은 매일 우리 집에 몰려와 소, 양, 염소를 잡고 마음껏 잔치를 벌이며 우리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우리 재산은 텅 비었소. 오지수처럼 이 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여기 없소. 그러나 오지수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와 그의 아들은 곧 그들의 폭력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오.”
태명이 크게 재채기를 하자 그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도다. 연로비는 웃으며 에우마이오스에게 이르되,
“저 낯선 사람을 불러 오소서! 내 아들이 방금 내가 한 말에 재채기를 하였소. 들었소? 그건 모든 구혼자들에게 죽음의 징조요. 이제 아무도 그들을 파멸에서 구할 수 없소. 그러나 잘 들어 보소서. 만약 저 낯선 사람이 진실을 말한다면,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오지수 곁으로 가서 섰도다. 그의 말에는 날개가 달렸느니라.
“나리, 태명의 어머니인 연로비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남편에 대해 묻고 싶어 하시나이다. 만약 당신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한다면, 그녀는 알게 될 것이니, 옷을 얻게 될 것이오. 당신에게는 옷이 절실히 필요하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음식을 구걸할 수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당신에게 음식을 줄 것이오.”
강인한 의지의 오지수는 이렇게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연로비에게 곧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할 것이로다. 오지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니라. 우리도 고통을 함께 겪었으니 말이로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구혼자들 때문에 몹시 불안하니라. 그들의 공격성은 하늘을 깎아내리는 것 같도다. 방금 전에도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뭔가를 던져서 다쳤느니라. 태명도, 다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니 연로비에게 아무리 간절히 원하더라도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으라고 전해라. 해질녘이 되면 가까이 와서 불 옆에 앉아 남편의 귀향길에 대해 물어보라고 해라. 내 옷이 더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아니하느냐. 내가 도움을 청하러 처음 온 사람이 너였으니 말이로다.”
돼지치기는 돌아섰도다. 문턱을 넘자 날카로운 연로비가 이르되,
“그 여행자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오? 무슨 문제라도 있소? 너무 겁이 많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이오? 집 없는 사람이 그런 수치를 당할 수는 없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의 말은 상식적인 것이니이다. 그는 구혼자들을 피하고 싶어 하나이다. 그들은 공격적이니이다. 그는 해 질 때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라고 하나이다. 왕비님,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니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적어도 그 낯선 사람은 바보가 아니오. 저 사람들처럼 깡패 같은 놈들은 전에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하오.”
돼지치기는 구혼자 무리에게 돌아가 태명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였도다.
“친구여,” 그가 이르되, “나는 가서 돼지들과 당신의 모든 재산, 그리고 나의 재산을 지켜야 하나이다. 모든 것을 잘 돌보되,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지키소서. 다치지 마소서. 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우리를 해치기 전에 그들을 모두 없애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먼저 식사를 하고 가소서. 새벽에 먹을 동물을 가지고 돌아오소서. 나머지는 저와 신들에게 맡기겠나이다.”
그러자 에우마이오스는 의자에 앉아 먹고 마신 후,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 찬 궁전을 떠나 돼지들에게로 돌아갔도다. 이미 늦은 오후였고, 음악과 춤이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느니라.
==제18권 두 거지==
이에 이탁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이탁도는 탐욕으로 악명이 높았도다. 그는 끊임없이 먹고 마셔서 살은 쪘으나 허약하였고, 싸울 기력도 없었느니라. 그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지어 준 이름은 아르나이오스였으나, 젊은이들은 그를 심부름꾼이었기에 이루스라고 불렀도다.
이제 이 남자는 오지수를 그의 집에서 쫓아내려 하며 저주를 퍼붓되,
“저리 가라, 늙은이여! 나가거라! 그렇지 아니하면 발로 끌어내 버리리라! 구혼자들이 눈짓하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 보이지 아니하느냐? 이는 나에게 창피한 일이로다. 당장 너를 일으켜 세우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싸우리라!”
오지수는 그를 노려보며 이르되,
“어리석은 놈아! 나는 너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너를 험담한 것도 아니니라. 다른 거지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여 질투할 것도 없느니라. 그가 얼마나 많이 받든 상관없도다. 이 문은 우리 둘 다 지나갈 수 있느니라. 모든 재물을 독차지하지 말라. 네 것이 아니니라. 너도 나처럼 집 없는 사람 같구나. 신들께서는 모든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시느니라. 나를 자극하여 싸우게 하거나 화를 내게 하지 말라. 나는 늙었으나 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러면 내일은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니라. 너는 다시는 오지수의 궁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로다.”
방랑자 이루스는 격분하여 이르되,
“이 탐욕스러운 돼지 같은 놈이 마치 늙은 여인이 오븐을 닦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구나! 내가 저놈을 때려눕히고, 두 주먹으로 후려치고, 농부들이 농작물을 망치는 돼지의 어금니를 뽑아내듯이 이빨을 뽑아버리리라! 각오하라! 사람들이 지켜보게 놔두자. 어찌 감히 나보다 어린 놈과 싸움을 걸 생각을 하는 것이냐?”
궁궐 문턱에서 그들의 격렬한 적개심은 극에 달하였도다. 성스러운 군주 안태우는 싸움을 부추기며 껄껄 웃으며 구혼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처럼 멋진 구경거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처음이로다. 신이시여, 이 두 사람이 싸움을 벌일 태세로다. 자, 어서 부추겨 보자!”
그들은 모두 웃으며 벌떡 일어나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들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안태우가 그들에게 이르되,
“잘 들으라, 구혼자들아! 저녁 식사로 기름과 피를 가득 채운 염소 위를 불에 굽고 있느니라.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는 이것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가도록 하라. 그러면 그는 앞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식사할 수 있고, 우리는 다른 거지는 우리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리라.”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도다. 전략가 오지수는 그들을 속이며 이르되,
“친구들이여, 나처럼 늙고 고통에 지친 사람이 젊은이와 싸울 수는 없나이다. 굶주림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매를 맞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하나이다. 그러나 맹세코 이루스를 도와 나를 주먹으로 때려 패배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소서.”
모두 그의 말대로 맹세하였도다. 성스러운 왕자 태명이 이르되,
“손님, 당신의 용감한 마음이 이 도전자와 싸우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소서. 당신을 때리는 자는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니이다. 나는 당신의 주인이니이다.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도 현명하니 나와 같은 생각이니이다.”
모두 동의하였고, 오지수는 누더기 옷을 벗어 허리에 묶었도다. 그러자 우람한 허벅지와 어깨, 거대한 가슴과 튼튼한 팔이 드러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의 곁에 서서 백성의 목자로서의 자답게 그의 힘을 더해 주셨도다. 모든 구혼자들은 어안이 벙벙해하며 이르되,
“이는 이루스의 최후를 의미하는구나! 자업자득이로다! 저 늙은이의 누더기 아래에 숨겨진 근육이라니!”
이루스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으며, 그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도다. 그러나 하인들은 그에게 튜닉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라고 재촉하였으며, 그는 온몸을 떨었느니라. 안태우가 이르되,
“하하, 잘난 척하는구나! 고통에 지친 늙은이를 그렇게 두려워하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만약 저 자가 너를 이겨서 자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너를 배에 태워 그리스 본토의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버리리라. 그는 무자비한 청동으로 네 코와 귀를 자르고, 그다음엔 네 성기를 잘라내어 날것으로 개들에게 먹일 것이로다.”
이 말은 이루스의 떨림을 더욱 심화시켰도다. 링으로 호송된 그는 일어섰으며, 두 사람은 주먹을 치켜들었느니라. 온갖 모욕을 견뎌 낸 오지수는 이루스를 죽일 정도로 세게 때릴지, 아니면 가볍게 쳐서 쓰러뜨릴지 고민하였도다. 구혼자들이 눈치챌지도 모르니 가볍게 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였느니라.
마침내 둘은 주먹을 주고받았도다. 먼저 이루스가 오지수의 어깨를 쳤으며, 오지수는 이루스의 귀 아래 목을 주먹으로 쳐서 턱뼈를 부러뜨렸느니라. 입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고, 이루스는 신음하며 이를 악물고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웃다가 쓰러졌느니라.
오지수는 이루스의 발을 붙잡고 성문을 통해 안뜰로 끌고 나와 담벼락에 기대어 세웠도다. 그는 이루스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 주며 이르되,
“거기 앉아서 개와 돼지를 쫓아내라! 이 쓸모없는 놈아! 손님과 거지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렇지 아니하면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할 것이로다!”
그런 다음 그는 누더기 자루를 집어 어깨끈으로 메고 다시 문 옆에 앉았도다. 구혼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잔을 들며 이르되,
“모든 신들과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저 탐욕스러운 돼지 이루스는 가는 곳마다 기생충처럼 살찌워 댔도다. 네가 그를 막아 준다면 우리는 그를 대량 학살의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리라.”
오지수는 이 길조를 듣고 기뻐하였도다. 안태우는 피와 기름으로 가득 찬 커다란 염소의 위를 그의 앞에 내놓았으며, 암피노무스는 빵 바구니 두 개와 금으로 된 포도주 잔을 내어 그를 맞이하였느니라.
“선생님, 저희 집에 묵어 주소서.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나, 앞으로는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오지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하되,
“암피노무스여, 자네는 자네 아버지인 둘리키움의 니수스처럼 총명해 보이는구나. 그의 부와 뛰어난 지략, 그리고 자네가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느니라. 자네는 말솜씨도 좋도다. 내 말을 잘 들어 보라. 땅 위를 살고 숨 쉬고 기어 다니는 모든 생물 중에서 우리 인간은 가장 약하니라. 신들께서 우리에게 행운을 내려 주시고 다리가 날렵하고 유연할 때는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 신들께서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주실 때는 그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 내야 하느니라. 우리의 기분은 상제께서 매일 내리시는 시련에 달려 있도다. 나도 한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라고 여기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느니라. 그러나 형제들과 아버지의 사주를 받아 폭력과 권력 남용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도다. 누구도 옳은 것을 외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사람은 신들께서 무엇을 주시든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구혼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는지 보라. 재산을 낭비하고 곧 죽게 될 자의 아내를 존중하지도 아니하니 말이로다. 그는 곧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아주 곧! 신들께서 너를 집으로 인도하여 그가 돌아올 때 마주치지 않도록 하노라. 그가 이 연회장에서 구혼자들과 마주치면 피가 흐를 것이니라.”
그는 신들에게 달콤한 포도주를 바치고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암피노무스에게 건네었도다. 암피노무스는 잔을 받아들고는 마음이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집안을 서성였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위험을 감지하였으나, 그는 살 운명이 아니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가 강한 창을 든 태명에게 패배하도록 저주를 내리셨느니라. 암피노무스는 전에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도다.
회색 눈을 번뜩이는 지혜낭자께서는 생각에 잠긴 연로비에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셨도다. 구혼자들이 그녀를 보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욕망이 돛처럼 펼쳐지게 하고, 그러면 그녀의 아들과 남편이 그녀를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웃으며 하녀에게 이르되,
“에우리노메야, 내게 새로운 욕망이 생겼도다. 비록 내가 그들을 미워하나, 구혼자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도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충고도 해 주고 싶은데, 그 오만한 남자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함이로다. 그들은 말솜씨는 좋으나 속셈은 나쁘니라.”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얘야,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그러나 얼굴에 얼룩덜룩한 것이 묻은 채로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러 나가지 말고, 몸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느니라. 영원히 슬퍼할 필요는 없도다. 아들도 이제 다 컸도다. 너는 항상 신들에게 아들이 수염을 기른 어른이 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느니라.”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에우리노메야, 당신이 저를 걱정해 주시는 것은 알지만, 몸을 깨끗이 씻고 기름을 바르라고는 하지 마소서. 남편이 텅 빈 배를 타고 떠난 날, 신들께서 제 아름다움을 망쳐 놓으셨나이다. 가서 제 여종들인 히포다메이아와 아우토노에를 불러 주소서. 그들이 저와 함께 홀로 들어와야 하나이다. 저는 남자들을 혼자 만나러 가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니이다.”
그래서 노파는 가서 소녀들을 불렀도다. 지혜낭자의 눈은 계획으로 빛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하셨고, 연로비는 침대에 누워 관절이 이완된 채 잠이 들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신과 같은 힘을 주어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깜짝 놀라도록 만드셨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녀의 얼굴에 아프로디테가 은총의 여신들과 춤을 추기 전에 머틀 화관을 쓰고 화장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더하셨으며, 또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키를 크게 만드셨고, 피부는 상아보다 더 하얗게 만드셨도다.
여신이 떠나자 소녀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에 여왕은 잠에서 깼느니라. 그녀는 뺨을 만지며 이르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잠이 나를 감쌌도다. 아림 여신이 지금 당장 내게 고통 없는 죽음을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잘했던, 아카이아인 중 최고였던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내 삶을 허비하고 있느니라.”
그녀는 위층의 햇살 가득한 방에서 내려왔으며, 두 노비가 그녀와 함께 갔도다. 그녀는 구혼자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중앙 기둥 옆에 서서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렸느니라. 두 충실한 노비는 그녀의 양옆에 섰도다.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렸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그녀와 동침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느니라.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 태명에게 말을 걸되,
“태명아,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로다. 어렸을 때는 분별력이 있었으나, 이제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니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도다. 외국인이라도 금방 알아볼 정도이니라. 그런데도 판단력이 흐려졌도다. 손님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 집에 온 낯선 사람이 저렇게 모욕을 당하면 어쩌겠느냐? 자네는 망신을 당할 것이고, 명예가 실추될 것이로다!”
태명은 계산된 어조로 대답하되,
“어머니, 화내시는 것을 이해하나이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옳고 그름을 아나이다. 예전에는 아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나이다. 그 악랄한 구혼자들이 자꾸만 제 마음을 흔들고, 제 편은 아무도 없나이다. 낯선 남자와 거지 이루스의 싸움은 그들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아니하였나이다. 낯선 남자가 훨씬 강하였나이다. 아버지 상제시여! 아로왕이시여! 지혜낭자시여! 우리 집의 구혼자들이 모두 매를 맞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집 안의 남자든 밖에 있는 남자든 모두 그렇게 하소서. 이루스처럼 문 밖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술에 취한 듯 서 있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소서. 그의 몸은 너무 허약하나이다.”
그러자 에우리마코스가 입을 열어 이르되,
“오, 연로비 여왕이시여! 위대한 이카리우스의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시여! 만약 모든 그리스인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당신의 집에는 훨씬 더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들 것이니이다. 아름다움과 체격, 그리고 균형 잡힌 마음씨에 당신만큼 뛰어난 여인은 없기 때문이니이다.”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아니요, 불멸의 신들께서 이백오십 년 전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향하던 날, 제 외모를 망쳐 놓으셨나이다. 제 남편 오지수 또한 그들과 함께 갔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명예와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슬픔에 짓눌려 있나이다. 어떤 악령이 제게 온갖 고통을 안겨 준 것 같나이다. 남편이 이탁도를 떠날 때, 제 손목을 잡고 오른손을 쥐고 이르되, ‘여보, 우리 갑옷 입은 그리스인들이 모두 토래성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소. 토래성 사람들은 화살과 창에 능하고, 빠른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런 전차는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하더이다. 어떤 신이 저를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르고, 아니면 토래성에서 포로로 잡힐지도 모르오. 저도 모르겠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하오. 부모님은 지금보다, 아니 제가 떠난 지금 더욱더 잘 보살펴 드려야 하오. 그리고 우리 아들 수염이 다 자라면, 당신은 아무 남자와 결혼해야 하오. 당신이 선택하고 집을 떠나시오.’ 이것은 내 남편의 말이었도다. 때가 왔느니라. 결혼해야 할 밤이 다가왔도다. 끔찍하도다! 저주받았구나! 상제께서 내 행복을 빼앗아 가셨느니라. 또 다른 쓰라린 생각이 나를 짓누르느니라. 이렇게 품위 있는 여자, 그것도 부잣집 아내에게 구애하며 그녀의 손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들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찐 양과 소를 가져와야 하고, 좋은 선물을 주어야 하느니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먹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견뎌 온 오지수는 아내가 몰래 선물을 준비하고 예쁜 말로 그들을 매혹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도다. 아내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말이로다. 안태우가 이르되,
“현명한 연로비여, 그리스인들이 가져오는 선물은 모두 받으소서.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이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중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 농장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아니할 것이니이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하인들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도다. 안태우는 순금 브로치 열두 개가 박힌 화려한 수놓은 옷을 가져왔으며, 에우리마코스는 햇빛처럼 반짝이는 호박 구슬이 박힌 정교한 금 목걸이를 선물하였느니라. 두 노비는 에우리다마스에게서 귀걸이를 가져왔는데, 아름답게 반짝였고 각각 열매처럼 생긴 세 개의 송이가 달려 있었도다. 피산더의 노비는 정교하게 만든 아름다운 초커를 가져왔으며, 모든 구혼자들이 각기 다른 선물을 주었느니라. 왕비는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노비들은 화려한 선물들을 들고 갔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춤을 구경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해 돌아왔으며, 그들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즐거워하였도다. 그들은 잘 말린 나무와 갓 자른 나무를 섞어 큰 홀 전체를 밝히기 위해 세 개의 화로를 켰느니라. 인내심 많은 오지수의 여종들이 돌아가며 화로에 불을 붙였도다.
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르되,
“여종들아! 너희 주인 오지수는 오래전에 떠났느니라. 돌아가서 왕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해 주어라. 실을 잣거나 양털을 빗어라. 나는 이 사람들에게 불을 밝혀 줄 수 있느니라. 만약 그들이 밝은 새벽이 아름다운 왕좌에 앉을 때까지 여기에 머물기로 한다면, 나는 굴복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강하니라.”
그러자 소녀들은 서로를 힐끗힐끗 보며 낄낄거렸도다. 돌리우스의 딸인 예쁜 멜란토는 연로비 왕비의 손에서 자라 장난감을 받고 친딸처럼 대접받았으나, 멜란토는 연로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에우리마코스와 동침하였느니라. 그녀는 오지수를 모욕하고 조롱하기 시작하되,
“가엾은 늙은 이방인아! 미쳤구나! 대장간이나 공동 대피소에서 자고 싶지도 않았으면서, 여기 와서 남자들 무리 앞에서 거만하게 떠들어대다니! 무섭지도 아니하냐?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간 것이냐, 아니면 늘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하는 것이냐? 이루스를 이긴 것이 너를 미치게 만든 것이냐? 그 거지 자식 때문에? 조심하라, 곧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 네 얼굴을 후려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 집에서 쫓겨나게 할지도 모르느니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이 비열한 년아! 곧 태명에게 가서 네 말을 다 일러줄 터이니! 그러면 태명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로다!”
그 말에 여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으며, 그들은 오지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집 안 곳곳으로 흩어졌도다. 오지수는 화로 옆에 서서 불을 계속 밝히며 모든 구혼자들을 바라보았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곧 실행될 계획을 세웠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통이 자리 잡기를 바라셨으며,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도록 부추기셨느니라.
에우리마코스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려고 조롱하되,
“자, 구혼자들아! 내 직감으로는 이 남자는 어떤 신의 뜻에 따라 오지수의 집에 온 것 같소. 등불 아래에서 그의 머리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완전히 대머리라서 그런가 보군!”
그러고 나서 그는 돌아서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묻되,
“나그네여, 내가 사람을 고용한다면,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나를 위해 일하겠소? 당신이 키 큰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을 수 있다면, 분명히 보수를 받을 것이고, 나는 당신에게 일 년 내내 식사와 옷, 신발까지 제공해 줄 것이오. 그러나 자네는 악행에만 능숙하오. 일할 의지도 없고, 구걸하며 돌아다니면서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는 것만 좋아하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에우리마코스여, 봄날, 해가 길어지는 초원에서 우리 둘이 낫질 시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너처럼 완벽한 곡선의 낫을 갖고 있겠지. 풀도 무성하고, 우리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의 솜씨를 겨뤄 볼 수 있을 것이로다. 아니면 잘 먹고 잘 자란, 힘도 좋고 쟁기질하는 힘도 똑같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좋은 땅 사 에이커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반듯한 고랑을 만들 수 있는지 네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상제 신께서 내일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신다면, 내가 청동으로 만든 창 두 자루와 방패, 투구를 쓰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습을 네가 보게 될 것이로다. 그때는 내 배를 향해 욕설을 퍼붓지 못할 것이니라. 너는 공격적인 척하고, 천민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러나 만약 오지수가 나타난다면, 꽤 넓은 문들이 도망치려 애쓰는 동안에는 너무 좁게 느껴질 정도일 것이로다.”
분노에 찬 에우리마코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 비열한 거지 자식아! 우리 모두 앞에서 잘난 척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겁먹어야지! 술에 취해서 멍청해진 것이냐, 아니면 늘 헛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냐? 아니면 거지 이루스를 이겼다고 우쭐대는 것이냐!”
그러고는 오지수에게 발판을 던졌도다. 오지수는 두려움에 떨며 암피노무스 뒤로 숨었으며, 발판은 술을 따르던 노비 소년의 오른손에 맞았고, 술병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느니라. 소년은 먼지 속에 쓰러져 신음하였도다. 구혼자들의 외침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느니라.
“이 외국 떠돌이가 여기 오기 전에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지들과의 시비 때문에 연회가 망쳐지고 있구나! 즐거운 저녁을 망치고 있도다! 이 어리석은 소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구나!”
태명이 위엄 있게 이르되,
“존경하는 영주님들이여!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니이다. 아마도 너무 잘 드셨거나, 아니면 어떤 신이 여러분을 감동시키신 것 같나이다. 이제 저녁 식사는 끝났으니, 편하실 때 집으로 돌아가 주무소서. 제가 여러분을 쫓아내지는 아니하겠나이다.”
그들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놀라 입술을 깨물었도다. 니수스의 유명한 아들이자 아레티아스 신의 손자인 암피노무스가 그들 모두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그가 한 말은 옳으니 아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느니라. 낯선 사람이나 위대한 오지수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을 학대하지 말라. 소년이 잔에 포도주를 채우도록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자. 태명이 그 낯선 사람을 돌볼 것이니라. 어쨌든 그 거지는 그의 집에 온 것이니라.”
그들은 동의하였도다. 암피노무스가 둘리키움에서 데려온 노비 몰리우스는 그들 모두를 위해 포도주를 섞어 나눠 마셨느니라. 그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운을 북돋는 포도주를 홀짝였으며, 충분히 마신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제19권 여왕과 거지==
오지수는 홀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죽일 계책을 세웠다. 말이 빠르게 오가니,
「태명아, 무기를 가져와 숨겨야 한다. 구혼자들이 무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너에게 묻더라도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 내도록 하라. ‘그을음 때문에 무기가 손상되었다. 오지수 왕이 토래성으로 떠날 때에는 무기의 금속이 반짝거렸으나, 지금은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보관하였다. 또한 어떤 영이 내게 경고하기를, 너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다투면 서로 다치게 되어 연회와 구혼에 먹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기는 사람을 싸움으로 이끌 수 있다.’」
태명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였다. 그는 명숙를 불러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무기를 창고로 옮기는 동안 여인들은 방에 가두어 두어라.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떠나신 후로 무기가 더러워졌다. 연기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
자애로운 유모가 대답하되,
「얘야, 네가 집안일을 모두 맡고 재산을 잘 지키면 좋겠다. 누가 횃불을 가져와야 하겠느냐. 노비들은 네 앞에 걸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아니하였더냐.」
오지수가 이르되,
「이 낯선 사람이 하겠노라. 내 빵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멀리서 왔더라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하느니라.」
유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홀 안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오지수와 그의 총명한 아들은 벌떡 일어나 투구와 징 박힌 방패, 뾰족한 창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황금 등불을 들고 그들 곁에 서서 장엄한 빛을 비추었다.
태명이 말하되,
「아버지, 제 눈이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궁전의 벽과 아름다운 전나무 서까래와 가로대, 그리고 높은 기둥들이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옵니다. 하늘에서 어떤 신이 이 집에 계신 것이 틀림없나이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쉿, 더 이상 질문하지 마라. 생각을 정리하라. 이것이 오림산의 신들이 하는 일이다. 자, 이제 자러 가라. 나는 여기 남아서 여종들과 네 어머니를 괴롭히고, 울게 만들고, 내게 질문하게 할 것이다.」
태명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로 밝혀진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갔다. 잠이 들었고, 그는 새벽까지 그곳에 누워 있었다. 오지수는 복도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어떻게 없앨지 계속 모의하였다.
그때, 정신이 맑아진 왕비가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방에서 내려왔다. 노비들이 그녀가 늘 앉던 의자를 불 옆으로 끌어왔다. 그 의자는 이크말리우스가 상아와 은으로 상감 세공한 것으로, 발받침까지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커다란 양털이 의자 위에 깔렸고, 연로비는 생각에 잠긴 채 앉았다.
팔이 하얀 노비 소녀들이 와서 빵 더미와 탁자, 그리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마셨던 잔들을 치웠다. 그들은 화로의 불씨를 바닥에 던지고, 불과 온기를 위해 화로 안에 새 장작을 쌓아 올렸다.
이때 멜란토가 오지수를 다시 꾸짖되,
「이봐, 낯선 사람아. 밤에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 여인들을 엿보고 계속 문제를 일으킬 셈이냐. 나가라, 이 부랑자야.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안 그러면 곧 횃불을 맞을 것이다. 어서 가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계산적인 말을 내뱉되,
「미쳤구나. 이 어리석은 아가씨야, 어찌하여 나에게 화를 내느냐. 내가 더럽고 누더기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한다고. 어쩔 수 없느니라. 노숙자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느니라. 나도 한때 집이 있었고, 부유하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거지들에게도 자주 베풀었지. 누구든 찾아오면 도와주고, 신분에 상관없이 말이다. 노비 소녀들도 많았고, 우리가 부라고 여기는 모든 것을 누렸다. 행복한 삶이었느니라. 상제가 내 인생을 망쳐 놓았다. 분명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아가씨야, 네 주인님이 화를 내거나 오지수가 오더라도 다른 노비 소녀들 사이에서 네가 가진 지위를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 수도 있으나, 만일 그가 죽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아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아폴론 신께 감사해야겠구나. 그는 여기 여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제 다 컸으니까.」
연로비는 경계심을 갖고 듣고 있다가 이제 노비를 꾸짖기 위해 입을 열되,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것아. 어찌 감히.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다 안다. 그 건방진 표정을 지워라. 내가 직접 말했듯이, 이 낯선 사람을 홀에 붙잡아 두고 남편이 실종된 것에 대해 캐물을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었지 아니하냐. 나는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고는 에우리노메에게 이르되,
「의자를 가져와서 방석을 놓아라. 이 낯선 사람이 앉아서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여인은 윤이 나는 나무 의자를 가져와 방석을 놓았다. 오지수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았고, 신중한 연로비가 대화를 시작하되,
「낯선 분이시여, 먼저 어떤 가문 출신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누구시며, 고향은 어디이옵니까.」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세상 어떤 인간도 당신을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영광은 하늘에까지 닿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법으로 강대한 백성을 다스리던 거룩한 왕의 딸임이 틀림없나이다. 그의 통치 덕분에 검은 땅에는 밀과 보리가 자랐고, 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했으며, 양들은 새끼를 낳았고, 바다는 물고기를 제공했으며, 백성들은 번성하였나이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으나, 제 가족이나 고향에 대해서는 묻지 마십시오. 그 기억은 제 마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슬픔에 잠긴 사람이옵니다. 남의 집에 앉아 슬퍼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이다. 노비들이나 심지어 당신조차도 제가 술에 취해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불멸의 신들이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던 날, 그리고 제 남편 오지수가 그들과 함께 떠났던 날, 제 힘과 아름다움을 없애 버렸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아름다움과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터이나, 지금 저는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저를 망쳐 놓은 것 같사옵니다. 사메, 둘리키움, 자킨토스 등 모든 섬의 영주들과 이탁도에 사는 사람들이 저에게 구애를 하고 있나이다. 저는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옵니다. 게다가 제 집안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나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자들을 상대할 수가 없나이다. 오지수가 너무 그리워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사옵니다. 구혼자들은 저를 결혼시키려 하나 저는 계략을 꾸미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제게 베틀에 베틀을 놓고 길고 고운 천을 짜라고 시켰나이다. 그래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오지수는 죽었으나, 제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 결혼을 청하지 말아 주소서’라고 말하였나이다. 라에르테스가 죽으면 수의를 입혀야 한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아르고스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얻은 사람이 수의 없이 누워 있다면 말이다. 그들은 동의하였나이다.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풀었나이다. 삼 년 동안 그들을 속였나이다. 오랜 시간과 날들, 그리고 달들이 흘러갔나이다. 그러다 사 년째 되던 해, 변덕스럽고 개 같은 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와서 나를 붙잡았나이다. 그러자 그들은 항의하며 소리쳤고, 나에게 수의를 완성하라 강요하였나이다. 이제 더 이상 꾀가 없고, 결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나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있고, 내 아들은 이 남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을 알고 질려 있나이다. 이제 그는 상제가 축복한 집을 관리할 능력이 충분히 생겼나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혈통을 밝혀야 하나이다. 당신은 동화처럼 바위나 나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라.」
속임수의 달인이 대답하되,
「위대한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의 아내시여, 어찌하여 자꾸 제 가족에 대해 묻나이까. 꼭 말해야 한다면 말하겠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제 모든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나이다. 저처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래도 당신이 묻는 것을 말해 드리겠나이다. 제 고향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비옥한 섬 크레타입니다. 그곳에는 구십 개의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셀 수도 없나이다. 언어도 섞여 있고, 아카이아인, 크레타 토착민, 그리고 장발의 도리아인과 펠라스기인들이 살고 있나이다. 그곳에는 상제의 측근이었던 미노스가 구 년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웅장한 도시 크노소스가 있나이다. 제 아버지는 그의 아들인 용감한 데우칼리온이었고, 그의 또 다른 아들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항해했던 이도메네우스였나이다. 제 이름은 아이톤이고, 저는 그의 동생이옵니다. 크레타에서 나는 오지수를 만나 그에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는 말레아에서 폭풍에 휘말려 토래성을 그리워하였으나 크레타로 오게 되었나이다. 그는 간신히 바람을 피해 암니소스의 에일레이티아 동굴 곁에 배를 정박하고 피난처를 찾았나이다. 그는 마을로 올라와 내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는데, 그는 오지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이도메네우스는 열흘 전에 토래성에 도착해 있었나이다. 나는 그와 그의 선원들을 안으로 맞아들여 극진히 환대하였나이다. 우리의 식량은 풍족하였고, 나는 백성들에게 보리와 적포도주, 그리고 도축할 황소를 가져오게 하여 그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나이다. 그 고귀한 그리스인들은 열두 날 동안 머물렀나이다. 강한 북풍이 불어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였나이다. 너무 강한 바람에 사람은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나이다. 분명 어떤 악령이 그들을 저주하려고 바람을 불러낸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셋째 날, 바람이 잦아들었고,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그의 거짓말은 진실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제피로스가 산봉우리에 흩뿌리는 눈처럼 녹아내렸다. 에우루스가 그 눈을 녹이면 강물이 불어나 다시 흐르는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뺨도 눈물로 범람하였다.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 울었다. 오지수는 마음속으로 슬픔에 잠긴 아내를 가엾게 여겼으나, 눈빛은 뿔이나 쇠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굳게 유지하였으며,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울다가 다시 입을 열되,
「나그네여, 당신이 말한 대로 내 남편과 그를 따라온 사람들을 당신 집에 맞아들였는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의 옷차림과 생김새,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어떠하였는지 묘사해 보시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부인,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그가 방문한 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옵니다. 벌써 이십 년이나 지났나이다. 그러나 제 기억 속의 모습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왕 오지수는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장포는 정교하게 조각된 금 브로치로 고정되어 있었고, 브로치에는 핀이 두 개씩 달려 있었나이다. 앞발에는 얼룩무늬 새끼 사슴을 꽉 물고 있는 개가 있었나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진 개가 어떻게 새끼 사슴을 물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새끼 사슴이 어떻게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 하는지 신기해하였나이다. 그의 흰색 튜닉은 마른 양파 껍질처럼 부드럽고 햇빛처럼 반짝였나이다. 많은 여인들이 그 옷에 감탄하였나이다. 그러나 그가 이 옷들을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선원이나 손님 친구가 배에서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나이다. 오지수는 그의 가치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많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나이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청동 검과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 그리고 술 장식이 달린 튜닉을 선물하였나이다. 그가 배에 오를 때 저는 그를 영광스럽게 배웅하였나이다. 그에게는 에우리바테스라는 시종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고, 검은 피부에 둥근 어깨,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그의 선원들 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아버지와 잘 맞았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은 그녀의 슬픔을 더욱 깊게 하였다. 그녀는 그가 증거로 남겨 둔 흔적들을 알고 있었기에 흐느껴 울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는 이르되,
「전에는 당신을 불쌍히 여겼으나, 이제 당신은 손님이자 존경받는 친구이옵니다. 당신이 말한 그 옷들을 제가 그에게 주었나이다. 창고에서 꺼내 접어서 브로치를 달아 주었나이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를 집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에빌리움이라는 마을로 떠났을 때 저주가 그 배에 실렸나이다. 그 마을 이름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나이다.」
그는 날카롭게 대답하되,
「폐하, 오지수의 아내시여, 아름다운 피부를 눈물로 더럽히고 남편을 애도하며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나이다. 어떤 여자라도 자식을 낳아 준 남편을 잃으면 슬퍼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 남편처럼 신과 같은 영웅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울음을 그치소서. 제 말을 들어보소서. 확실한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오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나이다. 그는 살아 있고, 이곳 근처 테스프로티아에 있나이다. 그는 온갖 고생 끝에 많은 보물을 모아 집으로 가져오고 있나이다. 그는 트린아키아를 떠날 때 배를 잃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치하였나이다. 태양신과 상제는 오지수의 부하들이 태양의 소떼를 죽였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하였나이다. 그래서 그 부하들은 모두 파도에 휩쓸려 죽었으나, 오지수는 키에 매달려 신들의 사촌인 페아키아인들의 땅에 표류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고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썼나이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에 왔어야 했으나, 더 많이 여행하고 더 큰 부를 축적하기로 결심하였나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윤을 잘 내는 사람이 바로 그이옵니다. 테스프로티아의 왕 페이돈이 제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나이다. 그는 제물을 바치며 이미 배가 진수되었고 선원들도 모두 준비되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맹세하였나이다. 그러나 페이돈은 먼저 제게 작별 인사를 하였나이다. 마침 그들의 배 한 척이 보리가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오지수가 얻은 보물을 제게 보여 주었는데, 그의 자손과 손자 손녀를 십 대에 걸쳐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양이었나이다. 페이돈은 오지수가 도도나로 가서 바스락거리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에게 상제가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장하고 돌아갈지 조언을 구하였다고 말하였나이다. 제가 말씀드리건대, 그는 무사하며 가까이에 있나이다. 그는 고향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오래 떠나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높고 위대한 신인 상제와 제가 피난처로 삼고 있는 화로에 맹세하나이다.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이 음력 달, 즉 초승달과 보름달이 차오르는 사이에 오지수가 올 것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당신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에게 즉시 보답을 하고,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행운을 알게 될 만큼 따뜻한 환대를 베풀겠나이다. 사실, 제 생각에는 오지수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아무도 당신을 정중하게 배웅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정중하게 배웅해 줄 주인이 여기 없나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자, 노비들아, 그를 씻기고 매트리스와 양모 담요, 깨끗한 새 시트를 깔아 침대를 만들어 새벽이 황금빛 왕좌에 오를 때까지 따뜻하게 해 주도록 하라. 그리고 목욕시키고 기름을 발라 내 아들 옆 홀 안에 앉히고 음식을 대접하라. 이 사람들 중에 누가 우리 손님을 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은 큰일 날 것이다. 아무리 분노해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그네여, 당신이 누더기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로 내 집에 갇혀 있었다면, 내가 다른 모든 여인들보다 총명하다는 증거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나이까. 인간의 수명은 짧지 아니한가. 만일 우리가 잔인하다면,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저주할 것이고, 죽은 후에는 조롱할 것이다. 고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하나이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이르되,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나는 흐리고 산이 많은 크레타 섬에서 노를 저어 나온 날부터 담요와 깨끗한 고급 침대 시트를 싫어하게 되었나이다. 나는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보냈던 것처럼, 거친 침상에 누워 밝은 새벽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발을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당신 집의 여종들이 내 발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다만 나와 같은 비통함과 슬픔을 겪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늙은 여종이 있다면, 그녀가 내 발을 만져도 괜찮을 것이다.」
연로비는 생각에 잠겨 이르되,
「손님, 말씀 참 좋으시옵니다. 이전에 외국에서 우리 집에 온 손님 중에 이렇게 꼼꼼하신 분은 없었나이다. 제게는 현명한 노부인이 한 분 계시는데, 제 남편을 키우신 분이옵니다. 갓난아기였던 남편을 처음으로 어머니 품에 안으셨지요. 몸이 많이 약하시나, 손님 발을 씻어 드릴 수는 있나이다. 자, 명숙여, 일어나서 주인님 동갑내기를 씻겨 드리렴. 오지수도 이제쯤이면 이렇게 늙고 주름진 발과 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고난을 겪으면 빨리 늙어버리느니라.」
늙은 노비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되,
「오, 얘야. 이제 나는 너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상제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미워하였지. 네가 그토록 신을 경외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어떤 인간도 천둥의 신에게 너처럼 많은 허벅지 뼈를 태우거나 그토록 많은 제물을 바치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편안한 노년을 맞이하고 아들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도하였지. 그런데 이제 너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 불쌍한 오지수가 이방 왕궁에 머물 때면, 이 못된 여인들이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여인 노비들이 그를 조롱하는 것 같구나. 너는 학대를 피하려고 씻겨 주기를 거부하였지.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가 나에게 너를 씻겨 주라 하였느니라. 마지못해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씻겨 주겠노라. 너는 내 마음을 움직이느니라. 자, 잘 들어 보렴. 많은 낯선 사람들이 이곳에 곤경에 처해 왔으나, 나는 몸과 목소리, 발걸음이 내 주인님과 그토록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느니라.」
그는 영리하게 대답하되,
「노파여, 우리 둘을 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많이 닮았다고 하나이다. 당신은 그 닮은 점을 알아차리신 예리하시구나.」
그러자 노파는 발을 씻는 데 쓰는 반짝이는 가마솥을 가져와 물을 가득 채웠다. 찬물을 많이 넣고 뜨거운 물은 조금 넣었다. 오지수는 난로 옆에 앉아 어둠을 향해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자신을 만지면 흉터를 느끼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노파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주인을 씻겨 주었다. 갑자기 그녀는 흉터를 느꼈다. 오래전 파르나소스 산에서 흰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가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그는 외가 사촌들과 할아버지인 고귀한 아우톨리쿠스와 함께 그곳에 갔는데, 아우톨리쿠스는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고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헤르메스는 그가 자신에게 많은 제물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이 재능을 주었다.
훨씬 이전, 아우톨리쿠스는 딸의 아기를 보러 이탁도에 갔는데, 명숙가 갓난아기를 할아버지 무릎에 앉히고 말하되,
「이제 손자의 이름을 지어 주소서. 이토록 바라던 아기의 이름을요.」
아우톨리쿠스는 부모에게 이르되,
「이렇게 이름을 지어 주시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미워한다. 그러니 아이의 이름을 ‘오지수’라고 지어 주시오.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면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그의 친정집으로 오게 하시오. 내가 그에게 보물을 주고 기쁨으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소.」
오지수는 자라서 선물을 받으러 그곳에 왔다. 그의 사촌들과 아우톨리쿠스는 그를 껴안고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넸다. 그의 할머니 암피테아는 덩굴처럼 그를 껴안고 그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춤하였다.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 지시하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여 오 년 된 황소를 데려와 가죽을 벗기고, 토막 내어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워 나누어 먹었고, 모두가 똑같은 양을 받았다. 그들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 온종일 잔치를 벌였다.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였다.
이른 새벽, 발그레한 손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과 개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오지수도 함께 갔다. 그들은 파르나소스 산의 가파르고 숲이 우거진 비탈길을 올라 바람이 휘몰아치는 골짜기에 이르렀다. 사냥꾼들이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 태양이 잔잔하게 흐르는 대양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개들은 발자국을 찾으며 앞서 달려갔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이 뒤따라왔고, 오지수는 개들 곁에 바짝 붙어 긴 창을 휘두르며 따라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멧돼지가 숨어 있었다. 그 은신처는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아 주었고,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곳도, 비도 들어올 수 없었다. 안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멧돼지는 발소리를 들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멧돼지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털을 곤두세우고 불꽃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들 옆에 섰다. 오지수가 먼저 달려들어 긴 창을 꽉 쥐었다. 그가 공격하려 하자 멧돼지가 먼저 무릎 위를 공격하였고, 옆으로 돌진하며 송곳니로 살점을 크게 뜯어 냈으나 뼈까지는 닿지 아니하였다. 오지수는 멧돼지의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혔고, 창은 그것을 꿰뚫었다. 멧돼지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졌다. 그의 생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은 분주히 움직여 위대한 오지수가 입은 상처를 능숙하게 싸매고, 주술로 검은 피를 멈추게 한 다음, 그를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는 값진 선물을 주고 곧바로 이탁도로 돌려보냈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그의 부모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상처를 어떻게 입었는지 물었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하얀 어금니에 다리를 찔렸다고 말하였다.
늙은 여종은 그의 다리를 잡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그 상처에 다가와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의 다리를 물통에 떨어뜨렸다. 물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자 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녀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그의 수염을 만지며 이르되,
「당신은 오지수시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나의 주인님이여. 다리를 만져 보기 전까지는 당신이신 줄 몰랐나이다.」
그녀는 연로비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남편임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연로비는 뒤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오지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속삭이되,
「유모여, 어찌하여 나를 해치려 하느냐. 당신은 내게 젖을 먹여 주었지 아니하냐. 이십 년 동안의 고통 끝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알아차렸구나. 신이 당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나 보구나. 침묵을 지켜라.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신이 나를 도와 구혼자들을 물리친다면, 당신도 예외 없이 죽일 것이다. 당신은 내 유모였으나 말이다.」
명숙는 계산적으로 대답하되,
「얘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 마음은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아니하느냐. 돌이나 쇠처럼 강인할 것이다. 약속 하나만 해 주마. 네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면 궁궐에서 누가 너를 모욕하는지, 누가 죄 없는지 알려 주겠노라.」
오지수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이르되,
「유모여, 어찌하여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냐.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겠노라. 이제 조용히 하라. 미래는 신들에게 맡기자.」
늙은 유모는 빨래물을 더 길어 오러 갔다. 남은 물은 모두 쏟아졌다. 유모는 오지수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고, 오지수는 다시 의자를 끌어당겨 불 옆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헝겊으로 흉터를 가렸다.
그리고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되,
「낯선 이여, 작은 질문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곧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달콤한 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낮에는 끊임없는 슬픔 속에서도 제 일과 시녀들의 일에 집중하나이다. 그러나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들면 저는 침대에 누워 울면서 고통에 압도당하나이다. 걱정과 슬픔이 제 마음을 가득 채우나이다. 마치 봄이 오면 창백한 회색 나이팅게일이 아름답게 노래하며, 나무에 무성한 잎들 사이에 앉아 제토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랑하는 아들 이틸루스를 애도하며 소리의 교향곡을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하게 청동으로 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 마음도 두 갈래로 갈라지나이다. 아들 곁에 남아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제 재산, 여종들, 그리고 큰 저택을 그대로 두어 아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까요. 내 남편의 침대와 사람들의 말에 신경 써야 할까요. 아니면 구혼자들 중 가장 괜찮고 선물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남편 집을 떠날 수 없었나이다. 남편이 허락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이제 아들이 다 커서 남편은 제가 떠나기를 재촉하나이다. 자기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사옵니다. 자, 제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꿈에서 거위 스무 마리가 강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기뻤나이다. 그때 뾰족한 부리를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산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거위들의 목을 부러뜨리고 죽였나이다. 저는 꿈속에서 엉엉 울었나이다. 여인들이 제 주위에 모여들었고, 저는 독수리가 제 거위들을 죽였다고 울었나이다. 그때 독수리가 다시 나타나 튀어나온 지붕 들보에 앉아 제 슬픔을 달래려고 사람 말로 말하였나이다. ‘연로비, 위대한 여왕이시여, 기운 내십시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꿈속에서 거위들이 구혼자들을 상징하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한때 독수리였으나 이제는 당신의 남편입니다. 저는 그들을 잔혹하게 처단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위들이 전처럼 여물통 옆에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지혜로운 것으로 유명한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되,
「여인이여, 그 꿈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낼 방법은 없나이다. 오지수 자신이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이미 말하였나이다. 모든 구혼자들의 파멸을 의미하나이다. 아무도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없나이다.」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는 이르되,
「낯선 이여, 꿈은 혼란스럽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꿈의 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뿔로,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나이다. 상아로 만든 문은 속임수로 가득 차 있고, 그 이야기는 거짓으로 끝나나이다. 윤이 나는 뿔로 만든 문을 통과하는 꿈은 이루어지나이다. 그러나 제 이상한 꿈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저와 제 아들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터이나 말입니다. 오지수의 집에서 저를 데려갈 운명의 날이 오고 있나이다. 저는 그의 도끼로 시합을 할 것입니다. 그는 도끼들을 배의 지지대처럼 일렬로 세워 놓고 멀리서 화살을 쏴서 열두 자루를 모두 꿰뚫었나이다. 저는 이 시합을 구혼자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활시위를 가장 빨리 당겨 열두 자루의 도끼를 모두 꿰뚫는 자가 저를 차지할 것이고, 저는 그를 따를 것입니다. 저는 이곳, 이 아름다운 집, 제 결혼 생활을 했던 이 집, 풍요와 삶으로 가득했던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는 꿈속에서라도 이 집을 기억할 것입니다.」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는 이르되,
「존경하는 아내여,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이 시합을 미루지 마십시오. 그들은 활을 다루느라 허둥대며 활시위를 당기거나 화살을 쏘기도 전에, 모든 것을 계획한 오지수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으니 이르되,
「손님, 만일 당신이 앉아서 저를 즐겁게 해 주신다면, 저는 절대 잠들고 싶지 않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깨어 있을 수 없나이다. 불멸의 신들이 필멸의 인간이 지상에서 하는 모든 일에 적절한 시간을 정해 놓으셨나이다.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제 침대에 누우겠나이다. 그 침대는 슬픔의 침대이옵니다. 남편이 에빌리움이라는,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마을로 떠난 후로 제가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나이다. 저는 거기에 누울 터이니, 당신은 이 집에서 주무시오. 바닥에 담요를 깔거나 노비들에게 침대를 만들어 달라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여종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울었고, 마침내 예리한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눈에 달콤한 잠을 안겨 주었다.
==제20권 마지막 연회==
오지수는 아직 손질하지 아니한 소가죽 위에 몸을 뉘이고, 구혼자들이 바친 양털을 쌓아 올렸다. 에우리노메가 두터운 담요를 덮어 주었으나, 그는 누워 있으면서도 잠들지 못하였다. 그 마음속에는 구혼자들을 어찌 죽일까 하는 깊은 계책이 가득 차 있었다.
이때 구혼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였던 여인들이 낄낄거리며 기뻐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 흩어지니, 오지수의 가슴은 분노로 타올랐다. 저들을 지금 당장 달려들어 모조리 베어 버릴까, 아니면 저 오만한 무리들로 하여금 이 밤을 무사히 보내게 둘까. 어미 개가 낯선 사내를 보고 새끼를 지키려 으르렁거리듯, 그의 심장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에게 이르되,
「내 심장이여, 더욱 굳세어라. 저 외눈박이 거인이 네 건장한 동료 스무 명을 잡아먹던 날, 너는 이보다 더한 시련을 겪었으되, 끝내 침착함을 잃지 아니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동굴을 빠져나오지 아니하였더냐. 그때 너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거늘.」
그의 심장은 굳건히 버티었으나, 몸은 마치 기름과 피로 가득 찬 소시지를 불 위에 돌리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부림쳤다. 거대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그는 소시지가 어서 익기를 갈망하듯, 홀로 수많은 구혼자들을 어찌 물리칠까 하여 밤새도록 고민하였다.
이때 지혜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머리맡에 나타나 이르되,
「불운한 사람이여, 어찌하여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있느냐. 이곳은 네 집이며, 안에는 네 아내와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들이 있지 아니하냐.」
영리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말씀하신 바가 모두 진실이로소이다. 그러나 저는 홀로 항상 떼 지어 다니는 저 건방진 자들을 어찌 공격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가장 큰 두려움은 이것입니다. 만일 여신과 상제께서 저를 도와 저들을 죽이신다 한들, 그 뒤에는 어찌하여야 하오리까. 어디로 도망쳐 그 벌을 피할 수 있사오리까. 부디 가르쳐 주소서.」
지혜의 여신이 눈을 번뜩이며 이르되,
「참으로 고집이 세구나. 범인들은 약한 필멸의 친구조차 믿거늘, 하물며 나는 여신으로서 네가 수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줄곧 너를 지켜 오지 아니하였더냐. 설령 우리가 매복을 당하여 우리를 죽이려는 오십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너는 빠져나와 그들의 양과 소를 훔치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이제 잠자리에 들라. 밤새도록 경계를 서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라. 머지않아 너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오지수영.」
이렇게 이르고 여신은 그의 눈에 잠을 흠뻑 부어 준 뒤 오림산으로 날아갔다. 잠이 그를 감싸 안아 긴장을 풀고 근심을 잊게 하였다.
한편 그의 충실한 아내는 잠 못 이루어 부드러운 베개에 기대어 앉아 울고 있었다. 흐느낌이 잦아들자 그녀는 기도를 올리되,
「오 아림여, 위엄 있는 여신이시여, 상제의 따님이시여. 부디 제 심장에 화살을 꽂아 지금 당장 저를 죽이시거나, 혹은 바람 한 줄기가 저를 휩쓸어 안개 낀 구름 너머로 데려가 대양의 물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날려 보내 주시옵소서. 마치 신들이 판다레우스의 딸들을 죽이고 고아로 남겨 둔 뒤, 산들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프로디테는 그들을 도와 꿀과 치즈와 부드러운 포도주를 주었고, 헤라는 다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움과 지혜를 주었으며, 아림는 그들의 키를 크게 하였고, 지혜의 여신은 모든 수공예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뒤 아프로디테가 오림산으로 올라가 천둥의 신 상제께 소녀들에게 좋은 혼인을 허락해 달라 청하였으나, 하르피아들이 그들을 납치하여 잔혹한 복수의 여신들을 섬기게 하였나이다. 신들이 저를 그들처럼 멸망시키소서. 아니면 아림여, 저를 죽여 주소서.」
오지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찮은 남편을 기쁘게 해 주고 싶지 아니하다. 온종일 슬픔에 잠겨 울다가 밤에 잠들면 모든 것을 잊는다면 그 고통은 견딜 만하거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악몽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어젯밤에는 전쟁터로 떠날 때의 그 남자와 똑같은 이가 제 곁에 누워 있었나이다. 제 마음이 기쁘더니, 꿈이 아니라 환상 같았나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황금빛 새벽이 밝아 왔다. 오지수는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아내가 자기 머리맡에 서 있는 줄 알고, 벌써 자신을 알아본 줄로 여겼다. 그는 잠잘 때 덮었던 장포와 양털을 가져와 궁궐 안 의자에 놓고, 소가죽은 밖으로 내어 안뜰에 둔 뒤 팔을 들어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여, 신들이여. 당신들이 나를 일부러 육지와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데려오셨고,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겨 주셨다면, 집 안에서 누군가 길조의 말을 전하게 하시고, 상제여, 밖에서도 또 다른 징조를 보여 주소서.」
지혜의 신 상제가 그의 말을 듣고 구름 위 높은 오림산에서 천둥을 쳤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이때 근처 집 안에서 밀을 빻는 여인이 길조의 말을 하였다. 열두 명의 노비가 왕을 위해 밀과 보리를 빻는 맷돌을 돌리고 있었는데, 나머지 노비들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고, 가장 약한 노비 한 명만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맷돌을 멈추고 말하되,
「상제여, 신들과 인간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을 치셨으니, 이는 누군가를 위한 징조이옵니다. 불쌍한 노비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오늘이 구혼자들이 이 늙은 왕궁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마지막 날이 되게 하소서. 그들을 위해 곡식을 빻는 고된 노동 때문에 무릎이 쑤십니다. 부디 오늘이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이 징조와 상제의 천둥소리는 주인을 기쁘게 하였고,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였다.
다른 여인들이 모여 화로에 불을 지피니, 신과 같은 태명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칼을 등에 맸다. 기름칠을 잘한 발에 샌들을 신고 날카롭고 튼튼한 청동 창을 들었다. 문턱에 서서 명숙를 부르되,
「유모여, 손님들을 잘 대접하여 식사도 대접하고 편안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느냐, 아니면 그냥 방치해 두었느냐. 어머니답구나. 어머니는 영리하시나 제멋대로 행동하시는구나. 원치 않는 손님은 극진히 대접하면서, 좋은 손님은 무례하게 쫓아내시는구나.」
유모가 재치 있게 대답하되,
「얘야, 지금은 그녀를 탓하지 마라. 그는 포도주를 좀 마시고 의자를 골랐을 뿐이다. 저녁을 이미 먹었다고 하였고, 유모가 물어보니 그러하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유모는 간이침대를 가져다주어 여인들로 하여금 그의 침대를 정리하게 하였다. 불쌍하고 가난한 노인이여. 그는 좋은 침구를 쓰려 하지 아니하였다. 소가죽과 양털을 깔고 현관에서 잤고, 우리는 그 위에 장포를 덮어 주었느니라.」
태명은 칼을 손에 든 채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데리고 궁궐을 나와 아카이아인들의 회합 장소로 향하였다. 이때 옵스의 딸인 고귀한 명숙가 노비들을 부르되,
「자, 서두르라. 여인들은 바닥을 쓸고 물을 뿌리라. 의자에는 자주색 천을 깔아 놓으라. 다른 이들은 스펀지로 탁자를 닦고 손잡이가 둘인 잔과 그릇을 씻으라. 그리고 너희는 샘에서 물을 길어 오라. 서두르라. 곧 그들이 올 것이다. 오늘은 그들 모두를 위한 축제일이로다.」
그들은 주의 깊게 듣고 명령대로 하였다. 스무 명은 검은 샘물을 길으러 달려갔고, 나머지 잘 훈련된 노비들은 집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와 장작을 패니,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인들이 샘에서 돌아오자 돼지치기가 살찐 돼지 세 마리, 자기가 제일 아끼는 돼지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돼지들을 마당에 가두어 땅을 파헤치게 하고는 오지수에게 친절히 물으되,
「친구여, 이제 그들이 그대를 더 존중해 주느냐, 아니면 전처럼 여전히 학대하느냐.」
교활한 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신들이 이 건방진 자들의 악행과 계략에 대한 복수를 해 주시기를. 이 파렴치한 자들이 자기네 집도 아닌 곳에서 나를 모욕하였다. 참으로 뻔뻔스럽구나.」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말태수가 목동 두 명과 함께 도착하였다. 그들은 구혼자들의 연회에 내놓을 가장 살찐 암염소들을 양떼에서 몰아내고 있었다. 말태수는 염소들을 현관에 묶어 놓고 오지수를 괴롭히기 시작하되,
「낯선 자여, 아직도 여기 있느냐. 구걸하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느냐. 여기 있으면 매를 맞을 것이다. 네 구걸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스에서 먹을 것이 있는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니라.」
알 수 없는 표정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살인 계획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목동인 감독관 필로에티우스는 살찐 숫염소와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를 몰고 왔는데, 이 짐승들은 나룻배 사공이 이탁도로 데려온 것이었다. 나룻배는 건너갈 사람이 있으면 승객도 태워 주었다. 필로에티우스는 짐승들을 밖에 묶어 두고 돼지치기에게 물으되,
「새로 온 이 손님은 누구인가. 그의 민족은 누구이며, 고향은 어디이며, 조상은 누구인가. 가엾은 사람 같으니, 그의 모습은 마치 군주와 같구나. 신들이 고통의 실타래를 잣을 때면, 위대한 왕조차도 멀리 떠돌며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법이지.」
그러고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네되,
「안녕하시오, 선생님. 운이 없으시구나.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오. 상제 신이시여, 당신만큼 파괴적인 신은 없나이다. 당신은 인류의 아버지이시나, 우리의 고통에는 자비를 베풀지 아니하시는구나. 오지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온몸이 땀으로 젖나이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셔 햇빛을 보고 계신다면, 길을 잃고 저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계실 것이요.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다면, 오지수여, 참으로 안타깝도다. 그분은 제가 어린 소년이던 시절, 케팔레니아에서 제게 첫 소떼를 맡겨 주셨나이다. 이제 그분의 소떼는 셀 수 없이 많사오나, 다른 이였다면 이렇게 번성하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람들이 제게 소떼를 몰고 와 자기들에게 먹으라 하나이다.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는 관심도 없고, 지켜보는 신들의 눈길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이다. 주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나이다. 그들은 주인님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 하고, 저는 주인님의 아들이 여기 있는데 소떼를 몰고 타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나이다. 그러나 남의 가축을 돌보며 앉아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나을지니, 차라리 도망쳐 다른 왕을 섬기고 싶었나이다. 견딜 수가 없나이다. 그러나 불운한 주인님이 어디에 계시든 돌아와 궁궐에 있는 이 구혼자들을 모두 쫓아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당신은 영리한 듯하구나. 그래서 당신에게 엄숙한 맹세를 하리라.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이 화롯에 맹세하건대, 당신이 아직 여기 있는 동안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요, 원한다면 여기에서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으리라.」
목동이 대답하되,
「낯선 이여, 상제 신께서 당신의 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면 당신은 제 힘과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보게 되리라.」
에우마이오스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여 그의 다재다능한 주인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 간청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구혼자들은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독수리 한 마리가 그들의 왼쪽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들비둘기를 물고 있었다. 암피노모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우리의 이 계획, 이 살인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니 연회에 대해 생각하자.」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의자와 소파에 천을 깔고 큰 양, 살찐 염소, 큰 돼지, 그리고 온순한 소 한 마리를 잡았다. 내장을 삶아 나누어 먹고, 포도주는 그릇에 섞었다. 돼지치기는 포도주를 잔에 따랐고, 필로에티우스는 바구니에 빵을 담아 날랐으며, 말태수는 포도주를 돌렸다. 그들은 마음껏 음식을 먹었다.
그다음 태명은 곰곰이 생각하여 오지수를 홀 안 돌문턱 옆에 앉히고 탁자와 의자를 가져왔다. 그는 오지수에게 고기를 내어 주고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 주며 이르되,
「이제 당신은 여기 앉아 그들 가운데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내가 그들이 당신을 건드리거나 조롱하지 못하게 막겠소. 이곳은 술집이 아니오. 오지수가 나를 위해 마련한 곳이오. 그리고 당신들, 구혼자들이여. 제발 때리거나 모욕하지 마시오. 우리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소.」
그들은 소년이 그토록 대담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 입술을 깨물었고, 우필태의 아들 안태우가 선언하되,
「폐하들이여, 태명의 위협은 비록 성가시나 받아들여야 하리라. 상제께서 그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연회장에서 그의 연설을 막았을 것이니라.」
태명은 그를 무시하였고, 그동안 집안 아이들은 제물로 바칠 짐승 백 마리를 몰고 마을을 지나갔다. 이탁도 사람들은 활쏘기의 신 아로왕의 그늘진 숲에 모였다. 집 안에서는 구혼자들이 고기 꼬치를 굽고 꼬치를 꺼내어 몫을 나누었다. 성대한 잔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은 몫을 내어 주었는데, 그의 아들 태명이 그렇게 하라 명령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은 구혼자들이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멈추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고, 위대한 오지수의 마음에는 더욱 깊은 원한이 스며들었다. 사메 출신의 크테시푸스라는 무법자는 엄청난 부를 등에 업고 오지수가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것을 알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왔다. 그는 다른 무모한 구혼자들에게 소리치되,
「잘 들어라. 이 낯선 사람도 당연히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 물론 태명을 찾아온 손님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소. 그에게 환영의 선물을 주겠소. 그러면 그가 궁전의 목욕탕 시중드는 이나 다른 하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겠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소발 하나를 꺼내 오지수에게 던졌다. 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몸을 숙이며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소발은 벽에 부딪혔다.
태명이 크테시푸스를 꾸짖되,
「낯선 사람을 때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구나. 그가 공격을 피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면 네 배를 칼로 꿰뚫었을 테고, 네 아버지는 네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집에서는 모두 조심해야 하리라. 나도 어렸을 때는 그러하였으나, 이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도살된 양, 음식, 술 등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참아야 하니 말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지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제발 나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어 주시오. 아니면 여전히 청동 칼로 나를 죽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그렇게 하기를 바라오. 당신 같은 구혼자들이 낯선 사람들을 학대하고, 하녀들을 끌고 다니며 괴롭히는 끔찍한 짓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소.」
모두 침묵하였다. 아겔라우스가 입을 열되,
「친구들아, 그의 말은 옳다.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마라. 낯선 사람이나 오지수의 노비들을 학대하지 마라. 태명아, 너와 네 어머니께 정중히 충고 하나 하리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생각이 넓은 네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였을 때는,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실까 하여 우리를 멀리하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얘야, 어머니 곁에 앉아 우리 중 가장 훌륭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시도록 조언하라. 그러면 너는 아버지께서 남기신 재산을 누리며 먹고 마실 수 있고,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집을 돌보러 가실 수 있으리라.」
태명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답하되,
「예. 상제 신과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거나 어쩌면 죽기까지 하였던 제 아버지의 고난을 걸고 맹세하건대, 저는 지체 없이 그녀에게 남편감을 고르라 말하고 후한 지참금을 마련해 주겠나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보내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신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지혜의 여신이 구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웃었다. 깔깔대며 얼굴을 가누지 못하였다. 고기 접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너희의 얼굴과 머리와 몸은 밤으로 뒤덮여 있고, 너희의 비명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화려한 궁전의 천장과 벽에는 너희의 피가 흩뿌려져 있다. 현관과 안뜰은 유령으로 가득 차 있다. 에레보스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유령들이다.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음침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모두 웃었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이 새로 온 자는 미쳤구나. 어서, 얘들아, 그를 내쫓아라. 시장으로 보내라. 여기가 밤인 줄 아는구나.」
예언자가 대답하되,
「에우리마코스여, 나는 안내자를 구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눈과 귀와 발이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하니 떠나리라. 오지수의 집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너희 모두에게 무슨 불길한 일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드나이다. 너희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궁궐을 떠나 피레우스로 내려가 그를 맞이하였고, 그곳에서 환영을 받았다. 구혼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태명의 손님들을 비웃으며 그를 놀리려 하였다.
「손님들 때문에 운이 참 안 좋으시구나. 이 더러운 거지 자식은 늘 음식과 술만 더 달라 하고, 농사도 못 짓고 싸움도 못하는, 세상에 짐덩어리일 뿐이다. 저 다른 놈은 거기 서서 예언이나 하고 있더구나. 자, 잘 들어 보라. 내가 더 나은 계획을 제안하노라. 이 손님들을 배에 태워 노비로 삼아 시칠리아로 보내서 이익을 챙기라.」
태명은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조용히 아버지를 지켜보며, 뻔뻔스러운 구혼자들을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아름다운 연로비는 현명하게도 의자를 그들을 마주 보도록 놓고 각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들은 수많은 짐승을 잡아 잔치를 벌였고, 웃음이 끊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곧 강력한 남자와 여신이 복수심에 불타 그들에게 가져다줄 저녁 식사보다 더 달갑지 아니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먼저 복수를 시작하였고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제21권 활쏘기 경연==
그때 지혜로운 여신이 빛나는 눈으로 이카리우스의 딸이요 현부인인 연로비에게 한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대는 이제 오지수의 방에 활과 쇠도끼를 내어 놓고, 피바람이 일어날 시합을 베풀도록 하라.”
연로비가 그 말을 듣고 곧장 자기 방으로 올라가니, 그 굳세고 단련된 손으로 상아 자루에 청동 갈고리를 단 열쇠를 잡아 들고 시녀들과 함께 왕이 보물을 간직한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 안에는 금과 청동과 정교하게 벼린 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굽은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는 에우리토스의 아들 이피토스가 오지수에게 준 것이었다. 이피토스는 메세니아 땅 라케다이몬에 있는 현인 오르틸로코스의 집에서 우연히 오지수를 만나 깊은 우정을 맺은 신과 같은 영웅이었다.
당시 오지수는 빚을 받아내기 위하여 그곳에 갔었다. 메세니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탁도에 와서 양 삼백 마리를 훔쳐 가고 목동들까지 함께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라에르테스와 여러 장로들은 오지수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를 보내어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오게 하였다.
이피토스 또한 자기 말을 찾으러 그곳에 왔는데, 그에게는 훌륭한 암말 열두 필이 있었고, 암말마다 힘센 노새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이 훗날 이피토스의 죽음을 부르는 화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가 헤라클레스를 찾아가자 헤라클레스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흉계를 품고 있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그의 말을 빼앗으려 이피토스를 죽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를 저버리고 천신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있기 전에 이피토스가 처음 오지수를 만났을 때에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활을 그에게 선물하였다. 오지수 또한 우정의 증표로 검과 창을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집을 찾아보기 전에 이피토스는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지수가 수많은 배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나아갈 때에도 이 활만은 가져가지 않고 고향 집에 간직해 두었다가, 이탁도에서 벗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연로비가 마침내 창고에 이르러 윤이 반들반들한 참나무 문턱을 넘었다. 솜씨 좋은 목수가 자로 재고 수평을 맞추어 튼튼하게 틀을 세운 뒤 만든 아름다운 이중문이었다.
왕비가 재빨리 문고리를 풀고 열쇠를 꽂아 돌리니, 열쇠가 잠금쇠에 맞물리는 순간 문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들판의 황소가 목청을 다하여 울부짖는 듯하였다. 이윽고 문은 활짝 열렸다.
왕비는 안으로 들어가 향기로운 의복들이 상자에 보관된 널빤지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빛나는 상자 속에 놓인 활을 고리에서 조심스레 내려 품에 안았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활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활을 바라보는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뒤에야 눈물을 닦은 왕비는 수많은 날카로운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과 굽은 활을 품에 안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인 연회장으로 나아갔다.
시녀들은 주인의 청동 도끼와 철도끼가 가득 담긴 광주리를 끌고 뒤따랐다.
왕비가 구혼자들 앞에 이르러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기둥 곁에 서니, 두 시녀가 좌우에 시립하였다.
연로비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너희가 날마다 이 집에 찾아와 먹고 마시며, 오랫동안 타향을 떠난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탕진하고 있구나. 너희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너희는 나와 혼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한 가지 시합을 내리겠다.
여기 있는 이 큰 활은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 이 활을 손에 들고 능히 시위를 걸어 열두 도끼의 구멍을 한 줄로 꿰뚫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을 떠나 그 사람의 집으로 가겠다. 이 일을 내 마음이 어찌 잊으랴. 죽는 날까지, 꿈속에서라도 기억할 것이다.”
왕비는 곧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 활과 창백한 빛을 띤 쇠도끼를 구혼자들 앞에 가져다 놓으라.”
에우마이오스는 눈물을 머금고 활과 도끼를 받아 왕비가 명한 대로 갖다 놓았다.
소치기 또한 주인의 활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안태우가 크게 꾸짖으며 비웃었다.
“이 어리석은 농부들아! 어찌 그리 분별이 없느냐? 너희의 흘리는 눈물이 왕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느냐.
불쌍한 왕비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충분히 슬퍼하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앉아 밥이나 먹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실컷 울어라.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목숨을 건 활쏘기 시합을 벌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오지수만큼 활을 잘 쏘지는 못한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를 본 적이 있어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먼저 활시위를 당겨 열두 도끼를 꿰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오지수의 화살을 맞게 될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때 태명 왕자가 앞으로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아마 상제께서 나를 어리석은 자로 만드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평소의 지혜를 잃으시고 다른 사내와 혼인하여 이 집을 떠나시겠다고 하니, 나는 도리어 웃음이 나온다.
자, 구혼자들이여! 모두 앞으로 나오라.
그대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귀한 상이 아니겠는가. 이 여인은 신성한 필성에도, 아르고스에도, 미케네에도, 이탁도에도, 아카이아 땅 어느 곳에도 그와 같은 여인이 없다.
내가 굳이 어머니의 덕을 칭찬할 필요가 있으랴. 그대들도 이미 그 가치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핑계를 대지 말고 시합을 미루지도 말라. 나 또한 직접 활을 쏘아 보겠다.
만일 내가 이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설령 어머니가 다른 사내를 따라 나를 이곳에 남겨 둔다 해도 더는 원망하지 않겠다.
그리되면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무기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사내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태명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보랏빛 장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칼을 풀어 놓았다.
그는 열두 개의 도끼를 일렬로 세울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고 흙을 다져 반듯하게 고르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이처럼 능숙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제까지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명은 문턱에 걸터앉아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마다 그의 근육은 떨렸고 시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세 번 모두 실패하였다.
태명은 네 번째로 다시 시도하려 하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그를 만류하였다.
태명이 말하였다.
“아, 나는 언제나 이처럼 약하고 쓸모없는 자인가 보다.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것인가.
그대들은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 그대들이 먼저 해보라. 그렇게 하면 이 시합도 끝날 것이다.”
말을 마친 태명은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세워 두었던 활을 내려놓고 화살을 손잡이에 끼운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안태우가 외쳤다.
“자, 여러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로 일어나시오. 술을 따르는 종 곁에 앉은 자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이 이에 따르니 첫 번째로 나선 자는 성직자 레오데스였다.
그는 늘 술잔 곁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구혼자들의 횡포에 반대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활을 들고 문턱에 앉아 시위를 걸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고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았으므로 시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하였다.
레오데스가 구혼자들에게 말하였다.
“벗들이여, 나는 이 활을 당길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람이 할 차례다.
그러나 이 활은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와 기운을 꺾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이 집에 모이는 본래의 뜻을 잊고 이처럼 욕심에 사로잡혀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너희는 아직도 오지수의 아내 연로비와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활시위를 당기지 못한 자는 자기 재물을 가지고 다른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은 여인을 찾아가 구혼하라. 그리고 연로비는 운명이 정한 사람, 가장 많은 예물을 가져오는 자와 혼인하게 하라.”
말을 마친 레오데스는 활을 내려놓고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기대어 두었다.
안태우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무슨 흉한 말을 그리도 많이 하는가, 레오데스! 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는 자가 사람의 목숨을 앗을 활이라고 떠벌리다니. 네가 활쏘기에 재주가 없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다. 곧 이 활에 시위를 걸어 보일 것이다.”
한편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는 연회장을 나갔다. 오지수 또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세 사람이 대문을 지나 뜰 밖에 이르렀을 때, 오지수가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소치기와 돼지치기에게 내가 속마음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으나, 이제는 숨기지 않겠다.
만일 어느 신께서 오지수를 이끌어 갑자기 이곳에 돌아오게 하신다면,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구혼자들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오지수와 함께 싸울 것이냐? 너희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
소치기가 곧 대답하였다.
“오, 하늘의 상제시여! 부디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그분이 돌아오게 하소서. 신들이 그분을 집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그러면 제가 그분을 위하여 얼마나 용맹히 싸울 수 있는지 직접 보게 될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또한 모든 신들에게 오지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 모습을 본 오지수는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너희 둘만이 나의 귀환을 기뻐하는구나. 나를 위하여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다른 자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하였다.
만일 신께서 내 손으로 저 오만한 귀족 구혼자들을 물리치게 하신다면, 너희 두 사람에게 각각 아내와 재산을 주고 내 집 가까이에 좋은 집을 마련해 주겠다. 또한 너희는 태명의 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를 믿기 어렵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겠다.
내가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하던 때, 멧돼지의 흰 어금니에 찢긴 상처를 보아라.”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며 누더기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허벅지에 크고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두 사람은 그 상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침내 모든 의심을 버리고 통곡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오지수 또한 두 사람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세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라도 울고 싶었으나, 오지수가 말하였다.
“이제 그만 울어라. 누군가 밖으로 나와 너희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구혼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되 한꺼번에 들어가지 말고 차례대로 들어가라. 먼저 내가 들어가고, 그다음 너희가 한 사람씩 들어오라.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신호다.
만일 귀족들이 내게 활과 화살을 내주지 않거든, 에우마이오스, 네가 그것을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져와 내 손에 쥐어 주어라.
여인들에게는 연회장 입구를 굳게 잠그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있으라 명하라. 남자들의 고함이나 큰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잠잠히 자기 일을 하게 하라.
그리고 필로에티우스, 너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고 밧줄로 단단히 묶어라.
우리는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두 노비도 차례로 들어왔다.
그 무렵 에우리마코스는 불가에서 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시위를 걸 수 없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노하여 외쳤다.
“참으로 재앙이로다! 우리 모두에게 큰 수치가 닥쳤구나!
혼인이야 어찌 큰일이라 하겠는가. 이탁도에도 여인은 많고 다른 여러 성읍에도 아름다운 여인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오지수 왕보다 훨씬 힘이 약하여 그의 활에 시위 하나 걸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씻을 수 없는 수치가 아니겠는가! 이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안태우가 말하였다.
“에우리마코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은 아로왕 신의 축일이다. 이런 날에는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오늘은 활을 거두고 도끼는 그대로 두자. 아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포도주를 따르게 하여 신께 제사를 올리고, 활쏘기는 잠시 미루자.
내일 새벽 말태수를 불러 가장 좋은 염소를 가져오게 하고 활쏘기의 신 아로왕에게 제사를 올린 뒤 다시 활을 쏘아 시합을 끝내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시종들은 손 씻을 물을 따르고, 아이들은 술잔에 포도주를 나누어 따랐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하였다.
거짓과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이미 모든 일을 치밀하게 꾸며 놓았다는 것을.
오지수는 염소치기 말태수에게 명하였다.
“말태수여, 어서 불을 피우고 의자를 불 가까이 끌어다 놓으라. 양털도 깔아라. 그리고 창고에서 큰 기름 덩어리를 가져오라.
우리 젊은이들이 활을 따뜻하게 하고 기름칠하여 다시 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오늘 이 시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말태수는 곧 명을 받들어 불을 피우고 의자를 옮기며 양털을 깔고 기름 덩어리를 가져왔다.
젊은이들은 활을 불 가까이 가져가 데웠다.
그러나 여전히 시위를 걸지 못하였다.
그들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자들은 구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고 위세 높은 안태우와 에우리마코스였다.
그때 오지수가 말하였다.
“여왕의 구혼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숨기지 않겠다.
특히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 그대들에게 청하노라. 그대들은 앞서 훌륭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이제 활은 잠시 내려놓고 신들을 향하여 기도하라. 새벽이 되면 신께서 승자를 정하시고 그에게 성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저 윤이 나는 활을 다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 내 손이 아직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고 강한지, 아니면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며 가난 속에 살다가 그 힘마저 잃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구혼자들은 오지수가 정말로 활에 시위를 걸까 두려워하였다.
안태우가 곧 성을 내며 말하였다.
“이방인아!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가 너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우리 귀족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듣게 한 은혜도 모르느냐?
다른 거지들은 감히 우리의 잔치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좋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술이란 원래 그러하다. 지나치게 마시면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
옛날 유명한 켄타우로스 에우리티온도 라피테스 족을 찾아가 용맹한 피리토우스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었다.
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자 전사들이 그를 집 밖으로 끌어냈고, 무자비한 칼로 그의 귀와 코를 베었다.
그 후로도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떠돌았으며, 그날부터 켄타우로스와 인간은 서로 원수가 되었다.
술이 그에게 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네가 저 활에 시위까지 걸려고 한다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너를 가엾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배에 태워 잔혹하기로 이름난 에케토스 왕에게 보내겠다. 그곳에서는 네가 도망칠 길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잠자코 앉아 술이나 마시고 젊은 사내들과 다투지 말라.”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다.
“아니오, 안태우. 태명이 이 집에 손님으로 맞아들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손이 활시위를 당길 만큼 힘이 세다고 해서 내가 그를 따라가 혼인하리라 생각합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일로 잔치를 어지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에우리마코스가 말하였다.
“현명한 연로비여, 저 이방인이 그대와 혼인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만일 훗날 어떤 무례한 자가 말하기를,
‘저 사내들은 참으로 약하구나! 전사의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활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다니!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거지가 나타나 손쉽게 시위를 걸고 열두 도끼를 모두 꿰뚫었단 말인가!’
라고 한다면 우리의 수치가 얼마나 크겠소?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찌하겠소?”
연로비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에우리마코스여, 왕의 재산을 날마다 축내는 자가 어찌 위엄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이런 사소한 일에 그토록 소란을 피우십니까?
저 낯선 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좋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귀한 신분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서 활을 건네고 우리가 지켜보도록 하십시오.
만일 아로왕 신의 도움으로 그가 시위를 당긴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장포와 튜닉과 신을 주고, 사람과 짐승을 막아낼 날카로운 양날 검과 단검도 마련해 주겠습니다.
또한 그가 어느 곳으로 떠나든 그 길을 막지 않고 도와주겠습니다.”
그러자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하였다.
“어머니, 이 활을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거절할 것인지는 누구보다 제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섬에서든 엘리스의 넓은 목초지에서든, 이 집의 어떤 사내도 저에게 활을 내놓으라 명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서 방으로 올라가 베틀과 물레를 돌보십시오. 시녀들에게도 그리하라 명하십시오.
활쏘기는 사내의 일이며, 특히 이 집을 다스릴 제 일이옵니다.
이 집의 권세를 쥔 자가 바로 저입니다.”
연로비는 아들의 단호한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딸들과 함께 침실에 들어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맑은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내려와 그녀의 눈을 감기고 깊은 잠에 들게 하였다.
그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활을 들어 올렸다.
구혼자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웠다.
“더러운 돼지치기야! 그 활을 어디로 가져가느냐?
네가 미친 것이 아니냐? 네가 기르는 돼지들과 개들까지 너를 물어뜯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아로왕 신과 다른 불멸의 신들의 은총을 받는다 해도 그러할 것이다!”
연회장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이 너무나 컸으므로 에우마이오스는 두려워 활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때 태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할아버지! 어서 가시오! 활을 계속 가져가시오!
머지않아 누구의 명을 받들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오.
내가 할아버지보다 젊지만 힘은 더 세니 조심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판까지 쫓아가 돌을 던질 것이오.
이 집에 함부로 들어와 어머니에게 구혼하며 소란을 피우는 저 무리처럼 나에게도 힘이 있다면, 당장 모두 쫓아내고 복수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구혼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태명에 대한 분노도 어느덧 사라졌다.
에우마이오스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 유능한 주인 오지수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명숙를 불러 말하였다.
“태명이 명하기를, 연회장 문을 굳게 잠그고 단단히 묶으라 하였습니다. 남자들의 고함이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방 안에서 조용히 일을 하십시오.”
명숙는 아무 말 없이 연회장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필로에티우스 또한 급히 밖으로 나가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굳게 잠갔다.
현관에는 새로 꼰 비블로스 밧줄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밧줄로 문을 단단히 묶은 뒤 안으로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주인 오지수를 바라보았다.
오지수는 이미 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벌레가 활대를 갉아먹지는 않았는지, 곳곳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구혼자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하였다.
“활의 대가라도 되는 양 살펴보는구나. 정말 능숙한 사람처럼 행동하는군.
아마 자기 집에도 이런 활이 있었거나, 앞으로 하나 만들 생각인가 보다.
저 불쌍한 떠돌이가 활을 만지작거리는 꼴을 보라!”
한 젊은 구혼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제발 그의 앞날의 운도 저 활에 시위를 거는 솜씨만큼이나 좋기를 빌어야겠군!”
그들은 모두 오지수를 조롱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숙련된 악사가 양의 창자로 만든 줄을 리라의 줄감개에 감아 팽팽하게 매듯, 거대한 활을 한 치 한 치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능숙한 손으로 활에 시위를 걸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시위를 가볍게 튕기자, 그 소리가 마치 제비가 맑은 봄날 처마 밑에서 노래하는 듯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구혼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우레가 울렸다.
상제가 천둥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이날을 기다려 온 오지수는 간사한 크로노스의 아들이 보내온 징조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화살 하나를 집었다.
다른 화살들은 이미 화살통 속에 들어 있어 곧 쓰일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수는 화살을 활대에 얹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활과 시위를 함께 힘껏 당겼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확히 겨냥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을 놓았다.
쏜살같이 날아간 청동 화살촉은 첫 번째 도끼의 구멍을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도끼를 꿰뚫었다.
열두 개의 도끼가 모두 차례로 꿰뚫렸다.
화살은 마지막 도끼를 지나 반대편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오지수가 태명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태명아, 네 손님이 너에게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을 안겨 주었구나.
나는 모든 과녁을 맞혔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사람들은 내가 약한 자라고 비웃었으나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으나 이제 잔치를 벌일 때가 되었구나.
그리고 잠시 후 음악을 울려 축하하자. 그것이 저녁 잔치의 참된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그가 눈썹을 살짝 들어 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태명은 즉시 칼을 차고 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두 사람의 청동 무기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때부터 오래도록 억눌렸던 피바람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제22권 구혼자들을 소탕==
오지수는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알몸이 된 그는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문지방으로 뛰어 올라, 발아래에 화살을 한 아름 쏟아 놓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놀이가 끝났도다. 나는 다시 활을 쏘리라. 아직 한 번도 맞히지 못한 다른 과녁을 향하여 쏘리라. 오, 상제의 총애를 받는 활의 신이여! 부디 이 손을 도우소서!”
말을 마친 오지수는 안태우를 향하여 치명적인 화살을 겨누었다.
젊은 안태우는 금잔을 손에 들고 포도주를 휘저으며, 마치 아무 근심도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죽음이 자기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다. 어찌 그러한 생각을 하였겠는가. 수많은 연회객 가운데 홀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들 자가 있으리라고 누가 감히 생각하였겠는가.
그때 오지수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휙!
화살은 안태우의 목을 향하여 날아갔다. 화살촉은 그의 부드러운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안태우는 옆으로 쓰러졌고, 손에 들었던 금잔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곧 그의 콧구멍에서는 굵은 피가 솟구쳤으며, 발이 경련하듯 움직이다가 탁자를 걷어찼다. 탁자가 뒤집히자 음식과 술이 바닥에 쏟아졌다. 흰 빵과 잘 구운 고기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본 구혼자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두꺼운 돌담을 이리저리 뒤지며 방패와 칼을 찾았으나, 손에 잡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분노하여 오지수를 향해 소리쳤다.
“이 낯선 자여! 감히 사람을 쏘았으니 그 죗값을 치러야 하리라! 더는 경기에 참여할 수도 없고, 이제 네 목숨은 끝났도다. 네가 감히 이탁도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를 죽였으니, 오늘 여기서 독수리의 밥이 될 줄 알라!”
그러나 불쌍한 자들은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가 안태우를 우연히 죽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일 뜻을 품고 있었다는 것과, 이미 죽음의 그물이 사방에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웃었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내가 토래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 그래서 내 집을 제 것처럼 차지하고, 내 여종들을 욕보이며, 내가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내 아내에게 추근거렸느냐? 하늘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너희를 벌할 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느냐? 이제 보라. 너희는 스스로 죽음의 그물에 걸려들었도다.”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저마다 살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 가운데 에우리마코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지수여, 과연 그대가 돌아왔다면 우리의 말도 들어 주시오. 그리스인들이 그대의 영지와 집에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은 실로 잘못된 일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 일을 꾸민 우두머리는 죽었소. 바로 안태우 말이오.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소.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그대의 아내가 아니었소. 상제께서 그의 흉계를 꺾으셨으나, 그는 다른 큰일을 꾸미고 있었소. 그대의 아들을 길목에 매복하여 죽이고 왕좌를 빼앗아 이탁도를 다스리려 한 것이오.
이제 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소. 그러니 부디 폐하께서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그동안 먹은 음식과 마신 술값을 모두 갚겠소. 각자가 소 스무 마리 값에 해당하는 재물을 바치고, 그대가 원하는 금과 청동도 아끼지 않고 내놓겠소. 그대의 분노가 어찌 정당하지 않겠소.”
그러나 오지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에우리마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내 모든 재산을 내놓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친다 하여도 소용없다. 너희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내 손이 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두 길밖에 없다.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하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건져 보아라. 그러나 너희 가운데 죽음을 피할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리고 심장이 얼어붙는 듯하였다.
에우리마코스가 다시 동료들을 향하여 외쳤다.
“친구들이여! 이 자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저 윤이 나는 문지방에 버티어 서서 우리를 하나씩 쏘아 죽일 것이오. 어서 싸울 계책을 세우시오!
칼을 뽑고 탁자를 방패로 삼아 화살을 막으시오. 모두 힘을 합쳐 저자를 문지방에서 몰아내고,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합시다. 저자의 화살도 곧 다 떨어질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날카로운 청동검을 뽑아 들고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지수의 활시위가 울렸다.
쐐액!
화살은 에우리마코스의 가슴, 젖꼭지 곁을 꿰뚫고 들어가 순식간에 간을 관통하였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리며 탁자 위로 쓰러졌고, 음식과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마침내 그의 눈앞에는 검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때 암피노무스가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검을 뽑아 그를 베려 한 것이다.
그러나 태명이 재빨리 뛰어들었다. 그는 뒤에서 청동 창을 힘껏 찔러 암피노무스의 등을 꿰뚫고 가슴까지 관통시켰다.
암피노무스는 얼굴부터 땅에 처박히며 쿵 하고 쓰러졌다.
태명은 창을 그대로 그의 몸에 박아 둔 채 뒤로 달아났다. 창을 뽑으려고 몸을 굽혔다가 다른 그리스인이 달려들어 칼로 찌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말했다.
“아버님, 제가 방패와 창 두 자루, 그리고 청동 투구를 가져오겠습니다. 저도 무장을 하고 우리 목동 두 사람에게도 무기를 나누어 주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내 화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어서 가거라. 저들이 나를 문밖으로 몰아내기 전에 서둘러라. 나는 이곳에서 홀로 싸워야 하느니라.”
태명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무기고로 달려가 창 여덟 자루와 방패 네 개, 그리고 풍성한 말총 장식이 달린 청동 투구 네 개를 가져왔다.
돌아온 그는 먼저 자신의 갑옷을 갖추어 입었고, 두 목동 또한 무장을 하여 뛰어난 계략가인 오지수의 양옆에 섰다.
오지수는 화살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활을 쏘았다. 그의 집 안에서 구혼자들은 하나씩 쓰러져 갔다.
마침내 왕의 화살통도 비었다.
오지수는 튼튼한 문기둥 곁에 활을 내려놓고, 하얗게 빛나는 궁전 벽에 기대어 두었다. 그리고 네 겹으로 된 방패를 어깨에 걸치고, 잘 만든 청동 투구를 머리에 썼다. 투구 위의 말총 장식이 위엄 있게 흔들렸다.
그는 양손에 청동 창을 하나씩 움켜쥐었다.
그때 성벽 안쪽에 단단히 닫힌 문이 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오지수는 충직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곳에 서서 문을 지켜라. 이제 출구는 하나뿐이다.”
그러자 아겔라우스가 모든 구혼자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친구들이여!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저 문으로 빠져나가 사람들에게 사태를 알리고 경보를 울려야 하오. 그러면 이자의 화살도 곧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염소치기 말태수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주군. 그 입구는 너무 좁고 궁전 문과도 지나치게 가까우니 위험합니다. 용감한 한 사람만 그곳을 지켜도 우리 모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창고에 가서 갑옷을 가져오겠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적들이 갑옷을 그곳에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말태수는 성벽 안쪽의 좁은 통로를 기어 올라가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방패 열두 개와 창 열두 자루, 말총으로 장식한 청동 투구 열두 개를 꺼내 아래층으로 가져왔다.
그리하여 구혼자들은 다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오지수는 그들이 무기를 들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하였다. 그들의 오만하고 흉악한 모습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태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면 말태수가 내 집에서 우리를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구나!”
태명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버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창고 문을 조금 열어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쪽에서 누군가 망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여, 가서 문을 굳게 닫고 살펴보시오. 우리를 해치려 한 자가 여자들 가운데 있는지, 아니면 제가 의심하는 말태수인지 알아보시오.”
한편 말태수는 다시 무기를 가져오기 위하여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돼지치기가 그를 발견하고 오지수에게 알렸다.
“나리, 우리가 모두 의심하던 그 간악한 자가 창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리께서는 언제나 묘한 계책을 세우시니, 제가 그를 죽이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이곳으로 끌고 와 나리께서 그의 온갖 죄악을 친히 다스리시겠습니까?”
오지수는 이미 계책을 세워 두고 있었다.
“태명과 나는 저 구혼자들이 아무리 날뛰더라도 이곳에 가두어 두겠다. 너희 둘은 말태수의 손발을 뒤로 묶어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가라.
그리고 높은 기둥에 밧줄을 걸고 서까래에 매달아라. 그가 죽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하라.”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곧 무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말태수는 그들이 오는 줄도 몰랐다. 그가 무기를 찾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문 양쪽에 숨어 기다렸다.
마침내 말태수가 한 손에는 아름다운 투구를 들고, 다른 손에는 옛날 라에르테스가 젊은 시절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이음새가 다 풀려 녹슨 채 창고에 버려진 방패를 들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말태수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안으로 끌어들인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손발을 뒤로 묶고 매듭진 밧줄로 단단히 동여맨 다음,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서까래에 매달았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그를 조롱하였다.
“말태수야, 이 부드러운 침상에서 밤새도록 편히 자거라. 이것이 네가 지은 죄의 대가다. 새벽이 되어 바다 위 황금빛 왕좌에 해가 떠오르고, 네가 염소들을 몰아 이 집에 와서 구혼자들의 저녁상을 차리던 바로 그때까지 여기 매달려 있거라.”
그리하여 말태수는 손발이 묶인 채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다.
두 목동은 무장을 마치고 방을 나와 문을 닫은 뒤 교활한 지도자 오지수에게 합류하였다. 그들은 문지방에 굳게 서서 결의를 다졌다.
안에는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아 있었으나, 오지수와 태명, 그리고 두 충직한 목동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었다.
그때 상제의 딸인 지혜낭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과 음성은 마치 명토와 같았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말했다.
“명토여, 우리 사이의 오랜 우정을 기억하소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나는 그대를 소중히 대하였나이다. 이제 나를 도와주소서!”
그는 그녀가 군대를 움직이는 지혜낭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구혼자들이 일제히 반대의 소리를 질렀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스승이시여, 부디 오지수의 말에 속아 우리와 싸우지 마십시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우리가 이 아버지와 아들을 죽이고 당신 또한 당신의 계략대로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당신도 그 죗값을 목숨으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청동검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며, 당신이 가진 모든 재물 또한 빼앗아 우리의 전리품 가운데 섞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들도 이 연회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당신의 아내와 딸들도 이탁도에서 자유로이 거닐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지혜낭자는 크게 노하여 오지수를 꾸짖었다.
“지금 그대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상제의 총애를 받는 백발의 헬레나를 위하여 아홉 해 동안 토래성인들과 싸웠고, 전쟁 중 수많은 적을 죽였으며, 끝내 그 성을 함락할 계책까지 세웠도다.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거늘, 어찌하여 이 구혼자들에게 정당한 무력을 쓰기를 두려워하는가?
자, 내 곁에 서라. 알키무스의 아들 명토가 그대가 세운 모든 공적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적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라.”
그러나 지혜낭자는 아직 결정적인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지수와 그의 아들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비처럼 연기 속으로 날아올라 지붕의 서까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겔라우스와 데모프톨레모스, 에우리노모스, 피산더, 암피메돈, 보리보가 살아남은 구혼자들을 독려하였다. 그들은 가장 용감한 자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이미 활과 빗발치는 화살에 쓰러지고 없었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 명토의 허풍은 모두 헛소리였도다. 그는 떠났고, 이제 저자들만 문 앞에 남았소.
어서 저 잔혹한 자를 제압하여 손을 멈추게 하시오. 한꺼번에 모든 창을 던지지 말고, 먼저 우리 여섯 사람이 창을 던집시다. 상제께서 오지수를 맞혀 우리에게 승리를 허락하시기를 기도합시다. 그가 쓰러지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오.”
여섯 사람은 그의 말에 따라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가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버렸다.
한 창은 궁전 홀의 문설주를 꿰뚫었고, 또 한 창은 굳게 닫힌 문에 박혔다. 다른 창은 벽에 깊이 박혔다.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오지수의 무리는 모든 창을 피하였다.
오지수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마침내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들은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무기를 빼앗으려 한다! 이제 과거의 원한을 갚고 너희 목숨을 지켜라. 지금 쏘아라!”
네 사람은 일제히 창을 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데모프톨레모스를 쓰러뜨렸다. 태명과 에우리아데스와 돼지치기는 엘라투스를 죽였고, 소치기는 피산더를 쓰러뜨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다른 구혼자들은 구석으로 몰려 웅크렸다.
그러나 살아남은 네 사람이 시체에서 창을 뽑아 다시 손에 들었다.
구혼자들도 다시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는 또다시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 창은 문설주에 박혔고, 또 한 창은 문을 꿰뚫었다. 다른 물푸레나무 창은 벽에 박혔다.
암피메돈의 창은 태명의 손목 곁을 스치며 지나가 청동이 그의 살갗을 찢었다.
크테시푸스가 던진 창은 돼지치기의 방패 바로 위 어깨를 스쳐 지나가 뒤쪽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눈 밝고 계략에 능한 오지수와 그의 동료들은 몰려드는 구혼자들을 향하여 날카로운 창을 내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에우리다마스를 꿰뚫었다.
태명은 암피메돈을 베었고, 돼지치기는 보리보를 쓰러뜨렸다. 목동은 크테시푸스의 가슴을 청동 창으로 꿰뚫으며 외쳤다.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를 모욕하기를 즐겨 하더니, 이제 네 자랑도 끝났구나. 신들이 마지막 말을 하셨고 승리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것은 네가 오지수가 집 없는 떠돌이처럼 자기 집을 지나갈 때 발로 걷어찬 대가이니라!”
오지수는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아겔라우스를 찔렀다.
태명은 레오크리투스에게 달려들어 배에 청동 창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레오크리투스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쳤다.
그때 지혜낭자가 지붕 위에서 치명적인 아이기스를 높이 들어 올렸다.
겁에 질린 구혼자들은 봄날 해가 길어지는 때 등에에게 쫓긴 소 떼처럼 연회장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마치 굽은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독수리 떼가 높은 언덕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구름 아래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희생자들은 도움을 받을 곳도, 달아날 길도 없었다. 네 명의 전사들은 사방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며 하나씩 베어 넘겼다.
머리가 깨지는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가 궁전을 가득 채웠고, 바닥은 어느새 온통 피로 물들었다.
레오데스는 오지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위하여 달려들어 그의 무릎을 붙잡았다.
아겔라우스가 죽으며 손에서 칼을 떨어뜨렸다.
오지수는 강한 팔로 그 칼을 휘둘러 사제의 목을 베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읊조리던 그의 머리는 피를 흘리며 먼지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억지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시인 페미우스는 뒷문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갈림길에 놓였다.
밖으로 나가 옛 주인들이 수많은 제물의 허벅지뼈를 태우던 가정의 신, 위대한 상제의 제단 아래 숨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그는 마침내 결심하였다.
간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속이 빈 리라를 믹싱볼과 은제 의자 사이 바닥에 내려놓고 오지수의 무릎을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다.
“오지수 나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저를 죽이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저는 신과 인간을 위하여 노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를 익혔으나 신들께서 제 마음속에 온갖 노래를 심어 주셨습니다.
저는 마치 신 앞에서 노래하듯 나리를 위하여 노래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참으시고 제 목을 베지 마소서. 아드님께 물어보십시오. 제가 저녁마다 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러 온 것은 제 뜻이 아니었다고 아드님께서 증언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사납고 수가 많았습니다. 제게는 다른 길이 없었나이다.”
그러자 용맹한 태명이 급히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서 말하였다.
“아버님, 칼을 거두소서.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집사 메돈도 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늘 저를 돌보아 준 사람입니다. 목동들이 이미 그를 죽였거나,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모습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메돈은 이미 지혜롭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의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새 소가죽으로 자신을 덮어 숨었다.
태명의 말을 듣자 그는 의자 아래에서 벌떡 일어나 소가죽을 벗어 던지고 태명 곁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부디 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당신의 아버지는 너무나 강하시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고 아들인 당신을 업신여긴 구혼자들에게 크게 노하셨습니다. 제발 아버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러자 영리한 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 아버지는 이미 네 목숨을 구해 주셨느니라. 그러니 살아남아 선행이 악행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라.
이제 홀을 나가거라. 밖으로 나가 마당에 있는 이름난 가수 곁에 앉아 있으라. 나는 이 집 안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상제의 제단 곁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 숨을 죽였다.
오지수는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있는지, 혹은 죽음을 피해 숨어 있는 자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다가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었다. 마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어두운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고기 떼가 넓은 모래사장에 쏟아져 나온 것과 같았다.
그렇게 구혼자들은 서로 겹쳐져 죽어 있었다.
그러나 오지수는 여전히 계략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명숙에게 할 말이 있다. 태명아, 어서 그녀를 데려오너라.”
태명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문을 살짝 열고 유모를 불렀다.
“유모여, 어서 오시오! 그대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궁전의 여자 노비들을 거느려 왔소. 아버지께서 그대와 할 말씀이 있으니 빨리 오시오!”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으나 크고 튼튼한 홀의 문을 열었다.
태명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학살당한 남자들의 시체 사이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오지수를 보았다.
마치 사자가 초원의 소를 잡아먹은 뒤 가슴과 턱이 온통 피로 물든 것처럼, 오지수의 손발 또한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참혹한 시체들을 보고, 사방에 흩어진 피를 보고, 그토록 처참한 살육의 광경을 눈앞에 마주한 유모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맹세하건대 나는 이 집의 어떤 여자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소.
나는 오히려 구혼자들을 말리며 손을 더럽히지 말라고 간곡히 타일렀소. 그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소. 그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지은 죄에 합당한 최후를 맞은 것이오.
그러니 이제 이 집의 여자들에 관하여 말해 보시오. 누가 나를 업신여겼으며, 누가 끝까지 정절을 지켰소?”
주인을 깊이 사랑하는 늙은 여종이 대답하였다.
“얘야, 내가 이 집의 사정을 낱낱이 알려 주마.
이 집에는 우리가 양털을 빗는 법을 가르치고 노비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여종이 쉰 명이나 있단다. 그런데 그 가운데 열두 명이 명예를 저버렸구나.
그 열두 명은 나와 우리 안주인 연로비를 업신여겼다. 연로비께서는 태명이 아직 어리고 이제 막 장성하였으므로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셨지.
내가 위층 여자들의 방으로 올라가 주인마님께 이 일을 아뢰겠소. 아마 어느 신께서 그분에게 잠을 내려 주신 모양이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직은 안 된다. 그녀를 깨우지 마라. 먼저 나 없는 동안 반역을 꾀한 여자들을 모두 불러오너라.”
늙은 유모는 그의 명을 받들어 복도를 지나가며 여자들을 하나씩 불렀다.
그동안 오지수는 태명과 목동들을 불러 모아 명하였다.
“이제 시체를 치워야 한다. 여자들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 꿀처럼 부드러운 스펀지와 물을 가져다가 내 위엄 있는 의자와 아름다운 탁자를 깨끗이 닦아라.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내 궁전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아라.
그리고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데려오너라. 긴 칼로 그들을 베어 죽여라. 그리하면 그들이 아프로디테의 힘을 빌려 구혼자들과 은밀히 저지른 행위를 더는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자들은 절망하여 흐느끼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달려왔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밖으로 옮겨 지붕 아래에 차곡차곡 쌓았다.
오지수는 그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
여자들은 물에 적신 흡수성 좋은 스펀지로 아름다운 의자와 탁자를 닦았다. 태명과 목동들은 삽으로 바닥의 피와 더러운 것들을 긁어내 깨끗이 만들었다.
여자들은 쓰레기를 주워 밖으로 내다 버렸다.
남자들은 집 안의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돈한 다음, 여자들을 밖으로 끌어내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가두었다.
여자들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태명이 나서서 말했다.
“저 여자들은 구혼자들의 곁에 누워 나와 어머니에게 수치를 안겼소. 그러니 나는 이들에게 깨끗한 죽음을 허락할 수 없소.”
그는 뱃사람들이 쓰는 굵은 밧줄을 가져다가 둥근 홀과 높이 솟은 기둥에 걸었다. 그리고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매달았다.
마치 비둘기나 지빠귀가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날개를 펼쳤다가 누군가 놓아둔 덫에 걸려 그물에 갇히는 것과 같았다.
여자들의 머리가 일렬로 늘어섰고, 목에는 올가미가 걸렸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잠시 발을 떨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도 멎었다.
그런 다음 남자들은 말태수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들은 구부러진 청동 칼로 그의 코와 귀를 베고, 성기를 잘라 개들에게 날것으로 던져 주었다.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그들은 그의 손과 발까지 잘라냈다.
그 일을 마친 뒤 남자들은 몸을 씻고 궁전 안으로 돌아왔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늙은 유모에게 말했다.
“이제 불과 유황을 가져오너라. 악령을 몰아내는 약이니 집안을 깨끗이 소독하겠다. 그리고 연로비와 그녀의 노비들, 모든 여종들을 이 집 안으로 불러들이거라.”
유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나리. 모든 말씀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장포와 저고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튼튼한 등을 그런 누더기 한 벌로만 가리고 계시면 어찌 옳겠습니까?”
그러자 온갖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먼저 불을 피워 이 홀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옳다.”
충직한 여종은 그의 명을 받들어 불과 유황을 가져왔다.
오지수는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웠고, 집 안의 모든 방과 마당을 두루 훈증하였다.
그동안 늙은 유모는 궁전 곳곳을 뛰어다니며 여인들을 불렀다.
횃불을 든 여인들은 저마다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였다. 어떤 이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어떤 이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기쁨으로 맞았다.
오지수는 마침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그 자리에 있는 여인들을 하나하나 모두 알아보았다.
==제23권 부부상봉과 침상의 비밀==
늙은 여종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낄낄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 마님에게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음을 고하였더라.
평소에는 힘없이 떨리던 두 무릎에 문득 힘이 솟은 듯하고, 발걸음 또한 가벼워져 단숨에 여왕의 침상 곁, 머리맡에 이르러 말하였느니라.
“마마, 어서 일어나 보십시오! 마침내 마마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지수 대감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바로 이 집 안에 계십니다!
마침내 돌아오셨단 말입니다!
대감의 재산을 탕진하고 왕자를 위협하며 온갖 횡포를 일삼던 구혼자들을 모조리 죽이셨습니다!”
그러나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가련한 늙은이여, 신들이 그대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였구나.
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고, 어리석은 자를 갑자기 지혜롭게 만들 수도 있는 힘을 지녔느니라.
그대는 본래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토록 어리석은 말을 하는가.
내가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희롱하려 하는 것이며, 어찌하여 내 눈을 덮고 있던 달콤한 잠에서 나를 깨웠단 말인가.
오지수가 저주받은 도시 에빌리움으로 떠난 뒤로 나는 이토록 깊은 잠을 잔 적이 없었느니라.
어서 돌아가거라.
다른 여종이 와서 나를 깨우고 이런 허망한 말을 또다시 지껄인다면, 나는 당장 그 아이를 아래층으로 쫓아낼 것이며 결코 너그럽게 대하지 않을 것이니라.
다만 그대는 나이가 많으므로 이번에는 심한 꾸지람을 면하게 하겠노라.”
그러자 명숙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하였더라.
“얘야, 내가 너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란다. 참말이다.
오지수 대왕께서 정말 이곳에 돌아오셨단다.
그토록 오랫동안 너희를 괴롭히던 그 낯선 사람이 바로 오지수 대왕이시니라.
태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혜롭게도 아버지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그리하여 대왕께서 구혼자들의 오만과 횡포를 갚으실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 말을 듣자 연로비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유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느니라.
그리고 급히 말하였도다.
“유모여!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오지수가 이 집에 돌아왔다면 어찌 그 많은 구혼자들을 공격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혼자 한 분뿐인데, 이 집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 않았습니까?”
명숙가 대답하였느니라.
“나는 그 일을 자세히 보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사내들이 죽어가며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었을 뿐이란다.
우리는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는데, 얼마 후 네 아들이 나를 불렀단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것이었지.
그리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오지수께서 시신들 가운데 서 계셨단다.
시체가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서로 포개져 있었느니라.
네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마치 사자처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온몸이 떨렸을 것이다.
지금 그 시신들은 모두 안뜰 문밖에 쌓여 있고, 오지수께서는 궁전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하여 큰 불을 피우고 계신단다.
이 집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되찾으시려는 것이지.
그리고 나를 보내 너를 데려오게 하셨느니라.
어서 나와 함께 가자.
그러면 너와 그분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미 너무나 큰 고통을 견뎌내지 않았느냐.
이제 네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분은 살아 계신다!
집으로 돌아오셔서 너와 아들을 다시 만나셨으며,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구혼자들에게 마침내 원수를 갚으셨단다.”
그러나 연로비는 여전히 신중하게 대답하였느니라.
“유모여, 너무 기뻐하지 마시오.
그대도 알다시피 나와 내 아들은 오지수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소. 우리 모두 그러하였소.
그러나 그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소.
사람들은 어떤 신이 구혼자들의 횡포와 오만함에 진노하여 그들을 죽였다고 말하고 있소.
그들은 손님이 선하든 악하든 가리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았으며, 그들의 어리석음이 마침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을 것이오.
그러나 내 남편 오지수는 고향을 잃었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숨까지 잃었다고 나는 믿고 있소.”
유모가 다시 말하였느니라.
“얘야! 네 남편이 지금 여기 난롯가에 있는데 어찌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느냐?
너는 예나 지금이나 의심이 참 많구나.
그러나 내게는 분명한 증거가 있단다.
내가 그분의 몸을 씻겨 드리다가, 옛날 멧돼지의 송곳니에 찔려 생긴 흉터를 만졌느니라.
나는 곧장 너에게 알려주려 하였으나, 그분께서 내 목을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셨단다.
자, 어서 나와 함께 가자.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나를 죽여도 좋다.”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도다.
“유모여, 그대가 총명한 사람인 것은 내가 잘 아오.
그러나 신들의 뜻을 사람이 어찌 모두 헤아릴 수 있겠소.
자, 나와 함께 아들을 만나러 갑시다.
구혼자들이 죽은 모습을 직접 보고, 또한 그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소.”
이에 연로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느니라.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어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마음이 갈팡질팡하였도다.
마침내 문턱을 넘어 불빛이 비치는 곳에 이르러 벽 가까이에 앉아 남편과 마주 보았느니라.
오지수는 기둥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때 자신과 한 침상을 함께 쓰던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연로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느니라.
때때로 그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면 분명 오지수와 닮은 듯하였으나, 더럽고 낡은 옷차림은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도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태명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느니라.
“어머니! 어찌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왜 이토록 잔인하게 아버지를 거절하십니까?
왜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앉아 말씀을 나누지 않으십니까?
세상 어느 여인도 백 살을 먹었다 하더라도 어머니처럼 완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돌아오신 아버지를 어찌 이리 멀리하십니까?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돌처럼 굳어 있군요!”
그러나 연로비는 깊이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하였느니라.
“얘야, 나도 지금 마음이 어지럽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단다.
그러나 만일 이분이 정말 내 남편이라면, 정말로 나의 오지수가 돌아온 것이라면, 우리 둘만이 아는 은밀한 징표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징표로써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러자 냉정하기로 이름난 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태명에게 말하였도다.
“아들아, 어머니께서 나를 시험하시도록 내버려 두어라.
머지않아 어머니께서는 나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실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더럽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으로 있는 동안에는 어머니께서 나를 선뜻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실 것이니라.
그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한 사람만 죽였더라도 그 살인자는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달아나야 할 것이니라.
그런데 우리는 이탁도의 기둥이라 할 만한 자들과 이 섬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도 아버지의 꾀와 슬기에 견줄 수 없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곧장 아버지의 뒤를 따르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용감히 행동하겠습니다.”
오지수는 곧 계책을 세웠느니라.
그가 말하되,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희 셋은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에게도 좋은 옷을 입혀라.
그리고 신과 같은 가수는 리라를 들고 맑고 경쾌한 혼례의 노래를 연주하도록 하라.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이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이 집에서 혼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니라.
우리가 우리 영지의 숲에 이를 때까지는 구혼자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멀리 퍼져서는 안 된다.
그곳에 이르면 상제께서 우리에게 정해 주신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람들은 모두 오지수의 말대로 행하였도다.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도 몸을 단장하였으며, 가수는 리라를 들고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하였느니라.
그 음악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흥이 일어났도다.
집 안은 아름다운 허리띠를 두른 남녀들의 발소리로 가득 찼느니라.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렸도다.
“저토록 많은 구혼자가 찾아들던 왕비가 마침내 혼인하는 모양이구나!
참으로 완고한 여인이로다.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킬 힘조차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러나 그들은 궁전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여종 에우리노메가 오지수의 몸을 씻기기 시작하였도다.
그의 몸에 감람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튜닉과 아름다운 장포를 입혔느니라.
그러자 지혜낭자가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령한 아름다움을 내려주었도다.
그의 키는 더욱 크고 몸은 더욱 굳세어졌으며, 머리카락은 자운화 꽃처럼 풍성하고 곱슬곱슬하게 자라났느니라.
마치 지혜낭자나 해필수가 장인에게 금속 세공의 기술을 가르쳐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게 한 뒤, 은 위에 황금을 부어 장식하는 것과 같았도다.
지혜낭자는 오지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아름다움을 부어주었으며, 목욕을 마친 그의 모습은 마치 불멸의 신과 같았느니라.
오지수는 다시 아내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말하였도다.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로구나!
신들이 그대에게 철석같이 굳센 마음을 내려주신 것이 분명하도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통을 겪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이토록 거절하는 아내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자, 유모야.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상을 하나 마련해 주어라.
이 여인은 참으로 쇠붙이보다 더 굳센 마음을 지녔구나.”
그러자 연로비가 재치 있게 대답하였느니라.
“참으로 대단한 남자로군요!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뽐내는 것도 아니며, 지금 일어난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긴 노를 저어 이탁도를 떠나던 날에도 당신은 늘 그런 모습이었으니까요.
자, 명숙여.
그가 직접 지은 방 밖에 침상을 마련하여라.
침상틀을 밖으로 옮기고 그 위에 이불과 담요를 깔아 주어라.”
이 말은 남편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더라.
그러자 오지수가 크게 노하여 충실한 아내에게 말하였느니라.
“여인이여!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구나.
누가 내 침상을 옮겼단 말인가?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그것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신이라면 쉽게 옮길 수 있겠지.
아무리 젊고 힘센 사람이라도 그 침상을 움직일 수는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 침상에는 남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며,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느니라.
안뜰에는 가늘고 긴 잎을 가진 감람나무 한 그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도다.
그 줄기는 마치 기둥처럼 굳세었느니라.
나는 바로 그 감람나무를 중심으로 방을 지었도다.
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았느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람나무를 다듬어 청동 도끼로 가지를 뿌리부터 끝까지 잘라내고, 나무줄기를 깎아 침상의 기둥을 만들었도다.
송곳과 드릴로 나무를 뚫어 기둥을 만들었느니라.
그것이 내가 만든 첫 번째 침상 기둥이었도다.
그 뒤 금과 은과 상아를 박아 넣어 나머지 세 기둥을 만들고, 자주색으로 물들인 소가죽 끈을 그 위에 팽팽하게 둘렀느니라.
이것이 바로 그 침상의 비밀이니라.
그러니 여보, 내 아내여!
그 누가 감히 그 감람나무의 줄기를 잘라 침상을 옮겼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침상이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연로비의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느니라.
그녀는 마침내 남편이 보여준 징표를 모두 깨달았도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하였느니라.
“오지수여!
이제는 제게 노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다른 모든 일에서는 참으로 이해심 깊은 사람이거늘, 어찌하여 제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을 원망하십니까.
신들이 우리를 괴롭힌 것이옵니다.
우리가 함께 젊음을 누리고 늙을 때까지 한평생을 같이 살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하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악한 사내가 거짓말로 나를 속일까 늘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정직하지 못하고 간교한 남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이방인 또한 만일 그리스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 헬렌을 데려갈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신이 그녀의 마음에 그러한 욕망을 심어 그 일을 하게 만든 것이겠지요.
그것이야말로 내게 처음으로 큰 슬픔을 안겨 준 열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께서는 우리 침상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여종 악토리스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습니다.
악토리스는 우리 방을 지키던 사람이었지요.
당신은 마침내 내 완고한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믿게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오지수는 눈물이 솟아나는 것을 참지 못하였느니라.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소리 내어 흐느꼈도다.
마치 해신이 바다에서 배를 부수고 거센 파도와 강풍으로 선원들을 바다에 내던졌을 때, 살아남은 자들이 마침내 육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느니라.
어떤 자들은 바다를 빠져나와 해안에 이르렀으나 온몸에 소금물이 묻어 있었도다.
그들은 살아남은 것을 신들에게 감사하며 기어 올라왔느니라.
이와 같이 연로비 또한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품에 안고 기쁨에 겨워 하얀 팔로 그의 목을 놓지 않았도다.
두 사람은 장밋빛 새벽이 하늘에 이를 때까지 울고 싶었으나, 빛나는 눈을 가진 지혜낭자가 그들을 불쌍히 여겨 개입하였느니라.
지혜낭자는 밤을 붙잡아 두고 황금빛 새벽이 바닷가에 오래 머물게 하였으며, 빛나고 밝은 새벽의 망아지들이 멍에를 쓰지 못하게 하였도다.
그러자 오지수가 머리가 어지러운 듯 말하였느니라.
“여보, 우리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앞으로도 많은 고난이 남아 있고,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힘든 일이 많이 있소.
이는 티레시아스의 영혼이 내게 알려준 운명이오.
내가 염라국의 집에 들어가 나와 내 부하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었던 날, 그는 내게 앞으로의 일을 알려주었소.
그러니 이제 함께 침상에 들도록 합시다.
달콤한 잠을 누리도록 합시다.”
그러자 늘 앞날을 내다보는 연로비가 대답하였느니라.
“당신이 원하실 때 언제든지 그러십시오.
이 침상은 본래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신들께서 마침내 당신을 집으로, 그것도 잘 지어진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신께서 당신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겠지만, 지금 알아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지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그대는 참으로 특별한 여인이오.
어찌하여 내게 그대의 마음까지 아프게 할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대에게 숨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겠소.
티레시아스는 내가 노를 들고 여러 고을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소.
그러다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지 않는 사람들, 배의 뱃머리를 붉게 칠하지 않는 사람들, 배의 날개와도 같은 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사람이 내 어깨에 짊어진 것을 보고 그것을 ‘키’라고 부르는 순간, 내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라고 하였소.
그때 나는 노를 땅에 깊이 박고 해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하오.
숫양과 황소와 멧돼지, 흠 없는 짐승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늘에 거하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하였소.
그렇게 하면 나는 바다에서 죽지 않고 편안히 늙어갈 것이며, 부유하고 행복한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하였소.”
현명한 연로비가 대답하였도다.
“신들께서 당신이 편안하게 늙어가도록 허락하신다면, 우리의 모든 고난에도 마침내 끝이 있을 희망이 있겠군요.”
두 사람은 이렇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느니라.
그동안 노비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에우리노메와 명숙는 횃불을 들고 와 튼튼한 침상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깔았도다.
유모는 자기 침상으로 돌아갔고, 에우리노메는 횃불을 들고 왕과 왕비를 그들의 침상까지 인도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느니라.
마침내, 참으로 마침내, 기쁨에 찬 남편과 아내는 오래전 헤어졌던 부부의 침상으로 다시 돌아왔도다.
한편 목동들과 태명은 춤을 멈추고 여인들에게도 춤을 그치게 하였으며,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느니라.
왕과 왕비는 서로 사랑을 나눈 뒤 또 하나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더라.
연로비는 자신 때문에 구혼자들이 집안을 망쳐 놓고, 양과 소 떼를 마구 죽이며, 포도주를 지나치게 마시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남편에게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지수 또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그 일을 이루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를 하나하나 들려주었도다.
연로비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남편이 모든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잠들지 않았느니라.
먼저 오지수는 키코네스족을 무찌르고 그들을 죽였던 일부터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로터스 열매를 먹는 사람들이 사는 들판에 이르렀던 일과, 독안거인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그에게 붙잡힌 부하들을 되찾고 그 무도한 자에게 복수하였는지를 말하였느니라.
그 뒤 아이올로스 산에 이르러 환대를 받고 도움까지 받았으나,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운명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였도다.
갑자기 거센 폭풍이 일어나 그를 바다 건너로 끌고 갔으며,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하여 통곡하였느니라.
또한 라이스트리고니아에 이르렀을 때 그곳 사람들이 그의 함대를 공격하여 배를 모조리 깨뜨리고 수많은 부하를 죽였던 일도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키르케의 교활한 계략과,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하여 염라국으로 내려갔던 일도 말하였느니라.
그곳에서 죽은 벗들을 만났고, 어린 시절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어머니의 혼백까지 만났다고 하였도다.
또한 사이렌의 끝없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떠돌았던 일, 방황하는 바위와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에 이르렀던 일, 스킬라의 손아귀에서 겨우 빠져나왔던 일도 차례로 들려주었느니라.
그의 선원들이 태양신의 신성한 소 떼를 잡아먹었던 일도 말하였도다.
그때 상제가 연기와 천둥으로 하늘을 뒤흔들고 번개를 내리쳤으며, 그 번개가 배를 산산이 부수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자신만은 살아남아 마침내 옥기섬에 이르렀다고 하였도다.
그곳에서 립선가가 자신을 동굴에 가두고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며, 자신을 돌보아 죽음과 세월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그녀의 온갖 말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였느니라.
그는 여러 해 동안 참혹한 고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페아키아에 이르렀으며, 그곳 사람들은 자신을 마치 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하였도다.
그들은 청동과 금과 많은 옷가지를 선물하고 오지수를 다시 고향 이탁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에 태워 보냈느니라.
마침내 오지수의 긴 이야기가 끝났도다.
달콤한 잠이 그의 마음을 덮어 모든 근심과 고통을 잠시 잊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총명한 눈을 가진 지혜낭자는 밤새 경계를 늦추지 않았도다.
오지수가 아내와의 기쁨을 다 누리고 잠에 들었다고 생각한 때, 지혜낭자는 오케아노스의 물결에서 갓 태어난 새벽을 깨워 세상에 보내었느니라.
황금빛 새벽이 지상에 빛을 드리우기 시작하자 오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말하였도다.
“여보, 우리 둘 다 참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소.
당신은 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었고, 상제와 다른 신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소.
나 또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운명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소.
그러나 이제 마침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소.
당신은 집 안의 재산을 잘 돌보아 주시오.
나는 그동안 약탈을 나가 구혼자들이 제멋대로 죽여 버린 양들을 대신할 양들을 마련하고, 다른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양을 얻어 우리에 가득 채워야 하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골 과수원으로 가서 슬픔에 잠긴 아버지를 뵈어야겠소.
날이 밝으면 내가 구혼자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퍼질 것이오.
여보, 당신은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할 사람이오.
그러니 여종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앉아 있으시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무기를 챙기고 목동들과 태명을 불러 청동 흉갑을 입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거느리고 집 밖으로 나갔도다.
어느덧 새벽빛이 온 땅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였느니라.
그때 지혜낭자가 다시 밤의 어둠을 내려 그들을 감추고, 오지수와 그의 일행을 마을 밖으로 인도하였도다.
==제24권 구혼자들의 혼백과 저승의 속편,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이에 허명<ref>헤르메스</ref>이 구혼자들의 혼백을 집 밖으로 불러내니, 그 손에는 황금 지팡이가 들려 있었더라. 그 지팡이는 신묘한 힘이 있어, 뜻하는 때에는 산 사람의 눈을 감기기도 하고 잠든 자의 눈을 뜨게 하기도 하는 보물이었느니라.
허명이 혼백들을 이끌어 가매, 저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따라오는 모양이 마치 깊은 굴속 어두운 구석에 매달려 있는 박쥐 떼와 같았더라. 한 마리 박쥐가 무리에서 떨어져 바위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박쥐들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끽끽 울어대듯이, 구혼자들의 혼백 또한 괴이한 소리를 내며 치유의 신 허명의 뒤를 따랐느니라.
그들은 넓게 트인 길을 지나 큰 바다를 건너고, 려우도 바위와 태양신의 문을 지나 꿈의 세계를 헤매었으며, 마침내 삶에 지친 혼백들이 머무는 곳, 저승화 꽃밭에 이르렀더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길수의 유령과 파달룡의 혼백을 만났고,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아길수 다음으로 고려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아이아스의 유령 또한 만났더라.
그때 건웅의 혼백이 비통한 마음으로 죽음의 땅에 막 이르렀으니, 그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무리 가운데 들어섰더라. 또한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 호위병들에게 죽임을 당한 여러 사람의 혼백도 함께 이르렀느니라.
그때 아길수의 유령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였더라.
“오호라, 건웅이여!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번개의 신 상제께서 모든 영웅 가운데서 그대를 가장 사랑하셨다 하더이다. 그대가 토래성에서 고려 군사를 이끌고 큰 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니라. 고려 사람들이 전쟁의 온갖 고초를 견뎌야 했던 그곳에서 그대는 대군을 거느리고 용맹을 떨쳤도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하필 가장 참혹한 때에 그대를 찾아왔구나. 그대가 토래성에서 장수의 명예를 누리며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하였다면 모든 고려인과 동맹국의 사람들이 그대를 위하여 큰 무덤을 쌓았을 것이며, 그대의 아들 또한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쳤을 것이니라.
그러나 운명이 그대에게 허락한 것은 이처럼 참혹한 죽음이었도다.”
이에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필우의 아들 아길수여, 내가 아라국<ref>아르고스</ref>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ref>트로이아</ref>에서 죽은 것은 어찌 보면 하늘이 정한 운명이었느니라. 고려<ref>그리스</ref>의 용사들과 토래성의 뛰어난 전사들이 내 시신을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도다.
나는 휘몰아치는 먼지 가운데 누워 영웅의 위엄을 떨쳤으며, 한때 전차를 몰던 영화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느니라.
우리는 하루 종일 싸웠고, 차라리 영원히 싸우고 싶었으나 상제 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마침내 우리를 멈추게 하셨도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 시신을 배에 실어 전장에서 멀리 옮긴 뒤 관에 눕히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긴 다음 향기로운 기름을 발랐느니라. 그리고 나를 위하여 울며 머리카락을 잘랐도다.
그때 나의 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듣고 산령녀<ref>님프</ref>들과 함께 파도 위로 모습을 나타내셨느니라.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무서웠던지 바다 건너까지 메아리쳤으며, 병사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도다.
그때 현명한 노인 내손<ref>네스토르</ref>이 우리를 말리며 이르기를,
‘장수들이여, 여기 머무르시오. 지금 오시는 분은 불멸의 물을 가지고 오시는 그의 어머니이시니라.’
하였느니라.
산령녀들이 죽은 아들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려인들도 다시 용기를 얻었도다. 늙은 바다의 왕의 딸들이 내 주위에 둘러앉아 통곡하였고, 나에게 신들의 옷을 입혔느니라.
또한 아홉 무사여신<ref>뮤즈</ref>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를 위한 애가를 불렀으니, 그 노래가 너무나 애절하여 아무도 눈물을 참지 못하였도다.
신과 인간이 모두 열일곱 날 밤낮으로 나를 애도하였으며, 마침내 내 시신을 화장대 위에 올리고 살진 양과 소를 많이 잡아 제사를 올렸느니라.
나는 신들의 옷을 입은 채 불길 속에 놓였고, 몸에는 기름과 꿀을 발랐도다.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화장대 주위를 돌며 큰 함성을 질렀으며, 마침내 해필수의 불꽃이 내 육신을 태웠느니라.
날이 밝자 우리는 아길수여, 그대의 희고 깨끗한 뼈를 하나하나 거두어 기름과 순전한 포도주를 발랐도다.
그때 네 어머니께서 손잡이가 둘 달린 금 항아리 하나를 내놓으셨으니, 이는 해필수와 주신<ref>디오니소스</ref>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귀한 항아리였느니라. 그 안에 그대의 흰 뼈를 넣었는데, 그대가 죽은 벗 파달룡의 뼈도 함께 섞여 있었도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그대가 그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였던 벗 안달호<ref>안틸로코스</ref>의 곁에 두었느니라.
고려 전사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우리는 온갖 예를 다하여 해봉<ref>헬레스폰트</ref> 해협 곶에 큰 언덕을 쌓았도다. 그 언덕은 바다 멀리에서도 보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일 만큼 높고 웅장하였느니라.
그대의 어머니께서는 신들에게서 훌륭한 상을 받아 경기장 한가운데에 두고,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겨루게 하셨도다.
그대는 살아 있을 때 젊은이들이 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영웅의 장례를 위하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리라. 그러나 은빛 발을 가진 태희<ref>테티스</ref>가 그대를 위하여 가져온 수많은 보물을 보았다면 반드시 놀랐을 것이니라.
그대는 살아 있을 때에도 모든 신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에도 이름을 잃지 않았도다. 그대의 명성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아길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니라.
그러니 내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내가 집에 돌아오자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의 악당들이 나를 죽였으며, 사악한 아내 또한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니라. 이 또한 상제가 정한 운명이었도다.”
두 혼백이 이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길잡이 허명이 오지수가 죽인 구혼자들의 혼백을 이끌고 그들 앞에 이르렀더라.
두 위대한 군주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앞으로 달려갔으며, 건웅은 그 가운데서 이탁도에서 함께 지내던 옛 벗 면나수의 아들을 알아보았느니라.
건웅이 그에게 이르되,
“암필문<ref>암피메돈</ref>아! 너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어찌하여 너희 모두 이 어두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느냐.
너희는 아직 젊고 기운이 왕성하니, 마땅히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젊은이들이 아니었더냐. 혹 해신이 거센 바람과 큰 파도를 일으켜 너희의 배를 모두 깨뜨린 것이냐.
아니면 소나 양 떼를 훔치다가 붙잡혔거나, 성읍과 여인을 두고 싸우다가 육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 보아라. 우리는 본래 벗이 아니더냐.
내가 면나수와 함께 오지수를 설득하여 우리 함대에 합류시키고 토래성으로 함께 항해하고자 너희 집에 찾아갔던 일을 기억하느냐. 바다를 건너는 데 꼬박 한 달이나 걸렸으며, 성읍을 약탈하던 그 백스무 살의 노인을 설득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그러자 암필문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위대한 장군 건웅이시여,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말씀하신 모든 일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우리의 죽음에 얽힌 참혹한 사연을 하나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지수는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우리와 혼인할 뜻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거절하여 돌려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속여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여인은 궁전 한가운데에 큰 베틀을 놓고 넓고 고운 천을 짜기 시작하더니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젊은 구혼자들이여, 이제 오지수가 죽었으니 그대들이 혼인을 바라는 마음도 내가 잘 아노라. 그러나 내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내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여 주시오. 이것은 라열태라에르테스가 죽었을 때 덮을 수의라오. 마을의 여자들이 이처럼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수의 하나 없이 묻혔다고 나를 책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오.’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느니라.
그리하여 낮에는 그녀가 천을 짜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혀 낮에 짠 것을 다시 풀어버렸도다.
그렇게 세 해 동안 우리를 속였느니라.
마침내 네 번째 해가 되었을 때, 이 일을 알고 있던 한 시녀가 우리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도다. 우리가 몰래 가서 보니 과연 그녀가 자신이 짠 천을 다시 풀고 있었느니라.
우리는 그녀를 붙잡아 그 천을 끝까지 짜게 하였고, 마침내 그 거대한 천을 다 짠 뒤 깨끗이 씻게 하였느니라. 그녀가 그것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니 해와 달처럼 밝게 빛났도다.
그때였느니라.
어떤 파멸의 신이 오지수를 어디선가 이탁도로 데려왔도다. 그는 들판으로 가서 돼지치기가 사는 곳에 머물렀고, 그의 사랑하는 아들은 모래사장 비로성<Ref>필성</ref>에서 검은 배를 타고 돌아왔느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우리를 죽일 계책을 세웠도다.
마침내 그들이 궁전에 나타났느니라.
먼저 아들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막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오지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마치 갑자기 나타난 가난하고 늙은 거지와 같았으므로, 돼지치기가 그를 이끌고 왔음에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자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우리는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던졌으며, 그는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말없이 온갖 모욕을 견뎠도다.
그러나 밤이 되자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무기들을 창고에 들여놓고 문을 굳게 잠갔느니라.
그리고 마침내 간악한 계략을 실행하였도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에게 도끼와 활을 가져오게 하였느니라.
그것은 우리의 파멸과 학살을 알리는 신호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강력한 활을 당길 수 없었느니라. 모두 힘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도다.
그러나 오지수의 차례가 되자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활을 주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오직 태명만이 그에게 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도다.
마침내 오지수가 태연히 활을 받아들고 손쉽게 활시위를 당기더니, 쇠도끼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꿰뚫었느니라.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문턱에 우뚝 서서 활을 쏘기 시작했도다.
첫 화살이 우리 지도자 안태우를 꿰뚫었고, 이어서 또 다른 화살들이 날아와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렸느니라. 오지수와 가까이 있던 자들이 차례로 피를 흘리며 넘어졌도다.
그때 우리는 신들이 그들을 돕고 있음을 깨달았느니라.
그들은 분노에 휩싸여 궁전 안을 휩쓸었으며, 우리는 하나씩 죽임을 당하였도다.
사방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느니라.
그리하여 건웅이여, 우리 모두가 죽었도다.
그러나 우리의 시신은 아직도 살인자의 집에 묻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느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아직 우리가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도다.
그들은 마땅히 우리의 상처에 묻은 검은 피를 씻어내고, 우리를 위하여 울며, 시신을 장례 지내야 할 것이니라.
이것이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이기 때문이니라.”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교활한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은 자로다. 덕망 있는 아내, 위대한 연로비<ref>연로비</ref>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은 얼마나 굳센 절개를 지녔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남편을 잊지 않았단 말인가.
그 여인의 명성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불멸의 신들도 지혜로운 연로비의 절개를 노래하여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 아내와는 다르도다. 그녀는 제 남편을 죽였으니, 그 이름은 영원히 혐오스러운 이야기로 남을 것이며, 그 악명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여인들, 심지어 선량한 여인들까지도 나쁜 평판을 듣게 될 것이니라.”
이렇게 두 무리는 염라국의 어두운 땅속에 숨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한편 오지수와 그 일행은 마을을 떠나 오래전에 라열태<ref>라에르테스</ref>가 차지한 농장으로 서둘러 갔느니라.
라열태는 그 농장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며, 그곳에 자신의 집을 지었도다. 그의 명을 받드는 노비들은 중앙의 집을 둘러싼 막사에서 생활하며 잠을 자고 음식을 먹었느니라.
그 가운데에는 실리도<ref>시칠리아</ref>에서 온 늙은 여종 하나가 있었으니, 그녀는 시골에서 라열태를 돌보던 사람이었더라.
오지수가 노비들과 아들에게 이르되,
“안으로 들어가 가장 좋은 돼지를 골라 저녁상에 올릴 고기를 마련하라. 나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으니,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실지 알아보아야 하겠노라.”
하고는 자신의 무기를 노비들에게 맡겼느니라.
그들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오지수는 과수원이 있는 곳으로 홀로 걸어갔도다.
그는 집사 도리우 노인도, 그와 함께 있던 노비들도, 아들들도 보지 못하였느니라. 도리우가 그들을 데리고 돌을 모아 돌담을 쌓으러 갔기 때문이었도다.
오지수의 아버지는 잘 가꾸어진 과수원에서 홀로 나무 주위의 땅을 고르고 있었느니라.
그는 때가 타고 해진 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에는 가죽을 덧대어 가시가 살을 긁지 못하게 하였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었으며 머리에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처량하였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늙음과 고통에 지쳐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우뚝 솟은 배나무 아래에 멈추어 서서 눈물을 흘렸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당장 아버지께 달려가 입맞추고 껴안아 내가 돌아왔음을 말씀드릴 것인가. 아니면 길에서 겪은 모든 일을 먼저 고할 것인가. 혹은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여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할 것인가.’
하였느니라.
마침내 그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 주위의 흙을 파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갔도다.
그리고 이름난 아들 오지수가 그의 곁에 서서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그대는 자신의 일을 참으로 잘 아는구려.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훌륭하게 가꾸었으니 말이오.
무화과나무와 배나무와 감람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온갖 풀과 약초밭까지 어느 것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구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오.
그대는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않는 듯하오. 얼굴과 피부는 거칠고 더러우며 옷은 누더기요. 게으른 사람도 아닌 듯한데 주인은 어찌하여 그대를 이토록 방치한단 말이오.
그대의 키와 얼굴을 보니 노비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수나 군주의 모습에 가깝소. 마땅히 나이 든 사람답게 깨끗이 몸을 씻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부드러운 베개와 좋은 침상에서 쉬어야 할 듯하오.
그러니 내게 말해 보시오. 그대는 누구의 노비이며, 누구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소? 그리고 내가 방금 들은 말처럼 이곳이 정말 이탁도가 맞소?
얼마 전 내 고향에 한 나그네가 찾아온 적이 있었소. 내가 만난 수많은 손님 가운데 가장 가까운 벗이었지요. 그는 이탁도 사람이라 하였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열태라고 하였소.
나는 그를 집에 맞아들여 따뜻하게 대접하였소. 내게는 그럴 만한 재물이 있었으니 말이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금으로 된 보물 일곱 무더기와 꽃무늬를 새긴 은그릇 하나, 펼쳐진 장포 열두 벌, 두꺼운 담요 열두 장, 고운 장포 열두 벌, 저고리 열두 벌을 주었소.
또한 그가 직접 고른 아름답고 잘 길든 여종 네 명까지 주었소.”
그러자 라열태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였더라.
“그래, 낯선 이여. 그대는 이탁도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그러나 이곳은 이제 잔인한 자들의 손에 들어갔느니라.
그대가 그에게 베푼 모든 선물은 이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할 것이니라.
그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그대가 베푼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고 두 팔을 벌려 그대를 맞이했을 것이거늘.
처음 베푼 친절에는 마땅히 보답이 따르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이제 말해 보아라. 그 불행한 사람이 그대를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그대의 손님은 바로 내 아들이었느니라.
아마 바다에서는 물고기에게 먹혔을 것이며, 육지에서는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고, 나 또한 그러하며, 지혜롭고 부유한 그의 아내 연로비도 그러하니라.
그녀는 남편의 눈을 감겨주지도 못하였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였느니라.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를 베풀지 못한 것이로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보아라. 어느 고을에서 왔으며, 부모는 누구냐.
그대가 벗들과 선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배는 아직 어딘가에 정박해 있느냐. 아니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다른 사람의 배에 나그네로 올라탄 것이냐.”
그러자 거짓말쟁이 오지수가 대답하였더라.
“그렇다면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소.
나는 아리보<ref>알리바스</ref> 사람이며 그곳에 내 궁전이 있소. 내 이름은 예필수<ref>에페리투스</ref>라 하며, 보필문<ref>폴리페몬</ref>의 손자요 아비달<ref>아페이다스</ref> 왕의 아들이오.
나는 악령에 사로잡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실리도에서 이곳까지 흘러왔소.
내 배는 지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소.
불쌍한 오지수가 내 집에 찾아온 것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소.
그가 떠날 때 우리는 좋은 징조를 보았으니, 오른쪽에서 새들이 날아갔소.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다시 벗으로 찾아와 더 많은 선물을 서로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그 말을 듣자 검은 슬픔의 구름이 라열태의 온몸을 뒤덮었느니라.
그는 잿빛 먼지 두 줌을 움켜쥐어 늙은 머리 위에 뿌리고 목 놓아 울었도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느니라.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입을 맞추며 말하였도다.
“아버지! 저입니다. 제가 바로 아들 오지수입니다!
스무 해 동안 떠돌다가 이제야 고향,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울음을 거두십시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으나 모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집안의 구혼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들이 제게 저지른 온갖 고통과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말하였느니라.
“네가 정말 내 아들 오지수라면, 내게 그 증거를 보여다오.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도록 하여라.”
오지수가 곧 대답하였도다.
“그렇다면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제가 파라<ref>파르나소스</ref> 산에 올라갔을 때 멧돼지의 하얀 어금니에 긁힌 상처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를 할아버지 우돌수<ref>아우톨리쿠스</ref>에게 보내어 그분이 제게 약속하신 선물을 받아오게 하셨을 때 생긴 상처이지요.
그리고 이제 제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거닐었던 이 아름다운 과수원의 나무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을 거닐며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무들 아래를 함께 걸었고, 아버지는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려 주셨으며 내게 그것들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사과나무 열 그루, 배나무 열세 그루, 무화과나무 마흔 그루, 포도나무 쉰 그루가 있었으며, 포도나무들은 하나씩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포도송이의 모양 또한 상제께서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지요.”
이 말을 들은 라열태의 심장과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보여준 모든 징표가 거짓 없는 증거임을 깨달았도다.
라열태는 아들을 두 팔로 힘껏 껴안았으며, 아들은 기절하려는 아버지를 부축하였느니라.
잠시 후 숨을 돌리고 정신을 차린 라열태가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상제여! 만일 구혼자들이 저지른 모든 악행에 마땅한 벌을 받았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참으로 오림의 지배자이시로다.
그러나 이제 이탁도 사람들이 곧 우리를 공격하고, 개발도<ref>케팔레니아</ref>의 모든 마을에 이 소문을 퍼뜨릴까 두렵구나.”
이에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가 대답하였느니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들을 두 목동과 함께 보내 저녁 식사를 가장 빨리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농가로 가서 기다리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도다.
그곳에는 이미 푸짐한 고기와 향기로운 포도주가 차려지고 있었느니라.
실리도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여종이 용감한 라열태를 깨끗이 씻기고 감람유를 발라준 뒤 아름다운 장포를 입혀 주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가까이 다가와 신통한 힘을 베풀었으니, 라열태의 몸은 더욱 크고 굳세어지고 얼굴에는 젊은 기운이 돌아왔느니라.
그 모습을 본 오지수가 놀라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참으로 모습이 크게 달라지셨습니다. 신께서 아버지를 더욱 크고 늠름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생각에 잠겨 말하였느니라.
“오, 아버지 상제와 지혜낭자와 아로왕여여!
내가 한때 개발도의 왕으로 있었을 때, 본토 해안의 견고한 요새 내리성<ref>네리쿠스</ref>을 함락시키던 그 시절처럼 힘이 왕성하였다면, 어제 너와 함께 서서 무기를 들고 우리 집에 쳐들어온 구혼자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내가 그들 가운데 수많은 자를 쓰러뜨렸을 것이며, 너 또한 분명 크게 기뻐했을 것이로다.”
그들이 이처럼 이야기하는 동안 저녁상이 모두 차려졌느니라.
그들은 의자와 걸상에 앉아 음식을 집으려 손을 뻗었도다.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늙은 노비 도리수가 아들들과 함께 그들에게 다가왔으며, 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어머니 또한 그들을 부르러 나왔느니라.
그들은 오지수를 보는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추었도다.
그러나 오지수가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앉아서 음식을 드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놀라지 마시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소. 오늘 이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 기쁘오.”
그러나 도리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손목을 잡고 입을 맞추며 외쳤도다.
“주인이시여! 돌아오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들께서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들께서 당신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부인께서는 주인께서 돌아오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릴까요?”
그러자 오지수가 태연히 대답하였도다.
“늙은이여,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공연히 수고하지 말라.”
이에 도리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의 아들들도 유명한 주인 오지수를 환영하며 그의 곁에 둘러앉았느니라.
그들은 서로 반가이 품에 안고 차례로 아버지 곁에 앉았도다.
그리하여 모두 함께 농가에서 저녁을 먹었느니라.
한편 구혼자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도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통곡하며 사방에서 오지수의 관저로 몰려들었느니라.
그들은 집 안에서 시신을 꺼내어 장사를 지냈으며,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자들은 배를 타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도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우필태가 먼저 일어나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가장 먼저 죽인 아들 안태우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었고, 연설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도다.
“친구들이여, 이 간교한 자가 우리 모두에게 참혹한 재앙을 안겼도다.
처음에는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게 하여 배를 잃고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개발도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야 하오.
그가 430년이 되기 전에 필성이나 여리국으로 달아나 버리기 전에 반드시 행동해야 하오.
우리 아들과 형제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수치를 당할 것이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소.
차라리 죽어서 이미 죽은 벗들과 함께하고 싶소.
저들이 바다를 건너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오.
자, 지금 당장 나갑시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모든 사람이 그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슬퍼하였도다.
그때 문돈과 음유시인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와 군중 가운데 섰느니라.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문돈이 입을 열어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오지수가 신들의 도움 없이 어찌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겠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명토로 변장한 신을 보았소.
어떤 때에는 오지수의 곁에 서서 그에게 싸울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또 어떤 때에는 연회장을 휩쓸고 다니며 구혼자들을 흩어지게 하였소.
그들은 마치 파리처럼 하나둘 쓰러졌소.”
이 말을 들은 사람들 위에 창백한 공포가 덮였느니라.
그때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 늙은 전사 하리태가 일어나 그들에게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라.
친구들이여, 오늘날 이러한 재앙이 닥친 까닭은 다름 아닌 너희의 비겁함 때문이니라.
나와 명토가 너희 아들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하였건만 너희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도다.
그들은 제 욕심을 따라 큰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남의 재산을 함부로 차지하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의 아내까지 욕보였도다.
그러나 이제 내 말을 잘 들으라.
우리가 무기를 들고 싸우러 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니라.”
그러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남았으나, 절반이 넘는 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도다.
그들은 우필태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무기를 챙겼으며,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마을 앞에 모였느니라.
그들의 우두머리는 우필태였도다.
그는 죽임을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실상은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향한 길이었느니라.
그곳에서 죽는 것이 이미 그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거노왕<ref>크로노스</ref>의 아들에게 물었느니라.
“상제 아버지, 전능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뜻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또다시 전쟁과 쓰라린 분쟁을 일으키려 하십니까.
아니면 평화와 우정의 편에 서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구름을 거느리는 신이 대답하였도다.
“딸아, 어찌하여 내게 그런 것을 묻느냐.
오지수에게 원수를 갚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 것은 바로 너였지 않느냐.
그러니 이제 네 뜻대로 하도록 하라.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길은 이러하니라.
오지수는 이미 모든 구혼자들에게 벌을 내렸도다.
이제 그들이 오지수를 영원한 왕으로 받들도록 맹세하게 하고, 그들의 형제와 아들을 죽인 죄는 더 이상 묻지 말게 하라.
그리하여 다시 옛날처럼 서로 벗이 되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옳으니라.”
지혜낭자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었느니라.
그 말을 듣자마자 오림산에서 내려왔도다.
그 무렵 저녁 식사를 마친 오지수는 전쟁을 준비하며 말하였느니라.
“누군가 나가서 저들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그러자 도리우의 아들이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갔도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적들이 이미 집 가까이까지 이르렀음을 보았느니라.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와 외쳤도다.
“저들이 가까이 왔습니다! 어서 무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서둘러 무기를 들었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아들, 그리고 두 노비까지 모두 네 사람이었으며, 도리수<ref>돌리우스</ref>는 여섯 아들을 데리고 왔도다.
라열태와 늙은 도리우 또한 비록 백발이 성성하였으나 전사로서 필요한 자들이었느니라.
그들은 모두 빛나는 청동 갑옷을 입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으며, 오지수가 그들을 이끌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명토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가까이 다가왔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태명에게 돌아서서 말하였도다.
“아들아, 이제 네가 전쟁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용기를 시험하는 일이니라.
너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쳐서는 안 된다.
우리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용기와 사내다운 기개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 왔느니라.”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고 대답하였도다.
“아버지께서 제 용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지켜보십시오.
저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수치라는 말을 제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라열태가 크게 기뻐하여 외쳤느니라.
“아, 신들이시여!
오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날이로다.
내 아들과 손자가 서로 누가 더 용감한지를 다투고 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지혜낭자가 눈을 빛내며 라열태의 곁에 서서 말하였도다.
“라열태여, 그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니라.
눈빛이 빛나는 여신과 그 아버지께 기도하고, 창을 들어 힘껏 던져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마치자 곧 신통한 힘을 라열태에게 불어넣었느니라.
그러자 라열태가 재빨리 창을 들어 힘껏 던졌도다.
그 창은 우필태의 청동 투구를 그대로 꿰뚫었느니라.
투구는 창을 막지 못하였고, 창끝은 우필태의 머리를 꿰뚫어 그를 땅에 쓰러뜨렸도다.
그의 청동 갑옷이 땅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를 냈느니라.
이를 본 오지수는 빛나는 아들과 함께 최전선으로 돌격하였도다.
두 사람은 칼과 굽은 창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넘겼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일행은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 하였도다.
그러나 그때 지혜낭자가 크게 외쳤느니라.
“이탁도 사람들이여!
이 무참한 전쟁을 당장 멈추어라!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지금 즉시 각자의 길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 창백한 초록빛 공포가 엄습하였느니라.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살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달아났으며, 모두 도시를 향하여 몸을 돌렸도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오지수는 무서운 함성을 지르고 몸을 낮추어 그들을 뒤쫓았으니,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먹잇감을 덮치는 독수리와 같았느니라.
그때 상제가 번개를 내리쳤도다.
번개는 자신의 딸이자 위대한 여신인 지혜낭자의 앞에 떨어졌느니라.
지혜낭자는 차가운 눈으로 오지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도다.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꾀가 많고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자로다.
그러나 이제 이 전쟁을 멈추어라.
그렇지 아니하면 상제께서 그대에게 크게 진노하실 것이니라.”
오지수는 기꺼이 그 뜻을 따랐느니라.
이에 지혜낭자는 다시 명토의 모습을 하고 전쟁에 나선 양편 사람들 앞에 서서, 앞으로는 서로 평화를 지키고 다시는 칼을 겨누지 않겠다는 엄숙한 맹세를 하게 하였도다.
그리하여 오랜 원한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마침내 끝나고, 이탁도 땅에는 다시 평화의 기운이 깃들게 되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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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번역은 내가 1897년에 출판한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The Authoress of the Odyssey)"라는 제목의 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디세이" 전체를 실으면 너무 번잡해지기 때문에 그 책에서는 이미 완성해두었던 번역을 요약해 실었었는데, 이제는 내용 전체를 출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방금 언급한 내 저작에 대해서 두 가지 주요 사항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 책에 쓴 내용에는 더할 것도, 삭제할 것도 없습니다. 두 가지 주요 사항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디세이"는 파이아키아 장면과 이타카 장면과 관련하여 현재 시칠리아 서해안의 트라파니라고 불리는 곳에서 전적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곳에서 전적으로 발췌되었습니다. 율리시스의 항해는 일단 시칠리아에 쉽게 닿으면 섬의 변두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사실상 트라파니에서 다시 트라파니로, 리파리 섬, 메시나 해협, 판텔라리아 섬을 거쳐야 합니다.
(2) 이 시는 전적으로 지금의 트라파니(Trapani)라고 불리는 곳에 살며 나우시카(Nausicaa)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소개한 아주 젊은 여성이 쓴 것입니다.
다소 놀라운 주장 중 첫 번째 근거가 되는 주요 주장은 1892년 1월 30일과 2월 20일에 "아테니엄Athenaeum"에 (반박 없이) 등장한 이후로 영국과 이탈리아 대중 앞에서 눈에 띄게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같은 해 사순절과 10월 기간에 대해 요한커뮤니티(Johnian)의 "이글Eagle"에서 촉구되었습니다(역시 반대 의견 없음). 내가 대답해야 할 어떤 것도 어느 방향에서든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으며, 내 주장에 결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면서, 그러한 결함이 존재했다면, 내가 들었어야 했다는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들 중 일부에 대해 어쨌든. 그러므로 잠시 동안 학자들이 내 결론을 일반적으로 묵인한다고 생각하는 척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반박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오디세이(아)"의 번역에만 국한하겠습니다. ” 영어 독자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메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xxii에 있는 한 가지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465-473 그림소프(Grimthorpe) 경이 친절하게도 제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나는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에 사용된 여러 삽화를 반복했으며, 독자들에게 율리시스 집의 바깥뜰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두 삽화를 추가했습니다. 한 그림에 사람과 개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며 부정적인 면이 전개될 때까지 나는 관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부록에는 율리시스의 집 계획을 설명하는 단락과 계획 자체도 재인쇄했습니다. 독자는 이 계획을 주의 깊게 연구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일리아드』 번역의 서문에서 나는 번역가가 따라야 할 주요 원칙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제시했으며, 시를 산문으로 번역하는 최초의 자유에는 번역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자유를 지속적으로 취합니다. 시에서는 옳은 것이 산문에서는 틀린 경우가 많으며, 읽을 수 있는 산문의 긴급성은 산문 번역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내가 엄격한 해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볼 수 있도록 여기에 부처(Butcher) 씨와 랭(Lang) 씨가 번역한 "오디세이"의 60행 정도를 인쇄하겠습니다. 번역은 다음과 같이 실행됩니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지혜로운 사내 오지수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 풀어낼 수 있을까.
문선의 선녀여, 그가 저 참혹한 토래성을 무너뜨린 뒤에도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없는 바다를 떠돌았는지, 그 기이하고도 처절한 사연을 현대의 우리에게 들려주소서.
토래성의 전쟁이 끝났을 때, 살아남은 장수들은 저마다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재회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오직 오지수만은 그렇지 못했다.
태왕의 딸 립선이 그의 비범함을 탐내어 깊은 석굴에 가두고, 자신과 함께 살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신들이 정한 운명의 기한이 이미 지났음에도 오지수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만리타국에서 혈육 하나 없이 홀로 탄식할 뿐이었다.
대부분의 신들은 그의 처지를 가엾게 여겼다. 그러나 바다를 다스리는 해왕만은 노여움을 풀지 않았다. 오지수가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풍랑을 일으켜 괴롭히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 무렵 해왕은 해가 뜨고 지는 먼 남만 땅에서 백 마리의 소와 숫양을 제물로 받으며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 사이 다른 신들은 천산에 있는 상제의 궁전에 모두 모여 있었다.
상제가 문득 세상을 굽어보다가, 건웅의 아들 충현에게 당한 간우의 비참한 최후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인간들이 제 신세를 한탄하며 매번 신들을 원망하니, 참으로 어리석구나. 고통이 모두 신의 탓이라 하지만, 실상은 제 손으로 화를 불러들여 스스로를 더 괴롭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천왕은 이어서 말했다.
“간우를 보라. 그는 천륜을 어기고 건웅의 부인을 빼앗았으며, 전장에서 돌아온 건웅을 시해하는 대역죄를 저질렀다. 그것이 파멸의 길임을 어찌 몰랐겠는가.
우리 신들이 일찍이 영민한 신명을 보내어 경고했다. ‘건웅을 해하지 말고 그 아내를 범하지 말라. 훗날 건웅의 아들 충현이 장성하면 반드시 부친의 원수를 갚으러 돌아올 것이다’라고.
간우는 그 충고를 귓등으로 흘리고 욕망을 좇다가, 결국 목숨으로 죗값을 치렀다. 누굴 원망하랴.”
천왕이 조용히 눈을 감자, 궁전 안에 엄숙한 기운이 감돌았다.
말이 끝나자, 맑고 깊은 눈을 지닌 지혜낭자가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공손히 아뢰었다.
“전하, 천부여. 대역죄를 지은 간우 같은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합니다. 그와 같은 악인들에게는 앞으로도 마땅히 천벌을 내려주소서.
그러나 소녀의 마음은 오직 의롭고 불행한 장수 오지수 생각에 찢어질 듯합니다.
그는 친구 하나 없이, 하늘과 땅을 가르는 거대한 바다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신 태락의 딸이 다스리는 외딴 섬에 너무 오래 갇혀 있습니다.
그 여신이 온갖 감언이설로 고향 이탁도를 잊게 하려 하지만, 오지수는 고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줄기라도 보고 싶어 차라리 죽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천상의 신이시여, 어찌 이리 무심하십니까. 그가 지난날 토래성의 넓은 평원에서 배들을 줄 지어 놓고 상제께 지성으로 제물을 바치던 일을 벌써 잊으셨나이까?”
천왕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내 사랑하는 딸아,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그 영민하고 의로운 장수를 잊을 리 있겠느냐. 오지수는 인간들 중 누구보다 분별력이 뛰어나고, 우리 신들에게 제물을 아끼지 않은 자다.
다만 바다의 주재자인 해왕의 분노가 태산 같구나. 오지수가 신의 기운을 타고난 독안거인 포백, 해왕의 아들이자 거인족 중 가장 맹렬한 자의 눈을 찔러 멀게 하지 않았느냐.
그 거인의 어미는 바다의 대왕 포길의 딸인 신령 도연이었다.
이 때문에 해왕은 오지수를 죽이지는 못하나, 고향 땅을 밟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가로막고 있다.
이제 우리가 묘책을 세워야겠다. 해왕이 아무리 맹렬한들, 온 천산의 신들이 뜻을 모으면 홀로 맞서지 못하고 노여움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혜낭자가 눈을 반짝이며 다시 아뢰었다.
“위대한 천부여, 신들께서 오지수를 구하기로 결단하셨다면, 서둘러 전령 신명을 저 멀리 오경도로 보내소서. 아름다운 여신 립선에게 ‘오지수의 고난이 너무 길었으니 이제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는 상제의 엄숙한 어명을 전하게 하소서.
그사이 소녀는 직접 이탁도로 내려가, 홀로 남은 오지수의 아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고을의 장정들을 불러 모으겠나이다. 밤낮으로 소와 양을 도살하며 저택을 어지럽히는 탐욕스러운 구혼자들에게 맞서게 하겠나이다.
그 후 아들을 필성과 사파성으로 보내어, 부친의 종적을 찾아 의로운 명예를 천하에 드높이게 하겠나이다.”
말을 마친 지혜낭자는 바람처럼 빠르게 금신을 신고, 분노한 장수들의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는 묵직한 청동 창을 손에 쥐었다. 천산의 구름을 헤치며 순식간에 이탁도의 오지수 저택 대문 앞에 당도했다.
청동 창을 꼬노 잡은 그의 자태는, 다포도의 저명한 추장이자 오지수의 오랜 벗인 민태의 형상과 같았다.
저택 뜰을 채운 구혼자들은 약탈해 잡은 소 가죽 위에 주저앉아 한가롭게 장기를 두고 있었다. 하인들과 노비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술과 물을 섞고, 상을 닦아내며 고기를 썰어 바치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오지수의 아들 태명이 섞여 앉아 있었으나, 안색은 지극히 어두웠다.
‘언제쯤 아버님이 신령처럼 나타나 저 무뢰배들을 쓸어버리고 가문의 명예와 가산을 되찾으실까.’
그는 마음속으로 깊은 탄식을 토해내고 있었다.
낭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태명이었다. 멀리서 온 과객을 문밖에 오래 세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여겨, 급히 성문으로 나가 맞이했다. 공손히 악수를 청하며 청동 창을 받아 들고 온화하게 말했다.
“외방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시여, 어서 오십시오. 부디 저희 처소로 드시어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누시고, 고단한 몸을 쉬신 후에 필요한 바를 말씀해 주소서.”
태명이 앞장서자 변장한 지혜낭자가 그 뒤를 따랐다. 웅장하고 높은 천장의 대청마루로 들어서자, 태명은 낭자의 청동 창을 오지수가 예전에 무기를 보관하던 기둥 곁의 윤이 나는 받침대에 고이 올려놓았다.
이어 부드럽고 화려한 비단을 깐 상감 세공 나무 의자로 낭자를 정중히 모시고, 발받침대까지 대어 주었다. 구혼자들의 무례한 고함과 소란이 귀한 손님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무리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음속으로는 그리운 부친의 소식을 은근히 묻고 싶었다.
하녀가 금항아리에 맑은 물을 담아와 손을 씻기고 은대접을 받쳐 들었다. 두 사람 앞에 정갈한 상이 차려졌다. 노련한 노비들이 향긋한 빵과 갖은 진수를 푸짐하게 올렸고, 고기를 다루는 자는 온갖 고기 요리를 금잔과 함께 곁들였다. 술을 담당한 하인은 연신 달콤한 술을 잔에 채웠다.
구혼자들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와 거만하게 자리를 잡자, 노비들이 그들의 손에 물을 붓고 빵 바구니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 하인들이 술잔을 가득 채우자, 그들은 눈앞의 고기와 술을 마구 삼키며 배를 불렸다.
먹고 마시기가 끝나자 무뢰배들은 잔치의 흥을 돋우려 가무로 눈을 돌렸다. 한 노비가 거문고를 가져와, 구혼자들의 강요에 못 이겨 노래를 불러야 했던 악사 배명에게 건넸다. 배명이 가볍게 현을 퉁기자, 장내에 처량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조가 울리기 시작했다.
구혼자들의 소란이 극에 달하자, 태명은 곁에 앉은 과객이 혹여 들을세라 나지막이 속삭였다.
“귀한 손님이시여, 노여워 마옵소서. 저 무뢰배들은 오직 풍악을 울리고 방탕하게 먹고 마시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저들이 축내는 진수는 본디 엄연한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인데, 그 주인의 고결한 유골은 찬 비바람 속에 뒹굴고 있거나 거친 파도 아래 가라앉았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아버님이 이탁도로 홀연히 돌아오신다면, 저들은 황금과 화려한 비단 옷보다 아버님의 칼날을 피해 더 빠른 발을 달라고 신께 빌어야 할 처지입니다. 하지만 사실 아버님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셨을 터이니, 저희에게는 한 가닥 희망도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손님께 청하오니 부디 진실을 들려주소서. 당신은 누구시며 어느 고을에서 오셨나이까? 가문과 부모는 누구시며, 어떤 사공들과 항로를 거쳐 이 외딴 섬에 당도하셨나이까? 설마 이 거친 바다를 걸어서 오시진 않았을 터, 필시 아버님과 생전에 깊은 교분을 나누던 벗이시옵니까? 예전에 아버님이 천하를 주유하실 때 수많은 현인들이 이 집을 찾았습니다.”
지혜낭자가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태명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숨김없이 말하리라. 나는 타포도를 다스리는 군주 안현의 아들 민태라 하네. 이번에 철을 가지고 태문으로 가 구리와 바꾸고자 동료들과 배를 몰아 이 주홍빛 바다를 건너왔도다. 내 배는 고을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아래 항구에 정박해 있네.
자네 아버님과 우리 가문은 대대로 두터운 의리를 맺어온 사이니, 저 시골 과수원에서 늙은 노비와 함께 슬픔을 달래고 있는 노장 라현에게 물으면 능히 증명할 것이네.
내 자네 아버님이 환향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나, 신들의 조화로 잠시 길이 막힌 듯싶네. 하오나 내 장담하건대 오 장군은 결코 죽지 않았도다. 거친 바다의 어느 외딴 섬에 갇혀 사나운 자들에게 붙잡혀 있을 뿐, 오 장군은 워낙 수완이 재치 있고 능란한 장수이니 머지않아 쇠사슬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올 방도를 찾을 것이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정녕 오 장군의 아들인가? 훤칠한 기상과 총기 어린 눈매가 과연 오 장군을 쏙 빼닮았도다.”
태명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아뢰었다.
“어머님께서는 저를 아버님의 혈육이라 하시나, 사람의 출생이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니 어찌 다 알리오. 차라리 내 가산을 온전히 지키며 고향에서 평안히 늙어갈 수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제 아버지는 천하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지닌 분이시라 하니 원통할 따름입니다.”
지혜낭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태명을 격려하며 말했다.
“연로비 부인의 아들이여, 자네의 영민함을 보니 자네 가문은 결코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네. 그런데 이 저택에서 방탕하게 군림하며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저 무리는 도대체 누구며, 무슨 잔치이기에 이리 법도가 없는가? 선비된 자라면 저들의 추태를 보고 결코 참지 못할 것이네.”
태명이 침울하게 대답했다.
“과거 아버님이 계실 때는 가문이 번창하고 미래가 밝았으나, 이제 신들이 저주를 내려 아버지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차라리 토래성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셨거나 가솔들의 품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더라면, 고려의 백성들이 거대한 무덤을 세워 영웅으로 기리고 저에게도 명예가 남았을 터이나, 지금은 이름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지셨으니 소자에게는 오직 눈물만 남았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인근 사명도, 자금도, 두림도 등지의 군수와 향신들이 어머니께 청혼하겠다며 날마다 저택에 들이닥쳐 가산을 탕진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이 무뢰배들을 물리치지도 못하고 구혼을 끝내지도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저 무리는 머지않아 제 목숨까지 해하려 듭니다.”
지혜낭자가 크게 분노하여 상을 치며 말했다.
“이 어찌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오 장군이 당장 방패와 투구를 쓰고 두 손에 날카로운 청동 창을 쥔 채 이 대문 앞에 나타나야 저 파렴치한 무리들을 단숨에 도륙 낼 것이거늘!
자네는 내 말을 명심하게. 내일 당장 이 고을의 족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하고 천지신명을 증인으로 삼아, 저 구혼자 무리에게 ‘모두 제 집으로 물러가라’ 엄히 호령하게. 그리고 어머니께서 재가하고자 하신다면 친정인 대감댁으로 보내어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하라.
그 후 자네는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을 마련하여 아버님의 종적을 찾아 길을 떠나게나. 필성의 노현을 찾고, 사파성의 민우를 만나보아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수모를 일 년만 더 참을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도록 하라.
이제 자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과거 오준이 아버지를 시해한 간신 간우를 처단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처럼 용맹하게 행동하여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이네. 나는 이제 동료들이 기다리는 배로 돌아갈 터이니, 부디 내 말을 뼈에 새기게나.”
태명이 감복하여 “아버님 같은 훈계를 주시니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부디 목욕을 하시고 귀한 보물을 선물로 받아 가소서” 하고 붙잡았으나, 낭자는 “그 선물은 훗날 돌아오는 길에 기쁘게 받으리라”는 말을 남기고, 부엉이의 눈을 한 선녀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며 한 마리 신령한 새가 되어 대청마루의 연기 속으로 휙 날아올라 천공으로 사라졌다.
태명은 그 기이한 광경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으나, 이내 온몸에 신비로운 용맹과 결연한 의지가 솟구치며 그 과객이 다름 아닌 천상의 신명임을 깨달았다. 신과 같은 위엄을 띤 채 구혼자들이 모인 대청으로 걸어 나갔다.
대청에서는 악사 배명이 거문고를 뜯으며, 지혜낭자의 저주를 받아 토래성에서 고려로 돌아오던 장수들이 바다에서 몰사한 처량한 곡조를 노래하고 있었다.
위층 침실에서 이 애달픈 노래를 들은 오지수의 정실 연로비 부인이 두 여종의 부축을 받으며 높은 계단을 내려왔다. 선녀처럼 고결한 자태의 부인은 대청 기둥 곁에 서서 얇은 비단 베일로 눈물 젖은 얼굴을 가린 채 악사에게 애원했다.
“화공 배명 선생이여, 제발 그 노래를 멈추어 주오. 신명과 영웅들의 장한 위업을 담은 다른 좋은 노래도 많거늘, 어찌하여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이 슬픈 곡조를 부르나이까. 천하에 명성을 떨친 내 낭군 오 장군이 그리워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소.”
그러자 아들 태명이 어미를 향해 뜻밖에 단호하고 웅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예악을 담당한 악사가 제 뜻대로 노래하는 것을 어찌 비난하리이까. 세상의 흥망성쇠는 악사의 죄가 아니요, 오직 천왕 상제님의 뜻에 달린 일입니다. 저 토래성에서 전사하고 돌아오지 못한 자가 어찌 아버님 한 분뿐이겠나이까? 수많은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어머니는 어서 안방으로 드시어 베틀과 물레를 돌리며 여종들의 집안일을 살피소서. 이 저택의 대소사를 논하고 장부들과 담판을 짓는 일은 이 집안의 주인이자 가장인 이 자식의 도리이옵니다.”
부인은 아들의 예리하고도 늠름한 기상에 깜짝 놀라, 아들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며 조용히 위층 침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혜낭자가 안락한 잠을 내릴 때까지 그리운 낭군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스름한 대청마루에서 구혼자 무리들이 부인의 아름다움을 탐내며 저마다 소란을 피우자, 태명이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청천벽력같이 호령했다.
“이 오만방자한 구혼자 놈들아! 소란을 멈추고 얌전히 풍악이나 들을지어다. 내일 새벽 관아 앞 광장에 전 고을의 장정들을 소집할 터이니 그리 알라. 내 너희에게 엄히 명하노니, 당장 내 아버님의 저택에서 나가 너희 집에서 식사를 하든, 너희 재산을 탕진하든 하라! 만일 한 사람의 가산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끝내 들키지 않을 것이라 자만한다면, 내 천지신명과 천왕께 간청하여 반드시 너희 머리 위로 피의 보복과 파멸을 내리게 할 것이니라!”
청년 태명이 감히 전에 없던 대담한 범의 포효를 내지르자, 무뢰배들은 충격을 받아 입술을 깨물며 서로 눈치만 보았다. 이때 무리 중 오현이라는 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태명아, 신들이 네게 오만함을 가르쳤기로 이리 거만하게 구는구나! 천왕께서 자네에게 이탁도의 수령 자리를 결코 내리지 않기를 바라네.”
태명이 안색을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했다.
“오현 어른, 그 말이 가당치 않으나 내 솔직히 말하리라. 나는 천왕께서 내게 수령 자리를 주시기를 바라오. 수령이 되는 것이 가문을 번창하게 하고 명예를 드높이는 길임을 어찌 부인하겠소. 비록 이탁도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아 아버님이 부재한 사이 누가 수령자리를 찬탈할지는 신들의 뜻에 달렸으나, 적어도 내 집과 아버님이 나를 위해 남겨주신 가솔과 노비들의 주인은 바로 이 태명임이 틀림없소!”
그러자 또 다른 무뢰배 우혁이 나서서 겉으로 달래며 물었다.
“태명아, 수령은 신들이 정할 터이니 자네는 자네 재산을 지키게나. 그런데 아까 찾아왔던 그 기이한 과객은 도대체 뉘시며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아버님의 생사 소식이라도 가져왔는가? 우리와 마주치기도 전에 바람처럼 사라지니 필시 보통 인물이 아닌 듯싶네.”
태명이 엄숙하게 대답했다.
“우혁 어른, 아버님은 결코 돌아오지 못하실 듯하오. 내 이제 어머니가 불러들이는 무당들의 헛된 예언 따위는 믿지 않소. 그 과객은 아버님의 오랜 벗이자 타포도의 군주인 민태 어른이오.”
태명이 겉으로는 이같이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과객이 부엉이 눈을 가진 천상의 선녀임을 확고히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 구혼자들이 제각기 흩어지자, 태명은 뜰 위에 높이 지어져 사방이 탁 트인 조용한 침실로 올라갔다. 피선의 아들 옥문의 딸이자, 과거 원덕 대감이 소 스무 마리를 주고 사 와 아내처럼 존중하며 애지중지 키운 충실한 노파 명숙이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태명을 모셨다. 명숙은 태명이 갓난아기일 때부터 젖을 먹여 키운 자라 그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노비였다.
방에 든 태명이 침상에 앉아 겉옷 두루마리를 벗어 주니, 노파는 두루마리를 정갈하게 접어 나무 침대 곁 걸이에 고이 걸어두고 방을 나섰다. 명숙이 은박 걸쇠로 문을 닫고 무거운 빗장을 단단히 지르니 사방이 고요해졌다.
태명은 따뜻한 양모 이불에 몸을 감싸고, 밤이 새도록 지혜낭자가 일러준 거룩한 여정과 아버지를 찾을 계책을 구상하며 묵묵히 새벽을 기다렸다.
그의 기상이 참으로 장하였다.
==제2권 이탁도인의 회의와 태명의 출항==
이른 새벽,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꽃이 피듯 번져 가는 새벽빛 속에서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잠에서 깨어났다. 옷을 단정히 여미고, 날카로운 보검을 등 뒤에 메고, 잘 손질된 가죽신을 신었다. 방을 나서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처럼 당당했다.
태명은 즉시 목소리가 맑고 우렁찬 전령들을 불러 명령했다.
“지체하지 말고 온 고을 사람들을 관아 앞 광장으로 모이게 하라.”
전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북을 치며 외쳤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태명은 청동 검을 손에 쥔 채 홀로 오지 않았다. 날랜 사냥개 두 마리를 좌우에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그에게 거룩한 기품을 내려주었기에, 광장에 모인 원로와 장로들은 감히 가로막지 못하고 그를 회의의 상석으로 인도했다.
태명은 마침내 그리운 아버지 오지수가 앉던 자리에 차분히 앉았다.
가장 먼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난 사람은 지혜롭고 나이 많은 노병 애급 영감이었다.
그의 맏아들 안형은 과거 오지수 장군을 따라 토래성으로 출정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외눈박이 거인에게 붙잡혀 석굴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 거인의 저녁 식사가 되어버린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이제 남은 세 아들 중 하나는 구혼자 무리에 가담했고, 나머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업을 이었지만, 노인은 여전히 큰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었다.
애급 영감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군중을 향해 말했다.
“이탁도의 백성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위대한 오지수 장군께서 전선으로 떠나신 그날 이후로, 우리 고을은 단 한 번도 이렇게 공식적인 총회를 연 적이 없었소. 도대체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가 누구란 말이오? 나이가 지긋한 원로인가, 아니면 젊은이인가? 그리고 무슨 일로 소집했단 말이오? 바다 너머에서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라도 들은 것인가, 아니면 온 고을에 전해야 할 조정의 소식이라도 있는 것인가? 내 생각에는 오늘 회의를 소집한 자는 필시 의롭고 훌륭한 마음을 지닌 사람임이 틀림없으니, 천왕 상제께서 그의 선한 뜻에 큰 복으로 보답해 주시기를 바라오.”
부친을 경외하는 노병의 따뜻한 서두를 들은 태명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무리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자, 법도를 관장하는 관리 피선이 발언권을 상징하는 연설용 지팡이를 정중히 건넸다. 태명은 그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린 뒤, 먼저 말한 애급 영감을 향해 예를 갖추어 말했다.
“어르신, 여기 계십니다. 어르신께서 찾으시던 소집권자가 바로 이 눈앞의 저, 태명입니다. 제가 큰 곤경에 처하여 온 고을의 어른들을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를 공격하러 오는 외적의 군대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백성에게 닥칠 다른 천재지변의 급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제 개인과 무너져가는 가문을 구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절박한 도움이 필요하여 종을 울렸습니다.
지금 저희 가문은 두 가지 큰 재앙을 만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다스리시던 제 부친 오지수 장군을 잃은 것이고, 둘째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끔찍한 일로, 제 집안이 날마다 파괴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모든 가산이 순식간에 탕진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인근 고을의 내로라하는 귀족 집안의 방탕한 아들들이 제 어머니 연로비 부인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날마다 우리 궁궐에 무단으로 들이닥쳐 강제로 구혼을 일삼고 있습니다. 저들이 진정 양반의 법도를 안다면 마땅히 어머니의 친정 이대감 댁으로 찾아가 정당하게 지참금을 논하고 신랑감을 정해야 할 터인데, 저 겁쟁이 무뢰배들은 차마 감히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저들은 날마다 우리 집 사랑채와 안채를 배회하며,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아버님이 남기신 소와 돼지, 살진 염소를 닥치는 대로 도살하여 잡아먹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술판을 벌이고 값비싼 술을 물 쓰듯 마셔대며 가산을 낭비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이 기가 막힌 처지를 두고 어찌 재앙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프도다. 지금 이 저택에는 저 탐욕스러운 도적 떼를 단숨에 쫓아내고 집안을 구원할 주인이 없습니다. 당대 영웅이셨던 제 부친 오지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으니, 일천한 학식과 훈련도 받지 못한 이 어린 태명의 힘으로는 저 무도한 무리와 맞서 싸울 힘이 없고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참으로 애통하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태명이 지팡이를 쥐고 눈물을 흘리자, 온 광장의 백성들이 일제히 숙연해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태명은 눈물을 훔치며 다시 목청을 높여 말했다.
“오호라! 내게 저 무도한 도적 떼를 제압할 힘과 군사가 있었다면, 내 어찌 이 수모를 보고만 있었겠습니까. 저들이 가문을 도륙 내고 집을 황폐하게 만드니, 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너희 구혼자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라. 인근 고을의 이웃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손가락질하며 무어라 비웃겠느냐.
너희는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 머지않아 분노하신 천지신명께서 너희에게 등을 돌리시고, 이 무도한 범죄 행위에 진노하사 벼락을 내리실 것이다. 대라천의 상제와 인세의 공의를 주관하시는 신명께 맹세하노니, 부디 이 원통함을 굽어살펴 정의를 행하소서.
아아, 그러나 다 부질없다. 이웃 백성들이여, 차라리 나를 이대로 버려두어 홀로 슬픔에 겨워 죽게 하소서. 혹여 내 용맹한 부친 오지수 장군이 생전에 고을 백성들에게 척을 진 일이 있어, 너희가 그 원수를 갚겠답시고 나를 괴롭히며 저 무뢰배들을 충동질하는 것이냐.
정녕 그러하다면 차라리 고을 백성들이 내 가축과 곡식을 한꺼번에 먹어 치워 버리는 편이 나을 뻔하였다. 그랬다면 내가 관아에 고발하고 고을을 돌아다니며 가산을 되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송사라도 벌였을 터이나, 지금 저 도적 떼는 내 손발을 묶고 피를 말리니 참으로 대책이 없고 무의미하다.”
태명은 좌절감과 억울함에 치를 떨며 말을 멈추고, 손에 쥐고 있던 연설용 지팡이를 광장 바닥에 팽개치며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 처량하고 장한 모습에 광장에 모인 모든 백성들이 가련히 여겨 눈물을 훔쳤고, 사방이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여 감히 누구도 소년에게 모진 말을 건네지 못했다.
이때 구혼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악명 높은 안태우가 군중을 헤치고 나와 삿대질을 하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태명아, 이 건방지고 고집 세며 철없는 꼬맹이 놈아. 네가 감히 천하의 영웅들을 조정의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우리에게 가산 탕진의 책임을 전가하려 드느냐. 우리 구혼자들은 네 가문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원망하려거든 도리어 네 귀하신 어미 연로비 부인의 흉계를 탓하거라. 그 부인의 꾀가 참으로 여우 같고 교활하다.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에 이르도록 온갖 감언이설로 장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희망을 주며 서찰을 보내면서도, 정작 속마음은 딴 데 가 있다.
부인이 지난날 기이한 꾀를 내어 궁궐 대청에 거대한 베틀을 설치하고는, 길고 가는 삼베천을 짜면서 우리에게 이르기를, ‘장부들이여, 내 낭군 오지수 장군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혼백이 되었으니, 그대들의 구혼을 내 어찌 모른 체하리오. 다만 내 시아버님이신 노장 라현 대감께서 연세가 높아 만수무강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대감이 돌아가신 후 수의도 없이 묻히시면 내 어찌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다 하리오. 제발 이 수의를 완성할 때까지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주오’ 하니, 그 말이 제법 충효에 부합하므로 우리도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아연실색할 일은, 그 부인이 낮에는 눈속임으로 두꺼운 삼베를 짜다가, 밤만 되면 궁청에 횃불을 밝혀놓고 낮에 짠 코를 일일이 다시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더냐. 이 가당치 않은 속임수에 고려의 대장부들이 3년 동안 깜짝 속아 넘어갔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침내 4년째 되던 해에 내막을 아는 여종 하나가 우리에게 밤의 기사를 밀고하였다. 우리가 등달아 안채로 들이닥쳐 부인이 수의를 풀고 있는 현장을 덮쳐 윽박지른 후에야 비로소 그 수의를 완성하게 하였다. 이것이 숨겨진 진실이니, 너와 온 고을 백성들은 똑똑히 들어라.”
안태우가 광장의 백성들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호령했다.
“그러므로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명백하다. 태명아, 너는 당장 네 어미를 이 저택에서 내쫓아 친정으로 돌려보내라. 네 외조부 이 대감이 부인을 마땅한 자에게 재가시키도록 조치하란 말이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자네 어미에게 빼어난 재능과 영민한 지혜, 그리고 고결한 마음을 주셨기에, 옛날 고려 땅의 절세가인들이었던 제후의 딸들이나 화환을 썼던 미가성의 미인들조차 연로비 부인의 기막힌 신통력을 따라잡지 못함은 내 인정한다.
하오나 부인이 이토록 장부들을 기만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천명을 거스르는 짓이다. 부인이 신들이 내린 잔꾀에 매달려 재가를 미루는 한, 우리 구혼자들은 자네 집안의 곡식과 재산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남김없이 거덜 낼 것이다. 그것이 부인에게는 정절의 영광일지 모르나, 자네 가문에는 오직 파멸의 손실일 뿐이다. 부인이 우리 중 한 장부를 낭군으로 택해 나갈 때까지, 우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 궁궐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안태우의 서슬 퍼런 으름장이 끝나자, 청년 태명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태명이 눈을 부릅뜨고 안태우를 꾸짖었다.
“안태우, 너는 들어라. 내가 어찌 나를 낳고 길러주신 고결한 어머님을 이 궁궐에서 강제로 내쫓을 수 있단 말이냐. 아버님이 이 세상에 살아계신지 혹은 이미 혼백이 되셨는지 알 길이 없으나 타국에 억류되어 계시거늘, 내가 불효막심하게 어머님을 축출한다면 외조부 이 대감께서 내게 엄중한 대가를 물으실 것이요, 천지신명께서도 더 큰 천벌을 내리실 것이다. 어머님이 눈물로 이 집을 떠나시며 신명께 원통함을 고하시면, 복수의 여신들이 강림하여 나를 저주할 터이니 나는 결단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너희 놈들이 이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면 당장 이 궁궐에서 너희 발로 걸어 나가라. 내 아버님이 피땀으로 모으신 진수를 더는 축내지 말고, 정 그리 먹고 싶거든 너희 가산을 탕진하여 너희 소와 양을 잡아먹을 지어다. 남의 전답과 재물을 통째로 삼키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로 알았더냐. 정녕 그렇다면 어디 끝까지 가보자꾸나. 불멸의 신명과 천왕 상제께 피로써 간청하노니, 상제께서 머지않아 이 무도한 죄악의 대가를 철저히 치르게 하실 것이다. 너희 놈들은 마땅히 이 궁청에서 명줄이 끊길 것이요, 어느 누구도 너희의 죽음을 가엾게 여기지 아니하리라.”
태명의 말이 장내를 뒤흔들자, 홀연히 천공에서 뇌성이 은은히 울리더니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거룩한 목소리를 지닌 천왕 상제께서 저 높은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독수리 두 마리를 현신으로 내려보내셨다.
처음에는 두 마리 신조가 바람을 타고 날개를 활짝 편 채 서로의 깃을 부딪치며 평화로이 떠돌더니, 이윽고 시끌벅적한 광장의 군중 한가운데에 이르자 별안간 빙빙 돌며 퍼덕이고 웅장한 날개 짓으로 살기를 뿜어냈다.
두 독수리는 죽음과 같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장내에 모인 구혼자 무리의 머리 위로 들이닥쳐,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얼굴과 목덜미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피를 흘리게 했다.
그 후 신조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고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니, 광장에 모인 백성들과 구혼자들이 그 해괴하고 웅장한 도술에 놀라 자빠지며 마음속으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 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의아해하였다.
이때 장로들 중 새의 움직임과 천기를 읽는 혜안이 유독 뛰어난 마스토르의 아들, 늙은 지도자 맹수 옹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무리에게 준엄하게 고했다.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특히 저 탐욕에 눈이 먼 구혼자 놈들은 내 예언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오. 머지않아 피비린내 나는 대재앙이 너희 머리 위로 쏟아질 것이다. 오지수 장군께서는 결코 고향을 오래 떠나 계시지 않을 터, 이미 그분은 우리의 숨결이 닿는 곳까지 가까이 당도하사 너희 무도한 놈들에게 뿌릴 죽음의 씨앗을 품고 계신다.
나아가 이탁도의 방관한 백성들에게도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우리는 저 구혼자 무리의 악행을 당장 막을 방도를 세워야 할 것이오. 그것이 저들에게도 목숨을 보존할 유일한 길이외다.
내 일찍이 오 장군께서 토래성으로 출정하실 때 예언하기를, ‘오 장군이 온갖 모진 고초를 겪고 부하들을 모두 잃은 후, 20년 만에 아무도 몰라보는 초라한 행색으로 환향하리라’ 하였거늘, 이제 그 천수가 차서 예언이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도다.”
그러자 구혼자 무리의 또 다른 괴수인 보리보의 아들 우혁이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나서서 대답했다.
“이 망령 난 늙은이야, 그 입을 다물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네 자식들에게나 헛된 길흉화복을 점치거라. 그러지 않으면 네 늙은 목숨이 온전치 못하리라. 천공 아래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닌들 어찌 그것이 모두 신의 계시란 말이냐. 오지수 장군은 이미 타국 먼 바다에서 썩은 송장이 되어 죽었도다. 차라리 영감탱이 너도 그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었더라면 이 지루한 예언 따위는 듣지 않았을 것을. 자네가 이 철부지 태명 놈을 두둔하여 그 대가로 상이라도 바라는 모양이다만, 내 단언하건대 결코 그리 안 될 것이다.
늙은이야, 자네가 고대의 지혜를 읊으며 이 아이를 충동질해 보았자, 이 아이는 상처만 입고 파멸할 뿐이네. 우리는 자네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
내 온 백성 앞에서 선포하노니, 태명은 당장 제 어미를 친정 대감댁으로 돌려보내어 정당하게 혼례를 올리고 마땅한 선물을 준비하게 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독한 구혼 행위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0살 처먹은 늙은이의 장황한 사설도, 자네의 무의미한 예언 따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노라. 저 연로비 부인이 재가를 거부하며 우리의 희망을 꺾는 한, 이 궁궐의 가산은 씨가 마를 때까지 멸망할 것이로다.”
이에 태명이 안색을 굳히고 대답했다.
“좋소, 우혁 어른과 구혼자 무리들이여.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소. 천지신명과 여기 모인 백성들이 이미 내 원통함을 아실 터이오. 다만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부하 스무 명만 내어주시오. 내 직접 사필성과 모래 언덕의 필성까지 가며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찾겠소.
혹여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상제께서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 주실 수도 있음이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면 이 수모를 일 년 더 견딜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무덤을 파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것이오.”
태명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과거 오지수 장군이 배를 타고 떠날 때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보고 노비들에게 상전으로 모시라 당부했던 의리 있는 벗, 명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명돈이 관아의 군중을 향해 피를 토하듯 연설했다.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세상의 법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도다. 향후 이 나라의 왕들은 백성을 어질고 따뜻하게 다스릴 필요가 없으며, 언제나 잔혹하고 혹독하게 군림해야 마땅할 것이오.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자애롭게 보살피셨던 은인 오지수 나리를, 저 배은망덕한 백성들이 이토록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오. 내 저 구혼자 놈들이 오만방자하게 가산을 갉아먹는 폭정은 차라리 비난하지 않겠소. 저놈들은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 믿고 제 목숨을 걸고 저질러진 도적질이니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나, 왕의 은혜를 입고도 이 불의를 묵인한 채 입을 닫고 있는 너희 백성들의 무심함은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로다.”
장내에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명돈이 가슴을 치며 백성들을 향해 다시 부르짖었다.
“내가 정녕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저 무뢰배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여기 모인 고을 백성들 때문이로다. 너희가 수적으로는 저 도적 떼보다 훨씬 우세하거늘, 어찌 이 불의를 보고도 비겁하게 가만히 앉아 저들에게 꾸짖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단 말이냐.”
그러자 우연우의 아들 이곽이 코방귀를 뀌며 앞으로 나서서 명돈을 윽박질렀다.
“스승 명돈이여,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 자네가 필시 노망이 나 제정신이 아니로군.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이 즐거운 잔치를 중단하라 훈계하다니. 자네들이 감히 우리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듯싶은가. 우리의 세력이 자네들보다 훨씬 막강하네.
설령 이탁도의 주인 오지수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우리가 그의 궁궐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을 보고 노하여 쫓아내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아내 연로비 부인이 아무리 낭군을 그리워했을지언정, 홀로 우리 무리와 맞서다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남편의 처량한 최후를 보며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오.
그러니 영감의 말은 그저 쓸모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네. 어쨌든 총회는 끝났으니 모두 흩어져 각자 생업으로 돌아갑시다. 명돈과 맹수 영감은 오지수의 오랜 동료들이라 하니, 저 철부지 태명의 유랑 길이나 한 번 잘 안내해 보시오. 내 장담하건대, 저 풋내기는 이탁도 항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평생 고향에서 소식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네.”
이곽의 말이 끝나자 군중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탁도 백성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으며, 구혼자 무리들은 떼를 지어 다시 오지수의 궁궐로 향했다.
이때 태명은 무리의 눈을 피해 홀로 빠져나와 적막한 해변에 당도했다.
그가 거친 파도가 치는 회색 바닷물에 손을 씻고 청하여 대라천의 여신 지혜낭자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여신이시여, 소자의 기도를 들으소서. 바로 어제 천신께서 현신하사 제게 이 만경창파를 건너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아버님의 종적을 찾으라 명하셨나이다. 하오나 저 오만방자하고 비열한 구혼자 놈들과 이를 방관하는 백성들 때문에 가산은 날마다 거덜 나고 소자는 발이 묶였으니, 어찌하면 좋으리이까.”
태명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지혜낭자가 별안간 벗 명돈의 형상과 목소리로 변장하여 그의 곁에 나투시더니, 한 마리 새가 지저귀듯 신비로운 말로 귀에 대고 속삭이셨다.
“태명아, 네 부친 오지수의 맹렬한 기상과 강인함이 정녕 네 혈육 속에 흐르고 있다면, 자네는 반드시 용맹하고 사려 깊은 장부가 될 것이네. 생전의 오 장군이 부하들을 통솔하는 말과 행동에 얼마나 유능했더냐. 네가 정녕 그의 친아들이라면 이번 여정은 필시 대성공을 거둘 것이로다.
본디 아비보다 나은 자식이 극히 드물고 대개는 부친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나, 자네를 보니 결코 겁쟁이도 아니요 어리석은 자도 아니로다. 자네는 오 장군의 영리한 지혜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이 대업을 능히 완수하리라 내 확신하네.
그러니 저 미련한 구혼자 놈들의 얄팍한 계획 따위는 뇌리에서 지워버려라. 저 도적 떼는 도덕도 없고 천벌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 머지않아 저들 머리 위에 닥칠 끔찍한 운명과 코앞에 이른 죽음의 칼날을 전혀 알지 못하도다. 내가 네 부친의 오랜 벗으로서 자네와 이 길을 끝까지 함께할 터이니 자네는 기필코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네.
내 자네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한 전선을 마련해 줄 것이니, 자네는 지금 당장 구혼자들이 있는 궁궐로 돌아가 대담하게 식량을 구해 오게나. 항아리에는 향긋한 포도주를 채우고, 가죽 주머니에는 장정들의 힘의 근원이 될 곡식을 가득 담아 두어라. 그사이 내가 고을을 은밀히 돌아다니며 자네와 생사를 함께할 용맹한 사공들을 모집하겠네. 이탁도 항구에 배들이 많으니, 내가 가장 견고한 상선을 골라 빠르게 장비를 갖추고 먼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칠 것이니라.”
상제의 따님인 여신의 신령한 훈계를 듣고 태명은 군령을 받들듯 순종했다.
하오나 집으로 돌아가는 태명의 마음은 여전히 번뇌로 가득 차 있었다.
궁궐 대청에 들어서니, 과연 저 오만한 구혼자 놈들이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마당에서 염소 가죽을 벗기고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괴수 안태우가 들어서는 태명을 보고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짐짓 친한 체하며 비아냥거렸다.
“태명아, 자네는 어찌 그리 매사에 고집불통인가. 자네를 짓누르는 근심을 마음속에서 깨끗이 털어버리고, 예전처럼 우리와 함께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세나. 고려인 장부들이 자네의 가깝고 먼 소망을 다 해결해 줄 터이니 염려 마라. 우리가 견고한 쾌속선과 날랜 사공들을 골라줄 터이니, 자네는 순풍에 돛을 달고 필성으로 가 부친의 소식을 알아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에 태명이 안태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벽력같이 호령했다.
“안태우, 너는 들어라. 내 어찌 가문을 파멸로 이끄는 너희 이기적인 도적 떼와 한상에서 평화로이 술잔을 나누고 기쁨을 논하리오. 내가 철없는 어린아이였을 때, 너희가 아버님이 남기신 풍족한 가산을 마구 탕진한 것만으로도 이미 뼈에 사무치거늘.
하오나 이제 나도 장성하여 사리를 분별하고 현인들의 조언을 들었으니, 가슴속에 용맹한 기상이 소생하도다. 내가 이 궁궐에서든, 혹은 필성으로 날아가서든, 반드시 너희 놈들에게 피의 보복을 내리고야 말 것이다. 비록 너희가 배와 사공을 내어주지 않을지라도, 내 다른 배의 승객으로 동승하여서라도 기필코 필성으로 가고야 말 터이니 그리 알라.”
태명이 결연히 돌아서자, 대청에서 술판을 벌이던 구혼자 무리들은 도리어 조롱 섞인 비웃음을 터뜨리며 저희끼리 수군거렸다.
“에라, 큰일 났구나. 저 핏덩이 태명 놈이 정녕 우리를 몰살하려 드는 모양이네. 필성이나 사필성으로 달려가 구원병이라도 청해올 기세가 아닌가. 아니면 저 멀리 에피라 섬의 독초 밭에서 치명적인 맹독을 구해와 우리 술잔에 몰래 타서 한꺼번에 도륙을 내려는구나.”
또 다른 오만한 자가 잔을 들어 올리며 낄낄거렸다.
“글쎄, 누가 알겠는가. 저 풋내기가 굽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제 아비 오지수처럼 길을 잃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혼백이 될지. 만일 그리된다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로다.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갖고, 이 웅장한 궁궐은 연로비 부인과 새로이 혼인할 낭군에게 통째로 넘겨주면 그만이니 말이네.”
그들의 조롱을 뒤로하고 태명은 아래층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친의 보물창고로 향했다.
그 창고는 천장이 높고 웅장하여, 사방에 황금과 청동이 가득하고 궤짝마다 비단 옷가지와 향기로운 백합유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벽면을 따라서는 신의 명주와 같이 달콤하고 순수한 극상 포도주 항아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으니, 이는 오직 온갖 풍상을 겪은 오지수 장군이 환향할 날만을 고대하며 따로 보관해 둔 것이라.
두꺼운 이중문으로 굳게 잠긴 이 창고를 밤낮으로 현명하게 지키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과거 원덕 대감의 심복이자 옵스의 딸인 충직한 유모 명숙이었다. 태명이 유모를 은밀히 불러 속삭였다.
“유모여, 나를 위해 저 항아리에서 달콤한 포도주를 따라 내어주시오. 다만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 때를 위해 비축해 둔 최고의 명주 말고, 그 다음으로 좋은 포도주로 항아리 열두 개를 가득 채워주시오.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 곱게 빻은 보리쌀 스무 근을 단단히 담아두되, 이 모든 일을 다른 무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붙여주시오. 해가 지고 어머님이 위층 침실로 드시어 잠자리에 오르시면, 내가 밤중에 몰래 와서 이를 수거할 것이오. 내 정녕 사필성과 모래벌판의 필성으로 가 아버님의 종적을 찾고자 하노라.”
유모 명숙이 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렸다.
“오호라, 도련님. 무슨 생각으로 이리 험난한 길을 자초하시나이까. 도련님은 우리 가문의 유일한 외동아들이시요 온 가솔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몸이시거늘, 어찌 그 멀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십니까. 오지수 왕께서도 타국 만리바다에서 길을 잃고 횡사하셨거늘, 도련님마저 성을 비우시면 저 도적 떼가 당장 도련님을 시해하고 재산을 분탈할 음모를 꾸밀 것이 자명하옵니다. 부디 이 늙은이의 말을 들으사 궁을 지키시고, 저 거친 만경창파의 위험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마옵소서.”
태명이 유모의 손을 잡고 단호히 달랬다.
“유모여, 내 안위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천상의 신명께서 이미 이 계획을 굽어살피시고 대복을 약속하셨나이다. 다만 청이 있으니, 내가 떠난 것을 어머님이 아실 때까지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비밀을 유지해 주시오. 어머님이 슬피 우시다 고운 안색과 피부가 상하실까 두려우니 그리해 주시오.”
늙은 유모가 천지신명께 맹세하며 마침내 비밀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밤이 되자 향긋한 포도주를 항아리에 채우고 보리쌀을 튼튼히 기운 가죽 자루에 담아 준비했다. 이에 태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대청으로 돌아가 구혼자 무리 틈에 섞여 동태를 살폈다.
이때 천상의 지혜낭자가 궁궐의 사정을 굽어보시고 신통한 묘안을 내셨다.
여신은 순식간에 태명의 형상으로 둔갑하여 이탁도 고을 곳곳을 암행하며, 구혼자 무리의 장정들을 한 명씩 찾아가 ‘오늘 밤 삼경에 항구의 배 곁으로 집결하라’ 은밀히 군령을 내리셨다.
또한 보련우의 아들 노문을 찾아가 용맹한 전선 한 척을 청하니, 노문이 기꺼이 배를 내어주겠노라 약속했다. 이윽고 해가 지고 천지에 어둠이 짙게 깔리자, 여신은 홀연히 도술을 부려 거대한 배를 물 위로 끌어 올리고 항해에 필요한 갖은 도구와 장비를 빈틈없이 실었다.
해변의 외진 곳에 우뚝 선 여신은 건장한 사공들을 모아 일일이 군기를 다잡고 훈련시킨 후, 밤눈을 빛내며 오지수의 궁궐로 되돌아와, 여전히 술판을 벌이던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강력한 수면의 도술을 부리셨다.
여신이 신형의 기운으로 그들을 치시니, 도적 떼는 취기에 눈이 풀려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엎어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여신은 다시 스승 명돈의 형상으로 변장하여, 어스름한 대청에서 소년 태명을 밖으로 불러내어 그의 늠름한 안색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태명아, 갑옷을 갖춰 입은 용맹한 선원들이 이미 항구에서 자네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도다. 어서 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한시바삐 닻을 올려야 하느니라.”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날래게 걸어가니, 소년 태명이 호랑이 같은 걸음으로 그 신성한 발자취를 바짝 따랐다. 두 사람이 거친 해변에 당도하니, 과연 갯바람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늠름한 사공들이 배를 대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충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태명이 선원들을 향해 기운차게 호령했다.
“동지들아. 어서 가서 창고에 비축해 둔 행장과 식량을 배로 옮기자. 이미 만반의 준비가 끝났도다. 다만 사방이 고요하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말라. 내 어머님도 모르시고 다른 가솔들도 일절 모르는 비밀이되, 오직 내 노련한 유모 한 사람만 알고 있느니라.”
태명이 군사를 지휘하듯 솔선수범하니 선원들이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든 보따리와 가죽 주머니를 갑판에 실었다. 준련한 태명이 사공들에게 최종 지시를 내린 후 당당히 배에 오르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뱃머리에 서서 행차를 인도하였다. 여신이 배의 선미 상석에 좌정하시고 그 곁에 태명이 늠름하게 앉으니, 선원들이 일제히 밧줄을 풀고 각자 노를 잡고 자리에 앉아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했다.
이때 지혜낭자가 서쪽 하늘을 향해 도술을 부려 맑고 강인한 순풍을 불러일으키시니, 만경창파 포도주 빛 바다 위로 서풍이 휘파람을 불며 돛을 밀어붙였다.
태명이 큰 소리로 명령하여 “모두 돛대를 굳게 잡으라!” 하니, 사공들이 일제히 소나무로 만든 튼튼한 돛대를 도르래 홈에 뚝딱 세우고 밧줄로 단단히 고정한 후, 잘 무두질한 가죽 끈을 당겨 눈부시게 하얀 흰 돛을 높이 올렸다.
순풍이 돛 한가운데를 빵빵하게 채우자, 배는 쏜살같이 나아갔고 거친 보랏빛 파도가 쪼개지는 용골 주위를 요란하게 때리며 하얀 거품을 일으켰다. 여신이 풍랑을 조화롭게 다스려 항해를 지극히 순조롭게 하시니, 어둠을 가르는 검은 전선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만리길을 전진하였다.
사공들은 돛대를 질러 고정한 후,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 천지신명과 불멸의 신선들, 특히 오지수 가문을 수호하시는 눈빛 총명한 신명께 지성으로 고리를 지내며 제물을 바쳤다.
이윽고 쾌속선은 어두운 밤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다가올 새벽의 붉은 동이 틀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저 먼 대해를 향해 도도하게 나아가니, 그 기상이 실로 장관이었다.
==제3권 늙은 왕의 회상==
이튿날 여명이 은은히 밝아오며, 태양신 해일<ref>헬리오스</ref>이 불멸의 신선들과 곡식을 가꾸며 살아가는 필멸의 중생들에게 빛을 비추고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양의 동녘을 떠나 청동빛 하늘을 향해 해수레를 몰아 맹렬히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태명 일행이 탄 검은 전선은 마침내 넬레우스 대감이 세운 유서 깊은 고을, 필성 항구에 도달하였도다.
마침 바닷가에서는 온 백성들이 모여, 대지를 뒤흔드는 권능을 지닌 검은 머리의 바다 신 해왕께 가장 좋은 제물을 바치는 거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니, 온몸이 숯비둘기처럼 새까만 흑황소(黑黃牛)들을 잡아 바치는 참이었다.
해변에는 아홉 줄의 자리가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한 줄에 무려 오백 명씩의 장정들이 군좌(群坐)하였으며, 각 줄마다 아홉 마리씩의 황소를 제물로 드려 장관을 이루었다. 백성들이 잡은 황소의 구운 내장을 먼저 맛보고, 제단 위에서 넓적다리뼈를 태워 연기를 신명께 올려드릴 때, 태명 일행은 균형 잡힌 쾌속선의 돛을 내린 후 선원들을 시켜 돛천을 잘 접어 단단히 정박시키고 마침내 육지에 첫발을 내딛도다.
태명이 배에서 내리자, 스승 명돈으로 변장한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걸으며 빛나는 눈으로 태명을 돌아보고 나직이 타이르되,
“태명아, 이제부터는 기가 죽거나 털끝만큼도 위축될 필요가 없느니라. 자네가 이 거친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까지 온 것은, 오직 대지가 자네 부친 오지수 장군을 어느 구석에 감추었으며 그분이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러니 자, 기운을 내어 곧장 말 길들이는 재주로 천하에 이름난 노장 노현 대감을 찾아가세나. 그 어른이 가슴속에 어떤 비책을 품고 계신지, 아버님의 소식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고 정중히 간청해보게. 노현 대감은 당대의 명망 높은 현인이시니 결코 거짓을 말하여 자네를 속이지 않을 것이네.”
이에 영민한 태명이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 아뢰되,
“스승님, 소자 아직 나이가 어리고 조정의 법도나 장부들과 지혜롭게 담판 짓는 말주변이 심히 서툴옵니다. 이토록 덕망 높은 고을의 대장 어른을 뵙고 어떤 말씀부터 꺼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위축되나이다.”
여신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되,
“태명아, 걱정 말라. 자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는 영감이 있을 것이요, 설령 부족할지라도 천지신명께서 자네 입을 빌려 마땅한 언변을 내려주실 것이네. 본디 신들의 가호와 음덕이 아니었다면 자네가 어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늠름하게 장성할 수 있었겠느냐.”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이 말을 마치고 대장부처럼 앞장서서 걸어가니, 태명이 고스란히 여신의 거룩한 발자국을 밟으며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필성의 장정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연회석 쪽으로 다가서니, 과연 상석에는 노장 노현 대감이 여러 아들들과 함께 좌정해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노비들이 고기를 굽거나 긴 꼬챙이에 꿰며 잔치 준비로 분주하더라.
외방에서 온 이방인 나그네들을 발견한 필성의 백성들은 일제히 몰려와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며, 먼 길에 고단할 터이니 어서 자리에 앉으라고 정중히 권하였다.
이때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가장 먼저 돛달음질쳐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이끌었다. 그는 바닷가 모래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양털 가죽을 정성껏 깔아 마련한 상석으로 두 귀빈을 인도하여, 형 트라시메데스와 부친 노현 대감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혔도다.
젊은 주인이 환영의 뜻으로 두 사람 앞에 갓 구워낸 소 내장 요리를 올리고, 화려한 황금 잔에 향긋한 포도주를 가득 따른 후, 천상의 방패를 지닌 상제의 따님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을 향해 공손히 잔을 바치며 말하되,
“먼 곳에서 오신 귀한 나그네여, 마침 우리가 바다의 주재자이신 해왕 군주를 위해 대제를 지내던 참에 귀한 발걸음을 하셨으니, 부디 우리 신명께 지성으로 기도를 올려주소서. 예법에 따라 먼저 신께 고리(告祭)를 지내며 포도주를 올린 후, 그 꿀맛 같은 잔을 곁에 계신 젊은 벗에게도 건네어 함께 축원을 빌게 하소서. 본디 천하의 모든 인간은 신령의 음덕 없이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자네의 친구 역시 불멸의 신선들께 정성껏 빌고 싶지 않겠소? 다만 저 곁에 계신 도령은 나이가 더 어려 나와 동년배로 보이니, 이 첫 황금 술잔은 마땅히 연치(年齒)가 높으신 어른께 먼저 올리는 것이 도리인가 하옵니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이렇듯 법도에 맞게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 잔을 여신의 손에 쥐여주니, 지혜낭자는 지혜롭고 올바른 행실을 갖춘 이 젊은이의 갸륵한 예법에 크게 흡족해하셨도다. 여신은 황금 잔을 높이 들어 즉시 바다의 군주 해왕을 향해 가슴 깊이 간절히 기도하여 가라사대,
“대지를 튼튼히 떠받치시는 해왕 신명이시여, 이 둔한 중생들의 기도를 굽어살피소서! 지성으로 간청하는 우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이 땅에 다음과 같은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첫째는 노장 노현 대감과 그의 의로운 아들들에게 천하의 영광을 내려주시고, 둘째는 이 성대한 흑황소 제물을 바치며 정성을 다한 필성의 모든 백성들에게 아낌없는 보상을 베풀어주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검고 빠른 전선을 타고 만리 길을 찾아온 소장 태명과 이 늙은 명토가 도모하는 대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환향하게 도우소서.”
여신이 이같이 엄숙하게 축원하셨으나, 실상은 **여신 스스로가 천상의 권능을 지니셨기에 본인의 뜻대로 이 모든 기적을 즉시 이룩하신 참이었다.
여신은 기도를 마친 후 손잡이가 둘 달린 웅장한 황금 술잔을 옆에 앉은 태명에게 건넸고, 오지수의 장한 아들 태명 역시 잔을 받아 들고 스승의 뒤를 이어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천지신명께 조상의 가호를 빌었도다.
두 사람의 고례(告禮)가 끝나자, 곁에 있던 시종들이 꼬챙이에 잘 구워진 황소고기를 빼내어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몫을 나누어 주니, 이윽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성대한 연회가 무르익더라.
좌중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마시어 기갈과 피로를 온전히 씻어내자, 마침내 수많은 전차를 몰고 전장을 누볐던 게레니아의 영웅, 늙은 노현 대감이 위엄 있게 수염을 쓸어내리며 두 나그네를 향해 먼저 웅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니,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사연이 흘러나올꼬.
==제4권 해신이 한 말==
태명 일행은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패삼득<ref>페이시스트라토스</ref>를 동반자로 삼아, 전차를 타고 험준한 골짜기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 동굴의 땅, 서파성에 당도하여 곧장 명뇌왕의 대궐로 향하였도다.
마침 대궐에서는 적면(赤面)의 영웅 명뇌왕이 자녀들의 혼례를 축하하고자 일가친척과 고을 백성들을 구름처럼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배풀고 있었느니라. 일찍이 토래성 전장에서 그는 자신의 고결한 딸을 장차 맥리민(貊利民) 족<ref>므리미돈족</ref>을 다스릴 불세출의 영웅 안길승<ref>아킬레스</ref>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했던바, 이제 화려한 보물과 말이 끄는 전차를 혼수품으로 내어주며 신행(新行) 길에 오르게 하니, 이는 실로 천지신명의 오묘한 섭리로 성사된 경사로다.
또한 왕은 노비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용맹한 서자 맹대수<ref>메가펜테스</ref>를 위해서도 고을의 어진 처녀인 안계리<ref>알렉토르</ref>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대궐 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본디 천상 신명들께서는 절세미인 하일란 여사<ref>헬레나</ref>에게 황금빛 포랑선녀<Ref>아프로디테</ref>를 닮은 아름다운 딸 허명혜<ref>헤르미오네</ref>를 점지해 주신 이후로는 더 이상 소생을 허락지 아니하셨음이라.
이때 왕의 심복인 위태선<ref>에태오네우스</ref>가 대궐 밖을 살피다 기이한 기상을 풍기는 두 장부를 발견하고,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왕께 고하되,
“상감 폐하, 밖에 귀인 두 분이 당도하였사온데, 그 풍채와 위엄이 마치 천왕 상제의 아들들처럼 비범한 이방 나그네들이옵니다. 저들이 타고 온 군마의 멍에를 풀어 정성껏 대접하오리까, 아니면 다른 고을의 주인을 찾아가라고 박대하여 보내오리까?”
이에 얼굴이 붉은 명뇌왕이 크게 노하여 벼락같이 소리치되,
“이 미련한 놈아! 네가 전에는 제법 총명하더니, 이제는 어찌 철없는 아이처럼 망발을 일삼느냐! 우리 역시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기 전까지, 이국땅을 떠돌며 수많은 주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목숨을 부지하지 않았더냐. 상제께서 앞으로도 우리 가문을 굽어살피시기를 간구하며, 당장 저 귀인들의 군마에서 멍에를 풀고 안으로 모셔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라!”
군령을 받은 위태선이 대궐 밖으로 뛰어나가 하인들을 소집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땀에 젖은 말들의 멍에를 풀고, 하얀 보리를 섞은 에머밀을 여물통에 가득 채워 묶어 두었도다. 마차는 잘 닦인 벽면에 기대어 세워두고, 두 소년을 신령스러운 저택 안으로 정중히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더라.
위대한 명뇌왕의 높은 전각은 마치 한낮의 태양이나 밤중의 보름달처럼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음이라. 그들이 웅장한 대궐을 충분히 구경한 후 윤이 나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니, 시녀들이 향기로운 백합유를 발라 몸을 씻겨주고 부드러운 양모 망토와 도포를 입혀 마침내 아트레우스의 아들 명뇌왕의 옆자리에 앉혔도다.
한 시녀가 은대야와 금병을 받쳐 들고 나와 그들의 손을 깨끗이 씻긴 후, 윤이 나는 나무 상을 차려내었고, 또 다른 정숙한 시녀가 향긋한 떡과 호화로운 찬을 끊임없이 내어왔다. 고기를 써는 시종이 온갖 기이한 육고기가 담긴 은반을 올리고 황금 잔을 바치니, 명뇌왕이 두 귀빈을 반갑게 맞이하며 가로되,
“마음껏 드시게! 먼 길에 고단했을 터이니 맛있게 들고 기운을 차리게나. 식사가 끝난 후에 자네들의 성씨와 근본을 물을 것이로다. 자네들의 기상을 보니 필시 천하를 호령하는 왕족의 후예가 틀림없구나. 본디 흙을 파먹는 농부의 자식들은 자네들 같은 영웅의 풍채를 지닐 수 없는 법이네.”
이때 태명이 대궐의 사치스럽고 웅장한 장식을 보고 경탄하며, 옆에 앉은 패삼득에게 나직이 소근거리되,
“여보게 벗이여, 이 울려 퍼지는 전각이 청동과 은, 황금과 상아, 그리고 영롱한 호박(琥珀)으로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보게나. 이곳은 흡사 올림포스 산에 있는 상제의 천궁처럼 풍요로우니, 내 심신이 경외심에 사로잡히는구려.”
명뇌왕이 흘러나오는 태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 바람처럼 날아가는 어조로 대답하여 가로되,
“장한 소년들이여, 천하의 어떤 필멸의 인간도 감히 천왕 상제의 권능에 비할 수는 없느니라. 신명께서 거처하시는 천궁과 보물은 영원불멸한 법이지. 물론 세상의 어떤 영웅은 내 재산과 견줄 만큼 부유할지 모르나, 나는 이 막대한 보물을 모으기 위해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도다.
내가 토래성이 함락된 후에도 무려 8년 동안이나 거친 바다를 표류하며 길을 잃고 이국땅을 헤맸음이라. 저 멀리 뿔 달린 양들이 일 년에 세 번씩 새끼를 낳고, 주인과 노비가 신선한 젖과 치즈와 고기를 일 년 내내 풍족하게 얻는 남방의 낙토(樂土)까지 흘러갔었지.
하오나 내가 그토록 타국을 떠돌며 보물을 긁어모으는 동안, 고향에서는 간교한 형수 놈에게 배신당한 내 친형님 아한왕이 궁궐 한복판에서 억울하게 시해당하셨도다! 그러니 내 손에 쥔 이 모든 천하의 보물이 내게 무슨 기쁨을 주겠느냐. 자네들의 부친 역시 내가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고 내 사랑하는 대궐과 떨어져 지냈는지 이미 들려주었을 것이네.
차라리 아라골의 푸른 목초지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 벌판에서 전사한 내 전우들이 지금 살아만 있다면, 내가 모은 이 보물의 삼분의 일만 가지고라도 이 대궐에 기쁘게 머물렀을 것을! 나는 매일같이 이 웅장한 대궐에 홀로 앉아, 먼저 가버린 백 명의 영웅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노라.
특히 그중에서도 오직 한 사람, 그의 운명은 가혹한 고통이었고 나의 운명은 그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 가득하니, 바로 오지수 장군이로다!
그분이 먼 길을 떠난 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 살아 계신지, 혹은 고혼(孤魂)이 되셨는지조차 알 길이 없구나. 지금쯤 고향에서 그의 충실한 아내 연로비 부인과 늙으신 부친 라현 옹, 그리고 그분이 출정할 때 갓난아기였던 어린 아들 태명 도령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곡읍(哭泣)하고 있겠느냐.”
명뇌왕의 이 절절한 강론이 소년 태명의 가슴속에 묻어둔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기어이 폭발시키고야 말았도다. 뜨거운 눈물이 소년의 안색을 타고 흘러내려 대청마루 바닥에 툭툭 떨어지니, 태명은 차마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자주색 망토 자락을 들어 두 눈을 가리고 흐느꼈다. 명뇌왕은 이를 예리하게 알아채고, ‘이 소년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그 근본을 물어야 할지’ 마음속으로 깊이 망설이더라.
왕이 이처럼 고뇌하고 있을 때, 홀연히 황금 화살을 든 수렵의 신 아라미낭자 여신처럼 고결한 자태를 지닌 연로비 여사(헬레나)가 천장이 높고 향기로운 침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도다.
시녀 아드라가 여왕을 위해 특별히 정성껏 칠한 의자를 마련하였고, 알키페는 그 위에 부드러운 양모 담요를 깔았으며, 필로는 은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바느질 바구니를 받들어 올렸다. 이 귀한 보물은 일찍이 이집트 테베 고을의 대부 보리보의 아내가 연로비 여사에게 바친 것으로, 테두리를 정금(純金)으로 두르고 바퀴가 달린 신기한 은바구니였으니, 안에는 이미 자아놓은 고운 실이 가득 보관되어 있었다.
연로비 여사가 의자에 좌정하여 장내를 둘러보더니, 놀란 안색으로 낭군 명뇌왕에게 나직이 물어 가로되,
“상감 폐하, 오늘 우리 대궐에 찾아온 저 장한 나그네들은 도대체 누구이옵니까? 제 얕은 소견을 숨겨야 할지, 혹은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할지 망설여지오나, 제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나이다.
내 일찍이 천하를 두루 보았으나, 오늘 찾아온 이 소년처럼 용맹한 오지수 장군의 아들 태명 도령을 쏙 빼닮은 이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이다. 과거 고려인들이 내 얼굴을 핑계 삼아 토래성을 치고자 폭정과 전쟁을 일삼으며 군사를 일으켰던 그 첫날, 오 장군께서 고향방에 갓난아기로 누워있던 이 태명을 두고 눈물로 출정하셨거늘, 어찌 이리 똑같단 말이옵니까.”
이에 명뇌왕이 무릎을 탁 치며 대답하되,
“부인, 내 눈도 정녕 틀리지 않았구려! 저 소년의 늠름한 손과 발, 머리카락과 두상의 골격, 그리고 번뜩이는 눈빛이 과연 오 장군과 붕어빵이로다. 내가 방금 오 장군이 나를 위해 전장에서 겪었던 온갖 고초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 아이가 안색을 찡그리며 자주색 망토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 않았소!”
그러자 곁에 있던 네스토르의 아들 패삼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법을 갖추어 아뢰되,
“명뇌왕 폐하, 두 분의 혜안이 과연 정확하시옵니다. 이 곁에 계신 도령은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하의 용장 오지수 장군의 친아들 태명이 맞사옵니다. 하오나 성품이 지극히 수줍고 겸손하여, 당대의 영웅이신 폐하 앞에서 감히 철없이 먼저 입을 열어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나이다.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우렁찬 목소리는 신령의 계시와 같다 칭송하시며, 소자에게 이 태명 도령을 안내하여 이곳까지 동행하라 명하셨나이다. 태명은 폐하께 아버님의 생사 소식과 고견을 듣고자 간절히 찾아왔나이다. 본디 아비 없는 자식은 가문을 지켜줄 힘이 없어 고을의 무뢰배들에게 큰 수모를 겪게 마련인바, 지금 태명의 처지가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명뇌왕이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태명의 손을 꼭 쥐며 가로되,
“오호라, 내 생전에 나를 위해 그토록 피땀을 흘렸던 진정한 벗의 아들이 내 집에 제 발로 걸어왔구나! 내 일찍이 상제께서 우리 함대를 가호하사 고향으로 속히 환향하게 하신다면, 천하의 어떤 아라골 장수들보다 오지수 그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영접하리라 다짐했었노라.
내 그와 그의 모든 가솔, 백성들을 이탁도에서 통째로 데려와 이 서파성 근처의 고을 하나를 내어주고 제후로 삼아 평생을 이웃하며 살고자 했거늘! 죽음의 먹구름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의 우정과 기쁨을 그 무엇도 꺾지 못할 거라 믿었노라. 하오나 천상의 신명께서 우리의 두터운 정을 시기하셨는지, 그 불쌍하고 불운한 영웅만을 홀로 고향에 들지 못하게 하셨도다.”
왕의 이 서글픈 한탄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로비 여사도 수건을 적셨고 명뇌왕도 눈시울을 붉혔으며, 패삼득 역시 과거 전장에서 광명의 새벽 신에게 안타깝게 살해당한 제 친형님 안틸로코스의 혼백이 생각나 눈물이 가득 고였도다.
패삼득이 눈물을 닦아내며, 날개 돋친 듯 수려한 말로 명뇌왕께 공손히 고하되,
“명뇌왕 폐하, 일찍이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상식과 혜안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하셨나이다. 그러니 소자의 미천한 간청을 들어주소서. 이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곡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사오니, 통곡은 다가올 새벽으로 미루심이 어떠하옵니까. 물론 먼저 가신 영웅들을 애도하고 머리를 깎으며 뺨을 적시는 것이 우리가 죽은 자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예우이오나, 지금은 귀한 손님을 맞이한 자리이옵니다.”
명뇌왕이 대장부의 청을 전해 듣고 흡족해하며 대답하되,
“장하도다, 소년이여! 자네는 정녕 나이 많은 노련한 장부처럼 지혜롭게 말하는구나. 과연 그 언변에 부친 노현 대감의 고결한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도다. 본디 상제께서 행복한 가문과 혈통을 점지해 주신 자들은 그 기상이 쉽게 드러나는 법이지.
상제께서 노현 대감에게 평생의 행운을 주사 고향에서 200세가 넘도록 장수하게 하시고, 그 아들들 또한 천하의 창술가로 키우셨으니 참으로 복되도다. 자, 이제 슬픔을 거두고 다시 저녁 식사에 집중하세나. 시종들은 어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 손을 씻기라. 다가올 새벽이 되면 내 태명 도령과 밤을 새워가며 아버님의 소식을 상세히 나눌 것이로다.”
왕의 명을 받들어 날랜 시종 아스팔리온이 귀빈들의 손에 맑은 물을 부었다.
이때 지혜로운 연로비 여사가 장내의 무거운 슬픔을 지워버리고자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렸도다. **여사는 일찍이 이집트 고을의 톤의 아내 폴리담나에게서 선물 받은 강력한 신약, 즉 인간의 가슴을 찢는 모든 슬픔과 분노를 단숨에 잊게 해주는 망우단(망우약)을 포도주 항아리에 몰래 섞어 넣은 참이었다.**
본디 이집트 땅은 온갖 기이한 약초와 치유의 도술이 발달한 의인(醫人)들의 나라인바, 이 약을 마신 자는 가령 자신의 눈앞에서 친부모나 형제가 청동 창에 찔려 죽을지라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효능이 있었다. 여왕이 약을 탄 달콤한 명주를 하인들에게 명하여 잔마다 가득 따르게 한 후, 좌중을 향해 우아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명뇌왕 폐하, 그리고 여기 모인 고결한 가문의 소년 장부들이여. 상제께서는 천하 중생들에게 때로는 길한 복을, 때로는 흉한 화를 번갈아 내리시니 그 권능은 실로 전능하시도다. 그러니 이제 시름을 잊고 음식을 즐기라. 내가 지루함을 달래고자 과거 토래성 전장에서 불굴의 오디세우스 장군이 펼쳤던 놀라운 무용담을 하나 들려주겠노라.
당시 고려 군사들이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지혜로운 오 장군은 스스로 노비의 초라한 망토를 두르고 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며, 가난하고 비참한 거지로 완벽히 변장한 채 홀로 적진인 토래성 성문 안으로 몰래 침투하였도다. 성내의 어떤 토래인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나만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간파하고 은밀히 불러 심문하였지.
그는 내 장막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려 군사들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꾸미고 있던 모든 천기(밀계)를 내게 털어놓았도다. 귀환하는 길에 그는 긴 청동 검을 뽑아 들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토래 장수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도륙하였고, 고려 진영에 전할 결정적인 군사 기밀을 품고 무사히 탈출하였음이라. 토래의 여인들은 장수들의 죽음에 대성통곡하였으나, 내 마음은 남몰래 기쁨으로 가득 찼으니, 나 역시 그때쯤엔 죄과를 뉘우치고 고향의 내 딸과 지혜로운 낭군 명뇌왕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로다.”
명뇌왕이 부인의 무용담을 듣고 크게 감탄하며 손뼉을 치고 가로되,
“부인의 말이 정녕 고스란히 맞는 사실이로다! 내가 평생 천하를 두루 주유하며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나보았으나, 오지수 장군처럼 단호하고 기상이 강철 같은 장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네.
과연 그분의 강인함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일찍이 우리가 거대한 목마(木馬) 속에 숨어 들어가 적들을 파멸시키고자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네. 고려의 내로라하는 용맹한 장수들이 모두 그 어두운 목마의 뱃속에 갇혀 긴장하고 있을 때, 부인께서 저 높은 성벽에서 내려와 목마 주위를 세 번 돌며 숨어 있는 곳을 가볍게 두드리지 않았소.
당시 토래인들을 도우려던 어떤 신령이 부인을 충동질했음이 분명한바, 부인은 목마 밖에서 안에 숨은 고려 장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되, 신기하게도 각 장수들의 실제 친아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어 애절하게 부르지 않았소!
그 소리를 들은 나와 도미달은 당장 목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안에서 대답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네. 하오나 오지수 장군이 강철 같은 손으로 우리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고 끝까지 제지하셨도다. 천상의 여신이 부인을 멀리 인도하여 위기를 넘길 때까지, 오 장군께서 목마 안의 모든 장수들을 꽉 붙잡아 두셨으니, 그분의 냉철한 지혜와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그날 밤 적들에게 발각되어 몰살당했을 것이 틀림없었네.”
태명이 부모의 이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곰곰이 전해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여 대답하되,
“하오나 명뇌왕 폐하, 그 모든 영웅담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며 상황을 어찌 더 낫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심장이 아무리 무쇠와 같고 강철과 같았을지라도, 결국 제 목숨 하나 온전히 보존하여 환향하지 못하셨나이다. 그러니 폐하, 밤이 깊었사오니 부디 저희를 잠자리로 인도해 주소서. 고단한 신신을 달콤한 잠 속에 묻고 싶나이다.”
이에 서파성의 여왕 연로비 여사가 시녀들에게 명하여 전각 현관에 안락한 침상을 마련하게 하고, 그 위에 화려한 자주색 양탄자를 깐 후 따뜻한 양털 이불을 두터이 덮어주게 하였다. 하인들이 횃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대궐 앞방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고, 명뇌왕은 전각 깊숙한 내실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연로비 여사와 함께 동침하였도다.
이튿날 동녘 하늘에 장미꽃 손가락을 지닌 광명의 새벽 여신이 대지를 물들일 때였다. 위엄 있는 명뇌왕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의복을 갖추고, 날카로운 보검을 어깨에 메어 기름칠을 잘 한 가죽 샌들을 신은 채, 마치 천상 신령과 같은 풍채로 침실을 나와 태명에게 다가가 웅장하게 물어 가로되,
“장한 태명 도령아, 무슨 중대한 결단이 섰기에 이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 서파성까지 나를 찾아왔느냐? 가문의 사사로운 송사 때문이냐, 혹은 이탁도의 공적인 정무 때문이냐? 내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아라!”
태명이 가슴 깊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공손히 꿇어앉아 아뢰되,
“아태우의 아들이신 위대한 명뇌왕 폐하, 소자가 이토록 만리 길을 온 것은 오직 홀로 되신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한 가닥이라도 듣고자 함이니이다. 지금 소자의 고향 궁궐은 불의한 도적 떼들에 의해 가산이 통째로 결단 나고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했나이다.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날마다 우리 소와 양을 무단으로 잡아 가택을 더럽히고 소자의 목숨마저 해하려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그러니 폐하,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간청하오니, 혹여 아버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을지라도 그 참혹한 진실을 제게 가감 없이 들려주소서! 폐하께서 전장에서 직접 목격하셨거나 혹은 만리 바다를 돌며 전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이 불효자에게 동정심을 베푸사 숨기지 말고 고해 주소서. 과거 제 용맹한 아버님이 토래성 전장에서 폐하를 도와 피 흘려 싸웠던 그 수많은 공로를 이 순간 기억하시어, 진실의 칼날을 제게 쥐여주소서!”
명뇌왕이 이 처절한 사연을 전해 듣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대노하여 웅장하게 소리치되,
“이 빌어먹을 도적 놈들! 감히 저 비겁하고 유약한 겁쟁이들이, 자신들보다 백배는 더 용맹한 천하무적 오지수 장군의 잠자리를 강탈하려 들다니!
이것은 흡사 미련한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핏덩이 새끼 사슴 두 마리를 숲속 깊은 곳에 있는 굶주린 맹수 사자의 굴속에 눕혀두고, 제 배를 채우려 언덕과 계곡을 넘어 풀밭으로 떠난 것과 다름없도다! 사자가 사냥을 마치고 제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핏덩이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빨로 물어뜯어 뼈째로 씹어 삼킬 것이 자명하도다. 오지수 장군이 고향에 당도하는 날, 저 무뢰배 놈들에게 내릴 피의 심판이 정녕 이와 같으리라!
오, 천왕 상제시여, 여신 지혜낭자와 광명의 아로 신이시여! 일찍이 오 장군이 리수도 천하장사 필로멜레이데스와 씨름을 벌여 단숨에 그자의 허리를 꺾고 땅바닥에 내던졌을 때, 우리 고려 군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나이까. 그 장부의 맹렬한 기상으로 당장 저 구혼자 놈들의 목을 베게 하소서! 저들의 가련한 명줄은 단숨에 끊길 것이요, 저들이 꿈꾸는 혼례는 가문의 영원한 저주가 될 것이로다!
장한 소년아, 네 질문에 대해 내 결코 속이거나 감추지 않겠노라.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의 노인, 즉 변신술의 대가인 **해선 프로테우스**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아버님의 소식을 단 한 마디도 숨김없이 들려주마.
당시 내가 이집트 해안에서 고향으로 가고자 했으나, 신들께 완벽한 제물(헤카톰)을 바치지 못해 큰 노여움을 사서 만리 바다에 발이 묶인 적이 있었네. 이집트 해안 앞바다에는 **파로스**라는 고요한 섬이 하나 있는데, 항구가 깊고 맑은 샘물이 있어 사공들이 어두운 물을 길어 바다로 나가는 요충지이지. 하오나 신들께서 순풍을 뚝 끊으시는 바람에 무려 스무 날 동안이나 그 척박한 섬에 갇혀 식량이 거덜 나고 군사들의 조총(희망)이 끊길 위기에 처했었도다.
그때 바다의 노신 프로테우스의 딸인 **에이도테아 여신**이 나를 가엾게 여기사, 홀로 해변을 거닐며 탄식하던 내 앞에 나투셨네. 당시 내 부하들은 굶주림에 지쳐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잡으려 흩어져 있었지. 여신이 내 곁에 서서 ‘나그네여, 어찌 그리 미련하게 고통만을 즐기며 이 섬에 영원히 갇혀 있으려 하느냐’ 물으시기에, 내가 고하기를 ‘여신이시여, 소자가 천상의 신명께 죄를 지어 이 드넓은 바다에 갇힌 줄 아오니, 부디 어떤 영령이 내 귀향길을 가로막고 있는지 천기를 들려주소서’ 하였도다.
그러자 여신이 내게 은밀히 비책을 전해주시되, *‘이집트 강가에는 바다의 깊은 연못을 모두 꿰뚫어 보고 바다 신 포세이돈을 섬기는 불멸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살고 있나니, 자네가 만일 그 노인을 물리력으로 제압하여 묶을 수만 있다면, 그가 자네의 귀향길은 물론이요, 자네가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대궐에서 일어난 온갖 길흉화복을 낱낱이 들려줄 것이네’* 하시는 게 아니겠나.
내가 다시 청하기를 ‘여신이시여, 그 신령스러운 노인을 어찌 감히 인간의 얄팍한 힘으로 가두어 도망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나이까’ 하니, 여신이 웃으며 가라사대, *‘내일 정오가 되어 서풍(제피로스)이 불고 바다에 그림자가 질 때, 노인은 바다 동굴에서 나와 낮잠을 청할 것이네. 그때 그의 주위로 바다 여신의 딸들인 수많은 물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들어 짠 바다 냄새를 풍기며 잠들 터인데, 자네는 군사 중 가장 용맹한 장정 세 명을 엄선하여 새벽에 해변으로 나오라’* 하셨도다.
여신은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시더니, 갓 벗겨낸 물개 가죽 네 장을 가져오사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고 모래 구덩이에 매복시키셨네. 본디 그 물개 가죽에서 풍기는 비린내와 썩은 소금내가 얼마나 진동하던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으나, 고결한 여신께서 천상의 영약인 **암브로시아**를 가져와 우리 콧구멍에 조금씩 발라주시니 그 신비로운 향취가 물개 비린내를 단숨에 지워버렸도다.
정오가 되자, 과연 바다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파도를 헤치며 나타나 살진 물개들의 숫자를 하나씩 세기 시작하더니, 우리 역시 물개인 줄로만 알고 아무 의심 없이 숫자에 포함한 후 맨 한가운데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네!
> 그 순간 내가 대성으로 군령을 내리며 장정들과 함께 폭풍처럼 달려들어 노인의 사지를 꽉 붙잡았도다!
노인은 과연 바다의 영물이라 온갖 도술과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갈기를 휘날리는 맹렬한 **사자**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독을 품은 **뱀**으로, 다시 날랜 **표범**으로, 거대한 **멧돼지**로 변형하였고, 심지어 흐르는 **물**과 잎이 무성한 거목(巨木)으로 둔갑하며 우리의 손귀를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도다!
하오나 우리는 여신의 조언대로 이가 부러져라 손에 힘을 주고 더욱 세차게 노인의 몸을 짓눌러 압박하였지. 마침내 도술이 바닥난 노인이 본래의 노인 형상으로 돌아와 지친 목소리로 내게 묻기를, *‘어떤 신령이 자네에게 이 밀계를 가르쳐 나를 포박하게 했느냐? 자네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더군.
내가 고하기를 *‘해선이시여, 내가 이 섬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진퇴양난에 빠졌으니, 어떤 신명이 내 길을 막고 있으며 어찌해야 고향으로 갈 수 있는지 들려주소서’* 하니, 노인이 대답하되 *‘자네가 상제와 여러 신명께 합당한 가책(백 마리 소)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니, 당장 배를 돌려 이집트 강가로 돌아가 신들을 기쁘게 하는 대제를 지내라. 그리하면 신들께서 자네가 원하는 만리 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네’* 하셨도다.
내가 거친 바다를 거슬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산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천기를 물었네. ‘해선이시여, 내가 토래성에 남겨두고 온 고려의 수많은 장수들과 내 친형님 아한왕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나이까, 혹은 바다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나이까’ 하니, 노인이 슬픈 눈빛으로 내게 전하기를,
‘아달의 아들이여, 어찌 그 비극을 내 입으로 다 들으려 하느냐. 수많은 장수들이 전장에서 뼈를 묻었고, 귀환하는 길에 청동 갑옷을 입은 최고 사령관 중 단 두 명만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도다. 용장 아이아스(아약스)는 삼지창을 든 바다 신의 분노를 사서 배가 난파당한 후 기란 바위 위에 겨우 기어올라 오만방자하게 신을 모독하다가, 신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부시는 바람에 깊은 바다 바닥으로 추락하여 짠 물을 들이켜고 고혼이 되었노라.
또한 자네의 친형님 아한왕은 가호 속에 겨우 살아남아 기쁘게 고향 땅에 발을 디디고 흙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그 고을의 망루에는 간교한 아내와 간통한 애기수가 심어둔 파수꾼이 황금 두 냥을 받고 일 년 내내 눈을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도다!
아한왕이 무방비로 궁궐 대청에 들어서자, 애기수는 매복시킨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시켜, 마치 도축업자가 마구간에서 소의 목을 베듯 저녁 식사를 즐기던 아한왕과 그의 시종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처참하게 도륙하여 몰살시켰느니라!’ 하시는 게 아니겠나!
노인의 이 청천벽력 같은 폭로를 전해 듣고,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친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리, 저 태양빛을 보아서 무엇하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도다.
내가 한참을 울다 지쳐 흐느끼고 있을 때, 바다의 노인이 나를 달래며 가로되 *‘명뇌왕이여, 이제 울음을 그치라. 통곡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당장 군사를 몰아 고향으로 가라. 어쩌면 원수 애기수가 아직 살아있을지, 혹은 아한왕의 장한 아들 오래손가 이미 원수의 목을 베었을지 모르는 일이니, 자네는 어서 가 장례식이라도 주관하라’* 하셨네. 이 말을 들으니 내 가슴속에 다시 장부의 뜨거운 피가 도는 듯하여, 내가 날개 돋친 듯 급히 물었도다.
‘해선이시여, 두 장수의 비극은 내 뼈에 새겼으나, 아직 저 넓은 만경창파 어딘가에 갇혀 살아남아 있다는 그 마지막 세 번째 영웅의 성명은 무엇이나이까? 그 소식이 비록 내 가슴을 찢을지라도 내 반드시 들어야겠나이다!’ 하니, 노인이 마침내 그 비록(秘錄)을 내게 전해 주시되,
‘그는 바로 이탁도 출신의 장수, 라현의 아들 오지수 장군이로다! 내가 바다의 깊은 눈으로 굽어보니, 그는 지금 저 멀리 고해(孤海)에 떠 있는 요녀 가립선의 섬, 그녀의 깊은 밀실에 갇혀 고향 땅을 바라보며 날마다 피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도다. 요녀가 강한 도술로 그를 묶어두었기에, 그에게는 만리 바다를 건널 노 젓는 전선도 없고 용맹한 사공도 없어,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느니라!’ 하셨도다.”
명뇌왕이 태명의 손을 잡고 이 엄숙한 천기를 전한 후, 인자하게 웃으며 가로되,
“장한 태명아, 이것이 내가 바다 신에게 직접 전해 들은 네 부친의 확실한 종적이로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라. 상제께서 자네에게 내리신 축복은 남다르니, 자네는 절세미인 연로비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덕에 상제의 사위로서 장차 이승의 목숨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끝에 있는 낙원 극락의 벌판으로 가 영생을 누릴 자격이 주어졌음이라. 그곳은 황갈색의 라만 대감이 다스리는 영험한 신선들의 땅으로, 겨울의 눈보라도 없고 매서운 폭풍우도 치지 아니하며, 대양이 언제나 산들바람 서풍을 보내어 장부들을 상쾌하게 해주는 무릉도원이로다.
자, 내 이제 신들의 노여움을 풀고 순풍을 받아 무사히 환향한 것처럼, 자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고자 하니, 부디 내 대궐에서 열이틀 동안만 더 머물다 가게나. 내가 자네에게 천하의 명마 세 마리와 청동으로 빛나는 웅장한 전차 한 대를 선물로 줄 것이요, 나아가 신명께 제사를 지낼 때 쓸 수 있는 정교한 황금 술잔을 내어줄 터이니, 평생 나를 기억해주게.”
이에 영민하고 재치 넘치는 소년 태명이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 대답하되,
“상감 폐하, 소자를 이토록 갸륵하게 보살펴주시니 감개무량하오나, 저를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붙잡아 두지 마옵소서. 폐하의 옥음(玉音)을 듣는 것이 제게는 천상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우니, 정녕 이 대궐에서 일 년 동안 머물지라도 고향 집이나 부모님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옵니다. 하오나 저를 믿고 필성 항구에서 고되게 기다리는 제 불쌍한 사공 동지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쳤을 터이니, 한시바삐 길을 물어야 하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내어주신 귀한 마필과 전차는 실로 과분하오나, 이 서파성의 보물창고에 그대로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폐하가 다가오시는 이 넓은 영토는 토끼풀이 무성하고 하얀 보리와 밀이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대초원이오나, 소자의 고향 이탁도는 온통 험준한 바위산과 절벽뿐이라 들판도 없고 경마장을 닦을 땅도 없나이다. 겨우 염소나 키우며 살 수 있는 척박한 섬이오니, 말 목장보다는 이곳 서파성의 넓은 벌판이 저 명마들에게 훨씬 어울릴 줄로 아옵니다. 본디 바다 한가운데 뜬 섬들은 풀을 뜯길 곳이 마땅치 않은 법인데, 우리 섬은 그중에서도 가히 최악이옵니다.”
명뇌왕이 태명의 이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당당한 거절을 전해 듣고, 기특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감싸 쥐고 우렁찬 목소리로 가로되,
“장하도다, 얘야! 네 가식 없는 언변을 들으니 과연 네 뼈대와 혈통이 천하의 영웅 오지수의 핏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구나.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선물을 바꾸어 주마. 내가 대궐 보물창고에 비축해 둔 갖은 영물 중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신물(神物)을 내어주리라.
이것은 본디 천상의 대장장이 신 해풍이 정금과 순은을 녹여 정교하게 세공한 웅장한 술그릇으로, 일찍이 시돈 고을의 왕 해담이 내가 환향하는 길에 그의 저택에 묵었을 때 내게 귀하게 선물한 보물치다. 이것을 자네에게 줄 터이니 가문의 가업으로 삼아 가져가게나.”
두 장부가 이렇듯 대청에서 대장부의 의리를 나누고 있을 때, 대궐 안방에서는 노비들이 양고기와 향기로운 명주를 나르고, 고운 스카프를 두른 시녀들이 따뜻한 떡을 받쳐 들며 대궐의 잔치가 밤늦도록 무르익어 가더라.
한편, 같은 시각 저 멀리 오지수 장군의 고향 이탁도 관저 앞마당에서는,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여느 때처럼 오만방자하게 원반을 던지고 청동 창을 날리며 제 세상을 만난 듯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최고 괴수인 안태우와 신령과 같은 풍채를 지닌 우혁이 상석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을 때, 문득 보윤의 아들 노문이 사색이 된 안색으로 헐레벌떡 다가와 안태우에게 따져 묻기를,
“안태우 어른, 저 태명 도령이 내 배를 빌려 타고 필성으로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쯤 돌아온답니까? 내가 지금 급히 엘리스 벌판으로 건너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노새 새끼를 먹이고 있는 암말 열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데려와 전마(戰馬)로 훈련시켜야 하니, 내 배를 당장 돌려받아야겠소!”
이 말을 들은 안태우와 우혁을 비롯한 구혼자 놈들이 일제히 잔을 떨어뜨리며 자지러지게 놀랐도다!
저들은 그저 유약한 태명 놈이 감히 항구를 벗어났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그저 근처 전답에서 양이나 돼지를 치며 숨어 지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참이었다. 안태우가 눈을 부릅뜨고 노문의 덜미를 잡으며 사납게 들이닥쳐 가로되,
“이놈, 내 앞에 실토하라! 그 풋내기가 도대체 언제 배를 띄웠단 말이냐? 그 조그만 배에 누구를 태우고 갔더냐? 이탁도의 쓸만한 장정들을 선동해 데려갔더냐, 아니면 제 집안의 노비나 머슴새끼들을 고용했더냐! 그리고 그놈이 네 배를 물리력으로 강탈해 갔느냐, 혹은 네가 미쳤다고 스스로 내어준 것이냐?”
노에몬이 겁에 질려 대답하되,
“어찌 강탈이라 하십니까, 내 스스로 자유롭게 내어주었나이다! 대궐의 장한 도령이 가문의 사활을 걸고 간청하며 통곡하는데, 고려의 장부로서 어찌 그 청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소! 게다가 그와 함께 배에 오른 젊은이들은 우리 가솔을 제외하고는 이 고을에서 가장 의리 있고 훌륭한 장정들이었소.
내 분명히 기억하건대, 오 장군의 오랜 벗이신 스승 명토(멘토르) 어른이 선장으로 뱃머리에 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소! 하오나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은, 내가 어제 새벽 관아 거리에서 위엄 있게 걸어가시는 명토 어른을 분명히 내 눈으로 직접 배알했거늘, 어찌 그분이 배를 타고 필성으로 가셨다는 것인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도술을 부린 듯 이해할 수가 없나이다.”
노문이 말을 마치고 제 집으로 돌아가자, 구혼자 무리의 괴수들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격분하였다. 저들은 당장 마당의 놀이판을 멈추게 하고 군사들을 소집하여 자리에 앉혔다. 안태우가 분노에 찬 눈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열어 포효하되,
“젠장맞을! 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태명 놈이 기어이 우리의 눈을 속이고 만리 유랑 길을 성공시켰구나! 우리가 모두 비웃으며 비겁하게 주저앉아 있을 거라 믿었거늘, 그놈이 온 고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를 띄워 최고 사령관들을 포섭해 가다니!
이것은 장차 우리 무리에게 닥칠 거대한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도다. 천왕 상제께서 저 핏덩이가 장성하여 장부가 되기 전에 그 무시무시한 힘을 꺾어놓으시기를 간구하노라! 여보게 동지들,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정예 무사 스무 명을 당장 내어주게. 저놈이 필성에서 돌아오는 길목인 이탁도와 삼해 섬 사이의 험준한 해협에 매복하고 있다가, 배를 통째로 들이받아 저 건방진 놈을 수중의 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로다. 저놈의 가련한 유랑 길을 영원한 죽음의 묘지로 만들어주마!”
그러자 무뢰배들이 일제히 상을 치며 찬동하였고, 저마다 칼을 빼 들고 오지수 장군의 대궐 안으로 들이닥쳐 피비린내 나는 모의를 다지더라.
하오나 하늘이 무심치 않으사, 저 사악한 도적 떼들의 비밀 음모는 대궐 안채에 계신 연로비 부인의 귀에 즉시 흘러 들어가게 되었도다. 마당 구석에서 가택의 대소사를 돌보던 충직한 집사 명돈이 저들의 흉계와 살기 어린 대화를 벽 너머로 엿듣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 부인의 침실로 단숨에 뛰어 들어간 참이었다. 명돈이 문턱을 넘어서자, 연로비 부인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다가와 날카롭게 물어 가로되,
“명돈아, 저 안하무인의 구혼자 놈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악행을 꾸미려고 너를 내보냈느냐? 감히 신령스러운 오지수 장군의 시녀들에게 길쌈을 멈추고 저 도적 놈들을 위한 잔치 상을 차려내라 협박하더냐! 오호라, 천지신명께 간구하오니 오늘 저들이 처먹는 음식을 제발 마지막 성찬이 되게 하소서!
다시는 이 궁궐에 모여 구혼 행각을 벌이지 못하게 하소서! 너희 무뢰배 놈들이 이탁도 가문의 가산을 마구 축내며 태명의 재산을 유린하고 있거늘, 너희는 정녕 어렸을 때 너희 부친들이 우리 오 장군의 위대함과 자애로움에 대해 들려주었던 훈계를 단 한 귀로도 듣지 않았단 말이냐! 오 장군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의를 행한 적이 없거늘, 너희의 악행과 음모는 참으로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찌 이토록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이냐!”
이에 명돈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되,
“국모 전하, 방금 제가 들은 흉계에 비하면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재앙이옵니다. 저 도적 떼들이 지금 전하의 가슴을 영원히 찢어놓을 거대한 파멸을 도모하고 있나이다. 상제께서 결단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시기를 바라오나, 구혼자 놈들이 지금 태명 도령이 필성과 서파성에서 아버님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날카로운 청동 창검으로 도령을 무참히 시해하려 모의하고 있나이다!”
이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전해 들은 연로비 부인은 온몸의 맥이 풀리고 심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하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한동안 목이 메어 말 한마디 뱉지 못하다가, 이윽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하여 가로되,
“오호라, 내 아들아! 네가 어찌 어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 위험한 만경창파로 나갔단 말이냐! 거친 바다를 군마처럼 질주하는 그 빠른 전선을 네가 어찌 감히 탔단 말이냐! 저 사악한 자들의 칼날에 네 이름 석 자마저 잃고 세상에서 영영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 하느냐!”
명돈이 머리를 조아려 가로되,
“필시 천상의 신령께서 도령의 마음을 대장부처럼 충동질하사,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지 혹은 이미 생을 마감하셨는지 그 종적을 찾게 하신 줄로 아옵니다.”
명돈이 물러가자, 옥방 안에는 가슴을 찌르는 슬픔과 차가운 한숨만이 가득 차 올랐다. 대궐 안채에 비단 의자들이 가득했으나, 부인은 차마 똑바로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 침실 차가운 문간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도다. 주위에 있던 시녀들과 늙은 노비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함께 흐느끼니, 부인이 목이 메어 부르짖기를,
“내 고결하고 용맹무쌍했던 낭군, 고려 땅에서 가장 재능 넘치고 명성이 자자했던 내 오지수 대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어치는 광풍 속에 내 하나뿐인 외동아들 태명마저 빼앗기게 생겼구나!
너희 시녀 놈들도 참으로 무심하고 배은망덕하도다! 저 아이가 밤중에 배를 타고 출항한다는 것을 너희가 필시 눈치챘을 터이거늘, 어찌 한 놈도 내 침실로 달려와 나를 깨워 알리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만일 그 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서라도 이 궁궐에 주저앉혔을 것이요, 정 떠나겠다면 차라리 나를 이 자리에서 죽여 묻고 가게 했을 것을!
당장 저 정원의 모든 나무를 돌보는 늙은 돌쇠 영감을 불러오너라. 과거 친정아버님이 내게 주신 신실한 심복이니, 영감을 저 깊은 산속에 은거 중이신 시아버님 라현 옹에게 급히 보내어 이 급보를 전하게 하라. 그리하면 노인께서 눈물로 산을 내려와, 저 불효막심한 구혼자 놈들 앞에 가 가슴을 치며 제 손자의 목숨을 살려달라 간청이라도 해보지 않겠느냐!”
이때 창고를 지키던 늙은 유모 명숙이 앞으로 나와 부인의 무릎을 잡고 통곡하며 아뢰되,
“부인, 내 사랑하는 전하! 설령 전하께서 노하사 날카로운 보검으로 이 늙은이의 목을 베실지라도 내 진실을 고하겠나이다. 실은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도령께서 떠나시기 전 제게 빵과 포도주를 구하시며, 전하께서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신명께 피로써 맹세하게 하셨나이다.
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슬피 우시다 그 고운 피부와 미모가 상하실까 두려워 도령이 효심으로 숨긴 처사이오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제 당장 옥체를 씻으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사 위층 침실로 오르소서. 천왕 상제의 따님이신 지혜낭자에게 지성으로 기도 올리시면, 여신께서 필시 도령을 저 죽음의 칼날에서 구하시고 이 풍요로운 가문을 지켜주실 것이옵니다.”
유모의 절절한 간청에 연로비 부인은 비로소 요동치던 심산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부인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깨끗이 씻은 후 고운 의복으로 갈아입고 시녀들과 함께 높은 다락방으로 올랐도다. 부인은 쟁반에 정결한 보리 알갱이를 담아 제단에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천상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상제의 지칠 줄 모르는 따님이신 지혜낭자여, 이 미천한 계집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일 제 지혜로운 낭군 오지수 왕이 생전에 이 대궐 제단에서 신명께 기름진 소고기와 양고기 허벅지살을 바치며 지성으로 공경했던 그 수많은 날들을 기억하신다면, 지금 강림하사 제 사랑하는 아들 태명의 목숨을 구원해 주소서! 저 무도한 구혼자 놈들의 포악한 손길과 칼날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해 주소서!”
부인이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애원하니, 천상의 여신께서 그 가륵한 축원을 기쁘게 가납하셨도다.
한편 대궐 마당의 사악한 구혼자 놈들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소란을 피우며 호언장담하기를,
“허허, 보아라!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여 구혼했던 저 오만한 여왕이, 이제야 제 아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중 한 명과 혼인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로다!”
저들은 천수의 돌아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헛된 망상을 떠벌리고 있었음이라. 안태우가 무리를 진정시키며 나직이 명령하되,
“동지들이여, 자랑은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 대궐 안채의 시녀들이 들으면 흉계가 탄로 날까 두려우니, 이제 조용히 일어나 가슴속에 합의한 피의 계획을 실행하러 가세나!”
안태우가 무리 중 가장 골격이 장대하고 잔인한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엄선하여 이끌고 음침한 해변으로 내려갔다. 저들은 노문에게서 빼앗은 검은 쾌속선을 깊은 바다에 띄우고, 돛대를 세우며 가죽 끈에 노를 단단히 고정한 후 하얀 돛을 넓게 펼쳤도다. 하인들이 가득 실어온 청동 창검과 무기를 사공들에게 은밀히 나누어 준 후, 저들은 이탁도와 사메 섬 사이에 위치한 작고 바위투성이인 아성도의 외진 항구에 배를 숨겨 매복하고, 오직 저녁이 되어 태명의 배가 지나가기만을 살기 어린 눈으로 기다리며 식사를 들더라.
이때 연로비 부인은 다락방 침상에 누워,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와 슬픔 속에서 음식과 미음(米飮)을 일절 거부한 채 꼬박 밤을 새우고 있었다.
어찌나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뇌했던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깊은 졸음이 부인의 삼혼칠백을 덮쳐 팔다리의 긴장이 풀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빛나는 눈을 지닌 지혜낭자께서 부인의 이 애처로운 처지를 굽어살피시고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리셨도다. 여신은 허공의 안개를 모아, 저 멀리 배래 고을에 사는 우밀의 아내이자 위대한 이건 대감의 딸인 이훤의 형상을 한 생생한 유령(幻影)을 한 분 빚어내셨도다.
여신이 유령을 오지수 장군의 대궐로 날려 보내시니, 유령은 옥방의 단단한 빗장 틈을 연기처럼 스르륵 타고 들어가, 잠든 연로비 부인의 머리맡에 우뚝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 가로되,
“동생 연로비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이토록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있느냐. 천상의 편안하게 사시는 신명들께서는 네가 이토록 눈물을 흘리며 번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느니라. 네 장한 아들 태명은 지금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으니 마음을 놓아라. 그 아이는 천지신명께 단 한 점의 죄과도 저지르지 아니한 올바른 장부니라.”
꿈의 문턱에서 여전히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총명한 연로비 부인이,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대답하여 가로되,
“언니, 언니의 가택은 멀고 먼 곳에 있거늘 어찌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나이까. 언니는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이 수많은 고통을 잊으라 하시나, 내 일찍이 사자처럼 용맹하여 그리스 전역에 명성이 자자했던 숭고한 낭군을 잃지 않았나이까.
하오나 지금은 내 남편보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내 아들 태명이 백배는 더 걱정되나이다! 저 아이가 거친 바다와 이국땅에서 무슨 해를 입을지 두려워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나이다. 지금 대궐 마당에는 저 아이를 증오하는 원수들이 가득하여, 아이가 고향 항구에 닿기도 전에 목을 베어 죽이려고 매복해 있나이다!”
안개와 같은 유령이 동생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위로하여 가로되,
“동생아, 용기를 내어라! 마음의 불안과 공포를 깨끗이 씻어내어라. 저 장한 태명의 곁에는 천하의 대여신 지혜낭자가 늘 그림자처럼 동행하며 길잡이가 되어주고 계시느니라.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이 그분의 가호를 입고자 밤낮으로 피로써 기도하거늘, 그 권능은 실로 우주를 뒤흔들 만큼 막강하시도다. 여신께서 네 지극한 모성애와 슬픔을 가엾게 여기사, 내 자네의 꿈속에 들어가 이 천기를 전하라 명하셨느니라.”
지혜로운 연로비 부인이 꿈속에서 다시 간절히 물어 가로되,
“언니가 정녕 신령의 명을 받고 온 거룩한 사자시라면, 부디 내 불쌍한 남편 오지수 왕의 소식도 들려주소서! 그이가 아직 이 세상의 햇빛을 보며 살아 계시나이까, 혹은 이미 지하 황천의 객이 되셨나이까!”
그러자 유령이 안색을 흐리며 조용히 머리를 저어 가로되,
“그분이 살았는지 혹은 죽었는지는 내 자네에게 확답을 줄 수 없느니라. 본디 천상의 법칙에 바람처럼 실체가 없고 만질 수 없는 천기를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엄히 금지되어 있느니라.”
말을 마친 유령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새벽바람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니, 연로비 부인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도다. 부인은 밤새 꾼 꿈이 실로 도술을 부린 듯 생생하고 영험하여, 짓누르던 가슴의 체증이 씻은 듯 사라지고 마음에 큰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음을 느꼈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매복한 구혼자 무리의 검은 쾌속선은 어두운 파도를 가르며 아성도 바위섬의 흑암 속에 숨어, 오직 소년 태명을 도륙할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탁도의 푸른 바다 위에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가 몰아칠 징조가 실로 첩첩산중이더라.
==제5권 가립선의 섬과 난파당한 오지수==
새벽이 티토노스 신과 함께 잠자리에서 일어나 불멸의 신들과 필멸의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주었다. 신들은 위대한 천둥의 신 상제와 함께 회의를 열었다. 지혜의 여신은 님프 가립선에게 갇혀 있는 오지수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걱정하였다.
「아버지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그녀가 이르되, 「더 이상 왕권이 있는 왕이 친절하거나 온화하거나 옳고 그름을 분별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소서. 모든 왕은 잔인하고 불의해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아버지처럼 온화하게 통치하였으나, 이제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불쌍한 그는 섬에 고립되었고, 가립선는 그를 강제로 자기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이다. 배도 없고, 노도 없고,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을 도와줄 동료도 없나이다. 그의 아들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모래 언덕의 필성와 찬란한 사필성로 갔고, 그들은 그가 돌아오면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구름을 쌓아 올리시는 상제 신께서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시며 대답하시되,
「아, 딸아.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오지수가 와서 구혼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을 네가 계획하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네 모든 지혜를 발휘하여 태명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구혼자들이 실패하여 떠나가게 하라.」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아서서 이르되,
「사랑하는 허명아, 너는 나의 사자다. 여신께 우리의 확고한 뜻을 전하거라.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난을 겪었다. 신이나 인간의 안내자 없이, 그는 임시로 만든 뗏목 위에서 비참하게 이십 일을 표류하다가 비옥한 스케리아에 도착할 것이다. 마법을 행하는 파이아키아인들은 그를 신처럼 대하며, 청동과 금, 그리고 옷가지들을 선물로 주어 고향으로 보내 줄 것이다. 트로이에서 직접 약탈품을 가지고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향의 높은 지붕 아래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허명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바다와 육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황금 샌들을 발에 신고, 사람들의 눈을 원하는 대로 잠들게 하거나 깨우는 마법 지팡이를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신은 온 힘을 다해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피에리아를 어루만진 후, 하늘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마치 물고기를 잡는 갈매기처럼 파도 사이를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짠 바닷물에 날개를 적셨다. 그렇게 허명은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멀리 떨어진 섬에 도착하여 남색 바닷물에서 해안으로 발을 내딛고 여신이 사는 동굴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땋은 머리를 한 가립선이 앉아 있었다. 난로 옆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감귤과 소나무 향기가 섬 전체에 퍼져 있었다. 동굴 안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금으로 만든 북으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동굴 주변에는 오리나무, 포플러, 향기로운 삼나무 등 울창한 숲이 무성하였다. 숲은 날개로 가득하였다. 새들은 그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바다에서 사냥을 하였다. 올빼미, 매, 입을 크게 벌린 갈매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탐스럽게 익은 포도나무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동굴을 감싸고 있었다. 네 개의 샘에서 반짝이는 물이 솟아나와 서로 얽히고설킨 물줄기를 이루었다. 초원에는 셀러리와 제비꽃이 은은하게 피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에 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조차도 기뻐할 만한 광경이었다. 한때 아르고스를 죽였던 불멸의 신 허명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에 감탄하며 멈춰 섰다. 마침내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찬란한 여신 가립선은 그를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불멸의 신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라. 그러나 허명은 오지수를 찾지 못하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해변에 앉아 슬픔과 고통에 잠겨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허무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신성한 가립선은 손님에게 눈부시게 빛나는 의자에 앉으라 권하며 이르되,
「친애하는 친구여, 황금 지팡이의 허명 신이시여,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 아니신데, 무슨 용건이시옵니까. 제 마음은 만일 운명이라면, 제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나이다. 자, 들어오소서. 제가 당신을 환영해 드리겠나이다.」
그러자 여신은 그를 암브로시아가 가득 쌓인 식탁으로 안내하고 붉은 넥타르를 섞어 주었다. 변덕스러운 허명은 배가 부를 때까지 마시고 먹은 후, 그가 온 이유를 설명하되,
「당신은 여신이고 저는 신인데, 어찌하여 제가 여기에 있는지 묻는구나. 자, 말씀드리겠나이다. 상제께서 저에게 오라 명하셨나이다. 저는 오고 싶지 아니하였나이다. 누가 끝없이 펼쳐진 짠 바다를 건너고 싶어 하겠나이까. 신들이 훌륭한 제물을 바치는 인간 마을은 이 근처에 없나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없나이다. 상제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여기에 살고 있다 말씀하셨나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도시와 구 년 동안 싸우다가 십 년째 되는 해에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간 전사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지혜의 여신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바람과 거센 파도를 일으켜 그의 용감한 동료들을 모두 죽였고, 그 자신도 파도에 휩쓸려 이곳에 오게 되었나이다. 상제께서는 그를 즉시 고향으로 보내라 명하셨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는 것이 그의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가족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니라.」
가립선은 몸을 떨며 그에게 주먹을 날리되,
「잔인하고 질투심 많은 신들이여. 너희는 여신이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원한을 품는구나. 편안하게 사는 신들은 분홍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오리온을 데려갔을 때 분노하였고, 황금 옥좌에 앉은 순결한 아르테미스는 부드러운 화살로 그를 공격하여 죽였느니라. 옥수수 머리를 땋은 데메테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아시온과 밭고랑에서 사랑을 나누었느니라. 상제가 이 사실을 알고 번쩍이는 불꽃을 던져 그를 죽일 때까지 말이다. 이제 너희 남신들은 내가 남자와 함께 산다 나에게 화를 내는구나. 내가 구해 준 남자와 말이다. 상제는 그의 배를 꼼짝 못하게 하고 번개로 산산조각 냈느니라. 그의 친구들은 모두 포도주빛 바다에서 죽었느니라. 이 남자만이 뱃머리를 붙잡고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이곳, 내 집으로 왔느니라. 나는 그를 돌보고 사랑하였으며, 그를 시간과 죽음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 맹세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외에는 다른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신은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있나이다. 그러니 상제의 명령이라면 그를 보내소서. 황량한 바다를 건너게 하소서. 저는 배도 없고 노 젓는 사람도 없으니 호위병을 보내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제가 아는 것을 그와 나누고, 그가 무사히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기꺼이 유용한 조언을 해 드리겠나이다.」
상제의 종인 중재자는 이렇게 대답하되,
「그렇다면 지금 보내소서. 상제의 분노를 사지 마소서. 그를 화나게 하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의 분노가 당신을 해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상제의 명령을 받아들인 여신은 오지수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해변에서 그를 발견하였다. 그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그녀가 그를 기쁘게 해 주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밤마다 그녀의 동굴 안에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원하였으나,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아니하였다. 낮에는 오지수가 바위투성이 해변에 앉아 눈물과 슬픔에 잠겨 허탈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가엾은 자여. 제발 슬퍼하지 마시오. 당신의 삶을 헛되이 낭비할 필요는 없소. 이제 당신을 보내 드릴 준비가 되었소. 청동 검으로 나무줄기를 잘라 뗏목을 만들고, 갑판을 덧대어 안개 낀 바다를 건너게 하시오. 내가 물과 포도주, 음식을 제공하여 굶주림을 면하게 해 주고, 옷도 입혀 주겠소. 그리고 하늘의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신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바람도 보내 주겠소. 그들은 나보다 강하니,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될 것이오.」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어 온 오지수는 몸을 떨며 여신에게 말을 쏟아내되,
「여신이시여, 당신은 제 안전한 통행이 아닌 다른 속셈을 품고 계시는군요. 상제의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튼튼한 범선조차도 건너지 못할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심연을 고작 뗏목 하나로 건너라 하시는 것이옵니까. 안 됩니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제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저는 뗏목에 타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신성한 가립선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어루만지며 이르되,
「이런 건방진 녀석이여. 네 말을 보니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구나. 그러나 이 땅과 하늘, 그리고 스틱스 강물에 맹세하건대, 신들이 맹세하기에 가장 강력한 맹세인데, 나는 너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맹세한다.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나 자신을 위해 했을 것처럼 너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나는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 마음은 착하고 선량하며, 너를 불쌍히 여긴다.」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장섰고, 오지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동굴에 도착하였다. 허명이 앉아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오지수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여신은 그에게 인간의 음식과 음료를 주었다. 여신은 신과 같은 모습의 오지수를 마주 보고 앉았고, 여종들은 그녀에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앞에 놓인 귀한 것들을 받아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였다. 여신 여왕은 말을 시작하되,
「상제의 축복을 받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지수여, 자네 계획은 늘 바뀌는군. 그토록 사랑하는 고향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잘 가라. 그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될지 알았다면, 나와 함께 여기에 남아 불멸의 삶을 살았을 터인데. 물론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으나 말이다. 게다가 내 몸이 그녀보다 훨씬 낫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키도 내가 더 크고. 필멸의 존재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불멸의 존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지.」
오지수는 재치 있게 이르되,
「위대한 여신이시여, 저에게 노하지 마소서. 당신 말씀이 맞나이다. 제 아내 연로비는 결코 당신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이다. 그녀는 인간이오나 당신은 불멸하고 영원하시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고, 매일 그날이 오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어떤 신이 포도주처럼 검은 바다에서 저를 쳐죽인다 해도 저는 견뎌 낼 것이옵니다. 이제 저는 고통에 익숙해졌나이다. 바다와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라나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서로를 꼭 껴안고 사랑의 기쁨을 누렸다. 봄날 새벽이 꽃으로 하늘을 물들일 무렵, 그들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오지수는 망토와 튜닉을 입었고, 가립선은 아름다운 은빛 긴 옷을 입었다. 그녀는 허리에 금빛 띠를 두르고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는 그 남자를 위해 여정을 준비하였다. 그녀는 그의 손에 꼭 맞는 도끼를 주었는데, 손잡이는 최고급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졌고, 거대한 청동 날은 양쪽 모두 날카로웠다. 또한 잘 닦인 자귀도 주었다. 그녀는 그를 섬 끝으로 안내하였는데, 그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검은 포플러, 오리나무,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전나무들은 잘 말린 목재로 만든 날렵한 배를 만들기에 적합하였다. 가립선 여신은 그에게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보여 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오지수는 출발하여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는 청동 도끼로 나무줄기 스무 개를 베어 능숙하게 다듬고 곧게 깎았다. 가립선은 송곳을 가져왔고, 그는 모든 판자에 구멍을 뚫고 서로 맞물려 못과 고정 장치로 단단히 고정하였다. 마치 숙련된 사람이 배의 곡선을 따라 뗏목의 폭을 재듯이, 오지수는 뗏목의 폭을 그렇게 넓게 만들었다. 그는 측면 갑판을 촘촘하게 박은 틀에 맞춰 홈을 파고, 늑골을 따라 긴 판자를 고정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안쪽에 돛대를 세우고, 배를 똑바로 조종하기 위해 돛대와 키를 연결하였다. 그는 배에 덤불을 쌓고, 물이 새지 않도록 옆면을 등나무 세공으로 틈을 메웠다. 가립선은 그에게 돛을 만들 천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능숙하게 돛을 만들었다. 그는 버팀대, 돛줄, 돛줄을 묶고 지렛대를 이용하여 배를 바다에 띄웠다. 작업은 나흘이 걸렸고, 닷새째 되는 날 가립선은 그를 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를 씻기고 향 냄새가 나는 옷을 입혔다. 뗏목에는 포도주 한 병, 물 한 병, 그리고 많은 양의 식량을 실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미지근한 바람을 이용하여 그를 배웅하였다.
오지수는 기쁜 마음으로 돛을 펼쳐 바람을 받았고, 능숙하게 키를 조종하였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아니하였다. 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늦게 지는 목동자리, 그리고 사람들이 쟁기자리라고도 부르는 곰자리는 한 자리를 중심으로 돌며 오리온자리를 가리키는데, 오리온자리는 바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일한 별이다. 여신들의 여왕 가립선은 그에게 항해하는 동안 곰자리를 왼쪽에 두라 말하였다. 그는 칠일 열흘 동안 바다를 항해하였고, 열여덟째 날에 안개 낀 바다 너머로 방패처럼 솟아오른 페아키아 땅의 흐릿한 산이 나타났다.
남만인들에게서 돌아오던 중 솔리마 산에 잠시 머물렀던 지진의 신 포세이돈은 멀리서 뗏목을 보았다. 격분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하되,
「이건 말도 안 된다. 내가 없는 동안 신들이 오지수에 대한 계획을 바꾼 모양이구나. 그는 이제 거의 파이아키아에 다다랐는데, 그곳은 지금 그를 묶고 있는 고통의 밧줄에서 벗어나야 할 운명인데. 그러나 나는 그를 더 괴롭혀서, 그가 지칠 때까지 계속 괴롭혀야겠다.」
그는 구름을 모아 삼지창을 움켜쥐고 바다를 휘젓고 온갖 바람을 일으켜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다. 밤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에우루스, 노투스, 폭풍을 일으키는 제피로스와 하늘의 아들 보레아스가 모두 쓰러져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오지수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는 절망에 빠져 외치되,
「또 고통이라니. 어떻게 끝나는 것인가. 여신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구나. 상제가 공기를 휘젓고 있구나. 저 구름들을 보라. 그가 파도를 일으키니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죽음뿐이다. 트로이 평원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을 돕다가 죽은 그리스인들은 정말 운이 좋았구나. 펠레우스의 아들 시신 주위에서 트로이 사람들이 청동 창이 달린 창을 던지던 바로 그날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장례식도 치르고 그리스인들에게 존경도 받았을 터인데. 그러나 이제 이렇게 잔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다니.」
그때 파도가 그를 덮쳐 뗏목이 뒤집혔고, 그는 뗏목에서 떨어졌다. 키는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왔고, 거대한 돌풍이 돛대를 부러뜨렸다. 돛과 돛대는 바다로 떠내려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 가립선이 준 옷이 그를 무겁게 하였다. 마침내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입에서 시큼한 바닷물을 뱉어 냈다. 바닷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고통과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뗏목을 기억해 파도를 헤치고 뗏목을 끌어올리려고 달려들었다. 그는 뗏목 위에 올라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거대한 파도가 뗏목을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마치 북풍에 실려 초원을 가로질러 엉겅퀴가 빽빽하게 자라나듯, 바람은 뗏목을 바다 위로 휩쓸고 지나갔다. 남풍이 뗏목을 내던지고, 북풍이 뗏목을 붙잡고, 동풍이 물러나 서풍이 뗏목을 몰아갔다.
그때, 한때 인간이었고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이제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신들과 함께 숭배받는 카드무스의 딸이자 백색 여신인 이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가 고통받고 길을 잃은 것을 가엾게 여겼다.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갈매기처럼 그녀는 바다에서 솟아올라 뗏목 위에 앉아 이르되,
「가엾은 사람이여. 어째서 분노한 해신이 당신에게 고통의 여정을 안겨 주는가. 그러나 그의 적개심이 당신을 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은 총명해 보인다. 내 말대로 하라. 옷을 벗고 뗏목은 바람에 날려 가게 두어라. 팔만 사용하여 파에아키아로 헤엄쳐 가거라. 운명은 네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정하였다. 자, 내 스카프를 받아 가슴 아래에 묶으렴. 이 불멸의 베일로 너는 죽음이나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그러나 마른 땅에 도착하면 스카프를 풀어 바다로, 육지에서 멀리 던져 버리렴. 그리고 돌아서렴.」
여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갈매기처럼 거센 파도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검은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그토록 많은 위험을 겪었던 영웅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나이다.
「어떤 신이 뗏목을 버리라 하였으나, 신들이 또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아직 그녀를 믿을 수 없다. 그녀가 도망치라 한 땅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렇게 해야겠다. 이 나무 기둥들이 버티는 한,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겠다. 그러나 파도가 내 뗏목을 산산조각 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헤엄쳐야겠지.」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진의 신 포세이돈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파도를 일으켜 그의 머리 위로 솟구치게 한 다음, 그에게 던졌다. 마치 사나운 바람이 마른 밀기울 더미를 휘날리게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듯이, 뗏목의 긴 나무 기둥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널빤지에 올라타 마치 말을 탄 것처럼 배를 타고 나아갔다. 그는 가립선이 준 옷을 벗었으나, 스카프는 가슴에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어 팔을 벌려 헤엄쳤다. 지진의 신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되,
「드디어 고통을 느끼는구나. 하늘의 신 상제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바다를 떠내려가거라. 그러나 그때에도 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멋진 갈기를 가진 말들을 몰아 집이 있는 아이가이 섬으로 향하였다.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은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녀는 다른 모든 바람의 진로를 막고, 멈추라 명령하여 잠들게 하였으나, 빠른 바람의 신 보레아스를 깨워 그의 앞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지수는 파이아키아에 도착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었느니라.
이틀 밤낮으로 그는 파도 위를 표류하였다. 매 순간 죽음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눈부신 새벽빛이 세 번째로 비추자 바람이 멈췄다. 미풍도 없고, 완전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올라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가까이에 해안이 보였다. 마치 아버지가 며칠 동안 병들고 쇠약해져 잔혹한 악령에 시달리다 마침내 신들이 그를 되살려 주었을 때 자녀들이 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오지수 또한 육지를 보았을 때 똑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헤엄쳐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가 귓가에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트림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짠 거품으로 뒤덮였다. 배를 위한 안식처는 없고, 깎아지른 절벽과 암초뿐이었다. 오지수는 심장이 멎을 듯하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떨리는 몸이었으나 결연한 의지로 그는 스스로에게 이르되,
「상제께서 내 희망을 뛰어넘어 내게 육지를 보여 주셨구나. 내가 심연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 잿빛 바다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아니한다. 해안에는 가파른 절벽이 있고, 사방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바위는 깎아지른 듯하고, 바다는 해안 가까이 깊다. 발을 디디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것이다. 기어오르려 하면 파도가 덮쳐 뾰족한 바위에 내동댕이칠 테니, 소용없다. 그러나 내가 더 멀리 헤엄쳐 나가 만이나 후미, 경사진 해변을 찾아다니면 폭풍우가 다시 나를 덮쳐 슬픔에 울부짖으며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 신이 암피트리테가 키우는 것과 같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낼지도 모른다. 나는 포세이돈이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파도가 거세져 그를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내던졌다. 지혜의 여신이 그를 생각해 주지 아니하였더라면 그의 살은 찢어지고 뼈는 부서졌을 것이니라.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고 신음하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매달렸다. 그러나 곧 파도가 다시 밀려와 그를 세차게 때리고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마치 굴에서 끌려나온 문어의 빨판에 조약돌이 잔뜩 달라붙듯이, 그의 강한 손은 바위에 긁혀 살점이 벗겨졌다. 거대한 파도가 다시 그를 덮쳤다. 지혜의 여신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그는 비참하게 너무 일찍 죽었을 것이니라. 그는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에서 올라와 완만한 경사의 해변이나 바다와의 만을 찾아 육지를 향해 헤엄쳐 갔다. 그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어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쳤다. 그곳은 바람을 막아 주는 매끄럽고 돌이 없는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그는 물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되,
「알 수 없는 신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였나이까. 저는 소금기 있는 바다와 포세이돈을 피해 왔나이다. 불멸의 신들조차 지금 저처럼 길을 잃은 인간을 존중하나이다. 저는 온갖 고난을 겪고 당신의 흐르는 강물에 이르렀나이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는 당신의 간청자이옵니다.」
물살이 멈추고 강의 신이 파도를 잠잠하게 하였다. 그는 그를 안전하게 강어귀로 인도하였다. 그의 다리에 쥐가 났다. 바닷물이 그를 부숴 버린 것이니라. 부어오른 몸에서 입과 콧구멍으로 소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숨이 차고 말없이 그곳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끔찍한 피로가 그를 덮쳤다. 겨우 숨을 쉬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여신의 스카프를 벗어 바다로 흐르는 강물에 던져 넣었다. 강한 물살이 스카프를 휩쓸어 내려갔고, 이노의 손이 그것을 건져 올렸다. 그는 땅 위로 기어 올라와 갈대밭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생명을 주는 땅에 입맞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속으로 이르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될까. 이 강가에서 밤새도록 깨어 있으면 잔혹한 서리와 부드러운 이슬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내 생명은 허약함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이 강가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저 비탈길을 올라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빽빽한 덤불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 추위와 피로를 떨쳐 낸다면, 야생 동물들이 나를 발견하고 먹잇감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물가 근처의 개활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가시나무와 올리브나무가 함께 자란 두 그루의 관목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강한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비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잎들은 너무나 빽빽하게 얽혀 자라 있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 잎들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영웅은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는 그 안에 누워 잎들을 더 쌓아 올렸다. 마치 이웃 없는 외딴 농장에서 사는 사람이 불씨를 아끼고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타오르는 횃불을 검은 숯 속에 묻는 것처럼, 오지수는 잎 속에 몸을 숨겼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감게 하여 모든 고통과 피로를 끝낼 수 있도록 잠을 내려 주었느니라.
==제6권 공주와 그녀의 빨래==
오지수는 고난을 겪었느니라. 길고 험난한 여정에 지친 영웅은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무릉도인들에게로 갔다. 이들은 원래 춤의 땅 희리국에 살았으나, 강력한 이웃인 독안거인들이 끊임없이 약탈을 일삼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무릉도의 왕 도화원주가 그들을 멀리 떨어진 도화원으로 데려가 성벽을 쌓고 집과 신전, 그리고 땅을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후 신이 내린 지혜를 가진 알진오가 왕위에 올랐다.
눈빛이 총명한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의 귀환을 돕기 위해 그의 궁전으로 갔다. 그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침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젊은 공주 나우공주가 잠들어 있었다. 문 밖에는 노비 두 명이 나란히 잠들어 있었으니, 모두 은총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적인 소녀들이었다. 빛나는 문은 닫혀 있었으나, 여신은 바람처럼 나우공주의 침실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유명한 뱃사람 디마스의 딸이자 나우공주와 같은 나이의 절친한 친구로 변장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오, 나우공주여. 너무 게으르구나. 네 어머니가 너를 가르쳤어야 했는데. 네 옷은 더러운 더미로 널려 있구나. 곧 결혼할 터인데, 입을 예쁜 드레스도 있어야 하고, 들러리들에게 줄 옷도 있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날이 밝으면 빨래를 해야지. 내가 가서 도와줄 터이니 금방 끝날 것이다. 분명 오래도록 결혼하지 않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네 고향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벌써 너에게 구혼하고 싶어 하거늘. 그러니 새벽에 아버지께 가서 옷과 스카프, 시트를 실을 노새가 끄는 수레를 달라 하렴. 걸어서 가지 말고 수레를 타고 가야 하느니라. 빨래터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느니라.」
여신은 소녀의 눈을 들여다본 후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곳이 신들이 영원히 거하는 곳이라 말하느니라.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지도 아니하고, 비에 젖지도 아니하며, 눈으로 덮이지도 아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산 위에 펼쳐져 있고, 온통 하얀 광채가 감도다. 축복받은 신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느니라.
그때 새벽이 아름다운 옥좌에서 내려와 소녀를 깨웠다. 소녀는 꿈이 생각나서 놀라워하며 예쁜 옷을 입고 홀 안에 있는 부모님께 가서 이야기하였다. 어머니는 난로 옆에 앉아 바다색 실을 잣고 있었고, 하녀들이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백성들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명한 조언자들과 함께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곁에 서서 이르되,
「아버지, 제게 큰 바퀴가 달린 마차를 준비해 주시겠나이까. 제 좋은 옷들을 강가에 가져가 빨래하고 싶사옵니다. 옷이 너무 더러우니이다. 아버지도 중요한 계획을 세우실 때 조언자들을 만나실 때는 깨끗한 옷을 입으셔야 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셔야 하옵니다. 아버지의 다섯 아들들 중 두 명은 결혼하였으나 세 명은 건장한 미혼남이오니, 무도회에 갈 때는 항상 깨끗하게 빨래한 멋진 옷을 입고 싶어 하시나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아버지께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대답하되,
「얘야, 노새든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겠노라. 어서 가거라. 종들이 마차에 짐칸을 달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종들을 불렀고, 종들은 순종하여 마차를 준비하고 바퀴를 점검한 다음, 노새들을 끌어와 멍에를 씌웠다. 소녀는 형형색색의 옷들을 꺼내 수레에 실었고, 어머니는 바구니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담았다. 감람, 치즈, 포도주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염소 가죽에 넣어 보관하였다. 소녀는 수레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목욕 후 쓸 기름이 든 금빛 병을 소녀에게 건네 주었다. 나우공주는 채찍과 고삐를 잡고 채찍을 휘둘렀다. 노새들은 서둘러 가고 싶어 마구를 덜컹거리며 옷과 소녀, 그리고 모든 노비들을 싣고 출발하였다.
그들은 항상 물웅덩이가 가득 찬 아름다운 강에 도착하였다. 강물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아래에서 솟아올라 가장 더러운 빨래도 씻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노새들을 풀어 주고 강가로 몰아 시냇가 옆의 꿀처럼 달콤한 풀을 뜯게 하였다. 소녀들은 수레에서 빨래를 꺼내 빨래터로 가져가 서로 경쟁하듯 발로 밟았다. 더러움이 사라지자 그들은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조약돌을 해변으로 밀어내는 강가에 빨래를 널었다. 그들은 목욕을 하고 감람유를 몸에 발랐다. 그런 다음 강둑에 앉아 음식을 먹고 햇볕에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머리 스카프를 벗고 공놀이를 하러 갔다. 하얀 팔을 가진 공주는 아림 여신처럼 활을 쏘며 그들을 이끌었다. 마치 태기 산과 이만 산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아림처럼, 그녀는 멧돼지와 날렵한 사슴과 함께 달리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아이기스 왕 상제의 시골 딸들은 그녀 주위에서 뛰어놀았고, 레토는 모두가 아름다웠으나 자신의 딸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래서 나우공주는 그들 모두보다 훨씬 돋보였느니라.
그러나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 노새에 멍에를 씌우고 빨래를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지혜의 여신의 눈이 번뜩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예쁜 공주를 보고 페아키아인들의 마을까지 호위를 받아야 하였다. 공주는 노비 소녀에게 공을 던졌으나, 소녀는 공을 잡지 못하였다. 공은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졌고, 소녀들은 모두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생각에 잠기되,
「내가 지금 있는 이 나라는 어떤 곳인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폭력적인가, 아니면 선량하고 친절하며 신을 경외하는가.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험준한 산꼭대기와 강가, 풀이 무성한 초원에 자주 나타나는 산령녀들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사람의 목소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노라.」
오지수는 덤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마치 산사자가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소나 양, 혹은 들사슴을 공격할 때 눈빛이 이글거리듯 빛나고, 굶주림에 못 이겨 튼튼한 양 우리를 헤집고 다니듯, 오지수 역시 발가벗은 몸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들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소금으로 범벅이 된 그의 모습은 끔찍하였다. 소녀들은 겁에 질려 해안가를 따라 이리저리 도망쳤다. 그러나 나우공주는 가만히 서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녀의 다리 떨림을 멈추게 하고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의 무릎을 만져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매력적인 말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옷을 달라 애원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결국 그는 거리를 두고 말로 애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놀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계산된 아첨이었다.
「부인이여, 제발. 당신은 신이시옵니까, 아니면 인간이시옵니까. 만일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여신이시라면, 당신은 상제의 딸 아림처럼 생겼나이다. 키도 크고 아름다우시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땅에 사는 인간이시라면, 당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참으로 행운아옵니다. 세 배로 행운이지요. 활짝 피어나는 새싹이자 무용수들의 우두머리인 당신을 보니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그리고 당신을 지참금과 함께 신부로 맞이하는 남자는 단연코 가장 행운아옵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나이다. 단 한 번도요. 당신을 보면 제 눈이 부시나이다. 저는 전쟁과 고난을 향해 가는 길에 한때 델로스에 갔나이다. 제 군대도 저와 함께 행군하였지요. 아로왕의 제단 옆에 어린 야자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나이다. 저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감탄하였나이다. 그렇게 마법 같은 나무는 본 적이 없었나이다. 부인이여, 당신은 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로잡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껴 당신의 무릎에 손을 대기가 두렵나이다. 그러나 저는 절박하나이다. 저는… 옥기섬에서 이십 일 동안 폭풍우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어제 어떤 신이 저를 바로 이곳으로 데려왔나이다. 아마도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겠지요. 신들이 할 일을 다 하기 전까지는 제 고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부인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신창이가 된 저는 당신께, 당신이 제일 먼저 찾아왔나이다. 이 나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마을을 알려 주시고, 혹시 여기 오실 때 옷을 가져오셨다면 입을 누더기라도 좀 주소서. 신들이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집과 남편,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부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원수는 질투하고 친구는 기뻐하며 큰 명예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하얀 팔을 가진 나우공주가 대답하되,
「이봐요, 나그네여. 당신은 용감하고 영리해 보이시옵니다. 상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아시지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뜻대로 말입니다. 당신의 고난은 그분에게서 온 것이니 감당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 땅에 오셨으니 옷이나 필요한 것은 부족함 없이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이곳 사람들은 무릉도인이라 불리고, 저는 위대한 알진오 왕의 딸이옵니다. 우리 백성의 힘과 권력은 바로 그분께 달려 있나이다.」
그리고는 머리를 땋은 노비들을 부르되,
「얘들아, 잠깐만. 어찌하여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냐. 얘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세상에 태어난 그 어떤 사람도 적개심을 품고 우리 무릉도에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니까. 우리 섬은 외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느니라. 그러나 이 불쌍한 사람은 길을 잃었으니 우리가 돌봐 주어야 하느니라. 모든 외국인과 거지들은 상제의 선물이니, 어떤 친절이든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낯선 사람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주고, 바람을 피해 강가에서 씻겨 주렴.」
그들은 멈춰 서서 알진오의 딸인 공주가 말한 대로 오지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자고 서로 부추겼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옷, 즉 튜닉과 장포를 주고, 금병에 담긴 감람 기름을 주어 강가로 데려가 씻겨 주었다. 오지수는 공손하게 이르되,
「얘들아, 여기서 좀 떨어져서 기다려라. 내가 더러운 등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니라. 꽤 오래되었거늘. 부디 조용히 씻게 해 다오. 예쁜 아가씨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 부끄럽구나. 머리카락도 예쁘고.」
그래서 그들은 물러나서 여주인에게 말하였다. 그런 다음 오지수는 강물로 등과 어깨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머리카락에 붙은 바닷소금을 씻어 냈다. 그러나 그가 깨끗하게 씻고 기름을 듬뿍 바르고, 젊은 미혼 소녀가 준 옷을 입자, 지혜의 여신은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보이게 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자운화처럼 곱슬곱슬하게 자라게 하였다. 마치 지혜의 여신과 해필수가 숙련된 장인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은에 금을 부어 더욱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처럼,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는 바닷가로 가서 앉았다. 그의 잘생김은 눈부셨느니라.
소녀는 깜짝 놀라 단정하게 머리를 손질한 여종들에게 이르되,
「얘들아, 내 말 잘 들어라. 오림산에 사는 신들이 이 남자가 내 신과 같은 백성들과 만나기를 바라셨던 것이 틀림없다. 전에는 가난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하늘에 사는 신 같구나. 나도 이런 남자, 여기 살면서 머물고 싶어 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구나. 자, 얘들아, 이제 이 낯선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라.」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소녀들은 복종하여 오지수에게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오지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마셨다. 그는 거의 굶주린 상태였다. 음식을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때 팔이 하얀 나우공주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그녀는 옷을 접어 수레에 싣고, 노새들에게 멍에를 씌운 다음 수레 안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오지수에게 분명한 지시를 내리되,
「낯선 이여, 준비하시오. 마을로 가셔야 하나이다. 그러면 우리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드리겠나이다. 똑똑해 보이시니 제 말대로 하시오. 들판과 농지를 지나갈 때, 당신은 소녀들과 함께 노새 뒤에서 재빨리 따라오시오. 제가 앞장서겠나이다. 그러면 양쪽에 경치 좋은 항구가 있고, 좁은 문이 있는 높은 성벽에 도착할 것입니다. 문 앞에는 곡선형 배들이 길을 따라 정박해 있는데, 각 배마다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나이다. 만남의 장소는 해신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데, 신전에는 땅속 깊이 박힌 무거운 돌들이 박혀 있나이다. 그곳에서 일꾼들은 배의 장비, 즉 밧줄과 돛을 만들고 노를 다듬나이다. 무릉도 사람들은 활쏘기에는 관심이 없나이다. 그들의 열정은 돛과 노, 그리고 배에 있으며, 그들은 그것으로 어둡고 회색빛 바다를 건너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서 저를 험담할까 봐 걱정이옵니다. 무례한 사람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저 덩치 큰 남자는 누구인가. 저 낯선 사람은 어디서 만났는가. 저 사람이 저 여자의 남편이 될까. 저 여자는 저 남자를 얻었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배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그녀를 꼭 안아 준 것이겠지. 그녀가 다른 곳에서 온 남자를 만났다면 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을 경멸하거든. 비록 많은 귀족 구혼자들이 있으나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나 같으면 결혼 전에 남자들과 너무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규칙을 어긴 여자를 비난하겠지. 그러나 잘 들어 보시오, 나그네여.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 드리겠나이다. 길가에 미루나무 숲이 있나이다. 그곳에는 샘물이 있고 주변에는 초원이 펼쳐져 있지요. 그곳은 지혜의 여신의 땅이옵니다. 아버지가 과수원과 영지를 가지고 계신 곳이지요. 사람 목소리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거기 앉아서 내가 마을에 있는 아버지 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내가 도착하였다고 생각되면, 계속 걸어가서 위대한 아버지, 알진오 왕의 궁전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오.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주 어린아이도 그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 집은 무릉도의 다른 집들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안뜰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 곧장 큰 홀로 가시오. 어머니께서 벽난로 옆에서 불빛을 받으며 놀라운 자주색 양털을 잣고 계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기둥에 기대어 서 계시고, 그 뒤에는 노비들이 서 있지요.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바로 옆에 왕좌에 앉아 신처럼 포도주를 홀짝이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지나쳐 어머니의 무릎에 엎드려 간청하시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잘해 주시고 마음속으로 당신을 좋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집으로,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빛나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재촉하였다. 노새들은 강물을 떠나 발굽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갔다. 그녀는 노비들과 위대한 오지수가 걸어갈 수 있도록 천천히 노새를 몰았다. 해가 지고 있을 때 그들은 지혜의 여신의 유명한 신전인 숲에 도착하였다. 오지수는 그곳에 앉아 곧바로 전능한 상제의 딸에게 기도하되,
「상제의 딸이시여, 불굴의 여왕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땅을 뒤흔드는 신이 저를 파멸시킬 때 당신께서 저를 도우셨다면, 그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 무릉도에서 따뜻하게 맞아 주시옵소서.」
지혜의 여신은 그의 기도를 들었으나, 오지수가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오지수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니라.
==제7권 마법의 왕국==
이에 오지수 장군은 인내심을 가다듬고 자리를 펴고 앉아 하늘에 기도를 올리니라. 그 사이에 튼튼하고 준수한 노새들이 소녀를 실어 마을로 향하니, 소녀는 마침내 아버지 궁궐 문 앞에 이르렀도다. 그의 오라버니들은 마치 불멸의 신선처럼 모여들어 노새의 마구를 벗기고 옷을 안으로 들여놓았으며, 소녀는 제 방으로 들어가니라. 늙은 여종 에우리메두사가 이미 불을 피워 두었는데, 이 여인은 오래전 배를 타고 아페이레에서 끌려온 이였도다. 백성들이 왕을 신처럼 받들어 절하므로 그녀를 왕에게 바쳤으며, 일찍이 어린 나우공주를 돌보던 그가 이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마련하노라.
오지수는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니, 지혜낭자께서 친절히 안개로 그를 감싸 사람들의 무례한 물음으로부터 보호하시니라. 아름다운 도시에 거의 다다르매, 눈빛이 초롱초롱한 지혜낭자가 젊고 미혼인 처녀 모습으로 물항아리를 들고 나와 그를 맞이하니, 그의 앞에 멈춰 섰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아이야, 이 땅을 다스리시는 알진오 대왕의 집까지 나를 인도하여 주겠느냐? 나는 고된 세월을 보내어 먼 곳에서 왔으니, 이방인이요 이 마을과 그 주변에는 아는 이가 없도다.”
여신이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하시되,
“이방인아, 네가 원하는 곳으로 모시리라. 왕은 내 아비 집 근처에 거하시니라. 그러나 조용히 걸으며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묻지 말지어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낯선 이를 달가워하지 아니하나, 스스로는 바다를 건너기를 즐기노라. 해신께서 그들에게 배를 날개처럼, 생각처럼 빠르게 하시었도다.”
여신이 그를 인도하니 그는 그 발걸음을 따르매, 바다를 누비는 무릉도인들은 그가 마을을 지남을 보지 못하였으니, 위대한 여신이자 땋은 머리의 지혜낭자께서 마법의 안개로 그를 보이지 않게 하셨기 때문이라. 그는 배와 항구, 귀족들의 회합 장소와 꼭대기에 말뚝을 박아 세운 높은 성벽을 보고 크게 놀라 탄식하였도다. 과연 놀라운 광경이로다!
마침내 왕의 웅장한 궁전에 이르니, 신성한 지혜낭자가 윙크하며 이르시되,
“이리 오라, 이방인아. 여기가 네가 데려다 달라 한 집이니라. 왕과 왕비는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실 것이니, 겁내지 말고 들어가거라. 용맹한 자는 어떤 모험에서도 성공하는 법이니, 멀리서 온 이라도 마찬가지니라. 먼저 왕비에게 인사하라. 그 이름은 아례희라. 왕과 왕비는 도화원주라는 공통 조상을 두었도다. 에우리메돈은 오래전 거인족의 왕이었으나 오만하고 사악하여 제 백성을 죽이고 스스로도 죽임을 당하였느니라. 그의 막내딸 비려화는 매우 아름다웠고, 해신께서 그와 동침하여 도화원주를 낳으시니 그가 이 무릉도의 왕이 되었도다. 그에게 두 아들이 있어 우리의 왕 알진오와 락선우라. 아로왕께서 락선우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없이 그를 쏘아 죽이시니, 딸 아례희를 남기셨고, 숙부인 알진오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도다. 어떤 여인도 그녀만큼 존경받지 못하니, 왕은 그녀를 공경하고 자녀와 백성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우리는 그녀를 여신처럼 받들어 마을을 지날 때면 손가락질하며 바라보노라. 그녀는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나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분쟁을 해결하니, 만일 그녀가 너를 호의로 여기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이같이 눈빛이 반짝이는 지혜낭자는 그를 떠나 아름다운 도화원을 지나 지칠 줄 모르는 바다를 건너 마라톤과 아테네로 향하여 어륵태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시니라.
오지수는 왕궁에 다가가 청동으로 된 문턱에 서서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스쳐 보내니, 위대한 왕의 궁전은 높고 햇살이나 달빛처럼 빛났도다. 입구에서 침실까지 벽은 온통 청동으로 되어 그 위에 푸른 띠가 둘려 있었고, 금빛 문이 궁전을 지키며, 은 기둥이 문턱에서 솟아나고 상인방은 은이요 손잡이는 금이었도다. 양쪽에는 해필수께서 뛰어난 솜씨로 만드신 은과 금의 개들이 서서 용맹한 알진오 왕의 집을 지키는 불멸의 수호라. 문에서 안쪽 방까지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의자가 놓이고 여인들이 수놓은 부드러운 덮개가 덮여 있어, 무릉도의 귀족 남녀들이 앉아 먹고 마시며 풍족한 삶을 누리니라. 금으로 만든 소년 조각상들이 받침대 위에 서서 손에 불타는 횃불을 들고 밤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홀을 밝히고, 왕의 집에는 쉰 명의 여종이 있어 어떤 이는 맷돌에 노란 곡식을 갈고 어떤 이는 천을 짜며 바스락거리는 미루나무 잎처럼 빠른 손가락으로 실을 잣아 짜인 천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노라. 무릉도 남자들이 배를 띄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듯이, 그곳 여인들은 지혜낭자 여신께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 뛰어난 지성과 기술을 내리시어 직조 솜씨가 탁월하니라.
문 밖 안뜰에는 울타리로 둘린 오천 평 크기의 과수원이 있어 키가 큰 나무들이 과일로 가득하고, 선명한 사과의 빛깔과 배·석류·달콤한 무화과·탐스러운 감람이 주렁주렁 열리니, 겨울이나 여름에도 과일이 떨어지거나 시들지 아니하고 일 년 내내 열매가 자라니라. 서풍이 항상 불어와 과일을 살찌우고 익히니, 배는 익어가고 사과는 사과대로, 포도는 포도대로, 무화과는 무성하게 열리도다. 비옥한 포도밭도 조성되어 따뜻한 쪽 평평한 경사면에서 포도를 햇볕에 말리고, 포도송이를 따서 밟아 으깨면 덜 익은 것은 꽃잎을 떨어뜨리고 익어가는 것은 보라색으로 물드니라. 샘물이 둘 있어 하나는 정원 전체를 흐르고 다른 하나는 안뜰 문턱에서 궁전 쪽으로 솟아나와 사람들이 식수를 긷노라. 이처럼 신들께서 알진오 왕의 집에 아름다운 선물을 내려 주셨도다.
오랜 세월 고난을 견뎌 온 강인한 오지수는 그곳에 서서 놀라움에 휩싸여 바라보다가 재빨리 궁전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라. 무릉도의 위엄 있는 지도자들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허명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술을 올리거늘, 오지수는 지혜낭자께서 만드신 안개로 변장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아례희와 왕에게 다가가 아례희의 무릎을 껴안으니, 순식간에 마법의 안개가 흩어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나매 모두가 놀라 침묵에 잠겼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락선오의 딸 아례희 왕비시여, 나는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었나이다. 왕비님과 왕세자님, 그리고 이곳에서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 간청하오니, 신들께서 왕비님의 삶을 축복하시고 자녀들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내가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족이 너무나 그리워 너무 오래 떠나 있어 가슴이 아프나이다.”
그는 화롯가 재 속에 앉으니 모두가 침묵을 지키다가 예개우가 입을 열었도다. 그는 무릉도의 원로 정치가이자 웅변에 능하고 학식이 풍부한 이로서 돕고자 하여 말하되,
“알진오여, 그대도 알다시피 낯선 이를 화롯가 재 속에 앉혀 두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모두가 그대의 명령을 기다리니, 그를 일으켜 은 의자에 앉히고 포도주를 따르게 하며,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하녀는 창고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야 하리라.”
이에 알진오는 오지수의 손을 잡고 재 속에서 일으켜 세워 가장 아끼는 아들 나도만에게 자리를 비키라 명하고 자신 옆에 앉히니라. 여종이 금 항아리에 물을 담아 손을 씻기고 은그릇에 물을 따르며 윤이 나는 나무 탁자를 가져오고, 천한 노비가 빵과 고기가 가득한 접시를 바치니, 반쯤 굶주리고 기진맥진한 영웅이 먹고 마셨도다.
위엄 있는 알진오 왕이 술꾼 본도수에게 이르되,
“가서 그릇에 술을 섞어 모든 손님에게 따라 주어라. 그리하여 고통받는 자를 축복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술을 바치게 하라.”
소년이 달콤하고 맛있는 술을 섞어 모든 이의 잔에 따르고 먼저 신들에게 올리니, 제물을 바치고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신 후 알진오가 말하되,
“들으소서, 신들이시여. 내 마음이 명하는 바를 들으소서. 잔치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드소서. 새벽이 되면 최고의 병사들을 더 불러 모아 이 낯선 이를 우리 궁전에 모시고 신들에게 훌륭한 제물을 바치리라. 그의 여정을 어떻게 도울지 계획하여 손님이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길에서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집에 도착하게 하리라. 집에 도착하면 태어날 때부터 운명과 무거운 존재들, 곧 방직공들이 정해 놓은 모든 것을 견뎌야 하리니. 그러나 만일 그가 불멸의 존재요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신들께서 방식을 바꾸셨도다. 예전에는 우리가 엄청난 제물을 바치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 가운데 앉아 음식을 먹으셨으며, 우리 중 단 한 사람이 길을 걷다 만나더라도 숨지 아니하셨느니라. 우리는 거인족이나 독안거인족처럼 가까운 친구였도다.”
오지수는 신중히 헤아린 후 아뢰되,
“알진오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주소서. 나는 하늘의 불멸의 신들과 같지 아니하며, 키도 보통이요 사람처럼 보이니라. 고통에 있어서는 그대가 아는 가장 고통받는 이와도 견줄 만하며, 내가 겪은 수많은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신들께서 그리 뜻하셨도다. 그러나 슬픔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허락하여 주소서. 배는 마치 낑낑대는 개와 같아 아무리 피곤하거나 슬픔에 잠겨도 배를 채우라 애원하나이다.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나 배는 항상 먹고 마시라 재촉하여 겪은 고통을 잊고 배를 채우라 하니라. 내일 새벽, 이 모든 고통 끝에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재산과 노비와 집을 바라보며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소서.”
모두가 낯선 이의 말이 일리 있다 여기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동의하니, 신들에게 음료를 바치고 원하는 만큼 마신 후 모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오지수는 연회장에 남아 아례희와 신과 같은 알진오 옆에 앉아 있었으며, 연회 음식은 노비들이 치우고 있었느니라.
하얀 팔을 가진 아례희가 그가 입은 멋진 옷, 자신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짠 장포와 저고리를 알아차리고 말이 날개를 단 듯 전하여 이르되,
“낯선 이여, 내가 먼저 말을 걸겠노라. 어디에서 왔으며, 그 옷은 누가 주었느냐? 바다를 떠내려 왔다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가 신중히 말을 골라 대답하되,
“폐하,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신들께서 내게 너무나 많은 시련을 안겨 주셨기 때문이니이다. 이것만 아뢰겠나이다. 먼 바다에 옥기섬이라는 섬이 있어 그곳에는 태락의 딸이요 매끄러운 땋은 머리의 강력한 여신, 교활한 립선이 살고 있나이다. 그는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상제께서 내 배를 낚아채 밝은 번개와 함께 포도주빛 바다 위로 갈라놓으시매 나는 홀로 그의 집으로 향하였나이다. 동료 용맹한 친구들은 모두 죽었고, 배의 용골을 껴안고 열흘 동안 표류하다가 열 번째 밤 신들께서 나를 데려가 아름답고 강력한 여신 립선의 고향인 옥기섬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그는 나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죽음과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맹세하였으나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곳에서 칠 년을 보내며 그가 신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주었으나 항상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나이다. 마침내 팔 년이 되어 상제 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마음도 바뀌어 나를 튼튼히 묶은 나무 뗏목에 태워 보내되 음식과 달콤한 포도주, 신들이 입을 법한 옷을 갖추어 주고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도 보내 주셨나이다. 나는 십칠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다가 십팔 일째 되는 날 당신 나라의 어두컴컴한 산들이 나타나매 너무나 기뻤으나 더 큰 불행이 닥쳐왔나이다. 해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나를 막고 바다를 휘저으시니 나는 흐느끼며 그곳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못하였나이다. 마침내 뗏목이 거대한 폭풍에 산산조각 났으나 이 깊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 여기까지 왔나이다. 곧바로 상륙하려 하였다면 바위에 부딪혀 다시 떠밀려갔을 것이니, 강어귀에 이를 때까지 헤엄쳐 가니 그곳은 상륙하기에 완벽한 자리처럼 보였나이다. 바람도 막아 주고 잔잔하며 파도도 전혀 없고 바위가 없었나이다. 거기에 털썩 주저앉아 거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력을 회복하려 애쓰다가 빗물로 채워진 강에서 기어 나와 강둑으로 가 덤불 속에 숨고 나뭇잎을 쌓아 덮었나이다. 어떤 신께서 깊은 잠을 내려 주시매 무거운 마음으로 밤새도록, 새벽부터 정오까지 나뭇잎 아래에서 잠을 잤나이다. 오후에 깨어 보니 해변에서 소녀들이 놀고 있었으며, 당신의 따님이 여신처럼 아름답고 그 노비들도 있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처럼 어린 소녀가 그리 분별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하였으니, 젊은이들은 보통 그리 사려 깊지 아니하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여 음식과 포도주를 주고 강에서 나를 씻겨 주며 이 옷도 주었나이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진실을 아뢰었나이다.”
알진오가 이르되,
“내 딸이 한 일 중 딱 하나만 잘못되었도다. 자네가 먼저 딸에게 간청하였으니 딸이 직접 여종들을 데리고 자네를 데려왔어야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조심스레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의 따님은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부디 그를 책망하지 마소서. 따님이 여종들을 데리고 오라 하였으나 나는 너무 부끄럽고 불안하여 왕께서 나를 보시면 불쾌해하실까 걱정하였나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의심하는 경향이 있나이다.”
왕이 대답하되,
“내 마음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타입이 아니니, 절제가 언제나 최선이로다. 지혜낭자·상제·아로왕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로다! 부디 여기에 머물러 내 딸과 결혼하여 내 아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노라. 원한다면 집과 재산을 주리라. 원하지 아니하면 의사에 반하여 이곳에 붙잡아 두지 아니하리니, 상제 신께서 그리 되기를 바라지 아니하시기를! 당신의 여정에 대해서는 내일 출발할 수 있도록 약속하노라. 편안하게 누워 잠들면 잔잔한 바다를 건너 고향이나 원하는 곳 어디든, 심지어 우보도 너머까지도 노를 저어 보내리라. 우리 백성들이 금발의 나달만을 가야의 아들 티우에게 데려다 줄 때 보았던 곳이니,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해안이라 하는데 그날 왕복하였어도 지치지 아니하였도다. 내 배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내 백성들이 노를 저어 바다를 얼마나 잘 가꾸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그 순간, 그토록 많은 고난을 견뎌 낸 오지수는 기뻐하며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시여, 알진오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의 명성이 영원히 땅 위에 빛나게 하시고, 내가 고향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소서.”
이 말을 듣자 백발의 아례희가 시종들에게 현관에 침대를 내놓고 그 위에 고운 자주색 담요를 깔며 덮개와 양털 이불을 덮으라 명하니,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재빨리 침대를 깔끔히 정리한 후 오지수를 불러 이르되,
“손님, 일어나 밖으로 나오소서. 침대가 준비되었나이다.”
오지수는 긴 모험 끝에 누마루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인 침대에서 잠들 수 있어 기뻤도다. 알진오는 아내 옆 방에서 잠들었으며, 아내는 그들의 침대를 정리하고 함께 잠을 잤느니라.
==제8권 시인의 노래==
곧 새벽이 밝아와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위엄 있고 거룩한 알진오 왕은 잠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시를 정복한 오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축복받은 위대한 알진오 왕은 배를 타고 손님을 페아키아 회의장으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왕실 사자처럼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지수의 귀향길을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은 차례로 각 사람 곁에 서서 이르되,
「나리여, 회의 장소로 오셔서 우리 왕궁을 방문한 손님에 대해 알아보십시오. 바다를 떠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멸의 신처럼 보이옵니다.」
이렇게 지혜의 여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웠고, 곧 회의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라에르테스의 영리한 아들을 본 군중은 감탄하였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신비로운 마법을 걸어 주었고,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무릉도인들은 그가 앞으로 치러질 여러 가지 기량 시험을 통과할 때 그를 환영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니라.
사람들이 모이자 알진오는 그들에게 연설을 시작하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족장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 마음의 소명을 너희에게 말하리라. 이방인 한 사람이—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나—서쪽이나 동쪽에서 방황하다가 내 집에 나타났다. 그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간청하고 기도한다. 우리가 전에 다른 손님들을 도왔던 것처럼 그를 도우자. 내 집에 손님을 머물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항상 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배를 띄워 첫 항해를 시작하게 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쉰두 명을 선원으로 뽑아 노를 벤치 옆에 묶어 두자. 그리고 해안으로 돌아와 내 집으로 오너라. 젊은이들은 서둘러 잔치를 준비하라. 내가 풍족하게 음식을 준비하리라. 그리고 너희 영주들도 나와 함께 그를 환영해 주렴. 거절하지 말라. 시인 데모도쿠스도 초대해야 한다. 신의 은총을 받은 자이니 그가 부르는 노래는 무엇이든 듣기 좋을 것이다.」
그가 앞장서서 갔다. 귀족들은 그와 함께 갔고, 하인은 시인을 데려왔다. 왕의 명령대로 정예 젊은이들 쉰두 명은 해안으로 갔다. 그들은 거친 바닷물에 이르러 검은 배를 물에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가죽 끈에 노를 하나씩 묶어 질서정연하게 고정하였다. 흰 돛을 활짝 펼치고 배를 물 위에 정박시켰다. 그런 다음 그들은 왕의 웅장한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홀과 회랑은 노인과 젊은이들로 가득하였다.
알진오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양 열두 마리와 은빛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 여덟 마리, 그리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 두 마리를 잡았다. 그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잔치를 준비하였다. 하인은 뮤즈가 숭배하는 시인을 데려왔다. 뮤즈는 그에게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 두 가지를 주었다. 그의 시력을 빼앗았으나, 아름다운 노래를 주었느니라.
술 장수는 은으로 장식된 의자를 가져와 모든 손님들 가운데 기둥에 기대어 세웠다. 그리고 못에 시인의 리라를 머리 위에 걸어 두고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시종은 시인 옆에 탁자를 차리고 빵 바구니와 와인 한 잔을 놓아 원할 때마다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자 뮤즈는 시인에게 하늘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유명한 일화, 아킬레우스와 오지수의 다툼에 대한 노래를 부르도록 하였다. 화려한 제사 잔치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었는데, 건웅은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기뻐하였다. 건웅이 피토의 신탁소에 가서 입구 돌을 넘어 신탁을 구할 때, 아폴론이 상제의 계략으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에게 고통이 시작될 것이라 예언하였기 때문이니라. 유명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건장한 손으로 무거운 자주색 장포를 집어 얼굴을 가렸다. 그는 자신이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래꾼이 노래를 멈출 때마다 오지수는 눈물을 닦고 장포를 끌어내린 후 신들을 위해 잔에서 포도주를 한 방울 따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릉도의 귀족들은 음유시인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 재촉하였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좋아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음유시인은 다시 노래를 시작하였고, 오지수는 신음하며 장포 아래로 얼굴을 숨겼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알진오만이 그의 눈물을 보고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이르되,
「폐하들이여, 우리는 이미 잔치에 대한 소망과 잔치의 동반자인 리라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켰나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모든 운동 경기를 준비합시다. 그러면 손님이 집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권투, 씨름, 높이뛰기, 달리기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소년이 앞장섰고, 다른 사람들도 뒤따랐다. 소년은 리라를 걸이에서 내려 데모도쿠스의 손을 잡고 경기를 구경하러 나온 군중 속으로 그를 이끌고 나갔다. 그곳에는 아크로네우스, 오키알루스, 엘라트레우스, 나우테우스, 토온, 안키알루스, 에레트메우스, 아나베시네우스, 폰테우스, 프림네우스, 프로레우스, 폴리나우스의 아들이자 테크톤의 손자인 암피알루스, 그리고 나우볼루스의 아들인 에우리아루스 등 많은 젊은 운동선수들이 서 있었다. 에우리아루스는 아레스처럼 파멸의 신으로 불렸다. 그는 외모와 힘에 있어서 나도만 다음으로 무릉도에서 가장 뛰어났다. 위대한 알진오의 세 아들, 나도만, 신과 같은 클리토네우스, 그리고 할리우스가 일어섰다.
먼저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줄을 서서 트랙을 따라 순식간에 질주하여 들판의 먼지를 일으켰다. 클리토네우스는 단연코 단거리 달리기에서 최고였다. 그는 노새가 쟁기질한 밭의 길이만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관중석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잔혹한 레슬링 경기가 이어졌는데, 에우리아루스가 가장 뛰어났다. 암피알루스는 멀리뛰기에서 탁월하였다. 그리고 원반던지기에서는 단연 엘라트레우스가 최고였다. 왕자 나도만은 권투에 뛰어났다. 그들은 모두 경기를 즐겼다.
그들이 이야기를 마치자, 알진오의 아들 나도만이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제 저 낯선 사람에게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야겠소. 체격이 좋고, 다리와 팔, 목이 튼튼하군. 고난을 겪었으나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이는군. 아무리 강했던 사람이라도 바다만큼 사람을 꺾을 수는 없소.」
에우리아루스가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네 말이 맞소. 직접 그에게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소.」
알진오의 고귀한 아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모두 가운데로 일어나 오지수를 부르되,
「이리 오시오. 자, 자네도 우리 경기를 해 보는 게 어떻소. 운동을 할 줄 안다면 말이오. 그럴 것 같소. 한평생 동안 손과 발로 이루어 낸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소. 그러니 걱정은 잊고 한번 해 보시오. 배가 출항하였으니 곧 항해를 시작할 것이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소.」
오지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어찌하여 이런 도전을 하며 나를 조롱하는가. 내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지, 경기에 얽매여 있지 아니하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겪었기에 이제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여기 앉아 당신의 왕과 백성들에게 내 소원을 들어 달라 기도하고 있다.」
에우리아루스는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자네는 운동 경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자네 같은 놈은 잘 안다. 상선 선원들의 선장인 자네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화물과 화물에만 신경 쓰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만 챙긴다. 자네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얼마나 오만한 소리를 하는가.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몸과 마음, 말솜씨를 축복으로 주지 아니한다. 어떤 사람은 허약하나 신의 축복을 받아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말은 침착하고 위엄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그가 마을을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은 신과 같은 외모를 가졌으나 말솜씨는 형편없다. 자네도 마찬가지다. 자네는 겉모습은 훌륭하나, 신조차도 자네의 몸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네의 정신은 불구다. 자네의 터무니없는 말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나는 스포츠와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 아니하다. 젊었을 때는 강한 팔을 믿고 항상 일등이었다. 지금은 고통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나는 전쟁의 고통을 견뎌 냈고, 바다의 위험을 헤쳐 왔다. 그러나 자네는 나에게 도전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고통스럽지만 나는 경쟁하리라.」
그러자 그는 장포를 걸친 채 뛰어올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거대한 원반을 움켜쥐었다. 그는 몸을 돌려 팔을 뒤로 젖혔다가 건장한 손으로 원반을 던졌다. 원반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노 젓기에 능했던 무릉도인들은 원반의 궤적 아래 몸을 숙여 움츠렸다. 원반은 다른 말뚝들을 훨씬 넘어 날아갔다. 지혜의 여신은 그 지점을 표시하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이르되,
「낯선 이여, 눈먼 사람이라도 더듬어 이 표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표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축하해도 좋다. 너희가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였고, 그 누구도 너희만큼 멀리, 더 멀리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오지수는 자신을 지지해 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젊은 무릉도인들에게 이르되,
「이것에 한번 도전해 보시오. 할 수 있다면, 더 멀리, 혹은 똑같이 멀리 또 한 번 던져 보겠소. 당신들이 나를 화나게 하였으니, 어떤 운동이든 해 보겠소. 어서. 권투든, 씨름이든, 달리기든, 누구와든 시합할 수 있소. 다만 나도만만은 예외로 하오. 그는 나의 주인이니. 누가 친구와 싸우겠소. 낯선 땅에서 자신을 환대해 준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자는 무가치하고 어리석은 자이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이오. 그러나 나는 당신들 중 누구와도 시합할 수 있소. 내 실력을 시험해 보시오. 당신들의 실력도 알려 주시오. 나는 어떤 운동에도 약하지 아니하오. 나는 잘 다듬어진 활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소. 많은 동료들이 내 옆에서 화살을 쏘아 올렸으나, 나는 언제나 적군 무리에서 가장 먼저 적을 쏘아 올렸소. 토래성에서 아카이아인들이 활을 쏠 때, 나보다 뛰어난 자는 단 한 명뿐이었소. 필록테테스. 지상에서 빵을 먹고 사는 다른 인간들은 모두 나보다 활 솜씨가 형편없나이다. 그러나 저는 헤라클레스나 에우리토스처럼 신들과 활쏘기 시합을 하려던 초인적인 궁수들과는 경쟁하지 않겠나이다. 아폴론은 그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격노하여 그를 죽였나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죽었고, 고향에서 장수하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다른 이들이 화살로 맞추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 창을 던질 수 있나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여러분 중 누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느냐일 뿐이옵니다. 저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체력이 떨어지고 다리가 약해져서 평소처럼 운동을 할 수 없었나이다.」
군중은 침묵하였으나, 알진오가 이르되,
「각하여, 아주 훌륭한 예의로 당신의 재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망과, 이 경기장에 나와 당신을 조롱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나이다.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 잘 들어 보시오. 집에 돌아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잔치를 벌일 때, 당신의 훌륭한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 조상 대대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모든 업적을 기억하시오. 우리는 씨름이나 권투에는 뛰어나지 아니하나, 달리기에는 빠르고 배를 다루는 데는 최고이옵니다. 우리는 잔치, 리라 연주, 춤, 다양한 옷차림, 따뜻한 목욕과 잠자리를 좋아하나이다. 자, 이제 무릉도 최고의 무용수들이 공연하게 하시오. 손님께서 집에 돌아가셔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항해술, 달리기, 춤과 노래에 얼마나 뛰어난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오. 데모도쿠스에게 줄 리라를 안에서 가져오시오. 어서 가시오.」
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시종이 리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홉 명의 심판을 뽑았다. 그들은 춤을 출 수 있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그 주위에 넓은 원을 만들었다. 시종이 데모도쿠스에게 리라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젊고 잘 훈련된 소년들을 대동하고 원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들은 발을 구르며 신성한 춤을 추었고, 그들의 빠른 다리는 빛났다. 오지수는 그 광경에 경탄하였다.
시인은 리라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왕관을 쓴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에게 품은 사랑에 대한 매혹적인 노래를 불렀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주었고, 해필수의 침대를 더럽혀 둘이 몰래 관계를 맺었다. 태양신은 그 모습을 보고 해필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해필수에게는 쓰디쓴 소식이었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대장간으로 가서 거대한 모루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결코 끊어지거나 풀릴 수 없는 튼튼한 사슬을 두들겼다. 그는 아레스에게 몹시 화가 났다. 덫을 만든 후, 그는 사랑하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기둥 주위에 엉킨 케이블을 감고, 가느다란 거미줄처럼 천장에 매달았다.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신들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 솜씨는 정말 기발하였다. 침대에 덫을 설치한 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문명화된 도시 렘노스로 갔다.
황금 기사 아레스는 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기적을 행하는 해필수가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강력한 아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 아레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내 사랑이여, 우리 함께 잠자리에 들자. 해필수는 마을을 떠났느니라. 이상한 언어를 쓰는 신티아인들을 만나러 렘노스에 갔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와 함께 눕고 싶어 흥분하였고, 둘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해필수가 만든 사슬이 그들을 단단히 묶어 움직일 수도, 일어설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저는 신은 가까이 다가왔다. 렘노스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마음이 괴로워하며 그는 집으로 향하였다. 문간에 서 있던 그는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모든 신들을 부르되,
「오, 아버지 상제여, 그리고 영원히 살아 계시는 모든 축복받은 신들이여, 보십시오. 웃으셔도 좋으나, 참기 힘드나이다. 상제의 딸인 아프로디테가 절름발이인 저를 어떻게 무시하는지 보십시오. 그녀는 파괴적이고 강하고 잘생긴 아레스를 사랑하나이다. 저는 약하나이다. 부모를 탓하나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러나 보십시오, 저 둘이 제 침대에서 연인처럼 자고 있나이다. 저는 그 광경에 소름이 끼치나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이 깊더라도 그들은 더 이상 저렇게 누워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곧 깨어나고 싶어 하겠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제가 딸을 위해 지불한 값을 갚을 때까지 제 덫과 사슬이 그들을 꽉 붙잡아 둘 것이옵니다. 그녀의 눈은 마치 개처럼 저를 쳐다보나이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우나, 자제력이 부족하나이다.」
신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 땅을 흔드는 해신, 도움을 주는 헤르메스, 그리고 아폴론이 있었다. 여신들은 수줍음 때문에 집에 머물렀다. 좋은 것을 주시는 축복받은 신들이 문간에 서 있다가 해필수가 설치한 기발한 함정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바라보며 서로 이르되,
「죄는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느린 자가 빠른 자를 이길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하고 느린 해필수가 자신의 솜씨로 오림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를 잡았으니 말이다. 아레스는 간음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들은 수군거렸다. 그때 상제의 아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이르되,
「내 형제 헤르메스여, 황금빛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녀의 침대에서, 비록 무거운 사슬에 묶여 있더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령 헤르메스가 대답하되,
「아, 활의 신 아폴론 형제여,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세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히 묶여서 당신들 신들과 당신들의 모든 아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라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그러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직 해신만이 웃지 아니하였다. 그는 해필수에게 아레스를 풀어 달라 간청하고 애원하였다. 그는 기적을 행하는 신에게 이르되,
「이제 그를 놓아 주소서. 당신이 부탁하신 대로 그는 신들 사이에서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옵니다.」
유명한 절뚝거리는 신이 대답하되,
「해신이여,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악당들을 풀어 주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레스가 속박과 빚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어찌 당신을 묶을 수 있겠소.」
지진의 신 해신은 그에게 대답하되,
「해필수여, 만일 그가 이 빚을 피하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갚겠소.」
절뚝거리는 신이 이르되,
「그렇다면 당신께 대한 예의로 당신의 부탁대로 하겠소.」
그래서 해필수는 온 힘을 다해 사슬을 풀었다. 두 연인은 속박에서 벗어나 둘 다 뛰어올랐다.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미소를 지으며 키프로스의 파포스 섬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향기로운 제단과 성소가 있었다. 은총의 여신들은 그곳에서 그녀를 씻기고 불멸의 존재들에게 빛을 발하는 마법의 기름을 발라 주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혀 주었다.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느니라.
그것은 시인의 노래였다. 오지수는 즐겁게 듣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알진오는 할리우스에게 나도만과 춤을 추라 하였다. 그들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장인 폴리부스가 만들어 준 자주색 공을 가져갔다. 한 소년은 뛰어올라 공을 구름 위로 던지고, 다른 소년은 발을 땅에서 떼고 뛰어올라 착지하기 전에 공을 쉽게 잡았다. 그들은 공을 똑바로 위로 던지는 연습을 한 후, 비옥한 땅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 가며 춤을 추었다. 들판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소년들은 시끄럽게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었다.
그때 오지수가 이르되,
「많은 백성의 왕이시여, 위대한 군주시여, 당신의 무용수들이 최고라고 자랑하셨는데, 정말 그러하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보니 감탄스럽나이다.」
존경받는 왕은 그 말에 기뻐하였다. 그는 곧바로 백성들에게 이르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영주들, 그리고 귀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낯선 사람은 매우 현명해 보이옵니다. 그러니 주인이 손님을 우호적으로 대접하듯 선물을 줍시다. 우리 백성은 열두 명의 영주가 다스리고 있으며, 내가 열세 번째 영주이옵니다. 우리 각자는 귀한 금 한 파운드와 깨끗하게 세탁한 옷, 튜닉과 장포를 가져오시오. 그것들을 쌓아 올려 손님이 이 모든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식사에 참석하게 하시오. 에우리아루스는 그에게 사과하고, 그의 말이 부적절하였으니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 하옵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고, 각자 대리인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에우리아루스가 이르되,
「위대한 왕 중의 왕이신 알진오 폐하, 폐하의 명령대로 사과하겠나이다. 그리고 은 손잡이와 상아로 조각한 칼집이 있는 이 청동 검을 그에게 선물하겠나이다. 그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알진오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오지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오지수는 말을 쏟아내되,
「환영하나이다, 나리여. 우리 집에 머무르십시오. 혹시라도 무례한 말이 있더라도 바람에 날아가 버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신들이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받으셨으니 말입니다.」
오지수는 이르되,
「친구여, 잘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신들이 당신을 보호하시고, 당신이 제게 주신 이 검을 결코 잊지 않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등에 메었고, 해가 질 무렵 귀한 선물들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노비들은 선물들을 알진오의 집 안으로 옮겼다. 왕자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을 어머니인 왕비 옆에 쌓아 두었다.
알진오 왕은 모두를 집 안으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혔다. 그는 아례희에게 이르되,
「여보, 우리 집에서 가장 좋은 궤짝을 가져와서 그 안에 튜닉과 갓 세탁한 장포를 넣어 두시오. 청동 가마솥을 불 위에 올려 물을 끓여서 손님이 목욕할 수 있도록 하시오. 그런 다음 귀족들이 가져온 귀한 선물들을 보여 주고 연회와 노래를 즐기게 하시오. 나도 선물을 하나 준비하였소. 금으로 만든 화려한 잔인데, 값어치를 하오. 손님이 상제와 다른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때마다 나를 떠올려 주기를 바라오.」
아례희는 하인들에게 빨래할 큰 솥을 빨리 데우라 명령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물을 붓고 장작을 쌓았다. 불길이 솥 주위를 감싸며 물을 데웠다. 아례희는 자기 방에서 궤짝을 가져와 손님에게 줄 선물, 즉 그들이 준 옷과 금을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장포와 튜닉을 넣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르되,
「뚜껑을 잘 지키고 묶어 두시오. 그래야 검은 배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무도 당신을 훔쳐 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상실을 여러 번 겪어 본 오지수는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뚜껑을 닫고 키르케에게서 배운 교묘한 매듭으로 묶었다. 그러자 여종은 곧바로 그를 목욕탕으로 데려가 씻겼다. 그는 따뜻한 물을 보고 기뻐하였다. 곱슬머리 칼리프소의 집을 떠난 이후로 목욕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칼리프소는 그를 마치 신처럼 보살펴 주었다. 여종들은 그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준 다음 튜닉과 고운 양모 장포를 입혀 주었다. 깨끗하게 씻고 난 그는 남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 신처럼 아름다운 나우공주가 궁전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지수를 보고 깜짝 놀라 말을 쏟아내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낯선 이여. 그러나 집에 돌아가시면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은 제게 목숨을 빚지고 있나이다. 제가 먼저 당신을 도왔으니까요.」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나우공주여, 헤라의 남편이자 천둥의 신이신 상제께서 제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공주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그곳에서 영원히 신처럼 당신께 기도하겠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왕 옆에 앉았다. 이제 음식을 차리고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는데, 집사가 존경받는 시인 데모도쿠스를 연회장 중앙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데모도쿠스를 기둥에 기대어 앉혔다. 오지수는 재빨리 생각하여 기름이 듬뿍 붙은 돼지고기를 한 조각 잘랐다. 접시에는 고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집사에게 이르되,
「이 고기를 가져다가 데모도쿠스에게 전해 주어라. 비록 슬프나 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시인들은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느니라. 뮤즈는 그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고, 시인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집사는 데모도쿠스에게 고기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기쁘게 고기를 받았고, 모두들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배를 채우고 마신 후, 여러 계략을 꾸민 영리한 책략가가 이르되,
「데모도쿠스여,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내가 자네를 누구보다 칭찬하노라. 아폴론 신이 자네를 가르쳤거나, 아니면 상제의 딸인 뮤즈가 자네를 가르쳤나 보네. 자네는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겪었는지 마치 그곳에 있었거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게 들은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군. 그러니 에페이우스가 지혜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든 목마 이야기를 노래해 주게. 오지수는 그 목마를 끌어다 성채 안으로 끌고 들어가 병사들을 태워 도시를 약탈하였지. 자네가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면, 자네는 진정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
신이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영감을 준 것이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진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한편, 오지수는 목마 안에 병사들을 태워 토래성 성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토래성 사람들은 그 말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놓고는 어떻게 할지 의논하였다. 어떤 이들은 「칼로 나무를 내리쳐야 한다」 하고 말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더 높이 끌어올려 바위에서 던져 버려야 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신들을 달래기 위해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 말은 전사들로 가득 차 토래성 사람들에게 죽음을 안겨 주었고, 그 말은 토래성의 도시를 파멸로 이끌었다. 시인은 아카이아인들이 그 말에서 쏟아져 나와 골짜기에서 매복 공격을 가해 도시를 약탈하고, 흩어지면서 모든 동네를 파괴하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아레스처럼 오지수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데이포보스의 집을 찾아 달려갔고, 마침내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끔찍한 폭력을 통해 승리하였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눈물을 쏟았다. 그의 뺨은 마치 여인이 남편을 껴안고 통곡하듯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남편은 집과 자식을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 그녀는 남편이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맑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시신 위에 쓰러졌다. 남자들이 바로 뒤따라왔다. 그들은 그녀의 어깨를 창으로 찌르고 그녀를 노비로 끌고 가 고된 노동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하였다. 오지수 또한 그와 같은 절망적인 방식으로 울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알아챈 사람은 바로 옆에 앉아 그의 흐느낌을 들은 알진오뿐이었다. 그는 재빨리 선원들에게 이르되,
「파에아키아의 귀족 여러분, 잘 들으시오. 데모도쿠스는 리라 연주를 멈추고 내려놓아야 하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저녁 식사 시간부터 이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우리의 손님은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었나이다. 그의 마음은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나이다. 노래를 끝내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시오.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옵니다. 이 환송 잔치와 우리가 우정의 표시로 드리는 이 귀한 선물들은 우리의 귀빈인 그를 위한 것이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에 처한 손님을 자기 형제처럼 대할 것이옵니다. 나그네여, 이제 내 질문에 회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대답하시오. 솔직한 것이 가장 좋나이다. 부모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 주셨나이까.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을 어떤 이름으로 알고 있나이까. 부모는 모든 아이에게 태어날 때 이름을 지어 주기 때문에 세상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든 귀족이든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 당신의 민족, 당신의 도시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오. 그래야 우리 배들이 당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수 있나이다. 파에아키아 사람들은 당신의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나이다. 다른 배들처럼 키를 잡는 사람도, 방향타를 잡는 사람도 없소. 우리 배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마을과 비옥한 들판을 알고 있소. 안개와 구름 속에 숨어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르며 나아가지. 배는 손상이나 손실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오. 그러나 언젠가 아버지 도화원주가 해신 신이 우리가 손님들을 바다 건너로 데려다 주는 것을 미워하여 언젠가 우리 배가 돌아오는 길에 난파될 것이고, 거대한 산이 우리 마을을 가릴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소. 신께서 뜻대로 이 일을 이루실지, 아니면 이루지 않으실지는 신의 뜻대로 될 것이오. 자, 이제 당신의 방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시오. 당신이 본 장소, 사람들, 도시들을 묘사해 보시오. 어떤 곳은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손님을 환영하지 아니하였고, 어떤 곳은 신을 존중하며 방문객에게 친절하였소. 그리고 토래성에서 그리스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왜 그렇게 흐느껴 울었는지 설명해 보시오. 신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이 파괴를 계획하고 계산하였나이다. 토래성에서 누군가를 잃으셨나이까. 아내의 집안 사람, 어쩌면 장인이나 장모님일지도 모르나이다. 결혼이라는 인연은 혈연 다음으로 가장 끈끈하나이다. 아니면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아는 친구를 잃으셨을지도 모르나이다. 친구는 형제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나이다.」
==제9권 목동의 동굴에 있는 해적==
이에 교활하고 거짓의 달인 오지수가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신 알진오 폐하, 이처럼 재능 있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니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그의 목소리는 신과 같사옵니다. 온 백성이 연회에 모여 집 안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빵과 고기가 가득 쌓인 식탁에서 술꾼이 잔에 술을 따라 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제게는 이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이로소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 슬픈 이야기를 물으시니,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제 절망을 더욱 깊게 하나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하오며, 어디서 끝내야 하오리까? 신들께서 제게 너무나 많은 슬픔을 안겨 주셨나이다. 먼저 제 이름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리하여야 서로 알아갈 수 있고, 제가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제 먼 고향에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옵니다. 저는 교활한 속임수와 거짓말로 유명하나이다. 제 명성은 하늘에까지 닿으나, 저는 이곳에 살고 있나이다.”
흔들리는 숲 속에 네리톤 산이 숨어 있는 이탁도라. 가까이에는 둘리키움과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그리고 사메 등 다른 섬들이 있도다. 다른 섬들은 모두 새벽을 맞이하나, 나의 이탁도는 멀리 떨어져 어둠을 마주하고 있느니라. 험준한 땅이나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좋은 곳이라. 내 눈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나라는 없도다.
알다시피, 신성한 칼피소는 나를 동굴에 가두고 혼인하려 하였고, 마찬가지로 교활한 키르케도 나를 함정에 빠뜨려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하였도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이에게는 고향과 가족보다 더 달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제 토래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제께서 내게 일으키신 모든 고난을 이야기하리라. 강풍이 나를 항로에서 벗어나 이스마루스의 키코네스족 쪽으로 밀어내었도다. 나는 마을을 약탈하고 남자들을 죽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아내를 취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느니라. 그리고 나서 나는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그 어리석은 자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술을 과음하며 해변을 따라 양과 소를 죽이고 있었느니라.
키코네스족은 본토에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니, 그들은 강하고 수가 많으며 말을 잘 타고 필요하다면 걸어서도 싸울 수 있는 이들이라. 그들은 마치 봄 새벽에 잎사귀와 꽃이 피어나듯 몰려왔도다. 그때 상제 신께서 우리에게 불운을 내리시니, 불쌍한 우리로다! 적군은 배 주위에 모여 청동 칼을 휘두르며 싸웠느니라. 거룩한 아침 햇살이 밝고 강렬할 때,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아 내었으나, 해가 지고 소들이 풀려나는 시간이 되자 키코네스족은 우리 그리스인들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도다. 우리 배에서 잘 무장한 선원 여섯 명이 각각 죽었고, 나머지 육십 명은 살아남아 위험에서 벗어났느니라.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친구들에 대한 슬픔을 안고 출항 준비를 하였도다. 배를 띄우기 전에 우리는 키코네스족의 손에 학살당한 불쌍한 동료들을 세 번씩 큰 소리로 불렀느니라.
구름의 신 상제께서 북풍을 우리 배들을 향해 맹렬한 태풍처럼 몰아쳐 바다와 땅을 안개로 뒤덮으시니, 밤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덮치고 배들은 옆으로 기울어졌도다. 돛은 강풍에 세 번이나 찢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우리는 돛을 내리고 온 힘을 다해 해안을 향해 노를 저었느니라. 우리는 이틀 밤낮을 그곳에서 지쳐 쓰러질 듯 괴로워하며 보냈도다.
밝은 새벽이 세 번째 아침을 가져다주자, 우리는 돛대를 세우고 빛나는 돛을 펼치고 배에 올랐느니라. 바람은 곧장 불고 항해사들은 키를 잡았도다. 나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이나, 말레아 섬을 돌아서자 시속 팔십 도의 해류와 강풍이 나를 키테라 섬에서 칠십 도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었느니라.
아홉 날 동안 나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폭풍우에 휩쓸려 헤매었도다. 열흘째 되는 날, 나는 연꽃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우리는 물을 길어 올리고 선원들은 음식을 준비하였으며, 식사를 하고 배 옆에서 소풍을 즐긴 후,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골라 정찰을 보내어 그 섬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내게 하였도다.
정찰병들은 인간, 곧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정찰병들을 해치지 아니하고 그저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나눠 주었을 뿐이라. 그러나 열매를 먹자 정찰병들은 돌아와 내게 소식을 전할 의욕을 잃었으며, 그곳에 머물며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였도다. 고향을 잊어버린 것이니라. 나는 눈물 흘리는 그들을 끌고 돌아와 텅 빈 배에 억지로 태워 갑판 아래로 밀어 넣고 묶었으며, 충성스러운 다른 남자들에게는 배로 돌아가라고 명하였느니라. 더 이상 아무도 연꽃 열매를 맛보고 목적지를 잊지 않도록 함이로다.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회색빛 물을 노로 저었도다.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여 고결한 독안거인, 곧 독불장군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였느니라. 그들은 신들을 믿었도다. 그들은 씨앗을 심지도 않고 밭을 갈지도 아니하나, 상제의 비 덕분에 보리와 곡식과 포도송이가 모두 무성하게 자라느니라. 그들은 회의도 열지 않고 공통된 법률도 없으며, 높은 산꼭대기의 동굴에서 살면서 각자 아내와 자녀를 위해 법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아니하느니라.
이 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섬이 있는데, 항구에서 비스듬히 물을 건너면 평평하고 숲이 우거진 섬이 있도다. 수많은 염소들이 그곳에 살지만 사람들은 결코 찾아오지 아니하며, 사냥꾼들은 숲을 헤치고 언덕진 봉우리를 오르려 애쓰지 아니하느니라. 양 떼도 없고 밭도 없으며, 그곳은 모두 경작되지 않고 씨를 뿌리지 않았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오직 염소들만이 그곳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느니라.
키클로프 사람들은 붉은 뺨을 가진 배도 없고, 다른 도시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공도 없었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서로를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나, 배만 있었다면 그들은 이 섬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비옥한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니라. 회색빛 해안가에는 물이 풍부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포도나무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며, 쟁기질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어 가을에는 풍성한 작물이 자랄 것이고, 땅속에는 비옥한 자원이 있을 것이로다. 항구는 닻을 내리기에 좋은 곳이라 닻돌이나 밧줄, 케이블도 필요 없을 것이며, 그곳 해안에 정박한 배들은 선원들이 떠나고 싶어 하고 순풍이 불 때까지 안전하게 해변에 정박해 있을 수 있으리라. 항구 입구 근처에서는 백사십 개의 민물이 동굴 아래로 솟구쳐 내려가고, 그 주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느니라.
우리는 그곳으로 항해하였도다. 신들께서 어둠 속에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니, 짙은 안개가 배를 감싸고 하늘의 달은 어둡고 구름에 가려져 섬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우리가 해변까지 노를 저어 갈 때까지는 아무도 육지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볼 수 없었으며, 우리는 모든 돛을 내리고 해안에 상륙하여 잠이 들었도다.
이른 새벽이 장밋빛으로 물들자, 우리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그 섬을 돌아다녔느니라. 위대한 상제 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 우리 선원들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산양들을 쫓아 내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우리는 배에서 창과 활을 가지러 달려가 세 무리로 나뉘어 조준하고 쏘았으며, 어떤 신께서 우리에게 좋은 사냥감을 주셨느니라. 열두 선원 모두 각자 염소 아홉 마리씩을 가지고 있었고, 내 선원들은 열 마리를 가졌도다. 우리는 해질녘까지 그곳에 앉아 고기를 먹고 독한 붉은 술을 마셨으며, 배에 실린 술은 아직 떨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키코네스족의 신성한 요새를 약탈했을 때 우리는 모두 커다란 항아리에 술을 가득 채워 가져왔기 때문이니라.
우리는 좁은 해협 건너편에 있는 키클로픽 섬을 바라보았으며, 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양과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도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누워 잠을 잤느니라.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선원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충성스러운 친구들이여!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 남아 있거라. 나는 배와 선원들을 이끌고 가서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이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침략자인지, 아니면 낯선 사람을 환영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리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배에 올라타 선원들에게 나와 함께 가자고 한 다음 배의 밧줄을 풀었도다. 그들은 재빨리 벤치에 앉아 노를 저어 하얗게 물든 물을 가르며 나아갔으며, 여정은 그리 길지 아니하였느니라.
육지 끝자락, 바닷가 바로 옆에 도착하니 월계수 나무가 드리워진 높은 동굴이 보였도다. 그곳에는 여러 무리의 양과 염소가 살고 있었으며, 동굴 주변에는 돌을 깊게 박아 만든 높은 마당이 있고 키 큰 소나무와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느니라. 그곳에는 거구의 남자가 혼자 양떼를 돌보며 살고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고 홀로 지내며 관습을 알지 못하였도다. 그의 체격은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마치 빵으로 연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드넓은 산봉우리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었느니라.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고, 내가 아끼는 열두 명과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였도다. 나는 이스마루스 산의 그늘진 숲 속에 살던 아로왕 신의 사제, 에우안테스의 아들 마론이 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가 가득 든 염소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갔느니라. 신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를 돕고 그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왔었도다. 그는 나에게 은그릇과 정교하게 세공된 금 일곱 파운드를 선물로 주었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조금 따라내어 나를 위해 열두 개의 항아리에 담아 주었으니, 마치 신이 내린 술과 같았느니라. 노비들은 이 포도주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직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한 명의 하녀만이 알고 있었도다. 그가 이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잔에 한 잔을 따르고 물 이십 잔을 섞으면 그릇에서 놀라운 향기가 피어오르고, 모두가 그 맛을 보고 싶어 하였느니라.
나는 큰 가죽 주머니에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자루에 식량을 챙겼도다. 내 마음속에는 용감하고 거칠며 일반적인 관습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느니라. 우리는 곧 동굴에 도착하였으나 독안거인은 찾지 못하였으니, 그는 양 떼를 치고 있었도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살펴보았느니라. 치즈로 가득 찬 상자들과 나이별로 나뉜 어린 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우리들이 보였으며, 갓 태어난 새끼와 중간 크기, 그리고 갓 젖을 뗀 새끼 양까지 이백이십 마리나 있었도다. 젖을 짜는 데 쓰는 잘 만들어진 그릇과 양동이들은 모두 유청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내 선원들이 “치즈 좀 챙겨서 염소와 어린 양들을 우리에서 빨리 몰아내 우리 배에 싣고 짠 바닷물을 건너 떠나자!”라고 애원하였도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나는 거절하였느니라. 나는 그를 만나 선물을 줄지 기대하였으나, 사실 그는 내 동료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하였도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고 치즈를 먹은 후, 그가 양떼를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동굴 안에서 기다렸느니라.
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와서 불을 피울 나무를 한 짐 가져왔으며, 나무를 시끄럽게 동굴 안으로 던지니 우리는 두려워서 동굴 안쪽으로 몸을 숨겼도다. 그는 암양과 암염소들을 안으로 몰아넣어 젖을 짜게 하였으나, 숫양과 염소들은 바깥 넓은 마당에 남겨 두었느니라. 그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려 동굴 입구를 막았으니, 그 돌은 너무나 거대하고 육중하여 이십이 대의 수레로도 끌어낼 수 없을 정도였도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암양과 암염소의 젖을 짠 다음, 새끼 양들을 어미 양 옆에 놓아 젖을 빨게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갓 짜낸 흰 우유의 절반을 응고시켜 바구니에 담아 따로 두고, 나머지는 양동이에 담아 저녁 식사 때 마시려고 하였도다.
그는 모든 일을 꼼꼼히 마친 후 불을 피우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이르되,
“낯선 자들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 이 깊은 바다를 건너 어디에서 왔는가? 사업차 온 것인가, 아니면 해적처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인가?”
그가 이렇게 말하니, 그의 깊고 우렁찬 목소리와 거대한 체구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되,
“저희는 그리스인이옵니다. 토래성에서 왔나이다. 바람이 저희를 사방으로 휩쓸고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항로에서 벗어나게 하였나이다. 상제 신께서 그렇게 하셨나이다. 저희는 하늘 아래 가장 큰 명성을 떨친 아트레우스의 아들 건웅의 백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나이다. 그는 그 거대한 도시를 함락시키고 많은 사람을 죽였나이다. 이제 저희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관례대로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려 선물을 주시기를 간청하나이다. 부디 신들을 존중해 주소서. 저희는 당신의 간청자이며, 상제께서는 저희 편이시니이다. 그는 방문객과 손님 친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바보이거나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자군. 자네가 나에게 신들을 두려워하라고 하다니! 우리 백성은 큰 홀을 든 상제든 다른 어떤 신이든 하찮게 여기느니라. 우리의 힘은 그들보다 강하니라. 내가 자네나 자네 친구들을 살려 준다고 해도 상제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자네는 그 멋진 배를 타고 멀리 가는 건가,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건가?”
그는 나를 시험하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도다. 나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느니라. 나는 그에게 교묘하게 대답하되,
“땅을 흔드는 해신이 당신 섬의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난파시켰나이다. 그는 우리를 밀어 넣었고, 바람은 우리를 바위에 내동댕이쳤나이다. 우리는 간신히 살아남았나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비도 베풀지 아니하였도다. 높이 뛰어올라 우리 부하들을 향해 손을 뻗어 두 명을 붙잡고 강아지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니, 바닥은 뇌수로 흠뻑 젖었느니라. 그는 그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식사를 준비한 다음, 산의 사자처럼 살점과 내장과 골수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아무것도 남기지 아니하였도다. 이 참상을 지켜보며 우리는 울부짖으며 상제에게 기도하였느니라. 우리는 너무나 무력감을 느꼈도다.
독안거인이 사람의 고기와 섞이지 않은 우유로 거대한 배를 채운 후, 그는 양 떼 사이에 누워 있었느니라. 그때 군인처럼 생각하며, 칼을 뽑아 그에게 다가가 몸통을 찔러 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랬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니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높은 문간에 세워 놓은 거대한 돌을 옮길 만큼 우리는 너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도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까지 그곳에서 비참하게 지냈느니라.
새벽녘에 분홍빛 손가락이 피어나듯 새벽이 밝아오니, 그는 불을 피우고 암양들의 젖을 차례로 짜서 각각 옆에 새끼 양을 한 마리씩 두었도다. 부지런히 일을 마친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잡아먹었으며, 식사를 마친 후 살찐 양 떼를 몰아냈느니라. 그는 마치 화살통 뚜껑을 닫듯이 쉽게 바위를 굴려 내렸으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살찐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도다.
나는 그에게 복수하고 그를 해치고 영광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느니라. 지혜낭자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로다. 나는 계획을 세웠도다. 우리 옆에는 그가 지팡이로 쓰려고 말린 커다란 감람 나무 곤봉이 서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여 우리 눈에는 마치 화물을 가득 싣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스무 개의 노가 달린 검은 화물선의 돛대처럼 보였느니라. 나는 가서 그 나무에서 약 한 패덤 정도를 잘라내어 사람들에게 주고는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옆에 서서 끝을 날카롭게 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단단하게 만들었느니라. 동굴은 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곤봉을 똥 더미 아래에 숨겼도다. 그런 다음 나는 사람들에게 누가 나와 함께 그 말뚝을 들어 올려 그가 달콤한 잠에 빠졌을 때 그의 눈에 꽂을지 제비를 뽑으라고 명령하였느니라. 제비는 내가 선택했을 법한 네 명에게 떨어졌고, 나는 그중 다섯 번째였도다.
저녁이 되자 그는 암수 양 떼를 모두 넓은 동굴 안으로 몰아넣고 바깥 마당에는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아니하였느니라. 아마도 무언가를 의심하였거나, 아니면 신께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셨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돌을 집어 문으로 삼고 앉아서 양과 염소의 젖을 차례로 짜고 새끼들을 젖먹이게 하였도다. 그의 일이 끝나자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저녁 식사로 먹었느니라.
내가 다가가 담쟁이덩굴로 만든 잔에 포도주를 가득 담아 그에게 건네며 이르되,
“여기, 독안거인여! 자네는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니 이제 포도주를 좀 마시고 우리 배에 실린 상품도 맛보게 하네. 자네가 나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를 바라며 거룩한 제물로 가져왔네. 그러나 자네는 누구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분노하고 있네. 우리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였는데 더 많은 손님을 기대하는 건가?”
그는 달콤하고 맛있는 포도주를 받아 마셨으며, 포도주가 마음에 들어 더 달라고 하였도다.
“한 잔 더! 그리고 자네 이름을 말해 보게. 자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손님 대접하겠네. 우리 백성은 포도주가 있네. 상제의 비로 풍족하게 자란 우리 땅에서 포도송이가 자라나네.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음식인 넥타르이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포도주를 한 잔 더 주고, 또 두 잔을 더 주었느니라. 그는 어리석게도 그 포도주를 모두 마셨도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이르되,
“독안거인여, 내 이름을 물었으니 알려 주리라. 그러면 네가 약속한 환대를 베풀어라. 내 이름은 노만이라. 내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나를 노만이라 부르느니라.”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대답하되,
“나는 노만을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라. 먼저 다른 사람들을 먹을 것이니, 그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로다.”
그러자 그는 쓰러져 거대한 목이 비뚤어진 채 그대로 누워 있었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도다. 술에 취해 무거워진 그는 목구멍에서 포도주와 사람의 살덩이를 토해내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창을 숯불에 꽂아 달구면서 부하들에게 이르되,
“용감하게 행동하라!”
나는 그들 중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 않기를 바랐도다. 불길은 곧 푸른빛을 띤 감람 창에 옮겨붙었고, 창은 끔찍하게 타올랐느니라. 나는 재빨리 불길에서 창을 낚아챘으며, 내 부하들은 굳건히 서 있었도다. 마치 신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듯하였느니라. 그들은 끝이 날카로운 감람 창을 집어 그의 눈에 꽂았으며, 나는 그 위에 올라타서 마치 배를 만들 때 나무에 구멍을 뚫듯이 창을 돌렸도다. 아래에서는 작업자들이 양쪽 끝에 끈을 매달아 드릴을 돌리고 있었느니라. 그렇게 창이 빙글빙글 돌아가자, 우리도 불처럼 날카로운 창을 그의 눈에 꽂아 돌렸도다. 그의 피가 말뚝 주위로 쏟아져 나왔고,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눈꺼풀과 눈썹을 지글지글 태우고 눈 뿌리를 태웠느니라. 마치 대장장이가 도끼나 자귀를 얼음물에 담가 단련할 때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쇠가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도다. 그의 눈알도 창에 부딪히며 바스락거렸느니라.
그러자 그는 끔찍하게 울부짖었고, 바위들이 그의 비명 소리에 휩싸였도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느니라. 그는 솟구치는 피로 흠뻑 젖은 눈을 뽑아냈으며,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창을 던져버리고, 주변의 바람 부는 절벽 위 동굴에 사는 독안거인들에게 소리쳤도다.
그들은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 가까이에 서서 외치되,
“폴리페무스! 무슨 일이냐? 심하게 다쳤느냐? 왜 거룩한 밤에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느냐? 누군가 네 가축을 훔치거나, 속임수나 폭력으로 너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동굴 안에서 힘센 폴리페무스가 대답하되,
“친구들이여! 아무도 나를 폭력이 아니라 속임수로 죽이려 하고 있느니라.”
그들의 말이 그에게 되돌아왔도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았다면, 너는 완전히 혼자로다. 위대한 상제께서 너를 병들게 하셨으니, 어쩔 수 없느니라. 위대한 해신 신이시여, 당신의 아버지께 기도하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떠났고, 나는 내 이름, 곧 ‘아무도’라는 계략이 그를 어떻게 속였는지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도다.
독안거인은 고통에 신음하며 힘겹게 더듬어 문돌을 빼내고는 양 떼와 함께 나가는 자를 잡으려고 팔을 뻗은 채 입구에 앉았느니라. 아마 그는 내가 완전히 바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전략을 짜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나와 내 부하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이로다. 나는 온갖 계략과 교활한 계략을 꾸몄느니라. 위험이 코앞에 닥쳤고, 생사가 달린 문제였도다.
내가 생각해 낸 최고의 생각은 이것이었느니라. 털이 두껍고 잘 익은, 보라색처럼 검은 숫양들이 있었으며, 모두 크고 훌륭한 동물들이었도다. 그래서 나는 독안거인이 침대로 쓰던 밧줄로 그 숫양들을 조용히 묶었느니라. 나는 숫양들을 세 마리씩 묶어 가운데 양 아래에 한 명씩, 양쪽에 한 명씩 사람을 세워 내 부하들을 구해 내었도다. 무리 중에서 가장 늠름한 숫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녀석의 등을 붙잡고 털북숭이 배 아래에 몸을 웅크린 채 털에 매달렸느니라. 의지의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었으며, 우리는 비참하게 날이 밝기를 기다렸도다.
이른 새벽, 장밋빛으로 물든 손길이 모습을 드러내자 숫양들은 모두 풀을 뜯어 먹고 싶어 뛰어올랐느니라. 암양들은 젖을 짜지 못해 젖통이 터질 듯이 가득 찬 채 우리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도다. 주인은 몸이 약해지고 고통에 지쳐 있었으나, 숫양들을 줄 세우면서 각각의 등을 더듬어 보았느니라. 그러나 털북숭이 배 아래에 묶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였도다. 마지막으로 덩치가 큰 숫양이 털과 나, 곧 영리한 사기꾼을 매달고 밖으로 나왔느니라.
힘센 폴리페무스는 그 숫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묻되,
“사랑스러운 숫양아, 오늘은 왜 동굴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거냐? 평소에는 이렇게 느리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어린 양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여린 꽃을 뜯어 먹고, 초원을 뛰어다니고,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가장 먼저 양 우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지. 그러나 이제 너는 가장 마지막이 되었구나. 주인님의 눈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구나. 그 사악한 놈이, 그의 비열한 부하들을 동원해 나를 술에 취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하였느니라. 노먼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나처럼 말할 수만 있다면, 나를 두려워하며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러면 내가 그놈의 머리를 바위에 내리쳐 동굴 곳곳에 흩뿌려 그 못된 노먼이 가져온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숫양을 밖으로 밀어내었도다. 우리는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말을 타고 갔으며, 나는 먼저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나서 부하들의 밧줄도 풀었느니라. 우리는 주인님의 살찐 가축들을 훔쳐 달아났고, 배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았도다.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은 친구들인 우리를 보고 기뻐하였으나,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울었느니라. 나는 그들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명령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섭게 노려보았도다. 나는 그들에게 양털 뭉치를 배에 싣고 배를 저어 바닷물 속으로 나가라고 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하얗게 바싹 마른 바다에 노를 저었도다.
내가 고함 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갔을 때, 나는 뒤돌아 야유를 퍼부었느니라.
“이봐, 독안거인! 바보여! 네 동굴에 갇힌 선원들은 불쌍하고 약한 자들의 것이 아니었어. 자업자득이지! 네 손님을 잡아먹다니 부끄러움도 없구나! 상제와 다른 신들이 네게 벌을 내리는 것이로다.”
내 조롱에 그는 더욱 화가 났도다. 그는 언덕에서 바위를 뽑아 우리에게 던졌으며, 바위는 우리 배의 어두운 뱃머리 바로 앞에 떨어져 키를 잡는 노 끝을 거의 부숴 버릴 뻔하였느니라. 돌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파도가 밀려왔으며, 갑자기 밀려오는 물살이 배를 육지 쪽으로 밀어내고 부풀어 오른 물은 우리를 함께 밀어내었도다. 나는 길고 큰 장대를 잡고 배를 밀어내었으며, 부하들에게 “목숨을 구하려면 빨리 노를 저어라!”라고 소리치며 고개를 끄덕여 재촉하였느니라. 그들은 몸을 굽혀 노를 젓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바다를 두 배나 더 건너갔도다. 그때 나는 다시 그를 불렀느니라.
내 선원들은 내게 그만하라고 애원하며 간청하되,
“제발! 진정하소서!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이 야만인을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그가 돌을 던져 우리 배를 육지로 밀어냈지 않사옵니까. 우리는 죽을 뻔하였나이다. 만약 그가 우리 말을 들었다면, 날카로운 돌을 던져 우리 머리와 나무 배를 부숴 버렸을 것이옵니다. 그는 정말 세게 던지옵니다!”
그러나 내 냉혹한 마음은 설득되지 아니하였도다. 나는 여전히 분노에 차서 다시 소리치되,
“독안거인! 만일 어떤 필멸자가 당신의 눈이 어떻게 잘리고 멀어졌는지 묻는다면, 이탁도에 사는 도시 약탈자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 당신의 시력을 잃게 하였다고 말하십시오!”
그는 신음하며 말하되,
“예언이로다!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우리 백성 가운데 에우리모스의 아들 텔레무스라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살았는데, 그는 우리에게 점을 치며 여생을 보냈느니라. 그는 오지수의 손길이 내 눈을 멀게 할 거라고 예언하였도다. 나는 늘 키 크고 잘생긴, 힘과 용기를 가진 남자가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이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하였구나. 술에 취해 나를 홀린 것이로다. 자, 오지수, 어서 오시오. 내가 선물을 드리고 해신 신께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리라. 나는 그의 아들이요, 신은 나를 아버지로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시느니라. 그가 원한다면 나를 고쳐 줄 것이나, 다른 누구도, 신도 인간도 그를 고칠 수 없느니라.”
그가 이 말을 하자 나는 그에게 대답하되,
“내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 지하 세계인 염라국의 집으로 보내 버릴 수만 있다면, 지진의 신조차도 당신을 고쳐 줄 수 없을 것이로다.”
그러나 그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기도하되,
“들으소서, 대지를 흔드는 푸른 머리의 해신 신이시여, 저를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시고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소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소서. 만약 그가 가족을 만나게 된다면, 늦게, 명예도 없이, 고통 속에, 배도 없이,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그리고 그의 집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하소서.”
푸른 해신은 아들의 기도를 들어 주었도다. 폴리페무스는 이전보다 훨씬 큰 바위를 들어 올려 휘두른 다음, 엄청난 힘으로 던졌느니라. 그 작은 공은 우리 키 바로 옆에 떨어져 바다에 첨벙 떨어졌으며,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배를 밀어 반대편 해안으로 향하게 하였도다.
우리는 배가 정박해 있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선원들은 울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내린 다음, 독안거인에게서 훔쳐 온 양들을 배의 선창에서 꺼내 공평하게 나누어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주었느니라. 그런데 양 떼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 선원들은 독안거인이 가장 아끼는 숫양을 나에게만 주었도다. 나는 해변에서 그 숫양을 도살하여 어둠의 구름의 신이자 온 세상의 주인인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에게 바쳤으며, 허벅지를 불태웠느니라. 그러나 신은 내 제물을 외면하고 내 모든 배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파멸시키려 하셨도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를 먹고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느니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서 잠이 들었도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깨워 배에 올라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느니라. 그들은 재빨리 복종하여 모두 질서정연하게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도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항해를 계속하였느니라.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친구들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도다.
==제10권 바람과 마녀==
「우리는 불멸의 신들이 모두 사랑하는 아이올로스의 떠다니는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섬 주변의 가파른 절벽에는 난공불락의 단단한 청동 성벽이 뻗어 있었나이다. 그의 궁전에는 열두 명의 자녀가 살고 있었으니, 건장한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이었나이다. 그는 형제자매끼리 결혼을 주선하였나이다. 그들은 부모와 함께 항상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잔치는 끝이 없었나이다. 낮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궁궐은 소리로 가득하였나이다. 밤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담요가 쌓인 밧줄 침대에서 잠을 청하였나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요새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환영하고 한 달 동안 머물게 해 주었으며, 토래성과 아르고스 배들,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소식을 물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나를 보내 달라 말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나를 돕기로 하고 소가죽 자루를 주면서 그 안에 거센 바람을 묶어 두었나이다. 크로노스의 아들인 상제는 그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였나이다.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는 마음대로 바람을 멈추거나 일으킬 수 있었나이다. 그는 빛나는 은실로 자루를 내 곡선형 배에 단단히 묶어 아무리 작은 바람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였고, 제피로스 신에게 바람을 불어 우리 배와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다 달라 부탁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아니하였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었나이다.
아홉 밤낮으로 항해한 끝에 열흘째 되는 날, 고향 땅이 눈앞에 나타났나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였나이다. 나는 지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나이다. 내가 키를 잡고 있으면 더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내가 잠든 사이에 선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나이다. 위대한 아이올로스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는 것이었나이다. 은과 금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나이다. 각자 옆 사람을 쳐다보며 불평하였나이다.
『우리가 항해하는 곳마다 모두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군. 게다가 토래성을 약탈해서 가져온 전리품도 가지고 있잖아. 우리는 그와 함께 항해하였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이제 아이올로스가 이런 친절한 선물을 주다니.』
그에게 말하였나이다.
『서둘러라, 자루를 열어 얼마나 있는지, 은이 얼마나 있는지, 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끔찍한 생각이 그들을 사로잡았나이다. 그들은 그대로 하였나이다. 자루를 열자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나이다. 갑작스러운 파도가 우리를 덮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나이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고, 저는 잠에서 깨어나 배에서 뛰어내려 익사할지, 아니면 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살아남을지 고민하였나이다. 저는 참고 얼굴을 가리고 갑판에 누웠나이다. 폭풍우가 몰아쳐 배들을 다시 위대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들은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항아리에 물을 채웠고, 남자들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나이다.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노비 한 명과 선원 한 명을 데리고 아이올로스를 만나러 갔나이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나이다. 우리는 들어가 문설주 옆에 앉았나이다. 그들은 깜짝 놀라 물었나이다.
『어찌하여 왔느냐. 또 왔느냐. 운이 나빴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는 분명히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고, 당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에 도착하도록 하려 하였느니라.』
나는 슬프게 대답하였나이다.
『제 부하들과, 우리를 망쳐 놓은 고집스러운 잠을 탓하십시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당신들은 모든 것을 바로잡을 힘이 있나이다.』
나는 이 말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를 바랐으나, 그들은 침묵하였나이다. 그때 아버지가 소리쳤나이다.
『나가라. 이 역겨운 놈아, 내 섬에서 나가라. 당장. 신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는 사람을 내가 데려다 주는 것은 옳지 아니하다. 이 저주받은 놈아, 감히 여기에 오다니. 나가라.』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궁전에서 쫓아냈나이다. 우리는 낙담한 채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선원들은 노 젓는 고통에 지쳐 갔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순풍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밤낮으로 노를 저었고, 이레째 되는 날, 우리는 라에스트리고니아, 즉 절벽 위의 텔레필루스 마을에 도착하였나이다. 라모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은 나가는 다른 목동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나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소를 몰고 흰 양을 방목하며 두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나이다. 낮과 밤의 길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유명한 항구에 도착하였나이다. 양쪽으로 해안선이 튀어나와 거의 만나 좁은 입구를 이루고 있었나이다. 그곳에는 파도가 전혀 치지 아니하였나이다. 작은 파도조차도 없었나이다. 온통 하얀 고요함뿐이었나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배를 항구 안에 빽빽하게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유일하게 배를 항구 밖에 정박하기로 하였나이다. 멀리 떨어진 바위에 밧줄을 묶고 배에서 내려 바위를 기어올라 정찰하였나이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외에는 소나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뽑아 이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빵을 먹는지 알아보라 보냈나이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산에서 나무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다니는 매끄러운 길을 따라 걸었나이다. 그들은 도시로 향하였나이다. 마을 앞에서 물을 긷고 있던 한 소녀를 만났나이다. 소녀는 마을 전체의 수원지인 아르타키 샘으로 가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라이스트리고니아 왕 안티파테스의 건장한 딸이었나이다. 그들은 소녀에게 왕과 백성들에 대해 물었나이다. 소녀는 곧바로 그들을 아버지의 높은 지붕의 궁전으로 데려갔나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산처럼 큰 여자가 있었나이다. 그들은 경악하고 충격을 받았나이다. 거인은 즉시 남편인 왕을 회의장에서 불러냈나이다. 왕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하였고, 한 명을 붙잡아 잡아먹었나이다. 나머지 두 명은 배로 도망쳤나이다.
왕의 외침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나이다. 그 소리를 듣고 거대한 라에스트리고니아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거인이었나이다. 그들은 사람이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바위를 절벽에서 우리에게 던졌나이다. 배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 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나이다. 그들은 마치 물고기를 잡듯이 사람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나이다. 끔찍한 만찬이었나이다.
그들이 항구 안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동안, 나는 칼을 뽑아 검은 뺨을 가진 내 배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나이다.
『위험에서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도망쳐라.』
그들은 죽음이 두려워 두 배로 노를 저었나이다. 내 배는 운 좋게도 깎아지른 절벽 너머 바다에 도달하였나이다. 만에 갇힌 나머지 배들은 모두 전멸하였나이다. 우리는 슬픔에 잠겨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으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나이다.
우리는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의 고향인 아이아이아에 도착하였나이다. 키르케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며, 파멸을 꿈꾸는 아이테스의 누이였나이다. 그 둘은 필멸의 존재들을 비추는 태양과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의 자식이었나이다. 어떤 신의 인도를 받아 우리는 조용히 항구로 표류하여 배를 정박하였나이다. 이틀 밤낮으로 우리는 지쳐 쓰러질 듯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나이다.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창과 날카로운 칼을 들고 배에서 내려 높은 곳으로 달려가 인간의 흔적을 찾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나이다. 바위 위로 올라가 보니 키르케의 궁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나이다. 땅에서 숲과 덤불 사이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나이다. 연기를 보았으니 내려가서 조사해 봐야 할지 고민하였나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변과 배로 돌아가 부하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정찰을 나가기로 하였나이다.
배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떤 신이 외로운 나를 불쌍히 여겨 크고 뿔이 우뚝 솟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를 내 앞길에 보내 주었나이다. 그 사슴은 숲에서 내려와 강물을 마시러 왔는데, 날씨가 매우 더웠나이다. 나는 그 사슴의 등 한가운데를 찔렀나이다. 내 청동 창이 그를 꿰뚫었나이다. 사슴은 신음하며 흙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영혼은 떠나갔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밟고 청동 창을 뽑아 땅에 버려 둔 채, 나뭇가지와 끈을 꺾어 한 패덤 길이의 밧줄을 만들어 꼼꼼하게 매듭지어 그 거대한 동물의 발굽을 묶었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등에 메고 어두운 배로 내려갔나이다. 사슴이 너무 커서 한쪽 어깨에 짊어질 수 없었기에, 나는 창을 짚고 내려갔나이다. 나는 그를 배 앞에 내려놓고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넸나이다.
『친구들이여. 비록 슬프나, 우리는 운명의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자, 배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으니 굶지 말자. 이제 먹을 시간이다.』
그들은 재빨리 내 말에 따랐고, 얼굴에서 장포를 내렸나이다. 그리고 해변에 누워 있는 커다란 사슴을 보고 놀라워하였나이다. 정말 거대하였나이다. 그들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씻고 훌륭한 식사를 준비하였나이다. 그렇게 우리는 해 질 때까지 풍성한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새벽의 손가락처럼 장미꽃이 다시 피어났나이다. 나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친구들이여, 슬픔에 잠겨 있더라도 내 말을 들어라. 우리는 어둠이 어디에 있는지, 새벽이 어디에 있는지,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땅속으로 어디로 사라지는지, 어디에서 다시 떠오르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처한 곤경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는 바위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땅은 낮다. 나는 숲과 빽빽한 덤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가라앉았나이다. 그들은 모두 라이스트리고니아인들과 그들의 왕 안티파테스에게 일어났던 일, 그리고 거대한 독안거인이 사람들을 잡아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들은 통곡하며 눈물을 쏟아냈나이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은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두 무리로 나누었나이다. 나는 한 무리를 이끌고, 신과 같은 에우리로코스에게 다른 무리를 이끌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청동 투구에 제비를 뽑았는데, 에우리로코스의 제비가 나왔나이다. 그래서 그는 스물두 명의 부하들과 함께 울면서 떠났나이다. 나와 함께 남은 사람들도 울고 있었나이다.
숲속 공터 안에서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로 높은 기초 위에 지어진 키르케의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집 주위에는 키르케가 약물로 길들인 산늑대와 사자들이 있었나이다. 동물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친근하게 모여들었나이다. 마치 주인이 저녁 식사 후 간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개들이 주인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긴 꼬리를 흔들며 다정하게 다가왔나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무시무시한 늑대와 사자들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나이다. 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나이다.
그들은 집 밖에 서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신 키르케였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베를 짜고 있었는데, 마치 여신이 빚어내는 듯한 정교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나이다. 그러자 나의 가장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동료들의 지도자인 폴리테스가 이르되,
『친구들아, 저 안에서 누군가 거대한 베틀에서 직물을 짜고 노래를 부르는데, 바닥이 울려 퍼질 정도이다. 아마 여자이거나 여신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불러오자.』
그들은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즉시 와서 빛나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들였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만은 속임수를 의심하여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의자에 앉히고 보리, 치즈, 황금 꿀을 프람니아 포도주와 섞어 물약을 만들었나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향을 완전히 잊게 하는 강력한 약을 넣었나이다. 그들은 그 혼합물을 마셨나이다. 그런 다음 그녀는 마법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쳐 돼지우리에 가두었나이다. 그들은 몸과 목소리, 머리카락이 돼지로 변하였으나, 정신은 그대로였나이다. 그들은 감금되자 비명을 질렀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돼지들이 진흙탕에서 파헤치며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와 산딸기를 던져 주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우리 검은 배로 달려와 친구들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는 말을 하려 하였으나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하였나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찢어지는 듯하였나이다. 놀라서 우리는 모두 그에게 물었나이다. 마침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였나이다.
『오지수여, 당신의 명령대로 우리는 숲 속으로 들어갔나이다. 숲속 공터에서 우리는 윤이 나는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높은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인인지 여신인지 모를 누군가가 베틀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나이다. 제 친구들이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초대하였나이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들은 그녀를 따라 들어갔나이다. 그러나 저는 무슨 속임수일까 두려워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때 갑자기 그들은 모두 사라졌나이다. 나는 잠시 그곳에 앉아 지켜보고 기다렸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은장검을 등에 메고 활을 집어 들고 그에게 이르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시오.』
그는 내 무릎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나이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보내지 마시오. 여기 있게 해 주소서. 당신은 그들을 데려올 수 없고, 그렇게 하려다가는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옵니다. 서둘러 주소서, 이 사람들과 함께 탈출해야 하나이다. 우리에게는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나이다.』
나는 이르되,
『당신은 배 옆에서 먹고 마시며 지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야 하나이다. 저는 이 일을 해야만 하나이다.』
나는 배와 해안을 떠나 신성한 숲길을 가로질러 걸어 올라갔나이다. 마녀 키르케의 큰 저택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나이다. 그는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하는 가장 귀여운 사춘기 소년 같았나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이르되,
『어찌하여 혼자 이 언덕을 넘었느냐. 불쌍한 자여, 자네는 이곳을 알지 못하는군. 자네 부하들은 키르케의 집에서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혔네. 자네가 그들을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하려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네도 그들과 함께 여기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네. 자, 키르케의 집에 들어갈 때 자네를 지켜 줄 해독제를 받아 가게. 이제 내가 키르케의 모든 치명적인 주문과 계략을 알려 주겠네. 그녀는 자네에게 독이 섞인 물약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자네는 내가 준 약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법은 자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긴 지팡이로 자네를 공격하면, 날카롭게 갈린 검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이 달려들게. 그녀는 자네를 두려워하며 자네에게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라 할 것이다. 그녀에게 저항하지 말게.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자네는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신들을 걸고 맹세하라 전하게. 다시는 너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옷을 벗고 있을 때 그녀가 너를 해쳐 남자를 무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밝고 변덕스러운 신은 땅에서 식물 하나를 뽑아 내게 보여 주었나이다. 뿌리는 검은색이고 꽃은 우유처럼 하얬나이다. 신들은 이 식물을 몰리라고 불렀나이다. 필멸의 인간은 이 식물을 캐내기 어려우나, 신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나이다. 그런 다음 헤르메스는 숲이 우거진 섬을 지나 높은 오림산으로 날아갔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집으로 들어갔나이다. 걸어가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나이다. 나는 문간에 서서 그녀를 보았나이다. 땋은 머리를 한 아름다운 키르케였다. 내가 부르자 그녀는 듣고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였나이다. 나는 초조하게 그녀를 따라갔나이다. 그녀는 나를 발판이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은장식 의자로 안내하였나이다. 그녀는 금잔에 나를 위해 음료를 섞고 약을 넣었나이다. 그녀는 나에게 해를 끼치기를 바랐나이다. 나는 그것을 마셨으나 마법은 통하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내리치며 이르되,
『이제 가거라. 돼지우리로 나가서 네 부하들과 함께 누워라.』
그러나 나는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칼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달려들었나이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피하였고, 내 무릎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물었나이다.
『당신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의 도시는 어디이옵니까. 당신의 부모는 누구이옵니까. 내 물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나이다. 다른 어떤 남자도 그것을 마시고 마법의 유혹을 견뎌 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다르나이다. 당신의 마음은 마법에 걸리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틀림없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오지수일 것이옵니다. 황금 지팡이를 든 밝게 빛나는 헤르메스가 당신이 빠른 배를 타고 토래성에서 이곳으로 항해해 올 것이라 여러 번 말해 주었나이다. 이제 칼을 칼집에 넣고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시오.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키르케여, 내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놓고, 나를 유혹해서 잠자리에 들자 한 다음, 내 용기와 남성성을 빼앗으려 하다니, 어찌 내게 당신을 부드럽게 대하라 명령할 수 있소. 당신이 다시는 나를 해치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과 잠자리에 들지 않겠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즉시 내가 요구한 대로 맹세하였나이다. 그녀는 맹세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키르케의 눈부신 침대로 올라갔나이다.
그동안 그녀의 시녀 네 명이 궁궐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들은 샘과 숲,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는 신성한 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었나이다. 한 시녀가 의자 위에 보라색의 고운 천을 깔고 그 아래에 돌을 놓았나이다. 각 의자 옆에는 또 다른 하녀가 은으로 된 탁자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금으로 된 바구니를 올려놓았나이다. 세 번째 하녀는 은그릇에 달콤하고 기분 좋은 포도주를 섞어 금잔에 따랐나이다. 네 번째 하녀는 물을 가져와 커다란 삼각대 아래에 불을 지펴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나이다. 구리 가마솥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나를 욕조로 데려가 머리와 어깨를 씻어 주었나이다. 내 영혼을 짓누르는 깊은 피로를 없애 주기 위해 완벽한 온도로 맞춘 물을 사용하였나이다. 목욕 후, 그녀는 내 피부에 기름을 바르고 고운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리고 은으로 장식된 정교하게 조각된 의자로 나를 안내하고 그 아래에 발판을 놓아 주었나이다. 또 다른 하녀는 금으로 된 물병에 물을 가져와 은그릇에 부어 내 손에 부어 주었나이다. 그녀는 근처에 윤이 나는 탁자를 차려 놓았나이다. 요리사는 빵을 가져와 푸짐한 음식을 차려 놓았고, 키르케는 나에게 먹으라 하였나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나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나이다.
키르케는 내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아니하고 슬픔에 잠겨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 곁에 서서 물었나이다.
『오지수여, 어찌하여 그렇게 말없이, 마치 벙어리처럼 앉아서 속을 게워내며 연회 음식도 술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억하건대, 나는 이미 맹세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이르되,
『키르케여, 안 됩니다. 어떤 양심적인 사람이 자기 부하들을 직접 보고 풀어 주기 전에 음식을 맛보거나 술을 마실 수 있겠나이까. 그렇게 먹고 마시라 하신다면, 그들을 풀어 주소서. 그래야 내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키르케는 지팡이를 든 채 연회장을 나와 돼지우리를 열고 그들을 쫓아냈나이다. 그들은 여전히 살찐 멧돼지처럼 크고 다 자란 모습이었나이다. 그들은 키르케 앞에 섰나이다. 위엄 있는 키르케는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각각에게 새로운 약을 발랐나이다. 그 약 때문에 그들의 몸에는 굵은 돼지털이 돋아났나이다. 뻣뻣했던 털이 모두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남자들이었는데, 전보다 젊고 훨씬 잘생기고 키도 컸나이다.
그때 그들은 저를 알아보았나이다. 각자 저를 꼭 껴안고 절망에 빠져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집안은 시끌벅적하였고, 심지어 아내조차도 그들을 불쌍히 여겼나이다. 아내는 제게 다가와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내시나이다. 이제 바닷가에 있는 당신의 빠른 배로 가시오.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당겨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으로 옮기시오. 그런 다음 충성스러운 부하들과 함께 돌아오시오.』
제 마음은 동의하였나이다. 저는 해안에 있는 제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배 옆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엉엉 울고 있었나이다. 마치 소떼가 목초지에서 마당으로 돌아올 때처럼, 어린 암소들이 우리에서 뛰쳐나와 어미에게 달려가고, 어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울부짖는 것 같았나이다. 그래서 내 부하들은 나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였고, 마치 고향인 험준한 이탁도 땅,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나이다. 흐느끼며 그들은 외쳤나이다.
『오, 주인님이여.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마치 우리 고향 이탁도로 돌아온 것 같나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이르되,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려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에 넣어 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서둘러 나와 함께 가서 키르케 여신의 성소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보라. 그들은 영원히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믿었으나, 에우리로코스는 경고하되,
『바보들아. 어찌하여 거기로 가려 하느냐.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길을 택하여 키르케의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 그곳에서 그녀는 우리 모두를 돼지나 늑대, 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의 웅장한 집을 지키도록 강요할 것이다. 독안거인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기억하느냐. 우리 친구들은 이 무모한 군주와 함께 그의 집에 갔느니라. 그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두 죽었느니라.』
그 순간, 나는 튼튼한 허벅지에 숨겨 둔 긴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어 땅에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나이다. 비록 그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말이다. 그때 부하들이 나를 말리며 이르되,
『안 됩니다, 왕이시여, 제발 그를 보내 주소서. 그가 여기 남아서 배를 지키도록 하소서. 저희가 왕을 따라 키르케의 성지로 가겠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거기에 머물지 아니하고, 내 꾸지람이 두려워 왔나이다.
그동안 키르케는 다른 사람들을 풀어 주고, 자신의 집에서 그들을 부드럽게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나이다. 그리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혔나이다. 우리는 연회장에서 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남자들은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 보자 울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흐느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나이다. 여신은 내 옆에 서서 이르되,
『왕이시여, 영리한 오지수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시여, 이제 이 슬픔을 부추기지 마시오. 나는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이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에서, 그리고 육지에서 적대적인 사람들로부터 큰 고통을 겪었음을 아나이다. 그러나 이제 먹고 마실 시간이다. 이탁도를 떠날 때 가졌던 열정을 되찾아야 하느니라. 당신은 지치고 상심하여 항상 고통과 방황에만 사로잡혀 있나이다. 마음속으로 기쁨을 느껴 본 적이 없나이다. 너희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 냈느니라.』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매일 그곳에서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나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긴 하루하루가 흘러가자,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나를 불러 이르되,
『신들의 인도를 받으소서. 이제 조국을 생각할 때이옵니다. 당신들이 살아남아 높은 지붕의 집과 조상의 땅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말이옵니다.』
내 전사의 영혼은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 잔치에 앉아 있었나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그들은 어둑한 궁전 안에서 잠자리에 들었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화려한 침대로 가서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의 무릎을 만졌나이다. 여신은 내 기도를 들었나이다.
『키르케여,』 나는 이르되, 『저를 고향으로 보내겠다는 당신의 맹세를 지켜 주소서. 이제 제 마음은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제 부하들도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당신이 부재중일 때마다 그들은 끊임없는 탄식으로 저를 지치게 하나이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하였나이다.
『레르테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왕 오지수여, 모든 도전을 극복한 자여, 당신은 원치 않게 제 집에 머물 필요가 없나이다. 그러나 먼저 다른 여정을 완수해야 하나이다.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예언자이자 눈먼 티레시아스에게 조언을 구하시오. 페르세포네는 죽어서도 그에게만 완전한 통찰력을 주었나이다. 다른 영혼들은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 뿐이옵니다.』
그 말에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침대에 앉아 울었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과 빛나는 태양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잃었나이다. 흐느껴 울고 슬픔에 잠겨 뒹굴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이르되,
『그러나 키르케여, 누가 이 여정을 안내해 줄 수 있나이까. 이전에는 아무도 배를 타고 염라국으로 간 적이 없나이다.』
그러자 여신이 즉시 대답하였나이다.
『오지수 왕이시여, 당신은 지혜로우시나이다. 배를 조종할 조종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하얀 돛을 펼치고 자리에 앉으시오. 북풍이 배를 밀어 줄 것이옵니다. 대양을 건너면 버드나무가 시들어가는 열매를 떨어뜨리고 페르세포네의 숲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가 자라는 해안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깊고 소용돌이치는 대양에 배를 묶고 염라국의 넓은 거처로 가시오. 화열강과 시천강의 지류인 코키토스는 모두 아케론 강으로 흘러 들어가나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바위 옆에서 울려 퍼지나이다. 용감한 사람이여, 그곳으로 가서 폭과 길이가 각각 한 규빗인 구덩이를 파고 그 주위에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을 부으시오. 먼저 꿀물을 붓고, 그 다음에는 단 포도주를, 마지막으로는 물을 부으시오. 보리를 뿌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에게 간청하시오. 이탁도의 황량한 땅에 이르면, 네 궁전에서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 한 마리를 잡아 불에 쌓아 올리고, 티레시아스에게만 네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수한 검은색 숫양 한 마리를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라. 모든 유명한 죽은 자들에게 기도한 후,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암양 한 마리를 도살하여 에레보스에게 보내되, 너 자신은 세차게 흐르는 강 쪽으로 돌아서라. 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런 다음 네 부하들에게 잔혹한 청동기에 의해 죽은 양들의 가죽을 벗기고, 강력한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며 불태우라 하라. 그리고 칼을 뽑아 앉으라. 티레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무도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예언자가 곧 와서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건너는 너의 여정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황금빛 옥좌에 새벽빛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키르케는 내게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여신은 섬세하고 고운 천으로 만든 긴 흰 드레스를 입고 금빛 허리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베일을 쓰고 있었나이다.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불렀나이다. 나는 각 부하 옆에 서서 말로 그들을 깨웠나이다.
『일어나라. 이제 더 이상 달콤한 잠에 빠져 있지 마라. 가야 한다. 여신께서 지시를 내리셨느니라.』
그들은 내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나는 부하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갈 수 없었나이다. 가장 어린 엘페노르라는 부하가 있었는데, 그는 전쟁에 그다지 용감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다지 영리하지도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술에 취해 시원함을 찾으려고 키르케의 집 높은 곳에 동료들과 떨어져 누워 있었나이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와 분주한 소리, 친구들의 움직임을 듣고는 높은 사다리를 내려가는 것을 잊고 재빨리 벌떡 일어섰나이다. 그는 지붕에서 곤두박질쳐 떨어져 척추 바로 위에서 목이 부러졌나이다. 그의 영혼은 염라국으로 내려갔나이다.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르되,
『아마도 당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겠으나,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영혼인 티레시아스를 만나야 한다 말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나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옷을 찢었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애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우리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있는 우리의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펑펑 흘렸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와서 검은 암양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를 배 옆에 묶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사라졌나이다. 신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누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겠나이까.
==제11권 저승==
이에 우리는 바다에 이르러 먼저 반짝이는 소금물에 배를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양들을 배에 올렸도다.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눈물을 쏟아 내었느니라.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가 우리에게 바람을 보내어 돛을 가득 채우게 해 주었으며, 순풍이 짙푸른 뱃머리 뒤에서 우리를 인도하였도다. 우리는 장비를 정비하고 자리에 앉으니, 바람과 항해사가 우리의 항로를 곧게 인도하였느니라.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니, 우리는 깊이 흐르는 대양의 끝자락, 키메리아인들이 살고 도시를 세운 곳에 이르렀도다. 그들의 땅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빛나는 태양신은 별이 빛나는 하늘로 떠오를 때나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올 때나 결코 그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지 아니하였느니라. 그곳의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파괴적인 밤이 세상을 뒤덮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양들을 몰아낸 다음, 여신이 우리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던 대양의 물줄기를 찾아 나섰느니라.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가 제물을 바치니, 나는 칼을 뽑아 가로세로 한 길의 구덩이를 파고 죽은 자들을 위해 제물을 부었도다. 먼저 꿀물을 붓고, 달콤한 포도주를 붓고,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으며, 그 위에 보리를 뿌리고, 고향에 돌아가면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가장 좋은 어린 암소를 제물로 바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로 제단을 높이 쌓겠다고 엄숙히 맹세하였느니라. 티레시아스를 위해서는 내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종 검은 양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렇게 맹세하며 죽은 자들을 불렀도다.
양들을 가져다가 구덩이 위에서 목을 베니 검은 피가 흘러나왔으며, 영혼들이 에레보스 산에서 올라와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십 대 소년 소녀들과 오랜 세월 고통받은 노인들, 젊은 나이에 노동으로 목숨을 잃은 신부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은 채 청동 창에 베인 많은 남자들이 있었느니라. 그들은 사방에서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구덩이 주위로 몰려들었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도다. 창백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나는 부하들을 깨워 내가 죽인 양의 가죽을 벗기고 불태우며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라고 명령하였도다. 나는 칼을 뽑아 들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섰으니,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로다.
먼저 아직 땅에 묻히지 못한 내 부하 엘페노르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우리는 다른 일에 너무 바빠서 그의 시신을 키르케의 집에 장례도 치르지 않고 남겨 두었도다. 그를 보자 나는 가엾음에 울며 이르되,
“엘페노르야, 어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네가 걸어온 것이 내가 배를 타고 온 것보다 더 빠르구나.”
그가 신음하며 대답하되,
“오지수 폐하, 폐하는 모든 상황을 잘 헤쳐나가시나이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불운하였고,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혼미해졌나이다. 키르케의 집 위층에 누워 있었는데, 지붕에서 내려올 때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나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떨어졌으며, 목이 척추에서 부러져 제 영혼은 염라국으로 떨어졌나이다. 당신이 버리고 간 부하들, 그 부재중인 자들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의 아내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 주신 아버지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그리고 집에 홀로 버려두신 당신의 아들 태명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이 염라국을 떠나 아이아이아에 다시 배를 정박할 때, 부디 저를 기억해 주소서. 저를 그곳에 묻지도 않고, 눈물도 애통함도 없이 버려두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신들께서 당신에게 노하실 것이니이다. 제 팔과 함께 저를 불태우고 회색 소금 바다 옆에 무덤을 쌓아 주소서.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저와 제 불행을 알게 될 것이니이다. 그리고 제가 살아생전에 동료들과 함께 젓던 노를 무덤에 박아 두소서.”
“가엾은 자여!” 내가 대답하되,
“이 모든 것을 하리라.”
우리는 그곳에 앉아 슬픈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나는 한쪽에서 피 묻은 칼을 꽉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 동료의 유령이 말을 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영혼이 나타났으니, 나의 죽은 어머니, 아우톨리쿠스의 딸 안티클레이아를 보았도다. 나는 신성한 토래성으로 떠날 때 그녀를 살려 두었느니라. 그녀를 보자 나는 연민에 눈물을 흘렸으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티레시아스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였도다.
예언자는 황금 홀을 들고 나타났으며 나를 알아보고 이르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뛰어난 생존자시여, 불쌍한 자여, 어찌하여 태양을 버리고 죽은 자들과 기쁨 없는 이 곳을 보러 왔느냐? 이제 구덩이에서 물러나 날카로운 칼을 들어 내가 피를 마시고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자 나는 은으로 장식된 칼을 칼집에 넣었도다. 그가 탁한 피를 마신 후, 유명한 예언자가 말하되,
“오지수여,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꿀처럼 달콤하게 생각하겠으나, 신들께서는 그것을 쓰디쓰게 만들 것이니라. 해신은 당신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가라앉히지 아니할 것이로다. 당신은 고통받아야 하나, 감정을 다스린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라. 충동과 당신의 부하들에게 경고하노라. 보랏빛 심해에서 돌아서서 트린아키아 섬으로 배를 몰고 가라. 그곳에는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신, 태양신의 소유인 풀을 뜯는 소와 살찐 양들이 있느니라.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내버려 두고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만 집중한다면, 큰 손실이 있더라도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부하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니라. 만일 당신이 스스로 탈출한다면, 당신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낯선 배를 타고 지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그리고 집에는 침략자들이 당신의 식량을 먹어치우고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니라. 그때 당신은 구혼자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하리라. 당신의 궁궐 안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밖에서, 날카로운 청동 무기로 그들을 죽여야 하느니라. 그들이 죽고 나면, 당신은 떠나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를 가져다 주어야 하리라. 그들은 배의 붉은 뱃머리도, 배의 날개와 같은 노도 본 적이 없느니라.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징조를 예언하노라. 당신이 등에 짊어진 것을 키라고 부르는 여행자를 만나면, 그 노를 땅에 박고 해신에게 황소와 멧돼지를 제물로 바치라.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사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순서대로 거룩한 헤카톰을 바치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편안한 노년의 삶과 번성하는 백성을 맞이하며, 너에게 온화한 죽음이 찾아올 것이로다. 그렇게 될 것이니라.”
내가 이르되,
“티레시아스여, 신들께서 제게 이런 운명을 정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실로 말해 주소서. 저는 어머니의 영혼이 피 곁에 조용히 앉아 저에게 말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았나이다! 주님,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제가 티레시아스라는 것을 알아보시게 할 수 있으리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설명하기 쉬운 문제라. 네가 이런 영혼 중 하나를 피 곁에 오도록 허락하면, 그 영혼은 너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로다. 네가 그들을 밀어내면, 그들은 다시 떠나야 하느니라.”
그렇게 말하고 예언자 영혼 티레시아스는 염라국의 집으로 떠났도다. 나는 어머니가 와서 피를 마실 때까지 그곳에 꼼짝 않고 서 있었느니라. 어머니는 그때 나를 알아보고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이르되,
“내 아이야!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이곳은 산 사람이 보기 힘든 곳이라. 거대한 강과 무시무시한 만들이 있고, 걸어서 건널 수 없는 대양도 있느니라. 배가 필요하니라. 너는 배와 선원들을 거느리고 토래성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헤매다 온 것이냐? 아직 이탁도에 도착하지도 않았고, 집에 있는 아내도 보지 못하였느냐?”
내가 대답하되,
“어머니, 저는 예언자 영혼인 테베의 티레시아스와 상의하기 위해 염라국에 올 수밖에 없었나이다. 아직 그리스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고, 고향에도 도착하지 못하였나이다. 위대한 건웅을 따라 말의 땅 토래성으로 가서 그곳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 이후로 저는 길을 잃고 비참하게 불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말씀해 주소서.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나이까? 오랜 병으로 돌아가셨나이까? 아니면 활의 여신 아림이 부드러운 화살로 당신을 죽이셨나이까? 제가 두고 온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소서. 그들은 여전히 왕으로 존경받고 있나이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왕위를 계승하고 제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나이까? 그리고 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씀해 주소서. 그녀는 우리 아들과 함께 남아 그의 양육에 전념하고 있나이까, 아니면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 그녀와 결혼하였나이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그녀는 굳건하니라. 마음씨가 강하니라. 그녀는 여전히 당신 집에 있느니라. 밤마다 비참하게 보내고 낮에는 눈물로 지내느니라. 그러나 아무도 당신의 왕위를 찬탈하지 못하였도다. 태명은 여전히 온 영지를 무사히 돌보고 영주답게 호화롭게 잔치를 벌이며 항상 회의에 초대받느니라. 당신의 아버지는 시골에 계시니라. 도시에는 오지 않으시며, 담요와 깨끗한 시트가 깔린 제대로 된 침대에서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느니라. 겨울에는 집 안에서 불 옆에 누워 노비들과 함께 재 속에 누워 주무시고, 옷은 누더기이니라. 여름과 수확철에는 떨어진 낙엽 더미가 그의 잠자리가 되느니라. 그는 그곳에 누워 슬픔에 잠겨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시니, 그의 노년은 쉽지 아니하니라. 그래서 저도 그런 운명을 맞이하여 죽었도다. 여신이 집에서 저를 쏘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며, 병이 내 팔다리의 기력을 앗아가며 길고 잔혹한 쇠약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라. 아니, 오지수, 나의 햇살이여, 당신이 그리웠던 것이로다. 당신의 날카로운 지성과 따뜻한 마음이 내게서 달콤한 생명을 앗아갔느니라.”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영혼을 품에 안고 싶었도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느니라. 세 번이나 어머니를 만지려 애썼으나, 세 번 모두 어머니의 유령은 그림자처럼, 혹은 꿈처럼 내 품에서 떠나갔도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지며 내가 울부짖되,
“안 되옵니다, 어머니! 왜 저와 함께 있어 주지 않으시나이까? 이 지옥에서라도 저를 안아 주소서. 서로 사랑하는 팔을 감싸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위안을 찾고 싶나이다! 그러나 이분이 정말 어머니시옵니까? 아니면 여왕이 제 슬픔을 더 키우려고 유령을 보낸 것이옵니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오, 내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로다. 페르세포네가 너를 속이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이 인간이 죽으면 지켜야 할 규칙이니라. 우리의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붙잡고 있지 아니하느니라. 생명이 하얀 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타오르는 불길이 시체를 태워 버리느니라. 영혼은 날아가 버리고 곧 꿈처럼 사라지느니라. 이제 서둘러 빛을 향해 가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 훗날 당신의 아내에게 이야기하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페르세포네가 보낸 몇몇 여인들, 곧 전사들의 딸들과 아내들이 왔으며, 그들은 핏자국 주위에 몰려들었도다. 나는 그들 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계획을 세웠느니라. 나는 칼을 뽑아 그들이 한데 모여 피를 마시지 못하게 막았으며, 그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하였도다.
첫 번째는 명문가 출신의 티로였는데, 살모네우스의 딸이자 아이올로스의 아들 크레테우스의 아내였도다. 그녀는 세상에 물을 쏟아붓는 모든 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니페우스 강과 사랑에 빠졌으며, 종종 그의 아름다운 강가를 찾아갔느니라. 해신은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강어귀에서 그녀와 함께 누웠도다. 그들 주위로 산처럼 높이 솟은 짙은 푸른 파도가 굽이쳐 신과 인간 여인을 가렸느니라. 거기서 그는 그녀의 허리띠를 풀고 그녀를 잠들게 하였으며, 신은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여인이여, 이 사랑을 기뻐하라. 너는 내년에 영광스러운 자녀를 낳을 것이로다. 신과의 관계는 언제나 자손을 낳느니라. 그들을 잘 보살피고 기르도록 하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내가 누구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하리니, 나는 땅을 흔드는 해신이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도다. 그녀는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둘 다 건장한 아이들이었고 전능한 상제를 섬겼느니라. 펠리아스는 양이 풍부한 이올코스의 넓은 들판에 살았고, 그의 동생은 모래 언덕인 필성에 살았도다. 그리고 그녀는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손, 페레스, 그리고 전차를 사랑했던 아미타이온을 더 낳았느니라.
그리고 그녀 후에 나는 안티오페를 보았는데, 그녀는 상제의 품에서 잠들었다고 말하며 두 아들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도다. 그들은 일곱 개의 문이 있는 도시 테베의 최초 정착민들이었으며, 그들은 강했으나 방어 시설 없이는 드넓은 평원에서 살 수 없었느니라.
그 다음 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보았는데, 그녀는 위대한 상제에게서 용감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도다. 그리고 나는 오만한 크레온의 딸이자 불굴의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메가라를 보았느니라.
나는 무지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른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를 보았도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였으니,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와 결혼하였느니라. 신들께서 인간에게 진실을 드러내시니, 그들의 치명적인 계략을 통해 그는 고통 속에서도 테베의 카드메인들을 다스렸도다. 그러나 에피카스테는 염라국의 문을 넘어갔으며, 올가미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니라. 그녀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복수의 여신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남겼도다.
그리고 나는 오르코메노스의 미니안들을 다스리던 암피온의 막내딸 클로리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아름다웠고, 넬레우스는 그녀에게 값진 혼수를 바쳤도다. 그녀는 필성의 여왕이었고, 크로미우스, 네스토르, 페리클리메누스, 그리고 용맹한 피로를 낳았느니라. 피로는 너무나 뛰어난 용맹을 지녀 모든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였으나, 넬레우스는 필성에서 이피클레스의 고집 센 소떼를 몰아낼 수 있는 남자와만 결혼을 허락하였도다. 예언자 멜람푸스만이 유일하게 시도하였으나, 신들께서 그를 막고 저주하시니, 목동들이 그를 쇠사슬로 묶었느니라. 날과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마침내 이피클레스는 예언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풀어 주었으며, 상제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로다.
그리고 나는 틴다레우스의 아내 레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그에게 두 명의 강인한 아들, 기마병 카스토르와 권투에 능한 폴리데우케스를 낳았도다. 생명을 주는 대지는 그들을 품고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상제께서 저승에서도 그들을 존경하시니, 그들은 번갈아 살고 죽으며 신처럼 숭배받느니라.
그리고 나는 알로에오스의 아내 이피메데이아를 보았는데, 그녀는 해신과 동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도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 다 짧은 생을 마감하였으니, 오투스와 유명한 에피알테스였느니라. 비옥한 대지는 그들을 오리온 다음으로 키가 큰 영웅으로 키워 내었도다. 아홉 살 때 그들은 너비가 아홉 큐빗, 높이가 아홉 파덤에 달하였으며, 불멸의 신들에게 무시무시한 전쟁의 소음을 불러일으켰고, 오사와 펠리온 산을 나무와 잎사귀까지 모두 오림 산 높은 곳에 올려놓으려 하였느니라. 만약 그들이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나, 상제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이 그들을 죽였도다. 그들은 어린 턱에 솜털이 나기도 전에, 수염이 얼굴을 뒤덮기도 전에 죽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파이드라, 프로크리스, 그리고 위험한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를 보았도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오려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느니라. 여신 아림은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비난했을 때 디아 섬에서 그녀를 죽였도다. 그 후 마에라, 클리메네, 에리필레가 왔는데, 그녀는 황금 뇌물을 받고 남편을 죽였느니라. 제가 그곳에서 본 유명한 왕비와 딸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나이다. 거룩한 밤이 끝나기 전에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이다. 저는 선원들과 함께 배에서 자야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자야 하나이다. 저는 신들을 알고 있으니, 당신들이 제 여정을 도울 것이니이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홀에서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며 귀를 기울였도다. 흰 팔을 가진 아례희가 말하되,
“무릉도인들이여! 그를 보라! 얼마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인가! 게다가 얼마나 총명한가! 그는 나의 특별한 손님이지만, 여러분 모두 우리와 같은 영주의 지위를 공유하고 있으니 너무 빨리 그를 내쫓지 말라. 그리고 그가 떠날 때 관대하게 대해야 하느니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신들의 뜻으로 보물이 풍족하니라.”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노련한 예개우가 이르되,
“현명한 왕비께서 옳으셨나이다, 여러분. 왕비의 말씀대로 하소서. 그러나 먼저 알진오 왕께서 말씀하시고 행동하셔야 하나이다.”
왕이 이르되,
“내가 이 뱃사람들의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에는 왕비의 말씀대로 하라. 손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침까지 머물게 해 주라. 그때 모든 선물을 드리리라. 여러분 모두 그를 도우겠으나, 내가 이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으니 내가 가장 많이 도울 것이로다.”
오지수는 신중하고 재치 있게 대답하되,
“모든 백성의 왕이신 알진오 왕이시여, 만약 저에게 작별 선물을 주시고 떠나보내기 전에 이곳에 일 년 동안 머물라고 권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나이다. 보물을 가득 안고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니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존경하고 이탁도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니이다.”
알진오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세상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품고 있느니라.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기꾼과 도둑들도 많으나, 자네를 보니 그런 부류가 아니로다. 자네의 이야기에는 우아함과 지혜가 담겨 있느니라. 자네는 마치 뛰어난 시인처럼 모든 그리스인들의 고난, 그리고 자네 자신이 겪은 고통까지 이야기하였도다. 자, 이제 자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서 전쟁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겪은 친구들의 영혼을 보았는지 말해 주라. 밤은 아직 길고, 잠들 시간은 아니니라.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라! 자네가 겪었던 위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꺼이 들으리라.”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알진오 왕이시여,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이기도 하나, 잠을 잘 때이기도 하나이다.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토래성의 비명과 전투 소음을 피해 간신히 탈출하였으나, 나중에 집에서 악한 아내에게 살해당한 제 친구에 대한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성스러운 페르세포네께서 여인들의 유령을 흩어지게 하시니 그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도다. 건웅의 유령은 아이기스토스의 집에서 그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다른 이들과 함께 슬픔에 잠겨 나타났느니라. 그는 피를 마시고 나서야 저를 알아보았으며, 큰 소리로 울며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손을 뻗었도다. 필사적으로 저를 만지고 싶어 하는 듯하였으나, 그의 기력과 힘, 그리고 한때 가졌던 유연함은 모두 사라져 있었느니라. 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쌍히 여겼으며 외치되,
“인간의 왕이시여, 건웅 왕이시여! 어떻게 돌아가셨나이까? 어떤 불운이 당신을 덮쳤나이까? 해신이 그를 깨운 것이옵니까? 혹독한 바람이 불어 당신의 배를 난파시켰나이까? 아니면 육지에서 적의 양이나 소떼를 훔치거나, 그들의 도시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사백 명이 넘는 적에게 살해당하였나이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나는 생존자이니라! 아니다. 해신이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켜 내 배를 난파시킨 것이 아니며, 육지에서 적들이 정당방위로 나를 죽인 것도 아니니라. 아이기스토스가 내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를 죽이려고 계획하고 살해하였도다. 그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마치 마구간에서 소를 도살하듯이 죽였느니라. 얼마나 끔찍한 죽음이냐! 내 부하들은 마치 부유한 영주의 집에서 잔치나 결혼식, 연회를 위해 돼지를 도살하듯이 무참히 살해당하였도다. 당신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백병전에서 학살당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나, 당신이 직접 그런 일을 겪는다면 더욱 깊은 슬픔을 느낄 것이로다. 음식과 포도주가 쌓인 탁자 아래 우리가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바닥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느니라. 간교한 클리템네스트라가 내 옆에서 죽인 프리아모스의 딸, 불쌍한 카산드라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렸도다.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순간, 나는 땅에서 팔을 들어 올리려 애썼으나, 그 암캐 같은 여자는 등을 돌렸느니라. 나는 지옥으로 갔으며, 그녀는 내 눈도 감겨 주지 않았고 입도 다물게 해 주지 아니하였도다. 아내가 남편을 그렇게 배신하는 것보다 더 역겨운 짓은 없느니라. 그 여자는 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도다! 그녀의 남편을!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노비들과 자식들은 나를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녀는 너무나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여자들, 심지어 착한 여자들까지도 수치에 빠뜨렸느니라.”
내가 소리치되,
“저주받아라! 상제께서는 항상 여자들을 통해 아트레우스 가문에 재앙을 가져오셨도다. 많은 남자들이 헬렌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클리템네스트라는 당신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당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느니라.”
그러자 그가 즉시 대답하되,
“그러니 아내를 너무 잘 대해 주지 말라. 아는 것을 다 알려 주지 말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숨기라. 그러나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로다, 오지수여. 현명한 연로비는 그런 짓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아니하니라. 우리가 전쟁터로 떠날 때 당신의 아내는 아주 어렸으며,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이제 다 큰 아이가 되었으리라. 당신이 집에 돌아와 아들을 보면 무척 기뻐하며 아버지를 껴안을 것이니,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니라. 제 아내는 제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억눌렀으며, 아내가 먼저 저를 죽인 셈이니라.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충고 하나 하겠노라. 명심하라. 고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 배를 정박하지 말라. 조용히 움직이라. 요즘 세상에 여자를 믿는 사람은 없느니라. 그런데 제 아들 소식은 없느냐? 살아 있느냐? 오르코메노스에 있느냐, 아니면 모래 언덕의 필성에 있느냐, 아니면 사필성의 면나수와 함께 있느냐? 내 훌륭한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로다.”
건웅이 대답하되,
“건웅이여, 왜 그런 것을 묻느냐? 나는 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느니라. 가설을 세워 봤자 소용없느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쏟아낸 쓰라린 말 때문에 깊이 슬퍼하며 펑펑 울었도다. 그때 아길수와 파트로클로스, 안틸로코스, 그리고 그리스인 중 아길수 다음으로 가장 잘생기고 체격이 좋았던 아이아스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아길수는 나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되,
“오지수여, 이 여우 같은 놈아!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 것이냐? 어떻게 감히 염라국까지 내려올 수 있었느냐? 여기에는 감각이 마비된 죽은 자들, 지쳐 쓰러진 불쌍한 인간들의 영혼이 살고 있느니라.”
내가 이르되,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 아길수여, 나는 이 바위투성이 이탁도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티레시아스를 만나러 왔나이다. 나는 그리스에도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고, 고향은 말할 것도 없나이다. 운이 정말 나빴나이다. 그러나 누구의 운도 자네만큼 좋았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살아있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자네를 신처럼 존경하였도다. 이제 자네가 이 세상에 왔으니 죽은 자들 사이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느니라. 아길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마소서.”
그러나 그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 죽은 자들의 왕으로 군림하느니 차라리 가난한 농부에게 고용된 일꾼이 되는 게 낫겠느니라. 그러나 어서 와서 내 아들에 대해 말해 주라. 소식이 있느냐? 전쟁터로 나가 지도자가 되었느냐? 그리고 내 아버지 필우는 어떠냐? 아직도 미르미돈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있느냐? 아니면 늙고 허약해져서 프티아와 그리스에서 학대받고 있느냐? 이제 나는 햇빛을 등지고 떠났기에, 토래성 평원에서 최고의 토래성인들을 죽이던 때처럼 그리스인들을 도울 수 없느니라. 만약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아버지 댁으로 잠시라도 갈 수 있다면, 아버지를 해치고 모욕하는 자들이 내 손이 무적이지 않기를 바라게 만들겠느니라.”
내가 그에게 대답하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없으나, 당신의 아들, 사랑하는 네오프톨레무스에 대해서는 모두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나는 다른 잘 무장한 그리스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스키로스에서 그를 데려왔나이다. 우리가 토래성에 대한 전략을 세울 때, 그는 항상 네스토르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요점을 정확히 짚어 말하였나이다. 그리고 우리가 토래성에서 싸울 때, 그는 거대한 전투의 인파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항상 두려움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전쟁터에서 엄청난 수의 적을 죽였나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죽인 자들의 이름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나이다. 그러나 그는 청동 창으로 텔레포스의 아들 에우리필루스를 베어 죽였나이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데, 위대한 멤논 다음으로 잘생긴 사람이었나이다. 프리아모스가 그의 어머니에게 뇌물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데려온 수많은 케티아인들도 모두 죽임을 당하였나이다. 우리 아르고스 지도자들이 목마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 임무였나이다. 다른 그리스 지휘관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잘생긴 내 아들은 안 되었나이다! 나는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며, 그는 눈물을 닦을 필요도 없었나이다. 목마 안에서 그는 내게 뛰어내리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으며, 칼자루와 무거운 창을 꽉 쥐고 토래성인들을 해치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마침내 우리가 프리아모스의 높은 도시를 함락시켰을 때, 그는 전리품으로 가득 찬 채 목마에 올라탔나이다. 날카로운 청동 창에 상처 하나 나지 아니하였으며, 아레스가 맹렬하게 날뛰는 전쟁에서 그가 겪은 모든 소규모 전투에서 그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아길수의 유령은 아들의 영광스러운 용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도다. 다른 죽은 영혼들도 슬픔에 잠겨 모여들었고, 각자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직 아이아스만이 배 옆에서 재판이 열렸을 때 내가 아길수의 갑옷을 차지한 것에 분노하여 뒤에 남았도다. 영웅의 어머니 테티스와 토래성의 아들들, 그리고 팔라스가 내게 그 무기를 주었느니라. 차라리 이 시합에서 이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무기는 아길수, 필우의 아들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외모와 위업을 지녔던 아이아스가 땅속에 묻힌 것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그에게 화해를 청하며 이르되,
“제발, 위대한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여, 그 저주받은 무기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내려놓을 수 없겠나이까? 죽어서라도 말이니이다. 신들께서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탑이었는데, 얼마나 큰 손실이었나이까! 당신이 떠났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슬픔에 잠겼고, 아길수만큼이나 오랫동안 당신을 애도하였나이다. 상제 외에는 누구도 탓하지 마소서. 그는 그리스 군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우리를 파멸시켰고,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에게 이런 운명을 내린 이유이니이다. 그러나 이제 들어주소서, 폐하. 분노를 가라앉히소서.”
그는 대답하지 않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따라 에레보스로 향하였도다. 그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더 많은 영혼들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르나이다.
저는 그곳에서 황금 홀을 들고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상제의 아들 미노스를 보았느니라. 그들은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는 염라국의 집 안에서 왕에게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하느니라. 저는 또한 외로운 산꼭대기에 살면서 죽였던 짐승들을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쫓는 위대한 오리온을 보았도다. 그는 파괴할 수 없는 청동 곤봉을 들고 있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가야의 아들 티우가 아홉 마일이나 뻗어 있는 것을 보았도다. 상제의 연인 레토가 아름다운 파노페우스의 들판을 지나 피토로 가는 길에 상제께서 그녀를 강간하셨느니라. 두 마리의 독수리가 그의 양옆에 앉아 그의 간을 찢고 내장을 파고들었으나, 그는 독수리들을 밀쳐낼 수 없었도다.
나는 턱까지 물에 잠긴 탄탈루스의 고통을 보았느니라. 그는 너무나 목이 말라 마실 물조차 없었도다. 그 노인이 물을 향해 몸을 굽히자 물은 사라져 버렸으며, 어떤 신께서 물을 말려 버리셨느니라. 그의 발치에는 검은 흙이 나타났도다. 키 큰 잎이 무성한 나무에는 달콤한 무화과와 석류, 눈부시게 빛나는 사과와 잘 익은 감람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으나, 그가 손으로 그것들을 잡으려 하자 바람이 그것들을 어두운 구름 속으로 날려 버렸느니라.
그리고 나는 시시포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도다.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밀어 언덕 꼭대기로 올리려 온 힘을 다해 애썼느니라. 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다시 무심하게 굴러떨어졌으며, 그러나 그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먼지로 뒤덮인 머리를 한 채 계속해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도다.
나는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환영을 보았느니라. 그는 불멸의 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위대한 상제와 황금빛 헤라의 딸인 아름다운 발목의 헤베와 함께 있었도다. 그의 유령 주위에서 죽은 영혼들은 공포에 질려 새처럼 비명을 질렀느니라. 그는 마치 음산한 밤처럼 걸어 다니며 활집에서 꺼낸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꽂아 넣었으며, 쏘기 직전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도다. 그의 가슴에는 곰, 멧돼지, 사납게 노려보는 눈을 가진 사자, 전투와 사람들의 학살을 묘사한 놀라운 금빛 띠가 둘러져 있었느니라. 나는 이 장면을 디자인한 장인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이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슬픔에 잠겨 외치되,
“오지수여!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자여, 당신도 내가 지상에 살았을 때처럼 운명의 무게에 시달리는가? 나는 상제의 아들이었으나, 고통은 끝이 없었느니라. 나보다 훨씬 영웅적이지 못한 자의 노비가 되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도다. 그는 한때 나에게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라고 보냈는데,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니라. 나는 허명과 번뜩이는 눈빛의 지혜낭자의 도움을 받아 염라국에서 그 개를 데려왔느니라.”
그는 염라국의 집으로 돌아갔도다. 나는 고대에 죽은 다른 영웅들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았으며, 내가 바라던 대로 신의 아들 피리토스와 테세우스 같은 고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섬뜩한 울부짖음과 함께 몰려들었고,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 여왕이 고르곤의 머리를 염라국에서 내보낼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그래서 나는 서둘러 돌아가 부하들에게 배에 올라타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 벤치에 앉았으며, 강물은 배를 바다 강 아래로 밀어내었느니라. 처음에는 노를 저어 나아갔고, 나중에는 순풍을 받았도다.
==제12권 어려운 선택들==
「우리 배는 대양의 흐름을 넘어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갓 태어난 새벽이 있는 아이아이아에 이르렀나이다. 새벽은 태양신 헬리우스의 빛과 함께 초원에서 춤을 추는 곳이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배를 대고 하선하여 밝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나이다.
새벽이 일찍, 꽃잎 같은 손가락을 가진 채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키르케의 집으로 보내 죽은 엘페노르의 시신을 가져오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서둘러 나무를 베고 가장 먼 곶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였나이다. 우리는 그의 시신과 장비를 태우고 흙무덤을 쌓은 다음, 그 위에 기둥을 끌어다 놓고 그의 노를 꽂았나이다. 이 모든 의식을 차례로 행하였나이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신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노비들을 데리고 서둘러 우리를 맞으러 왔나이다. 노비들은 빵과 고기, 그리고 선명한 붉은 포도주를 가지고 왔나이다. 그녀는 우리 가운데 서서 이르되,
『참으로 놀랍구나. 너희 모두 산 채로 염라국에 갔다니.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죽는데 너희는 두 번 죽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먹고 여기서 하루 종일 포도주를 마시며 지내렴.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떠나라. 내가 너희의 항로를 자세히 설명해 줄 터이니,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어떤 악한 것도 너희를 해칠 틈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집 센 사람이었으나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실컷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남자들은 배 옆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내 손을 잡고 그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물었나이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키르케가 대답하되,
『이제 그 여정은 끝났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내가 좋은 지시를 내릴 터이니, 다른 신이 네가 기억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먼저 너희는 모든 행인을 홀리는 사이렌들에게 가야 한다. 만일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사람은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곳 초원에 앉아 있는 사이렌들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래로 그를 유혹할 것이다. 그들 주위에는 살점이 뼈에서 썩어 나가고 피부가 오그라든 채 죽어 있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널려 있다. 노를 저어 지나갈 때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넣어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라. 그러나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선원들은 당신을 손과 발로 밧줄을 단단히 묶어 배의 돛대에 똑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묶이면 사이렌의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들에게 풀어 달라 애원하면, 그들은 더 단단한 매듭으로 당신을 묶어야 할 것이다.
사이렌을 지나 항해한 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겠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첫 번째 길은 암피트리테 여신이 거대한 파도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거대한 바위들을 통과하는 길이다. 축복받은 신들은 이곳을 방랑하는 바위라 부른다. 상제에게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는 비둘기조차도 이곳을 안전하게 날아갈 수 없다. 비둘기 한 마리는 항상 길을 잃는다. 그 깎아지른 절벽 속 깊은 곳에 상제가 또 다른 신을 보내 무리의 수를 회복시켜야 하였느니라. 인간의 배는 그곳을 지나간 적이 없다. 들어가려 하면 파도와 거센 불길이 배의 목재와 사람들의 몸을 집어삼켰느니라. 오직 유명한 아르고호만이 아이에테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항해하였느니라. 강한 해류가 배를 바위 쪽으로 내던졌으나, 이아손을 사랑한 헤라가 그들을 안전하게 인도하였느니라.
두 번째 길로 가면 두 개의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뾰족한 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걷히지 않는 푸른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도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아니한다. 스무 개의 손과 스무 개의 발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바위를 오르거나 발을 디딜 수 없다. 바위는 마치 매끄럽게 연마된 듯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서쪽, 어두운 에레보스 산을 향해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있다. 위대한 오지수여, 배를 그 동굴 옆으로 몰고 가라. 그 동굴은 너무 높아서 화살로 쏠 수조차 없다. 그곳에는 울부짖고 짖어대는 스킬라가 살고 있다. 끔찍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강아지 같으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신조차도 그녀를 두려워할 정도이다. 그녀는 축 늘어진 다리가 열두 개이고, 목은 여섯 개이며, 각 목에는 끔찍한 머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각 얼굴에는 죽음을 품은 듯한 빽빽한 이빨이 세 줄로 나 있다. 그녀의 배는 텅 빈 동굴 안으로 축 늘어져 있고, 머리는 아득한 협곡 위로 내밀고 바위 주변을 살피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돌고래, 물개, 때로는 거대한 고래까지 잡아먹기도 한다. 포효하는 바다의 여왕 암피트리테는 수많은 생물을 보살핀다. 그곳을 지나가는 뱃사람은 결코 무사하지 못하다. 그녀는 검은 뱃머리를 가진 배에서 입으로 사람을 한 명씩 낚아챈다.
다른 바위는 화살을 쏘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이 두 번째 바위는 더 아래쪽에 있고, 그 위에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아래에서 신성한 카리브디스는 검은 물을 빨아들인다. 하루에 세 번 물을 뿜어내고, 세 번 꿀꺽꿀꺽 마신다. 그녀가 물을 삼킬 때는 그곳을 피해야 한다. 물속으로. 그때는 위대한 해신조차도 너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빨리 노를 저어 스킬라 옆으로 배를 몰고 가라. 여섯 명이라도 잃는 것이 모두 죽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여신이시여, 제발 진실을 말씀해 주소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카리브디스를 피해 스킬라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이까.』
여신이 대답하되,
『아니, 어리석은 자여. 네 마음은 아직도 전쟁에 사로잡혀 있구나. 그러나 이제 신들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녀는 필멸자가 아니다. 불멸의 악, 무시무시하고 사납고 잔인한 존재이다. 너는 그녀와 싸울 수 없다. 최선의 해결책이자 유일한 길은 도망치는 것이다. 바위 옆에서 무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녀는 여섯 개의 머리로 다시 공격해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스킬라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힘인 크라타이스에게 도움을 청하라. 그녀는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 준 존재이다. 여신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가라. 그러면 너는 헬리우스가 양과 소를 기르는 트리나키아라는 섬에 도착할 것이다. 한 무리에 쉰 마리씩, 총 일곱 무리가 있다. 그들은 번식도 하지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하며, 그들을 돌보는 자들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신 파에투사와 람페티아, 빛나는 네이라와 헬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빛나는 딸들이다. 그녀는 그들을 키운 후, 아버지의 양과 소를 지키도록 외딴 트리나키아로 보냈느니라. 만일 고향을 기억하고 소들을 해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선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을 예언한다.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늦게, 그리고 수치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키르케가 말을 마치자 새벽의 황금 옥좌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녀는 섬을 가로질러 걸어갔나이다. 나는 배로 돌아가 선원들을 깨워 배에 오르게 하고 뱃머리 밧줄을 풀도록 하였나이다. 그들은 배에 올라타 각자 자리에 앉아 노로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나이다. 검은 뱃머리를 가진 우리 배 뒤에서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는 돛을 채우는 친절한 바람을 보내 주었나이다. 우리는 재빨리 돛대를 정리하였고, 바람과 조타수가 배를 조종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선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키르케가 내게 알려 준 계시는 나 혼자만 아는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러분과도 나누겠나이다. 진실을 알고 죽거나, 아니면 탈출할 수 있나이다. 키르케는 우리가 저승의 세이렌들의 목소리를 피해야 하고, 그들의 꽃밭을 지나쳐야 한다 하였나이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나를 밧줄로 묶어 돛대에 똑바로 세워 두시오. 내가 간청하고 명령하면, 내 밧줄을 더 세게 묶어 더욱 꽉 묶어 주시오.』
이렇게 나는 그들에게 모든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곧 잘 만들어진 우리 배는 순풍을 타고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졌고,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었나이다. 고요함이 찾아왔나이다. 어떤 정령이 파도를 잠재운 듯하였나이다. 선원들은 일어나 돛을 내리고 선창에 넣었나이다. 그들은 노를 저어 매끄러운 나무 노가 물을 하얗게 물들였나이다. 나는 양손으로 밀랍 덩어리를 쥐고 잘게 잘랐나이다. 단단하게 반죽하고 햇볕에 데운 반죽을 차례로 각자의 귀에 발라 주었나이다. 그들은 내 손발을 돛대에 꼿꼿이 세운 채 묶었나이다. 그들은 앉아서 노를 저었나이다. 우리는 빠르게 나아갔고,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우리 배가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나이다.
『오지수여. 이리 오시오. 당신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잘 알려져 있소. 그리스의 영광이시여. 이제 배를 멈추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듣소. 이 음악은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은 더 큰 지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오소.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토래성에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겪은 모든 고통을 알고 있고, 세상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다 알고 있기 때문이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듣고 싶었나이다. 나는 부하들에게 나를 풀어 주라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찡그렸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노를 저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일어서서 나를 더욱 단단히, 더 많은 매듭으로 묶었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훨씬 지나쳐 더 이상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나이다. 그들은 내가 귀를 막았던 밀랍을 제거하고 나를 풀어 주었나이다.
그 섬을 떠나자, 나는 거대한 파도와 연기를 보았고, 굉음을 들었나이다. 부하들은 겁에 질려 노를 놓았고, 노는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나이다. 아무도 가느다란 노를 젓지 않자 배는 멈춰 섰나이다. 나는 갑판을 따라 걸으며 한 명 한 명 격려한 다음, 모두를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나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우리는 위험에 익숙하다. 이번 일은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동굴에 갇혔을 때보다 더 나쁘지 아니하다. 그때 우리는 나의 기술과 지혜, 그리고 전략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느니라. 그것을 기억하라. 자, 모두 내 말을 믿으라. 자리에 앉아 노를 저어 파도를 깊이 저어라. 상제께서 이 재앙에서도 우리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실지도 모른다. 선장이여, 잘 들어라. 이것이 네 명령이다. 키를 잡고 저 검은 연기와 솟아오르는 파도를 피해 바위 쪽으로 배를 몰아라. 배가 반대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들은 즉시 명령을 따랐나이다. 나는 스킬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스킬라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하였고,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남자들은 노를 놓고 두려움에 떨며 선창으로 도망쳐 숨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가 무기를 들지 말라 한 조언을 무시하였나이다.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나이다. 나는 찬란한 갑옷을 입고 긴 창 두 자루를 손에 든 채 뱃머리 갑판으로 올라갔나이다. 바위투성이의 스킬라가 그쪽에서 나타나 내 부하들을 해칠 것 같았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좁은 해협을 노를 저어 나아갔나이다. 한쪽에는 스킬라가, 다른 한쪽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이는 빛나는 카리브디스가 있었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물을 뿜어낼 때는 마치 거대한 불 위의 끓는 가마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나이다. 거품이 높이 솟아올라 양쪽 바위 꼭대기에 튀었나이다. 그러나 카리브디스가 바닷물을 다시 삼키자,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듯하였고, 주변의 바위들은 무시무시하게 포효하였으며, 아래쪽의 짙은 푸른 모래사장이 드러났나이다. 병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나이다.
우리가 두려움에 떨며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는 동안, 스킬라가 배에서 여섯 명의 병사를 낚아챘나이다. 그들은 내 배에서 가장 강하고 용맹한 전사들이었나이다. 아래에서 뒤돌아보니 그들의 발과 손이 하늘 높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나이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게 울부짖고 내 이름을 불렀나이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나이다. 마치 어부가 절벽 위에서 소뿔로 만든 낚싯줄을 길게 늘어뜨려 작은 물고기들을 낚으려 할 때, 물고기가 잡히면 숨을 헐떡이며 해안으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스킬라가 그들을 바위 동굴로 들어 올려 입구에서 잡아먹을 때, 그들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몸부림 속에서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나이다. 그것은 내가 바다에서 고통받는 동안 본 가장 가슴 아픈 광경이었나이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바위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곧 태양신 히페리온의 아들 헬리우스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멋진 얼굴을 한 그의 소들과 잘 먹은 양 떼들이 있었나이다. 검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 나는 우리 안의 소들의 울음소리와 양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나이다. 나는 눈먼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키르케의 말을 떠올렸나이다. 두 신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하라 엄격히 지시하였나이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잘 아나이다. 그러나 제 말을 잘 들어 주소서. 티레시아스와 키르케는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해야 한다 강조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끔찍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였나이다. 우리는 배를 돌려 섬을 지나가야 하나이다.』
그들은 이 말에 몹시 낙담하였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저에게 화를 내며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불공평하나이다. 당신은 강하고 지치는 기색이 없으니 분명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쉴 시간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완전히 지쳐 버렸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가 섬에 내려 맛있는 저녁을 해 먹는 것도 허락하지 아니하고, 안개 낀 바다를 밤새도록 표류하라 명령하는구나. 밤이 되면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 배를 난파시키는데, 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북쪽이나 서쪽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이 배를 부숴 버린다면 누가 재앙을 피할 수 있겠나이까.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자. 여기 머물면서 배 옆에서 음식을 해 먹자.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자.』
이것이 그의 말이었나이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였고, 그때 나는 어떤 악령이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직감하였나이다.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에우리로코스여. 나는 한 명이고 너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하는군. 그러나 모두 내게 굳게 맹세하노라. 소떼나 양떼를 발견하더라도 한 마리도 죽이지 마라. 가까이 가지 말고 불멸의 여신 키르케가 마련해 준 음식을 먹어라.』
그들은 내 말대로 맹세하였나이다. 맹세가 끝나자 우리는 잘 만들어진 배를 민물 근처의 굽은 항구 안쪽에 정박시켰나이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능숙하게 저녁을 요리하였나이다. 음식과 술로 배가 부르자 그들은 스킬라가 배에서 잡아먹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나이다. 그들이 울부짖는 동안 달콤한 잠이 그들을 감쌌나이다.
밤이 지나고 별들이 사라지자 상제는 기이한 폭풍우를 일으켰나이다. 그는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고,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나이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우리는 배를 산령녀들이 춤을 추는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모인 부하들에게 연설하였나이다.
『친구들이여, 배에는 식량이 있다. 가축은 건드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저 소들과 살찐 양들은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는 위대한 태양신 헬리우스의 소유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그들은 마지못해 따랐나이다. 그러나 그 달 내내 남풍이 불고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다른 바람은 전혀 불지 아니하였고, 오직 남풍과 동풍만이 불었나이다. 부하들은 아직 음식과 술이 있는 동안에는 소들을 건드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은 목숨을 건지기를 바랐나이다. 그러나 배의 물자가 바닥나자, 선원들은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나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은 낚싯바늘로 물고기와 새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잡았나이다.
저는 혹시라도 신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실까 하는 생각에 기도하러 나섰나이다. 부하들을 남겨 두고 섬을 가로질러 바람을 피해 그늘에서 손을 씻고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러자 신들이 제 눈에 달콤한 잠을 내려 주셨나이다. 그 사이에 에우리로코스는 어리석은 제안을 하였나이다.
『잘 들어 보시오, 친구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굶주림이 가장 비참한 일이다. 그러니 이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아 불멸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자. 이탁도로 돌아가면 곧바로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짓고 그 안에 보물을 모을 것이다. 만일 태양신이 이 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우리 배를 난파시키고 다른 신들도 동의한다면, 나는 이 사막 섬에서 천천히 시들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바닷물을 마시고 죽는 편이 낫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나이다. 그들은 배 옆에서 풀을 뜯고 있던 헬리우스의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으러 갔나이다. 사람들은 소들을 에워싸고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나이다. 배에는 보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참나무 잎을 뜯어 먹었나이다. 기도를 드린 후 소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허벅지를 잘라 낸 다음 뼈 위에 지방을 두 겹으로 덮고 그 위에 날고기를 올렸나이다. 불타는 제물에 부을 포도주가 없었기에 물을 사용하였고, 내장을 모두 구웠나이다. 허벅지살이 불에 타오르고 내장이 뿌려지자, 그들은 나머지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았나이다.
달콤한 잠이 눈에서 녹아내렸나이다. 나는 해안가에 정박한 배로 급히 돌아갔나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감쌌나이다. 나는 신음하며 신들에게 이르되,
『오,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당신들은 그 지독한 잠으로 내 정신을 멀게 하였나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내 부하들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나이다.』
그 사이에 긴 치마를 입은 람페티아는 태양신에게 우리가 그의 소들을 죽였다고 알리러 달려갔나이다. 격분한 태양신은 다른 신들을 불렀나이다.
『위대한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오지수의 부하들을 벌하소서. 그들이 내 소들을 죽였나이다. 나는 하늘에 오를 때나 땅에 내려올 때나 매일 그 소들을 보며 기뻐하였나이다. 그들이 내게 보답하지 아니하면 나는 염라국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만 나의 밝은 빛을 비출 것이다.』
상제가 대답하되,
『헬리우스여. 우리와 함께 빛을 비추어 생명을 주는 땅 위의 필멸자들을 위해 빛을 비춰 주소서. 나는 즉시 나의 밝은 번개로 그들의 배를 쳐서 포도주빛 바다 전체에 산산조각 내 버릴 것이옵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아름다운 칼리프소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배 옆 해안으로 돌아와 나는 그들 각자를 꾸짖었나이다. 그러나 소용없었나이다. 소들은 이미 죽어 있었나이다. 신들이 징조를 보냈나이다. 가죽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고, 꼬챙이에 꽂힌 고기는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음메 소리를 냈나이다. 소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나이다.
엿새 동안 내 부하들은 헬리우스가 준 소고기로 잔치를 벌였나이다. 이레째 날,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가 앞장서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우리는 재빨리 배에 올랐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돛을 펼쳐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우리가 그 섬을 떠났을 때, 우리는 하늘과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에 짙은 푸른색 폭풍 구름을 드리웠나이다. 그 아래 바다는 어두워졌나이다. 잠시 배가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때 제피로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맹렬한 폭풍을 몰고 왔나이다. 강한 돌풍이 앞쪽 돛줄 두 개를 모두 부러뜨렸고, 돛줄은 선창 안에 흩어졌나이다. 돛대는 뒤로 부러져 선장의 배 뒷부분을 강타하였고,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나이다. 그의 뼈는 으스러지고, 골격은 부서졌나이다. 그는 잠수부처럼 갑판에서 떨어졌고,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났나이다.
바로 그 순간, 상제가 천둥을 치며 배에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흔들리는 배는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모든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배 옆 파도 위의 갈매기처럼 휩쓸려 갔나이다. 신들은 그들이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았나이다. 나는 배 위에서 서성거렸고, 마침내 조류가 배의 옆면을 용골에서 뜯어냈나이다. 파도가 배의 뼈대를 휩쓸어 가고 돛대를 부러뜨렸나이다. 그러나 그 위에 소가죽으로 만든 돛대 고정줄이 걸려 있었나이다.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묶고 무시무시한 바람에 실려 나아갔나이다.
마침내 폭풍이 멈추고 서풍이 잦아들었나이다. 남풍이 나를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로 되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되었나이다. 밤새도록 뒤로 휩쓸려 갔고, 해가 뜰 무렵 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무시무시한 바위산으로 돌아왔나이다. 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무화과나무 가지에 가려진 채. 나는 박쥐처럼 나무줄기를 붙잡았나이다. 발을 디딜 수도, 기어오를 수도 없었나이다. 뿌리는 너무 낮았고, 길고 높은 가지는 너무 높았나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매달렸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내 돛대와 용골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기를 바랐나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리브디스가 그렇게 해 주었나이다. 젊은이들의 다툼을 하루 종일 심판하다가 마침내 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던 바로 그 순간, 카리브디스에서 널빤지들이 둥둥 떠올랐나이다. 저는 손과 발을 놓아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떠다니는 나무토막들 옆으로 떨어졌나이다. 저는 그 나무토막 위로 기어올라 손으로 노를 저어 떠났나이다. 상제께서 스킬라가 저를 보지 못하게 해 주셨기에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나이다.
저는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열흘째 저녁, 신들의 도움으로 저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답고 신성한 칼리프소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녀는 저를 사랑하고 보살펴 주었나이다. 제가 어제 당신과 당신의 아내에게 들려드린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리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옵니다.」
==제13권 두 명의 사기꾼==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는 어둑한 홀 안에 앉아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였다. 마침내 알진오가 이르되,
「오지수여, 자네가 내 집에 머물며 손님으로 지냈으니 이제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네. 충분히 고생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언제나 내 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는 내 노래를 들어 주는 존경하는 손님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시오. 손님은 궤짝에 옷을 싸 놓았고, 우리가 준 선물들도 있네. 이제 우리 각자는 튼튼한 삼각대와 가마솥을 하나씩 더해야겠네.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여 누구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네.」
왕의 말에 모두는 기뻐하였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쉬었다. 그때 새벽이 다시 밝아왔다. 새벽의 손가락에서 꽃이 피어나자 그들은 서둘러 배로 돌아가 영웅적인 청동 선물을 가져왔다. 왕은 배에 올라 그것들을 들보 아래에 놓아 선원들이 노를 저을 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왕과 함께 식사를 하러 돌아갔다.
거룩한 왕은 세상을 다스리는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어두운 구름의 신인 상제에게 바칠 제물을 잡았다. 그들은 소의 허벅지를 불태우고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존경받는 가수 데모도쿠스는 그들 가운데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내내 눈부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해가 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치 온종일 소를 끌고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난 사람이 저녁 식사를 간절히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을 수 있는 해 질 무렵을 반기는 것과 같았다. 가는 길에 다리가 쑤셨는데도 말이다. 오지수가 해 지는 것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었느니라.
그는 곧바로 항해를 나온 무릉도인들, 특히 알진오에게 이렇게 말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저를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 주시고 예물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제 소원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나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배편과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신들이 저의 행운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여전히 흠 없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리고 무릉도인 여러분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쁨과 모든 축복을 안겨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여러분의 백성들에게 아무런 고난도 없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들은 그의 말에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좋은 말을 하였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말하였다. 알진오는 오른팔인 본도수에게 이르되,
「본도수여, 이제 포도주 한 잔을 타서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따라 주어라. 상제 신께 기도를 드리고 손님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간구하자.」
그러자 집사는 잔에 포도주를 가득 타서 모두에게 차례로 따라 주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신과 같은 오지수는 일어서서 아례희의 손에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쥐여 주었다. 그의 말이 그녀에게 울려 퍼지되,
「여왕이시여, 우리 모두에게 그러하듯 당신도 늙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이제 떠나겠나이다. 당신의 집과 자녀들, 백성, 그리고 왕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소서.」
그렇게 말하고 고귀한 영웅은 문턱을 넘었다. 알진오는 그의 집사를 보내 해안에 정박한 빠른 배로 그를 안내하게 하였다. 아례희도 여종들을 보냈다. 한 명은 갓 세탁한 장포와 튜닉을 가져왔고, 한 명은 정교하게 조각된 궤짝을, 다른 한 명은 빵과 적포도주를 가져왔다.
배에 도착하자 안내자들은 모든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가 선창 안에 가지런히 실었다. 그들은 오지수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배의 선미 갑판에 시트와 담요를 깔았다. 오지수는 그곳에 올라가 조용히 누웠다. 노 젓는 사람들은 벤치에 차분히 앉아 닻줄을 풀었다. 그들은 몸을 뒤로 젖히고 힘껏 당겼다. 노가 물을 튀겼다. 그의 눈에는 죽음처럼 깊고 달콤한 잠이 내려앉았고, 그는 미동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치 네 마리의 멋진 말이 채찍을 향해 달려들어 마차를 몰고 트랙을 질주하듯, 머리를 높이 들고 유유자적 질주하는 배처럼, 배의 뱃머리도 높이 들려 있었다. 보랏빛 바다의 거친 파도가 배의 선미를 에워쌌고, 배는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가장 빠른 새인 매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배는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항해하였다. 배에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닌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가슴 아픈 상실과 전쟁, 난파의 고통을 견뎌 냈다. 이제 그는 평화롭게 잠들었고, 고통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느니라.
그러나 새벽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밝은 별이 하늘에 떠오르자, 바다를 항해하던 배는 육지에 가까워졌다. 이탁도 지역에는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항구가 있다. 항구 양쪽에는 만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절벽이 솟아 있어 폭풍우가 칠 때 큰 파도를 막아 준다. 배들은 일단 만의 경계를 넘어서면 밧줄 없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만의 어귀에는 잎이 긴 감람 나무가 자라고, 그 근처에는 바다 요정 네레이드들의 성지인 아름답고 어두운 동굴이 있다. 동굴 안에는 돌로 만든 그릇과 암포라가 있고,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가져온다. 돌로 만든 베틀도 있는데, 요정들이 바다처럼 보라색 천을 짜는 모습은 경이롭다. 동굴 안에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 입구는 두 개인데, 북쪽 입구는 인간의 것이고 남쪽 입구는 신성한 길이다. 사람들은 그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곳은 불멸의 존재들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니라.
그들은 노를 저어 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예로부터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팔은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고, 배는 너무 빠르게 나아가 육지에 다다르자 절반이 모래톱에 좌초되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시트와 담요로 싸인 오지수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여전히 깊이 잠든 오지수를 모래 위에 눕혔다.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무릉도 영주들이 고향으로 가져가라 준 선물들을 모두 꺼냈다. 그들은 오지수가 자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감람 나무 옆에 선물들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는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진의 신 해신은 여전히 오지수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상제에게 오지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물었나이다.
「오, 아버지 상제시여. 필멸자들이 저를 존경하지 아니하니 저는 신들 앞에서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이옵니다. 이 무릉도인들은 모두 제 후손인데 말입니다. 저는 항상 오지수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해 왔나이다. 당신께서 직접 고개를 끄덕여 약속하셨기에 저는 그에게서 그 특권을 빼앗지 아니하였나이다. 결코 그렇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의 빠른 배는 그를 바다 건너 이탁도에 데려다 주었고, 그들은 그에게 훌륭한 선물들을 안겨 주었나이다. 청동, 금, 그리고 고운 옷감까지, 그가 토래성에서 무사히 탈출하였더라도 얻었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리품이옵니다.」
폭풍의 신 상제가 외치되,
「땅을 흔드는 자여. 어처구니없구나. 신들은 너를 모욕하지 아니한다. 그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연장자를 모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일 고의적인 인간들이 존경심을 보이지 아니한다면 그들을 벌하라. 너에게는 언제나 그런 힘이 있다. 네 뜻대로 하라.」
해신이 대답하되,
「어두운 구름의 신이시여,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싶었나이다.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참아 왔으나, 이제 그 무릉도인들의 훌륭한 배가 그를 건너게 도와주고 돌아오면, 저는 그 배를 바다에 처박아 버리고 그들의 도시를 산으로 뒤덮어 다시는 여행자들을 안내하지 못하게 하고 싶나이다.」
구름의 신 상제가 이르되,
「형제여, 도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착하는 배를 돌로 변하게 하되, 여전히 배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나이다. 그들은 모두 충격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라.」
이 말을 듣고 해신은 무릉도의 도화원으로 가서 기다렸다. 배가 해안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신은 배 가까이 다가가 배 전체를 돌로 변하게 한 다음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다 밑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사라지자, 노와 훌륭한 배로 유명한 무릉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었나이다.
「무엇이라. 누가 그 배가 바다로 빠르게 돌아오는 동안 단단히 고정시켰는가. 우리가 다 보았는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알진오가 군중에게 이르되,
「정말이로구나. 제 아버지는 오래전에 해신 신께서 우리가 여행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미워하신다 말씀하셨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그 일을 모면하였으나, 언젠가 위대한 해신 신께서 그런 여정에서 돌아오는 배를 파괴하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어버리실 것이라 예언하셨나이다. 이제 그 노인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나이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하나이다. 더 이상 방문객들이 길을 떠나는 것을 도와주지 마시오. 우리는 해신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지 않으시도록 우리가 직접 고른 황소 열두 마리를 제물로 바쳐야 하나이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두려워하며 황소를 준비하였고, 무릉도의 모든 지도자들은 제단 주위에 서서 해신 신께 기도하였다.
한편, 고향 이탁도에서 잠들어 있던 오지수는 깨어났으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그곳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팔라스 지혜의 여신은 안개를 드리워 그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 주고, 그가 구혼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갚을 때까지 그의 아내와 가족, 이웃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 정겨운 항구와 구불구불한 길, 잎이 무성한 나무들은 모두 그의 왕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느니라.
그는 벌떡 일어서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허벅지를 치며 흐느꼈나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잔인한가. 아니면 신을 경외하는 친절한 사람들인가. 내 보물을 다 어디에 두고 가야 하는가. 어디로 떠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페아키아에 남아 다른 강력한 왕을 만났더라면, 내 친구가 되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었을 터인데. 내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가야 할까. 여기는 안 된다. 분명 도둑맞을 것이다. 페아키아 영주들은 믿을 만한 자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나를 이탁도로 데려다 주겠다 약속하였으나, 약속을 어기고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느니라. 가난한 자를 도우시는 상제께서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상제께서는 모든 사람을 지켜보시고 죄인을 벌하시느니라. 이제 내 보물을 세어 봐야겠구나.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날 때 몇 개 훔쳐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삼각대, 가마솥, 금, 천을 모두 세어 보았으나, 없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오지수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닷가를 서성이며 향수병에 시달리고 슬픔에 잠겨 흐느꼈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목동의 모습처럼 보였고, 왕자처럼 젊고 부드러운 피부를 지녔으며, 어깨에는 고운 천으로 만든 장포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여린 발에는 샌들을 신고 있었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너무나 기뻐하며 외치되,
「오, 친구여. 당신은 제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시구나. 반갑나이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제 보물과 저를 지켜 주소서. 저는 당신께 마치 신이신 것처럼 기도하고 간청하나이다. 당신의 무릎에 손을 얹고 간청하나이다. 부디 저를 도와주소서. 그리고 제발, 이곳은 어디이옵니까. 섬이옵니까. 아니면 비옥한 본토에서 바다로 뻗어 있는 반도이옵니까. 누가 이곳에 살고 있나이까.」
그러자 여신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르되,
「나그네여, 당신은 먼 곳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어리석은 자임이 틀림없구나. 이 유명한 나라에 대해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 해가 뜨는 동쪽 땅에 사는 사람들부터 어둑한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곳은 험준한 땅이라 말을 방목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고 넓지도 아니하나, 불모지는 아니다. 이곳에는 곡식과 포도주가 풍성하다. 땅은 항상 비와 이슬로 촉촉하고, 좋은 물웅덩이가 있으며, 염소와 소를 기르기에 좋고, 나무들도 다양하다. 외국인이여, 이탁도라는 이름은 그리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는 토래성에서도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난을 견뎌 온 오지수는 고향 땅에 돌아왔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의 말은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나,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야기를 삼켰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교묘한 계략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그래, 이탁도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으나 나는 먼 크레타에서 왔느니라. 지금 나는 이 모든 재산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남겨 두었느니라. 나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크레타 들판에서 나는 이도메네우스 왕의 아들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오르실로코스를 죽였느니라. 나는 토래성에서 그의 아버지를 섬기거나 돕기를 거부하고 내 군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내가 전쟁과 긴 항해 끝에 힘들게 얻은 토래성의 전리품을 훔치려 하였다. 나는 동료 한 명과 함께 길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여 창으로 찔렀느니라.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아무도 내가 날카로운 청동 칼로 그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를 죽인 후, 나는 재빨리 노를 저어 페니키아인들을 찾아가 약탈품을 나누어 주었고, 그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필성나 유명한 엘리스로 데려다 달라 말하였다. 그러나 폭풍우가 그들을 원치 않게 그곳을 떠나게 하였다. 그들은 나를 속이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항로를 이탈하여 우리는 밤중에 이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배가 고팠으나 아무도 저녁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 항구로 들어왔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모두 그 자리에 누웠다. 달콤한 잠이 나를 감쌌다.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 보물을 꺼내 모래 위에 잠든 내 옆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잘 지어진 시돈으로 항해를 떠났고, 나는 이곳에 남아 슬픔에 잠겼느니라.」
그의 말에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아름답고 키가 크며 모든 예술에 능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나이다.
「당신의 모든 속임수를 간파하려면 인간이든 신이든 속임수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이오. 영리한 악당이로구나. 얼마나 교활하고 거짓말에 능숙한지. 당신은 허구와 속임수를 너무나 좋아하여 자기 땅에서조차 멈추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래요, 우리 둘 다 영리하오. 당신처럼 계획을 세우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저는 신들 사이에서 통찰력과 교활함으로 유명하오. 당신은 저를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저는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이오. 저는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의 모든 고난을 돌보아 왔소. 당신이 무릉도인들에게 환영받도록 한 것도 저였소. 지금 저는 당신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저 덕분에 그들이 당신에게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 보물을 숨기기 위해 여기에 왔소. 당신이 고향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제가 알려 드리겠소. 이것이 너의 운명이니 용감하게 감내해야 한다. 방랑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 속에 고통을 견디고 그들의 잔혹한 대우를 참아내라.」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아니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당신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셨으니까요. 오래전 토래성 전쟁 때 당신이 저를 도와 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나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인들이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배에 올라탔을 때, 신들이 우리 함대를 흩어지게 했을 때, 상제의 딸이신 당신은 제 배에 계시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저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셨나이다.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저는 신들이 저를 고통에서 구해 주기를 기다렸나이다. 나중에 풍요로운 무릉도에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은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도시로 인도해 주셨나이다. 제발, 당신의 아버지 상제께 맹세코. 이곳이 이탁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나이다. 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나이다. 당신은 저를 속이고 조롱하려는 것이오. 진실을 말해 주시오. 이곳이 제 사랑하는 고향이오.」
빛나는 눈으로 그녀는 이르되,
「당신은 언제나 예리한 지성을 지녔기에,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당신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오. 당신은 직감과 집중력이 뛰어나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긴 여정 끝에 고국에 도착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보러 곧장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아내를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들에 대해 묻지도 않기로 하였소. 아내는 집에서 매일 밤 비참하게, 매일 낮에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소.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소. 모든 부하들을 잃은 후에도 당신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마음속 깊이 믿었소.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하였기에 당신을 원망하는 아버지의 동생, 해신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아니하였소. 이제 제가 당신에게 이탁도를 보여 드리겠소. 그렇게 믿으시겠지요. 이곳은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만이며, 만 끝에는 잎이 무성한 감람 나무가 있고, 그 근처에는 네가 수백 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쳤던 네레이드라 불리는 산령녀들에게 신성한 그늘진 동굴이 있다. 그리고 여기는 숲이 우거진 산 네리톤이다.」
여신은 이렇게 말하며 안개를 걷어냈다.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과 고통 끝에 마침내 행복에 휩싸인 오지수는 기쁨에 가득 찼다. 그는 기쁨에 차 고향의 비옥한 땅에 입맞추고 두 팔을 높이 들어 기도하되,
「오, 산령녀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제가 다시 당신들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저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 주시고, 상제의 아들이신 제 상관께서 저를 살려 주시고 아들을 기르게 해 주신다면 예전처럼 당신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용기를 내시오. 걱정할 필요 없소. 이제 서둘러 보물을 동굴에 안전하게 숨기시오. 그리고 나서 계획을 세워야겠소.」
여신은 어두컴컴한 동굴로 내려가 숨을 곳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지수는 페아키아인들이 준 선물, 즉 금과 튼튼한 청동, 그리고 정교하게 짠 천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그것들을 모두 안에 넣고 문돌을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두 사람은 신성한 감람 나무에 기대앉아 구혼자들을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하였다. 눈을 빛내며 지혜의 여신은 이르되,
「위대한 왕이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계략과 계획의 달인 오지수여, 구혼자들을 어떻게 물리칠지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삼 년 동안 당신의 집에 머물며 신과 같은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해 왔소. 아내는 항상 당신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며 슬퍼하오. 그녀는 그들에게 약속과 전갈을 보내며 유혹하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소.」
오지수는 외치되,
「오. 당신께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시지 아니하였더라면 저는 건웅처럼 제 집에서 죽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여신이시여, 이제 그들에게 복수할 전략을 짜 주소서. 제 곁에 서서 토래성의 찬란한 왕관을 부쉈을 때처럼 싸울 용기와 의지를 주소서. 여신이시여, 당신께서 그 열정으로 저와 함께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면, 저는 삼백 명의 적과도 한 번에 싸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지혜의 여신은 맑은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진실로 너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는 동안 내가 네 곁에 있음을 알아라. 네 생계를 앗아가는 구혼자들이 넓은 마룻바닥에 피와 뇌수를 흩뿌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제 내가 너를 변장시켜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네 매끈한 팔다리의 고운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고, 머리카락을 망가뜨리고, 누더기 옷을 입혀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몸서리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네 눈을 흐리게 하여 모든 구혼자들과 네 아내, 그리고 집에 남겨 둔 아들에게 네가 추하게 보이도록 할 것이다. 이제 돼지치기를 찾아가 보아라. 그는 비록 노비일 뿐이지만 네 아들과 현명한 연로비를 숭배하고 네 친구이다. 코락스 바위 옆, 아레투사 샘 근처에서 땅을 파헤치며 검은 물을 마시고 영양가 좋은 도토리를 먹는 암퇘지들 사이에서 그를 찾아보시오. 그곳에 머물며 그와 함께 앉아 모든 것을 물어보시오. 그러면 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사필성로 가서 당신이 사랑하는 소년 태명을 데려오겠소. 그는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메넬라오스에게 갔소.」
그가 날카롭게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그에게 말하지 아니하였소.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아니하오. 그가 나처럼 바다에서 길을 잃고 고통받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의 모든 유산을 차지하는 것을 원하였소.」
지혜의 여신은 빛나는 눈으로 대답하되,
「이제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직접 그를 인도하여 그의 여정에서 영광을 얻도록 하였소. 그는 고통받지 아니하오. 그는 지금 메넬라오스와 함께 앉아 연회를 즐기고 있소. 구혼자들은 그를 죽이려고 배에서 매복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의 재산을 먹어 치우는 자들 중 한두 명은 땅으로 덮일 것이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자신의 지팡이로 그를 톡톡 두드렸다. 그의 잘생긴 몸은 시들어 버렸고, 팔다리는 관절염에 걸렸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탈색시키고, 피부를 늙고 주름지게 만들었으며, 그의 아름답고 빛나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의 옷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해진 장포와 누더기 튜닉으로 바뀌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어깨에 커다란 사슴 가죽을 두르고, 해진 토트백과 지팡이를 주었다. 그들의 계획은 정해졌고, 그들은 헤어졌다. 지혜의 여신은 태명을 데리러 사필성로 떠났느니라.
==제14권 충성스러운 노비==
만을 떠나 오지수는 숲과 절벽을 가로지르는 험준한 길을 걸어갔다.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돼지치기를 찾을 길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의 하인들 중 이 고귀한 노비는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오지수는 그가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마당은 높고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돌담 위에는 가시가 있는 배나무 가지가 얹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동안, 라에르테스나 안주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당을 지었다. 마당 주위에는 껍질을 벗긴 나무 말뚝을 원형으로 박아 두었다. 마당 안에는 암퇘지를 위한 우리 열두 개를 나란히 만들고 각 우리에 쉰 마리씩 넣었다. 수퇘지들은 밖에서 잤다.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잡아먹는 바람에 수퇘지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돼지치기는 가장 살찐 수퇘지들을 구혼자들에게 양보하였고, 이제 삼백육십 마리만 남았다. 대장은 성문을 지키기 위해 사납고 반야생적인 개 네 마리를 키웠다.
오지수는 소가죽을 잘라 샌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부하 세 명은 돼지 떼를 몰아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나머지 한 명은 마을로 보내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줄 돼지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신선한 고기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였다.
그때 갑자기 경비견들이 오지수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지수는 머리를 숙이지 아니하고 지팡이를 떨어뜨린 채 땅에 엎드렸다. 개들은 그를 몹시 해치고 그의 땅에서 망신을 주려 하였으나, 재빨리 돼지치기는 가죽옷을 버리고 개들을 쫓아내기 위해 달려갔다. 그는 개들에게 소리치고 돌을 던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손님에게 이르되,
「제 개들이 당신을 거의 갈기갈기 찢어놓을 뻔하였나이다, 노인장이여. 신들이 이미 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당신이 저에게 수치를 안겨 줄 뻔하였나이다. 저는 주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 남들이 먹을 돼지를 기르고 있나이다. 제 주인님은 길을 잃고 아마도 굶주리고 계실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외국어를 쓰는 땅에서 말입니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시다면, 햇빛을 보고 계시다면 말입니다. 자, 노인장이여, 저를 따라오소서. 음식과 술을 배불리 드시고 나서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고귀한 돼지치기는 푹신한 덤불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 가죽을 깔았다. 그것은 그의 두껍고 따뜻한 잠자리 담요였다. 오지수는 자리에 앉아 이 환대에 기뻐하였다. 그는 이르되,
「당신이 저를 그토록 기꺼이 맞아주셨으니, 상제와 모든 불멸의 신들이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과 외국인과 나그네는 물론이고,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경해야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거지와 손님과 나그네를 돌보시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으나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노비의 삶은 이와 같나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나이다. 제 진짜 주인은 신들의 섭리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인이셨다면 저를 돌보시고 충성스러운 노비에게 친절한 주인이 주는 것을 주셨을 것이옵니다. 집과 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탐낼 만한 아내를 주셨을 것이옵니다. 신들이 축복하시고 번영하게 해 주신 수년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입니다. 주인이 여기 오래 계셨다면 저에게 잘해 주셨을 것이옵니다. 이제 돌아가셨을 것이옵니다. 헬렌과 그 가족들 때문이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죽었나이까. 주인은 건웅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토래성으로 가셨나이다.」
그는 튜닉 허리띠를 단단히 매고 서둘러 돼지우리로 가서 새끼 돼지 두 마리를 골랐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 돼지를 도살하고 털을 그슬린 다음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아 구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돼지를 손님 앞에 내놓고 그 위에 보리를 뿌렸다. 그는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담쟁이덩굴 그릇에 섞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아 권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이것은 가난한 노비의 식사입니다. 새끼 돼지 한 마리이옵니다. 구혼자들이 돼지를 먹어 치웁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자비심이 없나이다. 그들은 그런 범죄를 지켜보고 미워하며 선행과 정의를 축복하는 신들을 무시하나이다. 상제가 준 재물을 약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땅을 습격하여 보물로 가득 찬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무자비한 해적들조차도 신들의 감시를 느끼나이다. 이 구혼자들은 분명 어떤 신의 목소리가 ‘오지수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아니하고 적절한 혼처를 마련하지도 아니하나이다. 대신 그들은 앉아서 그의 재산을 잔치에 낭비하나이다. 밤낮으로 양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씩 잡아먹고, 함부로 마시기 위해 포도주를 더 붓나이다. 이기적인 바보들이여. 나의 주인님은 매우 부유하셨나이다. 본토에는 그만한 부자가 없었나이다. 이탁도에 있는 사람들도, 심지어 스무 명이나 합쳐도 이만큼 가진 게 없나이다. 전부 나열해 보겠나이다. 본토에 소떼 열두 무리, 양 백 마리씩 열두 무리, 돼지 열두 마리, 염소 열두 마리. 우리를 도울 일꾼을 더 고용해야 하였나이다. 그리고 이 섬 저 멀리에는 염소 떼 열한 무리가 풀을 뜯고 있는데, 훌륭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나이다. 매일 목동이 가장 살찌고 건강해 보이는 염소를 골라 궁궐로 데려오나이다. 나는 이 돼지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고 포도주를 조용히 마셨다. 그는 구혼자들을 파멸시킬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배를 채운 후, 그는 마셨던 술잔을 가져다가 다시 채워 에우마이오스에게 주었고, 에우마이오스는 기쁘게 받아 마셨다. 그러자 오지수가 이르되,
「친구여, 누가 당신을 샀나이까. 당신이 말한 그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은 그가 건웅의 명예를 위한 전쟁에서 죽었다 하였나이다. 그는 분명 유명한 사람일 테니, 어쩌면 내가 그를 알지도 모르나이다. 내가 그를 보고 당신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상제와 다른 신들이 알게 될 것이옵니다.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이르되,
「주인님의 아내와 아들은 소식을 전하였다 주장하는 여행자들을 믿지 아니하나이다. 떠돌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항상 거짓말을 하나이다.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나이다. 이탁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님께 와서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내나이다. 주인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질문도 하시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나이다. 당연한 일이옵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을 애도해야 하니까요. 주인님도 옷만 입으면 허풍을 떨고 싶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님의 가죽이 뼈에서 뜯겨 나갔고, 맹금류와 개들에게 잡아먹혀 목숨을 잃으셨나이다. 아니면 바다에서 물고기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르나이다. 뼈가 해변에 모래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옵니다. 주인님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저에게는 큰 슬픔이옵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심지어 저를 낳고 키워 주신 부모님 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런 친절한 주인님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제 가족에 대한 슬픔은 그 슬픔보다 덜하나이다. 오지수보다 더 그리우나이다. 그가 너무 보고 싶나이다. 낯선 이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지나이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형제’라 부르고 싶나이다. 그는 저를 그토록 사랑하고 아껴 주었으니까요.」
오지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이르되,
「친구여, 당신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너무나 완강하게 주장하는구나. 믿음이 없으신 것이오. 그러나 이건 허풍이 아니옵니다. 맹세컨대 오지수는 오고 있나이다.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때 전령으로서의 보상인 좋은 옷을 받겠나이다. 그때까지는 필요하긴 하나 아무것도 받지 않겠나이다. 가난에 굴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지옥의 문처럼 혐오스럽나이다. 상제 신과 당신이 베풀어 주신 환대, 그리고 제가 가고 있는 위대한 오지수의 난로에 맹세하나이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지금 말하는 대로 될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바로 이 달의 주기 안에, 즉 초승달과 보름달 사이에 돌아올 것이며, 그의 아내와 고귀한 아들을 모욕한 이곳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옵니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나리여, 그분이 돌아오지 아니하시니 저는 당신에게 이 보상을 드릴 수 없나이다. 편히 쉬시고 술이나 드시오. 다른 생각을 해 봅시다. 저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누군가 제 충실한 주인님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아프나이다. 당신의 맹세는 신경 쓰지 마시오. 연로비와 늙은 라에르테스, 그리고 태명처럼 그분도 돌아오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저는 그 불쌍한 아이, 제 주인님의 아들에 대한 슬픔을 잊을 수 없나이다. 신들의 은혜로 그는 나무처럼 잘생기고 튼튼하게 자라 마치 아버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처럼 되었나이다. 그러나 누군가, 혹은 어떤 신이 그의 분별력을 망쳐 버렸나이다. 그는 아버지 소식을 찾으러 필성로 갔나이다. 구혼자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머지않아 이탁도에서 아르케시우스의 가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옵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이다. 그들이 그를 잡을 수도 있고, 상제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도 있나이다. 자, 이제 당신의 모험에 대해 진실을 말해 주소서.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당신의 부모님은 어디에 사시나이까. 당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나이까. 이 마을이요. 어떤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선원들이 어떻게 당신을 이탁도로 데려왔나이까.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당신이 걸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는 교활하게 이르되,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 둘이 이 오두막에서 편히 앉아 마음껏 음식을 먹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마시며, 모든 일은 남들이 다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 년 내내 이야기한다 해도 신들이 내게 안겨 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건대, 나는 넓은 크레타 섬 출신이며, 부유한 카스토르 힐라키데스의 아들이옵니다. 그의 정실 부인과의 사이에는 아들이 많았고, 모두 그의 집에서 자랐나이다. 내 어머니는 노비였고, 첩으로 팔려 왔으나,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들들처럼 존중해 주셨나이다. 크레타 사람들은 그가 부유하고 훌륭한 아들들을 두었기에 그를 신처럼 존경하였나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염라국으로 데려갔나이다. 그리고 내 형들은 이기적으로 그의 재산을 빼앗고, 나에게는 겨우 살 곳만 남겨 주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약하거나 겁쟁이가 아니었나이다. 나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 덕분에 괜찮은 지참금을 가진 아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잃었나이다. 그러나 그루터기를 보면 한때 곡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 있나이다. 슬픔에 잠겨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지혜의 여신과 아레스에게서 용기의 선물을 받았나이다. 적을 매복 공격할 전사들을 선택할 때면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멀리 앞으로 뛰쳐나가 적들을 따라잡아 창으로 찔렀나이다. 전쟁터에서 저는 그런 모습이었나이다. 농사일이나 집안일, 아이 키우는 것은 좋아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항해와 창과 화살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을 더 좋아하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에 몸서리칠지 모르나, 신들은 제 마음이 그런 것들을 사랑하도록 만들었나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옵니다.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전에 저는 군대와 함대를 이끌고 아홉 번의 원정을 떠났고, 큰 성공을 거두었나이다. 저는 모든 전리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고, 전리품을 나눌 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나이다. 곧 우리 집안은 부유해졌고, 저는 크레타인들 사이에서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나이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시는 상제께서… 그 참혹한 원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말았나이다. 사람들은 제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기를 원하였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이다. 그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나이다. 우리 그리스인들은 구 년 동안 싸웠고, 십 년째 되던 해에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국으로 돌아왔나이다. 어떤 신이 그리스인들을 흩어지게 하였고, 저는 상제의 저주를 받았나이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내 소유물들을 즐겼나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홉 척의 배와 신과 같은 선원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항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나이다. 나는 서둘러 함대를 준비하고 선원들을 모았나이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칠 동물들과 선원들이 요리해 먹을 음식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이레째 되는 날 이백오십 명의 선원을 태우고 크레타 섬을 출항하였나이다. 순풍이 불어와 마치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나이다. 아무도 아프지 아니하였고, 모든 배는 손상 없이 도착하였나이다. 우리는 바람과 항해사의 인도에 따라 바다를 건너며 가만히 앉아 있었나이다. 닷새 만에 우리는 이집트의 강 계곡에 도착하였고, 내 함대는 나일 강 안쪽에 정박하였나이다.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 명령하고, 높은 지대에 정찰병을 보내 주변을 살피도록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백육십 명의 선원들을 이끌고 공격적인 충동에 휩싸여 이집트의 들판을 파괴하고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노비로 삼았으며, 남자들을 죽였나이다. 곧 그 소식이 도시에 전해졌나이다. 사람들은 비명 소리를 듣고 새벽녘에 모두 모여들었나이다. 평원은 보병과 전차, 번쩍이는 청동 무기로 가득 찼고, 번개의 신 상제는 내 병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나이다. 그들은 감히 싸움을 계속할 수 없었나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많은 병사들이 날카로운 청동 창에 찔려 죽었고, 나머지는 노비로 잡혀 갔나이다. 차라리 이집트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러나 고통은 계속되었나이다. 상제는 내게 다른 계획을 세워 주었나이다. 나는 투구를 벗고 방패와 칼을 내려놓은 채 무장하지 아니한 채 왕에게 다가갔나이다. 그의 전차 옆에서 나는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입맞춤하였나이다. 그는 자비로웠고, 나를 지켜 주었으며, 그의 전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나이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찼나이다. 많은 이집트인들이 나에게 분노하여 창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나이다. 왕은 나를 보호해 주었나이다. 그는 악을 미워하는 이방인의 신 상제의 분노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그곳에서 칠 년을 머물며 큰 부를 축적하였고,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러나 팔 년째 되던 해, 페니키아에서 탐욕스러운 자가 나타났나이다. 그는 거짓말에 능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속여 자기가 사는 페니키아로 데려갔나이다. 나는 그곳에서 일 년을 머물렀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일 년이 지나자 그는 나에게 무역을 하러 간다 거짓말을 하고는 리비아로 가는 배를 몰고 갔나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나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었나이다. 나는 의심스러웠으나 배에 올랐나이다. 배는 순풍을 타고 크레타 섬을 떠나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그러나 상제는 선원들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웠나이다. 크레타 섬을 떠나자 바다와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로 짙은 푸른 구름을 드리워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웠나이다. 그는 천둥을 치더니 배를 향해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번개의 충격으로 배는 완전히 회전하였고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어두운 배 옆의 가마우지처럼 파도에 휩쓸려 갔고, 신들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갔나이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저는 상제 신의 도움을 받았나이다. 상제 신은 튼튼한 돛대를 제 손에 쥐어 주었나이다. 저는 돛대에 매달려 폭풍우에 휩쓸려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그리고 열 번째 검은 밤, 거센 파도가 저를 테스프로티아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곳에서 페이돈이라는 왕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아니하고 저를 도와 주었나이다. 그의 아들이 아침 공기에 지쳐 추위에 떨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 옷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곳에서 저는 오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고향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 손님으로 머물렀다 말하였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모아 온 보물, 즉 금과 청동, 그리고 정성껏 세공한 철을 보여 주었나이다. 왕실 창고에는 그의 가족이 앞으로 십 대까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있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상제의 뜻을 묻기 위해 신성한 참나무에 가려고 도도나로 갔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비옥한 이탁도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나이다. 그는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변장할지 아니면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내게 제물을 바치며 맹세하기를,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배와 선원들을 준비해 두었다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먼저 보냈나이다. 마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이 이미 곡식이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항해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그들에게 나를 잘 대접하고 아카스투스 왕에게 데려가라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나를 다시 한번 비참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였나이다. 배가 바다로 나간 후, 그들은 나를 노비로 삼으려 음모를 꾸몄나이다. 그들은 내 장포와 튜닉을 벗기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누더기 옷을 던져 주었나이다. 밤이 되자 그들은 이탁도의 밝은 들판으로 와서 나를 밧줄로 단단히 묶고 배에 남겨 둔 채 저녁을 먹으러 재빨리 육지로 올라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내 밧줄을 풀어 주었나이다. 밧줄은 쉽게 풀렸나이다. 나는 누더기 옷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매끄러운 배의 널빤지를 타고 내려가 가슴을 바다에 담갔나이다. 두 팔로 헤엄쳐 재빨리 도망쳤나이다. 꽃이 만발한 덤불 옆 해안에 도착하여 두려움에 떨며 웅크렸나이다. 그들은 주위를 쿵쿵거리며 소리쳤으나, 잠시 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배로 돌아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나를 쉽게 숨겨 주시고 이 오두막, 현자의 집으로 데려오셨나이다. 살아남는 것이 내 운명이기 때문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가엾은 손님이시여.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오나, 아무 소용이 없나이다. 저는 오지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겠나이다. 어찌하여 그런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셨나이까. 저는 주인님의 귀환에 대해 알고 있나이다. 신들은 그를 미워하나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토래성에서 또는 전우들의 품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야 그리스인들이 후대에 그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언덕을 쌓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도둑 같은 바람이 그를 앗아 갔나이다. 이제 그에게는 영광이 없나이다. 저는 외톨이이옵니다. 저는 여기서 돼지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현명한 연로비가 소식을 전해주려고 저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마을에 나가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은 그녀 주위에 모여 질문을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떠나간 주인님을 슬퍼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몫을 챙겨 먹으려고 기뻐하나이다.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아니하나이다. 아이톨리아 사람이 거짓말로 저를 속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먼 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다 말하며 제 집에 찾아왔나이다. 나는 그를 환영하였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크레타에서 폭풍에 난파된 배들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나의 주인이 여름이나 수확기에 보물을 잔뜩 모아 부자가 되어, 선원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였나이다. 신이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니, 나를 속이거나 거짓말로 잘 보이려 하지 마시오. 노인이여, 내가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의 신인 상제에 대한 두려움과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당신은 너무 회의적이시구나. 내 맹세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를 믿지 않을 것 같구나. 오림산의 신들이 증인이 되어 당신의 주인이 이 집으로 돌아오면 당신은 내게 입을 옷을 주고 둘리키움으로 가는 것을 도와 주소서. 나는 그곳에 가고 싶나이다. 그러나 만일 그분이 오지 아니하시고 제가 틀렸다면, 당신의 노비들이 저를 절벽 아래로 몰아넣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다른 거지들이 당신을 속이려 들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정직한 돼지치기는 대답하되,
「손님이여, 제가 당신을 안으로 모시고 환영한 다음 죽인다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칭송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떻게 양심의 가책 없이 상제에게 기도할 수 있겠나이까. 어쨌든 지금은 저녁 시간이옵니다. 제 부하들이 안으로 들어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읍시다.」
이것이 그들의 대화였느니라. 목동들이 들어와 돼지들을 평소처럼 우리에 몰아넣어 쉬게 하였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귀한 돼지치기는 부하들에게 이르되,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가장 좋은 돼지를 가져오너라. 우리 모두 즐겁게 먹자. 우리는 이 하얀 어금니 돼지들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애써 얻은 음식을 먹어 치우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아니한다.」
날카로운 청동 도끼로 나무를 Pac다. 그들은 살찐 오 년 된 돼지 한 마리를 가져와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돼지치기는 마음이 선하여 신들을 생각하였다. 그는 돼지의 머리털을 깎아 불에 던지고, 자신의 지혜로 주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다. 그는 몸을 쭉 뻗어 참나무 장작으로 돼지를 내리쳤다. 돼지가 죽자 그들은 목을 베고 가죽을 그슬린 다음 잘게 잘랐다. 돼지치기는 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기름진 부분 위에 살코기를 얹고 그 위에 보리알을 얹어 불 위에 올렸다. 나머지는 썰어서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운 다음 고기를 꺼내 접시에 수북이 담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고기를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주었다. 첫 번째는 헤르메스와 산령녀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그다음은 그는 나머지 음식을 남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오지수에게 척추에서 잘라 낸 귀한 조각을 주었다. 그의 주인은 기뻐하며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자네가 내게 이렇게 좋은 것을 주니 상제께서 자네를 나처럼 축복하고 사랑하시기를.」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비록 소박하나 맛있게 드십시오. 신들은 주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들의 뜻이옵니다. 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선홍빛 포도주를 따라 제물을 바친 다음,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잔을 주었다. 마침내 돼지치기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음식을 내어 준 사람은 메사울리우스였다. 그는 에우마이오스가 주인이 없는 동안, 그의 여주인이나 라에르테스의 도움 없이, 타피아 사람들과 교환하여 사들인 노비였다. 모두들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뻗었다.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섭취한 후, 메사울리우스는 주변을 정리하였다. 사람들은 빵과 고기로 배가 불러 잠이 간절하였다.
밤이 되었다. 달빛 없는 매서운 밤이었다. 상제는 끊임없이 비를 내렸고, 젖은 제피로스는 더욱 세차게 불었다. 오지수는 에우마이오스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장포를 벗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벗으라 할지 시험해 보기 위해 이렇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자랑 좀 하겠나이다. 술에 취해 어지럽으나, 술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노래하고 낄낄거리고 춤추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까지 하게 만드나이다. 이렇게 주절거리기 시작하였으니 솔직하게 말해 보겠나이다. 제가 다시 젊고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래성 성벽 아래에서 매복 작전을 세웠을 때처럼 말입니다. 주동자는 면나수와 오지수였고, 저는 세 번째 지휘관으로 뽑혔나이다. 성벽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덤불과 갈대, 늪에 숨어 방패 아래에 엎드렸나이다. 밤이 되자 매섭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찾아왔고, 북풍과 진눈깨비 같은 눈이 내렸나이다. 너무 추워서 무기에 얼음이 얼어붙을 정도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포를 걸치고 방패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외투를 잊고 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채 두고 나왔나이다. 방패와 빛나는 허리띠만 가지고 있었나이다. 밤이 저물어 별들이 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오지수에게 다가가 그를 쿡 찔렀나이다. 그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었나이다. 나는 이르되, 『폐하, 위대한 장군 오지수여, 저는 이 추위 때문에 죽을 것 같나이다. 외투가 없나이다. 어떤 악령이 저를 속여 튜닉만 입게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나이다.』 그는 즉시 이 해결책을 떠올렸나이다.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이자 전사인가. 그는 아주 조용히 속삭이되, 『조용히 하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라.』 그는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 이르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신들이 보낸 꿈을 꾸었다. 우리는 배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 누군가 백성의 목자인 건웅에게 가서 더 많은 군대를 보내 달라 말해야 한다.』 그때, 토아스 안드라이몬이 벌떡 일어나 자주색 장포를 벗어 던지고 배들을 향해 달려갔나이다. 나는 황금빛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의 장포 아래에서 편안하게 몸을 웅크렸나이다. 내가 다시 젊고 강하기만 했다면. 그러면 이 농장의 돼지치기들 중 누군가가 존경과 우정의 표시로 내게 장포를 주었을 터인데. 지금은 모두 내가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다 나를 경멸하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훌륭한 이야기였소, 노인이여. 효과가 있었소. 자네는 가난한 늙은이에게 필요한 모든 옷과 물건들을 얻게 될 것이오. 적어도 지금은 말이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낡은 누더기를 입어야 할 것이오. 우리에게는 옷이 한 벌씩밖에 없소. 여벌 옷은 없소. 주인님의 아들이 도착하면 자네에게 옷을 주고, 자네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어나 불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양과 염소 가죽을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누웠다. 에우마이오스는 오지수에게 아주 추운 날씨에 대비한 크고 두꺼운 장포를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잠이 들었고, 젊은이들도 그의 곁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돼지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떠나려고 하였다. 오지수는 노비가 주인이 없는 동안 자신의 물건들을 잘 챙겨 준 것에 기뻐하였다. 에우마이오스는 잘 단련된 등에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허리띠를 두르고, 방풍 장포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가죽을 둘렀다. 그는 사람이나 개를 쫓아낼 날카로운 칼을 챙기고, 은빛 송곳니를 가진 돼지들이 자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잠을 잤다.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가 있었느니라.
==제15권 태명의 귀환==
지혜의 여신은 태명의 무사 귀환을 위해 사필성로 갔다. 그녀는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와 함께 메넬라오스의 현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태명은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신이 주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부엉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태명아, 더 이상 집을 떠나 재산을 버리고 탐욕스러운 남자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멀리 여행해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재산을 나눠 갖고 당신의 여행을 헛되게 만들 수도 있다. 메넬라오스에게 빨리 도움을 청하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하라. 어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이미 어머니에게 에우리마코스와 결혼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에우리마코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장 후하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의 전적인 동의 없이는 어머니가 집에서 어떤 물건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여자들이 어떤지 알다시피, 결혼한 남자의 집안일을 돕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을 잊어버린다. 안부조차 묻지 아니한다. 신들이 당신에게 아내를 주실 때까지 가장 아끼는 여종에게 재산을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잘 들어 두어라. 이탁도와 바위투성이의 마을 사이 시냇가에 구혼자 무리가 숨어 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자들 중 일부는 곧 땅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배를 섬에서 멀리 멀리 몰고 밤낮으로 항해하라. 당신을 지키고 지켜보는 신이 당신의 돛에 순풍을 보내 줄 것이다. 이탁도 해안에 처음 도착하면 당신의 부하들은 배를 마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당신은 먼저 대부분의 노비보다 나은 돼지치기를 찾아가라. 그곳에서 밤을 보내라. 그에게 마을로 가서 연로비에게 당신이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하라 하라.」
이 말을 끝으로 여신은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태명은 네스토르의 아들을 발로 차 깨우며 이르되,
「피시스트라투스여. 가서 말을 데려와 마차에 싣고 서둘러 출발하자.」
그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아무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칠흑 같은 밤에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나이다. 곧 동이 틀 것이옵니다. 메넬라오스 님께서 마차를 타고 나와 선물을 가져다주시고, 친절한 말로 우리를 배웅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소서. 후한 주인은 손님이 살아 있는 한 기억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황금빛 옥좌에 앉은 새벽빛이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메넬라오스 왕은 금발의 헬렌과 함께 자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오는 것을 본 태명은 밝은 흰색 튜닉을 입고, 튼튼한 어깨에 위풍당당한 검을 맸다. 그렇게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신과 같은 왕 오지수의 사랑받는 아들은 메넬라오스 곁에 서서 이르되,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여, 부디 저를 사랑하는 고향으로 보내 주소서. 제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나나이다.」
메넬라오스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당신이 정말로 고향에 가고 싶어 한다면 여기 머물게 하지 않겠나이다. 나는 지나친 친절과 지나친 냉담함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균형이 가장 좋나이다. 손님을 억지로 머물게 하는 것은 떠나라 재촉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아니하나이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에는 친절하게 대하고, 떠날 때는 잘 도와 주어야 하나이다. 그러니 친구여, 내가 당신의 마차에 실을 멋진 선물을 가져올 때까지만 머무르시오. 선물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이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우리 집의 풍성한 식량으로 연회를 준비하라 지시하겠나이다. 긴 여행 전에 잔치를 베푸는 것은 명예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이치에 맞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와 함께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기를 원한다면, 내 말을 마차에 태워 모든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가는 곳마다 선물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멋진 청동 삼각대, 솥, 노새 두 마리, 또는 금잔 같은 것들 말이오.」
태명이 대답하되,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나이다. 집에는 제 재산을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아버지를 찾다가 죽고 싶지도 아니하고, 집에 두고 온 재산을 잃고 싶지도 아니하나이다.」
그러자 메넬라오스 장군은 아내와 여종들에게 풍성한 식량을 준비하라 소리쳤다. 근처에 살던 에테오네우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왔다. 장군은 큰 소리로 명령하되,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라.」
여종은 순종하였다. 그동안 주인은 보물이 가득한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헬렌과 메가펜테스도 그와 함께 갔다. 그는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들고 아들에게 은그릇을 가져오라 하였다. 헬렌은 자신이 직접 만든 특별한 옷들을 보관해 둔 궤 옆에 섰다. 그녀는 다른 옷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큰 옷을 들어 올렸는데, 그 옷은 다른 옷들보다 훨씬 더 빛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궁궐을 지나 태명에게로 갔다. 금발의 메넬라오스가 그에게 이르되,
「위대한 천둥의 신이자 헤라의 남편이신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나이다. 깊은 존경의 표시로 내가 가진 보물 중 가장 귀한 것을 드리겠나이다. 금으로 테두리를 두른 순은 그릇이옵니다. 해필수가 만든 것이지요. 시돈의 왕 파이디모스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집에 들렀을 때 내게 선물해 준 것이옵니다. 자, 이것을 받으소서. 당신의 것이옵니다.」
그는 먼저 잔을 건넸고, 메가펜테스는 반짝이는 은그릇을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헬렌의 아름다운 뺨이 붉어지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옷을 들고 이르되,
「사랑하는 아이야, 나도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이 있단다. 네 결혼식 날이 오면 헬렌을 기억하고 신부에게 이 옷을 입히렴. 그때까지는 네 어머니가 잘 보관해 두실 거야. 네가 행복하고 좋은 집을 짓고 조국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란단다.」
그녀는 옷을 건넸고, 그는 기쁘게 받았다. 피시스트라투스 왕자는 모든 선물을 받아 짐에 싸고 마음속으로 감탄하였다. 왕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였고,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한 여종이 아름다운 금 물병과 은그릇을 가져와 그들의 손을 씻겨 주었다. 그녀는 윤이 나는 탁자를 그들 옆에 차려 놓았다. 또 다른 하층민 소녀는 빵과 온갖 음식을 가져왔다. 보에토에데스는 고기를 썰어 내놓기 시작하였다. 왕자는 모두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그들은 앞에 차려진 온갖 진미를 마음껏 먹었다.
배가 부르자 태명과 네스토르의 아들은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고 전차에 멍에를 씌운 후, 메넬라오스가 울려 퍼지는 현관과 문을 나서서 마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 메넬라오스가 오른손에 꿀에 절인 포도주가 담긴 금잔을 들고 그들 바로 뒤에서 달려와 떠나기 전에 제사를 지내자 하였다. 그는 그들 앞에 멈춰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이르되,
「얘들아, 행운을 빌어라. 네스토르에게 안부 전해다오. 우리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그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친절하였느니라.」
태명이 조심스럽게 이르되,
「예, 폐하. 그곳에 가면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로 돌아가 오지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나이다. 폐하의 너그러움과 친절에 걸맞은 행운이 저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오른쪽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개는 발톱에 커다란 흰 거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당에서 잡은 온순한 거위였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거위는 소년들 옆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말들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이 먼저 입을 열되,
「나의 주군이시여,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이것은 어떤 신이 우리에게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니면 왕께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레스의 총애를 받는 메넬라오스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때 헬렌이 먼저 말을 가로막되,
「자, 잘 들으소서. 제가 예언을 하나 하겠나이다. 신들이 제 마음에 심어 주신 말씀이며, 저는 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나이다. 독수리가 새끼와 부모가 있는 산에서 날아와 길들여진 거위를 낚아채 갔듯이, 오랫동안 떠나 많은 고난을 겪었던 오지수가 돌아와 복수할 것이옵니다. 사실, 그는 이미 집에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파멸을 심고 있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천둥의 상제께서 당신의 예언을 즉시 이루어 주시기를.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는 여신에게 절하듯 당신에게 경배하겠나이다.」
그는 말들을 채찍질하여 마을 중심부를 지나 넓은 평원으로 질주하게 하였다. 온종일 마구가 덜컹거리며 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들은 오르틸로코스의 아들이자 알페우스의 손자인 디오클레스의 고향 페라이에 도착하였다. 디오클레스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붉은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그들은 말에 멍에를 메고 전차에 올라타 웅장한 현관과 성문을 나서 출발하였다. 말들은 채찍에 힘차게 달려갔다. 곧 그들은 바위투성이의 도시 필성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에게 물었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겠나이까. 우리 아버지들이 대대로 친구였고, 우리도 동갑내기인데다가 이번 여행으로 더욱 가까워졌나이다. 제 배를 더 이상 끌고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노인이 저를 불러들여 손님으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에 남겨 주소서.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빨리 가야 하나이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들을 배로 돌려 바닷가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서 그는 메넬라오스가 준 값비싼 선물과 옷, 금을 꺼내 배의 선미에 싣고 태명에게 이르되,
「서둘러라. 지금 당장 승선하라. 내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너희가 여기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전에 선원들도 모두 태우고 가라. 아버지를 잘 알아라. 고집이 세시거든. 너희를 보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를 데리러 오실 것이고, 너희 없이는 절대 떠나지 않으실 것이다. 몹시 화를 내실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들에게 박차를 가하였다. 긴 갈기를 휘날리며 말들은 필성 성채를 향해 질주하였다. 태명이 명령하되,
「친구들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에 올라타자. 이제 출발하자.」
그들은 재빨리 순종하여 배의 벤치에 앉았다. 그가 지혜의 여신에게 기도와 제물을 바치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르고스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한 외국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예언자였으며, 한때 양의 땅인 필성에 살았던 멜람푸스의 후손이었다. 멜람푸스는 부유하였고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교만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인 넬레우스에게서 도망쳐 집을 떠났다. 넬레우스는 멜람푸스가 필라쿠스의 집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빼앗았다. 복수의 여신이 멜람푸스에게 넬레우스의 딸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니라. 멜람푸스는 간신히 탈출하여 소떼를 몰고 필라쿠스에서 필성로 향하였다. 그는 넬레우스가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를 하고, 그 여자를 형의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맞이한 후, 말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아르고스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니라. 그는 두 명의 강인한 아들, 만티우스와 안티파테스를 두었는데, 안티파테스는 영웅 오이클레스의 아버지였고, 오이클레스의 아들은 전쟁 영웅 암피아라오스였다. 아이기스를 든 상제와 아폴론은 그를 진심으로 숭배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테베에서 살해당하여 장수하지 못하였다. 그는 두 아들, 암필로코스와 알크마이온을 두었다. 만티우스의 아들은 클리투스와 폴리페이데스였다. 클리투스는 너무나 잘생겨서 새벽의 신에게 데려가졌고, 폴리페이데스는 암피아라우스가 죽은 후 아폴론이 인간 중 최고의 예언 능력을 부여한 인물이었다. 이 예언자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히페리시아로 이주하였고, 거기서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었다. 태명이 포도주를 따르며 신들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은 그의 아들 테오클리메누스였다.
낯선 이가 이르되,
「친구여, 자네가 제물을 바치고 있는 것을 보았네. 종교와 신들, 그리고 자네와 자네 부하들의 목숨을 걸고 간청하건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 부모는 누구인가. 자네 고향은 어디인가.」
태명이 대답하되,
「낯선 이방인이여, 자네를 위해 말하겠네. 나는 이탁도 출신이네. 내 아버지는 오지수였네. 그는 살아 있었으나, 지금쯤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 것이네. 내가 이 배와 선원들을 얻은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네. 나는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였네.」
그러자 낯선 사람이 대답하되,
「저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저는 제 부족 사람을 죽였고, 아르고스에 영향력 있는 형제와 친척들이 많아서 도망 다니고 있나이다. 그들이 저를 죽이려 하나이다. 저는 이제 집 없는 신세가 되었나이다. 그러나 제발, 저를 당신 배에 태워 주소서.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신께 왔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쫓고 있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좋소. 우리 배에 함께 타시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 당신은 우리의 손님이오.」
그는 낯선 사람의 창을 빼앗아 갑판에 놓고는 자신도 배에 올라 선미에 앉았다. 그리고 손님도 선미에 앉도록 하였다. 그들은 밧줄을 풀었다. 태명은 선원들에게 돛대를 잡으라 명령하였고, 그들은 즉시 복종하여 나무 돛대를 세우고 소켓에 고정시킨 다음, 앞돛줄로 묶고 가죽 밧줄로 흰 돛을 올렸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은 맑은 하늘을 가르는 거센 바람을 보내 순풍을 불어넣었다. 배는 크루니와 아름다운 칼키스 강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고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상제가 불어 준 바람에 힘입어 배는 파이아를 지나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유명한 엘리스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바늘섬을 향해 나아갔으나, 여전히 죽음을 확신할 수 없었느니라.
한편, 오지수는 오두막 안에서 고귀한 돼지치기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오지수는 돼지치기가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줄지, 농장에 머물도록 권할지, 아니면 마을로 보낼지 시험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잘 들어라. 그리고 너희 모두 잘 들어라. 새벽에 마을로 가서 구걸할 생각이다. 너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아니하다. 길 안내와 나와 함께 갈 안내자만 있으면 된다. 나는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실 것과 빵 조각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오지수 왕의 집에 도착하면 연로비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권력 있는 구혼자들과 어울릴 생각이다. 그들이 풍족한 창고에서 나에게 음식을 좀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당장 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나는 그럴 능력이 있다. 은혜를 베풀고 모든 인간의 노동을 영광스럽게 하는 신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나에게 모든 가사일에 비할 데 없는 솜씨를 주었다. 불을 피우고, 장작을 패고, 고기를 썰고 굽고, 포도주를 따르는 것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섬기기 위해 하는 모든 허드렛일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우마이오스는 화를 내며 이르되,
「안 됩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시나이까. 그 구혼자 무리 사이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당신은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공격성은 철과 하늘까지 닿을 정도이옵니다. 게다가 그들을 시중드는 자들은 당신과는 다르나이다. 그들은 잘 차려입고, 윤이 나는 깨끗한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옵니다. 윤이 나는 탁자 위에 빵과 포도주와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시중들고 있나이다. 여기 머무르소서. 아무도 당신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아니하나이다. 저도,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오지수의 아들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장포와 튜닉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옵니다.」
고통에 익숙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상제께서 저처럼 당신을 사랑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당신께서 저를 방랑의 고통에서 구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은 집 없는 삶이옵니다. 우리는 극심한 굶주림 때문에 이 삶을 견뎌야만 하나이다. 집 없는 이방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젊은 주인님을 기다리라 하셨으니, 오지수의 부모님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의 아버지는 떠날 때 노년에 접어드셨는데, 아직 살아 계시나이까. 아니면 돌아가셨나이까.」
그가 대답하되,
「나그네여, 진실을 말하겠나이다. 라에르테스는 살아 있으나, 늘 상제에게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고 있나이다.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너무나 괴로워 제때보다 일찍 늙어 버렸나이다. 아내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나이다. 어떤 친구에게도 그런 죽음을 바라지 아니하나이다. 유명한 영웅인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서 말이다. 살아생전, 슬픔 속에서도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나이다. 그녀는 막내딸이자 강하고 예쁜 크티메네와 함께 나를 키웠나이다. 그녀는 우리 둘을 함께 키우면서 나를 거의 동등하게, 다만 조금 덜 존중해 주었나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자, 그들은 크티메네를 거액의 지참금을 받고 사메로 보냈나이다. 어머니는 내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입히고 샌들을 신겨 시골로 보냈나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였나이다. 나는 두 사람 모두 그립나이다. 신들이 나를 이렇게 만드셨나이다. 이곳에서의 사업이 번창하여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였고 손님들에게도 대접할 수 있었나이다. 그러나 주인님에 대한 좋은 소식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침략자들 때문에 집이 폐허가 되었다 하나이다. 주인님의 모든 노비들은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문을 듣고, 음식을 나눠 먹고, 밭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 노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외치되,
「에우마이오스여. 네가 집과 부모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끌려갔을 때 얼마나 어린아이였단 말인가.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그들이 살던 도시가 약탈당했단 말인가. 아니면 네가 홀로 양이나 소를 치고 있을 때 산적들이 너를 발견했단 말인가. 그들이 너를 붙잡아 배에 태운 다음, 이 사람의 집에서 값싸게 팔았단 말인가.」
돼지치기가 그에게 대답하되,
「나그네여, 이렇게 물으셨으니 들어보소서. 조용히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제 이야기를 즐기소서. 이 밤들은 마법과 같나이다. 잠도 잘 자고 이야기도 들을 시간이 충분하니까요. 너무 일찍 주무실 필요는 없나이다. 건강에 좋지 아니하나이다. 잠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라면 가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주인의 돼지를 치러 가야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당신과 저는 제 오두막에 앉아 음식과 포도주를 나누며 서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나누도록 합시다. 오랜 세월 고통과 집을 떠나 살아온 사람은 슬픔을 즐길 수도 있나이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시리아라는 섬이 있나이다. 태양이 오르티기아 위에서 도는 곳이지요. 주민은 적으나 양과 포도주와 곡식이 풍부한 좋은 땅이옵니다. 그곳 사람들은 기근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늙어가고, 아림 여신은 그들의 부드러운 화살을 통해 그들을 보살피나이다. 은빛 활을 가진 아로왕 신이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였나이다. 땅은 두 개의 지방으로 나뉘었고, 나의 아버지 크테시우스는 두 지방 모두의 왕이었나이다. 그때 탐욕스러운 상인들이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페니키아인으로,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들이었고, 검은 배에는 엄청난 보물이 가득 실려 있었나이다. 나의 아버지 집에는 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이 있었는데,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 재주가 뛰어났나이다. 그 교활한 악당들은 그녀를 속였나이다. 그중 한 명이 먼저 배 옆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와 동침하였나이다. 성욕은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나이다. 아무리 훌륭한 여자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어디 출신이고 누구인지 물었나이다. 그녀는 그에게 나의 아버지 궁전을 보여 주며 이르되, 『저는 청동이 풍부한 시돈 출신이옵니다. 저는 부유한 아리바스의 딸이옵니다. 어느 날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타피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이 남자의 집으로 끌려와 거액을 받고 팔렸나이다.』 그녀의 비밀 연인이 이르되, 『그렇다면 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옵니까. 우리와 함께 부모님과 멋진 집을 다시 뵙고 싶지 않으시옵니까. 그분들은 살아 계시고 지금은 꽤 부유하시옵니다.』 여자가 이르되, 『오, 물론이옵니다. 모든 선원들이 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 맹세한다면요.』 그러자 그들은 여자가 부탁한 대로 맹세하고 엄숙히 서약하였나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르되, 『여러분은 입을 다물어야 하고, 길가나 분수대에서 저를 마주치더라도 말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집에 계신 노인에게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그러면 노인이 의심하고 저를 묶어놓고 여러분을 죽이려고 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명심하고,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소서. 배에 집으로 가져갈 물건이 가득 차면 저에게 빨리 소식을 전해주소서. 저도 금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재산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그리고 배삯으로 줄 선물도 하나 더 있나이다. 저는 주인님의 영리한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 아이는 항상 저와 함께 밖에서 뛰어다니나이다. 그 아이를 배에 태우면 꽤 비싼 값에 팔릴 것이옵니다. 외국인들이라고 하였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궁궐로 돌아갔나이다. 그들은 일 년 동안 우리와 함께 머물면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배의 화물칸을 가득 채웠나이다. 떠날 때가 되자, 그들은 아버지 집에 있는 여자에게 알리기 위해 사람을 보냈나이다.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나이다. 그는 호박 구슬이 꿰어진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궁궐의 노비 소녀들과 어머니는 그것을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며 얼마인지 묻기 시작하였나이다. 그는 여자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로 돌아갔나이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앞마당으로 데리고 나갔나이다. 거기서 연회를 마치고 회의를 하러 간 아버지 부하들이 탁자에 남겨 둔 컵 몇 개를 발견하였나이다. 그들은 토론을 하고 있었나이다. 어머니는 컵 세 개를 가져다가 옷 속에 숨기고 가지고 나갔나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뒤따라갔나이다. 해가 지자 우리는 어두운 거리를 서둘러 항구로 향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빠른 페니키아 배가 있었나이다. 모두 배에 올랐나이다. 우리도 배에 태워 주고는 파도를 넘어 항해를 시작하였나이다. 상제께서 순풍을 보내 주셨지요. 이레 동안 항해를 하다가 여덟째 날에 아림가 그 여자를 화살로 맞혔나이다. 그녀는 갈매기처럼 배의 선창에 부딪혔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와 물개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는 그곳에 남겨져 상심하였나이다. 해류가 그들을 이탁도로 실어 날랐고, 라에르테스가 그의 재산으로 저를 사 왔나이다. 그렇게 저는 이 땅을 처음 보게 되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의 고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구나. 그러나 결국 상제께서 당신을 축복하셨으니,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당신은 친절한 사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풍족하게 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은 편안하구나. 그러나 저는 아직도 길을 잃었나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마을을 헤매고 다녔나이다.」
이렇게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고, 잠시 눈을 붙였다. 곧 새벽이 밝아왔다.
한편, 태명은 육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부하들은 재빨리 돛을 내리고 돛대를 내린 후 노를 저어 정박지로 향하였다. 그들은 닻줄을 던지고 배의 선미에서 밧줄을 묶은 다음, 파도를 헤치고 배에서 내려 해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붉은 포도주를 섞어 저녁을 차렸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소년은 현명하게 이르되,
「여러분은 배를 마을 쪽으로 끌고 가시고, 저는 제 영지의 들판에 있는 목동들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그리고 저녁에 마을로 돌아오겠나이다. 새벽에 여러분을 위해 고기와 포도주로 잔치를 베풀겠나이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까, 얘야. 누구의 집으로 가야 할까. 이 땅을 다스리는 자들의 집으로. 아니면 바로 네 어머니 댁으로 가야 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평소 같으면 당신을 초대하였을 것이옵니다. 우리는 좋은 주인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는 게 좋겠나이다. 저는 집에 없을 것이고, 어머니도 당신을 만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위층에서 베틀에서 베를 짜고 계시는데, 구혼자들이 자신을 보는 걸 원치 않으시거든요. 그러니 다른 사람 집으로 가시는 게 좋겠나이다. 솜씨 좋은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의 집으로요. 이탁도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여기나이다. 그는 가장 유력한 구혼자이고, 제 어머니와 결혼해서 오지수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 가장 열심이옵니다. 상제만이 미래를 아시지요. 에우리마코스는 결혼 전에 끔찍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의 전령인 매였다. 매는 발톱으로 비둘기를 움켜쥐었고, 깃털이 배와 어린 태명 사이로 흩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그를 따로 불러 손을 잡고 이르되,
「태명이여. 어떤 신이 이 새를 당신의 오른손에 날리도록 보냈소. 나는 이것이 징조임을 즉시 알아차렸소. 이탁도 전체에서 당신 가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가문은 없소. 당신들은 영원히 왕이 될 것이오.」
그가 대답하되,
「오, 낯선 이여. 당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제 우정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그러면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감명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충실한 부하에게 이르되,
「피레우스여, 당신은 나와 함께 필성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나이다. 이 낯선 이를 당신의 집에 데려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친절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소서.」
피레우스가 대답하되,
「당신이 얼마나 오래 떠나 계시든 제가 그를 돌보겠나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배에 올라타서 선원들에게도 올라와서 밧줄을 풀라 말하였다. 그들은 그대로 하고 벤치에 앉았다. 그러자 태명은 샌들을 신고 갑판에서 날카로운 청동 창을 꺼냈다. 사람들은 밧줄을 풀고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 명령한 대로 마을을 향해 배를 저었다. 소년은 농장 마당에 도착할 때까지 빠르게 걸었다.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돼지가 있었고, 주인을 도울 줄 아는 돼지치기가 그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느니라.
==제16권 부자상봉==
새벽녘에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아침을 차리고 불을 지핀 다음, 몰아 놓은 돼지들을 데리고 목동들을 내보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 짖어대던 개들이 태명을 보자 조용해졌다. 오히려 그에게 헐떡거렸다. 오지수는 개들의 행동을 보고 발소리가 들리자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누군가 오는 게 틀림없다. 친구인지 아는 사람인지. 개들이 짖지도 아니하고 친근하게 구는 걸 보니 발소리가 들리는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성문 안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돼지치기는 벌떡 일어나 포도주를 섞던 잔을 떨어뜨려 포도주가 쏟아졌다. 그는 주인에게 달려가 얼굴과 빛나는 눈, 두 손에 입맞추고 울었다. 마치 십 년 동안의 슬픔 끝에 타지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외아들, 가장 소중한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태명을 껴안고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입맞춤을 하였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 그는 이르되,
「사랑하는 내 아들아. 태명아, 네가 돌아왔구나. 네가 필성로 떠난 후로는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들어오렴.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구나. 들어오렴. 너는 우리 같은 목동들을 보러 시골에 자주 오지 않잖아. 너는 도시에 남아서 그 악랄한 구혼자 무리를 감시하곤 하지.」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할아버지여, 예, 들어가겠나이다. 직접 뵙고 어머니께서 아직 집에 계신지, 아니면 다른 남자와 결혼하셨는지, 오지수의 침대가 거미줄로 뒤덮여 텅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나이다.」
돼지치기이자 지휘관인 그가 이르되,
「정말이로다, 어머니의 마음은 변치 아니한다. 어머니는 네 집에 계시면서 밤낮으로 슬퍼하고 계신다.」
그는 태명의 칼을 받아 들었다. 소년은 돌로 된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리를 권하였으나, 태명은 거절하며 이르되,
「낯선 분이시여, 거기 앉으소서. 저는 제 오두막 근처에서 의자를 찾을 수 있나이다. 노비가 도와줄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돌아가서 다시 앉았다. 돼지치기는 태명이 앉을 수 있도록 땔감과 양털을 깔아 주었다. 그는 바구니에 빵을 담고 전날 남은 고기를 가져왔다. 그는 나무 그릇에 포도주를 섞어 오지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배를 채운 후, 태명은 고귀한 돼지치기에게 돌아서 이르되,
「할아버지여, 이 낯선 사람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뱃사람들이 어떤 길로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그는 분명 이탁도까지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얘야, 내가 말해 주겠다. 그는 크레타 섬 출신이다. 그는 여러 마을을 헤매다 길을 잃었다 하는데, 어떤 신이 그의 운명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데려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나와 내 농장에 도착하였다. 그는 네게 간청하는 자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대하면 된다.」
태명이 걱정스럽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이 전하는 이 소식은 저에게 큰 걱정거리이옵니다. 어떻게 그를 제 집에 초대할 수 있겠나이까. 저는 아직 어려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주먹으로 맞서 싸울 수 없나이다. 어머니는 저와 함께 남아 남편의 침실과 소문에 휘둘리지 아니하고 집안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구혼자 중 누구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값비싼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나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당신 집에 왔으니, 제가 그에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 신발을 입히고 칼도 주고, 길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당신이 괜찮으시다면 그를 이 농가에 머물게 해 주시고 잘 보살펴 주소서. 제가 당신에게 옷과 음식을 보내 드릴 테니 그가 다른 남자들이나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구혼자들을 만나러 보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너무 폭력적이옵니다. 그들이 그를 학대한다면 저는 너무나 수치스러울 것이옵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는 없다. 너무 많거든.」
그러자 오지수는 좌절감에 휩싸여 이르되,
「친구여, 당신의 집에서 구혼자들이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듣고 나니, 내가 나서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하나이다. 정말 가슴이 아프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옵니다. 말해 보소서,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기로 선택하였나이까. 이탁도 사람들이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당신에게 등을 돌린 것이옵니까. 아니면 갈등이 닥쳤을 때 마땅히 당신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할 형제들을 탓하는 것이옵니까. 내게도 의지에 걸맞은 젊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가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었다면, 혹은 그 자신이 방랑 끝에 돌아온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직 희망은 있나이다. 오지수의 궁전에 들어가는 순간, 누가 내 목을 베더라도 나는 그들을 없애 버릴 것이옵니다. 설령 내가 진다 해도,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나 혼자서는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집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범죄들을 보고만 있겠나이까. 낯선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노비 소녀들이 끌려다니며, 내 아름다운 집에서 강간당하고, 남자들이 포도주와 빵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을. 이런 일들을 위해. 기다림의 게임이여.」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나그네여,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 사람들은 제 적이 아니며, 제가 탓할 형제도 없나이다. 상제께서 우리 가문에 단 하나의 혈통을 주셨나이다. 아르케시우스에게는 아들 라에르테스 하나뿐이었고, 라에르테스에게는 외아들 오지수가 있었으며, 오지수에게는 외아들 제가 있었나이다. 그는 저를 고향에 남겨 두고 떠났나이다. 저를 얻지 못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인한 침략자들이 득세하고 있나이다. 사메 섬과 둘리키움 섬,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섬, 그리고 바위투성이 이탁도 섬의 지배자들까지, 모든 섬에서 가장 강인한 자들이 어머니께 구혼하러 와서 제 재산을 탕진하고 있나이다. 어머니는 끔찍한 재혼을 거부하지도, 끝낼 수도 없나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제 집안 살림을 해치고 있으며, 곧 저마저 해칠지도 모르나이다. 이런 일은 신들의 몫이옵니다. 할아버지여, 이제 서둘러 왕비께 가서 제가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해 주소서.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나이다. 왕비께만 전해 주소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마시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알겠소.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불쌍한 라에르테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겠소. 한동안 그는 오지수를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내키면 밭을 지키고 노비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곤 하였소. 그런데 당신의 배가 필성로 떠난 후로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아니하고 밭을 살피러 가지도 않는다 하더오. 뼈만 남을 정도로 늙어서 울고불고 있다 하더오.」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로군. 그러나 안 된다. 그를 내버려 두시오. 만일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 첫 번째 소원은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오. 어머니께 전할 말씀을 전하고 서둘러 돌아가시오. 그리고 그를 찾아 시골을 헤매지 마시오. 어머니께 비밀리에 소녀를 보내 늙은 라에르테스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라 전해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발 끈을 묶고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혜의 여신은 그가 마당을 나서는 것을 보고 키가 크고 능숙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섰다. 오지수는 오두막 입구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태명은 볼 수 없었다.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개들은 그녀를 보았으나 짖지 아니하였다. 두려움에 떨며 낑낑거리며 방 건너편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혜의 여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수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담을 넘어 나와 그녀 옆에 섰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위대한 전략가 오지수여, 이제 당신의 아들이 진실을 알 때가 되었나이다. 두 사람은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치할지 함께 계획해야 하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을로 가소서. 저도 곧 그곳에서 당신들을 만나겠나이다. 사실 저는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만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고, 키를 더 크게 하고 젊어 보이게 하였다. 그의 피부는 그을리고 볼살이 통통해졌으며 턱에는 짙은 수염이 자랐다. 그렇게 지혜의 여신의 마법이 끝나고 그녀는 날아갔다. 오지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혹시 신일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낯선 분이시여, 전과는 너무나 다르시나이다. 옷도, 피부도…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틀림없나이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제물을 바치고 황금 보물을 드리겠나이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오랜 고통을 겪어 온 오지수가 대답하되,
「나는 신이 아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느냐. 나는 네 아버지, 네가 슬퍼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잔인한 자들이 너를 그토록 괴롭히는 것은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입맞추고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그는 그때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그가 정말 아버지인지 믿지 못하고 이르되,
「아니에요, 당신은 제 아버지 오지수가 아니에요. 어떤 신이 저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마법을 걸었을 거예요. 필멸의 인간은 자신의 지혜로 늙었다가 다시 젊어질 수는 없어요. 어떤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쉽게 해내지 않는 한 말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분명히 늙었고, 그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처럼 보이시네요.」
교활한 오지수는 날카롭게 이르되,
「아니, 태명아, 네 아버지를 보고 놀라지 마라. 바로 나다. 다른 사람이 오는 게 아니다. 나는 오지수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길을 잃었으나, 이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은 지혜의 여신의 솜씨다. 여신은 마음대로 나를 변신시킬 수 있다. 때로는 집 없는 거지로, 때로는 왕자의 옷을 입은 젊은이로 만들기도 한다. 천상의 신들에게는 필멸의 인간을 아름답게 하거나 추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명은 아버지를 껴안고 울었다. 두 사람은 깊은 슬픔에 잠겨 사냥꾼에게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를 빼앗긴 독수리나 콘도르처럼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그만큼 서럽게 울었다. 그들의 슬픔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을 터인데, 그때 갑자기 태명이 이르되,
「아버지여, 선원들이 어떤 길로 아버지를 이탁도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아버지가 걸어서 오신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들아, 모든 것을 말해 주겠다. 항해술로 유명한 페아키아인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언제나 손님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들의 배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고, 그들은 나를 이탁도에 내려놓았다.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금과 청동, 그리고 옷가지와 같은 귀한 선물들을 가져왔는데, 신들의 뜻에 따라 그것들은 동굴에 보관되어 있다. 지혜의 여신은 내게 이곳에 와서 너와 함께 적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우라 말씀하셨다. 구혼자는 몇 명이나 되느냐.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총명하기로 유명하니, 우리 둘이서만 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지 알아내겠다.」
태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르되,
「아버지여, 저는 항상 아버지께서 창술과 책략에 능하시다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그러나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과하시나이다. 우리 둘이서 저렇게 강하고 많은 사람들과 싸울 수는 없나이다. 몇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나 되나이다. 구혼자들의 수를 빨리 알려 드리겠나이다. 둘리키움에서 온 쉰두 명은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고, 여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왔나이다. 사메에서 온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 온 스무 명, 그리고 바로 이 이탁도에서 온 열두 명은 모두 건장한 젊은이들이옵니다. 그들에게는 메돈이라는 하인과 시인 한 명, 그리고 고기를 잘 써는 노비 두 명이 동행하나이다. 만일 그 많은 남자들이 집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을 때 공격한다면, 당신은 그들의 폭력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옵니다. 좀 더 생각해 보소서. 우리를 위해 싸워 줄 조력자를 찾을 수 있나이까.」
오지수가 이르되,
「지혜의 여신과 그녀의 아버지 상제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도움이 필요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당신이 언급한 신들은 훌륭한 수호자이옵니다. 그들은 구름 높은 곳에 앉아 인간과 신 모두를 다스리나이다.」
노련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저 두 사람은 우리가 구혼자들과 싸우기 시작할 때, 즉 내 집에서 전쟁의 신이 우리와 그들의 전투력을 시험할 때,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것이다. 새벽에 돌아가서 그 오만한 젊은이들과 합류해라. 돼지치기가 나를 마을까지 호위할 것이다. 나는 다시 거지처럼 보일 것이다. 만일 그들이 나를 학대하고 네가 내가 고통받는 것을 보더라도, 그들이 나에게 무기를 던지고 발을 잡아 밖으로 내던지더라도, 너는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화를 내지 마라. 정중하게 그들에게 이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 말해라. 그들은 네 말을 무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파멸의 날이 가까워졌다. 이제 잘 들어라. 나의 가장 든든한 공모자인 지혜의 여신이 내 심장을 톡톡 두드릴 것이고, 나는 너에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다음 집에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찾아 위층 창고에 숨겨 두어라. 그리고 구혼자들이 물으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고는 이렇게 둘러대라. 『그들은 불 근처에 있어서 연기 때문에 상하고 있었으니 옮겨 놓았을 뿐입니다. 오지수가 토래성으로 떠나기 전의 광채를 잃어가고 있었거든요. 상제 신이시여, 제가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당신들이 술에 취하면 싸우고 서로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멋진 저녁 식사와 구애가 망쳐질 겁니다. 무기는 사람을 무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라. 그리고 우리 둘이서 잽싸게 공격하기 전에 챙길 수 있도록 칼 두 자루, 창 두 자루, 두꺼운 방패 두 개를 남겨 두어라. 지혜의 여신이 그들을 홀릴 것이고, 영리한 상제가 도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나의 친아들이라면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라. 라에르테스와 돼지치기, 여종들, 심지어 연로비조차도 여자들의 태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알아서는 안 된다. 또한 시험해 봐야 한다. 남자 노비들을 살펴보고, 누가 마음속으로 나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누가 당신을 마땅히 존경해야 할 만큼 우러러보는지 알아보거라.」
그의 빛나는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여, 곧 제 용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저는 강인하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그동안 구혼자들은 아버지 집에 앉아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며 재산을 탕진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소서. 여자들에 대해서는, 누가 순결하고 누가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나이다. 그러나 남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이다. 상제께서 징조를 보여 주시면 나중에 해도 되나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하였느니라. 그때 태명이 필성로 갔던 배가 이탁도 중심 도시의 만에 정박하였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배를 해안으로 끌어올렸다. 노비들은 값비싼 선물과 무기를 꺼내 클리티우스의 집으로 가져갔다. 전령이 왕비에게 태명이 이탁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혹시라도 왕비가 아들 때문에 걱정하며 울고 있을까 봐 배를 끌어와 마을로 와야 한다 말했다고 하였다. 돼지치기와 전령은 같은 임무를 띠고 왕비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여종들이 전령 주위에 모여들었다. 전령이 이르되,
「위대한 왕비님,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오셨나이다.」
그리고 돼지치기는 왕비를 따로 데리고 가서 아들이 전하라 한 말을 전하였다. 말을 마치자 돼지치기는 홀을 지나 안뜰로 나가 자신의 돼지들에게로 갔다. 구혼자들은 마음이 상하고 낙담하였다.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 건방진 녀석의 여정이 성공하였소. 우리는 그가 실패할 것이라 확신하였소. 우리는 노 젓는 사람들을 태운 가장 좋은 배를 띄워 바다를 건너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당장 돌아오라 전해야겠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암피노무스가 항구 안에서 육지를 등지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하였다. 돛을 접고 선원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이르되,
「사신을 보낼 필요도 없소. 그들은 이미 돌아왔소. 어떤 신이 그들에게 알려 주었거나, 아니면 그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따라잡지 못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그들은 벌떡 일어나 해변으로 내려가 검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렸고, 하인들은 자랑스럽게 무기를 꺼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시장으로 몰려가 젊은이든 노인이든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나서 안타이노스가 그들에게 연설하되,
「정말 놀랍구나. 신들이 이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냈구나. 며칠 동안 우리 정찰병들은 바람 부는 절벽에서 교대로 감시하였느니라. 해가 지면 해안에서 밤을 지새우지 아니하고 태명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바다에서 매복하였느니라.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하였느니라. 그런데 어떤 신이 그를 집으로 데려왔느니라. 우리는 그를 죽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가 도망쳐서는 안 된다. 그는 우리의 속셈을 알고 있으니 살아남으면 우리의 구혼을 방해할 것이고, 음모를 꾸밀 것이다. 그러면 백성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태명이 백성들을 모을 것이다. 그는 격노할 것이고, 행동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어나서 우리가 그를 죽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말할 것이다. 백성들이 우리의 범죄를 알게 되면 우리를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다치거나 고향에서 쫓겨나 타국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 그를 시골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 혹은 길에서 잡자.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나눠 갖도록 하자.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모시고, 누구와 결혼하든 그 남자는 집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살려 두고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몰려와 그의 집 안의 재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선물을 보내며 그녀에게 구애해야 한다. 언젠가 그 아가씨는 결혼할 것이고, 가장 많은 선물을 보낸 남자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침묵하였다. 그때 니소스의 유명한 아들 암피노무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둘리키움의 밀밭과 목초지에서 왔다. 그는 총명하였고, 연로비는 다른 남자들보다 그의 말을 더 좋아하였다. 그는 현명하게 이르되,
「친구 여러분, 저는 태명을 죽일 생각이 없나이다. 왕족을 죽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옵니다. 그러니 먼저 신들의 뜻을 알아야 하나이다. 위대한 상제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직접 그를 죽이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동참을 촉구하겠나이다. 신들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가 말하자 그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일어서서 오지수의 집으로 돌아가 윤이 나는 의자에 앉았다. 연로비는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알게 되었으니 이 무례한 구혼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메돈이 그들의 계획을 엿듣고 그녀에게 알려 준 것이었다. 시녀들을 곁에 두고 그녀는 아래층 홀로 내려가 그들에게 다가가 문기둥 옆에 서서 얼굴에 베일을 썼다. 그녀는 안타이노스에게 이르되,
「당신은 짐승이다. 교활한 놈이다. 범죄자여. 사람들은 당신이 이탁도에서 당신 또래 중 가장 똑똑하다 말하나,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미쳤다. 어찌하여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 상제께서 지키시는 간청으로 맺어진 인연을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이냐. 당신의 아버지가 이탁도 사람들에게 쫓겨 도망쳐 왔다는 걸 잊었느냐. 이탁도 사람들은 그가 타포스의 해적들과 합류하고 우리의 동맹인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분노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그를 죽이고, 심장을 뜯어내고, 그의 재산을 빼앗으려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그를 보호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제 당신은 은인의 재산을 탐하고, 그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심지어 나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라. 그리고 다른 구혼자들도 그만두게 하라.」
그가 이르되,
「연로비여, 걱정하지 마소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소서. 내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의 아들을 해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옵니다. 맹세컨대, 만일 누군가 시도한다면 내 칼로 그의 피를 흘리게 할 것이옵니다. 당신의 도시를 약탈하던 남편은 종종 나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고기를 조금씩 먹여 주고 붉은 포도주를 마시게 해 주곤 하였나이다. 그래서 지금 태명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서 아무런 위험도 없나이다. 신들이 가져다주는 죽음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없나이다.」
그는 그녀를 달래려고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녀의 아들을 죽일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침실로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울었고, 지혜의 여신이 그녀에게 편안한 잠을 주었다.
저녁이 되자 돼지치기가 집으로 돌아와 오지수를 발견하였다. 그와 그의 아들은 일 년 된 돼지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 곁으로 와서 다시 한번 지팡이로 그를 건드려 초라하고 늙어 보이게 하였다. 돼지치기가 들어왔을 때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돼지치기가 연로비에게 비밀을 누설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니라.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태명이 먼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돌아왔구나. 마을 소식은 어떻지. 그 오만한 구혼자들이 매복에서 돌아와 내 집에 와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잡히려고 숨어 있는 건가.」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 질문을 하려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네. 나는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하고 돌아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당신의 부하 중 한 명, 전령이 나와 함께 갔는데, 그가 당신 어머니께 먼저 소식을 전하였다. 한 가지 더 본 것이 있다. 마을 바로 위 헤르메스 언덕을 지나갈 때, 사람들로 가득 차 방패와 창을 잔뜩 실은 배 한 척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자 태명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눈을 마주쳤다. 에우마이오스가 보지 못하게 숨긴 채였다. 요리가 끝나자 그들은 저녁 식사를 똑같이 나누어 먹었고,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느니라.
==제17권 모욕과 학대==
이에 갓 태어난 새벽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자,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멋진 샌들을 신고 손에 꼭 맞는 튼튼한 창을 들고 길을 나섰도다. 그는 돼지치기에게 이르되,
“할아버지여, 저는 어머니를 뵈러 마을에 가야 하나이다. 어머니를 뵙기 전까지 어머니는 계속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실 것 같나이다. 이제 할아버지께서 이 불쌍한 늙은이를 마을로 데려가 구걸하게 해 주셔야 하나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먹을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지금 모든 사람을 상대할 여유가 없나이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나이다. 그분이 화를 내시더라도 그건 그분의 문제일 뿐이니이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친구여, 나는 여기 머물고 싶지도 아니하니라. 거지들은 마을과 시골을 떠돌아다녀야 하느니라. 나는 자선가들에게서 음식을 얻어먹을 것이로다. 나는 너무 늙어서 감독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농부로 여기 머물 수 없느니라.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불 옆에서 몸을 녹이면 그 사람이 나를 데려갈 것이로다. 내게는 이 누더기 옷밖에 없느니라. 아침 서리가 내리면 죽을지도 모르느니라. 네가 말했듯이 마을은 멀도다.”
그러자 태명은 구혼자들을 혼내 줄 계획을 생각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도다. 왕궁에 도착하자 그는 창을 기둥에 기대어 놓고 돌로 된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느니라. 의자에 양털을 깔고 있던 유모 명숙이 그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도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었으며, 고집 센 오지수의 다른 여인들도 모여들어 태명의 머리와 어깨에 입맞추며 그를 환영하였느니라.
그때 현명한 연로비가 여신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와 사랑하는 아들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도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추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쏟아내되,
“태명아, 왔구나! 사랑스러운 아들아! 네가 아버지 소식을 듣기 위해 나에게 말도 없이 필성로 몰래 갔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느니라. 무슨 일을 보고 왔느냐?”
태명은 침착하게 이르되,
“어머니, 저를 화나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려 하지 마소서. 저는 위험에서 살아남았나이다.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소서. 그리고 시녀들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소서.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소서. 이제 저는 마을로 나가겠나이다. 이탁도에 저보다 바로 뒤에 도착한 낯선 사람을 초대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용감한 부하들과 함께 먼저 보냈고, 피레우스에게 그를 집으로 데려가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였나이다.”
그의 말은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도다. 어머니는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고 아낌없이 제물을 바치며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청하였느니라. 태명은 창을 들고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옆에 두고 홀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에게 신비로운 은총을 내리셨느니라. 모두가 그의 등장에 놀랐도다. 구혼자들은 주위에 모여들어 친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를 해치려는 속셈이었느니라.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피해 명토르와 안티푸스, 할리테르세스와 합류하였으니, 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도다. 그들은 그에게 자세히 질문하였느니라.
그때 피레우스가 테오클리메누스라는 낯선 사람을 데리고 마을 중심부로 다가왔도다. 태명은 즉시 길을 나서서 그 낯선 사람 곁에 섰으며, 피레우스가 먼저 입을 열되,
“태명이여, 여자들을 어서 내 집으로 보내소서. 면나수가 당신에게 준 선물을 돌려주겠나이다.”
그러나 태명은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피레우스여, 안 되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나이다. 만약 제 집에 있는 구혼자들이 몰래 저를 죽이고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 갖는다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당신이 선물을 받는 것을 더 원하나이다. 그리고 만약 제가 그들을 죽여 파멸을 가져온다면, 제게 선물을 가져다주소서. 그러면 우리 둘 다 행복할 것이니이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지친 나그네를 집으로 데려가 의자에 장포를 깔아 주었도다. 그들은 목욕하러 갔으며, 여종들이 그들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느니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의자에 앉았도다. 한 여종이 금 항아리를 가져와 은 그릇에 담긴 세숫대야에 그들의 손을 씻어 주었으며, 그녀는 그들 옆에 상을 차렸고, 한 겸손한 여종이 풍성한 음식을 가져왔느니라. 연로비는 태명을 마주 보고 문 옆 의자에 기대어 고운 양털을 잣고 있었도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마셨느니라.
그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던 연로비가 입을 열되,
“태명아, 이제 위층에 올라가 내 침대에 누워 쉬어야겠느니라. 오지수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떠난 후로 내 침대는 슬픔의 침대가 되어 항상 눈물로 얼룩져 있느니라. 그런데 당신은 아버지의 귀환 소식을 알아냈는지 말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구혼자들이 오기 전에 어서 말해 주소서.”
태명은 차분하게 대답하되,
“어머니,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는 네스토르 왕을 뵈러 필성에 갔나이다. 왕께서는 마치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 돌아온 아들처럼 저를 궁궐로 맞아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나이다. 친아들처럼 저를 아껴 주셨나이다. 그러나 왕께서는 오지수에 대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셨나이다. 그래서 저를 말과 마차를 타고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장군인 메넬라오스에게 보내셨나이다. 거기서 저는 헬레나를 만났나이다. 신들의 뜻에 따라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전쟁을 치르며 고통받았던 것이니이다. 메넬라오스가 제가 왜 영광스러운 사필성에 왔는지 묻자, 저는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셨나이다. ‘어리석은 겁쟁이들! 그들이 누우려는 자리는 진정으로 결연한 자의 것이로다. 마치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을 사나운 사자의 굴에 눕혀 놓고 풀을 뜯으러 비탈과 계곡으로 가는 것과 같으며,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잔인하게 새끼 사슴을 죽이는 것과 같도다. 두 어린아이들 말이로다. 오지수가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라. 아버지 상제, 지혜낭자, 아로왕께 기도하건대, 그가 오래전 레스보스 섬에서 필로메데스와 씨름하여 그를 땅에 내던지고 모든 그리스인들이 환호했던 때처럼 강하기를 바라노라. 그가 구혼자들과도 똑같이 싸워 그들의 구혼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나고 목숨도 빨리 잃게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고 저는 당신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늙은 바다의 신에게서 들은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는 그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았다고 하였나이다. 산령녀 립선이 그를 자신의 섬, 그녀의 집에 가두어 놓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는 넓은 바다를 건널 함대나 선원이 없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나이다. 유명한 면나수가 그렇게 말하였나이다. 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신들께서 순풍을 주셔서 저는 순조롭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나이다.’”
그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도다. 그때 신과 같은 테오클리메노스가 입을 열되,
“나의 부인,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시여, 이 소식은 불완전하나이다. 예언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겠나이다.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제가 온 곳, 위대한 오지수의 화롯가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는 이미 이탁도에 있나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오는 길일 것이니이다. 그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나이다. 제가 배에 앉아 있을 때 징조를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나이다. 태명에게도 이야기하였나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낯선 분이시여, 이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극진한 환대와 관대함을 베풀어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행운을 보게 할 것이니이다.”
한편, 오지수의 집 밖에서는 구혼자들이 평소처럼 밖에서 다트와 원반 던지기 게임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었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양 떼들이 목동들의 인도를 받으며 각 들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메돈이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이 가장 아끼는 노비 소년이었고, 구혼자들은 항상 그를 잔치에 데려왔도다.
“나리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소. 이제 안으로 들어오셔서 식사하시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소.”
그들은 그의 조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갔도다. 의자에 장포를 깔고 살찐 염소, 큰 숫양, 살찐 돼지 몇 마리,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소 한 마리를 잡아 잔치를 위해 요리하였느니라.
오지수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려고 서둘렀도다. 돼지치기는 위엄 있는 어조로 이르되,
“나그네여, 주인님께서 오늘 원하신다면 도시로 오셔도 된다고 하셨나이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여기 남아 농장을 지켜 주시기를 바랄 뿐이니이다. 그러나 주인님께서 저를 꾸짖으실까 봐 걱정되나이다. 주인의 꾸지람은 노비에게 무거운 짐이 되니까요. 이제 가야 하나이다. 시간이 늦었고 곧 추워질 것이니이다. 해가 지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알겠소. 이제 가자. 앞장서소. 그런데 지팡이가 있으면 내가 의지할 수 있도록 좀 주소. 길이 미끄럽다고 들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끈으로 가방을 어깨에 메었도다. 가방은 너덜너덜하고 구멍투성이였느니라. 에우마이오스는 그에게 쓸 만한 지팡이를 주었도다. 그들은 떠났고, 개들과 목동들은 농장을 지키기 위해 남았느니라. 돼지치기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 옷을 입은, 마치 가난한 늙은 거지처럼 보이는 주인을 마을로 안내하였도다.
그들은 돌길을 따라 걸어 마을 근처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화려한 샘에 도착하였느니라. 그 샘은 이타코스, 네리토스, 그리고 폴릭토르가 세운 것이었도다. 샘 주변에는 샘물의 양분을 받아 검은 포플러 나무들이 둥글게 자라 있었으며, 위쪽 바위에서는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렸느니라. 그 위에는 산령녀들을 기리는 제단이 세워져 있었으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산령녀들에게 제물을 바쳤도다.
돌리우스의 아들 말태수가 다른 두 명의 목동과 함께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에게 먹일 가장 좋은 염소들을 몰고 오고 있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그는 오지수를 격분시키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로 욕설을 퍼붓되,
“악당이 또 다른 악당을 이끌고 가는구나! 당연한 일이로다. 신들께서는 비슷한 것들을 짝짓기하게 하시니라. 이 더러운 돼지 인간아, 저 늙은 돼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사들에게 줄 선물도 없이 부스러기만 구걸하는 게으름뱅이 말이냐? 내 농장을 지키고 우리를 청소하고 새끼 돼지들에게 사료를 던져 주게 하면 유청이나 마시면서 뼈만 앙상한 다리를 살찌울 수 있을 터인데. 그러나 저놈은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탐욕스러운 배를 채울 음식을 구걸하는 것을 좋아하잖아. 내가 장담하노니, 저놈이 오지수의 궁전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머리에 의자를 던지고, 그를 집 안으로 내던져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이로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오지수를 지나쳐 엉덩이뼈를 걷어차려고 달려들었도다. 정말 어리석은 놈이로다! 오지수는 길에서 밀려나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어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귀를 잡아 땅에 내동댕이칠지 고민하였도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고 화를 억눌렀느니라. 돼지치기가 말태수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그는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도하되,
“오, 샘의 요정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오지수 왕께서 당신들을 위해 기름진 양고기와 염소고기 뼈를 가져오신 적이 있다면, 이제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신령들께서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 제 주인께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목동들 때문에 가축들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이 무례한 자의 허풍을 끝내실 것이니이다.”
염소지기 말태수는 그를 비웃으며 이르되,
“오, 아주 훌륭하도다! 이 개는 말도 할 줄 알고, 재주도 부렸구나. 언젠가 저 개를 배에 태워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팔아 보물을 잔뜩 얻어야겠도다. 내일 아폴론 신이 태명의 집에 은화살을 쏘거나, 구혼자들이 그를 죽였으면 좋겠구나. 오지수는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노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들을 떠났도다. 그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는 그들보다 앞서 달려갔느니라. 그는 주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총애하는 에우리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 사이에 앉았도다. 노비들이 그에게 고기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순종적인 하녀는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안으로 들어가 페미우스가 노래를 위해 조율하고 있는 리라의 울려 퍼지는 소리에 둘러싸여 서 있었도다. 오지수는 돼지치기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곳은 오지수의 웅장한 궁전이니이다. 수많은 궁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나이다. 방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안뜰은 처마 장식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튼튼한 이중문이 있나이다. 누구도 이곳을 뚫고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이나이다. 고기 냄새가 나고, 신들께서 잔치의 동반자로 삼으신 리라 소리가 들리니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맞나이다! 예리하시나이다.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하나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과 합류하시고, 저는 여기 밖에 남겠나이다. 아니면 기다리시고 제가 가겠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소서. 누군가 당신을 보면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매를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침착한 오지수가 이르되,
“그래, 그 생각도 하였느니라. 당신은 가시고 저는 여기 남겠느니라. 저는 전에도 많이 맞았느니라. 고난을 잘 아나이다. 저는 강인하니라. 전쟁도 겪었고,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러니 이대로 두겠느니라. 배고픔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니라. 굶주림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그 저주 때문에 우리가 거친 바다를 건너고 다른 민족을 약탈하는 것이로다.”
그들이 말하는 동안, 거기에 누워 있던 개 아르고스가 머리와 귀를 쫑긋 세웠도다. 오지수는 이 개를 훈련시켰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느니라. 그는 너무 일찍 신성한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니라. 주인이 떠나자, 소년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야생 염소와 사슴, 토끼를 사냥하러 나갔도다. 그러나 이제 아르고스는 주인도 없이, 노새와 소의 똥 더미 속에 방치되어 있었느니라. 노비들은 그 똥을 문 밖에 쌓아 두었다가 넓은 농장에 거름으로 썼도다. 그래서 아르고스는 더러운 채로, 벼룩으로 뒤덮인 채 누워 있었느니라. 오지수가 가까이 온 것을 알아차리자, 아르고스는 꼬리를 흔들고 두 귀를 뒤로 젖혔도다. 그는 너무 약해서 주인에게 다가갈 수 없었느니라. 멀리서 오지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닦고 감쪽같이 숨긴 채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 개가 똥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이상하구나. 그 개는 꽤 잘생겼으나, 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보기 좋게 키우는 애완견인지 알 수 없도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이 개는 타국에서 죽은 주인의 것이었나이다. 오지수가 그를 버리고 토래성으로 갔을 때처럼 건강했다면 얼마나 빠르고 용감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니이다. 숲속으로 사냥을 나가면 항상 먹이를 잡았나이다.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나이다. 그러나 주인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상태는 좋지 아니하나이다. 여자들은 그를 돌보지 아니하나이다. 주인이 지켜보지 않으면 노비들은 제 역할을 하려 하지 아니하나이다. 상제께서는 우리를 노비로 만드는 날 우리의 가치를 반으로 깎아내리시나이다.”
그렇게 돼지치기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귀족 구혼자들과 합류하였도다. 아르고스가 오지수를 본 지 이십 년이 흘렀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를 보게 된 순간이었느니라. 그때 갑자기 흑사병이 그를 덮쳤도다.
태명은 돼지치기가 오는 것을 먼저 보았으며, 고개를 끄덕여 오라고 하였느니라. 주위를 둘러보던 에우마이오스는 구혼자들의 고기를 자르던 소년이 쓰던 의자를 발견하였도다. 그는 의자를 집어 태명의 탁자 옆에 놓았으며, 거기에 앉았고, 노비 소년은 그에게 고기와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그때 오지수가 다가와 안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가난하고 슬픈 노인처럼 보였도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물푸레나무 문턱에 털썩 주저앉아 오래전에 일꾼이 다듬고 곧게 펴놓은 삼나무 문설주에 기대었느니라. 소년은 돼지치기를 불러 바구니에서 밀빵 하나와 손에 들 수 있는 만큼의 고기를 집어 들었으며, 그에게 음식을 주며 이르되,
“이 음식을 저 낯선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연회장을 돌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전해 주소서. 궁핍한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하나이다.”
돼지치기는 가서 오지수에게 이르되,
“태명이 당신에게 이 음식을 주면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하였나이다. 남에게 얻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한다고 하더이다.”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기도하되,
“오 상제시여, 이 태명을 축복하시고, 그의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하소서.”
오지수는 두 손으로 음식을 집어 낡고 해진 자루 위에 올려놓고 발치에 놓고 먹으며 연회장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었도다. 그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음악이 멈추고 구혼자들이 소리쳤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 곁에 서서 그에게 구혼자들 사이로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며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알아보라고 부추기셨도다. 비록 지혜낭자께서는 다가올 학살에서 누구도 구해낼 생각은 없으셨으나 말이로다.
오지수는 능숙한 거지처럼 손을 내밀며 좌우로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느니라. 사람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음식을 주었고,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였도다. 그들이 서로 묻자 염소지기 말태수가 이르되,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이 낯선 사람에 대해 제 말을 들어주소서. 저는 이 사람을 전에 본 적이 있나이다. 돼지치기가 데려온 사람이니이다. 저는 그 이상 아는 것이 없나이다. 그의 배경도 모르나이다.”
안태우는 돼지치기를 꾸짖기 시작하되,
“돼지치기여! 이 유명한 바보야! 왜 이 사람을 데려왔느냐? 이미 잔치를 망치러 오는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아니하느냐? 그들이 몰려들어 네 주인의 재산을 훔쳐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칫거리인데, 왜 이 사람까지 데려왔느냐?”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안태우여, 당신은 귀족이나 당신의 말은 헛소리이니이다. 백성을 도울 재능이 없는 이방인을 누가 초대하겠나이까? 예언자나 의사, 건축가, 아니면 노래로 기쁨을 줄 수 있는 시인 같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거지에게는 아무도 청하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배고픔만 가져올 뿐이니이다. 모든 구혼자 중에서 당신은 노비, 특히 저에게 가장 못되게 구는구나. 그러나 현명한 왕비와 신과 같은 왕자께서 여전히 이 집에 사신다면 저는 상관없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조용히 하라. 안태우는 대답할 가치도 없느니라. 그는 늘 시비를 걸고 남들을 자극하기만 하느니라.”
그러자 안태우에게로 돌아서서 이르되,
“아버지처럼 저를 너무나 잘 챙겨 주시는구나! 저 낯선 사람을 쫓아내라고 하셨지 아니한가! 신이시여,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소서! 가서 그에게 뭐라도 좀 주소서. 저는 음식을 나눠 줄 수 있나이다. 어서 가소서! 어머니나 아버지 소유의 다른 하인들은 신경 쓰지 마소서. 어차피 당신은 그들에게 관심도 없으셨지 아니한가. 당신은 남과 나누려는 게 아니라 자기 배만 채우려는 것이로다.”
안태우가 대답하되,
“잘난 척하는 녀석이구나! 심술궂은 성격이로다! 끔찍한 말을 하다니! 모든 구혼자들이 나처럼 음식을 준다면 이 집에서 그를 석 달 동안이나 가둬 둘 수 있겠도다!”
그는 식탁 밑에 발을 올려놓고 잔뜩 먹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발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휘둘렀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음식을 주어 거지 주머니를 채워 주었느니라. 오지수는 시험을 마쳤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문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도다. 대신 그는 안태우 곁에 서서 이르되,
“친구여, 내게 무엇을 좀 주소. 자네는 분명 모든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 것이오. 자네는 왕족처럼 생겼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겠소. 그러면 내가 자네를 온 세상에 알리겠소. 나는 한때 궁전을 가진 부자였소. 어디에서든 가난한 거지들이 찾아오면 신분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에게 음식을 주었소. 내 노비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재산도 많았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을 누렸소. 그러나 상제께서 모든 것을 파괴하셨소. 그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소. 그는 나를 부추겨 해적들과 함께 이집트로 가게 하셨소. 그 긴 여정이 내 파멸을 가져왔소. 나는 나일 강에 갤리선을 정박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였소. 그리고 모든 망루에 정찰병을 보냈소. 그러나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아름다운 이집트 들판을 약탈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잡아갔으며 남자들을 죽였소. 비명 소리가 마을까지 들렸소. 사람들이 듣고 도우러 달려왔소. 새벽이 되자 평원은 발굽으로 가득 찼소. 병사들과 말들, 그리고 번쩍이는 청동 무기들이었소. 그때 천둥을 사랑하는 상제께서 내 병사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셨소. 참혹한 공포였소.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했고, 사백 명 중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였소. 날카로운 청동 칼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다른 이들은 노비로 팔려갔소. 그러나 그들은 나를 만난 드메토르라는 키프로스 왕에게 넘겨 주었소. 나는 키프로스 출신이오. 이것이 내 비극적인 이야기이오.”
안태우가 대답하되,
“어떤 신이 이런 재앙을 내려 우리 잔치를 망쳤단 말인가? 저기서나 있어라, 내 식탁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 아니면 꺼져 버려라! 이집트에서 죽거나 키프로스에서 노비가 되든가! 뻔뻔스러운 거지 자식아! 우리에게 와서 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대접해 주는구나. 우리는 가진 것이 많고, 사람들은 남의 재산을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아니하느니라.”
재치 있는 오지수는 그에게서 물러서며 이르되,
“잘생긴 바보 같으니! 네 집에서 소금 한 알도 안 줄 주제에 남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 성대한 연회에서 빵 부스러기 하나 내게 주지 않겠다니!”
안태우는 격분하여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더 이상 못 참겠도다! 나를 모욕하다니? 품위 있게 떠날 기회를 놓쳤구나!”
그는 의자를 들어 오지수의 오른쪽 어깨, 등 쪽으로 던졌도다. 그러나 오지수는 쓰러지지 않고 돌처럼 굳어 서서 고개를 흔들며 말없이 복수를 생각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돌아가 문턱에 앉아 음식으로 가득 찬 자루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이르되,
“이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제가 할 말이 있나이다. 사람들이 소나 양 같은 자기 소유물을 위해 싸울 때는 상처를 입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이다. 그러나 안태우는 제가 배고픈 채로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저에게 상처를 입혔나이다. 굶주림은 인간에게 그토록 큰 고통을 가져다주나이다. 만약 가난한 자들의 신이나 복수의 여신이 있다면, 결혼 대신 그가 죽음으로 심판받기를 바라나이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입 다물거나 꺼져라! 계속 떠들면 우리 젊은이들이 네 손발을 잡고 궁궐을 끌고 다니며 산 채로 가죽을 벗길 것이로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안태우를 끈질기게 질책하되,
“가엾은 늙은 거지를 때려서는 안 됐소! 만약 그가 하늘에서 온 신으로 밝혀진다면 큰일 날 것이오! 신들께서는 누가 신성한 법을 어기는지, 누가 선한지 알아보기 위해 이방인이나 낯선 사람으로 변장해서 마을에 온단오하기도 한단오이오!”
안태우는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였도다. 그 일격은 태명의 마음속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으나,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복수를 생각하였도다.
연로비는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모든 노비들에게 이르되,
“아로왕 신이 안태우를 거지처럼 쏘아 죽이기를 바라네!”
그러자 늙은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소! 그들 중 누구도 새벽이 왕좌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오.”
연로비가 이르되,
“여보,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해요. 안태우가 제일 악랄해요. 그는 죽음과 같아요. 어떤 불쌍한 늙은 나그네가 궁핍해서 이 집에 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도와 자루를 채워 주었는데, 안태우가 그의 어깨에 발판을 던졌어요.”
그녀는 오지수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시녀들과 함께 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그러고 나서 돼지치기를 불렀느니라.
“에우마이오스여! 그 나그네를 내게 오게 하여 내가 그를 맞이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오지수에 대해 듣거나 본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하시오. 그 나그네는 먼 길을 온 것 같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폐하, 이 사람들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니이다. 저는 그를 사흘 밤낮으로 제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배에서 도망쳐 나와 제 집에 먼저 왔나이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는데,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나이다. 마치 신의 축복을 받아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가수처럼—사람들은 그가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보나이다—그의 이야기는 저를 매료시켰나이다. 그는 오지수와 자신이 조상 대대로 오랜 친구 사이라고 말하나이다. 그는 미노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살았는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험난한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하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아직 살아 있고, 이 근처 풍요로운 테스프로토스 땅에 있으며, 보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나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그를 불러 오소서. 그가 직접 내게 말하게 하소서. 구혼자들은 우리 집 안이나 문 앞에서 흥청망청 놀고 있소. 분위기가 아주 흥겹소. 그들의 집에는 맛보지 못한 음식과 포도주가 가득하고, 하인들은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소. 그러면서도 그들은 매일 우리 집에 몰려와 소, 양, 염소를 잡고 마음껏 잔치를 벌이며 우리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우리 재산은 텅 비었소. 오지수처럼 이 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여기 없소. 그러나 오지수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와 그의 아들은 곧 그들의 폭력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오.”
태명이 크게 재채기를 하자 그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도다. 연로비는 웃으며 에우마이오스에게 이르되,
“저 낯선 사람을 불러 오소서! 내 아들이 방금 내가 한 말에 재채기를 하였소. 들었소? 그건 모든 구혼자들에게 죽음의 징조요. 이제 아무도 그들을 파멸에서 구할 수 없소. 그러나 잘 들어 보소서. 만약 저 낯선 사람이 진실을 말한다면,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오지수 곁으로 가서 섰도다. 그의 말에는 날개가 달렸느니라.
“나리, 태명의 어머니인 연로비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남편에 대해 묻고 싶어 하시나이다. 만약 당신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한다면, 그녀는 알게 될 것이니, 옷을 얻게 될 것이오. 당신에게는 옷이 절실히 필요하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음식을 구걸할 수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당신에게 음식을 줄 것이오.”
강인한 의지의 오지수는 이렇게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연로비에게 곧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할 것이로다. 오지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니라. 우리도 고통을 함께 겪었으니 말이로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구혼자들 때문에 몹시 불안하니라. 그들의 공격성은 하늘을 깎아내리는 것 같도다. 방금 전에도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뭔가를 던져서 다쳤느니라. 태명도, 다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니 연로비에게 아무리 간절히 원하더라도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으라고 전해라. 해질녘이 되면 가까이 와서 불 옆에 앉아 남편의 귀향길에 대해 물어보라고 해라. 내 옷이 더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아니하느냐. 내가 도움을 청하러 처음 온 사람이 너였으니 말이로다.”
돼지치기는 돌아섰도다. 문턱을 넘자 날카로운 연로비가 이르되,
“그 여행자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오? 무슨 문제라도 있소? 너무 겁이 많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이오? 집 없는 사람이 그런 수치를 당할 수는 없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의 말은 상식적인 것이니이다. 그는 구혼자들을 피하고 싶어 하나이다. 그들은 공격적이니이다. 그는 해 질 때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라고 하나이다. 왕비님,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니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적어도 그 낯선 사람은 바보가 아니오. 저 사람들처럼 깡패 같은 놈들은 전에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하오.”
돼지치기는 구혼자 무리에게 돌아가 태명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였도다.
“친구여,” 그가 이르되, “나는 가서 돼지들과 당신의 모든 재산, 그리고 나의 재산을 지켜야 하나이다. 모든 것을 잘 돌보되,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지키소서. 다치지 마소서. 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우리를 해치기 전에 그들을 모두 없애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먼저 식사를 하고 가소서. 새벽에 먹을 동물을 가지고 돌아오소서. 나머지는 저와 신들에게 맡기겠나이다.”
그러자 에우마이오스는 의자에 앉아 먹고 마신 후,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 찬 궁전을 떠나 돼지들에게로 돌아갔도다. 이미 늦은 오후였고, 음악과 춤이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느니라.
==제18권 두 거지==
이에 이탁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이탁도는 탐욕으로 악명이 높았도다. 그는 끊임없이 먹고 마셔서 살은 쪘으나 허약하였고, 싸울 기력도 없었느니라. 그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지어 준 이름은 아르나이오스였으나, 젊은이들은 그를 심부름꾼이었기에 이루스라고 불렀도다.
이제 이 남자는 오지수를 그의 집에서 쫓아내려 하며 저주를 퍼붓되,
“저리 가라, 늙은이여! 나가거라! 그렇지 아니하면 발로 끌어내 버리리라! 구혼자들이 눈짓하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 보이지 아니하느냐? 이는 나에게 창피한 일이로다. 당장 너를 일으켜 세우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싸우리라!”
오지수는 그를 노려보며 이르되,
“어리석은 놈아! 나는 너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너를 험담한 것도 아니니라. 다른 거지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여 질투할 것도 없느니라. 그가 얼마나 많이 받든 상관없도다. 이 문은 우리 둘 다 지나갈 수 있느니라. 모든 재물을 독차지하지 말라. 네 것이 아니니라. 너도 나처럼 집 없는 사람 같구나. 신들께서는 모든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시느니라. 나를 자극하여 싸우게 하거나 화를 내게 하지 말라. 나는 늙었으나 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러면 내일은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니라. 너는 다시는 오지수의 궁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로다.”
방랑자 이루스는 격분하여 이르되,
“이 탐욕스러운 돼지 같은 놈이 마치 늙은 여인이 오븐을 닦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구나! 내가 저놈을 때려눕히고, 두 주먹으로 후려치고, 농부들이 농작물을 망치는 돼지의 어금니를 뽑아내듯이 이빨을 뽑아버리리라! 각오하라! 사람들이 지켜보게 놔두자. 어찌 감히 나보다 어린 놈과 싸움을 걸 생각을 하는 것이냐?”
궁궐 문턱에서 그들의 격렬한 적개심은 극에 달하였도다. 성스러운 군주 안태우는 싸움을 부추기며 껄껄 웃으며 구혼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처럼 멋진 구경거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처음이로다. 신이시여, 이 두 사람이 싸움을 벌일 태세로다. 자, 어서 부추겨 보자!”
그들은 모두 웃으며 벌떡 일어나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들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안태우가 그들에게 이르되,
“잘 들으라, 구혼자들아! 저녁 식사로 기름과 피를 가득 채운 염소 위를 불에 굽고 있느니라.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는 이것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가도록 하라. 그러면 그는 앞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식사할 수 있고, 우리는 다른 거지는 우리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리라.”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도다. 전략가 오지수는 그들을 속이며 이르되,
“친구들이여, 나처럼 늙고 고통에 지친 사람이 젊은이와 싸울 수는 없나이다. 굶주림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매를 맞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하나이다. 그러나 맹세코 이루스를 도와 나를 주먹으로 때려 패배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소서.”
모두 그의 말대로 맹세하였도다. 성스러운 왕자 태명이 이르되,
“손님, 당신의 용감한 마음이 이 도전자와 싸우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소서. 당신을 때리는 자는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니이다. 나는 당신의 주인이니이다.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도 현명하니 나와 같은 생각이니이다.”
모두 동의하였고, 오지수는 누더기 옷을 벗어 허리에 묶었도다. 그러자 우람한 허벅지와 어깨, 거대한 가슴과 튼튼한 팔이 드러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의 곁에 서서 백성의 목자로서의 자답게 그의 힘을 더해 주셨도다. 모든 구혼자들은 어안이 벙벙해하며 이르되,
“이는 이루스의 최후를 의미하는구나! 자업자득이로다! 저 늙은이의 누더기 아래에 숨겨진 근육이라니!”
이루스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으며, 그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도다. 그러나 하인들은 그에게 튜닉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라고 재촉하였으며, 그는 온몸을 떨었느니라. 안태우가 이르되,
“하하, 잘난 척하는구나! 고통에 지친 늙은이를 그렇게 두려워하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만약 저 자가 너를 이겨서 자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너를 배에 태워 그리스 본토의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버리리라. 그는 무자비한 청동으로 네 코와 귀를 자르고, 그다음엔 네 성기를 잘라내어 날것으로 개들에게 먹일 것이로다.”
이 말은 이루스의 떨림을 더욱 심화시켰도다. 링으로 호송된 그는 일어섰으며, 두 사람은 주먹을 치켜들었느니라. 온갖 모욕을 견뎌 낸 오지수는 이루스를 죽일 정도로 세게 때릴지, 아니면 가볍게 쳐서 쓰러뜨릴지 고민하였도다. 구혼자들이 눈치챌지도 모르니 가볍게 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였느니라.
마침내 둘은 주먹을 주고받았도다. 먼저 이루스가 오지수의 어깨를 쳤으며, 오지수는 이루스의 귀 아래 목을 주먹으로 쳐서 턱뼈를 부러뜨렸느니라. 입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고, 이루스는 신음하며 이를 악물고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웃다가 쓰러졌느니라.
오지수는 이루스의 발을 붙잡고 성문을 통해 안뜰로 끌고 나와 담벼락에 기대어 세웠도다. 그는 이루스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 주며 이르되,
“거기 앉아서 개와 돼지를 쫓아내라! 이 쓸모없는 놈아! 손님과 거지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렇지 아니하면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할 것이로다!”
그런 다음 그는 누더기 자루를 집어 어깨끈으로 메고 다시 문 옆에 앉았도다. 구혼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잔을 들며 이르되,
“모든 신들과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저 탐욕스러운 돼지 이루스는 가는 곳마다 기생충처럼 살찌워 댔도다. 네가 그를 막아 준다면 우리는 그를 대량 학살의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리라.”
오지수는 이 길조를 듣고 기뻐하였도다. 안태우는 피와 기름으로 가득 찬 커다란 염소의 위를 그의 앞에 내놓았으며, 암피노무스는 빵 바구니 두 개와 금으로 된 포도주 잔을 내어 그를 맞이하였느니라.
“선생님, 저희 집에 묵어 주소서.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나, 앞으로는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오지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하되,
“암피노무스여, 자네는 자네 아버지인 둘리키움의 니수스처럼 총명해 보이는구나. 그의 부와 뛰어난 지략, 그리고 자네가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느니라. 자네는 말솜씨도 좋도다. 내 말을 잘 들어 보라. 땅 위를 살고 숨 쉬고 기어 다니는 모든 생물 중에서 우리 인간은 가장 약하니라. 신들께서 우리에게 행운을 내려 주시고 다리가 날렵하고 유연할 때는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 신들께서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주실 때는 그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 내야 하느니라. 우리의 기분은 상제께서 매일 내리시는 시련에 달려 있도다. 나도 한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라고 여기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느니라. 그러나 형제들과 아버지의 사주를 받아 폭력과 권력 남용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도다. 누구도 옳은 것을 외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사람은 신들께서 무엇을 주시든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구혼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는지 보라. 재산을 낭비하고 곧 죽게 될 자의 아내를 존중하지도 아니하니 말이로다. 그는 곧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아주 곧! 신들께서 너를 집으로 인도하여 그가 돌아올 때 마주치지 않도록 하노라. 그가 이 연회장에서 구혼자들과 마주치면 피가 흐를 것이니라.”
그는 신들에게 달콤한 포도주를 바치고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암피노무스에게 건네었도다. 암피노무스는 잔을 받아들고는 마음이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집안을 서성였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위험을 감지하였으나, 그는 살 운명이 아니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가 강한 창을 든 태명에게 패배하도록 저주를 내리셨느니라. 암피노무스는 전에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도다.
회색 눈을 번뜩이는 지혜낭자께서는 생각에 잠긴 연로비에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셨도다. 구혼자들이 그녀를 보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욕망이 돛처럼 펼쳐지게 하고, 그러면 그녀의 아들과 남편이 그녀를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웃으며 하녀에게 이르되,
“에우리노메야, 내게 새로운 욕망이 생겼도다. 비록 내가 그들을 미워하나, 구혼자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도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충고도 해 주고 싶은데, 그 오만한 남자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함이로다. 그들은 말솜씨는 좋으나 속셈은 나쁘니라.”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얘야,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그러나 얼굴에 얼룩덜룩한 것이 묻은 채로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러 나가지 말고, 몸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느니라. 영원히 슬퍼할 필요는 없도다. 아들도 이제 다 컸도다. 너는 항상 신들에게 아들이 수염을 기른 어른이 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느니라.”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에우리노메야, 당신이 저를 걱정해 주시는 것은 알지만, 몸을 깨끗이 씻고 기름을 바르라고는 하지 마소서. 남편이 텅 빈 배를 타고 떠난 날, 신들께서 제 아름다움을 망쳐 놓으셨나이다. 가서 제 여종들인 히포다메이아와 아우토노에를 불러 주소서. 그들이 저와 함께 홀로 들어와야 하나이다. 저는 남자들을 혼자 만나러 가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니이다.”
그래서 노파는 가서 소녀들을 불렀도다. 지혜낭자의 눈은 계획으로 빛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하셨고, 연로비는 침대에 누워 관절이 이완된 채 잠이 들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신과 같은 힘을 주어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깜짝 놀라도록 만드셨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녀의 얼굴에 아프로디테가 은총의 여신들과 춤을 추기 전에 머틀 화관을 쓰고 화장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더하셨으며, 또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키를 크게 만드셨고, 피부는 상아보다 더 하얗게 만드셨도다.
여신이 떠나자 소녀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에 여왕은 잠에서 깼느니라. 그녀는 뺨을 만지며 이르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잠이 나를 감쌌도다. 아림 여신이 지금 당장 내게 고통 없는 죽음을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잘했던, 아카이아인 중 최고였던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내 삶을 허비하고 있느니라.”
그녀는 위층의 햇살 가득한 방에서 내려왔으며, 두 노비가 그녀와 함께 갔도다. 그녀는 구혼자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중앙 기둥 옆에 서서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렸느니라. 두 충실한 노비는 그녀의 양옆에 섰도다.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렸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그녀와 동침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느니라.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 태명에게 말을 걸되,
“태명아,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로다. 어렸을 때는 분별력이 있었으나, 이제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니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도다. 외국인이라도 금방 알아볼 정도이니라. 그런데도 판단력이 흐려졌도다. 손님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 집에 온 낯선 사람이 저렇게 모욕을 당하면 어쩌겠느냐? 자네는 망신을 당할 것이고, 명예가 실추될 것이로다!”
태명은 계산된 어조로 대답하되,
“어머니, 화내시는 것을 이해하나이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옳고 그름을 아나이다. 예전에는 아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나이다. 그 악랄한 구혼자들이 자꾸만 제 마음을 흔들고, 제 편은 아무도 없나이다. 낯선 남자와 거지 이루스의 싸움은 그들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아니하였나이다. 낯선 남자가 훨씬 강하였나이다. 아버지 상제시여! 아로왕이시여! 지혜낭자시여! 우리 집의 구혼자들이 모두 매를 맞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집 안의 남자든 밖에 있는 남자든 모두 그렇게 하소서. 이루스처럼 문 밖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술에 취한 듯 서 있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소서. 그의 몸은 너무 허약하나이다.”
그러자 에우리마코스가 입을 열어 이르되,
“오, 연로비 여왕이시여! 위대한 이카리우스의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시여! 만약 모든 그리스인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당신의 집에는 훨씬 더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들 것이니이다. 아름다움과 체격, 그리고 균형 잡힌 마음씨에 당신만큼 뛰어난 여인은 없기 때문이니이다.”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아니요, 불멸의 신들께서 이백오십 년 전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향하던 날, 제 외모를 망쳐 놓으셨나이다. 제 남편 오지수 또한 그들과 함께 갔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명예와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슬픔에 짓눌려 있나이다. 어떤 악령이 제게 온갖 고통을 안겨 준 것 같나이다. 남편이 이탁도를 떠날 때, 제 손목을 잡고 오른손을 쥐고 이르되, ‘여보, 우리 갑옷 입은 그리스인들이 모두 토래성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소. 토래성 사람들은 화살과 창에 능하고, 빠른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런 전차는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하더이다. 어떤 신이 저를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르고, 아니면 토래성에서 포로로 잡힐지도 모르오. 저도 모르겠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하오. 부모님은 지금보다, 아니 제가 떠난 지금 더욱더 잘 보살펴 드려야 하오. 그리고 우리 아들 수염이 다 자라면, 당신은 아무 남자와 결혼해야 하오. 당신이 선택하고 집을 떠나시오.’ 이것은 내 남편의 말이었도다. 때가 왔느니라. 결혼해야 할 밤이 다가왔도다. 끔찍하도다! 저주받았구나! 상제께서 내 행복을 빼앗아 가셨느니라. 또 다른 쓰라린 생각이 나를 짓누르느니라. 이렇게 품위 있는 여자, 그것도 부잣집 아내에게 구애하며 그녀의 손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들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찐 양과 소를 가져와야 하고, 좋은 선물을 주어야 하느니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먹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견뎌 온 오지수는 아내가 몰래 선물을 준비하고 예쁜 말로 그들을 매혹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도다. 아내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말이로다. 안태우가 이르되,
“현명한 연로비여, 그리스인들이 가져오는 선물은 모두 받으소서.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이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중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 농장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아니할 것이니이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하인들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도다. 안태우는 순금 브로치 열두 개가 박힌 화려한 수놓은 옷을 가져왔으며, 에우리마코스는 햇빛처럼 반짝이는 호박 구슬이 박힌 정교한 금 목걸이를 선물하였느니라. 두 노비는 에우리다마스에게서 귀걸이를 가져왔는데, 아름답게 반짝였고 각각 열매처럼 생긴 세 개의 송이가 달려 있었도다. 피산더의 노비는 정교하게 만든 아름다운 초커를 가져왔으며, 모든 구혼자들이 각기 다른 선물을 주었느니라. 왕비는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노비들은 화려한 선물들을 들고 갔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춤을 구경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해 돌아왔으며, 그들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즐거워하였도다. 그들은 잘 말린 나무와 갓 자른 나무를 섞어 큰 홀 전체를 밝히기 위해 세 개의 화로를 켰느니라. 인내심 많은 오지수의 여종들이 돌아가며 화로에 불을 붙였도다.
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르되,
“여종들아! 너희 주인 오지수는 오래전에 떠났느니라. 돌아가서 왕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해 주어라. 실을 잣거나 양털을 빗어라. 나는 이 사람들에게 불을 밝혀 줄 수 있느니라. 만약 그들이 밝은 새벽이 아름다운 왕좌에 앉을 때까지 여기에 머물기로 한다면, 나는 굴복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강하니라.”
그러자 소녀들은 서로를 힐끗힐끗 보며 낄낄거렸도다. 돌리우스의 딸인 예쁜 멜란토는 연로비 왕비의 손에서 자라 장난감을 받고 친딸처럼 대접받았으나, 멜란토는 연로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에우리마코스와 동침하였느니라. 그녀는 오지수를 모욕하고 조롱하기 시작하되,
“가엾은 늙은 이방인아! 미쳤구나! 대장간이나 공동 대피소에서 자고 싶지도 않았으면서, 여기 와서 남자들 무리 앞에서 거만하게 떠들어대다니! 무섭지도 아니하냐?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간 것이냐, 아니면 늘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하는 것이냐? 이루스를 이긴 것이 너를 미치게 만든 것이냐? 그 거지 자식 때문에? 조심하라, 곧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 네 얼굴을 후려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 집에서 쫓겨나게 할지도 모르느니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이 비열한 년아! 곧 태명에게 가서 네 말을 다 일러줄 터이니! 그러면 태명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로다!”
그 말에 여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으며, 그들은 오지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집 안 곳곳으로 흩어졌도다. 오지수는 화로 옆에 서서 불을 계속 밝히며 모든 구혼자들을 바라보았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곧 실행될 계획을 세웠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통이 자리 잡기를 바라셨으며,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도록 부추기셨느니라.
에우리마코스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려고 조롱하되,
“자, 구혼자들아! 내 직감으로는 이 남자는 어떤 신의 뜻에 따라 오지수의 집에 온 것 같소. 등불 아래에서 그의 머리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완전히 대머리라서 그런가 보군!”
그러고 나서 그는 돌아서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묻되,
“나그네여, 내가 사람을 고용한다면,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나를 위해 일하겠소? 당신이 키 큰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을 수 있다면, 분명히 보수를 받을 것이고, 나는 당신에게 일 년 내내 식사와 옷, 신발까지 제공해 줄 것이오. 그러나 자네는 악행에만 능숙하오. 일할 의지도 없고, 구걸하며 돌아다니면서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는 것만 좋아하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에우리마코스여, 봄날, 해가 길어지는 초원에서 우리 둘이 낫질 시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너처럼 완벽한 곡선의 낫을 갖고 있겠지. 풀도 무성하고, 우리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의 솜씨를 겨뤄 볼 수 있을 것이로다. 아니면 잘 먹고 잘 자란, 힘도 좋고 쟁기질하는 힘도 똑같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좋은 땅 사 에이커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반듯한 고랑을 만들 수 있는지 네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상제 신께서 내일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신다면, 내가 청동으로 만든 창 두 자루와 방패, 투구를 쓰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습을 네가 보게 될 것이로다. 그때는 내 배를 향해 욕설을 퍼붓지 못할 것이니라. 너는 공격적인 척하고, 천민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러나 만약 오지수가 나타난다면, 꽤 넓은 문들이 도망치려 애쓰는 동안에는 너무 좁게 느껴질 정도일 것이로다.”
분노에 찬 에우리마코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 비열한 거지 자식아! 우리 모두 앞에서 잘난 척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겁먹어야지! 술에 취해서 멍청해진 것이냐, 아니면 늘 헛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냐? 아니면 거지 이루스를 이겼다고 우쭐대는 것이냐!”
그러고는 오지수에게 발판을 던졌도다. 오지수는 두려움에 떨며 암피노무스 뒤로 숨었으며, 발판은 술을 따르던 노비 소년의 오른손에 맞았고, 술병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느니라. 소년은 먼지 속에 쓰러져 신음하였도다. 구혼자들의 외침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느니라.
“이 외국 떠돌이가 여기 오기 전에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지들과의 시비 때문에 연회가 망쳐지고 있구나! 즐거운 저녁을 망치고 있도다! 이 어리석은 소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구나!”
태명이 위엄 있게 이르되,
“존경하는 영주님들이여!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니이다. 아마도 너무 잘 드셨거나, 아니면 어떤 신이 여러분을 감동시키신 것 같나이다. 이제 저녁 식사는 끝났으니, 편하실 때 집으로 돌아가 주무소서. 제가 여러분을 쫓아내지는 아니하겠나이다.”
그들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놀라 입술을 깨물었도다. 니수스의 유명한 아들이자 아레티아스 신의 손자인 암피노무스가 그들 모두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그가 한 말은 옳으니 아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느니라. 낯선 사람이나 위대한 오지수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을 학대하지 말라. 소년이 잔에 포도주를 채우도록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자. 태명이 그 낯선 사람을 돌볼 것이니라. 어쨌든 그 거지는 그의 집에 온 것이니라.”
그들은 동의하였도다. 암피노무스가 둘리키움에서 데려온 노비 몰리우스는 그들 모두를 위해 포도주를 섞어 나눠 마셨느니라. 그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운을 북돋는 포도주를 홀짝였으며, 충분히 마신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제19권 여왕과 거지==
오지수는 홀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죽일 계책을 세웠다. 말이 빠르게 오가니,
「태명아, 무기를 가져와 숨겨야 한다. 구혼자들이 무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너에게 묻더라도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 내도록 하라. ‘그을음 때문에 무기가 손상되었다. 오지수 왕이 토래성으로 떠날 때에는 무기의 금속이 반짝거렸으나, 지금은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보관하였다. 또한 어떤 영이 내게 경고하기를, 너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다투면 서로 다치게 되어 연회와 구혼에 먹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기는 사람을 싸움으로 이끌 수 있다.’」
태명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였다. 그는 명숙를 불러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무기를 창고로 옮기는 동안 여인들은 방에 가두어 두어라.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떠나신 후로 무기가 더러워졌다. 연기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
자애로운 유모가 대답하되,
「얘야, 네가 집안일을 모두 맡고 재산을 잘 지키면 좋겠다. 누가 횃불을 가져와야 하겠느냐. 노비들은 네 앞에 걸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아니하였더냐.」
오지수가 이르되,
「이 낯선 사람이 하겠노라. 내 빵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멀리서 왔더라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하느니라.」
유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홀 안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오지수와 그의 총명한 아들은 벌떡 일어나 투구와 징 박힌 방패, 뾰족한 창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황금 등불을 들고 그들 곁에 서서 장엄한 빛을 비추었다.
태명이 말하되,
「아버지, 제 눈이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궁전의 벽과 아름다운 전나무 서까래와 가로대, 그리고 높은 기둥들이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옵니다. 하늘에서 어떤 신이 이 집에 계신 것이 틀림없나이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쉿, 더 이상 질문하지 마라. 생각을 정리하라. 이것이 오림산의 신들이 하는 일이다. 자, 이제 자러 가라. 나는 여기 남아서 여종들과 네 어머니를 괴롭히고, 울게 만들고, 내게 질문하게 할 것이다.」
태명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로 밝혀진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갔다. 잠이 들었고, 그는 새벽까지 그곳에 누워 있었다. 오지수는 복도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어떻게 없앨지 계속 모의하였다.
그때, 정신이 맑아진 왕비가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방에서 내려왔다. 노비들이 그녀가 늘 앉던 의자를 불 옆으로 끌어왔다. 그 의자는 이크말리우스가 상아와 은으로 상감 세공한 것으로, 발받침까지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커다란 양털이 의자 위에 깔렸고, 연로비는 생각에 잠긴 채 앉았다.
팔이 하얀 노비 소녀들이 와서 빵 더미와 탁자, 그리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마셨던 잔들을 치웠다. 그들은 화로의 불씨를 바닥에 던지고, 불과 온기를 위해 화로 안에 새 장작을 쌓아 올렸다.
이때 멜란토가 오지수를 다시 꾸짖되,
「이봐, 낯선 사람아. 밤에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 여인들을 엿보고 계속 문제를 일으킬 셈이냐. 나가라, 이 부랑자야.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안 그러면 곧 횃불을 맞을 것이다. 어서 가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계산적인 말을 내뱉되,
「미쳤구나. 이 어리석은 아가씨야, 어찌하여 나에게 화를 내느냐. 내가 더럽고 누더기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한다고. 어쩔 수 없느니라. 노숙자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느니라. 나도 한때 집이 있었고, 부유하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거지들에게도 자주 베풀었지. 누구든 찾아오면 도와주고, 신분에 상관없이 말이다. 노비 소녀들도 많았고, 우리가 부라고 여기는 모든 것을 누렸다. 행복한 삶이었느니라. 상제가 내 인생을 망쳐 놓았다. 분명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아가씨야, 네 주인님이 화를 내거나 오지수가 오더라도 다른 노비 소녀들 사이에서 네가 가진 지위를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 수도 있으나, 만일 그가 죽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아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아폴론 신께 감사해야겠구나. 그는 여기 여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제 다 컸으니까.」
연로비는 경계심을 갖고 듣고 있다가 이제 노비를 꾸짖기 위해 입을 열되,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것아. 어찌 감히.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다 안다. 그 건방진 표정을 지워라. 내가 직접 말했듯이, 이 낯선 사람을 홀에 붙잡아 두고 남편이 실종된 것에 대해 캐물을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었지 아니하냐. 나는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고는 에우리노메에게 이르되,
「의자를 가져와서 방석을 놓아라. 이 낯선 사람이 앉아서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여인은 윤이 나는 나무 의자를 가져와 방석을 놓았다. 오지수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았고, 신중한 연로비가 대화를 시작하되,
「낯선 분이시여, 먼저 어떤 가문 출신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누구시며, 고향은 어디이옵니까.」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세상 어떤 인간도 당신을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영광은 하늘에까지 닿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법으로 강대한 백성을 다스리던 거룩한 왕의 딸임이 틀림없나이다. 그의 통치 덕분에 검은 땅에는 밀과 보리가 자랐고, 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했으며, 양들은 새끼를 낳았고, 바다는 물고기를 제공했으며, 백성들은 번성하였나이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으나, 제 가족이나 고향에 대해서는 묻지 마십시오. 그 기억은 제 마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슬픔에 잠긴 사람이옵니다. 남의 집에 앉아 슬퍼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이다. 노비들이나 심지어 당신조차도 제가 술에 취해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불멸의 신들이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던 날, 그리고 제 남편 오지수가 그들과 함께 떠났던 날, 제 힘과 아름다움을 없애 버렸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아름다움과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터이나, 지금 저는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저를 망쳐 놓은 것 같사옵니다. 사메, 둘리키움, 자킨토스 등 모든 섬의 영주들과 이탁도에 사는 사람들이 저에게 구애를 하고 있나이다. 저는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옵니다. 게다가 제 집안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나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자들을 상대할 수가 없나이다. 오지수가 너무 그리워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사옵니다. 구혼자들은 저를 결혼시키려 하나 저는 계략을 꾸미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제게 베틀에 베틀을 놓고 길고 고운 천을 짜라고 시켰나이다. 그래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오지수는 죽었으나, 제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 결혼을 청하지 말아 주소서’라고 말하였나이다. 라에르테스가 죽으면 수의를 입혀야 한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아르고스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얻은 사람이 수의 없이 누워 있다면 말이다. 그들은 동의하였나이다.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풀었나이다. 삼 년 동안 그들을 속였나이다. 오랜 시간과 날들, 그리고 달들이 흘러갔나이다. 그러다 사 년째 되던 해, 변덕스럽고 개 같은 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와서 나를 붙잡았나이다. 그러자 그들은 항의하며 소리쳤고, 나에게 수의를 완성하라 강요하였나이다. 이제 더 이상 꾀가 없고, 결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나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있고, 내 아들은 이 남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을 알고 질려 있나이다. 이제 그는 상제가 축복한 집을 관리할 능력이 충분히 생겼나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혈통을 밝혀야 하나이다. 당신은 동화처럼 바위나 나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라.」
속임수의 달인이 대답하되,
「위대한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의 아내시여, 어찌하여 자꾸 제 가족에 대해 묻나이까. 꼭 말해야 한다면 말하겠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제 모든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나이다. 저처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래도 당신이 묻는 것을 말해 드리겠나이다. 제 고향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비옥한 섬 크레타입니다. 그곳에는 구십 개의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셀 수도 없나이다. 언어도 섞여 있고, 아카이아인, 크레타 토착민, 그리고 장발의 도리아인과 펠라스기인들이 살고 있나이다. 그곳에는 상제의 측근이었던 미노스가 구 년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웅장한 도시 크노소스가 있나이다. 제 아버지는 그의 아들인 용감한 데우칼리온이었고, 그의 또 다른 아들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항해했던 이도메네우스였나이다. 제 이름은 아이톤이고, 저는 그의 동생이옵니다. 크레타에서 나는 오지수를 만나 그에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는 말레아에서 폭풍에 휘말려 토래성을 그리워하였으나 크레타로 오게 되었나이다. 그는 간신히 바람을 피해 암니소스의 에일레이티아 동굴 곁에 배를 정박하고 피난처를 찾았나이다. 그는 마을로 올라와 내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는데, 그는 오지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이도메네우스는 열흘 전에 토래성에 도착해 있었나이다. 나는 그와 그의 선원들을 안으로 맞아들여 극진히 환대하였나이다. 우리의 식량은 풍족하였고, 나는 백성들에게 보리와 적포도주, 그리고 도축할 황소를 가져오게 하여 그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나이다. 그 고귀한 그리스인들은 열두 날 동안 머물렀나이다. 강한 북풍이 불어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였나이다. 너무 강한 바람에 사람은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나이다. 분명 어떤 악령이 그들을 저주하려고 바람을 불러낸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셋째 날, 바람이 잦아들었고,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그의 거짓말은 진실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제피로스가 산봉우리에 흩뿌리는 눈처럼 녹아내렸다. 에우루스가 그 눈을 녹이면 강물이 불어나 다시 흐르는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뺨도 눈물로 범람하였다.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 울었다. 오지수는 마음속으로 슬픔에 잠긴 아내를 가엾게 여겼으나, 눈빛은 뿔이나 쇠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굳게 유지하였으며,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울다가 다시 입을 열되,
「나그네여, 당신이 말한 대로 내 남편과 그를 따라온 사람들을 당신 집에 맞아들였는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의 옷차림과 생김새,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어떠하였는지 묘사해 보시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부인,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그가 방문한 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옵니다. 벌써 이십 년이나 지났나이다. 그러나 제 기억 속의 모습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왕 오지수는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장포는 정교하게 조각된 금 브로치로 고정되어 있었고, 브로치에는 핀이 두 개씩 달려 있었나이다. 앞발에는 얼룩무늬 새끼 사슴을 꽉 물고 있는 개가 있었나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진 개가 어떻게 새끼 사슴을 물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새끼 사슴이 어떻게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 하는지 신기해하였나이다. 그의 흰색 튜닉은 마른 양파 껍질처럼 부드럽고 햇빛처럼 반짝였나이다. 많은 여인들이 그 옷에 감탄하였나이다. 그러나 그가 이 옷들을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선원이나 손님 친구가 배에서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나이다. 오지수는 그의 가치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많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나이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청동 검과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 그리고 술 장식이 달린 튜닉을 선물하였나이다. 그가 배에 오를 때 저는 그를 영광스럽게 배웅하였나이다. 그에게는 에우리바테스라는 시종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고, 검은 피부에 둥근 어깨,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그의 선원들 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아버지와 잘 맞았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은 그녀의 슬픔을 더욱 깊게 하였다. 그녀는 그가 증거로 남겨 둔 흔적들을 알고 있었기에 흐느껴 울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는 이르되,
「전에는 당신을 불쌍히 여겼으나, 이제 당신은 손님이자 존경받는 친구이옵니다. 당신이 말한 그 옷들을 제가 그에게 주었나이다. 창고에서 꺼내 접어서 브로치를 달아 주었나이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를 집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에빌리움이라는 마을로 떠났을 때 저주가 그 배에 실렸나이다. 그 마을 이름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나이다.」
그는 날카롭게 대답하되,
「폐하, 오지수의 아내시여, 아름다운 피부를 눈물로 더럽히고 남편을 애도하며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나이다. 어떤 여자라도 자식을 낳아 준 남편을 잃으면 슬퍼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 남편처럼 신과 같은 영웅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울음을 그치소서. 제 말을 들어보소서. 확실한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오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나이다. 그는 살아 있고, 이곳 근처 테스프로티아에 있나이다. 그는 온갖 고생 끝에 많은 보물을 모아 집으로 가져오고 있나이다. 그는 트린아키아를 떠날 때 배를 잃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치하였나이다. 태양신과 상제는 오지수의 부하들이 태양의 소떼를 죽였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하였나이다. 그래서 그 부하들은 모두 파도에 휩쓸려 죽었으나, 오지수는 키에 매달려 신들의 사촌인 페아키아인들의 땅에 표류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고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썼나이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에 왔어야 했으나, 더 많이 여행하고 더 큰 부를 축적하기로 결심하였나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윤을 잘 내는 사람이 바로 그이옵니다. 테스프로티아의 왕 페이돈이 제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나이다. 그는 제물을 바치며 이미 배가 진수되었고 선원들도 모두 준비되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맹세하였나이다. 그러나 페이돈은 먼저 제게 작별 인사를 하였나이다. 마침 그들의 배 한 척이 보리가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오지수가 얻은 보물을 제게 보여 주었는데, 그의 자손과 손자 손녀를 십 대에 걸쳐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양이었나이다. 페이돈은 오지수가 도도나로 가서 바스락거리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에게 상제가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장하고 돌아갈지 조언을 구하였다고 말하였나이다. 제가 말씀드리건대, 그는 무사하며 가까이에 있나이다. 그는 고향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오래 떠나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높고 위대한 신인 상제와 제가 피난처로 삼고 있는 화로에 맹세하나이다.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이 음력 달, 즉 초승달과 보름달이 차오르는 사이에 오지수가 올 것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당신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에게 즉시 보답을 하고,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행운을 알게 될 만큼 따뜻한 환대를 베풀겠나이다. 사실, 제 생각에는 오지수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아무도 당신을 정중하게 배웅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정중하게 배웅해 줄 주인이 여기 없나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자, 노비들아, 그를 씻기고 매트리스와 양모 담요, 깨끗한 새 시트를 깔아 침대를 만들어 새벽이 황금빛 왕좌에 오를 때까지 따뜻하게 해 주도록 하라. 그리고 목욕시키고 기름을 발라 내 아들 옆 홀 안에 앉히고 음식을 대접하라. 이 사람들 중에 누가 우리 손님을 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은 큰일 날 것이다. 아무리 분노해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그네여, 당신이 누더기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로 내 집에 갇혀 있었다면, 내가 다른 모든 여인들보다 총명하다는 증거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나이까. 인간의 수명은 짧지 아니한가. 만일 우리가 잔인하다면,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저주할 것이고, 죽은 후에는 조롱할 것이다. 고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하나이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이르되,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나는 흐리고 산이 많은 크레타 섬에서 노를 저어 나온 날부터 담요와 깨끗한 고급 침대 시트를 싫어하게 되었나이다. 나는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보냈던 것처럼, 거친 침상에 누워 밝은 새벽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발을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당신 집의 여종들이 내 발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다만 나와 같은 비통함과 슬픔을 겪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늙은 여종이 있다면, 그녀가 내 발을 만져도 괜찮을 것이다.」
연로비는 생각에 잠겨 이르되,
「손님, 말씀 참 좋으시옵니다. 이전에 외국에서 우리 집에 온 손님 중에 이렇게 꼼꼼하신 분은 없었나이다. 제게는 현명한 노부인이 한 분 계시는데, 제 남편을 키우신 분이옵니다. 갓난아기였던 남편을 처음으로 어머니 품에 안으셨지요. 몸이 많이 약하시나, 손님 발을 씻어 드릴 수는 있나이다. 자, 명숙여, 일어나서 주인님 동갑내기를 씻겨 드리렴. 오지수도 이제쯤이면 이렇게 늙고 주름진 발과 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고난을 겪으면 빨리 늙어버리느니라.」
늙은 노비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되,
「오, 얘야. 이제 나는 너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상제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미워하였지. 네가 그토록 신을 경외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어떤 인간도 천둥의 신에게 너처럼 많은 허벅지 뼈를 태우거나 그토록 많은 제물을 바치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편안한 노년을 맞이하고 아들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도하였지. 그런데 이제 너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 불쌍한 오지수가 이방 왕궁에 머물 때면, 이 못된 여인들이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여인 노비들이 그를 조롱하는 것 같구나. 너는 학대를 피하려고 씻겨 주기를 거부하였지.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가 나에게 너를 씻겨 주라 하였느니라. 마지못해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씻겨 주겠노라. 너는 내 마음을 움직이느니라. 자, 잘 들어 보렴. 많은 낯선 사람들이 이곳에 곤경에 처해 왔으나, 나는 몸과 목소리, 발걸음이 내 주인님과 그토록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느니라.」
그는 영리하게 대답하되,
「노파여, 우리 둘을 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많이 닮았다고 하나이다. 당신은 그 닮은 점을 알아차리신 예리하시구나.」
그러자 노파는 발을 씻는 데 쓰는 반짝이는 가마솥을 가져와 물을 가득 채웠다. 찬물을 많이 넣고 뜨거운 물은 조금 넣었다. 오지수는 난로 옆에 앉아 어둠을 향해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자신을 만지면 흉터를 느끼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노파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주인을 씻겨 주었다. 갑자기 그녀는 흉터를 느꼈다. 오래전 파르나소스 산에서 흰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가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그는 외가 사촌들과 할아버지인 고귀한 아우톨리쿠스와 함께 그곳에 갔는데, 아우톨리쿠스는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고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헤르메스는 그가 자신에게 많은 제물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이 재능을 주었다.
훨씬 이전, 아우톨리쿠스는 딸의 아기를 보러 이탁도에 갔는데, 명숙가 갓난아기를 할아버지 무릎에 앉히고 말하되,
「이제 손자의 이름을 지어 주소서. 이토록 바라던 아기의 이름을요.」
아우톨리쿠스는 부모에게 이르되,
「이렇게 이름을 지어 주시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미워한다. 그러니 아이의 이름을 ‘오지수’라고 지어 주시오.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면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그의 친정집으로 오게 하시오. 내가 그에게 보물을 주고 기쁨으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소.」
오지수는 자라서 선물을 받으러 그곳에 왔다. 그의 사촌들과 아우톨리쿠스는 그를 껴안고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넸다. 그의 할머니 암피테아는 덩굴처럼 그를 껴안고 그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춤하였다.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 지시하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여 오 년 된 황소를 데려와 가죽을 벗기고, 토막 내어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워 나누어 먹었고, 모두가 똑같은 양을 받았다. 그들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 온종일 잔치를 벌였다.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였다.
이른 새벽, 발그레한 손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과 개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오지수도 함께 갔다. 그들은 파르나소스 산의 가파르고 숲이 우거진 비탈길을 올라 바람이 휘몰아치는 골짜기에 이르렀다. 사냥꾼들이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 태양이 잔잔하게 흐르는 대양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개들은 발자국을 찾으며 앞서 달려갔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이 뒤따라왔고, 오지수는 개들 곁에 바짝 붙어 긴 창을 휘두르며 따라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멧돼지가 숨어 있었다. 그 은신처는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아 주었고,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곳도, 비도 들어올 수 없었다. 안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멧돼지는 발소리를 들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멧돼지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털을 곤두세우고 불꽃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들 옆에 섰다. 오지수가 먼저 달려들어 긴 창을 꽉 쥐었다. 그가 공격하려 하자 멧돼지가 먼저 무릎 위를 공격하였고, 옆으로 돌진하며 송곳니로 살점을 크게 뜯어 냈으나 뼈까지는 닿지 아니하였다. 오지수는 멧돼지의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혔고, 창은 그것을 꿰뚫었다. 멧돼지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졌다. 그의 생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은 분주히 움직여 위대한 오지수가 입은 상처를 능숙하게 싸매고, 주술로 검은 피를 멈추게 한 다음, 그를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는 값진 선물을 주고 곧바로 이탁도로 돌려보냈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그의 부모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상처를 어떻게 입었는지 물었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하얀 어금니에 다리를 찔렸다고 말하였다.
늙은 여종은 그의 다리를 잡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그 상처에 다가와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의 다리를 물통에 떨어뜨렸다. 물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자 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녀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그의 수염을 만지며 이르되,
「당신은 오지수시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나의 주인님이여. 다리를 만져 보기 전까지는 당신이신 줄 몰랐나이다.」
그녀는 연로비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남편임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연로비는 뒤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오지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속삭이되,
「유모여, 어찌하여 나를 해치려 하느냐. 당신은 내게 젖을 먹여 주었지 아니하냐. 이십 년 동안의 고통 끝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알아차렸구나. 신이 당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나 보구나. 침묵을 지켜라.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신이 나를 도와 구혼자들을 물리친다면, 당신도 예외 없이 죽일 것이다. 당신은 내 유모였으나 말이다.」
명숙는 계산적으로 대답하되,
「얘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 마음은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아니하느냐. 돌이나 쇠처럼 강인할 것이다. 약속 하나만 해 주마. 네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면 궁궐에서 누가 너를 모욕하는지, 누가 죄 없는지 알려 주겠노라.」
오지수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이르되,
「유모여, 어찌하여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냐.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겠노라. 이제 조용히 하라. 미래는 신들에게 맡기자.」
늙은 유모는 빨래물을 더 길어 오러 갔다. 남은 물은 모두 쏟아졌다. 유모는 오지수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고, 오지수는 다시 의자를 끌어당겨 불 옆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헝겊으로 흉터를 가렸다.
그리고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되,
「낯선 이여, 작은 질문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곧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달콤한 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낮에는 끊임없는 슬픔 속에서도 제 일과 시녀들의 일에 집중하나이다. 그러나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들면 저는 침대에 누워 울면서 고통에 압도당하나이다. 걱정과 슬픔이 제 마음을 가득 채우나이다. 마치 봄이 오면 창백한 회색 나이팅게일이 아름답게 노래하며, 나무에 무성한 잎들 사이에 앉아 제토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랑하는 아들 이틸루스를 애도하며 소리의 교향곡을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하게 청동으로 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 마음도 두 갈래로 갈라지나이다. 아들 곁에 남아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제 재산, 여종들, 그리고 큰 저택을 그대로 두어 아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까요. 내 남편의 침대와 사람들의 말에 신경 써야 할까요. 아니면 구혼자들 중 가장 괜찮고 선물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남편 집을 떠날 수 없었나이다. 남편이 허락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이제 아들이 다 커서 남편은 제가 떠나기를 재촉하나이다. 자기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사옵니다. 자, 제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꿈에서 거위 스무 마리가 강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기뻤나이다. 그때 뾰족한 부리를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산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거위들의 목을 부러뜨리고 죽였나이다. 저는 꿈속에서 엉엉 울었나이다. 여인들이 제 주위에 모여들었고, 저는 독수리가 제 거위들을 죽였다고 울었나이다. 그때 독수리가 다시 나타나 튀어나온 지붕 들보에 앉아 제 슬픔을 달래려고 사람 말로 말하였나이다. ‘연로비, 위대한 여왕이시여, 기운 내십시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꿈속에서 거위들이 구혼자들을 상징하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한때 독수리였으나 이제는 당신의 남편입니다. 저는 그들을 잔혹하게 처단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위들이 전처럼 여물통 옆에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지혜로운 것으로 유명한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되,
「여인이여, 그 꿈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낼 방법은 없나이다. 오지수 자신이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이미 말하였나이다. 모든 구혼자들의 파멸을 의미하나이다. 아무도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없나이다.」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는 이르되,
「낯선 이여, 꿈은 혼란스럽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꿈의 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뿔로,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나이다. 상아로 만든 문은 속임수로 가득 차 있고, 그 이야기는 거짓으로 끝나나이다. 윤이 나는 뿔로 만든 문을 통과하는 꿈은 이루어지나이다. 그러나 제 이상한 꿈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저와 제 아들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터이나 말입니다. 오지수의 집에서 저를 데려갈 운명의 날이 오고 있나이다. 저는 그의 도끼로 시합을 할 것입니다. 그는 도끼들을 배의 지지대처럼 일렬로 세워 놓고 멀리서 화살을 쏴서 열두 자루를 모두 꿰뚫었나이다. 저는 이 시합을 구혼자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활시위를 가장 빨리 당겨 열두 자루의 도끼를 모두 꿰뚫는 자가 저를 차지할 것이고, 저는 그를 따를 것입니다. 저는 이곳, 이 아름다운 집, 제 결혼 생활을 했던 이 집, 풍요와 삶으로 가득했던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는 꿈속에서라도 이 집을 기억할 것입니다.」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는 이르되,
「존경하는 아내여,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이 시합을 미루지 마십시오. 그들은 활을 다루느라 허둥대며 활시위를 당기거나 화살을 쏘기도 전에, 모든 것을 계획한 오지수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으니 이르되,
「손님, 만일 당신이 앉아서 저를 즐겁게 해 주신다면, 저는 절대 잠들고 싶지 않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깨어 있을 수 없나이다. 불멸의 신들이 필멸의 인간이 지상에서 하는 모든 일에 적절한 시간을 정해 놓으셨나이다.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제 침대에 누우겠나이다. 그 침대는 슬픔의 침대이옵니다. 남편이 에빌리움이라는,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마을로 떠난 후로 제가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나이다. 저는 거기에 누울 터이니, 당신은 이 집에서 주무시오. 바닥에 담요를 깔거나 노비들에게 침대를 만들어 달라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여종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울었고, 마침내 예리한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눈에 달콤한 잠을 안겨 주었다.
==제20권 마지막 연회==
오지수는 아직 손질하지 아니한 소가죽 위에 몸을 뉘이고, 구혼자들이 바친 양털을 쌓아 올렸다. 에우리노메가 두터운 담요를 덮어 주었으나, 그는 누워 있으면서도 잠들지 못하였다. 그 마음속에는 구혼자들을 어찌 죽일까 하는 깊은 계책이 가득 차 있었다.
이때 구혼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였던 여인들이 낄낄거리며 기뻐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 흩어지니, 오지수의 가슴은 분노로 타올랐다. 저들을 지금 당장 달려들어 모조리 베어 버릴까, 아니면 저 오만한 무리들로 하여금 이 밤을 무사히 보내게 둘까. 어미 개가 낯선 사내를 보고 새끼를 지키려 으르렁거리듯, 그의 심장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에게 이르되,
「내 심장이여, 더욱 굳세어라. 저 외눈박이 거인이 네 건장한 동료 스무 명을 잡아먹던 날, 너는 이보다 더한 시련을 겪었으되, 끝내 침착함을 잃지 아니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동굴을 빠져나오지 아니하였더냐. 그때 너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거늘.」
그의 심장은 굳건히 버티었으나, 몸은 마치 기름과 피로 가득 찬 소시지를 불 위에 돌리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부림쳤다. 거대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그는 소시지가 어서 익기를 갈망하듯, 홀로 수많은 구혼자들을 어찌 물리칠까 하여 밤새도록 고민하였다.
이때 지혜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머리맡에 나타나 이르되,
「불운한 사람이여, 어찌하여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있느냐. 이곳은 네 집이며, 안에는 네 아내와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들이 있지 아니하냐.」
영리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말씀하신 바가 모두 진실이로소이다. 그러나 저는 홀로 항상 떼 지어 다니는 저 건방진 자들을 어찌 공격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가장 큰 두려움은 이것입니다. 만일 여신과 상제께서 저를 도와 저들을 죽이신다 한들, 그 뒤에는 어찌하여야 하오리까. 어디로 도망쳐 그 벌을 피할 수 있사오리까. 부디 가르쳐 주소서.」
지혜의 여신이 눈을 번뜩이며 이르되,
「참으로 고집이 세구나. 범인들은 약한 필멸의 친구조차 믿거늘, 하물며 나는 여신으로서 네가 수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줄곧 너를 지켜 오지 아니하였더냐. 설령 우리가 매복을 당하여 우리를 죽이려는 오십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너는 빠져나와 그들의 양과 소를 훔치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이제 잠자리에 들라. 밤새도록 경계를 서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라. 머지않아 너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오지수영.」
이렇게 이르고 여신은 그의 눈에 잠을 흠뻑 부어 준 뒤 오림산으로 날아갔다. 잠이 그를 감싸 안아 긴장을 풀고 근심을 잊게 하였다.
한편 그의 충실한 아내는 잠 못 이루어 부드러운 베개에 기대어 앉아 울고 있었다. 흐느낌이 잦아들자 그녀는 기도를 올리되,
「오 아림여, 위엄 있는 여신이시여, 상제의 따님이시여. 부디 제 심장에 화살을 꽂아 지금 당장 저를 죽이시거나, 혹은 바람 한 줄기가 저를 휩쓸어 안개 낀 구름 너머로 데려가 대양의 물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날려 보내 주시옵소서. 마치 신들이 판다레우스의 딸들을 죽이고 고아로 남겨 둔 뒤, 산들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프로디테는 그들을 도와 꿀과 치즈와 부드러운 포도주를 주었고, 헤라는 다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움과 지혜를 주었으며, 아림는 그들의 키를 크게 하였고, 지혜의 여신은 모든 수공예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뒤 아프로디테가 오림산으로 올라가 천둥의 신 상제께 소녀들에게 좋은 혼인을 허락해 달라 청하였으나, 하르피아들이 그들을 납치하여 잔혹한 복수의 여신들을 섬기게 하였나이다. 신들이 저를 그들처럼 멸망시키소서. 아니면 아림여, 저를 죽여 주소서.」
오지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찮은 남편을 기쁘게 해 주고 싶지 아니하다. 온종일 슬픔에 잠겨 울다가 밤에 잠들면 모든 것을 잊는다면 그 고통은 견딜 만하거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악몽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어젯밤에는 전쟁터로 떠날 때의 그 남자와 똑같은 이가 제 곁에 누워 있었나이다. 제 마음이 기쁘더니, 꿈이 아니라 환상 같았나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황금빛 새벽이 밝아 왔다. 오지수는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아내가 자기 머리맡에 서 있는 줄 알고, 벌써 자신을 알아본 줄로 여겼다. 그는 잠잘 때 덮었던 장포와 양털을 가져와 궁궐 안 의자에 놓고, 소가죽은 밖으로 내어 안뜰에 둔 뒤 팔을 들어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여, 신들이여. 당신들이 나를 일부러 육지와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데려오셨고,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겨 주셨다면, 집 안에서 누군가 길조의 말을 전하게 하시고, 상제여, 밖에서도 또 다른 징조를 보여 주소서.」
지혜의 신 상제가 그의 말을 듣고 구름 위 높은 오림산에서 천둥을 쳤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이때 근처 집 안에서 밀을 빻는 여인이 길조의 말을 하였다. 열두 명의 노비가 왕을 위해 밀과 보리를 빻는 맷돌을 돌리고 있었는데, 나머지 노비들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고, 가장 약한 노비 한 명만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맷돌을 멈추고 말하되,
「상제여, 신들과 인간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을 치셨으니, 이는 누군가를 위한 징조이옵니다. 불쌍한 노비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오늘이 구혼자들이 이 늙은 왕궁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마지막 날이 되게 하소서. 그들을 위해 곡식을 빻는 고된 노동 때문에 무릎이 쑤십니다. 부디 오늘이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이 징조와 상제의 천둥소리는 주인을 기쁘게 하였고,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였다.
다른 여인들이 모여 화로에 불을 지피니, 신과 같은 태명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칼을 등에 맸다. 기름칠을 잘한 발에 샌들을 신고 날카롭고 튼튼한 청동 창을 들었다. 문턱에 서서 명숙를 부르되,
「유모여, 손님들을 잘 대접하여 식사도 대접하고 편안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느냐, 아니면 그냥 방치해 두었느냐. 어머니답구나. 어머니는 영리하시나 제멋대로 행동하시는구나. 원치 않는 손님은 극진히 대접하면서, 좋은 손님은 무례하게 쫓아내시는구나.」
유모가 재치 있게 대답하되,
「얘야, 지금은 그녀를 탓하지 마라. 그는 포도주를 좀 마시고 의자를 골랐을 뿐이다. 저녁을 이미 먹었다고 하였고, 유모가 물어보니 그러하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유모는 간이침대를 가져다주어 여인들로 하여금 그의 침대를 정리하게 하였다. 불쌍하고 가난한 노인이여. 그는 좋은 침구를 쓰려 하지 아니하였다. 소가죽과 양털을 깔고 현관에서 잤고, 우리는 그 위에 장포를 덮어 주었느니라.」
태명은 칼을 손에 든 채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데리고 궁궐을 나와 아카이아인들의 회합 장소로 향하였다. 이때 옵스의 딸인 고귀한 명숙가 노비들을 부르되,
「자, 서두르라. 여인들은 바닥을 쓸고 물을 뿌리라. 의자에는 자주색 천을 깔아 놓으라. 다른 이들은 스펀지로 탁자를 닦고 손잡이가 둘인 잔과 그릇을 씻으라. 그리고 너희는 샘에서 물을 길어 오라. 서두르라. 곧 그들이 올 것이다. 오늘은 그들 모두를 위한 축제일이로다.」
그들은 주의 깊게 듣고 명령대로 하였다. 스무 명은 검은 샘물을 길으러 달려갔고, 나머지 잘 훈련된 노비들은 집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와 장작을 패니,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인들이 샘에서 돌아오자 돼지치기가 살찐 돼지 세 마리, 자기가 제일 아끼는 돼지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돼지들을 마당에 가두어 땅을 파헤치게 하고는 오지수에게 친절히 물으되,
「친구여, 이제 그들이 그대를 더 존중해 주느냐, 아니면 전처럼 여전히 학대하느냐.」
교활한 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신들이 이 건방진 자들의 악행과 계략에 대한 복수를 해 주시기를. 이 파렴치한 자들이 자기네 집도 아닌 곳에서 나를 모욕하였다. 참으로 뻔뻔스럽구나.」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말태수가 목동 두 명과 함께 도착하였다. 그들은 구혼자들의 연회에 내놓을 가장 살찐 암염소들을 양떼에서 몰아내고 있었다. 말태수는 염소들을 현관에 묶어 놓고 오지수를 괴롭히기 시작하되,
「낯선 자여, 아직도 여기 있느냐. 구걸하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느냐. 여기 있으면 매를 맞을 것이다. 네 구걸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스에서 먹을 것이 있는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니라.」
알 수 없는 표정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살인 계획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목동인 감독관 필로에티우스는 살찐 숫염소와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를 몰고 왔는데, 이 짐승들은 나룻배 사공이 이탁도로 데려온 것이었다. 나룻배는 건너갈 사람이 있으면 승객도 태워 주었다. 필로에티우스는 짐승들을 밖에 묶어 두고 돼지치기에게 물으되,
「새로 온 이 손님은 누구인가. 그의 민족은 누구이며, 고향은 어디이며, 조상은 누구인가. 가엾은 사람 같으니, 그의 모습은 마치 군주와 같구나. 신들이 고통의 실타래를 잣을 때면, 위대한 왕조차도 멀리 떠돌며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법이지.」
그러고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네되,
「안녕하시오, 선생님. 운이 없으시구나.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오. 상제 신이시여, 당신만큼 파괴적인 신은 없나이다. 당신은 인류의 아버지이시나, 우리의 고통에는 자비를 베풀지 아니하시는구나. 오지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온몸이 땀으로 젖나이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셔 햇빛을 보고 계신다면, 길을 잃고 저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계실 것이요.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다면, 오지수여, 참으로 안타깝도다. 그분은 제가 어린 소년이던 시절, 케팔레니아에서 제게 첫 소떼를 맡겨 주셨나이다. 이제 그분의 소떼는 셀 수 없이 많사오나, 다른 이였다면 이렇게 번성하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람들이 제게 소떼를 몰고 와 자기들에게 먹으라 하나이다.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는 관심도 없고, 지켜보는 신들의 눈길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이다. 주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나이다. 그들은 주인님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 하고, 저는 주인님의 아들이 여기 있는데 소떼를 몰고 타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나이다. 그러나 남의 가축을 돌보며 앉아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나을지니, 차라리 도망쳐 다른 왕을 섬기고 싶었나이다. 견딜 수가 없나이다. 그러나 불운한 주인님이 어디에 계시든 돌아와 궁궐에 있는 이 구혼자들을 모두 쫓아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당신은 영리한 듯하구나. 그래서 당신에게 엄숙한 맹세를 하리라.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이 화롯에 맹세하건대, 당신이 아직 여기 있는 동안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요, 원한다면 여기에서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으리라.」
목동이 대답하되,
「낯선 이여, 상제 신께서 당신의 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면 당신은 제 힘과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보게 되리라.」
에우마이오스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여 그의 다재다능한 주인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 간청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구혼자들은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독수리 한 마리가 그들의 왼쪽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들비둘기를 물고 있었다. 암피노모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우리의 이 계획, 이 살인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니 연회에 대해 생각하자.」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의자와 소파에 천을 깔고 큰 양, 살찐 염소, 큰 돼지, 그리고 온순한 소 한 마리를 잡았다. 내장을 삶아 나누어 먹고, 포도주는 그릇에 섞었다. 돼지치기는 포도주를 잔에 따랐고, 필로에티우스는 바구니에 빵을 담아 날랐으며, 말태수는 포도주를 돌렸다. 그들은 마음껏 음식을 먹었다.
그다음 태명은 곰곰이 생각하여 오지수를 홀 안 돌문턱 옆에 앉히고 탁자와 의자를 가져왔다. 그는 오지수에게 고기를 내어 주고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 주며 이르되,
「이제 당신은 여기 앉아 그들 가운데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내가 그들이 당신을 건드리거나 조롱하지 못하게 막겠소. 이곳은 술집이 아니오. 오지수가 나를 위해 마련한 곳이오. 그리고 당신들, 구혼자들이여. 제발 때리거나 모욕하지 마시오. 우리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소.」
그들은 소년이 그토록 대담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 입술을 깨물었고, 우필태의 아들 안태우가 선언하되,
「폐하들이여, 태명의 위협은 비록 성가시나 받아들여야 하리라. 상제께서 그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연회장에서 그의 연설을 막았을 것이니라.」
태명은 그를 무시하였고, 그동안 집안 아이들은 제물로 바칠 짐승 백 마리를 몰고 마을을 지나갔다. 이탁도 사람들은 활쏘기의 신 아로왕의 그늘진 숲에 모였다. 집 안에서는 구혼자들이 고기 꼬치를 굽고 꼬치를 꺼내어 몫을 나누었다. 성대한 잔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은 몫을 내어 주었는데, 그의 아들 태명이 그렇게 하라 명령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은 구혼자들이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멈추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고, 위대한 오지수의 마음에는 더욱 깊은 원한이 스며들었다. 사메 출신의 크테시푸스라는 무법자는 엄청난 부를 등에 업고 오지수가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것을 알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왔다. 그는 다른 무모한 구혼자들에게 소리치되,
「잘 들어라. 이 낯선 사람도 당연히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 물론 태명을 찾아온 손님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소. 그에게 환영의 선물을 주겠소. 그러면 그가 궁전의 목욕탕 시중드는 이나 다른 하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겠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소발 하나를 꺼내 오지수에게 던졌다. 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몸을 숙이며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소발은 벽에 부딪혔다.
태명이 크테시푸스를 꾸짖되,
「낯선 사람을 때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구나. 그가 공격을 피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면 네 배를 칼로 꿰뚫었을 테고, 네 아버지는 네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집에서는 모두 조심해야 하리라. 나도 어렸을 때는 그러하였으나, 이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도살된 양, 음식, 술 등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참아야 하니 말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지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제발 나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어 주시오. 아니면 여전히 청동 칼로 나를 죽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그렇게 하기를 바라오. 당신 같은 구혼자들이 낯선 사람들을 학대하고, 하녀들을 끌고 다니며 괴롭히는 끔찍한 짓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소.」
모두 침묵하였다. 아겔라우스가 입을 열되,
「친구들아, 그의 말은 옳다.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마라. 낯선 사람이나 오지수의 노비들을 학대하지 마라. 태명아, 너와 네 어머니께 정중히 충고 하나 하리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생각이 넓은 네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였을 때는,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실까 하여 우리를 멀리하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얘야, 어머니 곁에 앉아 우리 중 가장 훌륭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시도록 조언하라. 그러면 너는 아버지께서 남기신 재산을 누리며 먹고 마실 수 있고,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집을 돌보러 가실 수 있으리라.」
태명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답하되,
「예. 상제 신과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거나 어쩌면 죽기까지 하였던 제 아버지의 고난을 걸고 맹세하건대, 저는 지체 없이 그녀에게 남편감을 고르라 말하고 후한 지참금을 마련해 주겠나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보내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신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지혜의 여신이 구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웃었다. 깔깔대며 얼굴을 가누지 못하였다. 고기 접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너희의 얼굴과 머리와 몸은 밤으로 뒤덮여 있고, 너희의 비명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화려한 궁전의 천장과 벽에는 너희의 피가 흩뿌려져 있다. 현관과 안뜰은 유령으로 가득 차 있다. 에레보스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유령들이다.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음침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모두 웃었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이 새로 온 자는 미쳤구나. 어서, 얘들아, 그를 내쫓아라. 시장으로 보내라. 여기가 밤인 줄 아는구나.」
예언자가 대답하되,
「에우리마코스여, 나는 안내자를 구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눈과 귀와 발이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하니 떠나리라. 오지수의 집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너희 모두에게 무슨 불길한 일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드나이다. 너희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궁궐을 떠나 피레우스로 내려가 그를 맞이하였고, 그곳에서 환영을 받았다. 구혼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태명의 손님들을 비웃으며 그를 놀리려 하였다.
「손님들 때문에 운이 참 안 좋으시구나. 이 더러운 거지 자식은 늘 음식과 술만 더 달라 하고, 농사도 못 짓고 싸움도 못하는, 세상에 짐덩어리일 뿐이다. 저 다른 놈은 거기 서서 예언이나 하고 있더구나. 자, 잘 들어 보라. 내가 더 나은 계획을 제안하노라. 이 손님들을 배에 태워 노비로 삼아 시칠리아로 보내서 이익을 챙기라.」
태명은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조용히 아버지를 지켜보며, 뻔뻔스러운 구혼자들을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아름다운 연로비는 현명하게도 의자를 그들을 마주 보도록 놓고 각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들은 수많은 짐승을 잡아 잔치를 벌였고, 웃음이 끊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곧 강력한 남자와 여신이 복수심에 불타 그들에게 가져다줄 저녁 식사보다 더 달갑지 아니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먼저 복수를 시작하였고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제21권 활쏘기 경연==
그때 지혜로운 여신이 빛나는 눈으로 이카리우스의 딸이요 현부인인 연로비에게 한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대는 이제 오지수의 방에 활과 쇠도끼를 내어 놓고, 피바람이 일어날 시합을 베풀도록 하라.”
연로비가 그 말을 듣고 곧장 자기 방으로 올라가니, 그 굳세고 단련된 손으로 상아 자루에 청동 갈고리를 단 열쇠를 잡아 들고 시녀들과 함께 왕이 보물을 간직한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 안에는 금과 청동과 정교하게 벼린 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굽은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는 에우리토스의 아들 이피토스가 오지수에게 준 것이었다. 이피토스는 메세니아 땅 라케다이몬에 있는 현인 오르틸로코스의 집에서 우연히 오지수를 만나 깊은 우정을 맺은 신과 같은 영웅이었다.
당시 오지수는 빚을 받아내기 위하여 그곳에 갔었다. 메세니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탁도에 와서 양 삼백 마리를 훔쳐 가고 목동들까지 함께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라에르테스와 여러 장로들은 오지수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를 보내어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오게 하였다.
이피토스 또한 자기 말을 찾으러 그곳에 왔는데, 그에게는 훌륭한 암말 열두 필이 있었고, 암말마다 힘센 노새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이 훗날 이피토스의 죽음을 부르는 화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가 헤라클레스를 찾아가자 헤라클레스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흉계를 품고 있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그의 말을 빼앗으려 이피토스를 죽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를 저버리고 천신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있기 전에 이피토스가 처음 오지수를 만났을 때에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활을 그에게 선물하였다. 오지수 또한 우정의 증표로 검과 창을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집을 찾아보기 전에 이피토스는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지수가 수많은 배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나아갈 때에도 이 활만은 가져가지 않고 고향 집에 간직해 두었다가, 이탁도에서 벗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연로비가 마침내 창고에 이르러 윤이 반들반들한 참나무 문턱을 넘었다. 솜씨 좋은 목수가 자로 재고 수평을 맞추어 튼튼하게 틀을 세운 뒤 만든 아름다운 이중문이었다.
왕비가 재빨리 문고리를 풀고 열쇠를 꽂아 돌리니, 열쇠가 잠금쇠에 맞물리는 순간 문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들판의 황소가 목청을 다하여 울부짖는 듯하였다. 이윽고 문은 활짝 열렸다.
왕비는 안으로 들어가 향기로운 의복들이 상자에 보관된 널빤지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빛나는 상자 속에 놓인 활을 고리에서 조심스레 내려 품에 안았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활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활을 바라보는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뒤에야 눈물을 닦은 왕비는 수많은 날카로운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과 굽은 활을 품에 안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인 연회장으로 나아갔다.
시녀들은 주인의 청동 도끼와 철도끼가 가득 담긴 광주리를 끌고 뒤따랐다.
왕비가 구혼자들 앞에 이르러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기둥 곁에 서니, 두 시녀가 좌우에 시립하였다.
연로비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너희가 날마다 이 집에 찾아와 먹고 마시며, 오랫동안 타향을 떠난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탕진하고 있구나. 너희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너희는 나와 혼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한 가지 시합을 내리겠다.
여기 있는 이 큰 활은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 이 활을 손에 들고 능히 시위를 걸어 열두 도끼의 구멍을 한 줄로 꿰뚫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을 떠나 그 사람의 집으로 가겠다. 이 일을 내 마음이 어찌 잊으랴. 죽는 날까지, 꿈속에서라도 기억할 것이다.”
왕비는 곧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 활과 창백한 빛을 띤 쇠도끼를 구혼자들 앞에 가져다 놓으라.”
에우마이오스는 눈물을 머금고 활과 도끼를 받아 왕비가 명한 대로 갖다 놓았다.
소치기 또한 주인의 활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안태우가 크게 꾸짖으며 비웃었다.
“이 어리석은 농부들아! 어찌 그리 분별이 없느냐? 너희의 흘리는 눈물이 왕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느냐.
불쌍한 왕비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충분히 슬퍼하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앉아 밥이나 먹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실컷 울어라.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목숨을 건 활쏘기 시합을 벌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오지수만큼 활을 잘 쏘지는 못한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를 본 적이 있어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먼저 활시위를 당겨 열두 도끼를 꿰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오지수의 화살을 맞게 될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때 태명 왕자가 앞으로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아마 상제께서 나를 어리석은 자로 만드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평소의 지혜를 잃으시고 다른 사내와 혼인하여 이 집을 떠나시겠다고 하니, 나는 도리어 웃음이 나온다.
자, 구혼자들이여! 모두 앞으로 나오라.
그대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귀한 상이 아니겠는가. 이 여인은 신성한 필성에도, 아르고스에도, 미케네에도, 이탁도에도, 아카이아 땅 어느 곳에도 그와 같은 여인이 없다.
내가 굳이 어머니의 덕을 칭찬할 필요가 있으랴. 그대들도 이미 그 가치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핑계를 대지 말고 시합을 미루지도 말라. 나 또한 직접 활을 쏘아 보겠다.
만일 내가 이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설령 어머니가 다른 사내를 따라 나를 이곳에 남겨 둔다 해도 더는 원망하지 않겠다.
그리되면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무기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사내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태명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보랏빛 장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칼을 풀어 놓았다.
그는 열두 개의 도끼를 일렬로 세울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고 흙을 다져 반듯하게 고르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이처럼 능숙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제까지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명은 문턱에 걸터앉아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마다 그의 근육은 떨렸고 시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세 번 모두 실패하였다.
태명은 네 번째로 다시 시도하려 하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그를 만류하였다.
태명이 말하였다.
“아, 나는 언제나 이처럼 약하고 쓸모없는 자인가 보다.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것인가.
그대들은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 그대들이 먼저 해보라. 그렇게 하면 이 시합도 끝날 것이다.”
말을 마친 태명은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세워 두었던 활을 내려놓고 화살을 손잡이에 끼운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안태우가 외쳤다.
“자, 여러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로 일어나시오. 술을 따르는 종 곁에 앉은 자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이 이에 따르니 첫 번째로 나선 자는 성직자 레오데스였다.
그는 늘 술잔 곁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구혼자들의 횡포에 반대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활을 들고 문턱에 앉아 시위를 걸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고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았으므로 시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하였다.
레오데스가 구혼자들에게 말하였다.
“벗들이여, 나는 이 활을 당길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람이 할 차례다.
그러나 이 활은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와 기운을 꺾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이 집에 모이는 본래의 뜻을 잊고 이처럼 욕심에 사로잡혀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너희는 아직도 오지수의 아내 연로비와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활시위를 당기지 못한 자는 자기 재물을 가지고 다른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은 여인을 찾아가 구혼하라. 그리고 연로비는 운명이 정한 사람, 가장 많은 예물을 가져오는 자와 혼인하게 하라.”
말을 마친 레오데스는 활을 내려놓고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기대어 두었다.
안태우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무슨 흉한 말을 그리도 많이 하는가, 레오데스! 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는 자가 사람의 목숨을 앗을 활이라고 떠벌리다니. 네가 활쏘기에 재주가 없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다. 곧 이 활에 시위를 걸어 보일 것이다.”
한편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는 연회장을 나갔다. 오지수 또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세 사람이 대문을 지나 뜰 밖에 이르렀을 때, 오지수가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소치기와 돼지치기에게 내가 속마음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으나, 이제는 숨기지 않겠다.
만일 어느 신께서 오지수를 이끌어 갑자기 이곳에 돌아오게 하신다면,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구혼자들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오지수와 함께 싸울 것이냐? 너희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
소치기가 곧 대답하였다.
“오, 하늘의 상제시여! 부디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그분이 돌아오게 하소서. 신들이 그분을 집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그러면 제가 그분을 위하여 얼마나 용맹히 싸울 수 있는지 직접 보게 될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또한 모든 신들에게 오지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 모습을 본 오지수는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너희 둘만이 나의 귀환을 기뻐하는구나. 나를 위하여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다른 자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하였다.
만일 신께서 내 손으로 저 오만한 귀족 구혼자들을 물리치게 하신다면, 너희 두 사람에게 각각 아내와 재산을 주고 내 집 가까이에 좋은 집을 마련해 주겠다. 또한 너희는 태명의 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를 믿기 어렵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겠다.
내가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하던 때, 멧돼지의 흰 어금니에 찢긴 상처를 보아라.”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며 누더기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허벅지에 크고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두 사람은 그 상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침내 모든 의심을 버리고 통곡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오지수 또한 두 사람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세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라도 울고 싶었으나, 오지수가 말하였다.
“이제 그만 울어라. 누군가 밖으로 나와 너희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구혼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되 한꺼번에 들어가지 말고 차례대로 들어가라. 먼저 내가 들어가고, 그다음 너희가 한 사람씩 들어오라.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신호다.
만일 귀족들이 내게 활과 화살을 내주지 않거든, 에우마이오스, 네가 그것을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져와 내 손에 쥐어 주어라.
여인들에게는 연회장 입구를 굳게 잠그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있으라 명하라. 남자들의 고함이나 큰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잠잠히 자기 일을 하게 하라.
그리고 필로에티우스, 너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고 밧줄로 단단히 묶어라.
우리는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두 노비도 차례로 들어왔다.
그 무렵 에우리마코스는 불가에서 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시위를 걸 수 없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노하여 외쳤다.
“참으로 재앙이로다! 우리 모두에게 큰 수치가 닥쳤구나!
혼인이야 어찌 큰일이라 하겠는가. 이탁도에도 여인은 많고 다른 여러 성읍에도 아름다운 여인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오지수 왕보다 훨씬 힘이 약하여 그의 활에 시위 하나 걸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씻을 수 없는 수치가 아니겠는가! 이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안태우가 말하였다.
“에우리마코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은 아로왕 신의 축일이다. 이런 날에는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오늘은 활을 거두고 도끼는 그대로 두자. 아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포도주를 따르게 하여 신께 제사를 올리고, 활쏘기는 잠시 미루자.
내일 새벽 말태수를 불러 가장 좋은 염소를 가져오게 하고 활쏘기의 신 아로왕에게 제사를 올린 뒤 다시 활을 쏘아 시합을 끝내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시종들은 손 씻을 물을 따르고, 아이들은 술잔에 포도주를 나누어 따랐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하였다.
거짓과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이미 모든 일을 치밀하게 꾸며 놓았다는 것을.
오지수는 염소치기 말태수에게 명하였다.
“말태수여, 어서 불을 피우고 의자를 불 가까이 끌어다 놓으라. 양털도 깔아라. 그리고 창고에서 큰 기름 덩어리를 가져오라.
우리 젊은이들이 활을 따뜻하게 하고 기름칠하여 다시 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오늘 이 시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말태수는 곧 명을 받들어 불을 피우고 의자를 옮기며 양털을 깔고 기름 덩어리를 가져왔다.
젊은이들은 활을 불 가까이 가져가 데웠다.
그러나 여전히 시위를 걸지 못하였다.
그들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자들은 구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고 위세 높은 안태우와 에우리마코스였다.
그때 오지수가 말하였다.
“여왕의 구혼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숨기지 않겠다.
특히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 그대들에게 청하노라. 그대들은 앞서 훌륭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이제 활은 잠시 내려놓고 신들을 향하여 기도하라. 새벽이 되면 신께서 승자를 정하시고 그에게 성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저 윤이 나는 활을 다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 내 손이 아직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고 강한지, 아니면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며 가난 속에 살다가 그 힘마저 잃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구혼자들은 오지수가 정말로 활에 시위를 걸까 두려워하였다.
안태우가 곧 성을 내며 말하였다.
“이방인아!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가 너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우리 귀족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듣게 한 은혜도 모르느냐?
다른 거지들은 감히 우리의 잔치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좋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술이란 원래 그러하다. 지나치게 마시면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
옛날 유명한 켄타우로스 에우리티온도 라피테스 족을 찾아가 용맹한 피리토우스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었다.
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자 전사들이 그를 집 밖으로 끌어냈고, 무자비한 칼로 그의 귀와 코를 베었다.
그 후로도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떠돌았으며, 그날부터 켄타우로스와 인간은 서로 원수가 되었다.
술이 그에게 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네가 저 활에 시위까지 걸려고 한다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너를 가엾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배에 태워 잔혹하기로 이름난 에케토스 왕에게 보내겠다. 그곳에서는 네가 도망칠 길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잠자코 앉아 술이나 마시고 젊은 사내들과 다투지 말라.”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다.
“아니오, 안태우. 태명이 이 집에 손님으로 맞아들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손이 활시위를 당길 만큼 힘이 세다고 해서 내가 그를 따라가 혼인하리라 생각합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일로 잔치를 어지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에우리마코스가 말하였다.
“현명한 연로비여, 저 이방인이 그대와 혼인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만일 훗날 어떤 무례한 자가 말하기를,
‘저 사내들은 참으로 약하구나! 전사의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활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다니!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거지가 나타나 손쉽게 시위를 걸고 열두 도끼를 모두 꿰뚫었단 말인가!’
라고 한다면 우리의 수치가 얼마나 크겠소?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찌하겠소?”
연로비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에우리마코스여, 왕의 재산을 날마다 축내는 자가 어찌 위엄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이런 사소한 일에 그토록 소란을 피우십니까?
저 낯선 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좋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귀한 신분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서 활을 건네고 우리가 지켜보도록 하십시오.
만일 아로왕 신의 도움으로 그가 시위를 당긴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장포와 튜닉과 신을 주고, 사람과 짐승을 막아낼 날카로운 양날 검과 단검도 마련해 주겠습니다.
또한 그가 어느 곳으로 떠나든 그 길을 막지 않고 도와주겠습니다.”
그러자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하였다.
“어머니, 이 활을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거절할 것인지는 누구보다 제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섬에서든 엘리스의 넓은 목초지에서든, 이 집의 어떤 사내도 저에게 활을 내놓으라 명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서 방으로 올라가 베틀과 물레를 돌보십시오. 시녀들에게도 그리하라 명하십시오.
활쏘기는 사내의 일이며, 특히 이 집을 다스릴 제 일이옵니다.
이 집의 권세를 쥔 자가 바로 저입니다.”
연로비는 아들의 단호한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딸들과 함께 침실에 들어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맑은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내려와 그녀의 눈을 감기고 깊은 잠에 들게 하였다.
그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활을 들어 올렸다.
구혼자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웠다.
“더러운 돼지치기야! 그 활을 어디로 가져가느냐?
네가 미친 것이 아니냐? 네가 기르는 돼지들과 개들까지 너를 물어뜯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아로왕 신과 다른 불멸의 신들의 은총을 받는다 해도 그러할 것이다!”
연회장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이 너무나 컸으므로 에우마이오스는 두려워 활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때 태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할아버지! 어서 가시오! 활을 계속 가져가시오!
머지않아 누구의 명을 받들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오.
내가 할아버지보다 젊지만 힘은 더 세니 조심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판까지 쫓아가 돌을 던질 것이오.
이 집에 함부로 들어와 어머니에게 구혼하며 소란을 피우는 저 무리처럼 나에게도 힘이 있다면, 당장 모두 쫓아내고 복수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구혼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태명에 대한 분노도 어느덧 사라졌다.
에우마이오스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 유능한 주인 오지수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명숙를 불러 말하였다.
“태명이 명하기를, 연회장 문을 굳게 잠그고 단단히 묶으라 하였습니다. 남자들의 고함이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방 안에서 조용히 일을 하십시오.”
명숙는 아무 말 없이 연회장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필로에티우스 또한 급히 밖으로 나가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굳게 잠갔다.
현관에는 새로 꼰 비블로스 밧줄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밧줄로 문을 단단히 묶은 뒤 안으로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주인 오지수를 바라보았다.
오지수는 이미 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벌레가 활대를 갉아먹지는 않았는지, 곳곳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구혼자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하였다.
“활의 대가라도 되는 양 살펴보는구나. 정말 능숙한 사람처럼 행동하는군.
아마 자기 집에도 이런 활이 있었거나, 앞으로 하나 만들 생각인가 보다.
저 불쌍한 떠돌이가 활을 만지작거리는 꼴을 보라!”
한 젊은 구혼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제발 그의 앞날의 운도 저 활에 시위를 거는 솜씨만큼이나 좋기를 빌어야겠군!”
그들은 모두 오지수를 조롱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숙련된 악사가 양의 창자로 만든 줄을 리라의 줄감개에 감아 팽팽하게 매듯, 거대한 활을 한 치 한 치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능숙한 손으로 활에 시위를 걸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시위를 가볍게 튕기자, 그 소리가 마치 제비가 맑은 봄날 처마 밑에서 노래하는 듯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구혼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우레가 울렸다.
상제가 천둥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이날을 기다려 온 오지수는 간사한 크로노스의 아들이 보내온 징조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화살 하나를 집었다.
다른 화살들은 이미 화살통 속에 들어 있어 곧 쓰일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수는 화살을 활대에 얹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활과 시위를 함께 힘껏 당겼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확히 겨냥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을 놓았다.
쏜살같이 날아간 청동 화살촉은 첫 번째 도끼의 구멍을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도끼를 꿰뚫었다.
열두 개의 도끼가 모두 차례로 꿰뚫렸다.
화살은 마지막 도끼를 지나 반대편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오지수가 태명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태명아, 네 손님이 너에게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을 안겨 주었구나.
나는 모든 과녁을 맞혔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사람들은 내가 약한 자라고 비웃었으나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으나 이제 잔치를 벌일 때가 되었구나.
그리고 잠시 후 음악을 울려 축하하자. 그것이 저녁 잔치의 참된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그가 눈썹을 살짝 들어 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태명은 즉시 칼을 차고 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두 사람의 청동 무기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때부터 오래도록 억눌렸던 피바람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제22권 구혼자들을 소탕==
오지수는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알몸이 된 그는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문지방으로 뛰어 올라, 발아래에 화살을 한 아름 쏟아 놓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놀이가 끝났도다. 나는 다시 활을 쏘리라. 아직 한 번도 맞히지 못한 다른 과녁을 향하여 쏘리라. 오, 상제의 총애를 받는 활의 신이여! 부디 이 손을 도우소서!”
말을 마친 오지수는 안태우를 향하여 치명적인 화살을 겨누었다.
젊은 안태우는 금잔을 손에 들고 포도주를 휘저으며, 마치 아무 근심도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죽음이 자기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다. 어찌 그러한 생각을 하였겠는가. 수많은 연회객 가운데 홀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들 자가 있으리라고 누가 감히 생각하였겠는가.
그때 오지수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휙!
화살은 안태우의 목을 향하여 날아갔다. 화살촉은 그의 부드러운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안태우는 옆으로 쓰러졌고, 손에 들었던 금잔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곧 그의 콧구멍에서는 굵은 피가 솟구쳤으며, 발이 경련하듯 움직이다가 탁자를 걷어찼다. 탁자가 뒤집히자 음식과 술이 바닥에 쏟아졌다. 흰 빵과 잘 구운 고기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본 구혼자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두꺼운 돌담을 이리저리 뒤지며 방패와 칼을 찾았으나, 손에 잡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분노하여 오지수를 향해 소리쳤다.
“이 낯선 자여! 감히 사람을 쏘았으니 그 죗값을 치러야 하리라! 더는 경기에 참여할 수도 없고, 이제 네 목숨은 끝났도다. 네가 감히 이탁도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를 죽였으니, 오늘 여기서 독수리의 밥이 될 줄 알라!”
그러나 불쌍한 자들은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가 안태우를 우연히 죽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일 뜻을 품고 있었다는 것과, 이미 죽음의 그물이 사방에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웃었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내가 토래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 그래서 내 집을 제 것처럼 차지하고, 내 여종들을 욕보이며, 내가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내 아내에게 추근거렸느냐? 하늘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너희를 벌할 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느냐? 이제 보라. 너희는 스스로 죽음의 그물에 걸려들었도다.”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저마다 살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 가운데 에우리마코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지수여, 과연 그대가 돌아왔다면 우리의 말도 들어 주시오. 그리스인들이 그대의 영지와 집에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은 실로 잘못된 일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 일을 꾸민 우두머리는 죽었소. 바로 안태우 말이오.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소.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그대의 아내가 아니었소. 상제께서 그의 흉계를 꺾으셨으나, 그는 다른 큰일을 꾸미고 있었소. 그대의 아들을 길목에 매복하여 죽이고 왕좌를 빼앗아 이탁도를 다스리려 한 것이오.
이제 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소. 그러니 부디 폐하께서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그동안 먹은 음식과 마신 술값을 모두 갚겠소. 각자가 소 스무 마리 값에 해당하는 재물을 바치고, 그대가 원하는 금과 청동도 아끼지 않고 내놓겠소. 그대의 분노가 어찌 정당하지 않겠소.”
그러나 오지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에우리마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내 모든 재산을 내놓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친다 하여도 소용없다. 너희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내 손이 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두 길밖에 없다.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하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건져 보아라. 그러나 너희 가운데 죽음을 피할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리고 심장이 얼어붙는 듯하였다.
에우리마코스가 다시 동료들을 향하여 외쳤다.
“친구들이여! 이 자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저 윤이 나는 문지방에 버티어 서서 우리를 하나씩 쏘아 죽일 것이오. 어서 싸울 계책을 세우시오!
칼을 뽑고 탁자를 방패로 삼아 화살을 막으시오. 모두 힘을 합쳐 저자를 문지방에서 몰아내고,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합시다. 저자의 화살도 곧 다 떨어질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날카로운 청동검을 뽑아 들고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지수의 활시위가 울렸다.
쐐액!
화살은 에우리마코스의 가슴, 젖꼭지 곁을 꿰뚫고 들어가 순식간에 간을 관통하였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리며 탁자 위로 쓰러졌고, 음식과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마침내 그의 눈앞에는 검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때 암피노무스가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검을 뽑아 그를 베려 한 것이다.
그러나 태명이 재빨리 뛰어들었다. 그는 뒤에서 청동 창을 힘껏 찔러 암피노무스의 등을 꿰뚫고 가슴까지 관통시켰다.
암피노무스는 얼굴부터 땅에 처박히며 쿵 하고 쓰러졌다.
태명은 창을 그대로 그의 몸에 박아 둔 채 뒤로 달아났다. 창을 뽑으려고 몸을 굽혔다가 다른 그리스인이 달려들어 칼로 찌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말했다.
“아버님, 제가 방패와 창 두 자루, 그리고 청동 투구를 가져오겠습니다. 저도 무장을 하고 우리 목동 두 사람에게도 무기를 나누어 주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내 화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어서 가거라. 저들이 나를 문밖으로 몰아내기 전에 서둘러라. 나는 이곳에서 홀로 싸워야 하느니라.”
태명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무기고로 달려가 창 여덟 자루와 방패 네 개, 그리고 풍성한 말총 장식이 달린 청동 투구 네 개를 가져왔다.
돌아온 그는 먼저 자신의 갑옷을 갖추어 입었고, 두 목동 또한 무장을 하여 뛰어난 계략가인 오지수의 양옆에 섰다.
오지수는 화살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활을 쏘았다. 그의 집 안에서 구혼자들은 하나씩 쓰러져 갔다.
마침내 왕의 화살통도 비었다.
오지수는 튼튼한 문기둥 곁에 활을 내려놓고, 하얗게 빛나는 궁전 벽에 기대어 두었다. 그리고 네 겹으로 된 방패를 어깨에 걸치고, 잘 만든 청동 투구를 머리에 썼다. 투구 위의 말총 장식이 위엄 있게 흔들렸다.
그는 양손에 청동 창을 하나씩 움켜쥐었다.
그때 성벽 안쪽에 단단히 닫힌 문이 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오지수는 충직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곳에 서서 문을 지켜라. 이제 출구는 하나뿐이다.”
그러자 아겔라우스가 모든 구혼자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친구들이여!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저 문으로 빠져나가 사람들에게 사태를 알리고 경보를 울려야 하오. 그러면 이자의 화살도 곧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염소치기 말태수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주군. 그 입구는 너무 좁고 궁전 문과도 지나치게 가까우니 위험합니다. 용감한 한 사람만 그곳을 지켜도 우리 모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창고에 가서 갑옷을 가져오겠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적들이 갑옷을 그곳에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말태수는 성벽 안쪽의 좁은 통로를 기어 올라가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방패 열두 개와 창 열두 자루, 말총으로 장식한 청동 투구 열두 개를 꺼내 아래층으로 가져왔다.
그리하여 구혼자들은 다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오지수는 그들이 무기를 들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하였다. 그들의 오만하고 흉악한 모습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태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면 말태수가 내 집에서 우리를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구나!”
태명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버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창고 문을 조금 열어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쪽에서 누군가 망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여, 가서 문을 굳게 닫고 살펴보시오. 우리를 해치려 한 자가 여자들 가운데 있는지, 아니면 제가 의심하는 말태수인지 알아보시오.”
한편 말태수는 다시 무기를 가져오기 위하여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돼지치기가 그를 발견하고 오지수에게 알렸다.
“나리, 우리가 모두 의심하던 그 간악한 자가 창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리께서는 언제나 묘한 계책을 세우시니, 제가 그를 죽이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이곳으로 끌고 와 나리께서 그의 온갖 죄악을 친히 다스리시겠습니까?”
오지수는 이미 계책을 세워 두고 있었다.
“태명과 나는 저 구혼자들이 아무리 날뛰더라도 이곳에 가두어 두겠다. 너희 둘은 말태수의 손발을 뒤로 묶어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가라.
그리고 높은 기둥에 밧줄을 걸고 서까래에 매달아라. 그가 죽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하라.”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곧 무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말태수는 그들이 오는 줄도 몰랐다. 그가 무기를 찾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문 양쪽에 숨어 기다렸다.
마침내 말태수가 한 손에는 아름다운 투구를 들고, 다른 손에는 옛날 라에르테스가 젊은 시절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이음새가 다 풀려 녹슨 채 창고에 버려진 방패를 들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말태수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안으로 끌어들인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손발을 뒤로 묶고 매듭진 밧줄로 단단히 동여맨 다음,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서까래에 매달았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그를 조롱하였다.
“말태수야, 이 부드러운 침상에서 밤새도록 편히 자거라. 이것이 네가 지은 죄의 대가다. 새벽이 되어 바다 위 황금빛 왕좌에 해가 떠오르고, 네가 염소들을 몰아 이 집에 와서 구혼자들의 저녁상을 차리던 바로 그때까지 여기 매달려 있거라.”
그리하여 말태수는 손발이 묶인 채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다.
두 목동은 무장을 마치고 방을 나와 문을 닫은 뒤 교활한 지도자 오지수에게 합류하였다. 그들은 문지방에 굳게 서서 결의를 다졌다.
안에는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아 있었으나, 오지수와 태명, 그리고 두 충직한 목동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었다.
그때 상제의 딸인 지혜낭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과 음성은 마치 명토와 같았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말했다.
“명토여, 우리 사이의 오랜 우정을 기억하소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나는 그대를 소중히 대하였나이다. 이제 나를 도와주소서!”
그는 그녀가 군대를 움직이는 지혜낭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구혼자들이 일제히 반대의 소리를 질렀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스승이시여, 부디 오지수의 말에 속아 우리와 싸우지 마십시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우리가 이 아버지와 아들을 죽이고 당신 또한 당신의 계략대로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당신도 그 죗값을 목숨으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청동검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며, 당신이 가진 모든 재물 또한 빼앗아 우리의 전리품 가운데 섞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들도 이 연회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당신의 아내와 딸들도 이탁도에서 자유로이 거닐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지혜낭자는 크게 노하여 오지수를 꾸짖었다.
“지금 그대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상제의 총애를 받는 백발의 헬레나를 위하여 아홉 해 동안 토래성인들과 싸웠고, 전쟁 중 수많은 적을 죽였으며, 끝내 그 성을 함락할 계책까지 세웠도다.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거늘, 어찌하여 이 구혼자들에게 정당한 무력을 쓰기를 두려워하는가?
자, 내 곁에 서라. 알키무스의 아들 명토가 그대가 세운 모든 공적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적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라.”
그러나 지혜낭자는 아직 결정적인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지수와 그의 아들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비처럼 연기 속으로 날아올라 지붕의 서까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겔라우스와 데모프톨레모스, 에우리노모스, 피산더, 암피메돈, 보리보가 살아남은 구혼자들을 독려하였다. 그들은 가장 용감한 자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이미 활과 빗발치는 화살에 쓰러지고 없었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 명토의 허풍은 모두 헛소리였도다. 그는 떠났고, 이제 저자들만 문 앞에 남았소.
어서 저 잔혹한 자를 제압하여 손을 멈추게 하시오. 한꺼번에 모든 창을 던지지 말고, 먼저 우리 여섯 사람이 창을 던집시다. 상제께서 오지수를 맞혀 우리에게 승리를 허락하시기를 기도합시다. 그가 쓰러지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오.”
여섯 사람은 그의 말에 따라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가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버렸다.
한 창은 궁전 홀의 문설주를 꿰뚫었고, 또 한 창은 굳게 닫힌 문에 박혔다. 다른 창은 벽에 깊이 박혔다.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오지수의 무리는 모든 창을 피하였다.
오지수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마침내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들은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무기를 빼앗으려 한다! 이제 과거의 원한을 갚고 너희 목숨을 지켜라. 지금 쏘아라!”
네 사람은 일제히 창을 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데모프톨레모스를 쓰러뜨렸다. 태명과 에우리아데스와 돼지치기는 엘라투스를 죽였고, 소치기는 피산더를 쓰러뜨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다른 구혼자들은 구석으로 몰려 웅크렸다.
그러나 살아남은 네 사람이 시체에서 창을 뽑아 다시 손에 들었다.
구혼자들도 다시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는 또다시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 창은 문설주에 박혔고, 또 한 창은 문을 꿰뚫었다. 다른 물푸레나무 창은 벽에 박혔다.
암피메돈의 창은 태명의 손목 곁을 스치며 지나가 청동이 그의 살갗을 찢었다.
크테시푸스가 던진 창은 돼지치기의 방패 바로 위 어깨를 스쳐 지나가 뒤쪽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눈 밝고 계략에 능한 오지수와 그의 동료들은 몰려드는 구혼자들을 향하여 날카로운 창을 내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에우리다마스를 꿰뚫었다.
태명은 암피메돈을 베었고, 돼지치기는 보리보를 쓰러뜨렸다. 목동은 크테시푸스의 가슴을 청동 창으로 꿰뚫으며 외쳤다.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를 모욕하기를 즐겨 하더니, 이제 네 자랑도 끝났구나. 신들이 마지막 말을 하셨고 승리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것은 네가 오지수가 집 없는 떠돌이처럼 자기 집을 지나갈 때 발로 걷어찬 대가이니라!”
오지수는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아겔라우스를 찔렀다.
태명은 레오크리투스에게 달려들어 배에 청동 창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레오크리투스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쳤다.
그때 지혜낭자가 지붕 위에서 치명적인 아이기스를 높이 들어 올렸다.
겁에 질린 구혼자들은 봄날 해가 길어지는 때 등에에게 쫓긴 소 떼처럼 연회장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마치 굽은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독수리 떼가 높은 언덕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구름 아래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희생자들은 도움을 받을 곳도, 달아날 길도 없었다. 네 명의 전사들은 사방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며 하나씩 베어 넘겼다.
머리가 깨지는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가 궁전을 가득 채웠고, 바닥은 어느새 온통 피로 물들었다.
레오데스는 오지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위하여 달려들어 그의 무릎을 붙잡았다.
아겔라우스가 죽으며 손에서 칼을 떨어뜨렸다.
오지수는 강한 팔로 그 칼을 휘둘러 사제의 목을 베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읊조리던 그의 머리는 피를 흘리며 먼지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억지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시인 페미우스는 뒷문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갈림길에 놓였다.
밖으로 나가 옛 주인들이 수많은 제물의 허벅지뼈를 태우던 가정의 신, 위대한 상제의 제단 아래 숨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그는 마침내 결심하였다.
간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속이 빈 리라를 믹싱볼과 은제 의자 사이 바닥에 내려놓고 오지수의 무릎을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다.
“오지수 나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저를 죽이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저는 신과 인간을 위하여 노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를 익혔으나 신들께서 제 마음속에 온갖 노래를 심어 주셨습니다.
저는 마치 신 앞에서 노래하듯 나리를 위하여 노래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참으시고 제 목을 베지 마소서. 아드님께 물어보십시오. 제가 저녁마다 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러 온 것은 제 뜻이 아니었다고 아드님께서 증언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사납고 수가 많았습니다. 제게는 다른 길이 없었나이다.”
그러자 용맹한 태명이 급히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서 말하였다.
“아버님, 칼을 거두소서.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집사 메돈도 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늘 저를 돌보아 준 사람입니다. 목동들이 이미 그를 죽였거나,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모습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메돈은 이미 지혜롭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의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새 소가죽으로 자신을 덮어 숨었다.
태명의 말을 듣자 그는 의자 아래에서 벌떡 일어나 소가죽을 벗어 던지고 태명 곁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부디 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당신의 아버지는 너무나 강하시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고 아들인 당신을 업신여긴 구혼자들에게 크게 노하셨습니다. 제발 아버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러자 영리한 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 아버지는 이미 네 목숨을 구해 주셨느니라. 그러니 살아남아 선행이 악행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라.
이제 홀을 나가거라. 밖으로 나가 마당에 있는 이름난 가수 곁에 앉아 있으라. 나는 이 집 안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상제의 제단 곁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 숨을 죽였다.
오지수는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있는지, 혹은 죽음을 피해 숨어 있는 자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다가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었다. 마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어두운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고기 떼가 넓은 모래사장에 쏟아져 나온 것과 같았다.
그렇게 구혼자들은 서로 겹쳐져 죽어 있었다.
그러나 오지수는 여전히 계략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명숙에게 할 말이 있다. 태명아, 어서 그녀를 데려오너라.”
태명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문을 살짝 열고 유모를 불렀다.
“유모여, 어서 오시오! 그대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궁전의 여자 노비들을 거느려 왔소. 아버지께서 그대와 할 말씀이 있으니 빨리 오시오!”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으나 크고 튼튼한 홀의 문을 열었다.
태명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학살당한 남자들의 시체 사이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오지수를 보았다.
마치 사자가 초원의 소를 잡아먹은 뒤 가슴과 턱이 온통 피로 물든 것처럼, 오지수의 손발 또한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참혹한 시체들을 보고, 사방에 흩어진 피를 보고, 그토록 처참한 살육의 광경을 눈앞에 마주한 유모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맹세하건대 나는 이 집의 어떤 여자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소.
나는 오히려 구혼자들을 말리며 손을 더럽히지 말라고 간곡히 타일렀소. 그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소. 그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지은 죄에 합당한 최후를 맞은 것이오.
그러니 이제 이 집의 여자들에 관하여 말해 보시오. 누가 나를 업신여겼으며, 누가 끝까지 정절을 지켰소?”
주인을 깊이 사랑하는 늙은 여종이 대답하였다.
“얘야, 내가 이 집의 사정을 낱낱이 알려 주마.
이 집에는 우리가 양털을 빗는 법을 가르치고 노비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여종이 쉰 명이나 있단다. 그런데 그 가운데 열두 명이 명예를 저버렸구나.
그 열두 명은 나와 우리 안주인 연로비를 업신여겼다. 연로비께서는 태명이 아직 어리고 이제 막 장성하였으므로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셨지.
내가 위층 여자들의 방으로 올라가 주인마님께 이 일을 아뢰겠소. 아마 어느 신께서 그분에게 잠을 내려 주신 모양이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직은 안 된다. 그녀를 깨우지 마라. 먼저 나 없는 동안 반역을 꾀한 여자들을 모두 불러오너라.”
늙은 유모는 그의 명을 받들어 복도를 지나가며 여자들을 하나씩 불렀다.
그동안 오지수는 태명과 목동들을 불러 모아 명하였다.
“이제 시체를 치워야 한다. 여자들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 꿀처럼 부드러운 스펀지와 물을 가져다가 내 위엄 있는 의자와 아름다운 탁자를 깨끗이 닦아라.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내 궁전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아라.
그리고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데려오너라. 긴 칼로 그들을 베어 죽여라. 그리하면 그들이 아프로디테의 힘을 빌려 구혼자들과 은밀히 저지른 행위를 더는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자들은 절망하여 흐느끼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달려왔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밖으로 옮겨 지붕 아래에 차곡차곡 쌓았다.
오지수는 그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
여자들은 물에 적신 흡수성 좋은 스펀지로 아름다운 의자와 탁자를 닦았다. 태명과 목동들은 삽으로 바닥의 피와 더러운 것들을 긁어내 깨끗이 만들었다.
여자들은 쓰레기를 주워 밖으로 내다 버렸다.
남자들은 집 안의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돈한 다음, 여자들을 밖으로 끌어내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가두었다.
여자들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태명이 나서서 말했다.
“저 여자들은 구혼자들의 곁에 누워 나와 어머니에게 수치를 안겼소. 그러니 나는 이들에게 깨끗한 죽음을 허락할 수 없소.”
그는 뱃사람들이 쓰는 굵은 밧줄을 가져다가 둥근 홀과 높이 솟은 기둥에 걸었다. 그리고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매달았다.
마치 비둘기나 지빠귀가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날개를 펼쳤다가 누군가 놓아둔 덫에 걸려 그물에 갇히는 것과 같았다.
여자들의 머리가 일렬로 늘어섰고, 목에는 올가미가 걸렸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잠시 발을 떨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도 멎었다.
그런 다음 남자들은 말태수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들은 구부러진 청동 칼로 그의 코와 귀를 베고, 성기를 잘라 개들에게 날것으로 던져 주었다.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그들은 그의 손과 발까지 잘라냈다.
그 일을 마친 뒤 남자들은 몸을 씻고 궁전 안으로 돌아왔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늙은 유모에게 말했다.
“이제 불과 유황을 가져오너라. 악령을 몰아내는 약이니 집안을 깨끗이 소독하겠다. 그리고 연로비와 그녀의 노비들, 모든 여종들을 이 집 안으로 불러들이거라.”
유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나리. 모든 말씀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장포와 저고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튼튼한 등을 그런 누더기 한 벌로만 가리고 계시면 어찌 옳겠습니까?”
그러자 온갖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먼저 불을 피워 이 홀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옳다.”
충직한 여종은 그의 명을 받들어 불과 유황을 가져왔다.
오지수는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웠고, 집 안의 모든 방과 마당을 두루 훈증하였다.
그동안 늙은 유모는 궁전 곳곳을 뛰어다니며 여인들을 불렀다.
횃불을 든 여인들은 저마다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였다. 어떤 이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어떤 이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기쁨으로 맞았다.
오지수는 마침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그 자리에 있는 여인들을 하나하나 모두 알아보았다.
==제23권 부부상봉과 침상의 비밀==
늙은 여종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낄낄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 마님에게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음을 고하였더라.
평소에는 힘없이 떨리던 두 무릎에 문득 힘이 솟은 듯하고, 발걸음 또한 가벼워져 단숨에 여왕의 침상 곁, 머리맡에 이르러 말하였느니라.
“마마, 어서 일어나 보십시오! 마침내 마마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지수 대감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바로 이 집 안에 계십니다!
마침내 돌아오셨단 말입니다!
대감의 재산을 탕진하고 왕자를 위협하며 온갖 횡포를 일삼던 구혼자들을 모조리 죽이셨습니다!”
그러나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가련한 늙은이여, 신들이 그대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였구나.
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고, 어리석은 자를 갑자기 지혜롭게 만들 수도 있는 힘을 지녔느니라.
그대는 본래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토록 어리석은 말을 하는가.
내가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희롱하려 하는 것이며, 어찌하여 내 눈을 덮고 있던 달콤한 잠에서 나를 깨웠단 말인가.
오지수가 저주받은 도시 에빌리움으로 떠난 뒤로 나는 이토록 깊은 잠을 잔 적이 없었느니라.
어서 돌아가거라.
다른 여종이 와서 나를 깨우고 이런 허망한 말을 또다시 지껄인다면, 나는 당장 그 아이를 아래층으로 쫓아낼 것이며 결코 너그럽게 대하지 않을 것이니라.
다만 그대는 나이가 많으므로 이번에는 심한 꾸지람을 면하게 하겠노라.”
그러자 명숙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하였더라.
“얘야, 내가 너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란다. 참말이다.
오지수 대왕께서 정말 이곳에 돌아오셨단다.
그토록 오랫동안 너희를 괴롭히던 그 낯선 사람이 바로 오지수 대왕이시니라.
태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혜롭게도 아버지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그리하여 대왕께서 구혼자들의 오만과 횡포를 갚으실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 말을 듣자 연로비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유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느니라.
그리고 급히 말하였도다.
“유모여!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오지수가 이 집에 돌아왔다면 어찌 그 많은 구혼자들을 공격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혼자 한 분뿐인데, 이 집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 않았습니까?”
명숙가 대답하였느니라.
“나는 그 일을 자세히 보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사내들이 죽어가며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었을 뿐이란다.
우리는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는데, 얼마 후 네 아들이 나를 불렀단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것이었지.
그리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오지수께서 시신들 가운데 서 계셨단다.
시체가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서로 포개져 있었느니라.
네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마치 사자처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온몸이 떨렸을 것이다.
지금 그 시신들은 모두 안뜰 문밖에 쌓여 있고, 오지수께서는 궁전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하여 큰 불을 피우고 계신단다.
이 집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되찾으시려는 것이지.
그리고 나를 보내 너를 데려오게 하셨느니라.
어서 나와 함께 가자.
그러면 너와 그분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미 너무나 큰 고통을 견뎌내지 않았느냐.
이제 네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분은 살아 계신다!
집으로 돌아오셔서 너와 아들을 다시 만나셨으며,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구혼자들에게 마침내 원수를 갚으셨단다.”
그러나 연로비는 여전히 신중하게 대답하였느니라.
“유모여, 너무 기뻐하지 마시오.
그대도 알다시피 나와 내 아들은 오지수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소. 우리 모두 그러하였소.
그러나 그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소.
사람들은 어떤 신이 구혼자들의 횡포와 오만함에 진노하여 그들을 죽였다고 말하고 있소.
그들은 손님이 선하든 악하든 가리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았으며, 그들의 어리석음이 마침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을 것이오.
그러나 내 남편 오지수는 고향을 잃었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숨까지 잃었다고 나는 믿고 있소.”
유모가 다시 말하였느니라.
“얘야! 네 남편이 지금 여기 난롯가에 있는데 어찌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느냐?
너는 예나 지금이나 의심이 참 많구나.
그러나 내게는 분명한 증거가 있단다.
내가 그분의 몸을 씻겨 드리다가, 옛날 멧돼지의 송곳니에 찔려 생긴 흉터를 만졌느니라.
나는 곧장 너에게 알려주려 하였으나, 그분께서 내 목을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셨단다.
자, 어서 나와 함께 가자.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나를 죽여도 좋다.”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도다.
“유모여, 그대가 총명한 사람인 것은 내가 잘 아오.
그러나 신들의 뜻을 사람이 어찌 모두 헤아릴 수 있겠소.
자, 나와 함께 아들을 만나러 갑시다.
구혼자들이 죽은 모습을 직접 보고, 또한 그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소.”
이에 연로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느니라.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어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마음이 갈팡질팡하였도다.
마침내 문턱을 넘어 불빛이 비치는 곳에 이르러 벽 가까이에 앉아 남편과 마주 보았느니라.
오지수는 기둥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때 자신과 한 침상을 함께 쓰던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연로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느니라.
때때로 그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면 분명 오지수와 닮은 듯하였으나, 더럽고 낡은 옷차림은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도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태명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느니라.
“어머니! 어찌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왜 이토록 잔인하게 아버지를 거절하십니까?
왜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앉아 말씀을 나누지 않으십니까?
세상 어느 여인도 백 살을 먹었다 하더라도 어머니처럼 완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돌아오신 아버지를 어찌 이리 멀리하십니까?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돌처럼 굳어 있군요!”
그러나 연로비는 깊이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하였느니라.
“얘야, 나도 지금 마음이 어지럽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단다.
그러나 만일 이분이 정말 내 남편이라면, 정말로 나의 오지수가 돌아온 것이라면, 우리 둘만이 아는 은밀한 징표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징표로써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러자 냉정하기로 이름난 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태명에게 말하였도다.
“아들아, 어머니께서 나를 시험하시도록 내버려 두어라.
머지않아 어머니께서는 나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실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더럽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으로 있는 동안에는 어머니께서 나를 선뜻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실 것이니라.
그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한 사람만 죽였더라도 그 살인자는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달아나야 할 것이니라.
그런데 우리는 이탁도의 기둥이라 할 만한 자들과 이 섬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도 아버지의 꾀와 슬기에 견줄 수 없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곧장 아버지의 뒤를 따르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용감히 행동하겠습니다.”
오지수는 곧 계책을 세웠느니라.
그가 말하되,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희 셋은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에게도 좋은 옷을 입혀라.
그리고 신과 같은 가수는 리라를 들고 맑고 경쾌한 혼례의 노래를 연주하도록 하라.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이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이 집에서 혼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니라.
우리가 우리 영지의 숲에 이를 때까지는 구혼자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멀리 퍼져서는 안 된다.
그곳에 이르면 상제께서 우리에게 정해 주신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람들은 모두 오지수의 말대로 행하였도다.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도 몸을 단장하였으며, 가수는 리라를 들고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하였느니라.
그 음악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흥이 일어났도다.
집 안은 아름다운 허리띠를 두른 남녀들의 발소리로 가득 찼느니라.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렸도다.
“저토록 많은 구혼자가 찾아들던 왕비가 마침내 혼인하는 모양이구나!
참으로 완고한 여인이로다.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킬 힘조차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러나 그들은 궁전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여종 에우리노메가 오지수의 몸을 씻기기 시작하였도다.
그의 몸에 감람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튜닉과 아름다운 장포를 입혔느니라.
그러자 지혜낭자가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령한 아름다움을 내려주었도다.
그의 키는 더욱 크고 몸은 더욱 굳세어졌으며, 머리카락은 자운화 꽃처럼 풍성하고 곱슬곱슬하게 자라났느니라.
마치 지혜낭자나 해필수가 장인에게 금속 세공의 기술을 가르쳐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게 한 뒤, 은 위에 황금을 부어 장식하는 것과 같았도다.
지혜낭자는 오지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아름다움을 부어주었으며, 목욕을 마친 그의 모습은 마치 불멸의 신과 같았느니라.
오지수는 다시 아내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말하였도다.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로구나!
신들이 그대에게 철석같이 굳센 마음을 내려주신 것이 분명하도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통을 겪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이토록 거절하는 아내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자, 유모야.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상을 하나 마련해 주어라.
이 여인은 참으로 쇠붙이보다 더 굳센 마음을 지녔구나.”
그러자 연로비가 재치 있게 대답하였느니라.
“참으로 대단한 남자로군요!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뽐내는 것도 아니며, 지금 일어난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긴 노를 저어 이탁도를 떠나던 날에도 당신은 늘 그런 모습이었으니까요.
자, 명숙여.
그가 직접 지은 방 밖에 침상을 마련하여라.
침상틀을 밖으로 옮기고 그 위에 이불과 담요를 깔아 주어라.”
이 말은 남편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더라.
그러자 오지수가 크게 노하여 충실한 아내에게 말하였느니라.
“여인이여!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구나.
누가 내 침상을 옮겼단 말인가?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그것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신이라면 쉽게 옮길 수 있겠지.
아무리 젊고 힘센 사람이라도 그 침상을 움직일 수는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 침상에는 남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며,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느니라.
안뜰에는 가늘고 긴 잎을 가진 감람나무 한 그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도다.
그 줄기는 마치 기둥처럼 굳세었느니라.
나는 바로 그 감람나무를 중심으로 방을 지었도다.
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았느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람나무를 다듬어 청동 도끼로 가지를 뿌리부터 끝까지 잘라내고, 나무줄기를 깎아 침상의 기둥을 만들었도다.
송곳과 드릴로 나무를 뚫어 기둥을 만들었느니라.
그것이 내가 만든 첫 번째 침상 기둥이었도다.
그 뒤 금과 은과 상아를 박아 넣어 나머지 세 기둥을 만들고, 자주색으로 물들인 소가죽 끈을 그 위에 팽팽하게 둘렀느니라.
이것이 바로 그 침상의 비밀이니라.
그러니 여보, 내 아내여!
그 누가 감히 그 감람나무의 줄기를 잘라 침상을 옮겼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침상이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연로비의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느니라.
그녀는 마침내 남편이 보여준 징표를 모두 깨달았도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하였느니라.
“오지수여!
이제는 제게 노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다른 모든 일에서는 참으로 이해심 깊은 사람이거늘, 어찌하여 제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을 원망하십니까.
신들이 우리를 괴롭힌 것이옵니다.
우리가 함께 젊음을 누리고 늙을 때까지 한평생을 같이 살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하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악한 사내가 거짓말로 나를 속일까 늘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정직하지 못하고 간교한 남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이방인 또한 만일 그리스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 헬렌을 데려갈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신이 그녀의 마음에 그러한 욕망을 심어 그 일을 하게 만든 것이겠지요.
그것이야말로 내게 처음으로 큰 슬픔을 안겨 준 열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께서는 우리 침상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여종 악토리스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습니다.
악토리스는 우리 방을 지키던 사람이었지요.
당신은 마침내 내 완고한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믿게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오지수는 눈물이 솟아나는 것을 참지 못하였느니라.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소리 내어 흐느꼈도다.
마치 해신이 바다에서 배를 부수고 거센 파도와 강풍으로 선원들을 바다에 내던졌을 때, 살아남은 자들이 마침내 육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느니라.
어떤 자들은 바다를 빠져나와 해안에 이르렀으나 온몸에 소금물이 묻어 있었도다.
그들은 살아남은 것을 신들에게 감사하며 기어 올라왔느니라.
이와 같이 연로비 또한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품에 안고 기쁨에 겨워 하얀 팔로 그의 목을 놓지 않았도다.
두 사람은 장밋빛 새벽이 하늘에 이를 때까지 울고 싶었으나, 빛나는 눈을 가진 지혜낭자가 그들을 불쌍히 여겨 개입하였느니라.
지혜낭자는 밤을 붙잡아 두고 황금빛 새벽이 바닷가에 오래 머물게 하였으며, 빛나고 밝은 새벽의 망아지들이 멍에를 쓰지 못하게 하였도다.
그러자 오지수가 머리가 어지러운 듯 말하였느니라.
“여보, 우리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앞으로도 많은 고난이 남아 있고,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힘든 일이 많이 있소.
이는 티레시아스의 영혼이 내게 알려준 운명이오.
내가 염라국의 집에 들어가 나와 내 부하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었던 날, 그는 내게 앞으로의 일을 알려주었소.
그러니 이제 함께 침상에 들도록 합시다.
달콤한 잠을 누리도록 합시다.”
그러자 늘 앞날을 내다보는 연로비가 대답하였느니라.
“당신이 원하실 때 언제든지 그러십시오.
이 침상은 본래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신들께서 마침내 당신을 집으로, 그것도 잘 지어진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신께서 당신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겠지만, 지금 알아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지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그대는 참으로 특별한 여인이오.
어찌하여 내게 그대의 마음까지 아프게 할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대에게 숨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겠소.
티레시아스는 내가 노를 들고 여러 고을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소.
그러다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지 않는 사람들, 배의 뱃머리를 붉게 칠하지 않는 사람들, 배의 날개와도 같은 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사람이 내 어깨에 짊어진 것을 보고 그것을 ‘키’라고 부르는 순간, 내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라고 하였소.
그때 나는 노를 땅에 깊이 박고 해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하오.
숫양과 황소와 멧돼지, 흠 없는 짐승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늘에 거하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하였소.
그렇게 하면 나는 바다에서 죽지 않고 편안히 늙어갈 것이며, 부유하고 행복한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하였소.”
현명한 연로비가 대답하였도다.
“신들께서 당신이 편안하게 늙어가도록 허락하신다면, 우리의 모든 고난에도 마침내 끝이 있을 희망이 있겠군요.”
두 사람은 이렇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느니라.
그동안 노비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에우리노메와 명숙는 횃불을 들고 와 튼튼한 침상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깔았도다.
유모는 자기 침상으로 돌아갔고, 에우리노메는 횃불을 들고 왕과 왕비를 그들의 침상까지 인도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느니라.
마침내, 참으로 마침내, 기쁨에 찬 남편과 아내는 오래전 헤어졌던 부부의 침상으로 다시 돌아왔도다.
한편 목동들과 태명은 춤을 멈추고 여인들에게도 춤을 그치게 하였으며,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느니라.
왕과 왕비는 서로 사랑을 나눈 뒤 또 하나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더라.
연로비는 자신 때문에 구혼자들이 집안을 망쳐 놓고, 양과 소 떼를 마구 죽이며, 포도주를 지나치게 마시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남편에게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지수 또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그 일을 이루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를 하나하나 들려주었도다.
연로비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남편이 모든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잠들지 않았느니라.
먼저 오지수는 키코네스족을 무찌르고 그들을 죽였던 일부터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로터스 열매를 먹는 사람들이 사는 들판에 이르렀던 일과, 독안거인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그에게 붙잡힌 부하들을 되찾고 그 무도한 자에게 복수하였는지를 말하였느니라.
그 뒤 아이올로스 산에 이르러 환대를 받고 도움까지 받았으나,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운명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였도다.
갑자기 거센 폭풍이 일어나 그를 바다 건너로 끌고 갔으며,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하여 통곡하였느니라.
또한 라이스트리고니아에 이르렀을 때 그곳 사람들이 그의 함대를 공격하여 배를 모조리 깨뜨리고 수많은 부하를 죽였던 일도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키르케의 교활한 계략과,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하여 염라국으로 내려갔던 일도 말하였느니라.
그곳에서 죽은 벗들을 만났고, 어린 시절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어머니의 혼백까지 만났다고 하였도다.
또한 사이렌의 끝없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떠돌았던 일, 방황하는 바위와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에 이르렀던 일, 스킬라의 손아귀에서 겨우 빠져나왔던 일도 차례로 들려주었느니라.
그의 선원들이 태양신의 신성한 소 떼를 잡아먹었던 일도 말하였도다.
그때 상제가 연기와 천둥으로 하늘을 뒤흔들고 번개를 내리쳤으며, 그 번개가 배를 산산이 부수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자신만은 살아남아 마침내 옥기섬에 이르렀다고 하였도다.
그곳에서 립선가가 자신을 동굴에 가두고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며, 자신을 돌보아 죽음과 세월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그녀의 온갖 말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였느니라.
그는 여러 해 동안 참혹한 고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페아키아에 이르렀으며, 그곳 사람들은 자신을 마치 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하였도다.
그들은 청동과 금과 많은 옷가지를 선물하고 오지수를 다시 고향 이탁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에 태워 보냈느니라.
마침내 오지수의 긴 이야기가 끝났도다.
달콤한 잠이 그의 마음을 덮어 모든 근심과 고통을 잠시 잊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총명한 눈을 가진 지혜낭자는 밤새 경계를 늦추지 않았도다.
오지수가 아내와의 기쁨을 다 누리고 잠에 들었다고 생각한 때, 지혜낭자는 오케아노스의 물결에서 갓 태어난 새벽을 깨워 세상에 보내었느니라.
황금빛 새벽이 지상에 빛을 드리우기 시작하자 오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말하였도다.
“여보, 우리 둘 다 참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소.
당신은 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었고, 상제와 다른 신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소.
나 또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운명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소.
그러나 이제 마침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소.
당신은 집 안의 재산을 잘 돌보아 주시오.
나는 그동안 약탈을 나가 구혼자들이 제멋대로 죽여 버린 양들을 대신할 양들을 마련하고, 다른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양을 얻어 우리에 가득 채워야 하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골 과수원으로 가서 슬픔에 잠긴 아버지를 뵈어야겠소.
날이 밝으면 내가 구혼자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퍼질 것이오.
여보, 당신은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할 사람이오.
그러니 여종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앉아 있으시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무기를 챙기고 목동들과 태명을 불러 청동 흉갑을 입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거느리고 집 밖으로 나갔도다.
어느덧 새벽빛이 온 땅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였느니라.
그때 지혜낭자가 다시 밤의 어둠을 내려 그들을 감추고, 오지수와 그의 일행을 마을 밖으로 인도하였도다.
==제24권 구혼자들의 혼백과 저승의 속편,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이에 허명<ref>헤르메스</ref>이 구혼자들의 혼백을 집 밖으로 불러내니, 그 손에는 황금 지팡이가 들려 있었더라. 그 지팡이는 신묘한 힘이 있어, 뜻하는 때에는 산 사람의 눈을 감기기도 하고 잠든 자의 눈을 뜨게 하기도 하는 보물이었느니라.
허명이 혼백들을 이끌어 가매, 저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따라오는 모양이 마치 깊은 굴속 어두운 구석에 매달려 있는 박쥐 떼와 같았더라. 한 마리 박쥐가 무리에서 떨어져 바위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박쥐들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끽끽 울어대듯이, 구혼자들의 혼백 또한 괴이한 소리를 내며 치유의 신 허명의 뒤를 따랐느니라.
그들은 넓게 트인 길을 지나 큰 바다를 건너고, 려우도 바위와 태양신의 문을 지나 꿈의 세계를 헤매었으며, 마침내 삶에 지친 혼백들이 머무는 곳, 저승화 꽃밭에 이르렀더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길수의 유령과 파달룡의 혼백을 만났고,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아길수 다음으로 고려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아이아스의 유령 또한 만났더라.
그때 건웅의 혼백이 비통한 마음으로 죽음의 땅에 막 이르렀으니, 그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무리 가운데 들어섰더라. 또한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 호위병들에게 죽임을 당한 여러 사람의 혼백도 함께 이르렀느니라.
그때 아길수의 유령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였더라.
“오호라, 건웅이여!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번개의 신 상제께서 모든 영웅 가운데서 그대를 가장 사랑하셨다 하더이다. 그대가 토래성에서 고려 군사를 이끌고 큰 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니라. 고려 사람들이 전쟁의 온갖 고초를 견뎌야 했던 그곳에서 그대는 대군을 거느리고 용맹을 떨쳤도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하필 가장 참혹한 때에 그대를 찾아왔구나. 그대가 토래성에서 장수의 명예를 누리며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하였다면 모든 고려인과 동맹국의 사람들이 그대를 위하여 큰 무덤을 쌓았을 것이며, 그대의 아들 또한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쳤을 것이니라.
그러나 운명이 그대에게 허락한 것은 이처럼 참혹한 죽음이었도다.”
이에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필우의 아들 아길수여, 내가 아라국<ref>아르고스</ref>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ref>트로이아</ref>에서 죽은 것은 어찌 보면 하늘이 정한 운명이었느니라. 고려<ref>그리스</ref>의 용사들과 토래성의 뛰어난 전사들이 내 시신을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도다.
나는 휘몰아치는 먼지 가운데 누워 영웅의 위엄을 떨쳤으며, 한때 전차를 몰던 영화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느니라.
우리는 하루 종일 싸웠고, 차라리 영원히 싸우고 싶었으나 상제 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마침내 우리를 멈추게 하셨도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 시신을 배에 실어 전장에서 멀리 옮긴 뒤 관에 눕히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긴 다음 향기로운 기름을 발랐느니라. 그리고 나를 위하여 울며 머리카락을 잘랐도다.
그때 나의 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듣고 산령녀<ref>님프</ref>들과 함께 파도 위로 모습을 나타내셨느니라.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무서웠던지 바다 건너까지 메아리쳤으며, 병사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도다.
그때 현명한 노인 내손<ref>네스토르</ref>이 우리를 말리며 이르기를,
‘장수들이여, 여기 머무르시오. 지금 오시는 분은 불멸의 물을 가지고 오시는 그의 어머니이시니라.’
하였느니라.
산령녀들이 죽은 아들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려인들도 다시 용기를 얻었도다. 늙은 바다의 왕의 딸들이 내 주위에 둘러앉아 통곡하였고, 나에게 신들의 옷을 입혔느니라.
또한 아홉 무사여신<ref>뮤즈</ref>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를 위한 애가를 불렀으니, 그 노래가 너무나 애절하여 아무도 눈물을 참지 못하였도다.
신과 인간이 모두 열일곱 날 밤낮으로 나를 애도하였으며, 마침내 내 시신을 화장대 위에 올리고 살진 양과 소를 많이 잡아 제사를 올렸느니라.
나는 신들의 옷을 입은 채 불길 속에 놓였고, 몸에는 기름과 꿀을 발랐도다.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화장대 주위를 돌며 큰 함성을 질렀으며, 마침내 해필수의 불꽃이 내 육신을 태웠느니라.
날이 밝자 우리는 아길수여, 그대의 희고 깨끗한 뼈를 하나하나 거두어 기름과 순전한 포도주를 발랐도다.
그때 네 어머니께서 손잡이가 둘 달린 금 항아리 하나를 내놓으셨으니, 이는 해필수와 주신<ref>디오니소스</ref>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귀한 항아리였느니라. 그 안에 그대의 흰 뼈를 넣었는데, 그대가 죽은 벗 파달룡의 뼈도 함께 섞여 있었도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그대가 그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였던 벗 안달호<ref>안틸로코스</ref>의 곁에 두었느니라.
고려 전사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우리는 온갖 예를 다하여 해봉<ref>헬레스폰트</ref> 해협 곶에 큰 언덕을 쌓았도다. 그 언덕은 바다 멀리에서도 보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일 만큼 높고 웅장하였느니라.
그대의 어머니께서는 신들에게서 훌륭한 상을 받아 경기장 한가운데에 두고,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겨루게 하셨도다.
그대는 살아 있을 때 젊은이들이 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영웅의 장례를 위하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리라. 그러나 은빛 발을 가진 태희<ref>테티스</ref>가 그대를 위하여 가져온 수많은 보물을 보았다면 반드시 놀랐을 것이니라.
그대는 살아 있을 때에도 모든 신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에도 이름을 잃지 않았도다. 그대의 명성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아길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니라.
그러니 내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내가 집에 돌아오자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의 악당들이 나를 죽였으며, 사악한 아내 또한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니라. 이 또한 상제가 정한 운명이었도다.”
두 혼백이 이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길잡이 허명이 오지수가 죽인 구혼자들의 혼백을 이끌고 그들 앞에 이르렀더라.
두 위대한 군주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앞으로 달려갔으며, 건웅은 그 가운데서 이탁도에서 함께 지내던 옛 벗 면나수의 아들을 알아보았느니라.
건웅이 그에게 이르되,
“암필문<ref>암피메돈</ref>아! 너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어찌하여 너희 모두 이 어두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느냐.
너희는 아직 젊고 기운이 왕성하니, 마땅히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젊은이들이 아니었더냐. 혹 해신이 거센 바람과 큰 파도를 일으켜 너희의 배를 모두 깨뜨린 것이냐.
아니면 소나 양 떼를 훔치다가 붙잡혔거나, 성읍과 여인을 두고 싸우다가 육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 보아라. 우리는 본래 벗이 아니더냐.
내가 면나수와 함께 오지수를 설득하여 우리 함대에 합류시키고 토래성으로 함께 항해하고자 너희 집에 찾아갔던 일을 기억하느냐. 바다를 건너는 데 꼬박 한 달이나 걸렸으며, 성읍을 약탈하던 그 백스무 살의 노인을 설득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그러자 암필문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위대한 장군 건웅이시여,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말씀하신 모든 일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우리의 죽음에 얽힌 참혹한 사연을 하나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지수는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우리와 혼인할 뜻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거절하여 돌려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속여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여인은 궁전 한가운데에 큰 베틀을 놓고 넓고 고운 천을 짜기 시작하더니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젊은 구혼자들이여, 이제 오지수가 죽었으니 그대들이 혼인을 바라는 마음도 내가 잘 아노라. 그러나 내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내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여 주시오. 이것은 라열태라에르테스가 죽었을 때 덮을 수의라오. 마을의 여자들이 이처럼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수의 하나 없이 묻혔다고 나를 책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오.’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느니라.
그리하여 낮에는 그녀가 천을 짜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혀 낮에 짠 것을 다시 풀어버렸도다.
그렇게 세 해 동안 우리를 속였느니라.
마침내 네 번째 해가 되었을 때, 이 일을 알고 있던 한 시녀가 우리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도다. 우리가 몰래 가서 보니 과연 그녀가 자신이 짠 천을 다시 풀고 있었느니라.
우리는 그녀를 붙잡아 그 천을 끝까지 짜게 하였고, 마침내 그 거대한 천을 다 짠 뒤 깨끗이 씻게 하였느니라. 그녀가 그것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니 해와 달처럼 밝게 빛났도다.
그때였느니라.
어떤 파멸의 신이 오지수를 어디선가 이탁도로 데려왔도다. 그는 들판으로 가서 돼지치기가 사는 곳에 머물렀고, 그의 사랑하는 아들은 모래사장 비로성<Ref>필성</ref>에서 검은 배를 타고 돌아왔느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우리를 죽일 계책을 세웠도다.
마침내 그들이 궁전에 나타났느니라.
먼저 아들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막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오지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마치 갑자기 나타난 가난하고 늙은 거지와 같았으므로, 돼지치기가 그를 이끌고 왔음에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자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우리는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던졌으며, 그는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말없이 온갖 모욕을 견뎠도다.
그러나 밤이 되자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무기들을 창고에 들여놓고 문을 굳게 잠갔느니라.
그리고 마침내 간악한 계략을 실행하였도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에게 도끼와 활을 가져오게 하였느니라.
그것은 우리의 파멸과 학살을 알리는 신호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강력한 활을 당길 수 없었느니라. 모두 힘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도다.
그러나 오지수의 차례가 되자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활을 주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오직 태명만이 그에게 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도다.
마침내 오지수가 태연히 활을 받아들고 손쉽게 활시위를 당기더니, 쇠도끼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꿰뚫었느니라.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문턱에 우뚝 서서 활을 쏘기 시작했도다.
첫 화살이 우리 지도자 안태우를 꿰뚫었고, 이어서 또 다른 화살들이 날아와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렸느니라. 오지수와 가까이 있던 자들이 차례로 피를 흘리며 넘어졌도다.
그때 우리는 신들이 그들을 돕고 있음을 깨달았느니라.
그들은 분노에 휩싸여 궁전 안을 휩쓸었으며, 우리는 하나씩 죽임을 당하였도다.
사방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느니라.
그리하여 건웅이여, 우리 모두가 죽었도다.
그러나 우리의 시신은 아직도 살인자의 집에 묻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느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아직 우리가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도다.
그들은 마땅히 우리의 상처에 묻은 검은 피를 씻어내고, 우리를 위하여 울며, 시신을 장례 지내야 할 것이니라.
이것이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이기 때문이니라.”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교활한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은 자로다. 덕망 있는 아내, 위대한 연로비<ref>연로비</ref>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은 얼마나 굳센 절개를 지녔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남편을 잊지 않았단 말인가.
그 여인의 명성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불멸의 신들도 지혜로운 연로비의 절개를 노래하여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 아내와는 다르도다. 그녀는 제 남편을 죽였으니, 그 이름은 영원히 혐오스러운 이야기로 남을 것이며, 그 악명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여인들, 심지어 선량한 여인들까지도 나쁜 평판을 듣게 될 것이니라.”
이렇게 두 무리는 염라국의 어두운 땅속에 숨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한편 오지수와 그 일행은 마을을 떠나 오래전에 라열태<ref>라에르테스</ref>가 차지한 농장으로 서둘러 갔느니라.
라열태는 그 농장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며, 그곳에 자신의 집을 지었도다. 그의 명을 받드는 노비들은 중앙의 집을 둘러싼 막사에서 생활하며 잠을 자고 음식을 먹었느니라.
그 가운데에는 실리도<ref>시칠리아</ref>에서 온 늙은 여종 하나가 있었으니, 그녀는 시골에서 라열태를 돌보던 사람이었더라.
오지수가 노비들과 아들에게 이르되,
“안으로 들어가 가장 좋은 돼지를 골라 저녁상에 올릴 고기를 마련하라. 나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으니,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실지 알아보아야 하겠노라.”
하고는 자신의 무기를 노비들에게 맡겼느니라.
그들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오지수는 과수원이 있는 곳으로 홀로 걸어갔도다.
그는 집사 도리우 노인도, 그와 함께 있던 노비들도, 아들들도 보지 못하였느니라. 도리우가 그들을 데리고 돌을 모아 돌담을 쌓으러 갔기 때문이었도다.
오지수의 아버지는 잘 가꾸어진 과수원에서 홀로 나무 주위의 땅을 고르고 있었느니라.
그는 때가 타고 해진 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에는 가죽을 덧대어 가시가 살을 긁지 못하게 하였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었으며 머리에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처량하였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늙음과 고통에 지쳐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우뚝 솟은 배나무 아래에 멈추어 서서 눈물을 흘렸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당장 아버지께 달려가 입맞추고 껴안아 내가 돌아왔음을 말씀드릴 것인가. 아니면 길에서 겪은 모든 일을 먼저 고할 것인가. 혹은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여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할 것인가.’
하였느니라.
마침내 그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 주위의 흙을 파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갔도다.
그리고 이름난 아들 오지수가 그의 곁에 서서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그대는 자신의 일을 참으로 잘 아는구려.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훌륭하게 가꾸었으니 말이오.
무화과나무와 배나무와 감람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온갖 풀과 약초밭까지 어느 것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구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오.
그대는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않는 듯하오. 얼굴과 피부는 거칠고 더러우며 옷은 누더기요. 게으른 사람도 아닌 듯한데 주인은 어찌하여 그대를 이토록 방치한단 말이오.
그대의 키와 얼굴을 보니 노비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수나 군주의 모습에 가깝소. 마땅히 나이 든 사람답게 깨끗이 몸을 씻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부드러운 베개와 좋은 침상에서 쉬어야 할 듯하오.
그러니 내게 말해 보시오. 그대는 누구의 노비이며, 누구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소? 그리고 내가 방금 들은 말처럼 이곳이 정말 이탁도가 맞소?
얼마 전 내 고향에 한 나그네가 찾아온 적이 있었소. 내가 만난 수많은 손님 가운데 가장 가까운 벗이었지요. 그는 이탁도 사람이라 하였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열태라고 하였소.
나는 그를 집에 맞아들여 따뜻하게 대접하였소. 내게는 그럴 만한 재물이 있었으니 말이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금으로 된 보물 일곱 무더기와 꽃무늬를 새긴 은그릇 하나, 펼쳐진 장포 열두 벌, 두꺼운 담요 열두 장, 고운 장포 열두 벌, 저고리 열두 벌을 주었소.
또한 그가 직접 고른 아름답고 잘 길든 여종 네 명까지 주었소.”
그러자 라열태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였더라.
“그래, 낯선 이여. 그대는 이탁도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그러나 이곳은 이제 잔인한 자들의 손에 들어갔느니라.
그대가 그에게 베푼 모든 선물은 이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할 것이니라.
그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그대가 베푼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고 두 팔을 벌려 그대를 맞이했을 것이거늘.
처음 베푼 친절에는 마땅히 보답이 따르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이제 말해 보아라. 그 불행한 사람이 그대를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그대의 손님은 바로 내 아들이었느니라.
아마 바다에서는 물고기에게 먹혔을 것이며, 육지에서는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고, 나 또한 그러하며, 지혜롭고 부유한 그의 아내 연로비도 그러하니라.
그녀는 남편의 눈을 감겨주지도 못하였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였느니라.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를 베풀지 못한 것이로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보아라. 어느 고을에서 왔으며, 부모는 누구냐.
그대가 벗들과 선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배는 아직 어딘가에 정박해 있느냐. 아니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다른 사람의 배에 나그네로 올라탄 것이냐.”
그러자 거짓말쟁이 오지수가 대답하였더라.
“그렇다면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소.
나는 아리보<ref>알리바스</ref> 사람이며 그곳에 내 궁전이 있소. 내 이름은 예필수<ref>에페리투스</ref>라 하며, 보필문<ref>폴리페몬</ref>의 손자요 아비달<ref>아페이다스</ref> 왕의 아들이오.
나는 악령에 사로잡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실리도에서 이곳까지 흘러왔소.
내 배는 지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소.
불쌍한 오지수가 내 집에 찾아온 것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소.
그가 떠날 때 우리는 좋은 징조를 보았으니, 오른쪽에서 새들이 날아갔소.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다시 벗으로 찾아와 더 많은 선물을 서로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그 말을 듣자 검은 슬픔의 구름이 라열태의 온몸을 뒤덮었느니라.
그는 잿빛 먼지 두 줌을 움켜쥐어 늙은 머리 위에 뿌리고 목 놓아 울었도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느니라.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입을 맞추며 말하였도다.
“아버지! 저입니다. 제가 바로 아들 오지수입니다!
스무 해 동안 떠돌다가 이제야 고향,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울음을 거두십시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으나 모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집안의 구혼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들이 제게 저지른 온갖 고통과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말하였느니라.
“네가 정말 내 아들 오지수라면, 내게 그 증거를 보여다오.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도록 하여라.”
오지수가 곧 대답하였도다.
“그렇다면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제가 파라<ref>파르나소스</ref> 산에 올라갔을 때 멧돼지의 하얀 어금니에 긁힌 상처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를 할아버지 우돌수<ref>아우톨리쿠스</ref>에게 보내어 그분이 제게 약속하신 선물을 받아오게 하셨을 때 생긴 상처이지요.
그리고 이제 제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거닐었던 이 아름다운 과수원의 나무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을 거닐며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무들 아래를 함께 걸었고, 아버지는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려 주셨으며 내게 그것들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사과나무 열 그루, 배나무 열세 그루, 무화과나무 마흔 그루, 포도나무 쉰 그루가 있었으며, 포도나무들은 하나씩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포도송이의 모양 또한 상제께서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지요.”
이 말을 들은 라열태의 심장과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보여준 모든 징표가 거짓 없는 증거임을 깨달았도다.
라열태는 아들을 두 팔로 힘껏 껴안았으며, 아들은 기절하려는 아버지를 부축하였느니라.
잠시 후 숨을 돌리고 정신을 차린 라열태가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상제여! 만일 구혼자들이 저지른 모든 악행에 마땅한 벌을 받았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참으로 오림의 지배자이시로다.
그러나 이제 이탁도 사람들이 곧 우리를 공격하고, 개발도<ref>케팔레니아</ref>의 모든 마을에 이 소문을 퍼뜨릴까 두렵구나.”
이에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가 대답하였느니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들을 두 목동과 함께 보내 저녁 식사를 가장 빨리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농가로 가서 기다리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도다.
그곳에는 이미 푸짐한 고기와 향기로운 포도주가 차려지고 있었느니라.
실리도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여종이 용감한 라열태를 깨끗이 씻기고 감람유를 발라준 뒤 아름다운 장포를 입혀 주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가까이 다가와 신통한 힘을 베풀었으니, 라열태의 몸은 더욱 크고 굳세어지고 얼굴에는 젊은 기운이 돌아왔느니라.
그 모습을 본 오지수가 놀라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참으로 모습이 크게 달라지셨습니다. 신께서 아버지를 더욱 크고 늠름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생각에 잠겨 말하였느니라.
“오, 아버지 상제와 지혜낭자와 아로왕여여!
내가 한때 개발도의 왕으로 있었을 때, 본토 해안의 견고한 요새 내리성<ref>네리쿠스</ref>을 함락시키던 그 시절처럼 힘이 왕성하였다면, 어제 너와 함께 서서 무기를 들고 우리 집에 쳐들어온 구혼자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내가 그들 가운데 수많은 자를 쓰러뜨렸을 것이며, 너 또한 분명 크게 기뻐했을 것이로다.”
그들이 이처럼 이야기하는 동안 저녁상이 모두 차려졌느니라.
그들은 의자와 걸상에 앉아 음식을 집으려 손을 뻗었도다.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늙은 노비 도리수가 아들들과 함께 그들에게 다가왔으며, 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어머니 또한 그들을 부르러 나왔느니라.
그들은 오지수를 보는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추었도다.
그러나 오지수가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앉아서 음식을 드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놀라지 마시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소. 오늘 이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 기쁘오.”
그러나 도리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손목을 잡고 입을 맞추며 외쳤도다.
“주인이시여! 돌아오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들께서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들께서 당신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부인께서는 주인께서 돌아오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릴까요?”
그러자 오지수가 태연히 대답하였도다.
“늙은이여,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공연히 수고하지 말라.”
이에 도리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의 아들들도 유명한 주인 오지수를 환영하며 그의 곁에 둘러앉았느니라.
그들은 서로 반가이 품에 안고 차례로 아버지 곁에 앉았도다.
그리하여 모두 함께 농가에서 저녁을 먹었느니라.
한편 구혼자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도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통곡하며 사방에서 오지수의 관저로 몰려들었느니라.
그들은 집 안에서 시신을 꺼내어 장사를 지냈으며,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자들은 배를 타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도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우필태가 먼저 일어나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가장 먼저 죽인 아들 안태우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었고, 연설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도다.
“친구들이여, 이 간교한 자가 우리 모두에게 참혹한 재앙을 안겼도다.
처음에는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게 하여 배를 잃고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개발도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야 하오.
그가 430년이 되기 전에 필성이나 여리국으로 달아나 버리기 전에 반드시 행동해야 하오.
우리 아들과 형제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수치를 당할 것이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소.
차라리 죽어서 이미 죽은 벗들과 함께하고 싶소.
저들이 바다를 건너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오.
자, 지금 당장 나갑시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모든 사람이 그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슬퍼하였도다.
그때 문돈과 음유시인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와 군중 가운데 섰느니라.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문돈이 입을 열어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오지수가 신들의 도움 없이 어찌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겠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명토로 변장한 신을 보았소.
어떤 때에는 오지수의 곁에 서서 그에게 싸울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또 어떤 때에는 연회장을 휩쓸고 다니며 구혼자들을 흩어지게 하였소.
그들은 마치 파리처럼 하나둘 쓰러졌소.”
이 말을 들은 사람들 위에 창백한 공포가 덮였느니라.
그때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 늙은 전사 하리태가 일어나 그들에게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라.
친구들이여, 오늘날 이러한 재앙이 닥친 까닭은 다름 아닌 너희의 비겁함 때문이니라.
나와 명토가 너희 아들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하였건만 너희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도다.
그들은 제 욕심을 따라 큰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남의 재산을 함부로 차지하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의 아내까지 욕보였도다.
그러나 이제 내 말을 잘 들으라.
우리가 무기를 들고 싸우러 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니라.”
그러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남았으나, 절반이 넘는 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도다.
그들은 우필태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무기를 챙겼으며,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마을 앞에 모였느니라.
그들의 우두머리는 우필태였도다.
그는 죽임을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실상은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향한 길이었느니라.
그곳에서 죽는 것이 이미 그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거노왕<ref>크로노스</ref>의 아들에게 물었느니라.
“상제 아버지, 전능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뜻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또다시 전쟁과 쓰라린 분쟁을 일으키려 하십니까.
아니면 평화와 우정의 편에 서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구름을 거느리는 신이 대답하였도다.
“딸아, 어찌하여 내게 그런 것을 묻느냐.
오지수에게 원수를 갚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 것은 바로 너였지 않느냐.
그러니 이제 네 뜻대로 하도록 하라.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길은 이러하니라.
오지수는 이미 모든 구혼자들에게 벌을 내렸도다.
이제 그들이 오지수를 영원한 왕으로 받들도록 맹세하게 하고, 그들의 형제와 아들을 죽인 죄는 더 이상 묻지 말게 하라.
그리하여 다시 옛날처럼 서로 벗이 되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옳으니라.”
지혜낭자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었느니라.
그 말을 듣자마자 오림산에서 내려왔도다.
그 무렵 저녁 식사를 마친 오지수는 전쟁을 준비하며 말하였느니라.
“누군가 나가서 저들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그러자 도리우의 아들이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갔도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적들이 이미 집 가까이까지 이르렀음을 보았느니라.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와 외쳤도다.
“저들이 가까이 왔습니다! 어서 무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서둘러 무기를 들었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아들, 그리고 두 노비까지 모두 네 사람이었으며, 도리수<ref>돌리우스</ref>는 여섯 아들을 데리고 왔도다.
라열태와 늙은 도리우 또한 비록 백발이 성성하였으나 전사로서 필요한 자들이었느니라.
그들은 모두 빛나는 청동 갑옷을 입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으며, 오지수가 그들을 이끌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명토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가까이 다가왔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태명에게 돌아서서 말하였도다.
“아들아, 이제 네가 전쟁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용기를 시험하는 일이니라.
너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쳐서는 안 된다.
우리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용기와 사내다운 기개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 왔느니라.”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고 대답하였도다.
“아버지께서 제 용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지켜보십시오.
저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수치라는 말을 제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라열태가 크게 기뻐하여 외쳤느니라.
“아, 신들이시여!
오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날이로다.
내 아들과 손자가 서로 누가 더 용감한지를 다투고 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지혜낭자가 눈을 빛내며 라열태의 곁에 서서 말하였도다.
“라열태여, 그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니라.
눈빛이 빛나는 여신과 그 아버지께 기도하고, 창을 들어 힘껏 던져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마치자 곧 신통한 힘을 라열태에게 불어넣었느니라.
그러자 라열태가 재빨리 창을 들어 힘껏 던졌도다.
그 창은 우필태의 청동 투구를 그대로 꿰뚫었느니라.
투구는 창을 막지 못하였고, 창끝은 우필태의 머리를 꿰뚫어 그를 땅에 쓰러뜨렸도다.
그의 청동 갑옷이 땅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를 냈느니라.
이를 본 오지수는 빛나는 아들과 함께 최전선으로 돌격하였도다.
두 사람은 칼과 굽은 창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넘겼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일행은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 하였도다.
그러나 그때 지혜낭자가 크게 외쳤느니라.
“이탁도 사람들이여!
이 무참한 전쟁을 당장 멈추어라!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지금 즉시 각자의 길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 창백한 초록빛 공포가 엄습하였느니라.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살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달아났으며, 모두 도시를 향하여 몸을 돌렸도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오지수는 무서운 함성을 지르고 몸을 낮추어 그들을 뒤쫓았으니,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먹잇감을 덮치는 독수리와 같았느니라.
그때 상제가 번개를 내리쳤도다.
번개는 자신의 딸이자 위대한 여신인 지혜낭자의 앞에 떨어졌느니라.
지혜낭자는 차가운 눈으로 오지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도다.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꾀가 많고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자로다.
그러나 이제 이 전쟁을 멈추어라.
그렇지 아니하면 상제께서 그대에게 크게 진노하실 것이니라.”
오지수는 기꺼이 그 뜻을 따랐느니라.
이에 지혜낭자는 다시 명토의 모습을 하고 전쟁에 나선 양편 사람들 앞에 서서, 앞으로는 서로 평화를 지키고 다시는 칼을 겨누지 않겠다는 엄숙한 맹세를 하게 하였도다.
그리하여 오랜 원한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마침내 끝나고, 이탁도 땅에는 다시 평화의 기운이 깃들게 되었느니라.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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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kim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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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머리말
| 제목 =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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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The Odys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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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저자:호메로스|호메로스]]
| 역자 = (영문) 사무엘 버틀러(Samuel Butler)1900년(1판) 및 2판(1921)<ref>[Project Gutenberg] The Odyssey by Homer ,Translator Butler, Samuel, 1835-1902[https://www.gutenberg.org/cache/epub/1727/pg1727-images.html]</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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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번역은 내가 1897년에 출판한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The Authoress of the Odyssey)"라는 제목의 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디세이" 전체를 실으면 너무 번잡해지기 때문에 그 책에서는 이미 완성해두었던 번역을 요약해 실었었는데, 이제는 내용 전체를 출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방금 언급한 내 저작에 대해서 두 가지 주요 사항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 책에 쓴 내용에는 더할 것도, 삭제할 것도 없습니다. 두 가지 주요 사항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디세이"는 파이아키아 장면과 이타카 장면과 관련하여 현재 시칠리아 서해안의 트라파니라고 불리는 곳에서 전적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곳에서 전적으로 발췌되었습니다. 율리시스의 항해는 일단 시칠리아에 쉽게 닿으면 섬의 변두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사실상 트라파니에서 다시 트라파니로, 리파리 섬, 메시나 해협, 판텔라리아 섬을 거쳐야 합니다.
(2) 이 시는 전적으로 지금의 트라파니(Trapani)라고 불리는 곳에 살며 나우시카(Nausicaa)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소개한 아주 젊은 여성이 쓴 것입니다.
다소 놀라운 주장 중 첫 번째 근거가 되는 주요 주장은 1892년 1월 30일과 2월 20일에 "아테니엄Athenaeum"에 (반박 없이) 등장한 이후로 영국과 이탈리아 대중 앞에서 눈에 띄게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같은 해 사순절과 10월 기간에 대해 요한커뮤니티(Johnian)의 "이글Eagle"에서 촉구되었습니다(역시 반대 의견 없음). 내가 대답해야 할 어떤 것도 어느 방향에서든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으며, 내 주장에 결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면서, 그러한 결함이 존재했다면, 내가 들었어야 했다는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들 중 일부에 대해 어쨌든. 그러므로 잠시 동안 학자들이 내 결론을 일반적으로 묵인한다고 생각하는 척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반박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오디세이(아)"의 번역에만 국한하겠습니다. ” 영어 독자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메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xxii에 있는 한 가지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465-473 그림소프(Grimthorpe) 경이 친절하게도 제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나는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에 사용된 여러 삽화를 반복했으며, 독자들에게 율리시스 집의 바깥뜰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두 삽화를 추가했습니다. 한 그림에 사람과 개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며 부정적인 면이 전개될 때까지 나는 관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부록에는 율리시스의 집 계획을 설명하는 단락과 계획 자체도 재인쇄했습니다. 독자는 이 계획을 주의 깊게 연구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일리아드』 번역의 서문에서 나는 번역가가 따라야 할 주요 원칙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제시했으며, 시를 산문으로 번역하는 최초의 자유에는 번역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자유를 지속적으로 취합니다. 시에서는 옳은 것이 산문에서는 틀린 경우가 많으며, 읽을 수 있는 산문의 긴급성은 산문 번역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내가 엄격한 해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볼 수 있도록 여기에 부처(Butcher) 씨와 랭(Lang) 씨가 번역한 "오디세이"의 60행 정도를 인쇄하겠습니다. 번역은 다음과 같이 실행됩니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지혜로운 사내 오지수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 풀어낼 수 있을까.
문선의 선녀여, 그가 저 참혹한 토래성을 무너뜨린 뒤에도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없는 바다를 떠돌았는지, 그 기이하고도 처절한 사연을 현대의 우리에게 들려주소서.
토래성의 전쟁이 끝났을 때, 살아남은 장수들은 저마다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재회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오직 오지수만은 그렇지 못했다.
태왕의 딸 립선이 그의 비범함을 탐내어 깊은 석굴에 가두고, 자신과 함께 살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신들이 정한 운명의 기한이 이미 지났음에도 오지수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만리타국에서 혈육 하나 없이 홀로 탄식할 뿐이었다.
대부분의 신들은 그의 처지를 가엾게 여겼다. 그러나 바다를 다스리는 해왕만은 노여움을 풀지 않았다. 오지수가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풍랑을 일으켜 괴롭히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 무렵 해왕은 해가 뜨고 지는 먼 남만 땅에서 백 마리의 소와 숫양을 제물로 받으며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 사이 다른 신들은 천산에 있는 상제의 궁전에 모두 모여 있었다.
상제가 문득 세상을 굽어보다가, 건웅의 아들 충현에게 당한 간우의 비참한 최후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인간들이 제 신세를 한탄하며 매번 신들을 원망하니, 참으로 어리석구나. 고통이 모두 신의 탓이라 하지만, 실상은 제 손으로 화를 불러들여 스스로를 더 괴롭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천왕은 이어서 말했다.
“간우를 보라. 그는 천륜을 어기고 건웅의 부인을 빼앗았으며, 전장에서 돌아온 건웅을 시해하는 대역죄를 저질렀다. 그것이 파멸의 길임을 어찌 몰랐겠는가.
우리 신들이 일찍이 영민한 신명을 보내어 경고했다. ‘건웅을 해하지 말고 그 아내를 범하지 말라. 훗날 건웅의 아들 충현이 장성하면 반드시 부친의 원수를 갚으러 돌아올 것이다’라고.
간우는 그 충고를 귓등으로 흘리고 욕망을 좇다가, 결국 목숨으로 죗값을 치렀다. 누굴 원망하랴.”
천왕이 조용히 눈을 감자, 궁전 안에 엄숙한 기운이 감돌았다.
말이 끝나자, 맑고 깊은 눈을 지닌 지혜낭자가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공손히 아뢰었다.
“전하, 천부여. 대역죄를 지은 간우 같은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합니다. 그와 같은 악인들에게는 앞으로도 마땅히 천벌을 내려주소서.
그러나 소녀의 마음은 오직 의롭고 불행한 장수 오지수 생각에 찢어질 듯합니다.
그는 친구 하나 없이, 하늘과 땅을 가르는 거대한 바다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신 태락의 딸이 다스리는 외딴 섬에 너무 오래 갇혀 있습니다.
그 여신이 온갖 감언이설로 고향 이탁도를 잊게 하려 하지만, 오지수는 고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줄기라도 보고 싶어 차라리 죽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천상의 신이시여, 어찌 이리 무심하십니까. 그가 지난날 토래성의 넓은 평원에서 배들을 줄 지어 놓고 상제께 지성으로 제물을 바치던 일을 벌써 잊으셨나이까?”
천왕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내 사랑하는 딸아,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그 영민하고 의로운 장수를 잊을 리 있겠느냐. 오지수는 인간들 중 누구보다 분별력이 뛰어나고, 우리 신들에게 제물을 아끼지 않은 자다.
다만 바다의 주재자인 해왕의 분노가 태산 같구나. 오지수가 신의 기운을 타고난 독안거인 포백, 해왕의 아들이자 거인족 중 가장 맹렬한 자의 눈을 찔러 멀게 하지 않았느냐.
그 거인의 어미는 바다의 대왕 포길의 딸인 신령 도연이었다.
이 때문에 해왕은 오지수를 죽이지는 못하나, 고향 땅을 밟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가로막고 있다.
이제 우리가 묘책을 세워야겠다. 해왕이 아무리 맹렬한들, 온 천산의 신들이 뜻을 모으면 홀로 맞서지 못하고 노여움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혜낭자가 눈을 반짝이며 다시 아뢰었다.
“위대한 천부여, 신들께서 오지수를 구하기로 결단하셨다면, 서둘러 전령 신명을 저 멀리 오경도로 보내소서. 아름다운 여신 립선에게 ‘오지수의 고난이 너무 길었으니 이제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는 상제의 엄숙한 어명을 전하게 하소서.
그사이 소녀는 직접 이탁도로 내려가, 홀로 남은 오지수의 아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고을의 장정들을 불러 모으겠나이다. 밤낮으로 소와 양을 도살하며 저택을 어지럽히는 탐욕스러운 구혼자들에게 맞서게 하겠나이다.
그 후 아들을 필성과 사파성으로 보내어, 부친의 종적을 찾아 의로운 명예를 천하에 드높이게 하겠나이다.”
말을 마친 지혜낭자는 바람처럼 빠르게 금신을 신고, 분노한 장수들의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는 묵직한 청동 창을 손에 쥐었다. 천산의 구름을 헤치며 순식간에 이탁도의 오지수 저택 대문 앞에 당도했다.
청동 창을 꼬노 잡은 그의 자태는, 다포도의 저명한 추장이자 오지수의 오랜 벗인 민태의 형상과 같았다.
저택 뜰을 채운 구혼자들은 약탈해 잡은 소 가죽 위에 주저앉아 한가롭게 장기를 두고 있었다. 하인들과 노비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술과 물을 섞고, 상을 닦아내며 고기를 썰어 바치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오지수의 아들 태명이 섞여 앉아 있었으나, 안색은 지극히 어두웠다.
‘언제쯤 아버님이 신령처럼 나타나 저 무뢰배들을 쓸어버리고 가문의 명예와 가산을 되찾으실까.’
그는 마음속으로 깊은 탄식을 토해내고 있었다.
낭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태명이었다. 멀리서 온 과객을 문밖에 오래 세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여겨, 급히 성문으로 나가 맞이했다. 공손히 악수를 청하며 청동 창을 받아 들고 온화하게 말했다.
“외방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시여, 어서 오십시오. 부디 저희 처소로 드시어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누시고, 고단한 몸을 쉬신 후에 필요한 바를 말씀해 주소서.”
태명이 앞장서자 변장한 지혜낭자가 그 뒤를 따랐다. 웅장하고 높은 천장의 대청마루로 들어서자, 태명은 낭자의 청동 창을 오지수가 예전에 무기를 보관하던 기둥 곁의 윤이 나는 받침대에 고이 올려놓았다.
이어 부드럽고 화려한 비단을 깐 상감 세공 나무 의자로 낭자를 정중히 모시고, 발받침대까지 대어 주었다. 구혼자들의 무례한 고함과 소란이 귀한 손님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무리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음속으로는 그리운 부친의 소식을 은근히 묻고 싶었다.
하녀가 금항아리에 맑은 물을 담아와 손을 씻기고 은대접을 받쳐 들었다. 두 사람 앞에 정갈한 상이 차려졌다. 노련한 노비들이 향긋한 빵과 갖은 진수를 푸짐하게 올렸고, 고기를 다루는 자는 온갖 고기 요리를 금잔과 함께 곁들였다. 술을 담당한 하인은 연신 달콤한 술을 잔에 채웠다.
구혼자들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와 거만하게 자리를 잡자, 노비들이 그들의 손에 물을 붓고 빵 바구니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 하인들이 술잔을 가득 채우자, 그들은 눈앞의 고기와 술을 마구 삼키며 배를 불렸다.
먹고 마시기가 끝나자 무뢰배들은 잔치의 흥을 돋우려 가무로 눈을 돌렸다. 한 노비가 거문고를 가져와, 구혼자들의 강요에 못 이겨 노래를 불러야 했던 악사 배명에게 건넸다. 배명이 가볍게 현을 퉁기자, 장내에 처량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조가 울리기 시작했다.
구혼자들의 소란이 극에 달하자, 태명은 곁에 앉은 과객이 혹여 들을세라 나지막이 속삭였다.
“귀한 손님이시여, 노여워 마옵소서. 저 무뢰배들은 오직 풍악을 울리고 방탕하게 먹고 마시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저들이 축내는 진수는 본디 엄연한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인데, 그 주인의 고결한 유골은 찬 비바람 속에 뒹굴고 있거나 거친 파도 아래 가라앉았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아버님이 이탁도로 홀연히 돌아오신다면, 저들은 황금과 화려한 비단 옷보다 아버님의 칼날을 피해 더 빠른 발을 달라고 신께 빌어야 할 처지입니다. 하지만 사실 아버님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셨을 터이니, 저희에게는 한 가닥 희망도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손님께 청하오니 부디 진실을 들려주소서. 당신은 누구시며 어느 고을에서 오셨나이까? 가문과 부모는 누구시며, 어떤 사공들과 항로를 거쳐 이 외딴 섬에 당도하셨나이까? 설마 이 거친 바다를 걸어서 오시진 않았을 터, 필시 아버님과 생전에 깊은 교분을 나누던 벗이시옵니까? 예전에 아버님이 천하를 주유하실 때 수많은 현인들이 이 집을 찾았습니다.”
지혜낭자가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태명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숨김없이 말하리라. 나는 타포도를 다스리는 군주 안현의 아들 민태라 하네. 이번에 철을 가지고 태문으로 가 구리와 바꾸고자 동료들과 배를 몰아 이 주홍빛 바다를 건너왔도다. 내 배는 고을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아래 항구에 정박해 있네.
자네 아버님과 우리 가문은 대대로 두터운 의리를 맺어온 사이니, 저 시골 과수원에서 늙은 노비와 함께 슬픔을 달래고 있는 노장 라현에게 물으면 능히 증명할 것이네.
내 자네 아버님이 환향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나, 신들의 조화로 잠시 길이 막힌 듯싶네. 하오나 내 장담하건대 오 장군은 결코 죽지 않았도다. 거친 바다의 어느 외딴 섬에 갇혀 사나운 자들에게 붙잡혀 있을 뿐, 오 장군은 워낙 수완이 재치 있고 능란한 장수이니 머지않아 쇠사슬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올 방도를 찾을 것이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정녕 오 장군의 아들인가? 훤칠한 기상과 총기 어린 눈매가 과연 오 장군을 쏙 빼닮았도다.”
태명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아뢰었다.
“어머님께서는 저를 아버님의 혈육이라 하시나, 사람의 출생이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니 어찌 다 알리오. 차라리 내 가산을 온전히 지키며 고향에서 평안히 늙어갈 수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제 아버지는 천하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지닌 분이시라 하니 원통할 따름입니다.”
지혜낭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태명을 격려하며 말했다.
“연로비 부인의 아들이여, 자네의 영민함을 보니 자네 가문은 결코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네. 그런데 이 저택에서 방탕하게 군림하며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저 무리는 도대체 누구며, 무슨 잔치이기에 이리 법도가 없는가? 선비된 자라면 저들의 추태를 보고 결코 참지 못할 것이네.”
태명이 침울하게 대답했다.
“과거 아버님이 계실 때는 가문이 번창하고 미래가 밝았으나, 이제 신들이 저주를 내려 아버지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차라리 토래성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셨거나 가솔들의 품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더라면, 고려의 백성들이 거대한 무덤을 세워 영웅으로 기리고 저에게도 명예가 남았을 터이나, 지금은 이름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지셨으니 소자에게는 오직 눈물만 남았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인근 사명도, 자금도, 두림도 등지의 군수와 향신들이 어머니께 청혼하겠다며 날마다 저택에 들이닥쳐 가산을 탕진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이 무뢰배들을 물리치지도 못하고 구혼을 끝내지도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저 무리는 머지않아 제 목숨까지 해하려 듭니다.”
지혜낭자가 크게 분노하여 상을 치며 말했다.
“이 어찌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오 장군이 당장 방패와 투구를 쓰고 두 손에 날카로운 청동 창을 쥔 채 이 대문 앞에 나타나야 저 파렴치한 무리들을 단숨에 도륙 낼 것이거늘!
자네는 내 말을 명심하게. 내일 당장 이 고을의 족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하고 천지신명을 증인으로 삼아, 저 구혼자 무리에게 ‘모두 제 집으로 물러가라’ 엄히 호령하게. 그리고 어머니께서 재가하고자 하신다면 친정인 대감댁으로 보내어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하라.
그 후 자네는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을 마련하여 아버님의 종적을 찾아 길을 떠나게나. 필성의 노현을 찾고, 사파성의 민우를 만나보아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수모를 일 년만 더 참을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도록 하라.
이제 자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과거 오준이 아버지를 시해한 간신 간우를 처단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처럼 용맹하게 행동하여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이네. 나는 이제 동료들이 기다리는 배로 돌아갈 터이니, 부디 내 말을 뼈에 새기게나.”
태명이 감복하여 “아버님 같은 훈계를 주시니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부디 목욕을 하시고 귀한 보물을 선물로 받아 가소서” 하고 붙잡았으나, 낭자는 “그 선물은 훗날 돌아오는 길에 기쁘게 받으리라”는 말을 남기고, 부엉이의 눈을 한 선녀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며 한 마리 신령한 새가 되어 대청마루의 연기 속으로 휙 날아올라 천공으로 사라졌다.
태명은 그 기이한 광경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으나, 이내 온몸에 신비로운 용맹과 결연한 의지가 솟구치며 그 과객이 다름 아닌 천상의 신명임을 깨달았다. 신과 같은 위엄을 띤 채 구혼자들이 모인 대청으로 걸어 나갔다.
대청에서는 악사 배명이 거문고를 뜯으며, 지혜낭자의 저주를 받아 토래성에서 고려로 돌아오던 장수들이 바다에서 몰사한 처량한 곡조를 노래하고 있었다.
위층 침실에서 이 애달픈 노래를 들은 오지수의 정실 연로비 부인이 두 여종의 부축을 받으며 높은 계단을 내려왔다. 선녀처럼 고결한 자태의 부인은 대청 기둥 곁에 서서 얇은 비단 베일로 눈물 젖은 얼굴을 가린 채 악사에게 애원했다.
“화공 배명 선생이여, 제발 그 노래를 멈추어 주오. 신명과 영웅들의 장한 위업을 담은 다른 좋은 노래도 많거늘, 어찌하여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이 슬픈 곡조를 부르나이까. 천하에 명성을 떨친 내 낭군 오 장군이 그리워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소.”
그러자 아들 태명이 어미를 향해 뜻밖에 단호하고 웅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예악을 담당한 악사가 제 뜻대로 노래하는 것을 어찌 비난하리이까. 세상의 흥망성쇠는 악사의 죄가 아니요, 오직 천왕 상제님의 뜻에 달린 일입니다. 저 토래성에서 전사하고 돌아오지 못한 자가 어찌 아버님 한 분뿐이겠나이까? 수많은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어머니는 어서 안방으로 드시어 베틀과 물레를 돌리며 여종들의 집안일을 살피소서. 이 저택의 대소사를 논하고 장부들과 담판을 짓는 일은 이 집안의 주인이자 가장인 이 자식의 도리이옵니다.”
부인은 아들의 예리하고도 늠름한 기상에 깜짝 놀라, 아들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며 조용히 위층 침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혜낭자가 안락한 잠을 내릴 때까지 그리운 낭군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스름한 대청마루에서 구혼자 무리들이 부인의 아름다움을 탐내며 저마다 소란을 피우자, 태명이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청천벽력같이 호령했다.
“이 오만방자한 구혼자 놈들아! 소란을 멈추고 얌전히 풍악이나 들을지어다. 내일 새벽 관아 앞 광장에 전 고을의 장정들을 소집할 터이니 그리 알라. 내 너희에게 엄히 명하노니, 당장 내 아버님의 저택에서 나가 너희 집에서 식사를 하든, 너희 재산을 탕진하든 하라! 만일 한 사람의 가산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끝내 들키지 않을 것이라 자만한다면, 내 천지신명과 천왕께 간청하여 반드시 너희 머리 위로 피의 보복과 파멸을 내리게 할 것이니라!”
청년 태명이 감히 전에 없던 대담한 범의 포효를 내지르자, 무뢰배들은 충격을 받아 입술을 깨물며 서로 눈치만 보았다. 이때 무리 중 오현이라는 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태명아, 신들이 네게 오만함을 가르쳤기로 이리 거만하게 구는구나! 천왕께서 자네에게 이탁도의 수령 자리를 결코 내리지 않기를 바라네.”
태명이 안색을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했다.
“오현 어른, 그 말이 가당치 않으나 내 솔직히 말하리라. 나는 천왕께서 내게 수령 자리를 주시기를 바라오. 수령이 되는 것이 가문을 번창하게 하고 명예를 드높이는 길임을 어찌 부인하겠소. 비록 이탁도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아 아버님이 부재한 사이 누가 수령자리를 찬탈할지는 신들의 뜻에 달렸으나, 적어도 내 집과 아버님이 나를 위해 남겨주신 가솔과 노비들의 주인은 바로 이 태명임이 틀림없소!”
그러자 또 다른 무뢰배 우혁이 나서서 겉으로 달래며 물었다.
“태명아, 수령은 신들이 정할 터이니 자네는 자네 재산을 지키게나. 그런데 아까 찾아왔던 그 기이한 과객은 도대체 뉘시며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아버님의 생사 소식이라도 가져왔는가? 우리와 마주치기도 전에 바람처럼 사라지니 필시 보통 인물이 아닌 듯싶네.”
태명이 엄숙하게 대답했다.
“우혁 어른, 아버님은 결코 돌아오지 못하실 듯하오. 내 이제 어머니가 불러들이는 무당들의 헛된 예언 따위는 믿지 않소. 그 과객은 아버님의 오랜 벗이자 타포도의 군주인 민태 어른이오.”
태명이 겉으로는 이같이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과객이 부엉이 눈을 가진 천상의 선녀임을 확고히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 구혼자들이 제각기 흩어지자, 태명은 뜰 위에 높이 지어져 사방이 탁 트인 조용한 침실로 올라갔다. 피선의 아들 옥문의 딸이자, 과거 원덕 대감이 소 스무 마리를 주고 사 와 아내처럼 존중하며 애지중지 키운 충실한 노파 명숙이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태명을 모셨다. 명숙은 태명이 갓난아기일 때부터 젖을 먹여 키운 자라 그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노비였다.
방에 든 태명이 침상에 앉아 겉옷 두루마리를 벗어 주니, 노파는 두루마리를 정갈하게 접어 나무 침대 곁 걸이에 고이 걸어두고 방을 나섰다. 명숙이 은박 걸쇠로 문을 닫고 무거운 빗장을 단단히 지르니 사방이 고요해졌다.
태명은 따뜻한 양모 이불에 몸을 감싸고, 밤이 새도록 지혜낭자가 일러준 거룩한 여정과 아버지를 찾을 계책을 구상하며 묵묵히 새벽을 기다렸다.
그의 기상이 참으로 장하였다.
==제2권 이탁도인의 회의와 태명의 출항==
이른 새벽,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꽃이 피듯 번져 가는 새벽빛 속에서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잠에서 깨어났다. 옷을 단정히 여미고, 날카로운 보검을 등 뒤에 메고, 잘 손질된 가죽신을 신었다. 방을 나서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처럼 당당했다.
태명은 즉시 목소리가 맑고 우렁찬 전령들을 불러 명령했다.
“지체하지 말고 온 고을 사람들을 관아 앞 광장으로 모이게 하라.”
전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북을 치며 외쳤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태명은 청동 검을 손에 쥔 채 홀로 오지 않았다. 날랜 사냥개 두 마리를 좌우에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그에게 거룩한 기품을 내려주었기에, 광장에 모인 원로와 장로들은 감히 가로막지 못하고 그를 회의의 상석으로 인도했다.
태명은 마침내 그리운 아버지 오지수가 앉던 자리에 차분히 앉았다.
가장 먼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난 사람은 지혜롭고 나이 많은 노병 애급 영감이었다.
그의 맏아들 안형은 과거 오지수 장군을 따라 토래성으로 출정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외눈박이 거인에게 붙잡혀 석굴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 거인의 저녁 식사가 되어버린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이제 남은 세 아들 중 하나는 구혼자 무리에 가담했고, 나머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업을 이었지만, 노인은 여전히 큰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었다.
애급 영감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군중을 향해 말했다.
“이탁도의 백성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위대한 오지수 장군께서 전선으로 떠나신 그날 이후로, 우리 고을은 단 한 번도 이렇게 공식적인 총회를 연 적이 없었소. 도대체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가 누구란 말이오? 나이가 지긋한 원로인가, 아니면 젊은이인가? 그리고 무슨 일로 소집했단 말이오? 바다 너머에서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라도 들은 것인가, 아니면 온 고을에 전해야 할 조정의 소식이라도 있는 것인가? 내 생각에는 오늘 회의를 소집한 자는 필시 의롭고 훌륭한 마음을 지닌 사람임이 틀림없으니, 천왕 상제께서 그의 선한 뜻에 큰 복으로 보답해 주시기를 바라오.”
부친을 경외하는 노병의 따뜻한 서두를 들은 태명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무리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자, 법도를 관장하는 관리 피선이 발언권을 상징하는 연설용 지팡이를 정중히 건넸다. 태명은 그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린 뒤, 먼저 말한 애급 영감을 향해 예를 갖추어 말했다.
“어르신, 여기 계십니다. 어르신께서 찾으시던 소집권자가 바로 이 눈앞의 저, 태명입니다. 제가 큰 곤경에 처하여 온 고을의 어른들을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를 공격하러 오는 외적의 군대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백성에게 닥칠 다른 천재지변의 급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제 개인과 무너져가는 가문을 구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절박한 도움이 필요하여 종을 울렸습니다.
지금 저희 가문은 두 가지 큰 재앙을 만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다스리시던 제 부친 오지수 장군을 잃은 것이고, 둘째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끔찍한 일로, 제 집안이 날마다 파괴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모든 가산이 순식간에 탕진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인근 고을의 내로라하는 귀족 집안의 방탕한 아들들이 제 어머니 연로비 부인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날마다 우리 궁궐에 무단으로 들이닥쳐 강제로 구혼을 일삼고 있습니다. 저들이 진정 양반의 법도를 안다면 마땅히 어머니의 친정 이대감 댁으로 찾아가 정당하게 지참금을 논하고 신랑감을 정해야 할 터인데, 저 겁쟁이 무뢰배들은 차마 감히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저들은 날마다 우리 집 사랑채와 안채를 배회하며,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아버님이 남기신 소와 돼지, 살진 염소를 닥치는 대로 도살하여 잡아먹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술판을 벌이고 값비싼 술을 물 쓰듯 마셔대며 가산을 낭비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이 기가 막힌 처지를 두고 어찌 재앙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프도다. 지금 이 저택에는 저 탐욕스러운 도적 떼를 단숨에 쫓아내고 집안을 구원할 주인이 없습니다. 당대 영웅이셨던 제 부친 오지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으니, 일천한 학식과 훈련도 받지 못한 이 어린 태명의 힘으로는 저 무도한 무리와 맞서 싸울 힘이 없고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참으로 애통하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태명이 지팡이를 쥐고 눈물을 흘리자, 온 광장의 백성들이 일제히 숙연해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태명은 눈물을 훔치며 다시 목청을 높여 말했다.
“오호라! 내게 저 무도한 도적 떼를 제압할 힘과 군사가 있었다면, 내 어찌 이 수모를 보고만 있었겠습니까. 저들이 가문을 도륙 내고 집을 황폐하게 만드니, 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너희 구혼자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라. 인근 고을의 이웃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손가락질하며 무어라 비웃겠느냐.
너희는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 머지않아 분노하신 천지신명께서 너희에게 등을 돌리시고, 이 무도한 범죄 행위에 진노하사 벼락을 내리실 것이다. 대라천의 상제와 인세의 공의를 주관하시는 신명께 맹세하노니, 부디 이 원통함을 굽어살펴 정의를 행하소서.
아아, 그러나 다 부질없다. 이웃 백성들이여, 차라리 나를 이대로 버려두어 홀로 슬픔에 겨워 죽게 하소서. 혹여 내 용맹한 부친 오지수 장군이 생전에 고을 백성들에게 척을 진 일이 있어, 너희가 그 원수를 갚겠답시고 나를 괴롭히며 저 무뢰배들을 충동질하는 것이냐.
정녕 그러하다면 차라리 고을 백성들이 내 가축과 곡식을 한꺼번에 먹어 치워 버리는 편이 나을 뻔하였다. 그랬다면 내가 관아에 고발하고 고을을 돌아다니며 가산을 되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송사라도 벌였을 터이나, 지금 저 도적 떼는 내 손발을 묶고 피를 말리니 참으로 대책이 없고 무의미하다.”
태명은 좌절감과 억울함에 치를 떨며 말을 멈추고, 손에 쥐고 있던 연설용 지팡이를 광장 바닥에 팽개치며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 처량하고 장한 모습에 광장에 모인 모든 백성들이 가련히 여겨 눈물을 훔쳤고, 사방이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여 감히 누구도 소년에게 모진 말을 건네지 못했다.
이때 구혼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악명 높은 안태우가 군중을 헤치고 나와 삿대질을 하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태명아, 이 건방지고 고집 세며 철없는 꼬맹이 놈아. 네가 감히 천하의 영웅들을 조정의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우리에게 가산 탕진의 책임을 전가하려 드느냐. 우리 구혼자들은 네 가문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원망하려거든 도리어 네 귀하신 어미 연로비 부인의 흉계를 탓하거라. 그 부인의 꾀가 참으로 여우 같고 교활하다.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에 이르도록 온갖 감언이설로 장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희망을 주며 서찰을 보내면서도, 정작 속마음은 딴 데 가 있다.
부인이 지난날 기이한 꾀를 내어 궁궐 대청에 거대한 베틀을 설치하고는, 길고 가는 삼베천을 짜면서 우리에게 이르기를, ‘장부들이여, 내 낭군 오지수 장군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혼백이 되었으니, 그대들의 구혼을 내 어찌 모른 체하리오. 다만 내 시아버님이신 노장 라현 대감께서 연세가 높아 만수무강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대감이 돌아가신 후 수의도 없이 묻히시면 내 어찌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다 하리오. 제발 이 수의를 완성할 때까지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주오’ 하니, 그 말이 제법 충효에 부합하므로 우리도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아연실색할 일은, 그 부인이 낮에는 눈속임으로 두꺼운 삼베를 짜다가, 밤만 되면 궁청에 횃불을 밝혀놓고 낮에 짠 코를 일일이 다시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더냐. 이 가당치 않은 속임수에 고려의 대장부들이 3년 동안 깜짝 속아 넘어갔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침내 4년째 되던 해에 내막을 아는 여종 하나가 우리에게 밤의 기사를 밀고하였다. 우리가 등달아 안채로 들이닥쳐 부인이 수의를 풀고 있는 현장을 덮쳐 윽박지른 후에야 비로소 그 수의를 완성하게 하였다. 이것이 숨겨진 진실이니, 너와 온 고을 백성들은 똑똑히 들어라.”
안태우가 광장의 백성들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호령했다.
“그러므로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명백하다. 태명아, 너는 당장 네 어미를 이 저택에서 내쫓아 친정으로 돌려보내라. 네 외조부 이 대감이 부인을 마땅한 자에게 재가시키도록 조치하란 말이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자네 어미에게 빼어난 재능과 영민한 지혜, 그리고 고결한 마음을 주셨기에, 옛날 고려 땅의 절세가인들이었던 제후의 딸들이나 화환을 썼던 미가성의 미인들조차 연로비 부인의 기막힌 신통력을 따라잡지 못함은 내 인정한다.
하오나 부인이 이토록 장부들을 기만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천명을 거스르는 짓이다. 부인이 신들이 내린 잔꾀에 매달려 재가를 미루는 한, 우리 구혼자들은 자네 집안의 곡식과 재산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남김없이 거덜 낼 것이다. 그것이 부인에게는 정절의 영광일지 모르나, 자네 가문에는 오직 파멸의 손실일 뿐이다. 부인이 우리 중 한 장부를 낭군으로 택해 나갈 때까지, 우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 궁궐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안태우의 서슬 퍼런 으름장이 끝나자, 청년 태명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태명이 눈을 부릅뜨고 안태우를 꾸짖었다.
“안태우, 너는 들어라. 내가 어찌 나를 낳고 길러주신 고결한 어머님을 이 궁궐에서 강제로 내쫓을 수 있단 말이냐. 아버님이 이 세상에 살아계신지 혹은 이미 혼백이 되셨는지 알 길이 없으나 타국에 억류되어 계시거늘, 내가 불효막심하게 어머님을 축출한다면 외조부 이 대감께서 내게 엄중한 대가를 물으실 것이요, 천지신명께서도 더 큰 천벌을 내리실 것이다. 어머님이 눈물로 이 집을 떠나시며 신명께 원통함을 고하시면, 복수의 여신들이 강림하여 나를 저주할 터이니 나는 결단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너희 놈들이 이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면 당장 이 궁궐에서 너희 발로 걸어 나가라. 내 아버님이 피땀으로 모으신 진수를 더는 축내지 말고, 정 그리 먹고 싶거든 너희 가산을 탕진하여 너희 소와 양을 잡아먹을 지어다. 남의 전답과 재물을 통째로 삼키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로 알았더냐. 정녕 그렇다면 어디 끝까지 가보자꾸나. 불멸의 신명과 천왕 상제께 피로써 간청하노니, 상제께서 머지않아 이 무도한 죄악의 대가를 철저히 치르게 하실 것이다. 너희 놈들은 마땅히 이 궁청에서 명줄이 끊길 것이요, 어느 누구도 너희의 죽음을 가엾게 여기지 아니하리라.”
태명의 말이 장내를 뒤흔들자, 홀연히 천공에서 뇌성이 은은히 울리더니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거룩한 목소리를 지닌 천왕 상제께서 저 높은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독수리 두 마리를 현신으로 내려보내셨다.
처음에는 두 마리 신조가 바람을 타고 날개를 활짝 편 채 서로의 깃을 부딪치며 평화로이 떠돌더니, 이윽고 시끌벅적한 광장의 군중 한가운데에 이르자 별안간 빙빙 돌며 퍼덕이고 웅장한 날개 짓으로 살기를 뿜어냈다.
두 독수리는 죽음과 같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장내에 모인 구혼자 무리의 머리 위로 들이닥쳐,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얼굴과 목덜미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피를 흘리게 했다.
그 후 신조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고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니, 광장에 모인 백성들과 구혼자들이 그 해괴하고 웅장한 도술에 놀라 자빠지며 마음속으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 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의아해하였다.
이때 장로들 중 새의 움직임과 천기를 읽는 혜안이 유독 뛰어난 마스토르의 아들, 늙은 지도자 맹수 옹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무리에게 준엄하게 고했다.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특히 저 탐욕에 눈이 먼 구혼자 놈들은 내 예언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오. 머지않아 피비린내 나는 대재앙이 너희 머리 위로 쏟아질 것이다. 오지수 장군께서는 결코 고향을 오래 떠나 계시지 않을 터, 이미 그분은 우리의 숨결이 닿는 곳까지 가까이 당도하사 너희 무도한 놈들에게 뿌릴 죽음의 씨앗을 품고 계신다.
나아가 이탁도의 방관한 백성들에게도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우리는 저 구혼자 무리의 악행을 당장 막을 방도를 세워야 할 것이오. 그것이 저들에게도 목숨을 보존할 유일한 길이외다.
내 일찍이 오 장군께서 토래성으로 출정하실 때 예언하기를, ‘오 장군이 온갖 모진 고초를 겪고 부하들을 모두 잃은 후, 20년 만에 아무도 몰라보는 초라한 행색으로 환향하리라’ 하였거늘, 이제 그 천수가 차서 예언이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도다.”
그러자 구혼자 무리의 또 다른 괴수인 보리보의 아들 우혁이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나서서 대답했다.
“이 망령 난 늙은이야, 그 입을 다물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네 자식들에게나 헛된 길흉화복을 점치거라. 그러지 않으면 네 늙은 목숨이 온전치 못하리라. 천공 아래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닌들 어찌 그것이 모두 신의 계시란 말이냐. 오지수 장군은 이미 타국 먼 바다에서 썩은 송장이 되어 죽었도다. 차라리 영감탱이 너도 그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었더라면 이 지루한 예언 따위는 듣지 않았을 것을. 자네가 이 철부지 태명 놈을 두둔하여 그 대가로 상이라도 바라는 모양이다만, 내 단언하건대 결코 그리 안 될 것이다.
늙은이야, 자네가 고대의 지혜를 읊으며 이 아이를 충동질해 보았자, 이 아이는 상처만 입고 파멸할 뿐이네. 우리는 자네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
내 온 백성 앞에서 선포하노니, 태명은 당장 제 어미를 친정 대감댁으로 돌려보내어 정당하게 혼례를 올리고 마땅한 선물을 준비하게 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독한 구혼 행위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0살 처먹은 늙은이의 장황한 사설도, 자네의 무의미한 예언 따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노라. 저 연로비 부인이 재가를 거부하며 우리의 희망을 꺾는 한, 이 궁궐의 가산은 씨가 마를 때까지 멸망할 것이로다.”
이에 태명이 안색을 굳히고 대답했다.
“좋소, 우혁 어른과 구혼자 무리들이여.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소. 천지신명과 여기 모인 백성들이 이미 내 원통함을 아실 터이오. 다만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부하 스무 명만 내어주시오. 내 직접 사필성과 모래 언덕의 필성까지 가며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찾겠소.
혹여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상제께서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 주실 수도 있음이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면 이 수모를 일 년 더 견딜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무덤을 파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것이오.”
태명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과거 오지수 장군이 배를 타고 떠날 때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보고 노비들에게 상전으로 모시라 당부했던 의리 있는 벗, 명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명돈이 관아의 군중을 향해 피를 토하듯 연설했다.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세상의 법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도다. 향후 이 나라의 왕들은 백성을 어질고 따뜻하게 다스릴 필요가 없으며, 언제나 잔혹하고 혹독하게 군림해야 마땅할 것이오.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자애롭게 보살피셨던 은인 오지수 나리를, 저 배은망덕한 백성들이 이토록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오. 내 저 구혼자 놈들이 오만방자하게 가산을 갉아먹는 폭정은 차라리 비난하지 않겠소. 저놈들은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 믿고 제 목숨을 걸고 저질러진 도적질이니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나, 왕의 은혜를 입고도 이 불의를 묵인한 채 입을 닫고 있는 너희 백성들의 무심함은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로다.”
장내에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명돈이 가슴을 치며 백성들을 향해 다시 부르짖었다.
“내가 정녕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저 무뢰배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여기 모인 고을 백성들 때문이로다. 너희가 수적으로는 저 도적 떼보다 훨씬 우세하거늘, 어찌 이 불의를 보고도 비겁하게 가만히 앉아 저들에게 꾸짖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단 말이냐.”
그러자 우연우의 아들 이곽이 코방귀를 뀌며 앞으로 나서서 명돈을 윽박질렀다.
“스승 명돈이여,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 자네가 필시 노망이 나 제정신이 아니로군.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이 즐거운 잔치를 중단하라 훈계하다니. 자네들이 감히 우리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듯싶은가. 우리의 세력이 자네들보다 훨씬 막강하네.
설령 이탁도의 주인 오지수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우리가 그의 궁궐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을 보고 노하여 쫓아내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아내 연로비 부인이 아무리 낭군을 그리워했을지언정, 홀로 우리 무리와 맞서다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남편의 처량한 최후를 보며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오.
그러니 영감의 말은 그저 쓸모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네. 어쨌든 총회는 끝났으니 모두 흩어져 각자 생업으로 돌아갑시다. 명돈과 맹수 영감은 오지수의 오랜 동료들이라 하니, 저 철부지 태명의 유랑 길이나 한 번 잘 안내해 보시오. 내 장담하건대, 저 풋내기는 이탁도 항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평생 고향에서 소식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네.”
이곽의 말이 끝나자 군중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탁도 백성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으며, 구혼자 무리들은 떼를 지어 다시 오지수의 궁궐로 향했다.
이때 태명은 무리의 눈을 피해 홀로 빠져나와 적막한 해변에 당도했다.
그가 거친 파도가 치는 회색 바닷물에 손을 씻고 청하여 대라천의 여신 지혜낭자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여신이시여, 소자의 기도를 들으소서. 바로 어제 천신께서 현신하사 제게 이 만경창파를 건너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아버님의 종적을 찾으라 명하셨나이다. 하오나 저 오만방자하고 비열한 구혼자 놈들과 이를 방관하는 백성들 때문에 가산은 날마다 거덜 나고 소자는 발이 묶였으니, 어찌하면 좋으리이까.”
태명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지혜낭자가 별안간 벗 명돈의 형상과 목소리로 변장하여 그의 곁에 나투시더니, 한 마리 새가 지저귀듯 신비로운 말로 귀에 대고 속삭이셨다.
“태명아, 네 부친 오지수의 맹렬한 기상과 강인함이 정녕 네 혈육 속에 흐르고 있다면, 자네는 반드시 용맹하고 사려 깊은 장부가 될 것이네. 생전의 오 장군이 부하들을 통솔하는 말과 행동에 얼마나 유능했더냐. 네가 정녕 그의 친아들이라면 이번 여정은 필시 대성공을 거둘 것이로다.
본디 아비보다 나은 자식이 극히 드물고 대개는 부친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나, 자네를 보니 결코 겁쟁이도 아니요 어리석은 자도 아니로다. 자네는 오 장군의 영리한 지혜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이 대업을 능히 완수하리라 내 확신하네.
그러니 저 미련한 구혼자 놈들의 얄팍한 계획 따위는 뇌리에서 지워버려라. 저 도적 떼는 도덕도 없고 천벌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 머지않아 저들 머리 위에 닥칠 끔찍한 운명과 코앞에 이른 죽음의 칼날을 전혀 알지 못하도다. 내가 네 부친의 오랜 벗으로서 자네와 이 길을 끝까지 함께할 터이니 자네는 기필코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네.
내 자네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한 전선을 마련해 줄 것이니, 자네는 지금 당장 구혼자들이 있는 궁궐로 돌아가 대담하게 식량을 구해 오게나. 항아리에는 향긋한 포도주를 채우고, 가죽 주머니에는 장정들의 힘의 근원이 될 곡식을 가득 담아 두어라. 그사이 내가 고을을 은밀히 돌아다니며 자네와 생사를 함께할 용맹한 사공들을 모집하겠네. 이탁도 항구에 배들이 많으니, 내가 가장 견고한 상선을 골라 빠르게 장비를 갖추고 먼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칠 것이니라.”
상제의 따님인 여신의 신령한 훈계를 듣고 태명은 군령을 받들듯 순종했다.
하오나 집으로 돌아가는 태명의 마음은 여전히 번뇌로 가득 차 있었다.
궁궐 대청에 들어서니, 과연 저 오만한 구혼자 놈들이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마당에서 염소 가죽을 벗기고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괴수 안태우가 들어서는 태명을 보고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짐짓 친한 체하며 비아냥거렸다.
“태명아, 자네는 어찌 그리 매사에 고집불통인가. 자네를 짓누르는 근심을 마음속에서 깨끗이 털어버리고, 예전처럼 우리와 함께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세나. 고려인 장부들이 자네의 가깝고 먼 소망을 다 해결해 줄 터이니 염려 마라. 우리가 견고한 쾌속선과 날랜 사공들을 골라줄 터이니, 자네는 순풍에 돛을 달고 필성으로 가 부친의 소식을 알아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에 태명이 안태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벽력같이 호령했다.
“안태우, 너는 들어라. 내 어찌 가문을 파멸로 이끄는 너희 이기적인 도적 떼와 한상에서 평화로이 술잔을 나누고 기쁨을 논하리오. 내가 철없는 어린아이였을 때, 너희가 아버님이 남기신 풍족한 가산을 마구 탕진한 것만으로도 이미 뼈에 사무치거늘.
하오나 이제 나도 장성하여 사리를 분별하고 현인들의 조언을 들었으니, 가슴속에 용맹한 기상이 소생하도다. 내가 이 궁궐에서든, 혹은 필성으로 날아가서든, 반드시 너희 놈들에게 피의 보복을 내리고야 말 것이다. 비록 너희가 배와 사공을 내어주지 않을지라도, 내 다른 배의 승객으로 동승하여서라도 기필코 필성으로 가고야 말 터이니 그리 알라.”
태명이 결연히 돌아서자, 대청에서 술판을 벌이던 구혼자 무리들은 도리어 조롱 섞인 비웃음을 터뜨리며 저희끼리 수군거렸다.
“에라, 큰일 났구나. 저 핏덩이 태명 놈이 정녕 우리를 몰살하려 드는 모양이네. 필성이나 사필성으로 달려가 구원병이라도 청해올 기세가 아닌가. 아니면 저 멀리 에피라 섬의 독초 밭에서 치명적인 맹독을 구해와 우리 술잔에 몰래 타서 한꺼번에 도륙을 내려는구나.”
또 다른 오만한 자가 잔을 들어 올리며 낄낄거렸다.
“글쎄, 누가 알겠는가. 저 풋내기가 굽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제 아비 오지수처럼 길을 잃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혼백이 될지. 만일 그리된다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로다.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갖고, 이 웅장한 궁궐은 연로비 부인과 새로이 혼인할 낭군에게 통째로 넘겨주면 그만이니 말이네.”
그들의 조롱을 뒤로하고 태명은 아래층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친의 보물창고로 향했다.
그 창고는 천장이 높고 웅장하여, 사방에 황금과 청동이 가득하고 궤짝마다 비단 옷가지와 향기로운 백합유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벽면을 따라서는 신의 명주와 같이 달콤하고 순수한 극상 포도주 항아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으니, 이는 오직 온갖 풍상을 겪은 오지수 장군이 환향할 날만을 고대하며 따로 보관해 둔 것이라.
두꺼운 이중문으로 굳게 잠긴 이 창고를 밤낮으로 현명하게 지키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과거 원덕 대감의 심복이자 옵스의 딸인 충직한 유모 명숙이었다. 태명이 유모를 은밀히 불러 속삭였다.
“유모여, 나를 위해 저 항아리에서 달콤한 포도주를 따라 내어주시오. 다만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 때를 위해 비축해 둔 최고의 명주 말고, 그 다음으로 좋은 포도주로 항아리 열두 개를 가득 채워주시오.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 곱게 빻은 보리쌀 스무 근을 단단히 담아두되, 이 모든 일을 다른 무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붙여주시오. 해가 지고 어머님이 위층 침실로 드시어 잠자리에 오르시면, 내가 밤중에 몰래 와서 이를 수거할 것이오. 내 정녕 사필성과 모래벌판의 필성으로 가 아버님의 종적을 찾고자 하노라.”
유모 명숙이 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렸다.
“오호라, 도련님. 무슨 생각으로 이리 험난한 길을 자초하시나이까. 도련님은 우리 가문의 유일한 외동아들이시요 온 가솔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몸이시거늘, 어찌 그 멀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십니까. 오지수 왕께서도 타국 만리바다에서 길을 잃고 횡사하셨거늘, 도련님마저 성을 비우시면 저 도적 떼가 당장 도련님을 시해하고 재산을 분탈할 음모를 꾸밀 것이 자명하옵니다. 부디 이 늙은이의 말을 들으사 궁을 지키시고, 저 거친 만경창파의 위험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마옵소서.”
태명이 유모의 손을 잡고 단호히 달랬다.
“유모여, 내 안위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천상의 신명께서 이미 이 계획을 굽어살피시고 대복을 약속하셨나이다. 다만 청이 있으니, 내가 떠난 것을 어머님이 아실 때까지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비밀을 유지해 주시오. 어머님이 슬피 우시다 고운 안색과 피부가 상하실까 두려우니 그리해 주시오.”
늙은 유모가 천지신명께 맹세하며 마침내 비밀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밤이 되자 향긋한 포도주를 항아리에 채우고 보리쌀을 튼튼히 기운 가죽 자루에 담아 준비했다. 이에 태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대청으로 돌아가 구혼자 무리 틈에 섞여 동태를 살폈다.
이때 천상의 지혜낭자가 궁궐의 사정을 굽어보시고 신통한 묘안을 내셨다.
여신은 순식간에 태명의 형상으로 둔갑하여 이탁도 고을 곳곳을 암행하며, 구혼자 무리의 장정들을 한 명씩 찾아가 ‘오늘 밤 삼경에 항구의 배 곁으로 집결하라’ 은밀히 군령을 내리셨다.
또한 보련우의 아들 노문을 찾아가 용맹한 전선 한 척을 청하니, 노문이 기꺼이 배를 내어주겠노라 약속했다. 이윽고 해가 지고 천지에 어둠이 짙게 깔리자, 여신은 홀연히 도술을 부려 거대한 배를 물 위로 끌어 올리고 항해에 필요한 갖은 도구와 장비를 빈틈없이 실었다.
해변의 외진 곳에 우뚝 선 여신은 건장한 사공들을 모아 일일이 군기를 다잡고 훈련시킨 후, 밤눈을 빛내며 오지수의 궁궐로 되돌아와, 여전히 술판을 벌이던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강력한 수면의 도술을 부리셨다.
여신이 신형의 기운으로 그들을 치시니, 도적 떼는 취기에 눈이 풀려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엎어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여신은 다시 스승 명돈의 형상으로 변장하여, 어스름한 대청에서 소년 태명을 밖으로 불러내어 그의 늠름한 안색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태명아, 갑옷을 갖춰 입은 용맹한 선원들이 이미 항구에서 자네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도다. 어서 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한시바삐 닻을 올려야 하느니라.”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날래게 걸어가니, 소년 태명이 호랑이 같은 걸음으로 그 신성한 발자취를 바짝 따랐다. 두 사람이 거친 해변에 당도하니, 과연 갯바람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늠름한 사공들이 배를 대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충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태명이 선원들을 향해 기운차게 호령했다.
“동지들아. 어서 가서 창고에 비축해 둔 행장과 식량을 배로 옮기자. 이미 만반의 준비가 끝났도다. 다만 사방이 고요하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말라. 내 어머님도 모르시고 다른 가솔들도 일절 모르는 비밀이되, 오직 내 노련한 유모 한 사람만 알고 있느니라.”
태명이 군사를 지휘하듯 솔선수범하니 선원들이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든 보따리와 가죽 주머니를 갑판에 실었다. 준련한 태명이 사공들에게 최종 지시를 내린 후 당당히 배에 오르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뱃머리에 서서 행차를 인도하였다. 여신이 배의 선미 상석에 좌정하시고 그 곁에 태명이 늠름하게 앉으니, 선원들이 일제히 밧줄을 풀고 각자 노를 잡고 자리에 앉아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했다.
이때 지혜낭자가 서쪽 하늘을 향해 도술을 부려 맑고 강인한 순풍을 불러일으키시니, 만경창파 포도주 빛 바다 위로 서풍이 휘파람을 불며 돛을 밀어붙였다.
태명이 큰 소리로 명령하여 “모두 돛대를 굳게 잡으라!” 하니, 사공들이 일제히 소나무로 만든 튼튼한 돛대를 도르래 홈에 뚝딱 세우고 밧줄로 단단히 고정한 후, 잘 무두질한 가죽 끈을 당겨 눈부시게 하얀 흰 돛을 높이 올렸다.
순풍이 돛 한가운데를 빵빵하게 채우자, 배는 쏜살같이 나아갔고 거친 보랏빛 파도가 쪼개지는 용골 주위를 요란하게 때리며 하얀 거품을 일으켰다. 여신이 풍랑을 조화롭게 다스려 항해를 지극히 순조롭게 하시니, 어둠을 가르는 검은 전선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만리길을 전진하였다.
사공들은 돛대를 질러 고정한 후,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 천지신명과 불멸의 신선들, 특히 오지수 가문을 수호하시는 눈빛 총명한 신명께 지성으로 고리를 지내며 제물을 바쳤다.
이윽고 쾌속선은 어두운 밤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다가올 새벽의 붉은 동이 틀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저 먼 대해를 향해 도도하게 나아가니, 그 기상이 실로 장관이었다.
==제3권 늙은 왕의 회상==
이튿날 여명이 은은히 밝아오며, 태양신 해일<ref>헬리오스</ref>이 불멸의 신선들과 곡식을 가꾸며 살아가는 필멸의 중생들에게 빛을 비추고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양의 동녘을 떠나 청동빛 하늘을 향해 해수레를 몰아 맹렬히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태명 일행이 탄 검은 전선은 마침내 내류왕 대감이 세운 유서 깊은 고을, 필성 항구에 도달하였도다.
마침 바닷가에서는 온 백성들이 모여, 대지를 뒤흔드는 권능을 지닌 검은 머리의 바다 신 해왕께 가장 좋은 제물을 바치는 거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니, 온몸이 숯비둘기처럼 새까만 흑황소(黑黃牛)들을 잡아 바치는 참이었다.
해변에는 아홉 줄의 자리가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한 줄에 무려 오백 명씩의 장정들이 군좌(群坐)하였으며, 각 줄마다 아홉 마리씩의 황소를 제물로 드려 장관을 이루었다. 백성들이 잡은 황소의 구운 내장을 먼저 맛보고, 제단 위에서 넓적다리뼈를 태워 연기를 신명께 올려드릴 때, 태명 일행은 균형 잡힌 쾌속선의 돛을 내린 후 선원들을 시켜 돛천을 잘 접어 단단히 정박시키고 마침내 육지에 첫발을 내딛도다.
태명이 배에서 내리자, 스승 명돈으로 변장한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걸으며 빛나는 눈으로 태명을 돌아보고 나직이 타이르되,
“태명아, 이제부터는 기가 죽거나 털끝만큼도 위축될 필요가 없느니라. 자네가 이 거친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까지 온 것은, 오직 대지가 자네 부친 오지수 장군을 어느 구석에 감추었으며 그분이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러니 자, 기운을 내어 곧장 말 길들이는 재주로 천하에 이름난 노장 노현 대감을 찾아가세나. 그 어른이 가슴속에 어떤 비책을 품고 계신지, 아버님의 소식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고 정중히 간청해보게. 노현 대감은 당대의 명망 높은 현인이시니 결코 거짓을 말하여 자네를 속이지 않을 것이네.”
이에 영민한 태명이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 아뢰되,
“스승님, 소자 아직 나이가 어리고 조정의 법도나 장부들과 지혜롭게 담판 짓는 말주변이 심히 서툴옵니다. 이토록 덕망 높은 고을의 대장 어른을 뵙고 어떤 말씀부터 꺼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위축되나이다.”
여신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되,
“태명아, 걱정 말라. 자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는 영감이 있을 것이요, 설령 부족할지라도 천지신명께서 자네 입을 빌려 마땅한 언변을 내려주실 것이네. 본디 신들의 가호와 음덕이 아니었다면 자네가 어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늠름하게 장성할 수 있었겠느냐.”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이 말을 마치고 대장부처럼 앞장서서 걸어가니, 태명이 고스란히 여신의 거룩한 발자국을 밟으며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필성의 장정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연회석 쪽으로 다가서니, 과연 상석에는 노장 노현 대감이 여러 아들들과 함께 좌정해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노비들이 고기를 굽거나 긴 꼬챙이에 꿰며 잔치 준비로 분주하더라.
외방에서 온 이방인 나그네들을 발견한 필성의 백성들은 일제히 몰려와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며, 먼 길에 고단할 터이니 어서 자리에 앉으라고 정중히 권하였다.
이때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비시달이 가장 먼저 돛달음질쳐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이끌었다. 그는 바닷가 모래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양털 가죽을 정성껏 깔아 마련한 상석으로 두 귀빈을 인도하여, 형 태시무의 부친 노현 대감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혔도다.
젊은 주인이 환영의 뜻으로 두 사람 앞에 갓 구워낸 소 내장 요리를 올리고, 화려한 황금 잔에 향긋한 포도주를 가득 따른 후, 천상의 방패를 지닌 상제의 따님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을 향해 공손히 잔을 바치며 말하되,
“먼 곳에서 오신 귀한 나그네여, 마침 우리가 바다의 주재자이신 해왕 군주를 위해 대제를 지내던 참에 귀한 발걸음을 하셨으니, 부디 우리 신명께 지성으로 기도를 올려주소서. 예법에 따라 먼저 신께 고리(告祭)를 지내며 포도주를 올린 후, 그 꿀맛 같은 잔을 곁에 계신 젊은 벗에게도 건네어 함께 축원을 빌게 하소서. 본디 천하의 모든 인간은 신령의 음덕 없이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자네의 친구 역시 불멸의 신선들께 정성껏 빌고 싶지 않겠소? 다만 저 곁에 계신 도령은 나이가 더 어려 나와 동년배로 보이니, 이 첫 황금 술잔은 마땅히 연치(年齒)가 높으신 어른께 먼저 올리는 것이 도리인가 하옵니다.”
비시달이 이렇듯 법도에 맞게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 잔을 여신의 손에 쥐여주니, 지혜낭자는 지혜롭고 올바른 행실을 갖춘 이 젊은이의 갸륵한 예법에 크게 흡족해하셨도다. 여신은 황금 잔을 높이 들어 즉시 바다의 군주 해왕을 향해 가슴 깊이 간절히 기도하여 가라사대,
“대지를 튼튼히 떠받치시는 해왕 신명이시여, 이 둔한 중생들의 기도를 굽어살피소서! 지성으로 간청하는 우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이 땅에 다음과 같은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첫째는 노장 노현 대감과 그의 의로운 아들들에게 천하의 영광을 내려주시고, 둘째는 이 성대한 흑황소 제물을 바치며 정성을 다한 필성의 모든 백성들에게 아낌없는 보상을 베풀어주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검고 빠른 전선을 타고 만리 길을 찾아온 소장 태명과 이 늙은 명토가 도모하는 대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환향하게 도우소서.”
여신이 이같이 엄숙하게 축원하셨으나, 실상은 여신 스스로가 천상의 권능을 지니셨기에 본인의 뜻대로 이 모든 기적을 즉시 이룩하신 참이었다.
여신은 기도를 마친 후 손잡이가 둘 달린 웅장한 황금 술잔을 옆에 앉은 태명에게 건넸고, 오지수의 장한 아들 태명 역시 잔을 받아 들고 스승의 뒤를 이어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천지신명께 조상의 가호를 빌었도다.
두 사람의 고례(告禮)가 끝나자, 곁에 있던 시종들이 꼬챙이에 잘 구워진 황소고기를 빼내어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몫을 나누어 주니, 이윽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성대한 연회가 무르익더라.
좌중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마시어 기갈과 피로를 온전히 씻어내자, 마침내 수많은 전차를 몰고 전장을 누볐던 계령의 영웅, 늙은 노현 대감이 위엄 있게 수염을 쓸어내리며 두 나그네를 향해 먼저 웅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니,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사연이 흘러나올꼬.
==제4권 해신이 한 말==
태명 일행은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패삼득<ref>페이시스트라토스</ref>를 동반자로 삼아, 전차를 타고 험준한 골짜기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 동굴의 땅, 서파성에 당도하여 곧장 명뇌왕의 대궐로 향하였도다.
마침 대궐에서는 적면(赤面)의 영웅 명뇌왕이 자녀들의 혼례를 축하하고자 일가친척과 고을 백성들을 구름처럼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배풀고 있었느니라. 일찍이 토래성 전장에서 그는 자신의 고결한 딸을 장차 맥리민(貊利民) 족<ref>므리미돈족</ref>을 다스릴 불세출의 영웅 안길승<ref>아킬레스</ref>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했던바, 이제 화려한 보물과 말이 끄는 전차를 혼수품으로 내어주며 신행(新行) 길에 오르게 하니, 이는 실로 천지신명의 오묘한 섭리로 성사된 경사로다.
또한 왕은 노비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용맹한 서자 맹대수<ref>메가펜테스</ref>를 위해서도 고을의 어진 처녀인 안계리<ref>알렉토르</ref>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대궐 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본디 천상 신명들께서는 절세미인 하일란 여사<ref>헬레나</ref>에게 황금빛 포랑선녀<Ref>아프로디테</ref>를 닮은 아름다운 딸 허명혜<ref>헤르미오네</ref>를 점지해 주신 이후로는 더 이상 소생을 허락지 아니하셨음이라.
이때 왕의 심복인 위태선<ref>에태오네우스</ref>가 대궐 밖을 살피다 기이한 기상을 풍기는 두 장부를 발견하고,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왕께 고하되,
“상감 폐하, 밖에 귀인 두 분이 당도하였사온데, 그 풍채와 위엄이 마치 천왕 상제의 아들들처럼 비범한 이방 나그네들이옵니다. 저들이 타고 온 군마의 멍에를 풀어 정성껏 대접하오리까, 아니면 다른 고을의 주인을 찾아가라고 박대하여 보내오리까?”
이에 얼굴이 붉은 명뇌왕이 크게 노하여 벼락같이 소리치되,
“이 미련한 놈아! 네가 전에는 제법 총명하더니, 이제는 어찌 철없는 아이처럼 망발을 일삼느냐! 우리 역시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기 전까지, 이국땅을 떠돌며 수많은 주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목숨을 부지하지 않았더냐. 상제께서 앞으로도 우리 가문을 굽어살피시기를 간구하며, 당장 저 귀인들의 군마에서 멍에를 풀고 안으로 모셔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라!”
군령을 받은 위태선이 대궐 밖으로 뛰어나가 하인들을 소집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땀에 젖은 말들의 멍에를 풀고, 하얀 보리를 섞은 에머밀을 여물통에 가득 채워 묶어 두었도다. 마차는 잘 닦인 벽면에 기대어 세워두고, 두 소년을 신령스러운 저택 안으로 정중히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더라.
위대한 명뇌왕의 높은 전각은 마치 한낮의 태양이나 밤중의 보름달처럼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음이라. 그들이 웅장한 대궐을 충분히 구경한 후 윤이 나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니, 시녀들이 향기로운 백합유를 발라 몸을 씻겨주고 부드러운 양모 망토와 도포를 입혀 마침내 아트레우스의 아들 명뇌왕의 옆자리에 앉혔도다.
한 시녀가 은대야와 금병을 받쳐 들고 나와 그들의 손을 깨끗이 씻긴 후, 윤이 나는 나무 상을 차려내었고, 또 다른 정숙한 시녀가 향긋한 떡과 호화로운 찬을 끊임없이 내어왔다. 고기를 써는 시종이 온갖 기이한 육고기가 담긴 은반을 올리고 황금 잔을 바치니, 명뇌왕이 두 귀빈을 반갑게 맞이하며 가로되,
“마음껏 드시게! 먼 길에 고단했을 터이니 맛있게 들고 기운을 차리게나. 식사가 끝난 후에 자네들의 성씨와 근본을 물을 것이로다. 자네들의 기상을 보니 필시 천하를 호령하는 왕족의 후예가 틀림없구나. 본디 흙을 파먹는 농부의 자식들은 자네들 같은 영웅의 풍채를 지닐 수 없는 법이네.”
이때 태명이 대궐의 사치스럽고 웅장한 장식을 보고 경탄하며, 옆에 앉은 패삼득에게 나직이 소근거리되,
“여보게 벗이여, 이 울려 퍼지는 전각이 청동과 은, 황금과 상아, 그리고 영롱한 호박(琥珀)으로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보게나. 이곳은 흡사 올림포스 산에 있는 상제의 천궁처럼 풍요로우니, 내 심신이 경외심에 사로잡히는구려.”
명뇌왕이 흘러나오는 태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 바람처럼 날아가는 어조로 대답하여 가로되,
“장한 소년들이여, 천하의 어떤 필멸의 인간도 감히 천왕 상제의 권능에 비할 수는 없느니라. 신명께서 거처하시는 천궁과 보물은 영원불멸한 법이지. 물론 세상의 어떤 영웅은 내 재산과 견줄 만큼 부유할지 모르나, 나는 이 막대한 보물을 모으기 위해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도다.
내가 토래성이 함락된 후에도 무려 8년 동안이나 거친 바다를 표류하며 길을 잃고 이국땅을 헤맸음이라. 저 멀리 뿔 달린 양들이 일 년에 세 번씩 새끼를 낳고, 주인과 노비가 신선한 젖과 치즈와 고기를 일 년 내내 풍족하게 얻는 남방의 낙토(樂土)까지 흘러갔었지.
하오나 내가 그토록 타국을 떠돌며 보물을 긁어모으는 동안, 고향에서는 간교한 형수 놈에게 배신당한 내 친형님 아한왕이 궁궐 한복판에서 억울하게 시해당하셨도다! 그러니 내 손에 쥔 이 모든 천하의 보물이 내게 무슨 기쁨을 주겠느냐. 자네들의 부친 역시 내가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고 내 사랑하는 대궐과 떨어져 지냈는지 이미 들려주었을 것이네.
차라리 아라골의 푸른 목초지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 벌판에서 전사한 내 전우들이 지금 살아만 있다면, 내가 모은 이 보물의 삼분의 일만 가지고라도 이 대궐에 기쁘게 머물렀을 것을! 나는 매일같이 이 웅장한 대궐에 홀로 앉아, 먼저 가버린 백 명의 영웅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노라.
특히 그중에서도 오직 한 사람, 그의 운명은 가혹한 고통이었고 나의 운명은 그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 가득하니, 바로 오지수 장군이로다!
그분이 먼 길을 떠난 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 살아 계신지, 혹은 고혼(孤魂)이 되셨는지조차 알 길이 없구나. 지금쯤 고향에서 그의 충실한 아내 연로비 부인과 늙으신 부친 라현 옹, 그리고 그분이 출정할 때 갓난아기였던 어린 아들 태명 도령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곡읍(哭泣)하고 있겠느냐.”
명뇌왕의 이 절절한 강론이 소년 태명의 가슴속에 묻어둔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기어이 폭발시키고야 말았도다. 뜨거운 눈물이 소년의 안색을 타고 흘러내려 대청마루 바닥에 툭툭 떨어지니, 태명은 차마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자주색 망토 자락을 들어 두 눈을 가리고 흐느꼈다. 명뇌왕은 이를 예리하게 알아채고, ‘이 소년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그 근본을 물어야 할지’ 마음속으로 깊이 망설이더라.
왕이 이처럼 고뇌하고 있을 때, 홀연히 황금 화살을 든 수렵의 신 아라미낭자 여신처럼 고결한 자태를 지닌 연로비 여사(헬레나)가 천장이 높고 향기로운 침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도다.
시녀 아드라가 여왕을 위해 특별히 정성껏 칠한 의자를 마련하였고, 알키페는 그 위에 부드러운 양모 담요를 깔았으며, 필로는 은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바느질 바구니를 받들어 올렸다. 이 귀한 보물은 일찍이 이집트 테베 고을의 대부 보리보의 아내가 연로비 여사에게 바친 것으로, 테두리를 정금(純金)으로 두르고 바퀴가 달린 신기한 은바구니였으니, 안에는 이미 자아놓은 고운 실이 가득 보관되어 있었다.
연로비 여사가 의자에 좌정하여 장내를 둘러보더니, 놀란 안색으로 낭군 명뇌왕에게 나직이 물어 가로되,
“상감 폐하, 오늘 우리 대궐에 찾아온 저 장한 나그네들은 도대체 누구이옵니까? 제 얕은 소견을 숨겨야 할지, 혹은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할지 망설여지오나, 제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나이다.
내 일찍이 천하를 두루 보았으나, 오늘 찾아온 이 소년처럼 용맹한 오지수 장군의 아들 태명 도령을 쏙 빼닮은 이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이다. 과거 고려인들이 내 얼굴을 핑계 삼아 토래성을 치고자 폭정과 전쟁을 일삼으며 군사를 일으켰던 그 첫날, 오 장군께서 고향방에 갓난아기로 누워있던 이 태명을 두고 눈물로 출정하셨거늘, 어찌 이리 똑같단 말이옵니까.”
이에 명뇌왕이 무릎을 탁 치며 대답하되,
“부인, 내 눈도 정녕 틀리지 않았구려! 저 소년의 늠름한 손과 발, 머리카락과 두상의 골격, 그리고 번뜩이는 눈빛이 과연 오 장군과 붕어빵이로다. 내가 방금 오 장군이 나를 위해 전장에서 겪었던 온갖 고초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 아이가 안색을 찡그리며 자주색 망토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 않았소!”
그러자 곁에 있던 네스토르의 아들 패삼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법을 갖추어 아뢰되,
“명뇌왕 폐하, 두 분의 혜안이 과연 정확하시옵니다. 이 곁에 계신 도령은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하의 용장 오지수 장군의 친아들 태명이 맞사옵니다. 하오나 성품이 지극히 수줍고 겸손하여, 당대의 영웅이신 폐하 앞에서 감히 철없이 먼저 입을 열어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나이다.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우렁찬 목소리는 신령의 계시와 같다 칭송하시며, 소자에게 이 태명 도령을 안내하여 이곳까지 동행하라 명하셨나이다. 태명은 폐하께 아버님의 생사 소식과 고견을 듣고자 간절히 찾아왔나이다. 본디 아비 없는 자식은 가문을 지켜줄 힘이 없어 고을의 무뢰배들에게 큰 수모를 겪게 마련인바, 지금 태명의 처지가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명뇌왕이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태명의 손을 꼭 쥐며 가로되,
“오호라, 내 생전에 나를 위해 그토록 피땀을 흘렸던 진정한 벗의 아들이 내 집에 제 발로 걸어왔구나! 내 일찍이 상제께서 우리 함대를 가호하사 고향으로 속히 환향하게 하신다면, 천하의 어떤 아라골 장수들보다 오지수 그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영접하리라 다짐했었노라.
내 그와 그의 모든 가솔, 백성들을 이탁도에서 통째로 데려와 이 서파성 근처의 고을 하나를 내어주고 제후로 삼아 평생을 이웃하며 살고자 했거늘! 죽음의 먹구름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의 우정과 기쁨을 그 무엇도 꺾지 못할 거라 믿었노라. 하오나 천상의 신명께서 우리의 두터운 정을 시기하셨는지, 그 불쌍하고 불운한 영웅만을 홀로 고향에 들지 못하게 하셨도다.”
왕의 이 서글픈 한탄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로비 여사도 수건을 적셨고 명뇌왕도 눈시울을 붉혔으며, 패삼득 역시 과거 전장에서 광명의 새벽 신에게 안타깝게 살해당한 제 친형님 안틸로코스의 혼백이 생각나 눈물이 가득 고였도다.
패삼득이 눈물을 닦아내며, 날개 돋친 듯 수려한 말로 명뇌왕께 공손히 고하되,
“명뇌왕 폐하, 일찍이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상식과 혜안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하셨나이다. 그러니 소자의 미천한 간청을 들어주소서. 이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곡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사오니, 통곡은 다가올 새벽으로 미루심이 어떠하옵니까. 물론 먼저 가신 영웅들을 애도하고 머리를 깎으며 뺨을 적시는 것이 우리가 죽은 자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예우이오나, 지금은 귀한 손님을 맞이한 자리이옵니다.”
명뇌왕이 대장부의 청을 전해 듣고 흡족해하며 대답하되,
“장하도다, 소년이여! 자네는 정녕 나이 많은 노련한 장부처럼 지혜롭게 말하는구나. 과연 그 언변에 부친 노현 대감의 고결한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도다. 본디 상제께서 행복한 가문과 혈통을 점지해 주신 자들은 그 기상이 쉽게 드러나는 법이지.
상제께서 노현 대감에게 평생의 행운을 주사 고향에서 200세가 넘도록 장수하게 하시고, 그 아들들 또한 천하의 창술가로 키우셨으니 참으로 복되도다. 자, 이제 슬픔을 거두고 다시 저녁 식사에 집중하세나. 시종들은 어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 손을 씻기라. 다가올 새벽이 되면 내 태명 도령과 밤을 새워가며 아버님의 소식을 상세히 나눌 것이로다.”
왕의 명을 받들어 날랜 시종 아스팔리온이 귀빈들의 손에 맑은 물을 부었다.
이때 지혜로운 연로비 여사가 장내의 무거운 슬픔을 지워버리고자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렸도다. **여사는 일찍이 이집트 고을의 톤의 아내 폴리담나에게서 선물 받은 강력한 신약, 즉 인간의 가슴을 찢는 모든 슬픔과 분노를 단숨에 잊게 해주는 망우단(망우약)을 포도주 항아리에 몰래 섞어 넣은 참이었다.**
본디 이집트 땅은 온갖 기이한 약초와 치유의 도술이 발달한 의인(醫人)들의 나라인바, 이 약을 마신 자는 가령 자신의 눈앞에서 친부모나 형제가 청동 창에 찔려 죽을지라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효능이 있었다. 여왕이 약을 탄 달콤한 명주를 하인들에게 명하여 잔마다 가득 따르게 한 후, 좌중을 향해 우아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명뇌왕 폐하, 그리고 여기 모인 고결한 가문의 소년 장부들이여. 상제께서는 천하 중생들에게 때로는 길한 복을, 때로는 흉한 화를 번갈아 내리시니 그 권능은 실로 전능하시도다. 그러니 이제 시름을 잊고 음식을 즐기라. 내가 지루함을 달래고자 과거 토래성 전장에서 불굴의 오디세우스 장군이 펼쳤던 놀라운 무용담을 하나 들려주겠노라.
당시 고려 군사들이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지혜로운 오 장군은 스스로 노비의 초라한 망토를 두르고 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며, 가난하고 비참한 거지로 완벽히 변장한 채 홀로 적진인 토래성 성문 안으로 몰래 침투하였도다. 성내의 어떤 토래인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나만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간파하고 은밀히 불러 심문하였지.
그는 내 장막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려 군사들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꾸미고 있던 모든 천기(밀계)를 내게 털어놓았도다. 귀환하는 길에 그는 긴 청동 검을 뽑아 들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토래 장수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도륙하였고, 고려 진영에 전할 결정적인 군사 기밀을 품고 무사히 탈출하였음이라. 토래의 여인들은 장수들의 죽음에 대성통곡하였으나, 내 마음은 남몰래 기쁨으로 가득 찼으니, 나 역시 그때쯤엔 죄과를 뉘우치고 고향의 내 딸과 지혜로운 낭군 명뇌왕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로다.”
명뇌왕이 부인의 무용담을 듣고 크게 감탄하며 손뼉을 치고 가로되,
“부인의 말이 정녕 고스란히 맞는 사실이로다! 내가 평생 천하를 두루 주유하며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나보았으나, 오지수 장군처럼 단호하고 기상이 강철 같은 장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네.
과연 그분의 강인함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일찍이 우리가 거대한 목마(木馬) 속에 숨어 들어가 적들을 파멸시키고자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네. 고려의 내로라하는 용맹한 장수들이 모두 그 어두운 목마의 뱃속에 갇혀 긴장하고 있을 때, 부인께서 저 높은 성벽에서 내려와 목마 주위를 세 번 돌며 숨어 있는 곳을 가볍게 두드리지 않았소.
당시 토래인들을 도우려던 어떤 신령이 부인을 충동질했음이 분명한바, 부인은 목마 밖에서 안에 숨은 고려 장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되, 신기하게도 각 장수들의 실제 친아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어 애절하게 부르지 않았소!
그 소리를 들은 나와 도미달은 당장 목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안에서 대답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네. 하오나 오지수 장군이 강철 같은 손으로 우리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고 끝까지 제지하셨도다. 천상의 여신이 부인을 멀리 인도하여 위기를 넘길 때까지, 오 장군께서 목마 안의 모든 장수들을 꽉 붙잡아 두셨으니, 그분의 냉철한 지혜와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그날 밤 적들에게 발각되어 몰살당했을 것이 틀림없었네.”
태명이 부모의 이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곰곰이 전해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여 대답하되,
“하오나 명뇌왕 폐하, 그 모든 영웅담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며 상황을 어찌 더 낫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심장이 아무리 무쇠와 같고 강철과 같았을지라도, 결국 제 목숨 하나 온전히 보존하여 환향하지 못하셨나이다. 그러니 폐하, 밤이 깊었사오니 부디 저희를 잠자리로 인도해 주소서. 고단한 신신을 달콤한 잠 속에 묻고 싶나이다.”
이에 서파성의 여왕 연로비 여사가 시녀들에게 명하여 전각 현관에 안락한 침상을 마련하게 하고, 그 위에 화려한 자주색 양탄자를 깐 후 따뜻한 양털 이불을 두터이 덮어주게 하였다. 하인들이 횃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대궐 앞방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고, 명뇌왕은 전각 깊숙한 내실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연로비 여사와 함께 동침하였도다.
이튿날 동녘 하늘에 장미꽃 손가락을 지닌 광명의 새벽 여신이 대지를 물들일 때였다. 위엄 있는 명뇌왕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의복을 갖추고, 날카로운 보검을 어깨에 메어 기름칠을 잘 한 가죽 샌들을 신은 채, 마치 천상 신령과 같은 풍채로 침실을 나와 태명에게 다가가 웅장하게 물어 가로되,
“장한 태명 도령아, 무슨 중대한 결단이 섰기에 이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 서파성까지 나를 찾아왔느냐? 가문의 사사로운 송사 때문이냐, 혹은 이탁도의 공적인 정무 때문이냐? 내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아라!”
태명이 가슴 깊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공손히 꿇어앉아 아뢰되,
“아태우의 아들이신 위대한 명뇌왕 폐하, 소자가 이토록 만리 길을 온 것은 오직 홀로 되신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한 가닥이라도 듣고자 함이니이다. 지금 소자의 고향 궁궐은 불의한 도적 떼들에 의해 가산이 통째로 결단 나고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했나이다.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날마다 우리 소와 양을 무단으로 잡아 가택을 더럽히고 소자의 목숨마저 해하려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그러니 폐하,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간청하오니, 혹여 아버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을지라도 그 참혹한 진실을 제게 가감 없이 들려주소서! 폐하께서 전장에서 직접 목격하셨거나 혹은 만리 바다를 돌며 전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이 불효자에게 동정심을 베푸사 숨기지 말고 고해 주소서. 과거 제 용맹한 아버님이 토래성 전장에서 폐하를 도와 피 흘려 싸웠던 그 수많은 공로를 이 순간 기억하시어, 진실의 칼날을 제게 쥐여주소서!”
명뇌왕이 이 처절한 사연을 전해 듣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대노하여 웅장하게 소리치되,
“이 빌어먹을 도적 놈들! 감히 저 비겁하고 유약한 겁쟁이들이, 자신들보다 백배는 더 용맹한 천하무적 오지수 장군의 잠자리를 강탈하려 들다니!
이것은 흡사 미련한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핏덩이 새끼 사슴 두 마리를 숲속 깊은 곳에 있는 굶주린 맹수 사자의 굴속에 눕혀두고, 제 배를 채우려 언덕과 계곡을 넘어 풀밭으로 떠난 것과 다름없도다! 사자가 사냥을 마치고 제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핏덩이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빨로 물어뜯어 뼈째로 씹어 삼킬 것이 자명하도다. 오지수 장군이 고향에 당도하는 날, 저 무뢰배 놈들에게 내릴 피의 심판이 정녕 이와 같으리라!
오, 천왕 상제시여, 여신 지혜낭자와 광명의 아로 신이시여! 일찍이 오 장군이 리수도 천하장사 필로멜레이데스와 씨름을 벌여 단숨에 그자의 허리를 꺾고 땅바닥에 내던졌을 때, 우리 고려 군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나이까. 그 장부의 맹렬한 기상으로 당장 저 구혼자 놈들의 목을 베게 하소서! 저들의 가련한 명줄은 단숨에 끊길 것이요, 저들이 꿈꾸는 혼례는 가문의 영원한 저주가 될 것이로다!
장한 소년아, 네 질문에 대해 내 결코 속이거나 감추지 않겠노라.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의 노인, 즉 변신술의 대가인 **해선 프로테우스**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아버님의 소식을 단 한 마디도 숨김없이 들려주마.
당시 내가 이집트 해안에서 고향으로 가고자 했으나, 신들께 완벽한 제물(헤카톰)을 바치지 못해 큰 노여움을 사서 만리 바다에 발이 묶인 적이 있었네. 이집트 해안 앞바다에는 **파로스**라는 고요한 섬이 하나 있는데, 항구가 깊고 맑은 샘물이 있어 사공들이 어두운 물을 길어 바다로 나가는 요충지이지. 하오나 신들께서 순풍을 뚝 끊으시는 바람에 무려 스무 날 동안이나 그 척박한 섬에 갇혀 식량이 거덜 나고 군사들의 조총(희망)이 끊길 위기에 처했었도다.
그때 바다의 노신 프로테우스의 딸인 **에이도테아 여신**이 나를 가엾게 여기사, 홀로 해변을 거닐며 탄식하던 내 앞에 나투셨네. 당시 내 부하들은 굶주림에 지쳐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잡으려 흩어져 있었지. 여신이 내 곁에 서서 ‘나그네여, 어찌 그리 미련하게 고통만을 즐기며 이 섬에 영원히 갇혀 있으려 하느냐’ 물으시기에, 내가 고하기를 ‘여신이시여, 소자가 천상의 신명께 죄를 지어 이 드넓은 바다에 갇힌 줄 아오니, 부디 어떤 영령이 내 귀향길을 가로막고 있는지 천기를 들려주소서’ 하였도다.
그러자 여신이 내게 은밀히 비책을 전해주시되, *‘이집트 강가에는 바다의 깊은 연못을 모두 꿰뚫어 보고 바다 신 포세이돈을 섬기는 불멸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살고 있나니, 자네가 만일 그 노인을 물리력으로 제압하여 묶을 수만 있다면, 그가 자네의 귀향길은 물론이요, 자네가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대궐에서 일어난 온갖 길흉화복을 낱낱이 들려줄 것이네’* 하시는 게 아니겠나.
내가 다시 청하기를 ‘여신이시여, 그 신령스러운 노인을 어찌 감히 인간의 얄팍한 힘으로 가두어 도망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나이까’ 하니, 여신이 웃으며 가라사대, *‘내일 정오가 되어 서풍(제피로스)이 불고 바다에 그림자가 질 때, 노인은 바다 동굴에서 나와 낮잠을 청할 것이네. 그때 그의 주위로 바다 여신의 딸들인 수많은 물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들어 짠 바다 냄새를 풍기며 잠들 터인데, 자네는 군사 중 가장 용맹한 장정 세 명을 엄선하여 새벽에 해변으로 나오라’* 하셨도다.
여신은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시더니, 갓 벗겨낸 물개 가죽 네 장을 가져오사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고 모래 구덩이에 매복시키셨네. 본디 그 물개 가죽에서 풍기는 비린내와 썩은 소금내가 얼마나 진동하던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으나, 고결한 여신께서 천상의 영약인 **암브로시아**를 가져와 우리 콧구멍에 조금씩 발라주시니 그 신비로운 향취가 물개 비린내를 단숨에 지워버렸도다.
정오가 되자, 과연 바다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파도를 헤치며 나타나 살진 물개들의 숫자를 하나씩 세기 시작하더니, 우리 역시 물개인 줄로만 알고 아무 의심 없이 숫자에 포함한 후 맨 한가운데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네!
> 그 순간 내가 대성으로 군령을 내리며 장정들과 함께 폭풍처럼 달려들어 노인의 사지를 꽉 붙잡았도다!
노인은 과연 바다의 영물이라 온갖 도술과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갈기를 휘날리는 맹렬한 **사자**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독을 품은 **뱀**으로, 다시 날랜 **표범**으로, 거대한 **멧돼지**로 변형하였고, 심지어 흐르는 **물**과 잎이 무성한 거목(巨木)으로 둔갑하며 우리의 손귀를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도다!
하오나 우리는 여신의 조언대로 이가 부러져라 손에 힘을 주고 더욱 세차게 노인의 몸을 짓눌러 압박하였지. 마침내 도술이 바닥난 노인이 본래의 노인 형상으로 돌아와 지친 목소리로 내게 묻기를, *‘어떤 신령이 자네에게 이 밀계를 가르쳐 나를 포박하게 했느냐? 자네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더군.
내가 고하기를 *‘해선이시여, 내가 이 섬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진퇴양난에 빠졌으니, 어떤 신명이 내 길을 막고 있으며 어찌해야 고향으로 갈 수 있는지 들려주소서’* 하니, 노인이 대답하되 *‘자네가 상제와 여러 신명께 합당한 가책(백 마리 소)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니, 당장 배를 돌려 이집트 강가로 돌아가 신들을 기쁘게 하는 대제를 지내라. 그리하면 신들께서 자네가 원하는 만리 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네’* 하셨도다.
내가 거친 바다를 거슬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산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천기를 물었네. ‘해선이시여, 내가 토래성에 남겨두고 온 고려의 수많은 장수들과 내 친형님 아한왕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나이까, 혹은 바다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나이까’ 하니, 노인이 슬픈 눈빛으로 내게 전하기를,
‘아달의 아들이여, 어찌 그 비극을 내 입으로 다 들으려 하느냐. 수많은 장수들이 전장에서 뼈를 묻었고, 귀환하는 길에 청동 갑옷을 입은 최고 사령관 중 단 두 명만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도다. 용장 아이아스(아약스)는 삼지창을 든 바다 신의 분노를 사서 배가 난파당한 후 기란 바위 위에 겨우 기어올라 오만방자하게 신을 모독하다가, 신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부시는 바람에 깊은 바다 바닥으로 추락하여 짠 물을 들이켜고 고혼이 되었노라.
또한 자네의 친형님 아한왕은 가호 속에 겨우 살아남아 기쁘게 고향 땅에 발을 디디고 흙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그 고을의 망루에는 간교한 아내와 간통한 애기수가 심어둔 파수꾼이 황금 두 냥을 받고 일 년 내내 눈을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도다!
아한왕이 무방비로 궁궐 대청에 들어서자, 애기수는 매복시킨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시켜, 마치 도축업자가 마구간에서 소의 목을 베듯 저녁 식사를 즐기던 아한왕과 그의 시종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처참하게 도륙하여 몰살시켰느니라!’ 하시는 게 아니겠나!
노인의 이 청천벽력 같은 폭로를 전해 듣고,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친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리, 저 태양빛을 보아서 무엇하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도다.
내가 한참을 울다 지쳐 흐느끼고 있을 때, 바다의 노인이 나를 달래며 가로되 *‘명뇌왕이여, 이제 울음을 그치라. 통곡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당장 군사를 몰아 고향으로 가라. 어쩌면 원수 애기수가 아직 살아있을지, 혹은 아한왕의 장한 아들 오래손가 이미 원수의 목을 베었을지 모르는 일이니, 자네는 어서 가 장례식이라도 주관하라’* 하셨네. 이 말을 들으니 내 가슴속에 다시 장부의 뜨거운 피가 도는 듯하여, 내가 날개 돋친 듯 급히 물었도다.
‘해선이시여, 두 장수의 비극은 내 뼈에 새겼으나, 아직 저 넓은 만경창파 어딘가에 갇혀 살아남아 있다는 그 마지막 세 번째 영웅의 성명은 무엇이나이까? 그 소식이 비록 내 가슴을 찢을지라도 내 반드시 들어야겠나이다!’ 하니, 노인이 마침내 그 비록(秘錄)을 내게 전해 주시되,
‘그는 바로 이탁도 출신의 장수, 라현의 아들 오지수 장군이로다! 내가 바다의 깊은 눈으로 굽어보니, 그는 지금 저 멀리 고해(孤海)에 떠 있는 요녀 가립선의 섬, 그녀의 깊은 밀실에 갇혀 고향 땅을 바라보며 날마다 피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도다. 요녀가 강한 도술로 그를 묶어두었기에, 그에게는 만리 바다를 건널 노 젓는 전선도 없고 용맹한 사공도 없어,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느니라!’ 하셨도다.”
명뇌왕이 태명의 손을 잡고 이 엄숙한 천기를 전한 후, 인자하게 웃으며 가로되,
“장한 태명아, 이것이 내가 바다 신에게 직접 전해 들은 네 부친의 확실한 종적이로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라. 상제께서 자네에게 내리신 축복은 남다르니, 자네는 절세미인 연로비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덕에 상제의 사위로서 장차 이승의 목숨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끝에 있는 낙원 극락의 벌판으로 가 영생을 누릴 자격이 주어졌음이라. 그곳은 황갈색의 라만 대감이 다스리는 영험한 신선들의 땅으로, 겨울의 눈보라도 없고 매서운 폭풍우도 치지 아니하며, 대양이 언제나 산들바람 서풍을 보내어 장부들을 상쾌하게 해주는 무릉도원이로다.
자, 내 이제 신들의 노여움을 풀고 순풍을 받아 무사히 환향한 것처럼, 자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고자 하니, 부디 내 대궐에서 열이틀 동안만 더 머물다 가게나. 내가 자네에게 천하의 명마 세 마리와 청동으로 빛나는 웅장한 전차 한 대를 선물로 줄 것이요, 나아가 신명께 제사를 지낼 때 쓸 수 있는 정교한 황금 술잔을 내어줄 터이니, 평생 나를 기억해주게.”
이에 영민하고 재치 넘치는 소년 태명이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 대답하되,
“상감 폐하, 소자를 이토록 갸륵하게 보살펴주시니 감개무량하오나, 저를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붙잡아 두지 마옵소서. 폐하의 옥음(玉音)을 듣는 것이 제게는 천상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우니, 정녕 이 대궐에서 일 년 동안 머물지라도 고향 집이나 부모님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옵니다. 하오나 저를 믿고 필성 항구에서 고되게 기다리는 제 불쌍한 사공 동지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쳤을 터이니, 한시바삐 길을 물어야 하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내어주신 귀한 마필과 전차는 실로 과분하오나, 이 서파성의 보물창고에 그대로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폐하가 다가오시는 이 넓은 영토는 토끼풀이 무성하고 하얀 보리와 밀이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대초원이오나, 소자의 고향 이탁도는 온통 험준한 바위산과 절벽뿐이라 들판도 없고 경마장을 닦을 땅도 없나이다. 겨우 염소나 키우며 살 수 있는 척박한 섬이오니, 말 목장보다는 이곳 서파성의 넓은 벌판이 저 명마들에게 훨씬 어울릴 줄로 아옵니다. 본디 바다 한가운데 뜬 섬들은 풀을 뜯길 곳이 마땅치 않은 법인데, 우리 섬은 그중에서도 가히 최악이옵니다.”
명뇌왕이 태명의 이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당당한 거절을 전해 듣고, 기특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감싸 쥐고 우렁찬 목소리로 가로되,
“장하도다, 얘야! 네 가식 없는 언변을 들으니 과연 네 뼈대와 혈통이 천하의 영웅 오지수의 핏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구나.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선물을 바꾸어 주마. 내가 대궐 보물창고에 비축해 둔 갖은 영물 중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신물(神物)을 내어주리라.
이것은 본디 천상의 대장장이 신 해풍이 정금과 순은을 녹여 정교하게 세공한 웅장한 술그릇으로, 일찍이 시돈 고을의 왕 해담이 내가 환향하는 길에 그의 저택에 묵었을 때 내게 귀하게 선물한 보물치다. 이것을 자네에게 줄 터이니 가문의 가업으로 삼아 가져가게나.”
두 장부가 이렇듯 대청에서 대장부의 의리를 나누고 있을 때, 대궐 안방에서는 노비들이 양고기와 향기로운 명주를 나르고, 고운 스카프를 두른 시녀들이 따뜻한 떡을 받쳐 들며 대궐의 잔치가 밤늦도록 무르익어 가더라.
한편, 같은 시각 저 멀리 오지수 장군의 고향 이탁도 관저 앞마당에서는,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여느 때처럼 오만방자하게 원반을 던지고 청동 창을 날리며 제 세상을 만난 듯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최고 괴수인 안태우와 신령과 같은 풍채를 지닌 우혁이 상석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을 때, 문득 보윤의 아들 노문이 사색이 된 안색으로 헐레벌떡 다가와 안태우에게 따져 묻기를,
“안태우 어른, 저 태명 도령이 내 배를 빌려 타고 필성으로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쯤 돌아온답니까? 내가 지금 급히 엘리스 벌판으로 건너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노새 새끼를 먹이고 있는 암말 열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데려와 전마(戰馬)로 훈련시켜야 하니, 내 배를 당장 돌려받아야겠소!”
이 말을 들은 안태우와 우혁을 비롯한 구혼자 놈들이 일제히 잔을 떨어뜨리며 자지러지게 놀랐도다!
저들은 그저 유약한 태명 놈이 감히 항구를 벗어났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그저 근처 전답에서 양이나 돼지를 치며 숨어 지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참이었다. 안태우가 눈을 부릅뜨고 노문의 덜미를 잡으며 사납게 들이닥쳐 가로되,
“이놈, 내 앞에 실토하라! 그 풋내기가 도대체 언제 배를 띄웠단 말이냐? 그 조그만 배에 누구를 태우고 갔더냐? 이탁도의 쓸만한 장정들을 선동해 데려갔더냐, 아니면 제 집안의 노비나 머슴새끼들을 고용했더냐! 그리고 그놈이 네 배를 물리력으로 강탈해 갔느냐, 혹은 네가 미쳤다고 스스로 내어준 것이냐?”
노에몬이 겁에 질려 대답하되,
“어찌 강탈이라 하십니까, 내 스스로 자유롭게 내어주었나이다! 대궐의 장한 도령이 가문의 사활을 걸고 간청하며 통곡하는데, 고려의 장부로서 어찌 그 청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소! 게다가 그와 함께 배에 오른 젊은이들은 우리 가솔을 제외하고는 이 고을에서 가장 의리 있고 훌륭한 장정들이었소.
내 분명히 기억하건대, 오 장군의 오랜 벗이신 스승 명토(멘토르) 어른이 선장으로 뱃머리에 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소! 하오나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은, 내가 어제 새벽 관아 거리에서 위엄 있게 걸어가시는 명토 어른을 분명히 내 눈으로 직접 배알했거늘, 어찌 그분이 배를 타고 필성으로 가셨다는 것인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도술을 부린 듯 이해할 수가 없나이다.”
노문이 말을 마치고 제 집으로 돌아가자, 구혼자 무리의 괴수들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격분하였다. 저들은 당장 마당의 놀이판을 멈추게 하고 군사들을 소집하여 자리에 앉혔다. 안태우가 분노에 찬 눈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열어 포효하되,
“젠장맞을! 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태명 놈이 기어이 우리의 눈을 속이고 만리 유랑 길을 성공시켰구나! 우리가 모두 비웃으며 비겁하게 주저앉아 있을 거라 믿었거늘, 그놈이 온 고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를 띄워 최고 사령관들을 포섭해 가다니!
이것은 장차 우리 무리에게 닥칠 거대한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도다. 천왕 상제께서 저 핏덩이가 장성하여 장부가 되기 전에 그 무시무시한 힘을 꺾어놓으시기를 간구하노라! 여보게 동지들,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정예 무사 스무 명을 당장 내어주게. 저놈이 필성에서 돌아오는 길목인 이탁도와 삼해 섬 사이의 험준한 해협에 매복하고 있다가, 배를 통째로 들이받아 저 건방진 놈을 수중의 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로다. 저놈의 가련한 유랑 길을 영원한 죽음의 묘지로 만들어주마!”
그러자 무뢰배들이 일제히 상을 치며 찬동하였고, 저마다 칼을 빼 들고 오지수 장군의 대궐 안으로 들이닥쳐 피비린내 나는 모의를 다지더라.
하오나 하늘이 무심치 않으사, 저 사악한 도적 떼들의 비밀 음모는 대궐 안채에 계신 연로비 부인의 귀에 즉시 흘러 들어가게 되었도다. 마당 구석에서 가택의 대소사를 돌보던 충직한 집사 명돈이 저들의 흉계와 살기 어린 대화를 벽 너머로 엿듣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 부인의 침실로 단숨에 뛰어 들어간 참이었다. 명돈이 문턱을 넘어서자, 연로비 부인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다가와 날카롭게 물어 가로되,
“명돈아, 저 안하무인의 구혼자 놈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악행을 꾸미려고 너를 내보냈느냐? 감히 신령스러운 오지수 장군의 시녀들에게 길쌈을 멈추고 저 도적 놈들을 위한 잔치 상을 차려내라 협박하더냐! 오호라, 천지신명께 간구하오니 오늘 저들이 처먹는 음식을 제발 마지막 성찬이 되게 하소서!
다시는 이 궁궐에 모여 구혼 행각을 벌이지 못하게 하소서! 너희 무뢰배 놈들이 이탁도 가문의 가산을 마구 축내며 태명의 재산을 유린하고 있거늘, 너희는 정녕 어렸을 때 너희 부친들이 우리 오 장군의 위대함과 자애로움에 대해 들려주었던 훈계를 단 한 귀로도 듣지 않았단 말이냐! 오 장군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의를 행한 적이 없거늘, 너희의 악행과 음모는 참으로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찌 이토록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이냐!”
이에 명돈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되,
“국모 전하, 방금 제가 들은 흉계에 비하면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재앙이옵니다. 저 도적 떼들이 지금 전하의 가슴을 영원히 찢어놓을 거대한 파멸을 도모하고 있나이다. 상제께서 결단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시기를 바라오나, 구혼자 놈들이 지금 태명 도령이 필성과 서파성에서 아버님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날카로운 청동 창검으로 도령을 무참히 시해하려 모의하고 있나이다!”
이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전해 들은 연로비 부인은 온몸의 맥이 풀리고 심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하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한동안 목이 메어 말 한마디 뱉지 못하다가, 이윽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하여 가로되,
“오호라, 내 아들아! 네가 어찌 어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 위험한 만경창파로 나갔단 말이냐! 거친 바다를 군마처럼 질주하는 그 빠른 전선을 네가 어찌 감히 탔단 말이냐! 저 사악한 자들의 칼날에 네 이름 석 자마저 잃고 세상에서 영영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 하느냐!”
명돈이 머리를 조아려 가로되,
“필시 천상의 신령께서 도령의 마음을 대장부처럼 충동질하사,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지 혹은 이미 생을 마감하셨는지 그 종적을 찾게 하신 줄로 아옵니다.”
명돈이 물러가자, 옥방 안에는 가슴을 찌르는 슬픔과 차가운 한숨만이 가득 차 올랐다. 대궐 안채에 비단 의자들이 가득했으나, 부인은 차마 똑바로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 침실 차가운 문간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도다. 주위에 있던 시녀들과 늙은 노비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함께 흐느끼니, 부인이 목이 메어 부르짖기를,
“내 고결하고 용맹무쌍했던 낭군, 고려 땅에서 가장 재능 넘치고 명성이 자자했던 내 오지수 대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어치는 광풍 속에 내 하나뿐인 외동아들 태명마저 빼앗기게 생겼구나!
너희 시녀 놈들도 참으로 무심하고 배은망덕하도다! 저 아이가 밤중에 배를 타고 출항한다는 것을 너희가 필시 눈치챘을 터이거늘, 어찌 한 놈도 내 침실로 달려와 나를 깨워 알리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만일 그 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서라도 이 궁궐에 주저앉혔을 것이요, 정 떠나겠다면 차라리 나를 이 자리에서 죽여 묻고 가게 했을 것을!
당장 저 정원의 모든 나무를 돌보는 늙은 돌쇠 영감을 불러오너라. 과거 친정아버님이 내게 주신 신실한 심복이니, 영감을 저 깊은 산속에 은거 중이신 시아버님 라현 옹에게 급히 보내어 이 급보를 전하게 하라. 그리하면 노인께서 눈물로 산을 내려와, 저 불효막심한 구혼자 놈들 앞에 가 가슴을 치며 제 손자의 목숨을 살려달라 간청이라도 해보지 않겠느냐!”
이때 창고를 지키던 늙은 유모 명숙이 앞으로 나와 부인의 무릎을 잡고 통곡하며 아뢰되,
“부인, 내 사랑하는 전하! 설령 전하께서 노하사 날카로운 보검으로 이 늙은이의 목을 베실지라도 내 진실을 고하겠나이다. 실은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도령께서 떠나시기 전 제게 빵과 포도주를 구하시며, 전하께서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신명께 피로써 맹세하게 하셨나이다.
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슬피 우시다 그 고운 피부와 미모가 상하실까 두려워 도령이 효심으로 숨긴 처사이오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제 당장 옥체를 씻으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사 위층 침실로 오르소서. 천왕 상제의 따님이신 지혜낭자에게 지성으로 기도 올리시면, 여신께서 필시 도령을 저 죽음의 칼날에서 구하시고 이 풍요로운 가문을 지켜주실 것이옵니다.”
유모의 절절한 간청에 연로비 부인은 비로소 요동치던 심산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부인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깨끗이 씻은 후 고운 의복으로 갈아입고 시녀들과 함께 높은 다락방으로 올랐도다. 부인은 쟁반에 정결한 보리 알갱이를 담아 제단에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천상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상제의 지칠 줄 모르는 따님이신 지혜낭자여, 이 미천한 계집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일 제 지혜로운 낭군 오지수 왕이 생전에 이 대궐 제단에서 신명께 기름진 소고기와 양고기 허벅지살을 바치며 지성으로 공경했던 그 수많은 날들을 기억하신다면, 지금 강림하사 제 사랑하는 아들 태명의 목숨을 구원해 주소서! 저 무도한 구혼자 놈들의 포악한 손길과 칼날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해 주소서!”
부인이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애원하니, 천상의 여신께서 그 가륵한 축원을 기쁘게 가납하셨도다.
한편 대궐 마당의 사악한 구혼자 놈들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소란을 피우며 호언장담하기를,
“허허, 보아라!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여 구혼했던 저 오만한 여왕이, 이제야 제 아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중 한 명과 혼인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로다!”
저들은 천수의 돌아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헛된 망상을 떠벌리고 있었음이라. 안태우가 무리를 진정시키며 나직이 명령하되,
“동지들이여, 자랑은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 대궐 안채의 시녀들이 들으면 흉계가 탄로 날까 두려우니, 이제 조용히 일어나 가슴속에 합의한 피의 계획을 실행하러 가세나!”
안태우가 무리 중 가장 골격이 장대하고 잔인한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엄선하여 이끌고 음침한 해변으로 내려갔다. 저들은 노문에게서 빼앗은 검은 쾌속선을 깊은 바다에 띄우고, 돛대를 세우며 가죽 끈에 노를 단단히 고정한 후 하얀 돛을 넓게 펼쳤도다. 하인들이 가득 실어온 청동 창검과 무기를 사공들에게 은밀히 나누어 준 후, 저들은 이탁도와 사메 섬 사이에 위치한 작고 바위투성이인 아성도의 외진 항구에 배를 숨겨 매복하고, 오직 저녁이 되어 태명의 배가 지나가기만을 살기 어린 눈으로 기다리며 식사를 들더라.
이때 연로비 부인은 다락방 침상에 누워,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와 슬픔 속에서 음식과 미음(米飮)을 일절 거부한 채 꼬박 밤을 새우고 있었다.
어찌나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뇌했던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깊은 졸음이 부인의 삼혼칠백을 덮쳐 팔다리의 긴장이 풀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빛나는 눈을 지닌 지혜낭자께서 부인의 이 애처로운 처지를 굽어살피시고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리셨도다. 여신은 허공의 안개를 모아, 저 멀리 배래 고을에 사는 우밀의 아내이자 위대한 이건 대감의 딸인 이훤의 형상을 한 생생한 유령(幻影)을 한 분 빚어내셨도다.
여신이 유령을 오지수 장군의 대궐로 날려 보내시니, 유령은 옥방의 단단한 빗장 틈을 연기처럼 스르륵 타고 들어가, 잠든 연로비 부인의 머리맡에 우뚝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 가로되,
“동생 연로비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이토록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있느냐. 천상의 편안하게 사시는 신명들께서는 네가 이토록 눈물을 흘리며 번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느니라. 네 장한 아들 태명은 지금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으니 마음을 놓아라. 그 아이는 천지신명께 단 한 점의 죄과도 저지르지 아니한 올바른 장부니라.”
꿈의 문턱에서 여전히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총명한 연로비 부인이,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대답하여 가로되,
“언니, 언니의 가택은 멀고 먼 곳에 있거늘 어찌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나이까. 언니는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이 수많은 고통을 잊으라 하시나, 내 일찍이 사자처럼 용맹하여 그리스 전역에 명성이 자자했던 숭고한 낭군을 잃지 않았나이까.
하오나 지금은 내 남편보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내 아들 태명이 백배는 더 걱정되나이다! 저 아이가 거친 바다와 이국땅에서 무슨 해를 입을지 두려워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나이다. 지금 대궐 마당에는 저 아이를 증오하는 원수들이 가득하여, 아이가 고향 항구에 닿기도 전에 목을 베어 죽이려고 매복해 있나이다!”
안개와 같은 유령이 동생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위로하여 가로되,
“동생아, 용기를 내어라! 마음의 불안과 공포를 깨끗이 씻어내어라. 저 장한 태명의 곁에는 천하의 대여신 지혜낭자가 늘 그림자처럼 동행하며 길잡이가 되어주고 계시느니라.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이 그분의 가호를 입고자 밤낮으로 피로써 기도하거늘, 그 권능은 실로 우주를 뒤흔들 만큼 막강하시도다. 여신께서 네 지극한 모성애와 슬픔을 가엾게 여기사, 내 자네의 꿈속에 들어가 이 천기를 전하라 명하셨느니라.”
지혜로운 연로비 부인이 꿈속에서 다시 간절히 물어 가로되,
“언니가 정녕 신령의 명을 받고 온 거룩한 사자시라면, 부디 내 불쌍한 남편 오지수 왕의 소식도 들려주소서! 그이가 아직 이 세상의 햇빛을 보며 살아 계시나이까, 혹은 이미 지하 황천의 객이 되셨나이까!”
그러자 유령이 안색을 흐리며 조용히 머리를 저어 가로되,
“그분이 살았는지 혹은 죽었는지는 내 자네에게 확답을 줄 수 없느니라. 본디 천상의 법칙에 바람처럼 실체가 없고 만질 수 없는 천기를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엄히 금지되어 있느니라.”
말을 마친 유령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새벽바람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니, 연로비 부인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도다. 부인은 밤새 꾼 꿈이 실로 도술을 부린 듯 생생하고 영험하여, 짓누르던 가슴의 체증이 씻은 듯 사라지고 마음에 큰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음을 느꼈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매복한 구혼자 무리의 검은 쾌속선은 어두운 파도를 가르며 아성도 바위섬의 흑암 속에 숨어, 오직 소년 태명을 도륙할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탁도의 푸른 바다 위에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가 몰아칠 징조가 실로 첩첩산중이더라.
==제5권 가립선의 섬과 난파당한 오지수==
새벽이 티토노스 신과 함께 잠자리에서 일어나 불멸의 신들과 필멸의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주었다. 신들은 위대한 천둥의 신 상제와 함께 회의를 열었다. 지혜의 여신은 님프 가립선에게 갇혀 있는 오지수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걱정하였다.
「아버지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그녀가 이르되, 「더 이상 왕권이 있는 왕이 친절하거나 온화하거나 옳고 그름을 분별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소서. 모든 왕은 잔인하고 불의해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아버지처럼 온화하게 통치하였으나, 이제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불쌍한 그는 섬에 고립되었고, 가립선는 그를 강제로 자기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이다. 배도 없고, 노도 없고,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을 도와줄 동료도 없나이다. 그의 아들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모래 언덕의 필성와 찬란한 사필성로 갔고, 그들은 그가 돌아오면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구름을 쌓아 올리시는 상제 신께서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시며 대답하시되,
「아, 딸아.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오지수가 와서 구혼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을 네가 계획하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네 모든 지혜를 발휘하여 태명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구혼자들이 실패하여 떠나가게 하라.」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아서서 이르되,
「사랑하는 허명아, 너는 나의 사자다. 여신께 우리의 확고한 뜻을 전하거라.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난을 겪었다. 신이나 인간의 안내자 없이, 그는 임시로 만든 뗏목 위에서 비참하게 이십 일을 표류하다가 비옥한 스케리아에 도착할 것이다. 마법을 행하는 파이아키아인들은 그를 신처럼 대하며, 청동과 금, 그리고 옷가지들을 선물로 주어 고향으로 보내 줄 것이다. 트로이에서 직접 약탈품을 가지고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향의 높은 지붕 아래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허명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바다와 육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황금 샌들을 발에 신고, 사람들의 눈을 원하는 대로 잠들게 하거나 깨우는 마법 지팡이를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신은 온 힘을 다해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피에리아를 어루만진 후, 하늘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마치 물고기를 잡는 갈매기처럼 파도 사이를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짠 바닷물에 날개를 적셨다. 그렇게 허명은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멀리 떨어진 섬에 도착하여 남색 바닷물에서 해안으로 발을 내딛고 여신이 사는 동굴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땋은 머리를 한 가립선이 앉아 있었다. 난로 옆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감귤과 소나무 향기가 섬 전체에 퍼져 있었다. 동굴 안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금으로 만든 북으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동굴 주변에는 오리나무, 포플러, 향기로운 삼나무 등 울창한 숲이 무성하였다. 숲은 날개로 가득하였다. 새들은 그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바다에서 사냥을 하였다. 올빼미, 매, 입을 크게 벌린 갈매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탐스럽게 익은 포도나무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동굴을 감싸고 있었다. 네 개의 샘에서 반짝이는 물이 솟아나와 서로 얽히고설킨 물줄기를 이루었다. 초원에는 셀러리와 제비꽃이 은은하게 피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에 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조차도 기뻐할 만한 광경이었다. 한때 아르고스를 죽였던 불멸의 신 허명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에 감탄하며 멈춰 섰다. 마침내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찬란한 여신 가립선은 그를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불멸의 신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라. 그러나 허명은 오지수를 찾지 못하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해변에 앉아 슬픔과 고통에 잠겨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허무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신성한 가립선은 손님에게 눈부시게 빛나는 의자에 앉으라 권하며 이르되,
「친애하는 친구여, 황금 지팡이의 허명 신이시여,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 아니신데, 무슨 용건이시옵니까. 제 마음은 만일 운명이라면, 제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나이다. 자, 들어오소서. 제가 당신을 환영해 드리겠나이다.」
그러자 여신은 그를 암브로시아가 가득 쌓인 식탁으로 안내하고 붉은 넥타르를 섞어 주었다. 변덕스러운 허명은 배가 부를 때까지 마시고 먹은 후, 그가 온 이유를 설명하되,
「당신은 여신이고 저는 신인데, 어찌하여 제가 여기에 있는지 묻는구나. 자, 말씀드리겠나이다. 상제께서 저에게 오라 명하셨나이다. 저는 오고 싶지 아니하였나이다. 누가 끝없이 펼쳐진 짠 바다를 건너고 싶어 하겠나이까. 신들이 훌륭한 제물을 바치는 인간 마을은 이 근처에 없나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없나이다. 상제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여기에 살고 있다 말씀하셨나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도시와 구 년 동안 싸우다가 십 년째 되는 해에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간 전사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지혜의 여신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바람과 거센 파도를 일으켜 그의 용감한 동료들을 모두 죽였고, 그 자신도 파도에 휩쓸려 이곳에 오게 되었나이다. 상제께서는 그를 즉시 고향으로 보내라 명하셨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는 것이 그의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가족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니라.」
가립선은 몸을 떨며 그에게 주먹을 날리되,
「잔인하고 질투심 많은 신들이여. 너희는 여신이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원한을 품는구나. 편안하게 사는 신들은 분홍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오리온을 데려갔을 때 분노하였고, 황금 옥좌에 앉은 순결한 아르테미스는 부드러운 화살로 그를 공격하여 죽였느니라. 옥수수 머리를 땋은 데메테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아시온과 밭고랑에서 사랑을 나누었느니라. 상제가 이 사실을 알고 번쩍이는 불꽃을 던져 그를 죽일 때까지 말이다. 이제 너희 남신들은 내가 남자와 함께 산다 나에게 화를 내는구나. 내가 구해 준 남자와 말이다. 상제는 그의 배를 꼼짝 못하게 하고 번개로 산산조각 냈느니라. 그의 친구들은 모두 포도주빛 바다에서 죽었느니라. 이 남자만이 뱃머리를 붙잡고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이곳, 내 집으로 왔느니라. 나는 그를 돌보고 사랑하였으며, 그를 시간과 죽음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 맹세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외에는 다른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신은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있나이다. 그러니 상제의 명령이라면 그를 보내소서. 황량한 바다를 건너게 하소서. 저는 배도 없고 노 젓는 사람도 없으니 호위병을 보내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제가 아는 것을 그와 나누고, 그가 무사히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기꺼이 유용한 조언을 해 드리겠나이다.」
상제의 종인 중재자는 이렇게 대답하되,
「그렇다면 지금 보내소서. 상제의 분노를 사지 마소서. 그를 화나게 하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의 분노가 당신을 해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상제의 명령을 받아들인 여신은 오지수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해변에서 그를 발견하였다. 그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그녀가 그를 기쁘게 해 주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밤마다 그녀의 동굴 안에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원하였으나,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아니하였다. 낮에는 오지수가 바위투성이 해변에 앉아 눈물과 슬픔에 잠겨 허탈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가엾은 자여. 제발 슬퍼하지 마시오. 당신의 삶을 헛되이 낭비할 필요는 없소. 이제 당신을 보내 드릴 준비가 되었소. 청동 검으로 나무줄기를 잘라 뗏목을 만들고, 갑판을 덧대어 안개 낀 바다를 건너게 하시오. 내가 물과 포도주, 음식을 제공하여 굶주림을 면하게 해 주고, 옷도 입혀 주겠소. 그리고 하늘의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신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바람도 보내 주겠소. 그들은 나보다 강하니,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될 것이오.」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어 온 오지수는 몸을 떨며 여신에게 말을 쏟아내되,
「여신이시여, 당신은 제 안전한 통행이 아닌 다른 속셈을 품고 계시는군요. 상제의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튼튼한 범선조차도 건너지 못할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심연을 고작 뗏목 하나로 건너라 하시는 것이옵니까. 안 됩니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제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저는 뗏목에 타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신성한 가립선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어루만지며 이르되,
「이런 건방진 녀석이여. 네 말을 보니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구나. 그러나 이 땅과 하늘, 그리고 스틱스 강물에 맹세하건대, 신들이 맹세하기에 가장 강력한 맹세인데, 나는 너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맹세한다.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나 자신을 위해 했을 것처럼 너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나는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 마음은 착하고 선량하며, 너를 불쌍히 여긴다.」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장섰고, 오지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동굴에 도착하였다. 허명이 앉아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오지수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여신은 그에게 인간의 음식과 음료를 주었다. 여신은 신과 같은 모습의 오지수를 마주 보고 앉았고, 여종들은 그녀에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앞에 놓인 귀한 것들을 받아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였다. 여신 여왕은 말을 시작하되,
「상제의 축복을 받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지수여, 자네 계획은 늘 바뀌는군. 그토록 사랑하는 고향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잘 가라. 그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될지 알았다면, 나와 함께 여기에 남아 불멸의 삶을 살았을 터인데. 물론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으나 말이다. 게다가 내 몸이 그녀보다 훨씬 낫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키도 내가 더 크고. 필멸의 존재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불멸의 존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지.」
오지수는 재치 있게 이르되,
「위대한 여신이시여, 저에게 노하지 마소서. 당신 말씀이 맞나이다. 제 아내 연로비는 결코 당신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이다. 그녀는 인간이오나 당신은 불멸하고 영원하시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고, 매일 그날이 오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어떤 신이 포도주처럼 검은 바다에서 저를 쳐죽인다 해도 저는 견뎌 낼 것이옵니다. 이제 저는 고통에 익숙해졌나이다. 바다와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라나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서로를 꼭 껴안고 사랑의 기쁨을 누렸다. 봄날 새벽이 꽃으로 하늘을 물들일 무렵, 그들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오지수는 망토와 튜닉을 입었고, 가립선은 아름다운 은빛 긴 옷을 입었다. 그녀는 허리에 금빛 띠를 두르고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는 그 남자를 위해 여정을 준비하였다. 그녀는 그의 손에 꼭 맞는 도끼를 주었는데, 손잡이는 최고급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졌고, 거대한 청동 날은 양쪽 모두 날카로웠다. 또한 잘 닦인 자귀도 주었다. 그녀는 그를 섬 끝으로 안내하였는데, 그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검은 포플러, 오리나무,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전나무들은 잘 말린 목재로 만든 날렵한 배를 만들기에 적합하였다. 가립선 여신은 그에게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보여 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오지수는 출발하여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는 청동 도끼로 나무줄기 스무 개를 베어 능숙하게 다듬고 곧게 깎았다. 가립선은 송곳을 가져왔고, 그는 모든 판자에 구멍을 뚫고 서로 맞물려 못과 고정 장치로 단단히 고정하였다. 마치 숙련된 사람이 배의 곡선을 따라 뗏목의 폭을 재듯이, 오지수는 뗏목의 폭을 그렇게 넓게 만들었다. 그는 측면 갑판을 촘촘하게 박은 틀에 맞춰 홈을 파고, 늑골을 따라 긴 판자를 고정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안쪽에 돛대를 세우고, 배를 똑바로 조종하기 위해 돛대와 키를 연결하였다. 그는 배에 덤불을 쌓고, 물이 새지 않도록 옆면을 등나무 세공으로 틈을 메웠다. 가립선은 그에게 돛을 만들 천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능숙하게 돛을 만들었다. 그는 버팀대, 돛줄, 돛줄을 묶고 지렛대를 이용하여 배를 바다에 띄웠다. 작업은 나흘이 걸렸고, 닷새째 되는 날 가립선은 그를 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를 씻기고 향 냄새가 나는 옷을 입혔다. 뗏목에는 포도주 한 병, 물 한 병, 그리고 많은 양의 식량을 실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미지근한 바람을 이용하여 그를 배웅하였다.
오지수는 기쁜 마음으로 돛을 펼쳐 바람을 받았고, 능숙하게 키를 조종하였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아니하였다. 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늦게 지는 목동자리, 그리고 사람들이 쟁기자리라고도 부르는 곰자리는 한 자리를 중심으로 돌며 오리온자리를 가리키는데, 오리온자리는 바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일한 별이다. 여신들의 여왕 가립선은 그에게 항해하는 동안 곰자리를 왼쪽에 두라 말하였다. 그는 칠일 열흘 동안 바다를 항해하였고, 열여덟째 날에 안개 낀 바다 너머로 방패처럼 솟아오른 페아키아 땅의 흐릿한 산이 나타났다.
남만인들에게서 돌아오던 중 솔리마 산에 잠시 머물렀던 지진의 신 포세이돈은 멀리서 뗏목을 보았다. 격분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하되,
「이건 말도 안 된다. 내가 없는 동안 신들이 오지수에 대한 계획을 바꾼 모양이구나. 그는 이제 거의 파이아키아에 다다랐는데, 그곳은 지금 그를 묶고 있는 고통의 밧줄에서 벗어나야 할 운명인데. 그러나 나는 그를 더 괴롭혀서, 그가 지칠 때까지 계속 괴롭혀야겠다.」
그는 구름을 모아 삼지창을 움켜쥐고 바다를 휘젓고 온갖 바람을 일으켜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다. 밤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에우루스, 노투스, 폭풍을 일으키는 제피로스와 하늘의 아들 보레아스가 모두 쓰러져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오지수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는 절망에 빠져 외치되,
「또 고통이라니. 어떻게 끝나는 것인가. 여신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구나. 상제가 공기를 휘젓고 있구나. 저 구름들을 보라. 그가 파도를 일으키니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죽음뿐이다. 트로이 평원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을 돕다가 죽은 그리스인들은 정말 운이 좋았구나. 펠레우스의 아들 시신 주위에서 트로이 사람들이 청동 창이 달린 창을 던지던 바로 그날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장례식도 치르고 그리스인들에게 존경도 받았을 터인데. 그러나 이제 이렇게 잔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다니.」
그때 파도가 그를 덮쳐 뗏목이 뒤집혔고, 그는 뗏목에서 떨어졌다. 키는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왔고, 거대한 돌풍이 돛대를 부러뜨렸다. 돛과 돛대는 바다로 떠내려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 가립선이 준 옷이 그를 무겁게 하였다. 마침내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입에서 시큼한 바닷물을 뱉어 냈다. 바닷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고통과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뗏목을 기억해 파도를 헤치고 뗏목을 끌어올리려고 달려들었다. 그는 뗏목 위에 올라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거대한 파도가 뗏목을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마치 북풍에 실려 초원을 가로질러 엉겅퀴가 빽빽하게 자라나듯, 바람은 뗏목을 바다 위로 휩쓸고 지나갔다. 남풍이 뗏목을 내던지고, 북풍이 뗏목을 붙잡고, 동풍이 물러나 서풍이 뗏목을 몰아갔다.
그때, 한때 인간이었고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이제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신들과 함께 숭배받는 카드무스의 딸이자 백색 여신인 이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가 고통받고 길을 잃은 것을 가엾게 여겼다.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갈매기처럼 그녀는 바다에서 솟아올라 뗏목 위에 앉아 이르되,
「가엾은 사람이여. 어째서 분노한 해신이 당신에게 고통의 여정을 안겨 주는가. 그러나 그의 적개심이 당신을 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은 총명해 보인다. 내 말대로 하라. 옷을 벗고 뗏목은 바람에 날려 가게 두어라. 팔만 사용하여 파에아키아로 헤엄쳐 가거라. 운명은 네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정하였다. 자, 내 스카프를 받아 가슴 아래에 묶으렴. 이 불멸의 베일로 너는 죽음이나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그러나 마른 땅에 도착하면 스카프를 풀어 바다로, 육지에서 멀리 던져 버리렴. 그리고 돌아서렴.」
여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갈매기처럼 거센 파도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검은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그토록 많은 위험을 겪었던 영웅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나이다.
「어떤 신이 뗏목을 버리라 하였으나, 신들이 또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아직 그녀를 믿을 수 없다. 그녀가 도망치라 한 땅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렇게 해야겠다. 이 나무 기둥들이 버티는 한,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겠다. 그러나 파도가 내 뗏목을 산산조각 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헤엄쳐야겠지.」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진의 신 포세이돈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파도를 일으켜 그의 머리 위로 솟구치게 한 다음, 그에게 던졌다. 마치 사나운 바람이 마른 밀기울 더미를 휘날리게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듯이, 뗏목의 긴 나무 기둥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널빤지에 올라타 마치 말을 탄 것처럼 배를 타고 나아갔다. 그는 가립선이 준 옷을 벗었으나, 스카프는 가슴에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어 팔을 벌려 헤엄쳤다. 지진의 신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되,
「드디어 고통을 느끼는구나. 하늘의 신 상제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바다를 떠내려가거라. 그러나 그때에도 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멋진 갈기를 가진 말들을 몰아 집이 있는 아이가이 섬으로 향하였다.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은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녀는 다른 모든 바람의 진로를 막고, 멈추라 명령하여 잠들게 하였으나, 빠른 바람의 신 보레아스를 깨워 그의 앞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지수는 파이아키아에 도착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었느니라.
이틀 밤낮으로 그는 파도 위를 표류하였다. 매 순간 죽음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눈부신 새벽빛이 세 번째로 비추자 바람이 멈췄다. 미풍도 없고, 완전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올라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가까이에 해안이 보였다. 마치 아버지가 며칠 동안 병들고 쇠약해져 잔혹한 악령에 시달리다 마침내 신들이 그를 되살려 주었을 때 자녀들이 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오지수 또한 육지를 보았을 때 똑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헤엄쳐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가 귓가에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트림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짠 거품으로 뒤덮였다. 배를 위한 안식처는 없고, 깎아지른 절벽과 암초뿐이었다. 오지수는 심장이 멎을 듯하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떨리는 몸이었으나 결연한 의지로 그는 스스로에게 이르되,
「상제께서 내 희망을 뛰어넘어 내게 육지를 보여 주셨구나. 내가 심연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 잿빛 바다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아니한다. 해안에는 가파른 절벽이 있고, 사방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바위는 깎아지른 듯하고, 바다는 해안 가까이 깊다. 발을 디디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것이다. 기어오르려 하면 파도가 덮쳐 뾰족한 바위에 내동댕이칠 테니, 소용없다. 그러나 내가 더 멀리 헤엄쳐 나가 만이나 후미, 경사진 해변을 찾아다니면 폭풍우가 다시 나를 덮쳐 슬픔에 울부짖으며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 신이 암피트리테가 키우는 것과 같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낼지도 모른다. 나는 포세이돈이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파도가 거세져 그를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내던졌다. 지혜의 여신이 그를 생각해 주지 아니하였더라면 그의 살은 찢어지고 뼈는 부서졌을 것이니라.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고 신음하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매달렸다. 그러나 곧 파도가 다시 밀려와 그를 세차게 때리고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마치 굴에서 끌려나온 문어의 빨판에 조약돌이 잔뜩 달라붙듯이, 그의 강한 손은 바위에 긁혀 살점이 벗겨졌다. 거대한 파도가 다시 그를 덮쳤다. 지혜의 여신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그는 비참하게 너무 일찍 죽었을 것이니라. 그는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에서 올라와 완만한 경사의 해변이나 바다와의 만을 찾아 육지를 향해 헤엄쳐 갔다. 그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어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쳤다. 그곳은 바람을 막아 주는 매끄럽고 돌이 없는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그는 물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되,
「알 수 없는 신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였나이까. 저는 소금기 있는 바다와 포세이돈을 피해 왔나이다. 불멸의 신들조차 지금 저처럼 길을 잃은 인간을 존중하나이다. 저는 온갖 고난을 겪고 당신의 흐르는 강물에 이르렀나이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는 당신의 간청자이옵니다.」
물살이 멈추고 강의 신이 파도를 잠잠하게 하였다. 그는 그를 안전하게 강어귀로 인도하였다. 그의 다리에 쥐가 났다. 바닷물이 그를 부숴 버린 것이니라. 부어오른 몸에서 입과 콧구멍으로 소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숨이 차고 말없이 그곳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끔찍한 피로가 그를 덮쳤다. 겨우 숨을 쉬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여신의 스카프를 벗어 바다로 흐르는 강물에 던져 넣었다. 강한 물살이 스카프를 휩쓸어 내려갔고, 이노의 손이 그것을 건져 올렸다. 그는 땅 위로 기어 올라와 갈대밭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생명을 주는 땅에 입맞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속으로 이르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될까. 이 강가에서 밤새도록 깨어 있으면 잔혹한 서리와 부드러운 이슬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내 생명은 허약함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이 강가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저 비탈길을 올라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빽빽한 덤불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 추위와 피로를 떨쳐 낸다면, 야생 동물들이 나를 발견하고 먹잇감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물가 근처의 개활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가시나무와 올리브나무가 함께 자란 두 그루의 관목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강한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비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잎들은 너무나 빽빽하게 얽혀 자라 있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 잎들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영웅은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는 그 안에 누워 잎들을 더 쌓아 올렸다. 마치 이웃 없는 외딴 농장에서 사는 사람이 불씨를 아끼고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타오르는 횃불을 검은 숯 속에 묻는 것처럼, 오지수는 잎 속에 몸을 숨겼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감게 하여 모든 고통과 피로를 끝낼 수 있도록 잠을 내려 주었느니라.
==제6권 공주와 그녀의 빨래==
오지수는 고난을 겪었느니라. 길고 험난한 여정에 지친 영웅은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무릉도인들에게로 갔다. 이들은 원래 춤의 땅 희리국에 살았으나, 강력한 이웃인 독안거인들이 끊임없이 약탈을 일삼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무릉도의 왕 도화원주가 그들을 멀리 떨어진 도화원으로 데려가 성벽을 쌓고 집과 신전, 그리고 땅을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후 신이 내린 지혜를 가진 알진오가 왕위에 올랐다.
눈빛이 총명한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의 귀환을 돕기 위해 그의 궁전으로 갔다. 그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침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젊은 공주 나우공주가 잠들어 있었다. 문 밖에는 노비 두 명이 나란히 잠들어 있었으니, 모두 은총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적인 소녀들이었다. 빛나는 문은 닫혀 있었으나, 여신은 바람처럼 나우공주의 침실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유명한 뱃사람 디마스의 딸이자 나우공주와 같은 나이의 절친한 친구로 변장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오, 나우공주여. 너무 게으르구나. 네 어머니가 너를 가르쳤어야 했는데. 네 옷은 더러운 더미로 널려 있구나. 곧 결혼할 터인데, 입을 예쁜 드레스도 있어야 하고, 들러리들에게 줄 옷도 있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날이 밝으면 빨래를 해야지. 내가 가서 도와줄 터이니 금방 끝날 것이다. 분명 오래도록 결혼하지 않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네 고향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벌써 너에게 구혼하고 싶어 하거늘. 그러니 새벽에 아버지께 가서 옷과 스카프, 시트를 실을 노새가 끄는 수레를 달라 하렴. 걸어서 가지 말고 수레를 타고 가야 하느니라. 빨래터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느니라.」
여신은 소녀의 눈을 들여다본 후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곳이 신들이 영원히 거하는 곳이라 말하느니라.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지도 아니하고, 비에 젖지도 아니하며, 눈으로 덮이지도 아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산 위에 펼쳐져 있고, 온통 하얀 광채가 감도다. 축복받은 신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느니라.
그때 새벽이 아름다운 옥좌에서 내려와 소녀를 깨웠다. 소녀는 꿈이 생각나서 놀라워하며 예쁜 옷을 입고 홀 안에 있는 부모님께 가서 이야기하였다. 어머니는 난로 옆에 앉아 바다색 실을 잣고 있었고, 하녀들이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백성들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명한 조언자들과 함께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곁에 서서 이르되,
「아버지, 제게 큰 바퀴가 달린 마차를 준비해 주시겠나이까. 제 좋은 옷들을 강가에 가져가 빨래하고 싶사옵니다. 옷이 너무 더러우니이다. 아버지도 중요한 계획을 세우실 때 조언자들을 만나실 때는 깨끗한 옷을 입으셔야 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셔야 하옵니다. 아버지의 다섯 아들들 중 두 명은 결혼하였으나 세 명은 건장한 미혼남이오니, 무도회에 갈 때는 항상 깨끗하게 빨래한 멋진 옷을 입고 싶어 하시나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아버지께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대답하되,
「얘야, 노새든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겠노라. 어서 가거라. 종들이 마차에 짐칸을 달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종들을 불렀고, 종들은 순종하여 마차를 준비하고 바퀴를 점검한 다음, 노새들을 끌어와 멍에를 씌웠다. 소녀는 형형색색의 옷들을 꺼내 수레에 실었고, 어머니는 바구니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담았다. 감람, 치즈, 포도주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염소 가죽에 넣어 보관하였다. 소녀는 수레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목욕 후 쓸 기름이 든 금빛 병을 소녀에게 건네 주었다. 나우공주는 채찍과 고삐를 잡고 채찍을 휘둘렀다. 노새들은 서둘러 가고 싶어 마구를 덜컹거리며 옷과 소녀, 그리고 모든 노비들을 싣고 출발하였다.
그들은 항상 물웅덩이가 가득 찬 아름다운 강에 도착하였다. 강물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아래에서 솟아올라 가장 더러운 빨래도 씻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노새들을 풀어 주고 강가로 몰아 시냇가 옆의 꿀처럼 달콤한 풀을 뜯게 하였다. 소녀들은 수레에서 빨래를 꺼내 빨래터로 가져가 서로 경쟁하듯 발로 밟았다. 더러움이 사라지자 그들은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조약돌을 해변으로 밀어내는 강가에 빨래를 널었다. 그들은 목욕을 하고 감람유를 몸에 발랐다. 그런 다음 강둑에 앉아 음식을 먹고 햇볕에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머리 스카프를 벗고 공놀이를 하러 갔다. 하얀 팔을 가진 공주는 아림 여신처럼 활을 쏘며 그들을 이끌었다. 마치 태기 산과 이만 산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아림처럼, 그녀는 멧돼지와 날렵한 사슴과 함께 달리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아이기스 왕 상제의 시골 딸들은 그녀 주위에서 뛰어놀았고, 레토는 모두가 아름다웠으나 자신의 딸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래서 나우공주는 그들 모두보다 훨씬 돋보였느니라.
그러나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 노새에 멍에를 씌우고 빨래를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지혜의 여신의 눈이 번뜩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예쁜 공주를 보고 페아키아인들의 마을까지 호위를 받아야 하였다. 공주는 노비 소녀에게 공을 던졌으나, 소녀는 공을 잡지 못하였다. 공은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졌고, 소녀들은 모두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생각에 잠기되,
「내가 지금 있는 이 나라는 어떤 곳인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폭력적인가, 아니면 선량하고 친절하며 신을 경외하는가.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험준한 산꼭대기와 강가, 풀이 무성한 초원에 자주 나타나는 산령녀들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사람의 목소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노라.」
오지수는 덤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마치 산사자가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소나 양, 혹은 들사슴을 공격할 때 눈빛이 이글거리듯 빛나고, 굶주림에 못 이겨 튼튼한 양 우리를 헤집고 다니듯, 오지수 역시 발가벗은 몸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들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소금으로 범벅이 된 그의 모습은 끔찍하였다. 소녀들은 겁에 질려 해안가를 따라 이리저리 도망쳤다. 그러나 나우공주는 가만히 서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녀의 다리 떨림을 멈추게 하고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의 무릎을 만져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매력적인 말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옷을 달라 애원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결국 그는 거리를 두고 말로 애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놀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계산된 아첨이었다.
「부인이여, 제발. 당신은 신이시옵니까, 아니면 인간이시옵니까. 만일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여신이시라면, 당신은 상제의 딸 아림처럼 생겼나이다. 키도 크고 아름다우시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땅에 사는 인간이시라면, 당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참으로 행운아옵니다. 세 배로 행운이지요. 활짝 피어나는 새싹이자 무용수들의 우두머리인 당신을 보니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그리고 당신을 지참금과 함께 신부로 맞이하는 남자는 단연코 가장 행운아옵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나이다. 단 한 번도요. 당신을 보면 제 눈이 부시나이다. 저는 전쟁과 고난을 향해 가는 길에 한때 델로스에 갔나이다. 제 군대도 저와 함께 행군하였지요. 아로왕의 제단 옆에 어린 야자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나이다. 저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감탄하였나이다. 그렇게 마법 같은 나무는 본 적이 없었나이다. 부인이여, 당신은 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로잡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껴 당신의 무릎에 손을 대기가 두렵나이다. 그러나 저는 절박하나이다. 저는… 옥기섬에서 이십 일 동안 폭풍우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어제 어떤 신이 저를 바로 이곳으로 데려왔나이다. 아마도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겠지요. 신들이 할 일을 다 하기 전까지는 제 고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부인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신창이가 된 저는 당신께, 당신이 제일 먼저 찾아왔나이다. 이 나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마을을 알려 주시고, 혹시 여기 오실 때 옷을 가져오셨다면 입을 누더기라도 좀 주소서. 신들이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집과 남편,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부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원수는 질투하고 친구는 기뻐하며 큰 명예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하얀 팔을 가진 나우공주가 대답하되,
「이봐요, 나그네여. 당신은 용감하고 영리해 보이시옵니다. 상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아시지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뜻대로 말입니다. 당신의 고난은 그분에게서 온 것이니 감당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 땅에 오셨으니 옷이나 필요한 것은 부족함 없이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이곳 사람들은 무릉도인이라 불리고, 저는 위대한 알진오 왕의 딸이옵니다. 우리 백성의 힘과 권력은 바로 그분께 달려 있나이다.」
그리고는 머리를 땋은 노비들을 부르되,
「얘들아, 잠깐만. 어찌하여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냐. 얘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세상에 태어난 그 어떤 사람도 적개심을 품고 우리 무릉도에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니까. 우리 섬은 외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느니라. 그러나 이 불쌍한 사람은 길을 잃었으니 우리가 돌봐 주어야 하느니라. 모든 외국인과 거지들은 상제의 선물이니, 어떤 친절이든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낯선 사람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주고, 바람을 피해 강가에서 씻겨 주렴.」
그들은 멈춰 서서 알진오의 딸인 공주가 말한 대로 오지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자고 서로 부추겼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옷, 즉 튜닉과 장포를 주고, 금병에 담긴 감람 기름을 주어 강가로 데려가 씻겨 주었다. 오지수는 공손하게 이르되,
「얘들아, 여기서 좀 떨어져서 기다려라. 내가 더러운 등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니라. 꽤 오래되었거늘. 부디 조용히 씻게 해 다오. 예쁜 아가씨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 부끄럽구나. 머리카락도 예쁘고.」
그래서 그들은 물러나서 여주인에게 말하였다. 그런 다음 오지수는 강물로 등과 어깨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머리카락에 붙은 바닷소금을 씻어 냈다. 그러나 그가 깨끗하게 씻고 기름을 듬뿍 바르고, 젊은 미혼 소녀가 준 옷을 입자, 지혜의 여신은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보이게 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자운화처럼 곱슬곱슬하게 자라게 하였다. 마치 지혜의 여신과 해필수가 숙련된 장인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은에 금을 부어 더욱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처럼,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는 바닷가로 가서 앉았다. 그의 잘생김은 눈부셨느니라.
소녀는 깜짝 놀라 단정하게 머리를 손질한 여종들에게 이르되,
「얘들아, 내 말 잘 들어라. 오림산에 사는 신들이 이 남자가 내 신과 같은 백성들과 만나기를 바라셨던 것이 틀림없다. 전에는 가난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하늘에 사는 신 같구나. 나도 이런 남자, 여기 살면서 머물고 싶어 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구나. 자, 얘들아, 이제 이 낯선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라.」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소녀들은 복종하여 오지수에게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오지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마셨다. 그는 거의 굶주린 상태였다. 음식을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때 팔이 하얀 나우공주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그녀는 옷을 접어 수레에 싣고, 노새들에게 멍에를 씌운 다음 수레 안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오지수에게 분명한 지시를 내리되,
「낯선 이여, 준비하시오. 마을로 가셔야 하나이다. 그러면 우리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드리겠나이다. 똑똑해 보이시니 제 말대로 하시오. 들판과 농지를 지나갈 때, 당신은 소녀들과 함께 노새 뒤에서 재빨리 따라오시오. 제가 앞장서겠나이다. 그러면 양쪽에 경치 좋은 항구가 있고, 좁은 문이 있는 높은 성벽에 도착할 것입니다. 문 앞에는 곡선형 배들이 길을 따라 정박해 있는데, 각 배마다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나이다. 만남의 장소는 해신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데, 신전에는 땅속 깊이 박힌 무거운 돌들이 박혀 있나이다. 그곳에서 일꾼들은 배의 장비, 즉 밧줄과 돛을 만들고 노를 다듬나이다. 무릉도 사람들은 활쏘기에는 관심이 없나이다. 그들의 열정은 돛과 노, 그리고 배에 있으며, 그들은 그것으로 어둡고 회색빛 바다를 건너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서 저를 험담할까 봐 걱정이옵니다. 무례한 사람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저 덩치 큰 남자는 누구인가. 저 낯선 사람은 어디서 만났는가. 저 사람이 저 여자의 남편이 될까. 저 여자는 저 남자를 얻었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배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그녀를 꼭 안아 준 것이겠지. 그녀가 다른 곳에서 온 남자를 만났다면 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을 경멸하거든. 비록 많은 귀족 구혼자들이 있으나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나 같으면 결혼 전에 남자들과 너무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규칙을 어긴 여자를 비난하겠지. 그러나 잘 들어 보시오, 나그네여.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 드리겠나이다. 길가에 미루나무 숲이 있나이다. 그곳에는 샘물이 있고 주변에는 초원이 펼쳐져 있지요. 그곳은 지혜의 여신의 땅이옵니다. 아버지가 과수원과 영지를 가지고 계신 곳이지요. 사람 목소리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거기 앉아서 내가 마을에 있는 아버지 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내가 도착하였다고 생각되면, 계속 걸어가서 위대한 아버지, 알진오 왕의 궁전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오.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주 어린아이도 그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 집은 무릉도의 다른 집들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안뜰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 곧장 큰 홀로 가시오. 어머니께서 벽난로 옆에서 불빛을 받으며 놀라운 자주색 양털을 잣고 계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기둥에 기대어 서 계시고, 그 뒤에는 노비들이 서 있지요.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바로 옆에 왕좌에 앉아 신처럼 포도주를 홀짝이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지나쳐 어머니의 무릎에 엎드려 간청하시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잘해 주시고 마음속으로 당신을 좋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집으로,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빛나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재촉하였다. 노새들은 강물을 떠나 발굽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갔다. 그녀는 노비들과 위대한 오지수가 걸어갈 수 있도록 천천히 노새를 몰았다. 해가 지고 있을 때 그들은 지혜의 여신의 유명한 신전인 숲에 도착하였다. 오지수는 그곳에 앉아 곧바로 전능한 상제의 딸에게 기도하되,
「상제의 딸이시여, 불굴의 여왕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땅을 뒤흔드는 신이 저를 파멸시킬 때 당신께서 저를 도우셨다면, 그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 무릉도에서 따뜻하게 맞아 주시옵소서.」
지혜의 여신은 그의 기도를 들었으나, 오지수가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오지수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니라.
==제7권 마법의 왕국==
이에 오지수 장군은 인내심을 가다듬고 자리를 펴고 앉아 하늘에 기도를 올리니라. 그 사이에 튼튼하고 준수한 노새들이 소녀를 실어 마을로 향하니, 소녀는 마침내 아버지 궁궐 문 앞에 이르렀도다. 그의 오라버니들은 마치 불멸의 신선처럼 모여들어 노새의 마구를 벗기고 옷을 안으로 들여놓았으며, 소녀는 제 방으로 들어가니라. 늙은 여종 에우리메두사가 이미 불을 피워 두었는데, 이 여인은 오래전 배를 타고 아페이레에서 끌려온 이였도다. 백성들이 왕을 신처럼 받들어 절하므로 그녀를 왕에게 바쳤으며, 일찍이 어린 나우공주를 돌보던 그가 이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마련하노라.
오지수는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니, 지혜낭자께서 친절히 안개로 그를 감싸 사람들의 무례한 물음으로부터 보호하시니라. 아름다운 도시에 거의 다다르매, 눈빛이 초롱초롱한 지혜낭자가 젊고 미혼인 처녀 모습으로 물항아리를 들고 나와 그를 맞이하니, 그의 앞에 멈춰 섰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아이야, 이 땅을 다스리시는 알진오 대왕의 집까지 나를 인도하여 주겠느냐? 나는 고된 세월을 보내어 먼 곳에서 왔으니, 이방인이요 이 마을과 그 주변에는 아는 이가 없도다.”
여신이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하시되,
“이방인아, 네가 원하는 곳으로 모시리라. 왕은 내 아비 집 근처에 거하시니라. 그러나 조용히 걸으며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묻지 말지어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낯선 이를 달가워하지 아니하나, 스스로는 바다를 건너기를 즐기노라. 해신께서 그들에게 배를 날개처럼, 생각처럼 빠르게 하시었도다.”
여신이 그를 인도하니 그는 그 발걸음을 따르매, 바다를 누비는 무릉도인들은 그가 마을을 지남을 보지 못하였으니, 위대한 여신이자 땋은 머리의 지혜낭자께서 마법의 안개로 그를 보이지 않게 하셨기 때문이라. 그는 배와 항구, 귀족들의 회합 장소와 꼭대기에 말뚝을 박아 세운 높은 성벽을 보고 크게 놀라 탄식하였도다. 과연 놀라운 광경이로다!
마침내 왕의 웅장한 궁전에 이르니, 신성한 지혜낭자가 윙크하며 이르시되,
“이리 오라, 이방인아. 여기가 네가 데려다 달라 한 집이니라. 왕과 왕비는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실 것이니, 겁내지 말고 들어가거라. 용맹한 자는 어떤 모험에서도 성공하는 법이니, 멀리서 온 이라도 마찬가지니라. 먼저 왕비에게 인사하라. 그 이름은 아례희라. 왕과 왕비는 도화원주라는 공통 조상을 두었도다. 에우리메돈은 오래전 거인족의 왕이었으나 오만하고 사악하여 제 백성을 죽이고 스스로도 죽임을 당하였느니라. 그의 막내딸 비려화는 매우 아름다웠고, 해신께서 그와 동침하여 도화원주를 낳으시니 그가 이 무릉도의 왕이 되었도다. 그에게 두 아들이 있어 우리의 왕 알진오와 락선우라. 아로왕께서 락선우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없이 그를 쏘아 죽이시니, 딸 아례희를 남기셨고, 숙부인 알진오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도다. 어떤 여인도 그녀만큼 존경받지 못하니, 왕은 그녀를 공경하고 자녀와 백성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우리는 그녀를 여신처럼 받들어 마을을 지날 때면 손가락질하며 바라보노라. 그녀는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나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분쟁을 해결하니, 만일 그녀가 너를 호의로 여기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이같이 눈빛이 반짝이는 지혜낭자는 그를 떠나 아름다운 도화원을 지나 지칠 줄 모르는 바다를 건너 마라톤과 아테네로 향하여 어륵태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시니라.
오지수는 왕궁에 다가가 청동으로 된 문턱에 서서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스쳐 보내니, 위대한 왕의 궁전은 높고 햇살이나 달빛처럼 빛났도다. 입구에서 침실까지 벽은 온통 청동으로 되어 그 위에 푸른 띠가 둘려 있었고, 금빛 문이 궁전을 지키며, 은 기둥이 문턱에서 솟아나고 상인방은 은이요 손잡이는 금이었도다. 양쪽에는 해필수께서 뛰어난 솜씨로 만드신 은과 금의 개들이 서서 용맹한 알진오 왕의 집을 지키는 불멸의 수호라. 문에서 안쪽 방까지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의자가 놓이고 여인들이 수놓은 부드러운 덮개가 덮여 있어, 무릉도의 귀족 남녀들이 앉아 먹고 마시며 풍족한 삶을 누리니라. 금으로 만든 소년 조각상들이 받침대 위에 서서 손에 불타는 횃불을 들고 밤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홀을 밝히고, 왕의 집에는 쉰 명의 여종이 있어 어떤 이는 맷돌에 노란 곡식을 갈고 어떤 이는 천을 짜며 바스락거리는 미루나무 잎처럼 빠른 손가락으로 실을 잣아 짜인 천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노라. 무릉도 남자들이 배를 띄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듯이, 그곳 여인들은 지혜낭자 여신께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 뛰어난 지성과 기술을 내리시어 직조 솜씨가 탁월하니라.
문 밖 안뜰에는 울타리로 둘린 오천 평 크기의 과수원이 있어 키가 큰 나무들이 과일로 가득하고, 선명한 사과의 빛깔과 배·석류·달콤한 무화과·탐스러운 감람이 주렁주렁 열리니, 겨울이나 여름에도 과일이 떨어지거나 시들지 아니하고 일 년 내내 열매가 자라니라. 서풍이 항상 불어와 과일을 살찌우고 익히니, 배는 익어가고 사과는 사과대로, 포도는 포도대로, 무화과는 무성하게 열리도다. 비옥한 포도밭도 조성되어 따뜻한 쪽 평평한 경사면에서 포도를 햇볕에 말리고, 포도송이를 따서 밟아 으깨면 덜 익은 것은 꽃잎을 떨어뜨리고 익어가는 것은 보라색으로 물드니라. 샘물이 둘 있어 하나는 정원 전체를 흐르고 다른 하나는 안뜰 문턱에서 궁전 쪽으로 솟아나와 사람들이 식수를 긷노라. 이처럼 신들께서 알진오 왕의 집에 아름다운 선물을 내려 주셨도다.
오랜 세월 고난을 견뎌 온 강인한 오지수는 그곳에 서서 놀라움에 휩싸여 바라보다가 재빨리 궁전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라. 무릉도의 위엄 있는 지도자들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허명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술을 올리거늘, 오지수는 지혜낭자께서 만드신 안개로 변장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아례희와 왕에게 다가가 아례희의 무릎을 껴안으니, 순식간에 마법의 안개가 흩어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나매 모두가 놀라 침묵에 잠겼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락선오의 딸 아례희 왕비시여, 나는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었나이다. 왕비님과 왕세자님, 그리고 이곳에서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 간청하오니, 신들께서 왕비님의 삶을 축복하시고 자녀들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내가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족이 너무나 그리워 너무 오래 떠나 있어 가슴이 아프나이다.”
그는 화롯가 재 속에 앉으니 모두가 침묵을 지키다가 예개우가 입을 열었도다. 그는 무릉도의 원로 정치가이자 웅변에 능하고 학식이 풍부한 이로서 돕고자 하여 말하되,
“알진오여, 그대도 알다시피 낯선 이를 화롯가 재 속에 앉혀 두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모두가 그대의 명령을 기다리니, 그를 일으켜 은 의자에 앉히고 포도주를 따르게 하며,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하녀는 창고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야 하리라.”
이에 알진오는 오지수의 손을 잡고 재 속에서 일으켜 세워 가장 아끼는 아들 나도만에게 자리를 비키라 명하고 자신 옆에 앉히니라. 여종이 금 항아리에 물을 담아 손을 씻기고 은그릇에 물을 따르며 윤이 나는 나무 탁자를 가져오고, 천한 노비가 빵과 고기가 가득한 접시를 바치니, 반쯤 굶주리고 기진맥진한 영웅이 먹고 마셨도다.
위엄 있는 알진오 왕이 술꾼 본도수에게 이르되,
“가서 그릇에 술을 섞어 모든 손님에게 따라 주어라. 그리하여 고통받는 자를 축복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술을 바치게 하라.”
소년이 달콤하고 맛있는 술을 섞어 모든 이의 잔에 따르고 먼저 신들에게 올리니, 제물을 바치고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신 후 알진오가 말하되,
“들으소서, 신들이시여. 내 마음이 명하는 바를 들으소서. 잔치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드소서. 새벽이 되면 최고의 병사들을 더 불러 모아 이 낯선 이를 우리 궁전에 모시고 신들에게 훌륭한 제물을 바치리라. 그의 여정을 어떻게 도울지 계획하여 손님이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길에서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집에 도착하게 하리라. 집에 도착하면 태어날 때부터 운명과 무거운 존재들, 곧 방직공들이 정해 놓은 모든 것을 견뎌야 하리니. 그러나 만일 그가 불멸의 존재요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신들께서 방식을 바꾸셨도다. 예전에는 우리가 엄청난 제물을 바치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 가운데 앉아 음식을 먹으셨으며, 우리 중 단 한 사람이 길을 걷다 만나더라도 숨지 아니하셨느니라. 우리는 거인족이나 독안거인족처럼 가까운 친구였도다.”
오지수는 신중히 헤아린 후 아뢰되,
“알진오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주소서. 나는 하늘의 불멸의 신들과 같지 아니하며, 키도 보통이요 사람처럼 보이니라. 고통에 있어서는 그대가 아는 가장 고통받는 이와도 견줄 만하며, 내가 겪은 수많은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신들께서 그리 뜻하셨도다. 그러나 슬픔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허락하여 주소서. 배는 마치 낑낑대는 개와 같아 아무리 피곤하거나 슬픔에 잠겨도 배를 채우라 애원하나이다.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나 배는 항상 먹고 마시라 재촉하여 겪은 고통을 잊고 배를 채우라 하니라. 내일 새벽, 이 모든 고통 끝에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재산과 노비와 집을 바라보며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소서.”
모두가 낯선 이의 말이 일리 있다 여기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동의하니, 신들에게 음료를 바치고 원하는 만큼 마신 후 모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오지수는 연회장에 남아 아례희와 신과 같은 알진오 옆에 앉아 있었으며, 연회 음식은 노비들이 치우고 있었느니라.
하얀 팔을 가진 아례희가 그가 입은 멋진 옷, 자신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짠 장포와 저고리를 알아차리고 말이 날개를 단 듯 전하여 이르되,
“낯선 이여, 내가 먼저 말을 걸겠노라. 어디에서 왔으며, 그 옷은 누가 주었느냐? 바다를 떠내려 왔다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가 신중히 말을 골라 대답하되,
“폐하,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신들께서 내게 너무나 많은 시련을 안겨 주셨기 때문이니이다. 이것만 아뢰겠나이다. 먼 바다에 옥기섬이라는 섬이 있어 그곳에는 태락의 딸이요 매끄러운 땋은 머리의 강력한 여신, 교활한 립선이 살고 있나이다. 그는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상제께서 내 배를 낚아채 밝은 번개와 함께 포도주빛 바다 위로 갈라놓으시매 나는 홀로 그의 집으로 향하였나이다. 동료 용맹한 친구들은 모두 죽었고, 배의 용골을 껴안고 열흘 동안 표류하다가 열 번째 밤 신들께서 나를 데려가 아름답고 강력한 여신 립선의 고향인 옥기섬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그는 나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죽음과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맹세하였으나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곳에서 칠 년을 보내며 그가 신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주었으나 항상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나이다. 마침내 팔 년이 되어 상제 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마음도 바뀌어 나를 튼튼히 묶은 나무 뗏목에 태워 보내되 음식과 달콤한 포도주, 신들이 입을 법한 옷을 갖추어 주고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도 보내 주셨나이다. 나는 십칠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다가 십팔 일째 되는 날 당신 나라의 어두컴컴한 산들이 나타나매 너무나 기뻤으나 더 큰 불행이 닥쳐왔나이다. 해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나를 막고 바다를 휘저으시니 나는 흐느끼며 그곳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못하였나이다. 마침내 뗏목이 거대한 폭풍에 산산조각 났으나 이 깊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 여기까지 왔나이다. 곧바로 상륙하려 하였다면 바위에 부딪혀 다시 떠밀려갔을 것이니, 강어귀에 이를 때까지 헤엄쳐 가니 그곳은 상륙하기에 완벽한 자리처럼 보였나이다. 바람도 막아 주고 잔잔하며 파도도 전혀 없고 바위가 없었나이다. 거기에 털썩 주저앉아 거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력을 회복하려 애쓰다가 빗물로 채워진 강에서 기어 나와 강둑으로 가 덤불 속에 숨고 나뭇잎을 쌓아 덮었나이다. 어떤 신께서 깊은 잠을 내려 주시매 무거운 마음으로 밤새도록, 새벽부터 정오까지 나뭇잎 아래에서 잠을 잤나이다. 오후에 깨어 보니 해변에서 소녀들이 놀고 있었으며, 당신의 따님이 여신처럼 아름답고 그 노비들도 있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처럼 어린 소녀가 그리 분별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하였으니, 젊은이들은 보통 그리 사려 깊지 아니하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여 음식과 포도주를 주고 강에서 나를 씻겨 주며 이 옷도 주었나이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진실을 아뢰었나이다.”
알진오가 이르되,
“내 딸이 한 일 중 딱 하나만 잘못되었도다. 자네가 먼저 딸에게 간청하였으니 딸이 직접 여종들을 데리고 자네를 데려왔어야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조심스레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의 따님은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부디 그를 책망하지 마소서. 따님이 여종들을 데리고 오라 하였으나 나는 너무 부끄럽고 불안하여 왕께서 나를 보시면 불쾌해하실까 걱정하였나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의심하는 경향이 있나이다.”
왕이 대답하되,
“내 마음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타입이 아니니, 절제가 언제나 최선이로다. 지혜낭자·상제·아로왕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로다! 부디 여기에 머물러 내 딸과 결혼하여 내 아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노라. 원한다면 집과 재산을 주리라. 원하지 아니하면 의사에 반하여 이곳에 붙잡아 두지 아니하리니, 상제 신께서 그리 되기를 바라지 아니하시기를! 당신의 여정에 대해서는 내일 출발할 수 있도록 약속하노라. 편안하게 누워 잠들면 잔잔한 바다를 건너 고향이나 원하는 곳 어디든, 심지어 우보도 너머까지도 노를 저어 보내리라. 우리 백성들이 금발의 나달만을 가야의 아들 티우에게 데려다 줄 때 보았던 곳이니,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해안이라 하는데 그날 왕복하였어도 지치지 아니하였도다. 내 배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내 백성들이 노를 저어 바다를 얼마나 잘 가꾸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그 순간, 그토록 많은 고난을 견뎌 낸 오지수는 기뻐하며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시여, 알진오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의 명성이 영원히 땅 위에 빛나게 하시고, 내가 고향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소서.”
이 말을 듣자 백발의 아례희가 시종들에게 현관에 침대를 내놓고 그 위에 고운 자주색 담요를 깔며 덮개와 양털 이불을 덮으라 명하니,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재빨리 침대를 깔끔히 정리한 후 오지수를 불러 이르되,
“손님, 일어나 밖으로 나오소서. 침대가 준비되었나이다.”
오지수는 긴 모험 끝에 누마루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인 침대에서 잠들 수 있어 기뻤도다. 알진오는 아내 옆 방에서 잠들었으며, 아내는 그들의 침대를 정리하고 함께 잠을 잤느니라.
==제8권 시인의 노래==
곧 새벽이 밝아와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위엄 있고 거룩한 알진오 왕은 잠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시를 정복한 오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축복받은 위대한 알진오 왕은 배를 타고 손님을 페아키아 회의장으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왕실 사자처럼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지수의 귀향길을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은 차례로 각 사람 곁에 서서 이르되,
「나리여, 회의 장소로 오셔서 우리 왕궁을 방문한 손님에 대해 알아보십시오. 바다를 떠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멸의 신처럼 보이옵니다.」
이렇게 지혜의 여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웠고, 곧 회의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라에르테스의 영리한 아들을 본 군중은 감탄하였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신비로운 마법을 걸어 주었고,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무릉도인들은 그가 앞으로 치러질 여러 가지 기량 시험을 통과할 때 그를 환영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니라.
사람들이 모이자 알진오는 그들에게 연설을 시작하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족장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 마음의 소명을 너희에게 말하리라. 이방인 한 사람이—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나—서쪽이나 동쪽에서 방황하다가 내 집에 나타났다. 그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간청하고 기도한다. 우리가 전에 다른 손님들을 도왔던 것처럼 그를 도우자. 내 집에 손님을 머물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항상 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배를 띄워 첫 항해를 시작하게 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쉰두 명을 선원으로 뽑아 노를 벤치 옆에 묶어 두자. 그리고 해안으로 돌아와 내 집으로 오너라. 젊은이들은 서둘러 잔치를 준비하라. 내가 풍족하게 음식을 준비하리라. 그리고 너희 영주들도 나와 함께 그를 환영해 주렴. 거절하지 말라. 시인 데모도쿠스도 초대해야 한다. 신의 은총을 받은 자이니 그가 부르는 노래는 무엇이든 듣기 좋을 것이다.」
그가 앞장서서 갔다. 귀족들은 그와 함께 갔고, 하인은 시인을 데려왔다. 왕의 명령대로 정예 젊은이들 쉰두 명은 해안으로 갔다. 그들은 거친 바닷물에 이르러 검은 배를 물에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가죽 끈에 노를 하나씩 묶어 질서정연하게 고정하였다. 흰 돛을 활짝 펼치고 배를 물 위에 정박시켰다. 그런 다음 그들은 왕의 웅장한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홀과 회랑은 노인과 젊은이들로 가득하였다.
알진오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양 열두 마리와 은빛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 여덟 마리, 그리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 두 마리를 잡았다. 그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잔치를 준비하였다. 하인은 뮤즈가 숭배하는 시인을 데려왔다. 뮤즈는 그에게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 두 가지를 주었다. 그의 시력을 빼앗았으나, 아름다운 노래를 주었느니라.
술 장수는 은으로 장식된 의자를 가져와 모든 손님들 가운데 기둥에 기대어 세웠다. 그리고 못에 시인의 리라를 머리 위에 걸어 두고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시종은 시인 옆에 탁자를 차리고 빵 바구니와 와인 한 잔을 놓아 원할 때마다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자 뮤즈는 시인에게 하늘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유명한 일화, 아킬레우스와 오지수의 다툼에 대한 노래를 부르도록 하였다. 화려한 제사 잔치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었는데, 건웅은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기뻐하였다. 건웅이 피토의 신탁소에 가서 입구 돌을 넘어 신탁을 구할 때, 아폴론이 상제의 계략으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에게 고통이 시작될 것이라 예언하였기 때문이니라. 유명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건장한 손으로 무거운 자주색 장포를 집어 얼굴을 가렸다. 그는 자신이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래꾼이 노래를 멈출 때마다 오지수는 눈물을 닦고 장포를 끌어내린 후 신들을 위해 잔에서 포도주를 한 방울 따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릉도의 귀족들은 음유시인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 재촉하였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좋아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음유시인은 다시 노래를 시작하였고, 오지수는 신음하며 장포 아래로 얼굴을 숨겼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알진오만이 그의 눈물을 보고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이르되,
「폐하들이여, 우리는 이미 잔치에 대한 소망과 잔치의 동반자인 리라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켰나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모든 운동 경기를 준비합시다. 그러면 손님이 집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권투, 씨름, 높이뛰기, 달리기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소년이 앞장섰고, 다른 사람들도 뒤따랐다. 소년은 리라를 걸이에서 내려 데모도쿠스의 손을 잡고 경기를 구경하러 나온 군중 속으로 그를 이끌고 나갔다. 그곳에는 아크로네우스, 오키알루스, 엘라트레우스, 나우테우스, 토온, 안키알루스, 에레트메우스, 아나베시네우스, 폰테우스, 프림네우스, 프로레우스, 폴리나우스의 아들이자 테크톤의 손자인 암피알루스, 그리고 나우볼루스의 아들인 에우리아루스 등 많은 젊은 운동선수들이 서 있었다. 에우리아루스는 아레스처럼 파멸의 신으로 불렸다. 그는 외모와 힘에 있어서 나도만 다음으로 무릉도에서 가장 뛰어났다. 위대한 알진오의 세 아들, 나도만, 신과 같은 클리토네우스, 그리고 할리우스가 일어섰다.
먼저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줄을 서서 트랙을 따라 순식간에 질주하여 들판의 먼지를 일으켰다. 클리토네우스는 단연코 단거리 달리기에서 최고였다. 그는 노새가 쟁기질한 밭의 길이만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관중석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잔혹한 레슬링 경기가 이어졌는데, 에우리아루스가 가장 뛰어났다. 암피알루스는 멀리뛰기에서 탁월하였다. 그리고 원반던지기에서는 단연 엘라트레우스가 최고였다. 왕자 나도만은 권투에 뛰어났다. 그들은 모두 경기를 즐겼다.
그들이 이야기를 마치자, 알진오의 아들 나도만이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제 저 낯선 사람에게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야겠소. 체격이 좋고, 다리와 팔, 목이 튼튼하군. 고난을 겪었으나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이는군. 아무리 강했던 사람이라도 바다만큼 사람을 꺾을 수는 없소.」
에우리아루스가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네 말이 맞소. 직접 그에게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소.」
알진오의 고귀한 아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모두 가운데로 일어나 오지수를 부르되,
「이리 오시오. 자, 자네도 우리 경기를 해 보는 게 어떻소. 운동을 할 줄 안다면 말이오. 그럴 것 같소. 한평생 동안 손과 발로 이루어 낸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소. 그러니 걱정은 잊고 한번 해 보시오. 배가 출항하였으니 곧 항해를 시작할 것이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소.」
오지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어찌하여 이런 도전을 하며 나를 조롱하는가. 내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지, 경기에 얽매여 있지 아니하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겪었기에 이제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여기 앉아 당신의 왕과 백성들에게 내 소원을 들어 달라 기도하고 있다.」
에우리아루스는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자네는 운동 경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자네 같은 놈은 잘 안다. 상선 선원들의 선장인 자네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화물과 화물에만 신경 쓰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만 챙긴다. 자네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얼마나 오만한 소리를 하는가.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몸과 마음, 말솜씨를 축복으로 주지 아니한다. 어떤 사람은 허약하나 신의 축복을 받아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말은 침착하고 위엄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그가 마을을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은 신과 같은 외모를 가졌으나 말솜씨는 형편없다. 자네도 마찬가지다. 자네는 겉모습은 훌륭하나, 신조차도 자네의 몸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네의 정신은 불구다. 자네의 터무니없는 말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나는 스포츠와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 아니하다. 젊었을 때는 강한 팔을 믿고 항상 일등이었다. 지금은 고통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나는 전쟁의 고통을 견뎌 냈고, 바다의 위험을 헤쳐 왔다. 그러나 자네는 나에게 도전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고통스럽지만 나는 경쟁하리라.」
그러자 그는 장포를 걸친 채 뛰어올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거대한 원반을 움켜쥐었다. 그는 몸을 돌려 팔을 뒤로 젖혔다가 건장한 손으로 원반을 던졌다. 원반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노 젓기에 능했던 무릉도인들은 원반의 궤적 아래 몸을 숙여 움츠렸다. 원반은 다른 말뚝들을 훨씬 넘어 날아갔다. 지혜의 여신은 그 지점을 표시하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이르되,
「낯선 이여, 눈먼 사람이라도 더듬어 이 표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표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축하해도 좋다. 너희가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였고, 그 누구도 너희만큼 멀리, 더 멀리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오지수는 자신을 지지해 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젊은 무릉도인들에게 이르되,
「이것에 한번 도전해 보시오. 할 수 있다면, 더 멀리, 혹은 똑같이 멀리 또 한 번 던져 보겠소. 당신들이 나를 화나게 하였으니, 어떤 운동이든 해 보겠소. 어서. 권투든, 씨름이든, 달리기든, 누구와든 시합할 수 있소. 다만 나도만만은 예외로 하오. 그는 나의 주인이니. 누가 친구와 싸우겠소. 낯선 땅에서 자신을 환대해 준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자는 무가치하고 어리석은 자이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이오. 그러나 나는 당신들 중 누구와도 시합할 수 있소. 내 실력을 시험해 보시오. 당신들의 실력도 알려 주시오. 나는 어떤 운동에도 약하지 아니하오. 나는 잘 다듬어진 활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소. 많은 동료들이 내 옆에서 화살을 쏘아 올렸으나, 나는 언제나 적군 무리에서 가장 먼저 적을 쏘아 올렸소. 토래성에서 아카이아인들이 활을 쏠 때, 나보다 뛰어난 자는 단 한 명뿐이었소. 필록테테스. 지상에서 빵을 먹고 사는 다른 인간들은 모두 나보다 활 솜씨가 형편없나이다. 그러나 저는 헤라클레스나 에우리토스처럼 신들과 활쏘기 시합을 하려던 초인적인 궁수들과는 경쟁하지 않겠나이다. 아폴론은 그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격노하여 그를 죽였나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죽었고, 고향에서 장수하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다른 이들이 화살로 맞추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 창을 던질 수 있나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여러분 중 누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느냐일 뿐이옵니다. 저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체력이 떨어지고 다리가 약해져서 평소처럼 운동을 할 수 없었나이다.」
군중은 침묵하였으나, 알진오가 이르되,
「각하여, 아주 훌륭한 예의로 당신의 재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망과, 이 경기장에 나와 당신을 조롱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나이다.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 잘 들어 보시오. 집에 돌아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잔치를 벌일 때, 당신의 훌륭한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 조상 대대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모든 업적을 기억하시오. 우리는 씨름이나 권투에는 뛰어나지 아니하나, 달리기에는 빠르고 배를 다루는 데는 최고이옵니다. 우리는 잔치, 리라 연주, 춤, 다양한 옷차림, 따뜻한 목욕과 잠자리를 좋아하나이다. 자, 이제 무릉도 최고의 무용수들이 공연하게 하시오. 손님께서 집에 돌아가셔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항해술, 달리기, 춤과 노래에 얼마나 뛰어난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오. 데모도쿠스에게 줄 리라를 안에서 가져오시오. 어서 가시오.」
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시종이 리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홉 명의 심판을 뽑았다. 그들은 춤을 출 수 있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그 주위에 넓은 원을 만들었다. 시종이 데모도쿠스에게 리라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젊고 잘 훈련된 소년들을 대동하고 원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들은 발을 구르며 신성한 춤을 추었고, 그들의 빠른 다리는 빛났다. 오지수는 그 광경에 경탄하였다.
시인은 리라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왕관을 쓴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에게 품은 사랑에 대한 매혹적인 노래를 불렀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주었고, 해필수의 침대를 더럽혀 둘이 몰래 관계를 맺었다. 태양신은 그 모습을 보고 해필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해필수에게는 쓰디쓴 소식이었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대장간으로 가서 거대한 모루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결코 끊어지거나 풀릴 수 없는 튼튼한 사슬을 두들겼다. 그는 아레스에게 몹시 화가 났다. 덫을 만든 후, 그는 사랑하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기둥 주위에 엉킨 케이블을 감고, 가느다란 거미줄처럼 천장에 매달았다.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신들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 솜씨는 정말 기발하였다. 침대에 덫을 설치한 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문명화된 도시 렘노스로 갔다.
황금 기사 아레스는 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기적을 행하는 해필수가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강력한 아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 아레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내 사랑이여, 우리 함께 잠자리에 들자. 해필수는 마을을 떠났느니라. 이상한 언어를 쓰는 신티아인들을 만나러 렘노스에 갔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와 함께 눕고 싶어 흥분하였고, 둘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해필수가 만든 사슬이 그들을 단단히 묶어 움직일 수도, 일어설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저는 신은 가까이 다가왔다. 렘노스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마음이 괴로워하며 그는 집으로 향하였다. 문간에 서 있던 그는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모든 신들을 부르되,
「오, 아버지 상제여, 그리고 영원히 살아 계시는 모든 축복받은 신들이여, 보십시오. 웃으셔도 좋으나, 참기 힘드나이다. 상제의 딸인 아프로디테가 절름발이인 저를 어떻게 무시하는지 보십시오. 그녀는 파괴적이고 강하고 잘생긴 아레스를 사랑하나이다. 저는 약하나이다. 부모를 탓하나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러나 보십시오, 저 둘이 제 침대에서 연인처럼 자고 있나이다. 저는 그 광경에 소름이 끼치나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이 깊더라도 그들은 더 이상 저렇게 누워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곧 깨어나고 싶어 하겠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제가 딸을 위해 지불한 값을 갚을 때까지 제 덫과 사슬이 그들을 꽉 붙잡아 둘 것이옵니다. 그녀의 눈은 마치 개처럼 저를 쳐다보나이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우나, 자제력이 부족하나이다.」
신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 땅을 흔드는 해신, 도움을 주는 헤르메스, 그리고 아폴론이 있었다. 여신들은 수줍음 때문에 집에 머물렀다. 좋은 것을 주시는 축복받은 신들이 문간에 서 있다가 해필수가 설치한 기발한 함정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바라보며 서로 이르되,
「죄는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느린 자가 빠른 자를 이길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하고 느린 해필수가 자신의 솜씨로 오림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를 잡았으니 말이다. 아레스는 간음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들은 수군거렸다. 그때 상제의 아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이르되,
「내 형제 헤르메스여, 황금빛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녀의 침대에서, 비록 무거운 사슬에 묶여 있더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령 헤르메스가 대답하되,
「아, 활의 신 아폴론 형제여,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세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히 묶여서 당신들 신들과 당신들의 모든 아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라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그러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직 해신만이 웃지 아니하였다. 그는 해필수에게 아레스를 풀어 달라 간청하고 애원하였다. 그는 기적을 행하는 신에게 이르되,
「이제 그를 놓아 주소서. 당신이 부탁하신 대로 그는 신들 사이에서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옵니다.」
유명한 절뚝거리는 신이 대답하되,
「해신이여,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악당들을 풀어 주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레스가 속박과 빚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어찌 당신을 묶을 수 있겠소.」
지진의 신 해신은 그에게 대답하되,
「해필수여, 만일 그가 이 빚을 피하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갚겠소.」
절뚝거리는 신이 이르되,
「그렇다면 당신께 대한 예의로 당신의 부탁대로 하겠소.」
그래서 해필수는 온 힘을 다해 사슬을 풀었다. 두 연인은 속박에서 벗어나 둘 다 뛰어올랐다.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미소를 지으며 키프로스의 파포스 섬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향기로운 제단과 성소가 있었다. 은총의 여신들은 그곳에서 그녀를 씻기고 불멸의 존재들에게 빛을 발하는 마법의 기름을 발라 주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혀 주었다.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느니라.
그것은 시인의 노래였다. 오지수는 즐겁게 듣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알진오는 할리우스에게 나도만과 춤을 추라 하였다. 그들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장인 폴리부스가 만들어 준 자주색 공을 가져갔다. 한 소년은 뛰어올라 공을 구름 위로 던지고, 다른 소년은 발을 땅에서 떼고 뛰어올라 착지하기 전에 공을 쉽게 잡았다. 그들은 공을 똑바로 위로 던지는 연습을 한 후, 비옥한 땅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 가며 춤을 추었다. 들판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소년들은 시끄럽게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었다.
그때 오지수가 이르되,
「많은 백성의 왕이시여, 위대한 군주시여, 당신의 무용수들이 최고라고 자랑하셨는데, 정말 그러하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보니 감탄스럽나이다.」
존경받는 왕은 그 말에 기뻐하였다. 그는 곧바로 백성들에게 이르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영주들, 그리고 귀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낯선 사람은 매우 현명해 보이옵니다. 그러니 주인이 손님을 우호적으로 대접하듯 선물을 줍시다. 우리 백성은 열두 명의 영주가 다스리고 있으며, 내가 열세 번째 영주이옵니다. 우리 각자는 귀한 금 한 파운드와 깨끗하게 세탁한 옷, 튜닉과 장포를 가져오시오. 그것들을 쌓아 올려 손님이 이 모든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식사에 참석하게 하시오. 에우리아루스는 그에게 사과하고, 그의 말이 부적절하였으니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 하옵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고, 각자 대리인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에우리아루스가 이르되,
「위대한 왕 중의 왕이신 알진오 폐하, 폐하의 명령대로 사과하겠나이다. 그리고 은 손잡이와 상아로 조각한 칼집이 있는 이 청동 검을 그에게 선물하겠나이다. 그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알진오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오지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오지수는 말을 쏟아내되,
「환영하나이다, 나리여. 우리 집에 머무르십시오. 혹시라도 무례한 말이 있더라도 바람에 날아가 버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신들이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받으셨으니 말입니다.」
오지수는 이르되,
「친구여, 잘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신들이 당신을 보호하시고, 당신이 제게 주신 이 검을 결코 잊지 않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등에 메었고, 해가 질 무렵 귀한 선물들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노비들은 선물들을 알진오의 집 안으로 옮겼다. 왕자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을 어머니인 왕비 옆에 쌓아 두었다.
알진오 왕은 모두를 집 안으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혔다. 그는 아례희에게 이르되,
「여보, 우리 집에서 가장 좋은 궤짝을 가져와서 그 안에 튜닉과 갓 세탁한 장포를 넣어 두시오. 청동 가마솥을 불 위에 올려 물을 끓여서 손님이 목욕할 수 있도록 하시오. 그런 다음 귀족들이 가져온 귀한 선물들을 보여 주고 연회와 노래를 즐기게 하시오. 나도 선물을 하나 준비하였소. 금으로 만든 화려한 잔인데, 값어치를 하오. 손님이 상제와 다른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때마다 나를 떠올려 주기를 바라오.」
아례희는 하인들에게 빨래할 큰 솥을 빨리 데우라 명령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물을 붓고 장작을 쌓았다. 불길이 솥 주위를 감싸며 물을 데웠다. 아례희는 자기 방에서 궤짝을 가져와 손님에게 줄 선물, 즉 그들이 준 옷과 금을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장포와 튜닉을 넣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르되,
「뚜껑을 잘 지키고 묶어 두시오. 그래야 검은 배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무도 당신을 훔쳐 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상실을 여러 번 겪어 본 오지수는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뚜껑을 닫고 키르케에게서 배운 교묘한 매듭으로 묶었다. 그러자 여종은 곧바로 그를 목욕탕으로 데려가 씻겼다. 그는 따뜻한 물을 보고 기뻐하였다. 곱슬머리 칼리프소의 집을 떠난 이후로 목욕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칼리프소는 그를 마치 신처럼 보살펴 주었다. 여종들은 그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준 다음 튜닉과 고운 양모 장포를 입혀 주었다. 깨끗하게 씻고 난 그는 남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 신처럼 아름다운 나우공주가 궁전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지수를 보고 깜짝 놀라 말을 쏟아내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낯선 이여. 그러나 집에 돌아가시면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은 제게 목숨을 빚지고 있나이다. 제가 먼저 당신을 도왔으니까요.」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나우공주여, 헤라의 남편이자 천둥의 신이신 상제께서 제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공주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그곳에서 영원히 신처럼 당신께 기도하겠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왕 옆에 앉았다. 이제 음식을 차리고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는데, 집사가 존경받는 시인 데모도쿠스를 연회장 중앙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데모도쿠스를 기둥에 기대어 앉혔다. 오지수는 재빨리 생각하여 기름이 듬뿍 붙은 돼지고기를 한 조각 잘랐다. 접시에는 고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집사에게 이르되,
「이 고기를 가져다가 데모도쿠스에게 전해 주어라. 비록 슬프나 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시인들은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느니라. 뮤즈는 그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고, 시인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집사는 데모도쿠스에게 고기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기쁘게 고기를 받았고, 모두들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배를 채우고 마신 후, 여러 계략을 꾸민 영리한 책략가가 이르되,
「데모도쿠스여,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내가 자네를 누구보다 칭찬하노라. 아폴론 신이 자네를 가르쳤거나, 아니면 상제의 딸인 뮤즈가 자네를 가르쳤나 보네. 자네는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겪었는지 마치 그곳에 있었거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게 들은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군. 그러니 에페이우스가 지혜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든 목마 이야기를 노래해 주게. 오지수는 그 목마를 끌어다 성채 안으로 끌고 들어가 병사들을 태워 도시를 약탈하였지. 자네가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면, 자네는 진정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
신이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영감을 준 것이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진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한편, 오지수는 목마 안에 병사들을 태워 토래성 성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토래성 사람들은 그 말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놓고는 어떻게 할지 의논하였다. 어떤 이들은 「칼로 나무를 내리쳐야 한다」 하고 말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더 높이 끌어올려 바위에서 던져 버려야 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신들을 달래기 위해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 말은 전사들로 가득 차 토래성 사람들에게 죽음을 안겨 주었고, 그 말은 토래성의 도시를 파멸로 이끌었다. 시인은 아카이아인들이 그 말에서 쏟아져 나와 골짜기에서 매복 공격을 가해 도시를 약탈하고, 흩어지면서 모든 동네를 파괴하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아레스처럼 오지수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데이포보스의 집을 찾아 달려갔고, 마침내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끔찍한 폭력을 통해 승리하였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눈물을 쏟았다. 그의 뺨은 마치 여인이 남편을 껴안고 통곡하듯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남편은 집과 자식을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 그녀는 남편이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맑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시신 위에 쓰러졌다. 남자들이 바로 뒤따라왔다. 그들은 그녀의 어깨를 창으로 찌르고 그녀를 노비로 끌고 가 고된 노동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하였다. 오지수 또한 그와 같은 절망적인 방식으로 울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알아챈 사람은 바로 옆에 앉아 그의 흐느낌을 들은 알진오뿐이었다. 그는 재빨리 선원들에게 이르되,
「파에아키아의 귀족 여러분, 잘 들으시오. 데모도쿠스는 리라 연주를 멈추고 내려놓아야 하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저녁 식사 시간부터 이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우리의 손님은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었나이다. 그의 마음은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나이다. 노래를 끝내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시오.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옵니다. 이 환송 잔치와 우리가 우정의 표시로 드리는 이 귀한 선물들은 우리의 귀빈인 그를 위한 것이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에 처한 손님을 자기 형제처럼 대할 것이옵니다. 나그네여, 이제 내 질문에 회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대답하시오. 솔직한 것이 가장 좋나이다. 부모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 주셨나이까.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을 어떤 이름으로 알고 있나이까. 부모는 모든 아이에게 태어날 때 이름을 지어 주기 때문에 세상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든 귀족이든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 당신의 민족, 당신의 도시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오. 그래야 우리 배들이 당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수 있나이다. 파에아키아 사람들은 당신의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나이다. 다른 배들처럼 키를 잡는 사람도, 방향타를 잡는 사람도 없소. 우리 배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마을과 비옥한 들판을 알고 있소. 안개와 구름 속에 숨어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르며 나아가지. 배는 손상이나 손실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오. 그러나 언젠가 아버지 도화원주가 해신 신이 우리가 손님들을 바다 건너로 데려다 주는 것을 미워하여 언젠가 우리 배가 돌아오는 길에 난파될 것이고, 거대한 산이 우리 마을을 가릴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소. 신께서 뜻대로 이 일을 이루실지, 아니면 이루지 않으실지는 신의 뜻대로 될 것이오. 자, 이제 당신의 방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시오. 당신이 본 장소, 사람들, 도시들을 묘사해 보시오. 어떤 곳은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손님을 환영하지 아니하였고, 어떤 곳은 신을 존중하며 방문객에게 친절하였소. 그리고 토래성에서 그리스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왜 그렇게 흐느껴 울었는지 설명해 보시오. 신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이 파괴를 계획하고 계산하였나이다. 토래성에서 누군가를 잃으셨나이까. 아내의 집안 사람, 어쩌면 장인이나 장모님일지도 모르나이다. 결혼이라는 인연은 혈연 다음으로 가장 끈끈하나이다. 아니면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아는 친구를 잃으셨을지도 모르나이다. 친구는 형제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나이다.」
==제9권 목동의 동굴에 있는 해적==
이에 교활하고 거짓의 달인 오지수가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신 알진오 폐하, 이처럼 재능 있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니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그의 목소리는 신과 같사옵니다. 온 백성이 연회에 모여 집 안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빵과 고기가 가득 쌓인 식탁에서 술꾼이 잔에 술을 따라 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제게는 이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이로소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 슬픈 이야기를 물으시니,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제 절망을 더욱 깊게 하나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하오며, 어디서 끝내야 하오리까? 신들께서 제게 너무나 많은 슬픔을 안겨 주셨나이다. 먼저 제 이름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리하여야 서로 알아갈 수 있고, 제가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제 먼 고향에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옵니다. 저는 교활한 속임수와 거짓말로 유명하나이다. 제 명성은 하늘에까지 닿으나, 저는 이곳에 살고 있나이다.”
흔들리는 숲 속에 네리톤 산이 숨어 있는 이탁도라. 가까이에는 둘리키움과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그리고 사메 등 다른 섬들이 있도다. 다른 섬들은 모두 새벽을 맞이하나, 나의 이탁도는 멀리 떨어져 어둠을 마주하고 있느니라. 험준한 땅이나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좋은 곳이라. 내 눈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나라는 없도다.
알다시피, 신성한 칼피소는 나를 동굴에 가두고 혼인하려 하였고, 마찬가지로 교활한 키르케도 나를 함정에 빠뜨려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하였도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이에게는 고향과 가족보다 더 달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제 토래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제께서 내게 일으키신 모든 고난을 이야기하리라. 강풍이 나를 항로에서 벗어나 이스마루스의 키코네스족 쪽으로 밀어내었도다. 나는 마을을 약탈하고 남자들을 죽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아내를 취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느니라. 그리고 나서 나는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그 어리석은 자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술을 과음하며 해변을 따라 양과 소를 죽이고 있었느니라.
키코네스족은 본토에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니, 그들은 강하고 수가 많으며 말을 잘 타고 필요하다면 걸어서도 싸울 수 있는 이들이라. 그들은 마치 봄 새벽에 잎사귀와 꽃이 피어나듯 몰려왔도다. 그때 상제 신께서 우리에게 불운을 내리시니, 불쌍한 우리로다! 적군은 배 주위에 모여 청동 칼을 휘두르며 싸웠느니라. 거룩한 아침 햇살이 밝고 강렬할 때,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아 내었으나, 해가 지고 소들이 풀려나는 시간이 되자 키코네스족은 우리 그리스인들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도다. 우리 배에서 잘 무장한 선원 여섯 명이 각각 죽었고, 나머지 육십 명은 살아남아 위험에서 벗어났느니라.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친구들에 대한 슬픔을 안고 출항 준비를 하였도다. 배를 띄우기 전에 우리는 키코네스족의 손에 학살당한 불쌍한 동료들을 세 번씩 큰 소리로 불렀느니라.
구름의 신 상제께서 북풍을 우리 배들을 향해 맹렬한 태풍처럼 몰아쳐 바다와 땅을 안개로 뒤덮으시니, 밤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덮치고 배들은 옆으로 기울어졌도다. 돛은 강풍에 세 번이나 찢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우리는 돛을 내리고 온 힘을 다해 해안을 향해 노를 저었느니라. 우리는 이틀 밤낮을 그곳에서 지쳐 쓰러질 듯 괴로워하며 보냈도다.
밝은 새벽이 세 번째 아침을 가져다주자, 우리는 돛대를 세우고 빛나는 돛을 펼치고 배에 올랐느니라. 바람은 곧장 불고 항해사들은 키를 잡았도다. 나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이나, 말레아 섬을 돌아서자 시속 팔십 도의 해류와 강풍이 나를 키테라 섬에서 칠십 도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었느니라.
아홉 날 동안 나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폭풍우에 휩쓸려 헤매었도다. 열흘째 되는 날, 나는 연꽃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우리는 물을 길어 올리고 선원들은 음식을 준비하였으며, 식사를 하고 배 옆에서 소풍을 즐긴 후,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골라 정찰을 보내어 그 섬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내게 하였도다.
정찰병들은 인간, 곧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정찰병들을 해치지 아니하고 그저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나눠 주었을 뿐이라. 그러나 열매를 먹자 정찰병들은 돌아와 내게 소식을 전할 의욕을 잃었으며, 그곳에 머물며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였도다. 고향을 잊어버린 것이니라. 나는 눈물 흘리는 그들을 끌고 돌아와 텅 빈 배에 억지로 태워 갑판 아래로 밀어 넣고 묶었으며, 충성스러운 다른 남자들에게는 배로 돌아가라고 명하였느니라. 더 이상 아무도 연꽃 열매를 맛보고 목적지를 잊지 않도록 함이로다.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회색빛 물을 노로 저었도다.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여 고결한 독안거인, 곧 독불장군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였느니라. 그들은 신들을 믿었도다. 그들은 씨앗을 심지도 않고 밭을 갈지도 아니하나, 상제의 비 덕분에 보리와 곡식과 포도송이가 모두 무성하게 자라느니라. 그들은 회의도 열지 않고 공통된 법률도 없으며, 높은 산꼭대기의 동굴에서 살면서 각자 아내와 자녀를 위해 법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아니하느니라.
이 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섬이 있는데, 항구에서 비스듬히 물을 건너면 평평하고 숲이 우거진 섬이 있도다. 수많은 염소들이 그곳에 살지만 사람들은 결코 찾아오지 아니하며, 사냥꾼들은 숲을 헤치고 언덕진 봉우리를 오르려 애쓰지 아니하느니라. 양 떼도 없고 밭도 없으며, 그곳은 모두 경작되지 않고 씨를 뿌리지 않았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오직 염소들만이 그곳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느니라.
키클로프 사람들은 붉은 뺨을 가진 배도 없고, 다른 도시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공도 없었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서로를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나, 배만 있었다면 그들은 이 섬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비옥한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니라. 회색빛 해안가에는 물이 풍부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포도나무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며, 쟁기질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어 가을에는 풍성한 작물이 자랄 것이고, 땅속에는 비옥한 자원이 있을 것이로다. 항구는 닻을 내리기에 좋은 곳이라 닻돌이나 밧줄, 케이블도 필요 없을 것이며, 그곳 해안에 정박한 배들은 선원들이 떠나고 싶어 하고 순풍이 불 때까지 안전하게 해변에 정박해 있을 수 있으리라. 항구 입구 근처에서는 백사십 개의 민물이 동굴 아래로 솟구쳐 내려가고, 그 주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느니라.
우리는 그곳으로 항해하였도다. 신들께서 어둠 속에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니, 짙은 안개가 배를 감싸고 하늘의 달은 어둡고 구름에 가려져 섬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우리가 해변까지 노를 저어 갈 때까지는 아무도 육지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볼 수 없었으며, 우리는 모든 돛을 내리고 해안에 상륙하여 잠이 들었도다.
이른 새벽이 장밋빛으로 물들자, 우리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그 섬을 돌아다녔느니라. 위대한 상제 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 우리 선원들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산양들을 쫓아 내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우리는 배에서 창과 활을 가지러 달려가 세 무리로 나뉘어 조준하고 쏘았으며, 어떤 신께서 우리에게 좋은 사냥감을 주셨느니라. 열두 선원 모두 각자 염소 아홉 마리씩을 가지고 있었고, 내 선원들은 열 마리를 가졌도다. 우리는 해질녘까지 그곳에 앉아 고기를 먹고 독한 붉은 술을 마셨으며, 배에 실린 술은 아직 떨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키코네스족의 신성한 요새를 약탈했을 때 우리는 모두 커다란 항아리에 술을 가득 채워 가져왔기 때문이니라.
우리는 좁은 해협 건너편에 있는 키클로픽 섬을 바라보았으며, 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양과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도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누워 잠을 잤느니라.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선원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충성스러운 친구들이여!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 남아 있거라. 나는 배와 선원들을 이끌고 가서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이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침략자인지, 아니면 낯선 사람을 환영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리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배에 올라타 선원들에게 나와 함께 가자고 한 다음 배의 밧줄을 풀었도다. 그들은 재빨리 벤치에 앉아 노를 저어 하얗게 물든 물을 가르며 나아갔으며, 여정은 그리 길지 아니하였느니라.
육지 끝자락, 바닷가 바로 옆에 도착하니 월계수 나무가 드리워진 높은 동굴이 보였도다. 그곳에는 여러 무리의 양과 염소가 살고 있었으며, 동굴 주변에는 돌을 깊게 박아 만든 높은 마당이 있고 키 큰 소나무와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느니라. 그곳에는 거구의 남자가 혼자 양떼를 돌보며 살고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고 홀로 지내며 관습을 알지 못하였도다. 그의 체격은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마치 빵으로 연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드넓은 산봉우리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었느니라.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고, 내가 아끼는 열두 명과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였도다. 나는 이스마루스 산의 그늘진 숲 속에 살던 아로왕 신의 사제, 에우안테스의 아들 마론이 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가 가득 든 염소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갔느니라. 신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를 돕고 그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왔었도다. 그는 나에게 은그릇과 정교하게 세공된 금 일곱 파운드를 선물로 주었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조금 따라내어 나를 위해 열두 개의 항아리에 담아 주었으니, 마치 신이 내린 술과 같았느니라. 노비들은 이 포도주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직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한 명의 하녀만이 알고 있었도다. 그가 이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잔에 한 잔을 따르고 물 이십 잔을 섞으면 그릇에서 놀라운 향기가 피어오르고, 모두가 그 맛을 보고 싶어 하였느니라.
나는 큰 가죽 주머니에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자루에 식량을 챙겼도다. 내 마음속에는 용감하고 거칠며 일반적인 관습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느니라. 우리는 곧 동굴에 도착하였으나 독안거인은 찾지 못하였으니, 그는 양 떼를 치고 있었도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살펴보았느니라. 치즈로 가득 찬 상자들과 나이별로 나뉜 어린 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우리들이 보였으며, 갓 태어난 새끼와 중간 크기, 그리고 갓 젖을 뗀 새끼 양까지 이백이십 마리나 있었도다. 젖을 짜는 데 쓰는 잘 만들어진 그릇과 양동이들은 모두 유청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내 선원들이 “치즈 좀 챙겨서 염소와 어린 양들을 우리에서 빨리 몰아내 우리 배에 싣고 짠 바닷물을 건너 떠나자!”라고 애원하였도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나는 거절하였느니라. 나는 그를 만나 선물을 줄지 기대하였으나, 사실 그는 내 동료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하였도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고 치즈를 먹은 후, 그가 양떼를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동굴 안에서 기다렸느니라.
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와서 불을 피울 나무를 한 짐 가져왔으며, 나무를 시끄럽게 동굴 안으로 던지니 우리는 두려워서 동굴 안쪽으로 몸을 숨겼도다. 그는 암양과 암염소들을 안으로 몰아넣어 젖을 짜게 하였으나, 숫양과 염소들은 바깥 넓은 마당에 남겨 두었느니라. 그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려 동굴 입구를 막았으니, 그 돌은 너무나 거대하고 육중하여 이십이 대의 수레로도 끌어낼 수 없을 정도였도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암양과 암염소의 젖을 짠 다음, 새끼 양들을 어미 양 옆에 놓아 젖을 빨게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갓 짜낸 흰 우유의 절반을 응고시켜 바구니에 담아 따로 두고, 나머지는 양동이에 담아 저녁 식사 때 마시려고 하였도다.
그는 모든 일을 꼼꼼히 마친 후 불을 피우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이르되,
“낯선 자들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 이 깊은 바다를 건너 어디에서 왔는가? 사업차 온 것인가, 아니면 해적처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인가?”
그가 이렇게 말하니, 그의 깊고 우렁찬 목소리와 거대한 체구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되,
“저희는 그리스인이옵니다. 토래성에서 왔나이다. 바람이 저희를 사방으로 휩쓸고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항로에서 벗어나게 하였나이다. 상제 신께서 그렇게 하셨나이다. 저희는 하늘 아래 가장 큰 명성을 떨친 아트레우스의 아들 건웅의 백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나이다. 그는 그 거대한 도시를 함락시키고 많은 사람을 죽였나이다. 이제 저희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관례대로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려 선물을 주시기를 간청하나이다. 부디 신들을 존중해 주소서. 저희는 당신의 간청자이며, 상제께서는 저희 편이시니이다. 그는 방문객과 손님 친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바보이거나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자군. 자네가 나에게 신들을 두려워하라고 하다니! 우리 백성은 큰 홀을 든 상제든 다른 어떤 신이든 하찮게 여기느니라. 우리의 힘은 그들보다 강하니라. 내가 자네나 자네 친구들을 살려 준다고 해도 상제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자네는 그 멋진 배를 타고 멀리 가는 건가,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건가?”
그는 나를 시험하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도다. 나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느니라. 나는 그에게 교묘하게 대답하되,
“땅을 흔드는 해신이 당신 섬의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난파시켰나이다. 그는 우리를 밀어 넣었고, 바람은 우리를 바위에 내동댕이쳤나이다. 우리는 간신히 살아남았나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비도 베풀지 아니하였도다. 높이 뛰어올라 우리 부하들을 향해 손을 뻗어 두 명을 붙잡고 강아지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니, 바닥은 뇌수로 흠뻑 젖었느니라. 그는 그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식사를 준비한 다음, 산의 사자처럼 살점과 내장과 골수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아무것도 남기지 아니하였도다. 이 참상을 지켜보며 우리는 울부짖으며 상제에게 기도하였느니라. 우리는 너무나 무력감을 느꼈도다.
독안거인이 사람의 고기와 섞이지 않은 우유로 거대한 배를 채운 후, 그는 양 떼 사이에 누워 있었느니라. 그때 군인처럼 생각하며, 칼을 뽑아 그에게 다가가 몸통을 찔러 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랬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니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높은 문간에 세워 놓은 거대한 돌을 옮길 만큼 우리는 너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도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까지 그곳에서 비참하게 지냈느니라.
새벽녘에 분홍빛 손가락이 피어나듯 새벽이 밝아오니, 그는 불을 피우고 암양들의 젖을 차례로 짜서 각각 옆에 새끼 양을 한 마리씩 두었도다. 부지런히 일을 마친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잡아먹었으며, 식사를 마친 후 살찐 양 떼를 몰아냈느니라. 그는 마치 화살통 뚜껑을 닫듯이 쉽게 바위를 굴려 내렸으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살찐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도다.
나는 그에게 복수하고 그를 해치고 영광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느니라. 지혜낭자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로다. 나는 계획을 세웠도다. 우리 옆에는 그가 지팡이로 쓰려고 말린 커다란 감람 나무 곤봉이 서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여 우리 눈에는 마치 화물을 가득 싣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스무 개의 노가 달린 검은 화물선의 돛대처럼 보였느니라. 나는 가서 그 나무에서 약 한 패덤 정도를 잘라내어 사람들에게 주고는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옆에 서서 끝을 날카롭게 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단단하게 만들었느니라. 동굴은 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곤봉을 똥 더미 아래에 숨겼도다. 그런 다음 나는 사람들에게 누가 나와 함께 그 말뚝을 들어 올려 그가 달콤한 잠에 빠졌을 때 그의 눈에 꽂을지 제비를 뽑으라고 명령하였느니라. 제비는 내가 선택했을 법한 네 명에게 떨어졌고, 나는 그중 다섯 번째였도다.
저녁이 되자 그는 암수 양 떼를 모두 넓은 동굴 안으로 몰아넣고 바깥 마당에는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아니하였느니라. 아마도 무언가를 의심하였거나, 아니면 신께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셨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돌을 집어 문으로 삼고 앉아서 양과 염소의 젖을 차례로 짜고 새끼들을 젖먹이게 하였도다. 그의 일이 끝나자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저녁 식사로 먹었느니라.
내가 다가가 담쟁이덩굴로 만든 잔에 포도주를 가득 담아 그에게 건네며 이르되,
“여기, 독안거인여! 자네는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니 이제 포도주를 좀 마시고 우리 배에 실린 상품도 맛보게 하네. 자네가 나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를 바라며 거룩한 제물로 가져왔네. 그러나 자네는 누구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분노하고 있네. 우리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였는데 더 많은 손님을 기대하는 건가?”
그는 달콤하고 맛있는 포도주를 받아 마셨으며, 포도주가 마음에 들어 더 달라고 하였도다.
“한 잔 더! 그리고 자네 이름을 말해 보게. 자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손님 대접하겠네. 우리 백성은 포도주가 있네. 상제의 비로 풍족하게 자란 우리 땅에서 포도송이가 자라나네.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음식인 넥타르이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포도주를 한 잔 더 주고, 또 두 잔을 더 주었느니라. 그는 어리석게도 그 포도주를 모두 마셨도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이르되,
“독안거인여, 내 이름을 물었으니 알려 주리라. 그러면 네가 약속한 환대를 베풀어라. 내 이름은 노만이라. 내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나를 노만이라 부르느니라.”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대답하되,
“나는 노만을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라. 먼저 다른 사람들을 먹을 것이니, 그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로다.”
그러자 그는 쓰러져 거대한 목이 비뚤어진 채 그대로 누워 있었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도다. 술에 취해 무거워진 그는 목구멍에서 포도주와 사람의 살덩이를 토해내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창을 숯불에 꽂아 달구면서 부하들에게 이르되,
“용감하게 행동하라!”
나는 그들 중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 않기를 바랐도다. 불길은 곧 푸른빛을 띤 감람 창에 옮겨붙었고, 창은 끔찍하게 타올랐느니라. 나는 재빨리 불길에서 창을 낚아챘으며, 내 부하들은 굳건히 서 있었도다. 마치 신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듯하였느니라. 그들은 끝이 날카로운 감람 창을 집어 그의 눈에 꽂았으며, 나는 그 위에 올라타서 마치 배를 만들 때 나무에 구멍을 뚫듯이 창을 돌렸도다. 아래에서는 작업자들이 양쪽 끝에 끈을 매달아 드릴을 돌리고 있었느니라. 그렇게 창이 빙글빙글 돌아가자, 우리도 불처럼 날카로운 창을 그의 눈에 꽂아 돌렸도다. 그의 피가 말뚝 주위로 쏟아져 나왔고,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눈꺼풀과 눈썹을 지글지글 태우고 눈 뿌리를 태웠느니라. 마치 대장장이가 도끼나 자귀를 얼음물에 담가 단련할 때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쇠가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도다. 그의 눈알도 창에 부딪히며 바스락거렸느니라.
그러자 그는 끔찍하게 울부짖었고, 바위들이 그의 비명 소리에 휩싸였도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느니라. 그는 솟구치는 피로 흠뻑 젖은 눈을 뽑아냈으며,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창을 던져버리고, 주변의 바람 부는 절벽 위 동굴에 사는 독안거인들에게 소리쳤도다.
그들은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 가까이에 서서 외치되,
“폴리페무스! 무슨 일이냐? 심하게 다쳤느냐? 왜 거룩한 밤에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느냐? 누군가 네 가축을 훔치거나, 속임수나 폭력으로 너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동굴 안에서 힘센 폴리페무스가 대답하되,
“친구들이여! 아무도 나를 폭력이 아니라 속임수로 죽이려 하고 있느니라.”
그들의 말이 그에게 되돌아왔도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았다면, 너는 완전히 혼자로다. 위대한 상제께서 너를 병들게 하셨으니, 어쩔 수 없느니라. 위대한 해신 신이시여, 당신의 아버지께 기도하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떠났고, 나는 내 이름, 곧 ‘아무도’라는 계략이 그를 어떻게 속였는지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도다.
독안거인은 고통에 신음하며 힘겹게 더듬어 문돌을 빼내고는 양 떼와 함께 나가는 자를 잡으려고 팔을 뻗은 채 입구에 앉았느니라. 아마 그는 내가 완전히 바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전략을 짜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나와 내 부하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이로다. 나는 온갖 계략과 교활한 계략을 꾸몄느니라. 위험이 코앞에 닥쳤고, 생사가 달린 문제였도다.
내가 생각해 낸 최고의 생각은 이것이었느니라. 털이 두껍고 잘 익은, 보라색처럼 검은 숫양들이 있었으며, 모두 크고 훌륭한 동물들이었도다. 그래서 나는 독안거인이 침대로 쓰던 밧줄로 그 숫양들을 조용히 묶었느니라. 나는 숫양들을 세 마리씩 묶어 가운데 양 아래에 한 명씩, 양쪽에 한 명씩 사람을 세워 내 부하들을 구해 내었도다. 무리 중에서 가장 늠름한 숫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녀석의 등을 붙잡고 털북숭이 배 아래에 몸을 웅크린 채 털에 매달렸느니라. 의지의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었으며, 우리는 비참하게 날이 밝기를 기다렸도다.
이른 새벽, 장밋빛으로 물든 손길이 모습을 드러내자 숫양들은 모두 풀을 뜯어 먹고 싶어 뛰어올랐느니라. 암양들은 젖을 짜지 못해 젖통이 터질 듯이 가득 찬 채 우리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도다. 주인은 몸이 약해지고 고통에 지쳐 있었으나, 숫양들을 줄 세우면서 각각의 등을 더듬어 보았느니라. 그러나 털북숭이 배 아래에 묶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였도다. 마지막으로 덩치가 큰 숫양이 털과 나, 곧 영리한 사기꾼을 매달고 밖으로 나왔느니라.
힘센 폴리페무스는 그 숫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묻되,
“사랑스러운 숫양아, 오늘은 왜 동굴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거냐? 평소에는 이렇게 느리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어린 양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여린 꽃을 뜯어 먹고, 초원을 뛰어다니고,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가장 먼저 양 우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지. 그러나 이제 너는 가장 마지막이 되었구나. 주인님의 눈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구나. 그 사악한 놈이, 그의 비열한 부하들을 동원해 나를 술에 취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하였느니라. 노먼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나처럼 말할 수만 있다면, 나를 두려워하며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러면 내가 그놈의 머리를 바위에 내리쳐 동굴 곳곳에 흩뿌려 그 못된 노먼이 가져온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숫양을 밖으로 밀어내었도다. 우리는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말을 타고 갔으며, 나는 먼저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나서 부하들의 밧줄도 풀었느니라. 우리는 주인님의 살찐 가축들을 훔쳐 달아났고, 배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았도다.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은 친구들인 우리를 보고 기뻐하였으나,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울었느니라. 나는 그들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명령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섭게 노려보았도다. 나는 그들에게 양털 뭉치를 배에 싣고 배를 저어 바닷물 속으로 나가라고 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하얗게 바싹 마른 바다에 노를 저었도다.
내가 고함 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갔을 때, 나는 뒤돌아 야유를 퍼부었느니라.
“이봐, 독안거인! 바보여! 네 동굴에 갇힌 선원들은 불쌍하고 약한 자들의 것이 아니었어. 자업자득이지! 네 손님을 잡아먹다니 부끄러움도 없구나! 상제와 다른 신들이 네게 벌을 내리는 것이로다.”
내 조롱에 그는 더욱 화가 났도다. 그는 언덕에서 바위를 뽑아 우리에게 던졌으며, 바위는 우리 배의 어두운 뱃머리 바로 앞에 떨어져 키를 잡는 노 끝을 거의 부숴 버릴 뻔하였느니라. 돌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파도가 밀려왔으며, 갑자기 밀려오는 물살이 배를 육지 쪽으로 밀어내고 부풀어 오른 물은 우리를 함께 밀어내었도다. 나는 길고 큰 장대를 잡고 배를 밀어내었으며, 부하들에게 “목숨을 구하려면 빨리 노를 저어라!”라고 소리치며 고개를 끄덕여 재촉하였느니라. 그들은 몸을 굽혀 노를 젓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바다를 두 배나 더 건너갔도다. 그때 나는 다시 그를 불렀느니라.
내 선원들은 내게 그만하라고 애원하며 간청하되,
“제발! 진정하소서!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이 야만인을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그가 돌을 던져 우리 배를 육지로 밀어냈지 않사옵니까. 우리는 죽을 뻔하였나이다. 만약 그가 우리 말을 들었다면, 날카로운 돌을 던져 우리 머리와 나무 배를 부숴 버렸을 것이옵니다. 그는 정말 세게 던지옵니다!”
그러나 내 냉혹한 마음은 설득되지 아니하였도다. 나는 여전히 분노에 차서 다시 소리치되,
“독안거인! 만일 어떤 필멸자가 당신의 눈이 어떻게 잘리고 멀어졌는지 묻는다면, 이탁도에 사는 도시 약탈자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 당신의 시력을 잃게 하였다고 말하십시오!”
그는 신음하며 말하되,
“예언이로다!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우리 백성 가운데 에우리모스의 아들 텔레무스라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살았는데, 그는 우리에게 점을 치며 여생을 보냈느니라. 그는 오지수의 손길이 내 눈을 멀게 할 거라고 예언하였도다. 나는 늘 키 크고 잘생긴, 힘과 용기를 가진 남자가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이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하였구나. 술에 취해 나를 홀린 것이로다. 자, 오지수, 어서 오시오. 내가 선물을 드리고 해신 신께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리라. 나는 그의 아들이요, 신은 나를 아버지로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시느니라. 그가 원한다면 나를 고쳐 줄 것이나, 다른 누구도, 신도 인간도 그를 고칠 수 없느니라.”
그가 이 말을 하자 나는 그에게 대답하되,
“내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 지하 세계인 염라국의 집으로 보내 버릴 수만 있다면, 지진의 신조차도 당신을 고쳐 줄 수 없을 것이로다.”
그러나 그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기도하되,
“들으소서, 대지를 흔드는 푸른 머리의 해신 신이시여, 저를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시고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소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소서. 만약 그가 가족을 만나게 된다면, 늦게, 명예도 없이, 고통 속에, 배도 없이,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그리고 그의 집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하소서.”
푸른 해신은 아들의 기도를 들어 주었도다. 폴리페무스는 이전보다 훨씬 큰 바위를 들어 올려 휘두른 다음, 엄청난 힘으로 던졌느니라. 그 작은 공은 우리 키 바로 옆에 떨어져 바다에 첨벙 떨어졌으며,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배를 밀어 반대편 해안으로 향하게 하였도다.
우리는 배가 정박해 있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선원들은 울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내린 다음, 독안거인에게서 훔쳐 온 양들을 배의 선창에서 꺼내 공평하게 나누어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주었느니라. 그런데 양 떼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 선원들은 독안거인이 가장 아끼는 숫양을 나에게만 주었도다. 나는 해변에서 그 숫양을 도살하여 어둠의 구름의 신이자 온 세상의 주인인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에게 바쳤으며, 허벅지를 불태웠느니라. 그러나 신은 내 제물을 외면하고 내 모든 배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파멸시키려 하셨도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를 먹고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느니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서 잠이 들었도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깨워 배에 올라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느니라. 그들은 재빨리 복종하여 모두 질서정연하게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도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항해를 계속하였느니라.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친구들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도다.
==제10권 바람과 마녀==
「우리는 불멸의 신들이 모두 사랑하는 아이올로스의 떠다니는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섬 주변의 가파른 절벽에는 난공불락의 단단한 청동 성벽이 뻗어 있었나이다. 그의 궁전에는 열두 명의 자녀가 살고 있었으니, 건장한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이었나이다. 그는 형제자매끼리 결혼을 주선하였나이다. 그들은 부모와 함께 항상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잔치는 끝이 없었나이다. 낮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궁궐은 소리로 가득하였나이다. 밤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담요가 쌓인 밧줄 침대에서 잠을 청하였나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요새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환영하고 한 달 동안 머물게 해 주었으며, 토래성과 아르고스 배들,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소식을 물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나를 보내 달라 말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나를 돕기로 하고 소가죽 자루를 주면서 그 안에 거센 바람을 묶어 두었나이다. 크로노스의 아들인 상제는 그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였나이다.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는 마음대로 바람을 멈추거나 일으킬 수 있었나이다. 그는 빛나는 은실로 자루를 내 곡선형 배에 단단히 묶어 아무리 작은 바람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였고, 제피로스 신에게 바람을 불어 우리 배와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다 달라 부탁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아니하였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었나이다.
아홉 밤낮으로 항해한 끝에 열흘째 되는 날, 고향 땅이 눈앞에 나타났나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였나이다. 나는 지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나이다. 내가 키를 잡고 있으면 더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내가 잠든 사이에 선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나이다. 위대한 아이올로스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는 것이었나이다. 은과 금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나이다. 각자 옆 사람을 쳐다보며 불평하였나이다.
『우리가 항해하는 곳마다 모두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군. 게다가 토래성을 약탈해서 가져온 전리품도 가지고 있잖아. 우리는 그와 함께 항해하였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이제 아이올로스가 이런 친절한 선물을 주다니.』
그에게 말하였나이다.
『서둘러라, 자루를 열어 얼마나 있는지, 은이 얼마나 있는지, 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끔찍한 생각이 그들을 사로잡았나이다. 그들은 그대로 하였나이다. 자루를 열자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나이다. 갑작스러운 파도가 우리를 덮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나이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고, 저는 잠에서 깨어나 배에서 뛰어내려 익사할지, 아니면 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살아남을지 고민하였나이다. 저는 참고 얼굴을 가리고 갑판에 누웠나이다. 폭풍우가 몰아쳐 배들을 다시 위대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들은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항아리에 물을 채웠고, 남자들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나이다.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노비 한 명과 선원 한 명을 데리고 아이올로스를 만나러 갔나이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나이다. 우리는 들어가 문설주 옆에 앉았나이다. 그들은 깜짝 놀라 물었나이다.
『어찌하여 왔느냐. 또 왔느냐. 운이 나빴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는 분명히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고, 당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에 도착하도록 하려 하였느니라.』
나는 슬프게 대답하였나이다.
『제 부하들과, 우리를 망쳐 놓은 고집스러운 잠을 탓하십시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당신들은 모든 것을 바로잡을 힘이 있나이다.』
나는 이 말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를 바랐으나, 그들은 침묵하였나이다. 그때 아버지가 소리쳤나이다.
『나가라. 이 역겨운 놈아, 내 섬에서 나가라. 당장. 신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는 사람을 내가 데려다 주는 것은 옳지 아니하다. 이 저주받은 놈아, 감히 여기에 오다니. 나가라.』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궁전에서 쫓아냈나이다. 우리는 낙담한 채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선원들은 노 젓는 고통에 지쳐 갔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순풍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밤낮으로 노를 저었고, 이레째 되는 날, 우리는 라에스트리고니아, 즉 절벽 위의 텔레필루스 마을에 도착하였나이다. 라모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은 나가는 다른 목동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나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소를 몰고 흰 양을 방목하며 두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나이다. 낮과 밤의 길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유명한 항구에 도착하였나이다. 양쪽으로 해안선이 튀어나와 거의 만나 좁은 입구를 이루고 있었나이다. 그곳에는 파도가 전혀 치지 아니하였나이다. 작은 파도조차도 없었나이다. 온통 하얀 고요함뿐이었나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배를 항구 안에 빽빽하게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유일하게 배를 항구 밖에 정박하기로 하였나이다. 멀리 떨어진 바위에 밧줄을 묶고 배에서 내려 바위를 기어올라 정찰하였나이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외에는 소나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뽑아 이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빵을 먹는지 알아보라 보냈나이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산에서 나무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다니는 매끄러운 길을 따라 걸었나이다. 그들은 도시로 향하였나이다. 마을 앞에서 물을 긷고 있던 한 소녀를 만났나이다. 소녀는 마을 전체의 수원지인 아르타키 샘으로 가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라이스트리고니아 왕 안티파테스의 건장한 딸이었나이다. 그들은 소녀에게 왕과 백성들에 대해 물었나이다. 소녀는 곧바로 그들을 아버지의 높은 지붕의 궁전으로 데려갔나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산처럼 큰 여자가 있었나이다. 그들은 경악하고 충격을 받았나이다. 거인은 즉시 남편인 왕을 회의장에서 불러냈나이다. 왕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하였고, 한 명을 붙잡아 잡아먹었나이다. 나머지 두 명은 배로 도망쳤나이다.
왕의 외침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나이다. 그 소리를 듣고 거대한 라에스트리고니아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거인이었나이다. 그들은 사람이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바위를 절벽에서 우리에게 던졌나이다. 배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 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나이다. 그들은 마치 물고기를 잡듯이 사람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나이다. 끔찍한 만찬이었나이다.
그들이 항구 안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동안, 나는 칼을 뽑아 검은 뺨을 가진 내 배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나이다.
『위험에서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도망쳐라.』
그들은 죽음이 두려워 두 배로 노를 저었나이다. 내 배는 운 좋게도 깎아지른 절벽 너머 바다에 도달하였나이다. 만에 갇힌 나머지 배들은 모두 전멸하였나이다. 우리는 슬픔에 잠겨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으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나이다.
우리는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의 고향인 아이아이아에 도착하였나이다. 키르케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며, 파멸을 꿈꾸는 아이테스의 누이였나이다. 그 둘은 필멸의 존재들을 비추는 태양과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의 자식이었나이다. 어떤 신의 인도를 받아 우리는 조용히 항구로 표류하여 배를 정박하였나이다. 이틀 밤낮으로 우리는 지쳐 쓰러질 듯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나이다.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창과 날카로운 칼을 들고 배에서 내려 높은 곳으로 달려가 인간의 흔적을 찾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나이다. 바위 위로 올라가 보니 키르케의 궁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나이다. 땅에서 숲과 덤불 사이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나이다. 연기를 보았으니 내려가서 조사해 봐야 할지 고민하였나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변과 배로 돌아가 부하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정찰을 나가기로 하였나이다.
배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떤 신이 외로운 나를 불쌍히 여겨 크고 뿔이 우뚝 솟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를 내 앞길에 보내 주었나이다. 그 사슴은 숲에서 내려와 강물을 마시러 왔는데, 날씨가 매우 더웠나이다. 나는 그 사슴의 등 한가운데를 찔렀나이다. 내 청동 창이 그를 꿰뚫었나이다. 사슴은 신음하며 흙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영혼은 떠나갔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밟고 청동 창을 뽑아 땅에 버려 둔 채, 나뭇가지와 끈을 꺾어 한 패덤 길이의 밧줄을 만들어 꼼꼼하게 매듭지어 그 거대한 동물의 발굽을 묶었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등에 메고 어두운 배로 내려갔나이다. 사슴이 너무 커서 한쪽 어깨에 짊어질 수 없었기에, 나는 창을 짚고 내려갔나이다. 나는 그를 배 앞에 내려놓고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넸나이다.
『친구들이여. 비록 슬프나, 우리는 운명의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자, 배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으니 굶지 말자. 이제 먹을 시간이다.』
그들은 재빨리 내 말에 따랐고, 얼굴에서 장포를 내렸나이다. 그리고 해변에 누워 있는 커다란 사슴을 보고 놀라워하였나이다. 정말 거대하였나이다. 그들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씻고 훌륭한 식사를 준비하였나이다. 그렇게 우리는 해 질 때까지 풍성한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새벽의 손가락처럼 장미꽃이 다시 피어났나이다. 나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친구들이여, 슬픔에 잠겨 있더라도 내 말을 들어라. 우리는 어둠이 어디에 있는지, 새벽이 어디에 있는지,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땅속으로 어디로 사라지는지, 어디에서 다시 떠오르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처한 곤경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는 바위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땅은 낮다. 나는 숲과 빽빽한 덤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가라앉았나이다. 그들은 모두 라이스트리고니아인들과 그들의 왕 안티파테스에게 일어났던 일, 그리고 거대한 독안거인이 사람들을 잡아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들은 통곡하며 눈물을 쏟아냈나이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은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두 무리로 나누었나이다. 나는 한 무리를 이끌고, 신과 같은 에우리로코스에게 다른 무리를 이끌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청동 투구에 제비를 뽑았는데, 에우리로코스의 제비가 나왔나이다. 그래서 그는 스물두 명의 부하들과 함께 울면서 떠났나이다. 나와 함께 남은 사람들도 울고 있었나이다.
숲속 공터 안에서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로 높은 기초 위에 지어진 키르케의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집 주위에는 키르케가 약물로 길들인 산늑대와 사자들이 있었나이다. 동물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친근하게 모여들었나이다. 마치 주인이 저녁 식사 후 간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개들이 주인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긴 꼬리를 흔들며 다정하게 다가왔나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무시무시한 늑대와 사자들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나이다. 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나이다.
그들은 집 밖에 서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신 키르케였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베를 짜고 있었는데, 마치 여신이 빚어내는 듯한 정교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나이다. 그러자 나의 가장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동료들의 지도자인 폴리테스가 이르되,
『친구들아, 저 안에서 누군가 거대한 베틀에서 직물을 짜고 노래를 부르는데, 바닥이 울려 퍼질 정도이다. 아마 여자이거나 여신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불러오자.』
그들은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즉시 와서 빛나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들였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만은 속임수를 의심하여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의자에 앉히고 보리, 치즈, 황금 꿀을 프람니아 포도주와 섞어 물약을 만들었나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향을 완전히 잊게 하는 강력한 약을 넣었나이다. 그들은 그 혼합물을 마셨나이다. 그런 다음 그녀는 마법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쳐 돼지우리에 가두었나이다. 그들은 몸과 목소리, 머리카락이 돼지로 변하였으나, 정신은 그대로였나이다. 그들은 감금되자 비명을 질렀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돼지들이 진흙탕에서 파헤치며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와 산딸기를 던져 주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우리 검은 배로 달려와 친구들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는 말을 하려 하였으나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하였나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찢어지는 듯하였나이다. 놀라서 우리는 모두 그에게 물었나이다. 마침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였나이다.
『오지수여, 당신의 명령대로 우리는 숲 속으로 들어갔나이다. 숲속 공터에서 우리는 윤이 나는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높은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인인지 여신인지 모를 누군가가 베틀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나이다. 제 친구들이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초대하였나이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들은 그녀를 따라 들어갔나이다. 그러나 저는 무슨 속임수일까 두려워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때 갑자기 그들은 모두 사라졌나이다. 나는 잠시 그곳에 앉아 지켜보고 기다렸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은장검을 등에 메고 활을 집어 들고 그에게 이르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시오.』
그는 내 무릎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나이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보내지 마시오. 여기 있게 해 주소서. 당신은 그들을 데려올 수 없고, 그렇게 하려다가는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옵니다. 서둘러 주소서, 이 사람들과 함께 탈출해야 하나이다. 우리에게는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나이다.』
나는 이르되,
『당신은 배 옆에서 먹고 마시며 지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야 하나이다. 저는 이 일을 해야만 하나이다.』
나는 배와 해안을 떠나 신성한 숲길을 가로질러 걸어 올라갔나이다. 마녀 키르케의 큰 저택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나이다. 그는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하는 가장 귀여운 사춘기 소년 같았나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이르되,
『어찌하여 혼자 이 언덕을 넘었느냐. 불쌍한 자여, 자네는 이곳을 알지 못하는군. 자네 부하들은 키르케의 집에서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혔네. 자네가 그들을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하려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네도 그들과 함께 여기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네. 자, 키르케의 집에 들어갈 때 자네를 지켜 줄 해독제를 받아 가게. 이제 내가 키르케의 모든 치명적인 주문과 계략을 알려 주겠네. 그녀는 자네에게 독이 섞인 물약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자네는 내가 준 약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법은 자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긴 지팡이로 자네를 공격하면, 날카롭게 갈린 검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이 달려들게. 그녀는 자네를 두려워하며 자네에게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라 할 것이다. 그녀에게 저항하지 말게.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자네는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신들을 걸고 맹세하라 전하게. 다시는 너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옷을 벗고 있을 때 그녀가 너를 해쳐 남자를 무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밝고 변덕스러운 신은 땅에서 식물 하나를 뽑아 내게 보여 주었나이다. 뿌리는 검은색이고 꽃은 우유처럼 하얬나이다. 신들은 이 식물을 몰리라고 불렀나이다. 필멸의 인간은 이 식물을 캐내기 어려우나, 신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나이다. 그런 다음 헤르메스는 숲이 우거진 섬을 지나 높은 오림산으로 날아갔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집으로 들어갔나이다. 걸어가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나이다. 나는 문간에 서서 그녀를 보았나이다. 땋은 머리를 한 아름다운 키르케였다. 내가 부르자 그녀는 듣고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였나이다. 나는 초조하게 그녀를 따라갔나이다. 그녀는 나를 발판이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은장식 의자로 안내하였나이다. 그녀는 금잔에 나를 위해 음료를 섞고 약을 넣었나이다. 그녀는 나에게 해를 끼치기를 바랐나이다. 나는 그것을 마셨으나 마법은 통하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내리치며 이르되,
『이제 가거라. 돼지우리로 나가서 네 부하들과 함께 누워라.』
그러나 나는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칼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달려들었나이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피하였고, 내 무릎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물었나이다.
『당신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의 도시는 어디이옵니까. 당신의 부모는 누구이옵니까. 내 물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나이다. 다른 어떤 남자도 그것을 마시고 마법의 유혹을 견뎌 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다르나이다. 당신의 마음은 마법에 걸리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틀림없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오지수일 것이옵니다. 황금 지팡이를 든 밝게 빛나는 헤르메스가 당신이 빠른 배를 타고 토래성에서 이곳으로 항해해 올 것이라 여러 번 말해 주었나이다. 이제 칼을 칼집에 넣고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시오.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키르케여, 내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놓고, 나를 유혹해서 잠자리에 들자 한 다음, 내 용기와 남성성을 빼앗으려 하다니, 어찌 내게 당신을 부드럽게 대하라 명령할 수 있소. 당신이 다시는 나를 해치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과 잠자리에 들지 않겠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즉시 내가 요구한 대로 맹세하였나이다. 그녀는 맹세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키르케의 눈부신 침대로 올라갔나이다.
그동안 그녀의 시녀 네 명이 궁궐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들은 샘과 숲,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는 신성한 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었나이다. 한 시녀가 의자 위에 보라색의 고운 천을 깔고 그 아래에 돌을 놓았나이다. 각 의자 옆에는 또 다른 하녀가 은으로 된 탁자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금으로 된 바구니를 올려놓았나이다. 세 번째 하녀는 은그릇에 달콤하고 기분 좋은 포도주를 섞어 금잔에 따랐나이다. 네 번째 하녀는 물을 가져와 커다란 삼각대 아래에 불을 지펴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나이다. 구리 가마솥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나를 욕조로 데려가 머리와 어깨를 씻어 주었나이다. 내 영혼을 짓누르는 깊은 피로를 없애 주기 위해 완벽한 온도로 맞춘 물을 사용하였나이다. 목욕 후, 그녀는 내 피부에 기름을 바르고 고운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리고 은으로 장식된 정교하게 조각된 의자로 나를 안내하고 그 아래에 발판을 놓아 주었나이다. 또 다른 하녀는 금으로 된 물병에 물을 가져와 은그릇에 부어 내 손에 부어 주었나이다. 그녀는 근처에 윤이 나는 탁자를 차려 놓았나이다. 요리사는 빵을 가져와 푸짐한 음식을 차려 놓았고, 키르케는 나에게 먹으라 하였나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나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나이다.
키르케는 내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아니하고 슬픔에 잠겨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 곁에 서서 물었나이다.
『오지수여, 어찌하여 그렇게 말없이, 마치 벙어리처럼 앉아서 속을 게워내며 연회 음식도 술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억하건대, 나는 이미 맹세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이르되,
『키르케여, 안 됩니다. 어떤 양심적인 사람이 자기 부하들을 직접 보고 풀어 주기 전에 음식을 맛보거나 술을 마실 수 있겠나이까. 그렇게 먹고 마시라 하신다면, 그들을 풀어 주소서. 그래야 내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키르케는 지팡이를 든 채 연회장을 나와 돼지우리를 열고 그들을 쫓아냈나이다. 그들은 여전히 살찐 멧돼지처럼 크고 다 자란 모습이었나이다. 그들은 키르케 앞에 섰나이다. 위엄 있는 키르케는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각각에게 새로운 약을 발랐나이다. 그 약 때문에 그들의 몸에는 굵은 돼지털이 돋아났나이다. 뻣뻣했던 털이 모두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남자들이었는데, 전보다 젊고 훨씬 잘생기고 키도 컸나이다.
그때 그들은 저를 알아보았나이다. 각자 저를 꼭 껴안고 절망에 빠져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집안은 시끌벅적하였고, 심지어 아내조차도 그들을 불쌍히 여겼나이다. 아내는 제게 다가와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내시나이다. 이제 바닷가에 있는 당신의 빠른 배로 가시오.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당겨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으로 옮기시오. 그런 다음 충성스러운 부하들과 함께 돌아오시오.』
제 마음은 동의하였나이다. 저는 해안에 있는 제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배 옆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엉엉 울고 있었나이다. 마치 소떼가 목초지에서 마당으로 돌아올 때처럼, 어린 암소들이 우리에서 뛰쳐나와 어미에게 달려가고, 어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울부짖는 것 같았나이다. 그래서 내 부하들은 나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였고, 마치 고향인 험준한 이탁도 땅,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나이다. 흐느끼며 그들은 외쳤나이다.
『오, 주인님이여.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마치 우리 고향 이탁도로 돌아온 것 같나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이르되,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려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에 넣어 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서둘러 나와 함께 가서 키르케 여신의 성소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보라. 그들은 영원히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믿었으나, 에우리로코스는 경고하되,
『바보들아. 어찌하여 거기로 가려 하느냐.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길을 택하여 키르케의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 그곳에서 그녀는 우리 모두를 돼지나 늑대, 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의 웅장한 집을 지키도록 강요할 것이다. 독안거인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기억하느냐. 우리 친구들은 이 무모한 군주와 함께 그의 집에 갔느니라. 그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두 죽었느니라.』
그 순간, 나는 튼튼한 허벅지에 숨겨 둔 긴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어 땅에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나이다. 비록 그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말이다. 그때 부하들이 나를 말리며 이르되,
『안 됩니다, 왕이시여, 제발 그를 보내 주소서. 그가 여기 남아서 배를 지키도록 하소서. 저희가 왕을 따라 키르케의 성지로 가겠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거기에 머물지 아니하고, 내 꾸지람이 두려워 왔나이다.
그동안 키르케는 다른 사람들을 풀어 주고, 자신의 집에서 그들을 부드럽게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나이다. 그리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혔나이다. 우리는 연회장에서 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남자들은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 보자 울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흐느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나이다. 여신은 내 옆에 서서 이르되,
『왕이시여, 영리한 오지수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시여, 이제 이 슬픔을 부추기지 마시오. 나는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이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에서, 그리고 육지에서 적대적인 사람들로부터 큰 고통을 겪었음을 아나이다. 그러나 이제 먹고 마실 시간이다. 이탁도를 떠날 때 가졌던 열정을 되찾아야 하느니라. 당신은 지치고 상심하여 항상 고통과 방황에만 사로잡혀 있나이다. 마음속으로 기쁨을 느껴 본 적이 없나이다. 너희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 냈느니라.』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매일 그곳에서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나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긴 하루하루가 흘러가자,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나를 불러 이르되,
『신들의 인도를 받으소서. 이제 조국을 생각할 때이옵니다. 당신들이 살아남아 높은 지붕의 집과 조상의 땅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말이옵니다.』
내 전사의 영혼은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 잔치에 앉아 있었나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그들은 어둑한 궁전 안에서 잠자리에 들었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화려한 침대로 가서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의 무릎을 만졌나이다. 여신은 내 기도를 들었나이다.
『키르케여,』 나는 이르되, 『저를 고향으로 보내겠다는 당신의 맹세를 지켜 주소서. 이제 제 마음은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제 부하들도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당신이 부재중일 때마다 그들은 끊임없는 탄식으로 저를 지치게 하나이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하였나이다.
『레르테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왕 오지수여, 모든 도전을 극복한 자여, 당신은 원치 않게 제 집에 머물 필요가 없나이다. 그러나 먼저 다른 여정을 완수해야 하나이다.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예언자이자 눈먼 티레시아스에게 조언을 구하시오. 페르세포네는 죽어서도 그에게만 완전한 통찰력을 주었나이다. 다른 영혼들은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 뿐이옵니다.』
그 말에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침대에 앉아 울었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과 빛나는 태양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잃었나이다. 흐느껴 울고 슬픔에 잠겨 뒹굴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이르되,
『그러나 키르케여, 누가 이 여정을 안내해 줄 수 있나이까. 이전에는 아무도 배를 타고 염라국으로 간 적이 없나이다.』
그러자 여신이 즉시 대답하였나이다.
『오지수 왕이시여, 당신은 지혜로우시나이다. 배를 조종할 조종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하얀 돛을 펼치고 자리에 앉으시오. 북풍이 배를 밀어 줄 것이옵니다. 대양을 건너면 버드나무가 시들어가는 열매를 떨어뜨리고 페르세포네의 숲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가 자라는 해안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깊고 소용돌이치는 대양에 배를 묶고 염라국의 넓은 거처로 가시오. 화열강과 시천강의 지류인 코키토스는 모두 아케론 강으로 흘러 들어가나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바위 옆에서 울려 퍼지나이다. 용감한 사람이여, 그곳으로 가서 폭과 길이가 각각 한 규빗인 구덩이를 파고 그 주위에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을 부으시오. 먼저 꿀물을 붓고, 그 다음에는 단 포도주를, 마지막으로는 물을 부으시오. 보리를 뿌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에게 간청하시오. 이탁도의 황량한 땅에 이르면, 네 궁전에서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 한 마리를 잡아 불에 쌓아 올리고, 티레시아스에게만 네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수한 검은색 숫양 한 마리를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라. 모든 유명한 죽은 자들에게 기도한 후,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암양 한 마리를 도살하여 에레보스에게 보내되, 너 자신은 세차게 흐르는 강 쪽으로 돌아서라. 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런 다음 네 부하들에게 잔혹한 청동기에 의해 죽은 양들의 가죽을 벗기고, 강력한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며 불태우라 하라. 그리고 칼을 뽑아 앉으라. 티레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무도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예언자가 곧 와서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건너는 너의 여정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황금빛 옥좌에 새벽빛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키르케는 내게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여신은 섬세하고 고운 천으로 만든 긴 흰 드레스를 입고 금빛 허리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베일을 쓰고 있었나이다.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불렀나이다. 나는 각 부하 옆에 서서 말로 그들을 깨웠나이다.
『일어나라. 이제 더 이상 달콤한 잠에 빠져 있지 마라. 가야 한다. 여신께서 지시를 내리셨느니라.』
그들은 내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나는 부하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갈 수 없었나이다. 가장 어린 엘페노르라는 부하가 있었는데, 그는 전쟁에 그다지 용감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다지 영리하지도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술에 취해 시원함을 찾으려고 키르케의 집 높은 곳에 동료들과 떨어져 누워 있었나이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와 분주한 소리, 친구들의 움직임을 듣고는 높은 사다리를 내려가는 것을 잊고 재빨리 벌떡 일어섰나이다. 그는 지붕에서 곤두박질쳐 떨어져 척추 바로 위에서 목이 부러졌나이다. 그의 영혼은 염라국으로 내려갔나이다.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르되,
『아마도 당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겠으나,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영혼인 티레시아스를 만나야 한다 말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나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옷을 찢었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애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우리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있는 우리의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펑펑 흘렸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와서 검은 암양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를 배 옆에 묶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사라졌나이다. 신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누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겠나이까.
==제11권 저승==
이에 우리는 바다에 이르러 먼저 반짝이는 소금물에 배를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양들을 배에 올렸도다.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눈물을 쏟아 내었느니라.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가 우리에게 바람을 보내어 돛을 가득 채우게 해 주었으며, 순풍이 짙푸른 뱃머리 뒤에서 우리를 인도하였도다. 우리는 장비를 정비하고 자리에 앉으니, 바람과 항해사가 우리의 항로를 곧게 인도하였느니라.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니, 우리는 깊이 흐르는 대양의 끝자락, 키메리아인들이 살고 도시를 세운 곳에 이르렀도다. 그들의 땅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빛나는 태양신은 별이 빛나는 하늘로 떠오를 때나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올 때나 결코 그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지 아니하였느니라. 그곳의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파괴적인 밤이 세상을 뒤덮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양들을 몰아낸 다음, 여신이 우리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던 대양의 물줄기를 찾아 나섰느니라.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가 제물을 바치니, 나는 칼을 뽑아 가로세로 한 길의 구덩이를 파고 죽은 자들을 위해 제물을 부었도다. 먼저 꿀물을 붓고, 달콤한 포도주를 붓고,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으며, 그 위에 보리를 뿌리고, 고향에 돌아가면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가장 좋은 어린 암소를 제물로 바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로 제단을 높이 쌓겠다고 엄숙히 맹세하였느니라. 티레시아스를 위해서는 내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종 검은 양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렇게 맹세하며 죽은 자들을 불렀도다.
양들을 가져다가 구덩이 위에서 목을 베니 검은 피가 흘러나왔으며, 영혼들이 에레보스 산에서 올라와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십 대 소년 소녀들과 오랜 세월 고통받은 노인들, 젊은 나이에 노동으로 목숨을 잃은 신부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은 채 청동 창에 베인 많은 남자들이 있었느니라. 그들은 사방에서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구덩이 주위로 몰려들었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도다. 창백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나는 부하들을 깨워 내가 죽인 양의 가죽을 벗기고 불태우며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라고 명령하였도다. 나는 칼을 뽑아 들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섰으니,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로다.
먼저 아직 땅에 묻히지 못한 내 부하 엘페노르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우리는 다른 일에 너무 바빠서 그의 시신을 키르케의 집에 장례도 치르지 않고 남겨 두었도다. 그를 보자 나는 가엾음에 울며 이르되,
“엘페노르야, 어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네가 걸어온 것이 내가 배를 타고 온 것보다 더 빠르구나.”
그가 신음하며 대답하되,
“오지수 폐하, 폐하는 모든 상황을 잘 헤쳐나가시나이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불운하였고,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혼미해졌나이다. 키르케의 집 위층에 누워 있었는데, 지붕에서 내려올 때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나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떨어졌으며, 목이 척추에서 부러져 제 영혼은 염라국으로 떨어졌나이다. 당신이 버리고 간 부하들, 그 부재중인 자들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의 아내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 주신 아버지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그리고 집에 홀로 버려두신 당신의 아들 태명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이 염라국을 떠나 아이아이아에 다시 배를 정박할 때, 부디 저를 기억해 주소서. 저를 그곳에 묻지도 않고, 눈물도 애통함도 없이 버려두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신들께서 당신에게 노하실 것이니이다. 제 팔과 함께 저를 불태우고 회색 소금 바다 옆에 무덤을 쌓아 주소서.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저와 제 불행을 알게 될 것이니이다. 그리고 제가 살아생전에 동료들과 함께 젓던 노를 무덤에 박아 두소서.”
“가엾은 자여!” 내가 대답하되,
“이 모든 것을 하리라.”
우리는 그곳에 앉아 슬픈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나는 한쪽에서 피 묻은 칼을 꽉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 동료의 유령이 말을 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영혼이 나타났으니, 나의 죽은 어머니, 아우톨리쿠스의 딸 안티클레이아를 보았도다. 나는 신성한 토래성으로 떠날 때 그녀를 살려 두었느니라. 그녀를 보자 나는 연민에 눈물을 흘렸으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티레시아스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였도다.
예언자는 황금 홀을 들고 나타났으며 나를 알아보고 이르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뛰어난 생존자시여, 불쌍한 자여, 어찌하여 태양을 버리고 죽은 자들과 기쁨 없는 이 곳을 보러 왔느냐? 이제 구덩이에서 물러나 날카로운 칼을 들어 내가 피를 마시고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자 나는 은으로 장식된 칼을 칼집에 넣었도다. 그가 탁한 피를 마신 후, 유명한 예언자가 말하되,
“오지수여,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꿀처럼 달콤하게 생각하겠으나, 신들께서는 그것을 쓰디쓰게 만들 것이니라. 해신은 당신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가라앉히지 아니할 것이로다. 당신은 고통받아야 하나, 감정을 다스린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라. 충동과 당신의 부하들에게 경고하노라. 보랏빛 심해에서 돌아서서 트린아키아 섬으로 배를 몰고 가라. 그곳에는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신, 태양신의 소유인 풀을 뜯는 소와 살찐 양들이 있느니라.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내버려 두고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만 집중한다면, 큰 손실이 있더라도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부하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니라. 만일 당신이 스스로 탈출한다면, 당신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낯선 배를 타고 지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그리고 집에는 침략자들이 당신의 식량을 먹어치우고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니라. 그때 당신은 구혼자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하리라. 당신의 궁궐 안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밖에서, 날카로운 청동 무기로 그들을 죽여야 하느니라. 그들이 죽고 나면, 당신은 떠나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를 가져다 주어야 하리라. 그들은 배의 붉은 뱃머리도, 배의 날개와 같은 노도 본 적이 없느니라.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징조를 예언하노라. 당신이 등에 짊어진 것을 키라고 부르는 여행자를 만나면, 그 노를 땅에 박고 해신에게 황소와 멧돼지를 제물로 바치라.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사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순서대로 거룩한 헤카톰을 바치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편안한 노년의 삶과 번성하는 백성을 맞이하며, 너에게 온화한 죽음이 찾아올 것이로다. 그렇게 될 것이니라.”
내가 이르되,
“티레시아스여, 신들께서 제게 이런 운명을 정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실로 말해 주소서. 저는 어머니의 영혼이 피 곁에 조용히 앉아 저에게 말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았나이다! 주님,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제가 티레시아스라는 것을 알아보시게 할 수 있으리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설명하기 쉬운 문제라. 네가 이런 영혼 중 하나를 피 곁에 오도록 허락하면, 그 영혼은 너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로다. 네가 그들을 밀어내면, 그들은 다시 떠나야 하느니라.”
그렇게 말하고 예언자 영혼 티레시아스는 염라국의 집으로 떠났도다. 나는 어머니가 와서 피를 마실 때까지 그곳에 꼼짝 않고 서 있었느니라. 어머니는 그때 나를 알아보고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이르되,
“내 아이야!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이곳은 산 사람이 보기 힘든 곳이라. 거대한 강과 무시무시한 만들이 있고, 걸어서 건널 수 없는 대양도 있느니라. 배가 필요하니라. 너는 배와 선원들을 거느리고 토래성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헤매다 온 것이냐? 아직 이탁도에 도착하지도 않았고, 집에 있는 아내도 보지 못하였느냐?”
내가 대답하되,
“어머니, 저는 예언자 영혼인 테베의 티레시아스와 상의하기 위해 염라국에 올 수밖에 없었나이다. 아직 그리스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고, 고향에도 도착하지 못하였나이다. 위대한 건웅을 따라 말의 땅 토래성으로 가서 그곳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 이후로 저는 길을 잃고 비참하게 불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말씀해 주소서.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나이까? 오랜 병으로 돌아가셨나이까? 아니면 활의 여신 아림이 부드러운 화살로 당신을 죽이셨나이까? 제가 두고 온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소서. 그들은 여전히 왕으로 존경받고 있나이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왕위를 계승하고 제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나이까? 그리고 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씀해 주소서. 그녀는 우리 아들과 함께 남아 그의 양육에 전념하고 있나이까, 아니면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 그녀와 결혼하였나이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그녀는 굳건하니라. 마음씨가 강하니라. 그녀는 여전히 당신 집에 있느니라. 밤마다 비참하게 보내고 낮에는 눈물로 지내느니라. 그러나 아무도 당신의 왕위를 찬탈하지 못하였도다. 태명은 여전히 온 영지를 무사히 돌보고 영주답게 호화롭게 잔치를 벌이며 항상 회의에 초대받느니라. 당신의 아버지는 시골에 계시니라. 도시에는 오지 않으시며, 담요와 깨끗한 시트가 깔린 제대로 된 침대에서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느니라. 겨울에는 집 안에서 불 옆에 누워 노비들과 함께 재 속에 누워 주무시고, 옷은 누더기이니라. 여름과 수확철에는 떨어진 낙엽 더미가 그의 잠자리가 되느니라. 그는 그곳에 누워 슬픔에 잠겨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시니, 그의 노년은 쉽지 아니하니라. 그래서 저도 그런 운명을 맞이하여 죽었도다. 여신이 집에서 저를 쏘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며, 병이 내 팔다리의 기력을 앗아가며 길고 잔혹한 쇠약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라. 아니, 오지수, 나의 햇살이여, 당신이 그리웠던 것이로다. 당신의 날카로운 지성과 따뜻한 마음이 내게서 달콤한 생명을 앗아갔느니라.”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영혼을 품에 안고 싶었도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느니라. 세 번이나 어머니를 만지려 애썼으나, 세 번 모두 어머니의 유령은 그림자처럼, 혹은 꿈처럼 내 품에서 떠나갔도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지며 내가 울부짖되,
“안 되옵니다, 어머니! 왜 저와 함께 있어 주지 않으시나이까? 이 지옥에서라도 저를 안아 주소서. 서로 사랑하는 팔을 감싸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위안을 찾고 싶나이다! 그러나 이분이 정말 어머니시옵니까? 아니면 여왕이 제 슬픔을 더 키우려고 유령을 보낸 것이옵니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오, 내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로다. 페르세포네가 너를 속이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이 인간이 죽으면 지켜야 할 규칙이니라. 우리의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붙잡고 있지 아니하느니라. 생명이 하얀 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타오르는 불길이 시체를 태워 버리느니라. 영혼은 날아가 버리고 곧 꿈처럼 사라지느니라. 이제 서둘러 빛을 향해 가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 훗날 당신의 아내에게 이야기하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페르세포네가 보낸 몇몇 여인들, 곧 전사들의 딸들과 아내들이 왔으며, 그들은 핏자국 주위에 몰려들었도다. 나는 그들 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계획을 세웠느니라. 나는 칼을 뽑아 그들이 한데 모여 피를 마시지 못하게 막았으며, 그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하였도다.
첫 번째는 명문가 출신의 티로였는데, 살모네우스의 딸이자 아이올로스의 아들 크레테우스의 아내였도다. 그녀는 세상에 물을 쏟아붓는 모든 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니페우스 강과 사랑에 빠졌으며, 종종 그의 아름다운 강가를 찾아갔느니라. 해신은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강어귀에서 그녀와 함께 누웠도다. 그들 주위로 산처럼 높이 솟은 짙은 푸른 파도가 굽이쳐 신과 인간 여인을 가렸느니라. 거기서 그는 그녀의 허리띠를 풀고 그녀를 잠들게 하였으며, 신은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여인이여, 이 사랑을 기뻐하라. 너는 내년에 영광스러운 자녀를 낳을 것이로다. 신과의 관계는 언제나 자손을 낳느니라. 그들을 잘 보살피고 기르도록 하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내가 누구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하리니, 나는 땅을 흔드는 해신이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도다. 그녀는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둘 다 건장한 아이들이었고 전능한 상제를 섬겼느니라. 펠리아스는 양이 풍부한 이올코스의 넓은 들판에 살았고, 그의 동생은 모래 언덕인 필성에 살았도다. 그리고 그녀는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손, 페레스, 그리고 전차를 사랑했던 아미타이온을 더 낳았느니라.
그리고 그녀 후에 나는 안티오페를 보았는데, 그녀는 상제의 품에서 잠들었다고 말하며 두 아들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도다. 그들은 일곱 개의 문이 있는 도시 테베의 최초 정착민들이었으며, 그들은 강했으나 방어 시설 없이는 드넓은 평원에서 살 수 없었느니라.
그 다음 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보았는데, 그녀는 위대한 상제에게서 용감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도다. 그리고 나는 오만한 크레온의 딸이자 불굴의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메가라를 보았느니라.
나는 무지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른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를 보았도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였으니,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와 결혼하였느니라. 신들께서 인간에게 진실을 드러내시니, 그들의 치명적인 계략을 통해 그는 고통 속에서도 테베의 카드메인들을 다스렸도다. 그러나 에피카스테는 염라국의 문을 넘어갔으며, 올가미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니라. 그녀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복수의 여신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남겼도다.
그리고 나는 오르코메노스의 미니안들을 다스리던 암피온의 막내딸 클로리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아름다웠고, 넬레우스는 그녀에게 값진 혼수를 바쳤도다. 그녀는 필성의 여왕이었고, 크로미우스, 네스토르, 페리클리메누스, 그리고 용맹한 피로를 낳았느니라. 피로는 너무나 뛰어난 용맹을 지녀 모든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였으나, 넬레우스는 필성에서 이피클레스의 고집 센 소떼를 몰아낼 수 있는 남자와만 결혼을 허락하였도다. 예언자 멜람푸스만이 유일하게 시도하였으나, 신들께서 그를 막고 저주하시니, 목동들이 그를 쇠사슬로 묶었느니라. 날과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마침내 이피클레스는 예언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풀어 주었으며, 상제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로다.
그리고 나는 틴다레우스의 아내 레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그에게 두 명의 강인한 아들, 기마병 카스토르와 권투에 능한 폴리데우케스를 낳았도다. 생명을 주는 대지는 그들을 품고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상제께서 저승에서도 그들을 존경하시니, 그들은 번갈아 살고 죽으며 신처럼 숭배받느니라.
그리고 나는 알로에오스의 아내 이피메데이아를 보았는데, 그녀는 해신과 동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도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 다 짧은 생을 마감하였으니, 오투스와 유명한 에피알테스였느니라. 비옥한 대지는 그들을 오리온 다음으로 키가 큰 영웅으로 키워 내었도다. 아홉 살 때 그들은 너비가 아홉 큐빗, 높이가 아홉 파덤에 달하였으며, 불멸의 신들에게 무시무시한 전쟁의 소음을 불러일으켰고, 오사와 펠리온 산을 나무와 잎사귀까지 모두 오림 산 높은 곳에 올려놓으려 하였느니라. 만약 그들이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나, 상제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이 그들을 죽였도다. 그들은 어린 턱에 솜털이 나기도 전에, 수염이 얼굴을 뒤덮기도 전에 죽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파이드라, 프로크리스, 그리고 위험한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를 보았도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오려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느니라. 여신 아림은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비난했을 때 디아 섬에서 그녀를 죽였도다. 그 후 마에라, 클리메네, 에리필레가 왔는데, 그녀는 황금 뇌물을 받고 남편을 죽였느니라. 제가 그곳에서 본 유명한 왕비와 딸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나이다. 거룩한 밤이 끝나기 전에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이다. 저는 선원들과 함께 배에서 자야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자야 하나이다. 저는 신들을 알고 있으니, 당신들이 제 여정을 도울 것이니이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홀에서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며 귀를 기울였도다. 흰 팔을 가진 아례희가 말하되,
“무릉도인들이여! 그를 보라! 얼마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인가! 게다가 얼마나 총명한가! 그는 나의 특별한 손님이지만, 여러분 모두 우리와 같은 영주의 지위를 공유하고 있으니 너무 빨리 그를 내쫓지 말라. 그리고 그가 떠날 때 관대하게 대해야 하느니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신들의 뜻으로 보물이 풍족하니라.”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노련한 예개우가 이르되,
“현명한 왕비께서 옳으셨나이다, 여러분. 왕비의 말씀대로 하소서. 그러나 먼저 알진오 왕께서 말씀하시고 행동하셔야 하나이다.”
왕이 이르되,
“내가 이 뱃사람들의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에는 왕비의 말씀대로 하라. 손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침까지 머물게 해 주라. 그때 모든 선물을 드리리라. 여러분 모두 그를 도우겠으나, 내가 이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으니 내가 가장 많이 도울 것이로다.”
오지수는 신중하고 재치 있게 대답하되,
“모든 백성의 왕이신 알진오 왕이시여, 만약 저에게 작별 선물을 주시고 떠나보내기 전에 이곳에 일 년 동안 머물라고 권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나이다. 보물을 가득 안고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니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존경하고 이탁도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니이다.”
알진오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세상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품고 있느니라.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기꾼과 도둑들도 많으나, 자네를 보니 그런 부류가 아니로다. 자네의 이야기에는 우아함과 지혜가 담겨 있느니라. 자네는 마치 뛰어난 시인처럼 모든 그리스인들의 고난, 그리고 자네 자신이 겪은 고통까지 이야기하였도다. 자, 이제 자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서 전쟁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겪은 친구들의 영혼을 보았는지 말해 주라. 밤은 아직 길고, 잠들 시간은 아니니라.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라! 자네가 겪었던 위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꺼이 들으리라.”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알진오 왕이시여,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이기도 하나, 잠을 잘 때이기도 하나이다.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토래성의 비명과 전투 소음을 피해 간신히 탈출하였으나, 나중에 집에서 악한 아내에게 살해당한 제 친구에 대한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성스러운 페르세포네께서 여인들의 유령을 흩어지게 하시니 그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도다. 건웅의 유령은 아이기스토스의 집에서 그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다른 이들과 함께 슬픔에 잠겨 나타났느니라. 그는 피를 마시고 나서야 저를 알아보았으며, 큰 소리로 울며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손을 뻗었도다. 필사적으로 저를 만지고 싶어 하는 듯하였으나, 그의 기력과 힘, 그리고 한때 가졌던 유연함은 모두 사라져 있었느니라. 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쌍히 여겼으며 외치되,
“인간의 왕이시여, 건웅 왕이시여! 어떻게 돌아가셨나이까? 어떤 불운이 당신을 덮쳤나이까? 해신이 그를 깨운 것이옵니까? 혹독한 바람이 불어 당신의 배를 난파시켰나이까? 아니면 육지에서 적의 양이나 소떼를 훔치거나, 그들의 도시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사백 명이 넘는 적에게 살해당하였나이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나는 생존자이니라! 아니다. 해신이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켜 내 배를 난파시킨 것이 아니며, 육지에서 적들이 정당방위로 나를 죽인 것도 아니니라. 아이기스토스가 내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를 죽이려고 계획하고 살해하였도다. 그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마치 마구간에서 소를 도살하듯이 죽였느니라. 얼마나 끔찍한 죽음이냐! 내 부하들은 마치 부유한 영주의 집에서 잔치나 결혼식, 연회를 위해 돼지를 도살하듯이 무참히 살해당하였도다. 당신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백병전에서 학살당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나, 당신이 직접 그런 일을 겪는다면 더욱 깊은 슬픔을 느낄 것이로다. 음식과 포도주가 쌓인 탁자 아래 우리가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바닥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느니라. 간교한 클리템네스트라가 내 옆에서 죽인 프리아모스의 딸, 불쌍한 카산드라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렸도다.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순간, 나는 땅에서 팔을 들어 올리려 애썼으나, 그 암캐 같은 여자는 등을 돌렸느니라. 나는 지옥으로 갔으며, 그녀는 내 눈도 감겨 주지 않았고 입도 다물게 해 주지 아니하였도다. 아내가 남편을 그렇게 배신하는 것보다 더 역겨운 짓은 없느니라. 그 여자는 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도다! 그녀의 남편을!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노비들과 자식들은 나를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녀는 너무나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여자들, 심지어 착한 여자들까지도 수치에 빠뜨렸느니라.”
내가 소리치되,
“저주받아라! 상제께서는 항상 여자들을 통해 아트레우스 가문에 재앙을 가져오셨도다. 많은 남자들이 헬렌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클리템네스트라는 당신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당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느니라.”
그러자 그가 즉시 대답하되,
“그러니 아내를 너무 잘 대해 주지 말라. 아는 것을 다 알려 주지 말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숨기라. 그러나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로다, 오지수여. 현명한 연로비는 그런 짓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아니하니라. 우리가 전쟁터로 떠날 때 당신의 아내는 아주 어렸으며,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이제 다 큰 아이가 되었으리라. 당신이 집에 돌아와 아들을 보면 무척 기뻐하며 아버지를 껴안을 것이니,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니라. 제 아내는 제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억눌렀으며, 아내가 먼저 저를 죽인 셈이니라.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충고 하나 하겠노라. 명심하라. 고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 배를 정박하지 말라. 조용히 움직이라. 요즘 세상에 여자를 믿는 사람은 없느니라. 그런데 제 아들 소식은 없느냐? 살아 있느냐? 오르코메노스에 있느냐, 아니면 모래 언덕의 필성에 있느냐, 아니면 사필성의 면나수와 함께 있느냐? 내 훌륭한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로다.”
건웅이 대답하되,
“건웅이여, 왜 그런 것을 묻느냐? 나는 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느니라. 가설을 세워 봤자 소용없느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쏟아낸 쓰라린 말 때문에 깊이 슬퍼하며 펑펑 울었도다. 그때 아길수와 파트로클로스, 안틸로코스, 그리고 그리스인 중 아길수 다음으로 가장 잘생기고 체격이 좋았던 아이아스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아길수는 나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되,
“오지수여, 이 여우 같은 놈아!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 것이냐? 어떻게 감히 염라국까지 내려올 수 있었느냐? 여기에는 감각이 마비된 죽은 자들, 지쳐 쓰러진 불쌍한 인간들의 영혼이 살고 있느니라.”
내가 이르되,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 아길수여, 나는 이 바위투성이 이탁도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티레시아스를 만나러 왔나이다. 나는 그리스에도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고, 고향은 말할 것도 없나이다. 운이 정말 나빴나이다. 그러나 누구의 운도 자네만큼 좋았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살아있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자네를 신처럼 존경하였도다. 이제 자네가 이 세상에 왔으니 죽은 자들 사이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느니라. 아길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마소서.”
그러나 그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 죽은 자들의 왕으로 군림하느니 차라리 가난한 농부에게 고용된 일꾼이 되는 게 낫겠느니라. 그러나 어서 와서 내 아들에 대해 말해 주라. 소식이 있느냐? 전쟁터로 나가 지도자가 되었느냐? 그리고 내 아버지 필우는 어떠냐? 아직도 미르미돈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있느냐? 아니면 늙고 허약해져서 프티아와 그리스에서 학대받고 있느냐? 이제 나는 햇빛을 등지고 떠났기에, 토래성 평원에서 최고의 토래성인들을 죽이던 때처럼 그리스인들을 도울 수 없느니라. 만약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아버지 댁으로 잠시라도 갈 수 있다면, 아버지를 해치고 모욕하는 자들이 내 손이 무적이지 않기를 바라게 만들겠느니라.”
내가 그에게 대답하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없으나, 당신의 아들, 사랑하는 네오프톨레무스에 대해서는 모두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나는 다른 잘 무장한 그리스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스키로스에서 그를 데려왔나이다. 우리가 토래성에 대한 전략을 세울 때, 그는 항상 네스토르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요점을 정확히 짚어 말하였나이다. 그리고 우리가 토래성에서 싸울 때, 그는 거대한 전투의 인파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항상 두려움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전쟁터에서 엄청난 수의 적을 죽였나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죽인 자들의 이름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나이다. 그러나 그는 청동 창으로 텔레포스의 아들 에우리필루스를 베어 죽였나이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데, 위대한 멤논 다음으로 잘생긴 사람이었나이다. 프리아모스가 그의 어머니에게 뇌물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데려온 수많은 케티아인들도 모두 죽임을 당하였나이다. 우리 아르고스 지도자들이 목마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 임무였나이다. 다른 그리스 지휘관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잘생긴 내 아들은 안 되었나이다! 나는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며, 그는 눈물을 닦을 필요도 없었나이다. 목마 안에서 그는 내게 뛰어내리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으며, 칼자루와 무거운 창을 꽉 쥐고 토래성인들을 해치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마침내 우리가 프리아모스의 높은 도시를 함락시켰을 때, 그는 전리품으로 가득 찬 채 목마에 올라탔나이다. 날카로운 청동 창에 상처 하나 나지 아니하였으며, 아레스가 맹렬하게 날뛰는 전쟁에서 그가 겪은 모든 소규모 전투에서 그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아길수의 유령은 아들의 영광스러운 용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도다. 다른 죽은 영혼들도 슬픔에 잠겨 모여들었고, 각자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직 아이아스만이 배 옆에서 재판이 열렸을 때 내가 아길수의 갑옷을 차지한 것에 분노하여 뒤에 남았도다. 영웅의 어머니 테티스와 토래성의 아들들, 그리고 팔라스가 내게 그 무기를 주었느니라. 차라리 이 시합에서 이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무기는 아길수, 필우의 아들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외모와 위업을 지녔던 아이아스가 땅속에 묻힌 것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그에게 화해를 청하며 이르되,
“제발, 위대한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여, 그 저주받은 무기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내려놓을 수 없겠나이까? 죽어서라도 말이니이다. 신들께서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탑이었는데, 얼마나 큰 손실이었나이까! 당신이 떠났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슬픔에 잠겼고, 아길수만큼이나 오랫동안 당신을 애도하였나이다. 상제 외에는 누구도 탓하지 마소서. 그는 그리스 군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우리를 파멸시켰고,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에게 이런 운명을 내린 이유이니이다. 그러나 이제 들어주소서, 폐하. 분노를 가라앉히소서.”
그는 대답하지 않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따라 에레보스로 향하였도다. 그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더 많은 영혼들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르나이다.
저는 그곳에서 황금 홀을 들고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상제의 아들 미노스를 보았느니라. 그들은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는 염라국의 집 안에서 왕에게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하느니라. 저는 또한 외로운 산꼭대기에 살면서 죽였던 짐승들을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쫓는 위대한 오리온을 보았도다. 그는 파괴할 수 없는 청동 곤봉을 들고 있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가야의 아들 티우가 아홉 마일이나 뻗어 있는 것을 보았도다. 상제의 연인 레토가 아름다운 파노페우스의 들판을 지나 피토로 가는 길에 상제께서 그녀를 강간하셨느니라. 두 마리의 독수리가 그의 양옆에 앉아 그의 간을 찢고 내장을 파고들었으나, 그는 독수리들을 밀쳐낼 수 없었도다.
나는 턱까지 물에 잠긴 탄탈루스의 고통을 보았느니라. 그는 너무나 목이 말라 마실 물조차 없었도다. 그 노인이 물을 향해 몸을 굽히자 물은 사라져 버렸으며, 어떤 신께서 물을 말려 버리셨느니라. 그의 발치에는 검은 흙이 나타났도다. 키 큰 잎이 무성한 나무에는 달콤한 무화과와 석류, 눈부시게 빛나는 사과와 잘 익은 감람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으나, 그가 손으로 그것들을 잡으려 하자 바람이 그것들을 어두운 구름 속으로 날려 버렸느니라.
그리고 나는 시시포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도다.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밀어 언덕 꼭대기로 올리려 온 힘을 다해 애썼느니라. 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다시 무심하게 굴러떨어졌으며, 그러나 그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먼지로 뒤덮인 머리를 한 채 계속해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도다.
나는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환영을 보았느니라. 그는 불멸의 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위대한 상제와 황금빛 헤라의 딸인 아름다운 발목의 헤베와 함께 있었도다. 그의 유령 주위에서 죽은 영혼들은 공포에 질려 새처럼 비명을 질렀느니라. 그는 마치 음산한 밤처럼 걸어 다니며 활집에서 꺼낸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꽂아 넣었으며, 쏘기 직전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도다. 그의 가슴에는 곰, 멧돼지, 사납게 노려보는 눈을 가진 사자, 전투와 사람들의 학살을 묘사한 놀라운 금빛 띠가 둘러져 있었느니라. 나는 이 장면을 디자인한 장인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이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슬픔에 잠겨 외치되,
“오지수여!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자여, 당신도 내가 지상에 살았을 때처럼 운명의 무게에 시달리는가? 나는 상제의 아들이었으나, 고통은 끝이 없었느니라. 나보다 훨씬 영웅적이지 못한 자의 노비가 되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도다. 그는 한때 나에게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라고 보냈는데,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니라. 나는 허명과 번뜩이는 눈빛의 지혜낭자의 도움을 받아 염라국에서 그 개를 데려왔느니라.”
그는 염라국의 집으로 돌아갔도다. 나는 고대에 죽은 다른 영웅들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았으며, 내가 바라던 대로 신의 아들 피리토스와 테세우스 같은 고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섬뜩한 울부짖음과 함께 몰려들었고,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 여왕이 고르곤의 머리를 염라국에서 내보낼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그래서 나는 서둘러 돌아가 부하들에게 배에 올라타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 벤치에 앉았으며, 강물은 배를 바다 강 아래로 밀어내었느니라. 처음에는 노를 저어 나아갔고, 나중에는 순풍을 받았도다.
==제12권 어려운 선택들==
「우리 배는 대양의 흐름을 넘어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갓 태어난 새벽이 있는 아이아이아에 이르렀나이다. 새벽은 태양신 헬리우스의 빛과 함께 초원에서 춤을 추는 곳이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배를 대고 하선하여 밝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나이다.
새벽이 일찍, 꽃잎 같은 손가락을 가진 채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키르케의 집으로 보내 죽은 엘페노르의 시신을 가져오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서둘러 나무를 베고 가장 먼 곶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였나이다. 우리는 그의 시신과 장비를 태우고 흙무덤을 쌓은 다음, 그 위에 기둥을 끌어다 놓고 그의 노를 꽂았나이다. 이 모든 의식을 차례로 행하였나이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신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노비들을 데리고 서둘러 우리를 맞으러 왔나이다. 노비들은 빵과 고기, 그리고 선명한 붉은 포도주를 가지고 왔나이다. 그녀는 우리 가운데 서서 이르되,
『참으로 놀랍구나. 너희 모두 산 채로 염라국에 갔다니.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죽는데 너희는 두 번 죽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먹고 여기서 하루 종일 포도주를 마시며 지내렴.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떠나라. 내가 너희의 항로를 자세히 설명해 줄 터이니,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어떤 악한 것도 너희를 해칠 틈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집 센 사람이었으나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실컷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남자들은 배 옆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내 손을 잡고 그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물었나이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키르케가 대답하되,
『이제 그 여정은 끝났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내가 좋은 지시를 내릴 터이니, 다른 신이 네가 기억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먼저 너희는 모든 행인을 홀리는 사이렌들에게 가야 한다. 만일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사람은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곳 초원에 앉아 있는 사이렌들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래로 그를 유혹할 것이다. 그들 주위에는 살점이 뼈에서 썩어 나가고 피부가 오그라든 채 죽어 있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널려 있다. 노를 저어 지나갈 때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넣어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라. 그러나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선원들은 당신을 손과 발로 밧줄을 단단히 묶어 배의 돛대에 똑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묶이면 사이렌의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들에게 풀어 달라 애원하면, 그들은 더 단단한 매듭으로 당신을 묶어야 할 것이다.
사이렌을 지나 항해한 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겠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첫 번째 길은 암피트리테 여신이 거대한 파도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거대한 바위들을 통과하는 길이다. 축복받은 신들은 이곳을 방랑하는 바위라 부른다. 상제에게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는 비둘기조차도 이곳을 안전하게 날아갈 수 없다. 비둘기 한 마리는 항상 길을 잃는다. 그 깎아지른 절벽 속 깊은 곳에 상제가 또 다른 신을 보내 무리의 수를 회복시켜야 하였느니라. 인간의 배는 그곳을 지나간 적이 없다. 들어가려 하면 파도와 거센 불길이 배의 목재와 사람들의 몸을 집어삼켰느니라. 오직 유명한 아르고호만이 아이에테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항해하였느니라. 강한 해류가 배를 바위 쪽으로 내던졌으나, 이아손을 사랑한 헤라가 그들을 안전하게 인도하였느니라.
두 번째 길로 가면 두 개의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뾰족한 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걷히지 않는 푸른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도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아니한다. 스무 개의 손과 스무 개의 발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바위를 오르거나 발을 디딜 수 없다. 바위는 마치 매끄럽게 연마된 듯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서쪽, 어두운 에레보스 산을 향해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있다. 위대한 오지수여, 배를 그 동굴 옆으로 몰고 가라. 그 동굴은 너무 높아서 화살로 쏠 수조차 없다. 그곳에는 울부짖고 짖어대는 스킬라가 살고 있다. 끔찍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강아지 같으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신조차도 그녀를 두려워할 정도이다. 그녀는 축 늘어진 다리가 열두 개이고, 목은 여섯 개이며, 각 목에는 끔찍한 머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각 얼굴에는 죽음을 품은 듯한 빽빽한 이빨이 세 줄로 나 있다. 그녀의 배는 텅 빈 동굴 안으로 축 늘어져 있고, 머리는 아득한 협곡 위로 내밀고 바위 주변을 살피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돌고래, 물개, 때로는 거대한 고래까지 잡아먹기도 한다. 포효하는 바다의 여왕 암피트리테는 수많은 생물을 보살핀다. 그곳을 지나가는 뱃사람은 결코 무사하지 못하다. 그녀는 검은 뱃머리를 가진 배에서 입으로 사람을 한 명씩 낚아챈다.
다른 바위는 화살을 쏘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이 두 번째 바위는 더 아래쪽에 있고, 그 위에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아래에서 신성한 카리브디스는 검은 물을 빨아들인다. 하루에 세 번 물을 뿜어내고, 세 번 꿀꺽꿀꺽 마신다. 그녀가 물을 삼킬 때는 그곳을 피해야 한다. 물속으로. 그때는 위대한 해신조차도 너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빨리 노를 저어 스킬라 옆으로 배를 몰고 가라. 여섯 명이라도 잃는 것이 모두 죽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여신이시여, 제발 진실을 말씀해 주소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카리브디스를 피해 스킬라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이까.』
여신이 대답하되,
『아니, 어리석은 자여. 네 마음은 아직도 전쟁에 사로잡혀 있구나. 그러나 이제 신들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녀는 필멸자가 아니다. 불멸의 악, 무시무시하고 사납고 잔인한 존재이다. 너는 그녀와 싸울 수 없다. 최선의 해결책이자 유일한 길은 도망치는 것이다. 바위 옆에서 무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녀는 여섯 개의 머리로 다시 공격해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스킬라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힘인 크라타이스에게 도움을 청하라. 그녀는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 준 존재이다. 여신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가라. 그러면 너는 헬리우스가 양과 소를 기르는 트리나키아라는 섬에 도착할 것이다. 한 무리에 쉰 마리씩, 총 일곱 무리가 있다. 그들은 번식도 하지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하며, 그들을 돌보는 자들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신 파에투사와 람페티아, 빛나는 네이라와 헬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빛나는 딸들이다. 그녀는 그들을 키운 후, 아버지의 양과 소를 지키도록 외딴 트리나키아로 보냈느니라. 만일 고향을 기억하고 소들을 해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선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을 예언한다.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늦게, 그리고 수치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키르케가 말을 마치자 새벽의 황금 옥좌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녀는 섬을 가로질러 걸어갔나이다. 나는 배로 돌아가 선원들을 깨워 배에 오르게 하고 뱃머리 밧줄을 풀도록 하였나이다. 그들은 배에 올라타 각자 자리에 앉아 노로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나이다. 검은 뱃머리를 가진 우리 배 뒤에서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는 돛을 채우는 친절한 바람을 보내 주었나이다. 우리는 재빨리 돛대를 정리하였고, 바람과 조타수가 배를 조종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선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키르케가 내게 알려 준 계시는 나 혼자만 아는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러분과도 나누겠나이다. 진실을 알고 죽거나, 아니면 탈출할 수 있나이다. 키르케는 우리가 저승의 세이렌들의 목소리를 피해야 하고, 그들의 꽃밭을 지나쳐야 한다 하였나이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나를 밧줄로 묶어 돛대에 똑바로 세워 두시오. 내가 간청하고 명령하면, 내 밧줄을 더 세게 묶어 더욱 꽉 묶어 주시오.』
이렇게 나는 그들에게 모든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곧 잘 만들어진 우리 배는 순풍을 타고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졌고,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었나이다. 고요함이 찾아왔나이다. 어떤 정령이 파도를 잠재운 듯하였나이다. 선원들은 일어나 돛을 내리고 선창에 넣었나이다. 그들은 노를 저어 매끄러운 나무 노가 물을 하얗게 물들였나이다. 나는 양손으로 밀랍 덩어리를 쥐고 잘게 잘랐나이다. 단단하게 반죽하고 햇볕에 데운 반죽을 차례로 각자의 귀에 발라 주었나이다. 그들은 내 손발을 돛대에 꼿꼿이 세운 채 묶었나이다. 그들은 앉아서 노를 저었나이다. 우리는 빠르게 나아갔고,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우리 배가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나이다.
『오지수여. 이리 오시오. 당신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잘 알려져 있소. 그리스의 영광이시여. 이제 배를 멈추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듣소. 이 음악은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은 더 큰 지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오소.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토래성에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겪은 모든 고통을 알고 있고, 세상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다 알고 있기 때문이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듣고 싶었나이다. 나는 부하들에게 나를 풀어 주라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찡그렸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노를 저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일어서서 나를 더욱 단단히, 더 많은 매듭으로 묶었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훨씬 지나쳐 더 이상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나이다. 그들은 내가 귀를 막았던 밀랍을 제거하고 나를 풀어 주었나이다.
그 섬을 떠나자, 나는 거대한 파도와 연기를 보았고, 굉음을 들었나이다. 부하들은 겁에 질려 노를 놓았고, 노는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나이다. 아무도 가느다란 노를 젓지 않자 배는 멈춰 섰나이다. 나는 갑판을 따라 걸으며 한 명 한 명 격려한 다음, 모두를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나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우리는 위험에 익숙하다. 이번 일은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동굴에 갇혔을 때보다 더 나쁘지 아니하다. 그때 우리는 나의 기술과 지혜, 그리고 전략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느니라. 그것을 기억하라. 자, 모두 내 말을 믿으라. 자리에 앉아 노를 저어 파도를 깊이 저어라. 상제께서 이 재앙에서도 우리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실지도 모른다. 선장이여, 잘 들어라. 이것이 네 명령이다. 키를 잡고 저 검은 연기와 솟아오르는 파도를 피해 바위 쪽으로 배를 몰아라. 배가 반대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들은 즉시 명령을 따랐나이다. 나는 스킬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스킬라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하였고,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남자들은 노를 놓고 두려움에 떨며 선창으로 도망쳐 숨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가 무기를 들지 말라 한 조언을 무시하였나이다.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나이다. 나는 찬란한 갑옷을 입고 긴 창 두 자루를 손에 든 채 뱃머리 갑판으로 올라갔나이다. 바위투성이의 스킬라가 그쪽에서 나타나 내 부하들을 해칠 것 같았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좁은 해협을 노를 저어 나아갔나이다. 한쪽에는 스킬라가, 다른 한쪽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이는 빛나는 카리브디스가 있었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물을 뿜어낼 때는 마치 거대한 불 위의 끓는 가마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나이다. 거품이 높이 솟아올라 양쪽 바위 꼭대기에 튀었나이다. 그러나 카리브디스가 바닷물을 다시 삼키자,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듯하였고, 주변의 바위들은 무시무시하게 포효하였으며, 아래쪽의 짙은 푸른 모래사장이 드러났나이다. 병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나이다.
우리가 두려움에 떨며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는 동안, 스킬라가 배에서 여섯 명의 병사를 낚아챘나이다. 그들은 내 배에서 가장 강하고 용맹한 전사들이었나이다. 아래에서 뒤돌아보니 그들의 발과 손이 하늘 높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나이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게 울부짖고 내 이름을 불렀나이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나이다. 마치 어부가 절벽 위에서 소뿔로 만든 낚싯줄을 길게 늘어뜨려 작은 물고기들을 낚으려 할 때, 물고기가 잡히면 숨을 헐떡이며 해안으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스킬라가 그들을 바위 동굴로 들어 올려 입구에서 잡아먹을 때, 그들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몸부림 속에서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나이다. 그것은 내가 바다에서 고통받는 동안 본 가장 가슴 아픈 광경이었나이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바위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곧 태양신 히페리온의 아들 헬리우스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멋진 얼굴을 한 그의 소들과 잘 먹은 양 떼들이 있었나이다. 검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 나는 우리 안의 소들의 울음소리와 양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나이다. 나는 눈먼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키르케의 말을 떠올렸나이다. 두 신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하라 엄격히 지시하였나이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잘 아나이다. 그러나 제 말을 잘 들어 주소서. 티레시아스와 키르케는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해야 한다 강조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끔찍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였나이다. 우리는 배를 돌려 섬을 지나가야 하나이다.』
그들은 이 말에 몹시 낙담하였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저에게 화를 내며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불공평하나이다. 당신은 강하고 지치는 기색이 없으니 분명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쉴 시간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완전히 지쳐 버렸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가 섬에 내려 맛있는 저녁을 해 먹는 것도 허락하지 아니하고, 안개 낀 바다를 밤새도록 표류하라 명령하는구나. 밤이 되면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 배를 난파시키는데, 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북쪽이나 서쪽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이 배를 부숴 버린다면 누가 재앙을 피할 수 있겠나이까.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자. 여기 머물면서 배 옆에서 음식을 해 먹자.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자.』
이것이 그의 말이었나이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였고, 그때 나는 어떤 악령이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직감하였나이다.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에우리로코스여. 나는 한 명이고 너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하는군. 그러나 모두 내게 굳게 맹세하노라. 소떼나 양떼를 발견하더라도 한 마리도 죽이지 마라. 가까이 가지 말고 불멸의 여신 키르케가 마련해 준 음식을 먹어라.』
그들은 내 말대로 맹세하였나이다. 맹세가 끝나자 우리는 잘 만들어진 배를 민물 근처의 굽은 항구 안쪽에 정박시켰나이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능숙하게 저녁을 요리하였나이다. 음식과 술로 배가 부르자 그들은 스킬라가 배에서 잡아먹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나이다. 그들이 울부짖는 동안 달콤한 잠이 그들을 감쌌나이다.
밤이 지나고 별들이 사라지자 상제는 기이한 폭풍우를 일으켰나이다. 그는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고,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나이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우리는 배를 산령녀들이 춤을 추는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모인 부하들에게 연설하였나이다.
『친구들이여, 배에는 식량이 있다. 가축은 건드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저 소들과 살찐 양들은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는 위대한 태양신 헬리우스의 소유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그들은 마지못해 따랐나이다. 그러나 그 달 내내 남풍이 불고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다른 바람은 전혀 불지 아니하였고, 오직 남풍과 동풍만이 불었나이다. 부하들은 아직 음식과 술이 있는 동안에는 소들을 건드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은 목숨을 건지기를 바랐나이다. 그러나 배의 물자가 바닥나자, 선원들은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나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은 낚싯바늘로 물고기와 새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잡았나이다.
저는 혹시라도 신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실까 하는 생각에 기도하러 나섰나이다. 부하들을 남겨 두고 섬을 가로질러 바람을 피해 그늘에서 손을 씻고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러자 신들이 제 눈에 달콤한 잠을 내려 주셨나이다. 그 사이에 에우리로코스는 어리석은 제안을 하였나이다.
『잘 들어 보시오, 친구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굶주림이 가장 비참한 일이다. 그러니 이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아 불멸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자. 이탁도로 돌아가면 곧바로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짓고 그 안에 보물을 모을 것이다. 만일 태양신이 이 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우리 배를 난파시키고 다른 신들도 동의한다면, 나는 이 사막 섬에서 천천히 시들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바닷물을 마시고 죽는 편이 낫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나이다. 그들은 배 옆에서 풀을 뜯고 있던 헬리우스의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으러 갔나이다. 사람들은 소들을 에워싸고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나이다. 배에는 보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참나무 잎을 뜯어 먹었나이다. 기도를 드린 후 소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허벅지를 잘라 낸 다음 뼈 위에 지방을 두 겹으로 덮고 그 위에 날고기를 올렸나이다. 불타는 제물에 부을 포도주가 없었기에 물을 사용하였고, 내장을 모두 구웠나이다. 허벅지살이 불에 타오르고 내장이 뿌려지자, 그들은 나머지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았나이다.
달콤한 잠이 눈에서 녹아내렸나이다. 나는 해안가에 정박한 배로 급히 돌아갔나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감쌌나이다. 나는 신음하며 신들에게 이르되,
『오,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당신들은 그 지독한 잠으로 내 정신을 멀게 하였나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내 부하들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나이다.』
그 사이에 긴 치마를 입은 람페티아는 태양신에게 우리가 그의 소들을 죽였다고 알리러 달려갔나이다. 격분한 태양신은 다른 신들을 불렀나이다.
『위대한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오지수의 부하들을 벌하소서. 그들이 내 소들을 죽였나이다. 나는 하늘에 오를 때나 땅에 내려올 때나 매일 그 소들을 보며 기뻐하였나이다. 그들이 내게 보답하지 아니하면 나는 염라국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만 나의 밝은 빛을 비출 것이다.』
상제가 대답하되,
『헬리우스여. 우리와 함께 빛을 비추어 생명을 주는 땅 위의 필멸자들을 위해 빛을 비춰 주소서. 나는 즉시 나의 밝은 번개로 그들의 배를 쳐서 포도주빛 바다 전체에 산산조각 내 버릴 것이옵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아름다운 칼리프소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배 옆 해안으로 돌아와 나는 그들 각자를 꾸짖었나이다. 그러나 소용없었나이다. 소들은 이미 죽어 있었나이다. 신들이 징조를 보냈나이다. 가죽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고, 꼬챙이에 꽂힌 고기는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음메 소리를 냈나이다. 소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나이다.
엿새 동안 내 부하들은 헬리우스가 준 소고기로 잔치를 벌였나이다. 이레째 날,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가 앞장서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우리는 재빨리 배에 올랐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돛을 펼쳐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우리가 그 섬을 떠났을 때, 우리는 하늘과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에 짙은 푸른색 폭풍 구름을 드리웠나이다. 그 아래 바다는 어두워졌나이다. 잠시 배가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때 제피로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맹렬한 폭풍을 몰고 왔나이다. 강한 돌풍이 앞쪽 돛줄 두 개를 모두 부러뜨렸고, 돛줄은 선창 안에 흩어졌나이다. 돛대는 뒤로 부러져 선장의 배 뒷부분을 강타하였고,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나이다. 그의 뼈는 으스러지고, 골격은 부서졌나이다. 그는 잠수부처럼 갑판에서 떨어졌고,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났나이다.
바로 그 순간, 상제가 천둥을 치며 배에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흔들리는 배는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모든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배 옆 파도 위의 갈매기처럼 휩쓸려 갔나이다. 신들은 그들이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았나이다. 나는 배 위에서 서성거렸고, 마침내 조류가 배의 옆면을 용골에서 뜯어냈나이다. 파도가 배의 뼈대를 휩쓸어 가고 돛대를 부러뜨렸나이다. 그러나 그 위에 소가죽으로 만든 돛대 고정줄이 걸려 있었나이다.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묶고 무시무시한 바람에 실려 나아갔나이다.
마침내 폭풍이 멈추고 서풍이 잦아들었나이다. 남풍이 나를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로 되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되었나이다. 밤새도록 뒤로 휩쓸려 갔고, 해가 뜰 무렵 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무시무시한 바위산으로 돌아왔나이다. 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무화과나무 가지에 가려진 채. 나는 박쥐처럼 나무줄기를 붙잡았나이다. 발을 디딜 수도, 기어오를 수도 없었나이다. 뿌리는 너무 낮았고, 길고 높은 가지는 너무 높았나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매달렸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내 돛대와 용골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기를 바랐나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리브디스가 그렇게 해 주었나이다. 젊은이들의 다툼을 하루 종일 심판하다가 마침내 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던 바로 그 순간, 카리브디스에서 널빤지들이 둥둥 떠올랐나이다. 저는 손과 발을 놓아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떠다니는 나무토막들 옆으로 떨어졌나이다. 저는 그 나무토막 위로 기어올라 손으로 노를 저어 떠났나이다. 상제께서 스킬라가 저를 보지 못하게 해 주셨기에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나이다.
저는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열흘째 저녁, 신들의 도움으로 저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답고 신성한 칼리프소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녀는 저를 사랑하고 보살펴 주었나이다. 제가 어제 당신과 당신의 아내에게 들려드린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리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옵니다.」
==제13권 두 명의 사기꾼==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는 어둑한 홀 안에 앉아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였다. 마침내 알진오가 이르되,
「오지수여, 자네가 내 집에 머물며 손님으로 지냈으니 이제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네. 충분히 고생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언제나 내 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는 내 노래를 들어 주는 존경하는 손님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시오. 손님은 궤짝에 옷을 싸 놓았고, 우리가 준 선물들도 있네. 이제 우리 각자는 튼튼한 삼각대와 가마솥을 하나씩 더해야겠네.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여 누구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네.」
왕의 말에 모두는 기뻐하였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쉬었다. 그때 새벽이 다시 밝아왔다. 새벽의 손가락에서 꽃이 피어나자 그들은 서둘러 배로 돌아가 영웅적인 청동 선물을 가져왔다. 왕은 배에 올라 그것들을 들보 아래에 놓아 선원들이 노를 저을 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왕과 함께 식사를 하러 돌아갔다.
거룩한 왕은 세상을 다스리는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어두운 구름의 신인 상제에게 바칠 제물을 잡았다. 그들은 소의 허벅지를 불태우고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존경받는 가수 데모도쿠스는 그들 가운데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내내 눈부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해가 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치 온종일 소를 끌고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난 사람이 저녁 식사를 간절히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을 수 있는 해 질 무렵을 반기는 것과 같았다. 가는 길에 다리가 쑤셨는데도 말이다. 오지수가 해 지는 것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었느니라.
그는 곧바로 항해를 나온 무릉도인들, 특히 알진오에게 이렇게 말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저를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 주시고 예물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제 소원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나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배편과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신들이 저의 행운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여전히 흠 없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리고 무릉도인 여러분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쁨과 모든 축복을 안겨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여러분의 백성들에게 아무런 고난도 없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들은 그의 말에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좋은 말을 하였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말하였다. 알진오는 오른팔인 본도수에게 이르되,
「본도수여, 이제 포도주 한 잔을 타서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따라 주어라. 상제 신께 기도를 드리고 손님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간구하자.」
그러자 집사는 잔에 포도주를 가득 타서 모두에게 차례로 따라 주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신과 같은 오지수는 일어서서 아례희의 손에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쥐여 주었다. 그의 말이 그녀에게 울려 퍼지되,
「여왕이시여, 우리 모두에게 그러하듯 당신도 늙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이제 떠나겠나이다. 당신의 집과 자녀들, 백성, 그리고 왕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소서.」
그렇게 말하고 고귀한 영웅은 문턱을 넘었다. 알진오는 그의 집사를 보내 해안에 정박한 빠른 배로 그를 안내하게 하였다. 아례희도 여종들을 보냈다. 한 명은 갓 세탁한 장포와 튜닉을 가져왔고, 한 명은 정교하게 조각된 궤짝을, 다른 한 명은 빵과 적포도주를 가져왔다.
배에 도착하자 안내자들은 모든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가 선창 안에 가지런히 실었다. 그들은 오지수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배의 선미 갑판에 시트와 담요를 깔았다. 오지수는 그곳에 올라가 조용히 누웠다. 노 젓는 사람들은 벤치에 차분히 앉아 닻줄을 풀었다. 그들은 몸을 뒤로 젖히고 힘껏 당겼다. 노가 물을 튀겼다. 그의 눈에는 죽음처럼 깊고 달콤한 잠이 내려앉았고, 그는 미동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치 네 마리의 멋진 말이 채찍을 향해 달려들어 마차를 몰고 트랙을 질주하듯, 머리를 높이 들고 유유자적 질주하는 배처럼, 배의 뱃머리도 높이 들려 있었다. 보랏빛 바다의 거친 파도가 배의 선미를 에워쌌고, 배는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가장 빠른 새인 매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배는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항해하였다. 배에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닌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가슴 아픈 상실과 전쟁, 난파의 고통을 견뎌 냈다. 이제 그는 평화롭게 잠들었고, 고통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느니라.
그러나 새벽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밝은 별이 하늘에 떠오르자, 바다를 항해하던 배는 육지에 가까워졌다. 이탁도 지역에는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항구가 있다. 항구 양쪽에는 만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절벽이 솟아 있어 폭풍우가 칠 때 큰 파도를 막아 준다. 배들은 일단 만의 경계를 넘어서면 밧줄 없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만의 어귀에는 잎이 긴 감람 나무가 자라고, 그 근처에는 바다 요정 네레이드들의 성지인 아름답고 어두운 동굴이 있다. 동굴 안에는 돌로 만든 그릇과 암포라가 있고,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가져온다. 돌로 만든 베틀도 있는데, 요정들이 바다처럼 보라색 천을 짜는 모습은 경이롭다. 동굴 안에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 입구는 두 개인데, 북쪽 입구는 인간의 것이고 남쪽 입구는 신성한 길이다. 사람들은 그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곳은 불멸의 존재들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니라.
그들은 노를 저어 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예로부터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팔은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고, 배는 너무 빠르게 나아가 육지에 다다르자 절반이 모래톱에 좌초되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시트와 담요로 싸인 오지수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여전히 깊이 잠든 오지수를 모래 위에 눕혔다.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무릉도 영주들이 고향으로 가져가라 준 선물들을 모두 꺼냈다. 그들은 오지수가 자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감람 나무 옆에 선물들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는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진의 신 해신은 여전히 오지수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상제에게 오지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물었나이다.
「오, 아버지 상제시여. 필멸자들이 저를 존경하지 아니하니 저는 신들 앞에서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이옵니다. 이 무릉도인들은 모두 제 후손인데 말입니다. 저는 항상 오지수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해 왔나이다. 당신께서 직접 고개를 끄덕여 약속하셨기에 저는 그에게서 그 특권을 빼앗지 아니하였나이다. 결코 그렇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의 빠른 배는 그를 바다 건너 이탁도에 데려다 주었고, 그들은 그에게 훌륭한 선물들을 안겨 주었나이다. 청동, 금, 그리고 고운 옷감까지, 그가 토래성에서 무사히 탈출하였더라도 얻었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리품이옵니다.」
폭풍의 신 상제가 외치되,
「땅을 흔드는 자여. 어처구니없구나. 신들은 너를 모욕하지 아니한다. 그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연장자를 모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일 고의적인 인간들이 존경심을 보이지 아니한다면 그들을 벌하라. 너에게는 언제나 그런 힘이 있다. 네 뜻대로 하라.」
해신이 대답하되,
「어두운 구름의 신이시여,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싶었나이다.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참아 왔으나, 이제 그 무릉도인들의 훌륭한 배가 그를 건너게 도와주고 돌아오면, 저는 그 배를 바다에 처박아 버리고 그들의 도시를 산으로 뒤덮어 다시는 여행자들을 안내하지 못하게 하고 싶나이다.」
구름의 신 상제가 이르되,
「형제여, 도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착하는 배를 돌로 변하게 하되, 여전히 배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나이다. 그들은 모두 충격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라.」
이 말을 듣고 해신은 무릉도의 도화원으로 가서 기다렸다. 배가 해안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신은 배 가까이 다가가 배 전체를 돌로 변하게 한 다음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다 밑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사라지자, 노와 훌륭한 배로 유명한 무릉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었나이다.
「무엇이라. 누가 그 배가 바다로 빠르게 돌아오는 동안 단단히 고정시켰는가. 우리가 다 보았는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알진오가 군중에게 이르되,
「정말이로구나. 제 아버지는 오래전에 해신 신께서 우리가 여행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미워하신다 말씀하셨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그 일을 모면하였으나, 언젠가 위대한 해신 신께서 그런 여정에서 돌아오는 배를 파괴하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어버리실 것이라 예언하셨나이다. 이제 그 노인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나이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하나이다. 더 이상 방문객들이 길을 떠나는 것을 도와주지 마시오. 우리는 해신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지 않으시도록 우리가 직접 고른 황소 열두 마리를 제물로 바쳐야 하나이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두려워하며 황소를 준비하였고, 무릉도의 모든 지도자들은 제단 주위에 서서 해신 신께 기도하였다.
한편, 고향 이탁도에서 잠들어 있던 오지수는 깨어났으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그곳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팔라스 지혜의 여신은 안개를 드리워 그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 주고, 그가 구혼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갚을 때까지 그의 아내와 가족, 이웃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 정겨운 항구와 구불구불한 길, 잎이 무성한 나무들은 모두 그의 왕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느니라.
그는 벌떡 일어서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허벅지를 치며 흐느꼈나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잔인한가. 아니면 신을 경외하는 친절한 사람들인가. 내 보물을 다 어디에 두고 가야 하는가. 어디로 떠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페아키아에 남아 다른 강력한 왕을 만났더라면, 내 친구가 되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었을 터인데. 내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가야 할까. 여기는 안 된다. 분명 도둑맞을 것이다. 페아키아 영주들은 믿을 만한 자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나를 이탁도로 데려다 주겠다 약속하였으나, 약속을 어기고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느니라. 가난한 자를 도우시는 상제께서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상제께서는 모든 사람을 지켜보시고 죄인을 벌하시느니라. 이제 내 보물을 세어 봐야겠구나.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날 때 몇 개 훔쳐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삼각대, 가마솥, 금, 천을 모두 세어 보았으나, 없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오지수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닷가를 서성이며 향수병에 시달리고 슬픔에 잠겨 흐느꼈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목동의 모습처럼 보였고, 왕자처럼 젊고 부드러운 피부를 지녔으며, 어깨에는 고운 천으로 만든 장포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여린 발에는 샌들을 신고 있었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너무나 기뻐하며 외치되,
「오, 친구여. 당신은 제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시구나. 반갑나이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제 보물과 저를 지켜 주소서. 저는 당신께 마치 신이신 것처럼 기도하고 간청하나이다. 당신의 무릎에 손을 얹고 간청하나이다. 부디 저를 도와주소서. 그리고 제발, 이곳은 어디이옵니까. 섬이옵니까. 아니면 비옥한 본토에서 바다로 뻗어 있는 반도이옵니까. 누가 이곳에 살고 있나이까.」
그러자 여신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르되,
「나그네여, 당신은 먼 곳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어리석은 자임이 틀림없구나. 이 유명한 나라에 대해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 해가 뜨는 동쪽 땅에 사는 사람들부터 어둑한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곳은 험준한 땅이라 말을 방목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고 넓지도 아니하나, 불모지는 아니다. 이곳에는 곡식과 포도주가 풍성하다. 땅은 항상 비와 이슬로 촉촉하고, 좋은 물웅덩이가 있으며, 염소와 소를 기르기에 좋고, 나무들도 다양하다. 외국인이여, 이탁도라는 이름은 그리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는 토래성에서도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난을 견뎌 온 오지수는 고향 땅에 돌아왔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의 말은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나,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야기를 삼켰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교묘한 계략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그래, 이탁도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으나 나는 먼 크레타에서 왔느니라. 지금 나는 이 모든 재산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남겨 두었느니라. 나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크레타 들판에서 나는 이도메네우스 왕의 아들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오르실로코스를 죽였느니라. 나는 토래성에서 그의 아버지를 섬기거나 돕기를 거부하고 내 군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내가 전쟁과 긴 항해 끝에 힘들게 얻은 토래성의 전리품을 훔치려 하였다. 나는 동료 한 명과 함께 길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여 창으로 찔렀느니라.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아무도 내가 날카로운 청동 칼로 그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를 죽인 후, 나는 재빨리 노를 저어 페니키아인들을 찾아가 약탈품을 나누어 주었고, 그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필성나 유명한 엘리스로 데려다 달라 말하였다. 그러나 폭풍우가 그들을 원치 않게 그곳을 떠나게 하였다. 그들은 나를 속이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항로를 이탈하여 우리는 밤중에 이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배가 고팠으나 아무도 저녁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 항구로 들어왔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모두 그 자리에 누웠다. 달콤한 잠이 나를 감쌌다.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 보물을 꺼내 모래 위에 잠든 내 옆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잘 지어진 시돈으로 항해를 떠났고, 나는 이곳에 남아 슬픔에 잠겼느니라.」
그의 말에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아름답고 키가 크며 모든 예술에 능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나이다.
「당신의 모든 속임수를 간파하려면 인간이든 신이든 속임수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이오. 영리한 악당이로구나. 얼마나 교활하고 거짓말에 능숙한지. 당신은 허구와 속임수를 너무나 좋아하여 자기 땅에서조차 멈추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래요, 우리 둘 다 영리하오. 당신처럼 계획을 세우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저는 신들 사이에서 통찰력과 교활함으로 유명하오. 당신은 저를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저는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이오. 저는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의 모든 고난을 돌보아 왔소. 당신이 무릉도인들에게 환영받도록 한 것도 저였소. 지금 저는 당신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저 덕분에 그들이 당신에게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 보물을 숨기기 위해 여기에 왔소. 당신이 고향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제가 알려 드리겠소. 이것이 너의 운명이니 용감하게 감내해야 한다. 방랑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 속에 고통을 견디고 그들의 잔혹한 대우를 참아내라.」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아니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당신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셨으니까요. 오래전 토래성 전쟁 때 당신이 저를 도와 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나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인들이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배에 올라탔을 때, 신들이 우리 함대를 흩어지게 했을 때, 상제의 딸이신 당신은 제 배에 계시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저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셨나이다.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저는 신들이 저를 고통에서 구해 주기를 기다렸나이다. 나중에 풍요로운 무릉도에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은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도시로 인도해 주셨나이다. 제발, 당신의 아버지 상제께 맹세코. 이곳이 이탁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나이다. 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나이다. 당신은 저를 속이고 조롱하려는 것이오. 진실을 말해 주시오. 이곳이 제 사랑하는 고향이오.」
빛나는 눈으로 그녀는 이르되,
「당신은 언제나 예리한 지성을 지녔기에,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당신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오. 당신은 직감과 집중력이 뛰어나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긴 여정 끝에 고국에 도착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보러 곧장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아내를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들에 대해 묻지도 않기로 하였소. 아내는 집에서 매일 밤 비참하게, 매일 낮에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소.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소. 모든 부하들을 잃은 후에도 당신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마음속 깊이 믿었소.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하였기에 당신을 원망하는 아버지의 동생, 해신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아니하였소. 이제 제가 당신에게 이탁도를 보여 드리겠소. 그렇게 믿으시겠지요. 이곳은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만이며, 만 끝에는 잎이 무성한 감람 나무가 있고, 그 근처에는 네가 수백 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쳤던 네레이드라 불리는 산령녀들에게 신성한 그늘진 동굴이 있다. 그리고 여기는 숲이 우거진 산 네리톤이다.」
여신은 이렇게 말하며 안개를 걷어냈다.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과 고통 끝에 마침내 행복에 휩싸인 오지수는 기쁨에 가득 찼다. 그는 기쁨에 차 고향의 비옥한 땅에 입맞추고 두 팔을 높이 들어 기도하되,
「오, 산령녀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제가 다시 당신들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저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 주시고, 상제의 아들이신 제 상관께서 저를 살려 주시고 아들을 기르게 해 주신다면 예전처럼 당신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용기를 내시오. 걱정할 필요 없소. 이제 서둘러 보물을 동굴에 안전하게 숨기시오. 그리고 나서 계획을 세워야겠소.」
여신은 어두컴컴한 동굴로 내려가 숨을 곳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지수는 페아키아인들이 준 선물, 즉 금과 튼튼한 청동, 그리고 정교하게 짠 천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그것들을 모두 안에 넣고 문돌을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두 사람은 신성한 감람 나무에 기대앉아 구혼자들을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하였다. 눈을 빛내며 지혜의 여신은 이르되,
「위대한 왕이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계략과 계획의 달인 오지수여, 구혼자들을 어떻게 물리칠지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삼 년 동안 당신의 집에 머물며 신과 같은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해 왔소. 아내는 항상 당신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며 슬퍼하오. 그녀는 그들에게 약속과 전갈을 보내며 유혹하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소.」
오지수는 외치되,
「오. 당신께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시지 아니하였더라면 저는 건웅처럼 제 집에서 죽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여신이시여, 이제 그들에게 복수할 전략을 짜 주소서. 제 곁에 서서 토래성의 찬란한 왕관을 부쉈을 때처럼 싸울 용기와 의지를 주소서. 여신이시여, 당신께서 그 열정으로 저와 함께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면, 저는 삼백 명의 적과도 한 번에 싸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지혜의 여신은 맑은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진실로 너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는 동안 내가 네 곁에 있음을 알아라. 네 생계를 앗아가는 구혼자들이 넓은 마룻바닥에 피와 뇌수를 흩뿌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제 내가 너를 변장시켜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네 매끈한 팔다리의 고운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고, 머리카락을 망가뜨리고, 누더기 옷을 입혀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몸서리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네 눈을 흐리게 하여 모든 구혼자들과 네 아내, 그리고 집에 남겨 둔 아들에게 네가 추하게 보이도록 할 것이다. 이제 돼지치기를 찾아가 보아라. 그는 비록 노비일 뿐이지만 네 아들과 현명한 연로비를 숭배하고 네 친구이다. 코락스 바위 옆, 아레투사 샘 근처에서 땅을 파헤치며 검은 물을 마시고 영양가 좋은 도토리를 먹는 암퇘지들 사이에서 그를 찾아보시오. 그곳에 머물며 그와 함께 앉아 모든 것을 물어보시오. 그러면 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사필성로 가서 당신이 사랑하는 소년 태명을 데려오겠소. 그는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메넬라오스에게 갔소.」
그가 날카롭게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그에게 말하지 아니하였소.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아니하오. 그가 나처럼 바다에서 길을 잃고 고통받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의 모든 유산을 차지하는 것을 원하였소.」
지혜의 여신은 빛나는 눈으로 대답하되,
「이제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직접 그를 인도하여 그의 여정에서 영광을 얻도록 하였소. 그는 고통받지 아니하오. 그는 지금 메넬라오스와 함께 앉아 연회를 즐기고 있소. 구혼자들은 그를 죽이려고 배에서 매복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의 재산을 먹어 치우는 자들 중 한두 명은 땅으로 덮일 것이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자신의 지팡이로 그를 톡톡 두드렸다. 그의 잘생긴 몸은 시들어 버렸고, 팔다리는 관절염에 걸렸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탈색시키고, 피부를 늙고 주름지게 만들었으며, 그의 아름답고 빛나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의 옷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해진 장포와 누더기 튜닉으로 바뀌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어깨에 커다란 사슴 가죽을 두르고, 해진 토트백과 지팡이를 주었다. 그들의 계획은 정해졌고, 그들은 헤어졌다. 지혜의 여신은 태명을 데리러 사필성로 떠났느니라.
==제14권 충성스러운 노비==
만을 떠나 오지수는 숲과 절벽을 가로지르는 험준한 길을 걸어갔다.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돼지치기를 찾을 길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의 하인들 중 이 고귀한 노비는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오지수는 그가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마당은 높고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돌담 위에는 가시가 있는 배나무 가지가 얹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동안, 라에르테스나 안주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당을 지었다. 마당 주위에는 껍질을 벗긴 나무 말뚝을 원형으로 박아 두었다. 마당 안에는 암퇘지를 위한 우리 열두 개를 나란히 만들고 각 우리에 쉰 마리씩 넣었다. 수퇘지들은 밖에서 잤다.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잡아먹는 바람에 수퇘지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돼지치기는 가장 살찐 수퇘지들을 구혼자들에게 양보하였고, 이제 삼백육십 마리만 남았다. 대장은 성문을 지키기 위해 사납고 반야생적인 개 네 마리를 키웠다.
오지수는 소가죽을 잘라 샌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부하 세 명은 돼지 떼를 몰아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나머지 한 명은 마을로 보내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줄 돼지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신선한 고기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였다.
그때 갑자기 경비견들이 오지수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지수는 머리를 숙이지 아니하고 지팡이를 떨어뜨린 채 땅에 엎드렸다. 개들은 그를 몹시 해치고 그의 땅에서 망신을 주려 하였으나, 재빨리 돼지치기는 가죽옷을 버리고 개들을 쫓아내기 위해 달려갔다. 그는 개들에게 소리치고 돌을 던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손님에게 이르되,
「제 개들이 당신을 거의 갈기갈기 찢어놓을 뻔하였나이다, 노인장이여. 신들이 이미 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당신이 저에게 수치를 안겨 줄 뻔하였나이다. 저는 주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 남들이 먹을 돼지를 기르고 있나이다. 제 주인님은 길을 잃고 아마도 굶주리고 계실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외국어를 쓰는 땅에서 말입니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시다면, 햇빛을 보고 계시다면 말입니다. 자, 노인장이여, 저를 따라오소서. 음식과 술을 배불리 드시고 나서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고귀한 돼지치기는 푹신한 덤불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 가죽을 깔았다. 그것은 그의 두껍고 따뜻한 잠자리 담요였다. 오지수는 자리에 앉아 이 환대에 기뻐하였다. 그는 이르되,
「당신이 저를 그토록 기꺼이 맞아주셨으니, 상제와 모든 불멸의 신들이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과 외국인과 나그네는 물론이고,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경해야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거지와 손님과 나그네를 돌보시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으나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노비의 삶은 이와 같나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나이다. 제 진짜 주인은 신들의 섭리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인이셨다면 저를 돌보시고 충성스러운 노비에게 친절한 주인이 주는 것을 주셨을 것이옵니다. 집과 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탐낼 만한 아내를 주셨을 것이옵니다. 신들이 축복하시고 번영하게 해 주신 수년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입니다. 주인이 여기 오래 계셨다면 저에게 잘해 주셨을 것이옵니다. 이제 돌아가셨을 것이옵니다. 헬렌과 그 가족들 때문이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죽었나이까. 주인은 건웅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토래성으로 가셨나이다.」
그는 튜닉 허리띠를 단단히 매고 서둘러 돼지우리로 가서 새끼 돼지 두 마리를 골랐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 돼지를 도살하고 털을 그슬린 다음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아 구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돼지를 손님 앞에 내놓고 그 위에 보리를 뿌렸다. 그는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담쟁이덩굴 그릇에 섞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아 권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이것은 가난한 노비의 식사입니다. 새끼 돼지 한 마리이옵니다. 구혼자들이 돼지를 먹어 치웁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자비심이 없나이다. 그들은 그런 범죄를 지켜보고 미워하며 선행과 정의를 축복하는 신들을 무시하나이다. 상제가 준 재물을 약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땅을 습격하여 보물로 가득 찬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무자비한 해적들조차도 신들의 감시를 느끼나이다. 이 구혼자들은 분명 어떤 신의 목소리가 ‘오지수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아니하고 적절한 혼처를 마련하지도 아니하나이다. 대신 그들은 앉아서 그의 재산을 잔치에 낭비하나이다. 밤낮으로 양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씩 잡아먹고, 함부로 마시기 위해 포도주를 더 붓나이다. 이기적인 바보들이여. 나의 주인님은 매우 부유하셨나이다. 본토에는 그만한 부자가 없었나이다. 이탁도에 있는 사람들도, 심지어 스무 명이나 합쳐도 이만큼 가진 게 없나이다. 전부 나열해 보겠나이다. 본토에 소떼 열두 무리, 양 백 마리씩 열두 무리, 돼지 열두 마리, 염소 열두 마리. 우리를 도울 일꾼을 더 고용해야 하였나이다. 그리고 이 섬 저 멀리에는 염소 떼 열한 무리가 풀을 뜯고 있는데, 훌륭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나이다. 매일 목동이 가장 살찌고 건강해 보이는 염소를 골라 궁궐로 데려오나이다. 나는 이 돼지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고 포도주를 조용히 마셨다. 그는 구혼자들을 파멸시킬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배를 채운 후, 그는 마셨던 술잔을 가져다가 다시 채워 에우마이오스에게 주었고, 에우마이오스는 기쁘게 받아 마셨다. 그러자 오지수가 이르되,
「친구여, 누가 당신을 샀나이까. 당신이 말한 그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은 그가 건웅의 명예를 위한 전쟁에서 죽었다 하였나이다. 그는 분명 유명한 사람일 테니, 어쩌면 내가 그를 알지도 모르나이다. 내가 그를 보고 당신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상제와 다른 신들이 알게 될 것이옵니다.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이르되,
「주인님의 아내와 아들은 소식을 전하였다 주장하는 여행자들을 믿지 아니하나이다. 떠돌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항상 거짓말을 하나이다.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나이다. 이탁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님께 와서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내나이다. 주인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질문도 하시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나이다. 당연한 일이옵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을 애도해야 하니까요. 주인님도 옷만 입으면 허풍을 떨고 싶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님의 가죽이 뼈에서 뜯겨 나갔고, 맹금류와 개들에게 잡아먹혀 목숨을 잃으셨나이다. 아니면 바다에서 물고기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르나이다. 뼈가 해변에 모래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옵니다. 주인님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저에게는 큰 슬픔이옵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심지어 저를 낳고 키워 주신 부모님 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런 친절한 주인님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제 가족에 대한 슬픔은 그 슬픔보다 덜하나이다. 오지수보다 더 그리우나이다. 그가 너무 보고 싶나이다. 낯선 이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지나이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형제’라 부르고 싶나이다. 그는 저를 그토록 사랑하고 아껴 주었으니까요.」
오지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이르되,
「친구여, 당신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너무나 완강하게 주장하는구나. 믿음이 없으신 것이오. 그러나 이건 허풍이 아니옵니다. 맹세컨대 오지수는 오고 있나이다.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때 전령으로서의 보상인 좋은 옷을 받겠나이다. 그때까지는 필요하긴 하나 아무것도 받지 않겠나이다. 가난에 굴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지옥의 문처럼 혐오스럽나이다. 상제 신과 당신이 베풀어 주신 환대, 그리고 제가 가고 있는 위대한 오지수의 난로에 맹세하나이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지금 말하는 대로 될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바로 이 달의 주기 안에, 즉 초승달과 보름달 사이에 돌아올 것이며, 그의 아내와 고귀한 아들을 모욕한 이곳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옵니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나리여, 그분이 돌아오지 아니하시니 저는 당신에게 이 보상을 드릴 수 없나이다. 편히 쉬시고 술이나 드시오. 다른 생각을 해 봅시다. 저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누군가 제 충실한 주인님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아프나이다. 당신의 맹세는 신경 쓰지 마시오. 연로비와 늙은 라에르테스, 그리고 태명처럼 그분도 돌아오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저는 그 불쌍한 아이, 제 주인님의 아들에 대한 슬픔을 잊을 수 없나이다. 신들의 은혜로 그는 나무처럼 잘생기고 튼튼하게 자라 마치 아버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처럼 되었나이다. 그러나 누군가, 혹은 어떤 신이 그의 분별력을 망쳐 버렸나이다. 그는 아버지 소식을 찾으러 필성로 갔나이다. 구혼자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머지않아 이탁도에서 아르케시우스의 가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옵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이다. 그들이 그를 잡을 수도 있고, 상제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도 있나이다. 자, 이제 당신의 모험에 대해 진실을 말해 주소서.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당신의 부모님은 어디에 사시나이까. 당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나이까. 이 마을이요. 어떤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선원들이 어떻게 당신을 이탁도로 데려왔나이까.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당신이 걸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는 교활하게 이르되,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 둘이 이 오두막에서 편히 앉아 마음껏 음식을 먹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마시며, 모든 일은 남들이 다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 년 내내 이야기한다 해도 신들이 내게 안겨 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건대, 나는 넓은 크레타 섬 출신이며, 부유한 카스토르 힐라키데스의 아들이옵니다. 그의 정실 부인과의 사이에는 아들이 많았고, 모두 그의 집에서 자랐나이다. 내 어머니는 노비였고, 첩으로 팔려 왔으나,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들들처럼 존중해 주셨나이다. 크레타 사람들은 그가 부유하고 훌륭한 아들들을 두었기에 그를 신처럼 존경하였나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염라국으로 데려갔나이다. 그리고 내 형들은 이기적으로 그의 재산을 빼앗고, 나에게는 겨우 살 곳만 남겨 주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약하거나 겁쟁이가 아니었나이다. 나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 덕분에 괜찮은 지참금을 가진 아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잃었나이다. 그러나 그루터기를 보면 한때 곡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 있나이다. 슬픔에 잠겨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지혜의 여신과 아레스에게서 용기의 선물을 받았나이다. 적을 매복 공격할 전사들을 선택할 때면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멀리 앞으로 뛰쳐나가 적들을 따라잡아 창으로 찔렀나이다. 전쟁터에서 저는 그런 모습이었나이다. 농사일이나 집안일, 아이 키우는 것은 좋아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항해와 창과 화살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을 더 좋아하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에 몸서리칠지 모르나, 신들은 제 마음이 그런 것들을 사랑하도록 만들었나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옵니다.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전에 저는 군대와 함대를 이끌고 아홉 번의 원정을 떠났고, 큰 성공을 거두었나이다. 저는 모든 전리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고, 전리품을 나눌 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나이다. 곧 우리 집안은 부유해졌고, 저는 크레타인들 사이에서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나이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시는 상제께서… 그 참혹한 원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말았나이다. 사람들은 제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기를 원하였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이다. 그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나이다. 우리 그리스인들은 구 년 동안 싸웠고, 십 년째 되던 해에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국으로 돌아왔나이다. 어떤 신이 그리스인들을 흩어지게 하였고, 저는 상제의 저주를 받았나이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내 소유물들을 즐겼나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홉 척의 배와 신과 같은 선원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항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나이다. 나는 서둘러 함대를 준비하고 선원들을 모았나이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칠 동물들과 선원들이 요리해 먹을 음식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이레째 되는 날 이백오십 명의 선원을 태우고 크레타 섬을 출항하였나이다. 순풍이 불어와 마치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나이다. 아무도 아프지 아니하였고, 모든 배는 손상 없이 도착하였나이다. 우리는 바람과 항해사의 인도에 따라 바다를 건너며 가만히 앉아 있었나이다. 닷새 만에 우리는 이집트의 강 계곡에 도착하였고, 내 함대는 나일 강 안쪽에 정박하였나이다.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 명령하고, 높은 지대에 정찰병을 보내 주변을 살피도록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백육십 명의 선원들을 이끌고 공격적인 충동에 휩싸여 이집트의 들판을 파괴하고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노비로 삼았으며, 남자들을 죽였나이다. 곧 그 소식이 도시에 전해졌나이다. 사람들은 비명 소리를 듣고 새벽녘에 모두 모여들었나이다. 평원은 보병과 전차, 번쩍이는 청동 무기로 가득 찼고, 번개의 신 상제는 내 병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나이다. 그들은 감히 싸움을 계속할 수 없었나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많은 병사들이 날카로운 청동 창에 찔려 죽었고, 나머지는 노비로 잡혀 갔나이다. 차라리 이집트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러나 고통은 계속되었나이다. 상제는 내게 다른 계획을 세워 주었나이다. 나는 투구를 벗고 방패와 칼을 내려놓은 채 무장하지 아니한 채 왕에게 다가갔나이다. 그의 전차 옆에서 나는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입맞춤하였나이다. 그는 자비로웠고, 나를 지켜 주었으며, 그의 전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나이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찼나이다. 많은 이집트인들이 나에게 분노하여 창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나이다. 왕은 나를 보호해 주었나이다. 그는 악을 미워하는 이방인의 신 상제의 분노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그곳에서 칠 년을 머물며 큰 부를 축적하였고,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러나 팔 년째 되던 해, 페니키아에서 탐욕스러운 자가 나타났나이다. 그는 거짓말에 능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속여 자기가 사는 페니키아로 데려갔나이다. 나는 그곳에서 일 년을 머물렀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일 년이 지나자 그는 나에게 무역을 하러 간다 거짓말을 하고는 리비아로 가는 배를 몰고 갔나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나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었나이다. 나는 의심스러웠으나 배에 올랐나이다. 배는 순풍을 타고 크레타 섬을 떠나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그러나 상제는 선원들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웠나이다. 크레타 섬을 떠나자 바다와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로 짙은 푸른 구름을 드리워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웠나이다. 그는 천둥을 치더니 배를 향해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번개의 충격으로 배는 완전히 회전하였고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어두운 배 옆의 가마우지처럼 파도에 휩쓸려 갔고, 신들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갔나이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저는 상제 신의 도움을 받았나이다. 상제 신은 튼튼한 돛대를 제 손에 쥐어 주었나이다. 저는 돛대에 매달려 폭풍우에 휩쓸려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그리고 열 번째 검은 밤, 거센 파도가 저를 테스프로티아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곳에서 페이돈이라는 왕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아니하고 저를 도와 주었나이다. 그의 아들이 아침 공기에 지쳐 추위에 떨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 옷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곳에서 저는 오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고향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 손님으로 머물렀다 말하였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모아 온 보물, 즉 금과 청동, 그리고 정성껏 세공한 철을 보여 주었나이다. 왕실 창고에는 그의 가족이 앞으로 십 대까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있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상제의 뜻을 묻기 위해 신성한 참나무에 가려고 도도나로 갔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비옥한 이탁도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나이다. 그는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변장할지 아니면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내게 제물을 바치며 맹세하기를,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배와 선원들을 준비해 두었다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먼저 보냈나이다. 마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이 이미 곡식이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항해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그들에게 나를 잘 대접하고 아카스투스 왕에게 데려가라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나를 다시 한번 비참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였나이다. 배가 바다로 나간 후, 그들은 나를 노비로 삼으려 음모를 꾸몄나이다. 그들은 내 장포와 튜닉을 벗기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누더기 옷을 던져 주었나이다. 밤이 되자 그들은 이탁도의 밝은 들판으로 와서 나를 밧줄로 단단히 묶고 배에 남겨 둔 채 저녁을 먹으러 재빨리 육지로 올라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내 밧줄을 풀어 주었나이다. 밧줄은 쉽게 풀렸나이다. 나는 누더기 옷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매끄러운 배의 널빤지를 타고 내려가 가슴을 바다에 담갔나이다. 두 팔로 헤엄쳐 재빨리 도망쳤나이다. 꽃이 만발한 덤불 옆 해안에 도착하여 두려움에 떨며 웅크렸나이다. 그들은 주위를 쿵쿵거리며 소리쳤으나, 잠시 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배로 돌아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나를 쉽게 숨겨 주시고 이 오두막, 현자의 집으로 데려오셨나이다. 살아남는 것이 내 운명이기 때문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가엾은 손님이시여.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오나, 아무 소용이 없나이다. 저는 오지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겠나이다. 어찌하여 그런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셨나이까. 저는 주인님의 귀환에 대해 알고 있나이다. 신들은 그를 미워하나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토래성에서 또는 전우들의 품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야 그리스인들이 후대에 그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언덕을 쌓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도둑 같은 바람이 그를 앗아 갔나이다. 이제 그에게는 영광이 없나이다. 저는 외톨이이옵니다. 저는 여기서 돼지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현명한 연로비가 소식을 전해주려고 저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마을에 나가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은 그녀 주위에 모여 질문을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떠나간 주인님을 슬퍼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몫을 챙겨 먹으려고 기뻐하나이다.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아니하나이다. 아이톨리아 사람이 거짓말로 저를 속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먼 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다 말하며 제 집에 찾아왔나이다. 나는 그를 환영하였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크레타에서 폭풍에 난파된 배들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나의 주인이 여름이나 수확기에 보물을 잔뜩 모아 부자가 되어, 선원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였나이다. 신이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니, 나를 속이거나 거짓말로 잘 보이려 하지 마시오. 노인이여, 내가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의 신인 상제에 대한 두려움과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당신은 너무 회의적이시구나. 내 맹세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를 믿지 않을 것 같구나. 오림산의 신들이 증인이 되어 당신의 주인이 이 집으로 돌아오면 당신은 내게 입을 옷을 주고 둘리키움으로 가는 것을 도와 주소서. 나는 그곳에 가고 싶나이다. 그러나 만일 그분이 오지 아니하시고 제가 틀렸다면, 당신의 노비들이 저를 절벽 아래로 몰아넣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다른 거지들이 당신을 속이려 들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정직한 돼지치기는 대답하되,
「손님이여, 제가 당신을 안으로 모시고 환영한 다음 죽인다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칭송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떻게 양심의 가책 없이 상제에게 기도할 수 있겠나이까. 어쨌든 지금은 저녁 시간이옵니다. 제 부하들이 안으로 들어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읍시다.」
이것이 그들의 대화였느니라. 목동들이 들어와 돼지들을 평소처럼 우리에 몰아넣어 쉬게 하였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귀한 돼지치기는 부하들에게 이르되,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가장 좋은 돼지를 가져오너라. 우리 모두 즐겁게 먹자. 우리는 이 하얀 어금니 돼지들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애써 얻은 음식을 먹어 치우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아니한다.」
날카로운 청동 도끼로 나무를 Pac다. 그들은 살찐 오 년 된 돼지 한 마리를 가져와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돼지치기는 마음이 선하여 신들을 생각하였다. 그는 돼지의 머리털을 깎아 불에 던지고, 자신의 지혜로 주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다. 그는 몸을 쭉 뻗어 참나무 장작으로 돼지를 내리쳤다. 돼지가 죽자 그들은 목을 베고 가죽을 그슬린 다음 잘게 잘랐다. 돼지치기는 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기름진 부분 위에 살코기를 얹고 그 위에 보리알을 얹어 불 위에 올렸다. 나머지는 썰어서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운 다음 고기를 꺼내 접시에 수북이 담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고기를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주었다. 첫 번째는 헤르메스와 산령녀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그다음은 그는 나머지 음식을 남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오지수에게 척추에서 잘라 낸 귀한 조각을 주었다. 그의 주인은 기뻐하며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자네가 내게 이렇게 좋은 것을 주니 상제께서 자네를 나처럼 축복하고 사랑하시기를.」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비록 소박하나 맛있게 드십시오. 신들은 주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들의 뜻이옵니다. 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선홍빛 포도주를 따라 제물을 바친 다음,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잔을 주었다. 마침내 돼지치기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음식을 내어 준 사람은 메사울리우스였다. 그는 에우마이오스가 주인이 없는 동안, 그의 여주인이나 라에르테스의 도움 없이, 타피아 사람들과 교환하여 사들인 노비였다. 모두들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뻗었다.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섭취한 후, 메사울리우스는 주변을 정리하였다. 사람들은 빵과 고기로 배가 불러 잠이 간절하였다.
밤이 되었다. 달빛 없는 매서운 밤이었다. 상제는 끊임없이 비를 내렸고, 젖은 제피로스는 더욱 세차게 불었다. 오지수는 에우마이오스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장포를 벗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벗으라 할지 시험해 보기 위해 이렇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자랑 좀 하겠나이다. 술에 취해 어지럽으나, 술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노래하고 낄낄거리고 춤추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까지 하게 만드나이다. 이렇게 주절거리기 시작하였으니 솔직하게 말해 보겠나이다. 제가 다시 젊고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래성 성벽 아래에서 매복 작전을 세웠을 때처럼 말입니다. 주동자는 면나수와 오지수였고, 저는 세 번째 지휘관으로 뽑혔나이다. 성벽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덤불과 갈대, 늪에 숨어 방패 아래에 엎드렸나이다. 밤이 되자 매섭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찾아왔고, 북풍과 진눈깨비 같은 눈이 내렸나이다. 너무 추워서 무기에 얼음이 얼어붙을 정도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포를 걸치고 방패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외투를 잊고 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채 두고 나왔나이다. 방패와 빛나는 허리띠만 가지고 있었나이다. 밤이 저물어 별들이 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오지수에게 다가가 그를 쿡 찔렀나이다. 그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었나이다. 나는 이르되, 『폐하, 위대한 장군 오지수여, 저는 이 추위 때문에 죽을 것 같나이다. 외투가 없나이다. 어떤 악령이 저를 속여 튜닉만 입게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나이다.』 그는 즉시 이 해결책을 떠올렸나이다.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이자 전사인가. 그는 아주 조용히 속삭이되, 『조용히 하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라.』 그는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 이르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신들이 보낸 꿈을 꾸었다. 우리는 배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 누군가 백성의 목자인 건웅에게 가서 더 많은 군대를 보내 달라 말해야 한다.』 그때, 토아스 안드라이몬이 벌떡 일어나 자주색 장포를 벗어 던지고 배들을 향해 달려갔나이다. 나는 황금빛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의 장포 아래에서 편안하게 몸을 웅크렸나이다. 내가 다시 젊고 강하기만 했다면. 그러면 이 농장의 돼지치기들 중 누군가가 존경과 우정의 표시로 내게 장포를 주었을 터인데. 지금은 모두 내가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다 나를 경멸하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훌륭한 이야기였소, 노인이여. 효과가 있었소. 자네는 가난한 늙은이에게 필요한 모든 옷과 물건들을 얻게 될 것이오. 적어도 지금은 말이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낡은 누더기를 입어야 할 것이오. 우리에게는 옷이 한 벌씩밖에 없소. 여벌 옷은 없소. 주인님의 아들이 도착하면 자네에게 옷을 주고, 자네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어나 불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양과 염소 가죽을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누웠다. 에우마이오스는 오지수에게 아주 추운 날씨에 대비한 크고 두꺼운 장포를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잠이 들었고, 젊은이들도 그의 곁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돼지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떠나려고 하였다. 오지수는 노비가 주인이 없는 동안 자신의 물건들을 잘 챙겨 준 것에 기뻐하였다. 에우마이오스는 잘 단련된 등에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허리띠를 두르고, 방풍 장포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가죽을 둘렀다. 그는 사람이나 개를 쫓아낼 날카로운 칼을 챙기고, 은빛 송곳니를 가진 돼지들이 자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잠을 잤다.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가 있었느니라.
==제15권 태명의 귀환==
지혜의 여신은 태명의 무사 귀환을 위해 사필성로 갔다. 그녀는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와 함께 메넬라오스의 현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태명은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신이 주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부엉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태명아, 더 이상 집을 떠나 재산을 버리고 탐욕스러운 남자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멀리 여행해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재산을 나눠 갖고 당신의 여행을 헛되게 만들 수도 있다. 메넬라오스에게 빨리 도움을 청하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하라. 어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이미 어머니에게 에우리마코스와 결혼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에우리마코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장 후하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의 전적인 동의 없이는 어머니가 집에서 어떤 물건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여자들이 어떤지 알다시피, 결혼한 남자의 집안일을 돕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을 잊어버린다. 안부조차 묻지 아니한다. 신들이 당신에게 아내를 주실 때까지 가장 아끼는 여종에게 재산을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잘 들어 두어라. 이탁도와 바위투성이의 마을 사이 시냇가에 구혼자 무리가 숨어 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자들 중 일부는 곧 땅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배를 섬에서 멀리 멀리 몰고 밤낮으로 항해하라. 당신을 지키고 지켜보는 신이 당신의 돛에 순풍을 보내 줄 것이다. 이탁도 해안에 처음 도착하면 당신의 부하들은 배를 마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당신은 먼저 대부분의 노비보다 나은 돼지치기를 찾아가라. 그곳에서 밤을 보내라. 그에게 마을로 가서 연로비에게 당신이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하라 하라.」
이 말을 끝으로 여신은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태명은 네스토르의 아들을 발로 차 깨우며 이르되,
「피시스트라투스여. 가서 말을 데려와 마차에 싣고 서둘러 출발하자.」
그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아무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칠흑 같은 밤에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나이다. 곧 동이 틀 것이옵니다. 메넬라오스 님께서 마차를 타고 나와 선물을 가져다주시고, 친절한 말로 우리를 배웅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소서. 후한 주인은 손님이 살아 있는 한 기억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황금빛 옥좌에 앉은 새벽빛이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메넬라오스 왕은 금발의 헬렌과 함께 자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오는 것을 본 태명은 밝은 흰색 튜닉을 입고, 튼튼한 어깨에 위풍당당한 검을 맸다. 그렇게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신과 같은 왕 오지수의 사랑받는 아들은 메넬라오스 곁에 서서 이르되,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여, 부디 저를 사랑하는 고향으로 보내 주소서. 제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나나이다.」
메넬라오스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당신이 정말로 고향에 가고 싶어 한다면 여기 머물게 하지 않겠나이다. 나는 지나친 친절과 지나친 냉담함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균형이 가장 좋나이다. 손님을 억지로 머물게 하는 것은 떠나라 재촉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아니하나이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에는 친절하게 대하고, 떠날 때는 잘 도와 주어야 하나이다. 그러니 친구여, 내가 당신의 마차에 실을 멋진 선물을 가져올 때까지만 머무르시오. 선물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이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우리 집의 풍성한 식량으로 연회를 준비하라 지시하겠나이다. 긴 여행 전에 잔치를 베푸는 것은 명예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이치에 맞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와 함께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기를 원한다면, 내 말을 마차에 태워 모든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가는 곳마다 선물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멋진 청동 삼각대, 솥, 노새 두 마리, 또는 금잔 같은 것들 말이오.」
태명이 대답하되,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나이다. 집에는 제 재산을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아버지를 찾다가 죽고 싶지도 아니하고, 집에 두고 온 재산을 잃고 싶지도 아니하나이다.」
그러자 메넬라오스 장군은 아내와 여종들에게 풍성한 식량을 준비하라 소리쳤다. 근처에 살던 에테오네우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왔다. 장군은 큰 소리로 명령하되,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라.」
여종은 순종하였다. 그동안 주인은 보물이 가득한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헬렌과 메가펜테스도 그와 함께 갔다. 그는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들고 아들에게 은그릇을 가져오라 하였다. 헬렌은 자신이 직접 만든 특별한 옷들을 보관해 둔 궤 옆에 섰다. 그녀는 다른 옷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큰 옷을 들어 올렸는데, 그 옷은 다른 옷들보다 훨씬 더 빛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궁궐을 지나 태명에게로 갔다. 금발의 메넬라오스가 그에게 이르되,
「위대한 천둥의 신이자 헤라의 남편이신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나이다. 깊은 존경의 표시로 내가 가진 보물 중 가장 귀한 것을 드리겠나이다. 금으로 테두리를 두른 순은 그릇이옵니다. 해필수가 만든 것이지요. 시돈의 왕 파이디모스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집에 들렀을 때 내게 선물해 준 것이옵니다. 자, 이것을 받으소서. 당신의 것이옵니다.」
그는 먼저 잔을 건넸고, 메가펜테스는 반짝이는 은그릇을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헬렌의 아름다운 뺨이 붉어지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옷을 들고 이르되,
「사랑하는 아이야, 나도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이 있단다. 네 결혼식 날이 오면 헬렌을 기억하고 신부에게 이 옷을 입히렴. 그때까지는 네 어머니가 잘 보관해 두실 거야. 네가 행복하고 좋은 집을 짓고 조국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란단다.」
그녀는 옷을 건넸고, 그는 기쁘게 받았다. 피시스트라투스 왕자는 모든 선물을 받아 짐에 싸고 마음속으로 감탄하였다. 왕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였고,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한 여종이 아름다운 금 물병과 은그릇을 가져와 그들의 손을 씻겨 주었다. 그녀는 윤이 나는 탁자를 그들 옆에 차려 놓았다. 또 다른 하층민 소녀는 빵과 온갖 음식을 가져왔다. 보에토에데스는 고기를 썰어 내놓기 시작하였다. 왕자는 모두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그들은 앞에 차려진 온갖 진미를 마음껏 먹었다.
배가 부르자 태명과 네스토르의 아들은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고 전차에 멍에를 씌운 후, 메넬라오스가 울려 퍼지는 현관과 문을 나서서 마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 메넬라오스가 오른손에 꿀에 절인 포도주가 담긴 금잔을 들고 그들 바로 뒤에서 달려와 떠나기 전에 제사를 지내자 하였다. 그는 그들 앞에 멈춰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이르되,
「얘들아, 행운을 빌어라. 네스토르에게 안부 전해다오. 우리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그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친절하였느니라.」
태명이 조심스럽게 이르되,
「예, 폐하. 그곳에 가면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로 돌아가 오지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나이다. 폐하의 너그러움과 친절에 걸맞은 행운이 저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오른쪽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개는 발톱에 커다란 흰 거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당에서 잡은 온순한 거위였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거위는 소년들 옆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말들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이 먼저 입을 열되,
「나의 주군이시여,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이것은 어떤 신이 우리에게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니면 왕께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레스의 총애를 받는 메넬라오스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때 헬렌이 먼저 말을 가로막되,
「자, 잘 들으소서. 제가 예언을 하나 하겠나이다. 신들이 제 마음에 심어 주신 말씀이며, 저는 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나이다. 독수리가 새끼와 부모가 있는 산에서 날아와 길들여진 거위를 낚아채 갔듯이, 오랫동안 떠나 많은 고난을 겪었던 오지수가 돌아와 복수할 것이옵니다. 사실, 그는 이미 집에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파멸을 심고 있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천둥의 상제께서 당신의 예언을 즉시 이루어 주시기를.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는 여신에게 절하듯 당신에게 경배하겠나이다.」
그는 말들을 채찍질하여 마을 중심부를 지나 넓은 평원으로 질주하게 하였다. 온종일 마구가 덜컹거리며 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들은 오르틸로코스의 아들이자 알페우스의 손자인 디오클레스의 고향 페라이에 도착하였다. 디오클레스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붉은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그들은 말에 멍에를 메고 전차에 올라타 웅장한 현관과 성문을 나서 출발하였다. 말들은 채찍에 힘차게 달려갔다. 곧 그들은 바위투성이의 도시 필성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에게 물었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겠나이까. 우리 아버지들이 대대로 친구였고, 우리도 동갑내기인데다가 이번 여행으로 더욱 가까워졌나이다. 제 배를 더 이상 끌고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노인이 저를 불러들여 손님으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에 남겨 주소서.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빨리 가야 하나이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들을 배로 돌려 바닷가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서 그는 메넬라오스가 준 값비싼 선물과 옷, 금을 꺼내 배의 선미에 싣고 태명에게 이르되,
「서둘러라. 지금 당장 승선하라. 내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너희가 여기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전에 선원들도 모두 태우고 가라. 아버지를 잘 알아라. 고집이 세시거든. 너희를 보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를 데리러 오실 것이고, 너희 없이는 절대 떠나지 않으실 것이다. 몹시 화를 내실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들에게 박차를 가하였다. 긴 갈기를 휘날리며 말들은 필성 성채를 향해 질주하였다. 태명이 명령하되,
「친구들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에 올라타자. 이제 출발하자.」
그들은 재빨리 순종하여 배의 벤치에 앉았다. 그가 지혜의 여신에게 기도와 제물을 바치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르고스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한 외국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예언자였으며, 한때 양의 땅인 필성에 살았던 멜람푸스의 후손이었다. 멜람푸스는 부유하였고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교만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인 넬레우스에게서 도망쳐 집을 떠났다. 넬레우스는 멜람푸스가 필라쿠스의 집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빼앗았다. 복수의 여신이 멜람푸스에게 넬레우스의 딸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니라. 멜람푸스는 간신히 탈출하여 소떼를 몰고 필라쿠스에서 필성로 향하였다. 그는 넬레우스가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를 하고, 그 여자를 형의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맞이한 후, 말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아르고스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니라. 그는 두 명의 강인한 아들, 만티우스와 안티파테스를 두었는데, 안티파테스는 영웅 오이클레스의 아버지였고, 오이클레스의 아들은 전쟁 영웅 암피아라오스였다. 아이기스를 든 상제와 아폴론은 그를 진심으로 숭배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테베에서 살해당하여 장수하지 못하였다. 그는 두 아들, 암필로코스와 알크마이온을 두었다. 만티우스의 아들은 클리투스와 폴리페이데스였다. 클리투스는 너무나 잘생겨서 새벽의 신에게 데려가졌고, 폴리페이데스는 암피아라우스가 죽은 후 아폴론이 인간 중 최고의 예언 능력을 부여한 인물이었다. 이 예언자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히페리시아로 이주하였고, 거기서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었다. 태명이 포도주를 따르며 신들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은 그의 아들 테오클리메누스였다.
낯선 이가 이르되,
「친구여, 자네가 제물을 바치고 있는 것을 보았네. 종교와 신들, 그리고 자네와 자네 부하들의 목숨을 걸고 간청하건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 부모는 누구인가. 자네 고향은 어디인가.」
태명이 대답하되,
「낯선 이방인이여, 자네를 위해 말하겠네. 나는 이탁도 출신이네. 내 아버지는 오지수였네. 그는 살아 있었으나, 지금쯤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 것이네. 내가 이 배와 선원들을 얻은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네. 나는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였네.」
그러자 낯선 사람이 대답하되,
「저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저는 제 부족 사람을 죽였고, 아르고스에 영향력 있는 형제와 친척들이 많아서 도망 다니고 있나이다. 그들이 저를 죽이려 하나이다. 저는 이제 집 없는 신세가 되었나이다. 그러나 제발, 저를 당신 배에 태워 주소서.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신께 왔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쫓고 있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좋소. 우리 배에 함께 타시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 당신은 우리의 손님이오.」
그는 낯선 사람의 창을 빼앗아 갑판에 놓고는 자신도 배에 올라 선미에 앉았다. 그리고 손님도 선미에 앉도록 하였다. 그들은 밧줄을 풀었다. 태명은 선원들에게 돛대를 잡으라 명령하였고, 그들은 즉시 복종하여 나무 돛대를 세우고 소켓에 고정시킨 다음, 앞돛줄로 묶고 가죽 밧줄로 흰 돛을 올렸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은 맑은 하늘을 가르는 거센 바람을 보내 순풍을 불어넣었다. 배는 크루니와 아름다운 칼키스 강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고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상제가 불어 준 바람에 힘입어 배는 파이아를 지나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유명한 엘리스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바늘섬을 향해 나아갔으나, 여전히 죽음을 확신할 수 없었느니라.
한편, 오지수는 오두막 안에서 고귀한 돼지치기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오지수는 돼지치기가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줄지, 농장에 머물도록 권할지, 아니면 마을로 보낼지 시험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잘 들어라. 그리고 너희 모두 잘 들어라. 새벽에 마을로 가서 구걸할 생각이다. 너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아니하다. 길 안내와 나와 함께 갈 안내자만 있으면 된다. 나는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실 것과 빵 조각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오지수 왕의 집에 도착하면 연로비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권력 있는 구혼자들과 어울릴 생각이다. 그들이 풍족한 창고에서 나에게 음식을 좀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당장 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나는 그럴 능력이 있다. 은혜를 베풀고 모든 인간의 노동을 영광스럽게 하는 신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나에게 모든 가사일에 비할 데 없는 솜씨를 주었다. 불을 피우고, 장작을 패고, 고기를 썰고 굽고, 포도주를 따르는 것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섬기기 위해 하는 모든 허드렛일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우마이오스는 화를 내며 이르되,
「안 됩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시나이까. 그 구혼자 무리 사이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당신은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공격성은 철과 하늘까지 닿을 정도이옵니다. 게다가 그들을 시중드는 자들은 당신과는 다르나이다. 그들은 잘 차려입고, 윤이 나는 깨끗한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옵니다. 윤이 나는 탁자 위에 빵과 포도주와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시중들고 있나이다. 여기 머무르소서. 아무도 당신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아니하나이다. 저도,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오지수의 아들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장포와 튜닉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옵니다.」
고통에 익숙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상제께서 저처럼 당신을 사랑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당신께서 저를 방랑의 고통에서 구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은 집 없는 삶이옵니다. 우리는 극심한 굶주림 때문에 이 삶을 견뎌야만 하나이다. 집 없는 이방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젊은 주인님을 기다리라 하셨으니, 오지수의 부모님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의 아버지는 떠날 때 노년에 접어드셨는데, 아직 살아 계시나이까. 아니면 돌아가셨나이까.」
그가 대답하되,
「나그네여, 진실을 말하겠나이다. 라에르테스는 살아 있으나, 늘 상제에게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고 있나이다.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너무나 괴로워 제때보다 일찍 늙어 버렸나이다. 아내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나이다. 어떤 친구에게도 그런 죽음을 바라지 아니하나이다. 유명한 영웅인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서 말이다. 살아생전, 슬픔 속에서도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나이다. 그녀는 막내딸이자 강하고 예쁜 크티메네와 함께 나를 키웠나이다. 그녀는 우리 둘을 함께 키우면서 나를 거의 동등하게, 다만 조금 덜 존중해 주었나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자, 그들은 크티메네를 거액의 지참금을 받고 사메로 보냈나이다. 어머니는 내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입히고 샌들을 신겨 시골로 보냈나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였나이다. 나는 두 사람 모두 그립나이다. 신들이 나를 이렇게 만드셨나이다. 이곳에서의 사업이 번창하여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였고 손님들에게도 대접할 수 있었나이다. 그러나 주인님에 대한 좋은 소식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침략자들 때문에 집이 폐허가 되었다 하나이다. 주인님의 모든 노비들은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문을 듣고, 음식을 나눠 먹고, 밭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 노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외치되,
「에우마이오스여. 네가 집과 부모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끌려갔을 때 얼마나 어린아이였단 말인가.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그들이 살던 도시가 약탈당했단 말인가. 아니면 네가 홀로 양이나 소를 치고 있을 때 산적들이 너를 발견했단 말인가. 그들이 너를 붙잡아 배에 태운 다음, 이 사람의 집에서 값싸게 팔았단 말인가.」
돼지치기가 그에게 대답하되,
「나그네여, 이렇게 물으셨으니 들어보소서. 조용히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제 이야기를 즐기소서. 이 밤들은 마법과 같나이다. 잠도 잘 자고 이야기도 들을 시간이 충분하니까요. 너무 일찍 주무실 필요는 없나이다. 건강에 좋지 아니하나이다. 잠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라면 가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주인의 돼지를 치러 가야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당신과 저는 제 오두막에 앉아 음식과 포도주를 나누며 서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나누도록 합시다. 오랜 세월 고통과 집을 떠나 살아온 사람은 슬픔을 즐길 수도 있나이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시리아라는 섬이 있나이다. 태양이 오르티기아 위에서 도는 곳이지요. 주민은 적으나 양과 포도주와 곡식이 풍부한 좋은 땅이옵니다. 그곳 사람들은 기근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늙어가고, 아림 여신은 그들의 부드러운 화살을 통해 그들을 보살피나이다. 은빛 활을 가진 아로왕 신이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였나이다. 땅은 두 개의 지방으로 나뉘었고, 나의 아버지 크테시우스는 두 지방 모두의 왕이었나이다. 그때 탐욕스러운 상인들이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페니키아인으로,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들이었고, 검은 배에는 엄청난 보물이 가득 실려 있었나이다. 나의 아버지 집에는 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이 있었는데,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 재주가 뛰어났나이다. 그 교활한 악당들은 그녀를 속였나이다. 그중 한 명이 먼저 배 옆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와 동침하였나이다. 성욕은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나이다. 아무리 훌륭한 여자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어디 출신이고 누구인지 물었나이다. 그녀는 그에게 나의 아버지 궁전을 보여 주며 이르되, 『저는 청동이 풍부한 시돈 출신이옵니다. 저는 부유한 아리바스의 딸이옵니다. 어느 날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타피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이 남자의 집으로 끌려와 거액을 받고 팔렸나이다.』 그녀의 비밀 연인이 이르되, 『그렇다면 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옵니까. 우리와 함께 부모님과 멋진 집을 다시 뵙고 싶지 않으시옵니까. 그분들은 살아 계시고 지금은 꽤 부유하시옵니다.』 여자가 이르되, 『오, 물론이옵니다. 모든 선원들이 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 맹세한다면요.』 그러자 그들은 여자가 부탁한 대로 맹세하고 엄숙히 서약하였나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르되, 『여러분은 입을 다물어야 하고, 길가나 분수대에서 저를 마주치더라도 말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집에 계신 노인에게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그러면 노인이 의심하고 저를 묶어놓고 여러분을 죽이려고 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명심하고,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소서. 배에 집으로 가져갈 물건이 가득 차면 저에게 빨리 소식을 전해주소서. 저도 금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재산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그리고 배삯으로 줄 선물도 하나 더 있나이다. 저는 주인님의 영리한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 아이는 항상 저와 함께 밖에서 뛰어다니나이다. 그 아이를 배에 태우면 꽤 비싼 값에 팔릴 것이옵니다. 외국인들이라고 하였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궁궐로 돌아갔나이다. 그들은 일 년 동안 우리와 함께 머물면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배의 화물칸을 가득 채웠나이다. 떠날 때가 되자, 그들은 아버지 집에 있는 여자에게 알리기 위해 사람을 보냈나이다.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나이다. 그는 호박 구슬이 꿰어진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궁궐의 노비 소녀들과 어머니는 그것을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며 얼마인지 묻기 시작하였나이다. 그는 여자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로 돌아갔나이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앞마당으로 데리고 나갔나이다. 거기서 연회를 마치고 회의를 하러 간 아버지 부하들이 탁자에 남겨 둔 컵 몇 개를 발견하였나이다. 그들은 토론을 하고 있었나이다. 어머니는 컵 세 개를 가져다가 옷 속에 숨기고 가지고 나갔나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뒤따라갔나이다. 해가 지자 우리는 어두운 거리를 서둘러 항구로 향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빠른 페니키아 배가 있었나이다. 모두 배에 올랐나이다. 우리도 배에 태워 주고는 파도를 넘어 항해를 시작하였나이다. 상제께서 순풍을 보내 주셨지요. 이레 동안 항해를 하다가 여덟째 날에 아림가 그 여자를 화살로 맞혔나이다. 그녀는 갈매기처럼 배의 선창에 부딪혔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와 물개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는 그곳에 남겨져 상심하였나이다. 해류가 그들을 이탁도로 실어 날랐고, 라에르테스가 그의 재산으로 저를 사 왔나이다. 그렇게 저는 이 땅을 처음 보게 되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의 고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구나. 그러나 결국 상제께서 당신을 축복하셨으니,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당신은 친절한 사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풍족하게 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은 편안하구나. 그러나 저는 아직도 길을 잃었나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마을을 헤매고 다녔나이다.」
이렇게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고, 잠시 눈을 붙였다. 곧 새벽이 밝아왔다.
한편, 태명은 육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부하들은 재빨리 돛을 내리고 돛대를 내린 후 노를 저어 정박지로 향하였다. 그들은 닻줄을 던지고 배의 선미에서 밧줄을 묶은 다음, 파도를 헤치고 배에서 내려 해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붉은 포도주를 섞어 저녁을 차렸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소년은 현명하게 이르되,
「여러분은 배를 마을 쪽으로 끌고 가시고, 저는 제 영지의 들판에 있는 목동들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그리고 저녁에 마을로 돌아오겠나이다. 새벽에 여러분을 위해 고기와 포도주로 잔치를 베풀겠나이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까, 얘야. 누구의 집으로 가야 할까. 이 땅을 다스리는 자들의 집으로. 아니면 바로 네 어머니 댁으로 가야 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평소 같으면 당신을 초대하였을 것이옵니다. 우리는 좋은 주인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는 게 좋겠나이다. 저는 집에 없을 것이고, 어머니도 당신을 만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위층에서 베틀에서 베를 짜고 계시는데, 구혼자들이 자신을 보는 걸 원치 않으시거든요. 그러니 다른 사람 집으로 가시는 게 좋겠나이다. 솜씨 좋은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의 집으로요. 이탁도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여기나이다. 그는 가장 유력한 구혼자이고, 제 어머니와 결혼해서 오지수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 가장 열심이옵니다. 상제만이 미래를 아시지요. 에우리마코스는 결혼 전에 끔찍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의 전령인 매였다. 매는 발톱으로 비둘기를 움켜쥐었고, 깃털이 배와 어린 태명 사이로 흩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그를 따로 불러 손을 잡고 이르되,
「태명이여. 어떤 신이 이 새를 당신의 오른손에 날리도록 보냈소. 나는 이것이 징조임을 즉시 알아차렸소. 이탁도 전체에서 당신 가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가문은 없소. 당신들은 영원히 왕이 될 것이오.」
그가 대답하되,
「오, 낯선 이여. 당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제 우정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그러면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감명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충실한 부하에게 이르되,
「피레우스여, 당신은 나와 함께 필성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나이다. 이 낯선 이를 당신의 집에 데려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친절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소서.」
피레우스가 대답하되,
「당신이 얼마나 오래 떠나 계시든 제가 그를 돌보겠나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배에 올라타서 선원들에게도 올라와서 밧줄을 풀라 말하였다. 그들은 그대로 하고 벤치에 앉았다. 그러자 태명은 샌들을 신고 갑판에서 날카로운 청동 창을 꺼냈다. 사람들은 밧줄을 풀고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 명령한 대로 마을을 향해 배를 저었다. 소년은 농장 마당에 도착할 때까지 빠르게 걸었다.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돼지가 있었고, 주인을 도울 줄 아는 돼지치기가 그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느니라.
==제16권 부자상봉==
새벽녘에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아침을 차리고 불을 지핀 다음, 몰아 놓은 돼지들을 데리고 목동들을 내보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 짖어대던 개들이 태명을 보자 조용해졌다. 오히려 그에게 헐떡거렸다. 오지수는 개들의 행동을 보고 발소리가 들리자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누군가 오는 게 틀림없다. 친구인지 아는 사람인지. 개들이 짖지도 아니하고 친근하게 구는 걸 보니 발소리가 들리는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성문 안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돼지치기는 벌떡 일어나 포도주를 섞던 잔을 떨어뜨려 포도주가 쏟아졌다. 그는 주인에게 달려가 얼굴과 빛나는 눈, 두 손에 입맞추고 울었다. 마치 십 년 동안의 슬픔 끝에 타지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외아들, 가장 소중한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태명을 껴안고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입맞춤을 하였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 그는 이르되,
「사랑하는 내 아들아. 태명아, 네가 돌아왔구나. 네가 필성로 떠난 후로는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들어오렴.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구나. 들어오렴. 너는 우리 같은 목동들을 보러 시골에 자주 오지 않잖아. 너는 도시에 남아서 그 악랄한 구혼자 무리를 감시하곤 하지.」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할아버지여, 예, 들어가겠나이다. 직접 뵙고 어머니께서 아직 집에 계신지, 아니면 다른 남자와 결혼하셨는지, 오지수의 침대가 거미줄로 뒤덮여 텅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나이다.」
돼지치기이자 지휘관인 그가 이르되,
「정말이로다, 어머니의 마음은 변치 아니한다. 어머니는 네 집에 계시면서 밤낮으로 슬퍼하고 계신다.」
그는 태명의 칼을 받아 들었다. 소년은 돌로 된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리를 권하였으나, 태명은 거절하며 이르되,
「낯선 분이시여, 거기 앉으소서. 저는 제 오두막 근처에서 의자를 찾을 수 있나이다. 노비가 도와줄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돌아가서 다시 앉았다. 돼지치기는 태명이 앉을 수 있도록 땔감과 양털을 깔아 주었다. 그는 바구니에 빵을 담고 전날 남은 고기를 가져왔다. 그는 나무 그릇에 포도주를 섞어 오지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배를 채운 후, 태명은 고귀한 돼지치기에게 돌아서 이르되,
「할아버지여, 이 낯선 사람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뱃사람들이 어떤 길로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그는 분명 이탁도까지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얘야, 내가 말해 주겠다. 그는 크레타 섬 출신이다. 그는 여러 마을을 헤매다 길을 잃었다 하는데, 어떤 신이 그의 운명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데려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나와 내 농장에 도착하였다. 그는 네게 간청하는 자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대하면 된다.」
태명이 걱정스럽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이 전하는 이 소식은 저에게 큰 걱정거리이옵니다. 어떻게 그를 제 집에 초대할 수 있겠나이까. 저는 아직 어려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주먹으로 맞서 싸울 수 없나이다. 어머니는 저와 함께 남아 남편의 침실과 소문에 휘둘리지 아니하고 집안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구혼자 중 누구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값비싼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나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당신 집에 왔으니, 제가 그에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 신발을 입히고 칼도 주고, 길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당신이 괜찮으시다면 그를 이 농가에 머물게 해 주시고 잘 보살펴 주소서. 제가 당신에게 옷과 음식을 보내 드릴 테니 그가 다른 남자들이나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구혼자들을 만나러 보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너무 폭력적이옵니다. 그들이 그를 학대한다면 저는 너무나 수치스러울 것이옵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는 없다. 너무 많거든.」
그러자 오지수는 좌절감에 휩싸여 이르되,
「친구여, 당신의 집에서 구혼자들이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듣고 나니, 내가 나서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하나이다. 정말 가슴이 아프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옵니다. 말해 보소서,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기로 선택하였나이까. 이탁도 사람들이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당신에게 등을 돌린 것이옵니까. 아니면 갈등이 닥쳤을 때 마땅히 당신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할 형제들을 탓하는 것이옵니까. 내게도 의지에 걸맞은 젊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가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었다면, 혹은 그 자신이 방랑 끝에 돌아온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직 희망은 있나이다. 오지수의 궁전에 들어가는 순간, 누가 내 목을 베더라도 나는 그들을 없애 버릴 것이옵니다. 설령 내가 진다 해도,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나 혼자서는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집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범죄들을 보고만 있겠나이까. 낯선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노비 소녀들이 끌려다니며, 내 아름다운 집에서 강간당하고, 남자들이 포도주와 빵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을. 이런 일들을 위해. 기다림의 게임이여.」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나그네여,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 사람들은 제 적이 아니며, 제가 탓할 형제도 없나이다. 상제께서 우리 가문에 단 하나의 혈통을 주셨나이다. 아르케시우스에게는 아들 라에르테스 하나뿐이었고, 라에르테스에게는 외아들 오지수가 있었으며, 오지수에게는 외아들 제가 있었나이다. 그는 저를 고향에 남겨 두고 떠났나이다. 저를 얻지 못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인한 침략자들이 득세하고 있나이다. 사메 섬과 둘리키움 섬,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섬, 그리고 바위투성이 이탁도 섬의 지배자들까지, 모든 섬에서 가장 강인한 자들이 어머니께 구혼하러 와서 제 재산을 탕진하고 있나이다. 어머니는 끔찍한 재혼을 거부하지도, 끝낼 수도 없나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제 집안 살림을 해치고 있으며, 곧 저마저 해칠지도 모르나이다. 이런 일은 신들의 몫이옵니다. 할아버지여, 이제 서둘러 왕비께 가서 제가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해 주소서.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나이다. 왕비께만 전해 주소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마시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알겠소.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불쌍한 라에르테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겠소. 한동안 그는 오지수를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내키면 밭을 지키고 노비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곤 하였소. 그런데 당신의 배가 필성로 떠난 후로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아니하고 밭을 살피러 가지도 않는다 하더오. 뼈만 남을 정도로 늙어서 울고불고 있다 하더오.」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로군. 그러나 안 된다. 그를 내버려 두시오. 만일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 첫 번째 소원은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오. 어머니께 전할 말씀을 전하고 서둘러 돌아가시오. 그리고 그를 찾아 시골을 헤매지 마시오. 어머니께 비밀리에 소녀를 보내 늙은 라에르테스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라 전해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발 끈을 묶고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혜의 여신은 그가 마당을 나서는 것을 보고 키가 크고 능숙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섰다. 오지수는 오두막 입구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태명은 볼 수 없었다.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개들은 그녀를 보았으나 짖지 아니하였다. 두려움에 떨며 낑낑거리며 방 건너편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혜의 여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수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담을 넘어 나와 그녀 옆에 섰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위대한 전략가 오지수여, 이제 당신의 아들이 진실을 알 때가 되었나이다. 두 사람은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치할지 함께 계획해야 하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을로 가소서. 저도 곧 그곳에서 당신들을 만나겠나이다. 사실 저는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만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고, 키를 더 크게 하고 젊어 보이게 하였다. 그의 피부는 그을리고 볼살이 통통해졌으며 턱에는 짙은 수염이 자랐다. 그렇게 지혜의 여신의 마법이 끝나고 그녀는 날아갔다. 오지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혹시 신일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낯선 분이시여, 전과는 너무나 다르시나이다. 옷도, 피부도…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틀림없나이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제물을 바치고 황금 보물을 드리겠나이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오랜 고통을 겪어 온 오지수가 대답하되,
「나는 신이 아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느냐. 나는 네 아버지, 네가 슬퍼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잔인한 자들이 너를 그토록 괴롭히는 것은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입맞추고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그는 그때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그가 정말 아버지인지 믿지 못하고 이르되,
「아니에요, 당신은 제 아버지 오지수가 아니에요. 어떤 신이 저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마법을 걸었을 거예요. 필멸의 인간은 자신의 지혜로 늙었다가 다시 젊어질 수는 없어요. 어떤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쉽게 해내지 않는 한 말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분명히 늙었고, 그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처럼 보이시네요.」
교활한 오지수는 날카롭게 이르되,
「아니, 태명아, 네 아버지를 보고 놀라지 마라. 바로 나다. 다른 사람이 오는 게 아니다. 나는 오지수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길을 잃었으나, 이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은 지혜의 여신의 솜씨다. 여신은 마음대로 나를 변신시킬 수 있다. 때로는 집 없는 거지로, 때로는 왕자의 옷을 입은 젊은이로 만들기도 한다. 천상의 신들에게는 필멸의 인간을 아름답게 하거나 추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명은 아버지를 껴안고 울었다. 두 사람은 깊은 슬픔에 잠겨 사냥꾼에게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를 빼앗긴 독수리나 콘도르처럼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그만큼 서럽게 울었다. 그들의 슬픔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을 터인데, 그때 갑자기 태명이 이르되,
「아버지여, 선원들이 어떤 길로 아버지를 이탁도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아버지가 걸어서 오신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들아, 모든 것을 말해 주겠다. 항해술로 유명한 페아키아인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언제나 손님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들의 배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고, 그들은 나를 이탁도에 내려놓았다.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금과 청동, 그리고 옷가지와 같은 귀한 선물들을 가져왔는데, 신들의 뜻에 따라 그것들은 동굴에 보관되어 있다. 지혜의 여신은 내게 이곳에 와서 너와 함께 적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우라 말씀하셨다. 구혼자는 몇 명이나 되느냐.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총명하기로 유명하니, 우리 둘이서만 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지 알아내겠다.」
태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르되,
「아버지여, 저는 항상 아버지께서 창술과 책략에 능하시다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그러나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과하시나이다. 우리 둘이서 저렇게 강하고 많은 사람들과 싸울 수는 없나이다. 몇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나 되나이다. 구혼자들의 수를 빨리 알려 드리겠나이다. 둘리키움에서 온 쉰두 명은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고, 여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왔나이다. 사메에서 온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 온 스무 명, 그리고 바로 이 이탁도에서 온 열두 명은 모두 건장한 젊은이들이옵니다. 그들에게는 메돈이라는 하인과 시인 한 명, 그리고 고기를 잘 써는 노비 두 명이 동행하나이다. 만일 그 많은 남자들이 집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을 때 공격한다면, 당신은 그들의 폭력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옵니다. 좀 더 생각해 보소서. 우리를 위해 싸워 줄 조력자를 찾을 수 있나이까.」
오지수가 이르되,
「지혜의 여신과 그녀의 아버지 상제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도움이 필요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당신이 언급한 신들은 훌륭한 수호자이옵니다. 그들은 구름 높은 곳에 앉아 인간과 신 모두를 다스리나이다.」
노련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저 두 사람은 우리가 구혼자들과 싸우기 시작할 때, 즉 내 집에서 전쟁의 신이 우리와 그들의 전투력을 시험할 때,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것이다. 새벽에 돌아가서 그 오만한 젊은이들과 합류해라. 돼지치기가 나를 마을까지 호위할 것이다. 나는 다시 거지처럼 보일 것이다. 만일 그들이 나를 학대하고 네가 내가 고통받는 것을 보더라도, 그들이 나에게 무기를 던지고 발을 잡아 밖으로 내던지더라도, 너는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화를 내지 마라. 정중하게 그들에게 이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 말해라. 그들은 네 말을 무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파멸의 날이 가까워졌다. 이제 잘 들어라. 나의 가장 든든한 공모자인 지혜의 여신이 내 심장을 톡톡 두드릴 것이고, 나는 너에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다음 집에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찾아 위층 창고에 숨겨 두어라. 그리고 구혼자들이 물으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고는 이렇게 둘러대라. 『그들은 불 근처에 있어서 연기 때문에 상하고 있었으니 옮겨 놓았을 뿐입니다. 오지수가 토래성으로 떠나기 전의 광채를 잃어가고 있었거든요. 상제 신이시여, 제가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당신들이 술에 취하면 싸우고 서로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멋진 저녁 식사와 구애가 망쳐질 겁니다. 무기는 사람을 무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라. 그리고 우리 둘이서 잽싸게 공격하기 전에 챙길 수 있도록 칼 두 자루, 창 두 자루, 두꺼운 방패 두 개를 남겨 두어라. 지혜의 여신이 그들을 홀릴 것이고, 영리한 상제가 도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나의 친아들이라면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라. 라에르테스와 돼지치기, 여종들, 심지어 연로비조차도 여자들의 태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알아서는 안 된다. 또한 시험해 봐야 한다. 남자 노비들을 살펴보고, 누가 마음속으로 나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누가 당신을 마땅히 존경해야 할 만큼 우러러보는지 알아보거라.」
그의 빛나는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여, 곧 제 용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저는 강인하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그동안 구혼자들은 아버지 집에 앉아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며 재산을 탕진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소서. 여자들에 대해서는, 누가 순결하고 누가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나이다. 그러나 남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이다. 상제께서 징조를 보여 주시면 나중에 해도 되나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하였느니라. 그때 태명이 필성로 갔던 배가 이탁도 중심 도시의 만에 정박하였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배를 해안으로 끌어올렸다. 노비들은 값비싼 선물과 무기를 꺼내 클리티우스의 집으로 가져갔다. 전령이 왕비에게 태명이 이탁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혹시라도 왕비가 아들 때문에 걱정하며 울고 있을까 봐 배를 끌어와 마을로 와야 한다 말했다고 하였다. 돼지치기와 전령은 같은 임무를 띠고 왕비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여종들이 전령 주위에 모여들었다. 전령이 이르되,
「위대한 왕비님,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오셨나이다.」
그리고 돼지치기는 왕비를 따로 데리고 가서 아들이 전하라 한 말을 전하였다. 말을 마치자 돼지치기는 홀을 지나 안뜰로 나가 자신의 돼지들에게로 갔다. 구혼자들은 마음이 상하고 낙담하였다.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 건방진 녀석의 여정이 성공하였소. 우리는 그가 실패할 것이라 확신하였소. 우리는 노 젓는 사람들을 태운 가장 좋은 배를 띄워 바다를 건너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당장 돌아오라 전해야겠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암피노무스가 항구 안에서 육지를 등지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하였다. 돛을 접고 선원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이르되,
「사신을 보낼 필요도 없소. 그들은 이미 돌아왔소. 어떤 신이 그들에게 알려 주었거나, 아니면 그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따라잡지 못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그들은 벌떡 일어나 해변으로 내려가 검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렸고, 하인들은 자랑스럽게 무기를 꺼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시장으로 몰려가 젊은이든 노인이든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나서 안타이노스가 그들에게 연설하되,
「정말 놀랍구나. 신들이 이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냈구나. 며칠 동안 우리 정찰병들은 바람 부는 절벽에서 교대로 감시하였느니라. 해가 지면 해안에서 밤을 지새우지 아니하고 태명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바다에서 매복하였느니라.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하였느니라. 그런데 어떤 신이 그를 집으로 데려왔느니라. 우리는 그를 죽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가 도망쳐서는 안 된다. 그는 우리의 속셈을 알고 있으니 살아남으면 우리의 구혼을 방해할 것이고, 음모를 꾸밀 것이다. 그러면 백성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태명이 백성들을 모을 것이다. 그는 격노할 것이고, 행동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어나서 우리가 그를 죽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말할 것이다. 백성들이 우리의 범죄를 알게 되면 우리를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다치거나 고향에서 쫓겨나 타국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 그를 시골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 혹은 길에서 잡자.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나눠 갖도록 하자.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모시고, 누구와 결혼하든 그 남자는 집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살려 두고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몰려와 그의 집 안의 재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선물을 보내며 그녀에게 구애해야 한다. 언젠가 그 아가씨는 결혼할 것이고, 가장 많은 선물을 보낸 남자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침묵하였다. 그때 니소스의 유명한 아들 암피노무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둘리키움의 밀밭과 목초지에서 왔다. 그는 총명하였고, 연로비는 다른 남자들보다 그의 말을 더 좋아하였다. 그는 현명하게 이르되,
「친구 여러분, 저는 태명을 죽일 생각이 없나이다. 왕족을 죽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옵니다. 그러니 먼저 신들의 뜻을 알아야 하나이다. 위대한 상제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직접 그를 죽이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동참을 촉구하겠나이다. 신들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가 말하자 그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일어서서 오지수의 집으로 돌아가 윤이 나는 의자에 앉았다. 연로비는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알게 되었으니 이 무례한 구혼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메돈이 그들의 계획을 엿듣고 그녀에게 알려 준 것이었다. 시녀들을 곁에 두고 그녀는 아래층 홀로 내려가 그들에게 다가가 문기둥 옆에 서서 얼굴에 베일을 썼다. 그녀는 안타이노스에게 이르되,
「당신은 짐승이다. 교활한 놈이다. 범죄자여. 사람들은 당신이 이탁도에서 당신 또래 중 가장 똑똑하다 말하나,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미쳤다. 어찌하여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 상제께서 지키시는 간청으로 맺어진 인연을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이냐. 당신의 아버지가 이탁도 사람들에게 쫓겨 도망쳐 왔다는 걸 잊었느냐. 이탁도 사람들은 그가 타포스의 해적들과 합류하고 우리의 동맹인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분노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그를 죽이고, 심장을 뜯어내고, 그의 재산을 빼앗으려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그를 보호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제 당신은 은인의 재산을 탐하고, 그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심지어 나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라. 그리고 다른 구혼자들도 그만두게 하라.」
그가 이르되,
「연로비여, 걱정하지 마소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소서. 내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의 아들을 해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옵니다. 맹세컨대, 만일 누군가 시도한다면 내 칼로 그의 피를 흘리게 할 것이옵니다. 당신의 도시를 약탈하던 남편은 종종 나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고기를 조금씩 먹여 주고 붉은 포도주를 마시게 해 주곤 하였나이다. 그래서 지금 태명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서 아무런 위험도 없나이다. 신들이 가져다주는 죽음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없나이다.」
그는 그녀를 달래려고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녀의 아들을 죽일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침실로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울었고, 지혜의 여신이 그녀에게 편안한 잠을 주었다.
저녁이 되자 돼지치기가 집으로 돌아와 오지수를 발견하였다. 그와 그의 아들은 일 년 된 돼지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 곁으로 와서 다시 한번 지팡이로 그를 건드려 초라하고 늙어 보이게 하였다. 돼지치기가 들어왔을 때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돼지치기가 연로비에게 비밀을 누설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니라.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태명이 먼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돌아왔구나. 마을 소식은 어떻지. 그 오만한 구혼자들이 매복에서 돌아와 내 집에 와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잡히려고 숨어 있는 건가.」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 질문을 하려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네. 나는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하고 돌아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당신의 부하 중 한 명, 전령이 나와 함께 갔는데, 그가 당신 어머니께 먼저 소식을 전하였다. 한 가지 더 본 것이 있다. 마을 바로 위 헤르메스 언덕을 지나갈 때, 사람들로 가득 차 방패와 창을 잔뜩 실은 배 한 척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자 태명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눈을 마주쳤다. 에우마이오스가 보지 못하게 숨긴 채였다. 요리가 끝나자 그들은 저녁 식사를 똑같이 나누어 먹었고,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느니라.
==제17권 모욕과 학대==
이에 갓 태어난 새벽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자,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멋진 샌들을 신고 손에 꼭 맞는 튼튼한 창을 들고 길을 나섰도다. 그는 돼지치기에게 이르되,
“할아버지여, 저는 어머니를 뵈러 마을에 가야 하나이다. 어머니를 뵙기 전까지 어머니는 계속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실 것 같나이다. 이제 할아버지께서 이 불쌍한 늙은이를 마을로 데려가 구걸하게 해 주셔야 하나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먹을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지금 모든 사람을 상대할 여유가 없나이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나이다. 그분이 화를 내시더라도 그건 그분의 문제일 뿐이니이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친구여, 나는 여기 머물고 싶지도 아니하니라. 거지들은 마을과 시골을 떠돌아다녀야 하느니라. 나는 자선가들에게서 음식을 얻어먹을 것이로다. 나는 너무 늙어서 감독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농부로 여기 머물 수 없느니라.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불 옆에서 몸을 녹이면 그 사람이 나를 데려갈 것이로다. 내게는 이 누더기 옷밖에 없느니라. 아침 서리가 내리면 죽을지도 모르느니라. 네가 말했듯이 마을은 멀도다.”
그러자 태명은 구혼자들을 혼내 줄 계획을 생각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도다. 왕궁에 도착하자 그는 창을 기둥에 기대어 놓고 돌로 된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느니라. 의자에 양털을 깔고 있던 유모 명숙이 그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도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었으며, 고집 센 오지수의 다른 여인들도 모여들어 태명의 머리와 어깨에 입맞추며 그를 환영하였느니라.
그때 현명한 연로비가 여신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와 사랑하는 아들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도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추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쏟아내되,
“태명아, 왔구나! 사랑스러운 아들아! 네가 아버지 소식을 듣기 위해 나에게 말도 없이 필성로 몰래 갔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느니라. 무슨 일을 보고 왔느냐?”
태명은 침착하게 이르되,
“어머니, 저를 화나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려 하지 마소서. 저는 위험에서 살아남았나이다.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소서. 그리고 시녀들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소서.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소서. 이제 저는 마을로 나가겠나이다. 이탁도에 저보다 바로 뒤에 도착한 낯선 사람을 초대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용감한 부하들과 함께 먼저 보냈고, 피레우스에게 그를 집으로 데려가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였나이다.”
그의 말은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도다. 어머니는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고 아낌없이 제물을 바치며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청하였느니라. 태명은 창을 들고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옆에 두고 홀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에게 신비로운 은총을 내리셨느니라. 모두가 그의 등장에 놀랐도다. 구혼자들은 주위에 모여들어 친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를 해치려는 속셈이었느니라.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피해 명토르와 안티푸스, 할리테르세스와 합류하였으니, 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도다. 그들은 그에게 자세히 질문하였느니라.
그때 피레우스가 테오클리메누스라는 낯선 사람을 데리고 마을 중심부로 다가왔도다. 태명은 즉시 길을 나서서 그 낯선 사람 곁에 섰으며, 피레우스가 먼저 입을 열되,
“태명이여, 여자들을 어서 내 집으로 보내소서. 면나수가 당신에게 준 선물을 돌려주겠나이다.”
그러나 태명은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피레우스여, 안 되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나이다. 만약 제 집에 있는 구혼자들이 몰래 저를 죽이고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 갖는다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당신이 선물을 받는 것을 더 원하나이다. 그리고 만약 제가 그들을 죽여 파멸을 가져온다면, 제게 선물을 가져다주소서. 그러면 우리 둘 다 행복할 것이니이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지친 나그네를 집으로 데려가 의자에 장포를 깔아 주었도다. 그들은 목욕하러 갔으며, 여종들이 그들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느니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의자에 앉았도다. 한 여종이 금 항아리를 가져와 은 그릇에 담긴 세숫대야에 그들의 손을 씻어 주었으며, 그녀는 그들 옆에 상을 차렸고, 한 겸손한 여종이 풍성한 음식을 가져왔느니라. 연로비는 태명을 마주 보고 문 옆 의자에 기대어 고운 양털을 잣고 있었도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마셨느니라.
그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던 연로비가 입을 열되,
“태명아, 이제 위층에 올라가 내 침대에 누워 쉬어야겠느니라. 오지수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떠난 후로 내 침대는 슬픔의 침대가 되어 항상 눈물로 얼룩져 있느니라. 그런데 당신은 아버지의 귀환 소식을 알아냈는지 말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구혼자들이 오기 전에 어서 말해 주소서.”
태명은 차분하게 대답하되,
“어머니,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는 네스토르 왕을 뵈러 필성에 갔나이다. 왕께서는 마치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 돌아온 아들처럼 저를 궁궐로 맞아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나이다. 친아들처럼 저를 아껴 주셨나이다. 그러나 왕께서는 오지수에 대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셨나이다. 그래서 저를 말과 마차를 타고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장군인 메넬라오스에게 보내셨나이다. 거기서 저는 헬레나를 만났나이다. 신들의 뜻에 따라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전쟁을 치르며 고통받았던 것이니이다. 메넬라오스가 제가 왜 영광스러운 사필성에 왔는지 묻자, 저는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셨나이다. ‘어리석은 겁쟁이들! 그들이 누우려는 자리는 진정으로 결연한 자의 것이로다. 마치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을 사나운 사자의 굴에 눕혀 놓고 풀을 뜯으러 비탈과 계곡으로 가는 것과 같으며,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잔인하게 새끼 사슴을 죽이는 것과 같도다. 두 어린아이들 말이로다. 오지수가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라. 아버지 상제, 지혜낭자, 아로왕께 기도하건대, 그가 오래전 레스보스 섬에서 필로메데스와 씨름하여 그를 땅에 내던지고 모든 그리스인들이 환호했던 때처럼 강하기를 바라노라. 그가 구혼자들과도 똑같이 싸워 그들의 구혼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나고 목숨도 빨리 잃게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고 저는 당신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늙은 바다의 신에게서 들은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는 그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았다고 하였나이다. 산령녀 립선이 그를 자신의 섬, 그녀의 집에 가두어 놓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는 넓은 바다를 건널 함대나 선원이 없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나이다. 유명한 면나수가 그렇게 말하였나이다. 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신들께서 순풍을 주셔서 저는 순조롭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나이다.’”
그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도다. 그때 신과 같은 테오클리메노스가 입을 열되,
“나의 부인,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시여, 이 소식은 불완전하나이다. 예언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겠나이다.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제가 온 곳, 위대한 오지수의 화롯가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는 이미 이탁도에 있나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오는 길일 것이니이다. 그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나이다. 제가 배에 앉아 있을 때 징조를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나이다. 태명에게도 이야기하였나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낯선 분이시여, 이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극진한 환대와 관대함을 베풀어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행운을 보게 할 것이니이다.”
한편, 오지수의 집 밖에서는 구혼자들이 평소처럼 밖에서 다트와 원반 던지기 게임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었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양 떼들이 목동들의 인도를 받으며 각 들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메돈이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이 가장 아끼는 노비 소년이었고, 구혼자들은 항상 그를 잔치에 데려왔도다.
“나리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소. 이제 안으로 들어오셔서 식사하시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소.”
그들은 그의 조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갔도다. 의자에 장포를 깔고 살찐 염소, 큰 숫양, 살찐 돼지 몇 마리,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소 한 마리를 잡아 잔치를 위해 요리하였느니라.
오지수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려고 서둘렀도다. 돼지치기는 위엄 있는 어조로 이르되,
“나그네여, 주인님께서 오늘 원하신다면 도시로 오셔도 된다고 하셨나이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여기 남아 농장을 지켜 주시기를 바랄 뿐이니이다. 그러나 주인님께서 저를 꾸짖으실까 봐 걱정되나이다. 주인의 꾸지람은 노비에게 무거운 짐이 되니까요. 이제 가야 하나이다. 시간이 늦었고 곧 추워질 것이니이다. 해가 지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알겠소. 이제 가자. 앞장서소. 그런데 지팡이가 있으면 내가 의지할 수 있도록 좀 주소. 길이 미끄럽다고 들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끈으로 가방을 어깨에 메었도다. 가방은 너덜너덜하고 구멍투성이였느니라. 에우마이오스는 그에게 쓸 만한 지팡이를 주었도다. 그들은 떠났고, 개들과 목동들은 농장을 지키기 위해 남았느니라. 돼지치기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 옷을 입은, 마치 가난한 늙은 거지처럼 보이는 주인을 마을로 안내하였도다.
그들은 돌길을 따라 걸어 마을 근처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화려한 샘에 도착하였느니라. 그 샘은 이타코스, 네리토스, 그리고 폴릭토르가 세운 것이었도다. 샘 주변에는 샘물의 양분을 받아 검은 포플러 나무들이 둥글게 자라 있었으며, 위쪽 바위에서는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렸느니라. 그 위에는 산령녀들을 기리는 제단이 세워져 있었으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산령녀들에게 제물을 바쳤도다.
돌리우스의 아들 말태수가 다른 두 명의 목동과 함께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에게 먹일 가장 좋은 염소들을 몰고 오고 있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그는 오지수를 격분시키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로 욕설을 퍼붓되,
“악당이 또 다른 악당을 이끌고 가는구나! 당연한 일이로다. 신들께서는 비슷한 것들을 짝짓기하게 하시니라. 이 더러운 돼지 인간아, 저 늙은 돼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사들에게 줄 선물도 없이 부스러기만 구걸하는 게으름뱅이 말이냐? 내 농장을 지키고 우리를 청소하고 새끼 돼지들에게 사료를 던져 주게 하면 유청이나 마시면서 뼈만 앙상한 다리를 살찌울 수 있을 터인데. 그러나 저놈은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탐욕스러운 배를 채울 음식을 구걸하는 것을 좋아하잖아. 내가 장담하노니, 저놈이 오지수의 궁전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머리에 의자를 던지고, 그를 집 안으로 내던져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이로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오지수를 지나쳐 엉덩이뼈를 걷어차려고 달려들었도다. 정말 어리석은 놈이로다! 오지수는 길에서 밀려나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어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귀를 잡아 땅에 내동댕이칠지 고민하였도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고 화를 억눌렀느니라. 돼지치기가 말태수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그는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도하되,
“오, 샘의 요정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오지수 왕께서 당신들을 위해 기름진 양고기와 염소고기 뼈를 가져오신 적이 있다면, 이제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신령들께서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 제 주인께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목동들 때문에 가축들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이 무례한 자의 허풍을 끝내실 것이니이다.”
염소지기 말태수는 그를 비웃으며 이르되,
“오, 아주 훌륭하도다! 이 개는 말도 할 줄 알고, 재주도 부렸구나. 언젠가 저 개를 배에 태워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팔아 보물을 잔뜩 얻어야겠도다. 내일 아폴론 신이 태명의 집에 은화살을 쏘거나, 구혼자들이 그를 죽였으면 좋겠구나. 오지수는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노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들을 떠났도다. 그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는 그들보다 앞서 달려갔느니라. 그는 주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총애하는 에우리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 사이에 앉았도다. 노비들이 그에게 고기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순종적인 하녀는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안으로 들어가 페미우스가 노래를 위해 조율하고 있는 리라의 울려 퍼지는 소리에 둘러싸여 서 있었도다. 오지수는 돼지치기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곳은 오지수의 웅장한 궁전이니이다. 수많은 궁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나이다. 방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안뜰은 처마 장식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튼튼한 이중문이 있나이다. 누구도 이곳을 뚫고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이나이다. 고기 냄새가 나고, 신들께서 잔치의 동반자로 삼으신 리라 소리가 들리니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맞나이다! 예리하시나이다.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하나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과 합류하시고, 저는 여기 밖에 남겠나이다. 아니면 기다리시고 제가 가겠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소서. 누군가 당신을 보면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매를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침착한 오지수가 이르되,
“그래, 그 생각도 하였느니라. 당신은 가시고 저는 여기 남겠느니라. 저는 전에도 많이 맞았느니라. 고난을 잘 아나이다. 저는 강인하니라. 전쟁도 겪었고,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러니 이대로 두겠느니라. 배고픔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니라. 굶주림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그 저주 때문에 우리가 거친 바다를 건너고 다른 민족을 약탈하는 것이로다.”
그들이 말하는 동안, 거기에 누워 있던 개 아르고스가 머리와 귀를 쫑긋 세웠도다. 오지수는 이 개를 훈련시켰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느니라. 그는 너무 일찍 신성한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니라. 주인이 떠나자, 소년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야생 염소와 사슴, 토끼를 사냥하러 나갔도다. 그러나 이제 아르고스는 주인도 없이, 노새와 소의 똥 더미 속에 방치되어 있었느니라. 노비들은 그 똥을 문 밖에 쌓아 두었다가 넓은 농장에 거름으로 썼도다. 그래서 아르고스는 더러운 채로, 벼룩으로 뒤덮인 채 누워 있었느니라. 오지수가 가까이 온 것을 알아차리자, 아르고스는 꼬리를 흔들고 두 귀를 뒤로 젖혔도다. 그는 너무 약해서 주인에게 다가갈 수 없었느니라. 멀리서 오지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닦고 감쪽같이 숨긴 채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 개가 똥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이상하구나. 그 개는 꽤 잘생겼으나, 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보기 좋게 키우는 애완견인지 알 수 없도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이 개는 타국에서 죽은 주인의 것이었나이다. 오지수가 그를 버리고 토래성으로 갔을 때처럼 건강했다면 얼마나 빠르고 용감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니이다. 숲속으로 사냥을 나가면 항상 먹이를 잡았나이다.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나이다. 그러나 주인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상태는 좋지 아니하나이다. 여자들은 그를 돌보지 아니하나이다. 주인이 지켜보지 않으면 노비들은 제 역할을 하려 하지 아니하나이다. 상제께서는 우리를 노비로 만드는 날 우리의 가치를 반으로 깎아내리시나이다.”
그렇게 돼지치기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귀족 구혼자들과 합류하였도다. 아르고스가 오지수를 본 지 이십 년이 흘렀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를 보게 된 순간이었느니라. 그때 갑자기 흑사병이 그를 덮쳤도다.
태명은 돼지치기가 오는 것을 먼저 보았으며, 고개를 끄덕여 오라고 하였느니라. 주위를 둘러보던 에우마이오스는 구혼자들의 고기를 자르던 소년이 쓰던 의자를 발견하였도다. 그는 의자를 집어 태명의 탁자 옆에 놓았으며, 거기에 앉았고, 노비 소년은 그에게 고기와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그때 오지수가 다가와 안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가난하고 슬픈 노인처럼 보였도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물푸레나무 문턱에 털썩 주저앉아 오래전에 일꾼이 다듬고 곧게 펴놓은 삼나무 문설주에 기대었느니라. 소년은 돼지치기를 불러 바구니에서 밀빵 하나와 손에 들 수 있는 만큼의 고기를 집어 들었으며, 그에게 음식을 주며 이르되,
“이 음식을 저 낯선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연회장을 돌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전해 주소서. 궁핍한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하나이다.”
돼지치기는 가서 오지수에게 이르되,
“태명이 당신에게 이 음식을 주면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하였나이다. 남에게 얻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한다고 하더이다.”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기도하되,
“오 상제시여, 이 태명을 축복하시고, 그의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하소서.”
오지수는 두 손으로 음식을 집어 낡고 해진 자루 위에 올려놓고 발치에 놓고 먹으며 연회장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었도다. 그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음악이 멈추고 구혼자들이 소리쳤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 곁에 서서 그에게 구혼자들 사이로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며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알아보라고 부추기셨도다. 비록 지혜낭자께서는 다가올 학살에서 누구도 구해낼 생각은 없으셨으나 말이로다.
오지수는 능숙한 거지처럼 손을 내밀며 좌우로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느니라. 사람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음식을 주었고,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였도다. 그들이 서로 묻자 염소지기 말태수가 이르되,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이 낯선 사람에 대해 제 말을 들어주소서. 저는 이 사람을 전에 본 적이 있나이다. 돼지치기가 데려온 사람이니이다. 저는 그 이상 아는 것이 없나이다. 그의 배경도 모르나이다.”
안태우는 돼지치기를 꾸짖기 시작하되,
“돼지치기여! 이 유명한 바보야! 왜 이 사람을 데려왔느냐? 이미 잔치를 망치러 오는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아니하느냐? 그들이 몰려들어 네 주인의 재산을 훔쳐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칫거리인데, 왜 이 사람까지 데려왔느냐?”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안태우여, 당신은 귀족이나 당신의 말은 헛소리이니이다. 백성을 도울 재능이 없는 이방인을 누가 초대하겠나이까? 예언자나 의사, 건축가, 아니면 노래로 기쁨을 줄 수 있는 시인 같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거지에게는 아무도 청하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배고픔만 가져올 뿐이니이다. 모든 구혼자 중에서 당신은 노비, 특히 저에게 가장 못되게 구는구나. 그러나 현명한 왕비와 신과 같은 왕자께서 여전히 이 집에 사신다면 저는 상관없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조용히 하라. 안태우는 대답할 가치도 없느니라. 그는 늘 시비를 걸고 남들을 자극하기만 하느니라.”
그러자 안태우에게로 돌아서서 이르되,
“아버지처럼 저를 너무나 잘 챙겨 주시는구나! 저 낯선 사람을 쫓아내라고 하셨지 아니한가! 신이시여,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소서! 가서 그에게 뭐라도 좀 주소서. 저는 음식을 나눠 줄 수 있나이다. 어서 가소서! 어머니나 아버지 소유의 다른 하인들은 신경 쓰지 마소서. 어차피 당신은 그들에게 관심도 없으셨지 아니한가. 당신은 남과 나누려는 게 아니라 자기 배만 채우려는 것이로다.”
안태우가 대답하되,
“잘난 척하는 녀석이구나! 심술궂은 성격이로다! 끔찍한 말을 하다니! 모든 구혼자들이 나처럼 음식을 준다면 이 집에서 그를 석 달 동안이나 가둬 둘 수 있겠도다!”
그는 식탁 밑에 발을 올려놓고 잔뜩 먹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발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휘둘렀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음식을 주어 거지 주머니를 채워 주었느니라. 오지수는 시험을 마쳤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문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도다. 대신 그는 안태우 곁에 서서 이르되,
“친구여, 내게 무엇을 좀 주소. 자네는 분명 모든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 것이오. 자네는 왕족처럼 생겼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겠소. 그러면 내가 자네를 온 세상에 알리겠소. 나는 한때 궁전을 가진 부자였소. 어디에서든 가난한 거지들이 찾아오면 신분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에게 음식을 주었소. 내 노비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재산도 많았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을 누렸소. 그러나 상제께서 모든 것을 파괴하셨소. 그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소. 그는 나를 부추겨 해적들과 함께 이집트로 가게 하셨소. 그 긴 여정이 내 파멸을 가져왔소. 나는 나일 강에 갤리선을 정박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였소. 그리고 모든 망루에 정찰병을 보냈소. 그러나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아름다운 이집트 들판을 약탈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잡아갔으며 남자들을 죽였소. 비명 소리가 마을까지 들렸소. 사람들이 듣고 도우러 달려왔소. 새벽이 되자 평원은 발굽으로 가득 찼소. 병사들과 말들, 그리고 번쩍이는 청동 무기들이었소. 그때 천둥을 사랑하는 상제께서 내 병사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셨소. 참혹한 공포였소.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했고, 사백 명 중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였소. 날카로운 청동 칼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다른 이들은 노비로 팔려갔소. 그러나 그들은 나를 만난 드메토르라는 키프로스 왕에게 넘겨 주었소. 나는 키프로스 출신이오. 이것이 내 비극적인 이야기이오.”
안태우가 대답하되,
“어떤 신이 이런 재앙을 내려 우리 잔치를 망쳤단 말인가? 저기서나 있어라, 내 식탁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 아니면 꺼져 버려라! 이집트에서 죽거나 키프로스에서 노비가 되든가! 뻔뻔스러운 거지 자식아! 우리에게 와서 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대접해 주는구나. 우리는 가진 것이 많고, 사람들은 남의 재산을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아니하느니라.”
재치 있는 오지수는 그에게서 물러서며 이르되,
“잘생긴 바보 같으니! 네 집에서 소금 한 알도 안 줄 주제에 남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 성대한 연회에서 빵 부스러기 하나 내게 주지 않겠다니!”
안태우는 격분하여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더 이상 못 참겠도다! 나를 모욕하다니? 품위 있게 떠날 기회를 놓쳤구나!”
그는 의자를 들어 오지수의 오른쪽 어깨, 등 쪽으로 던졌도다. 그러나 오지수는 쓰러지지 않고 돌처럼 굳어 서서 고개를 흔들며 말없이 복수를 생각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돌아가 문턱에 앉아 음식으로 가득 찬 자루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이르되,
“이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제가 할 말이 있나이다. 사람들이 소나 양 같은 자기 소유물을 위해 싸울 때는 상처를 입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이다. 그러나 안태우는 제가 배고픈 채로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저에게 상처를 입혔나이다. 굶주림은 인간에게 그토록 큰 고통을 가져다주나이다. 만약 가난한 자들의 신이나 복수의 여신이 있다면, 결혼 대신 그가 죽음으로 심판받기를 바라나이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입 다물거나 꺼져라! 계속 떠들면 우리 젊은이들이 네 손발을 잡고 궁궐을 끌고 다니며 산 채로 가죽을 벗길 것이로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안태우를 끈질기게 질책하되,
“가엾은 늙은 거지를 때려서는 안 됐소! 만약 그가 하늘에서 온 신으로 밝혀진다면 큰일 날 것이오! 신들께서는 누가 신성한 법을 어기는지, 누가 선한지 알아보기 위해 이방인이나 낯선 사람으로 변장해서 마을에 온단오하기도 한단오이오!”
안태우는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였도다. 그 일격은 태명의 마음속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으나,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복수를 생각하였도다.
연로비는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모든 노비들에게 이르되,
“아로왕 신이 안태우를 거지처럼 쏘아 죽이기를 바라네!”
그러자 늙은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소! 그들 중 누구도 새벽이 왕좌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오.”
연로비가 이르되,
“여보,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해요. 안태우가 제일 악랄해요. 그는 죽음과 같아요. 어떤 불쌍한 늙은 나그네가 궁핍해서 이 집에 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도와 자루를 채워 주었는데, 안태우가 그의 어깨에 발판을 던졌어요.”
그녀는 오지수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시녀들과 함께 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그러고 나서 돼지치기를 불렀느니라.
“에우마이오스여! 그 나그네를 내게 오게 하여 내가 그를 맞이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오지수에 대해 듣거나 본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하시오. 그 나그네는 먼 길을 온 것 같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폐하, 이 사람들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니이다. 저는 그를 사흘 밤낮으로 제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배에서 도망쳐 나와 제 집에 먼저 왔나이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는데,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나이다. 마치 신의 축복을 받아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가수처럼—사람들은 그가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보나이다—그의 이야기는 저를 매료시켰나이다. 그는 오지수와 자신이 조상 대대로 오랜 친구 사이라고 말하나이다. 그는 미노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살았는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험난한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하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아직 살아 있고, 이 근처 풍요로운 테스프로토스 땅에 있으며, 보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나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그를 불러 오소서. 그가 직접 내게 말하게 하소서. 구혼자들은 우리 집 안이나 문 앞에서 흥청망청 놀고 있소. 분위기가 아주 흥겹소. 그들의 집에는 맛보지 못한 음식과 포도주가 가득하고, 하인들은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소. 그러면서도 그들은 매일 우리 집에 몰려와 소, 양, 염소를 잡고 마음껏 잔치를 벌이며 우리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우리 재산은 텅 비었소. 오지수처럼 이 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여기 없소. 그러나 오지수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와 그의 아들은 곧 그들의 폭력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오.”
태명이 크게 재채기를 하자 그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도다. 연로비는 웃으며 에우마이오스에게 이르되,
“저 낯선 사람을 불러 오소서! 내 아들이 방금 내가 한 말에 재채기를 하였소. 들었소? 그건 모든 구혼자들에게 죽음의 징조요. 이제 아무도 그들을 파멸에서 구할 수 없소. 그러나 잘 들어 보소서. 만약 저 낯선 사람이 진실을 말한다면,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오지수 곁으로 가서 섰도다. 그의 말에는 날개가 달렸느니라.
“나리, 태명의 어머니인 연로비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남편에 대해 묻고 싶어 하시나이다. 만약 당신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한다면, 그녀는 알게 될 것이니, 옷을 얻게 될 것이오. 당신에게는 옷이 절실히 필요하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음식을 구걸할 수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당신에게 음식을 줄 것이오.”
강인한 의지의 오지수는 이렇게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연로비에게 곧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할 것이로다. 오지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니라. 우리도 고통을 함께 겪었으니 말이로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구혼자들 때문에 몹시 불안하니라. 그들의 공격성은 하늘을 깎아내리는 것 같도다. 방금 전에도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뭔가를 던져서 다쳤느니라. 태명도, 다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니 연로비에게 아무리 간절히 원하더라도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으라고 전해라. 해질녘이 되면 가까이 와서 불 옆에 앉아 남편의 귀향길에 대해 물어보라고 해라. 내 옷이 더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아니하느냐. 내가 도움을 청하러 처음 온 사람이 너였으니 말이로다.”
돼지치기는 돌아섰도다. 문턱을 넘자 날카로운 연로비가 이르되,
“그 여행자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오? 무슨 문제라도 있소? 너무 겁이 많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이오? 집 없는 사람이 그런 수치를 당할 수는 없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의 말은 상식적인 것이니이다. 그는 구혼자들을 피하고 싶어 하나이다. 그들은 공격적이니이다. 그는 해 질 때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라고 하나이다. 왕비님,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니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적어도 그 낯선 사람은 바보가 아니오. 저 사람들처럼 깡패 같은 놈들은 전에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하오.”
돼지치기는 구혼자 무리에게 돌아가 태명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였도다.
“친구여,” 그가 이르되, “나는 가서 돼지들과 당신의 모든 재산, 그리고 나의 재산을 지켜야 하나이다. 모든 것을 잘 돌보되,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지키소서. 다치지 마소서. 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우리를 해치기 전에 그들을 모두 없애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먼저 식사를 하고 가소서. 새벽에 먹을 동물을 가지고 돌아오소서. 나머지는 저와 신들에게 맡기겠나이다.”
그러자 에우마이오스는 의자에 앉아 먹고 마신 후,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 찬 궁전을 떠나 돼지들에게로 돌아갔도다. 이미 늦은 오후였고, 음악과 춤이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느니라.
==제18권 두 거지==
이에 이탁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이탁도는 탐욕으로 악명이 높았도다. 그는 끊임없이 먹고 마셔서 살은 쪘으나 허약하였고, 싸울 기력도 없었느니라. 그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지어 준 이름은 아르나이오스였으나, 젊은이들은 그를 심부름꾼이었기에 이루스라고 불렀도다.
이제 이 남자는 오지수를 그의 집에서 쫓아내려 하며 저주를 퍼붓되,
“저리 가라, 늙은이여! 나가거라! 그렇지 아니하면 발로 끌어내 버리리라! 구혼자들이 눈짓하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 보이지 아니하느냐? 이는 나에게 창피한 일이로다. 당장 너를 일으켜 세우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싸우리라!”
오지수는 그를 노려보며 이르되,
“어리석은 놈아! 나는 너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너를 험담한 것도 아니니라. 다른 거지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여 질투할 것도 없느니라. 그가 얼마나 많이 받든 상관없도다. 이 문은 우리 둘 다 지나갈 수 있느니라. 모든 재물을 독차지하지 말라. 네 것이 아니니라. 너도 나처럼 집 없는 사람 같구나. 신들께서는 모든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시느니라. 나를 자극하여 싸우게 하거나 화를 내게 하지 말라. 나는 늙었으나 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러면 내일은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니라. 너는 다시는 오지수의 궁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로다.”
방랑자 이루스는 격분하여 이르되,
“이 탐욕스러운 돼지 같은 놈이 마치 늙은 여인이 오븐을 닦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구나! 내가 저놈을 때려눕히고, 두 주먹으로 후려치고, 농부들이 농작물을 망치는 돼지의 어금니를 뽑아내듯이 이빨을 뽑아버리리라! 각오하라! 사람들이 지켜보게 놔두자. 어찌 감히 나보다 어린 놈과 싸움을 걸 생각을 하는 것이냐?”
궁궐 문턱에서 그들의 격렬한 적개심은 극에 달하였도다. 성스러운 군주 안태우는 싸움을 부추기며 껄껄 웃으며 구혼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처럼 멋진 구경거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처음이로다. 신이시여, 이 두 사람이 싸움을 벌일 태세로다. 자, 어서 부추겨 보자!”
그들은 모두 웃으며 벌떡 일어나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들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안태우가 그들에게 이르되,
“잘 들으라, 구혼자들아! 저녁 식사로 기름과 피를 가득 채운 염소 위를 불에 굽고 있느니라.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는 이것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가도록 하라. 그러면 그는 앞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식사할 수 있고, 우리는 다른 거지는 우리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리라.”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도다. 전략가 오지수는 그들을 속이며 이르되,
“친구들이여, 나처럼 늙고 고통에 지친 사람이 젊은이와 싸울 수는 없나이다. 굶주림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매를 맞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하나이다. 그러나 맹세코 이루스를 도와 나를 주먹으로 때려 패배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소서.”
모두 그의 말대로 맹세하였도다. 성스러운 왕자 태명이 이르되,
“손님, 당신의 용감한 마음이 이 도전자와 싸우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소서. 당신을 때리는 자는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니이다. 나는 당신의 주인이니이다.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도 현명하니 나와 같은 생각이니이다.”
모두 동의하였고, 오지수는 누더기 옷을 벗어 허리에 묶었도다. 그러자 우람한 허벅지와 어깨, 거대한 가슴과 튼튼한 팔이 드러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의 곁에 서서 백성의 목자로서의 자답게 그의 힘을 더해 주셨도다. 모든 구혼자들은 어안이 벙벙해하며 이르되,
“이는 이루스의 최후를 의미하는구나! 자업자득이로다! 저 늙은이의 누더기 아래에 숨겨진 근육이라니!”
이루스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으며, 그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도다. 그러나 하인들은 그에게 튜닉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라고 재촉하였으며, 그는 온몸을 떨었느니라. 안태우가 이르되,
“하하, 잘난 척하는구나! 고통에 지친 늙은이를 그렇게 두려워하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만약 저 자가 너를 이겨서 자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너를 배에 태워 그리스 본토의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버리리라. 그는 무자비한 청동으로 네 코와 귀를 자르고, 그다음엔 네 성기를 잘라내어 날것으로 개들에게 먹일 것이로다.”
이 말은 이루스의 떨림을 더욱 심화시켰도다. 링으로 호송된 그는 일어섰으며, 두 사람은 주먹을 치켜들었느니라. 온갖 모욕을 견뎌 낸 오지수는 이루스를 죽일 정도로 세게 때릴지, 아니면 가볍게 쳐서 쓰러뜨릴지 고민하였도다. 구혼자들이 눈치챌지도 모르니 가볍게 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였느니라.
마침내 둘은 주먹을 주고받았도다. 먼저 이루스가 오지수의 어깨를 쳤으며, 오지수는 이루스의 귀 아래 목을 주먹으로 쳐서 턱뼈를 부러뜨렸느니라. 입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고, 이루스는 신음하며 이를 악물고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웃다가 쓰러졌느니라.
오지수는 이루스의 발을 붙잡고 성문을 통해 안뜰로 끌고 나와 담벼락에 기대어 세웠도다. 그는 이루스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 주며 이르되,
“거기 앉아서 개와 돼지를 쫓아내라! 이 쓸모없는 놈아! 손님과 거지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렇지 아니하면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할 것이로다!”
그런 다음 그는 누더기 자루를 집어 어깨끈으로 메고 다시 문 옆에 앉았도다. 구혼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잔을 들며 이르되,
“모든 신들과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저 탐욕스러운 돼지 이루스는 가는 곳마다 기생충처럼 살찌워 댔도다. 네가 그를 막아 준다면 우리는 그를 대량 학살의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리라.”
오지수는 이 길조를 듣고 기뻐하였도다. 안태우는 피와 기름으로 가득 찬 커다란 염소의 위를 그의 앞에 내놓았으며, 암피노무스는 빵 바구니 두 개와 금으로 된 포도주 잔을 내어 그를 맞이하였느니라.
“선생님, 저희 집에 묵어 주소서.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나, 앞으로는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오지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하되,
“암피노무스여, 자네는 자네 아버지인 둘리키움의 니수스처럼 총명해 보이는구나. 그의 부와 뛰어난 지략, 그리고 자네가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느니라. 자네는 말솜씨도 좋도다. 내 말을 잘 들어 보라. 땅 위를 살고 숨 쉬고 기어 다니는 모든 생물 중에서 우리 인간은 가장 약하니라. 신들께서 우리에게 행운을 내려 주시고 다리가 날렵하고 유연할 때는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 신들께서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주실 때는 그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 내야 하느니라. 우리의 기분은 상제께서 매일 내리시는 시련에 달려 있도다. 나도 한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라고 여기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느니라. 그러나 형제들과 아버지의 사주를 받아 폭력과 권력 남용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도다. 누구도 옳은 것을 외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사람은 신들께서 무엇을 주시든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구혼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는지 보라. 재산을 낭비하고 곧 죽게 될 자의 아내를 존중하지도 아니하니 말이로다. 그는 곧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아주 곧! 신들께서 너를 집으로 인도하여 그가 돌아올 때 마주치지 않도록 하노라. 그가 이 연회장에서 구혼자들과 마주치면 피가 흐를 것이니라.”
그는 신들에게 달콤한 포도주를 바치고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암피노무스에게 건네었도다. 암피노무스는 잔을 받아들고는 마음이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집안을 서성였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위험을 감지하였으나, 그는 살 운명이 아니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가 강한 창을 든 태명에게 패배하도록 저주를 내리셨느니라. 암피노무스는 전에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도다.
회색 눈을 번뜩이는 지혜낭자께서는 생각에 잠긴 연로비에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셨도다. 구혼자들이 그녀를 보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욕망이 돛처럼 펼쳐지게 하고, 그러면 그녀의 아들과 남편이 그녀를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웃으며 하녀에게 이르되,
“에우리노메야, 내게 새로운 욕망이 생겼도다. 비록 내가 그들을 미워하나, 구혼자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도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충고도 해 주고 싶은데, 그 오만한 남자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함이로다. 그들은 말솜씨는 좋으나 속셈은 나쁘니라.”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얘야,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그러나 얼굴에 얼룩덜룩한 것이 묻은 채로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러 나가지 말고, 몸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느니라. 영원히 슬퍼할 필요는 없도다. 아들도 이제 다 컸도다. 너는 항상 신들에게 아들이 수염을 기른 어른이 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느니라.”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에우리노메야, 당신이 저를 걱정해 주시는 것은 알지만, 몸을 깨끗이 씻고 기름을 바르라고는 하지 마소서. 남편이 텅 빈 배를 타고 떠난 날, 신들께서 제 아름다움을 망쳐 놓으셨나이다. 가서 제 여종들인 히포다메이아와 아우토노에를 불러 주소서. 그들이 저와 함께 홀로 들어와야 하나이다. 저는 남자들을 혼자 만나러 가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니이다.”
그래서 노파는 가서 소녀들을 불렀도다. 지혜낭자의 눈은 계획으로 빛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하셨고, 연로비는 침대에 누워 관절이 이완된 채 잠이 들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신과 같은 힘을 주어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깜짝 놀라도록 만드셨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녀의 얼굴에 아프로디테가 은총의 여신들과 춤을 추기 전에 머틀 화관을 쓰고 화장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더하셨으며, 또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키를 크게 만드셨고, 피부는 상아보다 더 하얗게 만드셨도다.
여신이 떠나자 소녀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에 여왕은 잠에서 깼느니라. 그녀는 뺨을 만지며 이르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잠이 나를 감쌌도다. 아림 여신이 지금 당장 내게 고통 없는 죽음을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잘했던, 아카이아인 중 최고였던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내 삶을 허비하고 있느니라.”
그녀는 위층의 햇살 가득한 방에서 내려왔으며, 두 노비가 그녀와 함께 갔도다. 그녀는 구혼자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중앙 기둥 옆에 서서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렸느니라. 두 충실한 노비는 그녀의 양옆에 섰도다.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렸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그녀와 동침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느니라.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 태명에게 말을 걸되,
“태명아,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로다. 어렸을 때는 분별력이 있었으나, 이제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니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도다. 외국인이라도 금방 알아볼 정도이니라. 그런데도 판단력이 흐려졌도다. 손님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 집에 온 낯선 사람이 저렇게 모욕을 당하면 어쩌겠느냐? 자네는 망신을 당할 것이고, 명예가 실추될 것이로다!”
태명은 계산된 어조로 대답하되,
“어머니, 화내시는 것을 이해하나이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옳고 그름을 아나이다. 예전에는 아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나이다. 그 악랄한 구혼자들이 자꾸만 제 마음을 흔들고, 제 편은 아무도 없나이다. 낯선 남자와 거지 이루스의 싸움은 그들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아니하였나이다. 낯선 남자가 훨씬 강하였나이다. 아버지 상제시여! 아로왕이시여! 지혜낭자시여! 우리 집의 구혼자들이 모두 매를 맞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집 안의 남자든 밖에 있는 남자든 모두 그렇게 하소서. 이루스처럼 문 밖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술에 취한 듯 서 있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소서. 그의 몸은 너무 허약하나이다.”
그러자 에우리마코스가 입을 열어 이르되,
“오, 연로비 여왕이시여! 위대한 이카리우스의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시여! 만약 모든 그리스인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당신의 집에는 훨씬 더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들 것이니이다. 아름다움과 체격, 그리고 균형 잡힌 마음씨에 당신만큼 뛰어난 여인은 없기 때문이니이다.”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아니요, 불멸의 신들께서 이백오십 년 전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향하던 날, 제 외모를 망쳐 놓으셨나이다. 제 남편 오지수 또한 그들과 함께 갔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명예와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슬픔에 짓눌려 있나이다. 어떤 악령이 제게 온갖 고통을 안겨 준 것 같나이다. 남편이 이탁도를 떠날 때, 제 손목을 잡고 오른손을 쥐고 이르되, ‘여보, 우리 갑옷 입은 그리스인들이 모두 토래성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소. 토래성 사람들은 화살과 창에 능하고, 빠른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런 전차는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하더이다. 어떤 신이 저를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르고, 아니면 토래성에서 포로로 잡힐지도 모르오. 저도 모르겠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하오. 부모님은 지금보다, 아니 제가 떠난 지금 더욱더 잘 보살펴 드려야 하오. 그리고 우리 아들 수염이 다 자라면, 당신은 아무 남자와 결혼해야 하오. 당신이 선택하고 집을 떠나시오.’ 이것은 내 남편의 말이었도다. 때가 왔느니라. 결혼해야 할 밤이 다가왔도다. 끔찍하도다! 저주받았구나! 상제께서 내 행복을 빼앗아 가셨느니라. 또 다른 쓰라린 생각이 나를 짓누르느니라. 이렇게 품위 있는 여자, 그것도 부잣집 아내에게 구애하며 그녀의 손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들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찐 양과 소를 가져와야 하고, 좋은 선물을 주어야 하느니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먹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견뎌 온 오지수는 아내가 몰래 선물을 준비하고 예쁜 말로 그들을 매혹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도다. 아내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말이로다. 안태우가 이르되,
“현명한 연로비여, 그리스인들이 가져오는 선물은 모두 받으소서.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이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중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 농장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아니할 것이니이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하인들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도다. 안태우는 순금 브로치 열두 개가 박힌 화려한 수놓은 옷을 가져왔으며, 에우리마코스는 햇빛처럼 반짝이는 호박 구슬이 박힌 정교한 금 목걸이를 선물하였느니라. 두 노비는 에우리다마스에게서 귀걸이를 가져왔는데, 아름답게 반짝였고 각각 열매처럼 생긴 세 개의 송이가 달려 있었도다. 피산더의 노비는 정교하게 만든 아름다운 초커를 가져왔으며, 모든 구혼자들이 각기 다른 선물을 주었느니라. 왕비는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노비들은 화려한 선물들을 들고 갔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춤을 구경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해 돌아왔으며, 그들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즐거워하였도다. 그들은 잘 말린 나무와 갓 자른 나무를 섞어 큰 홀 전체를 밝히기 위해 세 개의 화로를 켰느니라. 인내심 많은 오지수의 여종들이 돌아가며 화로에 불을 붙였도다.
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르되,
“여종들아! 너희 주인 오지수는 오래전에 떠났느니라. 돌아가서 왕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해 주어라. 실을 잣거나 양털을 빗어라. 나는 이 사람들에게 불을 밝혀 줄 수 있느니라. 만약 그들이 밝은 새벽이 아름다운 왕좌에 앉을 때까지 여기에 머물기로 한다면, 나는 굴복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강하니라.”
그러자 소녀들은 서로를 힐끗힐끗 보며 낄낄거렸도다. 돌리우스의 딸인 예쁜 멜란토는 연로비 왕비의 손에서 자라 장난감을 받고 친딸처럼 대접받았으나, 멜란토는 연로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에우리마코스와 동침하였느니라. 그녀는 오지수를 모욕하고 조롱하기 시작하되,
“가엾은 늙은 이방인아! 미쳤구나! 대장간이나 공동 대피소에서 자고 싶지도 않았으면서, 여기 와서 남자들 무리 앞에서 거만하게 떠들어대다니! 무섭지도 아니하냐?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간 것이냐, 아니면 늘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하는 것이냐? 이루스를 이긴 것이 너를 미치게 만든 것이냐? 그 거지 자식 때문에? 조심하라, 곧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 네 얼굴을 후려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 집에서 쫓겨나게 할지도 모르느니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이 비열한 년아! 곧 태명에게 가서 네 말을 다 일러줄 터이니! 그러면 태명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로다!”
그 말에 여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으며, 그들은 오지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집 안 곳곳으로 흩어졌도다. 오지수는 화로 옆에 서서 불을 계속 밝히며 모든 구혼자들을 바라보았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곧 실행될 계획을 세웠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통이 자리 잡기를 바라셨으며,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도록 부추기셨느니라.
에우리마코스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려고 조롱하되,
“자, 구혼자들아! 내 직감으로는 이 남자는 어떤 신의 뜻에 따라 오지수의 집에 온 것 같소. 등불 아래에서 그의 머리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완전히 대머리라서 그런가 보군!”
그러고 나서 그는 돌아서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묻되,
“나그네여, 내가 사람을 고용한다면,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나를 위해 일하겠소? 당신이 키 큰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을 수 있다면, 분명히 보수를 받을 것이고, 나는 당신에게 일 년 내내 식사와 옷, 신발까지 제공해 줄 것이오. 그러나 자네는 악행에만 능숙하오. 일할 의지도 없고, 구걸하며 돌아다니면서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는 것만 좋아하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에우리마코스여, 봄날, 해가 길어지는 초원에서 우리 둘이 낫질 시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너처럼 완벽한 곡선의 낫을 갖고 있겠지. 풀도 무성하고, 우리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의 솜씨를 겨뤄 볼 수 있을 것이로다. 아니면 잘 먹고 잘 자란, 힘도 좋고 쟁기질하는 힘도 똑같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좋은 땅 사 에이커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반듯한 고랑을 만들 수 있는지 네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상제 신께서 내일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신다면, 내가 청동으로 만든 창 두 자루와 방패, 투구를 쓰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습을 네가 보게 될 것이로다. 그때는 내 배를 향해 욕설을 퍼붓지 못할 것이니라. 너는 공격적인 척하고, 천민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러나 만약 오지수가 나타난다면, 꽤 넓은 문들이 도망치려 애쓰는 동안에는 너무 좁게 느껴질 정도일 것이로다.”
분노에 찬 에우리마코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 비열한 거지 자식아! 우리 모두 앞에서 잘난 척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겁먹어야지! 술에 취해서 멍청해진 것이냐, 아니면 늘 헛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냐? 아니면 거지 이루스를 이겼다고 우쭐대는 것이냐!”
그러고는 오지수에게 발판을 던졌도다. 오지수는 두려움에 떨며 암피노무스 뒤로 숨었으며, 발판은 술을 따르던 노비 소년의 오른손에 맞았고, 술병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느니라. 소년은 먼지 속에 쓰러져 신음하였도다. 구혼자들의 외침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느니라.
“이 외국 떠돌이가 여기 오기 전에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지들과의 시비 때문에 연회가 망쳐지고 있구나! 즐거운 저녁을 망치고 있도다! 이 어리석은 소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구나!”
태명이 위엄 있게 이르되,
“존경하는 영주님들이여!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니이다. 아마도 너무 잘 드셨거나, 아니면 어떤 신이 여러분을 감동시키신 것 같나이다. 이제 저녁 식사는 끝났으니, 편하실 때 집으로 돌아가 주무소서. 제가 여러분을 쫓아내지는 아니하겠나이다.”
그들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놀라 입술을 깨물었도다. 니수스의 유명한 아들이자 아레티아스 신의 손자인 암피노무스가 그들 모두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그가 한 말은 옳으니 아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느니라. 낯선 사람이나 위대한 오지수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을 학대하지 말라. 소년이 잔에 포도주를 채우도록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자. 태명이 그 낯선 사람을 돌볼 것이니라. 어쨌든 그 거지는 그의 집에 온 것이니라.”
그들은 동의하였도다. 암피노무스가 둘리키움에서 데려온 노비 몰리우스는 그들 모두를 위해 포도주를 섞어 나눠 마셨느니라. 그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운을 북돋는 포도주를 홀짝였으며, 충분히 마신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제19권 여왕과 거지==
오지수는 홀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죽일 계책을 세웠다. 말이 빠르게 오가니,
「태명아, 무기를 가져와 숨겨야 한다. 구혼자들이 무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너에게 묻더라도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 내도록 하라. ‘그을음 때문에 무기가 손상되었다. 오지수 왕이 토래성으로 떠날 때에는 무기의 금속이 반짝거렸으나, 지금은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보관하였다. 또한 어떤 영이 내게 경고하기를, 너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다투면 서로 다치게 되어 연회와 구혼에 먹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기는 사람을 싸움으로 이끌 수 있다.’」
태명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였다. 그는 명숙를 불러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무기를 창고로 옮기는 동안 여인들은 방에 가두어 두어라.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떠나신 후로 무기가 더러워졌다. 연기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
자애로운 유모가 대답하되,
「얘야, 네가 집안일을 모두 맡고 재산을 잘 지키면 좋겠다. 누가 횃불을 가져와야 하겠느냐. 노비들은 네 앞에 걸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아니하였더냐.」
오지수가 이르되,
「이 낯선 사람이 하겠노라. 내 빵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멀리서 왔더라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하느니라.」
유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홀 안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오지수와 그의 총명한 아들은 벌떡 일어나 투구와 징 박힌 방패, 뾰족한 창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황금 등불을 들고 그들 곁에 서서 장엄한 빛을 비추었다.
태명이 말하되,
「아버지, 제 눈이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궁전의 벽과 아름다운 전나무 서까래와 가로대, 그리고 높은 기둥들이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옵니다. 하늘에서 어떤 신이 이 집에 계신 것이 틀림없나이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쉿, 더 이상 질문하지 마라. 생각을 정리하라. 이것이 오림산의 신들이 하는 일이다. 자, 이제 자러 가라. 나는 여기 남아서 여종들과 네 어머니를 괴롭히고, 울게 만들고, 내게 질문하게 할 것이다.」
태명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로 밝혀진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갔다. 잠이 들었고, 그는 새벽까지 그곳에 누워 있었다. 오지수는 복도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어떻게 없앨지 계속 모의하였다.
그때, 정신이 맑아진 왕비가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방에서 내려왔다. 노비들이 그녀가 늘 앉던 의자를 불 옆으로 끌어왔다. 그 의자는 이크말리우스가 상아와 은으로 상감 세공한 것으로, 발받침까지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커다란 양털이 의자 위에 깔렸고, 연로비는 생각에 잠긴 채 앉았다.
팔이 하얀 노비 소녀들이 와서 빵 더미와 탁자, 그리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마셨던 잔들을 치웠다. 그들은 화로의 불씨를 바닥에 던지고, 불과 온기를 위해 화로 안에 새 장작을 쌓아 올렸다.
이때 멜란토가 오지수를 다시 꾸짖되,
「이봐, 낯선 사람아. 밤에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 여인들을 엿보고 계속 문제를 일으킬 셈이냐. 나가라, 이 부랑자야.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안 그러면 곧 횃불을 맞을 것이다. 어서 가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계산적인 말을 내뱉되,
「미쳤구나. 이 어리석은 아가씨야, 어찌하여 나에게 화를 내느냐. 내가 더럽고 누더기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한다고. 어쩔 수 없느니라. 노숙자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느니라. 나도 한때 집이 있었고, 부유하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거지들에게도 자주 베풀었지. 누구든 찾아오면 도와주고, 신분에 상관없이 말이다. 노비 소녀들도 많았고, 우리가 부라고 여기는 모든 것을 누렸다. 행복한 삶이었느니라. 상제가 내 인생을 망쳐 놓았다. 분명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아가씨야, 네 주인님이 화를 내거나 오지수가 오더라도 다른 노비 소녀들 사이에서 네가 가진 지위를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 수도 있으나, 만일 그가 죽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아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아폴론 신께 감사해야겠구나. 그는 여기 여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제 다 컸으니까.」
연로비는 경계심을 갖고 듣고 있다가 이제 노비를 꾸짖기 위해 입을 열되,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것아. 어찌 감히.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다 안다. 그 건방진 표정을 지워라. 내가 직접 말했듯이, 이 낯선 사람을 홀에 붙잡아 두고 남편이 실종된 것에 대해 캐물을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었지 아니하냐. 나는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고는 에우리노메에게 이르되,
「의자를 가져와서 방석을 놓아라. 이 낯선 사람이 앉아서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여인은 윤이 나는 나무 의자를 가져와 방석을 놓았다. 오지수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았고, 신중한 연로비가 대화를 시작하되,
「낯선 분이시여, 먼저 어떤 가문 출신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누구시며, 고향은 어디이옵니까.」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세상 어떤 인간도 당신을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영광은 하늘에까지 닿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법으로 강대한 백성을 다스리던 거룩한 왕의 딸임이 틀림없나이다. 그의 통치 덕분에 검은 땅에는 밀과 보리가 자랐고, 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했으며, 양들은 새끼를 낳았고, 바다는 물고기를 제공했으며, 백성들은 번성하였나이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으나, 제 가족이나 고향에 대해서는 묻지 마십시오. 그 기억은 제 마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슬픔에 잠긴 사람이옵니다. 남의 집에 앉아 슬퍼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이다. 노비들이나 심지어 당신조차도 제가 술에 취해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불멸의 신들이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던 날, 그리고 제 남편 오지수가 그들과 함께 떠났던 날, 제 힘과 아름다움을 없애 버렸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아름다움과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터이나, 지금 저는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저를 망쳐 놓은 것 같사옵니다. 사메, 둘리키움, 자킨토스 등 모든 섬의 영주들과 이탁도에 사는 사람들이 저에게 구애를 하고 있나이다. 저는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옵니다. 게다가 제 집안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나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자들을 상대할 수가 없나이다. 오지수가 너무 그리워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사옵니다. 구혼자들은 저를 결혼시키려 하나 저는 계략을 꾸미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제게 베틀에 베틀을 놓고 길고 고운 천을 짜라고 시켰나이다. 그래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오지수는 죽었으나, 제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 결혼을 청하지 말아 주소서’라고 말하였나이다. 라에르테스가 죽으면 수의를 입혀야 한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아르고스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얻은 사람이 수의 없이 누워 있다면 말이다. 그들은 동의하였나이다.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풀었나이다. 삼 년 동안 그들을 속였나이다. 오랜 시간과 날들, 그리고 달들이 흘러갔나이다. 그러다 사 년째 되던 해, 변덕스럽고 개 같은 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와서 나를 붙잡았나이다. 그러자 그들은 항의하며 소리쳤고, 나에게 수의를 완성하라 강요하였나이다. 이제 더 이상 꾀가 없고, 결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나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있고, 내 아들은 이 남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을 알고 질려 있나이다. 이제 그는 상제가 축복한 집을 관리할 능력이 충분히 생겼나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혈통을 밝혀야 하나이다. 당신은 동화처럼 바위나 나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라.」
속임수의 달인이 대답하되,
「위대한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의 아내시여, 어찌하여 자꾸 제 가족에 대해 묻나이까. 꼭 말해야 한다면 말하겠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제 모든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나이다. 저처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래도 당신이 묻는 것을 말해 드리겠나이다. 제 고향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비옥한 섬 크레타입니다. 그곳에는 구십 개의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셀 수도 없나이다. 언어도 섞여 있고, 아카이아인, 크레타 토착민, 그리고 장발의 도리아인과 펠라스기인들이 살고 있나이다. 그곳에는 상제의 측근이었던 미노스가 구 년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웅장한 도시 크노소스가 있나이다. 제 아버지는 그의 아들인 용감한 데우칼리온이었고, 그의 또 다른 아들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항해했던 이도메네우스였나이다. 제 이름은 아이톤이고, 저는 그의 동생이옵니다. 크레타에서 나는 오지수를 만나 그에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는 말레아에서 폭풍에 휘말려 토래성을 그리워하였으나 크레타로 오게 되었나이다. 그는 간신히 바람을 피해 암니소스의 에일레이티아 동굴 곁에 배를 정박하고 피난처를 찾았나이다. 그는 마을로 올라와 내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는데, 그는 오지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이도메네우스는 열흘 전에 토래성에 도착해 있었나이다. 나는 그와 그의 선원들을 안으로 맞아들여 극진히 환대하였나이다. 우리의 식량은 풍족하였고, 나는 백성들에게 보리와 적포도주, 그리고 도축할 황소를 가져오게 하여 그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나이다. 그 고귀한 그리스인들은 열두 날 동안 머물렀나이다. 강한 북풍이 불어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였나이다. 너무 강한 바람에 사람은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나이다. 분명 어떤 악령이 그들을 저주하려고 바람을 불러낸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셋째 날, 바람이 잦아들었고,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그의 거짓말은 진실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제피로스가 산봉우리에 흩뿌리는 눈처럼 녹아내렸다. 에우루스가 그 눈을 녹이면 강물이 불어나 다시 흐르는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뺨도 눈물로 범람하였다.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 울었다. 오지수는 마음속으로 슬픔에 잠긴 아내를 가엾게 여겼으나, 눈빛은 뿔이나 쇠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굳게 유지하였으며,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울다가 다시 입을 열되,
「나그네여, 당신이 말한 대로 내 남편과 그를 따라온 사람들을 당신 집에 맞아들였는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의 옷차림과 생김새,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어떠하였는지 묘사해 보시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부인,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그가 방문한 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옵니다. 벌써 이십 년이나 지났나이다. 그러나 제 기억 속의 모습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왕 오지수는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장포는 정교하게 조각된 금 브로치로 고정되어 있었고, 브로치에는 핀이 두 개씩 달려 있었나이다. 앞발에는 얼룩무늬 새끼 사슴을 꽉 물고 있는 개가 있었나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진 개가 어떻게 새끼 사슴을 물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새끼 사슴이 어떻게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 하는지 신기해하였나이다. 그의 흰색 튜닉은 마른 양파 껍질처럼 부드럽고 햇빛처럼 반짝였나이다. 많은 여인들이 그 옷에 감탄하였나이다. 그러나 그가 이 옷들을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선원이나 손님 친구가 배에서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나이다. 오지수는 그의 가치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많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나이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청동 검과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 그리고 술 장식이 달린 튜닉을 선물하였나이다. 그가 배에 오를 때 저는 그를 영광스럽게 배웅하였나이다. 그에게는 에우리바테스라는 시종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고, 검은 피부에 둥근 어깨,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그의 선원들 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아버지와 잘 맞았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은 그녀의 슬픔을 더욱 깊게 하였다. 그녀는 그가 증거로 남겨 둔 흔적들을 알고 있었기에 흐느껴 울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는 이르되,
「전에는 당신을 불쌍히 여겼으나, 이제 당신은 손님이자 존경받는 친구이옵니다. 당신이 말한 그 옷들을 제가 그에게 주었나이다. 창고에서 꺼내 접어서 브로치를 달아 주었나이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를 집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에빌리움이라는 마을로 떠났을 때 저주가 그 배에 실렸나이다. 그 마을 이름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나이다.」
그는 날카롭게 대답하되,
「폐하, 오지수의 아내시여, 아름다운 피부를 눈물로 더럽히고 남편을 애도하며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나이다. 어떤 여자라도 자식을 낳아 준 남편을 잃으면 슬퍼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 남편처럼 신과 같은 영웅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울음을 그치소서. 제 말을 들어보소서. 확실한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오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나이다. 그는 살아 있고, 이곳 근처 테스프로티아에 있나이다. 그는 온갖 고생 끝에 많은 보물을 모아 집으로 가져오고 있나이다. 그는 트린아키아를 떠날 때 배를 잃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치하였나이다. 태양신과 상제는 오지수의 부하들이 태양의 소떼를 죽였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하였나이다. 그래서 그 부하들은 모두 파도에 휩쓸려 죽었으나, 오지수는 키에 매달려 신들의 사촌인 페아키아인들의 땅에 표류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고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썼나이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에 왔어야 했으나, 더 많이 여행하고 더 큰 부를 축적하기로 결심하였나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윤을 잘 내는 사람이 바로 그이옵니다. 테스프로티아의 왕 페이돈이 제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나이다. 그는 제물을 바치며 이미 배가 진수되었고 선원들도 모두 준비되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맹세하였나이다. 그러나 페이돈은 먼저 제게 작별 인사를 하였나이다. 마침 그들의 배 한 척이 보리가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오지수가 얻은 보물을 제게 보여 주었는데, 그의 자손과 손자 손녀를 십 대에 걸쳐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양이었나이다. 페이돈은 오지수가 도도나로 가서 바스락거리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에게 상제가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장하고 돌아갈지 조언을 구하였다고 말하였나이다. 제가 말씀드리건대, 그는 무사하며 가까이에 있나이다. 그는 고향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오래 떠나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높고 위대한 신인 상제와 제가 피난처로 삼고 있는 화로에 맹세하나이다.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이 음력 달, 즉 초승달과 보름달이 차오르는 사이에 오지수가 올 것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당신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에게 즉시 보답을 하고,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행운을 알게 될 만큼 따뜻한 환대를 베풀겠나이다. 사실, 제 생각에는 오지수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아무도 당신을 정중하게 배웅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정중하게 배웅해 줄 주인이 여기 없나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자, 노비들아, 그를 씻기고 매트리스와 양모 담요, 깨끗한 새 시트를 깔아 침대를 만들어 새벽이 황금빛 왕좌에 오를 때까지 따뜻하게 해 주도록 하라. 그리고 목욕시키고 기름을 발라 내 아들 옆 홀 안에 앉히고 음식을 대접하라. 이 사람들 중에 누가 우리 손님을 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은 큰일 날 것이다. 아무리 분노해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그네여, 당신이 누더기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로 내 집에 갇혀 있었다면, 내가 다른 모든 여인들보다 총명하다는 증거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나이까. 인간의 수명은 짧지 아니한가. 만일 우리가 잔인하다면,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저주할 것이고, 죽은 후에는 조롱할 것이다. 고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하나이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이르되,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나는 흐리고 산이 많은 크레타 섬에서 노를 저어 나온 날부터 담요와 깨끗한 고급 침대 시트를 싫어하게 되었나이다. 나는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보냈던 것처럼, 거친 침상에 누워 밝은 새벽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발을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당신 집의 여종들이 내 발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다만 나와 같은 비통함과 슬픔을 겪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늙은 여종이 있다면, 그녀가 내 발을 만져도 괜찮을 것이다.」
연로비는 생각에 잠겨 이르되,
「손님, 말씀 참 좋으시옵니다. 이전에 외국에서 우리 집에 온 손님 중에 이렇게 꼼꼼하신 분은 없었나이다. 제게는 현명한 노부인이 한 분 계시는데, 제 남편을 키우신 분이옵니다. 갓난아기였던 남편을 처음으로 어머니 품에 안으셨지요. 몸이 많이 약하시나, 손님 발을 씻어 드릴 수는 있나이다. 자, 명숙여, 일어나서 주인님 동갑내기를 씻겨 드리렴. 오지수도 이제쯤이면 이렇게 늙고 주름진 발과 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고난을 겪으면 빨리 늙어버리느니라.」
늙은 노비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되,
「오, 얘야. 이제 나는 너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상제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미워하였지. 네가 그토록 신을 경외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어떤 인간도 천둥의 신에게 너처럼 많은 허벅지 뼈를 태우거나 그토록 많은 제물을 바치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편안한 노년을 맞이하고 아들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도하였지. 그런데 이제 너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 불쌍한 오지수가 이방 왕궁에 머물 때면, 이 못된 여인들이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여인 노비들이 그를 조롱하는 것 같구나. 너는 학대를 피하려고 씻겨 주기를 거부하였지.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가 나에게 너를 씻겨 주라 하였느니라. 마지못해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씻겨 주겠노라. 너는 내 마음을 움직이느니라. 자, 잘 들어 보렴. 많은 낯선 사람들이 이곳에 곤경에 처해 왔으나, 나는 몸과 목소리, 발걸음이 내 주인님과 그토록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느니라.」
그는 영리하게 대답하되,
「노파여, 우리 둘을 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많이 닮았다고 하나이다. 당신은 그 닮은 점을 알아차리신 예리하시구나.」
그러자 노파는 발을 씻는 데 쓰는 반짝이는 가마솥을 가져와 물을 가득 채웠다. 찬물을 많이 넣고 뜨거운 물은 조금 넣었다. 오지수는 난로 옆에 앉아 어둠을 향해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자신을 만지면 흉터를 느끼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노파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주인을 씻겨 주었다. 갑자기 그녀는 흉터를 느꼈다. 오래전 파르나소스 산에서 흰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가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그는 외가 사촌들과 할아버지인 고귀한 아우톨리쿠스와 함께 그곳에 갔는데, 아우톨리쿠스는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고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헤르메스는 그가 자신에게 많은 제물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이 재능을 주었다.
훨씬 이전, 아우톨리쿠스는 딸의 아기를 보러 이탁도에 갔는데, 명숙가 갓난아기를 할아버지 무릎에 앉히고 말하되,
「이제 손자의 이름을 지어 주소서. 이토록 바라던 아기의 이름을요.」
아우톨리쿠스는 부모에게 이르되,
「이렇게 이름을 지어 주시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미워한다. 그러니 아이의 이름을 ‘오지수’라고 지어 주시오.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면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그의 친정집으로 오게 하시오. 내가 그에게 보물을 주고 기쁨으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소.」
오지수는 자라서 선물을 받으러 그곳에 왔다. 그의 사촌들과 아우톨리쿠스는 그를 껴안고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넸다. 그의 할머니 암피테아는 덩굴처럼 그를 껴안고 그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춤하였다.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 지시하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여 오 년 된 황소를 데려와 가죽을 벗기고, 토막 내어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워 나누어 먹었고, 모두가 똑같은 양을 받았다. 그들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 온종일 잔치를 벌였다.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였다.
이른 새벽, 발그레한 손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과 개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오지수도 함께 갔다. 그들은 파르나소스 산의 가파르고 숲이 우거진 비탈길을 올라 바람이 휘몰아치는 골짜기에 이르렀다. 사냥꾼들이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 태양이 잔잔하게 흐르는 대양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개들은 발자국을 찾으며 앞서 달려갔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이 뒤따라왔고, 오지수는 개들 곁에 바짝 붙어 긴 창을 휘두르며 따라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멧돼지가 숨어 있었다. 그 은신처는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아 주었고,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곳도, 비도 들어올 수 없었다. 안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멧돼지는 발소리를 들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멧돼지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털을 곤두세우고 불꽃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들 옆에 섰다. 오지수가 먼저 달려들어 긴 창을 꽉 쥐었다. 그가 공격하려 하자 멧돼지가 먼저 무릎 위를 공격하였고, 옆으로 돌진하며 송곳니로 살점을 크게 뜯어 냈으나 뼈까지는 닿지 아니하였다. 오지수는 멧돼지의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혔고, 창은 그것을 꿰뚫었다. 멧돼지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졌다. 그의 생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은 분주히 움직여 위대한 오지수가 입은 상처를 능숙하게 싸매고, 주술로 검은 피를 멈추게 한 다음, 그를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는 값진 선물을 주고 곧바로 이탁도로 돌려보냈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그의 부모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상처를 어떻게 입었는지 물었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하얀 어금니에 다리를 찔렸다고 말하였다.
늙은 여종은 그의 다리를 잡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그 상처에 다가와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의 다리를 물통에 떨어뜨렸다. 물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자 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녀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그의 수염을 만지며 이르되,
「당신은 오지수시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나의 주인님이여. 다리를 만져 보기 전까지는 당신이신 줄 몰랐나이다.」
그녀는 연로비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남편임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연로비는 뒤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오지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속삭이되,
「유모여, 어찌하여 나를 해치려 하느냐. 당신은 내게 젖을 먹여 주었지 아니하냐. 이십 년 동안의 고통 끝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알아차렸구나. 신이 당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나 보구나. 침묵을 지켜라.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신이 나를 도와 구혼자들을 물리친다면, 당신도 예외 없이 죽일 것이다. 당신은 내 유모였으나 말이다.」
명숙는 계산적으로 대답하되,
「얘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 마음은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아니하느냐. 돌이나 쇠처럼 강인할 것이다. 약속 하나만 해 주마. 네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면 궁궐에서 누가 너를 모욕하는지, 누가 죄 없는지 알려 주겠노라.」
오지수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이르되,
「유모여, 어찌하여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냐.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겠노라. 이제 조용히 하라. 미래는 신들에게 맡기자.」
늙은 유모는 빨래물을 더 길어 오러 갔다. 남은 물은 모두 쏟아졌다. 유모는 오지수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고, 오지수는 다시 의자를 끌어당겨 불 옆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헝겊으로 흉터를 가렸다.
그리고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되,
「낯선 이여, 작은 질문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곧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달콤한 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낮에는 끊임없는 슬픔 속에서도 제 일과 시녀들의 일에 집중하나이다. 그러나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들면 저는 침대에 누워 울면서 고통에 압도당하나이다. 걱정과 슬픔이 제 마음을 가득 채우나이다. 마치 봄이 오면 창백한 회색 나이팅게일이 아름답게 노래하며, 나무에 무성한 잎들 사이에 앉아 제토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랑하는 아들 이틸루스를 애도하며 소리의 교향곡을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하게 청동으로 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 마음도 두 갈래로 갈라지나이다. 아들 곁에 남아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제 재산, 여종들, 그리고 큰 저택을 그대로 두어 아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까요. 내 남편의 침대와 사람들의 말에 신경 써야 할까요. 아니면 구혼자들 중 가장 괜찮고 선물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남편 집을 떠날 수 없었나이다. 남편이 허락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이제 아들이 다 커서 남편은 제가 떠나기를 재촉하나이다. 자기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사옵니다. 자, 제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꿈에서 거위 스무 마리가 강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기뻤나이다. 그때 뾰족한 부리를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산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거위들의 목을 부러뜨리고 죽였나이다. 저는 꿈속에서 엉엉 울었나이다. 여인들이 제 주위에 모여들었고, 저는 독수리가 제 거위들을 죽였다고 울었나이다. 그때 독수리가 다시 나타나 튀어나온 지붕 들보에 앉아 제 슬픔을 달래려고 사람 말로 말하였나이다. ‘연로비, 위대한 여왕이시여, 기운 내십시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꿈속에서 거위들이 구혼자들을 상징하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한때 독수리였으나 이제는 당신의 남편입니다. 저는 그들을 잔혹하게 처단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위들이 전처럼 여물통 옆에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지혜로운 것으로 유명한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되,
「여인이여, 그 꿈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낼 방법은 없나이다. 오지수 자신이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이미 말하였나이다. 모든 구혼자들의 파멸을 의미하나이다. 아무도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없나이다.」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는 이르되,
「낯선 이여, 꿈은 혼란스럽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꿈의 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뿔로,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나이다. 상아로 만든 문은 속임수로 가득 차 있고, 그 이야기는 거짓으로 끝나나이다. 윤이 나는 뿔로 만든 문을 통과하는 꿈은 이루어지나이다. 그러나 제 이상한 꿈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저와 제 아들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터이나 말입니다. 오지수의 집에서 저를 데려갈 운명의 날이 오고 있나이다. 저는 그의 도끼로 시합을 할 것입니다. 그는 도끼들을 배의 지지대처럼 일렬로 세워 놓고 멀리서 화살을 쏴서 열두 자루를 모두 꿰뚫었나이다. 저는 이 시합을 구혼자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활시위를 가장 빨리 당겨 열두 자루의 도끼를 모두 꿰뚫는 자가 저를 차지할 것이고, 저는 그를 따를 것입니다. 저는 이곳, 이 아름다운 집, 제 결혼 생활을 했던 이 집, 풍요와 삶으로 가득했던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는 꿈속에서라도 이 집을 기억할 것입니다.」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는 이르되,
「존경하는 아내여,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이 시합을 미루지 마십시오. 그들은 활을 다루느라 허둥대며 활시위를 당기거나 화살을 쏘기도 전에, 모든 것을 계획한 오지수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으니 이르되,
「손님, 만일 당신이 앉아서 저를 즐겁게 해 주신다면, 저는 절대 잠들고 싶지 않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깨어 있을 수 없나이다. 불멸의 신들이 필멸의 인간이 지상에서 하는 모든 일에 적절한 시간을 정해 놓으셨나이다.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제 침대에 누우겠나이다. 그 침대는 슬픔의 침대이옵니다. 남편이 에빌리움이라는,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마을로 떠난 후로 제가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나이다. 저는 거기에 누울 터이니, 당신은 이 집에서 주무시오. 바닥에 담요를 깔거나 노비들에게 침대를 만들어 달라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여종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울었고, 마침내 예리한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눈에 달콤한 잠을 안겨 주었다.
==제20권 마지막 연회==
오지수는 아직 손질하지 아니한 소가죽 위에 몸을 뉘이고, 구혼자들이 바친 양털을 쌓아 올렸다. 에우리노메가 두터운 담요를 덮어 주었으나, 그는 누워 있으면서도 잠들지 못하였다. 그 마음속에는 구혼자들을 어찌 죽일까 하는 깊은 계책이 가득 차 있었다.
이때 구혼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였던 여인들이 낄낄거리며 기뻐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 흩어지니, 오지수의 가슴은 분노로 타올랐다. 저들을 지금 당장 달려들어 모조리 베어 버릴까, 아니면 저 오만한 무리들로 하여금 이 밤을 무사히 보내게 둘까. 어미 개가 낯선 사내를 보고 새끼를 지키려 으르렁거리듯, 그의 심장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에게 이르되,
「내 심장이여, 더욱 굳세어라. 저 외눈박이 거인이 네 건장한 동료 스무 명을 잡아먹던 날, 너는 이보다 더한 시련을 겪었으되, 끝내 침착함을 잃지 아니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동굴을 빠져나오지 아니하였더냐. 그때 너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거늘.」
그의 심장은 굳건히 버티었으나, 몸은 마치 기름과 피로 가득 찬 소시지를 불 위에 돌리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부림쳤다. 거대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그는 소시지가 어서 익기를 갈망하듯, 홀로 수많은 구혼자들을 어찌 물리칠까 하여 밤새도록 고민하였다.
이때 지혜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머리맡에 나타나 이르되,
「불운한 사람이여, 어찌하여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있느냐. 이곳은 네 집이며, 안에는 네 아내와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들이 있지 아니하냐.」
영리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말씀하신 바가 모두 진실이로소이다. 그러나 저는 홀로 항상 떼 지어 다니는 저 건방진 자들을 어찌 공격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가장 큰 두려움은 이것입니다. 만일 여신과 상제께서 저를 도와 저들을 죽이신다 한들, 그 뒤에는 어찌하여야 하오리까. 어디로 도망쳐 그 벌을 피할 수 있사오리까. 부디 가르쳐 주소서.」
지혜의 여신이 눈을 번뜩이며 이르되,
「참으로 고집이 세구나. 범인들은 약한 필멸의 친구조차 믿거늘, 하물며 나는 여신으로서 네가 수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줄곧 너를 지켜 오지 아니하였더냐. 설령 우리가 매복을 당하여 우리를 죽이려는 오십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너는 빠져나와 그들의 양과 소를 훔치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이제 잠자리에 들라. 밤새도록 경계를 서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라. 머지않아 너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오지수영.」
이렇게 이르고 여신은 그의 눈에 잠을 흠뻑 부어 준 뒤 오림산으로 날아갔다. 잠이 그를 감싸 안아 긴장을 풀고 근심을 잊게 하였다.
한편 그의 충실한 아내는 잠 못 이루어 부드러운 베개에 기대어 앉아 울고 있었다. 흐느낌이 잦아들자 그녀는 기도를 올리되,
「오 아림여, 위엄 있는 여신이시여, 상제의 따님이시여. 부디 제 심장에 화살을 꽂아 지금 당장 저를 죽이시거나, 혹은 바람 한 줄기가 저를 휩쓸어 안개 낀 구름 너머로 데려가 대양의 물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날려 보내 주시옵소서. 마치 신들이 판다레우스의 딸들을 죽이고 고아로 남겨 둔 뒤, 산들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프로디테는 그들을 도와 꿀과 치즈와 부드러운 포도주를 주었고, 헤라는 다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움과 지혜를 주었으며, 아림는 그들의 키를 크게 하였고, 지혜의 여신은 모든 수공예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뒤 아프로디테가 오림산으로 올라가 천둥의 신 상제께 소녀들에게 좋은 혼인을 허락해 달라 청하였으나, 하르피아들이 그들을 납치하여 잔혹한 복수의 여신들을 섬기게 하였나이다. 신들이 저를 그들처럼 멸망시키소서. 아니면 아림여, 저를 죽여 주소서.」
오지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찮은 남편을 기쁘게 해 주고 싶지 아니하다. 온종일 슬픔에 잠겨 울다가 밤에 잠들면 모든 것을 잊는다면 그 고통은 견딜 만하거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악몽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어젯밤에는 전쟁터로 떠날 때의 그 남자와 똑같은 이가 제 곁에 누워 있었나이다. 제 마음이 기쁘더니, 꿈이 아니라 환상 같았나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황금빛 새벽이 밝아 왔다. 오지수는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아내가 자기 머리맡에 서 있는 줄 알고, 벌써 자신을 알아본 줄로 여겼다. 그는 잠잘 때 덮었던 장포와 양털을 가져와 궁궐 안 의자에 놓고, 소가죽은 밖으로 내어 안뜰에 둔 뒤 팔을 들어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여, 신들이여. 당신들이 나를 일부러 육지와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데려오셨고,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겨 주셨다면, 집 안에서 누군가 길조의 말을 전하게 하시고, 상제여, 밖에서도 또 다른 징조를 보여 주소서.」
지혜의 신 상제가 그의 말을 듣고 구름 위 높은 오림산에서 천둥을 쳤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이때 근처 집 안에서 밀을 빻는 여인이 길조의 말을 하였다. 열두 명의 노비가 왕을 위해 밀과 보리를 빻는 맷돌을 돌리고 있었는데, 나머지 노비들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고, 가장 약한 노비 한 명만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맷돌을 멈추고 말하되,
「상제여, 신들과 인간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을 치셨으니, 이는 누군가를 위한 징조이옵니다. 불쌍한 노비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오늘이 구혼자들이 이 늙은 왕궁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마지막 날이 되게 하소서. 그들을 위해 곡식을 빻는 고된 노동 때문에 무릎이 쑤십니다. 부디 오늘이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이 징조와 상제의 천둥소리는 주인을 기쁘게 하였고,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였다.
다른 여인들이 모여 화로에 불을 지피니, 신과 같은 태명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칼을 등에 맸다. 기름칠을 잘한 발에 샌들을 신고 날카롭고 튼튼한 청동 창을 들었다. 문턱에 서서 명숙를 부르되,
「유모여, 손님들을 잘 대접하여 식사도 대접하고 편안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느냐, 아니면 그냥 방치해 두었느냐. 어머니답구나. 어머니는 영리하시나 제멋대로 행동하시는구나. 원치 않는 손님은 극진히 대접하면서, 좋은 손님은 무례하게 쫓아내시는구나.」
유모가 재치 있게 대답하되,
「얘야, 지금은 그녀를 탓하지 마라. 그는 포도주를 좀 마시고 의자를 골랐을 뿐이다. 저녁을 이미 먹었다고 하였고, 유모가 물어보니 그러하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유모는 간이침대를 가져다주어 여인들로 하여금 그의 침대를 정리하게 하였다. 불쌍하고 가난한 노인이여. 그는 좋은 침구를 쓰려 하지 아니하였다. 소가죽과 양털을 깔고 현관에서 잤고, 우리는 그 위에 장포를 덮어 주었느니라.」
태명은 칼을 손에 든 채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데리고 궁궐을 나와 아카이아인들의 회합 장소로 향하였다. 이때 옵스의 딸인 고귀한 명숙가 노비들을 부르되,
「자, 서두르라. 여인들은 바닥을 쓸고 물을 뿌리라. 의자에는 자주색 천을 깔아 놓으라. 다른 이들은 스펀지로 탁자를 닦고 손잡이가 둘인 잔과 그릇을 씻으라. 그리고 너희는 샘에서 물을 길어 오라. 서두르라. 곧 그들이 올 것이다. 오늘은 그들 모두를 위한 축제일이로다.」
그들은 주의 깊게 듣고 명령대로 하였다. 스무 명은 검은 샘물을 길으러 달려갔고, 나머지 잘 훈련된 노비들은 집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와 장작을 패니,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인들이 샘에서 돌아오자 돼지치기가 살찐 돼지 세 마리, 자기가 제일 아끼는 돼지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돼지들을 마당에 가두어 땅을 파헤치게 하고는 오지수에게 친절히 물으되,
「친구여, 이제 그들이 그대를 더 존중해 주느냐, 아니면 전처럼 여전히 학대하느냐.」
교활한 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신들이 이 건방진 자들의 악행과 계략에 대한 복수를 해 주시기를. 이 파렴치한 자들이 자기네 집도 아닌 곳에서 나를 모욕하였다. 참으로 뻔뻔스럽구나.」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말태수가 목동 두 명과 함께 도착하였다. 그들은 구혼자들의 연회에 내놓을 가장 살찐 암염소들을 양떼에서 몰아내고 있었다. 말태수는 염소들을 현관에 묶어 놓고 오지수를 괴롭히기 시작하되,
「낯선 자여, 아직도 여기 있느냐. 구걸하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느냐. 여기 있으면 매를 맞을 것이다. 네 구걸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스에서 먹을 것이 있는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니라.」
알 수 없는 표정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살인 계획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목동인 감독관 필로에티우스는 살찐 숫염소와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를 몰고 왔는데, 이 짐승들은 나룻배 사공이 이탁도로 데려온 것이었다. 나룻배는 건너갈 사람이 있으면 승객도 태워 주었다. 필로에티우스는 짐승들을 밖에 묶어 두고 돼지치기에게 물으되,
「새로 온 이 손님은 누구인가. 그의 민족은 누구이며, 고향은 어디이며, 조상은 누구인가. 가엾은 사람 같으니, 그의 모습은 마치 군주와 같구나. 신들이 고통의 실타래를 잣을 때면, 위대한 왕조차도 멀리 떠돌며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법이지.」
그러고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네되,
「안녕하시오, 선생님. 운이 없으시구나.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오. 상제 신이시여, 당신만큼 파괴적인 신은 없나이다. 당신은 인류의 아버지이시나, 우리의 고통에는 자비를 베풀지 아니하시는구나. 오지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온몸이 땀으로 젖나이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셔 햇빛을 보고 계신다면, 길을 잃고 저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계실 것이요.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다면, 오지수여, 참으로 안타깝도다. 그분은 제가 어린 소년이던 시절, 케팔레니아에서 제게 첫 소떼를 맡겨 주셨나이다. 이제 그분의 소떼는 셀 수 없이 많사오나, 다른 이였다면 이렇게 번성하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람들이 제게 소떼를 몰고 와 자기들에게 먹으라 하나이다.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는 관심도 없고, 지켜보는 신들의 눈길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이다. 주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나이다. 그들은 주인님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 하고, 저는 주인님의 아들이 여기 있는데 소떼를 몰고 타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나이다. 그러나 남의 가축을 돌보며 앉아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나을지니, 차라리 도망쳐 다른 왕을 섬기고 싶었나이다. 견딜 수가 없나이다. 그러나 불운한 주인님이 어디에 계시든 돌아와 궁궐에 있는 이 구혼자들을 모두 쫓아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당신은 영리한 듯하구나. 그래서 당신에게 엄숙한 맹세를 하리라.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이 화롯에 맹세하건대, 당신이 아직 여기 있는 동안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요, 원한다면 여기에서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으리라.」
목동이 대답하되,
「낯선 이여, 상제 신께서 당신의 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면 당신은 제 힘과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보게 되리라.」
에우마이오스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여 그의 다재다능한 주인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 간청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구혼자들은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독수리 한 마리가 그들의 왼쪽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들비둘기를 물고 있었다. 암피노모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우리의 이 계획, 이 살인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니 연회에 대해 생각하자.」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의자와 소파에 천을 깔고 큰 양, 살찐 염소, 큰 돼지, 그리고 온순한 소 한 마리를 잡았다. 내장을 삶아 나누어 먹고, 포도주는 그릇에 섞었다. 돼지치기는 포도주를 잔에 따랐고, 필로에티우스는 바구니에 빵을 담아 날랐으며, 말태수는 포도주를 돌렸다. 그들은 마음껏 음식을 먹었다.
그다음 태명은 곰곰이 생각하여 오지수를 홀 안 돌문턱 옆에 앉히고 탁자와 의자를 가져왔다. 그는 오지수에게 고기를 내어 주고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 주며 이르되,
「이제 당신은 여기 앉아 그들 가운데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내가 그들이 당신을 건드리거나 조롱하지 못하게 막겠소. 이곳은 술집이 아니오. 오지수가 나를 위해 마련한 곳이오. 그리고 당신들, 구혼자들이여. 제발 때리거나 모욕하지 마시오. 우리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소.」
그들은 소년이 그토록 대담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 입술을 깨물었고, 우필태의 아들 안태우가 선언하되,
「폐하들이여, 태명의 위협은 비록 성가시나 받아들여야 하리라. 상제께서 그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연회장에서 그의 연설을 막았을 것이니라.」
태명은 그를 무시하였고, 그동안 집안 아이들은 제물로 바칠 짐승 백 마리를 몰고 마을을 지나갔다. 이탁도 사람들은 활쏘기의 신 아로왕의 그늘진 숲에 모였다. 집 안에서는 구혼자들이 고기 꼬치를 굽고 꼬치를 꺼내어 몫을 나누었다. 성대한 잔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은 몫을 내어 주었는데, 그의 아들 태명이 그렇게 하라 명령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은 구혼자들이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멈추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고, 위대한 오지수의 마음에는 더욱 깊은 원한이 스며들었다. 사메 출신의 크테시푸스라는 무법자는 엄청난 부를 등에 업고 오지수가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것을 알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왔다. 그는 다른 무모한 구혼자들에게 소리치되,
「잘 들어라. 이 낯선 사람도 당연히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 물론 태명을 찾아온 손님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소. 그에게 환영의 선물을 주겠소. 그러면 그가 궁전의 목욕탕 시중드는 이나 다른 하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겠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소발 하나를 꺼내 오지수에게 던졌다. 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몸을 숙이며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소발은 벽에 부딪혔다.
태명이 크테시푸스를 꾸짖되,
「낯선 사람을 때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구나. 그가 공격을 피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면 네 배를 칼로 꿰뚫었을 테고, 네 아버지는 네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집에서는 모두 조심해야 하리라. 나도 어렸을 때는 그러하였으나, 이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도살된 양, 음식, 술 등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참아야 하니 말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지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제발 나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어 주시오. 아니면 여전히 청동 칼로 나를 죽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그렇게 하기를 바라오. 당신 같은 구혼자들이 낯선 사람들을 학대하고, 하녀들을 끌고 다니며 괴롭히는 끔찍한 짓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소.」
모두 침묵하였다. 아겔라우스가 입을 열되,
「친구들아, 그의 말은 옳다.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마라. 낯선 사람이나 오지수의 노비들을 학대하지 마라. 태명아, 너와 네 어머니께 정중히 충고 하나 하리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생각이 넓은 네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였을 때는,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실까 하여 우리를 멀리하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얘야, 어머니 곁에 앉아 우리 중 가장 훌륭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시도록 조언하라. 그러면 너는 아버지께서 남기신 재산을 누리며 먹고 마실 수 있고,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집을 돌보러 가실 수 있으리라.」
태명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답하되,
「예. 상제 신과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거나 어쩌면 죽기까지 하였던 제 아버지의 고난을 걸고 맹세하건대, 저는 지체 없이 그녀에게 남편감을 고르라 말하고 후한 지참금을 마련해 주겠나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보내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신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지혜의 여신이 구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웃었다. 깔깔대며 얼굴을 가누지 못하였다. 고기 접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너희의 얼굴과 머리와 몸은 밤으로 뒤덮여 있고, 너희의 비명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화려한 궁전의 천장과 벽에는 너희의 피가 흩뿌려져 있다. 현관과 안뜰은 유령으로 가득 차 있다. 에레보스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유령들이다.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음침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모두 웃었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이 새로 온 자는 미쳤구나. 어서, 얘들아, 그를 내쫓아라. 시장으로 보내라. 여기가 밤인 줄 아는구나.」
예언자가 대답하되,
「에우리마코스여, 나는 안내자를 구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눈과 귀와 발이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하니 떠나리라. 오지수의 집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너희 모두에게 무슨 불길한 일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드나이다. 너희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궁궐을 떠나 피레우스로 내려가 그를 맞이하였고, 그곳에서 환영을 받았다. 구혼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태명의 손님들을 비웃으며 그를 놀리려 하였다.
「손님들 때문에 운이 참 안 좋으시구나. 이 더러운 거지 자식은 늘 음식과 술만 더 달라 하고, 농사도 못 짓고 싸움도 못하는, 세상에 짐덩어리일 뿐이다. 저 다른 놈은 거기 서서 예언이나 하고 있더구나. 자, 잘 들어 보라. 내가 더 나은 계획을 제안하노라. 이 손님들을 배에 태워 노비로 삼아 시칠리아로 보내서 이익을 챙기라.」
태명은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조용히 아버지를 지켜보며, 뻔뻔스러운 구혼자들을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아름다운 연로비는 현명하게도 의자를 그들을 마주 보도록 놓고 각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들은 수많은 짐승을 잡아 잔치를 벌였고, 웃음이 끊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곧 강력한 남자와 여신이 복수심에 불타 그들에게 가져다줄 저녁 식사보다 더 달갑지 아니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먼저 복수를 시작하였고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제21권 활쏘기 경연==
그때 지혜로운 여신이 빛나는 눈으로 이카리우스의 딸이요 현부인인 연로비에게 한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대는 이제 오지수의 방에 활과 쇠도끼를 내어 놓고, 피바람이 일어날 시합을 베풀도록 하라.”
연로비가 그 말을 듣고 곧장 자기 방으로 올라가니, 그 굳세고 단련된 손으로 상아 자루에 청동 갈고리를 단 열쇠를 잡아 들고 시녀들과 함께 왕이 보물을 간직한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 안에는 금과 청동과 정교하게 벼린 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굽은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는 에우리토스의 아들 이피토스가 오지수에게 준 것이었다. 이피토스는 메세니아 땅 라케다이몬에 있는 현인 오르틸로코스의 집에서 우연히 오지수를 만나 깊은 우정을 맺은 신과 같은 영웅이었다.
당시 오지수는 빚을 받아내기 위하여 그곳에 갔었다. 메세니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탁도에 와서 양 삼백 마리를 훔쳐 가고 목동들까지 함께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라에르테스와 여러 장로들은 오지수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를 보내어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오게 하였다.
이피토스 또한 자기 말을 찾으러 그곳에 왔는데, 그에게는 훌륭한 암말 열두 필이 있었고, 암말마다 힘센 노새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이 훗날 이피토스의 죽음을 부르는 화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가 헤라클레스를 찾아가자 헤라클레스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흉계를 품고 있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그의 말을 빼앗으려 이피토스를 죽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를 저버리고 천신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있기 전에 이피토스가 처음 오지수를 만났을 때에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활을 그에게 선물하였다. 오지수 또한 우정의 증표로 검과 창을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집을 찾아보기 전에 이피토스는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지수가 수많은 배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나아갈 때에도 이 활만은 가져가지 않고 고향 집에 간직해 두었다가, 이탁도에서 벗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연로비가 마침내 창고에 이르러 윤이 반들반들한 참나무 문턱을 넘었다. 솜씨 좋은 목수가 자로 재고 수평을 맞추어 튼튼하게 틀을 세운 뒤 만든 아름다운 이중문이었다.
왕비가 재빨리 문고리를 풀고 열쇠를 꽂아 돌리니, 열쇠가 잠금쇠에 맞물리는 순간 문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들판의 황소가 목청을 다하여 울부짖는 듯하였다. 이윽고 문은 활짝 열렸다.
왕비는 안으로 들어가 향기로운 의복들이 상자에 보관된 널빤지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빛나는 상자 속에 놓인 활을 고리에서 조심스레 내려 품에 안았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활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활을 바라보는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뒤에야 눈물을 닦은 왕비는 수많은 날카로운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과 굽은 활을 품에 안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인 연회장으로 나아갔다.
시녀들은 주인의 청동 도끼와 철도끼가 가득 담긴 광주리를 끌고 뒤따랐다.
왕비가 구혼자들 앞에 이르러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기둥 곁에 서니, 두 시녀가 좌우에 시립하였다.
연로비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너희가 날마다 이 집에 찾아와 먹고 마시며, 오랫동안 타향을 떠난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탕진하고 있구나. 너희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너희는 나와 혼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한 가지 시합을 내리겠다.
여기 있는 이 큰 활은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 이 활을 손에 들고 능히 시위를 걸어 열두 도끼의 구멍을 한 줄로 꿰뚫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을 떠나 그 사람의 집으로 가겠다. 이 일을 내 마음이 어찌 잊으랴. 죽는 날까지, 꿈속에서라도 기억할 것이다.”
왕비는 곧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 활과 창백한 빛을 띤 쇠도끼를 구혼자들 앞에 가져다 놓으라.”
에우마이오스는 눈물을 머금고 활과 도끼를 받아 왕비가 명한 대로 갖다 놓았다.
소치기 또한 주인의 활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안태우가 크게 꾸짖으며 비웃었다.
“이 어리석은 농부들아! 어찌 그리 분별이 없느냐? 너희의 흘리는 눈물이 왕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느냐.
불쌍한 왕비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충분히 슬퍼하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앉아 밥이나 먹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실컷 울어라.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목숨을 건 활쏘기 시합을 벌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오지수만큼 활을 잘 쏘지는 못한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를 본 적이 있어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먼저 활시위를 당겨 열두 도끼를 꿰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오지수의 화살을 맞게 될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때 태명 왕자가 앞으로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아마 상제께서 나를 어리석은 자로 만드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평소의 지혜를 잃으시고 다른 사내와 혼인하여 이 집을 떠나시겠다고 하니, 나는 도리어 웃음이 나온다.
자, 구혼자들이여! 모두 앞으로 나오라.
그대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귀한 상이 아니겠는가. 이 여인은 신성한 필성에도, 아르고스에도, 미케네에도, 이탁도에도, 아카이아 땅 어느 곳에도 그와 같은 여인이 없다.
내가 굳이 어머니의 덕을 칭찬할 필요가 있으랴. 그대들도 이미 그 가치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핑계를 대지 말고 시합을 미루지도 말라. 나 또한 직접 활을 쏘아 보겠다.
만일 내가 이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설령 어머니가 다른 사내를 따라 나를 이곳에 남겨 둔다 해도 더는 원망하지 않겠다.
그리되면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무기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사내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태명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보랏빛 장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칼을 풀어 놓았다.
그는 열두 개의 도끼를 일렬로 세울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고 흙을 다져 반듯하게 고르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이처럼 능숙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제까지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명은 문턱에 걸터앉아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마다 그의 근육은 떨렸고 시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세 번 모두 실패하였다.
태명은 네 번째로 다시 시도하려 하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그를 만류하였다.
태명이 말하였다.
“아, 나는 언제나 이처럼 약하고 쓸모없는 자인가 보다.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것인가.
그대들은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 그대들이 먼저 해보라. 그렇게 하면 이 시합도 끝날 것이다.”
말을 마친 태명은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세워 두었던 활을 내려놓고 화살을 손잡이에 끼운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안태우가 외쳤다.
“자, 여러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로 일어나시오. 술을 따르는 종 곁에 앉은 자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이 이에 따르니 첫 번째로 나선 자는 성직자 레오데스였다.
그는 늘 술잔 곁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구혼자들의 횡포에 반대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활을 들고 문턱에 앉아 시위를 걸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고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았으므로 시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하였다.
레오데스가 구혼자들에게 말하였다.
“벗들이여, 나는 이 활을 당길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람이 할 차례다.
그러나 이 활은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와 기운을 꺾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이 집에 모이는 본래의 뜻을 잊고 이처럼 욕심에 사로잡혀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너희는 아직도 오지수의 아내 연로비와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활시위를 당기지 못한 자는 자기 재물을 가지고 다른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은 여인을 찾아가 구혼하라. 그리고 연로비는 운명이 정한 사람, 가장 많은 예물을 가져오는 자와 혼인하게 하라.”
말을 마친 레오데스는 활을 내려놓고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기대어 두었다.
안태우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무슨 흉한 말을 그리도 많이 하는가, 레오데스! 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는 자가 사람의 목숨을 앗을 활이라고 떠벌리다니. 네가 활쏘기에 재주가 없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다. 곧 이 활에 시위를 걸어 보일 것이다.”
한편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는 연회장을 나갔다. 오지수 또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세 사람이 대문을 지나 뜰 밖에 이르렀을 때, 오지수가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소치기와 돼지치기에게 내가 속마음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으나, 이제는 숨기지 않겠다.
만일 어느 신께서 오지수를 이끌어 갑자기 이곳에 돌아오게 하신다면,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구혼자들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오지수와 함께 싸울 것이냐? 너희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
소치기가 곧 대답하였다.
“오, 하늘의 상제시여! 부디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그분이 돌아오게 하소서. 신들이 그분을 집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그러면 제가 그분을 위하여 얼마나 용맹히 싸울 수 있는지 직접 보게 될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또한 모든 신들에게 오지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 모습을 본 오지수는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너희 둘만이 나의 귀환을 기뻐하는구나. 나를 위하여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다른 자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하였다.
만일 신께서 내 손으로 저 오만한 귀족 구혼자들을 물리치게 하신다면, 너희 두 사람에게 각각 아내와 재산을 주고 내 집 가까이에 좋은 집을 마련해 주겠다. 또한 너희는 태명의 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를 믿기 어렵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겠다.
내가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하던 때, 멧돼지의 흰 어금니에 찢긴 상처를 보아라.”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며 누더기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허벅지에 크고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두 사람은 그 상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침내 모든 의심을 버리고 통곡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오지수 또한 두 사람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세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라도 울고 싶었으나, 오지수가 말하였다.
“이제 그만 울어라. 누군가 밖으로 나와 너희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구혼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되 한꺼번에 들어가지 말고 차례대로 들어가라. 먼저 내가 들어가고, 그다음 너희가 한 사람씩 들어오라.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신호다.
만일 귀족들이 내게 활과 화살을 내주지 않거든, 에우마이오스, 네가 그것을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져와 내 손에 쥐어 주어라.
여인들에게는 연회장 입구를 굳게 잠그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있으라 명하라. 남자들의 고함이나 큰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잠잠히 자기 일을 하게 하라.
그리고 필로에티우스, 너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고 밧줄로 단단히 묶어라.
우리는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두 노비도 차례로 들어왔다.
그 무렵 에우리마코스는 불가에서 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시위를 걸 수 없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노하여 외쳤다.
“참으로 재앙이로다! 우리 모두에게 큰 수치가 닥쳤구나!
혼인이야 어찌 큰일이라 하겠는가. 이탁도에도 여인은 많고 다른 여러 성읍에도 아름다운 여인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오지수 왕보다 훨씬 힘이 약하여 그의 활에 시위 하나 걸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씻을 수 없는 수치가 아니겠는가! 이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안태우가 말하였다.
“에우리마코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은 아로왕 신의 축일이다. 이런 날에는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오늘은 활을 거두고 도끼는 그대로 두자. 아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포도주를 따르게 하여 신께 제사를 올리고, 활쏘기는 잠시 미루자.
내일 새벽 말태수를 불러 가장 좋은 염소를 가져오게 하고 활쏘기의 신 아로왕에게 제사를 올린 뒤 다시 활을 쏘아 시합을 끝내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시종들은 손 씻을 물을 따르고, 아이들은 술잔에 포도주를 나누어 따랐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하였다.
거짓과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이미 모든 일을 치밀하게 꾸며 놓았다는 것을.
오지수는 염소치기 말태수에게 명하였다.
“말태수여, 어서 불을 피우고 의자를 불 가까이 끌어다 놓으라. 양털도 깔아라. 그리고 창고에서 큰 기름 덩어리를 가져오라.
우리 젊은이들이 활을 따뜻하게 하고 기름칠하여 다시 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오늘 이 시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말태수는 곧 명을 받들어 불을 피우고 의자를 옮기며 양털을 깔고 기름 덩어리를 가져왔다.
젊은이들은 활을 불 가까이 가져가 데웠다.
그러나 여전히 시위를 걸지 못하였다.
그들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자들은 구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고 위세 높은 안태우와 에우리마코스였다.
그때 오지수가 말하였다.
“여왕의 구혼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숨기지 않겠다.
특히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 그대들에게 청하노라. 그대들은 앞서 훌륭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이제 활은 잠시 내려놓고 신들을 향하여 기도하라. 새벽이 되면 신께서 승자를 정하시고 그에게 성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저 윤이 나는 활을 다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 내 손이 아직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고 강한지, 아니면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며 가난 속에 살다가 그 힘마저 잃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구혼자들은 오지수가 정말로 활에 시위를 걸까 두려워하였다.
안태우가 곧 성을 내며 말하였다.
“이방인아!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가 너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우리 귀족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듣게 한 은혜도 모르느냐?
다른 거지들은 감히 우리의 잔치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좋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술이란 원래 그러하다. 지나치게 마시면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
옛날 유명한 켄타우로스 에우리티온도 라피테스 족을 찾아가 용맹한 피리토우스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었다.
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자 전사들이 그를 집 밖으로 끌어냈고, 무자비한 칼로 그의 귀와 코를 베었다.
그 후로도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떠돌았으며, 그날부터 켄타우로스와 인간은 서로 원수가 되었다.
술이 그에게 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네가 저 활에 시위까지 걸려고 한다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너를 가엾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배에 태워 잔혹하기로 이름난 에케토스 왕에게 보내겠다. 그곳에서는 네가 도망칠 길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잠자코 앉아 술이나 마시고 젊은 사내들과 다투지 말라.”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다.
“아니오, 안태우. 태명이 이 집에 손님으로 맞아들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손이 활시위를 당길 만큼 힘이 세다고 해서 내가 그를 따라가 혼인하리라 생각합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일로 잔치를 어지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에우리마코스가 말하였다.
“현명한 연로비여, 저 이방인이 그대와 혼인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만일 훗날 어떤 무례한 자가 말하기를,
‘저 사내들은 참으로 약하구나! 전사의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활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다니!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거지가 나타나 손쉽게 시위를 걸고 열두 도끼를 모두 꿰뚫었단 말인가!’
라고 한다면 우리의 수치가 얼마나 크겠소?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찌하겠소?”
연로비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에우리마코스여, 왕의 재산을 날마다 축내는 자가 어찌 위엄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이런 사소한 일에 그토록 소란을 피우십니까?
저 낯선 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좋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귀한 신분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서 활을 건네고 우리가 지켜보도록 하십시오.
만일 아로왕 신의 도움으로 그가 시위를 당긴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장포와 튜닉과 신을 주고, 사람과 짐승을 막아낼 날카로운 양날 검과 단검도 마련해 주겠습니다.
또한 그가 어느 곳으로 떠나든 그 길을 막지 않고 도와주겠습니다.”
그러자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하였다.
“어머니, 이 활을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거절할 것인지는 누구보다 제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섬에서든 엘리스의 넓은 목초지에서든, 이 집의 어떤 사내도 저에게 활을 내놓으라 명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서 방으로 올라가 베틀과 물레를 돌보십시오. 시녀들에게도 그리하라 명하십시오.
활쏘기는 사내의 일이며, 특히 이 집을 다스릴 제 일이옵니다.
이 집의 권세를 쥔 자가 바로 저입니다.”
연로비는 아들의 단호한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딸들과 함께 침실에 들어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맑은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내려와 그녀의 눈을 감기고 깊은 잠에 들게 하였다.
그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활을 들어 올렸다.
구혼자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웠다.
“더러운 돼지치기야! 그 활을 어디로 가져가느냐?
네가 미친 것이 아니냐? 네가 기르는 돼지들과 개들까지 너를 물어뜯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아로왕 신과 다른 불멸의 신들의 은총을 받는다 해도 그러할 것이다!”
연회장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이 너무나 컸으므로 에우마이오스는 두려워 활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때 태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할아버지! 어서 가시오! 활을 계속 가져가시오!
머지않아 누구의 명을 받들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오.
내가 할아버지보다 젊지만 힘은 더 세니 조심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판까지 쫓아가 돌을 던질 것이오.
이 집에 함부로 들어와 어머니에게 구혼하며 소란을 피우는 저 무리처럼 나에게도 힘이 있다면, 당장 모두 쫓아내고 복수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구혼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태명에 대한 분노도 어느덧 사라졌다.
에우마이오스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 유능한 주인 오지수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명숙를 불러 말하였다.
“태명이 명하기를, 연회장 문을 굳게 잠그고 단단히 묶으라 하였습니다. 남자들의 고함이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방 안에서 조용히 일을 하십시오.”
명숙는 아무 말 없이 연회장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필로에티우스 또한 급히 밖으로 나가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굳게 잠갔다.
현관에는 새로 꼰 비블로스 밧줄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밧줄로 문을 단단히 묶은 뒤 안으로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주인 오지수를 바라보았다.
오지수는 이미 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벌레가 활대를 갉아먹지는 않았는지, 곳곳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구혼자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하였다.
“활의 대가라도 되는 양 살펴보는구나. 정말 능숙한 사람처럼 행동하는군.
아마 자기 집에도 이런 활이 있었거나, 앞으로 하나 만들 생각인가 보다.
저 불쌍한 떠돌이가 활을 만지작거리는 꼴을 보라!”
한 젊은 구혼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제발 그의 앞날의 운도 저 활에 시위를 거는 솜씨만큼이나 좋기를 빌어야겠군!”
그들은 모두 오지수를 조롱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숙련된 악사가 양의 창자로 만든 줄을 리라의 줄감개에 감아 팽팽하게 매듯, 거대한 활을 한 치 한 치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능숙한 손으로 활에 시위를 걸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시위를 가볍게 튕기자, 그 소리가 마치 제비가 맑은 봄날 처마 밑에서 노래하는 듯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구혼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우레가 울렸다.
상제가 천둥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이날을 기다려 온 오지수는 간사한 크로노스의 아들이 보내온 징조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화살 하나를 집었다.
다른 화살들은 이미 화살통 속에 들어 있어 곧 쓰일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수는 화살을 활대에 얹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활과 시위를 함께 힘껏 당겼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확히 겨냥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을 놓았다.
쏜살같이 날아간 청동 화살촉은 첫 번째 도끼의 구멍을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도끼를 꿰뚫었다.
열두 개의 도끼가 모두 차례로 꿰뚫렸다.
화살은 마지막 도끼를 지나 반대편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오지수가 태명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태명아, 네 손님이 너에게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을 안겨 주었구나.
나는 모든 과녁을 맞혔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사람들은 내가 약한 자라고 비웃었으나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으나 이제 잔치를 벌일 때가 되었구나.
그리고 잠시 후 음악을 울려 축하하자. 그것이 저녁 잔치의 참된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그가 눈썹을 살짝 들어 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태명은 즉시 칼을 차고 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두 사람의 청동 무기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때부터 오래도록 억눌렸던 피바람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제22권 구혼자들을 소탕==
오지수는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알몸이 된 그는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문지방으로 뛰어 올라, 발아래에 화살을 한 아름 쏟아 놓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놀이가 끝났도다. 나는 다시 활을 쏘리라. 아직 한 번도 맞히지 못한 다른 과녁을 향하여 쏘리라. 오, 상제의 총애를 받는 활의 신이여! 부디 이 손을 도우소서!”
말을 마친 오지수는 안태우를 향하여 치명적인 화살을 겨누었다.
젊은 안태우는 금잔을 손에 들고 포도주를 휘저으며, 마치 아무 근심도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죽음이 자기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다. 어찌 그러한 생각을 하였겠는가. 수많은 연회객 가운데 홀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들 자가 있으리라고 누가 감히 생각하였겠는가.
그때 오지수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휙!
화살은 안태우의 목을 향하여 날아갔다. 화살촉은 그의 부드러운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안태우는 옆으로 쓰러졌고, 손에 들었던 금잔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곧 그의 콧구멍에서는 굵은 피가 솟구쳤으며, 발이 경련하듯 움직이다가 탁자를 걷어찼다. 탁자가 뒤집히자 음식과 술이 바닥에 쏟아졌다. 흰 빵과 잘 구운 고기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본 구혼자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두꺼운 돌담을 이리저리 뒤지며 방패와 칼을 찾았으나, 손에 잡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분노하여 오지수를 향해 소리쳤다.
“이 낯선 자여! 감히 사람을 쏘았으니 그 죗값을 치러야 하리라! 더는 경기에 참여할 수도 없고, 이제 네 목숨은 끝났도다. 네가 감히 이탁도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를 죽였으니, 오늘 여기서 독수리의 밥이 될 줄 알라!”
그러나 불쌍한 자들은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가 안태우를 우연히 죽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일 뜻을 품고 있었다는 것과, 이미 죽음의 그물이 사방에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웃었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내가 토래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 그래서 내 집을 제 것처럼 차지하고, 내 여종들을 욕보이며, 내가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내 아내에게 추근거렸느냐? 하늘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너희를 벌할 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느냐? 이제 보라. 너희는 스스로 죽음의 그물에 걸려들었도다.”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저마다 살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 가운데 에우리마코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지수여, 과연 그대가 돌아왔다면 우리의 말도 들어 주시오. 그리스인들이 그대의 영지와 집에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은 실로 잘못된 일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 일을 꾸민 우두머리는 죽었소. 바로 안태우 말이오.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소.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그대의 아내가 아니었소. 상제께서 그의 흉계를 꺾으셨으나, 그는 다른 큰일을 꾸미고 있었소. 그대의 아들을 길목에 매복하여 죽이고 왕좌를 빼앗아 이탁도를 다스리려 한 것이오.
이제 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소. 그러니 부디 폐하께서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그동안 먹은 음식과 마신 술값을 모두 갚겠소. 각자가 소 스무 마리 값에 해당하는 재물을 바치고, 그대가 원하는 금과 청동도 아끼지 않고 내놓겠소. 그대의 분노가 어찌 정당하지 않겠소.”
그러나 오지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에우리마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내 모든 재산을 내놓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친다 하여도 소용없다. 너희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내 손이 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두 길밖에 없다.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하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건져 보아라. 그러나 너희 가운데 죽음을 피할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리고 심장이 얼어붙는 듯하였다.
에우리마코스가 다시 동료들을 향하여 외쳤다.
“친구들이여! 이 자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저 윤이 나는 문지방에 버티어 서서 우리를 하나씩 쏘아 죽일 것이오. 어서 싸울 계책을 세우시오!
칼을 뽑고 탁자를 방패로 삼아 화살을 막으시오. 모두 힘을 합쳐 저자를 문지방에서 몰아내고,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합시다. 저자의 화살도 곧 다 떨어질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날카로운 청동검을 뽑아 들고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지수의 활시위가 울렸다.
쐐액!
화살은 에우리마코스의 가슴, 젖꼭지 곁을 꿰뚫고 들어가 순식간에 간을 관통하였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리며 탁자 위로 쓰러졌고, 음식과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마침내 그의 눈앞에는 검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때 암피노무스가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검을 뽑아 그를 베려 한 것이다.
그러나 태명이 재빨리 뛰어들었다. 그는 뒤에서 청동 창을 힘껏 찔러 암피노무스의 등을 꿰뚫고 가슴까지 관통시켰다.
암피노무스는 얼굴부터 땅에 처박히며 쿵 하고 쓰러졌다.
태명은 창을 그대로 그의 몸에 박아 둔 채 뒤로 달아났다. 창을 뽑으려고 몸을 굽혔다가 다른 그리스인이 달려들어 칼로 찌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말했다.
“아버님, 제가 방패와 창 두 자루, 그리고 청동 투구를 가져오겠습니다. 저도 무장을 하고 우리 목동 두 사람에게도 무기를 나누어 주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내 화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어서 가거라. 저들이 나를 문밖으로 몰아내기 전에 서둘러라. 나는 이곳에서 홀로 싸워야 하느니라.”
태명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무기고로 달려가 창 여덟 자루와 방패 네 개, 그리고 풍성한 말총 장식이 달린 청동 투구 네 개를 가져왔다.
돌아온 그는 먼저 자신의 갑옷을 갖추어 입었고, 두 목동 또한 무장을 하여 뛰어난 계략가인 오지수의 양옆에 섰다.
오지수는 화살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활을 쏘았다. 그의 집 안에서 구혼자들은 하나씩 쓰러져 갔다.
마침내 왕의 화살통도 비었다.
오지수는 튼튼한 문기둥 곁에 활을 내려놓고, 하얗게 빛나는 궁전 벽에 기대어 두었다. 그리고 네 겹으로 된 방패를 어깨에 걸치고, 잘 만든 청동 투구를 머리에 썼다. 투구 위의 말총 장식이 위엄 있게 흔들렸다.
그는 양손에 청동 창을 하나씩 움켜쥐었다.
그때 성벽 안쪽에 단단히 닫힌 문이 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오지수는 충직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곳에 서서 문을 지켜라. 이제 출구는 하나뿐이다.”
그러자 아겔라우스가 모든 구혼자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친구들이여!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저 문으로 빠져나가 사람들에게 사태를 알리고 경보를 울려야 하오. 그러면 이자의 화살도 곧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염소치기 말태수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주군. 그 입구는 너무 좁고 궁전 문과도 지나치게 가까우니 위험합니다. 용감한 한 사람만 그곳을 지켜도 우리 모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창고에 가서 갑옷을 가져오겠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적들이 갑옷을 그곳에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말태수는 성벽 안쪽의 좁은 통로를 기어 올라가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방패 열두 개와 창 열두 자루, 말총으로 장식한 청동 투구 열두 개를 꺼내 아래층으로 가져왔다.
그리하여 구혼자들은 다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오지수는 그들이 무기를 들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하였다. 그들의 오만하고 흉악한 모습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태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면 말태수가 내 집에서 우리를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구나!”
태명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버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창고 문을 조금 열어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쪽에서 누군가 망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여, 가서 문을 굳게 닫고 살펴보시오. 우리를 해치려 한 자가 여자들 가운데 있는지, 아니면 제가 의심하는 말태수인지 알아보시오.”
한편 말태수는 다시 무기를 가져오기 위하여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돼지치기가 그를 발견하고 오지수에게 알렸다.
“나리, 우리가 모두 의심하던 그 간악한 자가 창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리께서는 언제나 묘한 계책을 세우시니, 제가 그를 죽이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이곳으로 끌고 와 나리께서 그의 온갖 죄악을 친히 다스리시겠습니까?”
오지수는 이미 계책을 세워 두고 있었다.
“태명과 나는 저 구혼자들이 아무리 날뛰더라도 이곳에 가두어 두겠다. 너희 둘은 말태수의 손발을 뒤로 묶어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가라.
그리고 높은 기둥에 밧줄을 걸고 서까래에 매달아라. 그가 죽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하라.”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곧 무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말태수는 그들이 오는 줄도 몰랐다. 그가 무기를 찾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문 양쪽에 숨어 기다렸다.
마침내 말태수가 한 손에는 아름다운 투구를 들고, 다른 손에는 옛날 라에르테스가 젊은 시절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이음새가 다 풀려 녹슨 채 창고에 버려진 방패를 들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말태수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안으로 끌어들인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손발을 뒤로 묶고 매듭진 밧줄로 단단히 동여맨 다음,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서까래에 매달았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그를 조롱하였다.
“말태수야, 이 부드러운 침상에서 밤새도록 편히 자거라. 이것이 네가 지은 죄의 대가다. 새벽이 되어 바다 위 황금빛 왕좌에 해가 떠오르고, 네가 염소들을 몰아 이 집에 와서 구혼자들의 저녁상을 차리던 바로 그때까지 여기 매달려 있거라.”
그리하여 말태수는 손발이 묶인 채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다.
두 목동은 무장을 마치고 방을 나와 문을 닫은 뒤 교활한 지도자 오지수에게 합류하였다. 그들은 문지방에 굳게 서서 결의를 다졌다.
안에는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아 있었으나, 오지수와 태명, 그리고 두 충직한 목동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었다.
그때 상제의 딸인 지혜낭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과 음성은 마치 명토와 같았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말했다.
“명토여, 우리 사이의 오랜 우정을 기억하소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나는 그대를 소중히 대하였나이다. 이제 나를 도와주소서!”
그는 그녀가 군대를 움직이는 지혜낭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구혼자들이 일제히 반대의 소리를 질렀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스승이시여, 부디 오지수의 말에 속아 우리와 싸우지 마십시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우리가 이 아버지와 아들을 죽이고 당신 또한 당신의 계략대로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당신도 그 죗값을 목숨으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청동검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며, 당신이 가진 모든 재물 또한 빼앗아 우리의 전리품 가운데 섞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들도 이 연회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당신의 아내와 딸들도 이탁도에서 자유로이 거닐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지혜낭자는 크게 노하여 오지수를 꾸짖었다.
“지금 그대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상제의 총애를 받는 백발의 헬레나를 위하여 아홉 해 동안 토래성인들과 싸웠고, 전쟁 중 수많은 적을 죽였으며, 끝내 그 성을 함락할 계책까지 세웠도다.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거늘, 어찌하여 이 구혼자들에게 정당한 무력을 쓰기를 두려워하는가?
자, 내 곁에 서라. 알키무스의 아들 명토가 그대가 세운 모든 공적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적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라.”
그러나 지혜낭자는 아직 결정적인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지수와 그의 아들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비처럼 연기 속으로 날아올라 지붕의 서까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겔라우스와 데모프톨레모스, 에우리노모스, 피산더, 암피메돈, 보리보가 살아남은 구혼자들을 독려하였다. 그들은 가장 용감한 자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이미 활과 빗발치는 화살에 쓰러지고 없었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 명토의 허풍은 모두 헛소리였도다. 그는 떠났고, 이제 저자들만 문 앞에 남았소.
어서 저 잔혹한 자를 제압하여 손을 멈추게 하시오. 한꺼번에 모든 창을 던지지 말고, 먼저 우리 여섯 사람이 창을 던집시다. 상제께서 오지수를 맞혀 우리에게 승리를 허락하시기를 기도합시다. 그가 쓰러지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오.”
여섯 사람은 그의 말에 따라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가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버렸다.
한 창은 궁전 홀의 문설주를 꿰뚫었고, 또 한 창은 굳게 닫힌 문에 박혔다. 다른 창은 벽에 깊이 박혔다.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오지수의 무리는 모든 창을 피하였다.
오지수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마침내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들은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무기를 빼앗으려 한다! 이제 과거의 원한을 갚고 너희 목숨을 지켜라. 지금 쏘아라!”
네 사람은 일제히 창을 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데모프톨레모스를 쓰러뜨렸다. 태명과 에우리아데스와 돼지치기는 엘라투스를 죽였고, 소치기는 피산더를 쓰러뜨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다른 구혼자들은 구석으로 몰려 웅크렸다.
그러나 살아남은 네 사람이 시체에서 창을 뽑아 다시 손에 들었다.
구혼자들도 다시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는 또다시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 창은 문설주에 박혔고, 또 한 창은 문을 꿰뚫었다. 다른 물푸레나무 창은 벽에 박혔다.
암피메돈의 창은 태명의 손목 곁을 스치며 지나가 청동이 그의 살갗을 찢었다.
크테시푸스가 던진 창은 돼지치기의 방패 바로 위 어깨를 스쳐 지나가 뒤쪽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눈 밝고 계략에 능한 오지수와 그의 동료들은 몰려드는 구혼자들을 향하여 날카로운 창을 내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에우리다마스를 꿰뚫었다.
태명은 암피메돈을 베었고, 돼지치기는 보리보를 쓰러뜨렸다. 목동은 크테시푸스의 가슴을 청동 창으로 꿰뚫으며 외쳤다.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를 모욕하기를 즐겨 하더니, 이제 네 자랑도 끝났구나. 신들이 마지막 말을 하셨고 승리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것은 네가 오지수가 집 없는 떠돌이처럼 자기 집을 지나갈 때 발로 걷어찬 대가이니라!”
오지수는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아겔라우스를 찔렀다.
태명은 레오크리투스에게 달려들어 배에 청동 창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레오크리투스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쳤다.
그때 지혜낭자가 지붕 위에서 치명적인 아이기스를 높이 들어 올렸다.
겁에 질린 구혼자들은 봄날 해가 길어지는 때 등에에게 쫓긴 소 떼처럼 연회장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마치 굽은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독수리 떼가 높은 언덕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구름 아래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희생자들은 도움을 받을 곳도, 달아날 길도 없었다. 네 명의 전사들은 사방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며 하나씩 베어 넘겼다.
머리가 깨지는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가 궁전을 가득 채웠고, 바닥은 어느새 온통 피로 물들었다.
레오데스는 오지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위하여 달려들어 그의 무릎을 붙잡았다.
아겔라우스가 죽으며 손에서 칼을 떨어뜨렸다.
오지수는 강한 팔로 그 칼을 휘둘러 사제의 목을 베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읊조리던 그의 머리는 피를 흘리며 먼지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억지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시인 페미우스는 뒷문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갈림길에 놓였다.
밖으로 나가 옛 주인들이 수많은 제물의 허벅지뼈를 태우던 가정의 신, 위대한 상제의 제단 아래 숨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그는 마침내 결심하였다.
간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속이 빈 리라를 믹싱볼과 은제 의자 사이 바닥에 내려놓고 오지수의 무릎을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다.
“오지수 나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저를 죽이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저는 신과 인간을 위하여 노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를 익혔으나 신들께서 제 마음속에 온갖 노래를 심어 주셨습니다.
저는 마치 신 앞에서 노래하듯 나리를 위하여 노래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참으시고 제 목을 베지 마소서. 아드님께 물어보십시오. 제가 저녁마다 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러 온 것은 제 뜻이 아니었다고 아드님께서 증언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사납고 수가 많았습니다. 제게는 다른 길이 없었나이다.”
그러자 용맹한 태명이 급히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서 말하였다.
“아버님, 칼을 거두소서.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집사 메돈도 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늘 저를 돌보아 준 사람입니다. 목동들이 이미 그를 죽였거나,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모습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메돈은 이미 지혜롭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의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새 소가죽으로 자신을 덮어 숨었다.
태명의 말을 듣자 그는 의자 아래에서 벌떡 일어나 소가죽을 벗어 던지고 태명 곁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부디 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당신의 아버지는 너무나 강하시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고 아들인 당신을 업신여긴 구혼자들에게 크게 노하셨습니다. 제발 아버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러자 영리한 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 아버지는 이미 네 목숨을 구해 주셨느니라. 그러니 살아남아 선행이 악행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라.
이제 홀을 나가거라. 밖으로 나가 마당에 있는 이름난 가수 곁에 앉아 있으라. 나는 이 집 안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상제의 제단 곁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 숨을 죽였다.
오지수는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있는지, 혹은 죽음을 피해 숨어 있는 자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다가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었다. 마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어두운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고기 떼가 넓은 모래사장에 쏟아져 나온 것과 같았다.
그렇게 구혼자들은 서로 겹쳐져 죽어 있었다.
그러나 오지수는 여전히 계략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명숙에게 할 말이 있다. 태명아, 어서 그녀를 데려오너라.”
태명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문을 살짝 열고 유모를 불렀다.
“유모여, 어서 오시오! 그대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궁전의 여자 노비들을 거느려 왔소. 아버지께서 그대와 할 말씀이 있으니 빨리 오시오!”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으나 크고 튼튼한 홀의 문을 열었다.
태명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학살당한 남자들의 시체 사이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오지수를 보았다.
마치 사자가 초원의 소를 잡아먹은 뒤 가슴과 턱이 온통 피로 물든 것처럼, 오지수의 손발 또한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참혹한 시체들을 보고, 사방에 흩어진 피를 보고, 그토록 처참한 살육의 광경을 눈앞에 마주한 유모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맹세하건대 나는 이 집의 어떤 여자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소.
나는 오히려 구혼자들을 말리며 손을 더럽히지 말라고 간곡히 타일렀소. 그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소. 그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지은 죄에 합당한 최후를 맞은 것이오.
그러니 이제 이 집의 여자들에 관하여 말해 보시오. 누가 나를 업신여겼으며, 누가 끝까지 정절을 지켰소?”
주인을 깊이 사랑하는 늙은 여종이 대답하였다.
“얘야, 내가 이 집의 사정을 낱낱이 알려 주마.
이 집에는 우리가 양털을 빗는 법을 가르치고 노비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여종이 쉰 명이나 있단다. 그런데 그 가운데 열두 명이 명예를 저버렸구나.
그 열두 명은 나와 우리 안주인 연로비를 업신여겼다. 연로비께서는 태명이 아직 어리고 이제 막 장성하였으므로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셨지.
내가 위층 여자들의 방으로 올라가 주인마님께 이 일을 아뢰겠소. 아마 어느 신께서 그분에게 잠을 내려 주신 모양이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직은 안 된다. 그녀를 깨우지 마라. 먼저 나 없는 동안 반역을 꾀한 여자들을 모두 불러오너라.”
늙은 유모는 그의 명을 받들어 복도를 지나가며 여자들을 하나씩 불렀다.
그동안 오지수는 태명과 목동들을 불러 모아 명하였다.
“이제 시체를 치워야 한다. 여자들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 꿀처럼 부드러운 스펀지와 물을 가져다가 내 위엄 있는 의자와 아름다운 탁자를 깨끗이 닦아라.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내 궁전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아라.
그리고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데려오너라. 긴 칼로 그들을 베어 죽여라. 그리하면 그들이 아프로디테의 힘을 빌려 구혼자들과 은밀히 저지른 행위를 더는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자들은 절망하여 흐느끼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달려왔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밖으로 옮겨 지붕 아래에 차곡차곡 쌓았다.
오지수는 그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
여자들은 물에 적신 흡수성 좋은 스펀지로 아름다운 의자와 탁자를 닦았다. 태명과 목동들은 삽으로 바닥의 피와 더러운 것들을 긁어내 깨끗이 만들었다.
여자들은 쓰레기를 주워 밖으로 내다 버렸다.
남자들은 집 안의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돈한 다음, 여자들을 밖으로 끌어내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가두었다.
여자들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태명이 나서서 말했다.
“저 여자들은 구혼자들의 곁에 누워 나와 어머니에게 수치를 안겼소. 그러니 나는 이들에게 깨끗한 죽음을 허락할 수 없소.”
그는 뱃사람들이 쓰는 굵은 밧줄을 가져다가 둥근 홀과 높이 솟은 기둥에 걸었다. 그리고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매달았다.
마치 비둘기나 지빠귀가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날개를 펼쳤다가 누군가 놓아둔 덫에 걸려 그물에 갇히는 것과 같았다.
여자들의 머리가 일렬로 늘어섰고, 목에는 올가미가 걸렸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잠시 발을 떨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도 멎었다.
그런 다음 남자들은 말태수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들은 구부러진 청동 칼로 그의 코와 귀를 베고, 성기를 잘라 개들에게 날것으로 던져 주었다.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그들은 그의 손과 발까지 잘라냈다.
그 일을 마친 뒤 남자들은 몸을 씻고 궁전 안으로 돌아왔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늙은 유모에게 말했다.
“이제 불과 유황을 가져오너라. 악령을 몰아내는 약이니 집안을 깨끗이 소독하겠다. 그리고 연로비와 그녀의 노비들, 모든 여종들을 이 집 안으로 불러들이거라.”
유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나리. 모든 말씀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장포와 저고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튼튼한 등을 그런 누더기 한 벌로만 가리고 계시면 어찌 옳겠습니까?”
그러자 온갖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먼저 불을 피워 이 홀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옳다.”
충직한 여종은 그의 명을 받들어 불과 유황을 가져왔다.
오지수는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웠고, 집 안의 모든 방과 마당을 두루 훈증하였다.
그동안 늙은 유모는 궁전 곳곳을 뛰어다니며 여인들을 불렀다.
횃불을 든 여인들은 저마다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였다. 어떤 이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어떤 이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기쁨으로 맞았다.
오지수는 마침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그 자리에 있는 여인들을 하나하나 모두 알아보았다.
==제23권 부부상봉과 침상의 비밀==
늙은 여종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낄낄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 마님에게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음을 고하였더라.
평소에는 힘없이 떨리던 두 무릎에 문득 힘이 솟은 듯하고, 발걸음 또한 가벼워져 단숨에 여왕의 침상 곁, 머리맡에 이르러 말하였느니라.
“마마, 어서 일어나 보십시오! 마침내 마마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지수 대감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바로 이 집 안에 계십니다!
마침내 돌아오셨단 말입니다!
대감의 재산을 탕진하고 왕자를 위협하며 온갖 횡포를 일삼던 구혼자들을 모조리 죽이셨습니다!”
그러나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가련한 늙은이여, 신들이 그대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였구나.
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고, 어리석은 자를 갑자기 지혜롭게 만들 수도 있는 힘을 지녔느니라.
그대는 본래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토록 어리석은 말을 하는가.
내가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희롱하려 하는 것이며, 어찌하여 내 눈을 덮고 있던 달콤한 잠에서 나를 깨웠단 말인가.
오지수가 저주받은 도시 에빌리움으로 떠난 뒤로 나는 이토록 깊은 잠을 잔 적이 없었느니라.
어서 돌아가거라.
다른 여종이 와서 나를 깨우고 이런 허망한 말을 또다시 지껄인다면, 나는 당장 그 아이를 아래층으로 쫓아낼 것이며 결코 너그럽게 대하지 않을 것이니라.
다만 그대는 나이가 많으므로 이번에는 심한 꾸지람을 면하게 하겠노라.”
그러자 명숙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하였더라.
“얘야, 내가 너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란다. 참말이다.
오지수 대왕께서 정말 이곳에 돌아오셨단다.
그토록 오랫동안 너희를 괴롭히던 그 낯선 사람이 바로 오지수 대왕이시니라.
태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혜롭게도 아버지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그리하여 대왕께서 구혼자들의 오만과 횡포를 갚으실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 말을 듣자 연로비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유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느니라.
그리고 급히 말하였도다.
“유모여!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오지수가 이 집에 돌아왔다면 어찌 그 많은 구혼자들을 공격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혼자 한 분뿐인데, 이 집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 않았습니까?”
명숙가 대답하였느니라.
“나는 그 일을 자세히 보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사내들이 죽어가며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었을 뿐이란다.
우리는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는데, 얼마 후 네 아들이 나를 불렀단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것이었지.
그리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오지수께서 시신들 가운데 서 계셨단다.
시체가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서로 포개져 있었느니라.
네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마치 사자처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온몸이 떨렸을 것이다.
지금 그 시신들은 모두 안뜰 문밖에 쌓여 있고, 오지수께서는 궁전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하여 큰 불을 피우고 계신단다.
이 집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되찾으시려는 것이지.
그리고 나를 보내 너를 데려오게 하셨느니라.
어서 나와 함께 가자.
그러면 너와 그분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미 너무나 큰 고통을 견뎌내지 않았느냐.
이제 네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분은 살아 계신다!
집으로 돌아오셔서 너와 아들을 다시 만나셨으며,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구혼자들에게 마침내 원수를 갚으셨단다.”
그러나 연로비는 여전히 신중하게 대답하였느니라.
“유모여, 너무 기뻐하지 마시오.
그대도 알다시피 나와 내 아들은 오지수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소. 우리 모두 그러하였소.
그러나 그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소.
사람들은 어떤 신이 구혼자들의 횡포와 오만함에 진노하여 그들을 죽였다고 말하고 있소.
그들은 손님이 선하든 악하든 가리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았으며, 그들의 어리석음이 마침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을 것이오.
그러나 내 남편 오지수는 고향을 잃었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숨까지 잃었다고 나는 믿고 있소.”
유모가 다시 말하였느니라.
“얘야! 네 남편이 지금 여기 난롯가에 있는데 어찌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느냐?
너는 예나 지금이나 의심이 참 많구나.
그러나 내게는 분명한 증거가 있단다.
내가 그분의 몸을 씻겨 드리다가, 옛날 멧돼지의 송곳니에 찔려 생긴 흉터를 만졌느니라.
나는 곧장 너에게 알려주려 하였으나, 그분께서 내 목을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셨단다.
자, 어서 나와 함께 가자.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나를 죽여도 좋다.”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도다.
“유모여, 그대가 총명한 사람인 것은 내가 잘 아오.
그러나 신들의 뜻을 사람이 어찌 모두 헤아릴 수 있겠소.
자, 나와 함께 아들을 만나러 갑시다.
구혼자들이 죽은 모습을 직접 보고, 또한 그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소.”
이에 연로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느니라.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어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마음이 갈팡질팡하였도다.
마침내 문턱을 넘어 불빛이 비치는 곳에 이르러 벽 가까이에 앉아 남편과 마주 보았느니라.
오지수는 기둥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때 자신과 한 침상을 함께 쓰던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연로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느니라.
때때로 그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면 분명 오지수와 닮은 듯하였으나, 더럽고 낡은 옷차림은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도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태명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느니라.
“어머니! 어찌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왜 이토록 잔인하게 아버지를 거절하십니까?
왜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앉아 말씀을 나누지 않으십니까?
세상 어느 여인도 백 살을 먹었다 하더라도 어머니처럼 완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돌아오신 아버지를 어찌 이리 멀리하십니까?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돌처럼 굳어 있군요!”
그러나 연로비는 깊이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하였느니라.
“얘야, 나도 지금 마음이 어지럽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단다.
그러나 만일 이분이 정말 내 남편이라면, 정말로 나의 오지수가 돌아온 것이라면, 우리 둘만이 아는 은밀한 징표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징표로써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러자 냉정하기로 이름난 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태명에게 말하였도다.
“아들아, 어머니께서 나를 시험하시도록 내버려 두어라.
머지않아 어머니께서는 나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실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더럽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으로 있는 동안에는 어머니께서 나를 선뜻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실 것이니라.
그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한 사람만 죽였더라도 그 살인자는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달아나야 할 것이니라.
그런데 우리는 이탁도의 기둥이라 할 만한 자들과 이 섬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도 아버지의 꾀와 슬기에 견줄 수 없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곧장 아버지의 뒤를 따르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용감히 행동하겠습니다.”
오지수는 곧 계책을 세웠느니라.
그가 말하되,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희 셋은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에게도 좋은 옷을 입혀라.
그리고 신과 같은 가수는 리라를 들고 맑고 경쾌한 혼례의 노래를 연주하도록 하라.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이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이 집에서 혼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니라.
우리가 우리 영지의 숲에 이를 때까지는 구혼자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멀리 퍼져서는 안 된다.
그곳에 이르면 상제께서 우리에게 정해 주신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람들은 모두 오지수의 말대로 행하였도다.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도 몸을 단장하였으며, 가수는 리라를 들고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하였느니라.
그 음악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흥이 일어났도다.
집 안은 아름다운 허리띠를 두른 남녀들의 발소리로 가득 찼느니라.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렸도다.
“저토록 많은 구혼자가 찾아들던 왕비가 마침내 혼인하는 모양이구나!
참으로 완고한 여인이로다.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킬 힘조차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러나 그들은 궁전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여종 에우리노메가 오지수의 몸을 씻기기 시작하였도다.
그의 몸에 감람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튜닉과 아름다운 장포를 입혔느니라.
그러자 지혜낭자가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령한 아름다움을 내려주었도다.
그의 키는 더욱 크고 몸은 더욱 굳세어졌으며, 머리카락은 자운화 꽃처럼 풍성하고 곱슬곱슬하게 자라났느니라.
마치 지혜낭자나 해필수가 장인에게 금속 세공의 기술을 가르쳐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게 한 뒤, 은 위에 황금을 부어 장식하는 것과 같았도다.
지혜낭자는 오지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아름다움을 부어주었으며, 목욕을 마친 그의 모습은 마치 불멸의 신과 같았느니라.
오지수는 다시 아내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말하였도다.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로구나!
신들이 그대에게 철석같이 굳센 마음을 내려주신 것이 분명하도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통을 겪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이토록 거절하는 아내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자, 유모야.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상을 하나 마련해 주어라.
이 여인은 참으로 쇠붙이보다 더 굳센 마음을 지녔구나.”
그러자 연로비가 재치 있게 대답하였느니라.
“참으로 대단한 남자로군요!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뽐내는 것도 아니며, 지금 일어난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긴 노를 저어 이탁도를 떠나던 날에도 당신은 늘 그런 모습이었으니까요.
자, 명숙여.
그가 직접 지은 방 밖에 침상을 마련하여라.
침상틀을 밖으로 옮기고 그 위에 이불과 담요를 깔아 주어라.”
이 말은 남편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더라.
그러자 오지수가 크게 노하여 충실한 아내에게 말하였느니라.
“여인이여!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구나.
누가 내 침상을 옮겼단 말인가?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그것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신이라면 쉽게 옮길 수 있겠지.
아무리 젊고 힘센 사람이라도 그 침상을 움직일 수는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 침상에는 남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며,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느니라.
안뜰에는 가늘고 긴 잎을 가진 감람나무 한 그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도다.
그 줄기는 마치 기둥처럼 굳세었느니라.
나는 바로 그 감람나무를 중심으로 방을 지었도다.
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았느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람나무를 다듬어 청동 도끼로 가지를 뿌리부터 끝까지 잘라내고, 나무줄기를 깎아 침상의 기둥을 만들었도다.
송곳과 드릴로 나무를 뚫어 기둥을 만들었느니라.
그것이 내가 만든 첫 번째 침상 기둥이었도다.
그 뒤 금과 은과 상아를 박아 넣어 나머지 세 기둥을 만들고, 자주색으로 물들인 소가죽 끈을 그 위에 팽팽하게 둘렀느니라.
이것이 바로 그 침상의 비밀이니라.
그러니 여보, 내 아내여!
그 누가 감히 그 감람나무의 줄기를 잘라 침상을 옮겼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침상이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연로비의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느니라.
그녀는 마침내 남편이 보여준 징표를 모두 깨달았도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하였느니라.
“오지수여!
이제는 제게 노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다른 모든 일에서는 참으로 이해심 깊은 사람이거늘, 어찌하여 제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을 원망하십니까.
신들이 우리를 괴롭힌 것이옵니다.
우리가 함께 젊음을 누리고 늙을 때까지 한평생을 같이 살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하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악한 사내가 거짓말로 나를 속일까 늘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정직하지 못하고 간교한 남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이방인 또한 만일 그리스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 헬렌을 데려갈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신이 그녀의 마음에 그러한 욕망을 심어 그 일을 하게 만든 것이겠지요.
그것이야말로 내게 처음으로 큰 슬픔을 안겨 준 열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께서는 우리 침상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여종 악토리스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습니다.
악토리스는 우리 방을 지키던 사람이었지요.
당신은 마침내 내 완고한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믿게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오지수는 눈물이 솟아나는 것을 참지 못하였느니라.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소리 내어 흐느꼈도다.
마치 해신이 바다에서 배를 부수고 거센 파도와 강풍으로 선원들을 바다에 내던졌을 때, 살아남은 자들이 마침내 육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느니라.
어떤 자들은 바다를 빠져나와 해안에 이르렀으나 온몸에 소금물이 묻어 있었도다.
그들은 살아남은 것을 신들에게 감사하며 기어 올라왔느니라.
이와 같이 연로비 또한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품에 안고 기쁨에 겨워 하얀 팔로 그의 목을 놓지 않았도다.
두 사람은 장밋빛 새벽이 하늘에 이를 때까지 울고 싶었으나, 빛나는 눈을 가진 지혜낭자가 그들을 불쌍히 여겨 개입하였느니라.
지혜낭자는 밤을 붙잡아 두고 황금빛 새벽이 바닷가에 오래 머물게 하였으며, 빛나고 밝은 새벽의 망아지들이 멍에를 쓰지 못하게 하였도다.
그러자 오지수가 머리가 어지러운 듯 말하였느니라.
“여보, 우리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앞으로도 많은 고난이 남아 있고,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힘든 일이 많이 있소.
이는 티레시아스의 영혼이 내게 알려준 운명이오.
내가 염라국의 집에 들어가 나와 내 부하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었던 날, 그는 내게 앞으로의 일을 알려주었소.
그러니 이제 함께 침상에 들도록 합시다.
달콤한 잠을 누리도록 합시다.”
그러자 늘 앞날을 내다보는 연로비가 대답하였느니라.
“당신이 원하실 때 언제든지 그러십시오.
이 침상은 본래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신들께서 마침내 당신을 집으로, 그것도 잘 지어진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신께서 당신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겠지만, 지금 알아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지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그대는 참으로 특별한 여인이오.
어찌하여 내게 그대의 마음까지 아프게 할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대에게 숨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겠소.
티레시아스는 내가 노를 들고 여러 고을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소.
그러다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지 않는 사람들, 배의 뱃머리를 붉게 칠하지 않는 사람들, 배의 날개와도 같은 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사람이 내 어깨에 짊어진 것을 보고 그것을 ‘키’라고 부르는 순간, 내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라고 하였소.
그때 나는 노를 땅에 깊이 박고 해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하오.
숫양과 황소와 멧돼지, 흠 없는 짐승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늘에 거하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하였소.
그렇게 하면 나는 바다에서 죽지 않고 편안히 늙어갈 것이며, 부유하고 행복한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하였소.”
현명한 연로비가 대답하였도다.
“신들께서 당신이 편안하게 늙어가도록 허락하신다면, 우리의 모든 고난에도 마침내 끝이 있을 희망이 있겠군요.”
두 사람은 이렇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느니라.
그동안 노비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에우리노메와 명숙는 횃불을 들고 와 튼튼한 침상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깔았도다.
유모는 자기 침상으로 돌아갔고, 에우리노메는 횃불을 들고 왕과 왕비를 그들의 침상까지 인도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느니라.
마침내, 참으로 마침내, 기쁨에 찬 남편과 아내는 오래전 헤어졌던 부부의 침상으로 다시 돌아왔도다.
한편 목동들과 태명은 춤을 멈추고 여인들에게도 춤을 그치게 하였으며,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느니라.
왕과 왕비는 서로 사랑을 나눈 뒤 또 하나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더라.
연로비는 자신 때문에 구혼자들이 집안을 망쳐 놓고, 양과 소 떼를 마구 죽이며, 포도주를 지나치게 마시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남편에게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지수 또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그 일을 이루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를 하나하나 들려주었도다.
연로비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남편이 모든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잠들지 않았느니라.
먼저 오지수는 키코네스족을 무찌르고 그들을 죽였던 일부터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로터스 열매를 먹는 사람들이 사는 들판에 이르렀던 일과, 독안거인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그에게 붙잡힌 부하들을 되찾고 그 무도한 자에게 복수하였는지를 말하였느니라.
그 뒤 아이올로스 산에 이르러 환대를 받고 도움까지 받았으나,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운명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였도다.
갑자기 거센 폭풍이 일어나 그를 바다 건너로 끌고 갔으며,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하여 통곡하였느니라.
또한 라이스트리고니아에 이르렀을 때 그곳 사람들이 그의 함대를 공격하여 배를 모조리 깨뜨리고 수많은 부하를 죽였던 일도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키르케의 교활한 계략과,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하여 염라국으로 내려갔던 일도 말하였느니라.
그곳에서 죽은 벗들을 만났고, 어린 시절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어머니의 혼백까지 만났다고 하였도다.
또한 사이렌의 끝없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떠돌았던 일, 방황하는 바위와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에 이르렀던 일, 스킬라의 손아귀에서 겨우 빠져나왔던 일도 차례로 들려주었느니라.
그의 선원들이 태양신의 신성한 소 떼를 잡아먹었던 일도 말하였도다.
그때 상제가 연기와 천둥으로 하늘을 뒤흔들고 번개를 내리쳤으며, 그 번개가 배를 산산이 부수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자신만은 살아남아 마침내 옥기섬에 이르렀다고 하였도다.
그곳에서 립선가가 자신을 동굴에 가두고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며, 자신을 돌보아 죽음과 세월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그녀의 온갖 말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였느니라.
그는 여러 해 동안 참혹한 고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페아키아에 이르렀으며, 그곳 사람들은 자신을 마치 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하였도다.
그들은 청동과 금과 많은 옷가지를 선물하고 오지수를 다시 고향 이탁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에 태워 보냈느니라.
마침내 오지수의 긴 이야기가 끝났도다.
달콤한 잠이 그의 마음을 덮어 모든 근심과 고통을 잠시 잊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총명한 눈을 가진 지혜낭자는 밤새 경계를 늦추지 않았도다.
오지수가 아내와의 기쁨을 다 누리고 잠에 들었다고 생각한 때, 지혜낭자는 오케아노스의 물결에서 갓 태어난 새벽을 깨워 세상에 보내었느니라.
황금빛 새벽이 지상에 빛을 드리우기 시작하자 오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말하였도다.
“여보, 우리 둘 다 참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소.
당신은 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었고, 상제와 다른 신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소.
나 또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운명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소.
그러나 이제 마침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소.
당신은 집 안의 재산을 잘 돌보아 주시오.
나는 그동안 약탈을 나가 구혼자들이 제멋대로 죽여 버린 양들을 대신할 양들을 마련하고, 다른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양을 얻어 우리에 가득 채워야 하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골 과수원으로 가서 슬픔에 잠긴 아버지를 뵈어야겠소.
날이 밝으면 내가 구혼자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퍼질 것이오.
여보, 당신은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할 사람이오.
그러니 여종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앉아 있으시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무기를 챙기고 목동들과 태명을 불러 청동 흉갑을 입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거느리고 집 밖으로 나갔도다.
어느덧 새벽빛이 온 땅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였느니라.
그때 지혜낭자가 다시 밤의 어둠을 내려 그들을 감추고, 오지수와 그의 일행을 마을 밖으로 인도하였도다.
==제24권 구혼자들의 혼백과 저승의 속편,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이에 허명<ref>헤르메스</ref>이 구혼자들의 혼백을 집 밖으로 불러내니, 그 손에는 황금 지팡이가 들려 있었더라. 그 지팡이는 신묘한 힘이 있어, 뜻하는 때에는 산 사람의 눈을 감기기도 하고 잠든 자의 눈을 뜨게 하기도 하는 보물이었느니라.
허명이 혼백들을 이끌어 가매, 저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따라오는 모양이 마치 깊은 굴속 어두운 구석에 매달려 있는 박쥐 떼와 같았더라. 한 마리 박쥐가 무리에서 떨어져 바위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박쥐들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끽끽 울어대듯이, 구혼자들의 혼백 또한 괴이한 소리를 내며 치유의 신 허명의 뒤를 따랐느니라.
그들은 넓게 트인 길을 지나 큰 바다를 건너고, 려우도 바위와 태양신의 문을 지나 꿈의 세계를 헤매었으며, 마침내 삶에 지친 혼백들이 머무는 곳, 저승화 꽃밭에 이르렀더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길수의 유령과 파달룡의 혼백을 만났고,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아길수 다음으로 고려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아이아스의 유령 또한 만났더라.
그때 건웅의 혼백이 비통한 마음으로 죽음의 땅에 막 이르렀으니, 그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무리 가운데 들어섰더라. 또한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 호위병들에게 죽임을 당한 여러 사람의 혼백도 함께 이르렀느니라.
그때 아길수의 유령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였더라.
“오호라, 건웅이여!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번개의 신 상제께서 모든 영웅 가운데서 그대를 가장 사랑하셨다 하더이다. 그대가 토래성에서 고려 군사를 이끌고 큰 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니라. 고려 사람들이 전쟁의 온갖 고초를 견뎌야 했던 그곳에서 그대는 대군을 거느리고 용맹을 떨쳤도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하필 가장 참혹한 때에 그대를 찾아왔구나. 그대가 토래성에서 장수의 명예를 누리며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하였다면 모든 고려인과 동맹국의 사람들이 그대를 위하여 큰 무덤을 쌓았을 것이며, 그대의 아들 또한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쳤을 것이니라.
그러나 운명이 그대에게 허락한 것은 이처럼 참혹한 죽음이었도다.”
이에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필우의 아들 아길수여, 내가 아라국<ref>아르고스</ref>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ref>트로이아</ref>에서 죽은 것은 어찌 보면 하늘이 정한 운명이었느니라. 고려<ref>그리스</ref>의 용사들과 토래성의 뛰어난 전사들이 내 시신을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도다.
나는 휘몰아치는 먼지 가운데 누워 영웅의 위엄을 떨쳤으며, 한때 전차를 몰던 영화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느니라.
우리는 하루 종일 싸웠고, 차라리 영원히 싸우고 싶었으나 상제 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마침내 우리를 멈추게 하셨도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 시신을 배에 실어 전장에서 멀리 옮긴 뒤 관에 눕히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긴 다음 향기로운 기름을 발랐느니라. 그리고 나를 위하여 울며 머리카락을 잘랐도다.
그때 나의 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듣고 산령녀<ref>님프</ref>들과 함께 파도 위로 모습을 나타내셨느니라.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무서웠던지 바다 건너까지 메아리쳤으며, 병사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도다.
그때 현명한 노인 내손<ref>네스토르</ref>이 우리를 말리며 이르기를,
‘장수들이여, 여기 머무르시오. 지금 오시는 분은 불멸의 물을 가지고 오시는 그의 어머니이시니라.’
하였느니라.
산령녀들이 죽은 아들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려인들도 다시 용기를 얻었도다. 늙은 바다의 왕의 딸들이 내 주위에 둘러앉아 통곡하였고, 나에게 신들의 옷을 입혔느니라.
또한 아홉 무사여신<ref>뮤즈</ref>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를 위한 애가를 불렀으니, 그 노래가 너무나 애절하여 아무도 눈물을 참지 못하였도다.
신과 인간이 모두 열일곱 날 밤낮으로 나를 애도하였으며, 마침내 내 시신을 화장대 위에 올리고 살진 양과 소를 많이 잡아 제사를 올렸느니라.
나는 신들의 옷을 입은 채 불길 속에 놓였고, 몸에는 기름과 꿀을 발랐도다.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화장대 주위를 돌며 큰 함성을 질렀으며, 마침내 해필수의 불꽃이 내 육신을 태웠느니라.
날이 밝자 우리는 아길수여, 그대의 희고 깨끗한 뼈를 하나하나 거두어 기름과 순전한 포도주를 발랐도다.
그때 네 어머니께서 손잡이가 둘 달린 금 항아리 하나를 내놓으셨으니, 이는 해필수와 주신<ref>디오니소스</ref>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귀한 항아리였느니라. 그 안에 그대의 흰 뼈를 넣었는데, 그대가 죽은 벗 파달룡의 뼈도 함께 섞여 있었도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그대가 그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였던 벗 안달호<ref>안틸로코스</ref>의 곁에 두었느니라.
고려 전사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우리는 온갖 예를 다하여 해봉<ref>헬레스폰트</ref> 해협 곶에 큰 언덕을 쌓았도다. 그 언덕은 바다 멀리에서도 보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일 만큼 높고 웅장하였느니라.
그대의 어머니께서는 신들에게서 훌륭한 상을 받아 경기장 한가운데에 두고,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겨루게 하셨도다.
그대는 살아 있을 때 젊은이들이 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영웅의 장례를 위하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리라. 그러나 은빛 발을 가진 태희<ref>테티스</ref>가 그대를 위하여 가져온 수많은 보물을 보았다면 반드시 놀랐을 것이니라.
그대는 살아 있을 때에도 모든 신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에도 이름을 잃지 않았도다. 그대의 명성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아길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니라.
그러니 내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내가 집에 돌아오자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의 악당들이 나를 죽였으며, 사악한 아내 또한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니라. 이 또한 상제가 정한 운명이었도다.”
두 혼백이 이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길잡이 허명이 오지수가 죽인 구혼자들의 혼백을 이끌고 그들 앞에 이르렀더라.
두 위대한 군주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앞으로 달려갔으며, 건웅은 그 가운데서 이탁도에서 함께 지내던 옛 벗 면나수의 아들을 알아보았느니라.
건웅이 그에게 이르되,
“암필문<ref>암피메돈</ref>아! 너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어찌하여 너희 모두 이 어두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느냐.
너희는 아직 젊고 기운이 왕성하니, 마땅히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젊은이들이 아니었더냐. 혹 해신이 거센 바람과 큰 파도를 일으켜 너희의 배를 모두 깨뜨린 것이냐.
아니면 소나 양 떼를 훔치다가 붙잡혔거나, 성읍과 여인을 두고 싸우다가 육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 보아라. 우리는 본래 벗이 아니더냐.
내가 면나수와 함께 오지수를 설득하여 우리 함대에 합류시키고 토래성으로 함께 항해하고자 너희 집에 찾아갔던 일을 기억하느냐. 바다를 건너는 데 꼬박 한 달이나 걸렸으며, 성읍을 약탈하던 그 백스무 살의 노인을 설득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그러자 암필문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위대한 장군 건웅이시여,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말씀하신 모든 일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우리의 죽음에 얽힌 참혹한 사연을 하나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지수는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우리와 혼인할 뜻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거절하여 돌려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속여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여인은 궁전 한가운데에 큰 베틀을 놓고 넓고 고운 천을 짜기 시작하더니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젊은 구혼자들이여, 이제 오지수가 죽었으니 그대들이 혼인을 바라는 마음도 내가 잘 아노라. 그러나 내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내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여 주시오. 이것은 라열태라에르테스가 죽었을 때 덮을 수의라오. 마을의 여자들이 이처럼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수의 하나 없이 묻혔다고 나를 책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오.’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느니라.
그리하여 낮에는 그녀가 천을 짜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혀 낮에 짠 것을 다시 풀어버렸도다.
그렇게 세 해 동안 우리를 속였느니라.
마침내 네 번째 해가 되었을 때, 이 일을 알고 있던 한 시녀가 우리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도다. 우리가 몰래 가서 보니 과연 그녀가 자신이 짠 천을 다시 풀고 있었느니라.
우리는 그녀를 붙잡아 그 천을 끝까지 짜게 하였고, 마침내 그 거대한 천을 다 짠 뒤 깨끗이 씻게 하였느니라. 그녀가 그것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니 해와 달처럼 밝게 빛났도다.
그때였느니라.
어떤 파멸의 신이 오지수를 어디선가 이탁도로 데려왔도다. 그는 들판으로 가서 돼지치기가 사는 곳에 머물렀고, 그의 사랑하는 아들은 모래사장 비로성<Ref>필성</ref>에서 검은 배를 타고 돌아왔느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우리를 죽일 계책을 세웠도다.
마침내 그들이 궁전에 나타났느니라.
먼저 아들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막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오지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마치 갑자기 나타난 가난하고 늙은 거지와 같았으므로, 돼지치기가 그를 이끌고 왔음에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자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우리는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던졌으며, 그는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말없이 온갖 모욕을 견뎠도다.
그러나 밤이 되자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무기들을 창고에 들여놓고 문을 굳게 잠갔느니라.
그리고 마침내 간악한 계략을 실행하였도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에게 도끼와 활을 가져오게 하였느니라.
그것은 우리의 파멸과 학살을 알리는 신호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강력한 활을 당길 수 없었느니라. 모두 힘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도다.
그러나 오지수의 차례가 되자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활을 주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오직 태명만이 그에게 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도다.
마침내 오지수가 태연히 활을 받아들고 손쉽게 활시위를 당기더니, 쇠도끼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꿰뚫었느니라.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문턱에 우뚝 서서 활을 쏘기 시작했도다.
첫 화살이 우리 지도자 안태우를 꿰뚫었고, 이어서 또 다른 화살들이 날아와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렸느니라. 오지수와 가까이 있던 자들이 차례로 피를 흘리며 넘어졌도다.
그때 우리는 신들이 그들을 돕고 있음을 깨달았느니라.
그들은 분노에 휩싸여 궁전 안을 휩쓸었으며, 우리는 하나씩 죽임을 당하였도다.
사방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느니라.
그리하여 건웅이여, 우리 모두가 죽었도다.
그러나 우리의 시신은 아직도 살인자의 집에 묻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느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아직 우리가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도다.
그들은 마땅히 우리의 상처에 묻은 검은 피를 씻어내고, 우리를 위하여 울며, 시신을 장례 지내야 할 것이니라.
이것이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이기 때문이니라.”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교활한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은 자로다. 덕망 있는 아내, 위대한 연로비<ref>연로비</ref>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은 얼마나 굳센 절개를 지녔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남편을 잊지 않았단 말인가.
그 여인의 명성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불멸의 신들도 지혜로운 연로비의 절개를 노래하여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 아내와는 다르도다. 그녀는 제 남편을 죽였으니, 그 이름은 영원히 혐오스러운 이야기로 남을 것이며, 그 악명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여인들, 심지어 선량한 여인들까지도 나쁜 평판을 듣게 될 것이니라.”
이렇게 두 무리는 염라국의 어두운 땅속에 숨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한편 오지수와 그 일행은 마을을 떠나 오래전에 라열태<ref>라에르테스</ref>가 차지한 농장으로 서둘러 갔느니라.
라열태는 그 농장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며, 그곳에 자신의 집을 지었도다. 그의 명을 받드는 노비들은 중앙의 집을 둘러싼 막사에서 생활하며 잠을 자고 음식을 먹었느니라.
그 가운데에는 실리도<ref>시칠리아</ref>에서 온 늙은 여종 하나가 있었으니, 그녀는 시골에서 라열태를 돌보던 사람이었더라.
오지수가 노비들과 아들에게 이르되,
“안으로 들어가 가장 좋은 돼지를 골라 저녁상에 올릴 고기를 마련하라. 나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으니,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실지 알아보아야 하겠노라.”
하고는 자신의 무기를 노비들에게 맡겼느니라.
그들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오지수는 과수원이 있는 곳으로 홀로 걸어갔도다.
그는 집사 도리우 노인도, 그와 함께 있던 노비들도, 아들들도 보지 못하였느니라. 도리우가 그들을 데리고 돌을 모아 돌담을 쌓으러 갔기 때문이었도다.
오지수의 아버지는 잘 가꾸어진 과수원에서 홀로 나무 주위의 땅을 고르고 있었느니라.
그는 때가 타고 해진 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에는 가죽을 덧대어 가시가 살을 긁지 못하게 하였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었으며 머리에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처량하였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늙음과 고통에 지쳐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우뚝 솟은 배나무 아래에 멈추어 서서 눈물을 흘렸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당장 아버지께 달려가 입맞추고 껴안아 내가 돌아왔음을 말씀드릴 것인가. 아니면 길에서 겪은 모든 일을 먼저 고할 것인가. 혹은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여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할 것인가.’
하였느니라.
마침내 그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 주위의 흙을 파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갔도다.
그리고 이름난 아들 오지수가 그의 곁에 서서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그대는 자신의 일을 참으로 잘 아는구려.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훌륭하게 가꾸었으니 말이오.
무화과나무와 배나무와 감람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온갖 풀과 약초밭까지 어느 것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구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오.
그대는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않는 듯하오. 얼굴과 피부는 거칠고 더러우며 옷은 누더기요. 게으른 사람도 아닌 듯한데 주인은 어찌하여 그대를 이토록 방치한단 말이오.
그대의 키와 얼굴을 보니 노비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수나 군주의 모습에 가깝소. 마땅히 나이 든 사람답게 깨끗이 몸을 씻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부드러운 베개와 좋은 침상에서 쉬어야 할 듯하오.
그러니 내게 말해 보시오. 그대는 누구의 노비이며, 누구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소? 그리고 내가 방금 들은 말처럼 이곳이 정말 이탁도가 맞소?
얼마 전 내 고향에 한 나그네가 찾아온 적이 있었소. 내가 만난 수많은 손님 가운데 가장 가까운 벗이었지요. 그는 이탁도 사람이라 하였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열태라고 하였소.
나는 그를 집에 맞아들여 따뜻하게 대접하였소. 내게는 그럴 만한 재물이 있었으니 말이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금으로 된 보물 일곱 무더기와 꽃무늬를 새긴 은그릇 하나, 펼쳐진 장포 열두 벌, 두꺼운 담요 열두 장, 고운 장포 열두 벌, 저고리 열두 벌을 주었소.
또한 그가 직접 고른 아름답고 잘 길든 여종 네 명까지 주었소.”
그러자 라열태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였더라.
“그래, 낯선 이여. 그대는 이탁도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그러나 이곳은 이제 잔인한 자들의 손에 들어갔느니라.
그대가 그에게 베푼 모든 선물은 이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할 것이니라.
그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그대가 베푼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고 두 팔을 벌려 그대를 맞이했을 것이거늘.
처음 베푼 친절에는 마땅히 보답이 따르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이제 말해 보아라. 그 불행한 사람이 그대를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그대의 손님은 바로 내 아들이었느니라.
아마 바다에서는 물고기에게 먹혔을 것이며, 육지에서는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고, 나 또한 그러하며, 지혜롭고 부유한 그의 아내 연로비도 그러하니라.
그녀는 남편의 눈을 감겨주지도 못하였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였느니라.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를 베풀지 못한 것이로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보아라. 어느 고을에서 왔으며, 부모는 누구냐.
그대가 벗들과 선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배는 아직 어딘가에 정박해 있느냐. 아니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다른 사람의 배에 나그네로 올라탄 것이냐.”
그러자 거짓말쟁이 오지수가 대답하였더라.
“그렇다면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소.
나는 아리보<ref>알리바스</ref> 사람이며 그곳에 내 궁전이 있소. 내 이름은 예필수<ref>에페리투스</ref>라 하며, 보필문<ref>폴리페몬</ref>의 손자요 아비달<ref>아페이다스</ref> 왕의 아들이오.
나는 악령에 사로잡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실리도에서 이곳까지 흘러왔소.
내 배는 지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소.
불쌍한 오지수가 내 집에 찾아온 것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소.
그가 떠날 때 우리는 좋은 징조를 보았으니, 오른쪽에서 새들이 날아갔소.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다시 벗으로 찾아와 더 많은 선물을 서로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그 말을 듣자 검은 슬픔의 구름이 라열태의 온몸을 뒤덮었느니라.
그는 잿빛 먼지 두 줌을 움켜쥐어 늙은 머리 위에 뿌리고 목 놓아 울었도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느니라.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입을 맞추며 말하였도다.
“아버지! 저입니다. 제가 바로 아들 오지수입니다!
스무 해 동안 떠돌다가 이제야 고향,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울음을 거두십시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으나 모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집안의 구혼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들이 제게 저지른 온갖 고통과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말하였느니라.
“네가 정말 내 아들 오지수라면, 내게 그 증거를 보여다오.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도록 하여라.”
오지수가 곧 대답하였도다.
“그렇다면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제가 파라<ref>파르나소스</ref> 산에 올라갔을 때 멧돼지의 하얀 어금니에 긁힌 상처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를 할아버지 우돌수<ref>아우톨리쿠스</ref>에게 보내어 그분이 제게 약속하신 선물을 받아오게 하셨을 때 생긴 상처이지요.
그리고 이제 제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거닐었던 이 아름다운 과수원의 나무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을 거닐며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무들 아래를 함께 걸었고, 아버지는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려 주셨으며 내게 그것들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사과나무 열 그루, 배나무 열세 그루, 무화과나무 마흔 그루, 포도나무 쉰 그루가 있었으며, 포도나무들은 하나씩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포도송이의 모양 또한 상제께서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지요.”
이 말을 들은 라열태의 심장과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보여준 모든 징표가 거짓 없는 증거임을 깨달았도다.
라열태는 아들을 두 팔로 힘껏 껴안았으며, 아들은 기절하려는 아버지를 부축하였느니라.
잠시 후 숨을 돌리고 정신을 차린 라열태가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상제여! 만일 구혼자들이 저지른 모든 악행에 마땅한 벌을 받았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참으로 오림의 지배자이시로다.
그러나 이제 이탁도 사람들이 곧 우리를 공격하고, 개발도<ref>케팔레니아</ref>의 모든 마을에 이 소문을 퍼뜨릴까 두렵구나.”
이에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가 대답하였느니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들을 두 목동과 함께 보내 저녁 식사를 가장 빨리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농가로 가서 기다리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도다.
그곳에는 이미 푸짐한 고기와 향기로운 포도주가 차려지고 있었느니라.
실리도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여종이 용감한 라열태를 깨끗이 씻기고 감람유를 발라준 뒤 아름다운 장포를 입혀 주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가까이 다가와 신통한 힘을 베풀었으니, 라열태의 몸은 더욱 크고 굳세어지고 얼굴에는 젊은 기운이 돌아왔느니라.
그 모습을 본 오지수가 놀라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참으로 모습이 크게 달라지셨습니다. 신께서 아버지를 더욱 크고 늠름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생각에 잠겨 말하였느니라.
“오, 아버지 상제와 지혜낭자와 아로왕여여!
내가 한때 개발도의 왕으로 있었을 때, 본토 해안의 견고한 요새 내리성<ref>네리쿠스</ref>을 함락시키던 그 시절처럼 힘이 왕성하였다면, 어제 너와 함께 서서 무기를 들고 우리 집에 쳐들어온 구혼자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내가 그들 가운데 수많은 자를 쓰러뜨렸을 것이며, 너 또한 분명 크게 기뻐했을 것이로다.”
그들이 이처럼 이야기하는 동안 저녁상이 모두 차려졌느니라.
그들은 의자와 걸상에 앉아 음식을 집으려 손을 뻗었도다.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늙은 노비 도리수가 아들들과 함께 그들에게 다가왔으며, 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어머니 또한 그들을 부르러 나왔느니라.
그들은 오지수를 보는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추었도다.
그러나 오지수가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앉아서 음식을 드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놀라지 마시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소. 오늘 이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 기쁘오.”
그러나 도리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손목을 잡고 입을 맞추며 외쳤도다.
“주인이시여! 돌아오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들께서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들께서 당신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부인께서는 주인께서 돌아오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릴까요?”
그러자 오지수가 태연히 대답하였도다.
“늙은이여,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공연히 수고하지 말라.”
이에 도리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의 아들들도 유명한 주인 오지수를 환영하며 그의 곁에 둘러앉았느니라.
그들은 서로 반가이 품에 안고 차례로 아버지 곁에 앉았도다.
그리하여 모두 함께 농가에서 저녁을 먹었느니라.
한편 구혼자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도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통곡하며 사방에서 오지수의 관저로 몰려들었느니라.
그들은 집 안에서 시신을 꺼내어 장사를 지냈으며,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자들은 배를 타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도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우필태가 먼저 일어나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가장 먼저 죽인 아들 안태우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었고, 연설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도다.
“친구들이여, 이 간교한 자가 우리 모두에게 참혹한 재앙을 안겼도다.
처음에는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게 하여 배를 잃고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개발도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야 하오.
그가 430년이 되기 전에 필성이나 여리국으로 달아나 버리기 전에 반드시 행동해야 하오.
우리 아들과 형제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수치를 당할 것이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소.
차라리 죽어서 이미 죽은 벗들과 함께하고 싶소.
저들이 바다를 건너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오.
자, 지금 당장 나갑시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모든 사람이 그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슬퍼하였도다.
그때 문돈과 음유시인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와 군중 가운데 섰느니라.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문돈이 입을 열어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오지수가 신들의 도움 없이 어찌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겠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명토로 변장한 신을 보았소.
어떤 때에는 오지수의 곁에 서서 그에게 싸울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또 어떤 때에는 연회장을 휩쓸고 다니며 구혼자들을 흩어지게 하였소.
그들은 마치 파리처럼 하나둘 쓰러졌소.”
이 말을 들은 사람들 위에 창백한 공포가 덮였느니라.
그때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 늙은 전사 하리태가 일어나 그들에게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라.
친구들이여, 오늘날 이러한 재앙이 닥친 까닭은 다름 아닌 너희의 비겁함 때문이니라.
나와 명토가 너희 아들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하였건만 너희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도다.
그들은 제 욕심을 따라 큰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남의 재산을 함부로 차지하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의 아내까지 욕보였도다.
그러나 이제 내 말을 잘 들으라.
우리가 무기를 들고 싸우러 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니라.”
그러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남았으나, 절반이 넘는 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도다.
그들은 우필태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무기를 챙겼으며,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마을 앞에 모였느니라.
그들의 우두머리는 우필태였도다.
그는 죽임을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실상은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향한 길이었느니라.
그곳에서 죽는 것이 이미 그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거노왕<ref>크로노스</ref>의 아들에게 물었느니라.
“상제 아버지, 전능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뜻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또다시 전쟁과 쓰라린 분쟁을 일으키려 하십니까.
아니면 평화와 우정의 편에 서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구름을 거느리는 신이 대답하였도다.
“딸아, 어찌하여 내게 그런 것을 묻느냐.
오지수에게 원수를 갚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 것은 바로 너였지 않느냐.
그러니 이제 네 뜻대로 하도록 하라.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길은 이러하니라.
오지수는 이미 모든 구혼자들에게 벌을 내렸도다.
이제 그들이 오지수를 영원한 왕으로 받들도록 맹세하게 하고, 그들의 형제와 아들을 죽인 죄는 더 이상 묻지 말게 하라.
그리하여 다시 옛날처럼 서로 벗이 되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옳으니라.”
지혜낭자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었느니라.
그 말을 듣자마자 오림산에서 내려왔도다.
그 무렵 저녁 식사를 마친 오지수는 전쟁을 준비하며 말하였느니라.
“누군가 나가서 저들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그러자 도리우의 아들이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갔도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적들이 이미 집 가까이까지 이르렀음을 보았느니라.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와 외쳤도다.
“저들이 가까이 왔습니다! 어서 무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서둘러 무기를 들었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아들, 그리고 두 노비까지 모두 네 사람이었으며, 도리수<ref>돌리우스</ref>는 여섯 아들을 데리고 왔도다.
라열태와 늙은 도리우 또한 비록 백발이 성성하였으나 전사로서 필요한 자들이었느니라.
그들은 모두 빛나는 청동 갑옷을 입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으며, 오지수가 그들을 이끌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명토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가까이 다가왔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태명에게 돌아서서 말하였도다.
“아들아, 이제 네가 전쟁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용기를 시험하는 일이니라.
너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쳐서는 안 된다.
우리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용기와 사내다운 기개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 왔느니라.”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고 대답하였도다.
“아버지께서 제 용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지켜보십시오.
저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수치라는 말을 제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라열태가 크게 기뻐하여 외쳤느니라.
“아, 신들이시여!
오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날이로다.
내 아들과 손자가 서로 누가 더 용감한지를 다투고 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지혜낭자가 눈을 빛내며 라열태의 곁에 서서 말하였도다.
“라열태여, 그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니라.
눈빛이 빛나는 여신과 그 아버지께 기도하고, 창을 들어 힘껏 던져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마치자 곧 신통한 힘을 라열태에게 불어넣었느니라.
그러자 라열태가 재빨리 창을 들어 힘껏 던졌도다.
그 창은 우필태의 청동 투구를 그대로 꿰뚫었느니라.
투구는 창을 막지 못하였고, 창끝은 우필태의 머리를 꿰뚫어 그를 땅에 쓰러뜨렸도다.
그의 청동 갑옷이 땅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를 냈느니라.
이를 본 오지수는 빛나는 아들과 함께 최전선으로 돌격하였도다.
두 사람은 칼과 굽은 창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넘겼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일행은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 하였도다.
그러나 그때 지혜낭자가 크게 외쳤느니라.
“이탁도 사람들이여!
이 무참한 전쟁을 당장 멈추어라!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지금 즉시 각자의 길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 창백한 초록빛 공포가 엄습하였느니라.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살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달아났으며, 모두 도시를 향하여 몸을 돌렸도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오지수는 무서운 함성을 지르고 몸을 낮추어 그들을 뒤쫓았으니,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먹잇감을 덮치는 독수리와 같았느니라.
그때 상제가 번개를 내리쳤도다.
번개는 자신의 딸이자 위대한 여신인 지혜낭자의 앞에 떨어졌느니라.
지혜낭자는 차가운 눈으로 오지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도다.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꾀가 많고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자로다.
그러나 이제 이 전쟁을 멈추어라.
그렇지 아니하면 상제께서 그대에게 크게 진노하실 것이니라.”
오지수는 기꺼이 그 뜻을 따랐느니라.
이에 지혜낭자는 다시 명토의 모습을 하고 전쟁에 나선 양편 사람들 앞에 서서, 앞으로는 서로 평화를 지키고 다시는 칼을 겨누지 않겠다는 엄숙한 맹세를 하게 하였도다.
그리하여 오랜 원한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마침내 끝나고, 이탁도 땅에는 다시 평화의 기운이 깃들게 되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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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번역은 내가 1897년에 출판한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The Authoress of the Odyssey)"라는 제목의 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디세이" 전체를 실으면 너무 번잡해지기 때문에 그 책에서는 이미 완성해두었던 번역을 요약해 실었었는데, 이제는 내용 전체를 출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방금 언급한 내 저작에 대해서 두 가지 주요 사항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 책에 쓴 내용에는 더할 것도, 삭제할 것도 없습니다. 두 가지 주요 사항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디세이"는 파이아키아 장면과 이타카 장면과 관련하여 현재 시칠리아 서해안의 트라파니라고 불리는 곳에서 전적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곳에서 전적으로 발췌되었습니다. 율리시스의 항해는 일단 시칠리아에 쉽게 닿으면 섬의 변두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사실상 트라파니에서 다시 트라파니로, 리파리 섬, 메시나 해협, 판텔라리아 섬을 거쳐야 합니다.
(2) 이 시는 전적으로 지금의 트라파니(Trapani)라고 불리는 곳에 살며 나우시카(Nausicaa)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소개한 아주 젊은 여성이 쓴 것입니다.
다소 놀라운 주장 중 첫 번째 근거가 되는 주요 주장은 1892년 1월 30일과 2월 20일에 "아테니엄Athenaeum"에 (반박 없이) 등장한 이후로 영국과 이탈리아 대중 앞에서 눈에 띄게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같은 해 사순절과 10월 기간에 대해 요한커뮤니티(Johnian)의 "이글Eagle"에서 촉구되었습니다(역시 반대 의견 없음). 내가 대답해야 할 어떤 것도 어느 방향에서든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으며, 내 주장에 결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면서, 그러한 결함이 존재했다면, 내가 들었어야 했다는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들 중 일부에 대해 어쨌든. 그러므로 잠시 동안 학자들이 내 결론을 일반적으로 묵인한다고 생각하는 척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반박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오디세이(아)"의 번역에만 국한하겠습니다. ” 영어 독자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메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xxii에 있는 한 가지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465-473 그림소프(Grimthorpe) 경이 친절하게도 제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나는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에 사용된 여러 삽화를 반복했으며, 독자들에게 율리시스 집의 바깥뜰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두 삽화를 추가했습니다. 한 그림에 사람과 개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며 부정적인 면이 전개될 때까지 나는 관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부록에는 율리시스의 집 계획을 설명하는 단락과 계획 자체도 재인쇄했습니다. 독자는 이 계획을 주의 깊게 연구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일리아드』 번역의 서문에서 나는 번역가가 따라야 할 주요 원칙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제시했으며, 시를 산문으로 번역하는 최초의 자유에는 번역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자유를 지속적으로 취합니다. 시에서는 옳은 것이 산문에서는 틀린 경우가 많으며, 읽을 수 있는 산문의 긴급성은 산문 번역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내가 엄격한 해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볼 수 있도록 여기에 부처(Butcher) 씨와 랭(Lang) 씨가 번역한 "오디세이"의 60행 정도를 인쇄하겠습니다. 번역은 다음과 같이 실행됩니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지혜로운 사내 오지수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 풀어낼 수 있을까.
문선의 선녀여, 그가 저 참혹한 토래성을 무너뜨린 뒤에도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없는 바다를 떠돌았는지, 그 기이하고도 처절한 사연을 현대의 우리에게 들려주소서.
토래성의 전쟁이 끝났을 때, 살아남은 장수들은 저마다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재회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오직 오지수만은 그렇지 못했다.
태왕의 딸 립선이 그의 비범함을 탐내어 깊은 석굴에 가두고, 자신과 함께 살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신들이 정한 운명의 기한이 이미 지났음에도 오지수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만리타국에서 혈육 하나 없이 홀로 탄식할 뿐이었다.
대부분의 신들은 그의 처지를 가엾게 여겼다. 그러나 바다를 다스리는 해왕만은 노여움을 풀지 않았다. 오지수가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풍랑을 일으켜 괴롭히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 무렵 해왕은 해가 뜨고 지는 먼 남만 땅에서 백 마리의 소와 숫양을 제물로 받으며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 사이 다른 신들은 천산에 있는 상제의 궁전에 모두 모여 있었다.
상제가 문득 세상을 굽어보다가, 건웅의 아들 충현에게 당한 간우의 비참한 최후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인간들이 제 신세를 한탄하며 매번 신들을 원망하니, 참으로 어리석구나. 고통이 모두 신의 탓이라 하지만, 실상은 제 손으로 화를 불러들여 스스로를 더 괴롭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천왕은 이어서 말했다.
“간우를 보라. 그는 천륜을 어기고 건웅의 부인을 빼앗았으며, 전장에서 돌아온 건웅을 시해하는 대역죄를 저질렀다. 그것이 파멸의 길임을 어찌 몰랐겠는가.
우리 신들이 일찍이 영민한 신명을 보내어 경고했다. ‘건웅을 해하지 말고 그 아내를 범하지 말라. 훗날 건웅의 아들 충현이 장성하면 반드시 부친의 원수를 갚으러 돌아올 것이다’라고.
간우는 그 충고를 귓등으로 흘리고 욕망을 좇다가, 결국 목숨으로 죗값을 치렀다. 누굴 원망하랴.”
천왕이 조용히 눈을 감자, 궁전 안에 엄숙한 기운이 감돌았다.
말이 끝나자, 맑고 깊은 눈을 지닌 지혜낭자가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공손히 아뢰었다.
“전하, 천부여. 대역죄를 지은 간우 같은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합니다. 그와 같은 악인들에게는 앞으로도 마땅히 천벌을 내려주소서.
그러나 소녀의 마음은 오직 의롭고 불행한 장수 오지수 생각에 찢어질 듯합니다.
그는 친구 하나 없이, 하늘과 땅을 가르는 거대한 바다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신 태락의 딸이 다스리는 외딴 섬에 너무 오래 갇혀 있습니다.
그 여신이 온갖 감언이설로 고향 이탁도를 잊게 하려 하지만, 오지수는 고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줄기라도 보고 싶어 차라리 죽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천상의 신이시여, 어찌 이리 무심하십니까. 그가 지난날 토래성의 넓은 평원에서 배들을 줄 지어 놓고 상제께 지성으로 제물을 바치던 일을 벌써 잊으셨나이까?”
천왕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내 사랑하는 딸아,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그 영민하고 의로운 장수를 잊을 리 있겠느냐. 오지수는 인간들 중 누구보다 분별력이 뛰어나고, 우리 신들에게 제물을 아끼지 않은 자다.
다만 바다의 주재자인 해왕의 분노가 태산 같구나. 오지수가 신의 기운을 타고난 독안거인 포백, 해왕의 아들이자 거인족 중 가장 맹렬한 자의 눈을 찔러 멀게 하지 않았느냐.
그 거인의 어미는 바다의 대왕 포길의 딸인 신령 도연이었다.
이 때문에 해왕은 오지수를 죽이지는 못하나, 고향 땅을 밟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가로막고 있다.
이제 우리가 묘책을 세워야겠다. 해왕이 아무리 맹렬한들, 온 천산의 신들이 뜻을 모으면 홀로 맞서지 못하고 노여움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혜낭자가 눈을 반짝이며 다시 아뢰었다.
“위대한 천부여, 신들께서 오지수를 구하기로 결단하셨다면, 서둘러 전령 신명을 저 멀리 오경도로 보내소서. 아름다운 여신 립선에게 ‘오지수의 고난이 너무 길었으니 이제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는 상제의 엄숙한 어명을 전하게 하소서.
그사이 소녀는 직접 이탁도로 내려가, 홀로 남은 오지수의 아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고을의 장정들을 불러 모으겠나이다. 밤낮으로 소와 양을 도살하며 저택을 어지럽히는 탐욕스러운 구혼자들에게 맞서게 하겠나이다.
그 후 아들을 필성과 사파성으로 보내어, 부친의 종적을 찾아 의로운 명예를 천하에 드높이게 하겠나이다.”
말을 마친 지혜낭자는 바람처럼 빠르게 금신을 신고, 분노한 장수들의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는 묵직한 청동 창을 손에 쥐었다. 천산의 구름을 헤치며 순식간에 이탁도의 오지수 저택 대문 앞에 당도했다.
청동 창을 꼬노 잡은 그의 자태는, 다포도의 저명한 추장이자 오지수의 오랜 벗인 민태의 형상과 같았다.
저택 뜰을 채운 구혼자들은 약탈해 잡은 소 가죽 위에 주저앉아 한가롭게 장기를 두고 있었다. 하인들과 노비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술과 물을 섞고, 상을 닦아내며 고기를 썰어 바치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오지수의 아들 태명이 섞여 앉아 있었으나, 안색은 지극히 어두웠다.
‘언제쯤 아버님이 신령처럼 나타나 저 무뢰배들을 쓸어버리고 가문의 명예와 가산을 되찾으실까.’
그는 마음속으로 깊은 탄식을 토해내고 있었다.
낭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태명이었다. 멀리서 온 과객을 문밖에 오래 세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여겨, 급히 성문으로 나가 맞이했다. 공손히 악수를 청하며 청동 창을 받아 들고 온화하게 말했다.
“외방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시여, 어서 오십시오. 부디 저희 처소로 드시어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누시고, 고단한 몸을 쉬신 후에 필요한 바를 말씀해 주소서.”
태명이 앞장서자 변장한 지혜낭자가 그 뒤를 따랐다. 웅장하고 높은 천장의 대청마루로 들어서자, 태명은 낭자의 청동 창을 오지수가 예전에 무기를 보관하던 기둥 곁의 윤이 나는 받침대에 고이 올려놓았다.
이어 부드럽고 화려한 비단을 깐 상감 세공 나무 의자로 낭자를 정중히 모시고, 발받침대까지 대어 주었다. 구혼자들의 무례한 고함과 소란이 귀한 손님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무리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음속으로는 그리운 부친의 소식을 은근히 묻고 싶었다.
하녀가 금항아리에 맑은 물을 담아와 손을 씻기고 은대접을 받쳐 들었다. 두 사람 앞에 정갈한 상이 차려졌다. 노련한 노비들이 향긋한 빵과 갖은 진수를 푸짐하게 올렸고, 고기를 다루는 자는 온갖 고기 요리를 금잔과 함께 곁들였다. 술을 담당한 하인은 연신 달콤한 술을 잔에 채웠다.
구혼자들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와 거만하게 자리를 잡자, 노비들이 그들의 손에 물을 붓고 빵 바구니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 하인들이 술잔을 가득 채우자, 그들은 눈앞의 고기와 술을 마구 삼키며 배를 불렸다.
먹고 마시기가 끝나자 무뢰배들은 잔치의 흥을 돋우려 가무로 눈을 돌렸다. 한 노비가 거문고를 가져와, 구혼자들의 강요에 못 이겨 노래를 불러야 했던 악사 배명에게 건넸다. 배명이 가볍게 현을 퉁기자, 장내에 처량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조가 울리기 시작했다.
구혼자들의 소란이 극에 달하자, 태명은 곁에 앉은 과객이 혹여 들을세라 나지막이 속삭였다.
“귀한 손님이시여, 노여워 마옵소서. 저 무뢰배들은 오직 풍악을 울리고 방탕하게 먹고 마시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저들이 축내는 진수는 본디 엄연한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인데, 그 주인의 고결한 유골은 찬 비바람 속에 뒹굴고 있거나 거친 파도 아래 가라앉았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아버님이 이탁도로 홀연히 돌아오신다면, 저들은 황금과 화려한 비단 옷보다 아버님의 칼날을 피해 더 빠른 발을 달라고 신께 빌어야 할 처지입니다. 하지만 사실 아버님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셨을 터이니, 저희에게는 한 가닥 희망도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손님께 청하오니 부디 진실을 들려주소서. 당신은 누구시며 어느 고을에서 오셨나이까? 가문과 부모는 누구시며, 어떤 사공들과 항로를 거쳐 이 외딴 섬에 당도하셨나이까? 설마 이 거친 바다를 걸어서 오시진 않았을 터, 필시 아버님과 생전에 깊은 교분을 나누던 벗이시옵니까? 예전에 아버님이 천하를 주유하실 때 수많은 현인들이 이 집을 찾았습니다.”
지혜낭자가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태명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숨김없이 말하리라. 나는 타포도를 다스리는 군주 안현의 아들 민태라 하네. 이번에 철을 가지고 태문으로 가 구리와 바꾸고자 동료들과 배를 몰아 이 주홍빛 바다를 건너왔도다. 내 배는 고을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아래 항구에 정박해 있네.
자네 아버님과 우리 가문은 대대로 두터운 의리를 맺어온 사이니, 저 시골 과수원에서 늙은 노비와 함께 슬픔을 달래고 있는 노장 라현에게 물으면 능히 증명할 것이네.
내 자네 아버님이 환향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나, 신들의 조화로 잠시 길이 막힌 듯싶네. 하오나 내 장담하건대 오 장군은 결코 죽지 않았도다. 거친 바다의 어느 외딴 섬에 갇혀 사나운 자들에게 붙잡혀 있을 뿐, 오 장군은 워낙 수완이 재치 있고 능란한 장수이니 머지않아 쇠사슬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올 방도를 찾을 것이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정녕 오 장군의 아들인가? 훤칠한 기상과 총기 어린 눈매가 과연 오 장군을 쏙 빼닮았도다.”
태명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아뢰었다.
“어머님께서는 저를 아버님의 혈육이라 하시나, 사람의 출생이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니 어찌 다 알리오. 차라리 내 가산을 온전히 지키며 고향에서 평안히 늙어갈 수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제 아버지는 천하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지닌 분이시라 하니 원통할 따름입니다.”
지혜낭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태명을 격려하며 말했다.
“연로비 부인의 아들이여, 자네의 영민함을 보니 자네 가문은 결코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네. 그런데 이 저택에서 방탕하게 군림하며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저 무리는 도대체 누구며, 무슨 잔치이기에 이리 법도가 없는가? 선비된 자라면 저들의 추태를 보고 결코 참지 못할 것이네.”
태명이 침울하게 대답했다.
“과거 아버님이 계실 때는 가문이 번창하고 미래가 밝았으나, 이제 신들이 저주를 내려 아버지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차라리 토래성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셨거나 가솔들의 품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더라면, 고려의 백성들이 거대한 무덤을 세워 영웅으로 기리고 저에게도 명예가 남았을 터이나, 지금은 이름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지셨으니 소자에게는 오직 눈물만 남았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인근 사명도, 자금도, 두림도 등지의 군수와 향신들이 어머니께 청혼하겠다며 날마다 저택에 들이닥쳐 가산을 탕진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이 무뢰배들을 물리치지도 못하고 구혼을 끝내지도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저 무리는 머지않아 제 목숨까지 해하려 듭니다.”
지혜낭자가 크게 분노하여 상을 치며 말했다.
“이 어찌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오 장군이 당장 방패와 투구를 쓰고 두 손에 날카로운 청동 창을 쥔 채 이 대문 앞에 나타나야 저 파렴치한 무리들을 단숨에 도륙 낼 것이거늘!
자네는 내 말을 명심하게. 내일 당장 이 고을의 족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하고 천지신명을 증인으로 삼아, 저 구혼자 무리에게 ‘모두 제 집으로 물러가라’ 엄히 호령하게. 그리고 어머니께서 재가하고자 하신다면 친정인 대감댁으로 보내어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하라.
그 후 자네는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을 마련하여 아버님의 종적을 찾아 길을 떠나게나. 필성의 노현을 찾고, 사파성의 민우를 만나보아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수모를 일 년만 더 참을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도록 하라.
이제 자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과거 오준이 아버지를 시해한 간신 간우를 처단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처럼 용맹하게 행동하여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이네. 나는 이제 동료들이 기다리는 배로 돌아갈 터이니, 부디 내 말을 뼈에 새기게나.”
태명이 감복하여 “아버님 같은 훈계를 주시니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부디 목욕을 하시고 귀한 보물을 선물로 받아 가소서” 하고 붙잡았으나, 낭자는 “그 선물은 훗날 돌아오는 길에 기쁘게 받으리라”는 말을 남기고, 부엉이의 눈을 한 선녀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며 한 마리 신령한 새가 되어 대청마루의 연기 속으로 휙 날아올라 천공으로 사라졌다.
태명은 그 기이한 광경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으나, 이내 온몸에 신비로운 용맹과 결연한 의지가 솟구치며 그 과객이 다름 아닌 천상의 신명임을 깨달았다. 신과 같은 위엄을 띤 채 구혼자들이 모인 대청으로 걸어 나갔다.
대청에서는 악사 배명이 거문고를 뜯으며, 지혜낭자의 저주를 받아 토래성에서 고려로 돌아오던 장수들이 바다에서 몰사한 처량한 곡조를 노래하고 있었다.
위층 침실에서 이 애달픈 노래를 들은 오지수의 정실 연로비 부인이 두 여종의 부축을 받으며 높은 계단을 내려왔다. 선녀처럼 고결한 자태의 부인은 대청 기둥 곁에 서서 얇은 비단 베일로 눈물 젖은 얼굴을 가린 채 악사에게 애원했다.
“화공 배명 선생이여, 제발 그 노래를 멈추어 주오. 신명과 영웅들의 장한 위업을 담은 다른 좋은 노래도 많거늘, 어찌하여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이 슬픈 곡조를 부르나이까. 천하에 명성을 떨친 내 낭군 오 장군이 그리워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소.”
그러자 아들 태명이 어미를 향해 뜻밖에 단호하고 웅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예악을 담당한 악사가 제 뜻대로 노래하는 것을 어찌 비난하리이까. 세상의 흥망성쇠는 악사의 죄가 아니요, 오직 천왕 상제님의 뜻에 달린 일입니다. 저 토래성에서 전사하고 돌아오지 못한 자가 어찌 아버님 한 분뿐이겠나이까? 수많은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어머니는 어서 안방으로 드시어 베틀과 물레를 돌리며 여종들의 집안일을 살피소서. 이 저택의 대소사를 논하고 장부들과 담판을 짓는 일은 이 집안의 주인이자 가장인 이 자식의 도리이옵니다.”
부인은 아들의 예리하고도 늠름한 기상에 깜짝 놀라, 아들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며 조용히 위층 침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혜낭자가 안락한 잠을 내릴 때까지 그리운 낭군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스름한 대청마루에서 구혼자 무리들이 부인의 아름다움을 탐내며 저마다 소란을 피우자, 태명이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청천벽력같이 호령했다.
“이 오만방자한 구혼자 놈들아! 소란을 멈추고 얌전히 풍악이나 들을지어다. 내일 새벽 관아 앞 광장에 전 고을의 장정들을 소집할 터이니 그리 알라. 내 너희에게 엄히 명하노니, 당장 내 아버님의 저택에서 나가 너희 집에서 식사를 하든, 너희 재산을 탕진하든 하라! 만일 한 사람의 가산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끝내 들키지 않을 것이라 자만한다면, 내 천지신명과 천왕께 간청하여 반드시 너희 머리 위로 피의 보복과 파멸을 내리게 할 것이니라!”
청년 태명이 감히 전에 없던 대담한 범의 포효를 내지르자, 무뢰배들은 충격을 받아 입술을 깨물며 서로 눈치만 보았다. 이때 무리 중 오현이라는 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태명아, 신들이 네게 오만함을 가르쳤기로 이리 거만하게 구는구나! 천왕께서 자네에게 이탁도의 수령 자리를 결코 내리지 않기를 바라네.”
태명이 안색을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했다.
“오현 어른, 그 말이 가당치 않으나 내 솔직히 말하리라. 나는 천왕께서 내게 수령 자리를 주시기를 바라오. 수령이 되는 것이 가문을 번창하게 하고 명예를 드높이는 길임을 어찌 부인하겠소. 비록 이탁도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아 아버님이 부재한 사이 누가 수령자리를 찬탈할지는 신들의 뜻에 달렸으나, 적어도 내 집과 아버님이 나를 위해 남겨주신 가솔과 노비들의 주인은 바로 이 태명임이 틀림없소!”
그러자 또 다른 무뢰배 우혁이 나서서 겉으로 달래며 물었다.
“태명아, 수령은 신들이 정할 터이니 자네는 자네 재산을 지키게나. 그런데 아까 찾아왔던 그 기이한 과객은 도대체 뉘시며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아버님의 생사 소식이라도 가져왔는가? 우리와 마주치기도 전에 바람처럼 사라지니 필시 보통 인물이 아닌 듯싶네.”
태명이 엄숙하게 대답했다.
“우혁 어른, 아버님은 결코 돌아오지 못하실 듯하오. 내 이제 어머니가 불러들이는 무당들의 헛된 예언 따위는 믿지 않소. 그 과객은 아버님의 오랜 벗이자 타포도의 군주인 민태 어른이오.”
태명이 겉으로는 이같이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과객이 부엉이 눈을 가진 천상의 선녀임을 확고히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 구혼자들이 제각기 흩어지자, 태명은 뜰 위에 높이 지어져 사방이 탁 트인 조용한 침실로 올라갔다. 피선의 아들 옥문의 딸이자, 과거 원덕 대감이 소 스무 마리를 주고 사 와 아내처럼 존중하며 애지중지 키운 충실한 노파 명숙이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태명을 모셨다. 명숙은 태명이 갓난아기일 때부터 젖을 먹여 키운 자라 그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노비였다.
방에 든 태명이 침상에 앉아 겉옷 두루마리를 벗어 주니, 노파는 두루마리를 정갈하게 접어 나무 침대 곁 걸이에 고이 걸어두고 방을 나섰다. 명숙이 은박 걸쇠로 문을 닫고 무거운 빗장을 단단히 지르니 사방이 고요해졌다.
태명은 따뜻한 양모 이불에 몸을 감싸고, 밤이 새도록 지혜낭자가 일러준 거룩한 여정과 아버지를 찾을 계책을 구상하며 묵묵히 새벽을 기다렸다.
그의 기상이 참으로 장하였다.
==제2권 이탁도인의 회의와 태명의 출항==
이른 새벽,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꽃이 피듯 번져 가는 새벽빛 속에서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잠에서 깨어났다. 옷을 단정히 여미고, 날카로운 보검을 등 뒤에 메고, 잘 손질된 가죽신을 신었다. 방을 나서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처럼 당당했다.
태명은 즉시 목소리가 맑고 우렁찬 전령들을 불러 명령했다.
“지체하지 말고 온 고을 사람들을 관아 앞 광장으로 모이게 하라.”
전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북을 치며 외쳤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태명은 청동 검을 손에 쥔 채 홀로 오지 않았다. 날랜 사냥개 두 마리를 좌우에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그에게 거룩한 기품을 내려주었기에, 광장에 모인 원로와 장로들은 감히 가로막지 못하고 그를 회의의 상석으로 인도했다.
태명은 마침내 그리운 아버지 오지수가 앉던 자리에 차분히 앉았다.
가장 먼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난 사람은 지혜롭고 나이 많은 노병 애급 영감이었다.
그의 맏아들 안형은 과거 오지수 장군을 따라 토래성으로 출정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외눈박이 거인에게 붙잡혀 석굴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 거인의 저녁 식사가 되어버린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이제 남은 세 아들 중 하나는 구혼자 무리에 가담했고, 나머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업을 이었지만, 노인은 여전히 큰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었다.
애급 영감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군중을 향해 말했다.
“이탁도의 백성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위대한 오지수 장군께서 전선으로 떠나신 그날 이후로, 우리 고을은 단 한 번도 이렇게 공식적인 총회를 연 적이 없었소. 도대체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가 누구란 말이오? 나이가 지긋한 원로인가, 아니면 젊은이인가? 그리고 무슨 일로 소집했단 말이오? 바다 너머에서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라도 들은 것인가, 아니면 온 고을에 전해야 할 조정의 소식이라도 있는 것인가? 내 생각에는 오늘 회의를 소집한 자는 필시 의롭고 훌륭한 마음을 지닌 사람임이 틀림없으니, 천왕 상제께서 그의 선한 뜻에 큰 복으로 보답해 주시기를 바라오.”
부친을 경외하는 노병의 따뜻한 서두를 들은 태명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무리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자, 법도를 관장하는 관리 피선이 발언권을 상징하는 연설용 지팡이를 정중히 건넸다. 태명은 그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린 뒤, 먼저 말한 애급 영감을 향해 예를 갖추어 말했다.
“어르신, 여기 계십니다. 어르신께서 찾으시던 소집권자가 바로 이 눈앞의 저, 태명입니다. 제가 큰 곤경에 처하여 온 고을의 어른들을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를 공격하러 오는 외적의 군대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백성에게 닥칠 다른 천재지변의 급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제 개인과 무너져가는 가문을 구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절박한 도움이 필요하여 종을 울렸습니다.
지금 저희 가문은 두 가지 큰 재앙을 만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다스리시던 제 부친 오지수 장군을 잃은 것이고, 둘째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끔찍한 일로, 제 집안이 날마다 파괴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모든 가산이 순식간에 탕진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인근 고을의 내로라하는 귀족 집안의 방탕한 아들들이 제 어머니 연로비 부인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날마다 우리 궁궐에 무단으로 들이닥쳐 강제로 구혼을 일삼고 있습니다. 저들이 진정 양반의 법도를 안다면 마땅히 어머니의 친정 이대감 댁으로 찾아가 정당하게 지참금을 논하고 신랑감을 정해야 할 터인데, 저 겁쟁이 무뢰배들은 차마 감히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저들은 날마다 우리 집 사랑채와 안채를 배회하며,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아버님이 남기신 소와 돼지, 살진 염소를 닥치는 대로 도살하여 잡아먹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술판을 벌이고 값비싼 술을 물 쓰듯 마셔대며 가산을 낭비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이 기가 막힌 처지를 두고 어찌 재앙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프도다. 지금 이 저택에는 저 탐욕스러운 도적 떼를 단숨에 쫓아내고 집안을 구원할 주인이 없습니다. 당대 영웅이셨던 제 부친 오지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으니, 일천한 학식과 훈련도 받지 못한 이 어린 태명의 힘으로는 저 무도한 무리와 맞서 싸울 힘이 없고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참으로 애통하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태명이 지팡이를 쥐고 눈물을 흘리자, 온 광장의 백성들이 일제히 숙연해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태명은 눈물을 훔치며 다시 목청을 높여 말했다.
“오호라! 내게 저 무도한 도적 떼를 제압할 힘과 군사가 있었다면, 내 어찌 이 수모를 보고만 있었겠습니까. 저들이 가문을 도륙 내고 집을 황폐하게 만드니, 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너희 구혼자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라. 인근 고을의 이웃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손가락질하며 무어라 비웃겠느냐.
너희는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 머지않아 분노하신 천지신명께서 너희에게 등을 돌리시고, 이 무도한 범죄 행위에 진노하사 벼락을 내리실 것이다. 대라천의 상제와 인세의 공의를 주관하시는 신명께 맹세하노니, 부디 이 원통함을 굽어살펴 정의를 행하소서.
아아, 그러나 다 부질없다. 이웃 백성들이여, 차라리 나를 이대로 버려두어 홀로 슬픔에 겨워 죽게 하소서. 혹여 내 용맹한 부친 오지수 장군이 생전에 고을 백성들에게 척을 진 일이 있어, 너희가 그 원수를 갚겠답시고 나를 괴롭히며 저 무뢰배들을 충동질하는 것이냐.
정녕 그러하다면 차라리 고을 백성들이 내 가축과 곡식을 한꺼번에 먹어 치워 버리는 편이 나을 뻔하였다. 그랬다면 내가 관아에 고발하고 고을을 돌아다니며 가산을 되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송사라도 벌였을 터이나, 지금 저 도적 떼는 내 손발을 묶고 피를 말리니 참으로 대책이 없고 무의미하다.”
태명은 좌절감과 억울함에 치를 떨며 말을 멈추고, 손에 쥐고 있던 연설용 지팡이를 광장 바닥에 팽개치며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 처량하고 장한 모습에 광장에 모인 모든 백성들이 가련히 여겨 눈물을 훔쳤고, 사방이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여 감히 누구도 소년에게 모진 말을 건네지 못했다.
이때 구혼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악명 높은 안태우가 군중을 헤치고 나와 삿대질을 하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태명아, 이 건방지고 고집 세며 철없는 꼬맹이 놈아. 네가 감히 천하의 영웅들을 조정의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우리에게 가산 탕진의 책임을 전가하려 드느냐. 우리 구혼자들은 네 가문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원망하려거든 도리어 네 귀하신 어미 연로비 부인의 흉계를 탓하거라. 그 부인의 꾀가 참으로 여우 같고 교활하다.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에 이르도록 온갖 감언이설로 장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희망을 주며 서찰을 보내면서도, 정작 속마음은 딴 데 가 있다.
부인이 지난날 기이한 꾀를 내어 궁궐 대청에 거대한 베틀을 설치하고는, 길고 가는 삼베천을 짜면서 우리에게 이르기를, ‘장부들이여, 내 낭군 오지수 장군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혼백이 되었으니, 그대들의 구혼을 내 어찌 모른 체하리오. 다만 내 시아버님이신 노장 라현 대감께서 연세가 높아 만수무강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대감이 돌아가신 후 수의도 없이 묻히시면 내 어찌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다 하리오. 제발 이 수의를 완성할 때까지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주오’ 하니, 그 말이 제법 충효에 부합하므로 우리도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아연실색할 일은, 그 부인이 낮에는 눈속임으로 두꺼운 삼베를 짜다가, 밤만 되면 궁청에 횃불을 밝혀놓고 낮에 짠 코를 일일이 다시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더냐. 이 가당치 않은 속임수에 고려의 대장부들이 3년 동안 깜짝 속아 넘어갔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침내 4년째 되던 해에 내막을 아는 여종 하나가 우리에게 밤의 기사를 밀고하였다. 우리가 등달아 안채로 들이닥쳐 부인이 수의를 풀고 있는 현장을 덮쳐 윽박지른 후에야 비로소 그 수의를 완성하게 하였다. 이것이 숨겨진 진실이니, 너와 온 고을 백성들은 똑똑히 들어라.”
안태우가 광장의 백성들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호령했다.
“그러므로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명백하다. 태명아, 너는 당장 네 어미를 이 저택에서 내쫓아 친정으로 돌려보내라. 네 외조부 이 대감이 부인을 마땅한 자에게 재가시키도록 조치하란 말이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자네 어미에게 빼어난 재능과 영민한 지혜, 그리고 고결한 마음을 주셨기에, 옛날 고려 땅의 절세가인들이었던 제후의 딸들이나 화환을 썼던 미가성의 미인들조차 연로비 부인의 기막힌 신통력을 따라잡지 못함은 내 인정한다.
하오나 부인이 이토록 장부들을 기만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천명을 거스르는 짓이다. 부인이 신들이 내린 잔꾀에 매달려 재가를 미루는 한, 우리 구혼자들은 자네 집안의 곡식과 재산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남김없이 거덜 낼 것이다. 그것이 부인에게는 정절의 영광일지 모르나, 자네 가문에는 오직 파멸의 손실일 뿐이다. 부인이 우리 중 한 장부를 낭군으로 택해 나갈 때까지, 우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 궁궐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안태우의 서슬 퍼런 으름장이 끝나자, 청년 태명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태명이 눈을 부릅뜨고 안태우를 꾸짖었다.
“안태우, 너는 들어라. 내가 어찌 나를 낳고 길러주신 고결한 어머님을 이 궁궐에서 강제로 내쫓을 수 있단 말이냐. 아버님이 이 세상에 살아계신지 혹은 이미 혼백이 되셨는지 알 길이 없으나 타국에 억류되어 계시거늘, 내가 불효막심하게 어머님을 축출한다면 외조부 이 대감께서 내게 엄중한 대가를 물으실 것이요, 천지신명께서도 더 큰 천벌을 내리실 것이다. 어머님이 눈물로 이 집을 떠나시며 신명께 원통함을 고하시면, 복수의 여신들이 강림하여 나를 저주할 터이니 나는 결단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너희 놈들이 이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면 당장 이 궁궐에서 너희 발로 걸어 나가라. 내 아버님이 피땀으로 모으신 진수를 더는 축내지 말고, 정 그리 먹고 싶거든 너희 가산을 탕진하여 너희 소와 양을 잡아먹을 지어다. 남의 전답과 재물을 통째로 삼키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로 알았더냐. 정녕 그렇다면 어디 끝까지 가보자꾸나. 불멸의 신명과 천왕 상제께 피로써 간청하노니, 상제께서 머지않아 이 무도한 죄악의 대가를 철저히 치르게 하실 것이다. 너희 놈들은 마땅히 이 궁청에서 명줄이 끊길 것이요, 어느 누구도 너희의 죽음을 가엾게 여기지 아니하리라.”
태명의 말이 장내를 뒤흔들자, 홀연히 천공에서 뇌성이 은은히 울리더니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거룩한 목소리를 지닌 천왕 상제께서 저 높은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독수리 두 마리를 현신으로 내려보내셨다.
처음에는 두 마리 신조가 바람을 타고 날개를 활짝 편 채 서로의 깃을 부딪치며 평화로이 떠돌더니, 이윽고 시끌벅적한 광장의 군중 한가운데에 이르자 별안간 빙빙 돌며 퍼덕이고 웅장한 날개 짓으로 살기를 뿜어냈다.
두 독수리는 죽음과 같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장내에 모인 구혼자 무리의 머리 위로 들이닥쳐,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얼굴과 목덜미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피를 흘리게 했다.
그 후 신조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고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니, 광장에 모인 백성들과 구혼자들이 그 해괴하고 웅장한 도술에 놀라 자빠지며 마음속으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 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의아해하였다.
이때 장로들 중 새의 움직임과 천기를 읽는 혜안이 유독 뛰어난 마스토르의 아들, 늙은 지도자 맹수 옹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무리에게 준엄하게 고했다.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특히 저 탐욕에 눈이 먼 구혼자 놈들은 내 예언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오. 머지않아 피비린내 나는 대재앙이 너희 머리 위로 쏟아질 것이다. 오지수 장군께서는 결코 고향을 오래 떠나 계시지 않을 터, 이미 그분은 우리의 숨결이 닿는 곳까지 가까이 당도하사 너희 무도한 놈들에게 뿌릴 죽음의 씨앗을 품고 계신다.
나아가 이탁도의 방관한 백성들에게도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우리는 저 구혼자 무리의 악행을 당장 막을 방도를 세워야 할 것이오. 그것이 저들에게도 목숨을 보존할 유일한 길이외다.
내 일찍이 오 장군께서 토래성으로 출정하실 때 예언하기를, ‘오 장군이 온갖 모진 고초를 겪고 부하들을 모두 잃은 후, 20년 만에 아무도 몰라보는 초라한 행색으로 환향하리라’ 하였거늘, 이제 그 천수가 차서 예언이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도다.”
그러자 구혼자 무리의 또 다른 괴수인 보리보의 아들 우혁이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나서서 대답했다.
“이 망령 난 늙은이야, 그 입을 다물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네 자식들에게나 헛된 길흉화복을 점치거라. 그러지 않으면 네 늙은 목숨이 온전치 못하리라. 천공 아래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닌들 어찌 그것이 모두 신의 계시란 말이냐. 오지수 장군은 이미 타국 먼 바다에서 썩은 송장이 되어 죽었도다. 차라리 영감탱이 너도 그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었더라면 이 지루한 예언 따위는 듣지 않았을 것을. 자네가 이 철부지 태명 놈을 두둔하여 그 대가로 상이라도 바라는 모양이다만, 내 단언하건대 결코 그리 안 될 것이다.
늙은이야, 자네가 고대의 지혜를 읊으며 이 아이를 충동질해 보았자, 이 아이는 상처만 입고 파멸할 뿐이네. 우리는 자네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
내 온 백성 앞에서 선포하노니, 태명은 당장 제 어미를 친정 대감댁으로 돌려보내어 정당하게 혼례를 올리고 마땅한 선물을 준비하게 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독한 구혼 행위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0살 처먹은 늙은이의 장황한 사설도, 자네의 무의미한 예언 따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노라. 저 연로비 부인이 재가를 거부하며 우리의 희망을 꺾는 한, 이 궁궐의 가산은 씨가 마를 때까지 멸망할 것이로다.”
이에 태명이 안색을 굳히고 대답했다.
“좋소, 우혁 어른과 구혼자 무리들이여.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소. 천지신명과 여기 모인 백성들이 이미 내 원통함을 아실 터이오. 다만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부하 스무 명만 내어주시오. 내 직접 사필성과 모래 언덕의 필성까지 가며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찾겠소.
혹여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상제께서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 주실 수도 있음이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면 이 수모를 일 년 더 견딜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무덤을 파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것이오.”
태명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과거 오지수 장군이 배를 타고 떠날 때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보고 노비들에게 상전으로 모시라 당부했던 의리 있는 벗, 명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명돈이 관아의 군중을 향해 피를 토하듯 연설했다.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세상의 법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도다. 향후 이 나라의 왕들은 백성을 어질고 따뜻하게 다스릴 필요가 없으며, 언제나 잔혹하고 혹독하게 군림해야 마땅할 것이오.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자애롭게 보살피셨던 은인 오지수 나리를, 저 배은망덕한 백성들이 이토록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오. 내 저 구혼자 놈들이 오만방자하게 가산을 갉아먹는 폭정은 차라리 비난하지 않겠소. 저놈들은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 믿고 제 목숨을 걸고 저질러진 도적질이니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나, 왕의 은혜를 입고도 이 불의를 묵인한 채 입을 닫고 있는 너희 백성들의 무심함은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로다.”
장내에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명돈이 가슴을 치며 백성들을 향해 다시 부르짖었다.
“내가 정녕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저 무뢰배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여기 모인 고을 백성들 때문이로다. 너희가 수적으로는 저 도적 떼보다 훨씬 우세하거늘, 어찌 이 불의를 보고도 비겁하게 가만히 앉아 저들에게 꾸짖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단 말이냐.”
그러자 우연우의 아들 이곽이 코방귀를 뀌며 앞으로 나서서 명돈을 윽박질렀다.
“스승 명돈이여,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 자네가 필시 노망이 나 제정신이 아니로군.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이 즐거운 잔치를 중단하라 훈계하다니. 자네들이 감히 우리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듯싶은가. 우리의 세력이 자네들보다 훨씬 막강하네.
설령 이탁도의 주인 오지수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우리가 그의 궁궐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을 보고 노하여 쫓아내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아내 연로비 부인이 아무리 낭군을 그리워했을지언정, 홀로 우리 무리와 맞서다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남편의 처량한 최후를 보며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오.
그러니 영감의 말은 그저 쓸모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네. 어쨌든 총회는 끝났으니 모두 흩어져 각자 생업으로 돌아갑시다. 명돈과 맹수 영감은 오지수의 오랜 동료들이라 하니, 저 철부지 태명의 유랑 길이나 한 번 잘 안내해 보시오. 내 장담하건대, 저 풋내기는 이탁도 항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평생 고향에서 소식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네.”
이곽의 말이 끝나자 군중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탁도 백성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으며, 구혼자 무리들은 떼를 지어 다시 오지수의 궁궐로 향했다.
이때 태명은 무리의 눈을 피해 홀로 빠져나와 적막한 해변에 당도했다.
그가 거친 파도가 치는 회색 바닷물에 손을 씻고 청하여 대라천의 여신 지혜낭자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여신이시여, 소자의 기도를 들으소서. 바로 어제 천신께서 현신하사 제게 이 만경창파를 건너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아버님의 종적을 찾으라 명하셨나이다. 하오나 저 오만방자하고 비열한 구혼자 놈들과 이를 방관하는 백성들 때문에 가산은 날마다 거덜 나고 소자는 발이 묶였으니, 어찌하면 좋으리이까.”
태명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지혜낭자가 별안간 벗 명돈의 형상과 목소리로 변장하여 그의 곁에 나투시더니, 한 마리 새가 지저귀듯 신비로운 말로 귀에 대고 속삭이셨다.
“태명아, 네 부친 오지수의 맹렬한 기상과 강인함이 정녕 네 혈육 속에 흐르고 있다면, 자네는 반드시 용맹하고 사려 깊은 장부가 될 것이네. 생전의 오 장군이 부하들을 통솔하는 말과 행동에 얼마나 유능했더냐. 네가 정녕 그의 친아들이라면 이번 여정은 필시 대성공을 거둘 것이로다.
본디 아비보다 나은 자식이 극히 드물고 대개는 부친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나, 자네를 보니 결코 겁쟁이도 아니요 어리석은 자도 아니로다. 자네는 오 장군의 영리한 지혜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이 대업을 능히 완수하리라 내 확신하네.
그러니 저 미련한 구혼자 놈들의 얄팍한 계획 따위는 뇌리에서 지워버려라. 저 도적 떼는 도덕도 없고 천벌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 머지않아 저들 머리 위에 닥칠 끔찍한 운명과 코앞에 이른 죽음의 칼날을 전혀 알지 못하도다. 내가 네 부친의 오랜 벗으로서 자네와 이 길을 끝까지 함께할 터이니 자네는 기필코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네.
내 자네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한 전선을 마련해 줄 것이니, 자네는 지금 당장 구혼자들이 있는 궁궐로 돌아가 대담하게 식량을 구해 오게나. 항아리에는 향긋한 포도주를 채우고, 가죽 주머니에는 장정들의 힘의 근원이 될 곡식을 가득 담아 두어라. 그사이 내가 고을을 은밀히 돌아다니며 자네와 생사를 함께할 용맹한 사공들을 모집하겠네. 이탁도 항구에 배들이 많으니, 내가 가장 견고한 상선을 골라 빠르게 장비를 갖추고 먼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칠 것이니라.”
상제의 따님인 여신의 신령한 훈계를 듣고 태명은 군령을 받들듯 순종했다.
하오나 집으로 돌아가는 태명의 마음은 여전히 번뇌로 가득 차 있었다.
궁궐 대청에 들어서니, 과연 저 오만한 구혼자 놈들이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마당에서 염소 가죽을 벗기고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괴수 안태우가 들어서는 태명을 보고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짐짓 친한 체하며 비아냥거렸다.
“태명아, 자네는 어찌 그리 매사에 고집불통인가. 자네를 짓누르는 근심을 마음속에서 깨끗이 털어버리고, 예전처럼 우리와 함께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세나. 고려인 장부들이 자네의 가깝고 먼 소망을 다 해결해 줄 터이니 염려 마라. 우리가 견고한 쾌속선과 날랜 사공들을 골라줄 터이니, 자네는 순풍에 돛을 달고 필성으로 가 부친의 소식을 알아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에 태명이 안태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벽력같이 호령했다.
“안태우, 너는 들어라. 내 어찌 가문을 파멸로 이끄는 너희 이기적인 도적 떼와 한상에서 평화로이 술잔을 나누고 기쁨을 논하리오. 내가 철없는 어린아이였을 때, 너희가 아버님이 남기신 풍족한 가산을 마구 탕진한 것만으로도 이미 뼈에 사무치거늘.
하오나 이제 나도 장성하여 사리를 분별하고 현인들의 조언을 들었으니, 가슴속에 용맹한 기상이 소생하도다. 내가 이 궁궐에서든, 혹은 필성으로 날아가서든, 반드시 너희 놈들에게 피의 보복을 내리고야 말 것이다. 비록 너희가 배와 사공을 내어주지 않을지라도, 내 다른 배의 승객으로 동승하여서라도 기필코 필성으로 가고야 말 터이니 그리 알라.”
태명이 결연히 돌아서자, 대청에서 술판을 벌이던 구혼자 무리들은 도리어 조롱 섞인 비웃음을 터뜨리며 저희끼리 수군거렸다.
“에라, 큰일 났구나. 저 핏덩이 태명 놈이 정녕 우리를 몰살하려 드는 모양이네. 필성이나 사필성으로 달려가 구원병이라도 청해올 기세가 아닌가. 아니면 저 멀리 에피라 섬의 독초 밭에서 치명적인 맹독을 구해와 우리 술잔에 몰래 타서 한꺼번에 도륙을 내려는구나.”
또 다른 오만한 자가 잔을 들어 올리며 낄낄거렸다.
“글쎄, 누가 알겠는가. 저 풋내기가 굽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제 아비 오지수처럼 길을 잃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혼백이 될지. 만일 그리된다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로다.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갖고, 이 웅장한 궁궐은 연로비 부인과 새로이 혼인할 낭군에게 통째로 넘겨주면 그만이니 말이네.”
그들의 조롱을 뒤로하고 태명은 아래층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친의 보물창고로 향했다.
그 창고는 천장이 높고 웅장하여, 사방에 황금과 청동이 가득하고 궤짝마다 비단 옷가지와 향기로운 백합유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벽면을 따라서는 신의 명주와 같이 달콤하고 순수한 극상 포도주 항아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으니, 이는 오직 온갖 풍상을 겪은 오지수 장군이 환향할 날만을 고대하며 따로 보관해 둔 것이라.
두꺼운 이중문으로 굳게 잠긴 이 창고를 밤낮으로 현명하게 지키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과거 원덕 대감의 심복이자 옵스의 딸인 충직한 유모 명숙이었다. 태명이 유모를 은밀히 불러 속삭였다.
“유모여, 나를 위해 저 항아리에서 달콤한 포도주를 따라 내어주시오. 다만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 때를 위해 비축해 둔 최고의 명주 말고, 그 다음으로 좋은 포도주로 항아리 열두 개를 가득 채워주시오.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 곱게 빻은 보리쌀 스무 근을 단단히 담아두되, 이 모든 일을 다른 무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붙여주시오. 해가 지고 어머님이 위층 침실로 드시어 잠자리에 오르시면, 내가 밤중에 몰래 와서 이를 수거할 것이오. 내 정녕 사필성과 모래벌판의 필성으로 가 아버님의 종적을 찾고자 하노라.”
유모 명숙이 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렸다.
“오호라, 도련님. 무슨 생각으로 이리 험난한 길을 자초하시나이까. 도련님은 우리 가문의 유일한 외동아들이시요 온 가솔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몸이시거늘, 어찌 그 멀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십니까. 오지수 왕께서도 타국 만리바다에서 길을 잃고 횡사하셨거늘, 도련님마저 성을 비우시면 저 도적 떼가 당장 도련님을 시해하고 재산을 분탈할 음모를 꾸밀 것이 자명하옵니다. 부디 이 늙은이의 말을 들으사 궁을 지키시고, 저 거친 만경창파의 위험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마옵소서.”
태명이 유모의 손을 잡고 단호히 달랬다.
“유모여, 내 안위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천상의 신명께서 이미 이 계획을 굽어살피시고 대복을 약속하셨나이다. 다만 청이 있으니, 내가 떠난 것을 어머님이 아실 때까지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비밀을 유지해 주시오. 어머님이 슬피 우시다 고운 안색과 피부가 상하실까 두려우니 그리해 주시오.”
늙은 유모가 천지신명께 맹세하며 마침내 비밀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밤이 되자 향긋한 포도주를 항아리에 채우고 보리쌀을 튼튼히 기운 가죽 자루에 담아 준비했다. 이에 태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대청으로 돌아가 구혼자 무리 틈에 섞여 동태를 살폈다.
이때 천상의 지혜낭자가 궁궐의 사정을 굽어보시고 신통한 묘안을 내셨다.
여신은 순식간에 태명의 형상으로 둔갑하여 이탁도 고을 곳곳을 암행하며, 구혼자 무리의 장정들을 한 명씩 찾아가 ‘오늘 밤 삼경에 항구의 배 곁으로 집결하라’ 은밀히 군령을 내리셨다.
또한 보련우의 아들 노문을 찾아가 용맹한 전선 한 척을 청하니, 노문이 기꺼이 배를 내어주겠노라 약속했다. 이윽고 해가 지고 천지에 어둠이 짙게 깔리자, 여신은 홀연히 도술을 부려 거대한 배를 물 위로 끌어 올리고 항해에 필요한 갖은 도구와 장비를 빈틈없이 실었다.
해변의 외진 곳에 우뚝 선 여신은 건장한 사공들을 모아 일일이 군기를 다잡고 훈련시킨 후, 밤눈을 빛내며 오지수의 궁궐로 되돌아와, 여전히 술판을 벌이던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강력한 수면의 도술을 부리셨다.
여신이 신형의 기운으로 그들을 치시니, 도적 떼는 취기에 눈이 풀려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엎어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여신은 다시 스승 명돈의 형상으로 변장하여, 어스름한 대청에서 소년 태명을 밖으로 불러내어 그의 늠름한 안색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태명아, 갑옷을 갖춰 입은 용맹한 선원들이 이미 항구에서 자네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도다. 어서 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한시바삐 닻을 올려야 하느니라.”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날래게 걸어가니, 소년 태명이 호랑이 같은 걸음으로 그 신성한 발자취를 바짝 따랐다. 두 사람이 거친 해변에 당도하니, 과연 갯바람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늠름한 사공들이 배를 대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충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태명이 선원들을 향해 기운차게 호령했다.
“동지들아. 어서 가서 창고에 비축해 둔 행장과 식량을 배로 옮기자. 이미 만반의 준비가 끝났도다. 다만 사방이 고요하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말라. 내 어머님도 모르시고 다른 가솔들도 일절 모르는 비밀이되, 오직 내 노련한 유모 한 사람만 알고 있느니라.”
태명이 군사를 지휘하듯 솔선수범하니 선원들이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든 보따리와 가죽 주머니를 갑판에 실었다. 준련한 태명이 사공들에게 최종 지시를 내린 후 당당히 배에 오르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뱃머리에 서서 행차를 인도하였다. 여신이 배의 선미 상석에 좌정하시고 그 곁에 태명이 늠름하게 앉으니, 선원들이 일제히 밧줄을 풀고 각자 노를 잡고 자리에 앉아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했다.
이때 지혜낭자가 서쪽 하늘을 향해 도술을 부려 맑고 강인한 순풍을 불러일으키시니, 만경창파 포도주 빛 바다 위로 서풍이 휘파람을 불며 돛을 밀어붙였다.
태명이 큰 소리로 명령하여 “모두 돛대를 굳게 잡으라!” 하니, 사공들이 일제히 소나무로 만든 튼튼한 돛대를 도르래 홈에 뚝딱 세우고 밧줄로 단단히 고정한 후, 잘 무두질한 가죽 끈을 당겨 눈부시게 하얀 흰 돛을 높이 올렸다.
순풍이 돛 한가운데를 빵빵하게 채우자, 배는 쏜살같이 나아갔고 거친 보랏빛 파도가 쪼개지는 용골 주위를 요란하게 때리며 하얀 거품을 일으켰다. 여신이 풍랑을 조화롭게 다스려 항해를 지극히 순조롭게 하시니, 어둠을 가르는 검은 전선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만리길을 전진하였다.
사공들은 돛대를 질러 고정한 후,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 천지신명과 불멸의 신선들, 특히 오지수 가문을 수호하시는 눈빛 총명한 신명께 지성으로 고리를 지내며 제물을 바쳤다.
이윽고 쾌속선은 어두운 밤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다가올 새벽의 붉은 동이 틀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저 먼 대해를 향해 도도하게 나아가니, 그 기상이 실로 장관이었다.
==제3권 늙은 왕의 회상==
이튿날 여명이 은은히 밝아오며, 태양신 해일<ref>헬리오스</ref>이 불멸의 신선들과 곡식을 가꾸며 살아가는 필멸의 중생들에게 빛을 비추고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양의 동녘을 떠나 청동빛 하늘을 향해 해수레를 몰아 맹렬히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태명 일행이 탄 검은 전선은 마침내 내류왕 대감이 세운 유서 깊은 고을, 필성 항구에 도달하였도다.
마침 바닷가에서는 온 백성들이 모여, 대지를 뒤흔드는 권능을 지닌 검은 머리의 바다 신 해왕께 가장 좋은 제물을 바치는 거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니, 온몸이 숯비둘기처럼 새까만 흑황소(黑黃牛)들을 잡아 바치는 참이었다.
해변에는 아홉 줄의 자리가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한 줄에 무려 오백 명씩의 장정들이 군좌(群坐)하였으며, 각 줄마다 아홉 마리씩의 황소를 제물로 드려 장관을 이루었다. 백성들이 잡은 황소의 구운 내장을 먼저 맛보고, 제단 위에서 넓적다리뼈를 태워 연기를 신명께 올려드릴 때, 태명 일행은 균형 잡힌 쾌속선의 돛을 내린 후 선원들을 시켜 돛천을 잘 접어 단단히 정박시키고 마침내 육지에 첫발을 내딛도다.
태명이 배에서 내리자, 스승 명돈으로 변장한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걸으며 빛나는 눈으로 태명을 돌아보고 나직이 타이르되,
“태명아, 이제부터는 기가 죽거나 털끝만큼도 위축될 필요가 없느니라. 자네가 이 거친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까지 온 것은, 오직 대지가 자네 부친 오지수 장군을 어느 구석에 감추었으며 그분이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러니 자, 기운을 내어 곧장 말 길들이는 재주로 천하에 이름난 노장 노현 대감을 찾아가세나. 그 어른이 가슴속에 어떤 비책을 품고 계신지, 아버님의 소식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고 정중히 간청해보게. 노현 대감은 당대의 명망 높은 현인이시니 결코 거짓을 말하여 자네를 속이지 않을 것이네.”
이에 영민한 태명이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 아뢰되,
“스승님, 소자 아직 나이가 어리고 조정의 법도나 장부들과 지혜롭게 담판 짓는 말주변이 심히 서툴옵니다. 이토록 덕망 높은 고을의 대장 어른을 뵙고 어떤 말씀부터 꺼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위축되나이다.”
여신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되,
“태명아, 걱정 말라. 자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는 영감이 있을 것이요, 설령 부족할지라도 천지신명께서 자네 입을 빌려 마땅한 언변을 내려주실 것이네. 본디 신들의 가호와 음덕이 아니었다면 자네가 어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늠름하게 장성할 수 있었겠느냐.”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이 말을 마치고 대장부처럼 앞장서서 걸어가니, 태명이 고스란히 여신의 거룩한 발자국을 밟으며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필성의 장정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연회석 쪽으로 다가서니, 과연 상석에는 노장 노현 대감이 여러 아들들과 함께 좌정해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노비들이 고기를 굽거나 긴 꼬챙이에 꿰며 잔치 준비로 분주하더라.
외방에서 온 이방인 나그네들을 발견한 필성의 백성들은 일제히 몰려와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며, 먼 길에 고단할 터이니 어서 자리에 앉으라고 정중히 권하였다.
이때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비시달이 가장 먼저 돛달음질쳐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이끌었다. 그는 바닷가 모래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양털 가죽을 정성껏 깔아 마련한 상석으로 두 귀빈을 인도하여, 형 태시무의 부친 노현 대감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혔도다.
젊은 주인이 환영의 뜻으로 두 사람 앞에 갓 구워낸 소 내장 요리를 올리고, 화려한 황금 잔에 향긋한 포도주를 가득 따른 후, 천상의 방패를 지닌 상제의 따님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을 향해 공손히 잔을 바치며 말하되,
“먼 곳에서 오신 귀한 나그네여, 마침 우리가 바다의 주재자이신 해왕 군주를 위해 대제를 지내던 참에 귀한 발걸음을 하셨으니, 부디 우리 신명께 지성으로 기도를 올려주소서. 예법에 따라 먼저 신께 고리(告祭)를 지내며 포도주를 올린 후, 그 꿀맛 같은 잔을 곁에 계신 젊은 벗에게도 건네어 함께 축원을 빌게 하소서. 본디 천하의 모든 인간은 신령의 음덕 없이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자네의 친구 역시 불멸의 신선들께 정성껏 빌고 싶지 않겠소? 다만 저 곁에 계신 도령은 나이가 더 어려 나와 동년배로 보이니, 이 첫 황금 술잔은 마땅히 연치(年齒)가 높으신 어른께 먼저 올리는 것이 도리인가 하옵니다.”
비시달이 이렇듯 법도에 맞게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 잔을 여신의 손에 쥐여주니, 지혜낭자는 지혜롭고 올바른 행실을 갖춘 이 젊은이의 갸륵한 예법에 크게 흡족해하셨도다. 여신은 황금 잔을 높이 들어 즉시 바다의 군주 해왕을 향해 가슴 깊이 간절히 기도하여 가라사대,
“대지를 튼튼히 떠받치시는 해왕 신명이시여, 이 둔한 중생들의 기도를 굽어살피소서! 지성으로 간청하는 우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이 땅에 다음과 같은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첫째는 노장 노현 대감과 그의 의로운 아들들에게 천하의 영광을 내려주시고, 둘째는 이 성대한 흑황소 제물을 바치며 정성을 다한 필성의 모든 백성들에게 아낌없는 보상을 베풀어주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검고 빠른 전선을 타고 만리 길을 찾아온 소장 태명과 이 늙은 명토가 도모하는 대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환향하게 도우소서.”
여신이 이같이 엄숙하게 축원하셨으나, 실상은 여신 스스로가 천상의 권능을 지니셨기에 본인의 뜻대로 이 모든 기적을 즉시 이룩하신 참이었다.
여신은 기도를 마친 후 손잡이가 둘 달린 웅장한 황금 술잔을 옆에 앉은 태명에게 건넸고, 오지수의 장한 아들 태명 역시 잔을 받아 들고 스승의 뒤를 이어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천지신명께 조상의 가호를 빌었도다.
두 사람의 고례(告禮)가 끝나자, 곁에 있던 시종들이 꼬챙이에 잘 구워진 황소고기를 빼내어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몫을 나누어 주니, 이윽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성대한 연회가 무르익더라.
좌중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마시어 기갈과 피로를 온전히 씻어내자, 마침내 수많은 전차를 몰고 전장을 누볐던 계령의 영웅, 늙은 노현 대감이 위엄 있게 수염을 쓸어내리며 두 나그네를 향해 먼저 웅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니,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사연이 흘러나올꼬.
==제4권 해신이 한 말==
태명 일행은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패삼득<ref>페이시스트라토스</ref>를 동반자로 삼아, 전차를 타고 험준한 골짜기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 동굴의 땅, 서파성에 당도하여 곧장 명뇌왕의 대궐로 향하였도다.
마침 대궐에서는 적면(赤面)의 영웅 명뇌왕이 자녀들의 혼례를 축하하고자 일가친척과 고을 백성들을 구름처럼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배풀고 있었느니라. 일찍이 토래성 전장에서 그는 자신의 고결한 딸을 장차 맥리민(貊利民) 족<ref>므리미돈족</ref>을 다스릴 불세출의 영웅 안길승<ref>아킬레스</ref>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했던바, 이제 화려한 보물과 말이 끄는 전차를 혼수품으로 내어주며 신행(新行) 길에 오르게 하니, 이는 실로 천지신명의 오묘한 섭리로 성사된 경사로다.
또한 왕은 노비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용맹한 서자 맹대수<ref>메가펜테스</ref>를 위해서도 고을의 어진 처녀인 안계리<ref>알렉토르</ref>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대궐 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본디 천상 신명들께서는 절세미인 하일란 여사<ref>헬레나</ref>에게 황금빛 포랑선녀<Ref>아프로디테</ref>를 닮은 아름다운 딸 허명혜<ref>헤르미오네</ref>를 점지해 주신 이후로는 더 이상 소생을 허락지 아니하셨음이라.
이때 왕의 심복인 위태선<ref>에태오네우스</ref>가 대궐 밖을 살피다 기이한 기상을 풍기는 두 장부를 발견하고,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왕께 고하되,
“상감 폐하, 밖에 귀인 두 분이 당도하였사온데, 그 풍채와 위엄이 마치 천왕 상제의 아들들처럼 비범한 이방 나그네들이옵니다. 저들이 타고 온 군마의 멍에를 풀어 정성껏 대접하오리까, 아니면 다른 고을의 주인을 찾아가라고 박대하여 보내오리까?”
이에 얼굴이 붉은 명뇌왕이 크게 노하여 벼락같이 소리치되,
“이 미련한 놈아! 네가 전에는 제법 총명하더니, 이제는 어찌 철없는 아이처럼 망발을 일삼느냐! 우리 역시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기 전까지, 이국땅을 떠돌며 수많은 주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목숨을 부지하지 않았더냐. 상제께서 앞으로도 우리 가문을 굽어살피시기를 간구하며, 당장 저 귀인들의 군마에서 멍에를 풀고 안으로 모셔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라!”
군령을 받은 위태선이 대궐 밖으로 뛰어나가 하인들을 소집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땀에 젖은 말들의 멍에를 풀고, 하얀 보리를 섞은 에머밀을 여물통에 가득 채워 묶어 두었도다. 마차는 잘 닦인 벽면에 기대어 세워두고, 두 소년을 신령스러운 저택 안으로 정중히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더라.
위대한 명뇌왕의 높은 전각은 마치 한낮의 태양이나 밤중의 보름달처럼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음이라. 그들이 웅장한 대궐을 충분히 구경한 후 윤이 나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니, 시녀들이 향기로운 백합유를 발라 몸을 씻겨주고 부드러운 양모 망토와 도포를 입혀 마침내 아트레우스의 아들 명뇌왕의 옆자리에 앉혔도다.
한 시녀가 은대야와 금병을 받쳐 들고 나와 그들의 손을 깨끗이 씻긴 후, 윤이 나는 나무 상을 차려내었고, 또 다른 정숙한 시녀가 향긋한 떡과 호화로운 찬을 끊임없이 내어왔다. 고기를 써는 시종이 온갖 기이한 육고기가 담긴 은반을 올리고 황금 잔을 바치니, 명뇌왕이 두 귀빈을 반갑게 맞이하며 가로되,
“마음껏 드시게! 먼 길에 고단했을 터이니 맛있게 들고 기운을 차리게나. 식사가 끝난 후에 자네들의 성씨와 근본을 물을 것이로다. 자네들의 기상을 보니 필시 천하를 호령하는 왕족의 후예가 틀림없구나. 본디 흙을 파먹는 농부의 자식들은 자네들 같은 영웅의 풍채를 지닐 수 없는 법이네.”
이때 태명이 대궐의 사치스럽고 웅장한 장식을 보고 경탄하며, 옆에 앉은 패삼득에게 나직이 소근거리되,
“여보게 벗이여, 이 울려 퍼지는 전각이 청동과 은, 황금과 상아, 그리고 영롱한 호박(琥珀)으로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보게나. 이곳은 흡사 올림포스 산에 있는 상제의 천궁처럼 풍요로우니, 내 심신이 경외심에 사로잡히는구려.”
명뇌왕이 흘러나오는 태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 바람처럼 날아가는 어조로 대답하여 가로되,
“장한 소년들이여, 천하의 어떤 필멸의 인간도 감히 천왕 상제의 권능에 비할 수는 없느니라. 신명께서 거처하시는 천궁과 보물은 영원불멸한 법이지. 물론 세상의 어떤 영웅은 내 재산과 견줄 만큼 부유할지 모르나, 나는 이 막대한 보물을 모으기 위해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도다.
내가 토래성이 함락된 후에도 무려 8년 동안이나 거친 바다를 표류하며 길을 잃고 이국땅을 헤맸음이라. 저 멀리 뿔 달린 양들이 일 년에 세 번씩 새끼를 낳고, 주인과 노비가 신선한 젖과 치즈와 고기를 일 년 내내 풍족하게 얻는 남방의 낙토(樂土)까지 흘러갔었지.
하오나 내가 그토록 타국을 떠돌며 보물을 긁어모으는 동안, 고향에서는 간교한 형수 놈에게 배신당한 내 친형님 아한왕이 궁궐 한복판에서 억울하게 시해당하셨도다! 그러니 내 손에 쥔 이 모든 천하의 보물이 내게 무슨 기쁨을 주겠느냐. 자네들의 부친 역시 내가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고 내 사랑하는 대궐과 떨어져 지냈는지 이미 들려주었을 것이네.
차라리 아라골의 푸른 목초지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 벌판에서 전사한 내 전우들이 지금 살아만 있다면, 내가 모은 이 보물의 삼분의 일만 가지고라도 이 대궐에 기쁘게 머물렀을 것을! 나는 매일같이 이 웅장한 대궐에 홀로 앉아, 먼저 가버린 백 명의 영웅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노라.
특히 그중에서도 오직 한 사람, 그의 운명은 가혹한 고통이었고 나의 운명은 그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 가득하니, 바로 오지수 장군이로다!
그분이 먼 길을 떠난 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 살아 계신지, 혹은 고혼(孤魂)이 되셨는지조차 알 길이 없구나. 지금쯤 고향에서 그의 충실한 아내 연로비 부인과 늙으신 부친 라현 옹, 그리고 그분이 출정할 때 갓난아기였던 어린 아들 태명 도령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곡읍(哭泣)하고 있겠느냐.”
명뇌왕의 이 절절한 강론이 소년 태명의 가슴속에 묻어둔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기어이 폭발시키고야 말았도다. 뜨거운 눈물이 소년의 안색을 타고 흘러내려 대청마루 바닥에 툭툭 떨어지니, 태명은 차마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자주색 망토 자락을 들어 두 눈을 가리고 흐느꼈다. 명뇌왕은 이를 예리하게 알아채고, ‘이 소년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그 근본을 물어야 할지’ 마음속으로 깊이 망설이더라.
왕이 이처럼 고뇌하고 있을 때, 홀연히 황금 화살을 든 수렵의 신 아라미낭자 여신처럼 고결한 자태를 지닌 연로비 여사(헬레나)가 천장이 높고 향기로운 침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도다.
시녀 아드라가 여왕을 위해 특별히 정성껏 칠한 의자를 마련하였고, 알키페는 그 위에 부드러운 양모 담요를 깔았으며, 필로는 은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바느질 바구니를 받들어 올렸다. 이 귀한 보물은 일찍이 이집트 테베 고을의 대부 보리보의 아내가 연로비 여사에게 바친 것으로, 테두리를 정금(純金)으로 두르고 바퀴가 달린 신기한 은바구니였으니, 안에는 이미 자아놓은 고운 실이 가득 보관되어 있었다.
연로비 여사가 의자에 좌정하여 장내를 둘러보더니, 놀란 안색으로 낭군 명뇌왕에게 나직이 물어 가로되,
“상감 폐하, 오늘 우리 대궐에 찾아온 저 장한 나그네들은 도대체 누구이옵니까? 제 얕은 소견을 숨겨야 할지, 혹은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할지 망설여지오나, 제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나이다.
내 일찍이 천하를 두루 보았으나, 오늘 찾아온 이 소년처럼 용맹한 오지수 장군의 아들 태명 도령을 쏙 빼닮은 이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이다. 과거 고려인들이 내 얼굴을 핑계 삼아 토래성을 치고자 폭정과 전쟁을 일삼으며 군사를 일으켰던 그 첫날, 오 장군께서 고향방에 갓난아기로 누워있던 이 태명을 두고 눈물로 출정하셨거늘, 어찌 이리 똑같단 말이옵니까.”
이에 명뇌왕이 무릎을 탁 치며 대답하되,
“부인, 내 눈도 정녕 틀리지 않았구려! 저 소년의 늠름한 손과 발, 머리카락과 두상의 골격, 그리고 번뜩이는 눈빛이 과연 오 장군과 붕어빵이로다. 내가 방금 오 장군이 나를 위해 전장에서 겪었던 온갖 고초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 아이가 안색을 찡그리며 자주색 망토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 않았소!”
그러자 곁에 있던 네스토르의 아들 패삼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법을 갖추어 아뢰되,
“명뇌왕 폐하, 두 분의 혜안이 과연 정확하시옵니다. 이 곁에 계신 도령은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하의 용장 오지수 장군의 친아들 태명이 맞사옵니다. 하오나 성품이 지극히 수줍고 겸손하여, 당대의 영웅이신 폐하 앞에서 감히 철없이 먼저 입을 열어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나이다.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우렁찬 목소리는 신령의 계시와 같다 칭송하시며, 소자에게 이 태명 도령을 안내하여 이곳까지 동행하라 명하셨나이다. 태명은 폐하께 아버님의 생사 소식과 고견을 듣고자 간절히 찾아왔나이다. 본디 아비 없는 자식은 가문을 지켜줄 힘이 없어 고을의 무뢰배들에게 큰 수모를 겪게 마련인바, 지금 태명의 처지가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명뇌왕이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태명의 손을 꼭 쥐며 가로되,
“오호라, 내 생전에 나를 위해 그토록 피땀을 흘렸던 진정한 벗의 아들이 내 집에 제 발로 걸어왔구나! 내 일찍이 상제께서 우리 함대를 가호하사 고향으로 속히 환향하게 하신다면, 천하의 어떤 아라골 장수들보다 오지수 그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영접하리라 다짐했었노라.
내 그와 그의 모든 가솔, 백성들을 이탁도에서 통째로 데려와 이 서파성 근처의 고을 하나를 내어주고 제후로 삼아 평생을 이웃하며 살고자 했거늘! 죽음의 먹구름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의 우정과 기쁨을 그 무엇도 꺾지 못할 거라 믿었노라. 하오나 천상의 신명께서 우리의 두터운 정을 시기하셨는지, 그 불쌍하고 불운한 영웅만을 홀로 고향에 들지 못하게 하셨도다.”
왕의 이 서글픈 한탄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로비 여사도 수건을 적셨고 명뇌왕도 눈시울을 붉혔으며, 패삼득 역시 과거 전장에서 광명의 새벽 신에게 안타깝게 살해당한 제 친형님 안틸로코스의 혼백이 생각나 눈물이 가득 고였도다.
패삼득이 눈물을 닦아내며, 날개 돋친 듯 수려한 말로 명뇌왕께 공손히 고하되,
“명뇌왕 폐하, 일찍이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상식과 혜안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하셨나이다. 그러니 소자의 미천한 간청을 들어주소서. 이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곡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사오니, 통곡은 다가올 새벽으로 미루심이 어떠하옵니까. 물론 먼저 가신 영웅들을 애도하고 머리를 깎으며 뺨을 적시는 것이 우리가 죽은 자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예우이오나, 지금은 귀한 손님을 맞이한 자리이옵니다.”
명뇌왕이 대장부의 청을 전해 듣고 흡족해하며 대답하되,
“장하도다, 소년이여! 자네는 정녕 나이 많은 노련한 장부처럼 지혜롭게 말하는구나. 과연 그 언변에 부친 노현 대감의 고결한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도다. 본디 상제께서 행복한 가문과 혈통을 점지해 주신 자들은 그 기상이 쉽게 드러나는 법이지.
상제께서 노현 대감에게 평생의 행운을 주사 고향에서 200세가 넘도록 장수하게 하시고, 그 아들들 또한 천하의 창술가로 키우셨으니 참으로 복되도다. 자, 이제 슬픔을 거두고 다시 저녁 식사에 집중하세나. 시종들은 어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 손을 씻기라. 다가올 새벽이 되면 내 태명 도령과 밤을 새워가며 아버님의 소식을 상세히 나눌 것이로다.”
왕의 명을 받들어 날랜 시종 아스팔리온이 귀빈들의 손에 맑은 물을 부었다.
이때 지혜로운 연로비 여사가 장내의 무거운 슬픔을 지워버리고자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렸도다. **여사는 일찍이 이집트 고을의 톤의 아내 폴리담나에게서 선물 받은 강력한 신약, 즉 인간의 가슴을 찢는 모든 슬픔과 분노를 단숨에 잊게 해주는 망우단(망우약)을 포도주 항아리에 몰래 섞어 넣은 참이었다.**
본디 이집트 땅은 온갖 기이한 약초와 치유의 도술이 발달한 의인(醫人)들의 나라인바, 이 약을 마신 자는 가령 자신의 눈앞에서 친부모나 형제가 청동 창에 찔려 죽을지라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효능이 있었다. 여왕이 약을 탄 달콤한 명주를 하인들에게 명하여 잔마다 가득 따르게 한 후, 좌중을 향해 우아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명뇌왕 폐하, 그리고 여기 모인 고결한 가문의 소년 장부들이여. 상제께서는 천하 중생들에게 때로는 길한 복을, 때로는 흉한 화를 번갈아 내리시니 그 권능은 실로 전능하시도다. 그러니 이제 시름을 잊고 음식을 즐기라. 내가 지루함을 달래고자 과거 토래성 전장에서 불굴의 오디세우스 장군이 펼쳤던 놀라운 무용담을 하나 들려주겠노라.
당시 고려 군사들이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지혜로운 오 장군은 스스로 노비의 초라한 망토를 두르고 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며, 가난하고 비참한 거지로 완벽히 변장한 채 홀로 적진인 토래성 성문 안으로 몰래 침투하였도다. 성내의 어떤 토래인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나만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간파하고 은밀히 불러 심문하였지.
그는 내 장막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려 군사들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꾸미고 있던 모든 천기(밀계)를 내게 털어놓았도다. 귀환하는 길에 그는 긴 청동 검을 뽑아 들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토래 장수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도륙하였고, 고려 진영에 전할 결정적인 군사 기밀을 품고 무사히 탈출하였음이라. 토래의 여인들은 장수들의 죽음에 대성통곡하였으나, 내 마음은 남몰래 기쁨으로 가득 찼으니, 나 역시 그때쯤엔 죄과를 뉘우치고 고향의 내 딸과 지혜로운 낭군 명뇌왕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로다.”
명뇌왕이 부인의 무용담을 듣고 크게 감탄하며 손뼉을 치고 가로되,
“부인의 말이 정녕 고스란히 맞는 사실이로다! 내가 평생 천하를 두루 주유하며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나보았으나, 오지수 장군처럼 단호하고 기상이 강철 같은 장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네.
과연 그분의 강인함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일찍이 우리가 거대한 목마(木馬) 속에 숨어 들어가 적들을 파멸시키고자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네. 고려의 내로라하는 용맹한 장수들이 모두 그 어두운 목마의 뱃속에 갇혀 긴장하고 있을 때, 부인께서 저 높은 성벽에서 내려와 목마 주위를 세 번 돌며 숨어 있는 곳을 가볍게 두드리지 않았소.
당시 토래인들을 도우려던 어떤 신령이 부인을 충동질했음이 분명한바, 부인은 목마 밖에서 안에 숨은 고려 장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되, 신기하게도 각 장수들의 실제 친아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어 애절하게 부르지 않았소!
그 소리를 들은 나와 도미달은 당장 목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안에서 대답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네. 하오나 오지수 장군이 강철 같은 손으로 우리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고 끝까지 제지하셨도다. 천상의 여신이 부인을 멀리 인도하여 위기를 넘길 때까지, 오 장군께서 목마 안의 모든 장수들을 꽉 붙잡아 두셨으니, 그분의 냉철한 지혜와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그날 밤 적들에게 발각되어 몰살당했을 것이 틀림없었네.”
태명이 부모의 이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곰곰이 전해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여 대답하되,
“하오나 명뇌왕 폐하, 그 모든 영웅담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며 상황을 어찌 더 낫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심장이 아무리 무쇠와 같고 강철과 같았을지라도, 결국 제 목숨 하나 온전히 보존하여 환향하지 못하셨나이다. 그러니 폐하, 밤이 깊었사오니 부디 저희를 잠자리로 인도해 주소서. 고단한 신신을 달콤한 잠 속에 묻고 싶나이다.”
이에 서파성의 여왕 연로비 여사가 시녀들에게 명하여 전각 현관에 안락한 침상을 마련하게 하고, 그 위에 화려한 자주색 양탄자를 깐 후 따뜻한 양털 이불을 두터이 덮어주게 하였다. 하인들이 횃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대궐 앞방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고, 명뇌왕은 전각 깊숙한 내실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연로비 여사와 함께 동침하였도다.
이튿날 동녘 하늘에 장미꽃 손가락을 지닌 광명의 새벽 여신이 대지를 물들일 때였다. 위엄 있는 명뇌왕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의복을 갖추고, 날카로운 보검을 어깨에 메어 기름칠을 잘 한 가죽 샌들을 신은 채, 마치 천상 신령과 같은 풍채로 침실을 나와 태명에게 다가가 웅장하게 물어 가로되,
“장한 태명 도령아, 무슨 중대한 결단이 섰기에 이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 서파성까지 나를 찾아왔느냐? 가문의 사사로운 송사 때문이냐, 혹은 이탁도의 공적인 정무 때문이냐? 내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아라!”
태명이 가슴 깊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공손히 꿇어앉아 아뢰되,
“아태우의 아들이신 위대한 명뇌왕 폐하, 소자가 이토록 만리 길을 온 것은 오직 홀로 되신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한 가닥이라도 듣고자 함이니이다. 지금 소자의 고향 궁궐은 불의한 도적 떼들에 의해 가산이 통째로 결단 나고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했나이다.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날마다 우리 소와 양을 무단으로 잡아 가택을 더럽히고 소자의 목숨마저 해하려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그러니 폐하,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간청하오니, 혹여 아버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을지라도 그 참혹한 진실을 제게 가감 없이 들려주소서! 폐하께서 전장에서 직접 목격하셨거나 혹은 만리 바다를 돌며 전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이 불효자에게 동정심을 베푸사 숨기지 말고 고해 주소서. 과거 제 용맹한 아버님이 토래성 전장에서 폐하를 도와 피 흘려 싸웠던 그 수많은 공로를 이 순간 기억하시어, 진실의 칼날을 제게 쥐여주소서!”
명뇌왕이 이 처절한 사연을 전해 듣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대노하여 웅장하게 소리치되,
“이 빌어먹을 도적 놈들! 감히 저 비겁하고 유약한 겁쟁이들이, 자신들보다 백배는 더 용맹한 천하무적 오지수 장군의 잠자리를 강탈하려 들다니!
이것은 흡사 미련한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핏덩이 새끼 사슴 두 마리를 숲속 깊은 곳에 있는 굶주린 맹수 사자의 굴속에 눕혀두고, 제 배를 채우려 언덕과 계곡을 넘어 풀밭으로 떠난 것과 다름없도다! 사자가 사냥을 마치고 제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핏덩이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빨로 물어뜯어 뼈째로 씹어 삼킬 것이 자명하도다. 오지수 장군이 고향에 당도하는 날, 저 무뢰배 놈들에게 내릴 피의 심판이 정녕 이와 같으리라!
오, 천왕 상제시여, 여신 지혜낭자와 광명의 아로 신이시여! 일찍이 오 장군이 리수도 천하장사 필로멜레이데스와 씨름을 벌여 단숨에 그자의 허리를 꺾고 땅바닥에 내던졌을 때, 우리 고려 군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나이까. 그 장부의 맹렬한 기상으로 당장 저 구혼자 놈들의 목을 베게 하소서! 저들의 가련한 명줄은 단숨에 끊길 것이요, 저들이 꿈꾸는 혼례는 가문의 영원한 저주가 될 것이로다!
장한 소년아, 네 질문에 대해 내 결코 속이거나 감추지 않겠노라.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의 노인, 즉 변신술의 대가인 **해선 프로테우스**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아버님의 소식을 단 한 마디도 숨김없이 들려주마.
당시 내가 이집트 해안에서 고향으로 가고자 했으나, 신들께 완벽한 제물(헤카톰)을 바치지 못해 큰 노여움을 사서 만리 바다에 발이 묶인 적이 있었네. 이집트 해안 앞바다에는 **파로스**라는 고요한 섬이 하나 있는데, 항구가 깊고 맑은 샘물이 있어 사공들이 어두운 물을 길어 바다로 나가는 요충지이지. 하오나 신들께서 순풍을 뚝 끊으시는 바람에 무려 스무 날 동안이나 그 척박한 섬에 갇혀 식량이 거덜 나고 군사들의 조총(희망)이 끊길 위기에 처했었도다.
그때 바다의 노신 프로테우스의 딸인 **에이도테아 여신**이 나를 가엾게 여기사, 홀로 해변을 거닐며 탄식하던 내 앞에 나투셨네. 당시 내 부하들은 굶주림에 지쳐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잡으려 흩어져 있었지. 여신이 내 곁에 서서 ‘나그네여, 어찌 그리 미련하게 고통만을 즐기며 이 섬에 영원히 갇혀 있으려 하느냐’ 물으시기에, 내가 고하기를 ‘여신이시여, 소자가 천상의 신명께 죄를 지어 이 드넓은 바다에 갇힌 줄 아오니, 부디 어떤 영령이 내 귀향길을 가로막고 있는지 천기를 들려주소서’ 하였도다.
그러자 여신이 내게 은밀히 비책을 전해주시되, *‘이집트 강가에는 바다의 깊은 연못을 모두 꿰뚫어 보고 바다 신 포세이돈을 섬기는 불멸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살고 있나니, 자네가 만일 그 노인을 물리력으로 제압하여 묶을 수만 있다면, 그가 자네의 귀향길은 물론이요, 자네가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대궐에서 일어난 온갖 길흉화복을 낱낱이 들려줄 것이네’* 하시는 게 아니겠나.
내가 다시 청하기를 ‘여신이시여, 그 신령스러운 노인을 어찌 감히 인간의 얄팍한 힘으로 가두어 도망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나이까’ 하니, 여신이 웃으며 가라사대, *‘내일 정오가 되어 서풍(제피로스)이 불고 바다에 그림자가 질 때, 노인은 바다 동굴에서 나와 낮잠을 청할 것이네. 그때 그의 주위로 바다 여신의 딸들인 수많은 물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들어 짠 바다 냄새를 풍기며 잠들 터인데, 자네는 군사 중 가장 용맹한 장정 세 명을 엄선하여 새벽에 해변으로 나오라’* 하셨도다.
여신은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시더니, 갓 벗겨낸 물개 가죽 네 장을 가져오사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고 모래 구덩이에 매복시키셨네. 본디 그 물개 가죽에서 풍기는 비린내와 썩은 소금내가 얼마나 진동하던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으나, 고결한 여신께서 천상의 영약인 **암브로시아**를 가져와 우리 콧구멍에 조금씩 발라주시니 그 신비로운 향취가 물개 비린내를 단숨에 지워버렸도다.
정오가 되자, 과연 바다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파도를 헤치며 나타나 살진 물개들의 숫자를 하나씩 세기 시작하더니, 우리 역시 물개인 줄로만 알고 아무 의심 없이 숫자에 포함한 후 맨 한가운데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네!
> 그 순간 내가 대성으로 군령을 내리며 장정들과 함께 폭풍처럼 달려들어 노인의 사지를 꽉 붙잡았도다!
노인은 과연 바다의 영물이라 온갖 도술과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갈기를 휘날리는 맹렬한 **사자**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독을 품은 **뱀**으로, 다시 날랜 **표범**으로, 거대한 **멧돼지**로 변형하였고, 심지어 흐르는 **물**과 잎이 무성한 거목(巨木)으로 둔갑하며 우리의 손귀를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도다!
하오나 우리는 여신의 조언대로 이가 부러져라 손에 힘을 주고 더욱 세차게 노인의 몸을 짓눌러 압박하였지. 마침내 도술이 바닥난 노인이 본래의 노인 형상으로 돌아와 지친 목소리로 내게 묻기를, *‘어떤 신령이 자네에게 이 밀계를 가르쳐 나를 포박하게 했느냐? 자네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더군.
내가 고하기를 *‘해선이시여, 내가 이 섬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진퇴양난에 빠졌으니, 어떤 신명이 내 길을 막고 있으며 어찌해야 고향으로 갈 수 있는지 들려주소서’* 하니, 노인이 대답하되 *‘자네가 상제와 여러 신명께 합당한 가책(백 마리 소)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니, 당장 배를 돌려 이집트 강가로 돌아가 신들을 기쁘게 하는 대제를 지내라. 그리하면 신들께서 자네가 원하는 만리 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네’* 하셨도다.
내가 거친 바다를 거슬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산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천기를 물었네. ‘해선이시여, 내가 토래성에 남겨두고 온 고려의 수많은 장수들과 내 친형님 아한왕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나이까, 혹은 바다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나이까’ 하니, 노인이 슬픈 눈빛으로 내게 전하기를,
‘아달의 아들이여, 어찌 그 비극을 내 입으로 다 들으려 하느냐. 수많은 장수들이 전장에서 뼈를 묻었고, 귀환하는 길에 청동 갑옷을 입은 최고 사령관 중 단 두 명만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도다. 용장 아이아스(아약스)는 삼지창을 든 바다 신의 분노를 사서 배가 난파당한 후 기란 바위 위에 겨우 기어올라 오만방자하게 신을 모독하다가, 신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부시는 바람에 깊은 바다 바닥으로 추락하여 짠 물을 들이켜고 고혼이 되었노라.
또한 자네의 친형님 아한왕은 가호 속에 겨우 살아남아 기쁘게 고향 땅에 발을 디디고 흙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그 고을의 망루에는 간교한 아내와 간통한 애기수가 심어둔 파수꾼이 황금 두 냥을 받고 일 년 내내 눈을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도다!
아한왕이 무방비로 궁궐 대청에 들어서자, 애기수는 매복시킨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시켜, 마치 도축업자가 마구간에서 소의 목을 베듯 저녁 식사를 즐기던 아한왕과 그의 시종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처참하게 도륙하여 몰살시켰느니라!’ 하시는 게 아니겠나!
노인의 이 청천벽력 같은 폭로를 전해 듣고,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친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리, 저 태양빛을 보아서 무엇하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도다.
내가 한참을 울다 지쳐 흐느끼고 있을 때, 바다의 노인이 나를 달래며 가로되 *‘명뇌왕이여, 이제 울음을 그치라. 통곡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당장 군사를 몰아 고향으로 가라. 어쩌면 원수 애기수가 아직 살아있을지, 혹은 아한왕의 장한 아들 오래손가 이미 원수의 목을 베었을지 모르는 일이니, 자네는 어서 가 장례식이라도 주관하라’* 하셨네. 이 말을 들으니 내 가슴속에 다시 장부의 뜨거운 피가 도는 듯하여, 내가 날개 돋친 듯 급히 물었도다.
‘해선이시여, 두 장수의 비극은 내 뼈에 새겼으나, 아직 저 넓은 만경창파 어딘가에 갇혀 살아남아 있다는 그 마지막 세 번째 영웅의 성명은 무엇이나이까? 그 소식이 비록 내 가슴을 찢을지라도 내 반드시 들어야겠나이다!’ 하니, 노인이 마침내 그 비록(秘錄)을 내게 전해 주시되,
‘그는 바로 이탁도 출신의 장수, 라현의 아들 오지수 장군이로다! 내가 바다의 깊은 눈으로 굽어보니, 그는 지금 저 멀리 고해(孤海)에 떠 있는 요녀 가립선의 섬, 그녀의 깊은 밀실에 갇혀 고향 땅을 바라보며 날마다 피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도다. 요녀가 강한 도술로 그를 묶어두었기에, 그에게는 만리 바다를 건널 노 젓는 전선도 없고 용맹한 사공도 없어,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느니라!’ 하셨도다.”
명뇌왕이 태명의 손을 잡고 이 엄숙한 천기를 전한 후, 인자하게 웃으며 가로되,
“장한 태명아, 이것이 내가 바다 신에게 직접 전해 들은 네 부친의 확실한 종적이로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라. 상제께서 자네에게 내리신 축복은 남다르니, 자네는 절세미인 연로비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덕에 상제의 사위로서 장차 이승의 목숨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끝에 있는 낙원 극락의 벌판으로 가 영생을 누릴 자격이 주어졌음이라. 그곳은 황갈색의 라만 대감이 다스리는 영험한 신선들의 땅으로, 겨울의 눈보라도 없고 매서운 폭풍우도 치지 아니하며, 대양이 언제나 산들바람 서풍을 보내어 장부들을 상쾌하게 해주는 무릉도원이로다.
자, 내 이제 신들의 노여움을 풀고 순풍을 받아 무사히 환향한 것처럼, 자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고자 하니, 부디 내 대궐에서 열이틀 동안만 더 머물다 가게나. 내가 자네에게 천하의 명마 세 마리와 청동으로 빛나는 웅장한 전차 한 대를 선물로 줄 것이요, 나아가 신명께 제사를 지낼 때 쓸 수 있는 정교한 황금 술잔을 내어줄 터이니, 평생 나를 기억해주게.”
이에 영민하고 재치 넘치는 소년 태명이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 대답하되,
“상감 폐하, 소자를 이토록 갸륵하게 보살펴주시니 감개무량하오나, 저를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붙잡아 두지 마옵소서. 폐하의 옥음(玉音)을 듣는 것이 제게는 천상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우니, 정녕 이 대궐에서 일 년 동안 머물지라도 고향 집이나 부모님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옵니다. 하오나 저를 믿고 필성 항구에서 고되게 기다리는 제 불쌍한 사공 동지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쳤을 터이니, 한시바삐 길을 물어야 하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내어주신 귀한 마필과 전차는 실로 과분하오나, 이 서파성의 보물창고에 그대로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폐하가 다가오시는 이 넓은 영토는 토끼풀이 무성하고 하얀 보리와 밀이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대초원이오나, 소자의 고향 이탁도는 온통 험준한 바위산과 절벽뿐이라 들판도 없고 경마장을 닦을 땅도 없나이다. 겨우 염소나 키우며 살 수 있는 척박한 섬이오니, 말 목장보다는 이곳 서파성의 넓은 벌판이 저 명마들에게 훨씬 어울릴 줄로 아옵니다. 본디 바다 한가운데 뜬 섬들은 풀을 뜯길 곳이 마땅치 않은 법인데, 우리 섬은 그중에서도 가히 최악이옵니다.”
명뇌왕이 태명의 이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당당한 거절을 전해 듣고, 기특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감싸 쥐고 우렁찬 목소리로 가로되,
“장하도다, 얘야! 네 가식 없는 언변을 들으니 과연 네 뼈대와 혈통이 천하의 영웅 오지수의 핏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구나.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선물을 바꾸어 주마. 내가 대궐 보물창고에 비축해 둔 갖은 영물 중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신물(神物)을 내어주리라.
이것은 본디 천상의 대장장이 신 해풍이 정금과 순은을 녹여 정교하게 세공한 웅장한 술그릇으로, 일찍이 시돈 고을의 왕 해담이 내가 환향하는 길에 그의 저택에 묵었을 때 내게 귀하게 선물한 보물치다. 이것을 자네에게 줄 터이니 가문의 가업으로 삼아 가져가게나.”
두 장부가 이렇듯 대청에서 대장부의 의리를 나누고 있을 때, 대궐 안방에서는 노비들이 양고기와 향기로운 명주를 나르고, 고운 스카프를 두른 시녀들이 따뜻한 떡을 받쳐 들며 대궐의 잔치가 밤늦도록 무르익어 가더라.
한편, 같은 시각 저 멀리 오지수 장군의 고향 이탁도 관저 앞마당에서는,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여느 때처럼 오만방자하게 원반을 던지고 청동 창을 날리며 제 세상을 만난 듯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최고 괴수인 안태우와 신령과 같은 풍채를 지닌 우혁이 상석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을 때, 문득 보윤의 아들 노문이 사색이 된 안색으로 헐레벌떡 다가와 안태우에게 따져 묻기를,
“안태우 어른, 저 태명 도령이 내 배를 빌려 타고 필성으로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쯤 돌아온답니까? 내가 지금 급히 엘리스 벌판으로 건너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노새 새끼를 먹이고 있는 암말 열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데려와 전마(戰馬)로 훈련시켜야 하니, 내 배를 당장 돌려받아야겠소!”
이 말을 들은 안태우와 우혁을 비롯한 구혼자 놈들이 일제히 잔을 떨어뜨리며 자지러지게 놀랐도다!
저들은 그저 유약한 태명 놈이 감히 항구를 벗어났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그저 근처 전답에서 양이나 돼지를 치며 숨어 지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참이었다. 안태우가 눈을 부릅뜨고 노문의 덜미를 잡으며 사납게 들이닥쳐 가로되,
“이놈, 내 앞에 실토하라! 그 풋내기가 도대체 언제 배를 띄웠단 말이냐? 그 조그만 배에 누구를 태우고 갔더냐? 이탁도의 쓸만한 장정들을 선동해 데려갔더냐, 아니면 제 집안의 노비나 머슴새끼들을 고용했더냐! 그리고 그놈이 네 배를 물리력으로 강탈해 갔느냐, 혹은 네가 미쳤다고 스스로 내어준 것이냐?”
노문이 겁에 질려 대답하되,
“어찌 강탈이라 하십니까, 내 스스로 자유롭게 내어주었나이다! 대궐의 장한 도령이 가문의 사활을 걸고 간청하며 통곡하는데, 고려의 장부로서 어찌 그 청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소! 게다가 그와 함께 배에 오른 젊은이들은 우리 가솔을 제외하고는 이 고을에서 가장 의리 있고 훌륭한 장정들이었소.
내 분명히 기억하건대, 오 장군의 오랜 벗이신 스승 명토 어른이 선장으로 뱃머리에 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소! 하오나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은, 내가 어제 새벽 관아 거리에서 위엄 있게 걸어가시는 명토 어른을 분명히 내 눈으로 직접 배알했거늘, 어찌 그분이 배를 타고 필성으로 가셨다는 것인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도술을 부린 듯 이해할 수가 없나이다.”
노문이 말을 마치고 제 집으로 돌아가자, 구혼자 무리의 괴수들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격분하였다. 저들은 당장 마당의 놀이판을 멈추게 하고 군사들을 소집하여 자리에 앉혔다. 안태우가 분노에 찬 눈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열어 포효하되,
“젠장맞을! 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태명 놈이 기어이 우리의 눈을 속이고 만리 유랑 길을 성공시켰구나! 우리가 모두 비웃으며 비겁하게 주저앉아 있을 거라 믿었거늘, 그놈이 온 고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를 띄워 최고 사령관들을 포섭해 가다니!
이것은 장차 우리 무리에게 닥칠 거대한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도다. 천왕 상제께서 저 핏덩이가 장성하여 장부가 되기 전에 그 무시무시한 힘을 꺾어놓으시기를 간구하노라! 여보게 동지들,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정예 무사 스무 명을 당장 내어주게. 저놈이 필성에서 돌아오는 길목인 이탁도와 삼해 섬 사이의 험준한 해협에 매복하고 있다가, 배를 통째로 들이받아 저 건방진 놈을 수중의 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로다. 저놈의 가련한 유랑 길을 영원한 죽음의 묘지로 만들어주마!”
그러자 무뢰배들이 일제히 상을 치며 찬동하였고, 저마다 칼을 빼 들고 오지수 장군의 대궐 안으로 들이닥쳐 피비린내 나는 모의를 다지더라.
하오나 하늘이 무심치 않으사, 저 사악한 도적 떼들의 비밀 음모는 대궐 안채에 계신 연로비 부인의 귀에 즉시 흘러 들어가게 되었도다. 마당 구석에서 가택의 대소사를 돌보던 충직한 집사 명돈이 저들의 흉계와 살기 어린 대화를 벽 너머로 엿듣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 부인의 침실로 단숨에 뛰어 들어간 참이었다. 명돈이 문턱을 넘어서자, 연로비 부인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다가와 날카롭게 물어 가로되,
“명돈아, 저 안하무인의 구혼자 놈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악행을 꾸미려고 너를 내보냈느냐? 감히 신령스러운 오지수 장군의 시녀들에게 길쌈을 멈추고 저 도적 놈들을 위한 잔치 상을 차려내라 협박하더냐! 오호라, 천지신명께 간구하오니 오늘 저들이 처먹는 음식을 제발 마지막 성찬이 되게 하소서!
다시는 이 궁궐에 모여 구혼 행각을 벌이지 못하게 하소서! 너희 무뢰배 놈들이 이탁도 가문의 가산을 마구 축내며 태명의 재산을 유린하고 있거늘, 너희는 정녕 어렸을 때 너희 부친들이 우리 오 장군의 위대함과 자애로움에 대해 들려주었던 훈계를 단 한 귀로도 듣지 않았단 말이냐! 오 장군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의를 행한 적이 없거늘, 너희의 악행과 음모는 참으로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찌 이토록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이냐!”
이에 명돈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되,
“국모 전하, 방금 제가 들은 흉계에 비하면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재앙이옵니다. 저 도적 떼들이 지금 전하의 가슴을 영원히 찢어놓을 거대한 파멸을 도모하고 있나이다. 상제께서 결단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시기를 바라오나, 구혼자 놈들이 지금 태명 도령이 필성과 서파성에서 아버님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날카로운 청동 창검으로 도령을 무참히 시해하려 모의하고 있나이다!”
이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전해 들은 연로비 부인은 온몸의 맥이 풀리고 심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하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한동안 목이 메어 말 한마디 뱉지 못하다가, 이윽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하여 가로되,
“오호라, 내 아들아! 네가 어찌 어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 위험한 만경창파로 나갔단 말이냐! 거친 바다를 군마처럼 질주하는 그 빠른 전선을 네가 어찌 감히 탔단 말이냐! 저 사악한 자들의 칼날에 네 이름 석 자마저 잃고 세상에서 영영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 하느냐!”
명돈이 머리를 조아려 가로되,
“필시 천상의 신령께서 도령의 마음을 대장부처럼 충동질하사,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지 혹은 이미 생을 마감하셨는지 그 종적을 찾게 하신 줄로 아옵니다.”
명돈이 물러가자, 옥방 안에는 가슴을 찌르는 슬픔과 차가운 한숨만이 가득 차 올랐다. 대궐 안채에 비단 의자들이 가득했으나, 부인은 차마 똑바로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 침실 차가운 문간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도다. 주위에 있던 시녀들과 늙은 노비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함께 흐느끼니, 부인이 목이 메어 부르짖기를,
“내 고결하고 용맹무쌍했던 낭군, 고려 땅에서 가장 재능 넘치고 명성이 자자했던 내 오지수 대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어치는 광풍 속에 내 하나뿐인 외동아들 태명마저 빼앗기게 생겼구나!
너희 시녀 놈들도 참으로 무심하고 배은망덕하도다! 저 아이가 밤중에 배를 타고 출항한다는 것을 너희가 필시 눈치챘을 터이거늘, 어찌 한 놈도 내 침실로 달려와 나를 깨워 알리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만일 그 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서라도 이 궁궐에 주저앉혔을 것이요, 정 떠나겠다면 차라리 나를 이 자리에서 죽여 묻고 가게 했을 것을!
당장 저 정원의 모든 나무를 돌보는 늙은 돌쇠 영감을 불러오너라. 과거 친정아버님이 내게 주신 신실한 심복이니, 영감을 저 깊은 산속에 은거 중이신 시아버님 라현 옹에게 급히 보내어 이 급보를 전하게 하라. 그리하면 노인께서 눈물로 산을 내려와, 저 불효막심한 구혼자 놈들 앞에 가 가슴을 치며 제 손자의 목숨을 살려달라 간청이라도 해보지 않겠느냐!”
이때 창고를 지키던 늙은 유모 명숙이 앞으로 나와 부인의 무릎을 잡고 통곡하며 아뢰되,
“부인, 내 사랑하는 전하! 설령 전하께서 노하사 날카로운 보검으로 이 늙은이의 목을 베실지라도 내 진실을 고하겠나이다. 실은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도령께서 떠나시기 전 제게 빵과 포도주를 구하시며, 전하께서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신명께 피로써 맹세하게 하셨나이다.
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슬피 우시다 그 고운 피부와 미모가 상하실까 두려워 도령이 효심으로 숨긴 처사이오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제 당장 옥체를 씻으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사 위층 침실로 오르소서. 천왕 상제의 따님이신 지혜낭자에게 지성으로 기도 올리시면, 여신께서 필시 도령을 저 죽음의 칼날에서 구하시고 이 풍요로운 가문을 지켜주실 것이옵니다.”
유모의 절절한 간청에 연로비 부인은 비로소 요동치던 심산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부인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깨끗이 씻은 후 고운 의복으로 갈아입고 시녀들과 함께 높은 다락방으로 올랐도다. 부인은 쟁반에 정결한 보리 알갱이를 담아 제단에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천상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상제의 지칠 줄 모르는 따님이신 지혜낭자여, 이 미천한 계집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일 제 지혜로운 낭군 오지수 왕이 생전에 이 대궐 제단에서 신명께 기름진 소고기와 양고기 허벅지살을 바치며 지성으로 공경했던 그 수많은 날들을 기억하신다면, 지금 강림하사 제 사랑하는 아들 태명의 목숨을 구원해 주소서! 저 무도한 구혼자 놈들의 포악한 손길과 칼날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해 주소서!”
부인이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애원하니, 천상의 여신께서 그 가륵한 축원을 기쁘게 가납하셨도다.
한편 대궐 마당의 사악한 구혼자 놈들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소란을 피우며 호언장담하기를,
“허허, 보아라!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여 구혼했던 저 오만한 여왕이, 이제야 제 아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중 한 명과 혼인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로다!”
저들은 천수의 돌아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헛된 망상을 떠벌리고 있었음이라. 안태우가 무리를 진정시키며 나직이 명령하되,
“동지들이여, 자랑은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 대궐 안채의 시녀들이 들으면 흉계가 탄로 날까 두려우니, 이제 조용히 일어나 가슴속에 합의한 피의 계획을 실행하러 가세나!”
안태우가 무리 중 가장 골격이 장대하고 잔인한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엄선하여 이끌고 음침한 해변으로 내려갔다. 저들은 노문에게서 빼앗은 검은 쾌속선을 깊은 바다에 띄우고, 돛대를 세우며 가죽 끈에 노를 단단히 고정한 후 하얀 돛을 넓게 펼쳤도다. 하인들이 가득 실어온 청동 창검과 무기를 사공들에게 은밀히 나누어 준 후, 저들은 이탁도와 사메 섬 사이에 위치한 작고 바위투성이인 아성도의 외진 항구에 배를 숨겨 매복하고, 오직 저녁이 되어 태명의 배가 지나가기만을 살기 어린 눈으로 기다리며 식사를 들더라.
이때 연로비 부인은 다락방 침상에 누워,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와 슬픔 속에서 음식과 미음(米飮)을 일절 거부한 채 꼬박 밤을 새우고 있었다.
어찌나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뇌했던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깊은 졸음이 부인의 삼혼칠백을 덮쳐 팔다리의 긴장이 풀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빛나는 눈을 지닌 지혜낭자께서 부인의 이 애처로운 처지를 굽어살피시고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리셨도다. 여신은 허공의 안개를 모아, 저 멀리 배래 고을에 사는 우밀의 아내이자 위대한 이건 대감의 딸인 이훤의 형상을 한 생생한 유령(幻影)을 한 분 빚어내셨도다.
여신이 유령을 오지수 장군의 대궐로 날려 보내시니, 유령은 옥방의 단단한 빗장 틈을 연기처럼 스르륵 타고 들어가, 잠든 연로비 부인의 머리맡에 우뚝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 가로되,
“동생 연로비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이토록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있느냐. 천상의 편안하게 사시는 신명들께서는 네가 이토록 눈물을 흘리며 번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느니라. 네 장한 아들 태명은 지금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으니 마음을 놓아라. 그 아이는 천지신명께 단 한 점의 죄과도 저지르지 아니한 올바른 장부니라.”
꿈의 문턱에서 여전히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총명한 연로비 부인이,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대답하여 가로되,
“언니, 언니의 가택은 멀고 먼 곳에 있거늘 어찌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나이까. 언니는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이 수많은 고통을 잊으라 하시나, 내 일찍이 사자처럼 용맹하여 그리스 전역에 명성이 자자했던 숭고한 낭군을 잃지 않았나이까.
하오나 지금은 내 남편보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내 아들 태명이 백배는 더 걱정되나이다! 저 아이가 거친 바다와 이국땅에서 무슨 해를 입을지 두려워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나이다. 지금 대궐 마당에는 저 아이를 증오하는 원수들이 가득하여, 아이가 고향 항구에 닿기도 전에 목을 베어 죽이려고 매복해 있나이다!”
안개와 같은 유령이 동생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위로하여 가로되,
“동생아, 용기를 내어라! 마음의 불안과 공포를 깨끗이 씻어내어라. 저 장한 태명의 곁에는 천하의 대여신 지혜낭자가 늘 그림자처럼 동행하며 길잡이가 되어주고 계시느니라.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이 그분의 가호를 입고자 밤낮으로 피로써 기도하거늘, 그 권능은 실로 우주를 뒤흔들 만큼 막강하시도다. 여신께서 네 지극한 모성애와 슬픔을 가엾게 여기사, 내 자네의 꿈속에 들어가 이 천기를 전하라 명하셨느니라.”
지혜로운 연로비 부인이 꿈속에서 다시 간절히 물어 가로되,
“언니가 정녕 신령의 명을 받고 온 거룩한 사자시라면, 부디 내 불쌍한 남편 오지수 왕의 소식도 들려주소서! 그이가 아직 이 세상의 햇빛을 보며 살아 계시나이까, 혹은 이미 지하 황천의 객이 되셨나이까!”
그러자 유령이 안색을 흐리며 조용히 머리를 저어 가로되,
“그분이 살았는지 혹은 죽었는지는 내 자네에게 확답을 줄 수 없느니라. 본디 천상의 법칙에 바람처럼 실체가 없고 만질 수 없는 천기를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엄히 금지되어 있느니라.”
말을 마친 유령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새벽바람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니, 연로비 부인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도다. 부인은 밤새 꾼 꿈이 실로 도술을 부린 듯 생생하고 영험하여, 짓누르던 가슴의 체증이 씻은 듯 사라지고 마음에 큰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음을 느꼈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매복한 구혼자 무리의 검은 쾌속선은 어두운 파도를 가르며 아성도 바위섬의 흑암 속에 숨어, 오직 소년 태명을 도륙할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탁도의 푸른 바다 위에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가 몰아칠 징조가 실로 첩첩산중이더라.
==제5권 가립선의 섬과 난파당한 오지수==
새벽이 티토노스 신과 함께 잠자리에서 일어나 불멸의 신들과 필멸의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주었다. 신들은 위대한 천둥의 신 상제와 함께 회의를 열었다. 지혜의 여신은 님프 가립선에게 갇혀 있는 오지수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걱정하였다.
「아버지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그녀가 이르되, 「더 이상 왕권이 있는 왕이 친절하거나 온화하거나 옳고 그름을 분별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소서. 모든 왕은 잔인하고 불의해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아버지처럼 온화하게 통치하였으나, 이제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불쌍한 그는 섬에 고립되었고, 가립선는 그를 강제로 자기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이다. 배도 없고, 노도 없고,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을 도와줄 동료도 없나이다. 그의 아들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모래 언덕의 필성와 찬란한 사필성로 갔고, 그들은 그가 돌아오면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구름을 쌓아 올리시는 상제 신께서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시며 대답하시되,
「아, 딸아.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오지수가 와서 구혼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을 네가 계획하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네 모든 지혜를 발휘하여 태명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구혼자들이 실패하여 떠나가게 하라.」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아서서 이르되,
「사랑하는 허명아, 너는 나의 사자다. 여신께 우리의 확고한 뜻을 전하거라.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난을 겪었다. 신이나 인간의 안내자 없이, 그는 임시로 만든 뗏목 위에서 비참하게 이십 일을 표류하다가 비옥한 스케리아에 도착할 것이다. 마법을 행하는 파이아키아인들은 그를 신처럼 대하며, 청동과 금, 그리고 옷가지들을 선물로 주어 고향으로 보내 줄 것이다. 트로이에서 직접 약탈품을 가지고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향의 높은 지붕 아래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허명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바다와 육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황금 샌들을 발에 신고, 사람들의 눈을 원하는 대로 잠들게 하거나 깨우는 마법 지팡이를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신은 온 힘을 다해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피에리아를 어루만진 후, 하늘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마치 물고기를 잡는 갈매기처럼 파도 사이를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짠 바닷물에 날개를 적셨다. 그렇게 허명은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멀리 떨어진 섬에 도착하여 남색 바닷물에서 해안으로 발을 내딛고 여신이 사는 동굴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땋은 머리를 한 가립선이 앉아 있었다. 난로 옆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감귤과 소나무 향기가 섬 전체에 퍼져 있었다. 동굴 안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금으로 만든 북으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동굴 주변에는 오리나무, 포플러, 향기로운 삼나무 등 울창한 숲이 무성하였다. 숲은 날개로 가득하였다. 새들은 그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바다에서 사냥을 하였다. 올빼미, 매, 입을 크게 벌린 갈매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탐스럽게 익은 포도나무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동굴을 감싸고 있었다. 네 개의 샘에서 반짝이는 물이 솟아나와 서로 얽히고설킨 물줄기를 이루었다. 초원에는 셀러리와 제비꽃이 은은하게 피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에 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조차도 기뻐할 만한 광경이었다. 한때 아르고스를 죽였던 불멸의 신 허명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에 감탄하며 멈춰 섰다. 마침내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찬란한 여신 가립선은 그를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불멸의 신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라. 그러나 허명은 오지수를 찾지 못하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해변에 앉아 슬픔과 고통에 잠겨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허무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신성한 가립선은 손님에게 눈부시게 빛나는 의자에 앉으라 권하며 이르되,
「친애하는 친구여, 황금 지팡이의 허명 신이시여,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 아니신데, 무슨 용건이시옵니까. 제 마음은 만일 운명이라면, 제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나이다. 자, 들어오소서. 제가 당신을 환영해 드리겠나이다.」
그러자 여신은 그를 암브로시아가 가득 쌓인 식탁으로 안내하고 붉은 넥타르를 섞어 주었다. 변덕스러운 허명은 배가 부를 때까지 마시고 먹은 후, 그가 온 이유를 설명하되,
「당신은 여신이고 저는 신인데, 어찌하여 제가 여기에 있는지 묻는구나. 자, 말씀드리겠나이다. 상제께서 저에게 오라 명하셨나이다. 저는 오고 싶지 아니하였나이다. 누가 끝없이 펼쳐진 짠 바다를 건너고 싶어 하겠나이까. 신들이 훌륭한 제물을 바치는 인간 마을은 이 근처에 없나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없나이다. 상제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여기에 살고 있다 말씀하셨나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도시와 구 년 동안 싸우다가 십 년째 되는 해에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간 전사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지혜의 여신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바람과 거센 파도를 일으켜 그의 용감한 동료들을 모두 죽였고, 그 자신도 파도에 휩쓸려 이곳에 오게 되었나이다. 상제께서는 그를 즉시 고향으로 보내라 명하셨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는 것이 그의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가족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니라.」
가립선은 몸을 떨며 그에게 주먹을 날리되,
「잔인하고 질투심 많은 신들이여. 너희는 여신이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원한을 품는구나. 편안하게 사는 신들은 분홍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오리온을 데려갔을 때 분노하였고, 황금 옥좌에 앉은 순결한 아르테미스는 부드러운 화살로 그를 공격하여 죽였느니라. 옥수수 머리를 땋은 데메테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아시온과 밭고랑에서 사랑을 나누었느니라. 상제가 이 사실을 알고 번쩍이는 불꽃을 던져 그를 죽일 때까지 말이다. 이제 너희 남신들은 내가 남자와 함께 산다 나에게 화를 내는구나. 내가 구해 준 남자와 말이다. 상제는 그의 배를 꼼짝 못하게 하고 번개로 산산조각 냈느니라. 그의 친구들은 모두 포도주빛 바다에서 죽었느니라. 이 남자만이 뱃머리를 붙잡고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이곳, 내 집으로 왔느니라. 나는 그를 돌보고 사랑하였으며, 그를 시간과 죽음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 맹세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외에는 다른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신은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있나이다. 그러니 상제의 명령이라면 그를 보내소서. 황량한 바다를 건너게 하소서. 저는 배도 없고 노 젓는 사람도 없으니 호위병을 보내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제가 아는 것을 그와 나누고, 그가 무사히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기꺼이 유용한 조언을 해 드리겠나이다.」
상제의 종인 중재자는 이렇게 대답하되,
「그렇다면 지금 보내소서. 상제의 분노를 사지 마소서. 그를 화나게 하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의 분노가 당신을 해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상제의 명령을 받아들인 여신은 오지수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해변에서 그를 발견하였다. 그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그녀가 그를 기쁘게 해 주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밤마다 그녀의 동굴 안에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원하였으나,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아니하였다. 낮에는 오지수가 바위투성이 해변에 앉아 눈물과 슬픔에 잠겨 허탈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가엾은 자여. 제발 슬퍼하지 마시오. 당신의 삶을 헛되이 낭비할 필요는 없소. 이제 당신을 보내 드릴 준비가 되었소. 청동 검으로 나무줄기를 잘라 뗏목을 만들고, 갑판을 덧대어 안개 낀 바다를 건너게 하시오. 내가 물과 포도주, 음식을 제공하여 굶주림을 면하게 해 주고, 옷도 입혀 주겠소. 그리고 하늘의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신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바람도 보내 주겠소. 그들은 나보다 강하니,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될 것이오.」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어 온 오지수는 몸을 떨며 여신에게 말을 쏟아내되,
「여신이시여, 당신은 제 안전한 통행이 아닌 다른 속셈을 품고 계시는군요. 상제의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튼튼한 범선조차도 건너지 못할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심연을 고작 뗏목 하나로 건너라 하시는 것이옵니까. 안 됩니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제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저는 뗏목에 타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신성한 가립선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어루만지며 이르되,
「이런 건방진 녀석이여. 네 말을 보니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구나. 그러나 이 땅과 하늘, 그리고 스틱스 강물에 맹세하건대, 신들이 맹세하기에 가장 강력한 맹세인데, 나는 너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맹세한다.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나 자신을 위해 했을 것처럼 너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나는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 마음은 착하고 선량하며, 너를 불쌍히 여긴다.」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장섰고, 오지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동굴에 도착하였다. 허명이 앉아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오지수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여신은 그에게 인간의 음식과 음료를 주었다. 여신은 신과 같은 모습의 오지수를 마주 보고 앉았고, 여종들은 그녀에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앞에 놓인 귀한 것들을 받아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였다. 여신 여왕은 말을 시작하되,
「상제의 축복을 받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지수여, 자네 계획은 늘 바뀌는군. 그토록 사랑하는 고향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잘 가라. 그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될지 알았다면, 나와 함께 여기에 남아 불멸의 삶을 살았을 터인데. 물론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으나 말이다. 게다가 내 몸이 그녀보다 훨씬 낫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키도 내가 더 크고. 필멸의 존재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불멸의 존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지.」
오지수는 재치 있게 이르되,
「위대한 여신이시여, 저에게 노하지 마소서. 당신 말씀이 맞나이다. 제 아내 연로비는 결코 당신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이다. 그녀는 인간이오나 당신은 불멸하고 영원하시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고, 매일 그날이 오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어떤 신이 포도주처럼 검은 바다에서 저를 쳐죽인다 해도 저는 견뎌 낼 것이옵니다. 이제 저는 고통에 익숙해졌나이다. 바다와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라나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서로를 꼭 껴안고 사랑의 기쁨을 누렸다. 봄날 새벽이 꽃으로 하늘을 물들일 무렵, 그들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오지수는 망토와 튜닉을 입었고, 가립선은 아름다운 은빛 긴 옷을 입었다. 그녀는 허리에 금빛 띠를 두르고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는 그 남자를 위해 여정을 준비하였다. 그녀는 그의 손에 꼭 맞는 도끼를 주었는데, 손잡이는 최고급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졌고, 거대한 청동 날은 양쪽 모두 날카로웠다. 또한 잘 닦인 자귀도 주었다. 그녀는 그를 섬 끝으로 안내하였는데, 그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검은 포플러, 오리나무,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전나무들은 잘 말린 목재로 만든 날렵한 배를 만들기에 적합하였다. 가립선 여신은 그에게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보여 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오지수는 출발하여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는 청동 도끼로 나무줄기 스무 개를 베어 능숙하게 다듬고 곧게 깎았다. 가립선은 송곳을 가져왔고, 그는 모든 판자에 구멍을 뚫고 서로 맞물려 못과 고정 장치로 단단히 고정하였다. 마치 숙련된 사람이 배의 곡선을 따라 뗏목의 폭을 재듯이, 오지수는 뗏목의 폭을 그렇게 넓게 만들었다. 그는 측면 갑판을 촘촘하게 박은 틀에 맞춰 홈을 파고, 늑골을 따라 긴 판자를 고정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안쪽에 돛대를 세우고, 배를 똑바로 조종하기 위해 돛대와 키를 연결하였다. 그는 배에 덤불을 쌓고, 물이 새지 않도록 옆면을 등나무 세공으로 틈을 메웠다. 가립선은 그에게 돛을 만들 천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능숙하게 돛을 만들었다. 그는 버팀대, 돛줄, 돛줄을 묶고 지렛대를 이용하여 배를 바다에 띄웠다. 작업은 나흘이 걸렸고, 닷새째 되는 날 가립선은 그를 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를 씻기고 향 냄새가 나는 옷을 입혔다. 뗏목에는 포도주 한 병, 물 한 병, 그리고 많은 양의 식량을 실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미지근한 바람을 이용하여 그를 배웅하였다.
오지수는 기쁜 마음으로 돛을 펼쳐 바람을 받았고, 능숙하게 키를 조종하였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아니하였다. 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늦게 지는 목동자리, 그리고 사람들이 쟁기자리라고도 부르는 곰자리는 한 자리를 중심으로 돌며 오리온자리를 가리키는데, 오리온자리는 바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일한 별이다. 여신들의 여왕 가립선은 그에게 항해하는 동안 곰자리를 왼쪽에 두라 말하였다. 그는 칠일 열흘 동안 바다를 항해하였고, 열여덟째 날에 안개 낀 바다 너머로 방패처럼 솟아오른 페아키아 땅의 흐릿한 산이 나타났다.
남만인들에게서 돌아오던 중 솔리마 산에 잠시 머물렀던 지진의 신 포세이돈은 멀리서 뗏목을 보았다. 격분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하되,
「이건 말도 안 된다. 내가 없는 동안 신들이 오지수에 대한 계획을 바꾼 모양이구나. 그는 이제 거의 파이아키아에 다다랐는데, 그곳은 지금 그를 묶고 있는 고통의 밧줄에서 벗어나야 할 운명인데. 그러나 나는 그를 더 괴롭혀서, 그가 지칠 때까지 계속 괴롭혀야겠다.」
그는 구름을 모아 삼지창을 움켜쥐고 바다를 휘젓고 온갖 바람을 일으켜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다. 밤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에우루스, 노투스, 폭풍을 일으키는 제피로스와 하늘의 아들 보레아스가 모두 쓰러져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오지수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는 절망에 빠져 외치되,
「또 고통이라니. 어떻게 끝나는 것인가. 여신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구나. 상제가 공기를 휘젓고 있구나. 저 구름들을 보라. 그가 파도를 일으키니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죽음뿐이다. 트로이 평원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을 돕다가 죽은 그리스인들은 정말 운이 좋았구나. 펠레우스의 아들 시신 주위에서 트로이 사람들이 청동 창이 달린 창을 던지던 바로 그날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장례식도 치르고 그리스인들에게 존경도 받았을 터인데. 그러나 이제 이렇게 잔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다니.」
그때 파도가 그를 덮쳐 뗏목이 뒤집혔고, 그는 뗏목에서 떨어졌다. 키는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왔고, 거대한 돌풍이 돛대를 부러뜨렸다. 돛과 돛대는 바다로 떠내려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 가립선이 준 옷이 그를 무겁게 하였다. 마침내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입에서 시큼한 바닷물을 뱉어 냈다. 바닷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고통과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뗏목을 기억해 파도를 헤치고 뗏목을 끌어올리려고 달려들었다. 그는 뗏목 위에 올라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거대한 파도가 뗏목을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마치 북풍에 실려 초원을 가로질러 엉겅퀴가 빽빽하게 자라나듯, 바람은 뗏목을 바다 위로 휩쓸고 지나갔다. 남풍이 뗏목을 내던지고, 북풍이 뗏목을 붙잡고, 동풍이 물러나 서풍이 뗏목을 몰아갔다.
그때, 한때 인간이었고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이제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신들과 함께 숭배받는 카드무스의 딸이자 백색 여신인 이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가 고통받고 길을 잃은 것을 가엾게 여겼다.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갈매기처럼 그녀는 바다에서 솟아올라 뗏목 위에 앉아 이르되,
「가엾은 사람이여. 어째서 분노한 해신이 당신에게 고통의 여정을 안겨 주는가. 그러나 그의 적개심이 당신을 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은 총명해 보인다. 내 말대로 하라. 옷을 벗고 뗏목은 바람에 날려 가게 두어라. 팔만 사용하여 파에아키아로 헤엄쳐 가거라. 운명은 네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정하였다. 자, 내 스카프를 받아 가슴 아래에 묶으렴. 이 불멸의 베일로 너는 죽음이나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그러나 마른 땅에 도착하면 스카프를 풀어 바다로, 육지에서 멀리 던져 버리렴. 그리고 돌아서렴.」
여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갈매기처럼 거센 파도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검은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그토록 많은 위험을 겪었던 영웅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나이다.
「어떤 신이 뗏목을 버리라 하였으나, 신들이 또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아직 그녀를 믿을 수 없다. 그녀가 도망치라 한 땅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렇게 해야겠다. 이 나무 기둥들이 버티는 한,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겠다. 그러나 파도가 내 뗏목을 산산조각 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헤엄쳐야겠지.」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진의 신 포세이돈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파도를 일으켜 그의 머리 위로 솟구치게 한 다음, 그에게 던졌다. 마치 사나운 바람이 마른 밀기울 더미를 휘날리게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듯이, 뗏목의 긴 나무 기둥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널빤지에 올라타 마치 말을 탄 것처럼 배를 타고 나아갔다. 그는 가립선이 준 옷을 벗었으나, 스카프는 가슴에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어 팔을 벌려 헤엄쳤다. 지진의 신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되,
「드디어 고통을 느끼는구나. 하늘의 신 상제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바다를 떠내려가거라. 그러나 그때에도 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멋진 갈기를 가진 말들을 몰아 집이 있는 아이가이 섬으로 향하였다.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은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녀는 다른 모든 바람의 진로를 막고, 멈추라 명령하여 잠들게 하였으나, 빠른 바람의 신 보레아스를 깨워 그의 앞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지수는 파이아키아에 도착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었느니라.
이틀 밤낮으로 그는 파도 위를 표류하였다. 매 순간 죽음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눈부신 새벽빛이 세 번째로 비추자 바람이 멈췄다. 미풍도 없고, 완전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올라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가까이에 해안이 보였다. 마치 아버지가 며칠 동안 병들고 쇠약해져 잔혹한 악령에 시달리다 마침내 신들이 그를 되살려 주었을 때 자녀들이 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오지수 또한 육지를 보았을 때 똑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헤엄쳐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가 귓가에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트림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짠 거품으로 뒤덮였다. 배를 위한 안식처는 없고, 깎아지른 절벽과 암초뿐이었다. 오지수는 심장이 멎을 듯하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떨리는 몸이었으나 결연한 의지로 그는 스스로에게 이르되,
「상제께서 내 희망을 뛰어넘어 내게 육지를 보여 주셨구나. 내가 심연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 잿빛 바다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아니한다. 해안에는 가파른 절벽이 있고, 사방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바위는 깎아지른 듯하고, 바다는 해안 가까이 깊다. 발을 디디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것이다. 기어오르려 하면 파도가 덮쳐 뾰족한 바위에 내동댕이칠 테니, 소용없다. 그러나 내가 더 멀리 헤엄쳐 나가 만이나 후미, 경사진 해변을 찾아다니면 폭풍우가 다시 나를 덮쳐 슬픔에 울부짖으며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 신이 암피트리테가 키우는 것과 같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낼지도 모른다. 나는 포세이돈이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파도가 거세져 그를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내던졌다. 지혜의 여신이 그를 생각해 주지 아니하였더라면 그의 살은 찢어지고 뼈는 부서졌을 것이니라.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고 신음하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매달렸다. 그러나 곧 파도가 다시 밀려와 그를 세차게 때리고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마치 굴에서 끌려나온 문어의 빨판에 조약돌이 잔뜩 달라붙듯이, 그의 강한 손은 바위에 긁혀 살점이 벗겨졌다. 거대한 파도가 다시 그를 덮쳤다. 지혜의 여신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그는 비참하게 너무 일찍 죽었을 것이니라. 그는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에서 올라와 완만한 경사의 해변이나 바다와의 만을 찾아 육지를 향해 헤엄쳐 갔다. 그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어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쳤다. 그곳은 바람을 막아 주는 매끄럽고 돌이 없는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그는 물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되,
「알 수 없는 신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였나이까. 저는 소금기 있는 바다와 포세이돈을 피해 왔나이다. 불멸의 신들조차 지금 저처럼 길을 잃은 인간을 존중하나이다. 저는 온갖 고난을 겪고 당신의 흐르는 강물에 이르렀나이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는 당신의 간청자이옵니다.」
물살이 멈추고 강의 신이 파도를 잠잠하게 하였다. 그는 그를 안전하게 강어귀로 인도하였다. 그의 다리에 쥐가 났다. 바닷물이 그를 부숴 버린 것이니라. 부어오른 몸에서 입과 콧구멍으로 소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숨이 차고 말없이 그곳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끔찍한 피로가 그를 덮쳤다. 겨우 숨을 쉬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여신의 스카프를 벗어 바다로 흐르는 강물에 던져 넣었다. 강한 물살이 스카프를 휩쓸어 내려갔고, 이노의 손이 그것을 건져 올렸다. 그는 땅 위로 기어 올라와 갈대밭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생명을 주는 땅에 입맞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속으로 이르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될까. 이 강가에서 밤새도록 깨어 있으면 잔혹한 서리와 부드러운 이슬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내 생명은 허약함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이 강가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저 비탈길을 올라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빽빽한 덤불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 추위와 피로를 떨쳐 낸다면, 야생 동물들이 나를 발견하고 먹잇감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물가 근처의 개활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가시나무와 올리브나무가 함께 자란 두 그루의 관목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강한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비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잎들은 너무나 빽빽하게 얽혀 자라 있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 잎들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영웅은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는 그 안에 누워 잎들을 더 쌓아 올렸다. 마치 이웃 없는 외딴 농장에서 사는 사람이 불씨를 아끼고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타오르는 횃불을 검은 숯 속에 묻는 것처럼, 오지수는 잎 속에 몸을 숨겼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감게 하여 모든 고통과 피로를 끝낼 수 있도록 잠을 내려 주었느니라.
==제6권 공주와 그녀의 빨래==
오지수는 고난을 겪었느니라. 길고 험난한 여정에 지친 영웅은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무릉도인들에게로 갔다. 이들은 원래 춤의 땅 희리국에 살았으나, 강력한 이웃인 독안거인들이 끊임없이 약탈을 일삼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무릉도의 왕 도화원주가 그들을 멀리 떨어진 도화원으로 데려가 성벽을 쌓고 집과 신전, 그리고 땅을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후 신이 내린 지혜를 가진 알진오가 왕위에 올랐다.
눈빛이 총명한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의 귀환을 돕기 위해 그의 궁전으로 갔다. 그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침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젊은 공주 나우공주가 잠들어 있었다. 문 밖에는 노비 두 명이 나란히 잠들어 있었으니, 모두 은총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적인 소녀들이었다. 빛나는 문은 닫혀 있었으나, 여신은 바람처럼 나우공주의 침실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유명한 뱃사람 디마스의 딸이자 나우공주와 같은 나이의 절친한 친구로 변장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오, 나우공주여. 너무 게으르구나. 네 어머니가 너를 가르쳤어야 했는데. 네 옷은 더러운 더미로 널려 있구나. 곧 결혼할 터인데, 입을 예쁜 드레스도 있어야 하고, 들러리들에게 줄 옷도 있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날이 밝으면 빨래를 해야지. 내가 가서 도와줄 터이니 금방 끝날 것이다. 분명 오래도록 결혼하지 않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네 고향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벌써 너에게 구혼하고 싶어 하거늘. 그러니 새벽에 아버지께 가서 옷과 스카프, 시트를 실을 노새가 끄는 수레를 달라 하렴. 걸어서 가지 말고 수레를 타고 가야 하느니라. 빨래터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느니라.」
여신은 소녀의 눈을 들여다본 후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곳이 신들이 영원히 거하는 곳이라 말하느니라.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지도 아니하고, 비에 젖지도 아니하며, 눈으로 덮이지도 아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산 위에 펼쳐져 있고, 온통 하얀 광채가 감도다. 축복받은 신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느니라.
그때 새벽이 아름다운 옥좌에서 내려와 소녀를 깨웠다. 소녀는 꿈이 생각나서 놀라워하며 예쁜 옷을 입고 홀 안에 있는 부모님께 가서 이야기하였다. 어머니는 난로 옆에 앉아 바다색 실을 잣고 있었고, 하녀들이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백성들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명한 조언자들과 함께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곁에 서서 이르되,
「아버지, 제게 큰 바퀴가 달린 마차를 준비해 주시겠나이까. 제 좋은 옷들을 강가에 가져가 빨래하고 싶사옵니다. 옷이 너무 더러우니이다. 아버지도 중요한 계획을 세우실 때 조언자들을 만나실 때는 깨끗한 옷을 입으셔야 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셔야 하옵니다. 아버지의 다섯 아들들 중 두 명은 결혼하였으나 세 명은 건장한 미혼남이오니, 무도회에 갈 때는 항상 깨끗하게 빨래한 멋진 옷을 입고 싶어 하시나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아버지께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대답하되,
「얘야, 노새든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겠노라. 어서 가거라. 종들이 마차에 짐칸을 달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종들을 불렀고, 종들은 순종하여 마차를 준비하고 바퀴를 점검한 다음, 노새들을 끌어와 멍에를 씌웠다. 소녀는 형형색색의 옷들을 꺼내 수레에 실었고, 어머니는 바구니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담았다. 감람, 치즈, 포도주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염소 가죽에 넣어 보관하였다. 소녀는 수레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목욕 후 쓸 기름이 든 금빛 병을 소녀에게 건네 주었다. 나우공주는 채찍과 고삐를 잡고 채찍을 휘둘렀다. 노새들은 서둘러 가고 싶어 마구를 덜컹거리며 옷과 소녀, 그리고 모든 노비들을 싣고 출발하였다.
그들은 항상 물웅덩이가 가득 찬 아름다운 강에 도착하였다. 강물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아래에서 솟아올라 가장 더러운 빨래도 씻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노새들을 풀어 주고 강가로 몰아 시냇가 옆의 꿀처럼 달콤한 풀을 뜯게 하였다. 소녀들은 수레에서 빨래를 꺼내 빨래터로 가져가 서로 경쟁하듯 발로 밟았다. 더러움이 사라지자 그들은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조약돌을 해변으로 밀어내는 강가에 빨래를 널었다. 그들은 목욕을 하고 감람유를 몸에 발랐다. 그런 다음 강둑에 앉아 음식을 먹고 햇볕에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머리 스카프를 벗고 공놀이를 하러 갔다. 하얀 팔을 가진 공주는 아림 여신처럼 활을 쏘며 그들을 이끌었다. 마치 태기 산과 이만 산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아림처럼, 그녀는 멧돼지와 날렵한 사슴과 함께 달리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아이기스 왕 상제의 시골 딸들은 그녀 주위에서 뛰어놀았고, 레토는 모두가 아름다웠으나 자신의 딸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래서 나우공주는 그들 모두보다 훨씬 돋보였느니라.
그러나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 노새에 멍에를 씌우고 빨래를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지혜의 여신의 눈이 번뜩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예쁜 공주를 보고 페아키아인들의 마을까지 호위를 받아야 하였다. 공주는 노비 소녀에게 공을 던졌으나, 소녀는 공을 잡지 못하였다. 공은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졌고, 소녀들은 모두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생각에 잠기되,
「내가 지금 있는 이 나라는 어떤 곳인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폭력적인가, 아니면 선량하고 친절하며 신을 경외하는가.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험준한 산꼭대기와 강가, 풀이 무성한 초원에 자주 나타나는 산령녀들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사람의 목소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노라.」
오지수는 덤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마치 산사자가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소나 양, 혹은 들사슴을 공격할 때 눈빛이 이글거리듯 빛나고, 굶주림에 못 이겨 튼튼한 양 우리를 헤집고 다니듯, 오지수 역시 발가벗은 몸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들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소금으로 범벅이 된 그의 모습은 끔찍하였다. 소녀들은 겁에 질려 해안가를 따라 이리저리 도망쳤다. 그러나 나우공주는 가만히 서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녀의 다리 떨림을 멈추게 하고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의 무릎을 만져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매력적인 말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옷을 달라 애원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결국 그는 거리를 두고 말로 애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놀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계산된 아첨이었다.
「부인이여, 제발. 당신은 신이시옵니까, 아니면 인간이시옵니까. 만일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여신이시라면, 당신은 상제의 딸 아림처럼 생겼나이다. 키도 크고 아름다우시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땅에 사는 인간이시라면, 당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참으로 행운아옵니다. 세 배로 행운이지요. 활짝 피어나는 새싹이자 무용수들의 우두머리인 당신을 보니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그리고 당신을 지참금과 함께 신부로 맞이하는 남자는 단연코 가장 행운아옵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나이다. 단 한 번도요. 당신을 보면 제 눈이 부시나이다. 저는 전쟁과 고난을 향해 가는 길에 한때 델로스에 갔나이다. 제 군대도 저와 함께 행군하였지요. 아로왕의 제단 옆에 어린 야자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나이다. 저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감탄하였나이다. 그렇게 마법 같은 나무는 본 적이 없었나이다. 부인이여, 당신은 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로잡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껴 당신의 무릎에 손을 대기가 두렵나이다. 그러나 저는 절박하나이다. 저는… 옥기섬에서 이십 일 동안 폭풍우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어제 어떤 신이 저를 바로 이곳으로 데려왔나이다. 아마도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겠지요. 신들이 할 일을 다 하기 전까지는 제 고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부인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신창이가 된 저는 당신께, 당신이 제일 먼저 찾아왔나이다. 이 나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마을을 알려 주시고, 혹시 여기 오실 때 옷을 가져오셨다면 입을 누더기라도 좀 주소서. 신들이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집과 남편,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부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원수는 질투하고 친구는 기뻐하며 큰 명예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하얀 팔을 가진 나우공주가 대답하되,
「이봐요, 나그네여. 당신은 용감하고 영리해 보이시옵니다. 상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아시지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뜻대로 말입니다. 당신의 고난은 그분에게서 온 것이니 감당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 땅에 오셨으니 옷이나 필요한 것은 부족함 없이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이곳 사람들은 무릉도인이라 불리고, 저는 위대한 알진오 왕의 딸이옵니다. 우리 백성의 힘과 권력은 바로 그분께 달려 있나이다.」
그리고는 머리를 땋은 노비들을 부르되,
「얘들아, 잠깐만. 어찌하여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냐. 얘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세상에 태어난 그 어떤 사람도 적개심을 품고 우리 무릉도에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니까. 우리 섬은 외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느니라. 그러나 이 불쌍한 사람은 길을 잃었으니 우리가 돌봐 주어야 하느니라. 모든 외국인과 거지들은 상제의 선물이니, 어떤 친절이든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낯선 사람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주고, 바람을 피해 강가에서 씻겨 주렴.」
그들은 멈춰 서서 알진오의 딸인 공주가 말한 대로 오지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자고 서로 부추겼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옷, 즉 튜닉과 장포를 주고, 금병에 담긴 감람 기름을 주어 강가로 데려가 씻겨 주었다. 오지수는 공손하게 이르되,
「얘들아, 여기서 좀 떨어져서 기다려라. 내가 더러운 등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니라. 꽤 오래되었거늘. 부디 조용히 씻게 해 다오. 예쁜 아가씨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 부끄럽구나. 머리카락도 예쁘고.」
그래서 그들은 물러나서 여주인에게 말하였다. 그런 다음 오지수는 강물로 등과 어깨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머리카락에 붙은 바닷소금을 씻어 냈다. 그러나 그가 깨끗하게 씻고 기름을 듬뿍 바르고, 젊은 미혼 소녀가 준 옷을 입자, 지혜의 여신은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보이게 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자운화처럼 곱슬곱슬하게 자라게 하였다. 마치 지혜의 여신과 해필수가 숙련된 장인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은에 금을 부어 더욱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처럼,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는 바닷가로 가서 앉았다. 그의 잘생김은 눈부셨느니라.
소녀는 깜짝 놀라 단정하게 머리를 손질한 여종들에게 이르되,
「얘들아, 내 말 잘 들어라. 오림산에 사는 신들이 이 남자가 내 신과 같은 백성들과 만나기를 바라셨던 것이 틀림없다. 전에는 가난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하늘에 사는 신 같구나. 나도 이런 남자, 여기 살면서 머물고 싶어 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구나. 자, 얘들아, 이제 이 낯선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라.」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소녀들은 복종하여 오지수에게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오지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마셨다. 그는 거의 굶주린 상태였다. 음식을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때 팔이 하얀 나우공주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그녀는 옷을 접어 수레에 싣고, 노새들에게 멍에를 씌운 다음 수레 안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오지수에게 분명한 지시를 내리되,
「낯선 이여, 준비하시오. 마을로 가셔야 하나이다. 그러면 우리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드리겠나이다. 똑똑해 보이시니 제 말대로 하시오. 들판과 농지를 지나갈 때, 당신은 소녀들과 함께 노새 뒤에서 재빨리 따라오시오. 제가 앞장서겠나이다. 그러면 양쪽에 경치 좋은 항구가 있고, 좁은 문이 있는 높은 성벽에 도착할 것입니다. 문 앞에는 곡선형 배들이 길을 따라 정박해 있는데, 각 배마다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나이다. 만남의 장소는 해신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데, 신전에는 땅속 깊이 박힌 무거운 돌들이 박혀 있나이다. 그곳에서 일꾼들은 배의 장비, 즉 밧줄과 돛을 만들고 노를 다듬나이다. 무릉도 사람들은 활쏘기에는 관심이 없나이다. 그들의 열정은 돛과 노, 그리고 배에 있으며, 그들은 그것으로 어둡고 회색빛 바다를 건너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서 저를 험담할까 봐 걱정이옵니다. 무례한 사람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저 덩치 큰 남자는 누구인가. 저 낯선 사람은 어디서 만났는가. 저 사람이 저 여자의 남편이 될까. 저 여자는 저 남자를 얻었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배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그녀를 꼭 안아 준 것이겠지. 그녀가 다른 곳에서 온 남자를 만났다면 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을 경멸하거든. 비록 많은 귀족 구혼자들이 있으나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나 같으면 결혼 전에 남자들과 너무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규칙을 어긴 여자를 비난하겠지. 그러나 잘 들어 보시오, 나그네여.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 드리겠나이다. 길가에 미루나무 숲이 있나이다. 그곳에는 샘물이 있고 주변에는 초원이 펼쳐져 있지요. 그곳은 지혜의 여신의 땅이옵니다. 아버지가 과수원과 영지를 가지고 계신 곳이지요. 사람 목소리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거기 앉아서 내가 마을에 있는 아버지 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내가 도착하였다고 생각되면, 계속 걸어가서 위대한 아버지, 알진오 왕의 궁전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오.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주 어린아이도 그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 집은 무릉도의 다른 집들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안뜰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 곧장 큰 홀로 가시오. 어머니께서 벽난로 옆에서 불빛을 받으며 놀라운 자주색 양털을 잣고 계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기둥에 기대어 서 계시고, 그 뒤에는 노비들이 서 있지요.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바로 옆에 왕좌에 앉아 신처럼 포도주를 홀짝이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지나쳐 어머니의 무릎에 엎드려 간청하시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잘해 주시고 마음속으로 당신을 좋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집으로,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빛나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재촉하였다. 노새들은 강물을 떠나 발굽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갔다. 그녀는 노비들과 위대한 오지수가 걸어갈 수 있도록 천천히 노새를 몰았다. 해가 지고 있을 때 그들은 지혜의 여신의 유명한 신전인 숲에 도착하였다. 오지수는 그곳에 앉아 곧바로 전능한 상제의 딸에게 기도하되,
「상제의 딸이시여, 불굴의 여왕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땅을 뒤흔드는 신이 저를 파멸시킬 때 당신께서 저를 도우셨다면, 그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 무릉도에서 따뜻하게 맞아 주시옵소서.」
지혜의 여신은 그의 기도를 들었으나, 오지수가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오지수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니라.
==제7권 마법의 왕국==
이에 오지수 장군은 인내심을 가다듬고 자리를 펴고 앉아 하늘에 기도를 올리니라. 그 사이에 튼튼하고 준수한 노새들이 소녀를 실어 마을로 향하니, 소녀는 마침내 아버지 궁궐 문 앞에 이르렀도다. 그의 오라버니들은 마치 불멸의 신선처럼 모여들어 노새의 마구를 벗기고 옷을 안으로 들여놓았으며, 소녀는 제 방으로 들어가니라. 늙은 여종 에우리메두사가 이미 불을 피워 두었는데, 이 여인은 오래전 배를 타고 아페이레에서 끌려온 이였도다. 백성들이 왕을 신처럼 받들어 절하므로 그녀를 왕에게 바쳤으며, 일찍이 어린 나우공주를 돌보던 그가 이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마련하노라.
오지수는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니, 지혜낭자께서 친절히 안개로 그를 감싸 사람들의 무례한 물음으로부터 보호하시니라. 아름다운 도시에 거의 다다르매, 눈빛이 초롱초롱한 지혜낭자가 젊고 미혼인 처녀 모습으로 물항아리를 들고 나와 그를 맞이하니, 그의 앞에 멈춰 섰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아이야, 이 땅을 다스리시는 알진오 대왕의 집까지 나를 인도하여 주겠느냐? 나는 고된 세월을 보내어 먼 곳에서 왔으니, 이방인이요 이 마을과 그 주변에는 아는 이가 없도다.”
여신이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하시되,
“이방인아, 네가 원하는 곳으로 모시리라. 왕은 내 아비 집 근처에 거하시니라. 그러나 조용히 걸으며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묻지 말지어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낯선 이를 달가워하지 아니하나, 스스로는 바다를 건너기를 즐기노라. 해신께서 그들에게 배를 날개처럼, 생각처럼 빠르게 하시었도다.”
여신이 그를 인도하니 그는 그 발걸음을 따르매, 바다를 누비는 무릉도인들은 그가 마을을 지남을 보지 못하였으니, 위대한 여신이자 땋은 머리의 지혜낭자께서 마법의 안개로 그를 보이지 않게 하셨기 때문이라. 그는 배와 항구, 귀족들의 회합 장소와 꼭대기에 말뚝을 박아 세운 높은 성벽을 보고 크게 놀라 탄식하였도다. 과연 놀라운 광경이로다!
마침내 왕의 웅장한 궁전에 이르니, 신성한 지혜낭자가 윙크하며 이르시되,
“이리 오라, 이방인아. 여기가 네가 데려다 달라 한 집이니라. 왕과 왕비는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실 것이니, 겁내지 말고 들어가거라. 용맹한 자는 어떤 모험에서도 성공하는 법이니, 멀리서 온 이라도 마찬가지니라. 먼저 왕비에게 인사하라. 그 이름은 아례희라. 왕과 왕비는 도화원주라는 공통 조상을 두었도다. 에우리메돈은 오래전 거인족의 왕이었으나 오만하고 사악하여 제 백성을 죽이고 스스로도 죽임을 당하였느니라. 그의 막내딸 비려화는 매우 아름다웠고, 해신께서 그와 동침하여 도화원주를 낳으시니 그가 이 무릉도의 왕이 되었도다. 그에게 두 아들이 있어 우리의 왕 알진오와 락선우라. 아로왕께서 락선우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없이 그를 쏘아 죽이시니, 딸 아례희를 남기셨고, 숙부인 알진오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도다. 어떤 여인도 그녀만큼 존경받지 못하니, 왕은 그녀를 공경하고 자녀와 백성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우리는 그녀를 여신처럼 받들어 마을을 지날 때면 손가락질하며 바라보노라. 그녀는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나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분쟁을 해결하니, 만일 그녀가 너를 호의로 여기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이같이 눈빛이 반짝이는 지혜낭자는 그를 떠나 아름다운 도화원을 지나 지칠 줄 모르는 바다를 건너 마라톤과 아테네로 향하여 어륵태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시니라.
오지수는 왕궁에 다가가 청동으로 된 문턱에 서서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스쳐 보내니, 위대한 왕의 궁전은 높고 햇살이나 달빛처럼 빛났도다. 입구에서 침실까지 벽은 온통 청동으로 되어 그 위에 푸른 띠가 둘려 있었고, 금빛 문이 궁전을 지키며, 은 기둥이 문턱에서 솟아나고 상인방은 은이요 손잡이는 금이었도다. 양쪽에는 해필수께서 뛰어난 솜씨로 만드신 은과 금의 개들이 서서 용맹한 알진오 왕의 집을 지키는 불멸의 수호라. 문에서 안쪽 방까지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의자가 놓이고 여인들이 수놓은 부드러운 덮개가 덮여 있어, 무릉도의 귀족 남녀들이 앉아 먹고 마시며 풍족한 삶을 누리니라. 금으로 만든 소년 조각상들이 받침대 위에 서서 손에 불타는 횃불을 들고 밤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홀을 밝히고, 왕의 집에는 쉰 명의 여종이 있어 어떤 이는 맷돌에 노란 곡식을 갈고 어떤 이는 천을 짜며 바스락거리는 미루나무 잎처럼 빠른 손가락으로 실을 잣아 짜인 천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노라. 무릉도 남자들이 배를 띄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듯이, 그곳 여인들은 지혜낭자 여신께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 뛰어난 지성과 기술을 내리시어 직조 솜씨가 탁월하니라.
문 밖 안뜰에는 울타리로 둘린 오천 평 크기의 과수원이 있어 키가 큰 나무들이 과일로 가득하고, 선명한 사과의 빛깔과 배·석류·달콤한 무화과·탐스러운 감람이 주렁주렁 열리니, 겨울이나 여름에도 과일이 떨어지거나 시들지 아니하고 일 년 내내 열매가 자라니라. 서풍이 항상 불어와 과일을 살찌우고 익히니, 배는 익어가고 사과는 사과대로, 포도는 포도대로, 무화과는 무성하게 열리도다. 비옥한 포도밭도 조성되어 따뜻한 쪽 평평한 경사면에서 포도를 햇볕에 말리고, 포도송이를 따서 밟아 으깨면 덜 익은 것은 꽃잎을 떨어뜨리고 익어가는 것은 보라색으로 물드니라. 샘물이 둘 있어 하나는 정원 전체를 흐르고 다른 하나는 안뜰 문턱에서 궁전 쪽으로 솟아나와 사람들이 식수를 긷노라. 이처럼 신들께서 알진오 왕의 집에 아름다운 선물을 내려 주셨도다.
오랜 세월 고난을 견뎌 온 강인한 오지수는 그곳에 서서 놀라움에 휩싸여 바라보다가 재빨리 궁전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라. 무릉도의 위엄 있는 지도자들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허명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술을 올리거늘, 오지수는 지혜낭자께서 만드신 안개로 변장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아례희와 왕에게 다가가 아례희의 무릎을 껴안으니, 순식간에 마법의 안개가 흩어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나매 모두가 놀라 침묵에 잠겼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락선오의 딸 아례희 왕비시여, 나는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었나이다. 왕비님과 왕세자님, 그리고 이곳에서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 간청하오니, 신들께서 왕비님의 삶을 축복하시고 자녀들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내가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족이 너무나 그리워 너무 오래 떠나 있어 가슴이 아프나이다.”
그는 화롯가 재 속에 앉으니 모두가 침묵을 지키다가 예개우가 입을 열었도다. 그는 무릉도의 원로 정치가이자 웅변에 능하고 학식이 풍부한 이로서 돕고자 하여 말하되,
“알진오여, 그대도 알다시피 낯선 이를 화롯가 재 속에 앉혀 두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모두가 그대의 명령을 기다리니, 그를 일으켜 은 의자에 앉히고 포도주를 따르게 하며,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하녀는 창고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야 하리라.”
이에 알진오는 오지수의 손을 잡고 재 속에서 일으켜 세워 가장 아끼는 아들 나도만에게 자리를 비키라 명하고 자신 옆에 앉히니라. 여종이 금 항아리에 물을 담아 손을 씻기고 은그릇에 물을 따르며 윤이 나는 나무 탁자를 가져오고, 천한 노비가 빵과 고기가 가득한 접시를 바치니, 반쯤 굶주리고 기진맥진한 영웅이 먹고 마셨도다.
위엄 있는 알진오 왕이 술꾼 본도수에게 이르되,
“가서 그릇에 술을 섞어 모든 손님에게 따라 주어라. 그리하여 고통받는 자를 축복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술을 바치게 하라.”
소년이 달콤하고 맛있는 술을 섞어 모든 이의 잔에 따르고 먼저 신들에게 올리니, 제물을 바치고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신 후 알진오가 말하되,
“들으소서, 신들이시여. 내 마음이 명하는 바를 들으소서. 잔치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드소서. 새벽이 되면 최고의 병사들을 더 불러 모아 이 낯선 이를 우리 궁전에 모시고 신들에게 훌륭한 제물을 바치리라. 그의 여정을 어떻게 도울지 계획하여 손님이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길에서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집에 도착하게 하리라. 집에 도착하면 태어날 때부터 운명과 무거운 존재들, 곧 방직공들이 정해 놓은 모든 것을 견뎌야 하리니. 그러나 만일 그가 불멸의 존재요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신들께서 방식을 바꾸셨도다. 예전에는 우리가 엄청난 제물을 바치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 가운데 앉아 음식을 먹으셨으며, 우리 중 단 한 사람이 길을 걷다 만나더라도 숨지 아니하셨느니라. 우리는 거인족이나 독안거인족처럼 가까운 친구였도다.”
오지수는 신중히 헤아린 후 아뢰되,
“알진오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주소서. 나는 하늘의 불멸의 신들과 같지 아니하며, 키도 보통이요 사람처럼 보이니라. 고통에 있어서는 그대가 아는 가장 고통받는 이와도 견줄 만하며, 내가 겪은 수많은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신들께서 그리 뜻하셨도다. 그러나 슬픔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허락하여 주소서. 배는 마치 낑낑대는 개와 같아 아무리 피곤하거나 슬픔에 잠겨도 배를 채우라 애원하나이다.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나 배는 항상 먹고 마시라 재촉하여 겪은 고통을 잊고 배를 채우라 하니라. 내일 새벽, 이 모든 고통 끝에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재산과 노비와 집을 바라보며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소서.”
모두가 낯선 이의 말이 일리 있다 여기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동의하니, 신들에게 음료를 바치고 원하는 만큼 마신 후 모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오지수는 연회장에 남아 아례희와 신과 같은 알진오 옆에 앉아 있었으며, 연회 음식은 노비들이 치우고 있었느니라.
하얀 팔을 가진 아례희가 그가 입은 멋진 옷, 자신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짠 장포와 저고리를 알아차리고 말이 날개를 단 듯 전하여 이르되,
“낯선 이여, 내가 먼저 말을 걸겠노라. 어디에서 왔으며, 그 옷은 누가 주었느냐? 바다를 떠내려 왔다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가 신중히 말을 골라 대답하되,
“폐하,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신들께서 내게 너무나 많은 시련을 안겨 주셨기 때문이니이다. 이것만 아뢰겠나이다. 먼 바다에 옥기섬이라는 섬이 있어 그곳에는 태락의 딸이요 매끄러운 땋은 머리의 강력한 여신, 교활한 립선이 살고 있나이다. 그는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상제께서 내 배를 낚아채 밝은 번개와 함께 포도주빛 바다 위로 갈라놓으시매 나는 홀로 그의 집으로 향하였나이다. 동료 용맹한 친구들은 모두 죽었고, 배의 용골을 껴안고 열흘 동안 표류하다가 열 번째 밤 신들께서 나를 데려가 아름답고 강력한 여신 립선의 고향인 옥기섬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그는 나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죽음과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맹세하였으나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곳에서 칠 년을 보내며 그가 신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주었으나 항상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나이다. 마침내 팔 년이 되어 상제 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마음도 바뀌어 나를 튼튼히 묶은 나무 뗏목에 태워 보내되 음식과 달콤한 포도주, 신들이 입을 법한 옷을 갖추어 주고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도 보내 주셨나이다. 나는 십칠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다가 십팔 일째 되는 날 당신 나라의 어두컴컴한 산들이 나타나매 너무나 기뻤으나 더 큰 불행이 닥쳐왔나이다. 해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나를 막고 바다를 휘저으시니 나는 흐느끼며 그곳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못하였나이다. 마침내 뗏목이 거대한 폭풍에 산산조각 났으나 이 깊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 여기까지 왔나이다. 곧바로 상륙하려 하였다면 바위에 부딪혀 다시 떠밀려갔을 것이니, 강어귀에 이를 때까지 헤엄쳐 가니 그곳은 상륙하기에 완벽한 자리처럼 보였나이다. 바람도 막아 주고 잔잔하며 파도도 전혀 없고 바위가 없었나이다. 거기에 털썩 주저앉아 거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력을 회복하려 애쓰다가 빗물로 채워진 강에서 기어 나와 강둑으로 가 덤불 속에 숨고 나뭇잎을 쌓아 덮었나이다. 어떤 신께서 깊은 잠을 내려 주시매 무거운 마음으로 밤새도록, 새벽부터 정오까지 나뭇잎 아래에서 잠을 잤나이다. 오후에 깨어 보니 해변에서 소녀들이 놀고 있었으며, 당신의 따님이 여신처럼 아름답고 그 노비들도 있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처럼 어린 소녀가 그리 분별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하였으니, 젊은이들은 보통 그리 사려 깊지 아니하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여 음식과 포도주를 주고 강에서 나를 씻겨 주며 이 옷도 주었나이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진실을 아뢰었나이다.”
알진오가 이르되,
“내 딸이 한 일 중 딱 하나만 잘못되었도다. 자네가 먼저 딸에게 간청하였으니 딸이 직접 여종들을 데리고 자네를 데려왔어야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조심스레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의 따님은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부디 그를 책망하지 마소서. 따님이 여종들을 데리고 오라 하였으나 나는 너무 부끄럽고 불안하여 왕께서 나를 보시면 불쾌해하실까 걱정하였나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의심하는 경향이 있나이다.”
왕이 대답하되,
“내 마음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타입이 아니니, 절제가 언제나 최선이로다. 지혜낭자·상제·아로왕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로다! 부디 여기에 머물러 내 딸과 결혼하여 내 아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노라. 원한다면 집과 재산을 주리라. 원하지 아니하면 의사에 반하여 이곳에 붙잡아 두지 아니하리니, 상제 신께서 그리 되기를 바라지 아니하시기를! 당신의 여정에 대해서는 내일 출발할 수 있도록 약속하노라. 편안하게 누워 잠들면 잔잔한 바다를 건너 고향이나 원하는 곳 어디든, 심지어 우보도 너머까지도 노를 저어 보내리라. 우리 백성들이 금발의 나달만을 가야의 아들 티우에게 데려다 줄 때 보았던 곳이니,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해안이라 하는데 그날 왕복하였어도 지치지 아니하였도다. 내 배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내 백성들이 노를 저어 바다를 얼마나 잘 가꾸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그 순간, 그토록 많은 고난을 견뎌 낸 오지수는 기뻐하며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시여, 알진오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의 명성이 영원히 땅 위에 빛나게 하시고, 내가 고향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소서.”
이 말을 듣자 백발의 아례희가 시종들에게 현관에 침대를 내놓고 그 위에 고운 자주색 담요를 깔며 덮개와 양털 이불을 덮으라 명하니,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재빨리 침대를 깔끔히 정리한 후 오지수를 불러 이르되,
“손님, 일어나 밖으로 나오소서. 침대가 준비되었나이다.”
오지수는 긴 모험 끝에 누마루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인 침대에서 잠들 수 있어 기뻤도다. 알진오는 아내 옆 방에서 잠들었으며, 아내는 그들의 침대를 정리하고 함께 잠을 잤느니라.
==제8권 시인의 노래==
곧 새벽이 밝아와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위엄 있고 거룩한 알진오 왕은 잠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시를 정복한 오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축복받은 위대한 알진오 왕은 배를 타고 손님을 페아키아 회의장으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왕실 사자처럼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지수의 귀향길을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은 차례로 각 사람 곁에 서서 이르되,
「나리여, 회의 장소로 오셔서 우리 왕궁을 방문한 손님에 대해 알아보십시오. 바다를 떠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멸의 신처럼 보이옵니다.」
이렇게 지혜의 여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웠고, 곧 회의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라에르테스의 영리한 아들을 본 군중은 감탄하였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신비로운 마법을 걸어 주었고,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무릉도인들은 그가 앞으로 치러질 여러 가지 기량 시험을 통과할 때 그를 환영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니라.
사람들이 모이자 알진오는 그들에게 연설을 시작하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족장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 마음의 소명을 너희에게 말하리라. 이방인 한 사람이—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나—서쪽이나 동쪽에서 방황하다가 내 집에 나타났다. 그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간청하고 기도한다. 우리가 전에 다른 손님들을 도왔던 것처럼 그를 도우자. 내 집에 손님을 머물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항상 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배를 띄워 첫 항해를 시작하게 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쉰두 명을 선원으로 뽑아 노를 벤치 옆에 묶어 두자. 그리고 해안으로 돌아와 내 집으로 오너라. 젊은이들은 서둘러 잔치를 준비하라. 내가 풍족하게 음식을 준비하리라. 그리고 너희 영주들도 나와 함께 그를 환영해 주렴. 거절하지 말라. 시인 데모도쿠스도 초대해야 한다. 신의 은총을 받은 자이니 그가 부르는 노래는 무엇이든 듣기 좋을 것이다.」
그가 앞장서서 갔다. 귀족들은 그와 함께 갔고, 하인은 시인을 데려왔다. 왕의 명령대로 정예 젊은이들 쉰두 명은 해안으로 갔다. 그들은 거친 바닷물에 이르러 검은 배를 물에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가죽 끈에 노를 하나씩 묶어 질서정연하게 고정하였다. 흰 돛을 활짝 펼치고 배를 물 위에 정박시켰다. 그런 다음 그들은 왕의 웅장한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홀과 회랑은 노인과 젊은이들로 가득하였다.
알진오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양 열두 마리와 은빛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 여덟 마리, 그리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 두 마리를 잡았다. 그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잔치를 준비하였다. 하인은 뮤즈가 숭배하는 시인을 데려왔다. 뮤즈는 그에게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 두 가지를 주었다. 그의 시력을 빼앗았으나, 아름다운 노래를 주었느니라.
술 장수는 은으로 장식된 의자를 가져와 모든 손님들 가운데 기둥에 기대어 세웠다. 그리고 못에 시인의 리라를 머리 위에 걸어 두고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시종은 시인 옆에 탁자를 차리고 빵 바구니와 와인 한 잔을 놓아 원할 때마다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자 뮤즈는 시인에게 하늘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유명한 일화, 아킬레우스와 오지수의 다툼에 대한 노래를 부르도록 하였다. 화려한 제사 잔치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었는데, 건웅은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기뻐하였다. 건웅이 피토의 신탁소에 가서 입구 돌을 넘어 신탁을 구할 때, 아폴론이 상제의 계략으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에게 고통이 시작될 것이라 예언하였기 때문이니라. 유명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건장한 손으로 무거운 자주색 장포를 집어 얼굴을 가렸다. 그는 자신이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래꾼이 노래를 멈출 때마다 오지수는 눈물을 닦고 장포를 끌어내린 후 신들을 위해 잔에서 포도주를 한 방울 따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릉도의 귀족들은 음유시인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 재촉하였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좋아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음유시인은 다시 노래를 시작하였고, 오지수는 신음하며 장포 아래로 얼굴을 숨겼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알진오만이 그의 눈물을 보고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이르되,
「폐하들이여, 우리는 이미 잔치에 대한 소망과 잔치의 동반자인 리라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켰나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모든 운동 경기를 준비합시다. 그러면 손님이 집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권투, 씨름, 높이뛰기, 달리기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소년이 앞장섰고, 다른 사람들도 뒤따랐다. 소년은 리라를 걸이에서 내려 데모도쿠스의 손을 잡고 경기를 구경하러 나온 군중 속으로 그를 이끌고 나갔다. 그곳에는 아크로네우스, 오키알루스, 엘라트레우스, 나우테우스, 토온, 안키알루스, 에레트메우스, 아나베시네우스, 폰테우스, 프림네우스, 프로레우스, 폴리나우스의 아들이자 테크톤의 손자인 암피알루스, 그리고 나우볼루스의 아들인 에우리아루스 등 많은 젊은 운동선수들이 서 있었다. 에우리아루스는 아레스처럼 파멸의 신으로 불렸다. 그는 외모와 힘에 있어서 나도만 다음으로 무릉도에서 가장 뛰어났다. 위대한 알진오의 세 아들, 나도만, 신과 같은 클리토네우스, 그리고 할리우스가 일어섰다.
먼저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줄을 서서 트랙을 따라 순식간에 질주하여 들판의 먼지를 일으켰다. 클리토네우스는 단연코 단거리 달리기에서 최고였다. 그는 노새가 쟁기질한 밭의 길이만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관중석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잔혹한 레슬링 경기가 이어졌는데, 에우리아루스가 가장 뛰어났다. 암피알루스는 멀리뛰기에서 탁월하였다. 그리고 원반던지기에서는 단연 엘라트레우스가 최고였다. 왕자 나도만은 권투에 뛰어났다. 그들은 모두 경기를 즐겼다.
그들이 이야기를 마치자, 알진오의 아들 나도만이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제 저 낯선 사람에게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야겠소. 체격이 좋고, 다리와 팔, 목이 튼튼하군. 고난을 겪었으나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이는군. 아무리 강했던 사람이라도 바다만큼 사람을 꺾을 수는 없소.」
에우리아루스가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네 말이 맞소. 직접 그에게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소.」
알진오의 고귀한 아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모두 가운데로 일어나 오지수를 부르되,
「이리 오시오. 자, 자네도 우리 경기를 해 보는 게 어떻소. 운동을 할 줄 안다면 말이오. 그럴 것 같소. 한평생 동안 손과 발로 이루어 낸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소. 그러니 걱정은 잊고 한번 해 보시오. 배가 출항하였으니 곧 항해를 시작할 것이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소.」
오지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어찌하여 이런 도전을 하며 나를 조롱하는가. 내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지, 경기에 얽매여 있지 아니하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겪었기에 이제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여기 앉아 당신의 왕과 백성들에게 내 소원을 들어 달라 기도하고 있다.」
에우리아루스는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자네는 운동 경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자네 같은 놈은 잘 안다. 상선 선원들의 선장인 자네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화물과 화물에만 신경 쓰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만 챙긴다. 자네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얼마나 오만한 소리를 하는가.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몸과 마음, 말솜씨를 축복으로 주지 아니한다. 어떤 사람은 허약하나 신의 축복을 받아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말은 침착하고 위엄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그가 마을을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은 신과 같은 외모를 가졌으나 말솜씨는 형편없다. 자네도 마찬가지다. 자네는 겉모습은 훌륭하나, 신조차도 자네의 몸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네의 정신은 불구다. 자네의 터무니없는 말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나는 스포츠와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 아니하다. 젊었을 때는 강한 팔을 믿고 항상 일등이었다. 지금은 고통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나는 전쟁의 고통을 견뎌 냈고, 바다의 위험을 헤쳐 왔다. 그러나 자네는 나에게 도전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고통스럽지만 나는 경쟁하리라.」
그러자 그는 장포를 걸친 채 뛰어올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거대한 원반을 움켜쥐었다. 그는 몸을 돌려 팔을 뒤로 젖혔다가 건장한 손으로 원반을 던졌다. 원반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노 젓기에 능했던 무릉도인들은 원반의 궤적 아래 몸을 숙여 움츠렸다. 원반은 다른 말뚝들을 훨씬 넘어 날아갔다. 지혜의 여신은 그 지점을 표시하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이르되,
「낯선 이여, 눈먼 사람이라도 더듬어 이 표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표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축하해도 좋다. 너희가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였고, 그 누구도 너희만큼 멀리, 더 멀리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오지수는 자신을 지지해 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젊은 무릉도인들에게 이르되,
「이것에 한번 도전해 보시오. 할 수 있다면, 더 멀리, 혹은 똑같이 멀리 또 한 번 던져 보겠소. 당신들이 나를 화나게 하였으니, 어떤 운동이든 해 보겠소. 어서. 권투든, 씨름이든, 달리기든, 누구와든 시합할 수 있소. 다만 나도만만은 예외로 하오. 그는 나의 주인이니. 누가 친구와 싸우겠소. 낯선 땅에서 자신을 환대해 준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자는 무가치하고 어리석은 자이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이오. 그러나 나는 당신들 중 누구와도 시합할 수 있소. 내 실력을 시험해 보시오. 당신들의 실력도 알려 주시오. 나는 어떤 운동에도 약하지 아니하오. 나는 잘 다듬어진 활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소. 많은 동료들이 내 옆에서 화살을 쏘아 올렸으나, 나는 언제나 적군 무리에서 가장 먼저 적을 쏘아 올렸소. 토래성에서 아카이아인들이 활을 쏠 때, 나보다 뛰어난 자는 단 한 명뿐이었소. 필록테테스. 지상에서 빵을 먹고 사는 다른 인간들은 모두 나보다 활 솜씨가 형편없나이다. 그러나 저는 헤라클레스나 에우리토스처럼 신들과 활쏘기 시합을 하려던 초인적인 궁수들과는 경쟁하지 않겠나이다. 아폴론은 그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격노하여 그를 죽였나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죽었고, 고향에서 장수하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다른 이들이 화살로 맞추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 창을 던질 수 있나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여러분 중 누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느냐일 뿐이옵니다. 저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체력이 떨어지고 다리가 약해져서 평소처럼 운동을 할 수 없었나이다.」
군중은 침묵하였으나, 알진오가 이르되,
「각하여, 아주 훌륭한 예의로 당신의 재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망과, 이 경기장에 나와 당신을 조롱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나이다.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 잘 들어 보시오. 집에 돌아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잔치를 벌일 때, 당신의 훌륭한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 조상 대대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모든 업적을 기억하시오. 우리는 씨름이나 권투에는 뛰어나지 아니하나, 달리기에는 빠르고 배를 다루는 데는 최고이옵니다. 우리는 잔치, 리라 연주, 춤, 다양한 옷차림, 따뜻한 목욕과 잠자리를 좋아하나이다. 자, 이제 무릉도 최고의 무용수들이 공연하게 하시오. 손님께서 집에 돌아가셔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항해술, 달리기, 춤과 노래에 얼마나 뛰어난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오. 데모도쿠스에게 줄 리라를 안에서 가져오시오. 어서 가시오.」
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시종이 리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홉 명의 심판을 뽑았다. 그들은 춤을 출 수 있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그 주위에 넓은 원을 만들었다. 시종이 데모도쿠스에게 리라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젊고 잘 훈련된 소년들을 대동하고 원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들은 발을 구르며 신성한 춤을 추었고, 그들의 빠른 다리는 빛났다. 오지수는 그 광경에 경탄하였다.
시인은 리라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왕관을 쓴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에게 품은 사랑에 대한 매혹적인 노래를 불렀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주었고, 해필수의 침대를 더럽혀 둘이 몰래 관계를 맺었다. 태양신은 그 모습을 보고 해필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해필수에게는 쓰디쓴 소식이었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대장간으로 가서 거대한 모루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결코 끊어지거나 풀릴 수 없는 튼튼한 사슬을 두들겼다. 그는 아레스에게 몹시 화가 났다. 덫을 만든 후, 그는 사랑하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기둥 주위에 엉킨 케이블을 감고, 가느다란 거미줄처럼 천장에 매달았다.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신들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 솜씨는 정말 기발하였다. 침대에 덫을 설치한 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문명화된 도시 렘노스로 갔다.
황금 기사 아레스는 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기적을 행하는 해필수가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강력한 아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 아레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내 사랑이여, 우리 함께 잠자리에 들자. 해필수는 마을을 떠났느니라. 이상한 언어를 쓰는 신티아인들을 만나러 렘노스에 갔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와 함께 눕고 싶어 흥분하였고, 둘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해필수가 만든 사슬이 그들을 단단히 묶어 움직일 수도, 일어설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저는 신은 가까이 다가왔다. 렘노스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마음이 괴로워하며 그는 집으로 향하였다. 문간에 서 있던 그는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모든 신들을 부르되,
「오, 아버지 상제여, 그리고 영원히 살아 계시는 모든 축복받은 신들이여, 보십시오. 웃으셔도 좋으나, 참기 힘드나이다. 상제의 딸인 아프로디테가 절름발이인 저를 어떻게 무시하는지 보십시오. 그녀는 파괴적이고 강하고 잘생긴 아레스를 사랑하나이다. 저는 약하나이다. 부모를 탓하나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러나 보십시오, 저 둘이 제 침대에서 연인처럼 자고 있나이다. 저는 그 광경에 소름이 끼치나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이 깊더라도 그들은 더 이상 저렇게 누워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곧 깨어나고 싶어 하겠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제가 딸을 위해 지불한 값을 갚을 때까지 제 덫과 사슬이 그들을 꽉 붙잡아 둘 것이옵니다. 그녀의 눈은 마치 개처럼 저를 쳐다보나이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우나, 자제력이 부족하나이다.」
신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 땅을 흔드는 해신, 도움을 주는 헤르메스, 그리고 아폴론이 있었다. 여신들은 수줍음 때문에 집에 머물렀다. 좋은 것을 주시는 축복받은 신들이 문간에 서 있다가 해필수가 설치한 기발한 함정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바라보며 서로 이르되,
「죄는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느린 자가 빠른 자를 이길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하고 느린 해필수가 자신의 솜씨로 오림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를 잡았으니 말이다. 아레스는 간음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들은 수군거렸다. 그때 상제의 아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이르되,
「내 형제 헤르메스여, 황금빛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녀의 침대에서, 비록 무거운 사슬에 묶여 있더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령 헤르메스가 대답하되,
「아, 활의 신 아폴론 형제여,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세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히 묶여서 당신들 신들과 당신들의 모든 아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라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그러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직 해신만이 웃지 아니하였다. 그는 해필수에게 아레스를 풀어 달라 간청하고 애원하였다. 그는 기적을 행하는 신에게 이르되,
「이제 그를 놓아 주소서. 당신이 부탁하신 대로 그는 신들 사이에서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옵니다.」
유명한 절뚝거리는 신이 대답하되,
「해신이여,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악당들을 풀어 주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레스가 속박과 빚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어찌 당신을 묶을 수 있겠소.」
지진의 신 해신은 그에게 대답하되,
「해필수여, 만일 그가 이 빚을 피하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갚겠소.」
절뚝거리는 신이 이르되,
「그렇다면 당신께 대한 예의로 당신의 부탁대로 하겠소.」
그래서 해필수는 온 힘을 다해 사슬을 풀었다. 두 연인은 속박에서 벗어나 둘 다 뛰어올랐다.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미소를 지으며 키프로스의 파포스 섬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향기로운 제단과 성소가 있었다. 은총의 여신들은 그곳에서 그녀를 씻기고 불멸의 존재들에게 빛을 발하는 마법의 기름을 발라 주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혀 주었다.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느니라.
그것은 시인의 노래였다. 오지수는 즐겁게 듣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알진오는 할리우스에게 나도만과 춤을 추라 하였다. 그들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장인 폴리부스가 만들어 준 자주색 공을 가져갔다. 한 소년은 뛰어올라 공을 구름 위로 던지고, 다른 소년은 발을 땅에서 떼고 뛰어올라 착지하기 전에 공을 쉽게 잡았다. 그들은 공을 똑바로 위로 던지는 연습을 한 후, 비옥한 땅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 가며 춤을 추었다. 들판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소년들은 시끄럽게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었다.
그때 오지수가 이르되,
「많은 백성의 왕이시여, 위대한 군주시여, 당신의 무용수들이 최고라고 자랑하셨는데, 정말 그러하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보니 감탄스럽나이다.」
존경받는 왕은 그 말에 기뻐하였다. 그는 곧바로 백성들에게 이르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영주들, 그리고 귀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낯선 사람은 매우 현명해 보이옵니다. 그러니 주인이 손님을 우호적으로 대접하듯 선물을 줍시다. 우리 백성은 열두 명의 영주가 다스리고 있으며, 내가 열세 번째 영주이옵니다. 우리 각자는 귀한 금 한 파운드와 깨끗하게 세탁한 옷, 튜닉과 장포를 가져오시오. 그것들을 쌓아 올려 손님이 이 모든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식사에 참석하게 하시오. 에우리아루스는 그에게 사과하고, 그의 말이 부적절하였으니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 하옵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고, 각자 대리인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에우리아루스가 이르되,
「위대한 왕 중의 왕이신 알진오 폐하, 폐하의 명령대로 사과하겠나이다. 그리고 은 손잡이와 상아로 조각한 칼집이 있는 이 청동 검을 그에게 선물하겠나이다. 그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알진오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오지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오지수는 말을 쏟아내되,
「환영하나이다, 나리여. 우리 집에 머무르십시오. 혹시라도 무례한 말이 있더라도 바람에 날아가 버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신들이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받으셨으니 말입니다.」
오지수는 이르되,
「친구여, 잘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신들이 당신을 보호하시고, 당신이 제게 주신 이 검을 결코 잊지 않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등에 메었고, 해가 질 무렵 귀한 선물들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노비들은 선물들을 알진오의 집 안으로 옮겼다. 왕자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을 어머니인 왕비 옆에 쌓아 두었다.
알진오 왕은 모두를 집 안으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혔다. 그는 아례희에게 이르되,
「여보, 우리 집에서 가장 좋은 궤짝을 가져와서 그 안에 튜닉과 갓 세탁한 장포를 넣어 두시오. 청동 가마솥을 불 위에 올려 물을 끓여서 손님이 목욕할 수 있도록 하시오. 그런 다음 귀족들이 가져온 귀한 선물들을 보여 주고 연회와 노래를 즐기게 하시오. 나도 선물을 하나 준비하였소. 금으로 만든 화려한 잔인데, 값어치를 하오. 손님이 상제와 다른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때마다 나를 떠올려 주기를 바라오.」
아례희는 하인들에게 빨래할 큰 솥을 빨리 데우라 명령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물을 붓고 장작을 쌓았다. 불길이 솥 주위를 감싸며 물을 데웠다. 아례희는 자기 방에서 궤짝을 가져와 손님에게 줄 선물, 즉 그들이 준 옷과 금을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장포와 튜닉을 넣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르되,
「뚜껑을 잘 지키고 묶어 두시오. 그래야 검은 배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무도 당신을 훔쳐 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상실을 여러 번 겪어 본 오지수는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뚜껑을 닫고 키르케에게서 배운 교묘한 매듭으로 묶었다. 그러자 여종은 곧바로 그를 목욕탕으로 데려가 씻겼다. 그는 따뜻한 물을 보고 기뻐하였다. 곱슬머리 칼리프소의 집을 떠난 이후로 목욕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칼리프소는 그를 마치 신처럼 보살펴 주었다. 여종들은 그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준 다음 튜닉과 고운 양모 장포를 입혀 주었다. 깨끗하게 씻고 난 그는 남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 신처럼 아름다운 나우공주가 궁전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지수를 보고 깜짝 놀라 말을 쏟아내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낯선 이여. 그러나 집에 돌아가시면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은 제게 목숨을 빚지고 있나이다. 제가 먼저 당신을 도왔으니까요.」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나우공주여, 헤라의 남편이자 천둥의 신이신 상제께서 제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공주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그곳에서 영원히 신처럼 당신께 기도하겠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왕 옆에 앉았다. 이제 음식을 차리고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는데, 집사가 존경받는 시인 데모도쿠스를 연회장 중앙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데모도쿠스를 기둥에 기대어 앉혔다. 오지수는 재빨리 생각하여 기름이 듬뿍 붙은 돼지고기를 한 조각 잘랐다. 접시에는 고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집사에게 이르되,
「이 고기를 가져다가 데모도쿠스에게 전해 주어라. 비록 슬프나 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시인들은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느니라. 뮤즈는 그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고, 시인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집사는 데모도쿠스에게 고기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기쁘게 고기를 받았고, 모두들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배를 채우고 마신 후, 여러 계략을 꾸민 영리한 책략가가 이르되,
「데모도쿠스여,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내가 자네를 누구보다 칭찬하노라. 아폴론 신이 자네를 가르쳤거나, 아니면 상제의 딸인 뮤즈가 자네를 가르쳤나 보네. 자네는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겪었는지 마치 그곳에 있었거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게 들은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군. 그러니 에페이우스가 지혜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든 목마 이야기를 노래해 주게. 오지수는 그 목마를 끌어다 성채 안으로 끌고 들어가 병사들을 태워 도시를 약탈하였지. 자네가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면, 자네는 진정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
신이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영감을 준 것이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진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한편, 오지수는 목마 안에 병사들을 태워 토래성 성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토래성 사람들은 그 말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놓고는 어떻게 할지 의논하였다. 어떤 이들은 「칼로 나무를 내리쳐야 한다」 하고 말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더 높이 끌어올려 바위에서 던져 버려야 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신들을 달래기 위해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 말은 전사들로 가득 차 토래성 사람들에게 죽음을 안겨 주었고, 그 말은 토래성의 도시를 파멸로 이끌었다. 시인은 아카이아인들이 그 말에서 쏟아져 나와 골짜기에서 매복 공격을 가해 도시를 약탈하고, 흩어지면서 모든 동네를 파괴하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아레스처럼 오지수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데이포보스의 집을 찾아 달려갔고, 마침내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끔찍한 폭력을 통해 승리하였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눈물을 쏟았다. 그의 뺨은 마치 여인이 남편을 껴안고 통곡하듯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남편은 집과 자식을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 그녀는 남편이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맑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시신 위에 쓰러졌다. 남자들이 바로 뒤따라왔다. 그들은 그녀의 어깨를 창으로 찌르고 그녀를 노비로 끌고 가 고된 노동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하였다. 오지수 또한 그와 같은 절망적인 방식으로 울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알아챈 사람은 바로 옆에 앉아 그의 흐느낌을 들은 알진오뿐이었다. 그는 재빨리 선원들에게 이르되,
「파에아키아의 귀족 여러분, 잘 들으시오. 데모도쿠스는 리라 연주를 멈추고 내려놓아야 하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저녁 식사 시간부터 이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우리의 손님은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었나이다. 그의 마음은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나이다. 노래를 끝내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시오.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옵니다. 이 환송 잔치와 우리가 우정의 표시로 드리는 이 귀한 선물들은 우리의 귀빈인 그를 위한 것이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에 처한 손님을 자기 형제처럼 대할 것이옵니다. 나그네여, 이제 내 질문에 회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대답하시오. 솔직한 것이 가장 좋나이다. 부모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 주셨나이까.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을 어떤 이름으로 알고 있나이까. 부모는 모든 아이에게 태어날 때 이름을 지어 주기 때문에 세상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든 귀족이든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 당신의 민족, 당신의 도시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오. 그래야 우리 배들이 당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수 있나이다. 파에아키아 사람들은 당신의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나이다. 다른 배들처럼 키를 잡는 사람도, 방향타를 잡는 사람도 없소. 우리 배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마을과 비옥한 들판을 알고 있소. 안개와 구름 속에 숨어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르며 나아가지. 배는 손상이나 손실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오. 그러나 언젠가 아버지 도화원주가 해신 신이 우리가 손님들을 바다 건너로 데려다 주는 것을 미워하여 언젠가 우리 배가 돌아오는 길에 난파될 것이고, 거대한 산이 우리 마을을 가릴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소. 신께서 뜻대로 이 일을 이루실지, 아니면 이루지 않으실지는 신의 뜻대로 될 것이오. 자, 이제 당신의 방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시오. 당신이 본 장소, 사람들, 도시들을 묘사해 보시오. 어떤 곳은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손님을 환영하지 아니하였고, 어떤 곳은 신을 존중하며 방문객에게 친절하였소. 그리고 토래성에서 그리스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왜 그렇게 흐느껴 울었는지 설명해 보시오. 신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이 파괴를 계획하고 계산하였나이다. 토래성에서 누군가를 잃으셨나이까. 아내의 집안 사람, 어쩌면 장인이나 장모님일지도 모르나이다. 결혼이라는 인연은 혈연 다음으로 가장 끈끈하나이다. 아니면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아는 친구를 잃으셨을지도 모르나이다. 친구는 형제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나이다.」
==제9권 목동의 동굴에 있는 해적==
이에 교활하고 거짓의 달인 오지수가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신 알진오 폐하, 이처럼 재능 있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니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그의 목소리는 신과 같사옵니다. 온 백성이 연회에 모여 집 안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빵과 고기가 가득 쌓인 식탁에서 술꾼이 잔에 술을 따라 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제게는 이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이로소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 슬픈 이야기를 물으시니,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제 절망을 더욱 깊게 하나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하오며, 어디서 끝내야 하오리까? 신들께서 제게 너무나 많은 슬픔을 안겨 주셨나이다. 먼저 제 이름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리하여야 서로 알아갈 수 있고, 제가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제 먼 고향에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옵니다. 저는 교활한 속임수와 거짓말로 유명하나이다. 제 명성은 하늘에까지 닿으나, 저는 이곳에 살고 있나이다.”
흔들리는 숲 속에 네리톤 산이 숨어 있는 이탁도라. 가까이에는 둘리키움과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그리고 사메 등 다른 섬들이 있도다. 다른 섬들은 모두 새벽을 맞이하나, 나의 이탁도는 멀리 떨어져 어둠을 마주하고 있느니라. 험준한 땅이나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좋은 곳이라. 내 눈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나라는 없도다.
알다시피, 신성한 칼피소는 나를 동굴에 가두고 혼인하려 하였고, 마찬가지로 교활한 키르케도 나를 함정에 빠뜨려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하였도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이에게는 고향과 가족보다 더 달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제 토래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제께서 내게 일으키신 모든 고난을 이야기하리라. 강풍이 나를 항로에서 벗어나 이스마루스의 키코네스족 쪽으로 밀어내었도다. 나는 마을을 약탈하고 남자들을 죽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아내를 취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느니라. 그리고 나서 나는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그 어리석은 자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술을 과음하며 해변을 따라 양과 소를 죽이고 있었느니라.
키코네스족은 본토에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니, 그들은 강하고 수가 많으며 말을 잘 타고 필요하다면 걸어서도 싸울 수 있는 이들이라. 그들은 마치 봄 새벽에 잎사귀와 꽃이 피어나듯 몰려왔도다. 그때 상제 신께서 우리에게 불운을 내리시니, 불쌍한 우리로다! 적군은 배 주위에 모여 청동 칼을 휘두르며 싸웠느니라. 거룩한 아침 햇살이 밝고 강렬할 때,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아 내었으나, 해가 지고 소들이 풀려나는 시간이 되자 키코네스족은 우리 그리스인들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도다. 우리 배에서 잘 무장한 선원 여섯 명이 각각 죽었고, 나머지 육십 명은 살아남아 위험에서 벗어났느니라.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친구들에 대한 슬픔을 안고 출항 준비를 하였도다. 배를 띄우기 전에 우리는 키코네스족의 손에 학살당한 불쌍한 동료들을 세 번씩 큰 소리로 불렀느니라.
구름의 신 상제께서 북풍을 우리 배들을 향해 맹렬한 태풍처럼 몰아쳐 바다와 땅을 안개로 뒤덮으시니, 밤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덮치고 배들은 옆으로 기울어졌도다. 돛은 강풍에 세 번이나 찢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우리는 돛을 내리고 온 힘을 다해 해안을 향해 노를 저었느니라. 우리는 이틀 밤낮을 그곳에서 지쳐 쓰러질 듯 괴로워하며 보냈도다.
밝은 새벽이 세 번째 아침을 가져다주자, 우리는 돛대를 세우고 빛나는 돛을 펼치고 배에 올랐느니라. 바람은 곧장 불고 항해사들은 키를 잡았도다. 나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이나, 말레아 섬을 돌아서자 시속 팔십 도의 해류와 강풍이 나를 키테라 섬에서 칠십 도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었느니라.
아홉 날 동안 나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폭풍우에 휩쓸려 헤매었도다. 열흘째 되는 날, 나는 연꽃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우리는 물을 길어 올리고 선원들은 음식을 준비하였으며, 식사를 하고 배 옆에서 소풍을 즐긴 후,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골라 정찰을 보내어 그 섬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내게 하였도다.
정찰병들은 인간, 곧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정찰병들을 해치지 아니하고 그저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나눠 주었을 뿐이라. 그러나 열매를 먹자 정찰병들은 돌아와 내게 소식을 전할 의욕을 잃었으며, 그곳에 머물며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였도다. 고향을 잊어버린 것이니라. 나는 눈물 흘리는 그들을 끌고 돌아와 텅 빈 배에 억지로 태워 갑판 아래로 밀어 넣고 묶었으며, 충성스러운 다른 남자들에게는 배로 돌아가라고 명하였느니라. 더 이상 아무도 연꽃 열매를 맛보고 목적지를 잊지 않도록 함이로다.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회색빛 물을 노로 저었도다.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여 고결한 독안거인, 곧 독불장군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였느니라. 그들은 신들을 믿었도다. 그들은 씨앗을 심지도 않고 밭을 갈지도 아니하나, 상제의 비 덕분에 보리와 곡식과 포도송이가 모두 무성하게 자라느니라. 그들은 회의도 열지 않고 공통된 법률도 없으며, 높은 산꼭대기의 동굴에서 살면서 각자 아내와 자녀를 위해 법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아니하느니라.
이 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섬이 있는데, 항구에서 비스듬히 물을 건너면 평평하고 숲이 우거진 섬이 있도다. 수많은 염소들이 그곳에 살지만 사람들은 결코 찾아오지 아니하며, 사냥꾼들은 숲을 헤치고 언덕진 봉우리를 오르려 애쓰지 아니하느니라. 양 떼도 없고 밭도 없으며, 그곳은 모두 경작되지 않고 씨를 뿌리지 않았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오직 염소들만이 그곳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느니라.
키클로프 사람들은 붉은 뺨을 가진 배도 없고, 다른 도시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공도 없었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서로를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나, 배만 있었다면 그들은 이 섬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비옥한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니라. 회색빛 해안가에는 물이 풍부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포도나무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며, 쟁기질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어 가을에는 풍성한 작물이 자랄 것이고, 땅속에는 비옥한 자원이 있을 것이로다. 항구는 닻을 내리기에 좋은 곳이라 닻돌이나 밧줄, 케이블도 필요 없을 것이며, 그곳 해안에 정박한 배들은 선원들이 떠나고 싶어 하고 순풍이 불 때까지 안전하게 해변에 정박해 있을 수 있으리라. 항구 입구 근처에서는 백사십 개의 민물이 동굴 아래로 솟구쳐 내려가고, 그 주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느니라.
우리는 그곳으로 항해하였도다. 신들께서 어둠 속에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니, 짙은 안개가 배를 감싸고 하늘의 달은 어둡고 구름에 가려져 섬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우리가 해변까지 노를 저어 갈 때까지는 아무도 육지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볼 수 없었으며, 우리는 모든 돛을 내리고 해안에 상륙하여 잠이 들었도다.
이른 새벽이 장밋빛으로 물들자, 우리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그 섬을 돌아다녔느니라. 위대한 상제 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 우리 선원들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산양들을 쫓아 내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우리는 배에서 창과 활을 가지러 달려가 세 무리로 나뉘어 조준하고 쏘았으며, 어떤 신께서 우리에게 좋은 사냥감을 주셨느니라. 열두 선원 모두 각자 염소 아홉 마리씩을 가지고 있었고, 내 선원들은 열 마리를 가졌도다. 우리는 해질녘까지 그곳에 앉아 고기를 먹고 독한 붉은 술을 마셨으며, 배에 실린 술은 아직 떨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키코네스족의 신성한 요새를 약탈했을 때 우리는 모두 커다란 항아리에 술을 가득 채워 가져왔기 때문이니라.
우리는 좁은 해협 건너편에 있는 키클로픽 섬을 바라보았으며, 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양과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도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누워 잠을 잤느니라.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선원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충성스러운 친구들이여!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 남아 있거라. 나는 배와 선원들을 이끌고 가서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이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침략자인지, 아니면 낯선 사람을 환영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리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배에 올라타 선원들에게 나와 함께 가자고 한 다음 배의 밧줄을 풀었도다. 그들은 재빨리 벤치에 앉아 노를 저어 하얗게 물든 물을 가르며 나아갔으며, 여정은 그리 길지 아니하였느니라.
육지 끝자락, 바닷가 바로 옆에 도착하니 월계수 나무가 드리워진 높은 동굴이 보였도다. 그곳에는 여러 무리의 양과 염소가 살고 있었으며, 동굴 주변에는 돌을 깊게 박아 만든 높은 마당이 있고 키 큰 소나무와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느니라. 그곳에는 거구의 남자가 혼자 양떼를 돌보며 살고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고 홀로 지내며 관습을 알지 못하였도다. 그의 체격은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마치 빵으로 연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드넓은 산봉우리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었느니라.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고, 내가 아끼는 열두 명과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였도다. 나는 이스마루스 산의 그늘진 숲 속에 살던 아로왕 신의 사제, 에우안테스의 아들 마론이 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가 가득 든 염소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갔느니라. 신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를 돕고 그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왔었도다. 그는 나에게 은그릇과 정교하게 세공된 금 일곱 파운드를 선물로 주었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조금 따라내어 나를 위해 열두 개의 항아리에 담아 주었으니, 마치 신이 내린 술과 같았느니라. 노비들은 이 포도주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직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한 명의 하녀만이 알고 있었도다. 그가 이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잔에 한 잔을 따르고 물 이십 잔을 섞으면 그릇에서 놀라운 향기가 피어오르고, 모두가 그 맛을 보고 싶어 하였느니라.
나는 큰 가죽 주머니에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자루에 식량을 챙겼도다. 내 마음속에는 용감하고 거칠며 일반적인 관습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느니라. 우리는 곧 동굴에 도착하였으나 독안거인은 찾지 못하였으니, 그는 양 떼를 치고 있었도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살펴보았느니라. 치즈로 가득 찬 상자들과 나이별로 나뉜 어린 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우리들이 보였으며, 갓 태어난 새끼와 중간 크기, 그리고 갓 젖을 뗀 새끼 양까지 이백이십 마리나 있었도다. 젖을 짜는 데 쓰는 잘 만들어진 그릇과 양동이들은 모두 유청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내 선원들이 “치즈 좀 챙겨서 염소와 어린 양들을 우리에서 빨리 몰아내 우리 배에 싣고 짠 바닷물을 건너 떠나자!”라고 애원하였도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나는 거절하였느니라. 나는 그를 만나 선물을 줄지 기대하였으나, 사실 그는 내 동료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하였도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고 치즈를 먹은 후, 그가 양떼를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동굴 안에서 기다렸느니라.
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와서 불을 피울 나무를 한 짐 가져왔으며, 나무를 시끄럽게 동굴 안으로 던지니 우리는 두려워서 동굴 안쪽으로 몸을 숨겼도다. 그는 암양과 암염소들을 안으로 몰아넣어 젖을 짜게 하였으나, 숫양과 염소들은 바깥 넓은 마당에 남겨 두었느니라. 그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려 동굴 입구를 막았으니, 그 돌은 너무나 거대하고 육중하여 이십이 대의 수레로도 끌어낼 수 없을 정도였도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암양과 암염소의 젖을 짠 다음, 새끼 양들을 어미 양 옆에 놓아 젖을 빨게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갓 짜낸 흰 우유의 절반을 응고시켜 바구니에 담아 따로 두고, 나머지는 양동이에 담아 저녁 식사 때 마시려고 하였도다.
그는 모든 일을 꼼꼼히 마친 후 불을 피우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이르되,
“낯선 자들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 이 깊은 바다를 건너 어디에서 왔는가? 사업차 온 것인가, 아니면 해적처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인가?”
그가 이렇게 말하니, 그의 깊고 우렁찬 목소리와 거대한 체구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되,
“저희는 그리스인이옵니다. 토래성에서 왔나이다. 바람이 저희를 사방으로 휩쓸고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항로에서 벗어나게 하였나이다. 상제 신께서 그렇게 하셨나이다. 저희는 하늘 아래 가장 큰 명성을 떨친 아트레우스의 아들 건웅의 백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나이다. 그는 그 거대한 도시를 함락시키고 많은 사람을 죽였나이다. 이제 저희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관례대로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려 선물을 주시기를 간청하나이다. 부디 신들을 존중해 주소서. 저희는 당신의 간청자이며, 상제께서는 저희 편이시니이다. 그는 방문객과 손님 친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바보이거나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자군. 자네가 나에게 신들을 두려워하라고 하다니! 우리 백성은 큰 홀을 든 상제든 다른 어떤 신이든 하찮게 여기느니라. 우리의 힘은 그들보다 강하니라. 내가 자네나 자네 친구들을 살려 준다고 해도 상제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자네는 그 멋진 배를 타고 멀리 가는 건가,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건가?”
그는 나를 시험하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도다. 나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느니라. 나는 그에게 교묘하게 대답하되,
“땅을 흔드는 해신이 당신 섬의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난파시켰나이다. 그는 우리를 밀어 넣었고, 바람은 우리를 바위에 내동댕이쳤나이다. 우리는 간신히 살아남았나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비도 베풀지 아니하였도다. 높이 뛰어올라 우리 부하들을 향해 손을 뻗어 두 명을 붙잡고 강아지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니, 바닥은 뇌수로 흠뻑 젖었느니라. 그는 그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식사를 준비한 다음, 산의 사자처럼 살점과 내장과 골수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아무것도 남기지 아니하였도다. 이 참상을 지켜보며 우리는 울부짖으며 상제에게 기도하였느니라. 우리는 너무나 무력감을 느꼈도다.
독안거인이 사람의 고기와 섞이지 않은 우유로 거대한 배를 채운 후, 그는 양 떼 사이에 누워 있었느니라. 그때 군인처럼 생각하며, 칼을 뽑아 그에게 다가가 몸통을 찔러 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랬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니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높은 문간에 세워 놓은 거대한 돌을 옮길 만큼 우리는 너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도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까지 그곳에서 비참하게 지냈느니라.
새벽녘에 분홍빛 손가락이 피어나듯 새벽이 밝아오니, 그는 불을 피우고 암양들의 젖을 차례로 짜서 각각 옆에 새끼 양을 한 마리씩 두었도다. 부지런히 일을 마친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잡아먹었으며, 식사를 마친 후 살찐 양 떼를 몰아냈느니라. 그는 마치 화살통 뚜껑을 닫듯이 쉽게 바위를 굴려 내렸으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살찐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도다.
나는 그에게 복수하고 그를 해치고 영광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느니라. 지혜낭자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로다. 나는 계획을 세웠도다. 우리 옆에는 그가 지팡이로 쓰려고 말린 커다란 감람 나무 곤봉이 서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여 우리 눈에는 마치 화물을 가득 싣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스무 개의 노가 달린 검은 화물선의 돛대처럼 보였느니라. 나는 가서 그 나무에서 약 한 패덤 정도를 잘라내어 사람들에게 주고는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옆에 서서 끝을 날카롭게 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단단하게 만들었느니라. 동굴은 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곤봉을 똥 더미 아래에 숨겼도다. 그런 다음 나는 사람들에게 누가 나와 함께 그 말뚝을 들어 올려 그가 달콤한 잠에 빠졌을 때 그의 눈에 꽂을지 제비를 뽑으라고 명령하였느니라. 제비는 내가 선택했을 법한 네 명에게 떨어졌고, 나는 그중 다섯 번째였도다.
저녁이 되자 그는 암수 양 떼를 모두 넓은 동굴 안으로 몰아넣고 바깥 마당에는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아니하였느니라. 아마도 무언가를 의심하였거나, 아니면 신께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셨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돌을 집어 문으로 삼고 앉아서 양과 염소의 젖을 차례로 짜고 새끼들을 젖먹이게 하였도다. 그의 일이 끝나자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저녁 식사로 먹었느니라.
내가 다가가 담쟁이덩굴로 만든 잔에 포도주를 가득 담아 그에게 건네며 이르되,
“여기, 독안거인여! 자네는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니 이제 포도주를 좀 마시고 우리 배에 실린 상품도 맛보게 하네. 자네가 나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를 바라며 거룩한 제물로 가져왔네. 그러나 자네는 누구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분노하고 있네. 우리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였는데 더 많은 손님을 기대하는 건가?”
그는 달콤하고 맛있는 포도주를 받아 마셨으며, 포도주가 마음에 들어 더 달라고 하였도다.
“한 잔 더! 그리고 자네 이름을 말해 보게. 자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손님 대접하겠네. 우리 백성은 포도주가 있네. 상제의 비로 풍족하게 자란 우리 땅에서 포도송이가 자라나네.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음식인 넥타르이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포도주를 한 잔 더 주고, 또 두 잔을 더 주었느니라. 그는 어리석게도 그 포도주를 모두 마셨도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이르되,
“독안거인여, 내 이름을 물었으니 알려 주리라. 그러면 네가 약속한 환대를 베풀어라. 내 이름은 노만이라. 내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나를 노만이라 부르느니라.”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대답하되,
“나는 노만을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라. 먼저 다른 사람들을 먹을 것이니, 그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로다.”
그러자 그는 쓰러져 거대한 목이 비뚤어진 채 그대로 누워 있었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도다. 술에 취해 무거워진 그는 목구멍에서 포도주와 사람의 살덩이를 토해내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창을 숯불에 꽂아 달구면서 부하들에게 이르되,
“용감하게 행동하라!”
나는 그들 중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 않기를 바랐도다. 불길은 곧 푸른빛을 띤 감람 창에 옮겨붙었고, 창은 끔찍하게 타올랐느니라. 나는 재빨리 불길에서 창을 낚아챘으며, 내 부하들은 굳건히 서 있었도다. 마치 신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듯하였느니라. 그들은 끝이 날카로운 감람 창을 집어 그의 눈에 꽂았으며, 나는 그 위에 올라타서 마치 배를 만들 때 나무에 구멍을 뚫듯이 창을 돌렸도다. 아래에서는 작업자들이 양쪽 끝에 끈을 매달아 드릴을 돌리고 있었느니라. 그렇게 창이 빙글빙글 돌아가자, 우리도 불처럼 날카로운 창을 그의 눈에 꽂아 돌렸도다. 그의 피가 말뚝 주위로 쏟아져 나왔고,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눈꺼풀과 눈썹을 지글지글 태우고 눈 뿌리를 태웠느니라. 마치 대장장이가 도끼나 자귀를 얼음물에 담가 단련할 때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쇠가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도다. 그의 눈알도 창에 부딪히며 바스락거렸느니라.
그러자 그는 끔찍하게 울부짖었고, 바위들이 그의 비명 소리에 휩싸였도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느니라. 그는 솟구치는 피로 흠뻑 젖은 눈을 뽑아냈으며,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창을 던져버리고, 주변의 바람 부는 절벽 위 동굴에 사는 독안거인들에게 소리쳤도다.
그들은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 가까이에 서서 외치되,
“폴리페무스! 무슨 일이냐? 심하게 다쳤느냐? 왜 거룩한 밤에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느냐? 누군가 네 가축을 훔치거나, 속임수나 폭력으로 너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동굴 안에서 힘센 폴리페무스가 대답하되,
“친구들이여! 아무도 나를 폭력이 아니라 속임수로 죽이려 하고 있느니라.”
그들의 말이 그에게 되돌아왔도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았다면, 너는 완전히 혼자로다. 위대한 상제께서 너를 병들게 하셨으니, 어쩔 수 없느니라. 위대한 해신 신이시여, 당신의 아버지께 기도하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떠났고, 나는 내 이름, 곧 ‘아무도’라는 계략이 그를 어떻게 속였는지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도다.
독안거인은 고통에 신음하며 힘겹게 더듬어 문돌을 빼내고는 양 떼와 함께 나가는 자를 잡으려고 팔을 뻗은 채 입구에 앉았느니라. 아마 그는 내가 완전히 바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전략을 짜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나와 내 부하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이로다. 나는 온갖 계략과 교활한 계략을 꾸몄느니라. 위험이 코앞에 닥쳤고, 생사가 달린 문제였도다.
내가 생각해 낸 최고의 생각은 이것이었느니라. 털이 두껍고 잘 익은, 보라색처럼 검은 숫양들이 있었으며, 모두 크고 훌륭한 동물들이었도다. 그래서 나는 독안거인이 침대로 쓰던 밧줄로 그 숫양들을 조용히 묶었느니라. 나는 숫양들을 세 마리씩 묶어 가운데 양 아래에 한 명씩, 양쪽에 한 명씩 사람을 세워 내 부하들을 구해 내었도다. 무리 중에서 가장 늠름한 숫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녀석의 등을 붙잡고 털북숭이 배 아래에 몸을 웅크린 채 털에 매달렸느니라. 의지의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었으며, 우리는 비참하게 날이 밝기를 기다렸도다.
이른 새벽, 장밋빛으로 물든 손길이 모습을 드러내자 숫양들은 모두 풀을 뜯어 먹고 싶어 뛰어올랐느니라. 암양들은 젖을 짜지 못해 젖통이 터질 듯이 가득 찬 채 우리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도다. 주인은 몸이 약해지고 고통에 지쳐 있었으나, 숫양들을 줄 세우면서 각각의 등을 더듬어 보았느니라. 그러나 털북숭이 배 아래에 묶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였도다. 마지막으로 덩치가 큰 숫양이 털과 나, 곧 영리한 사기꾼을 매달고 밖으로 나왔느니라.
힘센 폴리페무스는 그 숫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묻되,
“사랑스러운 숫양아, 오늘은 왜 동굴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거냐? 평소에는 이렇게 느리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어린 양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여린 꽃을 뜯어 먹고, 초원을 뛰어다니고,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가장 먼저 양 우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지. 그러나 이제 너는 가장 마지막이 되었구나. 주인님의 눈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구나. 그 사악한 놈이, 그의 비열한 부하들을 동원해 나를 술에 취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하였느니라. 노먼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나처럼 말할 수만 있다면, 나를 두려워하며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러면 내가 그놈의 머리를 바위에 내리쳐 동굴 곳곳에 흩뿌려 그 못된 노먼이 가져온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숫양을 밖으로 밀어내었도다. 우리는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말을 타고 갔으며, 나는 먼저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나서 부하들의 밧줄도 풀었느니라. 우리는 주인님의 살찐 가축들을 훔쳐 달아났고, 배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았도다.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은 친구들인 우리를 보고 기뻐하였으나,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울었느니라. 나는 그들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명령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섭게 노려보았도다. 나는 그들에게 양털 뭉치를 배에 싣고 배를 저어 바닷물 속으로 나가라고 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하얗게 바싹 마른 바다에 노를 저었도다.
내가 고함 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갔을 때, 나는 뒤돌아 야유를 퍼부었느니라.
“이봐, 독안거인! 바보여! 네 동굴에 갇힌 선원들은 불쌍하고 약한 자들의 것이 아니었어. 자업자득이지! 네 손님을 잡아먹다니 부끄러움도 없구나! 상제와 다른 신들이 네게 벌을 내리는 것이로다.”
내 조롱에 그는 더욱 화가 났도다. 그는 언덕에서 바위를 뽑아 우리에게 던졌으며, 바위는 우리 배의 어두운 뱃머리 바로 앞에 떨어져 키를 잡는 노 끝을 거의 부숴 버릴 뻔하였느니라. 돌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파도가 밀려왔으며, 갑자기 밀려오는 물살이 배를 육지 쪽으로 밀어내고 부풀어 오른 물은 우리를 함께 밀어내었도다. 나는 길고 큰 장대를 잡고 배를 밀어내었으며, 부하들에게 “목숨을 구하려면 빨리 노를 저어라!”라고 소리치며 고개를 끄덕여 재촉하였느니라. 그들은 몸을 굽혀 노를 젓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바다를 두 배나 더 건너갔도다. 그때 나는 다시 그를 불렀느니라.
내 선원들은 내게 그만하라고 애원하며 간청하되,
“제발! 진정하소서!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이 야만인을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그가 돌을 던져 우리 배를 육지로 밀어냈지 않사옵니까. 우리는 죽을 뻔하였나이다. 만약 그가 우리 말을 들었다면, 날카로운 돌을 던져 우리 머리와 나무 배를 부숴 버렸을 것이옵니다. 그는 정말 세게 던지옵니다!”
그러나 내 냉혹한 마음은 설득되지 아니하였도다. 나는 여전히 분노에 차서 다시 소리치되,
“독안거인! 만일 어떤 필멸자가 당신의 눈이 어떻게 잘리고 멀어졌는지 묻는다면, 이탁도에 사는 도시 약탈자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 당신의 시력을 잃게 하였다고 말하십시오!”
그는 신음하며 말하되,
“예언이로다!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우리 백성 가운데 에우리모스의 아들 텔레무스라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살았는데, 그는 우리에게 점을 치며 여생을 보냈느니라. 그는 오지수의 손길이 내 눈을 멀게 할 거라고 예언하였도다. 나는 늘 키 크고 잘생긴, 힘과 용기를 가진 남자가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이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하였구나. 술에 취해 나를 홀린 것이로다. 자, 오지수, 어서 오시오. 내가 선물을 드리고 해신 신께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리라. 나는 그의 아들이요, 신은 나를 아버지로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시느니라. 그가 원한다면 나를 고쳐 줄 것이나, 다른 누구도, 신도 인간도 그를 고칠 수 없느니라.”
그가 이 말을 하자 나는 그에게 대답하되,
“내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 지하 세계인 염라국의 집으로 보내 버릴 수만 있다면, 지진의 신조차도 당신을 고쳐 줄 수 없을 것이로다.”
그러나 그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기도하되,
“들으소서, 대지를 흔드는 푸른 머리의 해신 신이시여, 저를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시고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소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소서. 만약 그가 가족을 만나게 된다면, 늦게, 명예도 없이, 고통 속에, 배도 없이,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그리고 그의 집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하소서.”
푸른 해신은 아들의 기도를 들어 주었도다. 폴리페무스는 이전보다 훨씬 큰 바위를 들어 올려 휘두른 다음, 엄청난 힘으로 던졌느니라. 그 작은 공은 우리 키 바로 옆에 떨어져 바다에 첨벙 떨어졌으며,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배를 밀어 반대편 해안으로 향하게 하였도다.
우리는 배가 정박해 있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선원들은 울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내린 다음, 독안거인에게서 훔쳐 온 양들을 배의 선창에서 꺼내 공평하게 나누어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주었느니라. 그런데 양 떼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 선원들은 독안거인이 가장 아끼는 숫양을 나에게만 주었도다. 나는 해변에서 그 숫양을 도살하여 어둠의 구름의 신이자 온 세상의 주인인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에게 바쳤으며, 허벅지를 불태웠느니라. 그러나 신은 내 제물을 외면하고 내 모든 배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파멸시키려 하셨도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를 먹고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느니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서 잠이 들었도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깨워 배에 올라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느니라. 그들은 재빨리 복종하여 모두 질서정연하게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도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항해를 계속하였느니라.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친구들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도다.
==제10권 바람과 마녀==
「우리는 불멸의 신들이 모두 사랑하는 아이올로스의 떠다니는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섬 주변의 가파른 절벽에는 난공불락의 단단한 청동 성벽이 뻗어 있었나이다. 그의 궁전에는 열두 명의 자녀가 살고 있었으니, 건장한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이었나이다. 그는 형제자매끼리 결혼을 주선하였나이다. 그들은 부모와 함께 항상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잔치는 끝이 없었나이다. 낮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궁궐은 소리로 가득하였나이다. 밤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담요가 쌓인 밧줄 침대에서 잠을 청하였나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요새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환영하고 한 달 동안 머물게 해 주었으며, 토래성과 아르고스 배들,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소식을 물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나를 보내 달라 말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나를 돕기로 하고 소가죽 자루를 주면서 그 안에 거센 바람을 묶어 두었나이다. 크로노스의 아들인 상제는 그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였나이다.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는 마음대로 바람을 멈추거나 일으킬 수 있었나이다. 그는 빛나는 은실로 자루를 내 곡선형 배에 단단히 묶어 아무리 작은 바람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였고, 제피로스 신에게 바람을 불어 우리 배와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다 달라 부탁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아니하였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었나이다.
아홉 밤낮으로 항해한 끝에 열흘째 되는 날, 고향 땅이 눈앞에 나타났나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였나이다. 나는 지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나이다. 내가 키를 잡고 있으면 더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내가 잠든 사이에 선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나이다. 위대한 아이올로스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는 것이었나이다. 은과 금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나이다. 각자 옆 사람을 쳐다보며 불평하였나이다.
『우리가 항해하는 곳마다 모두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군. 게다가 토래성을 약탈해서 가져온 전리품도 가지고 있잖아. 우리는 그와 함께 항해하였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이제 아이올로스가 이런 친절한 선물을 주다니.』
그에게 말하였나이다.
『서둘러라, 자루를 열어 얼마나 있는지, 은이 얼마나 있는지, 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끔찍한 생각이 그들을 사로잡았나이다. 그들은 그대로 하였나이다. 자루를 열자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나이다. 갑작스러운 파도가 우리를 덮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나이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고, 저는 잠에서 깨어나 배에서 뛰어내려 익사할지, 아니면 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살아남을지 고민하였나이다. 저는 참고 얼굴을 가리고 갑판에 누웠나이다. 폭풍우가 몰아쳐 배들을 다시 위대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들은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항아리에 물을 채웠고, 남자들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나이다.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노비 한 명과 선원 한 명을 데리고 아이올로스를 만나러 갔나이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나이다. 우리는 들어가 문설주 옆에 앉았나이다. 그들은 깜짝 놀라 물었나이다.
『어찌하여 왔느냐. 또 왔느냐. 운이 나빴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는 분명히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고, 당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에 도착하도록 하려 하였느니라.』
나는 슬프게 대답하였나이다.
『제 부하들과, 우리를 망쳐 놓은 고집스러운 잠을 탓하십시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당신들은 모든 것을 바로잡을 힘이 있나이다.』
나는 이 말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를 바랐으나, 그들은 침묵하였나이다. 그때 아버지가 소리쳤나이다.
『나가라. 이 역겨운 놈아, 내 섬에서 나가라. 당장. 신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는 사람을 내가 데려다 주는 것은 옳지 아니하다. 이 저주받은 놈아, 감히 여기에 오다니. 나가라.』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궁전에서 쫓아냈나이다. 우리는 낙담한 채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선원들은 노 젓는 고통에 지쳐 갔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순풍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밤낮으로 노를 저었고, 이레째 되는 날, 우리는 라에스트리고니아, 즉 절벽 위의 텔레필루스 마을에 도착하였나이다. 라모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은 나가는 다른 목동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나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소를 몰고 흰 양을 방목하며 두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나이다. 낮과 밤의 길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유명한 항구에 도착하였나이다. 양쪽으로 해안선이 튀어나와 거의 만나 좁은 입구를 이루고 있었나이다. 그곳에는 파도가 전혀 치지 아니하였나이다. 작은 파도조차도 없었나이다. 온통 하얀 고요함뿐이었나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배를 항구 안에 빽빽하게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유일하게 배를 항구 밖에 정박하기로 하였나이다. 멀리 떨어진 바위에 밧줄을 묶고 배에서 내려 바위를 기어올라 정찰하였나이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외에는 소나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뽑아 이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빵을 먹는지 알아보라 보냈나이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산에서 나무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다니는 매끄러운 길을 따라 걸었나이다. 그들은 도시로 향하였나이다. 마을 앞에서 물을 긷고 있던 한 소녀를 만났나이다. 소녀는 마을 전체의 수원지인 아르타키 샘으로 가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라이스트리고니아 왕 안티파테스의 건장한 딸이었나이다. 그들은 소녀에게 왕과 백성들에 대해 물었나이다. 소녀는 곧바로 그들을 아버지의 높은 지붕의 궁전으로 데려갔나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산처럼 큰 여자가 있었나이다. 그들은 경악하고 충격을 받았나이다. 거인은 즉시 남편인 왕을 회의장에서 불러냈나이다. 왕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하였고, 한 명을 붙잡아 잡아먹었나이다. 나머지 두 명은 배로 도망쳤나이다.
왕의 외침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나이다. 그 소리를 듣고 거대한 라에스트리고니아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거인이었나이다. 그들은 사람이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바위를 절벽에서 우리에게 던졌나이다. 배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 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나이다. 그들은 마치 물고기를 잡듯이 사람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나이다. 끔찍한 만찬이었나이다.
그들이 항구 안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동안, 나는 칼을 뽑아 검은 뺨을 가진 내 배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나이다.
『위험에서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도망쳐라.』
그들은 죽음이 두려워 두 배로 노를 저었나이다. 내 배는 운 좋게도 깎아지른 절벽 너머 바다에 도달하였나이다. 만에 갇힌 나머지 배들은 모두 전멸하였나이다. 우리는 슬픔에 잠겨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으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나이다.
우리는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의 고향인 아이아이아에 도착하였나이다. 키르케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며, 파멸을 꿈꾸는 아이테스의 누이였나이다. 그 둘은 필멸의 존재들을 비추는 태양과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의 자식이었나이다. 어떤 신의 인도를 받아 우리는 조용히 항구로 표류하여 배를 정박하였나이다. 이틀 밤낮으로 우리는 지쳐 쓰러질 듯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나이다.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창과 날카로운 칼을 들고 배에서 내려 높은 곳으로 달려가 인간의 흔적을 찾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나이다. 바위 위로 올라가 보니 키르케의 궁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나이다. 땅에서 숲과 덤불 사이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나이다. 연기를 보았으니 내려가서 조사해 봐야 할지 고민하였나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변과 배로 돌아가 부하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정찰을 나가기로 하였나이다.
배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떤 신이 외로운 나를 불쌍히 여겨 크고 뿔이 우뚝 솟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를 내 앞길에 보내 주었나이다. 그 사슴은 숲에서 내려와 강물을 마시러 왔는데, 날씨가 매우 더웠나이다. 나는 그 사슴의 등 한가운데를 찔렀나이다. 내 청동 창이 그를 꿰뚫었나이다. 사슴은 신음하며 흙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영혼은 떠나갔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밟고 청동 창을 뽑아 땅에 버려 둔 채, 나뭇가지와 끈을 꺾어 한 패덤 길이의 밧줄을 만들어 꼼꼼하게 매듭지어 그 거대한 동물의 발굽을 묶었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등에 메고 어두운 배로 내려갔나이다. 사슴이 너무 커서 한쪽 어깨에 짊어질 수 없었기에, 나는 창을 짚고 내려갔나이다. 나는 그를 배 앞에 내려놓고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넸나이다.
『친구들이여. 비록 슬프나, 우리는 운명의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자, 배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으니 굶지 말자. 이제 먹을 시간이다.』
그들은 재빨리 내 말에 따랐고, 얼굴에서 장포를 내렸나이다. 그리고 해변에 누워 있는 커다란 사슴을 보고 놀라워하였나이다. 정말 거대하였나이다. 그들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씻고 훌륭한 식사를 준비하였나이다. 그렇게 우리는 해 질 때까지 풍성한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새벽의 손가락처럼 장미꽃이 다시 피어났나이다. 나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친구들이여, 슬픔에 잠겨 있더라도 내 말을 들어라. 우리는 어둠이 어디에 있는지, 새벽이 어디에 있는지,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땅속으로 어디로 사라지는지, 어디에서 다시 떠오르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처한 곤경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는 바위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땅은 낮다. 나는 숲과 빽빽한 덤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가라앉았나이다. 그들은 모두 라이스트리고니아인들과 그들의 왕 안티파테스에게 일어났던 일, 그리고 거대한 독안거인이 사람들을 잡아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들은 통곡하며 눈물을 쏟아냈나이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은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두 무리로 나누었나이다. 나는 한 무리를 이끌고, 신과 같은 에우리로코스에게 다른 무리를 이끌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청동 투구에 제비를 뽑았는데, 에우리로코스의 제비가 나왔나이다. 그래서 그는 스물두 명의 부하들과 함께 울면서 떠났나이다. 나와 함께 남은 사람들도 울고 있었나이다.
숲속 공터 안에서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로 높은 기초 위에 지어진 키르케의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집 주위에는 키르케가 약물로 길들인 산늑대와 사자들이 있었나이다. 동물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친근하게 모여들었나이다. 마치 주인이 저녁 식사 후 간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개들이 주인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긴 꼬리를 흔들며 다정하게 다가왔나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무시무시한 늑대와 사자들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나이다. 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나이다.
그들은 집 밖에 서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신 키르케였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베를 짜고 있었는데, 마치 여신이 빚어내는 듯한 정교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나이다. 그러자 나의 가장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동료들의 지도자인 폴리테스가 이르되,
『친구들아, 저 안에서 누군가 거대한 베틀에서 직물을 짜고 노래를 부르는데, 바닥이 울려 퍼질 정도이다. 아마 여자이거나 여신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불러오자.』
그들은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즉시 와서 빛나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들였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만은 속임수를 의심하여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의자에 앉히고 보리, 치즈, 황금 꿀을 프람니아 포도주와 섞어 물약을 만들었나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향을 완전히 잊게 하는 강력한 약을 넣었나이다. 그들은 그 혼합물을 마셨나이다. 그런 다음 그녀는 마법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쳐 돼지우리에 가두었나이다. 그들은 몸과 목소리, 머리카락이 돼지로 변하였으나, 정신은 그대로였나이다. 그들은 감금되자 비명을 질렀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돼지들이 진흙탕에서 파헤치며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와 산딸기를 던져 주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우리 검은 배로 달려와 친구들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는 말을 하려 하였으나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하였나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찢어지는 듯하였나이다. 놀라서 우리는 모두 그에게 물었나이다. 마침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였나이다.
『오지수여, 당신의 명령대로 우리는 숲 속으로 들어갔나이다. 숲속 공터에서 우리는 윤이 나는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높은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인인지 여신인지 모를 누군가가 베틀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나이다. 제 친구들이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초대하였나이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들은 그녀를 따라 들어갔나이다. 그러나 저는 무슨 속임수일까 두려워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때 갑자기 그들은 모두 사라졌나이다. 나는 잠시 그곳에 앉아 지켜보고 기다렸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은장검을 등에 메고 활을 집어 들고 그에게 이르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시오.』
그는 내 무릎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나이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보내지 마시오. 여기 있게 해 주소서. 당신은 그들을 데려올 수 없고, 그렇게 하려다가는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옵니다. 서둘러 주소서, 이 사람들과 함께 탈출해야 하나이다. 우리에게는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나이다.』
나는 이르되,
『당신은 배 옆에서 먹고 마시며 지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야 하나이다. 저는 이 일을 해야만 하나이다.』
나는 배와 해안을 떠나 신성한 숲길을 가로질러 걸어 올라갔나이다. 마녀 키르케의 큰 저택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나이다. 그는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하는 가장 귀여운 사춘기 소년 같았나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이르되,
『어찌하여 혼자 이 언덕을 넘었느냐. 불쌍한 자여, 자네는 이곳을 알지 못하는군. 자네 부하들은 키르케의 집에서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혔네. 자네가 그들을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하려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네도 그들과 함께 여기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네. 자, 키르케의 집에 들어갈 때 자네를 지켜 줄 해독제를 받아 가게. 이제 내가 키르케의 모든 치명적인 주문과 계략을 알려 주겠네. 그녀는 자네에게 독이 섞인 물약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자네는 내가 준 약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법은 자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긴 지팡이로 자네를 공격하면, 날카롭게 갈린 검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이 달려들게. 그녀는 자네를 두려워하며 자네에게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라 할 것이다. 그녀에게 저항하지 말게.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자네는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신들을 걸고 맹세하라 전하게. 다시는 너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옷을 벗고 있을 때 그녀가 너를 해쳐 남자를 무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밝고 변덕스러운 신은 땅에서 식물 하나를 뽑아 내게 보여 주었나이다. 뿌리는 검은색이고 꽃은 우유처럼 하얬나이다. 신들은 이 식물을 몰리라고 불렀나이다. 필멸의 인간은 이 식물을 캐내기 어려우나, 신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나이다. 그런 다음 헤르메스는 숲이 우거진 섬을 지나 높은 오림산으로 날아갔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집으로 들어갔나이다. 걸어가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나이다. 나는 문간에 서서 그녀를 보았나이다. 땋은 머리를 한 아름다운 키르케였다. 내가 부르자 그녀는 듣고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였나이다. 나는 초조하게 그녀를 따라갔나이다. 그녀는 나를 발판이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은장식 의자로 안내하였나이다. 그녀는 금잔에 나를 위해 음료를 섞고 약을 넣었나이다. 그녀는 나에게 해를 끼치기를 바랐나이다. 나는 그것을 마셨으나 마법은 통하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내리치며 이르되,
『이제 가거라. 돼지우리로 나가서 네 부하들과 함께 누워라.』
그러나 나는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칼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달려들었나이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피하였고, 내 무릎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물었나이다.
『당신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의 도시는 어디이옵니까. 당신의 부모는 누구이옵니까. 내 물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나이다. 다른 어떤 남자도 그것을 마시고 마법의 유혹을 견뎌 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다르나이다. 당신의 마음은 마법에 걸리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틀림없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오지수일 것이옵니다. 황금 지팡이를 든 밝게 빛나는 헤르메스가 당신이 빠른 배를 타고 토래성에서 이곳으로 항해해 올 것이라 여러 번 말해 주었나이다. 이제 칼을 칼집에 넣고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시오.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키르케여, 내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놓고, 나를 유혹해서 잠자리에 들자 한 다음, 내 용기와 남성성을 빼앗으려 하다니, 어찌 내게 당신을 부드럽게 대하라 명령할 수 있소. 당신이 다시는 나를 해치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과 잠자리에 들지 않겠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즉시 내가 요구한 대로 맹세하였나이다. 그녀는 맹세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키르케의 눈부신 침대로 올라갔나이다.
그동안 그녀의 시녀 네 명이 궁궐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들은 샘과 숲,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는 신성한 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었나이다. 한 시녀가 의자 위에 보라색의 고운 천을 깔고 그 아래에 돌을 놓았나이다. 각 의자 옆에는 또 다른 하녀가 은으로 된 탁자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금으로 된 바구니를 올려놓았나이다. 세 번째 하녀는 은그릇에 달콤하고 기분 좋은 포도주를 섞어 금잔에 따랐나이다. 네 번째 하녀는 물을 가져와 커다란 삼각대 아래에 불을 지펴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나이다. 구리 가마솥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나를 욕조로 데려가 머리와 어깨를 씻어 주었나이다. 내 영혼을 짓누르는 깊은 피로를 없애 주기 위해 완벽한 온도로 맞춘 물을 사용하였나이다. 목욕 후, 그녀는 내 피부에 기름을 바르고 고운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리고 은으로 장식된 정교하게 조각된 의자로 나를 안내하고 그 아래에 발판을 놓아 주었나이다. 또 다른 하녀는 금으로 된 물병에 물을 가져와 은그릇에 부어 내 손에 부어 주었나이다. 그녀는 근처에 윤이 나는 탁자를 차려 놓았나이다. 요리사는 빵을 가져와 푸짐한 음식을 차려 놓았고, 키르케는 나에게 먹으라 하였나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나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나이다.
키르케는 내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아니하고 슬픔에 잠겨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 곁에 서서 물었나이다.
『오지수여, 어찌하여 그렇게 말없이, 마치 벙어리처럼 앉아서 속을 게워내며 연회 음식도 술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억하건대, 나는 이미 맹세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이르되,
『키르케여, 안 됩니다. 어떤 양심적인 사람이 자기 부하들을 직접 보고 풀어 주기 전에 음식을 맛보거나 술을 마실 수 있겠나이까. 그렇게 먹고 마시라 하신다면, 그들을 풀어 주소서. 그래야 내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키르케는 지팡이를 든 채 연회장을 나와 돼지우리를 열고 그들을 쫓아냈나이다. 그들은 여전히 살찐 멧돼지처럼 크고 다 자란 모습이었나이다. 그들은 키르케 앞에 섰나이다. 위엄 있는 키르케는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각각에게 새로운 약을 발랐나이다. 그 약 때문에 그들의 몸에는 굵은 돼지털이 돋아났나이다. 뻣뻣했던 털이 모두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남자들이었는데, 전보다 젊고 훨씬 잘생기고 키도 컸나이다.
그때 그들은 저를 알아보았나이다. 각자 저를 꼭 껴안고 절망에 빠져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집안은 시끌벅적하였고, 심지어 아내조차도 그들을 불쌍히 여겼나이다. 아내는 제게 다가와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내시나이다. 이제 바닷가에 있는 당신의 빠른 배로 가시오.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당겨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으로 옮기시오. 그런 다음 충성스러운 부하들과 함께 돌아오시오.』
제 마음은 동의하였나이다. 저는 해안에 있는 제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배 옆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엉엉 울고 있었나이다. 마치 소떼가 목초지에서 마당으로 돌아올 때처럼, 어린 암소들이 우리에서 뛰쳐나와 어미에게 달려가고, 어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울부짖는 것 같았나이다. 그래서 내 부하들은 나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였고, 마치 고향인 험준한 이탁도 땅,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나이다. 흐느끼며 그들은 외쳤나이다.
『오, 주인님이여.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마치 우리 고향 이탁도로 돌아온 것 같나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이르되,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려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에 넣어 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서둘러 나와 함께 가서 키르케 여신의 성소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보라. 그들은 영원히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믿었으나, 에우리로코스는 경고하되,
『바보들아. 어찌하여 거기로 가려 하느냐.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길을 택하여 키르케의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 그곳에서 그녀는 우리 모두를 돼지나 늑대, 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의 웅장한 집을 지키도록 강요할 것이다. 독안거인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기억하느냐. 우리 친구들은 이 무모한 군주와 함께 그의 집에 갔느니라. 그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두 죽었느니라.』
그 순간, 나는 튼튼한 허벅지에 숨겨 둔 긴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어 땅에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나이다. 비록 그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말이다. 그때 부하들이 나를 말리며 이르되,
『안 됩니다, 왕이시여, 제발 그를 보내 주소서. 그가 여기 남아서 배를 지키도록 하소서. 저희가 왕을 따라 키르케의 성지로 가겠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거기에 머물지 아니하고, 내 꾸지람이 두려워 왔나이다.
그동안 키르케는 다른 사람들을 풀어 주고, 자신의 집에서 그들을 부드럽게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나이다. 그리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혔나이다. 우리는 연회장에서 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남자들은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 보자 울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흐느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나이다. 여신은 내 옆에 서서 이르되,
『왕이시여, 영리한 오지수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시여, 이제 이 슬픔을 부추기지 마시오. 나는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이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에서, 그리고 육지에서 적대적인 사람들로부터 큰 고통을 겪었음을 아나이다. 그러나 이제 먹고 마실 시간이다. 이탁도를 떠날 때 가졌던 열정을 되찾아야 하느니라. 당신은 지치고 상심하여 항상 고통과 방황에만 사로잡혀 있나이다. 마음속으로 기쁨을 느껴 본 적이 없나이다. 너희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 냈느니라.』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매일 그곳에서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나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긴 하루하루가 흘러가자,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나를 불러 이르되,
『신들의 인도를 받으소서. 이제 조국을 생각할 때이옵니다. 당신들이 살아남아 높은 지붕의 집과 조상의 땅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말이옵니다.』
내 전사의 영혼은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 잔치에 앉아 있었나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그들은 어둑한 궁전 안에서 잠자리에 들었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화려한 침대로 가서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의 무릎을 만졌나이다. 여신은 내 기도를 들었나이다.
『키르케여,』 나는 이르되, 『저를 고향으로 보내겠다는 당신의 맹세를 지켜 주소서. 이제 제 마음은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제 부하들도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당신이 부재중일 때마다 그들은 끊임없는 탄식으로 저를 지치게 하나이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하였나이다.
『레르테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왕 오지수여, 모든 도전을 극복한 자여, 당신은 원치 않게 제 집에 머물 필요가 없나이다. 그러나 먼저 다른 여정을 완수해야 하나이다.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예언자이자 눈먼 티레시아스에게 조언을 구하시오. 페르세포네는 죽어서도 그에게만 완전한 통찰력을 주었나이다. 다른 영혼들은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 뿐이옵니다.』
그 말에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침대에 앉아 울었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과 빛나는 태양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잃었나이다. 흐느껴 울고 슬픔에 잠겨 뒹굴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이르되,
『그러나 키르케여, 누가 이 여정을 안내해 줄 수 있나이까. 이전에는 아무도 배를 타고 염라국으로 간 적이 없나이다.』
그러자 여신이 즉시 대답하였나이다.
『오지수 왕이시여, 당신은 지혜로우시나이다. 배를 조종할 조종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하얀 돛을 펼치고 자리에 앉으시오. 북풍이 배를 밀어 줄 것이옵니다. 대양을 건너면 버드나무가 시들어가는 열매를 떨어뜨리고 페르세포네의 숲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가 자라는 해안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깊고 소용돌이치는 대양에 배를 묶고 염라국의 넓은 거처로 가시오. 화열강과 시천강의 지류인 코키토스는 모두 아케론 강으로 흘러 들어가나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바위 옆에서 울려 퍼지나이다. 용감한 사람이여, 그곳으로 가서 폭과 길이가 각각 한 규빗인 구덩이를 파고 그 주위에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을 부으시오. 먼저 꿀물을 붓고, 그 다음에는 단 포도주를, 마지막으로는 물을 부으시오. 보리를 뿌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에게 간청하시오. 이탁도의 황량한 땅에 이르면, 네 궁전에서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 한 마리를 잡아 불에 쌓아 올리고, 티레시아스에게만 네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수한 검은색 숫양 한 마리를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라. 모든 유명한 죽은 자들에게 기도한 후,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암양 한 마리를 도살하여 에레보스에게 보내되, 너 자신은 세차게 흐르는 강 쪽으로 돌아서라. 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런 다음 네 부하들에게 잔혹한 청동기에 의해 죽은 양들의 가죽을 벗기고, 강력한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며 불태우라 하라. 그리고 칼을 뽑아 앉으라. 티레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무도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예언자가 곧 와서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건너는 너의 여정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황금빛 옥좌에 새벽빛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키르케는 내게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여신은 섬세하고 고운 천으로 만든 긴 흰 드레스를 입고 금빛 허리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베일을 쓰고 있었나이다.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불렀나이다. 나는 각 부하 옆에 서서 말로 그들을 깨웠나이다.
『일어나라. 이제 더 이상 달콤한 잠에 빠져 있지 마라. 가야 한다. 여신께서 지시를 내리셨느니라.』
그들은 내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나는 부하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갈 수 없었나이다. 가장 어린 엘페노르라는 부하가 있었는데, 그는 전쟁에 그다지 용감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다지 영리하지도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술에 취해 시원함을 찾으려고 키르케의 집 높은 곳에 동료들과 떨어져 누워 있었나이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와 분주한 소리, 친구들의 움직임을 듣고는 높은 사다리를 내려가는 것을 잊고 재빨리 벌떡 일어섰나이다. 그는 지붕에서 곤두박질쳐 떨어져 척추 바로 위에서 목이 부러졌나이다. 그의 영혼은 염라국으로 내려갔나이다.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르되,
『아마도 당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겠으나,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영혼인 티레시아스를 만나야 한다 말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나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옷을 찢었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애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우리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있는 우리의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펑펑 흘렸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와서 검은 암양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를 배 옆에 묶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사라졌나이다. 신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누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겠나이까.
==제11권 저승==
이에 우리는 바다에 이르러 먼저 반짝이는 소금물에 배를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양들을 배에 올렸도다.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눈물을 쏟아 내었느니라.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가 우리에게 바람을 보내어 돛을 가득 채우게 해 주었으며, 순풍이 짙푸른 뱃머리 뒤에서 우리를 인도하였도다. 우리는 장비를 정비하고 자리에 앉으니, 바람과 항해사가 우리의 항로를 곧게 인도하였느니라.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니, 우리는 깊이 흐르는 대양의 끝자락, 키메리아인들이 살고 도시를 세운 곳에 이르렀도다. 그들의 땅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빛나는 태양신은 별이 빛나는 하늘로 떠오를 때나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올 때나 결코 그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지 아니하였느니라. 그곳의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파괴적인 밤이 세상을 뒤덮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양들을 몰아낸 다음, 여신이 우리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던 대양의 물줄기를 찾아 나섰느니라.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가 제물을 바치니, 나는 칼을 뽑아 가로세로 한 길의 구덩이를 파고 죽은 자들을 위해 제물을 부었도다. 먼저 꿀물을 붓고, 달콤한 포도주를 붓고,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으며, 그 위에 보리를 뿌리고, 고향에 돌아가면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가장 좋은 어린 암소를 제물로 바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로 제단을 높이 쌓겠다고 엄숙히 맹세하였느니라. 티레시아스를 위해서는 내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종 검은 양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렇게 맹세하며 죽은 자들을 불렀도다.
양들을 가져다가 구덩이 위에서 목을 베니 검은 피가 흘러나왔으며, 영혼들이 에레보스 산에서 올라와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십 대 소년 소녀들과 오랜 세월 고통받은 노인들, 젊은 나이에 노동으로 목숨을 잃은 신부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은 채 청동 창에 베인 많은 남자들이 있었느니라. 그들은 사방에서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구덩이 주위로 몰려들었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도다. 창백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나는 부하들을 깨워 내가 죽인 양의 가죽을 벗기고 불태우며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라고 명령하였도다. 나는 칼을 뽑아 들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섰으니,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로다.
먼저 아직 땅에 묻히지 못한 내 부하 엘페노르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우리는 다른 일에 너무 바빠서 그의 시신을 키르케의 집에 장례도 치르지 않고 남겨 두었도다. 그를 보자 나는 가엾음에 울며 이르되,
“엘페노르야, 어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네가 걸어온 것이 내가 배를 타고 온 것보다 더 빠르구나.”
그가 신음하며 대답하되,
“오지수 폐하, 폐하는 모든 상황을 잘 헤쳐나가시나이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불운하였고,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혼미해졌나이다. 키르케의 집 위층에 누워 있었는데, 지붕에서 내려올 때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나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떨어졌으며, 목이 척추에서 부러져 제 영혼은 염라국으로 떨어졌나이다. 당신이 버리고 간 부하들, 그 부재중인 자들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의 아내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 주신 아버지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그리고 집에 홀로 버려두신 당신의 아들 태명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이 염라국을 떠나 아이아이아에 다시 배를 정박할 때, 부디 저를 기억해 주소서. 저를 그곳에 묻지도 않고, 눈물도 애통함도 없이 버려두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신들께서 당신에게 노하실 것이니이다. 제 팔과 함께 저를 불태우고 회색 소금 바다 옆에 무덤을 쌓아 주소서.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저와 제 불행을 알게 될 것이니이다. 그리고 제가 살아생전에 동료들과 함께 젓던 노를 무덤에 박아 두소서.”
“가엾은 자여!” 내가 대답하되,
“이 모든 것을 하리라.”
우리는 그곳에 앉아 슬픈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나는 한쪽에서 피 묻은 칼을 꽉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 동료의 유령이 말을 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영혼이 나타났으니, 나의 죽은 어머니, 아우톨리쿠스의 딸 안티클레이아를 보았도다. 나는 신성한 토래성으로 떠날 때 그녀를 살려 두었느니라. 그녀를 보자 나는 연민에 눈물을 흘렸으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티레시아스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였도다.
예언자는 황금 홀을 들고 나타났으며 나를 알아보고 이르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뛰어난 생존자시여, 불쌍한 자여, 어찌하여 태양을 버리고 죽은 자들과 기쁨 없는 이 곳을 보러 왔느냐? 이제 구덩이에서 물러나 날카로운 칼을 들어 내가 피를 마시고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자 나는 은으로 장식된 칼을 칼집에 넣었도다. 그가 탁한 피를 마신 후, 유명한 예언자가 말하되,
“오지수여,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꿀처럼 달콤하게 생각하겠으나, 신들께서는 그것을 쓰디쓰게 만들 것이니라. 해신은 당신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가라앉히지 아니할 것이로다. 당신은 고통받아야 하나, 감정을 다스린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라. 충동과 당신의 부하들에게 경고하노라. 보랏빛 심해에서 돌아서서 트린아키아 섬으로 배를 몰고 가라. 그곳에는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신, 태양신의 소유인 풀을 뜯는 소와 살찐 양들이 있느니라.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내버려 두고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만 집중한다면, 큰 손실이 있더라도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부하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니라. 만일 당신이 스스로 탈출한다면, 당신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낯선 배를 타고 지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그리고 집에는 침략자들이 당신의 식량을 먹어치우고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니라. 그때 당신은 구혼자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하리라. 당신의 궁궐 안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밖에서, 날카로운 청동 무기로 그들을 죽여야 하느니라. 그들이 죽고 나면, 당신은 떠나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를 가져다 주어야 하리라. 그들은 배의 붉은 뱃머리도, 배의 날개와 같은 노도 본 적이 없느니라.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징조를 예언하노라. 당신이 등에 짊어진 것을 키라고 부르는 여행자를 만나면, 그 노를 땅에 박고 해신에게 황소와 멧돼지를 제물로 바치라.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사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순서대로 거룩한 헤카톰을 바치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편안한 노년의 삶과 번성하는 백성을 맞이하며, 너에게 온화한 죽음이 찾아올 것이로다. 그렇게 될 것이니라.”
내가 이르되,
“티레시아스여, 신들께서 제게 이런 운명을 정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실로 말해 주소서. 저는 어머니의 영혼이 피 곁에 조용히 앉아 저에게 말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았나이다! 주님,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제가 티레시아스라는 것을 알아보시게 할 수 있으리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설명하기 쉬운 문제라. 네가 이런 영혼 중 하나를 피 곁에 오도록 허락하면, 그 영혼은 너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로다. 네가 그들을 밀어내면, 그들은 다시 떠나야 하느니라.”
그렇게 말하고 예언자 영혼 티레시아스는 염라국의 집으로 떠났도다. 나는 어머니가 와서 피를 마실 때까지 그곳에 꼼짝 않고 서 있었느니라. 어머니는 그때 나를 알아보고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이르되,
“내 아이야!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이곳은 산 사람이 보기 힘든 곳이라. 거대한 강과 무시무시한 만들이 있고, 걸어서 건널 수 없는 대양도 있느니라. 배가 필요하니라. 너는 배와 선원들을 거느리고 토래성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헤매다 온 것이냐? 아직 이탁도에 도착하지도 않았고, 집에 있는 아내도 보지 못하였느냐?”
내가 대답하되,
“어머니, 저는 예언자 영혼인 테베의 티레시아스와 상의하기 위해 염라국에 올 수밖에 없었나이다. 아직 그리스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고, 고향에도 도착하지 못하였나이다. 위대한 건웅을 따라 말의 땅 토래성으로 가서 그곳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 이후로 저는 길을 잃고 비참하게 불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말씀해 주소서.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나이까? 오랜 병으로 돌아가셨나이까? 아니면 활의 여신 아림이 부드러운 화살로 당신을 죽이셨나이까? 제가 두고 온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소서. 그들은 여전히 왕으로 존경받고 있나이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왕위를 계승하고 제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나이까? 그리고 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씀해 주소서. 그녀는 우리 아들과 함께 남아 그의 양육에 전념하고 있나이까, 아니면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 그녀와 결혼하였나이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그녀는 굳건하니라. 마음씨가 강하니라. 그녀는 여전히 당신 집에 있느니라. 밤마다 비참하게 보내고 낮에는 눈물로 지내느니라. 그러나 아무도 당신의 왕위를 찬탈하지 못하였도다. 태명은 여전히 온 영지를 무사히 돌보고 영주답게 호화롭게 잔치를 벌이며 항상 회의에 초대받느니라. 당신의 아버지는 시골에 계시니라. 도시에는 오지 않으시며, 담요와 깨끗한 시트가 깔린 제대로 된 침대에서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느니라. 겨울에는 집 안에서 불 옆에 누워 노비들과 함께 재 속에 누워 주무시고, 옷은 누더기이니라. 여름과 수확철에는 떨어진 낙엽 더미가 그의 잠자리가 되느니라. 그는 그곳에 누워 슬픔에 잠겨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시니, 그의 노년은 쉽지 아니하니라. 그래서 저도 그런 운명을 맞이하여 죽었도다. 여신이 집에서 저를 쏘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며, 병이 내 팔다리의 기력을 앗아가며 길고 잔혹한 쇠약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라. 아니, 오지수, 나의 햇살이여, 당신이 그리웠던 것이로다. 당신의 날카로운 지성과 따뜻한 마음이 내게서 달콤한 생명을 앗아갔느니라.”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영혼을 품에 안고 싶었도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느니라. 세 번이나 어머니를 만지려 애썼으나, 세 번 모두 어머니의 유령은 그림자처럼, 혹은 꿈처럼 내 품에서 떠나갔도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지며 내가 울부짖되,
“안 되옵니다, 어머니! 왜 저와 함께 있어 주지 않으시나이까? 이 지옥에서라도 저를 안아 주소서. 서로 사랑하는 팔을 감싸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위안을 찾고 싶나이다! 그러나 이분이 정말 어머니시옵니까? 아니면 여왕이 제 슬픔을 더 키우려고 유령을 보낸 것이옵니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오, 내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로다. 페르세포네가 너를 속이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이 인간이 죽으면 지켜야 할 규칙이니라. 우리의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붙잡고 있지 아니하느니라. 생명이 하얀 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타오르는 불길이 시체를 태워 버리느니라. 영혼은 날아가 버리고 곧 꿈처럼 사라지느니라. 이제 서둘러 빛을 향해 가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 훗날 당신의 아내에게 이야기하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페르세포네가 보낸 몇몇 여인들, 곧 전사들의 딸들과 아내들이 왔으며, 그들은 핏자국 주위에 몰려들었도다. 나는 그들 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계획을 세웠느니라. 나는 칼을 뽑아 그들이 한데 모여 피를 마시지 못하게 막았으며, 그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하였도다.
첫 번째는 명문가 출신의 티로였는데, 살모네우스의 딸이자 아이올로스의 아들 크레테우스의 아내였도다. 그녀는 세상에 물을 쏟아붓는 모든 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니페우스 강과 사랑에 빠졌으며, 종종 그의 아름다운 강가를 찾아갔느니라. 해신은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강어귀에서 그녀와 함께 누웠도다. 그들 주위로 산처럼 높이 솟은 짙은 푸른 파도가 굽이쳐 신과 인간 여인을 가렸느니라. 거기서 그는 그녀의 허리띠를 풀고 그녀를 잠들게 하였으며, 신은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여인이여, 이 사랑을 기뻐하라. 너는 내년에 영광스러운 자녀를 낳을 것이로다. 신과의 관계는 언제나 자손을 낳느니라. 그들을 잘 보살피고 기르도록 하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내가 누구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하리니, 나는 땅을 흔드는 해신이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도다. 그녀는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둘 다 건장한 아이들이었고 전능한 상제를 섬겼느니라. 펠리아스는 양이 풍부한 이올코스의 넓은 들판에 살았고, 그의 동생은 모래 언덕인 필성에 살았도다. 그리고 그녀는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손, 페레스, 그리고 전차를 사랑했던 아미타이온을 더 낳았느니라.
그리고 그녀 후에 나는 안티오페를 보았는데, 그녀는 상제의 품에서 잠들었다고 말하며 두 아들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도다. 그들은 일곱 개의 문이 있는 도시 테베의 최초 정착민들이었으며, 그들은 강했으나 방어 시설 없이는 드넓은 평원에서 살 수 없었느니라.
그 다음 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보았는데, 그녀는 위대한 상제에게서 용감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도다. 그리고 나는 오만한 크레온의 딸이자 불굴의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메가라를 보았느니라.
나는 무지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른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를 보았도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였으니,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와 결혼하였느니라. 신들께서 인간에게 진실을 드러내시니, 그들의 치명적인 계략을 통해 그는 고통 속에서도 테베의 카드메인들을 다스렸도다. 그러나 에피카스테는 염라국의 문을 넘어갔으며, 올가미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니라. 그녀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복수의 여신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남겼도다.
그리고 나는 오르코메노스의 미니안들을 다스리던 암피온의 막내딸 클로리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아름다웠고, 넬레우스는 그녀에게 값진 혼수를 바쳤도다. 그녀는 필성의 여왕이었고, 크로미우스, 네스토르, 페리클리메누스, 그리고 용맹한 피로를 낳았느니라. 피로는 너무나 뛰어난 용맹을 지녀 모든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였으나, 넬레우스는 필성에서 이피클레스의 고집 센 소떼를 몰아낼 수 있는 남자와만 결혼을 허락하였도다. 예언자 멜람푸스만이 유일하게 시도하였으나, 신들께서 그를 막고 저주하시니, 목동들이 그를 쇠사슬로 묶었느니라. 날과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마침내 이피클레스는 예언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풀어 주었으며, 상제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로다.
그리고 나는 틴다레우스의 아내 레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그에게 두 명의 강인한 아들, 기마병 카스토르와 권투에 능한 폴리데우케스를 낳았도다. 생명을 주는 대지는 그들을 품고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상제께서 저승에서도 그들을 존경하시니, 그들은 번갈아 살고 죽으며 신처럼 숭배받느니라.
그리고 나는 알로에오스의 아내 이피메데이아를 보았는데, 그녀는 해신과 동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도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 다 짧은 생을 마감하였으니, 오투스와 유명한 에피알테스였느니라. 비옥한 대지는 그들을 오리온 다음으로 키가 큰 영웅으로 키워 내었도다. 아홉 살 때 그들은 너비가 아홉 큐빗, 높이가 아홉 파덤에 달하였으며, 불멸의 신들에게 무시무시한 전쟁의 소음을 불러일으켰고, 오사와 펠리온 산을 나무와 잎사귀까지 모두 오림 산 높은 곳에 올려놓으려 하였느니라. 만약 그들이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나, 상제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이 그들을 죽였도다. 그들은 어린 턱에 솜털이 나기도 전에, 수염이 얼굴을 뒤덮기도 전에 죽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파이드라, 프로크리스, 그리고 위험한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를 보았도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오려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느니라. 여신 아림은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비난했을 때 디아 섬에서 그녀를 죽였도다. 그 후 마에라, 클리메네, 에리필레가 왔는데, 그녀는 황금 뇌물을 받고 남편을 죽였느니라. 제가 그곳에서 본 유명한 왕비와 딸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나이다. 거룩한 밤이 끝나기 전에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이다. 저는 선원들과 함께 배에서 자야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자야 하나이다. 저는 신들을 알고 있으니, 당신들이 제 여정을 도울 것이니이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홀에서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며 귀를 기울였도다. 흰 팔을 가진 아례희가 말하되,
“무릉도인들이여! 그를 보라! 얼마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인가! 게다가 얼마나 총명한가! 그는 나의 특별한 손님이지만, 여러분 모두 우리와 같은 영주의 지위를 공유하고 있으니 너무 빨리 그를 내쫓지 말라. 그리고 그가 떠날 때 관대하게 대해야 하느니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신들의 뜻으로 보물이 풍족하니라.”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노련한 예개우가 이르되,
“현명한 왕비께서 옳으셨나이다, 여러분. 왕비의 말씀대로 하소서. 그러나 먼저 알진오 왕께서 말씀하시고 행동하셔야 하나이다.”
왕이 이르되,
“내가 이 뱃사람들의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에는 왕비의 말씀대로 하라. 손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침까지 머물게 해 주라. 그때 모든 선물을 드리리라. 여러분 모두 그를 도우겠으나, 내가 이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으니 내가 가장 많이 도울 것이로다.”
오지수는 신중하고 재치 있게 대답하되,
“모든 백성의 왕이신 알진오 왕이시여, 만약 저에게 작별 선물을 주시고 떠나보내기 전에 이곳에 일 년 동안 머물라고 권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나이다. 보물을 가득 안고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니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존경하고 이탁도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니이다.”
알진오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세상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품고 있느니라.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기꾼과 도둑들도 많으나, 자네를 보니 그런 부류가 아니로다. 자네의 이야기에는 우아함과 지혜가 담겨 있느니라. 자네는 마치 뛰어난 시인처럼 모든 그리스인들의 고난, 그리고 자네 자신이 겪은 고통까지 이야기하였도다. 자, 이제 자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서 전쟁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겪은 친구들의 영혼을 보았는지 말해 주라. 밤은 아직 길고, 잠들 시간은 아니니라.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라! 자네가 겪었던 위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꺼이 들으리라.”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알진오 왕이시여,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이기도 하나, 잠을 잘 때이기도 하나이다.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토래성의 비명과 전투 소음을 피해 간신히 탈출하였으나, 나중에 집에서 악한 아내에게 살해당한 제 친구에 대한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성스러운 페르세포네께서 여인들의 유령을 흩어지게 하시니 그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도다. 건웅의 유령은 아이기스토스의 집에서 그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다른 이들과 함께 슬픔에 잠겨 나타났느니라. 그는 피를 마시고 나서야 저를 알아보았으며, 큰 소리로 울며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손을 뻗었도다. 필사적으로 저를 만지고 싶어 하는 듯하였으나, 그의 기력과 힘, 그리고 한때 가졌던 유연함은 모두 사라져 있었느니라. 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쌍히 여겼으며 외치되,
“인간의 왕이시여, 건웅 왕이시여! 어떻게 돌아가셨나이까? 어떤 불운이 당신을 덮쳤나이까? 해신이 그를 깨운 것이옵니까? 혹독한 바람이 불어 당신의 배를 난파시켰나이까? 아니면 육지에서 적의 양이나 소떼를 훔치거나, 그들의 도시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사백 명이 넘는 적에게 살해당하였나이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나는 생존자이니라! 아니다. 해신이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켜 내 배를 난파시킨 것이 아니며, 육지에서 적들이 정당방위로 나를 죽인 것도 아니니라. 아이기스토스가 내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를 죽이려고 계획하고 살해하였도다. 그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마치 마구간에서 소를 도살하듯이 죽였느니라. 얼마나 끔찍한 죽음이냐! 내 부하들은 마치 부유한 영주의 집에서 잔치나 결혼식, 연회를 위해 돼지를 도살하듯이 무참히 살해당하였도다. 당신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백병전에서 학살당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나, 당신이 직접 그런 일을 겪는다면 더욱 깊은 슬픔을 느낄 것이로다. 음식과 포도주가 쌓인 탁자 아래 우리가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바닥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느니라. 간교한 클리템네스트라가 내 옆에서 죽인 프리아모스의 딸, 불쌍한 카산드라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렸도다.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순간, 나는 땅에서 팔을 들어 올리려 애썼으나, 그 암캐 같은 여자는 등을 돌렸느니라. 나는 지옥으로 갔으며, 그녀는 내 눈도 감겨 주지 않았고 입도 다물게 해 주지 아니하였도다. 아내가 남편을 그렇게 배신하는 것보다 더 역겨운 짓은 없느니라. 그 여자는 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도다! 그녀의 남편을!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노비들과 자식들은 나를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녀는 너무나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여자들, 심지어 착한 여자들까지도 수치에 빠뜨렸느니라.”
내가 소리치되,
“저주받아라! 상제께서는 항상 여자들을 통해 아트레우스 가문에 재앙을 가져오셨도다. 많은 남자들이 헬렌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클리템네스트라는 당신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당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느니라.”
그러자 그가 즉시 대답하되,
“그러니 아내를 너무 잘 대해 주지 말라. 아는 것을 다 알려 주지 말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숨기라. 그러나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로다, 오지수여. 현명한 연로비는 그런 짓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아니하니라. 우리가 전쟁터로 떠날 때 당신의 아내는 아주 어렸으며,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이제 다 큰 아이가 되었으리라. 당신이 집에 돌아와 아들을 보면 무척 기뻐하며 아버지를 껴안을 것이니,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니라. 제 아내는 제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억눌렀으며, 아내가 먼저 저를 죽인 셈이니라.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충고 하나 하겠노라. 명심하라. 고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 배를 정박하지 말라. 조용히 움직이라. 요즘 세상에 여자를 믿는 사람은 없느니라. 그런데 제 아들 소식은 없느냐? 살아 있느냐? 오르코메노스에 있느냐, 아니면 모래 언덕의 필성에 있느냐, 아니면 사필성의 면나수와 함께 있느냐? 내 훌륭한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로다.”
건웅이 대답하되,
“건웅이여, 왜 그런 것을 묻느냐? 나는 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느니라. 가설을 세워 봤자 소용없느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쏟아낸 쓰라린 말 때문에 깊이 슬퍼하며 펑펑 울었도다. 그때 아길수와 파트로클로스, 안틸로코스, 그리고 그리스인 중 아길수 다음으로 가장 잘생기고 체격이 좋았던 아이아스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아길수는 나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되,
“오지수여, 이 여우 같은 놈아!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 것이냐? 어떻게 감히 염라국까지 내려올 수 있었느냐? 여기에는 감각이 마비된 죽은 자들, 지쳐 쓰러진 불쌍한 인간들의 영혼이 살고 있느니라.”
내가 이르되,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 아길수여, 나는 이 바위투성이 이탁도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티레시아스를 만나러 왔나이다. 나는 그리스에도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고, 고향은 말할 것도 없나이다. 운이 정말 나빴나이다. 그러나 누구의 운도 자네만큼 좋았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살아있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자네를 신처럼 존경하였도다. 이제 자네가 이 세상에 왔으니 죽은 자들 사이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느니라. 아길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마소서.”
그러나 그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 죽은 자들의 왕으로 군림하느니 차라리 가난한 농부에게 고용된 일꾼이 되는 게 낫겠느니라. 그러나 어서 와서 내 아들에 대해 말해 주라. 소식이 있느냐? 전쟁터로 나가 지도자가 되었느냐? 그리고 내 아버지 필우는 어떠냐? 아직도 미르미돈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있느냐? 아니면 늙고 허약해져서 프티아와 그리스에서 학대받고 있느냐? 이제 나는 햇빛을 등지고 떠났기에, 토래성 평원에서 최고의 토래성인들을 죽이던 때처럼 그리스인들을 도울 수 없느니라. 만약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아버지 댁으로 잠시라도 갈 수 있다면, 아버지를 해치고 모욕하는 자들이 내 손이 무적이지 않기를 바라게 만들겠느니라.”
내가 그에게 대답하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없으나, 당신의 아들, 사랑하는 네오프톨레무스에 대해서는 모두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나는 다른 잘 무장한 그리스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스키로스에서 그를 데려왔나이다. 우리가 토래성에 대한 전략을 세울 때, 그는 항상 네스토르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요점을 정확히 짚어 말하였나이다. 그리고 우리가 토래성에서 싸울 때, 그는 거대한 전투의 인파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항상 두려움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전쟁터에서 엄청난 수의 적을 죽였나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죽인 자들의 이름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나이다. 그러나 그는 청동 창으로 텔레포스의 아들 에우리필루스를 베어 죽였나이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데, 위대한 멤논 다음으로 잘생긴 사람이었나이다. 프리아모스가 그의 어머니에게 뇌물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데려온 수많은 케티아인들도 모두 죽임을 당하였나이다. 우리 아르고스 지도자들이 목마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 임무였나이다. 다른 그리스 지휘관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잘생긴 내 아들은 안 되었나이다! 나는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며, 그는 눈물을 닦을 필요도 없었나이다. 목마 안에서 그는 내게 뛰어내리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으며, 칼자루와 무거운 창을 꽉 쥐고 토래성인들을 해치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마침내 우리가 프리아모스의 높은 도시를 함락시켰을 때, 그는 전리품으로 가득 찬 채 목마에 올라탔나이다. 날카로운 청동 창에 상처 하나 나지 아니하였으며, 아레스가 맹렬하게 날뛰는 전쟁에서 그가 겪은 모든 소규모 전투에서 그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아길수의 유령은 아들의 영광스러운 용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도다. 다른 죽은 영혼들도 슬픔에 잠겨 모여들었고, 각자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직 아이아스만이 배 옆에서 재판이 열렸을 때 내가 아길수의 갑옷을 차지한 것에 분노하여 뒤에 남았도다. 영웅의 어머니 테티스와 토래성의 아들들, 그리고 팔라스가 내게 그 무기를 주었느니라. 차라리 이 시합에서 이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무기는 아길수, 필우의 아들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외모와 위업을 지녔던 아이아스가 땅속에 묻힌 것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그에게 화해를 청하며 이르되,
“제발, 위대한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여, 그 저주받은 무기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내려놓을 수 없겠나이까? 죽어서라도 말이니이다. 신들께서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탑이었는데, 얼마나 큰 손실이었나이까! 당신이 떠났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슬픔에 잠겼고, 아길수만큼이나 오랫동안 당신을 애도하였나이다. 상제 외에는 누구도 탓하지 마소서. 그는 그리스 군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우리를 파멸시켰고,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에게 이런 운명을 내린 이유이니이다. 그러나 이제 들어주소서, 폐하. 분노를 가라앉히소서.”
그는 대답하지 않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따라 에레보스로 향하였도다. 그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더 많은 영혼들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르나이다.
저는 그곳에서 황금 홀을 들고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상제의 아들 미노스를 보았느니라. 그들은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는 염라국의 집 안에서 왕에게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하느니라. 저는 또한 외로운 산꼭대기에 살면서 죽였던 짐승들을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쫓는 위대한 오리온을 보았도다. 그는 파괴할 수 없는 청동 곤봉을 들고 있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가야의 아들 티우가 아홉 마일이나 뻗어 있는 것을 보았도다. 상제의 연인 레토가 아름다운 파노페우스의 들판을 지나 피토로 가는 길에 상제께서 그녀를 강간하셨느니라. 두 마리의 독수리가 그의 양옆에 앉아 그의 간을 찢고 내장을 파고들었으나, 그는 독수리들을 밀쳐낼 수 없었도다.
나는 턱까지 물에 잠긴 탄탈루스의 고통을 보았느니라. 그는 너무나 목이 말라 마실 물조차 없었도다. 그 노인이 물을 향해 몸을 굽히자 물은 사라져 버렸으며, 어떤 신께서 물을 말려 버리셨느니라. 그의 발치에는 검은 흙이 나타났도다. 키 큰 잎이 무성한 나무에는 달콤한 무화과와 석류, 눈부시게 빛나는 사과와 잘 익은 감람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으나, 그가 손으로 그것들을 잡으려 하자 바람이 그것들을 어두운 구름 속으로 날려 버렸느니라.
그리고 나는 시시포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도다.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밀어 언덕 꼭대기로 올리려 온 힘을 다해 애썼느니라. 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다시 무심하게 굴러떨어졌으며, 그러나 그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먼지로 뒤덮인 머리를 한 채 계속해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도다.
나는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환영을 보았느니라. 그는 불멸의 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위대한 상제와 황금빛 헤라의 딸인 아름다운 발목의 헤베와 함께 있었도다. 그의 유령 주위에서 죽은 영혼들은 공포에 질려 새처럼 비명을 질렀느니라. 그는 마치 음산한 밤처럼 걸어 다니며 활집에서 꺼낸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꽂아 넣었으며, 쏘기 직전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도다. 그의 가슴에는 곰, 멧돼지, 사납게 노려보는 눈을 가진 사자, 전투와 사람들의 학살을 묘사한 놀라운 금빛 띠가 둘러져 있었느니라. 나는 이 장면을 디자인한 장인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이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슬픔에 잠겨 외치되,
“오지수여!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자여, 당신도 내가 지상에 살았을 때처럼 운명의 무게에 시달리는가? 나는 상제의 아들이었으나, 고통은 끝이 없었느니라. 나보다 훨씬 영웅적이지 못한 자의 노비가 되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도다. 그는 한때 나에게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라고 보냈는데,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니라. 나는 허명과 번뜩이는 눈빛의 지혜낭자의 도움을 받아 염라국에서 그 개를 데려왔느니라.”
그는 염라국의 집으로 돌아갔도다. 나는 고대에 죽은 다른 영웅들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았으며, 내가 바라던 대로 신의 아들 피리토스와 테세우스 같은 고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섬뜩한 울부짖음과 함께 몰려들었고,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 여왕이 고르곤의 머리를 염라국에서 내보낼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그래서 나는 서둘러 돌아가 부하들에게 배에 올라타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 벤치에 앉았으며, 강물은 배를 바다 강 아래로 밀어내었느니라. 처음에는 노를 저어 나아갔고, 나중에는 순풍을 받았도다.
==제12권 어려운 선택들==
「우리 배는 대양의 흐름을 넘어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갓 태어난 새벽이 있는 아이아이아에 이르렀나이다. 새벽은 태양신 헬리우스의 빛과 함께 초원에서 춤을 추는 곳이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배를 대고 하선하여 밝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나이다.
새벽이 일찍, 꽃잎 같은 손가락을 가진 채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키르케의 집으로 보내 죽은 엘페노르의 시신을 가져오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서둘러 나무를 베고 가장 먼 곶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였나이다. 우리는 그의 시신과 장비를 태우고 흙무덤을 쌓은 다음, 그 위에 기둥을 끌어다 놓고 그의 노를 꽂았나이다. 이 모든 의식을 차례로 행하였나이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신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노비들을 데리고 서둘러 우리를 맞으러 왔나이다. 노비들은 빵과 고기, 그리고 선명한 붉은 포도주를 가지고 왔나이다. 그녀는 우리 가운데 서서 이르되,
『참으로 놀랍구나. 너희 모두 산 채로 염라국에 갔다니.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죽는데 너희는 두 번 죽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먹고 여기서 하루 종일 포도주를 마시며 지내렴.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떠나라. 내가 너희의 항로를 자세히 설명해 줄 터이니,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어떤 악한 것도 너희를 해칠 틈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집 센 사람이었으나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실컷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남자들은 배 옆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내 손을 잡고 그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물었나이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키르케가 대답하되,
『이제 그 여정은 끝났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내가 좋은 지시를 내릴 터이니, 다른 신이 네가 기억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먼저 너희는 모든 행인을 홀리는 사이렌들에게 가야 한다. 만일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사람은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곳 초원에 앉아 있는 사이렌들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래로 그를 유혹할 것이다. 그들 주위에는 살점이 뼈에서 썩어 나가고 피부가 오그라든 채 죽어 있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널려 있다. 노를 저어 지나갈 때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넣어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라. 그러나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선원들은 당신을 손과 발로 밧줄을 단단히 묶어 배의 돛대에 똑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묶이면 사이렌의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들에게 풀어 달라 애원하면, 그들은 더 단단한 매듭으로 당신을 묶어야 할 것이다.
사이렌을 지나 항해한 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겠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첫 번째 길은 암피트리테 여신이 거대한 파도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거대한 바위들을 통과하는 길이다. 축복받은 신들은 이곳을 방랑하는 바위라 부른다. 상제에게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는 비둘기조차도 이곳을 안전하게 날아갈 수 없다. 비둘기 한 마리는 항상 길을 잃는다. 그 깎아지른 절벽 속 깊은 곳에 상제가 또 다른 신을 보내 무리의 수를 회복시켜야 하였느니라. 인간의 배는 그곳을 지나간 적이 없다. 들어가려 하면 파도와 거센 불길이 배의 목재와 사람들의 몸을 집어삼켰느니라. 오직 유명한 아르고호만이 아이에테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항해하였느니라. 강한 해류가 배를 바위 쪽으로 내던졌으나, 이아손을 사랑한 헤라가 그들을 안전하게 인도하였느니라.
두 번째 길로 가면 두 개의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뾰족한 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걷히지 않는 푸른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도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아니한다. 스무 개의 손과 스무 개의 발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바위를 오르거나 발을 디딜 수 없다. 바위는 마치 매끄럽게 연마된 듯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서쪽, 어두운 에레보스 산을 향해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있다. 위대한 오지수여, 배를 그 동굴 옆으로 몰고 가라. 그 동굴은 너무 높아서 화살로 쏠 수조차 없다. 그곳에는 울부짖고 짖어대는 스킬라가 살고 있다. 끔찍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강아지 같으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신조차도 그녀를 두려워할 정도이다. 그녀는 축 늘어진 다리가 열두 개이고, 목은 여섯 개이며, 각 목에는 끔찍한 머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각 얼굴에는 죽음을 품은 듯한 빽빽한 이빨이 세 줄로 나 있다. 그녀의 배는 텅 빈 동굴 안으로 축 늘어져 있고, 머리는 아득한 협곡 위로 내밀고 바위 주변을 살피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돌고래, 물개, 때로는 거대한 고래까지 잡아먹기도 한다. 포효하는 바다의 여왕 암피트리테는 수많은 생물을 보살핀다. 그곳을 지나가는 뱃사람은 결코 무사하지 못하다. 그녀는 검은 뱃머리를 가진 배에서 입으로 사람을 한 명씩 낚아챈다.
다른 바위는 화살을 쏘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이 두 번째 바위는 더 아래쪽에 있고, 그 위에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아래에서 신성한 카리브디스는 검은 물을 빨아들인다. 하루에 세 번 물을 뿜어내고, 세 번 꿀꺽꿀꺽 마신다. 그녀가 물을 삼킬 때는 그곳을 피해야 한다. 물속으로. 그때는 위대한 해신조차도 너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빨리 노를 저어 스킬라 옆으로 배를 몰고 가라. 여섯 명이라도 잃는 것이 모두 죽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여신이시여, 제발 진실을 말씀해 주소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카리브디스를 피해 스킬라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이까.』
여신이 대답하되,
『아니, 어리석은 자여. 네 마음은 아직도 전쟁에 사로잡혀 있구나. 그러나 이제 신들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녀는 필멸자가 아니다. 불멸의 악, 무시무시하고 사납고 잔인한 존재이다. 너는 그녀와 싸울 수 없다. 최선의 해결책이자 유일한 길은 도망치는 것이다. 바위 옆에서 무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녀는 여섯 개의 머리로 다시 공격해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스킬라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힘인 크라타이스에게 도움을 청하라. 그녀는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 준 존재이다. 여신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가라. 그러면 너는 헬리우스가 양과 소를 기르는 트리나키아라는 섬에 도착할 것이다. 한 무리에 쉰 마리씩, 총 일곱 무리가 있다. 그들은 번식도 하지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하며, 그들을 돌보는 자들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신 파에투사와 람페티아, 빛나는 네이라와 헬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빛나는 딸들이다. 그녀는 그들을 키운 후, 아버지의 양과 소를 지키도록 외딴 트리나키아로 보냈느니라. 만일 고향을 기억하고 소들을 해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선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을 예언한다.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늦게, 그리고 수치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키르케가 말을 마치자 새벽의 황금 옥좌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녀는 섬을 가로질러 걸어갔나이다. 나는 배로 돌아가 선원들을 깨워 배에 오르게 하고 뱃머리 밧줄을 풀도록 하였나이다. 그들은 배에 올라타 각자 자리에 앉아 노로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나이다. 검은 뱃머리를 가진 우리 배 뒤에서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는 돛을 채우는 친절한 바람을 보내 주었나이다. 우리는 재빨리 돛대를 정리하였고, 바람과 조타수가 배를 조종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선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키르케가 내게 알려 준 계시는 나 혼자만 아는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러분과도 나누겠나이다. 진실을 알고 죽거나, 아니면 탈출할 수 있나이다. 키르케는 우리가 저승의 세이렌들의 목소리를 피해야 하고, 그들의 꽃밭을 지나쳐야 한다 하였나이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나를 밧줄로 묶어 돛대에 똑바로 세워 두시오. 내가 간청하고 명령하면, 내 밧줄을 더 세게 묶어 더욱 꽉 묶어 주시오.』
이렇게 나는 그들에게 모든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곧 잘 만들어진 우리 배는 순풍을 타고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졌고,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었나이다. 고요함이 찾아왔나이다. 어떤 정령이 파도를 잠재운 듯하였나이다. 선원들은 일어나 돛을 내리고 선창에 넣었나이다. 그들은 노를 저어 매끄러운 나무 노가 물을 하얗게 물들였나이다. 나는 양손으로 밀랍 덩어리를 쥐고 잘게 잘랐나이다. 단단하게 반죽하고 햇볕에 데운 반죽을 차례로 각자의 귀에 발라 주었나이다. 그들은 내 손발을 돛대에 꼿꼿이 세운 채 묶었나이다. 그들은 앉아서 노를 저었나이다. 우리는 빠르게 나아갔고,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우리 배가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나이다.
『오지수여. 이리 오시오. 당신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잘 알려져 있소. 그리스의 영광이시여. 이제 배를 멈추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듣소. 이 음악은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은 더 큰 지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오소.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토래성에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겪은 모든 고통을 알고 있고, 세상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다 알고 있기 때문이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듣고 싶었나이다. 나는 부하들에게 나를 풀어 주라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찡그렸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노를 저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일어서서 나를 더욱 단단히, 더 많은 매듭으로 묶었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훨씬 지나쳐 더 이상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나이다. 그들은 내가 귀를 막았던 밀랍을 제거하고 나를 풀어 주었나이다.
그 섬을 떠나자, 나는 거대한 파도와 연기를 보았고, 굉음을 들었나이다. 부하들은 겁에 질려 노를 놓았고, 노는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나이다. 아무도 가느다란 노를 젓지 않자 배는 멈춰 섰나이다. 나는 갑판을 따라 걸으며 한 명 한 명 격려한 다음, 모두를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나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우리는 위험에 익숙하다. 이번 일은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동굴에 갇혔을 때보다 더 나쁘지 아니하다. 그때 우리는 나의 기술과 지혜, 그리고 전략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느니라. 그것을 기억하라. 자, 모두 내 말을 믿으라. 자리에 앉아 노를 저어 파도를 깊이 저어라. 상제께서 이 재앙에서도 우리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실지도 모른다. 선장이여, 잘 들어라. 이것이 네 명령이다. 키를 잡고 저 검은 연기와 솟아오르는 파도를 피해 바위 쪽으로 배를 몰아라. 배가 반대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들은 즉시 명령을 따랐나이다. 나는 스킬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스킬라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하였고,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남자들은 노를 놓고 두려움에 떨며 선창으로 도망쳐 숨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가 무기를 들지 말라 한 조언을 무시하였나이다.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나이다. 나는 찬란한 갑옷을 입고 긴 창 두 자루를 손에 든 채 뱃머리 갑판으로 올라갔나이다. 바위투성이의 스킬라가 그쪽에서 나타나 내 부하들을 해칠 것 같았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좁은 해협을 노를 저어 나아갔나이다. 한쪽에는 스킬라가, 다른 한쪽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이는 빛나는 카리브디스가 있었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물을 뿜어낼 때는 마치 거대한 불 위의 끓는 가마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나이다. 거품이 높이 솟아올라 양쪽 바위 꼭대기에 튀었나이다. 그러나 카리브디스가 바닷물을 다시 삼키자,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듯하였고, 주변의 바위들은 무시무시하게 포효하였으며, 아래쪽의 짙은 푸른 모래사장이 드러났나이다. 병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나이다.
우리가 두려움에 떨며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는 동안, 스킬라가 배에서 여섯 명의 병사를 낚아챘나이다. 그들은 내 배에서 가장 강하고 용맹한 전사들이었나이다. 아래에서 뒤돌아보니 그들의 발과 손이 하늘 높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나이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게 울부짖고 내 이름을 불렀나이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나이다. 마치 어부가 절벽 위에서 소뿔로 만든 낚싯줄을 길게 늘어뜨려 작은 물고기들을 낚으려 할 때, 물고기가 잡히면 숨을 헐떡이며 해안으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스킬라가 그들을 바위 동굴로 들어 올려 입구에서 잡아먹을 때, 그들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몸부림 속에서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나이다. 그것은 내가 바다에서 고통받는 동안 본 가장 가슴 아픈 광경이었나이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바위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곧 태양신 히페리온의 아들 헬리우스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멋진 얼굴을 한 그의 소들과 잘 먹은 양 떼들이 있었나이다. 검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 나는 우리 안의 소들의 울음소리와 양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나이다. 나는 눈먼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키르케의 말을 떠올렸나이다. 두 신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하라 엄격히 지시하였나이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잘 아나이다. 그러나 제 말을 잘 들어 주소서. 티레시아스와 키르케는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해야 한다 강조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끔찍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였나이다. 우리는 배를 돌려 섬을 지나가야 하나이다.』
그들은 이 말에 몹시 낙담하였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저에게 화를 내며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불공평하나이다. 당신은 강하고 지치는 기색이 없으니 분명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쉴 시간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완전히 지쳐 버렸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가 섬에 내려 맛있는 저녁을 해 먹는 것도 허락하지 아니하고, 안개 낀 바다를 밤새도록 표류하라 명령하는구나. 밤이 되면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 배를 난파시키는데, 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북쪽이나 서쪽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이 배를 부숴 버린다면 누가 재앙을 피할 수 있겠나이까.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자. 여기 머물면서 배 옆에서 음식을 해 먹자.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자.』
이것이 그의 말이었나이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였고, 그때 나는 어떤 악령이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직감하였나이다.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에우리로코스여. 나는 한 명이고 너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하는군. 그러나 모두 내게 굳게 맹세하노라. 소떼나 양떼를 발견하더라도 한 마리도 죽이지 마라. 가까이 가지 말고 불멸의 여신 키르케가 마련해 준 음식을 먹어라.』
그들은 내 말대로 맹세하였나이다. 맹세가 끝나자 우리는 잘 만들어진 배를 민물 근처의 굽은 항구 안쪽에 정박시켰나이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능숙하게 저녁을 요리하였나이다. 음식과 술로 배가 부르자 그들은 스킬라가 배에서 잡아먹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나이다. 그들이 울부짖는 동안 달콤한 잠이 그들을 감쌌나이다.
밤이 지나고 별들이 사라지자 상제는 기이한 폭풍우를 일으켰나이다. 그는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고,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나이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우리는 배를 산령녀들이 춤을 추는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모인 부하들에게 연설하였나이다.
『친구들이여, 배에는 식량이 있다. 가축은 건드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저 소들과 살찐 양들은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는 위대한 태양신 헬리우스의 소유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그들은 마지못해 따랐나이다. 그러나 그 달 내내 남풍이 불고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다른 바람은 전혀 불지 아니하였고, 오직 남풍과 동풍만이 불었나이다. 부하들은 아직 음식과 술이 있는 동안에는 소들을 건드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은 목숨을 건지기를 바랐나이다. 그러나 배의 물자가 바닥나자, 선원들은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나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은 낚싯바늘로 물고기와 새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잡았나이다.
저는 혹시라도 신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실까 하는 생각에 기도하러 나섰나이다. 부하들을 남겨 두고 섬을 가로질러 바람을 피해 그늘에서 손을 씻고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러자 신들이 제 눈에 달콤한 잠을 내려 주셨나이다. 그 사이에 에우리로코스는 어리석은 제안을 하였나이다.
『잘 들어 보시오, 친구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굶주림이 가장 비참한 일이다. 그러니 이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아 불멸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자. 이탁도로 돌아가면 곧바로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짓고 그 안에 보물을 모을 것이다. 만일 태양신이 이 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우리 배를 난파시키고 다른 신들도 동의한다면, 나는 이 사막 섬에서 천천히 시들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바닷물을 마시고 죽는 편이 낫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나이다. 그들은 배 옆에서 풀을 뜯고 있던 헬리우스의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으러 갔나이다. 사람들은 소들을 에워싸고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나이다. 배에는 보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참나무 잎을 뜯어 먹었나이다. 기도를 드린 후 소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허벅지를 잘라 낸 다음 뼈 위에 지방을 두 겹으로 덮고 그 위에 날고기를 올렸나이다. 불타는 제물에 부을 포도주가 없었기에 물을 사용하였고, 내장을 모두 구웠나이다. 허벅지살이 불에 타오르고 내장이 뿌려지자, 그들은 나머지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았나이다.
달콤한 잠이 눈에서 녹아내렸나이다. 나는 해안가에 정박한 배로 급히 돌아갔나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감쌌나이다. 나는 신음하며 신들에게 이르되,
『오,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당신들은 그 지독한 잠으로 내 정신을 멀게 하였나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내 부하들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나이다.』
그 사이에 긴 치마를 입은 람페티아는 태양신에게 우리가 그의 소들을 죽였다고 알리러 달려갔나이다. 격분한 태양신은 다른 신들을 불렀나이다.
『위대한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오지수의 부하들을 벌하소서. 그들이 내 소들을 죽였나이다. 나는 하늘에 오를 때나 땅에 내려올 때나 매일 그 소들을 보며 기뻐하였나이다. 그들이 내게 보답하지 아니하면 나는 염라국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만 나의 밝은 빛을 비출 것이다.』
상제가 대답하되,
『헬리우스여. 우리와 함께 빛을 비추어 생명을 주는 땅 위의 필멸자들을 위해 빛을 비춰 주소서. 나는 즉시 나의 밝은 번개로 그들의 배를 쳐서 포도주빛 바다 전체에 산산조각 내 버릴 것이옵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아름다운 칼리프소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배 옆 해안으로 돌아와 나는 그들 각자를 꾸짖었나이다. 그러나 소용없었나이다. 소들은 이미 죽어 있었나이다. 신들이 징조를 보냈나이다. 가죽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고, 꼬챙이에 꽂힌 고기는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음메 소리를 냈나이다. 소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나이다.
엿새 동안 내 부하들은 헬리우스가 준 소고기로 잔치를 벌였나이다. 이레째 날,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가 앞장서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우리는 재빨리 배에 올랐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돛을 펼쳐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우리가 그 섬을 떠났을 때, 우리는 하늘과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에 짙은 푸른색 폭풍 구름을 드리웠나이다. 그 아래 바다는 어두워졌나이다. 잠시 배가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때 제피로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맹렬한 폭풍을 몰고 왔나이다. 강한 돌풍이 앞쪽 돛줄 두 개를 모두 부러뜨렸고, 돛줄은 선창 안에 흩어졌나이다. 돛대는 뒤로 부러져 선장의 배 뒷부분을 강타하였고,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나이다. 그의 뼈는 으스러지고, 골격은 부서졌나이다. 그는 잠수부처럼 갑판에서 떨어졌고,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났나이다.
바로 그 순간, 상제가 천둥을 치며 배에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흔들리는 배는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모든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배 옆 파도 위의 갈매기처럼 휩쓸려 갔나이다. 신들은 그들이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았나이다. 나는 배 위에서 서성거렸고, 마침내 조류가 배의 옆면을 용골에서 뜯어냈나이다. 파도가 배의 뼈대를 휩쓸어 가고 돛대를 부러뜨렸나이다. 그러나 그 위에 소가죽으로 만든 돛대 고정줄이 걸려 있었나이다.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묶고 무시무시한 바람에 실려 나아갔나이다.
마침내 폭풍이 멈추고 서풍이 잦아들었나이다. 남풍이 나를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로 되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되었나이다. 밤새도록 뒤로 휩쓸려 갔고, 해가 뜰 무렵 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무시무시한 바위산으로 돌아왔나이다. 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무화과나무 가지에 가려진 채. 나는 박쥐처럼 나무줄기를 붙잡았나이다. 발을 디딜 수도, 기어오를 수도 없었나이다. 뿌리는 너무 낮았고, 길고 높은 가지는 너무 높았나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매달렸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내 돛대와 용골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기를 바랐나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리브디스가 그렇게 해 주었나이다. 젊은이들의 다툼을 하루 종일 심판하다가 마침내 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던 바로 그 순간, 카리브디스에서 널빤지들이 둥둥 떠올랐나이다. 저는 손과 발을 놓아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떠다니는 나무토막들 옆으로 떨어졌나이다. 저는 그 나무토막 위로 기어올라 손으로 노를 저어 떠났나이다. 상제께서 스킬라가 저를 보지 못하게 해 주셨기에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나이다.
저는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열흘째 저녁, 신들의 도움으로 저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답고 신성한 칼리프소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녀는 저를 사랑하고 보살펴 주었나이다. 제가 어제 당신과 당신의 아내에게 들려드린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리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옵니다.」
==제13권 두 명의 사기꾼==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는 어둑한 홀 안에 앉아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였다. 마침내 알진오가 이르되,
「오지수여, 자네가 내 집에 머물며 손님으로 지냈으니 이제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네. 충분히 고생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언제나 내 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는 내 노래를 들어 주는 존경하는 손님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시오. 손님은 궤짝에 옷을 싸 놓았고, 우리가 준 선물들도 있네. 이제 우리 각자는 튼튼한 삼각대와 가마솥을 하나씩 더해야겠네.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여 누구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네.」
왕의 말에 모두는 기뻐하였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쉬었다. 그때 새벽이 다시 밝아왔다. 새벽의 손가락에서 꽃이 피어나자 그들은 서둘러 배로 돌아가 영웅적인 청동 선물을 가져왔다. 왕은 배에 올라 그것들을 들보 아래에 놓아 선원들이 노를 저을 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왕과 함께 식사를 하러 돌아갔다.
거룩한 왕은 세상을 다스리는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어두운 구름의 신인 상제에게 바칠 제물을 잡았다. 그들은 소의 허벅지를 불태우고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존경받는 가수 데모도쿠스는 그들 가운데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내내 눈부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해가 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치 온종일 소를 끌고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난 사람이 저녁 식사를 간절히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을 수 있는 해 질 무렵을 반기는 것과 같았다. 가는 길에 다리가 쑤셨는데도 말이다. 오지수가 해 지는 것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었느니라.
그는 곧바로 항해를 나온 무릉도인들, 특히 알진오에게 이렇게 말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저를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 주시고 예물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제 소원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나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배편과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신들이 저의 행운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여전히 흠 없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리고 무릉도인 여러분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쁨과 모든 축복을 안겨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여러분의 백성들에게 아무런 고난도 없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들은 그의 말에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좋은 말을 하였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말하였다. 알진오는 오른팔인 본도수에게 이르되,
「본도수여, 이제 포도주 한 잔을 타서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따라 주어라. 상제 신께 기도를 드리고 손님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간구하자.」
그러자 집사는 잔에 포도주를 가득 타서 모두에게 차례로 따라 주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신과 같은 오지수는 일어서서 아례희의 손에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쥐여 주었다. 그의 말이 그녀에게 울려 퍼지되,
「여왕이시여, 우리 모두에게 그러하듯 당신도 늙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이제 떠나겠나이다. 당신의 집과 자녀들, 백성, 그리고 왕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소서.」
그렇게 말하고 고귀한 영웅은 문턱을 넘었다. 알진오는 그의 집사를 보내 해안에 정박한 빠른 배로 그를 안내하게 하였다. 아례희도 여종들을 보냈다. 한 명은 갓 세탁한 장포와 튜닉을 가져왔고, 한 명은 정교하게 조각된 궤짝을, 다른 한 명은 빵과 적포도주를 가져왔다.
배에 도착하자 안내자들은 모든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가 선창 안에 가지런히 실었다. 그들은 오지수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배의 선미 갑판에 시트와 담요를 깔았다. 오지수는 그곳에 올라가 조용히 누웠다. 노 젓는 사람들은 벤치에 차분히 앉아 닻줄을 풀었다. 그들은 몸을 뒤로 젖히고 힘껏 당겼다. 노가 물을 튀겼다. 그의 눈에는 죽음처럼 깊고 달콤한 잠이 내려앉았고, 그는 미동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치 네 마리의 멋진 말이 채찍을 향해 달려들어 마차를 몰고 트랙을 질주하듯, 머리를 높이 들고 유유자적 질주하는 배처럼, 배의 뱃머리도 높이 들려 있었다. 보랏빛 바다의 거친 파도가 배의 선미를 에워쌌고, 배는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가장 빠른 새인 매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배는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항해하였다. 배에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닌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가슴 아픈 상실과 전쟁, 난파의 고통을 견뎌 냈다. 이제 그는 평화롭게 잠들었고, 고통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느니라.
그러나 새벽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밝은 별이 하늘에 떠오르자, 바다를 항해하던 배는 육지에 가까워졌다. 이탁도 지역에는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항구가 있다. 항구 양쪽에는 만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절벽이 솟아 있어 폭풍우가 칠 때 큰 파도를 막아 준다. 배들은 일단 만의 경계를 넘어서면 밧줄 없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만의 어귀에는 잎이 긴 감람 나무가 자라고, 그 근처에는 바다 요정 네레이드들의 성지인 아름답고 어두운 동굴이 있다. 동굴 안에는 돌로 만든 그릇과 암포라가 있고,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가져온다. 돌로 만든 베틀도 있는데, 요정들이 바다처럼 보라색 천을 짜는 모습은 경이롭다. 동굴 안에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 입구는 두 개인데, 북쪽 입구는 인간의 것이고 남쪽 입구는 신성한 길이다. 사람들은 그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곳은 불멸의 존재들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니라.
그들은 노를 저어 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예로부터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팔은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고, 배는 너무 빠르게 나아가 육지에 다다르자 절반이 모래톱에 좌초되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시트와 담요로 싸인 오지수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여전히 깊이 잠든 오지수를 모래 위에 눕혔다.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무릉도 영주들이 고향으로 가져가라 준 선물들을 모두 꺼냈다. 그들은 오지수가 자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감람 나무 옆에 선물들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는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진의 신 해신은 여전히 오지수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상제에게 오지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물었나이다.
「오, 아버지 상제시여. 필멸자들이 저를 존경하지 아니하니 저는 신들 앞에서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이옵니다. 이 무릉도인들은 모두 제 후손인데 말입니다. 저는 항상 오지수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해 왔나이다. 당신께서 직접 고개를 끄덕여 약속하셨기에 저는 그에게서 그 특권을 빼앗지 아니하였나이다. 결코 그렇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의 빠른 배는 그를 바다 건너 이탁도에 데려다 주었고, 그들은 그에게 훌륭한 선물들을 안겨 주었나이다. 청동, 금, 그리고 고운 옷감까지, 그가 토래성에서 무사히 탈출하였더라도 얻었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리품이옵니다.」
폭풍의 신 상제가 외치되,
「땅을 흔드는 자여. 어처구니없구나. 신들은 너를 모욕하지 아니한다. 그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연장자를 모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일 고의적인 인간들이 존경심을 보이지 아니한다면 그들을 벌하라. 너에게는 언제나 그런 힘이 있다. 네 뜻대로 하라.」
해신이 대답하되,
「어두운 구름의 신이시여,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싶었나이다.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참아 왔으나, 이제 그 무릉도인들의 훌륭한 배가 그를 건너게 도와주고 돌아오면, 저는 그 배를 바다에 처박아 버리고 그들의 도시를 산으로 뒤덮어 다시는 여행자들을 안내하지 못하게 하고 싶나이다.」
구름의 신 상제가 이르되,
「형제여, 도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착하는 배를 돌로 변하게 하되, 여전히 배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나이다. 그들은 모두 충격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라.」
이 말을 듣고 해신은 무릉도의 도화원으로 가서 기다렸다. 배가 해안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신은 배 가까이 다가가 배 전체를 돌로 변하게 한 다음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다 밑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사라지자, 노와 훌륭한 배로 유명한 무릉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었나이다.
「무엇이라. 누가 그 배가 바다로 빠르게 돌아오는 동안 단단히 고정시켰는가. 우리가 다 보았는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알진오가 군중에게 이르되,
「정말이로구나. 제 아버지는 오래전에 해신 신께서 우리가 여행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미워하신다 말씀하셨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그 일을 모면하였으나, 언젠가 위대한 해신 신께서 그런 여정에서 돌아오는 배를 파괴하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어버리실 것이라 예언하셨나이다. 이제 그 노인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나이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하나이다. 더 이상 방문객들이 길을 떠나는 것을 도와주지 마시오. 우리는 해신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지 않으시도록 우리가 직접 고른 황소 열두 마리를 제물로 바쳐야 하나이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두려워하며 황소를 준비하였고, 무릉도의 모든 지도자들은 제단 주위에 서서 해신 신께 기도하였다.
한편, 고향 이탁도에서 잠들어 있던 오지수는 깨어났으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그곳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팔라스 지혜의 여신은 안개를 드리워 그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 주고, 그가 구혼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갚을 때까지 그의 아내와 가족, 이웃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 정겨운 항구와 구불구불한 길, 잎이 무성한 나무들은 모두 그의 왕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느니라.
그는 벌떡 일어서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허벅지를 치며 흐느꼈나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잔인한가. 아니면 신을 경외하는 친절한 사람들인가. 내 보물을 다 어디에 두고 가야 하는가. 어디로 떠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페아키아에 남아 다른 강력한 왕을 만났더라면, 내 친구가 되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었을 터인데. 내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가야 할까. 여기는 안 된다. 분명 도둑맞을 것이다. 페아키아 영주들은 믿을 만한 자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나를 이탁도로 데려다 주겠다 약속하였으나, 약속을 어기고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느니라. 가난한 자를 도우시는 상제께서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상제께서는 모든 사람을 지켜보시고 죄인을 벌하시느니라. 이제 내 보물을 세어 봐야겠구나.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날 때 몇 개 훔쳐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삼각대, 가마솥, 금, 천을 모두 세어 보았으나, 없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오지수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닷가를 서성이며 향수병에 시달리고 슬픔에 잠겨 흐느꼈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목동의 모습처럼 보였고, 왕자처럼 젊고 부드러운 피부를 지녔으며, 어깨에는 고운 천으로 만든 장포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여린 발에는 샌들을 신고 있었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너무나 기뻐하며 외치되,
「오, 친구여. 당신은 제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시구나. 반갑나이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제 보물과 저를 지켜 주소서. 저는 당신께 마치 신이신 것처럼 기도하고 간청하나이다. 당신의 무릎에 손을 얹고 간청하나이다. 부디 저를 도와주소서. 그리고 제발, 이곳은 어디이옵니까. 섬이옵니까. 아니면 비옥한 본토에서 바다로 뻗어 있는 반도이옵니까. 누가 이곳에 살고 있나이까.」
그러자 여신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르되,
「나그네여, 당신은 먼 곳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어리석은 자임이 틀림없구나. 이 유명한 나라에 대해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 해가 뜨는 동쪽 땅에 사는 사람들부터 어둑한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곳은 험준한 땅이라 말을 방목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고 넓지도 아니하나, 불모지는 아니다. 이곳에는 곡식과 포도주가 풍성하다. 땅은 항상 비와 이슬로 촉촉하고, 좋은 물웅덩이가 있으며, 염소와 소를 기르기에 좋고, 나무들도 다양하다. 외국인이여, 이탁도라는 이름은 그리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는 토래성에서도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난을 견뎌 온 오지수는 고향 땅에 돌아왔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의 말은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나,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야기를 삼켰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교묘한 계략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그래, 이탁도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으나 나는 먼 크레타에서 왔느니라. 지금 나는 이 모든 재산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남겨 두었느니라. 나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크레타 들판에서 나는 이도메네우스 왕의 아들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오르실로코스를 죽였느니라. 나는 토래성에서 그의 아버지를 섬기거나 돕기를 거부하고 내 군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내가 전쟁과 긴 항해 끝에 힘들게 얻은 토래성의 전리품을 훔치려 하였다. 나는 동료 한 명과 함께 길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여 창으로 찔렀느니라.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아무도 내가 날카로운 청동 칼로 그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를 죽인 후, 나는 재빨리 노를 저어 페니키아인들을 찾아가 약탈품을 나누어 주었고, 그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필성나 유명한 엘리스로 데려다 달라 말하였다. 그러나 폭풍우가 그들을 원치 않게 그곳을 떠나게 하였다. 그들은 나를 속이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항로를 이탈하여 우리는 밤중에 이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배가 고팠으나 아무도 저녁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 항구로 들어왔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모두 그 자리에 누웠다. 달콤한 잠이 나를 감쌌다.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 보물을 꺼내 모래 위에 잠든 내 옆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잘 지어진 시돈으로 항해를 떠났고, 나는 이곳에 남아 슬픔에 잠겼느니라.」
그의 말에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아름답고 키가 크며 모든 예술에 능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나이다.
「당신의 모든 속임수를 간파하려면 인간이든 신이든 속임수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이오. 영리한 악당이로구나. 얼마나 교활하고 거짓말에 능숙한지. 당신은 허구와 속임수를 너무나 좋아하여 자기 땅에서조차 멈추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래요, 우리 둘 다 영리하오. 당신처럼 계획을 세우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저는 신들 사이에서 통찰력과 교활함으로 유명하오. 당신은 저를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저는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이오. 저는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의 모든 고난을 돌보아 왔소. 당신이 무릉도인들에게 환영받도록 한 것도 저였소. 지금 저는 당신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저 덕분에 그들이 당신에게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 보물을 숨기기 위해 여기에 왔소. 당신이 고향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제가 알려 드리겠소. 이것이 너의 운명이니 용감하게 감내해야 한다. 방랑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 속에 고통을 견디고 그들의 잔혹한 대우를 참아내라.」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아니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당신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셨으니까요. 오래전 토래성 전쟁 때 당신이 저를 도와 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나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인들이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배에 올라탔을 때, 신들이 우리 함대를 흩어지게 했을 때, 상제의 딸이신 당신은 제 배에 계시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저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셨나이다.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저는 신들이 저를 고통에서 구해 주기를 기다렸나이다. 나중에 풍요로운 무릉도에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은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도시로 인도해 주셨나이다. 제발, 당신의 아버지 상제께 맹세코. 이곳이 이탁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나이다. 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나이다. 당신은 저를 속이고 조롱하려는 것이오. 진실을 말해 주시오. 이곳이 제 사랑하는 고향이오.」
빛나는 눈으로 그녀는 이르되,
「당신은 언제나 예리한 지성을 지녔기에,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당신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오. 당신은 직감과 집중력이 뛰어나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긴 여정 끝에 고국에 도착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보러 곧장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아내를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들에 대해 묻지도 않기로 하였소. 아내는 집에서 매일 밤 비참하게, 매일 낮에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소.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소. 모든 부하들을 잃은 후에도 당신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마음속 깊이 믿었소.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하였기에 당신을 원망하는 아버지의 동생, 해신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아니하였소. 이제 제가 당신에게 이탁도를 보여 드리겠소. 그렇게 믿으시겠지요. 이곳은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만이며, 만 끝에는 잎이 무성한 감람 나무가 있고, 그 근처에는 네가 수백 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쳤던 네레이드라 불리는 산령녀들에게 신성한 그늘진 동굴이 있다. 그리고 여기는 숲이 우거진 산 네리톤이다.」
여신은 이렇게 말하며 안개를 걷어냈다.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과 고통 끝에 마침내 행복에 휩싸인 오지수는 기쁨에 가득 찼다. 그는 기쁨에 차 고향의 비옥한 땅에 입맞추고 두 팔을 높이 들어 기도하되,
「오, 산령녀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제가 다시 당신들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저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 주시고, 상제의 아들이신 제 상관께서 저를 살려 주시고 아들을 기르게 해 주신다면 예전처럼 당신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용기를 내시오. 걱정할 필요 없소. 이제 서둘러 보물을 동굴에 안전하게 숨기시오. 그리고 나서 계획을 세워야겠소.」
여신은 어두컴컴한 동굴로 내려가 숨을 곳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지수는 페아키아인들이 준 선물, 즉 금과 튼튼한 청동, 그리고 정교하게 짠 천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그것들을 모두 안에 넣고 문돌을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두 사람은 신성한 감람 나무에 기대앉아 구혼자들을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하였다. 눈을 빛내며 지혜의 여신은 이르되,
「위대한 왕이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계략과 계획의 달인 오지수여, 구혼자들을 어떻게 물리칠지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삼 년 동안 당신의 집에 머물며 신과 같은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해 왔소. 아내는 항상 당신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며 슬퍼하오. 그녀는 그들에게 약속과 전갈을 보내며 유혹하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소.」
오지수는 외치되,
「오. 당신께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시지 아니하였더라면 저는 건웅처럼 제 집에서 죽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여신이시여, 이제 그들에게 복수할 전략을 짜 주소서. 제 곁에 서서 토래성의 찬란한 왕관을 부쉈을 때처럼 싸울 용기와 의지를 주소서. 여신이시여, 당신께서 그 열정으로 저와 함께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면, 저는 삼백 명의 적과도 한 번에 싸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지혜의 여신은 맑은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진실로 너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는 동안 내가 네 곁에 있음을 알아라. 네 생계를 앗아가는 구혼자들이 넓은 마룻바닥에 피와 뇌수를 흩뿌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제 내가 너를 변장시켜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네 매끈한 팔다리의 고운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고, 머리카락을 망가뜨리고, 누더기 옷을 입혀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몸서리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네 눈을 흐리게 하여 모든 구혼자들과 네 아내, 그리고 집에 남겨 둔 아들에게 네가 추하게 보이도록 할 것이다. 이제 돼지치기를 찾아가 보아라. 그는 비록 노비일 뿐이지만 네 아들과 현명한 연로비를 숭배하고 네 친구이다. 코락스 바위 옆, 아레투사 샘 근처에서 땅을 파헤치며 검은 물을 마시고 영양가 좋은 도토리를 먹는 암퇘지들 사이에서 그를 찾아보시오. 그곳에 머물며 그와 함께 앉아 모든 것을 물어보시오. 그러면 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사필성로 가서 당신이 사랑하는 소년 태명을 데려오겠소. 그는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메넬라오스에게 갔소.」
그가 날카롭게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그에게 말하지 아니하였소.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아니하오. 그가 나처럼 바다에서 길을 잃고 고통받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의 모든 유산을 차지하는 것을 원하였소.」
지혜의 여신은 빛나는 눈으로 대답하되,
「이제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직접 그를 인도하여 그의 여정에서 영광을 얻도록 하였소. 그는 고통받지 아니하오. 그는 지금 메넬라오스와 함께 앉아 연회를 즐기고 있소. 구혼자들은 그를 죽이려고 배에서 매복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의 재산을 먹어 치우는 자들 중 한두 명은 땅으로 덮일 것이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자신의 지팡이로 그를 톡톡 두드렸다. 그의 잘생긴 몸은 시들어 버렸고, 팔다리는 관절염에 걸렸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탈색시키고, 피부를 늙고 주름지게 만들었으며, 그의 아름답고 빛나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의 옷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해진 장포와 누더기 튜닉으로 바뀌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어깨에 커다란 사슴 가죽을 두르고, 해진 토트백과 지팡이를 주었다. 그들의 계획은 정해졌고, 그들은 헤어졌다. 지혜의 여신은 태명을 데리러 사필성로 떠났느니라.
==제14권 충성스러운 노비==
만을 떠나 오지수는 숲과 절벽을 가로지르는 험준한 길을 걸어갔다.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돼지치기를 찾을 길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의 하인들 중 이 고귀한 노비는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오지수는 그가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마당은 높고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돌담 위에는 가시가 있는 배나무 가지가 얹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동안, 라에르테스나 안주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당을 지었다. 마당 주위에는 껍질을 벗긴 나무 말뚝을 원형으로 박아 두었다. 마당 안에는 암퇘지를 위한 우리 열두 개를 나란히 만들고 각 우리에 쉰 마리씩 넣었다. 수퇘지들은 밖에서 잤다.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잡아먹는 바람에 수퇘지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돼지치기는 가장 살찐 수퇘지들을 구혼자들에게 양보하였고, 이제 삼백육십 마리만 남았다. 대장은 성문을 지키기 위해 사납고 반야생적인 개 네 마리를 키웠다.
오지수는 소가죽을 잘라 샌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부하 세 명은 돼지 떼를 몰아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나머지 한 명은 마을로 보내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줄 돼지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신선한 고기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였다.
그때 갑자기 경비견들이 오지수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지수는 머리를 숙이지 아니하고 지팡이를 떨어뜨린 채 땅에 엎드렸다. 개들은 그를 몹시 해치고 그의 땅에서 망신을 주려 하였으나, 재빨리 돼지치기는 가죽옷을 버리고 개들을 쫓아내기 위해 달려갔다. 그는 개들에게 소리치고 돌을 던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손님에게 이르되,
「제 개들이 당신을 거의 갈기갈기 찢어놓을 뻔하였나이다, 노인장이여. 신들이 이미 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당신이 저에게 수치를 안겨 줄 뻔하였나이다. 저는 주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 남들이 먹을 돼지를 기르고 있나이다. 제 주인님은 길을 잃고 아마도 굶주리고 계실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외국어를 쓰는 땅에서 말입니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시다면, 햇빛을 보고 계시다면 말입니다. 자, 노인장이여, 저를 따라오소서. 음식과 술을 배불리 드시고 나서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고귀한 돼지치기는 푹신한 덤불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 가죽을 깔았다. 그것은 그의 두껍고 따뜻한 잠자리 담요였다. 오지수는 자리에 앉아 이 환대에 기뻐하였다. 그는 이르되,
「당신이 저를 그토록 기꺼이 맞아주셨으니, 상제와 모든 불멸의 신들이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과 외국인과 나그네는 물론이고,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경해야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거지와 손님과 나그네를 돌보시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으나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노비의 삶은 이와 같나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나이다. 제 진짜 주인은 신들의 섭리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인이셨다면 저를 돌보시고 충성스러운 노비에게 친절한 주인이 주는 것을 주셨을 것이옵니다. 집과 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탐낼 만한 아내를 주셨을 것이옵니다. 신들이 축복하시고 번영하게 해 주신 수년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입니다. 주인이 여기 오래 계셨다면 저에게 잘해 주셨을 것이옵니다. 이제 돌아가셨을 것이옵니다. 헬렌과 그 가족들 때문이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죽었나이까. 주인은 건웅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토래성으로 가셨나이다.」
그는 튜닉 허리띠를 단단히 매고 서둘러 돼지우리로 가서 새끼 돼지 두 마리를 골랐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 돼지를 도살하고 털을 그슬린 다음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아 구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돼지를 손님 앞에 내놓고 그 위에 보리를 뿌렸다. 그는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담쟁이덩굴 그릇에 섞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아 권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이것은 가난한 노비의 식사입니다. 새끼 돼지 한 마리이옵니다. 구혼자들이 돼지를 먹어 치웁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자비심이 없나이다. 그들은 그런 범죄를 지켜보고 미워하며 선행과 정의를 축복하는 신들을 무시하나이다. 상제가 준 재물을 약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땅을 습격하여 보물로 가득 찬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무자비한 해적들조차도 신들의 감시를 느끼나이다. 이 구혼자들은 분명 어떤 신의 목소리가 ‘오지수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아니하고 적절한 혼처를 마련하지도 아니하나이다. 대신 그들은 앉아서 그의 재산을 잔치에 낭비하나이다. 밤낮으로 양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씩 잡아먹고, 함부로 마시기 위해 포도주를 더 붓나이다. 이기적인 바보들이여. 나의 주인님은 매우 부유하셨나이다. 본토에는 그만한 부자가 없었나이다. 이탁도에 있는 사람들도, 심지어 스무 명이나 합쳐도 이만큼 가진 게 없나이다. 전부 나열해 보겠나이다. 본토에 소떼 열두 무리, 양 백 마리씩 열두 무리, 돼지 열두 마리, 염소 열두 마리. 우리를 도울 일꾼을 더 고용해야 하였나이다. 그리고 이 섬 저 멀리에는 염소 떼 열한 무리가 풀을 뜯고 있는데, 훌륭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나이다. 매일 목동이 가장 살찌고 건강해 보이는 염소를 골라 궁궐로 데려오나이다. 나는 이 돼지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고 포도주를 조용히 마셨다. 그는 구혼자들을 파멸시킬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배를 채운 후, 그는 마셨던 술잔을 가져다가 다시 채워 에우마이오스에게 주었고, 에우마이오스는 기쁘게 받아 마셨다. 그러자 오지수가 이르되,
「친구여, 누가 당신을 샀나이까. 당신이 말한 그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은 그가 건웅의 명예를 위한 전쟁에서 죽었다 하였나이다. 그는 분명 유명한 사람일 테니, 어쩌면 내가 그를 알지도 모르나이다. 내가 그를 보고 당신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상제와 다른 신들이 알게 될 것이옵니다.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이르되,
「주인님의 아내와 아들은 소식을 전하였다 주장하는 여행자들을 믿지 아니하나이다. 떠돌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항상 거짓말을 하나이다.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나이다. 이탁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님께 와서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내나이다. 주인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질문도 하시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나이다. 당연한 일이옵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을 애도해야 하니까요. 주인님도 옷만 입으면 허풍을 떨고 싶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님의 가죽이 뼈에서 뜯겨 나갔고, 맹금류와 개들에게 잡아먹혀 목숨을 잃으셨나이다. 아니면 바다에서 물고기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르나이다. 뼈가 해변에 모래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옵니다. 주인님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저에게는 큰 슬픔이옵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심지어 저를 낳고 키워 주신 부모님 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런 친절한 주인님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제 가족에 대한 슬픔은 그 슬픔보다 덜하나이다. 오지수보다 더 그리우나이다. 그가 너무 보고 싶나이다. 낯선 이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지나이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형제’라 부르고 싶나이다. 그는 저를 그토록 사랑하고 아껴 주었으니까요.」
오지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이르되,
「친구여, 당신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너무나 완강하게 주장하는구나. 믿음이 없으신 것이오. 그러나 이건 허풍이 아니옵니다. 맹세컨대 오지수는 오고 있나이다.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때 전령으로서의 보상인 좋은 옷을 받겠나이다. 그때까지는 필요하긴 하나 아무것도 받지 않겠나이다. 가난에 굴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지옥의 문처럼 혐오스럽나이다. 상제 신과 당신이 베풀어 주신 환대, 그리고 제가 가고 있는 위대한 오지수의 난로에 맹세하나이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지금 말하는 대로 될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바로 이 달의 주기 안에, 즉 초승달과 보름달 사이에 돌아올 것이며, 그의 아내와 고귀한 아들을 모욕한 이곳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옵니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나리여, 그분이 돌아오지 아니하시니 저는 당신에게 이 보상을 드릴 수 없나이다. 편히 쉬시고 술이나 드시오. 다른 생각을 해 봅시다. 저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누군가 제 충실한 주인님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아프나이다. 당신의 맹세는 신경 쓰지 마시오. 연로비와 늙은 라에르테스, 그리고 태명처럼 그분도 돌아오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저는 그 불쌍한 아이, 제 주인님의 아들에 대한 슬픔을 잊을 수 없나이다. 신들의 은혜로 그는 나무처럼 잘생기고 튼튼하게 자라 마치 아버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처럼 되었나이다. 그러나 누군가, 혹은 어떤 신이 그의 분별력을 망쳐 버렸나이다. 그는 아버지 소식을 찾으러 필성로 갔나이다. 구혼자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머지않아 이탁도에서 아르케시우스의 가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옵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이다. 그들이 그를 잡을 수도 있고, 상제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도 있나이다. 자, 이제 당신의 모험에 대해 진실을 말해 주소서.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당신의 부모님은 어디에 사시나이까. 당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나이까. 이 마을이요. 어떤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선원들이 어떻게 당신을 이탁도로 데려왔나이까.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당신이 걸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는 교활하게 이르되,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 둘이 이 오두막에서 편히 앉아 마음껏 음식을 먹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마시며, 모든 일은 남들이 다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 년 내내 이야기한다 해도 신들이 내게 안겨 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건대, 나는 넓은 크레타 섬 출신이며, 부유한 카스토르 힐라키데스의 아들이옵니다. 그의 정실 부인과의 사이에는 아들이 많았고, 모두 그의 집에서 자랐나이다. 내 어머니는 노비였고, 첩으로 팔려 왔으나,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들들처럼 존중해 주셨나이다. 크레타 사람들은 그가 부유하고 훌륭한 아들들을 두었기에 그를 신처럼 존경하였나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염라국으로 데려갔나이다. 그리고 내 형들은 이기적으로 그의 재산을 빼앗고, 나에게는 겨우 살 곳만 남겨 주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약하거나 겁쟁이가 아니었나이다. 나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 덕분에 괜찮은 지참금을 가진 아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잃었나이다. 그러나 그루터기를 보면 한때 곡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 있나이다. 슬픔에 잠겨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지혜의 여신과 아레스에게서 용기의 선물을 받았나이다. 적을 매복 공격할 전사들을 선택할 때면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멀리 앞으로 뛰쳐나가 적들을 따라잡아 창으로 찔렀나이다. 전쟁터에서 저는 그런 모습이었나이다. 농사일이나 집안일, 아이 키우는 것은 좋아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항해와 창과 화살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을 더 좋아하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에 몸서리칠지 모르나, 신들은 제 마음이 그런 것들을 사랑하도록 만들었나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옵니다.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전에 저는 군대와 함대를 이끌고 아홉 번의 원정을 떠났고, 큰 성공을 거두었나이다. 저는 모든 전리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고, 전리품을 나눌 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나이다. 곧 우리 집안은 부유해졌고, 저는 크레타인들 사이에서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나이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시는 상제께서… 그 참혹한 원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말았나이다. 사람들은 제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기를 원하였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이다. 그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나이다. 우리 그리스인들은 구 년 동안 싸웠고, 십 년째 되던 해에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국으로 돌아왔나이다. 어떤 신이 그리스인들을 흩어지게 하였고, 저는 상제의 저주를 받았나이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내 소유물들을 즐겼나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홉 척의 배와 신과 같은 선원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항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나이다. 나는 서둘러 함대를 준비하고 선원들을 모았나이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칠 동물들과 선원들이 요리해 먹을 음식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이레째 되는 날 이백오십 명의 선원을 태우고 크레타 섬을 출항하였나이다. 순풍이 불어와 마치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나이다. 아무도 아프지 아니하였고, 모든 배는 손상 없이 도착하였나이다. 우리는 바람과 항해사의 인도에 따라 바다를 건너며 가만히 앉아 있었나이다. 닷새 만에 우리는 이집트의 강 계곡에 도착하였고, 내 함대는 나일 강 안쪽에 정박하였나이다.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 명령하고, 높은 지대에 정찰병을 보내 주변을 살피도록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백육십 명의 선원들을 이끌고 공격적인 충동에 휩싸여 이집트의 들판을 파괴하고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노비로 삼았으며, 남자들을 죽였나이다. 곧 그 소식이 도시에 전해졌나이다. 사람들은 비명 소리를 듣고 새벽녘에 모두 모여들었나이다. 평원은 보병과 전차, 번쩍이는 청동 무기로 가득 찼고, 번개의 신 상제는 내 병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나이다. 그들은 감히 싸움을 계속할 수 없었나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많은 병사들이 날카로운 청동 창에 찔려 죽었고, 나머지는 노비로 잡혀 갔나이다. 차라리 이집트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러나 고통은 계속되었나이다. 상제는 내게 다른 계획을 세워 주었나이다. 나는 투구를 벗고 방패와 칼을 내려놓은 채 무장하지 아니한 채 왕에게 다가갔나이다. 그의 전차 옆에서 나는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입맞춤하였나이다. 그는 자비로웠고, 나를 지켜 주었으며, 그의 전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나이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찼나이다. 많은 이집트인들이 나에게 분노하여 창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나이다. 왕은 나를 보호해 주었나이다. 그는 악을 미워하는 이방인의 신 상제의 분노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그곳에서 칠 년을 머물며 큰 부를 축적하였고,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러나 팔 년째 되던 해, 페니키아에서 탐욕스러운 자가 나타났나이다. 그는 거짓말에 능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속여 자기가 사는 페니키아로 데려갔나이다. 나는 그곳에서 일 년을 머물렀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일 년이 지나자 그는 나에게 무역을 하러 간다 거짓말을 하고는 리비아로 가는 배를 몰고 갔나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나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었나이다. 나는 의심스러웠으나 배에 올랐나이다. 배는 순풍을 타고 크레타 섬을 떠나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그러나 상제는 선원들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웠나이다. 크레타 섬을 떠나자 바다와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로 짙은 푸른 구름을 드리워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웠나이다. 그는 천둥을 치더니 배를 향해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번개의 충격으로 배는 완전히 회전하였고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어두운 배 옆의 가마우지처럼 파도에 휩쓸려 갔고, 신들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갔나이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저는 상제 신의 도움을 받았나이다. 상제 신은 튼튼한 돛대를 제 손에 쥐어 주었나이다. 저는 돛대에 매달려 폭풍우에 휩쓸려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그리고 열 번째 검은 밤, 거센 파도가 저를 테스프로티아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곳에서 페이돈이라는 왕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아니하고 저를 도와 주었나이다. 그의 아들이 아침 공기에 지쳐 추위에 떨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 옷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곳에서 저는 오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고향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 손님으로 머물렀다 말하였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모아 온 보물, 즉 금과 청동, 그리고 정성껏 세공한 철을 보여 주었나이다. 왕실 창고에는 그의 가족이 앞으로 십 대까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있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상제의 뜻을 묻기 위해 신성한 참나무에 가려고 도도나로 갔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비옥한 이탁도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나이다. 그는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변장할지 아니면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내게 제물을 바치며 맹세하기를,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배와 선원들을 준비해 두었다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먼저 보냈나이다. 마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이 이미 곡식이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항해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그들에게 나를 잘 대접하고 아카스투스 왕에게 데려가라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나를 다시 한번 비참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였나이다. 배가 바다로 나간 후, 그들은 나를 노비로 삼으려 음모를 꾸몄나이다. 그들은 내 장포와 튜닉을 벗기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누더기 옷을 던져 주었나이다. 밤이 되자 그들은 이탁도의 밝은 들판으로 와서 나를 밧줄로 단단히 묶고 배에 남겨 둔 채 저녁을 먹으러 재빨리 육지로 올라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내 밧줄을 풀어 주었나이다. 밧줄은 쉽게 풀렸나이다. 나는 누더기 옷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매끄러운 배의 널빤지를 타고 내려가 가슴을 바다에 담갔나이다. 두 팔로 헤엄쳐 재빨리 도망쳤나이다. 꽃이 만발한 덤불 옆 해안에 도착하여 두려움에 떨며 웅크렸나이다. 그들은 주위를 쿵쿵거리며 소리쳤으나, 잠시 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배로 돌아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나를 쉽게 숨겨 주시고 이 오두막, 현자의 집으로 데려오셨나이다. 살아남는 것이 내 운명이기 때문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가엾은 손님이시여.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오나, 아무 소용이 없나이다. 저는 오지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겠나이다. 어찌하여 그런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셨나이까. 저는 주인님의 귀환에 대해 알고 있나이다. 신들은 그를 미워하나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토래성에서 또는 전우들의 품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야 그리스인들이 후대에 그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언덕을 쌓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도둑 같은 바람이 그를 앗아 갔나이다. 이제 그에게는 영광이 없나이다. 저는 외톨이이옵니다. 저는 여기서 돼지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현명한 연로비가 소식을 전해주려고 저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마을에 나가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은 그녀 주위에 모여 질문을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떠나간 주인님을 슬퍼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몫을 챙겨 먹으려고 기뻐하나이다.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아니하나이다. 아이톨리아 사람이 거짓말로 저를 속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먼 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다 말하며 제 집에 찾아왔나이다. 나는 그를 환영하였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크레타에서 폭풍에 난파된 배들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나의 주인이 여름이나 수확기에 보물을 잔뜩 모아 부자가 되어, 선원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였나이다. 신이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니, 나를 속이거나 거짓말로 잘 보이려 하지 마시오. 노인이여, 내가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의 신인 상제에 대한 두려움과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당신은 너무 회의적이시구나. 내 맹세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를 믿지 않을 것 같구나. 오림산의 신들이 증인이 되어 당신의 주인이 이 집으로 돌아오면 당신은 내게 입을 옷을 주고 둘리키움으로 가는 것을 도와 주소서. 나는 그곳에 가고 싶나이다. 그러나 만일 그분이 오지 아니하시고 제가 틀렸다면, 당신의 노비들이 저를 절벽 아래로 몰아넣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다른 거지들이 당신을 속이려 들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정직한 돼지치기는 대답하되,
「손님이여, 제가 당신을 안으로 모시고 환영한 다음 죽인다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칭송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떻게 양심의 가책 없이 상제에게 기도할 수 있겠나이까. 어쨌든 지금은 저녁 시간이옵니다. 제 부하들이 안으로 들어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읍시다.」
이것이 그들의 대화였느니라. 목동들이 들어와 돼지들을 평소처럼 우리에 몰아넣어 쉬게 하였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귀한 돼지치기는 부하들에게 이르되,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가장 좋은 돼지를 가져오너라. 우리 모두 즐겁게 먹자. 우리는 이 하얀 어금니 돼지들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애써 얻은 음식을 먹어 치우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아니한다.」
날카로운 청동 도끼로 나무를 Pac다. 그들은 살찐 오 년 된 돼지 한 마리를 가져와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돼지치기는 마음이 선하여 신들을 생각하였다. 그는 돼지의 머리털을 깎아 불에 던지고, 자신의 지혜로 주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다. 그는 몸을 쭉 뻗어 참나무 장작으로 돼지를 내리쳤다. 돼지가 죽자 그들은 목을 베고 가죽을 그슬린 다음 잘게 잘랐다. 돼지치기는 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기름진 부분 위에 살코기를 얹고 그 위에 보리알을 얹어 불 위에 올렸다. 나머지는 썰어서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운 다음 고기를 꺼내 접시에 수북이 담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고기를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주었다. 첫 번째는 헤르메스와 산령녀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그다음은 그는 나머지 음식을 남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오지수에게 척추에서 잘라 낸 귀한 조각을 주었다. 그의 주인은 기뻐하며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자네가 내게 이렇게 좋은 것을 주니 상제께서 자네를 나처럼 축복하고 사랑하시기를.」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비록 소박하나 맛있게 드십시오. 신들은 주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들의 뜻이옵니다. 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선홍빛 포도주를 따라 제물을 바친 다음,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잔을 주었다. 마침내 돼지치기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음식을 내어 준 사람은 메사울리우스였다. 그는 에우마이오스가 주인이 없는 동안, 그의 여주인이나 라에르테스의 도움 없이, 타피아 사람들과 교환하여 사들인 노비였다. 모두들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뻗었다.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섭취한 후, 메사울리우스는 주변을 정리하였다. 사람들은 빵과 고기로 배가 불러 잠이 간절하였다.
밤이 되었다. 달빛 없는 매서운 밤이었다. 상제는 끊임없이 비를 내렸고, 젖은 제피로스는 더욱 세차게 불었다. 오지수는 에우마이오스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장포를 벗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벗으라 할지 시험해 보기 위해 이렇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자랑 좀 하겠나이다. 술에 취해 어지럽으나, 술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노래하고 낄낄거리고 춤추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까지 하게 만드나이다. 이렇게 주절거리기 시작하였으니 솔직하게 말해 보겠나이다. 제가 다시 젊고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래성 성벽 아래에서 매복 작전을 세웠을 때처럼 말입니다. 주동자는 면나수와 오지수였고, 저는 세 번째 지휘관으로 뽑혔나이다. 성벽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덤불과 갈대, 늪에 숨어 방패 아래에 엎드렸나이다. 밤이 되자 매섭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찾아왔고, 북풍과 진눈깨비 같은 눈이 내렸나이다. 너무 추워서 무기에 얼음이 얼어붙을 정도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포를 걸치고 방패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외투를 잊고 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채 두고 나왔나이다. 방패와 빛나는 허리띠만 가지고 있었나이다. 밤이 저물어 별들이 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오지수에게 다가가 그를 쿡 찔렀나이다. 그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었나이다. 나는 이르되, 『폐하, 위대한 장군 오지수여, 저는 이 추위 때문에 죽을 것 같나이다. 외투가 없나이다. 어떤 악령이 저를 속여 튜닉만 입게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나이다.』 그는 즉시 이 해결책을 떠올렸나이다.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이자 전사인가. 그는 아주 조용히 속삭이되, 『조용히 하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라.』 그는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 이르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신들이 보낸 꿈을 꾸었다. 우리는 배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 누군가 백성의 목자인 건웅에게 가서 더 많은 군대를 보내 달라 말해야 한다.』 그때, 토아스 안드라이몬이 벌떡 일어나 자주색 장포를 벗어 던지고 배들을 향해 달려갔나이다. 나는 황금빛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의 장포 아래에서 편안하게 몸을 웅크렸나이다. 내가 다시 젊고 강하기만 했다면. 그러면 이 농장의 돼지치기들 중 누군가가 존경과 우정의 표시로 내게 장포를 주었을 터인데. 지금은 모두 내가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다 나를 경멸하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훌륭한 이야기였소, 노인이여. 효과가 있었소. 자네는 가난한 늙은이에게 필요한 모든 옷과 물건들을 얻게 될 것이오. 적어도 지금은 말이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낡은 누더기를 입어야 할 것이오. 우리에게는 옷이 한 벌씩밖에 없소. 여벌 옷은 없소. 주인님의 아들이 도착하면 자네에게 옷을 주고, 자네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어나 불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양과 염소 가죽을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누웠다. 에우마이오스는 오지수에게 아주 추운 날씨에 대비한 크고 두꺼운 장포를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잠이 들었고, 젊은이들도 그의 곁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돼지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떠나려고 하였다. 오지수는 노비가 주인이 없는 동안 자신의 물건들을 잘 챙겨 준 것에 기뻐하였다. 에우마이오스는 잘 단련된 등에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허리띠를 두르고, 방풍 장포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가죽을 둘렀다. 그는 사람이나 개를 쫓아낼 날카로운 칼을 챙기고, 은빛 송곳니를 가진 돼지들이 자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잠을 잤다.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가 있었느니라.
==제15권 태명의 귀환==
지혜의 여신은 태명의 무사 귀환을 위해 사필성로 갔다. 그녀는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와 함께 메넬라오스의 현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태명은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신이 주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부엉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태명아, 더 이상 집을 떠나 재산을 버리고 탐욕스러운 남자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멀리 여행해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재산을 나눠 갖고 당신의 여행을 헛되게 만들 수도 있다. 메넬라오스에게 빨리 도움을 청하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하라. 어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이미 어머니에게 에우리마코스와 결혼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에우리마코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장 후하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의 전적인 동의 없이는 어머니가 집에서 어떤 물건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여자들이 어떤지 알다시피, 결혼한 남자의 집안일을 돕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을 잊어버린다. 안부조차 묻지 아니한다. 신들이 당신에게 아내를 주실 때까지 가장 아끼는 여종에게 재산을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잘 들어 두어라. 이탁도와 바위투성이의 마을 사이 시냇가에 구혼자 무리가 숨어 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자들 중 일부는 곧 땅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배를 섬에서 멀리 멀리 몰고 밤낮으로 항해하라. 당신을 지키고 지켜보는 신이 당신의 돛에 순풍을 보내 줄 것이다. 이탁도 해안에 처음 도착하면 당신의 부하들은 배를 마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당신은 먼저 대부분의 노비보다 나은 돼지치기를 찾아가라. 그곳에서 밤을 보내라. 그에게 마을로 가서 연로비에게 당신이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하라 하라.」
이 말을 끝으로 여신은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태명은 네스토르의 아들을 발로 차 깨우며 이르되,
「피시스트라투스여. 가서 말을 데려와 마차에 싣고 서둘러 출발하자.」
그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아무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칠흑 같은 밤에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나이다. 곧 동이 틀 것이옵니다. 메넬라오스 님께서 마차를 타고 나와 선물을 가져다주시고, 친절한 말로 우리를 배웅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소서. 후한 주인은 손님이 살아 있는 한 기억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황금빛 옥좌에 앉은 새벽빛이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메넬라오스 왕은 금발의 헬렌과 함께 자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오는 것을 본 태명은 밝은 흰색 튜닉을 입고, 튼튼한 어깨에 위풍당당한 검을 맸다. 그렇게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신과 같은 왕 오지수의 사랑받는 아들은 메넬라오스 곁에 서서 이르되,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여, 부디 저를 사랑하는 고향으로 보내 주소서. 제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나나이다.」
메넬라오스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당신이 정말로 고향에 가고 싶어 한다면 여기 머물게 하지 않겠나이다. 나는 지나친 친절과 지나친 냉담함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균형이 가장 좋나이다. 손님을 억지로 머물게 하는 것은 떠나라 재촉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아니하나이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에는 친절하게 대하고, 떠날 때는 잘 도와 주어야 하나이다. 그러니 친구여, 내가 당신의 마차에 실을 멋진 선물을 가져올 때까지만 머무르시오. 선물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이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우리 집의 풍성한 식량으로 연회를 준비하라 지시하겠나이다. 긴 여행 전에 잔치를 베푸는 것은 명예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이치에 맞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와 함께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기를 원한다면, 내 말을 마차에 태워 모든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가는 곳마다 선물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멋진 청동 삼각대, 솥, 노새 두 마리, 또는 금잔 같은 것들 말이오.」
태명이 대답하되,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나이다. 집에는 제 재산을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아버지를 찾다가 죽고 싶지도 아니하고, 집에 두고 온 재산을 잃고 싶지도 아니하나이다.」
그러자 메넬라오스 장군은 아내와 여종들에게 풍성한 식량을 준비하라 소리쳤다. 근처에 살던 에테오네우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왔다. 장군은 큰 소리로 명령하되,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라.」
여종은 순종하였다. 그동안 주인은 보물이 가득한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헬렌과 메가펜테스도 그와 함께 갔다. 그는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들고 아들에게 은그릇을 가져오라 하였다. 헬렌은 자신이 직접 만든 특별한 옷들을 보관해 둔 궤 옆에 섰다. 그녀는 다른 옷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큰 옷을 들어 올렸는데, 그 옷은 다른 옷들보다 훨씬 더 빛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궁궐을 지나 태명에게로 갔다. 금발의 메넬라오스가 그에게 이르되,
「위대한 천둥의 신이자 헤라의 남편이신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나이다. 깊은 존경의 표시로 내가 가진 보물 중 가장 귀한 것을 드리겠나이다. 금으로 테두리를 두른 순은 그릇이옵니다. 해필수가 만든 것이지요. 시돈의 왕 파이디모스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집에 들렀을 때 내게 선물해 준 것이옵니다. 자, 이것을 받으소서. 당신의 것이옵니다.」
그는 먼저 잔을 건넸고, 메가펜테스는 반짝이는 은그릇을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헬렌의 아름다운 뺨이 붉어지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옷을 들고 이르되,
「사랑하는 아이야, 나도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이 있단다. 네 결혼식 날이 오면 헬렌을 기억하고 신부에게 이 옷을 입히렴. 그때까지는 네 어머니가 잘 보관해 두실 거야. 네가 행복하고 좋은 집을 짓고 조국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란단다.」
그녀는 옷을 건넸고, 그는 기쁘게 받았다. 피시스트라투스 왕자는 모든 선물을 받아 짐에 싸고 마음속으로 감탄하였다. 왕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였고,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한 여종이 아름다운 금 물병과 은그릇을 가져와 그들의 손을 씻겨 주었다. 그녀는 윤이 나는 탁자를 그들 옆에 차려 놓았다. 또 다른 하층민 소녀는 빵과 온갖 음식을 가져왔다. 보에토에데스는 고기를 썰어 내놓기 시작하였다. 왕자는 모두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그들은 앞에 차려진 온갖 진미를 마음껏 먹었다.
배가 부르자 태명과 네스토르의 아들은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고 전차에 멍에를 씌운 후, 메넬라오스가 울려 퍼지는 현관과 문을 나서서 마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 메넬라오스가 오른손에 꿀에 절인 포도주가 담긴 금잔을 들고 그들 바로 뒤에서 달려와 떠나기 전에 제사를 지내자 하였다. 그는 그들 앞에 멈춰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이르되,
「얘들아, 행운을 빌어라. 네스토르에게 안부 전해다오. 우리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그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친절하였느니라.」
태명이 조심스럽게 이르되,
「예, 폐하. 그곳에 가면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로 돌아가 오지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나이다. 폐하의 너그러움과 친절에 걸맞은 행운이 저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오른쪽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개는 발톱에 커다란 흰 거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당에서 잡은 온순한 거위였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거위는 소년들 옆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말들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이 먼저 입을 열되,
「나의 주군이시여,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이것은 어떤 신이 우리에게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니면 왕께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레스의 총애를 받는 메넬라오스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때 헬렌이 먼저 말을 가로막되,
「자, 잘 들으소서. 제가 예언을 하나 하겠나이다. 신들이 제 마음에 심어 주신 말씀이며, 저는 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나이다. 독수리가 새끼와 부모가 있는 산에서 날아와 길들여진 거위를 낚아채 갔듯이, 오랫동안 떠나 많은 고난을 겪었던 오지수가 돌아와 복수할 것이옵니다. 사실, 그는 이미 집에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파멸을 심고 있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천둥의 상제께서 당신의 예언을 즉시 이루어 주시기를.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는 여신에게 절하듯 당신에게 경배하겠나이다.」
그는 말들을 채찍질하여 마을 중심부를 지나 넓은 평원으로 질주하게 하였다. 온종일 마구가 덜컹거리며 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들은 오르틸로코스의 아들이자 알페우스의 손자인 디오클레스의 고향 페라이에 도착하였다. 디오클레스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붉은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그들은 말에 멍에를 메고 전차에 올라타 웅장한 현관과 성문을 나서 출발하였다. 말들은 채찍에 힘차게 달려갔다. 곧 그들은 바위투성이의 도시 필성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에게 물었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겠나이까. 우리 아버지들이 대대로 친구였고, 우리도 동갑내기인데다가 이번 여행으로 더욱 가까워졌나이다. 제 배를 더 이상 끌고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노인이 저를 불러들여 손님으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에 남겨 주소서.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빨리 가야 하나이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들을 배로 돌려 바닷가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서 그는 메넬라오스가 준 값비싼 선물과 옷, 금을 꺼내 배의 선미에 싣고 태명에게 이르되,
「서둘러라. 지금 당장 승선하라. 내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너희가 여기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전에 선원들도 모두 태우고 가라. 아버지를 잘 알아라. 고집이 세시거든. 너희를 보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를 데리러 오실 것이고, 너희 없이는 절대 떠나지 않으실 것이다. 몹시 화를 내실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들에게 박차를 가하였다. 긴 갈기를 휘날리며 말들은 필성 성채를 향해 질주하였다. 태명이 명령하되,
「친구들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에 올라타자. 이제 출발하자.」
그들은 재빨리 순종하여 배의 벤치에 앉았다. 그가 지혜의 여신에게 기도와 제물을 바치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르고스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한 외국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예언자였으며, 한때 양의 땅인 필성에 살았던 멜람푸스의 후손이었다. 멜람푸스는 부유하였고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교만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인 넬레우스에게서 도망쳐 집을 떠났다. 넬레우스는 멜람푸스가 필라쿠스의 집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빼앗았다. 복수의 여신이 멜람푸스에게 넬레우스의 딸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니라. 멜람푸스는 간신히 탈출하여 소떼를 몰고 필라쿠스에서 필성로 향하였다. 그는 넬레우스가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를 하고, 그 여자를 형의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맞이한 후, 말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아르고스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니라. 그는 두 명의 강인한 아들, 만티우스와 안티파테스를 두었는데, 안티파테스는 영웅 오이클레스의 아버지였고, 오이클레스의 아들은 전쟁 영웅 암피아라오스였다. 아이기스를 든 상제와 아폴론은 그를 진심으로 숭배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테베에서 살해당하여 장수하지 못하였다. 그는 두 아들, 암필로코스와 알크마이온을 두었다. 만티우스의 아들은 클리투스와 폴리페이데스였다. 클리투스는 너무나 잘생겨서 새벽의 신에게 데려가졌고, 폴리페이데스는 암피아라우스가 죽은 후 아폴론이 인간 중 최고의 예언 능력을 부여한 인물이었다. 이 예언자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히페리시아로 이주하였고, 거기서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었다. 태명이 포도주를 따르며 신들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은 그의 아들 테오클리메누스였다.
낯선 이가 이르되,
「친구여, 자네가 제물을 바치고 있는 것을 보았네. 종교와 신들, 그리고 자네와 자네 부하들의 목숨을 걸고 간청하건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 부모는 누구인가. 자네 고향은 어디인가.」
태명이 대답하되,
「낯선 이방인이여, 자네를 위해 말하겠네. 나는 이탁도 출신이네. 내 아버지는 오지수였네. 그는 살아 있었으나, 지금쯤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 것이네. 내가 이 배와 선원들을 얻은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네. 나는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였네.」
그러자 낯선 사람이 대답하되,
「저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저는 제 부족 사람을 죽였고, 아르고스에 영향력 있는 형제와 친척들이 많아서 도망 다니고 있나이다. 그들이 저를 죽이려 하나이다. 저는 이제 집 없는 신세가 되었나이다. 그러나 제발, 저를 당신 배에 태워 주소서.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신께 왔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쫓고 있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좋소. 우리 배에 함께 타시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 당신은 우리의 손님이오.」
그는 낯선 사람의 창을 빼앗아 갑판에 놓고는 자신도 배에 올라 선미에 앉았다. 그리고 손님도 선미에 앉도록 하였다. 그들은 밧줄을 풀었다. 태명은 선원들에게 돛대를 잡으라 명령하였고, 그들은 즉시 복종하여 나무 돛대를 세우고 소켓에 고정시킨 다음, 앞돛줄로 묶고 가죽 밧줄로 흰 돛을 올렸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은 맑은 하늘을 가르는 거센 바람을 보내 순풍을 불어넣었다. 배는 크루니와 아름다운 칼키스 강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고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상제가 불어 준 바람에 힘입어 배는 파이아를 지나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유명한 엘리스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바늘섬을 향해 나아갔으나, 여전히 죽음을 확신할 수 없었느니라.
한편, 오지수는 오두막 안에서 고귀한 돼지치기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오지수는 돼지치기가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줄지, 농장에 머물도록 권할지, 아니면 마을로 보낼지 시험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잘 들어라. 그리고 너희 모두 잘 들어라. 새벽에 마을로 가서 구걸할 생각이다. 너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아니하다. 길 안내와 나와 함께 갈 안내자만 있으면 된다. 나는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실 것과 빵 조각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오지수 왕의 집에 도착하면 연로비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권력 있는 구혼자들과 어울릴 생각이다. 그들이 풍족한 창고에서 나에게 음식을 좀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당장 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나는 그럴 능력이 있다. 은혜를 베풀고 모든 인간의 노동을 영광스럽게 하는 신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나에게 모든 가사일에 비할 데 없는 솜씨를 주었다. 불을 피우고, 장작을 패고, 고기를 썰고 굽고, 포도주를 따르는 것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섬기기 위해 하는 모든 허드렛일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우마이오스는 화를 내며 이르되,
「안 됩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시나이까. 그 구혼자 무리 사이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당신은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공격성은 철과 하늘까지 닿을 정도이옵니다. 게다가 그들을 시중드는 자들은 당신과는 다르나이다. 그들은 잘 차려입고, 윤이 나는 깨끗한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옵니다. 윤이 나는 탁자 위에 빵과 포도주와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시중들고 있나이다. 여기 머무르소서. 아무도 당신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아니하나이다. 저도,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오지수의 아들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장포와 튜닉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옵니다.」
고통에 익숙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상제께서 저처럼 당신을 사랑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당신께서 저를 방랑의 고통에서 구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은 집 없는 삶이옵니다. 우리는 극심한 굶주림 때문에 이 삶을 견뎌야만 하나이다. 집 없는 이방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젊은 주인님을 기다리라 하셨으니, 오지수의 부모님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의 아버지는 떠날 때 노년에 접어드셨는데, 아직 살아 계시나이까. 아니면 돌아가셨나이까.」
그가 대답하되,
「나그네여, 진실을 말하겠나이다. 라에르테스는 살아 있으나, 늘 상제에게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고 있나이다.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너무나 괴로워 제때보다 일찍 늙어 버렸나이다. 아내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나이다. 어떤 친구에게도 그런 죽음을 바라지 아니하나이다. 유명한 영웅인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서 말이다. 살아생전, 슬픔 속에서도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나이다. 그녀는 막내딸이자 강하고 예쁜 크티메네와 함께 나를 키웠나이다. 그녀는 우리 둘을 함께 키우면서 나를 거의 동등하게, 다만 조금 덜 존중해 주었나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자, 그들은 크티메네를 거액의 지참금을 받고 사메로 보냈나이다. 어머니는 내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입히고 샌들을 신겨 시골로 보냈나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였나이다. 나는 두 사람 모두 그립나이다. 신들이 나를 이렇게 만드셨나이다. 이곳에서의 사업이 번창하여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였고 손님들에게도 대접할 수 있었나이다. 그러나 주인님에 대한 좋은 소식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침략자들 때문에 집이 폐허가 되었다 하나이다. 주인님의 모든 노비들은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문을 듣고, 음식을 나눠 먹고, 밭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 노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외치되,
「에우마이오스여. 네가 집과 부모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끌려갔을 때 얼마나 어린아이였단 말인가.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그들이 살던 도시가 약탈당했단 말인가. 아니면 네가 홀로 양이나 소를 치고 있을 때 산적들이 너를 발견했단 말인가. 그들이 너를 붙잡아 배에 태운 다음, 이 사람의 집에서 값싸게 팔았단 말인가.」
돼지치기가 그에게 대답하되,
「나그네여, 이렇게 물으셨으니 들어보소서. 조용히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제 이야기를 즐기소서. 이 밤들은 마법과 같나이다. 잠도 잘 자고 이야기도 들을 시간이 충분하니까요. 너무 일찍 주무실 필요는 없나이다. 건강에 좋지 아니하나이다. 잠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라면 가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주인의 돼지를 치러 가야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당신과 저는 제 오두막에 앉아 음식과 포도주를 나누며 서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나누도록 합시다. 오랜 세월 고통과 집을 떠나 살아온 사람은 슬픔을 즐길 수도 있나이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시리아라는 섬이 있나이다. 태양이 오르티기아 위에서 도는 곳이지요. 주민은 적으나 양과 포도주와 곡식이 풍부한 좋은 땅이옵니다. 그곳 사람들은 기근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늙어가고, 아림 여신은 그들의 부드러운 화살을 통해 그들을 보살피나이다. 은빛 활을 가진 아로왕 신이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였나이다. 땅은 두 개의 지방으로 나뉘었고, 나의 아버지 크테시우스는 두 지방 모두의 왕이었나이다. 그때 탐욕스러운 상인들이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페니키아인으로,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들이었고, 검은 배에는 엄청난 보물이 가득 실려 있었나이다. 나의 아버지 집에는 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이 있었는데,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 재주가 뛰어났나이다. 그 교활한 악당들은 그녀를 속였나이다. 그중 한 명이 먼저 배 옆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와 동침하였나이다. 성욕은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나이다. 아무리 훌륭한 여자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어디 출신이고 누구인지 물었나이다. 그녀는 그에게 나의 아버지 궁전을 보여 주며 이르되, 『저는 청동이 풍부한 시돈 출신이옵니다. 저는 부유한 아리바스의 딸이옵니다. 어느 날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타피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이 남자의 집으로 끌려와 거액을 받고 팔렸나이다.』 그녀의 비밀 연인이 이르되, 『그렇다면 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옵니까. 우리와 함께 부모님과 멋진 집을 다시 뵙고 싶지 않으시옵니까. 그분들은 살아 계시고 지금은 꽤 부유하시옵니다.』 여자가 이르되, 『오, 물론이옵니다. 모든 선원들이 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 맹세한다면요.』 그러자 그들은 여자가 부탁한 대로 맹세하고 엄숙히 서약하였나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르되, 『여러분은 입을 다물어야 하고, 길가나 분수대에서 저를 마주치더라도 말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집에 계신 노인에게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그러면 노인이 의심하고 저를 묶어놓고 여러분을 죽이려고 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명심하고,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소서. 배에 집으로 가져갈 물건이 가득 차면 저에게 빨리 소식을 전해주소서. 저도 금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재산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그리고 배삯으로 줄 선물도 하나 더 있나이다. 저는 주인님의 영리한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 아이는 항상 저와 함께 밖에서 뛰어다니나이다. 그 아이를 배에 태우면 꽤 비싼 값에 팔릴 것이옵니다. 외국인들이라고 하였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궁궐로 돌아갔나이다. 그들은 일 년 동안 우리와 함께 머물면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배의 화물칸을 가득 채웠나이다. 떠날 때가 되자, 그들은 아버지 집에 있는 여자에게 알리기 위해 사람을 보냈나이다.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나이다. 그는 호박 구슬이 꿰어진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궁궐의 노비 소녀들과 어머니는 그것을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며 얼마인지 묻기 시작하였나이다. 그는 여자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로 돌아갔나이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앞마당으로 데리고 나갔나이다. 거기서 연회를 마치고 회의를 하러 간 아버지 부하들이 탁자에 남겨 둔 컵 몇 개를 발견하였나이다. 그들은 토론을 하고 있었나이다. 어머니는 컵 세 개를 가져다가 옷 속에 숨기고 가지고 나갔나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뒤따라갔나이다. 해가 지자 우리는 어두운 거리를 서둘러 항구로 향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빠른 페니키아 배가 있었나이다. 모두 배에 올랐나이다. 우리도 배에 태워 주고는 파도를 넘어 항해를 시작하였나이다. 상제께서 순풍을 보내 주셨지요. 이레 동안 항해를 하다가 여덟째 날에 아림가 그 여자를 화살로 맞혔나이다. 그녀는 갈매기처럼 배의 선창에 부딪혔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와 물개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는 그곳에 남겨져 상심하였나이다. 해류가 그들을 이탁도로 실어 날랐고, 라에르테스가 그의 재산으로 저를 사 왔나이다. 그렇게 저는 이 땅을 처음 보게 되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의 고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구나. 그러나 결국 상제께서 당신을 축복하셨으니,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당신은 친절한 사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풍족하게 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은 편안하구나. 그러나 저는 아직도 길을 잃었나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마을을 헤매고 다녔나이다.」
이렇게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고, 잠시 눈을 붙였다. 곧 새벽이 밝아왔다.
한편, 태명은 육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부하들은 재빨리 돛을 내리고 돛대를 내린 후 노를 저어 정박지로 향하였다. 그들은 닻줄을 던지고 배의 선미에서 밧줄을 묶은 다음, 파도를 헤치고 배에서 내려 해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붉은 포도주를 섞어 저녁을 차렸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소년은 현명하게 이르되,
「여러분은 배를 마을 쪽으로 끌고 가시고, 저는 제 영지의 들판에 있는 목동들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그리고 저녁에 마을로 돌아오겠나이다. 새벽에 여러분을 위해 고기와 포도주로 잔치를 베풀겠나이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까, 얘야. 누구의 집으로 가야 할까. 이 땅을 다스리는 자들의 집으로. 아니면 바로 네 어머니 댁으로 가야 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평소 같으면 당신을 초대하였을 것이옵니다. 우리는 좋은 주인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는 게 좋겠나이다. 저는 집에 없을 것이고, 어머니도 당신을 만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위층에서 베틀에서 베를 짜고 계시는데, 구혼자들이 자신을 보는 걸 원치 않으시거든요. 그러니 다른 사람 집으로 가시는 게 좋겠나이다. 솜씨 좋은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의 집으로요. 이탁도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여기나이다. 그는 가장 유력한 구혼자이고, 제 어머니와 결혼해서 오지수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 가장 열심이옵니다. 상제만이 미래를 아시지요. 에우리마코스는 결혼 전에 끔찍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의 전령인 매였다. 매는 발톱으로 비둘기를 움켜쥐었고, 깃털이 배와 어린 태명 사이로 흩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그를 따로 불러 손을 잡고 이르되,
「태명이여. 어떤 신이 이 새를 당신의 오른손에 날리도록 보냈소. 나는 이것이 징조임을 즉시 알아차렸소. 이탁도 전체에서 당신 가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가문은 없소. 당신들은 영원히 왕이 될 것이오.」
그가 대답하되,
「오, 낯선 이여. 당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제 우정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그러면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감명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충실한 부하에게 이르되,
「피레우스여, 당신은 나와 함께 필성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나이다. 이 낯선 이를 당신의 집에 데려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친절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소서.」
피레우스가 대답하되,
「당신이 얼마나 오래 떠나 계시든 제가 그를 돌보겠나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배에 올라타서 선원들에게도 올라와서 밧줄을 풀라 말하였다. 그들은 그대로 하고 벤치에 앉았다. 그러자 태명은 샌들을 신고 갑판에서 날카로운 청동 창을 꺼냈다. 사람들은 밧줄을 풀고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 명령한 대로 마을을 향해 배를 저었다. 소년은 농장 마당에 도착할 때까지 빠르게 걸었다.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돼지가 있었고, 주인을 도울 줄 아는 돼지치기가 그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느니라.
==제16권 부자상봉==
새벽녘에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아침을 차리고 불을 지핀 다음, 몰아 놓은 돼지들을 데리고 목동들을 내보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 짖어대던 개들이 태명을 보자 조용해졌다. 오히려 그에게 헐떡거렸다. 오지수는 개들의 행동을 보고 발소리가 들리자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누군가 오는 게 틀림없다. 친구인지 아는 사람인지. 개들이 짖지도 아니하고 친근하게 구는 걸 보니 발소리가 들리는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성문 안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돼지치기는 벌떡 일어나 포도주를 섞던 잔을 떨어뜨려 포도주가 쏟아졌다. 그는 주인에게 달려가 얼굴과 빛나는 눈, 두 손에 입맞추고 울었다. 마치 십 년 동안의 슬픔 끝에 타지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외아들, 가장 소중한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태명을 껴안고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입맞춤을 하였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 그는 이르되,
「사랑하는 내 아들아. 태명아, 네가 돌아왔구나. 네가 필성로 떠난 후로는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들어오렴.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구나. 들어오렴. 너는 우리 같은 목동들을 보러 시골에 자주 오지 않잖아. 너는 도시에 남아서 그 악랄한 구혼자 무리를 감시하곤 하지.」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할아버지여, 예, 들어가겠나이다. 직접 뵙고 어머니께서 아직 집에 계신지, 아니면 다른 남자와 결혼하셨는지, 오지수의 침대가 거미줄로 뒤덮여 텅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나이다.」
돼지치기이자 지휘관인 그가 이르되,
「정말이로다, 어머니의 마음은 변치 아니한다. 어머니는 네 집에 계시면서 밤낮으로 슬퍼하고 계신다.」
그는 태명의 칼을 받아 들었다. 소년은 돌로 된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리를 권하였으나, 태명은 거절하며 이르되,
「낯선 분이시여, 거기 앉으소서. 저는 제 오두막 근처에서 의자를 찾을 수 있나이다. 노비가 도와줄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돌아가서 다시 앉았다. 돼지치기는 태명이 앉을 수 있도록 땔감과 양털을 깔아 주었다. 그는 바구니에 빵을 담고 전날 남은 고기를 가져왔다. 그는 나무 그릇에 포도주를 섞어 오지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배를 채운 후, 태명은 고귀한 돼지치기에게 돌아서 이르되,
「할아버지여, 이 낯선 사람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뱃사람들이 어떤 길로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그는 분명 이탁도까지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얘야, 내가 말해 주겠다. 그는 크레타 섬 출신이다. 그는 여러 마을을 헤매다 길을 잃었다 하는데, 어떤 신이 그의 운명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데려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나와 내 농장에 도착하였다. 그는 네게 간청하는 자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대하면 된다.」
태명이 걱정스럽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이 전하는 이 소식은 저에게 큰 걱정거리이옵니다. 어떻게 그를 제 집에 초대할 수 있겠나이까. 저는 아직 어려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주먹으로 맞서 싸울 수 없나이다. 어머니는 저와 함께 남아 남편의 침실과 소문에 휘둘리지 아니하고 집안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구혼자 중 누구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값비싼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나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당신 집에 왔으니, 제가 그에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 신발을 입히고 칼도 주고, 길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당신이 괜찮으시다면 그를 이 농가에 머물게 해 주시고 잘 보살펴 주소서. 제가 당신에게 옷과 음식을 보내 드릴 테니 그가 다른 남자들이나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구혼자들을 만나러 보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너무 폭력적이옵니다. 그들이 그를 학대한다면 저는 너무나 수치스러울 것이옵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는 없다. 너무 많거든.」
그러자 오지수는 좌절감에 휩싸여 이르되,
「친구여, 당신의 집에서 구혼자들이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듣고 나니, 내가 나서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하나이다. 정말 가슴이 아프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옵니다. 말해 보소서,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기로 선택하였나이까. 이탁도 사람들이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당신에게 등을 돌린 것이옵니까. 아니면 갈등이 닥쳤을 때 마땅히 당신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할 형제들을 탓하는 것이옵니까. 내게도 의지에 걸맞은 젊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가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었다면, 혹은 그 자신이 방랑 끝에 돌아온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직 희망은 있나이다. 오지수의 궁전에 들어가는 순간, 누가 내 목을 베더라도 나는 그들을 없애 버릴 것이옵니다. 설령 내가 진다 해도,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나 혼자서는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집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범죄들을 보고만 있겠나이까. 낯선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노비 소녀들이 끌려다니며, 내 아름다운 집에서 강간당하고, 남자들이 포도주와 빵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을. 이런 일들을 위해. 기다림의 게임이여.」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나그네여,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 사람들은 제 적이 아니며, 제가 탓할 형제도 없나이다. 상제께서 우리 가문에 단 하나의 혈통을 주셨나이다. 아르케시우스에게는 아들 라에르테스 하나뿐이었고, 라에르테스에게는 외아들 오지수가 있었으며, 오지수에게는 외아들 제가 있었나이다. 그는 저를 고향에 남겨 두고 떠났나이다. 저를 얻지 못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인한 침략자들이 득세하고 있나이다. 사메 섬과 둘리키움 섬,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섬, 그리고 바위투성이 이탁도 섬의 지배자들까지, 모든 섬에서 가장 강인한 자들이 어머니께 구혼하러 와서 제 재산을 탕진하고 있나이다. 어머니는 끔찍한 재혼을 거부하지도, 끝낼 수도 없나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제 집안 살림을 해치고 있으며, 곧 저마저 해칠지도 모르나이다. 이런 일은 신들의 몫이옵니다. 할아버지여, 이제 서둘러 왕비께 가서 제가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해 주소서.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나이다. 왕비께만 전해 주소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마시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알겠소.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불쌍한 라에르테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겠소. 한동안 그는 오지수를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내키면 밭을 지키고 노비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곤 하였소. 그런데 당신의 배가 필성로 떠난 후로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아니하고 밭을 살피러 가지도 않는다 하더오. 뼈만 남을 정도로 늙어서 울고불고 있다 하더오.」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로군. 그러나 안 된다. 그를 내버려 두시오. 만일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 첫 번째 소원은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오. 어머니께 전할 말씀을 전하고 서둘러 돌아가시오. 그리고 그를 찾아 시골을 헤매지 마시오. 어머니께 비밀리에 소녀를 보내 늙은 라에르테스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라 전해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발 끈을 묶고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혜의 여신은 그가 마당을 나서는 것을 보고 키가 크고 능숙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섰다. 오지수는 오두막 입구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태명은 볼 수 없었다.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개들은 그녀를 보았으나 짖지 아니하였다. 두려움에 떨며 낑낑거리며 방 건너편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혜의 여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수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담을 넘어 나와 그녀 옆에 섰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위대한 전략가 오지수여, 이제 당신의 아들이 진실을 알 때가 되었나이다. 두 사람은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치할지 함께 계획해야 하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을로 가소서. 저도 곧 그곳에서 당신들을 만나겠나이다. 사실 저는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만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고, 키를 더 크게 하고 젊어 보이게 하였다. 그의 피부는 그을리고 볼살이 통통해졌으며 턱에는 짙은 수염이 자랐다. 그렇게 지혜의 여신의 마법이 끝나고 그녀는 날아갔다. 오지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혹시 신일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낯선 분이시여, 전과는 너무나 다르시나이다. 옷도, 피부도…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틀림없나이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제물을 바치고 황금 보물을 드리겠나이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오랜 고통을 겪어 온 오지수가 대답하되,
「나는 신이 아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느냐. 나는 네 아버지, 네가 슬퍼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잔인한 자들이 너를 그토록 괴롭히는 것은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입맞추고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그는 그때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그가 정말 아버지인지 믿지 못하고 이르되,
「아니에요, 당신은 제 아버지 오지수가 아니에요. 어떤 신이 저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마법을 걸었을 거예요. 필멸의 인간은 자신의 지혜로 늙었다가 다시 젊어질 수는 없어요. 어떤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쉽게 해내지 않는 한 말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분명히 늙었고, 그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처럼 보이시네요.」
교활한 오지수는 날카롭게 이르되,
「아니, 태명아, 네 아버지를 보고 놀라지 마라. 바로 나다. 다른 사람이 오는 게 아니다. 나는 오지수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길을 잃었으나, 이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은 지혜의 여신의 솜씨다. 여신은 마음대로 나를 변신시킬 수 있다. 때로는 집 없는 거지로, 때로는 왕자의 옷을 입은 젊은이로 만들기도 한다. 천상의 신들에게는 필멸의 인간을 아름답게 하거나 추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명은 아버지를 껴안고 울었다. 두 사람은 깊은 슬픔에 잠겨 사냥꾼에게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를 빼앗긴 독수리나 콘도르처럼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그만큼 서럽게 울었다. 그들의 슬픔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을 터인데, 그때 갑자기 태명이 이르되,
「아버지여, 선원들이 어떤 길로 아버지를 이탁도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아버지가 걸어서 오신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들아, 모든 것을 말해 주겠다. 항해술로 유명한 페아키아인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언제나 손님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들의 배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고, 그들은 나를 이탁도에 내려놓았다.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금과 청동, 그리고 옷가지와 같은 귀한 선물들을 가져왔는데, 신들의 뜻에 따라 그것들은 동굴에 보관되어 있다. 지혜의 여신은 내게 이곳에 와서 너와 함께 적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우라 말씀하셨다. 구혼자는 몇 명이나 되느냐.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총명하기로 유명하니, 우리 둘이서만 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지 알아내겠다.」
태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르되,
「아버지여, 저는 항상 아버지께서 창술과 책략에 능하시다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그러나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과하시나이다. 우리 둘이서 저렇게 강하고 많은 사람들과 싸울 수는 없나이다. 몇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나 되나이다. 구혼자들의 수를 빨리 알려 드리겠나이다. 둘리키움에서 온 쉰두 명은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고, 여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왔나이다. 사메에서 온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 온 스무 명, 그리고 바로 이 이탁도에서 온 열두 명은 모두 건장한 젊은이들이옵니다. 그들에게는 메돈이라는 하인과 시인 한 명, 그리고 고기를 잘 써는 노비 두 명이 동행하나이다. 만일 그 많은 남자들이 집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을 때 공격한다면, 당신은 그들의 폭력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옵니다. 좀 더 생각해 보소서. 우리를 위해 싸워 줄 조력자를 찾을 수 있나이까.」
오지수가 이르되,
「지혜의 여신과 그녀의 아버지 상제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도움이 필요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당신이 언급한 신들은 훌륭한 수호자이옵니다. 그들은 구름 높은 곳에 앉아 인간과 신 모두를 다스리나이다.」
노련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저 두 사람은 우리가 구혼자들과 싸우기 시작할 때, 즉 내 집에서 전쟁의 신이 우리와 그들의 전투력을 시험할 때,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것이다. 새벽에 돌아가서 그 오만한 젊은이들과 합류해라. 돼지치기가 나를 마을까지 호위할 것이다. 나는 다시 거지처럼 보일 것이다. 만일 그들이 나를 학대하고 네가 내가 고통받는 것을 보더라도, 그들이 나에게 무기를 던지고 발을 잡아 밖으로 내던지더라도, 너는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화를 내지 마라. 정중하게 그들에게 이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 말해라. 그들은 네 말을 무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파멸의 날이 가까워졌다. 이제 잘 들어라. 나의 가장 든든한 공모자인 지혜의 여신이 내 심장을 톡톡 두드릴 것이고, 나는 너에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다음 집에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찾아 위층 창고에 숨겨 두어라. 그리고 구혼자들이 물으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고는 이렇게 둘러대라. 『그들은 불 근처에 있어서 연기 때문에 상하고 있었으니 옮겨 놓았을 뿐입니다. 오지수가 토래성으로 떠나기 전의 광채를 잃어가고 있었거든요. 상제 신이시여, 제가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당신들이 술에 취하면 싸우고 서로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멋진 저녁 식사와 구애가 망쳐질 겁니다. 무기는 사람을 무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라. 그리고 우리 둘이서 잽싸게 공격하기 전에 챙길 수 있도록 칼 두 자루, 창 두 자루, 두꺼운 방패 두 개를 남겨 두어라. 지혜의 여신이 그들을 홀릴 것이고, 영리한 상제가 도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나의 친아들이라면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라. 라에르테스와 돼지치기, 여종들, 심지어 연로비조차도 여자들의 태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알아서는 안 된다. 또한 시험해 봐야 한다. 남자 노비들을 살펴보고, 누가 마음속으로 나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누가 당신을 마땅히 존경해야 할 만큼 우러러보는지 알아보거라.」
그의 빛나는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여, 곧 제 용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저는 강인하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그동안 구혼자들은 아버지 집에 앉아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며 재산을 탕진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소서. 여자들에 대해서는, 누가 순결하고 누가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나이다. 그러나 남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이다. 상제께서 징조를 보여 주시면 나중에 해도 되나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하였느니라. 그때 태명이 필성로 갔던 배가 이탁도 중심 도시의 만에 정박하였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배를 해안으로 끌어올렸다. 노비들은 값비싼 선물과 무기를 꺼내 클리티우스의 집으로 가져갔다. 전령이 왕비에게 태명이 이탁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혹시라도 왕비가 아들 때문에 걱정하며 울고 있을까 봐 배를 끌어와 마을로 와야 한다 말했다고 하였다. 돼지치기와 전령은 같은 임무를 띠고 왕비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여종들이 전령 주위에 모여들었다. 전령이 이르되,
「위대한 왕비님,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오셨나이다.」
그리고 돼지치기는 왕비를 따로 데리고 가서 아들이 전하라 한 말을 전하였다. 말을 마치자 돼지치기는 홀을 지나 안뜰로 나가 자신의 돼지들에게로 갔다. 구혼자들은 마음이 상하고 낙담하였다.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 건방진 녀석의 여정이 성공하였소. 우리는 그가 실패할 것이라 확신하였소. 우리는 노 젓는 사람들을 태운 가장 좋은 배를 띄워 바다를 건너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당장 돌아오라 전해야겠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암피노무스가 항구 안에서 육지를 등지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하였다. 돛을 접고 선원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이르되,
「사신을 보낼 필요도 없소. 그들은 이미 돌아왔소. 어떤 신이 그들에게 알려 주었거나, 아니면 그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따라잡지 못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그들은 벌떡 일어나 해변으로 내려가 검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렸고, 하인들은 자랑스럽게 무기를 꺼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시장으로 몰려가 젊은이든 노인이든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나서 안타이노스가 그들에게 연설하되,
「정말 놀랍구나. 신들이 이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냈구나. 며칠 동안 우리 정찰병들은 바람 부는 절벽에서 교대로 감시하였느니라. 해가 지면 해안에서 밤을 지새우지 아니하고 태명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바다에서 매복하였느니라.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하였느니라. 그런데 어떤 신이 그를 집으로 데려왔느니라. 우리는 그를 죽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가 도망쳐서는 안 된다. 그는 우리의 속셈을 알고 있으니 살아남으면 우리의 구혼을 방해할 것이고, 음모를 꾸밀 것이다. 그러면 백성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태명이 백성들을 모을 것이다. 그는 격노할 것이고, 행동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어나서 우리가 그를 죽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말할 것이다. 백성들이 우리의 범죄를 알게 되면 우리를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다치거나 고향에서 쫓겨나 타국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 그를 시골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 혹은 길에서 잡자.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나눠 갖도록 하자.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모시고, 누구와 결혼하든 그 남자는 집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살려 두고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몰려와 그의 집 안의 재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선물을 보내며 그녀에게 구애해야 한다. 언젠가 그 아가씨는 결혼할 것이고, 가장 많은 선물을 보낸 남자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침묵하였다. 그때 니소스의 유명한 아들 암피노무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둘리키움의 밀밭과 목초지에서 왔다. 그는 총명하였고, 연로비는 다른 남자들보다 그의 말을 더 좋아하였다. 그는 현명하게 이르되,
「친구 여러분, 저는 태명을 죽일 생각이 없나이다. 왕족을 죽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옵니다. 그러니 먼저 신들의 뜻을 알아야 하나이다. 위대한 상제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직접 그를 죽이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동참을 촉구하겠나이다. 신들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가 말하자 그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일어서서 오지수의 집으로 돌아가 윤이 나는 의자에 앉았다. 연로비는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알게 되었으니 이 무례한 구혼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메돈이 그들의 계획을 엿듣고 그녀에게 알려 준 것이었다. 시녀들을 곁에 두고 그녀는 아래층 홀로 내려가 그들에게 다가가 문기둥 옆에 서서 얼굴에 베일을 썼다. 그녀는 안타이노스에게 이르되,
「당신은 짐승이다. 교활한 놈이다. 범죄자여. 사람들은 당신이 이탁도에서 당신 또래 중 가장 똑똑하다 말하나,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미쳤다. 어찌하여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 상제께서 지키시는 간청으로 맺어진 인연을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이냐. 당신의 아버지가 이탁도 사람들에게 쫓겨 도망쳐 왔다는 걸 잊었느냐. 이탁도 사람들은 그가 타포스의 해적들과 합류하고 우리의 동맹인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분노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그를 죽이고, 심장을 뜯어내고, 그의 재산을 빼앗으려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그를 보호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제 당신은 은인의 재산을 탐하고, 그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심지어 나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라. 그리고 다른 구혼자들도 그만두게 하라.」
그가 이르되,
「연로비여, 걱정하지 마소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소서. 내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의 아들을 해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옵니다. 맹세컨대, 만일 누군가 시도한다면 내 칼로 그의 피를 흘리게 할 것이옵니다. 당신의 도시를 약탈하던 남편은 종종 나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고기를 조금씩 먹여 주고 붉은 포도주를 마시게 해 주곤 하였나이다. 그래서 지금 태명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서 아무런 위험도 없나이다. 신들이 가져다주는 죽음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없나이다.」
그는 그녀를 달래려고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녀의 아들을 죽일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침실로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울었고, 지혜의 여신이 그녀에게 편안한 잠을 주었다.
저녁이 되자 돼지치기가 집으로 돌아와 오지수를 발견하였다. 그와 그의 아들은 일 년 된 돼지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 곁으로 와서 다시 한번 지팡이로 그를 건드려 초라하고 늙어 보이게 하였다. 돼지치기가 들어왔을 때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돼지치기가 연로비에게 비밀을 누설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니라.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태명이 먼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돌아왔구나. 마을 소식은 어떻지. 그 오만한 구혼자들이 매복에서 돌아와 내 집에 와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잡히려고 숨어 있는 건가.」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 질문을 하려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네. 나는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하고 돌아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당신의 부하 중 한 명, 전령이 나와 함께 갔는데, 그가 당신 어머니께 먼저 소식을 전하였다. 한 가지 더 본 것이 있다. 마을 바로 위 헤르메스 언덕을 지나갈 때, 사람들로 가득 차 방패와 창을 잔뜩 실은 배 한 척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자 태명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눈을 마주쳤다. 에우마이오스가 보지 못하게 숨긴 채였다. 요리가 끝나자 그들은 저녁 식사를 똑같이 나누어 먹었고,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느니라.
==제17권 모욕과 학대==
이에 갓 태어난 새벽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자,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멋진 샌들을 신고 손에 꼭 맞는 튼튼한 창을 들고 길을 나섰도다. 그는 돼지치기에게 이르되,
“할아버지여, 저는 어머니를 뵈러 마을에 가야 하나이다. 어머니를 뵙기 전까지 어머니는 계속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실 것 같나이다. 이제 할아버지께서 이 불쌍한 늙은이를 마을로 데려가 구걸하게 해 주셔야 하나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먹을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지금 모든 사람을 상대할 여유가 없나이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나이다. 그분이 화를 내시더라도 그건 그분의 문제일 뿐이니이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친구여, 나는 여기 머물고 싶지도 아니하니라. 거지들은 마을과 시골을 떠돌아다녀야 하느니라. 나는 자선가들에게서 음식을 얻어먹을 것이로다. 나는 너무 늙어서 감독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농부로 여기 머물 수 없느니라.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불 옆에서 몸을 녹이면 그 사람이 나를 데려갈 것이로다. 내게는 이 누더기 옷밖에 없느니라. 아침 서리가 내리면 죽을지도 모르느니라. 네가 말했듯이 마을은 멀도다.”
그러자 태명은 구혼자들을 혼내 줄 계획을 생각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도다. 왕궁에 도착하자 그는 창을 기둥에 기대어 놓고 돌로 된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느니라. 의자에 양털을 깔고 있던 유모 명숙이 그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도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었으며, 고집 센 오지수의 다른 여인들도 모여들어 태명의 머리와 어깨에 입맞추며 그를 환영하였느니라.
그때 현명한 연로비가 여신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와 사랑하는 아들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도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추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쏟아내되,
“태명아, 왔구나! 사랑스러운 아들아! 네가 아버지 소식을 듣기 위해 나에게 말도 없이 필성로 몰래 갔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느니라. 무슨 일을 보고 왔느냐?”
태명은 침착하게 이르되,
“어머니, 저를 화나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려 하지 마소서. 저는 위험에서 살아남았나이다.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소서. 그리고 시녀들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소서.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소서. 이제 저는 마을로 나가겠나이다. 이탁도에 저보다 바로 뒤에 도착한 낯선 사람을 초대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용감한 부하들과 함께 먼저 보냈고, 피레우스에게 그를 집으로 데려가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였나이다.”
그의 말은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도다. 어머니는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고 아낌없이 제물을 바치며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청하였느니라. 태명은 창을 들고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옆에 두고 홀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에게 신비로운 은총을 내리셨느니라. 모두가 그의 등장에 놀랐도다. 구혼자들은 주위에 모여들어 친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를 해치려는 속셈이었느니라.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피해 명토르와 안티푸스, 할리테르세스와 합류하였으니, 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도다. 그들은 그에게 자세히 질문하였느니라.
그때 피레우스가 테오클리메누스라는 낯선 사람을 데리고 마을 중심부로 다가왔도다. 태명은 즉시 길을 나서서 그 낯선 사람 곁에 섰으며, 피레우스가 먼저 입을 열되,
“태명이여, 여자들을 어서 내 집으로 보내소서. 면나수가 당신에게 준 선물을 돌려주겠나이다.”
그러나 태명은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피레우스여, 안 되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나이다. 만약 제 집에 있는 구혼자들이 몰래 저를 죽이고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 갖는다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당신이 선물을 받는 것을 더 원하나이다. 그리고 만약 제가 그들을 죽여 파멸을 가져온다면, 제게 선물을 가져다주소서. 그러면 우리 둘 다 행복할 것이니이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지친 나그네를 집으로 데려가 의자에 장포를 깔아 주었도다. 그들은 목욕하러 갔으며, 여종들이 그들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느니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의자에 앉았도다. 한 여종이 금 항아리를 가져와 은 그릇에 담긴 세숫대야에 그들의 손을 씻어 주었으며, 그녀는 그들 옆에 상을 차렸고, 한 겸손한 여종이 풍성한 음식을 가져왔느니라. 연로비는 태명을 마주 보고 문 옆 의자에 기대어 고운 양털을 잣고 있었도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마셨느니라.
그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던 연로비가 입을 열되,
“태명아, 이제 위층에 올라가 내 침대에 누워 쉬어야겠느니라. 오지수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떠난 후로 내 침대는 슬픔의 침대가 되어 항상 눈물로 얼룩져 있느니라. 그런데 당신은 아버지의 귀환 소식을 알아냈는지 말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구혼자들이 오기 전에 어서 말해 주소서.”
태명은 차분하게 대답하되,
“어머니,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는 네스토르 왕을 뵈러 필성에 갔나이다. 왕께서는 마치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 돌아온 아들처럼 저를 궁궐로 맞아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나이다. 친아들처럼 저를 아껴 주셨나이다. 그러나 왕께서는 오지수에 대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셨나이다. 그래서 저를 말과 마차를 타고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장군인 메넬라오스에게 보내셨나이다. 거기서 저는 헬레나를 만났나이다. 신들의 뜻에 따라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전쟁을 치르며 고통받았던 것이니이다. 메넬라오스가 제가 왜 영광스러운 사필성에 왔는지 묻자, 저는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셨나이다. ‘어리석은 겁쟁이들! 그들이 누우려는 자리는 진정으로 결연한 자의 것이로다. 마치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을 사나운 사자의 굴에 눕혀 놓고 풀을 뜯으러 비탈과 계곡으로 가는 것과 같으며,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잔인하게 새끼 사슴을 죽이는 것과 같도다. 두 어린아이들 말이로다. 오지수가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라. 아버지 상제, 지혜낭자, 아로왕께 기도하건대, 그가 오래전 레스보스 섬에서 필로메데스와 씨름하여 그를 땅에 내던지고 모든 그리스인들이 환호했던 때처럼 강하기를 바라노라. 그가 구혼자들과도 똑같이 싸워 그들의 구혼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나고 목숨도 빨리 잃게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고 저는 당신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늙은 바다의 신에게서 들은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는 그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았다고 하였나이다. 산령녀 립선이 그를 자신의 섬, 그녀의 집에 가두어 놓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는 넓은 바다를 건널 함대나 선원이 없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나이다. 유명한 면나수가 그렇게 말하였나이다. 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신들께서 순풍을 주셔서 저는 순조롭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나이다.’”
그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도다. 그때 신과 같은 테오클리메노스가 입을 열되,
“나의 부인,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시여, 이 소식은 불완전하나이다. 예언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겠나이다.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제가 온 곳, 위대한 오지수의 화롯가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는 이미 이탁도에 있나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오는 길일 것이니이다. 그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나이다. 제가 배에 앉아 있을 때 징조를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나이다. 태명에게도 이야기하였나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낯선 분이시여, 이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극진한 환대와 관대함을 베풀어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행운을 보게 할 것이니이다.”
한편, 오지수의 집 밖에서는 구혼자들이 평소처럼 밖에서 다트와 원반 던지기 게임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었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양 떼들이 목동들의 인도를 받으며 각 들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메돈이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이 가장 아끼는 노비 소년이었고, 구혼자들은 항상 그를 잔치에 데려왔도다.
“나리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소. 이제 안으로 들어오셔서 식사하시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소.”
그들은 그의 조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갔도다. 의자에 장포를 깔고 살찐 염소, 큰 숫양, 살찐 돼지 몇 마리,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소 한 마리를 잡아 잔치를 위해 요리하였느니라.
오지수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려고 서둘렀도다. 돼지치기는 위엄 있는 어조로 이르되,
“나그네여, 주인님께서 오늘 원하신다면 도시로 오셔도 된다고 하셨나이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여기 남아 농장을 지켜 주시기를 바랄 뿐이니이다. 그러나 주인님께서 저를 꾸짖으실까 봐 걱정되나이다. 주인의 꾸지람은 노비에게 무거운 짐이 되니까요. 이제 가야 하나이다. 시간이 늦었고 곧 추워질 것이니이다. 해가 지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알겠소. 이제 가자. 앞장서소. 그런데 지팡이가 있으면 내가 의지할 수 있도록 좀 주소. 길이 미끄럽다고 들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끈으로 가방을 어깨에 메었도다. 가방은 너덜너덜하고 구멍투성이였느니라. 에우마이오스는 그에게 쓸 만한 지팡이를 주었도다. 그들은 떠났고, 개들과 목동들은 농장을 지키기 위해 남았느니라. 돼지치기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 옷을 입은, 마치 가난한 늙은 거지처럼 보이는 주인을 마을로 안내하였도다.
그들은 돌길을 따라 걸어 마을 근처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화려한 샘에 도착하였느니라. 그 샘은 이타코스, 네리토스, 그리고 폴릭토르가 세운 것이었도다. 샘 주변에는 샘물의 양분을 받아 검은 포플러 나무들이 둥글게 자라 있었으며, 위쪽 바위에서는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렸느니라. 그 위에는 산령녀들을 기리는 제단이 세워져 있었으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산령녀들에게 제물을 바쳤도다.
돌리우스의 아들 말태수가 다른 두 명의 목동과 함께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에게 먹일 가장 좋은 염소들을 몰고 오고 있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그는 오지수를 격분시키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로 욕설을 퍼붓되,
“악당이 또 다른 악당을 이끌고 가는구나! 당연한 일이로다. 신들께서는 비슷한 것들을 짝짓기하게 하시니라. 이 더러운 돼지 인간아, 저 늙은 돼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사들에게 줄 선물도 없이 부스러기만 구걸하는 게으름뱅이 말이냐? 내 농장을 지키고 우리를 청소하고 새끼 돼지들에게 사료를 던져 주게 하면 유청이나 마시면서 뼈만 앙상한 다리를 살찌울 수 있을 터인데. 그러나 저놈은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탐욕스러운 배를 채울 음식을 구걸하는 것을 좋아하잖아. 내가 장담하노니, 저놈이 오지수의 궁전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머리에 의자를 던지고, 그를 집 안으로 내던져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이로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오지수를 지나쳐 엉덩이뼈를 걷어차려고 달려들었도다. 정말 어리석은 놈이로다! 오지수는 길에서 밀려나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어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귀를 잡아 땅에 내동댕이칠지 고민하였도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고 화를 억눌렀느니라. 돼지치기가 말태수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그는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도하되,
“오, 샘의 요정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오지수 왕께서 당신들을 위해 기름진 양고기와 염소고기 뼈를 가져오신 적이 있다면, 이제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신령들께서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 제 주인께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목동들 때문에 가축들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이 무례한 자의 허풍을 끝내실 것이니이다.”
염소지기 말태수는 그를 비웃으며 이르되,
“오, 아주 훌륭하도다! 이 개는 말도 할 줄 알고, 재주도 부렸구나. 언젠가 저 개를 배에 태워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팔아 보물을 잔뜩 얻어야겠도다. 내일 아폴론 신이 태명의 집에 은화살을 쏘거나, 구혼자들이 그를 죽였으면 좋겠구나. 오지수는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노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들을 떠났도다. 그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는 그들보다 앞서 달려갔느니라. 그는 주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총애하는 에우리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 사이에 앉았도다. 노비들이 그에게 고기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순종적인 하녀는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안으로 들어가 페미우스가 노래를 위해 조율하고 있는 리라의 울려 퍼지는 소리에 둘러싸여 서 있었도다. 오지수는 돼지치기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곳은 오지수의 웅장한 궁전이니이다. 수많은 궁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나이다. 방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안뜰은 처마 장식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튼튼한 이중문이 있나이다. 누구도 이곳을 뚫고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이나이다. 고기 냄새가 나고, 신들께서 잔치의 동반자로 삼으신 리라 소리가 들리니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맞나이다! 예리하시나이다.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하나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과 합류하시고, 저는 여기 밖에 남겠나이다. 아니면 기다리시고 제가 가겠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소서. 누군가 당신을 보면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매를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침착한 오지수가 이르되,
“그래, 그 생각도 하였느니라. 당신은 가시고 저는 여기 남겠느니라. 저는 전에도 많이 맞았느니라. 고난을 잘 아나이다. 저는 강인하니라. 전쟁도 겪었고,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러니 이대로 두겠느니라. 배고픔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니라. 굶주림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그 저주 때문에 우리가 거친 바다를 건너고 다른 민족을 약탈하는 것이로다.”
그들이 말하는 동안, 거기에 누워 있던 개 아르고스가 머리와 귀를 쫑긋 세웠도다. 오지수는 이 개를 훈련시켰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느니라. 그는 너무 일찍 신성한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니라. 주인이 떠나자, 소년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야생 염소와 사슴, 토끼를 사냥하러 나갔도다. 그러나 이제 아르고스는 주인도 없이, 노새와 소의 똥 더미 속에 방치되어 있었느니라. 노비들은 그 똥을 문 밖에 쌓아 두었다가 넓은 농장에 거름으로 썼도다. 그래서 아르고스는 더러운 채로, 벼룩으로 뒤덮인 채 누워 있었느니라. 오지수가 가까이 온 것을 알아차리자, 아르고스는 꼬리를 흔들고 두 귀를 뒤로 젖혔도다. 그는 너무 약해서 주인에게 다가갈 수 없었느니라. 멀리서 오지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닦고 감쪽같이 숨긴 채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 개가 똥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이상하구나. 그 개는 꽤 잘생겼으나, 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보기 좋게 키우는 애완견인지 알 수 없도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이 개는 타국에서 죽은 주인의 것이었나이다. 오지수가 그를 버리고 토래성으로 갔을 때처럼 건강했다면 얼마나 빠르고 용감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니이다. 숲속으로 사냥을 나가면 항상 먹이를 잡았나이다.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나이다. 그러나 주인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상태는 좋지 아니하나이다. 여자들은 그를 돌보지 아니하나이다. 주인이 지켜보지 않으면 노비들은 제 역할을 하려 하지 아니하나이다. 상제께서는 우리를 노비로 만드는 날 우리의 가치를 반으로 깎아내리시나이다.”
그렇게 돼지치기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귀족 구혼자들과 합류하였도다. 아르고스가 오지수를 본 지 이십 년이 흘렀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를 보게 된 순간이었느니라. 그때 갑자기 흑사병이 그를 덮쳤도다.
태명은 돼지치기가 오는 것을 먼저 보았으며, 고개를 끄덕여 오라고 하였느니라. 주위를 둘러보던 에우마이오스는 구혼자들의 고기를 자르던 소년이 쓰던 의자를 발견하였도다. 그는 의자를 집어 태명의 탁자 옆에 놓았으며, 거기에 앉았고, 노비 소년은 그에게 고기와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그때 오지수가 다가와 안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가난하고 슬픈 노인처럼 보였도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물푸레나무 문턱에 털썩 주저앉아 오래전에 일꾼이 다듬고 곧게 펴놓은 삼나무 문설주에 기대었느니라. 소년은 돼지치기를 불러 바구니에서 밀빵 하나와 손에 들 수 있는 만큼의 고기를 집어 들었으며, 그에게 음식을 주며 이르되,
“이 음식을 저 낯선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연회장을 돌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전해 주소서. 궁핍한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하나이다.”
돼지치기는 가서 오지수에게 이르되,
“태명이 당신에게 이 음식을 주면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하였나이다. 남에게 얻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한다고 하더이다.”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기도하되,
“오 상제시여, 이 태명을 축복하시고, 그의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하소서.”
오지수는 두 손으로 음식을 집어 낡고 해진 자루 위에 올려놓고 발치에 놓고 먹으며 연회장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었도다. 그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음악이 멈추고 구혼자들이 소리쳤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 곁에 서서 그에게 구혼자들 사이로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며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알아보라고 부추기셨도다. 비록 지혜낭자께서는 다가올 학살에서 누구도 구해낼 생각은 없으셨으나 말이로다.
오지수는 능숙한 거지처럼 손을 내밀며 좌우로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느니라. 사람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음식을 주었고,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였도다. 그들이 서로 묻자 염소지기 말태수가 이르되,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이 낯선 사람에 대해 제 말을 들어주소서. 저는 이 사람을 전에 본 적이 있나이다. 돼지치기가 데려온 사람이니이다. 저는 그 이상 아는 것이 없나이다. 그의 배경도 모르나이다.”
안태우는 돼지치기를 꾸짖기 시작하되,
“돼지치기여! 이 유명한 바보야! 왜 이 사람을 데려왔느냐? 이미 잔치를 망치러 오는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아니하느냐? 그들이 몰려들어 네 주인의 재산을 훔쳐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칫거리인데, 왜 이 사람까지 데려왔느냐?”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안태우여, 당신은 귀족이나 당신의 말은 헛소리이니이다. 백성을 도울 재능이 없는 이방인을 누가 초대하겠나이까? 예언자나 의사, 건축가, 아니면 노래로 기쁨을 줄 수 있는 시인 같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거지에게는 아무도 청하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배고픔만 가져올 뿐이니이다. 모든 구혼자 중에서 당신은 노비, 특히 저에게 가장 못되게 구는구나. 그러나 현명한 왕비와 신과 같은 왕자께서 여전히 이 집에 사신다면 저는 상관없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조용히 하라. 안태우는 대답할 가치도 없느니라. 그는 늘 시비를 걸고 남들을 자극하기만 하느니라.”
그러자 안태우에게로 돌아서서 이르되,
“아버지처럼 저를 너무나 잘 챙겨 주시는구나! 저 낯선 사람을 쫓아내라고 하셨지 아니한가! 신이시여,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소서! 가서 그에게 뭐라도 좀 주소서. 저는 음식을 나눠 줄 수 있나이다. 어서 가소서! 어머니나 아버지 소유의 다른 하인들은 신경 쓰지 마소서. 어차피 당신은 그들에게 관심도 없으셨지 아니한가. 당신은 남과 나누려는 게 아니라 자기 배만 채우려는 것이로다.”
안태우가 대답하되,
“잘난 척하는 녀석이구나! 심술궂은 성격이로다! 끔찍한 말을 하다니! 모든 구혼자들이 나처럼 음식을 준다면 이 집에서 그를 석 달 동안이나 가둬 둘 수 있겠도다!”
그는 식탁 밑에 발을 올려놓고 잔뜩 먹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발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휘둘렀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음식을 주어 거지 주머니를 채워 주었느니라. 오지수는 시험을 마쳤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문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도다. 대신 그는 안태우 곁에 서서 이르되,
“친구여, 내게 무엇을 좀 주소. 자네는 분명 모든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 것이오. 자네는 왕족처럼 생겼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겠소. 그러면 내가 자네를 온 세상에 알리겠소. 나는 한때 궁전을 가진 부자였소. 어디에서든 가난한 거지들이 찾아오면 신분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에게 음식을 주었소. 내 노비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재산도 많았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을 누렸소. 그러나 상제께서 모든 것을 파괴하셨소. 그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소. 그는 나를 부추겨 해적들과 함께 이집트로 가게 하셨소. 그 긴 여정이 내 파멸을 가져왔소. 나는 나일 강에 갤리선을 정박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였소. 그리고 모든 망루에 정찰병을 보냈소. 그러나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아름다운 이집트 들판을 약탈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잡아갔으며 남자들을 죽였소. 비명 소리가 마을까지 들렸소. 사람들이 듣고 도우러 달려왔소. 새벽이 되자 평원은 발굽으로 가득 찼소. 병사들과 말들, 그리고 번쩍이는 청동 무기들이었소. 그때 천둥을 사랑하는 상제께서 내 병사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셨소. 참혹한 공포였소.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했고, 사백 명 중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였소. 날카로운 청동 칼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다른 이들은 노비로 팔려갔소. 그러나 그들은 나를 만난 드메토르라는 키프로스 왕에게 넘겨 주었소. 나는 키프로스 출신이오. 이것이 내 비극적인 이야기이오.”
안태우가 대답하되,
“어떤 신이 이런 재앙을 내려 우리 잔치를 망쳤단 말인가? 저기서나 있어라, 내 식탁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 아니면 꺼져 버려라! 이집트에서 죽거나 키프로스에서 노비가 되든가! 뻔뻔스러운 거지 자식아! 우리에게 와서 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대접해 주는구나. 우리는 가진 것이 많고, 사람들은 남의 재산을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아니하느니라.”
재치 있는 오지수는 그에게서 물러서며 이르되,
“잘생긴 바보 같으니! 네 집에서 소금 한 알도 안 줄 주제에 남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 성대한 연회에서 빵 부스러기 하나 내게 주지 않겠다니!”
안태우는 격분하여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더 이상 못 참겠도다! 나를 모욕하다니? 품위 있게 떠날 기회를 놓쳤구나!”
그는 의자를 들어 오지수의 오른쪽 어깨, 등 쪽으로 던졌도다. 그러나 오지수는 쓰러지지 않고 돌처럼 굳어 서서 고개를 흔들며 말없이 복수를 생각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돌아가 문턱에 앉아 음식으로 가득 찬 자루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이르되,
“이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제가 할 말이 있나이다. 사람들이 소나 양 같은 자기 소유물을 위해 싸울 때는 상처를 입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이다. 그러나 안태우는 제가 배고픈 채로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저에게 상처를 입혔나이다. 굶주림은 인간에게 그토록 큰 고통을 가져다주나이다. 만약 가난한 자들의 신이나 복수의 여신이 있다면, 결혼 대신 그가 죽음으로 심판받기를 바라나이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입 다물거나 꺼져라! 계속 떠들면 우리 젊은이들이 네 손발을 잡고 궁궐을 끌고 다니며 산 채로 가죽을 벗길 것이로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안태우를 끈질기게 질책하되,
“가엾은 늙은 거지를 때려서는 안 됐소! 만약 그가 하늘에서 온 신으로 밝혀진다면 큰일 날 것이오! 신들께서는 누가 신성한 법을 어기는지, 누가 선한지 알아보기 위해 이방인이나 낯선 사람으로 변장해서 마을에 온단오하기도 한단오이오!”
안태우는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였도다. 그 일격은 태명의 마음속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으나,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복수를 생각하였도다.
연로비는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모든 노비들에게 이르되,
“아로왕 신이 안태우를 거지처럼 쏘아 죽이기를 바라네!”
그러자 늙은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소! 그들 중 누구도 새벽이 왕좌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오.”
연로비가 이르되,
“여보,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해요. 안태우가 제일 악랄해요. 그는 죽음과 같아요. 어떤 불쌍한 늙은 나그네가 궁핍해서 이 집에 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도와 자루를 채워 주었는데, 안태우가 그의 어깨에 발판을 던졌어요.”
그녀는 오지수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시녀들과 함께 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그러고 나서 돼지치기를 불렀느니라.
“에우마이오스여! 그 나그네를 내게 오게 하여 내가 그를 맞이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오지수에 대해 듣거나 본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하시오. 그 나그네는 먼 길을 온 것 같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폐하, 이 사람들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니이다. 저는 그를 사흘 밤낮으로 제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배에서 도망쳐 나와 제 집에 먼저 왔나이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는데,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나이다. 마치 신의 축복을 받아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가수처럼—사람들은 그가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보나이다—그의 이야기는 저를 매료시켰나이다. 그는 오지수와 자신이 조상 대대로 오랜 친구 사이라고 말하나이다. 그는 미노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살았는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험난한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하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아직 살아 있고, 이 근처 풍요로운 테스프로토스 땅에 있으며, 보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나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그를 불러 오소서. 그가 직접 내게 말하게 하소서. 구혼자들은 우리 집 안이나 문 앞에서 흥청망청 놀고 있소. 분위기가 아주 흥겹소. 그들의 집에는 맛보지 못한 음식과 포도주가 가득하고, 하인들은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소. 그러면서도 그들은 매일 우리 집에 몰려와 소, 양, 염소를 잡고 마음껏 잔치를 벌이며 우리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우리 재산은 텅 비었소. 오지수처럼 이 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여기 없소. 그러나 오지수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와 그의 아들은 곧 그들의 폭력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오.”
태명이 크게 재채기를 하자 그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도다. 연로비는 웃으며 에우마이오스에게 이르되,
“저 낯선 사람을 불러 오소서! 내 아들이 방금 내가 한 말에 재채기를 하였소. 들었소? 그건 모든 구혼자들에게 죽음의 징조요. 이제 아무도 그들을 파멸에서 구할 수 없소. 그러나 잘 들어 보소서. 만약 저 낯선 사람이 진실을 말한다면,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오지수 곁으로 가서 섰도다. 그의 말에는 날개가 달렸느니라.
“나리, 태명의 어머니인 연로비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남편에 대해 묻고 싶어 하시나이다. 만약 당신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한다면, 그녀는 알게 될 것이니, 옷을 얻게 될 것이오. 당신에게는 옷이 절실히 필요하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음식을 구걸할 수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당신에게 음식을 줄 것이오.”
강인한 의지의 오지수는 이렇게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연로비에게 곧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할 것이로다. 오지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니라. 우리도 고통을 함께 겪었으니 말이로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구혼자들 때문에 몹시 불안하니라. 그들의 공격성은 하늘을 깎아내리는 것 같도다. 방금 전에도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뭔가를 던져서 다쳤느니라. 태명도, 다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니 연로비에게 아무리 간절히 원하더라도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으라고 전해라. 해질녘이 되면 가까이 와서 불 옆에 앉아 남편의 귀향길에 대해 물어보라고 해라. 내 옷이 더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아니하느냐. 내가 도움을 청하러 처음 온 사람이 너였으니 말이로다.”
돼지치기는 돌아섰도다. 문턱을 넘자 날카로운 연로비가 이르되,
“그 여행자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오? 무슨 문제라도 있소? 너무 겁이 많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이오? 집 없는 사람이 그런 수치를 당할 수는 없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의 말은 상식적인 것이니이다. 그는 구혼자들을 피하고 싶어 하나이다. 그들은 공격적이니이다. 그는 해 질 때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라고 하나이다. 왕비님,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니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적어도 그 낯선 사람은 바보가 아니오. 저 사람들처럼 깡패 같은 놈들은 전에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하오.”
돼지치기는 구혼자 무리에게 돌아가 태명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였도다.
“친구여,” 그가 이르되, “나는 가서 돼지들과 당신의 모든 재산, 그리고 나의 재산을 지켜야 하나이다. 모든 것을 잘 돌보되,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지키소서. 다치지 마소서. 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우리를 해치기 전에 그들을 모두 없애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먼저 식사를 하고 가소서. 새벽에 먹을 동물을 가지고 돌아오소서. 나머지는 저와 신들에게 맡기겠나이다.”
그러자 에우마이오스는 의자에 앉아 먹고 마신 후,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 찬 궁전을 떠나 돼지들에게로 돌아갔도다. 이미 늦은 오후였고, 음악과 춤이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느니라.
==제18권 두 거지==
이에 이탁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이탁도는 탐욕으로 악명이 높았도다. 그는 끊임없이 먹고 마셔서 살은 쪘으나 허약하였고, 싸울 기력도 없었느니라. 그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지어 준 이름은 아르나이오스였으나, 젊은이들은 그를 심부름꾼이었기에 이루스라고 불렀도다.
이제 이 남자는 오지수를 그의 집에서 쫓아내려 하며 저주를 퍼붓되,
“저리 가라, 늙은이여! 나가거라! 그렇지 아니하면 발로 끌어내 버리리라! 구혼자들이 눈짓하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 보이지 아니하느냐? 이는 나에게 창피한 일이로다. 당장 너를 일으켜 세우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싸우리라!”
오지수는 그를 노려보며 이르되,
“어리석은 놈아! 나는 너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너를 험담한 것도 아니니라. 다른 거지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여 질투할 것도 없느니라. 그가 얼마나 많이 받든 상관없도다. 이 문은 우리 둘 다 지나갈 수 있느니라. 모든 재물을 독차지하지 말라. 네 것이 아니니라. 너도 나처럼 집 없는 사람 같구나. 신들께서는 모든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시느니라. 나를 자극하여 싸우게 하거나 화를 내게 하지 말라. 나는 늙었으나 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러면 내일은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니라. 너는 다시는 오지수의 궁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로다.”
방랑자 이루스는 격분하여 이르되,
“이 탐욕스러운 돼지 같은 놈이 마치 늙은 여인이 오븐을 닦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구나! 내가 저놈을 때려눕히고, 두 주먹으로 후려치고, 농부들이 농작물을 망치는 돼지의 어금니를 뽑아내듯이 이빨을 뽑아버리리라! 각오하라! 사람들이 지켜보게 놔두자. 어찌 감히 나보다 어린 놈과 싸움을 걸 생각을 하는 것이냐?”
궁궐 문턱에서 그들의 격렬한 적개심은 극에 달하였도다. 성스러운 군주 안태우는 싸움을 부추기며 껄껄 웃으며 구혼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처럼 멋진 구경거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처음이로다. 신이시여, 이 두 사람이 싸움을 벌일 태세로다. 자, 어서 부추겨 보자!”
그들은 모두 웃으며 벌떡 일어나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들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안태우가 그들에게 이르되,
“잘 들으라, 구혼자들아! 저녁 식사로 기름과 피를 가득 채운 염소 위를 불에 굽고 있느니라.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는 이것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가도록 하라. 그러면 그는 앞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식사할 수 있고, 우리는 다른 거지는 우리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리라.”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도다. 전략가 오지수는 그들을 속이며 이르되,
“친구들이여, 나처럼 늙고 고통에 지친 사람이 젊은이와 싸울 수는 없나이다. 굶주림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매를 맞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하나이다. 그러나 맹세코 이루스를 도와 나를 주먹으로 때려 패배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소서.”
모두 그의 말대로 맹세하였도다. 성스러운 왕자 태명이 이르되,
“손님, 당신의 용감한 마음이 이 도전자와 싸우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소서. 당신을 때리는 자는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니이다. 나는 당신의 주인이니이다.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도 현명하니 나와 같은 생각이니이다.”
모두 동의하였고, 오지수는 누더기 옷을 벗어 허리에 묶었도다. 그러자 우람한 허벅지와 어깨, 거대한 가슴과 튼튼한 팔이 드러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의 곁에 서서 백성의 목자로서의 자답게 그의 힘을 더해 주셨도다. 모든 구혼자들은 어안이 벙벙해하며 이르되,
“이는 이루스의 최후를 의미하는구나! 자업자득이로다! 저 늙은이의 누더기 아래에 숨겨진 근육이라니!”
이루스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으며, 그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도다. 그러나 하인들은 그에게 튜닉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라고 재촉하였으며, 그는 온몸을 떨었느니라. 안태우가 이르되,
“하하, 잘난 척하는구나! 고통에 지친 늙은이를 그렇게 두려워하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만약 저 자가 너를 이겨서 자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너를 배에 태워 그리스 본토의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버리리라. 그는 무자비한 청동으로 네 코와 귀를 자르고, 그다음엔 네 성기를 잘라내어 날것으로 개들에게 먹일 것이로다.”
이 말은 이루스의 떨림을 더욱 심화시켰도다. 링으로 호송된 그는 일어섰으며, 두 사람은 주먹을 치켜들었느니라. 온갖 모욕을 견뎌 낸 오지수는 이루스를 죽일 정도로 세게 때릴지, 아니면 가볍게 쳐서 쓰러뜨릴지 고민하였도다. 구혼자들이 눈치챌지도 모르니 가볍게 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였느니라.
마침내 둘은 주먹을 주고받았도다. 먼저 이루스가 오지수의 어깨를 쳤으며, 오지수는 이루스의 귀 아래 목을 주먹으로 쳐서 턱뼈를 부러뜨렸느니라. 입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고, 이루스는 신음하며 이를 악물고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웃다가 쓰러졌느니라.
오지수는 이루스의 발을 붙잡고 성문을 통해 안뜰로 끌고 나와 담벼락에 기대어 세웠도다. 그는 이루스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 주며 이르되,
“거기 앉아서 개와 돼지를 쫓아내라! 이 쓸모없는 놈아! 손님과 거지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렇지 아니하면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할 것이로다!”
그런 다음 그는 누더기 자루를 집어 어깨끈으로 메고 다시 문 옆에 앉았도다. 구혼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잔을 들며 이르되,
“모든 신들과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저 탐욕스러운 돼지 이루스는 가는 곳마다 기생충처럼 살찌워 댔도다. 네가 그를 막아 준다면 우리는 그를 대량 학살의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리라.”
오지수는 이 길조를 듣고 기뻐하였도다. 안태우는 피와 기름으로 가득 찬 커다란 염소의 위를 그의 앞에 내놓았으며, 암피노무스는 빵 바구니 두 개와 금으로 된 포도주 잔을 내어 그를 맞이하였느니라.
“선생님, 저희 집에 묵어 주소서.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나, 앞으로는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오지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하되,
“암피노무스여, 자네는 자네 아버지인 둘리키움의 니수스처럼 총명해 보이는구나. 그의 부와 뛰어난 지략, 그리고 자네가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느니라. 자네는 말솜씨도 좋도다. 내 말을 잘 들어 보라. 땅 위를 살고 숨 쉬고 기어 다니는 모든 생물 중에서 우리 인간은 가장 약하니라. 신들께서 우리에게 행운을 내려 주시고 다리가 날렵하고 유연할 때는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 신들께서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주실 때는 그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 내야 하느니라. 우리의 기분은 상제께서 매일 내리시는 시련에 달려 있도다. 나도 한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라고 여기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느니라. 그러나 형제들과 아버지의 사주를 받아 폭력과 권력 남용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도다. 누구도 옳은 것을 외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사람은 신들께서 무엇을 주시든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구혼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는지 보라. 재산을 낭비하고 곧 죽게 될 자의 아내를 존중하지도 아니하니 말이로다. 그는 곧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아주 곧! 신들께서 너를 집으로 인도하여 그가 돌아올 때 마주치지 않도록 하노라. 그가 이 연회장에서 구혼자들과 마주치면 피가 흐를 것이니라.”
그는 신들에게 달콤한 포도주를 바치고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암피노무스에게 건네었도다. 암피노무스는 잔을 받아들고는 마음이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집안을 서성였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위험을 감지하였으나, 그는 살 운명이 아니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가 강한 창을 든 태명에게 패배하도록 저주를 내리셨느니라. 암피노무스는 전에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도다.
회색 눈을 번뜩이는 지혜낭자께서는 생각에 잠긴 연로비에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셨도다. 구혼자들이 그녀를 보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욕망이 돛처럼 펼쳐지게 하고, 그러면 그녀의 아들과 남편이 그녀를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웃으며 하녀에게 이르되,
“에우리노메야, 내게 새로운 욕망이 생겼도다. 비록 내가 그들을 미워하나, 구혼자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도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충고도 해 주고 싶은데, 그 오만한 남자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함이로다. 그들은 말솜씨는 좋으나 속셈은 나쁘니라.”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얘야,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그러나 얼굴에 얼룩덜룩한 것이 묻은 채로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러 나가지 말고, 몸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느니라. 영원히 슬퍼할 필요는 없도다. 아들도 이제 다 컸도다. 너는 항상 신들에게 아들이 수염을 기른 어른이 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느니라.”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에우리노메야, 당신이 저를 걱정해 주시는 것은 알지만, 몸을 깨끗이 씻고 기름을 바르라고는 하지 마소서. 남편이 텅 빈 배를 타고 떠난 날, 신들께서 제 아름다움을 망쳐 놓으셨나이다. 가서 제 여종들인 히포다메이아와 아우토노에를 불러 주소서. 그들이 저와 함께 홀로 들어와야 하나이다. 저는 남자들을 혼자 만나러 가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니이다.”
그래서 노파는 가서 소녀들을 불렀도다. 지혜낭자의 눈은 계획으로 빛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하셨고, 연로비는 침대에 누워 관절이 이완된 채 잠이 들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신과 같은 힘을 주어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깜짝 놀라도록 만드셨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녀의 얼굴에 아프로디테가 은총의 여신들과 춤을 추기 전에 머틀 화관을 쓰고 화장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더하셨으며, 또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키를 크게 만드셨고, 피부는 상아보다 더 하얗게 만드셨도다.
여신이 떠나자 소녀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에 여왕은 잠에서 깼느니라. 그녀는 뺨을 만지며 이르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잠이 나를 감쌌도다. 아림 여신이 지금 당장 내게 고통 없는 죽음을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잘했던, 아카이아인 중 최고였던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내 삶을 허비하고 있느니라.”
그녀는 위층의 햇살 가득한 방에서 내려왔으며, 두 노비가 그녀와 함께 갔도다. 그녀는 구혼자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중앙 기둥 옆에 서서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렸느니라. 두 충실한 노비는 그녀의 양옆에 섰도다.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렸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그녀와 동침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느니라.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 태명에게 말을 걸되,
“태명아,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로다. 어렸을 때는 분별력이 있었으나, 이제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니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도다. 외국인이라도 금방 알아볼 정도이니라. 그런데도 판단력이 흐려졌도다. 손님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 집에 온 낯선 사람이 저렇게 모욕을 당하면 어쩌겠느냐? 자네는 망신을 당할 것이고, 명예가 실추될 것이로다!”
태명은 계산된 어조로 대답하되,
“어머니, 화내시는 것을 이해하나이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옳고 그름을 아나이다. 예전에는 아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나이다. 그 악랄한 구혼자들이 자꾸만 제 마음을 흔들고, 제 편은 아무도 없나이다. 낯선 남자와 거지 이루스의 싸움은 그들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아니하였나이다. 낯선 남자가 훨씬 강하였나이다. 아버지 상제시여! 아로왕이시여! 지혜낭자시여! 우리 집의 구혼자들이 모두 매를 맞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집 안의 남자든 밖에 있는 남자든 모두 그렇게 하소서. 이루스처럼 문 밖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술에 취한 듯 서 있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소서. 그의 몸은 너무 허약하나이다.”
그러자 에우리마코스가 입을 열어 이르되,
“오, 연로비 여왕이시여! 위대한 이카리우스의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시여! 만약 모든 그리스인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당신의 집에는 훨씬 더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들 것이니이다. 아름다움과 체격, 그리고 균형 잡힌 마음씨에 당신만큼 뛰어난 여인은 없기 때문이니이다.”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아니요, 불멸의 신들께서 이백오십 년 전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향하던 날, 제 외모를 망쳐 놓으셨나이다. 제 남편 오지수 또한 그들과 함께 갔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명예와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슬픔에 짓눌려 있나이다. 어떤 악령이 제게 온갖 고통을 안겨 준 것 같나이다. 남편이 이탁도를 떠날 때, 제 손목을 잡고 오른손을 쥐고 이르되, ‘여보, 우리 갑옷 입은 그리스인들이 모두 토래성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소. 토래성 사람들은 화살과 창에 능하고, 빠른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런 전차는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하더이다. 어떤 신이 저를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르고, 아니면 토래성에서 포로로 잡힐지도 모르오. 저도 모르겠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하오. 부모님은 지금보다, 아니 제가 떠난 지금 더욱더 잘 보살펴 드려야 하오. 그리고 우리 아들 수염이 다 자라면, 당신은 아무 남자와 결혼해야 하오. 당신이 선택하고 집을 떠나시오.’ 이것은 내 남편의 말이었도다. 때가 왔느니라. 결혼해야 할 밤이 다가왔도다. 끔찍하도다! 저주받았구나! 상제께서 내 행복을 빼앗아 가셨느니라. 또 다른 쓰라린 생각이 나를 짓누르느니라. 이렇게 품위 있는 여자, 그것도 부잣집 아내에게 구애하며 그녀의 손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들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찐 양과 소를 가져와야 하고, 좋은 선물을 주어야 하느니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먹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견뎌 온 오지수는 아내가 몰래 선물을 준비하고 예쁜 말로 그들을 매혹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도다. 아내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말이로다. 안태우가 이르되,
“현명한 연로비여, 그리스인들이 가져오는 선물은 모두 받으소서.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이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중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 농장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아니할 것이니이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하인들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도다. 안태우는 순금 브로치 열두 개가 박힌 화려한 수놓은 옷을 가져왔으며, 에우리마코스는 햇빛처럼 반짝이는 호박 구슬이 박힌 정교한 금 목걸이를 선물하였느니라. 두 노비는 에우리다마스에게서 귀걸이를 가져왔는데, 아름답게 반짝였고 각각 열매처럼 생긴 세 개의 송이가 달려 있었도다. 피산더의 노비는 정교하게 만든 아름다운 초커를 가져왔으며, 모든 구혼자들이 각기 다른 선물을 주었느니라. 왕비는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노비들은 화려한 선물들을 들고 갔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춤을 구경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해 돌아왔으며, 그들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즐거워하였도다. 그들은 잘 말린 나무와 갓 자른 나무를 섞어 큰 홀 전체를 밝히기 위해 세 개의 화로를 켰느니라. 인내심 많은 오지수의 여종들이 돌아가며 화로에 불을 붙였도다.
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르되,
“여종들아! 너희 주인 오지수는 오래전에 떠났느니라. 돌아가서 왕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해 주어라. 실을 잣거나 양털을 빗어라. 나는 이 사람들에게 불을 밝혀 줄 수 있느니라. 만약 그들이 밝은 새벽이 아름다운 왕좌에 앉을 때까지 여기에 머물기로 한다면, 나는 굴복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강하니라.”
그러자 소녀들은 서로를 힐끗힐끗 보며 낄낄거렸도다. 돌리우스의 딸인 예쁜 멜란토는 연로비 왕비의 손에서 자라 장난감을 받고 친딸처럼 대접받았으나, 멜란토는 연로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에우리마코스와 동침하였느니라. 그녀는 오지수를 모욕하고 조롱하기 시작하되,
“가엾은 늙은 이방인아! 미쳤구나! 대장간이나 공동 대피소에서 자고 싶지도 않았으면서, 여기 와서 남자들 무리 앞에서 거만하게 떠들어대다니! 무섭지도 아니하냐?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간 것이냐, 아니면 늘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하는 것이냐? 이루스를 이긴 것이 너를 미치게 만든 것이냐? 그 거지 자식 때문에? 조심하라, 곧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 네 얼굴을 후려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 집에서 쫓겨나게 할지도 모르느니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이 비열한 년아! 곧 태명에게 가서 네 말을 다 일러줄 터이니! 그러면 태명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로다!”
그 말에 여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으며, 그들은 오지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집 안 곳곳으로 흩어졌도다. 오지수는 화로 옆에 서서 불을 계속 밝히며 모든 구혼자들을 바라보았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곧 실행될 계획을 세웠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통이 자리 잡기를 바라셨으며,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도록 부추기셨느니라.
에우리마코스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려고 조롱하되,
“자, 구혼자들아! 내 직감으로는 이 남자는 어떤 신의 뜻에 따라 오지수의 집에 온 것 같소. 등불 아래에서 그의 머리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완전히 대머리라서 그런가 보군!”
그러고 나서 그는 돌아서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묻되,
“나그네여, 내가 사람을 고용한다면,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나를 위해 일하겠소? 당신이 키 큰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을 수 있다면, 분명히 보수를 받을 것이고, 나는 당신에게 일 년 내내 식사와 옷, 신발까지 제공해 줄 것이오. 그러나 자네는 악행에만 능숙하오. 일할 의지도 없고, 구걸하며 돌아다니면서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는 것만 좋아하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에우리마코스여, 봄날, 해가 길어지는 초원에서 우리 둘이 낫질 시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너처럼 완벽한 곡선의 낫을 갖고 있겠지. 풀도 무성하고, 우리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의 솜씨를 겨뤄 볼 수 있을 것이로다. 아니면 잘 먹고 잘 자란, 힘도 좋고 쟁기질하는 힘도 똑같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좋은 땅 사 에이커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반듯한 고랑을 만들 수 있는지 네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상제 신께서 내일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신다면, 내가 청동으로 만든 창 두 자루와 방패, 투구를 쓰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습을 네가 보게 될 것이로다. 그때는 내 배를 향해 욕설을 퍼붓지 못할 것이니라. 너는 공격적인 척하고, 천민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러나 만약 오지수가 나타난다면, 꽤 넓은 문들이 도망치려 애쓰는 동안에는 너무 좁게 느껴질 정도일 것이로다.”
분노에 찬 에우리마코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 비열한 거지 자식아! 우리 모두 앞에서 잘난 척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겁먹어야지! 술에 취해서 멍청해진 것이냐, 아니면 늘 헛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냐? 아니면 거지 이루스를 이겼다고 우쭐대는 것이냐!”
그러고는 오지수에게 발판을 던졌도다. 오지수는 두려움에 떨며 암피노무스 뒤로 숨었으며, 발판은 술을 따르던 노비 소년의 오른손에 맞았고, 술병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느니라. 소년은 먼지 속에 쓰러져 신음하였도다. 구혼자들의 외침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느니라.
“이 외국 떠돌이가 여기 오기 전에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지들과의 시비 때문에 연회가 망쳐지고 있구나! 즐거운 저녁을 망치고 있도다! 이 어리석은 소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구나!”
태명이 위엄 있게 이르되,
“존경하는 영주님들이여!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니이다. 아마도 너무 잘 드셨거나, 아니면 어떤 신이 여러분을 감동시키신 것 같나이다. 이제 저녁 식사는 끝났으니, 편하실 때 집으로 돌아가 주무소서. 제가 여러분을 쫓아내지는 아니하겠나이다.”
그들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놀라 입술을 깨물었도다. 니수스의 유명한 아들이자 아레티아스 신의 손자인 암피노무스가 그들 모두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그가 한 말은 옳으니 아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느니라. 낯선 사람이나 위대한 오지수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을 학대하지 말라. 소년이 잔에 포도주를 채우도록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자. 태명이 그 낯선 사람을 돌볼 것이니라. 어쨌든 그 거지는 그의 집에 온 것이니라.”
그들은 동의하였도다. 암피노무스가 둘리키움에서 데려온 노비 몰리우스는 그들 모두를 위해 포도주를 섞어 나눠 마셨느니라. 그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운을 북돋는 포도주를 홀짝였으며, 충분히 마신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제19권 여왕과 거지==
오지수는 홀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죽일 계책을 세웠다. 말이 빠르게 오가니,
「태명아, 무기를 가져와 숨겨야 한다. 구혼자들이 무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너에게 묻더라도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 내도록 하라. ‘그을음 때문에 무기가 손상되었다. 오지수 왕이 토래성으로 떠날 때에는 무기의 금속이 반짝거렸으나, 지금은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보관하였다. 또한 어떤 영이 내게 경고하기를, 너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다투면 서로 다치게 되어 연회와 구혼에 먹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기는 사람을 싸움으로 이끌 수 있다.’」
태명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였다. 그는 명숙를 불러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무기를 창고로 옮기는 동안 여인들은 방에 가두어 두어라.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떠나신 후로 무기가 더러워졌다. 연기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
자애로운 유모가 대답하되,
「얘야, 네가 집안일을 모두 맡고 재산을 잘 지키면 좋겠다. 누가 횃불을 가져와야 하겠느냐. 노비들은 네 앞에 걸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아니하였더냐.」
오지수가 이르되,
「이 낯선 사람이 하겠노라. 내 빵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멀리서 왔더라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하느니라.」
유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홀 안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오지수와 그의 총명한 아들은 벌떡 일어나 투구와 징 박힌 방패, 뾰족한 창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황금 등불을 들고 그들 곁에 서서 장엄한 빛을 비추었다.
태명이 말하되,
「아버지, 제 눈이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궁전의 벽과 아름다운 전나무 서까래와 가로대, 그리고 높은 기둥들이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옵니다. 하늘에서 어떤 신이 이 집에 계신 것이 틀림없나이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쉿, 더 이상 질문하지 마라. 생각을 정리하라. 이것이 오림산의 신들이 하는 일이다. 자, 이제 자러 가라. 나는 여기 남아서 여종들과 네 어머니를 괴롭히고, 울게 만들고, 내게 질문하게 할 것이다.」
태명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로 밝혀진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갔다. 잠이 들었고, 그는 새벽까지 그곳에 누워 있었다. 오지수는 복도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어떻게 없앨지 계속 모의하였다.
그때, 정신이 맑아진 왕비가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방에서 내려왔다. 노비들이 그녀가 늘 앉던 의자를 불 옆으로 끌어왔다. 그 의자는 이크말리우스가 상아와 은으로 상감 세공한 것으로, 발받침까지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커다란 양털이 의자 위에 깔렸고, 연로비는 생각에 잠긴 채 앉았다.
팔이 하얀 노비 소녀들이 와서 빵 더미와 탁자, 그리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마셨던 잔들을 치웠다. 그들은 화로의 불씨를 바닥에 던지고, 불과 온기를 위해 화로 안에 새 장작을 쌓아 올렸다.
이때 멜란토가 오지수를 다시 꾸짖되,
「이봐, 낯선 사람아. 밤에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 여인들을 엿보고 계속 문제를 일으킬 셈이냐. 나가라, 이 부랑자야.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안 그러면 곧 횃불을 맞을 것이다. 어서 가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계산적인 말을 내뱉되,
「미쳤구나. 이 어리석은 아가씨야, 어찌하여 나에게 화를 내느냐. 내가 더럽고 누더기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한다고. 어쩔 수 없느니라. 노숙자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느니라. 나도 한때 집이 있었고, 부유하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거지들에게도 자주 베풀었지. 누구든 찾아오면 도와주고, 신분에 상관없이 말이다. 노비 소녀들도 많았고, 우리가 부라고 여기는 모든 것을 누렸다. 행복한 삶이었느니라. 상제가 내 인생을 망쳐 놓았다. 분명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아가씨야, 네 주인님이 화를 내거나 오지수가 오더라도 다른 노비 소녀들 사이에서 네가 가진 지위를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 수도 있으나, 만일 그가 죽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아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아폴론 신께 감사해야겠구나. 그는 여기 여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제 다 컸으니까.」
연로비는 경계심을 갖고 듣고 있다가 이제 노비를 꾸짖기 위해 입을 열되,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것아. 어찌 감히.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다 안다. 그 건방진 표정을 지워라. 내가 직접 말했듯이, 이 낯선 사람을 홀에 붙잡아 두고 남편이 실종된 것에 대해 캐물을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었지 아니하냐. 나는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고는 에우리노메에게 이르되,
「의자를 가져와서 방석을 놓아라. 이 낯선 사람이 앉아서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여인은 윤이 나는 나무 의자를 가져와 방석을 놓았다. 오지수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았고, 신중한 연로비가 대화를 시작하되,
「낯선 분이시여, 먼저 어떤 가문 출신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누구시며, 고향은 어디이옵니까.」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세상 어떤 인간도 당신을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영광은 하늘에까지 닿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법으로 강대한 백성을 다스리던 거룩한 왕의 딸임이 틀림없나이다. 그의 통치 덕분에 검은 땅에는 밀과 보리가 자랐고, 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했으며, 양들은 새끼를 낳았고, 바다는 물고기를 제공했으며, 백성들은 번성하였나이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으나, 제 가족이나 고향에 대해서는 묻지 마십시오. 그 기억은 제 마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슬픔에 잠긴 사람이옵니다. 남의 집에 앉아 슬퍼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이다. 노비들이나 심지어 당신조차도 제가 술에 취해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불멸의 신들이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던 날, 그리고 제 남편 오지수가 그들과 함께 떠났던 날, 제 힘과 아름다움을 없애 버렸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아름다움과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터이나, 지금 저는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저를 망쳐 놓은 것 같사옵니다. 사메, 둘리키움, 자킨토스 등 모든 섬의 영주들과 이탁도에 사는 사람들이 저에게 구애를 하고 있나이다. 저는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옵니다. 게다가 제 집안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나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자들을 상대할 수가 없나이다. 오지수가 너무 그리워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사옵니다. 구혼자들은 저를 결혼시키려 하나 저는 계략을 꾸미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제게 베틀에 베틀을 놓고 길고 고운 천을 짜라고 시켰나이다. 그래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오지수는 죽었으나, 제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 결혼을 청하지 말아 주소서’라고 말하였나이다. 라에르테스가 죽으면 수의를 입혀야 한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아르고스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얻은 사람이 수의 없이 누워 있다면 말이다. 그들은 동의하였나이다.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풀었나이다. 삼 년 동안 그들을 속였나이다. 오랜 시간과 날들, 그리고 달들이 흘러갔나이다. 그러다 사 년째 되던 해, 변덕스럽고 개 같은 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와서 나를 붙잡았나이다. 그러자 그들은 항의하며 소리쳤고, 나에게 수의를 완성하라 강요하였나이다. 이제 더 이상 꾀가 없고, 결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나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있고, 내 아들은 이 남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을 알고 질려 있나이다. 이제 그는 상제가 축복한 집을 관리할 능력이 충분히 생겼나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혈통을 밝혀야 하나이다. 당신은 동화처럼 바위나 나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라.」
속임수의 달인이 대답하되,
「위대한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의 아내시여, 어찌하여 자꾸 제 가족에 대해 묻나이까. 꼭 말해야 한다면 말하겠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제 모든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나이다. 저처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래도 당신이 묻는 것을 말해 드리겠나이다. 제 고향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비옥한 섬 크레타입니다. 그곳에는 구십 개의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셀 수도 없나이다. 언어도 섞여 있고, 아카이아인, 크레타 토착민, 그리고 장발의 도리아인과 펠라스기인들이 살고 있나이다. 그곳에는 상제의 측근이었던 미노스가 구 년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웅장한 도시 크노소스가 있나이다. 제 아버지는 그의 아들인 용감한 데우칼리온이었고, 그의 또 다른 아들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항해했던 이도메네우스였나이다. 제 이름은 아이톤이고, 저는 그의 동생이옵니다. 크레타에서 나는 오지수를 만나 그에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는 말레아에서 폭풍에 휘말려 토래성을 그리워하였으나 크레타로 오게 되었나이다. 그는 간신히 바람을 피해 암니소스의 에일레이티아 동굴 곁에 배를 정박하고 피난처를 찾았나이다. 그는 마을로 올라와 내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는데, 그는 오지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이도메네우스는 열흘 전에 토래성에 도착해 있었나이다. 나는 그와 그의 선원들을 안으로 맞아들여 극진히 환대하였나이다. 우리의 식량은 풍족하였고, 나는 백성들에게 보리와 적포도주, 그리고 도축할 황소를 가져오게 하여 그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나이다. 그 고귀한 그리스인들은 열두 날 동안 머물렀나이다. 강한 북풍이 불어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였나이다. 너무 강한 바람에 사람은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나이다. 분명 어떤 악령이 그들을 저주하려고 바람을 불러낸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셋째 날, 바람이 잦아들었고,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그의 거짓말은 진실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제피로스가 산봉우리에 흩뿌리는 눈처럼 녹아내렸다. 에우루스가 그 눈을 녹이면 강물이 불어나 다시 흐르는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뺨도 눈물로 범람하였다.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 울었다. 오지수는 마음속으로 슬픔에 잠긴 아내를 가엾게 여겼으나, 눈빛은 뿔이나 쇠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굳게 유지하였으며,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울다가 다시 입을 열되,
「나그네여, 당신이 말한 대로 내 남편과 그를 따라온 사람들을 당신 집에 맞아들였는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의 옷차림과 생김새,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어떠하였는지 묘사해 보시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부인,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그가 방문한 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옵니다. 벌써 이십 년이나 지났나이다. 그러나 제 기억 속의 모습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왕 오지수는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장포는 정교하게 조각된 금 브로치로 고정되어 있었고, 브로치에는 핀이 두 개씩 달려 있었나이다. 앞발에는 얼룩무늬 새끼 사슴을 꽉 물고 있는 개가 있었나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진 개가 어떻게 새끼 사슴을 물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새끼 사슴이 어떻게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 하는지 신기해하였나이다. 그의 흰색 튜닉은 마른 양파 껍질처럼 부드럽고 햇빛처럼 반짝였나이다. 많은 여인들이 그 옷에 감탄하였나이다. 그러나 그가 이 옷들을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선원이나 손님 친구가 배에서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나이다. 오지수는 그의 가치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많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나이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청동 검과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 그리고 술 장식이 달린 튜닉을 선물하였나이다. 그가 배에 오를 때 저는 그를 영광스럽게 배웅하였나이다. 그에게는 에우리바테스라는 시종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고, 검은 피부에 둥근 어깨,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그의 선원들 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아버지와 잘 맞았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은 그녀의 슬픔을 더욱 깊게 하였다. 그녀는 그가 증거로 남겨 둔 흔적들을 알고 있었기에 흐느껴 울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는 이르되,
「전에는 당신을 불쌍히 여겼으나, 이제 당신은 손님이자 존경받는 친구이옵니다. 당신이 말한 그 옷들을 제가 그에게 주었나이다. 창고에서 꺼내 접어서 브로치를 달아 주었나이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를 집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에빌리움이라는 마을로 떠났을 때 저주가 그 배에 실렸나이다. 그 마을 이름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나이다.」
그는 날카롭게 대답하되,
「폐하, 오지수의 아내시여, 아름다운 피부를 눈물로 더럽히고 남편을 애도하며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나이다. 어떤 여자라도 자식을 낳아 준 남편을 잃으면 슬퍼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 남편처럼 신과 같은 영웅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울음을 그치소서. 제 말을 들어보소서. 확실한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오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나이다. 그는 살아 있고, 이곳 근처 테스프로티아에 있나이다. 그는 온갖 고생 끝에 많은 보물을 모아 집으로 가져오고 있나이다. 그는 트린아키아를 떠날 때 배를 잃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치하였나이다. 태양신과 상제는 오지수의 부하들이 태양의 소떼를 죽였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하였나이다. 그래서 그 부하들은 모두 파도에 휩쓸려 죽었으나, 오지수는 키에 매달려 신들의 사촌인 페아키아인들의 땅에 표류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고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썼나이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에 왔어야 했으나, 더 많이 여행하고 더 큰 부를 축적하기로 결심하였나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윤을 잘 내는 사람이 바로 그이옵니다. 테스프로티아의 왕 페이돈이 제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나이다. 그는 제물을 바치며 이미 배가 진수되었고 선원들도 모두 준비되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맹세하였나이다. 그러나 페이돈은 먼저 제게 작별 인사를 하였나이다. 마침 그들의 배 한 척이 보리가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오지수가 얻은 보물을 제게 보여 주었는데, 그의 자손과 손자 손녀를 십 대에 걸쳐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양이었나이다. 페이돈은 오지수가 도도나로 가서 바스락거리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에게 상제가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장하고 돌아갈지 조언을 구하였다고 말하였나이다. 제가 말씀드리건대, 그는 무사하며 가까이에 있나이다. 그는 고향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오래 떠나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높고 위대한 신인 상제와 제가 피난처로 삼고 있는 화로에 맹세하나이다.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이 음력 달, 즉 초승달과 보름달이 차오르는 사이에 오지수가 올 것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당신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에게 즉시 보답을 하고,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행운을 알게 될 만큼 따뜻한 환대를 베풀겠나이다. 사실, 제 생각에는 오지수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아무도 당신을 정중하게 배웅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정중하게 배웅해 줄 주인이 여기 없나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자, 노비들아, 그를 씻기고 매트리스와 양모 담요, 깨끗한 새 시트를 깔아 침대를 만들어 새벽이 황금빛 왕좌에 오를 때까지 따뜻하게 해 주도록 하라. 그리고 목욕시키고 기름을 발라 내 아들 옆 홀 안에 앉히고 음식을 대접하라. 이 사람들 중에 누가 우리 손님을 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은 큰일 날 것이다. 아무리 분노해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그네여, 당신이 누더기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로 내 집에 갇혀 있었다면, 내가 다른 모든 여인들보다 총명하다는 증거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나이까. 인간의 수명은 짧지 아니한가. 만일 우리가 잔인하다면,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저주할 것이고, 죽은 후에는 조롱할 것이다. 고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하나이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이르되,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나는 흐리고 산이 많은 크레타 섬에서 노를 저어 나온 날부터 담요와 깨끗한 고급 침대 시트를 싫어하게 되었나이다. 나는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보냈던 것처럼, 거친 침상에 누워 밝은 새벽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발을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당신 집의 여종들이 내 발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다만 나와 같은 비통함과 슬픔을 겪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늙은 여종이 있다면, 그녀가 내 발을 만져도 괜찮을 것이다.」
연로비는 생각에 잠겨 이르되,
「손님, 말씀 참 좋으시옵니다. 이전에 외국에서 우리 집에 온 손님 중에 이렇게 꼼꼼하신 분은 없었나이다. 제게는 현명한 노부인이 한 분 계시는데, 제 남편을 키우신 분이옵니다. 갓난아기였던 남편을 처음으로 어머니 품에 안으셨지요. 몸이 많이 약하시나, 손님 발을 씻어 드릴 수는 있나이다. 자, 명숙여, 일어나서 주인님 동갑내기를 씻겨 드리렴. 오지수도 이제쯤이면 이렇게 늙고 주름진 발과 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고난을 겪으면 빨리 늙어버리느니라.」
늙은 노비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되,
「오, 얘야. 이제 나는 너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상제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미워하였지. 네가 그토록 신을 경외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어떤 인간도 천둥의 신에게 너처럼 많은 허벅지 뼈를 태우거나 그토록 많은 제물을 바치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편안한 노년을 맞이하고 아들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도하였지. 그런데 이제 너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 불쌍한 오지수가 이방 왕궁에 머물 때면, 이 못된 여인들이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여인 노비들이 그를 조롱하는 것 같구나. 너는 학대를 피하려고 씻겨 주기를 거부하였지.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가 나에게 너를 씻겨 주라 하였느니라. 마지못해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씻겨 주겠노라. 너는 내 마음을 움직이느니라. 자, 잘 들어 보렴. 많은 낯선 사람들이 이곳에 곤경에 처해 왔으나, 나는 몸과 목소리, 발걸음이 내 주인님과 그토록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느니라.」
그는 영리하게 대답하되,
「노파여, 우리 둘을 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많이 닮았다고 하나이다. 당신은 그 닮은 점을 알아차리신 예리하시구나.」
그러자 노파는 발을 씻는 데 쓰는 반짝이는 가마솥을 가져와 물을 가득 채웠다. 찬물을 많이 넣고 뜨거운 물은 조금 넣었다. 오지수는 난로 옆에 앉아 어둠을 향해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자신을 만지면 흉터를 느끼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노파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주인을 씻겨 주었다. 갑자기 그녀는 흉터를 느꼈다. 오래전 파르나소스 산에서 흰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가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그는 외가 사촌들과 할아버지인 고귀한 아우톨리쿠스와 함께 그곳에 갔는데, 아우톨리쿠스는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고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헤르메스는 그가 자신에게 많은 제물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이 재능을 주었다.
훨씬 이전, 아우톨리쿠스는 딸의 아기를 보러 이탁도에 갔는데, 명숙가 갓난아기를 할아버지 무릎에 앉히고 말하되,
「이제 손자의 이름을 지어 주소서. 이토록 바라던 아기의 이름을요.」
아우톨리쿠스는 부모에게 이르되,
「이렇게 이름을 지어 주시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미워한다. 그러니 아이의 이름을 ‘오지수’라고 지어 주시오.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면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그의 친정집으로 오게 하시오. 내가 그에게 보물을 주고 기쁨으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소.」
오지수는 자라서 선물을 받으러 그곳에 왔다. 그의 사촌들과 아우톨리쿠스는 그를 껴안고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넸다. 그의 할머니 암피테아는 덩굴처럼 그를 껴안고 그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춤하였다.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 지시하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여 오 년 된 황소를 데려와 가죽을 벗기고, 토막 내어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워 나누어 먹었고, 모두가 똑같은 양을 받았다. 그들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 온종일 잔치를 벌였다.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였다.
이른 새벽, 발그레한 손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과 개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오지수도 함께 갔다. 그들은 파르나소스 산의 가파르고 숲이 우거진 비탈길을 올라 바람이 휘몰아치는 골짜기에 이르렀다. 사냥꾼들이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 태양이 잔잔하게 흐르는 대양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개들은 발자국을 찾으며 앞서 달려갔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이 뒤따라왔고, 오지수는 개들 곁에 바짝 붙어 긴 창을 휘두르며 따라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멧돼지가 숨어 있었다. 그 은신처는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아 주었고,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곳도, 비도 들어올 수 없었다. 안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멧돼지는 발소리를 들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멧돼지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털을 곤두세우고 불꽃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들 옆에 섰다. 오지수가 먼저 달려들어 긴 창을 꽉 쥐었다. 그가 공격하려 하자 멧돼지가 먼저 무릎 위를 공격하였고, 옆으로 돌진하며 송곳니로 살점을 크게 뜯어 냈으나 뼈까지는 닿지 아니하였다. 오지수는 멧돼지의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혔고, 창은 그것을 꿰뚫었다. 멧돼지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졌다. 그의 생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은 분주히 움직여 위대한 오지수가 입은 상처를 능숙하게 싸매고, 주술로 검은 피를 멈추게 한 다음, 그를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는 값진 선물을 주고 곧바로 이탁도로 돌려보냈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그의 부모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상처를 어떻게 입었는지 물었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하얀 어금니에 다리를 찔렸다고 말하였다.
늙은 여종은 그의 다리를 잡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그 상처에 다가와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의 다리를 물통에 떨어뜨렸다. 물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자 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녀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그의 수염을 만지며 이르되,
「당신은 오지수시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나의 주인님이여. 다리를 만져 보기 전까지는 당신이신 줄 몰랐나이다.」
그녀는 연로비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남편임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연로비는 뒤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오지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속삭이되,
「유모여, 어찌하여 나를 해치려 하느냐. 당신은 내게 젖을 먹여 주었지 아니하냐. 이십 년 동안의 고통 끝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알아차렸구나. 신이 당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나 보구나. 침묵을 지켜라.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신이 나를 도와 구혼자들을 물리친다면, 당신도 예외 없이 죽일 것이다. 당신은 내 유모였으나 말이다.」
명숙는 계산적으로 대답하되,
「얘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 마음은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아니하느냐. 돌이나 쇠처럼 강인할 것이다. 약속 하나만 해 주마. 네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면 궁궐에서 누가 너를 모욕하는지, 누가 죄 없는지 알려 주겠노라.」
오지수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이르되,
「유모여, 어찌하여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냐.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겠노라. 이제 조용히 하라. 미래는 신들에게 맡기자.」
늙은 유모는 빨래물을 더 길어 오러 갔다. 남은 물은 모두 쏟아졌다. 유모는 오지수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고, 오지수는 다시 의자를 끌어당겨 불 옆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헝겊으로 흉터를 가렸다.
그리고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되,
「낯선 이여, 작은 질문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곧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달콤한 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낮에는 끊임없는 슬픔 속에서도 제 일과 시녀들의 일에 집중하나이다. 그러나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들면 저는 침대에 누워 울면서 고통에 압도당하나이다. 걱정과 슬픔이 제 마음을 가득 채우나이다. 마치 봄이 오면 창백한 회색 나이팅게일이 아름답게 노래하며, 나무에 무성한 잎들 사이에 앉아 제토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랑하는 아들 이틸루스를 애도하며 소리의 교향곡을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하게 청동으로 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 마음도 두 갈래로 갈라지나이다. 아들 곁에 남아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제 재산, 여종들, 그리고 큰 저택을 그대로 두어 아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까요. 내 남편의 침대와 사람들의 말에 신경 써야 할까요. 아니면 구혼자들 중 가장 괜찮고 선물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남편 집을 떠날 수 없었나이다. 남편이 허락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이제 아들이 다 커서 남편은 제가 떠나기를 재촉하나이다. 자기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사옵니다. 자, 제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꿈에서 거위 스무 마리가 강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기뻤나이다. 그때 뾰족한 부리를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산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거위들의 목을 부러뜨리고 죽였나이다. 저는 꿈속에서 엉엉 울었나이다. 여인들이 제 주위에 모여들었고, 저는 독수리가 제 거위들을 죽였다고 울었나이다. 그때 독수리가 다시 나타나 튀어나온 지붕 들보에 앉아 제 슬픔을 달래려고 사람 말로 말하였나이다. ‘연로비, 위대한 여왕이시여, 기운 내십시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꿈속에서 거위들이 구혼자들을 상징하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한때 독수리였으나 이제는 당신의 남편입니다. 저는 그들을 잔혹하게 처단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위들이 전처럼 여물통 옆에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지혜로운 것으로 유명한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되,
「여인이여, 그 꿈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낼 방법은 없나이다. 오지수 자신이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이미 말하였나이다. 모든 구혼자들의 파멸을 의미하나이다. 아무도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없나이다.」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는 이르되,
「낯선 이여, 꿈은 혼란스럽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꿈의 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뿔로,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나이다. 상아로 만든 문은 속임수로 가득 차 있고, 그 이야기는 거짓으로 끝나나이다. 윤이 나는 뿔로 만든 문을 통과하는 꿈은 이루어지나이다. 그러나 제 이상한 꿈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저와 제 아들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터이나 말입니다. 오지수의 집에서 저를 데려갈 운명의 날이 오고 있나이다. 저는 그의 도끼로 시합을 할 것입니다. 그는 도끼들을 배의 지지대처럼 일렬로 세워 놓고 멀리서 화살을 쏴서 열두 자루를 모두 꿰뚫었나이다. 저는 이 시합을 구혼자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활시위를 가장 빨리 당겨 열두 자루의 도끼를 모두 꿰뚫는 자가 저를 차지할 것이고, 저는 그를 따를 것입니다. 저는 이곳, 이 아름다운 집, 제 결혼 생활을 했던 이 집, 풍요와 삶으로 가득했던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는 꿈속에서라도 이 집을 기억할 것입니다.」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는 이르되,
「존경하는 아내여,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이 시합을 미루지 마십시오. 그들은 활을 다루느라 허둥대며 활시위를 당기거나 화살을 쏘기도 전에, 모든 것을 계획한 오지수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으니 이르되,
「손님, 만일 당신이 앉아서 저를 즐겁게 해 주신다면, 저는 절대 잠들고 싶지 않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깨어 있을 수 없나이다. 불멸의 신들이 필멸의 인간이 지상에서 하는 모든 일에 적절한 시간을 정해 놓으셨나이다.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제 침대에 누우겠나이다. 그 침대는 슬픔의 침대이옵니다. 남편이 에빌리움이라는,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마을로 떠난 후로 제가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나이다. 저는 거기에 누울 터이니, 당신은 이 집에서 주무시오. 바닥에 담요를 깔거나 노비들에게 침대를 만들어 달라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여종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울었고, 마침내 예리한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눈에 달콤한 잠을 안겨 주었다.
==제20권 마지막 연회==
오지수는 아직 손질하지 아니한 소가죽 위에 몸을 뉘이고, 구혼자들이 바친 양털을 쌓아 올렸다. 에우리노메가 두터운 담요를 덮어 주었으나, 그는 누워 있으면서도 잠들지 못하였다. 그 마음속에는 구혼자들을 어찌 죽일까 하는 깊은 계책이 가득 차 있었다.
이때 구혼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였던 여인들이 낄낄거리며 기뻐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 흩어지니, 오지수의 가슴은 분노로 타올랐다. 저들을 지금 당장 달려들어 모조리 베어 버릴까, 아니면 저 오만한 무리들로 하여금 이 밤을 무사히 보내게 둘까. 어미 개가 낯선 사내를 보고 새끼를 지키려 으르렁거리듯, 그의 심장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에게 이르되,
「내 심장이여, 더욱 굳세어라. 저 외눈박이 거인이 네 건장한 동료 스무 명을 잡아먹던 날, 너는 이보다 더한 시련을 겪었으되, 끝내 침착함을 잃지 아니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동굴을 빠져나오지 아니하였더냐. 그때 너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거늘.」
그의 심장은 굳건히 버티었으나, 몸은 마치 기름과 피로 가득 찬 소시지를 불 위에 돌리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부림쳤다. 거대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그는 소시지가 어서 익기를 갈망하듯, 홀로 수많은 구혼자들을 어찌 물리칠까 하여 밤새도록 고민하였다.
이때 지혜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머리맡에 나타나 이르되,
「불운한 사람이여, 어찌하여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있느냐. 이곳은 네 집이며, 안에는 네 아내와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들이 있지 아니하냐.」
영리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말씀하신 바가 모두 진실이로소이다. 그러나 저는 홀로 항상 떼 지어 다니는 저 건방진 자들을 어찌 공격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가장 큰 두려움은 이것입니다. 만일 여신과 상제께서 저를 도와 저들을 죽이신다 한들, 그 뒤에는 어찌하여야 하오리까. 어디로 도망쳐 그 벌을 피할 수 있사오리까. 부디 가르쳐 주소서.」
지혜의 여신이 눈을 번뜩이며 이르되,
「참으로 고집이 세구나. 범인들은 약한 필멸의 친구조차 믿거늘, 하물며 나는 여신으로서 네가 수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줄곧 너를 지켜 오지 아니하였더냐. 설령 우리가 매복을 당하여 우리를 죽이려는 오십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너는 빠져나와 그들의 양과 소를 훔치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이제 잠자리에 들라. 밤새도록 경계를 서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라. 머지않아 너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오지수영.」
이렇게 이르고 여신은 그의 눈에 잠을 흠뻑 부어 준 뒤 오림산으로 날아갔다. 잠이 그를 감싸 안아 긴장을 풀고 근심을 잊게 하였다.
한편 그의 충실한 아내는 잠 못 이루어 부드러운 베개에 기대어 앉아 울고 있었다. 흐느낌이 잦아들자 그녀는 기도를 올리되,
「오 아림여, 위엄 있는 여신이시여, 상제의 따님이시여. 부디 제 심장에 화살을 꽂아 지금 당장 저를 죽이시거나, 혹은 바람 한 줄기가 저를 휩쓸어 안개 낀 구름 너머로 데려가 대양의 물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날려 보내 주시옵소서. 마치 신들이 판다레우스의 딸들을 죽이고 고아로 남겨 둔 뒤, 산들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프로디테는 그들을 도와 꿀과 치즈와 부드러운 포도주를 주었고, 헤라는 다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움과 지혜를 주었으며, 아림는 그들의 키를 크게 하였고, 지혜의 여신은 모든 수공예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뒤 아프로디테가 오림산으로 올라가 천둥의 신 상제께 소녀들에게 좋은 혼인을 허락해 달라 청하였으나, 하르피아들이 그들을 납치하여 잔혹한 복수의 여신들을 섬기게 하였나이다. 신들이 저를 그들처럼 멸망시키소서. 아니면 아림여, 저를 죽여 주소서.」
오지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찮은 남편을 기쁘게 해 주고 싶지 아니하다. 온종일 슬픔에 잠겨 울다가 밤에 잠들면 모든 것을 잊는다면 그 고통은 견딜 만하거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악몽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어젯밤에는 전쟁터로 떠날 때의 그 남자와 똑같은 이가 제 곁에 누워 있었나이다. 제 마음이 기쁘더니, 꿈이 아니라 환상 같았나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황금빛 새벽이 밝아 왔다. 오지수는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아내가 자기 머리맡에 서 있는 줄 알고, 벌써 자신을 알아본 줄로 여겼다. 그는 잠잘 때 덮었던 장포와 양털을 가져와 궁궐 안 의자에 놓고, 소가죽은 밖으로 내어 안뜰에 둔 뒤 팔을 들어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여, 신들이여. 당신들이 나를 일부러 육지와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데려오셨고,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겨 주셨다면, 집 안에서 누군가 길조의 말을 전하게 하시고, 상제여, 밖에서도 또 다른 징조를 보여 주소서.」
지혜의 신 상제가 그의 말을 듣고 구름 위 높은 오림산에서 천둥을 쳤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이때 근처 집 안에서 밀을 빻는 여인이 길조의 말을 하였다. 열두 명의 노비가 왕을 위해 밀과 보리를 빻는 맷돌을 돌리고 있었는데, 나머지 노비들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고, 가장 약한 노비 한 명만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맷돌을 멈추고 말하되,
「상제여, 신들과 인간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을 치셨으니, 이는 누군가를 위한 징조이옵니다. 불쌍한 노비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오늘이 구혼자들이 이 늙은 왕궁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마지막 날이 되게 하소서. 그들을 위해 곡식을 빻는 고된 노동 때문에 무릎이 쑤십니다. 부디 오늘이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이 징조와 상제의 천둥소리는 주인을 기쁘게 하였고,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였다.
다른 여인들이 모여 화로에 불을 지피니, 신과 같은 태명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칼을 등에 맸다. 기름칠을 잘한 발에 샌들을 신고 날카롭고 튼튼한 청동 창을 들었다. 문턱에 서서 명숙를 부르되,
「유모여, 손님들을 잘 대접하여 식사도 대접하고 편안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느냐, 아니면 그냥 방치해 두었느냐. 어머니답구나. 어머니는 영리하시나 제멋대로 행동하시는구나. 원치 않는 손님은 극진히 대접하면서, 좋은 손님은 무례하게 쫓아내시는구나.」
유모가 재치 있게 대답하되,
「얘야, 지금은 그녀를 탓하지 마라. 그는 포도주를 좀 마시고 의자를 골랐을 뿐이다. 저녁을 이미 먹었다고 하였고, 유모가 물어보니 그러하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유모는 간이침대를 가져다주어 여인들로 하여금 그의 침대를 정리하게 하였다. 불쌍하고 가난한 노인이여. 그는 좋은 침구를 쓰려 하지 아니하였다. 소가죽과 양털을 깔고 현관에서 잤고, 우리는 그 위에 장포를 덮어 주었느니라.」
태명은 칼을 손에 든 채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데리고 궁궐을 나와 아카이아인들의 회합 장소로 향하였다. 이때 옵스의 딸인 고귀한 명숙가 노비들을 부르되,
「자, 서두르라. 여인들은 바닥을 쓸고 물을 뿌리라. 의자에는 자주색 천을 깔아 놓으라. 다른 이들은 스펀지로 탁자를 닦고 손잡이가 둘인 잔과 그릇을 씻으라. 그리고 너희는 샘에서 물을 길어 오라. 서두르라. 곧 그들이 올 것이다. 오늘은 그들 모두를 위한 축제일이로다.」
그들은 주의 깊게 듣고 명령대로 하였다. 스무 명은 검은 샘물을 길으러 달려갔고, 나머지 잘 훈련된 노비들은 집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와 장작을 패니,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인들이 샘에서 돌아오자 돼지치기가 살찐 돼지 세 마리, 자기가 제일 아끼는 돼지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돼지들을 마당에 가두어 땅을 파헤치게 하고는 오지수에게 친절히 물으되,
「친구여, 이제 그들이 그대를 더 존중해 주느냐, 아니면 전처럼 여전히 학대하느냐.」
교활한 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신들이 이 건방진 자들의 악행과 계략에 대한 복수를 해 주시기를. 이 파렴치한 자들이 자기네 집도 아닌 곳에서 나를 모욕하였다. 참으로 뻔뻔스럽구나.」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말태수가 목동 두 명과 함께 도착하였다. 그들은 구혼자들의 연회에 내놓을 가장 살찐 암염소들을 양떼에서 몰아내고 있었다. 말태수는 염소들을 현관에 묶어 놓고 오지수를 괴롭히기 시작하되,
「낯선 자여, 아직도 여기 있느냐. 구걸하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느냐. 여기 있으면 매를 맞을 것이다. 네 구걸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스에서 먹을 것이 있는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니라.」
알 수 없는 표정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살인 계획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목동인 감독관 필로에티우스는 살찐 숫염소와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를 몰고 왔는데, 이 짐승들은 나룻배 사공이 이탁도로 데려온 것이었다. 나룻배는 건너갈 사람이 있으면 승객도 태워 주었다. 필로에티우스는 짐승들을 밖에 묶어 두고 돼지치기에게 물으되,
「새로 온 이 손님은 누구인가. 그의 민족은 누구이며, 고향은 어디이며, 조상은 누구인가. 가엾은 사람 같으니, 그의 모습은 마치 군주와 같구나. 신들이 고통의 실타래를 잣을 때면, 위대한 왕조차도 멀리 떠돌며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법이지.」
그러고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네되,
「안녕하시오, 선생님. 운이 없으시구나.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오. 상제 신이시여, 당신만큼 파괴적인 신은 없나이다. 당신은 인류의 아버지이시나, 우리의 고통에는 자비를 베풀지 아니하시는구나. 오지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온몸이 땀으로 젖나이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셔 햇빛을 보고 계신다면, 길을 잃고 저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계실 것이요.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다면, 오지수여, 참으로 안타깝도다. 그분은 제가 어린 소년이던 시절, 케팔레니아에서 제게 첫 소떼를 맡겨 주셨나이다. 이제 그분의 소떼는 셀 수 없이 많사오나, 다른 이였다면 이렇게 번성하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람들이 제게 소떼를 몰고 와 자기들에게 먹으라 하나이다.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는 관심도 없고, 지켜보는 신들의 눈길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이다. 주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나이다. 그들은 주인님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 하고, 저는 주인님의 아들이 여기 있는데 소떼를 몰고 타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나이다. 그러나 남의 가축을 돌보며 앉아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나을지니, 차라리 도망쳐 다른 왕을 섬기고 싶었나이다. 견딜 수가 없나이다. 그러나 불운한 주인님이 어디에 계시든 돌아와 궁궐에 있는 이 구혼자들을 모두 쫓아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당신은 영리한 듯하구나. 그래서 당신에게 엄숙한 맹세를 하리라.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이 화롯에 맹세하건대, 당신이 아직 여기 있는 동안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요, 원한다면 여기에서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으리라.」
목동이 대답하되,
「낯선 이여, 상제 신께서 당신의 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면 당신은 제 힘과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보게 되리라.」
에우마이오스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여 그의 다재다능한 주인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 간청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구혼자들은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독수리 한 마리가 그들의 왼쪽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들비둘기를 물고 있었다. 암피노모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우리의 이 계획, 이 살인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니 연회에 대해 생각하자.」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의자와 소파에 천을 깔고 큰 양, 살찐 염소, 큰 돼지, 그리고 온순한 소 한 마리를 잡았다. 내장을 삶아 나누어 먹고, 포도주는 그릇에 섞었다. 돼지치기는 포도주를 잔에 따랐고, 필로에티우스는 바구니에 빵을 담아 날랐으며, 말태수는 포도주를 돌렸다. 그들은 마음껏 음식을 먹었다.
그다음 태명은 곰곰이 생각하여 오지수를 홀 안 돌문턱 옆에 앉히고 탁자와 의자를 가져왔다. 그는 오지수에게 고기를 내어 주고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 주며 이르되,
「이제 당신은 여기 앉아 그들 가운데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내가 그들이 당신을 건드리거나 조롱하지 못하게 막겠소. 이곳은 술집이 아니오. 오지수가 나를 위해 마련한 곳이오. 그리고 당신들, 구혼자들이여. 제발 때리거나 모욕하지 마시오. 우리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소.」
그들은 소년이 그토록 대담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 입술을 깨물었고, 우필태의 아들 안태우가 선언하되,
「폐하들이여, 태명의 위협은 비록 성가시나 받아들여야 하리라. 상제께서 그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연회장에서 그의 연설을 막았을 것이니라.」
태명은 그를 무시하였고, 그동안 집안 아이들은 제물로 바칠 짐승 백 마리를 몰고 마을을 지나갔다. 이탁도 사람들은 활쏘기의 신 아로왕의 그늘진 숲에 모였다. 집 안에서는 구혼자들이 고기 꼬치를 굽고 꼬치를 꺼내어 몫을 나누었다. 성대한 잔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은 몫을 내어 주었는데, 그의 아들 태명이 그렇게 하라 명령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은 구혼자들이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멈추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고, 위대한 오지수의 마음에는 더욱 깊은 원한이 스며들었다. 사메 출신의 크테시푸스라는 무법자는 엄청난 부를 등에 업고 오지수가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것을 알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왔다. 그는 다른 무모한 구혼자들에게 소리치되,
「잘 들어라. 이 낯선 사람도 당연히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 물론 태명을 찾아온 손님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소. 그에게 환영의 선물을 주겠소. 그러면 그가 궁전의 목욕탕 시중드는 이나 다른 하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겠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소발 하나를 꺼내 오지수에게 던졌다. 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몸을 숙이며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소발은 벽에 부딪혔다.
태명이 크테시푸스를 꾸짖되,
「낯선 사람을 때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구나. 그가 공격을 피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면 네 배를 칼로 꿰뚫었을 테고, 네 아버지는 네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집에서는 모두 조심해야 하리라. 나도 어렸을 때는 그러하였으나, 이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도살된 양, 음식, 술 등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참아야 하니 말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지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제발 나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어 주시오. 아니면 여전히 청동 칼로 나를 죽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그렇게 하기를 바라오. 당신 같은 구혼자들이 낯선 사람들을 학대하고, 하녀들을 끌고 다니며 괴롭히는 끔찍한 짓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소.」
모두 침묵하였다. 아겔라우스가 입을 열되,
「친구들아, 그의 말은 옳다.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마라. 낯선 사람이나 오지수의 노비들을 학대하지 마라. 태명아, 너와 네 어머니께 정중히 충고 하나 하리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생각이 넓은 네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였을 때는,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실까 하여 우리를 멀리하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얘야, 어머니 곁에 앉아 우리 중 가장 훌륭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시도록 조언하라. 그러면 너는 아버지께서 남기신 재산을 누리며 먹고 마실 수 있고,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집을 돌보러 가실 수 있으리라.」
태명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답하되,
「예. 상제 신과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거나 어쩌면 죽기까지 하였던 제 아버지의 고난을 걸고 맹세하건대, 저는 지체 없이 그녀에게 남편감을 고르라 말하고 후한 지참금을 마련해 주겠나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보내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신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지혜의 여신이 구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웃었다. 깔깔대며 얼굴을 가누지 못하였다. 고기 접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너희의 얼굴과 머리와 몸은 밤으로 뒤덮여 있고, 너희의 비명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화려한 궁전의 천장과 벽에는 너희의 피가 흩뿌려져 있다. 현관과 안뜰은 유령으로 가득 차 있다. 에레보스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유령들이다.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음침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모두 웃었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이 새로 온 자는 미쳤구나. 어서, 얘들아, 그를 내쫓아라. 시장으로 보내라. 여기가 밤인 줄 아는구나.」
예언자가 대답하되,
「에우리마코스여, 나는 안내자를 구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눈과 귀와 발이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하니 떠나리라. 오지수의 집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너희 모두에게 무슨 불길한 일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드나이다. 너희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궁궐을 떠나 피레우스로 내려가 그를 맞이하였고, 그곳에서 환영을 받았다. 구혼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태명의 손님들을 비웃으며 그를 놀리려 하였다.
「손님들 때문에 운이 참 안 좋으시구나. 이 더러운 거지 자식은 늘 음식과 술만 더 달라 하고, 농사도 못 짓고 싸움도 못하는, 세상에 짐덩어리일 뿐이다. 저 다른 놈은 거기 서서 예언이나 하고 있더구나. 자, 잘 들어 보라. 내가 더 나은 계획을 제안하노라. 이 손님들을 배에 태워 노비로 삼아 시칠리아로 보내서 이익을 챙기라.」
태명은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조용히 아버지를 지켜보며, 뻔뻔스러운 구혼자들을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아름다운 연로비는 현명하게도 의자를 그들을 마주 보도록 놓고 각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들은 수많은 짐승을 잡아 잔치를 벌였고, 웃음이 끊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곧 강력한 남자와 여신이 복수심에 불타 그들에게 가져다줄 저녁 식사보다 더 달갑지 아니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먼저 복수를 시작하였고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제21권 활쏘기 경연==
그때 지혜로운 여신이 빛나는 눈으로 이카리우스의 딸이요 현부인인 연로비에게 한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대는 이제 오지수의 방에 활과 쇠도끼를 내어 놓고, 피바람이 일어날 시합을 베풀도록 하라.”
연로비가 그 말을 듣고 곧장 자기 방으로 올라가니, 그 굳세고 단련된 손으로 상아 자루에 청동 갈고리를 단 열쇠를 잡아 들고 시녀들과 함께 왕이 보물을 간직한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 안에는 금과 청동과 정교하게 벼린 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굽은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는 에우리토스의 아들 이피토스가 오지수에게 준 것이었다. 이피토스는 메세니아 땅 라케다이몬에 있는 현인 오르틸로코스의 집에서 우연히 오지수를 만나 깊은 우정을 맺은 신과 같은 영웅이었다.
당시 오지수는 빚을 받아내기 위하여 그곳에 갔었다. 메세니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탁도에 와서 양 삼백 마리를 훔쳐 가고 목동들까지 함께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라에르테스와 여러 장로들은 오지수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를 보내어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오게 하였다.
이피토스 또한 자기 말을 찾으러 그곳에 왔는데, 그에게는 훌륭한 암말 열두 필이 있었고, 암말마다 힘센 노새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이 훗날 이피토스의 죽음을 부르는 화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가 헤라클레스를 찾아가자 헤라클레스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흉계를 품고 있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그의 말을 빼앗으려 이피토스를 죽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를 저버리고 천신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있기 전에 이피토스가 처음 오지수를 만났을 때에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활을 그에게 선물하였다. 오지수 또한 우정의 증표로 검과 창을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집을 찾아보기 전에 이피토스는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지수가 수많은 배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나아갈 때에도 이 활만은 가져가지 않고 고향 집에 간직해 두었다가, 이탁도에서 벗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연로비가 마침내 창고에 이르러 윤이 반들반들한 참나무 문턱을 넘었다. 솜씨 좋은 목수가 자로 재고 수평을 맞추어 튼튼하게 틀을 세운 뒤 만든 아름다운 이중문이었다.
왕비가 재빨리 문고리를 풀고 열쇠를 꽂아 돌리니, 열쇠가 잠금쇠에 맞물리는 순간 문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들판의 황소가 목청을 다하여 울부짖는 듯하였다. 이윽고 문은 활짝 열렸다.
왕비는 안으로 들어가 향기로운 의복들이 상자에 보관된 널빤지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빛나는 상자 속에 놓인 활을 고리에서 조심스레 내려 품에 안았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활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활을 바라보는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뒤에야 눈물을 닦은 왕비는 수많은 날카로운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과 굽은 활을 품에 안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인 연회장으로 나아갔다.
시녀들은 주인의 청동 도끼와 철도끼가 가득 담긴 광주리를 끌고 뒤따랐다.
왕비가 구혼자들 앞에 이르러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기둥 곁에 서니, 두 시녀가 좌우에 시립하였다.
연로비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너희가 날마다 이 집에 찾아와 먹고 마시며, 오랫동안 타향을 떠난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탕진하고 있구나. 너희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너희는 나와 혼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한 가지 시합을 내리겠다.
여기 있는 이 큰 활은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 이 활을 손에 들고 능히 시위를 걸어 열두 도끼의 구멍을 한 줄로 꿰뚫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을 떠나 그 사람의 집으로 가겠다. 이 일을 내 마음이 어찌 잊으랴. 죽는 날까지, 꿈속에서라도 기억할 것이다.”
왕비는 곧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 활과 창백한 빛을 띤 쇠도끼를 구혼자들 앞에 가져다 놓으라.”
에우마이오스는 눈물을 머금고 활과 도끼를 받아 왕비가 명한 대로 갖다 놓았다.
소치기 또한 주인의 활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안태우가 크게 꾸짖으며 비웃었다.
“이 어리석은 농부들아! 어찌 그리 분별이 없느냐? 너희의 흘리는 눈물이 왕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느냐.
불쌍한 왕비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충분히 슬퍼하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앉아 밥이나 먹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실컷 울어라.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목숨을 건 활쏘기 시합을 벌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오지수만큼 활을 잘 쏘지는 못한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를 본 적이 있어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먼저 활시위를 당겨 열두 도끼를 꿰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오지수의 화살을 맞게 될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때 태명 왕자가 앞으로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아마 상제께서 나를 어리석은 자로 만드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평소의 지혜를 잃으시고 다른 사내와 혼인하여 이 집을 떠나시겠다고 하니, 나는 도리어 웃음이 나온다.
자, 구혼자들이여! 모두 앞으로 나오라.
그대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귀한 상이 아니겠는가. 이 여인은 신성한 필성에도, 아르고스에도, 미케네에도, 이탁도에도, 아카이아 땅 어느 곳에도 그와 같은 여인이 없다.
내가 굳이 어머니의 덕을 칭찬할 필요가 있으랴. 그대들도 이미 그 가치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핑계를 대지 말고 시합을 미루지도 말라. 나 또한 직접 활을 쏘아 보겠다.
만일 내가 이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설령 어머니가 다른 사내를 따라 나를 이곳에 남겨 둔다 해도 더는 원망하지 않겠다.
그리되면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무기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사내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태명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보랏빛 장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칼을 풀어 놓았다.
그는 열두 개의 도끼를 일렬로 세울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고 흙을 다져 반듯하게 고르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이처럼 능숙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제까지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명은 문턱에 걸터앉아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마다 그의 근육은 떨렸고 시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세 번 모두 실패하였다.
태명은 네 번째로 다시 시도하려 하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그를 만류하였다.
태명이 말하였다.
“아, 나는 언제나 이처럼 약하고 쓸모없는 자인가 보다.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것인가.
그대들은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 그대들이 먼저 해보라. 그렇게 하면 이 시합도 끝날 것이다.”
말을 마친 태명은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세워 두었던 활을 내려놓고 화살을 손잡이에 끼운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안태우가 외쳤다.
“자, 여러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로 일어나시오. 술을 따르는 종 곁에 앉은 자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이 이에 따르니 첫 번째로 나선 자는 성직자 레오데스였다.
그는 늘 술잔 곁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구혼자들의 횡포에 반대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활을 들고 문턱에 앉아 시위를 걸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고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았으므로 시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하였다.
레오데스가 구혼자들에게 말하였다.
“벗들이여, 나는 이 활을 당길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람이 할 차례다.
그러나 이 활은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와 기운을 꺾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이 집에 모이는 본래의 뜻을 잊고 이처럼 욕심에 사로잡혀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너희는 아직도 오지수의 아내 연로비와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활시위를 당기지 못한 자는 자기 재물을 가지고 다른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은 여인을 찾아가 구혼하라. 그리고 연로비는 운명이 정한 사람, 가장 많은 예물을 가져오는 자와 혼인하게 하라.”
말을 마친 레오데스는 활을 내려놓고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기대어 두었다.
안태우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무슨 흉한 말을 그리도 많이 하는가, 레오데스! 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는 자가 사람의 목숨을 앗을 활이라고 떠벌리다니. 네가 활쏘기에 재주가 없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다. 곧 이 활에 시위를 걸어 보일 것이다.”
한편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는 연회장을 나갔다. 오지수 또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세 사람이 대문을 지나 뜰 밖에 이르렀을 때, 오지수가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소치기와 돼지치기에게 내가 속마음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으나, 이제는 숨기지 않겠다.
만일 어느 신께서 오지수를 이끌어 갑자기 이곳에 돌아오게 하신다면,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구혼자들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오지수와 함께 싸울 것이냐? 너희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
소치기가 곧 대답하였다.
“오, 하늘의 상제시여! 부디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그분이 돌아오게 하소서. 신들이 그분을 집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그러면 제가 그분을 위하여 얼마나 용맹히 싸울 수 있는지 직접 보게 될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또한 모든 신들에게 오지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 모습을 본 오지수는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너희 둘만이 나의 귀환을 기뻐하는구나. 나를 위하여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다른 자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하였다.
만일 신께서 내 손으로 저 오만한 귀족 구혼자들을 물리치게 하신다면, 너희 두 사람에게 각각 아내와 재산을 주고 내 집 가까이에 좋은 집을 마련해 주겠다. 또한 너희는 태명의 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를 믿기 어렵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겠다.
내가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하던 때, 멧돼지의 흰 어금니에 찢긴 상처를 보아라.”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며 누더기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허벅지에 크고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두 사람은 그 상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침내 모든 의심을 버리고 통곡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오지수 또한 두 사람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세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라도 울고 싶었으나, 오지수가 말하였다.
“이제 그만 울어라. 누군가 밖으로 나와 너희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구혼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되 한꺼번에 들어가지 말고 차례대로 들어가라. 먼저 내가 들어가고, 그다음 너희가 한 사람씩 들어오라.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신호다.
만일 귀족들이 내게 활과 화살을 내주지 않거든, 에우마이오스, 네가 그것을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져와 내 손에 쥐어 주어라.
여인들에게는 연회장 입구를 굳게 잠그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있으라 명하라. 남자들의 고함이나 큰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잠잠히 자기 일을 하게 하라.
그리고 필로에티우스, 너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고 밧줄로 단단히 묶어라.
우리는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두 노비도 차례로 들어왔다.
그 무렵 에우리마코스는 불가에서 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시위를 걸 수 없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노하여 외쳤다.
“참으로 재앙이로다! 우리 모두에게 큰 수치가 닥쳤구나!
혼인이야 어찌 큰일이라 하겠는가. 이탁도에도 여인은 많고 다른 여러 성읍에도 아름다운 여인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오지수 왕보다 훨씬 힘이 약하여 그의 활에 시위 하나 걸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씻을 수 없는 수치가 아니겠는가! 이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안태우가 말하였다.
“에우리마코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은 아로왕 신의 축일이다. 이런 날에는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오늘은 활을 거두고 도끼는 그대로 두자. 아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포도주를 따르게 하여 신께 제사를 올리고, 활쏘기는 잠시 미루자.
내일 새벽 말태수를 불러 가장 좋은 염소를 가져오게 하고 활쏘기의 신 아로왕에게 제사를 올린 뒤 다시 활을 쏘아 시합을 끝내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시종들은 손 씻을 물을 따르고, 아이들은 술잔에 포도주를 나누어 따랐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하였다.
거짓과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이미 모든 일을 치밀하게 꾸며 놓았다는 것을.
오지수는 염소치기 말태수에게 명하였다.
“말태수여, 어서 불을 피우고 의자를 불 가까이 끌어다 놓으라. 양털도 깔아라. 그리고 창고에서 큰 기름 덩어리를 가져오라.
우리 젊은이들이 활을 따뜻하게 하고 기름칠하여 다시 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오늘 이 시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말태수는 곧 명을 받들어 불을 피우고 의자를 옮기며 양털을 깔고 기름 덩어리를 가져왔다.
젊은이들은 활을 불 가까이 가져가 데웠다.
그러나 여전히 시위를 걸지 못하였다.
그들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자들은 구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고 위세 높은 안태우와 에우리마코스였다.
그때 오지수가 말하였다.
“여왕의 구혼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숨기지 않겠다.
특히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 그대들에게 청하노라. 그대들은 앞서 훌륭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이제 활은 잠시 내려놓고 신들을 향하여 기도하라. 새벽이 되면 신께서 승자를 정하시고 그에게 성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저 윤이 나는 활을 다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 내 손이 아직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고 강한지, 아니면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며 가난 속에 살다가 그 힘마저 잃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구혼자들은 오지수가 정말로 활에 시위를 걸까 두려워하였다.
안태우가 곧 성을 내며 말하였다.
“이방인아!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가 너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우리 귀족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듣게 한 은혜도 모르느냐?
다른 거지들은 감히 우리의 잔치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좋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술이란 원래 그러하다. 지나치게 마시면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
옛날 유명한 켄타우로스 에우리티온도 라피테스 족을 찾아가 용맹한 피리토우스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었다.
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자 전사들이 그를 집 밖으로 끌어냈고, 무자비한 칼로 그의 귀와 코를 베었다.
그 후로도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떠돌았으며, 그날부터 켄타우로스와 인간은 서로 원수가 되었다.
술이 그에게 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네가 저 활에 시위까지 걸려고 한다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너를 가엾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배에 태워 잔혹하기로 이름난 에케토스 왕에게 보내겠다. 그곳에서는 네가 도망칠 길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잠자코 앉아 술이나 마시고 젊은 사내들과 다투지 말라.”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다.
“아니오, 안태우. 태명이 이 집에 손님으로 맞아들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손이 활시위를 당길 만큼 힘이 세다고 해서 내가 그를 따라가 혼인하리라 생각합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일로 잔치를 어지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에우리마코스가 말하였다.
“현명한 연로비여, 저 이방인이 그대와 혼인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만일 훗날 어떤 무례한 자가 말하기를,
‘저 사내들은 참으로 약하구나! 전사의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활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다니!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거지가 나타나 손쉽게 시위를 걸고 열두 도끼를 모두 꿰뚫었단 말인가!’
라고 한다면 우리의 수치가 얼마나 크겠소?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찌하겠소?”
연로비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에우리마코스여, 왕의 재산을 날마다 축내는 자가 어찌 위엄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이런 사소한 일에 그토록 소란을 피우십니까?
저 낯선 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좋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귀한 신분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서 활을 건네고 우리가 지켜보도록 하십시오.
만일 아로왕 신의 도움으로 그가 시위를 당긴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장포와 튜닉과 신을 주고, 사람과 짐승을 막아낼 날카로운 양날 검과 단검도 마련해 주겠습니다.
또한 그가 어느 곳으로 떠나든 그 길을 막지 않고 도와주겠습니다.”
그러자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하였다.
“어머니, 이 활을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거절할 것인지는 누구보다 제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섬에서든 엘리스의 넓은 목초지에서든, 이 집의 어떤 사내도 저에게 활을 내놓으라 명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서 방으로 올라가 베틀과 물레를 돌보십시오. 시녀들에게도 그리하라 명하십시오.
활쏘기는 사내의 일이며, 특히 이 집을 다스릴 제 일이옵니다.
이 집의 권세를 쥔 자가 바로 저입니다.”
연로비는 아들의 단호한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딸들과 함께 침실에 들어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맑은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내려와 그녀의 눈을 감기고 깊은 잠에 들게 하였다.
그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활을 들어 올렸다.
구혼자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웠다.
“더러운 돼지치기야! 그 활을 어디로 가져가느냐?
네가 미친 것이 아니냐? 네가 기르는 돼지들과 개들까지 너를 물어뜯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아로왕 신과 다른 불멸의 신들의 은총을 받는다 해도 그러할 것이다!”
연회장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이 너무나 컸으므로 에우마이오스는 두려워 활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때 태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할아버지! 어서 가시오! 활을 계속 가져가시오!
머지않아 누구의 명을 받들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오.
내가 할아버지보다 젊지만 힘은 더 세니 조심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판까지 쫓아가 돌을 던질 것이오.
이 집에 함부로 들어와 어머니에게 구혼하며 소란을 피우는 저 무리처럼 나에게도 힘이 있다면, 당장 모두 쫓아내고 복수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구혼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태명에 대한 분노도 어느덧 사라졌다.
에우마이오스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 유능한 주인 오지수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명숙를 불러 말하였다.
“태명이 명하기를, 연회장 문을 굳게 잠그고 단단히 묶으라 하였습니다. 남자들의 고함이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방 안에서 조용히 일을 하십시오.”
명숙는 아무 말 없이 연회장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필로에티우스 또한 급히 밖으로 나가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굳게 잠갔다.
현관에는 새로 꼰 비블로스 밧줄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밧줄로 문을 단단히 묶은 뒤 안으로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주인 오지수를 바라보았다.
오지수는 이미 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벌레가 활대를 갉아먹지는 않았는지, 곳곳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구혼자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하였다.
“활의 대가라도 되는 양 살펴보는구나. 정말 능숙한 사람처럼 행동하는군.
아마 자기 집에도 이런 활이 있었거나, 앞으로 하나 만들 생각인가 보다.
저 불쌍한 떠돌이가 활을 만지작거리는 꼴을 보라!”
한 젊은 구혼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제발 그의 앞날의 운도 저 활에 시위를 거는 솜씨만큼이나 좋기를 빌어야겠군!”
그들은 모두 오지수를 조롱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숙련된 악사가 양의 창자로 만든 줄을 리라의 줄감개에 감아 팽팽하게 매듯, 거대한 활을 한 치 한 치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능숙한 손으로 활에 시위를 걸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시위를 가볍게 튕기자, 그 소리가 마치 제비가 맑은 봄날 처마 밑에서 노래하는 듯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구혼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우레가 울렸다.
상제가 천둥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이날을 기다려 온 오지수는 간사한 크로노스의 아들이 보내온 징조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화살 하나를 집었다.
다른 화살들은 이미 화살통 속에 들어 있어 곧 쓰일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수는 화살을 활대에 얹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활과 시위를 함께 힘껏 당겼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확히 겨냥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을 놓았다.
쏜살같이 날아간 청동 화살촉은 첫 번째 도끼의 구멍을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도끼를 꿰뚫었다.
열두 개의 도끼가 모두 차례로 꿰뚫렸다.
화살은 마지막 도끼를 지나 반대편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오지수가 태명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태명아, 네 손님이 너에게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을 안겨 주었구나.
나는 모든 과녁을 맞혔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사람들은 내가 약한 자라고 비웃었으나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으나 이제 잔치를 벌일 때가 되었구나.
그리고 잠시 후 음악을 울려 축하하자. 그것이 저녁 잔치의 참된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그가 눈썹을 살짝 들어 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태명은 즉시 칼을 차고 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두 사람의 청동 무기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때부터 오래도록 억눌렸던 피바람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제22권 구혼자들을 소탕==
오지수는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알몸이 된 그는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문지방으로 뛰어 올라, 발아래에 화살을 한 아름 쏟아 놓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놀이가 끝났도다. 나는 다시 활을 쏘리라. 아직 한 번도 맞히지 못한 다른 과녁을 향하여 쏘리라. 오, 상제의 총애를 받는 활의 신이여! 부디 이 손을 도우소서!”
말을 마친 오지수는 안태우를 향하여 치명적인 화살을 겨누었다.
젊은 안태우는 금잔을 손에 들고 포도주를 휘저으며, 마치 아무 근심도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죽음이 자기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다. 어찌 그러한 생각을 하였겠는가. 수많은 연회객 가운데 홀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들 자가 있으리라고 누가 감히 생각하였겠는가.
그때 오지수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휙!
화살은 안태우의 목을 향하여 날아갔다. 화살촉은 그의 부드러운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안태우는 옆으로 쓰러졌고, 손에 들었던 금잔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곧 그의 콧구멍에서는 굵은 피가 솟구쳤으며, 발이 경련하듯 움직이다가 탁자를 걷어찼다. 탁자가 뒤집히자 음식과 술이 바닥에 쏟아졌다. 흰 빵과 잘 구운 고기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본 구혼자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두꺼운 돌담을 이리저리 뒤지며 방패와 칼을 찾았으나, 손에 잡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분노하여 오지수를 향해 소리쳤다.
“이 낯선 자여! 감히 사람을 쏘았으니 그 죗값을 치러야 하리라! 더는 경기에 참여할 수도 없고, 이제 네 목숨은 끝났도다. 네가 감히 이탁도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를 죽였으니, 오늘 여기서 독수리의 밥이 될 줄 알라!”
그러나 불쌍한 자들은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가 안태우를 우연히 죽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일 뜻을 품고 있었다는 것과, 이미 죽음의 그물이 사방에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웃었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내가 토래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 그래서 내 집을 제 것처럼 차지하고, 내 여종들을 욕보이며, 내가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내 아내에게 추근거렸느냐? 하늘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너희를 벌할 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느냐? 이제 보라. 너희는 스스로 죽음의 그물에 걸려들었도다.”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저마다 살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 가운데 에우리마코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지수여, 과연 그대가 돌아왔다면 우리의 말도 들어 주시오. 그리스인들이 그대의 영지와 집에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은 실로 잘못된 일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 일을 꾸민 우두머리는 죽었소. 바로 안태우 말이오.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소.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그대의 아내가 아니었소. 상제께서 그의 흉계를 꺾으셨으나, 그는 다른 큰일을 꾸미고 있었소. 그대의 아들을 길목에 매복하여 죽이고 왕좌를 빼앗아 이탁도를 다스리려 한 것이오.
이제 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소. 그러니 부디 폐하께서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그동안 먹은 음식과 마신 술값을 모두 갚겠소. 각자가 소 스무 마리 값에 해당하는 재물을 바치고, 그대가 원하는 금과 청동도 아끼지 않고 내놓겠소. 그대의 분노가 어찌 정당하지 않겠소.”
그러나 오지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에우리마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내 모든 재산을 내놓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친다 하여도 소용없다. 너희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내 손이 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두 길밖에 없다.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하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건져 보아라. 그러나 너희 가운데 죽음을 피할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리고 심장이 얼어붙는 듯하였다.
에우리마코스가 다시 동료들을 향하여 외쳤다.
“친구들이여! 이 자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저 윤이 나는 문지방에 버티어 서서 우리를 하나씩 쏘아 죽일 것이오. 어서 싸울 계책을 세우시오!
칼을 뽑고 탁자를 방패로 삼아 화살을 막으시오. 모두 힘을 합쳐 저자를 문지방에서 몰아내고,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합시다. 저자의 화살도 곧 다 떨어질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날카로운 청동검을 뽑아 들고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지수의 활시위가 울렸다.
쐐액!
화살은 에우리마코스의 가슴, 젖꼭지 곁을 꿰뚫고 들어가 순식간에 간을 관통하였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리며 탁자 위로 쓰러졌고, 음식과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마침내 그의 눈앞에는 검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때 암피노무스가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검을 뽑아 그를 베려 한 것이다.
그러나 태명이 재빨리 뛰어들었다. 그는 뒤에서 청동 창을 힘껏 찔러 암피노무스의 등을 꿰뚫고 가슴까지 관통시켰다.
암피노무스는 얼굴부터 땅에 처박히며 쿵 하고 쓰러졌다.
태명은 창을 그대로 그의 몸에 박아 둔 채 뒤로 달아났다. 창을 뽑으려고 몸을 굽혔다가 다른 그리스인이 달려들어 칼로 찌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말했다.
“아버님, 제가 방패와 창 두 자루, 그리고 청동 투구를 가져오겠습니다. 저도 무장을 하고 우리 목동 두 사람에게도 무기를 나누어 주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내 화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어서 가거라. 저들이 나를 문밖으로 몰아내기 전에 서둘러라. 나는 이곳에서 홀로 싸워야 하느니라.”
태명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무기고로 달려가 창 여덟 자루와 방패 네 개, 그리고 풍성한 말총 장식이 달린 청동 투구 네 개를 가져왔다.
돌아온 그는 먼저 자신의 갑옷을 갖추어 입었고, 두 목동 또한 무장을 하여 뛰어난 계략가인 오지수의 양옆에 섰다.
오지수는 화살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활을 쏘았다. 그의 집 안에서 구혼자들은 하나씩 쓰러져 갔다.
마침내 왕의 화살통도 비었다.
오지수는 튼튼한 문기둥 곁에 활을 내려놓고, 하얗게 빛나는 궁전 벽에 기대어 두었다. 그리고 네 겹으로 된 방패를 어깨에 걸치고, 잘 만든 청동 투구를 머리에 썼다. 투구 위의 말총 장식이 위엄 있게 흔들렸다.
그는 양손에 청동 창을 하나씩 움켜쥐었다.
그때 성벽 안쪽에 단단히 닫힌 문이 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오지수는 충직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곳에 서서 문을 지켜라. 이제 출구는 하나뿐이다.”
그러자 아겔라우스가 모든 구혼자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친구들이여!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저 문으로 빠져나가 사람들에게 사태를 알리고 경보를 울려야 하오. 그러면 이자의 화살도 곧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염소치기 말태수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주군. 그 입구는 너무 좁고 궁전 문과도 지나치게 가까우니 위험합니다. 용감한 한 사람만 그곳을 지켜도 우리 모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창고에 가서 갑옷을 가져오겠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적들이 갑옷을 그곳에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말태수는 성벽 안쪽의 좁은 통로를 기어 올라가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방패 열두 개와 창 열두 자루, 말총으로 장식한 청동 투구 열두 개를 꺼내 아래층으로 가져왔다.
그리하여 구혼자들은 다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오지수는 그들이 무기를 들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하였다. 그들의 오만하고 흉악한 모습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태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면 말태수가 내 집에서 우리를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구나!”
태명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버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창고 문을 조금 열어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쪽에서 누군가 망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여, 가서 문을 굳게 닫고 살펴보시오. 우리를 해치려 한 자가 여자들 가운데 있는지, 아니면 제가 의심하는 말태수인지 알아보시오.”
한편 말태수는 다시 무기를 가져오기 위하여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돼지치기가 그를 발견하고 오지수에게 알렸다.
“나리, 우리가 모두 의심하던 그 간악한 자가 창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리께서는 언제나 묘한 계책을 세우시니, 제가 그를 죽이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이곳으로 끌고 와 나리께서 그의 온갖 죄악을 친히 다스리시겠습니까?”
오지수는 이미 계책을 세워 두고 있었다.
“태명과 나는 저 구혼자들이 아무리 날뛰더라도 이곳에 가두어 두겠다. 너희 둘은 말태수의 손발을 뒤로 묶어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가라.
그리고 높은 기둥에 밧줄을 걸고 서까래에 매달아라. 그가 죽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하라.”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곧 무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말태수는 그들이 오는 줄도 몰랐다. 그가 무기를 찾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문 양쪽에 숨어 기다렸다.
마침내 말태수가 한 손에는 아름다운 투구를 들고, 다른 손에는 옛날 라에르테스가 젊은 시절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이음새가 다 풀려 녹슨 채 창고에 버려진 방패를 들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말태수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안으로 끌어들인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손발을 뒤로 묶고 매듭진 밧줄로 단단히 동여맨 다음,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서까래에 매달았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그를 조롱하였다.
“말태수야, 이 부드러운 침상에서 밤새도록 편히 자거라. 이것이 네가 지은 죄의 대가다. 새벽이 되어 바다 위 황금빛 왕좌에 해가 떠오르고, 네가 염소들을 몰아 이 집에 와서 구혼자들의 저녁상을 차리던 바로 그때까지 여기 매달려 있거라.”
그리하여 말태수는 손발이 묶인 채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다.
두 목동은 무장을 마치고 방을 나와 문을 닫은 뒤 교활한 지도자 오지수에게 합류하였다. 그들은 문지방에 굳게 서서 결의를 다졌다.
안에는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아 있었으나, 오지수와 태명, 그리고 두 충직한 목동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었다.
그때 상제의 딸인 지혜낭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과 음성은 마치 명토와 같았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말했다.
“명토여, 우리 사이의 오랜 우정을 기억하소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나는 그대를 소중히 대하였나이다. 이제 나를 도와주소서!”
그는 그녀가 군대를 움직이는 지혜낭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구혼자들이 일제히 반대의 소리를 질렀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스승이시여, 부디 오지수의 말에 속아 우리와 싸우지 마십시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우리가 이 아버지와 아들을 죽이고 당신 또한 당신의 계략대로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당신도 그 죗값을 목숨으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청동검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며, 당신이 가진 모든 재물 또한 빼앗아 우리의 전리품 가운데 섞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들도 이 연회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당신의 아내와 딸들도 이탁도에서 자유로이 거닐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지혜낭자는 크게 노하여 오지수를 꾸짖었다.
“지금 그대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상제의 총애를 받는 백발의 헬레나를 위하여 아홉 해 동안 토래성인들과 싸웠고, 전쟁 중 수많은 적을 죽였으며, 끝내 그 성을 함락할 계책까지 세웠도다.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거늘, 어찌하여 이 구혼자들에게 정당한 무력을 쓰기를 두려워하는가?
자, 내 곁에 서라. 알키무스의 아들 명토가 그대가 세운 모든 공적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적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라.”
그러나 지혜낭자는 아직 결정적인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지수와 그의 아들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비처럼 연기 속으로 날아올라 지붕의 서까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겔라우스와 데모프톨레모스, 에우리노모스, 피산더, 암피메돈, 보리보가 살아남은 구혼자들을 독려하였다. 그들은 가장 용감한 자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이미 활과 빗발치는 화살에 쓰러지고 없었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 명토의 허풍은 모두 헛소리였도다. 그는 떠났고, 이제 저자들만 문 앞에 남았소.
어서 저 잔혹한 자를 제압하여 손을 멈추게 하시오. 한꺼번에 모든 창을 던지지 말고, 먼저 우리 여섯 사람이 창을 던집시다. 상제께서 오지수를 맞혀 우리에게 승리를 허락하시기를 기도합시다. 그가 쓰러지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오.”
여섯 사람은 그의 말에 따라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가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버렸다.
한 창은 궁전 홀의 문설주를 꿰뚫었고, 또 한 창은 굳게 닫힌 문에 박혔다. 다른 창은 벽에 깊이 박혔다.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오지수의 무리는 모든 창을 피하였다.
오지수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마침내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들은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무기를 빼앗으려 한다! 이제 과거의 원한을 갚고 너희 목숨을 지켜라. 지금 쏘아라!”
네 사람은 일제히 창을 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데모프톨레모스를 쓰러뜨렸다. 태명과 에우리아데스와 돼지치기는 엘라투스를 죽였고, 소치기는 피산더를 쓰러뜨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다른 구혼자들은 구석으로 몰려 웅크렸다.
그러나 살아남은 네 사람이 시체에서 창을 뽑아 다시 손에 들었다.
구혼자들도 다시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는 또다시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 창은 문설주에 박혔고, 또 한 창은 문을 꿰뚫었다. 다른 물푸레나무 창은 벽에 박혔다.
암피메돈의 창은 태명의 손목 곁을 스치며 지나가 청동이 그의 살갗을 찢었다.
크테시푸스가 던진 창은 돼지치기의 방패 바로 위 어깨를 스쳐 지나가 뒤쪽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눈 밝고 계략에 능한 오지수와 그의 동료들은 몰려드는 구혼자들을 향하여 날카로운 창을 내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에우리다마스를 꿰뚫었다.
태명은 암피메돈을 베었고, 돼지치기는 보리보를 쓰러뜨렸다. 목동은 크테시푸스의 가슴을 청동 창으로 꿰뚫으며 외쳤다.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를 모욕하기를 즐겨 하더니, 이제 네 자랑도 끝났구나. 신들이 마지막 말을 하셨고 승리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것은 네가 오지수가 집 없는 떠돌이처럼 자기 집을 지나갈 때 발로 걷어찬 대가이니라!”
오지수는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아겔라우스를 찔렀다.
태명은 레오크리투스에게 달려들어 배에 청동 창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레오크리투스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쳤다.
그때 지혜낭자가 지붕 위에서 치명적인 아이기스를 높이 들어 올렸다.
겁에 질린 구혼자들은 봄날 해가 길어지는 때 등에에게 쫓긴 소 떼처럼 연회장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마치 굽은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독수리 떼가 높은 언덕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구름 아래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희생자들은 도움을 받을 곳도, 달아날 길도 없었다. 네 명의 전사들은 사방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며 하나씩 베어 넘겼다.
머리가 깨지는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가 궁전을 가득 채웠고, 바닥은 어느새 온통 피로 물들었다.
레오데스는 오지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위하여 달려들어 그의 무릎을 붙잡았다.
아겔라우스가 죽으며 손에서 칼을 떨어뜨렸다.
오지수는 강한 팔로 그 칼을 휘둘러 사제의 목을 베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읊조리던 그의 머리는 피를 흘리며 먼지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억지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시인 페미우스는 뒷문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갈림길에 놓였다.
밖으로 나가 옛 주인들이 수많은 제물의 허벅지뼈를 태우던 가정의 신, 위대한 상제의 제단 아래 숨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그는 마침내 결심하였다.
간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속이 빈 리라를 믹싱볼과 은제 의자 사이 바닥에 내려놓고 오지수의 무릎을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다.
“오지수 나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저를 죽이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저는 신과 인간을 위하여 노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를 익혔으나 신들께서 제 마음속에 온갖 노래를 심어 주셨습니다.
저는 마치 신 앞에서 노래하듯 나리를 위하여 노래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참으시고 제 목을 베지 마소서. 아드님께 물어보십시오. 제가 저녁마다 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러 온 것은 제 뜻이 아니었다고 아드님께서 증언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사납고 수가 많았습니다. 제게는 다른 길이 없었나이다.”
그러자 용맹한 태명이 급히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서 말하였다.
“아버님, 칼을 거두소서.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집사 메돈도 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늘 저를 돌보아 준 사람입니다. 목동들이 이미 그를 죽였거나,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모습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메돈은 이미 지혜롭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의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새 소가죽으로 자신을 덮어 숨었다.
태명의 말을 듣자 그는 의자 아래에서 벌떡 일어나 소가죽을 벗어 던지고 태명 곁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부디 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당신의 아버지는 너무나 강하시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고 아들인 당신을 업신여긴 구혼자들에게 크게 노하셨습니다. 제발 아버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러자 영리한 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 아버지는 이미 네 목숨을 구해 주셨느니라. 그러니 살아남아 선행이 악행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라.
이제 홀을 나가거라. 밖으로 나가 마당에 있는 이름난 가수 곁에 앉아 있으라. 나는 이 집 안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상제의 제단 곁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 숨을 죽였다.
오지수는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있는지, 혹은 죽음을 피해 숨어 있는 자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다가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었다. 마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어두운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고기 떼가 넓은 모래사장에 쏟아져 나온 것과 같았다.
그렇게 구혼자들은 서로 겹쳐져 죽어 있었다.
그러나 오지수는 여전히 계략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명숙에게 할 말이 있다. 태명아, 어서 그녀를 데려오너라.”
태명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문을 살짝 열고 유모를 불렀다.
“유모여, 어서 오시오! 그대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궁전의 여자 노비들을 거느려 왔소. 아버지께서 그대와 할 말씀이 있으니 빨리 오시오!”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으나 크고 튼튼한 홀의 문을 열었다.
태명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학살당한 남자들의 시체 사이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오지수를 보았다.
마치 사자가 초원의 소를 잡아먹은 뒤 가슴과 턱이 온통 피로 물든 것처럼, 오지수의 손발 또한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참혹한 시체들을 보고, 사방에 흩어진 피를 보고, 그토록 처참한 살육의 광경을 눈앞에 마주한 유모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맹세하건대 나는 이 집의 어떤 여자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소.
나는 오히려 구혼자들을 말리며 손을 더럽히지 말라고 간곡히 타일렀소. 그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소. 그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지은 죄에 합당한 최후를 맞은 것이오.
그러니 이제 이 집의 여자들에 관하여 말해 보시오. 누가 나를 업신여겼으며, 누가 끝까지 정절을 지켰소?”
주인을 깊이 사랑하는 늙은 여종이 대답하였다.
“얘야, 내가 이 집의 사정을 낱낱이 알려 주마.
이 집에는 우리가 양털을 빗는 법을 가르치고 노비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여종이 쉰 명이나 있단다. 그런데 그 가운데 열두 명이 명예를 저버렸구나.
그 열두 명은 나와 우리 안주인 연로비를 업신여겼다. 연로비께서는 태명이 아직 어리고 이제 막 장성하였으므로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셨지.
내가 위층 여자들의 방으로 올라가 주인마님께 이 일을 아뢰겠소. 아마 어느 신께서 그분에게 잠을 내려 주신 모양이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직은 안 된다. 그녀를 깨우지 마라. 먼저 나 없는 동안 반역을 꾀한 여자들을 모두 불러오너라.”
늙은 유모는 그의 명을 받들어 복도를 지나가며 여자들을 하나씩 불렀다.
그동안 오지수는 태명과 목동들을 불러 모아 명하였다.
“이제 시체를 치워야 한다. 여자들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 꿀처럼 부드러운 스펀지와 물을 가져다가 내 위엄 있는 의자와 아름다운 탁자를 깨끗이 닦아라.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내 궁전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아라.
그리고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데려오너라. 긴 칼로 그들을 베어 죽여라. 그리하면 그들이 아프로디테의 힘을 빌려 구혼자들과 은밀히 저지른 행위를 더는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자들은 절망하여 흐느끼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달려왔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밖으로 옮겨 지붕 아래에 차곡차곡 쌓았다.
오지수는 그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
여자들은 물에 적신 흡수성 좋은 스펀지로 아름다운 의자와 탁자를 닦았다. 태명과 목동들은 삽으로 바닥의 피와 더러운 것들을 긁어내 깨끗이 만들었다.
여자들은 쓰레기를 주워 밖으로 내다 버렸다.
남자들은 집 안의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돈한 다음, 여자들을 밖으로 끌어내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가두었다.
여자들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태명이 나서서 말했다.
“저 여자들은 구혼자들의 곁에 누워 나와 어머니에게 수치를 안겼소. 그러니 나는 이들에게 깨끗한 죽음을 허락할 수 없소.”
그는 뱃사람들이 쓰는 굵은 밧줄을 가져다가 둥근 홀과 높이 솟은 기둥에 걸었다. 그리고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매달았다.
마치 비둘기나 지빠귀가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날개를 펼쳤다가 누군가 놓아둔 덫에 걸려 그물에 갇히는 것과 같았다.
여자들의 머리가 일렬로 늘어섰고, 목에는 올가미가 걸렸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잠시 발을 떨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도 멎었다.
그런 다음 남자들은 말태수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들은 구부러진 청동 칼로 그의 코와 귀를 베고, 성기를 잘라 개들에게 날것으로 던져 주었다.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그들은 그의 손과 발까지 잘라냈다.
그 일을 마친 뒤 남자들은 몸을 씻고 궁전 안으로 돌아왔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늙은 유모에게 말했다.
“이제 불과 유황을 가져오너라. 악령을 몰아내는 약이니 집안을 깨끗이 소독하겠다. 그리고 연로비와 그녀의 노비들, 모든 여종들을 이 집 안으로 불러들이거라.”
유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나리. 모든 말씀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장포와 저고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튼튼한 등을 그런 누더기 한 벌로만 가리고 계시면 어찌 옳겠습니까?”
그러자 온갖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먼저 불을 피워 이 홀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옳다.”
충직한 여종은 그의 명을 받들어 불과 유황을 가져왔다.
오지수는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웠고, 집 안의 모든 방과 마당을 두루 훈증하였다.
그동안 늙은 유모는 궁전 곳곳을 뛰어다니며 여인들을 불렀다.
횃불을 든 여인들은 저마다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였다. 어떤 이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어떤 이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기쁨으로 맞았다.
오지수는 마침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그 자리에 있는 여인들을 하나하나 모두 알아보았다.
==제23권 부부상봉과 침상의 비밀==
늙은 여종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낄낄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 마님에게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음을 고하였더라.
평소에는 힘없이 떨리던 두 무릎에 문득 힘이 솟은 듯하고, 발걸음 또한 가벼워져 단숨에 여왕의 침상 곁, 머리맡에 이르러 말하였느니라.
“마마, 어서 일어나 보십시오! 마침내 마마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지수 대감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바로 이 집 안에 계십니다!
마침내 돌아오셨단 말입니다!
대감의 재산을 탕진하고 왕자를 위협하며 온갖 횡포를 일삼던 구혼자들을 모조리 죽이셨습니다!”
그러나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가련한 늙은이여, 신들이 그대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였구나.
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고, 어리석은 자를 갑자기 지혜롭게 만들 수도 있는 힘을 지녔느니라.
그대는 본래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토록 어리석은 말을 하는가.
내가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희롱하려 하는 것이며, 어찌하여 내 눈을 덮고 있던 달콤한 잠에서 나를 깨웠단 말인가.
오지수가 저주받은 도시 에빌리움으로 떠난 뒤로 나는 이토록 깊은 잠을 잔 적이 없었느니라.
어서 돌아가거라.
다른 여종이 와서 나를 깨우고 이런 허망한 말을 또다시 지껄인다면, 나는 당장 그 아이를 아래층으로 쫓아낼 것이며 결코 너그럽게 대하지 않을 것이니라.
다만 그대는 나이가 많으므로 이번에는 심한 꾸지람을 면하게 하겠노라.”
그러자 명숙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하였더라.
“얘야, 내가 너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란다. 참말이다.
오지수 대왕께서 정말 이곳에 돌아오셨단다.
그토록 오랫동안 너희를 괴롭히던 그 낯선 사람이 바로 오지수 대왕이시니라.
태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혜롭게도 아버지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그리하여 대왕께서 구혼자들의 오만과 횡포를 갚으실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 말을 듣자 연로비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유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느니라.
그리고 급히 말하였도다.
“유모여!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오지수가 이 집에 돌아왔다면 어찌 그 많은 구혼자들을 공격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혼자 한 분뿐인데, 이 집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 않았습니까?”
명숙가 대답하였느니라.
“나는 그 일을 자세히 보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사내들이 죽어가며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었을 뿐이란다.
우리는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는데, 얼마 후 네 아들이 나를 불렀단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것이었지.
그리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오지수께서 시신들 가운데 서 계셨단다.
시체가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서로 포개져 있었느니라.
네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마치 사자처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온몸이 떨렸을 것이다.
지금 그 시신들은 모두 안뜰 문밖에 쌓여 있고, 오지수께서는 궁전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하여 큰 불을 피우고 계신단다.
이 집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되찾으시려는 것이지.
그리고 나를 보내 너를 데려오게 하셨느니라.
어서 나와 함께 가자.
그러면 너와 그분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미 너무나 큰 고통을 견뎌내지 않았느냐.
이제 네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분은 살아 계신다!
집으로 돌아오셔서 너와 아들을 다시 만나셨으며,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구혼자들에게 마침내 원수를 갚으셨단다.”
그러나 연로비는 여전히 신중하게 대답하였느니라.
“유모여, 너무 기뻐하지 마시오.
그대도 알다시피 나와 내 아들은 오지수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소. 우리 모두 그러하였소.
그러나 그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소.
사람들은 어떤 신이 구혼자들의 횡포와 오만함에 진노하여 그들을 죽였다고 말하고 있소.
그들은 손님이 선하든 악하든 가리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았으며, 그들의 어리석음이 마침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을 것이오.
그러나 내 남편 오지수는 고향을 잃었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숨까지 잃었다고 나는 믿고 있소.”
유모가 다시 말하였느니라.
“얘야! 네 남편이 지금 여기 난롯가에 있는데 어찌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느냐?
너는 예나 지금이나 의심이 참 많구나.
그러나 내게는 분명한 증거가 있단다.
내가 그분의 몸을 씻겨 드리다가, 옛날 멧돼지의 송곳니에 찔려 생긴 흉터를 만졌느니라.
나는 곧장 너에게 알려주려 하였으나, 그분께서 내 목을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셨단다.
자, 어서 나와 함께 가자.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나를 죽여도 좋다.”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도다.
“유모여, 그대가 총명한 사람인 것은 내가 잘 아오.
그러나 신들의 뜻을 사람이 어찌 모두 헤아릴 수 있겠소.
자, 나와 함께 아들을 만나러 갑시다.
구혼자들이 죽은 모습을 직접 보고, 또한 그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소.”
이에 연로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느니라.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어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마음이 갈팡질팡하였도다.
마침내 문턱을 넘어 불빛이 비치는 곳에 이르러 벽 가까이에 앉아 남편과 마주 보았느니라.
오지수는 기둥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때 자신과 한 침상을 함께 쓰던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연로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느니라.
때때로 그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면 분명 오지수와 닮은 듯하였으나, 더럽고 낡은 옷차림은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도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태명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느니라.
“어머니! 어찌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왜 이토록 잔인하게 아버지를 거절하십니까?
왜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앉아 말씀을 나누지 않으십니까?
세상 어느 여인도 백 살을 먹었다 하더라도 어머니처럼 완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돌아오신 아버지를 어찌 이리 멀리하십니까?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돌처럼 굳어 있군요!”
그러나 연로비는 깊이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하였느니라.
“얘야, 나도 지금 마음이 어지럽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단다.
그러나 만일 이분이 정말 내 남편이라면, 정말로 나의 오지수가 돌아온 것이라면, 우리 둘만이 아는 은밀한 징표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징표로써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러자 냉정하기로 이름난 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태명에게 말하였도다.
“아들아, 어머니께서 나를 시험하시도록 내버려 두어라.
머지않아 어머니께서는 나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실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더럽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으로 있는 동안에는 어머니께서 나를 선뜻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실 것이니라.
그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한 사람만 죽였더라도 그 살인자는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달아나야 할 것이니라.
그런데 우리는 이탁도의 기둥이라 할 만한 자들과 이 섬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도 아버지의 꾀와 슬기에 견줄 수 없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곧장 아버지의 뒤를 따르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용감히 행동하겠습니다.”
오지수는 곧 계책을 세웠느니라.
그가 말하되,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희 셋은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에게도 좋은 옷을 입혀라.
그리고 신과 같은 가수는 리라를 들고 맑고 경쾌한 혼례의 노래를 연주하도록 하라.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이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이 집에서 혼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니라.
우리가 우리 영지의 숲에 이를 때까지는 구혼자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멀리 퍼져서는 안 된다.
그곳에 이르면 상제께서 우리에게 정해 주신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람들은 모두 오지수의 말대로 행하였도다.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도 몸을 단장하였으며, 가수는 리라를 들고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하였느니라.
그 음악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흥이 일어났도다.
집 안은 아름다운 허리띠를 두른 남녀들의 발소리로 가득 찼느니라.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렸도다.
“저토록 많은 구혼자가 찾아들던 왕비가 마침내 혼인하는 모양이구나!
참으로 완고한 여인이로다.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킬 힘조차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러나 그들은 궁전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여종 에우리노메가 오지수의 몸을 씻기기 시작하였도다.
그의 몸에 감람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튜닉과 아름다운 장포를 입혔느니라.
그러자 지혜낭자가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령한 아름다움을 내려주었도다.
그의 키는 더욱 크고 몸은 더욱 굳세어졌으며, 머리카락은 자운화 꽃처럼 풍성하고 곱슬곱슬하게 자라났느니라.
마치 지혜낭자나 해필수가 장인에게 금속 세공의 기술을 가르쳐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게 한 뒤, 은 위에 황금을 부어 장식하는 것과 같았도다.
지혜낭자는 오지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아름다움을 부어주었으며, 목욕을 마친 그의 모습은 마치 불멸의 신과 같았느니라.
오지수는 다시 아내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말하였도다.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로구나!
신들이 그대에게 철석같이 굳센 마음을 내려주신 것이 분명하도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통을 겪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이토록 거절하는 아내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자, 유모야.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상을 하나 마련해 주어라.
이 여인은 참으로 쇠붙이보다 더 굳센 마음을 지녔구나.”
그러자 연로비가 재치 있게 대답하였느니라.
“참으로 대단한 남자로군요!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뽐내는 것도 아니며, 지금 일어난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긴 노를 저어 이탁도를 떠나던 날에도 당신은 늘 그런 모습이었으니까요.
자, 명숙여.
그가 직접 지은 방 밖에 침상을 마련하여라.
침상틀을 밖으로 옮기고 그 위에 이불과 담요를 깔아 주어라.”
이 말은 남편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더라.
그러자 오지수가 크게 노하여 충실한 아내에게 말하였느니라.
“여인이여!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구나.
누가 내 침상을 옮겼단 말인가?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그것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신이라면 쉽게 옮길 수 있겠지.
아무리 젊고 힘센 사람이라도 그 침상을 움직일 수는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 침상에는 남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며,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느니라.
안뜰에는 가늘고 긴 잎을 가진 감람나무 한 그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도다.
그 줄기는 마치 기둥처럼 굳세었느니라.
나는 바로 그 감람나무를 중심으로 방을 지었도다.
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았느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람나무를 다듬어 청동 도끼로 가지를 뿌리부터 끝까지 잘라내고, 나무줄기를 깎아 침상의 기둥을 만들었도다.
송곳과 드릴로 나무를 뚫어 기둥을 만들었느니라.
그것이 내가 만든 첫 번째 침상 기둥이었도다.
그 뒤 금과 은과 상아를 박아 넣어 나머지 세 기둥을 만들고, 자주색으로 물들인 소가죽 끈을 그 위에 팽팽하게 둘렀느니라.
이것이 바로 그 침상의 비밀이니라.
그러니 여보, 내 아내여!
그 누가 감히 그 감람나무의 줄기를 잘라 침상을 옮겼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침상이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연로비의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느니라.
그녀는 마침내 남편이 보여준 징표를 모두 깨달았도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하였느니라.
“오지수여!
이제는 제게 노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다른 모든 일에서는 참으로 이해심 깊은 사람이거늘, 어찌하여 제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을 원망하십니까.
신들이 우리를 괴롭힌 것이옵니다.
우리가 함께 젊음을 누리고 늙을 때까지 한평생을 같이 살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하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악한 사내가 거짓말로 나를 속일까 늘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정직하지 못하고 간교한 남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이방인 또한 만일 그리스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 헬렌을 데려갈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신이 그녀의 마음에 그러한 욕망을 심어 그 일을 하게 만든 것이겠지요.
그것이야말로 내게 처음으로 큰 슬픔을 안겨 준 열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께서는 우리 침상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여종 악토리스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습니다.
악토리스는 우리 방을 지키던 사람이었지요.
당신은 마침내 내 완고한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믿게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오지수는 눈물이 솟아나는 것을 참지 못하였느니라.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소리 내어 흐느꼈도다.
마치 해신이 바다에서 배를 부수고 거센 파도와 강풍으로 선원들을 바다에 내던졌을 때, 살아남은 자들이 마침내 육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느니라.
어떤 자들은 바다를 빠져나와 해안에 이르렀으나 온몸에 소금물이 묻어 있었도다.
그들은 살아남은 것을 신들에게 감사하며 기어 올라왔느니라.
이와 같이 연로비 또한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품에 안고 기쁨에 겨워 하얀 팔로 그의 목을 놓지 않았도다.
두 사람은 장밋빛 새벽이 하늘에 이를 때까지 울고 싶었으나, 빛나는 눈을 가진 지혜낭자가 그들을 불쌍히 여겨 개입하였느니라.
지혜낭자는 밤을 붙잡아 두고 황금빛 새벽이 바닷가에 오래 머물게 하였으며, 빛나고 밝은 새벽의 망아지들이 멍에를 쓰지 못하게 하였도다.
그러자 오지수가 머리가 어지러운 듯 말하였느니라.
“여보, 우리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앞으로도 많은 고난이 남아 있고,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힘든 일이 많이 있소.
이는 티레시아스의 영혼이 내게 알려준 운명이오.
내가 염라국의 집에 들어가 나와 내 부하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었던 날, 그는 내게 앞으로의 일을 알려주었소.
그러니 이제 함께 침상에 들도록 합시다.
달콤한 잠을 누리도록 합시다.”
그러자 늘 앞날을 내다보는 연로비가 대답하였느니라.
“당신이 원하실 때 언제든지 그러십시오.
이 침상은 본래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신들께서 마침내 당신을 집으로, 그것도 잘 지어진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신께서 당신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겠지만, 지금 알아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지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그대는 참으로 특별한 여인이오.
어찌하여 내게 그대의 마음까지 아프게 할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대에게 숨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겠소.
티레시아스는 내가 노를 들고 여러 고을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소.
그러다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지 않는 사람들, 배의 뱃머리를 붉게 칠하지 않는 사람들, 배의 날개와도 같은 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사람이 내 어깨에 짊어진 것을 보고 그것을 ‘키’라고 부르는 순간, 내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라고 하였소.
그때 나는 노를 땅에 깊이 박고 해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하오.
숫양과 황소와 멧돼지, 흠 없는 짐승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늘에 거하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하였소.
그렇게 하면 나는 바다에서 죽지 않고 편안히 늙어갈 것이며, 부유하고 행복한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하였소.”
현명한 연로비가 대답하였도다.
“신들께서 당신이 편안하게 늙어가도록 허락하신다면, 우리의 모든 고난에도 마침내 끝이 있을 희망이 있겠군요.”
두 사람은 이렇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느니라.
그동안 노비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에우리노메와 명숙는 횃불을 들고 와 튼튼한 침상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깔았도다.
유모는 자기 침상으로 돌아갔고, 에우리노메는 횃불을 들고 왕과 왕비를 그들의 침상까지 인도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느니라.
마침내, 참으로 마침내, 기쁨에 찬 남편과 아내는 오래전 헤어졌던 부부의 침상으로 다시 돌아왔도다.
한편 목동들과 태명은 춤을 멈추고 여인들에게도 춤을 그치게 하였으며,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느니라.
왕과 왕비는 서로 사랑을 나눈 뒤 또 하나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더라.
연로비는 자신 때문에 구혼자들이 집안을 망쳐 놓고, 양과 소 떼를 마구 죽이며, 포도주를 지나치게 마시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남편에게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지수 또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그 일을 이루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를 하나하나 들려주었도다.
연로비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남편이 모든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잠들지 않았느니라.
먼저 오지수는 키코네스족을 무찌르고 그들을 죽였던 일부터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로터스 열매를 먹는 사람들이 사는 들판에 이르렀던 일과, 독안거인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그에게 붙잡힌 부하들을 되찾고 그 무도한 자에게 복수하였는지를 말하였느니라.
그 뒤 아이올로스 산에 이르러 환대를 받고 도움까지 받았으나,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운명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였도다.
갑자기 거센 폭풍이 일어나 그를 바다 건너로 끌고 갔으며,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하여 통곡하였느니라.
또한 라이스트리고니아에 이르렀을 때 그곳 사람들이 그의 함대를 공격하여 배를 모조리 깨뜨리고 수많은 부하를 죽였던 일도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키르케의 교활한 계략과,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하여 염라국으로 내려갔던 일도 말하였느니라.
그곳에서 죽은 벗들을 만났고, 어린 시절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어머니의 혼백까지 만났다고 하였도다.
또한 사이렌의 끝없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떠돌았던 일, 방황하는 바위와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에 이르렀던 일, 스킬라의 손아귀에서 겨우 빠져나왔던 일도 차례로 들려주었느니라.
그의 선원들이 태양신의 신성한 소 떼를 잡아먹었던 일도 말하였도다.
그때 상제가 연기와 천둥으로 하늘을 뒤흔들고 번개를 내리쳤으며, 그 번개가 배를 산산이 부수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자신만은 살아남아 마침내 옥기섬에 이르렀다고 하였도다.
그곳에서 립선가가 자신을 동굴에 가두고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며, 자신을 돌보아 죽음과 세월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그녀의 온갖 말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였느니라.
그는 여러 해 동안 참혹한 고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페아키아에 이르렀으며, 그곳 사람들은 자신을 마치 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하였도다.
그들은 청동과 금과 많은 옷가지를 선물하고 오지수를 다시 고향 이탁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에 태워 보냈느니라.
마침내 오지수의 긴 이야기가 끝났도다.
달콤한 잠이 그의 마음을 덮어 모든 근심과 고통을 잠시 잊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총명한 눈을 가진 지혜낭자는 밤새 경계를 늦추지 않았도다.
오지수가 아내와의 기쁨을 다 누리고 잠에 들었다고 생각한 때, 지혜낭자는 오케아노스의 물결에서 갓 태어난 새벽을 깨워 세상에 보내었느니라.
황금빛 새벽이 지상에 빛을 드리우기 시작하자 오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말하였도다.
“여보, 우리 둘 다 참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소.
당신은 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었고, 상제와 다른 신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소.
나 또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운명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소.
그러나 이제 마침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소.
당신은 집 안의 재산을 잘 돌보아 주시오.
나는 그동안 약탈을 나가 구혼자들이 제멋대로 죽여 버린 양들을 대신할 양들을 마련하고, 다른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양을 얻어 우리에 가득 채워야 하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골 과수원으로 가서 슬픔에 잠긴 아버지를 뵈어야겠소.
날이 밝으면 내가 구혼자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퍼질 것이오.
여보, 당신은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할 사람이오.
그러니 여종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앉아 있으시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무기를 챙기고 목동들과 태명을 불러 청동 흉갑을 입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거느리고 집 밖으로 나갔도다.
어느덧 새벽빛이 온 땅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였느니라.
그때 지혜낭자가 다시 밤의 어둠을 내려 그들을 감추고, 오지수와 그의 일행을 마을 밖으로 인도하였도다.
==제24권 구혼자들의 혼백과 저승의 속편,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이에 허명<ref>헤르메스</ref>이 구혼자들의 혼백을 집 밖으로 불러내니, 그 손에는 황금 지팡이가 들려 있었더라. 그 지팡이는 신묘한 힘이 있어, 뜻하는 때에는 산 사람의 눈을 감기기도 하고 잠든 자의 눈을 뜨게 하기도 하는 보물이었느니라.
허명이 혼백들을 이끌어 가매, 저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따라오는 모양이 마치 깊은 굴속 어두운 구석에 매달려 있는 박쥐 떼와 같았더라. 한 마리 박쥐가 무리에서 떨어져 바위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박쥐들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끽끽 울어대듯이, 구혼자들의 혼백 또한 괴이한 소리를 내며 치유의 신 허명의 뒤를 따랐느니라.
그들은 넓게 트인 길을 지나 큰 바다를 건너고, 려우도 바위와 태양신의 문을 지나 꿈의 세계를 헤매었으며, 마침내 삶에 지친 혼백들이 머무는 곳, 저승화 꽃밭에 이르렀더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길수의 유령과 파달룡의 혼백을 만났고,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아길수 다음으로 고려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아이아스의 유령 또한 만났더라.
그때 건웅의 혼백이 비통한 마음으로 죽음의 땅에 막 이르렀으니, 그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무리 가운데 들어섰더라. 또한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 호위병들에게 죽임을 당한 여러 사람의 혼백도 함께 이르렀느니라.
그때 아길수의 유령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였더라.
“오호라, 건웅이여!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번개의 신 상제께서 모든 영웅 가운데서 그대를 가장 사랑하셨다 하더이다. 그대가 토래성에서 고려 군사를 이끌고 큰 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니라. 고려 사람들이 전쟁의 온갖 고초를 견뎌야 했던 그곳에서 그대는 대군을 거느리고 용맹을 떨쳤도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하필 가장 참혹한 때에 그대를 찾아왔구나. 그대가 토래성에서 장수의 명예를 누리며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하였다면 모든 고려인과 동맹국의 사람들이 그대를 위하여 큰 무덤을 쌓았을 것이며, 그대의 아들 또한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쳤을 것이니라.
그러나 운명이 그대에게 허락한 것은 이처럼 참혹한 죽음이었도다.”
이에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필우의 아들 아길수여, 내가 아라국<ref>아르고스</ref>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ref>트로이아</ref>에서 죽은 것은 어찌 보면 하늘이 정한 운명이었느니라. 고려<ref>그리스</ref>의 용사들과 토래성의 뛰어난 전사들이 내 시신을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도다.
나는 휘몰아치는 먼지 가운데 누워 영웅의 위엄을 떨쳤으며, 한때 전차를 몰던 영화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느니라.
우리는 하루 종일 싸웠고, 차라리 영원히 싸우고 싶었으나 상제 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마침내 우리를 멈추게 하셨도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 시신을 배에 실어 전장에서 멀리 옮긴 뒤 관에 눕히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긴 다음 향기로운 기름을 발랐느니라. 그리고 나를 위하여 울며 머리카락을 잘랐도다.
그때 나의 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듣고 산령녀<ref>님프</ref>들과 함께 파도 위로 모습을 나타내셨느니라.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무서웠던지 바다 건너까지 메아리쳤으며, 병사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도다.
그때 현명한 노인 내손<ref>네스토르</ref>이 우리를 말리며 이르기를,
‘장수들이여, 여기 머무르시오. 지금 오시는 분은 불멸의 물을 가지고 오시는 그의 어머니이시니라.’
하였느니라.
산령녀들이 죽은 아들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려인들도 다시 용기를 얻었도다. 늙은 바다의 왕의 딸들이 내 주위에 둘러앉아 통곡하였고, 나에게 신들의 옷을 입혔느니라.
또한 아홉 무사여신<ref>뮤즈</ref>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를 위한 애가를 불렀으니, 그 노래가 너무나 애절하여 아무도 눈물을 참지 못하였도다.
신과 인간이 모두 열일곱 날 밤낮으로 나를 애도하였으며, 마침내 내 시신을 화장대 위에 올리고 살진 양과 소를 많이 잡아 제사를 올렸느니라.
나는 신들의 옷을 입은 채 불길 속에 놓였고, 몸에는 기름과 꿀을 발랐도다.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화장대 주위를 돌며 큰 함성을 질렀으며, 마침내 해필수의 불꽃이 내 육신을 태웠느니라.
날이 밝자 우리는 아길수여, 그대의 희고 깨끗한 뼈를 하나하나 거두어 기름과 순전한 포도주를 발랐도다.
그때 네 어머니께서 손잡이가 둘 달린 금 항아리 하나를 내놓으셨으니, 이는 해필수와 주신<ref>디오니소스</ref>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귀한 항아리였느니라. 그 안에 그대의 흰 뼈를 넣었는데, 그대가 죽은 벗 파달룡의 뼈도 함께 섞여 있었도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그대가 그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였던 벗 안달호<ref>안틸로코스</ref>의 곁에 두었느니라.
고려 전사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우리는 온갖 예를 다하여 해봉<ref>헬레스폰트</ref> 해협 곶에 큰 언덕을 쌓았도다. 그 언덕은 바다 멀리에서도 보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일 만큼 높고 웅장하였느니라.
그대의 어머니께서는 신들에게서 훌륭한 상을 받아 경기장 한가운데에 두고,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겨루게 하셨도다.
그대는 살아 있을 때 젊은이들이 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영웅의 장례를 위하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리라. 그러나 은빛 발을 가진 태희<ref>테티스</ref>가 그대를 위하여 가져온 수많은 보물을 보았다면 반드시 놀랐을 것이니라.
그대는 살아 있을 때에도 모든 신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에도 이름을 잃지 않았도다. 그대의 명성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아길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니라.
그러니 내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내가 집에 돌아오자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의 악당들이 나를 죽였으며, 사악한 아내 또한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니라. 이 또한 상제가 정한 운명이었도다.”
두 혼백이 이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길잡이 허명이 오지수가 죽인 구혼자들의 혼백을 이끌고 그들 앞에 이르렀더라.
두 위대한 군주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앞으로 달려갔으며, 건웅은 그 가운데서 이탁도에서 함께 지내던 옛 벗 면나수의 아들을 알아보았느니라.
건웅이 그에게 이르되,
“암필문<ref>암피메돈</ref>아! 너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어찌하여 너희 모두 이 어두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느냐.
너희는 아직 젊고 기운이 왕성하니, 마땅히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젊은이들이 아니었더냐. 혹 해신이 거센 바람과 큰 파도를 일으켜 너희의 배를 모두 깨뜨린 것이냐.
아니면 소나 양 떼를 훔치다가 붙잡혔거나, 성읍과 여인을 두고 싸우다가 육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 보아라. 우리는 본래 벗이 아니더냐.
내가 면나수와 함께 오지수를 설득하여 우리 함대에 합류시키고 토래성으로 함께 항해하고자 너희 집에 찾아갔던 일을 기억하느냐. 바다를 건너는 데 꼬박 한 달이나 걸렸으며, 성읍을 약탈하던 그 백스무 살의 노인을 설득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그러자 암필문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위대한 장군 건웅이시여,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말씀하신 모든 일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우리의 죽음에 얽힌 참혹한 사연을 하나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지수는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우리와 혼인할 뜻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거절하여 돌려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속여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여인은 궁전 한가운데에 큰 베틀을 놓고 넓고 고운 천을 짜기 시작하더니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젊은 구혼자들이여, 이제 오지수가 죽었으니 그대들이 혼인을 바라는 마음도 내가 잘 아노라. 그러나 내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내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여 주시오. 이것은 라열태라에르테스가 죽었을 때 덮을 수의라오. 마을의 여자들이 이처럼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수의 하나 없이 묻혔다고 나를 책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오.’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느니라.
그리하여 낮에는 그녀가 천을 짜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혀 낮에 짠 것을 다시 풀어버렸도다.
그렇게 세 해 동안 우리를 속였느니라.
마침내 네 번째 해가 되었을 때, 이 일을 알고 있던 한 시녀가 우리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도다. 우리가 몰래 가서 보니 과연 그녀가 자신이 짠 천을 다시 풀고 있었느니라.
우리는 그녀를 붙잡아 그 천을 끝까지 짜게 하였고, 마침내 그 거대한 천을 다 짠 뒤 깨끗이 씻게 하였느니라. 그녀가 그것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니 해와 달처럼 밝게 빛났도다.
그때였느니라.
어떤 파멸의 신이 오지수를 어디선가 이탁도로 데려왔도다. 그는 들판으로 가서 돼지치기가 사는 곳에 머물렀고, 그의 사랑하는 아들은 모래사장 비로성<Ref>필성</ref>에서 검은 배를 타고 돌아왔느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우리를 죽일 계책을 세웠도다.
마침내 그들이 궁전에 나타났느니라.
먼저 아들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막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오지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마치 갑자기 나타난 가난하고 늙은 거지와 같았으므로, 돼지치기가 그를 이끌고 왔음에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자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우리는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던졌으며, 그는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말없이 온갖 모욕을 견뎠도다.
그러나 밤이 되자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무기들을 창고에 들여놓고 문을 굳게 잠갔느니라.
그리고 마침내 간악한 계략을 실행하였도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에게 도끼와 활을 가져오게 하였느니라.
그것은 우리의 파멸과 학살을 알리는 신호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강력한 활을 당길 수 없었느니라. 모두 힘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도다.
그러나 오지수의 차례가 되자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활을 주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오직 태명만이 그에게 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도다.
마침내 오지수가 태연히 활을 받아들고 손쉽게 활시위를 당기더니, 쇠도끼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꿰뚫었느니라.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문턱에 우뚝 서서 활을 쏘기 시작했도다.
첫 화살이 우리 지도자 안태우를 꿰뚫었고, 이어서 또 다른 화살들이 날아와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렸느니라. 오지수와 가까이 있던 자들이 차례로 피를 흘리며 넘어졌도다.
그때 우리는 신들이 그들을 돕고 있음을 깨달았느니라.
그들은 분노에 휩싸여 궁전 안을 휩쓸었으며, 우리는 하나씩 죽임을 당하였도다.
사방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느니라.
그리하여 건웅이여, 우리 모두가 죽었도다.
그러나 우리의 시신은 아직도 살인자의 집에 묻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느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아직 우리가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도다.
그들은 마땅히 우리의 상처에 묻은 검은 피를 씻어내고, 우리를 위하여 울며, 시신을 장례 지내야 할 것이니라.
이것이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이기 때문이니라.”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교활한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은 자로다. 덕망 있는 아내, 위대한 연로비<ref>연로비</ref>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은 얼마나 굳센 절개를 지녔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남편을 잊지 않았단 말인가.
그 여인의 명성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불멸의 신들도 지혜로운 연로비의 절개를 노래하여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 아내와는 다르도다. 그녀는 제 남편을 죽였으니, 그 이름은 영원히 혐오스러운 이야기로 남을 것이며, 그 악명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여인들, 심지어 선량한 여인들까지도 나쁜 평판을 듣게 될 것이니라.”
이렇게 두 무리는 염라국의 어두운 땅속에 숨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한편 오지수와 그 일행은 마을을 떠나 오래전에 라열태<ref>라에르테스</ref>가 차지한 농장으로 서둘러 갔느니라.
라열태는 그 농장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며, 그곳에 자신의 집을 지었도다. 그의 명을 받드는 노비들은 중앙의 집을 둘러싼 막사에서 생활하며 잠을 자고 음식을 먹었느니라.
그 가운데에는 실리도<ref>시칠리아</ref>에서 온 늙은 여종 하나가 있었으니, 그녀는 시골에서 라열태를 돌보던 사람이었더라.
오지수가 노비들과 아들에게 이르되,
“안으로 들어가 가장 좋은 돼지를 골라 저녁상에 올릴 고기를 마련하라. 나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으니,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실지 알아보아야 하겠노라.”
하고는 자신의 무기를 노비들에게 맡겼느니라.
그들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오지수는 과수원이 있는 곳으로 홀로 걸어갔도다.
그는 집사 도리우 노인도, 그와 함께 있던 노비들도, 아들들도 보지 못하였느니라. 도리우가 그들을 데리고 돌을 모아 돌담을 쌓으러 갔기 때문이었도다.
오지수의 아버지는 잘 가꾸어진 과수원에서 홀로 나무 주위의 땅을 고르고 있었느니라.
그는 때가 타고 해진 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에는 가죽을 덧대어 가시가 살을 긁지 못하게 하였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었으며 머리에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처량하였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늙음과 고통에 지쳐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우뚝 솟은 배나무 아래에 멈추어 서서 눈물을 흘렸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당장 아버지께 달려가 입맞추고 껴안아 내가 돌아왔음을 말씀드릴 것인가. 아니면 길에서 겪은 모든 일을 먼저 고할 것인가. 혹은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여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할 것인가.’
하였느니라.
마침내 그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 주위의 흙을 파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갔도다.
그리고 이름난 아들 오지수가 그의 곁에 서서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그대는 자신의 일을 참으로 잘 아는구려.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훌륭하게 가꾸었으니 말이오.
무화과나무와 배나무와 감람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온갖 풀과 약초밭까지 어느 것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구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오.
그대는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않는 듯하오. 얼굴과 피부는 거칠고 더러우며 옷은 누더기요. 게으른 사람도 아닌 듯한데 주인은 어찌하여 그대를 이토록 방치한단 말이오.
그대의 키와 얼굴을 보니 노비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수나 군주의 모습에 가깝소. 마땅히 나이 든 사람답게 깨끗이 몸을 씻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부드러운 베개와 좋은 침상에서 쉬어야 할 듯하오.
그러니 내게 말해 보시오. 그대는 누구의 노비이며, 누구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소? 그리고 내가 방금 들은 말처럼 이곳이 정말 이탁도가 맞소?
얼마 전 내 고향에 한 나그네가 찾아온 적이 있었소. 내가 만난 수많은 손님 가운데 가장 가까운 벗이었지요. 그는 이탁도 사람이라 하였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열태라고 하였소.
나는 그를 집에 맞아들여 따뜻하게 대접하였소. 내게는 그럴 만한 재물이 있었으니 말이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금으로 된 보물 일곱 무더기와 꽃무늬를 새긴 은그릇 하나, 펼쳐진 장포 열두 벌, 두꺼운 담요 열두 장, 고운 장포 열두 벌, 저고리 열두 벌을 주었소.
또한 그가 직접 고른 아름답고 잘 길든 여종 네 명까지 주었소.”
그러자 라열태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였더라.
“그래, 낯선 이여. 그대는 이탁도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그러나 이곳은 이제 잔인한 자들의 손에 들어갔느니라.
그대가 그에게 베푼 모든 선물은 이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할 것이니라.
그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그대가 베푼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고 두 팔을 벌려 그대를 맞이했을 것이거늘.
처음 베푼 친절에는 마땅히 보답이 따르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이제 말해 보아라. 그 불행한 사람이 그대를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그대의 손님은 바로 내 아들이었느니라.
아마 바다에서는 물고기에게 먹혔을 것이며, 육지에서는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고, 나 또한 그러하며, 지혜롭고 부유한 그의 아내 연로비도 그러하니라.
그녀는 남편의 눈을 감겨주지도 못하였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였느니라.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를 베풀지 못한 것이로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보아라. 어느 고을에서 왔으며, 부모는 누구냐.
그대가 벗들과 선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배는 아직 어딘가에 정박해 있느냐. 아니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다른 사람의 배에 나그네로 올라탄 것이냐.”
그러자 거짓말쟁이 오지수가 대답하였더라.
“그렇다면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소.
나는 아리보<ref>알리바스</ref> 사람이며 그곳에 내 궁전이 있소. 내 이름은 예필수<ref>에페리투스</ref>라 하며, 보필문<ref>폴리페몬</ref>의 손자요 아비달<ref>아페이다스</ref> 왕의 아들이오.
나는 악령에 사로잡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실리도에서 이곳까지 흘러왔소.
내 배는 지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소.
불쌍한 오지수가 내 집에 찾아온 것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소.
그가 떠날 때 우리는 좋은 징조를 보았으니, 오른쪽에서 새들이 날아갔소.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다시 벗으로 찾아와 더 많은 선물을 서로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그 말을 듣자 검은 슬픔의 구름이 라열태의 온몸을 뒤덮었느니라.
그는 잿빛 먼지 두 줌을 움켜쥐어 늙은 머리 위에 뿌리고 목 놓아 울었도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느니라.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입을 맞추며 말하였도다.
“아버지! 저입니다. 제가 바로 아들 오지수입니다!
스무 해 동안 떠돌다가 이제야 고향,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울음을 거두십시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으나 모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집안의 구혼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들이 제게 저지른 온갖 고통과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말하였느니라.
“네가 정말 내 아들 오지수라면, 내게 그 증거를 보여다오.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도록 하여라.”
오지수가 곧 대답하였도다.
“그렇다면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제가 파라<ref>파르나소스</ref> 산에 올라갔을 때 멧돼지의 하얀 어금니에 긁힌 상처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를 할아버지 우돌수<ref>아우톨리쿠스</ref>에게 보내어 그분이 제게 약속하신 선물을 받아오게 하셨을 때 생긴 상처이지요.
그리고 이제 제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거닐었던 이 아름다운 과수원의 나무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을 거닐며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무들 아래를 함께 걸었고, 아버지는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려 주셨으며 내게 그것들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사과나무 열 그루, 배나무 열세 그루, 무화과나무 마흔 그루, 포도나무 쉰 그루가 있었으며, 포도나무들은 하나씩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포도송이의 모양 또한 상제께서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지요.”
이 말을 들은 라열태의 심장과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보여준 모든 징표가 거짓 없는 증거임을 깨달았도다.
라열태는 아들을 두 팔로 힘껏 껴안았으며, 아들은 기절하려는 아버지를 부축하였느니라.
잠시 후 숨을 돌리고 정신을 차린 라열태가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상제여! 만일 구혼자들이 저지른 모든 악행에 마땅한 벌을 받았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참으로 오림의 지배자이시로다.
그러나 이제 이탁도 사람들이 곧 우리를 공격하고, 개발도<ref>케팔레니아</ref>의 모든 마을에 이 소문을 퍼뜨릴까 두렵구나.”
이에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가 대답하였느니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들을 두 목동과 함께 보내 저녁 식사를 가장 빨리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농가로 가서 기다리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도다.
그곳에는 이미 푸짐한 고기와 향기로운 포도주가 차려지고 있었느니라.
실리도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여종이 용감한 라열태를 깨끗이 씻기고 감람유를 발라준 뒤 아름다운 장포를 입혀 주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가까이 다가와 신통한 힘을 베풀었으니, 라열태의 몸은 더욱 크고 굳세어지고 얼굴에는 젊은 기운이 돌아왔느니라.
그 모습을 본 오지수가 놀라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참으로 모습이 크게 달라지셨습니다. 신께서 아버지를 더욱 크고 늠름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생각에 잠겨 말하였느니라.
“오, 아버지 상제와 지혜낭자와 아로왕여여!
내가 한때 개발도의 왕으로 있었을 때, 본토 해안의 견고한 요새 내리성<ref>네리쿠스</ref>을 함락시키던 그 시절처럼 힘이 왕성하였다면, 어제 너와 함께 서서 무기를 들고 우리 집에 쳐들어온 구혼자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내가 그들 가운데 수많은 자를 쓰러뜨렸을 것이며, 너 또한 분명 크게 기뻐했을 것이로다.”
그들이 이처럼 이야기하는 동안 저녁상이 모두 차려졌느니라.
그들은 의자와 걸상에 앉아 음식을 집으려 손을 뻗었도다.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늙은 노비 도리수가 아들들과 함께 그들에게 다가왔으며, 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어머니 또한 그들을 부르러 나왔느니라.
그들은 오지수를 보는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추었도다.
그러나 오지수가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앉아서 음식을 드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놀라지 마시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소. 오늘 이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 기쁘오.”
그러나 도리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손목을 잡고 입을 맞추며 외쳤도다.
“주인이시여! 돌아오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들께서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들께서 당신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부인께서는 주인께서 돌아오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릴까요?”
그러자 오지수가 태연히 대답하였도다.
“늙은이여,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공연히 수고하지 말라.”
이에 도리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의 아들들도 유명한 주인 오지수를 환영하며 그의 곁에 둘러앉았느니라.
그들은 서로 반가이 품에 안고 차례로 아버지 곁에 앉았도다.
그리하여 모두 함께 농가에서 저녁을 먹었느니라.
한편 구혼자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도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통곡하며 사방에서 오지수의 관저로 몰려들었느니라.
그들은 집 안에서 시신을 꺼내어 장사를 지냈으며,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자들은 배를 타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도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우필태가 먼저 일어나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가장 먼저 죽인 아들 안태우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었고, 연설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도다.
“친구들이여, 이 간교한 자가 우리 모두에게 참혹한 재앙을 안겼도다.
처음에는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게 하여 배를 잃고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개발도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야 하오.
그가 430년이 되기 전에 필성이나 여리국으로 달아나 버리기 전에 반드시 행동해야 하오.
우리 아들과 형제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수치를 당할 것이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소.
차라리 죽어서 이미 죽은 벗들과 함께하고 싶소.
저들이 바다를 건너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오.
자, 지금 당장 나갑시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모든 사람이 그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슬퍼하였도다.
그때 문돈과 음유시인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와 군중 가운데 섰느니라.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문돈이 입을 열어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오지수가 신들의 도움 없이 어찌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겠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명토로 변장한 신을 보았소.
어떤 때에는 오지수의 곁에 서서 그에게 싸울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또 어떤 때에는 연회장을 휩쓸고 다니며 구혼자들을 흩어지게 하였소.
그들은 마치 파리처럼 하나둘 쓰러졌소.”
이 말을 들은 사람들 위에 창백한 공포가 덮였느니라.
그때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 늙은 전사 하리태가 일어나 그들에게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라.
친구들이여, 오늘날 이러한 재앙이 닥친 까닭은 다름 아닌 너희의 비겁함 때문이니라.
나와 명토가 너희 아들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하였건만 너희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도다.
그들은 제 욕심을 따라 큰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남의 재산을 함부로 차지하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의 아내까지 욕보였도다.
그러나 이제 내 말을 잘 들으라.
우리가 무기를 들고 싸우러 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니라.”
그러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남았으나, 절반이 넘는 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도다.
그들은 우필태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무기를 챙겼으며,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마을 앞에 모였느니라.
그들의 우두머리는 우필태였도다.
그는 죽임을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실상은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향한 길이었느니라.
그곳에서 죽는 것이 이미 그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거노왕<ref>크로노스</ref>의 아들에게 물었느니라.
“상제 아버지, 전능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뜻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또다시 전쟁과 쓰라린 분쟁을 일으키려 하십니까.
아니면 평화와 우정의 편에 서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구름을 거느리는 신이 대답하였도다.
“딸아, 어찌하여 내게 그런 것을 묻느냐.
오지수에게 원수를 갚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 것은 바로 너였지 않느냐.
그러니 이제 네 뜻대로 하도록 하라.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길은 이러하니라.
오지수는 이미 모든 구혼자들에게 벌을 내렸도다.
이제 그들이 오지수를 영원한 왕으로 받들도록 맹세하게 하고, 그들의 형제와 아들을 죽인 죄는 더 이상 묻지 말게 하라.
그리하여 다시 옛날처럼 서로 벗이 되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옳으니라.”
지혜낭자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었느니라.
그 말을 듣자마자 오림산에서 내려왔도다.
그 무렵 저녁 식사를 마친 오지수는 전쟁을 준비하며 말하였느니라.
“누군가 나가서 저들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그러자 도리우의 아들이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갔도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적들이 이미 집 가까이까지 이르렀음을 보았느니라.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와 외쳤도다.
“저들이 가까이 왔습니다! 어서 무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서둘러 무기를 들었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아들, 그리고 두 노비까지 모두 네 사람이었으며, 도리수<ref>돌리우스</ref>는 여섯 아들을 데리고 왔도다.
라열태와 늙은 도리우 또한 비록 백발이 성성하였으나 전사로서 필요한 자들이었느니라.
그들은 모두 빛나는 청동 갑옷을 입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으며, 오지수가 그들을 이끌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명토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가까이 다가왔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태명에게 돌아서서 말하였도다.
“아들아, 이제 네가 전쟁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용기를 시험하는 일이니라.
너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쳐서는 안 된다.
우리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용기와 사내다운 기개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 왔느니라.”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고 대답하였도다.
“아버지께서 제 용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지켜보십시오.
저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수치라는 말을 제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라열태가 크게 기뻐하여 외쳤느니라.
“아, 신들이시여!
오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날이로다.
내 아들과 손자가 서로 누가 더 용감한지를 다투고 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지혜낭자가 눈을 빛내며 라열태의 곁에 서서 말하였도다.
“라열태여, 그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니라.
눈빛이 빛나는 여신과 그 아버지께 기도하고, 창을 들어 힘껏 던져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마치자 곧 신통한 힘을 라열태에게 불어넣었느니라.
그러자 라열태가 재빨리 창을 들어 힘껏 던졌도다.
그 창은 우필태의 청동 투구를 그대로 꿰뚫었느니라.
투구는 창을 막지 못하였고, 창끝은 우필태의 머리를 꿰뚫어 그를 땅에 쓰러뜨렸도다.
그의 청동 갑옷이 땅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를 냈느니라.
이를 본 오지수는 빛나는 아들과 함께 최전선으로 돌격하였도다.
두 사람은 칼과 굽은 창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넘겼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일행은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 하였도다.
그러나 그때 지혜낭자가 크게 외쳤느니라.
“이탁도 사람들이여!
이 무참한 전쟁을 당장 멈추어라!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지금 즉시 각자의 길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 창백한 초록빛 공포가 엄습하였느니라.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살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달아났으며, 모두 도시를 향하여 몸을 돌렸도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오지수는 무서운 함성을 지르고 몸을 낮추어 그들을 뒤쫓았으니,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먹잇감을 덮치는 독수리와 같았느니라.
그때 상제가 번개를 내리쳤도다.
번개는 자신의 딸이자 위대한 여신인 지혜낭자의 앞에 떨어졌느니라.
지혜낭자는 차가운 눈으로 오지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도다.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꾀가 많고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자로다.
그러나 이제 이 전쟁을 멈추어라.
그렇지 아니하면 상제께서 그대에게 크게 진노하실 것이니라.”
오지수는 기꺼이 그 뜻을 따랐느니라.
이에 지혜낭자는 다시 명토의 모습을 하고 전쟁에 나선 양편 사람들 앞에 서서, 앞으로는 서로 평화를 지키고 다시는 칼을 겨누지 않겠다는 엄숙한 맹세를 하게 하였도다.
그리하여 오랜 원한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마침내 끝나고, 이탁도 땅에는 다시 평화의 기운이 깃들게 되었느니라.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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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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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저자:호메로스|호메로스]]
| 역자 = (영문) 사무엘 버틀러(Samuel Butler)1900년(1판) 및 2판(1921)<ref>[Project Gutenberg] The Odyssey by Homer ,Translator Butler, Samuel, 1835-1902[https://www.gutenberg.org/cache/epub/1727/pg1727-images.html]</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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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번역은 내가 1897년에 출판한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The Authoress of the Odyssey)"라는 제목의 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디세이" 전체를 실으면 너무 번잡해지기 때문에 그 책에서는 이미 완성해두었던 번역을 요약해 실었었는데, 이제는 내용 전체를 출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방금 언급한 내 저작에 대해서 두 가지 주요 사항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 책에 쓴 내용에는 더할 것도, 삭제할 것도 없습니다. 두 가지 주요 사항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디세이"는 파이아키아 장면과 이타카 장면과 관련하여 현재 시칠리아 서해안의 트라파니라고 불리는 곳에서 전적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곳에서 전적으로 발췌되었습니다. 율리시스의 항해는 일단 시칠리아에 쉽게 닿으면 섬의 변두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사실상 트라파니에서 다시 트라파니로, 리파리 섬, 메시나 해협, 판텔라리아 섬을 거쳐야 합니다.
(2) 이 시는 전적으로 지금의 트라파니(Trapani)라고 불리는 곳에 살며 나우시카(Nausicaa)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소개한 아주 젊은 여성이 쓴 것입니다.
다소 놀라운 주장 중 첫 번째 근거가 되는 주요 주장은 1892년 1월 30일과 2월 20일에 "아테니엄Athenaeum"에 (반박 없이) 등장한 이후로 영국과 이탈리아 대중 앞에서 눈에 띄게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같은 해 사순절과 10월 기간에 대해 요한커뮤니티(Johnian)의 "이글Eagle"에서 촉구되었습니다(역시 반대 의견 없음). 내가 대답해야 할 어떤 것도 어느 방향에서든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으며, 내 주장에 결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면서, 그러한 결함이 존재했다면, 내가 들었어야 했다는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들 중 일부에 대해 어쨌든. 그러므로 잠시 동안 학자들이 내 결론을 일반적으로 묵인한다고 생각하는 척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반박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오디세이(아)"의 번역에만 국한하겠습니다. ” 영어 독자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메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xxii에 있는 한 가지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465-473 그림소프(Grimthorpe) 경이 친절하게도 제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나는 "오디세이의 여성 저자"에 사용된 여러 삽화를 반복했으며, 독자들에게 율리시스 집의 바깥뜰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두 삽화를 추가했습니다. 한 그림에 사람과 개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며 부정적인 면이 전개될 때까지 나는 관찰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부록에는 율리시스의 집 계획을 설명하는 단락과 계획 자체도 재인쇄했습니다. 독자는 이 계획을 주의 깊게 연구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일리아드』 번역의 서문에서 나는 번역가가 따라야 할 주요 원칙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제시했으며, 시를 산문으로 번역하는 최초의 자유에는 번역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자유를 지속적으로 취합니다. 시에서는 옳은 것이 산문에서는 틀린 경우가 많으며, 읽을 수 있는 산문의 긴급성은 산문 번역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내가 엄격한 해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볼 수 있도록 여기에 부처(Butcher) 씨와 랭(Lang) 씨가 번역한 "오디세이"의 60행 정도를 인쇄하겠습니다. 번역은 다음과 같이 실행됩니다.
==제1권 여신 태명을 찾아가 격려하다==
어화 세상 사람들아, 이 사연을 들어보오.
지혜롭고 영민한 사내, 오지수의 그 거룩한 이야기를 어느 구절부터 풀어낼꼬.
문선의 선녀님이시여, 그가 저 참혹한 토래성을 무너뜨리고도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없는 파도 속에 떠돌아야 했는지, 그 기이하고도 처절한 사연을 이 소리꾼의 입을 빌려 세상에 널리 낱낱이 읊어보게 하소서.
이렇듯 토래성의 기나긴 전쟁이 끝을 맺을 때,
살아남은 영웅 장수들은 저마다 고향 산천을 찾아가 부모처자를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평온한 나날을 보냈겠다.
그러나 유독 오지수 장군만은 그 어이없는 운명의 장난으로 고향 땅을 밟지 못하였으니, 어찌 원통하지 아니하리오.
태왕의 딸, 어여쁜 여신 립선이 그 비범한 영웅의 기상을 탐내어 깊고 깊은 석굴에 가두고는, 제 낭군이 되어달라고 떼를 쓰며 강요를 하니 이보다 더 기막힌 일이 어디에 있겠느냐.
신들이 정한 기한은 이미 훌쩍 지났건만, 오지수의 고난은 끝날 줄을 몰랐네.
만리타국 이국땅에서 혈육 하나 없이 홀로 바다를 바라보며 탄식하기를 일삼았으니, 그 심정을 누구와 나눌꼬.
천상의 수많은 신들은 그의 기가 막힌 처지를 가엾게 여겨 눈물을 흘리거늘,
오직 바다를 쥐고 흔드는 해왕만은 노여움을 풀지 않고 이를 갈았더라.
"오지수 저놈이 내 아들의 눈을 멀게 하였으니, 기어코 제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거센 풍랑을 일으켜 뼈와 살을 짓뭉개 버리리라!"
벼르고 또 별렀겠다.
그 무렵, 해왕은 해가 뜨고 지는 먼 남만 땅에 거드름을 피우며 앉아, 백 마리의 살찐 소와 숫양을 제물로 받으며 잔치를 벌이고 있었겠다.
그 사이, 다른 신들은 천산의 높고 거룩한 상제 궁전에 모두 모여 앉았으니,
이때 상제가 세상을 굽어보다가 문득 옛일을 떠올리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세상 인간들이란 참으로 어리석고 얄궂구나. 제 신세를 한탄하며 매번 우리 신들을 원망하기 바쁘니 말이다. 고통이 모두 신의 탓이라 우짖지만, 실상은 제 손으로 화를 불러들여 스스로를 옭아매는 경우가 어찌 그리 많단 말인가!"
상제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저 간우의 최후를 보아라! 그는 천륜을 저버리고 건웅의 부인을 앗아갔으며, 전장에서 돌아온 건웅을 시해하는 몹쓸 대역죄를 저질렀다. 그것이 곧 파멸의 지옥 길임을 어찌 몰랐겠느냐.
우리 신들이 일찍이 영민한 신명을 보내어 엄히 경고하기를, '건웅을 해하지 말고 그 아내를 범하지 말라. 훗날 건웅의 아들 충현이 장성하면 반드시 부친의 원수를 갚으러 칼을 들고 돌아올 것이다' 하였거늘!
간우는 그 충고를 귓등으로 흘려듣고 제 욕망의 불길에 눈이 멀어 날뛰다가, 결국 제 피로 목숨의 죗값을 톡톡히 치렀지 아니한가. 이 누구를 원망하랴!"
천왕이 조용히 눈을 감으니, 그 거룩한 궁전 안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엄숙한 기운이 솨아 하고 감돌았다.
그때에,
맑고 깊은 눈을 반짝이는 지혜낭자가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공손히 허리를 굽혀 아뢰었다.
> "전하, 위대한 천부여! 대역죄를 지은 간우 같은 악인들은 백번 천번 죽어 마땅하오니, 저런 자들에게는 마땅히 천벌을 내리시어 씨를 마르게 하소서.
> 그러나 소녀의 이 여린 마음은 오직 의롭고 불행한 장수, 오지수 생각에 갈기갈기 찢어져 피가 마릅니다.
> 그는 친구 하나 없이, 하늘과 땅을 떠받치는 거대한 바다 기둥 곁의 외딴 섬에 너무도 오래 갇혀 있사옵니다.
> 그 여신 립선이 온갖 화려한 감언이설로 고향 이탁도를 잊게 하려 발버둥을 치지만, 오지수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고향 집의 밥 짓는 연기 한 줄기 보는 것을 소원으로 삼고 있사옵니다.
> 천상의 신이시여, 어찌 이리 무심하시나이까? 그가 지난날 토래성의 넓은 평원에서 배들을 줄 지어 세우고 상제께 지성으로 제물을 바치던 그 정성을 벌써 잊으셨나이까!"
천왕이 빙그레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점잖게 이르었다.
"내 사랑하는 딸아, 어찌 내가 그 영민하고 의로운 장수를 잊을 수 있겠느냐. 오지수는 인간들 중 누구보다 지혜가 출중하고, 우리 신들에게 정성을 아끼지 않은 훌륭한 자니라.
다만, 바다를 쥐고 흔드는 해왕의 분노가 태산보다 높으니 그것이 문제로다. 오지수가 신의 기운을 타고난 포백, 즉 해왕의 아들이자 거인족 중 가장 맹렬한 놈의 눈을 찔러 멀게 만들지 않았느냐.
그 거인의 어미가 바로 바다의 대왕 포길의 딸인 신령 도연이니, 그 어미의 원한이 오죽하겠느냐.
이 때문에 해왕이 당장 죽이지는 못할망정, 고향 땅을 단 하루도 밟지 못하게 이리 집요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허나 이제 우리 묘책을 세워야겠다. 해왕이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들, 온 천산의 신들이 뜻을 모은다면 그 뉘가 감히 맞서며 노여움을 거두지 않겠느냐!"
지혜낭자가 이 말을 듣고는 두 손을 탁 치며 기뻐서 아뢰었다.
"위대한 천부여, 신들께서 기꺼이 오지수를 구하기로 결단하셨사오니, 서둘러 전령 신명을 저 멀리 오경도로 보내시어, 아름다운 여신 립선에게 '오지수의 고난이 이미 극에 달했으니 당장 고향으로 돌려보내라' 엄한 상제의 명을 전하게 하소서!
그동안 소녀는 직접 이탁도 세상으로 내려가, 홀로 남은 오지수의 아들 태명의 용기를 불끈 돋우고, 고을의 장정들을 불러 모으겠나이다. 밤낮으로 소와 양을 도살하며 남의 집안을 거지꼴로 만드는 탐욕스러운 구혼자 놈들의 버르장머리를 톡톡히 고쳐놓겠나이다!
그 후 아들을 필성과 사파성으로 보내어 부친의 종적을 찾아 헤매게 하고, 그 의로운 명예를 천하에 드높이겠나이다!"
말을 마치자마자 지혜낭자는 바람처럼 번개처럼 금신을 척 꿰어 신고, 성난 장수들의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는 묵직한 청동 창을 번쩍 집어 들었다.
천산의 흰 구름을 혜치며 순식간에 날아 내려와, 마침내 이탁도의 오지수 장군 저택 대문 앞에 싹 당도하였겠다.
---
청동 창을 빗기어 잡은 그 자태를 가만히 살펴보니,
다포도의 저명한 추장이자 오지수의 오랜 벗인 민태의 형상 그대로였더라.
이때 저택의 넓은 뜰 안을 살펴보니, 이놈의 구혼자 무리들이 남의 집 재산을 가로채어 잔치를 벌이며 약탈해 잡은 소가죽 위에 엉덩이를 척 얹고 앉아 한가롭게 장기나 두며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하인들과 노비들은 분주히 뛰어다니며 술을 붓고 상을 닦아내며,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썰어 바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겠다.
그 무리 끄트머리에 오지수의 아들 태명이 섞여 앉아 있었으나, 그 얼굴빛은 근심과 서글픔으로 먹구름을 잔뜩 머금은 듯 어두컴컴하였다.
'아버님이 신령처럼 홀연히 나타나 저 무뢰배 놈들을 칼로 쓸어버리고 가문의 명예를 되찾으셔야 할 터인데, 이 허망한 세월은 언제까지 흘러갈꼬.'
속으로 피눈물을 삼키며 깊은 탄식을 내뱉고 있었더라.
이때 대문 앞에 선 과객, 즉 변장한 지혜낭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가 바로 태명이었다.
귀한 손님을 문밖에 오래 세워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여겨, 한걸음에 달려 나가 공손히 허리를 숙여 맞이하였다.
"외방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시여, 어서 옵소서. 부디 저희 처소로 들으시어 따뜻한 저녁 한 그릇 나누시고, 고단한 몸을 편히 쉬신 후에 필요한 말씀을 나누시지요."
태명이 앞장을 서고 지혜낭자가 그 뒤를 척척 따랐다.
웅장하고 높은 대청마루로 들어서자, 태명은 낭자의 청동 창을 예전에 오지수 장군이 쓰던 무기 곁의 윤이 나는 받침대에 조심조심 고이 모셔두었다.
이어 부드럽고 화려한 비단을 깐 상감 세공 나무 의자에 낭자를 정중히 모시고, 발받침대까지 척 받쳐주었다.
구혼자들의 무례한 고함과 시끄러운 소리가 귀한 손님의 식사를 방해할세라, 무리와는 멀찍이 떨어진 아늑한 곳에 자리를 내어주었겠다.
잠시 후, 어여쁜 여종이 금항아리에 맑은 물을 담아와 손을 씻기고 은대접을 공손히 받쳐 들었다.
두 사람 앞에 정갈하고 푸짐한 상이 떡하니 차려지니, 노련한 노비들이 향긋한 빵과 갖은 진수를 올리고 금잔에 달콤한 술을 연신 채워 부었다.
그 시각, 구혼자 놈들은 어슬렁거리며 기어들어 와 거만하게 자리를 턱 차지하고 앉았다.
노비들이 그들의 손에 물을 붓고 빵 바구니를 산처럼 쌓아 올리니, 짐승처럼 우르르 달려들어 고기와 술을 마구 삼키며 배를 채우기 바빴다.
배가 든든해지니 이놈들이 흥이 겨워 가무를 찾기 시작했다. 한 노비가 거문고를 가져와 악사 배명에게 넌지시 건네니, 배명이 애처로운 마음으로 현을 톡 튕겨 장내에 처량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조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구혼자들의 소란이 극에 달한 그때, 태명은 혹여 곁에 앉은 귀한 과객이 불편할세라 고개를 살짝 숙이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 "귀한 손님이시여, 이 무례한 풍경에 마음 상해 마옵소서. 저 짐승 같은 무뢰배들은 오직 방탕하게 먹고 마시는 데만 눈이 멀어 있사옵니다. 저들이 축내는 저 진수성찬은 본디 엄연한 이 집의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인데, 그 주인의 고결한 유골은 찬 비바람 속에 뒹굴고 있거나 거친 파도 아래 물고기밥이 되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 만일 아버님이 이탁도로 홀연히 살아 돌아오신다면, 저놈들은 황금과 비단옷을 찾을 게 아니라 제 목숨을 살려달라며 신들께 빌어야 할 처지이나마는... 아 이미 불귀의 객이 되셨을 터이니 저희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나이까.
> 손님, 청하옵나니 제게 진실을 들려주소서. 당신은 누구시며 어느 고을에서 오셨나이까? 아버님과 생전에 깊은 교분을 나누던 벗이시옵니까?"
지혜낭자가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태명을 빤히 바라보며 명백히 일러주었다.
"내 숨김없이 다 말하리라. 나는 타포도를 다스리는 군주 안현의 아들 민태라 하네. 이번에 철을 가지고 태문으로 가 구리와 바꾸고자 동료들과 배를 몰아 바다를 건너왔도다.
자네 아버님과 우리 가문은 대대로 두터운 의리를 맺어온 사이니, 고을 과수원에서 늙은 노비와 슬픔을 달래는 노장 라현에게 물어보면 능히 증명될 터이다.
내 자네 아버님이 환향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왔으나 길을 잠시 헤맸노라. 하오나 내 장담하건대 오 장군은 결코 죽지 않았도다! 거친 바다의 어느 외딴 섬에 갇혀 있을 뿐, 워낙 수완이 재치 있고 능란한 장수이니 머지않아 쇠사슬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야.
암, 그렇고 말고! 자네가 정녕 오 장군의 아들인가? 훤칠한 기상과 총기 어린 눈매가 과연 그 장군을 쏙 빼닮았도다!"
태명이 깊이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글썽이며 아뢰었다.
"어머님께서는 제게 아버님의 혈육이라 하시나, 사람의 출생이란 어찌 다 알리오. 차라리 평안히 늙어갈 평범한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제 아버지는 천하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지닌 분이시라 하니 소자는 원통해서 목이 메옵니다."
지혜낭자가 반짝이는 눈으로 태명의 어깨를 툭 치며 호기롭게 격려하였다.
"연로비 부인의 아들이여, 자네의 그 영민한 기상을 보니 가문은 결코 멸하지 않을 것이네. 그런데 저 저택에서 파렴치하게 군림하는 저 오만방자한 무리는 도대체 뭣 하는 놈들이란 말인가? 선비된 자라면 저런 추태를 보고 어찌 눈을 감고 있겠는가!"
태명이 침울하게 낯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아버님이 계실 때는 가문이 번창했으나, 신들이 저주를 내려 아버지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은 뒤로는 날마다 이 모양이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인근 사명도, 자금도, 두림도 등지의 무뢰배들이 어머니께 엉뚱한 청혼을 하겠다며 날마다 들이닥쳐 재산을 거덜 내고 있으니, 어머니는 속이 타들어 가고 저놈들은 제 목숨마저 노리고 있사옵니다."
지혜낭자가 이 말을 듣고는 불같이 화를 내며 상을 쾅 치고 호통을 쳤다!
> "이 어찌 해괴하고 기가 막힌 일이란 말인가! 오 장군이 당장 방패와 투구를 쓰고 두 손에 날카로운 청동 창을 쥐고 이 대문 앞에 나타나야 저 파렴치한 놈들을 단숨에 도륙 낼 것이거늘!
> 태명아, 내 말을 명심하여 들으라. 내일 당장 이 고을의 족장들을 한자리에 소집하고 천지신명을 증인 삼아, 저 구혼자 놈들에게 '당장 제 집으로 물러가라' 엄히 호령하라! 그리고 어머니께서 재가하시려거든 친정으로 보내어 성대한 혼례를 치르게 하라.
> 그 후 자네는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을 마련하여 아버님의 자취를 찾아 길을 떠나라! 필성의 노현을 찾고 사파성의 민우를 만나보아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시단 소식을 듣거든 이 수모를 일 년만 더 참고, 돌아가셨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시집보내도록 하라.
> 자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과거 영웅들이 대역죄인을 처단하고 이름을 떨친 것처럼 용맹하게 일어서라! 나는 이만 물러갈 터이니 내 말을 뼈에 깊이 새겨두거라!"
말을 마치기가 무섭다 낭자는 홀연히 부엉이 눈을 한 선녀의 본래 모습을 싹 드러내며, 한 마리 신령한 새가 되어 대청마루의 연기 속으로 휙 날아올라 천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겠다.
아이쿠, 이 기이한 광경을 본 태명은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으나, 이내 온몸에 신비로운 용맹과 불같은 결연함이 솟구쳐 올랐다.
'아, 저 과객이 다름 아닌 천상의 신명이셨구나!'
정신을 바짝 차린 태명은 신과 같은 위엄을 척 갖추고 구혼자들이 득글거리는 대청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 시각, 대청에서는 악사 배명이 거문고를 뜯으며 지혜낭자의 저주로 바다에서 몰사한 장수들의 처량한 노래를 읊고 있었다.
위층 침실에서 이 슬픈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던 오지수의 정실, 연로비 부인이 두 여종의 부축을 받으며 사뿐사뿐 계단을 내려왔다.
선녀처럼 고결한 자태의 부인은 대청 기둥 곁에 서서 비단 베일로 눈물 젖은 얼굴을 가린 채 악사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배명 선생이여, 제발 그 슬픈 노래를 멈추어 주오. 장한 위업을 담은 노래도 많거늘 어찌하여 이 가슴을 찢는 곡조를 부르나이까. 내 낭군 오 장군 생각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소이다."
그때, 아들 태명이 어미를 향해 뜻밖에 단호하고도 웅장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어머니, 예악을 담당한 악사가 제 뜻대로 노래하는 것을 어찌 비난하리이까. 세상의 흥망성쇠는 천왕 상제님의 뜻에 달린 것이옵니다. 저 토래성에서 돌아오지 못한 자가 어찌 아버님 한 분뿐이겠나이까.
어머니는 어서 안방으로 드시어 베틀을 돌리며 여종들의 집안일을 살피소서! 이 집안의 대소사를 논하고 장부들과 담판을 짓는 일은, 이 집의 가장인 이 자식의 도리이옵니다!"
부인은 아들의 그 예리하고도 늠름한 호통에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아들의 깊은 뜻을 헤아리며 조용히 위층 침실로 발걸음을 돌렸겠다.
이어 태명은 어스름한 대청마루에 떡 버티고 앉은 구혼자 무리를 향해 벼락같이 호령을 내지르니,
"이 오만방자하고 몹쓸 구혼자 놈들아! 당장 소란을 멈추고 귓구멍을 열어 들을지어다!
내일 새벽 관아 광장에 전 고을의 장정들을 싹 다 소집할 터이니 그리 알라. 내 너희에게 엄히 명하노니, 당장 내 아버님의 저택에서 꺼져 나가 너희 집에서 밥을 처먹든 재산을 탕진하든 하거라!
만일 이 집 재산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영영 들키지 않을 줄로 자만한다면, 내 천지신명께 간청하여 반드시 너희 머리 위로 피의 보복과 파멸을 내리게 할 것이니라!"
태명의 호통이 범의 포효처럼 온 집안을 뒤흔드니, 저 무뢰배 놈들이 기가 질려 입술을 바르바르 떨며 서로 눈치만 살피더라.
이때 놈들 중 오현이라는 자가 비아냥거리며 삐죽거렸다.
"태명아, 신들이 네게 콧대만 높여주었기로니 어찌 이리 거만하게 구는구나!"
태명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꾸했다.
"오현 어른, 그 말이 가당치 않으나 내 솔직히 말하리라. 적어도 내 집과 아버님이 남겨주신 가솔들의 주인은 바로 이 태명임이 틀림없소이다!"
밤이 깊어 구혼자 놈들이 꼬리를 내리고 제각기 흩어지니, 태명은 조용한 침실로 올라가 마음을 가다듬고 밤새도록 지혜낭자가 일러준 거룩한 계책을 가슴에 품고서 묵묵히 밝아올 새벽을 기다렸더라.
아, 그 청년 태명의 늠름하고도 장한 기상이여! 천하에 그 누구도 당할 자 없었더라!
==제2권 이탁도인의 회의와 태명의 출항==
이른 새벽,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꽃이 피듯 번져 가는 새벽빛 속에서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잠에서 깨어났다. 옷을 단정히 여미고, 날카로운 보검을 등 뒤에 메고, 잘 손질된 가죽신을 신었다. 방을 나서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처럼 당당했다.
태명은 즉시 목소리가 맑고 우렁찬 전령들을 불러 명령했다.
“지체하지 말고 온 고을 사람들을 관아 앞 광장으로 모이게 하라.”
전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북을 치며 외쳤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태명은 청동 검을 손에 쥔 채 홀로 오지 않았다. 날랜 사냥개 두 마리를 좌우에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그에게 거룩한 기품을 내려주었기에, 광장에 모인 원로와 장로들은 감히 가로막지 못하고 그를 회의의 상석으로 인도했다.
태명은 마침내 그리운 아버지 오지수가 앉던 자리에 차분히 앉았다.
가장 먼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난 사람은 지혜롭고 나이 많은 노병 애급 영감이었다.
그의 맏아들 안형은 과거 오지수 장군을 따라 토래성으로 출정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외눈박이 거인에게 붙잡혀 석굴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 거인의 저녁 식사가 되어버린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이제 남은 세 아들 중 하나는 구혼자 무리에 가담했고, 나머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업을 이었지만, 노인은 여전히 큰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었다.
애급 영감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군중을 향해 말했다.
“이탁도의 백성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위대한 오지수 장군께서 전선으로 떠나신 그날 이후로, 우리 고을은 단 한 번도 이렇게 공식적인 총회를 연 적이 없었소. 도대체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가 누구란 말이오? 나이가 지긋한 원로인가, 아니면 젊은이인가? 그리고 무슨 일로 소집했단 말이오? 바다 너머에서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라도 들은 것인가, 아니면 온 고을에 전해야 할 조정의 소식이라도 있는 것인가? 내 생각에는 오늘 회의를 소집한 자는 필시 의롭고 훌륭한 마음을 지닌 사람임이 틀림없으니, 천왕 상제께서 그의 선한 뜻에 큰 복으로 보답해 주시기를 바라오.”
부친을 경외하는 노병의 따뜻한 서두를 들은 태명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무리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자, 법도를 관장하는 관리 피선이 발언권을 상징하는 연설용 지팡이를 정중히 건넸다. 태명은 그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린 뒤, 먼저 말한 애급 영감을 향해 예를 갖추어 말했다.
“어르신, 여기 계십니다. 어르신께서 찾으시던 소집권자가 바로 이 눈앞의 저, 태명입니다. 제가 큰 곤경에 처하여 온 고을의 어른들을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를 공격하러 오는 외적의 군대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백성에게 닥칠 다른 천재지변의 급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제 개인과 무너져가는 가문을 구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절박한 도움이 필요하여 종을 울렸습니다.
지금 저희 가문은 두 가지 큰 재앙을 만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다스리시던 제 부친 오지수 장군을 잃은 것이고, 둘째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끔찍한 일로, 제 집안이 날마다 파괴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모든 가산이 순식간에 탕진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인근 고을의 내로라하는 귀족 집안의 방탕한 아들들이 제 어머니 연로비 부인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날마다 우리 궁궐에 무단으로 들이닥쳐 강제로 구혼을 일삼고 있습니다. 저들이 진정 양반의 법도를 안다면 마땅히 어머니의 친정 이대감 댁으로 찾아가 정당하게 지참금을 논하고 신랑감을 정해야 할 터인데, 저 겁쟁이 무뢰배들은 차마 감히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저들은 날마다 우리 집 사랑채와 안채를 배회하며,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아버님이 남기신 소와 돼지, 살진 염소를 닥치는 대로 도살하여 잡아먹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술판을 벌이고 값비싼 술을 물 쓰듯 마셔대며 가산을 낭비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니, 이 기가 막힌 처지를 두고 어찌 재앙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프도다. 지금 이 저택에는 저 탐욕스러운 도적 떼를 단숨에 쫓아내고 집안을 구원할 주인이 없습니다. 당대 영웅이셨던 제 부친 오지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으니, 일천한 학식과 훈련도 받지 못한 이 어린 태명의 힘으로는 저 무도한 무리와 맞서 싸울 힘이 없고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참으로 애통하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태명이 지팡이를 쥐고 눈물을 흘리자, 온 광장의 백성들이 일제히 숙연해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태명은 눈물을 훔치며 다시 목청을 높여 말했다.
“오호라! 내게 저 무도한 도적 떼를 제압할 힘과 군사가 있었다면, 내 어찌 이 수모를 보고만 있었겠습니까. 저들이 가문을 도륙 내고 집을 황폐하게 만드니, 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너희 구혼자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라. 인근 고을의 이웃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손가락질하며 무어라 비웃겠느냐.
너희는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 머지않아 분노하신 천지신명께서 너희에게 등을 돌리시고, 이 무도한 범죄 행위에 진노하사 벼락을 내리실 것이다. 대라천의 상제와 인세의 공의를 주관하시는 신명께 맹세하노니, 부디 이 원통함을 굽어살펴 정의를 행하소서.
아아, 그러나 다 부질없다. 이웃 백성들이여, 차라리 나를 이대로 버려두어 홀로 슬픔에 겨워 죽게 하소서. 혹여 내 용맹한 부친 오지수 장군이 생전에 고을 백성들에게 척을 진 일이 있어, 너희가 그 원수를 갚겠답시고 나를 괴롭히며 저 무뢰배들을 충동질하는 것이냐.
정녕 그러하다면 차라리 고을 백성들이 내 가축과 곡식을 한꺼번에 먹어 치워 버리는 편이 나을 뻔하였다. 그랬다면 내가 관아에 고발하고 고을을 돌아다니며 가산을 되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송사라도 벌였을 터이나, 지금 저 도적 떼는 내 손발을 묶고 피를 말리니 참으로 대책이 없고 무의미하다.”
태명은 좌절감과 억울함에 치를 떨며 말을 멈추고, 손에 쥐고 있던 연설용 지팡이를 광장 바닥에 팽개치며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 처량하고 장한 모습에 광장에 모인 모든 백성들이 가련히 여겨 눈물을 훔쳤고, 사방이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여 감히 누구도 소년에게 모진 말을 건네지 못했다.
이때 구혼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악명 높은 안태우가 군중을 헤치고 나와 삿대질을 하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태명아, 이 건방지고 고집 세며 철없는 꼬맹이 놈아. 네가 감히 천하의 영웅들을 조정의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우리에게 가산 탕진의 책임을 전가하려 드느냐. 우리 구혼자들은 네 가문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원망하려거든 도리어 네 귀하신 어미 연로비 부인의 흉계를 탓하거라. 그 부인의 꾀가 참으로 여우 같고 교활하다.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에 이르도록 온갖 감언이설로 장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희망을 주며 서찰을 보내면서도, 정작 속마음은 딴 데 가 있다.
부인이 지난날 기이한 꾀를 내어 궁궐 대청에 거대한 베틀을 설치하고는, 길고 가는 삼베천을 짜면서 우리에게 이르기를, ‘장부들이여, 내 낭군 오지수 장군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혼백이 되었으니, 그대들의 구혼을 내 어찌 모른 체하리오. 다만 내 시아버님이신 노장 라현 대감께서 연세가 높아 만수무강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대감이 돌아가신 후 수의도 없이 묻히시면 내 어찌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다 하리오. 제발 이 수의를 완성할 때까지만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주오’ 하니, 그 말이 제법 충효에 부합하므로 우리도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아연실색할 일은, 그 부인이 낮에는 눈속임으로 두꺼운 삼베를 짜다가, 밤만 되면 궁청에 횃불을 밝혀놓고 낮에 짠 코를 일일이 다시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더냐. 이 가당치 않은 속임수에 고려의 대장부들이 3년 동안 깜짝 속아 넘어갔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침내 4년째 되던 해에 내막을 아는 여종 하나가 우리에게 밤의 기사를 밀고하였다. 우리가 등달아 안채로 들이닥쳐 부인이 수의를 풀고 있는 현장을 덮쳐 윽박지른 후에야 비로소 그 수의를 완성하게 하였다. 이것이 숨겨진 진실이니, 너와 온 고을 백성들은 똑똑히 들어라.”
안태우가 광장의 백성들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호령했다.
“그러므로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명백하다. 태명아, 너는 당장 네 어미를 이 저택에서 내쫓아 친정으로 돌려보내라. 네 외조부 이 대감이 부인을 마땅한 자에게 재가시키도록 조치하란 말이다.
천상의 여신 지혜낭자가 자네 어미에게 빼어난 재능과 영민한 지혜, 그리고 고결한 마음을 주셨기에, 옛날 고려 땅의 절세가인들이었던 제후의 딸들이나 화환을 썼던 미가성의 미인들조차 연로비 부인의 기막힌 신통력을 따라잡지 못함은 내 인정한다.
하오나 부인이 이토록 장부들을 기만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천명을 거스르는 짓이다. 부인이 신들이 내린 잔꾀에 매달려 재가를 미루는 한, 우리 구혼자들은 자네 집안의 곡식과 재산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남김없이 거덜 낼 것이다. 그것이 부인에게는 정절의 영광일지 모르나, 자네 가문에는 오직 파멸의 손실일 뿐이다. 부인이 우리 중 한 장부를 낭군으로 택해 나갈 때까지, 우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 궁궐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안태우의 서슬 퍼런 으름장이 끝나자, 청년 태명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태명이 눈을 부릅뜨고 안태우를 꾸짖었다.
“안태우, 너는 들어라. 내가 어찌 나를 낳고 길러주신 고결한 어머님을 이 궁궐에서 강제로 내쫓을 수 있단 말이냐. 아버님이 이 세상에 살아계신지 혹은 이미 혼백이 되셨는지 알 길이 없으나 타국에 억류되어 계시거늘, 내가 불효막심하게 어머님을 축출한다면 외조부 이 대감께서 내게 엄중한 대가를 물으실 것이요, 천지신명께서도 더 큰 천벌을 내리실 것이다. 어머님이 눈물로 이 집을 떠나시며 신명께 원통함을 고하시면, 복수의 여신들이 강림하여 나를 저주할 터이니 나는 결단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너희 놈들이 이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면 당장 이 궁궐에서 너희 발로 걸어 나가라. 내 아버님이 피땀으로 모으신 진수를 더는 축내지 말고, 정 그리 먹고 싶거든 너희 가산을 탕진하여 너희 소와 양을 잡아먹을 지어다. 남의 전답과 재물을 통째로 삼키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로 알았더냐. 정녕 그렇다면 어디 끝까지 가보자꾸나. 불멸의 신명과 천왕 상제께 피로써 간청하노니, 상제께서 머지않아 이 무도한 죄악의 대가를 철저히 치르게 하실 것이다. 너희 놈들은 마땅히 이 궁청에서 명줄이 끊길 것이요, 어느 누구도 너희의 죽음을 가엾게 여기지 아니하리라.”
태명의 말이 장내를 뒤흔들자, 홀연히 천공에서 뇌성이 은은히 울리더니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거룩한 목소리를 지닌 천왕 상제께서 저 높은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독수리 두 마리를 현신으로 내려보내셨다.
처음에는 두 마리 신조가 바람을 타고 날개를 활짝 편 채 서로의 깃을 부딪치며 평화로이 떠돌더니, 이윽고 시끌벅적한 광장의 군중 한가운데에 이르자 별안간 빙빙 돌며 퍼덕이고 웅장한 날개 짓으로 살기를 뿜어냈다.
두 독수리는 죽음과 같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장내에 모인 구혼자 무리의 머리 위로 들이닥쳐,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얼굴과 목덜미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피를 흘리게 했다.
그 후 신조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고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니, 광장에 모인 백성들과 구혼자들이 그 해괴하고 웅장한 도술에 놀라 자빠지며 마음속으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 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의아해하였다.
이때 장로들 중 새의 움직임과 천기를 읽는 혜안이 유독 뛰어난 마스토르의 아들, 늙은 지도자 맹수 옹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무리에게 준엄하게 고했다.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특히 저 탐욕에 눈이 먼 구혼자 놈들은 내 예언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오. 머지않아 피비린내 나는 대재앙이 너희 머리 위로 쏟아질 것이다. 오지수 장군께서는 결코 고향을 오래 떠나 계시지 않을 터, 이미 그분은 우리의 숨결이 닿는 곳까지 가까이 당도하사 너희 무도한 놈들에게 뿌릴 죽음의 씨앗을 품고 계신다.
나아가 이탁도의 방관한 백성들에게도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우리는 저 구혼자 무리의 악행을 당장 막을 방도를 세워야 할 것이오. 그것이 저들에게도 목숨을 보존할 유일한 길이외다.
내 일찍이 오 장군께서 토래성으로 출정하실 때 예언하기를, ‘오 장군이 온갖 모진 고초를 겪고 부하들을 모두 잃은 후, 20년 만에 아무도 몰라보는 초라한 행색으로 환향하리라’ 하였거늘, 이제 그 천수가 차서 예언이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도다.”
그러자 구혼자 무리의 또 다른 괴수인 보리보의 아들 우혁이 가소롭다는 듯 껄껄 웃으며 나서서 대답했다.
“이 망령 난 늙은이야, 그 입을 다물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네 자식들에게나 헛된 길흉화복을 점치거라. 그러지 않으면 네 늙은 목숨이 온전치 못하리라. 천공 아래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닌들 어찌 그것이 모두 신의 계시란 말이냐. 오지수 장군은 이미 타국 먼 바다에서 썩은 송장이 되어 죽었도다. 차라리 영감탱이 너도 그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었더라면 이 지루한 예언 따위는 듣지 않았을 것을. 자네가 이 철부지 태명 놈을 두둔하여 그 대가로 상이라도 바라는 모양이다만, 내 단언하건대 결코 그리 안 될 것이다.
늙은이야, 자네가 고대의 지혜를 읊으며 이 아이를 충동질해 보았자, 이 아이는 상처만 입고 파멸할 뿐이네. 우리는 자네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
내 온 백성 앞에서 선포하노니, 태명은 당장 제 어미를 친정 대감댁으로 돌려보내어 정당하게 혼례를 올리고 마땅한 선물을 준비하게 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독한 구혼 행위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0살 처먹은 늙은이의 장황한 사설도, 자네의 무의미한 예언 따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노라. 저 연로비 부인이 재가를 거부하며 우리의 희망을 꺾는 한, 이 궁궐의 가산은 씨가 마를 때까지 멸망할 것이로다.”
이에 태명이 안색을 굳히고 대답했다.
“좋소, 우혁 어른과 구혼자 무리들이여.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소. 천지신명과 여기 모인 백성들이 이미 내 원통함을 아실 터이오. 다만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부하 스무 명만 내어주시오. 내 직접 사필성과 모래 언덕의 필성까지 가며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찾겠소.
혹여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상제께서 바람결에 소식을 전해 주실 수도 있음이라. 만일 아버님이 살아계신다면 이 수모를 일 년 더 견딜 것이요,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거든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무덤을 파고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를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것이오.”
태명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과거 오지수 장군이 배를 타고 떠날 때 집안의 대소사를 맡아보고 노비들에게 상전으로 모시라 당부했던 의리 있는 벗, 명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명돈이 관아의 군중을 향해 피를 토하듯 연설했다.
“이탁도 백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세상의 법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도다. 향후 이 나라의 왕들은 백성을 어질고 따뜻하게 다스릴 필요가 없으며, 언제나 잔혹하고 혹독하게 군림해야 마땅할 것이오.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자애롭게 보살피셨던 은인 오지수 나리를, 저 배은망덕한 백성들이 이토록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오. 내 저 구혼자 놈들이 오만방자하게 가산을 갉아먹는 폭정은 차라리 비난하지 않겠소. 저놈들은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 믿고 제 목숨을 걸고 저질러진 도적질이니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나, 왕의 은혜를 입고도 이 불의를 묵인한 채 입을 닫고 있는 너희 백성들의 무심함은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로다.”
장내에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명돈이 가슴을 치며 백성들을 향해 다시 부르짖었다.
“내가 정녕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저 무뢰배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여기 모인 고을 백성들 때문이로다. 너희가 수적으로는 저 도적 떼보다 훨씬 우세하거늘, 어찌 이 불의를 보고도 비겁하게 가만히 앉아 저들에게 꾸짖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단 말이냐.”
그러자 우연우의 아들 이곽이 코방귀를 뀌며 앞으로 나서서 명돈을 윽박질렀다.
“스승 명돈이여,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 자네가 필시 노망이 나 제정신이 아니로군.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이 즐거운 잔치를 중단하라 훈계하다니. 자네들이 감히 우리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듯싶은가. 우리의 세력이 자네들보다 훨씬 막강하네.
설령 이탁도의 주인 오지수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우리가 그의 궁궐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을 보고 노하여 쫓아내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아내 연로비 부인이 아무리 낭군을 그리워했을지언정, 홀로 우리 무리와 맞서다 비참하게 목숨을 잃을 남편의 처량한 최후를 보며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오.
그러니 영감의 말은 그저 쓸모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네. 어쨌든 총회는 끝났으니 모두 흩어져 각자 생업으로 돌아갑시다. 명돈과 맹수 영감은 오지수의 오랜 동료들이라 하니, 저 철부지 태명의 유랑 길이나 한 번 잘 안내해 보시오. 내 장담하건대, 저 풋내기는 이탁도 항구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평생 고향에서 소식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네.”
이곽의 말이 끝나자 군중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탁도 백성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으며, 구혼자 무리들은 떼를 지어 다시 오지수의 궁궐로 향했다.
이때 태명은 무리의 눈을 피해 홀로 빠져나와 적막한 해변에 당도했다.
그가 거친 파도가 치는 회색 바닷물에 손을 씻고 청하여 대라천의 여신 지혜낭자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여신이시여, 소자의 기도를 들으소서. 바로 어제 천신께서 현신하사 제게 이 만경창파를 건너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아버님의 종적을 찾으라 명하셨나이다. 하오나 저 오만방자하고 비열한 구혼자 놈들과 이를 방관하는 백성들 때문에 가산은 날마다 거덜 나고 소자는 발이 묶였으니, 어찌하면 좋으리이까.”
태명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지혜낭자가 별안간 벗 명돈의 형상과 목소리로 변장하여 그의 곁에 나투시더니, 한 마리 새가 지저귀듯 신비로운 말로 귀에 대고 속삭이셨다.
“태명아, 네 부친 오지수의 맹렬한 기상과 강인함이 정녕 네 혈육 속에 흐르고 있다면, 자네는 반드시 용맹하고 사려 깊은 장부가 될 것이네. 생전의 오 장군이 부하들을 통솔하는 말과 행동에 얼마나 유능했더냐. 네가 정녕 그의 친아들이라면 이번 여정은 필시 대성공을 거둘 것이로다.
본디 아비보다 나은 자식이 극히 드물고 대개는 부친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나, 자네를 보니 결코 겁쟁이도 아니요 어리석은 자도 아니로다. 자네는 오 장군의 영리한 지혜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이 대업을 능히 완수하리라 내 확신하네.
그러니 저 미련한 구혼자 놈들의 얄팍한 계획 따위는 뇌리에서 지워버려라. 저 도적 떼는 도덕도 없고 천벌이 무서운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 머지않아 저들 머리 위에 닥칠 끔찍한 운명과 코앞에 이른 죽음의 칼날을 전혀 알지 못하도다. 내가 네 부친의 오랜 벗으로서 자네와 이 길을 끝까지 함께할 터이니 자네는 기필코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네.
내 자네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한 전선을 마련해 줄 것이니, 자네는 지금 당장 구혼자들이 있는 궁궐로 돌아가 대담하게 식량을 구해 오게나. 항아리에는 향긋한 포도주를 채우고, 가죽 주머니에는 장정들의 힘의 근원이 될 곡식을 가득 담아 두어라. 그사이 내가 고을을 은밀히 돌아다니며 자네와 생사를 함께할 용맹한 사공들을 모집하겠네. 이탁도 항구에 배들이 많으니, 내가 가장 견고한 상선을 골라 빠르게 장비를 갖추고 먼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칠 것이니라.”
상제의 따님인 여신의 신령한 훈계를 듣고 태명은 군령을 받들듯 순종했다.
하오나 집으로 돌아가는 태명의 마음은 여전히 번뇌로 가득 차 있었다.
궁궐 대청에 들어서니, 과연 저 오만한 구혼자 놈들이 저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마당에서 염소 가죽을 벗기고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 괴수 안태우가 들어서는 태명을 보고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다가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짐짓 친한 체하며 비아냥거렸다.
“태명아, 자네는 어찌 그리 매사에 고집불통인가. 자네를 짓누르는 근심을 마음속에서 깨끗이 털어버리고, 예전처럼 우리와 함께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세나. 고려인 장부들이 자네의 가깝고 먼 소망을 다 해결해 줄 터이니 염려 마라. 우리가 견고한 쾌속선과 날랜 사공들을 골라줄 터이니, 자네는 순풍에 돛을 달고 필성으로 가 부친의 소식을 알아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에 태명이 안태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벽력같이 호령했다.
“안태우, 너는 들어라. 내 어찌 가문을 파멸로 이끄는 너희 이기적인 도적 떼와 한상에서 평화로이 술잔을 나누고 기쁨을 논하리오. 내가 철없는 어린아이였을 때, 너희가 아버님이 남기신 풍족한 가산을 마구 탕진한 것만으로도 이미 뼈에 사무치거늘.
하오나 이제 나도 장성하여 사리를 분별하고 현인들의 조언을 들었으니, 가슴속에 용맹한 기상이 소생하도다. 내가 이 궁궐에서든, 혹은 필성으로 날아가서든, 반드시 너희 놈들에게 피의 보복을 내리고야 말 것이다. 비록 너희가 배와 사공을 내어주지 않을지라도, 내 다른 배의 승객으로 동승하여서라도 기필코 필성으로 가고야 말 터이니 그리 알라.”
태명이 결연히 돌아서자, 대청에서 술판을 벌이던 구혼자 무리들은 도리어 조롱 섞인 비웃음을 터뜨리며 저희끼리 수군거렸다.
“에라, 큰일 났구나. 저 핏덩이 태명 놈이 정녕 우리를 몰살하려 드는 모양이네. 필성이나 사필성으로 달려가 구원병이라도 청해올 기세가 아닌가. 아니면 저 멀리 에피라 섬의 독초 밭에서 치명적인 맹독을 구해와 우리 술잔에 몰래 타서 한꺼번에 도륙을 내려는구나.”
또 다른 오만한 자가 잔을 들어 올리며 낄낄거렸다.
“글쎄, 누가 알겠는가. 저 풋내기가 굽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제 아비 오지수처럼 길을 잃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혼백이 될지. 만일 그리된다면 우리에게는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로다. 그의 막대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갖고, 이 웅장한 궁궐은 연로비 부인과 새로이 혼인할 낭군에게 통째로 넘겨주면 그만이니 말이네.”
그들의 조롱을 뒤로하고 태명은 아래층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친의 보물창고로 향했다.
그 창고는 천장이 높고 웅장하여, 사방에 황금과 청동이 가득하고 궤짝마다 비단 옷가지와 향기로운 백합유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벽면을 따라서는 신의 명주와 같이 달콤하고 순수한 극상 포도주 항아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으니, 이는 오직 온갖 풍상을 겪은 오지수 장군이 환향할 날만을 고대하며 따로 보관해 둔 것이라.
두꺼운 이중문으로 굳게 잠긴 이 창고를 밤낮으로 현명하게 지키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과거 원덕 대감의 심복이자 옵스의 딸인 충직한 유모 명숙이었다. 태명이 유모를 은밀히 불러 속삭였다.
“유모여, 나를 위해 저 항아리에서 달콤한 포도주를 따라 내어주시오. 다만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 때를 위해 비축해 둔 최고의 명주 말고, 그 다음으로 좋은 포도주로 항아리 열두 개를 가득 채워주시오.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 곱게 빻은 보리쌀 스무 근을 단단히 담아두되, 이 모든 일을 다른 무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붙여주시오. 해가 지고 어머님이 위층 침실로 드시어 잠자리에 오르시면, 내가 밤중에 몰래 와서 이를 수거할 것이오. 내 정녕 사필성과 모래벌판의 필성으로 가 아버님의 종적을 찾고자 하노라.”
유모 명숙이 이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렸다.
“오호라, 도련님. 무슨 생각으로 이리 험난한 길을 자초하시나이까. 도련님은 우리 가문의 유일한 외동아들이시요 온 가솔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몸이시거늘, 어찌 그 멀고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십니까. 오지수 왕께서도 타국 만리바다에서 길을 잃고 횡사하셨거늘, 도련님마저 성을 비우시면 저 도적 떼가 당장 도련님을 시해하고 재산을 분탈할 음모를 꾸밀 것이 자명하옵니다. 부디 이 늙은이의 말을 들으사 궁을 지키시고, 저 거친 만경창파의 위험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마옵소서.”
태명이 유모의 손을 잡고 단호히 달랬다.
“유모여, 내 안위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천상의 신명께서 이미 이 계획을 굽어살피시고 대복을 약속하셨나이다. 다만 청이 있으니, 내가 떠난 것을 어머님이 아실 때까지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비밀을 유지해 주시오. 어머님이 슬피 우시다 고운 안색과 피부가 상하실까 두려우니 그리해 주시오.”
늙은 유모가 천지신명께 맹세하며 마침내 비밀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밤이 되자 향긋한 포도주를 항아리에 채우고 보리쌀을 튼튼히 기운 가죽 자루에 담아 준비했다. 이에 태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대청으로 돌아가 구혼자 무리 틈에 섞여 동태를 살폈다.
이때 천상의 지혜낭자가 궁궐의 사정을 굽어보시고 신통한 묘안을 내셨다.
여신은 순식간에 태명의 형상으로 둔갑하여 이탁도 고을 곳곳을 암행하며, 구혼자 무리의 장정들을 한 명씩 찾아가 ‘오늘 밤 삼경에 항구의 배 곁으로 집결하라’ 은밀히 군령을 내리셨다.
또한 보련우의 아들 노문을 찾아가 용맹한 전선 한 척을 청하니, 노문이 기꺼이 배를 내어주겠노라 약속했다. 이윽고 해가 지고 천지에 어둠이 짙게 깔리자, 여신은 홀연히 도술을 부려 거대한 배를 물 위로 끌어 올리고 항해에 필요한 갖은 도구와 장비를 빈틈없이 실었다.
해변의 외진 곳에 우뚝 선 여신은 건장한 사공들을 모아 일일이 군기를 다잡고 훈련시킨 후, 밤눈을 빛내며 오지수의 궁궐로 되돌아와, 여전히 술판을 벌이던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강력한 수면의 도술을 부리셨다.
여신이 신형의 기운으로 그들을 치시니, 도적 떼는 취기에 눈이 풀려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엎어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여신은 다시 스승 명돈의 형상으로 변장하여, 어스름한 대청에서 소년 태명을 밖으로 불러내어 그의 늠름한 안색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태명아, 갑옷을 갖춰 입은 용맹한 선원들이 이미 항구에서 자네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도다. 어서 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한시바삐 닻을 올려야 하느니라.”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날래게 걸어가니, 소년 태명이 호랑이 같은 걸음으로 그 신성한 발자취를 바짝 따랐다. 두 사람이 거친 해변에 당도하니, 과연 갯바람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늠름한 사공들이 배를 대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충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태명이 선원들을 향해 기운차게 호령했다.
“동지들아. 어서 가서 창고에 비축해 둔 행장과 식량을 배로 옮기자. 이미 만반의 준비가 끝났도다. 다만 사방이 고요하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말라. 내 어머님도 모르시고 다른 가솔들도 일절 모르는 비밀이되, 오직 내 노련한 유모 한 사람만 알고 있느니라.”
태명이 군사를 지휘하듯 솔선수범하니 선원들이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든 보따리와 가죽 주머니를 갑판에 실었다. 준련한 태명이 사공들에게 최종 지시를 내린 후 당당히 배에 오르니, 변장한 지혜낭자가 뱃머리에 서서 행차를 인도하였다. 여신이 배의 선미 상석에 좌정하시고 그 곁에 태명이 늠름하게 앉으니, 선원들이 일제히 밧줄을 풀고 각자 노를 잡고 자리에 앉아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했다.
이때 지혜낭자가 서쪽 하늘을 향해 도술을 부려 맑고 강인한 순풍을 불러일으키시니, 만경창파 포도주 빛 바다 위로 서풍이 휘파람을 불며 돛을 밀어붙였다.
태명이 큰 소리로 명령하여 “모두 돛대를 굳게 잡으라!” 하니, 사공들이 일제히 소나무로 만든 튼튼한 돛대를 도르래 홈에 뚝딱 세우고 밧줄로 단단히 고정한 후, 잘 무두질한 가죽 끈을 당겨 눈부시게 하얀 흰 돛을 높이 올렸다.
순풍이 돛 한가운데를 빵빵하게 채우자, 배는 쏜살같이 나아갔고 거친 보랏빛 파도가 쪼개지는 용골 주위를 요란하게 때리며 하얀 거품을 일으켰다. 여신이 풍랑을 조화롭게 다스려 항해를 지극히 순조롭게 하시니, 어둠을 가르는 검은 전선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만리길을 전진하였다.
사공들은 돛대를 질러 고정한 후,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 천지신명과 불멸의 신선들, 특히 오지수 가문을 수호하시는 눈빛 총명한 신명께 지성으로 고리를 지내며 제물을 바쳤다.
이윽고 쾌속선은 어두운 밤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다가올 새벽의 붉은 동이 틀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저 먼 대해를 향해 도도하게 나아가니, 그 기상이 실로 장관이었다.
==제3권 늙은 왕의 회상==
이튿날 여명이 은은히 밝아오며, 태양신 해일<ref>헬리오스</ref>이 불멸의 신선들과 곡식을 가꾸며 살아가는 필멸의 중생들에게 빛을 비추고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양의 동녘을 떠나 청동빛 하늘을 향해 해수레를 몰아 맹렬히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태명 일행이 탄 검은 전선은 마침내 내류왕 대감이 세운 유서 깊은 고을, 필성 항구에 도달하였도다.
마침 바닷가에서는 온 백성들이 모여, 대지를 뒤흔드는 권능을 지닌 검은 머리의 바다 신 해왕께 가장 좋은 제물을 바치는 거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었으니, 온몸이 숯비둘기처럼 새까만 흑황소(黑黃牛)들을 잡아 바치는 참이었다.
해변에는 아홉 줄의 자리가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한 줄에 무려 오백 명씩의 장정들이 군좌(群坐)하였으며, 각 줄마다 아홉 마리씩의 황소를 제물로 드려 장관을 이루었다. 백성들이 잡은 황소의 구운 내장을 먼저 맛보고, 제단 위에서 넓적다리뼈를 태워 연기를 신명께 올려드릴 때, 태명 일행은 균형 잡힌 쾌속선의 돛을 내린 후 선원들을 시켜 돛천을 잘 접어 단단히 정박시키고 마침내 육지에 첫발을 내딛도다.
태명이 배에서 내리자, 스승 명돈으로 변장한 지혜낭자가 앞장서서 걸으며 빛나는 눈으로 태명을 돌아보고 나직이 타이르되,
“태명아, 이제부터는 기가 죽거나 털끝만큼도 위축될 필요가 없느니라. 자네가 이 거친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까지 온 것은, 오직 대지가 자네 부친 오지수 장군을 어느 구석에 감추었으며 그분이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러니 자, 기운을 내어 곧장 말 길들이는 재주로 천하에 이름난 노장 노현 대감을 찾아가세나. 그 어른이 가슴속에 어떤 비책을 품고 계신지, 아버님의 소식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고 정중히 간청해보게. 노현 대감은 당대의 명망 높은 현인이시니 결코 거짓을 말하여 자네를 속이지 않을 것이네.”
이에 영민한 태명이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 아뢰되,
“스승님, 소자 아직 나이가 어리고 조정의 법도나 장부들과 지혜롭게 담판 짓는 말주변이 심히 서툴옵니다. 이토록 덕망 높은 고을의 대장 어른을 뵙고 어떤 말씀부터 꺼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위축되나이다.”
여신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되,
“태명아, 걱정 말라. 자네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는 영감이 있을 것이요, 설령 부족할지라도 천지신명께서 자네 입을 빌려 마땅한 언변을 내려주실 것이네. 본디 신들의 가호와 음덕이 아니었다면 자네가 어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늠름하게 장성할 수 있었겠느냐.”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이 말을 마치고 대장부처럼 앞장서서 걸어가니, 태명이 고스란히 여신의 거룩한 발자국을 밟으며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필성의 장정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연회석 쪽으로 다가서니, 과연 상석에는 노장 노현 대감이 여러 아들들과 함께 좌정해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노비들이 고기를 굽거나 긴 꼬챙이에 꿰며 잔치 준비로 분주하더라.
외방에서 온 이방인 나그네들을 발견한 필성의 백성들은 일제히 몰려와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으며, 먼 길에 고단할 터이니 어서 자리에 앉으라고 정중히 권하였다.
이때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비시달이 가장 먼저 돛달음질쳐 다가와 두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이끌었다. 그는 바닷가 모래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양털 가죽을 정성껏 깔아 마련한 상석으로 두 귀빈을 인도하여, 형 태시무의 부친 노현 대감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혔도다.
젊은 주인이 환영의 뜻으로 두 사람 앞에 갓 구워낸 소 내장 요리를 올리고, 화려한 황금 잔에 향긋한 포도주를 가득 따른 후, 천상의 방패를 지닌 상제의 따님 팔라스 지혜낭자 여신을 향해 공손히 잔을 바치며 말하되,
“먼 곳에서 오신 귀한 나그네여, 마침 우리가 바다의 주재자이신 해왕 군주를 위해 대제를 지내던 참에 귀한 발걸음을 하셨으니, 부디 우리 신명께 지성으로 기도를 올려주소서. 예법에 따라 먼저 신께 고리(告祭)를 지내며 포도주를 올린 후, 그 꿀맛 같은 잔을 곁에 계신 젊은 벗에게도 건네어 함께 축원을 빌게 하소서. 본디 천하의 모든 인간은 신령의 음덕 없이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자네의 친구 역시 불멸의 신선들께 정성껏 빌고 싶지 않겠소? 다만 저 곁에 계신 도령은 나이가 더 어려 나와 동년배로 보이니, 이 첫 황금 술잔은 마땅히 연치(年齒)가 높으신 어른께 먼저 올리는 것이 도리인가 하옵니다.”
비시달이 이렇듯 법도에 맞게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 잔을 여신의 손에 쥐여주니, 지혜낭자는 지혜롭고 올바른 행실을 갖춘 이 젊은이의 갸륵한 예법에 크게 흡족해하셨도다. 여신은 황금 잔을 높이 들어 즉시 바다의 군주 해왕을 향해 가슴 깊이 간절히 기도하여 가라사대,
“대지를 튼튼히 떠받치시는 해왕 신명이시여, 이 둔한 중생들의 기도를 굽어살피소서! 지성으로 간청하는 우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이 땅에 다음과 같은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첫째는 노장 노현 대감과 그의 의로운 아들들에게 천하의 영광을 내려주시고, 둘째는 이 성대한 흑황소 제물을 바치며 정성을 다한 필성의 모든 백성들에게 아낌없는 보상을 베풀어주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검고 빠른 전선을 타고 만리 길을 찾아온 소장 태명과 이 늙은 명토가 도모하는 대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무사히 고향으로 환향하게 도우소서.”
여신이 이같이 엄숙하게 축원하셨으나, 실상은 여신 스스로가 천상의 권능을 지니셨기에 본인의 뜻대로 이 모든 기적을 즉시 이룩하신 참이었다.
여신은 기도를 마친 후 손잡이가 둘 달린 웅장한 황금 술잔을 옆에 앉은 태명에게 건넸고, 오지수의 장한 아들 태명 역시 잔을 받아 들고 스승의 뒤를 이어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천지신명께 조상의 가호를 빌었도다.
두 사람의 고례(告禮)가 끝나자, 곁에 있던 시종들이 꼬챙이에 잘 구워진 황소고기를 빼내어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몫을 나누어 주니, 이윽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성대한 연회가 무르익더라.
좌중의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마시어 기갈과 피로를 온전히 씻어내자, 마침내 수많은 전차를 몰고 전장을 누볐던 계령의 영웅, 늙은 노현 대감이 위엄 있게 수염을 쓸어내리며 두 나그네를 향해 먼저 웅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니,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사연이 흘러나올꼬.
==제4권 해신이 한 말==
태명 일행은 노현 대감의 영민한 아들 패삼득<ref>페이시스트라토스</ref>를 동반자로 삼아, 전차를 타고 험준한 골짜기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 동굴의 땅, 서파성에 당도하여 곧장 명뇌왕의 대궐로 향하였도다.
마침 대궐에서는 적면(赤面)의 영웅 명뇌왕이 자녀들의 혼례를 축하하고자 일가친척과 고을 백성들을 구름처럼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배풀고 있었느니라. 일찍이 토래성 전장에서 그는 자신의 고결한 딸을 장차 맥리민(貊利民) 족<ref>므리미돈족</ref>을 다스릴 불세출의 영웅 안길승<ref>아킬레스</ref>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했던바, 이제 화려한 보물과 말이 끄는 전차를 혼수품으로 내어주며 신행(新行) 길에 오르게 하니, 이는 실로 천지신명의 오묘한 섭리로 성사된 경사로다.
또한 왕은 노비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용맹한 서자 맹대수<ref>메가펜테스</ref>를 위해서도 고을의 어진 처녀인 안계리<ref>알렉토르</ref>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대궐 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본디 천상 신명들께서는 절세미인 하일란 여사<ref>헬레나</ref>에게 황금빛 포랑선녀<Ref>아프로디테</ref>를 닮은 아름다운 딸 허명혜<ref>헤르미오네</ref>를 점지해 주신 이후로는 더 이상 소생을 허락지 아니하셨음이라.
이때 왕의 심복인 위태선<ref>에태오네우스</ref>가 대궐 밖을 살피다 기이한 기상을 풍기는 두 장부를 발견하고,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왕께 고하되,
“상감 폐하, 밖에 귀인 두 분이 당도하였사온데, 그 풍채와 위엄이 마치 천왕 상제의 아들들처럼 비범한 이방 나그네들이옵니다. 저들이 타고 온 군마의 멍에를 풀어 정성껏 대접하오리까, 아니면 다른 고을의 주인을 찾아가라고 박대하여 보내오리까?”
이에 얼굴이 붉은 명뇌왕이 크게 노하여 벼락같이 소리치되,
“이 미련한 놈아! 네가 전에는 제법 총명하더니, 이제는 어찌 철없는 아이처럼 망발을 일삼느냐! 우리 역시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기 전까지, 이국땅을 떠돌며 수많은 주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목숨을 부지하지 않았더냐. 상제께서 앞으로도 우리 가문을 굽어살피시기를 간구하며, 당장 저 귀인들의 군마에서 멍에를 풀고 안으로 모셔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라!”
군령을 받은 위태선이 대궐 밖으로 뛰어나가 하인들을 소집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땀에 젖은 말들의 멍에를 풀고, 하얀 보리를 섞은 에머밀을 여물통에 가득 채워 묶어 두었도다. 마차는 잘 닦인 벽면에 기대어 세워두고, 두 소년을 신령스러운 저택 안으로 정중히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더라.
위대한 명뇌왕의 높은 전각은 마치 한낮의 태양이나 밤중의 보름달처럼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음이라. 그들이 웅장한 대궐을 충분히 구경한 후 윤이 나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니, 시녀들이 향기로운 백합유를 발라 몸을 씻겨주고 부드러운 양모 망토와 도포를 입혀 마침내 아트레우스의 아들 명뇌왕의 옆자리에 앉혔도다.
한 시녀가 은대야와 금병을 받쳐 들고 나와 그들의 손을 깨끗이 씻긴 후, 윤이 나는 나무 상을 차려내었고, 또 다른 정숙한 시녀가 향긋한 떡과 호화로운 찬을 끊임없이 내어왔다. 고기를 써는 시종이 온갖 기이한 육고기가 담긴 은반을 올리고 황금 잔을 바치니, 명뇌왕이 두 귀빈을 반갑게 맞이하며 가로되,
“마음껏 드시게! 먼 길에 고단했을 터이니 맛있게 들고 기운을 차리게나. 식사가 끝난 후에 자네들의 성씨와 근본을 물을 것이로다. 자네들의 기상을 보니 필시 천하를 호령하는 왕족의 후예가 틀림없구나. 본디 흙을 파먹는 농부의 자식들은 자네들 같은 영웅의 풍채를 지닐 수 없는 법이네.”
이때 태명이 대궐의 사치스럽고 웅장한 장식을 보고 경탄하며, 옆에 앉은 패삼득에게 나직이 소근거리되,
“여보게 벗이여, 이 울려 퍼지는 전각이 청동과 은, 황금과 상아, 그리고 영롱한 호박(琥珀)으로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보게나. 이곳은 흡사 올림포스 산에 있는 상제의 천궁처럼 풍요로우니, 내 심신이 경외심에 사로잡히는구려.”
명뇌왕이 흘러나오는 태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 바람처럼 날아가는 어조로 대답하여 가로되,
“장한 소년들이여, 천하의 어떤 필멸의 인간도 감히 천왕 상제의 권능에 비할 수는 없느니라. 신명께서 거처하시는 천궁과 보물은 영원불멸한 법이지. 물론 세상의 어떤 영웅은 내 재산과 견줄 만큼 부유할지 모르나, 나는 이 막대한 보물을 모으기 위해 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도다.
내가 토래성이 함락된 후에도 무려 8년 동안이나 거친 바다를 표류하며 길을 잃고 이국땅을 헤맸음이라. 저 멀리 뿔 달린 양들이 일 년에 세 번씩 새끼를 낳고, 주인과 노비가 신선한 젖과 치즈와 고기를 일 년 내내 풍족하게 얻는 남방의 낙토(樂土)까지 흘러갔었지.
하오나 내가 그토록 타국을 떠돌며 보물을 긁어모으는 동안, 고향에서는 간교한 형수 놈에게 배신당한 내 친형님 아한왕이 궁궐 한복판에서 억울하게 시해당하셨도다! 그러니 내 손에 쥔 이 모든 천하의 보물이 내게 무슨 기쁨을 주겠느냐. 자네들의 부친 역시 내가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고 내 사랑하는 대궐과 떨어져 지냈는지 이미 들려주었을 것이네.
차라리 아라골의 푸른 목초지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 벌판에서 전사한 내 전우들이 지금 살아만 있다면, 내가 모은 이 보물의 삼분의 일만 가지고라도 이 대궐에 기쁘게 머물렀을 것을! 나는 매일같이 이 웅장한 대궐에 홀로 앉아, 먼저 가버린 백 명의 영웅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노라.
특히 그중에서도 오직 한 사람, 그의 운명은 가혹한 고통이었고 나의 운명은 그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 가득하니, 바로 오지수 장군이로다!
그분이 먼 길을 떠난 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 살아 계신지, 혹은 고혼(孤魂)이 되셨는지조차 알 길이 없구나. 지금쯤 고향에서 그의 충실한 아내 연로비 부인과 늙으신 부친 라현 옹, 그리고 그분이 출정할 때 갓난아기였던 어린 아들 태명 도령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곡읍(哭泣)하고 있겠느냐.”
명뇌왕의 이 절절한 강론이 소년 태명의 가슴속에 묻어둔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기어이 폭발시키고야 말았도다. 뜨거운 눈물이 소년의 안색을 타고 흘러내려 대청마루 바닥에 툭툭 떨어지니, 태명은 차마 얼굴을 보이지 못하고 자주색 망토 자락을 들어 두 눈을 가리고 흐느꼈다. 명뇌왕은 이를 예리하게 알아채고, ‘이 소년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그 근본을 물어야 할지’ 마음속으로 깊이 망설이더라.
왕이 이처럼 고뇌하고 있을 때, 홀연히 황금 화살을 든 수렵의 신 아라미낭자 여신처럼 고결한 자태를 지닌 연로비 여사(헬레나)가 천장이 높고 향기로운 침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도다.
시녀 아드라가 여왕을 위해 특별히 정성껏 칠한 의자를 마련하였고, 알키페는 그 위에 부드러운 양모 담요를 깔았으며, 필로는 은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바느질 바구니를 받들어 올렸다. 이 귀한 보물은 일찍이 이집트 테베 고을의 대부 보리보의 아내가 연로비 여사에게 바친 것으로, 테두리를 정금(純金)으로 두르고 바퀴가 달린 신기한 은바구니였으니, 안에는 이미 자아놓은 고운 실이 가득 보관되어 있었다.
연로비 여사가 의자에 좌정하여 장내를 둘러보더니, 놀란 안색으로 낭군 명뇌왕에게 나직이 물어 가로되,
“상감 폐하, 오늘 우리 대궐에 찾아온 저 장한 나그네들은 도대체 누구이옵니까? 제 얕은 소견을 숨겨야 할지, 혹은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할지 망설여지오나, 제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나이다.
내 일찍이 천하를 두루 보았으나, 오늘 찾아온 이 소년처럼 용맹한 오지수 장군의 아들 태명 도령을 쏙 빼닮은 이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이다. 과거 고려인들이 내 얼굴을 핑계 삼아 토래성을 치고자 폭정과 전쟁을 일삼으며 군사를 일으켰던 그 첫날, 오 장군께서 고향방에 갓난아기로 누워있던 이 태명을 두고 눈물로 출정하셨거늘, 어찌 이리 똑같단 말이옵니까.”
이에 명뇌왕이 무릎을 탁 치며 대답하되,
“부인, 내 눈도 정녕 틀리지 않았구려! 저 소년의 늠름한 손과 발, 머리카락과 두상의 골격, 그리고 번뜩이는 눈빛이 과연 오 장군과 붕어빵이로다. 내가 방금 오 장군이 나를 위해 전장에서 겪었던 온갖 고초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 아이가 안색을 찡그리며 자주색 망토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 않았소!”
그러자 곁에 있던 네스토르의 아들 패삼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예법을 갖추어 아뢰되,
“명뇌왕 폐하, 두 분의 혜안이 과연 정확하시옵니다. 이 곁에 계신 도령은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하의 용장 오지수 장군의 친아들 태명이 맞사옵니다. 하오나 성품이 지극히 수줍고 겸손하여, 당대의 영웅이신 폐하 앞에서 감히 철없이 먼저 입을 열어 담대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나이다.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우렁찬 목소리는 신령의 계시와 같다 칭송하시며, 소자에게 이 태명 도령을 안내하여 이곳까지 동행하라 명하셨나이다. 태명은 폐하께 아버님의 생사 소식과 고견을 듣고자 간절히 찾아왔나이다. 본디 아비 없는 자식은 가문을 지켜줄 힘이 없어 고을의 무뢰배들에게 큰 수모를 겪게 마련인바, 지금 태명의 처지가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명뇌왕이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태명의 손을 꼭 쥐며 가로되,
“오호라, 내 생전에 나를 위해 그토록 피땀을 흘렸던 진정한 벗의 아들이 내 집에 제 발로 걸어왔구나! 내 일찍이 상제께서 우리 함대를 가호하사 고향으로 속히 환향하게 하신다면, 천하의 어떤 아라골 장수들보다 오지수 그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영접하리라 다짐했었노라.
내 그와 그의 모든 가솔, 백성들을 이탁도에서 통째로 데려와 이 서파성 근처의 고을 하나를 내어주고 제후로 삼아 평생을 이웃하며 살고자 했거늘! 죽음의 먹구름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의 우정과 기쁨을 그 무엇도 꺾지 못할 거라 믿었노라. 하오나 천상의 신명께서 우리의 두터운 정을 시기하셨는지, 그 불쌍하고 불운한 영웅만을 홀로 고향에 들지 못하게 하셨도다.”
왕의 이 서글픈 한탄에 장내의 모든 이들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로비 여사도 수건을 적셨고 명뇌왕도 눈시울을 붉혔으며, 패삼득 역시 과거 전장에서 광명의 새벽 신에게 안타깝게 살해당한 제 친형님 안틸로코스의 혼백이 생각나 눈물이 가득 고였도다.
패삼득이 눈물을 닦아내며, 날개 돋친 듯 수려한 말로 명뇌왕께 공손히 고하되,
“명뇌왕 폐하, 일찍이 우리 부친 노현 대감께서도 폐하의 상식과 혜안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하셨나이다. 그러니 소자의 미천한 간청을 들어주소서. 이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곡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사오니, 통곡은 다가올 새벽으로 미루심이 어떠하옵니까. 물론 먼저 가신 영웅들을 애도하고 머리를 깎으며 뺨을 적시는 것이 우리가 죽은 자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예우이오나, 지금은 귀한 손님을 맞이한 자리이옵니다.”
명뇌왕이 대장부의 청을 전해 듣고 흡족해하며 대답하되,
“장하도다, 소년이여! 자네는 정녕 나이 많은 노련한 장부처럼 지혜롭게 말하는구나. 과연 그 언변에 부친 노현 대감의 고결한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나는도다. 본디 상제께서 행복한 가문과 혈통을 점지해 주신 자들은 그 기상이 쉽게 드러나는 법이지.
상제께서 노현 대감에게 평생의 행운을 주사 고향에서 200세가 넘도록 장수하게 하시고, 그 아들들 또한 천하의 창술가로 키우셨으니 참으로 복되도다. 자, 이제 슬픔을 거두고 다시 저녁 식사에 집중하세나. 시종들은 어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 손을 씻기라. 다가올 새벽이 되면 내 태명 도령과 밤을 새워가며 아버님의 소식을 상세히 나눌 것이로다.”
왕의 명을 받들어 날랜 시종 아스팔리온이 귀빈들의 손에 맑은 물을 부었다.
이때 지혜로운 연로비 여사가 장내의 무거운 슬픔을 지워버리고자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렸도다. **여사는 일찍이 이집트 고을의 톤의 아내 폴리담나에게서 선물 받은 강력한 신약, 즉 인간의 가슴을 찢는 모든 슬픔과 분노를 단숨에 잊게 해주는 망우단(망우약)을 포도주 항아리에 몰래 섞어 넣은 참이었다.**
본디 이집트 땅은 온갖 기이한 약초와 치유의 도술이 발달한 의인(醫人)들의 나라인바, 이 약을 마신 자는 가령 자신의 눈앞에서 친부모나 형제가 청동 창에 찔려 죽을지라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아니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효능이 있었다. 여왕이 약을 탄 달콤한 명주를 하인들에게 명하여 잔마다 가득 따르게 한 후, 좌중을 향해 우아하게 입을 열어 가로되,
“명뇌왕 폐하, 그리고 여기 모인 고결한 가문의 소년 장부들이여. 상제께서는 천하 중생들에게 때로는 길한 복을, 때로는 흉한 화를 번갈아 내리시니 그 권능은 실로 전능하시도다. 그러니 이제 시름을 잊고 음식을 즐기라. 내가 지루함을 달래고자 과거 토래성 전장에서 불굴의 오디세우스 장군이 펼쳤던 놀라운 무용담을 하나 들려주겠노라.
당시 고려 군사들이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지혜로운 오 장군은 스스로 노비의 초라한 망토를 두르고 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며, 가난하고 비참한 거지로 완벽히 변장한 채 홀로 적진인 토래성 성문 안으로 몰래 침투하였도다. 성내의 어떤 토래인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나만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간파하고 은밀히 불러 심문하였지.
그는 내 장막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려 군사들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꾸미고 있던 모든 천기(밀계)를 내게 털어놓았도다. 귀환하는 길에 그는 긴 청동 검을 뽑아 들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토래 장수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도륙하였고, 고려 진영에 전할 결정적인 군사 기밀을 품고 무사히 탈출하였음이라. 토래의 여인들은 장수들의 죽음에 대성통곡하였으나, 내 마음은 남몰래 기쁨으로 가득 찼으니, 나 역시 그때쯤엔 죄과를 뉘우치고 고향의 내 딸과 지혜로운 낭군 명뇌왕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이로다.”
명뇌왕이 부인의 무용담을 듣고 크게 감탄하며 손뼉을 치고 가로되,
“부인의 말이 정녕 고스란히 맞는 사실이로다! 내가 평생 천하를 두루 주유하며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나보았으나, 오지수 장군처럼 단호하고 기상이 강철 같은 장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네.
과연 그분의 강인함이 어떠했는지 아는가? 일찍이 우리가 거대한 목마(木馬) 속에 숨어 들어가 적들을 파멸시키고자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네. 고려의 내로라하는 용맹한 장수들이 모두 그 어두운 목마의 뱃속에 갇혀 긴장하고 있을 때, 부인께서 저 높은 성벽에서 내려와 목마 주위를 세 번 돌며 숨어 있는 곳을 가볍게 두드리지 않았소.
당시 토래인들을 도우려던 어떤 신령이 부인을 충동질했음이 분명한바, 부인은 목마 밖에서 안에 숨은 고려 장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되, 신기하게도 각 장수들의 실제 친아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어 애절하게 부르지 않았소!
그 소리를 들은 나와 도미달은 당장 목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안에서 대답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네. 하오나 오지수 장군이 강철 같은 손으로 우리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고 끝까지 제지하셨도다. 천상의 여신이 부인을 멀리 인도하여 위기를 넘길 때까지, 오 장군께서 목마 안의 모든 장수들을 꽉 붙잡아 두셨으니, 그분의 냉철한 지혜와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그날 밤 적들에게 발각되어 몰살당했을 것이 틀림없었네.”
태명이 부모의 이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곰곰이 전해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여 대답하되,
“하오나 명뇌왕 폐하, 그 모든 영웅담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며 상황을 어찌 더 낫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심장이 아무리 무쇠와 같고 강철과 같았을지라도, 결국 제 목숨 하나 온전히 보존하여 환향하지 못하셨나이다. 그러니 폐하, 밤이 깊었사오니 부디 저희를 잠자리로 인도해 주소서. 고단한 신신을 달콤한 잠 속에 묻고 싶나이다.”
이에 서파성의 여왕 연로비 여사가 시녀들에게 명하여 전각 현관에 안락한 침상을 마련하게 하고, 그 위에 화려한 자주색 양탄자를 깐 후 따뜻한 양털 이불을 두터이 덮어주게 하였다. 하인들이 횃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니, 태명과 패삼득은 대궐 앞방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고, 명뇌왕은 전각 깊숙한 내실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연로비 여사와 함께 동침하였도다.
이튿날 동녘 하늘에 장미꽃 손가락을 지닌 광명의 새벽 여신이 대지를 물들일 때였다. 위엄 있는 명뇌왕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의복을 갖추고, 날카로운 보검을 어깨에 메어 기름칠을 잘 한 가죽 샌들을 신은 채, 마치 천상 신령과 같은 풍채로 침실을 나와 태명에게 다가가 웅장하게 물어 가로되,
“장한 태명 도령아, 무슨 중대한 결단이 섰기에 이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 이곳 서파성까지 나를 찾아왔느냐? 가문의 사사로운 송사 때문이냐, 혹은 이탁도의 공적인 정무 때문이냐? 내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아라!”
태명이 가슴 깊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공손히 꿇어앉아 아뢰되,
“아태우의 아들이신 위대한 명뇌왕 폐하, 소자가 이토록 만리 길을 온 것은 오직 홀로 되신 아버님의 생사 소식을 한 가닥이라도 듣고자 함이니이다. 지금 소자의 고향 궁궐은 불의한 도적 떼들에 의해 가산이 통째로 결단 나고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했나이다.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날마다 우리 소와 양을 무단으로 잡아 가택을 더럽히고 소자의 목숨마저 해하려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그러니 폐하,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간청하오니, 혹여 아버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을지라도 그 참혹한 진실을 제게 가감 없이 들려주소서! 폐하께서 전장에서 직접 목격하셨거나 혹은 만리 바다를 돌며 전해 들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이 불효자에게 동정심을 베푸사 숨기지 말고 고해 주소서. 과거 제 용맹한 아버님이 토래성 전장에서 폐하를 도와 피 흘려 싸웠던 그 수많은 공로를 이 순간 기억하시어, 진실의 칼날을 제게 쥐여주소서!”
명뇌왕이 이 처절한 사연을 전해 듣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대노하여 웅장하게 소리치되,
“이 빌어먹을 도적 놈들! 감히 저 비겁하고 유약한 겁쟁이들이, 자신들보다 백배는 더 용맹한 천하무적 오지수 장군의 잠자리를 강탈하려 들다니!
이것은 흡사 미련한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핏덩이 새끼 사슴 두 마리를 숲속 깊은 곳에 있는 굶주린 맹수 사자의 굴속에 눕혀두고, 제 배를 채우려 언덕과 계곡을 넘어 풀밭으로 떠난 것과 다름없도다! 사자가 사냥을 마치고 제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핏덩이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이빨로 물어뜯어 뼈째로 씹어 삼킬 것이 자명하도다. 오지수 장군이 고향에 당도하는 날, 저 무뢰배 놈들에게 내릴 피의 심판이 정녕 이와 같으리라!
오, 천왕 상제시여, 여신 지혜낭자와 광명의 아로 신이시여! 일찍이 오 장군이 리수도 천하장사 필로멜레이데스와 씨름을 벌여 단숨에 그자의 허리를 꺾고 땅바닥에 내던졌을 때, 우리 고려 군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나이까. 그 장부의 맹렬한 기상으로 당장 저 구혼자 놈들의 목을 베게 하소서! 저들의 가련한 명줄은 단숨에 끊길 것이요, 저들이 꿈꾸는 혼례는 가문의 영원한 저주가 될 것이로다!
장한 소년아, 네 질문에 대해 내 결코 속이거나 감추지 않겠노라.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의 노인, 즉 변신술의 대가인 **해선 프로테우스**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아버님의 소식을 단 한 마디도 숨김없이 들려주마.
당시 내가 이집트 해안에서 고향으로 가고자 했으나, 신들께 완벽한 제물(헤카톰)을 바치지 못해 큰 노여움을 사서 만리 바다에 발이 묶인 적이 있었네. 이집트 해안 앞바다에는 **파로스**라는 고요한 섬이 하나 있는데, 항구가 깊고 맑은 샘물이 있어 사공들이 어두운 물을 길어 바다로 나가는 요충지이지. 하오나 신들께서 순풍을 뚝 끊으시는 바람에 무려 스무 날 동안이나 그 척박한 섬에 갇혀 식량이 거덜 나고 군사들의 조총(희망)이 끊길 위기에 처했었도다.
그때 바다의 노신 프로테우스의 딸인 **에이도테아 여신**이 나를 가엾게 여기사, 홀로 해변을 거닐며 탄식하던 내 앞에 나투셨네. 당시 내 부하들은 굶주림에 지쳐 낚싯대를 들고 고기를 잡으려 흩어져 있었지. 여신이 내 곁에 서서 ‘나그네여, 어찌 그리 미련하게 고통만을 즐기며 이 섬에 영원히 갇혀 있으려 하느냐’ 물으시기에, 내가 고하기를 ‘여신이시여, 소자가 천상의 신명께 죄를 지어 이 드넓은 바다에 갇힌 줄 아오니, 부디 어떤 영령이 내 귀향길을 가로막고 있는지 천기를 들려주소서’ 하였도다.
그러자 여신이 내게 은밀히 비책을 전해주시되, *‘이집트 강가에는 바다의 깊은 연못을 모두 꿰뚫어 보고 바다 신 포세이돈을 섬기는 불멸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살고 있나니, 자네가 만일 그 노인을 물리력으로 제압하여 묶을 수만 있다면, 그가 자네의 귀향길은 물론이요, 자네가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대궐에서 일어난 온갖 길흉화복을 낱낱이 들려줄 것이네’* 하시는 게 아니겠나.
내가 다시 청하기를 ‘여신이시여, 그 신령스러운 노인을 어찌 감히 인간의 얄팍한 힘으로 가두어 도망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나이까’ 하니, 여신이 웃으며 가라사대, *‘내일 정오가 되어 서풍(제피로스)이 불고 바다에 그림자가 질 때, 노인은 바다 동굴에서 나와 낮잠을 청할 것이네. 그때 그의 주위로 바다 여신의 딸들인 수많은 물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들어 짠 바다 냄새를 풍기며 잠들 터인데, 자네는 군사 중 가장 용맹한 장정 세 명을 엄선하여 새벽에 해변으로 나오라’* 하셨도다.
여신은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시더니, 갓 벗겨낸 물개 가죽 네 장을 가져오사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고 모래 구덩이에 매복시키셨네. 본디 그 물개 가죽에서 풍기는 비린내와 썩은 소금내가 얼마나 진동하던지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으나, 고결한 여신께서 천상의 영약인 **암브로시아**를 가져와 우리 콧구멍에 조금씩 발라주시니 그 신비로운 향취가 물개 비린내를 단숨에 지워버렸도다.
정오가 되자, 과연 바다의 노인 프로테우스가 파도를 헤치며 나타나 살진 물개들의 숫자를 하나씩 세기 시작하더니, 우리 역시 물개인 줄로만 알고 아무 의심 없이 숫자에 포함한 후 맨 한가운데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네!
> 그 순간 내가 대성으로 군령을 내리며 장정들과 함께 폭풍처럼 달려들어 노인의 사지를 꽉 붙잡았도다!
노인은 과연 바다의 영물이라 온갖 도술과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갈기를 휘날리는 맹렬한 **사자**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독을 품은 **뱀**으로, 다시 날랜 **표범**으로, 거대한 **멧돼지**로 변형하였고, 심지어 흐르는 **물**과 잎이 무성한 거목(巨木)으로 둔갑하며 우리의 손귀를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도다!
하오나 우리는 여신의 조언대로 이가 부러져라 손에 힘을 주고 더욱 세차게 노인의 몸을 짓눌러 압박하였지. 마침내 도술이 바닥난 노인이 본래의 노인 형상으로 돌아와 지친 목소리로 내게 묻기를, *‘어떤 신령이 자네에게 이 밀계를 가르쳐 나를 포박하게 했느냐? 자네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더군.
내가 고하기를 *‘해선이시여, 내가 이 섬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진퇴양난에 빠졌으니, 어떤 신명이 내 길을 막고 있으며 어찌해야 고향으로 갈 수 있는지 들려주소서’* 하니, 노인이 대답하되 *‘자네가 상제와 여러 신명께 합당한 가책(백 마리 소)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니, 당장 배를 돌려 이집트 강가로 돌아가 신들을 기쁘게 하는 대제를 지내라. 그리하면 신들께서 자네가 원하는 만리 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네’* 하셨도다.
내가 거친 바다를 거슬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산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천기를 물었네. ‘해선이시여, 내가 토래성에 남겨두고 온 고려의 수많은 장수들과 내 친형님 아한왕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나이까, 혹은 바다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나이까’ 하니, 노인이 슬픈 눈빛으로 내게 전하기를,
‘아달의 아들이여, 어찌 그 비극을 내 입으로 다 들으려 하느냐. 수많은 장수들이 전장에서 뼈를 묻었고, 귀환하는 길에 청동 갑옷을 입은 최고 사령관 중 단 두 명만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도다. 용장 아이아스(아약스)는 삼지창을 든 바다 신의 분노를 사서 배가 난파당한 후 기란 바위 위에 겨우 기어올라 오만방자하게 신을 모독하다가, 신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부시는 바람에 깊은 바다 바닥으로 추락하여 짠 물을 들이켜고 고혼이 되었노라.
또한 자네의 친형님 아한왕은 가호 속에 겨우 살아남아 기쁘게 고향 땅에 발을 디디고 흙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그 고을의 망루에는 간교한 아내와 간통한 애기수가 심어둔 파수꾼이 황금 두 냥을 받고 일 년 내내 눈을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도다!
아한왕이 무방비로 궁궐 대청에 들어서자, 애기수는 매복시킨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시켜, 마치 도축업자가 마구간에서 소의 목을 베듯 저녁 식사를 즐기던 아한왕과 그의 시종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처참하게 도륙하여 몰살시켰느니라!’ 하시는 게 아니겠나!
노인의 이 청천벽력 같은 폭로를 전해 듣고,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거친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리, 저 태양빛을 보아서 무엇하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도다.
내가 한참을 울다 지쳐 흐느끼고 있을 때, 바다의 노인이 나를 달래며 가로되 *‘명뇌왕이여, 이제 울음을 그치라. 통곡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당장 군사를 몰아 고향으로 가라. 어쩌면 원수 애기수가 아직 살아있을지, 혹은 아한왕의 장한 아들 오래손가 이미 원수의 목을 베었을지 모르는 일이니, 자네는 어서 가 장례식이라도 주관하라’* 하셨네. 이 말을 들으니 내 가슴속에 다시 장부의 뜨거운 피가 도는 듯하여, 내가 날개 돋친 듯 급히 물었도다.
‘해선이시여, 두 장수의 비극은 내 뼈에 새겼으나, 아직 저 넓은 만경창파 어딘가에 갇혀 살아남아 있다는 그 마지막 세 번째 영웅의 성명은 무엇이나이까? 그 소식이 비록 내 가슴을 찢을지라도 내 반드시 들어야겠나이다!’ 하니, 노인이 마침내 그 비록(秘錄)을 내게 전해 주시되,
‘그는 바로 이탁도 출신의 장수, 라현의 아들 오지수 장군이로다! 내가 바다의 깊은 눈으로 굽어보니, 그는 지금 저 멀리 고해(孤海)에 떠 있는 요녀 가립선의 섬, 그녀의 깊은 밀실에 갇혀 고향 땅을 바라보며 날마다 피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도다. 요녀가 강한 도술로 그를 묶어두었기에, 그에게는 만리 바다를 건널 노 젓는 전선도 없고 용맹한 사공도 없어,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느니라!’ 하셨도다.”
명뇌왕이 태명의 손을 잡고 이 엄숙한 천기를 전한 후, 인자하게 웃으며 가로되,
“장한 태명아, 이것이 내가 바다 신에게 직접 전해 들은 네 부친의 확실한 종적이로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라. 상제께서 자네에게 내리신 축복은 남다르니, 자네는 절세미인 연로비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덕에 상제의 사위로서 장차 이승의 목숨이 다하는 날, 저 세상 끝에 있는 낙원 극락의 벌판으로 가 영생을 누릴 자격이 주어졌음이라. 그곳은 황갈색의 라만 대감이 다스리는 영험한 신선들의 땅으로, 겨울의 눈보라도 없고 매서운 폭풍우도 치지 아니하며, 대양이 언제나 산들바람 서풍을 보내어 장부들을 상쾌하게 해주는 무릉도원이로다.
자, 내 이제 신들의 노여움을 풀고 순풍을 받아 무사히 환향한 것처럼, 자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고자 하니, 부디 내 대궐에서 열이틀 동안만 더 머물다 가게나. 내가 자네에게 천하의 명마 세 마리와 청동으로 빛나는 웅장한 전차 한 대를 선물로 줄 것이요, 나아가 신명께 제사를 지낼 때 쓸 수 있는 정교한 황금 술잔을 내어줄 터이니, 평생 나를 기억해주게.”
이에 영민하고 재치 넘치는 소년 태명이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 대답하되,
“상감 폐하, 소자를 이토록 갸륵하게 보살펴주시니 감개무량하오나, 저를 더 이상 이곳에 오래 붙잡아 두지 마옵소서. 폐하의 옥음(玉音)을 듣는 것이 제게는 천상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우니, 정녕 이 대궐에서 일 년 동안 머물지라도 고향 집이나 부모님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옵니다. 하오나 저를 믿고 필성 항구에서 고되게 기다리는 제 불쌍한 사공 동지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쳤을 터이니, 한시바삐 길을 물어야 하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내어주신 귀한 마필과 전차는 실로 과분하오나, 이 서파성의 보물창고에 그대로 보관해 두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폐하가 다가오시는 이 넓은 영토는 토끼풀이 무성하고 하얀 보리와 밀이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대초원이오나, 소자의 고향 이탁도는 온통 험준한 바위산과 절벽뿐이라 들판도 없고 경마장을 닦을 땅도 없나이다. 겨우 염소나 키우며 살 수 있는 척박한 섬이오니, 말 목장보다는 이곳 서파성의 넓은 벌판이 저 명마들에게 훨씬 어울릴 줄로 아옵니다. 본디 바다 한가운데 뜬 섬들은 풀을 뜯길 곳이 마땅치 않은 법인데, 우리 섬은 그중에서도 가히 최악이옵니다.”
명뇌왕이 태명의 이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당당한 거절을 전해 듣고, 기특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감싸 쥐고 우렁찬 목소리로 가로되,
“장하도다, 얘야! 네 가식 없는 언변을 들으니 과연 네 뼈대와 혈통이 천하의 영웅 오지수의 핏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구나.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선물을 바꾸어 주마. 내가 대궐 보물창고에 비축해 둔 갖은 영물 중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신물(神物)을 내어주리라.
이것은 본디 천상의 대장장이 신 해풍이 정금과 순은을 녹여 정교하게 세공한 웅장한 술그릇으로, 일찍이 시돈 고을의 왕 해담이 내가 환향하는 길에 그의 저택에 묵었을 때 내게 귀하게 선물한 보물치다. 이것을 자네에게 줄 터이니 가문의 가업으로 삼아 가져가게나.”
두 장부가 이렇듯 대청에서 대장부의 의리를 나누고 있을 때, 대궐 안방에서는 노비들이 양고기와 향기로운 명주를 나르고, 고운 스카프를 두른 시녀들이 따뜻한 떡을 받쳐 들며 대궐의 잔치가 밤늦도록 무르익어 가더라.
한편, 같은 시각 저 멀리 오지수 장군의 고향 이탁도 관저 앞마당에서는, 무뢰한 구혼자 놈들이 여느 때처럼 오만방자하게 원반을 던지고 청동 창을 날리며 제 세상을 만난 듯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최고 괴수인 안태우와 신령과 같은 풍채를 지닌 우혁이 상석에 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을 때, 문득 보윤의 아들 노문이 사색이 된 안색으로 헐레벌떡 다가와 안태우에게 따져 묻기를,
“안태우 어른, 저 태명 도령이 내 배를 빌려 타고 필성으로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쯤 돌아온답니까? 내가 지금 급히 엘리스 벌판으로 건너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노새 새끼를 먹이고 있는 암말 열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데려와 전마(戰馬)로 훈련시켜야 하니, 내 배를 당장 돌려받아야겠소!”
이 말을 들은 안태우와 우혁을 비롯한 구혼자 놈들이 일제히 잔을 떨어뜨리며 자지러지게 놀랐도다!
저들은 그저 유약한 태명 놈이 감히 항구를 벗어났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그저 근처 전답에서 양이나 돼지를 치며 숨어 지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참이었다. 안태우가 눈을 부릅뜨고 노문의 덜미를 잡으며 사납게 들이닥쳐 가로되,
“이놈, 내 앞에 실토하라! 그 풋내기가 도대체 언제 배를 띄웠단 말이냐? 그 조그만 배에 누구를 태우고 갔더냐? 이탁도의 쓸만한 장정들을 선동해 데려갔더냐, 아니면 제 집안의 노비나 머슴새끼들을 고용했더냐! 그리고 그놈이 네 배를 물리력으로 강탈해 갔느냐, 혹은 네가 미쳤다고 스스로 내어준 것이냐?”
노문이 겁에 질려 대답하되,
“어찌 강탈이라 하십니까, 내 스스로 자유롭게 내어주었나이다! 대궐의 장한 도령이 가문의 사활을 걸고 간청하며 통곡하는데, 고려의 장부로서 어찌 그 청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소! 게다가 그와 함께 배에 오른 젊은이들은 우리 가솔을 제외하고는 이 고을에서 가장 의리 있고 훌륭한 장정들이었소.
내 분명히 기억하건대, 오 장군의 오랜 벗이신 스승 명토 어른이 선장으로 뱃머리에 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소! 하오나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은, 내가 어제 새벽 관아 거리에서 위엄 있게 걸어가시는 명토 어른을 분명히 내 눈으로 직접 배알했거늘, 어찌 그분이 배를 타고 필성으로 가셨다는 것인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도술을 부린 듯 이해할 수가 없나이다.”
노문이 말을 마치고 제 집으로 돌아가자, 구혼자 무리의 괴수들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격분하였다. 저들은 당장 마당의 놀이판을 멈추게 하고 군사들을 소집하여 자리에 앉혔다. 안태우가 분노에 찬 눈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열어 포효하되,
“젠장맞을! 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건방진 태명 놈이 기어이 우리의 눈을 속이고 만리 유랑 길을 성공시켰구나! 우리가 모두 비웃으며 비겁하게 주저앉아 있을 거라 믿었거늘, 그놈이 온 고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를 띄워 최고 사령관들을 포섭해 가다니!
이것은 장차 우리 무리에게 닥칠 거대한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도다. 천왕 상제께서 저 핏덩이가 장성하여 장부가 되기 전에 그 무시무시한 힘을 꺾어놓으시기를 간구하노라! 여보게 동지들, 내게 노가 스무 개 달린 쾌속선 한 척과 정예 무사 스무 명을 당장 내어주게. 저놈이 필성에서 돌아오는 길목인 이탁도와 삼해 섬 사이의 험준한 해협에 매복하고 있다가, 배를 통째로 들이받아 저 건방진 놈을 수중의 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로다. 저놈의 가련한 유랑 길을 영원한 죽음의 묘지로 만들어주마!”
그러자 무뢰배들이 일제히 상을 치며 찬동하였고, 저마다 칼을 빼 들고 오지수 장군의 대궐 안으로 들이닥쳐 피비린내 나는 모의를 다지더라.
하오나 하늘이 무심치 않으사, 저 사악한 도적 떼들의 비밀 음모는 대궐 안채에 계신 연로비 부인의 귀에 즉시 흘러 들어가게 되었도다. 마당 구석에서 가택의 대소사를 돌보던 충직한 집사 명돈이 저들의 흉계와 살기 어린 대화를 벽 너머로 엿듣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 부인의 침실로 단숨에 뛰어 들어간 참이었다. 명돈이 문턱을 넘어서자, 연로비 부인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다가와 날카롭게 물어 가로되,
“명돈아, 저 안하무인의 구혼자 놈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악행을 꾸미려고 너를 내보냈느냐? 감히 신령스러운 오지수 장군의 시녀들에게 길쌈을 멈추고 저 도적 놈들을 위한 잔치 상을 차려내라 협박하더냐! 오호라, 천지신명께 간구하오니 오늘 저들이 처먹는 음식을 제발 마지막 성찬이 되게 하소서!
다시는 이 궁궐에 모여 구혼 행각을 벌이지 못하게 하소서! 너희 무뢰배 놈들이 이탁도 가문의 가산을 마구 축내며 태명의 재산을 유린하고 있거늘, 너희는 정녕 어렸을 때 너희 부친들이 우리 오 장군의 위대함과 자애로움에 대해 들려주었던 훈계를 단 한 귀로도 듣지 않았단 말이냐! 오 장군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의를 행한 적이 없거늘, 너희의 악행과 음모는 참으로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찌 이토록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이냐!”
이에 명돈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되,
“국모 전하, 방금 제가 들은 흉계에 비하면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재앙이옵니다. 저 도적 떼들이 지금 전하의 가슴을 영원히 찢어놓을 거대한 파멸을 도모하고 있나이다. 상제께서 결단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시기를 바라오나, 구혼자 놈들이 지금 태명 도령이 필성과 서파성에서 아버님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날카로운 청동 창검으로 도령을 무참히 시해하려 모의하고 있나이다!”
이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전해 들은 연로비 부인은 온몸의 맥이 풀리고 심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하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한동안 목이 메어 말 한마디 뱉지 못하다가, 이윽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하여 가로되,
“오호라, 내 아들아! 네가 어찌 어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 위험한 만경창파로 나갔단 말이냐! 거친 바다를 군마처럼 질주하는 그 빠른 전선을 네가 어찌 감히 탔단 말이냐! 저 사악한 자들의 칼날에 네 이름 석 자마저 잃고 세상에서 영영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 하느냐!”
명돈이 머리를 조아려 가로되,
“필시 천상의 신령께서 도령의 마음을 대장부처럼 충동질하사, 아버님이 살아서 돌아오실지 혹은 이미 생을 마감하셨는지 그 종적을 찾게 하신 줄로 아옵니다.”
명돈이 물러가자, 옥방 안에는 가슴을 찌르는 슬픔과 차가운 한숨만이 가득 차 올랐다. 대궐 안채에 비단 의자들이 가득했으나, 부인은 차마 똑바로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 침실 차가운 문간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도다. 주위에 있던 시녀들과 늙은 노비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함께 흐느끼니, 부인이 목이 메어 부르짖기를,
“내 고결하고 용맹무쌍했던 낭군, 고려 땅에서 가장 재능 넘치고 명성이 자자했던 내 오지수 대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어치는 광풍 속에 내 하나뿐인 외동아들 태명마저 빼앗기게 생겼구나!
너희 시녀 놈들도 참으로 무심하고 배은망덕하도다! 저 아이가 밤중에 배를 타고 출항한다는 것을 너희가 필시 눈치챘을 터이거늘, 어찌 한 놈도 내 침실로 달려와 나를 깨워 알리지 않았단 말이냐! 내가 만일 그 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저 아이의 다리를 붙잡고서라도 이 궁궐에 주저앉혔을 것이요, 정 떠나겠다면 차라리 나를 이 자리에서 죽여 묻고 가게 했을 것을!
당장 저 정원의 모든 나무를 돌보는 늙은 돌쇠 영감을 불러오너라. 과거 친정아버님이 내게 주신 신실한 심복이니, 영감을 저 깊은 산속에 은거 중이신 시아버님 라현 옹에게 급히 보내어 이 급보를 전하게 하라. 그리하면 노인께서 눈물로 산을 내려와, 저 불효막심한 구혼자 놈들 앞에 가 가슴을 치며 제 손자의 목숨을 살려달라 간청이라도 해보지 않겠느냐!”
이때 창고를 지키던 늙은 유모 명숙이 앞으로 나와 부인의 무릎을 잡고 통곡하며 아뢰되,
“부인, 내 사랑하는 전하! 설령 전하께서 노하사 날카로운 보검으로 이 늙은이의 목을 베실지라도 내 진실을 고하겠나이다. 실은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도령께서 떠나시기 전 제게 빵과 포도주를 구하시며, 전하께서 열이틀 동안은 결단코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신명께 피로써 맹세하게 하셨나이다.
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슬피 우시다 그 고운 피부와 미모가 상하실까 두려워 도령이 효심으로 숨긴 처사이오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제 당장 옥체를 씻으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사 위층 침실로 오르소서. 천왕 상제의 따님이신 지혜낭자에게 지성으로 기도 올리시면, 여신께서 필시 도령을 저 죽음의 칼날에서 구하시고 이 풍요로운 가문을 지켜주실 것이옵니다.”
유모의 절절한 간청에 연로비 부인은 비로소 요동치던 심산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부인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깨끗이 씻은 후 고운 의복으로 갈아입고 시녀들과 함께 높은 다락방으로 올랐도다. 부인은 쟁반에 정결한 보리 알갱이를 담아 제단에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천상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여 아뢰되,
“상제의 지칠 줄 모르는 따님이신 지혜낭자여, 이 미천한 계집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일 제 지혜로운 낭군 오지수 왕이 생전에 이 대궐 제단에서 신명께 기름진 소고기와 양고기 허벅지살을 바치며 지성으로 공경했던 그 수많은 날들을 기억하신다면, 지금 강림하사 제 사랑하는 아들 태명의 목숨을 구원해 주소서! 저 무도한 구혼자 놈들의 포악한 손길과 칼날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해 주소서!”
부인이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애원하니, 천상의 여신께서 그 가륵한 축원을 기쁘게 가납하셨도다.
한편 대궐 마당의 사악한 구혼자 놈들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소란을 피우며 호언장담하기를,
“허허, 보아라!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여 구혼했던 저 오만한 여왕이, 이제야 제 아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우리 중 한 명과 혼인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로다!”
저들은 천수의 돌아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헛된 망상을 떠벌리고 있었음이라. 안태우가 무리를 진정시키며 나직이 명령하되,
“동지들이여, 자랑은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 대궐 안채의 시녀들이 들으면 흉계가 탄로 날까 두려우니, 이제 조용히 일어나 가슴속에 합의한 피의 계획을 실행하러 가세나!”
안태우가 무리 중 가장 골격이 장대하고 잔인한 정예 무사 스무 명을 엄선하여 이끌고 음침한 해변으로 내려갔다. 저들은 노문에게서 빼앗은 검은 쾌속선을 깊은 바다에 띄우고, 돛대를 세우며 가죽 끈에 노를 단단히 고정한 후 하얀 돛을 넓게 펼쳤도다. 하인들이 가득 실어온 청동 창검과 무기를 사공들에게 은밀히 나누어 준 후, 저들은 이탁도와 사메 섬 사이에 위치한 작고 바위투성이인 아성도의 외진 항구에 배를 숨겨 매복하고, 오직 저녁이 되어 태명의 배가 지나가기만을 살기 어린 눈으로 기다리며 식사를 들더라.
이때 연로비 부인은 다락방 침상에 누워,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와 슬픔 속에서 음식과 미음(米飮)을 일절 거부한 채 꼬박 밤을 새우고 있었다.
어찌나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뇌했던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깊은 졸음이 부인의 삼혼칠백을 덮쳐 팔다리의 긴장이 풀린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빛나는 눈을 지닌 지혜낭자께서 부인의 이 애처로운 처지를 굽어살피시고 한 가지 신묘한 도술을 부리셨도다. 여신은 허공의 안개를 모아, 저 멀리 배래 고을에 사는 우밀의 아내이자 위대한 이건 대감의 딸인 이훤의 형상을 한 생생한 유령(幻影)을 한 분 빚어내셨도다.
여신이 유령을 오지수 장군의 대궐로 날려 보내시니, 유령은 옥방의 단단한 빗장 틈을 연기처럼 스르륵 타고 들어가, 잠든 연로비 부인의 머리맡에 우뚝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 가로되,
“동생 연로비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이토록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있느냐. 천상의 편안하게 사시는 신명들께서는 네가 이토록 눈물을 흘리며 번뇌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느니라. 네 장한 아들 태명은 지금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으니 마음을 놓아라. 그 아이는 천지신명께 단 한 점의 죄과도 저지르지 아니한 올바른 장부니라.”
꿈의 문턱에서 여전히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총명한 연로비 부인이,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대답하여 가로되,
“언니, 언니의 가택은 멀고 먼 곳에 있거늘 어찌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나이까. 언니는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이 수많은 고통을 잊으라 하시나, 내 일찍이 사자처럼 용맹하여 그리스 전역에 명성이 자자했던 숭고한 낭군을 잃지 않았나이까.
하오나 지금은 내 남편보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내 아들 태명이 백배는 더 걱정되나이다! 저 아이가 거친 바다와 이국땅에서 무슨 해를 입을지 두려워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나이다. 지금 대궐 마당에는 저 아이를 증오하는 원수들이 가득하여, 아이가 고향 항구에 닿기도 전에 목을 베어 죽이려고 매복해 있나이다!”
안개와 같은 유령이 동생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위로하여 가로되,
“동생아, 용기를 내어라! 마음의 불안과 공포를 깨끗이 씻어내어라. 저 장한 태명의 곁에는 천하의 대여신 지혜낭자가 늘 그림자처럼 동행하며 길잡이가 되어주고 계시느니라.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이 그분의 가호를 입고자 밤낮으로 피로써 기도하거늘, 그 권능은 실로 우주를 뒤흔들 만큼 막강하시도다. 여신께서 네 지극한 모성애와 슬픔을 가엾게 여기사, 내 자네의 꿈속에 들어가 이 천기를 전하라 명하셨느니라.”
지혜로운 연로비 부인이 꿈속에서 다시 간절히 물어 가로되,
“언니가 정녕 신령의 명을 받고 온 거룩한 사자시라면, 부디 내 불쌍한 남편 오지수 왕의 소식도 들려주소서! 그이가 아직 이 세상의 햇빛을 보며 살아 계시나이까, 혹은 이미 지하 황천의 객이 되셨나이까!”
그러자 유령이 안색을 흐리며 조용히 머리를 저어 가로되,
“그분이 살았는지 혹은 죽었는지는 내 자네에게 확답을 줄 수 없느니라. 본디 천상의 법칙에 바람처럼 실체가 없고 만질 수 없는 천기를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엄히 금지되어 있느니라.”
말을 마친 유령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새벽바람 속으로 스르륵 사라지니, 연로비 부인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도다. 부인은 밤새 꾼 꿈이 실로 도술을 부린 듯 생생하고 영험하여, 짓누르던 가슴의 체증이 씻은 듯 사라지고 마음에 큰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음을 느꼈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매복한 구혼자 무리의 검은 쾌속선은 어두운 파도를 가르며 아성도 바위섬의 흑암 속에 숨어, 오직 소년 태명을 도륙할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탁도의 푸른 바다 위에 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가 몰아칠 징조가 실로 첩첩산중이더라.
==제5권 가립선의 섬과 난파당한 오지수==
새벽이 티토노스 신과 함께 잠자리에서 일어나 불멸의 신들과 필멸의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주었다. 신들은 위대한 천둥의 신 상제와 함께 회의를 열었다. 지혜의 여신은 님프 가립선에게 갇혀 있는 오지수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걱정하였다.
「아버지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그녀가 이르되, 「더 이상 왕권이 있는 왕이 친절하거나 온화하거나 옳고 그름을 분별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소서. 모든 왕은 잔인하고 불의해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아버지처럼 온화하게 통치하였으나, 이제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불쌍한 그는 섬에 고립되었고, 가립선는 그를 강제로 자기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이다. 배도 없고, 노도 없고,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을 도와줄 동료도 없나이다. 그의 아들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모래 언덕의 필성와 찬란한 사필성로 갔고, 그들은 그가 돌아오면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나이다.」
구름을 쌓아 올리시는 상제 신께서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시며 대답하시되,
「아, 딸아.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오지수가 와서 구혼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을 네가 계획하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네 모든 지혜를 발휘하여 태명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구혼자들이 실패하여 떠나가게 하라.」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아서서 이르되,
「사랑하는 허명아, 너는 나의 사자다. 여신께 우리의 확고한 뜻을 전하거라.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난을 겪었다. 신이나 인간의 안내자 없이, 그는 임시로 만든 뗏목 위에서 비참하게 이십 일을 표류하다가 비옥한 스케리아에 도착할 것이다. 마법을 행하는 파이아키아인들은 그를 신처럼 대하며, 청동과 금, 그리고 옷가지들을 선물로 주어 고향으로 보내 줄 것이다. 트로이에서 직접 약탈품을 가지고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향의 높은 지붕 아래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허명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바다와 육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황금 샌들을 발에 신고, 사람들의 눈을 원하는 대로 잠들게 하거나 깨우는 마법 지팡이를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신은 온 힘을 다해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피에리아를 어루만진 후, 하늘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마치 물고기를 잡는 갈매기처럼 파도 사이를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짠 바닷물에 날개를 적셨다. 그렇게 허명은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멀리 떨어진 섬에 도착하여 남색 바닷물에서 해안으로 발을 내딛고 여신이 사는 동굴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땋은 머리를 한 가립선이 앉아 있었다. 난로 옆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감귤과 소나무 향기가 섬 전체에 퍼져 있었다. 동굴 안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금으로 만든 북으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동굴 주변에는 오리나무, 포플러, 향기로운 삼나무 등 울창한 숲이 무성하였다. 숲은 날개로 가득하였다. 새들은 그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바다에서 사냥을 하였다. 올빼미, 매, 입을 크게 벌린 갈매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탐스럽게 익은 포도나무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동굴을 감싸고 있었다. 네 개의 샘에서 반짝이는 물이 솟아나와 서로 얽히고설킨 물줄기를 이루었다. 초원에는 셀러리와 제비꽃이 은은하게 피어 있었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에 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조차도 기뻐할 만한 광경이었다. 한때 아르고스를 죽였던 불멸의 신 허명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에 감탄하며 멈춰 섰다. 마침내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찬란한 여신 가립선은 그를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불멸의 신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라. 그러나 허명은 오지수를 찾지 못하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해변에 앉아 슬픔과 고통에 잠겨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허무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신성한 가립선은 손님에게 눈부시게 빛나는 의자에 앉으라 권하며 이르되,
「친애하는 친구여, 황금 지팡이의 허명 신이시여,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 아니신데, 무슨 용건이시옵니까. 제 마음은 만일 운명이라면, 제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나이다. 자, 들어오소서. 제가 당신을 환영해 드리겠나이다.」
그러자 여신은 그를 암브로시아가 가득 쌓인 식탁으로 안내하고 붉은 넥타르를 섞어 주었다. 변덕스러운 허명은 배가 부를 때까지 마시고 먹은 후, 그가 온 이유를 설명하되,
「당신은 여신이고 저는 신인데, 어찌하여 제가 여기에 있는지 묻는구나. 자, 말씀드리겠나이다. 상제께서 저에게 오라 명하셨나이다. 저는 오고 싶지 아니하였나이다. 누가 끝없이 펼쳐진 짠 바다를 건너고 싶어 하겠나이까. 신들이 훌륭한 제물을 바치는 인간 마을은 이 근처에 없나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없나이다. 상제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여기에 살고 있다 말씀하셨나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도시와 구 년 동안 싸우다가 십 년째 되는 해에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간 전사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지혜의 여신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바람과 거센 파도를 일으켜 그의 용감한 동료들을 모두 죽였고, 그 자신도 파도에 휩쓸려 이곳에 오게 되었나이다. 상제께서는 그를 즉시 고향으로 보내라 명하셨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죽는 것이 그의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가족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니라.」
가립선은 몸을 떨며 그에게 주먹을 날리되,
「잔인하고 질투심 많은 신들이여. 너희는 여신이 남자를 애인으로 삼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원한을 품는구나. 편안하게 사는 신들은 분홍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오리온을 데려갔을 때 분노하였고, 황금 옥좌에 앉은 순결한 아르테미스는 부드러운 화살로 그를 공격하여 죽였느니라. 옥수수 머리를 땋은 데메테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이아시온과 밭고랑에서 사랑을 나누었느니라. 상제가 이 사실을 알고 번쩍이는 불꽃을 던져 그를 죽일 때까지 말이다. 이제 너희 남신들은 내가 남자와 함께 산다 나에게 화를 내는구나. 내가 구해 준 남자와 말이다. 상제는 그의 배를 꼼짝 못하게 하고 번개로 산산조각 냈느니라. 그의 친구들은 모두 포도주빛 바다에서 죽었느니라. 이 남자만이 뱃머리를 붙잡고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이곳, 내 집으로 왔느니라. 나는 그를 돌보고 사랑하였으며, 그를 시간과 죽음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 맹세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외에는 다른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신은 상제의 뜻을 바꿀 수 있나이다. 그러니 상제의 명령이라면 그를 보내소서. 황량한 바다를 건너게 하소서. 저는 배도 없고 노 젓는 사람도 없으니 호위병을 보내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제가 아는 것을 그와 나누고, 그가 무사히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기꺼이 유용한 조언을 해 드리겠나이다.」
상제의 종인 중재자는 이렇게 대답하되,
「그렇다면 지금 보내소서. 상제의 분노를 사지 마소서. 그를 화나게 하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의 분노가 당신을 해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상제의 명령을 받아들인 여신은 오지수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해변에서 그를 발견하였다. 그의 눈에는 항상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그녀가 그를 기쁘게 해 주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밤마다 그녀의 동굴 안에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원하였으나, 그는 그녀를 원하지 아니하였다. 낮에는 오지수가 바위투성이 해변에 앉아 눈물과 슬픔에 잠겨 허탈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가엾은 자여. 제발 슬퍼하지 마시오. 당신의 삶을 헛되이 낭비할 필요는 없소. 이제 당신을 보내 드릴 준비가 되었소. 청동 검으로 나무줄기를 잘라 뗏목을 만들고, 갑판을 덧대어 안개 낀 바다를 건너게 하시오. 내가 물과 포도주, 음식을 제공하여 굶주림을 면하게 해 주고, 옷도 입혀 주겠소. 그리고 하늘의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신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 줄 바람도 보내 주겠소. 그들은 나보다 강하니,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될 것이오.」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어 온 오지수는 몸을 떨며 여신에게 말을 쏟아내되,
「여신이시여, 당신은 제 안전한 통행이 아닌 다른 속셈을 품고 계시는군요. 상제의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튼튼한 범선조차도 건너지 못할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심연을 고작 뗏목 하나로 건너라 하시는 것이옵니까. 안 됩니다, 여신이시여, 당신이 제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저는 뗏목에 타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신성한 가립선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어루만지며 이르되,
「이런 건방진 녀석이여. 네 말을 보니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구나. 그러나 이 땅과 하늘, 그리고 스틱스 강물에 맹세하건대, 신들이 맹세하기에 가장 강력한 맹세인데, 나는 너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 주지 않겠다 맹세한다.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나 자신을 위해 했을 것처럼 너를 위해 계획을 세웠다. 나는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 마음은 착하고 선량하며, 너를 불쌍히 여긴다.」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장섰고, 오지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함께 동굴에 도착하였다. 허명이 앉아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오지수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여신은 그에게 인간의 음식과 음료를 주었다. 여신은 신과 같은 모습의 오지수를 마주 보고 앉았고, 여종들은 그녀에게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앞에 놓인 귀한 것들을 받아먹으며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였다. 여신 여왕은 말을 시작하되,
「상제의 축복을 받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지수여, 자네 계획은 늘 바뀌는군. 그토록 사랑하는 고향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잘 가라. 그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될지 알았다면, 나와 함께 여기에 남아 불멸의 삶을 살았을 터인데. 물론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으나 말이다. 게다가 내 몸이 그녀보다 훨씬 낫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키도 내가 더 크고. 필멸의 존재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불멸의 존재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지.」
오지수는 재치 있게 이르되,
「위대한 여신이시여, 저에게 노하지 마소서. 당신 말씀이 맞나이다. 제 아내 연로비는 결코 당신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나이다. 그녀는 인간이오나 당신은 불멸하고 영원하시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고, 매일 그날이 오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어떤 신이 포도주처럼 검은 바다에서 저를 쳐죽인다 해도 저는 견뎌 낼 것이옵니다. 이제 저는 고통에 익숙해졌나이다. 바다와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라나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서로를 꼭 껴안고 사랑의 기쁨을 누렸다. 봄날 새벽이 꽃으로 하늘을 물들일 무렵, 그들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오지수는 망토와 튜닉을 입었고, 가립선은 아름다운 은빛 긴 옷을 입었다. 그녀는 허리에 금빛 띠를 두르고 머리를 가렸다. 그리고는 그 남자를 위해 여정을 준비하였다. 그녀는 그의 손에 꼭 맞는 도끼를 주었는데, 손잡이는 최고급 올리브 나무로 만들어졌고, 거대한 청동 날은 양쪽 모두 날카로웠다. 또한 잘 닦인 자귀도 주었다. 그녀는 그를 섬 끝으로 안내하였는데, 그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검은 포플러, 오리나무,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전나무들은 잘 말린 목재로 만든 날렵한 배를 만들기에 적합하였다. 가립선 여신은 그에게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보여 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오지수는 출발하여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는 청동 도끼로 나무줄기 스무 개를 베어 능숙하게 다듬고 곧게 깎았다. 가립선은 송곳을 가져왔고, 그는 모든 판자에 구멍을 뚫고 서로 맞물려 못과 고정 장치로 단단히 고정하였다. 마치 숙련된 사람이 배의 곡선을 따라 뗏목의 폭을 재듯이, 오지수는 뗏목의 폭을 그렇게 넓게 만들었다. 그는 측면 갑판을 촘촘하게 박은 틀에 맞춰 홈을 파고, 늑골을 따라 긴 판자를 고정하여 마무리를 하였다. 안쪽에 돛대를 세우고, 배를 똑바로 조종하기 위해 돛대와 키를 연결하였다. 그는 배에 덤불을 쌓고, 물이 새지 않도록 옆면을 등나무 세공으로 틈을 메웠다. 가립선은 그에게 돛을 만들 천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능숙하게 돛을 만들었다. 그는 버팀대, 돛줄, 돛줄을 묶고 지렛대를 이용하여 배를 바다에 띄웠다. 작업은 나흘이 걸렸고, 닷새째 되는 날 가립선은 그를 보내 주었다. 그녀는 그를 씻기고 향 냄새가 나는 옷을 입혔다. 뗏목에는 포도주 한 병, 물 한 병, 그리고 많은 양의 식량을 실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미지근한 바람을 이용하여 그를 배웅하였다.
오지수는 기쁜 마음으로 돛을 펼쳐 바람을 받았고, 능숙하게 키를 조종하였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아니하였다. 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늦게 지는 목동자리, 그리고 사람들이 쟁기자리라고도 부르는 곰자리는 한 자리를 중심으로 돌며 오리온자리를 가리키는데, 오리온자리는 바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일한 별이다. 여신들의 여왕 가립선은 그에게 항해하는 동안 곰자리를 왼쪽에 두라 말하였다. 그는 칠일 열흘 동안 바다를 항해하였고, 열여덟째 날에 안개 낀 바다 너머로 방패처럼 솟아오른 페아키아 땅의 흐릿한 산이 나타났다.
남만인들에게서 돌아오던 중 솔리마 산에 잠시 머물렀던 지진의 신 포세이돈은 멀리서 뗏목을 보았다. 격분한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하되,
「이건 말도 안 된다. 내가 없는 동안 신들이 오지수에 대한 계획을 바꾼 모양이구나. 그는 이제 거의 파이아키아에 다다랐는데, 그곳은 지금 그를 묶고 있는 고통의 밧줄에서 벗어나야 할 운명인데. 그러나 나는 그를 더 괴롭혀서, 그가 지칠 때까지 계속 괴롭혀야겠다.」
그는 구름을 모아 삼지창을 움켜쥐고 바다를 휘젓고 온갖 바람을 일으켜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다. 밤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에우루스, 노투스, 폭풍을 일으키는 제피로스와 하늘의 아들 보레아스가 모두 쓰러져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오지수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는 절망에 빠져 외치되,
「또 고통이라니. 어떻게 끝나는 것인가. 여신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구나. 상제가 공기를 휘젓고 있구나. 저 구름들을 보라. 그가 파도를 일으키니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죽음뿐이다. 트로이 평원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을 돕다가 죽은 그리스인들은 정말 운이 좋았구나. 펠레우스의 아들 시신 주위에서 트로이 사람들이 청동 창이 달린 창을 던지던 바로 그날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장례식도 치르고 그리스인들에게 존경도 받았을 터인데. 그러나 이제 이렇게 잔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다니.」
그때 파도가 그를 덮쳐 뗏목이 뒤집혔고, 그는 뗏목에서 떨어졌다. 키는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왔고, 거대한 돌풍이 돛대를 부러뜨렸다. 돛과 돛대는 바다로 떠내려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 가립선이 준 옷이 그를 무겁게 하였다. 마침내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입에서 시큼한 바닷물을 뱉어 냈다. 바닷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고통과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뗏목을 기억해 파도를 헤치고 뗏목을 끌어올리려고 달려들었다. 그는 뗏목 위에 올라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거대한 파도가 뗏목을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마치 북풍에 실려 초원을 가로질러 엉겅퀴가 빽빽하게 자라나듯, 바람은 뗏목을 바다 위로 휩쓸고 지나갔다. 남풍이 뗏목을 내던지고, 북풍이 뗏목을 붙잡고, 동풍이 물러나 서풍이 뗏목을 몰아갔다.
그때, 한때 인간이었고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이제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신들과 함께 숭배받는 카드무스의 딸이자 백색 여신인 이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가 고통받고 길을 잃은 것을 가엾게 여겼다.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갈매기처럼 그녀는 바다에서 솟아올라 뗏목 위에 앉아 이르되,
「가엾은 사람이여. 어째서 분노한 해신이 당신에게 고통의 여정을 안겨 주는가. 그러나 그의 적개심이 당신을 파멸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은 총명해 보인다. 내 말대로 하라. 옷을 벗고 뗏목은 바람에 날려 가게 두어라. 팔만 사용하여 파에아키아로 헤엄쳐 가거라. 운명은 네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정하였다. 자, 내 스카프를 받아 가슴 아래에 묶으렴. 이 불멸의 베일로 너는 죽음이나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그러나 마른 땅에 도착하면 스카프를 풀어 바다로, 육지에서 멀리 던져 버리렴. 그리고 돌아서렴.」
여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갈매기처럼 거센 파도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검은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그토록 많은 위험을 겪었던 영웅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나이다.
「어떤 신이 뗏목을 버리라 하였으나, 신들이 또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아직 그녀를 믿을 수 없다. 그녀가 도망치라 한 땅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렇게 해야겠다. 이 나무 기둥들이 버티는 한,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겠다. 그러나 파도가 내 뗏목을 산산조각 내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헤엄쳐야겠지.」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진의 신 포세이돈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파도를 일으켜 그의 머리 위로 솟구치게 한 다음, 그에게 던졌다. 마치 사나운 바람이 마른 밀기울 더미를 휘날리게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듯이, 뗏목의 긴 나무 기둥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널빤지에 올라타 마치 말을 탄 것처럼 배를 타고 나아갔다. 그는 가립선이 준 옷을 벗었으나, 스카프는 가슴에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어 팔을 벌려 헤엄쳤다. 지진의 신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되,
「드디어 고통을 느끼는구나. 하늘의 신 상제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바다를 떠내려가거라. 그러나 그때에도 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멋진 갈기를 가진 말들을 몰아 집이 있는 아이가이 섬으로 향하였다.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은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녀는 다른 모든 바람의 진로를 막고, 멈추라 명령하여 잠들게 하였으나, 빠른 바람의 신 보레아스를 깨워 그의 앞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지수는 파이아키아에 도착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었느니라.
이틀 밤낮으로 그는 파도 위를 표류하였다. 매 순간 죽음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눈부신 새벽빛이 세 번째로 비추자 바람이 멈췄다. 미풍도 없고, 완전한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올라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가까이에 해안이 보였다. 마치 아버지가 며칠 동안 병들고 쇠약해져 잔혹한 악령에 시달리다 마침내 신들이 그를 되살려 주었을 때 자녀들이 큰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오지수 또한 육지를 보았을 때 똑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는 헤엄쳐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가 귓가에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트림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짠 거품으로 뒤덮였다. 배를 위한 안식처는 없고, 깎아지른 절벽과 암초뿐이었다. 오지수는 심장이 멎을 듯하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떨리는 몸이었으나 결연한 의지로 그는 스스로에게 이르되,
「상제께서 내 희망을 뛰어넘어 내게 육지를 보여 주셨구나. 내가 심연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 잿빛 바다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아니한다. 해안에는 가파른 절벽이 있고, 사방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바위는 깎아지른 듯하고, 바다는 해안 가까이 깊다. 발을 디디는 순간 재앙이 닥칠 것이다. 기어오르려 하면 파도가 덮쳐 뾰족한 바위에 내동댕이칠 테니, 소용없다. 그러나 내가 더 멀리 헤엄쳐 나가 만이나 후미, 경사진 해변을 찾아다니면 폭풍우가 다시 나를 덮쳐 슬픔에 울부짖으며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 신이 암피트리테가 키우는 것과 같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낼지도 모른다. 나는 포세이돈이 나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파도가 거세져 그를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내던졌다. 지혜의 여신이 그를 생각해 주지 아니하였더라면 그의 살은 찢어지고 뼈는 부서졌을 것이니라.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가는 동안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고 신음하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매달렸다. 그러나 곧 파도가 다시 밀려와 그를 세차게 때리고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다. 마치 굴에서 끌려나온 문어의 빨판에 조약돌이 잔뜩 달라붙듯이, 그의 강한 손은 바위에 긁혀 살점이 벗겨졌다. 거대한 파도가 다시 그를 덮쳤다. 지혜의 여신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그는 비참하게 너무 일찍 죽었을 것이니라. 그는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에서 올라와 완만한 경사의 해변이나 바다와의 만을 찾아 육지를 향해 헤엄쳐 갔다. 그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어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쳤다. 그곳은 바람을 막아 주는 매끄럽고 돌이 없는 이상적인 장소처럼 보였다. 그는 물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되,
「알 수 없는 신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였나이까. 저는 소금기 있는 바다와 포세이돈을 피해 왔나이다. 불멸의 신들조차 지금 저처럼 길을 잃은 인간을 존중하나이다. 저는 온갖 고난을 겪고 당신의 흐르는 강물에 이르렀나이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는 당신의 간청자이옵니다.」
물살이 멈추고 강의 신이 파도를 잠잠하게 하였다. 그는 그를 안전하게 강어귀로 인도하였다. 그의 다리에 쥐가 났다. 바닷물이 그를 부숴 버린 것이니라. 부어오른 몸에서 입과 콧구멍으로 소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숨이 차고 말없이 그곳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끔찍한 피로가 그를 덮쳤다. 겨우 숨을 쉬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여신의 스카프를 벗어 바다로 흐르는 강물에 던져 넣었다. 강한 물살이 스카프를 휩쓸어 내려갔고, 이노의 손이 그것을 건져 올렸다. 그는 땅 위로 기어 올라와 갈대밭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생명을 주는 땅에 입맞추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속으로 이르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될까. 이 강가에서 밤새도록 깨어 있으면 잔혹한 서리와 부드러운 이슬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내 생명은 허약함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이 강가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저 비탈길을 올라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빽빽한 덤불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 추위와 피로를 떨쳐 낸다면, 야생 동물들이 나를 발견하고 먹잇감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물가 근처의 개활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가시나무와 올리브나무가 함께 자란 두 그루의 관목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강한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비도 뚫고 들어올 수 없었다. 잎들은 너무나 빽빽하게 얽혀 자라 있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 잎들을 긁어모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영웅은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는 그 안에 누워 잎들을 더 쌓아 올렸다. 마치 이웃 없는 외딴 농장에서 사는 사람이 불씨를 아끼고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타오르는 횃불을 검은 숯 속에 묻는 것처럼, 오지수는 잎 속에 몸을 숨겼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감게 하여 모든 고통과 피로를 끝낼 수 있도록 잠을 내려 주었느니라.
==제6권 공주와 그녀의 빨래==
오지수는 고난을 겪었느니라. 길고 험난한 여정에 지친 영웅은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무릉도인들에게로 갔다. 이들은 원래 춤의 땅 희리국에 살았으나, 강력한 이웃인 독안거인들이 끊임없이 약탈을 일삼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무릉도의 왕 도화원주가 그들을 멀리 떨어진 도화원으로 데려가 성벽을 쌓고 집과 신전, 그리고 땅을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후 신이 내린 지혜를 가진 알진오가 왕위에 올랐다.
눈빛이 총명한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의 귀환을 돕기 위해 그의 궁전으로 갔다. 그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침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젊은 공주 나우공주가 잠들어 있었다. 문 밖에는 노비 두 명이 나란히 잠들어 있었으니, 모두 은총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적인 소녀들이었다. 빛나는 문은 닫혀 있었으나, 여신은 바람처럼 나우공주의 침실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유명한 뱃사람 디마스의 딸이자 나우공주와 같은 나이의 절친한 친구로 변장한 것이었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오, 나우공주여. 너무 게으르구나. 네 어머니가 너를 가르쳤어야 했는데. 네 옷은 더러운 더미로 널려 있구나. 곧 결혼할 터인데, 입을 예쁜 드레스도 있어야 하고, 들러리들에게 줄 옷도 있어야 하느니라. 그래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날이 밝으면 빨래를 해야지. 내가 가서 도와줄 터이니 금방 끝날 것이다. 분명 오래도록 결혼하지 않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네 고향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벌써 너에게 구혼하고 싶어 하거늘. 그러니 새벽에 아버지께 가서 옷과 스카프, 시트를 실을 노새가 끄는 수레를 달라 하렴. 걸어서 가지 말고 수레를 타고 가야 하느니라. 빨래터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느니라.」
여신은 소녀의 눈을 들여다본 후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곳이 신들이 영원히 거하는 곳이라 말하느니라.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지도 아니하고, 비에 젖지도 아니하며, 눈으로 덮이지도 아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산 위에 펼쳐져 있고, 온통 하얀 광채가 감도다. 축복받은 신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느니라.
그때 새벽이 아름다운 옥좌에서 내려와 소녀를 깨웠다. 소녀는 꿈이 생각나서 놀라워하며 예쁜 옷을 입고 홀 안에 있는 부모님께 가서 이야기하였다. 어머니는 난로 옆에 앉아 바다색 실을 잣고 있었고, 하녀들이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백성들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명한 조언자들과 함께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 곁에 서서 이르되,
「아버지, 제게 큰 바퀴가 달린 마차를 준비해 주시겠나이까. 제 좋은 옷들을 강가에 가져가 빨래하고 싶사옵니다. 옷이 너무 더러우니이다. 아버지도 중요한 계획을 세우실 때 조언자들을 만나실 때는 깨끗한 옷을 입으셔야 하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셔야 하옵니다. 아버지의 다섯 아들들 중 두 명은 결혼하였으나 세 명은 건장한 미혼남이오니, 무도회에 갈 때는 항상 깨끗하게 빨래한 멋진 옷을 입고 싶어 하시나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아버지께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대답하되,
「얘야, 노새든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겠노라. 어서 가거라. 종들이 마차에 짐칸을 달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종들을 불렀고, 종들은 순종하여 마차를 준비하고 바퀴를 점검한 다음, 노새들을 끌어와 멍에를 씌웠다. 소녀는 형형색색의 옷들을 꺼내 수레에 실었고, 어머니는 바구니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담았다. 감람, 치즈, 포도주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염소 가죽에 넣어 보관하였다. 소녀는 수레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목욕 후 쓸 기름이 든 금빛 병을 소녀에게 건네 주었다. 나우공주는 채찍과 고삐를 잡고 채찍을 휘둘렀다. 노새들은 서둘러 가고 싶어 마구를 덜컹거리며 옷과 소녀, 그리고 모든 노비들을 싣고 출발하였다.
그들은 항상 물웅덩이가 가득 찬 아름다운 강에 도착하였다. 강물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아래에서 솟아올라 가장 더러운 빨래도 씻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노새들을 풀어 주고 강가로 몰아 시냇가 옆의 꿀처럼 달콤한 풀을 뜯게 하였다. 소녀들은 수레에서 빨래를 꺼내 빨래터로 가져가 서로 경쟁하듯 발로 밟았다. 더러움이 사라지자 그들은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조약돌을 해변으로 밀어내는 강가에 빨래를 널었다. 그들은 목욕을 하고 감람유를 몸에 발랐다. 그런 다음 강둑에 앉아 음식을 먹고 햇볕에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머리 스카프를 벗고 공놀이를 하러 갔다. 하얀 팔을 가진 공주는 아림 여신처럼 활을 쏘며 그들을 이끌었다. 마치 태기 산과 이만 산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아림처럼, 그녀는 멧돼지와 날렵한 사슴과 함께 달리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아이기스 왕 상제의 시골 딸들은 그녀 주위에서 뛰어놀았고, 레토는 모두가 아름다웠으나 자신의 딸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래서 나우공주는 그들 모두보다 훨씬 돋보였느니라.
그러나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 노새에 멍에를 씌우고 빨래를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지혜의 여신의 눈이 번뜩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예쁜 공주를 보고 페아키아인들의 마을까지 호위를 받아야 하였다. 공주는 노비 소녀에게 공을 던졌으나, 소녀는 공을 잡지 못하였다. 공은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졌고, 소녀들은 모두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오지수는 잠에서 깨어나 생각에 잠기되,
「내가 지금 있는 이 나라는 어떤 곳인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폭력적인가, 아니면 선량하고 친절하며 신을 경외하는가.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험준한 산꼭대기와 강가, 풀이 무성한 초원에 자주 나타나는 산령녀들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사람의 목소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노라.」
오지수는 덤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마치 산사자가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소나 양, 혹은 들사슴을 공격할 때 눈빛이 이글거리듯 빛나고, 굶주림에 못 이겨 튼튼한 양 우리를 헤집고 다니듯, 오지수 역시 발가벗은 몸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들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소금으로 범벅이 된 그의 모습은 끔찍하였다. 소녀들은 겁에 질려 해안가를 따라 이리저리 도망쳤다. 그러나 나우공주는 가만히 서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녀의 다리 떨림을 멈추게 하고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의 무릎을 만져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매력적인 말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옷을 달라 애원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결국 그는 거리를 두고 말로 애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였다.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놀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은 계산된 아첨이었다.
「부인이여, 제발. 당신은 신이시옵니까, 아니면 인간이시옵니까. 만일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여신이시라면, 당신은 상제의 딸 아림처럼 생겼나이다. 키도 크고 아름다우시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땅에 사는 인간이시라면, 당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참으로 행운아옵니다. 세 배로 행운이지요. 활짝 피어나는 새싹이자 무용수들의 우두머리인 당신을 보니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그리고 당신을 지참금과 함께 신부로 맞이하는 남자는 단연코 가장 행운아옵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나이다. 단 한 번도요. 당신을 보면 제 눈이 부시나이다. 저는 전쟁과 고난을 향해 가는 길에 한때 델로스에 갔나이다. 제 군대도 저와 함께 행군하였지요. 아로왕의 제단 옆에 어린 야자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나이다. 저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감탄하였나이다. 그렇게 마법 같은 나무는 본 적이 없었나이다. 부인이여, 당신은 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로잡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껴 당신의 무릎에 손을 대기가 두렵나이다. 그러나 저는 절박하나이다. 저는… 옥기섬에서 이십 일 동안 폭풍우와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어제 어떤 신이 저를 바로 이곳으로 데려왔나이다. 아마도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겠지요. 신들이 할 일을 다 하기 전까지는 제 고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부인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신창이가 된 저는 당신께, 당신이 제일 먼저 찾아왔나이다. 이 나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마을을 알려 주시고, 혹시 여기 오실 때 옷을 가져오셨다면 입을 누더기라도 좀 주소서. 신들이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집과 남편,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부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원수는 질투하고 친구는 기뻐하며 큰 명예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하얀 팔을 가진 나우공주가 대답하되,
「이봐요, 나그네여. 당신은 용감하고 영리해 보이시옵니다. 상제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아시지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뜻대로 말입니다. 당신의 고난은 그분에게서 온 것이니 감당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 땅에 오셨으니 옷이나 필요한 것은 부족함 없이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이곳 사람들은 무릉도인이라 불리고, 저는 위대한 알진오 왕의 딸이옵니다. 우리 백성의 힘과 권력은 바로 그분께 달려 있나이다.」
그리고는 머리를 땋은 노비들을 부르되,
「얘들아, 잠깐만. 어찌하여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냐. 얘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세상에 태어난 그 어떤 사람도 적개심을 품고 우리 무릉도에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니까. 우리 섬은 외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느니라. 그러나 이 불쌍한 사람은 길을 잃었으니 우리가 돌봐 주어야 하느니라. 모든 외국인과 거지들은 상제의 선물이니, 어떤 친절이든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낯선 사람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주고, 바람을 피해 강가에서 씻겨 주렴.」
그들은 멈춰 서서 알진오의 딸인 공주가 말한 대로 오지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자고 서로 부추겼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옷, 즉 튜닉과 장포를 주고, 금병에 담긴 감람 기름을 주어 강가로 데려가 씻겨 주었다. 오지수는 공손하게 이르되,
「얘들아, 여기서 좀 떨어져서 기다려라. 내가 더러운 등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니라. 꽤 오래되었거늘. 부디 조용히 씻게 해 다오. 예쁜 아가씨들 앞에서 벌거벗는 것이 부끄럽구나. 머리카락도 예쁘고.」
그래서 그들은 물러나서 여주인에게 말하였다. 그런 다음 오지수는 강물로 등과 어깨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머리카락에 붙은 바닷소금을 씻어 냈다. 그러나 그가 깨끗하게 씻고 기름을 듬뿍 바르고, 젊은 미혼 소녀가 준 옷을 입자, 지혜의 여신은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보이게 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자운화처럼 곱슬곱슬하게 자라게 하였다. 마치 지혜의 여신과 해필수가 숙련된 장인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은에 금을 부어 더욱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처럼,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는 바닷가로 가서 앉았다. 그의 잘생김은 눈부셨느니라.
소녀는 깜짝 놀라 단정하게 머리를 손질한 여종들에게 이르되,
「얘들아, 내 말 잘 들어라. 오림산에 사는 신들이 이 남자가 내 신과 같은 백성들과 만나기를 바라셨던 것이 틀림없다. 전에는 가난하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이제는 하늘에 사는 신 같구나. 나도 이런 남자, 여기 살면서 머물고 싶어 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구나. 자, 얘들아, 이제 이 낯선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라.」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소녀들은 복종하여 오지수에게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오지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마셨다. 그는 거의 굶주린 상태였다. 음식을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니라.
그때 팔이 하얀 나우공주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그녀는 옷을 접어 수레에 싣고, 노새들에게 멍에를 씌운 다음 수레 안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오지수에게 분명한 지시를 내리되,
「낯선 이여, 준비하시오. 마을로 가셔야 하나이다. 그러면 우리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 드리겠나이다. 똑똑해 보이시니 제 말대로 하시오. 들판과 농지를 지나갈 때, 당신은 소녀들과 함께 노새 뒤에서 재빨리 따라오시오. 제가 앞장서겠나이다. 그러면 양쪽에 경치 좋은 항구가 있고, 좁은 문이 있는 높은 성벽에 도착할 것입니다. 문 앞에는 곡선형 배들이 길을 따라 정박해 있는데, 각 배마다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나이다. 만남의 장소는 해신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데, 신전에는 땅속 깊이 박힌 무거운 돌들이 박혀 있나이다. 그곳에서 일꾼들은 배의 장비, 즉 밧줄과 돛을 만들고 노를 다듬나이다. 무릉도 사람들은 활쏘기에는 관심이 없나이다. 그들의 열정은 돛과 노, 그리고 배에 있으며, 그들은 그것으로 어둡고 회색빛 바다를 건너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마을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서 저를 험담할까 봐 걱정이옵니다. 무례한 사람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저 덩치 큰 남자는 누구인가. 저 낯선 사람은 어디서 만났는가. 저 사람이 저 여자의 남편이 될까. 저 여자는 저 남자를 얻었구나’라고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배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그녀를 꼭 안아 준 것이겠지. 그녀가 다른 곳에서 온 남자를 만났다면 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을 경멸하거든. 비록 많은 귀족 구혼자들이 있으나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나 같으면 결혼 전에 남자들과 너무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규칙을 어긴 여자를 비난하겠지. 그러나 잘 들어 보시오, 나그네여.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 드리겠나이다. 길가에 미루나무 숲이 있나이다. 그곳에는 샘물이 있고 주변에는 초원이 펼쳐져 있지요. 그곳은 지혜의 여신의 땅이옵니다. 아버지가 과수원과 영지를 가지고 계신 곳이지요. 사람 목소리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거기 앉아서 내가 마을에 있는 아버지 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내가 도착하였다고 생각되면, 계속 걸어가서 위대한 아버지, 알진오 왕의 궁전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오.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주 어린아이도 그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 집은 무릉도의 다른 집들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안뜰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 곧장 큰 홀로 가시오. 어머니께서 벽난로 옆에서 불빛을 받으며 놀라운 자주색 양털을 잣고 계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기둥에 기대어 서 계시고, 그 뒤에는 노비들이 서 있지요.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바로 옆에 왕좌에 앉아 신처럼 포도주를 홀짝이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지나쳐 어머니의 무릎에 엎드려 간청하시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잘해 주시고 마음속으로 당신을 좋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집으로,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빛나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재촉하였다. 노새들은 강물을 떠나 발굽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갔다. 그녀는 노비들과 위대한 오지수가 걸어갈 수 있도록 천천히 노새를 몰았다. 해가 지고 있을 때 그들은 지혜의 여신의 유명한 신전인 숲에 도착하였다. 오지수는 그곳에 앉아 곧바로 전능한 상제의 딸에게 기도하되,
「상제의 딸이시여, 불굴의 여왕이시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땅을 뒤흔드는 신이 저를 파멸시킬 때 당신께서 저를 도우셨다면, 그들이 저를 불쌍히 여겨 무릉도에서 따뜻하게 맞아 주시옵소서.」
지혜의 여신은 그의 기도를 들었으나, 오지수가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오지수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니라.
==제7권 마법의 왕국==
이에 오지수 장군은 인내심을 가다듬고 자리를 펴고 앉아 하늘에 기도를 올리니라. 그 사이에 튼튼하고 준수한 노새들이 소녀를 실어 마을로 향하니, 소녀는 마침내 아버지 궁궐 문 앞에 이르렀도다. 그의 오라버니들은 마치 불멸의 신선처럼 모여들어 노새의 마구를 벗기고 옷을 안으로 들여놓았으며, 소녀는 제 방으로 들어가니라. 늙은 여종 에우리메두사가 이미 불을 피워 두었는데, 이 여인은 오래전 배를 타고 아페이레에서 끌려온 이였도다. 백성들이 왕을 신처럼 받들어 절하므로 그녀를 왕에게 바쳤으며, 일찍이 어린 나우공주를 돌보던 그가 이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마련하노라.
오지수는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니, 지혜낭자께서 친절히 안개로 그를 감싸 사람들의 무례한 물음으로부터 보호하시니라. 아름다운 도시에 거의 다다르매, 눈빛이 초롱초롱한 지혜낭자가 젊고 미혼인 처녀 모습으로 물항아리를 들고 나와 그를 맞이하니, 그의 앞에 멈춰 섰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아이야, 이 땅을 다스리시는 알진오 대왕의 집까지 나를 인도하여 주겠느냐? 나는 고된 세월을 보내어 먼 곳에서 왔으니, 이방인이요 이 마을과 그 주변에는 아는 이가 없도다.”
여신이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하시되,
“이방인아, 네가 원하는 곳으로 모시리라. 왕은 내 아비 집 근처에 거하시니라. 그러나 조용히 걸으며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묻지 말지어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낯선 이를 달가워하지 아니하나, 스스로는 바다를 건너기를 즐기노라. 해신께서 그들에게 배를 날개처럼, 생각처럼 빠르게 하시었도다.”
여신이 그를 인도하니 그는 그 발걸음을 따르매, 바다를 누비는 무릉도인들은 그가 마을을 지남을 보지 못하였으니, 위대한 여신이자 땋은 머리의 지혜낭자께서 마법의 안개로 그를 보이지 않게 하셨기 때문이라. 그는 배와 항구, 귀족들의 회합 장소와 꼭대기에 말뚝을 박아 세운 높은 성벽을 보고 크게 놀라 탄식하였도다. 과연 놀라운 광경이로다!
마침내 왕의 웅장한 궁전에 이르니, 신성한 지혜낭자가 윙크하며 이르시되,
“이리 오라, 이방인아. 여기가 네가 데려다 달라 한 집이니라. 왕과 왕비는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실 것이니, 겁내지 말고 들어가거라. 용맹한 자는 어떤 모험에서도 성공하는 법이니, 멀리서 온 이라도 마찬가지니라. 먼저 왕비에게 인사하라. 그 이름은 아례희라. 왕과 왕비는 도화원주라는 공통 조상을 두었도다. 에우리메돈은 오래전 거인족의 왕이었으나 오만하고 사악하여 제 백성을 죽이고 스스로도 죽임을 당하였느니라. 그의 막내딸 비려화는 매우 아름다웠고, 해신께서 그와 동침하여 도화원주를 낳으시니 그가 이 무릉도의 왕이 되었도다. 그에게 두 아들이 있어 우리의 왕 알진오와 락선우라. 아로왕께서 락선우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없이 그를 쏘아 죽이시니, 딸 아례희를 남기셨고, 숙부인 알진오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였도다. 어떤 여인도 그녀만큼 존경받지 못하니, 왕은 그녀를 공경하고 자녀와 백성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우리는 그녀를 여신처럼 받들어 마을을 지날 때면 손가락질하며 바라보노라. 그녀는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나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분쟁을 해결하니, 만일 그녀가 너를 호의로 여기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이같이 눈빛이 반짝이는 지혜낭자는 그를 떠나 아름다운 도화원을 지나 지칠 줄 모르는 바다를 건너 마라톤과 아테네로 향하여 어륵태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시니라.
오지수는 왕궁에 다가가 청동으로 된 문턱에 서서 마음속에 많은 생각을 스쳐 보내니, 위대한 왕의 궁전은 높고 햇살이나 달빛처럼 빛났도다. 입구에서 침실까지 벽은 온통 청동으로 되어 그 위에 푸른 띠가 둘려 있었고, 금빛 문이 궁전을 지키며, 은 기둥이 문턱에서 솟아나고 상인방은 은이요 손잡이는 금이었도다. 양쪽에는 해필수께서 뛰어난 솜씨로 만드신 은과 금의 개들이 서서 용맹한 알진오 왕의 집을 지키는 불멸의 수호라. 문에서 안쪽 방까지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의자가 놓이고 여인들이 수놓은 부드러운 덮개가 덮여 있어, 무릉도의 귀족 남녀들이 앉아 먹고 마시며 풍족한 삶을 누리니라. 금으로 만든 소년 조각상들이 받침대 위에 서서 손에 불타는 횃불을 들고 밤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홀을 밝히고, 왕의 집에는 쉰 명의 여종이 있어 어떤 이는 맷돌에 노란 곡식을 갈고 어떤 이는 천을 짜며 바스락거리는 미루나무 잎처럼 빠른 손가락으로 실을 잣아 짜인 천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노라. 무릉도 남자들이 배를 띄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듯이, 그곳 여인들은 지혜낭자 여신께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 뛰어난 지성과 기술을 내리시어 직조 솜씨가 탁월하니라.
문 밖 안뜰에는 울타리로 둘린 오천 평 크기의 과수원이 있어 키가 큰 나무들이 과일로 가득하고, 선명한 사과의 빛깔과 배·석류·달콤한 무화과·탐스러운 감람이 주렁주렁 열리니, 겨울이나 여름에도 과일이 떨어지거나 시들지 아니하고 일 년 내내 열매가 자라니라. 서풍이 항상 불어와 과일을 살찌우고 익히니, 배는 익어가고 사과는 사과대로, 포도는 포도대로, 무화과는 무성하게 열리도다. 비옥한 포도밭도 조성되어 따뜻한 쪽 평평한 경사면에서 포도를 햇볕에 말리고, 포도송이를 따서 밟아 으깨면 덜 익은 것은 꽃잎을 떨어뜨리고 익어가는 것은 보라색으로 물드니라. 샘물이 둘 있어 하나는 정원 전체를 흐르고 다른 하나는 안뜰 문턱에서 궁전 쪽으로 솟아나와 사람들이 식수를 긷노라. 이처럼 신들께서 알진오 왕의 집에 아름다운 선물을 내려 주셨도다.
오랜 세월 고난을 견뎌 온 강인한 오지수는 그곳에 서서 놀라움에 휩싸여 바라보다가 재빨리 궁전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라. 무릉도의 위엄 있는 지도자들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허명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술을 올리거늘, 오지수는 지혜낭자께서 만드신 안개로 변장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아례희와 왕에게 다가가 아례희의 무릎을 껴안으니, 순식간에 마법의 안개가 흩어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나매 모두가 놀라 침묵에 잠겼도다.
오지수가 아뢰되,
“락선오의 딸 아례희 왕비시여, 나는 오랜 세월 고통과 상실을 겪었나이다. 왕비님과 왕세자님, 그리고 이곳에서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 간청하오니, 신들께서 왕비님의 삶을 축복하시고 자녀들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내가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족이 너무나 그리워 너무 오래 떠나 있어 가슴이 아프나이다.”
그는 화롯가 재 속에 앉으니 모두가 침묵을 지키다가 예개우가 입을 열었도다. 그는 무릉도의 원로 정치가이자 웅변에 능하고 학식이 풍부한 이로서 돕고자 하여 말하되,
“알진오여, 그대도 알다시피 낯선 이를 화롯가 재 속에 앉혀 두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모두가 그대의 명령을 기다리니, 그를 일으켜 은 의자에 앉히고 포도주를 따르게 하며,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하녀는 창고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야 하리라.”
이에 알진오는 오지수의 손을 잡고 재 속에서 일으켜 세워 가장 아끼는 아들 나도만에게 자리를 비키라 명하고 자신 옆에 앉히니라. 여종이 금 항아리에 물을 담아 손을 씻기고 은그릇에 물을 따르며 윤이 나는 나무 탁자를 가져오고, 천한 노비가 빵과 고기가 가득한 접시를 바치니, 반쯤 굶주리고 기진맥진한 영웅이 먹고 마셨도다.
위엄 있는 알진오 왕이 술꾼 본도수에게 이르되,
“가서 그릇에 술을 섞어 모든 손님에게 따라 주어라. 그리하여 고통받는 자를 축복하시는 천둥의 신 상제께 술을 바치게 하라.”
소년이 달콤하고 맛있는 술을 섞어 모든 이의 잔에 따르고 먼저 신들에게 올리니, 제물을 바치고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신 후 알진오가 말하되,
“들으소서, 신들이시여. 내 마음이 명하는 바를 들으소서. 잔치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드소서. 새벽이 되면 최고의 병사들을 더 불러 모아 이 낯선 이를 우리 궁전에 모시고 신들에게 훌륭한 제물을 바치리라. 그의 여정을 어떻게 도울지 계획하여 손님이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길에서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고 순조롭게 집에 도착하게 하리라. 집에 도착하면 태어날 때부터 운명과 무거운 존재들, 곧 방직공들이 정해 놓은 모든 것을 견뎌야 하리니. 그러나 만일 그가 불멸의 존재요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신들께서 방식을 바꾸셨도다. 예전에는 우리가 엄청난 제물을 바치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 가운데 앉아 음식을 먹으셨으며, 우리 중 단 한 사람이 길을 걷다 만나더라도 숨지 아니하셨느니라. 우리는 거인족이나 독안거인족처럼 가까운 친구였도다.”
오지수는 신중히 헤아린 후 아뢰되,
“알진오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주소서. 나는 하늘의 불멸의 신들과 같지 아니하며, 키도 보통이요 사람처럼 보이니라. 고통에 있어서는 그대가 아는 가장 고통받는 이와도 견줄 만하며, 내가 겪은 수많은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신들께서 그리 뜻하셨도다. 그러나 슬픔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허락하여 주소서. 배는 마치 낑낑대는 개와 같아 아무리 피곤하거나 슬픔에 잠겨도 배를 채우라 애원하나이다.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나 배는 항상 먹고 마시라 재촉하여 겪은 고통을 잊고 배를 채우라 하니라. 내일 새벽, 이 모든 고통 끝에 고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재산과 노비와 집을 바라보며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소서.”
모두가 낯선 이의 말이 일리 있다 여기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동의하니, 신들에게 음료를 바치고 원하는 만큼 마신 후 모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오지수는 연회장에 남아 아례희와 신과 같은 알진오 옆에 앉아 있었으며, 연회 음식은 노비들이 치우고 있었느니라.
하얀 팔을 가진 아례희가 그가 입은 멋진 옷, 자신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짠 장포와 저고리를 알아차리고 말이 날개를 단 듯 전하여 이르되,
“낯선 이여, 내가 먼저 말을 걸겠노라. 어디에서 왔으며, 그 옷은 누가 주었느냐? 바다를 떠내려 왔다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가 신중히 말을 골라 대답하되,
“폐하,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신들께서 내게 너무나 많은 시련을 안겨 주셨기 때문이니이다. 이것만 아뢰겠나이다. 먼 바다에 옥기섬이라는 섬이 있어 그곳에는 태락의 딸이요 매끄러운 땋은 머리의 강력한 여신, 교활한 립선이 살고 있나이다. 그는 신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상제께서 내 배를 낚아채 밝은 번개와 함께 포도주빛 바다 위로 갈라놓으시매 나는 홀로 그의 집으로 향하였나이다. 동료 용맹한 친구들은 모두 죽었고, 배의 용골을 껴안고 열흘 동안 표류하다가 열 번째 밤 신들께서 나를 데려가 아름답고 강력한 여신 립선의 고향인 옥기섬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그는 나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죽음과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맹세하였으나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곳에서 칠 년을 보내며 그가 신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주었으나 항상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나이다. 마침내 팔 년이 되어 상제 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마음도 바뀌어 나를 튼튼히 묶은 나무 뗏목에 태워 보내되 음식과 달콤한 포도주, 신들이 입을 법한 옷을 갖추어 주고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도 보내 주셨나이다. 나는 십칠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다가 십팔 일째 되는 날 당신 나라의 어두컴컴한 산들이 나타나매 너무나 기뻤으나 더 큰 불행이 닥쳐왔나이다. 해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나를 막고 바다를 휘저으시니 나는 흐느끼며 그곳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못하였나이다. 마침내 뗏목이 거대한 폭풍에 산산조각 났으나 이 깊은 바다를 헤엄쳐 건너 여기까지 왔나이다. 곧바로 상륙하려 하였다면 바위에 부딪혀 다시 떠밀려갔을 것이니, 강어귀에 이를 때까지 헤엄쳐 가니 그곳은 상륙하기에 완벽한 자리처럼 보였나이다. 바람도 막아 주고 잔잔하며 파도도 전혀 없고 바위가 없었나이다. 거기에 털썩 주저앉아 거룩한 밤이 될 때까지 기력을 회복하려 애쓰다가 빗물로 채워진 강에서 기어 나와 강둑으로 가 덤불 속에 숨고 나뭇잎을 쌓아 덮었나이다. 어떤 신께서 깊은 잠을 내려 주시매 무거운 마음으로 밤새도록, 새벽부터 정오까지 나뭇잎 아래에서 잠을 잤나이다. 오후에 깨어 보니 해변에서 소녀들이 놀고 있었으며, 당신의 따님이 여신처럼 아름답고 그 노비들도 있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처럼 어린 소녀가 그리 분별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하였으니, 젊은이들은 보통 그리 사려 깊지 아니하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여 음식과 포도주를 주고 강에서 나를 씻겨 주며 이 옷도 주었나이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진실을 아뢰었나이다.”
알진오가 이르되,
“내 딸이 한 일 중 딱 하나만 잘못되었도다. 자네가 먼저 딸에게 간청하였으니 딸이 직접 여종들을 데리고 자네를 데려왔어야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조심스레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의 따님은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부디 그를 책망하지 마소서. 따님이 여종들을 데리고 오라 하였으나 나는 너무 부끄럽고 불안하여 왕께서 나를 보시면 불쾌해하실까 걱정하였나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쉽게 의심하는 경향이 있나이다.”
왕이 대답하되,
“내 마음은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타입이 아니니, 절제가 언제나 최선이로다. 지혜낭자·상제·아로왕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로다! 부디 여기에 머물러 내 딸과 결혼하여 내 아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노라. 원한다면 집과 재산을 주리라. 원하지 아니하면 의사에 반하여 이곳에 붙잡아 두지 아니하리니, 상제 신께서 그리 되기를 바라지 아니하시기를! 당신의 여정에 대해서는 내일 출발할 수 있도록 약속하노라. 편안하게 누워 잠들면 잔잔한 바다를 건너 고향이나 원하는 곳 어디든, 심지어 우보도 너머까지도 노를 저어 보내리라. 우리 백성들이 금발의 나달만을 가야의 아들 티우에게 데려다 줄 때 보았던 곳이니,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 해안이라 하는데 그날 왕복하였어도 지치지 아니하였도다. 내 배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내 백성들이 노를 저어 바다를 얼마나 잘 가꾸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그 순간, 그토록 많은 고난을 견뎌 낸 오지수는 기뻐하며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시여, 알진오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의 명성이 영원히 땅 위에 빛나게 하시고, 내가 고향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소서.”
이 말을 듣자 백발의 아례희가 시종들에게 현관에 침대를 내놓고 그 위에 고운 자주색 담요를 깔며 덮개와 양털 이불을 덮으라 명하니,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재빨리 침대를 깔끔히 정리한 후 오지수를 불러 이르되,
“손님, 일어나 밖으로 나오소서. 침대가 준비되었나이다.”
오지수는 긴 모험 끝에 누마루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인 침대에서 잠들 수 있어 기뻤도다. 알진오는 아내 옆 방에서 잠들었으며, 아내는 그들의 침대를 정리하고 함께 잠을 잤느니라.
==제8권 시인의 노래==
곧 새벽이 밝아와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위엄 있고 거룩한 알진오 왕은 잠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시를 정복한 오지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축복받은 위대한 알진오 왕은 배를 타고 손님을 페아키아 회의장으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동안 지혜의 여신은 왕실 사자처럼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오지수의 귀향길을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은 차례로 각 사람 곁에 서서 이르되,
「나리여, 회의 장소로 오셔서 우리 왕궁을 방문한 손님에 대해 알아보십시오. 바다를 떠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멸의 신처럼 보이옵니다.」
이렇게 지혜의 여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웠고, 곧 회의석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라에르테스의 영리한 아들을 본 군중은 감탄하였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와 어깨에 신비로운 마법을 걸어 주었고, 그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무릉도인들은 그가 앞으로 치러질 여러 가지 기량 시험을 통과할 때 그를 환영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니라.
사람들이 모이자 알진오는 그들에게 연설을 시작하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족장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 마음의 소명을 너희에게 말하리라. 이방인 한 사람이—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나—서쪽이나 동쪽에서 방황하다가 내 집에 나타났다. 그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간청하고 기도한다. 우리가 전에 다른 손님들을 도왔던 것처럼 그를 도우자. 내 집에 손님을 머물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항상 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 배를 띄워 첫 항해를 시작하게 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쉰두 명을 선원으로 뽑아 노를 벤치 옆에 묶어 두자. 그리고 해안으로 돌아와 내 집으로 오너라. 젊은이들은 서둘러 잔치를 준비하라. 내가 풍족하게 음식을 준비하리라. 그리고 너희 영주들도 나와 함께 그를 환영해 주렴. 거절하지 말라. 시인 데모도쿠스도 초대해야 한다. 신의 은총을 받은 자이니 그가 부르는 노래는 무엇이든 듣기 좋을 것이다.」
그가 앞장서서 갔다. 귀족들은 그와 함께 갔고, 하인은 시인을 데려왔다. 왕의 명령대로 정예 젊은이들 쉰두 명은 해안으로 갔다. 그들은 거친 바닷물에 이르러 검은 배를 물에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가죽 끈에 노를 하나씩 묶어 질서정연하게 고정하였다. 흰 돛을 활짝 펼치고 배를 물 위에 정박시켰다. 그런 다음 그들은 왕의 웅장한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홀과 회랑은 노인과 젊은이들로 가득하였다.
알진오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양 열두 마리와 은빛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 여덟 마리, 그리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 두 마리를 잡았다. 그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잔치를 준비하였다. 하인은 뮤즈가 숭배하는 시인을 데려왔다. 뮤즈는 그에게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 두 가지를 주었다. 그의 시력을 빼앗았으나, 아름다운 노래를 주었느니라.
술 장수는 은으로 장식된 의자를 가져와 모든 손님들 가운데 기둥에 기대어 세웠다. 그리고 못에 시인의 리라를 머리 위에 걸어 두고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시종은 시인 옆에 탁자를 차리고 빵 바구니와 와인 한 잔을 놓아 원할 때마다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자 뮤즈는 시인에게 하늘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유명한 일화, 아킬레우스와 오지수의 다툼에 대한 노래를 부르도록 하였다. 화려한 제사 잔치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었는데, 건웅은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기뻐하였다. 건웅이 피토의 신탁소에 가서 입구 돌을 넘어 신탁을 구할 때, 아폴론이 상제의 계략으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에게 고통이 시작될 것이라 예언하였기 때문이니라. 유명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건장한 손으로 무거운 자주색 장포를 집어 얼굴을 가렸다. 그는 자신이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래꾼이 노래를 멈출 때마다 오지수는 눈물을 닦고 장포를 끌어내린 후 신들을 위해 잔에서 포도주를 한 방울 따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릉도의 귀족들은 음유시인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 재촉하였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좋아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음유시인은 다시 노래를 시작하였고, 오지수는 신음하며 장포 아래로 얼굴을 숨겼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알진오만이 그의 눈물을 보고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이르되,
「폐하들이여, 우리는 이미 잔치에 대한 소망과 잔치의 동반자인 리라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켰나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모든 운동 경기를 준비합시다. 그러면 손님이 집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권투, 씨름, 높이뛰기, 달리기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소년이 앞장섰고, 다른 사람들도 뒤따랐다. 소년은 리라를 걸이에서 내려 데모도쿠스의 손을 잡고 경기를 구경하러 나온 군중 속으로 그를 이끌고 나갔다. 그곳에는 아크로네우스, 오키알루스, 엘라트레우스, 나우테우스, 토온, 안키알루스, 에레트메우스, 아나베시네우스, 폰테우스, 프림네우스, 프로레우스, 폴리나우스의 아들이자 테크톤의 손자인 암피알루스, 그리고 나우볼루스의 아들인 에우리아루스 등 많은 젊은 운동선수들이 서 있었다. 에우리아루스는 아레스처럼 파멸의 신으로 불렸다. 그는 외모와 힘에 있어서 나도만 다음으로 무릉도에서 가장 뛰어났다. 위대한 알진오의 세 아들, 나도만, 신과 같은 클리토네우스, 그리고 할리우스가 일어섰다.
먼저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줄을 서서 트랙을 따라 순식간에 질주하여 들판의 먼지를 일으켰다. 클리토네우스는 단연코 단거리 달리기에서 최고였다. 그는 노새가 쟁기질한 밭의 길이만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관중석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잔혹한 레슬링 경기가 이어졌는데, 에우리아루스가 가장 뛰어났다. 암피알루스는 멀리뛰기에서 탁월하였다. 그리고 원반던지기에서는 단연 엘라트레우스가 최고였다. 왕자 나도만은 권투에 뛰어났다. 그들은 모두 경기를 즐겼다.
그들이 이야기를 마치자, 알진오의 아들 나도만이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제 저 낯선 사람에게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야겠소. 체격이 좋고, 다리와 팔, 목이 튼튼하군. 고난을 겪었으나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이는군. 아무리 강했던 사람이라도 바다만큼 사람을 꺾을 수는 없소.」
에우리아루스가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네 말이 맞소. 직접 그에게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소.」
알진오의 고귀한 아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모두 가운데로 일어나 오지수를 부르되,
「이리 오시오. 자, 자네도 우리 경기를 해 보는 게 어떻소. 운동을 할 줄 안다면 말이오. 그럴 것 같소. 한평생 동안 손과 발로 이루어 낸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소. 그러니 걱정은 잊고 한번 해 보시오. 배가 출항하였으니 곧 항해를 시작할 것이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소.」
오지수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되,
「나도만이여, 어찌하여 이런 도전을 하며 나를 조롱하는가. 내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지, 경기에 얽매여 있지 아니하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겪었기에 이제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여기 앉아 당신의 왕과 백성들에게 내 소원을 들어 달라 기도하고 있다.」
에우리아루스는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자네는 운동 경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자네 같은 놈은 잘 안다. 상선 선원들의 선장인 자네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화물과 화물에만 신경 쓰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만 챙긴다. 자네는 운동선수가 아니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얼마나 오만한 소리를 하는가.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몸과 마음, 말솜씨를 축복으로 주지 아니한다. 어떤 사람은 허약하나 신의 축복을 받아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말은 침착하고 위엄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그가 마을을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은 신과 같은 외모를 가졌으나 말솜씨는 형편없다. 자네도 마찬가지다. 자네는 겉모습은 훌륭하나, 신조차도 자네의 몸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네의 정신은 불구다. 자네의 터무니없는 말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나는 스포츠와 경기 경험이 부족하지 아니하다. 젊었을 때는 강한 팔을 믿고 항상 일등이었다. 지금은 고통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나는 전쟁의 고통을 견뎌 냈고, 바다의 위험을 헤쳐 왔다. 그러나 자네는 나에게 도전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고통스럽지만 나는 경쟁하리라.」
그러자 그는 장포를 걸친 채 뛰어올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거대한 원반을 움켜쥐었다. 그는 몸을 돌려 팔을 뒤로 젖혔다가 건장한 손으로 원반을 던졌다. 원반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노 젓기에 능했던 무릉도인들은 원반의 궤적 아래 몸을 숙여 움츠렸다. 원반은 다른 말뚝들을 훨씬 넘어 날아갔다. 지혜의 여신은 그 지점을 표시하였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이르되,
「낯선 이여, 눈먼 사람이라도 더듬어 이 표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표시보다 훨씬 앞서 있다. 축하해도 좋다. 너희가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였고, 그 누구도 너희만큼 멀리, 더 멀리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오지수는 자신을 지지해 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젊은 무릉도인들에게 이르되,
「이것에 한번 도전해 보시오. 할 수 있다면, 더 멀리, 혹은 똑같이 멀리 또 한 번 던져 보겠소. 당신들이 나를 화나게 하였으니, 어떤 운동이든 해 보겠소. 어서. 권투든, 씨름이든, 달리기든, 누구와든 시합할 수 있소. 다만 나도만만은 예외로 하오. 그는 나의 주인이니. 누가 친구와 싸우겠소. 낯선 땅에서 자신을 환대해 준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자는 무가치하고 어리석은 자이며,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이오. 그러나 나는 당신들 중 누구와도 시합할 수 있소. 내 실력을 시험해 보시오. 당신들의 실력도 알려 주시오. 나는 어떤 운동에도 약하지 아니하오. 나는 잘 다듬어진 활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소. 많은 동료들이 내 옆에서 화살을 쏘아 올렸으나, 나는 언제나 적군 무리에서 가장 먼저 적을 쏘아 올렸소. 토래성에서 아카이아인들이 활을 쏠 때, 나보다 뛰어난 자는 단 한 명뿐이었소. 필록테테스. 지상에서 빵을 먹고 사는 다른 인간들은 모두 나보다 활 솜씨가 형편없나이다. 그러나 저는 헤라클레스나 에우리토스처럼 신들과 활쏘기 시합을 하려던 초인적인 궁수들과는 경쟁하지 않겠나이다. 아폴론은 그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격노하여 그를 죽였나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죽었고, 고향에서 장수하지 못하였나이다. 저는 다른 이들이 화살로 맞추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 창을 던질 수 있나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여러분 중 누가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느냐일 뿐이옵니다. 저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체력이 떨어지고 다리가 약해져서 평소처럼 운동을 할 수 없었나이다.」
군중은 침묵하였으나, 알진오가 이르되,
「각하여, 아주 훌륭한 예의로 당신의 재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망과, 이 경기장에 나와 당신을 조롱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셨나이다.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 잘 들어 보시오. 집에 돌아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잔치를 벌일 때, 당신의 훌륭한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 조상 대대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모든 업적을 기억하시오. 우리는 씨름이나 권투에는 뛰어나지 아니하나, 달리기에는 빠르고 배를 다루는 데는 최고이옵니다. 우리는 잔치, 리라 연주, 춤, 다양한 옷차림, 따뜻한 목욕과 잠자리를 좋아하나이다. 자, 이제 무릉도 최고의 무용수들이 공연하게 하시오. 손님께서 집에 돌아가셔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항해술, 달리기, 춤과 노래에 얼마나 뛰어난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오. 데모도쿠스에게 줄 리라를 안에서 가져오시오. 어서 가시오.」
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시종이 리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홉 명의 심판을 뽑았다. 그들은 춤을 출 수 있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그 주위에 넓은 원을 만들었다. 시종이 데모도쿠스에게 리라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젊고 잘 훈련된 소년들을 대동하고 원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들은 발을 구르며 신성한 춤을 추었고, 그들의 빠른 다리는 빛났다. 오지수는 그 광경에 경탄하였다.
시인은 리라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왕관을 쓴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에게 품은 사랑에 대한 매혹적인 노래를 불렀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주었고, 해필수의 침대를 더럽혀 둘이 몰래 관계를 맺었다. 태양신은 그 모습을 보고 해필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해필수에게는 쓰디쓴 소식이었다. 그는 복수하기 위해 대장간으로 가서 거대한 모루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결코 끊어지거나 풀릴 수 없는 튼튼한 사슬을 두들겼다. 그는 아레스에게 몹시 화가 났다. 덫을 만든 후, 그는 사랑하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 기둥 주위에 엉킨 케이블을 감고, 가느다란 거미줄처럼 천장에 매달았다.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신들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 솜씨는 정말 기발하였다. 침대에 덫을 설치한 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문명화된 도시 렘노스로 갔다.
황금 기사 아레스는 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기적을 행하는 해필수가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강력한 아들을 방문하고 돌아와 앉아 있었다. 그때 아레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내 사랑이여, 우리 함께 잠자리에 들자. 해필수는 마을을 떠났느니라. 이상한 언어를 쓰는 신티아인들을 만나러 렘노스에 갔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와 함께 눕고 싶어 흥분하였고, 둘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해필수가 만든 사슬이 그들을 단단히 묶어 움직일 수도, 일어설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저는 신은 가까이 다가왔다. 렘노스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마음이 괴로워하며 그는 집으로 향하였다. 문간에 서 있던 그는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모든 신들을 부르되,
「오, 아버지 상제여, 그리고 영원히 살아 계시는 모든 축복받은 신들이여, 보십시오. 웃으셔도 좋으나, 참기 힘드나이다. 상제의 딸인 아프로디테가 절름발이인 저를 어떻게 무시하는지 보십시오. 그녀는 파괴적이고 강하고 잘생긴 아레스를 사랑하나이다. 저는 약하나이다. 부모를 탓하나이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러나 보십시오, 저 둘이 제 침대에서 연인처럼 자고 있나이다. 저는 그 광경에 소름이 끼치나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이 깊더라도 그들은 더 이상 저렇게 누워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곧 깨어나고 싶어 하겠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제가 딸을 위해 지불한 값을 갚을 때까지 제 덫과 사슬이 그들을 꽉 붙잡아 둘 것이옵니다. 그녀의 눈은 마치 개처럼 저를 쳐다보나이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우나, 자제력이 부족하나이다.」
신들이 그의 집에 모였다. 땅을 흔드는 해신, 도움을 주는 헤르메스, 그리고 아폴론이 있었다. 여신들은 수줍음 때문에 집에 머물렀다. 좋은 것을 주시는 축복받은 신들이 문간에 서 있다가 해필수가 설치한 기발한 함정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바라보며 서로 이르되,
「죄는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느린 자가 빠른 자를 이길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하고 느린 해필수가 자신의 솜씨로 오림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를 잡았으니 말이다. 아레스는 간음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들은 수군거렸다. 그때 상제의 아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이르되,
「내 형제 헤르메스여, 황금빛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녀의 침대에서, 비록 무거운 사슬에 묶여 있더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령 헤르메스가 대답하되,
「아, 활의 신 아폴론 형제여,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세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단단히 묶여서 당신들 신들과 당신들의 모든 아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라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그러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직 해신만이 웃지 아니하였다. 그는 해필수에게 아레스를 풀어 달라 간청하고 애원하였다. 그는 기적을 행하는 신에게 이르되,
「이제 그를 놓아 주소서. 당신이 부탁하신 대로 그는 신들 사이에서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옵니다.」
유명한 절뚝거리는 신이 대답하되,
「해신이여,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악당들을 풀어 주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레스가 속박과 빚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어찌 당신을 묶을 수 있겠소.」
지진의 신 해신은 그에게 대답하되,
「해필수여, 만일 그가 이 빚을 피하려 한다면 내가 반드시 갚겠소.」
절뚝거리는 신이 이르되,
「그렇다면 당신께 대한 예의로 당신의 부탁대로 하겠소.」
그래서 해필수는 온 힘을 다해 사슬을 풀었다. 두 연인은 속박에서 벗어나 둘 다 뛰어올랐다.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미소를 지으며 키프로스의 파포스 섬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향기로운 제단과 성소가 있었다. 은총의 여신들은 그곳에서 그녀를 씻기고 불멸의 존재들에게 빛을 발하는 마법의 기름을 발라 주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혀 주었다.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느니라.
그것은 시인의 노래였다. 오지수는 즐겁게 듣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알진오는 할리우스에게 나도만과 춤을 추라 하였다. 그들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장인 폴리부스가 만들어 준 자주색 공을 가져갔다. 한 소년은 뛰어올라 공을 구름 위로 던지고, 다른 소년은 발을 땅에서 떼고 뛰어올라 착지하기 전에 공을 쉽게 잡았다. 그들은 공을 똑바로 위로 던지는 연습을 한 후, 비옥한 땅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 가며 춤을 추었다. 들판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소년들은 시끄럽게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었다.
그때 오지수가 이르되,
「많은 백성의 왕이시여, 위대한 군주시여, 당신의 무용수들이 최고라고 자랑하셨는데, 정말 그러하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보니 감탄스럽나이다.」
존경받는 왕은 그 말에 기뻐하였다. 그는 곧바로 백성들에게 이르되,
「무릉도의 지도자들과 영주들, 그리고 귀족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낯선 사람은 매우 현명해 보이옵니다. 그러니 주인이 손님을 우호적으로 대접하듯 선물을 줍시다. 우리 백성은 열두 명의 영주가 다스리고 있으며, 내가 열세 번째 영주이옵니다. 우리 각자는 귀한 금 한 파운드와 깨끗하게 세탁한 옷, 튜닉과 장포를 가져오시오. 그것들을 쌓아 올려 손님이 이 모든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식사에 참석하게 하시오. 에우리아루스는 그에게 사과하고, 그의 말이 부적절하였으니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 하옵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고, 각자 대리인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에우리아루스가 이르되,
「위대한 왕 중의 왕이신 알진오 폐하, 폐하의 명령대로 사과하겠나이다. 그리고 은 손잡이와 상아로 조각한 칼집이 있는 이 청동 검을 그에게 선물하겠나이다. 그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알진오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오지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오지수는 말을 쏟아내되,
「환영하나이다, 나리여. 우리 집에 머무르십시오. 혹시라도 무례한 말이 있더라도 바람에 날아가 버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신들이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받으셨으니 말입니다.」
오지수는 이르되,
「친구여, 잘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신들이 당신을 보호하시고, 당신이 제게 주신 이 검을 결코 잊지 않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고는 은으로 장식된 검을 등에 메었고, 해가 질 무렵 귀한 선물들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노비들은 선물들을 알진오의 집 안으로 옮겼다. 왕자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을 어머니인 왕비 옆에 쌓아 두었다.
알진오 왕은 모두를 집 안으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혔다. 그는 아례희에게 이르되,
「여보, 우리 집에서 가장 좋은 궤짝을 가져와서 그 안에 튜닉과 갓 세탁한 장포를 넣어 두시오. 청동 가마솥을 불 위에 올려 물을 끓여서 손님이 목욕할 수 있도록 하시오. 그런 다음 귀족들이 가져온 귀한 선물들을 보여 주고 연회와 노래를 즐기게 하시오. 나도 선물을 하나 준비하였소. 금으로 만든 화려한 잔인데, 값어치를 하오. 손님이 상제와 다른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때마다 나를 떠올려 주기를 바라오.」
아례희는 하인들에게 빨래할 큰 솥을 빨리 데우라 명령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고 물을 붓고 장작을 쌓았다. 불길이 솥 주위를 감싸며 물을 데웠다. 아례희는 자기 방에서 궤짝을 가져와 손님에게 줄 선물, 즉 그들이 준 옷과 금을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장포와 튜닉을 넣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르되,
「뚜껑을 잘 지키고 묶어 두시오. 그래야 검은 배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무도 당신을 훔쳐 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상실을 여러 번 겪어 본 오지수는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뚜껑을 닫고 키르케에게서 배운 교묘한 매듭으로 묶었다. 그러자 여종은 곧바로 그를 목욕탕으로 데려가 씻겼다. 그는 따뜻한 물을 보고 기뻐하였다. 곱슬머리 칼리프소의 집을 떠난 이후로 목욕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칼리프소는 그를 마치 신처럼 보살펴 주었다. 여종들은 그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준 다음 튜닉과 고운 양모 장포를 입혀 주었다. 깨끗하게 씻고 난 그는 남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때 신처럼 아름다운 나우공주가 궁전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지수를 보고 깜짝 놀라 말을 쏟아내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낯선 이여. 그러나 집에 돌아가시면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은 제게 목숨을 빚지고 있나이다. 제가 먼저 당신을 도왔으니까요.」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나우공주여, 헤라의 남편이자 천둥의 신이신 상제께서 제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공주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그곳에서 영원히 신처럼 당신께 기도하겠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왕 옆에 앉았다. 이제 음식을 차리고 포도주를 따르고 있었는데, 집사가 존경받는 시인 데모도쿠스를 연회장 중앙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데모도쿠스를 기둥에 기대어 앉혔다. 오지수는 재빨리 생각하여 기름이 듬뿍 붙은 돼지고기를 한 조각 잘랐다. 접시에는 고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집사에게 이르되,
「이 고기를 가져다가 데모도쿠스에게 전해 주어라. 비록 슬프나 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시인들은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느니라. 뮤즈는 그들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고, 시인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집사는 데모도쿠스에게 고기를 건넸다. 데모도쿠스는 기쁘게 고기를 받았고, 모두들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배를 채우고 마신 후, 여러 계략을 꾸민 영리한 책략가가 이르되,
「데모도쿠스여,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내가 자네를 누구보다 칭찬하노라. 아폴론 신이 자네를 가르쳤거나, 아니면 상제의 딸인 뮤즈가 자네를 가르쳤나 보네. 자네는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겪었는지 마치 그곳에 있었거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에게 들은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군. 그러니 에페이우스가 지혜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든 목마 이야기를 노래해 주게. 오지수는 그 목마를 끌어다 성채 안으로 끌고 들어가 병사들을 태워 도시를 약탈하였지. 자네가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면, 자네는 진정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
신이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영감을 준 것이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진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한편, 오지수는 목마 안에 병사들을 태워 토래성 성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토래성 사람들은 그 말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놓고는 어떻게 할지 의논하였다. 어떤 이들은 「칼로 나무를 내리쳐야 한다」 하고 말하였고, 또 어떤 이들은 「더 높이 끌어올려 바위에서 던져 버려야 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신들을 달래기 위해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 말은 전사들로 가득 차 토래성 사람들에게 죽음을 안겨 주었고, 그 말은 토래성의 도시를 파멸로 이끌었다. 시인은 아카이아인들이 그 말에서 쏟아져 나와 골짜기에서 매복 공격을 가해 도시를 약탈하고, 흩어지면서 모든 동네를 파괴하는 모습을 노래하였다. 아레스처럼 오지수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데이포보스의 집을 찾아 달려갔고, 마침내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끔찍한 폭력을 통해 승리하였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오지수는 눈물을 쏟았다. 그의 뺨은 마치 여인이 남편을 껴안고 통곡하듯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남편은 집과 자식을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 그녀는 남편이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맑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시신 위에 쓰러졌다. 남자들이 바로 뒤따라왔다. 그들은 그녀의 어깨를 창으로 찌르고 그녀를 노비로 끌고 가 고된 노동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하였다. 오지수 또한 그와 같은 절망적인 방식으로 울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알아챈 사람은 바로 옆에 앉아 그의 흐느낌을 들은 알진오뿐이었다. 그는 재빨리 선원들에게 이르되,
「파에아키아의 귀족 여러분, 잘 들으시오. 데모도쿠스는 리라 연주를 멈추고 내려놓아야 하옵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저녁 식사 시간부터 이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우리의 손님은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었나이다. 그의 마음은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나이다. 노래를 끝내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시오.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옵니다. 이 환송 잔치와 우리가 우정의 표시로 드리는 이 귀한 선물들은 우리의 귀빈인 그를 위한 것이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에 처한 손님을 자기 형제처럼 대할 것이옵니다. 나그네여, 이제 내 질문에 회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대답하시오. 솔직한 것이 가장 좋나이다. 부모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 주셨나이까.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을 어떤 이름으로 알고 있나이까. 부모는 모든 아이에게 태어날 때 이름을 지어 주기 때문에 세상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든 귀족이든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 당신의 민족, 당신의 도시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오. 그래야 우리 배들이 당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수 있나이다. 파에아키아 사람들은 당신의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나이다. 다른 배들처럼 키를 잡는 사람도, 방향타를 잡는 사람도 없소. 우리 배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마을과 비옥한 들판을 알고 있소. 안개와 구름 속에 숨어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르며 나아가지. 배는 손상이나 손실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오. 그러나 언젠가 아버지 도화원주가 해신 신이 우리가 손님들을 바다 건너로 데려다 주는 것을 미워하여 언젠가 우리 배가 돌아오는 길에 난파될 것이고, 거대한 산이 우리 마을을 가릴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소. 신께서 뜻대로 이 일을 이루실지, 아니면 이루지 않으실지는 신의 뜻대로 될 것이오. 자, 이제 당신의 방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시오. 당신이 본 장소, 사람들, 도시들을 묘사해 보시오. 어떤 곳은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손님을 환영하지 아니하였고, 어떤 곳은 신을 존중하며 방문객에게 친절하였소. 그리고 토래성에서 그리스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왜 그렇게 흐느껴 울었는지 설명해 보시오. 신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이 파괴를 계획하고 계산하였나이다. 토래성에서 누군가를 잃으셨나이까. 아내의 집안 사람, 어쩌면 장인이나 장모님일지도 모르나이다. 결혼이라는 인연은 혈연 다음으로 가장 끈끈하나이다. 아니면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아는 친구를 잃으셨을지도 모르나이다. 친구는 형제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나이다.」
==제9권 목동의 동굴에 있는 해적==
이에 교활하고 거짓의 달인 오지수가 대답하되,
“위대한 왕이신 알진오 폐하, 이처럼 재능 있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니 참으로 훌륭하나이다. 그의 목소리는 신과 같사옵니다. 온 백성이 연회에 모여 집 안에 둘러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빵과 고기가 가득 쌓인 식탁에서 술꾼이 잔에 술을 따라 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제게는 이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이로소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 슬픈 이야기를 물으시니,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제 절망을 더욱 깊게 하나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야 하오며, 어디서 끝내야 하오리까? 신들께서 제게 너무나 많은 슬픔을 안겨 주셨나이다. 먼저 제 이름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리하여야 서로 알아갈 수 있고, 제가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제 먼 고향에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옵니다. 저는 교활한 속임수와 거짓말로 유명하나이다. 제 명성은 하늘에까지 닿으나, 저는 이곳에 살고 있나이다.”
흔들리는 숲 속에 네리톤 산이 숨어 있는 이탁도라. 가까이에는 둘리키움과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그리고 사메 등 다른 섬들이 있도다. 다른 섬들은 모두 새벽을 맞이하나, 나의 이탁도는 멀리 떨어져 어둠을 마주하고 있느니라. 험준한 땅이나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좋은 곳이라. 내 눈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나라는 없도다.
알다시피, 신성한 칼피소는 나를 동굴에 가두고 혼인하려 하였고, 마찬가지로 교활한 키르케도 나를 함정에 빠뜨려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하였도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이에게는 고향과 가족보다 더 달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제 토래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제께서 내게 일으키신 모든 고난을 이야기하리라. 강풍이 나를 항로에서 벗어나 이스마루스의 키코네스족 쪽으로 밀어내었도다. 나는 마을을 약탈하고 남자들을 죽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아내를 취하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느니라. 그리고 나서 나는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그 어리석은 자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술을 과음하며 해변을 따라 양과 소를 죽이고 있었느니라.
키코네스족은 본토에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니, 그들은 강하고 수가 많으며 말을 잘 타고 필요하다면 걸어서도 싸울 수 있는 이들이라. 그들은 마치 봄 새벽에 잎사귀와 꽃이 피어나듯 몰려왔도다. 그때 상제 신께서 우리에게 불운을 내리시니, 불쌍한 우리로다! 적군은 배 주위에 모여 청동 칼을 휘두르며 싸웠느니라. 거룩한 아침 햇살이 밝고 강렬할 때,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막아 내었으나, 해가 지고 소들이 풀려나는 시간이 되자 키코네스족은 우리 그리스인들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도다. 우리 배에서 잘 무장한 선원 여섯 명이 각각 죽었고, 나머지 육십 명은 살아남아 위험에서 벗어났느니라.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친구들에 대한 슬픔을 안고 출항 준비를 하였도다. 배를 띄우기 전에 우리는 키코네스족의 손에 학살당한 불쌍한 동료들을 세 번씩 큰 소리로 불렀느니라.
구름의 신 상제께서 북풍을 우리 배들을 향해 맹렬한 태풍처럼 몰아쳐 바다와 땅을 안개로 뒤덮으시니, 밤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덮치고 배들은 옆으로 기울어졌도다. 돛은 강풍에 세 번이나 찢어지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우리는 돛을 내리고 온 힘을 다해 해안을 향해 노를 저었느니라. 우리는 이틀 밤낮을 그곳에서 지쳐 쓰러질 듯 괴로워하며 보냈도다.
밝은 새벽이 세 번째 아침을 가져다주자, 우리는 돛대를 세우고 빛나는 돛을 펼치고 배에 올랐느니라. 바람은 곧장 불고 항해사들은 키를 잡았도다. 나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이나, 말레아 섬을 돌아서자 시속 팔십 도의 해류와 강풍이 나를 키테라 섬에서 칠십 도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었느니라.
아홉 날 동안 나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폭풍우에 휩쓸려 헤매었도다. 열흘째 되는 날, 나는 연꽃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우리는 물을 길어 올리고 선원들은 음식을 준비하였으며, 식사를 하고 배 옆에서 소풍을 즐긴 후,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골라 정찰을 보내어 그 섬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내게 하였도다.
정찰병들은 인간, 곧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정찰병들을 해치지 아니하고 그저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를 나눠 주었을 뿐이라. 그러나 열매를 먹자 정찰병들은 돌아와 내게 소식을 전할 의욕을 잃었으며, 그곳에 머물며 연꽃 열매를 먹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였도다. 고향을 잊어버린 것이니라. 나는 눈물 흘리는 그들을 끌고 돌아와 텅 빈 배에 억지로 태워 갑판 아래로 밀어 넣고 묶었으며, 충성스러운 다른 남자들에게는 배로 돌아가라고 명하였느니라. 더 이상 아무도 연꽃 열매를 맛보고 목적지를 잊지 않도록 함이로다.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회색빛 물을 노로 저었도다.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여 고결한 독안거인, 곧 독불장군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였느니라. 그들은 신들을 믿었도다. 그들은 씨앗을 심지도 않고 밭을 갈지도 아니하나, 상제의 비 덕분에 보리와 곡식과 포도송이가 모두 무성하게 자라느니라. 그들은 회의도 열지 않고 공통된 법률도 없으며, 높은 산꼭대기의 동굴에서 살면서 각자 아내와 자녀를 위해 법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아니하느니라.
이 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섬이 있는데, 항구에서 비스듬히 물을 건너면 평평하고 숲이 우거진 섬이 있도다. 수많은 염소들이 그곳에 살지만 사람들은 결코 찾아오지 아니하며, 사냥꾼들은 숲을 헤치고 언덕진 봉우리를 오르려 애쓰지 아니하느니라. 양 떼도 없고 밭도 없으며, 그곳은 모두 경작되지 않고 씨를 뿌리지 않았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오직 염소들만이 그곳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느니라.
키클로프 사람들은 붉은 뺨을 가진 배도 없고, 다른 도시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공도 없었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서로를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나, 배만 있었다면 그들은 이 섬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비옥한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니라. 회색빛 해안가에는 물이 풍부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포도나무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며, 쟁기질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어 가을에는 풍성한 작물이 자랄 것이고, 땅속에는 비옥한 자원이 있을 것이로다. 항구는 닻을 내리기에 좋은 곳이라 닻돌이나 밧줄, 케이블도 필요 없을 것이며, 그곳 해안에 정박한 배들은 선원들이 떠나고 싶어 하고 순풍이 불 때까지 안전하게 해변에 정박해 있을 수 있으리라. 항구 입구 근처에서는 백사십 개의 민물이 동굴 아래로 솟구쳐 내려가고, 그 주변에는 포플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느니라.
우리는 그곳으로 항해하였도다. 신들께서 어둠 속에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니, 짙은 안개가 배를 감싸고 하늘의 달은 어둡고 구름에 가려져 섬이 전혀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우리가 해변까지 노를 저어 갈 때까지는 아무도 육지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볼 수 없었으며, 우리는 모든 돛을 내리고 해안에 상륙하여 잠이 들었도다.
이른 새벽이 장밋빛으로 물들자, 우리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그 섬을 돌아다녔느니라. 위대한 상제 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 우리 선원들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산양들을 쫓아 내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우리는 배에서 창과 활을 가지러 달려가 세 무리로 나뉘어 조준하고 쏘았으며, 어떤 신께서 우리에게 좋은 사냥감을 주셨느니라. 열두 선원 모두 각자 염소 아홉 마리씩을 가지고 있었고, 내 선원들은 열 마리를 가졌도다. 우리는 해질녘까지 그곳에 앉아 고기를 먹고 독한 붉은 술을 마셨으며, 배에 실린 술은 아직 떨어지지 아니하였으니, 키코네스족의 신성한 요새를 약탈했을 때 우리는 모두 커다란 항아리에 술을 가득 채워 가져왔기 때문이니라.
우리는 좁은 해협 건너편에 있는 키클로픽 섬을 바라보았으며, 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양과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도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누워 잠을 잤느니라.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선원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충성스러운 친구들이여!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 남아 있거라. 나는 배와 선원들을 이끌고 가서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이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침략자인지, 아니면 낯선 사람을 환영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리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배에 올라타 선원들에게 나와 함께 가자고 한 다음 배의 밧줄을 풀었도다. 그들은 재빨리 벤치에 앉아 노를 저어 하얗게 물든 물을 가르며 나아갔으며, 여정은 그리 길지 아니하였느니라.
육지 끝자락, 바닷가 바로 옆에 도착하니 월계수 나무가 드리워진 높은 동굴이 보였도다. 그곳에는 여러 무리의 양과 염소가 살고 있었으며, 동굴 주변에는 돌을 깊게 박아 만든 높은 마당이 있고 키 큰 소나무와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 우거져 있었느니라. 그곳에는 거구의 남자가 혼자 양떼를 돌보며 살고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고 홀로 지내며 관습을 알지 못하였도다. 그의 체격은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마치 빵으로 연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드넓은 산봉우리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었느니라.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고, 내가 아끼는 열두 명과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였도다. 나는 이스마루스 산의 그늘진 숲 속에 살던 아로왕 신의 사제, 에우안테스의 아들 마론이 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가 가득 든 염소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갔느니라. 신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를 돕고 그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왔었도다. 그는 나에게 은그릇과 정교하게 세공된 금 일곱 파운드를 선물로 주었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조금 따라내어 나를 위해 열두 개의 항아리에 담아 주었으니, 마치 신이 내린 술과 같았느니라. 노비들은 이 포도주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직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한 명의 하녀만이 알고 있었도다. 그가 이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잔에 한 잔을 따르고 물 이십 잔을 섞으면 그릇에서 놀라운 향기가 피어오르고, 모두가 그 맛을 보고 싶어 하였느니라.
나는 큰 가죽 주머니에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자루에 식량을 챙겼도다. 내 마음속에는 용감하고 거칠며 일반적인 관습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느니라. 우리는 곧 동굴에 도착하였으나 독안거인은 찾지 못하였으니, 그는 양 떼를 치고 있었도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살펴보았느니라. 치즈로 가득 찬 상자들과 나이별로 나뉜 어린 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우리들이 보였으며, 갓 태어난 새끼와 중간 크기, 그리고 갓 젖을 뗀 새끼 양까지 이백이십 마리나 있었도다. 젖을 짜는 데 쓰는 잘 만들어진 그릇과 양동이들은 모두 유청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내 선원들이 “치즈 좀 챙겨서 염소와 어린 양들을 우리에서 빨리 몰아내 우리 배에 싣고 짠 바닷물을 건너 떠나자!”라고 애원하였도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나는 거절하였느니라. 나는 그를 만나 선물을 줄지 기대하였으나, 사실 그는 내 동료들에게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하였도다. 우리는 불을 피우고 제물을 바치고 치즈를 먹은 후, 그가 양떼를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동굴 안에서 기다렸느니라.
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와서 불을 피울 나무를 한 짐 가져왔으며, 나무를 시끄럽게 동굴 안으로 던지니 우리는 두려워서 동굴 안쪽으로 몸을 숨겼도다. 그는 암양과 암염소들을 안으로 몰아넣어 젖을 짜게 하였으나, 숫양과 염소들은 바깥 넓은 마당에 남겨 두었느니라. 그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려 동굴 입구를 막았으니, 그 돌은 너무나 거대하고 육중하여 이십이 대의 수레로도 끌어낼 수 없을 정도였도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암양과 암염소의 젖을 짠 다음, 새끼 양들을 어미 양 옆에 놓아 젖을 빨게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갓 짜낸 흰 우유의 절반을 응고시켜 바구니에 담아 따로 두고, 나머지는 양동이에 담아 저녁 식사 때 마시려고 하였도다.
그는 모든 일을 꼼꼼히 마친 후 불을 피우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이르되,
“낯선 자들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 이 깊은 바다를 건너 어디에서 왔는가? 사업차 온 것인가, 아니면 해적처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자인가?”
그가 이렇게 말하니, 그의 깊고 우렁찬 목소리와 거대한 체구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되,
“저희는 그리스인이옵니다. 토래성에서 왔나이다. 바람이 저희를 사방으로 휩쓸고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항로에서 벗어나게 하였나이다. 상제 신께서 그렇게 하셨나이다. 저희는 하늘 아래 가장 큰 명성을 떨친 아트레우스의 아들 건웅의 백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나이다. 그는 그 거대한 도시를 함락시키고 많은 사람을 죽였나이다. 이제 저희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관례대로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려 선물을 주시기를 간청하나이다. 부디 신들을 존중해 주소서. 저희는 당신의 간청자이며, 상제께서는 저희 편이시니이다. 그는 방문객과 손님 친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니이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하되,
“이방인아, 자네는 바보이거나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자군. 자네가 나에게 신들을 두려워하라고 하다니! 우리 백성은 큰 홀을 든 상제든 다른 어떤 신이든 하찮게 여기느니라. 우리의 힘은 그들보다 강하니라. 내가 자네나 자네 친구들을 살려 준다고 해도 상제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자네는 그 멋진 배를 타고 멀리 가는 건가,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건가?”
그는 나를 시험하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도다. 나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느니라. 나는 그에게 교묘하게 대답하되,
“땅을 흔드는 해신이 당신 섬의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난파시켰나이다. 그는 우리를 밀어 넣었고, 바람은 우리를 바위에 내동댕이쳤나이다. 우리는 간신히 살아남았나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비도 베풀지 아니하였도다. 높이 뛰어올라 우리 부하들을 향해 손을 뻗어 두 명을 붙잡고 강아지처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니, 바닥은 뇌수로 흠뻑 젖었느니라. 그는 그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식사를 준비한 다음, 산의 사자처럼 살점과 내장과 골수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아무것도 남기지 아니하였도다. 이 참상을 지켜보며 우리는 울부짖으며 상제에게 기도하였느니라. 우리는 너무나 무력감을 느꼈도다.
독안거인이 사람의 고기와 섞이지 않은 우유로 거대한 배를 채운 후, 그는 양 떼 사이에 누워 있었느니라. 그때 군인처럼 생각하며, 칼을 뽑아 그에게 다가가 몸통을 찔러 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랬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니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높은 문간에 세워 놓은 거대한 돌을 옮길 만큼 우리는 너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도다. 그래서 우리는 새벽까지 그곳에서 비참하게 지냈느니라.
새벽녘에 분홍빛 손가락이 피어나듯 새벽이 밝아오니, 그는 불을 피우고 암양들의 젖을 차례로 짜서 각각 옆에 새끼 양을 한 마리씩 두었도다. 부지런히 일을 마친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잡아먹었으며, 식사를 마친 후 살찐 양 떼를 몰아냈느니라. 그는 마치 화살통 뚜껑을 닫듯이 쉽게 바위를 굴려 내렸으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살찐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도다.
나는 그에게 복수하고 그를 해치고 영광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느니라. 지혜낭자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로다. 나는 계획을 세웠도다. 우리 옆에는 그가 지팡이로 쓰려고 말린 커다란 감람 나무 곤봉이 서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여 우리 눈에는 마치 화물을 가득 싣고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스무 개의 노가 달린 검은 화물선의 돛대처럼 보였느니라. 나는 가서 그 나무에서 약 한 패덤 정도를 잘라내어 사람들에게 주고는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옆에 서서 끝을 날카롭게 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단단하게 만들었느니라. 동굴은 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곤봉을 똥 더미 아래에 숨겼도다. 그런 다음 나는 사람들에게 누가 나와 함께 그 말뚝을 들어 올려 그가 달콤한 잠에 빠졌을 때 그의 눈에 꽂을지 제비를 뽑으라고 명령하였느니라. 제비는 내가 선택했을 법한 네 명에게 떨어졌고, 나는 그중 다섯 번째였도다.
저녁이 되자 그는 암수 양 떼를 모두 넓은 동굴 안으로 몰아넣고 바깥 마당에는 한 마리도 남겨 두지 아니하였느니라. 아마도 무언가를 의심하였거나, 아니면 신께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셨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돌을 집어 문으로 삼고 앉아서 양과 염소의 젖을 차례로 짜고 새끼들을 젖먹이게 하였도다. 그의 일이 끝나자 그는 두 사람을 잡아 저녁 식사로 먹었느니라.
내가 다가가 담쟁이덩굴로 만든 잔에 포도주를 가득 담아 그에게 건네며 이르되,
“여기, 독안거인여! 자네는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니 이제 포도주를 좀 마시고 우리 배에 실린 상품도 맛보게 하네. 자네가 나를 불쌍히 여겨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를 바라며 거룩한 제물로 가져왔네. 그러나 자네는 누구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분노하고 있네. 우리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였는데 더 많은 손님을 기대하는 건가?”
그는 달콤하고 맛있는 포도주를 받아 마셨으며, 포도주가 마음에 들어 더 달라고 하였도다.
“한 잔 더! 그리고 자네 이름을 말해 보게. 자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손님 대접하겠네. 우리 백성은 포도주가 있네. 상제의 비로 풍족하게 자란 우리 땅에서 포도송이가 자라나네.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음식인 넥타르이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포도주를 한 잔 더 주고, 또 두 잔을 더 주었느니라. 그는 어리석게도 그 포도주를 모두 마셨도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이르되,
“독안거인여, 내 이름을 물었으니 알려 주리라. 그러면 네가 약속한 환대를 베풀어라. 내 이름은 노만이라. 내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나를 노만이라 부르느니라.”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대답하되,
“나는 노만을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라. 먼저 다른 사람들을 먹을 것이니, 그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로다.”
그러자 그는 쓰러져 거대한 목이 비뚤어진 채 그대로 누워 있었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도다. 술에 취해 무거워진 그는 목구멍에서 포도주와 사람의 살덩이를 토해내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창을 숯불에 꽂아 달구면서 부하들에게 이르되,
“용감하게 행동하라!”
나는 그들 중 누구도 두려움에 떨지 않기를 바랐도다. 불길은 곧 푸른빛을 띤 감람 창에 옮겨붙었고, 창은 끔찍하게 타올랐느니라. 나는 재빨리 불길에서 창을 낚아챘으며, 내 부하들은 굳건히 서 있었도다. 마치 신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듯하였느니라. 그들은 끝이 날카로운 감람 창을 집어 그의 눈에 꽂았으며, 나는 그 위에 올라타서 마치 배를 만들 때 나무에 구멍을 뚫듯이 창을 돌렸도다. 아래에서는 작업자들이 양쪽 끝에 끈을 매달아 드릴을 돌리고 있었느니라. 그렇게 창이 빙글빙글 돌아가자, 우리도 불처럼 날카로운 창을 그의 눈에 꽂아 돌렸도다. 그의 피가 말뚝 주위로 쏟아져 나왔고,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눈꺼풀과 눈썹을 지글지글 태우고 눈 뿌리를 태웠느니라. 마치 대장장이가 도끼나 자귀를 얼음물에 담가 단련할 때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쇠가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도다. 그의 눈알도 창에 부딪히며 바스락거렸느니라.
그러자 그는 끔찍하게 울부짖었고, 바위들이 그의 비명 소리에 휩싸였도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느니라. 그는 솟구치는 피로 흠뻑 젖은 눈을 뽑아냈으며,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창을 던져버리고, 주변의 바람 부는 절벽 위 동굴에 사는 독안거인들에게 소리쳤도다.
그들은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 가까이에 서서 외치되,
“폴리페무스! 무슨 일이냐? 심하게 다쳤느냐? 왜 거룩한 밤에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느냐? 누군가 네 가축을 훔치거나, 속임수나 폭력으로 너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동굴 안에서 힘센 폴리페무스가 대답하되,
“친구들이여! 아무도 나를 폭력이 아니라 속임수로 죽이려 하고 있느니라.”
그들의 말이 그에게 되돌아왔도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았다면, 너는 완전히 혼자로다. 위대한 상제께서 너를 병들게 하셨으니, 어쩔 수 없느니라. 위대한 해신 신이시여, 당신의 아버지께 기도하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떠났고, 나는 내 이름, 곧 ‘아무도’라는 계략이 그를 어떻게 속였는지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도다.
독안거인은 고통에 신음하며 힘겹게 더듬어 문돌을 빼내고는 양 떼와 함께 나가는 자를 잡으려고 팔을 뻗은 채 입구에 앉았느니라. 아마 그는 내가 완전히 바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로다. 그러나 나는 전략을 짜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나와 내 부하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이로다. 나는 온갖 계략과 교활한 계략을 꾸몄느니라. 위험이 코앞에 닥쳤고, 생사가 달린 문제였도다.
내가 생각해 낸 최고의 생각은 이것이었느니라. 털이 두껍고 잘 익은, 보라색처럼 검은 숫양들이 있었으며, 모두 크고 훌륭한 동물들이었도다. 그래서 나는 독안거인이 침대로 쓰던 밧줄로 그 숫양들을 조용히 묶었느니라. 나는 숫양들을 세 마리씩 묶어 가운데 양 아래에 한 명씩, 양쪽에 한 명씩 사람을 세워 내 부하들을 구해 내었도다. 무리 중에서 가장 늠름한 숫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 녀석의 등을 붙잡고 털북숭이 배 아래에 몸을 웅크린 채 털에 매달렸느니라. 의지의 힘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었으며, 우리는 비참하게 날이 밝기를 기다렸도다.
이른 새벽, 장밋빛으로 물든 손길이 모습을 드러내자 숫양들은 모두 풀을 뜯어 먹고 싶어 뛰어올랐느니라. 암양들은 젖을 짜지 못해 젖통이 터질 듯이 가득 찬 채 우리 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도다. 주인은 몸이 약해지고 고통에 지쳐 있었으나, 숫양들을 줄 세우면서 각각의 등을 더듬어 보았느니라. 그러나 털북숭이 배 아래에 묶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였도다. 마지막으로 덩치가 큰 숫양이 털과 나, 곧 영리한 사기꾼을 매달고 밖으로 나왔느니라.
힘센 폴리페무스는 그 숫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묻되,
“사랑스러운 숫양아, 오늘은 왜 동굴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거냐? 평소에는 이렇게 느리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어린 양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여린 꽃을 뜯어 먹고, 초원을 뛰어다니고,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저녁이 되면 가장 먼저 양 우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지. 그러나 이제 너는 가장 마지막이 되었구나. 주인님의 눈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구나. 그 사악한 놈이, 그의 비열한 부하들을 동원해 나를 술에 취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하였느니라. 노먼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나처럼 말할 수만 있다면, 나를 두려워하며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러면 내가 그놈의 머리를 바위에 내리쳐 동굴 곳곳에 흩뿌려 그 못된 노먼이 가져온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숫양을 밖으로 밀어내었도다. 우리는 동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말을 타고 갔으며, 나는 먼저 내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나서 부하들의 밧줄도 풀었느니라. 우리는 주인님의 살찐 가축들을 훔쳐 달아났고, 배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뒤를 돌아보았도다.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은 친구들인 우리를 보고 기뻐하였으나,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울었느니라. 나는 그들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명령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섭게 노려보았도다. 나는 그들에게 양털 뭉치를 배에 싣고 배를 저어 바닷물 속으로 나가라고 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하얗게 바싹 마른 바다에 노를 저었도다.
내가 고함 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갔을 때, 나는 뒤돌아 야유를 퍼부었느니라.
“이봐, 독안거인! 바보여! 네 동굴에 갇힌 선원들은 불쌍하고 약한 자들의 것이 아니었어. 자업자득이지! 네 손님을 잡아먹다니 부끄러움도 없구나! 상제와 다른 신들이 네게 벌을 내리는 것이로다.”
내 조롱에 그는 더욱 화가 났도다. 그는 언덕에서 바위를 뽑아 우리에게 던졌으며, 바위는 우리 배의 어두운 뱃머리 바로 앞에 떨어져 키를 잡는 노 끝을 거의 부숴 버릴 뻔하였느니라. 돌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파도가 밀려왔으며, 갑자기 밀려오는 물살이 배를 육지 쪽으로 밀어내고 부풀어 오른 물은 우리를 함께 밀어내었도다. 나는 길고 큰 장대를 잡고 배를 밀어내었으며, 부하들에게 “목숨을 구하려면 빨리 노를 저어라!”라고 소리치며 고개를 끄덕여 재촉하였느니라. 그들은 몸을 굽혀 노를 젓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바다를 두 배나 더 건너갔도다. 그때 나는 다시 그를 불렀느니라.
내 선원들은 내게 그만하라고 애원하며 간청하되,
“제발! 진정하소서!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이 야만인을 괴롭히는 것이옵니까? 그가 돌을 던져 우리 배를 육지로 밀어냈지 않사옵니까. 우리는 죽을 뻔하였나이다. 만약 그가 우리 말을 들었다면, 날카로운 돌을 던져 우리 머리와 나무 배를 부숴 버렸을 것이옵니다. 그는 정말 세게 던지옵니다!”
그러나 내 냉혹한 마음은 설득되지 아니하였도다. 나는 여전히 분노에 차서 다시 소리치되,
“독안거인! 만일 어떤 필멸자가 당신의 눈이 어떻게 잘리고 멀어졌는지 묻는다면, 이탁도에 사는 도시 약탈자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이 당신의 시력을 잃게 하였다고 말하십시오!”
그는 신음하며 말하되,
“예언이로다! 드디어 이루어졌구나! 우리 백성 가운데 에우리모스의 아들 텔레무스라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살았는데, 그는 우리에게 점을 치며 여생을 보냈느니라. 그는 오지수의 손길이 내 눈을 멀게 할 거라고 예언하였도다. 나는 늘 키 크고 잘생긴, 힘과 용기를 가진 남자가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이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하였구나. 술에 취해 나를 홀린 것이로다. 자, 오지수, 어서 오시오. 내가 선물을 드리고 해신 신께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리라. 나는 그의 아들이요, 신은 나를 아버지로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시느니라. 그가 원한다면 나를 고쳐 줄 것이나, 다른 누구도, 신도 인간도 그를 고칠 수 없느니라.”
그가 이 말을 하자 나는 그에게 대답하되,
“내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 지하 세계인 염라국의 집으로 보내 버릴 수만 있다면, 지진의 신조차도 당신을 고쳐 줄 수 없을 것이로다.”
그러나 그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기도하되,
“들으소서, 대지를 흔드는 푸른 머리의 해신 신이시여, 저를 당신의 아들로 인정하시고 저의 아버지가 되어 주소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소서. 만약 그가 가족을 만나게 된다면, 늦게, 명예도 없이, 고통 속에, 배도 없이,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그리고 그의 집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하소서.”
푸른 해신은 아들의 기도를 들어 주었도다. 폴리페무스는 이전보다 훨씬 큰 바위를 들어 올려 휘두른 다음, 엄청난 힘으로 던졌느니라. 그 작은 공은 우리 키 바로 옆에 떨어져 바다에 첨벙 떨어졌으며,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배를 밀어 반대편 해안으로 향하게 하였도다.
우리는 배가 정박해 있는 섬에 도착하였느니라. 선원들은 울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내린 다음, 독안거인에게서 훔쳐 온 양들을 배의 선창에서 꺼내 공평하게 나누어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주었느니라. 그런데 양 떼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 선원들은 독안거인이 가장 아끼는 숫양을 나에게만 주었도다. 나는 해변에서 그 숫양을 도살하여 어둠의 구름의 신이자 온 세상의 주인인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에게 바쳤으며, 허벅지를 불태웠느니라. 그러나 신은 내 제물을 외면하고 내 모든 배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파멸시키려 하셨도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를 먹고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느니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서 잠이 들었도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깨워 배에 올라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느니라. 그들은 재빨리 복종하여 모두 질서정연하게 노 젓는 자리에 앉아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도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항해를 계속하였느니라.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친구들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도다.
==제10권 바람과 마녀==
「우리는 불멸의 신들이 모두 사랑하는 아이올로스의 떠다니는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섬 주변의 가파른 절벽에는 난공불락의 단단한 청동 성벽이 뻗어 있었나이다. 그의 궁전에는 열두 명의 자녀가 살고 있었으니, 건장한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이었나이다. 그는 형제자매끼리 결혼을 주선하였나이다. 그들은 부모와 함께 항상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잔치는 끝이 없었나이다. 낮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궁궐은 소리로 가득하였나이다. 밤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담요가 쌓인 밧줄 침대에서 잠을 청하였나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요새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환영하고 한 달 동안 머물게 해 주었으며, 토래성과 아르고스 배들,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소식을 물었나이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나를 보내 달라 말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나를 돕기로 하고 소가죽 자루를 주면서 그 안에 거센 바람을 묶어 두었나이다. 크로노스의 아들인 상제는 그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였나이다.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는 마음대로 바람을 멈추거나 일으킬 수 있었나이다. 그는 빛나는 은실로 자루를 내 곡선형 배에 단단히 묶어 아무리 작은 바람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게 하였고, 제피로스 신에게 바람을 불어 우리 배와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다 달라 부탁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아니하였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었나이다.
아홉 밤낮으로 항해한 끝에 열흘째 되는 날, 고향 땅이 눈앞에 나타났나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였나이다. 나는 지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나이다. 내가 키를 잡고 있으면 더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내가 잠든 사이에 선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나이다. 위대한 아이올로스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는 것이었나이다. 은과 금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나이다. 각자 옆 사람을 쳐다보며 불평하였나이다.
『우리가 항해하는 곳마다 모두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군. 게다가 토래성을 약탈해서 가져온 전리품도 가지고 있잖아. 우리는 그와 함께 항해하였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이제 아이올로스가 이런 친절한 선물을 주다니.』
그에게 말하였나이다.
『서둘러라, 자루를 열어 얼마나 있는지, 은이 얼마나 있는지, 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끔찍한 생각이 그들을 사로잡았나이다. 그들은 그대로 하였나이다. 자루를 열자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나이다. 갑작스러운 파도가 우리를 덮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로 내던졌나이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고, 저는 잠에서 깨어나 배에서 뛰어내려 익사할지, 아니면 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살아남을지 고민하였나이다. 저는 참고 얼굴을 가리고 갑판에 누웠나이다. 폭풍우가 몰아쳐 배들을 다시 위대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들은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항아리에 물을 채웠고, 남자들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나이다.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노비 한 명과 선원 한 명을 데리고 아이올로스를 만나러 갔나이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나이다. 우리는 들어가 문설주 옆에 앉았나이다. 그들은 깜짝 놀라 물었나이다.
『어찌하여 왔느냐. 또 왔느냐. 운이 나빴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는 분명히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고, 당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에 도착하도록 하려 하였느니라.』
나는 슬프게 대답하였나이다.
『제 부하들과, 우리를 망쳐 놓은 고집스러운 잠을 탓하십시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당신들은 모든 것을 바로잡을 힘이 있나이다.』
나는 이 말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를 바랐으나, 그들은 침묵하였나이다. 그때 아버지가 소리쳤나이다.
『나가라. 이 역겨운 놈아, 내 섬에서 나가라. 당장. 신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는 사람을 내가 데려다 주는 것은 옳지 아니하다. 이 저주받은 놈아, 감히 여기에 오다니. 나가라.』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궁전에서 쫓아냈나이다. 우리는 낙담한 채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선원들은 노 젓는 고통에 지쳐 갔나이다.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순풍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밤낮으로 노를 저었고, 이레째 되는 날, 우리는 라에스트리고니아, 즉 절벽 위의 텔레필루스 마을에 도착하였나이다. 라모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은 나가는 다른 목동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나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소를 몰고 흰 양을 방목하며 두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나이다. 낮과 밤의 길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유명한 항구에 도착하였나이다. 양쪽으로 해안선이 튀어나와 거의 만나 좁은 입구를 이루고 있었나이다. 그곳에는 파도가 전혀 치지 아니하였나이다. 작은 파도조차도 없었나이다. 온통 하얀 고요함뿐이었나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배를 항구 안에 빽빽하게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유일하게 배를 항구 밖에 정박하기로 하였나이다. 멀리 떨어진 바위에 밧줄을 묶고 배에서 내려 바위를 기어올라 정찰하였나이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외에는 소나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두 명의 남자와 노비 한 명을 뽑아 이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빵을 먹는지 알아보라 보냈나이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산에서 나무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다니는 매끄러운 길을 따라 걸었나이다. 그들은 도시로 향하였나이다. 마을 앞에서 물을 긷고 있던 한 소녀를 만났나이다. 소녀는 마을 전체의 수원지인 아르타키 샘으로 가고 있었나이다. 그녀는 라이스트리고니아 왕 안티파테스의 건장한 딸이었나이다. 그들은 소녀에게 왕과 백성들에 대해 물었나이다. 소녀는 곧바로 그들을 아버지의 높은 지붕의 궁전으로 데려갔나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산처럼 큰 여자가 있었나이다. 그들은 경악하고 충격을 받았나이다. 거인은 즉시 남편인 왕을 회의장에서 불러냈나이다. 왕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하였고, 한 명을 붙잡아 잡아먹었나이다. 나머지 두 명은 배로 도망쳤나이다.
왕의 외침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나이다. 그 소리를 듣고 거대한 라에스트리고니아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거인이었나이다. 그들은 사람이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바위를 절벽에서 우리에게 던졌나이다. 배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 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나이다. 그들은 마치 물고기를 잡듯이 사람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나이다. 끔찍한 만찬이었나이다.
그들이 항구 안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동안, 나는 칼을 뽑아 검은 뺨을 가진 내 배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나이다.
『위험에서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도망쳐라.』
그들은 죽음이 두려워 두 배로 노를 저었나이다. 내 배는 운 좋게도 깎아지른 절벽 너머 바다에 도달하였나이다. 만에 갇힌 나머지 배들은 모두 전멸하였나이다. 우리는 슬픔에 잠겨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으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나이다.
우리는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의 고향인 아이아이아에 도착하였나이다. 키르케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며, 파멸을 꿈꾸는 아이테스의 누이였나이다. 그 둘은 필멸의 존재들을 비추는 태양과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의 자식이었나이다. 어떤 신의 인도를 받아 우리는 조용히 항구로 표류하여 배를 정박하였나이다. 이틀 밤낮으로 우리는 지쳐 쓰러질 듯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나이다.
새벽이 밝아오자 나는 창과 날카로운 칼을 들고 배에서 내려 높은 곳으로 달려가 인간의 흔적을 찾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나이다. 바위 위로 올라가 보니 키르케의 궁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나이다. 땅에서 숲과 덤불 사이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나이다. 연기를 보았으니 내려가서 조사해 봐야 할지 고민하였나이다. 그러나 나는 먼저 해변과 배로 돌아가 부하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정찰을 나가기로 하였나이다.
배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떤 신이 외로운 나를 불쌍히 여겨 크고 뿔이 우뚝 솟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를 내 앞길에 보내 주었나이다. 그 사슴은 숲에서 내려와 강물을 마시러 왔는데, 날씨가 매우 더웠나이다. 나는 그 사슴의 등 한가운데를 찔렀나이다. 내 청동 창이 그를 꿰뚫었나이다. 사슴은 신음하며 흙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영혼은 떠나갔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밟고 청동 창을 뽑아 땅에 버려 둔 채, 나뭇가지와 끈을 꺾어 한 패덤 길이의 밧줄을 만들어 꼼꼼하게 매듭지어 그 거대한 동물의 발굽을 묶었나이다. 나는 그 사슴을 등에 메고 어두운 배로 내려갔나이다. 사슴이 너무 커서 한쪽 어깨에 짊어질 수 없었기에, 나는 창을 짚고 내려갔나이다. 나는 그를 배 앞에 내려놓고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넸나이다.
『친구들이여. 비록 슬프나, 우리는 운명의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자, 배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으니 굶지 말자. 이제 먹을 시간이다.』
그들은 재빨리 내 말에 따랐고, 얼굴에서 장포를 내렸나이다. 그리고 해변에 누워 있는 커다란 사슴을 보고 놀라워하였나이다. 정말 거대하였나이다. 그들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씻고 훌륭한 식사를 준비하였나이다. 그렇게 우리는 해 질 때까지 풍성한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바닷가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새벽의 손가락처럼 장미꽃이 다시 피어났나이다. 나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이르되,
『친구들이여, 슬픔에 잠겨 있더라도 내 말을 들어라. 우리는 어둠이 어디에 있는지, 새벽이 어디에 있는지,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땅속으로 어디로 사라지는지, 어디에서 다시 떠오르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처한 곤경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나는 바위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땅은 낮다. 나는 숲과 빽빽한 덤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가라앉았나이다. 그들은 모두 라이스트리고니아인들과 그들의 왕 안티파테스에게 일어났던 일, 그리고 거대한 독안거인이 사람들을 잡아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들은 통곡하며 눈물을 쏟아냈나이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은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두 무리로 나누었나이다. 나는 한 무리를 이끌고, 신과 같은 에우리로코스에게 다른 무리를 이끌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청동 투구에 제비를 뽑았는데, 에우리로코스의 제비가 나왔나이다. 그래서 그는 스물두 명의 부하들과 함께 울면서 떠났나이다. 나와 함께 남은 사람들도 울고 있었나이다.
숲속 공터 안에서 그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로 높은 기초 위에 지어진 키르케의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집 주위에는 키르케가 약물로 길들인 산늑대와 사자들이 있었나이다. 동물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친근하게 모여들었나이다. 마치 주인이 저녁 식사 후 간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개들이 주인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긴 꼬리를 흔들며 다정하게 다가왔나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무시무시한 늑대와 사자들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나이다. 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나이다.
그들은 집 밖에 서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신 키르케였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베를 짜고 있었는데, 마치 여신이 빚어내는 듯한 정교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나이다. 그러자 나의 가장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동료들의 지도자인 폴리테스가 이르되,
『친구들아, 저 안에서 누군가 거대한 베틀에서 직물을 짜고 노래를 부르는데, 바닥이 울려 퍼질 정도이다. 아마 여자이거나 여신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불러오자.』
그들은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즉시 와서 빛나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들였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만은 속임수를 의심하여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녀는 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의자에 앉히고 보리, 치즈, 황금 꿀을 프람니아 포도주와 섞어 물약을 만들었나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향을 완전히 잊게 하는 강력한 약을 넣었나이다. 그들은 그 혼합물을 마셨나이다. 그런 다음 그녀는 마법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쳐 돼지우리에 가두었나이다. 그들은 몸과 목소리, 머리카락이 돼지로 변하였으나, 정신은 그대로였나이다. 그들은 감금되자 비명을 질렀고, 키르케는 그들에게 돼지들이 진흙탕에서 파헤치며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와 산딸기를 던져 주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우리 검은 배로 달려와 친구들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는 말을 하려 하였으나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하였나이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고, 마음은 슬픔으로 찢어지는 듯하였나이다. 놀라서 우리는 모두 그에게 물었나이다. 마침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였나이다.
『오지수여, 당신의 명령대로 우리는 숲 속으로 들어갔나이다. 숲속 공터에서 우리는 윤이 나는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높은 집을 발견하였나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들었나이다. 여인인지 여신인지 모를 누군가가 베틀을 돌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나이다. 제 친구들이 그녀를 불렀나이다. 그녀는 문을 열고 그들을 안으로 초대하였나이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들은 그녀를 따라 들어갔나이다. 그러나 저는 무슨 속임수일까 두려워 밖에 남아 있었나이다. 그때 갑자기 그들은 모두 사라졌나이다. 나는 잠시 그곳에 앉아 지켜보고 기다렸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은장검을 등에 메고 활을 집어 들고 그에게 이르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시오.』
그는 내 무릎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나이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보내지 마시오. 여기 있게 해 주소서. 당신은 그들을 데려올 수 없고, 그렇게 하려다가는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옵니다. 서둘러 주소서, 이 사람들과 함께 탈출해야 하나이다. 우리에게는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나이다.』
나는 이르되,
『당신은 배 옆에서 먹고 마시며 지내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야 하나이다. 저는 이 일을 해야만 하나이다.』
나는 배와 해안을 떠나 신성한 숲길을 가로질러 걸어 올라갔나이다. 마녀 키르케의 큰 저택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나이다. 그는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하는 가장 귀여운 사춘기 소년 같았나이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이르되,
『어찌하여 혼자 이 언덕을 넘었느냐. 불쌍한 자여, 자네는 이곳을 알지 못하는군. 자네 부하들은 키르케의 집에서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혔네. 자네가 그들을 풀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하려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네도 그들과 함께 여기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네. 자, 키르케의 집에 들어갈 때 자네를 지켜 줄 해독제를 받아 가게. 이제 내가 키르케의 모든 치명적인 주문과 계략을 알려 주겠네. 그녀는 자네에게 독이 섞인 물약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자네는 내가 준 약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법은 자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긴 지팡이로 자네를 공격하면, 날카롭게 갈린 검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이 달려들게. 그녀는 자네를 두려워하며 자네에게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라 할 것이다. 그녀에게 저항하지 말게. 그녀는 여신이니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자네는 친구들을 구하고 자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모든 신들을 걸고 맹세하라 전하게. 다시는 너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옷을 벗고 있을 때 그녀가 너를 해쳐 남자를 무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밝고 변덕스러운 신은 땅에서 식물 하나를 뽑아 내게 보여 주었나이다. 뿌리는 검은색이고 꽃은 우유처럼 하얬나이다. 신들은 이 식물을 몰리라고 불렀나이다. 필멸의 인간은 이 식물을 캐내기 어려우나, 신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나이다. 그런 다음 헤르메스는 숲이 우거진 섬을 지나 높은 오림산으로 날아갔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집으로 들어갔나이다. 걸어가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나이다. 나는 문간에 서서 그녀를 보았나이다. 땋은 머리를 한 아름다운 키르케였다. 내가 부르자 그녀는 듣고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였나이다. 나는 초조하게 그녀를 따라갔나이다. 그녀는 나를 발판이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은장식 의자로 안내하였나이다. 그녀는 금잔에 나를 위해 음료를 섞고 약을 넣었나이다. 그녀는 나에게 해를 끼치기를 바랐나이다. 나는 그것을 마셨으나 마법은 통하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내리치며 이르되,
『이제 가거라. 돼지우리로 나가서 네 부하들과 함께 누워라.』
그러나 나는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칼을 뽑아 그녀를 죽이려는 듯 달려들었나이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칼을 피하였고, 내 무릎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물었나이다.
『당신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의 도시는 어디이옵니까. 당신의 부모는 누구이옵니까. 내 물약을 마시고도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나이다. 다른 어떤 남자도 그것을 마시고 마법의 유혹을 견뎌 내지 못하였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다르나이다. 당신의 마음은 마법에 걸리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틀림없이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오지수일 것이옵니다. 황금 지팡이를 든 밝게 빛나는 헤르메스가 당신이 빠른 배를 타고 토래성에서 이곳으로 항해해 올 것이라 여러 번 말해 주었나이다. 이제 칼을 칼집에 넣고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시오.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키르케여, 내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놓고, 나를 유혹해서 잠자리에 들자 한 다음, 내 용기와 남성성을 빼앗으려 하다니, 어찌 내게 당신을 부드럽게 대하라 명령할 수 있소. 당신이 다시는 나를 해치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과 잠자리에 들지 않겠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즉시 내가 요구한 대로 맹세하였나이다. 그녀는 맹세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키르케의 눈부신 침대로 올라갔나이다.
그동안 그녀의 시녀 네 명이 궁궐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이다. 그들은 샘과 숲,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는 신성한 강의 딸들인 산령녀들이었나이다. 한 시녀가 의자 위에 보라색의 고운 천을 깔고 그 아래에 돌을 놓았나이다. 각 의자 옆에는 또 다른 하녀가 은으로 된 탁자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금으로 된 바구니를 올려놓았나이다. 세 번째 하녀는 은그릇에 달콤하고 기분 좋은 포도주를 섞어 금잔에 따랐나이다. 네 번째 하녀는 물을 가져와 커다란 삼각대 아래에 불을 지펴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나이다. 구리 가마솥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나를 욕조로 데려가 머리와 어깨를 씻어 주었나이다. 내 영혼을 짓누르는 깊은 피로를 없애 주기 위해 완벽한 온도로 맞춘 물을 사용하였나이다. 목욕 후, 그녀는 내 피부에 기름을 바르고 고운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리고 은으로 장식된 정교하게 조각된 의자로 나를 안내하고 그 아래에 발판을 놓아 주었나이다. 또 다른 하녀는 금으로 된 물병에 물을 가져와 은그릇에 부어 내 손에 부어 주었나이다. 그녀는 근처에 윤이 나는 탁자를 차려 놓았나이다. 요리사는 빵을 가져와 푸짐한 음식을 차려 놓았고, 키르케는 나에게 먹으라 하였나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나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나이다.
키르케는 내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아니하고 슬픔에 잠겨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 곁에 서서 물었나이다.
『오지수여, 어찌하여 그렇게 말없이, 마치 벙어리처럼 앉아서 속을 게워내며 연회 음식도 술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억하건대, 나는 이미 맹세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나는 이르되,
『키르케여, 안 됩니다. 어떤 양심적인 사람이 자기 부하들을 직접 보고 풀어 주기 전에 음식을 맛보거나 술을 마실 수 있겠나이까. 그렇게 먹고 마시라 하신다면, 그들을 풀어 주소서. 그래야 내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키르케는 지팡이를 든 채 연회장을 나와 돼지우리를 열고 그들을 쫓아냈나이다. 그들은 여전히 살찐 멧돼지처럼 크고 다 자란 모습이었나이다. 그들은 키르케 앞에 섰나이다. 위엄 있는 키르케는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각각에게 새로운 약을 발랐나이다. 그 약 때문에 그들의 몸에는 굵은 돼지털이 돋아났나이다. 뻣뻣했던 털이 모두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남자들이었는데, 전보다 젊고 훨씬 잘생기고 키도 컸나이다.
그때 그들은 저를 알아보았나이다. 각자 저를 꼭 껴안고 절망에 빠져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나이다. 집안은 시끌벅적하였고, 심지어 아내조차도 그들을 불쌍히 여겼나이다. 아내는 제게 다가와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내시나이다. 이제 바닷가에 있는 당신의 빠른 배로 가시오.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당겨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으로 옮기시오. 그런 다음 충성스러운 부하들과 함께 돌아오시오.』
제 마음은 동의하였나이다. 저는 해안에 있는 제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배 옆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엉엉 울고 있었나이다. 마치 소떼가 목초지에서 마당으로 돌아올 때처럼, 어린 암소들이 우리에서 뛰쳐나와 어미에게 달려가고, 어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울부짖는 것 같았나이다. 그래서 내 부하들은 나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였고, 마치 고향인 험준한 이탁도 땅,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나이다. 흐느끼며 그들은 외쳤나이다.
『오, 주인님이여.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마치 우리 고향 이탁도로 돌아온 것 같나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이르되,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려 식량과 모든 장비를 동굴 안에 넣어 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서둘러 나와 함께 가서 키르케 여신의 성소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보라. 그들은 영원히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믿었으나, 에우리로코스는 경고하되,
『바보들아. 어찌하여 거기로 가려 하느냐.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길을 택하여 키르케의 집에 들어가려 하느냐. 그곳에서 그녀는 우리 모두를 돼지나 늑대, 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의 웅장한 집을 지키도록 강요할 것이다. 독안거인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기억하느냐. 우리 친구들은 이 무모한 군주와 함께 그의 집에 갔느니라. 그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두 죽었느니라.』
그 순간, 나는 튼튼한 허벅지에 숨겨 둔 긴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어 땅에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나이다. 비록 그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말이다. 그때 부하들이 나를 말리며 이르되,
『안 됩니다, 왕이시여, 제발 그를 보내 주소서. 그가 여기 남아서 배를 지키도록 하소서. 저희가 왕을 따라 키르케의 성지로 가겠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갔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거기에 머물지 아니하고, 내 꾸지람이 두려워 왔나이다.
그동안 키르케는 다른 사람들을 풀어 주고, 자신의 집에서 그들을 부드럽게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나이다. 그리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혔나이다. 우리는 연회장에서 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남자들은 서로 다시 얼굴을 마주 보자 울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흐느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나이다. 여신은 내 옆에 서서 이르되,
『왕이시여, 영리한 오지수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시여, 이제 이 슬픔을 부추기지 마시오. 나는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이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에서, 그리고 육지에서 적대적인 사람들로부터 큰 고통을 겪었음을 아나이다. 그러나 이제 먹고 마실 시간이다. 이탁도를 떠날 때 가졌던 열정을 되찾아야 하느니라. 당신은 지치고 상심하여 항상 고통과 방황에만 사로잡혀 있나이다. 마음속으로 기쁨을 느껴 본 적이 없나이다. 너희는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 냈느니라.』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매일 그곳에서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를 마시며 잔치를 벌였나이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고,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긴 하루하루가 흘러가자,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나를 불러 이르되,
『신들의 인도를 받으소서. 이제 조국을 생각할 때이옵니다. 당신들이 살아남아 높은 지붕의 집과 조상의 땅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면 말이옵니다.』
내 전사의 영혼은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 질 때까지 온종일 고기와 달콤하고 독한 포도주 잔치에 앉아 있었나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그들은 어둑한 궁전 안에서 잠자리에 들었나이다. 나는 키르케의 화려한 침대로 가서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의 무릎을 만졌나이다. 여신은 내 기도를 들었나이다.
『키르케여,』 나는 이르되, 『저를 고향으로 보내겠다는 당신의 맹세를 지켜 주소서. 이제 제 마음은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제 부하들도 간절히 떠나고 싶어 하나이다. 당신이 부재중일 때마다 그들은 끊임없는 탄식으로 저를 지치게 하나이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하였나이다.
『레르테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왕 오지수여, 모든 도전을 극복한 자여, 당신은 원치 않게 제 집에 머물 필요가 없나이다. 그러나 먼저 다른 여정을 완수해야 하나이다.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예언자이자 눈먼 티레시아스에게 조언을 구하시오. 페르세포네는 죽어서도 그에게만 완전한 통찰력을 주었나이다. 다른 영혼들은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 뿐이옵니다.』
그 말에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침대에 앉아 울었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과 빛나는 태양을 보고 싶은 마음을 잃었나이다. 흐느껴 울고 슬픔에 잠겨 뒹굴다가 마침내 그녀에게 이르되,
『그러나 키르케여, 누가 이 여정을 안내해 줄 수 있나이까. 이전에는 아무도 배를 타고 염라국으로 간 적이 없나이다.』
그러자 여신이 즉시 대답하였나이다.
『오지수 왕이시여, 당신은 지혜로우시나이다. 배를 조종할 조종사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하얀 돛을 펼치고 자리에 앉으시오. 북풍이 배를 밀어 줄 것이옵니다. 대양을 건너면 버드나무가 시들어가는 열매를 떨어뜨리고 페르세포네의 숲에 우뚝 솟은 미루나무가 자라는 해안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깊고 소용돌이치는 대양에 배를 묶고 염라국의 넓은 거처로 가시오. 화열강과 시천강의 지류인 코키토스는 모두 아케론 강으로 흘러 들어가나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바위 옆에서 울려 퍼지나이다. 용감한 사람이여, 그곳으로 가서 폭과 길이가 각각 한 규빗인 구덩이를 파고 그 주위에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을 부으시오. 먼저 꿀물을 붓고, 그 다음에는 단 포도주를, 마지막으로는 물을 부으시오. 보리를 뿌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에게 간청하시오. 이탁도의 황량한 땅에 이르면, 네 궁전에서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 한 마리를 잡아 불에 쌓아 올리고, 티레시아스에게만 네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수한 검은색 숫양 한 마리를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라. 모든 유명한 죽은 자들에게 기도한 후,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암양 한 마리를 도살하여 에레보스에게 보내되, 너 자신은 세차게 흐르는 강 쪽으로 돌아서라. 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런 다음 네 부하들에게 잔혹한 청동기에 의해 죽은 양들의 가죽을 벗기고, 강력한 염라국과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며 불태우라 하라. 그리고 칼을 뽑아 앉으라. 티레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무도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예언자가 곧 와서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를 건너는 너의 여정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다.』
황금빛 옥좌에 새벽빛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키르케는 내게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나이다. 여신은 섬세하고 고운 천으로 만든 긴 흰 드레스를 입고 금빛 허리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베일을 쓰고 있었나이다.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불렀나이다. 나는 각 부하 옆에 서서 말로 그들을 깨웠나이다.
『일어나라. 이제 더 이상 달콤한 잠에 빠져 있지 마라. 가야 한다. 여신께서 지시를 내리셨느니라.』
그들은 내 말대로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나는 부하들을 무사히 데리고 나갈 수 없었나이다. 가장 어린 엘페노르라는 부하가 있었는데, 그는 전쟁에 그다지 용감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다지 영리하지도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술에 취해 시원함을 찾으려고 키르케의 집 높은 곳에 동료들과 떨어져 누워 있었나이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와 분주한 소리, 친구들의 움직임을 듣고는 높은 사다리를 내려가는 것을 잊고 재빨리 벌떡 일어섰나이다. 그는 지붕에서 곤두박질쳐 떨어져 척추 바로 위에서 목이 부러졌나이다. 그의 영혼은 염라국으로 내려갔나이다.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르되,
『아마도 당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겠으나,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테베의 영혼인 티레시아스를 만나야 한다 말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들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나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 울고 옷을 찢었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애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나이다. 우리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있는 우리의 빠른 배로 내려갔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펑펑 흘렸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와서 검은 암양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를 배 옆에 묶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사라졌나이다. 신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누가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겠나이까.
==제11권 저승==
이에 우리는 바다에 이르러 먼저 반짝이는 소금물에 배를 띄우고 돛대와 돛을 세운 다음 양들을 배에 올렸도다.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눈물을 쏟아 내었느니라. 그러나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가 우리에게 바람을 보내어 돛을 가득 채우게 해 주었으며, 순풍이 짙푸른 뱃머리 뒤에서 우리를 인도하였도다. 우리는 장비를 정비하고 자리에 앉으니, 바람과 항해사가 우리의 항로를 곧게 인도하였느니라.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니, 우리는 깊이 흐르는 대양의 끝자락, 키메리아인들이 살고 도시를 세운 곳에 이르렀도다. 그들의 땅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빛나는 태양신은 별이 빛나는 하늘로 떠오를 때나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올 때나 결코 그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지 아니하였느니라. 그곳의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파괴적인 밤이 세상을 뒤덮었도다.
우리는 배를 해변에 대고 양들을 몰아낸 다음, 여신이 우리에게 가야 한다고 말했던 대양의 물줄기를 찾아 나섰느니라.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가 제물을 바치니, 나는 칼을 뽑아 가로세로 한 길의 구덩이를 파고 죽은 자들을 위해 제물을 부었도다. 먼저 꿀물을 붓고, 달콤한 포도주를 붓고,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으며, 그 위에 보리를 뿌리고, 고향에 돌아가면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가장 좋은 어린 암소를 제물로 바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제물로 제단을 높이 쌓겠다고 엄숙히 맹세하였느니라. 티레시아스를 위해서는 내 양떼 중 가장 좋은 순종 검은 양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이렇게 맹세하며 죽은 자들을 불렀도다.
양들을 가져다가 구덩이 위에서 목을 베니 검은 피가 흘러나왔으며, 영혼들이 에레보스 산에서 올라와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십 대 소년 소녀들과 오랜 세월 고통받은 노인들, 젊은 나이에 노동으로 목숨을 잃은 신부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은 채 청동 창에 베인 많은 남자들이 있었느니라. 그들은 사방에서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구덩이 주위로 몰려들었으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도다. 창백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나는 부하들을 깨워 내가 죽인 양의 가죽을 벗기고 불태우며 염라국과 페르세포네에게 기도하라고 명령하였도다. 나는 칼을 뽑아 들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섰으니,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로다.
먼저 아직 땅에 묻히지 못한 내 부하 엘페노르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우리는 다른 일에 너무 바빠서 그의 시신을 키르케의 집에 장례도 치르지 않고 남겨 두었도다. 그를 보자 나는 가엾음에 울며 이르되,
“엘페노르야, 어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네가 걸어온 것이 내가 배를 타고 온 것보다 더 빠르구나.”
그가 신음하며 대답하되,
“오지수 폐하, 폐하는 모든 상황을 잘 헤쳐나가시나이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불운하였고,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혼미해졌나이다. 키르케의 집 위층에 누워 있었는데, 지붕에서 내려올 때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나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떨어졌으며, 목이 척추에서 부러져 제 영혼은 염라국으로 떨어졌나이다. 당신이 버리고 간 부하들, 그 부재중인 자들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의 아내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 주신 아버지를 두고 맹세하나이다! 그리고 집에 홀로 버려두신 당신의 아들 태명을 두고 맹세하나이다! 당신이 염라국을 떠나 아이아이아에 다시 배를 정박할 때, 부디 저를 기억해 주소서. 저를 그곳에 묻지도 않고, 눈물도 애통함도 없이 버려두지 마소서. 그렇지 않으면 신들께서 당신에게 노하실 것이니이다. 제 팔과 함께 저를 불태우고 회색 소금 바다 옆에 무덤을 쌓아 주소서. 그러면 후세 사람들이 저와 제 불행을 알게 될 것이니이다. 그리고 제가 살아생전에 동료들과 함께 젓던 노를 무덤에 박아 두소서.”
“가엾은 자여!” 내가 대답하되,
“이 모든 것을 하리라.”
우리는 그곳에 앉아 슬픈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나는 한쪽에서 피 묻은 칼을 꽉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 동료의 유령이 말을 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영혼이 나타났으니, 나의 죽은 어머니, 아우톨리쿠스의 딸 안티클레이아를 보았도다. 나는 신성한 토래성으로 떠날 때 그녀를 살려 두었느니라. 그녀를 보자 나는 연민에 눈물을 흘렸으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티레시아스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였도다.
예언자는 황금 홀을 들고 나타났으며 나를 알아보고 이르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뛰어난 생존자시여, 불쌍한 자여, 어찌하여 태양을 버리고 죽은 자들과 기쁨 없는 이 곳을 보러 왔느냐? 이제 구덩이에서 물러나 날카로운 칼을 들어 내가 피를 마시고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자 나는 은으로 장식된 칼을 칼집에 넣었도다. 그가 탁한 피를 마신 후, 유명한 예언자가 말하되,
“오지수여,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꿀처럼 달콤하게 생각하겠으나, 신들께서는 그것을 쓰디쓰게 만들 것이니라. 해신은 당신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가라앉히지 아니할 것이로다. 당신은 고통받아야 하나, 감정을 다스린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라. 충동과 당신의 부하들에게 경고하노라. 보랏빛 심해에서 돌아서서 트린아키아 섬으로 배를 몰고 가라. 그곳에는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신, 태양신의 소유인 풀을 뜯는 소와 살찐 양들이 있느니라.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내버려 두고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만 집중한다면, 큰 손실이 있더라도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부하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니라. 만일 당신이 스스로 탈출한다면, 당신은 부하들을 모두 잃고 낯선 배를 타고 지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그리고 집에는 침략자들이 당신의 식량을 먹어치우고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니라. 그때 당신은 구혼자들의 폭력에 맞서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하리라. 당신의 궁궐 안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밖에서, 날카로운 청동 무기로 그들을 죽여야 하느니라. 그들이 죽고 나면, 당신은 떠나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를 가져다 주어야 하리라. 그들은 배의 붉은 뱃머리도, 배의 날개와 같은 노도 본 적이 없느니라.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징조를 예언하노라. 당신이 등에 짊어진 것을 키라고 부르는 여행자를 만나면, 그 노를 땅에 박고 해신에게 황소와 멧돼지를 제물로 바치라.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사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순서대로 거룩한 헤카톰을 바치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편안한 노년의 삶과 번성하는 백성을 맞이하며, 너에게 온화한 죽음이 찾아올 것이로다. 그렇게 될 것이니라.”
내가 이르되,
“티레시아스여, 신들께서 제게 이런 운명을 정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실로 말해 주소서. 저는 어머니의 영혼이 피 곁에 조용히 앉아 저에게 말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을 보았나이다! 주님,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제가 티레시아스라는 것을 알아보시게 할 수 있으리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설명하기 쉬운 문제라. 네가 이런 영혼 중 하나를 피 곁에 오도록 허락하면, 그 영혼은 너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로다. 네가 그들을 밀어내면, 그들은 다시 떠나야 하느니라.”
그렇게 말하고 예언자 영혼 티레시아스는 염라국의 집으로 떠났도다. 나는 어머니가 와서 피를 마실 때까지 그곳에 꼼짝 않고 서 있었느니라. 어머니는 그때 나를 알아보고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이르되,
“내 아이야!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어둠 속에서 여기까지 왔느냐? 이곳은 산 사람이 보기 힘든 곳이라. 거대한 강과 무시무시한 만들이 있고, 걸어서 건널 수 없는 대양도 있느니라. 배가 필요하니라. 너는 배와 선원들을 거느리고 토래성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헤매다 온 것이냐? 아직 이탁도에 도착하지도 않았고, 집에 있는 아내도 보지 못하였느냐?”
내가 대답하되,
“어머니, 저는 예언자 영혼인 테베의 티레시아스와 상의하기 위해 염라국에 올 수밖에 없었나이다. 아직 그리스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고, 고향에도 도착하지 못하였나이다. 위대한 건웅을 따라 말의 땅 토래성으로 가서 그곳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 이후로 저는 길을 잃고 비참하게 불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말씀해 주소서.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나이까? 오랜 병으로 돌아가셨나이까? 아니면 활의 여신 아림이 부드러운 화살로 당신을 죽이셨나이까? 제가 두고 온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소서. 그들은 여전히 왕으로 존경받고 있나이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왕위를 계승하고 제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나이까? 그리고 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씀해 주소서. 그녀는 우리 아들과 함께 남아 그의 양육에 전념하고 있나이까, 아니면 아카이아인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 그녀와 결혼하였나이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그녀는 굳건하니라. 마음씨가 강하니라. 그녀는 여전히 당신 집에 있느니라. 밤마다 비참하게 보내고 낮에는 눈물로 지내느니라. 그러나 아무도 당신의 왕위를 찬탈하지 못하였도다. 태명은 여전히 온 영지를 무사히 돌보고 영주답게 호화롭게 잔치를 벌이며 항상 회의에 초대받느니라. 당신의 아버지는 시골에 계시니라. 도시에는 오지 않으시며, 담요와 깨끗한 시트가 깔린 제대로 된 침대에서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느니라. 겨울에는 집 안에서 불 옆에 누워 노비들과 함께 재 속에 누워 주무시고, 옷은 누더기이니라. 여름과 수확철에는 떨어진 낙엽 더미가 그의 잠자리가 되느니라. 그는 그곳에 누워 슬픔에 잠겨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시니, 그의 노년은 쉽지 아니하니라. 그래서 저도 그런 운명을 맞이하여 죽었도다. 여신이 집에서 저를 쏘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며, 병이 내 팔다리의 기력을 앗아가며 길고 잔혹한 쇠약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라. 아니, 오지수, 나의 햇살이여, 당신이 그리웠던 것이로다. 당신의 날카로운 지성과 따뜻한 마음이 내게서 달콤한 생명을 앗아갔느니라.”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영혼을 품에 안고 싶었도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느니라. 세 번이나 어머니를 만지려 애썼으나, 세 번 모두 어머니의 유령은 그림자처럼, 혹은 꿈처럼 내 품에서 떠나갔도다. 날카로운 고통이 더욱 깊어지며 내가 울부짖되,
“안 되옵니다, 어머니! 왜 저와 함께 있어 주지 않으시나이까? 이 지옥에서라도 저를 안아 주소서. 서로 사랑하는 팔을 감싸 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위안을 찾고 싶나이다! 그러나 이분이 정말 어머니시옵니까? 아니면 여왕이 제 슬픔을 더 키우려고 유령을 보낸 것이옵니까?”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되,
“오, 내 아이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로다. 페르세포네가 너를 속이는 것이 아니니라. 이것이 인간이 죽으면 지켜야 할 규칙이니라. 우리의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붙잡고 있지 아니하느니라. 생명이 하얀 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타오르는 불길이 시체를 태워 버리느니라. 영혼은 날아가 버리고 곧 꿈처럼 사라지느니라. 이제 서둘러 빛을 향해 가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 훗날 당신의 아내에게 이야기하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페르세포네가 보낸 몇몇 여인들, 곧 전사들의 딸들과 아내들이 왔으며, 그들은 핏자국 주위에 몰려들었도다. 나는 그들 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계획을 세웠느니라. 나는 칼을 뽑아 그들이 한데 모여 피를 마시지 못하게 막았으며, 그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하였도다.
첫 번째는 명문가 출신의 티로였는데, 살모네우스의 딸이자 아이올로스의 아들 크레테우스의 아내였도다. 그녀는 세상에 물을 쏟아붓는 모든 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니페우스 강과 사랑에 빠졌으며, 종종 그의 아름다운 강가를 찾아갔느니라. 해신은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강어귀에서 그녀와 함께 누웠도다. 그들 주위로 산처럼 높이 솟은 짙은 푸른 파도가 굽이쳐 신과 인간 여인을 가렸느니라. 거기서 그는 그녀의 허리띠를 풀고 그녀를 잠들게 하였으며, 신은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여인이여, 이 사랑을 기뻐하라. 너는 내년에 영광스러운 자녀를 낳을 것이로다. 신과의 관계는 언제나 자손을 낳느니라. 그들을 잘 보살피고 기르도록 하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내가 누구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그러나 내가 너에게 말하리니, 나는 땅을 흔드는 해신이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도다. 그녀는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둘 다 건장한 아이들이었고 전능한 상제를 섬겼느니라. 펠리아스는 양이 풍부한 이올코스의 넓은 들판에 살았고, 그의 동생은 모래 언덕인 필성에 살았도다. 그리고 그녀는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손, 페레스, 그리고 전차를 사랑했던 아미타이온을 더 낳았느니라.
그리고 그녀 후에 나는 안티오페를 보았는데, 그녀는 상제의 품에서 잠들었다고 말하며 두 아들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도다. 그들은 일곱 개의 문이 있는 도시 테베의 최초 정착민들이었으며, 그들은 강했으나 방어 시설 없이는 드넓은 평원에서 살 수 없었느니라.
그 다음 나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보았는데, 그녀는 위대한 상제에게서 용감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도다. 그리고 나는 오만한 크레온의 딸이자 불굴의 헤라클레스의 아내인 메가라를 보았느니라.
나는 무지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른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를 보았도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였으니,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와 결혼하였느니라. 신들께서 인간에게 진실을 드러내시니, 그들의 치명적인 계략을 통해 그는 고통 속에서도 테베의 카드메인들을 다스렸도다. 그러나 에피카스테는 염라국의 문을 넘어갔으며, 올가미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니라. 그녀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복수의 여신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남겼도다.
그리고 나는 오르코메노스의 미니안들을 다스리던 암피온의 막내딸 클로리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아름다웠고, 넬레우스는 그녀에게 값진 혼수를 바쳤도다. 그녀는 필성의 여왕이었고, 크로미우스, 네스토르, 페리클리메누스, 그리고 용맹한 피로를 낳았느니라. 피로는 너무나 뛰어난 용맹을 지녀 모든 남자들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였으나, 넬레우스는 필성에서 이피클레스의 고집 센 소떼를 몰아낼 수 있는 남자와만 결혼을 허락하였도다. 예언자 멜람푸스만이 유일하게 시도하였으나, 신들께서 그를 막고 저주하시니, 목동들이 그를 쇠사슬로 묶었느니라. 날과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마침내 이피클레스는 예언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풀어 주었으며, 상제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로다.
그리고 나는 틴다레우스의 아내 레다를 보았느니라. 그녀는 그에게 두 명의 강인한 아들, 기마병 카스토르와 권투에 능한 폴리데우케스를 낳았도다. 생명을 주는 대지는 그들을 품고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상제께서 저승에서도 그들을 존경하시니, 그들은 번갈아 살고 죽으며 신처럼 숭배받느니라.
그리고 나는 알로에오스의 아내 이피메데이아를 보았는데, 그녀는 해신과 동침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였도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 다 짧은 생을 마감하였으니, 오투스와 유명한 에피알테스였느니라. 비옥한 대지는 그들을 오리온 다음으로 키가 큰 영웅으로 키워 내었도다. 아홉 살 때 그들은 너비가 아홉 큐빗, 높이가 아홉 파덤에 달하였으며, 불멸의 신들에게 무시무시한 전쟁의 소음을 불러일으켰고, 오사와 펠리온 산을 나무와 잎사귀까지 모두 오림 산 높은 곳에 올려놓으려 하였느니라. 만약 그들이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나, 상제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이 그들을 죽였도다. 그들은 어린 턱에 솜털이 나기도 전에, 수염이 얼굴을 뒤덮기도 전에 죽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파이드라, 프로크리스, 그리고 위험한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를 보았도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오려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느니라. 여신 아림은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비난했을 때 디아 섬에서 그녀를 죽였도다. 그 후 마에라, 클리메네, 에리필레가 왔는데, 그녀는 황금 뇌물을 받고 남편을 죽였느니라. 제가 그곳에서 본 유명한 왕비와 딸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나이다. 거룩한 밤이 끝나기 전에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이다. 저는 선원들과 함께 배에서 자야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자야 하나이다. 저는 신들을 알고 있으니, 당신들이 제 여정을 도울 것이니이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홀에서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며 귀를 기울였도다. 흰 팔을 가진 아례희가 말하되,
“무릉도인들이여! 그를 보라! 얼마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인가! 게다가 얼마나 총명한가! 그는 나의 특별한 손님이지만, 여러분 모두 우리와 같은 영주의 지위를 공유하고 있으니 너무 빨리 그를 내쫓지 말라. 그리고 그가 떠날 때 관대하게 대해야 하느니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신들의 뜻으로 보물이 풍족하니라.”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노련한 예개우가 이르되,
“현명한 왕비께서 옳으셨나이다, 여러분. 왕비의 말씀대로 하소서. 그러나 먼저 알진오 왕께서 말씀하시고 행동하셔야 하나이다.”
왕이 이르되,
“내가 이 뱃사람들의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에는 왕비의 말씀대로 하라. 손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침까지 머물게 해 주라. 그때 모든 선물을 드리리라. 여러분 모두 그를 도우겠으나, 내가 이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으니 내가 가장 많이 도울 것이로다.”
오지수는 신중하고 재치 있게 대답하되,
“모든 백성의 왕이신 알진오 왕이시여, 만약 저에게 작별 선물을 주시고 떠나보내기 전에 이곳에 일 년 동안 머물라고 권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나이다. 보물을 가득 안고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니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존경하고 이탁도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니이다.”
알진오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세상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품고 있느니라.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기꾼과 도둑들도 많으나, 자네를 보니 그런 부류가 아니로다. 자네의 이야기에는 우아함과 지혜가 담겨 있느니라. 자네는 마치 뛰어난 시인처럼 모든 그리스인들의 고난, 그리고 자네 자신이 겪은 고통까지 이야기하였도다. 자, 이제 자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서 전쟁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겪은 친구들의 영혼을 보았는지 말해 주라. 밤은 아직 길고, 잠들 시간은 아니니라.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라! 자네가 겪었던 위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꺼이 들으리라.”
오지수는 정중하게 대답하되,
“알진오 왕이시여,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이기도 하나, 잠을 잘 때이기도 하나이다.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그러나 토래성의 비명과 전투 소음을 피해 간신히 탈출하였으나, 나중에 집에서 악한 아내에게 살해당한 제 친구에 대한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성스러운 페르세포네께서 여인들의 유령을 흩어지게 하시니 그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도다. 건웅의 유령은 아이기스토스의 집에서 그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다른 이들과 함께 슬픔에 잠겨 나타났느니라. 그는 피를 마시고 나서야 저를 알아보았으며, 큰 소리로 울며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손을 뻗었도다. 필사적으로 저를 만지고 싶어 하는 듯하였으나, 그의 기력과 힘, 그리고 한때 가졌던 유연함은 모두 사라져 있었느니라. 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쌍히 여겼으며 외치되,
“인간의 왕이시여, 건웅 왕이시여! 어떻게 돌아가셨나이까? 어떤 불운이 당신을 덮쳤나이까? 해신이 그를 깨운 것이옵니까? 혹독한 바람이 불어 당신의 배를 난파시켰나이까? 아니면 육지에서 적의 양이나 소떼를 훔치거나, 그들의 도시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사백 명이 넘는 적에게 살해당하였나이까?”
그가 즉시 대답하되,
“상제의 왕이시여, 오지수여! 나는 생존자이니라! 아니다. 해신이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켜 내 배를 난파시킨 것이 아니며, 육지에서 적들이 정당방위로 나를 죽인 것도 아니니라. 아이기스토스가 내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를 죽이려고 계획하고 살해하였도다. 그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마치 마구간에서 소를 도살하듯이 죽였느니라. 얼마나 끔찍한 죽음이냐! 내 부하들은 마치 부유한 영주의 집에서 잔치나 결혼식, 연회를 위해 돼지를 도살하듯이 무참히 살해당하였도다. 당신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백병전에서 학살당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나, 당신이 직접 그런 일을 겪는다면 더욱 깊은 슬픔을 느낄 것이로다. 음식과 포도주가 쌓인 탁자 아래 우리가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바닥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느니라. 간교한 클리템네스트라가 내 옆에서 죽인 프리아모스의 딸, 불쌍한 카산드라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렸도다. 칼에 찔려 죽어가는 순간, 나는 땅에서 팔을 들어 올리려 애썼으나, 그 암캐 같은 여자는 등을 돌렸느니라. 나는 지옥으로 갔으며, 그녀는 내 눈도 감겨 주지 않았고 입도 다물게 해 주지 아니하였도다. 아내가 남편을 그렇게 배신하는 것보다 더 역겨운 짓은 없느니라. 그 여자는 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도다! 그녀의 남편을!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노비들과 자식들은 나를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녀는 너무나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여자들, 심지어 착한 여자들까지도 수치에 빠뜨렸느니라.”
내가 소리치되,
“저주받아라! 상제께서는 항상 여자들을 통해 아트레우스 가문에 재앙을 가져오셨도다. 많은 남자들이 헬렌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클리템네스트라는 당신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당신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느니라.”
그러자 그가 즉시 대답하되,
“그러니 아내를 너무 잘 대해 주지 말라. 아는 것을 다 알려 주지 말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숨기라. 그러나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로다, 오지수여. 현명한 연로비는 그런 짓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아니하니라. 우리가 전쟁터로 떠날 때 당신의 아내는 아주 어렸으며,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이제 다 큰 아이가 되었으리라. 당신이 집에 돌아와 아들을 보면 무척 기뻐하며 아버지를 껴안을 것이니,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니라. 제 아내는 제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억눌렀으며, 아내가 먼저 저를 죽인 셈이니라.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충고 하나 하겠노라. 명심하라. 고국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 배를 정박하지 말라. 조용히 움직이라. 요즘 세상에 여자를 믿는 사람은 없느니라. 그런데 제 아들 소식은 없느냐? 살아 있느냐? 오르코메노스에 있느냐, 아니면 모래 언덕의 필성에 있느냐, 아니면 사필성의 면나수와 함께 있느냐? 내 훌륭한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로다.”
건웅이 대답하되,
“건웅이여, 왜 그런 것을 묻느냐? 나는 그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느니라. 가설을 세워 봤자 소용없느니라.”
우리는 서로에게 쏟아낸 쓰라린 말 때문에 깊이 슬퍼하며 펑펑 울었도다. 그때 아길수와 파트로클로스, 안틸로코스, 그리고 그리스인 중 아길수 다음으로 가장 잘생기고 체격이 좋았던 아이아스의 영혼이 나타났느니라. 아길수는 나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르되,
“오지수여, 이 여우 같은 놈아!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 것이냐? 어떻게 감히 염라국까지 내려올 수 있었느냐? 여기에는 감각이 마비된 죽은 자들, 지쳐 쓰러진 불쌍한 인간들의 영혼이 살고 있느니라.”
내가 이르되,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 아길수여, 나는 이 바위투성이 이탁도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티레시아스를 만나러 왔나이다. 나는 그리스에도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고, 고향은 말할 것도 없나이다. 운이 정말 나빴나이다. 그러나 누구의 운도 자네만큼 좋았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로다. 자네가 살아있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자네를 신처럼 존경하였도다. 이제 자네가 이 세상에 왔으니 죽은 자들 사이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느니라. 아길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마소서.”
그러나 그가 대답하되,
“오지수여,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 죽은 자들의 왕으로 군림하느니 차라리 가난한 농부에게 고용된 일꾼이 되는 게 낫겠느니라. 그러나 어서 와서 내 아들에 대해 말해 주라. 소식이 있느냐? 전쟁터로 나가 지도자가 되었느냐? 그리고 내 아버지 필우는 어떠냐? 아직도 미르미돈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고 있느냐? 아니면 늙고 허약해져서 프티아와 그리스에서 학대받고 있느냐? 이제 나는 햇빛을 등지고 떠났기에, 토래성 평원에서 최고의 토래성인들을 죽이던 때처럼 그리스인들을 도울 수 없느니라. 만약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아버지 댁으로 잠시라도 갈 수 있다면, 아버지를 해치고 모욕하는 자들이 내 손이 무적이지 않기를 바라게 만들겠느니라.”
내가 그에게 대답하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없으나, 당신의 아들, 사랑하는 네오프톨레무스에 대해서는 모두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나는 다른 잘 무장한 그리스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스키로스에서 그를 데려왔나이다. 우리가 토래성에 대한 전략을 세울 때, 그는 항상 네스토르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요점을 정확히 짚어 말하였나이다. 그리고 우리가 토래성에서 싸울 때, 그는 거대한 전투의 인파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는 항상 두려움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전쟁터에서 엄청난 수의 적을 죽였나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죽인 자들의 이름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나이다. 그러나 그는 청동 창으로 텔레포스의 아들 에우리필루스를 베어 죽였나이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데, 위대한 멤논 다음으로 잘생긴 사람이었나이다. 프리아모스가 그의 어머니에게 뇌물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데려온 수많은 케티아인들도 모두 죽임을 당하였나이다. 우리 아르고스 지도자들이 목마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 임무였나이다. 다른 그리스 지휘관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잘생긴 내 아들은 안 되었나이다! 나는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며, 그는 눈물을 닦을 필요도 없었나이다. 목마 안에서 그는 내게 뛰어내리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으며, 칼자루와 무거운 창을 꽉 쥐고 토래성인들을 해치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마침내 우리가 프리아모스의 높은 도시를 함락시켰을 때, 그는 전리품으로 가득 찬 채 목마에 올라탔나이다. 날카로운 청동 창에 상처 하나 나지 아니하였으며, 아레스가 맹렬하게 날뛰는 전쟁에서 그가 겪은 모든 소규모 전투에서 그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아길수의 유령은 아들의 영광스러운 용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도다. 다른 죽은 영혼들도 슬픔에 잠겨 모여들었고, 각자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직 아이아스만이 배 옆에서 재판이 열렸을 때 내가 아길수의 갑옷을 차지한 것에 분노하여 뒤에 남았도다. 영웅의 어머니 테티스와 토래성의 아들들, 그리고 팔라스가 내게 그 무기를 주었느니라. 차라리 이 시합에서 이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무기는 아길수, 필우의 아들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외모와 위업을 지녔던 아이아스가 땅속에 묻힌 것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그에게 화해를 청하며 이르되,
“제발, 위대한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여, 그 저주받은 무기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내려놓을 수 없겠나이까? 죽어서라도 말이니이다. 신들께서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의 탑이었는데, 얼마나 큰 손실이었나이까! 당신이 떠났을 때 우리 그리스인들은 슬픔에 잠겼고, 아길수만큼이나 오랫동안 당신을 애도하였나이다. 상제 외에는 누구도 탓하지 마소서. 그는 그리스 군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우리를 파멸시켰고,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에게 이런 운명을 내린 이유이니이다. 그러나 이제 들어주소서, 폐하. 분노를 가라앉히소서.”
그는 대답하지 않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따라 에레보스로 향하였도다. 그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더 많은 영혼들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르나이다.
저는 그곳에서 황금 홀을 들고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상제의 아들 미노스를 보았느니라. 그들은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는 염라국의 집 안에서 왕에게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하느니라. 저는 또한 외로운 산꼭대기에 살면서 죽였던 짐승들을 아스포델 꽃밭을 가로질러 쫓는 위대한 오리온을 보았도다. 그는 파괴할 수 없는 청동 곤봉을 들고 있었느니라.
그리고 나는 가야의 아들 티우가 아홉 마일이나 뻗어 있는 것을 보았도다. 상제의 연인 레토가 아름다운 파노페우스의 들판을 지나 피토로 가는 길에 상제께서 그녀를 강간하셨느니라. 두 마리의 독수리가 그의 양옆에 앉아 그의 간을 찢고 내장을 파고들었으나, 그는 독수리들을 밀쳐낼 수 없었도다.
나는 턱까지 물에 잠긴 탄탈루스의 고통을 보았느니라. 그는 너무나 목이 말라 마실 물조차 없었도다. 그 노인이 물을 향해 몸을 굽히자 물은 사라져 버렸으며, 어떤 신께서 물을 말려 버리셨느니라. 그의 발치에는 검은 흙이 나타났도다. 키 큰 잎이 무성한 나무에는 달콤한 무화과와 석류, 눈부시게 빛나는 사과와 잘 익은 감람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으나, 그가 손으로 그것들을 잡으려 하자 바람이 그것들을 어두운 구름 속으로 날려 버렸느니라.
그리고 나는 시시포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도다. 그는 두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밀어 언덕 꼭대기로 올리려 온 힘을 다해 애썼느니라. 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다시 무심하게 굴러떨어졌으며, 그러나 그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먼지로 뒤덮인 머리를 한 채 계속해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도다.
나는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환영을 보았느니라. 그는 불멸의 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위대한 상제와 황금빛 헤라의 딸인 아름다운 발목의 헤베와 함께 있었도다. 그의 유령 주위에서 죽은 영혼들은 공포에 질려 새처럼 비명을 질렀느니라. 그는 마치 음산한 밤처럼 걸어 다니며 활집에서 꺼낸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꽂아 넣었으며, 쏘기 직전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도다. 그의 가슴에는 곰, 멧돼지, 사납게 노려보는 눈을 가진 사자, 전투와 사람들의 학살을 묘사한 놀라운 금빛 띠가 둘러져 있었느니라. 나는 이 장면을 디자인한 장인이 다시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이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슬픔에 잠겨 외치되,
“오지수여!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자여, 당신도 내가 지상에 살았을 때처럼 운명의 무게에 시달리는가? 나는 상제의 아들이었으나, 고통은 끝이 없었느니라. 나보다 훨씬 영웅적이지 못한 자의 노비가 되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도다. 그는 한때 나에게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라고 보냈는데,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니라. 나는 허명과 번뜩이는 눈빛의 지혜낭자의 도움을 받아 염라국에서 그 개를 데려왔느니라.”
그는 염라국의 집으로 돌아갔도다. 나는 고대에 죽은 다른 영웅들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았으며, 내가 바라던 대로 신의 아들 피리토스와 테세우스 같은 고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섬뜩한 울부짖음과 함께 몰려들었고, 무시무시한 페르세포네 여왕이 고르곤의 머리를 염라국에서 내보낼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느니라. 그래서 나는 서둘러 돌아가 부하들에게 배에 올라타 밧줄을 풀라고 명령하였도다. 그들은 그렇게 하고 벤치에 앉았으며, 강물은 배를 바다 강 아래로 밀어내었느니라. 처음에는 노를 저어 나아갔고, 나중에는 순풍을 받았도다.
==제12권 어려운 선택들==
「우리 배는 대양의 흐름을 넘어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갓 태어난 새벽이 있는 아이아이아에 이르렀나이다. 새벽은 태양신 헬리우스의 빛과 함께 초원에서 춤을 추는 곳이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배를 대고 하선하여 밝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나이다.
새벽이 일찍, 꽃잎 같은 손가락을 가진 채 밝아오자, 나는 부하들을 키르케의 집으로 보내 죽은 엘페노르의 시신을 가져오게 하였나이다. 우리는 서둘러 나무를 베고 가장 먼 곶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였나이다. 우리는 그의 시신과 장비를 태우고 흙무덤을 쌓은 다음, 그 위에 기둥을 끌어다 놓고 그의 노를 꽂았나이다. 이 모든 의식을 차례로 행하였나이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신 키르케는 우리가 염라국에서 돌아온 것을 알고 노비들을 데리고 서둘러 우리를 맞으러 왔나이다. 노비들은 빵과 고기, 그리고 선명한 붉은 포도주를 가지고 왔나이다. 그녀는 우리 가운데 서서 이르되,
『참으로 놀랍구나. 너희 모두 산 채로 염라국에 갔다니.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죽는데 너희는 두 번 죽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먹고 여기서 하루 종일 포도주를 마시며 지내렴.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떠나라. 내가 너희의 항로를 자세히 설명해 줄 터이니,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어떤 악한 것도 너희를 해칠 틈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집 센 사람이었으나 동의하였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고기와 진하고 달콤한 포도주를 실컷 먹었나이다. 어둠이 내리자 남자들은 배 옆에서 잠이 들었나이다. 그때 키르케가 내 손을 잡고 그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물었나이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나이다. 마침내 키르케가 대답하되,
『이제 그 여정은 끝났다. 그러니 잘 들어라. 내가 좋은 지시를 내릴 터이니, 다른 신이 네가 기억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먼저 너희는 모든 행인을 홀리는 사이렌들에게 가야 한다. 만일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사람은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그곳 초원에 앉아 있는 사이렌들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래로 그를 유혹할 것이다. 그들 주위에는 살점이 뼈에서 썩어 나가고 피부가 오그라든 채 죽어 있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널려 있다. 노를 저어 지나갈 때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넣어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라. 그러나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선원들은 당신을 손과 발로 밧줄을 단단히 묶어 배의 돛대에 똑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묶이면 사이렌의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들에게 풀어 달라 애원하면, 그들은 더 단단한 매듭으로 당신을 묶어야 할 것이다.
사이렌을 지나 항해한 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겠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첫 번째 길은 암피트리테 여신이 거대한 파도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거대한 바위들을 통과하는 길이다. 축복받은 신들은 이곳을 방랑하는 바위라 부른다. 상제에게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가져다주는 비둘기조차도 이곳을 안전하게 날아갈 수 없다. 비둘기 한 마리는 항상 길을 잃는다. 그 깎아지른 절벽 속 깊은 곳에 상제가 또 다른 신을 보내 무리의 수를 회복시켜야 하였느니라. 인간의 배는 그곳을 지나간 적이 없다. 들어가려 하면 파도와 거센 불길이 배의 목재와 사람들의 몸을 집어삼켰느니라. 오직 유명한 아르고호만이 아이에테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항해하였느니라. 강한 해류가 배를 바위 쪽으로 내던졌으나, 이아손을 사랑한 헤라가 그들을 안전하게 인도하였느니라.
두 번째 길로 가면 두 개의 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뾰족한 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걷히지 않는 푸른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도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아니한다. 스무 개의 손과 스무 개의 발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바위를 오르거나 발을 디딜 수 없다. 바위는 마치 매끄럽게 연마된 듯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서쪽, 어두운 에레보스 산을 향해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있다. 위대한 오지수여, 배를 그 동굴 옆으로 몰고 가라. 그 동굴은 너무 높아서 화살로 쏠 수조차 없다. 그곳에는 울부짖고 짖어대는 스킬라가 살고 있다. 끔찍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강아지 같으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신조차도 그녀를 두려워할 정도이다. 그녀는 축 늘어진 다리가 열두 개이고, 목은 여섯 개이며, 각 목에는 끔찍한 머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각 얼굴에는 죽음을 품은 듯한 빽빽한 이빨이 세 줄로 나 있다. 그녀의 배는 텅 빈 동굴 안으로 축 늘어져 있고, 머리는 아득한 협곡 위로 내밀고 바위 주변을 살피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돌고래, 물개, 때로는 거대한 고래까지 잡아먹기도 한다. 포효하는 바다의 여왕 암피트리테는 수많은 생물을 보살핀다. 그곳을 지나가는 뱃사람은 결코 무사하지 못하다. 그녀는 검은 뱃머리를 가진 배에서 입으로 사람을 한 명씩 낚아챈다.
다른 바위는 화살을 쏘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이 두 번째 바위는 더 아래쪽에 있고, 그 위에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아래에서 신성한 카리브디스는 검은 물을 빨아들인다. 하루에 세 번 물을 뿜어내고, 세 번 꿀꺽꿀꺽 마신다. 그녀가 물을 삼킬 때는 그곳을 피해야 한다. 물속으로. 그때는 위대한 해신조차도 너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빨리 노를 저어 스킬라 옆으로 배를 몰고 가라. 여섯 명이라도 잃는 것이 모두 죽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나는 대답하였나이다.
『여신이시여, 제발 진실을 말씀해 주소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카리브디스를 피해 스킬라가 내 부하들을 죽이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이까.』
여신이 대답하되,
『아니, 어리석은 자여. 네 마음은 아직도 전쟁에 사로잡혀 있구나. 그러나 이제 신들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녀는 필멸자가 아니다. 불멸의 악, 무시무시하고 사납고 잔인한 존재이다. 너는 그녀와 싸울 수 없다. 최선의 해결책이자 유일한 길은 도망치는 것이다. 바위 옆에서 무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녀는 여섯 개의 머리로 다시 공격해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스킬라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힘인 크라타이스에게 도움을 청하라. 그녀는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 준 존재이다. 여신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가라. 그러면 너는 헬리우스가 양과 소를 기르는 트리나키아라는 섬에 도착할 것이다. 한 무리에 쉰 마리씩, 총 일곱 무리가 있다. 그들은 번식도 하지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하며, 그들을 돌보는 자들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신 파에투사와 람페티아, 빛나는 네이라와 헬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빛나는 딸들이다. 그녀는 그들을 키운 후, 아버지의 양과 소를 지키도록 외딴 트리나키아로 보냈느니라. 만일 고향을 기억하고 소들을 해치지 않는다면, 마침내 이탁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소들을 해친다면, 당신의 배와 선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을 예언한다.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모든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채 늦게, 그리고 수치스럽게 돌아올 것이다.』
키르케가 말을 마치자 새벽의 황금 옥좌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녀는 섬을 가로질러 걸어갔나이다. 나는 배로 돌아가 선원들을 깨워 배에 오르게 하고 뱃머리 밧줄을 풀도록 하였나이다. 그들은 배에 올라타 각자 자리에 앉아 노로 회색빛 바닷물을 저었나이다. 검은 뱃머리를 가진 우리 배 뒤에서 무시무시한 여신 키르케는 돛을 채우는 친절한 바람을 보내 주었나이다. 우리는 재빨리 돛대를 정리하였고, 바람과 조타수가 배를 조종하였나이다. 그러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선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키르케가 내게 알려 준 계시는 나 혼자만 아는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여러분과도 나누겠나이다. 진실을 알고 죽거나, 아니면 탈출할 수 있나이다. 키르케는 우리가 저승의 세이렌들의 목소리를 피해야 하고, 그들의 꽃밭을 지나쳐야 한다 하였나이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나를 밧줄로 묶어 돛대에 똑바로 세워 두시오. 내가 간청하고 명령하면, 내 밧줄을 더 세게 묶어 더욱 꽉 묶어 주시오.』
이렇게 나는 그들에게 모든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였나이다. 곧 잘 만들어진 우리 배는 순풍을 타고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졌고,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었나이다. 고요함이 찾아왔나이다. 어떤 정령이 파도를 잠재운 듯하였나이다. 선원들은 일어나 돛을 내리고 선창에 넣었나이다. 그들은 노를 저어 매끄러운 나무 노가 물을 하얗게 물들였나이다. 나는 양손으로 밀랍 덩어리를 쥐고 잘게 잘랐나이다. 단단하게 반죽하고 햇볕에 데운 반죽을 차례로 각자의 귀에 발라 주었나이다. 그들은 내 손발을 돛대에 꼿꼿이 세운 채 묶었나이다. 그들은 앉아서 노를 저었나이다. 우리는 빠르게 나아갔고,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우리 배가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나이다.
『오지수여. 이리 오시오. 당신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잘 알려져 있소. 그리스의 영광이시여. 이제 배를 멈추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듣소. 이 음악은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은 더 큰 지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오소.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토래성에서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겪은 모든 고통을 알고 있고, 세상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다 알고 있기 때문이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듣고 싶었나이다. 나는 부하들에게 나를 풀어 주라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들에게 찡그렸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노를 저었나이다.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일어서서 나를 더욱 단단히, 더 많은 매듭으로 묶었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훨씬 지나쳐 더 이상 사이렌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나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나이다. 그들은 내가 귀를 막았던 밀랍을 제거하고 나를 풀어 주었나이다.
그 섬을 떠나자, 나는 거대한 파도와 연기를 보았고, 굉음을 들었나이다. 부하들은 겁에 질려 노를 놓았고, 노는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나이다. 아무도 가느다란 노를 젓지 않자 배는 멈춰 섰나이다. 나는 갑판을 따라 걸으며 한 명 한 명 격려한 다음, 모두를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나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우리는 위험에 익숙하다. 이번 일은 독안거인에게 붙잡혀 동굴에 갇혔을 때보다 더 나쁘지 아니하다. 그때 우리는 나의 기술과 지혜, 그리고 전략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느니라. 그것을 기억하라. 자, 모두 내 말을 믿으라. 자리에 앉아 노를 저어 파도를 깊이 저어라. 상제께서 이 재앙에서도 우리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실지도 모른다. 선장이여, 잘 들어라. 이것이 네 명령이다. 키를 잡고 저 검은 연기와 솟아오르는 파도를 피해 바위 쪽으로 배를 몰아라. 배가 반대 방향으로 가면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들은 즉시 명령을 따랐나이다. 나는 스킬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스킬라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의미하였고, 만일 그들이 알게 된다면 남자들은 노를 놓고 두려움에 떨며 선창으로 도망쳐 숨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가 무기를 들지 말라 한 조언을 무시하였나이다.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나이다. 나는 찬란한 갑옷을 입고 긴 창 두 자루를 손에 든 채 뱃머리 갑판으로 올라갔나이다. 바위투성이의 스킬라가 그쪽에서 나타나 내 부하들을 해칠 것 같았나이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좁은 해협을 노를 저어 나아갔나이다. 한쪽에는 스킬라가, 다른 한쪽에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들이는 빛나는 카리브디스가 있었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물을 뿜어낼 때는 마치 거대한 불 위의 끓는 가마솥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나이다. 거품이 높이 솟아올라 양쪽 바위 꼭대기에 튀었나이다. 그러나 카리브디스가 바닷물을 다시 삼키자,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치는 듯하였고, 주변의 바위들은 무시무시하게 포효하였으며, 아래쪽의 짙은 푸른 모래사장이 드러났나이다. 병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나이다.
우리가 두려움에 떨며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는 동안, 스킬라가 배에서 여섯 명의 병사를 낚아챘나이다. 그들은 내 배에서 가장 강하고 용맹한 전사들이었나이다. 아래에서 뒤돌아보니 그들의 발과 손이 하늘 높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나이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게 울부짖고 내 이름을 불렀나이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나이다. 마치 어부가 절벽 위에서 소뿔로 만든 낚싯줄을 길게 늘어뜨려 작은 물고기들을 낚으려 할 때, 물고기가 잡히면 숨을 헐떡이며 해안으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스킬라가 그들을 바위 동굴로 들어 올려 입구에서 잡아먹을 때, 그들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 가는 몸부림 속에서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나이다. 그것은 내가 바다에서 고통받는 동안 본 가장 가슴 아픈 광경이었나이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바위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곧 태양신 히페리온의 아들 헬리우스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멋진 얼굴을 한 그의 소들과 잘 먹은 양 떼들이 있었나이다. 검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 나는 우리 안의 소들의 울음소리와 양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나이다. 나는 눈먼 예언자 티레시아스와 키르케의 말을 떠올렸나이다. 두 신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하라 엄격히 지시하였나이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잘 아나이다. 그러나 제 말을 잘 들어 주소서. 티레시아스와 키르케는 모두 인간의 기쁨의 신인 태양의 섬을 피해야 한다 강조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끔찍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였나이다. 우리는 배를 돌려 섬을 지나가야 하나이다.』
그들은 이 말에 몹시 낙담하였나이다. 에우리로코스는 저에게 화를 내며 이르되,
『오지수여,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불공평하나이다. 당신은 강하고 지치는 기색이 없으니 분명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쉴 시간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는 완전히 지쳐 버렸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가 섬에 내려 맛있는 저녁을 해 먹는 것도 허락하지 아니하고, 안개 낀 바다를 밤새도록 표류하라 명령하는구나. 밤이 되면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 배를 난파시키는데, 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북쪽이나 서쪽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이 배를 부숴 버린다면 누가 재앙을 피할 수 있겠나이까.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자. 여기 머물면서 배 옆에서 음식을 해 먹자. 새벽이 되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가자.』
이것이 그의 말이었나이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였고, 그때 나는 어떤 악령이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직감하였나이다.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에우리로코스여. 나는 한 명이고 너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하는군. 그러나 모두 내게 굳게 맹세하노라. 소떼나 양떼를 발견하더라도 한 마리도 죽이지 마라. 가까이 가지 말고 불멸의 여신 키르케가 마련해 준 음식을 먹어라.』
그들은 내 말대로 맹세하였나이다. 맹세가 끝나자 우리는 잘 만들어진 배를 민물 근처의 굽은 항구 안쪽에 정박시켰나이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능숙하게 저녁을 요리하였나이다. 음식과 술로 배가 부르자 그들은 스킬라가 배에서 잡아먹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나이다. 그들이 울부짖는 동안 달콤한 잠이 그들을 감쌌나이다.
밤이 지나고 별들이 사라지자 상제는 기이한 폭풍우를 일으켰나이다. 그는 땅과 바다를 안개로 뒤덮었고,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나이다.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이 밝아오자 우리는 배를 산령녀들이 춤을 추는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정박시켰나이다. 나는 모인 부하들에게 연설하였나이다.
『친구들이여, 배에는 식량이 있다. 가축은 건드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저 소들과 살찐 양들은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는 위대한 태양신 헬리우스의 소유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그들은 마지못해 따랐나이다. 그러나 그 달 내내 남풍이 불고 멈추지 아니하였나이다. 다른 바람은 전혀 불지 아니하였고, 오직 남풍과 동풍만이 불었나이다. 부하들은 아직 음식과 술이 있는 동안에는 소들을 건드리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은 목숨을 건지기를 바랐나이다. 그러나 배의 물자가 바닥나자, 선원들은 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나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들은 낚싯바늘로 물고기와 새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잡았나이다.
저는 혹시라도 신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실까 하는 생각에 기도하러 나섰나이다. 부하들을 남겨 두고 섬을 가로질러 바람을 피해 그늘에서 손을 씻고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나이다. 그러자 신들이 제 눈에 달콤한 잠을 내려 주셨나이다. 그 사이에 에우리로코스는 어리석은 제안을 하였나이다.
『잘 들어 보시오, 친구들이여. 당신들은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나이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굶주림이 가장 비참한 일이다. 그러니 이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아 불멸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자. 이탁도로 돌아가면 곧바로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짓고 그 안에 보물을 모을 것이다. 만일 태양신이 이 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우리 배를 난파시키고 다른 신들도 동의한다면, 나는 이 사막 섬에서 천천히 시들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바닷물을 마시고 죽는 편이 낫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나이다. 그들은 배 옆에서 풀을 뜯고 있던 헬리우스의 소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잡으러 갔나이다. 사람들은 소들을 에워싸고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나이다. 배에는 보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참나무 잎을 뜯어 먹었나이다. 기도를 드린 후 소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허벅지를 잘라 낸 다음 뼈 위에 지방을 두 겹으로 덮고 그 위에 날고기를 올렸나이다. 불타는 제물에 부을 포도주가 없었기에 물을 사용하였고, 내장을 모두 구웠나이다. 허벅지살이 불에 타오르고 내장이 뿌려지자, 그들은 나머지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았나이다.
달콤한 잠이 눈에서 녹아내렸나이다. 나는 해안가에 정박한 배로 급히 돌아갔나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감쌌나이다. 나는 신음하며 신들에게 이르되,
『오,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당신들은 그 지독한 잠으로 내 정신을 멀게 하였나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내 부하들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나이다.』
그 사이에 긴 치마를 입은 람페티아는 태양신에게 우리가 그의 소들을 죽였다고 알리러 달려갔나이다. 격분한 태양신은 다른 신들을 불렀나이다.
『위대한 상제여, 그리고 모든 불멸의 신들이여, 오지수의 부하들을 벌하소서. 그들이 내 소들을 죽였나이다. 나는 하늘에 오를 때나 땅에 내려올 때나 매일 그 소들을 보며 기뻐하였나이다. 그들이 내게 보답하지 아니하면 나는 염라국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만 나의 밝은 빛을 비출 것이다.』
상제가 대답하되,
『헬리우스여. 우리와 함께 빛을 비추어 생명을 주는 땅 위의 필멸자들을 위해 빛을 비춰 주소서. 나는 즉시 나의 밝은 번개로 그들의 배를 쳐서 포도주빛 바다 전체에 산산조각 내 버릴 것이옵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말을 들은 아름다운 칼리프소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배 옆 해안으로 돌아와 나는 그들 각자를 꾸짖었나이다. 그러나 소용없었나이다. 소들은 이미 죽어 있었나이다. 신들이 징조를 보냈나이다. 가죽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고, 꼬챙이에 꽂힌 고기는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음메 소리를 냈나이다. 소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나이다.
엿새 동안 내 부하들은 헬리우스가 준 소고기로 잔치를 벌였나이다. 이레째 날, 크로노스의 아들 상제가 앞장서자 바람이 잦아들었고, 우리는 재빨리 배에 올랐나이다. 돛대를 세우고 돛을 펼쳐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우리가 그 섬을 떠났을 때, 우리는 하늘과 바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에 짙은 푸른색 폭풍 구름을 드리웠나이다. 그 아래 바다는 어두워졌나이다. 잠시 배가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때 제피로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맹렬한 폭풍을 몰고 왔나이다. 강한 돌풍이 앞쪽 돛줄 두 개를 모두 부러뜨렸고, 돛줄은 선창 안에 흩어졌나이다. 돛대는 뒤로 부러져 선장의 배 뒷부분을 강타하였고,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나이다. 그의 뼈는 으스러지고, 골격은 부서졌나이다. 그는 잠수부처럼 갑판에서 떨어졌고,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났나이다.
바로 그 순간, 상제가 천둥을 치며 배에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흔들리는 배는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모든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배 옆 파도 위의 갈매기처럼 휩쓸려 갔나이다. 신들은 그들이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았나이다. 나는 배 위에서 서성거렸고, 마침내 조류가 배의 옆면을 용골에서 뜯어냈나이다. 파도가 배의 뼈대를 휩쓸어 가고 돛대를 부러뜨렸나이다. 그러나 그 위에 소가죽으로 만든 돛대 고정줄이 걸려 있었나이다. 나는 그것으로 용골과 돛대를 묶고 무시무시한 바람에 실려 나아갔나이다.
마침내 폭풍이 멈추고 서풍이 잦아들었나이다. 남풍이 나를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로 되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되었나이다. 밤새도록 뒤로 휩쓸려 갔고, 해가 뜰 무렵 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무시무시한 바위산으로 돌아왔나이다. 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무화과나무 가지에 가려진 채. 나는 박쥐처럼 나무줄기를 붙잡았나이다. 발을 디딜 수도, 기어오를 수도 없었나이다. 뿌리는 너무 낮았고, 길고 높은 가지는 너무 높았나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매달렸나이다. 카리브디스가 내 돛대와 용골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기를 바랐나이다. 그리고 마침내, 카리브디스가 그렇게 해 주었나이다. 젊은이들의 다툼을 하루 종일 심판하다가 마침내 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던 바로 그 순간, 카리브디스에서 널빤지들이 둥둥 떠올랐나이다. 저는 손과 발을 놓아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떠다니는 나무토막들 옆으로 떨어졌나이다. 저는 그 나무토막 위로 기어올라 손으로 노를 저어 떠났나이다. 상제께서 스킬라가 저를 보지 못하게 해 주셨기에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나이다.
저는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열흘째 저녁, 신들의 도움으로 저는 무시무시하면서도 아름답고 신성한 칼리프소의 섬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녀는 저를 사랑하고 보살펴 주었나이다. 제가 어제 당신과 당신의 아내에게 들려드린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리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옵니다.」
==제13권 두 명의 사기꾼==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는 어둑한 홀 안에 앉아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침묵하였다. 마침내 알진오가 이르되,
「오지수여, 자네가 내 집에 머물며 손님으로 지냈으니 이제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네. 충분히 고생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언제나 내 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노래하는 내 노래를 들어 주는 존경하는 손님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시오. 손님은 궤짝에 옷을 싸 놓았고, 우리가 준 선물들도 있네. 이제 우리 각자는 튼튼한 삼각대와 가마솥을 하나씩 더해야겠네.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여 누구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네.」
왕의 말에 모두는 기뻐하였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 쉬었다. 그때 새벽이 다시 밝아왔다. 새벽의 손가락에서 꽃이 피어나자 그들은 서둘러 배로 돌아가 영웅적인 청동 선물을 가져왔다. 왕은 배에 올라 그것들을 들보 아래에 놓아 선원들이 노를 저을 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왕과 함께 식사를 하러 돌아갔다.
거룩한 왕은 세상을 다스리는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어두운 구름의 신인 상제에게 바칠 제물을 잡았다. 그들은 소의 허벅지를 불태우고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존경받는 가수 데모도쿠스는 그들 가운데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내내 눈부신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해가 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치 온종일 소를 끌고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난 사람이 저녁 식사를 간절히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을 수 있는 해 질 무렵을 반기는 것과 같았다. 가는 길에 다리가 쑤셨는데도 말이다. 오지수가 해 지는 것을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었느니라.
그는 곧바로 항해를 나온 무릉도인들, 특히 알진오에게 이렇게 말하되,
「위대한 왕이시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저를 무사히 고향으로 보내 주시고 예물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제 소원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나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배편과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신들이 저의 행운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여전히 흠 없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리고 무릉도인 여러분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쁨과 모든 축복을 안겨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여러분의 백성들에게 아무런 고난도 없기를 기도하나이다.」
그들은 그의 말에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좋은 말을 하였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말하였다. 알진오는 오른팔인 본도수에게 이르되,
「본도수여, 이제 포도주 한 잔을 타서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따라 주어라. 상제 신께 기도를 드리고 손님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간구하자.」
그러자 집사는 잔에 포도주를 가득 타서 모두에게 차례로 따라 주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신과 같은 오지수는 일어서서 아례희의 손에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쥐여 주었다. 그의 말이 그녀에게 울려 퍼지되,
「여왕이시여, 우리 모두에게 그러하듯 당신도 늙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이제 떠나겠나이다. 당신의 집과 자녀들, 백성, 그리고 왕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소서.」
그렇게 말하고 고귀한 영웅은 문턱을 넘었다. 알진오는 그의 집사를 보내 해안에 정박한 빠른 배로 그를 안내하게 하였다. 아례희도 여종들을 보냈다. 한 명은 갓 세탁한 장포와 튜닉을 가져왔고, 한 명은 정교하게 조각된 궤짝을, 다른 한 명은 빵과 적포도주를 가져왔다.
배에 도착하자 안내자들은 모든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가 선창 안에 가지런히 실었다. 그들은 오지수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배의 선미 갑판에 시트와 담요를 깔았다. 오지수는 그곳에 올라가 조용히 누웠다. 노 젓는 사람들은 벤치에 차분히 앉아 닻줄을 풀었다. 그들은 몸을 뒤로 젖히고 힘껏 당겼다. 노가 물을 튀겼다. 그의 눈에는 죽음처럼 깊고 달콤한 잠이 내려앉았고, 그는 미동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치 네 마리의 멋진 말이 채찍을 향해 달려들어 마차를 몰고 트랙을 질주하듯, 머리를 높이 들고 유유자적 질주하는 배처럼, 배의 뱃머리도 높이 들려 있었다. 보랏빛 바다의 거친 파도가 배의 선미를 에워쌌고, 배는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가장 빠른 새인 매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배는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항해하였다. 배에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닌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가슴 아픈 상실과 전쟁, 난파의 고통을 견뎌 냈다. 이제 그는 평화롭게 잠들었고, 고통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느니라.
그러나 새벽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밝은 별이 하늘에 떠오르자, 바다를 항해하던 배는 육지에 가까워졌다. 이탁도 지역에는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항구가 있다. 항구 양쪽에는 만을 가로지르는 가파른 절벽이 솟아 있어 폭풍우가 칠 때 큰 파도를 막아 준다. 배들은 일단 만의 경계를 넘어서면 밧줄 없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만의 어귀에는 잎이 긴 감람 나무가 자라고, 그 근처에는 바다 요정 네레이드들의 성지인 아름답고 어두운 동굴이 있다. 동굴 안에는 돌로 만든 그릇과 암포라가 있고,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가져온다. 돌로 만든 베틀도 있는데, 요정들이 바다처럼 보라색 천을 짜는 모습은 경이롭다. 동굴 안에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 입구는 두 개인데, 북쪽 입구는 인간의 것이고 남쪽 입구는 신성한 길이다. 사람들은 그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곳은 불멸의 존재들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니라.
그들은 노를 저어 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예로부터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팔은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고, 배는 너무 빠르게 나아가 육지에 다다르자 절반이 모래톱에 좌초되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시트와 담요로 싸인 오지수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여전히 깊이 잠든 오지수를 모래 위에 눕혔다. 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무릉도 영주들이 고향으로 가져가라 준 선물들을 모두 꺼냈다. 그들은 오지수가 자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감람 나무 옆에 선물들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는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진의 신 해신은 여전히 오지수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상제에게 오지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물었나이다.
「오, 아버지 상제시여. 필멸자들이 저를 존경하지 아니하니 저는 신들 앞에서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이옵니다. 이 무릉도인들은 모두 제 후손인데 말입니다. 저는 항상 오지수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해 왔나이다. 당신께서 직접 고개를 끄덕여 약속하셨기에 저는 그에게서 그 특권을 빼앗지 아니하였나이다. 결코 그렇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들의 빠른 배는 그를 바다 건너 이탁도에 데려다 주었고, 그들은 그에게 훌륭한 선물들을 안겨 주었나이다. 청동, 금, 그리고 고운 옷감까지, 그가 토래성에서 무사히 탈출하였더라도 얻었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리품이옵니다.」
폭풍의 신 상제가 외치되,
「땅을 흔드는 자여. 어처구니없구나. 신들은 너를 모욕하지 아니한다. 그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연장자를 모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일 고의적인 인간들이 존경심을 보이지 아니한다면 그들을 벌하라. 너에게는 언제나 그런 힘이 있다. 네 뜻대로 하라.」
해신이 대답하되,
「어두운 구름의 신이시여,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싶었나이다. 당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참아 왔으나, 이제 그 무릉도인들의 훌륭한 배가 그를 건너게 도와주고 돌아오면, 저는 그 배를 바다에 처박아 버리고 그들의 도시를 산으로 뒤덮어 다시는 여행자들을 안내하지 못하게 하고 싶나이다.」
구름의 신 상제가 이르되,
「형제여, 도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착하는 배를 돌로 변하게 하되, 여전히 배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나이다. 그들은 모두 충격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라.」
이 말을 듣고 해신은 무릉도의 도화원으로 가서 기다렸다. 배가 해안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신은 배 가까이 다가가 배 전체를 돌로 변하게 한 다음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다 밑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사라지자, 노와 훌륭한 배로 유명한 무릉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었나이다.
「무엇이라. 누가 그 배가 바다로 빠르게 돌아오는 동안 단단히 고정시켰는가. 우리가 다 보았는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알진오가 군중에게 이르되,
「정말이로구나. 제 아버지는 오래전에 해신 신께서 우리가 여행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미워하신다 말씀하셨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그 일을 모면하였으나, 언젠가 위대한 해신 신께서 그런 여정에서 돌아오는 배를 파괴하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어버리실 것이라 예언하셨나이다. 이제 그 노인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나이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하나이다. 더 이상 방문객들이 길을 떠나는 것을 도와주지 마시오. 우리는 해신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 도시를 산으로 덮지 않으시도록 우리가 직접 고른 황소 열두 마리를 제물로 바쳐야 하나이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두려워하며 황소를 준비하였고, 무릉도의 모든 지도자들은 제단 주위에 서서 해신 신께 기도하였다.
한편, 고향 이탁도에서 잠들어 있던 오지수는 깨어났으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그곳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팔라스 지혜의 여신은 안개를 드리워 그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 주고, 그가 구혼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갚을 때까지 그의 아내와 가족, 이웃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 정겨운 항구와 구불구불한 길, 잎이 무성한 나무들은 모두 그의 왕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느니라.
그는 벌떡 일어서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허벅지를 치며 흐느꼈나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잔인한가. 아니면 신을 경외하는 친절한 사람들인가. 내 보물을 다 어디에 두고 가야 하는가. 어디로 떠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페아키아에 남아 다른 강력한 왕을 만났더라면, 내 친구가 되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었을 터인데. 내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가야 할까. 여기는 안 된다. 분명 도둑맞을 것이다. 페아키아 영주들은 믿을 만한 자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나를 이탁도로 데려다 주겠다 약속하였으나, 약속을 어기고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느니라. 가난한 자를 도우시는 상제께서 그들에게 벌을 내리시기를. 상제께서는 모든 사람을 지켜보시고 죄인을 벌하시느니라. 이제 내 보물을 세어 봐야겠구나.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날 때 몇 개 훔쳐 갔을지도 모른다.」
그는 삼각대, 가마솥, 금, 천을 모두 세어 보았으나, 없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오지수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닷가를 서성이며 향수병에 시달리고 슬픔에 잠겨 흐느꼈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목동의 모습처럼 보였고, 왕자처럼 젊고 부드러운 피부를 지녔으며, 어깨에는 고운 천으로 만든 장포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여린 발에는 샌들을 신고 있었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너무나 기뻐하며 외치되,
「오, 친구여. 당신은 제가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시구나. 반갑나이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제 보물과 저를 지켜 주소서. 저는 당신께 마치 신이신 것처럼 기도하고 간청하나이다. 당신의 무릎에 손을 얹고 간청하나이다. 부디 저를 도와주소서. 그리고 제발, 이곳은 어디이옵니까. 섬이옵니까. 아니면 비옥한 본토에서 바다로 뻗어 있는 반도이옵니까. 누가 이곳에 살고 있나이까.」
그러자 여신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르되,
「나그네여, 당신은 먼 곳에서 온 외국인이거나 어리석은 자임이 틀림없구나. 이 유명한 나라에 대해 묻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 해가 뜨는 동쪽 땅에 사는 사람들부터 어둑한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곳은 험준한 땅이라 말을 방목하기에는 적합하지 아니하고 넓지도 아니하나, 불모지는 아니다. 이곳에는 곡식과 포도주가 풍성하다. 땅은 항상 비와 이슬로 촉촉하고, 좋은 물웅덩이가 있으며, 염소와 소를 기르기에 좋고, 나무들도 다양하다. 외국인이여, 이탁도라는 이름은 그리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는 토래성에서도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온갖 고난을 견뎌 온 오지수는 고향 땅에 돌아왔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의 말은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나,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야기를 삼켰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교묘한 계략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라.
「그래, 이탁도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으나 나는 먼 크레타에서 왔느니라. 지금 나는 이 모든 재산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재산을 남겨 두었느니라. 나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크레타 들판에서 나는 이도메네우스 왕의 아들이자 달리기 선수였던 오르실로코스를 죽였느니라. 나는 토래성에서 그의 아버지를 섬기거나 돕기를 거부하고 내 군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내가 전쟁과 긴 항해 끝에 힘들게 얻은 토래성의 전리품을 훔치려 하였다. 나는 동료 한 명과 함께 길가에 숨어 있다가 그가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여 창으로 찔렀느니라.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아무도 내가 날카로운 청동 칼로 그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를 죽인 후, 나는 재빨리 노를 저어 페니키아인들을 찾아가 약탈품을 나누어 주었고, 그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필성나 유명한 엘리스로 데려다 달라 말하였다. 그러나 폭풍우가 그들을 원치 않게 그곳을 떠나게 하였다. 그들은 나를 속이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항로를 이탈하여 우리는 밤중에 이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배가 고팠으나 아무도 저녁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 항구로 들어왔다. 우리는 배에서 내려 모두 그 자리에 누웠다. 달콤한 잠이 나를 감쌌다.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 보물을 꺼내 모래 위에 잠든 내 옆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잘 지어진 시돈으로 항해를 떠났고, 나는 이곳에 남아 슬픔에 잠겼느니라.」
그의 말에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아름답고 키가 크며 모든 예술에 능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나이다.
「당신의 모든 속임수를 간파하려면 인간이든 신이든 속임수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이오. 영리한 악당이로구나. 얼마나 교활하고 거짓말에 능숙한지. 당신은 허구와 속임수를 너무나 좋아하여 자기 땅에서조차 멈추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래요, 우리 둘 다 영리하오. 당신처럼 계획을 세우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고, 저는 신들 사이에서 통찰력과 교활함으로 유명하오. 당신은 저를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저는 상제의 딸, 지혜의 여신이오. 저는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의 모든 고난을 돌보아 왔소. 당신이 무릉도인들에게 환영받도록 한 것도 저였소. 지금 저는 당신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저 덕분에 그들이 당신에게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준 보물을 숨기기 위해 여기에 왔소. 당신이 고향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제가 알려 드리겠소. 이것이 너의 운명이니 용감하게 감내해야 한다. 방랑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침묵 속에 고통을 견디고 그들의 잔혹한 대우를 참아내라.」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아니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당신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셨으니까요. 오래전 토래성 전쟁 때 당신이 저를 도와 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나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인들이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배에 올라탔을 때, 신들이 우리 함대를 흩어지게 했을 때, 상제의 딸이신 당신은 제 배에 계시지 아니하였나이다. 당신은 저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셨나이다. 길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저는 신들이 저를 고통에서 구해 주기를 기다렸나이다. 나중에 풍요로운 무릉도에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은 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도시로 인도해 주셨나이다. 제발, 당신의 아버지 상제께 맹세코. 이곳이 이탁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나이다. 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나이다. 당신은 저를 속이고 조롱하려는 것이오. 진실을 말해 주시오. 이곳이 제 사랑하는 고향이오.」
빛나는 눈으로 그녀는 이르되,
「당신은 언제나 예리한 지성을 지녔기에,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당신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오. 당신은 직감과 집중력이 뛰어나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긴 여정 끝에 고국에 도착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보러 곧장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아내를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들에 대해 묻지도 않기로 하였소. 아내는 집에서 매일 밤 비참하게, 매일 낮에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소.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소. 모든 부하들을 잃은 후에도 당신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마음속 깊이 믿었소.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의 눈을 멀게 하였기에 당신을 원망하는 아버지의 동생, 해신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아니하였소. 이제 제가 당신에게 이탁도를 보여 드리겠소. 그렇게 믿으시겠지요. 이곳은 고대 바다의 신 포르키스의 만이며, 만 끝에는 잎이 무성한 감람 나무가 있고, 그 근처에는 네가 수백 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쳤던 네레이드라 불리는 산령녀들에게 신성한 그늘진 동굴이 있다. 그리고 여기는 숲이 우거진 산 네리톤이다.」
여신은 이렇게 말하며 안개를 걷어냈다.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과 고통 끝에 마침내 행복에 휩싸인 오지수는 기쁨에 가득 찼다. 그는 기쁨에 차 고향의 비옥한 땅에 입맞추고 두 팔을 높이 들어 기도하되,
「오, 산령녀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제가 다시 당신들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저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 주시고, 상제의 아들이신 제 상관께서 저를 살려 주시고 아들을 기르게 해 주신다면 예전처럼 당신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용기를 내시오. 걱정할 필요 없소. 이제 서둘러 보물을 동굴에 안전하게 숨기시오. 그리고 나서 계획을 세워야겠소.」
여신은 어두컴컴한 동굴로 내려가 숨을 곳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지수는 페아키아인들이 준 선물, 즉 금과 튼튼한 청동, 그리고 정교하게 짠 천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그것들을 모두 안에 넣고 문돌을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두 사람은 신성한 감람 나무에 기대앉아 구혼자들을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하였다. 눈을 빛내며 지혜의 여신은 이르되,
「위대한 왕이여,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계략과 계획의 달인 오지수여, 구혼자들을 어떻게 물리칠지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삼 년 동안 당신의 집에 머물며 신과 같은 당신의 아내에게 선물을 주며 구애해 왔소. 아내는 항상 당신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며 슬퍼하오. 그녀는 그들에게 약속과 전갈을 보내며 유혹하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소.」
오지수는 외치되,
「오. 당신께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시지 아니하였더라면 저는 건웅처럼 제 집에서 죽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여신이시여, 이제 그들에게 복수할 전략을 짜 주소서. 제 곁에 서서 토래성의 찬란한 왕관을 부쉈을 때처럼 싸울 용기와 의지를 주소서. 여신이시여, 당신께서 그 열정으로 저와 함께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면, 저는 삼백 명의 적과도 한 번에 싸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지혜의 여신은 맑은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르되,
「진실로 너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는 동안 내가 네 곁에 있음을 알아라. 네 생계를 앗아가는 구혼자들이 넓은 마룻바닥에 피와 뇌수를 흩뿌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제 내가 너를 변장시켜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네 매끈한 팔다리의 고운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고, 머리카락을 망가뜨리고, 누더기 옷을 입혀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몸서리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네 눈을 흐리게 하여 모든 구혼자들과 네 아내, 그리고 집에 남겨 둔 아들에게 네가 추하게 보이도록 할 것이다. 이제 돼지치기를 찾아가 보아라. 그는 비록 노비일 뿐이지만 네 아들과 현명한 연로비를 숭배하고 네 친구이다. 코락스 바위 옆, 아레투사 샘 근처에서 땅을 파헤치며 검은 물을 마시고 영양가 좋은 도토리를 먹는 암퇘지들 사이에서 그를 찾아보시오. 그곳에 머물며 그와 함께 앉아 모든 것을 물어보시오. 그러면 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사필성로 가서 당신이 사랑하는 소년 태명을 데려오겠소. 그는 당신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메넬라오스에게 갔소.」
그가 날카롭게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그에게 말하지 아니하였소.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아니하오. 그가 나처럼 바다에서 길을 잃고 고통받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의 모든 유산을 차지하는 것을 원하였소.」
지혜의 여신은 빛나는 눈으로 대답하되,
「이제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직접 그를 인도하여 그의 여정에서 영광을 얻도록 하였소. 그는 고통받지 아니하오. 그는 지금 메넬라오스와 함께 앉아 연회를 즐기고 있소. 구혼자들은 그를 죽이려고 배에서 매복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의 재산을 먹어 치우는 자들 중 한두 명은 땅으로 덮일 것이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자신의 지팡이로 그를 톡톡 두드렸다. 그의 잘생긴 몸은 시들어 버렸고, 팔다리는 관절염에 걸렸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탈색시키고, 피부를 늙고 주름지게 만들었으며, 그의 아름답고 빛나는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의 옷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해진 장포와 누더기 튜닉으로 바뀌었다. 지혜의 여신은 그의 어깨에 커다란 사슴 가죽을 두르고, 해진 토트백과 지팡이를 주었다. 그들의 계획은 정해졌고, 그들은 헤어졌다. 지혜의 여신은 태명을 데리러 사필성로 떠났느니라.
==제14권 충성스러운 노비==
만을 떠나 오지수는 숲과 절벽을 가로지르는 험준한 길을 걸어갔다. 지혜의 여신이 그에게 돼지치기를 찾을 길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니라. 오지수의 하인들 중 이 고귀한 노비는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오지수는 그가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마당은 높고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돌담 위에는 가시가 있는 배나무 가지가 얹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동안, 라에르테스나 안주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당을 지었다. 마당 주위에는 껍질을 벗긴 나무 말뚝을 원형으로 박아 두었다. 마당 안에는 암퇘지를 위한 우리 열두 개를 나란히 만들고 각 우리에 쉰 마리씩 넣었다. 수퇘지들은 밖에서 잤다.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잡아먹는 바람에 수퇘지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돼지치기는 가장 살찐 수퇘지들을 구혼자들에게 양보하였고, 이제 삼백육십 마리만 남았다. 대장은 성문을 지키기 위해 사납고 반야생적인 개 네 마리를 키웠다.
오지수는 소가죽을 잘라 샌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부하 세 명은 돼지 떼를 몰아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나머지 한 명은 마을로 보내 오만한 구혼자들에게 줄 돼지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신선한 고기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였다.
그때 갑자기 경비견들이 오지수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지수는 머리를 숙이지 아니하고 지팡이를 떨어뜨린 채 땅에 엎드렸다. 개들은 그를 몹시 해치고 그의 땅에서 망신을 주려 하였으나, 재빨리 돼지치기는 가죽옷을 버리고 개들을 쫓아내기 위해 달려갔다. 그는 개들에게 소리치고 돌을 던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손님에게 이르되,
「제 개들이 당신을 거의 갈기갈기 찢어놓을 뻔하였나이다, 노인장이여. 신들이 이미 저를 괴롭히고 있는데, 당신이 저에게 수치를 안겨 줄 뻔하였나이다. 저는 주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 남들이 먹을 돼지를 기르고 있나이다. 제 주인님은 길을 잃고 아마도 굶주리고 계실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외국어를 쓰는 땅에서 말입니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시다면, 햇빛을 보고 계시다면 말입니다. 자, 노인장이여, 저를 따라오소서. 음식과 술을 배불리 드시고 나서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소서.」
고귀한 돼지치기는 푹신한 덤불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 가죽을 깔았다. 그것은 그의 두껍고 따뜻한 잠자리 담요였다. 오지수는 자리에 앉아 이 환대에 기뻐하였다. 그는 이르되,
「당신이 저를 그토록 기꺼이 맞아주셨으니, 상제와 모든 불멸의 신들이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과 외국인과 나그네는 물론이고,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경해야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거지와 손님과 나그네를 돌보시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으나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노비의 삶은 이와 같나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나이다. 제 진짜 주인은 신들의 섭리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인이셨다면 저를 돌보시고 충성스러운 노비에게 친절한 주인이 주는 것을 주셨을 것이옵니다. 집과 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탐낼 만한 아내를 주셨을 것이옵니다. 신들이 축복하시고 번영하게 해 주신 수년간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입니다. 주인이 여기 오래 계셨다면 저에게 잘해 주셨을 것이옵니다. 이제 돌아가셨을 것이옵니다. 헬렌과 그 가족들 때문이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 때문에 죽었나이까. 주인은 건웅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토래성으로 가셨나이다.」
그는 튜닉 허리띠를 단단히 매고 서둘러 돼지우리로 가서 새끼 돼지 두 마리를 골랐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 돼지를 도살하고 털을 그슬린 다음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꽂아 구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돼지를 손님 앞에 내놓고 그 위에 보리를 뿌렸다. 그는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담쟁이덩굴 그릇에 섞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아 권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이것은 가난한 노비의 식사입니다. 새끼 돼지 한 마리이옵니다. 구혼자들이 돼지를 먹어 치웁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자비심이 없나이다. 그들은 그런 범죄를 지켜보고 미워하며 선행과 정의를 축복하는 신들을 무시하나이다. 상제가 준 재물을 약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땅을 습격하여 보물로 가득 찬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무자비한 해적들조차도 신들의 감시를 느끼나이다. 이 구혼자들은 분명 어떤 신의 목소리가 ‘오지수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아니하고 적절한 혼처를 마련하지도 아니하나이다. 대신 그들은 앉아서 그의 재산을 잔치에 낭비하나이다. 밤낮으로 양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씩 잡아먹고, 함부로 마시기 위해 포도주를 더 붓나이다. 이기적인 바보들이여. 나의 주인님은 매우 부유하셨나이다. 본토에는 그만한 부자가 없었나이다. 이탁도에 있는 사람들도, 심지어 스무 명이나 합쳐도 이만큼 가진 게 없나이다. 전부 나열해 보겠나이다. 본토에 소떼 열두 무리, 양 백 마리씩 열두 무리, 돼지 열두 마리, 염소 열두 마리. 우리를 도울 일꾼을 더 고용해야 하였나이다. 그리고 이 섬 저 멀리에는 염소 떼 열한 무리가 풀을 뜯고 있는데, 훌륭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나이다. 매일 목동이 가장 살찌고 건강해 보이는 염소를 골라 궁궐로 데려오나이다. 나는 이 돼지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하나이다.」
오지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고 포도주를 조용히 마셨다. 그는 구혼자들을 파멸시킬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배를 채운 후, 그는 마셨던 술잔을 가져다가 다시 채워 에우마이오스에게 주었고, 에우마이오스는 기쁘게 받아 마셨다. 그러자 오지수가 이르되,
「친구여, 누가 당신을 샀나이까. 당신이 말한 그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은 누구이옵니까. 당신은 그가 건웅의 명예를 위한 전쟁에서 죽었다 하였나이다. 그는 분명 유명한 사람일 테니, 어쩌면 내가 그를 알지도 모르나이다. 내가 그를 보고 당신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상제와 다른 신들이 알게 될 것이옵니다.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였나이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이르되,
「주인님의 아내와 아들은 소식을 전하였다 주장하는 여행자들을 믿지 아니하나이다. 떠돌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항상 거짓말을 하나이다. 진실을 말할 이유가 없나이다. 이탁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님께 와서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내나이다. 주인님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질문도 하시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나이다. 당연한 일이옵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을 애도해야 하니까요. 주인님도 옷만 입으면 허풍을 떨고 싶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인님의 가죽이 뼈에서 뜯겨 나갔고, 맹금류와 개들에게 잡아먹혀 목숨을 잃으셨나이다. 아니면 바다에서 물고기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르나이다. 뼈가 해변에 모래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옵니다. 주인님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저에게는 큰 슬픔이옵니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심지어 저를 낳고 키워 주신 부모님 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런 친절한 주인님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제 가족에 대한 슬픔은 그 슬픔보다 덜하나이다. 오지수보다 더 그리우나이다. 그가 너무 보고 싶나이다. 낯선 이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지나이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형제’라 부르고 싶나이다. 그는 저를 그토록 사랑하고 아껴 주었으니까요.」
오지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이르되,
「친구여, 당신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너무나 완강하게 주장하는구나. 믿음이 없으신 것이오. 그러나 이건 허풍이 아니옵니다. 맹세컨대 오지수는 오고 있나이다.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때 전령으로서의 보상인 좋은 옷을 받겠나이다. 그때까지는 필요하긴 하나 아무것도 받지 않겠나이다. 가난에 굴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지옥의 문처럼 혐오스럽나이다. 상제 신과 당신이 베풀어 주신 환대, 그리고 제가 가고 있는 위대한 오지수의 난로에 맹세하나이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지금 말하는 대로 될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바로 이 달의 주기 안에, 즉 초승달과 보름달 사이에 돌아올 것이며, 그의 아내와 고귀한 아들을 모욕한 이곳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옵니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나리여, 그분이 돌아오지 아니하시니 저는 당신에게 이 보상을 드릴 수 없나이다. 편히 쉬시고 술이나 드시오. 다른 생각을 해 봅시다. 저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 누군가 제 충실한 주인님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아프나이다. 당신의 맹세는 신경 쓰지 마시오. 연로비와 늙은 라에르테스, 그리고 태명처럼 그분도 돌아오시기를 바라나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저는 그 불쌍한 아이, 제 주인님의 아들에 대한 슬픔을 잊을 수 없나이다. 신들의 은혜로 그는 나무처럼 잘생기고 튼튼하게 자라 마치 아버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처럼 되었나이다. 그러나 누군가, 혹은 어떤 신이 그의 분별력을 망쳐 버렸나이다. 그는 아버지 소식을 찾으러 필성로 갔나이다. 구혼자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머지않아 이탁도에서 아르케시우스의 가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옵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이다. 그들이 그를 잡을 수도 있고, 상제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도 있나이다. 자, 이제 당신의 모험에 대해 진실을 말해 주소서.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당신의 부모님은 어디에 사시나이까. 당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나이까. 이 마을이요. 어떤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선원들이 어떻게 당신을 이탁도로 데려왔나이까.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당신이 걸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는 교활하게 이르되,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 둘이 이 오두막에서 편히 앉아 마음껏 음식을 먹고 달콤하고 진한 포도주를 마시며, 모든 일은 남들이 다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 년 내내 이야기한다 해도 신들이 내게 안겨 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건대, 나는 넓은 크레타 섬 출신이며, 부유한 카스토르 힐라키데스의 아들이옵니다. 그의 정실 부인과의 사이에는 아들이 많았고, 모두 그의 집에서 자랐나이다. 내 어머니는 노비였고, 첩으로 팔려 왔으나, 아버지는 나를 다른 아들들처럼 존중해 주셨나이다. 크레타 사람들은 그가 부유하고 훌륭한 아들들을 두었기에 그를 신처럼 존경하였나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염라국으로 데려갔나이다. 그리고 내 형들은 이기적으로 그의 재산을 빼앗고, 나에게는 겨우 살 곳만 남겨 주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약하거나 겁쟁이가 아니었나이다. 나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 덕분에 괜찮은 지참금을 가진 아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잃었나이다. 그러나 그루터기를 보면 한때 곡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 있나이다. 슬픔에 잠겨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지혜의 여신과 아레스에게서 용기의 선물을 받았나이다. 적을 매복 공격할 전사들을 선택할 때면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멀리 앞으로 뛰쳐나가 적들을 따라잡아 창으로 찔렀나이다. 전쟁터에서 저는 그런 모습이었나이다. 농사일이나 집안일, 아이 키우는 것은 좋아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저는 항해와 창과 화살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을 더 좋아하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에 몸서리칠지 모르나, 신들은 제 마음이 그런 것들을 사랑하도록 만들었나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옵니다.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전에 저는 군대와 함대를 이끌고 아홉 번의 원정을 떠났고, 큰 성공을 거두었나이다. 저는 모든 전리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고, 전리품을 나눌 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나이다. 곧 우리 집안은 부유해졌고, 저는 크레타인들 사이에서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나이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시는 상제께서… 그 참혹한 원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말았나이다. 사람들은 제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토래성으로 가기를 원하였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이다. 그들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나이다. 우리 그리스인들은 구 년 동안 싸웠고, 십 년째 되던 해에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함락시키고 고국으로 돌아왔나이다. 어떤 신이 그리스인들을 흩어지게 하였고, 저는 상제의 저주를 받았나이다. 나는 한 달 동안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내 소유물들을 즐겼나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홉 척의 배와 신과 같은 선원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항해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나이다. 나는 서둘러 함대를 준비하고 선원들을 모았나이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칠 동물들과 선원들이 요리해 먹을 음식들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였나이다. 우리는 엿새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이레째 되는 날 이백오십 명의 선원을 태우고 크레타 섬을 출항하였나이다. 순풍이 불어와 마치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나이다. 아무도 아프지 아니하였고, 모든 배는 손상 없이 도착하였나이다. 우리는 바람과 항해사의 인도에 따라 바다를 건너며 가만히 앉아 있었나이다. 닷새 만에 우리는 이집트의 강 계곡에 도착하였고, 내 함대는 나일 강 안쪽에 정박하였나이다. 나는 충성스러운 선원들에게 배를 지키라 명령하고, 높은 지대에 정찰병을 보내 주변을 살피도록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백육십 명의 선원들을 이끌고 공격적인 충동에 휩싸여 이집트의 들판을 파괴하고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노비로 삼았으며, 남자들을 죽였나이다. 곧 그 소식이 도시에 전해졌나이다. 사람들은 비명 소리를 듣고 새벽녘에 모두 모여들었나이다. 평원은 보병과 전차, 번쩍이는 청동 무기로 가득 찼고, 번개의 신 상제는 내 병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나이다. 그들은 감히 싸움을 계속할 수 없었나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많은 병사들이 날카로운 청동 창에 찔려 죽었고, 나머지는 노비로 잡혀 갔나이다. 차라리 이집트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러나 고통은 계속되었나이다. 상제는 내게 다른 계획을 세워 주었나이다. 나는 투구를 벗고 방패와 칼을 내려놓은 채 무장하지 아니한 채 왕에게 다가갔나이다. 그의 전차 옆에서 나는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입맞춤하였나이다. 그는 자비로웠고, 나를 지켜 주었으며, 그의 전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나이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찼나이다. 많은 이집트인들이 나에게 분노하여 창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나이다. 왕은 나를 보호해 주었나이다. 그는 악을 미워하는 이방인의 신 상제의 분노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그곳에서 칠 년을 머물며 큰 부를 축적하였고,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러나 팔 년째 되던 해, 페니키아에서 탐욕스러운 자가 나타났나이다. 그는 거짓말에 능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였나이다. 그는 나를 속여 자기가 사는 페니키아로 데려갔나이다. 나는 그곳에서 일 년을 머물렀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일 년이 지나자 그는 나에게 무역을 하러 간다 거짓말을 하고는 리비아로 가는 배를 몰고 갔나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나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이었나이다. 나는 의심스러웠으나 배에 올랐나이다. 배는 순풍을 타고 크레타 섬을 떠나 넓은 바다로 나아갔나이다. 그러나 상제는 선원들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웠나이다. 크레타 섬을 떠나자 바다와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하였나이다. 상제는 우리 배 위로 짙은 푸른 구름을 드리워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웠나이다. 그는 천둥을 치더니 배를 향해 번개를 내리쳤나이다. 번개의 충격으로 배는 완전히 회전하였고 유황으로 가득 찼나이다.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어두운 배 옆의 가마우지처럼 파도에 휩쓸려 갔고, 신들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갔나이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저는 상제 신의 도움을 받았나이다. 상제 신은 튼튼한 돛대를 제 손에 쥐어 주었나이다. 저는 돛대에 매달려 폭풍우에 휩쓸려 아흐레 동안 표류하였나이다. 그리고 열 번째 검은 밤, 거센 파도가 저를 테스프로티아 섬으로 밀어냈나이다. 그곳에서 페이돈이라는 왕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아니하고 저를 도와 주었나이다. 그의 아들이 아침 공기에 지쳐 추위에 떨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 옷을 입혀 주었나이다. 그곳에서 저는 오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고향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 손님으로 머물렀다 말하였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모아 온 보물, 즉 금과 청동, 그리고 정성껏 세공한 철을 보여 주었나이다. 왕실 창고에는 그의 가족이 앞으로 십 대까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있었나이다. 왕은 오지수가 상제의 뜻을 묻기 위해 신성한 참나무에 가려고 도도나로 갔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비옥한 이탁도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나이다. 그는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변장할지 아니면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내게 제물을 바치며 맹세하기를,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배와 선원들을 준비해 두었다 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먼저 보냈나이다. 마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이 이미 곡식이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항해하고 있었나이다. 왕은 그들에게 나를 잘 대접하고 아카스투스 왕에게 데려가라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나를 다시 한번 비참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였나이다. 배가 바다로 나간 후, 그들은 나를 노비로 삼으려 음모를 꾸몄나이다. 그들은 내 장포와 튜닉을 벗기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누더기 옷을 던져 주었나이다. 밤이 되자 그들은 이탁도의 밝은 들판으로 와서 나를 밧줄로 단단히 묶고 배에 남겨 둔 채 저녁을 먹으러 재빨리 육지로 올라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내 밧줄을 풀어 주었나이다. 밧줄은 쉽게 풀렸나이다. 나는 누더기 옷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매끄러운 배의 널빤지를 타고 내려가 가슴을 바다에 담갔나이다. 두 팔로 헤엄쳐 재빨리 도망쳤나이다. 꽃이 만발한 덤불 옆 해안에 도착하여 두려움에 떨며 웅크렸나이다. 그들은 주위를 쿵쿵거리며 소리쳤으나, 잠시 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배로 돌아갔나이다. 신들이 직접 나를 쉽게 숨겨 주시고 이 오두막, 현자의 집으로 데려오셨나이다. 살아남는 것이 내 운명이기 때문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가엾은 손님이시여.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오나, 아무 소용이 없나이다. 저는 오지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겠나이다. 어찌하여 그런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셨나이까. 저는 주인님의 귀환에 대해 알고 있나이다. 신들은 그를 미워하나이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토래성에서 또는 전우들의 품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야 그리스인들이 후대에 그와 그의 아들을 기리기 위해 언덕을 쌓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도둑 같은 바람이 그를 앗아 갔나이다. 이제 그에게는 영광이 없나이다. 저는 외톨이이옵니다. 저는 여기서 돼지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현명한 연로비가 소식을 전해주려고 저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마을에 나가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은 그녀 주위에 모여 질문을 하나이다. 어떤 이들은 떠나간 주인님을 슬퍼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몫을 챙겨 먹으려고 기뻐하나이다.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아니하나이다. 아이톨리아 사람이 거짓말로 저를 속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먼 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다 말하며 제 집에 찾아왔나이다. 나는 그를 환영하였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이도메네우스와 함께 크레타에서 폭풍에 난파된 배들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말하였나이다. 그는 나의 주인이 여름이나 수확기에 보물을 잔뜩 모아 부자가 되어, 선원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였나이다. 신이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니, 나를 속이거나 거짓말로 잘 보이려 하지 마시오. 노인이여, 내가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의 신인 상제에 대한 두려움과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대답하되,
「당신은 너무 회의적이시구나. 내 맹세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를 믿지 않을 것 같구나. 오림산의 신들이 증인이 되어 당신의 주인이 이 집으로 돌아오면 당신은 내게 입을 옷을 주고 둘리키움으로 가는 것을 도와 주소서. 나는 그곳에 가고 싶나이다. 그러나 만일 그분이 오지 아니하시고 제가 틀렸다면, 당신의 노비들이 저를 절벽 아래로 몰아넣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다른 거지들이 당신을 속이려 들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정직한 돼지치기는 대답하되,
「손님이여, 제가 당신을 안으로 모시고 환영한 다음 죽인다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칭송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떻게 양심의 가책 없이 상제에게 기도할 수 있겠나이까. 어쨌든 지금은 저녁 시간이옵니다. 제 부하들이 안으로 들어와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읍시다.」
이것이 그들의 대화였느니라. 목동들이 들어와 돼지들을 평소처럼 우리에 몰아넣어 쉬게 하였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귀한 돼지치기는 부하들에게 이르되,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을 위해 가장 좋은 돼지를 가져오너라. 우리 모두 즐겁게 먹자. 우리는 이 하얀 어금니 돼지들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애써 얻은 음식을 먹어 치우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아니한다.」
날카로운 청동 도끼로 나무를 Pac다. 그들은 살찐 오 년 된 돼지 한 마리를 가져와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돼지치기는 마음이 선하여 신들을 생각하였다. 그는 돼지의 머리털을 깎아 불에 던지고, 자신의 지혜로 주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였다. 그는 몸을 쭉 뻗어 참나무 장작으로 돼지를 내리쳤다. 돼지가 죽자 그들은 목을 베고 가죽을 그슬린 다음 잘게 잘랐다. 돼지치기는 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기름진 부분 위에 살코기를 얹고 그 위에 보리알을 얹어 불 위에 올렸다. 나머지는 썰어서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운 다음 고기를 꺼내 접시에 수북이 담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고기를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주었다. 첫 번째는 헤르메스와 산령녀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그다음은 그는 나머지 음식을 남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오지수에게 척추에서 잘라 낸 귀한 조각을 주었다. 그의 주인은 기뻐하며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자네가 내게 이렇게 좋은 것을 주니 상제께서 자네를 나처럼 축복하고 사랑하시기를.」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손님이여, 드십시오. 비록 소박하나 맛있게 드십시오. 신들은 주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들의 뜻이옵니다. 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선홍빛 포도주를 따라 제물을 바친 다음,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잔을 주었다. 마침내 돼지치기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였다. 음식을 내어 준 사람은 메사울리우스였다. 그는 에우마이오스가 주인이 없는 동안, 그의 여주인이나 라에르테스의 도움 없이, 타피아 사람들과 교환하여 사들인 노비였다. 모두들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뻗었다.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섭취한 후, 메사울리우스는 주변을 정리하였다. 사람들은 빵과 고기로 배가 불러 잠이 간절하였다.
밤이 되었다. 달빛 없는 매서운 밤이었다. 상제는 끊임없이 비를 내렸고, 젖은 제피로스는 더욱 세차게 불었다. 오지수는 에우마이오스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장포를 벗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벗으라 할지 시험해 보기 위해 이렇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자랑 좀 하겠나이다. 술에 취해 어지럽으나, 술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노래하고 낄낄거리고 춤추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까지 하게 만드나이다. 이렇게 주절거리기 시작하였으니 솔직하게 말해 보겠나이다. 제가 다시 젊고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래성 성벽 아래에서 매복 작전을 세웠을 때처럼 말입니다. 주동자는 면나수와 오지수였고, 저는 세 번째 지휘관으로 뽑혔나이다. 성벽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덤불과 갈대, 늪에 숨어 방패 아래에 엎드렸나이다. 밤이 되자 매섭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찾아왔고, 북풍과 진눈깨비 같은 눈이 내렸나이다. 너무 추워서 무기에 얼음이 얼어붙을 정도였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포를 걸치고 방패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외투를 잊고 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채 두고 나왔나이다. 방패와 빛나는 허리띠만 가지고 있었나이다. 밤이 저물어 별들이 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오지수에게 다가가 그를 쿡 찔렀나이다. 그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었나이다. 나는 이르되, 『폐하, 위대한 장군 오지수여, 저는 이 추위 때문에 죽을 것 같나이다. 외투가 없나이다. 어떤 악령이 저를 속여 튜닉만 입게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나이다.』 그는 즉시 이 해결책을 떠올렸나이다. 얼마나 훌륭한 전략가이자 전사인가. 그는 아주 조용히 속삭이되, 『조용히 하라,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라.』 그는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 이르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신들이 보낸 꿈을 꾸었다. 우리는 배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 누군가 백성의 목자인 건웅에게 가서 더 많은 군대를 보내 달라 말해야 한다.』 그때, 토아스 안드라이몬이 벌떡 일어나 자주색 장포를 벗어 던지고 배들을 향해 달려갔나이다. 나는 황금빛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의 장포 아래에서 편안하게 몸을 웅크렸나이다. 내가 다시 젊고 강하기만 했다면. 그러면 이 농장의 돼지치기들 중 누군가가 존경과 우정의 표시로 내게 장포를 주었을 터인데. 지금은 모두 내가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다 나를 경멸하나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훌륭한 이야기였소, 노인이여. 효과가 있었소. 자네는 가난한 늙은이에게 필요한 모든 옷과 물건들을 얻게 될 것이오. 적어도 지금은 말이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낡은 누더기를 입어야 할 것이오. 우리에게는 옷이 한 벌씩밖에 없소. 여벌 옷은 없소. 주인님의 아들이 도착하면 자네에게 옷을 주고, 자네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어나 불 옆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양과 염소 가죽을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누웠다. 에우마이오스는 오지수에게 아주 추운 날씨에 대비한 크고 두꺼운 장포를 덮어 주었다. 오지수는 잠이 들었고, 젊은이들도 그의 곁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돼지치기는 돼지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떠나려고 하였다. 오지수는 노비가 주인이 없는 동안 자신의 물건들을 잘 챙겨 준 것에 기뻐하였다. 에우마이오스는 잘 단련된 등에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허리띠를 두르고, 방풍 장포와 크고 털이 복슬복슬한 염소가죽을 둘렀다. 그는 사람이나 개를 쫓아낼 날카로운 칼을 챙기고, 은빛 송곳니를 가진 돼지들이 자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잠을 잤다.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가 있었느니라.
==제15권 태명의 귀환==
지혜의 여신은 태명의 무사 귀환을 위해 사필성로 갔다. 그녀는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와 함께 메넬라오스의 현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나, 태명은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신이 주신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부엉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의 곁에 서서 이르되,
「태명아, 더 이상 집을 떠나 재산을 버리고 탐욕스러운 남자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멀리 여행해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재산을 나눠 갖고 당신의 여행을 헛되게 만들 수도 있다. 메넬라오스에게 빨리 도움을 청하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무사히 찾을 수 있도록 하라. 어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이미 어머니에게 에우리마코스와 결혼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에우리마코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장 후하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다. 당신의 전적인 동의 없이는 어머니가 집에서 어떤 물건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여자들이 어떤지 알다시피, 결혼한 남자의 집안일을 돕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을 잊어버린다. 안부조차 묻지 아니한다. 신들이 당신에게 아내를 주실 때까지 가장 아끼는 여종에게 재산을 지키도록 하라.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잘 들어 두어라. 이탁도와 바위투성이의 마을 사이 시냇가에 구혼자 무리가 숨어 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자들 중 일부는 곧 땅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배를 섬에서 멀리 멀리 몰고 밤낮으로 항해하라. 당신을 지키고 지켜보는 신이 당신의 돛에 순풍을 보내 줄 것이다. 이탁도 해안에 처음 도착하면 당신의 부하들은 배를 마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당신은 먼저 대부분의 노비보다 나은 돼지치기를 찾아가라. 그곳에서 밤을 보내라. 그에게 마을로 가서 연로비에게 당신이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하라 하라.」
이 말을 끝으로 여신은 오림산으로 돌아갔다. 태명은 네스토르의 아들을 발로 차 깨우며 이르되,
「피시스트라투스여. 가서 말을 데려와 마차에 싣고 서둘러 출발하자.」
그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아무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칠흑 같은 밤에는 말을 타고 갈 수 없나이다. 곧 동이 틀 것이옵니다. 메넬라오스 님께서 마차를 타고 나와 선물을 가져다주시고, 친절한 말로 우리를 배웅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소서. 후한 주인은 손님이 살아 있는 한 기억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황금빛 옥좌에 앉은 새벽빛이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메넬라오스 왕은 금발의 헬렌과 함께 자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오는 것을 본 태명은 밝은 흰색 튜닉을 입고, 튼튼한 어깨에 위풍당당한 검을 맸다. 그렇게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신과 같은 왕 오지수의 사랑받는 아들은 메넬라오스 곁에 서서 이르되,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시여, 부디 저를 사랑하는 고향으로 보내 주소서. 제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나나이다.」
메넬라오스가 대답하되,
「태명이여, 당신이 정말로 고향에 가고 싶어 한다면 여기 머물게 하지 않겠나이다. 나는 지나친 친절과 지나친 냉담함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균형이 가장 좋나이다. 손님을 억지로 머물게 하는 것은 떠나라 재촉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아니하나이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에는 친절하게 대하고, 떠날 때는 잘 도와 주어야 하나이다. 그러니 친구여, 내가 당신의 마차에 실을 멋진 선물을 가져올 때까지만 머무르시오. 선물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이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우리 집의 풍성한 식량으로 연회를 준비하라 지시하겠나이다. 긴 여행 전에 잔치를 베푸는 것은 명예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이치에 맞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와 함께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기를 원한다면, 내 말을 마차에 태워 모든 마을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가는 곳마다 선물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멋진 청동 삼각대, 솥, 노새 두 마리, 또는 금잔 같은 것들 말이오.」
태명이 대답하되,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나이다. 집에는 제 재산을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이다. 아버지를 찾다가 죽고 싶지도 아니하고, 집에 두고 온 재산을 잃고 싶지도 아니하나이다.」
그러자 메넬라오스 장군은 아내와 여종들에게 풍성한 식량을 준비하라 소리쳤다. 근처에 살던 에테오네우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왔다. 장군은 큰 소리로 명령하되,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라.」
여종은 순종하였다. 그동안 주인은 보물이 가득한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갔다. 헬렌과 메가펜테스도 그와 함께 갔다. 그는 손잡이가 두 개인 잔을 들고 아들에게 은그릇을 가져오라 하였다. 헬렌은 자신이 직접 만든 특별한 옷들을 보관해 둔 궤 옆에 섰다. 그녀는 다른 옷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큰 옷을 들어 올렸는데, 그 옷은 다른 옷들보다 훨씬 더 빛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궁궐을 지나 태명에게로 갔다. 금발의 메넬라오스가 그에게 이르되,
「위대한 천둥의 신이자 헤라의 남편이신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나이다. 깊은 존경의 표시로 내가 가진 보물 중 가장 귀한 것을 드리겠나이다. 금으로 테두리를 두른 순은 그릇이옵니다. 해필수가 만든 것이지요. 시돈의 왕 파이디모스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집에 들렀을 때 내게 선물해 준 것이옵니다. 자, 이것을 받으소서. 당신의 것이옵니다.」
그는 먼저 잔을 건넸고, 메가펜테스는 반짝이는 은그릇을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헬렌의 아름다운 뺨이 붉어지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옷을 들고 이르되,
「사랑하는 아이야, 나도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이 있단다. 네 결혼식 날이 오면 헬렌을 기억하고 신부에게 이 옷을 입히렴. 그때까지는 네 어머니가 잘 보관해 두실 거야. 네가 행복하고 좋은 집을 짓고 조국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란단다.」
그녀는 옷을 건넸고, 그는 기쁘게 받았다. 피시스트라투스 왕자는 모든 선물을 받아 짐에 싸고 마음속으로 감탄하였다. 왕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였고,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한 여종이 아름다운 금 물병과 은그릇을 가져와 그들의 손을 씻겨 주었다. 그녀는 윤이 나는 탁자를 그들 옆에 차려 놓았다. 또 다른 하층민 소녀는 빵과 온갖 음식을 가져왔다. 보에토에데스는 고기를 썰어 내놓기 시작하였다. 왕자는 모두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그들은 앞에 차려진 온갖 진미를 마음껏 먹었다.
배가 부르자 태명과 네스토르의 아들은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고 전차에 멍에를 씌운 후, 메넬라오스가 울려 퍼지는 현관과 문을 나서서 마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 메넬라오스가 오른손에 꿀에 절인 포도주가 담긴 금잔을 들고 그들 바로 뒤에서 달려와 떠나기 전에 제사를 지내자 하였다. 그는 그들 앞에 멈춰 서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이르되,
「얘들아, 행운을 빌어라. 네스토르에게 안부 전해다오. 우리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그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친절하였느니라.」
태명이 조심스럽게 이르되,
「예, 폐하. 그곳에 가면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로 돌아가 오지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나이다. 폐하의 너그러움과 친절에 걸맞은 행운이 저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오른쪽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개는 발톱에 커다란 흰 거위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당에서 잡은 온순한 거위였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거위는 소년들 옆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말들 앞으로 날아갔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네스토르의 아들이 먼저 입을 열되,
「나의 주군이시여, 메넬라오스 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이것은 어떤 신이 우리에게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니면 왕께 보낸 징조이옵니까.」
아레스의 총애를 받는 메넬라오스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때 헬렌이 먼저 말을 가로막되,
「자, 잘 들으소서. 제가 예언을 하나 하겠나이다. 신들이 제 마음에 심어 주신 말씀이며, 저는 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나이다. 독수리가 새끼와 부모가 있는 산에서 날아와 길들여진 거위를 낚아채 갔듯이, 오랫동안 떠나 많은 고난을 겪었던 오지수가 돌아와 복수할 것이옵니다. 사실, 그는 이미 집에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파멸을 심고 있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천둥의 상제께서 당신의 예언을 즉시 이루어 주시기를.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는 여신에게 절하듯 당신에게 경배하겠나이다.」
그는 말들을 채찍질하여 마을 중심부를 지나 넓은 평원으로 질주하게 하였다. 온종일 마구가 덜컹거리며 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들은 오르틸로코스의 아들이자 알페우스의 손자인 디오클레스의 고향 페라이에 도착하였다. 디오클레스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붉은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그들은 말에 멍에를 메고 전차에 올라타 웅장한 현관과 성문을 나서 출발하였다. 말들은 채찍에 힘차게 달려갔다. 곧 그들은 바위투성이의 도시 필성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태명이 피시스트라투스에게 물었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겠나이까. 우리 아버지들이 대대로 친구였고, 우리도 동갑내기인데다가 이번 여행으로 더욱 가까워졌나이다. 제 배를 더 이상 끌고 가지 마시고, 혹시라도 노인이 저를 불러들여 손님으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니 여기에 남겨 주소서.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빨리 가야 하나이다.」
네스토르의 아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들을 배로 돌려 바닷가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서 그는 메넬라오스가 준 값비싼 선물과 옷, 금을 꺼내 배의 선미에 싣고 태명에게 이르되,
「서둘러라. 지금 당장 승선하라. 내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너희가 여기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전에 선원들도 모두 태우고 가라. 아버지를 잘 알아라. 고집이 세시거든. 너희를 보내 주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를 데리러 오실 것이고, 너희 없이는 절대 떠나지 않으실 것이다. 몹시 화를 내실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들에게 박차를 가하였다. 긴 갈기를 휘날리며 말들은 필성 성채를 향해 질주하였다. 태명이 명령하되,
「친구들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에 올라타자. 이제 출발하자.」
그들은 재빨리 순종하여 배의 벤치에 앉았다. 그가 지혜의 여신에게 기도와 제물을 바치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르고스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한 외국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예언자였으며, 한때 양의 땅인 필성에 살았던 멜람푸스의 후손이었다. 멜람푸스는 부유하였고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교만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인 넬레우스에게서 도망쳐 집을 떠났다. 넬레우스는 멜람푸스가 필라쿠스의 집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빼앗았다. 복수의 여신이 멜람푸스에게 넬레우스의 딸에 대한 위험한 집착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니라. 멜람푸스는 간신히 탈출하여 소떼를 몰고 필라쿠스에서 필성로 향하였다. 그는 넬레우스가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복수를 하고, 그 여자를 형의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맞이한 후, 말의 고향인 아르고스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아르고스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니라. 그는 두 명의 강인한 아들, 만티우스와 안티파테스를 두었는데, 안티파테스는 영웅 오이클레스의 아버지였고, 오이클레스의 아들은 전쟁 영웅 암피아라오스였다. 아이기스를 든 상제와 아폴론은 그를 진심으로 숭배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테베에서 살해당하여 장수하지 못하였다. 그는 두 아들, 암필로코스와 알크마이온을 두었다. 만티우스의 아들은 클리투스와 폴리페이데스였다. 클리투스는 너무나 잘생겨서 새벽의 신에게 데려가졌고, 폴리페이데스는 암피아라우스가 죽은 후 아폴론이 인간 중 최고의 예언 능력을 부여한 인물이었다. 이 예언자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히페리시아로 이주하였고, 거기서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었다. 태명이 포도주를 따르며 신들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은 그의 아들 테오클리메누스였다.
낯선 이가 이르되,
「친구여, 자네가 제물을 바치고 있는 것을 보았네. 종교와 신들, 그리고 자네와 자네 부하들의 목숨을 걸고 간청하건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 부모는 누구인가. 자네 고향은 어디인가.」
태명이 대답하되,
「낯선 이방인이여, 자네를 위해 말하겠네. 나는 이탁도 출신이네. 내 아버지는 오지수였네. 그는 살아 있었으나, 지금쯤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 것이네. 내가 이 배와 선원들을 얻은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네. 나는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였네.」
그러자 낯선 사람이 대답하되,
「저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이다. 저는 제 부족 사람을 죽였고, 아르고스에 영향력 있는 형제와 친척들이 많아서 도망 다니고 있나이다. 그들이 저를 죽이려 하나이다. 저는 이제 집 없는 신세가 되었나이다. 그러나 제발, 저를 당신 배에 태워 주소서. 저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신께 왔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쫓고 있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좋소. 우리 배에 함께 타시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 당신은 우리의 손님이오.」
그는 낯선 사람의 창을 빼앗아 갑판에 놓고는 자신도 배에 올라 선미에 앉았다. 그리고 손님도 선미에 앉도록 하였다. 그들은 밧줄을 풀었다. 태명은 선원들에게 돛대를 잡으라 명령하였고, 그들은 즉시 복종하여 나무 돛대를 세우고 소켓에 고정시킨 다음, 앞돛줄로 묶고 가죽 밧줄로 흰 돛을 올렸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은 맑은 하늘을 가르는 거센 바람을 보내 순풍을 불어넣었다. 배는 크루니와 아름다운 칼키스 강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고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상제가 불어 준 바람에 힘입어 배는 파이아를 지나 에페이아인들이 다스리는 유명한 엘리스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바늘섬을 향해 나아갔으나, 여전히 죽음을 확신할 수 없었느니라.
한편, 오지수는 오두막 안에서 고귀한 돼지치기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오지수는 돼지치기가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줄지, 농장에 머물도록 권할지, 아니면 마을로 보낼지 시험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잘 들어라. 그리고 너희 모두 잘 들어라. 새벽에 마을로 가서 구걸할 생각이다. 너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아니하다. 길 안내와 나와 함께 갈 안내자만 있으면 된다. 나는 혼자서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실 것과 빵 조각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오지수 왕의 집에 도착하면 연로비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권력 있는 구혼자들과 어울릴 생각이다. 그들이 풍족한 창고에서 나에게 음식을 좀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당장 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나는 그럴 능력이 있다. 은혜를 베풀고 모든 인간의 노동을 영광스럽게 하는 신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나에게 모든 가사일에 비할 데 없는 솜씨를 주었다. 불을 피우고, 장작을 패고, 고기를 썰고 굽고, 포도주를 따르는 것까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섬기기 위해 하는 모든 허드렛일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우마이오스는 화를 내며 이르되,
「안 됩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시나이까. 그 구혼자 무리 사이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당신은 죽임을 당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공격성은 철과 하늘까지 닿을 정도이옵니다. 게다가 그들을 시중드는 자들은 당신과는 다르나이다. 그들은 잘 차려입고, 윤이 나는 깨끗한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옵니다. 윤이 나는 탁자 위에 빵과 포도주와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시중들고 있나이다. 여기 머무르소서. 아무도 당신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아니하나이다. 저도,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오지수의 아들이 도착하면 제대로 된 장포와 튜닉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옵니다.」
고통에 익숙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상제께서 저처럼 당신을 사랑하시기를 바라나이다. 당신께서 저를 방랑의 고통에서 구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인간이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은 집 없는 삶이옵니다. 우리는 극심한 굶주림 때문에 이 삶을 견뎌야만 하나이다. 집 없는 이방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께서 저에게 젊은 주인님을 기다리라 하셨으니, 오지수의 부모님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의 아버지는 떠날 때 노년에 접어드셨는데, 아직 살아 계시나이까. 아니면 돌아가셨나이까.」
그가 대답하되,
「나그네여, 진실을 말하겠나이다. 라에르테스는 살아 있으나, 늘 상제에게 집에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게 해 달라 기도하고 있나이다.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너무나 괴로워 제때보다 일찍 늙어 버렸나이다. 아내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나이다. 어떤 친구에게도 그런 죽음을 바라지 아니하나이다. 유명한 영웅인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서 말이다. 살아생전, 슬픔 속에서도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나이다. 그녀는 막내딸이자 강하고 예쁜 크티메네와 함께 나를 키웠나이다. 그녀는 우리 둘을 함께 키우면서 나를 거의 동등하게, 다만 조금 덜 존중해 주었나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자, 그들은 크티메네를 거액의 지참금을 받고 사메로 보냈나이다. 어머니는 내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입히고 샌들을 신겨 시골로 보냈나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였나이다. 나는 두 사람 모두 그립나이다. 신들이 나를 이렇게 만드셨나이다. 이곳에서의 사업이 번창하여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였고 손님들에게도 대접할 수 있었나이다. 그러나 주인님에 대한 좋은 소식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침략자들 때문에 집이 폐허가 되었다 하나이다. 주인님의 모든 노비들은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문을 듣고, 음식을 나눠 먹고, 밭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 노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외치되,
「에우마이오스여. 네가 집과 부모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끌려갔을 때 얼마나 어린아이였단 말인가.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그들이 살던 도시가 약탈당했단 말인가. 아니면 네가 홀로 양이나 소를 치고 있을 때 산적들이 너를 발견했단 말인가. 그들이 너를 붙잡아 배에 태운 다음, 이 사람의 집에서 값싸게 팔았단 말인가.」
돼지치기가 그에게 대답하되,
「나그네여, 이렇게 물으셨으니 들어보소서. 조용히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제 이야기를 즐기소서. 이 밤들은 마법과 같나이다. 잠도 잘 자고 이야기도 들을 시간이 충분하니까요. 너무 일찍 주무실 필요는 없나이다. 건강에 좋지 아니하나이다. 잠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라면 가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주인의 돼지를 치러 가야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당신과 저는 제 오두막에 앉아 음식과 포도주를 나누며 서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나누도록 합시다. 오랜 세월 고통과 집을 떠나 살아온 사람은 슬픔을 즐길 수도 있나이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제 이야기를 해 드리겠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시리아라는 섬이 있나이다. 태양이 오르티기아 위에서 도는 곳이지요. 주민은 적으나 양과 포도주와 곡식이 풍부한 좋은 땅이옵니다. 그곳 사람들은 기근이나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늙어가고, 아림 여신은 그들의 부드러운 화살을 통해 그들을 보살피나이다. 은빛 활을 가진 아로왕 신이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였나이다. 땅은 두 개의 지방으로 나뉘었고, 나의 아버지 크테시우스는 두 지방 모두의 왕이었나이다. 그때 탐욕스러운 상인들이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페니키아인으로,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자들이었고, 검은 배에는 엄청난 보물이 가득 실려 있었나이다. 나의 아버지 집에는 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이 있었는데,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 재주가 뛰어났나이다. 그 교활한 악당들은 그녀를 속였나이다. 그중 한 명이 먼저 배 옆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와 동침하였나이다. 성욕은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나이다. 아무리 훌륭한 여자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어디 출신이고 누구인지 물었나이다. 그녀는 그에게 나의 아버지 궁전을 보여 주며 이르되, 『저는 청동이 풍부한 시돈 출신이옵니다. 저는 부유한 아리바스의 딸이옵니다. 어느 날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타피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이 남자의 집으로 끌려와 거액을 받고 팔렸나이다.』 그녀의 비밀 연인이 이르되, 『그렇다면 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옵니까. 우리와 함께 부모님과 멋진 집을 다시 뵙고 싶지 않으시옵니까. 그분들은 살아 계시고 지금은 꽤 부유하시옵니다.』 여자가 이르되, 『오, 물론이옵니다. 모든 선원들이 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겠다 맹세한다면요.』 그러자 그들은 여자가 부탁한 대로 맹세하고 엄숙히 서약하였나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르되, 『여러분은 입을 다물어야 하고, 길가나 분수대에서 저를 마주치더라도 말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집에 계신 노인에게 말할지도 모르나이다. 그러면 노인이 의심하고 저를 묶어놓고 여러분을 죽이려고 할 것이옵니다. 이 말을 명심하고, 거래를 빨리 마무리하소서. 배에 집으로 가져갈 물건이 가득 차면 저에게 빨리 소식을 전해주소서. 저도 금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재산을 가져갈 것이옵니다. 그리고 배삯으로 줄 선물도 하나 더 있나이다. 저는 주인님의 영리한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 아이는 항상 저와 함께 밖에서 뛰어다니나이다. 그 아이를 배에 태우면 꽤 비싼 값에 팔릴 것이옵니다. 외국인들이라고 하였나이다.』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궁궐로 돌아갔나이다. 그들은 일 년 동안 우리와 함께 머물면서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였고, 배의 화물칸을 가득 채웠나이다. 떠날 때가 되자, 그들은 아버지 집에 있는 여자에게 알리기 위해 사람을 보냈나이다.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나이다. 그는 호박 구슬이 꿰어진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궁궐의 노비 소녀들과 어머니는 그것을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며 얼마인지 묻기 시작하였나이다. 그는 여자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로 돌아갔나이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앞마당으로 데리고 나갔나이다. 거기서 연회를 마치고 회의를 하러 간 아버지 부하들이 탁자에 남겨 둔 컵 몇 개를 발견하였나이다. 그들은 토론을 하고 있었나이다. 어머니는 컵 세 개를 가져다가 옷 속에 숨기고 가지고 나갔나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뒤따라갔나이다. 해가 지자 우리는 어두운 거리를 서둘러 항구로 향하였나이다. 그곳에는 빠른 페니키아 배가 있었나이다. 모두 배에 올랐나이다. 우리도 배에 태워 주고는 파도를 넘어 항해를 시작하였나이다. 상제께서 순풍을 보내 주셨지요. 이레 동안 항해를 하다가 여덟째 날에 아림가 그 여자를 화살로 맞혔나이다. 그녀는 갈매기처럼 배의 선창에 부딪혔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와 물개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는 그곳에 남겨져 상심하였나이다. 해류가 그들을 이탁도로 실어 날랐고, 라에르테스가 그의 재산으로 저를 사 왔나이다. 그렇게 저는 이 땅을 처음 보게 되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의 고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구나. 그러나 결국 상제께서 당신을 축복하셨으니,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당신은 친절한 사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풍족하게 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은 편안하구나. 그러나 저는 아직도 길을 잃었나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마을을 헤매고 다녔나이다.」
이렇게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고, 잠시 눈을 붙였다. 곧 새벽이 밝아왔다.
한편, 태명은 육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부하들은 재빨리 돛을 내리고 돛대를 내린 후 노를 저어 정박지로 향하였다. 그들은 닻줄을 던지고 배의 선미에서 밧줄을 묶은 다음, 파도를 헤치고 배에서 내려 해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붉은 포도주를 섞어 저녁을 차렸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소년은 현명하게 이르되,
「여러분은 배를 마을 쪽으로 끌고 가시고, 저는 제 영지의 들판에 있는 목동들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그리고 저녁에 마을로 돌아오겠나이다. 새벽에 여러분을 위해 고기와 포도주로 잔치를 베풀겠나이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물었나이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까, 얘야. 누구의 집으로 가야 할까. 이 땅을 다스리는 자들의 집으로. 아니면 바로 네 어머니 댁으로 가야 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평소 같으면 당신을 초대하였을 것이옵니다. 우리는 좋은 주인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는 게 좋겠나이다. 저는 집에 없을 것이고, 어머니도 당신을 만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어머니는 위층에서 베틀에서 베를 짜고 계시는데, 구혼자들이 자신을 보는 걸 원치 않으시거든요. 그러니 다른 사람 집으로 가시는 게 좋겠나이다. 솜씨 좋은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의 집으로요. 이탁도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여기나이다. 그는 가장 유력한 구혼자이고, 제 어머니와 결혼해서 오지수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 가장 열심이옵니다. 상제만이 미래를 아시지요. 에우리마코스는 결혼 전에 끔찍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의 전령인 매였다. 매는 발톱으로 비둘기를 움켜쥐었고, 깃털이 배와 어린 태명 사이로 흩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누스가 그를 따로 불러 손을 잡고 이르되,
「태명이여. 어떤 신이 이 새를 당신의 오른손에 날리도록 보냈소. 나는 이것이 징조임을 즉시 알아차렸소. 이탁도 전체에서 당신 가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가문은 없소. 당신들은 영원히 왕이 될 것이오.」
그가 대답하되,
「오, 낯선 이여. 당신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제 우정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선물을 드리겠나이다. 그러면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감명을 받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충실한 부하에게 이르되,
「피레우스여, 당신은 나와 함께 필성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나이다. 이 낯선 이를 당신의 집에 데려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친절하게 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소서.」
피레우스가 대답하되,
「당신이 얼마나 오래 떠나 계시든 제가 그를 돌보겠나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배에 올라타서 선원들에게도 올라와서 밧줄을 풀라 말하였다. 그들은 그대로 하고 벤치에 앉았다. 그러자 태명은 샌들을 신고 갑판에서 날카로운 청동 창을 꺼냈다. 사람들은 밧줄을 풀고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 명령한 대로 마을을 향해 배를 저었다. 소년은 농장 마당에 도착할 때까지 빠르게 걸었다.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돼지가 있었고, 주인을 도울 줄 아는 돼지치기가 그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느니라.
==제16권 부자상봉==
새벽녘에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아침을 차리고 불을 지핀 다음, 몰아 놓은 돼지들을 데리고 목동들을 내보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 짖어대던 개들이 태명을 보자 조용해졌다. 오히려 그에게 헐떡거렸다. 오지수는 개들의 행동을 보고 발소리가 들리자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누군가 오는 게 틀림없다. 친구인지 아는 사람인지. 개들이 짖지도 아니하고 친근하게 구는 걸 보니 발소리가 들리는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성문 안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돼지치기는 벌떡 일어나 포도주를 섞던 잔을 떨어뜨려 포도주가 쏟아졌다. 그는 주인에게 달려가 얼굴과 빛나는 눈, 두 손에 입맞추고 울었다. 마치 십 년 동안의 슬픔 끝에 타지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외아들, 가장 소중한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태명을 껴안고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입맞춤을 하였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 그는 이르되,
「사랑하는 내 아들아. 태명아, 네가 돌아왔구나. 네가 필성로 떠난 후로는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들어오렴.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구나. 들어오렴. 너는 우리 같은 목동들을 보러 시골에 자주 오지 않잖아. 너는 도시에 남아서 그 악랄한 구혼자 무리를 감시하곤 하지.」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할아버지여, 예, 들어가겠나이다. 직접 뵙고 어머니께서 아직 집에 계신지, 아니면 다른 남자와 결혼하셨는지, 오지수의 침대가 거미줄로 뒤덮여 텅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나이다.」
돼지치기이자 지휘관인 그가 이르되,
「정말이로다, 어머니의 마음은 변치 아니한다. 어머니는 네 집에 계시면서 밤낮으로 슬퍼하고 계신다.」
그는 태명의 칼을 받아 들었다. 소년은 돌로 된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리를 권하였으나, 태명은 거절하며 이르되,
「낯선 분이시여, 거기 앉으소서. 저는 제 오두막 근처에서 의자를 찾을 수 있나이다. 노비가 도와줄 것이옵니다.」
오지수는 돌아가서 다시 앉았다. 돼지치기는 태명이 앉을 수 있도록 땔감과 양털을 깔아 주었다. 그는 바구니에 빵을 담고 전날 남은 고기를 가져왔다. 그는 나무 그릇에 포도주를 섞어 오지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배를 채운 후, 태명은 고귀한 돼지치기에게 돌아서 이르되,
「할아버지여, 이 낯선 사람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뱃사람들이 어떤 길로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그는 분명 이탁도까지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얘야, 내가 말해 주겠다. 그는 크레타 섬 출신이다. 그는 여러 마을을 헤매다 길을 잃었다 하는데, 어떤 신이 그의 운명을 그렇게 정한 모양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데려온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나와 내 농장에 도착하였다. 그는 네게 간청하는 자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대하면 된다.」
태명이 걱정스럽게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당신이 전하는 이 소식은 저에게 큰 걱정거리이옵니다. 어떻게 그를 제 집에 초대할 수 있겠나이까. 저는 아직 어려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주먹으로 맞서 싸울 수 없나이다. 어머니는 저와 함께 남아 남편의 침실과 소문에 휘둘리지 아니하고 집안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구혼자 중 누구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값비싼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시나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당신 집에 왔으니, 제가 그에게 좋은 옷, 장포와 튜닉, 신발을 입히고 칼도 주고, 길을 안내해 드리겠나이다. 당신이 괜찮으시다면 그를 이 농가에 머물게 해 주시고 잘 보살펴 주소서. 제가 당신에게 옷과 음식을 보내 드릴 테니 그가 다른 남자들이나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구혼자들을 만나러 보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너무 폭력적이옵니다. 그들이 그를 학대한다면 저는 너무나 수치스러울 것이옵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는 없다. 너무 많거든.」
그러자 오지수는 좌절감에 휩싸여 이르되,
「친구여, 당신의 집에서 구혼자들이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듣고 나니, 내가 나서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하나이다. 정말 가슴이 아프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옵니다. 말해 보소서,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기로 선택하였나이까. 이탁도 사람들이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당신에게 등을 돌린 것이옵니까. 아니면 갈등이 닥쳤을 때 마땅히 당신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할 형제들을 탓하는 것이옵니까. 내게도 의지에 걸맞은 젊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가 위대한 오지수의 아들이었다면, 혹은 그 자신이 방랑 끝에 돌아온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직 희망은 있나이다. 오지수의 궁전에 들어가는 순간, 누가 내 목을 베더라도 나는 그들을 없애 버릴 것이옵니다. 설령 내가 진다 해도,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나 혼자서는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내 집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범죄들을 보고만 있겠나이까. 낯선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노비 소녀들이 끌려다니며, 내 아름다운 집에서 강간당하고, 남자들이 포도주와 빵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을. 이런 일들을 위해. 기다림의 게임이여.」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나그네여,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나이다. 이탁도 사람들은 제 적이 아니며, 제가 탓할 형제도 없나이다. 상제께서 우리 가문에 단 하나의 혈통을 주셨나이다. 아르케시우스에게는 아들 라에르테스 하나뿐이었고, 라에르테스에게는 외아들 오지수가 있었으며, 오지수에게는 외아들 제가 있었나이다. 그는 저를 고향에 남겨 두고 떠났나이다. 저를 얻지 못한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인한 침략자들이 득세하고 있나이다. 사메 섬과 둘리키움 섬, 숲이 우거진 자킨토스 섬, 그리고 바위투성이 이탁도 섬의 지배자들까지, 모든 섬에서 가장 강인한 자들이 어머니께 구혼하러 와서 제 재산을 탕진하고 있나이다. 어머니는 끔찍한 재혼을 거부하지도, 끝낼 수도 없나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제 집안 살림을 해치고 있으며, 곧 저마저 해칠지도 모르나이다. 이런 일은 신들의 몫이옵니다. 할아버지여, 이제 서둘러 왕비께 가서 제가 필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전해 주소서.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나이다. 왕비께만 전해 주소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마시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알겠소.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불쌍한 라에르테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겠소. 한동안 그는 오지수를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내키면 밭을 지키고 노비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곤 하였소. 그런데 당신의 배가 필성로 떠난 후로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아니하고 밭을 살피러 가지도 않는다 하더오. 뼈만 남을 정도로 늙어서 울고불고 있다 하더오.」
태명이 차분하게 이르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로군. 그러나 안 된다. 그를 내버려 두시오. 만일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 첫 번째 소원은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오. 어머니께 전할 말씀을 전하고 서둘러 돌아가시오. 그리고 그를 찾아 시골을 헤매지 마시오. 어머니께 비밀리에 소녀를 보내 늙은 라에르테스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라 전해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신발 끈을 묶고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혜의 여신은 그가 마당을 나서는 것을 보고 키가 크고 능숙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곁에 섰다. 오지수는 오두막 입구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태명은 볼 수 없었다.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개들은 그녀를 보았으나 짖지 아니하였다. 두려움에 떨며 낑낑거리며 방 건너편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혜의 여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수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담을 넘어 나와 그녀 옆에 섰다. 그때 지혜의 여신이 이르되,
「위대한 전략가 오지수여, 이제 당신의 아들이 진실을 알 때가 되었나이다. 두 사람은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치할지 함께 계획해야 하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을로 가소서. 저도 곧 그곳에서 당신들을 만나겠나이다. 사실 저는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났나이다.」
그러자 지혜의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만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고, 키를 더 크게 하고 젊어 보이게 하였다. 그의 피부는 그을리고 볼살이 통통해졌으며 턱에는 짙은 수염이 자랐다. 그렇게 지혜의 여신의 마법이 끝나고 그녀는 날아갔다. 오지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혹시 신일까 봐 두려워하였다. 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나이다.
「낯선 분이시여, 전과는 너무나 다르시나이다. 옷도, 피부도…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틀림없나이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제물을 바치고 황금 보물을 드리겠나이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오랜 고통을 겪어 온 오지수가 대답하되,
「나는 신이 아니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을 하느냐. 나는 네 아버지, 네가 슬퍼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잔인한 자들이 너를 그토록 괴롭히는 것은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입맞추고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그는 그때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그가 정말 아버지인지 믿지 못하고 이르되,
「아니에요, 당신은 제 아버지 오지수가 아니에요. 어떤 신이 저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마법을 걸었을 거예요. 필멸의 인간은 자신의 지혜로 늙었다가 다시 젊어질 수는 없어요. 어떤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쉽게 해내지 않는 한 말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분명히 늙었고, 그 더러운 누더기를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처럼 보이시네요.」
교활한 오지수는 날카롭게 이르되,
「아니, 태명아, 네 아버지를 보고 놀라지 마라. 바로 나다. 다른 사람이 오는 게 아니다. 나는 오지수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길을 잃었으나, 이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은 지혜의 여신의 솜씨다. 여신은 마음대로 나를 변신시킬 수 있다. 때로는 집 없는 거지로, 때로는 왕자의 옷을 입은 젊은이로 만들기도 한다. 천상의 신들에게는 필멸의 인간을 아름답게 하거나 추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명은 아버지를 껴안고 울었다. 두 사람은 깊은 슬픔에 잠겨 사냥꾼에게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를 빼앗긴 독수리나 콘도르처럼 날카로운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그만큼 서럽게 울었다. 그들의 슬픔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을 터인데, 그때 갑자기 태명이 이르되,
「아버지여, 선원들이 어떤 길로 아버지를 이탁도까지 데려왔나이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나이까. 아버지가 걸어서 오신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들아, 모든 것을 말해 주겠다. 항해술로 유명한 페아키아인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언제나 손님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들의 배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고, 그들은 나를 이탁도에 내려놓았다. 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금과 청동, 그리고 옷가지와 같은 귀한 선물들을 가져왔는데, 신들의 뜻에 따라 그것들은 동굴에 보관되어 있다. 지혜의 여신은 내게 이곳에 와서 너와 함께 적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우라 말씀하셨다. 구혼자는 몇 명이나 되느냐.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총명하기로 유명하니, 우리 둘이서만 싸울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지 알아내겠다.」
태명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르되,
「아버지여, 저는 항상 아버지께서 창술과 책략에 능하시다 이야기를 들었나이다. 그러나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과하시나이다. 우리 둘이서 저렇게 강하고 많은 사람들과 싸울 수는 없나이다. 몇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나 되나이다. 구혼자들의 수를 빨리 알려 드리겠나이다. 둘리키움에서 온 쉰두 명은 모두 뛰어난 전사들이고, 여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왔나이다. 사메에서 온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 온 스무 명, 그리고 바로 이 이탁도에서 온 열두 명은 모두 건장한 젊은이들이옵니다. 그들에게는 메돈이라는 하인과 시인 한 명, 그리고 고기를 잘 써는 노비 두 명이 동행하나이다. 만일 그 많은 남자들이 집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을 때 공격한다면, 당신은 그들의 폭력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옵니다. 좀 더 생각해 보소서. 우리를 위해 싸워 줄 조력자를 찾을 수 있나이까.」
오지수가 이르되,
「지혜의 여신과 그녀의 아버지 상제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도움이 필요할까.」
태명이 대답하되,
「당신이 언급한 신들은 훌륭한 수호자이옵니다. 그들은 구름 높은 곳에 앉아 인간과 신 모두를 다스리나이다.」
노련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저 두 사람은 우리가 구혼자들과 싸우기 시작할 때, 즉 내 집에서 전쟁의 신이 우리와 그들의 전투력을 시험할 때,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 것이다. 새벽에 돌아가서 그 오만한 젊은이들과 합류해라. 돼지치기가 나를 마을까지 호위할 것이다. 나는 다시 거지처럼 보일 것이다. 만일 그들이 나를 학대하고 네가 내가 고통받는 것을 보더라도, 그들이 나에게 무기를 던지고 발을 잡아 밖으로 내던지더라도, 너는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야 한다. 그저 지켜보고 화를 내지 마라. 정중하게 그들에게 이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 말해라. 그들은 네 말을 무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파멸의 날이 가까워졌다. 이제 잘 들어라. 나의 가장 든든한 공모자인 지혜의 여신이 내 심장을 톡톡 두드릴 것이고, 나는 너에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다음 집에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찾아 위층 창고에 숨겨 두어라. 그리고 구혼자들이 물으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고는 이렇게 둘러대라. 『그들은 불 근처에 있어서 연기 때문에 상하고 있었으니 옮겨 놓았을 뿐입니다. 오지수가 토래성으로 떠나기 전의 광채를 잃어가고 있었거든요. 상제 신이시여, 제가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당신들이 술에 취하면 싸우고 서로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멋진 저녁 식사와 구애가 망쳐질 겁니다. 무기는 사람을 무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라. 그리고 우리 둘이서 잽싸게 공격하기 전에 챙길 수 있도록 칼 두 자루, 창 두 자루, 두꺼운 방패 두 개를 남겨 두어라. 지혜의 여신이 그들을 홀릴 것이고, 영리한 상제가 도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나의 친아들이라면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라. 라에르테스와 돼지치기, 여종들, 심지어 연로비조차도 여자들의 태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알아서는 안 된다. 또한 시험해 봐야 한다. 남자 노비들을 살펴보고, 누가 마음속으로 나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누가 당신을 마땅히 존경해야 할 만큼 우러러보는지 알아보거라.」
그의 빛나는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여, 곧 제 용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저는 강인하나이다. 그러나 그렇게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그동안 구혼자들은 아버지 집에 앉아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며 재산을 탕진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소서. 여자들에 대해서는, 누가 순결하고 누가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나이다. 그러나 남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이다. 상제께서 징조를 보여 주시면 나중에 해도 되나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하였느니라. 그때 태명이 필성로 갔던 배가 이탁도 중심 도시의 만에 정박하였다. 그들은 배에서 내려 배를 해안으로 끌어올렸다. 노비들은 값비싼 선물과 무기를 꺼내 클리티우스의 집으로 가져갔다. 전령이 왕비에게 태명이 이탁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혹시라도 왕비가 아들 때문에 걱정하며 울고 있을까 봐 배를 끌어와 마을로 와야 한다 말했다고 하였다. 돼지치기와 전령은 같은 임무를 띠고 왕비를 만나러 갔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여종들이 전령 주위에 모여들었다. 전령이 이르되,
「위대한 왕비님,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오셨나이다.」
그리고 돼지치기는 왕비를 따로 데리고 가서 아들이 전하라 한 말을 전하였다. 말을 마치자 돼지치기는 홀을 지나 안뜰로 나가 자신의 돼지들에게로 갔다. 구혼자들은 마음이 상하고 낙담하였다. 보리보의 아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 건방진 녀석의 여정이 성공하였소. 우리는 그가 실패할 것이라 확신하였소. 우리는 노 젓는 사람들을 태운 가장 좋은 배를 띄워 바다를 건너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당장 돌아오라 전해야겠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암피노무스가 항구 안에서 육지를 등지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하였다. 돛을 접고 선원들이 노를 젓고 있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이르되,
「사신을 보낼 필요도 없소. 그들은 이미 돌아왔소. 어떤 신이 그들에게 알려 주었거나, 아니면 그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따라잡지 못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그들은 벌떡 일어나 해변으로 내려가 검은 배를 육지로 끌어올렸고, 하인들은 자랑스럽게 무기를 꺼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시장으로 몰려가 젊은이든 노인이든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나서 안타이노스가 그들에게 연설하되,
「정말 놀랍구나. 신들이 이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냈구나. 며칠 동안 우리 정찰병들은 바람 부는 절벽에서 교대로 감시하였느니라. 해가 지면 해안에서 밤을 지새우지 아니하고 태명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바다에서 매복하였느니라.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하였느니라. 그런데 어떤 신이 그를 집으로 데려왔느니라. 우리는 그를 죽일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가 도망쳐서는 안 된다. 그는 우리의 속셈을 알고 있으니 살아남으면 우리의 구혼을 방해할 것이고, 음모를 꾸밀 것이다. 그러면 백성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태명이 백성들을 모을 것이다. 그는 격노할 것이고, 행동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어나서 우리가 그를 죽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말할 것이다. 백성들이 우리의 범죄를 알게 되면 우리를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다치거나 고향에서 쫓겨나 타국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 그를 시골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 혹은 길에서 잡자. 그의 재산을 강탈하고 나눠 갖도록 하자.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모시고, 누구와 결혼하든 그 남자는 집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살려 두고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몰려와 그의 집 안의 재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선물을 보내며 그녀에게 구애해야 한다. 언젠가 그 아가씨는 결혼할 것이고, 가장 많은 선물을 보낸 남자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침묵하였다. 그때 니소스의 유명한 아들 암피노무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둘리키움의 밀밭과 목초지에서 왔다. 그는 총명하였고, 연로비는 다른 남자들보다 그의 말을 더 좋아하였다. 그는 현명하게 이르되,
「친구 여러분, 저는 태명을 죽일 생각이 없나이다. 왕족을 죽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옵니다. 그러니 먼저 신들의 뜻을 알아야 하나이다. 위대한 상제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직접 그를 죽이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동참을 촉구하겠나이다. 신들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나이다.」
그가 말하자 그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일어서서 오지수의 집으로 돌아가 윤이 나는 의자에 앉았다. 연로비는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알게 되었으니 이 무례한 구혼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메돈이 그들의 계획을 엿듣고 그녀에게 알려 준 것이었다. 시녀들을 곁에 두고 그녀는 아래층 홀로 내려가 그들에게 다가가 문기둥 옆에 서서 얼굴에 베일을 썼다. 그녀는 안타이노스에게 이르되,
「당신은 짐승이다. 교활한 놈이다. 범죄자여. 사람들은 당신이 이탁도에서 당신 또래 중 가장 똑똑하다 말하나,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미쳤다. 어찌하여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 상제께서 지키시는 간청으로 맺어진 인연을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이냐. 당신의 아버지가 이탁도 사람들에게 쫓겨 도망쳐 왔다는 걸 잊었느냐. 이탁도 사람들은 그가 타포스의 해적들과 합류하고 우리의 동맹인 테스프로토스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분노하였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그를 죽이고, 심장을 뜯어내고, 그의 재산을 빼앗으려 하였느니라. 오지수가 그를 보호하였느니라. 그런데 이제 당신은 은인의 재산을 탐하고, 그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하고, 심지어 나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라. 그리고 다른 구혼자들도 그만두게 하라.」
그가 이르되,
「연로비여, 걱정하지 마소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소서. 내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의 아들을 해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옵니다. 맹세컨대, 만일 누군가 시도한다면 내 칼로 그의 피를 흘리게 할 것이옵니다. 당신의 도시를 약탈하던 남편은 종종 나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고기를 조금씩 먹여 주고 붉은 포도주를 마시게 해 주곤 하였나이다. 그래서 지금 태명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서 아무런 위험도 없나이다. 신들이 가져다주는 죽음 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없나이다.」
그는 그녀를 달래려고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녀의 아들을 죽일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는 밝고 통풍이 잘 되는 침실로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울었고, 지혜의 여신이 그녀에게 편안한 잠을 주었다.
저녁이 되자 돼지치기가 집으로 돌아와 오지수를 발견하였다. 그와 그의 아들은 일 년 된 돼지를 잡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은 오지수 곁으로 와서 다시 한번 지팡이로 그를 건드려 초라하고 늙어 보이게 하였다. 돼지치기가 들어왔을 때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돼지치기가 연로비에게 비밀을 누설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니라.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태명이 먼저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돌아왔구나. 마을 소식은 어떻지. 그 오만한 구혼자들이 매복에서 돌아와 내 집에 와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잡히려고 숨어 있는 건가.」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 질문을 하려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네. 나는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하고 돌아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당신의 부하 중 한 명, 전령이 나와 함께 갔는데, 그가 당신 어머니께 먼저 소식을 전하였다. 한 가지 더 본 것이 있다. 마을 바로 위 헤르메스 언덕을 지나갈 때, 사람들로 가득 차 방패와 창을 잔뜩 실은 배 한 척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자 태명 왕자는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눈을 마주쳤다. 에우마이오스가 보지 못하게 숨긴 채였다. 요리가 끝나자 그들은 저녁 식사를 똑같이 나누어 먹었고,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느니라.
==제17권 모욕과 학대==
이에 갓 태어난 새벽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자, 오지수의 아들 태명은 멋진 샌들을 신고 손에 꼭 맞는 튼튼한 창을 들고 길을 나섰도다. 그는 돼지치기에게 이르되,
“할아버지여, 저는 어머니를 뵈러 마을에 가야 하나이다. 어머니를 뵙기 전까지 어머니는 계속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실 것 같나이다. 이제 할아버지께서 이 불쌍한 늙은이를 마을로 데려가 구걸하게 해 주셔야 하나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먹을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지금 모든 사람을 상대할 여유가 없나이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나이다. 그분이 화를 내시더라도 그건 그분의 문제일 뿐이니이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친구여, 나는 여기 머물고 싶지도 아니하니라. 거지들은 마을과 시골을 떠돌아다녀야 하느니라. 나는 자선가들에게서 음식을 얻어먹을 것이로다. 나는 너무 늙어서 감독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농부로 여기 머물 수 없느니라.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불 옆에서 몸을 녹이면 그 사람이 나를 데려갈 것이로다. 내게는 이 누더기 옷밖에 없느니라. 아침 서리가 내리면 죽을지도 모르느니라. 네가 말했듯이 마을은 멀도다.”
그러자 태명은 구혼자들을 혼내 줄 계획을 생각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도다. 왕궁에 도착하자 그는 창을 기둥에 기대어 놓고 돌로 된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느니라. 의자에 양털을 깔고 있던 유모 명숙이 그의 도착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도다. 그녀는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었으며, 고집 센 오지수의 다른 여인들도 모여들어 태명의 머리와 어깨에 입맞추며 그를 환영하였느니라.
그때 현명한 연로비가 여신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와 사랑하는 아들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도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추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쏟아내되,
“태명아, 왔구나! 사랑스러운 아들아! 네가 아버지 소식을 듣기 위해 나에게 말도 없이 필성로 몰래 갔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느니라. 무슨 일을 보고 왔느냐?”
태명은 침착하게 이르되,
“어머니, 저를 화나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려 하지 마소서. 저는 위험에서 살아남았나이다.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소서. 그리고 시녀들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소서. 모든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소서. 이제 저는 마을로 나가겠나이다. 이탁도에 저보다 바로 뒤에 도착한 낯선 사람을 초대하겠나이다. 저는 그를 용감한 부하들과 함께 먼저 보냈고, 피레우스에게 그를 집으로 데려가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였나이다.”
그의 말은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도다. 어머니는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고 아낌없이 제물을 바치며 상제께서 언젠가 복수해 주시기를 간청하였느니라. 태명은 창을 들고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옆에 두고 홀을 가로질러 걸어 나갔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에게 신비로운 은총을 내리셨느니라. 모두가 그의 등장에 놀랐도다. 구혼자들은 주위에 모여들어 친절한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걸었으나, 속으로는 그를 해치려는 속셈이었느니라.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피해 명토르와 안티푸스, 할리테르세스와 합류하였으니, 이들은 그의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도다. 그들은 그에게 자세히 질문하였느니라.
그때 피레우스가 테오클리메누스라는 낯선 사람을 데리고 마을 중심부로 다가왔도다. 태명은 즉시 길을 나서서 그 낯선 사람 곁에 섰으며, 피레우스가 먼저 입을 열되,
“태명이여, 여자들을 어서 내 집으로 보내소서. 면나수가 당신에게 준 선물을 돌려주겠나이다.”
그러나 태명은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피레우스여, 안 되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나이다. 만약 제 집에 있는 구혼자들이 몰래 저를 죽이고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 갖는다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당신이 선물을 받는 것을 더 원하나이다. 그리고 만약 제가 그들을 죽여 파멸을 가져온다면, 제게 선물을 가져다주소서. 그러면 우리 둘 다 행복할 것이니이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지친 나그네를 집으로 데려가 의자에 장포를 깔아 주었도다. 그들은 목욕하러 갔으며, 여종들이 그들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고 양모 장포와 튜닉을 입혀 주었느니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의자에 앉았도다. 한 여종이 금 항아리를 가져와 은 그릇에 담긴 세숫대야에 그들의 손을 씻어 주었으며, 그녀는 그들 옆에 상을 차렸고, 한 겸손한 여종이 풍성한 음식을 가져왔느니라. 연로비는 태명을 마주 보고 문 옆 의자에 기대어 고운 양털을 잣고 있었도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마셨느니라.
그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던 연로비가 입을 열되,
“태명아, 이제 위층에 올라가 내 침대에 누워 쉬어야겠느니라. 오지수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떠난 후로 내 침대는 슬픔의 침대가 되어 항상 눈물로 얼룩져 있느니라. 그런데 당신은 아버지의 귀환 소식을 알아냈는지 말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구혼자들이 오기 전에 어서 말해 주소서.”
태명은 차분하게 대답하되,
“어머니, 말씀드리겠나이다. 우리는 네스토르 왕을 뵈러 필성에 갔나이다. 왕께서는 마치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 돌아온 아들처럼 저를 궁궐로 맞아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나이다. 친아들처럼 저를 아껴 주셨나이다. 그러나 왕께서는 오지수에 대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셨나이다. 그래서 저를 말과 마차를 타고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자 위대한 장군인 메넬라오스에게 보내셨나이다. 거기서 저는 헬레나를 만났나이다. 신들의 뜻에 따라 그리스인과 토래성인들이 전쟁을 치르며 고통받았던 것이니이다. 메넬라오스가 제가 왜 영광스러운 사필성에 왔는지 묻자, 저는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나이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셨나이다. ‘어리석은 겁쟁이들! 그들이 누우려는 자리는 진정으로 결연한 자의 것이로다. 마치 어미 사슴이 갓 태어난 새끼 사슴을 사나운 사자의 굴에 눕혀 놓고 풀을 뜯으러 비탈과 계곡으로 가는 것과 같으며,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잔인하게 새끼 사슴을 죽이는 것과 같도다. 두 어린아이들 말이로다. 오지수가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니라. 아버지 상제, 지혜낭자, 아로왕께 기도하건대, 그가 오래전 레스보스 섬에서 필로메데스와 씨름하여 그를 땅에 내던지고 모든 그리스인들이 환호했던 때처럼 강하기를 바라노라. 그가 구혼자들과도 똑같이 싸워 그들의 구혼이 모두 비극적으로 끝나고 목숨도 빨리 잃게 되기를 바라노라. 그리고 저는 당신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늙은 바다의 신에게서 들은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그는 그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았다고 하였나이다. 산령녀 립선이 그를 자신의 섬, 그녀의 집에 가두어 놓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는 넓은 바다를 건널 함대나 선원이 없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나이다. 유명한 면나수가 그렇게 말하였나이다. 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신들께서 순풍을 주셔서 저는 순조롭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나이다.’”
그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도다. 그때 신과 같은 테오클리메노스가 입을 열되,
“나의 부인,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시여, 이 소식은 불완전하나이다. 예언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겠나이다.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제가 온 곳, 위대한 오지수의 화롯가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는 이미 이탁도에 있나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오는 길일 것이니이다. 그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나이다. 제가 배에 앉아 있을 때 징조를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나이다. 태명에게도 이야기하였나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낯선 분이시여, 이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나이다. 저는 당신에게 극진한 환대와 관대함을 베풀어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행운을 보게 할 것이니이다.”
한편, 오지수의 집 밖에서는 구혼자들이 평소처럼 밖에서 다트와 원반 던지기 게임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었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양 떼들이 목동들의 인도를 받으며 각 들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메돈이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이 가장 아끼는 노비 소년이었고, 구혼자들은 항상 그를 잔치에 데려왔도다.
“나리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소. 이제 안으로 들어오셔서 식사하시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소.”
그들은 그의 조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갔도다. 의자에 장포를 깔고 살찐 염소, 큰 숫양, 살찐 돼지 몇 마리,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소 한 마리를 잡아 잔치를 위해 요리하였느니라.
오지수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려고 서둘렀도다. 돼지치기는 위엄 있는 어조로 이르되,
“나그네여, 주인님께서 오늘 원하신다면 도시로 오셔도 된다고 하셨나이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여기 남아 농장을 지켜 주시기를 바랄 뿐이니이다. 그러나 주인님께서 저를 꾸짖으실까 봐 걱정되나이다. 주인의 꾸지람은 노비에게 무거운 짐이 되니까요. 이제 가야 하나이다. 시간이 늦었고 곧 추워질 것이니이다. 해가 지고 있나이다.”
오지수가 대답하되,
“알겠소. 이제 가자. 앞장서소. 그런데 지팡이가 있으면 내가 의지할 수 있도록 좀 주소. 길이 미끄럽다고 들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끈으로 가방을 어깨에 메었도다. 가방은 너덜너덜하고 구멍투성이였느니라. 에우마이오스는 그에게 쓸 만한 지팡이를 주었도다. 그들은 떠났고, 개들과 목동들은 농장을 지키기 위해 남았느니라. 돼지치기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 옷을 입은, 마치 가난한 늙은 거지처럼 보이는 주인을 마을로 안내하였도다.
그들은 돌길을 따라 걸어 마을 근처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화려한 샘에 도착하였느니라. 그 샘은 이타코스, 네리토스, 그리고 폴릭토르가 세운 것이었도다. 샘 주변에는 샘물의 양분을 받아 검은 포플러 나무들이 둥글게 자라 있었으며, 위쪽 바위에서는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렸느니라. 그 위에는 산령녀들을 기리는 제단이 세워져 있었으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산령녀들에게 제물을 바쳤도다.
돌리우스의 아들 말태수가 다른 두 명의 목동과 함께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느니라. 그는 구혼자들에게 먹일 가장 좋은 염소들을 몰고 오고 있었도다. 그들을 보자마자 그는 오지수를 격분시키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말로 욕설을 퍼붓되,
“악당이 또 다른 악당을 이끌고 가는구나! 당연한 일이로다. 신들께서는 비슷한 것들을 짝짓기하게 하시니라. 이 더러운 돼지 인간아, 저 늙은 돼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사들에게 줄 선물도 없이 부스러기만 구걸하는 게으름뱅이 말이냐? 내 농장을 지키고 우리를 청소하고 새끼 돼지들에게 사료를 던져 주게 하면 유청이나 마시면서 뼈만 앙상한 다리를 살찌울 수 있을 터인데. 그러나 저놈은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탐욕스러운 배를 채울 음식을 구걸하는 것을 좋아하잖아. 내가 장담하노니, 저놈이 오지수의 궁전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머리에 의자를 던지고, 그를 집 안으로 내던져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이로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오지수를 지나쳐 엉덩이뼈를 걷어차려고 달려들었도다. 정말 어리석은 놈이로다! 오지수는 길에서 밀려나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어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귀를 잡아 땅에 내동댕이칠지 고민하였도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고 화를 억눌렀느니라. 돼지치기가 말태수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을 보자, 그는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도하되,
“오, 샘의 요정들이여, 상제의 딸들이여! 오지수 왕께서 당신들을 위해 기름진 양고기와 염소고기 뼈를 가져오신 적이 있다면, 이제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신령들께서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 제 주인께서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목동들 때문에 가축들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이 무례한 자의 허풍을 끝내실 것이니이다.”
염소지기 말태수는 그를 비웃으며 이르되,
“오, 아주 훌륭하도다! 이 개는 말도 할 줄 알고, 재주도 부렸구나. 언젠가 저 개를 배에 태워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팔아 보물을 잔뜩 얻어야겠도다. 내일 아폴론 신이 태명의 집에 은화살을 쏘거나, 구혼자들이 그를 죽였으면 좋겠구나. 오지수는 멀리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노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들을 떠났도다. 그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는 그들보다 앞서 달려갔느니라. 그는 주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총애하는 에우리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 사이에 앉았도다. 노비들이 그에게 고기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순종적인 하녀는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돼지치기와 오지수는 안으로 들어가 페미우스가 노래를 위해 조율하고 있는 리라의 울려 퍼지는 소리에 둘러싸여 서 있었도다. 오지수는 돼지치기의 손을 잡고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곳은 오지수의 웅장한 궁전이니이다. 수많은 궁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나이다. 방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안뜰은 처마 장식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튼튼한 이중문이 있나이다. 누구도 이곳을 뚫고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이나이다. 고기 냄새가 나고, 신들께서 잔치의 동반자로 삼으신 리라 소리가 들리니이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맞나이다! 예리하시나이다.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하나이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과 합류하시고, 저는 여기 밖에 남겠나이다. 아니면 기다리시고 제가 가겠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소서. 누군가 당신을 보면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매를 맞을지도 모르나이다.”
침착한 오지수가 이르되,
“그래, 그 생각도 하였느니라. 당신은 가시고 저는 여기 남겠느니라. 저는 전에도 많이 맞았느니라. 고난을 잘 아나이다. 저는 강인하니라. 전쟁도 겪었고, 바다에서 표류하기도 하였느니라. 그러니 이대로 두겠느니라. 배고픔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니라. 굶주림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그 저주 때문에 우리가 거친 바다를 건너고 다른 민족을 약탈하는 것이로다.”
그들이 말하는 동안, 거기에 누워 있던 개 아르고스가 머리와 귀를 쫑긋 세웠도다. 오지수는 이 개를 훈련시켰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느니라. 그는 너무 일찍 신성한 토래성으로 진군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이니라. 주인이 떠나자, 소년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야생 염소와 사슴, 토끼를 사냥하러 나갔도다. 그러나 이제 아르고스는 주인도 없이, 노새와 소의 똥 더미 속에 방치되어 있었느니라. 노비들은 그 똥을 문 밖에 쌓아 두었다가 넓은 농장에 거름으로 썼도다. 그래서 아르고스는 더러운 채로, 벼룩으로 뒤덮인 채 누워 있었느니라. 오지수가 가까이 온 것을 알아차리자, 아르고스는 꼬리를 흔들고 두 귀를 뒤로 젖혔도다. 그는 너무 약해서 주인에게 다가갈 수 없었느니라. 멀리서 오지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닦고 감쪽같이 숨긴 채 이르되,
“에우마이오스여, 이 개가 똥 속에 누워 있는 것이 이상하구나. 그 개는 꽤 잘생겼으나, 달릴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보기 좋게 키우는 애완견인지 알 수 없도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이 개는 타국에서 죽은 주인의 것이었나이다. 오지수가 그를 버리고 토래성으로 갔을 때처럼 건강했다면 얼마나 빠르고 용감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니이다. 숲속으로 사냥을 나가면 항상 먹이를 잡았나이다. 후각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나이다. 그러나 주인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상태는 좋지 아니하나이다. 여자들은 그를 돌보지 아니하나이다. 주인이 지켜보지 않으면 노비들은 제 역할을 하려 하지 아니하나이다. 상제께서는 우리를 노비로 만드는 날 우리의 가치를 반으로 깎아내리시나이다.”
그렇게 돼지치기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귀족 구혼자들과 합류하였도다. 아르고스가 오지수를 본 지 이십 년이 흘렀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를 보게 된 순간이었느니라. 그때 갑자기 흑사병이 그를 덮쳤도다.
태명은 돼지치기가 오는 것을 먼저 보았으며, 고개를 끄덕여 오라고 하였느니라. 주위를 둘러보던 에우마이오스는 구혼자들의 고기를 자르던 소년이 쓰던 의자를 발견하였도다. 그는 의자를 집어 태명의 탁자 옆에 놓았으며, 거기에 앉았고, 노비 소년은 그에게 고기와 빵을 가져다주었느니라.
그때 오지수가 다가와 안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가난하고 슬픈 노인처럼 보였도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물푸레나무 문턱에 털썩 주저앉아 오래전에 일꾼이 다듬고 곧게 펴놓은 삼나무 문설주에 기대었느니라. 소년은 돼지치기를 불러 바구니에서 밀빵 하나와 손에 들 수 있는 만큼의 고기를 집어 들었으며, 그에게 음식을 주며 이르되,
“이 음식을 저 낯선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연회장을 돌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전해 주소서. 궁핍한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하나이다.”
돼지치기는 가서 오지수에게 이르되,
“태명이 당신에게 이 음식을 주면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구걸하라고 하였나이다. 남에게 얻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수치는 어울리지 아니한다고 하더이다.”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기도하되,
“오 상제시여, 이 태명을 축복하시고, 그의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하소서.”
오지수는 두 손으로 음식을 집어 낡고 해진 자루 위에 올려놓고 발치에 놓고 먹으며 연회장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었도다. 그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음악이 멈추고 구혼자들이 소리쳤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 곁에 서서 그에게 구혼자들 사이로 들어가 음식을 구걸하며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알아보라고 부추기셨도다. 비록 지혜낭자께서는 다가올 학살에서 누구도 구해낼 생각은 없으셨으나 말이로다.
오지수는 능숙한 거지처럼 손을 내밀며 좌우로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느니라. 사람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음식을 주었고,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였도다. 그들이 서로 묻자 염소지기 말태수가 이르되,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이 낯선 사람에 대해 제 말을 들어주소서. 저는 이 사람을 전에 본 적이 있나이다. 돼지치기가 데려온 사람이니이다. 저는 그 이상 아는 것이 없나이다. 그의 배경도 모르나이다.”
안태우는 돼지치기를 꾸짖기 시작하되,
“돼지치기여! 이 유명한 바보야! 왜 이 사람을 데려왔느냐? 이미 잔치를 망치러 오는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아니하느냐? 그들이 몰려들어 네 주인의 재산을 훔쳐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칫거리인데, 왜 이 사람까지 데려왔느냐?”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안태우여, 당신은 귀족이나 당신의 말은 헛소리이니이다. 백성을 도울 재능이 없는 이방인을 누가 초대하겠나이까? 예언자나 의사, 건축가, 아니면 노래로 기쁨을 줄 수 있는 시인 같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거지에게는 아무도 청하지 아니하나이다. 그들은 배고픔만 가져올 뿐이니이다. 모든 구혼자 중에서 당신은 노비, 특히 저에게 가장 못되게 구는구나. 그러나 현명한 왕비와 신과 같은 왕자께서 여전히 이 집에 사신다면 저는 상관없나이다.”
태명이 이르되,
“조용히 하라. 안태우는 대답할 가치도 없느니라. 그는 늘 시비를 걸고 남들을 자극하기만 하느니라.”
그러자 안태우에게로 돌아서서 이르되,
“아버지처럼 저를 너무나 잘 챙겨 주시는구나! 저 낯선 사람을 쫓아내라고 하셨지 아니한가! 신이시여,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소서! 가서 그에게 뭐라도 좀 주소서. 저는 음식을 나눠 줄 수 있나이다. 어서 가소서! 어머니나 아버지 소유의 다른 하인들은 신경 쓰지 마소서. 어차피 당신은 그들에게 관심도 없으셨지 아니한가. 당신은 남과 나누려는 게 아니라 자기 배만 채우려는 것이로다.”
안태우가 대답하되,
“잘난 척하는 녀석이구나! 심술궂은 성격이로다! 끔찍한 말을 하다니! 모든 구혼자들이 나처럼 음식을 준다면 이 집에서 그를 석 달 동안이나 가둬 둘 수 있겠도다!”
그는 식탁 밑에 발을 올려놓고 잔뜩 먹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발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휘둘렀도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음식을 주어 거지 주머니를 채워 주었느니라. 오지수는 시험을 마쳤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문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도다. 대신 그는 안태우 곁에 서서 이르되,
“친구여, 내게 무엇을 좀 주소. 자네는 분명 모든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 것이오. 자네는 왕족처럼 생겼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겠소. 그러면 내가 자네를 온 세상에 알리겠소. 나는 한때 궁전을 가진 부자였소. 어디에서든 가난한 거지들이 찾아오면 신분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에게 음식을 주었소. 내 노비는 셀 수 없이 많았고, 재산도 많았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을 누렸소. 그러나 상제께서 모든 것을 파괴하셨소. 그는 그렇게 하기를 원하셨소. 그는 나를 부추겨 해적들과 함께 이집트로 가게 하셨소. 그 긴 여정이 내 파멸을 가져왔소. 나는 나일 강에 갤리선을 정박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 배를 지키라고 명령하였소. 그리고 모든 망루에 정찰병을 보냈소. 그러나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아름다운 이집트 들판을 약탈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잡아갔으며 남자들을 죽였소. 비명 소리가 마을까지 들렸소. 사람들이 듣고 도우러 달려왔소. 새벽이 되자 평원은 발굽으로 가득 찼소. 병사들과 말들, 그리고 번쩍이는 청동 무기들이었소. 그때 천둥을 사랑하는 상제께서 내 병사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셨소. 참혹한 공포였소.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했고, 사백 명 중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였소. 날카로운 청동 칼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다른 이들은 노비로 팔려갔소. 그러나 그들은 나를 만난 드메토르라는 키프로스 왕에게 넘겨 주었소. 나는 키프로스 출신이오. 이것이 내 비극적인 이야기이오.”
안태우가 대답하되,
“어떤 신이 이런 재앙을 내려 우리 잔치를 망쳤단 말인가? 저기서나 있어라, 내 식탁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 아니면 꺼져 버려라! 이집트에서 죽거나 키프로스에서 노비가 되든가! 뻔뻔스러운 거지 자식아! 우리에게 와서 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대접해 주는구나. 우리는 가진 것이 많고, 사람들은 남의 재산을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아니하느니라.”
재치 있는 오지수는 그에게서 물러서며 이르되,
“잘생긴 바보 같으니! 네 집에서 소금 한 알도 안 줄 주제에 남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 성대한 연회에서 빵 부스러기 하나 내게 주지 않겠다니!”
안태우는 격분하여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더 이상 못 참겠도다! 나를 모욕하다니? 품위 있게 떠날 기회를 놓쳤구나!”
그는 의자를 들어 오지수의 오른쪽 어깨, 등 쪽으로 던졌도다. 그러나 오지수는 쓰러지지 않고 돌처럼 굳어 서서 고개를 흔들며 말없이 복수를 생각하였느니라. 그러자 그는 돌아가 문턱에 앉아 음식으로 가득 찬 자루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이르되,
“이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여왕의 구혼자 여러분, 제가 할 말이 있나이다. 사람들이 소나 양 같은 자기 소유물을 위해 싸울 때는 상처를 입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이다. 그러나 안태우는 제가 배고픈 채로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저에게 상처를 입혔나이다. 굶주림은 인간에게 그토록 큰 고통을 가져다주나이다. 만약 가난한 자들의 신이나 복수의 여신이 있다면, 결혼 대신 그가 죽음으로 심판받기를 바라나이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되,
“낯선 자여, 입 다물거나 꺼져라! 계속 떠들면 우리 젊은이들이 네 손발을 잡고 궁궐을 끌고 다니며 산 채로 가죽을 벗길 것이로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안태우를 끈질기게 질책하되,
“가엾은 늙은 거지를 때려서는 안 됐소! 만약 그가 하늘에서 온 신으로 밝혀진다면 큰일 날 것이오! 신들께서는 누가 신성한 법을 어기는지, 누가 선한지 알아보기 위해 이방인이나 낯선 사람으로 변장해서 마을에 온단오하기도 한단오이오!”
안태우는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였도다. 그 일격은 태명의 마음속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으나,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복수를 생각하였도다.
연로비는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모든 노비들에게 이르되,
“아로왕 신이 안태우를 거지처럼 쏘아 죽이기를 바라네!”
그러자 늙은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소! 그들 중 누구도 새벽이 왕좌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오.”
연로비가 이르되,
“여보,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해요. 안태우가 제일 악랄해요. 그는 죽음과 같아요. 어떤 불쌍한 늙은 나그네가 궁핍해서 이 집에 와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도와 자루를 채워 주었는데, 안태우가 그의 어깨에 발판을 던졌어요.”
그녀는 오지수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시녀들과 함께 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그러고 나서 돼지치기를 불렀느니라.
“에우마이오스여! 그 나그네를 내게 오게 하여 내가 그를 맞이하고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오지수에 대해 듣거나 본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하시오. 그 나그네는 먼 길을 온 것 같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폐하, 이 사람들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낯선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니이다. 저는 그를 사흘 밤낮으로 제 집에 머물게 하였나이다. 그는 배에서 도망쳐 나와 제 집에 먼저 왔나이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는데,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나이다. 마치 신의 축복을 받아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가수처럼—사람들은 그가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라며 그를 바라보나이다—그의 이야기는 저를 매료시켰나이다. 그는 오지수와 자신이 조상 대대로 오랜 친구 사이라고 말하나이다. 그는 미노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살았는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험난한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하나이다. 그는 오지수가 아직 살아 있고, 이 근처 풍요로운 테스프로토스 땅에 있으며, 보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나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그를 불러 오소서. 그가 직접 내게 말하게 하소서. 구혼자들은 우리 집 안이나 문 앞에서 흥청망청 놀고 있소. 분위기가 아주 흥겹소. 그들의 집에는 맛보지 못한 음식과 포도주가 가득하고, 하인들은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소. 그러면서도 그들은 매일 우리 집에 몰려와 소, 양, 염소를 잡고 마음껏 잔치를 벌이며 우리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우리 재산은 텅 비었소. 오지수처럼 이 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여기 없소. 그러나 오지수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와 그의 아들은 곧 그들의 폭력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오.”
태명이 크게 재채기를 하자 그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도다. 연로비는 웃으며 에우마이오스에게 이르되,
“저 낯선 사람을 불러 오소서! 내 아들이 방금 내가 한 말에 재채기를 하였소. 들었소? 그건 모든 구혼자들에게 죽음의 징조요. 이제 아무도 그들을 파멸에서 구할 수 없소. 그러나 잘 들어 보소서. 만약 저 낯선 사람이 진실을 말한다면, 좋은 옷, 장포와 튜닉을 주소서.”
그러자 돼지치기는 오지수 곁으로 가서 섰도다. 그의 말에는 날개가 달렸느니라.
“나리, 태명의 어머니인 연로비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남편에 대해 묻고 싶어 하시나이다. 만약 당신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한다면, 그녀는 알게 될 것이니, 옷을 얻게 될 것이오. 당신에게는 옷이 절실히 필요하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음식을 구걸할 수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당신에게 음식을 줄 것이오.”
강인한 의지의 오지수는 이렇게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연로비에게 곧 진실을, 모든 진실을 말할 것이로다. 오지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니라. 우리도 고통을 함께 겪었으니 말이로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구혼자들 때문에 몹시 불안하니라. 그들의 공격성은 하늘을 깎아내리는 것 같도다. 방금 전에도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뭔가를 던져서 다쳤느니라. 태명도, 다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니 연로비에게 아무리 간절히 원하더라도 밤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으라고 전해라. 해질녘이 되면 가까이 와서 불 옆에 앉아 남편의 귀향길에 대해 물어보라고 해라. 내 옷이 더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아니하느냐. 내가 도움을 청하러 처음 온 사람이 너였으니 말이로다.”
돼지치기는 돌아섰도다. 문턱을 넘자 날카로운 연로비가 이르되,
“그 여행자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오? 무슨 문제라도 있소? 너무 겁이 많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이오? 집 없는 사람이 그런 수치를 당할 수는 없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하되,
“그의 말은 상식적인 것이니이다. 그는 구혼자들을 피하고 싶어 하나이다. 그들은 공격적이니이다. 그는 해 질 때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라고 하나이다. 왕비님,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니이다.”
연로비가 이르되,
“적어도 그 낯선 사람은 바보가 아니오. 저 사람들처럼 깡패 같은 놈들은 전에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 하오.”
돼지치기는 구혼자 무리에게 돌아가 태명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였도다.
“친구여,” 그가 이르되, “나는 가서 돼지들과 당신의 모든 재산, 그리고 나의 재산을 지켜야 하나이다. 모든 것을 잘 돌보되, 무엇보다도 자신을 잘 지키소서. 다치지 마소서. 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려 하나이다. 상제 신께서 우리를 해치기 전에 그들을 모두 없애 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태명이 대답하되,
“그렇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먼저 식사를 하고 가소서. 새벽에 먹을 동물을 가지고 돌아오소서. 나머지는 저와 신들에게 맡기겠나이다.”
그러자 에우마이오스는 의자에 앉아 먹고 마신 후,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 찬 궁전을 떠나 돼지들에게로 돌아갔도다. 이미 늦은 오후였고, 음악과 춤이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느니라.
==제18권 두 거지==
이에 이탁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이탁도는 탐욕으로 악명이 높았도다. 그는 끊임없이 먹고 마셔서 살은 쪘으나 허약하였고, 싸울 기력도 없었느니라. 그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지어 준 이름은 아르나이오스였으나, 젊은이들은 그를 심부름꾼이었기에 이루스라고 불렀도다.
이제 이 남자는 오지수를 그의 집에서 쫓아내려 하며 저주를 퍼붓되,
“저리 가라, 늙은이여! 나가거라! 그렇지 아니하면 발로 끌어내 버리리라! 구혼자들이 눈짓하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 보이지 아니하느냐? 이는 나에게 창피한 일이로다. 당장 너를 일으켜 세우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싸우리라!”
오지수는 그를 노려보며 이르되,
“어리석은 놈아! 나는 너에게 잘못한 것도 없고 너를 험담한 것도 아니니라. 다른 거지에게 선물을 준다고 하여 질투할 것도 없느니라. 그가 얼마나 많이 받든 상관없도다. 이 문은 우리 둘 다 지나갈 수 있느니라. 모든 재물을 독차지하지 말라. 네 것이 아니니라. 너도 나처럼 집 없는 사람 같구나. 신들께서는 모든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시느니라. 나를 자극하여 싸우게 하거나 화를 내게 하지 말라. 나는 늙었으나 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러면 내일은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니라. 너는 다시는 오지수의 궁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로다.”
방랑자 이루스는 격분하여 이르되,
“이 탐욕스러운 돼지 같은 놈이 마치 늙은 여인이 오븐을 닦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는구나! 내가 저놈을 때려눕히고, 두 주먹으로 후려치고, 농부들이 농작물을 망치는 돼지의 어금니를 뽑아내듯이 이빨을 뽑아버리리라! 각오하라! 사람들이 지켜보게 놔두자. 어찌 감히 나보다 어린 놈과 싸움을 걸 생각을 하는 것이냐?”
궁궐 문턱에서 그들의 격렬한 적개심은 극에 달하였도다. 성스러운 군주 안태우는 싸움을 부추기며 껄껄 웃으며 구혼자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이처럼 멋진 구경거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처음이로다. 신이시여, 이 두 사람이 싸움을 벌일 태세로다. 자, 어서 부추겨 보자!”
그들은 모두 웃으며 벌떡 일어나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들 주위로 모여들었도다. 안태우가 그들에게 이르되,
“잘 들으라, 구혼자들아! 저녁 식사로 기름과 피를 가득 채운 염소 위를 불에 굽고 있느니라. 싸움에서 이기는 거지는 이것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가도록 하라. 그러면 그는 앞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식사할 수 있고, 우리는 다른 거지는 우리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리라.”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도다. 전략가 오지수는 그들을 속이며 이르되,
“친구들이여, 나처럼 늙고 고통에 지친 사람이 젊은이와 싸울 수는 없나이다. 굶주림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매를 맞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하나이다. 그러나 맹세코 이루스를 도와 나를 주먹으로 때려 패배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소서.”
모두 그의 말대로 맹세하였도다. 성스러운 왕자 태명이 이르되,
“손님, 당신의 용감한 마음이 이 도전자와 싸우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소서. 당신을 때리는 자는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니이다. 나는 당신의 주인이니이다.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도 현명하니 나와 같은 생각이니이다.”
모두 동의하였고, 오지수는 누더기 옷을 벗어 허리에 묶었도다. 그러자 우람한 허벅지와 어깨, 거대한 가슴과 튼튼한 팔이 드러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의 곁에 서서 백성의 목자로서의 자답게 그의 힘을 더해 주셨도다. 모든 구혼자들은 어안이 벙벙해하며 이르되,
“이는 이루스의 최후를 의미하는구나! 자업자득이로다! 저 늙은이의 누더기 아래에 숨겨진 근육이라니!”
이루스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으며, 그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도다. 그러나 하인들은 그에게 튜닉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라고 재촉하였으며, 그는 온몸을 떨었느니라. 안태우가 이르되,
“하하, 잘난 척하는구나! 고통에 지친 늙은이를 그렇게 두려워하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만약 저 자가 너를 이겨서 자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너를 배에 태워 그리스 본토의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버리리라. 그는 무자비한 청동으로 네 코와 귀를 자르고, 그다음엔 네 성기를 잘라내어 날것으로 개들에게 먹일 것이로다.”
이 말은 이루스의 떨림을 더욱 심화시켰도다. 링으로 호송된 그는 일어섰으며, 두 사람은 주먹을 치켜들었느니라. 온갖 모욕을 견뎌 낸 오지수는 이루스를 죽일 정도로 세게 때릴지, 아니면 가볍게 쳐서 쓰러뜨릴지 고민하였도다. 구혼자들이 눈치챌지도 모르니 가볍게 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였느니라.
마침내 둘은 주먹을 주고받았도다. 먼저 이루스가 오지수의 어깨를 쳤으며, 오지수는 이루스의 귀 아래 목을 주먹으로 쳐서 턱뼈를 부러뜨렸느니라. 입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고, 이루스는 신음하며 이를 악물고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웃다가 쓰러졌느니라.
오지수는 이루스의 발을 붙잡고 성문을 통해 안뜰로 끌고 나와 담벼락에 기대어 세웠도다. 그는 이루스의 손에 지팡이를 쥐여 주며 이르되,
“거기 앉아서 개와 돼지를 쫓아내라! 이 쓸모없는 놈아! 손님과 거지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렇지 아니하면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할 것이로다!”
그런 다음 그는 누더기 자루를 집어 어깨끈으로 메고 다시 문 옆에 앉았도다. 구혼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잔을 들며 이르되,
“모든 신들과 상제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저 탐욕스러운 돼지 이루스는 가는 곳마다 기생충처럼 살찌워 댔도다. 네가 그를 막아 준다면 우리는 그를 대량 학살의 왕 에케토스에게 보내리라.”
오지수는 이 길조를 듣고 기뻐하였도다. 안태우는 피와 기름으로 가득 찬 커다란 염소의 위를 그의 앞에 내놓았으며, 암피노무스는 빵 바구니 두 개와 금으로 된 포도주 잔을 내어 그를 맞이하였느니라.
“선생님, 저희 집에 묵어 주소서. 지금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나, 앞으로는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오지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하되,
“암피노무스여, 자네는 자네 아버지인 둘리키움의 니수스처럼 총명해 보이는구나. 그의 부와 뛰어난 지략, 그리고 자네가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느니라. 자네는 말솜씨도 좋도다. 내 말을 잘 들어 보라. 땅 위를 살고 숨 쉬고 기어 다니는 모든 생물 중에서 우리 인간은 가장 약하니라. 신들께서 우리에게 행운을 내려 주시고 다리가 날렵하고 유연할 때는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나, 신들께서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주실 때는 그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 내야 하느니라. 우리의 기분은 상제께서 매일 내리시는 시련에 달려 있도다. 나도 한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라고 여기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느니라. 그러나 형제들과 아버지의 사주를 받아 폭력과 권력 남용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도다. 누구도 옳은 것을 외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사람은 신들께서 무엇을 주시든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구혼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는지 보라. 재산을 낭비하고 곧 죽게 될 자의 아내를 존중하지도 아니하니 말이로다. 그는 곧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로다. 아주 곧! 신들께서 너를 집으로 인도하여 그가 돌아올 때 마주치지 않도록 하노라. 그가 이 연회장에서 구혼자들과 마주치면 피가 흐를 것이니라.”
그는 신들에게 달콤한 포도주를 바치고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암피노무스에게 건네었도다. 암피노무스는 잔을 받아들고는 마음이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집안을 서성였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위험을 감지하였으나, 그는 살 운명이 아니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그가 강한 창을 든 태명에게 패배하도록 저주를 내리셨느니라. 암피노무스는 전에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도다.
회색 눈을 번뜩이는 지혜낭자께서는 생각에 잠긴 연로비에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셨도다. 구혼자들이 그녀를 보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욕망이 돛처럼 펼쳐지게 하고, 그러면 그녀의 아들과 남편이 그녀를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웃으며 하녀에게 이르되,
“에우리노메야, 내게 새로운 욕망이 생겼도다. 비록 내가 그들을 미워하나, 구혼자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도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충고도 해 주고 싶은데, 그 오만한 남자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함이로다. 그들은 말솜씨는 좋으나 속셈은 나쁘니라.”
에우리노메가 대답하되,
“얘야,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그러나 얼굴에 얼룩덜룩한 것이 묻은 채로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러 나가지 말고, 몸을 씻고 기름을 발라야 하느니라. 영원히 슬퍼할 필요는 없도다. 아들도 이제 다 컸도다. 너는 항상 신들에게 아들이 수염을 기른 어른이 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느니라.”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에우리노메야, 당신이 저를 걱정해 주시는 것은 알지만, 몸을 깨끗이 씻고 기름을 바르라고는 하지 마소서. 남편이 텅 빈 배를 타고 떠난 날, 신들께서 제 아름다움을 망쳐 놓으셨나이다. 가서 제 여종들인 히포다메이아와 아우토노에를 불러 주소서. 그들이 저와 함께 홀로 들어와야 하나이다. 저는 남자들을 혼자 만나러 가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니이다.”
그래서 노파는 가서 소녀들을 불렀도다. 지혜낭자의 눈은 계획으로 빛났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달콤한 잠을 선사하셨고, 연로비는 침대에 누워 관절이 이완된 채 잠이 들었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연로비에게 신과 같은 힘을 주어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깜짝 놀라도록 만드셨느니라. 지혜낭자께서는 그녀의 얼굴에 아프로디테가 은총의 여신들과 춤을 추기 전에 머틀 화관을 쓰고 화장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더하셨으며, 또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키를 크게 만드셨고, 피부는 상아보다 더 하얗게 만드셨도다.
여신이 떠나자 소녀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에 여왕은 잠에서 깼느니라. 그녀는 뺨을 만지며 이르되,
“쓰라린 슬픔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잠이 나를 감쌌도다. 아림 여신이 지금 당장 내게 고통 없는 죽음을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잘했던, 아카이아인 중 최고였던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내 삶을 허비하고 있느니라.”
그녀는 위층의 햇살 가득한 방에서 내려왔으며, 두 노비가 그녀와 함께 갔도다. 그녀는 구혼자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중앙 기둥 옆에 서서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렸느니라. 두 충실한 노비는 그녀의 양옆에 섰도다.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렸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그녀와 동침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느니라.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 태명에게 말을 걸되,
“태명아,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로다. 어렸을 때는 분별력이 있었으나, 이제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니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도다. 외국인이라도 금방 알아볼 정도이니라. 그런데도 판단력이 흐려졌도다. 손님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 집에 온 낯선 사람이 저렇게 모욕을 당하면 어쩌겠느냐? 자네는 망신을 당할 것이고, 명예가 실추될 것이로다!”
태명은 계산된 어조로 대답하되,
“어머니, 화내시는 것을 이해하나이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옳고 그름을 아나이다. 예전에는 아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나이다. 그 악랄한 구혼자들이 자꾸만 제 마음을 흔들고, 제 편은 아무도 없나이다. 낯선 남자와 거지 이루스의 싸움은 그들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아니하였나이다. 낯선 남자가 훨씬 강하였나이다. 아버지 상제시여! 아로왕이시여! 지혜낭자시여! 우리 집의 구혼자들이 모두 매를 맞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집 안의 남자든 밖에 있는 남자든 모두 그렇게 하소서. 이루스처럼 문 밖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술에 취한 듯 서 있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소서. 그의 몸은 너무 허약하나이다.”
그러자 에우리마코스가 입을 열어 이르되,
“오, 연로비 여왕이시여! 위대한 이카리우스의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시여! 만약 모든 그리스인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당신의 집에는 훨씬 더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들 것이니이다. 아름다움과 체격, 그리고 균형 잡힌 마음씨에 당신만큼 뛰어난 여인은 없기 때문이니이다.”
연로비는 신중하게 대답하되,
“아니요, 불멸의 신들께서 이백오십 년 전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향하던 날, 제 외모를 망쳐 놓으셨나이다. 제 남편 오지수 또한 그들과 함께 갔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명예와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이다. 저는 슬픔에 짓눌려 있나이다. 어떤 악령이 제게 온갖 고통을 안겨 준 것 같나이다. 남편이 이탁도를 떠날 때, 제 손목을 잡고 오른손을 쥐고 이르되, ‘여보, 우리 갑옷 입은 그리스인들이 모두 토래성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소. 토래성 사람들은 화살과 창에 능하고, 빠른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런 전차는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하더이다. 어떤 신이 저를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르고, 아니면 토래성에서 포로로 잡힐지도 모르오. 저도 모르겠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하오. 부모님은 지금보다, 아니 제가 떠난 지금 더욱더 잘 보살펴 드려야 하오. 그리고 우리 아들 수염이 다 자라면, 당신은 아무 남자와 결혼해야 하오. 당신이 선택하고 집을 떠나시오.’ 이것은 내 남편의 말이었도다. 때가 왔느니라. 결혼해야 할 밤이 다가왔도다. 끔찍하도다! 저주받았구나! 상제께서 내 행복을 빼앗아 가셨느니라. 또 다른 쓰라린 생각이 나를 짓누르느니라. 이렇게 품위 있는 여자, 그것도 부잣집 아내에게 구애하며 그녀의 손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들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찐 양과 소를 가져와야 하고, 좋은 선물을 주어야 하느니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먹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그동안 많은 고통을 견뎌 온 오지수는 아내가 몰래 선물을 준비하고 예쁜 말로 그들을 매혹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도다. 아내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말이로다. 안태우가 이르되,
“현명한 연로비여, 그리스인들이 가져오는 선물은 모두 받으소서.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이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중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 결혼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 농장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아니할 것이니이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하인들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하였도다. 안태우는 순금 브로치 열두 개가 박힌 화려한 수놓은 옷을 가져왔으며, 에우리마코스는 햇빛처럼 반짝이는 호박 구슬이 박힌 정교한 금 목걸이를 선물하였느니라. 두 노비는 에우리다마스에게서 귀걸이를 가져왔는데, 아름답게 반짝였고 각각 열매처럼 생긴 세 개의 송이가 달려 있었도다. 피산더의 노비는 정교하게 만든 아름다운 초커를 가져왔으며, 모든 구혼자들이 각기 다른 선물을 주었느니라. 왕비는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노비들은 화려한 선물들을 들고 갔도다.
그러자 구혼자들은 춤을 구경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해 돌아왔으며, 그들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즐거워하였도다. 그들은 잘 말린 나무와 갓 자른 나무를 섞어 큰 홀 전체를 밝히기 위해 세 개의 화로를 켰느니라. 인내심 많은 오지수의 여종들이 돌아가며 화로에 불을 붙였도다.
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르되,
“여종들아! 너희 주인 오지수는 오래전에 떠났느니라. 돌아가서 왕비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해 주어라. 실을 잣거나 양털을 빗어라. 나는 이 사람들에게 불을 밝혀 줄 수 있느니라. 만약 그들이 밝은 새벽이 아름다운 왕좌에 앉을 때까지 여기에 머물기로 한다면, 나는 굴복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강하니라.”
그러자 소녀들은 서로를 힐끗힐끗 보며 낄낄거렸도다. 돌리우스의 딸인 예쁜 멜란토는 연로비 왕비의 손에서 자라 장난감을 받고 친딸처럼 대접받았으나, 멜란토는 연로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에우리마코스와 동침하였느니라. 그녀는 오지수를 모욕하고 조롱하기 시작하되,
“가엾은 늙은 이방인아! 미쳤구나! 대장간이나 공동 대피소에서 자고 싶지도 않았으면서, 여기 와서 남자들 무리 앞에서 거만하게 떠들어대다니! 무섭지도 아니하냐?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간 것이냐, 아니면 늘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하는 것이냐? 이루스를 이긴 것이 너를 미치게 만든 것이냐? 그 거지 자식 때문에? 조심하라, 곧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 네 얼굴을 후려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 집에서 쫓겨나게 할지도 모르느니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르되,
“이 비열한 년아! 곧 태명에게 가서 네 말을 다 일러줄 터이니! 그러면 태명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로다!”
그 말에 여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으며, 그들은 오지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집 안 곳곳으로 흩어졌도다. 오지수는 화로 옆에 서서 불을 계속 밝히며 모든 구혼자들을 바라보았느니라. 그는 마음속으로 곧 실행될 계획을 세웠도다. 지혜낭자께서는 오지수의 마음속 깊은 곳에 고통이 자리 잡기를 바라셨으며, 구혼자들이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도록 부추기셨느니라.
에우리마코스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려고 조롱하되,
“자, 구혼자들아! 내 직감으로는 이 남자는 어떤 신의 뜻에 따라 오지수의 집에 온 것 같소. 등불 아래에서 그의 머리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완전히 대머리라서 그런가 보군!”
그러고 나서 그는 돌아서서 도시를 약탈한 오지수에게 묻되,
“나그네여, 내가 사람을 고용한다면,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나를 위해 일하겠소? 당신이 키 큰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을 수 있다면, 분명히 보수를 받을 것이고, 나는 당신에게 일 년 내내 식사와 옷, 신발까지 제공해 줄 것이오. 그러나 자네는 악행에만 능숙하오. 일할 의지도 없고, 구걸하며 돌아다니면서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는 것만 좋아하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에우리마코스여, 봄날, 해가 길어지는 초원에서 우리 둘이 낫질 시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너처럼 완벽한 곡선의 낫을 갖고 있겠지. 풀도 무성하고, 우리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의 솜씨를 겨뤄 볼 수 있을 것이로다. 아니면 잘 먹고 잘 자란, 힘도 좋고 쟁기질하는 힘도 똑같은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좋은 땅 사 에이커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반듯한 고랑을 만들 수 있는지 네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상제 신께서 내일 갑자기 전쟁을 선포하신다면, 내가 청동으로 만든 창 두 자루와 방패, 투구를 쓰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습을 네가 보게 될 것이로다. 그때는 내 배를 향해 욕설을 퍼붓지 못할 것이니라. 너는 공격적인 척하고, 천민 무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러나 만약 오지수가 나타난다면, 꽤 넓은 문들이 도망치려 애쓰는 동안에는 너무 좁게 느껴질 정도일 것이로다.”
분노에 찬 에우리마코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하되,
“이 비열한 거지 자식아! 우리 모두 앞에서 잘난 척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겁먹어야지! 술에 취해서 멍청해진 것이냐, 아니면 늘 헛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냐? 아니면 거지 이루스를 이겼다고 우쭐대는 것이냐!”
그러고는 오지수에게 발판을 던졌도다. 오지수는 두려움에 떨며 암피노무스 뒤로 숨었으며, 발판은 술을 따르던 노비 소년의 오른손에 맞았고, 술병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느니라. 소년은 먼지 속에 쓰러져 신음하였도다. 구혼자들의 외침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느니라.
“이 외국 떠돌이가 여기 오기 전에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지들과의 시비 때문에 연회가 망쳐지고 있구나! 즐거운 저녁을 망치고 있도다! 이 어리석은 소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구나!”
태명이 위엄 있게 이르되,
“존경하는 영주님들이여!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니이다. 아마도 너무 잘 드셨거나, 아니면 어떤 신이 여러분을 감동시키신 것 같나이다. 이제 저녁 식사는 끝났으니, 편하실 때 집으로 돌아가 주무소서. 제가 여러분을 쫓아내지는 아니하겠나이다.”
그들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놀라 입술을 깨물었도다. 니수스의 유명한 아들이자 아레티아스 신의 손자인 암피노무스가 그들 모두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그가 한 말은 옳으니 아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느니라. 낯선 사람이나 위대한 오지수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을 학대하지 말라. 소년이 잔에 포도주를 채우도록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이로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자. 태명이 그 낯선 사람을 돌볼 것이니라. 어쨌든 그 거지는 그의 집에 온 것이니라.”
그들은 동의하였도다. 암피노무스가 둘리키움에서 데려온 노비 몰리우스는 그들 모두를 위해 포도주를 섞어 나눠 마셨느니라. 그들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운을 북돋는 포도주를 홀짝였으며, 충분히 마신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도다.
==제19권 여왕과 거지==
오지수는 홀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죽일 계책을 세웠다. 말이 빠르게 오가니,
「태명아, 무기를 가져와 숨겨야 한다. 구혼자들이 무기가 없어진 것을 보고 너에게 묻더라도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 내도록 하라. ‘그을음 때문에 무기가 손상되었다. 오지수 왕이 토래성으로 떠날 때에는 무기의 금속이 반짝거렸으나, 지금은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래서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보관하였다. 또한 어떤 영이 내게 경고하기를, 너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다투면 서로 다치게 되어 연회와 구혼에 먹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무기는 사람을 싸움으로 이끌 수 있다.’」
태명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였다. 그는 명숙를 불러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무기를 창고로 옮기는 동안 여인들은 방에 가두어 두어라.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떠나신 후로 무기가 더러워졌다. 연기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
자애로운 유모가 대답하되,
「얘야, 네가 집안일을 모두 맡고 재산을 잘 지키면 좋겠다. 누가 횃불을 가져와야 하겠느냐. 노비들은 네 앞에 걸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아니하였더냐.」
오지수가 이르되,
「이 낯선 사람이 하겠노라. 내 빵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멀리서 왔더라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하느니라.」
유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홀 안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오지수와 그의 총명한 아들은 벌떡 일어나 투구와 징 박힌 방패, 뾰족한 창을 가져왔다. 지혜의 여신은 황금 등불을 들고 그들 곁에 서서 장엄한 빛을 비추었다.
태명이 말하되,
「아버지, 제 눈이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나이다. 궁전의 벽과 아름다운 전나무 서까래와 가로대, 그리고 높은 기둥들이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옵니다. 하늘에서 어떤 신이 이 집에 계신 것이 틀림없나이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되,
「쉿, 더 이상 질문하지 마라. 생각을 정리하라. 이것이 오림산의 신들이 하는 일이다. 자, 이제 자러 가라. 나는 여기 남아서 여종들과 네 어머니를 괴롭히고, 울게 만들고, 내게 질문하게 할 것이다.」
태명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로 밝혀진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갔다. 잠이 들었고, 그는 새벽까지 그곳에 누워 있었다. 오지수는 복도에 남아 지혜의 여신과 함께 구혼자들을 어떻게 없앨지 계속 모의하였다.
그때, 정신이 맑아진 왕비가 아림이나 황금빛 아프로디테처럼 방에서 내려왔다. 노비들이 그녀가 늘 앉던 의자를 불 옆으로 끌어왔다. 그 의자는 이크말리우스가 상아와 은으로 상감 세공한 것으로, 발받침까지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커다란 양털이 의자 위에 깔렸고, 연로비는 생각에 잠긴 채 앉았다.
팔이 하얀 노비 소녀들이 와서 빵 더미와 탁자, 그리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마셨던 잔들을 치웠다. 그들은 화로의 불씨를 바닥에 던지고, 불과 온기를 위해 화로 안에 새 장작을 쌓아 올렸다.
이때 멜란토가 오지수를 다시 꾸짖되,
「이봐, 낯선 사람아. 밤에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 여인들을 엿보고 계속 문제를 일으킬 셈이냐. 나가라, 이 부랑자야.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안 그러면 곧 횃불을 맞을 것이다. 어서 가라.」
오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계산적인 말을 내뱉되,
「미쳤구나. 이 어리석은 아가씨야, 어찌하여 나에게 화를 내느냐. 내가 더럽고 누더기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한다고. 어쩔 수 없느니라. 노숙자들은 이렇게 살아야 하느니라. 나도 한때 집이 있었고, 부유하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거지들에게도 자주 베풀었지. 누구든 찾아오면 도와주고, 신분에 상관없이 말이다. 노비 소녀들도 많았고, 우리가 부라고 여기는 모든 것을 누렸다. 행복한 삶이었느니라. 상제가 내 인생을 망쳐 놓았다. 분명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아가씨야, 네 주인님이 화를 내거나 오지수가 오더라도 다른 노비 소녀들 사이에서 네가 가진 지위를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 수도 있으나, 만일 그가 죽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아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아폴론 신께 감사해야겠구나. 그는 여기 여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제 다 컸으니까.」
연로비는 경계심을 갖고 듣고 있다가 이제 노비를 꾸짖기 위해 입을 열되,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것아. 어찌 감히.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다 안다. 그 건방진 표정을 지워라. 내가 직접 말했듯이, 이 낯선 사람을 홀에 붙잡아 두고 남편이 실종된 것에 대해 캐물을 것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었지 아니하냐. 나는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고는 에우리노메에게 이르되,
「의자를 가져와서 방석을 놓아라. 이 낯선 사람이 앉아서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여인은 윤이 나는 나무 의자를 가져와 방석을 놓았다. 오지수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는 자리에 앉았고, 신중한 연로비가 대화를 시작하되,
「낯선 분이시여, 먼저 어떤 가문 출신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누구시며, 고향은 어디이옵니까.」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세상 어떤 인간도 당신을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영광은 하늘에까지 닿나이다. 당신은 훌륭한 법으로 강대한 백성을 다스리던 거룩한 왕의 딸임이 틀림없나이다. 그의 통치 덕분에 검은 땅에는 밀과 보리가 자랐고, 나무에는 열매가 가득했으며, 양들은 새끼를 낳았고, 바다는 물고기를 제공했으며, 백성들은 번성하였나이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으나, 제 가족이나 고향에 대해서는 묻지 마십시오. 그 기억은 제 마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슬픔에 잠긴 사람이옵니다. 남의 집에 앉아 슬퍼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이다. 노비들이나 심지어 당신조차도 제가 술에 취해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불멸의 신들이 그리스인들이 토래성으로 진군하던 날, 그리고 제 남편 오지수가 그들과 함께 떠났던 날, 제 힘과 아름다움을 없애 버렸나이다. 그가 돌아와 저를 다시 돌봐 준다면 저는 아름다움과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터이나, 지금 저는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저를 망쳐 놓은 것 같사옵니다. 사메, 둘리키움, 자킨토스 등 모든 섬의 영주들과 이탁도에 사는 사람들이 저에게 구애를 하고 있나이다. 저는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옵니다. 게다가 제 집안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나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자들을 상대할 수가 없나이다. 오지수가 너무 그리워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사옵니다. 구혼자들은 저를 결혼시키려 하나 저는 계략을 꾸미고 있나이다. 어떤 신이 제게 베틀에 베틀을 놓고 길고 고운 천을 짜라고 시켰나이다. 그래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오지수는 죽었으나, 제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 결혼을 청하지 말아 주소서’라고 말하였나이다. 라에르테스가 죽으면 수의를 입혀야 한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아르고스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를 얻은 사람이 수의 없이 누워 있다면 말이다. 그들은 동의하였나이다.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횃불을 들고 풀었나이다. 삼 년 동안 그들을 속였나이다. 오랜 시간과 날들, 그리고 달들이 흘러갔나이다. 그러다 사 년째 되던 해, 변덕스럽고 개 같은 내 여종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와서 나를 붙잡았나이다. 그러자 그들은 항의하며 소리쳤고, 나에게 수의를 완성하라 강요하였나이다. 이제 더 이상 꾀가 없고, 결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나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있고, 내 아들은 이 남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을 알고 질려 있나이다. 이제 그는 상제가 축복한 집을 관리할 능력이 충분히 생겼나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혈통을 밝혀야 하나이다. 당신은 동화처럼 바위나 나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라.」
속임수의 달인이 대답하되,
「위대한 오지수, 라에르테스의 아들의 아내시여, 어찌하여 자꾸 제 가족에 대해 묻나이까. 꼭 말해야 한다면 말하겠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제 모든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나이다. 저처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옵니다. 그래도 당신이 묻는 것을 말해 드리겠나이다. 제 고향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비옥한 섬 크레타입니다. 그곳에는 구십 개의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셀 수도 없나이다. 언어도 섞여 있고, 아카이아인, 크레타 토착민, 그리고 장발의 도리아인과 펠라스기인들이 살고 있나이다. 그곳에는 상제의 측근이었던 미노스가 구 년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웅장한 도시 크노소스가 있나이다. 제 아버지는 그의 아들인 용감한 데우칼리온이었고, 그의 또 다른 아들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함께 토래성으로 항해했던 이도메네우스였나이다. 제 이름은 아이톤이고, 저는 그의 동생이옵니다. 크레타에서 나는 오지수를 만나 그에게 선물을 주었나이다. 그는 말레아에서 폭풍에 휘말려 토래성을 그리워하였으나 크레타로 오게 되었나이다. 그는 간신히 바람을 피해 암니소스의 에일레이티아 동굴 곁에 배를 정박하고 피난처를 찾았나이다. 그는 마을로 올라와 내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는데, 그는 오지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이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나이다. 그러나 이도메네우스는 열흘 전에 토래성에 도착해 있었나이다. 나는 그와 그의 선원들을 안으로 맞아들여 극진히 환대하였나이다. 우리의 식량은 풍족하였고, 나는 백성들에게 보리와 적포도주, 그리고 도축할 황소를 가져오게 하여 그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나이다. 그 고귀한 그리스인들은 열두 날 동안 머물렀나이다. 강한 북풍이 불어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였나이다. 너무 강한 바람에 사람은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나이다. 분명 어떤 악령이 그들을 저주하려고 바람을 불러낸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셋째 날, 바람이 잦아들었고,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나이다.」
그의 거짓말은 진실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제피로스가 산봉우리에 흩뿌리는 눈처럼 녹아내렸다. 에우루스가 그 눈을 녹이면 강물이 불어나 다시 흐르는 것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뺨도 눈물로 범람하였다.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을 위해 울었다. 오지수는 마음속으로 슬픔에 잠긴 아내를 가엾게 여겼으나, 눈빛은 뿔이나 쇠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굳게 유지하였으며,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울다가 다시 입을 열되,
「나그네여, 당신이 말한 대로 내 남편과 그를 따라온 사람들을 당신 집에 맞아들였는지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의 옷차림과 생김새,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어떠하였는지 묘사해 보시오.」
교활한 오지수가 이르되,
「부인,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그가 방문한 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옵니다. 벌써 이십 년이나 지났나이다. 그러나 제 기억 속의 모습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왕 오지수는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장포는 정교하게 조각된 금 브로치로 고정되어 있었고, 브로치에는 핀이 두 개씩 달려 있었나이다. 앞발에는 얼룩무늬 새끼 사슴을 꽉 물고 있는 개가 있었나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진 개가 어떻게 새끼 사슴을 물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새끼 사슴이 어떻게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 하는지 신기해하였나이다. 그의 흰색 튜닉은 마른 양파 껍질처럼 부드럽고 햇빛처럼 반짝였나이다. 많은 여인들이 그 옷에 감탄하였나이다. 그러나 그가 이 옷들을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선원이나 손님 친구가 배에서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나이다. 오지수는 그의 가치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많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나이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청동 검과 두 겹으로 접은 자주색 장포, 그리고 술 장식이 달린 튜닉을 선물하였나이다. 그가 배에 오를 때 저는 그를 영광스럽게 배웅하였나이다. 그에게는 에우리바테스라는 시종이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고, 검은 피부에 둥근 어깨,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그의 선원들 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아버지와 잘 맞았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은 그녀의 슬픔을 더욱 깊게 하였다. 그녀는 그가 증거로 남겨 둔 흔적들을 알고 있었기에 흐느껴 울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는 이르되,
「전에는 당신을 불쌍히 여겼으나, 이제 당신은 손님이자 존경받는 친구이옵니다. 당신이 말한 그 옷들을 제가 그에게 주었나이다. 창고에서 꺼내 접어서 브로치를 달아 주었나이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를 집으로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에빌리움이라는 마을로 떠났을 때 저주가 그 배에 실렸나이다. 그 마을 이름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나이다.」
그는 날카롭게 대답하되,
「폐하, 오지수의 아내시여, 아름다운 피부를 눈물로 더럽히고 남편을 애도하며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나이다. 어떤 여자라도 자식을 낳아 준 남편을 잃으면 슬퍼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 남편처럼 신과 같은 영웅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울음을 그치소서. 제 말을 들어보소서. 확실한 것을 말씀드리겠나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오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나이다. 그는 살아 있고, 이곳 근처 테스프로티아에 있나이다. 그는 온갖 고생 끝에 많은 보물을 모아 집으로 가져오고 있나이다. 그는 트린아키아를 떠날 때 배를 잃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치하였나이다. 태양신과 상제는 오지수의 부하들이 태양의 소떼를 죽였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하였나이다. 그래서 그 부하들은 모두 파도에 휩쓸려 죽었으나, 오지수는 키에 매달려 신들의 사촌인 페아키아인들의 땅에 표류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고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썼나이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에 왔어야 했으나, 더 많이 여행하고 더 큰 부를 축적하기로 결심하였나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윤을 잘 내는 사람이 바로 그이옵니다. 테스프로티아의 왕 페이돈이 제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나이다. 그는 제물을 바치며 이미 배가 진수되었고 선원들도 모두 준비되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맹세하였나이다. 그러나 페이돈은 먼저 제게 작별 인사를 하였나이다. 마침 그들의 배 한 척이 보리가 풍부한 둘리키움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는 오지수가 얻은 보물을 제게 보여 주었는데, 그의 자손과 손자 손녀를 십 대에 걸쳐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양이었나이다. 페이돈은 오지수가 도도나로 가서 바스락거리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에게 상제가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공개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장하고 돌아갈지 조언을 구하였다고 말하였나이다. 제가 말씀드리건대, 그는 무사하며 가까이에 있나이다. 그는 고향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오래 떠나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높고 위대한 신인 상제와 제가 피난처로 삼고 있는 화로에 맹세하나이다.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이 음력 달, 즉 초승달과 보름달이 차오르는 사이에 오지수가 올 것이다.」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이르되,
「글쎄요, 나그네여. 당신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만일 그렇다면, 당신에게 즉시 보답을 하고,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행운을 알게 될 만큼 따뜻한 환대를 베풀겠나이다. 사실, 제 생각에는 오지수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아무도 당신을 정중하게 배웅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정중하게 배웅해 줄 주인이 여기 없나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자, 노비들아, 그를 씻기고 매트리스와 양모 담요, 깨끗한 새 시트를 깔아 침대를 만들어 새벽이 황금빛 왕좌에 오를 때까지 따뜻하게 해 주도록 하라. 그리고 목욕시키고 기름을 발라 내 아들 옆 홀 안에 앉히고 음식을 대접하라. 이 사람들 중에 누가 우리 손님을 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은 큰일 날 것이다. 아무리 분노해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나그네여, 당신이 누더기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로 내 집에 갇혀 있었다면, 내가 다른 모든 여인들보다 총명하다는 증거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나이까. 인간의 수명은 짧지 아니한가. 만일 우리가 잔인하다면,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저주할 것이고, 죽은 후에는 조롱할 것이다. 고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하나이다.」
그러나 교활한 오지수는 이르되,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나는 흐리고 산이 많은 크레타 섬에서 노를 저어 나온 날부터 담요와 깨끗한 고급 침대 시트를 싫어하게 되었나이다. 나는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보냈던 것처럼, 거친 침상에 누워 밝은 새벽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발을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당신 집의 여종들이 내 발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다만 나와 같은 비통함과 슬픔을 겪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늙은 여종이 있다면, 그녀가 내 발을 만져도 괜찮을 것이다.」
연로비는 생각에 잠겨 이르되,
「손님, 말씀 참 좋으시옵니다. 이전에 외국에서 우리 집에 온 손님 중에 이렇게 꼼꼼하신 분은 없었나이다. 제게는 현명한 노부인이 한 분 계시는데, 제 남편을 키우신 분이옵니다. 갓난아기였던 남편을 처음으로 어머니 품에 안으셨지요. 몸이 많이 약하시나, 손님 발을 씻어 드릴 수는 있나이다. 자, 명숙여, 일어나서 주인님 동갑내기를 씻겨 드리렴. 오지수도 이제쯤이면 이렇게 늙고 주름진 발과 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고난을 겪으면 빨리 늙어버리느니라.」
늙은 노비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되,
「오, 얘야. 이제 나는 너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상제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미워하였지. 네가 그토록 신을 경외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어떤 인간도 천둥의 신에게 너처럼 많은 허벅지 뼈를 태우거나 그토록 많은 제물을 바치지 아니하였느니라. 너는 편안한 노년을 맞이하고 아들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도하였지. 그런데 이제 너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 불쌍한 오지수가 이방 왕궁에 머물 때면, 이 못된 여인들이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여인 노비들이 그를 조롱하는 것 같구나. 너는 학대를 피하려고 씻겨 주기를 거부하였지.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가 나에게 너를 씻겨 주라 하였느니라. 마지못해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씻겨 주겠노라. 너는 내 마음을 움직이느니라. 자, 잘 들어 보렴. 많은 낯선 사람들이 이곳에 곤경에 처해 왔으나, 나는 몸과 목소리, 발걸음이 내 주인님과 그토록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느니라.」
그는 영리하게 대답하되,
「노파여, 우리 둘을 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많이 닮았다고 하나이다. 당신은 그 닮은 점을 알아차리신 예리하시구나.」
그러자 노파는 발을 씻는 데 쓰는 반짝이는 가마솥을 가져와 물을 가득 채웠다. 찬물을 많이 넣고 뜨거운 물은 조금 넣었다. 오지수는 난로 옆에 앉아 어둠을 향해 서둘러 몸을 돌렸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자신을 만지면 흉터를 느끼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노파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주인을 씻겨 주었다. 갑자기 그녀는 흉터를 느꼈다. 오래전 파르나소스 산에서 흰 어금니를 가진 멧돼지가 그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그는 외가 사촌들과 할아버지인 고귀한 아우톨리쿠스와 함께 그곳에 갔는데, 아우톨리쿠스는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하고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헤르메스는 그가 자신에게 많은 제물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이 재능을 주었다.
훨씬 이전, 아우톨리쿠스는 딸의 아기를 보러 이탁도에 갔는데, 명숙가 갓난아기를 할아버지 무릎에 앉히고 말하되,
「이제 손자의 이름을 지어 주소서. 이토록 바라던 아기의 이름을요.」
아우톨리쿠스는 부모에게 이르되,
「이렇게 이름을 지어 주시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미워한다. 그러니 아이의 이름을 ‘오지수’라고 지어 주시오.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면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그의 친정집으로 오게 하시오. 내가 그에게 보물을 주고 기쁨으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소.」
오지수는 자라서 선물을 받으러 그곳에 왔다. 그의 사촌들과 아우톨리쿠스는 그를 껴안고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넸다. 그의 할머니 암피테아는 덩굴처럼 그를 껴안고 그의 얼굴과 빛나는 눈에 입맞춤하였다.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 지시하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여 오 년 된 황소를 데려와 가죽을 벗기고, 토막 내어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꼬치에 꽂아 정성껏 구워 나누어 먹었고, 모두가 똑같은 양을 받았다. 그들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 온종일 잔치를 벌였다.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였다.
이른 새벽, 발그레한 손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아우톨리쿠스는 아들들과 개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오지수도 함께 갔다. 그들은 파르나소스 산의 가파르고 숲이 우거진 비탈길을 올라 바람이 휘몰아치는 골짜기에 이르렀다. 사냥꾼들이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 태양이 잔잔하게 흐르는 대양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개들은 발자국을 찾으며 앞서 달려갔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이 뒤따라왔고, 오지수는 개들 곁에 바짝 붙어 긴 창을 휘두르며 따라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멧돼지가 숨어 있었다. 그 은신처는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아 주었고, 황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곳도, 비도 들어올 수 없었다. 안에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멧돼지는 발소리를 들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멧돼지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털을 곤두세우고 불꽃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그들 옆에 섰다. 오지수가 먼저 달려들어 긴 창을 꽉 쥐었다. 그가 공격하려 하자 멧돼지가 먼저 무릎 위를 공격하였고, 옆으로 돌진하며 송곳니로 살점을 크게 뜯어 냈으나 뼈까지는 닿지 아니하였다. 오지수는 멧돼지의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혔고, 창은 그것을 꿰뚫었다. 멧돼지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졌다. 그의 생명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우톨리쿠스의 아들들은 분주히 움직여 위대한 오지수가 입은 상처를 능숙하게 싸매고, 주술로 검은 피를 멈추게 한 다음, 그를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는 값진 선물을 주고 곧바로 이탁도로 돌려보냈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그의 부모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상처를 어떻게 입었는지 물었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하얀 어금니에 다리를 찔렸다고 말하였다.
늙은 여종은 그의 다리를 잡고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그 상처에 다가와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의 다리를 물통에 떨어뜨렸다. 물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울어지자 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녀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그의 수염을 만지며 이르되,
「당신은 오지수시구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나의 주인님이여. 다리를 만져 보기 전까지는 당신이신 줄 몰랐나이다.」
그녀는 연로비 쪽으로 시선을 돌려 남편임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연로비는 뒤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에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오지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왼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속삭이되,
「유모여, 어찌하여 나를 해치려 하느냐. 당신은 내게 젖을 먹여 주었지 아니하냐. 이십 년 동안의 고통 끝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알아차렸구나. 신이 당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나 보구나. 침묵을 지켜라.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신이 나를 도와 구혼자들을 물리친다면, 당신도 예외 없이 죽일 것이다. 당신은 내 유모였으나 말이다.」
명숙는 계산적으로 대답하되,
「얘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 마음은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아니하느냐. 돌이나 쇠처럼 강인할 것이다. 약속 하나만 해 주마. 네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면 궁궐에서 누가 너를 모욕하는지, 누가 죄 없는지 알려 주겠노라.」
오지수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으니 이르되,
「유모여, 어찌하여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냐.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겠노라. 이제 조용히 하라. 미래는 신들에게 맡기자.」
늙은 유모는 빨래물을 더 길어 오러 갔다. 남은 물은 모두 쏟아졌다. 유모는 오지수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고, 오지수는 다시 의자를 끌어당겨 불 옆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헝겊으로 흉터를 가렸다.
그리고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되,
「낯선 이여, 작은 질문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곧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달콤한 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신의 계시를 받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낮에는 끊임없는 슬픔 속에서도 제 일과 시녀들의 일에 집중하나이다. 그러나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들면 저는 침대에 누워 울면서 고통에 압도당하나이다. 걱정과 슬픔이 제 마음을 가득 채우나이다. 마치 봄이 오면 창백한 회색 나이팅게일이 아름답게 노래하며, 나무에 무성한 잎들 사이에 앉아 제토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랑하는 아들 이틸루스를 애도하며 소리의 교향곡을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하게 청동으로 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 마음도 두 갈래로 갈라지나이다. 아들 곁에 남아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제 재산, 여종들, 그리고 큰 저택을 그대로 두어 아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까요. 내 남편의 침대와 사람들의 말에 신경 써야 할까요. 아니면 구혼자들 중 가장 괜찮고 선물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남편 집을 떠날 수 없었나이다. 남편이 허락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이제 아들이 다 커서 남편은 제가 떠나기를 재촉하나이다. 자기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사옵니다. 자, 제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꿈에서 거위 스무 마리가 강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기뻤나이다. 그때 뾰족한 부리를 가진 거대한 독수리가 산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거위들의 목을 부러뜨리고 죽였나이다. 저는 꿈속에서 엉엉 울었나이다. 여인들이 제 주위에 모여들었고, 저는 독수리가 제 거위들을 죽였다고 울었나이다. 그때 독수리가 다시 나타나 튀어나온 지붕 들보에 앉아 제 슬픔을 달래려고 사람 말로 말하였나이다. ‘연로비, 위대한 여왕이시여, 기운 내십시오.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꿈속에서 거위들이 구혼자들을 상징하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한때 독수리였으나 이제는 당신의 남편입니다. 저는 그들을 잔혹하게 처단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거위들이 전처럼 여물통 옆에서 곡식을 먹고 있었나이다.」
지혜로운 것으로 유명한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되,
「여인이여, 그 꿈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낼 방법은 없나이다. 오지수 자신이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이미 말하였나이다. 모든 구혼자들의 파멸을 의미하나이다. 아무도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없나이다.」
그러나 현명한 연로비는 이르되,
「낯선 이여, 꿈은 혼란스럽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꿈의 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뿔로,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나이다. 상아로 만든 문은 속임수로 가득 차 있고, 그 이야기는 거짓으로 끝나나이다. 윤이 나는 뿔로 만든 문을 통과하는 꿈은 이루어지나이다. 그러나 제 이상한 꿈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저와 제 아들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았을 터이나 말입니다. 오지수의 집에서 저를 데려갈 운명의 날이 오고 있나이다. 저는 그의 도끼로 시합을 할 것입니다. 그는 도끼들을 배의 지지대처럼 일렬로 세워 놓고 멀리서 화살을 쏴서 열두 자루를 모두 꿰뚫었나이다. 저는 이 시합을 구혼자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활시위를 가장 빨리 당겨 열두 자루의 도끼를 모두 꿰뚫는 자가 저를 차지할 것이고, 저는 그를 따를 것입니다. 저는 이곳, 이 아름다운 집, 제 결혼 생활을 했던 이 집, 풍요와 삶으로 가득했던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는 꿈속에서라도 이 집을 기억할 것입니다.」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는 이르되,
「존경하는 아내여, 위대한 오지수의 아내여, 이 시합을 미루지 마십시오. 그들은 활을 다루느라 허둥대며 활시위를 당기거나 화살을 쏘기도 전에, 모든 것을 계획한 오지수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녀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으니 이르되,
「손님, 만일 당신이 앉아서 저를 즐겁게 해 주신다면, 저는 절대 잠들고 싶지 않나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히 깨어 있을 수 없나이다. 불멸의 신들이 필멸의 인간이 지상에서 하는 모든 일에 적절한 시간을 정해 놓으셨나이다.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제 침대에 누우겠나이다. 그 침대는 슬픔의 침대이옵니다. 남편이 에빌리움이라는, 차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마을로 떠난 후로 제가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나이다. 저는 거기에 누울 터이니, 당신은 이 집에서 주무시오. 바닥에 담요를 깔거나 노비들에게 침대를 만들어 달라 하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여종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울었고, 마침내 예리한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그녀의 눈에 달콤한 잠을 안겨 주었다.
==제20권 마지막 연회==
오지수는 아직 손질하지 아니한 소가죽 위에 몸을 뉘이고, 구혼자들이 바친 양털을 쌓아 올렸다. 에우리노메가 두터운 담요를 덮어 주었으나, 그는 누워 있으면서도 잠들지 못하였다. 그 마음속에는 구혼자들을 어찌 죽일까 하는 깊은 계책이 가득 차 있었다.
이때 구혼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였던 여인들이 낄낄거리며 기뻐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 흩어지니, 오지수의 가슴은 분노로 타올랐다. 저들을 지금 당장 달려들어 모조리 베어 버릴까, 아니면 저 오만한 무리들로 하여금 이 밤을 무사히 보내게 둘까. 어미 개가 낯선 사내를 보고 새끼를 지키려 으르렁거리듯, 그의 심장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에게 이르되,
「내 심장이여, 더욱 굳세어라. 저 외눈박이 거인이 네 건장한 동료 스무 명을 잡아먹던 날, 너는 이보다 더한 시련을 겪었으되, 끝내 침착함을 잃지 아니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동굴을 빠져나오지 아니하였더냐. 그때 너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거늘.」
그의 심장은 굳건히 버티었으나, 몸은 마치 기름과 피로 가득 찬 소시지를 불 위에 돌리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부림쳤다. 거대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그는 소시지가 어서 익기를 갈망하듯, 홀로 수많은 구혼자들을 어찌 물리칠까 하여 밤새도록 고민하였다.
이때 지혜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여인의 모습으로 그의 머리맡에 나타나 이르되,
「불운한 사람이여, 어찌하여 눈을 크게 뜨고 깨어 있느냐. 이곳은 네 집이며, 안에는 네 아내와 네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들이 있지 아니하냐.」
영리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여신이시여, 말씀하신 바가 모두 진실이로소이다. 그러나 저는 홀로 항상 떼 지어 다니는 저 건방진 자들을 어찌 공격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가장 큰 두려움은 이것입니다. 만일 여신과 상제께서 저를 도와 저들을 죽이신다 한들, 그 뒤에는 어찌하여야 하오리까. 어디로 도망쳐 그 벌을 피할 수 있사오리까. 부디 가르쳐 주소서.」
지혜의 여신이 눈을 번뜩이며 이르되,
「참으로 고집이 세구나. 범인들은 약한 필멸의 친구조차 믿거늘, 하물며 나는 여신으로서 네가 수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줄곧 너를 지켜 오지 아니하였더냐. 설령 우리가 매복을 당하여 우리를 죽이려는 오십의 무리에게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너는 빠져나와 그들의 양과 소를 훔치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이제 잠자리에 들라. 밤새도록 경계를 서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라. 머지않아 너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오지수영.」
이렇게 이르고 여신은 그의 눈에 잠을 흠뻑 부어 준 뒤 오림산으로 날아갔다. 잠이 그를 감싸 안아 긴장을 풀고 근심을 잊게 하였다.
한편 그의 충실한 아내는 잠 못 이루어 부드러운 베개에 기대어 앉아 울고 있었다. 흐느낌이 잦아들자 그녀는 기도를 올리되,
「오 아림여, 위엄 있는 여신이시여, 상제의 따님이시여. 부디 제 심장에 화살을 꽂아 지금 당장 저를 죽이시거나, 혹은 바람 한 줄기가 저를 휩쓸어 안개 낀 구름 너머로 데려가 대양의 물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날려 보내 주시옵소서. 마치 신들이 판다레우스의 딸들을 죽이고 고아로 남겨 둔 뒤, 산들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프로디테는 그들을 도와 꿀과 치즈와 부드러운 포도주를 주었고, 헤라는 다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움과 지혜를 주었으며, 아림는 그들의 키를 크게 하였고, 지혜의 여신은 모든 수공예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뒤 아프로디테가 오림산으로 올라가 천둥의 신 상제께 소녀들에게 좋은 혼인을 허락해 달라 청하였으나, 하르피아들이 그들을 납치하여 잔혹한 복수의 여신들을 섬기게 하였나이다. 신들이 저를 그들처럼 멸망시키소서. 아니면 아림여, 저를 죽여 주소서.」
오지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찮은 남편을 기쁘게 해 주고 싶지 아니하다. 온종일 슬픔에 잠겨 울다가 밤에 잠들면 모든 것을 잊는다면 그 고통은 견딜 만하거늘, 저는 어떤 신의 저주를 받아 악몽에 시달리고 있나이다. 어젯밤에는 전쟁터로 떠날 때의 그 남자와 똑같은 이가 제 곁에 누워 있었나이다. 제 마음이 기쁘더니, 꿈이 아니라 환상 같았나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황금빛 새벽이 밝아 왔다. 오지수는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하였다. 아내가 자기 머리맡에 서 있는 줄 알고, 벌써 자신을 알아본 줄로 여겼다. 그는 잠잘 때 덮었던 장포와 양털을 가져와 궁궐 안 의자에 놓고, 소가죽은 밖으로 내어 안뜰에 둔 뒤 팔을 들어 기도하되,
「오, 아버지 상제여, 신들이여. 당신들이 나를 일부러 육지와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데려오셨고,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겨 주셨다면, 집 안에서 누군가 길조의 말을 전하게 하시고, 상제여, 밖에서도 또 다른 징조를 보여 주소서.」
지혜의 신 상제가 그의 말을 듣고 구름 위 높은 오림산에서 천둥을 쳤다. 오지수는 기뻐하였다. 이때 근처 집 안에서 밀을 빻는 여인이 길조의 말을 하였다. 열두 명의 노비가 왕을 위해 밀과 보리를 빻는 맷돌을 돌리고 있었는데, 나머지 노비들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고, 가장 약한 노비 한 명만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맷돌을 멈추고 말하되,
「상제여, 신들과 인간의 왕이시여. 당신께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을 치셨으니, 이는 누군가를 위한 징조이옵니다. 불쌍한 노비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오늘이 구혼자들이 이 늙은 왕궁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마지막 날이 되게 하소서. 그들을 위해 곡식을 빻는 고된 노동 때문에 무릎이 쑤십니다. 부디 오늘이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이 징조와 상제의 천둥소리는 주인을 기쁘게 하였고,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였다.
다른 여인들이 모여 화로에 불을 지피니, 신과 같은 태명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칼을 등에 맸다. 기름칠을 잘한 발에 샌들을 신고 날카롭고 튼튼한 청동 창을 들었다. 문턱에 서서 명숙를 부르되,
「유모여, 손님들을 잘 대접하여 식사도 대접하고 편안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느냐, 아니면 그냥 방치해 두었느냐. 어머니답구나. 어머니는 영리하시나 제멋대로 행동하시는구나. 원치 않는 손님은 극진히 대접하면서, 좋은 손님은 무례하게 쫓아내시는구나.」
유모가 재치 있게 대답하되,
「얘야, 지금은 그녀를 탓하지 마라. 그는 포도주를 좀 마시고 의자를 골랐을 뿐이다. 저녁을 이미 먹었다고 하였고, 유모가 물어보니 그러하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유모는 간이침대를 가져다주어 여인들로 하여금 그의 침대를 정리하게 하였다. 불쌍하고 가난한 노인이여. 그는 좋은 침구를 쓰려 하지 아니하였다. 소가죽과 양털을 깔고 현관에서 잤고, 우리는 그 위에 장포를 덮어 주었느니라.」
태명은 칼을 손에 든 채 두 마리의 날렵한 개를 데리고 궁궐을 나와 아카이아인들의 회합 장소로 향하였다. 이때 옵스의 딸인 고귀한 명숙가 노비들을 부르되,
「자, 서두르라. 여인들은 바닥을 쓸고 물을 뿌리라. 의자에는 자주색 천을 깔아 놓으라. 다른 이들은 스펀지로 탁자를 닦고 손잡이가 둘인 잔과 그릇을 씻으라. 그리고 너희는 샘에서 물을 길어 오라. 서두르라. 곧 그들이 올 것이다. 오늘은 그들 모두를 위한 축제일이로다.」
그들은 주의 깊게 듣고 명령대로 하였다. 스무 명은 검은 샘물을 길으러 달려갔고, 나머지 잘 훈련된 노비들은 집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와 장작을 패니, 그들은 자기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인들이 샘에서 돌아오자 돼지치기가 살찐 돼지 세 마리, 자기가 제일 아끼는 돼지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돼지들을 마당에 가두어 땅을 파헤치게 하고는 오지수에게 친절히 물으되,
「친구여, 이제 그들이 그대를 더 존중해 주느냐, 아니면 전처럼 여전히 학대하느냐.」
교활한 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되,
「에우마이오스여, 신들이 이 건방진 자들의 악행과 계략에 대한 복수를 해 주시기를. 이 파렴치한 자들이 자기네 집도 아닌 곳에서 나를 모욕하였다. 참으로 뻔뻔스럽구나.」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말태수가 목동 두 명과 함께 도착하였다. 그들은 구혼자들의 연회에 내놓을 가장 살찐 암염소들을 양떼에서 몰아내고 있었다. 말태수는 염소들을 현관에 묶어 놓고 오지수를 괴롭히기 시작하되,
「낯선 자여, 아직도 여기 있느냐. 구걸하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느냐. 여기 있으면 매를 맞을 것이다. 네 구걸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스에서 먹을 것이 있는 곳은 여기뿐만이 아니니라.」
알 수 없는 표정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고 고개를 숙인 채 살인 계획을 곰곰이 생각하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목동인 감독관 필로에티우스는 살찐 숫염소와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아니한 암소를 몰고 왔는데, 이 짐승들은 나룻배 사공이 이탁도로 데려온 것이었다. 나룻배는 건너갈 사람이 있으면 승객도 태워 주었다. 필로에티우스는 짐승들을 밖에 묶어 두고 돼지치기에게 물으되,
「새로 온 이 손님은 누구인가. 그의 민족은 누구이며, 고향은 어디이며, 조상은 누구인가. 가엾은 사람 같으니, 그의 모습은 마치 군주와 같구나. 신들이 고통의 실타래를 잣을 때면, 위대한 왕조차도 멀리 떠돌며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법이지.」
그러고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네되,
「안녕하시오, 선생님. 운이 없으시구나.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오. 상제 신이시여, 당신만큼 파괴적인 신은 없나이다. 당신은 인류의 아버지이시나, 우리의 고통에는 자비를 베풀지 아니하시는구나. 오지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온몸이 땀으로 젖나이다. 만일 그분이 아직 살아 계셔 햇빛을 보고 계신다면, 길을 잃고 저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계실 것이요. 아니면 이미 돌아가셨다면, 오지수여, 참으로 안타깝도다. 그분은 제가 어린 소년이던 시절, 케팔레니아에서 제게 첫 소떼를 맡겨 주셨나이다. 이제 그분의 소떼는 셀 수 없이 많사오나, 다른 이였다면 이렇게 번성하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람들이 제게 소떼를 몰고 와 자기들에게 먹으라 하나이다. 그들은 어린 소년에게는 관심도 없고, 지켜보는 신들의 눈길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이다. 주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나이다. 그들은 주인님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 하고, 저는 주인님의 아들이 여기 있는데 소떼를 몰고 타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나이다. 그러나 남의 가축을 돌보며 앉아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나을지니, 차라리 도망쳐 다른 왕을 섬기고 싶었나이다. 견딜 수가 없나이다. 그러나 불운한 주인님이 어디에 계시든 돌아와 궁궐에 있는 이 구혼자들을 모두 쫓아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교활한 오지수가 대답하되,
「당신은 영리한 듯하구나. 그래서 당신에게 엄숙한 맹세를 하리라. 상제 신과 환대, 그리고 이 화롯에 맹세하건대, 당신이 아직 여기 있는 동안 오지수는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요, 원한다면 여기에서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으리라.」
목동이 대답하되,
「낯선 이여, 상제 신께서 당신의 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면 당신은 제 힘과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보게 되리라.」
에우마이오스도 모든 신들에게 기도하여 그의 다재다능한 주인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 간청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구혼자들은 태명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독수리 한 마리가 그들의 왼쪽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들비둘기를 물고 있었다. 암피노모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친구들이여, 우리의 이 계획, 이 살인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니 연회에 대해 생각하자.」
그들은 모두 동의하고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의자와 소파에 천을 깔고 큰 양, 살찐 염소, 큰 돼지, 그리고 온순한 소 한 마리를 잡았다. 내장을 삶아 나누어 먹고, 포도주는 그릇에 섞었다. 돼지치기는 포도주를 잔에 따랐고, 필로에티우스는 바구니에 빵을 담아 날랐으며, 말태수는 포도주를 돌렸다. 그들은 마음껏 음식을 먹었다.
그다음 태명은 곰곰이 생각하여 오지수를 홀 안 돌문턱 옆에 앉히고 탁자와 의자를 가져왔다. 그는 오지수에게 고기를 내어 주고 금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 주며 이르되,
「이제 당신은 여기 앉아 그들 가운데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소. 내가 그들이 당신을 건드리거나 조롱하지 못하게 막겠소. 이곳은 술집이 아니오. 오지수가 나를 위해 마련한 곳이오. 그리고 당신들, 구혼자들이여. 제발 때리거나 모욕하지 마시오. 우리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소.」
그들은 소년이 그토록 대담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라 입술을 깨물었고, 우필태의 아들 안태우가 선언하되,
「폐하들이여, 태명의 위협은 비록 성가시나 받아들여야 하리라. 상제께서 그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연회장에서 그의 연설을 막았을 것이니라.」
태명은 그를 무시하였고, 그동안 집안 아이들은 제물로 바칠 짐승 백 마리를 몰고 마을을 지나갔다. 이탁도 사람들은 활쏘기의 신 아로왕의 그늘진 숲에 모였다. 집 안에서는 구혼자들이 고기 꼬치를 굽고 꼬치를 꺼내어 몫을 나누었다. 성대한 잔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은 몫을 내어 주었는데, 그의 아들 태명이 그렇게 하라 명령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혜의 여신은 구혼자들이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멈추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였고, 위대한 오지수의 마음에는 더욱 깊은 원한이 스며들었다. 사메 출신의 크테시푸스라는 무법자는 엄청난 부를 등에 업고 오지수가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것을 알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왔다. 그는 다른 무모한 구혼자들에게 소리치되,
「잘 들어라. 이 낯선 사람도 당연히 똑같은 몫을 받아야 한다. 물론 태명을 찾아온 손님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소. 그에게 환영의 선물을 주겠소. 그러면 그가 궁전의 목욕탕 시중드는 이나 다른 하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겠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소발 하나를 꺼내 오지수에게 던졌다. 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몸을 숙이며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소발은 벽에 부딪혔다.
태명이 크테시푸스를 꾸짖되,
「낯선 사람을 때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운이 좋았구나. 그가 공격을 피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면 네 배를 칼로 꿰뚫었을 테고, 네 아버지는 네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집에서는 모두 조심해야 하리라. 나도 어렸을 때는 그러하였으나, 이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도살된 양, 음식, 술 등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참아야 하니 말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지하기란 쉽지 아니하다. 그러나 제발 나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어 주시오. 아니면 여전히 청동 칼로 나를 죽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그렇게 하기를 바라오. 당신 같은 구혼자들이 낯선 사람들을 학대하고, 하녀들을 끌고 다니며 괴롭히는 끔찍한 짓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소.」
모두 침묵하였다. 아겔라우스가 입을 열되,
「친구들아, 그의 말은 옳다.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마라. 낯선 사람이나 오지수의 노비들을 학대하지 마라. 태명아, 너와 네 어머니께 정중히 충고 하나 하리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네가 생각이 넓은 네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이라 생각하였을 때는,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실까 하여 우리를 멀리하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얘야, 어머니 곁에 앉아 우리 중 가장 훌륭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시도록 조언하라. 그러면 너는 아버지께서 남기신 재산을 누리며 먹고 마실 수 있고,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집을 돌보러 가실 수 있으리라.」
태명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답하되,
「예. 상제 신과 이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거나 어쩌면 죽기까지 하였던 제 아버지의 고난을 걸고 맹세하건대, 저는 지체 없이 그녀에게 남편감을 고르라 말하고 후한 지참금을 마련해 주겠나이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보내고 싶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신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를 바라나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지혜의 여신이 구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웃었다. 깔깔대며 얼굴을 가누지 못하였다. 고기 접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슬픔에 잠겨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너희의 얼굴과 머리와 몸은 밤으로 뒤덮여 있고, 너희의 비명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화려한 궁전의 천장과 벽에는 너희의 피가 흩뿌려져 있다. 현관과 안뜰은 유령으로 가득 차 있다. 에레보스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유령들이다.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음침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모두 웃었다. 에우리마코스가 이르되,
「이 새로 온 자는 미쳤구나. 어서, 얘들아, 그를 내쫓아라. 시장으로 보내라. 여기가 밤인 줄 아는구나.」
예언자가 대답하되,
「에우리마코스여, 나는 안내자를 구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눈과 귀와 발이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하니 떠나리라. 오지수의 집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너희 모두에게 무슨 불길한 일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드나이다. 너희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궁궐을 떠나 피레우스로 내려가 그를 맞이하였고, 그곳에서 환영을 받았다. 구혼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태명의 손님들을 비웃으며 그를 놀리려 하였다.
「손님들 때문에 운이 참 안 좋으시구나. 이 더러운 거지 자식은 늘 음식과 술만 더 달라 하고, 농사도 못 짓고 싸움도 못하는, 세상에 짐덩어리일 뿐이다. 저 다른 놈은 거기 서서 예언이나 하고 있더구나. 자, 잘 들어 보라. 내가 더 나은 계획을 제안하노라. 이 손님들을 배에 태워 노비로 삼아 시칠리아로 보내서 이익을 챙기라.」
태명은 구혼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조용히 아버지를 지켜보며, 뻔뻔스러운 구혼자들을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아름다운 연로비는 현명하게도 의자를 그들을 마주 보도록 놓고 각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들은 수많은 짐승을 잡아 잔치를 벌였고, 웃음이 끊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곧 강력한 남자와 여신이 복수심에 불타 그들에게 가져다줄 저녁 식사보다 더 달갑지 아니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먼저 복수를 시작하였고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제21권 활쏘기 경연==
그때 지혜로운 여신이 빛나는 눈으로 이카리우스의 딸이요 현부인인 연로비에게 한 계책을 일러 주었다.
“그대는 이제 오지수의 방에 활과 쇠도끼를 내어 놓고, 피바람이 일어날 시합을 베풀도록 하라.”
연로비가 그 말을 듣고 곧장 자기 방으로 올라가니, 그 굳세고 단련된 손으로 상아 자루에 청동 갈고리를 단 열쇠를 잡아 들고 시녀들과 함께 왕이 보물을 간직한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 안에는 금과 청동과 정교하게 벼린 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굽은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는 에우리토스의 아들 이피토스가 오지수에게 준 것이었다. 이피토스는 메세니아 땅 라케다이몬에 있는 현인 오르틸로코스의 집에서 우연히 오지수를 만나 깊은 우정을 맺은 신과 같은 영웅이었다.
당시 오지수는 빚을 받아내기 위하여 그곳에 갔었다. 메세니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탁도에 와서 양 삼백 마리를 훔쳐 가고 목동들까지 함께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라에르테스와 여러 장로들은 오지수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 그를 보내어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오게 하였다.
이피토스 또한 자기 말을 찾으러 그곳에 왔는데, 그에게는 훌륭한 암말 열두 필이 있었고, 암말마다 힘센 노새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이 훗날 이피토스의 죽음을 부르는 화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가 헤라클레스를 찾아가자 헤라클레스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흉계를 품고 있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그의 말을 빼앗으려 이피토스를 죽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예를 저버리고 천신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있기 전에 이피토스가 처음 오지수를 만났을 때에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이 활을 그에게 선물하였다. 오지수 또한 우정의 증표로 검과 창을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집을 찾아보기 전에 이피토스는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지수가 수많은 배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나아갈 때에도 이 활만은 가져가지 않고 고향 집에 간직해 두었다가, 이탁도에서 벗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연로비가 마침내 창고에 이르러 윤이 반들반들한 참나무 문턱을 넘었다. 솜씨 좋은 목수가 자로 재고 수평을 맞추어 튼튼하게 틀을 세운 뒤 만든 아름다운 이중문이었다.
왕비가 재빨리 문고리를 풀고 열쇠를 꽂아 돌리니, 열쇠가 잠금쇠에 맞물리는 순간 문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마치 들판의 황소가 목청을 다하여 울부짖는 듯하였다. 이윽고 문은 활짝 열렸다.
왕비는 안으로 들어가 향기로운 의복들이 상자에 보관된 널빤지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빛나는 상자 속에 놓인 활을 고리에서 조심스레 내려 품에 안았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활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 활을 바라보는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뒤에야 눈물을 닦은 왕비는 수많은 날카로운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과 굽은 활을 품에 안고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인 연회장으로 나아갔다.
시녀들은 주인의 청동 도끼와 철도끼가 가득 담긴 광주리를 끌고 뒤따랐다.
왕비가 구혼자들 앞에 이르러 얇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기둥 곁에 서니, 두 시녀가 좌우에 시립하였다.
연로비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너희가 날마다 이 집에 찾아와 먹고 마시며, 오랫동안 타향을 떠난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탕진하고 있구나. 너희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너희는 나와 혼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한 가지 시합을 내리겠다.
여기 있는 이 큰 활은 신과 같은 오지수 왕의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 이 활을 손에 들고 능히 시위를 걸어 열두 도끼의 구멍을 한 줄로 꿰뚫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을 떠나 그 사람의 집으로 가겠다. 이 일을 내 마음이 어찌 잊으랴. 죽는 날까지, 꿈속에서라도 기억할 것이다.”
왕비는 곧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 활과 창백한 빛을 띤 쇠도끼를 구혼자들 앞에 가져다 놓으라.”
에우마이오스는 눈물을 머금고 활과 도끼를 받아 왕비가 명한 대로 갖다 놓았다.
소치기 또한 주인의 활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안태우가 크게 꾸짖으며 비웃었다.
“이 어리석은 농부들아! 어찌 그리 분별이 없느냐? 너희의 흘리는 눈물이 왕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느냐.
불쌍한 왕비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충분히 슬퍼하고 있다. 그러니 조용히 앉아 밥이나 먹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실컷 울어라.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목숨을 건 활쏘기 시합을 벌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오지수만큼 활을 잘 쏘지는 못한다. 나 또한 어릴 적 그를 본 적이 있어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먼저 활시위를 당겨 열두 도끼를 꿰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오지수의 화살을 맞게 될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때 태명 왕자가 앞으로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아마 상제께서 나를 어리석은 자로 만드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평소의 지혜를 잃으시고 다른 사내와 혼인하여 이 집을 떠나시겠다고 하니, 나는 도리어 웃음이 나온다.
자, 구혼자들이여! 모두 앞으로 나오라.
그대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귀한 상이 아니겠는가. 이 여인은 신성한 필성에도, 아르고스에도, 미케네에도, 이탁도에도, 아카이아 땅 어느 곳에도 그와 같은 여인이 없다.
내가 굳이 어머니의 덕을 칭찬할 필요가 있으랴. 그대들도 이미 그 가치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핑계를 대지 말고 시합을 미루지도 말라. 나 또한 직접 활을 쏘아 보겠다.
만일 내가 이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설령 어머니가 다른 사내를 따라 나를 이곳에 남겨 둔다 해도 더는 원망하지 않겠다.
그리되면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무기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사내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태명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보랏빛 장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칼을 풀어 놓았다.
그는 열두 개의 도끼를 일렬로 세울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고 흙을 다져 반듯하게 고르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이처럼 능숙하고 빈틈없이 일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제까지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명은 문턱에 걸터앉아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마다 그의 근육은 떨렸고 시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세 번 모두 실패하였다.
태명은 네 번째로 다시 시도하려 하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그를 만류하였다.
태명이 말하였다.
“아, 나는 언제나 이처럼 약하고 쓸모없는 자인가 보다.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싸움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것인가.
그대들은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 그대들이 먼저 해보라. 그렇게 하면 이 시합도 끝날 것이다.”
말을 마친 태명은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세워 두었던 활을 내려놓고 화살을 손잡이에 끼운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안태우가 외쳤다.
“자, 여러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로 일어나시오. 술을 따르는 종 곁에 앉은 자부터 시작하라!”
사람들이 이에 따르니 첫 번째로 나선 자는 성직자 레오데스였다.
그는 늘 술잔 곁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구혼자들의 횡포에 반대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활을 들고 문턱에 앉아 시위를 걸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고 노동으로 단련되지 않았으므로 시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하였다.
레오데스가 구혼자들에게 말하였다.
“벗들이여, 나는 이 활을 당길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람이 할 차례다.
그러나 이 활은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와 기운을 꺾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이 집에 모이는 본래의 뜻을 잊고 이처럼 욕심에 사로잡혀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너희는 아직도 오지수의 아내 연로비와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활시위를 당기지 못한 자는 자기 재물을 가지고 다른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은 여인을 찾아가 구혼하라. 그리고 연로비는 운명이 정한 사람, 가장 많은 예물을 가져오는 자와 혼인하게 하라.”
말을 마친 레오데스는 활을 내려놓고 윤이 나는 이중문 곁에 기대어 두었다.
안태우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무슨 흉한 말을 그리도 많이 하는가, 레오데스! 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는 자가 사람의 목숨을 앗을 활이라고 떠벌리다니. 네가 활쏘기에 재주가 없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다. 곧 이 활에 시위를 걸어 보일 것이다.”
한편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는 연회장을 나갔다. 오지수 또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세 사람이 대문을 지나 뜰 밖에 이르렀을 때, 오지수가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소치기와 돼지치기에게 내가 속마음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으나, 이제는 숨기지 않겠다.
만일 어느 신께서 오지수를 이끌어 갑자기 이곳에 돌아오게 하신다면,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구혼자들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오지수와 함께 싸울 것이냐? 너희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
소치기가 곧 대답하였다.
“오, 하늘의 상제시여! 부디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그분이 돌아오게 하소서. 신들이 그분을 집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그러면 제가 그분을 위하여 얼마나 용맹히 싸울 수 있는지 직접 보게 될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또한 모든 신들에게 오지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 모습을 본 오지수는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너희 둘만이 나의 귀환을 기뻐하는구나. 나를 위하여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다른 자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하였다.
만일 신께서 내 손으로 저 오만한 귀족 구혼자들을 물리치게 하신다면, 너희 두 사람에게 각각 아내와 재산을 주고 내 집 가까이에 좋은 집을 마련해 주겠다. 또한 너희는 태명의 형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를 믿기 어렵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겠다.
내가 사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에서 사냥하던 때, 멧돼지의 흰 어금니에 찢긴 상처를 보아라.”
오지수는 이렇게 말하며 누더기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허벅지에 크고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두 사람은 그 상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침내 모든 의심을 버리고 통곡하였다.
그들은 오지수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오지수 또한 두 사람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세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라도 울고 싶었으나, 오지수가 말하였다.
“이제 그만 울어라. 누군가 밖으로 나와 너희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구혼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되 한꺼번에 들어가지 말고 차례대로 들어가라. 먼저 내가 들어가고, 그다음 너희가 한 사람씩 들어오라.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신호다.
만일 귀족들이 내게 활과 화살을 내주지 않거든, 에우마이오스, 네가 그것을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져와 내 손에 쥐어 주어라.
여인들에게는 연회장 입구를 굳게 잠그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있으라 명하라. 남자들의 고함이나 큰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잠잠히 자기 일을 하게 하라.
그리고 필로에티우스, 너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고 밧줄로 단단히 묶어라.
우리는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두 노비도 차례로 들어왔다.
그 무렵 에우리마코스는 불가에서 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시위를 걸 수 없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노하여 외쳤다.
“참으로 재앙이로다! 우리 모두에게 큰 수치가 닥쳤구나!
혼인이야 어찌 큰일이라 하겠는가. 이탁도에도 여인은 많고 다른 여러 성읍에도 아름다운 여인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오지수 왕보다 훨씬 힘이 약하여 그의 활에 시위 하나 걸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씻을 수 없는 수치가 아니겠는가! 이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안태우가 말하였다.
“에우리마코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은 아로왕 신의 축일이다. 이런 날에는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오늘은 활을 거두고 도끼는 그대로 두자. 아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포도주를 따르게 하여 신께 제사를 올리고, 활쏘기는 잠시 미루자.
내일 새벽 말태수를 불러 가장 좋은 염소를 가져오게 하고 활쏘기의 신 아로왕에게 제사를 올린 뒤 다시 활을 쏘아 시합을 끝내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시종들은 손 씻을 물을 따르고, 아이들은 술잔에 포도주를 나누어 따랐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하였다.
거짓과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이미 모든 일을 치밀하게 꾸며 놓았다는 것을.
오지수는 염소치기 말태수에게 명하였다.
“말태수여, 어서 불을 피우고 의자를 불 가까이 끌어다 놓으라. 양털도 깔아라. 그리고 창고에서 큰 기름 덩어리를 가져오라.
우리 젊은이들이 활을 따뜻하게 하고 기름칠하여 다시 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오늘 이 시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말태수는 곧 명을 받들어 불을 피우고 의자를 옮기며 양털을 깔고 기름 덩어리를 가져왔다.
젊은이들은 활을 불 가까이 가져가 데웠다.
그러나 여전히 시위를 걸지 못하였다.
그들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자들은 구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고 위세 높은 안태우와 에우리마코스였다.
그때 오지수가 말하였다.
“여왕의 구혼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숨기지 않겠다.
특히 에우리마코스와 안태우 그대들에게 청하노라. 그대들은 앞서 훌륭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이제 활은 잠시 내려놓고 신들을 향하여 기도하라. 새벽이 되면 신께서 승자를 정하시고 그에게 성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저 윤이 나는 활을 다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 내 손이 아직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고 강한지, 아니면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며 가난 속에 살다가 그 힘마저 잃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구혼자들은 오지수가 정말로 활에 시위를 걸까 두려워하였다.
안태우가 곧 성을 내며 말하였다.
“이방인아!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가 너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우리 귀족들과 함께 앉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듣게 한 은혜도 모르느냐?
다른 거지들은 감히 우리의 잔치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좋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술이란 원래 그러하다. 지나치게 마시면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한다.
옛날 유명한 켄타우로스 에우리티온도 라피테스 족을 찾아가 용맹한 피리토우스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미쳐 날뛰었다.
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자 전사들이 그를 집 밖으로 끌어냈고, 무자비한 칼로 그의 귀와 코를 베었다.
그 후로도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떠돌았으며, 그날부터 켄타우로스와 인간은 서로 원수가 되었다.
술이 그에게 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네가 저 활에 시위까지 걸려고 한다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너를 가엾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배에 태워 잔혹하기로 이름난 에케토스 왕에게 보내겠다. 그곳에서는 네가 도망칠 길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잠자코 앉아 술이나 마시고 젊은 사내들과 다투지 말라.”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다.
“아니오, 안태우. 태명이 이 집에 손님으로 맞아들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낯선 이의 손이 활시위를 당길 만큼 힘이 세다고 해서 내가 그를 따라가 혼인하리라 생각합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일로 잔치를 어지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에우리마코스가 말하였다.
“현명한 연로비여, 저 이방인이 그대와 혼인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만일 훗날 어떤 무례한 자가 말하기를,
‘저 사내들은 참으로 약하구나! 전사의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활시위 하나 당기지 못하다니!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거지가 나타나 손쉽게 시위를 걸고 열두 도끼를 모두 꿰뚫었단 말인가!’
라고 한다면 우리의 수치가 얼마나 크겠소?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찌하겠소?”
연로비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에우리마코스여, 왕의 재산을 날마다 축내는 자가 어찌 위엄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이런 사소한 일에 그토록 소란을 피우십니까?
저 낯선 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좋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귀한 신분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서 활을 건네고 우리가 지켜보도록 하십시오.
만일 아로왕 신의 도움으로 그가 시위를 당긴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장포와 튜닉과 신을 주고, 사람과 짐승을 막아낼 날카로운 양날 검과 단검도 마련해 주겠습니다.
또한 그가 어느 곳으로 떠나든 그 길을 막지 않고 도와주겠습니다.”
그러자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하였다.
“어머니, 이 활을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거절할 것인지는 누구보다 제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섬에서든 엘리스의 넓은 목초지에서든, 이 집의 어떤 사내도 저에게 활을 내놓으라 명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서 방으로 올라가 베틀과 물레를 돌보십시오. 시녀들에게도 그리하라 명하십시오.
활쏘기는 사내의 일이며, 특히 이 집을 다스릴 제 일이옵니다.
이 집의 권세를 쥔 자가 바로 저입니다.”
연로비는 아들의 단호한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딸들과 함께 침실에 들어가 사랑하는 남편 오지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맑은 눈을 가진 지혜의 여신이 내려와 그녀의 눈을 감기고 깊은 잠에 들게 하였다.
그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활을 들어 올렸다.
구혼자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웠다.
“더러운 돼지치기야! 그 활을 어디로 가져가느냐?
네가 미친 것이 아니냐? 네가 기르는 돼지들과 개들까지 너를 물어뜯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아로왕 신과 다른 불멸의 신들의 은총을 받는다 해도 그러할 것이다!”
연회장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이 너무나 컸으므로 에우마이오스는 두려워 활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때 태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할아버지! 어서 가시오! 활을 계속 가져가시오!
머지않아 누구의 명을 받들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오.
내가 할아버지보다 젊지만 힘은 더 세니 조심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판까지 쫓아가 돌을 던질 것이오.
이 집에 함부로 들어와 어머니에게 구혼하며 소란을 피우는 저 무리처럼 나에게도 힘이 있다면, 당장 모두 쫓아내고 복수하였을 것이오!”
그러자 구혼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태명에 대한 분노도 어느덧 사라졌다.
에우마이오스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가 유능한 주인 오지수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명숙를 불러 말하였다.
“태명이 명하기를, 연회장 문을 굳게 잠그고 단단히 묶으라 하였습니다. 남자들의 고함이 들리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방 안에서 조용히 일을 하십시오.”
명숙는 아무 말 없이 연회장으로 통하는 문을 잠갔다.
필로에티우스 또한 급히 밖으로 나가 안뜰로 통하는 문을 빗장으로 굳게 잠갔다.
현관에는 새로 꼰 비블로스 밧줄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밧줄로 문을 단단히 묶은 뒤 안으로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주인 오지수를 바라보았다.
오지수는 이미 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벌레가 활대를 갉아먹지는 않았는지, 곳곳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구혼자들이 서로 비웃으며 말하였다.
“활의 대가라도 되는 양 살펴보는구나. 정말 능숙한 사람처럼 행동하는군.
아마 자기 집에도 이런 활이 있었거나, 앞으로 하나 만들 생각인가 보다.
저 불쌍한 떠돌이가 활을 만지작거리는 꼴을 보라!”
한 젊은 구혼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제발 그의 앞날의 운도 저 활에 시위를 거는 솜씨만큼이나 좋기를 빌어야겠군!”
그들은 모두 오지수를 조롱하였다.
그러나 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숙련된 악사가 양의 창자로 만든 줄을 리라의 줄감개에 감아 팽팽하게 매듯, 거대한 활을 한 치 한 치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능숙한 손으로 활에 시위를 걸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시위를 가볍게 튕기자, 그 소리가 마치 제비가 맑은 봄날 처마 밑에서 노래하는 듯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구혼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우레가 울렸다.
상제가 천둥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이날을 기다려 온 오지수는 간사한 크로노스의 아들이 보내온 징조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화살 하나를 집었다.
다른 화살들은 이미 화살통 속에 들어 있어 곧 쓰일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수는 화살을 활대에 얹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활과 시위를 함께 힘껏 당겼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확히 겨냥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을 놓았다.
쏜살같이 날아간 청동 화살촉은 첫 번째 도끼의 구멍을 지나고, 다시 두 번째 도끼를 꿰뚫었다.
열두 개의 도끼가 모두 차례로 꿰뚫렸다.
화살은 마지막 도끼를 지나 반대편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오지수가 태명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태명아, 네 손님이 너에게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을 안겨 주었구나.
나는 모든 과녁을 맞혔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사람들은 내가 약한 자라고 비웃었으나 나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으나 이제 잔치를 벌일 때가 되었구나.
그리고 잠시 후 음악을 울려 축하하자. 그것이 저녁 잔치의 참된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그가 눈썹을 살짝 들어 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태명은 즉시 칼을 차고 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두 사람의 청동 무기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때부터 오래도록 억눌렸던 피바람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제22권 구혼자들을 소탕==
오지수는 입고 있던 누더기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알몸이 된 그는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문지방으로 뛰어 올라, 발아래에 화살을 한 아름 쏟아 놓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야 놀이가 끝났도다. 나는 다시 활을 쏘리라. 아직 한 번도 맞히지 못한 다른 과녁을 향하여 쏘리라. 오, 상제의 총애를 받는 활의 신이여! 부디 이 손을 도우소서!”
말을 마친 오지수는 안태우를 향하여 치명적인 화살을 겨누었다.
젊은 안태우는 금잔을 손에 들고 포도주를 휘저으며, 마치 아무 근심도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죽음이 자기 곁에 와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다. 어찌 그러한 생각을 하였겠는가. 수많은 연회객 가운데 홀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들 자가 있으리라고 누가 감히 생각하였겠는가.
그때 오지수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휙!
화살은 안태우의 목을 향하여 날아갔다. 화살촉은 그의 부드러운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안태우는 옆으로 쓰러졌고, 손에 들었던 금잔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곧 그의 콧구멍에서는 굵은 피가 솟구쳤으며, 발이 경련하듯 움직이다가 탁자를 걷어찼다. 탁자가 뒤집히자 음식과 술이 바닥에 쏟아졌다. 흰 빵과 잘 구운 고기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본 구혼자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두꺼운 돌담을 이리저리 뒤지며 방패와 칼을 찾았으나, 손에 잡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분노하여 오지수를 향해 소리쳤다.
“이 낯선 자여! 감히 사람을 쏘았으니 그 죗값을 치러야 하리라! 더는 경기에 참여할 수도 없고, 이제 네 목숨은 끝났도다. 네가 감히 이탁도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를 죽였으니, 오늘 여기서 독수리의 밥이 될 줄 알라!”
그러나 불쌍한 자들은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가 안태우를 우연히 죽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일 뜻을 품고 있었다는 것과, 이미 죽음의 그물이 사방에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오지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비웃었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내가 토래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 그래서 내 집을 제 것처럼 차지하고, 내 여종들을 욕보이며, 내가 살아 있는 줄 알면서도 내 아내에게 추근거렸느냐? 하늘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너희를 벌할 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느냐? 이제 보라. 너희는 스스로 죽음의 그물에 걸려들었도다.”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저마다 살길을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 가운데 에우리마코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오지수여, 과연 그대가 돌아왔다면 우리의 말도 들어 주시오. 그리스인들이 그대의 영지와 집에 이처럼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은 실로 잘못된 일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 일을 꾸민 우두머리는 죽었소. 바로 안태우 말이오.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소.
그가 원한 것은 단순히 그대의 아내가 아니었소. 상제께서 그의 흉계를 꺾으셨으나, 그는 다른 큰일을 꾸미고 있었소. 그대의 아들을 길목에 매복하여 죽이고 왕좌를 빼앗아 이탁도를 다스리려 한 것이오.
이제 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소. 그러니 부디 폐하께서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그동안 먹은 음식과 마신 술값을 모두 갚겠소. 각자가 소 스무 마리 값에 해당하는 재물을 바치고, 그대가 원하는 금과 청동도 아끼지 않고 내놓겠소. 그대의 분노가 어찌 정당하지 않겠소.”
그러나 오지수는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에우리마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내 모든 재산을 내놓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친다 하여도 소용없다. 너희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내 손이 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두 길밖에 없다.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하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건져 보아라. 그러나 너희 가운데 죽음을 피할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혼자들은 무릎이 후들거리고 심장이 얼어붙는 듯하였다.
에우리마코스가 다시 동료들을 향하여 외쳤다.
“친구들이여! 이 자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활과 화살을 움켜쥐고 저 윤이 나는 문지방에 버티어 서서 우리를 하나씩 쏘아 죽일 것이오. 어서 싸울 계책을 세우시오!
칼을 뽑고 탁자를 방패로 삼아 화살을 막으시오. 모두 힘을 합쳐 저자를 문지방에서 몰아내고,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구원을 청합시다. 저자의 화살도 곧 다 떨어질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날카로운 청동검을 뽑아 들고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지수의 활시위가 울렸다.
쐐액!
화살은 에우리마코스의 가슴, 젖꼭지 곁을 꿰뚫고 들어가 순식간에 간을 관통하였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리며 탁자 위로 쓰러졌고, 음식과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마침내 그의 눈앞에는 검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때 암피노무스가 오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검을 뽑아 그를 베려 한 것이다.
그러나 태명이 재빨리 뛰어들었다. 그는 뒤에서 청동 창을 힘껏 찔러 암피노무스의 등을 꿰뚫고 가슴까지 관통시켰다.
암피노무스는 얼굴부터 땅에 처박히며 쿵 하고 쓰러졌다.
태명은 창을 그대로 그의 몸에 박아 둔 채 뒤로 달아났다. 창을 뽑으려고 몸을 굽혔다가 다른 그리스인이 달려들어 칼로 찌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 말했다.
“아버님, 제가 방패와 창 두 자루, 그리고 청동 투구를 가져오겠습니다. 저도 무장을 하고 우리 목동 두 사람에게도 무기를 나누어 주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내 화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어서 가거라. 저들이 나를 문밖으로 몰아내기 전에 서둘러라. 나는 이곳에서 홀로 싸워야 하느니라.”
태명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무기고로 달려가 창 여덟 자루와 방패 네 개, 그리고 풍성한 말총 장식이 달린 청동 투구 네 개를 가져왔다.
돌아온 그는 먼저 자신의 갑옷을 갖추어 입었고, 두 목동 또한 무장을 하여 뛰어난 계략가인 오지수의 양옆에 섰다.
오지수는 화살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활을 쏘았다. 그의 집 안에서 구혼자들은 하나씩 쓰러져 갔다.
마침내 왕의 화살통도 비었다.
오지수는 튼튼한 문기둥 곁에 활을 내려놓고, 하얗게 빛나는 궁전 벽에 기대어 두었다. 그리고 네 겹으로 된 방패를 어깨에 걸치고, 잘 만든 청동 투구를 머리에 썼다. 투구 위의 말총 장식이 위엄 있게 흔들렸다.
그는 양손에 청동 창을 하나씩 움켜쥐었다.
그때 성벽 안쪽에 단단히 닫힌 문이 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오지수는 충직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에게 명하였다.
“저곳에 서서 문을 지켜라. 이제 출구는 하나뿐이다.”
그러자 아겔라우스가 모든 구혼자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친구들이여!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저 문으로 빠져나가 사람들에게 사태를 알리고 경보를 울려야 하오. 그러면 이자의 화살도 곧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염소치기 말태수가 대답하였다.
“안 됩니다, 주군. 그 입구는 너무 좁고 궁전 문과도 지나치게 가까우니 위험합니다. 용감한 한 사람만 그곳을 지켜도 우리 모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창고에 가서 갑옷을 가져오겠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적들이 갑옷을 그곳에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말태수는 성벽 안쪽의 좁은 통로를 기어 올라가 창고로 들어갔다. 그는 방패 열두 개와 창 열두 자루, 말총으로 장식한 청동 투구 열두 개를 꺼내 아래층으로 가져왔다.
그리하여 구혼자들은 다시 무기를 손에 넣었다.
오지수는 그들이 무기를 들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하였다. 그들의 오만하고 흉악한 모습이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 태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면 말태수가 내 집에서 우리를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구나!”
태명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버님, 제 잘못입니다. 제가 창고 문을 조금 열어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쪽에서 누군가 망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여, 가서 문을 굳게 닫고 살펴보시오. 우리를 해치려 한 자가 여자들 가운데 있는지, 아니면 제가 의심하는 말태수인지 알아보시오.”
한편 말태수는 다시 무기를 가져오기 위하여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돼지치기가 그를 발견하고 오지수에게 알렸다.
“나리, 우리가 모두 의심하던 그 간악한 자가 창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리께서는 언제나 묘한 계책을 세우시니, 제가 그를 죽이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이곳으로 끌고 와 나리께서 그의 온갖 죄악을 친히 다스리시겠습니까?”
오지수는 이미 계책을 세워 두고 있었다.
“태명과 나는 저 구혼자들이 아무리 날뛰더라도 이곳에 가두어 두겠다. 너희 둘은 말태수의 손발을 뒤로 묶어 창고 안으로 끌고 들어가라.
그리고 높은 기둥에 밧줄을 걸고 서까래에 매달아라. 그가 죽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하라.”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곧 무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말태수는 그들이 오는 줄도 몰랐다. 그가 무기를 찾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문 양쪽에 숨어 기다렸다.
마침내 말태수가 한 손에는 아름다운 투구를 들고, 다른 손에는 옛날 라에르테스가 젊은 시절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이음새가 다 풀려 녹슨 채 창고에 버려진 방패를 들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말태수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안으로 끌어들인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손발을 뒤로 묶고 매듭진 밧줄로 단단히 동여맨 다음, 기둥을 타고 올라가 서까래에 매달았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그를 조롱하였다.
“말태수야, 이 부드러운 침상에서 밤새도록 편히 자거라. 이것이 네가 지은 죄의 대가다. 새벽이 되어 바다 위 황금빛 왕좌에 해가 떠오르고, 네가 염소들을 몰아 이 집에 와서 구혼자들의 저녁상을 차리던 바로 그때까지 여기 매달려 있거라.”
그리하여 말태수는 손발이 묶인 채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다.
두 목동은 무장을 마치고 방을 나와 문을 닫은 뒤 교활한 지도자 오지수에게 합류하였다. 그들은 문지방에 굳게 서서 결의를 다졌다.
안에는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아 있었으나, 오지수와 태명, 그리고 두 충직한 목동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었다.
그때 상제의 딸인 지혜낭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과 음성은 마치 명토와 같았다.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말했다.
“명토여, 우리 사이의 오랜 우정을 기억하소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나는 그대를 소중히 대하였나이다. 이제 나를 도와주소서!”
그는 그녀가 군대를 움직이는 지혜낭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구혼자들이 일제히 반대의 소리를 질렀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스승이시여, 부디 오지수의 말에 속아 우리와 싸우지 마십시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우리가 이 아버지와 아들을 죽이고 당신 또한 당신의 계략대로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당신도 그 죗값을 목숨으로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청동검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며, 당신이 가진 모든 재물 또한 빼앗아 우리의 전리품 가운데 섞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들도 이 연회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당신의 아내와 딸들도 이탁도에서 자유로이 거닐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지혜낭자는 크게 노하여 오지수를 꾸짖었다.
“지금 그대의 용기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는 상제의 총애를 받는 백발의 헬레나를 위하여 아홉 해 동안 토래성인들과 싸웠고, 전쟁 중 수많은 적을 죽였으며, 끝내 그 성을 함락할 계책까지 세웠도다.
이제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거늘, 어찌하여 이 구혼자들에게 정당한 무력을 쓰기를 두려워하는가?
자, 내 곁에 서라. 알키무스의 아들 명토가 그대가 세운 모든 공적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적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라.”
그러나 지혜낭자는 아직 결정적인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지수와 그의 아들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비처럼 연기 속으로 날아올라 지붕의 서까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아겔라우스와 데모프톨레모스, 에우리노모스, 피산더, 암피메돈, 보리보가 살아남은 구혼자들을 독려하였다. 그들은 가장 용감한 자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이미 활과 빗발치는 화살에 쓰러지고 없었다.
아겔라우스가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 명토의 허풍은 모두 헛소리였도다. 그는 떠났고, 이제 저자들만 문 앞에 남았소.
어서 저 잔혹한 자를 제압하여 손을 멈추게 하시오. 한꺼번에 모든 창을 던지지 말고, 먼저 우리 여섯 사람이 창을 던집시다. 상제께서 오지수를 맞혀 우리에게 승리를 허락하시기를 기도합시다. 그가 쓰러지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오.”
여섯 사람은 그의 말에 따라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가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버렸다.
한 창은 궁전 홀의 문설주를 꿰뚫었고, 또 한 창은 굳게 닫힌 문에 박혔다. 다른 창은 벽에 깊이 박혔다.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오지수의 무리는 모든 창을 피하였다.
오지수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마침내 외쳤다.
“친구들이여! 저들은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무기를 빼앗으려 한다! 이제 과거의 원한을 갚고 너희 목숨을 지켜라. 지금 쏘아라!”
네 사람은 일제히 창을 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데모프톨레모스를 쓰러뜨렸다. 태명과 에우리아데스와 돼지치기는 엘라투스를 죽였고, 소치기는 피산더를 쓰러뜨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다른 구혼자들은 구석으로 몰려 웅크렸다.
그러나 살아남은 네 사람이 시체에서 창을 뽑아 다시 손에 들었다.
구혼자들도 다시 창을 던졌다. 그러나 지혜낭자는 또다시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 창은 문설주에 박혔고, 또 한 창은 문을 꿰뚫었다. 다른 물푸레나무 창은 벽에 박혔다.
암피메돈의 창은 태명의 손목 곁을 스치며 지나가 청동이 그의 살갗을 찢었다.
크테시푸스가 던진 창은 돼지치기의 방패 바로 위 어깨를 스쳐 지나가 뒤쪽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눈 밝고 계략에 능한 오지수와 그의 동료들은 몰려드는 구혼자들을 향하여 날카로운 창을 내던졌다.
오지수의 창은 에우리다마스를 꿰뚫었다.
태명은 암피메돈을 베었고, 돼지치기는 보리보를 쓰러뜨렸다. 목동은 크테시푸스의 가슴을 청동 창으로 꿰뚫으며 외쳤다.
“이 어리석은 자야! 우리를 모욕하기를 즐겨 하더니, 이제 네 자랑도 끝났구나. 신들이 마지막 말을 하셨고 승리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것은 네가 오지수가 집 없는 떠돌이처럼 자기 집을 지나갈 때 발로 걷어찬 대가이니라!”
오지수는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아겔라우스를 찔렀다.
태명은 레오크리투스에게 달려들어 배에 청동 창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레오크리투스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쳤다.
그때 지혜낭자가 지붕 위에서 치명적인 아이기스를 높이 들어 올렸다.
겁에 질린 구혼자들은 봄날 해가 길어지는 때 등에에게 쫓긴 소 떼처럼 연회장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마치 굽은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독수리 떼가 높은 언덕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구름 아래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희생자들은 도움을 받을 곳도, 달아날 길도 없었다. 네 명의 전사들은 사방으로 그들을 몰아붙이며 하나씩 베어 넘겼다.
머리가 깨지는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가 궁전을 가득 채웠고, 바닥은 어느새 온통 피로 물들었다.
레오데스는 오지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위하여 달려들어 그의 무릎을 붙잡았다.
아겔라우스가 죽으며 손에서 칼을 떨어뜨렸다.
오지수는 강한 팔로 그 칼을 휘둘러 사제의 목을 베었다. 아직도 무언가를 읊조리던 그의 머리는 피를 흘리며 먼지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구혼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억지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시인 페미우스는 뒷문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갈림길에 놓였다.
밖으로 나가 옛 주인들이 수많은 제물의 허벅지뼈를 태우던 가정의 신, 위대한 상제의 제단 아래 숨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무릎을 붙잡고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그는 마침내 결심하였다.
간청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속이 빈 리라를 믹싱볼과 은제 의자 사이 바닥에 내려놓고 오지수의 무릎을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다.
“오지수 나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저를 죽이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저는 신과 인간을 위하여 노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를 익혔으나 신들께서 제 마음속에 온갖 노래를 심어 주셨습니다.
저는 마치 신 앞에서 노래하듯 나리를 위하여 노래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참으시고 제 목을 베지 마소서. 아드님께 물어보십시오. 제가 저녁마다 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러 온 것은 제 뜻이 아니었다고 아드님께서 증언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사납고 수가 많았습니다. 제게는 다른 길이 없었나이다.”
그러자 용맹한 태명이 급히 아버지를 향해 돌아서서 말하였다.
“아버님, 칼을 거두소서.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집사 메돈도 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늘 저를 돌보아 준 사람입니다. 목동들이 이미 그를 죽였거나,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모습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메돈은 이미 지혜롭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의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새 소가죽으로 자신을 덮어 숨었다.
태명의 말을 듣자 그는 의자 아래에서 벌떡 일어나 소가죽을 벗어 던지고 태명 곁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여, 제가 여기 있나이다! 부디 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당신의 아버지는 너무나 강하시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고 아들인 당신을 업신여긴 구혼자들에게 크게 노하셨습니다. 제발 아버님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러자 영리한 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 아버지는 이미 네 목숨을 구해 주셨느니라. 그러니 살아남아 선행이 악행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라.
이제 홀을 나가거라. 밖으로 나가 마당에 있는 이름난 가수 곁에 앉아 있으라. 나는 이 집 안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상제의 제단 곁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 숨을 죽였다.
오지수는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있는지, 혹은 죽음을 피해 숨어 있는 자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다가 쓰러진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었다. 마치 촘촘한 그물에 걸려 어두운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고기 떼가 넓은 모래사장에 쏟아져 나온 것과 같았다.
그렇게 구혼자들은 서로 겹쳐져 죽어 있었다.
그러나 오지수는 여전히 계략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명숙에게 할 말이 있다. 태명아, 어서 그녀를 데려오너라.”
태명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문을 살짝 열고 유모를 불렀다.
“유모여, 어서 오시오! 그대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궁전의 여자 노비들을 거느려 왔소. 아버지께서 그대와 할 말씀이 있으니 빨리 오시오!”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으나 크고 튼튼한 홀의 문을 열었다.
태명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학살당한 남자들의 시체 사이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오지수를 보았다.
마치 사자가 초원의 소를 잡아먹은 뒤 가슴과 턱이 온통 피로 물든 것처럼, 오지수의 손발 또한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참혹한 시체들을 보고, 사방에 흩어진 피를 보고, 그토록 처참한 살육의 광경을 눈앞에 마주한 유모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오지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맹세하건대 나는 이 집의 어떤 여자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소.
나는 오히려 구혼자들을 말리며 손을 더럽히지 말라고 간곡히 타일렀소. 그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소. 그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지은 죄에 합당한 최후를 맞은 것이오.
그러니 이제 이 집의 여자들에 관하여 말해 보시오. 누가 나를 업신여겼으며, 누가 끝까지 정절을 지켰소?”
주인을 깊이 사랑하는 늙은 여종이 대답하였다.
“얘야, 내가 이 집의 사정을 낱낱이 알려 주마.
이 집에는 우리가 양털을 빗는 법을 가르치고 노비로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여종이 쉰 명이나 있단다. 그런데 그 가운데 열두 명이 명예를 저버렸구나.
그 열두 명은 나와 우리 안주인 연로비를 업신여겼다. 연로비께서는 태명이 아직 어리고 이제 막 장성하였으므로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셨지.
내가 위층 여자들의 방으로 올라가 주인마님께 이 일을 아뢰겠소. 아마 어느 신께서 그분에게 잠을 내려 주신 모양이오.”
그러자 뛰어난 계략가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직은 안 된다. 그녀를 깨우지 마라. 먼저 나 없는 동안 반역을 꾀한 여자들을 모두 불러오너라.”
늙은 유모는 그의 명을 받들어 복도를 지나가며 여자들을 하나씩 불렀다.
그동안 오지수는 태명과 목동들을 불러 모아 명하였다.
“이제 시체를 치워야 한다. 여자들도 일을 거들어야 한다. 꿀처럼 부드러운 스펀지와 물을 가져다가 내 위엄 있는 의자와 아름다운 탁자를 깨끗이 닦아라.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내 궁전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아라.
그리고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데려오너라. 긴 칼로 그들을 베어 죽여라. 그리하면 그들이 아프로디테의 힘을 빌려 구혼자들과 은밀히 저지른 행위를 더는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여자들은 절망하여 흐느끼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달려왔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밖으로 옮겨 지붕 아래에 차곡차곡 쌓았다.
오지수는 그들에게 계속 일을 시켰다.
여자들은 물에 적신 흡수성 좋은 스펀지로 아름다운 의자와 탁자를 닦았다. 태명과 목동들은 삽으로 바닥의 피와 더러운 것들을 긁어내 깨끗이 만들었다.
여자들은 쓰레기를 주워 밖으로 내다 버렸다.
남자들은 집 안의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정돈한 다음, 여자들을 밖으로 끌어내 안뜰의 벽과 둥근 홀 사이에 가두었다.
여자들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태명이 나서서 말했다.
“저 여자들은 구혼자들의 곁에 누워 나와 어머니에게 수치를 안겼소. 그러니 나는 이들에게 깨끗한 죽음을 허락할 수 없소.”
그는 뱃사람들이 쓰는 굵은 밧줄을 가져다가 둥근 홀과 높이 솟은 기둥에 걸었다. 그리고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매달았다.
마치 비둘기나 지빠귀가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날개를 펼쳤다가 누군가 놓아둔 덫에 걸려 그물에 갇히는 것과 같았다.
여자들의 머리가 일렬로 늘어섰고, 목에는 올가미가 걸렸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잠시 발을 떨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도 멎었다.
그런 다음 남자들은 말태수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들은 구부러진 청동 칼로 그의 코와 귀를 베고, 성기를 잘라 개들에게 날것으로 던져 주었다.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은 그들은 그의 손과 발까지 잘라냈다.
그 일을 마친 뒤 남자들은 몸을 씻고 궁전 안으로 돌아왔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늙은 유모에게 말했다.
“이제 불과 유황을 가져오너라. 악령을 몰아내는 약이니 집안을 깨끗이 소독하겠다. 그리고 연로비와 그녀의 노비들, 모든 여종들을 이 집 안으로 불러들이거라.”
유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나리. 모든 말씀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장포와 저고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튼튼한 등을 그런 누더기 한 벌로만 가리고 계시면 어찌 옳겠습니까?”
그러자 온갖 계략에 능한 오지수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먼저 불을 피워 이 홀을 연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옳다.”
충직한 여종은 그의 명을 받들어 불과 유황을 가져왔다.
오지수는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웠고, 집 안의 모든 방과 마당을 두루 훈증하였다.
그동안 늙은 유모는 궁전 곳곳을 뛰어다니며 여인들을 불렀다.
횃불을 든 여인들은 저마다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였다. 어떤 이는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어떤 이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기쁨으로 맞았다.
오지수는 마침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그 자리에 있는 여인들을 하나하나 모두 알아보았다.
==제23권 부부상봉과 침상의 비밀==
늙은 여종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낄낄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 마님에게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왔음을 고하였더라.
평소에는 힘없이 떨리던 두 무릎에 문득 힘이 솟은 듯하고, 발걸음 또한 가벼워져 단숨에 여왕의 침상 곁, 머리맡에 이르러 말하였느니라.
“마마, 어서 일어나 보십시오! 마침내 마마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오지수 대감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바로 이 집 안에 계십니다!
마침내 돌아오셨단 말입니다!
대감의 재산을 탕진하고 왕자를 위협하며 온갖 횡포를 일삼던 구혼자들을 모조리 죽이셨습니다!”
그러나 연로비는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가련한 늙은이여, 신들이 그대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였구나.
신들은 멀쩡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고, 어리석은 자를 갑자기 지혜롭게 만들 수도 있는 힘을 지녔느니라.
그대는 본래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토록 어리석은 말을 하는가.
내가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데 어찌하여 나를 희롱하려 하는 것이며, 어찌하여 내 눈을 덮고 있던 달콤한 잠에서 나를 깨웠단 말인가.
오지수가 저주받은 도시 에빌리움으로 떠난 뒤로 나는 이토록 깊은 잠을 잔 적이 없었느니라.
어서 돌아가거라.
다른 여종이 와서 나를 깨우고 이런 허망한 말을 또다시 지껄인다면, 나는 당장 그 아이를 아래층으로 쫓아낼 것이며 결코 너그럽게 대하지 않을 것이니라.
다만 그대는 나이가 많으므로 이번에는 심한 꾸지람을 면하게 하겠노라.”
그러자 명숙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하였더라.
“얘야, 내가 너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란다. 참말이다.
오지수 대왕께서 정말 이곳에 돌아오셨단다.
그토록 오랫동안 너희를 괴롭히던 그 낯선 사람이 바로 오지수 대왕이시니라.
태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혜롭게도 아버지의 계획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단다.
그리하여 대왕께서 구혼자들의 오만과 횡포를 갚으실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 말을 듣자 연로비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유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느니라.
그리고 급히 말하였도다.
“유모여!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오지수가 이 집에 돌아왔다면 어찌 그 많은 구혼자들을 공격할 수 있었겠습니까?
대왕께서는 혼자 한 분뿐인데, 이 집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 않았습니까?”
명숙가 대답하였느니라.
“나는 그 일을 자세히 보지도 못했고 모든 것을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사내들이 죽어가며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었을 뿐이란다.
우리는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문을 굳게 걸어 잠갔는데, 얼마 후 네 아들이 나를 불렀단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것이었지.
그리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오지수께서 시신들 가운데 서 계셨단다.
시체가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서로 포개져 있었느니라.
네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마치 사자처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온몸이 떨렸을 것이다.
지금 그 시신들은 모두 안뜰 문밖에 쌓여 있고, 오지수께서는 궁전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하여 큰 불을 피우고 계신단다.
이 집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되찾으시려는 것이지.
그리고 나를 보내 너를 데려오게 하셨느니라.
어서 나와 함께 가자.
그러면 너와 그분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미 너무나 큰 고통을 견뎌내지 않았느냐.
이제 네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분은 살아 계신다!
집으로 돌아오셔서 너와 아들을 다시 만나셨으며,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구혼자들에게 마침내 원수를 갚으셨단다.”
그러나 연로비는 여전히 신중하게 대답하였느니라.
“유모여, 너무 기뻐하지 마시오.
그대도 알다시피 나와 내 아들은 오지수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소. 우리 모두 그러하였소.
그러나 그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소.
사람들은 어떤 신이 구혼자들의 횡포와 오만함에 진노하여 그들을 죽였다고 말하고 있소.
그들은 손님이 선하든 악하든 가리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았으며, 그들의 어리석음이 마침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을 것이오.
그러나 내 남편 오지수는 고향을 잃었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숨까지 잃었다고 나는 믿고 있소.”
유모가 다시 말하였느니라.
“얘야! 네 남편이 지금 여기 난롯가에 있는데 어찌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느냐?
너는 예나 지금이나 의심이 참 많구나.
그러나 내게는 분명한 증거가 있단다.
내가 그분의 몸을 씻겨 드리다가, 옛날 멧돼지의 송곳니에 찔려 생긴 흉터를 만졌느니라.
나는 곧장 너에게 알려주려 하였으나, 그분께서 내 목을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셨단다.
자, 어서 나와 함께 가자.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나를 죽여도 좋다.”
그러자 지혜로운 연로비가 말하였도다.
“유모여, 그대가 총명한 사람인 것은 내가 잘 아오.
그러나 신들의 뜻을 사람이 어찌 모두 헤아릴 수 있겠소.
자, 나와 함께 아들을 만나러 갑시다.
구혼자들이 죽은 모습을 직접 보고, 또한 그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소.”
이에 연로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느니라.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어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할지 마음이 갈팡질팡하였도다.
마침내 문턱을 넘어 불빛이 비치는 곳에 이르러 벽 가까이에 앉아 남편과 마주 보았느니라.
오지수는 기둥 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때 자신과 한 침상을 함께 쓰던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도다.
연로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느니라.
때때로 그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면 분명 오지수와 닮은 듯하였으나, 더럽고 낡은 옷차림은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도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태명이 어머니에게 말하였느니라.
“어머니! 어찌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왜 이토록 잔인하게 아버지를 거절하십니까?
왜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앉아 말씀을 나누지 않으십니까?
세상 어느 여인도 백 살을 먹었다 하더라도 어머니처럼 완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돌아오신 아버지를 어찌 이리 멀리하십니까?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돌처럼 굳어 있군요!”
그러나 연로비는 깊이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하였느니라.
“얘야, 나도 지금 마음이 어지럽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단다.
그러나 만일 이분이 정말 내 남편이라면, 정말로 나의 오지수가 돌아온 것이라면, 우리 둘만이 아는 은밀한 징표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징표로써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러자 냉정하기로 이름난 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태명에게 말하였도다.
“아들아, 어머니께서 나를 시험하시도록 내버려 두어라.
머지않아 어머니께서는 나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되실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더럽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으로 있는 동안에는 어머니께서 나를 선뜻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으실 것이니라.
그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한 사람만 죽였더라도 그 살인자는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달아나야 할 것이니라.
그런데 우리는 이탁도의 기둥이라 할 만한 자들과 이 섬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태명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도 아버지의 꾀와 슬기에 견줄 수 없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곧장 아버지의 뒤를 따르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용감히 행동하겠습니다.”
오지수는 곧 계책을 세웠느니라.
그가 말하되,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희 셋은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에게도 좋은 옷을 입혀라.
그리고 신과 같은 가수는 리라를 들고 맑고 경쾌한 혼례의 노래를 연주하도록 하라.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이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이 집에서 혼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니라.
우리가 우리 영지의 숲에 이를 때까지는 구혼자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멀리 퍼져서는 안 된다.
그곳에 이르면 상제께서 우리에게 정해 주신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람들은 모두 오지수의 말대로 행하였도다.
옷을 깨끗이 빨아 갈아입고 여종들도 몸을 단장하였으며, 가수는 리라를 들고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하였느니라.
그 음악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는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흥이 일어났도다.
집 안은 아름다운 허리띠를 두른 남녀들의 발소리로 가득 찼느니라.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렸도다.
“저토록 많은 구혼자가 찾아들던 왕비가 마침내 혼인하는 모양이구나!
참으로 완고한 여인이로다.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킬 힘조차 없었던 모양이구나.”
그러나 그들은 궁전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느니라.
그때 여종 에우리노메가 오지수의 몸을 씻기기 시작하였도다.
그의 몸에 감람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튜닉과 아름다운 장포를 입혔느니라.
그러자 지혜낭자가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령한 아름다움을 내려주었도다.
그의 키는 더욱 크고 몸은 더욱 굳세어졌으며, 머리카락은 자운화 꽃처럼 풍성하고 곱슬곱슬하게 자라났느니라.
마치 지혜낭자나 해필수가 장인에게 금속 세공의 기술을 가르쳐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게 한 뒤, 은 위에 황금을 부어 장식하는 것과 같았도다.
지혜낭자는 오지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아름다움을 부어주었으며, 목욕을 마친 그의 모습은 마치 불멸의 신과 같았느니라.
오지수는 다시 아내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말하였도다.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로구나!
신들이 그대에게 철석같이 굳센 마음을 내려주신 것이 분명하도다.
스무 해 동안 온갖 고통을 겪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이토록 거절하는 아내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자, 유모야.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상을 하나 마련해 주어라.
이 여인은 참으로 쇠붙이보다 더 굳센 마음을 지녔구나.”
그러자 연로비가 재치 있게 대답하였느니라.
“참으로 대단한 남자로군요!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뽐내는 것도 아니며, 지금 일어난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이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긴 노를 저어 이탁도를 떠나던 날에도 당신은 늘 그런 모습이었으니까요.
자, 명숙여.
그가 직접 지은 방 밖에 침상을 마련하여라.
침상틀을 밖으로 옮기고 그 위에 이불과 담요를 깔아 주어라.”
이 말은 남편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더라.
그러자 오지수가 크게 노하여 충실한 아내에게 말하였느니라.
“여인이여!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구나.
누가 내 침상을 옮겼단 말인가?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그것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신이라면 쉽게 옮길 수 있겠지.
아무리 젊고 힘센 사람이라도 그 침상을 움직일 수는 없느니라.
왜냐하면 그 침상에는 남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며,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느니라.
안뜰에는 가늘고 긴 잎을 가진 감람나무 한 그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도다.
그 줄기는 마치 기둥처럼 굳세었느니라.
나는 바로 그 감람나무를 중심으로 방을 지었도다.
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았느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람나무를 다듬어 청동 도끼로 가지를 뿌리부터 끝까지 잘라내고, 나무줄기를 깎아 침상의 기둥을 만들었도다.
송곳과 드릴로 나무를 뚫어 기둥을 만들었느니라.
그것이 내가 만든 첫 번째 침상 기둥이었도다.
그 뒤 금과 은과 상아를 박아 넣어 나머지 세 기둥을 만들고, 자주색으로 물들인 소가죽 끈을 그 위에 팽팽하게 둘렀느니라.
이것이 바로 그 침상의 비밀이니라.
그러니 여보, 내 아내여!
그 누가 감히 그 감람나무의 줄기를 잘라 침상을 옮겼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침상이 제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연로비의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느니라.
그녀는 마침내 남편이 보여준 징표를 모두 깨달았도다.
그리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하였느니라.
“오지수여!
이제는 제게 노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다른 모든 일에서는 참으로 이해심 깊은 사람이거늘, 어찌하여 제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을 원망하십니까.
신들이 우리를 괴롭힌 것이옵니다.
우리가 함께 젊음을 누리고 늙을 때까지 한평생을 같이 살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하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악한 사내가 거짓말로 나를 속일까 늘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정직하지 못하고 간교한 남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이방인 또한 만일 그리스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 헬렌을 데려갈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신이 그녀의 마음에 그러한 욕망을 심어 그 일을 하게 만든 것이겠지요.
그것이야말로 내게 처음으로 큰 슬픔을 안겨 준 열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께서는 우리 침상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여종 악토리스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습니다.
악토리스는 우리 방을 지키던 사람이었지요.
당신은 마침내 내 완고한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믿게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오지수는 눈물이 솟아나는 것을 참지 못하였느니라.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소리 내어 흐느꼈도다.
마치 해신이 바다에서 배를 부수고 거센 파도와 강풍으로 선원들을 바다에 내던졌을 때, 살아남은 자들이 마침내 육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느니라.
어떤 자들은 바다를 빠져나와 해안에 이르렀으나 온몸에 소금물이 묻어 있었도다.
그들은 살아남은 것을 신들에게 감사하며 기어 올라왔느니라.
이와 같이 연로비 또한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품에 안고 기쁨에 겨워 하얀 팔로 그의 목을 놓지 않았도다.
두 사람은 장밋빛 새벽이 하늘에 이를 때까지 울고 싶었으나, 빛나는 눈을 가진 지혜낭자가 그들을 불쌍히 여겨 개입하였느니라.
지혜낭자는 밤을 붙잡아 두고 황금빛 새벽이 바닷가에 오래 머물게 하였으며, 빛나고 밝은 새벽의 망아지들이 멍에를 쓰지 못하게 하였도다.
그러자 오지수가 머리가 어지러운 듯 말하였느니라.
“여보, 우리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앞으로도 많은 고난이 남아 있고,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힘든 일이 많이 있소.
이는 티레시아스의 영혼이 내게 알려준 운명이오.
내가 염라국의 집에 들어가 나와 내 부하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었던 날, 그는 내게 앞으로의 일을 알려주었소.
그러니 이제 함께 침상에 들도록 합시다.
달콤한 잠을 누리도록 합시다.”
그러자 늘 앞날을 내다보는 연로비가 대답하였느니라.
“당신이 원하실 때 언제든지 그러십시오.
이 침상은 본래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신들께서 마침내 당신을 집으로, 그것도 잘 지어진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신께서 당신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겠지만, 지금 알아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오지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느니라.
“그대는 참으로 특별한 여인이오.
어찌하여 내게 그대의 마음까지 아프게 할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대에게 숨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겠소.
티레시아스는 내가 노를 들고 여러 고을을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소.
그러다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지 않는 사람들, 배의 뱃머리를 붉게 칠하지 않는 사람들, 배의 날개와도 같은 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소.
그리고 어느 날 한 사람이 내 어깨에 짊어진 것을 보고 그것을 ‘키’라고 부르는 순간, 내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라고 하였소.
그때 나는 노를 땅에 깊이 박고 해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하오.
숫양과 황소와 멧돼지, 흠 없는 짐승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늘에 거하는 모든 불멸의 신들에게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하였소.
그렇게 하면 나는 바다에서 죽지 않고 편안히 늙어갈 것이며, 부유하고 행복한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하였소.”
현명한 연로비가 대답하였도다.
“신들께서 당신이 편안하게 늙어가도록 허락하신다면, 우리의 모든 고난에도 마침내 끝이 있을 희망이 있겠군요.”
두 사람은 이렇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느니라.
그동안 노비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에우리노메와 명숙는 횃불을 들고 와 튼튼한 침상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깔았도다.
유모는 자기 침상으로 돌아갔고, 에우리노메는 횃불을 들고 왕과 왕비를 그들의 침상까지 인도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느니라.
마침내, 참으로 마침내, 기쁨에 찬 남편과 아내는 오래전 헤어졌던 부부의 침상으로 다시 돌아왔도다.
한편 목동들과 태명은 춤을 멈추고 여인들에게도 춤을 그치게 하였으며,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느니라.
왕과 왕비는 서로 사랑을 나눈 뒤 또 하나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더라.
연로비는 자신 때문에 구혼자들이 집안을 망쳐 놓고, 양과 소 떼를 마구 죽이며, 포도주를 지나치게 마시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남편에게 이야기하였느니라.
오지수 또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그 일을 이루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를 하나하나 들려주었도다.
연로비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남편이 모든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잠들지 않았느니라.
먼저 오지수는 키코네스족을 무찌르고 그들을 죽였던 일부터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로터스 열매를 먹는 사람들이 사는 들판에 이르렀던 일과, 독안거인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그에게 붙잡힌 부하들을 되찾고 그 무도한 자에게 복수하였는지를 말하였느니라.
그 뒤 아이올로스 산에 이르러 환대를 받고 도움까지 받았으나,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운명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였도다.
갑자기 거센 폭풍이 일어나 그를 바다 건너로 끌고 갔으며,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하여 통곡하였느니라.
또한 라이스트리고니아에 이르렀을 때 그곳 사람들이 그의 함대를 공격하여 배를 모조리 깨뜨리고 수많은 부하를 죽였던 일도 이야기하였도다.
그리고 키르케의 교활한 계략과, 티레시아스를 만나기 위하여 염라국으로 내려갔던 일도 말하였느니라.
그곳에서 죽은 벗들을 만났고, 어린 시절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어머니의 혼백까지 만났다고 하였도다.
또한 사이렌의 끝없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떠돌았던 일, 방황하는 바위와 무시무시한 카리브디스에 이르렀던 일, 스킬라의 손아귀에서 겨우 빠져나왔던 일도 차례로 들려주었느니라.
그의 선원들이 태양신의 신성한 소 떼를 잡아먹었던 일도 말하였도다.
그때 상제가 연기와 천둥으로 하늘을 뒤흔들고 번개를 내리쳤으며, 그 번개가 배를 산산이 부수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자신만은 살아남아 마침내 옥기섬에 이르렀다고 하였도다.
그곳에서 립선가가 자신을 동굴에 가두고 남편으로 삼으려 하였으며, 자신을 돌보아 죽음과 세월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그녀의 온갖 말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였느니라.
그는 여러 해 동안 참혹한 고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페아키아에 이르렀으며, 그곳 사람들은 자신을 마치 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하였도다.
그들은 청동과 금과 많은 옷가지를 선물하고 오지수를 다시 고향 이탁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에 태워 보냈느니라.
마침내 오지수의 긴 이야기가 끝났도다.
달콤한 잠이 그의 마음을 덮어 모든 근심과 고통을 잠시 잊게 하였느니라.
그러나 총명한 눈을 가진 지혜낭자는 밤새 경계를 늦추지 않았도다.
오지수가 아내와의 기쁨을 다 누리고 잠에 들었다고 생각한 때, 지혜낭자는 오케아노스의 물결에서 갓 태어난 새벽을 깨워 세상에 보내었느니라.
황금빛 새벽이 지상에 빛을 드리우기 시작하자 오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말하였도다.
“여보, 우리 둘 다 참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소.
당신은 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었고, 상제와 다른 신들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소.
나 또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운명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소.
그러나 이제 마침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소.
당신은 집 안의 재산을 잘 돌보아 주시오.
나는 그동안 약탈을 나가 구혼자들이 제멋대로 죽여 버린 양들을 대신할 양들을 마련하고, 다른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양을 얻어 우리에 가득 채워야 하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골 과수원으로 가서 슬픔에 잠긴 아버지를 뵈어야겠소.
날이 밝으면 내가 구혼자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퍼질 것이오.
여보, 당신은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할 사람이오.
그러니 여종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앉아 있으시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이 말을 마친 오지수는 무기를 챙기고 목동들과 태명을 불러 청동 흉갑을 입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거느리고 집 밖으로 나갔도다.
어느덧 새벽빛이 온 땅을 밝게 비추기 시작하였느니라.
그때 지혜낭자가 다시 밤의 어둠을 내려 그들을 감추고, 오지수와 그의 일행을 마을 밖으로 인도하였도다.
==제24권 구혼자들의 혼백과 저승의 속편,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이에 허명<ref>헤르메스</ref>이 구혼자들의 혼백을 집 밖으로 불러내니, 그 손에는 황금 지팡이가 들려 있었더라. 그 지팡이는 신묘한 힘이 있어, 뜻하는 때에는 산 사람의 눈을 감기기도 하고 잠든 자의 눈을 뜨게 하기도 하는 보물이었느니라.
허명이 혼백들을 이끌어 가매, 저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따라오는 모양이 마치 깊은 굴속 어두운 구석에 매달려 있는 박쥐 떼와 같았더라. 한 마리 박쥐가 무리에서 떨어져 바위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박쥐들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끽끽 울어대듯이, 구혼자들의 혼백 또한 괴이한 소리를 내며 치유의 신 허명의 뒤를 따랐느니라.
그들은 넓게 트인 길을 지나 큰 바다를 건너고, 려우도 바위와 태양신의 문을 지나 꿈의 세계를 헤매었으며, 마침내 삶에 지친 혼백들이 머무는 곳, 저승화 꽃밭에 이르렀더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길수의 유령과 파달룡의 혼백을 만났고,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아길수 다음으로 고려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아이아스의 유령 또한 만났더라.
그때 건웅의 혼백이 비통한 마음으로 죽음의 땅에 막 이르렀으니, 그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무리 가운데 들어섰더라. 또한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 호위병들에게 죽임을 당한 여러 사람의 혼백도 함께 이르렀느니라.
그때 아길수의 유령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였더라.
“오호라, 건웅이여!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번개의 신 상제께서 모든 영웅 가운데서 그대를 가장 사랑하셨다 하더이다. 그대가 토래성에서 고려 군사를 이끌고 큰 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니라. 고려 사람들이 전쟁의 온갖 고초를 견뎌야 했던 그곳에서 그대는 대군을 거느리고 용맹을 떨쳤도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하필 가장 참혹한 때에 그대를 찾아왔구나. 그대가 토래성에서 장수의 명예를 누리며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하였다면 모든 고려인과 동맹국의 사람들이 그대를 위하여 큰 무덤을 쌓았을 것이며, 그대의 아들 또한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쳤을 것이니라.
그러나 운명이 그대에게 허락한 것은 이처럼 참혹한 죽음이었도다.”
이에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필우의 아들 아길수여, 내가 아라국<ref>아르고스</ref>에서 멀리 떨어진 토래성<ref>트로이아</ref>에서 죽은 것은 어찌 보면 하늘이 정한 운명이었느니라. 고려<ref>그리스</ref>의 용사들과 토래성의 뛰어난 전사들이 내 시신을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도다.
나는 휘몰아치는 먼지 가운데 누워 영웅의 위엄을 떨쳤으며, 한때 전차를 몰던 영화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느니라.
우리는 하루 종일 싸웠고, 차라리 영원히 싸우고 싶었으나 상제 신께서 바람을 일으켜 마침내 우리를 멈추게 하셨도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 시신을 배에 실어 전장에서 멀리 옮긴 뒤 관에 눕히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긴 다음 향기로운 기름을 발랐느니라. 그리고 나를 위하여 울며 머리카락을 잘랐도다.
그때 나의 어머니께서 그 소식을 듣고 산령녀<ref>님프</ref>들과 함께 파도 위로 모습을 나타내셨느니라.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무서웠던지 바다 건너까지 메아리쳤으며, 병사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도다.
그때 현명한 노인 내손<ref>네스토르</ref>이 우리를 말리며 이르기를,
‘장수들이여, 여기 머무르시오. 지금 오시는 분은 불멸의 물을 가지고 오시는 그의 어머니이시니라.’
하였느니라.
산령녀들이 죽은 아들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려인들도 다시 용기를 얻었도다. 늙은 바다의 왕의 딸들이 내 주위에 둘러앉아 통곡하였고, 나에게 신들의 옷을 입혔느니라.
또한 아홉 무사여신<ref>뮤즈</ref>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나를 위한 애가를 불렀으니, 그 노래가 너무나 애절하여 아무도 눈물을 참지 못하였도다.
신과 인간이 모두 열일곱 날 밤낮으로 나를 애도하였으며, 마침내 내 시신을 화장대 위에 올리고 살진 양과 소를 많이 잡아 제사를 올렸느니라.
나는 신들의 옷을 입은 채 불길 속에 놓였고, 몸에는 기름과 꿀을 발랐도다. 완전무장한 전사들이 화장대 주위를 돌며 큰 함성을 질렀으며, 마침내 해필수의 불꽃이 내 육신을 태웠느니라.
날이 밝자 우리는 아길수여, 그대의 희고 깨끗한 뼈를 하나하나 거두어 기름과 순전한 포도주를 발랐도다.
그때 네 어머니께서 손잡이가 둘 달린 금 항아리 하나를 내놓으셨으니, 이는 해필수와 주신<ref>디오니소스</ref>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귀한 항아리였느니라. 그 안에 그대의 흰 뼈를 넣었는데, 그대가 죽은 벗 파달룡의 뼈도 함께 섞여 있었도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그대가 그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였던 벗 안달호<ref>안틸로코스</ref>의 곁에 두었느니라.
고려 전사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우리는 온갖 예를 다하여 해봉<ref>헬레스폰트</ref> 해협 곶에 큰 언덕을 쌓았도다. 그 언덕은 바다 멀리에서도 보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일 만큼 높고 웅장하였느니라.
그대의 어머니께서는 신들에게서 훌륭한 상을 받아 경기장 한가운데에 두고,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겨루게 하셨도다.
그대는 살아 있을 때 젊은이들이 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영웅의 장례를 위하여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리라. 그러나 은빛 발을 가진 태희<ref>테티스</ref>가 그대를 위하여 가져온 수많은 보물을 보았다면 반드시 놀랐을 것이니라.
그대는 살아 있을 때에도 모든 신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에도 이름을 잃지 않았도다. 그대의 명성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아길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니라.
그러니 내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내가 집에 돌아오자 아기수<ref>아이기스토스</ref>와 그의 악당들이 나를 죽였으며, 사악한 아내 또한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니라. 이 또한 상제가 정한 운명이었도다.”
두 혼백이 이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길잡이 허명이 오지수가 죽인 구혼자들의 혼백을 이끌고 그들 앞에 이르렀더라.
두 위대한 군주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앞으로 달려갔으며, 건웅은 그 가운데서 이탁도에서 함께 지내던 옛 벗 면나수의 아들을 알아보았느니라.
건웅이 그에게 이르되,
“암필문<ref>암피메돈</ref>아! 너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어찌하여 너희 모두 이 어두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느냐.
너희는 아직 젊고 기운이 왕성하니, 마땅히 마을에서 가장 이름난 젊은이들이 아니었더냐. 혹 해신이 거센 바람과 큰 파도를 일으켜 너희의 배를 모두 깨뜨린 것이냐.
아니면 소나 양 떼를 훔치다가 붙잡혔거나, 성읍과 여인을 두고 싸우다가 육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 보아라. 우리는 본래 벗이 아니더냐.
내가 면나수와 함께 오지수를 설득하여 우리 함대에 합류시키고 토래성으로 함께 항해하고자 너희 집에 찾아갔던 일을 기억하느냐. 바다를 건너는 데 꼬박 한 달이나 걸렸으며, 성읍을 약탈하던 그 백스무 살의 노인을 설득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그러자 암필문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위대한 장군 건웅이시여,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말씀하신 모든 일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우리의 죽음에 얽힌 참혹한 사연을 하나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지수는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우리와 혼인할 뜻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거절하여 돌려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속여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 여인은 궁전 한가운데에 큰 베틀을 놓고 넓고 고운 천을 짜기 시작하더니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젊은 구혼자들이여, 이제 오지수가 죽었으니 그대들이 혼인을 바라는 마음도 내가 잘 아노라. 그러나 내가 이 천을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내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여 주시오. 이것은 라열태라에르테스가 죽었을 때 덮을 수의라오. 마을의 여자들이 이처럼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수의 하나 없이 묻혔다고 나를 책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오.’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느니라.
그리하여 낮에는 그녀가 천을 짜고, 밤이 되면 횃불을 밝혀 낮에 짠 것을 다시 풀어버렸도다.
그렇게 세 해 동안 우리를 속였느니라.
마침내 네 번째 해가 되었을 때, 이 일을 알고 있던 한 시녀가 우리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도다. 우리가 몰래 가서 보니 과연 그녀가 자신이 짠 천을 다시 풀고 있었느니라.
우리는 그녀를 붙잡아 그 천을 끝까지 짜게 하였고, 마침내 그 거대한 천을 다 짠 뒤 깨끗이 씻게 하였느니라. 그녀가 그것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니 해와 달처럼 밝게 빛났도다.
그때였느니라.
어떤 파멸의 신이 오지수를 어디선가 이탁도로 데려왔도다. 그는 들판으로 가서 돼지치기가 사는 곳에 머물렀고, 그의 사랑하는 아들은 모래사장 비로성<Ref>필성</ref>에서 검은 배를 타고 돌아왔느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우리를 죽일 계책을 세웠도다.
마침내 그들이 궁전에 나타났느니라.
먼저 아들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막대기에 몸을 의지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오지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마치 갑자기 나타난 가난하고 늙은 거지와 같았으므로, 돼지치기가 그를 이끌고 왔음에도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자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우리는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던졌으며, 그는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말없이 온갖 모욕을 견뎠도다.
그러나 밤이 되자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무기들을 창고에 들여놓고 문을 굳게 잠갔느니라.
그리고 마침내 간악한 계략을 실행하였도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에게 도끼와 활을 가져오게 하였느니라.
그것은 우리의 파멸과 학살을 알리는 신호였도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그 강력한 활을 당길 수 없었느니라. 모두 힘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도다.
그러나 오지수의 차례가 되자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활을 주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오직 태명만이 그에게 활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도다.
마침내 오지수가 태연히 활을 받아들고 손쉽게 활시위를 당기더니, 쇠도끼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꿰뚫었느니라.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문턱에 우뚝 서서 활을 쏘기 시작했도다.
첫 화살이 우리 지도자 안태우를 꿰뚫었고, 이어서 또 다른 화살들이 날아와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렸느니라. 오지수와 가까이 있던 자들이 차례로 피를 흘리며 넘어졌도다.
그때 우리는 신들이 그들을 돕고 있음을 깨달았느니라.
그들은 분노에 휩싸여 궁전 안을 휩쓸었으며, 우리는 하나씩 죽임을 당하였도다.
사방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느니라.
그리하여 건웅이여, 우리 모두가 죽었도다.
그러나 우리의 시신은 아직도 살인자의 집에 묻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느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아직 우리가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도다.
그들은 마땅히 우리의 상처에 묻은 검은 피를 씻어내고, 우리를 위하여 울며, 시신을 장례 지내야 할 것이니라.
이것이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이기 때문이니라.”
건웅의 혼백이 대답하였더라.
“교활한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운이 좋은 자로다. 덕망 있는 아내, 위대한 연로비<ref>연로비</ref>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 여인은 얼마나 굳센 절개를 지녔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남편을 잊지 않았단 말인가.
그 여인의 명성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불멸의 신들도 지혜로운 연로비의 절개를 노래하여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 아내와는 다르도다. 그녀는 제 남편을 죽였으니, 그 이름은 영원히 혐오스러운 이야기로 남을 것이며, 그 악명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여인들, 심지어 선량한 여인들까지도 나쁜 평판을 듣게 될 것이니라.”
이렇게 두 무리는 염라국의 어두운 땅속에 숨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한편 오지수와 그 일행은 마을을 떠나 오래전에 라열태<ref>라에르테스</ref>가 차지한 농장으로 서둘러 갔느니라.
라열태는 그 농장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며, 그곳에 자신의 집을 지었도다. 그의 명을 받드는 노비들은 중앙의 집을 둘러싼 막사에서 생활하며 잠을 자고 음식을 먹었느니라.
그 가운데에는 실리도<ref>시칠리아</ref>에서 온 늙은 여종 하나가 있었으니, 그녀는 시골에서 라열태를 돌보던 사람이었더라.
오지수가 노비들과 아들에게 이르되,
“안으로 들어가 가장 좋은 돼지를 골라 저녁상에 올릴 고기를 마련하라. 나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으니,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실지 알아보아야 하겠노라.”
하고는 자신의 무기를 노비들에게 맡겼느니라.
그들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오지수는 과수원이 있는 곳으로 홀로 걸어갔도다.
그는 집사 도리우 노인도, 그와 함께 있던 노비들도, 아들들도 보지 못하였느니라. 도리우가 그들을 데리고 돌을 모아 돌담을 쌓으러 갔기 때문이었도다.
오지수의 아버지는 잘 가꾸어진 과수원에서 홀로 나무 주위의 땅을 고르고 있었느니라.
그는 때가 타고 해진 저고리를 입었으며, 다리에는 가죽을 덧대어 가시가 살을 긁지 못하게 하였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었으며 머리에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처량하였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늙음과 고통에 지쳐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우뚝 솟은 배나무 아래에 멈추어 서서 눈물을 흘렸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당장 아버지께 달려가 입맞추고 껴안아 내가 돌아왔음을 말씀드릴 것인가. 아니면 길에서 겪은 모든 일을 먼저 고할 것인가. 혹은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여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할 것인가.’
하였느니라.
마침내 그는 먼저 아버지를 시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 주위의 흙을 파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갔도다.
그리고 이름난 아들 오지수가 그의 곁에 서서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그대는 자신의 일을 참으로 잘 아는구려.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훌륭하게 가꾸었으니 말이오.
무화과나무와 배나무와 감람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온갖 풀과 약초밭까지 어느 것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구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오.
그대는 정작 자기 몸은 돌보지 않는 듯하오. 얼굴과 피부는 거칠고 더러우며 옷은 누더기요. 게으른 사람도 아닌 듯한데 주인은 어찌하여 그대를 이토록 방치한단 말이오.
그대의 키와 얼굴을 보니 노비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수나 군주의 모습에 가깝소. 마땅히 나이 든 사람답게 깨끗이 몸을 씻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부드러운 베개와 좋은 침상에서 쉬어야 할 듯하오.
그러니 내게 말해 보시오. 그대는 누구의 노비이며, 누구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소? 그리고 내가 방금 들은 말처럼 이곳이 정말 이탁도가 맞소?
얼마 전 내 고향에 한 나그네가 찾아온 적이 있었소. 내가 만난 수많은 손님 가운데 가장 가까운 벗이었지요. 그는 이탁도 사람이라 하였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열태라고 하였소.
나는 그를 집에 맞아들여 따뜻하게 대접하였소. 내게는 그럴 만한 재물이 있었으니 말이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금으로 된 보물 일곱 무더기와 꽃무늬를 새긴 은그릇 하나, 펼쳐진 장포 열두 벌, 두꺼운 담요 열두 장, 고운 장포 열두 벌, 저고리 열두 벌을 주었소.
또한 그가 직접 고른 아름답고 잘 길든 여종 네 명까지 주었소.”
그러자 라열태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였더라.
“그래, 낯선 이여. 그대는 이탁도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그러나 이곳은 이제 잔인한 자들의 손에 들어갔느니라.
그대가 그에게 베푼 모든 선물은 이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할 것이니라.
그 사람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그대가 베푼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고 두 팔을 벌려 그대를 맞이했을 것이거늘.
처음 베푼 친절에는 마땅히 보답이 따르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이제 말해 보아라. 그 불행한 사람이 그대를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그대의 손님은 바로 내 아들이었느니라.
아마 바다에서는 물고기에게 먹혔을 것이며, 육지에서는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고, 나 또한 그러하며, 지혜롭고 부유한 그의 아내 연로비도 그러하니라.
그녀는 남편의 눈을 감겨주지도 못하였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였느니라.
죽은 자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예를 베풀지 못한 것이로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보아라. 어느 고을에서 왔으며, 부모는 누구냐.
그대가 벗들과 선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배는 아직 어딘가에 정박해 있느냐. 아니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다른 사람의 배에 나그네로 올라탄 것이냐.”
그러자 거짓말쟁이 오지수가 대답하였더라.
“그렇다면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소.
나는 아리보<ref>알리바스</ref> 사람이며 그곳에 내 궁전이 있소. 내 이름은 예필수<ref>에페리투스</ref>라 하며, 보필문<ref>폴리페몬</ref>의 손자요 아비달<ref>아페이다스</ref> 왕의 아들이오.
나는 악령에 사로잡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실리도에서 이곳까지 흘러왔소.
내 배는 지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소.
불쌍한 오지수가 내 집에 찾아온 것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소.
그가 떠날 때 우리는 좋은 징조를 보았으니, 오른쪽에서 새들이 날아갔소.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다시 벗으로 찾아와 더 많은 선물을 서로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그 말을 듣자 검은 슬픔의 구름이 라열태의 온몸을 뒤덮었느니라.
그는 잿빛 먼지 두 줌을 움켜쥐어 늙은 머리 위에 뿌리고 목 놓아 울었도다.
오지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느니라.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달려가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입을 맞추며 말하였도다.
“아버지! 저입니다. 제가 바로 아들 오지수입니다!
스무 해 동안 떠돌다가 이제야 고향,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울음을 거두십시오.
비록 시간이 많지 않으나 모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집안의 구혼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들이 제게 저지른 온갖 고통과 모욕에 대한 복수를 한 것입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말하였느니라.
“네가 정말 내 아들 오지수라면, 내게 그 증거를 보여다오.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도록 하여라.”
오지수가 곧 대답하였도다.
“그렇다면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제가 파라<ref>파르나소스</ref> 산에 올라갔을 때 멧돼지의 하얀 어금니에 긁힌 상처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를 할아버지 우돌수<ref>아우톨리쿠스</ref>에게 보내어 그분이 제게 약속하신 선물을 받아오게 하셨을 때 생긴 상처이지요.
그리고 이제 제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거닐었던 이 아름다운 과수원의 나무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을 거닐며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무들 아래를 함께 걸었고, 아버지는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려 주셨으며 내게 그것들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사과나무 열 그루, 배나무 열세 그루, 무화과나무 마흔 그루, 포도나무 쉰 그루가 있었으며, 포도나무들은 하나씩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포도송이의 모양 또한 상제께서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지요.”
이 말을 들은 라열태의 심장과 두 다리에 힘이 풀렸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보여준 모든 징표가 거짓 없는 증거임을 깨달았도다.
라열태는 아들을 두 팔로 힘껏 껴안았으며, 아들은 기절하려는 아버지를 부축하였느니라.
잠시 후 숨을 돌리고 정신을 차린 라열태가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상제여! 만일 구혼자들이 저지른 모든 악행에 마땅한 벌을 받았다면, 당신들이야말로 참으로 오림의 지배자이시로다.
그러나 이제 이탁도 사람들이 곧 우리를 공격하고, 개발도<ref>케팔레니아</ref>의 모든 마을에 이 소문을 퍼뜨릴까 두렵구나.”
이에 계략을 꾸미는 오지수가 대답하였느니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들을 두 목동과 함께 보내 저녁 식사를 가장 빨리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농가로 가서 기다리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하고 아버지와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도다.
그곳에는 이미 푸짐한 고기와 향기로운 포도주가 차려지고 있었느니라.
실리도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여종이 용감한 라열태를 깨끗이 씻기고 감람유를 발라준 뒤 아름다운 장포를 입혀 주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가까이 다가와 신통한 힘을 베풀었으니, 라열태의 몸은 더욱 크고 굳세어지고 얼굴에는 젊은 기운이 돌아왔느니라.
그 모습을 본 오지수가 놀라 말하였도다.
“오, 아버지! 참으로 모습이 크게 달라지셨습니다. 신께서 아버지를 더욱 크고 늠름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라열태가 생각에 잠겨 말하였느니라.
“오, 아버지 상제와 지혜낭자와 아로왕여여!
내가 한때 개발도의 왕으로 있었을 때, 본토 해안의 견고한 요새 내리성<ref>네리쿠스</ref>을 함락시키던 그 시절처럼 힘이 왕성하였다면, 어제 너와 함께 서서 무기를 들고 우리 집에 쳐들어온 구혼자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때였다면 내가 그들 가운데 수많은 자를 쓰러뜨렸을 것이며, 너 또한 분명 크게 기뻐했을 것이로다.”
그들이 이처럼 이야기하는 동안 저녁상이 모두 차려졌느니라.
그들은 의자와 걸상에 앉아 음식을 집으려 손을 뻗었도다.
그때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늙은 노비 도리수가 아들들과 함께 그들에게 다가왔으며, 시칠리아 출신의 늙은 어머니 또한 그들을 부르러 나왔느니라.
그들은 오지수를 보는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추었도다.
그러나 오지수가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느니라.
“노인이여, 앉아서 음식을 드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놀라지 마시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소. 오늘 이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어 기쁘오.”
그러나 도리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수에게 달려가 그의 손목을 잡고 입을 맞추며 외쳤도다.
“주인이시여! 돌아오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들께서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들께서 당신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부인께서는 주인께서 돌아오신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릴까요?”
그러자 오지수가 태연히 대답하였도다.
“늙은이여,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공연히 수고하지 말라.”
이에 도리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의 아들들도 유명한 주인 오지수를 환영하며 그의 곁에 둘러앉았느니라.
그들은 서로 반가이 품에 안고 차례로 아버지 곁에 앉았도다.
그리하여 모두 함께 농가에서 저녁을 먹었느니라.
한편 구혼자들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도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통곡하며 사방에서 오지수의 관저로 몰려들었느니라.
그들은 집 안에서 시신을 꺼내어 장사를 지냈으며,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자들은 배를 타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도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우필태가 먼저 일어나 입을 열었느니라.
그는 오지수가 가장 먼저 죽인 아들 안태우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겨 있었고, 연설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도다.
“친구들이여, 이 간교한 자가 우리 모두에게 참혹한 재앙을 안겼도다.
처음에는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게 하여 배를 잃고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개발도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도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야 하오.
그가 430년이 되기 전에 필성이나 여리국으로 달아나 버리기 전에 반드시 행동해야 하오.
우리 아들과 형제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수치를 당할 것이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소.
차라리 죽어서 이미 죽은 벗들과 함께하고 싶소.
저들이 바다를 건너 도망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오.
자, 지금 당장 나갑시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모든 사람이 그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슬퍼하였도다.
그때 문돈과 음유시인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와 군중 가운데 섰느니라.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문돈이 입을 열어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오지수가 신들의 도움 없이 어찌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겠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명토로 변장한 신을 보았소.
어떤 때에는 오지수의 곁에 서서 그에게 싸울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또 어떤 때에는 연회장을 휩쓸고 다니며 구혼자들을 흩어지게 하였소.
그들은 마치 파리처럼 하나둘 쓰러졌소.”
이 말을 들은 사람들 위에 창백한 공포가 덮였느니라.
그때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 늙은 전사 하리태가 일어나 그들에게 말하였도다.
“이탁도 사람들이여, 내 말을 잘 들으라.
친구들이여, 오늘날 이러한 재앙이 닥친 까닭은 다름 아닌 너희의 비겁함 때문이니라.
나와 명토가 너희 아들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하였건만 너희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도다.
그들은 제 욕심을 따라 큰 잘못을 저질렀느니라.
남의 재산을 함부로 차지하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의 아내까지 욕보였도다.
그러나 이제 내 말을 잘 들으라.
우리가 무기를 들고 싸우러 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니라.”
그러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남았으나, 절반이 넘는 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도다.
그들은 우필태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무기를 챙겼으며, 번쩍이는 청동 갑옷을 입고 마을 앞에 모였느니라.
그들의 우두머리는 우필태였도다.
그는 죽임을 당한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실상은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향한 길이었느니라.
그곳에서 죽는 것이 이미 그의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거노왕<ref>크로노스</ref>의 아들에게 물었느니라.
“상제 아버지, 전능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뜻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또다시 전쟁과 쓰라린 분쟁을 일으키려 하십니까.
아니면 평화와 우정의 편에 서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구름을 거느리는 신이 대답하였도다.
“딸아, 어찌하여 내게 그런 것을 묻느냐.
오지수에게 원수를 갚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 것은 바로 너였지 않느냐.
그러니 이제 네 뜻대로 하도록 하라.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좋은 길은 이러하니라.
오지수는 이미 모든 구혼자들에게 벌을 내렸도다.
이제 그들이 오지수를 영원한 왕으로 받들도록 맹세하게 하고, 그들의 형제와 아들을 죽인 죄는 더 이상 묻지 말게 하라.
그리하여 다시 옛날처럼 서로 벗이 되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옳으니라.”
지혜낭자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었느니라.
그 말을 듣자마자 오림산에서 내려왔도다.
그 무렵 저녁 식사를 마친 오지수는 전쟁을 준비하며 말하였느니라.
“누군가 나가서 저들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그러자 도리우의 아들이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갔도다.
문턱을 넘어선 그는 적들이 이미 집 가까이까지 이르렀음을 보았느니라.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와 외쳤도다.
“저들이 가까이 왔습니다! 어서 무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서둘러 무기를 들었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아들, 그리고 두 노비까지 모두 네 사람이었으며, 도리수<ref>돌리우스</ref>는 여섯 아들을 데리고 왔도다.
라열태와 늙은 도리우 또한 비록 백발이 성성하였으나 전사로서 필요한 자들이었느니라.
그들은 모두 빛나는 청동 갑옷을 입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으며, 오지수가 그들을 이끌었도다.
그때 지혜낭자가 명토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가까이 다가왔느니라.
노련한 오지수는 그녀를 보자 기뻐하며 태명에게 돌아서서 말하였도다.
“아들아, 이제 네가 전쟁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용기를 시험하는 일이니라.
너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쳐서는 안 된다.
우리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용기와 사내다운 기개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 왔느니라.”
태명이 숨을 깊이 들이쉬고 대답하였도다.
“아버지께서 제 용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지켜보십시오.
저는 결코 아버지의 가문에 수치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수치라는 말을 제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들은 라열태가 크게 기뻐하여 외쳤느니라.
“아, 신들이시여!
오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날이로다.
내 아들과 손자가 서로 누가 더 용감한지를 다투고 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지혜낭자가 눈을 빛내며 라열태의 곁에 서서 말하였도다.
“라열태여, 그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니라.
눈빛이 빛나는 여신과 그 아버지께 기도하고, 창을 들어 힘껏 던져라.”
지혜낭자가 이 말을 마치자 곧 신통한 힘을 라열태에게 불어넣었느니라.
그러자 라열태가 재빨리 창을 들어 힘껏 던졌도다.
그 창은 우필태의 청동 투구를 그대로 꿰뚫었느니라.
투구는 창을 막지 못하였고, 창끝은 우필태의 머리를 꿰뚫어 그를 땅에 쓰러뜨렸도다.
그의 청동 갑옷이 땅에 부딪히며 쨍그랑 소리를 냈느니라.
이를 본 오지수는 빛나는 아들과 함께 최전선으로 돌격하였도다.
두 사람은 칼과 굽은 창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넘겼느니라.
오지수와 그의 일행은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 하였도다.
그러나 그때 지혜낭자가 크게 외쳤느니라.
“이탁도 사람들이여!
이 무참한 전쟁을 당장 멈추어라!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지금 즉시 각자의 길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마음에 창백한 초록빛 공포가 엄습하였느니라.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살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달아났으며, 모두 도시를 향하여 몸을 돌렸도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오지수는 무서운 함성을 지르고 몸을 낮추어 그들을 뒤쫓았으니,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먹잇감을 덮치는 독수리와 같았느니라.
그때 상제가 번개를 내리쳤도다.
번개는 자신의 딸이자 위대한 여신인 지혜낭자의 앞에 떨어졌느니라.
지혜낭자는 차가운 눈으로 오지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도다.
“오지수여, 그대는 참으로 꾀가 많고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자로다.
그러나 이제 이 전쟁을 멈추어라.
그렇지 아니하면 상제께서 그대에게 크게 진노하실 것이니라.”
오지수는 기꺼이 그 뜻을 따랐느니라.
이에 지혜낭자는 다시 명토의 모습을 하고 전쟁에 나선 양편 사람들 앞에 서서, 앞으로는 서로 평화를 지키고 다시는 칼을 겨누지 않겠다는 엄숙한 맹세를 하게 하였도다.
그리하여 오랜 원한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마침내 끝나고, 이탁도 땅에는 다시 평화의 기운이 깃들게 되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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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驗秘方三寶散治風昏氣厥不省痰塞失音 腦子 牛黃{{*|各二分}}朱砂{{*|六分}}右細末取 竹瀝油勻調每服一錢{{*|三삼寶보ᇢ〯散산〮 ᄇᆞᄅᆞᆷ마자〮 아〮즐〮ᄒᆞ며〮 氣킝〮厥궈ᇙ〮 ᄒᆞ〮야〮ᄎᆞ〮림 몯〯고〮 痰땀이〮마켜 소리〮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龍료ᇰ腦노ᇢ〯 牛우ᇢ黃ᅘᅪᇰ 各각〮 두〯分분과 朱즁砂상 六륙〮分분과〮ᄅᆞᆯ〮細솅〮末마ᇙᄒᆞ〮야〮 댓〮지〯네 골오〮 프〮러 ᄒᆞᆫ돈〯곰〮 머기라〮}}
千金方治惡風心悶欲死急灸足大趾下橫文隨年壯立愈又灸百會七壯{{*|惡ᅙᅡᆨ〮風보ᇰ이〮 안〮히 답답ᄒᆞ〮야〮 죽ᄂᆞ닐〮 고툐〮ᄃᆡ〮ᄲᆞᆯ리〮 밠〮 엄지〮가락 아랫ᄀᆞᄅᆞᆫ 그〮믈〮ᄯᅮ〮ᄃᆡ〮 나〮마초〮 ᄒᆞ면〮즉〮재〮 됻〯ᄂᆞ〮니라 ᄯᅩ〮百ᄇᆡᆨ〮會ᅘᅬᆼ ᄅᆞᆯ〮七치ᇙ〮壯자ᇰ〮 ᄋᆞᆯ〮 ᄯᅳ〮라〮}}
衛生易簡方治中風不語舌强 人乳汁 三年陳醬{{*|各五合}}右和硏以生布絞汁不拘時少少與服良久當語{{*|中듀ᇰ〮風보ᇰᄒᆞ〮야〮 말〯 몯〯고〮 혀〮세〯닐〮 고툐〮ᄃᆡ〮 사〯ᄅᆞᄆᆡ〮 졋〮!과〮!괴〮! 三삼年년 무근〮쟈ᇰ〯 各각 닷홉 과〮ᄅᆞᆯ〮섯거〮 ᄀᆞ〮라 生ᄉᆡᇰ뵈〮로〮 汁집〮을〮ᄧᅡ〮 時씽節져ᇙᄋᆞᆯ〮븓들이〮디〮 마〯오〮 젹젹 주〮어〮 머기〮면〮 오라〮면〮 반ᄃᆞ〮기 말〯ᄒᆞ리〮라〮}}又方治中風急喉痺欲死者用白殭蠶焙黃爲末生薑自然汁調灌下喉立愈{{*|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과 ᄀᆞᆯ이〮 모기〮브ᅀᅥ〮 죽ᄂᆞ닐〮 고툐〮ᄃᆡ〯白ᄈᆡᆨ〮殭가ᇰ蠶짬 ᄋᆞᆯ〮焙ᄈᆡᆼ〮籠로ᇰ애〮 ᄆᆞᆯ외〮야〮 노〮라〮커든〮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모ᄀᆡ〮 브ᅀᅳ면〮 즉〮재〮 됻〯ᄂᆞ〮니라〮}}又方治中風佛省人事用香油或生薑自然汁灌之卽醒{{*|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ᄂᆞ닐〮 고툐〮!ᄃᆡ!ᄐᆡ〮! ᄎᆞᆷ〮기르〮미나〮 시혹〮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이〮어나〮 브ᅀᅳ면〮 즉〮재〮 ᄭᆡ〮ᄂᆞ〮니라〮}}又方卒中風不省人事痰壅用生白礬二錢爲末生薑自然汁調幹開口灌下化痰或吐卽醒{{*|ᄯᅩ〮 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고〮 痰땀이〮마켜〮ᄭᅥ든 生ᄉᆡᇰ白ᄈᆡᆨ〮礬뻔〮 두〯 돈〯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입〮버〯리〮혀고〮 브ᅀᅳ면〮 痰땀이〮슬〮어나 시혹 吐통ᄒᆞ면〮 곧〮 ᄭᆡ〮ᄂᆞ〮니라〮}}
簡易方救急稀涎散治中風忽然昏若醉形體昏悶四肢不收涎潮於上氣閉不通光明白礬{{*|一兩}}猪牙皂角{{*|四介肥實幷不蛀者去黑皮}}右細末硏勻輕者半錢匕重者三錢匕溫水調灌下不大嘔吐但微微冷涎出一二升便得醒醒次緩而調理不可大吐{{*|救구ᇢ急급稀힁涎ᄊᆑᆫ散산〮ᄋᆞᆫ〮 中듀ᇰ〮風보ᇰᄒᆞ〮야〮 忽호ᇙ然ᅀᅧᆫ히 어〮즐ᄒᆞ〮야〮 醉ᄌᆔᆼᄒᆞᆫᄃᆞᆺ〮ᄒᆞ며〮 모〮미 어〮즐〮코〮닶〮가와〮 네〯 활개ᄅᆞᆯ〮거두〮디〮 몯〯ᄒᆞ며〮더푸〮미〮 모ᄀᆞ〮로〮 올아〮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 光과ᇰ明며ᇰ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과〮 猪뎡牙ᅌᅡᆼ皂조ᇢ〯角각〮 네〯나〯치〮 ᄉᆞᆯ〮지고〮 염글오〮 좀〮 먹디〮 아니〮ᄒᆞ〮닐〮 거믄〮 거플밧겨〮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輕켜ᇰᄒᆞ니〮란〮 半반〮 돈〯이〮오〮 重듀ᇰ〯ᄒᆞ니〮란〮 세〯 돈〯ᄋᆞᆯ〮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ᅥ〮 너무吐통〮티〮 아니〮케코〮 오직〮 젹젹 ᄎᆞᆫ추〯미〮 ᄒᆞᆫ두〯 되〮만〮 나면〮 곧〮ᄉᆞᆲᄉᆞᆲᄒᆞ〮ᄂᆞ〮니라〮 {{SIC|버|바}}거 날회야〮 調뚀ᇢ理링〯 ᄒᆞ고〮 너무 吐통〮호〮미〮 몯〯ᄒᆞ리〮라〮}}
經驗良方破棺散治中風牙已緊無門下藥天南星末{{*|半錢}}白龍腦末一字右合硏勻頻擦令熱牙自開{{*|破팡〮棺관〮散산〮 은〮 中듀ᇰ〮風보ᇰᄒᆞ〮야〮 니〮ᄒᆞ마〮 구더〮 藥약〮머귤〮 門몬업〯스닐〮 고티〮ᄂᆞ니〮 天텬南남星셔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白ᄈᆡᆨ〮龍료ᇰ腦노ᇢ〯 ㅅ ᄀᆞᄅᆞ 一ᅙᅵᇙ 字ᄍᆞᆼ〮와〮ᄅᆞᆯ〮 뫼화〮 ᄀᆞ〮라 골아〮 ᄌᆞ조〮ᄲᅵ븨〮여〮 덥〯게〮 ᄒᆞ면〮 니〮 절로〮 열〯리라〮}}
葛氏備急方中風角弓反張四肢不收煩亂欲死者 淸酒{{*|五升}}雞白屎{{*|一升}}右擣篩合和揚之千遍乃飮之大人服一升日三少小服五合差{{*|ᄇᆞᄅᆞᆷ마자〮왜지그〯라〮 네〯 활〮개ᄅᆞᆯ〮 거두〮디〮 몯〯ᄒᆞ〮야〮어〮즈〮러워〮 죽ᄂᆞ닐〮 淸쳐ᇰ酒쥬ᇢ〯 닷 되〮와〮ᄃᆞᆯᄀᆡ〮 ᄒᆡᆫ〮 ᄯᅩᇰ ᄒᆞᆫ 되〮와〮ᄅᆞᆯ〮디코〮 {{SIC|처〮|치〮}} 프〮러〮 一ᅙᅵᇙ〮千쳔 버늘〮저ᅀᅥ〮 머구〮ᄃᆡ〮 얼〯우ᄂᆞᆫ〮 ᄒᆞᆫ 되〮옴〮 ᄒᆞᄅᆞ 세〯 번 먹고〮져므〮닌〮 닷호ᄇᆞᆯ〮 머그〮면〮 됴〯ᄒᆞ리〮라〮}}
==中寒第二<sub>凍瘡凍死附</sub>==
和劑方姜附湯 乾薑{{*|一兩}}附子{{*|生去皮臍細切一枚}}右㕮咀每服三錢水一盞半煎七分食前溫服{{*|姜가ᇰ附뿡〮湯타ᇰ 乾간薑가ᇰ ᄒᆞᆫ 兩랴ᇰ과附뿡〮子ᄌᆞᆼ〯 ᄂᆞᄅᆞᆯ〮 것 과〮ᄇᆡᆺ보ᄀᆞᆯ〮 앗〯고〮細솅切쳐ᇙ〮호〮니〮 ᄒᆞᆫ 낫〯과〮ᄅ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돈〯애〮 믈〮 ᄒᆞᆫ 盞잔〮 半반〮ᄋᆞ〮로〮 닐굽〮 分분ᄋᆞᆯ〮글혀〮 食씩〮前쪈에〮ᄃᆞᄉᆞ닐〮 머그〮라〮}}又方理中湯治五臟中寒口噤失音四肢强直兼治胃脘停痰冷氣刺痛 人蔘 乾薑 白朮 甘草{{*|各等分}}右㕮咀每服四錢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溫服{{*|ᄯᅩ〮理링〯中듀ᇰ湯탕 은五ᅌᅩᆼ〯臟짜ᇰ〯 이〮 中듀ᇰ〮寒ᅘᅡᆫᄒᆞ〮야〮 입〮 마고〮므러〮 소리〮 몯〯ᄒᆞ며〮 四ᄉᆞᆼ〮肢징세〯오〮 고ᄃᆞ〮닐〮 고티〮며〮 ᄯᅩ〮胃ᅌᅱᆼ〮脘ᅌᅪᆫ〮 애〮 痰땀이〯담겨〮 胃ᅌᅱᆼ〮脘ᅌᅪᆫ〮ᄋᆞᆫ〮가ᄉᆞ〮미라〮 冷ᄅᆡᇰ〯ᄒᆞᆫ 氣킝〮分분이〮디ᄅᆞ저겨〮 알ᄑᆞ닐〮 고티〮ᄂᆞ〮니〮人ᅀᅵᆫ蔘ᄉᆞᆷ 과〮 乾간薑가ᇰ과〮白ᄈᆡᆨ〮朮뜌ᇙ〮 와〮 甘감草초ᇢ〯ᄅᆞᆯ〮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네〯 돈〯애〮 믈〮 ᄒᆞᆫ 큰〮 盞잔〮으〮로〮 글혀〮 六륙分분에〮 니르〮거든〮즛의 앗〯고〮 ᄃᆞᄉᆞ닐〮 머그〮라}}
凍瘡聖惠方治凍耳成瘡兎腦髓取塗之{{*|귀〮어러〮 허〯닐〮 고툐〮ᄃᆡ〮 톳〮긔 머릿〮 骨고ᇙ〮髓ᄉᆔᆼ〯 를〮내〯야〮 ᄇᆞᄅᆞ라〮}}又方杏仁{{*|一斤湯浸去皮}}壓取油塗之{{*|ᄯᅩ〮杏ᅘᆡᇰ〯仁ᅀᅵᆫ ᄒᆞᆫ 斤근을〮 더운〮 므〮레ᄃᆞ〮마 것〮밧기〮고〮 지즐〮워〮 기름〮 내〯야〮 ᄇᆞᄅᆞ라〮}}
聖濟緫錄治手足凍瘡腫爛赤小豆半升煮汁熱浸洗瘡日三五次{{*|손〮밠〮언〯 瘡차ᇰ 이〮브ᅀᅳ며〮 헤여〮디닐〮 고툐〮ᄃᆡ〮 블근〮 ᄑᆞᆺ〮 半반〮 되〮ᄉᆞᆯᄆᆞᆫ〮 므〮를〮 덥〯게〮 ᄒᆞ〮야〮 瘡차ᇰᄋᆞᆯ〮 ᄃᆞ〮마〮시수〮ᄃᆡ〮 ᄒᆞᄅᆞ 세〯버니〮나〮 다ᄉᆞᆺ〮 버니〮나〮 ᄒᆞ라〮}}
治寒凍足跟開裂血出疼痛牛皮膠燒細硏爲末以唾和塗之{{*|어러〮밠〮츠〮기 ᄠᅥ〮디〮어〮 피〮나고알히〮ᄂᆞ닐〮 고툐〮ᄃᆡ〮ᄉᆈ〯 갓프〮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추〮메 ᄆᆞ라〮 ᄇᆞᄅᆞ라〮}}
百一選方治凍瘡黃蘗燒存性細硏以雞子淸調傅破者乾摻神妙{{*|언〮 瘡차ᇰᄋᆞᆯ〮 고툐〮ᄃᆡ〮黃ᅘᅪᇰ蘗ᄇᆡᆨ〮 을〮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ᄃᆞᆯᄀᆡ〮앐〮 ᄆᆞᆯᄀᆞᆫ〮 므〮레〮 ᄆᆞ〮라〮브티〮라〮 허〯닌〮ᄆᆞᄅᆞ닐〮 ᄲᅵ후〮미〮 됴〯ᄒᆞ니〮라〮}}
得效方治足上凍爛生瘡黃丹爲末用猪脂調傅妙{{*|바〮리〮ᄃᆞ〮라 헤여〮디닐〮 고툐〮ᄃᆡ〮 黃ᅘᅪᇰ丹단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도ᄐᆡ〮 기르〮메〮 ᄆᆞ라〮브튜〮미〮 됴〯ᄒᆞ니〮라〯}}
衛生寶鑑如神散治凍瘡皮膚破爛痛不可忍大黃爲細末新水調搽凍破瘡上{{*|}}
凍도ᇰ〮瘡차ᇰ〮 이〮 갓과〮 ᄉᆞᆯ〮쾌〮 헤여〮디〮여〮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닐〮 고툐〮ᄃᆡ〮大땡〮黃ᅘᅪᇰ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ᆺ기룬〮 므〮레〮프〮러 헌〯듸〮 ᄇᆞᄅᆞ라〮
衛生十全方治凍瘡 落蘇根{{*|卽茄子也}}濃煎湯洗了以雀兒腦髓塗之立効茄子莖葉枯者煮洗之{{*|}}
凍도ᇰ〮瘡차ᇰ을〮 고툐〮ᄃᆡ〮 가짓 불휘ᄅᆞᆯ〮툽투비 글혀〮 싯고〮 새〯 머릿〮 骨고ᇙ〮髓ᄉᆔᆼ〯로〮 ᄇᆞᄅ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ᄯᅩ〮 가짓 줄기〮와〮 닙이우〮닐〮 글혀〮 시스〮라〮
又方黃丹炒令色變 風化石灰{{*|等分}}右拌勻每一兩許沸湯浸洗患處冷卽止不過三洗効{{*|}}
ᄯᅩ〮 黃ᅘᅪᇰ丹단ᄋᆞᆯ〮봇가〮 비〮치〮다ᄅᆞ게〮 코〮 ᄇᆞᄅᆞ매〮ᄂᆞᆯ욘〮 石쎡〮灰횡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섯거〮 골아〮 ᄒᆞᆫ 兩랴ᇰ만〮글는 므〮레〮 ᄃᆞᆷ가〮 알ᄑᆞᆫ ᄃᆡ〮 시수〮ᄃᆡ〮 ᄎᆞ〮거든〮 말〮면〮 세〯 번 시수〮믈〮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라〮
凍死聖惠方治凍死方以大器中多熬灰使煖囊盛以摶其心冷卽更易心煖氣通目轉則口乃亦開可與溫酒服粥淸稍稍嚥之卽活若不先溫其心便將火灸其身冷氣與火相摶急卽不活也{{*|}}
어러〮주그〮닐〮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큰〮그르〮세〮 ᄌᆡ〮ᄅᆞᆯ〮만〯히〮 봇가〮 덥〯게〮 ᄒᆞ〮야〮 주머니〮예〮녀허〮 가〮ᄉᆞ〮매〮노햇〮다가〮 ᄎᆞ〮거든〮 즉〮재 ᄀᆞᆯ라〮ᄆᆞᅀᆞ미〯 더워〮 氣킝〮分분이〮 通토ᇰᄒᆞ며 누〮니 돌〯면〮 이〮비 ᄯᅩ〮 열〯리니〮어루〮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며〮粥쥭〮므〮를〮 漸쪔〯漸쪔〯 ᄉᆞᇝ기〮면〮 곧〮 사〯ᄂᆞ니〮ᄒᆞ〮다가〯 그 ᄆᆞᅀᆞᄆᆞᆯ〮ᄃᆞᆺ게〮 아니〮코〮 곧〮 블〮로〮 그 모〮ᄆᆞᆯ〮ᄧᅬ〯 면〮 ᄎᆞᆫ〮 氣킝〮分분이 블〮와〮 서르사화〮 ᄲᆞᄅᆞ면〮 곧〮사〯디〮 몯〯ᄒᆞ〮ᄂᆞ〮니라〮
本朝經驗粥飮醬湯爲上飮酒次之{{*|}}
粥쥭〮믈〮와〮쟈ᇰ〯ᄭᅮ기〮 위두코〮 술 머구〮미〮버그〮니라〮
==中暑第三==
聖惠方治熱暍心悶方以熱土及熬熱灰土壅其臍上佳{{*|}}
中듀ᇰ〮暑셩〮ᄒᆞ〮야〮 ᄆᆞᅀᆞᆷ 답답ᄒᆞ니〮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더운〮 ᄒᆞᆰ과〮 봇ᄀᆞᆫ〮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우희〮 두프〮면〮 됴〯ᄒᆞ〮니라〮
又方濃煮蓼取汁一大盞分二服飮之愈{{*|}}
ᄯᅩ〮엿귀〮ᄅᆞᆯ〮 두터이〮 글혀〮 汁집〮을〮 取츙〯ᄒᆞ〮야〮 큰〮 ᄒᆞᆫ 盞잔ᄋᆞᆯ〮 두〮 服뽁〮애〯 ᄂᆞᆫ화〮 머그〮면〮 됻〯ᄂᆞ〮니〮라〮
又方生地黃汁一中盞溫暖服之{{*|}}
ᄯᅩ〮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汁집〮 ᄒᆞᆫ 中듀ᇰ盞잔〮을〮데여〮 머그〮라〮
又方取麵一兩以溫水一中盞攪和服之{{*|}}
ᄯᅩ〮 밄〮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을〮 ᄃᆞᄉᆞᆫ〮 믈〮 ᄒᆞᆫ 中듀ᇰ盞잔〮애〮 프〮러 머그〮라〮
又方服地漿一盞卽愈{{*|}}
ᄯᅩ〮地띵〮漿쟈ᇰ ᄒᆞᆫ 盞잔〮ᄋᆞᆯ〮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地띵〮漿쟈ᇰᄋᆞᆫ〮ᄯᅡ해〮 져〯근 굳〮 ᄑᆞ〮고〮 믈〮 브ᅀᅥ〯니기〮 후ᇰ〯두ᅌᅲᆫ〮 므〮리라〯
千金方治熱暍取道上熱塵土以壅心上少冷則易氣通止{{*|}}
더우〮며닐〮 고툐〮ᄃᆡ〮길헷〯 더운〮ᄒᆞᆯᄀᆞ〮로〮 가ᄉᆞ〮매〮여ᇇ고〮 져〯 기 식거든〮 ᄀᆞᆯ오〮 氣킝〮分분이〮通토ᇰ커든〮 말〯라〮
又方張死人口令通以暖湯徐徐灌口中小擧死人頭令湯入腹湏臾卽蘇{{*|}}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이〮블〮버〯리혀〮 通토ᇰ케〮 ᄒᆞ고〮 더운〮믈〮로〮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이베〮 븟고〮 주근〮 사〯ᄅᆞᄆᆡ〮 머리〮ᄅᆞᆯ〮 져〯기〮 드러〮 더운〮 므〮리〮 ᄇᆡ에들〮에〮 ᄒᆞ면〮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살〯리라〮
又方使人噓其心令暖易人爲之{{*|}}
ᄯᅩ〮 사〮ᄅᆞ〮ᄆᆞ로〮 가〮ᄉᆞ〮매〮 잆〮김〯 드〮려 덥〯게〮 호〮ᄃᆡ〮 사〯ᄅᆞᄆᆞᆯ〮ᄀᆞ람〮 ᄒᆞ라〮
又方抱狗子若雞着心上熨之{{*|}}
ᄯᅩ〮 가ᇰ아지〯와〮 ᄃᆞᆰ과〮ᄅᆞᆯ〮 아나〮 가ᄉᆞᆷ 우희〮다혀 熨ᅙᅮᇙ〮ᄒᆞ라
又方屋上南畔瓦熱熨心冷易之{{*|}}
ᄯᅩ〮 집 우흿 南남녁ᄀᆞ〮ᅀᅢᆺ〮 디새〮ᄅᆞᆯ 덥〯게〮 ᄒᆞ〮야〮 가ᄉᆞ〮매〮 熨ᅙᅮᇙ〮호〮ᄃᆡ〮 식거든〮 ᄀᆞᆯ라〮
壽域神方車輪土五錢冷水調澄淸服之妙{{*|}}
술윗〮ᄠᅵ옛〯 무든 ᄒᆞᆰ 닷 도〯ᄂᆞᆯ〮 ᄎᆞᆫ〮므레〮 프〮러〮ᄆᆞᆰ안초〮아 머그〮면〮 됴〯ᄒᆞ니라〮
又方中暑發昏以新汲水滴入鼻孔用扇搧之重者以地漿灌則醒與冷水飮則死{{*|}}
ᄯᅩ〮 中듀ᇰ〮暑쎵〮ᄒᆞ〮야〮 어즐〮커든〮 ᄀᆞᆺ 기!른〮!룬〮! 믈〮로곳〮굼긔〮 처〮디〯오〮 부체〮로〮부츠라〮 重뜌ᇰᄒᆞ니〮란〮 地띵〮漿쟈ᇰᄋᆞ로〮 브ᅀᅳ면 ᄭᆡ〮ᄂᆞ니〮 ᄎᆞᆫ〮 믈〮 ?머?기〮면〮 ?죽?ᄂᆞ니〮라〮
又方用大蒜三兩瓣細嚼溫湯送下仍禁冷水卽愈{{*|}}
ᄯᅩ〮 굴〯근〮 마ᄂᆞᆯ〮 두〯ᅀᅥ알〮 ᄒᆞᆯ ?ᄂᆞ?로니 십고〮 더운〮믈〮로〮ᄂᆞ리〮오고〮 ᄎᆞᆫ〮 므〮를〮 먹디〮 말〯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中熱暍死用路上熱土大蒜等分爛硏水調去粗飮之卽活{{*|}}
ᄯᅩ〮더위〮몌여〮 죽거든〮 길헷〮 더운〮 ᄒᆞᆰ과〮 굴〯근〮마ᄂᆞᆯ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ᄂᆞ로니 ᄀᆞ〮라 므〮레〮 프〮러〮 즛의 앗〯고〮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管見大全良方云若偶在無人所居之境一時無湯可移病人安於樹陰之下却掬路上熱土安於病人臍上仍撥開作一窮以人注尿於其中得暖卽活{{*|}}
ᄒᆞ다가〮마!조〮!초〮!아 사〮ᄅᆞᆷ 업〯슨〮 ᄯᅡ해이셔〮 더운〮믈 업〯거든〮 病뼈ᇰ〮人ᅀᅵᆫᄋᆞᆯ 옮겨〮 나못〮ᄀᆞ〮ᄂᆞᆯ해 두고〮 길헷〮 더운 ᄒᆞᆯᄀᆞᆯ〮?우?희〮여〮 病뼈ᇰ〮人ᅀᅵᆫ의 ᄇᆡᆺ복 우희〮노코〮 헤혀〮 ᄒᆞᆫ굼글〮 짓〯고〮 사〯ᄅᆞ미〮 그 가온〮ᄃᆡ〮 오좀〮 누면〮 더우〮면〮 곧 사〯ᄂᆞ〮니라〮
==中氣第四==
和劑方指南云氣中證候者多生於驕貴之人因事激挫忿怒盛氣不得宣泄逆氣上行忽然仆倒昏迷不省人事牙關緊急手足拘攣其狀與中風無異但口內無涎聲此證只是氣中不可妄投取涎發汗等藥而反生他病但可與七氣湯分解其氣散其壅結其氣自止七氣湯連進效速更可與蘇合香元{{*|}}
氣킝〮中듀ᇰ〮ᄒᆞᆫ 證지ᇰ은〮해〯 豪ᅘᅩᇢ貴귕ᄒᆞᆫ 사〯ᄅᆞ미이〯ᄅᆞᆯ〮 因ᅙᅵᆫᄒᆞ〮야〮!긱!격〮!발〮ᄒᆞ며〮 것기〮여〮 忿푼〯怒농〯ᄒᆞ〮야〮 氣킝〮分분이〮 盛쎠ᇰ〮호〮ᄃᆡ펴ᄃᆞᆯ〮 몯〯ᄒᆞ〮야〮 氣킝〮分분〮이거스〮러〮 우흐〮로〮올오〮매나〮 믄〮득〯업더〮디〮여 어〮즐〮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고〮 니〮세워드〮며 손〮바리뷔〯트〯리 그 야ᇰ〯이〮 中듀ᇰ〮風보ᇰ과〮 다ᄅᆞ디〮 아니〮ᄒᆞ니 오직〮 입〮 안해〮 추ᇝ〮소ᄅᆡ〮 업〯스니〮 이〮 證!시ᇰ〮!지ᇰ〮!이〮 곧〮 이〮 氣킝中듀ᇰ〮이〮니〮간대로〮 춤〮아ᅀᆞ며〮 ᄯᆞᆷ〮내〯욤 ᄃᆞᆯ〮햇〮 藥약〮ᄋᆞᆯ ᄡᅥ〮도ᄅᆞ혀〮 다ᄅᆞᆫ 病뼈ᇰ나긔〮 호〮미〮 몯〯ᄒᆞ리〮니〮 오직〮七치ᇙ氣킝湯!다ᇰ!타ᇰ! ᄋᆞᆯ 머겨〮 그 氣킝〮分분을ᄂᆞᆫ화〮 노기며〮막?딜?여〮 ᄆᆡ요〮ᄆᆞᆯ〮 흐트〮면〮 그 氣킝分분이〮 절로〮긋ᄂᆞ니〮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ᆯ〮닛우〮 머기〮면〮 效ᅘᅭᇢ〮驗ᅌᅥᆷ〮이〮 ᄲᆞ〮ᄅᆞ니〮 ᄯᅩ〮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을〮머규미〮 됴〯ᄒᆞ〮니라〮
七氣湯治虛冷上氣及寒熱怒恚喜憂愁等氣內結積聚堅牢如柸心腹絞痛不能飮食時發時止發則欲死半夏{{*|湯洗七次焙五兩}}人蔘{{*|去蘆}}甘草{{*|灸}}肉桂{{*|去麤皮各一兩}}右剉每服三錢水一大盞入生薑三片煎至七分去滓稍熱服食前{{*|}}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ᆫ虛!힝!헝!冷ᄅᆡᇰ〯 ᄒᆞ야〮 氣킝〮分분이〮오ᄅᆞ니〮와〮 寒ᅘᅡᆫ과〮 熱ᅀᅧᇙ〮와〮 怒농〯와〮 깃붐〮과〮 시름〮 ᄃᆞᆯ〮햇〮 氣킝〮分분이〮 안해〮모다〮 구두〮미〮 진〮 ᄀᆞᆮ〮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파〮 飮ᅙᅳᆷ〯食씩〮 몯〮ᄒᆞ며〮 잇다감〮 發버ᇙᄒᆞ며잇다감〮 그처 發버ᇙ〮ᄒᆞ면〮 죽ᄂᆞ닐〮 고티〮ᄂᆞ니〮 半반〮夏ᅘᅡᆼ〮ᄅᆞᆯ 더운〮 므〮레〮 닐〮굽 번 시서 焙ᄈᆡᆼ乾건호〮니〮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蔘ᄉᆞᆷᄋᆞᆯ〮 !이!머!리〮!비!버!히고〮 甘감草초ᇢ〮ᄅᆞᆯ〮 굽고〮 肉ᅀᅲᆨ〮桂ᄀᆒᆼ〮ᄅᆞᆯ〮麤총ᄒᆞᆫ 것밧교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 돈〮애〮 믈 ᄒᆞᆫ 大땡〮?盞?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 너허〮 七치ᇙ〮分분을〮 글혀〮 즛의 앗〮고〮 져〯기 덥〮게 ᄒᆞ〮야〮 食씩〮前쩐에〮 머기〮라〯
澹療方獨香湯主中氣閉目不語四肢不收昏沈等證南木香爲末每服一錢冬瓜子煎湯調下{{*|}}
獨똑〮香햐ᇰ〮湯타ᇰ은〮 中듀ᇰ〮氣킝〮ᄒᆞ야〮 눈〮ᄀᆞᆷ〮고〯 말〯 몯〯고〮 四ᄉᆞᆼ〮肢징를〮 거두〮디〮 몯〯ᄒᆞ고 昏혼沈띰 等드ᇰ〯엣〮 證지ᇰ?에〮? 主즁〯ᄒᆞ니〮 南남木목〮香햐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 錢쩐을冬도ᇰ瓜광 ᄡᅵ〮글휸〮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廻陽湯治中氣脉弱大叚虛怯等證 川烏{{*|生去皮臍}}附子{{*|生去皮臍各半兩}}乾薑{{*|炮二錢}}靑皮{{*|去穰一兩}}益智仁{{*|一兩}}右剉每服三錢水二盞生薑七片棗一枚同煎至一盞去滓溫服或入小木香{{*|}}
ᄯᅩ〮廻ᅘᅬᆼ陽야ᇰ湯타ᇰ 은〮 中듀ᇰ氣킝〮ᄒᆞ〮야〮 脉ᄆᆡᆨ〮이〮 弱ᅀᅣᆨ〮ᄒᆞ〮야 ᄀᆞ자ᇰ〮 虛헝弱ᅀᅣᆨ〮ᄒᆞᆫ〮 等드ᇰ〯엣〮 證지ᇰ〮을〮 고티ᄂᆞ니川ᄎᆑᆫ烏ᅌᅩ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과〮 앗〯고〮 附뿡〮子ᄌᆞ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아ᅀᅩ〮니〮 各각 半반〮 兩랴ᇰ〯과〮 乾간薑가ᇰ 炮뽀ᇢ호〮니 두〯 돈〮과〮 炮뽀ᇢᄂᆞᆫ〮 믈〮 저즌〮 죠ᄒᆡ〮예〮 ᄡᅡ〮노ᄋᆞᆯ압〮ᄌᆡ〮예 무더〮구을〮시〮라〮 靑쳐ᇰ皮삥솝〮 아ᅀᅩ〮니〮 ᄒᆞᆫ 兩랴ᇰ〮과〮 益ᅙᅧᆨ〮智딩〮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三삼錢쪈에〮 믈 두〯 盞잔〮과〮 生ᄉᆡᇰ薑가ᇰ 닐굽〮 片편〮과〮 大땡〮棗조ᇢ〯 ᄒᆞᆫ ᄂᆞᆺ〯과〮 ᄒᆞᆫᄃᆡ〮 글혀 ᄒᆞᆫ 盞잔애〮 니르〮거든〮 즛의 앗〯고〮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시혹〮小쇼ᇢ木목〮香햐ᇰ ᄋᆞᆯ〮 더드〮리ᄂᆞ니라〮
==中忤中惡鬼氣第五==
經驗良方云其證暮夜或登廁或出郊野或遊空冷屋室或人所不至之地忽然眼見鬼物鼻口吸着惡鬼氣驀然倒地四肢厥冷兩手握拳口鼻出淸血性命逡巡湏臾不救此證與尸厥同但腹不鳴心脇俱暖凡中惡驀然倒地切勿移動其尸卽令親戚衆人圍繞打鼓燒火或燒射香安息蘇木香樟木之類直候醒記人事方可移歸犀角{{*|鎊屑硏爲細末半兩}}射香 朱砂{{*|各一分}}已上爲細末每服二錢井水調服灌之如無前藥用雄黃一味爲末每服一錢煎桃枝葉湯調灌又無雄黃用故汗衣或觸衣汗衣者着在身上多時久遭汗者佳觸衣者久着內衣襯衣也男用婦衣婦用男衣燒灰每服二錢百沸湯調下{{*|}}
그 證지ᇰ〮이〮 바ᄆᆡ〮 시혹〮 뒷〯가내〮 오ᄅᆞ거나〮 시혹〮드르〮헤〮 나〮가〮거나〮 시혹〮뷘〯 ᄎᆞᆫ〮 房바ᇰ의〮 놀〯어나〮 시혹〮 사ᄅᆞ미〮 가디〮 아니〮ᄒᆞ〮ᄂᆞᆫ〮 ᄯᅡ해〮 믄득〮 누네〮 귓것 보며〮 고〮콰〮 입〮과〮로〯모〯딘〮 귓거싀〮 氣킝〮分분을〮 마시〮거나〮 ᄒᆞ〮야〮 믄득〮 ᄯᅡ해〮그우러〮디〮여〮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두〯 소〮니〮쥐〯오〮 입〮과〮 고해〮ᄆᆞᆯᄀᆞᆫ〮 피〮 흘러〮性셔ᇰ〮命며ᇰ〮이〮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이〮 證지ᇰ이〮尸싱厥궈ᇙ〮 와〮 ᄀᆞᆮ〮ᄒᆞ니〮 오〮직〮 ᄇᆡ〮우〯디〮 아니〮ᄒᆞ고〮 가ᄉᆞᆷ〮과〮녀비〮 다〯더우〮니라〮 믈〮읫 中듀ᇰ〮惡ᅙᅡᆨ〮 ᄒᆞ〮야〮 믄득〮 ᄯᅡ해〮 그우러디〮거든〮자ᇝ〯간도〮 그주거〮믈〮 옮기〮디〮 말〯오〮 즉〮재아ᅀᆞᆷ〮과〮 한 사〯ᄅᆞ〮ᄆᆞ로〮 圍ᅌᅱᆼ繞ᅀᅭᇢ〮ᄒᆞ〮야〮붑〮 두드〮리며〮 블〮다히〮게 ᄒᆞ며〮 시혹〮射썅〮香햐ᇰ 과〮安ᅙᅡᆫ息씩〮香햐ᇰ 과〮 蘇송木목〮香햐ᇰ과〮樟자ᇰ木목〮 ㅅ類ᄅᆔᆼᄅᆞᆯ〮 ᄉᆞ〮라〮 人ᅀᅵᆫ事ᄊᆞᆼ〮ᄎᆞ〮료ᄆᆞᆯ〮 기드〮려〮 옮겨〮 갈〯디〮니라〮犀솅角각〮 ᄋᆞᆯ〮슬허〮 ᄀᆞ〮라〮 細솅〮末마ᇙ〮호니〮 半반〮 兩!라ᇰ〮!랴ᇰ〮!과〮 射썅〮香햐ᇰ과〮 朱즁砂상와〮 各각〮 ᄒᆞᆫ 分분을〮 細솅〮末마ᇙ〮ᄒᆞ〮야〮 每ᄆᆡᆼ〯服뽁〮二ᅀᅵᆼ〮錢쪈을〮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브ᅀᅳ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錢쪈을〮복셩홧가〮지 와〮 닙〮 글횬〮 므〮레〮 프〮러〮 브ᅀᅳ라〮 ᄯᅩ〮雄ᅘᅮᇰ黃ᅘᅪᇰ 업〯거든〮 ᄂᆞᆯᄀᆞᆫ〮 ᄯᆞᆷ〮오〮시나〮 시혹〮觸쵹〮衣ᅙᅴᆼ어나〮 ᄯᆞᆷ〮오〯ᄉᆞᆫ 모매〮 오래〮 니버〮 오래〮 ᄯᆞᆷ〮ᄇᆡ니〮 됴〯코〮 觸쵹〮衣ᅙᅴᆼᄂᆞᆫ 오래F 니븐〮솝〯오〮시라〮 남진ᄋᆞᆫ〮겨〯지븨〮 오〮ᄉᆞᆯ〮 ᄡᅳ〮고〮 겨〯지븐〮 남지〮늬〮 오〮ᄉᆞᆯ ᄡᅮᆯ〮디니〮 ᄌᆡ〮 ᄉᆞ라〮 每ᄆᆡᆼ〯服뽁〮 二ᅀᅵᆼ〮錢쪈을〮 一ᅙᅵᇙ百ᄇᆡᆨ〮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聖惠方治卒客忤有似卒死生昌蒲根擣絞取汁二三合灌下立愈{{*|}}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니〮 ᄀᆞᆮ〮ᄒᆞ닐〮 고툐〮ᄃᆡ〮 ᄂᆞᆯ昌챠ᇰ蒲뽕 ㅅ 불휘〮ᄅᆞᆯ〮디허〮 汁집〮ᄲᅡ〮 두〯ᅀᅥ〮 호ᄇᆞᆯ〮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治中惡心痛欲絶方釜底墨{{*|半兩}}塩{{*|一錢}}右件藥和硏以熱水一盞調頓服之{{*|}}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알파〮 죽ᄂᆞ닐〮 고툐〮!ᄐᆡ〮!ᄃᆡ〮!가마 미틧〮 검듸여ᇰ 半반〮 兩랴ᇰ〯과〮 소곰 ᄒᆞᆫ 돈〯ᄋᆞᆯ〮섯거〮 ᄀᆞ〮라〮 더운〮믈〮 ᄒᆞᆫ 盞잔〮애〮 프〮러 다〯 머그〮라〮
又方中惡氣絶以上好朱砂細硏於舌上書鬼字又額上亦書之此法極效{{*|}}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 긋거든 ᄀᆞ자ᇰ 됴〯ᄒᆞᆫ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혀〮에〮鬼귕〯ㅈ字ᄍᆞᆼ〮 ᄅᆞᆯ〮스〮고〮 ᄯᅩ〮니마〮희〮 술〮디니〮 이〮 法법〮이〮지〮극 됴〯ᄒᆞ〮니라〮
又方鬼神所擊諸術不治熟艾如鴨子大二枚水二盞煮取五分去滓頓服{{*|}}
ᄯᅩ〮 귓거시〮텨〮 여러〮 法법〮으〮로〮 고티〮디 몯〯ᄒᆞ〮거든〮 니근〮 ᄡᅮᆨ〮올〮ᄒᆡ알〮 만〮ᄒᆞ니〮 두〯 나〯ᄎᆞᆯ〮 믈〮 두〯 盞잔〮애〮 글혀〮 다ᄉᆞᆺ〮 分분을〯 取츙〯ᄒᆞ〮야〮 즛의 앗〯고〮 다〯 머그〮라〮
又方卒中鬼擊及刀兵所傷血滿膓中不出煩悶欲死雄黃一兩細硏如粉以溫酒調一分服日三服血化爲水{{*|}}
ᄯᅩ〮 귓거시〮 믄득〮 티며〮갈〮 잠개〮예〮 허러〮 피〮 토ᇰ〮 안해〮ᄀᆞᄃᆞᆨᄒᆞ〮야〮 나디〮 몯〯ᄒᆞ〮야〮답〮ᄭᅡ와〮 죽ᄂᆞ닐〮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ᄃᆞᄉᆞᆫ 수레〮 ᄒᆞᆫ 分뿐〮을〮 프〮러〮 ᄒᆞ〮ᄅᆞ 세〯 번곰〮 머그〮면〮 피〮 믈〮 ᄃᆞ외ᄂᆞ〮니라〮
千金方治卒忤塩八合以水三升煮取一升半分二服得吐卽愈若小便不通筆頭七枚燒作灰末水和服之卽通{{*|}}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니〮 고툐〮ᄃᆡ〮 소곰 여듧〮 호ᄇᆞᆯ〮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거〮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ᄒᆞ〮다가〮 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붇〮 머리〮 닐구〮블〮 ᄉᆞ〮라〮 ᄀᆞᄅᆞ !ᄃᆡᇰ!ᄆᆡᇰ!ᄀᆞ〮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葛氏備急方中惡證候視其上唇裏弦者有白如黍米大以針決去之{{*|}}
中듀ᇰ惡ᅙᅡᆨ 證지ᇰ〮이 웃입시울〮 !인!안!ᄒᆞᆯ 보〯ᄃᆡ〮 ᄒᆡᆫ〮 거시〮 기장ᄡᆞᆯ〮ᄀᆞᆮ〮ᄒᆞ니〮 잇ᄂᆞ니〮 바ᄂᆞᆯ〮로〮ᄯᅡ〮 아ᅀᅩᆯ〮디〮니라
又方半夏末如豆大吹鼻中{{*|}}
ᄯᅩ〮 半!빈〮!반〮!夏ᅘᅡᆼ〮末마ᇙ〮ᄋᆞᆯ〮 콩낫〯?만〮? 곳〮굼긔〮 불〯라〮
又方客忤者中惡之類也令人心腹絞痛脹滿氣衝心胸不卽治殺人 細辛 桂末等分內口中{{*|}}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ᄂᆞᆫ〮 中듕〮惡ᅙᅡᆨ〮ㅅ類ᄅᆔᆼ〮니〮 사〯ᄅᆞ〮ᄆᆞ로〮 가ᄉᆞᆷ〮 ᄇᆡ〮 알ᄑᆞ며〮탸ᇰ〯만〮ᄒᆞ〮야〮 氣킝〮分분이〮 가ᄉᆞ〮매〮다와티〮ᄂᆞ니〮 즉재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細솅〮辛신과〮桂궹〮皮삥 ㅅ ᄀᆞᆯᄋᆞᆯ〮等드ᇰ〯分분ᄒᆞ〮야〮 입〮 안해〮녀흐〮라〮
又方卒得鬼擊之病無漸卒着如人刀刺狀胸脇腹內絞急切痛不可抑按或卽吐血或鼻中出血或下血一名鬼排治之灸鼻下人中一壯立愈{{*|}}
ᄯᅩ〮 믄득〮 귓것 틴 病뼈ᇰ〮을〮 어〯더漸쪔〯漸쪔〯 아니〮ᄒᆞ〮야〮 믄득〮어〯두미〮 갈〮ᄒᆞ로〮 디르ᄂᆞᆫ ᄃᆞᆺ〮ᄒᆞ〮야〮 가ᄉᆞᆷ〮과〮 녑과〮 ᄇᆡ〮 안〮히ᄀᆞ자ᇰ〮 알파〮ᄆᆞᆫ지〮디〮 몯〯ᄒᆞ며〮 시혹〮 피〮ᄅᆞᆯ〮 吐통〮ᄒᆞ며〮 시혹〮 고해〮 피〮내〯며〮 시혹 아래〮 피〮나〮ᄂᆞ니〮 고툐〮ᄃᆡ〮 고〮 아랫〮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 을〮 ᄒᆞᆫ 붓글〮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臍下一寸三壯炙臍上一寸七壯{{*|}}
ᄯᅩ〮 ᄇᆡᆺ복 아랫〮一ᅙᅵᇙ〮寸촌〮ᄋᆞᆯ〮 세〮 붓글〮 ᄯᅳ〮고〮 ᄇᆡᆺ복 우 一ᅙᅵᇙ〮寸촌ᄋᆞᆯ 닐굽〮 붓글〮 ᄯᅳ라〮
又方以淳酒吹內兩鼻中{{*|}}
ᄯᅩ 됴〮ᄒᆞᆫ 술로 두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鼠屎末服如黍米不能飮之以少水和內喉中{{*|}}
ᄯᅩ〮 쥐ᄯᅩᆼᄋᆞᆯᄇᆞᆺ아〮 기자ᇰᄡᆞᆯ〮만〮 머구〮ᄃᆡ〮 먹디〮 몯〯거든〮 믈〮져〯기 ᄒᆞ〮야〮 프〮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簡方被鬼擊用竈心土爲末每服二錢新汲水調下及以少許吹鼻中{{*|}}
귓거싀〮게 마ᄌᆞ〮닐〮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먹그〮며 져〯기 고해〮 불〯라〮
又方{{*|恍惚見鬼}}發狂用平胃散加辰砂末棗湯調服{{*|}}
ᄯᅩ 어즐ᄒᆞ〮야〮 귓것 보〮아〮 미치〮거든〮平뼈ᇰ胃ᅌᅱᆼ〮散산〮 애〮 朱즁砂상ㅅᄀᆞᆯᄋᆞᆯ〮 녀허〮 大땡〮棗조ᇢ〯湯타ᇰ애〮 프〮러 머그〮라〮
又方中惡客忤卒死者用皂角末吹鼻或硏韭汁灌耳中以艾灸臍中百壯{{*|}}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닐〮 皂쪼ᇢ〯角각〮ㅅ ᄀᆞᆯᄋᆞᆯ〮 고해〮 불〯라〮 시혹〮 염〮굣〮 즈〮블 ᄀᆞ〮라 귀예〮 븟고〮 ᄡᅮ〮그로〮 ᄇᆡᆺ보ᄀ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붓글〮 ᄯᅳ〮라〮
又方中惡客忤垂死用射香一錢硏和醋二合服之卽差{{*|}}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죽ᄂᆞ닐〮 射썅〮香햐ᇰ ᄒᆞᆫ 돈〯 ᄀᆞ라 초에〮 프〮러 두〮 호ᄇᆞᆯ〮 머그〮면〮 즉재 !둍〯!됻〯!ᄂᆞ〮니라〯
壽域神方凡卒死或先病痛或常寢臥忽絶皆是中惡救之以葱黃心刺入鼻內男左女右入深五寸若目中出血佳又用葱管吹其兩耳兩鼻孔中{{*|}}
믈읫 믄득 주구미 시혹 몬져 病뼈ᇰ을 알커나 시혹샤ᇰ녜 자다가 믄득 죽ᄂᆞ니 다 이 中듀ᇰ惡ᅙᅡᆨ이니 救구ᇢ호ᄃᆡ 팟 누른엄으로 고 안해 녀호ᄃᆡ 남지는 왼녁 겨지븐 올ᄒᆞᆫ녀긔 기피 五ᅌᅩᆼ寸촌이들에 ᄒᆞ야 ᄒᆞ다가 누내 피나면 됴ᄒᆞ니라 ᄯᅩ 팟 니프로 두 귀와 두 곳굼글 불라
又方取小便灌其口數遍卽能語{{*|}}
ᄯᅩ 小쇼ᇢ便뼌을 이베 브ᅀᅩ믈 두ᅀᅥ 번 ᄒᆞ면 상20ㄴ곧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中惡短氣欲死灸足兩大𧿹趾上甲後聚毛中各十四壯不愈再灸十四壯{{*|}}
ᄯᅩ 中듕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뎔어 죽ᄂᆞ닐두 발엄지가락 톱 뒷 털 난ᄯᅡᄒᆞᆯ 열네 붓곰 ᄯᅮ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시 열네 붓글 ᄯᅳ라
又方驚怖死者用溫酒灌之卽蘇{{*|}}
ᄯᅩ 놀라 주그닐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鬼魘鬼打第六==
經驗良方其證初到客舍或官驛及久無人居冷房睡中覺鬼物魘打但聞其人吃吃作聲便令人呌喚如呌不醒此乃鬼魘也湏臾不救則死 牛黃 雄黃{{*|各一錢}}朱砂{{*|半錢}}巳上各硏爲細末和勻每挑一錢許床下燒次挑一錢用酒調灌之如無前藥用桃柳枝取東邊各三七寸煎湯三盞候溫倂灌服又無桃柳枝用竈心土搥碎爲細末每服二錢新汲井花水調灌更挑半指甲許吹入鼻中更用艾灸人中穴在鼻下幷灸兩脚大拇指內離甲一薤葉許各灸一七壯卽活{{*|}}
그 證지ᇰ이 客ᄏᆡᆨ舍상ㅣ어나 시혹 驛역이어나 오래 사ᄅᆞᆷ 업슨 ᄎᆞᆫ 房바ᇰ의 자다가 귓거시 누르며툐ᄆᆞᆯ 아라 오직 그 사ᄅᆞ미헐헐ᄒᆞᆯ 소릴 듣고 곧 사ᄅᆞᄆᆞ로 브르게 ᄒᆞᆯ디니블로ᄃᆡ ᄭᆡ디 아니ᄒᆞ면 이 귓거시 눌로미니 아니한 사ᅀᅵᄅᆞᆯ 救구ᇢ티 아니ᄒᆞ면 죽ᄂᆞ니 牛ᅌᅮᇢ黃ᅘᅪᇰ과 雄ᅘᅮᇰ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돈과 朱즁砂상 半반 돈ᄋᆞᆯ 各각各각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골오 섯거 ᄒᆞᆫ 돈만 ᄯᅥ 사ᇰ 아래 ᄉᆞᆯ오 버거 ᄒᆞᆫ 돈ᄋᆞᆯ 수레 프러 머기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복샤ᇰ화나모와 버드나못 가지ᄅᆞᆯ 東도ᇰ녁긔칠 상22ㄱ各각各각 세닐굽 寸촌ᄋᆞᆯ 가져다가 므레 글혀 세 盞잔ᄋᆞᆯ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복샤ᇰ화나모 버듨가지 업거든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룬 井졍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머기고 ᄯᅩ 半반 소ᇇ톱만 ᄯᅥ 고해 부러 드리고 ᄯᅩ ᄡᅮ그로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ᄯᅳ고 두 발 엄지가락 안해 밠토브로 ᄒᆞᆫ 부ᄎᆡᆺ닙 만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ᄒᆞᆫ닐굽 붓글 ᄯᅳ면 곧 사ᄂᆞ니라
千金方治鬼擊雞屎白{{*|如棗大}}靑花麻一把{{*|卽常用麻}}右二味以酒七升煮取三升熱服須臾發汗若不汗熨斗盛火灸兩脇下使熱汗出愈{{*|}}
귓것 티닐 고툐ᄃᆡ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것 대초만과 삼 ᄒᆞᆫ 줌과 두 가지ᄅᆞᆯ 술 닐굽 되로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더우닐 머그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ᄯᆞᆷ나ᄂᆞ니 ᄒᆞ다가 ᄯᆞᆷ나디 아니커든다리우리예 블 다마 두 녁 녀블ᄧᅬ야 덥게 ᄒᆞ면 ᄯᆞᆷ나면 됻ᄂᆞ니라
聖惠方卒魘忌燈火照照則神魂遂不復入乃至於死人有於燈光前魘者本在明處是以不忌火也{{*|}}
ᄀᆞ오누르이닐 블혀 뵈요미 몯ᄒᆞ리니 블 뵈면 넉시 도로 드디 아니ᄒᆞ야 죽ᄂᆞ니라 블 현 ᄃᆡ 이셔 ᄀᆞ오누르이닌본ᄅᆡ ᄇᆞᆯᄀᆞᆫ ᄃᆡ 이실ᄉᆡ 블 혀미 므던ᄒᆞ니라
治卒魘昏昧不覺方右以皂莢末用細竹管吹兩鼻中卽起三兩日猶可吹之{{*|}}
믄득 ᄀᆞ오누르여 ᄎᆞ림 몯ᄒᆞ거든皂쪼ᇢ莢겹 ᄀᆞᆯᄋᆞᆯ ᄀᆞᄂᆞᆫ 대로 두 곳굼긔 불면 즉재니ᄂᆞ니 잇사ᄋᆞ래도 어루 불리라
又方治卒魘右以雄黃細硏以蘆管吹入兩鼻中桂心末亦得{{*|}}
ᄯᅩ 과ᄀᆞᆯ이ᄀᆞ오눌엿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ᄀᆞᆯ로 부러 두 고해 녀흐라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ᄅᆞ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菖蒲末吹兩鼻中以桂末納於舌下亦得{{*|}}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불오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ᆯ 혀 아래 녀후미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雄黃如棗核大繫於左臂令人終身不魘寐也{{*|}}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ᆼᄋᆞᆯ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ᄒᆞ닐 왼녁ᄇᆞᆯᄒᆡ ᄃᆞ라 두면 사ᄅᆞᄆᆞ로 죽ᄃᆞ록 ᄀᆞ오누르이디 아니케 ᄒᆞᄂᆞ니라
又方服猪脂如雞子大卽差未差再服{{*|}}
ᄯᅩ 猪뎡脂징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 됴티 아니커든 다시 머그라
備急大全良方療臥忽不悟愼勿以火照則殺人但唾其面更痛囓足大拇指甲際卽省更以半夏末吹入鼻中更以韭葉擣取自然汁灌鼻孔中冬月用韭根擣取自然汁灌卽活{{*|}}
자다가 ᄭᆡ디 몯ᄒᆞ닐 고툐ᄃᆡ 자ᇝ간도 블 혀 뵈디마롤디니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오직 ᄂᆞᄎᆡ 춤받고 ᄯᅩ 발엄지가락 톱 ᄉᆞᅀᅵᄅᆞᆯᄆᆡ이 믈면 즉재 ᄭᆡᄂᆞ니라 ᄯᅩ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곳굼긔 불오 ᄯᅩ 부ᄎᆡᆺ 니플 디허 즈브로 곳굼긔 브ᅀᅳ라겨ᅀᅳ렌 부ᄎᆡᆺ 불휘ᄅᆞᆯ 디허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取츙ᄒᆞ야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卒死第七==
千金方治卒死無脉牽牛臨鼻上二百息牛舐必瘥牛不肯舐着塩汁塗面上牛卽肯舐{{*|}}
가ᄀᆞ기 주거 脉ᄆᆡᆨ업스닐 고툐ᄃᆡ 쇼ᄅᆞᆯ잇거 고 우희 다혀 二ᅀᅵᆼ百ᄇᆡᆨ 버ᄂᆞᆯ숨쉬울디니 ᄉᆈ 할ᄒᆞ면 반ᄃᆞ기 됻ᄂᆞ니라쇼옷 할티 아니커든 소곰므를 ᄂᆞᄎᆡ ᄇᆞᄅᆞ면 ᄉᆈ 곧 할ᄂᆞ니라
又方馬屎絞取汁飮之無新者水和乾者亦得{{*|}}
ᄯᅩ ᄆᆞᆯᄯᅩᇰᄋᆞᆯ ᄧᅡ 즈블 取츙ᄒᆞ야 마시라 새 업거든 므레 ᄆᆞᄅᆞ닐 프러도 ᄯᅩ 됴ᄒᆞ니라
肘後方乾者以人溺解之{{*|}}
ᄆᆞᄅᆞ닌 사ᄅᆞᄆᆡ 오조ᄆᆞ로 플라
又方灸熨斗熨兩脇下又治尸厥{{*|}}
ᄯᅩ 다리우릴 데여 두 녀블 울ᄒᆞ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針閒使各百餘息又灸鼻下人中又治尸厥{{*|}}
ᄯᅩ閒간使ᄉᆞᆼ ᄅᆞᆯ 針짐호ᄃᆡ 一ᅙᅵᇙ百ᄇᆡᆨ 숨 남ᄌᆞ기 ᄒᆞ고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ᄯᅳ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方治五絶夫五絶者一曰自縊二曰墻壁壓迮三曰溺水四曰魘寐五曰産婦乳絶取半夏一兩細下篩吹一大豆許內鼻中卽活心下溫者一日亦可活{{*|}}
ᄯᅩ 다ᄉᆞᆺ 주그닐 고티ᄂᆞ니 ᄒᆞ나ᄒᆞᆫ 목 ᄆᆡ야 주그니오 둘흔 담지즐이니오 세흔 므레 ᄲᅡ디니오 네흔ᄀᆞ오누르이니오 다ᄉᆞᄉᆞᆫ 아기나타가 주그니니 半반夏ᅘᅡᆼ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처 큰 콩 낫만 ᄒᆞ닐 곳굼긔 부러 녀흐면 즉재 사ᄂᆞ니 가ᄉᆞ미 ᄃᆞᄉᆞ닌ᄒᆞᆯ리라도 ᄯᅩ 어루 살리라
聖惠方卒死中惡及尸厥以緜漬好酒手挼汁令入鼻中幷持其手足莫令驚動{{*|}}
과ᄀᆞᆯ이 주그니와 中듀ᇰ惡ᅙᅡᆨᄒᆞ니와 尸싱厥궈ᇙᄒᆞ니ᄅᆞᆯ소오ᄆᆞ로 됴ᄒᆞᆫ 술저져 소ᄂᆞ로 汁집을ᄲᅡ 곳굼긔 들에 ᄒᆞ고 손바ᄅᆞᆯ 자바 놀라디 아니케 ᄒᆞ라
又方擣韮取汁以灌口中{{*|}}
ᄯᅩ 부ᄎᆡᄅᆞᆯ 디허 汁집을 取츙ᄒᆞ야 이베 브ᅀᅳ라
又方取猪膏如雞子大以醋一合煮沸灌喉中良{{*|}}
ᄯᅩ 猪뎡膏고ᇢ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醋총 ᄒᆞᆫ 호배 글혀 모ᄀᆡ 브ᅀᅳ면 됴ᄒᆞ니라
又方卒死而壯熱者用白礬半斤以水二豆斗煮消以漬脚卽活{{*|}}
ᄯᅩ 과ᄀᆞᆯ이 죽고 壯자ᇰ히 熱ᅀᅧᇙᄒᆞ닐白ᄈᆡᆨ礬뻔 半반 斤근ᄋᆞᆯ 믈 두 마래 글혀 노겨허튀ᄅᆞᆯ ᄃᆞᄆ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用小便灌其面卽能迴語{{*|}}
ᄯᅩ 小쇼ᇢ便뼌으로 ᄂᆞᄎᆡ ᄲᅳ리면 즉재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以雄雞頭取血以塗其面乾復塗之{{*|}}
ᄯᅩ 수ᄃᆞᆯᄀᆡ 머리엣 피 내아 ᄂᆞᄎᆡ ᄇᆞᄅᆞ고 ᄆᆞᄅᆞ거든 다시 ᄇᆞᄅᆞ라
又方治忤打死心稍暖取葱白納於下部中及鼻中湏臾卽活{{*|}}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ㅣ어나귓거시 텨 주그니 가ᄉᆞ미져기 ᄃᆞᆺᄒᆞ닐 고툐ᄃᆡ 파ᄒᆞᆯ밋구무와 곳굼긔 녀흐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사ᄂᆞ니라
又方治卒客忤不能言桔梗末一兩射香末一分右二味更硏令勻每服二錢以溫水調下{{*|}}
ᄯᅩ 과ᄀᆞᆯ이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말 몯ᄒᆞ거든桔겨ᇙ梗겨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ᄒᆞᆫ 分뿐을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머기라
千金方治一切卒死灸臍中百壯{{*|}}
一ᅙᅵᇙ切쳐ᇙ 과ᄀᆞᆯ이 주그닐 고툐ᄃᆡ ᄇᆡᆺ복을 百ᄇᆡᆨ壯자ᇰ을 ᄯᅳ라
==卒心痛第八<sub>腹痛附</sub>==
聖惠方治卒心痛氣悶欲絶面色靑四肢逆冷釅醋{{*|一合}}雞子{{*|一枚打破}}右件相和攪勻煖過頓飮之{{*|}}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 알파 氣킝分분이닶가와 주거가 ᄂᆞ치 프르고 四ᄉᆞᆼ肢징 ᄎᆞ닐 고툐ᄃᆡ 醋총 ᄒᆞᆫ 홉과 ᄃᆞᆯᄀᆡ알 ᄒᆞᆫ 나ᄎᆞᆯᄣᆞ려 섯거 골오 프러 ᄃᆞ시 ᄒᆞ야 다 머기라
又方白艾二兩熟者右以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分爲三服稍熱服之{{*|}}
ᄯᅩ ᄒᆡᆫ ᄡᅮᆨ 두 兩랴ᇰ니기 디후닐 믈 두 큰잔애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세 服뽁애 ᄂᆞᆫ화 져기 더우닐 머그라
經驗良方布衷塩如彈丸大燒令赤溫酒化服溫水亦得{{*|}}
뵈로 소고ᄆᆞᆯ 탄ᄌᆞ만ᄢᅳ려 ᄉᆞ라 븕게 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그라 ᄃᆞᄉᆞᆫ 믈도 ᄯᅩ ᄒᆞ리라
壽域神方草菓 玄胡索 乳香 沒藥 五靈脂{{*|各等分}}右爲末每服二錢溫酒調下{{*|}}
草초ᇢ菓광와玄ᅘᆑᆫ胡ᅘᅩᆼ索짝 과乳ᅀᅲᆼ香햐ᇰ 과 沒모ᇙ藥약과五ᅌᅩᆼ靈려ᇰ脂징 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기라
又方桃白皮煮汁宜空腹服之{{*|}}
ᄯᅩ 복샤ᇰ화나못 ᄒᆡᆫ 거츨 글혀 汁집을 空고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生香油半合溫服妙{{*|}}
ᄯᅩ ᄎᆞᆷ기름 半반 호블 ᄃᆞ시 ᄒᆞ야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令病人當戶坐若男病婦人與水一柸飮之若女病男子與水一柸飮之用新汲水尤佳{{*|}}
ᄯᅩ 病뼈ᇰ人ᅀᅵᆫ으로이페 안치고 ᄒᆞ다가 남지니 病뼈ᇰ커든 겨지비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고 ᄒᆞ다가 겨지비 病뼈ᇰ커든 남지니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라 ᄀᆞᆺ 기룬 므리 더 됴ᄒᆞ니라
又以蜜一分水二分飮之亦妙{{*|}}
ᄯᅩ ᄢᅮᆯ ᄒᆞᆫ 分분과 믈 두 分분을 마쇼미ᄯᅩ 됴ᄒᆞ니라
又方治腹痛細嚼石菖蒲飮凉水送下妙{{*|}}
ᄯᅩ ᄇᆡ알힐 고툐ᄃᆡ 石쎡菖챠ᇰ蒲뽕ᄅᆞᆯ ᄂᆞ로니 십고 ᄎᆞᆫ 므를 마셔ᄂᆞ리오미 됴ᄒᆞ니라
又方掘地上作一小坑以水滿坑中熟絞取汁飮之{{*|}}
ᄯᅩ ᄯᅡ해 ᄒᆞᆫ 져고맛 구들 ᄑᆞ고 믈로 구데 ᄀᆞᄃᆞ기 븟고 니기 후ᇰ두ᅌᅧ 汁집을 取츙ᄒᆞ야 마시라
又方令人騎其腹溺臍中{{*|}}
ᄯᅩ 사ᄅᆞ미 그 ᄇᆡᄅᆞᆯ 타 안자 ᄇᆡᆺ보개 오좀 누게 ᄒᆞ라
又方針手足十指頭出血灸臍中七七壯{{*|}}
ᄯᅩ 손발 열 가락 그틀 針짐ᄒᆞ야 피내오 ᄇᆡᆺ보ᄀᆞᆯ 七치ᇙ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治心腹俱脹疼痛氣短欲死或已絶者取梔子十四枚豉五合以水二盞先煮豉取一盞半去滓入梔子再煎取一盞去渣服半盞不愈盡服之{{*|}}
ᄯᅩ 가ᄉᆞᆷ ᄇᆡ 다 탸ᇰ만ᄒᆞ야 알ᄑᆞ고 氣킝分분이 뎔어 죽ᄂᆞ니와 시혹 ᄒᆞ마 주그닐 고툐ᄃᆡ梔징子ᄌᆞᆼ 열네 낫과 젼국 다ᄉᆞᆺ 호블 믈 두 잔ᄋᆞ로 몬져 젼국 글혀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滓ᄌᆡᆼ 앗고 梔징子ᄌᆞᆼ 녀허 다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츄ᇢᄒᆞ야 즛의 앗고 半반 잔ᄋᆞᆯ 머구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 머그라
又方治卒心腹煩滿疼痛欲死者以熱湯浸手足妙冷再換{{*|}}
ᄯᅩ 과ᄀᆞᆯ이 가ᄉᆞᆷ ᄇᆡ 煩뻔滿만ᄒᆞ여 알파 죽ᄂᆞ닐 고툐ᄃᆡ 더운 므레 손바ᄅᆞᆯᄃᆞᆷ고미 됴ᄒᆞ니 ᄎᆞ거든 다시 ᄀᆞᆯ라
又方卒煩滿嘔逆灸乳下一寸七壯卽愈{{*|}}
ᄯᅩ 과ᄀᆞᆯ이 煩뻔滿만ᄒᆞ야吐통逆ᅌᅧᆨ ᄒᆞ거든 졋 아랫 ᄒᆞᆫ 寸촌ᄋᆞᆯ 七칧壯장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兩手大母指內邊爪後第一紋頭各一壯又灸兩手中指爪下一壯卽愈{{*|}}
ᄯᅩ 두 손 엄지가락 안녁 소ᇇ토ᄇᆞ로셔 첫 그ᇝ 그틀 各각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ᄯᅩ 두 손 가온ᄃᆡᆺ 가락 소ᇇ톱 아래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九種心痛取當大歲上新生槐枝一握去兩頭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
아홉가짓가ᄉᆞᆷ알힐 고툐ᄃᆡ大땡歲ᄉᆒᆼ方바ᇰ앳 올ᄒᆡ 난회홧가지 ᄒᆞᆫ우희윰을 두 녁 그틀 버히고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治卒中惡心痛 苦參{{*|三兩}}㕮咀以好醋一升半煮取八合强者頓服老小分二服{{*|}}
ᄯᅩ 과ᄀᆞᆯ이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 알ᄂᆞ닐 고툐ᄃᆡ苦공參ᄉᆞᆷ 석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됴ᄒᆞᆫ 醋총 ᄒᆞᆫ 되 半반ᄋᆞ로 글혀 여듧 호ᄇᆞᆯ 取츙ᄒᆞ야 强가ᇰᄒᆞ닌 다 먹고 늘그니와 져므니ᄂᆞᆫ둘헤 상30ㄴᄂᆞᆫ화 머그라
又方桂心{{*|一兩}}㕮咀以水四升煮取一升半分二服{{*|}}
ᄯᅩ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넉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그라
==霍亂吐瀉第九<sub>沙證附</sub>==
經驗良方始因飮冷或胃寒或失飢或大怒或乘舟車傷動胃氣令人上吐上吐不止令人下瀉吐瀉倂作遂成霍亂頭旋眼暈手脚轉筋四肢逆冷用藥遲緩湏臾不救吳茱萸 木瓜 食塩{{*|各半兩}}右三味同炒令焦先用磁甁盛水三升煮令百沸却入前藥同煎至二升已下傾一盞冷熱隨病人意與服藥入卽醒{{*|}}
처ᅀᅥ믜 ᄎᆞᆫ믈 마쇼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치위에 ᄃᆞᆫ니거나 시혹 ᄇᆡ 골커나 시혹 너무 怒농커나 시혹 ᄇᆡ와 술위와타 胃ᅌᅱᆼ氣킝ᄅᆞᆯ 傷샤ᇰᄒᆞ면 사ᄅᆞ미 우흐로 吐통케 ᄒᆞᄂᆞ니 우흐로 吐통호ᄆᆞᆯ그치디 몯ᄒᆞ면 사ᄅᆞ미 아래로즈츼에 ᄒᆞᄂᆞ니 吐통와 즈츼유미 ᄒᆞᆫᄢᅴ니르와ᄃᆞ면 霍확亂란이 ᄃᆞ외야 머리휫두르며 누니 휫두르며 손밠 히미올ᄆᆞ며 四ᄉᆞᆼ肢징 ᄎᆞᄂᆞ니 藥약ᄋᆞᆯ디마니 ᄒᆞ면 상31ㄴ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吳ᅌᅩᆼ茱쓩萸융 와木목瓜광 와 소곰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 ᄃᆡ봇가 눋게 ᄒᆞ야 몬져 沙상甁뼈ᇰ에 믈 서 되ᄅᆞᆯ 다마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커든 알ᄑᆡᆺ 藥약ᄋᆞᆯ 녀허 ᄒᆞᆫᄃᆡ 글혀 두 되예 니를어든 ᄒᆞᆫ 잔ᄋᆞᆯ 브ᅀᅥ ᄎᆞ며 더우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ᄠᅳ들 조차 주어 머기면 藥약이 들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倉卒無前藥用枯白礬爲末每服一大錢百沸湯點服{{*|}}
ᄒᆞ다가 時씽急급ᄒᆞ야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枯콩白ᄈᆡᆨ礬뻔 을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큰 돈ᄋ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如無白礬只用塩一撮醋一盞同煎至八分溫服或塩梅醎酸等物皆可煮服{{*|處方本以鹹醋二物煮}}{{*|}}
ᄒᆞ다가 白ᄈᆡᆨ礬뻔이 업거든 소곰 ᄒᆞᆫ져붐과 醋총 ᄒᆞᆫ 잔ᄋᆞᆯ ᄒᆞᆫᄃᆡ 글혀 여듧 分뿐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고 시혹 소고미나梅ᄆᆡᆼ實씨ᇙ 이나 ᄧᆞᆫ 것과싄 것ᄃᆞᆯ히 다 어루 글혀 머귤디니라
又方脚手轉筋赤蓼莖葉細切三合水四合酒二合同煎取四合分作二溫服{{*|}}
ᄯᅩ 발 손 히미 옮거든 블근 엿귓 줄기와 닙과ᄅ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라 세 홉과 믈 너 홉과 술 두 홉과 ᄒᆞᆫᄃᆡ 글혀 네 호블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脚轉筋用大蒜磨脚心令遍熱卽差{{*|}}
ᄯᅩ 밠 상32ㄴ히미 옮거든 굴근 마ᄂᆞᄅᆞᆯ 밠바다ᅌᅢ ᄲᅵ븨여 두루 덥게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絞腸沙痛不可忍或展轉在地或起或仆其膓絞縮在腹此是中毒之深湏臾能令人死古方名乾霍亂急用塩一兩熱湯調灌入病人口中塩氣一到腹其痛卽定又將石沙炒令赤色冷水淬之良久澄淸水一二合服之愈{{*|}}
ᄯᅩ絞교ᇢ腸땨ᇰ沙상 ㅣ 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야 시혹 ᄯᅡ해 그울며 시혹 닐며 시혹 업더디여 그膓땨ᇰ 이 ᄇᆡ예뷔트러 움주쥐여 잇ᄂᆞ상33ㄱ니 이 毒독ᄋᆞᆯ 마조미 기퍼 아니한 ᄉᆞᅀᅵ예 사ᄅᆞ미 죽게 ᄒᆞᄂᆞ니 녯 方바ᇰ文문에 일후미 乾간霍확亂롼이니 ᄲᆞᆯ리 소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 므레 프러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이베 브ᅀᅳ라 소고ᇝ 氣킝分분이 ᄇᆡ예 들면 그 알포미 곧 긋거든 ᄯᅩ호ᄀᆞᆫ 돌ᄒᆞᆯ 봇가 븕게 ᄒᆞ야 ᄎᆞᆫ므레 ᄃᆞᆷ가안초아 ᄆᆞᆯ겨 그 믈 ᄒᆞᆫ두 호블 머그면 됻ᄂᆞ니라
葛氏備急方霍亂煩悶湊滿者用塩納臍中灸二七壯{{*|}}
霍확亂롼ᄒᆞ야 닶가와 탸ᇰ만ᄒᆞ닐 소고ᄆᆞᆯ ᄇᆡᆺ보개 녀코 二ᅀᅵᆼ七치ᇙ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霍亂心腹脹痛者服乾薑屑三方寸匕{{*|}}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탸ᇰ만ᄒᆞ야 알ᄂᆞ닐 乾간薑가ᇰㅅ ᄀᆞᆯᄋᆞᆯ세 수를 머기라
又方小蒜一升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之{{*|}}
ᄯᅩ 호ᄀᆞᆫ 마ᄂᆞᆯ ᄒᆞᆫ 되ᄅᆞᆯ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生薑}}一斤切以水七升煮取二升分爲三服{{*|}}
ᄯᅩ 生ᄉᆡᇰ薑가ᇰ ᄒᆞᆫ 斤근을 사ᄒᆞ라 믈 닐굽 되로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세헤 ᄂᆞᆫ화 머그라
又方若轉筋桂半夏等分末方寸匕水一升和服{{*|}}
ᄯᅩ 히미 올ᄆᆞ닐 桂ᄀᆒᆼ皮삥와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수를 믈 ᄒᆞᆫ 되예 프러 머그라
又方生大豆屑酒和服方寸匕{{*|}}
ᄯᅩ ᄂᆞᆯ콩 ᄭᆞᆯᄋᆞᆯ 수레 프로ᄃᆡ ᄒᆞᆫ 수상34ㄱ를 머그라
又方治霍亂吐下後大渴多飮則殺人以黃米{{*|卽黍米}}五升水一斗煮之令得三升澄淸稍稍飮之莫飮餘物也{{*|}}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吐통下ᅘᅡᆼᄒᆞᆫ 後ᅘᅮᇢ에 ᄀᆞ자ᇰ 목 ᄆᆞᆯ라 믈 하 머그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기자ᇰᄡᆞᆯ 닷 되ᄅᆞᆯ 믈 ᄒᆞᆫ 마래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ᄆᆞᆰ안초아 젹젹 먹고 다ᄅᆞᆫ 믈 먹디 마롤디니라
又方治霍亂轉筋垂死敗蒲席一握細剉漿水一盞煮汁溫溫頓服{{*|}}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히미 올마 죽ᄂᆞ닐 고툐ᄃᆡ 헌 부들 지즑 ᄒᆞᆫ 우후믈 ᄀᆞᄂᆞ리 사ᄒᆞ라漿쟈ᇰ水ᄉᆔᆼ ᄒᆞᆫ 盞잔애 글혀 汁집을 ᄃᆞ시ᄒᆞ상34ㄴ야 다 머그라
直指方霍亂吐瀉心腹作痛用炒塩二梡紙包紗護頓其胸前幷腹肚上以熨斗火熨氣透卽蘇續又以炒塩熨其背{{*|}}
霍확亂롼 吐통瀉샹 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커든 봇ᄀᆞᆫ 소곰 두보ᅀᆞᄅᆞᆯ 죠ᄒᆡ에 ᄡᆞ고 紗상로 ᄢᅳ려 가ᄉᆞᆷ과 ᄇᆡ예고 다리우리로 블 다마 다려 氣킝分분이ᄉᆞᄆᆞᄎ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ᄯᅩ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드ᇰ을 熨ᅙᅮᇙᄒᆞ라
聖惠方霍亂吐不止欲死 生薑{{*|二兩}}牛糞三合右以水三大盞煎至一盞半去滓分溫三服{{*|}}
霍확亂롼ᄒᆞ야 吐통ᄅᆞᆯ 그치디 몯ᄒᆞ야 죽ᄂᆞ닐 生ᄉᆡᇰ薑가ᇰ 두 兩랴ᇰ과 ᄉᆈᄯᅩᇰ 서 호ᄇᆞᆯ 믈 세 큰 盞잔애 글혀 ᄒᆞᆫ 盞잔 半반애 니르커든 滓ᄌᆡᆼ 잇고 ᄃᆞ시 ᄒᆞ야 세 버네 머그라
經驗秘方治霍亂吐瀉丁香七枚細嚼新汲水送下如不能嚼硏細涼水調下亦可{{*|}}
霍확亂롼 吐통瀉샹ᄅᆞᆯ 고툐ᄃᆡ丁뎌ᇰ香햐ᇰ 닐굽 나ᄎᆞᆯ ᄂᆞ로니 십고 ᄀᆞᆺ 기룬 믈로 ᄂᆞ리오ᄃᆡ ᄒᆞ다가 십디 몯거든 ᄀᆞᄂᆞ리 ᄀᆞ라 ᄎᆞᆫ므레 프러 ᄂᆞ리옴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菉豆 胡椒{{*|各七七粒}}右擣爲末新汲水調服不拘時{{*|}}
ᄯᅩ菉록豆뚜ᇢ 와胡ᅘᅩᆼ椒죠ᇢ 와 各각 닐굽닐굽 나ᄎᆞᆯ 디허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 머구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말라
醫方集成姜塩飮治乾霍亂欲吐不吐欲瀉不瀉 塩{{*|一兩}}生薑{{*|切半兩}}右同炒令色變以水一梡煎溫服甚者加童子小便一盞{{*|}}
薑가ᇰ塩염飮ᅙᅳᆷ 은 乾간霍확亂롼이 吐통코져 호ᄃᆡ 吐통티 몯ᄒᆞ고 즈츼오져 호ᄃᆡ 즈츼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소곰 ᄒᆞᆫ 兩랴ᇰ과 生ᄉᆡᇰ薑가ᇰ 사ᄒᆞ로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ᄃᆡ 봇가 비치 다ᄅᆞ거든 믈 ᄒᆞᆫ 보ᅀᆞ로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甚씸ᄒᆞ니란 아ᄒᆡ 오좀 ᄒᆞᆫ 盞잔상36ㄱᄋᆞᆯ 조쳐 머기라
壽域神方霍亂已死上屋喚魂以諸治皆至而猶不差捧病覆臥之伸兩臂對以繩度兩肘尖頭依繩下夾背脊大骨空中去脊各一寸灸之百壯不治者可灸肘椎已試數百人皆灸畢卽起坐驗{{*|}}
霍확亂롼ᄒᆞ야 ᄒᆞ마 죽거든 집 우희 올아 넉슬 브르고 여러가짓 고툐ᄆᆞᆯ 다 호ᄃᆡ ᄉᆞᆫᄌᆡ 됴티 아니커든 病뼈ᇰᄒᆞ닐업더리와다 뉘이고 두 ᄇᆞᆯᄒᆞᆯ 펴고 노ᄒᆞ로 두 ᄇᆞᆯ톡 그틀 견주고 노ᄒᆞᆯ브터 드ᇰᄆᆞᄅᆞᆺ ᄲᅧ를 상36ㄴᄢᅧ 가온ᄃᆡ 뷔우고 드ᇰᄆᆞᆯᄅᆞ로셔 各각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ᅮᄃᆡ 됴티 아닌ᄂᆞ니란 肘듀ᇢ椎ᄄᆔᆼᄅᆞᆯ ᄯᅳ라 ᄒᆞ마 數슝百ᄇᆡᆨ人ᅀᅵᆫ을 디내요니 다ᄯᅩᆷ ᄆᆞᄎᆞ면 즉재 니러 안ᄌᆞ니라
又方治絞腸沙腹痛不可忍者嘔吐泄瀉及中署霍亂心煩渴不省人事兼治急心痛白蜜馬糞二味不以多少擂新水化下去滓頓服一碗雖曰穢汚却有神功無蜜亦可{{*|}}
ᄯᅩ 絞교ᇢ腸땨ᇰ沙상ㅣ ᄇᆡ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니와 吐통ᄒᆞ고즈츼ᄂᆞ니와 中듀ᇰ暑셩ᄒᆞ며 霍확亂롼ᄒᆞ야 ᄆᆞᅀᆞ미 煩뻔渴카ᇙ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ᄂᆞ상37ㄱ닐 고티고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알힐 조쳐 고티ᄂᆞ니 ᄒᆡᆫ ᄢᅮᆯ와 ᄆᆞᆯᄯᅩᇰ과 두 가지를 새 므레 프러 즛의 앗고 ᄒᆞᆫ 보ᅀᆞᄅᆞᆯ 다 머그라 비록 더러우나 神씬奇긩ᄒᆞᆫ 功고ᇰ이 잇ᄂᆞ니 ᄢᅮᆯ 업서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用收蠶子的舊紙一幅務要去蠶子潔淨燒灰爲末用熱酒調服立效{{*|}}
ᄯᅩ 누에ᄡᅵ 난 죠ᄒᆡ ᄒᆞᆫ 張댜ᇰᄋᆞᆯ 누에ᄡᅵᄅᆞᆯ 조히 업게 ᄒᆞ고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술로 프러 머그면 즉자히 됻ᄂᆞ니라
又方治急肚痛絞膓沙用久乾猪糞一塊如指頭大用砂仁二箇碾爲末白湯調服妙{{*|}}
ᄯᅩ 과ᄀᆞᆯ이 ᄇᆡ 알ᄑᆞᆫ 絞교ᇢ腸땨ᇰ沙상ᄅᆞᆯ 고툐상37ㄴᄃᆡ 오래 ᄆᆞᄅᆞᆫ 도ᄐᆡ ᄯᅩᇰ ᄒᆞᆫ 무저기 소ᇇ가락만 ᄒᆞ니와縮슉砂상 두 나ᄎ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尸厥第十==
經驗良方其證奄然死去四肢逆冷不省人事腹中氣走如雷鳴 焰焇{{*|半兩}}硫黃{{*|一兩}}右細硏如粉分作三服每服用好舊酒一大盞煎覺焰起傾於盞內盖着溫灌與服如人行五里又進一服不過二服卽醒兼灸頭上百會穴四十九壯兼臍下氣海丹田三百壯覺身體溫暖卽止{{*|}}
그 證지ᇰ이 믄득 죽거든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고 ᄇᆡ 안해 氣킝分분이ᄃᆞᆫ뇨ᄃᆡ 울에 ᄀᆞᆮᄒᆞ니 焰염焇쇼ᇢ 半반 兩랴ᇰ과硫류ᇢ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세 服뽁애 ᄂᆞᆫ화 ᄒᆞᆫ 服뽁애 됴ᄒᆞᆫ 무근 술 큰 ᄒᆞᆫ 잔애 글혀 焰염焇쇼ᇢㅣ 니러나거든 잔애 브ᅀᅥ 둡고 ᄃᆞ시 ᄒᆞ야 브ᅀᅥ 머기고 사ᄅᆞ미 五ᅌᅩᆼ里링예 갈 만ᄒᆞ야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 즉재 ᄭᆡᄂᆞ니 머릿 百ᄇᆡᆨ會ᅘᅬᆼ穴ᅘᆑᇙᄋᆞᆯ 四ᄉᆞᆼ十씹九구ᇢ 壯자ᇰᄋᆞᆯ ᄯᅳ고 臍쪵下ᅘᅡᆼ와氣킝海ᄒᆡᆼ 와丹단田뗜 ᄋᆞᆯ 三삼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ᅥ 모미 덥거든 말라
如無前藥用附子重七錢許炮熟去皮臍爲末分作二服每服用酒三盞煎至一盞溫服{{*|}}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附뿡子ᄌᆞᆼ 므긔 닐굽 돈 남ᄌᆞᆺᄒᆞ닐 炮뽀ᇢᄒᆞ야 니겨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細솅末마ᇙᄒᆞ야 ᄂᆞᆫ화 두 服뽁애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술 세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애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又無附子用生薑自然汁半盞酒一盞煎百沸倂灌二服{{*|}}
ᄯᅩ 附뿡子ᄌᆞᆼ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 半반 잔ᄋᆞᆯ 술 ᄒᆞᆫ 잔ᄋᆞᆯ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커든 조쳐 브ᅀᅩᄃᆡ 두 服뽁애 ᄒᆞ라
聖惠方治尸厥脉動而無氣氣閉不通故正如死聽其耳中脩脩有如嘯聲而股內暖者是也不治三日當死宜服朱砂丸 朱砂{{*|細硏}}雄黃{{*|細硏}}附子{{*|各三分炮裂去皮臍}}桂心{{*|一兩半}}巴豆{{*|二十枚去皮心硏}}右件藥擣羅爲末入硏了藥令勻煉蜜和丸如麻子大每服不計時候以粥飮下五丸不知更下二丸若利多則止之{{*|}}
尸싱厥궈ᇙ을 고툐ᄃᆡ 脉ᄆᆡᆨ이뮈유ᄃᆡ 氣킝分분 업스며 氣킝分분이 마켜 상39ㄴ通토ᇰ티 몯ᄒᆞᆯᄉᆡ 正져ᇰ히 주그니 ᄀᆞᆮᄒᆞ니 그 귀예 드로ᄃᆡ 脩슈ᇢ脩슈ᇢᄒᆞ야 ᄑᆞ라ᇝ 소ᄅᆡ ᄀᆞᆮ고 다리 안히 더우니 이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ᄋᆞᆳ마내 죽ᄂᆞ니 朱즁砂상丸ᅘᅪᆫᄋᆞᆯ 머귤디니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ᆯ오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나리 ᄀᆞᆯ오 附뿡子ᄌᆞᆼᄅᆞᆯ 各각 三삼分뿐을 炮뽀ᇢᄒᆞ야ᄢᅢ혀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桂ᄀᆒᆼ心심 ᄒᆞᆫ 兩랴ᇰ 半반과巴방豆뚜ᇢ 스믈 나ᄎᆞᆯ 것과 소ᄇᆞᆯ 앗고 ᄀᆞ라 이 藥약을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고 몬져 ᄀᆞ론 藥약ᄋᆞᆯ 녀허 골오 섯거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 지ᅀᅩᄃᆡ 열ᄡᅵ만 케 ᄒᆞ야 머규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粥쥭므레 다ᄉᆞᆺ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오고 아디 몯거든 다시 두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올디니 즈츼요ᄆᆞᆯ 하 ᄒᆞ야ᄃᆞᆫ 그치라
葛氏備急方尸蹶之病卒死而脉猶動灸鼻人中七壯又灸陰囊下去下部一寸百壯若婦人灸兩乳中閒又云爪刺人中良久又針人中至齒立起{{*|}}
尸싱厥궈ᇙㅅ 病뼈ᇰ이 과ᄀᆞᆯ이 주구ᄃᆡ 脉ᄆᆡᆨ이 ᄉᆞᆫᄌᆡ 動또ᇰᄒᆞᄂᆞ니 人ᅀᅵᆫ中듀ᇰ을 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고 ᄯᅩ陰ᅙᅳᆷ囊나ᇰ 아래 밋굼그로셔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ᄒᆞ다가 겨지비어든 두 졋 가온ᄃᆡᆯ ᄯᅳ라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소ᇇ토ᄇᆞ로 오래ᄣᅵᆯ어 시며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針짐호ᄃᆡ 니예 다ᄃᆞᆮ게 ᄒᆞ면 즉자히 니ᄂᆞ니라
又方菖蒲屑納鼻兩孔中吹之令人以桂屑着舌下{{*|}}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녀코 불오 사ᄅᆞ미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로 혀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熨其兩脅下取竈中墨如彈丸漿水和飮之湏臾三四{{*|}}
ᄯᅩ 두 녀블 熨ᅙᅮᇙᄒᆞ고 브ᅀᅥ븻 검듸여ᇰ을彈딴子ᄌᆞ 만 ᄒᆞ닐 가져 漿쟈ᇰ水ᄉᆔᆼ예 프러 머교ᄃᆡ 아니한 ᄉᆞᅀᅵ예 서너 번 ᄒᆞ라
又方針百會入三分補之又針足大指甲下內側去甲三分又足指甲上各入三分{{*|}}
ᄯᅩ 百ᄇᆡᆨ會ᅘᅬᆼᄅᆞᆯ 針짐호ᄃᆡ 三삼分뿐에 들에 ᄒᆞ야 補봉ᄒᆞ고 ᄯᅩ 밠 엄지가락톱 아래 안녁 겨틀 토ᄇᆞ로셔 三삼分뿐만 ᄒᆞᆫᄃᆡ 針짐ᄒᆞ고 ᄯᅩ 밠톱 우흘 상41ㄱ各각各각 三삼分뿐이 들에 針짐ᄒᆞ라
又方灸膻中穴二十八壯{{*|}}
ᄯᅩ 膻선中듀ᇰ穴ᅘᆑᇙ을 二ᅀᅵᆼ十씹八바ᇙ壯자ᇰ을 ᄯᅳ라
==纏喉風喉閉第十一<sub>喉腫舌腫失音附</sub>==
經驗良方其證先兩日胸膈氣緊取氣短促驀然咽喉腫痛手足厥冷氣閉不通頃刻不治 巴豆{{*|七粒三生四熟生者去殼生硏熟者去殼燈上燒存性}}雄黃一塊{{*|如皂角子大透明者細硏}}鬱金一箇{{*|蟬肚者硏爲末}}右三味硏末每服半字用茶淸兩呷許調下口噤咽塞用小竹管納藥吹入喉中湏臾吐利卽醒{{*|}}
그 證지ᇰ이 몬져 이트를 가ᄉᆞᇝ氣킝分분이 답답ᄒᆞ야 氣킝分분ᄋᆞᆯ 取츙호미 뎌르고 ᄌᆞᆺ다가 믄득 모기 븟고 손바리 ᄎᆞ고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고티디 몯ᄒᆞᄂᆞ니라 巴방豆뚜ᇢ 닐굽 나ᄎᆞ로 세흔 生ᄉᆡᇰ이오 네흔 니겨 生ᄉᆡᇰ으란 거피 밧겨 ᄀᆞᆯ오 니그니란 거피 밧기고 드ᇰ자ᇇ브레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라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기 皂쪼ᇢ角각 ᄡᅵ만 ᄒᆞ니 ᄉᆞᄆᆞᆺ ᄇᆞᆯᄀᆞ닐 ᄀᆞᄂᆞ리 ᄀᆞᆯ라鬱ᅙᅮᇙ金금 ᄒᆞᆫ 낫 ᄆᆡ야ᄆᆡ ᄇᆡ ᄀᆞᆮ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세 가짓 마ᄉ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字ᄍᆞᆼᄅᆞᆯ 머교ᄃᆡ 찻믈 두 머굼만 ᄒᆞᆫᄃᆡ 프러 ᄂᆞ리오라 입 마고믈오 모기 마고 븟거든 져근 대로ᇰ애 藥약ᄋᆞᆯ 녀허 목 안해 불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吐통ᄒᆞ고 즈츼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無前藥用川升麻四兩剉碎水四椀煎一椀灌服{{*|}}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川ᄌᆑᆫ升시ᇰ麻망 넉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네 보ᅀᆞ애 ᄒᆞᆫ 보ᅀᆡ ᄃᆞ외에 글혀 브ᅀᅳ라
又無川升麻用皂角三莖搥碎挼一盞灌服或吐或不吐卽安{{*|}}
ᄯᅩ 川ᄌᆑᆫ升시ᇰ麻망 업거든 皂쪼ᇢ角각 세 줄길 ᄯᅮ드려 ᄇᆞᆺ아 ᄒᆞᆫ 자내 프러 브ᅀᅳ라 시혹 吐통커나 시혹 吐통티 아니커나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朱氏集驗方吹喉散治咽喉腫痛 朴硝{{*|四兩別硏}}甘草{{*|一兩生末}}右硏勻每用半錢乾擦喉如腫甚用竹管子吹入喉中爲佳{{*|}}
吹ᄎᆔᆼ喉ᅘᅮᇢ散산 은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朴박硝쇼ᇢ 넉 兩랴ᇰᄋ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ᄒᆞᆫ 兩량ᄋᆞᆯ 生ᄉᆡᇰ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 半반 돈ᄋᆞᆯ ᄆᆞᄅᆞ닐 모긔 ᄇᆞᆯ로ᄃᆡ 브ᅀᅮ미 甚씸커든 대로ᅌᆞ로 부러 목 안해 드류미 됴ᄒᆞ니라
經驗秘方治懸壅暴腫 白礬 塩右等分爲末以筯頭點少許在懸壅上{{*|}}
목져지 과글이 브ᅀᅳ닐 고툐ᄃᆡ 白ᄈᆡᆨ礬뻔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졋가락 그테 져기 상43ㄱ무텨 목졋 우희 ᄇᆞᄅᆞ라
又方乾薑半夏等分爲末以少許着舌下{{*|}}
ᄯᅩ 乾간薑가ᇰ과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혀 아래 녀흐라
又方一字散主喉痺氣塞不通欲死者 雄黃{{*|一分別硏}}蝎梢{{*|七枚}}猪牙皂角{{*|七鋌}}白礬{{*|生硏一錢}}藜蘆{{*|一錢}}右細末每用一字吹入鼻中頑涎卽吐效{{*|}}
ᄯᅩ一ᅙᅵᇙ字ᄍᆞᆼ散산 은 모기 브ᅀᅥ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야 죽ᄂᆞ닐 主즁ᄒᆞ니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分뿐을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蝎허ᇙ梢쇼ᇢ 닐굽 낫과 皂쪼ᇢ角각 닐굽 鋌뗘ᇰ과 白ᄈᆡᆨ礬뻔 生ᄉᆡᇰᄒᆞ닐 ᄀᆞ라 ᄒᆞᆫ 돈과藜래蘆 롱 ᄒᆞᆫ 돈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부러 녀허 건추믈 吐통ᄒᆞ면 됻ᄂᆞ니라
又方喉閉深腫連頰吐氣數名馬喉閉馬㗸鐵{{*|一具}}右用水三盞煮一盞溫服又蒜塞耳鼻中{{*|}}
ᄯᅩ 모기 막고 ᄀᆞ자ᇰ 브ᅀᅥ ᄲᅡ매 닛고 氣킝分분을 吐통호미 ᄌᆞᄌᆞ면 일후미 ᄆᆞᆯ목브ᅀᅮ미니馬망含ᅘᅡᆷ쇠 ᄒᆞ나ᄒᆞᆯ 믈 세 잔ᄋᆞ로 ᄒᆞᆫ 잔 ᄃᆞ외에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마ᄂᆞᄅᆞᆯ 귀와 고해 고ᄌᆞ라
又方如聖散治舌腫喉痺 川芎 桔梗 薄苛葉 甘草 盆硝{{*|各等分}}右爲細末每用一錢乾摻{{*|}}
ᄯᅩ如ᅀᅧᆼ聖 셔ᇰ散산 은 혀 븟고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川ᄌᆑᆫ芎쿵 과 桔겨ᇙ梗겨ᇰ과薄팍荷ᅘᅡᆼ ㅅ 닙과 甘감草초ᇢ와盆뽄硝쇼ᇢ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곰 ᄆᆞᄅᆞ닐 ᄇᆞᄅᆞ라
又方舌忽腫硬塞悶百草霜食塩等分井水調塗舌上卽安{{*|}}
ᄯᅩ 혜 忽호ᇙ然ᅀᅧᆫ히 브ᅀᅥ 세웓고 답답ᄒᆞ거든百ᄇᆡᆨ草초ᇢ霜사ᇰ 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우믌 므레 프러 혀에 ᄇᆞᄅᆞ면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直指方白藥散治喉中熱塞腫疼散血消痰白藥 朴硝{{*|等分}}右爲末以小管子吹入喉{{*|}}
白ᄈᆡᆨ藥약散산 은 목 안히 더워 마고 브ᅀᅳ닐 고티ᄂᆞ니 피ᄅᆞᆯ 슬며 痰땀을 노기ᄂᆞ니라 白ᄈᆡᆨ藥약과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져근 대롱ᄋᆞ로 부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sub>簡方</sub>纏喉風及喉痺用蠶退紙燒灰存性煉蜜丸如雞頭大含化嚥津{{*|}}
纏뗜喉ᅘᅮᇢ風보ᇰ과 목 브ᅀᅳ닐 누에ᄡᅵ 난 죠ᄒᆡᄅᆞᆯ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을 지ᅀᅩᄃᆡ雞곙頭뚜ᇢ實씨ᇙ 만 게 ᄒᆞ야 머구머 노겨 춤기라纏뗜喉ᅘᅮᇢ風보ᇰ 은 과ᄀᆞᄅᆞᆫ목더시라
又方纏喉風氣不通雄黃一塊新汲水磨急灌吐卽差{{*|}}
ᄯᅩ 纏뗜喉ᅘᅮᇢ風보ᇰ에 氣킝分분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글 새 므레 ᄀᆞ라 ᄲᆞᆯ리 브ᅀᅥ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咽喉腫閉 甘草 白礬{{*|等分}}右爲細末每以半錢許入口中津液嚥下{{*|}}
ᄯᅩ 모기 브ᅀᅥ 마ᄀᆞ닐 고툐ᄃᆡ 甘감草초ᇢ와 白ᄈᆡᆨ礬뻔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돈 남ᄌᆞ샤 입 안해 녀허셔 추므로 ᄂᆞ리오라
聖惠方咽喉閉不通 硇砂 馬牙硝{{*|等分}}右細硏令勻用銅筯頭於水中 蘸令濕搵藥末點於咽喉中{{*|}}
모기 마가 通토ᇰ티 아니ᄒᆞ닐硇 뇨ᇢ砂상 와馬망牙ᅌᅡᆼ硝쇼ᇢ 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놋졋 그트로 므레 저져 藥약ᄋᆞᆯ 무텨 목 안해 디그라
又方咽喉閉塞口噤雄雀糞細硏每服半錢以溫水調灌{{*|}}
ᄯᅩ 모기 막고 입 버리디 몯ᄒᆞ닐 수새 ᄯᅩᆼ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을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ᅳ라
又方咽喉生穀賊若不急治亦能殺人用針刺破令黑血出後含馬牙硝一小塊子嚥津卽差{{*|}}
ᄯᅩ 모ᄀᆡ穀곡賊쪽 이 나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ᄯᅩ 能느ᇰ히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상46ㄱ니 針짐으로 허러 거믄 피나게 ᄒᆞ고 馬망牙ᅌᅡᆼ硝쇼ᇢ ᄒᆞᆫ 져근 무저글 머구머 추믈 ᄉᆞᆷᄭᅵ면 즉재 됻ᄂᆞ니라 穀곡賊쪽은 穀곡食씩에 몯내ᄑᆡᆫ 이사기 굳고ᄭᅡᄭᅡᆯᄒᆞᆫ 거시니 몰라 ᄡᆞ리라 머고면 목 안히 브ᅀᅥ 通토ᇰ티 아니ᄒᆞᄂᆞ니 일후믈 목 안해 穀곡賊쪽 나다 ᄒᆞᄂᆞ니라
又方以馬牙硝細硏緜裹半錢含化嚥津以差爲度{{*|}}
ᄯᅩ 馬망牙ᅌᅡᆼ硝쇼ᇢ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ᄋᆞᆯ소오매 ᄢᅳ려 머구머 노겨 춤 ᄉᆞᆷᄭᅭᄃᆡ 됴ᄒᆞᆯ ᄭᆞ자ᇰ ᄒᆞ라
又方咽喉腫痛語聲不出豉半升以水二大盞煎至一大盞去滓分爲二服相繼稍熱服之令有汗出卽差{{*|}}
ᄯᅩ 목 브ᅀᅥ 소ᄅᆡ 나디 아니커든 젼국 半반 되ᄅᆞᆯ 믈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큰 잔애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두 服뽁애 ᄂᆞᆫ화 서르 닛우 져기 덥게 ᄒᆞ야 머거 ᄯᆞᆷ나게 ᄒᆞ면 곧 됻ᄂᆞ니라
壽域神方舌忽脹出口外雞冠上刺血磁盞盛浸舌就嚥下卽縮{{*|}}
혜 과글이 부러나 입 밧긔 나거든 ᄃᆞᆯᄀᆡ 벼츨 ᄡᅥᆯ어 피내야 沙상잔애 담고 혀를 ᄃᆞᆷ가셔 ᄉᆞᆷᄭᅵ면 즉재움처 드ᄂᆞ니라
==骨鯁第十二==
醫方集成治骨鯁入喉 縮砂 甘草{{*|各等分}}右爲末緜裹少許噙之旋旋嚥津久之隨痰出{{*|}}
ᄲᅨ 모긔거닐 고툐ᄃᆡ 縮슉砂상와 甘감草초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소오ᄆᆡ 져기 ᄢᅳ려머구머 젹젹 춤 ᄉᆞᆷᄭᅵ면 오라면 痰땀 조차 나ᄂᆞ니라
又方野紵根洗淨不以多少搗爛如泥每用龍眼大如被雞骨所傷以雞羹化下如被魚骨所傷以魚羹汁化下{{*|}}
ᄯᅩ 모싯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디호ᄃᆡ 니균 ᄒᆞᆰᄀᆞ티 ᄒᆞ야 龍료ᇰ眼ᅌᅡᆫ만 ᄒᆞ니ᄅᆞᆯ ᄃᆞᆯ긔 ᄲᅧ에 傷샤ᇰ커든 ᄃᆞᆰ湯타ᇰㅅ 즈브로 ᄂᆞ리오고 고깃 ᄲᅧ에 傷샤ᇰ커든 生ᄉᆡᇰ鮮션湯타ᇰㅅ 즈브로ᄂᆞ리오라
經驗良方治骨硬不下先嚼白茯苓一錢重次以白礬湯嚥下{{*|}}
ᄲᅨ 거러 ᄂᆞ리디아닌ᄂᆞ닐 고툐ᄃᆡ 몬져白ᄈᆡᆨ茯뽁苓려ᇰ ᄒᆞᆫ 돈ᄋᆞᆯ 십고 버거白ᄈᆡᆨ礬뻔湯타ᇰ 으로 ᄂᆞ리오라
又方治魚骨用白膠香細細呑下{{*|}}
ᄯᅩ 믌고깃 ᄲᅧ걸우닐 고툐ᄃᆡ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 을 젹젹 ᄉᆞᆷᄭᅧ ᄂᆞ리오라
又方皂角少許吹入鼻{{*|}}
ᄯᅩ 皂쪼ᇢ角각을 져기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口念鸕鶿鸕鶿立愈{{*|}}
ᄯᅩ 이베 鸕롱鶿ᄍᆞᆼ 鸕롱鶿ᄍᆞᆼ ᄒᆞ야 念념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鸕롱鶿ᄍᆞᆼᄂᆞᆫ 가마오디라
朱氏集驗方治食鯉魚骨硬貫衆不以多少濃煎汁一盞半分三服幷進連服三劑{{*|}}
鯉링魚ᅌᅥᆼ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貫관衆쥬ᇰ 을 두터이 글혀 즈블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세 服뽁애 ᄂᆞᆫ화 다 머구ᄃᆡ 닛우 세 劑쪵ᄅᆞᆯ 머그라
又方巧匠取喉鉤將繭剪如錢大用物搥四面令軟以油潤之仍中通一竅先穿上鉤線次穿數珠三五枚令兒正坐開口漸添引數珠挨之到喉覺至繫鉤處乃以向下一推其鉤自下而脫卽向上急出之見蠶錢向下裹定鉤線鬚而出並無所損{{*|}}
ᄯᅩ 工고ᇰ巧교ᇢᄒᆞᆫ 匠쨔ᇰㅅᅀᅵᆫ이 아ᄒᆡ 모ᄀᆡ 건 낙ᄉᆞᆯ 아ᅀᅩᄃᆡ 고티ᄅᆞᆯ 돈ᄀᆞ티 ᄇᆞ리고 네 面면을 ᄯᅮ드려 보ᄃᆞ랍게 ᄒᆞ고 기르므로저지고 가온ᄃᆡ ᄒᆞᆫ 구무들워 몬져낛긴헤 ᄢᅦ오 버거念념珠즁 세다ᄉᆞᆺ 나ᄎᆞᆯ ᄢᅦ오 아ᄒᆡ로 바ᄅᆞ 아ᇇ고 입버리게 코 졈졈 念념珠즁를 더 미러 모ᄀᆡ 다ᄃᆞᆮ게 ᄒᆞ야 낛 ᄆᆡ욘 ᄃᆡ 니른가 식브거늘 아래로 ᄒᆞᆫ 번 미니 그 낙시 제 ᄂᆞ려 버서디거늘 즉재 우흐로 時씽急급히 내오 고티ᄅᆞᆯ 보니 아래로 낙줄와 낛미느를 ᄢᅳ러 나 귿 헌 ᄃᆡ 업더라
聖惠方治食魚骨鯁以魚網燒灰細硏水調服一錢又方以魚網䨱頭立下{{*|}}
믌고기 먹다가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고깃 그므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 그므를 머리예 두프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含水獺骨立出或爪亦得{{*|}}
ᄯᅩ 水ᄉᆔᆼ獺타ᇙ의 ᄲᅧ를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 시혹 밠톱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以牛筋水浸細擘以線繫如彈子大持線端呑之入喉至哽處徐徐引之鯁着筋卽出{{*|}}
ᄯᅩ ᄉᆈ 히믈 므레 ᄃᆞᆷ가 ᄀᆞᄂᆞ리 ᄧᆡ야 실로 ᄆᆡ요ᄃᆡ 彈딴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싨그틀 잡고 ᄉᆞᆷᄭᅧ 모ᄀᆡ 드려 ᄲᅧ 건 ᄃᆡ 니르거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ᄃᆞᆼᄀᆡ면 ᄲᅧ 히메 바상49ㄴ켜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以虎糞或狼糞燒灰細硏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ᄯᅩᆼ이나 시혹 일희 ᄯᅩᆼ이나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虎骨或狸骨擣細羅爲散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ᄲᅨ나 시혹 ᄉᆞᆯ긔 ᄲᅨ나 디허 ᄀᆞᄂᆞ리처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硇砂半錢口中咀嚼嚥之立下{{*|}}
ᄯᅩ 硇砂상 半반 돈ᄋᆞᆯ 이베 시버 ᄉᆞᆷᄭᅵ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治誤呑鉤若線猶在手中者莫引之但急以珠璫若薏苡子輩穿貫着線稍稍令推至鉤處小小引之則出{{*|}}
ᄯᅩ 낙ᄉᆞᆯ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ᄒᆞ다가 긴히 소내 잇ᄂᆞ닌 ᄃᆞᇰᄀᆡ디 말오 ᄲᆞᆯ리 구스리나 율믜나 긴헤 ᄢᅦ어 졈졈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젹젹 ᄃᆞᇰᄀᆡ면 나ᄂᆞ니라
又方以琥珀珠着線貫之推令前入至鉤又復推以索引出矣或水精珠亦佳無珠諸堅實物磨令滑作孔用之{{*|}}
ᄯᅩ琥홍珀ᄑᆡᆨ 구스를 긴헤 ᄢᅦ여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ᄯᅩ 미러혀면 나ᄂᆞ니라 시혹水ᄉᆔᆼ精져ᇰ 도 ᄯᅩ 됴ᄒᆞ니 구슬 업거든 구든 거슬 ᄀᆞ라 ᄆᆡᆺᄆᆡᆺ게 ᄒᆞ야 구무 들워 ᄡᅳ라
又方治誤呑針以上好磁石如小彈子大含之卽出{{*|}}
ᄯᅩ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됴ᄒᆞᆫ指징南남石쎡 이 져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라
經驗秘方治誤呑錢百部根四兩酒一升浸一宿溫作二服{{*|}}
돈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百ᄇᆡᆨ部뽕根ᄀᆞᆫ 넉 랴ᇰᄋᆞᆯ 술 ᄒᆞᆫ 되예 ᄒᆞᄅᆞᆺ바ᄆᆞᆯ ᄃᆞᆷ가 ᄃᆞ시 ᄒᆞ야 두 버네 머그라
又方服淸蜜二盞{{*|}}
ᄯᅩ 淸쳐ᇰ蜜미ᇙ 두 잔ᄋᆞᆯ 머그라
又方濃煎艾湯一二盞飮之{{*|}}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혀 ᄒᆞᆫ두 자ᄂᆞᆯ 머그라
又方治誤呑針釘鉤子魚骨雜物多食肥羊脂肉及諸肉必自裹出{{*|}}
ᄯᅩ 바ᄂᆞᆯ와 몯과 낛과 고깃 ᄲᅧ와 雜짭거슬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진 羊야ᇰᄋᆡ 기름과 고기와 여러 가짓 고기ᄅᆞᆯ 만히 머그면 절로 ᄢᅳ려 나ᄂᆞ니라
又方木炭爲細末每服一錢冷水調下頓服自然裹於大便中出{{*|}}
ᄯᅩ숫글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ᄋᆞᆯ ᄎᆞᆫ므레 프러 다 머그면 自ᄍᆞᆼ然ᅀᅧᆫ히 大땡便뼌에 ᄢᅳ려 나ᄂᆞ니라
衛生易簡方治一切骨鯁用朴硝噙化{{*|}}
一ᅙᅵᇙ切촁ㅅ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朴팍硝쇼ᇢᄅᆞᆯ 머구머 노기라
又方用雞蘇朴硝等分如彈子大仰臥噙化三五丸卽愈{{*|}}
ᄯᅩ雞곙蘇송 와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졋바누어 세 다ᄉᆞᆺ 버늘 머구머 노기면 즉재 됻ᄂᆞ니라
壽域神方治諸骨鯁用不蛀皂角一片槌碎作四截銚內炒令焦黑酸米醋一盞澆之用碗覆一茶久取出放溫漱嚥下{{*|}}
여러 가짓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벌에 먹디 아니ᄒᆞᆫ 皂쪼ᇢ角각 ᄒᆞᆫ 편을 ᄯᅮ드려 네헤 그처 새용 안해 봇가 검게 ᄒᆞ고 싄 초 ᄒᆞᆫ 잔ᄋᆞᆯ 븟고 보ᅀᆞ로 두퍼 ᄒᆞᆫ 차 다릴 ᄉᆞᅀᅵ만 커든 내야 ᄃᆞ시 ᄒᆞ야 야ᇰ지ᄒᆞ야 ᄉᆞᆷᄭᅵ라
又方用覆盆子根取淨洗釅醋瓦礶煎濃汁用紙盖礶口留一孔令患人開口置孔熏一二時久骨自下{{*|}}
ᄯᅩ覆폭盆뽄子ᄌᆞᆼ ㅅ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초로 딜湯타ᇰ礶관 에 즙이 두텁게 글히고 죠ᄒᆡ로 湯타ᇰ礶관 이블 막고 ᄒᆞᆫ 굼글 두어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로 입 버려 굼긔 다혀 ᄒᆞᆫ두 時씽刻큭을 쐬면 ᄲᅨ 저 나ᄂᆞ니라
又方用餳糖再熬化丸如雞子黃大微嚼猛嚥呑之不下再作大丸呑妙{{*|}}
ᄯᅩ 여슬 두 번 ᄉᆞ라 ᄃᆞᆯᄀᆡ앐 누른 것만 케 비븨여 자ᇝ간 시버 ᄆᆡ이 ᄉᆞᆷᄭᅭᄃᆡ ᄂᆞ리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크게 비븨여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以魚骨安於頭上立愈{{*|}}
ᄯᅩ 믌고깃 ᄲᅧᄅᆞᆯ 머리예 연ᄌ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仍取所餘骨左右手反復擲背後立出{{*|}}
ᄯᅩ 나ᄆᆞᆫ ᄲᅧ를 두 녁 소ᄂᆞ로 서르 드ᇰ 뒤헤 더디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解衣帶眼看下部不下卽出{{*|}}
ᄯᅩ 옷 밧고 미틀 보면 ᄂᆞ리디 아니ᄒᆞ면 즉자히 나ᄂᆞ니라
又方取鯉魚鱗皮燒灰作末以水調服卽出不出再作{{*|}}
ᄯᅩ 鯉링魚ᅌᅥᆼㅅ 비늘와 가ᄎᆞᆯ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 나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又方用象牙爲末水調一錢服亦治魚刺{{*|}}
ᄯᅩ象쌰ᇰ牙ᅌᅡᆼ 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상53ㄱ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ᄲᅧ ᄣᅵᆯ인 ᄃᆡ 고티ᄂᆞ니라
又方用鸕鶿骨爲末湯調服之得呑其嗉最效{{*|}}
ᄯᅩ 鸕롱鶿ᄍᆞᆼ ᄲᅧ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그라 그 부릴 어더 머그면 ᄆᆞᆺ 됴ᄒᆞ니라
又方治誤呑錢用慈菰搗半爛呑之移時其錢卽化一用濃煎艾汁亦可冬葵根煮汁亦可{{*|}}
ᄯᅩ 그르 돈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慈ᄍᆞᆼ菰공 ᄅᆞᆯ 디허 半반만 닉거든 ᄉᆞᆷᄭᅵ라 時씽刻큭이 올ᄆᆞ면 그 돈이 즉재 녹ᄂᆞ니라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횬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冬도ᇰ葵ᄁᆔᆼ 根ᄀᆞᆫ 글휸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誤呑金銀釵環以水銀半兩服之再服卽出{{*|}}
ᄯᅩ 金금銀ᅌᅳᆫ 곳 골회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水ᄉᆔᆼ銀ᅌᅳᆫ 半반 兩랴ᇰ을 머그라 다시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治小兒誤呑針用磁石如棗核大磨令光鑽作竅絲穿令含針自出{{*|}}
ᄯᅩ 아ᄒᆡ 그르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指징南남石쎡이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 ᄒᆞ닐 ᄀᆞ라 빗나게 ᄒᆞ고 구무 들워 실로 ᄢᅦ여 머굼게 ᄒᆞ면 바ᄂᆞ리 제 나ᄂᆞ니라
又方治誤呑鐶燒鵝翎數根末白湯調服妙{{*|}}
ᄯᅩ 그르 골회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거유 ᄂᆞ랫짓 두ᅀᅥ흘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다ᇰ쉿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脫陽陰縮第十三==
經驗良方其證或因大吐大瀉之後四肢逆冷元氣不接不醒人事或傷寒新瘥誤與婦人交其證小腹緊痛外腎搐縮面黑氣喘冷汗自出亦是脫陽證湏臾不救先用葱白數莖炒令熱熨臍下次用 附子{{*|一枚重十錢許剉作八片}}白朮 乾薑{{*|各半兩}}木香{{*|一分}}已上四味各硏細水二椀煎至八分椀去滓放冷灌服湏臾又進一服合滓倂服{{*|}}
그 證지ᇰ이 시혹 하 吐통커나 하 즈칀 後ᅘᅮᇢ에 四ᄉᆞᆼ肢징 ᄎᆞ고元ᅌᅯᆫ氣킝 닛디 아니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거나 시혹傷샤ᇰ寒ᅘᅡᆫ 이 ᄀᆞᆺ 됴커든 그르 겨집과 사괴면 그 證지ᇰ이ᄇᆡᆺ기슬기 ᄀᆞ자ᇰ 알ᄑᆞ고 外ᅌᅬᆼ腎씬이 움치들오 ᄂᆞ치 검고 氣킝分분이 헐헐ᄒᆞ고 ᄎᆞᆫ ᄯᆞ미 흐르ᄂᆞ니 ᄯᅩ 이 脫똬ᇙ陽야ᇰㅅ證지ᇰ이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몬져 파 두ᅀᅥ 줄기ᄅᆞᆯ 봇가 덥게 ᄒᆞ야 ᄇᆡᆺ복 아래ᄅ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버거 附뿡子ᄌᆞᆼ ᄒᆞᆫ 낫 므긔 열 돈 남ᄌᆞᆺᄒᆞ닐 사ᄒᆞ라 여듧 片편 ᄆᆡᇰᄀᆞᆯ오 白ᄈᆡᆨ朮뜌ᇙ와 乾간薑가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량과木목香햐ᇰ ᄒᆞᆫ 分분과 네 가짓 마ᄉ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믈 두 보ᅀᆞ로 글혀 여상55ㄱ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ᄎᆡ와 브ᅀᅳ라 이ᅀᅳᆨ고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고 滓ᄌᆡᆼ 조쳐 다 머기라
如無前藥用桂枝二兩用好酒二升煎至一升候溫分作二服灌之{{*|}}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桂ᄀᆒᆼ枝징 두 兩랴ᇰᄋᆞᆯ 됴ᄒᆞᆫ 술 두 되로 글혀 ᄒᆞᆫ 되예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두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라
又無桂枝用葱白連鬚三七莖細剉沙盆內硏細用酒五升煮至二升分作三服灌之陽氣卽回先用炒塩熨臍下氣海勿令氣冷{{*|}}
ᄯᅩ 桂ᄀᆒᆼ枝징 업거든 파ᄒᆞᆯ 불휘 조쳐 세닐굽 줄기ᄅᆞᆯ 상55ㄴᄀᆞᄂᆞ리 사ᄒᆞ라 沙상盆뽄에 ᄀᆞᄂᆞ리 ᄀᆞ라 술 닷 되로 글혀 두 되예 니르거든 세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면 陽야ᇰ氣킝 즉재 도라오ᄂᆞ니 몬져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臍쪵下ᅘᅡᆼ와 氣킝海ᄒ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야 氣킝分분이 ᄎᆞ디 아니케 홀디니라
又無葱白用生薑二七寸亦好依前法服{{*|}}
ᄯᅩ 파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두닐굽 寸촌도 ᄯᅩ 됴ᄒᆞ니 알ᄑᆡᆺ 法법을 브터 머기라
聖惠方治風入腹攻五藏拘急不得轉側陰縮手足厥冷腹中㽱痛宜服赤芍藥散赤芍藥{{*|一兩}}川烏頭{{*|三兩炮製去皮臍}}桂心 甘草炙微赤剉防風{{*|去蘆頭}}芎窮{{*|各一兩}}右擣麤羅爲散每服三錢以水一中盞入生薑半分棗二枚煎至六分去滓不計時候稍熱服{{*|}}
ᄇᆞᄅᆞ미 ᄇᆡ예 드러 五ᅌᅩᆼ藏짜ᇰᄋᆞᆯ 보차 ᄇᆞᆯ라 움즈기디 몯고 陰ᅙᅳᆷ이 움처 들오 손발 ᄎᆞ고 ᄇᆡ 안히 알ᄑᆞ거든赤쳑芍쟉藥약散산 을 머골디니赤쳑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과川ᄌᆑᆫ烏ᅙᅩᆼ頭뚜ᇢ 세 兩랴ᇰ을 炮뽀ᇢᄒᆞ야 갓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어 져기 븕게 ᄒᆞ야 사ᄒᆞᆯ오防파ᇰ風봉 을 머리 버히고芎구ᇰ窮꾸ᇰ 과 各각 ᄒᆞᆫ 兩랴ᇰ을 디허 麤총케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中듀ᇰㅅ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半반 分분과 大상56ㄴ땡棗초ᇢ 두 나ᄎᆞᆯ 드려 글효ᄃᆡ 六륙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져기 덥게 ᄒᆞ야 머기라
聖濟緫錄治陰疝腫縮疼痛 狼毒{{*|炙二兩}}防葵{{*|炒}}附子{{*|炮裂去皮臍各一兩}}右擣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十丸溫酒下空心日午臨臥服{{*|}}
陰ᅙᅳᆷ疝산 ᄒᆞ야 븟고 움처 알ᄑᆞ닐 고툐ᄃᆡ狼라ᇰ毒독 구우니 두 兩랴ᇰ과防파ᇰ葵ᄁᆔᆼ 봇고니와 附뿡子ᄌᆞᆼᄅᆞᆯ 구어 것과 ᄇᆡᆺ복 아ᅀᅩ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丸ᅘᅪᆫᄋᆞᆯ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 만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 열 丸ᅘᅪᆫ곰 ᄃᆞ상57ㄱᄉᆞᆫ 수레 ᄂᆞ리오ᄃᆡ 空코ᇰ心심과 낫과 누을 제와 머그라
又方雞趐左右俱用不限多少燒灰右細硏爲散每服二錢匕溫酒調下不拘時{{*|}}
ᄯᅩ ᄃᆞᆯᄀᆡ ᄂᆞ래ᄅᆞᆯ 두 녀글 다ᄡᅮᄃᆡ 하며 져구믈 限ᅌᆞᆫ티 말오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ᄂᆞ리오ᄃᆡ 時씽刻큭에 븓들이디 말라
又方黃蓮{{*|去鬚}}熟艾{{*|炙}}杏人{{*|去皮尖別硏各半兩}}右擣硏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塩湯下空心服{{*|}}
ᄯᅩ黃ᅘᅪᇰ蓮련 을 거웃 앗고 니근 ᄡᅮ글 브레 ᄧᅬ오 杏ᅘᆡᇰ仁ᅀᅵᆫ을 것과 부리ᄅᆞᆯ 앗고 各각別벼ᇙ상57ㄴ히 ᄀᆞ라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디허 ᄀᆞ라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ᄒᆞᆫ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게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塩염湯타ᇰ ᄋᆞ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硇砂{{*|硏}}木香{{*|各半兩}}棟實{{*|去核炒}}茴香子{{*|炒}}京三稜{{*|炮各一兩}}右五味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空心酒下{{*|}}
ᄯᅩ 硇砂상ᄅᆞᆯ ᄀᆞᆯ오 木목香햐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棟도ᇰ實씨ᇙ을 ᄌᆞᅀᆞ 아ᅀᅡ 봇고 茴ᅘᅬᆼ香햐ᇰ ᄡᅵ를 봇고 京겨ᇰ三삼稜르ᇰ을 炮뽀ᇢᄒᆞ야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空코ᇰ心심에 술로 머그라
又方槐子{{*|炒一兩}}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溫酒下空心服{{*|}}
ᄯᅩ槐ᅘᅬᆼ子ᄌᆞᆼ ᄅᆞᆯ 보ᄭᅡ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ᄃᆞᄉᆞᆫ 술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萵苣{{*|切半斤}}皂莢{{*|剉碎三挺}}蜀椒{{*|去目及閉口者炒出汗一兩}}右少用水煮令相得不可太稀乘熱用布三兩重裹熨腫處冷卽易頻熨自消{{*|}}
ᄯᅩ 부루 사ᄒᆞ로니 半반 斤근과 皂쪼ᇢ莢겹 사ᄒᆞ라 ᄯᅮ드려 세 挺텨ᇰ과川ᄌᆑᆫ椒죠ᇢ 눈과 입 마ᄀᆞ닐 앗고 상58ㄴ봇가 ᄯᆞᆷ 내요니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므를 져고매 ᄒᆞ야 글혀 서르 맛게 ᄒᆞ고 너무 젹게 마롤디니 더운 저긔 뵈로 두ᅀᅥ ᄇᆞᆯ ᄢᅳ려 브ᅀᅳᆫ ᄃᆡ 熨ᅙᅮᇙ호ᄃᆡ ᄎᆞ거든 ᄀᆞᆯ라 ᄌᆞ조 熨ᅙᅮᇙᄒᆞ면 절로 ᄂᆞᆺᄂᆞ니라
又方雄黃{{*|硏}}甘草{{*|各一兩}}礬石{{*|硏二兩}}右擣硏爲末每用藥一兩熱湯五升通手洗腫處良久再煖洗{{*|}}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ᄀᆞ라 두 兩랴ᇰ과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믈 닷 되예 글혀 브ᅀᅳᆫ ᄃᆡ 시수ᄃᆡ 良랴ᇰ久고ᇢ커든 다시 데여 시스라
又方車前子不拘多少擣羅爲末湯調塗腫處{{*|}}
ᄯᅩ車챵前쪈子 ᄌᆞᆼ 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브ᅀᅳᆫ ᄃᆡ ᄇᆞᄅᆞ라
又方蔓菁根不拘多少剉碎擣羅爲散溫水調塗腫處或以絹帛傅之以差爲度{{*|}}
ᄯᅩ 댓무ᅀᅮᆺ 불휘ᄅᆞᆯ 사ᄒᆞ라 ᄯᅮ드려 디허 처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ᅩᆫ ᄃᆡ ᄇᆞᄅᆞ라 시혹 기브로 브툐ᄃᆡ 됴ᄒᆞᆯ ᄀᆞ자ᇰ ᄒᆞ라
==吐血下血第十四<sub>齒閒出血九竅出血附</sub>==
經驗良方云其證皆因內損或酒色勞損或心肺脉破血氣妄行血如湧泉口鼻俱出須臾不救 側栢葉{{*|蒸乾}}人參{{*|焙乾各一兩}}右二味細末每服二錢入飛羅麪二錢新汲井花水調如稀糊啜服血如湧泉不過二服卽止{{*|}}
그 證지ᇰ이 다 안히 損손호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 酒쥬ᇢ色ᄉᆡᆨ애잇버 損손커나 시혹心심肺폥脉ᄆᆡᆨ 이 ᄒᆞ야디여 血ᄒᆑᇙ氣킝 간대로 行ᅘᆡᇰᄒᆞ야 피 믈ᄉᆡᆷᄃᆞᆺ ᄒᆞ야 입과 고콰애 다 나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側즉栢ᄇᆡᆨ 니플ᄠᅧ ᄆᆞᆯ외오 人ᅀᅵᆫ參ᄉᆞᆷᄋᆞᆯ 焙ᄈᆡᆼ乾간호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ᄒᆞ야 飛빙羅랑麪면 두 돈 드려 ᄀᆞᆺ 기룬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로ᄃᆡ누근 플ᄀᆞ티 ᄒᆞ야 머그라 피 믈 솟ᄃᆞᆺ 하야도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즉재 긋ᄂᆞ니라
如無前藥用荊芥一握燒過盖於地上要出火毒細硏如粉以陳米飮調下三錢許與服不過二服效{{*|}}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荊혀ᇰ芥갱 ᄒᆞᆫ 우후믈 ᄉᆞ라 ᄯᅡ해 두퍼火황毒독 내오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무근 ᄡᆞᆯ 글흔 므레 프러 세 돈 남ᄌᆞ기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됻ᄂᆞ니라
又無荊芥用釜底墨刮下細硏如粉每服三錢濃米飮調下連進二三服鼻衄一字吹入鼻中立效{{*|}}
ᄯᅩ 荊혀ᇰ芥갱 업거든 가마 미틧 검듸여ᇰ을 ᄀᆞᆯ가 ᄀᆞᄂᆞ리 紛분ᄀᆞ티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두터이 글상60ㄴ힌 ᄡᆞᆳ므레 프러 닛우 두ᅀᅥ 服뽁을 머기라 고해피 흐르거든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블면 즉재 됴ᄒᆞ리라
又方人有九竅四肢指歧閒皆出血此暴驚所致勿令患人知以井花水猛噀其面{{*|}}
ᄯᅩ 사ᄅᆞ미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 가락 ᄉᆞᅀᅵ예 다 피나ᄆᆞᆫ 이ᄂᆞᆫ 과ᄀᆞᆯ이 놀란 다시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ᆯ 알외디 말오 井져ᇰ花황水ᄉᆔᆼ로 그 ᄂᆞᄎᆡ ᄆᆡ이 ᄲᅮ모라
又方鼻口中出血不止用赤馬糞燒灰細末溫酒調下一錢{{*|}}
ᄯᅩ 고콰 이베 피나고 긋디 아니커든 블근 ᄆᆞᆯᄯᅩᆼᄋᆞᆯ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ᄒᆞᆫ 돈을 머그라
經驗秘方鼻衄方用龍骨爲末以筆管吹半錢鼻中九竅出血皆可用又隨衄左右以新水洗足又以左撚紙索子繫手四肢呪曰血神住立止又張弓絃向上令病人仰臥枕絃放四肢如常臥{{*|}}
고햇피 고티ᄂᆞᆫ 法법에龍료ᇰ骨고ᇙ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붇ᄌᆞᆯ오로 半반 돈ᄋᆞᆯ 곳굼긔 불라 아홉 굼긔 피나거든 다 어루 ᄡᅳ리라 ᄯᅩ 피의 왼녁 올ᄒᆞᆫ녀글 조처 새 믈로 발 싯고 ᄯᅩ 외오 ᄭᅩᆫ 죠ᄒᆡ 노ᄒᆞ로 소ᇇ 네 가라ᄀᆞᆯ ᄆᆡ오 呪쥬ᇢᄒᆞ야 닐오ᄃᆡ 血ᄒᆑᇙ神씬은 그치라 ᄒᆞ면 즉재 긋ᄂᆞ니라 ᄯᅩ 홠시우를지허 상61ㄴ우흘 向햐ᇰᄒᆞ야 노코 病뼈ᇰᄒᆞᆫ 사ᄅᆞ미졋바디여 누워 홠시우를 볘오 四ᄉᆞᆼ肢징ᄅᆞᆯ 펴 샹녜 누움 ᄀᆞᆮ게 ᄒᆞ라
又灸項後髮際兩筋閒宛宛中{{*|}}
ᄯᅩ 목 뒷髮바ᇙ際졩 ㅅ 두 히ᇝ ᄉᆞᅀᅵᆺ 우믁ᄒᆞᆫ ᄃᆡᆯ ᄯᅳ라
澹寮方茜根散治鼻衄終日不止心神煩悶 茜根 黃芩 側栢葉 阿膠{{*|蚌粉炒}}生地黃{{*|各一兩}}甘草{{*|炙半兩}}右㕮咀每服四錢水一盞半姜三片煎至八分去滓溫服不拘時{{*|}}
茜쳔根ᄀᆞᆫ散산 은 고해피져므ᄃᆞ록 긋디 아니ᄒᆞ야 ᄆᆞᅀᆞ미 닶가오닐 고티ᄂᆞ니茜 쳔根ᄀᆞᆫ 과黃ᅘᅪᇰ芩끔 과 側즉栢ᄇᆡᆨ 닙과 阿ᅙᅡᆼ膠교ᇢᄅᆞᆯᄉᆞᄒᆡ에 봇고니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우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네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잔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ᄋᆞ로 글혀 여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時씽節져ᇙ을 븓들이디 말라
衛生簡易方九竅出血小薊一握搗汁酒半盞和頓服如無靑者以乾薊末冷水調三錢匕服{{*|}}
아홉 굼긔 피나거든小쇼ᇢ薊곙 ᄒᆞᆫ 우후믈 디허 汁집 내야 술 半반 잔애 프러 다 머그라 ᄒᆞ다가 프르니 업거든 ᄆᆞᄅᆞᆫ 薊곙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ᄎᆞᆫ므레 세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暴下血用蒜五六枚去皮入豆豉硏爲膏如桐子大米飮下五六十丸無不愈者{{*|}}
ᄯᅩ 과ᄀᆞᆯ이下ᅘᅡᆼ血혀ᇙ ᄒᆞ릴 고툐ᄃᆡ 마ᄂᆞᆯ 대엿 나ᄎᆞᆯ 거플 밧기고 젼구글 드러 ᄀᆞ라 골 ᄆᆡᇰᄀᆞ라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ᄡᆞᆯ 글힌 므레 쉰 여ᄉᆔᆫ 丸ᅘᅪᆫ을 머그면 됴티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又方用赤小豆一升搗碎水三升絞汁飮之{{*|}}
ᄯᅩ赤쳑小쇼ᇢ豆또ᇢ ᄒᆞᆫ 되ᄅᆞᆯ 디허 ᄇᆞᆺ아 믈 서 되예 프러 즈블ᄲᅡ 머그라
壽域神方治小便下血不止酸漿草絞取自然汁服之{{*|}}
小쇼ᇢ便뼌에 下ᅘᅡᆼ血혀ᇙ이 긋디 아니커든酸솬漿쟈ᇰ草초ᇢ ᄅᆞᆯ 드러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ᄲᅡ 머그라 酸솬漿쟈ᇰ은 ᄭᅪ리라
朱氏集驗方一金散治鼻衄出血過多昏冒欲死諸藥不效大蒜硏左鼻貼左脚右鼻貼右脚心兩鼻貼兩脚心{{*|}}
一ᅙᅵᇙ金금散산 은 고해피 나미 너무 하 어즐ᄒᆞ야 주거 가ᄂᆞ니 여러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큰 마ᄂᆞᄅᆞᆯ ᄀᆞ라 왼녁 고히어든 왼녁 밠바다ᇰ애 브티고 올ᄒᆞᆫ녁 고히어든 올ᄒᆞᆫ녁 밠바다ᅌᅢ 브티고 두 고히어든 두 밠바다ᅌᅢ 브티라
又方齒縫出血不止他藥不能治之者塩主之{{*|}}
ᄯᅩ닛ᄢᅵ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다ᄅᆞᆫ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닌 소고미 主즁ᄒᆞ니라
聖惠方治九竅四肢指歧閒出血方 生地黃{{*|一兩細切}}蒲黃{{*|半兩}}靑竹茹半兩 右以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每於食後溫服{{*|}}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가락 ᄉᆞᅀᅵ예 피나ᄂ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ᄒᆞᆫ 兩량ᄋ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ᆯ오蒲뽕黃ᅘᅪᇰ 半반 兩랴ᇰ과 프른 댓거프를 갈로 ᄀᆞᆯ가 半반 兩랴ᇰᄋᆞᆯ 믈 ᄒᆞᆫ 큰 잔ᄋᆞ로 글혀 여슷 分분에 니르거든 즛의 앗고 食씩後ᅘᅮᇢ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吐血及鼻衄不止烏賊魚骨搗細羅爲散不計時以淸粥飮調下二錢{{*|}}
ᄯᅩ吐통血ᄒᆑᇙ 와 고해피 긋디 아니커든烏ᅙᅩᆼ賊쯕魚ᅌᅥᆼ ᄲᅧ를 디허 ᄀᆞᄂᆞ리 처 時씽刻큭 혜디 말오 粥쥭 므레 두 돈곰 프러 머그라
又方鼻衄經日夜不止用乾姜削如蓮子大塞鼻中卽止{{*|}}
ᄯᅩ 고해 피 밤나ᄌᆞᆯ 디내요ᄃᆡ 긋디 아니커든 乾간姜가ᇰᄋᆞᆯ蓮련子ᄌᆞᆼ 만 케 갓가 곳굼긔 마ᄀᆞ면 곧 긋ᄂᆞ니라
又方濃硏好墨點鼻中立止{{*|}}
ᄯᅩ 됴ᄒᆞᆫ墨믁 을 두터이 ᄀᆞ라 곳굼긔 디그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牙齒縫忽然出血 當歸散 當歸 桂心{{*|各半兩}}白凡{{*|一兩燒令汁盡}}甘草{{*|半兩}}右件藥擣麤羅分爲三度用每度以漿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熱含冷吐{{*|}}
ᄯᅩ 닛ᄢᅵ메 忽호ᇙ然ᅀᅧᆫ히 피나거든當다ᇰ歸귕 와 桂ᄀᆒᆼ心심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을 ᄉᆞ라 汁집 업게 ᄒᆞ고 甘감草초ᇢ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디허 麤총히 처 세 버네 ᄂᆞᆫ화 ᄡᅮᄃᆡ ᄒᆞᆫ 버네 漿쟈ᇰ水ᄉᆔᆼ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더우닐 머구머 ᄎᆞ거든비와ᄐᆞ라
又方齒齗血出不止乾地龍末一錢白凡灰一錢射香末{{*|半錢}}右同硏令勻濕布上塗落貼於患處{{*|}}
ᄯᅩ 닛믜유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ᄆᆞᄅᆞᆫ地딩龍료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돈과 白ᄈᆡᆨ礬뻔ㅅ ᄌᆡ ᄒᆞᆫ 돈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 ᄒᆞᆫᄃᆡ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저즌 뵈 우희 藥약 ᄇᆞᆯ라 피나ᄂᆞᆫ ᄃᆡ 브티라
又方無故口齒閒血出不止以淡竹葉濃煎湯熱含冷吐{{*|}}
ᄯᅩ 젼ᄎᆞ 업시 입과 닛ᄉᆞᅀᅵ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淡땀竹듁 니플 두텁게 글혀 더운 므를 머구머 ᄎᆞ거든 비와ᄐᆞ라
直指方治齒出血 鬱金 白芷 細辛{{*|各等分}}右爲末擦牙仍以竹葉竹皮濃煎入塩少許含嚥或炒塩傅{{*|}}
니예 피나ᄂᆞ닐 고툐ᄃᆡ 鬱ᅙᅮᇙ金금과白ᄈᆡᆨ芷징 와 細솅辛신ᄋ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니예ᄡᅮᄭᅩ 댓닙과 댓가ᄎᆞᆯ 두터이 글혀 소곰 져기 녀허 머구머 ᄉᆞᆷᄭᅵ며 시혹 소고ᄆᆞᆯ 봇가 브티라
千金方齒閒出血溫童子小便半升煮取三合含之其血卽止{{*|}}
닛ᄉᆞᅀᅵ예 피나거든 아ᄒᆡ 小쑈ᇢ便뼌 半반 되를 글혀 서 호블 取츙ᄒᆞ야 머구므면 그 피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齒出血不止刮生竹皮二兩苦酒浸之令其人解衣坐使人含噀其背上三過仍取竹茹濃煮汁勿與塩適寒溫含漱之竟日爲度{{*|}}
ᄯᅩ 니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ᄂᆞᆯ 댓거츨 ᄀᆞᆯ가 두 兩랴ᇰᄋᆞᆯ 醋초ᇢ애 ᄃᆞᆷ고 그 사ᄅᆞᄆᆞ로 옷 바사 아ᇇ게 ᄒᆞ고 다ᄅᆞᆫ 사ᄅᆞ미 머구머 그 드ᇰ의 세 버늘 ᄲᅮᆷ고 댓거프를 取츙ᄒᆞ야 두터이 즈블 글혀 소곰 주디 말오 ᄎᆞ며 ᄃᆞᆺ호미맛갑게 ᄒᆞ야 머구머 야ᇰ지호ᄃᆡ 져므ᄃᆞ록 ᄒᆞ라
又方治酒醉牙齒涌血出 當歸{{*|二兩}}礬石{{*|六銖}}桂心 細辛 甘草{{*|各一兩}}右五味㕮咀以漿水五升煮取三升含之日五六夜三{{*|}}
ᄯᅩ 술 醉ᄌᆔᆼᄒᆞ야 니예 피 솟ᄂᆞ닐 고툐ᄃᆡ 當다ᇰ歸귕 두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여슷 銖쓩와 桂ᄀᆒᆼ心심과 細솅辛신과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漿쟈ᇰ水ᄉᆔᆼ 닷 되예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머구무ᄃᆡ 나ᄌᆡ 대엿 번 바ᄆᆡ 세 번 ᄒᆞ라
又方燒釘令赤注孔血中止{{*|}}
ᄯᅩ 모ᄃᆞᆯ ᄉᆞ라 븕게 ᄒᆞ야 핏 굼긔 고ᄌᆞ면 긋ᄂᆞ니라
又方舌上黑有數孔大如簪出血如湧泉 戎塩 黃芩{{*|一作葵子}}黃蘗 大黃{{*|各五兩}}人參 桂心 甘草{{*|各二兩}}右爲末蜜丸梧子大米飮服十丸日三服亦燒鐵烙之{{*|}}
ᄯᅩ 혀 우히 검고 두ᅀᅥ 굼기 빈혓 구무만 코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거든戎ᅀᅲᇰ塩염 과黃ᅘᅪᇰ芩 끔 과 ᄒᆞ나ᄒᆞᆫ 葵ᄁᆔᆼ子ᄌᆞᆼㅣ라 ᄒᆞ다 黃ᅘᅪᇰ蘗ᄇᆡᆨ과 大땡黃ᅘᅪᇰ 各각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參ᄉᆞᆷ과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 各각 두 兩랴ᇰ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 丸ᅘᅪᆫ곰 ᄒᆞᄅᆞ 세 번 머그라 ᄯᅩ 鐵텨ᇙ을 ᄉᆞ라 지지라
得效方文蛤散治熱壅舌上出血如泉 五倍子{{*|洗}}白膠香 牡蠣粉{{*|各等分}}右爲末每以少許 摻患處或燒鐵篦熟烙孔上{{*|}}
文문蛤갑散산 ᄋᆞᆫ 上쌰ᇰ熱ᅀᅧᇙᄒᆞ야 혀에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ᄒᆞ닐 고툐ᄃᆡ五ᅌᅩᆼ倍ᄈᆡᆼ子ᄌᆞᆼ ᄅᆞᆯ 싯고 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과牡무ᇢ蠣롕粉분 을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피나ᄂᆞᆫᄃᆡ ᄇᆞᄅᆞ고 시혹 쇠빈혀를 ᄉᆞ라 굼긔 니기 지지라
又方舌無故出血炒槐花爲末摻之而愈{{*|}}
ᄯᅩ 혜 전ᄎᆞ 업시 피나거든 槐ᅘᅬᆼ花황ᄅᆞᆯ 보ᄭᅡ 細솅末마ᇙᄒᆞ야 ᄇᆞᄅᆞ면 됻ᄂᆞ니라
==大小便不通第十五==
聖惠方治大小便關格不通腹脹喘急方 膩粉{{*|一錢}}生麻油{{*|一合}}右相和空腹服之{{*|}}
大땡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몯ᄒᆞ야 ᄇᆡ 탸ᇰ만ᄒᆞ고 수미 ᄌᆞᄌ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膩닝粉분 ᄒᆞᆫ 돈과生ᄉᆡᇰ麻망油유ᇢ ᄒᆞᆫ 홉과ᄅᆞᆯ 섯거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蔓菁子油一合空腹服之卽通通後汗出勿怪{{*|}}
ᄯᅩ 댓무ᅀᅮᆺ ᄡᅵᆺ 기름 ᄒᆞᆫ 호ᄇᆞᆯ 空코ᇰ心심에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 通토ᇰᄒᆞᆫ 後ᅘᅮᇢ에 ᄯᆞᆷ나거든 疑ᅌᅴᆼ心심 말라
又方治小便難腹滿悶不急療之殺人葱白{{*|三斤}}塩{{*|一斤}}右相和爛硏炒令熱以帛子裹分作二苞更互熨臍下小便立出{{*|}}
ᄯᅩ 小쇼ᇢ便뼌이 어려워 ᄇᆡ 탸ᇰ만ᄒᆞ고 답답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파 서 斤근과 소곰 ᄒᆞᆫ 斤근을 섯거 므르 디허 보ᄭᅡ 덥게 ᄒᆞ야 기브로 ᄢᅳ료ᄃᆡ 두 ᄢᅳ례예 ᄂᆞᆫ화 서르 臍쨍下ᅘ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면 小쇼ᇢ便뼌이 즉재 나ᄂᆞ니라
聖濟緫錄茯苓丸治大小便不通 赤茯苓{{*|去黑皮}}芍藥 當歸{{*|切焙}}枳殼{{*|去穰麩炒}}白朮 人參{{*|各五兩}}大麻仁 大黃{{*|剉各三兩}}右爲末煉蜜和丸梧桐子大每服十五丸至二十丸空心煎茅根湯下{{*|}}
茯뽁苓려ᇰ丸ᅘᅪᆫ 은 大땡小쇼ᇢ便뼌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赤쳑茯뽁苓려ᇰ 을 거믄 것 밧기고芍작藥약 과 當다ᇰ歸귕ᄅᆞᆯ 사ᄒᆞ라 焙ᄈᆡᆼ乾간ᄒᆞ고枳징殼칵 을 솝 앗고 기울와 봇고 白ᄈᆡᆨ朮뜌ᇙ와 人ᅀᅵᆫ參ᄉᆞᆷ 各각 다ᄉᆞᆺ 兩랴ᇰ과大땡麻망仁ᅀᅵᆫ 과 大땡黃ᅘᅪᇰᄋᆞᆯ 사ᄒᆞ라 各각 석 兩랴ᇰ과를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다ᄉᆞᆺ 丸ᅘᅪᆫ으로 스믈 丸ᅘᅪᆫ지히 空코ᇰ心심애茅모ᇢ根ᄀᆞᆫ湯타ᇰ 을 글혀 ᄂᆞ리우라
經驗良方木通散治小便不通小腹痛不可忍 木通 滑石{{*|各半兩}}黑牽牛{{*|頭末半兩}}右㕮咀每服一錢水半盞燈心十莖葱白一箇同煎三分食前溫服{{*|}}
木목通토ᇰ散산 은 小쇼ᇢ便뼌 不부ᇙ通토ᇰᄒᆞ야 ᄇᆡᆺ기슭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릴 고티ᄂᆞ니木목通토ᇰ 과滑ᅘᅪᇙ石쎡 각 半반 兩랴ᇰ과黑흑牽켠牛ᅌᅮᇢ 머릿 ᄀᆞᄅᆞ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돈곰 ᄒᆞ야 믈 半반 잔과燈드ᇰ 心심 열 줄기와 파 ᄒᆞᆫ 낫과 ᄒᆞᆫᄃᆡ 三삼分분을 글혀 食씩前쪈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肘後方治小便不利莖中痛欲死牛膝幷葉不以多小酒煮飮之立愈{{*|}}
小쇼ᇢ便뼌이 快쾡티 몯ᄒᆞ야陰ᅙᅳᆷ莖ᅘᆡᇰ ㅅ 소비 알파 죽고져 ᄒᆞᄂᆞ닐 고툐ᄃᆡ牛ᅌᅮᇢ膝시ᇙ 을 닙 조쳐 수레 글혀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大便秘澁不通 大黃{{*|四兩}}桃仁{{*|三十枚去皮尖雙仁硏}}右切以水六升煮取二升分再服{{*|}}
大땡便뼌이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大땡黃ᅘᅪᇰ 넉 兩랴ᇰ과桃또ᇢ仁ᅀᅵᆫ 셜흔나ᄎᆞᆯ 것과 부리와 어우러ᇰ ᄌᆞᅀᆞᄅᆞᆯ 앗고 ᄀᆞ라 믈 엿 되예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ᄂᆞᆫ화 두 버네 머그라
又方胡鷰屎蜜和納大孔中卽通{{*|}}
ᄯᅩ 며ᇰ마긔 ᄯᅩᇰᄋᆞᆯ ᄢᅮ레 ᄆᆞ라 밋굼긔 녀흐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簡要濟衆方治大便澁不通牽牛子半生半熟擣爲散每服二錢煎薑湯調下如未通再服及以熱茶投之量虛實不計時加减服之{{*|}}
大땡便뼌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牽켠牛ᅌᅮᇢ子ᄌᆞᆼᄅᆞᆯ 半반만 ᄂᆞ리오 半반만 니그닐 디허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生ᄉᆡᇰ薑가ᇰ湯타ᇰ애 프러 ᄂᆞ리오ᄃᆡ 通토ᇰ티 몯거든 다시 먹고 더운 차로 머구ᄃᆡ 虛헝實씨ᇙ을 혜오 時씽刻큭 혜디 마라 더으며ᇰ더러 머그라
==溺水第十六==
經驗良方凡有人溺水者救上岸卽將牛一頭却令溺水之人將肚橫覆相抵在牛背上兩邊用人扶策徐徐牽牛而行以出腹內之水如醒卽以蘇合香元之類或老生薑擦其齒若無牛以活人於長板櫈上仰臥却令溺水人如前法將肚相抵活人身聽其水出卽活{{*|}}
믈읫 사ᄅᆞ미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ᄀᆞᅀᅢ올이고 쇼 ᄒᆞ나ᄒᆞᆯ 가져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ᄇᆡᄅᆞᆯ ᄉᆈ 드ᇰ 우희 ᄀᆞᄅᆞ 업데우고 두 녁 ᄀᆞᅀᅢ 사ᄅᆞ미 자바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쇼ᄅᆞᆯ 잇거ᄃᆞᆮ녀 ᄇᆡ 안햇 므를 내오 ᄒᆞ다가ᄭᆡ어든 곧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類ᄅᆔᆼ어나 시혹 늘근 生ᄉᆡᇰ薑가ᇰ이나 그 니예 ᄡᅮ츠라 ᄒᆞ다가 쇼 업거든 산 사ᄅᆞᄆᆞ로長땨ᇰ床싸ᇰ 우희 졋바뉘이고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알ᄑᆡᆺ 法법ᄀᆞ티 ᄇᆡᄅᆞᆯ 산 사ᄅᆞᄆᆡ 모매 서르 다혀 므리 나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聖惠方凡溺水急解去死人衣灸臍中卽差{{*|}}
믈읫 므레ᄲᅡ디거든 時씽急급히 주근 사ᄅᆞᄆᆡ 옷 밧기고 ᄇᆡᆺ보ᄀ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竈中灰布地令厚五寸以甑側安着灰上令溺人伏於甑上使頭小垂下炒塩二錢內小竹管內吹入下部中卽當吐水去却甑扶下溺人着灰中以灰壅身水恒出鼻口中卽活矣{{*|}}
ᄯᅩ 브ᅀᅥ븻 ᄌᆡ로 ᄯᅡ해 ᄭᆞ로ᄃᆡ 두틔 다ᄉᆞᆺ 寸촌이에 코 실을 ᄌᆡ 우희 겨트로 노코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시르 우희 업데우고 머리ᄅᆞᆯ 져기 아래로 ᄲᅡ디게 ᄒᆞ고 소고ᄆᆞᆯ 봇가 두 돈ᄋᆞᆯ 져근 대로ᇰ애 녀허 밋굼긔 부러 드리면 반ᄃᆞ기 므를 吐통ᄒᆞ리니 실을 앗고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아나 ᄂᆞ리와 ᄌᆡ예 노코 ᄌᆡ로 모ᄆᆞᆯ 두프면 므리 고콰 입과로 나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掘地作坑熬數斛熱灰內坑中下溺人灰覆濕徹卽易之灰勿大熱灰冷更易半日卽活也{{*|}}
ᄯᅩ ᄯᅡ 파 굳 ᄆᆡᇰᄀᆞᆯ오 두ᅀᅥ 셤 더운 ᄌᆡᄅᆞᆯ 봇가 구데 녀코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녀코 ᄌᆡ로 두퍼 ᄉᆞᄆᆞᆺ젓거든 곧 ᄀᆞᆯ라 ᄌᆡᄅᆞᆯ 너무 봇디 말오 ᄌᆡ ᄎᆞ거든 ᄀᆞ라 半반 날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但埋溺人暖灰中頭足俱沒唯開七孔水出卽活{{*|}}
ᄯᅩ 오직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다운 ᄌᆡ예 무두ᄃᆡ 머리와 발왜 다 들에 ᄒᆞ고 오직 닐굽 굼글 여러 므리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緜裹皂莢末內下部中湏臾水出{{*|}}
ᄯᅩ 소오매 皂쪼ᇢ莢겹ㅅ ᄀᆞᆯᄋ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이ᅀᅳᆨ고 므리 나ᄂᆞ니라
千金方半夏末吹入鼻{{*|}}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부러 고해 녀ᄒᆞ라
又方裹石灰納下部中水出盡卽活{{*|}}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므리 다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熬沙覆死人上下有沙但出鼻口耳沙冷濕卽易{{*|}}
ᄯᅩ 몰애ᄅᆞᆯ 봇가 주근 사ᄅᆞᄆᆞᆯ 두푸ᄃᆡ 아라우희 몰애 잇고 오직 고콰 입과 귀와ᄅᆞᆯ 내야 몰애 ᄎᆞ고 젓거든 곧 ᄀᆞᆯ라
管見大全良方救男女墮水中者以常用薦席卷之就平地上袞轉一二百轉則水出自活亦有用陳壁土末覆之死者更以爐中煖灰覆臍上下則元氣廻自活省後當服利水之藥如五苓散異功五積散朮附湯除濕湯不換金正氣散若欲兼服安心神收歛神氣之藥宜服蘇合香元在人斟酌輕重冷熱而投之{{*|}}
男남女녕ㅣ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샤ᇰ녜 ᄡᅳᄂᆞᆫ 돗긔 ᄆᆞ라 平뼈ᇰᄒᆞᆫ ᄯᅡ해 나ᅀᅡ가 一ᅙᅵᇙ二ᅀᅵᆼ百ᄇᆡᆨ 버늘 구으리면 므리 나면 절로 사ᄂᆞ니라 ᄯᅩ 무근 ᄇᆞᄅᆞ맷 ᄒᆞᆰᄀᆞᆯᄋᆞ로 둡ᄂᆞ니라 주그닐 ᄯᅩ 火황爐롱앳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 아라우희 두프면 元ᅌᅯᆫ氣킝 도라와 사ᄂᆞ니라 ᄎᆞ린 後ᅘᅮᇢ에 믈 즈츼ᄂᆞᆫ 藥약이五ᅌᅩᆼ苓려ᇰ散산 과異잉功고ᇰ五ᅌᅩᆼ積젹散산 과朮뜌ᇙ附뿡湯타ᇰ 과 除똉濕십湯타ᇰ과不부ᇙ換ᅘᅪᆫ金금正져ᇰ氣킝散산 ᄋᆞᆯ 머기고 ᄒᆞ다가 ᄆᆞᅀᆞᄆᆞᆯ 便뼌安ᅙᅡᆫ케 ᄒᆞ고 氣킝分분을 모도ᄂᆞᆫ 藥약을 조쳐 머기고져 커든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을 머귤디니 사ᄅᆞ미 輕켜ᇰ重뜌ᇰ과 冷ᄅᆡᇰ熱ᅀᅧᇙ을 斟짐酌쟉ᄒᆞ야 머교매 잇ᄂᆞ니라
壽域神方冬月落水微有氣者用大器炒灰熨心上候暖氣通溫粥稍稍呑之卽活若便持火炙卽死{{*|}}
겨ᅀᅳ레 므레 디여 자ᇝ간 氣킝分분 잇ᄂᆞ닐 큰 그르세 ᄌᆡᄅᆞᆯ 봇ᄭᅡ 가ᄉᆞᄆ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더운 氣킝分분이 通토ᇰ호ᄆᆞᆯ 기드려 ᄃᆞᄉᆞᆫ 粥쥭을 졈졈 머기면 곧 사ᄂᆞ니 ᄒᆞ다가 브를 ᄧᅬ면 즉재 죽ᄂᆞ니라
又方急於人中穴及兩脚大母趾內離甲一韭葉許各灸三五壯卽活{{*|}}
ᄯᅩ ᄲᆞᆯ리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와 두 밠 엄지가띿 아ᇇ 밠토ᄇᆞ로셔 ᄒᆞᆫ 부ᄎᆡᆺ닙 너븨만 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세다ᄉᆞᆺ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以屈死人兩脚着生人肩上以溺人背搭走吐水出盡卽活{{*|}}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두 다리ᄅᆞᆯ 구펴 산 사ᄅᆞᄆᆡ 엇게 우희 여ᇇ고 주근 사ᄅᆞᄆᆞᆯ 지여 ᄃᆞᄅᆞ면 므리 다 나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得效方以酒壜一介以紙錢一把燒放壜中急以壜口覆溺水人面上或臍上冷則再燒紙錢於壜內覆面上去水卽活{{*|}}
酒쥬ᇢ壜땀 ᄒᆞᆫ 나ᄎᆞ로 죠ᄒᆡ젼 ᄒᆞᆫ 주믈 ᄉᆞ라 壜땀 안해 녀코 時씽急급히 壜땀 이브로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ᆡ ᄂᆞ치나 시혹 ᄇᆡᆺ복 우희 두퍼 ᄎᆞ거든 다시 죠ᄒᆡ젼을 ᄉᆞ라 壜땀 안해 녀허 ᄂᆞᄎᆡ 두퍼 므를 아ᅀ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壜땀은 술녇ᄂᆞᆫ 딜어시라
==自縊第十七==
千金方凡救自縊死者極須按定其心勿截繩手抱起徐徐解之心下尙溫者以氍毹{{*|卽毛席也}}覆口鼻兩人吹其兩耳{{*|}}
믈읫 목 ᄆᆡ야 주그닐 救구ᇢ호ᄃᆡ ᄀᆞ자ᇰ 모로매 그 ᄆᆞᅀᆞᄆᆞᆯ 눌러 一ᅙᅵᇙ定뗘ᇰᄒᆞ고 노ᄒᆞᆯ 긋디 말오 소ᄂᆞ로 아나 니르왇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글오ᄃᆡ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니란 담으로 입과 고ᄒᆞᆯ 둡고 두 사ᄅᆞ미 그 두 귀ᄅᆞᆯ 불라
又方强臥以物塞兩耳竹筒納口中使兩人痛吹之塞口傍無令氣得出半日死人卽噫噫卽勿吹也{{*|}}
ᄯᅩ 뉘이고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ᆯ 입 안해 녀코 두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불오 입가ᅀᆞᆯ 마가 氣킝分분이 나디 몯게 ᄒᆞ면 半반 날ᄋᆞᆯ 주겟던 사ᄅᆞ미 곧 숨쉬ᄂᆞ니 숨쉬어든 부디 말라
又方擣皂莢細辛屑如豆大吹兩鼻中{{*|}}
ᄯᅩ 皂쪼ᇢ莢겹과 細솅辛신ㅅ ᄀᆞᆯᄋᆞᆯ 디허 코ᇰ낫만 ᄒᆞ닐 두 곳굼긔 불라
又方刺雞冠血出滴口中卽活男雌女雄{{*|}}
ᄯᅩ ᄃᆞᆯᄀᆡ 벼츨 ᄣᅵᆯ어 피내야 이베 처디면 즉자히 사ᄂᆞ니 남지ᄂᆞᆫ 암ᄐᆞᆯᄀᆞ로 코 겨지븐 수ᄐᆞᆯᄀᆞ로 ᄒᆞ라
又方尿鼻口眼耳中幷捉頭髮一撮如筆管大掣之立活{{*|}}
ᄯᅩ 고콰 입과 눈과 귀와에 오좀 누고 머리터럭 ᄒᆞᆫ 져부미 붇 ᄌᆞᄅᆞ만 ᄒᆞ닐 자바ᄃᆞᇰᄀᆡ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雞血塗喉下{{*|}}
ᄯᅩ ᄃᆞᆯᄀᆡ 피ᄅᆞᆯ 목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灸四肢大節陷大指本支名曰地袖各七壯{{*|}}
ᄯᅩ 네 활기옛 큰 ᄆᆞᄃᆡᆺ 우무근 ᄃᆡ와 엄짓가락 미틧 그믈 일후믈 地띵袖쓔ᇢㅣ라 ᄒᆞᄂᆞ니 各각 닐굽 壯자ᇰ을 ᄯᅳ라
經驗救急方急抱起解下切不可截繩卽以衣物塞兩耳將竹筒於口中吹氣及以衣物緊塞二物爲妙凡縊者從早至晩雖已冷必可救從夜至早稍難救若心上溫一日已上猶可救切不可截斷繩欸欸地抱起其身緩解繩放臥令人踏其肩以手拔其髮常令一人緊以手擦胸脇一人以手摩搦臂足屈伸之若已僵漸强屈之又按其腹如此一飯時卽得氣呼吸矣却身苦勞動少與官桂湯及粥淸令喉潤更令兩人以筆管吹其耳中尤妙依此法救無不活者{{*|}}
ᄲᆞᆯ리 아나 니르왇고 글오ᄃᆡ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즉자히 오ᄉᆞ로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로 입 안해 氣킝分분을 불오 오ᄉᆞ로 두 거슬 구디 마고미 됴ᄒᆞ니 믈읫 목ᄆᆡ야 주그니 아ᄎᆞᆷ브터 나조ᄒᆡ 니르닌 비록 차도 어루 救구ᇢᄒᆞ려니와 밤브터 아ᄎᆞᄆᆡ 니르닌 救구ᇢ호미 어려우니 ᄒᆞ다가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면 ᄒᆞᄅᆞᆺ 內뇡ᄂᆞᆫ 어루 救구ᇢᄒᆞ리니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그 모ᄆᆞᆯ 아나 니르왇고 노ᄒᆞᆯ 날회야 그르고 뉘이고 사ᄅᆞᄆᆞ로 그 엇게ᄅᆞᆯ ᄇᆞᆲ고 소ᄂᆞ로 머리 터릴 ᄲᅡ혀며 샤ᇰ녜 ᄒᆞᆫ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소ᄂᆞ로 가ᄉᆞᆷ과 녑과ᄅᆞᆯ ᄡᅮᆺ고 ᄒᆞᆫ 사ᄅᆞ미 소ᄂᆞ로 ᄇᆞᆯ콰 바ᄅᆞᆯ ᄡᅮᆺ고 구피락펴락게 ᄒᆞ라 ᄒᆞ다가 세웓거든 졈졈 구피고 ᄯᅩ 그 ᄇᆡᄅᆞᆯ ᄆᆞᆫ죨디니 이ᄀᆞ티 ᄒᆞᆫ 밥 ᄣᅢ만 ᄒᆞ면 곧 氣킝分분을 어더 숨쉬ᄂᆞ니라 모미이처커든 져기管관桂ᄀᆒᆼ湯타ᇰ 과 粥쥭므를 머겨 모기 젓게 ᄒᆞ고 ᄯᅩ 두 사ᄅᆞ미 붇ᄌᆞᆯᄋᆞ로 귓굼글 불에 호미 더 됴ᄒᆞ니 이 法법을 브터 救구ᇢᄒᆞ면 사디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得效方緊用兩手掩其口勿令透氣兩時氣急卽活{{*|}}
ᄆᆡ이 두 소ᄂᆞ로 그 이블 마가 氣킝分분이 ᄉᆞᄆᆞᆺ디 아니케 두 時씽刻큭을 ᄒᆞ면 氣킝分분이 急급ᄒ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壽域神方治自縊 就以所縊繩燒三指撮白湯調服之{{*|}}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ᄆᆡ얏던 노ᄒᆞᆯ 세 소ᇇ가락으로 자보니만 ᄉᆞ라 더운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未解下先用膝頭或手厚裹衣物緊塞穀道抱起解下揉其項痕撚正喉搐鼻及吹兩耳待其氣回方可放手若泄氣則不可救矣{{*|}}
ᄯᅩ 그르디 아니ᄒᆞ야셔 몬져 무루피어나 소니어나 오ᄉᆞ로 두터이 ᄡᅡ 밋굼글 구디 막고 아나 니르와다 그르고 모ᄀᆡᆺ 허므를 주므르며 모ᄀᆞᆯ ᄆᆞᆫ지고 고해 불며 두 귀를 부러 氣킝分분이 도라오ᄆᆞᆯ 기드려ᅀᅡ 소ᄂᆞᆯ 쉬울디니 ᄒᆞ다가 氣킝分분이 ᄉᆡ면 救구ᇢ티 몯ᄒᆞ리라
又方卽於鼻下人中穴針灸遂活{{*|}}
ᄯᅩ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針짐ᄒᆞ고 ᄯᅳ면 사ᄂᆞ니라
經驗秘方治自縊死梁上塵如豆兩耳鼻四處各納一粒以筒令四人極齊吹之卽活矣{{*|}}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보 우흿 드트를 코ᇰ만 ᄒᆞ닐 두 귀 두 고 네 고대 各각各각 ᄒᆞᆫ 나ᄎᆞᆯ 녀코 대로ᇰᄋᆞ로 네 사ᄅᆞ미 ᄀᆞ자ᇰ ᄀᆞᄌᆞ기 불에 ᄒᆞ면 즉재 살리라
管見大全良方以藍硏取汁灌之或以雞屎白如棗大以酒半盞和硏灌服及着鼻中尤佳{{*|}}
족ᄋᆞᆯ ᄀᆞ라 즈블 取츙ᄒᆞ야 브ᅀᅳ라 시혹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거시 大땡棗초ᇢ만 ᄒᆞ닐 술 半반 잔애 프러 ᄀᆞ라 브ᅀᅳ며 곳굼긔 녀후미 더 됴ᄒᆞ니라
==失欠頷車蹉候第十八==
千金方治失欠頰車蹉開張不合方一人以手指牽其頤以漸推之則復入矣推當疾出其指恐誤嚙傷人指也{{*|}}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 버리고 어우디 아니ᄒ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ᄒᆞᆫ 사ᄅᆞ미 소ᇇ가라ᄀᆞ로 그 ᄐᆞᄀᆞᆯ ᄃᆞᇰᄀᆡ야 졈졈 밀면 다시 드ᄂᆞ니 밀오 모로매 그 소ᇇ가라ᄀᆞᆯ ᄲᆞᆯ리 내욜디니 사ᄅᆞᄆᆡ 소ᇇ가라ᄀᆞᆯ 그르믈까 저프니라
又方治失欠頰車蹉方消蠟和水傅之{{*|}}
ᄯᅩ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디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미를 노겨 므레 프러 브티라
==金瘡第十九==
聖惠方金瘡失血其人當苦渴然須忍之常令乾食與肥脂之物以止其渴又不得多飮粥則血溢出殺人也又忌嗔怒及大言笑思想陰陽動作勞力若食醎酸飮食熱羹臛輩皆使瘡痛衝發甚者卽死{{*|}}
金금瘡차ᇰ 애 피 흘리면 그 사ᄅᆞ미 반ᄃᆞ기 ᄀᆞ자ᇰ 목ᄆᆞᆯ라 ᄒᆞᄂᆞ니 그러나 모로매 ᄎᆞ마 샤ᇰ녜 ᄆᆞᄅᆞᆫ 飮ᅙᅳᆷ食씩과진 기름긴 거슬 머겨 목ᄆᆞᆯ로ᄆᆞᆯ 그치고 ᄯᅩ 粥쥭을 해 머기디 마롤디니 피 솟나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ᄯᅩ嗔친心심 과 ᄆᆡ이 말홈과 우ᅀᅮᆷ과 陰ᅙᅳᆷ陽야ᇰ을 ᄉᆞ라ᇰ홈과 뮈우며 힘ᄡᅮ믈 마롤디니 ᄒᆞ다가 ᄧᆞᆫ 것과 싄 것과 더운羹ᄀᆡᇰ 과 고기ᄅᆞᆯ 머그면 다 瘡차ᇰ이 알파 다시 發버ᇙᄒᆞᄂᆞ니 甚씸ᄒᆞ닌 즉재 죽ᄂᆞ니라
治金瘡大散方五月五日平旦使四人出四方各於五里內採一方草木莖葉每種各半把勿令漏脫一事日正午時切碓擣用石灰一豆斗擣令極爛仍先選揀大實桑樹三兩株鑿作孔令可受藥然分藥於孔中實築令堅後以桑樹皮蔽之用麻擣石灰密泥令不泄氣更以桑皮纏之令牢至九月九日午時出取陰乾百日藥成擣之日曝令乾更擣絹羅貯之凡有金瘡傷折出血用藥封裹勿令轉動不過十日瘥不膿不腫不畏風若傷後數日始得用藥須暖水洗令血出卽傅之此藥大驗{{*|}}
金금瘡차ᇰ 고티ᄂᆞᆫ 大땡散산方바ᇰ은 五ᅌᅩᆼ月ᅌᅯᇙ 五ᅌᅩᆼ日ᅀᅵᇙ 平뼈ᇰ明며ᇰ에 네 사ᄅᆞᄆᆞ로 四ᄉᆞᆼ方바ᇰ애 보내야 各각各각 五ᅌᅩᆼ里링 안햇 ᄒᆞᆫ 方바ᇰ草초ᇢ木목 줄기와 닙과ᄅᆞᆯ 가지마다 各각 半반 줌을 ᄏᆡ요ᄃᆡ ᄒᆞ나토 아니ᄒᆞ니 업시 ᄒᆞ야 바ᄅᆞ 나ᄌᆡ 사ᄒᆞ라 디허 石쎡灰횡 ᄒᆞᆫ 마ᄅᆞᆯ 디호ᄃᆡ ᄀᆞ자ᇰ 니기 ᄒᆞ고 몬져 큰 ᄲᅩᇰ나모 두ᅀᅥ흘 ᄀᆞᆯᄒᆡ야 구무 포ᄃᆡ 藥약 들 만ᄒᆞ야 藥약을 굼긔 ᄂᆞᆫ화 녀코 ᄀᆞᄃᆞ기다아 굳게 코 後ᅘᅮᇢ에거츠로 막고 삼 조쳐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구디 ᄇᆞᆯ라 氣킝分분 나디 아니케 코 다시 ᄲᅩᇰᄭᅥ츠로 얼거 굳게 코 九구ᇢ月ᅌᅯᇙ 九구ᇢ日ᅀᅵᇙ 午ᅌᅩᆼ時씽예니르러 내야 一ᅙᅵᇙ百ᄇᆡᆨ 나ᄅᆞᆯ ᄀᆞᄂᆞᆯ해 ᄆᆞᆯ외야 藥약이 일어든 디허 ᄒᆡ에 ᄆᆞᆯ외야 다시 디허 기베 처 ᄀᆞ초라 믈읫 金금瘡차ᇰ 헐어나 것거나 피나거든 藥약ᄋᆞ로 ᄡᆞ고 움즈기디 아니케 ᄒᆞ면 열흐를 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 곪디 아니ᄒᆞ며 븟디 아니ᄒᆞ며 ᄇᆞᄅᆞᄆᆞᆯ 저티 아니ᄒᆞᄂᆞ니 ᄒᆞ다가 傷샤ᇰᄒᆞᆫ 後ᅘᅮᇢ 사나ᄋᆞ래 비르서 藥약을 ᄡᅮᆯ디니 모로매 더운 므레 시서 피나게 ᄒᆞ고 곧 브튤디니 이 藥약이 ᄀᆞ자ᇰ 神씬驗ᅌᅥᆷᄒᆞ니라
又方治金瘡或肌肉斷裂右剝取新桑皮作線縫之又以新桑皮裹之又以桑白汁塗之極驗小瘡但以桑皮裹之便差如斷筋取旋復根擣封之卽續{{*|}}
ᄯᅩ 金금瘡차ᇰ 고티며 시혹 ᄉᆞᆯ히 그처디며 ᄧᆡ야디거든 새 거츨 밧겨 실 ᄆᆡᇰᄀᆞ라호고 ᄯᅩ 새거츠로 ᄡᆞ고 ᄯᅩ ᄲᅩᇰ ᄒᆡᆫ 즙으로 ᄇᆞᄅᆞ면 지극 神신驗ᅌᅥᆷᄒᆞ니라 져근 瘡차ᇰ은 오직거츠로 ᄡᆞ면 곧 됻ᄂᆞ니 ᄒᆞ다가 히미 긋거든旋션復복根ᄀᆞᆫ 을 取츙ᄒᆞ야 디허 ᄡᆞ면 곧 닛ᄂᆞ니라
又方治刀傷斧斫等瘡右取黑氈燒爲灰細硏傅傷損處封裹勿動直待生肌爲妙{{*|}}
ᄯᅩ 갈해 헐며 도ᄎᆡ예버흔 ᄃᆞᆯ헷 瘡차ᇰ을 고툐ᄃᆡ 거믄 시우글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헌 ᄃᆡ 브티고 ᄢᅳ려 뮈우디 말오 ᄉᆞᆯ 날 ᄀᆞ자ᇰ 기드료미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右取馬蹄燒灰令極細不計時候以煖酒調下二錢{{*|}}
ᄯᅩ 金금瘡차ᇰᄋᆞᆯ 고텨 알포ᄆᆞᆯ 긋게 호ᄃᆡ ᄆᆞᆯ구블 ᄉᆞ라 ᄀᆞ자ᇰ ᄀᆞᄂᆞ리 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더운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金瘡但刀斧傷損出血不止宜用此 石榴花{{*|半斤}}石灰{{*|一斤炒}}右件藥擣細羅爲散傅瘡上以帛裹勿令着風水瘡合差{{*|}}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툐ᄃᆡ 오직 갈콰 도최예 헐여 피나 긋디 아니커든 이ᄅᆞᆯ ᄡᅮᆯ디니 石쎡榴류ᇢㅅ곳 半반 斤근과 石쎡灰횡 ᄒᆞᆫ 斤근을 봇가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기브로 ᄢᅳ려 ᄇᆞᄅᆞᆷ과 믈와 맛디 아니케 ᄒᆞ야 瘡차ᇰ이 어울면 됻ᄂᆞ니라
又方取小便服三兩盞卽差{{*|}}
ᄯᅩ 小쇼ᇢ便뼌 두ᅀᅥ 잔을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 杏人{{*|去皮擣如泥}}石灰{{*|等分}}右件藥同硏每用以猪脂和傅之日二三度卽差{{*|}}
ᄯᅩ 金금瘡창애 피 긋디 아니커든 ᄉᆞᆯ곳 ᄌᆞᅀᆞᄅᆞᆯ 것 밧겨 즌ᄒᆞᆰᄀᆞ티 디코 石쎡灰횡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ᄒᆞᆫᄃᆡ ᄀᆞ라 도ᄐᆡ 기르므로 ᄆᆞ라 브툐ᄃᆡ ᄒᆞᄅᆞ 두ᅀᅥ 번곰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燒靑布作灰傅瘡上裹傅之數日後差矣{{*|}}
ᄯᅩ 프른 뵈ᄅᆞᆯ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ᄢᅳ리면 잇사나ᄋᆞᆯ 後ᅘᅮᇢ에 됻ᄂᆞ니라
又方取狼牙草莖葉爛搗傅之{{*|}}
ᄯᅩ狼라ᇰ牙앙草초ᇢ ㅅ 줄기와 닙과ᄅᆞᆯ 므르디허 브티라
又方取紫檀末以傅瘡上止痛止血生肌甚効{{*|}}
ᄯᅩ 紫ᄌᆞᆼ檀딴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긋고 피 긋고 ᄉᆞᆯ 나ᄂᆞ니 甚씸히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牡礪散 牡礪{{*|半兩}}石膏{{*|一分}}右件藥擣羅更細硏用煉了猪膏調成膏以封瘡上痛卽止{{*|}}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텨 알품 긋게 ᄒᆞᄂᆞᆫ 牡무ᇢ礪롕散산은 牡무ᇢ礪롕 半반 兩랴ᇰ과 石쎡膏고ᇢ ᄒᆞᆫ 分분을 디허 츠고 다시ᄀᆞᄂᆞ리 ᄀᆞ라 煉련혼 도ᄐᆡ 곱ᄋᆞᆯ 노겨 골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取雄黃末傅瘡上當用有汁出卽差{{*|}}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반ᄃᆞ기 汁집이 나리니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疼痛以龍骨細硏傅瘡上{{*|}}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 긋디 아니코 알ᄑᆞ거든 龍료ᇰ骨고ᇙ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라
又方用桑根半斤剉以水一豆斗煎取五升不計時候煖服一盞服盡卽効{{*|}}
ᄯᅩ ᄲᅩᇰ나못 불휘 半반 斤근을 사ᄒᆞ라 믈 ᄒᆞᆫ 말로 글혀 닷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데여 ᄒᆞᆫ잔을 머구ᄃᆡ 다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石灰擣爲末厚傅瘡上用緜子裹之若瘡口深不合者內少許末令瘡漸漸合也{{*|}}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瘡차ᇰ의 두터이 ᄇᆞᄅᆞ고 소오ᄆᆞ로 ᄡᅩᄃᆡ ᄒᆞ다가 瘡차ᇰ이 기퍼 어우디 아니커든 져기 ᄀᆞᆯᄋᆞᆯ 녀허 瘡차ᇰ이 졈졈 어울에 ᄒᆞ라
又方用乾塩梅燒作灰細硏傅瘡上卽差{{*|}}
ᄯᅩ 소고매 ᄆᆞᆯ외욘 梅ᄆᆡᆼ實씨ᇙ을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金瘡血出不止取車前葉爛擣傅之血卽止連根取用亦効{{*|}}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나 긋디 아니커든 車창前젼 니플 므르디허 브티면 피 즉재 긋ᄂᆞ니 불휘 조쳐 ᄡᅮ미 ᄯᅩ 됴ᄒᆞ니라
治金瘡內漏瘀血在腹中脹滿宜服虻〈!--이체자--〉蟲散 虻〈!--이체자--〉蟲{{*|三十枚去趐足微炒}}桃仁{{*|一兩湯漫去皮尖雙仁麩炒微黃}}桂心{{*|一兩半去麤皮}}川大黃{{*|三兩剉碎微炒}}水蛭{{*|三十枚炒令微黃}}右件藥擣細羅爲散每服二錢用童子小便一中盞煎至五分溫溫和滓服日五服夜三服如卒無小便用酒水代之亦得{{*|}}
金금瘡차ᇰᄋᆡ 피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얼읜피 ᄇᆡ 안해 이셔 탸ᇰ만커든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散산을 머귤디니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 셜흔 나ᄎᆞᆯ ᄂᆞ래와 발와 앗고 자ᇝ간 봇고 桃또ᇢ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을 더운 므레 ᄃᆞ마 것과 부리와어우러ᅌᅵᄅᆞᆯ 앗고 기울와 섯거 봇가 져기 노ᄅᆞ게 코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 半반을 麤총ᄒᆞᆫ 거츨 밧기고川ᄌᆑᆫ大땡黃ᅘᅪᇰ 석 兩랴ᇰ을 사ᄒᆞ라 자ᇝ간 봇고 거머리 셜흔 나ᄎᆞᆯ 봇가 자ᇝ간 노ᄅᆞ게 ᄒᆞ고 이 藥약ᄃᆞᆯᄒᆞᆯ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에 두 돈곰 아ᄒᆡ 오좀 ᄒᆞᆫ 中듀ᇰ잔ᄋᆞ로 글혀 다ᄉᆞᆺ 分분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滓ᄌᆡᆼ 조쳐 머구ᄃᆡ 나ᄌᆡ 다ᄉᆞᆺ 번 먹고 바ᄆᆡ 세 번 머그라 ᄒᆞ다가 밧바 小쇼ᇢ便뼌 업거든 수리나 므리나 ᄒᆞ야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金瘡內漏血入腹中 大麻仁一升葱白{{*|二七莖}}右相和搗令熟以水三大盞煮取一盞去滓分爲三服若血出不盡腹中有膿血更令服當下膿血効{{*|}}
ᄯᅩ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들어든 열ᄡᅵ ᄒᆞᆫ 되와 파 두닐굽 줄기ᄅᆞᆯ 섯거 디허 닉게 ᄒᆞ야 믈 세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츙ᄒᆞ야 즈ᅀᅴ 앗고 ᄂᆞᆫ화 세 버네 머고ᄃᆡ ᄒᆞ다가 피 몯 다 나 ᄇᆡ 안해 골ᄆᆞᆫ 피 잇거든 다시 머기면 골ᄆᆞᆫ 피 ᄂᆞ려 됴ᄒᆞ리라
又方蒲黃{{*|二兩}}當歸{{*|二兩末}}右相和更硏令勻每服以溫酒調下一錢日四五服{{*|}}
ᄯᅩ 蒲뽕黃ᅘᅪᇰ 두 兩랴ᇰ과 當다ᇰ歸귕 두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섯거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번 머고매 ᄃᆞᄉᆞᆫ 술로 ᄒᆞᆫ 돈ᄋᆞᆯ 프러 머고ᄃᆡ ᄒᆞᄅᆞ 네다ᄉᆞᆺ 번 머그라
金瘡內漏血在腹中不出以牡丹擣細羅爲散不計時候以溫酒調下三錢{{*|}}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이셔 나디 아니커든牡무ᇢ丹단 ᄋ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ᄃᆞᄉᆞᆫ 술로 서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以馬齒莧擣取汁每服煖飮一小盞卽止兼治惡血在腹中{{*|}}
ᄯᅩ馬망齒칭莧ᅘᅧᆫ ᄋᆞᆯ 디허 汁집 아ᅀᅡ 머글 제 데여 ᄒᆞᆫ 小쇼ᇢ盞잔ᄋᆞᆯ 머그면 곧 긋ᄂᆞ니 모딘 피 ᄇᆡ 안해 이쇼ᄆᆞᆯ 조쳐 고티ᄂᆞ니라
衛生易簡方金瘡血不止用小薊葉挼爛封之{{*|}}
金금瘡차ᇰ 피 긋디 아니커든 小쇼ᇢ薊곙 니플 니기 부븨여 브티라
又方用白薇末貼之立止{{*|}}
ᄯᅩ 白ᄈᆡᆨ薇밍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用白芍藥一兩熬黃爲末酒調二錢服或米飮亦止痛{{*|}}
ᄯᅩ白ᄇᆡᆨ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봇가 누르거든 細솅末마ᇙᄒᆞ야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며 시혹 ᄡᆞᆯ 글힌 므레 머거도 ᄯᅩ 알포미 긋ᄂᆞ니라
又方用血竭末傅之血與疼痛立止{{*|}}
ᄯᅩ 血ᅘᆑᇙ竭꺼ᇙ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피와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金瘡腸出隨卽推入用桑皮作線縫佳以熱雞血塗之{{*|}}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챠ᇰᄌᆡ 나거든 卽즉時씽예 미러 녀코 ᄲᅩᇰ 거츠로 실 ᄆᆡᇰᄀᆞ라 호면 됴ᄒᆞ니 더운 ᄃᆞᆯᄀᆡ 피로 ᄇᆞᄅᆞ라
又方用靑蒿搗傅止血定痛生肌甚良{{*|}}
ᄯᅩ 靑쳐ᇰ蒿호ᇢᄅᆞᆯ 디허 ᄇᆞᄅᆞ면 피 그츠며 알포미 그츠며 ᄉᆞᆯ히내사ᄂᆞ니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經驗良方治金瘡 木賊{{*|三兩}}麻黃{{*|去節一兩}}甘草{{*|七錢半}}右爲細末每服五錢熱酒調下先整骨了夾定飮之令醉{{*|}}
金금瘡차ᇰ 고툐ᄃᆡ 속새 세 兩랴ᇰ과 麻망黃ᅘᅪᇰ ᄆᆞᄃᆡ 아ᅀᅡ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 닐굽 돈 半반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한 服뽁애 다ᄉᆞᆺ 돈ᄋᆞᆯ 더운 수레 프러 먹고 몬져 ᄲᅧᄅᆞᆯ 고텨 ᄢᅧ 단기고 술 머겨 醉ᄌᆔᆼ케 ᄒᆞ라
又方治金瘡中風痙角弓反張蒜半升破去心皮右以無灰酒二升煮令極爛細硏每服一合已來須臾得汗卽差{{*|}}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ᄇᆞᄅᆞᆷ 마자 왜트닐 고툐ᄃᆡ 마ᄂᆞᆯ 半반 되ᄅᆞᆯ ᄢᅢ혀 고ᄀᆡ야ᇰ과 거프를 앗고 ᄌᆡ 업슨 술 두 되로 글혀 ᄀᆞ자ᇰ 므르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번 머고ᄃᆡ ᄒᆞᆫ 홉만 ᄒᆞ면 아니한 더데 ᄯᆞᆷ나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鷄糞{{*|二兩}}黑豆{{*|一升洗淨炒令燋黑}}右以酒三升煎熱投藥於酒中更煎三五沸去滓時時隨多少飮之令盡得汗爲佳未汗卽更作服以汗出爲度{{*|}}
ᄯᅩ ᄃᆞᆯᄀᆡ ᄯᅩᇰ 두 兩랴ᇰ과 거믄 코ᇰ ᄒᆞᆫ 되ᄅᆞᆯ 조히 시서 봇가 검게 ᄒᆞ고 술 서 되로 글혀 덥거든 藥약ᄋᆞᆯ 수레 녀허 다시 세다ᄉᆞᆺ 번 글히고 즈ᅀᅴ 아ᅀᅡ 時씽時씽예 하거나 젹거나 머거 업게 ᄒᆞ야 ᄯᆞᆷ나미 됴ᄒᆞ니 ᄯᆞᆷ 곳 아니 나거든 다시 ᄆᆡᇰᄀᆞ라 머거 ᄯᆞᆷ날 ᄀᆞ자ᇰ ᄒᆞ라
又方雞子{{*|三枚}}鳥麻油{{*|五合}}合煎稍稠待冷塗瘡上極妙救急方上{{*|終}}{{*|}}
ᄯᅩ ᄃᆞᆯᄀᆡ알 세 낫과 ᄎᆞᆷ기름 닷 호ᄇᆞᆯ ᄒᆞᆫᄃᆡ 달혀 져기 두텁거든 ᄎᆡ와 헌 ᄃᆡ ᄇᆞᄅᆞ면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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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卒中風第一==
直指方治卒中法 圓白天南星{{*|濕紙裹煨}}南木香 蒼朮{{*|生}}白羊眼半夏{{*|用百沸湯就銚蘸少頃各一錢半}}辣細辛 甘草{{*|生}}石昌蒲{{*|細切各一錢}}右件剉散分作二服水一盞半生薑七厚片煎取其半乘熱調蘇合香圓三圓灌下痰盛者加全蝎二枚灸治一切卒中不論中風中寒中暑中濕中氣及痰厥飮厥之類初作皆可用此先以皂角去弦皮細辛或生南星半夏爲末揭以管子吹入鼻中俟其噴嚔卽進前藥牙噤者中指點南星細辛末幷烏梅肉頻擦自開{{*|直띡〮指ᄌᆞᆼ〯方바ᇰ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니〮 고티〮ᄂᆞᆫ〮 法{{SIC|법〮|빔〮}}은도〮렫고〮 ᄒᆡᆫ〮天텬南남星셔ᇰ 을저즌〮 죠ᄒᆡ〮예〮 ᄡᅡ〮 구으〮니와〮 南남木목〮香햐ᇰ 과〮 ᄂᆞᆯ蒼차ᇰ朮뜌ᇙ〮 와〮 ᄒᆡᆫ〮羊야ᇰᄋᆡ〮 눈〮ᄀᆞᆮ〮ᄒᆞᆫ 半반〮夏ᅘᅡᆼ〮 ᄅ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흔〮 므〮레자ᇝ〯간 ᄃᆞ〮모〮니〮 各각〮 ᄒᆞᆫ 돈〯 半반〮과〮ᄆᆡ온 細솅〮辛신 과〮 ᄂᆞᆯ甘감草초ᇢ〯 와石쎡昌챠ᇰ蒲뽕 ᄅᆞᆯ〮 細솅〮切쳐ᇙ〮호〮니 各각〮 ᄒᆞᆫ 돈〯ᄋᆞᆯ〮사ᄒᆞ〮라〮 ᄂᆞᆫ화〮 두〯服뽁〮 애ᄆᆡᇰᄀᆞ〮라〮 믈〮 ᄒᆞᆫ 盞{{SIC|잔〮|진〮}}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혀〮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더운〮 제 蘇송合ᅘᅡᆸ〮圓ᅌᅯᆫ 세〯 丸ᅘᅪᆫᄋᆞᆯ〮프〮{{SIC|러|리}} 브ᅀᅩ〮ᄃᆡ〮 痰땀 盛쎠ᇰ〮ᄒᆞ니〮란〮 全ᄍᆑᆫ蝎허ᇙ〮 두〯나〯ᄎᆞᆯ〮 구어 더으라〮 中듀ᇰ〮風보ᇰ과〮中듀ᇰ〮寒ᅘᅧᆫ 과〮中듀ᇰ〮暑셩〯 와〮中듀ᇰ〮濕십〮 과中듀ᇰ〮氣킝 와〮痰땀厥궈ᇙ〮 와〮飮ᅙᅳᆷ〯厥궈ᇙ〯 왓〮 類ᄅᆔᆼ〮ᄅᆞᆯ〮 議ᅌᅴᆼ〮論론말〯오〮 始싱〯作작〮애〮 다〯어루〮 이〮ᄅᆞᆯ〮ᄡᅳ〮리라〮 몬져 皂쪼ᇢ〯角각〮 시울〮와〮 거츨〮 앗고〮 細솅〮辛신이〮나〮生ᄉᆡᇰ南남星셔ᇰ 이〮나〮 半반〮夏ᅘᅡᆼ〮ᄅᆞᆯ〮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대〮로ᇰᄋᆞ〮로〮 ᄯᅥ〮 곳〮굼긔〮 부러〮 ᄌᆞᄎᆡ〮욤호〮ᄆᆞᆯ〮 기드〮려〮 藥약〮머기〮고〮 니〮 마고〮므니〮란〮 댜ᇰ가라개〮 南남星셔ᇰ과〮 細솅〮辛신ㅅᄀᆞᆯᄋᆞᆯ〮 무텨〮 烏ᅙᅩᆼ梅ᄆᆡᆼ肉ᅀᅲᆨ 조쳐 ᄌᆞ조〮 ᄲᅵ븨〮면〮 절〮로〮 열〯리라〮 厥궈ᇙ〮 은〮 손〮발〮 ᄎᆞ〮고〮脉ᄆᆡᆨ〮 그츤〮 病뼈ᇰ〮이〮라〮}}
經驗秘方三寶散治風昏氣厥不省痰塞失音 腦子 牛黃{{*|各二分}}朱砂{{*|六分}}右細末取 竹瀝油勻調每服一錢{{*|三삼寶보ᇢ〯散산〮 ᄇᆞᄅᆞᆷ마자〮 아〮즐〮ᄒᆞ며〮 氣킝〮厥궈ᇙ〮 ᄒᆞ〮야〮ᄎᆞ〮림 몯〯고〮 痰땀이〮마켜 소리〮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龍료ᇰ腦노ᇢ〯 牛우ᇢ黃ᅘᅪᇰ 各각〮 두〯分분과 朱즁砂상 六륙〮分분과〮ᄅᆞᆯ〮細솅〮末마ᇙᄒᆞ〮야〮 댓〮지〯네 골오〮 프〮러 ᄒᆞᆫ돈〯곰〮 머기라〮}}
千金方治惡風心悶欲死急灸足大趾下橫文隨年壯立愈又灸百會七壯{{*|惡ᅙᅡᆨ〮風보ᇰ이〮 안〮히 답답ᄒᆞ〮야〮 죽ᄂᆞ닐〮 고툐〮ᄃᆡ〮ᄲᆞᆯ리〮 밠〮 엄지〮가락 아랫ᄀᆞᄅᆞᆫ 그〮믈〮ᄯᅮ〮ᄃᆡ〮 나〮마초〮 ᄒᆞ면〮즉〮재〮 됻〯ᄂᆞ〮니라 ᄯᅩ〮百ᄇᆡᆨ〮會ᅘᅬᆼ ᄅᆞᆯ〮七치ᇙ〮壯자ᇰ〮 ᄋᆞᆯ〮 ᄯᅳ〮라〮}}
衛生易簡方治中風不語舌强 人乳汁 三年陳醬{{*|各五合}}右和硏以生布絞汁不拘時少少與服良久當語{{*|中듀ᇰ〮風보ᇰᄒᆞ〮야〮 말〯 몯〯고〮 혀〮세〯닐〮 고툐〮ᄃᆡ〮 사〯ᄅᆞᄆᆡ〮 졋〮!과〮!괴〮! 三삼年년 무근〮쟈ᇰ〯 各각 닷홉 과〮ᄅᆞᆯ〮섯거〮 ᄀᆞ〮라 生ᄉᆡᇰ뵈〮로〮 汁집〮을〮ᄧᅡ〮 時씽節져ᇙᄋᆞᆯ〮븓들이〮디〮 마〯오〮 젹젹 주〮어〮 머기〮면〮 오라〮면〮 반ᄃᆞ〮기 말〯ᄒᆞ리〮라〮}}又方治中風急喉痺欲死者用白殭蠶焙黃爲末生薑自然汁調灌下喉立愈{{*|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과 ᄀᆞᆯ이〮 모기〮브ᅀᅥ〮 죽ᄂᆞ닐〮 고툐〮ᄃᆡ〯白ᄈᆡᆨ〮殭가ᇰ蠶짬 ᄋᆞᆯ〮焙ᄈᆡᆼ〮籠로ᇰ애〮 ᄆᆞᆯ외〮야〮 노〮라〮커든〮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모ᄀᆡ〮 브ᅀᅳ면〮 즉〮재〮 됻〯ᄂᆞ〮니라〮}}又方治中風佛省人事用香油或生薑自然汁灌之卽醒{{*|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ᄂᆞ닐〮 고툐〮!ᄃᆡ!ᄐᆡ〮! ᄎᆞᆷ〮기르〮미나〮 시혹〮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이〮어나〮 브ᅀᅳ면〮 즉〮재〮 ᄭᆡ〮ᄂᆞ〮니라〮}}又方卒中風不省人事痰壅用生白礬二錢爲末生薑自然汁調幹開口灌下化痰或吐卽醒{{*|ᄯᅩ〮 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고〮 痰땀이〮마켜〮ᄭᅥ든 生ᄉᆡᇰ白ᄈᆡᆨ〮礬뻔〮 두〯 돈〯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입〮버〯리〮혀고〮 브ᅀᅳ면〮 痰땀이〮슬〮어나 시혹 吐통ᄒᆞ면〮 곧〮 ᄭᆡ〮ᄂᆞ〮니라〮}}
簡易方救急稀涎散治中風忽然昏若醉形體昏悶四肢不收涎潮於上氣閉不通光明白礬{{*|一兩}}猪牙皂角{{*|四介肥實幷不蛀者去黑皮}}右細末硏勻輕者半錢匕重者三錢匕溫水調灌下不大嘔吐但微微冷涎出一二升便得醒醒次緩而調理不可大吐{{*|救구ᇢ急급稀힁涎ᄊᆑᆫ散산〮ᄋᆞᆫ〮 中듀ᇰ〮風보ᇰᄒᆞ〮야〮 忽호ᇙ然ᅀᅧᆫ히 어〮즐ᄒᆞ〮야〮 醉ᄌᆔᆼᄒᆞᆫᄃᆞᆺ〮ᄒᆞ며〮 모〮미 어〮즐〮코〮닶〮가와〮 네〯 활개ᄅᆞᆯ〮거두〮디〮 몯〯ᄒᆞ며〮더푸〮미〮 모ᄀᆞ〮로〮 올아〮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 光과ᇰ明며ᇰ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과〮 猪뎡牙ᅌᅡᆼ皂조ᇢ〯角각〮 네〯나〯치〮 ᄉᆞᆯ〮지고〮 염글오〮 좀〮 먹디〮 아니〮ᄒᆞ〮닐〮 거믄〮 거플밧겨〮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輕켜ᇰᄒᆞ니〮란〮 半반〮 돈〯이〮오〮 重듀ᇰ〯ᄒᆞ니〮란〮 세〯 돈〯ᄋᆞᆯ〮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ᅥ〮 너무吐통〮티〮 아니〮케코〮 오직〮 젹젹 ᄎᆞᆫ추〯미〮 ᄒᆞᆫ두〯 되〮만〮 나면〮 곧〮ᄉᆞᆲᄉᆞᆲᄒᆞ〮ᄂᆞ〮니라〮 {{SIC|버|바}}거 날회야〮 調뚀ᇢ理링〯 ᄒᆞ고〮 너무 吐통〮호〮미〮 몯〯ᄒᆞ리〮라〮}}
經驗良方破棺散治中風牙已緊無門下藥天南星末{{*|半錢}}白龍腦末一字右合硏勻頻擦令熱牙自開{{*|破팡〮棺관〮散산〮 은〮 中듀ᇰ〮風보ᇰᄒᆞ〮야〮 니〮ᄒᆞ마〮 구더〮 藥약〮머귤〮 門몬업〯스닐〮 고티〮ᄂᆞ니〮 天텬南남星셔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白ᄈᆡᆨ〮龍료ᇰ腦노ᇢ〯 ㅅ ᄀᆞᄅᆞ 一ᅙᅵᇙ 字ᄍᆞᆼ〮와〮ᄅᆞᆯ〮 뫼화〮 ᄀᆞ〮라 골아〮 ᄌᆞ조〮ᄲᅵ븨〮여〮 덥〯게〮 ᄒᆞ면〮 니〮 절로〮 열〯리라〮}}
葛氏備急方中風角弓反張四肢不收煩亂欲死者 淸酒{{*|五升}}雞白屎{{*|一升}}右擣篩合和揚之千遍乃飮之大人服一升日三少小服五合差{{*|ᄇᆞᄅᆞᆷ마자〮왜지그〯라〮 네〯 활〮개ᄅᆞᆯ〮 거두〮디〮 몯〯ᄒᆞ〮야〮어〮즈〮러워〮 죽ᄂᆞ닐〮 淸쳐ᇰ酒쥬ᇢ〯 닷 되〮와〮ᄃᆞᆯᄀᆡ〮 ᄒᆡᆫ〮 ᄯᅩᇰ ᄒᆞᆫ 되〮와〮ᄅᆞᆯ〮디코〮 {{SIC|처〮|치〮}} 프〮러〮 一ᅙᅵᇙ〮千쳔 버늘〮저ᅀᅥ〮 머구〮ᄃᆡ〮 얼〯우ᄂᆞᆫ〮 ᄒᆞᆫ 되〮옴〮 ᄒᆞᄅᆞ 세〯 번 먹고〮져므〮닌〮 닷호ᄇᆞᆯ〮 머그〮면〮 됴〯ᄒᆞ리〮라〮}}
==中寒第二<sub>凍瘡凍死附</sub>==
和劑方姜附湯 乾薑{{*|一兩}}附子{{*|生去皮臍細切一枚}}右㕮咀每服三錢水一盞半煎七分食前溫服{{*|姜가ᇰ附뿡〮湯타ᇰ 乾간薑가ᇰ ᄒᆞᆫ 兩랴ᇰ과附뿡〮子ᄌᆞᆼ〯 ᄂᆞᄅᆞᆯ〮 것 과〮ᄇᆡᆺ보ᄀᆞᆯ〮 앗〯고〮細솅切쳐ᇙ〮호〮니〮 ᄒᆞᆫ 낫〯과〮ᄅ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돈〯애〮 믈〮 ᄒᆞᆫ 盞잔〮 半반〮ᄋᆞ〮로〮 닐굽〮 分분ᄋᆞᆯ〮글혀〮 食씩〮前쪈에〮ᄃᆞᄉᆞ닐〮 머그〮라〮}}又方理中湯治五臟中寒口噤失音四肢强直兼治胃脘停痰冷氣刺痛 人蔘 乾薑 白朮 甘草{{*|各等分}}右㕮咀每服四錢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溫服{{*|ᄯᅩ〮理링〯中듀ᇰ湯탕 은五ᅌᅩᆼ〯臟짜ᇰ〯 이〮 中듀ᇰ〮寒ᅘᅡᆫᄒᆞ〮야〮 입〮 마고〮므러〮 소리〮 몯〯ᄒᆞ며〮 四ᄉᆞᆼ〮肢징세〯오〮 고ᄃᆞ〮닐〮 고티〮며〮 ᄯᅩ〮胃ᅌᅱᆼ〮脘ᅌᅪᆫ〮 애〮 痰땀이〯담겨〮 胃ᅌᅱᆼ〮脘ᅌᅪᆫ〮ᄋᆞᆫ〮가ᄉᆞ〮미라〮 冷ᄅᆡᇰ〯ᄒᆞᆫ 氣킝〮分분이〮디ᄅᆞ저겨〮 알ᄑᆞ닐〮 고티〮ᄂᆞ〮니〮人ᅀᅵᆫ蔘ᄉᆞᆷ 과〮 乾간薑가ᇰ과〮白ᄈᆡᆨ〮朮뜌ᇙ〮 와〮 甘감草초ᇢ〯ᄅᆞᆯ〮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네〯 돈〯애〮 믈〮 ᄒᆞᆫ 큰〮 盞잔〮으〮로〮 글혀〮 六륙分분에〮 니르〮거든〮즛의 앗〯고〮 ᄃᆞᄉᆞ닐〮 머그〮라}}
凍瘡聖惠方治凍耳成瘡兎腦髓取塗之{{*|귀〮어러〮 허〯닐〮 고툐〮ᄃᆡ〮 톳〮긔 머릿〮 骨고ᇙ〮髓ᄉᆔᆼ〯 를〮내〯야〮 ᄇᆞᄅᆞ라〮}}又方杏仁{{*|一斤湯浸去皮}}壓取油塗之{{*|ᄯᅩ〮杏ᅘᆡᇰ〯仁ᅀᅵᆫ ᄒᆞᆫ 斤근을〮 더운〮 므〮레ᄃᆞ〮마 것〮밧기〮고〮 지즐〮워〮 기름〮 내〯야〮 ᄇᆞᄅᆞ라〮}}
聖濟緫錄治手足凍瘡腫爛赤小豆半升煮汁熱浸洗瘡日三五次{{*|손〮밠〮언〯 瘡차ᇰ 이〮브ᅀᅳ며〮 헤여〮디닐〮 고툐〮ᄃᆡ〮 블근〮 ᄑᆞᆺ〮 半반〮 되〮ᄉᆞᆯᄆᆞᆫ〮 므〮를〮 덥〯게〮 ᄒᆞ〮야〮 瘡차ᇰᄋᆞᆯ〮 ᄃᆞ〮마〮시수〮ᄃᆡ〮 ᄒᆞᄅᆞ 세〯버니〮나〮 다ᄉᆞᆺ〮 버니〮나〮 ᄒᆞ라〮}}
治寒凍足跟開裂血出疼痛牛皮膠燒細硏爲末以唾和塗之{{*|어러〮밠〮츠〮기 ᄠᅥ〮디〮어〮 피〮나고알히〮ᄂᆞ닐〮 고툐〮ᄃᆡ〮ᄉᆈ〯 갓프〮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추〮메 ᄆᆞ라〮 ᄇᆞᄅᆞ라〮}}
百一選方治凍瘡黃蘗燒存性細硏以雞子淸調傅破者乾摻神妙{{*|언〮 瘡차ᇰᄋᆞᆯ〮 고툐〮ᄃᆡ〮黃ᅘᅪᇰ蘗ᄇᆡᆨ〮 을〮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ᄃᆞᆯᄀᆡ〮앐〮 ᄆᆞᆯᄀᆞᆫ〮 므〮레〮 ᄆᆞ〮라〮브티〮라〮 허〯닌〮ᄆᆞᄅᆞ닐〮 ᄲᅵ후〮미〮 됴〯ᄒᆞ니〮라〮}}
得效方治足上凍爛生瘡黃丹爲末用猪脂調傅妙{{*|바〮리〮ᄃᆞ〮라 헤여〮디닐〮 고툐〮ᄃᆡ〮 黃ᅘᅪᇰ丹단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도ᄐᆡ〮 기르〮메〮 ᄆᆞ라〮브튜〮미〮 됴〯ᄒᆞ니〮라〯}}
衛生寶鑑如神散治凍瘡皮膚破爛痛不可忍大黃爲細末新水調搽凍破瘡上{{*|}}
凍도ᇰ〮瘡차ᇰ〮 이〮 갓과〮 ᄉᆞᆯ〮쾌〮 헤여〮디〮여〮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닐〮 고툐〮ᄃᆡ〮大땡〮黃ᅘᅪᇰ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ᆺ기룬〮 므〮레〮프〮러 헌〯듸〮 ᄇᆞᄅᆞ라〮
衛生十全方治凍瘡 落蘇根{{*|卽茄子也}}濃煎湯洗了以雀兒腦髓塗之立効茄子莖葉枯者煮洗之{{*|}}
凍도ᇰ〮瘡차ᇰ을〮 고툐〮ᄃᆡ〮 가짓 불휘ᄅᆞᆯ〮툽투비 글혀〮 싯고〮 새〯 머릿〮 骨고ᇙ〮髓ᄉᆔᆼ〯로〮 ᄇᆞᄅ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ᄯᅩ〮 가짓 줄기〮와〮 닙이우〮닐〮 글혀〮 시스〮라〮
又方黃丹炒令色變 風化石灰{{*|等分}}右拌勻每一兩許沸湯浸洗患處冷卽止不過三洗効{{*|}}
ᄯᅩ〮 黃ᅘᅪᇰ丹단ᄋᆞᆯ〮봇가〮 비〮치〮다ᄅᆞ게〮 코〮 ᄇᆞᄅᆞ매〮ᄂᆞᆯ욘〮 石쎡〮灰횡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섯거〮 골아〮 ᄒᆞᆫ 兩랴ᇰ만〮글는 므〮레〮 ᄃᆞᆷ가〮 알ᄑᆞᆫ ᄃᆡ〮 시수〮ᄃᆡ〮 ᄎᆞ〮거든〮 말〮면〮 세〯 번 시수〮믈〮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라〮
凍死聖惠方治凍死方以大器中多熬灰使煖囊盛以摶其心冷卽更易心煖氣通目轉則口乃亦開可與溫酒服粥淸稍稍嚥之卽活若不先溫其心便將火灸其身冷氣與火相摶急卽不活也{{*|}}
어러〮주그〮닐〮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큰〮그르〮세〮 ᄌᆡ〮ᄅᆞᆯ〮만〯히〮 봇가〮 덥〯게〮 ᄒᆞ〮야〮 주머니〮예〮녀허〮 가〮ᄉᆞ〮매〮노햇〮다가〮 ᄎᆞ〮거든〮 즉〮재 ᄀᆞᆯ라〮ᄆᆞᅀᆞ미〯 더워〮 氣킝〮分분이〮 通토ᇰᄒᆞ며 누〮니 돌〯면〮 이〮비 ᄯᅩ〮 열〯리니〮어루〮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며〮粥쥭〮므〮를〮 漸쪔〯漸쪔〯 ᄉᆞᇝ기〮면〮 곧〮 사〯ᄂᆞ니〮ᄒᆞ〮다가〯 그 ᄆᆞᅀᆞᄆᆞᆯ〮ᄃᆞᆺ게〮 아니〮코〮 곧〮 블〮로〮 그 모〮ᄆᆞᆯ〮ᄧᅬ〯 면〮 ᄎᆞᆫ〮 氣킝〮分분이 블〮와〮 서르사화〮 ᄲᆞᄅᆞ면〮 곧〮사〯디〮 몯〯ᄒᆞ〮ᄂᆞ〮니라〮
本朝經驗粥飮醬湯爲上飮酒次之{{*|}}
粥쥭〮믈〮와〮쟈ᇰ〯ᄭᅮ기〮 위두코〮 술 머구〮미〮버그〮니라〮
==中暑第三==
聖惠方治熱暍心悶方以熱土及熬熱灰土壅其臍上佳{{*|}}
中듀ᇰ〮暑셩〮ᄒᆞ〮야〮 ᄆᆞᅀᆞᆷ 답답ᄒᆞ니〮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더운〮 ᄒᆞᆰ과〮 봇ᄀᆞᆫ〮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우희〮 두프〮면〮 됴〯ᄒᆞ〮니라〮
又方濃煮蓼取汁一大盞分二服飮之愈{{*|}}
ᄯᅩ〮엿귀〮ᄅᆞᆯ〮 두터이〮 글혀〮 汁집〮을〮 取츙〯ᄒᆞ〮야〮 큰〮 ᄒᆞᆫ 盞잔ᄋᆞᆯ〮 두〮 服뽁〮애〯 ᄂᆞᆫ화〮 머그〮면〮 됻〯ᄂᆞ〮니〮라〮
又方生地黃汁一中盞溫暖服之{{*|}}
ᄯᅩ〮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汁집〮 ᄒᆞᆫ 中듀ᇰ盞잔〮을〮데여〮 머그〮라〮
又方取麵一兩以溫水一中盞攪和服之{{*|}}
ᄯᅩ〮 밄〮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을〮 ᄃᆞᄉᆞᆫ〮 믈〮 ᄒᆞᆫ 中듀ᇰ盞잔〮애〮 프〮러 머그〮라〮
又方服地漿一盞卽愈{{*|}}
ᄯᅩ〮地띵〮漿쟈ᇰ ᄒᆞᆫ 盞잔〮ᄋᆞᆯ〮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地띵〮漿쟈ᇰᄋᆞᆫ〮ᄯᅡ해〮 져〯근 굳〮 ᄑᆞ〮고〮 믈〮 브ᅀᅥ〯니기〮 후ᇰ〯두ᅌᅲᆫ〮 므〮리라〯
千金方治熱暍取道上熱塵土以壅心上少冷則易氣通止{{*|}}
더우〮며닐〮 고툐〮ᄃᆡ〮길헷〯 더운〮ᄒᆞᆯᄀᆞ〮로〮 가ᄉᆞ〮매〮여ᇇ고〮 져〯 기 식거든〮 ᄀᆞᆯ오〮 氣킝〮分분이〮通토ᇰ커든〮 말〯라〮
又方張死人口令通以暖湯徐徐灌口中小擧死人頭令湯入腹湏臾卽蘇{{*|}}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이〮블〮버〯리혀〮 通토ᇰ케〮 ᄒᆞ고〮 더운〮믈〮로〮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이베〮 븟고〮 주근〮 사〯ᄅᆞᄆᆡ〮 머리〮ᄅᆞᆯ〮 져〯기〮 드러〮 더운〮 므〮리〮 ᄇᆡ에들〮에〮 ᄒᆞ면〮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살〯리라〮
又方使人噓其心令暖易人爲之{{*|}}
ᄯᅩ〮 사〮ᄅᆞ〮ᄆᆞ로〮 가〮ᄉᆞ〮매〮 잆〮김〯 드〮려 덥〯게〮 호〮ᄃᆡ〮 사〯ᄅᆞᄆᆞᆯ〮ᄀᆞ람〮 ᄒᆞ라〮
又方抱狗子若雞着心上熨之{{*|}}
ᄯᅩ〮 가ᇰ아지〯와〮 ᄃᆞᆰ과〮ᄅᆞᆯ〮 아나〮 가ᄉᆞᆷ 우희〮다혀 熨ᅙᅮᇙ〮ᄒᆞ라
又方屋上南畔瓦熱熨心冷易之{{*|}}
ᄯᅩ〮 집 우흿 南남녁ᄀᆞ〮ᅀᅢᆺ〮 디새〮ᄅᆞᆯ 덥〯게〮 ᄒᆞ〮야〮 가ᄉᆞ〮매〮 熨ᅙᅮᇙ〮호〮ᄃᆡ〮 식거든〮 ᄀᆞᆯ라〮
壽域神方車輪土五錢冷水調澄淸服之妙{{*|}}
술윗〮ᄠᅵ옛〯 무든 ᄒᆞᆰ 닷 도〯ᄂᆞᆯ〮 ᄎᆞᆫ〮므레〮 프〮러〮ᄆᆞᆰ안초〮아 머그〮면〮 됴〯ᄒᆞ니라〮
又方中暑發昏以新汲水滴入鼻孔用扇搧之重者以地漿灌則醒與冷水飮則死{{*|}}
ᄯᅩ〮 中듀ᇰ〮暑쎵〮ᄒᆞ〮야〮 어즐〮커든〮 ᄀᆞᆺ 기!른〮!룬〮! 믈〮로곳〮굼긔〮 처〮디〯오〮 부체〮로〮부츠라〮 重뜌ᇰᄒᆞ니〮란〮 地띵〮漿쟈ᇰᄋᆞ로〮 브ᅀᅳ면 ᄭᆡ〮ᄂᆞ니〮 ᄎᆞᆫ〮 믈〮 ?머?기〮면〮 ?죽?ᄂᆞ니〮라〮
又方用大蒜三兩瓣細嚼溫湯送下仍禁冷水卽愈{{*|}}
ᄯᅩ〮 굴〯근〮 마ᄂᆞᆯ〮 두〯ᅀᅥ알〮 ᄒᆞᆯ ?ᄂᆞ?로니 십고〮 더운〮믈〮로〮ᄂᆞ리〮오고〮 ᄎᆞᆫ〮 므〮를〮 먹디〮 말〯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中熱暍死用路上熱土大蒜等分爛硏水調去粗飮之卽活{{*|}}
ᄯᅩ〮더위〮몌여〮 죽거든〮 길헷〮 더운〮 ᄒᆞᆰ과〮 굴〯근〮마ᄂᆞᆯ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ᄂᆞ로니 ᄀᆞ〮라 므〮레〮 프〮러〮 즛의 앗〯고〮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管見大全良方云若偶在無人所居之境一時無湯可移病人安於樹陰之下却掬路上熱土安於病人臍上仍撥開作一窮以人注尿於其中得暖卽活{{*|}}
ᄒᆞ다가〮마!조〮!초〮!아 사〮ᄅᆞᆷ 업〯슨〮 ᄯᅡ해이셔〮 더운〮믈 업〯거든〮 病뼈ᇰ〮人ᅀᅵᆫᄋᆞᆯ 옮겨〮 나못〮ᄀᆞ〮ᄂᆞᆯ해 두고〮 길헷〮 더운 ᄒᆞᆯᄀᆞᆯ〮?우?희〮여〮 病뼈ᇰ〮人ᅀᅵᆫ의 ᄇᆡᆺ복 우희〮노코〮 헤혀〮 ᄒᆞᆫ굼글〮 짓〯고〮 사〯ᄅᆞ미〮 그 가온〮ᄃᆡ〮 오좀〮 누면〮 더우〮면〮 곧 사〯ᄂᆞ〮니라〮
==中氣第四==
和劑方指南云氣中證候者多生於驕貴之人因事激挫忿怒盛氣不得宣泄逆氣上行忽然仆倒昏迷不省人事牙關緊急手足拘攣其狀與中風無異但口內無涎聲此證只是氣中不可妄投取涎發汗等藥而反生他病但可與七氣湯分解其氣散其壅結其氣自止七氣湯連進效速更可與蘇合香元{{*|}}
氣킝〮中듀ᇰ〮ᄒᆞᆫ 證지ᇰ은〮해〯 豪ᅘᅩᇢ貴귕ᄒᆞᆫ 사〯ᄅᆞ미이〯ᄅᆞᆯ〮 因ᅙᅵᆫᄒᆞ〮야〮!긱!격〮!발〮ᄒᆞ며〮 것기〮여〮 忿푼〯怒농〯ᄒᆞ〮야〮 氣킝〮分분이〮 盛쎠ᇰ〮호〮ᄃᆡ펴ᄃᆞᆯ〮 몯〯ᄒᆞ〮야〮 氣킝〮分분〮이거스〮러〮 우흐〮로〮올오〮매나〮 믄〮득〯업더〮디〮여 어〮즐〮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고〮 니〮세워드〮며 손〮바리뷔〯트〯리 그 야ᇰ〯이〮 中듀ᇰ〮風보ᇰ과〮 다ᄅᆞ디〮 아니〮ᄒᆞ니 오직〮 입〮 안해〮 추ᇝ〮소ᄅᆡ〮 업〯스니〮 이〮 證!시ᇰ〮!지ᇰ〮!이〮 곧〮 이〮 氣킝中듀ᇰ〮이〮니〮간대로〮 춤〮아ᅀᆞ며〮 ᄯᆞᆷ〮내〯욤 ᄃᆞᆯ〮햇〮 藥약〮ᄋᆞᆯ ᄡᅥ〮도ᄅᆞ혀〮 다ᄅᆞᆫ 病뼈ᇰ나긔〮 호〮미〮 몯〯ᄒᆞ리〮니〮 오직〮七치ᇙ氣킝湯!다ᇰ!타ᇰ! ᄋᆞᆯ 머겨〮 그 氣킝〮分분을ᄂᆞᆫ화〮 노기며〮막?딜?여〮 ᄆᆡ요〮ᄆᆞᆯ〮 흐트〮면〮 그 氣킝分분이〮 절로〮긋ᄂᆞ니〮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ᆯ〮닛우〮 머기〮면〮 效ᅘᅭᇢ〮驗ᅌᅥᆷ〮이〮 ᄲᆞ〮ᄅᆞ니〮 ᄯᅩ〮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을〮머규미〮 됴〯ᄒᆞ〮니라〮
七氣湯治虛冷上氣及寒熱怒恚喜憂愁等氣內結積聚堅牢如柸心腹絞痛不能飮食時發時止發則欲死半夏{{*|湯洗七次焙五兩}}人蔘{{*|去蘆}}甘草{{*|灸}}肉桂{{*|去麤皮各一兩}}右剉每服三錢水一大盞入生薑三片煎至七分去滓稍熱服食前{{*|}}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ᆫ虛!힝!헝!冷ᄅᆡᇰ〯 ᄒᆞ야〮 氣킝〮分분이〮오ᄅᆞ니〮와〮 寒ᅘᅡᆫ과〮 熱ᅀᅧᇙ〮와〮 怒농〯와〮 깃붐〮과〮 시름〮 ᄃᆞᆯ〮햇〮 氣킝〮分분이〮 안해〮모다〮 구두〮미〮 진〮 ᄀᆞᆮ〮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파〮 飮ᅙᅳᆷ〯食씩〮 몯〮ᄒᆞ며〮 잇다감〮 發버ᇙᄒᆞ며잇다감〮 그처 發버ᇙ〮ᄒᆞ면〮 죽ᄂᆞ닐〮 고티〮ᄂᆞ니〮 半반〮夏ᅘᅡᆼ〮ᄅᆞᆯ 더운〮 므〮레〮 닐〮굽 번 시서 焙ᄈᆡᆼ乾건호〮니〮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蔘ᄉᆞᆷᄋᆞᆯ〮 !이!머!리〮!비!버!히고〮 甘감草초ᇢ〮ᄅᆞᆯ〮 굽고〮 肉ᅀᅲᆨ〮桂ᄀᆒᆼ〮ᄅᆞᆯ〮麤총ᄒᆞᆫ 것밧교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 돈〮애〮 믈 ᄒᆞᆫ 大땡〮?盞?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 너허〮 七치ᇙ〮分분을〮 글혀〮 즛의 앗〮고〮 져〯기 덥〮게 ᄒᆞ〮야〮 食씩〮前쩐에〮 머기〮라〯
澹療方獨香湯主中氣閉目不語四肢不收昏沈等證南木香爲末每服一錢冬瓜子煎湯調下{{*|}}
獨똑〮香햐ᇰ〮湯타ᇰ은〮 中듀ᇰ〮氣킝〮ᄒᆞ야〮 눈〮ᄀᆞᆷ〮고〯 말〯 몯〯고〮 四ᄉᆞᆼ〮肢징를〮 거두〮디〮 몯〯ᄒᆞ고 昏혼沈띰 等드ᇰ〯엣〮 證지ᇰ?에〮? 主즁〯ᄒᆞ니〮 南남木목〮香햐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 錢쩐을冬도ᇰ瓜광 ᄡᅵ〮글휸〮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廻陽湯治中氣脉弱大叚虛怯等證 川烏{{*|生去皮臍}}附子{{*|生去皮臍各半兩}}乾薑{{*|炮二錢}}靑皮{{*|去穰一兩}}益智仁{{*|一兩}}右剉每服三錢水二盞生薑七片棗一枚同煎至一盞去滓溫服或入小木香{{*|}}
ᄯᅩ〮廻ᅘᅬᆼ陽야ᇰ湯타ᇰ 은〮 中듀ᇰ氣킝〮ᄒᆞ〮야〮 脉ᄆᆡᆨ〮이〮 弱ᅀᅣᆨ〮ᄒᆞ〮야 ᄀᆞ자ᇰ〮 虛헝弱ᅀᅣᆨ〮ᄒᆞᆫ〮 等드ᇰ〯엣〮 證지ᇰ〮을〮 고티ᄂᆞ니川ᄎᆑᆫ烏ᅌᅩ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과〮 앗〯고〮 附뿡〮子ᄌᆞ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아ᅀᅩ〮니〮 各각 半반〮 兩랴ᇰ〯과〮 乾간薑가ᇰ 炮뽀ᇢ호〮니 두〯 돈〮과〮 炮뽀ᇢᄂᆞᆫ〮 믈〮 저즌〮 죠ᄒᆡ〮예〮 ᄡᅡ〮노ᄋᆞᆯ압〮ᄌᆡ〮예 무더〮구을〮시〮라〮 靑쳐ᇰ皮삥솝〮 아ᅀᅩ〮니〮 ᄒᆞᆫ 兩랴ᇰ〮과〮 益ᅙᅧᆨ〮智딩〮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三삼錢쪈에〮 믈 두〯 盞잔〮과〮 生ᄉᆡᇰ薑가ᇰ 닐굽〮 片편〮과〮 大땡〮棗조ᇢ〯 ᄒᆞᆫ ᄂᆞᆺ〯과〮 ᄒᆞᆫᄃᆡ〮 글혀 ᄒᆞᆫ 盞잔애〮 니르〮거든〮 즛의 앗〯고〮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시혹〮小쇼ᇢ木목〮香햐ᇰ ᄋᆞᆯ〮 더드〮리ᄂᆞ니라〮
==中忤中惡鬼氣第五==
經驗良方云其證暮夜或登廁或出郊野或遊空冷屋室或人所不至之地忽然眼見鬼物鼻口吸着惡鬼氣驀然倒地四肢厥冷兩手握拳口鼻出淸血性命逡巡湏臾不救此證與尸厥同但腹不鳴心脇俱暖凡中惡驀然倒地切勿移動其尸卽令親戚衆人圍繞打鼓燒火或燒射香安息蘇木香樟木之類直候醒記人事方可移歸犀角{{*|鎊屑硏爲細末半兩}}射香 朱砂{{*|各一分}}已上爲細末每服二錢井水調服灌之如無前藥用雄黃一味爲末每服一錢煎桃枝葉湯調灌又無雄黃用故汗衣或觸衣汗衣者着在身上多時久遭汗者佳觸衣者久着內衣襯衣也男用婦衣婦用男衣燒灰每服二錢百沸湯調下{{*|}}
그 證지ᇰ〮이〮 바ᄆᆡ〮 시혹〮 뒷〯가내〮 오ᄅᆞ거나〮 시혹〮드르〮헤〮 나〮가〮거나〮 시혹〮뷘〯 ᄎᆞᆫ〮 房바ᇰ의〮 놀〯어나〮 시혹〮 사ᄅᆞ미〮 가디〮 아니〮ᄒᆞ〮ᄂᆞᆫ〮 ᄯᅡ해〮 믄득〮 누네〮 귓것 보며〮 고〮콰〮 입〮과〮로〯모〯딘〮 귓거싀〮 氣킝〮分분을〮 마시〮거나〮 ᄒᆞ〮야〮 믄득〮 ᄯᅡ해〮그우러〮디〮여〮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두〯 소〮니〮쥐〯오〮 입〮과〮 고해〮ᄆᆞᆯᄀᆞᆫ〮 피〮 흘러〮性셔ᇰ〮命며ᇰ〮이〮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이〮 證지ᇰ이〮尸싱厥궈ᇙ〮 와〮 ᄀᆞᆮ〮ᄒᆞ니〮 오〮직〮 ᄇᆡ〮우〯디〮 아니〮ᄒᆞ고〮 가ᄉᆞᆷ〮과〮녀비〮 다〯더우〮니라〮 믈〮읫 中듀ᇰ〮惡ᅙᅡᆨ〮 ᄒᆞ〮야〮 믄득〮 ᄯᅡ해〮 그우러디〮거든〮자ᇝ〯간도〮 그주거〮믈〮 옮기〮디〮 말〯오〮 즉〮재아ᅀᆞᆷ〮과〮 한 사〯ᄅᆞ〮ᄆᆞ로〮 圍ᅌᅱᆼ繞ᅀᅭᇢ〮ᄒᆞ〮야〮붑〮 두드〮리며〮 블〮다히〮게 ᄒᆞ며〮 시혹〮射썅〮香햐ᇰ 과〮安ᅙᅡᆫ息씩〮香햐ᇰ 과〮 蘇송木목〮香햐ᇰ과〮樟자ᇰ木목〮 ㅅ類ᄅᆔᆼᄅᆞᆯ〮 ᄉᆞ〮라〮 人ᅀᅵᆫ事ᄊᆞᆼ〮ᄎᆞ〮료ᄆᆞᆯ〮 기드〮려〮 옮겨〮 갈〯디〮니라〮犀솅角각〮 ᄋᆞᆯ〮슬허〮 ᄀᆞ〮라〮 細솅〮末마ᇙ〮호니〮 半반〮 兩!라ᇰ〮!랴ᇰ〮!과〮 射썅〮香햐ᇰ과〮 朱즁砂상와〮 各각〮 ᄒᆞᆫ 分분을〮 細솅〮末마ᇙ〮ᄒᆞ〮야〮 每ᄆᆡᆼ〯服뽁〮二ᅀᅵᆼ〮錢쪈을〮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브ᅀᅳ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錢쪈을〮복셩홧가〮지 와〮 닙〮 글횬〮 므〮레〮 프〮러〮 브ᅀᅳ라〮 ᄯᅩ〮雄ᅘᅮᇰ黃ᅘᅪᇰ 업〯거든〮 ᄂᆞᆯᄀᆞᆫ〮 ᄯᆞᆷ〮오〮시나〮 시혹〮觸쵹〮衣ᅙᅴᆼ어나〮 ᄯᆞᆷ〮오〯ᄉᆞᆫ 모매〮 오래〮 니버〮 오래〮 ᄯᆞᆷ〮ᄇᆡ니〮 됴〯코〮 觸쵹〮衣ᅙᅴᆼᄂᆞᆫ 오래F 니븐〮솝〯오〮시라〮 남진ᄋᆞᆫ〮겨〯지븨〮 오〮ᄉᆞᆯ〮 ᄡᅳ〮고〮 겨〯지븐〮 남지〮늬〮 오〮ᄉᆞᆯ ᄡᅮᆯ〮디니〮 ᄌᆡ〮 ᄉᆞ라〮 每ᄆᆡᆼ〯服뽁〮 二ᅀᅵᆼ〮錢쪈을〮 一ᅙᅵᇙ百ᄇᆡᆨ〮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聖惠方治卒客忤有似卒死生昌蒲根擣絞取汁二三合灌下立愈{{*|}}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니〮 ᄀᆞᆮ〮ᄒᆞ닐〮 고툐〮ᄃᆡ〮 ᄂᆞᆯ昌챠ᇰ蒲뽕 ㅅ 불휘〮ᄅᆞᆯ〮디허〮 汁집〮ᄲᅡ〮 두〯ᅀᅥ〮 호ᄇᆞᆯ〮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治中惡心痛欲絶方釜底墨{{*|半兩}}塩{{*|一錢}}右件藥和硏以熱水一盞調頓服之{{*|}}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알파〮 죽ᄂᆞ닐〮 고툐〮!ᄐᆡ〮!ᄃᆡ〮!가마 미틧〮 검듸여ᇰ 半반〮 兩랴ᇰ〯과〮 소곰 ᄒᆞᆫ 돈〯ᄋᆞᆯ〮섯거〮 ᄀᆞ〮라〮 더운〮믈〮 ᄒᆞᆫ 盞잔〮애〮 프〮러 다〯 머그〮라〮
又方中惡氣絶以上好朱砂細硏於舌上書鬼字又額上亦書之此法極效{{*|}}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 긋거든 ᄀᆞ자ᇰ 됴〯ᄒᆞᆫ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혀〮에〮鬼귕〯ㅈ字ᄍᆞᆼ〮 ᄅᆞᆯ〮스〮고〮 ᄯᅩ〮니마〮희〮 술〮디니〮 이〮 法법〮이〮지〮극 됴〯ᄒᆞ〮니라〮
又方鬼神所擊諸術不治熟艾如鴨子大二枚水二盞煮取五分去滓頓服{{*|}}
ᄯᅩ〮 귓거시〮텨〮 여러〮 法법〮으〮로〮 고티〮디 몯〯ᄒᆞ〮거든〮 니근〮 ᄡᅮᆨ〮올〮ᄒᆡ알〮 만〮ᄒᆞ니〮 두〯 나〯ᄎᆞᆯ〮 믈〮 두〯 盞잔〮애〮 글혀〮 다ᄉᆞᆺ〮 分분을〯 取츙〯ᄒᆞ〮야〮 즛의 앗〯고〮 다〯 머그〮라〮
又方卒中鬼擊及刀兵所傷血滿膓中不出煩悶欲死雄黃一兩細硏如粉以溫酒調一分服日三服血化爲水{{*|}}
ᄯᅩ〮 귓거시〮 믄득〮 티며〮갈〮 잠개〮예〮 허러〮 피〮 토ᇰ〮 안해〮ᄀᆞᄃᆞᆨᄒᆞ〮야〮 나디〮 몯〯ᄒᆞ〮야〮답〮ᄭᅡ와〮 죽ᄂᆞ닐〮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ᄃᆞᄉᆞᆫ 수레〮 ᄒᆞᆫ 分뿐〮을〮 프〮러〮 ᄒᆞ〮ᄅᆞ 세〯 번곰〮 머그〮면〮 피〮 믈〮 ᄃᆞ외ᄂᆞ〮니라〮
千金方治卒忤塩八合以水三升煮取一升半分二服得吐卽愈若小便不通筆頭七枚燒作灰末水和服之卽通{{*|}}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니〮 고툐〮ᄃᆡ〮 소곰 여듧〮 호ᄇᆞᆯ〮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거〮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ᄒᆞ〮다가〮 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붇〮 머리〮 닐구〮블〮 ᄉᆞ〮라〮 ᄀᆞᄅᆞ !ᄃᆡᇰ!ᄆᆡᇰ!ᄀᆞ〮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葛氏備急方中惡證候視其上唇裏弦者有白如黍米大以針決去之{{*|}}
中듀ᇰ惡ᅙᅡᆨ 證지ᇰ〮이 웃입시울〮 !인!안!ᄒᆞᆯ 보〯ᄃᆡ〮 ᄒᆡᆫ〮 거시〮 기장ᄡᆞᆯ〮ᄀᆞᆮ〮ᄒᆞ니〮 잇ᄂᆞ니〮 바ᄂᆞᆯ〮로〮ᄯᅡ〮 아ᅀᅩᆯ〮디〮니라
又方半夏末如豆大吹鼻中{{*|}}
ᄯᅩ〮 半!빈〮!반〮!夏ᅘᅡᆼ〮末마ᇙ〮ᄋᆞᆯ〮 콩낫〯?만〮? 곳〮굼긔〮 불〯라〮
又方客忤者中惡之類也令人心腹絞痛脹滿氣衝心胸不卽治殺人 細辛 桂末等分內口中{{*|}}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ᄂᆞᆫ〮 中듕〮惡ᅙᅡᆨ〮ㅅ類ᄅᆔᆼ〮니〮 사〯ᄅᆞ〮ᄆᆞ로〮 가ᄉᆞᆷ〮 ᄇᆡ〮 알ᄑᆞ며〮탸ᇰ〯만〮ᄒᆞ〮야〮 氣킝〮分분이〮 가ᄉᆞ〮매〮다와티〮ᄂᆞ니〮 즉재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細솅〮辛신과〮桂궹〮皮삥 ㅅ ᄀᆞᆯᄋᆞᆯ〮等드ᇰ〯分분ᄒᆞ〮야〮 입〮 안해〮녀흐〮라〮
又方卒得鬼擊之病無漸卒着如人刀刺狀胸脇腹內絞急切痛不可抑按或卽吐血或鼻中出血或下血一名鬼排治之灸鼻下人中一壯立愈{{*|}}
ᄯᅩ〮 믄득〮 귓것 틴 病뼈ᇰ〮을〮 어〯더漸쪔〯漸쪔〯 아니〮ᄒᆞ〮야〮 믄득〮어〯두미〮 갈〮ᄒᆞ로〮 디르ᄂᆞᆫ ᄃᆞᆺ〮ᄒᆞ〮야〮 가ᄉᆞᆷ〮과〮 녑과〮 ᄇᆡ〮 안〮히ᄀᆞ자ᇰ〮 알파〮ᄆᆞᆫ지〮디〮 몯〯ᄒᆞ며〮 시혹〮 피〮ᄅᆞᆯ〮 吐통〮ᄒᆞ며〮 시혹〮 고해〮 피〮내〯며〮 시혹 아래〮 피〮나〮ᄂᆞ니〮 고툐〮ᄃᆡ〮 고〮 아랫〮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 을〮 ᄒᆞᆫ 붓글〮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臍下一寸三壯炙臍上一寸七壯{{*|}}
ᄯᅩ〮 ᄇᆡᆺ복 아랫〮一ᅙᅵᇙ〮寸촌〮ᄋᆞᆯ〮 세〮 붓글〮 ᄯᅳ〮고〮 ᄇᆡᆺ복 우 一ᅙᅵᇙ〮寸촌ᄋᆞᆯ 닐굽〮 붓글〮 ᄯᅳ라〮
又方以淳酒吹內兩鼻中{{*|}}
ᄯᅩ 됴〮ᄒᆞᆫ 술로 두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鼠屎末服如黍米不能飮之以少水和內喉中{{*|}}
ᄯᅩ〮 쥐ᄯᅩᆼᄋᆞᆯᄇᆞᆺ아〮 기자ᇰᄡᆞᆯ〮만〮 머구〮ᄃᆡ〮 먹디〮 몯〯거든〮 믈〮져〯기 ᄒᆞ〮야〮 프〮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簡方被鬼擊用竈心土爲末每服二錢新汲水調下及以少許吹鼻中{{*|}}
귓거싀〮게 마ᄌᆞ〮닐〮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먹그〮며 져〯기 고해〮 불〯라〮
又方{{*|恍惚見鬼}}發狂用平胃散加辰砂末棗湯調服{{*|}}
ᄯᅩ 어즐ᄒᆞ〮야〮 귓것 보〮아〮 미치〮거든〮平뼈ᇰ胃ᅌᅱᆼ〮散산〮 애〮 朱즁砂상ㅅᄀᆞᆯᄋᆞᆯ〮 녀허〮 大땡〮棗조ᇢ〯湯타ᇰ애〮 프〮러 머그〮라〮
又方中惡客忤卒死者用皂角末吹鼻或硏韭汁灌耳中以艾灸臍中百壯{{*|}}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닐〮 皂쪼ᇢ〯角각〮ㅅ ᄀᆞᆯᄋᆞᆯ〮 고해〮 불〯라〮 시혹〮 염〮굣〮 즈〮블 ᄀᆞ〮라 귀예〮 븟고〮 ᄡᅮ〮그로〮 ᄇᆡᆺ보ᄀ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붓글〮 ᄯᅳ〮라〮
又方中惡客忤垂死用射香一錢硏和醋二合服之卽差{{*|}}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죽ᄂᆞ닐〮 射썅〮香햐ᇰ ᄒᆞᆫ 돈〯 ᄀᆞ라 초에〮 프〮러 두〮 호ᄇᆞᆯ〮 머그〮면〮 즉재 !둍〯!됻〯!ᄂᆞ〮니라〯
壽域神方凡卒死或先病痛或常寢臥忽絶皆是中惡救之以葱黃心刺入鼻內男左女右入深五寸若目中出血佳又用葱管吹其兩耳兩鼻孔中{{*|}}
믈읫 믄득〮 주구〮미 시혹〮 몬져 病!뼝〮!뼈ᇰ〮!을〮 알커나〮 시혹〮샤ᇰ녜〮 자다가〮 믄득〮 죽ᄂᆞ니〮 다〯 이〮 中듀ᇰ〮惡ᅙᅡᆨ〮이〮니〮 救구ᇢ〮호〯ᄃᆡ〮 팟〮 누른〮엄〯으〮로〮 고 안해〮 녀호〮ᄃᆡ〮 남지는〮 왼〯녁 겨〯지븐〮 올〮ᄒᆞᆫ녀긔〮 기피〮 五ᅌᅩᆼ〯寸촌〮이〮들〮에〮 ᄒᆞ〮야〮 ᄒᆞ〮다가〮 누내〮 피〮나면〮 됴〮ᄒᆞ니라〮 ᄯᅩ〮 팟〮 니〮프로〮 두〯 귀〮와〮 두〯 곳〮굼글〮 불〯라〮
又方取小便灌其口數遍卽能語{{*|}}
ᄯᅩ〮 小쇼ᇢ〯便뼌을〮 이베〮 브ᅀᅩ〮믈〮 두〯ᅀᅥ〮 번 ᄒᆞ면〮 곧〮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中惡短氣欲死灸足兩大𧿹趾上甲後聚毛中各十四壯不愈再灸十四壯{{*|}}
ᄯᅩ 中듕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뎔어 죽ᄂᆞ닐두 발엄지가락 톱 뒷 털 난ᄯᅡᄒᆞᆯ 열네 붓곰 ᄯᅮ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시 열네 붓글 ᄯᅳ라
又方驚怖死者用溫酒灌之卽蘇{{*|}}
ᄯᅩ 놀라 주그닐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鬼魘鬼打第六==
經驗良方其證初到客舍或官驛及久無人居冷房睡中覺鬼物魘打但聞其人吃吃作聲便令人呌喚如呌不醒此乃鬼魘也湏臾不救則死 牛黃 雄黃{{*|各一錢}}朱砂{{*|半錢}}巳上各硏爲細末和勻每挑一錢許床下燒次挑一錢用酒調灌之如無前藥用桃柳枝取東邊各三七寸煎湯三盞候溫倂灌服又無桃柳枝用竈心土搥碎爲細末每服二錢新汲井花水調灌更挑半指甲許吹入鼻中更用艾灸人中穴在鼻下幷灸兩脚大拇指內離甲一薤葉許各灸一七壯卽活{{*|}}
그 證지ᇰ이 客ᄏᆡᆨ舍상ㅣ어나 시혹 驛역이어나 오래 사ᄅᆞᆷ 업슨 ᄎᆞᆫ 房바ᇰ의 자다가 귓거시 누르며툐ᄆᆞᆯ 아라 오직 그 사ᄅᆞ미헐헐ᄒᆞᆯ 소릴 듣고 곧 사ᄅᆞᄆᆞ로 브르게 ᄒᆞᆯ디니블로ᄃᆡ ᄭᆡ디 아니ᄒᆞ면 이 귓거시 눌로미니 아니한 사ᅀᅵᄅᆞᆯ 救구ᇢ티 아니ᄒᆞ면 죽ᄂᆞ니 牛ᅌᅮᇢ黃ᅘᅪᇰ과 雄ᅘᅮᇰ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돈과 朱즁砂상 半반 돈ᄋᆞᆯ 各각各각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골오 섯거 ᄒᆞᆫ 돈만 ᄯᅥ 사ᇰ 아래 ᄉᆞᆯ오 버거 ᄒᆞᆫ 돈ᄋᆞᆯ 수레 프러 머기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복샤ᇰ화나모와 버드나못 가지ᄅᆞᆯ 東도ᇰ녁긔칠 상22ㄱ各각各각 세닐굽 寸촌ᄋᆞᆯ 가져다가 므레 글혀 세 盞잔ᄋᆞᆯ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복샤ᇰ화나모 버듨가지 업거든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룬 井졍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머기고 ᄯᅩ 半반 소ᇇ톱만 ᄯᅥ 고해 부러 드리고 ᄯᅩ ᄡᅮ그로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ᄯᅳ고 두 발 엄지가락 안해 밠토브로 ᄒᆞᆫ 부ᄎᆡᆺ닙 만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ᄒᆞᆫ닐굽 붓글 ᄯᅳ면 곧 사ᄂᆞ니라
千金方治鬼擊雞屎白{{*|如棗大}}靑花麻一把{{*|卽常用麻}}右二味以酒七升煮取三升熱服須臾發汗若不汗熨斗盛火灸兩脇下使熱汗出愈{{*|}}
귓것 티닐 고툐ᄃᆡ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것 대초만과 삼 ᄒᆞᆫ 줌과 두 가지ᄅᆞᆯ 술 닐굽 되로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더우닐 머그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ᄯᆞᆷ나ᄂᆞ니 ᄒᆞ다가 ᄯᆞᆷ나디 아니커든다리우리예 블 다마 두 녁 녀블ᄧᅬ야 덥게 ᄒᆞ면 ᄯᆞᆷ나면 됻ᄂᆞ니라
聖惠方卒魘忌燈火照照則神魂遂不復入乃至於死人有於燈光前魘者本在明處是以不忌火也{{*|}}
ᄀᆞ오누르이닐 블혀 뵈요미 몯ᄒᆞ리니 블 뵈면 넉시 도로 드디 아니ᄒᆞ야 죽ᄂᆞ니라 블 현 ᄃᆡ 이셔 ᄀᆞ오누르이닌본ᄅᆡ ᄇᆞᆯᄀᆞᆫ ᄃᆡ 이실ᄉᆡ 블 혀미 므던ᄒᆞ니라
治卒魘昏昧不覺方右以皂莢末用細竹管吹兩鼻中卽起三兩日猶可吹之{{*|}}
믄득 ᄀᆞ오누르여 ᄎᆞ림 몯ᄒᆞ거든皂쪼ᇢ莢겹 ᄀᆞᆯᄋᆞᆯ ᄀᆞᄂᆞᆫ 대로 두 곳굼긔 불면 즉재니ᄂᆞ니 잇사ᄋᆞ래도 어루 불리라
又方治卒魘右以雄黃細硏以蘆管吹入兩鼻中桂心末亦得{{*|}}
ᄯᅩ 과ᄀᆞᆯ이ᄀᆞ오눌엿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ᄀᆞᆯ로 부러 두 고해 녀흐라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ᄅᆞ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菖蒲末吹兩鼻中以桂末納於舌下亦得{{*|}}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불오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ᆯ 혀 아래 녀후미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雄黃如棗核大繫於左臂令人終身不魘寐也{{*|}}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ᆼᄋᆞᆯ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ᄒᆞ닐 왼녁ᄇᆞᆯᄒᆡ ᄃᆞ라 두면 사ᄅᆞᄆᆞ로 죽ᄃᆞ록 ᄀᆞ오누르이디 아니케 ᄒᆞᄂᆞ니라
又方服猪脂如雞子大卽差未差再服{{*|}}
ᄯᅩ 猪뎡脂징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 됴티 아니커든 다시 머그라
備急大全良方療臥忽不悟愼勿以火照則殺人但唾其面更痛囓足大拇指甲際卽省更以半夏末吹入鼻中更以韭葉擣取自然汁灌鼻孔中冬月用韭根擣取自然汁灌卽活{{*|}}
자다가 ᄭᆡ디 몯ᄒᆞ닐 고툐ᄃᆡ 자ᇝ간도 블 혀 뵈디마롤디니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오직 ᄂᆞᄎᆡ 춤받고 ᄯᅩ 발엄지가락 톱 ᄉᆞᅀᅵᄅᆞᆯᄆᆡ이 믈면 즉재 ᄭᆡᄂᆞ니라 ᄯᅩ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곳굼긔 불오 ᄯᅩ 부ᄎᆡᆺ 니플 디허 즈브로 곳굼긔 브ᅀᅳ라겨ᅀᅳ렌 부ᄎᆡᆺ 불휘ᄅᆞᆯ 디허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取츙ᄒᆞ야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卒死第七==
千金方治卒死無脉牽牛臨鼻上二百息牛舐必瘥牛不肯舐着塩汁塗面上牛卽肯舐{{*|}}
가ᄀᆞ기 주거 脉ᄆᆡᆨ업스닐 고툐ᄃᆡ 쇼ᄅᆞᆯ잇거 고 우희 다혀 二ᅀᅵᆼ百ᄇᆡᆨ 버ᄂᆞᆯ숨쉬울디니 ᄉᆈ 할ᄒᆞ면 반ᄃᆞ기 됻ᄂᆞ니라쇼옷 할티 아니커든 소곰므를 ᄂᆞᄎᆡ ᄇᆞᄅᆞ면 ᄉᆈ 곧 할ᄂᆞ니라
又方馬屎絞取汁飮之無新者水和乾者亦得{{*|}}
ᄯᅩ ᄆᆞᆯᄯᅩᇰᄋᆞᆯ ᄧᅡ 즈블 取츙ᄒᆞ야 마시라 새 업거든 므레 ᄆᆞᄅᆞ닐 프러도 ᄯᅩ 됴ᄒᆞ니라
肘後方乾者以人溺解之{{*|}}
ᄆᆞᄅᆞ닌 사ᄅᆞᄆᆡ 오조ᄆᆞ로 플라
又方灸熨斗熨兩脇下又治尸厥{{*|}}
ᄯᅩ 다리우릴 데여 두 녀블 울ᄒᆞ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針閒使各百餘息又灸鼻下人中又治尸厥{{*|}}
ᄯᅩ閒간使ᄉᆞᆼ ᄅᆞᆯ 針짐호ᄃᆡ 一ᅙᅵᇙ百ᄇᆡᆨ 숨 남ᄌᆞ기 ᄒᆞ고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ᄯᅳ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方治五絶夫五絶者一曰自縊二曰墻壁壓迮三曰溺水四曰魘寐五曰産婦乳絶取半夏一兩細下篩吹一大豆許內鼻中卽活心下溫者一日亦可活{{*|}}
ᄯᅩ 다ᄉᆞᆺ 주그닐 고티ᄂᆞ니 ᄒᆞ나ᄒᆞᆫ 목 ᄆᆡ야 주그니오 둘흔 담지즐이니오 세흔 므레 ᄲᅡ디니오 네흔ᄀᆞ오누르이니오 다ᄉᆞᄉᆞᆫ 아기나타가 주그니니 半반夏ᅘᅡᆼ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처 큰 콩 낫만 ᄒᆞ닐 곳굼긔 부러 녀흐면 즉재 사ᄂᆞ니 가ᄉᆞ미 ᄃᆞᄉᆞ닌ᄒᆞᆯ리라도 ᄯᅩ 어루 살리라
聖惠方卒死中惡及尸厥以緜漬好酒手挼汁令入鼻中幷持其手足莫令驚動{{*|}}
과ᄀᆞᆯ이 주그니와 中듀ᇰ惡ᅙᅡᆨᄒᆞ니와 尸싱厥궈ᇙᄒᆞ니ᄅᆞᆯ소오ᄆᆞ로 됴ᄒᆞᆫ 술저져 소ᄂᆞ로 汁집을ᄲᅡ 곳굼긔 들에 ᄒᆞ고 손바ᄅᆞᆯ 자바 놀라디 아니케 ᄒᆞ라
又方擣韮取汁以灌口中{{*|}}
ᄯᅩ 부ᄎᆡᄅᆞᆯ 디허 汁집을 取츙ᄒᆞ야 이베 브ᅀᅳ라
又方取猪膏如雞子大以醋一合煮沸灌喉中良{{*|}}
ᄯᅩ 猪뎡膏고ᇢ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醋총 ᄒᆞᆫ 호배 글혀 모ᄀᆡ 브ᅀᅳ면 됴ᄒᆞ니라
又方卒死而壯熱者用白礬半斤以水二豆斗煮消以漬脚卽活{{*|}}
ᄯᅩ 과ᄀᆞᆯ이 죽고 壯자ᇰ히 熱ᅀᅧᇙᄒᆞ닐白ᄈᆡᆨ礬뻔 半반 斤근ᄋᆞᆯ 믈 두 마래 글혀 노겨허튀ᄅᆞᆯ ᄃᆞᄆ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用小便灌其面卽能迴語{{*|}}
ᄯᅩ 小쇼ᇢ便뼌으로 ᄂᆞᄎᆡ ᄲᅳ리면 즉재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以雄雞頭取血以塗其面乾復塗之{{*|}}
ᄯᅩ 수ᄃᆞᆯᄀᆡ 머리엣 피 내아 ᄂᆞᄎᆡ ᄇᆞᄅᆞ고 ᄆᆞᄅᆞ거든 다시 ᄇᆞᄅᆞ라
又方治忤打死心稍暖取葱白納於下部中及鼻中湏臾卽活{{*|}}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ㅣ어나귓거시 텨 주그니 가ᄉᆞ미져기 ᄃᆞᆺᄒᆞ닐 고툐ᄃᆡ 파ᄒᆞᆯ밋구무와 곳굼긔 녀흐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사ᄂᆞ니라
又方治卒客忤不能言桔梗末一兩射香末一分右二味更硏令勻每服二錢以溫水調下{{*|}}
ᄯᅩ 과ᄀᆞᆯ이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말 몯ᄒᆞ거든桔겨ᇙ梗겨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ᄒᆞᆫ 分뿐을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머기라
千金方治一切卒死灸臍中百壯{{*|}}
一ᅙᅵᇙ切쳐ᇙ 과ᄀᆞᆯ이 주그닐 고툐ᄃᆡ ᄇᆡᆺ복을 百ᄇᆡᆨ壯자ᇰ을 ᄯᅳ라
==卒心痛第八<sub>腹痛附</sub>==
聖惠方治卒心痛氣悶欲絶面色靑四肢逆冷釅醋{{*|一合}}雞子{{*|一枚打破}}右件相和攪勻煖過頓飮之{{*|}}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 알파 氣킝分분이닶가와 주거가 ᄂᆞ치 프르고 四ᄉᆞᆼ肢징 ᄎᆞ닐 고툐ᄃᆡ 醋총 ᄒᆞᆫ 홉과 ᄃᆞᆯᄀᆡ알 ᄒᆞᆫ 나ᄎᆞᆯᄣᆞ려 섯거 골오 프러 ᄃᆞ시 ᄒᆞ야 다 머기라
又方白艾二兩熟者右以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分爲三服稍熱服之{{*|}}
ᄯᅩ ᄒᆡᆫ ᄡᅮᆨ 두 兩랴ᇰ니기 디후닐 믈 두 큰잔애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세 服뽁애 ᄂᆞᆫ화 져기 더우닐 머그라
經驗良方布衷塩如彈丸大燒令赤溫酒化服溫水亦得{{*|}}
뵈로 소고ᄆᆞᆯ 탄ᄌᆞ만ᄢᅳ려 ᄉᆞ라 븕게 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그라 ᄃᆞᄉᆞᆫ 믈도 ᄯᅩ ᄒᆞ리라
壽域神方草菓 玄胡索 乳香 沒藥 五靈脂{{*|各等分}}右爲末每服二錢溫酒調下{{*|}}
草초ᇢ菓광와玄ᅘᆑᆫ胡ᅘᅩᆼ索짝 과乳ᅀᅲᆼ香햐ᇰ 과 沒모ᇙ藥약과五ᅌᅩᆼ靈려ᇰ脂징 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기라
又方桃白皮煮汁宜空腹服之{{*|}}
ᄯᅩ 복샤ᇰ화나못 ᄒᆡᆫ 거츨 글혀 汁집을 空고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生香油半合溫服妙{{*|}}
ᄯᅩ ᄎᆞᆷ기름 半반 호블 ᄃᆞ시 ᄒᆞ야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令病人當戶坐若男病婦人與水一柸飮之若女病男子與水一柸飮之用新汲水尤佳{{*|}}
ᄯᅩ 病뼈ᇰ人ᅀᅵᆫ으로이페 안치고 ᄒᆞ다가 남지니 病뼈ᇰ커든 겨지비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고 ᄒᆞ다가 겨지비 病뼈ᇰ커든 남지니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라 ᄀᆞᆺ 기룬 므리 더 됴ᄒᆞ니라
又以蜜一分水二分飮之亦妙{{*|}}
ᄯᅩ ᄢᅮᆯ ᄒᆞᆫ 分분과 믈 두 分분을 마쇼미ᄯᅩ 됴ᄒᆞ니라
又方治腹痛細嚼石菖蒲飮凉水送下妙{{*|}}
ᄯᅩ ᄇᆡ알힐 고툐ᄃᆡ 石쎡菖챠ᇰ蒲뽕ᄅᆞᆯ ᄂᆞ로니 십고 ᄎᆞᆫ 므를 마셔ᄂᆞ리오미 됴ᄒᆞ니라
又方掘地上作一小坑以水滿坑中熟絞取汁飮之{{*|}}
ᄯᅩ ᄯᅡ해 ᄒᆞᆫ 져고맛 구들 ᄑᆞ고 믈로 구데 ᄀᆞᄃᆞ기 븟고 니기 후ᇰ두ᅌᅧ 汁집을 取츙ᄒᆞ야 마시라
又方令人騎其腹溺臍中{{*|}}
ᄯᅩ 사ᄅᆞ미 그 ᄇᆡᄅᆞᆯ 타 안자 ᄇᆡᆺ보개 오좀 누게 ᄒᆞ라
又方針手足十指頭出血灸臍中七七壯{{*|}}
ᄯᅩ 손발 열 가락 그틀 針짐ᄒᆞ야 피내오 ᄇᆡᆺ보ᄀᆞᆯ 七치ᇙ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治心腹俱脹疼痛氣短欲死或已絶者取梔子十四枚豉五合以水二盞先煮豉取一盞半去滓入梔子再煎取一盞去渣服半盞不愈盡服之{{*|}}
ᄯᅩ 가ᄉᆞᆷ ᄇᆡ 다 탸ᇰ만ᄒᆞ야 알ᄑᆞ고 氣킝分분이 뎔어 죽ᄂᆞ니와 시혹 ᄒᆞ마 주그닐 고툐ᄃᆡ梔징子ᄌᆞᆼ 열네 낫과 젼국 다ᄉᆞᆺ 호블 믈 두 잔ᄋᆞ로 몬져 젼국 글혀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滓ᄌᆡᆼ 앗고 梔징子ᄌᆞᆼ 녀허 다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츄ᇢᄒᆞ야 즛의 앗고 半반 잔ᄋᆞᆯ 머구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 머그라
又方治卒心腹煩滿疼痛欲死者以熱湯浸手足妙冷再換{{*|}}
ᄯᅩ 과ᄀᆞᆯ이 가ᄉᆞᆷ ᄇᆡ 煩뻔滿만ᄒᆞ여 알파 죽ᄂᆞ닐 고툐ᄃᆡ 더운 므레 손바ᄅᆞᆯᄃᆞᆷ고미 됴ᄒᆞ니 ᄎᆞ거든 다시 ᄀᆞᆯ라
又方卒煩滿嘔逆灸乳下一寸七壯卽愈{{*|}}
ᄯᅩ 과ᄀᆞᆯ이 煩뻔滿만ᄒᆞ야吐통逆ᅌᅧᆨ ᄒᆞ거든 졋 아랫 ᄒᆞᆫ 寸촌ᄋᆞᆯ 七칧壯장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兩手大母指內邊爪後第一紋頭各一壯又灸兩手中指爪下一壯卽愈{{*|}}
ᄯᅩ 두 손 엄지가락 안녁 소ᇇ토ᄇᆞ로셔 첫 그ᇝ 그틀 各각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ᄯᅩ 두 손 가온ᄃᆡᆺ 가락 소ᇇ톱 아래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九種心痛取當大歲上新生槐枝一握去兩頭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
아홉가짓가ᄉᆞᆷ알힐 고툐ᄃᆡ大땡歲ᄉᆒᆼ方바ᇰ앳 올ᄒᆡ 난회홧가지 ᄒᆞᆫ우희윰을 두 녁 그틀 버히고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治卒中惡心痛 苦參{{*|三兩}}㕮咀以好醋一升半煮取八合强者頓服老小分二服{{*|}}
ᄯᅩ 과ᄀᆞᆯ이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 알ᄂᆞ닐 고툐ᄃᆡ苦공參ᄉᆞᆷ 석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됴ᄒᆞᆫ 醋총 ᄒᆞᆫ 되 半반ᄋᆞ로 글혀 여듧 호ᄇᆞᆯ 取츙ᄒᆞ야 强가ᇰᄒᆞ닌 다 먹고 늘그니와 져므니ᄂᆞᆫ둘헤 상30ㄴᄂᆞᆫ화 머그라
又方桂心{{*|一兩}}㕮咀以水四升煮取一升半分二服{{*|}}
ᄯᅩ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넉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그라
==霍亂吐瀉第九<sub>沙證附</sub>==
經驗良方始因飮冷或胃寒或失飢或大怒或乘舟車傷動胃氣令人上吐上吐不止令人下瀉吐瀉倂作遂成霍亂頭旋眼暈手脚轉筋四肢逆冷用藥遲緩湏臾不救吳茱萸 木瓜 食塩{{*|各半兩}}右三味同炒令焦先用磁甁盛水三升煮令百沸却入前藥同煎至二升已下傾一盞冷熱隨病人意與服藥入卽醒{{*|}}
처ᅀᅥ믜 ᄎᆞᆫ믈 마쇼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치위에 ᄃᆞᆫ니거나 시혹 ᄇᆡ 골커나 시혹 너무 怒농커나 시혹 ᄇᆡ와 술위와타 胃ᅌᅱᆼ氣킝ᄅᆞᆯ 傷샤ᇰᄒᆞ면 사ᄅᆞ미 우흐로 吐통케 ᄒᆞᄂᆞ니 우흐로 吐통호ᄆᆞᆯ그치디 몯ᄒᆞ면 사ᄅᆞ미 아래로즈츼에 ᄒᆞᄂᆞ니 吐통와 즈츼유미 ᄒᆞᆫᄢᅴ니르와ᄃᆞ면 霍확亂란이 ᄃᆞ외야 머리휫두르며 누니 휫두르며 손밠 히미올ᄆᆞ며 四ᄉᆞᆼ肢징 ᄎᆞᄂᆞ니 藥약ᄋᆞᆯ디마니 ᄒᆞ면 상31ㄴ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吳ᅌᅩᆼ茱쓩萸융 와木목瓜광 와 소곰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 ᄃᆡ봇가 눋게 ᄒᆞ야 몬져 沙상甁뼈ᇰ에 믈 서 되ᄅᆞᆯ 다마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커든 알ᄑᆡᆺ 藥약ᄋᆞᆯ 녀허 ᄒᆞᆫᄃᆡ 글혀 두 되예 니를어든 ᄒᆞᆫ 잔ᄋᆞᆯ 브ᅀᅥ ᄎᆞ며 더우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ᄠᅳ들 조차 주어 머기면 藥약이 들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倉卒無前藥用枯白礬爲末每服一大錢百沸湯點服{{*|}}
ᄒᆞ다가 時씽急급ᄒᆞ야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枯콩白ᄈᆡᆨ礬뻔 을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큰 돈ᄋ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如無白礬只用塩一撮醋一盞同煎至八分溫服或塩梅醎酸等物皆可煮服{{*|處方本以鹹醋二物煮}}{{*|}}
ᄒᆞ다가 白ᄈᆡᆨ礬뻔이 업거든 소곰 ᄒᆞᆫ져붐과 醋총 ᄒᆞᆫ 잔ᄋᆞᆯ ᄒᆞᆫᄃᆡ 글혀 여듧 分뿐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고 시혹 소고미나梅ᄆᆡᆼ實씨ᇙ 이나 ᄧᆞᆫ 것과싄 것ᄃᆞᆯ히 다 어루 글혀 머귤디니라
又方脚手轉筋赤蓼莖葉細切三合水四合酒二合同煎取四合分作二溫服{{*|}}
ᄯᅩ 발 손 히미 옮거든 블근 엿귓 줄기와 닙과ᄅ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라 세 홉과 믈 너 홉과 술 두 홉과 ᄒᆞᆫᄃᆡ 글혀 네 호블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脚轉筋用大蒜磨脚心令遍熱卽差{{*|}}
ᄯᅩ 밠 상32ㄴ히미 옮거든 굴근 마ᄂᆞᄅᆞᆯ 밠바다ᅌᅢ ᄲᅵ븨여 두루 덥게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絞腸沙痛不可忍或展轉在地或起或仆其膓絞縮在腹此是中毒之深湏臾能令人死古方名乾霍亂急用塩一兩熱湯調灌入病人口中塩氣一到腹其痛卽定又將石沙炒令赤色冷水淬之良久澄淸水一二合服之愈{{*|}}
ᄯᅩ絞교ᇢ腸땨ᇰ沙상 ㅣ 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야 시혹 ᄯᅡ해 그울며 시혹 닐며 시혹 업더디여 그膓땨ᇰ 이 ᄇᆡ예뷔트러 움주쥐여 잇ᄂᆞ상33ㄱ니 이 毒독ᄋᆞᆯ 마조미 기퍼 아니한 ᄉᆞᅀᅵ예 사ᄅᆞ미 죽게 ᄒᆞᄂᆞ니 녯 方바ᇰ文문에 일후미 乾간霍확亂롼이니 ᄲᆞᆯ리 소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 므레 프러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이베 브ᅀᅳ라 소고ᇝ 氣킝分분이 ᄇᆡ예 들면 그 알포미 곧 긋거든 ᄯᅩ호ᄀᆞᆫ 돌ᄒᆞᆯ 봇가 븕게 ᄒᆞ야 ᄎᆞᆫ므레 ᄃᆞᆷ가안초아 ᄆᆞᆯ겨 그 믈 ᄒᆞᆫ두 호블 머그면 됻ᄂᆞ니라
葛氏備急方霍亂煩悶湊滿者用塩納臍中灸二七壯{{*|}}
霍확亂롼ᄒᆞ야 닶가와 탸ᇰ만ᄒᆞ닐 소고ᄆᆞᆯ ᄇᆡᆺ보개 녀코 二ᅀᅵᆼ七치ᇙ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霍亂心腹脹痛者服乾薑屑三方寸匕{{*|}}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탸ᇰ만ᄒᆞ야 알ᄂᆞ닐 乾간薑가ᇰㅅ ᄀᆞᆯᄋᆞᆯ세 수를 머기라
又方小蒜一升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之{{*|}}
ᄯᅩ 호ᄀᆞᆫ 마ᄂᆞᆯ ᄒᆞᆫ 되ᄅᆞᆯ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生薑}}一斤切以水七升煮取二升分爲三服{{*|}}
ᄯᅩ 生ᄉᆡᇰ薑가ᇰ ᄒᆞᆫ 斤근을 사ᄒᆞ라 믈 닐굽 되로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세헤 ᄂᆞᆫ화 머그라
又方若轉筋桂半夏等分末方寸匕水一升和服{{*|}}
ᄯᅩ 히미 올ᄆᆞ닐 桂ᄀᆒᆼ皮삥와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수를 믈 ᄒᆞᆫ 되예 프러 머그라
又方生大豆屑酒和服方寸匕{{*|}}
ᄯᅩ ᄂᆞᆯ콩 ᄭᆞᆯᄋᆞᆯ 수레 프로ᄃᆡ ᄒᆞᆫ 수상34ㄱ를 머그라
又方治霍亂吐下後大渴多飮則殺人以黃米{{*|卽黍米}}五升水一斗煮之令得三升澄淸稍稍飮之莫飮餘物也{{*|}}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吐통下ᅘᅡᆼᄒᆞᆫ 後ᅘᅮᇢ에 ᄀᆞ자ᇰ 목 ᄆᆞᆯ라 믈 하 머그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기자ᇰᄡᆞᆯ 닷 되ᄅᆞᆯ 믈 ᄒᆞᆫ 마래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ᄆᆞᆰ안초아 젹젹 먹고 다ᄅᆞᆫ 믈 먹디 마롤디니라
又方治霍亂轉筋垂死敗蒲席一握細剉漿水一盞煮汁溫溫頓服{{*|}}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히미 올마 죽ᄂᆞ닐 고툐ᄃᆡ 헌 부들 지즑 ᄒᆞᆫ 우후믈 ᄀᆞᄂᆞ리 사ᄒᆞ라漿쟈ᇰ水ᄉᆔᆼ ᄒᆞᆫ 盞잔애 글혀 汁집을 ᄃᆞ시ᄒᆞ상34ㄴ야 다 머그라
直指方霍亂吐瀉心腹作痛用炒塩二梡紙包紗護頓其胸前幷腹肚上以熨斗火熨氣透卽蘇續又以炒塩熨其背{{*|}}
霍확亂롼 吐통瀉샹 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커든 봇ᄀᆞᆫ 소곰 두보ᅀᆞᄅᆞᆯ 죠ᄒᆡ에 ᄡᆞ고 紗상로 ᄢᅳ려 가ᄉᆞᆷ과 ᄇᆡ예고 다리우리로 블 다마 다려 氣킝分분이ᄉᆞᄆᆞᄎ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ᄯᅩ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드ᇰ을 熨ᅙᅮᇙᄒᆞ라
聖惠方霍亂吐不止欲死 生薑{{*|二兩}}牛糞三合右以水三大盞煎至一盞半去滓分溫三服{{*|}}
霍확亂롼ᄒᆞ야 吐통ᄅᆞᆯ 그치디 몯ᄒᆞ야 죽ᄂᆞ닐 生ᄉᆡᇰ薑가ᇰ 두 兩랴ᇰ과 ᄉᆈᄯᅩᇰ 서 호ᄇᆞᆯ 믈 세 큰 盞잔애 글혀 ᄒᆞᆫ 盞잔 半반애 니르커든 滓ᄌᆡᆼ 잇고 ᄃᆞ시 ᄒᆞ야 세 버네 머그라
經驗秘方治霍亂吐瀉丁香七枚細嚼新汲水送下如不能嚼硏細涼水調下亦可{{*|}}
霍확亂롼 吐통瀉샹ᄅᆞᆯ 고툐ᄃᆡ丁뎌ᇰ香햐ᇰ 닐굽 나ᄎᆞᆯ ᄂᆞ로니 십고 ᄀᆞᆺ 기룬 믈로 ᄂᆞ리오ᄃᆡ ᄒᆞ다가 십디 몯거든 ᄀᆞᄂᆞ리 ᄀᆞ라 ᄎᆞᆫ므레 프러 ᄂᆞ리옴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菉豆 胡椒{{*|各七七粒}}右擣爲末新汲水調服不拘時{{*|}}
ᄯᅩ菉록豆뚜ᇢ 와胡ᅘᅩᆼ椒죠ᇢ 와 各각 닐굽닐굽 나ᄎᆞᆯ 디허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 머구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말라
醫方集成姜塩飮治乾霍亂欲吐不吐欲瀉不瀉 塩{{*|一兩}}生薑{{*|切半兩}}右同炒令色變以水一梡煎溫服甚者加童子小便一盞{{*|}}
薑가ᇰ塩염飮ᅙᅳᆷ 은 乾간霍확亂롼이 吐통코져 호ᄃᆡ 吐통티 몯ᄒᆞ고 즈츼오져 호ᄃᆡ 즈츼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소곰 ᄒᆞᆫ 兩랴ᇰ과 生ᄉᆡᇰ薑가ᇰ 사ᄒᆞ로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ᄃᆡ 봇가 비치 다ᄅᆞ거든 믈 ᄒᆞᆫ 보ᅀᆞ로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甚씸ᄒᆞ니란 아ᄒᆡ 오좀 ᄒᆞᆫ 盞잔상36ㄱᄋᆞᆯ 조쳐 머기라
壽域神方霍亂已死上屋喚魂以諸治皆至而猶不差捧病覆臥之伸兩臂對以繩度兩肘尖頭依繩下夾背脊大骨空中去脊各一寸灸之百壯不治者可灸肘椎已試數百人皆灸畢卽起坐驗{{*|}}
霍확亂롼ᄒᆞ야 ᄒᆞ마 죽거든 집 우희 올아 넉슬 브르고 여러가짓 고툐ᄆᆞᆯ 다 호ᄃᆡ ᄉᆞᆫᄌᆡ 됴티 아니커든 病뼈ᇰᄒᆞ닐업더리와다 뉘이고 두 ᄇᆞᆯᄒᆞᆯ 펴고 노ᄒᆞ로 두 ᄇᆞᆯ톡 그틀 견주고 노ᄒᆞᆯ브터 드ᇰᄆᆞᄅᆞᆺ ᄲᅧ를 상36ㄴᄢᅧ 가온ᄃᆡ 뷔우고 드ᇰᄆᆞᆯᄅᆞ로셔 各각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ᅮᄃᆡ 됴티 아닌ᄂᆞ니란 肘듀ᇢ椎ᄄᆔᆼᄅᆞᆯ ᄯᅳ라 ᄒᆞ마 數슝百ᄇᆡᆨ人ᅀᅵᆫ을 디내요니 다ᄯᅩᆷ ᄆᆞᄎᆞ면 즉재 니러 안ᄌᆞ니라
又方治絞腸沙腹痛不可忍者嘔吐泄瀉及中署霍亂心煩渴不省人事兼治急心痛白蜜馬糞二味不以多少擂新水化下去滓頓服一碗雖曰穢汚却有神功無蜜亦可{{*|}}
ᄯᅩ 絞교ᇢ腸땨ᇰ沙상ㅣ ᄇᆡ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니와 吐통ᄒᆞ고즈츼ᄂᆞ니와 中듀ᇰ暑셩ᄒᆞ며 霍확亂롼ᄒᆞ야 ᄆᆞᅀᆞ미 煩뻔渴카ᇙ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ᄂᆞ상37ㄱ닐 고티고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알힐 조쳐 고티ᄂᆞ니 ᄒᆡᆫ ᄢᅮᆯ와 ᄆᆞᆯᄯᅩᇰ과 두 가지를 새 므레 프러 즛의 앗고 ᄒᆞᆫ 보ᅀᆞᄅᆞᆯ 다 머그라 비록 더러우나 神씬奇긩ᄒᆞᆫ 功고ᇰ이 잇ᄂᆞ니 ᄢᅮᆯ 업서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用收蠶子的舊紙一幅務要去蠶子潔淨燒灰爲末用熱酒調服立效{{*|}}
ᄯᅩ 누에ᄡᅵ 난 죠ᄒᆡ ᄒᆞᆫ 張댜ᇰᄋᆞᆯ 누에ᄡᅵᄅᆞᆯ 조히 업게 ᄒᆞ고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술로 프러 머그면 즉자히 됻ᄂᆞ니라
又方治急肚痛絞膓沙用久乾猪糞一塊如指頭大用砂仁二箇碾爲末白湯調服妙{{*|}}
ᄯᅩ 과ᄀᆞᆯ이 ᄇᆡ 알ᄑᆞᆫ 絞교ᇢ腸땨ᇰ沙상ᄅᆞᆯ 고툐상37ㄴᄃᆡ 오래 ᄆᆞᄅᆞᆫ 도ᄐᆡ ᄯᅩᇰ ᄒᆞᆫ 무저기 소ᇇ가락만 ᄒᆞ니와縮슉砂상 두 나ᄎ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尸厥第十==
經驗良方其證奄然死去四肢逆冷不省人事腹中氣走如雷鳴 焰焇{{*|半兩}}硫黃{{*|一兩}}右細硏如粉分作三服每服用好舊酒一大盞煎覺焰起傾於盞內盖着溫灌與服如人行五里又進一服不過二服卽醒兼灸頭上百會穴四十九壯兼臍下氣海丹田三百壯覺身體溫暖卽止{{*|}}
그 證지ᇰ이 믄득 죽거든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고 ᄇᆡ 안해 氣킝分분이ᄃᆞᆫ뇨ᄃᆡ 울에 ᄀᆞᆮᄒᆞ니 焰염焇쇼ᇢ 半반 兩랴ᇰ과硫류ᇢ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세 服뽁애 ᄂᆞᆫ화 ᄒᆞᆫ 服뽁애 됴ᄒᆞᆫ 무근 술 큰 ᄒᆞᆫ 잔애 글혀 焰염焇쇼ᇢㅣ 니러나거든 잔애 브ᅀᅥ 둡고 ᄃᆞ시 ᄒᆞ야 브ᅀᅥ 머기고 사ᄅᆞ미 五ᅌᅩᆼ里링예 갈 만ᄒᆞ야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 즉재 ᄭᆡᄂᆞ니 머릿 百ᄇᆡᆨ會ᅘᅬᆼ穴ᅘᆑᇙᄋᆞᆯ 四ᄉᆞᆼ十씹九구ᇢ 壯자ᇰᄋᆞᆯ ᄯᅳ고 臍쪵下ᅘᅡᆼ와氣킝海ᄒᆡᆼ 와丹단田뗜 ᄋᆞᆯ 三삼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ᅥ 모미 덥거든 말라
如無前藥用附子重七錢許炮熟去皮臍爲末分作二服每服用酒三盞煎至一盞溫服{{*|}}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附뿡子ᄌᆞᆼ 므긔 닐굽 돈 남ᄌᆞᆺᄒᆞ닐 炮뽀ᇢᄒᆞ야 니겨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細솅末마ᇙᄒᆞ야 ᄂᆞᆫ화 두 服뽁애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술 세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애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又無附子用生薑自然汁半盞酒一盞煎百沸倂灌二服{{*|}}
ᄯᅩ 附뿡子ᄌᆞᆼ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 半반 잔ᄋᆞᆯ 술 ᄒᆞᆫ 잔ᄋᆞᆯ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커든 조쳐 브ᅀᅩᄃᆡ 두 服뽁애 ᄒᆞ라
聖惠方治尸厥脉動而無氣氣閉不通故正如死聽其耳中脩脩有如嘯聲而股內暖者是也不治三日當死宜服朱砂丸 朱砂{{*|細硏}}雄黃{{*|細硏}}附子{{*|各三分炮裂去皮臍}}桂心{{*|一兩半}}巴豆{{*|二十枚去皮心硏}}右件藥擣羅爲末入硏了藥令勻煉蜜和丸如麻子大每服不計時候以粥飮下五丸不知更下二丸若利多則止之{{*|}}
尸싱厥궈ᇙ을 고툐ᄃᆡ 脉ᄆᆡᆨ이뮈유ᄃᆡ 氣킝分분 업스며 氣킝分분이 마켜 상39ㄴ通토ᇰ티 몯ᄒᆞᆯᄉᆡ 正져ᇰ히 주그니 ᄀᆞᆮᄒᆞ니 그 귀예 드로ᄃᆡ 脩슈ᇢ脩슈ᇢᄒᆞ야 ᄑᆞ라ᇝ 소ᄅᆡ ᄀᆞᆮ고 다리 안히 더우니 이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ᄋᆞᆳ마내 죽ᄂᆞ니 朱즁砂상丸ᅘᅪᆫᄋᆞᆯ 머귤디니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ᆯ오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나리 ᄀᆞᆯ오 附뿡子ᄌᆞᆼᄅᆞᆯ 各각 三삼分뿐을 炮뽀ᇢᄒᆞ야ᄢᅢ혀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桂ᄀᆒᆼ心심 ᄒᆞᆫ 兩랴ᇰ 半반과巴방豆뚜ᇢ 스믈 나ᄎᆞᆯ 것과 소ᄇᆞᆯ 앗고 ᄀᆞ라 이 藥약을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고 몬져 ᄀᆞ론 藥약ᄋᆞᆯ 녀허 골오 섯거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 지ᅀᅩᄃᆡ 열ᄡᅵ만 케 ᄒᆞ야 머규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粥쥭므레 다ᄉᆞᆺ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오고 아디 몯거든 다시 두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올디니 즈츼요ᄆᆞᆯ 하 ᄒᆞ야ᄃᆞᆫ 그치라
葛氏備急方尸蹶之病卒死而脉猶動灸鼻人中七壯又灸陰囊下去下部一寸百壯若婦人灸兩乳中閒又云爪刺人中良久又針人中至齒立起{{*|}}
尸싱厥궈ᇙㅅ 病뼈ᇰ이 과ᄀᆞᆯ이 주구ᄃᆡ 脉ᄆᆡᆨ이 ᄉᆞᆫᄌᆡ 動또ᇰᄒᆞᄂᆞ니 人ᅀᅵᆫ中듀ᇰ을 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고 ᄯᅩ陰ᅙᅳᆷ囊나ᇰ 아래 밋굼그로셔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ᄒᆞ다가 겨지비어든 두 졋 가온ᄃᆡᆯ ᄯᅳ라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소ᇇ토ᄇᆞ로 오래ᄣᅵᆯ어 시며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針짐호ᄃᆡ 니예 다ᄃᆞᆮ게 ᄒᆞ면 즉자히 니ᄂᆞ니라
又方菖蒲屑納鼻兩孔中吹之令人以桂屑着舌下{{*|}}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녀코 불오 사ᄅᆞ미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로 혀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熨其兩脅下取竈中墨如彈丸漿水和飮之湏臾三四{{*|}}
ᄯᅩ 두 녀블 熨ᅙᅮᇙᄒᆞ고 브ᅀᅥ븻 검듸여ᇰ을彈딴子ᄌᆞ 만 ᄒᆞ닐 가져 漿쟈ᇰ水ᄉᆔᆼ예 프러 머교ᄃᆡ 아니한 ᄉᆞᅀᅵ예 서너 번 ᄒᆞ라
又方針百會入三分補之又針足大指甲下內側去甲三分又足指甲上各入三分{{*|}}
ᄯᅩ 百ᄇᆡᆨ會ᅘᅬᆼᄅᆞᆯ 針짐호ᄃᆡ 三삼分뿐에 들에 ᄒᆞ야 補봉ᄒᆞ고 ᄯᅩ 밠 엄지가락톱 아래 안녁 겨틀 토ᄇᆞ로셔 三삼分뿐만 ᄒᆞᆫᄃᆡ 針짐ᄒᆞ고 ᄯᅩ 밠톱 우흘 상41ㄱ各각各각 三삼分뿐이 들에 針짐ᄒᆞ라
又方灸膻中穴二十八壯{{*|}}
ᄯᅩ 膻선中듀ᇰ穴ᅘᆑᇙ을 二ᅀᅵᆼ十씹八바ᇙ壯자ᇰ을 ᄯᅳ라
==纏喉風喉閉第十一<sub>喉腫舌腫失音附</sub>==
經驗良方其證先兩日胸膈氣緊取氣短促驀然咽喉腫痛手足厥冷氣閉不通頃刻不治 巴豆{{*|七粒三生四熟生者去殼生硏熟者去殼燈上燒存性}}雄黃一塊{{*|如皂角子大透明者細硏}}鬱金一箇{{*|蟬肚者硏爲末}}右三味硏末每服半字用茶淸兩呷許調下口噤咽塞用小竹管納藥吹入喉中湏臾吐利卽醒{{*|}}
그 證지ᇰ이 몬져 이트를 가ᄉᆞᇝ氣킝分분이 답답ᄒᆞ야 氣킝分분ᄋᆞᆯ 取츙호미 뎌르고 ᄌᆞᆺ다가 믄득 모기 븟고 손바리 ᄎᆞ고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고티디 몯ᄒᆞᄂᆞ니라 巴방豆뚜ᇢ 닐굽 나ᄎᆞ로 세흔 生ᄉᆡᇰ이오 네흔 니겨 生ᄉᆡᇰ으란 거피 밧겨 ᄀᆞᆯ오 니그니란 거피 밧기고 드ᇰ자ᇇ브레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라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기 皂쪼ᇢ角각 ᄡᅵ만 ᄒᆞ니 ᄉᆞᄆᆞᆺ ᄇᆞᆯᄀᆞ닐 ᄀᆞᄂᆞ리 ᄀᆞᆯ라鬱ᅙᅮᇙ金금 ᄒᆞᆫ 낫 ᄆᆡ야ᄆᆡ ᄇᆡ ᄀᆞᆮ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세 가짓 마ᄉ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字ᄍᆞᆼᄅᆞᆯ 머교ᄃᆡ 찻믈 두 머굼만 ᄒᆞᆫᄃᆡ 프러 ᄂᆞ리오라 입 마고믈오 모기 마고 븟거든 져근 대로ᇰ애 藥약ᄋᆞᆯ 녀허 목 안해 불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吐통ᄒᆞ고 즈츼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無前藥用川升麻四兩剉碎水四椀煎一椀灌服{{*|}}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川ᄌᆑᆫ升시ᇰ麻망 넉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네 보ᅀᆞ애 ᄒᆞᆫ 보ᅀᆡ ᄃᆞ외에 글혀 브ᅀᅳ라
又無川升麻用皂角三莖搥碎挼一盞灌服或吐或不吐卽安{{*|}}
ᄯᅩ 川ᄌᆑᆫ升시ᇰ麻망 업거든 皂쪼ᇢ角각 세 줄길 ᄯᅮ드려 ᄇᆞᆺ아 ᄒᆞᆫ 자내 프러 브ᅀᅳ라 시혹 吐통커나 시혹 吐통티 아니커나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朱氏集驗方吹喉散治咽喉腫痛 朴硝{{*|四兩別硏}}甘草{{*|一兩生末}}右硏勻每用半錢乾擦喉如腫甚用竹管子吹入喉中爲佳{{*|}}
吹ᄎᆔᆼ喉ᅘᅮᇢ散산 은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朴박硝쇼ᇢ 넉 兩랴ᇰᄋ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ᄒᆞᆫ 兩량ᄋᆞᆯ 生ᄉᆡᇰ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 半반 돈ᄋᆞᆯ ᄆᆞᄅᆞ닐 모긔 ᄇᆞᆯ로ᄃᆡ 브ᅀᅮ미 甚씸커든 대로ᅌᆞ로 부러 목 안해 드류미 됴ᄒᆞ니라
經驗秘方治懸壅暴腫 白礬 塩右等分爲末以筯頭點少許在懸壅上{{*|}}
목져지 과글이 브ᅀᅳ닐 고툐ᄃᆡ 白ᄈᆡᆨ礬뻔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졋가락 그테 져기 상43ㄱ무텨 목졋 우희 ᄇᆞᄅᆞ라
又方乾薑半夏等分爲末以少許着舌下{{*|}}
ᄯᅩ 乾간薑가ᇰ과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혀 아래 녀흐라
又方一字散主喉痺氣塞不通欲死者 雄黃{{*|一分別硏}}蝎梢{{*|七枚}}猪牙皂角{{*|七鋌}}白礬{{*|生硏一錢}}藜蘆{{*|一錢}}右細末每用一字吹入鼻中頑涎卽吐效{{*|}}
ᄯᅩ一ᅙᅵᇙ字ᄍᆞᆼ散산 은 모기 브ᅀᅥ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야 죽ᄂᆞ닐 主즁ᄒᆞ니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分뿐을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蝎허ᇙ梢쇼ᇢ 닐굽 낫과 皂쪼ᇢ角각 닐굽 鋌뗘ᇰ과 白ᄈᆡᆨ礬뻔 生ᄉᆡᇰᄒᆞ닐 ᄀᆞ라 ᄒᆞᆫ 돈과藜래蘆 롱 ᄒᆞᆫ 돈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부러 녀허 건추믈 吐통ᄒᆞ면 됻ᄂᆞ니라
又方喉閉深腫連頰吐氣數名馬喉閉馬㗸鐵{{*|一具}}右用水三盞煮一盞溫服又蒜塞耳鼻中{{*|}}
ᄯᅩ 모기 막고 ᄀᆞ자ᇰ 브ᅀᅥ ᄲᅡ매 닛고 氣킝分분을 吐통호미 ᄌᆞᄌᆞ면 일후미 ᄆᆞᆯ목브ᅀᅮ미니馬망含ᅘᅡᆷ쇠 ᄒᆞ나ᄒᆞᆯ 믈 세 잔ᄋᆞ로 ᄒᆞᆫ 잔 ᄃᆞ외에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마ᄂᆞᄅᆞᆯ 귀와 고해 고ᄌᆞ라
又方如聖散治舌腫喉痺 川芎 桔梗 薄苛葉 甘草 盆硝{{*|各等分}}右爲細末每用一錢乾摻{{*|}}
ᄯᅩ如ᅀᅧᆼ聖 셔ᇰ散산 은 혀 븟고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川ᄌᆑᆫ芎쿵 과 桔겨ᇙ梗겨ᇰ과薄팍荷ᅘᅡᆼ ㅅ 닙과 甘감草초ᇢ와盆뽄硝쇼ᇢ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곰 ᄆᆞᄅᆞ닐 ᄇᆞᄅᆞ라
又方舌忽腫硬塞悶百草霜食塩等分井水調塗舌上卽安{{*|}}
ᄯᅩ 혜 忽호ᇙ然ᅀᅧᆫ히 브ᅀᅥ 세웓고 답답ᄒᆞ거든百ᄇᆡᆨ草초ᇢ霜사ᇰ 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우믌 므레 프러 혀에 ᄇᆞᄅᆞ면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直指方白藥散治喉中熱塞腫疼散血消痰白藥 朴硝{{*|等分}}右爲末以小管子吹入喉{{*|}}
白ᄈᆡᆨ藥약散산 은 목 안히 더워 마고 브ᅀᅳ닐 고티ᄂᆞ니 피ᄅᆞᆯ 슬며 痰땀을 노기ᄂᆞ니라 白ᄈᆡᆨ藥약과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져근 대롱ᄋᆞ로 부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sub>簡方</sub>纏喉風及喉痺用蠶退紙燒灰存性煉蜜丸如雞頭大含化嚥津{{*|}}
纏뗜喉ᅘᅮᇢ風보ᇰ과 목 브ᅀᅳ닐 누에ᄡᅵ 난 죠ᄒᆡᄅᆞᆯ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을 지ᅀᅩᄃᆡ雞곙頭뚜ᇢ實씨ᇙ 만 게 ᄒᆞ야 머구머 노겨 춤기라纏뗜喉ᅘᅮᇢ風보ᇰ 은 과ᄀᆞᄅᆞᆫ목더시라
又方纏喉風氣不通雄黃一塊新汲水磨急灌吐卽差{{*|}}
ᄯᅩ 纏뗜喉ᅘᅮᇢ風보ᇰ에 氣킝分분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글 새 므레 ᄀᆞ라 ᄲᆞᆯ리 브ᅀᅥ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咽喉腫閉 甘草 白礬{{*|等分}}右爲細末每以半錢許入口中津液嚥下{{*|}}
ᄯᅩ 모기 브ᅀᅥ 마ᄀᆞ닐 고툐ᄃᆡ 甘감草초ᇢ와 白ᄈᆡᆨ礬뻔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돈 남ᄌᆞ샤 입 안해 녀허셔 추므로 ᄂᆞ리오라
聖惠方咽喉閉不通 硇砂 馬牙硝{{*|等分}}右細硏令勻用銅筯頭於水中 蘸令濕搵藥末點於咽喉中{{*|}}
모기 마가 通토ᇰ티 아니ᄒᆞ닐硇 뇨ᇢ砂상 와馬망牙ᅌᅡᆼ硝쇼ᇢ 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놋졋 그트로 므레 저져 藥약ᄋᆞᆯ 무텨 목 안해 디그라
又方咽喉閉塞口噤雄雀糞細硏每服半錢以溫水調灌{{*|}}
ᄯᅩ 모기 막고 입 버리디 몯ᄒᆞ닐 수새 ᄯᅩᆼ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을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ᅳ라
又方咽喉生穀賊若不急治亦能殺人用針刺破令黑血出後含馬牙硝一小塊子嚥津卽差{{*|}}
ᄯᅩ 모ᄀᆡ穀곡賊쪽 이 나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ᄯᅩ 能느ᇰ히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상46ㄱ니 針짐으로 허러 거믄 피나게 ᄒᆞ고 馬망牙ᅌᅡᆼ硝쇼ᇢ ᄒᆞᆫ 져근 무저글 머구머 추믈 ᄉᆞᆷᄭᅵ면 즉재 됻ᄂᆞ니라 穀곡賊쪽은 穀곡食씩에 몯내ᄑᆡᆫ 이사기 굳고ᄭᅡᄭᅡᆯᄒᆞᆫ 거시니 몰라 ᄡᆞ리라 머고면 목 안히 브ᅀᅥ 通토ᇰ티 아니ᄒᆞᄂᆞ니 일후믈 목 안해 穀곡賊쪽 나다 ᄒᆞᄂᆞ니라
又方以馬牙硝細硏緜裹半錢含化嚥津以差爲度{{*|}}
ᄯᅩ 馬망牙ᅌᅡᆼ硝쇼ᇢ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ᄋᆞᆯ소오매 ᄢᅳ려 머구머 노겨 춤 ᄉᆞᆷᄭᅭᄃᆡ 됴ᄒᆞᆯ ᄭᆞ자ᇰ ᄒᆞ라
又方咽喉腫痛語聲不出豉半升以水二大盞煎至一大盞去滓分爲二服相繼稍熱服之令有汗出卽差{{*|}}
ᄯᅩ 목 브ᅀᅥ 소ᄅᆡ 나디 아니커든 젼국 半반 되ᄅᆞᆯ 믈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큰 잔애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두 服뽁애 ᄂᆞᆫ화 서르 닛우 져기 덥게 ᄒᆞ야 머거 ᄯᆞᆷ나게 ᄒᆞ면 곧 됻ᄂᆞ니라
壽域神方舌忽脹出口外雞冠上刺血磁盞盛浸舌就嚥下卽縮{{*|}}
혜 과글이 부러나 입 밧긔 나거든 ᄃᆞᆯᄀᆡ 벼츨 ᄡᅥᆯ어 피내야 沙상잔애 담고 혀를 ᄃᆞᆷ가셔 ᄉᆞᆷᄭᅵ면 즉재움처 드ᄂᆞ니라
==骨鯁第十二==
醫方集成治骨鯁入喉 縮砂 甘草{{*|各等分}}右爲末緜裹少許噙之旋旋嚥津久之隨痰出{{*|}}
ᄲᅨ 모긔거닐 고툐ᄃᆡ 縮슉砂상와 甘감草초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소오ᄆᆡ 져기 ᄢᅳ려머구머 젹젹 춤 ᄉᆞᆷᄭᅵ면 오라면 痰땀 조차 나ᄂᆞ니라
又方野紵根洗淨不以多少搗爛如泥每用龍眼大如被雞骨所傷以雞羹化下如被魚骨所傷以魚羹汁化下{{*|}}
ᄯᅩ 모싯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디호ᄃᆡ 니균 ᄒᆞᆰᄀᆞ티 ᄒᆞ야 龍료ᇰ眼ᅌᅡᆫ만 ᄒᆞ니ᄅᆞᆯ ᄃᆞᆯ긔 ᄲᅧ에 傷샤ᇰ커든 ᄃᆞᆰ湯타ᇰㅅ 즈브로 ᄂᆞ리오고 고깃 ᄲᅧ에 傷샤ᇰ커든 生ᄉᆡᇰ鮮션湯타ᇰㅅ 즈브로ᄂᆞ리오라
經驗良方治骨硬不下先嚼白茯苓一錢重次以白礬湯嚥下{{*|}}
ᄲᅨ 거러 ᄂᆞ리디아닌ᄂᆞ닐 고툐ᄃᆡ 몬져白ᄈᆡᆨ茯뽁苓려ᇰ ᄒᆞᆫ 돈ᄋᆞᆯ 십고 버거白ᄈᆡᆨ礬뻔湯타ᇰ 으로 ᄂᆞ리오라
又方治魚骨用白膠香細細呑下{{*|}}
ᄯᅩ 믌고깃 ᄲᅧ걸우닐 고툐ᄃᆡ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 을 젹젹 ᄉᆞᆷᄭᅧ ᄂᆞ리오라
又方皂角少許吹入鼻{{*|}}
ᄯᅩ 皂쪼ᇢ角각을 져기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口念鸕鶿鸕鶿立愈{{*|}}
ᄯᅩ 이베 鸕롱鶿ᄍᆞᆼ 鸕롱鶿ᄍᆞᆼ ᄒᆞ야 念념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鸕롱鶿ᄍᆞᆼᄂᆞᆫ 가마오디라
朱氏集驗方治食鯉魚骨硬貫衆不以多少濃煎汁一盞半分三服幷進連服三劑{{*|}}
鯉링魚ᅌᅥᆼ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貫관衆쥬ᇰ 을 두터이 글혀 즈블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세 服뽁애 ᄂᆞᆫ화 다 머구ᄃᆡ 닛우 세 劑쪵ᄅᆞᆯ 머그라
又方巧匠取喉鉤將繭剪如錢大用物搥四面令軟以油潤之仍中通一竅先穿上鉤線次穿數珠三五枚令兒正坐開口漸添引數珠挨之到喉覺至繫鉤處乃以向下一推其鉤自下而脫卽向上急出之見蠶錢向下裹定鉤線鬚而出並無所損{{*|}}
ᄯᅩ 工고ᇰ巧교ᇢᄒᆞᆫ 匠쨔ᇰㅅᅀᅵᆫ이 아ᄒᆡ 모ᄀᆡ 건 낙ᄉᆞᆯ 아ᅀᅩᄃᆡ 고티ᄅᆞᆯ 돈ᄀᆞ티 ᄇᆞ리고 네 面면을 ᄯᅮ드려 보ᄃᆞ랍게 ᄒᆞ고 기르므로저지고 가온ᄃᆡ ᄒᆞᆫ 구무들워 몬져낛긴헤 ᄢᅦ오 버거念념珠즁 세다ᄉᆞᆺ 나ᄎᆞᆯ ᄢᅦ오 아ᄒᆡ로 바ᄅᆞ 아ᇇ고 입버리게 코 졈졈 念념珠즁를 더 미러 모ᄀᆡ 다ᄃᆞᆮ게 ᄒᆞ야 낛 ᄆᆡ욘 ᄃᆡ 니른가 식브거늘 아래로 ᄒᆞᆫ 번 미니 그 낙시 제 ᄂᆞ려 버서디거늘 즉재 우흐로 時씽急급히 내오 고티ᄅᆞᆯ 보니 아래로 낙줄와 낛미느를 ᄢᅳ러 나 귿 헌 ᄃᆡ 업더라
聖惠方治食魚骨鯁以魚網燒灰細硏水調服一錢又方以魚網䨱頭立下{{*|}}
믌고기 먹다가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고깃 그므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 그므를 머리예 두프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含水獺骨立出或爪亦得{{*|}}
ᄯᅩ 水ᄉᆔᆼ獺타ᇙ의 ᄲᅧ를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 시혹 밠톱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以牛筋水浸細擘以線繫如彈子大持線端呑之入喉至哽處徐徐引之鯁着筋卽出{{*|}}
ᄯᅩ ᄉᆈ 히믈 므레 ᄃᆞᆷ가 ᄀᆞᄂᆞ리 ᄧᆡ야 실로 ᄆᆡ요ᄃᆡ 彈딴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싨그틀 잡고 ᄉᆞᆷᄭᅧ 모ᄀᆡ 드려 ᄲᅧ 건 ᄃᆡ 니르거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ᄃᆞᆼᄀᆡ면 ᄲᅧ 히메 바상49ㄴ켜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以虎糞或狼糞燒灰細硏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ᄯᅩᆼ이나 시혹 일희 ᄯᅩᆼ이나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虎骨或狸骨擣細羅爲散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ᄲᅨ나 시혹 ᄉᆞᆯ긔 ᄲᅨ나 디허 ᄀᆞᄂᆞ리처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硇砂半錢口中咀嚼嚥之立下{{*|}}
ᄯᅩ 硇砂상 半반 돈ᄋᆞᆯ 이베 시버 ᄉᆞᆷᄭᅵ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治誤呑鉤若線猶在手中者莫引之但急以珠璫若薏苡子輩穿貫着線稍稍令推至鉤處小小引之則出{{*|}}
ᄯᅩ 낙ᄉᆞᆯ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ᄒᆞ다가 긴히 소내 잇ᄂᆞ닌 ᄃᆞᇰᄀᆡ디 말오 ᄲᆞᆯ리 구스리나 율믜나 긴헤 ᄢᅦ어 졈졈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젹젹 ᄃᆞᇰᄀᆡ면 나ᄂᆞ니라
又方以琥珀珠着線貫之推令前入至鉤又復推以索引出矣或水精珠亦佳無珠諸堅實物磨令滑作孔用之{{*|}}
ᄯᅩ琥홍珀ᄑᆡᆨ 구스를 긴헤 ᄢᅦ여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ᄯᅩ 미러혀면 나ᄂᆞ니라 시혹水ᄉᆔᆼ精져ᇰ 도 ᄯᅩ 됴ᄒᆞ니 구슬 업거든 구든 거슬 ᄀᆞ라 ᄆᆡᆺᄆᆡᆺ게 ᄒᆞ야 구무 들워 ᄡᅳ라
又方治誤呑針以上好磁石如小彈子大含之卽出{{*|}}
ᄯᅩ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됴ᄒᆞᆫ指징南남石쎡 이 져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라
經驗秘方治誤呑錢百部根四兩酒一升浸一宿溫作二服{{*|}}
돈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百ᄇᆡᆨ部뽕根ᄀᆞᆫ 넉 랴ᇰᄋᆞᆯ 술 ᄒᆞᆫ 되예 ᄒᆞᄅᆞᆺ바ᄆᆞᆯ ᄃᆞᆷ가 ᄃᆞ시 ᄒᆞ야 두 버네 머그라
又方服淸蜜二盞{{*|}}
ᄯᅩ 淸쳐ᇰ蜜미ᇙ 두 잔ᄋᆞᆯ 머그라
又方濃煎艾湯一二盞飮之{{*|}}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혀 ᄒᆞᆫ두 자ᄂᆞᆯ 머그라
又方治誤呑針釘鉤子魚骨雜物多食肥羊脂肉及諸肉必自裹出{{*|}}
ᄯᅩ 바ᄂᆞᆯ와 몯과 낛과 고깃 ᄲᅧ와 雜짭거슬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진 羊야ᇰᄋᆡ 기름과 고기와 여러 가짓 고기ᄅᆞᆯ 만히 머그면 절로 ᄢᅳ려 나ᄂᆞ니라
又方木炭爲細末每服一錢冷水調下頓服自然裹於大便中出{{*|}}
ᄯᅩ숫글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ᄋᆞᆯ ᄎᆞᆫ므레 프러 다 머그면 自ᄍᆞᆼ然ᅀᅧᆫ히 大땡便뼌에 ᄢᅳ려 나ᄂᆞ니라
衛生易簡方治一切骨鯁用朴硝噙化{{*|}}
一ᅙᅵᇙ切촁ㅅ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朴팍硝쇼ᇢᄅᆞᆯ 머구머 노기라
又方用雞蘇朴硝等分如彈子大仰臥噙化三五丸卽愈{{*|}}
ᄯᅩ雞곙蘇송 와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졋바누어 세 다ᄉᆞᆺ 버늘 머구머 노기면 즉재 됻ᄂᆞ니라
壽域神方治諸骨鯁用不蛀皂角一片槌碎作四截銚內炒令焦黑酸米醋一盞澆之用碗覆一茶久取出放溫漱嚥下{{*|}}
여러 가짓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벌에 먹디 아니ᄒᆞᆫ 皂쪼ᇢ角각 ᄒᆞᆫ 편을 ᄯᅮ드려 네헤 그처 새용 안해 봇가 검게 ᄒᆞ고 싄 초 ᄒᆞᆫ 잔ᄋᆞᆯ 븟고 보ᅀᆞ로 두퍼 ᄒᆞᆫ 차 다릴 ᄉᆞᅀᅵ만 커든 내야 ᄃᆞ시 ᄒᆞ야 야ᇰ지ᄒᆞ야 ᄉᆞᆷᄭᅵ라
又方用覆盆子根取淨洗釅醋瓦礶煎濃汁用紙盖礶口留一孔令患人開口置孔熏一二時久骨自下{{*|}}
ᄯᅩ覆폭盆뽄子ᄌᆞᆼ ㅅ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초로 딜湯타ᇰ礶관 에 즙이 두텁게 글히고 죠ᄒᆡ로 湯타ᇰ礶관 이블 막고 ᄒᆞᆫ 굼글 두어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로 입 버려 굼긔 다혀 ᄒᆞᆫ두 時씽刻큭을 쐬면 ᄲᅨ 저 나ᄂᆞ니라
又方用餳糖再熬化丸如雞子黃大微嚼猛嚥呑之不下再作大丸呑妙{{*|}}
ᄯᅩ 여슬 두 번 ᄉᆞ라 ᄃᆞᆯᄀᆡ앐 누른 것만 케 비븨여 자ᇝ간 시버 ᄆᆡ이 ᄉᆞᆷᄭᅭᄃᆡ ᄂᆞ리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크게 비븨여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以魚骨安於頭上立愈{{*|}}
ᄯᅩ 믌고깃 ᄲᅧᄅᆞᆯ 머리예 연ᄌ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仍取所餘骨左右手反復擲背後立出{{*|}}
ᄯᅩ 나ᄆᆞᆫ ᄲᅧ를 두 녁 소ᄂᆞ로 서르 드ᇰ 뒤헤 더디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解衣帶眼看下部不下卽出{{*|}}
ᄯᅩ 옷 밧고 미틀 보면 ᄂᆞ리디 아니ᄒᆞ면 즉자히 나ᄂᆞ니라
又方取鯉魚鱗皮燒灰作末以水調服卽出不出再作{{*|}}
ᄯᅩ 鯉링魚ᅌᅥᆼㅅ 비늘와 가ᄎᆞᆯ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 나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又方用象牙爲末水調一錢服亦治魚刺{{*|}}
ᄯᅩ象쌰ᇰ牙ᅌᅡᆼ 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상53ㄱ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ᄲᅧ ᄣᅵᆯ인 ᄃᆡ 고티ᄂᆞ니라
又方用鸕鶿骨爲末湯調服之得呑其嗉最效{{*|}}
ᄯᅩ 鸕롱鶿ᄍᆞᆼ ᄲᅧ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그라 그 부릴 어더 머그면 ᄆᆞᆺ 됴ᄒᆞ니라
又方治誤呑錢用慈菰搗半爛呑之移時其錢卽化一用濃煎艾汁亦可冬葵根煮汁亦可{{*|}}
ᄯᅩ 그르 돈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慈ᄍᆞᆼ菰공 ᄅᆞᆯ 디허 半반만 닉거든 ᄉᆞᆷᄭᅵ라 時씽刻큭이 올ᄆᆞ면 그 돈이 즉재 녹ᄂᆞ니라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횬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冬도ᇰ葵ᄁᆔᆼ 根ᄀᆞᆫ 글휸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誤呑金銀釵環以水銀半兩服之再服卽出{{*|}}
ᄯᅩ 金금銀ᅌᅳᆫ 곳 골회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水ᄉᆔᆼ銀ᅌᅳᆫ 半반 兩랴ᇰ을 머그라 다시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治小兒誤呑針用磁石如棗核大磨令光鑽作竅絲穿令含針自出{{*|}}
ᄯᅩ 아ᄒᆡ 그르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指징南남石쎡이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 ᄒᆞ닐 ᄀᆞ라 빗나게 ᄒᆞ고 구무 들워 실로 ᄢᅦ여 머굼게 ᄒᆞ면 바ᄂᆞ리 제 나ᄂᆞ니라
又方治誤呑鐶燒鵝翎數根末白湯調服妙{{*|}}
ᄯᅩ 그르 골회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거유 ᄂᆞ랫짓 두ᅀᅥ흘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다ᇰ쉿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脫陽陰縮第十三==
經驗良方其證或因大吐大瀉之後四肢逆冷元氣不接不醒人事或傷寒新瘥誤與婦人交其證小腹緊痛外腎搐縮面黑氣喘冷汗自出亦是脫陽證湏臾不救先用葱白數莖炒令熱熨臍下次用 附子{{*|一枚重十錢許剉作八片}}白朮 乾薑{{*|各半兩}}木香{{*|一分}}已上四味各硏細水二椀煎至八分椀去滓放冷灌服湏臾又進一服合滓倂服{{*|}}
그 證지ᇰ이 시혹 하 吐통커나 하 즈칀 後ᅘᅮᇢ에 四ᄉᆞᆼ肢징 ᄎᆞ고元ᅌᅯᆫ氣킝 닛디 아니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거나 시혹傷샤ᇰ寒ᅘᅡᆫ 이 ᄀᆞᆺ 됴커든 그르 겨집과 사괴면 그 證지ᇰ이ᄇᆡᆺ기슬기 ᄀᆞ자ᇰ 알ᄑᆞ고 外ᅌᅬᆼ腎씬이 움치들오 ᄂᆞ치 검고 氣킝分분이 헐헐ᄒᆞ고 ᄎᆞᆫ ᄯᆞ미 흐르ᄂᆞ니 ᄯᅩ 이 脫똬ᇙ陽야ᇰㅅ證지ᇰ이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몬져 파 두ᅀᅥ 줄기ᄅᆞᆯ 봇가 덥게 ᄒᆞ야 ᄇᆡᆺ복 아래ᄅ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버거 附뿡子ᄌᆞᆼ ᄒᆞᆫ 낫 므긔 열 돈 남ᄌᆞᆺᄒᆞ닐 사ᄒᆞ라 여듧 片편 ᄆᆡᇰᄀᆞᆯ오 白ᄈᆡᆨ朮뜌ᇙ와 乾간薑가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량과木목香햐ᇰ ᄒᆞᆫ 分분과 네 가짓 마ᄉ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믈 두 보ᅀᆞ로 글혀 여상55ㄱ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ᄎᆡ와 브ᅀᅳ라 이ᅀᅳᆨ고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고 滓ᄌᆡᆼ 조쳐 다 머기라
如無前藥用桂枝二兩用好酒二升煎至一升候溫分作二服灌之{{*|}}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桂ᄀᆒᆼ枝징 두 兩랴ᇰᄋᆞᆯ 됴ᄒᆞᆫ 술 두 되로 글혀 ᄒᆞᆫ 되예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두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라
又無桂枝用葱白連鬚三七莖細剉沙盆內硏細用酒五升煮至二升分作三服灌之陽氣卽回先用炒塩熨臍下氣海勿令氣冷{{*|}}
ᄯᅩ 桂ᄀᆒᆼ枝징 업거든 파ᄒᆞᆯ 불휘 조쳐 세닐굽 줄기ᄅᆞᆯ 상55ㄴᄀᆞᄂᆞ리 사ᄒᆞ라 沙상盆뽄에 ᄀᆞᄂᆞ리 ᄀᆞ라 술 닷 되로 글혀 두 되예 니르거든 세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면 陽야ᇰ氣킝 즉재 도라오ᄂᆞ니 몬져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臍쪵下ᅘᅡᆼ와 氣킝海ᄒ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야 氣킝分분이 ᄎᆞ디 아니케 홀디니라
又無葱白用生薑二七寸亦好依前法服{{*|}}
ᄯᅩ 파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두닐굽 寸촌도 ᄯᅩ 됴ᄒᆞ니 알ᄑᆡᆺ 法법을 브터 머기라
聖惠方治風入腹攻五藏拘急不得轉側陰縮手足厥冷腹中㽱痛宜服赤芍藥散赤芍藥{{*|一兩}}川烏頭{{*|三兩炮製去皮臍}}桂心 甘草炙微赤剉防風{{*|去蘆頭}}芎窮{{*|各一兩}}右擣麤羅爲散每服三錢以水一中盞入生薑半分棗二枚煎至六分去滓不計時候稍熱服{{*|}}
ᄇᆞᄅᆞ미 ᄇᆡ예 드러 五ᅌᅩᆼ藏짜ᇰᄋᆞᆯ 보차 ᄇᆞᆯ라 움즈기디 몯고 陰ᅙᅳᆷ이 움처 들오 손발 ᄎᆞ고 ᄇᆡ 안히 알ᄑᆞ거든赤쳑芍쟉藥약散산 을 머골디니赤쳑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과川ᄌᆑᆫ烏ᅙᅩᆼ頭뚜ᇢ 세 兩랴ᇰ을 炮뽀ᇢᄒᆞ야 갓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어 져기 븕게 ᄒᆞ야 사ᄒᆞᆯ오防파ᇰ風봉 을 머리 버히고芎구ᇰ窮꾸ᇰ 과 各각 ᄒᆞᆫ 兩랴ᇰ을 디허 麤총케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中듀ᇰㅅ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半반 分분과 大상56ㄴ땡棗초ᇢ 두 나ᄎᆞᆯ 드려 글효ᄃᆡ 六륙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져기 덥게 ᄒᆞ야 머기라
聖濟緫錄治陰疝腫縮疼痛 狼毒{{*|炙二兩}}防葵{{*|炒}}附子{{*|炮裂去皮臍各一兩}}右擣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十丸溫酒下空心日午臨臥服{{*|}}
陰ᅙᅳᆷ疝산 ᄒᆞ야 븟고 움처 알ᄑᆞ닐 고툐ᄃᆡ狼라ᇰ毒독 구우니 두 兩랴ᇰ과防파ᇰ葵ᄁᆔᆼ 봇고니와 附뿡子ᄌᆞᆼᄅᆞᆯ 구어 것과 ᄇᆡᆺ복 아ᅀᅩ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丸ᅘᅪᆫᄋᆞᆯ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 만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 열 丸ᅘᅪᆫ곰 ᄃᆞ상57ㄱᄉᆞᆫ 수레 ᄂᆞ리오ᄃᆡ 空코ᇰ心심과 낫과 누을 제와 머그라
又方雞趐左右俱用不限多少燒灰右細硏爲散每服二錢匕溫酒調下不拘時{{*|}}
ᄯᅩ ᄃᆞᆯᄀᆡ ᄂᆞ래ᄅᆞᆯ 두 녀글 다ᄡᅮᄃᆡ 하며 져구믈 限ᅌᆞᆫ티 말오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ᄂᆞ리오ᄃᆡ 時씽刻큭에 븓들이디 말라
又方黃蓮{{*|去鬚}}熟艾{{*|炙}}杏人{{*|去皮尖別硏各半兩}}右擣硏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塩湯下空心服{{*|}}
ᄯᅩ黃ᅘᅪᇰ蓮련 을 거웃 앗고 니근 ᄡᅮ글 브레 ᄧᅬ오 杏ᅘᆡᇰ仁ᅀᅵᆫ을 것과 부리ᄅᆞᆯ 앗고 各각別벼ᇙ상57ㄴ히 ᄀᆞ라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디허 ᄀᆞ라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ᄒᆞᆫ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게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塩염湯타ᇰ ᄋᆞ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硇砂{{*|硏}}木香{{*|各半兩}}棟實{{*|去核炒}}茴香子{{*|炒}}京三稜{{*|炮各一兩}}右五味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空心酒下{{*|}}
ᄯᅩ 硇砂상ᄅᆞᆯ ᄀᆞᆯ오 木목香햐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棟도ᇰ實씨ᇙ을 ᄌᆞᅀᆞ 아ᅀᅡ 봇고 茴ᅘᅬᆼ香햐ᇰ ᄡᅵ를 봇고 京겨ᇰ三삼稜르ᇰ을 炮뽀ᇢᄒᆞ야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空코ᇰ心심에 술로 머그라
又方槐子{{*|炒一兩}}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溫酒下空心服{{*|}}
ᄯᅩ槐ᅘᅬᆼ子ᄌᆞᆼ ᄅᆞᆯ 보ᄭᅡ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ᄃᆞᄉᆞᆫ 술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萵苣{{*|切半斤}}皂莢{{*|剉碎三挺}}蜀椒{{*|去目及閉口者炒出汗一兩}}右少用水煮令相得不可太稀乘熱用布三兩重裹熨腫處冷卽易頻熨自消{{*|}}
ᄯᅩ 부루 사ᄒᆞ로니 半반 斤근과 皂쪼ᇢ莢겹 사ᄒᆞ라 ᄯᅮ드려 세 挺텨ᇰ과川ᄌᆑᆫ椒죠ᇢ 눈과 입 마ᄀᆞ닐 앗고 상58ㄴ봇가 ᄯᆞᆷ 내요니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므를 져고매 ᄒᆞ야 글혀 서르 맛게 ᄒᆞ고 너무 젹게 마롤디니 더운 저긔 뵈로 두ᅀᅥ ᄇᆞᆯ ᄢᅳ려 브ᅀᅳᆫ ᄃᆡ 熨ᅙᅮᇙ호ᄃᆡ ᄎᆞ거든 ᄀᆞᆯ라 ᄌᆞ조 熨ᅙᅮᇙᄒᆞ면 절로 ᄂᆞᆺᄂᆞ니라
又方雄黃{{*|硏}}甘草{{*|各一兩}}礬石{{*|硏二兩}}右擣硏爲末每用藥一兩熱湯五升通手洗腫處良久再煖洗{{*|}}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ᄀᆞ라 두 兩랴ᇰ과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믈 닷 되예 글혀 브ᅀᅳᆫ ᄃᆡ 시수ᄃᆡ 良랴ᇰ久고ᇢ커든 다시 데여 시스라
又方車前子不拘多少擣羅爲末湯調塗腫處{{*|}}
ᄯᅩ車챵前쪈子 ᄌᆞᆼ 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브ᅀᅳᆫ ᄃᆡ ᄇᆞᄅᆞ라
又方蔓菁根不拘多少剉碎擣羅爲散溫水調塗腫處或以絹帛傅之以差爲度{{*|}}
ᄯᅩ 댓무ᅀᅮᆺ 불휘ᄅᆞᆯ 사ᄒᆞ라 ᄯᅮ드려 디허 처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ᅩᆫ ᄃᆡ ᄇᆞᄅᆞ라 시혹 기브로 브툐ᄃᆡ 됴ᄒᆞᆯ ᄀᆞ자ᇰ ᄒᆞ라
==吐血下血第十四<sub>齒閒出血九竅出血附</sub>==
經驗良方云其證皆因內損或酒色勞損或心肺脉破血氣妄行血如湧泉口鼻俱出須臾不救 側栢葉{{*|蒸乾}}人參{{*|焙乾各一兩}}右二味細末每服二錢入飛羅麪二錢新汲井花水調如稀糊啜服血如湧泉不過二服卽止{{*|}}
그 證지ᇰ이 다 안히 損손호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 酒쥬ᇢ色ᄉᆡᆨ애잇버 損손커나 시혹心심肺폥脉ᄆᆡᆨ 이 ᄒᆞ야디여 血ᄒᆑᇙ氣킝 간대로 行ᅘᆡᇰᄒᆞ야 피 믈ᄉᆡᆷᄃᆞᆺ ᄒᆞ야 입과 고콰애 다 나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側즉栢ᄇᆡᆨ 니플ᄠᅧ ᄆᆞᆯ외오 人ᅀᅵᆫ參ᄉᆞᆷᄋᆞᆯ 焙ᄈᆡᆼ乾간호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ᄒᆞ야 飛빙羅랑麪면 두 돈 드려 ᄀᆞᆺ 기룬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로ᄃᆡ누근 플ᄀᆞ티 ᄒᆞ야 머그라 피 믈 솟ᄃᆞᆺ 하야도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즉재 긋ᄂᆞ니라
如無前藥用荊芥一握燒過盖於地上要出火毒細硏如粉以陳米飮調下三錢許與服不過二服效{{*|}}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荊혀ᇰ芥갱 ᄒᆞᆫ 우후믈 ᄉᆞ라 ᄯᅡ해 두퍼火황毒독 내오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무근 ᄡᆞᆯ 글흔 므레 프러 세 돈 남ᄌᆞ기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됻ᄂᆞ니라
又無荊芥用釜底墨刮下細硏如粉每服三錢濃米飮調下連進二三服鼻衄一字吹入鼻中立效{{*|}}
ᄯᅩ 荊혀ᇰ芥갱 업거든 가마 미틧 검듸여ᇰ을 ᄀᆞᆯ가 ᄀᆞᄂᆞ리 紛분ᄀᆞ티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두터이 글상60ㄴ힌 ᄡᆞᆳ므레 프러 닛우 두ᅀᅥ 服뽁을 머기라 고해피 흐르거든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블면 즉재 됴ᄒᆞ리라
又方人有九竅四肢指歧閒皆出血此暴驚所致勿令患人知以井花水猛噀其面{{*|}}
ᄯᅩ 사ᄅᆞ미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 가락 ᄉᆞᅀᅵ예 다 피나ᄆᆞᆫ 이ᄂᆞᆫ 과ᄀᆞᆯ이 놀란 다시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ᆯ 알외디 말오 井져ᇰ花황水ᄉᆔᆼ로 그 ᄂᆞᄎᆡ ᄆᆡ이 ᄲᅮ모라
又方鼻口中出血不止用赤馬糞燒灰細末溫酒調下一錢{{*|}}
ᄯᅩ 고콰 이베 피나고 긋디 아니커든 블근 ᄆᆞᆯᄯᅩᆼᄋᆞᆯ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ᄒᆞᆫ 돈을 머그라
經驗秘方鼻衄方用龍骨爲末以筆管吹半錢鼻中九竅出血皆可用又隨衄左右以新水洗足又以左撚紙索子繫手四肢呪曰血神住立止又張弓絃向上令病人仰臥枕絃放四肢如常臥{{*|}}
고햇피 고티ᄂᆞᆫ 法법에龍료ᇰ骨고ᇙ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붇ᄌᆞᆯ오로 半반 돈ᄋᆞᆯ 곳굼긔 불라 아홉 굼긔 피나거든 다 어루 ᄡᅳ리라 ᄯᅩ 피의 왼녁 올ᄒᆞᆫ녀글 조처 새 믈로 발 싯고 ᄯᅩ 외오 ᄭᅩᆫ 죠ᄒᆡ 노ᄒᆞ로 소ᇇ 네 가라ᄀᆞᆯ ᄆᆡ오 呪쥬ᇢᄒᆞ야 닐오ᄃᆡ 血ᄒᆑᇙ神씬은 그치라 ᄒᆞ면 즉재 긋ᄂᆞ니라 ᄯᅩ 홠시우를지허 상61ㄴ우흘 向햐ᇰᄒᆞ야 노코 病뼈ᇰᄒᆞᆫ 사ᄅᆞ미졋바디여 누워 홠시우를 볘오 四ᄉᆞᆼ肢징ᄅᆞᆯ 펴 샹녜 누움 ᄀᆞᆮ게 ᄒᆞ라
又灸項後髮際兩筋閒宛宛中{{*|}}
ᄯᅩ 목 뒷髮바ᇙ際졩 ㅅ 두 히ᇝ ᄉᆞᅀᅵᆺ 우믁ᄒᆞᆫ ᄃᆡᆯ ᄯᅳ라
澹寮方茜根散治鼻衄終日不止心神煩悶 茜根 黃芩 側栢葉 阿膠{{*|蚌粉炒}}生地黃{{*|各一兩}}甘草{{*|炙半兩}}右㕮咀每服四錢水一盞半姜三片煎至八分去滓溫服不拘時{{*|}}
茜쳔根ᄀᆞᆫ散산 은 고해피져므ᄃᆞ록 긋디 아니ᄒᆞ야 ᄆᆞᅀᆞ미 닶가오닐 고티ᄂᆞ니茜 쳔根ᄀᆞᆫ 과黃ᅘᅪᇰ芩끔 과 側즉栢ᄇᆡᆨ 닙과 阿ᅙᅡᆼ膠교ᇢᄅᆞᆯᄉᆞᄒᆡ에 봇고니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우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네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잔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ᄋᆞ로 글혀 여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時씽節져ᇙ을 븓들이디 말라
衛生簡易方九竅出血小薊一握搗汁酒半盞和頓服如無靑者以乾薊末冷水調三錢匕服{{*|}}
아홉 굼긔 피나거든小쇼ᇢ薊곙 ᄒᆞᆫ 우후믈 디허 汁집 내야 술 半반 잔애 프러 다 머그라 ᄒᆞ다가 프르니 업거든 ᄆᆞᄅᆞᆫ 薊곙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ᄎᆞᆫ므레 세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暴下血用蒜五六枚去皮入豆豉硏爲膏如桐子大米飮下五六十丸無不愈者{{*|}}
ᄯᅩ 과ᄀᆞᆯ이下ᅘᅡᆼ血혀ᇙ ᄒᆞ릴 고툐ᄃᆡ 마ᄂᆞᆯ 대엿 나ᄎᆞᆯ 거플 밧기고 젼구글 드러 ᄀᆞ라 골 ᄆᆡᇰᄀᆞ라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ᄡᆞᆯ 글힌 므레 쉰 여ᄉᆔᆫ 丸ᅘᅪᆫ을 머그면 됴티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又方用赤小豆一升搗碎水三升絞汁飮之{{*|}}
ᄯᅩ赤쳑小쇼ᇢ豆또ᇢ ᄒᆞᆫ 되ᄅᆞᆯ 디허 ᄇᆞᆺ아 믈 서 되예 프러 즈블ᄲᅡ 머그라
壽域神方治小便下血不止酸漿草絞取自然汁服之{{*|}}
小쇼ᇢ便뼌에 下ᅘᅡᆼ血혀ᇙ이 긋디 아니커든酸솬漿쟈ᇰ草초ᇢ ᄅᆞᆯ 드러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ᄲᅡ 머그라 酸솬漿쟈ᇰ은 ᄭᅪ리라
朱氏集驗方一金散治鼻衄出血過多昏冒欲死諸藥不效大蒜硏左鼻貼左脚右鼻貼右脚心兩鼻貼兩脚心{{*|}}
一ᅙᅵᇙ金금散산 은 고해피 나미 너무 하 어즐ᄒᆞ야 주거 가ᄂᆞ니 여러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큰 마ᄂᆞᄅᆞᆯ ᄀᆞ라 왼녁 고히어든 왼녁 밠바다ᇰ애 브티고 올ᄒᆞᆫ녁 고히어든 올ᄒᆞᆫ녁 밠바다ᅌᅢ 브티고 두 고히어든 두 밠바다ᅌᅢ 브티라
又方齒縫出血不止他藥不能治之者塩主之{{*|}}
ᄯᅩ닛ᄢᅵ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다ᄅᆞᆫ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닌 소고미 主즁ᄒᆞ니라
聖惠方治九竅四肢指歧閒出血方 生地黃{{*|一兩細切}}蒲黃{{*|半兩}}靑竹茹半兩 右以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每於食後溫服{{*|}}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가락 ᄉᆞᅀᅵ예 피나ᄂ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ᄒᆞᆫ 兩량ᄋ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ᆯ오蒲뽕黃ᅘᅪᇰ 半반 兩랴ᇰ과 프른 댓거프를 갈로 ᄀᆞᆯ가 半반 兩랴ᇰᄋᆞᆯ 믈 ᄒᆞᆫ 큰 잔ᄋᆞ로 글혀 여슷 分분에 니르거든 즛의 앗고 食씩後ᅘᅮᇢ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吐血及鼻衄不止烏賊魚骨搗細羅爲散不計時以淸粥飮調下二錢{{*|}}
ᄯᅩ吐통血ᄒᆑᇙ 와 고해피 긋디 아니커든烏ᅙᅩᆼ賊쯕魚ᅌᅥᆼ ᄲᅧ를 디허 ᄀᆞᄂᆞ리 처 時씽刻큭 혜디 말오 粥쥭 므레 두 돈곰 프러 머그라
又方鼻衄經日夜不止用乾姜削如蓮子大塞鼻中卽止{{*|}}
ᄯᅩ 고해 피 밤나ᄌᆞᆯ 디내요ᄃᆡ 긋디 아니커든 乾간姜가ᇰᄋᆞᆯ蓮련子ᄌᆞᆼ 만 케 갓가 곳굼긔 마ᄀᆞ면 곧 긋ᄂᆞ니라
又方濃硏好墨點鼻中立止{{*|}}
ᄯᅩ 됴ᄒᆞᆫ墨믁 을 두터이 ᄀᆞ라 곳굼긔 디그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牙齒縫忽然出血 當歸散 當歸 桂心{{*|各半兩}}白凡{{*|一兩燒令汁盡}}甘草{{*|半兩}}右件藥擣麤羅分爲三度用每度以漿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熱含冷吐{{*|}}
ᄯᅩ 닛ᄢᅵ메 忽호ᇙ然ᅀᅧᆫ히 피나거든當다ᇰ歸귕 와 桂ᄀᆒᆼ心심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을 ᄉᆞ라 汁집 업게 ᄒᆞ고 甘감草초ᇢ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디허 麤총히 처 세 버네 ᄂᆞᆫ화 ᄡᅮᄃᆡ ᄒᆞᆫ 버네 漿쟈ᇰ水ᄉᆔᆼ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더우닐 머구머 ᄎᆞ거든비와ᄐᆞ라
又方齒齗血出不止乾地龍末一錢白凡灰一錢射香末{{*|半錢}}右同硏令勻濕布上塗落貼於患處{{*|}}
ᄯᅩ 닛믜유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ᄆᆞᄅᆞᆫ地딩龍료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돈과 白ᄈᆡᆨ礬뻔ㅅ ᄌᆡ ᄒᆞᆫ 돈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 ᄒᆞᆫᄃᆡ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저즌 뵈 우희 藥약 ᄇᆞᆯ라 피나ᄂᆞᆫ ᄃᆡ 브티라
又方無故口齒閒血出不止以淡竹葉濃煎湯熱含冷吐{{*|}}
ᄯᅩ 젼ᄎᆞ 업시 입과 닛ᄉᆞᅀᅵ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淡땀竹듁 니플 두텁게 글혀 더운 므를 머구머 ᄎᆞ거든 비와ᄐᆞ라
直指方治齒出血 鬱金 白芷 細辛{{*|各等分}}右爲末擦牙仍以竹葉竹皮濃煎入塩少許含嚥或炒塩傅{{*|}}
니예 피나ᄂᆞ닐 고툐ᄃᆡ 鬱ᅙᅮᇙ金금과白ᄈᆡᆨ芷징 와 細솅辛신ᄋ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니예ᄡᅮᄭᅩ 댓닙과 댓가ᄎᆞᆯ 두터이 글혀 소곰 져기 녀허 머구머 ᄉᆞᆷᄭᅵ며 시혹 소고ᄆᆞᆯ 봇가 브티라
千金方齒閒出血溫童子小便半升煮取三合含之其血卽止{{*|}}
닛ᄉᆞᅀᅵ예 피나거든 아ᄒᆡ 小쑈ᇢ便뼌 半반 되를 글혀 서 호블 取츙ᄒᆞ야 머구므면 그 피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齒出血不止刮生竹皮二兩苦酒浸之令其人解衣坐使人含噀其背上三過仍取竹茹濃煮汁勿與塩適寒溫含漱之竟日爲度{{*|}}
ᄯᅩ 니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ᄂᆞᆯ 댓거츨 ᄀᆞᆯ가 두 兩랴ᇰᄋᆞᆯ 醋초ᇢ애 ᄃᆞᆷ고 그 사ᄅᆞᄆᆞ로 옷 바사 아ᇇ게 ᄒᆞ고 다ᄅᆞᆫ 사ᄅᆞ미 머구머 그 드ᇰ의 세 버늘 ᄲᅮᆷ고 댓거프를 取츙ᄒᆞ야 두터이 즈블 글혀 소곰 주디 말오 ᄎᆞ며 ᄃᆞᆺ호미맛갑게 ᄒᆞ야 머구머 야ᇰ지호ᄃᆡ 져므ᄃᆞ록 ᄒᆞ라
又方治酒醉牙齒涌血出 當歸{{*|二兩}}礬石{{*|六銖}}桂心 細辛 甘草{{*|各一兩}}右五味㕮咀以漿水五升煮取三升含之日五六夜三{{*|}}
ᄯᅩ 술 醉ᄌᆔᆼᄒᆞ야 니예 피 솟ᄂᆞ닐 고툐ᄃᆡ 當다ᇰ歸귕 두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여슷 銖쓩와 桂ᄀᆒᆼ心심과 細솅辛신과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漿쟈ᇰ水ᄉᆔᆼ 닷 되예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머구무ᄃᆡ 나ᄌᆡ 대엿 번 바ᄆᆡ 세 번 ᄒᆞ라
又方燒釘令赤注孔血中止{{*|}}
ᄯᅩ 모ᄃᆞᆯ ᄉᆞ라 븕게 ᄒᆞ야 핏 굼긔 고ᄌᆞ면 긋ᄂᆞ니라
又方舌上黑有數孔大如簪出血如湧泉 戎塩 黃芩{{*|一作葵子}}黃蘗 大黃{{*|各五兩}}人參 桂心 甘草{{*|各二兩}}右爲末蜜丸梧子大米飮服十丸日三服亦燒鐵烙之{{*|}}
ᄯᅩ 혀 우히 검고 두ᅀᅥ 굼기 빈혓 구무만 코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거든戎ᅀᅲᇰ塩염 과黃ᅘᅪᇰ芩 끔 과 ᄒᆞ나ᄒᆞᆫ 葵ᄁᆔᆼ子ᄌᆞᆼㅣ라 ᄒᆞ다 黃ᅘᅪᇰ蘗ᄇᆡᆨ과 大땡黃ᅘᅪᇰ 各각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參ᄉᆞᆷ과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 各각 두 兩랴ᇰ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 丸ᅘᅪᆫ곰 ᄒᆞᄅᆞ 세 번 머그라 ᄯᅩ 鐵텨ᇙ을 ᄉᆞ라 지지라
得效方文蛤散治熱壅舌上出血如泉 五倍子{{*|洗}}白膠香 牡蠣粉{{*|各等分}}右爲末每以少許 摻患處或燒鐵篦熟烙孔上{{*|}}
文문蛤갑散산 ᄋᆞᆫ 上쌰ᇰ熱ᅀᅧᇙᄒᆞ야 혀에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ᄒᆞ닐 고툐ᄃᆡ五ᅌᅩᆼ倍ᄈᆡᆼ子ᄌᆞᆼ ᄅᆞᆯ 싯고 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과牡무ᇢ蠣롕粉분 을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피나ᄂᆞᆫᄃᆡ ᄇᆞᄅᆞ고 시혹 쇠빈혀를 ᄉᆞ라 굼긔 니기 지지라
又方舌無故出血炒槐花爲末摻之而愈{{*|}}
ᄯᅩ 혜 전ᄎᆞ 업시 피나거든 槐ᅘᅬᆼ花황ᄅᆞᆯ 보ᄭᅡ 細솅末마ᇙᄒᆞ야 ᄇᆞᄅᆞ면 됻ᄂᆞ니라
==大小便不通第十五==
聖惠方治大小便關格不通腹脹喘急方 膩粉{{*|一錢}}生麻油{{*|一合}}右相和空腹服之{{*|}}
大땡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몯ᄒᆞ야 ᄇᆡ 탸ᇰ만ᄒᆞ고 수미 ᄌᆞᄌ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膩닝粉분 ᄒᆞᆫ 돈과生ᄉᆡᇰ麻망油유ᇢ ᄒᆞᆫ 홉과ᄅᆞᆯ 섯거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蔓菁子油一合空腹服之卽通通後汗出勿怪{{*|}}
ᄯᅩ 댓무ᅀᅮᆺ ᄡᅵᆺ 기름 ᄒᆞᆫ 호ᄇᆞᆯ 空코ᇰ心심에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 通토ᇰᄒᆞᆫ 後ᅘᅮᇢ에 ᄯᆞᆷ나거든 疑ᅌᅴᆼ心심 말라
又方治小便難腹滿悶不急療之殺人葱白{{*|三斤}}塩{{*|一斤}}右相和爛硏炒令熱以帛子裹分作二苞更互熨臍下小便立出{{*|}}
ᄯᅩ 小쇼ᇢ便뼌이 어려워 ᄇᆡ 탸ᇰ만ᄒᆞ고 답답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파 서 斤근과 소곰 ᄒᆞᆫ 斤근을 섯거 므르 디허 보ᄭᅡ 덥게 ᄒᆞ야 기브로 ᄢᅳ료ᄃᆡ 두 ᄢᅳ례예 ᄂᆞᆫ화 서르 臍쨍下ᅘ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면 小쇼ᇢ便뼌이 즉재 나ᄂᆞ니라
聖濟緫錄茯苓丸治大小便不通 赤茯苓{{*|去黑皮}}芍藥 當歸{{*|切焙}}枳殼{{*|去穰麩炒}}白朮 人參{{*|各五兩}}大麻仁 大黃{{*|剉各三兩}}右爲末煉蜜和丸梧桐子大每服十五丸至二十丸空心煎茅根湯下{{*|}}
茯뽁苓려ᇰ丸ᅘᅪᆫ 은 大땡小쇼ᇢ便뼌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赤쳑茯뽁苓려ᇰ 을 거믄 것 밧기고芍작藥약 과 當다ᇰ歸귕ᄅᆞᆯ 사ᄒᆞ라 焙ᄈᆡᆼ乾간ᄒᆞ고枳징殼칵 을 솝 앗고 기울와 봇고 白ᄈᆡᆨ朮뜌ᇙ와 人ᅀᅵᆫ參ᄉᆞᆷ 各각 다ᄉᆞᆺ 兩랴ᇰ과大땡麻망仁ᅀᅵᆫ 과 大땡黃ᅘᅪᇰᄋᆞᆯ 사ᄒᆞ라 各각 석 兩랴ᇰ과를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다ᄉᆞᆺ 丸ᅘᅪᆫ으로 스믈 丸ᅘᅪᆫ지히 空코ᇰ心심애茅모ᇢ根ᄀᆞᆫ湯타ᇰ 을 글혀 ᄂᆞ리우라
經驗良方木通散治小便不通小腹痛不可忍 木通 滑石{{*|各半兩}}黑牽牛{{*|頭末半兩}}右㕮咀每服一錢水半盞燈心十莖葱白一箇同煎三分食前溫服{{*|}}
木목通토ᇰ散산 은 小쇼ᇢ便뼌 不부ᇙ通토ᇰᄒᆞ야 ᄇᆡᆺ기슭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릴 고티ᄂᆞ니木목通토ᇰ 과滑ᅘᅪᇙ石쎡 각 半반 兩랴ᇰ과黑흑牽켠牛ᅌᅮᇢ 머릿 ᄀᆞᄅᆞ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돈곰 ᄒᆞ야 믈 半반 잔과燈드ᇰ 心심 열 줄기와 파 ᄒᆞᆫ 낫과 ᄒᆞᆫᄃᆡ 三삼分분을 글혀 食씩前쪈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肘後方治小便不利莖中痛欲死牛膝幷葉不以多小酒煮飮之立愈{{*|}}
小쇼ᇢ便뼌이 快쾡티 몯ᄒᆞ야陰ᅙᅳᆷ莖ᅘᆡᇰ ㅅ 소비 알파 죽고져 ᄒᆞᄂᆞ닐 고툐ᄃᆡ牛ᅌᅮᇢ膝시ᇙ 을 닙 조쳐 수레 글혀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大便秘澁不通 大黃{{*|四兩}}桃仁{{*|三十枚去皮尖雙仁硏}}右切以水六升煮取二升分再服{{*|}}
大땡便뼌이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大땡黃ᅘᅪᇰ 넉 兩랴ᇰ과桃또ᇢ仁ᅀᅵᆫ 셜흔나ᄎᆞᆯ 것과 부리와 어우러ᇰ ᄌᆞᅀᆞᄅᆞᆯ 앗고 ᄀᆞ라 믈 엿 되예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ᄂᆞᆫ화 두 버네 머그라
又方胡鷰屎蜜和納大孔中卽通{{*|}}
ᄯᅩ 며ᇰ마긔 ᄯᅩᇰᄋᆞᆯ ᄢᅮ레 ᄆᆞ라 밋굼긔 녀흐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簡要濟衆方治大便澁不通牽牛子半生半熟擣爲散每服二錢煎薑湯調下如未通再服及以熱茶投之量虛實不計時加减服之{{*|}}
大땡便뼌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牽켠牛ᅌᅮᇢ子ᄌᆞᆼᄅᆞᆯ 半반만 ᄂᆞ리오 半반만 니그닐 디허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生ᄉᆡᇰ薑가ᇰ湯타ᇰ애 프러 ᄂᆞ리오ᄃᆡ 通토ᇰ티 몯거든 다시 먹고 더운 차로 머구ᄃᆡ 虛헝實씨ᇙ을 혜오 時씽刻큭 혜디 마라 더으며ᇰ더러 머그라
==溺水第十六==
經驗良方凡有人溺水者救上岸卽將牛一頭却令溺水之人將肚橫覆相抵在牛背上兩邊用人扶策徐徐牽牛而行以出腹內之水如醒卽以蘇合香元之類或老生薑擦其齒若無牛以活人於長板櫈上仰臥却令溺水人如前法將肚相抵活人身聽其水出卽活{{*|}}
믈읫 사ᄅᆞ미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ᄀᆞᅀᅢ올이고 쇼 ᄒᆞ나ᄒᆞᆯ 가져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ᄇᆡᄅᆞᆯ ᄉᆈ 드ᇰ 우희 ᄀᆞᄅᆞ 업데우고 두 녁 ᄀᆞᅀᅢ 사ᄅᆞ미 자바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쇼ᄅᆞᆯ 잇거ᄃᆞᆮ녀 ᄇᆡ 안햇 므를 내오 ᄒᆞ다가ᄭᆡ어든 곧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類ᄅᆔᆼ어나 시혹 늘근 生ᄉᆡᇰ薑가ᇰ이나 그 니예 ᄡᅮ츠라 ᄒᆞ다가 쇼 업거든 산 사ᄅᆞᄆᆞ로長땨ᇰ床싸ᇰ 우희 졋바뉘이고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알ᄑᆡᆺ 法법ᄀᆞ티 ᄇᆡᄅᆞᆯ 산 사ᄅᆞᄆᆡ 모매 서르 다혀 므리 나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聖惠方凡溺水急解去死人衣灸臍中卽差{{*|}}
믈읫 므레ᄲᅡ디거든 時씽急급히 주근 사ᄅᆞᄆᆡ 옷 밧기고 ᄇᆡᆺ보ᄀ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竈中灰布地令厚五寸以甑側安着灰上令溺人伏於甑上使頭小垂下炒塩二錢內小竹管內吹入下部中卽當吐水去却甑扶下溺人着灰中以灰壅身水恒出鼻口中卽活矣{{*|}}
ᄯᅩ 브ᅀᅥ븻 ᄌᆡ로 ᄯᅡ해 ᄭᆞ로ᄃᆡ 두틔 다ᄉᆞᆺ 寸촌이에 코 실을 ᄌᆡ 우희 겨트로 노코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시르 우희 업데우고 머리ᄅᆞᆯ 져기 아래로 ᄲᅡ디게 ᄒᆞ고 소고ᄆᆞᆯ 봇가 두 돈ᄋᆞᆯ 져근 대로ᇰ애 녀허 밋굼긔 부러 드리면 반ᄃᆞ기 므를 吐통ᄒᆞ리니 실을 앗고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아나 ᄂᆞ리와 ᄌᆡ예 노코 ᄌᆡ로 모ᄆᆞᆯ 두프면 므리 고콰 입과로 나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掘地作坑熬數斛熱灰內坑中下溺人灰覆濕徹卽易之灰勿大熱灰冷更易半日卽活也{{*|}}
ᄯᅩ ᄯᅡ 파 굳 ᄆᆡᇰᄀᆞᆯ오 두ᅀᅥ 셤 더운 ᄌᆡᄅᆞᆯ 봇가 구데 녀코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녀코 ᄌᆡ로 두퍼 ᄉᆞᄆᆞᆺ젓거든 곧 ᄀᆞᆯ라 ᄌᆡᄅᆞᆯ 너무 봇디 말오 ᄌᆡ ᄎᆞ거든 ᄀᆞ라 半반 날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但埋溺人暖灰中頭足俱沒唯開七孔水出卽活{{*|}}
ᄯᅩ 오직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다운 ᄌᆡ예 무두ᄃᆡ 머리와 발왜 다 들에 ᄒᆞ고 오직 닐굽 굼글 여러 므리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緜裹皂莢末內下部中湏臾水出{{*|}}
ᄯᅩ 소오매 皂쪼ᇢ莢겹ㅅ ᄀᆞᆯᄋ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이ᅀᅳᆨ고 므리 나ᄂᆞ니라
千金方半夏末吹入鼻{{*|}}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부러 고해 녀ᄒᆞ라
又方裹石灰納下部中水出盡卽活{{*|}}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므리 다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熬沙覆死人上下有沙但出鼻口耳沙冷濕卽易{{*|}}
ᄯᅩ 몰애ᄅᆞᆯ 봇가 주근 사ᄅᆞᄆᆞᆯ 두푸ᄃᆡ 아라우희 몰애 잇고 오직 고콰 입과 귀와ᄅᆞᆯ 내야 몰애 ᄎᆞ고 젓거든 곧 ᄀᆞᆯ라
管見大全良方救男女墮水中者以常用薦席卷之就平地上袞轉一二百轉則水出自活亦有用陳壁土末覆之死者更以爐中煖灰覆臍上下則元氣廻自活省後當服利水之藥如五苓散異功五積散朮附湯除濕湯不換金正氣散若欲兼服安心神收歛神氣之藥宜服蘇合香元在人斟酌輕重冷熱而投之{{*|}}
男남女녕ㅣ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샤ᇰ녜 ᄡᅳᄂᆞᆫ 돗긔 ᄆᆞ라 平뼈ᇰᄒᆞᆫ ᄯᅡ해 나ᅀᅡ가 一ᅙᅵᇙ二ᅀᅵᆼ百ᄇᆡᆨ 버늘 구으리면 므리 나면 절로 사ᄂᆞ니라 ᄯᅩ 무근 ᄇᆞᄅᆞ맷 ᄒᆞᆰᄀᆞᆯᄋᆞ로 둡ᄂᆞ니라 주그닐 ᄯᅩ 火황爐롱앳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 아라우희 두프면 元ᅌᅯᆫ氣킝 도라와 사ᄂᆞ니라 ᄎᆞ린 後ᅘᅮᇢ에 믈 즈츼ᄂᆞᆫ 藥약이五ᅌᅩᆼ苓려ᇰ散산 과異잉功고ᇰ五ᅌᅩᆼ積젹散산 과朮뜌ᇙ附뿡湯타ᇰ 과 除똉濕십湯타ᇰ과不부ᇙ換ᅘᅪᆫ金금正져ᇰ氣킝散산 ᄋᆞᆯ 머기고 ᄒᆞ다가 ᄆᆞᅀᆞᄆᆞᆯ 便뼌安ᅙᅡᆫ케 ᄒᆞ고 氣킝分분을 모도ᄂᆞᆫ 藥약을 조쳐 머기고져 커든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을 머귤디니 사ᄅᆞ미 輕켜ᇰ重뜌ᇰ과 冷ᄅᆡᇰ熱ᅀᅧᇙ을 斟짐酌쟉ᄒᆞ야 머교매 잇ᄂᆞ니라
壽域神方冬月落水微有氣者用大器炒灰熨心上候暖氣通溫粥稍稍呑之卽活若便持火炙卽死{{*|}}
겨ᅀᅳ레 므레 디여 자ᇝ간 氣킝分분 잇ᄂᆞ닐 큰 그르세 ᄌᆡᄅᆞᆯ 봇ᄭᅡ 가ᄉᆞᄆ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더운 氣킝分분이 通토ᇰ호ᄆᆞᆯ 기드려 ᄃᆞᄉᆞᆫ 粥쥭을 졈졈 머기면 곧 사ᄂᆞ니 ᄒᆞ다가 브를 ᄧᅬ면 즉재 죽ᄂᆞ니라
又方急於人中穴及兩脚大母趾內離甲一韭葉許各灸三五壯卽活{{*|}}
ᄯᅩ ᄲᆞᆯ리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와 두 밠 엄지가띿 아ᇇ 밠토ᄇᆞ로셔 ᄒᆞᆫ 부ᄎᆡᆺ닙 너븨만 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세다ᄉᆞᆺ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以屈死人兩脚着生人肩上以溺人背搭走吐水出盡卽活{{*|}}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두 다리ᄅᆞᆯ 구펴 산 사ᄅᆞᄆᆡ 엇게 우희 여ᇇ고 주근 사ᄅᆞᄆᆞᆯ 지여 ᄃᆞᄅᆞ면 므리 다 나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得效方以酒壜一介以紙錢一把燒放壜中急以壜口覆溺水人面上或臍上冷則再燒紙錢於壜內覆面上去水卽活{{*|}}
酒쥬ᇢ壜땀 ᄒᆞᆫ 나ᄎᆞ로 죠ᄒᆡ젼 ᄒᆞᆫ 주믈 ᄉᆞ라 壜땀 안해 녀코 時씽急급히 壜땀 이브로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ᆡ ᄂᆞ치나 시혹 ᄇᆡᆺ복 우희 두퍼 ᄎᆞ거든 다시 죠ᄒᆡ젼을 ᄉᆞ라 壜땀 안해 녀허 ᄂᆞᄎᆡ 두퍼 므를 아ᅀ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壜땀은 술녇ᄂᆞᆫ 딜어시라
==自縊第十七==
千金方凡救自縊死者極須按定其心勿截繩手抱起徐徐解之心下尙溫者以氍毹{{*|卽毛席也}}覆口鼻兩人吹其兩耳{{*|}}
믈읫 목 ᄆᆡ야 주그닐 救구ᇢ호ᄃᆡ ᄀᆞ자ᇰ 모로매 그 ᄆᆞᅀᆞᄆᆞᆯ 눌러 一ᅙᅵᇙ定뗘ᇰᄒᆞ고 노ᄒᆞᆯ 긋디 말오 소ᄂᆞ로 아나 니르왇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글오ᄃᆡ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니란 담으로 입과 고ᄒᆞᆯ 둡고 두 사ᄅᆞ미 그 두 귀ᄅᆞᆯ 불라
又方强臥以物塞兩耳竹筒納口中使兩人痛吹之塞口傍無令氣得出半日死人卽噫噫卽勿吹也{{*|}}
ᄯᅩ 뉘이고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ᆯ 입 안해 녀코 두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불오 입가ᅀᆞᆯ 마가 氣킝分분이 나디 몯게 ᄒᆞ면 半반 날ᄋᆞᆯ 주겟던 사ᄅᆞ미 곧 숨쉬ᄂᆞ니 숨쉬어든 부디 말라
又方擣皂莢細辛屑如豆大吹兩鼻中{{*|}}
ᄯᅩ 皂쪼ᇢ莢겹과 細솅辛신ㅅ ᄀᆞᆯᄋᆞᆯ 디허 코ᇰ낫만 ᄒᆞ닐 두 곳굼긔 불라
又方刺雞冠血出滴口中卽活男雌女雄{{*|}}
ᄯᅩ ᄃᆞᆯᄀᆡ 벼츨 ᄣᅵᆯ어 피내야 이베 처디면 즉자히 사ᄂᆞ니 남지ᄂᆞᆫ 암ᄐᆞᆯᄀᆞ로 코 겨지븐 수ᄐᆞᆯᄀᆞ로 ᄒᆞ라
又方尿鼻口眼耳中幷捉頭髮一撮如筆管大掣之立活{{*|}}
ᄯᅩ 고콰 입과 눈과 귀와에 오좀 누고 머리터럭 ᄒᆞᆫ 져부미 붇 ᄌᆞᄅᆞ만 ᄒᆞ닐 자바ᄃᆞᇰᄀᆡ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雞血塗喉下{{*|}}
ᄯᅩ ᄃᆞᆯᄀᆡ 피ᄅᆞᆯ 목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灸四肢大節陷大指本支名曰地袖各七壯{{*|}}
ᄯᅩ 네 활기옛 큰 ᄆᆞᄃᆡᆺ 우무근 ᄃᆡ와 엄짓가락 미틧 그믈 일후믈 地띵袖쓔ᇢㅣ라 ᄒᆞᄂᆞ니 各각 닐굽 壯자ᇰ을 ᄯᅳ라
經驗救急方急抱起解下切不可截繩卽以衣物塞兩耳將竹筒於口中吹氣及以衣物緊塞二物爲妙凡縊者從早至晩雖已冷必可救從夜至早稍難救若心上溫一日已上猶可救切不可截斷繩欸欸地抱起其身緩解繩放臥令人踏其肩以手拔其髮常令一人緊以手擦胸脇一人以手摩搦臂足屈伸之若已僵漸强屈之又按其腹如此一飯時卽得氣呼吸矣却身苦勞動少與官桂湯及粥淸令喉潤更令兩人以筆管吹其耳中尤妙依此法救無不活者{{*|}}
ᄲᆞᆯ리 아나 니르왇고 글오ᄃᆡ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즉자히 오ᄉᆞ로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로 입 안해 氣킝分분을 불오 오ᄉᆞ로 두 거슬 구디 마고미 됴ᄒᆞ니 믈읫 목ᄆᆡ야 주그니 아ᄎᆞᆷ브터 나조ᄒᆡ 니르닌 비록 차도 어루 救구ᇢᄒᆞ려니와 밤브터 아ᄎᆞᄆᆡ 니르닌 救구ᇢ호미 어려우니 ᄒᆞ다가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면 ᄒᆞᄅᆞᆺ 內뇡ᄂᆞᆫ 어루 救구ᇢᄒᆞ리니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그 모ᄆᆞᆯ 아나 니르왇고 노ᄒᆞᆯ 날회야 그르고 뉘이고 사ᄅᆞᄆᆞ로 그 엇게ᄅᆞᆯ ᄇᆞᆲ고 소ᄂᆞ로 머리 터릴 ᄲᅡ혀며 샤ᇰ녜 ᄒᆞᆫ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소ᄂᆞ로 가ᄉᆞᆷ과 녑과ᄅᆞᆯ ᄡᅮᆺ고 ᄒᆞᆫ 사ᄅᆞ미 소ᄂᆞ로 ᄇᆞᆯ콰 바ᄅᆞᆯ ᄡᅮᆺ고 구피락펴락게 ᄒᆞ라 ᄒᆞ다가 세웓거든 졈졈 구피고 ᄯᅩ 그 ᄇᆡᄅᆞᆯ ᄆᆞᆫ죨디니 이ᄀᆞ티 ᄒᆞᆫ 밥 ᄣᅢ만 ᄒᆞ면 곧 氣킝分분을 어더 숨쉬ᄂᆞ니라 모미이처커든 져기管관桂ᄀᆒᆼ湯타ᇰ 과 粥쥭므를 머겨 모기 젓게 ᄒᆞ고 ᄯᅩ 두 사ᄅᆞ미 붇ᄌᆞᆯᄋᆞ로 귓굼글 불에 호미 더 됴ᄒᆞ니 이 法법을 브터 救구ᇢᄒᆞ면 사디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得效方緊用兩手掩其口勿令透氣兩時氣急卽活{{*|}}
ᄆᆡ이 두 소ᄂᆞ로 그 이블 마가 氣킝分분이 ᄉᆞᄆᆞᆺ디 아니케 두 時씽刻큭을 ᄒᆞ면 氣킝分분이 急급ᄒ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壽域神方治自縊 就以所縊繩燒三指撮白湯調服之{{*|}}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ᄆᆡ얏던 노ᄒᆞᆯ 세 소ᇇ가락으로 자보니만 ᄉᆞ라 더운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未解下先用膝頭或手厚裹衣物緊塞穀道抱起解下揉其項痕撚正喉搐鼻及吹兩耳待其氣回方可放手若泄氣則不可救矣{{*|}}
ᄯᅩ 그르디 아니ᄒᆞ야셔 몬져 무루피어나 소니어나 오ᄉᆞ로 두터이 ᄡᅡ 밋굼글 구디 막고 아나 니르와다 그르고 모ᄀᆡᆺ 허므를 주므르며 모ᄀᆞᆯ ᄆᆞᆫ지고 고해 불며 두 귀를 부러 氣킝分분이 도라오ᄆᆞᆯ 기드려ᅀᅡ 소ᄂᆞᆯ 쉬울디니 ᄒᆞ다가 氣킝分분이 ᄉᆡ면 救구ᇢ티 몯ᄒᆞ리라
又方卽於鼻下人中穴針灸遂活{{*|}}
ᄯᅩ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針짐ᄒᆞ고 ᄯᅳ면 사ᄂᆞ니라
經驗秘方治自縊死梁上塵如豆兩耳鼻四處各納一粒以筒令四人極齊吹之卽活矣{{*|}}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보 우흿 드트를 코ᇰ만 ᄒᆞ닐 두 귀 두 고 네 고대 各각各각 ᄒᆞᆫ 나ᄎᆞᆯ 녀코 대로ᇰᄋᆞ로 네 사ᄅᆞ미 ᄀᆞ자ᇰ ᄀᆞᄌᆞ기 불에 ᄒᆞ면 즉재 살리라
管見大全良方以藍硏取汁灌之或以雞屎白如棗大以酒半盞和硏灌服及着鼻中尤佳{{*|}}
족ᄋᆞᆯ ᄀᆞ라 즈블 取츙ᄒᆞ야 브ᅀᅳ라 시혹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거시 大땡棗초ᇢ만 ᄒᆞ닐 술 半반 잔애 프러 ᄀᆞ라 브ᅀᅳ며 곳굼긔 녀후미 더 됴ᄒᆞ니라
==失欠頷車蹉候第十八==
千金方治失欠頰車蹉開張不合方一人以手指牽其頤以漸推之則復入矣推當疾出其指恐誤嚙傷人指也{{*|}}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 버리고 어우디 아니ᄒ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ᄒᆞᆫ 사ᄅᆞ미 소ᇇ가라ᄀᆞ로 그 ᄐᆞᄀᆞᆯ ᄃᆞᇰᄀᆡ야 졈졈 밀면 다시 드ᄂᆞ니 밀오 모로매 그 소ᇇ가라ᄀᆞᆯ ᄲᆞᆯ리 내욜디니 사ᄅᆞᄆᆡ 소ᇇ가라ᄀᆞᆯ 그르믈까 저프니라
又方治失欠頰車蹉方消蠟和水傅之{{*|}}
ᄯᅩ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디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미를 노겨 므레 프러 브티라
==金瘡第十九==
聖惠方金瘡失血其人當苦渴然須忍之常令乾食與肥脂之物以止其渴又不得多飮粥則血溢出殺人也又忌嗔怒及大言笑思想陰陽動作勞力若食醎酸飮食熱羹臛輩皆使瘡痛衝發甚者卽死{{*|}}
金금瘡차ᇰ 애 피 흘리면 그 사ᄅᆞ미 반ᄃᆞ기 ᄀᆞ자ᇰ 목ᄆᆞᆯ라 ᄒᆞᄂᆞ니 그러나 모로매 ᄎᆞ마 샤ᇰ녜 ᄆᆞᄅᆞᆫ 飮ᅙᅳᆷ食씩과진 기름긴 거슬 머겨 목ᄆᆞᆯ로ᄆᆞᆯ 그치고 ᄯᅩ 粥쥭을 해 머기디 마롤디니 피 솟나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ᄯᅩ嗔친心심 과 ᄆᆡ이 말홈과 우ᅀᅮᆷ과 陰ᅙᅳᆷ陽야ᇰ을 ᄉᆞ라ᇰ홈과 뮈우며 힘ᄡᅮ믈 마롤디니 ᄒᆞ다가 ᄧᆞᆫ 것과 싄 것과 더운羹ᄀᆡᇰ 과 고기ᄅᆞᆯ 머그면 다 瘡차ᇰ이 알파 다시 發버ᇙᄒᆞᄂᆞ니 甚씸ᄒᆞ닌 즉재 죽ᄂᆞ니라
治金瘡大散方五月五日平旦使四人出四方各於五里內採一方草木莖葉每種各半把勿令漏脫一事日正午時切碓擣用石灰一豆斗擣令極爛仍先選揀大實桑樹三兩株鑿作孔令可受藥然分藥於孔中實築令堅後以桑樹皮蔽之用麻擣石灰密泥令不泄氣更以桑皮纏之令牢至九月九日午時出取陰乾百日藥成擣之日曝令乾更擣絹羅貯之凡有金瘡傷折出血用藥封裹勿令轉動不過十日瘥不膿不腫不畏風若傷後數日始得用藥須暖水洗令血出卽傅之此藥大驗{{*|}}
金금瘡차ᇰ 고티ᄂᆞᆫ 大땡散산方바ᇰ은 五ᅌᅩᆼ月ᅌᅯᇙ 五ᅌᅩᆼ日ᅀᅵᇙ 平뼈ᇰ明며ᇰ에 네 사ᄅᆞᄆᆞ로 四ᄉᆞᆼ方바ᇰ애 보내야 各각各각 五ᅌᅩᆼ里링 안햇 ᄒᆞᆫ 方바ᇰ草초ᇢ木목 줄기와 닙과ᄅᆞᆯ 가지마다 各각 半반 줌을 ᄏᆡ요ᄃᆡ ᄒᆞ나토 아니ᄒᆞ니 업시 ᄒᆞ야 바ᄅᆞ 나ᄌᆡ 사ᄒᆞ라 디허 石쎡灰횡 ᄒᆞᆫ 마ᄅᆞᆯ 디호ᄃᆡ ᄀᆞ자ᇰ 니기 ᄒᆞ고 몬져 큰 ᄲᅩᇰ나모 두ᅀᅥ흘 ᄀᆞᆯᄒᆡ야 구무 포ᄃᆡ 藥약 들 만ᄒᆞ야 藥약을 굼긔 ᄂᆞᆫ화 녀코 ᄀᆞᄃᆞ기다아 굳게 코 後ᅘᅮᇢ에거츠로 막고 삼 조쳐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구디 ᄇᆞᆯ라 氣킝分분 나디 아니케 코 다시 ᄲᅩᇰᄭᅥ츠로 얼거 굳게 코 九구ᇢ月ᅌᅯᇙ 九구ᇢ日ᅀᅵᇙ 午ᅌᅩᆼ時씽예니르러 내야 一ᅙᅵᇙ百ᄇᆡᆨ 나ᄅᆞᆯ ᄀᆞᄂᆞᆯ해 ᄆᆞᆯ외야 藥약이 일어든 디허 ᄒᆡ에 ᄆᆞᆯ외야 다시 디허 기베 처 ᄀᆞ초라 믈읫 金금瘡차ᇰ 헐어나 것거나 피나거든 藥약ᄋᆞ로 ᄡᆞ고 움즈기디 아니케 ᄒᆞ면 열흐를 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 곪디 아니ᄒᆞ며 븟디 아니ᄒᆞ며 ᄇᆞᄅᆞᄆᆞᆯ 저티 아니ᄒᆞᄂᆞ니 ᄒᆞ다가 傷샤ᇰᄒᆞᆫ 後ᅘᅮᇢ 사나ᄋᆞ래 비르서 藥약을 ᄡᅮᆯ디니 모로매 더운 므레 시서 피나게 ᄒᆞ고 곧 브튤디니 이 藥약이 ᄀᆞ자ᇰ 神씬驗ᅌᅥᆷᄒᆞ니라
又方治金瘡或肌肉斷裂右剝取新桑皮作線縫之又以新桑皮裹之又以桑白汁塗之極驗小瘡但以桑皮裹之便差如斷筋取旋復根擣封之卽續{{*|}}
ᄯᅩ 金금瘡차ᇰ 고티며 시혹 ᄉᆞᆯ히 그처디며 ᄧᆡ야디거든 새 거츨 밧겨 실 ᄆᆡᇰᄀᆞ라호고 ᄯᅩ 새거츠로 ᄡᆞ고 ᄯᅩ ᄲᅩᇰ ᄒᆡᆫ 즙으로 ᄇᆞᄅᆞ면 지극 神신驗ᅌᅥᆷᄒᆞ니라 져근 瘡차ᇰ은 오직거츠로 ᄡᆞ면 곧 됻ᄂᆞ니 ᄒᆞ다가 히미 긋거든旋션復복根ᄀᆞᆫ 을 取츙ᄒᆞ야 디허 ᄡᆞ면 곧 닛ᄂᆞ니라
又方治刀傷斧斫等瘡右取黑氈燒爲灰細硏傅傷損處封裹勿動直待生肌爲妙{{*|}}
ᄯᅩ 갈해 헐며 도ᄎᆡ예버흔 ᄃᆞᆯ헷 瘡차ᇰ을 고툐ᄃᆡ 거믄 시우글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헌 ᄃᆡ 브티고 ᄢᅳ려 뮈우디 말오 ᄉᆞᆯ 날 ᄀᆞ자ᇰ 기드료미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右取馬蹄燒灰令極細不計時候以煖酒調下二錢{{*|}}
ᄯᅩ 金금瘡차ᇰᄋᆞᆯ 고텨 알포ᄆᆞᆯ 긋게 호ᄃᆡ ᄆᆞᆯ구블 ᄉᆞ라 ᄀᆞ자ᇰ ᄀᆞᄂᆞ리 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더운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金瘡但刀斧傷損出血不止宜用此 石榴花{{*|半斤}}石灰{{*|一斤炒}}右件藥擣細羅爲散傅瘡上以帛裹勿令着風水瘡合差{{*|}}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툐ᄃᆡ 오직 갈콰 도최예 헐여 피나 긋디 아니커든 이ᄅᆞᆯ ᄡᅮᆯ디니 石쎡榴류ᇢㅅ곳 半반 斤근과 石쎡灰횡 ᄒᆞᆫ 斤근을 봇가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기브로 ᄢᅳ려 ᄇᆞᄅᆞᆷ과 믈와 맛디 아니케 ᄒᆞ야 瘡차ᇰ이 어울면 됻ᄂᆞ니라
又方取小便服三兩盞卽差{{*|}}
ᄯᅩ 小쇼ᇢ便뼌 두ᅀᅥ 잔을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 杏人{{*|去皮擣如泥}}石灰{{*|等分}}右件藥同硏每用以猪脂和傅之日二三度卽差{{*|}}
ᄯᅩ 金금瘡창애 피 긋디 아니커든 ᄉᆞᆯ곳 ᄌᆞᅀᆞᄅᆞᆯ 것 밧겨 즌ᄒᆞᆰᄀᆞ티 디코 石쎡灰횡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ᄒᆞᆫᄃᆡ ᄀᆞ라 도ᄐᆡ 기르므로 ᄆᆞ라 브툐ᄃᆡ ᄒᆞᄅᆞ 두ᅀᅥ 번곰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燒靑布作灰傅瘡上裹傅之數日後差矣{{*|}}
ᄯᅩ 프른 뵈ᄅᆞᆯ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ᄢᅳ리면 잇사나ᄋᆞᆯ 後ᅘᅮᇢ에 됻ᄂᆞ니라
又方取狼牙草莖葉爛搗傅之{{*|}}
ᄯᅩ狼라ᇰ牙앙草초ᇢ ㅅ 줄기와 닙과ᄅᆞᆯ 므르디허 브티라
又方取紫檀末以傅瘡上止痛止血生肌甚効{{*|}}
ᄯᅩ 紫ᄌᆞᆼ檀딴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긋고 피 긋고 ᄉᆞᆯ 나ᄂᆞ니 甚씸히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牡礪散 牡礪{{*|半兩}}石膏{{*|一分}}右件藥擣羅更細硏用煉了猪膏調成膏以封瘡上痛卽止{{*|}}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텨 알품 긋게 ᄒᆞᄂᆞᆫ 牡무ᇢ礪롕散산은 牡무ᇢ礪롕 半반 兩랴ᇰ과 石쎡膏고ᇢ ᄒᆞᆫ 分분을 디허 츠고 다시ᄀᆞᄂᆞ리 ᄀᆞ라 煉련혼 도ᄐᆡ 곱ᄋᆞᆯ 노겨 골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取雄黃末傅瘡上當用有汁出卽差{{*|}}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반ᄃᆞ기 汁집이 나리니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疼痛以龍骨細硏傅瘡上{{*|}}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 긋디 아니코 알ᄑᆞ거든 龍료ᇰ骨고ᇙ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라
又方用桑根半斤剉以水一豆斗煎取五升不計時候煖服一盞服盡卽効{{*|}}
ᄯᅩ ᄲᅩᇰ나못 불휘 半반 斤근을 사ᄒᆞ라 믈 ᄒᆞᆫ 말로 글혀 닷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데여 ᄒᆞᆫ잔을 머구ᄃᆡ 다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石灰擣爲末厚傅瘡上用緜子裹之若瘡口深不合者內少許末令瘡漸漸合也{{*|}}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瘡차ᇰ의 두터이 ᄇᆞᄅᆞ고 소오ᄆᆞ로 ᄡᅩᄃᆡ ᄒᆞ다가 瘡차ᇰ이 기퍼 어우디 아니커든 져기 ᄀᆞᆯᄋᆞᆯ 녀허 瘡차ᇰ이 졈졈 어울에 ᄒᆞ라
又方用乾塩梅燒作灰細硏傅瘡上卽差{{*|}}
ᄯᅩ 소고매 ᄆᆞᆯ외욘 梅ᄆᆡᆼ實씨ᇙ을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金瘡血出不止取車前葉爛擣傅之血卽止連根取用亦効{{*|}}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나 긋디 아니커든 車창前젼 니플 므르디허 브티면 피 즉재 긋ᄂᆞ니 불휘 조쳐 ᄡᅮ미 ᄯᅩ 됴ᄒᆞ니라
治金瘡內漏瘀血在腹中脹滿宜服虻〈!--이체자--〉蟲散 虻〈!--이체자--〉蟲{{*|三十枚去趐足微炒}}桃仁{{*|一兩湯漫去皮尖雙仁麩炒微黃}}桂心{{*|一兩半去麤皮}}川大黃{{*|三兩剉碎微炒}}水蛭{{*|三十枚炒令微黃}}右件藥擣細羅爲散每服二錢用童子小便一中盞煎至五分溫溫和滓服日五服夜三服如卒無小便用酒水代之亦得{{*|}}
金금瘡차ᇰᄋᆡ 피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얼읜피 ᄇᆡ 안해 이셔 탸ᇰ만커든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散산을 머귤디니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 셜흔 나ᄎᆞᆯ ᄂᆞ래와 발와 앗고 자ᇝ간 봇고 桃또ᇢ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을 더운 므레 ᄃᆞ마 것과 부리와어우러ᅌᅵᄅᆞᆯ 앗고 기울와 섯거 봇가 져기 노ᄅᆞ게 코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 半반을 麤총ᄒᆞᆫ 거츨 밧기고川ᄌᆑᆫ大땡黃ᅘᅪᇰ 석 兩랴ᇰ을 사ᄒᆞ라 자ᇝ간 봇고 거머리 셜흔 나ᄎᆞᆯ 봇가 자ᇝ간 노ᄅᆞ게 ᄒᆞ고 이 藥약ᄃᆞᆯᄒᆞᆯ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에 두 돈곰 아ᄒᆡ 오좀 ᄒᆞᆫ 中듀ᇰ잔ᄋᆞ로 글혀 다ᄉᆞᆺ 分분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滓ᄌᆡᆼ 조쳐 머구ᄃᆡ 나ᄌᆡ 다ᄉᆞᆺ 번 먹고 바ᄆᆡ 세 번 머그라 ᄒᆞ다가 밧바 小쇼ᇢ便뼌 업거든 수리나 므리나 ᄒᆞ야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金瘡內漏血入腹中 大麻仁一升葱白{{*|二七莖}}右相和搗令熟以水三大盞煮取一盞去滓分爲三服若血出不盡腹中有膿血更令服當下膿血効{{*|}}
ᄯᅩ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들어든 열ᄡᅵ ᄒᆞᆫ 되와 파 두닐굽 줄기ᄅᆞᆯ 섯거 디허 닉게 ᄒᆞ야 믈 세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츙ᄒᆞ야 즈ᅀᅴ 앗고 ᄂᆞᆫ화 세 버네 머고ᄃᆡ ᄒᆞ다가 피 몯 다 나 ᄇᆡ 안해 골ᄆᆞᆫ 피 잇거든 다시 머기면 골ᄆᆞᆫ 피 ᄂᆞ려 됴ᄒᆞ리라
又方蒲黃{{*|二兩}}當歸{{*|二兩末}}右相和更硏令勻每服以溫酒調下一錢日四五服{{*|}}
ᄯᅩ 蒲뽕黃ᅘᅪᇰ 두 兩랴ᇰ과 當다ᇰ歸귕 두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섯거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번 머고매 ᄃᆞᄉᆞᆫ 술로 ᄒᆞᆫ 돈ᄋᆞᆯ 프러 머고ᄃᆡ ᄒᆞᄅᆞ 네다ᄉᆞᆺ 번 머그라
金瘡內漏血在腹中不出以牡丹擣細羅爲散不計時候以溫酒調下三錢{{*|}}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이셔 나디 아니커든牡무ᇢ丹단 ᄋ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ᄃᆞᄉᆞᆫ 술로 서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以馬齒莧擣取汁每服煖飮一小盞卽止兼治惡血在腹中{{*|}}
ᄯᅩ馬망齒칭莧ᅘᅧᆫ ᄋᆞᆯ 디허 汁집 아ᅀᅡ 머글 제 데여 ᄒᆞᆫ 小쇼ᇢ盞잔ᄋᆞᆯ 머그면 곧 긋ᄂᆞ니 모딘 피 ᄇᆡ 안해 이쇼ᄆᆞᆯ 조쳐 고티ᄂᆞ니라
衛生易簡方金瘡血不止用小薊葉挼爛封之{{*|}}
金금瘡차ᇰ 피 긋디 아니커든 小쇼ᇢ薊곙 니플 니기 부븨여 브티라
又方用白薇末貼之立止{{*|}}
ᄯᅩ 白ᄈᆡᆨ薇밍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用白芍藥一兩熬黃爲末酒調二錢服或米飮亦止痛{{*|}}
ᄯᅩ白ᄇᆡᆨ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봇가 누르거든 細솅末마ᇙᄒᆞ야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며 시혹 ᄡᆞᆯ 글힌 므레 머거도 ᄯᅩ 알포미 긋ᄂᆞ니라
又方用血竭末傅之血與疼痛立止{{*|}}
ᄯᅩ 血ᅘᆑᇙ竭꺼ᇙ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피와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金瘡腸出隨卽推入用桑皮作線縫佳以熱雞血塗之{{*|}}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챠ᇰᄌᆡ 나거든 卽즉時씽예 미러 녀코 ᄲᅩᇰ 거츠로 실 ᄆᆡᇰᄀᆞ라 호면 됴ᄒᆞ니 더운 ᄃᆞᆯᄀᆡ 피로 ᄇᆞᄅᆞ라
又方用靑蒿搗傅止血定痛生肌甚良{{*|}}
ᄯᅩ 靑쳐ᇰ蒿호ᇢᄅᆞᆯ 디허 ᄇᆞᄅᆞ면 피 그츠며 알포미 그츠며 ᄉᆞᆯ히내사ᄂᆞ니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經驗良方治金瘡 木賊{{*|三兩}}麻黃{{*|去節一兩}}甘草{{*|七錢半}}右爲細末每服五錢熱酒調下先整骨了夾定飮之令醉{{*|}}
金금瘡차ᇰ 고툐ᄃᆡ 속새 세 兩랴ᇰ과 麻망黃ᅘᅪᇰ ᄆᆞᄃᆡ 아ᅀᅡ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 닐굽 돈 半반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한 服뽁애 다ᄉᆞᆺ 돈ᄋᆞᆯ 더운 수레 프러 먹고 몬져 ᄲᅧᄅᆞᆯ 고텨 ᄢᅧ 단기고 술 머겨 醉ᄌᆔᆼ케 ᄒᆞ라
又方治金瘡中風痙角弓反張蒜半升破去心皮右以無灰酒二升煮令極爛細硏每服一合已來須臾得汗卽差{{*|}}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ᄇᆞᄅᆞᆷ 마자 왜트닐 고툐ᄃᆡ 마ᄂᆞᆯ 半반 되ᄅᆞᆯ ᄢᅢ혀 고ᄀᆡ야ᇰ과 거프를 앗고 ᄌᆡ 업슨 술 두 되로 글혀 ᄀᆞ자ᇰ 므르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번 머고ᄃᆡ ᄒᆞᆫ 홉만 ᄒᆞ면 아니한 더데 ᄯᆞᆷ나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鷄糞{{*|二兩}}黑豆{{*|一升洗淨炒令燋黑}}右以酒三升煎熱投藥於酒中更煎三五沸去滓時時隨多少飮之令盡得汗爲佳未汗卽更作服以汗出爲度{{*|}}
ᄯᅩ ᄃᆞᆯᄀᆡ ᄯᅩᇰ 두 兩랴ᇰ과 거믄 코ᇰ ᄒᆞᆫ 되ᄅᆞᆯ 조히 시서 봇가 검게 ᄒᆞ고 술 서 되로 글혀 덥거든 藥약ᄋᆞᆯ 수레 녀허 다시 세다ᄉᆞᆺ 번 글히고 즈ᅀᅴ 아ᅀᅡ 時씽時씽예 하거나 젹거나 머거 업게 ᄒᆞ야 ᄯᆞᆷ나미 됴ᄒᆞ니 ᄯᆞᆷ 곳 아니 나거든 다시 ᄆᆡᇰᄀᆞ라 머거 ᄯᆞᆷ날 ᄀᆞ자ᇰ ᄒᆞ라
又方雞子{{*|三枚}}鳥麻油{{*|五合}}合煎稍稠待冷塗瘡上極妙救急方上{{*|終}}{{*|}}
ᄯᅩ ᄃᆞᆯᄀᆡ알 세 낫과 ᄎᆞᆷ기름 닷 호ᄇᆞᆯ ᄒᆞᆫᄃᆡ 달혀 져기 두텁거든 ᄎᆡ와 헌 ᄃᆡ ᄇᆞᄅᆞ면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옛한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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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hmo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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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忤中惡鬼氣第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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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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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목=[[../]]
|부제=권상
|저자=
|이전=
|다음=[[../하|권하]]
|설명=
}}
{{옛한글 알림}}
{{옛한글/시작}}
==卒中風第一==
直指方治卒中法 圓白天南星{{*|濕紙裹煨}}南木香 蒼朮{{*|生}}白羊眼半夏{{*|用百沸湯就銚蘸少頃各一錢半}}辣細辛 甘草{{*|生}}石昌蒲{{*|細切各一錢}}右件剉散分作二服水一盞半生薑七厚片煎取其半乘熱調蘇合香圓三圓灌下痰盛者加全蝎二枚灸治一切卒中不論中風中寒中暑中濕中氣及痰厥飮厥之類初作皆可用此先以皂角去弦皮細辛或生南星半夏爲末揭以管子吹入鼻中俟其噴嚔卽進前藥牙噤者中指點南星細辛末幷烏梅肉頻擦自開{{*|直띡〮指ᄌᆞᆼ〯方바ᇰ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니〮 고티〮ᄂᆞᆫ〮 法{{SIC|법〮|빔〮}}은도〮렫고〮 ᄒᆡᆫ〮天텬南남星셔ᇰ 을저즌〮 죠ᄒᆡ〮예〮 ᄡᅡ〮 구으〮니와〮 南남木목〮香햐ᇰ 과〮 ᄂᆞᆯ蒼차ᇰ朮뜌ᇙ〮 와〮 ᄒᆡᆫ〮羊야ᇰᄋᆡ〮 눈〮ᄀᆞᆮ〮ᄒᆞᆫ 半반〮夏ᅘᅡᆼ〮 ᄅ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흔〮 므〮레자ᇝ〯간 ᄃᆞ〮모〮니〮 各각〮 ᄒᆞᆫ 돈〯 半반〮과〮ᄆᆡ온 細솅〮辛신 과〮 ᄂᆞᆯ甘감草초ᇢ〯 와石쎡昌챠ᇰ蒲뽕 ᄅᆞᆯ〮 細솅〮切쳐ᇙ〮호〮니 各각〮 ᄒᆞᆫ 돈〯ᄋᆞᆯ〮사ᄒᆞ〮라〮 ᄂᆞᆫ화〮 두〯服뽁〮 애ᄆᆡᇰᄀᆞ〮라〮 믈〮 ᄒᆞᆫ 盞{{SIC|잔〮|진〮}}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혀〮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더운〮 제 蘇송合ᅘᅡᆸ〮圓ᅌᅯᆫ 세〯 丸ᅘᅪᆫᄋᆞᆯ〮프〮{{SIC|러|리}} 브ᅀᅩ〮ᄃᆡ〮 痰땀 盛쎠ᇰ〮ᄒᆞ니〮란〮 全ᄍᆑᆫ蝎허ᇙ〮 두〯나〯ᄎᆞᆯ〮 구어 더으라〮 中듀ᇰ〮風보ᇰ과〮中듀ᇰ〮寒ᅘᅧᆫ 과〮中듀ᇰ〮暑셩〯 와〮中듀ᇰ〮濕십〮 과中듀ᇰ〮氣킝 와〮痰땀厥궈ᇙ〮 와〮飮ᅙᅳᆷ〯厥궈ᇙ〯 왓〮 類ᄅᆔᆼ〮ᄅᆞᆯ〮 議ᅌᅴᆼ〮論론말〯오〮 始싱〯作작〮애〮 다〯어루〮 이〮ᄅᆞᆯ〮ᄡᅳ〮리라〮 몬져 皂쪼ᇢ〯角각〮 시울〮와〮 거츨〮 앗고〮 細솅〮辛신이〮나〮生ᄉᆡᇰ南남星셔ᇰ 이〮나〮 半반〮夏ᅘᅡᆼ〮ᄅᆞᆯ〮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대〮로ᇰᄋᆞ〮로〮 ᄯᅥ〮 곳〮굼긔〮 부러〮 ᄌᆞᄎᆡ〮욤호〮ᄆᆞᆯ〮 기드〮려〮 藥약〮머기〮고〮 니〮 마고〮므니〮란〮 댜ᇰ가라개〮 南남星셔ᇰ과〮 細솅〮辛신ㅅᄀᆞᆯᄋᆞᆯ〮 무텨〮 烏ᅙᅩᆼ梅ᄆᆡᆼ肉ᅀᅲᆨ 조쳐 ᄌᆞ조〮 ᄲᅵ븨〮면〮 절〮로〮 열〯리라〮 厥궈ᇙ〮 은〮 손〮발〮 ᄎᆞ〮고〮脉ᄆᆡᆨ〮 그츤〮 病뼈ᇰ〮이〮라〮}}
經驗秘方三寶散治風昏氣厥不省痰塞失音 腦子 牛黃{{*|各二分}}朱砂{{*|六分}}右細末取 竹瀝油勻調每服一錢{{*|三삼寶보ᇢ〯散산〮 ᄇᆞᄅᆞᆷ마자〮 아〮즐〮ᄒᆞ며〮 氣킝〮厥궈ᇙ〮 ᄒᆞ〮야〮ᄎᆞ〮림 몯〯고〮 痰땀이〮마켜 소리〮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龍료ᇰ腦노ᇢ〯 牛우ᇢ黃ᅘᅪᇰ 各각〮 두〯分분과 朱즁砂상 六륙〮分분과〮ᄅᆞᆯ〮細솅〮末마ᇙᄒᆞ〮야〮 댓〮지〯네 골오〮 프〮러 ᄒᆞᆫ돈〯곰〮 머기라〮}}
千金方治惡風心悶欲死急灸足大趾下橫文隨年壯立愈又灸百會七壯{{*|惡ᅙᅡᆨ〮風보ᇰ이〮 안〮히 답답ᄒᆞ〮야〮 죽ᄂᆞ닐〮 고툐〮ᄃᆡ〮ᄲᆞᆯ리〮 밠〮 엄지〮가락 아랫ᄀᆞᄅᆞᆫ 그〮믈〮ᄯᅮ〮ᄃᆡ〮 나〮마초〮 ᄒᆞ면〮즉〮재〮 됻〯ᄂᆞ〮니라 ᄯᅩ〮百ᄇᆡᆨ〮會ᅘᅬᆼ ᄅᆞᆯ〮七치ᇙ〮壯자ᇰ〮 ᄋᆞᆯ〮 ᄯᅳ〮라〮}}
衛生易簡方治中風不語舌强 人乳汁 三年陳醬{{*|各五合}}右和硏以生布絞汁不拘時少少與服良久當語{{*|中듀ᇰ〮風보ᇰᄒᆞ〮야〮 말〯 몯〯고〮 혀〮세〯닐〮 고툐〮ᄃᆡ〮 사〯ᄅᆞᄆᆡ〮 졋〮!과〮!괴〮! 三삼年년 무근〮쟈ᇰ〯 各각 닷홉 과〮ᄅᆞᆯ〮섯거〮 ᄀᆞ〮라 生ᄉᆡᇰ뵈〮로〮 汁집〮을〮ᄧᅡ〮 時씽節져ᇙᄋᆞᆯ〮븓들이〮디〮 마〯오〮 젹젹 주〮어〮 머기〮면〮 오라〮면〮 반ᄃᆞ〮기 말〯ᄒᆞ리〮라〮}}又方治中風急喉痺欲死者用白殭蠶焙黃爲末生薑自然汁調灌下喉立愈{{*|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과 ᄀᆞᆯ이〮 모기〮브ᅀᅥ〮 죽ᄂᆞ닐〮 고툐〮ᄃᆡ〯白ᄈᆡᆨ〮殭가ᇰ蠶짬 ᄋᆞᆯ〮焙ᄈᆡᆼ〮籠로ᇰ애〮 ᄆᆞᆯ외〮야〮 노〮라〮커든〮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모ᄀᆡ〮 브ᅀᅳ면〮 즉〮재〮 됻〯ᄂᆞ〮니라〮}}又方治中風佛省人事用香油或生薑自然汁灌之卽醒{{*|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ᄂᆞ닐〮 고툐〮!ᄃᆡ!ᄐᆡ〮! ᄎᆞᆷ〮기르〮미나〮 시혹〮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이〮어나〮 브ᅀᅳ면〮 즉〮재〮 ᄭᆡ〮ᄂᆞ〮니라〮}}又方卒中風不省人事痰壅用生白礬二錢爲末生薑自然汁調幹開口灌下化痰或吐卽醒{{*|ᄯᅩ〮 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고〮 痰땀이〮마켜〮ᄭᅥ든 生ᄉᆡᇰ白ᄈᆡᆨ〮礬뻔〮 두〯 돈〯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입〮버〯리〮혀고〮 브ᅀᅳ면〮 痰땀이〮슬〮어나 시혹 吐통ᄒᆞ면〮 곧〮 ᄭᆡ〮ᄂᆞ〮니라〮}}
簡易方救急稀涎散治中風忽然昏若醉形體昏悶四肢不收涎潮於上氣閉不通光明白礬{{*|一兩}}猪牙皂角{{*|四介肥實幷不蛀者去黑皮}}右細末硏勻輕者半錢匕重者三錢匕溫水調灌下不大嘔吐但微微冷涎出一二升便得醒醒次緩而調理不可大吐{{*|救구ᇢ急급稀힁涎ᄊᆑᆫ散산〮ᄋᆞᆫ〮 中듀ᇰ〮風보ᇰᄒᆞ〮야〮 忽호ᇙ然ᅀᅧᆫ히 어〮즐ᄒᆞ〮야〮 醉ᄌᆔᆼᄒᆞᆫᄃᆞᆺ〮ᄒᆞ며〮 모〮미 어〮즐〮코〮닶〮가와〮 네〯 활개ᄅᆞᆯ〮거두〮디〮 몯〯ᄒᆞ며〮더푸〮미〮 모ᄀᆞ〮로〮 올아〮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 光과ᇰ明며ᇰ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과〮 猪뎡牙ᅌᅡᆼ皂조ᇢ〯角각〮 네〯나〯치〮 ᄉᆞᆯ〮지고〮 염글오〮 좀〮 먹디〮 아니〮ᄒᆞ〮닐〮 거믄〮 거플밧겨〮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輕켜ᇰᄒᆞ니〮란〮 半반〮 돈〯이〮오〮 重듀ᇰ〯ᄒᆞ니〮란〮 세〯 돈〯ᄋᆞᆯ〮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ᅥ〮 너무吐통〮티〮 아니〮케코〮 오직〮 젹젹 ᄎᆞᆫ추〯미〮 ᄒᆞᆫ두〯 되〮만〮 나면〮 곧〮ᄉᆞᆲᄉᆞᆲᄒᆞ〮ᄂᆞ〮니라〮 {{SIC|버|바}}거 날회야〮 調뚀ᇢ理링〯 ᄒᆞ고〮 너무 吐통〮호〮미〮 몯〯ᄒᆞ리〮라〮}}
經驗良方破棺散治中風牙已緊無門下藥天南星末{{*|半錢}}白龍腦末一字右合硏勻頻擦令熱牙自開{{*|破팡〮棺관〮散산〮 은〮 中듀ᇰ〮風보ᇰᄒᆞ〮야〮 니〮ᄒᆞ마〮 구더〮 藥약〮머귤〮 門몬업〯스닐〮 고티〮ᄂᆞ니〮 天텬南남星셔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白ᄈᆡᆨ〮龍료ᇰ腦노ᇢ〯 ㅅ ᄀᆞᄅᆞ 一ᅙᅵᇙ 字ᄍᆞᆼ〮와〮ᄅᆞᆯ〮 뫼화〮 ᄀᆞ〮라 골아〮 ᄌᆞ조〮ᄲᅵ븨〮여〮 덥〯게〮 ᄒᆞ면〮 니〮 절로〮 열〯리라〮}}
葛氏備急方中風角弓反張四肢不收煩亂欲死者 淸酒{{*|五升}}雞白屎{{*|一升}}右擣篩合和揚之千遍乃飮之大人服一升日三少小服五合差{{*|ᄇᆞᄅᆞᆷ마자〮왜지그〯라〮 네〯 활〮개ᄅᆞᆯ〮 거두〮디〮 몯〯ᄒᆞ〮야〮어〮즈〮러워〮 죽ᄂᆞ닐〮 淸쳐ᇰ酒쥬ᇢ〯 닷 되〮와〮ᄃᆞᆯᄀᆡ〮 ᄒᆡᆫ〮 ᄯᅩᇰ ᄒᆞᆫ 되〮와〮ᄅᆞᆯ〮디코〮 {{SIC|처〮|치〮}} 프〮러〮 一ᅙᅵᇙ〮千쳔 버늘〮저ᅀᅥ〮 머구〮ᄃᆡ〮 얼〯우ᄂᆞᆫ〮 ᄒᆞᆫ 되〮옴〮 ᄒᆞᄅᆞ 세〯 번 먹고〮져므〮닌〮 닷호ᄇᆞᆯ〮 머그〮면〮 됴〯ᄒᆞ리〮라〮}}
==中寒第二<sub>凍瘡凍死附</sub>==
和劑方姜附湯 乾薑{{*|一兩}}附子{{*|生去皮臍細切一枚}}右㕮咀每服三錢水一盞半煎七分食前溫服{{*|姜가ᇰ附뿡〮湯타ᇰ 乾간薑가ᇰ ᄒᆞᆫ 兩랴ᇰ과附뿡〮子ᄌᆞᆼ〯 ᄂᆞᄅᆞᆯ〮 것 과〮ᄇᆡᆺ보ᄀᆞᆯ〮 앗〯고〮細솅切쳐ᇙ〮호〮니〮 ᄒᆞᆫ 낫〯과〮ᄅ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돈〯애〮 믈〮 ᄒᆞᆫ 盞잔〮 半반〮ᄋᆞ〮로〮 닐굽〮 分분ᄋᆞᆯ〮글혀〮 食씩〮前쪈에〮ᄃᆞᄉᆞ닐〮 머그〮라〮}}又方理中湯治五臟中寒口噤失音四肢强直兼治胃脘停痰冷氣刺痛 人蔘 乾薑 白朮 甘草{{*|各等分}}右㕮咀每服四錢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溫服{{*|ᄯᅩ〮理링〯中듀ᇰ湯탕 은五ᅌᅩᆼ〯臟짜ᇰ〯 이〮 中듀ᇰ〮寒ᅘᅡᆫᄒᆞ〮야〮 입〮 마고〮므러〮 소리〮 몯〯ᄒᆞ며〮 四ᄉᆞᆼ〮肢징세〯오〮 고ᄃᆞ〮닐〮 고티〮며〮 ᄯᅩ〮胃ᅌᅱᆼ〮脘ᅌᅪᆫ〮 애〮 痰땀이〯담겨〮 胃ᅌᅱᆼ〮脘ᅌᅪᆫ〮ᄋᆞᆫ〮가ᄉᆞ〮미라〮 冷ᄅᆡᇰ〯ᄒᆞᆫ 氣킝〮分분이〮디ᄅᆞ저겨〮 알ᄑᆞ닐〮 고티〮ᄂᆞ〮니〮人ᅀᅵᆫ蔘ᄉᆞᆷ 과〮 乾간薑가ᇰ과〮白ᄈᆡᆨ〮朮뜌ᇙ〮 와〮 甘감草초ᇢ〯ᄅᆞᆯ〮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네〯 돈〯애〮 믈〮 ᄒᆞᆫ 큰〮 盞잔〮으〮로〮 글혀〮 六륙分분에〮 니르〮거든〮즛의 앗〯고〮 ᄃᆞᄉᆞ닐〮 머그〮라}}
凍瘡聖惠方治凍耳成瘡兎腦髓取塗之{{*|귀〮어러〮 허〯닐〮 고툐〮ᄃᆡ〮 톳〮긔 머릿〮 骨고ᇙ〮髓ᄉᆔᆼ〯 를〮내〯야〮 ᄇᆞᄅᆞ라〮}}又方杏仁{{*|一斤湯浸去皮}}壓取油塗之{{*|ᄯᅩ〮杏ᅘᆡᇰ〯仁ᅀᅵᆫ ᄒᆞᆫ 斤근을〮 더운〮 므〮레ᄃᆞ〮마 것〮밧기〮고〮 지즐〮워〮 기름〮 내〯야〮 ᄇᆞᄅᆞ라〮}}
聖濟緫錄治手足凍瘡腫爛赤小豆半升煮汁熱浸洗瘡日三五次{{*|손〮밠〮언〯 瘡차ᇰ 이〮브ᅀᅳ며〮 헤여〮디닐〮 고툐〮ᄃᆡ〮 블근〮 ᄑᆞᆺ〮 半반〮 되〮ᄉᆞᆯᄆᆞᆫ〮 므〮를〮 덥〯게〮 ᄒᆞ〮야〮 瘡차ᇰᄋᆞᆯ〮 ᄃᆞ〮마〮시수〮ᄃᆡ〮 ᄒᆞᄅᆞ 세〯버니〮나〮 다ᄉᆞᆺ〮 버니〮나〮 ᄒᆞ라〮}}
治寒凍足跟開裂血出疼痛牛皮膠燒細硏爲末以唾和塗之{{*|어러〮밠〮츠〮기 ᄠᅥ〮디〮어〮 피〮나고알히〮ᄂᆞ닐〮 고툐〮ᄃᆡ〮ᄉᆈ〯 갓프〮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추〮메 ᄆᆞ라〮 ᄇᆞᄅᆞ라〮}}
百一選方治凍瘡黃蘗燒存性細硏以雞子淸調傅破者乾摻神妙{{*|언〮 瘡차ᇰᄋᆞᆯ〮 고툐〮ᄃᆡ〮黃ᅘᅪᇰ蘗ᄇᆡᆨ〮 을〮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ᄃᆞᆯᄀᆡ〮앐〮 ᄆᆞᆯᄀᆞᆫ〮 므〮레〮 ᄆᆞ〮라〮브티〮라〮 허〯닌〮ᄆᆞᄅᆞ닐〮 ᄲᅵ후〮미〮 됴〯ᄒᆞ니〮라〮}}
得效方治足上凍爛生瘡黃丹爲末用猪脂調傅妙{{*|바〮리〮ᄃᆞ〮라 헤여〮디닐〮 고툐〮ᄃᆡ〮 黃ᅘᅪᇰ丹단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도ᄐᆡ〮 기르〮메〮 ᄆᆞ라〮브튜〮미〮 됴〯ᄒᆞ니〮라〯}}
衛生寶鑑如神散治凍瘡皮膚破爛痛不可忍大黃爲細末新水調搽凍破瘡上{{*|}}
凍도ᇰ〮瘡차ᇰ〮 이〮 갓과〮 ᄉᆞᆯ〮쾌〮 헤여〮디〮여〮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닐〮 고툐〮ᄃᆡ〮大땡〮黃ᅘᅪᇰ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ᆺ기룬〮 므〮레〮프〮러 헌〯듸〮 ᄇᆞᄅᆞ라〮
衛生十全方治凍瘡 落蘇根{{*|卽茄子也}}濃煎湯洗了以雀兒腦髓塗之立効茄子莖葉枯者煮洗之{{*|}}
凍도ᇰ〮瘡차ᇰ을〮 고툐〮ᄃᆡ〮 가짓 불휘ᄅᆞᆯ〮툽투비 글혀〮 싯고〮 새〯 머릿〮 骨고ᇙ〮髓ᄉᆔᆼ〯로〮 ᄇᆞᄅ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ᄯᅩ〮 가짓 줄기〮와〮 닙이우〮닐〮 글혀〮 시스〮라〮
又方黃丹炒令色變 風化石灰{{*|等分}}右拌勻每一兩許沸湯浸洗患處冷卽止不過三洗効{{*|}}
ᄯᅩ〮 黃ᅘᅪᇰ丹단ᄋᆞᆯ〮봇가〮 비〮치〮다ᄅᆞ게〮 코〮 ᄇᆞᄅᆞ매〮ᄂᆞᆯ욘〮 石쎡〮灰횡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섯거〮 골아〮 ᄒᆞᆫ 兩랴ᇰ만〮글는 므〮레〮 ᄃᆞᆷ가〮 알ᄑᆞᆫ ᄃᆡ〮 시수〮ᄃᆡ〮 ᄎᆞ〮거든〮 말〮면〮 세〯 번 시수〮믈〮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라〮
凍死聖惠方治凍死方以大器中多熬灰使煖囊盛以摶其心冷卽更易心煖氣通目轉則口乃亦開可與溫酒服粥淸稍稍嚥之卽活若不先溫其心便將火灸其身冷氣與火相摶急卽不活也{{*|}}
어러〮주그〮닐〮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큰〮그르〮세〮 ᄌᆡ〮ᄅᆞᆯ〮만〯히〮 봇가〮 덥〯게〮 ᄒᆞ〮야〮 주머니〮예〮녀허〮 가〮ᄉᆞ〮매〮노햇〮다가〮 ᄎᆞ〮거든〮 즉〮재 ᄀᆞᆯ라〮ᄆᆞᅀᆞ미〯 더워〮 氣킝〮分분이〮 通토ᇰᄒᆞ며 누〮니 돌〯면〮 이〮비 ᄯᅩ〮 열〯리니〮어루〮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며〮粥쥭〮므〮를〮 漸쪔〯漸쪔〯 ᄉᆞᇝ기〮면〮 곧〮 사〯ᄂᆞ니〮ᄒᆞ〮다가〯 그 ᄆᆞᅀᆞᄆᆞᆯ〮ᄃᆞᆺ게〮 아니〮코〮 곧〮 블〮로〮 그 모〮ᄆᆞᆯ〮ᄧᅬ〯 면〮 ᄎᆞᆫ〮 氣킝〮分분이 블〮와〮 서르사화〮 ᄲᆞᄅᆞ면〮 곧〮사〯디〮 몯〯ᄒᆞ〮ᄂᆞ〮니라〮
本朝經驗粥飮醬湯爲上飮酒次之{{*|}}
粥쥭〮믈〮와〮쟈ᇰ〯ᄭᅮ기〮 위두코〮 술 머구〮미〮버그〮니라〮
==中暑第三==
聖惠方治熱暍心悶方以熱土及熬熱灰土壅其臍上佳{{*|}}
中듀ᇰ〮暑셩〮ᄒᆞ〮야〮 ᄆᆞᅀᆞᆷ 답답ᄒᆞ니〮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더운〮 ᄒᆞᆰ과〮 봇ᄀᆞᆫ〮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우희〮 두프〮면〮 됴〯ᄒᆞ〮니라〮
又方濃煮蓼取汁一大盞分二服飮之愈{{*|}}
ᄯᅩ〮엿귀〮ᄅᆞᆯ〮 두터이〮 글혀〮 汁집〮을〮 取츙〯ᄒᆞ〮야〮 큰〮 ᄒᆞᆫ 盞잔ᄋᆞᆯ〮 두〮 服뽁〮애〯 ᄂᆞᆫ화〮 머그〮면〮 됻〯ᄂᆞ〮니〮라〮
又方生地黃汁一中盞溫暖服之{{*|}}
ᄯᅩ〮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汁집〮 ᄒᆞᆫ 中듀ᇰ盞잔〮을〮데여〮 머그〮라〮
又方取麵一兩以溫水一中盞攪和服之{{*|}}
ᄯᅩ〮 밄〮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을〮 ᄃᆞᄉᆞᆫ〮 믈〮 ᄒᆞᆫ 中듀ᇰ盞잔〮애〮 프〮러 머그〮라〮
又方服地漿一盞卽愈{{*|}}
ᄯᅩ〮地띵〮漿쟈ᇰ ᄒᆞᆫ 盞잔〮ᄋᆞᆯ〮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地띵〮漿쟈ᇰᄋᆞᆫ〮ᄯᅡ해〮 져〯근 굳〮 ᄑᆞ〮고〮 믈〮 브ᅀᅥ〯니기〮 후ᇰ〯두ᅌᅲᆫ〮 므〮리라〯
千金方治熱暍取道上熱塵土以壅心上少冷則易氣通止{{*|}}
더우〮며닐〮 고툐〮ᄃᆡ〮길헷〯 더운〮ᄒᆞᆯᄀᆞ〮로〮 가ᄉᆞ〮매〮여ᇇ고〮 져〯 기 식거든〮 ᄀᆞᆯ오〮 氣킝〮分분이〮通토ᇰ커든〮 말〯라〮
又方張死人口令通以暖湯徐徐灌口中小擧死人頭令湯入腹湏臾卽蘇{{*|}}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이〮블〮버〯리혀〮 通토ᇰ케〮 ᄒᆞ고〮 더운〮믈〮로〮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이베〮 븟고〮 주근〮 사〯ᄅᆞᄆᆡ〮 머리〮ᄅᆞᆯ〮 져〯기〮 드러〮 더운〮 므〮리〮 ᄇᆡ에들〮에〮 ᄒᆞ면〮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살〯리라〮
又方使人噓其心令暖易人爲之{{*|}}
ᄯᅩ〮 사〮ᄅᆞ〮ᄆᆞ로〮 가〮ᄉᆞ〮매〮 잆〮김〯 드〮려 덥〯게〮 호〮ᄃᆡ〮 사〯ᄅᆞᄆᆞᆯ〮ᄀᆞ람〮 ᄒᆞ라〮
又方抱狗子若雞着心上熨之{{*|}}
ᄯᅩ〮 가ᇰ아지〯와〮 ᄃᆞᆰ과〮ᄅᆞᆯ〮 아나〮 가ᄉᆞᆷ 우희〮다혀 熨ᅙᅮᇙ〮ᄒᆞ라
又方屋上南畔瓦熱熨心冷易之{{*|}}
ᄯᅩ〮 집 우흿 南남녁ᄀᆞ〮ᅀᅢᆺ〮 디새〮ᄅᆞᆯ 덥〯게〮 ᄒᆞ〮야〮 가ᄉᆞ〮매〮 熨ᅙᅮᇙ〮호〮ᄃᆡ〮 식거든〮 ᄀᆞᆯ라〮
壽域神方車輪土五錢冷水調澄淸服之妙{{*|}}
술윗〮ᄠᅵ옛〯 무든 ᄒᆞᆰ 닷 도〯ᄂᆞᆯ〮 ᄎᆞᆫ〮므레〮 프〮러〮ᄆᆞᆰ안초〮아 머그〮면〮 됴〯ᄒᆞ니라〮
又方中暑發昏以新汲水滴入鼻孔用扇搧之重者以地漿灌則醒與冷水飮則死{{*|}}
ᄯᅩ〮 中듀ᇰ〮暑쎵〮ᄒᆞ〮야〮 어즐〮커든〮 ᄀᆞᆺ 기!른〮!룬〮! 믈〮로곳〮굼긔〮 처〮디〯오〮 부체〮로〮부츠라〮 重뜌ᇰᄒᆞ니〮란〮 地띵〮漿쟈ᇰᄋᆞ로〮 브ᅀᅳ면 ᄭᆡ〮ᄂᆞ니〮 ᄎᆞᆫ〮 믈〮 ?머?기〮면〮 ?죽?ᄂᆞ니〮라〮
又方用大蒜三兩瓣細嚼溫湯送下仍禁冷水卽愈{{*|}}
ᄯᅩ〮 굴〯근〮 마ᄂᆞᆯ〮 두〯ᅀᅥ알〮 ᄒᆞᆯ ?ᄂᆞ?로니 십고〮 더운〮믈〮로〮ᄂᆞ리〮오고〮 ᄎᆞᆫ〮 므〮를〮 먹디〮 말〯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中熱暍死用路上熱土大蒜等分爛硏水調去粗飮之卽活{{*|}}
ᄯᅩ〮더위〮몌여〮 죽거든〮 길헷〮 더운〮 ᄒᆞᆰ과〮 굴〯근〮마ᄂᆞᆯ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ᄂᆞ로니 ᄀᆞ〮라 므〮레〮 프〮러〮 즛의 앗〯고〮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管見大全良方云若偶在無人所居之境一時無湯可移病人安於樹陰之下却掬路上熱土安於病人臍上仍撥開作一窮以人注尿於其中得暖卽活{{*|}}
ᄒᆞ다가〮마!조〮!초〮!아 사〮ᄅᆞᆷ 업〯슨〮 ᄯᅡ해이셔〮 더운〮믈 업〯거든〮 病뼈ᇰ〮人ᅀᅵᆫᄋᆞᆯ 옮겨〮 나못〮ᄀᆞ〮ᄂᆞᆯ해 두고〮 길헷〮 더운 ᄒᆞᆯᄀᆞᆯ〮?우?희〮여〮 病뼈ᇰ〮人ᅀᅵᆫ의 ᄇᆡᆺ복 우희〮노코〮 헤혀〮 ᄒᆞᆫ굼글〮 짓〯고〮 사〯ᄅᆞ미〮 그 가온〮ᄃᆡ〮 오좀〮 누면〮 더우〮면〮 곧 사〯ᄂᆞ〮니라〮
==中氣第四==
和劑方指南云氣中證候者多生於驕貴之人因事激挫忿怒盛氣不得宣泄逆氣上行忽然仆倒昏迷不省人事牙關緊急手足拘攣其狀與中風無異但口內無涎聲此證只是氣中不可妄投取涎發汗等藥而反生他病但可與七氣湯分解其氣散其壅結其氣自止七氣湯連進效速更可與蘇合香元{{*|}}
氣킝〮中듀ᇰ〮ᄒᆞᆫ 證지ᇰ은〮해〯 豪ᅘᅩᇢ貴귕ᄒᆞᆫ 사〯ᄅᆞ미이〯ᄅᆞᆯ〮 因ᅙᅵᆫᄒᆞ〮야〮!긱!격〮!발〮ᄒᆞ며〮 것기〮여〮 忿푼〯怒농〯ᄒᆞ〮야〮 氣킝〮分분이〮 盛쎠ᇰ〮호〮ᄃᆡ펴ᄃᆞᆯ〮 몯〯ᄒᆞ〮야〮 氣킝〮分분〮이거스〮러〮 우흐〮로〮올오〮매나〮 믄〮득〯업더〮디〮여 어〮즐〮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고〮 니〮세워드〮며 손〮바리뷔〯트〯리 그 야ᇰ〯이〮 中듀ᇰ〮風보ᇰ과〮 다ᄅᆞ디〮 아니〮ᄒᆞ니 오직〮 입〮 안해〮 추ᇝ〮소ᄅᆡ〮 업〯스니〮 이〮 證!시ᇰ〮!지ᇰ〮!이〮 곧〮 이〮 氣킝中듀ᇰ〮이〮니〮간대로〮 춤〮아ᅀᆞ며〮 ᄯᆞᆷ〮내〯욤 ᄃᆞᆯ〮햇〮 藥약〮ᄋᆞᆯ ᄡᅥ〮도ᄅᆞ혀〮 다ᄅᆞᆫ 病뼈ᇰ나긔〮 호〮미〮 몯〯ᄒᆞ리〮니〮 오직〮七치ᇙ氣킝湯!다ᇰ!타ᇰ! ᄋᆞᆯ 머겨〮 그 氣킝〮分분을ᄂᆞᆫ화〮 노기며〮막?딜?여〮 ᄆᆡ요〮ᄆᆞᆯ〮 흐트〮면〮 그 氣킝分분이〮 절로〮긋ᄂᆞ니〮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ᆯ〮닛우〮 머기〮면〮 效ᅘᅭᇢ〮驗ᅌᅥᆷ〮이〮 ᄲᆞ〮ᄅᆞ니〮 ᄯᅩ〮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을〮머규미〮 됴〯ᄒᆞ〮니라〮
七氣湯治虛冷上氣及寒熱怒恚喜憂愁等氣內結積聚堅牢如柸心腹絞痛不能飮食時發時止發則欲死半夏{{*|湯洗七次焙五兩}}人蔘{{*|去蘆}}甘草{{*|灸}}肉桂{{*|去麤皮各一兩}}右剉每服三錢水一大盞入生薑三片煎至七分去滓稍熱服食前{{*|}}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ᆫ虛!힝!헝!冷ᄅᆡᇰ〯 ᄒᆞ야〮 氣킝〮分분이〮오ᄅᆞ니〮와〮 寒ᅘᅡᆫ과〮 熱ᅀᅧᇙ〮와〮 怒농〯와〮 깃붐〮과〮 시름〮 ᄃᆞᆯ〮햇〮 氣킝〮分분이〮 안해〮모다〮 구두〮미〮 진〮 ᄀᆞᆮ〮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파〮 飮ᅙᅳᆷ〯食씩〮 몯〮ᄒᆞ며〮 잇다감〮 發버ᇙᄒᆞ며잇다감〮 그처 發버ᇙ〮ᄒᆞ면〮 죽ᄂᆞ닐〮 고티〮ᄂᆞ니〮 半반〮夏ᅘᅡᆼ〮ᄅᆞᆯ 더운〮 므〮레〮 닐〮굽 번 시서 焙ᄈᆡᆼ乾건호〮니〮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蔘ᄉᆞᆷᄋᆞᆯ〮 !이!머!리〮!비!버!히고〮 甘감草초ᇢ〮ᄅᆞᆯ〮 굽고〮 肉ᅀᅲᆨ〮桂ᄀᆒᆼ〮ᄅᆞᆯ〮麤총ᄒᆞᆫ 것밧교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 돈〮애〮 믈 ᄒᆞᆫ 大땡〮?盞?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 너허〮 七치ᇙ〮分분을〮 글혀〮 즛의 앗〮고〮 져〯기 덥〮게 ᄒᆞ〮야〮 食씩〮前쩐에〮 머기〮라〯
澹療方獨香湯主中氣閉目不語四肢不收昏沈等證南木香爲末每服一錢冬瓜子煎湯調下{{*|}}
獨똑〮香햐ᇰ〮湯타ᇰ은〮 中듀ᇰ〮氣킝〮ᄒᆞ야〮 눈〮ᄀᆞᆷ〮고〯 말〯 몯〯고〮 四ᄉᆞᆼ〮肢징를〮 거두〮디〮 몯〯ᄒᆞ고 昏혼沈띰 等드ᇰ〯엣〮 證지ᇰ?에〮? 主즁〯ᄒᆞ니〮 南남木목〮香햐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 錢쩐을冬도ᇰ瓜광 ᄡᅵ〮글휸〮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廻陽湯治中氣脉弱大叚虛怯等證 川烏{{*|生去皮臍}}附子{{*|生去皮臍各半兩}}乾薑{{*|炮二錢}}靑皮{{*|去穰一兩}}益智仁{{*|一兩}}右剉每服三錢水二盞生薑七片棗一枚同煎至一盞去滓溫服或入小木香{{*|}}
ᄯᅩ〮廻ᅘᅬᆼ陽야ᇰ湯타ᇰ 은〮 中듀ᇰ氣킝〮ᄒᆞ〮야〮 脉ᄆᆡᆨ〮이〮 弱ᅀᅣᆨ〮ᄒᆞ〮야 ᄀᆞ자ᇰ〮 虛헝弱ᅀᅣᆨ〮ᄒᆞᆫ〮 等드ᇰ〯엣〮 證지ᇰ〮을〮 고티ᄂᆞ니川ᄎᆑᆫ烏ᅌᅩ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과〮 앗〯고〮 附뿡〮子ᄌᆞ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아ᅀᅩ〮니〮 各각 半반〮 兩랴ᇰ〯과〮 乾간薑가ᇰ 炮뽀ᇢ호〮니 두〯 돈〮과〮 炮뽀ᇢᄂᆞᆫ〮 믈〮 저즌〮 죠ᄒᆡ〮예〮 ᄡᅡ〮노ᄋᆞᆯ압〮ᄌᆡ〮예 무더〮구을〮시〮라〮 靑쳐ᇰ皮삥솝〮 아ᅀᅩ〮니〮 ᄒᆞᆫ 兩랴ᇰ〮과〮 益ᅙᅧᆨ〮智딩〮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三삼錢쪈에〮 믈 두〯 盞잔〮과〮 生ᄉᆡᇰ薑가ᇰ 닐굽〮 片편〮과〮 大땡〮棗조ᇢ〯 ᄒᆞᆫ ᄂᆞᆺ〯과〮 ᄒᆞᆫᄃᆡ〮 글혀 ᄒᆞᆫ 盞잔애〮 니르〮거든〮 즛의 앗〯고〮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시혹〮小쇼ᇢ木목〮香햐ᇰ ᄋᆞᆯ〮 더드〮리ᄂᆞ니라〮
==中忤中惡鬼氣第五==
經驗良方云其證暮夜或登廁或出郊野或遊空冷屋室或人所不至之地忽然眼見鬼物鼻口吸着惡鬼氣驀然倒地四肢厥冷兩手握拳口鼻出淸血性命逡巡湏臾不救此證與尸厥同但腹不鳴心脇俱暖凡中惡驀然倒地切勿移動其尸卽令親戚衆人圍繞打鼓燒火或燒射香安息蘇木香樟木之類直候醒記人事方可移歸犀角{{*|鎊屑硏爲細末半兩}}射香 朱砂{{*|各一分}}已上爲細末每服二錢井水調服灌之如無前藥用雄黃一味爲末每服一錢煎桃枝葉湯調灌又無雄黃用故汗衣或觸衣汗衣者着在身上多時久遭汗者佳觸衣者久着內衣襯衣也男用婦衣婦用男衣燒灰每服二錢百沸湯調下{{*|}}
그 證지ᇰ〮이〮 바ᄆᆡ〮 시혹〮 뒷〯가내〮 오ᄅᆞ거나〮 시혹〮드르〮헤〮 나〮가〮거나〮 시혹〮뷘〯 ᄎᆞᆫ〮 房바ᇰ의〮 놀〯어나〮 시혹〮 사ᄅᆞ미〮 가디〮 아니〮ᄒᆞ〮ᄂᆞᆫ〮 ᄯᅡ해〮 믄득〮 누네〮 귓것 보며〮 고〮콰〮 입〮과〮로〯모〯딘〮 귓거싀〮 氣킝〮分분을〮 마시〮거나〮 ᄒᆞ〮야〮 믄득〮 ᄯᅡ해〮그우러〮디〮여〮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두〯 소〮니〮쥐〯오〮 입〮과〮 고해〮ᄆᆞᆯᄀᆞᆫ〮 피〮 흘러〮性셔ᇰ〮命며ᇰ〮이〮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이〮 證지ᇰ이〮尸싱厥궈ᇙ〮 와〮 ᄀᆞᆮ〮ᄒᆞ니〮 오〮직〮 ᄇᆡ〮우〯디〮 아니〮ᄒᆞ고〮 가ᄉᆞᆷ〮과〮녀비〮 다〯더우〮니라〮 믈〮읫 中듀ᇰ〮惡ᅙᅡᆨ〮 ᄒᆞ〮야〮 믄득〮 ᄯᅡ해〮 그우러디〮거든〮자ᇝ〯간도〮 그주거〮믈〮 옮기〮디〮 말〯오〮 즉〮재아ᅀᆞᆷ〮과〮 한 사〯ᄅᆞ〮ᄆᆞ로〮 圍ᅌᅱᆼ繞ᅀᅭᇢ〮ᄒᆞ〮야〮붑〮 두드〮리며〮 블〮다히〮게 ᄒᆞ며〮 시혹〮射썅〮香햐ᇰ 과〮安ᅙᅡᆫ息씩〮香햐ᇰ 과〮 蘇송木목〮香햐ᇰ과〮樟자ᇰ木목〮 ㅅ類ᄅᆔᆼᄅᆞᆯ〮 ᄉᆞ〮라〮 人ᅀᅵᆫ事ᄊᆞᆼ〮ᄎᆞ〮료ᄆᆞᆯ〮 기드〮려〮 옮겨〮 갈〯디〮니라〮犀솅角각〮 ᄋᆞᆯ〮슬허〮 ᄀᆞ〮라〮 細솅〮末마ᇙ〮호니〮 半반〮 兩!라ᇰ〮!랴ᇰ〮!과〮 射썅〮香햐ᇰ과〮 朱즁砂상와〮 各각〮 ᄒᆞᆫ 分분을〮 細솅〮末마ᇙ〮ᄒᆞ〮야〮 每ᄆᆡᆼ〯服뽁〮二ᅀᅵᆼ〮錢쪈을〮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브ᅀᅳ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錢쪈을〮복셩홧가〮지 와〮 닙〮 글횬〮 므〮레〮 프〮러〮 브ᅀᅳ라〮 ᄯᅩ〮雄ᅘᅮᇰ黃ᅘᅪᇰ 업〯거든〮 ᄂᆞᆯᄀᆞᆫ〮 ᄯᆞᆷ〮오〮시나〮 시혹〮觸쵹〮衣ᅙᅴᆼ어나〮 ᄯᆞᆷ〮오〯ᄉᆞᆫ 모매〮 오래〮 니버〮 오래〮 ᄯᆞᆷ〮ᄇᆡ니〮 됴〯코〮 觸쵹〮衣ᅙᅴᆼᄂᆞᆫ 오래F 니븐〮솝〯오〮시라〮 남진ᄋᆞᆫ〮겨〯지븨〮 오〮ᄉᆞᆯ〮 ᄡᅳ〮고〮 겨〯지븐〮 남지〮늬〮 오〮ᄉᆞᆯ ᄡᅮᆯ〮디니〮 ᄌᆡ〮 ᄉᆞ라〮 每ᄆᆡᆼ〯服뽁〮 二ᅀᅵᆼ〮錢쪈을〮 一ᅙᅵᇙ百ᄇᆡᆨ〮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聖惠方治卒客忤有似卒死生昌蒲根擣絞取汁二三合灌下立愈{{*|}}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니〮 ᄀᆞᆮ〮ᄒᆞ닐〮 고툐〮ᄃᆡ〮 ᄂᆞᆯ昌챠ᇰ蒲뽕 ㅅ 불휘〮ᄅᆞᆯ〮디허〮 汁집〮ᄲᅡ〮 두〯ᅀᅥ〮 호ᄇᆞᆯ〮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治中惡心痛欲絶方釜底墨{{*|半兩}}塩{{*|一錢}}右件藥和硏以熱水一盞調頓服之{{*|}}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알파〮 죽ᄂᆞ닐〮 고툐〮!ᄐᆡ〮!ᄃᆡ〮!가마 미틧〮 검듸여ᇰ 半반〮 兩랴ᇰ〯과〮 소곰 ᄒᆞᆫ 돈〯ᄋᆞᆯ〮섯거〮 ᄀᆞ〮라〮 더운〮믈〮 ᄒᆞᆫ 盞잔〮애〮 프〮러 다〯 머그〮라〮
又方中惡氣絶以上好朱砂細硏於舌上書鬼字又額上亦書之此法極效{{*|}}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 긋거든 ᄀᆞ자ᇰ 됴〯ᄒᆞᆫ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혀〮에〮鬼귕〯ㅈ字ᄍᆞᆼ〮 ᄅᆞᆯ〮스〮고〮 ᄯᅩ〮니마〮희〮 술〮디니〮 이〮 法법〮이〮지〮극 됴〯ᄒᆞ〮니라〮
又方鬼神所擊諸術不治熟艾如鴨子大二枚水二盞煮取五分去滓頓服{{*|}}
ᄯᅩ〮 귓거시〮텨〮 여러〮 法법〮으〮로〮 고티〮디 몯〯ᄒᆞ〮거든〮 니근〮 ᄡᅮᆨ〮올〮ᄒᆡ알〮 만〮ᄒᆞ니〮 두〯 나〯ᄎᆞᆯ〮 믈〮 두〯 盞잔〮애〮 글혀〮 다ᄉᆞᆺ〮 分분을〯 取츙〯ᄒᆞ〮야〮 즛의 앗〯고〮 다〯 머그〮라〮
又方卒中鬼擊及刀兵所傷血滿膓中不出煩悶欲死雄黃一兩細硏如粉以溫酒調一分服日三服血化爲水{{*|}}
ᄯᅩ〮 귓거시〮 믄득〮 티며〮갈〮 잠개〮예〮 허러〮 피〮 토ᇰ〮 안해〮ᄀᆞᄃᆞᆨᄒᆞ〮야〮 나디〮 몯〯ᄒᆞ〮야〮답〮ᄭᅡ와〮 죽ᄂᆞ닐〮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ᄃᆞᄉᆞᆫ 수레〮 ᄒᆞᆫ 分뿐〮을〮 프〮러〮 ᄒᆞ〮ᄅᆞ 세〯 번곰〮 머그〮면〮 피〮 믈〮 ᄃᆞ외ᄂᆞ〮니라〮
千金方治卒忤塩八合以水三升煮取一升半分二服得吐卽愈若小便不通筆頭七枚燒作灰末水和服之卽通{{*|}}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니〮 고툐〮ᄃᆡ〮 소곰 여듧〮 호ᄇᆞᆯ〮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거〮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ᄒᆞ〮다가〮 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붇〮 머리〮 닐구〮블〮 ᄉᆞ〮라〮 ᄀᆞᄅᆞ !ᄃᆡᇰ!ᄆᆡᇰ!ᄀᆞ〮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葛氏備急方中惡證候視其上唇裏弦者有白如黍米大以針決去之{{*|}}
中듀ᇰ惡ᅙᅡᆨ 證지ᇰ〮이 웃입시울〮 !인!안!ᄒᆞᆯ 보〯ᄃᆡ〮 ᄒᆡᆫ〮 거시〮 기장ᄡᆞᆯ〮ᄀᆞᆮ〮ᄒᆞ니〮 잇ᄂᆞ니〮 바ᄂᆞᆯ〮로〮ᄯᅡ〮 아ᅀᅩᆯ〮디〮니라
又方半夏末如豆大吹鼻中{{*|}}
ᄯᅩ〮 半!빈〮!반〮!夏ᅘᅡᆼ〮末마ᇙ〮ᄋᆞᆯ〮 콩낫〯?만〮? 곳〮굼긔〮 불〯라〮
又方客忤者中惡之類也令人心腹絞痛脹滿氣衝心胸不卽治殺人 細辛 桂末等分內口中{{*|}}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ᄂᆞᆫ〮 中듕〮惡ᅙᅡᆨ〮ㅅ類ᄅᆔᆼ〮니〮 사〯ᄅᆞ〮ᄆᆞ로〮 가ᄉᆞᆷ〮 ᄇᆡ〮 알ᄑᆞ며〮탸ᇰ〯만〮ᄒᆞ〮야〮 氣킝〮分분이〮 가ᄉᆞ〮매〮다와티〮ᄂᆞ니〮 즉재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細솅〮辛신과〮桂궹〮皮삥 ㅅ ᄀᆞᆯᄋᆞᆯ〮等드ᇰ〯分분ᄒᆞ〮야〮 입〮 안해〮녀흐〮라〮
又方卒得鬼擊之病無漸卒着如人刀刺狀胸脇腹內絞急切痛不可抑按或卽吐血或鼻中出血或下血一名鬼排治之灸鼻下人中一壯立愈{{*|}}
ᄯᅩ〮 믄득〮 귓것 틴 病뼈ᇰ〮을〮 어〯더漸쪔〯漸쪔〯 아니〮ᄒᆞ〮야〮 믄득〮어〯두미〮 갈〮ᄒᆞ로〮 디르ᄂᆞᆫ ᄃᆞᆺ〮ᄒᆞ〮야〮 가ᄉᆞᆷ〮과〮 녑과〮 ᄇᆡ〮 안〮히ᄀᆞ자ᇰ〮 알파〮ᄆᆞᆫ지〮디〮 몯〯ᄒᆞ며〮 시혹〮 피〮ᄅᆞᆯ〮 吐통〮ᄒᆞ며〮 시혹〮 고해〮 피〮내〯며〮 시혹 아래〮 피〮나〮ᄂᆞ니〮 고툐〮ᄃᆡ〮 고〮 아랫〮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 을〮 ᄒᆞᆫ 붓글〮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臍下一寸三壯炙臍上一寸七壯{{*|}}
ᄯᅩ〮 ᄇᆡᆺ복 아랫〮一ᅙᅵᇙ〮寸촌〮ᄋᆞᆯ〮 세〮 붓글〮 ᄯᅳ〮고〮 ᄇᆡᆺ복 우 一ᅙᅵᇙ〮寸촌ᄋᆞᆯ 닐굽〮 붓글〮 ᄯᅳ라〮
又方以淳酒吹內兩鼻中{{*|}}
ᄯᅩ 됴〮ᄒᆞᆫ 술로 두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鼠屎末服如黍米不能飮之以少水和內喉中{{*|}}
ᄯᅩ〮 쥐ᄯᅩᆼᄋᆞᆯᄇᆞᆺ아〮 기자ᇰᄡᆞᆯ〮만〮 머구〮ᄃᆡ〮 먹디〮 몯〯거든〮 믈〮져〯기 ᄒᆞ〮야〮 프〮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簡方被鬼擊用竈心土爲末每服二錢新汲水調下及以少許吹鼻中{{*|}}
귓거싀〮게 마ᄌᆞ〮닐〮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먹그〮며 져〯기 고해〮 불〯라〮
又方{{*|恍惚見鬼}}發狂用平胃散加辰砂末棗湯調服{{*|}}
ᄯᅩ 어즐ᄒᆞ〮야〮 귓것 보〮아〮 미치〮거든〮平뼈ᇰ胃ᅌᅱᆼ〮散산〮 애〮 朱즁砂상ㅅᄀᆞᆯᄋᆞᆯ〮 녀허〮 大땡〮棗조ᇢ〯湯타ᇰ애〮 프〮러 머그〮라〮
又方中惡客忤卒死者用皂角末吹鼻或硏韭汁灌耳中以艾灸臍中百壯{{*|}}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닐〮 皂쪼ᇢ〯角각〮ㅅ ᄀᆞᆯᄋᆞᆯ〮 고해〮 불〯라〮 시혹〮 염〮굣〮 즈〮블 ᄀᆞ〮라 귀예〮 븟고〮 ᄡᅮ〮그로〮 ᄇᆡᆺ보ᄀ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붓글〮 ᄯᅳ〮라〮
又方中惡客忤垂死用射香一錢硏和醋二合服之卽差{{*|}}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죽ᄂᆞ닐〮 射썅〮香햐ᇰ ᄒᆞᆫ 돈〯 ᄀᆞ라 초에〮 프〮러 두〮 호ᄇᆞᆯ〮 머그〮면〮 즉재 !둍〯!됻〯!ᄂᆞ〮니라〯
壽域神方凡卒死或先病痛或常寢臥忽絶皆是中惡救之以葱黃心刺入鼻內男左女右入深五寸若目中出血佳又用葱管吹其兩耳兩鼻孔中{{*|}}
믈읫 믄득〮 주구〮미 시혹〮 몬져 病!뼝〮!뼈ᇰ〮!을〮 알커나〮 시혹〮샤ᇰ녜〮 자다가〮 믄득〮 죽ᄂᆞ니〮 다〯 이〮 中듀ᇰ〮惡ᅙᅡᆨ〮이〮니〮 救구ᇢ〮호〯ᄃᆡ〮 팟〮 누른〮엄〯으〮로〮 고 안해〮 녀호〮ᄃᆡ〮 남지는〮 왼〯녁 겨〯지븐〮 올〮ᄒᆞᆫ녀긔〮 기피〮 五ᅌᅩᆼ〯寸촌〮이〮들〮에〮 ᄒᆞ〮야〮 ᄒᆞ〮다가〮 누내〮 피〮나면〮 됴〮ᄒᆞ니라〮 ᄯᅩ〮 팟〮 니〮프로〮 두〯 귀〮와〮 두〯 곳〮굼글〮 불〯라〮
又方取小便灌其口數遍卽能語{{*|}}
ᄯᅩ〮 小쇼ᇢ〯便뼌을〮 이베〮 브ᅀᅩ〮믈〮 두〯ᅀᅥ〮 번 ᄒᆞ면〮 곧〮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中惡短氣欲死灸足兩大𧿹趾上甲後聚毛中各十四壯不愈再灸十四壯{{*|}}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뎔어〮 죽ᄂᆞ닐〮두〮 발〮엄지〮가〮락 톱〮 뒷〯 털〮 난ᄯᅡ〮ᄒᆞᆯ〮 열〯네〯 붓곰〮 ᄯᅮ〮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시〮 열〮네〯 붓글〮 ᄯᅳ〮라〮
又方驚怖死者用溫酒灌之卽蘇{{*|}}
ᄯᅩ 놀〮라 주그〮닐〮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鬼魘鬼打第六==
經驗良方其證初到客舍或官驛及久無人居冷房睡中覺鬼物魘打但聞其人吃吃作聲便令人呌喚如呌不醒此乃鬼魘也湏臾不救則死 牛黃 雄黃{{*|各一錢}}朱砂{{*|半錢}}巳上各硏爲細末和勻每挑一錢許床下燒次挑一錢用酒調灌之如無前藥用桃柳枝取東邊各三七寸煎湯三盞候溫倂灌服又無桃柳枝用竈心土搥碎爲細末每服二錢新汲井花水調灌更挑半指甲許吹入鼻中更用艾灸人中穴在鼻下幷灸兩脚大拇指內離甲一薤葉許各灸一七壯卽活{{*|}}
그 證지ᇰ이 客ᄏᆡᆨ舍상ㅣ어나 시혹 驛역이어나 오래 사ᄅᆞᆷ 업슨 ᄎᆞᆫ 房바ᇰ의 자다가 귓거시 누르며툐ᄆᆞᆯ 아라 오직 그 사ᄅᆞ미헐헐ᄒᆞᆯ 소릴 듣고 곧 사ᄅᆞᄆᆞ로 브르게 ᄒᆞᆯ디니블로ᄃᆡ ᄭᆡ디 아니ᄒᆞ면 이 귓거시 눌로미니 아니한 사ᅀᅵᄅᆞᆯ 救구ᇢ티 아니ᄒᆞ면 죽ᄂᆞ니 牛ᅌᅮᇢ黃ᅘᅪᇰ과 雄ᅘᅮᇰ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돈과 朱즁砂상 半반 돈ᄋᆞᆯ 各각各각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골오 섯거 ᄒᆞᆫ 돈만 ᄯᅥ 사ᇰ 아래 ᄉᆞᆯ오 버거 ᄒᆞᆫ 돈ᄋᆞᆯ 수레 프러 머기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복샤ᇰ화나모와 버드나못 가지ᄅᆞᆯ 東도ᇰ녁긔칠 상22ㄱ各각各각 세닐굽 寸촌ᄋᆞᆯ 가져다가 므레 글혀 세 盞잔ᄋᆞᆯ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복샤ᇰ화나모 버듨가지 업거든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룬 井졍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머기고 ᄯᅩ 半반 소ᇇ톱만 ᄯᅥ 고해 부러 드리고 ᄯᅩ ᄡᅮ그로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ᄯᅳ고 두 발 엄지가락 안해 밠토브로 ᄒᆞᆫ 부ᄎᆡᆺ닙 만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ᄒᆞᆫ닐굽 붓글 ᄯᅳ면 곧 사ᄂᆞ니라
千金方治鬼擊雞屎白{{*|如棗大}}靑花麻一把{{*|卽常用麻}}右二味以酒七升煮取三升熱服須臾發汗若不汗熨斗盛火灸兩脇下使熱汗出愈{{*|}}
귓것 티닐 고툐ᄃᆡ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것 대초만과 삼 ᄒᆞᆫ 줌과 두 가지ᄅᆞᆯ 술 닐굽 되로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더우닐 머그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ᄯᆞᆷ나ᄂᆞ니 ᄒᆞ다가 ᄯᆞᆷ나디 아니커든다리우리예 블 다마 두 녁 녀블ᄧᅬ야 덥게 ᄒᆞ면 ᄯᆞᆷ나면 됻ᄂᆞ니라
聖惠方卒魘忌燈火照照則神魂遂不復入乃至於死人有於燈光前魘者本在明處是以不忌火也{{*|}}
ᄀᆞ오누르이닐 블혀 뵈요미 몯ᄒᆞ리니 블 뵈면 넉시 도로 드디 아니ᄒᆞ야 죽ᄂᆞ니라 블 현 ᄃᆡ 이셔 ᄀᆞ오누르이닌본ᄅᆡ ᄇᆞᆯᄀᆞᆫ ᄃᆡ 이실ᄉᆡ 블 혀미 므던ᄒᆞ니라
治卒魘昏昧不覺方右以皂莢末用細竹管吹兩鼻中卽起三兩日猶可吹之{{*|}}
믄득 ᄀᆞ오누르여 ᄎᆞ림 몯ᄒᆞ거든皂쪼ᇢ莢겹 ᄀᆞᆯᄋᆞᆯ ᄀᆞᄂᆞᆫ 대로 두 곳굼긔 불면 즉재니ᄂᆞ니 잇사ᄋᆞ래도 어루 불리라
又方治卒魘右以雄黃細硏以蘆管吹入兩鼻中桂心末亦得{{*|}}
ᄯᅩ 과ᄀᆞᆯ이ᄀᆞ오눌엿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ᄀᆞᆯ로 부러 두 고해 녀흐라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ᄅᆞ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菖蒲末吹兩鼻中以桂末納於舌下亦得{{*|}}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불오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ᆯ 혀 아래 녀후미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雄黃如棗核大繫於左臂令人終身不魘寐也{{*|}}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ᆼᄋᆞᆯ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ᄒᆞ닐 왼녁ᄇᆞᆯᄒᆡ ᄃᆞ라 두면 사ᄅᆞᄆᆞ로 죽ᄃᆞ록 ᄀᆞ오누르이디 아니케 ᄒᆞᄂᆞ니라
又方服猪脂如雞子大卽差未差再服{{*|}}
ᄯᅩ 猪뎡脂징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 됴티 아니커든 다시 머그라
備急大全良方療臥忽不悟愼勿以火照則殺人但唾其面更痛囓足大拇指甲際卽省更以半夏末吹入鼻中更以韭葉擣取自然汁灌鼻孔中冬月用韭根擣取自然汁灌卽活{{*|}}
자다가 ᄭᆡ디 몯ᄒᆞ닐 고툐ᄃᆡ 자ᇝ간도 블 혀 뵈디마롤디니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오직 ᄂᆞᄎᆡ 춤받고 ᄯᅩ 발엄지가락 톱 ᄉᆞᅀᅵᄅᆞᆯᄆᆡ이 믈면 즉재 ᄭᆡᄂᆞ니라 ᄯᅩ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곳굼긔 불오 ᄯᅩ 부ᄎᆡᆺ 니플 디허 즈브로 곳굼긔 브ᅀᅳ라겨ᅀᅳ렌 부ᄎᆡᆺ 불휘ᄅᆞᆯ 디허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取츙ᄒᆞ야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卒死第七==
千金方治卒死無脉牽牛臨鼻上二百息牛舐必瘥牛不肯舐着塩汁塗面上牛卽肯舐{{*|}}
가ᄀᆞ기 주거 脉ᄆᆡᆨ업스닐 고툐ᄃᆡ 쇼ᄅᆞᆯ잇거 고 우희 다혀 二ᅀᅵᆼ百ᄇᆡᆨ 버ᄂᆞᆯ숨쉬울디니 ᄉᆈ 할ᄒᆞ면 반ᄃᆞ기 됻ᄂᆞ니라쇼옷 할티 아니커든 소곰므를 ᄂᆞᄎᆡ ᄇᆞᄅᆞ면 ᄉᆈ 곧 할ᄂᆞ니라
又方馬屎絞取汁飮之無新者水和乾者亦得{{*|}}
ᄯᅩ ᄆᆞᆯᄯᅩᇰᄋᆞᆯ ᄧᅡ 즈블 取츙ᄒᆞ야 마시라 새 업거든 므레 ᄆᆞᄅᆞ닐 프러도 ᄯᅩ 됴ᄒᆞ니라
肘後方乾者以人溺解之{{*|}}
ᄆᆞᄅᆞ닌 사ᄅᆞᄆᆡ 오조ᄆᆞ로 플라
又方灸熨斗熨兩脇下又治尸厥{{*|}}
ᄯᅩ 다리우릴 데여 두 녀블 울ᄒᆞ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針閒使各百餘息又灸鼻下人中又治尸厥{{*|}}
ᄯᅩ閒간使ᄉᆞᆼ ᄅᆞᆯ 針짐호ᄃᆡ 一ᅙᅵᇙ百ᄇᆡᆨ 숨 남ᄌᆞ기 ᄒᆞ고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ᄯᅳ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方治五絶夫五絶者一曰自縊二曰墻壁壓迮三曰溺水四曰魘寐五曰産婦乳絶取半夏一兩細下篩吹一大豆許內鼻中卽活心下溫者一日亦可活{{*|}}
ᄯᅩ 다ᄉᆞᆺ 주그닐 고티ᄂᆞ니 ᄒᆞ나ᄒᆞᆫ 목 ᄆᆡ야 주그니오 둘흔 담지즐이니오 세흔 므레 ᄲᅡ디니오 네흔ᄀᆞ오누르이니오 다ᄉᆞᄉᆞᆫ 아기나타가 주그니니 半반夏ᅘᅡᆼ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처 큰 콩 낫만 ᄒᆞ닐 곳굼긔 부러 녀흐면 즉재 사ᄂᆞ니 가ᄉᆞ미 ᄃᆞᄉᆞ닌ᄒᆞᆯ리라도 ᄯᅩ 어루 살리라
聖惠方卒死中惡及尸厥以緜漬好酒手挼汁令入鼻中幷持其手足莫令驚動{{*|}}
과ᄀᆞᆯ이 주그니와 中듀ᇰ惡ᅙᅡᆨᄒᆞ니와 尸싱厥궈ᇙᄒᆞ니ᄅᆞᆯ소오ᄆᆞ로 됴ᄒᆞᆫ 술저져 소ᄂᆞ로 汁집을ᄲᅡ 곳굼긔 들에 ᄒᆞ고 손바ᄅᆞᆯ 자바 놀라디 아니케 ᄒᆞ라
又方擣韮取汁以灌口中{{*|}}
ᄯᅩ 부ᄎᆡᄅᆞᆯ 디허 汁집을 取츙ᄒᆞ야 이베 브ᅀᅳ라
又方取猪膏如雞子大以醋一合煮沸灌喉中良{{*|}}
ᄯᅩ 猪뎡膏고ᇢ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醋총 ᄒᆞᆫ 호배 글혀 모ᄀᆡ 브ᅀᅳ면 됴ᄒᆞ니라
又方卒死而壯熱者用白礬半斤以水二豆斗煮消以漬脚卽活{{*|}}
ᄯᅩ 과ᄀᆞᆯ이 죽고 壯자ᇰ히 熱ᅀᅧᇙᄒᆞ닐白ᄈᆡᆨ礬뻔 半반 斤근ᄋᆞᆯ 믈 두 마래 글혀 노겨허튀ᄅᆞᆯ ᄃᆞᄆ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用小便灌其面卽能迴語{{*|}}
ᄯᅩ 小쇼ᇢ便뼌으로 ᄂᆞᄎᆡ ᄲᅳ리면 즉재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以雄雞頭取血以塗其面乾復塗之{{*|}}
ᄯᅩ 수ᄃᆞᆯᄀᆡ 머리엣 피 내아 ᄂᆞᄎᆡ ᄇᆞᄅᆞ고 ᄆᆞᄅᆞ거든 다시 ᄇᆞᄅᆞ라
又方治忤打死心稍暖取葱白納於下部中及鼻中湏臾卽活{{*|}}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ㅣ어나귓거시 텨 주그니 가ᄉᆞ미져기 ᄃᆞᆺᄒᆞ닐 고툐ᄃᆡ 파ᄒᆞᆯ밋구무와 곳굼긔 녀흐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사ᄂᆞ니라
又方治卒客忤不能言桔梗末一兩射香末一分右二味更硏令勻每服二錢以溫水調下{{*|}}
ᄯᅩ 과ᄀᆞᆯ이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말 몯ᄒᆞ거든桔겨ᇙ梗겨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ᄒᆞᆫ 分뿐을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머기라
千金方治一切卒死灸臍中百壯{{*|}}
一ᅙᅵᇙ切쳐ᇙ 과ᄀᆞᆯ이 주그닐 고툐ᄃᆡ ᄇᆡᆺ복을 百ᄇᆡᆨ壯자ᇰ을 ᄯᅳ라
==卒心痛第八<sub>腹痛附</sub>==
聖惠方治卒心痛氣悶欲絶面色靑四肢逆冷釅醋{{*|一合}}雞子{{*|一枚打破}}右件相和攪勻煖過頓飮之{{*|}}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 알파 氣킝分분이닶가와 주거가 ᄂᆞ치 프르고 四ᄉᆞᆼ肢징 ᄎᆞ닐 고툐ᄃᆡ 醋총 ᄒᆞᆫ 홉과 ᄃᆞᆯᄀᆡ알 ᄒᆞᆫ 나ᄎᆞᆯᄣᆞ려 섯거 골오 프러 ᄃᆞ시 ᄒᆞ야 다 머기라
又方白艾二兩熟者右以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分爲三服稍熱服之{{*|}}
ᄯᅩ ᄒᆡᆫ ᄡᅮᆨ 두 兩랴ᇰ니기 디후닐 믈 두 큰잔애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세 服뽁애 ᄂᆞᆫ화 져기 더우닐 머그라
經驗良方布衷塩如彈丸大燒令赤溫酒化服溫水亦得{{*|}}
뵈로 소고ᄆᆞᆯ 탄ᄌᆞ만ᄢᅳ려 ᄉᆞ라 븕게 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그라 ᄃᆞᄉᆞᆫ 믈도 ᄯᅩ ᄒᆞ리라
壽域神方草菓 玄胡索 乳香 沒藥 五靈脂{{*|各等分}}右爲末每服二錢溫酒調下{{*|}}
草초ᇢ菓광와玄ᅘᆑᆫ胡ᅘᅩᆼ索짝 과乳ᅀᅲᆼ香햐ᇰ 과 沒모ᇙ藥약과五ᅌᅩᆼ靈려ᇰ脂징 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기라
又方桃白皮煮汁宜空腹服之{{*|}}
ᄯᅩ 복샤ᇰ화나못 ᄒᆡᆫ 거츨 글혀 汁집을 空고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生香油半合溫服妙{{*|}}
ᄯᅩ ᄎᆞᆷ기름 半반 호블 ᄃᆞ시 ᄒᆞ야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令病人當戶坐若男病婦人與水一柸飮之若女病男子與水一柸飮之用新汲水尤佳{{*|}}
ᄯᅩ 病뼈ᇰ人ᅀᅵᆫ으로이페 안치고 ᄒᆞ다가 남지니 病뼈ᇰ커든 겨지비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고 ᄒᆞ다가 겨지비 病뼈ᇰ커든 남지니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라 ᄀᆞᆺ 기룬 므리 더 됴ᄒᆞ니라
又以蜜一分水二分飮之亦妙{{*|}}
ᄯᅩ ᄢᅮᆯ ᄒᆞᆫ 分분과 믈 두 分분을 마쇼미ᄯᅩ 됴ᄒᆞ니라
又方治腹痛細嚼石菖蒲飮凉水送下妙{{*|}}
ᄯᅩ ᄇᆡ알힐 고툐ᄃᆡ 石쎡菖챠ᇰ蒲뽕ᄅᆞᆯ ᄂᆞ로니 십고 ᄎᆞᆫ 므를 마셔ᄂᆞ리오미 됴ᄒᆞ니라
又方掘地上作一小坑以水滿坑中熟絞取汁飮之{{*|}}
ᄯᅩ ᄯᅡ해 ᄒᆞᆫ 져고맛 구들 ᄑᆞ고 믈로 구데 ᄀᆞᄃᆞ기 븟고 니기 후ᇰ두ᅌᅧ 汁집을 取츙ᄒᆞ야 마시라
又方令人騎其腹溺臍中{{*|}}
ᄯᅩ 사ᄅᆞ미 그 ᄇᆡᄅᆞᆯ 타 안자 ᄇᆡᆺ보개 오좀 누게 ᄒᆞ라
又方針手足十指頭出血灸臍中七七壯{{*|}}
ᄯᅩ 손발 열 가락 그틀 針짐ᄒᆞ야 피내오 ᄇᆡᆺ보ᄀᆞᆯ 七치ᇙ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治心腹俱脹疼痛氣短欲死或已絶者取梔子十四枚豉五合以水二盞先煮豉取一盞半去滓入梔子再煎取一盞去渣服半盞不愈盡服之{{*|}}
ᄯᅩ 가ᄉᆞᆷ ᄇᆡ 다 탸ᇰ만ᄒᆞ야 알ᄑᆞ고 氣킝分분이 뎔어 죽ᄂᆞ니와 시혹 ᄒᆞ마 주그닐 고툐ᄃᆡ梔징子ᄌᆞᆼ 열네 낫과 젼국 다ᄉᆞᆺ 호블 믈 두 잔ᄋᆞ로 몬져 젼국 글혀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滓ᄌᆡᆼ 앗고 梔징子ᄌᆞᆼ 녀허 다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츄ᇢᄒᆞ야 즛의 앗고 半반 잔ᄋᆞᆯ 머구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 머그라
又方治卒心腹煩滿疼痛欲死者以熱湯浸手足妙冷再換{{*|}}
ᄯᅩ 과ᄀᆞᆯ이 가ᄉᆞᆷ ᄇᆡ 煩뻔滿만ᄒᆞ여 알파 죽ᄂᆞ닐 고툐ᄃᆡ 더운 므레 손바ᄅᆞᆯᄃᆞᆷ고미 됴ᄒᆞ니 ᄎᆞ거든 다시 ᄀᆞᆯ라
又方卒煩滿嘔逆灸乳下一寸七壯卽愈{{*|}}
ᄯᅩ 과ᄀᆞᆯ이 煩뻔滿만ᄒᆞ야吐통逆ᅌᅧᆨ ᄒᆞ거든 졋 아랫 ᄒᆞᆫ 寸촌ᄋᆞᆯ 七칧壯장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兩手大母指內邊爪後第一紋頭各一壯又灸兩手中指爪下一壯卽愈{{*|}}
ᄯᅩ 두 손 엄지가락 안녁 소ᇇ토ᄇᆞ로셔 첫 그ᇝ 그틀 各각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ᄯᅩ 두 손 가온ᄃᆡᆺ 가락 소ᇇ톱 아래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九種心痛取當大歲上新生槐枝一握去兩頭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
아홉가짓가ᄉᆞᆷ알힐 고툐ᄃᆡ大땡歲ᄉᆒᆼ方바ᇰ앳 올ᄒᆡ 난회홧가지 ᄒᆞᆫ우희윰을 두 녁 그틀 버히고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治卒中惡心痛 苦參{{*|三兩}}㕮咀以好醋一升半煮取八合强者頓服老小分二服{{*|}}
ᄯᅩ 과ᄀᆞᆯ이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 알ᄂᆞ닐 고툐ᄃᆡ苦공參ᄉᆞᆷ 석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됴ᄒᆞᆫ 醋총 ᄒᆞᆫ 되 半반ᄋᆞ로 글혀 여듧 호ᄇᆞᆯ 取츙ᄒᆞ야 强가ᇰᄒᆞ닌 다 먹고 늘그니와 져므니ᄂᆞᆫ둘헤 상30ㄴᄂᆞᆫ화 머그라
又方桂心{{*|一兩}}㕮咀以水四升煮取一升半分二服{{*|}}
ᄯᅩ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넉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그라
==霍亂吐瀉第九<sub>沙證附</sub>==
經驗良方始因飮冷或胃寒或失飢或大怒或乘舟車傷動胃氣令人上吐上吐不止令人下瀉吐瀉倂作遂成霍亂頭旋眼暈手脚轉筋四肢逆冷用藥遲緩湏臾不救吳茱萸 木瓜 食塩{{*|各半兩}}右三味同炒令焦先用磁甁盛水三升煮令百沸却入前藥同煎至二升已下傾一盞冷熱隨病人意與服藥入卽醒{{*|}}
처ᅀᅥ믜 ᄎᆞᆫ믈 마쇼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치위에 ᄃᆞᆫ니거나 시혹 ᄇᆡ 골커나 시혹 너무 怒농커나 시혹 ᄇᆡ와 술위와타 胃ᅌᅱᆼ氣킝ᄅᆞᆯ 傷샤ᇰᄒᆞ면 사ᄅᆞ미 우흐로 吐통케 ᄒᆞᄂᆞ니 우흐로 吐통호ᄆᆞᆯ그치디 몯ᄒᆞ면 사ᄅᆞ미 아래로즈츼에 ᄒᆞᄂᆞ니 吐통와 즈츼유미 ᄒᆞᆫᄢᅴ니르와ᄃᆞ면 霍확亂란이 ᄃᆞ외야 머리휫두르며 누니 휫두르며 손밠 히미올ᄆᆞ며 四ᄉᆞᆼ肢징 ᄎᆞᄂᆞ니 藥약ᄋᆞᆯ디마니 ᄒᆞ면 상31ㄴ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吳ᅌᅩᆼ茱쓩萸융 와木목瓜광 와 소곰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 ᄃᆡ봇가 눋게 ᄒᆞ야 몬져 沙상甁뼈ᇰ에 믈 서 되ᄅᆞᆯ 다마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커든 알ᄑᆡᆺ 藥약ᄋᆞᆯ 녀허 ᄒᆞᆫᄃᆡ 글혀 두 되예 니를어든 ᄒᆞᆫ 잔ᄋᆞᆯ 브ᅀᅥ ᄎᆞ며 더우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ᄠᅳ들 조차 주어 머기면 藥약이 들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倉卒無前藥用枯白礬爲末每服一大錢百沸湯點服{{*|}}
ᄒᆞ다가 時씽急급ᄒᆞ야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枯콩白ᄈᆡᆨ礬뻔 을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큰 돈ᄋ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如無白礬只用塩一撮醋一盞同煎至八分溫服或塩梅醎酸等物皆可煮服{{*|處方本以鹹醋二物煮}}{{*|}}
ᄒᆞ다가 白ᄈᆡᆨ礬뻔이 업거든 소곰 ᄒᆞᆫ져붐과 醋총 ᄒᆞᆫ 잔ᄋᆞᆯ ᄒᆞᆫᄃᆡ 글혀 여듧 分뿐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고 시혹 소고미나梅ᄆᆡᆼ實씨ᇙ 이나 ᄧᆞᆫ 것과싄 것ᄃᆞᆯ히 다 어루 글혀 머귤디니라
又方脚手轉筋赤蓼莖葉細切三合水四合酒二合同煎取四合分作二溫服{{*|}}
ᄯᅩ 발 손 히미 옮거든 블근 엿귓 줄기와 닙과ᄅ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라 세 홉과 믈 너 홉과 술 두 홉과 ᄒᆞᆫᄃᆡ 글혀 네 호블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脚轉筋用大蒜磨脚心令遍熱卽差{{*|}}
ᄯᅩ 밠 상32ㄴ히미 옮거든 굴근 마ᄂᆞᄅᆞᆯ 밠바다ᅌᅢ ᄲᅵ븨여 두루 덥게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絞腸沙痛不可忍或展轉在地或起或仆其膓絞縮在腹此是中毒之深湏臾能令人死古方名乾霍亂急用塩一兩熱湯調灌入病人口中塩氣一到腹其痛卽定又將石沙炒令赤色冷水淬之良久澄淸水一二合服之愈{{*|}}
ᄯᅩ絞교ᇢ腸땨ᇰ沙상 ㅣ 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야 시혹 ᄯᅡ해 그울며 시혹 닐며 시혹 업더디여 그膓땨ᇰ 이 ᄇᆡ예뷔트러 움주쥐여 잇ᄂᆞ상33ㄱ니 이 毒독ᄋᆞᆯ 마조미 기퍼 아니한 ᄉᆞᅀᅵ예 사ᄅᆞ미 죽게 ᄒᆞᄂᆞ니 녯 方바ᇰ文문에 일후미 乾간霍확亂롼이니 ᄲᆞᆯ리 소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 므레 프러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이베 브ᅀᅳ라 소고ᇝ 氣킝分분이 ᄇᆡ예 들면 그 알포미 곧 긋거든 ᄯᅩ호ᄀᆞᆫ 돌ᄒᆞᆯ 봇가 븕게 ᄒᆞ야 ᄎᆞᆫ므레 ᄃᆞᆷ가안초아 ᄆᆞᆯ겨 그 믈 ᄒᆞᆫ두 호블 머그면 됻ᄂᆞ니라
葛氏備急方霍亂煩悶湊滿者用塩納臍中灸二七壯{{*|}}
霍확亂롼ᄒᆞ야 닶가와 탸ᇰ만ᄒᆞ닐 소고ᄆᆞᆯ ᄇᆡᆺ보개 녀코 二ᅀᅵᆼ七치ᇙ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霍亂心腹脹痛者服乾薑屑三方寸匕{{*|}}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탸ᇰ만ᄒᆞ야 알ᄂᆞ닐 乾간薑가ᇰㅅ ᄀᆞᆯᄋᆞᆯ세 수를 머기라
又方小蒜一升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之{{*|}}
ᄯᅩ 호ᄀᆞᆫ 마ᄂᆞᆯ ᄒᆞᆫ 되ᄅᆞᆯ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生薑}}一斤切以水七升煮取二升分爲三服{{*|}}
ᄯᅩ 生ᄉᆡᇰ薑가ᇰ ᄒᆞᆫ 斤근을 사ᄒᆞ라 믈 닐굽 되로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세헤 ᄂᆞᆫ화 머그라
又方若轉筋桂半夏等分末方寸匕水一升和服{{*|}}
ᄯᅩ 히미 올ᄆᆞ닐 桂ᄀᆒᆼ皮삥와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수를 믈 ᄒᆞᆫ 되예 프러 머그라
又方生大豆屑酒和服方寸匕{{*|}}
ᄯᅩ ᄂᆞᆯ콩 ᄭᆞᆯᄋᆞᆯ 수레 프로ᄃᆡ ᄒᆞᆫ 수상34ㄱ를 머그라
又方治霍亂吐下後大渴多飮則殺人以黃米{{*|卽黍米}}五升水一斗煮之令得三升澄淸稍稍飮之莫飮餘物也{{*|}}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吐통下ᅘᅡᆼᄒᆞᆫ 後ᅘᅮᇢ에 ᄀᆞ자ᇰ 목 ᄆᆞᆯ라 믈 하 머그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기자ᇰᄡᆞᆯ 닷 되ᄅᆞᆯ 믈 ᄒᆞᆫ 마래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ᄆᆞᆰ안초아 젹젹 먹고 다ᄅᆞᆫ 믈 먹디 마롤디니라
又方治霍亂轉筋垂死敗蒲席一握細剉漿水一盞煮汁溫溫頓服{{*|}}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히미 올마 죽ᄂᆞ닐 고툐ᄃᆡ 헌 부들 지즑 ᄒᆞᆫ 우후믈 ᄀᆞᄂᆞ리 사ᄒᆞ라漿쟈ᇰ水ᄉᆔᆼ ᄒᆞᆫ 盞잔애 글혀 汁집을 ᄃᆞ시ᄒᆞ상34ㄴ야 다 머그라
直指方霍亂吐瀉心腹作痛用炒塩二梡紙包紗護頓其胸前幷腹肚上以熨斗火熨氣透卽蘇續又以炒塩熨其背{{*|}}
霍확亂롼 吐통瀉샹 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커든 봇ᄀᆞᆫ 소곰 두보ᅀᆞᄅᆞᆯ 죠ᄒᆡ에 ᄡᆞ고 紗상로 ᄢᅳ려 가ᄉᆞᆷ과 ᄇᆡ예고 다리우리로 블 다마 다려 氣킝分분이ᄉᆞᄆᆞᄎ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ᄯᅩ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드ᇰ을 熨ᅙᅮᇙᄒᆞ라
聖惠方霍亂吐不止欲死 生薑{{*|二兩}}牛糞三合右以水三大盞煎至一盞半去滓分溫三服{{*|}}
霍확亂롼ᄒᆞ야 吐통ᄅᆞᆯ 그치디 몯ᄒᆞ야 죽ᄂᆞ닐 生ᄉᆡᇰ薑가ᇰ 두 兩랴ᇰ과 ᄉᆈᄯᅩᇰ 서 호ᄇᆞᆯ 믈 세 큰 盞잔애 글혀 ᄒᆞᆫ 盞잔 半반애 니르커든 滓ᄌᆡᆼ 잇고 ᄃᆞ시 ᄒᆞ야 세 버네 머그라
經驗秘方治霍亂吐瀉丁香七枚細嚼新汲水送下如不能嚼硏細涼水調下亦可{{*|}}
霍확亂롼 吐통瀉샹ᄅᆞᆯ 고툐ᄃᆡ丁뎌ᇰ香햐ᇰ 닐굽 나ᄎᆞᆯ ᄂᆞ로니 십고 ᄀᆞᆺ 기룬 믈로 ᄂᆞ리오ᄃᆡ ᄒᆞ다가 십디 몯거든 ᄀᆞᄂᆞ리 ᄀᆞ라 ᄎᆞᆫ므레 프러 ᄂᆞ리옴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菉豆 胡椒{{*|各七七粒}}右擣爲末新汲水調服不拘時{{*|}}
ᄯᅩ菉록豆뚜ᇢ 와胡ᅘᅩᆼ椒죠ᇢ 와 各각 닐굽닐굽 나ᄎᆞᆯ 디허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 머구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말라
醫方集成姜塩飮治乾霍亂欲吐不吐欲瀉不瀉 塩{{*|一兩}}生薑{{*|切半兩}}右同炒令色變以水一梡煎溫服甚者加童子小便一盞{{*|}}
薑가ᇰ塩염飮ᅙᅳᆷ 은 乾간霍확亂롼이 吐통코져 호ᄃᆡ 吐통티 몯ᄒᆞ고 즈츼오져 호ᄃᆡ 즈츼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소곰 ᄒᆞᆫ 兩랴ᇰ과 生ᄉᆡᇰ薑가ᇰ 사ᄒᆞ로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ᄃᆡ 봇가 비치 다ᄅᆞ거든 믈 ᄒᆞᆫ 보ᅀᆞ로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甚씸ᄒᆞ니란 아ᄒᆡ 오좀 ᄒᆞᆫ 盞잔상36ㄱᄋᆞᆯ 조쳐 머기라
壽域神方霍亂已死上屋喚魂以諸治皆至而猶不差捧病覆臥之伸兩臂對以繩度兩肘尖頭依繩下夾背脊大骨空中去脊各一寸灸之百壯不治者可灸肘椎已試數百人皆灸畢卽起坐驗{{*|}}
霍확亂롼ᄒᆞ야 ᄒᆞ마 죽거든 집 우희 올아 넉슬 브르고 여러가짓 고툐ᄆᆞᆯ 다 호ᄃᆡ ᄉᆞᆫᄌᆡ 됴티 아니커든 病뼈ᇰᄒᆞ닐업더리와다 뉘이고 두 ᄇᆞᆯᄒᆞᆯ 펴고 노ᄒᆞ로 두 ᄇᆞᆯ톡 그틀 견주고 노ᄒᆞᆯ브터 드ᇰᄆᆞᄅᆞᆺ ᄲᅧ를 상36ㄴᄢᅧ 가온ᄃᆡ 뷔우고 드ᇰᄆᆞᆯᄅᆞ로셔 各각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ᅮᄃᆡ 됴티 아닌ᄂᆞ니란 肘듀ᇢ椎ᄄᆔᆼᄅᆞᆯ ᄯᅳ라 ᄒᆞ마 數슝百ᄇᆡᆨ人ᅀᅵᆫ을 디내요니 다ᄯᅩᆷ ᄆᆞᄎᆞ면 즉재 니러 안ᄌᆞ니라
又方治絞腸沙腹痛不可忍者嘔吐泄瀉及中署霍亂心煩渴不省人事兼治急心痛白蜜馬糞二味不以多少擂新水化下去滓頓服一碗雖曰穢汚却有神功無蜜亦可{{*|}}
ᄯᅩ 絞교ᇢ腸땨ᇰ沙상ㅣ ᄇᆡ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니와 吐통ᄒᆞ고즈츼ᄂᆞ니와 中듀ᇰ暑셩ᄒᆞ며 霍확亂롼ᄒᆞ야 ᄆᆞᅀᆞ미 煩뻔渴카ᇙ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ᄂᆞ상37ㄱ닐 고티고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알힐 조쳐 고티ᄂᆞ니 ᄒᆡᆫ ᄢᅮᆯ와 ᄆᆞᆯᄯᅩᇰ과 두 가지를 새 므레 프러 즛의 앗고 ᄒᆞᆫ 보ᅀᆞᄅᆞᆯ 다 머그라 비록 더러우나 神씬奇긩ᄒᆞᆫ 功고ᇰ이 잇ᄂᆞ니 ᄢᅮᆯ 업서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用收蠶子的舊紙一幅務要去蠶子潔淨燒灰爲末用熱酒調服立效{{*|}}
ᄯᅩ 누에ᄡᅵ 난 죠ᄒᆡ ᄒᆞᆫ 張댜ᇰᄋᆞᆯ 누에ᄡᅵᄅᆞᆯ 조히 업게 ᄒᆞ고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술로 프러 머그면 즉자히 됻ᄂᆞ니라
又方治急肚痛絞膓沙用久乾猪糞一塊如指頭大用砂仁二箇碾爲末白湯調服妙{{*|}}
ᄯᅩ 과ᄀᆞᆯ이 ᄇᆡ 알ᄑᆞᆫ 絞교ᇢ腸땨ᇰ沙상ᄅᆞᆯ 고툐상37ㄴᄃᆡ 오래 ᄆᆞᄅᆞᆫ 도ᄐᆡ ᄯᅩᇰ ᄒᆞᆫ 무저기 소ᇇ가락만 ᄒᆞ니와縮슉砂상 두 나ᄎ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尸厥第十==
經驗良方其證奄然死去四肢逆冷不省人事腹中氣走如雷鳴 焰焇{{*|半兩}}硫黃{{*|一兩}}右細硏如粉分作三服每服用好舊酒一大盞煎覺焰起傾於盞內盖着溫灌與服如人行五里又進一服不過二服卽醒兼灸頭上百會穴四十九壯兼臍下氣海丹田三百壯覺身體溫暖卽止{{*|}}
그 證지ᇰ이 믄득 죽거든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고 ᄇᆡ 안해 氣킝分분이ᄃᆞᆫ뇨ᄃᆡ 울에 ᄀᆞᆮᄒᆞ니 焰염焇쇼ᇢ 半반 兩랴ᇰ과硫류ᇢ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세 服뽁애 ᄂᆞᆫ화 ᄒᆞᆫ 服뽁애 됴ᄒᆞᆫ 무근 술 큰 ᄒᆞᆫ 잔애 글혀 焰염焇쇼ᇢㅣ 니러나거든 잔애 브ᅀᅥ 둡고 ᄃᆞ시 ᄒᆞ야 브ᅀᅥ 머기고 사ᄅᆞ미 五ᅌᅩᆼ里링예 갈 만ᄒᆞ야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 즉재 ᄭᆡᄂᆞ니 머릿 百ᄇᆡᆨ會ᅘᅬᆼ穴ᅘᆑᇙᄋᆞᆯ 四ᄉᆞᆼ十씹九구ᇢ 壯자ᇰᄋᆞᆯ ᄯᅳ고 臍쪵下ᅘᅡᆼ와氣킝海ᄒᆡᆼ 와丹단田뗜 ᄋᆞᆯ 三삼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ᅥ 모미 덥거든 말라
如無前藥用附子重七錢許炮熟去皮臍爲末分作二服每服用酒三盞煎至一盞溫服{{*|}}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附뿡子ᄌᆞᆼ 므긔 닐굽 돈 남ᄌᆞᆺᄒᆞ닐 炮뽀ᇢᄒᆞ야 니겨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細솅末마ᇙᄒᆞ야 ᄂᆞᆫ화 두 服뽁애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술 세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애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又無附子用生薑自然汁半盞酒一盞煎百沸倂灌二服{{*|}}
ᄯᅩ 附뿡子ᄌᆞᆼ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 半반 잔ᄋᆞᆯ 술 ᄒᆞᆫ 잔ᄋᆞᆯ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커든 조쳐 브ᅀᅩᄃᆡ 두 服뽁애 ᄒᆞ라
聖惠方治尸厥脉動而無氣氣閉不通故正如死聽其耳中脩脩有如嘯聲而股內暖者是也不治三日當死宜服朱砂丸 朱砂{{*|細硏}}雄黃{{*|細硏}}附子{{*|各三分炮裂去皮臍}}桂心{{*|一兩半}}巴豆{{*|二十枚去皮心硏}}右件藥擣羅爲末入硏了藥令勻煉蜜和丸如麻子大每服不計時候以粥飮下五丸不知更下二丸若利多則止之{{*|}}
尸싱厥궈ᇙ을 고툐ᄃᆡ 脉ᄆᆡᆨ이뮈유ᄃᆡ 氣킝分분 업스며 氣킝分분이 마켜 상39ㄴ通토ᇰ티 몯ᄒᆞᆯᄉᆡ 正져ᇰ히 주그니 ᄀᆞᆮᄒᆞ니 그 귀예 드로ᄃᆡ 脩슈ᇢ脩슈ᇢᄒᆞ야 ᄑᆞ라ᇝ 소ᄅᆡ ᄀᆞᆮ고 다리 안히 더우니 이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ᄋᆞᆳ마내 죽ᄂᆞ니 朱즁砂상丸ᅘᅪᆫᄋᆞᆯ 머귤디니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ᆯ오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나리 ᄀᆞᆯ오 附뿡子ᄌᆞᆼᄅᆞᆯ 各각 三삼分뿐을 炮뽀ᇢᄒᆞ야ᄢᅢ혀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桂ᄀᆒᆼ心심 ᄒᆞᆫ 兩랴ᇰ 半반과巴방豆뚜ᇢ 스믈 나ᄎᆞᆯ 것과 소ᄇᆞᆯ 앗고 ᄀᆞ라 이 藥약을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고 몬져 ᄀᆞ론 藥약ᄋᆞᆯ 녀허 골오 섯거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 지ᅀᅩᄃᆡ 열ᄡᅵ만 케 ᄒᆞ야 머규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粥쥭므레 다ᄉᆞᆺ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오고 아디 몯거든 다시 두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올디니 즈츼요ᄆᆞᆯ 하 ᄒᆞ야ᄃᆞᆫ 그치라
葛氏備急方尸蹶之病卒死而脉猶動灸鼻人中七壯又灸陰囊下去下部一寸百壯若婦人灸兩乳中閒又云爪刺人中良久又針人中至齒立起{{*|}}
尸싱厥궈ᇙㅅ 病뼈ᇰ이 과ᄀᆞᆯ이 주구ᄃᆡ 脉ᄆᆡᆨ이 ᄉᆞᆫᄌᆡ 動또ᇰᄒᆞᄂᆞ니 人ᅀᅵᆫ中듀ᇰ을 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고 ᄯᅩ陰ᅙᅳᆷ囊나ᇰ 아래 밋굼그로셔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ᄒᆞ다가 겨지비어든 두 졋 가온ᄃᆡᆯ ᄯᅳ라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소ᇇ토ᄇᆞ로 오래ᄣᅵᆯ어 시며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針짐호ᄃᆡ 니예 다ᄃᆞᆮ게 ᄒᆞ면 즉자히 니ᄂᆞ니라
又方菖蒲屑納鼻兩孔中吹之令人以桂屑着舌下{{*|}}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녀코 불오 사ᄅᆞ미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로 혀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熨其兩脅下取竈中墨如彈丸漿水和飮之湏臾三四{{*|}}
ᄯᅩ 두 녀블 熨ᅙᅮᇙᄒᆞ고 브ᅀᅥ븻 검듸여ᇰ을彈딴子ᄌᆞ 만 ᄒᆞ닐 가져 漿쟈ᇰ水ᄉᆔᆼ예 프러 머교ᄃᆡ 아니한 ᄉᆞᅀᅵ예 서너 번 ᄒᆞ라
又方針百會入三分補之又針足大指甲下內側去甲三分又足指甲上各入三分{{*|}}
ᄯᅩ 百ᄇᆡᆨ會ᅘᅬᆼᄅᆞᆯ 針짐호ᄃᆡ 三삼分뿐에 들에 ᄒᆞ야 補봉ᄒᆞ고 ᄯᅩ 밠 엄지가락톱 아래 안녁 겨틀 토ᄇᆞ로셔 三삼分뿐만 ᄒᆞᆫᄃᆡ 針짐ᄒᆞ고 ᄯᅩ 밠톱 우흘 상41ㄱ各각各각 三삼分뿐이 들에 針짐ᄒᆞ라
又方灸膻中穴二十八壯{{*|}}
ᄯᅩ 膻선中듀ᇰ穴ᅘᆑᇙ을 二ᅀᅵᆼ十씹八바ᇙ壯자ᇰ을 ᄯᅳ라
==纏喉風喉閉第十一<sub>喉腫舌腫失音附</sub>==
經驗良方其證先兩日胸膈氣緊取氣短促驀然咽喉腫痛手足厥冷氣閉不通頃刻不治 巴豆{{*|七粒三生四熟生者去殼生硏熟者去殼燈上燒存性}}雄黃一塊{{*|如皂角子大透明者細硏}}鬱金一箇{{*|蟬肚者硏爲末}}右三味硏末每服半字用茶淸兩呷許調下口噤咽塞用小竹管納藥吹入喉中湏臾吐利卽醒{{*|}}
그 證지ᇰ이 몬져 이트를 가ᄉᆞᇝ氣킝分분이 답답ᄒᆞ야 氣킝分분ᄋᆞᆯ 取츙호미 뎌르고 ᄌᆞᆺ다가 믄득 모기 븟고 손바리 ᄎᆞ고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고티디 몯ᄒᆞᄂᆞ니라 巴방豆뚜ᇢ 닐굽 나ᄎᆞ로 세흔 生ᄉᆡᇰ이오 네흔 니겨 生ᄉᆡᇰ으란 거피 밧겨 ᄀᆞᆯ오 니그니란 거피 밧기고 드ᇰ자ᇇ브레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라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기 皂쪼ᇢ角각 ᄡᅵ만 ᄒᆞ니 ᄉᆞᄆᆞᆺ ᄇᆞᆯᄀᆞ닐 ᄀᆞᄂᆞ리 ᄀᆞᆯ라鬱ᅙᅮᇙ金금 ᄒᆞᆫ 낫 ᄆᆡ야ᄆᆡ ᄇᆡ ᄀᆞᆮ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세 가짓 마ᄉ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字ᄍᆞᆼᄅᆞᆯ 머교ᄃᆡ 찻믈 두 머굼만 ᄒᆞᆫᄃᆡ 프러 ᄂᆞ리오라 입 마고믈오 모기 마고 븟거든 져근 대로ᇰ애 藥약ᄋᆞᆯ 녀허 목 안해 불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吐통ᄒᆞ고 즈츼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無前藥用川升麻四兩剉碎水四椀煎一椀灌服{{*|}}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川ᄌᆑᆫ升시ᇰ麻망 넉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네 보ᅀᆞ애 ᄒᆞᆫ 보ᅀᆡ ᄃᆞ외에 글혀 브ᅀᅳ라
又無川升麻用皂角三莖搥碎挼一盞灌服或吐或不吐卽安{{*|}}
ᄯᅩ 川ᄌᆑᆫ升시ᇰ麻망 업거든 皂쪼ᇢ角각 세 줄길 ᄯᅮ드려 ᄇᆞᆺ아 ᄒᆞᆫ 자내 프러 브ᅀᅳ라 시혹 吐통커나 시혹 吐통티 아니커나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朱氏集驗方吹喉散治咽喉腫痛 朴硝{{*|四兩別硏}}甘草{{*|一兩生末}}右硏勻每用半錢乾擦喉如腫甚用竹管子吹入喉中爲佳{{*|}}
吹ᄎᆔᆼ喉ᅘᅮᇢ散산 은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朴박硝쇼ᇢ 넉 兩랴ᇰᄋ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ᄒᆞᆫ 兩량ᄋᆞᆯ 生ᄉᆡᇰ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 半반 돈ᄋᆞᆯ ᄆᆞᄅᆞ닐 모긔 ᄇᆞᆯ로ᄃᆡ 브ᅀᅮ미 甚씸커든 대로ᅌᆞ로 부러 목 안해 드류미 됴ᄒᆞ니라
經驗秘方治懸壅暴腫 白礬 塩右等分爲末以筯頭點少許在懸壅上{{*|}}
목져지 과글이 브ᅀᅳ닐 고툐ᄃᆡ 白ᄈᆡᆨ礬뻔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졋가락 그테 져기 상43ㄱ무텨 목졋 우희 ᄇᆞᄅᆞ라
又方乾薑半夏等分爲末以少許着舌下{{*|}}
ᄯᅩ 乾간薑가ᇰ과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혀 아래 녀흐라
又方一字散主喉痺氣塞不通欲死者 雄黃{{*|一分別硏}}蝎梢{{*|七枚}}猪牙皂角{{*|七鋌}}白礬{{*|生硏一錢}}藜蘆{{*|一錢}}右細末每用一字吹入鼻中頑涎卽吐效{{*|}}
ᄯᅩ一ᅙᅵᇙ字ᄍᆞᆼ散산 은 모기 브ᅀᅥ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야 죽ᄂᆞ닐 主즁ᄒᆞ니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分뿐을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蝎허ᇙ梢쇼ᇢ 닐굽 낫과 皂쪼ᇢ角각 닐굽 鋌뗘ᇰ과 白ᄈᆡᆨ礬뻔 生ᄉᆡᇰᄒᆞ닐 ᄀᆞ라 ᄒᆞᆫ 돈과藜래蘆 롱 ᄒᆞᆫ 돈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부러 녀허 건추믈 吐통ᄒᆞ면 됻ᄂᆞ니라
又方喉閉深腫連頰吐氣數名馬喉閉馬㗸鐵{{*|一具}}右用水三盞煮一盞溫服又蒜塞耳鼻中{{*|}}
ᄯᅩ 모기 막고 ᄀᆞ자ᇰ 브ᅀᅥ ᄲᅡ매 닛고 氣킝分분을 吐통호미 ᄌᆞᄌᆞ면 일후미 ᄆᆞᆯ목브ᅀᅮ미니馬망含ᅘᅡᆷ쇠 ᄒᆞ나ᄒᆞᆯ 믈 세 잔ᄋᆞ로 ᄒᆞᆫ 잔 ᄃᆞ외에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마ᄂᆞᄅᆞᆯ 귀와 고해 고ᄌᆞ라
又方如聖散治舌腫喉痺 川芎 桔梗 薄苛葉 甘草 盆硝{{*|各等分}}右爲細末每用一錢乾摻{{*|}}
ᄯᅩ如ᅀᅧᆼ聖 셔ᇰ散산 은 혀 븟고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川ᄌᆑᆫ芎쿵 과 桔겨ᇙ梗겨ᇰ과薄팍荷ᅘᅡᆼ ㅅ 닙과 甘감草초ᇢ와盆뽄硝쇼ᇢ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곰 ᄆᆞᄅᆞ닐 ᄇᆞᄅᆞ라
又方舌忽腫硬塞悶百草霜食塩等分井水調塗舌上卽安{{*|}}
ᄯᅩ 혜 忽호ᇙ然ᅀᅧᆫ히 브ᅀᅥ 세웓고 답답ᄒᆞ거든百ᄇᆡᆨ草초ᇢ霜사ᇰ 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우믌 므레 프러 혀에 ᄇᆞᄅᆞ면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直指方白藥散治喉中熱塞腫疼散血消痰白藥 朴硝{{*|等分}}右爲末以小管子吹入喉{{*|}}
白ᄈᆡᆨ藥약散산 은 목 안히 더워 마고 브ᅀᅳ닐 고티ᄂᆞ니 피ᄅᆞᆯ 슬며 痰땀을 노기ᄂᆞ니라 白ᄈᆡᆨ藥약과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져근 대롱ᄋᆞ로 부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sub>簡方</sub>纏喉風及喉痺用蠶退紙燒灰存性煉蜜丸如雞頭大含化嚥津{{*|}}
纏뗜喉ᅘᅮᇢ風보ᇰ과 목 브ᅀᅳ닐 누에ᄡᅵ 난 죠ᄒᆡᄅᆞᆯ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을 지ᅀᅩᄃᆡ雞곙頭뚜ᇢ實씨ᇙ 만 게 ᄒᆞ야 머구머 노겨 춤기라纏뗜喉ᅘᅮᇢ風보ᇰ 은 과ᄀᆞᄅᆞᆫ목더시라
又方纏喉風氣不通雄黃一塊新汲水磨急灌吐卽差{{*|}}
ᄯᅩ 纏뗜喉ᅘᅮᇢ風보ᇰ에 氣킝分분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글 새 므레 ᄀᆞ라 ᄲᆞᆯ리 브ᅀᅥ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咽喉腫閉 甘草 白礬{{*|等分}}右爲細末每以半錢許入口中津液嚥下{{*|}}
ᄯᅩ 모기 브ᅀᅥ 마ᄀᆞ닐 고툐ᄃᆡ 甘감草초ᇢ와 白ᄈᆡᆨ礬뻔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돈 남ᄌᆞ샤 입 안해 녀허셔 추므로 ᄂᆞ리오라
聖惠方咽喉閉不通 硇砂 馬牙硝{{*|等分}}右細硏令勻用銅筯頭於水中 蘸令濕搵藥末點於咽喉中{{*|}}
모기 마가 通토ᇰ티 아니ᄒᆞ닐硇 뇨ᇢ砂상 와馬망牙ᅌᅡᆼ硝쇼ᇢ 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놋졋 그트로 므레 저져 藥약ᄋᆞᆯ 무텨 목 안해 디그라
又方咽喉閉塞口噤雄雀糞細硏每服半錢以溫水調灌{{*|}}
ᄯᅩ 모기 막고 입 버리디 몯ᄒᆞ닐 수새 ᄯᅩᆼ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을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ᅳ라
又方咽喉生穀賊若不急治亦能殺人用針刺破令黑血出後含馬牙硝一小塊子嚥津卽差{{*|}}
ᄯᅩ 모ᄀᆡ穀곡賊쪽 이 나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ᄯᅩ 能느ᇰ히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상46ㄱ니 針짐으로 허러 거믄 피나게 ᄒᆞ고 馬망牙ᅌᅡᆼ硝쇼ᇢ ᄒᆞᆫ 져근 무저글 머구머 추믈 ᄉᆞᆷᄭᅵ면 즉재 됻ᄂᆞ니라 穀곡賊쪽은 穀곡食씩에 몯내ᄑᆡᆫ 이사기 굳고ᄭᅡᄭᅡᆯᄒᆞᆫ 거시니 몰라 ᄡᆞ리라 머고면 목 안히 브ᅀᅥ 通토ᇰ티 아니ᄒᆞᄂᆞ니 일후믈 목 안해 穀곡賊쪽 나다 ᄒᆞᄂᆞ니라
又方以馬牙硝細硏緜裹半錢含化嚥津以差爲度{{*|}}
ᄯᅩ 馬망牙ᅌᅡᆼ硝쇼ᇢ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ᄋᆞᆯ소오매 ᄢᅳ려 머구머 노겨 춤 ᄉᆞᆷᄭᅭᄃᆡ 됴ᄒᆞᆯ ᄭᆞ자ᇰ ᄒᆞ라
又方咽喉腫痛語聲不出豉半升以水二大盞煎至一大盞去滓分爲二服相繼稍熱服之令有汗出卽差{{*|}}
ᄯᅩ 목 브ᅀᅥ 소ᄅᆡ 나디 아니커든 젼국 半반 되ᄅᆞᆯ 믈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큰 잔애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두 服뽁애 ᄂᆞᆫ화 서르 닛우 져기 덥게 ᄒᆞ야 머거 ᄯᆞᆷ나게 ᄒᆞ면 곧 됻ᄂᆞ니라
壽域神方舌忽脹出口外雞冠上刺血磁盞盛浸舌就嚥下卽縮{{*|}}
혜 과글이 부러나 입 밧긔 나거든 ᄃᆞᆯᄀᆡ 벼츨 ᄡᅥᆯ어 피내야 沙상잔애 담고 혀를 ᄃᆞᆷ가셔 ᄉᆞᆷᄭᅵ면 즉재움처 드ᄂᆞ니라
==骨鯁第十二==
醫方集成治骨鯁入喉 縮砂 甘草{{*|各等分}}右爲末緜裹少許噙之旋旋嚥津久之隨痰出{{*|}}
ᄲᅨ 모긔거닐 고툐ᄃᆡ 縮슉砂상와 甘감草초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소오ᄆᆡ 져기 ᄢᅳ려머구머 젹젹 춤 ᄉᆞᆷᄭᅵ면 오라면 痰땀 조차 나ᄂᆞ니라
又方野紵根洗淨不以多少搗爛如泥每用龍眼大如被雞骨所傷以雞羹化下如被魚骨所傷以魚羹汁化下{{*|}}
ᄯᅩ 모싯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디호ᄃᆡ 니균 ᄒᆞᆰᄀᆞ티 ᄒᆞ야 龍료ᇰ眼ᅌᅡᆫ만 ᄒᆞ니ᄅᆞᆯ ᄃᆞᆯ긔 ᄲᅧ에 傷샤ᇰ커든 ᄃᆞᆰ湯타ᇰㅅ 즈브로 ᄂᆞ리오고 고깃 ᄲᅧ에 傷샤ᇰ커든 生ᄉᆡᇰ鮮션湯타ᇰㅅ 즈브로ᄂᆞ리오라
經驗良方治骨硬不下先嚼白茯苓一錢重次以白礬湯嚥下{{*|}}
ᄲᅨ 거러 ᄂᆞ리디아닌ᄂᆞ닐 고툐ᄃᆡ 몬져白ᄈᆡᆨ茯뽁苓려ᇰ ᄒᆞᆫ 돈ᄋᆞᆯ 십고 버거白ᄈᆡᆨ礬뻔湯타ᇰ 으로 ᄂᆞ리오라
又方治魚骨用白膠香細細呑下{{*|}}
ᄯᅩ 믌고깃 ᄲᅧ걸우닐 고툐ᄃᆡ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 을 젹젹 ᄉᆞᆷᄭᅧ ᄂᆞ리오라
又方皂角少許吹入鼻{{*|}}
ᄯᅩ 皂쪼ᇢ角각을 져기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口念鸕鶿鸕鶿立愈{{*|}}
ᄯᅩ 이베 鸕롱鶿ᄍᆞᆼ 鸕롱鶿ᄍᆞᆼ ᄒᆞ야 念념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鸕롱鶿ᄍᆞᆼᄂᆞᆫ 가마오디라
朱氏集驗方治食鯉魚骨硬貫衆不以多少濃煎汁一盞半分三服幷進連服三劑{{*|}}
鯉링魚ᅌᅥᆼ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貫관衆쥬ᇰ 을 두터이 글혀 즈블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세 服뽁애 ᄂᆞᆫ화 다 머구ᄃᆡ 닛우 세 劑쪵ᄅᆞᆯ 머그라
又方巧匠取喉鉤將繭剪如錢大用物搥四面令軟以油潤之仍中通一竅先穿上鉤線次穿數珠三五枚令兒正坐開口漸添引數珠挨之到喉覺至繫鉤處乃以向下一推其鉤自下而脫卽向上急出之見蠶錢向下裹定鉤線鬚而出並無所損{{*|}}
ᄯᅩ 工고ᇰ巧교ᇢᄒᆞᆫ 匠쨔ᇰㅅᅀᅵᆫ이 아ᄒᆡ 모ᄀᆡ 건 낙ᄉᆞᆯ 아ᅀᅩᄃᆡ 고티ᄅᆞᆯ 돈ᄀᆞ티 ᄇᆞ리고 네 面면을 ᄯᅮ드려 보ᄃᆞ랍게 ᄒᆞ고 기르므로저지고 가온ᄃᆡ ᄒᆞᆫ 구무들워 몬져낛긴헤 ᄢᅦ오 버거念념珠즁 세다ᄉᆞᆺ 나ᄎᆞᆯ ᄢᅦ오 아ᄒᆡ로 바ᄅᆞ 아ᇇ고 입버리게 코 졈졈 念념珠즁를 더 미러 모ᄀᆡ 다ᄃᆞᆮ게 ᄒᆞ야 낛 ᄆᆡ욘 ᄃᆡ 니른가 식브거늘 아래로 ᄒᆞᆫ 번 미니 그 낙시 제 ᄂᆞ려 버서디거늘 즉재 우흐로 時씽急급히 내오 고티ᄅᆞᆯ 보니 아래로 낙줄와 낛미느를 ᄢᅳ러 나 귿 헌 ᄃᆡ 업더라
聖惠方治食魚骨鯁以魚網燒灰細硏水調服一錢又方以魚網䨱頭立下{{*|}}
믌고기 먹다가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고깃 그므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 그므를 머리예 두프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含水獺骨立出或爪亦得{{*|}}
ᄯᅩ 水ᄉᆔᆼ獺타ᇙ의 ᄲᅧ를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 시혹 밠톱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以牛筋水浸細擘以線繫如彈子大持線端呑之入喉至哽處徐徐引之鯁着筋卽出{{*|}}
ᄯᅩ ᄉᆈ 히믈 므레 ᄃᆞᆷ가 ᄀᆞᄂᆞ리 ᄧᆡ야 실로 ᄆᆡ요ᄃᆡ 彈딴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싨그틀 잡고 ᄉᆞᆷᄭᅧ 모ᄀᆡ 드려 ᄲᅧ 건 ᄃᆡ 니르거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ᄃᆞᆼᄀᆡ면 ᄲᅧ 히메 바상49ㄴ켜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以虎糞或狼糞燒灰細硏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ᄯᅩᆼ이나 시혹 일희 ᄯᅩᆼ이나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虎骨或狸骨擣細羅爲散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ᄲᅨ나 시혹 ᄉᆞᆯ긔 ᄲᅨ나 디허 ᄀᆞᄂᆞ리처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硇砂半錢口中咀嚼嚥之立下{{*|}}
ᄯᅩ 硇砂상 半반 돈ᄋᆞᆯ 이베 시버 ᄉᆞᆷᄭᅵ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治誤呑鉤若線猶在手中者莫引之但急以珠璫若薏苡子輩穿貫着線稍稍令推至鉤處小小引之則出{{*|}}
ᄯᅩ 낙ᄉᆞᆯ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ᄒᆞ다가 긴히 소내 잇ᄂᆞ닌 ᄃᆞᇰᄀᆡ디 말오 ᄲᆞᆯ리 구스리나 율믜나 긴헤 ᄢᅦ어 졈졈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젹젹 ᄃᆞᇰᄀᆡ면 나ᄂᆞ니라
又方以琥珀珠着線貫之推令前入至鉤又復推以索引出矣或水精珠亦佳無珠諸堅實物磨令滑作孔用之{{*|}}
ᄯᅩ琥홍珀ᄑᆡᆨ 구스를 긴헤 ᄢᅦ여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ᄯᅩ 미러혀면 나ᄂᆞ니라 시혹水ᄉᆔᆼ精져ᇰ 도 ᄯᅩ 됴ᄒᆞ니 구슬 업거든 구든 거슬 ᄀᆞ라 ᄆᆡᆺᄆᆡᆺ게 ᄒᆞ야 구무 들워 ᄡᅳ라
又方治誤呑針以上好磁石如小彈子大含之卽出{{*|}}
ᄯᅩ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됴ᄒᆞᆫ指징南남石쎡 이 져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라
經驗秘方治誤呑錢百部根四兩酒一升浸一宿溫作二服{{*|}}
돈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百ᄇᆡᆨ部뽕根ᄀᆞᆫ 넉 랴ᇰᄋᆞᆯ 술 ᄒᆞᆫ 되예 ᄒᆞᄅᆞᆺ바ᄆᆞᆯ ᄃᆞᆷ가 ᄃᆞ시 ᄒᆞ야 두 버네 머그라
又方服淸蜜二盞{{*|}}
ᄯᅩ 淸쳐ᇰ蜜미ᇙ 두 잔ᄋᆞᆯ 머그라
又方濃煎艾湯一二盞飮之{{*|}}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혀 ᄒᆞᆫ두 자ᄂᆞᆯ 머그라
又方治誤呑針釘鉤子魚骨雜物多食肥羊脂肉及諸肉必自裹出{{*|}}
ᄯᅩ 바ᄂᆞᆯ와 몯과 낛과 고깃 ᄲᅧ와 雜짭거슬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진 羊야ᇰᄋᆡ 기름과 고기와 여러 가짓 고기ᄅᆞᆯ 만히 머그면 절로 ᄢᅳ려 나ᄂᆞ니라
又方木炭爲細末每服一錢冷水調下頓服自然裹於大便中出{{*|}}
ᄯᅩ숫글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ᄋᆞᆯ ᄎᆞᆫ므레 프러 다 머그면 自ᄍᆞᆼ然ᅀᅧᆫ히 大땡便뼌에 ᄢᅳ려 나ᄂᆞ니라
衛生易簡方治一切骨鯁用朴硝噙化{{*|}}
一ᅙᅵᇙ切촁ㅅ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朴팍硝쇼ᇢᄅᆞᆯ 머구머 노기라
又方用雞蘇朴硝等分如彈子大仰臥噙化三五丸卽愈{{*|}}
ᄯᅩ雞곙蘇송 와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졋바누어 세 다ᄉᆞᆺ 버늘 머구머 노기면 즉재 됻ᄂᆞ니라
壽域神方治諸骨鯁用不蛀皂角一片槌碎作四截銚內炒令焦黑酸米醋一盞澆之用碗覆一茶久取出放溫漱嚥下{{*|}}
여러 가짓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벌에 먹디 아니ᄒᆞᆫ 皂쪼ᇢ角각 ᄒᆞᆫ 편을 ᄯᅮ드려 네헤 그처 새용 안해 봇가 검게 ᄒᆞ고 싄 초 ᄒᆞᆫ 잔ᄋᆞᆯ 븟고 보ᅀᆞ로 두퍼 ᄒᆞᆫ 차 다릴 ᄉᆞᅀᅵ만 커든 내야 ᄃᆞ시 ᄒᆞ야 야ᇰ지ᄒᆞ야 ᄉᆞᆷᄭᅵ라
又方用覆盆子根取淨洗釅醋瓦礶煎濃汁用紙盖礶口留一孔令患人開口置孔熏一二時久骨自下{{*|}}
ᄯᅩ覆폭盆뽄子ᄌᆞᆼ ㅅ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초로 딜湯타ᇰ礶관 에 즙이 두텁게 글히고 죠ᄒᆡ로 湯타ᇰ礶관 이블 막고 ᄒᆞᆫ 굼글 두어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로 입 버려 굼긔 다혀 ᄒᆞᆫ두 時씽刻큭을 쐬면 ᄲᅨ 저 나ᄂᆞ니라
又方用餳糖再熬化丸如雞子黃大微嚼猛嚥呑之不下再作大丸呑妙{{*|}}
ᄯᅩ 여슬 두 번 ᄉᆞ라 ᄃᆞᆯᄀᆡ앐 누른 것만 케 비븨여 자ᇝ간 시버 ᄆᆡ이 ᄉᆞᆷᄭᅭᄃᆡ ᄂᆞ리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크게 비븨여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以魚骨安於頭上立愈{{*|}}
ᄯᅩ 믌고깃 ᄲᅧᄅᆞᆯ 머리예 연ᄌ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仍取所餘骨左右手反復擲背後立出{{*|}}
ᄯᅩ 나ᄆᆞᆫ ᄲᅧ를 두 녁 소ᄂᆞ로 서르 드ᇰ 뒤헤 더디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解衣帶眼看下部不下卽出{{*|}}
ᄯᅩ 옷 밧고 미틀 보면 ᄂᆞ리디 아니ᄒᆞ면 즉자히 나ᄂᆞ니라
又方取鯉魚鱗皮燒灰作末以水調服卽出不出再作{{*|}}
ᄯᅩ 鯉링魚ᅌᅥᆼㅅ 비늘와 가ᄎᆞᆯ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 나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又方用象牙爲末水調一錢服亦治魚刺{{*|}}
ᄯᅩ象쌰ᇰ牙ᅌᅡᆼ 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상53ㄱ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ᄲᅧ ᄣᅵᆯ인 ᄃᆡ 고티ᄂᆞ니라
又方用鸕鶿骨爲末湯調服之得呑其嗉最效{{*|}}
ᄯᅩ 鸕롱鶿ᄍᆞᆼ ᄲᅧ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그라 그 부릴 어더 머그면 ᄆᆞᆺ 됴ᄒᆞ니라
又方治誤呑錢用慈菰搗半爛呑之移時其錢卽化一用濃煎艾汁亦可冬葵根煮汁亦可{{*|}}
ᄯᅩ 그르 돈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慈ᄍᆞᆼ菰공 ᄅᆞᆯ 디허 半반만 닉거든 ᄉᆞᆷᄭᅵ라 時씽刻큭이 올ᄆᆞ면 그 돈이 즉재 녹ᄂᆞ니라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횬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冬도ᇰ葵ᄁᆔᆼ 根ᄀᆞᆫ 글휸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誤呑金銀釵環以水銀半兩服之再服卽出{{*|}}
ᄯᅩ 金금銀ᅌᅳᆫ 곳 골회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水ᄉᆔᆼ銀ᅌᅳᆫ 半반 兩랴ᇰ을 머그라 다시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治小兒誤呑針用磁石如棗核大磨令光鑽作竅絲穿令含針自出{{*|}}
ᄯᅩ 아ᄒᆡ 그르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指징南남石쎡이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 ᄒᆞ닐 ᄀᆞ라 빗나게 ᄒᆞ고 구무 들워 실로 ᄢᅦ여 머굼게 ᄒᆞ면 바ᄂᆞ리 제 나ᄂᆞ니라
又方治誤呑鐶燒鵝翎數根末白湯調服妙{{*|}}
ᄯᅩ 그르 골회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거유 ᄂᆞ랫짓 두ᅀᅥ흘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다ᇰ쉿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脫陽陰縮第十三==
經驗良方其證或因大吐大瀉之後四肢逆冷元氣不接不醒人事或傷寒新瘥誤與婦人交其證小腹緊痛外腎搐縮面黑氣喘冷汗自出亦是脫陽證湏臾不救先用葱白數莖炒令熱熨臍下次用 附子{{*|一枚重十錢許剉作八片}}白朮 乾薑{{*|各半兩}}木香{{*|一分}}已上四味各硏細水二椀煎至八分椀去滓放冷灌服湏臾又進一服合滓倂服{{*|}}
그 證지ᇰ이 시혹 하 吐통커나 하 즈칀 後ᅘᅮᇢ에 四ᄉᆞᆼ肢징 ᄎᆞ고元ᅌᅯᆫ氣킝 닛디 아니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거나 시혹傷샤ᇰ寒ᅘᅡᆫ 이 ᄀᆞᆺ 됴커든 그르 겨집과 사괴면 그 證지ᇰ이ᄇᆡᆺ기슬기 ᄀᆞ자ᇰ 알ᄑᆞ고 外ᅌᅬᆼ腎씬이 움치들오 ᄂᆞ치 검고 氣킝分분이 헐헐ᄒᆞ고 ᄎᆞᆫ ᄯᆞ미 흐르ᄂᆞ니 ᄯᅩ 이 脫똬ᇙ陽야ᇰㅅ證지ᇰ이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몬져 파 두ᅀᅥ 줄기ᄅᆞᆯ 봇가 덥게 ᄒᆞ야 ᄇᆡᆺ복 아래ᄅ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버거 附뿡子ᄌᆞᆼ ᄒᆞᆫ 낫 므긔 열 돈 남ᄌᆞᆺᄒᆞ닐 사ᄒᆞ라 여듧 片편 ᄆᆡᇰᄀᆞᆯ오 白ᄈᆡᆨ朮뜌ᇙ와 乾간薑가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량과木목香햐ᇰ ᄒᆞᆫ 分분과 네 가짓 마ᄉ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믈 두 보ᅀᆞ로 글혀 여상55ㄱ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ᄎᆡ와 브ᅀᅳ라 이ᅀᅳᆨ고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고 滓ᄌᆡᆼ 조쳐 다 머기라
如無前藥用桂枝二兩用好酒二升煎至一升候溫分作二服灌之{{*|}}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桂ᄀᆒᆼ枝징 두 兩랴ᇰᄋᆞᆯ 됴ᄒᆞᆫ 술 두 되로 글혀 ᄒᆞᆫ 되예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두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라
又無桂枝用葱白連鬚三七莖細剉沙盆內硏細用酒五升煮至二升分作三服灌之陽氣卽回先用炒塩熨臍下氣海勿令氣冷{{*|}}
ᄯᅩ 桂ᄀᆒᆼ枝징 업거든 파ᄒᆞᆯ 불휘 조쳐 세닐굽 줄기ᄅᆞᆯ 상55ㄴᄀᆞᄂᆞ리 사ᄒᆞ라 沙상盆뽄에 ᄀᆞᄂᆞ리 ᄀᆞ라 술 닷 되로 글혀 두 되예 니르거든 세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면 陽야ᇰ氣킝 즉재 도라오ᄂᆞ니 몬져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臍쪵下ᅘᅡᆼ와 氣킝海ᄒ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야 氣킝分분이 ᄎᆞ디 아니케 홀디니라
又無葱白用生薑二七寸亦好依前法服{{*|}}
ᄯᅩ 파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두닐굽 寸촌도 ᄯᅩ 됴ᄒᆞ니 알ᄑᆡᆺ 法법을 브터 머기라
聖惠方治風入腹攻五藏拘急不得轉側陰縮手足厥冷腹中㽱痛宜服赤芍藥散赤芍藥{{*|一兩}}川烏頭{{*|三兩炮製去皮臍}}桂心 甘草炙微赤剉防風{{*|去蘆頭}}芎窮{{*|各一兩}}右擣麤羅爲散每服三錢以水一中盞入生薑半分棗二枚煎至六分去滓不計時候稍熱服{{*|}}
ᄇᆞᄅᆞ미 ᄇᆡ예 드러 五ᅌᅩᆼ藏짜ᇰᄋᆞᆯ 보차 ᄇᆞᆯ라 움즈기디 몯고 陰ᅙᅳᆷ이 움처 들오 손발 ᄎᆞ고 ᄇᆡ 안히 알ᄑᆞ거든赤쳑芍쟉藥약散산 을 머골디니赤쳑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과川ᄌᆑᆫ烏ᅙᅩᆼ頭뚜ᇢ 세 兩랴ᇰ을 炮뽀ᇢᄒᆞ야 갓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어 져기 븕게 ᄒᆞ야 사ᄒᆞᆯ오防파ᇰ風봉 을 머리 버히고芎구ᇰ窮꾸ᇰ 과 各각 ᄒᆞᆫ 兩랴ᇰ을 디허 麤총케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中듀ᇰㅅ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半반 分분과 大상56ㄴ땡棗초ᇢ 두 나ᄎᆞᆯ 드려 글효ᄃᆡ 六륙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져기 덥게 ᄒᆞ야 머기라
聖濟緫錄治陰疝腫縮疼痛 狼毒{{*|炙二兩}}防葵{{*|炒}}附子{{*|炮裂去皮臍各一兩}}右擣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十丸溫酒下空心日午臨臥服{{*|}}
陰ᅙᅳᆷ疝산 ᄒᆞ야 븟고 움처 알ᄑᆞ닐 고툐ᄃᆡ狼라ᇰ毒독 구우니 두 兩랴ᇰ과防파ᇰ葵ᄁᆔᆼ 봇고니와 附뿡子ᄌᆞᆼᄅᆞᆯ 구어 것과 ᄇᆡᆺ복 아ᅀᅩ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丸ᅘᅪᆫᄋᆞᆯ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 만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 열 丸ᅘᅪᆫ곰 ᄃᆞ상57ㄱᄉᆞᆫ 수레 ᄂᆞ리오ᄃᆡ 空코ᇰ心심과 낫과 누을 제와 머그라
又方雞趐左右俱用不限多少燒灰右細硏爲散每服二錢匕溫酒調下不拘時{{*|}}
ᄯᅩ ᄃᆞᆯᄀᆡ ᄂᆞ래ᄅᆞᆯ 두 녀글 다ᄡᅮᄃᆡ 하며 져구믈 限ᅌᆞᆫ티 말오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ᄂᆞ리오ᄃᆡ 時씽刻큭에 븓들이디 말라
又方黃蓮{{*|去鬚}}熟艾{{*|炙}}杏人{{*|去皮尖別硏各半兩}}右擣硏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塩湯下空心服{{*|}}
ᄯᅩ黃ᅘᅪᇰ蓮련 을 거웃 앗고 니근 ᄡᅮ글 브레 ᄧᅬ오 杏ᅘᆡᇰ仁ᅀᅵᆫ을 것과 부리ᄅᆞᆯ 앗고 各각別벼ᇙ상57ㄴ히 ᄀᆞ라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디허 ᄀᆞ라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ᄒᆞᆫ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게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塩염湯타ᇰ ᄋᆞ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硇砂{{*|硏}}木香{{*|各半兩}}棟實{{*|去核炒}}茴香子{{*|炒}}京三稜{{*|炮各一兩}}右五味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空心酒下{{*|}}
ᄯᅩ 硇砂상ᄅᆞᆯ ᄀᆞᆯ오 木목香햐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棟도ᇰ實씨ᇙ을 ᄌᆞᅀᆞ 아ᅀᅡ 봇고 茴ᅘᅬᆼ香햐ᇰ ᄡᅵ를 봇고 京겨ᇰ三삼稜르ᇰ을 炮뽀ᇢᄒᆞ야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空코ᇰ心심에 술로 머그라
又方槐子{{*|炒一兩}}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溫酒下空心服{{*|}}
ᄯᅩ槐ᅘᅬᆼ子ᄌᆞᆼ ᄅᆞᆯ 보ᄭᅡ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ᄃᆞᄉᆞᆫ 술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萵苣{{*|切半斤}}皂莢{{*|剉碎三挺}}蜀椒{{*|去目及閉口者炒出汗一兩}}右少用水煮令相得不可太稀乘熱用布三兩重裹熨腫處冷卽易頻熨自消{{*|}}
ᄯᅩ 부루 사ᄒᆞ로니 半반 斤근과 皂쪼ᇢ莢겹 사ᄒᆞ라 ᄯᅮ드려 세 挺텨ᇰ과川ᄌᆑᆫ椒죠ᇢ 눈과 입 마ᄀᆞ닐 앗고 상58ㄴ봇가 ᄯᆞᆷ 내요니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므를 져고매 ᄒᆞ야 글혀 서르 맛게 ᄒᆞ고 너무 젹게 마롤디니 더운 저긔 뵈로 두ᅀᅥ ᄇᆞᆯ ᄢᅳ려 브ᅀᅳᆫ ᄃᆡ 熨ᅙᅮᇙ호ᄃᆡ ᄎᆞ거든 ᄀᆞᆯ라 ᄌᆞ조 熨ᅙᅮᇙᄒᆞ면 절로 ᄂᆞᆺᄂᆞ니라
又方雄黃{{*|硏}}甘草{{*|各一兩}}礬石{{*|硏二兩}}右擣硏爲末每用藥一兩熱湯五升通手洗腫處良久再煖洗{{*|}}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ᄀᆞ라 두 兩랴ᇰ과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믈 닷 되예 글혀 브ᅀᅳᆫ ᄃᆡ 시수ᄃᆡ 良랴ᇰ久고ᇢ커든 다시 데여 시스라
又方車前子不拘多少擣羅爲末湯調塗腫處{{*|}}
ᄯᅩ車챵前쪈子 ᄌᆞᆼ 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브ᅀᅳᆫ ᄃᆡ ᄇᆞᄅᆞ라
又方蔓菁根不拘多少剉碎擣羅爲散溫水調塗腫處或以絹帛傅之以差爲度{{*|}}
ᄯᅩ 댓무ᅀᅮᆺ 불휘ᄅᆞᆯ 사ᄒᆞ라 ᄯᅮ드려 디허 처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ᅩᆫ ᄃᆡ ᄇᆞᄅᆞ라 시혹 기브로 브툐ᄃᆡ 됴ᄒᆞᆯ ᄀᆞ자ᇰ ᄒᆞ라
==吐血下血第十四<sub>齒閒出血九竅出血附</sub>==
經驗良方云其證皆因內損或酒色勞損或心肺脉破血氣妄行血如湧泉口鼻俱出須臾不救 側栢葉{{*|蒸乾}}人參{{*|焙乾各一兩}}右二味細末每服二錢入飛羅麪二錢新汲井花水調如稀糊啜服血如湧泉不過二服卽止{{*|}}
그 證지ᇰ이 다 안히 損손호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 酒쥬ᇢ色ᄉᆡᆨ애잇버 損손커나 시혹心심肺폥脉ᄆᆡᆨ 이 ᄒᆞ야디여 血ᄒᆑᇙ氣킝 간대로 行ᅘᆡᇰᄒᆞ야 피 믈ᄉᆡᆷᄃᆞᆺ ᄒᆞ야 입과 고콰애 다 나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側즉栢ᄇᆡᆨ 니플ᄠᅧ ᄆᆞᆯ외오 人ᅀᅵᆫ參ᄉᆞᆷᄋᆞᆯ 焙ᄈᆡᆼ乾간호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ᄒᆞ야 飛빙羅랑麪면 두 돈 드려 ᄀᆞᆺ 기룬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로ᄃᆡ누근 플ᄀᆞ티 ᄒᆞ야 머그라 피 믈 솟ᄃᆞᆺ 하야도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즉재 긋ᄂᆞ니라
如無前藥用荊芥一握燒過盖於地上要出火毒細硏如粉以陳米飮調下三錢許與服不過二服效{{*|}}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荊혀ᇰ芥갱 ᄒᆞᆫ 우후믈 ᄉᆞ라 ᄯᅡ해 두퍼火황毒독 내오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무근 ᄡᆞᆯ 글흔 므레 프러 세 돈 남ᄌᆞ기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됻ᄂᆞ니라
又無荊芥用釜底墨刮下細硏如粉每服三錢濃米飮調下連進二三服鼻衄一字吹入鼻中立效{{*|}}
ᄯᅩ 荊혀ᇰ芥갱 업거든 가마 미틧 검듸여ᇰ을 ᄀᆞᆯ가 ᄀᆞᄂᆞ리 紛분ᄀᆞ티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두터이 글상60ㄴ힌 ᄡᆞᆳ므레 프러 닛우 두ᅀᅥ 服뽁을 머기라 고해피 흐르거든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블면 즉재 됴ᄒᆞ리라
又方人有九竅四肢指歧閒皆出血此暴驚所致勿令患人知以井花水猛噀其面{{*|}}
ᄯᅩ 사ᄅᆞ미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 가락 ᄉᆞᅀᅵ예 다 피나ᄆᆞᆫ 이ᄂᆞᆫ 과ᄀᆞᆯ이 놀란 다시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ᆯ 알외디 말오 井져ᇰ花황水ᄉᆔᆼ로 그 ᄂᆞᄎᆡ ᄆᆡ이 ᄲᅮ모라
又方鼻口中出血不止用赤馬糞燒灰細末溫酒調下一錢{{*|}}
ᄯᅩ 고콰 이베 피나고 긋디 아니커든 블근 ᄆᆞᆯᄯᅩᆼᄋᆞᆯ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ᄒᆞᆫ 돈을 머그라
經驗秘方鼻衄方用龍骨爲末以筆管吹半錢鼻中九竅出血皆可用又隨衄左右以新水洗足又以左撚紙索子繫手四肢呪曰血神住立止又張弓絃向上令病人仰臥枕絃放四肢如常臥{{*|}}
고햇피 고티ᄂᆞᆫ 法법에龍료ᇰ骨고ᇙ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붇ᄌᆞᆯ오로 半반 돈ᄋᆞᆯ 곳굼긔 불라 아홉 굼긔 피나거든 다 어루 ᄡᅳ리라 ᄯᅩ 피의 왼녁 올ᄒᆞᆫ녀글 조처 새 믈로 발 싯고 ᄯᅩ 외오 ᄭᅩᆫ 죠ᄒᆡ 노ᄒᆞ로 소ᇇ 네 가라ᄀᆞᆯ ᄆᆡ오 呪쥬ᇢᄒᆞ야 닐오ᄃᆡ 血ᄒᆑᇙ神씬은 그치라 ᄒᆞ면 즉재 긋ᄂᆞ니라 ᄯᅩ 홠시우를지허 상61ㄴ우흘 向햐ᇰᄒᆞ야 노코 病뼈ᇰᄒᆞᆫ 사ᄅᆞ미졋바디여 누워 홠시우를 볘오 四ᄉᆞᆼ肢징ᄅᆞᆯ 펴 샹녜 누움 ᄀᆞᆮ게 ᄒᆞ라
又灸項後髮際兩筋閒宛宛中{{*|}}
ᄯᅩ 목 뒷髮바ᇙ際졩 ㅅ 두 히ᇝ ᄉᆞᅀᅵᆺ 우믁ᄒᆞᆫ ᄃᆡᆯ ᄯᅳ라
澹寮方茜根散治鼻衄終日不止心神煩悶 茜根 黃芩 側栢葉 阿膠{{*|蚌粉炒}}生地黃{{*|各一兩}}甘草{{*|炙半兩}}右㕮咀每服四錢水一盞半姜三片煎至八分去滓溫服不拘時{{*|}}
茜쳔根ᄀᆞᆫ散산 은 고해피져므ᄃᆞ록 긋디 아니ᄒᆞ야 ᄆᆞᅀᆞ미 닶가오닐 고티ᄂᆞ니茜 쳔根ᄀᆞᆫ 과黃ᅘᅪᇰ芩끔 과 側즉栢ᄇᆡᆨ 닙과 阿ᅙᅡᆼ膠교ᇢᄅᆞᆯᄉᆞᄒᆡ에 봇고니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우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네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잔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ᄋᆞ로 글혀 여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時씽節져ᇙ을 븓들이디 말라
衛生簡易方九竅出血小薊一握搗汁酒半盞和頓服如無靑者以乾薊末冷水調三錢匕服{{*|}}
아홉 굼긔 피나거든小쇼ᇢ薊곙 ᄒᆞᆫ 우후믈 디허 汁집 내야 술 半반 잔애 프러 다 머그라 ᄒᆞ다가 프르니 업거든 ᄆᆞᄅᆞᆫ 薊곙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ᄎᆞᆫ므레 세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暴下血用蒜五六枚去皮入豆豉硏爲膏如桐子大米飮下五六十丸無不愈者{{*|}}
ᄯᅩ 과ᄀᆞᆯ이下ᅘᅡᆼ血혀ᇙ ᄒᆞ릴 고툐ᄃᆡ 마ᄂᆞᆯ 대엿 나ᄎᆞᆯ 거플 밧기고 젼구글 드러 ᄀᆞ라 골 ᄆᆡᇰᄀᆞ라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ᄡᆞᆯ 글힌 므레 쉰 여ᄉᆔᆫ 丸ᅘᅪᆫ을 머그면 됴티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又方用赤小豆一升搗碎水三升絞汁飮之{{*|}}
ᄯᅩ赤쳑小쇼ᇢ豆또ᇢ ᄒᆞᆫ 되ᄅᆞᆯ 디허 ᄇᆞᆺ아 믈 서 되예 프러 즈블ᄲᅡ 머그라
壽域神方治小便下血不止酸漿草絞取自然汁服之{{*|}}
小쇼ᇢ便뼌에 下ᅘᅡᆼ血혀ᇙ이 긋디 아니커든酸솬漿쟈ᇰ草초ᇢ ᄅᆞᆯ 드러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ᄲᅡ 머그라 酸솬漿쟈ᇰ은 ᄭᅪ리라
朱氏集驗方一金散治鼻衄出血過多昏冒欲死諸藥不效大蒜硏左鼻貼左脚右鼻貼右脚心兩鼻貼兩脚心{{*|}}
一ᅙᅵᇙ金금散산 은 고해피 나미 너무 하 어즐ᄒᆞ야 주거 가ᄂᆞ니 여러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큰 마ᄂᆞᄅᆞᆯ ᄀᆞ라 왼녁 고히어든 왼녁 밠바다ᇰ애 브티고 올ᄒᆞᆫ녁 고히어든 올ᄒᆞᆫ녁 밠바다ᅌᅢ 브티고 두 고히어든 두 밠바다ᅌᅢ 브티라
又方齒縫出血不止他藥不能治之者塩主之{{*|}}
ᄯᅩ닛ᄢᅵ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다ᄅᆞᆫ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닌 소고미 主즁ᄒᆞ니라
聖惠方治九竅四肢指歧閒出血方 生地黃{{*|一兩細切}}蒲黃{{*|半兩}}靑竹茹半兩 右以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每於食後溫服{{*|}}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가락 ᄉᆞᅀᅵ예 피나ᄂ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ᄒᆞᆫ 兩량ᄋ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ᆯ오蒲뽕黃ᅘᅪᇰ 半반 兩랴ᇰ과 프른 댓거프를 갈로 ᄀᆞᆯ가 半반 兩랴ᇰᄋᆞᆯ 믈 ᄒᆞᆫ 큰 잔ᄋᆞ로 글혀 여슷 分분에 니르거든 즛의 앗고 食씩後ᅘᅮᇢ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吐血及鼻衄不止烏賊魚骨搗細羅爲散不計時以淸粥飮調下二錢{{*|}}
ᄯᅩ吐통血ᄒᆑᇙ 와 고해피 긋디 아니커든烏ᅙᅩᆼ賊쯕魚ᅌᅥᆼ ᄲᅧ를 디허 ᄀᆞᄂᆞ리 처 時씽刻큭 혜디 말오 粥쥭 므레 두 돈곰 프러 머그라
又方鼻衄經日夜不止用乾姜削如蓮子大塞鼻中卽止{{*|}}
ᄯᅩ 고해 피 밤나ᄌᆞᆯ 디내요ᄃᆡ 긋디 아니커든 乾간姜가ᇰᄋᆞᆯ蓮련子ᄌᆞᆼ 만 케 갓가 곳굼긔 마ᄀᆞ면 곧 긋ᄂᆞ니라
又方濃硏好墨點鼻中立止{{*|}}
ᄯᅩ 됴ᄒᆞᆫ墨믁 을 두터이 ᄀᆞ라 곳굼긔 디그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牙齒縫忽然出血 當歸散 當歸 桂心{{*|各半兩}}白凡{{*|一兩燒令汁盡}}甘草{{*|半兩}}右件藥擣麤羅分爲三度用每度以漿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熱含冷吐{{*|}}
ᄯᅩ 닛ᄢᅵ메 忽호ᇙ然ᅀᅧᆫ히 피나거든當다ᇰ歸귕 와 桂ᄀᆒᆼ心심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을 ᄉᆞ라 汁집 업게 ᄒᆞ고 甘감草초ᇢ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디허 麤총히 처 세 버네 ᄂᆞᆫ화 ᄡᅮᄃᆡ ᄒᆞᆫ 버네 漿쟈ᇰ水ᄉᆔᆼ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더우닐 머구머 ᄎᆞ거든비와ᄐᆞ라
又方齒齗血出不止乾地龍末一錢白凡灰一錢射香末{{*|半錢}}右同硏令勻濕布上塗落貼於患處{{*|}}
ᄯᅩ 닛믜유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ᄆᆞᄅᆞᆫ地딩龍료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돈과 白ᄈᆡᆨ礬뻔ㅅ ᄌᆡ ᄒᆞᆫ 돈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 ᄒᆞᆫᄃᆡ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저즌 뵈 우희 藥약 ᄇᆞᆯ라 피나ᄂᆞᆫ ᄃᆡ 브티라
又方無故口齒閒血出不止以淡竹葉濃煎湯熱含冷吐{{*|}}
ᄯᅩ 젼ᄎᆞ 업시 입과 닛ᄉᆞᅀᅵ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淡땀竹듁 니플 두텁게 글혀 더운 므를 머구머 ᄎᆞ거든 비와ᄐᆞ라
直指方治齒出血 鬱金 白芷 細辛{{*|各等分}}右爲末擦牙仍以竹葉竹皮濃煎入塩少許含嚥或炒塩傅{{*|}}
니예 피나ᄂᆞ닐 고툐ᄃᆡ 鬱ᅙᅮᇙ金금과白ᄈᆡᆨ芷징 와 細솅辛신ᄋ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니예ᄡᅮᄭᅩ 댓닙과 댓가ᄎᆞᆯ 두터이 글혀 소곰 져기 녀허 머구머 ᄉᆞᆷᄭᅵ며 시혹 소고ᄆᆞᆯ 봇가 브티라
千金方齒閒出血溫童子小便半升煮取三合含之其血卽止{{*|}}
닛ᄉᆞᅀᅵ예 피나거든 아ᄒᆡ 小쑈ᇢ便뼌 半반 되를 글혀 서 호블 取츙ᄒᆞ야 머구므면 그 피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齒出血不止刮生竹皮二兩苦酒浸之令其人解衣坐使人含噀其背上三過仍取竹茹濃煮汁勿與塩適寒溫含漱之竟日爲度{{*|}}
ᄯᅩ 니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ᄂᆞᆯ 댓거츨 ᄀᆞᆯ가 두 兩랴ᇰᄋᆞᆯ 醋초ᇢ애 ᄃᆞᆷ고 그 사ᄅᆞᄆᆞ로 옷 바사 아ᇇ게 ᄒᆞ고 다ᄅᆞᆫ 사ᄅᆞ미 머구머 그 드ᇰ의 세 버늘 ᄲᅮᆷ고 댓거프를 取츙ᄒᆞ야 두터이 즈블 글혀 소곰 주디 말오 ᄎᆞ며 ᄃᆞᆺ호미맛갑게 ᄒᆞ야 머구머 야ᇰ지호ᄃᆡ 져므ᄃᆞ록 ᄒᆞ라
又方治酒醉牙齒涌血出 當歸{{*|二兩}}礬石{{*|六銖}}桂心 細辛 甘草{{*|各一兩}}右五味㕮咀以漿水五升煮取三升含之日五六夜三{{*|}}
ᄯᅩ 술 醉ᄌᆔᆼᄒᆞ야 니예 피 솟ᄂᆞ닐 고툐ᄃᆡ 當다ᇰ歸귕 두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여슷 銖쓩와 桂ᄀᆒᆼ心심과 細솅辛신과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漿쟈ᇰ水ᄉᆔᆼ 닷 되예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머구무ᄃᆡ 나ᄌᆡ 대엿 번 바ᄆᆡ 세 번 ᄒᆞ라
又方燒釘令赤注孔血中止{{*|}}
ᄯᅩ 모ᄃᆞᆯ ᄉᆞ라 븕게 ᄒᆞ야 핏 굼긔 고ᄌᆞ면 긋ᄂᆞ니라
又方舌上黑有數孔大如簪出血如湧泉 戎塩 黃芩{{*|一作葵子}}黃蘗 大黃{{*|各五兩}}人參 桂心 甘草{{*|各二兩}}右爲末蜜丸梧子大米飮服十丸日三服亦燒鐵烙之{{*|}}
ᄯᅩ 혀 우히 검고 두ᅀᅥ 굼기 빈혓 구무만 코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거든戎ᅀᅲᇰ塩염 과黃ᅘᅪᇰ芩 끔 과 ᄒᆞ나ᄒᆞᆫ 葵ᄁᆔᆼ子ᄌᆞᆼㅣ라 ᄒᆞ다 黃ᅘᅪᇰ蘗ᄇᆡᆨ과 大땡黃ᅘᅪᇰ 各각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參ᄉᆞᆷ과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 各각 두 兩랴ᇰ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 丸ᅘᅪᆫ곰 ᄒᆞᄅᆞ 세 번 머그라 ᄯᅩ 鐵텨ᇙ을 ᄉᆞ라 지지라
得效方文蛤散治熱壅舌上出血如泉 五倍子{{*|洗}}白膠香 牡蠣粉{{*|各等分}}右爲末每以少許 摻患處或燒鐵篦熟烙孔上{{*|}}
文문蛤갑散산 ᄋᆞᆫ 上쌰ᇰ熱ᅀᅧᇙᄒᆞ야 혀에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ᄒᆞ닐 고툐ᄃᆡ五ᅌᅩᆼ倍ᄈᆡᆼ子ᄌᆞᆼ ᄅᆞᆯ 싯고 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과牡무ᇢ蠣롕粉분 을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피나ᄂᆞᆫᄃᆡ ᄇᆞᄅᆞ고 시혹 쇠빈혀를 ᄉᆞ라 굼긔 니기 지지라
又方舌無故出血炒槐花爲末摻之而愈{{*|}}
ᄯᅩ 혜 전ᄎᆞ 업시 피나거든 槐ᅘᅬᆼ花황ᄅᆞᆯ 보ᄭᅡ 細솅末마ᇙᄒᆞ야 ᄇᆞᄅᆞ면 됻ᄂᆞ니라
==大小便不通第十五==
聖惠方治大小便關格不通腹脹喘急方 膩粉{{*|一錢}}生麻油{{*|一合}}右相和空腹服之{{*|}}
大땡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몯ᄒᆞ야 ᄇᆡ 탸ᇰ만ᄒᆞ고 수미 ᄌᆞᄌ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膩닝粉분 ᄒᆞᆫ 돈과生ᄉᆡᇰ麻망油유ᇢ ᄒᆞᆫ 홉과ᄅᆞᆯ 섯거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蔓菁子油一合空腹服之卽通通後汗出勿怪{{*|}}
ᄯᅩ 댓무ᅀᅮᆺ ᄡᅵᆺ 기름 ᄒᆞᆫ 호ᄇᆞᆯ 空코ᇰ心심에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 通토ᇰᄒᆞᆫ 後ᅘᅮᇢ에 ᄯᆞᆷ나거든 疑ᅌᅴᆼ心심 말라
又方治小便難腹滿悶不急療之殺人葱白{{*|三斤}}塩{{*|一斤}}右相和爛硏炒令熱以帛子裹分作二苞更互熨臍下小便立出{{*|}}
ᄯᅩ 小쇼ᇢ便뼌이 어려워 ᄇᆡ 탸ᇰ만ᄒᆞ고 답답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파 서 斤근과 소곰 ᄒᆞᆫ 斤근을 섯거 므르 디허 보ᄭᅡ 덥게 ᄒᆞ야 기브로 ᄢᅳ료ᄃᆡ 두 ᄢᅳ례예 ᄂᆞᆫ화 서르 臍쨍下ᅘ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면 小쇼ᇢ便뼌이 즉재 나ᄂᆞ니라
聖濟緫錄茯苓丸治大小便不通 赤茯苓{{*|去黑皮}}芍藥 當歸{{*|切焙}}枳殼{{*|去穰麩炒}}白朮 人參{{*|各五兩}}大麻仁 大黃{{*|剉各三兩}}右爲末煉蜜和丸梧桐子大每服十五丸至二十丸空心煎茅根湯下{{*|}}
茯뽁苓려ᇰ丸ᅘᅪᆫ 은 大땡小쇼ᇢ便뼌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赤쳑茯뽁苓려ᇰ 을 거믄 것 밧기고芍작藥약 과 當다ᇰ歸귕ᄅᆞᆯ 사ᄒᆞ라 焙ᄈᆡᆼ乾간ᄒᆞ고枳징殼칵 을 솝 앗고 기울와 봇고 白ᄈᆡᆨ朮뜌ᇙ와 人ᅀᅵᆫ參ᄉᆞᆷ 各각 다ᄉᆞᆺ 兩랴ᇰ과大땡麻망仁ᅀᅵᆫ 과 大땡黃ᅘᅪᇰᄋᆞᆯ 사ᄒᆞ라 各각 석 兩랴ᇰ과를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다ᄉᆞᆺ 丸ᅘᅪᆫ으로 스믈 丸ᅘᅪᆫ지히 空코ᇰ心심애茅모ᇢ根ᄀᆞᆫ湯타ᇰ 을 글혀 ᄂᆞ리우라
經驗良方木通散治小便不通小腹痛不可忍 木通 滑石{{*|各半兩}}黑牽牛{{*|頭末半兩}}右㕮咀每服一錢水半盞燈心十莖葱白一箇同煎三分食前溫服{{*|}}
木목通토ᇰ散산 은 小쇼ᇢ便뼌 不부ᇙ通토ᇰᄒᆞ야 ᄇᆡᆺ기슭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릴 고티ᄂᆞ니木목通토ᇰ 과滑ᅘᅪᇙ石쎡 각 半반 兩랴ᇰ과黑흑牽켠牛ᅌᅮᇢ 머릿 ᄀᆞᄅᆞ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돈곰 ᄒᆞ야 믈 半반 잔과燈드ᇰ 心심 열 줄기와 파 ᄒᆞᆫ 낫과 ᄒᆞᆫᄃᆡ 三삼分분을 글혀 食씩前쪈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肘後方治小便不利莖中痛欲死牛膝幷葉不以多小酒煮飮之立愈{{*|}}
小쇼ᇢ便뼌이 快쾡티 몯ᄒᆞ야陰ᅙᅳᆷ莖ᅘᆡᇰ ㅅ 소비 알파 죽고져 ᄒᆞᄂᆞ닐 고툐ᄃᆡ牛ᅌᅮᇢ膝시ᇙ 을 닙 조쳐 수레 글혀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大便秘澁不通 大黃{{*|四兩}}桃仁{{*|三十枚去皮尖雙仁硏}}右切以水六升煮取二升分再服{{*|}}
大땡便뼌이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大땡黃ᅘᅪᇰ 넉 兩랴ᇰ과桃또ᇢ仁ᅀᅵᆫ 셜흔나ᄎᆞᆯ 것과 부리와 어우러ᇰ ᄌᆞᅀᆞᄅᆞᆯ 앗고 ᄀᆞ라 믈 엿 되예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ᄂᆞᆫ화 두 버네 머그라
又方胡鷰屎蜜和納大孔中卽通{{*|}}
ᄯᅩ 며ᇰ마긔 ᄯᅩᇰᄋᆞᆯ ᄢᅮ레 ᄆᆞ라 밋굼긔 녀흐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簡要濟衆方治大便澁不通牽牛子半生半熟擣爲散每服二錢煎薑湯調下如未通再服及以熱茶投之量虛實不計時加减服之{{*|}}
大땡便뼌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牽켠牛ᅌᅮᇢ子ᄌᆞᆼᄅᆞᆯ 半반만 ᄂᆞ리오 半반만 니그닐 디허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生ᄉᆡᇰ薑가ᇰ湯타ᇰ애 프러 ᄂᆞ리오ᄃᆡ 通토ᇰ티 몯거든 다시 먹고 더운 차로 머구ᄃᆡ 虛헝實씨ᇙ을 혜오 時씽刻큭 혜디 마라 더으며ᇰ더러 머그라
==溺水第十六==
經驗良方凡有人溺水者救上岸卽將牛一頭却令溺水之人將肚橫覆相抵在牛背上兩邊用人扶策徐徐牽牛而行以出腹內之水如醒卽以蘇合香元之類或老生薑擦其齒若無牛以活人於長板櫈上仰臥却令溺水人如前法將肚相抵活人身聽其水出卽活{{*|}}
믈읫 사ᄅᆞ미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ᄀᆞᅀᅢ올이고 쇼 ᄒᆞ나ᄒᆞᆯ 가져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ᄇᆡᄅᆞᆯ ᄉᆈ 드ᇰ 우희 ᄀᆞᄅᆞ 업데우고 두 녁 ᄀᆞᅀᅢ 사ᄅᆞ미 자바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쇼ᄅᆞᆯ 잇거ᄃᆞᆮ녀 ᄇᆡ 안햇 므를 내오 ᄒᆞ다가ᄭᆡ어든 곧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類ᄅᆔᆼ어나 시혹 늘근 生ᄉᆡᇰ薑가ᇰ이나 그 니예 ᄡᅮ츠라 ᄒᆞ다가 쇼 업거든 산 사ᄅᆞᄆᆞ로長땨ᇰ床싸ᇰ 우희 졋바뉘이고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알ᄑᆡᆺ 法법ᄀᆞ티 ᄇᆡᄅᆞᆯ 산 사ᄅᆞᄆᆡ 모매 서르 다혀 므리 나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聖惠方凡溺水急解去死人衣灸臍中卽差{{*|}}
믈읫 므레ᄲᅡ디거든 時씽急급히 주근 사ᄅᆞᄆᆡ 옷 밧기고 ᄇᆡᆺ보ᄀ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竈中灰布地令厚五寸以甑側安着灰上令溺人伏於甑上使頭小垂下炒塩二錢內小竹管內吹入下部中卽當吐水去却甑扶下溺人着灰中以灰壅身水恒出鼻口中卽活矣{{*|}}
ᄯᅩ 브ᅀᅥ븻 ᄌᆡ로 ᄯᅡ해 ᄭᆞ로ᄃᆡ 두틔 다ᄉᆞᆺ 寸촌이에 코 실을 ᄌᆡ 우희 겨트로 노코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시르 우희 업데우고 머리ᄅᆞᆯ 져기 아래로 ᄲᅡ디게 ᄒᆞ고 소고ᄆᆞᆯ 봇가 두 돈ᄋᆞᆯ 져근 대로ᇰ애 녀허 밋굼긔 부러 드리면 반ᄃᆞ기 므를 吐통ᄒᆞ리니 실을 앗고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아나 ᄂᆞ리와 ᄌᆡ예 노코 ᄌᆡ로 모ᄆᆞᆯ 두프면 므리 고콰 입과로 나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掘地作坑熬數斛熱灰內坑中下溺人灰覆濕徹卽易之灰勿大熱灰冷更易半日卽活也{{*|}}
ᄯᅩ ᄯᅡ 파 굳 ᄆᆡᇰᄀᆞᆯ오 두ᅀᅥ 셤 더운 ᄌᆡᄅᆞᆯ 봇가 구데 녀코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녀코 ᄌᆡ로 두퍼 ᄉᆞᄆᆞᆺ젓거든 곧 ᄀᆞᆯ라 ᄌᆡᄅᆞᆯ 너무 봇디 말오 ᄌᆡ ᄎᆞ거든 ᄀᆞ라 半반 날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但埋溺人暖灰中頭足俱沒唯開七孔水出卽活{{*|}}
ᄯᅩ 오직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다운 ᄌᆡ예 무두ᄃᆡ 머리와 발왜 다 들에 ᄒᆞ고 오직 닐굽 굼글 여러 므리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緜裹皂莢末內下部中湏臾水出{{*|}}
ᄯᅩ 소오매 皂쪼ᇢ莢겹ㅅ ᄀᆞᆯᄋ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이ᅀᅳᆨ고 므리 나ᄂᆞ니라
千金方半夏末吹入鼻{{*|}}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부러 고해 녀ᄒᆞ라
又方裹石灰納下部中水出盡卽活{{*|}}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므리 다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熬沙覆死人上下有沙但出鼻口耳沙冷濕卽易{{*|}}
ᄯᅩ 몰애ᄅᆞᆯ 봇가 주근 사ᄅᆞᄆᆞᆯ 두푸ᄃᆡ 아라우희 몰애 잇고 오직 고콰 입과 귀와ᄅᆞᆯ 내야 몰애 ᄎᆞ고 젓거든 곧 ᄀᆞᆯ라
管見大全良方救男女墮水中者以常用薦席卷之就平地上袞轉一二百轉則水出自活亦有用陳壁土末覆之死者更以爐中煖灰覆臍上下則元氣廻自活省後當服利水之藥如五苓散異功五積散朮附湯除濕湯不換金正氣散若欲兼服安心神收歛神氣之藥宜服蘇合香元在人斟酌輕重冷熱而投之{{*|}}
男남女녕ㅣ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샤ᇰ녜 ᄡᅳᄂᆞᆫ 돗긔 ᄆᆞ라 平뼈ᇰᄒᆞᆫ ᄯᅡ해 나ᅀᅡ가 一ᅙᅵᇙ二ᅀᅵᆼ百ᄇᆡᆨ 버늘 구으리면 므리 나면 절로 사ᄂᆞ니라 ᄯᅩ 무근 ᄇᆞᄅᆞ맷 ᄒᆞᆰᄀᆞᆯᄋᆞ로 둡ᄂᆞ니라 주그닐 ᄯᅩ 火황爐롱앳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 아라우희 두프면 元ᅌᅯᆫ氣킝 도라와 사ᄂᆞ니라 ᄎᆞ린 後ᅘᅮᇢ에 믈 즈츼ᄂᆞᆫ 藥약이五ᅌᅩᆼ苓려ᇰ散산 과異잉功고ᇰ五ᅌᅩᆼ積젹散산 과朮뜌ᇙ附뿡湯타ᇰ 과 除똉濕십湯타ᇰ과不부ᇙ換ᅘᅪᆫ金금正져ᇰ氣킝散산 ᄋᆞᆯ 머기고 ᄒᆞ다가 ᄆᆞᅀᆞᄆᆞᆯ 便뼌安ᅙᅡᆫ케 ᄒᆞ고 氣킝分분을 모도ᄂᆞᆫ 藥약을 조쳐 머기고져 커든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을 머귤디니 사ᄅᆞ미 輕켜ᇰ重뜌ᇰ과 冷ᄅᆡᇰ熱ᅀᅧᇙ을 斟짐酌쟉ᄒᆞ야 머교매 잇ᄂᆞ니라
壽域神方冬月落水微有氣者用大器炒灰熨心上候暖氣通溫粥稍稍呑之卽活若便持火炙卽死{{*|}}
겨ᅀᅳ레 므레 디여 자ᇝ간 氣킝分분 잇ᄂᆞ닐 큰 그르세 ᄌᆡᄅᆞᆯ 봇ᄭᅡ 가ᄉᆞᄆ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더운 氣킝分분이 通토ᇰ호ᄆᆞᆯ 기드려 ᄃᆞᄉᆞᆫ 粥쥭을 졈졈 머기면 곧 사ᄂᆞ니 ᄒᆞ다가 브를 ᄧᅬ면 즉재 죽ᄂᆞ니라
又方急於人中穴及兩脚大母趾內離甲一韭葉許各灸三五壯卽活{{*|}}
ᄯᅩ ᄲᆞᆯ리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와 두 밠 엄지가띿 아ᇇ 밠토ᄇᆞ로셔 ᄒᆞᆫ 부ᄎᆡᆺ닙 너븨만 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세다ᄉᆞᆺ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以屈死人兩脚着生人肩上以溺人背搭走吐水出盡卽活{{*|}}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두 다리ᄅᆞᆯ 구펴 산 사ᄅᆞᄆᆡ 엇게 우희 여ᇇ고 주근 사ᄅᆞᄆᆞᆯ 지여 ᄃᆞᄅᆞ면 므리 다 나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得效方以酒壜一介以紙錢一把燒放壜中急以壜口覆溺水人面上或臍上冷則再燒紙錢於壜內覆面上去水卽活{{*|}}
酒쥬ᇢ壜땀 ᄒᆞᆫ 나ᄎᆞ로 죠ᄒᆡ젼 ᄒᆞᆫ 주믈 ᄉᆞ라 壜땀 안해 녀코 時씽急급히 壜땀 이브로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ᆡ ᄂᆞ치나 시혹 ᄇᆡᆺ복 우희 두퍼 ᄎᆞ거든 다시 죠ᄒᆡ젼을 ᄉᆞ라 壜땀 안해 녀허 ᄂᆞᄎᆡ 두퍼 므를 아ᅀ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壜땀은 술녇ᄂᆞᆫ 딜어시라
==自縊第十七==
千金方凡救自縊死者極須按定其心勿截繩手抱起徐徐解之心下尙溫者以氍毹{{*|卽毛席也}}覆口鼻兩人吹其兩耳{{*|}}
믈읫 목 ᄆᆡ야 주그닐 救구ᇢ호ᄃᆡ ᄀᆞ자ᇰ 모로매 그 ᄆᆞᅀᆞᄆᆞᆯ 눌러 一ᅙᅵᇙ定뗘ᇰᄒᆞ고 노ᄒᆞᆯ 긋디 말오 소ᄂᆞ로 아나 니르왇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글오ᄃᆡ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니란 담으로 입과 고ᄒᆞᆯ 둡고 두 사ᄅᆞ미 그 두 귀ᄅᆞᆯ 불라
又方强臥以物塞兩耳竹筒納口中使兩人痛吹之塞口傍無令氣得出半日死人卽噫噫卽勿吹也{{*|}}
ᄯᅩ 뉘이고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ᆯ 입 안해 녀코 두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불오 입가ᅀᆞᆯ 마가 氣킝分분이 나디 몯게 ᄒᆞ면 半반 날ᄋᆞᆯ 주겟던 사ᄅᆞ미 곧 숨쉬ᄂᆞ니 숨쉬어든 부디 말라
又方擣皂莢細辛屑如豆大吹兩鼻中{{*|}}
ᄯᅩ 皂쪼ᇢ莢겹과 細솅辛신ㅅ ᄀᆞᆯᄋᆞᆯ 디허 코ᇰ낫만 ᄒᆞ닐 두 곳굼긔 불라
又方刺雞冠血出滴口中卽活男雌女雄{{*|}}
ᄯᅩ ᄃᆞᆯᄀᆡ 벼츨 ᄣᅵᆯ어 피내야 이베 처디면 즉자히 사ᄂᆞ니 남지ᄂᆞᆫ 암ᄐᆞᆯᄀᆞ로 코 겨지븐 수ᄐᆞᆯᄀᆞ로 ᄒᆞ라
又方尿鼻口眼耳中幷捉頭髮一撮如筆管大掣之立活{{*|}}
ᄯᅩ 고콰 입과 눈과 귀와에 오좀 누고 머리터럭 ᄒᆞᆫ 져부미 붇 ᄌᆞᄅᆞ만 ᄒᆞ닐 자바ᄃᆞᇰᄀᆡ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雞血塗喉下{{*|}}
ᄯᅩ ᄃᆞᆯᄀᆡ 피ᄅᆞᆯ 목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灸四肢大節陷大指本支名曰地袖各七壯{{*|}}
ᄯᅩ 네 활기옛 큰 ᄆᆞᄃᆡᆺ 우무근 ᄃᆡ와 엄짓가락 미틧 그믈 일후믈 地띵袖쓔ᇢㅣ라 ᄒᆞᄂᆞ니 各각 닐굽 壯자ᇰ을 ᄯᅳ라
經驗救急方急抱起解下切不可截繩卽以衣物塞兩耳將竹筒於口中吹氣及以衣物緊塞二物爲妙凡縊者從早至晩雖已冷必可救從夜至早稍難救若心上溫一日已上猶可救切不可截斷繩欸欸地抱起其身緩解繩放臥令人踏其肩以手拔其髮常令一人緊以手擦胸脇一人以手摩搦臂足屈伸之若已僵漸强屈之又按其腹如此一飯時卽得氣呼吸矣却身苦勞動少與官桂湯及粥淸令喉潤更令兩人以筆管吹其耳中尤妙依此法救無不活者{{*|}}
ᄲᆞᆯ리 아나 니르왇고 글오ᄃᆡ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즉자히 오ᄉᆞ로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로 입 안해 氣킝分분을 불오 오ᄉᆞ로 두 거슬 구디 마고미 됴ᄒᆞ니 믈읫 목ᄆᆡ야 주그니 아ᄎᆞᆷ브터 나조ᄒᆡ 니르닌 비록 차도 어루 救구ᇢᄒᆞ려니와 밤브터 아ᄎᆞᄆᆡ 니르닌 救구ᇢ호미 어려우니 ᄒᆞ다가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면 ᄒᆞᄅᆞᆺ 內뇡ᄂᆞᆫ 어루 救구ᇢᄒᆞ리니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그 모ᄆᆞᆯ 아나 니르왇고 노ᄒᆞᆯ 날회야 그르고 뉘이고 사ᄅᆞᄆᆞ로 그 엇게ᄅᆞᆯ ᄇᆞᆲ고 소ᄂᆞ로 머리 터릴 ᄲᅡ혀며 샤ᇰ녜 ᄒᆞᆫ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소ᄂᆞ로 가ᄉᆞᆷ과 녑과ᄅᆞᆯ ᄡᅮᆺ고 ᄒᆞᆫ 사ᄅᆞ미 소ᄂᆞ로 ᄇᆞᆯ콰 바ᄅᆞᆯ ᄡᅮᆺ고 구피락펴락게 ᄒᆞ라 ᄒᆞ다가 세웓거든 졈졈 구피고 ᄯᅩ 그 ᄇᆡᄅᆞᆯ ᄆᆞᆫ죨디니 이ᄀᆞ티 ᄒᆞᆫ 밥 ᄣᅢ만 ᄒᆞ면 곧 氣킝分분을 어더 숨쉬ᄂᆞ니라 모미이처커든 져기管관桂ᄀᆒᆼ湯타ᇰ 과 粥쥭므를 머겨 모기 젓게 ᄒᆞ고 ᄯᅩ 두 사ᄅᆞ미 붇ᄌᆞᆯᄋᆞ로 귓굼글 불에 호미 더 됴ᄒᆞ니 이 法법을 브터 救구ᇢᄒᆞ면 사디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得效方緊用兩手掩其口勿令透氣兩時氣急卽活{{*|}}
ᄆᆡ이 두 소ᄂᆞ로 그 이블 마가 氣킝分분이 ᄉᆞᄆᆞᆺ디 아니케 두 時씽刻큭을 ᄒᆞ면 氣킝分분이 急급ᄒ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壽域神方治自縊 就以所縊繩燒三指撮白湯調服之{{*|}}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ᄆᆡ얏던 노ᄒᆞᆯ 세 소ᇇ가락으로 자보니만 ᄉᆞ라 더운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未解下先用膝頭或手厚裹衣物緊塞穀道抱起解下揉其項痕撚正喉搐鼻及吹兩耳待其氣回方可放手若泄氣則不可救矣{{*|}}
ᄯᅩ 그르디 아니ᄒᆞ야셔 몬져 무루피어나 소니어나 오ᄉᆞ로 두터이 ᄡᅡ 밋굼글 구디 막고 아나 니르와다 그르고 모ᄀᆡᆺ 허므를 주므르며 모ᄀᆞᆯ ᄆᆞᆫ지고 고해 불며 두 귀를 부러 氣킝分분이 도라오ᄆᆞᆯ 기드려ᅀᅡ 소ᄂᆞᆯ 쉬울디니 ᄒᆞ다가 氣킝分분이 ᄉᆡ면 救구ᇢ티 몯ᄒᆞ리라
又方卽於鼻下人中穴針灸遂活{{*|}}
ᄯᅩ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針짐ᄒᆞ고 ᄯᅳ면 사ᄂᆞ니라
經驗秘方治自縊死梁上塵如豆兩耳鼻四處各納一粒以筒令四人極齊吹之卽活矣{{*|}}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보 우흿 드트를 코ᇰ만 ᄒᆞ닐 두 귀 두 고 네 고대 各각各각 ᄒᆞᆫ 나ᄎᆞᆯ 녀코 대로ᇰᄋᆞ로 네 사ᄅᆞ미 ᄀᆞ자ᇰ ᄀᆞᄌᆞ기 불에 ᄒᆞ면 즉재 살리라
管見大全良方以藍硏取汁灌之或以雞屎白如棗大以酒半盞和硏灌服及着鼻中尤佳{{*|}}
족ᄋᆞᆯ ᄀᆞ라 즈블 取츙ᄒᆞ야 브ᅀᅳ라 시혹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거시 大땡棗초ᇢ만 ᄒᆞ닐 술 半반 잔애 프러 ᄀᆞ라 브ᅀᅳ며 곳굼긔 녀후미 더 됴ᄒᆞ니라
==失欠頷車蹉候第十八==
千金方治失欠頰車蹉開張不合方一人以手指牽其頤以漸推之則復入矣推當疾出其指恐誤嚙傷人指也{{*|}}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 버리고 어우디 아니ᄒ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ᄒᆞᆫ 사ᄅᆞ미 소ᇇ가라ᄀᆞ로 그 ᄐᆞᄀᆞᆯ ᄃᆞᇰᄀᆡ야 졈졈 밀면 다시 드ᄂᆞ니 밀오 모로매 그 소ᇇ가라ᄀᆞᆯ ᄲᆞᆯ리 내욜디니 사ᄅᆞᄆᆡ 소ᇇ가라ᄀᆞᆯ 그르믈까 저프니라
又方治失欠頰車蹉方消蠟和水傅之{{*|}}
ᄯᅩ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디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미를 노겨 므레 프러 브티라
==金瘡第十九==
聖惠方金瘡失血其人當苦渴然須忍之常令乾食與肥脂之物以止其渴又不得多飮粥則血溢出殺人也又忌嗔怒及大言笑思想陰陽動作勞力若食醎酸飮食熱羹臛輩皆使瘡痛衝發甚者卽死{{*|}}
金금瘡차ᇰ 애 피 흘리면 그 사ᄅᆞ미 반ᄃᆞ기 ᄀᆞ자ᇰ 목ᄆᆞᆯ라 ᄒᆞᄂᆞ니 그러나 모로매 ᄎᆞ마 샤ᇰ녜 ᄆᆞᄅᆞᆫ 飮ᅙᅳᆷ食씩과진 기름긴 거슬 머겨 목ᄆᆞᆯ로ᄆᆞᆯ 그치고 ᄯᅩ 粥쥭을 해 머기디 마롤디니 피 솟나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ᄯᅩ嗔친心심 과 ᄆᆡ이 말홈과 우ᅀᅮᆷ과 陰ᅙᅳᆷ陽야ᇰ을 ᄉᆞ라ᇰ홈과 뮈우며 힘ᄡᅮ믈 마롤디니 ᄒᆞ다가 ᄧᆞᆫ 것과 싄 것과 더운羹ᄀᆡᇰ 과 고기ᄅᆞᆯ 머그면 다 瘡차ᇰ이 알파 다시 發버ᇙᄒᆞᄂᆞ니 甚씸ᄒᆞ닌 즉재 죽ᄂᆞ니라
治金瘡大散方五月五日平旦使四人出四方各於五里內採一方草木莖葉每種各半把勿令漏脫一事日正午時切碓擣用石灰一豆斗擣令極爛仍先選揀大實桑樹三兩株鑿作孔令可受藥然分藥於孔中實築令堅後以桑樹皮蔽之用麻擣石灰密泥令不泄氣更以桑皮纏之令牢至九月九日午時出取陰乾百日藥成擣之日曝令乾更擣絹羅貯之凡有金瘡傷折出血用藥封裹勿令轉動不過十日瘥不膿不腫不畏風若傷後數日始得用藥須暖水洗令血出卽傅之此藥大驗{{*|}}
金금瘡차ᇰ 고티ᄂᆞᆫ 大땡散산方바ᇰ은 五ᅌᅩᆼ月ᅌᅯᇙ 五ᅌᅩᆼ日ᅀᅵᇙ 平뼈ᇰ明며ᇰ에 네 사ᄅᆞᄆᆞ로 四ᄉᆞᆼ方바ᇰ애 보내야 各각各각 五ᅌᅩᆼ里링 안햇 ᄒᆞᆫ 方바ᇰ草초ᇢ木목 줄기와 닙과ᄅᆞᆯ 가지마다 各각 半반 줌을 ᄏᆡ요ᄃᆡ ᄒᆞ나토 아니ᄒᆞ니 업시 ᄒᆞ야 바ᄅᆞ 나ᄌᆡ 사ᄒᆞ라 디허 石쎡灰횡 ᄒᆞᆫ 마ᄅᆞᆯ 디호ᄃᆡ ᄀᆞ자ᇰ 니기 ᄒᆞ고 몬져 큰 ᄲᅩᇰ나모 두ᅀᅥ흘 ᄀᆞᆯᄒᆡ야 구무 포ᄃᆡ 藥약 들 만ᄒᆞ야 藥약을 굼긔 ᄂᆞᆫ화 녀코 ᄀᆞᄃᆞ기다아 굳게 코 後ᅘᅮᇢ에거츠로 막고 삼 조쳐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구디 ᄇᆞᆯ라 氣킝分분 나디 아니케 코 다시 ᄲᅩᇰᄭᅥ츠로 얼거 굳게 코 九구ᇢ月ᅌᅯᇙ 九구ᇢ日ᅀᅵᇙ 午ᅌᅩᆼ時씽예니르러 내야 一ᅙᅵᇙ百ᄇᆡᆨ 나ᄅᆞᆯ ᄀᆞᄂᆞᆯ해 ᄆᆞᆯ외야 藥약이 일어든 디허 ᄒᆡ에 ᄆᆞᆯ외야 다시 디허 기베 처 ᄀᆞ초라 믈읫 金금瘡차ᇰ 헐어나 것거나 피나거든 藥약ᄋᆞ로 ᄡᆞ고 움즈기디 아니케 ᄒᆞ면 열흐를 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 곪디 아니ᄒᆞ며 븟디 아니ᄒᆞ며 ᄇᆞᄅᆞᄆᆞᆯ 저티 아니ᄒᆞᄂᆞ니 ᄒᆞ다가 傷샤ᇰᄒᆞᆫ 後ᅘᅮᇢ 사나ᄋᆞ래 비르서 藥약을 ᄡᅮᆯ디니 모로매 더운 므레 시서 피나게 ᄒᆞ고 곧 브튤디니 이 藥약이 ᄀᆞ자ᇰ 神씬驗ᅌᅥᆷᄒᆞ니라
又方治金瘡或肌肉斷裂右剝取新桑皮作線縫之又以新桑皮裹之又以桑白汁塗之極驗小瘡但以桑皮裹之便差如斷筋取旋復根擣封之卽續{{*|}}
ᄯᅩ 金금瘡차ᇰ 고티며 시혹 ᄉᆞᆯ히 그처디며 ᄧᆡ야디거든 새 거츨 밧겨 실 ᄆᆡᇰᄀᆞ라호고 ᄯᅩ 새거츠로 ᄡᆞ고 ᄯᅩ ᄲᅩᇰ ᄒᆡᆫ 즙으로 ᄇᆞᄅᆞ면 지극 神신驗ᅌᅥᆷᄒᆞ니라 져근 瘡차ᇰ은 오직거츠로 ᄡᆞ면 곧 됻ᄂᆞ니 ᄒᆞ다가 히미 긋거든旋션復복根ᄀᆞᆫ 을 取츙ᄒᆞ야 디허 ᄡᆞ면 곧 닛ᄂᆞ니라
又方治刀傷斧斫等瘡右取黑氈燒爲灰細硏傅傷損處封裹勿動直待生肌爲妙{{*|}}
ᄯᅩ 갈해 헐며 도ᄎᆡ예버흔 ᄃᆞᆯ헷 瘡차ᇰ을 고툐ᄃᆡ 거믄 시우글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헌 ᄃᆡ 브티고 ᄢᅳ려 뮈우디 말오 ᄉᆞᆯ 날 ᄀᆞ자ᇰ 기드료미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右取馬蹄燒灰令極細不計時候以煖酒調下二錢{{*|}}
ᄯᅩ 金금瘡차ᇰᄋᆞᆯ 고텨 알포ᄆᆞᆯ 긋게 호ᄃᆡ ᄆᆞᆯ구블 ᄉᆞ라 ᄀᆞ자ᇰ ᄀᆞᄂᆞ리 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더운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金瘡但刀斧傷損出血不止宜用此 石榴花{{*|半斤}}石灰{{*|一斤炒}}右件藥擣細羅爲散傅瘡上以帛裹勿令着風水瘡合差{{*|}}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툐ᄃᆡ 오직 갈콰 도최예 헐여 피나 긋디 아니커든 이ᄅᆞᆯ ᄡᅮᆯ디니 石쎡榴류ᇢㅅ곳 半반 斤근과 石쎡灰횡 ᄒᆞᆫ 斤근을 봇가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기브로 ᄢᅳ려 ᄇᆞᄅᆞᆷ과 믈와 맛디 아니케 ᄒᆞ야 瘡차ᇰ이 어울면 됻ᄂᆞ니라
又方取小便服三兩盞卽差{{*|}}
ᄯᅩ 小쇼ᇢ便뼌 두ᅀᅥ 잔을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 杏人{{*|去皮擣如泥}}石灰{{*|等分}}右件藥同硏每用以猪脂和傅之日二三度卽差{{*|}}
ᄯᅩ 金금瘡창애 피 긋디 아니커든 ᄉᆞᆯ곳 ᄌᆞᅀᆞᄅᆞᆯ 것 밧겨 즌ᄒᆞᆰᄀᆞ티 디코 石쎡灰횡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ᄒᆞᆫᄃᆡ ᄀᆞ라 도ᄐᆡ 기르므로 ᄆᆞ라 브툐ᄃᆡ ᄒᆞᄅᆞ 두ᅀᅥ 번곰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燒靑布作灰傅瘡上裹傅之數日後差矣{{*|}}
ᄯᅩ 프른 뵈ᄅᆞᆯ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ᄢᅳ리면 잇사나ᄋᆞᆯ 後ᅘᅮᇢ에 됻ᄂᆞ니라
又方取狼牙草莖葉爛搗傅之{{*|}}
ᄯᅩ狼라ᇰ牙앙草초ᇢ ㅅ 줄기와 닙과ᄅᆞᆯ 므르디허 브티라
又方取紫檀末以傅瘡上止痛止血生肌甚効{{*|}}
ᄯᅩ 紫ᄌᆞᆼ檀딴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긋고 피 긋고 ᄉᆞᆯ 나ᄂᆞ니 甚씸히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牡礪散 牡礪{{*|半兩}}石膏{{*|一分}}右件藥擣羅更細硏用煉了猪膏調成膏以封瘡上痛卽止{{*|}}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텨 알품 긋게 ᄒᆞᄂᆞᆫ 牡무ᇢ礪롕散산은 牡무ᇢ礪롕 半반 兩랴ᇰ과 石쎡膏고ᇢ ᄒᆞᆫ 分분을 디허 츠고 다시ᄀᆞᄂᆞ리 ᄀᆞ라 煉련혼 도ᄐᆡ 곱ᄋᆞᆯ 노겨 골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取雄黃末傅瘡上當用有汁出卽差{{*|}}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반ᄃᆞ기 汁집이 나리니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疼痛以龍骨細硏傅瘡上{{*|}}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 긋디 아니코 알ᄑᆞ거든 龍료ᇰ骨고ᇙ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라
又方用桑根半斤剉以水一豆斗煎取五升不計時候煖服一盞服盡卽効{{*|}}
ᄯᅩ ᄲᅩᇰ나못 불휘 半반 斤근을 사ᄒᆞ라 믈 ᄒᆞᆫ 말로 글혀 닷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데여 ᄒᆞᆫ잔을 머구ᄃᆡ 다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石灰擣爲末厚傅瘡上用緜子裹之若瘡口深不合者內少許末令瘡漸漸合也{{*|}}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瘡차ᇰ의 두터이 ᄇᆞᄅᆞ고 소오ᄆᆞ로 ᄡᅩᄃᆡ ᄒᆞ다가 瘡차ᇰ이 기퍼 어우디 아니커든 져기 ᄀᆞᆯᄋᆞᆯ 녀허 瘡차ᇰ이 졈졈 어울에 ᄒᆞ라
又方用乾塩梅燒作灰細硏傅瘡上卽差{{*|}}
ᄯᅩ 소고매 ᄆᆞᆯ외욘 梅ᄆᆡᆼ實씨ᇙ을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金瘡血出不止取車前葉爛擣傅之血卽止連根取用亦効{{*|}}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나 긋디 아니커든 車창前젼 니플 므르디허 브티면 피 즉재 긋ᄂᆞ니 불휘 조쳐 ᄡᅮ미 ᄯᅩ 됴ᄒᆞ니라
治金瘡內漏瘀血在腹中脹滿宜服虻〈!--이체자--〉蟲散 虻〈!--이체자--〉蟲{{*|三十枚去趐足微炒}}桃仁{{*|一兩湯漫去皮尖雙仁麩炒微黃}}桂心{{*|一兩半去麤皮}}川大黃{{*|三兩剉碎微炒}}水蛭{{*|三十枚炒令微黃}}右件藥擣細羅爲散每服二錢用童子小便一中盞煎至五分溫溫和滓服日五服夜三服如卒無小便用酒水代之亦得{{*|}}
金금瘡차ᇰᄋᆡ 피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얼읜피 ᄇᆡ 안해 이셔 탸ᇰ만커든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散산을 머귤디니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 셜흔 나ᄎᆞᆯ ᄂᆞ래와 발와 앗고 자ᇝ간 봇고 桃또ᇢ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을 더운 므레 ᄃᆞ마 것과 부리와어우러ᅌᅵᄅᆞᆯ 앗고 기울와 섯거 봇가 져기 노ᄅᆞ게 코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 半반을 麤총ᄒᆞᆫ 거츨 밧기고川ᄌᆑᆫ大땡黃ᅘᅪᇰ 석 兩랴ᇰ을 사ᄒᆞ라 자ᇝ간 봇고 거머리 셜흔 나ᄎᆞᆯ 봇가 자ᇝ간 노ᄅᆞ게 ᄒᆞ고 이 藥약ᄃᆞᆯᄒᆞᆯ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에 두 돈곰 아ᄒᆡ 오좀 ᄒᆞᆫ 中듀ᇰ잔ᄋᆞ로 글혀 다ᄉᆞᆺ 分분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滓ᄌᆡᆼ 조쳐 머구ᄃᆡ 나ᄌᆡ 다ᄉᆞᆺ 번 먹고 바ᄆᆡ 세 번 머그라 ᄒᆞ다가 밧바 小쇼ᇢ便뼌 업거든 수리나 므리나 ᄒᆞ야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金瘡內漏血入腹中 大麻仁一升葱白{{*|二七莖}}右相和搗令熟以水三大盞煮取一盞去滓分爲三服若血出不盡腹中有膿血更令服當下膿血効{{*|}}
ᄯᅩ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들어든 열ᄡᅵ ᄒᆞᆫ 되와 파 두닐굽 줄기ᄅᆞᆯ 섯거 디허 닉게 ᄒᆞ야 믈 세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츙ᄒᆞ야 즈ᅀᅴ 앗고 ᄂᆞᆫ화 세 버네 머고ᄃᆡ ᄒᆞ다가 피 몯 다 나 ᄇᆡ 안해 골ᄆᆞᆫ 피 잇거든 다시 머기면 골ᄆᆞᆫ 피 ᄂᆞ려 됴ᄒᆞ리라
又方蒲黃{{*|二兩}}當歸{{*|二兩末}}右相和更硏令勻每服以溫酒調下一錢日四五服{{*|}}
ᄯᅩ 蒲뽕黃ᅘᅪᇰ 두 兩랴ᇰ과 當다ᇰ歸귕 두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섯거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번 머고매 ᄃᆞᄉᆞᆫ 술로 ᄒᆞᆫ 돈ᄋᆞᆯ 프러 머고ᄃᆡ ᄒᆞᄅᆞ 네다ᄉᆞᆺ 번 머그라
金瘡內漏血在腹中不出以牡丹擣細羅爲散不計時候以溫酒調下三錢{{*|}}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이셔 나디 아니커든牡무ᇢ丹단 ᄋ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ᄃᆞᄉᆞᆫ 술로 서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以馬齒莧擣取汁每服煖飮一小盞卽止兼治惡血在腹中{{*|}}
ᄯᅩ馬망齒칭莧ᅘᅧᆫ ᄋᆞᆯ 디허 汁집 아ᅀᅡ 머글 제 데여 ᄒᆞᆫ 小쇼ᇢ盞잔ᄋᆞᆯ 머그면 곧 긋ᄂᆞ니 모딘 피 ᄇᆡ 안해 이쇼ᄆᆞᆯ 조쳐 고티ᄂᆞ니라
衛生易簡方金瘡血不止用小薊葉挼爛封之{{*|}}
金금瘡차ᇰ 피 긋디 아니커든 小쇼ᇢ薊곙 니플 니기 부븨여 브티라
又方用白薇末貼之立止{{*|}}
ᄯᅩ 白ᄈᆡᆨ薇밍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用白芍藥一兩熬黃爲末酒調二錢服或米飮亦止痛{{*|}}
ᄯᅩ白ᄇᆡᆨ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봇가 누르거든 細솅末마ᇙᄒᆞ야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며 시혹 ᄡᆞᆯ 글힌 므레 머거도 ᄯᅩ 알포미 긋ᄂᆞ니라
又方用血竭末傅之血與疼痛立止{{*|}}
ᄯᅩ 血ᅘᆑᇙ竭꺼ᇙ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피와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金瘡腸出隨卽推入用桑皮作線縫佳以熱雞血塗之{{*|}}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챠ᇰᄌᆡ 나거든 卽즉時씽예 미러 녀코 ᄲᅩᇰ 거츠로 실 ᄆᆡᇰᄀᆞ라 호면 됴ᄒᆞ니 더운 ᄃᆞᆯᄀᆡ 피로 ᄇᆞᄅᆞ라
又方用靑蒿搗傅止血定痛生肌甚良{{*|}}
ᄯᅩ 靑쳐ᇰ蒿호ᇢᄅᆞᆯ 디허 ᄇᆞᄅᆞ면 피 그츠며 알포미 그츠며 ᄉᆞᆯ히내사ᄂᆞ니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經驗良方治金瘡 木賊{{*|三兩}}麻黃{{*|去節一兩}}甘草{{*|七錢半}}右爲細末每服五錢熱酒調下先整骨了夾定飮之令醉{{*|}}
金금瘡차ᇰ 고툐ᄃᆡ 속새 세 兩랴ᇰ과 麻망黃ᅘᅪᇰ ᄆᆞᄃᆡ 아ᅀᅡ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 닐굽 돈 半반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한 服뽁애 다ᄉᆞᆺ 돈ᄋᆞᆯ 더운 수레 프러 먹고 몬져 ᄲᅧᄅᆞᆯ 고텨 ᄢᅧ 단기고 술 머겨 醉ᄌᆔᆼ케 ᄒᆞ라
又方治金瘡中風痙角弓反張蒜半升破去心皮右以無灰酒二升煮令極爛細硏每服一合已來須臾得汗卽差{{*|}}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ᄇᆞᄅᆞᆷ 마자 왜트닐 고툐ᄃᆡ 마ᄂᆞᆯ 半반 되ᄅᆞᆯ ᄢᅢ혀 고ᄀᆡ야ᇰ과 거프를 앗고 ᄌᆡ 업슨 술 두 되로 글혀 ᄀᆞ자ᇰ 므르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번 머고ᄃᆡ ᄒᆞᆫ 홉만 ᄒᆞ면 아니한 더데 ᄯᆞᆷ나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鷄糞{{*|二兩}}黑豆{{*|一升洗淨炒令燋黑}}右以酒三升煎熱投藥於酒中更煎三五沸去滓時時隨多少飮之令盡得汗爲佳未汗卽更作服以汗出爲度{{*|}}
ᄯᅩ ᄃᆞᆯᄀᆡ ᄯᅩᇰ 두 兩랴ᇰ과 거믄 코ᇰ ᄒᆞᆫ 되ᄅᆞᆯ 조히 시서 봇가 검게 ᄒᆞ고 술 서 되로 글혀 덥거든 藥약ᄋᆞᆯ 수레 녀허 다시 세다ᄉᆞᆺ 번 글히고 즈ᅀᅴ 아ᅀᅡ 時씽時씽예 하거나 젹거나 머거 업게 ᄒᆞ야 ᄯᆞᆷ나미 됴ᄒᆞ니 ᄯᆞᆷ 곳 아니 나거든 다시 ᄆᆡᇰᄀᆞ라 머거 ᄯᆞᆷ날 ᄀᆞ자ᇰ ᄒᆞ라
又方雞子{{*|三枚}}鳥麻油{{*|五合}}合煎稍稠待冷塗瘡上極妙救急方上{{*|終}}{{*|}}
ᄯᅩ ᄃᆞᆯᄀᆡ알 세 낫과 ᄎᆞᆷ기름 닷 호ᄇᆞᆯ ᄒᆞᆫᄃᆡ 달혀 져기 두텁거든 ᄎᆡ와 헌 ᄃᆡ ᄇᆞᄅᆞ면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옛한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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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hmo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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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忤中惡鬼氣第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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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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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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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권상
|저자=
|이전=
|다음=[[../하|권하]]
|설명=
}}
{{옛한글 알림}}
{{옛한글/시작}}
==卒中風第一==
直指方治卒中法 圓白天南星{{*|濕紙裹煨}}南木香 蒼朮{{*|生}}白羊眼半夏{{*|用百沸湯就銚蘸少頃各一錢半}}辣細辛 甘草{{*|生}}石昌蒲{{*|細切各一錢}}右件剉散分作二服水一盞半生薑七厚片煎取其半乘熱調蘇合香圓三圓灌下痰盛者加全蝎二枚灸治一切卒中不論中風中寒中暑中濕中氣及痰厥飮厥之類初作皆可用此先以皂角去弦皮細辛或生南星半夏爲末揭以管子吹入鼻中俟其噴嚔卽進前藥牙噤者中指點南星細辛末幷烏梅肉頻擦自開{{*|直띡〮指ᄌᆞᆼ〯方바ᇰ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니〮 고티〮ᄂᆞᆫ〮 法{{SIC|법〮|빔〮}}은도〮렫고〮 ᄒᆡᆫ〮天텬南남星셔ᇰ 을저즌〮 죠ᄒᆡ〮예〮 ᄡᅡ〮 구으〮니와〮 南남木목〮香햐ᇰ 과〮 ᄂᆞᆯ蒼차ᇰ朮뜌ᇙ〮 와〮 ᄒᆡᆫ〮羊야ᇰᄋᆡ〮 눈〮ᄀᆞᆮ〮ᄒᆞᆫ 半반〮夏ᅘᅡᆼ〮 ᄅ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흔〮 므〮레자ᇝ〯간 ᄃᆞ〮모〮니〮 各각〮 ᄒᆞᆫ 돈〯 半반〮과〮ᄆᆡ온 細솅〮辛신 과〮 ᄂᆞᆯ甘감草초ᇢ〯 와石쎡昌챠ᇰ蒲뽕 ᄅᆞᆯ〮 細솅〮切쳐ᇙ〮호〮니 各각〮 ᄒᆞᆫ 돈〯ᄋᆞᆯ〮사ᄒᆞ〮라〮 ᄂᆞᆫ화〮 두〯服뽁〮 애ᄆᆡᇰᄀᆞ〮라〮 믈〮 ᄒᆞᆫ 盞{{SIC|잔〮|진〮}}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혀〮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더운〮 제 蘇송合ᅘᅡᆸ〮圓ᅌᅯᆫ 세〯 丸ᅘᅪᆫᄋᆞᆯ〮프〮{{SIC|러|리}} 브ᅀᅩ〮ᄃᆡ〮 痰땀 盛쎠ᇰ〮ᄒᆞ니〮란〮 全ᄍᆑᆫ蝎허ᇙ〮 두〯나〯ᄎᆞᆯ〮 구어 더으라〮 中듀ᇰ〮風보ᇰ과〮中듀ᇰ〮寒ᅘᅧᆫ 과〮中듀ᇰ〮暑셩〯 와〮中듀ᇰ〮濕십〮 과中듀ᇰ〮氣킝 와〮痰땀厥궈ᇙ〮 와〮飮ᅙᅳᆷ〯厥궈ᇙ〯 왓〮 類ᄅᆔᆼ〮ᄅᆞᆯ〮 議ᅌᅴᆼ〮論론말〯오〮 始싱〯作작〮애〮 다〯어루〮 이〮ᄅᆞᆯ〮ᄡᅳ〮리라〮 몬져 皂쪼ᇢ〯角각〮 시울〮와〮 거츨〮 앗고〮 細솅〮辛신이〮나〮生ᄉᆡᇰ南남星셔ᇰ 이〮나〮 半반〮夏ᅘᅡᆼ〮ᄅᆞᆯ〮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대〮로ᇰᄋᆞ〮로〮 ᄯᅥ〮 곳〮굼긔〮 부러〮 ᄌᆞᄎᆡ〮욤호〮ᄆᆞᆯ〮 기드〮려〮 藥약〮머기〮고〮 니〮 마고〮므니〮란〮 댜ᇰ가라개〮 南남星셔ᇰ과〮 細솅〮辛신ㅅᄀᆞᆯᄋᆞᆯ〮 무텨〮 烏ᅙᅩᆼ梅ᄆᆡᆼ肉ᅀᅲᆨ 조쳐 ᄌᆞ조〮 ᄲᅵ븨〮면〮 절〮로〮 열〯리라〮 厥궈ᇙ〮 은〮 손〮발〮 ᄎᆞ〮고〮脉ᄆᆡᆨ〮 그츤〮 病뼈ᇰ〮이〮라〮}}
經驗秘方三寶散治風昏氣厥不省痰塞失音 腦子 牛黃{{*|各二分}}朱砂{{*|六分}}右細末取 竹瀝油勻調每服一錢{{*|三삼寶보ᇢ〯散산〮 ᄇᆞᄅᆞᆷ마자〮 아〮즐〮ᄒᆞ며〮 氣킝〮厥궈ᇙ〮 ᄒᆞ〮야〮ᄎᆞ〮림 몯〯고〮 痰땀이〮마켜 소리〮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龍료ᇰ腦노ᇢ〯 牛우ᇢ黃ᅘᅪᇰ 各각〮 두〯分분과 朱즁砂상 六륙〮分분과〮ᄅᆞᆯ〮細솅〮末마ᇙᄒᆞ〮야〮 댓〮지〯네 골오〮 프〮러 ᄒᆞᆫ돈〯곰〮 머기라〮}}
千金方治惡風心悶欲死急灸足大趾下橫文隨年壯立愈又灸百會七壯{{*|惡ᅙᅡᆨ〮風보ᇰ이〮 안〮히 답답ᄒᆞ〮야〮 죽ᄂᆞ닐〮 고툐〮ᄃᆡ〮ᄲᆞᆯ리〮 밠〮 엄지〮가락 아랫ᄀᆞᄅᆞᆫ 그〮믈〮ᄯᅮ〮ᄃᆡ〮 나〮마초〮 ᄒᆞ면〮즉〮재〮 됻〯ᄂᆞ〮니라 ᄯᅩ〮百ᄇᆡᆨ〮會ᅘᅬᆼ ᄅᆞᆯ〮七치ᇙ〮壯자ᇰ〮 ᄋᆞᆯ〮 ᄯᅳ〮라〮}}
衛生易簡方治中風不語舌强 人乳汁 三年陳醬{{*|各五合}}右和硏以生布絞汁不拘時少少與服良久當語{{*|中듀ᇰ〮風보ᇰᄒᆞ〮야〮 말〯 몯〯고〮 혀〮세〯닐〮 고툐〮ᄃᆡ〮 사〯ᄅᆞᄆᆡ〮 졋〮!과〮!괴〮! 三삼年년 무근〮쟈ᇰ〯 各각 닷홉 과〮ᄅᆞᆯ〮섯거〮 ᄀᆞ〮라 生ᄉᆡᇰ뵈〮로〮 汁집〮을〮ᄧᅡ〮 時씽節져ᇙᄋᆞᆯ〮븓들이〮디〮 마〯오〮 젹젹 주〮어〮 머기〮면〮 오라〮면〮 반ᄃᆞ〮기 말〯ᄒᆞ리〮라〮}}又方治中風急喉痺欲死者用白殭蠶焙黃爲末生薑自然汁調灌下喉立愈{{*|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과 ᄀᆞᆯ이〮 모기〮브ᅀᅥ〮 죽ᄂᆞ닐〮 고툐〮ᄃᆡ〯白ᄈᆡᆨ〮殭가ᇰ蠶짬 ᄋᆞᆯ〮焙ᄈᆡᆼ〮籠로ᇰ애〮 ᄆᆞᆯ외〮야〮 노〮라〮커든〮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모ᄀᆡ〮 브ᅀᅳ면〮 즉〮재〮 됻〯ᄂᆞ〮니라〮}}又方治中風佛省人事用香油或生薑自然汁灌之卽醒{{*|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ᄂᆞ닐〮 고툐〮!ᄃᆡ!ᄐᆡ〮! ᄎᆞᆷ〮기르〮미나〮 시혹〮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이〮어나〮 브ᅀᅳ면〮 즉〮재〮 ᄭᆡ〮ᄂᆞ〮니라〮}}又方卒中風不省人事痰壅用生白礬二錢爲末生薑自然汁調幹開口灌下化痰或吐卽醒{{*|ᄯᅩ〮 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고〮 痰땀이〮마켜〮ᄭᅥ든 生ᄉᆡᇰ白ᄈᆡᆨ〮礬뻔〮 두〯 돈〯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입〮버〯리〮혀고〮 브ᅀᅳ면〮 痰땀이〮슬〮어나 시혹 吐통ᄒᆞ면〮 곧〮 ᄭᆡ〮ᄂᆞ〮니라〮}}
簡易方救急稀涎散治中風忽然昏若醉形體昏悶四肢不收涎潮於上氣閉不通光明白礬{{*|一兩}}猪牙皂角{{*|四介肥實幷不蛀者去黑皮}}右細末硏勻輕者半錢匕重者三錢匕溫水調灌下不大嘔吐但微微冷涎出一二升便得醒醒次緩而調理不可大吐{{*|救구ᇢ急급稀힁涎ᄊᆑᆫ散산〮ᄋᆞᆫ〮 中듀ᇰ〮風보ᇰᄒᆞ〮야〮 忽호ᇙ然ᅀᅧᆫ히 어〮즐ᄒᆞ〮야〮 醉ᄌᆔᆼᄒᆞᆫᄃᆞᆺ〮ᄒᆞ며〮 모〮미 어〮즐〮코〮닶〮가와〮 네〯 활개ᄅᆞᆯ〮거두〮디〮 몯〯ᄒᆞ며〮더푸〮미〮 모ᄀᆞ〮로〮 올아〮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 光과ᇰ明며ᇰ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과〮 猪뎡牙ᅌᅡᆼ皂조ᇢ〯角각〮 네〯나〯치〮 ᄉᆞᆯ〮지고〮 염글오〮 좀〮 먹디〮 아니〮ᄒᆞ〮닐〮 거믄〮 거플밧겨〮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輕켜ᇰᄒᆞ니〮란〮 半반〮 돈〯이〮오〮 重듀ᇰ〯ᄒᆞ니〮란〮 세〯 돈〯ᄋᆞᆯ〮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ᅥ〮 너무吐통〮티〮 아니〮케코〮 오직〮 젹젹 ᄎᆞᆫ추〯미〮 ᄒᆞᆫ두〯 되〮만〮 나면〮 곧〮ᄉᆞᆲᄉᆞᆲᄒᆞ〮ᄂᆞ〮니라〮 {{SIC|버|바}}거 날회야〮 調뚀ᇢ理링〯 ᄒᆞ고〮 너무 吐통〮호〮미〮 몯〯ᄒᆞ리〮라〮}}
經驗良方破棺散治中風牙已緊無門下藥天南星末{{*|半錢}}白龍腦末一字右合硏勻頻擦令熱牙自開{{*|破팡〮棺관〮散산〮 은〮 中듀ᇰ〮風보ᇰᄒᆞ〮야〮 니〮ᄒᆞ마〮 구더〮 藥약〮머귤〮 門몬업〯스닐〮 고티〮ᄂᆞ니〮 天텬南남星셔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白ᄈᆡᆨ〮龍료ᇰ腦노ᇢ〯 ㅅ ᄀᆞᄅᆞ 一ᅙᅵᇙ 字ᄍᆞᆼ〮와〮ᄅᆞᆯ〮 뫼화〮 ᄀᆞ〮라 골아〮 ᄌᆞ조〮ᄲᅵ븨〮여〮 덥〯게〮 ᄒᆞ면〮 니〮 절로〮 열〯리라〮}}
葛氏備急方中風角弓反張四肢不收煩亂欲死者 淸酒{{*|五升}}雞白屎{{*|一升}}右擣篩合和揚之千遍乃飮之大人服一升日三少小服五合差{{*|ᄇᆞᄅᆞᆷ마자〮왜지그〯라〮 네〯 활〮개ᄅᆞᆯ〮 거두〮디〮 몯〯ᄒᆞ〮야〮어〮즈〮러워〮 죽ᄂᆞ닐〮 淸쳐ᇰ酒쥬ᇢ〯 닷 되〮와〮ᄃᆞᆯᄀᆡ〮 ᄒᆡᆫ〮 ᄯᅩᇰ ᄒᆞᆫ 되〮와〮ᄅᆞᆯ〮디코〮 {{SIC|처〮|치〮}} 프〮러〮 一ᅙᅵᇙ〮千쳔 버늘〮저ᅀᅥ〮 머구〮ᄃᆡ〮 얼〯우ᄂᆞᆫ〮 ᄒᆞᆫ 되〮옴〮 ᄒᆞᄅᆞ 세〯 번 먹고〮져므〮닌〮 닷호ᄇᆞᆯ〮 머그〮면〮 됴〯ᄒᆞ리〮라〮}}
==中寒第二<sub>凍瘡凍死附</sub>==
和劑方姜附湯 乾薑{{*|一兩}}附子{{*|生去皮臍細切一枚}}右㕮咀每服三錢水一盞半煎七分食前溫服{{*|姜가ᇰ附뿡〮湯타ᇰ 乾간薑가ᇰ ᄒᆞᆫ 兩랴ᇰ과附뿡〮子ᄌᆞᆼ〯 ᄂᆞᄅᆞᆯ〮 것 과〮ᄇᆡᆺ보ᄀᆞᆯ〮 앗〯고〮細솅切쳐ᇙ〮호〮니〮 ᄒᆞᆫ 낫〯과〮ᄅ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돈〯애〮 믈〮 ᄒᆞᆫ 盞잔〮 半반〮ᄋᆞ〮로〮 닐굽〮 分분ᄋᆞᆯ〮글혀〮 食씩〮前쪈에〮ᄃᆞᄉᆞ닐〮 머그〮라〮}}又方理中湯治五臟中寒口噤失音四肢强直兼治胃脘停痰冷氣刺痛 人蔘 乾薑 白朮 甘草{{*|各等分}}右㕮咀每服四錢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溫服{{*|ᄯᅩ〮理링〯中듀ᇰ湯탕 은五ᅌᅩᆼ〯臟짜ᇰ〯 이〮 中듀ᇰ〮寒ᅘᅡᆫᄒᆞ〮야〮 입〮 마고〮므러〮 소리〮 몯〯ᄒᆞ며〮 四ᄉᆞᆼ〮肢징세〯오〮 고ᄃᆞ〮닐〮 고티〮며〮 ᄯᅩ〮胃ᅌᅱᆼ〮脘ᅌᅪᆫ〮 애〮 痰땀이〯담겨〮 胃ᅌᅱᆼ〮脘ᅌᅪᆫ〮ᄋᆞᆫ〮가ᄉᆞ〮미라〮 冷ᄅᆡᇰ〯ᄒᆞᆫ 氣킝〮分분이〮디ᄅᆞ저겨〮 알ᄑᆞ닐〮 고티〮ᄂᆞ〮니〮人ᅀᅵᆫ蔘ᄉᆞᆷ 과〮 乾간薑가ᇰ과〮白ᄈᆡᆨ〮朮뜌ᇙ〮 와〮 甘감草초ᇢ〯ᄅᆞᆯ〮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네〯 돈〯애〮 믈〮 ᄒᆞᆫ 큰〮 盞잔〮으〮로〮 글혀〮 六륙分분에〮 니르〮거든〮즛의 앗〯고〮 ᄃᆞᄉᆞ닐〮 머그〮라}}
凍瘡聖惠方治凍耳成瘡兎腦髓取塗之{{*|귀〮어러〮 허〯닐〮 고툐〮ᄃᆡ〮 톳〮긔 머릿〮 骨고ᇙ〮髓ᄉᆔᆼ〯 를〮내〯야〮 ᄇᆞᄅᆞ라〮}}又方杏仁{{*|一斤湯浸去皮}}壓取油塗之{{*|ᄯᅩ〮杏ᅘᆡᇰ〯仁ᅀᅵᆫ ᄒᆞᆫ 斤근을〮 더운〮 므〮레ᄃᆞ〮마 것〮밧기〮고〮 지즐〮워〮 기름〮 내〯야〮 ᄇᆞᄅᆞ라〮}}
聖濟緫錄治手足凍瘡腫爛赤小豆半升煮汁熱浸洗瘡日三五次{{*|손〮밠〮언〯 瘡차ᇰ 이〮브ᅀᅳ며〮 헤여〮디닐〮 고툐〮ᄃᆡ〮 블근〮 ᄑᆞᆺ〮 半반〮 되〮ᄉᆞᆯᄆᆞᆫ〮 므〮를〮 덥〯게〮 ᄒᆞ〮야〮 瘡차ᇰᄋᆞᆯ〮 ᄃᆞ〮마〮시수〮ᄃᆡ〮 ᄒᆞᄅᆞ 세〯버니〮나〮 다ᄉᆞᆺ〮 버니〮나〮 ᄒᆞ라〮}}
治寒凍足跟開裂血出疼痛牛皮膠燒細硏爲末以唾和塗之{{*|어러〮밠〮츠〮기 ᄠᅥ〮디〮어〮 피〮나고알히〮ᄂᆞ닐〮 고툐〮ᄃᆡ〮ᄉᆈ〯 갓프〮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추〮메 ᄆᆞ라〮 ᄇᆞᄅᆞ라〮}}
百一選方治凍瘡黃蘗燒存性細硏以雞子淸調傅破者乾摻神妙{{*|언〮 瘡차ᇰᄋᆞᆯ〮 고툐〮ᄃᆡ〮黃ᅘᅪᇰ蘗ᄇᆡᆨ〮 을〮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ᄃᆞᆯᄀᆡ〮앐〮 ᄆᆞᆯᄀᆞᆫ〮 므〮레〮 ᄆᆞ〮라〮브티〮라〮 허〯닌〮ᄆᆞᄅᆞ닐〮 ᄲᅵ후〮미〮 됴〯ᄒᆞ니〮라〮}}
得效方治足上凍爛生瘡黃丹爲末用猪脂調傅妙{{*|바〮리〮ᄃᆞ〮라 헤여〮디닐〮 고툐〮ᄃᆡ〮 黃ᅘᅪᇰ丹단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도ᄐᆡ〮 기르〮메〮 ᄆᆞ라〮브튜〮미〮 됴〯ᄒᆞ니〮라〯}}
衛生寶鑑如神散治凍瘡皮膚破爛痛不可忍大黃爲細末新水調搽凍破瘡上{{*|}}
凍도ᇰ〮瘡차ᇰ〮 이〮 갓과〮 ᄉᆞᆯ〮쾌〮 헤여〮디〮여〮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닐〮 고툐〮ᄃᆡ〮大땡〮黃ᅘᅪᇰ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ᆺ기룬〮 므〮레〮프〮러 헌〯듸〮 ᄇᆞᄅᆞ라〮
衛生十全方治凍瘡 落蘇根{{*|卽茄子也}}濃煎湯洗了以雀兒腦髓塗之立効茄子莖葉枯者煮洗之{{*|}}
凍도ᇰ〮瘡차ᇰ을〮 고툐〮ᄃᆡ〮 가짓 불휘ᄅᆞᆯ〮툽투비 글혀〮 싯고〮 새〯 머릿〮 骨고ᇙ〮髓ᄉᆔᆼ〯로〮 ᄇᆞᄅ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ᄯᅩ〮 가짓 줄기〮와〮 닙이우〮닐〮 글혀〮 시스〮라〮
又方黃丹炒令色變 風化石灰{{*|等分}}右拌勻每一兩許沸湯浸洗患處冷卽止不過三洗効{{*|}}
ᄯᅩ〮 黃ᅘᅪᇰ丹단ᄋᆞᆯ〮봇가〮 비〮치〮다ᄅᆞ게〮 코〮 ᄇᆞᄅᆞ매〮ᄂᆞᆯ욘〮 石쎡〮灰횡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섯거〮 골아〮 ᄒᆞᆫ 兩랴ᇰ만〮글는 므〮레〮 ᄃᆞᆷ가〮 알ᄑᆞᆫ ᄃᆡ〮 시수〮ᄃᆡ〮 ᄎᆞ〮거든〮 말〮면〮 세〯 번 시수〮믈〮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라〮
凍死聖惠方治凍死方以大器中多熬灰使煖囊盛以摶其心冷卽更易心煖氣通目轉則口乃亦開可與溫酒服粥淸稍稍嚥之卽活若不先溫其心便將火灸其身冷氣與火相摶急卽不活也{{*|}}
어러〮주그〮닐〮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큰〮그르〮세〮 ᄌᆡ〮ᄅᆞᆯ〮만〯히〮 봇가〮 덥〯게〮 ᄒᆞ〮야〮 주머니〮예〮녀허〮 가〮ᄉᆞ〮매〮노햇〮다가〮 ᄎᆞ〮거든〮 즉〮재 ᄀᆞᆯ라〮ᄆᆞᅀᆞ미〯 더워〮 氣킝〮分분이〮 通토ᇰᄒᆞ며 누〮니 돌〯면〮 이〮비 ᄯᅩ〮 열〯리니〮어루〮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며〮粥쥭〮므〮를〮 漸쪔〯漸쪔〯 ᄉᆞᇝ기〮면〮 곧〮 사〯ᄂᆞ니〮ᄒᆞ〮다가〯 그 ᄆᆞᅀᆞᄆᆞᆯ〮ᄃᆞᆺ게〮 아니〮코〮 곧〮 블〮로〮 그 모〮ᄆᆞᆯ〮ᄧᅬ〯 면〮 ᄎᆞᆫ〮 氣킝〮分분이 블〮와〮 서르사화〮 ᄲᆞᄅᆞ면〮 곧〮사〯디〮 몯〯ᄒᆞ〮ᄂᆞ〮니라〮
本朝經驗粥飮醬湯爲上飮酒次之{{*|}}
粥쥭〮믈〮와〮쟈ᇰ〯ᄭᅮ기〮 위두코〮 술 머구〮미〮버그〮니라〮
==中暑第三==
聖惠方治熱暍心悶方以熱土及熬熱灰土壅其臍上佳{{*|}}
中듀ᇰ〮暑셩〮ᄒᆞ〮야〮 ᄆᆞᅀᆞᆷ 답답ᄒᆞ니〮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더운〮 ᄒᆞᆰ과〮 봇ᄀᆞᆫ〮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우희〮 두프〮면〮 됴〯ᄒᆞ〮니라〮
又方濃煮蓼取汁一大盞分二服飮之愈{{*|}}
ᄯᅩ〮엿귀〮ᄅᆞᆯ〮 두터이〮 글혀〮 汁집〮을〮 取츙〯ᄒᆞ〮야〮 큰〮 ᄒᆞᆫ 盞잔ᄋᆞᆯ〮 두〮 服뽁〮애〯 ᄂᆞᆫ화〮 머그〮면〮 됻〯ᄂᆞ〮니〮라〮
又方生地黃汁一中盞溫暖服之{{*|}}
ᄯᅩ〮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汁집〮 ᄒᆞᆫ 中듀ᇰ盞잔〮을〮데여〮 머그〮라〮
又方取麵一兩以溫水一中盞攪和服之{{*|}}
ᄯᅩ〮 밄〮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을〮 ᄃᆞᄉᆞᆫ〮 믈〮 ᄒᆞᆫ 中듀ᇰ盞잔〮애〮 프〮러 머그〮라〮
又方服地漿一盞卽愈{{*|}}
ᄯᅩ〮地띵〮漿쟈ᇰ ᄒᆞᆫ 盞잔〮ᄋᆞᆯ〮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地띵〮漿쟈ᇰᄋᆞᆫ〮ᄯᅡ해〮 져〯근 굳〮 ᄑᆞ〮고〮 믈〮 브ᅀᅥ〯니기〮 후ᇰ〯두ᅌᅲᆫ〮 므〮리라〯
千金方治熱暍取道上熱塵土以壅心上少冷則易氣通止{{*|}}
더우〮며닐〮 고툐〮ᄃᆡ〮길헷〯 더운〮ᄒᆞᆯᄀᆞ〮로〮 가ᄉᆞ〮매〮여ᇇ고〮 져〯 기 식거든〮 ᄀᆞᆯ오〮 氣킝〮分분이〮通토ᇰ커든〮 말〯라〮
又方張死人口令通以暖湯徐徐灌口中小擧死人頭令湯入腹湏臾卽蘇{{*|}}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이〮블〮버〯리혀〮 通토ᇰ케〮 ᄒᆞ고〮 더운〮믈〮로〮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이베〮 븟고〮 주근〮 사〯ᄅᆞᄆᆡ〮 머리〮ᄅᆞᆯ〮 져〯기〮 드러〮 더운〮 므〮리〮 ᄇᆡ에들〮에〮 ᄒᆞ면〮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살〯리라〮
又方使人噓其心令暖易人爲之{{*|}}
ᄯᅩ〮 사〮ᄅᆞ〮ᄆᆞ로〮 가〮ᄉᆞ〮매〮 잆〮김〯 드〮려 덥〯게〮 호〮ᄃᆡ〮 사〯ᄅᆞᄆᆞᆯ〮ᄀᆞ람〮 ᄒᆞ라〮
又方抱狗子若雞着心上熨之{{*|}}
ᄯᅩ〮 가ᇰ아지〯와〮 ᄃᆞᆰ과〮ᄅᆞᆯ〮 아나〮 가ᄉᆞᆷ 우희〮다혀 熨ᅙᅮᇙ〮ᄒᆞ라
又方屋上南畔瓦熱熨心冷易之{{*|}}
ᄯᅩ〮 집 우흿 南남녁ᄀᆞ〮ᅀᅢᆺ〮 디새〮ᄅᆞᆯ 덥〯게〮 ᄒᆞ〮야〮 가ᄉᆞ〮매〮 熨ᅙᅮᇙ〮호〮ᄃᆡ〮 식거든〮 ᄀᆞᆯ라〮
壽域神方車輪土五錢冷水調澄淸服之妙{{*|}}
술윗〮ᄠᅵ옛〯 무든 ᄒᆞᆰ 닷 도〯ᄂᆞᆯ〮 ᄎᆞᆫ〮므레〮 프〮러〮ᄆᆞᆰ안초〮아 머그〮면〮 됴〯ᄒᆞ니라〮
又方中暑發昏以新汲水滴入鼻孔用扇搧之重者以地漿灌則醒與冷水飮則死{{*|}}
ᄯᅩ〮 中듀ᇰ〮暑쎵〮ᄒᆞ〮야〮 어즐〮커든〮 ᄀᆞᆺ 기!른〮!룬〮! 믈〮로곳〮굼긔〮 처〮디〯오〮 부체〮로〮부츠라〮 重뜌ᇰᄒᆞ니〮란〮 地띵〮漿쟈ᇰᄋᆞ로〮 브ᅀᅳ면 ᄭᆡ〮ᄂᆞ니〮 ᄎᆞᆫ〮 믈〮 ?머?기〮면〮 ?죽?ᄂᆞ니〮라〮
又方用大蒜三兩瓣細嚼溫湯送下仍禁冷水卽愈{{*|}}
ᄯᅩ〮 굴〯근〮 마ᄂᆞᆯ〮 두〯ᅀᅥ알〮 ᄒᆞᆯ ?ᄂᆞ?로니 십고〮 더운〮믈〮로〮ᄂᆞ리〮오고〮 ᄎᆞᆫ〮 므〮를〮 먹디〮 말〯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中熱暍死用路上熱土大蒜等分爛硏水調去粗飮之卽活{{*|}}
ᄯᅩ〮더위〮몌여〮 죽거든〮 길헷〮 더운〮 ᄒᆞᆰ과〮 굴〯근〮마ᄂᆞᆯ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ᄂᆞ로니 ᄀᆞ〮라 므〮레〮 프〮러〮 즛의 앗〯고〮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管見大全良方云若偶在無人所居之境一時無湯可移病人安於樹陰之下却掬路上熱土安於病人臍上仍撥開作一窮以人注尿於其中得暖卽活{{*|}}
ᄒᆞ다가〮마!조〮!초〮!아 사〮ᄅᆞᆷ 업〯슨〮 ᄯᅡ해이셔〮 더운〮믈 업〯거든〮 病뼈ᇰ〮人ᅀᅵᆫᄋᆞᆯ 옮겨〮 나못〮ᄀᆞ〮ᄂᆞᆯ해 두고〮 길헷〮 더운 ᄒᆞᆯᄀᆞᆯ〮?우?희〮여〮 病뼈ᇰ〮人ᅀᅵᆫ의 ᄇᆡᆺ복 우희〮노코〮 헤혀〮 ᄒᆞᆫ굼글〮 짓〯고〮 사〯ᄅᆞ미〮 그 가온〮ᄃᆡ〮 오좀〮 누면〮 더우〮면〮 곧 사〯ᄂᆞ〮니라〮
==中氣第四==
和劑方指南云氣中證候者多生於驕貴之人因事激挫忿怒盛氣不得宣泄逆氣上行忽然仆倒昏迷不省人事牙關緊急手足拘攣其狀與中風無異但口內無涎聲此證只是氣中不可妄投取涎發汗等藥而反生他病但可與七氣湯分解其氣散其壅結其氣自止七氣湯連進效速更可與蘇合香元{{*|}}
氣킝〮中듀ᇰ〮ᄒᆞᆫ 證지ᇰ은〮해〯 豪ᅘᅩᇢ貴귕ᄒᆞᆫ 사〯ᄅᆞ미이〯ᄅᆞᆯ〮 因ᅙᅵᆫᄒᆞ〮야〮!긱!격〮!발〮ᄒᆞ며〮 것기〮여〮 忿푼〯怒농〯ᄒᆞ〮야〮 氣킝〮分분이〮 盛쎠ᇰ〮호〮ᄃᆡ펴ᄃᆞᆯ〮 몯〯ᄒᆞ〮야〮 氣킝〮分분〮이거스〮러〮 우흐〮로〮올오〮매나〮 믄〮득〯업더〮디〮여 어〮즐〮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고〮 니〮세워드〮며 손〮바리뷔〯트〯리 그 야ᇰ〯이〮 中듀ᇰ〮風보ᇰ과〮 다ᄅᆞ디〮 아니〮ᄒᆞ니 오직〮 입〮 안해〮 추ᇝ〮소ᄅᆡ〮 업〯스니〮 이〮 證!시ᇰ〮!지ᇰ〮!이〮 곧〮 이〮 氣킝中듀ᇰ〮이〮니〮간대로〮 춤〮아ᅀᆞ며〮 ᄯᆞᆷ〮내〯욤 ᄃᆞᆯ〮햇〮 藥약〮ᄋᆞᆯ ᄡᅥ〮도ᄅᆞ혀〮 다ᄅᆞᆫ 病뼈ᇰ나긔〮 호〮미〮 몯〯ᄒᆞ리〮니〮 오직〮七치ᇙ氣킝湯!다ᇰ!타ᇰ! ᄋᆞᆯ 머겨〮 그 氣킝〮分분을ᄂᆞᆫ화〮 노기며〮막?딜?여〮 ᄆᆡ요〮ᄆᆞᆯ〮 흐트〮면〮 그 氣킝分분이〮 절로〮긋ᄂᆞ니〮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ᆯ〮닛우〮 머기〮면〮 效ᅘᅭᇢ〮驗ᅌᅥᆷ〮이〮 ᄲᆞ〮ᄅᆞ니〮 ᄯᅩ〮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을〮머규미〮 됴〯ᄒᆞ〮니라〮
七氣湯治虛冷上氣及寒熱怒恚喜憂愁等氣內結積聚堅牢如柸心腹絞痛不能飮食時發時止發則欲死半夏{{*|湯洗七次焙五兩}}人蔘{{*|去蘆}}甘草{{*|灸}}肉桂{{*|去麤皮各一兩}}右剉每服三錢水一大盞入生薑三片煎至七分去滓稍熱服食前{{*|}}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ᆫ虛!힝!헝!冷ᄅᆡᇰ〯 ᄒᆞ야〮 氣킝〮分분이〮오ᄅᆞ니〮와〮 寒ᅘᅡᆫ과〮 熱ᅀᅧᇙ〮와〮 怒농〯와〮 깃붐〮과〮 시름〮 ᄃᆞᆯ〮햇〮 氣킝〮分분이〮 안해〮모다〮 구두〮미〮 진〮 ᄀᆞᆮ〮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파〮 飮ᅙᅳᆷ〯食씩〮 몯〮ᄒᆞ며〮 잇다감〮 發버ᇙᄒᆞ며잇다감〮 그처 發버ᇙ〮ᄒᆞ면〮 죽ᄂᆞ닐〮 고티〮ᄂᆞ니〮 半반〮夏ᅘᅡᆼ〮ᄅᆞᆯ 더운〮 므〮레〮 닐〮굽 번 시서 焙ᄈᆡᆼ乾건호〮니〮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蔘ᄉᆞᆷᄋᆞᆯ〮 !이!머!리〮!비!버!히고〮 甘감草초ᇢ〮ᄅᆞᆯ〮 굽고〮 肉ᅀᅲᆨ〮桂ᄀᆒᆼ〮ᄅᆞᆯ〮麤총ᄒᆞᆫ 것밧교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 돈〮애〮 믈 ᄒᆞᆫ 大땡〮?盞?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 너허〮 七치ᇙ〮分분을〮 글혀〮 즛의 앗〮고〮 져〯기 덥〮게 ᄒᆞ〮야〮 食씩〮前쩐에〮 머기〮라〯
澹療方獨香湯主中氣閉目不語四肢不收昏沈等證南木香爲末每服一錢冬瓜子煎湯調下{{*|}}
獨똑〮香햐ᇰ〮湯타ᇰ은〮 中듀ᇰ〮氣킝〮ᄒᆞ야〮 눈〮ᄀᆞᆷ〮고〯 말〯 몯〯고〮 四ᄉᆞᆼ〮肢징를〮 거두〮디〮 몯〯ᄒᆞ고 昏혼沈띰 等드ᇰ〯엣〮 證지ᇰ?에〮? 主즁〯ᄒᆞ니〮 南남木목〮香햐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 錢쩐을冬도ᇰ瓜광 ᄡᅵ〮글휸〮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廻陽湯治中氣脉弱大叚虛怯等證 川烏{{*|生去皮臍}}附子{{*|生去皮臍各半兩}}乾薑{{*|炮二錢}}靑皮{{*|去穰一兩}}益智仁{{*|一兩}}右剉每服三錢水二盞生薑七片棗一枚同煎至一盞去滓溫服或入小木香{{*|}}
ᄯᅩ〮廻ᅘᅬᆼ陽야ᇰ湯타ᇰ 은〮 中듀ᇰ氣킝〮ᄒᆞ〮야〮 脉ᄆᆡᆨ〮이〮 弱ᅀᅣᆨ〮ᄒᆞ〮야 ᄀᆞ자ᇰ〮 虛헝弱ᅀᅣᆨ〮ᄒᆞᆫ〮 等드ᇰ〯엣〮 證지ᇰ〮을〮 고티ᄂᆞ니川ᄎᆑᆫ烏ᅌᅩ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과〮 앗〯고〮 附뿡〮子ᄌᆞ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아ᅀᅩ〮니〮 各각 半반〮 兩랴ᇰ〯과〮 乾간薑가ᇰ 炮뽀ᇢ호〮니 두〯 돈〮과〮 炮뽀ᇢᄂᆞᆫ〮 믈〮 저즌〮 죠ᄒᆡ〮예〮 ᄡᅡ〮노ᄋᆞᆯ압〮ᄌᆡ〮예 무더〮구을〮시〮라〮 靑쳐ᇰ皮삥솝〮 아ᅀᅩ〮니〮 ᄒᆞᆫ 兩랴ᇰ〮과〮 益ᅙᅧᆨ〮智딩〮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三삼錢쪈에〮 믈 두〯 盞잔〮과〮 生ᄉᆡᇰ薑가ᇰ 닐굽〮 片편〮과〮 大땡〮棗조ᇢ〯 ᄒᆞᆫ ᄂᆞᆺ〯과〮 ᄒᆞᆫᄃᆡ〮 글혀 ᄒᆞᆫ 盞잔애〮 니르〮거든〮 즛의 앗〯고〮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시혹〮小쇼ᇢ木목〮香햐ᇰ ᄋᆞᆯ〮 더드〮리ᄂᆞ니라〮
==中忤中惡鬼氣第五==
經驗良方云其證暮夜或登廁或出郊野或遊空冷屋室或人所不至之地忽然眼見鬼物鼻口吸着惡鬼氣驀然倒地四肢厥冷兩手握拳口鼻出淸血性命逡巡湏臾不救此證與尸厥同但腹不鳴心脇俱暖凡中惡驀然倒地切勿移動其尸卽令親戚衆人圍繞打鼓燒火或燒射香安息蘇木香樟木之類直候醒記人事方可移歸犀角{{*|鎊屑硏爲細末半兩}}射香 朱砂{{*|各一分}}已上爲細末每服二錢井水調服灌之如無前藥用雄黃一味爲末每服一錢煎桃枝葉湯調灌又無雄黃用故汗衣或觸衣汗衣者着在身上多時久遭汗者佳觸衣者久着內衣襯衣也男用婦衣婦用男衣燒灰每服二錢百沸湯調下{{*|}}
그 證지ᇰ〮이〮 바ᄆᆡ〮 시혹〮 뒷〯가내〮 오ᄅᆞ거나〮 시혹〮드르〮헤〮 나〮가〮거나〮 시혹〮뷘〯 ᄎᆞᆫ〮 房바ᇰ의〮 놀〯어나〮 시혹〮 사ᄅᆞ미〮 가디〮 아니〮ᄒᆞ〮ᄂᆞᆫ〮 ᄯᅡ해〮 믄득〮 누네〮 귓것 보며〮 고〮콰〮 입〮과〮로〯모〯딘〮 귓거싀〮 氣킝〮分분을〮 마시〮거나〮 ᄒᆞ〮야〮 믄득〮 ᄯᅡ해〮그우러〮디〮여〮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두〯 소〮니〮쥐〯오〮 입〮과〮 고해〮ᄆᆞᆯᄀᆞᆫ〮 피〮 흘러〮性셔ᇰ〮命며ᇰ〮이〮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이〮 證지ᇰ이〮尸싱厥궈ᇙ〮 와〮 ᄀᆞᆮ〮ᄒᆞ니〮 오〮직〮 ᄇᆡ〮우〯디〮 아니〮ᄒᆞ고〮 가ᄉᆞᆷ〮과〮녀비〮 다〯더우〮니라〮 믈〮읫 中듀ᇰ〮惡ᅙᅡᆨ〮 ᄒᆞ〮야〮 믄득〮 ᄯᅡ해〮 그우러디〮거든〮자ᇝ〯간도〮 그주거〮믈〮 옮기〮디〮 말〯오〮 즉〮재아ᅀᆞᆷ〮과〮 한 사〯ᄅᆞ〮ᄆᆞ로〮 圍ᅌᅱᆼ繞ᅀᅭᇢ〮ᄒᆞ〮야〮붑〮 두드〮리며〮 블〮다히〮게 ᄒᆞ며〮 시혹〮射썅〮香햐ᇰ 과〮安ᅙᅡᆫ息씩〮香햐ᇰ 과〮 蘇송木목〮香햐ᇰ과〮樟자ᇰ木목〮 ㅅ類ᄅᆔᆼᄅᆞᆯ〮 ᄉᆞ〮라〮 人ᅀᅵᆫ事ᄊᆞᆼ〮ᄎᆞ〮료ᄆᆞᆯ〮 기드〮려〮 옮겨〮 갈〯디〮니라〮犀솅角각〮 ᄋᆞᆯ〮슬허〮 ᄀᆞ〮라〮 細솅〮末마ᇙ〮호니〮 半반〮 兩!라ᇰ〮!랴ᇰ〮!과〮 射썅〮香햐ᇰ과〮 朱즁砂상와〮 各각〮 ᄒᆞᆫ 分분을〮 細솅〮末마ᇙ〮ᄒᆞ〮야〮 每ᄆᆡᆼ〯服뽁〮二ᅀᅵᆼ〮錢쪈을〮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브ᅀᅳ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錢쪈을〮복셩홧가〮지 와〮 닙〮 글횬〮 므〮레〮 프〮러〮 브ᅀᅳ라〮 ᄯᅩ〮雄ᅘᅮᇰ黃ᅘᅪᇰ 업〯거든〮 ᄂᆞᆯᄀᆞᆫ〮 ᄯᆞᆷ〮오〮시나〮 시혹〮觸쵹〮衣ᅙᅴᆼ어나〮 ᄯᆞᆷ〮오〯ᄉᆞᆫ 모매〮 오래〮 니버〮 오래〮 ᄯᆞᆷ〮ᄇᆡ니〮 됴〯코〮 觸쵹〮衣ᅙᅴᆼᄂᆞᆫ 오래F 니븐〮솝〯오〮시라〮 남진ᄋᆞᆫ〮겨〯지븨〮 오〮ᄉᆞᆯ〮 ᄡᅳ〮고〮 겨〯지븐〮 남지〮늬〮 오〮ᄉᆞᆯ ᄡᅮᆯ〮디니〮 ᄌᆡ〮 ᄉᆞ라〮 每ᄆᆡᆼ〯服뽁〮 二ᅀᅵᆼ〮錢쪈을〮 一ᅙᅵᇙ百ᄇᆡᆨ〮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聖惠方治卒客忤有似卒死生昌蒲根擣絞取汁二三合灌下立愈{{*|}}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니〮 ᄀᆞᆮ〮ᄒᆞ닐〮 고툐〮ᄃᆡ〮 ᄂᆞᆯ昌챠ᇰ蒲뽕 ㅅ 불휘〮ᄅᆞᆯ〮디허〮 汁집〮ᄲᅡ〮 두〯ᅀᅥ〮 호ᄇᆞᆯ〮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治中惡心痛欲絶方釜底墨{{*|半兩}}塩{{*|一錢}}右件藥和硏以熱水一盞調頓服之{{*|}}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알파〮 죽ᄂᆞ닐〮 고툐〮!ᄐᆡ〮!ᄃᆡ〮!가마 미틧〮 검듸여ᇰ 半반〮 兩랴ᇰ〯과〮 소곰 ᄒᆞᆫ 돈〯ᄋᆞᆯ〮섯거〮 ᄀᆞ〮라〮 더운〮믈〮 ᄒᆞᆫ 盞잔〮애〮 프〮러 다〯 머그〮라〮
又方中惡氣絶以上好朱砂細硏於舌上書鬼字又額上亦書之此法極效{{*|}}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 긋거든 ᄀᆞ자ᇰ 됴〯ᄒᆞᆫ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혀〮에〮鬼귕〯ㅈ字ᄍᆞᆼ〮 ᄅᆞᆯ〮스〮고〮 ᄯᅩ〮니마〮희〮 술〮디니〮 이〮 法법〮이〮지〮극 됴〯ᄒᆞ〮니라〮
又方鬼神所擊諸術不治熟艾如鴨子大二枚水二盞煮取五分去滓頓服{{*|}}
ᄯᅩ〮 귓거시〮텨〮 여러〮 法법〮으〮로〮 고티〮디 몯〯ᄒᆞ〮거든〮 니근〮 ᄡᅮᆨ〮올〮ᄒᆡ알〮 만〮ᄒᆞ니〮 두〯 나〯ᄎᆞᆯ〮 믈〮 두〯 盞잔〮애〮 글혀〮 다ᄉᆞᆺ〮 分분을〯 取츙〯ᄒᆞ〮야〮 즛의 앗〯고〮 다〯 머그〮라〮
又方卒中鬼擊及刀兵所傷血滿膓中不出煩悶欲死雄黃一兩細硏如粉以溫酒調一分服日三服血化爲水{{*|}}
ᄯᅩ〮 귓거시〮 믄득〮 티며〮갈〮 잠개〮예〮 허러〮 피〮 토ᇰ〮 안해〮ᄀᆞᄃᆞᆨᄒᆞ〮야〮 나디〮 몯〯ᄒᆞ〮야〮답〮ᄭᅡ와〮 죽ᄂᆞ닐〮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ᄃᆞᄉᆞᆫ 수레〮 ᄒᆞᆫ 分뿐〮을〮 프〮러〮 ᄒᆞ〮ᄅᆞ 세〯 번곰〮 머그〮면〮 피〮 믈〮 ᄃᆞ외ᄂᆞ〮니라〮
千金方治卒忤塩八合以水三升煮取一升半分二服得吐卽愈若小便不通筆頭七枚燒作灰末水和服之卽通{{*|}}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니〮 고툐〮ᄃᆡ〮 소곰 여듧〮 호ᄇᆞᆯ〮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거〮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ᄒᆞ〮다가〮 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붇〮 머리〮 닐구〮블〮 ᄉᆞ〮라〮 ᄀᆞᄅᆞ !ᄃᆡᇰ!ᄆᆡᇰ!ᄀᆞ〮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葛氏備急方中惡證候視其上唇裏弦者有白如黍米大以針決去之{{*|}}
中듀ᇰ惡ᅙᅡᆨ 證지ᇰ〮이 웃입시울〮 !인!안!ᄒᆞᆯ 보〯ᄃᆡ〮 ᄒᆡᆫ〮 거시〮 기장ᄡᆞᆯ〮ᄀᆞᆮ〮ᄒᆞ니〮 잇ᄂᆞ니〮 바ᄂᆞᆯ〮로〮ᄯᅡ〮 아ᅀᅩᆯ〮디〮니라
又方半夏末如豆大吹鼻中{{*|}}
ᄯᅩ〮 半!빈〮!반〮!夏ᅘᅡᆼ〮末마ᇙ〮ᄋᆞᆯ〮 콩낫〯?만〮? 곳〮굼긔〮 불〯라〮
又方客忤者中惡之類也令人心腹絞痛脹滿氣衝心胸不卽治殺人 細辛 桂末等分內口中{{*|}}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ᄂᆞᆫ〮 中듀ᇰ〮惡ᅙᅡᆨ〮ㅅ類ᄅᆔᆼ〮니〮 사〯ᄅᆞ〮ᄆᆞ로〮 가ᄉᆞᆷ〮 ᄇᆡ〮 알ᄑᆞ며〮탸ᇰ〯만〮ᄒᆞ〮야〮 氣킝〮分분이〮 가ᄉᆞ〮매〮다와티〮ᄂᆞ니〮 즉재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細솅〮辛신과〮桂궹〮皮삥 ㅅ ᄀᆞᆯᄋᆞᆯ〮等드ᇰ〯分분ᄒᆞ〮야〮 입〮 안해〮녀흐〮라〮
又方卒得鬼擊之病無漸卒着如人刀刺狀胸脇腹內絞急切痛不可抑按或卽吐血或鼻中出血或下血一名鬼排治之灸鼻下人中一壯立愈{{*|}}
ᄯᅩ〮 믄득〮 귓것 틴 病뼈ᇰ〮을〮 어〯더漸쪔〯漸쪔〯 아니〮ᄒᆞ〮야〮 믄득〮어〯두미〮 갈〮ᄒᆞ로〮 디르ᄂᆞᆫ ᄃᆞᆺ〮ᄒᆞ〮야〮 가ᄉᆞᆷ〮과〮 녑과〮 ᄇᆡ〮 안〮히ᄀᆞ자ᇰ〮 알파〮ᄆᆞᆫ지〮디〮 몯〯ᄒᆞ며〮 시혹〮 피〮ᄅᆞᆯ〮 吐통〮ᄒᆞ며〮 시혹〮 고해〮 피〮내〯며〮 시혹 아래〮 피〮나〮ᄂᆞ니〮 고툐〮ᄃᆡ〮 고〮 아랫〮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 을〮 ᄒᆞᆫ 붓글〮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臍下一寸三壯炙臍上一寸七壯{{*|}}
ᄯᅩ〮 ᄇᆡᆺ복 아랫〮一ᅙᅵᇙ〮寸촌〮ᄋᆞᆯ〮 세〮 붓글〮 ᄯᅳ〮고〮 ᄇᆡᆺ복 우 一ᅙᅵᇙ〮寸촌ᄋᆞᆯ 닐굽〮 붓글〮 ᄯᅳ라〮
又方以淳酒吹內兩鼻中{{*|}}
ᄯᅩ 됴〮ᄒᆞᆫ 술로 두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鼠屎末服如黍米不能飮之以少水和內喉中{{*|}}
ᄯᅩ〮 쥐ᄯᅩᆼᄋᆞᆯᄇᆞᆺ아〮 기자ᇰᄡᆞᆯ〮만〮 머구〮ᄃᆡ〮 먹디〮 몯〯거든〮 믈〮져〯기 ᄒᆞ〮야〮 프〮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簡方被鬼擊用竈心土爲末每服二錢新汲水調下及以少許吹鼻中{{*|}}
귓거싀〮게 마ᄌᆞ〮닐〮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먹그〮며 져〯기 고해〮 불〯라〮
又方{{*|恍惚見鬼}}發狂用平胃散加辰砂末棗湯調服{{*|}}
ᄯᅩ 어즐ᄒᆞ〮야〮 귓것 보〮아〮 미치〮거든〮平뼈ᇰ胃ᅌᅱᆼ〮散산〮 애〮 朱즁砂상ㅅᄀᆞᆯᄋᆞᆯ〮 녀허〮 大땡〮棗조ᇢ〯湯타ᇰ애〮 프〮러 머그〮라〮
又方中惡客忤卒死者用皂角末吹鼻或硏韭汁灌耳中以艾灸臍中百壯{{*|}}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닐〮 皂쪼ᇢ〯角각〮ㅅ ᄀᆞᆯᄋᆞᆯ〮 고해〮 불〯라〮 시혹〮 염〮굣〮 즈〮블 ᄀᆞ〮라 귀예〮 븟고〮 ᄡᅮ〮그로〮 ᄇᆡᆺ보ᄀ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붓글〮 ᄯᅳ〮라〮
又方中惡客忤垂死用射香一錢硏和醋二合服之卽差{{*|}}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죽ᄂᆞ닐〮 射썅〮香햐ᇰ ᄒᆞᆫ 돈〯 ᄀᆞ라 초에〮 프〮러 두〮 호ᄇᆞᆯ〮 머그〮면〮 즉재 !둍〯!됻〯!ᄂᆞ〮니라〯
壽域神方凡卒死或先病痛或常寢臥忽絶皆是中惡救之以葱黃心刺入鼻內男左女右入深五寸若目中出血佳又用葱管吹其兩耳兩鼻孔中{{*|}}
믈읫 믄득〮 주구〮미 시혹〮 몬져 病!뼝〮!뼈ᇰ〮!을〮 알커나〮 시혹〮샤ᇰ녜〮 자다가〮 믄득〮 죽ᄂᆞ니〮 다〯 이〮 中듀ᇰ〮惡ᅙᅡᆨ〮이〮니〮 救구ᇢ〮호〯ᄃᆡ〮 팟〮 누른〮엄〯으〮로〮 고 안해〮 녀호〮ᄃᆡ〮 남지는〮 왼〯녁 겨〯지븐〮 올〮ᄒᆞᆫ녀긔〮 기피〮 五ᅌᅩᆼ〯寸촌〮이〮들〮에〮 ᄒᆞ〮야〮 ᄒᆞ〮다가〮 누내〮 피〮나면〮 됴〮ᄒᆞ니라〮 ᄯᅩ〮 팟〮 니〮프로〮 두〯 귀〮와〮 두〯 곳〮굼글〮 불〯라〮
又方取小便灌其口數遍卽能語{{*|}}
ᄯᅩ〮 小쇼ᇢ〯便뼌을〮 이베〮 브ᅀᅩ〮믈〮 두〯ᅀᅥ〮 번 ᄒᆞ면〮 곧〮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中惡短氣欲死灸足兩大𧿹趾上甲後聚毛中各十四壯不愈再灸十四壯{{*|}}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뎔어〮 죽ᄂᆞ닐〮두〮 발〮엄지〮가〮락 톱〮 뒷〯 털〮 난ᄯᅡ〮ᄒᆞᆯ〮 열〯네〯 붓곰〮 ᄯᅮ〮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시〮 열〮네〯 붓글〮 ᄯᅳ〮라〮
又方驚怖死者用溫酒灌之卽蘇{{*|}}
ᄯᅩ 놀〮라 주그〮닐〮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鬼魘鬼打第六==
經驗良方其證初到客舍或官驛及久無人居冷房睡中覺鬼物魘打但聞其人吃吃作聲便令人呌喚如呌不醒此乃鬼魘也湏臾不救則死 牛黃 雄黃{{*|各一錢}}朱砂{{*|半錢}}巳上各硏爲細末和勻每挑一錢許床下燒次挑一錢用酒調灌之如無前藥用桃柳枝取東邊各三七寸煎湯三盞候溫倂灌服又無桃柳枝用竈心土搥碎爲細末每服二錢新汲井花水調灌更挑半指甲許吹入鼻中更用艾灸人中穴在鼻下幷灸兩脚大拇指內離甲一薤葉許各灸一七壯卽活{{*|}}
그 證지ᇰ이 客ᄏᆡᆨ舍상ㅣ어나 시혹 驛역이어나 오래 사ᄅᆞᆷ 업슨 ᄎᆞᆫ 房바ᇰ의 자다가 귓거시 누르며툐ᄆᆞᆯ 아라 오직 그 사ᄅᆞ미헐헐ᄒᆞᆯ 소릴 듣고 곧 사ᄅᆞᄆᆞ로 브르게 ᄒᆞᆯ디니블로ᄃᆡ ᄭᆡ디 아니ᄒᆞ면 이 귓거시 눌로미니 아니한 사ᅀᅵᄅᆞᆯ 救구ᇢ티 아니ᄒᆞ면 죽ᄂᆞ니 牛ᅌᅮᇢ黃ᅘᅪᇰ과 雄ᅘᅮᇰ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돈과 朱즁砂상 半반 돈ᄋᆞᆯ 各각各각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골오 섯거 ᄒᆞᆫ 돈만 ᄯᅥ 사ᇰ 아래 ᄉᆞᆯ오 버거 ᄒᆞᆫ 돈ᄋᆞᆯ 수레 프러 머기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복샤ᇰ화나모와 버드나못 가지ᄅᆞᆯ 東도ᇰ녁긔칠 상22ㄱ各각各각 세닐굽 寸촌ᄋᆞᆯ 가져다가 므레 글혀 세 盞잔ᄋᆞᆯ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복샤ᇰ화나모 버듨가지 업거든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룬 井졍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머기고 ᄯᅩ 半반 소ᇇ톱만 ᄯᅥ 고해 부러 드리고 ᄯᅩ ᄡᅮ그로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ᄯᅳ고 두 발 엄지가락 안해 밠토브로 ᄒᆞᆫ 부ᄎᆡᆺ닙 만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ᄒᆞᆫ닐굽 붓글 ᄯᅳ면 곧 사ᄂᆞ니라
千金方治鬼擊雞屎白{{*|如棗大}}靑花麻一把{{*|卽常用麻}}右二味以酒七升煮取三升熱服須臾發汗若不汗熨斗盛火灸兩脇下使熱汗出愈{{*|}}
귓것 티닐 고툐ᄃᆡ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것 대초만과 삼 ᄒᆞᆫ 줌과 두 가지ᄅᆞᆯ 술 닐굽 되로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더우닐 머그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ᄯᆞᆷ나ᄂᆞ니 ᄒᆞ다가 ᄯᆞᆷ나디 아니커든다리우리예 블 다마 두 녁 녀블ᄧᅬ야 덥게 ᄒᆞ면 ᄯᆞᆷ나면 됻ᄂᆞ니라
聖惠方卒魘忌燈火照照則神魂遂不復入乃至於死人有於燈光前魘者本在明處是以不忌火也{{*|}}
ᄀᆞ오누르이닐 블혀 뵈요미 몯ᄒᆞ리니 블 뵈면 넉시 도로 드디 아니ᄒᆞ야 죽ᄂᆞ니라 블 현 ᄃᆡ 이셔 ᄀᆞ오누르이닌본ᄅᆡ ᄇᆞᆯᄀᆞᆫ ᄃᆡ 이실ᄉᆡ 블 혀미 므던ᄒᆞ니라
治卒魘昏昧不覺方右以皂莢末用細竹管吹兩鼻中卽起三兩日猶可吹之{{*|}}
믄득 ᄀᆞ오누르여 ᄎᆞ림 몯ᄒᆞ거든皂쪼ᇢ莢겹 ᄀᆞᆯᄋᆞᆯ ᄀᆞᄂᆞᆫ 대로 두 곳굼긔 불면 즉재니ᄂᆞ니 잇사ᄋᆞ래도 어루 불리라
又方治卒魘右以雄黃細硏以蘆管吹入兩鼻中桂心末亦得{{*|}}
ᄯᅩ 과ᄀᆞᆯ이ᄀᆞ오눌엿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ᄀᆞᆯ로 부러 두 고해 녀흐라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ᄅᆞ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菖蒲末吹兩鼻中以桂末納於舌下亦得{{*|}}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불오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ᆯ 혀 아래 녀후미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雄黃如棗核大繫於左臂令人終身不魘寐也{{*|}}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ᆼᄋᆞᆯ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ᄒᆞ닐 왼녁ᄇᆞᆯᄒᆡ ᄃᆞ라 두면 사ᄅᆞᄆᆞ로 죽ᄃᆞ록 ᄀᆞ오누르이디 아니케 ᄒᆞᄂᆞ니라
又方服猪脂如雞子大卽差未差再服{{*|}}
ᄯᅩ 猪뎡脂징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 됴티 아니커든 다시 머그라
備急大全良方療臥忽不悟愼勿以火照則殺人但唾其面更痛囓足大拇指甲際卽省更以半夏末吹入鼻中更以韭葉擣取自然汁灌鼻孔中冬月用韭根擣取自然汁灌卽活{{*|}}
자다가 ᄭᆡ디 몯ᄒᆞ닐 고툐ᄃᆡ 자ᇝ간도 블 혀 뵈디마롤디니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오직 ᄂᆞᄎᆡ 춤받고 ᄯᅩ 발엄지가락 톱 ᄉᆞᅀᅵᄅᆞᆯᄆᆡ이 믈면 즉재 ᄭᆡᄂᆞ니라 ᄯᅩ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곳굼긔 불오 ᄯᅩ 부ᄎᆡᆺ 니플 디허 즈브로 곳굼긔 브ᅀᅳ라겨ᅀᅳ렌 부ᄎᆡᆺ 불휘ᄅᆞᆯ 디허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取츙ᄒᆞ야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卒死第七==
千金方治卒死無脉牽牛臨鼻上二百息牛舐必瘥牛不肯舐着塩汁塗面上牛卽肯舐{{*|}}
가ᄀᆞ기 주거 脉ᄆᆡᆨ업스닐 고툐ᄃᆡ 쇼ᄅᆞᆯ잇거 고 우희 다혀 二ᅀᅵᆼ百ᄇᆡᆨ 버ᄂᆞᆯ숨쉬울디니 ᄉᆈ 할ᄒᆞ면 반ᄃᆞ기 됻ᄂᆞ니라쇼옷 할티 아니커든 소곰므를 ᄂᆞᄎᆡ ᄇᆞᄅᆞ면 ᄉᆈ 곧 할ᄂᆞ니라
又方馬屎絞取汁飮之無新者水和乾者亦得{{*|}}
ᄯᅩ ᄆᆞᆯᄯᅩᇰᄋᆞᆯ ᄧᅡ 즈블 取츙ᄒᆞ야 마시라 새 업거든 므레 ᄆᆞᄅᆞ닐 프러도 ᄯᅩ 됴ᄒᆞ니라
肘後方乾者以人溺解之{{*|}}
ᄆᆞᄅᆞ닌 사ᄅᆞᄆᆡ 오조ᄆᆞ로 플라
又方灸熨斗熨兩脇下又治尸厥{{*|}}
ᄯᅩ 다리우릴 데여 두 녀블 울ᄒᆞ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針閒使各百餘息又灸鼻下人中又治尸厥{{*|}}
ᄯᅩ閒간使ᄉᆞᆼ ᄅᆞᆯ 針짐호ᄃᆡ 一ᅙᅵᇙ百ᄇᆡᆨ 숨 남ᄌᆞ기 ᄒᆞ고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ᄯᅳ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方治五絶夫五絶者一曰自縊二曰墻壁壓迮三曰溺水四曰魘寐五曰産婦乳絶取半夏一兩細下篩吹一大豆許內鼻中卽活心下溫者一日亦可活{{*|}}
ᄯᅩ 다ᄉᆞᆺ 주그닐 고티ᄂᆞ니 ᄒᆞ나ᄒᆞᆫ 목 ᄆᆡ야 주그니오 둘흔 담지즐이니오 세흔 므레 ᄲᅡ디니오 네흔ᄀᆞ오누르이니오 다ᄉᆞᄉᆞᆫ 아기나타가 주그니니 半반夏ᅘᅡᆼ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처 큰 콩 낫만 ᄒᆞ닐 곳굼긔 부러 녀흐면 즉재 사ᄂᆞ니 가ᄉᆞ미 ᄃᆞᄉᆞ닌ᄒᆞᆯ리라도 ᄯᅩ 어루 살리라
聖惠方卒死中惡及尸厥以緜漬好酒手挼汁令入鼻中幷持其手足莫令驚動{{*|}}
과ᄀᆞᆯ이 주그니와 中듀ᇰ惡ᅙᅡᆨᄒᆞ니와 尸싱厥궈ᇙᄒᆞ니ᄅᆞᆯ소오ᄆᆞ로 됴ᄒᆞᆫ 술저져 소ᄂᆞ로 汁집을ᄲᅡ 곳굼긔 들에 ᄒᆞ고 손바ᄅᆞᆯ 자바 놀라디 아니케 ᄒᆞ라
又方擣韮取汁以灌口中{{*|}}
ᄯᅩ 부ᄎᆡᄅᆞᆯ 디허 汁집을 取츙ᄒᆞ야 이베 브ᅀᅳ라
又方取猪膏如雞子大以醋一合煮沸灌喉中良{{*|}}
ᄯᅩ 猪뎡膏고ᇢ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醋총 ᄒᆞᆫ 호배 글혀 모ᄀᆡ 브ᅀᅳ면 됴ᄒᆞ니라
又方卒死而壯熱者用白礬半斤以水二豆斗煮消以漬脚卽活{{*|}}
ᄯᅩ 과ᄀᆞᆯ이 죽고 壯자ᇰ히 熱ᅀᅧᇙᄒᆞ닐白ᄈᆡᆨ礬뻔 半반 斤근ᄋᆞᆯ 믈 두 마래 글혀 노겨허튀ᄅᆞᆯ ᄃᆞᄆ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用小便灌其面卽能迴語{{*|}}
ᄯᅩ 小쇼ᇢ便뼌으로 ᄂᆞᄎᆡ ᄲᅳ리면 즉재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以雄雞頭取血以塗其面乾復塗之{{*|}}
ᄯᅩ 수ᄃᆞᆯᄀᆡ 머리엣 피 내아 ᄂᆞᄎᆡ ᄇᆞᄅᆞ고 ᄆᆞᄅᆞ거든 다시 ᄇᆞᄅᆞ라
又方治忤打死心稍暖取葱白納於下部中及鼻中湏臾卽活{{*|}}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ㅣ어나귓거시 텨 주그니 가ᄉᆞ미져기 ᄃᆞᆺᄒᆞ닐 고툐ᄃᆡ 파ᄒᆞᆯ밋구무와 곳굼긔 녀흐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사ᄂᆞ니라
又方治卒客忤不能言桔梗末一兩射香末一分右二味更硏令勻每服二錢以溫水調下{{*|}}
ᄯᅩ 과ᄀᆞᆯ이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말 몯ᄒᆞ거든桔겨ᇙ梗겨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ᄒᆞᆫ 分뿐을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머기라
千金方治一切卒死灸臍中百壯{{*|}}
一ᅙᅵᇙ切쳐ᇙ 과ᄀᆞᆯ이 주그닐 고툐ᄃᆡ ᄇᆡᆺ복을 百ᄇᆡᆨ壯자ᇰ을 ᄯᅳ라
==卒心痛第八<sub>腹痛附</sub>==
聖惠方治卒心痛氣悶欲絶面色靑四肢逆冷釅醋{{*|一合}}雞子{{*|一枚打破}}右件相和攪勻煖過頓飮之{{*|}}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 알파 氣킝分분이닶가와 주거가 ᄂᆞ치 프르고 四ᄉᆞᆼ肢징 ᄎᆞ닐 고툐ᄃᆡ 醋총 ᄒᆞᆫ 홉과 ᄃᆞᆯᄀᆡ알 ᄒᆞᆫ 나ᄎᆞᆯᄣᆞ려 섯거 골오 프러 ᄃᆞ시 ᄒᆞ야 다 머기라
又方白艾二兩熟者右以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分爲三服稍熱服之{{*|}}
ᄯᅩ ᄒᆡᆫ ᄡᅮᆨ 두 兩랴ᇰ니기 디후닐 믈 두 큰잔애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세 服뽁애 ᄂᆞᆫ화 져기 더우닐 머그라
經驗良方布衷塩如彈丸大燒令赤溫酒化服溫水亦得{{*|}}
뵈로 소고ᄆᆞᆯ 탄ᄌᆞ만ᄢᅳ려 ᄉᆞ라 븕게 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그라 ᄃᆞᄉᆞᆫ 믈도 ᄯᅩ ᄒᆞ리라
壽域神方草菓 玄胡索 乳香 沒藥 五靈脂{{*|各等分}}右爲末每服二錢溫酒調下{{*|}}
草초ᇢ菓광와玄ᅘᆑᆫ胡ᅘᅩᆼ索짝 과乳ᅀᅲᆼ香햐ᇰ 과 沒모ᇙ藥약과五ᅌᅩᆼ靈려ᇰ脂징 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기라
又方桃白皮煮汁宜空腹服之{{*|}}
ᄯᅩ 복샤ᇰ화나못 ᄒᆡᆫ 거츨 글혀 汁집을 空고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生香油半合溫服妙{{*|}}
ᄯᅩ ᄎᆞᆷ기름 半반 호블 ᄃᆞ시 ᄒᆞ야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令病人當戶坐若男病婦人與水一柸飮之若女病男子與水一柸飮之用新汲水尤佳{{*|}}
ᄯᅩ 病뼈ᇰ人ᅀᅵᆫ으로이페 안치고 ᄒᆞ다가 남지니 病뼈ᇰ커든 겨지비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고 ᄒᆞ다가 겨지비 病뼈ᇰ커든 남지니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라 ᄀᆞᆺ 기룬 므리 더 됴ᄒᆞ니라
又以蜜一分水二分飮之亦妙{{*|}}
ᄯᅩ ᄢᅮᆯ ᄒᆞᆫ 分분과 믈 두 分분을 마쇼미ᄯᅩ 됴ᄒᆞ니라
又方治腹痛細嚼石菖蒲飮凉水送下妙{{*|}}
ᄯᅩ ᄇᆡ알힐 고툐ᄃᆡ 石쎡菖챠ᇰ蒲뽕ᄅᆞᆯ ᄂᆞ로니 십고 ᄎᆞᆫ 므를 마셔ᄂᆞ리오미 됴ᄒᆞ니라
又方掘地上作一小坑以水滿坑中熟絞取汁飮之{{*|}}
ᄯᅩ ᄯᅡ해 ᄒᆞᆫ 져고맛 구들 ᄑᆞ고 믈로 구데 ᄀᆞᄃᆞ기 븟고 니기 후ᇰ두ᅌᅧ 汁집을 取츙ᄒᆞ야 마시라
又方令人騎其腹溺臍中{{*|}}
ᄯᅩ 사ᄅᆞ미 그 ᄇᆡᄅᆞᆯ 타 안자 ᄇᆡᆺ보개 오좀 누게 ᄒᆞ라
又方針手足十指頭出血灸臍中七七壯{{*|}}
ᄯᅩ 손발 열 가락 그틀 針짐ᄒᆞ야 피내오 ᄇᆡᆺ보ᄀᆞᆯ 七치ᇙ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治心腹俱脹疼痛氣短欲死或已絶者取梔子十四枚豉五合以水二盞先煮豉取一盞半去滓入梔子再煎取一盞去渣服半盞不愈盡服之{{*|}}
ᄯᅩ 가ᄉᆞᆷ ᄇᆡ 다 탸ᇰ만ᄒᆞ야 알ᄑᆞ고 氣킝分분이 뎔어 죽ᄂᆞ니와 시혹 ᄒᆞ마 주그닐 고툐ᄃᆡ梔징子ᄌᆞᆼ 열네 낫과 젼국 다ᄉᆞᆺ 호블 믈 두 잔ᄋᆞ로 몬져 젼국 글혀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滓ᄌᆡᆼ 앗고 梔징子ᄌᆞᆼ 녀허 다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츄ᇢᄒᆞ야 즛의 앗고 半반 잔ᄋᆞᆯ 머구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 머그라
又方治卒心腹煩滿疼痛欲死者以熱湯浸手足妙冷再換{{*|}}
ᄯᅩ 과ᄀᆞᆯ이 가ᄉᆞᆷ ᄇᆡ 煩뻔滿만ᄒᆞ여 알파 죽ᄂᆞ닐 고툐ᄃᆡ 더운 므레 손바ᄅᆞᆯᄃᆞᆷ고미 됴ᄒᆞ니 ᄎᆞ거든 다시 ᄀᆞᆯ라
又方卒煩滿嘔逆灸乳下一寸七壯卽愈{{*|}}
ᄯᅩ 과ᄀᆞᆯ이 煩뻔滿만ᄒᆞ야吐통逆ᅌᅧᆨ ᄒᆞ거든 졋 아랫 ᄒᆞᆫ 寸촌ᄋᆞᆯ 七칧壯장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兩手大母指內邊爪後第一紋頭各一壯又灸兩手中指爪下一壯卽愈{{*|}}
ᄯᅩ 두 손 엄지가락 안녁 소ᇇ토ᄇᆞ로셔 첫 그ᇝ 그틀 各각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ᄯᅩ 두 손 가온ᄃᆡᆺ 가락 소ᇇ톱 아래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九種心痛取當大歲上新生槐枝一握去兩頭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
아홉가짓가ᄉᆞᆷ알힐 고툐ᄃᆡ大땡歲ᄉᆒᆼ方바ᇰ앳 올ᄒᆡ 난회홧가지 ᄒᆞᆫ우희윰을 두 녁 그틀 버히고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治卒中惡心痛 苦參{{*|三兩}}㕮咀以好醋一升半煮取八合强者頓服老小分二服{{*|}}
ᄯᅩ 과ᄀᆞᆯ이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 알ᄂᆞ닐 고툐ᄃᆡ苦공參ᄉᆞᆷ 석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됴ᄒᆞᆫ 醋총 ᄒᆞᆫ 되 半반ᄋᆞ로 글혀 여듧 호ᄇᆞᆯ 取츙ᄒᆞ야 强가ᇰᄒᆞ닌 다 먹고 늘그니와 져므니ᄂᆞᆫ둘헤 상30ㄴᄂᆞᆫ화 머그라
又方桂心{{*|一兩}}㕮咀以水四升煮取一升半分二服{{*|}}
ᄯᅩ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넉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그라
==霍亂吐瀉第九<sub>沙證附</sub>==
經驗良方始因飮冷或胃寒或失飢或大怒或乘舟車傷動胃氣令人上吐上吐不止令人下瀉吐瀉倂作遂成霍亂頭旋眼暈手脚轉筋四肢逆冷用藥遲緩湏臾不救吳茱萸 木瓜 食塩{{*|各半兩}}右三味同炒令焦先用磁甁盛水三升煮令百沸却入前藥同煎至二升已下傾一盞冷熱隨病人意與服藥入卽醒{{*|}}
처ᅀᅥ믜 ᄎᆞᆫ믈 마쇼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치위에 ᄃᆞᆫ니거나 시혹 ᄇᆡ 골커나 시혹 너무 怒농커나 시혹 ᄇᆡ와 술위와타 胃ᅌᅱᆼ氣킝ᄅᆞᆯ 傷샤ᇰᄒᆞ면 사ᄅᆞ미 우흐로 吐통케 ᄒᆞᄂᆞ니 우흐로 吐통호ᄆᆞᆯ그치디 몯ᄒᆞ면 사ᄅᆞ미 아래로즈츼에 ᄒᆞᄂᆞ니 吐통와 즈츼유미 ᄒᆞᆫᄢᅴ니르와ᄃᆞ면 霍확亂란이 ᄃᆞ외야 머리휫두르며 누니 휫두르며 손밠 히미올ᄆᆞ며 四ᄉᆞᆼ肢징 ᄎᆞᄂᆞ니 藥약ᄋᆞᆯ디마니 ᄒᆞ면 상31ㄴ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吳ᅌᅩᆼ茱쓩萸융 와木목瓜광 와 소곰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 ᄃᆡ봇가 눋게 ᄒᆞ야 몬져 沙상甁뼈ᇰ에 믈 서 되ᄅᆞᆯ 다마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커든 알ᄑᆡᆺ 藥약ᄋᆞᆯ 녀허 ᄒᆞᆫᄃᆡ 글혀 두 되예 니를어든 ᄒᆞᆫ 잔ᄋᆞᆯ 브ᅀᅥ ᄎᆞ며 더우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ᄠᅳ들 조차 주어 머기면 藥약이 들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倉卒無前藥用枯白礬爲末每服一大錢百沸湯點服{{*|}}
ᄒᆞ다가 時씽急급ᄒᆞ야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枯콩白ᄈᆡᆨ礬뻔 을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큰 돈ᄋ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如無白礬只用塩一撮醋一盞同煎至八分溫服或塩梅醎酸等物皆可煮服{{*|處方本以鹹醋二物煮}}{{*|}}
ᄒᆞ다가 白ᄈᆡᆨ礬뻔이 업거든 소곰 ᄒᆞᆫ져붐과 醋총 ᄒᆞᆫ 잔ᄋᆞᆯ ᄒᆞᆫᄃᆡ 글혀 여듧 分뿐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고 시혹 소고미나梅ᄆᆡᆼ實씨ᇙ 이나 ᄧᆞᆫ 것과싄 것ᄃᆞᆯ히 다 어루 글혀 머귤디니라
又方脚手轉筋赤蓼莖葉細切三合水四合酒二合同煎取四合分作二溫服{{*|}}
ᄯᅩ 발 손 히미 옮거든 블근 엿귓 줄기와 닙과ᄅ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라 세 홉과 믈 너 홉과 술 두 홉과 ᄒᆞᆫᄃᆡ 글혀 네 호블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脚轉筋用大蒜磨脚心令遍熱卽差{{*|}}
ᄯᅩ 밠 상32ㄴ히미 옮거든 굴근 마ᄂᆞᄅᆞᆯ 밠바다ᅌᅢ ᄲᅵ븨여 두루 덥게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絞腸沙痛不可忍或展轉在地或起或仆其膓絞縮在腹此是中毒之深湏臾能令人死古方名乾霍亂急用塩一兩熱湯調灌入病人口中塩氣一到腹其痛卽定又將石沙炒令赤色冷水淬之良久澄淸水一二合服之愈{{*|}}
ᄯᅩ絞교ᇢ腸땨ᇰ沙상 ㅣ 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야 시혹 ᄯᅡ해 그울며 시혹 닐며 시혹 업더디여 그膓땨ᇰ 이 ᄇᆡ예뷔트러 움주쥐여 잇ᄂᆞ상33ㄱ니 이 毒독ᄋᆞᆯ 마조미 기퍼 아니한 ᄉᆞᅀᅵ예 사ᄅᆞ미 죽게 ᄒᆞᄂᆞ니 녯 方바ᇰ文문에 일후미 乾간霍확亂롼이니 ᄲᆞᆯ리 소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 므레 프러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이베 브ᅀᅳ라 소고ᇝ 氣킝分분이 ᄇᆡ예 들면 그 알포미 곧 긋거든 ᄯᅩ호ᄀᆞᆫ 돌ᄒᆞᆯ 봇가 븕게 ᄒᆞ야 ᄎᆞᆫ므레 ᄃᆞᆷ가안초아 ᄆᆞᆯ겨 그 믈 ᄒᆞᆫ두 호블 머그면 됻ᄂᆞ니라
葛氏備急方霍亂煩悶湊滿者用塩納臍中灸二七壯{{*|}}
霍확亂롼ᄒᆞ야 닶가와 탸ᇰ만ᄒᆞ닐 소고ᄆᆞᆯ ᄇᆡᆺ보개 녀코 二ᅀᅵᆼ七치ᇙ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霍亂心腹脹痛者服乾薑屑三方寸匕{{*|}}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탸ᇰ만ᄒᆞ야 알ᄂᆞ닐 乾간薑가ᇰㅅ ᄀᆞᆯᄋᆞᆯ세 수를 머기라
又方小蒜一升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之{{*|}}
ᄯᅩ 호ᄀᆞᆫ 마ᄂᆞᆯ ᄒᆞᆫ 되ᄅᆞᆯ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生薑}}一斤切以水七升煮取二升分爲三服{{*|}}
ᄯᅩ 生ᄉᆡᇰ薑가ᇰ ᄒᆞᆫ 斤근을 사ᄒᆞ라 믈 닐굽 되로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세헤 ᄂᆞᆫ화 머그라
又方若轉筋桂半夏等分末方寸匕水一升和服{{*|}}
ᄯᅩ 히미 올ᄆᆞ닐 桂ᄀᆒᆼ皮삥와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수를 믈 ᄒᆞᆫ 되예 프러 머그라
又方生大豆屑酒和服方寸匕{{*|}}
ᄯᅩ ᄂᆞᆯ콩 ᄭᆞᆯᄋᆞᆯ 수레 프로ᄃᆡ ᄒᆞᆫ 수상34ㄱ를 머그라
又方治霍亂吐下後大渴多飮則殺人以黃米{{*|卽黍米}}五升水一斗煮之令得三升澄淸稍稍飮之莫飮餘物也{{*|}}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吐통下ᅘᅡᆼᄒᆞᆫ 後ᅘᅮᇢ에 ᄀᆞ자ᇰ 목 ᄆᆞᆯ라 믈 하 머그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기자ᇰᄡᆞᆯ 닷 되ᄅᆞᆯ 믈 ᄒᆞᆫ 마래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ᄆᆞᆰ안초아 젹젹 먹고 다ᄅᆞᆫ 믈 먹디 마롤디니라
又方治霍亂轉筋垂死敗蒲席一握細剉漿水一盞煮汁溫溫頓服{{*|}}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히미 올마 죽ᄂᆞ닐 고툐ᄃᆡ 헌 부들 지즑 ᄒᆞᆫ 우후믈 ᄀᆞᄂᆞ리 사ᄒᆞ라漿쟈ᇰ水ᄉᆔᆼ ᄒᆞᆫ 盞잔애 글혀 汁집을 ᄃᆞ시ᄒᆞ상34ㄴ야 다 머그라
直指方霍亂吐瀉心腹作痛用炒塩二梡紙包紗護頓其胸前幷腹肚上以熨斗火熨氣透卽蘇續又以炒塩熨其背{{*|}}
霍확亂롼 吐통瀉샹 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커든 봇ᄀᆞᆫ 소곰 두보ᅀᆞᄅᆞᆯ 죠ᄒᆡ에 ᄡᆞ고 紗상로 ᄢᅳ려 가ᄉᆞᆷ과 ᄇᆡ예고 다리우리로 블 다마 다려 氣킝分분이ᄉᆞᄆᆞᄎ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ᄯᅩ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드ᇰ을 熨ᅙᅮᇙᄒᆞ라
聖惠方霍亂吐不止欲死 生薑{{*|二兩}}牛糞三合右以水三大盞煎至一盞半去滓分溫三服{{*|}}
霍확亂롼ᄒᆞ야 吐통ᄅᆞᆯ 그치디 몯ᄒᆞ야 죽ᄂᆞ닐 生ᄉᆡᇰ薑가ᇰ 두 兩랴ᇰ과 ᄉᆈᄯᅩᇰ 서 호ᄇᆞᆯ 믈 세 큰 盞잔애 글혀 ᄒᆞᆫ 盞잔 半반애 니르커든 滓ᄌᆡᆼ 잇고 ᄃᆞ시 ᄒᆞ야 세 버네 머그라
經驗秘方治霍亂吐瀉丁香七枚細嚼新汲水送下如不能嚼硏細涼水調下亦可{{*|}}
霍확亂롼 吐통瀉샹ᄅᆞᆯ 고툐ᄃᆡ丁뎌ᇰ香햐ᇰ 닐굽 나ᄎᆞᆯ ᄂᆞ로니 십고 ᄀᆞᆺ 기룬 믈로 ᄂᆞ리오ᄃᆡ ᄒᆞ다가 십디 몯거든 ᄀᆞᄂᆞ리 ᄀᆞ라 ᄎᆞᆫ므레 프러 ᄂᆞ리옴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菉豆 胡椒{{*|各七七粒}}右擣爲末新汲水調服不拘時{{*|}}
ᄯᅩ菉록豆뚜ᇢ 와胡ᅘᅩᆼ椒죠ᇢ 와 各각 닐굽닐굽 나ᄎᆞᆯ 디허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 머구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말라
醫方集成姜塩飮治乾霍亂欲吐不吐欲瀉不瀉 塩{{*|一兩}}生薑{{*|切半兩}}右同炒令色變以水一梡煎溫服甚者加童子小便一盞{{*|}}
薑가ᇰ塩염飮ᅙᅳᆷ 은 乾간霍확亂롼이 吐통코져 호ᄃᆡ 吐통티 몯ᄒᆞ고 즈츼오져 호ᄃᆡ 즈츼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소곰 ᄒᆞᆫ 兩랴ᇰ과 生ᄉᆡᇰ薑가ᇰ 사ᄒᆞ로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ᄃᆡ 봇가 비치 다ᄅᆞ거든 믈 ᄒᆞᆫ 보ᅀᆞ로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甚씸ᄒᆞ니란 아ᄒᆡ 오좀 ᄒᆞᆫ 盞잔상36ㄱᄋᆞᆯ 조쳐 머기라
壽域神方霍亂已死上屋喚魂以諸治皆至而猶不差捧病覆臥之伸兩臂對以繩度兩肘尖頭依繩下夾背脊大骨空中去脊各一寸灸之百壯不治者可灸肘椎已試數百人皆灸畢卽起坐驗{{*|}}
霍확亂롼ᄒᆞ야 ᄒᆞ마 죽거든 집 우희 올아 넉슬 브르고 여러가짓 고툐ᄆᆞᆯ 다 호ᄃᆡ ᄉᆞᆫᄌᆡ 됴티 아니커든 病뼈ᇰᄒᆞ닐업더리와다 뉘이고 두 ᄇᆞᆯᄒᆞᆯ 펴고 노ᄒᆞ로 두 ᄇᆞᆯ톡 그틀 견주고 노ᄒᆞᆯ브터 드ᇰᄆᆞᄅᆞᆺ ᄲᅧ를 상36ㄴᄢᅧ 가온ᄃᆡ 뷔우고 드ᇰᄆᆞᆯᄅᆞ로셔 各각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ᅮᄃᆡ 됴티 아닌ᄂᆞ니란 肘듀ᇢ椎ᄄᆔᆼᄅᆞᆯ ᄯᅳ라 ᄒᆞ마 數슝百ᄇᆡᆨ人ᅀᅵᆫ을 디내요니 다ᄯᅩᆷ ᄆᆞᄎᆞ면 즉재 니러 안ᄌᆞ니라
又方治絞腸沙腹痛不可忍者嘔吐泄瀉及中署霍亂心煩渴不省人事兼治急心痛白蜜馬糞二味不以多少擂新水化下去滓頓服一碗雖曰穢汚却有神功無蜜亦可{{*|}}
ᄯᅩ 絞교ᇢ腸땨ᇰ沙상ㅣ ᄇᆡ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니와 吐통ᄒᆞ고즈츼ᄂᆞ니와 中듀ᇰ暑셩ᄒᆞ며 霍확亂롼ᄒᆞ야 ᄆᆞᅀᆞ미 煩뻔渴카ᇙ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ᄂᆞ상37ㄱ닐 고티고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알힐 조쳐 고티ᄂᆞ니 ᄒᆡᆫ ᄢᅮᆯ와 ᄆᆞᆯᄯᅩᇰ과 두 가지를 새 므레 프러 즛의 앗고 ᄒᆞᆫ 보ᅀᆞᄅᆞᆯ 다 머그라 비록 더러우나 神씬奇긩ᄒᆞᆫ 功고ᇰ이 잇ᄂᆞ니 ᄢᅮᆯ 업서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用收蠶子的舊紙一幅務要去蠶子潔淨燒灰爲末用熱酒調服立效{{*|}}
ᄯᅩ 누에ᄡᅵ 난 죠ᄒᆡ ᄒᆞᆫ 張댜ᇰᄋᆞᆯ 누에ᄡᅵᄅᆞᆯ 조히 업게 ᄒᆞ고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술로 프러 머그면 즉자히 됻ᄂᆞ니라
又方治急肚痛絞膓沙用久乾猪糞一塊如指頭大用砂仁二箇碾爲末白湯調服妙{{*|}}
ᄯᅩ 과ᄀᆞᆯ이 ᄇᆡ 알ᄑᆞᆫ 絞교ᇢ腸땨ᇰ沙상ᄅᆞᆯ 고툐상37ㄴᄃᆡ 오래 ᄆᆞᄅᆞᆫ 도ᄐᆡ ᄯᅩᇰ ᄒᆞᆫ 무저기 소ᇇ가락만 ᄒᆞ니와縮슉砂상 두 나ᄎ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尸厥第十==
經驗良方其證奄然死去四肢逆冷不省人事腹中氣走如雷鳴 焰焇{{*|半兩}}硫黃{{*|一兩}}右細硏如粉分作三服每服用好舊酒一大盞煎覺焰起傾於盞內盖着溫灌與服如人行五里又進一服不過二服卽醒兼灸頭上百會穴四十九壯兼臍下氣海丹田三百壯覺身體溫暖卽止{{*|}}
그 證지ᇰ이 믄득 죽거든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고 ᄇᆡ 안해 氣킝分분이ᄃᆞᆫ뇨ᄃᆡ 울에 ᄀᆞᆮᄒᆞ니 焰염焇쇼ᇢ 半반 兩랴ᇰ과硫류ᇢ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세 服뽁애 ᄂᆞᆫ화 ᄒᆞᆫ 服뽁애 됴ᄒᆞᆫ 무근 술 큰 ᄒᆞᆫ 잔애 글혀 焰염焇쇼ᇢㅣ 니러나거든 잔애 브ᅀᅥ 둡고 ᄃᆞ시 ᄒᆞ야 브ᅀᅥ 머기고 사ᄅᆞ미 五ᅌᅩᆼ里링예 갈 만ᄒᆞ야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 즉재 ᄭᆡᄂᆞ니 머릿 百ᄇᆡᆨ會ᅘᅬᆼ穴ᅘᆑᇙᄋᆞᆯ 四ᄉᆞᆼ十씹九구ᇢ 壯자ᇰᄋᆞᆯ ᄯᅳ고 臍쪵下ᅘᅡᆼ와氣킝海ᄒᆡᆼ 와丹단田뗜 ᄋᆞᆯ 三삼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ᅥ 모미 덥거든 말라
如無前藥用附子重七錢許炮熟去皮臍爲末分作二服每服用酒三盞煎至一盞溫服{{*|}}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附뿡子ᄌᆞᆼ 므긔 닐굽 돈 남ᄌᆞᆺᄒᆞ닐 炮뽀ᇢᄒᆞ야 니겨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細솅末마ᇙᄒᆞ야 ᄂᆞᆫ화 두 服뽁애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술 세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애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又無附子用生薑自然汁半盞酒一盞煎百沸倂灌二服{{*|}}
ᄯᅩ 附뿡子ᄌᆞᆼ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 半반 잔ᄋᆞᆯ 술 ᄒᆞᆫ 잔ᄋᆞᆯ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커든 조쳐 브ᅀᅩᄃᆡ 두 服뽁애 ᄒᆞ라
聖惠方治尸厥脉動而無氣氣閉不通故正如死聽其耳中脩脩有如嘯聲而股內暖者是也不治三日當死宜服朱砂丸 朱砂{{*|細硏}}雄黃{{*|細硏}}附子{{*|各三分炮裂去皮臍}}桂心{{*|一兩半}}巴豆{{*|二十枚去皮心硏}}右件藥擣羅爲末入硏了藥令勻煉蜜和丸如麻子大每服不計時候以粥飮下五丸不知更下二丸若利多則止之{{*|}}
尸싱厥궈ᇙ을 고툐ᄃᆡ 脉ᄆᆡᆨ이뮈유ᄃᆡ 氣킝分분 업스며 氣킝分분이 마켜 상39ㄴ通토ᇰ티 몯ᄒᆞᆯᄉᆡ 正져ᇰ히 주그니 ᄀᆞᆮᄒᆞ니 그 귀예 드로ᄃᆡ 脩슈ᇢ脩슈ᇢᄒᆞ야 ᄑᆞ라ᇝ 소ᄅᆡ ᄀᆞᆮ고 다리 안히 더우니 이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ᄋᆞᆳ마내 죽ᄂᆞ니 朱즁砂상丸ᅘᅪᆫᄋᆞᆯ 머귤디니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ᆯ오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나리 ᄀᆞᆯ오 附뿡子ᄌᆞᆼᄅᆞᆯ 各각 三삼分뿐을 炮뽀ᇢᄒᆞ야ᄢᅢ혀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桂ᄀᆒᆼ心심 ᄒᆞᆫ 兩랴ᇰ 半반과巴방豆뚜ᇢ 스믈 나ᄎᆞᆯ 것과 소ᄇᆞᆯ 앗고 ᄀᆞ라 이 藥약을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고 몬져 ᄀᆞ론 藥약ᄋᆞᆯ 녀허 골오 섯거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 지ᅀᅩᄃᆡ 열ᄡᅵ만 케 ᄒᆞ야 머규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粥쥭므레 다ᄉᆞᆺ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오고 아디 몯거든 다시 두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올디니 즈츼요ᄆᆞᆯ 하 ᄒᆞ야ᄃᆞᆫ 그치라
葛氏備急方尸蹶之病卒死而脉猶動灸鼻人中七壯又灸陰囊下去下部一寸百壯若婦人灸兩乳中閒又云爪刺人中良久又針人中至齒立起{{*|}}
尸싱厥궈ᇙㅅ 病뼈ᇰ이 과ᄀᆞᆯ이 주구ᄃᆡ 脉ᄆᆡᆨ이 ᄉᆞᆫᄌᆡ 動또ᇰᄒᆞᄂᆞ니 人ᅀᅵᆫ中듀ᇰ을 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고 ᄯᅩ陰ᅙᅳᆷ囊나ᇰ 아래 밋굼그로셔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ᄒᆞ다가 겨지비어든 두 졋 가온ᄃᆡᆯ ᄯᅳ라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소ᇇ토ᄇᆞ로 오래ᄣᅵᆯ어 시며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針짐호ᄃᆡ 니예 다ᄃᆞᆮ게 ᄒᆞ면 즉자히 니ᄂᆞ니라
又方菖蒲屑納鼻兩孔中吹之令人以桂屑着舌下{{*|}}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녀코 불오 사ᄅᆞ미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로 혀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熨其兩脅下取竈中墨如彈丸漿水和飮之湏臾三四{{*|}}
ᄯᅩ 두 녀블 熨ᅙᅮᇙᄒᆞ고 브ᅀᅥ븻 검듸여ᇰ을彈딴子ᄌᆞ 만 ᄒᆞ닐 가져 漿쟈ᇰ水ᄉᆔᆼ예 프러 머교ᄃᆡ 아니한 ᄉᆞᅀᅵ예 서너 번 ᄒᆞ라
又方針百會入三分補之又針足大指甲下內側去甲三分又足指甲上各入三分{{*|}}
ᄯᅩ 百ᄇᆡᆨ會ᅘᅬᆼᄅᆞᆯ 針짐호ᄃᆡ 三삼分뿐에 들에 ᄒᆞ야 補봉ᄒᆞ고 ᄯᅩ 밠 엄지가락톱 아래 안녁 겨틀 토ᄇᆞ로셔 三삼分뿐만 ᄒᆞᆫᄃᆡ 針짐ᄒᆞ고 ᄯᅩ 밠톱 우흘 상41ㄱ各각各각 三삼分뿐이 들에 針짐ᄒᆞ라
又方灸膻中穴二十八壯{{*|}}
ᄯᅩ 膻선中듀ᇰ穴ᅘᆑᇙ을 二ᅀᅵᆼ十씹八바ᇙ壯자ᇰ을 ᄯᅳ라
==纏喉風喉閉第十一<sub>喉腫舌腫失音附</sub>==
經驗良方其證先兩日胸膈氣緊取氣短促驀然咽喉腫痛手足厥冷氣閉不通頃刻不治 巴豆{{*|七粒三生四熟生者去殼生硏熟者去殼燈上燒存性}}雄黃一塊{{*|如皂角子大透明者細硏}}鬱金一箇{{*|蟬肚者硏爲末}}右三味硏末每服半字用茶淸兩呷許調下口噤咽塞用小竹管納藥吹入喉中湏臾吐利卽醒{{*|}}
그 證지ᇰ이 몬져 이트를 가ᄉᆞᇝ氣킝分분이 답답ᄒᆞ야 氣킝分분ᄋᆞᆯ 取츙호미 뎌르고 ᄌᆞᆺ다가 믄득 모기 븟고 손바리 ᄎᆞ고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고티디 몯ᄒᆞᄂᆞ니라 巴방豆뚜ᇢ 닐굽 나ᄎᆞ로 세흔 生ᄉᆡᇰ이오 네흔 니겨 生ᄉᆡᇰ으란 거피 밧겨 ᄀᆞᆯ오 니그니란 거피 밧기고 드ᇰ자ᇇ브레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라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기 皂쪼ᇢ角각 ᄡᅵ만 ᄒᆞ니 ᄉᆞᄆᆞᆺ ᄇᆞᆯᄀᆞ닐 ᄀᆞᄂᆞ리 ᄀᆞᆯ라鬱ᅙᅮᇙ金금 ᄒᆞᆫ 낫 ᄆᆡ야ᄆᆡ ᄇᆡ ᄀᆞᆮ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세 가짓 마ᄉ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字ᄍᆞᆼᄅᆞᆯ 머교ᄃᆡ 찻믈 두 머굼만 ᄒᆞᆫᄃᆡ 프러 ᄂᆞ리오라 입 마고믈오 모기 마고 븟거든 져근 대로ᇰ애 藥약ᄋᆞᆯ 녀허 목 안해 불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吐통ᄒᆞ고 즈츼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無前藥用川升麻四兩剉碎水四椀煎一椀灌服{{*|}}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川ᄌᆑᆫ升시ᇰ麻망 넉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네 보ᅀᆞ애 ᄒᆞᆫ 보ᅀᆡ ᄃᆞ외에 글혀 브ᅀᅳ라
又無川升麻用皂角三莖搥碎挼一盞灌服或吐或不吐卽安{{*|}}
ᄯᅩ 川ᄌᆑᆫ升시ᇰ麻망 업거든 皂쪼ᇢ角각 세 줄길 ᄯᅮ드려 ᄇᆞᆺ아 ᄒᆞᆫ 자내 프러 브ᅀᅳ라 시혹 吐통커나 시혹 吐통티 아니커나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朱氏集驗方吹喉散治咽喉腫痛 朴硝{{*|四兩別硏}}甘草{{*|一兩生末}}右硏勻每用半錢乾擦喉如腫甚用竹管子吹入喉中爲佳{{*|}}
吹ᄎᆔᆼ喉ᅘᅮᇢ散산 은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朴박硝쇼ᇢ 넉 兩랴ᇰᄋ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ᄒᆞᆫ 兩량ᄋᆞᆯ 生ᄉᆡᇰ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 半반 돈ᄋᆞᆯ ᄆᆞᄅᆞ닐 모긔 ᄇᆞᆯ로ᄃᆡ 브ᅀᅮ미 甚씸커든 대로ᅌᆞ로 부러 목 안해 드류미 됴ᄒᆞ니라
經驗秘方治懸壅暴腫 白礬 塩右等分爲末以筯頭點少許在懸壅上{{*|}}
목져지 과글이 브ᅀᅳ닐 고툐ᄃᆡ 白ᄈᆡᆨ礬뻔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졋가락 그테 져기 상43ㄱ무텨 목졋 우희 ᄇᆞᄅᆞ라
又方乾薑半夏等分爲末以少許着舌下{{*|}}
ᄯᅩ 乾간薑가ᇰ과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혀 아래 녀흐라
又方一字散主喉痺氣塞不通欲死者 雄黃{{*|一分別硏}}蝎梢{{*|七枚}}猪牙皂角{{*|七鋌}}白礬{{*|生硏一錢}}藜蘆{{*|一錢}}右細末每用一字吹入鼻中頑涎卽吐效{{*|}}
ᄯᅩ一ᅙᅵᇙ字ᄍᆞᆼ散산 은 모기 브ᅀᅥ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야 죽ᄂᆞ닐 主즁ᄒᆞ니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分뿐을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蝎허ᇙ梢쇼ᇢ 닐굽 낫과 皂쪼ᇢ角각 닐굽 鋌뗘ᇰ과 白ᄈᆡᆨ礬뻔 生ᄉᆡᇰᄒᆞ닐 ᄀᆞ라 ᄒᆞᆫ 돈과藜래蘆 롱 ᄒᆞᆫ 돈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부러 녀허 건추믈 吐통ᄒᆞ면 됻ᄂᆞ니라
又方喉閉深腫連頰吐氣數名馬喉閉馬㗸鐵{{*|一具}}右用水三盞煮一盞溫服又蒜塞耳鼻中{{*|}}
ᄯᅩ 모기 막고 ᄀᆞ자ᇰ 브ᅀᅥ ᄲᅡ매 닛고 氣킝分분을 吐통호미 ᄌᆞᄌᆞ면 일후미 ᄆᆞᆯ목브ᅀᅮ미니馬망含ᅘᅡᆷ쇠 ᄒᆞ나ᄒᆞᆯ 믈 세 잔ᄋᆞ로 ᄒᆞᆫ 잔 ᄃᆞ외에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마ᄂᆞᄅᆞᆯ 귀와 고해 고ᄌᆞ라
又方如聖散治舌腫喉痺 川芎 桔梗 薄苛葉 甘草 盆硝{{*|各等分}}右爲細末每用一錢乾摻{{*|}}
ᄯᅩ如ᅀᅧᆼ聖 셔ᇰ散산 은 혀 븟고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川ᄌᆑᆫ芎쿵 과 桔겨ᇙ梗겨ᇰ과薄팍荷ᅘᅡᆼ ㅅ 닙과 甘감草초ᇢ와盆뽄硝쇼ᇢ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곰 ᄆᆞᄅᆞ닐 ᄇᆞᄅᆞ라
又方舌忽腫硬塞悶百草霜食塩等分井水調塗舌上卽安{{*|}}
ᄯᅩ 혜 忽호ᇙ然ᅀᅧᆫ히 브ᅀᅥ 세웓고 답답ᄒᆞ거든百ᄇᆡᆨ草초ᇢ霜사ᇰ 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우믌 므레 프러 혀에 ᄇᆞᄅᆞ면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直指方白藥散治喉中熱塞腫疼散血消痰白藥 朴硝{{*|等分}}右爲末以小管子吹入喉{{*|}}
白ᄈᆡᆨ藥약散산 은 목 안히 더워 마고 브ᅀᅳ닐 고티ᄂᆞ니 피ᄅᆞᆯ 슬며 痰땀을 노기ᄂᆞ니라 白ᄈᆡᆨ藥약과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져근 대롱ᄋᆞ로 부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sub>簡方</sub>纏喉風及喉痺用蠶退紙燒灰存性煉蜜丸如雞頭大含化嚥津{{*|}}
纏뗜喉ᅘᅮᇢ風보ᇰ과 목 브ᅀᅳ닐 누에ᄡᅵ 난 죠ᄒᆡᄅᆞᆯ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을 지ᅀᅩᄃᆡ雞곙頭뚜ᇢ實씨ᇙ 만 게 ᄒᆞ야 머구머 노겨 춤기라纏뗜喉ᅘᅮᇢ風보ᇰ 은 과ᄀᆞᄅᆞᆫ목더시라
又方纏喉風氣不通雄黃一塊新汲水磨急灌吐卽差{{*|}}
ᄯᅩ 纏뗜喉ᅘᅮᇢ風보ᇰ에 氣킝分분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글 새 므레 ᄀᆞ라 ᄲᆞᆯ리 브ᅀᅥ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咽喉腫閉 甘草 白礬{{*|等分}}右爲細末每以半錢許入口中津液嚥下{{*|}}
ᄯᅩ 모기 브ᅀᅥ 마ᄀᆞ닐 고툐ᄃᆡ 甘감草초ᇢ와 白ᄈᆡᆨ礬뻔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돈 남ᄌᆞ샤 입 안해 녀허셔 추므로 ᄂᆞ리오라
聖惠方咽喉閉不通 硇砂 馬牙硝{{*|等分}}右細硏令勻用銅筯頭於水中 蘸令濕搵藥末點於咽喉中{{*|}}
모기 마가 通토ᇰ티 아니ᄒᆞ닐硇 뇨ᇢ砂상 와馬망牙ᅌᅡᆼ硝쇼ᇢ 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놋졋 그트로 므레 저져 藥약ᄋᆞᆯ 무텨 목 안해 디그라
又方咽喉閉塞口噤雄雀糞細硏每服半錢以溫水調灌{{*|}}
ᄯᅩ 모기 막고 입 버리디 몯ᄒᆞ닐 수새 ᄯᅩᆼ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을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ᅳ라
又方咽喉生穀賊若不急治亦能殺人用針刺破令黑血出後含馬牙硝一小塊子嚥津卽差{{*|}}
ᄯᅩ 모ᄀᆡ穀곡賊쪽 이 나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ᄯᅩ 能느ᇰ히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상46ㄱ니 針짐으로 허러 거믄 피나게 ᄒᆞ고 馬망牙ᅌᅡᆼ硝쇼ᇢ ᄒᆞᆫ 져근 무저글 머구머 추믈 ᄉᆞᆷᄭᅵ면 즉재 됻ᄂᆞ니라 穀곡賊쪽은 穀곡食씩에 몯내ᄑᆡᆫ 이사기 굳고ᄭᅡᄭᅡᆯᄒᆞᆫ 거시니 몰라 ᄡᆞ리라 머고면 목 안히 브ᅀᅥ 通토ᇰ티 아니ᄒᆞᄂᆞ니 일후믈 목 안해 穀곡賊쪽 나다 ᄒᆞᄂᆞ니라
又方以馬牙硝細硏緜裹半錢含化嚥津以差爲度{{*|}}
ᄯᅩ 馬망牙ᅌᅡᆼ硝쇼ᇢ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ᄋᆞᆯ소오매 ᄢᅳ려 머구머 노겨 춤 ᄉᆞᆷᄭᅭᄃᆡ 됴ᄒᆞᆯ ᄭᆞ자ᇰ ᄒᆞ라
又方咽喉腫痛語聲不出豉半升以水二大盞煎至一大盞去滓分爲二服相繼稍熱服之令有汗出卽差{{*|}}
ᄯᅩ 목 브ᅀᅥ 소ᄅᆡ 나디 아니커든 젼국 半반 되ᄅᆞᆯ 믈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큰 잔애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두 服뽁애 ᄂᆞᆫ화 서르 닛우 져기 덥게 ᄒᆞ야 머거 ᄯᆞᆷ나게 ᄒᆞ면 곧 됻ᄂᆞ니라
壽域神方舌忽脹出口外雞冠上刺血磁盞盛浸舌就嚥下卽縮{{*|}}
혜 과글이 부러나 입 밧긔 나거든 ᄃᆞᆯᄀᆡ 벼츨 ᄡᅥᆯ어 피내야 沙상잔애 담고 혀를 ᄃᆞᆷ가셔 ᄉᆞᆷᄭᅵ면 즉재움처 드ᄂᆞ니라
==骨鯁第十二==
醫方集成治骨鯁入喉 縮砂 甘草{{*|各等分}}右爲末緜裹少許噙之旋旋嚥津久之隨痰出{{*|}}
ᄲᅨ 모긔거닐 고툐ᄃᆡ 縮슉砂상와 甘감草초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소오ᄆᆡ 져기 ᄢᅳ려머구머 젹젹 춤 ᄉᆞᆷᄭᅵ면 오라면 痰땀 조차 나ᄂᆞ니라
又方野紵根洗淨不以多少搗爛如泥每用龍眼大如被雞骨所傷以雞羹化下如被魚骨所傷以魚羹汁化下{{*|}}
ᄯᅩ 모싯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디호ᄃᆡ 니균 ᄒᆞᆰᄀᆞ티 ᄒᆞ야 龍료ᇰ眼ᅌᅡᆫ만 ᄒᆞ니ᄅᆞᆯ ᄃᆞᆯ긔 ᄲᅧ에 傷샤ᇰ커든 ᄃᆞᆰ湯타ᇰㅅ 즈브로 ᄂᆞ리오고 고깃 ᄲᅧ에 傷샤ᇰ커든 生ᄉᆡᇰ鮮션湯타ᇰㅅ 즈브로ᄂᆞ리오라
經驗良方治骨硬不下先嚼白茯苓一錢重次以白礬湯嚥下{{*|}}
ᄲᅨ 거러 ᄂᆞ리디아닌ᄂᆞ닐 고툐ᄃᆡ 몬져白ᄈᆡᆨ茯뽁苓려ᇰ ᄒᆞᆫ 돈ᄋᆞᆯ 십고 버거白ᄈᆡᆨ礬뻔湯타ᇰ 으로 ᄂᆞ리오라
又方治魚骨用白膠香細細呑下{{*|}}
ᄯᅩ 믌고깃 ᄲᅧ걸우닐 고툐ᄃᆡ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 을 젹젹 ᄉᆞᆷᄭᅧ ᄂᆞ리오라
又方皂角少許吹入鼻{{*|}}
ᄯᅩ 皂쪼ᇢ角각을 져기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口念鸕鶿鸕鶿立愈{{*|}}
ᄯᅩ 이베 鸕롱鶿ᄍᆞᆼ 鸕롱鶿ᄍᆞᆼ ᄒᆞ야 念념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鸕롱鶿ᄍᆞᆼᄂᆞᆫ 가마오디라
朱氏集驗方治食鯉魚骨硬貫衆不以多少濃煎汁一盞半分三服幷進連服三劑{{*|}}
鯉링魚ᅌᅥᆼ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貫관衆쥬ᇰ 을 두터이 글혀 즈블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세 服뽁애 ᄂᆞᆫ화 다 머구ᄃᆡ 닛우 세 劑쪵ᄅᆞᆯ 머그라
又方巧匠取喉鉤將繭剪如錢大用物搥四面令軟以油潤之仍中通一竅先穿上鉤線次穿數珠三五枚令兒正坐開口漸添引數珠挨之到喉覺至繫鉤處乃以向下一推其鉤自下而脫卽向上急出之見蠶錢向下裹定鉤線鬚而出並無所損{{*|}}
ᄯᅩ 工고ᇰ巧교ᇢᄒᆞᆫ 匠쨔ᇰㅅᅀᅵᆫ이 아ᄒᆡ 모ᄀᆡ 건 낙ᄉᆞᆯ 아ᅀᅩᄃᆡ 고티ᄅᆞᆯ 돈ᄀᆞ티 ᄇᆞ리고 네 面면을 ᄯᅮ드려 보ᄃᆞ랍게 ᄒᆞ고 기르므로저지고 가온ᄃᆡ ᄒᆞᆫ 구무들워 몬져낛긴헤 ᄢᅦ오 버거念념珠즁 세다ᄉᆞᆺ 나ᄎᆞᆯ ᄢᅦ오 아ᄒᆡ로 바ᄅᆞ 아ᇇ고 입버리게 코 졈졈 念념珠즁를 더 미러 모ᄀᆡ 다ᄃᆞᆮ게 ᄒᆞ야 낛 ᄆᆡ욘 ᄃᆡ 니른가 식브거늘 아래로 ᄒᆞᆫ 번 미니 그 낙시 제 ᄂᆞ려 버서디거늘 즉재 우흐로 時씽急급히 내오 고티ᄅᆞᆯ 보니 아래로 낙줄와 낛미느를 ᄢᅳ러 나 귿 헌 ᄃᆡ 업더라
聖惠方治食魚骨鯁以魚網燒灰細硏水調服一錢又方以魚網䨱頭立下{{*|}}
믌고기 먹다가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고깃 그므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 그므를 머리예 두프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含水獺骨立出或爪亦得{{*|}}
ᄯᅩ 水ᄉᆔᆼ獺타ᇙ의 ᄲᅧ를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 시혹 밠톱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以牛筋水浸細擘以線繫如彈子大持線端呑之入喉至哽處徐徐引之鯁着筋卽出{{*|}}
ᄯᅩ ᄉᆈ 히믈 므레 ᄃᆞᆷ가 ᄀᆞᄂᆞ리 ᄧᆡ야 실로 ᄆᆡ요ᄃᆡ 彈딴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싨그틀 잡고 ᄉᆞᆷᄭᅧ 모ᄀᆡ 드려 ᄲᅧ 건 ᄃᆡ 니르거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ᄃᆞᆼᄀᆡ면 ᄲᅧ 히메 바상49ㄴ켜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以虎糞或狼糞燒灰細硏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ᄯᅩᆼ이나 시혹 일희 ᄯᅩᆼ이나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虎骨或狸骨擣細羅爲散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ᄲᅨ나 시혹 ᄉᆞᆯ긔 ᄲᅨ나 디허 ᄀᆞᄂᆞ리처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硇砂半錢口中咀嚼嚥之立下{{*|}}
ᄯᅩ 硇砂상 半반 돈ᄋᆞᆯ 이베 시버 ᄉᆞᆷᄭᅵ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治誤呑鉤若線猶在手中者莫引之但急以珠璫若薏苡子輩穿貫着線稍稍令推至鉤處小小引之則出{{*|}}
ᄯᅩ 낙ᄉᆞᆯ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ᄒᆞ다가 긴히 소내 잇ᄂᆞ닌 ᄃᆞᇰᄀᆡ디 말오 ᄲᆞᆯ리 구스리나 율믜나 긴헤 ᄢᅦ어 졈졈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젹젹 ᄃᆞᇰᄀᆡ면 나ᄂᆞ니라
又方以琥珀珠着線貫之推令前入至鉤又復推以索引出矣或水精珠亦佳無珠諸堅實物磨令滑作孔用之{{*|}}
ᄯᅩ琥홍珀ᄑᆡᆨ 구스를 긴헤 ᄢᅦ여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ᄯᅩ 미러혀면 나ᄂᆞ니라 시혹水ᄉᆔᆼ精져ᇰ 도 ᄯᅩ 됴ᄒᆞ니 구슬 업거든 구든 거슬 ᄀᆞ라 ᄆᆡᆺᄆᆡᆺ게 ᄒᆞ야 구무 들워 ᄡᅳ라
又方治誤呑針以上好磁石如小彈子大含之卽出{{*|}}
ᄯᅩ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됴ᄒᆞᆫ指징南남石쎡 이 져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라
經驗秘方治誤呑錢百部根四兩酒一升浸一宿溫作二服{{*|}}
돈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百ᄇᆡᆨ部뽕根ᄀᆞᆫ 넉 랴ᇰᄋᆞᆯ 술 ᄒᆞᆫ 되예 ᄒᆞᄅᆞᆺ바ᄆᆞᆯ ᄃᆞᆷ가 ᄃᆞ시 ᄒᆞ야 두 버네 머그라
又方服淸蜜二盞{{*|}}
ᄯᅩ 淸쳐ᇰ蜜미ᇙ 두 잔ᄋᆞᆯ 머그라
又方濃煎艾湯一二盞飮之{{*|}}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혀 ᄒᆞᆫ두 자ᄂᆞᆯ 머그라
又方治誤呑針釘鉤子魚骨雜物多食肥羊脂肉及諸肉必自裹出{{*|}}
ᄯᅩ 바ᄂᆞᆯ와 몯과 낛과 고깃 ᄲᅧ와 雜짭거슬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진 羊야ᇰᄋᆡ 기름과 고기와 여러 가짓 고기ᄅᆞᆯ 만히 머그면 절로 ᄢᅳ려 나ᄂᆞ니라
又方木炭爲細末每服一錢冷水調下頓服自然裹於大便中出{{*|}}
ᄯᅩ숫글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ᄋᆞᆯ ᄎᆞᆫ므레 프러 다 머그면 自ᄍᆞᆼ然ᅀᅧᆫ히 大땡便뼌에 ᄢᅳ려 나ᄂᆞ니라
衛生易簡方治一切骨鯁用朴硝噙化{{*|}}
一ᅙᅵᇙ切촁ㅅ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朴팍硝쇼ᇢᄅᆞᆯ 머구머 노기라
又方用雞蘇朴硝等分如彈子大仰臥噙化三五丸卽愈{{*|}}
ᄯᅩ雞곙蘇송 와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졋바누어 세 다ᄉᆞᆺ 버늘 머구머 노기면 즉재 됻ᄂᆞ니라
壽域神方治諸骨鯁用不蛀皂角一片槌碎作四截銚內炒令焦黑酸米醋一盞澆之用碗覆一茶久取出放溫漱嚥下{{*|}}
여러 가짓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벌에 먹디 아니ᄒᆞᆫ 皂쪼ᇢ角각 ᄒᆞᆫ 편을 ᄯᅮ드려 네헤 그처 새용 안해 봇가 검게 ᄒᆞ고 싄 초 ᄒᆞᆫ 잔ᄋᆞᆯ 븟고 보ᅀᆞ로 두퍼 ᄒᆞᆫ 차 다릴 ᄉᆞᅀᅵ만 커든 내야 ᄃᆞ시 ᄒᆞ야 야ᇰ지ᄒᆞ야 ᄉᆞᆷᄭᅵ라
又方用覆盆子根取淨洗釅醋瓦礶煎濃汁用紙盖礶口留一孔令患人開口置孔熏一二時久骨自下{{*|}}
ᄯᅩ覆폭盆뽄子ᄌᆞᆼ ㅅ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초로 딜湯타ᇰ礶관 에 즙이 두텁게 글히고 죠ᄒᆡ로 湯타ᇰ礶관 이블 막고 ᄒᆞᆫ 굼글 두어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로 입 버려 굼긔 다혀 ᄒᆞᆫ두 時씽刻큭을 쐬면 ᄲᅨ 저 나ᄂᆞ니라
又方用餳糖再熬化丸如雞子黃大微嚼猛嚥呑之不下再作大丸呑妙{{*|}}
ᄯᅩ 여슬 두 번 ᄉᆞ라 ᄃᆞᆯᄀᆡ앐 누른 것만 케 비븨여 자ᇝ간 시버 ᄆᆡ이 ᄉᆞᆷᄭᅭᄃᆡ ᄂᆞ리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크게 비븨여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以魚骨安於頭上立愈{{*|}}
ᄯᅩ 믌고깃 ᄲᅧᄅᆞᆯ 머리예 연ᄌ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仍取所餘骨左右手反復擲背後立出{{*|}}
ᄯᅩ 나ᄆᆞᆫ ᄲᅧ를 두 녁 소ᄂᆞ로 서르 드ᇰ 뒤헤 더디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解衣帶眼看下部不下卽出{{*|}}
ᄯᅩ 옷 밧고 미틀 보면 ᄂᆞ리디 아니ᄒᆞ면 즉자히 나ᄂᆞ니라
又方取鯉魚鱗皮燒灰作末以水調服卽出不出再作{{*|}}
ᄯᅩ 鯉링魚ᅌᅥᆼㅅ 비늘와 가ᄎᆞᆯ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 나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又方用象牙爲末水調一錢服亦治魚刺{{*|}}
ᄯᅩ象쌰ᇰ牙ᅌᅡᆼ 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상53ㄱ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ᄲᅧ ᄣᅵᆯ인 ᄃᆡ 고티ᄂᆞ니라
又方用鸕鶿骨爲末湯調服之得呑其嗉最效{{*|}}
ᄯᅩ 鸕롱鶿ᄍᆞᆼ ᄲᅧ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그라 그 부릴 어더 머그면 ᄆᆞᆺ 됴ᄒᆞ니라
又方治誤呑錢用慈菰搗半爛呑之移時其錢卽化一用濃煎艾汁亦可冬葵根煮汁亦可{{*|}}
ᄯᅩ 그르 돈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慈ᄍᆞᆼ菰공 ᄅᆞᆯ 디허 半반만 닉거든 ᄉᆞᆷᄭᅵ라 時씽刻큭이 올ᄆᆞ면 그 돈이 즉재 녹ᄂᆞ니라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횬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冬도ᇰ葵ᄁᆔᆼ 根ᄀᆞᆫ 글휸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誤呑金銀釵環以水銀半兩服之再服卽出{{*|}}
ᄯᅩ 金금銀ᅌᅳᆫ 곳 골회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水ᄉᆔᆼ銀ᅌᅳᆫ 半반 兩랴ᇰ을 머그라 다시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治小兒誤呑針用磁石如棗核大磨令光鑽作竅絲穿令含針自出{{*|}}
ᄯᅩ 아ᄒᆡ 그르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指징南남石쎡이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 ᄒᆞ닐 ᄀᆞ라 빗나게 ᄒᆞ고 구무 들워 실로 ᄢᅦ여 머굼게 ᄒᆞ면 바ᄂᆞ리 제 나ᄂᆞ니라
又方治誤呑鐶燒鵝翎數根末白湯調服妙{{*|}}
ᄯᅩ 그르 골회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거유 ᄂᆞ랫짓 두ᅀᅥ흘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다ᇰ쉿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脫陽陰縮第十三==
經驗良方其證或因大吐大瀉之後四肢逆冷元氣不接不醒人事或傷寒新瘥誤與婦人交其證小腹緊痛外腎搐縮面黑氣喘冷汗自出亦是脫陽證湏臾不救先用葱白數莖炒令熱熨臍下次用 附子{{*|一枚重十錢許剉作八片}}白朮 乾薑{{*|各半兩}}木香{{*|一分}}已上四味各硏細水二椀煎至八分椀去滓放冷灌服湏臾又進一服合滓倂服{{*|}}
그 證지ᇰ이 시혹 하 吐통커나 하 즈칀 後ᅘᅮᇢ에 四ᄉᆞᆼ肢징 ᄎᆞ고元ᅌᅯᆫ氣킝 닛디 아니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거나 시혹傷샤ᇰ寒ᅘᅡᆫ 이 ᄀᆞᆺ 됴커든 그르 겨집과 사괴면 그 證지ᇰ이ᄇᆡᆺ기슬기 ᄀᆞ자ᇰ 알ᄑᆞ고 外ᅌᅬᆼ腎씬이 움치들오 ᄂᆞ치 검고 氣킝分분이 헐헐ᄒᆞ고 ᄎᆞᆫ ᄯᆞ미 흐르ᄂᆞ니 ᄯᅩ 이 脫똬ᇙ陽야ᇰㅅ證지ᇰ이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몬져 파 두ᅀᅥ 줄기ᄅᆞᆯ 봇가 덥게 ᄒᆞ야 ᄇᆡᆺ복 아래ᄅ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버거 附뿡子ᄌᆞᆼ ᄒᆞᆫ 낫 므긔 열 돈 남ᄌᆞᆺᄒᆞ닐 사ᄒᆞ라 여듧 片편 ᄆᆡᇰᄀᆞᆯ오 白ᄈᆡᆨ朮뜌ᇙ와 乾간薑가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량과木목香햐ᇰ ᄒᆞᆫ 分분과 네 가짓 마ᄉ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믈 두 보ᅀᆞ로 글혀 여상55ㄱ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ᄎᆡ와 브ᅀᅳ라 이ᅀᅳᆨ고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고 滓ᄌᆡᆼ 조쳐 다 머기라
如無前藥用桂枝二兩用好酒二升煎至一升候溫分作二服灌之{{*|}}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桂ᄀᆒᆼ枝징 두 兩랴ᇰᄋᆞᆯ 됴ᄒᆞᆫ 술 두 되로 글혀 ᄒᆞᆫ 되예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두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라
又無桂枝用葱白連鬚三七莖細剉沙盆內硏細用酒五升煮至二升分作三服灌之陽氣卽回先用炒塩熨臍下氣海勿令氣冷{{*|}}
ᄯᅩ 桂ᄀᆒᆼ枝징 업거든 파ᄒᆞᆯ 불휘 조쳐 세닐굽 줄기ᄅᆞᆯ 상55ㄴᄀᆞᄂᆞ리 사ᄒᆞ라 沙상盆뽄에 ᄀᆞᄂᆞ리 ᄀᆞ라 술 닷 되로 글혀 두 되예 니르거든 세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면 陽야ᇰ氣킝 즉재 도라오ᄂᆞ니 몬져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臍쪵下ᅘᅡᆼ와 氣킝海ᄒ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야 氣킝分분이 ᄎᆞ디 아니케 홀디니라
又無葱白用生薑二七寸亦好依前法服{{*|}}
ᄯᅩ 파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두닐굽 寸촌도 ᄯᅩ 됴ᄒᆞ니 알ᄑᆡᆺ 法법을 브터 머기라
聖惠方治風入腹攻五藏拘急不得轉側陰縮手足厥冷腹中㽱痛宜服赤芍藥散赤芍藥{{*|一兩}}川烏頭{{*|三兩炮製去皮臍}}桂心 甘草炙微赤剉防風{{*|去蘆頭}}芎窮{{*|各一兩}}右擣麤羅爲散每服三錢以水一中盞入生薑半分棗二枚煎至六分去滓不計時候稍熱服{{*|}}
ᄇᆞᄅᆞ미 ᄇᆡ예 드러 五ᅌᅩᆼ藏짜ᇰᄋᆞᆯ 보차 ᄇᆞᆯ라 움즈기디 몯고 陰ᅙᅳᆷ이 움처 들오 손발 ᄎᆞ고 ᄇᆡ 안히 알ᄑᆞ거든赤쳑芍쟉藥약散산 을 머골디니赤쳑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과川ᄌᆑᆫ烏ᅙᅩᆼ頭뚜ᇢ 세 兩랴ᇰ을 炮뽀ᇢᄒᆞ야 갓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어 져기 븕게 ᄒᆞ야 사ᄒᆞᆯ오防파ᇰ風봉 을 머리 버히고芎구ᇰ窮꾸ᇰ 과 各각 ᄒᆞᆫ 兩랴ᇰ을 디허 麤총케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中듀ᇰㅅ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半반 分분과 大상56ㄴ땡棗초ᇢ 두 나ᄎᆞᆯ 드려 글효ᄃᆡ 六륙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져기 덥게 ᄒᆞ야 머기라
聖濟緫錄治陰疝腫縮疼痛 狼毒{{*|炙二兩}}防葵{{*|炒}}附子{{*|炮裂去皮臍各一兩}}右擣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十丸溫酒下空心日午臨臥服{{*|}}
陰ᅙᅳᆷ疝산 ᄒᆞ야 븟고 움처 알ᄑᆞ닐 고툐ᄃᆡ狼라ᇰ毒독 구우니 두 兩랴ᇰ과防파ᇰ葵ᄁᆔᆼ 봇고니와 附뿡子ᄌᆞᆼᄅᆞᆯ 구어 것과 ᄇᆡᆺ복 아ᅀᅩ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丸ᅘᅪᆫᄋᆞᆯ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 만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 열 丸ᅘᅪᆫ곰 ᄃᆞ상57ㄱᄉᆞᆫ 수레 ᄂᆞ리오ᄃᆡ 空코ᇰ心심과 낫과 누을 제와 머그라
又方雞趐左右俱用不限多少燒灰右細硏爲散每服二錢匕溫酒調下不拘時{{*|}}
ᄯᅩ ᄃᆞᆯᄀᆡ ᄂᆞ래ᄅᆞᆯ 두 녀글 다ᄡᅮᄃᆡ 하며 져구믈 限ᅌᆞᆫ티 말오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ᄂᆞ리오ᄃᆡ 時씽刻큭에 븓들이디 말라
又方黃蓮{{*|去鬚}}熟艾{{*|炙}}杏人{{*|去皮尖別硏各半兩}}右擣硏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塩湯下空心服{{*|}}
ᄯᅩ黃ᅘᅪᇰ蓮련 을 거웃 앗고 니근 ᄡᅮ글 브레 ᄧᅬ오 杏ᅘᆡᇰ仁ᅀᅵᆫ을 것과 부리ᄅᆞᆯ 앗고 各각別벼ᇙ상57ㄴ히 ᄀᆞ라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디허 ᄀᆞ라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ᄒᆞᆫ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게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塩염湯타ᇰ ᄋᆞ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硇砂{{*|硏}}木香{{*|各半兩}}棟實{{*|去核炒}}茴香子{{*|炒}}京三稜{{*|炮各一兩}}右五味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空心酒下{{*|}}
ᄯᅩ 硇砂상ᄅᆞᆯ ᄀᆞᆯ오 木목香햐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棟도ᇰ實씨ᇙ을 ᄌᆞᅀᆞ 아ᅀᅡ 봇고 茴ᅘᅬᆼ香햐ᇰ ᄡᅵ를 봇고 京겨ᇰ三삼稜르ᇰ을 炮뽀ᇢᄒᆞ야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空코ᇰ心심에 술로 머그라
又方槐子{{*|炒一兩}}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溫酒下空心服{{*|}}
ᄯᅩ槐ᅘᅬᆼ子ᄌᆞᆼ ᄅᆞᆯ 보ᄭᅡ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ᄃᆞᄉᆞᆫ 술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萵苣{{*|切半斤}}皂莢{{*|剉碎三挺}}蜀椒{{*|去目及閉口者炒出汗一兩}}右少用水煮令相得不可太稀乘熱用布三兩重裹熨腫處冷卽易頻熨自消{{*|}}
ᄯᅩ 부루 사ᄒᆞ로니 半반 斤근과 皂쪼ᇢ莢겹 사ᄒᆞ라 ᄯᅮ드려 세 挺텨ᇰ과川ᄌᆑᆫ椒죠ᇢ 눈과 입 마ᄀᆞ닐 앗고 상58ㄴ봇가 ᄯᆞᆷ 내요니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므를 져고매 ᄒᆞ야 글혀 서르 맛게 ᄒᆞ고 너무 젹게 마롤디니 더운 저긔 뵈로 두ᅀᅥ ᄇᆞᆯ ᄢᅳ려 브ᅀᅳᆫ ᄃᆡ 熨ᅙᅮᇙ호ᄃᆡ ᄎᆞ거든 ᄀᆞᆯ라 ᄌᆞ조 熨ᅙᅮᇙᄒᆞ면 절로 ᄂᆞᆺᄂᆞ니라
又方雄黃{{*|硏}}甘草{{*|各一兩}}礬石{{*|硏二兩}}右擣硏爲末每用藥一兩熱湯五升通手洗腫處良久再煖洗{{*|}}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ᄀᆞ라 두 兩랴ᇰ과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믈 닷 되예 글혀 브ᅀᅳᆫ ᄃᆡ 시수ᄃᆡ 良랴ᇰ久고ᇢ커든 다시 데여 시스라
又方車前子不拘多少擣羅爲末湯調塗腫處{{*|}}
ᄯᅩ車챵前쪈子 ᄌᆞᆼ 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브ᅀᅳᆫ ᄃᆡ ᄇᆞᄅᆞ라
又方蔓菁根不拘多少剉碎擣羅爲散溫水調塗腫處或以絹帛傅之以差爲度{{*|}}
ᄯᅩ 댓무ᅀᅮᆺ 불휘ᄅᆞᆯ 사ᄒᆞ라 ᄯᅮ드려 디허 처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ᅩᆫ ᄃᆡ ᄇᆞᄅᆞ라 시혹 기브로 브툐ᄃᆡ 됴ᄒᆞᆯ ᄀᆞ자ᇰ ᄒᆞ라
==吐血下血第十四<sub>齒閒出血九竅出血附</sub>==
經驗良方云其證皆因內損或酒色勞損或心肺脉破血氣妄行血如湧泉口鼻俱出須臾不救 側栢葉{{*|蒸乾}}人參{{*|焙乾各一兩}}右二味細末每服二錢入飛羅麪二錢新汲井花水調如稀糊啜服血如湧泉不過二服卽止{{*|}}
그 證지ᇰ이 다 안히 損손호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 酒쥬ᇢ色ᄉᆡᆨ애잇버 損손커나 시혹心심肺폥脉ᄆᆡᆨ 이 ᄒᆞ야디여 血ᄒᆑᇙ氣킝 간대로 行ᅘᆡᇰᄒᆞ야 피 믈ᄉᆡᆷᄃᆞᆺ ᄒᆞ야 입과 고콰애 다 나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側즉栢ᄇᆡᆨ 니플ᄠᅧ ᄆᆞᆯ외오 人ᅀᅵᆫ參ᄉᆞᆷᄋᆞᆯ 焙ᄈᆡᆼ乾간호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ᄒᆞ야 飛빙羅랑麪면 두 돈 드려 ᄀᆞᆺ 기룬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로ᄃᆡ누근 플ᄀᆞ티 ᄒᆞ야 머그라 피 믈 솟ᄃᆞᆺ 하야도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즉재 긋ᄂᆞ니라
如無前藥用荊芥一握燒過盖於地上要出火毒細硏如粉以陳米飮調下三錢許與服不過二服效{{*|}}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荊혀ᇰ芥갱 ᄒᆞᆫ 우후믈 ᄉᆞ라 ᄯᅡ해 두퍼火황毒독 내오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무근 ᄡᆞᆯ 글흔 므레 프러 세 돈 남ᄌᆞ기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됻ᄂᆞ니라
又無荊芥用釜底墨刮下細硏如粉每服三錢濃米飮調下連進二三服鼻衄一字吹入鼻中立效{{*|}}
ᄯᅩ 荊혀ᇰ芥갱 업거든 가마 미틧 검듸여ᇰ을 ᄀᆞᆯ가 ᄀᆞᄂᆞ리 紛분ᄀᆞ티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두터이 글상60ㄴ힌 ᄡᆞᆳ므레 프러 닛우 두ᅀᅥ 服뽁을 머기라 고해피 흐르거든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블면 즉재 됴ᄒᆞ리라
又方人有九竅四肢指歧閒皆出血此暴驚所致勿令患人知以井花水猛噀其面{{*|}}
ᄯᅩ 사ᄅᆞ미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 가락 ᄉᆞᅀᅵ예 다 피나ᄆᆞᆫ 이ᄂᆞᆫ 과ᄀᆞᆯ이 놀란 다시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ᆯ 알외디 말오 井져ᇰ花황水ᄉᆔᆼ로 그 ᄂᆞᄎᆡ ᄆᆡ이 ᄲᅮ모라
又方鼻口中出血不止用赤馬糞燒灰細末溫酒調下一錢{{*|}}
ᄯᅩ 고콰 이베 피나고 긋디 아니커든 블근 ᄆᆞᆯᄯᅩᆼᄋᆞᆯ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ᄒᆞᆫ 돈을 머그라
經驗秘方鼻衄方用龍骨爲末以筆管吹半錢鼻中九竅出血皆可用又隨衄左右以新水洗足又以左撚紙索子繫手四肢呪曰血神住立止又張弓絃向上令病人仰臥枕絃放四肢如常臥{{*|}}
고햇피 고티ᄂᆞᆫ 法법에龍료ᇰ骨고ᇙ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붇ᄌᆞᆯ오로 半반 돈ᄋᆞᆯ 곳굼긔 불라 아홉 굼긔 피나거든 다 어루 ᄡᅳ리라 ᄯᅩ 피의 왼녁 올ᄒᆞᆫ녀글 조처 새 믈로 발 싯고 ᄯᅩ 외오 ᄭᅩᆫ 죠ᄒᆡ 노ᄒᆞ로 소ᇇ 네 가라ᄀᆞᆯ ᄆᆡ오 呪쥬ᇢᄒᆞ야 닐오ᄃᆡ 血ᄒᆑᇙ神씬은 그치라 ᄒᆞ면 즉재 긋ᄂᆞ니라 ᄯᅩ 홠시우를지허 상61ㄴ우흘 向햐ᇰᄒᆞ야 노코 病뼈ᇰᄒᆞᆫ 사ᄅᆞ미졋바디여 누워 홠시우를 볘오 四ᄉᆞᆼ肢징ᄅᆞᆯ 펴 샹녜 누움 ᄀᆞᆮ게 ᄒᆞ라
又灸項後髮際兩筋閒宛宛中{{*|}}
ᄯᅩ 목 뒷髮바ᇙ際졩 ㅅ 두 히ᇝ ᄉᆞᅀᅵᆺ 우믁ᄒᆞᆫ ᄃᆡᆯ ᄯᅳ라
澹寮方茜根散治鼻衄終日不止心神煩悶 茜根 黃芩 側栢葉 阿膠{{*|蚌粉炒}}生地黃{{*|各一兩}}甘草{{*|炙半兩}}右㕮咀每服四錢水一盞半姜三片煎至八分去滓溫服不拘時{{*|}}
茜쳔根ᄀᆞᆫ散산 은 고해피져므ᄃᆞ록 긋디 아니ᄒᆞ야 ᄆᆞᅀᆞ미 닶가오닐 고티ᄂᆞ니茜 쳔根ᄀᆞᆫ 과黃ᅘᅪᇰ芩끔 과 側즉栢ᄇᆡᆨ 닙과 阿ᅙᅡᆼ膠교ᇢᄅᆞᆯᄉᆞᄒᆡ에 봇고니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우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네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잔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ᄋᆞ로 글혀 여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時씽節져ᇙ을 븓들이디 말라
衛生簡易方九竅出血小薊一握搗汁酒半盞和頓服如無靑者以乾薊末冷水調三錢匕服{{*|}}
아홉 굼긔 피나거든小쇼ᇢ薊곙 ᄒᆞᆫ 우후믈 디허 汁집 내야 술 半반 잔애 프러 다 머그라 ᄒᆞ다가 프르니 업거든 ᄆᆞᄅᆞᆫ 薊곙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ᄎᆞᆫ므레 세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暴下血用蒜五六枚去皮入豆豉硏爲膏如桐子大米飮下五六十丸無不愈者{{*|}}
ᄯᅩ 과ᄀᆞᆯ이下ᅘᅡᆼ血혀ᇙ ᄒᆞ릴 고툐ᄃᆡ 마ᄂᆞᆯ 대엿 나ᄎᆞᆯ 거플 밧기고 젼구글 드러 ᄀᆞ라 골 ᄆᆡᇰᄀᆞ라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ᄡᆞᆯ 글힌 므레 쉰 여ᄉᆔᆫ 丸ᅘᅪᆫ을 머그면 됴티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又方用赤小豆一升搗碎水三升絞汁飮之{{*|}}
ᄯᅩ赤쳑小쇼ᇢ豆또ᇢ ᄒᆞᆫ 되ᄅᆞᆯ 디허 ᄇᆞᆺ아 믈 서 되예 프러 즈블ᄲᅡ 머그라
壽域神方治小便下血不止酸漿草絞取自然汁服之{{*|}}
小쇼ᇢ便뼌에 下ᅘᅡᆼ血혀ᇙ이 긋디 아니커든酸솬漿쟈ᇰ草초ᇢ ᄅᆞᆯ 드러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ᄲᅡ 머그라 酸솬漿쟈ᇰ은 ᄭᅪ리라
朱氏集驗方一金散治鼻衄出血過多昏冒欲死諸藥不效大蒜硏左鼻貼左脚右鼻貼右脚心兩鼻貼兩脚心{{*|}}
一ᅙᅵᇙ金금散산 은 고해피 나미 너무 하 어즐ᄒᆞ야 주거 가ᄂᆞ니 여러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큰 마ᄂᆞᄅᆞᆯ ᄀᆞ라 왼녁 고히어든 왼녁 밠바다ᇰ애 브티고 올ᄒᆞᆫ녁 고히어든 올ᄒᆞᆫ녁 밠바다ᅌᅢ 브티고 두 고히어든 두 밠바다ᅌᅢ 브티라
又方齒縫出血不止他藥不能治之者塩主之{{*|}}
ᄯᅩ닛ᄢᅵ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다ᄅᆞᆫ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닌 소고미 主즁ᄒᆞ니라
聖惠方治九竅四肢指歧閒出血方 生地黃{{*|一兩細切}}蒲黃{{*|半兩}}靑竹茹半兩 右以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每於食後溫服{{*|}}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가락 ᄉᆞᅀᅵ예 피나ᄂ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ᄒᆞᆫ 兩량ᄋ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ᆯ오蒲뽕黃ᅘᅪᇰ 半반 兩랴ᇰ과 프른 댓거프를 갈로 ᄀᆞᆯ가 半반 兩랴ᇰᄋᆞᆯ 믈 ᄒᆞᆫ 큰 잔ᄋᆞ로 글혀 여슷 分분에 니르거든 즛의 앗고 食씩後ᅘᅮᇢ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吐血及鼻衄不止烏賊魚骨搗細羅爲散不計時以淸粥飮調下二錢{{*|}}
ᄯᅩ吐통血ᄒᆑᇙ 와 고해피 긋디 아니커든烏ᅙᅩᆼ賊쯕魚ᅌᅥᆼ ᄲᅧ를 디허 ᄀᆞᄂᆞ리 처 時씽刻큭 혜디 말오 粥쥭 므레 두 돈곰 프러 머그라
又方鼻衄經日夜不止用乾姜削如蓮子大塞鼻中卽止{{*|}}
ᄯᅩ 고해 피 밤나ᄌᆞᆯ 디내요ᄃᆡ 긋디 아니커든 乾간姜가ᇰᄋᆞᆯ蓮련子ᄌᆞᆼ 만 케 갓가 곳굼긔 마ᄀᆞ면 곧 긋ᄂᆞ니라
又方濃硏好墨點鼻中立止{{*|}}
ᄯᅩ 됴ᄒᆞᆫ墨믁 을 두터이 ᄀᆞ라 곳굼긔 디그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牙齒縫忽然出血 當歸散 當歸 桂心{{*|各半兩}}白凡{{*|一兩燒令汁盡}}甘草{{*|半兩}}右件藥擣麤羅分爲三度用每度以漿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熱含冷吐{{*|}}
ᄯᅩ 닛ᄢᅵ메 忽호ᇙ然ᅀᅧᆫ히 피나거든當다ᇰ歸귕 와 桂ᄀᆒᆼ心심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을 ᄉᆞ라 汁집 업게 ᄒᆞ고 甘감草초ᇢ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디허 麤총히 처 세 버네 ᄂᆞᆫ화 ᄡᅮᄃᆡ ᄒᆞᆫ 버네 漿쟈ᇰ水ᄉᆔᆼ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더우닐 머구머 ᄎᆞ거든비와ᄐᆞ라
又方齒齗血出不止乾地龍末一錢白凡灰一錢射香末{{*|半錢}}右同硏令勻濕布上塗落貼於患處{{*|}}
ᄯᅩ 닛믜유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ᄆᆞᄅᆞᆫ地딩龍료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돈과 白ᄈᆡᆨ礬뻔ㅅ ᄌᆡ ᄒᆞᆫ 돈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 ᄒᆞᆫᄃᆡ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저즌 뵈 우희 藥약 ᄇᆞᆯ라 피나ᄂᆞᆫ ᄃᆡ 브티라
又方無故口齒閒血出不止以淡竹葉濃煎湯熱含冷吐{{*|}}
ᄯᅩ 젼ᄎᆞ 업시 입과 닛ᄉᆞᅀᅵ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淡땀竹듁 니플 두텁게 글혀 더운 므를 머구머 ᄎᆞ거든 비와ᄐᆞ라
直指方治齒出血 鬱金 白芷 細辛{{*|各等分}}右爲末擦牙仍以竹葉竹皮濃煎入塩少許含嚥或炒塩傅{{*|}}
니예 피나ᄂᆞ닐 고툐ᄃᆡ 鬱ᅙᅮᇙ金금과白ᄈᆡᆨ芷징 와 細솅辛신ᄋ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니예ᄡᅮᄭᅩ 댓닙과 댓가ᄎᆞᆯ 두터이 글혀 소곰 져기 녀허 머구머 ᄉᆞᆷᄭᅵ며 시혹 소고ᄆᆞᆯ 봇가 브티라
千金方齒閒出血溫童子小便半升煮取三合含之其血卽止{{*|}}
닛ᄉᆞᅀᅵ예 피나거든 아ᄒᆡ 小쑈ᇢ便뼌 半반 되를 글혀 서 호블 取츙ᄒᆞ야 머구므면 그 피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齒出血不止刮生竹皮二兩苦酒浸之令其人解衣坐使人含噀其背上三過仍取竹茹濃煮汁勿與塩適寒溫含漱之竟日爲度{{*|}}
ᄯᅩ 니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ᄂᆞᆯ 댓거츨 ᄀᆞᆯ가 두 兩랴ᇰᄋᆞᆯ 醋초ᇢ애 ᄃᆞᆷ고 그 사ᄅᆞᄆᆞ로 옷 바사 아ᇇ게 ᄒᆞ고 다ᄅᆞᆫ 사ᄅᆞ미 머구머 그 드ᇰ의 세 버늘 ᄲᅮᆷ고 댓거프를 取츙ᄒᆞ야 두터이 즈블 글혀 소곰 주디 말오 ᄎᆞ며 ᄃᆞᆺ호미맛갑게 ᄒᆞ야 머구머 야ᇰ지호ᄃᆡ 져므ᄃᆞ록 ᄒᆞ라
又方治酒醉牙齒涌血出 當歸{{*|二兩}}礬石{{*|六銖}}桂心 細辛 甘草{{*|各一兩}}右五味㕮咀以漿水五升煮取三升含之日五六夜三{{*|}}
ᄯᅩ 술 醉ᄌᆔᆼᄒᆞ야 니예 피 솟ᄂᆞ닐 고툐ᄃᆡ 當다ᇰ歸귕 두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여슷 銖쓩와 桂ᄀᆒᆼ心심과 細솅辛신과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漿쟈ᇰ水ᄉᆔᆼ 닷 되예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머구무ᄃᆡ 나ᄌᆡ 대엿 번 바ᄆᆡ 세 번 ᄒᆞ라
又方燒釘令赤注孔血中止{{*|}}
ᄯᅩ 모ᄃᆞᆯ ᄉᆞ라 븕게 ᄒᆞ야 핏 굼긔 고ᄌᆞ면 긋ᄂᆞ니라
又方舌上黑有數孔大如簪出血如湧泉 戎塩 黃芩{{*|一作葵子}}黃蘗 大黃{{*|各五兩}}人參 桂心 甘草{{*|各二兩}}右爲末蜜丸梧子大米飮服十丸日三服亦燒鐵烙之{{*|}}
ᄯᅩ 혀 우히 검고 두ᅀᅥ 굼기 빈혓 구무만 코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거든戎ᅀᅲᇰ塩염 과黃ᅘᅪᇰ芩 끔 과 ᄒᆞ나ᄒᆞᆫ 葵ᄁᆔᆼ子ᄌᆞᆼㅣ라 ᄒᆞ다 黃ᅘᅪᇰ蘗ᄇᆡᆨ과 大땡黃ᅘᅪᇰ 各각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參ᄉᆞᆷ과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 各각 두 兩랴ᇰ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 丸ᅘᅪᆫ곰 ᄒᆞᄅᆞ 세 번 머그라 ᄯᅩ 鐵텨ᇙ을 ᄉᆞ라 지지라
得效方文蛤散治熱壅舌上出血如泉 五倍子{{*|洗}}白膠香 牡蠣粉{{*|各等分}}右爲末每以少許 摻患處或燒鐵篦熟烙孔上{{*|}}
文문蛤갑散산 ᄋᆞᆫ 上쌰ᇰ熱ᅀᅧᇙᄒᆞ야 혀에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ᄒᆞ닐 고툐ᄃᆡ五ᅌᅩᆼ倍ᄈᆡᆼ子ᄌᆞᆼ ᄅᆞᆯ 싯고 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과牡무ᇢ蠣롕粉분 을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피나ᄂᆞᆫᄃᆡ ᄇᆞᄅᆞ고 시혹 쇠빈혀를 ᄉᆞ라 굼긔 니기 지지라
又方舌無故出血炒槐花爲末摻之而愈{{*|}}
ᄯᅩ 혜 전ᄎᆞ 업시 피나거든 槐ᅘᅬᆼ花황ᄅᆞᆯ 보ᄭᅡ 細솅末마ᇙᄒᆞ야 ᄇᆞᄅᆞ면 됻ᄂᆞ니라
==大小便不通第十五==
聖惠方治大小便關格不通腹脹喘急方 膩粉{{*|一錢}}生麻油{{*|一合}}右相和空腹服之{{*|}}
大땡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몯ᄒᆞ야 ᄇᆡ 탸ᇰ만ᄒᆞ고 수미 ᄌᆞᄌ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膩닝粉분 ᄒᆞᆫ 돈과生ᄉᆡᇰ麻망油유ᇢ ᄒᆞᆫ 홉과ᄅᆞᆯ 섯거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蔓菁子油一合空腹服之卽通通後汗出勿怪{{*|}}
ᄯᅩ 댓무ᅀᅮᆺ ᄡᅵᆺ 기름 ᄒᆞᆫ 호ᄇᆞᆯ 空코ᇰ心심에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 通토ᇰᄒᆞᆫ 後ᅘᅮᇢ에 ᄯᆞᆷ나거든 疑ᅌᅴᆼ心심 말라
又方治小便難腹滿悶不急療之殺人葱白{{*|三斤}}塩{{*|一斤}}右相和爛硏炒令熱以帛子裹分作二苞更互熨臍下小便立出{{*|}}
ᄯᅩ 小쇼ᇢ便뼌이 어려워 ᄇᆡ 탸ᇰ만ᄒᆞ고 답답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파 서 斤근과 소곰 ᄒᆞᆫ 斤근을 섯거 므르 디허 보ᄭᅡ 덥게 ᄒᆞ야 기브로 ᄢᅳ료ᄃᆡ 두 ᄢᅳ례예 ᄂᆞᆫ화 서르 臍쨍下ᅘ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면 小쇼ᇢ便뼌이 즉재 나ᄂᆞ니라
聖濟緫錄茯苓丸治大小便不通 赤茯苓{{*|去黑皮}}芍藥 當歸{{*|切焙}}枳殼{{*|去穰麩炒}}白朮 人參{{*|各五兩}}大麻仁 大黃{{*|剉各三兩}}右爲末煉蜜和丸梧桐子大每服十五丸至二十丸空心煎茅根湯下{{*|}}
茯뽁苓려ᇰ丸ᅘᅪᆫ 은 大땡小쇼ᇢ便뼌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赤쳑茯뽁苓려ᇰ 을 거믄 것 밧기고芍작藥약 과 當다ᇰ歸귕ᄅᆞᆯ 사ᄒᆞ라 焙ᄈᆡᆼ乾간ᄒᆞ고枳징殼칵 을 솝 앗고 기울와 봇고 白ᄈᆡᆨ朮뜌ᇙ와 人ᅀᅵᆫ參ᄉᆞᆷ 各각 다ᄉᆞᆺ 兩랴ᇰ과大땡麻망仁ᅀᅵᆫ 과 大땡黃ᅘᅪᇰᄋᆞᆯ 사ᄒᆞ라 各각 석 兩랴ᇰ과를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다ᄉᆞᆺ 丸ᅘᅪᆫ으로 스믈 丸ᅘᅪᆫ지히 空코ᇰ心심애茅모ᇢ根ᄀᆞᆫ湯타ᇰ 을 글혀 ᄂᆞ리우라
經驗良方木通散治小便不通小腹痛不可忍 木通 滑石{{*|各半兩}}黑牽牛{{*|頭末半兩}}右㕮咀每服一錢水半盞燈心十莖葱白一箇同煎三分食前溫服{{*|}}
木목通토ᇰ散산 은 小쇼ᇢ便뼌 不부ᇙ通토ᇰᄒᆞ야 ᄇᆡᆺ기슭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릴 고티ᄂᆞ니木목通토ᇰ 과滑ᅘᅪᇙ石쎡 각 半반 兩랴ᇰ과黑흑牽켠牛ᅌᅮᇢ 머릿 ᄀᆞᄅᆞ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돈곰 ᄒᆞ야 믈 半반 잔과燈드ᇰ 心심 열 줄기와 파 ᄒᆞᆫ 낫과 ᄒᆞᆫᄃᆡ 三삼分분을 글혀 食씩前쪈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肘後方治小便不利莖中痛欲死牛膝幷葉不以多小酒煮飮之立愈{{*|}}
小쇼ᇢ便뼌이 快쾡티 몯ᄒᆞ야陰ᅙᅳᆷ莖ᅘᆡᇰ ㅅ 소비 알파 죽고져 ᄒᆞᄂᆞ닐 고툐ᄃᆡ牛ᅌᅮᇢ膝시ᇙ 을 닙 조쳐 수레 글혀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大便秘澁不通 大黃{{*|四兩}}桃仁{{*|三十枚去皮尖雙仁硏}}右切以水六升煮取二升分再服{{*|}}
大땡便뼌이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大땡黃ᅘᅪᇰ 넉 兩랴ᇰ과桃또ᇢ仁ᅀᅵᆫ 셜흔나ᄎᆞᆯ 것과 부리와 어우러ᇰ ᄌᆞᅀᆞᄅᆞᆯ 앗고 ᄀᆞ라 믈 엿 되예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ᄂᆞᆫ화 두 버네 머그라
又方胡鷰屎蜜和納大孔中卽通{{*|}}
ᄯᅩ 며ᇰ마긔 ᄯᅩᇰᄋᆞᆯ ᄢᅮ레 ᄆᆞ라 밋굼긔 녀흐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簡要濟衆方治大便澁不通牽牛子半生半熟擣爲散每服二錢煎薑湯調下如未通再服及以熱茶投之量虛實不計時加减服之{{*|}}
大땡便뼌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牽켠牛ᅌᅮᇢ子ᄌᆞᆼᄅᆞᆯ 半반만 ᄂᆞ리오 半반만 니그닐 디허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生ᄉᆡᇰ薑가ᇰ湯타ᇰ애 프러 ᄂᆞ리오ᄃᆡ 通토ᇰ티 몯거든 다시 먹고 더운 차로 머구ᄃᆡ 虛헝實씨ᇙ을 혜오 時씽刻큭 혜디 마라 더으며ᇰ더러 머그라
==溺水第十六==
經驗良方凡有人溺水者救上岸卽將牛一頭却令溺水之人將肚橫覆相抵在牛背上兩邊用人扶策徐徐牽牛而行以出腹內之水如醒卽以蘇合香元之類或老生薑擦其齒若無牛以活人於長板櫈上仰臥却令溺水人如前法將肚相抵活人身聽其水出卽活{{*|}}
믈읫 사ᄅᆞ미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ᄀᆞᅀᅢ올이고 쇼 ᄒᆞ나ᄒᆞᆯ 가져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ᄇᆡᄅᆞᆯ ᄉᆈ 드ᇰ 우희 ᄀᆞᄅᆞ 업데우고 두 녁 ᄀᆞᅀᅢ 사ᄅᆞ미 자바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쇼ᄅᆞᆯ 잇거ᄃᆞᆮ녀 ᄇᆡ 안햇 므를 내오 ᄒᆞ다가ᄭᆡ어든 곧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類ᄅᆔᆼ어나 시혹 늘근 生ᄉᆡᇰ薑가ᇰ이나 그 니예 ᄡᅮ츠라 ᄒᆞ다가 쇼 업거든 산 사ᄅᆞᄆᆞ로長땨ᇰ床싸ᇰ 우희 졋바뉘이고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알ᄑᆡᆺ 法법ᄀᆞ티 ᄇᆡᄅᆞᆯ 산 사ᄅᆞᄆᆡ 모매 서르 다혀 므리 나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聖惠方凡溺水急解去死人衣灸臍中卽差{{*|}}
믈읫 므레ᄲᅡ디거든 時씽急급히 주근 사ᄅᆞᄆᆡ 옷 밧기고 ᄇᆡᆺ보ᄀ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竈中灰布地令厚五寸以甑側安着灰上令溺人伏於甑上使頭小垂下炒塩二錢內小竹管內吹入下部中卽當吐水去却甑扶下溺人着灰中以灰壅身水恒出鼻口中卽活矣{{*|}}
ᄯᅩ 브ᅀᅥ븻 ᄌᆡ로 ᄯᅡ해 ᄭᆞ로ᄃᆡ 두틔 다ᄉᆞᆺ 寸촌이에 코 실을 ᄌᆡ 우희 겨트로 노코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시르 우희 업데우고 머리ᄅᆞᆯ 져기 아래로 ᄲᅡ디게 ᄒᆞ고 소고ᄆᆞᆯ 봇가 두 돈ᄋᆞᆯ 져근 대로ᇰ애 녀허 밋굼긔 부러 드리면 반ᄃᆞ기 므를 吐통ᄒᆞ리니 실을 앗고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아나 ᄂᆞ리와 ᄌᆡ예 노코 ᄌᆡ로 모ᄆᆞᆯ 두프면 므리 고콰 입과로 나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掘地作坑熬數斛熱灰內坑中下溺人灰覆濕徹卽易之灰勿大熱灰冷更易半日卽活也{{*|}}
ᄯᅩ ᄯᅡ 파 굳 ᄆᆡᇰᄀᆞᆯ오 두ᅀᅥ 셤 더운 ᄌᆡᄅᆞᆯ 봇가 구데 녀코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녀코 ᄌᆡ로 두퍼 ᄉᆞᄆᆞᆺ젓거든 곧 ᄀᆞᆯ라 ᄌᆡᄅᆞᆯ 너무 봇디 말오 ᄌᆡ ᄎᆞ거든 ᄀᆞ라 半반 날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但埋溺人暖灰中頭足俱沒唯開七孔水出卽活{{*|}}
ᄯᅩ 오직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다운 ᄌᆡ예 무두ᄃᆡ 머리와 발왜 다 들에 ᄒᆞ고 오직 닐굽 굼글 여러 므리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緜裹皂莢末內下部中湏臾水出{{*|}}
ᄯᅩ 소오매 皂쪼ᇢ莢겹ㅅ ᄀᆞᆯᄋ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이ᅀᅳᆨ고 므리 나ᄂᆞ니라
千金方半夏末吹入鼻{{*|}}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부러 고해 녀ᄒᆞ라
又方裹石灰納下部中水出盡卽活{{*|}}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므리 다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熬沙覆死人上下有沙但出鼻口耳沙冷濕卽易{{*|}}
ᄯᅩ 몰애ᄅᆞᆯ 봇가 주근 사ᄅᆞᄆᆞᆯ 두푸ᄃᆡ 아라우희 몰애 잇고 오직 고콰 입과 귀와ᄅᆞᆯ 내야 몰애 ᄎᆞ고 젓거든 곧 ᄀᆞᆯ라
管見大全良方救男女墮水中者以常用薦席卷之就平地上袞轉一二百轉則水出自活亦有用陳壁土末覆之死者更以爐中煖灰覆臍上下則元氣廻自活省後當服利水之藥如五苓散異功五積散朮附湯除濕湯不換金正氣散若欲兼服安心神收歛神氣之藥宜服蘇合香元在人斟酌輕重冷熱而投之{{*|}}
男남女녕ㅣ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샤ᇰ녜 ᄡᅳᄂᆞᆫ 돗긔 ᄆᆞ라 平뼈ᇰᄒᆞᆫ ᄯᅡ해 나ᅀᅡ가 一ᅙᅵᇙ二ᅀᅵᆼ百ᄇᆡᆨ 버늘 구으리면 므리 나면 절로 사ᄂᆞ니라 ᄯᅩ 무근 ᄇᆞᄅᆞ맷 ᄒᆞᆰᄀᆞᆯᄋᆞ로 둡ᄂᆞ니라 주그닐 ᄯᅩ 火황爐롱앳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 아라우희 두프면 元ᅌᅯᆫ氣킝 도라와 사ᄂᆞ니라 ᄎᆞ린 後ᅘᅮᇢ에 믈 즈츼ᄂᆞᆫ 藥약이五ᅌᅩᆼ苓려ᇰ散산 과異잉功고ᇰ五ᅌᅩᆼ積젹散산 과朮뜌ᇙ附뿡湯타ᇰ 과 除똉濕십湯타ᇰ과不부ᇙ換ᅘᅪᆫ金금正져ᇰ氣킝散산 ᄋᆞᆯ 머기고 ᄒᆞ다가 ᄆᆞᅀᆞᄆᆞᆯ 便뼌安ᅙᅡᆫ케 ᄒᆞ고 氣킝分분을 모도ᄂᆞᆫ 藥약을 조쳐 머기고져 커든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을 머귤디니 사ᄅᆞ미 輕켜ᇰ重뜌ᇰ과 冷ᄅᆡᇰ熱ᅀᅧᇙ을 斟짐酌쟉ᄒᆞ야 머교매 잇ᄂᆞ니라
壽域神方冬月落水微有氣者用大器炒灰熨心上候暖氣通溫粥稍稍呑之卽活若便持火炙卽死{{*|}}
겨ᅀᅳ레 므레 디여 자ᇝ간 氣킝分분 잇ᄂᆞ닐 큰 그르세 ᄌᆡᄅᆞᆯ 봇ᄭᅡ 가ᄉᆞᄆ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더운 氣킝分분이 通토ᇰ호ᄆᆞᆯ 기드려 ᄃᆞᄉᆞᆫ 粥쥭을 졈졈 머기면 곧 사ᄂᆞ니 ᄒᆞ다가 브를 ᄧᅬ면 즉재 죽ᄂᆞ니라
又方急於人中穴及兩脚大母趾內離甲一韭葉許各灸三五壯卽活{{*|}}
ᄯᅩ ᄲᆞᆯ리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와 두 밠 엄지가띿 아ᇇ 밠토ᄇᆞ로셔 ᄒᆞᆫ 부ᄎᆡᆺ닙 너븨만 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세다ᄉᆞᆺ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以屈死人兩脚着生人肩上以溺人背搭走吐水出盡卽活{{*|}}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두 다리ᄅᆞᆯ 구펴 산 사ᄅᆞᄆᆡ 엇게 우희 여ᇇ고 주근 사ᄅᆞᄆᆞᆯ 지여 ᄃᆞᄅᆞ면 므리 다 나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得效方以酒壜一介以紙錢一把燒放壜中急以壜口覆溺水人面上或臍上冷則再燒紙錢於壜內覆面上去水卽活{{*|}}
酒쥬ᇢ壜땀 ᄒᆞᆫ 나ᄎᆞ로 죠ᄒᆡ젼 ᄒᆞᆫ 주믈 ᄉᆞ라 壜땀 안해 녀코 時씽急급히 壜땀 이브로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ᆡ ᄂᆞ치나 시혹 ᄇᆡᆺ복 우희 두퍼 ᄎᆞ거든 다시 죠ᄒᆡ젼을 ᄉᆞ라 壜땀 안해 녀허 ᄂᆞᄎᆡ 두퍼 므를 아ᅀ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壜땀은 술녇ᄂᆞᆫ 딜어시라
==自縊第十七==
千金方凡救自縊死者極須按定其心勿截繩手抱起徐徐解之心下尙溫者以氍毹{{*|卽毛席也}}覆口鼻兩人吹其兩耳{{*|}}
믈읫 목 ᄆᆡ야 주그닐 救구ᇢ호ᄃᆡ ᄀᆞ자ᇰ 모로매 그 ᄆᆞᅀᆞᄆᆞᆯ 눌러 一ᅙᅵᇙ定뗘ᇰᄒᆞ고 노ᄒᆞᆯ 긋디 말오 소ᄂᆞ로 아나 니르왇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글오ᄃᆡ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니란 담으로 입과 고ᄒᆞᆯ 둡고 두 사ᄅᆞ미 그 두 귀ᄅᆞᆯ 불라
又方强臥以物塞兩耳竹筒納口中使兩人痛吹之塞口傍無令氣得出半日死人卽噫噫卽勿吹也{{*|}}
ᄯᅩ 뉘이고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ᆯ 입 안해 녀코 두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불오 입가ᅀᆞᆯ 마가 氣킝分분이 나디 몯게 ᄒᆞ면 半반 날ᄋᆞᆯ 주겟던 사ᄅᆞ미 곧 숨쉬ᄂᆞ니 숨쉬어든 부디 말라
又方擣皂莢細辛屑如豆大吹兩鼻中{{*|}}
ᄯᅩ 皂쪼ᇢ莢겹과 細솅辛신ㅅ ᄀᆞᆯᄋᆞᆯ 디허 코ᇰ낫만 ᄒᆞ닐 두 곳굼긔 불라
又方刺雞冠血出滴口中卽活男雌女雄{{*|}}
ᄯᅩ ᄃᆞᆯᄀᆡ 벼츨 ᄣᅵᆯ어 피내야 이베 처디면 즉자히 사ᄂᆞ니 남지ᄂᆞᆫ 암ᄐᆞᆯᄀᆞ로 코 겨지븐 수ᄐᆞᆯᄀᆞ로 ᄒᆞ라
又方尿鼻口眼耳中幷捉頭髮一撮如筆管大掣之立活{{*|}}
ᄯᅩ 고콰 입과 눈과 귀와에 오좀 누고 머리터럭 ᄒᆞᆫ 져부미 붇 ᄌᆞᄅᆞ만 ᄒᆞ닐 자바ᄃᆞᇰᄀᆡ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雞血塗喉下{{*|}}
ᄯᅩ ᄃᆞᆯᄀᆡ 피ᄅᆞᆯ 목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灸四肢大節陷大指本支名曰地袖各七壯{{*|}}
ᄯᅩ 네 활기옛 큰 ᄆᆞᄃᆡᆺ 우무근 ᄃᆡ와 엄짓가락 미틧 그믈 일후믈 地띵袖쓔ᇢㅣ라 ᄒᆞᄂᆞ니 各각 닐굽 壯자ᇰ을 ᄯᅳ라
經驗救急方急抱起解下切不可截繩卽以衣物塞兩耳將竹筒於口中吹氣及以衣物緊塞二物爲妙凡縊者從早至晩雖已冷必可救從夜至早稍難救若心上溫一日已上猶可救切不可截斷繩欸欸地抱起其身緩解繩放臥令人踏其肩以手拔其髮常令一人緊以手擦胸脇一人以手摩搦臂足屈伸之若已僵漸强屈之又按其腹如此一飯時卽得氣呼吸矣却身苦勞動少與官桂湯及粥淸令喉潤更令兩人以筆管吹其耳中尤妙依此法救無不活者{{*|}}
ᄲᆞᆯ리 아나 니르왇고 글오ᄃᆡ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즉자히 오ᄉᆞ로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로 입 안해 氣킝分분을 불오 오ᄉᆞ로 두 거슬 구디 마고미 됴ᄒᆞ니 믈읫 목ᄆᆡ야 주그니 아ᄎᆞᆷ브터 나조ᄒᆡ 니르닌 비록 차도 어루 救구ᇢᄒᆞ려니와 밤브터 아ᄎᆞᄆᆡ 니르닌 救구ᇢ호미 어려우니 ᄒᆞ다가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면 ᄒᆞᄅᆞᆺ 內뇡ᄂᆞᆫ 어루 救구ᇢᄒᆞ리니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그 모ᄆᆞᆯ 아나 니르왇고 노ᄒᆞᆯ 날회야 그르고 뉘이고 사ᄅᆞᄆᆞ로 그 엇게ᄅᆞᆯ ᄇᆞᆲ고 소ᄂᆞ로 머리 터릴 ᄲᅡ혀며 샤ᇰ녜 ᄒᆞᆫ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소ᄂᆞ로 가ᄉᆞᆷ과 녑과ᄅᆞᆯ ᄡᅮᆺ고 ᄒᆞᆫ 사ᄅᆞ미 소ᄂᆞ로 ᄇᆞᆯ콰 바ᄅᆞᆯ ᄡᅮᆺ고 구피락펴락게 ᄒᆞ라 ᄒᆞ다가 세웓거든 졈졈 구피고 ᄯᅩ 그 ᄇᆡᄅᆞᆯ ᄆᆞᆫ죨디니 이ᄀᆞ티 ᄒᆞᆫ 밥 ᄣᅢ만 ᄒᆞ면 곧 氣킝分분을 어더 숨쉬ᄂᆞ니라 모미이처커든 져기管관桂ᄀᆒᆼ湯타ᇰ 과 粥쥭므를 머겨 모기 젓게 ᄒᆞ고 ᄯᅩ 두 사ᄅᆞ미 붇ᄌᆞᆯᄋᆞ로 귓굼글 불에 호미 더 됴ᄒᆞ니 이 法법을 브터 救구ᇢᄒᆞ면 사디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得效方緊用兩手掩其口勿令透氣兩時氣急卽活{{*|}}
ᄆᆡ이 두 소ᄂᆞ로 그 이블 마가 氣킝分분이 ᄉᆞᄆᆞᆺ디 아니케 두 時씽刻큭을 ᄒᆞ면 氣킝分분이 急급ᄒ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壽域神方治自縊 就以所縊繩燒三指撮白湯調服之{{*|}}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ᄆᆡ얏던 노ᄒᆞᆯ 세 소ᇇ가락으로 자보니만 ᄉᆞ라 더운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未解下先用膝頭或手厚裹衣物緊塞穀道抱起解下揉其項痕撚正喉搐鼻及吹兩耳待其氣回方可放手若泄氣則不可救矣{{*|}}
ᄯᅩ 그르디 아니ᄒᆞ야셔 몬져 무루피어나 소니어나 오ᄉᆞ로 두터이 ᄡᅡ 밋굼글 구디 막고 아나 니르와다 그르고 모ᄀᆡᆺ 허므를 주므르며 모ᄀᆞᆯ ᄆᆞᆫ지고 고해 불며 두 귀를 부러 氣킝分분이 도라오ᄆᆞᆯ 기드려ᅀᅡ 소ᄂᆞᆯ 쉬울디니 ᄒᆞ다가 氣킝分분이 ᄉᆡ면 救구ᇢ티 몯ᄒᆞ리라
又方卽於鼻下人中穴針灸遂活{{*|}}
ᄯᅩ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針짐ᄒᆞ고 ᄯᅳ면 사ᄂᆞ니라
經驗秘方治自縊死梁上塵如豆兩耳鼻四處各納一粒以筒令四人極齊吹之卽活矣{{*|}}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보 우흿 드트를 코ᇰ만 ᄒᆞ닐 두 귀 두 고 네 고대 各각各각 ᄒᆞᆫ 나ᄎᆞᆯ 녀코 대로ᇰᄋᆞ로 네 사ᄅᆞ미 ᄀᆞ자ᇰ ᄀᆞᄌᆞ기 불에 ᄒᆞ면 즉재 살리라
管見大全良方以藍硏取汁灌之或以雞屎白如棗大以酒半盞和硏灌服及着鼻中尤佳{{*|}}
족ᄋᆞᆯ ᄀᆞ라 즈블 取츙ᄒᆞ야 브ᅀᅳ라 시혹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거시 大땡棗초ᇢ만 ᄒᆞ닐 술 半반 잔애 프러 ᄀᆞ라 브ᅀᅳ며 곳굼긔 녀후미 더 됴ᄒᆞ니라
==失欠頷車蹉候第十八==
千金方治失欠頰車蹉開張不合方一人以手指牽其頤以漸推之則復入矣推當疾出其指恐誤嚙傷人指也{{*|}}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 버리고 어우디 아니ᄒ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ᄒᆞᆫ 사ᄅᆞ미 소ᇇ가라ᄀᆞ로 그 ᄐᆞᄀᆞᆯ ᄃᆞᇰᄀᆡ야 졈졈 밀면 다시 드ᄂᆞ니 밀오 모로매 그 소ᇇ가라ᄀᆞᆯ ᄲᆞᆯ리 내욜디니 사ᄅᆞᄆᆡ 소ᇇ가라ᄀᆞᆯ 그르믈까 저프니라
又方治失欠頰車蹉方消蠟和水傅之{{*|}}
ᄯᅩ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디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미를 노겨 므레 프러 브티라
==金瘡第十九==
聖惠方金瘡失血其人當苦渴然須忍之常令乾食與肥脂之物以止其渴又不得多飮粥則血溢出殺人也又忌嗔怒及大言笑思想陰陽動作勞力若食醎酸飮食熱羹臛輩皆使瘡痛衝發甚者卽死{{*|}}
金금瘡차ᇰ 애 피 흘리면 그 사ᄅᆞ미 반ᄃᆞ기 ᄀᆞ자ᇰ 목ᄆᆞᆯ라 ᄒᆞᄂᆞ니 그러나 모로매 ᄎᆞ마 샤ᇰ녜 ᄆᆞᄅᆞᆫ 飮ᅙᅳᆷ食씩과진 기름긴 거슬 머겨 목ᄆᆞᆯ로ᄆᆞᆯ 그치고 ᄯᅩ 粥쥭을 해 머기디 마롤디니 피 솟나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ᄯᅩ嗔친心심 과 ᄆᆡ이 말홈과 우ᅀᅮᆷ과 陰ᅙᅳᆷ陽야ᇰ을 ᄉᆞ라ᇰ홈과 뮈우며 힘ᄡᅮ믈 마롤디니 ᄒᆞ다가 ᄧᆞᆫ 것과 싄 것과 더운羹ᄀᆡᇰ 과 고기ᄅᆞᆯ 머그면 다 瘡차ᇰ이 알파 다시 發버ᇙᄒᆞᄂᆞ니 甚씸ᄒᆞ닌 즉재 죽ᄂᆞ니라
治金瘡大散方五月五日平旦使四人出四方各於五里內採一方草木莖葉每種各半把勿令漏脫一事日正午時切碓擣用石灰一豆斗擣令極爛仍先選揀大實桑樹三兩株鑿作孔令可受藥然分藥於孔中實築令堅後以桑樹皮蔽之用麻擣石灰密泥令不泄氣更以桑皮纏之令牢至九月九日午時出取陰乾百日藥成擣之日曝令乾更擣絹羅貯之凡有金瘡傷折出血用藥封裹勿令轉動不過十日瘥不膿不腫不畏風若傷後數日始得用藥須暖水洗令血出卽傅之此藥大驗{{*|}}
金금瘡차ᇰ 고티ᄂᆞᆫ 大땡散산方바ᇰ은 五ᅌᅩᆼ月ᅌᅯᇙ 五ᅌᅩᆼ日ᅀᅵᇙ 平뼈ᇰ明며ᇰ에 네 사ᄅᆞᄆᆞ로 四ᄉᆞᆼ方바ᇰ애 보내야 各각各각 五ᅌᅩᆼ里링 안햇 ᄒᆞᆫ 方바ᇰ草초ᇢ木목 줄기와 닙과ᄅᆞᆯ 가지마다 各각 半반 줌을 ᄏᆡ요ᄃᆡ ᄒᆞ나토 아니ᄒᆞ니 업시 ᄒᆞ야 바ᄅᆞ 나ᄌᆡ 사ᄒᆞ라 디허 石쎡灰횡 ᄒᆞᆫ 마ᄅᆞᆯ 디호ᄃᆡ ᄀᆞ자ᇰ 니기 ᄒᆞ고 몬져 큰 ᄲᅩᇰ나모 두ᅀᅥ흘 ᄀᆞᆯᄒᆡ야 구무 포ᄃᆡ 藥약 들 만ᄒᆞ야 藥약을 굼긔 ᄂᆞᆫ화 녀코 ᄀᆞᄃᆞ기다아 굳게 코 後ᅘᅮᇢ에거츠로 막고 삼 조쳐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구디 ᄇᆞᆯ라 氣킝分분 나디 아니케 코 다시 ᄲᅩᇰᄭᅥ츠로 얼거 굳게 코 九구ᇢ月ᅌᅯᇙ 九구ᇢ日ᅀᅵᇙ 午ᅌᅩᆼ時씽예니르러 내야 一ᅙᅵᇙ百ᄇᆡᆨ 나ᄅᆞᆯ ᄀᆞᄂᆞᆯ해 ᄆᆞᆯ외야 藥약이 일어든 디허 ᄒᆡ에 ᄆᆞᆯ외야 다시 디허 기베 처 ᄀᆞ초라 믈읫 金금瘡차ᇰ 헐어나 것거나 피나거든 藥약ᄋᆞ로 ᄡᆞ고 움즈기디 아니케 ᄒᆞ면 열흐를 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 곪디 아니ᄒᆞ며 븟디 아니ᄒᆞ며 ᄇᆞᄅᆞᄆᆞᆯ 저티 아니ᄒᆞᄂᆞ니 ᄒᆞ다가 傷샤ᇰᄒᆞᆫ 後ᅘᅮᇢ 사나ᄋᆞ래 비르서 藥약을 ᄡᅮᆯ디니 모로매 더운 므레 시서 피나게 ᄒᆞ고 곧 브튤디니 이 藥약이 ᄀᆞ자ᇰ 神씬驗ᅌᅥᆷᄒᆞ니라
又方治金瘡或肌肉斷裂右剝取新桑皮作線縫之又以新桑皮裹之又以桑白汁塗之極驗小瘡但以桑皮裹之便差如斷筋取旋復根擣封之卽續{{*|}}
ᄯᅩ 金금瘡차ᇰ 고티며 시혹 ᄉᆞᆯ히 그처디며 ᄧᆡ야디거든 새 거츨 밧겨 실 ᄆᆡᇰᄀᆞ라호고 ᄯᅩ 새거츠로 ᄡᆞ고 ᄯᅩ ᄲᅩᇰ ᄒᆡᆫ 즙으로 ᄇᆞᄅᆞ면 지극 神신驗ᅌᅥᆷᄒᆞ니라 져근 瘡차ᇰ은 오직거츠로 ᄡᆞ면 곧 됻ᄂᆞ니 ᄒᆞ다가 히미 긋거든旋션復복根ᄀᆞᆫ 을 取츙ᄒᆞ야 디허 ᄡᆞ면 곧 닛ᄂᆞ니라
又方治刀傷斧斫等瘡右取黑氈燒爲灰細硏傅傷損處封裹勿動直待生肌爲妙{{*|}}
ᄯᅩ 갈해 헐며 도ᄎᆡ예버흔 ᄃᆞᆯ헷 瘡차ᇰ을 고툐ᄃᆡ 거믄 시우글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헌 ᄃᆡ 브티고 ᄢᅳ려 뮈우디 말오 ᄉᆞᆯ 날 ᄀᆞ자ᇰ 기드료미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右取馬蹄燒灰令極細不計時候以煖酒調下二錢{{*|}}
ᄯᅩ 金금瘡차ᇰᄋᆞᆯ 고텨 알포ᄆᆞᆯ 긋게 호ᄃᆡ ᄆᆞᆯ구블 ᄉᆞ라 ᄀᆞ자ᇰ ᄀᆞᄂᆞ리 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더운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金瘡但刀斧傷損出血不止宜用此 石榴花{{*|半斤}}石灰{{*|一斤炒}}右件藥擣細羅爲散傅瘡上以帛裹勿令着風水瘡合差{{*|}}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툐ᄃᆡ 오직 갈콰 도최예 헐여 피나 긋디 아니커든 이ᄅᆞᆯ ᄡᅮᆯ디니 石쎡榴류ᇢㅅ곳 半반 斤근과 石쎡灰횡 ᄒᆞᆫ 斤근을 봇가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기브로 ᄢᅳ려 ᄇᆞᄅᆞᆷ과 믈와 맛디 아니케 ᄒᆞ야 瘡차ᇰ이 어울면 됻ᄂᆞ니라
又方取小便服三兩盞卽差{{*|}}
ᄯᅩ 小쇼ᇢ便뼌 두ᅀᅥ 잔을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 杏人{{*|去皮擣如泥}}石灰{{*|等分}}右件藥同硏每用以猪脂和傅之日二三度卽差{{*|}}
ᄯᅩ 金금瘡창애 피 긋디 아니커든 ᄉᆞᆯ곳 ᄌᆞᅀᆞᄅᆞᆯ 것 밧겨 즌ᄒᆞᆰᄀᆞ티 디코 石쎡灰횡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ᄒᆞᆫᄃᆡ ᄀᆞ라 도ᄐᆡ 기르므로 ᄆᆞ라 브툐ᄃᆡ ᄒᆞᄅᆞ 두ᅀᅥ 번곰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燒靑布作灰傅瘡上裹傅之數日後差矣{{*|}}
ᄯᅩ 프른 뵈ᄅᆞᆯ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ᄢᅳ리면 잇사나ᄋᆞᆯ 後ᅘᅮᇢ에 됻ᄂᆞ니라
又方取狼牙草莖葉爛搗傅之{{*|}}
ᄯᅩ狼라ᇰ牙앙草초ᇢ ㅅ 줄기와 닙과ᄅᆞᆯ 므르디허 브티라
又方取紫檀末以傅瘡上止痛止血生肌甚効{{*|}}
ᄯᅩ 紫ᄌᆞᆼ檀딴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긋고 피 긋고 ᄉᆞᆯ 나ᄂᆞ니 甚씸히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牡礪散 牡礪{{*|半兩}}石膏{{*|一分}}右件藥擣羅更細硏用煉了猪膏調成膏以封瘡上痛卽止{{*|}}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텨 알품 긋게 ᄒᆞᄂᆞᆫ 牡무ᇢ礪롕散산은 牡무ᇢ礪롕 半반 兩랴ᇰ과 石쎡膏고ᇢ ᄒᆞᆫ 分분을 디허 츠고 다시ᄀᆞᄂᆞ리 ᄀᆞ라 煉련혼 도ᄐᆡ 곱ᄋᆞᆯ 노겨 골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取雄黃末傅瘡上當用有汁出卽差{{*|}}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반ᄃᆞ기 汁집이 나리니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疼痛以龍骨細硏傅瘡上{{*|}}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 긋디 아니코 알ᄑᆞ거든 龍료ᇰ骨고ᇙ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라
又方用桑根半斤剉以水一豆斗煎取五升不計時候煖服一盞服盡卽効{{*|}}
ᄯᅩ ᄲᅩᇰ나못 불휘 半반 斤근을 사ᄒᆞ라 믈 ᄒᆞᆫ 말로 글혀 닷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데여 ᄒᆞᆫ잔을 머구ᄃᆡ 다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石灰擣爲末厚傅瘡上用緜子裹之若瘡口深不合者內少許末令瘡漸漸合也{{*|}}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瘡차ᇰ의 두터이 ᄇᆞᄅᆞ고 소오ᄆᆞ로 ᄡᅩᄃᆡ ᄒᆞ다가 瘡차ᇰ이 기퍼 어우디 아니커든 져기 ᄀᆞᆯᄋᆞᆯ 녀허 瘡차ᇰ이 졈졈 어울에 ᄒᆞ라
又方用乾塩梅燒作灰細硏傅瘡上卽差{{*|}}
ᄯᅩ 소고매 ᄆᆞᆯ외욘 梅ᄆᆡᆼ實씨ᇙ을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金瘡血出不止取車前葉爛擣傅之血卽止連根取用亦効{{*|}}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나 긋디 아니커든 車창前젼 니플 므르디허 브티면 피 즉재 긋ᄂᆞ니 불휘 조쳐 ᄡᅮ미 ᄯᅩ 됴ᄒᆞ니라
治金瘡內漏瘀血在腹中脹滿宜服虻〈!--이체자--〉蟲散 虻〈!--이체자--〉蟲{{*|三十枚去趐足微炒}}桃仁{{*|一兩湯漫去皮尖雙仁麩炒微黃}}桂心{{*|一兩半去麤皮}}川大黃{{*|三兩剉碎微炒}}水蛭{{*|三十枚炒令微黃}}右件藥擣細羅爲散每服二錢用童子小便一中盞煎至五分溫溫和滓服日五服夜三服如卒無小便用酒水代之亦得{{*|}}
金금瘡차ᇰᄋᆡ 피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얼읜피 ᄇᆡ 안해 이셔 탸ᇰ만커든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散산을 머귤디니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 셜흔 나ᄎᆞᆯ ᄂᆞ래와 발와 앗고 자ᇝ간 봇고 桃또ᇢ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을 더운 므레 ᄃᆞ마 것과 부리와어우러ᅌᅵᄅᆞᆯ 앗고 기울와 섯거 봇가 져기 노ᄅᆞ게 코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 半반을 麤총ᄒᆞᆫ 거츨 밧기고川ᄌᆑᆫ大땡黃ᅘᅪᇰ 석 兩랴ᇰ을 사ᄒᆞ라 자ᇝ간 봇고 거머리 셜흔 나ᄎᆞᆯ 봇가 자ᇝ간 노ᄅᆞ게 ᄒᆞ고 이 藥약ᄃᆞᆯᄒᆞᆯ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에 두 돈곰 아ᄒᆡ 오좀 ᄒᆞᆫ 中듀ᇰ잔ᄋᆞ로 글혀 다ᄉᆞᆺ 分분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滓ᄌᆡᆼ 조쳐 머구ᄃᆡ 나ᄌᆡ 다ᄉᆞᆺ 번 먹고 바ᄆᆡ 세 번 머그라 ᄒᆞ다가 밧바 小쇼ᇢ便뼌 업거든 수리나 므리나 ᄒᆞ야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金瘡內漏血入腹中 大麻仁一升葱白{{*|二七莖}}右相和搗令熟以水三大盞煮取一盞去滓分爲三服若血出不盡腹中有膿血更令服當下膿血効{{*|}}
ᄯᅩ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들어든 열ᄡᅵ ᄒᆞᆫ 되와 파 두닐굽 줄기ᄅᆞᆯ 섯거 디허 닉게 ᄒᆞ야 믈 세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츙ᄒᆞ야 즈ᅀᅴ 앗고 ᄂᆞᆫ화 세 버네 머고ᄃᆡ ᄒᆞ다가 피 몯 다 나 ᄇᆡ 안해 골ᄆᆞᆫ 피 잇거든 다시 머기면 골ᄆᆞᆫ 피 ᄂᆞ려 됴ᄒᆞ리라
又方蒲黃{{*|二兩}}當歸{{*|二兩末}}右相和更硏令勻每服以溫酒調下一錢日四五服{{*|}}
ᄯᅩ 蒲뽕黃ᅘᅪᇰ 두 兩랴ᇰ과 當다ᇰ歸귕 두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섯거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번 머고매 ᄃᆞᄉᆞᆫ 술로 ᄒᆞᆫ 돈ᄋᆞᆯ 프러 머고ᄃᆡ ᄒᆞᄅᆞ 네다ᄉᆞᆺ 번 머그라
金瘡內漏血在腹中不出以牡丹擣細羅爲散不計時候以溫酒調下三錢{{*|}}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이셔 나디 아니커든牡무ᇢ丹단 ᄋ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ᄃᆞᄉᆞᆫ 술로 서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以馬齒莧擣取汁每服煖飮一小盞卽止兼治惡血在腹中{{*|}}
ᄯᅩ馬망齒칭莧ᅘᅧᆫ ᄋᆞᆯ 디허 汁집 아ᅀᅡ 머글 제 데여 ᄒᆞᆫ 小쇼ᇢ盞잔ᄋᆞᆯ 머그면 곧 긋ᄂᆞ니 모딘 피 ᄇᆡ 안해 이쇼ᄆᆞᆯ 조쳐 고티ᄂᆞ니라
衛生易簡方金瘡血不止用小薊葉挼爛封之{{*|}}
金금瘡차ᇰ 피 긋디 아니커든 小쇼ᇢ薊곙 니플 니기 부븨여 브티라
又方用白薇末貼之立止{{*|}}
ᄯᅩ 白ᄈᆡᆨ薇밍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用白芍藥一兩熬黃爲末酒調二錢服或米飮亦止痛{{*|}}
ᄯᅩ白ᄇᆡᆨ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봇가 누르거든 細솅末마ᇙᄒᆞ야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며 시혹 ᄡᆞᆯ 글힌 므레 머거도 ᄯᅩ 알포미 긋ᄂᆞ니라
又方用血竭末傅之血與疼痛立止{{*|}}
ᄯᅩ 血ᅘᆑᇙ竭꺼ᇙ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피와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金瘡腸出隨卽推入用桑皮作線縫佳以熱雞血塗之{{*|}}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챠ᇰᄌᆡ 나거든 卽즉時씽예 미러 녀코 ᄲᅩᇰ 거츠로 실 ᄆᆡᇰᄀᆞ라 호면 됴ᄒᆞ니 더운 ᄃᆞᆯᄀᆡ 피로 ᄇᆞᄅᆞ라
又方用靑蒿搗傅止血定痛生肌甚良{{*|}}
ᄯᅩ 靑쳐ᇰ蒿호ᇢᄅᆞᆯ 디허 ᄇᆞᄅᆞ면 피 그츠며 알포미 그츠며 ᄉᆞᆯ히내사ᄂᆞ니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經驗良方治金瘡 木賊{{*|三兩}}麻黃{{*|去節一兩}}甘草{{*|七錢半}}右爲細末每服五錢熱酒調下先整骨了夾定飮之令醉{{*|}}
金금瘡차ᇰ 고툐ᄃᆡ 속새 세 兩랴ᇰ과 麻망黃ᅘᅪᇰ ᄆᆞᄃᆡ 아ᅀᅡ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 닐굽 돈 半반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한 服뽁애 다ᄉᆞᆺ 돈ᄋᆞᆯ 더운 수레 프러 먹고 몬져 ᄲᅧᄅᆞᆯ 고텨 ᄢᅧ 단기고 술 머겨 醉ᄌᆔᆼ케 ᄒᆞ라
又方治金瘡中風痙角弓反張蒜半升破去心皮右以無灰酒二升煮令極爛細硏每服一合已來須臾得汗卽差{{*|}}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ᄇᆞᄅᆞᆷ 마자 왜트닐 고툐ᄃᆡ 마ᄂᆞᆯ 半반 되ᄅᆞᆯ ᄢᅢ혀 고ᄀᆡ야ᇰ과 거프를 앗고 ᄌᆡ 업슨 술 두 되로 글혀 ᄀᆞ자ᇰ 므르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번 머고ᄃᆡ ᄒᆞᆫ 홉만 ᄒᆞ면 아니한 더데 ᄯᆞᆷ나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鷄糞{{*|二兩}}黑豆{{*|一升洗淨炒令燋黑}}右以酒三升煎熱投藥於酒中更煎三五沸去滓時時隨多少飮之令盡得汗爲佳未汗卽更作服以汗出爲度{{*|}}
ᄯᅩ ᄃᆞᆯᄀᆡ ᄯᅩᇰ 두 兩랴ᇰ과 거믄 코ᇰ ᄒᆞᆫ 되ᄅᆞᆯ 조히 시서 봇가 검게 ᄒᆞ고 술 서 되로 글혀 덥거든 藥약ᄋᆞᆯ 수레 녀허 다시 세다ᄉᆞᆺ 번 글히고 즈ᅀᅴ 아ᅀᅡ 時씽時씽예 하거나 젹거나 머거 업게 ᄒᆞ야 ᄯᆞᆷ나미 됴ᄒᆞ니 ᄯᆞᆷ 곳 아니 나거든 다시 ᄆᆡᇰᄀᆞ라 머거 ᄯᆞᆷ날 ᄀᆞ자ᇰ ᄒᆞ라
又方雞子{{*|三枚}}鳥麻油{{*|五合}}合煎稍稠待冷塗瘡上極妙救急方上{{*|終}}{{*|}}
ᄯᅩ ᄃᆞᆯᄀᆡ알 세 낫과 ᄎᆞᆷ기름 닷 호ᄇᆞᆯ ᄒᆞᆫᄃᆡ 달혀 져기 두텁거든 ᄎᆡ와 헌 ᄃᆡ ᄇᆞᄅᆞ면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옛한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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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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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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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하|권하]]
|설명=
}}
{{옛한글 알림}}
{{옛한글/시작}}
==卒中風第一==
直指方治卒中法 圓白天南星{{*|濕紙裹煨}}南木香 蒼朮{{*|生}}白羊眼半夏{{*|用百沸湯就銚蘸少頃各一錢半}}辣細辛 甘草{{*|生}}石昌蒲{{*|細切各一錢}}右件剉散分作二服水一盞半生薑七厚片煎取其半乘熱調蘇合香圓三圓灌下痰盛者加全蝎二枚灸治一切卒中不論中風中寒中暑中濕中氣及痰厥飮厥之類初作皆可用此先以皂角去弦皮細辛或生南星半夏爲末揭以管子吹入鼻中俟其噴嚔卽進前藥牙噤者中指點南星細辛末幷烏梅肉頻擦自開{{*|直띡〮指ᄌᆞᆼ〯方바ᇰ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니〮 고티〮ᄂᆞᆫ〮 法{{SIC|법〮|빔〮}}은도〮렫고〮 ᄒᆡᆫ〮天텬南남星셔ᇰ 을저즌〮 죠ᄒᆡ〮예〮 ᄡᅡ〮 구으〮니와〮 南남木목〮香햐ᇰ 과〮 ᄂᆞᆯ蒼차ᇰ朮뜌ᇙ〮 와〮 ᄒᆡᆫ〮羊야ᇰᄋᆡ〮 눈〮ᄀᆞᆮ〮ᄒᆞᆫ 半반〮夏ᅘᅡᆼ〮 ᄅ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흔〮 므〮레자ᇝ〯간 ᄃᆞ〮모〮니〮 各각〮 ᄒᆞᆫ 돈〯 半반〮과〮ᄆᆡ온 細솅〮辛신 과〮 ᄂᆞᆯ甘감草초ᇢ〯 와石쎡昌챠ᇰ蒲뽕 ᄅᆞᆯ〮 細솅〮切쳐ᇙ〮호〮니 各각〮 ᄒᆞᆫ 돈〯ᄋᆞᆯ〮사ᄒᆞ〮라〮 ᄂᆞᆫ화〮 두〯服뽁〮 애ᄆᆡᇰᄀᆞ〮라〮 믈〮 ᄒᆞᆫ 盞{{SIC|잔〮|진〮}}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혀〮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더운〮 제 蘇송合ᅘᅡᆸ〮圓ᅌᅯᆫ 세〯 丸ᅘᅪᆫᄋᆞᆯ〮프〮{{SIC|러|리}} 브ᅀᅩ〮ᄃᆡ〮 痰땀 盛쎠ᇰ〮ᄒᆞ니〮란〮 全ᄍᆑᆫ蝎허ᇙ〮 두〯나〯ᄎᆞᆯ〮 구어 더으라〮 中듀ᇰ〮風보ᇰ과〮中듀ᇰ〮寒ᅘᅧᆫ 과〮中듀ᇰ〮暑셩〯 와〮中듀ᇰ〮濕십〮 과中듀ᇰ〮氣킝 와〮痰땀厥궈ᇙ〮 와〮飮ᅙᅳᆷ〯厥궈ᇙ〯 왓〮 類ᄅᆔᆼ〮ᄅᆞᆯ〮 議ᅌᅴᆼ〮論론말〯오〮 始싱〯作작〮애〮 다〯어루〮 이〮ᄅᆞᆯ〮ᄡᅳ〮리라〮 몬져 皂쪼ᇢ〯角각〮 시울〮와〮 거츨〮 앗고〮 細솅〮辛신이〮나〮生ᄉᆡᇰ南남星셔ᇰ 이〮나〮 半반〮夏ᅘᅡᆼ〮ᄅᆞᆯ〮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대〮로ᇰᄋᆞ〮로〮 ᄯᅥ〮 곳〮굼긔〮 부러〮 ᄌᆞᄎᆡ〮욤호〮ᄆᆞᆯ〮 기드〮려〮 藥약〮머기〮고〮 니〮 마고〮므니〮란〮 댜ᇰ가라개〮 南남星셔ᇰ과〮 細솅〮辛신ㅅᄀᆞᆯᄋᆞᆯ〮 무텨〮 烏ᅙᅩᆼ梅ᄆᆡᆼ肉ᅀᅲᆨ 조쳐 ᄌᆞ조〮 ᄲᅵ븨〮면〮 절〮로〮 열〯리라〮 厥궈ᇙ〮 은〮 손〮발〮 ᄎᆞ〮고〮脉ᄆᆡᆨ〮 그츤〮 病뼈ᇰ〮이〮라〮}}
經驗秘方三寶散治風昏氣厥不省痰塞失音 腦子 牛黃{{*|各二分}}朱砂{{*|六分}}右細末取 竹瀝油勻調每服一錢{{*|三삼寶보ᇢ〯散산〮 ᄇᆞᄅᆞᆷ마자〮 아〮즐〮ᄒᆞ며〮 氣킝〮厥궈ᇙ〮 ᄒᆞ〮야〮ᄎᆞ〮림 몯〯고〮 痰땀이〮마켜 소리〮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龍료ᇰ腦노ᇢ〯 牛우ᇢ黃ᅘᅪᇰ 各각〮 두〯分분과 朱즁砂상 六륙〮分분과〮ᄅᆞᆯ〮細솅〮末마ᇙᄒᆞ〮야〮 댓〮지〯네 골오〮 프〮러 ᄒᆞᆫ돈〯곰〮 머기라〮}}
千金方治惡風心悶欲死急灸足大趾下橫文隨年壯立愈又灸百會七壯{{*|惡ᅙᅡᆨ〮風보ᇰ이〮 안〮히 답답ᄒᆞ〮야〮 죽ᄂᆞ닐〮 고툐〮ᄃᆡ〮ᄲᆞᆯ리〮 밠〮 엄지〮가락 아랫ᄀᆞᄅᆞᆫ 그〮믈〮ᄯᅮ〮ᄃᆡ〮 나〮마초〮 ᄒᆞ면〮즉〮재〮 됻〯ᄂᆞ〮니라 ᄯᅩ〮百ᄇᆡᆨ〮會ᅘᅬᆼ ᄅᆞᆯ〮七치ᇙ〮壯자ᇰ〮 ᄋᆞᆯ〮 ᄯᅳ〮라〮}}
衛生易簡方治中風不語舌强 人乳汁 三年陳醬{{*|各五合}}右和硏以生布絞汁不拘時少少與服良久當語{{*|中듀ᇰ〮風보ᇰᄒᆞ〮야〮 말〯 몯〯고〮 혀〮세〯닐〮 고툐〮ᄃᆡ〮 사〯ᄅᆞᄆᆡ〮 졋〮!과〮!괴〮! 三삼年년 무근〮쟈ᇰ〯 各각 닷홉 과〮ᄅᆞᆯ〮섯거〮 ᄀᆞ〮라 生ᄉᆡᇰ뵈〮로〮 汁집〮을〮ᄧᅡ〮 時씽節져ᇙᄋᆞᆯ〮븓들이〮디〮 마〯오〮 젹젹 주〮어〮 머기〮면〮 오라〮면〮 반ᄃᆞ〮기 말〯ᄒᆞ리〮라〮}}又方治中風急喉痺欲死者用白殭蠶焙黃爲末生薑自然汁調灌下喉立愈{{*|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과 ᄀᆞᆯ이〮 모기〮브ᅀᅥ〮 죽ᄂᆞ닐〮 고툐〮ᄃᆡ〯白ᄈᆡᆨ〮殭가ᇰ蠶짬 ᄋᆞᆯ〮焙ᄈᆡᆼ〮籠로ᇰ애〮 ᄆᆞᆯ외〮야〮 노〮라〮커든〮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모ᄀᆡ〮 브ᅀᅳ면〮 즉〮재〮 됻〯ᄂᆞ〮니라〮}}又方治中風佛省人事用香油或生薑自然汁灌之卽醒{{*|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ᄂᆞ닐〮 고툐〮!ᄃᆡ!ᄐᆡ〮! ᄎᆞᆷ〮기르〮미나〮 시혹〮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이〮어나〮 브ᅀᅳ면〮 즉〮재〮 ᄭᆡ〮ᄂᆞ〮니라〮}}又方卒中風不省人事痰壅用生白礬二錢爲末生薑自然汁調幹開口灌下化痰或吐卽醒{{*|ᄯᅩ〮 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고〮 痰땀이〮마켜〮ᄭᅥ든 生ᄉᆡᇰ白ᄈᆡᆨ〮礬뻔〮 두〯 돈〯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입〮버〯리〮혀고〮 브ᅀᅳ면〮 痰땀이〮슬〮어나 시혹 吐통ᄒᆞ면〮 곧〮 ᄭᆡ〮ᄂᆞ〮니라〮}}
簡易方救急稀涎散治中風忽然昏若醉形體昏悶四肢不收涎潮於上氣閉不通光明白礬{{*|一兩}}猪牙皂角{{*|四介肥實幷不蛀者去黑皮}}右細末硏勻輕者半錢匕重者三錢匕溫水調灌下不大嘔吐但微微冷涎出一二升便得醒醒次緩而調理不可大吐{{*|救구ᇢ急급稀힁涎ᄊᆑᆫ散산〮ᄋᆞᆫ〮 中듀ᇰ〮風보ᇰᄒᆞ〮야〮 忽호ᇙ然ᅀᅧᆫ히 어〮즐ᄒᆞ〮야〮 醉ᄌᆔᆼᄒᆞᆫᄃᆞᆺ〮ᄒᆞ며〮 모〮미 어〮즐〮코〮닶〮가와〮 네〯 활개ᄅᆞᆯ〮거두〮디〮 몯〯ᄒᆞ며〮더푸〮미〮 모ᄀᆞ〮로〮 올아〮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 光과ᇰ明며ᇰ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과〮 猪뎡牙ᅌᅡᆼ皂조ᇢ〯角각〮 네〯나〯치〮 ᄉᆞᆯ〮지고〮 염글오〮 좀〮 먹디〮 아니〮ᄒᆞ〮닐〮 거믄〮 거플밧겨〮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輕켜ᇰᄒᆞ니〮란〮 半반〮 돈〯이〮오〮 重듀ᇰ〯ᄒᆞ니〮란〮 세〯 돈〯ᄋᆞᆯ〮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ᅥ〮 너무吐통〮티〮 아니〮케코〮 오직〮 젹젹 ᄎᆞᆫ추〯미〮 ᄒᆞᆫ두〯 되〮만〮 나면〮 곧〮ᄉᆞᆲᄉᆞᆲᄒᆞ〮ᄂᆞ〮니라〮 {{SIC|버|바}}거 날회야〮 調뚀ᇢ理링〯 ᄒᆞ고〮 너무 吐통〮호〮미〮 몯〯ᄒᆞ리〮라〮}}
經驗良方破棺散治中風牙已緊無門下藥天南星末{{*|半錢}}白龍腦末一字右合硏勻頻擦令熱牙自開{{*|破팡〮棺관〮散산〮 은〮 中듀ᇰ〮風보ᇰᄒᆞ〮야〮 니〮ᄒᆞ마〮 구더〮 藥약〮머귤〮 門몬업〯스닐〮 고티〮ᄂᆞ니〮 天텬南남星셔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白ᄈᆡᆨ〮龍료ᇰ腦노ᇢ〯 ㅅ ᄀᆞᄅᆞ 一ᅙᅵᇙ 字ᄍᆞᆼ〮와〮ᄅᆞᆯ〮 뫼화〮 ᄀᆞ〮라 골아〮 ᄌᆞ조〮ᄲᅵ븨〮여〮 덥〯게〮 ᄒᆞ면〮 니〮 절로〮 열〯리라〮}}
葛氏備急方中風角弓反張四肢不收煩亂欲死者 淸酒{{*|五升}}雞白屎{{*|一升}}右擣篩合和揚之千遍乃飮之大人服一升日三少小服五合差{{*|ᄇᆞᄅᆞᆷ마자〮왜지그〯라〮 네〯 활〮개ᄅᆞᆯ〮 거두〮디〮 몯〯ᄒᆞ〮야〮어〮즈〮러워〮 죽ᄂᆞ닐〮 淸쳐ᇰ酒쥬ᇢ〯 닷 되〮와〮ᄃᆞᆯᄀᆡ〮 ᄒᆡᆫ〮 ᄯᅩᇰ ᄒᆞᆫ 되〮와〮ᄅᆞᆯ〮디코〮 {{SIC|처〮|치〮}} 프〮러〮 一ᅙᅵᇙ〮千쳔 버늘〮저ᅀᅥ〮 머구〮ᄃᆡ〮 얼〯우ᄂᆞᆫ〮 ᄒᆞᆫ 되〮옴〮 ᄒᆞᄅᆞ 세〯 번 먹고〮져므〮닌〮 닷호ᄇᆞᆯ〮 머그〮면〮 됴〯ᄒᆞ리〮라〮}}
==中寒第二<sub>凍瘡凍死附</sub>==
和劑方姜附湯 乾薑{{*|一兩}}附子{{*|生去皮臍細切一枚}}右㕮咀每服三錢水一盞半煎七分食前溫服{{*|姜가ᇰ附뿡〮湯타ᇰ 乾간薑가ᇰ ᄒᆞᆫ 兩랴ᇰ과附뿡〮子ᄌᆞᆼ〯 ᄂᆞᄅᆞᆯ〮 것 과〮ᄇᆡᆺ보ᄀᆞᆯ〮 앗〯고〮細솅切쳐ᇙ〮호〮니〮 ᄒᆞᆫ 낫〯과〮ᄅ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돈〯애〮 믈〮 ᄒᆞᆫ 盞잔〮 半반〮ᄋᆞ〮로〮 닐굽〮 分분ᄋᆞᆯ〮글혀〮 食씩〮前쪈에〮ᄃᆞᄉᆞ닐〮 머그〮라〮}}又方理中湯治五臟中寒口噤失音四肢强直兼治胃脘停痰冷氣刺痛 人蔘 乾薑 白朮 甘草{{*|各等分}}右㕮咀每服四錢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溫服{{*|ᄯᅩ〮理링〯中듀ᇰ湯탕 은五ᅌᅩᆼ〯臟짜ᇰ〯 이〮 中듀ᇰ〮寒ᅘᅡᆫᄒᆞ〮야〮 입〮 마고〮므러〮 소리〮 몯〯ᄒᆞ며〮 四ᄉᆞᆼ〮肢징세〯오〮 고ᄃᆞ〮닐〮 고티〮며〮 ᄯᅩ〮胃ᅌᅱᆼ〮脘ᅌᅪᆫ〮 애〮 痰땀이〯담겨〮 胃ᅌᅱᆼ〮脘ᅌᅪᆫ〮ᄋᆞᆫ〮가ᄉᆞ〮미라〮 冷ᄅᆡᇰ〯ᄒᆞᆫ 氣킝〮分분이〮디ᄅᆞ저겨〮 알ᄑᆞ닐〮 고티〮ᄂᆞ〮니〮人ᅀᅵᆫ蔘ᄉᆞᆷ 과〮 乾간薑가ᇰ과〮白ᄈᆡᆨ〮朮뜌ᇙ〮 와〮 甘감草초ᇢ〯ᄅᆞᆯ〮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네〯 돈〯애〮 믈〮 ᄒᆞᆫ 큰〮 盞잔〮으〮로〮 글혀〮 六륙分분에〮 니르〮거든〮즛의 앗〯고〮 ᄃᆞᄉᆞ닐〮 머그〮라}}
凍瘡聖惠方治凍耳成瘡兎腦髓取塗之{{*|귀〮어러〮 허〯닐〮 고툐〮ᄃᆡ〮 톳〮긔 머릿〮 骨고ᇙ〮髓ᄉᆔᆼ〯 를〮내〯야〮 ᄇᆞᄅᆞ라〮}}又方杏仁{{*|一斤湯浸去皮}}壓取油塗之{{*|ᄯᅩ〮杏ᅘᆡᇰ〯仁ᅀᅵᆫ ᄒᆞᆫ 斤근을〮 더운〮 므〮레ᄃᆞ〮마 것〮밧기〮고〮 지즐〮워〮 기름〮 내〯야〮 ᄇᆞᄅᆞ라〮}}
聖濟緫錄治手足凍瘡腫爛赤小豆半升煮汁熱浸洗瘡日三五次{{*|손〮밠〮언〯 瘡차ᇰ 이〮브ᅀᅳ며〮 헤여〮디닐〮 고툐〮ᄃᆡ〮 블근〮 ᄑᆞᆺ〮 半반〮 되〮ᄉᆞᆯᄆᆞᆫ〮 므〮를〮 덥〯게〮 ᄒᆞ〮야〮 瘡차ᇰᄋᆞᆯ〮 ᄃᆞ〮마〮시수〮ᄃᆡ〮 ᄒᆞᄅᆞ 세〯버니〮나〮 다ᄉᆞᆺ〮 버니〮나〮 ᄒᆞ라〮}}
治寒凍足跟開裂血出疼痛牛皮膠燒細硏爲末以唾和塗之{{*|어러〮밠〮츠〮기 ᄠᅥ〮디〮어〮 피〮나고알히〮ᄂᆞ닐〮 고툐〮ᄃᆡ〮ᄉᆈ〯 갓프〮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추〮메 ᄆᆞ라〮 ᄇᆞᄅᆞ라〮}}
百一選方治凍瘡黃蘗燒存性細硏以雞子淸調傅破者乾摻神妙{{*|언〮 瘡차ᇰᄋᆞᆯ〮 고툐〮ᄃᆡ〮黃ᅘᅪᇰ蘗ᄇᆡᆨ〮 을〮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ᄃᆞᆯᄀᆡ〮앐〮 ᄆᆞᆯᄀᆞᆫ〮 므〮레〮 ᄆᆞ〮라〮브티〮라〮 허〯닌〮ᄆᆞᄅᆞ닐〮 ᄲᅵ후〮미〮 됴〯ᄒᆞ니〮라〮}}
得效方治足上凍爛生瘡黃丹爲末用猪脂調傅妙{{*|바〮리〮ᄃᆞ〮라 헤여〮디닐〮 고툐〮ᄃᆡ〮 黃ᅘᅪᇰ丹단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도ᄐᆡ〮 기르〮메〮 ᄆᆞ라〮브튜〮미〮 됴〯ᄒᆞ니〮라〯}}
衛生寶鑑如神散治凍瘡皮膚破爛痛不可忍大黃爲細末新水調搽凍破瘡上{{*|}}
凍도ᇰ〮瘡차ᇰ〮 이〮 갓과〮 ᄉᆞᆯ〮쾌〮 헤여〮디〮여〮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닐〮 고툐〮ᄃᆡ〮大땡〮黃ᅘᅪᇰ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ᆺ기룬〮 므〮레〮프〮러 헌〯듸〮 ᄇᆞᄅᆞ라〮
衛生十全方治凍瘡 落蘇根{{*|卽茄子也}}濃煎湯洗了以雀兒腦髓塗之立効茄子莖葉枯者煮洗之{{*|}}
凍도ᇰ〮瘡차ᇰ을〮 고툐〮ᄃᆡ〮 가짓 불휘ᄅᆞᆯ〮툽투비 글혀〮 싯고〮 새〯 머릿〮 骨고ᇙ〮髓ᄉᆔᆼ〯로〮 ᄇᆞᄅ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ᄯᅩ〮 가짓 줄기〮와〮 닙이우〮닐〮 글혀〮 시스〮라〮
又方黃丹炒令色變 風化石灰{{*|等分}}右拌勻每一兩許沸湯浸洗患處冷卽止不過三洗効{{*|}}
ᄯᅩ〮 黃ᅘᅪᇰ丹단ᄋᆞᆯ〮봇가〮 비〮치〮다ᄅᆞ게〮 코〮 ᄇᆞᄅᆞ매〮ᄂᆞᆯ욘〮 石쎡〮灰횡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섯거〮 골아〮 ᄒᆞᆫ 兩랴ᇰ만〮글는 므〮레〮 ᄃᆞᆷ가〮 알ᄑᆞᆫ ᄃᆡ〮 시수〮ᄃᆡ〮 ᄎᆞ〮거든〮 말〮면〮 세〯 번 시수〮믈〮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라〮
凍死聖惠方治凍死方以大器中多熬灰使煖囊盛以摶其心冷卽更易心煖氣通目轉則口乃亦開可與溫酒服粥淸稍稍嚥之卽活若不先溫其心便將火灸其身冷氣與火相摶急卽不活也{{*|}}
어러〮주그〮닐〮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큰〮그르〮세〮 ᄌᆡ〮ᄅᆞᆯ〮만〯히〮 봇가〮 덥〯게〮 ᄒᆞ〮야〮 주머니〮예〮녀허〮 가〮ᄉᆞ〮매〮노햇〮다가〮 ᄎᆞ〮거든〮 즉〮재 ᄀᆞᆯ라〮ᄆᆞᅀᆞ미〯 더워〮 氣킝〮分분이〮 通토ᇰᄒᆞ며 누〮니 돌〯면〮 이〮비 ᄯᅩ〮 열〯리니〮어루〮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며〮粥쥭〮므〮를〮 漸쪔〯漸쪔〯 ᄉᆞᇝ기〮면〮 곧〮 사〯ᄂᆞ니〮ᄒᆞ〮다가〯 그 ᄆᆞᅀᆞᄆᆞᆯ〮ᄃᆞᆺ게〮 아니〮코〮 곧〮 블〮로〮 그 모〮ᄆᆞᆯ〮ᄧᅬ〯 면〮 ᄎᆞᆫ〮 氣킝〮分분이 블〮와〮 서르사화〮 ᄲᆞᄅᆞ면〮 곧〮사〯디〮 몯〯ᄒᆞ〮ᄂᆞ〮니라〮
本朝經驗粥飮醬湯爲上飮酒次之{{*|}}
粥쥭〮믈〮와〮쟈ᇰ〯ᄭᅮ기〮 위두코〮 술 머구〮미〮버그〮니라〮
==中暑第三==
聖惠方治熱暍心悶方以熱土及熬熱灰土壅其臍上佳{{*|}}
中듀ᇰ〮暑셩〮ᄒᆞ〮야〮 ᄆᆞᅀᆞᆷ 답답ᄒᆞ니〮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더운〮 ᄒᆞᆰ과〮 봇ᄀᆞᆫ〮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우희〮 두프〮면〮 됴〯ᄒᆞ〮니라〮
又方濃煮蓼取汁一大盞分二服飮之愈{{*|}}
ᄯᅩ〮엿귀〮ᄅᆞᆯ〮 두터이〮 글혀〮 汁집〮을〮 取츙〯ᄒᆞ〮야〮 큰〮 ᄒᆞᆫ 盞잔ᄋᆞᆯ〮 두〮 服뽁〮애〯 ᄂᆞᆫ화〮 머그〮면〮 됻〯ᄂᆞ〮니〮라〮
又方生地黃汁一中盞溫暖服之{{*|}}
ᄯᅩ〮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汁집〮 ᄒᆞᆫ 中듀ᇰ盞잔〮을〮데여〮 머그〮라〮
又方取麵一兩以溫水一中盞攪和服之{{*|}}
ᄯᅩ〮 밄〮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을〮 ᄃᆞᄉᆞᆫ〮 믈〮 ᄒᆞᆫ 中듀ᇰ盞잔〮애〮 프〮러 머그〮라〮
又方服地漿一盞卽愈{{*|}}
ᄯᅩ〮地띵〮漿쟈ᇰ ᄒᆞᆫ 盞잔〮ᄋᆞᆯ〮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地띵〮漿쟈ᇰᄋᆞᆫ〮ᄯᅡ해〮 져〯근 굳〮 ᄑᆞ〮고〮 믈〮 브ᅀᅥ〯니기〮 후ᇰ〯두ᅌᅲᆫ〮 므〮리라〯
千金方治熱暍取道上熱塵土以壅心上少冷則易氣通止{{*|}}
더우〮며닐〮 고툐〮ᄃᆡ〮길헷〯 더운〮ᄒᆞᆯᄀᆞ〮로〮 가ᄉᆞ〮매〮여ᇇ고〮 져〯 기 식거든〮 ᄀᆞᆯ오〮 氣킝〮分분이〮通토ᇰ커든〮 말〯라〮
又方張死人口令通以暖湯徐徐灌口中小擧死人頭令湯入腹湏臾卽蘇{{*|}}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이〮블〮버〯리혀〮 通토ᇰ케〮 ᄒᆞ고〮 더운〮믈〮로〮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이베〮 븟고〮 주근〮 사〯ᄅᆞᄆᆡ〮 머리〮ᄅᆞᆯ〮 져〯기〮 드러〮 더운〮 므〮리〮 ᄇᆡ에들〮에〮 ᄒᆞ면〮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살〯리라〮
又方使人噓其心令暖易人爲之{{*|}}
ᄯᅩ〮 사〮ᄅᆞ〮ᄆᆞ로〮 가〮ᄉᆞ〮매〮 잆〮김〯 드〮려 덥〯게〮 호〮ᄃᆡ〮 사〯ᄅᆞᄆᆞᆯ〮ᄀᆞ람〮 ᄒᆞ라〮
又方抱狗子若雞着心上熨之{{*|}}
ᄯᅩ〮 가ᇰ아지〯와〮 ᄃᆞᆰ과〮ᄅᆞᆯ〮 아나〮 가ᄉᆞᆷ 우희〮다혀 熨ᅙᅮᇙ〮ᄒᆞ라
又方屋上南畔瓦熱熨心冷易之{{*|}}
ᄯᅩ〮 집 우흿 南남녁ᄀᆞ〮ᅀᅢᆺ〮 디새〮ᄅᆞᆯ 덥〯게〮 ᄒᆞ〮야〮 가ᄉᆞ〮매〮 熨ᅙᅮᇙ〮호〮ᄃᆡ〮 식거든〮 ᄀᆞᆯ라〮
壽域神方車輪土五錢冷水調澄淸服之妙{{*|}}
술윗〮ᄠᅵ옛〯 무든 ᄒᆞᆰ 닷 도〯ᄂᆞᆯ〮 ᄎᆞᆫ〮므레〮 프〮러〮ᄆᆞᆰ안초〮아 머그〮면〮 됴〯ᄒᆞ니라〮
又方中暑發昏以新汲水滴入鼻孔用扇搧之重者以地漿灌則醒與冷水飮則死{{*|}}
ᄯᅩ〮 中듀ᇰ〮暑쎵〮ᄒᆞ〮야〮 어즐〮커든〮 ᄀᆞᆺ 기!른〮!룬〮! 믈〮로곳〮굼긔〮 처〮디〯오〮 부체〮로〮부츠라〮 重뜌ᇰᄒᆞ니〮란〮 地띵〮漿쟈ᇰᄋᆞ로〮 브ᅀᅳ면 ᄭᆡ〮ᄂᆞ니〮 ᄎᆞᆫ〮 믈〮 ?머?기〮면〮 ?죽?ᄂᆞ니〮라〮
又方用大蒜三兩瓣細嚼溫湯送下仍禁冷水卽愈{{*|}}
ᄯᅩ〮 굴〯근〮 마ᄂᆞᆯ〮 두〯ᅀᅥ알〮 ᄒᆞᆯ ?ᄂᆞ?로니 십고〮 더운〮믈〮로〮ᄂᆞ리〮오고〮 ᄎᆞᆫ〮 므〮를〮 먹디〮 말〯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中熱暍死用路上熱土大蒜等分爛硏水調去粗飮之卽活{{*|}}
ᄯᅩ〮더위〮몌여〮 죽거든〮 길헷〮 더운〮 ᄒᆞᆰ과〮 굴〯근〮마ᄂᆞᆯ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ᄂᆞ로니 ᄀᆞ〮라 므〮레〮 프〮러〮 즛의 앗〯고〮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管見大全良方云若偶在無人所居之境一時無湯可移病人安於樹陰之下却掬路上熱土安於病人臍上仍撥開作一窮以人注尿於其中得暖卽活{{*|}}
ᄒᆞ다가〮마!조〮!초〮!아 사〮ᄅᆞᆷ 업〯슨〮 ᄯᅡ해이셔〮 더운〮믈 업〯거든〮 病뼈ᇰ〮人ᅀᅵᆫᄋᆞᆯ 옮겨〮 나못〮ᄀᆞ〮ᄂᆞᆯ해 두고〮 길헷〮 더운 ᄒᆞᆯᄀᆞᆯ〮?우?희〮여〮 病뼈ᇰ〮人ᅀᅵᆫ의 ᄇᆡᆺ복 우희〮노코〮 헤혀〮 ᄒᆞᆫ굼글〮 짓〯고〮 사〯ᄅᆞ미〮 그 가온〮ᄃᆡ〮 오좀〮 누면〮 더우〮면〮 곧 사〯ᄂᆞ〮니라〮
==中氣第四==
和劑方指南云氣中證候者多生於驕貴之人因事激挫忿怒盛氣不得宣泄逆氣上行忽然仆倒昏迷不省人事牙關緊急手足拘攣其狀與中風無異但口內無涎聲此證只是氣中不可妄投取涎發汗等藥而反生他病但可與七氣湯分解其氣散其壅結其氣自止七氣湯連進效速更可與蘇合香元{{*|}}
氣킝〮中듀ᇰ〮ᄒᆞᆫ 證지ᇰ은〮해〯 豪ᅘᅩᇢ貴귕ᄒᆞᆫ 사〯ᄅᆞ미이〯ᄅᆞᆯ〮 因ᅙᅵᆫᄒᆞ〮야〮!긱!격〮!발〮ᄒᆞ며〮 것기〮여〮 忿푼〯怒농〯ᄒᆞ〮야〮 氣킝〮分분이〮 盛쎠ᇰ〮호〮ᄃᆡ펴ᄃᆞᆯ〮 몯〯ᄒᆞ〮야〮 氣킝〮分분〮이거스〮러〮 우흐〮로〮올오〮매나〮 믄〮득〯업더〮디〮여 어〮즐〮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고〮 니〮세워드〮며 손〮바리뷔〯트〯리 그 야ᇰ〯이〮 中듀ᇰ〮風보ᇰ과〮 다ᄅᆞ디〮 아니〮ᄒᆞ니 오직〮 입〮 안해〮 추ᇝ〮소ᄅᆡ〮 업〯스니〮 이〮 證!시ᇰ〮!지ᇰ〮!이〮 곧〮 이〮 氣킝中듀ᇰ〮이〮니〮간대로〮 춤〮아ᅀᆞ며〮 ᄯᆞᆷ〮내〯욤 ᄃᆞᆯ〮햇〮 藥약〮ᄋᆞᆯ ᄡᅥ〮도ᄅᆞ혀〮 다ᄅᆞᆫ 病뼈ᇰ나긔〮 호〮미〮 몯〯ᄒᆞ리〮니〮 오직〮七치ᇙ氣킝湯!다ᇰ!타ᇰ! ᄋᆞᆯ 머겨〮 그 氣킝〮分분을ᄂᆞᆫ화〮 노기며〮막?딜?여〮 ᄆᆡ요〮ᄆᆞᆯ〮 흐트〮면〮 그 氣킝分분이〮 절로〮긋ᄂᆞ니〮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ᆯ〮닛우〮 머기〮면〮 效ᅘᅭᇢ〮驗ᅌᅥᆷ〮이〮 ᄲᆞ〮ᄅᆞ니〮 ᄯᅩ〮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을〮머규미〮 됴〯ᄒᆞ〮니라〮
七氣湯治虛冷上氣及寒熱怒恚喜憂愁等氣內結積聚堅牢如柸心腹絞痛不能飮食時發時止發則欲死半夏{{*|湯洗七次焙五兩}}人蔘{{*|去蘆}}甘草{{*|灸}}肉桂{{*|去麤皮各一兩}}右剉每服三錢水一大盞入生薑三片煎至七分去滓稍熱服食前{{*|}}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ᆫ虛!힝!헝!冷ᄅᆡᇰ〯 ᄒᆞ야〮 氣킝〮分분이〮오ᄅᆞ니〮와〮 寒ᅘᅡᆫ과〮 熱ᅀᅧᇙ〮와〮 怒농〯와〮 깃붐〮과〮 시름〮 ᄃᆞᆯ〮햇〮 氣킝〮分분이〮 안해〮모다〮 구두〮미〮 진〮 ᄀᆞᆮ〮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파〮 飮ᅙᅳᆷ〯食씩〮 몯〮ᄒᆞ며〮 잇다감〮 發버ᇙᄒᆞ며잇다감〮 그처 發버ᇙ〮ᄒᆞ면〮 죽ᄂᆞ닐〮 고티〮ᄂᆞ니〮 半반〮夏ᅘᅡᆼ〮ᄅᆞᆯ 더운〮 므〮레〮 닐〮굽 번 시서 焙ᄈᆡᆼ乾건호〮니〮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蔘ᄉᆞᆷᄋᆞᆯ〮 !이!머!리〮!비!버!히고〮 甘감草초ᇢ〮ᄅᆞᆯ〮 굽고〮 肉ᅀᅲᆨ〮桂ᄀᆒᆼ〮ᄅᆞᆯ〮麤총ᄒᆞᆫ 것밧교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 돈〮애〮 믈 ᄒᆞᆫ 大땡〮?盞?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 너허〮 七치ᇙ〮分분을〮 글혀〮 즛의 앗〮고〮 져〯기 덥〮게 ᄒᆞ〮야〮 食씩〮前쩐에〮 머기〮라〯
澹療方獨香湯主中氣閉目不語四肢不收昏沈等證南木香爲末每服一錢冬瓜子煎湯調下{{*|}}
獨똑〮香햐ᇰ〮湯타ᇰ은〮 中듀ᇰ〮氣킝〮ᄒᆞ야〮 눈〮ᄀᆞᆷ〮고〯 말〯 몯〯고〮 四ᄉᆞᆼ〮肢징를〮 거두〮디〮 몯〯ᄒᆞ고 昏혼沈띰 等드ᇰ〯엣〮 證지ᇰ?에〮? 主즁〯ᄒᆞ니〮 南남木목〮香햐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 錢쩐을冬도ᇰ瓜광 ᄡᅵ〮글휸〮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廻陽湯治中氣脉弱大叚虛怯等證 川烏{{*|生去皮臍}}附子{{*|生去皮臍各半兩}}乾薑{{*|炮二錢}}靑皮{{*|去穰一兩}}益智仁{{*|一兩}}右剉每服三錢水二盞生薑七片棗一枚同煎至一盞去滓溫服或入小木香{{*|}}
ᄯᅩ〮廻ᅘᅬᆼ陽야ᇰ湯타ᇰ 은〮 中듀ᇰ氣킝〮ᄒᆞ〮야〮 脉ᄆᆡᆨ〮이〮 弱ᅀᅣᆨ〮ᄒᆞ〮야 ᄀᆞ자ᇰ〮 虛헝弱ᅀᅣᆨ〮ᄒᆞᆫ〮 等드ᇰ〯엣〮 證지ᇰ〮을〮 고티ᄂᆞ니川ᄎᆑᆫ烏ᅌᅩ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과〮 앗〯고〮 附뿡〮子ᄌᆞ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아ᅀᅩ〮니〮 各각 半반〮 兩랴ᇰ〯과〮 乾간薑가ᇰ 炮뽀ᇢ호〮니 두〯 돈〮과〮 炮뽀ᇢᄂᆞᆫ〮 믈〮 저즌〮 죠ᄒᆡ〮예〮 ᄡᅡ〮노ᄋᆞᆯ압〮ᄌᆡ〮예 무더〮구을〮시〮라〮 靑쳐ᇰ皮삥솝〮 아ᅀᅩ〮니〮 ᄒᆞᆫ 兩랴ᇰ〮과〮 益ᅙᅧᆨ〮智딩〮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三삼錢쪈에〮 믈 두〯 盞잔〮과〮 生ᄉᆡᇰ薑가ᇰ 닐굽〮 片편〮과〮 大땡〮棗조ᇢ〯 ᄒᆞᆫ ᄂᆞᆺ〯과〮 ᄒᆞᆫᄃᆡ〮 글혀 ᄒᆞᆫ 盞잔애〮 니르〮거든〮 즛의 앗〯고〮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시혹〮小쇼ᇢ木목〮香햐ᇰ ᄋᆞᆯ〮 더드〮리ᄂᆞ니라〮
==中忤中惡鬼氣第五==
經驗良方云其證暮夜或登廁或出郊野或遊空冷屋室或人所不至之地忽然眼見鬼物鼻口吸着惡鬼氣驀然倒地四肢厥冷兩手握拳口鼻出淸血性命逡巡湏臾不救此證與尸厥同但腹不鳴心脇俱暖凡中惡驀然倒地切勿移動其尸卽令親戚衆人圍繞打鼓燒火或燒射香安息蘇木香樟木之類直候醒記人事方可移歸犀角{{*|鎊屑硏爲細末半兩}}射香 朱砂{{*|各一分}}已上爲細末每服二錢井水調服灌之如無前藥用雄黃一味爲末每服一錢煎桃枝葉湯調灌又無雄黃用故汗衣或觸衣汗衣者着在身上多時久遭汗者佳觸衣者久着內衣襯衣也男用婦衣婦用男衣燒灰每服二錢百沸湯調下{{*|}}
그 證지ᇰ〮이〮 바ᄆᆡ〮 시혹〮 뒷〯가내〮 오ᄅᆞ거나〮 시혹〮드르〮헤〮 나〮가〮거나〮 시혹〮뷘〯 ᄎᆞᆫ〮 房바ᇰ의〮 놀〯어나〮 시혹〮 사ᄅᆞ미〮 가디〮 아니〮ᄒᆞ〮ᄂᆞᆫ〮 ᄯᅡ해〮 믄득〮 누네〮 귓것 보며〮 고〮콰〮 입〮과〮로〯모〯딘〮 귓거싀〮 氣킝〮分분을〮 마시〮거나〮 ᄒᆞ〮야〮 믄득〮 ᄯᅡ해〮그우러〮디〮여〮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두〯 소〮니〮쥐〯오〮 입〮과〮 고해〮ᄆᆞᆯᄀᆞᆫ〮 피〮 흘러〮性셔ᇰ〮命며ᇰ〮이〮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이〮 證지ᇰ이〮尸싱厥궈ᇙ〮 와〮 ᄀᆞᆮ〮ᄒᆞ니〮 오〮직〮 ᄇᆡ〮우〯디〮 아니〮ᄒᆞ고〮 가ᄉᆞᆷ〮과〮녀비〮 다〯더우〮니라〮 믈〮읫 中듀ᇰ〮惡ᅙᅡᆨ〮 ᄒᆞ〮야〮 믄득〮 ᄯᅡ해〮 그우러디〮거든〮자ᇝ〯간도〮 그주거〮믈〮 옮기〮디〮 말〯오〮 즉〮재아ᅀᆞᆷ〮과〮 한 사〯ᄅᆞ〮ᄆᆞ로〮 圍ᅌᅱᆼ繞ᅀᅭᇢ〮ᄒᆞ〮야〮붑〮 두드〮리며〮 블〮다히〮게 ᄒᆞ며〮 시혹〮射썅〮香햐ᇰ 과〮安ᅙᅡᆫ息씩〮香햐ᇰ 과〮 蘇송木목〮香햐ᇰ과〮樟자ᇰ木목〮 ㅅ類ᄅᆔᆼᄅᆞᆯ〮 ᄉᆞ〮라〮 人ᅀᅵᆫ事ᄊᆞᆼ〮ᄎᆞ〮료ᄆᆞᆯ〮 기드〮려〮 옮겨〮 갈〯디〮니라〮犀솅角각〮 ᄋᆞᆯ〮슬허〮 ᄀᆞ〮라〮 細솅〮末마ᇙ〮호니〮 半반〮 兩!라ᇰ〮!랴ᇰ〮!과〮 射썅〮香햐ᇰ과〮 朱즁砂상와〮 各각〮 ᄒᆞᆫ 分분을〮 細솅〮末마ᇙ〮ᄒᆞ〮야〮 每ᄆᆡᆼ〯服뽁〮二ᅀᅵᆼ〮錢쪈을〮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브ᅀᅳ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錢쪈을〮복셩홧가〮지 와〮 닙〮 글횬〮 므〮레〮 프〮러〮 브ᅀᅳ라〮 ᄯᅩ〮雄ᅘᅮᇰ黃ᅘᅪᇰ 업〯거든〮 ᄂᆞᆯᄀᆞᆫ〮 ᄯᆞᆷ〮오〮시나〮 시혹〮觸쵹〮衣ᅙᅴᆼ어나〮 ᄯᆞᆷ〮오〯ᄉᆞᆫ 모매〮 오래〮 니버〮 오래〮 ᄯᆞᆷ〮ᄇᆡ니〮 됴〯코〮 觸쵹〮衣ᅙᅴᆼᄂᆞᆫ 오래F 니븐〮솝〯오〮시라〮 남진ᄋᆞᆫ〮겨〯지븨〮 오〮ᄉᆞᆯ〮 ᄡᅳ〮고〮 겨〯지븐〮 남지〮늬〮 오〮ᄉᆞᆯ ᄡᅮᆯ〮디니〮 ᄌᆡ〮 ᄉᆞ라〮 每ᄆᆡᆼ〯服뽁〮 二ᅀᅵᆼ〮錢쪈을〮 一ᅙᅵᇙ百ᄇᆡᆨ〮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聖惠方治卒客忤有似卒死生昌蒲根擣絞取汁二三合灌下立愈{{*|}}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니〮 ᄀᆞᆮ〮ᄒᆞ닐〮 고툐〮ᄃᆡ〮 ᄂᆞᆯ昌챠ᇰ蒲뽕 ㅅ 불휘〮ᄅᆞᆯ〮디허〮 汁집〮ᄲᅡ〮 두〯ᅀᅥ〮 호ᄇᆞᆯ〮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治中惡心痛欲絶方釜底墨{{*|半兩}}塩{{*|一錢}}右件藥和硏以熱水一盞調頓服之{{*|}}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알파〮 죽ᄂᆞ닐〮 고툐〮!ᄐᆡ〮!ᄃᆡ〮!가마 미틧〮 검듸여ᇰ 半반〮 兩랴ᇰ〯과〮 소곰 ᄒᆞᆫ 돈〯ᄋᆞᆯ〮섯거〮 ᄀᆞ〮라〮 더운〮믈〮 ᄒᆞᆫ 盞잔〮애〮 프〮러 다〯 머그〮라〮
又方中惡氣絶以上好朱砂細硏於舌上書鬼字又額上亦書之此法極效{{*|}}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 긋거든 ᄀᆞ자ᇰ 됴〯ᄒᆞᆫ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혀〮에〮鬼귕〯ㅈ字ᄍᆞᆼ〮 ᄅᆞᆯ〮스〮고〮 ᄯᅩ〮니마〮희〮 술〮디니〮 이〮 法법〮이〮지〮극 됴〯ᄒᆞ〮니라〮
又方鬼神所擊諸術不治熟艾如鴨子大二枚水二盞煮取五分去滓頓服{{*|}}
ᄯᅩ〮 귓거시〮텨〮 여러〮 法법〮으〮로〮 고티〮디 몯〯ᄒᆞ〮거든〮 니근〮 ᄡᅮᆨ〮올〮ᄒᆡ알〮 만〮ᄒᆞ니〮 두〯 나〯ᄎᆞᆯ〮 믈〮 두〯 盞잔〮애〮 글혀〮 다ᄉᆞᆺ〮 分분을〯 取츙〯ᄒᆞ〮야〮 즛의 앗〯고〮 다〯 머그〮라〮
又方卒中鬼擊及刀兵所傷血滿膓中不出煩悶欲死雄黃一兩細硏如粉以溫酒調一分服日三服血化爲水{{*|}}
ᄯᅩ〮 귓거시〮 믄득〮 티며〮갈〮 잠개〮예〮 허러〮 피〮 토ᇰ〮 안해〮ᄀᆞᄃᆞᆨᄒᆞ〮야〮 나디〮 몯〯ᄒᆞ〮야〮답〮ᄭᅡ와〮 죽ᄂᆞ닐〮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ᄃᆞᄉᆞᆫ 수레〮 ᄒᆞᆫ 分뿐〮을〮 프〮러〮 ᄒᆞ〮ᄅᆞ 세〯 번곰〮 머그〮면〮 피〮 믈〮 ᄃᆞ외ᄂᆞ〮니라〮
千金方治卒忤塩八合以水三升煮取一升半分二服得吐卽愈若小便不通筆頭七枚燒作灰末水和服之卽通{{*|}}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니〮 고툐〮ᄃᆡ〮 소곰 여듧〮 호ᄇᆞᆯ〮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거〮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ᄒᆞ〮다가〮 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붇〮 머리〮 닐구〮블〮 ᄉᆞ〮라〮 ᄀᆞᄅᆞ !ᄃᆡᇰ!ᄆᆡᇰ!ᄀᆞ〮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葛氏備急方中惡證候視其上唇裏弦者有白如黍米大以針決去之{{*|}}
中듀ᇰ惡ᅙᅡᆨ 證지ᇰ〮이 웃입시울〮 !인!안!ᄒᆞᆯ 보〯ᄃᆡ〮 ᄒᆡᆫ〮 거시〮 기장ᄡᆞᆯ〮ᄀᆞᆮ〮ᄒᆞ니〮 잇ᄂᆞ니〮 바ᄂᆞᆯ〮로〮ᄯᅡ〮 아ᅀᅩᆯ〮디〮니라
又方半夏末如豆大吹鼻中{{*|}}
ᄯᅩ〮 半!빈〮!반〮!夏ᅘᅡᆼ〮末마ᇙ〮ᄋᆞᆯ〮 콩낫〯?만〮? 곳〮굼긔〮 불〯라〮
又方客忤者中惡之類也令人心腹絞痛脹滿氣衝心胸不卽治殺人 細辛 桂末等分內口中{{*|}}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ᄂᆞᆫ〮 中듀ᇰ〮惡ᅙᅡᆨ〮ㅅ類ᄅᆔᆼ〮니〮 사〯ᄅᆞ〮ᄆᆞ로〮 가ᄉᆞᆷ〮 ᄇᆡ〮 알ᄑᆞ며〮탸ᇰ〯만〮ᄒᆞ〮야〮 氣킝〮分분이〮 가ᄉᆞ〮매〮다와티〮ᄂᆞ니〮 즉재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細솅〮辛신과〮桂궹〮皮삥 ㅅ ᄀᆞᆯᄋᆞᆯ〮等드ᇰ〯分분ᄒᆞ〮야〮 입〮 안해〮녀흐〮라〮
又方卒得鬼擊之病無漸卒着如人刀刺狀胸脇腹內絞急切痛不可抑按或卽吐血或鼻中出血或下血一名鬼排治之灸鼻下人中一壯立愈{{*|}}
ᄯᅩ〮 믄득〮 귓것 틴 病뼈ᇰ〮을〮 어〯더漸쪔〯漸쪔〯 아니〮ᄒᆞ〮야〮 믄득〮어〯두미〮 갈〮ᄒᆞ로〮 디르ᄂᆞᆫ ᄃᆞᆺ〮ᄒᆞ〮야〮 가ᄉᆞᆷ〮과〮 녑과〮 ᄇᆡ〮 안〮히ᄀᆞ자ᇰ〮 알파〮ᄆᆞᆫ지〮디〮 몯〯ᄒᆞ며〮 시혹〮 피〮ᄅᆞᆯ〮 吐통〮ᄒᆞ며〮 시혹〮 고해〮 피〮내〯며〮 시혹 아래〮 피〮나〮ᄂᆞ니〮 고툐〮ᄃᆡ〮 고〮 아랫〮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 을〮 ᄒᆞᆫ 붓글〮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臍下一寸三壯炙臍上一寸七壯{{*|}}
ᄯᅩ〮 ᄇᆡᆺ복 아랫〮一ᅙᅵᇙ〮寸촌〮ᄋᆞᆯ〮 세〮 붓글〮 ᄯᅳ〮고〮 ᄇᆡᆺ복 우 一ᅙᅵᇙ〮寸촌ᄋᆞᆯ 닐굽〮 붓글〮 ᄯᅳ라〮
又方以淳酒吹內兩鼻中{{*|}}
ᄯᅩ 됴〮ᄒᆞᆫ 술로 두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鼠屎末服如黍米不能飮之以少水和內喉中{{*|}}
ᄯᅩ〮 쥐ᄯᅩᆼᄋᆞᆯᄇᆞᆺ아〮 기자ᇰᄡᆞᆯ〮만〮 머구〮ᄃᆡ〮 먹디〮 몯〯거든〮 믈〮져〯기 ᄒᆞ〮야〮 프〮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簡方被鬼擊用竈心土爲末每服二錢新汲水調下及以少許吹鼻中{{*|}}
귓거싀〮게 마ᄌᆞ〮닐〮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먹그〮며 져〯기 고해〮 불〯라〮
又方{{*|恍惚見鬼}}發狂用平胃散加辰砂末棗湯調服{{*|}}
ᄯᅩ 어즐ᄒᆞ〮야〮 귓것 보〮아〮 미치〮거든〮平뼈ᇰ胃ᅌᅱᆼ〮散산〮 애〮 朱즁砂상ㅅᄀᆞᆯᄋᆞᆯ〮 녀허〮 大땡〮棗조ᇢ〯湯타ᇰ애〮 프〮러 머그〮라〮
又方中惡客忤卒死者用皂角末吹鼻或硏韭汁灌耳中以艾灸臍中百壯{{*|}}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닐〮 皂쪼ᇢ〯角각〮ㅅ ᄀᆞᆯᄋᆞᆯ〮 고해〮 불〯라〮 시혹〮 염〮굣〮 즈〮블 ᄀᆞ〮라 귀예〮 븟고〮 ᄡᅮ〮그로〮 ᄇᆡᆺ보ᄀ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붓글〮 ᄯᅳ〮라〮
又方中惡客忤垂死用射香一錢硏和醋二合服之卽差{{*|}}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죽ᄂᆞ닐〮 射썅〮香햐ᇰ ᄒᆞᆫ 돈〯 ᄀᆞ라 초에〮 프〮러 두〮 호ᄇᆞᆯ〮 머그〮면〮 즉재 !둍〯!됻〯!ᄂᆞ〮니라〯
壽域神方凡卒死或先病痛或常寢臥忽絶皆是中惡救之以葱黃心刺入鼻內男左女右入深五寸若目中出血佳又用葱管吹其兩耳兩鼻孔中{{*|}}
믈읫 믄득〮 주구〮미 시혹〮 몬져 病!뼝〮!뼈ᇰ〮!을〮 알커나〮 시혹〮샤ᇰ녜〮 자다가〮 믄득〮 죽ᄂᆞ니〮 다〯 이〮 中듀ᇰ〮惡ᅙᅡᆨ〮이〮니〮 救구ᇢ〮호〯ᄃᆡ〮 팟〮 누른〮엄〯으〮로〮 고 안해〮 녀호〮ᄃᆡ〮 남지는〮 왼〯녁 겨〯지븐〮 올〮ᄒᆞᆫ녀긔〮 기피〮 五ᅌᅩᆼ〯寸촌〮이〮들〮에〮 ᄒᆞ〮야〮 ᄒᆞ〮다가〮 누내〮 피〮나면〮 됴〮ᄒᆞ니라〮 ᄯᅩ〮 팟〮 니〮프로〮 두〯 귀〮와〮 두〯 곳〮굼글〮 불〯라〮
又方取小便灌其口數遍卽能語{{*|}}
ᄯᅩ〮 小쇼ᇢ〯便뼌을〮 이베〮 브ᅀᅩ〮믈〮 두〯ᅀᅥ〮 번 ᄒᆞ면〮 곧〮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中惡短氣欲死灸足兩大𧿹趾上甲後聚毛中各十四壯不愈再灸十四壯{{*|}}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뎔어〮 죽ᄂᆞ닐〮두〮 발〮엄지〮가〮락 톱〮 뒷〯 털〮 난ᄯᅡ〮ᄒᆞᆯ〮 열〯네〯 붓곰〮 ᄯᅮ〮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시〮 열〮네〯 붓글〮 ᄯᅳ〮라〮
又方驚怖死者用溫酒灌之卽蘇{{*|}}
ᄯᅩ 놀〮라 주그〮닐〮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鬼魘鬼打第六==
經驗良方其證初到客舍或官驛及久無人居冷房睡中覺鬼物魘打但聞其人吃吃作聲便令人呌喚如呌不醒此乃鬼魘也湏臾不救則死 牛黃 雄黃{{*|各一錢}}朱砂{{*|半錢}}巳上各硏爲細末和勻每挑一錢許床下燒次挑一錢用酒調灌之如無前藥用桃柳枝取東邊各三七寸煎湯三盞候溫倂灌服又無桃柳枝用竈心土搥碎爲細末每服二錢新汲井花水調灌更挑半指甲許吹入鼻中更用艾灸人中穴在鼻下幷灸兩脚大拇指內離甲一薤葉許各灸一七壯卽活{{*|}}
그 證지ᇰ〮이〮 客ᄏᆡᆨ舍상〮ㅣ어나〮 시혹〮 驛역〯이〮어나〮 오래〮 사〯ᄅᆞᆷ 업〯슨〮 ᄎᆞᆫ〮 房바ᇰ의〮 자〮다가 귓거시〮 누르며툐ᄆᆞᆯ〮 아라〮 오직〮 그 사〯ᄅᆞ미〮헐헐ᄒᆞᆯ 소릴〮 듣고〮 곧〮 사〯ᄅᆞ〮ᄆᆞ로〮 브르게〮 !ᄒᆞᆯ〮!훌〮!디니〮블로〮ᄃᆡ〮 ᄭᆡ디〮 아니〮ᄒᆞ면〮 이〮 귓거시〯 눌〯로〮미니〮 아니〮한〮 ᄉᆞᅀᅵ〮ᄅᆞᆯ〮 救구ᇢ〮티〮 아니〮ᄒᆞ면〮 죽ᄂᆞ니〮 牛ᅌᅮᇢ黃ᅘᅪᇰ과 雄ᅘᅮᇰ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돈〯과〮 朱즁砂상 半반〮 돈〯ᄋᆞᆯ〮 各각〮各각〮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골오〮 섯거〮 ᄒᆞᆫ 돈〯만〮 ᄯᅥ〮 사ᇰ 아래〮 ᄉᆞᆯ〮오〯 !비!버!거〮 ᄒᆞᆫ 돈〯ᄋᆞᆯ〮 수레〮 프〮러〮 머기〮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복〮샤ᇰ화나모와〮 버드〮나못 가〮지ᄅᆞᆯ〮 東도ᇰ녁긔〮칠 各각〮各각〮 세〯닐굽〮 寸촌〮ᄋᆞᆯ〮 가져〮다가〮 므〮?레? 글혀〮 세〯 盞잔〮ᄋᆞᆯ〮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복?샤ᇰ?화나모 버듨〮가〮지 업〯거든〮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누〯!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른〮!룬〮! 井졍〯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머기〮고〮 ᄯᅩ〮 半반〮 소ᇇ톱만〮 ᄯᅥ〮 고해〮 부러〮 드〮리고〮 ᄯᅩ〮 ᄡᅮ〮그로〮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ᄯᅳ〮고〮 두〯 !밠〮!뱘〯! !염!엄!지〮가락〮 안해〮 밠〮토〮브로〮 ᄒᆞᆫ 부〯ᄎᆡᆺ닙〮 만〮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ᄒᆞᆫ닐굽〮 붓글〮 ᄯᅳ〮면〮 곧〮 사〯ᄂᆞ〮니라〮
千金方治鬼擊雞屎白{{*|如棗大}}靑花麻一把{{*|卽常用麻}}右二味以酒七升煮取三升熱服須臾發汗若不汗熨斗盛火灸兩脇下使熱汗出愈{{*|}}
귓것 티닐 고툐ᄃᆡ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것 대초만과 삼 ᄒᆞᆫ 줌과 두 가지ᄅᆞᆯ 술 닐굽 되로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더우닐 머그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ᄯᆞᆷ나ᄂᆞ니 ᄒᆞ다가 ᄯᆞᆷ나디 아니커든다리우리예 블 다마 두 녁 녀블ᄧᅬ야 덥게 ᄒᆞ면 ᄯᆞᆷ나면 됻ᄂᆞ니라
聖惠方卒魘忌燈火照照則神魂遂不復入乃至於死人有於燈光前魘者本在明處是以不忌火也{{*|}}
ᄀᆞ오누르이닐 블혀 뵈요미 몯ᄒᆞ리니 블 뵈면 넉시 도로 드디 아니ᄒᆞ야 죽ᄂᆞ니라 블 현 ᄃᆡ 이셔 ᄀᆞ오누르이닌본ᄅᆡ ᄇᆞᆯᄀᆞᆫ ᄃᆡ 이실ᄉᆡ 블 혀미 므던ᄒᆞ니라
治卒魘昏昧不覺方右以皂莢末用細竹管吹兩鼻中卽起三兩日猶可吹之{{*|}}
믄득 ᄀᆞ오누르여 ᄎᆞ림 몯ᄒᆞ거든皂쪼ᇢ莢겹 ᄀᆞᆯᄋᆞᆯ ᄀᆞᄂᆞᆫ 대로 두 곳굼긔 불면 즉재니ᄂᆞ니 잇사ᄋᆞ래도 어루 불리라
又方治卒魘右以雄黃細硏以蘆管吹入兩鼻中桂心末亦得{{*|}}
ᄯᅩ 과ᄀᆞᆯ이ᄀᆞ오눌엿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ᄀᆞᆯ로 부러 두 고해 녀흐라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ᄅᆞ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菖蒲末吹兩鼻中以桂末納於舌下亦得{{*|}}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불오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ᆯ 혀 아래 녀후미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雄黃如棗核大繫於左臂令人終身不魘寐也{{*|}}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ᆼᄋᆞᆯ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ᄒᆞ닐 왼녁ᄇᆞᆯᄒᆡ ᄃᆞ라 두면 사ᄅᆞᄆᆞ로 죽ᄃᆞ록 ᄀᆞ오누르이디 아니케 ᄒᆞᄂᆞ니라
又方服猪脂如雞子大卽差未差再服{{*|}}
ᄯᅩ 猪뎡脂징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 됴티 아니커든 다시 머그라
備急大全良方療臥忽不悟愼勿以火照則殺人但唾其面更痛囓足大拇指甲際卽省更以半夏末吹入鼻中更以韭葉擣取自然汁灌鼻孔中冬月用韭根擣取自然汁灌卽活{{*|}}
자다가 ᄭᆡ디 몯ᄒᆞ닐 고툐ᄃᆡ 자ᇝ간도 블 혀 뵈디마롤디니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오직 ᄂᆞᄎᆡ 춤받고 ᄯᅩ 발엄지가락 톱 ᄉᆞᅀᅵᄅᆞᆯᄆᆡ이 믈면 즉재 ᄭᆡᄂᆞ니라 ᄯᅩ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곳굼긔 불오 ᄯᅩ 부ᄎᆡᆺ 니플 디허 즈브로 곳굼긔 브ᅀᅳ라겨ᅀᅳ렌 부ᄎᆡᆺ 불휘ᄅᆞᆯ 디허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取츙ᄒᆞ야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卒死第七==
千金方治卒死無脉牽牛臨鼻上二百息牛舐必瘥牛不肯舐着塩汁塗面上牛卽肯舐{{*|}}
가ᄀᆞ기 주거 脉ᄆᆡᆨ업스닐 고툐ᄃᆡ 쇼ᄅᆞᆯ잇거 고 우희 다혀 二ᅀᅵᆼ百ᄇᆡᆨ 버ᄂᆞᆯ숨쉬울디니 ᄉᆈ 할ᄒᆞ면 반ᄃᆞ기 됻ᄂᆞ니라쇼옷 할티 아니커든 소곰므를 ᄂᆞᄎᆡ ᄇᆞᄅᆞ면 ᄉᆈ 곧 할ᄂᆞ니라
又方馬屎絞取汁飮之無新者水和乾者亦得{{*|}}
ᄯᅩ ᄆᆞᆯᄯᅩᇰᄋᆞᆯ ᄧᅡ 즈블 取츙ᄒᆞ야 마시라 새 업거든 므레 ᄆᆞᄅᆞ닐 프러도 ᄯᅩ 됴ᄒᆞ니라
肘後方乾者以人溺解之{{*|}}
ᄆᆞᄅᆞ닌 사ᄅᆞᄆᆡ 오조ᄆᆞ로 플라
又方灸熨斗熨兩脇下又治尸厥{{*|}}
ᄯᅩ 다리우릴 데여 두 녀블 울ᄒᆞ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針閒使各百餘息又灸鼻下人中又治尸厥{{*|}}
ᄯᅩ閒간使ᄉᆞᆼ ᄅᆞᆯ 針짐호ᄃᆡ 一ᅙᅵᇙ百ᄇᆡᆨ 숨 남ᄌᆞ기 ᄒᆞ고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ᄯᅳ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方治五絶夫五絶者一曰自縊二曰墻壁壓迮三曰溺水四曰魘寐五曰産婦乳絶取半夏一兩細下篩吹一大豆許內鼻中卽活心下溫者一日亦可活{{*|}}
ᄯᅩ 다ᄉᆞᆺ 주그닐 고티ᄂᆞ니 ᄒᆞ나ᄒᆞᆫ 목 ᄆᆡ야 주그니오 둘흔 담지즐이니오 세흔 므레 ᄲᅡ디니오 네흔ᄀᆞ오누르이니오 다ᄉᆞᄉᆞᆫ 아기나타가 주그니니 半반夏ᅘᅡᆼ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처 큰 콩 낫만 ᄒᆞ닐 곳굼긔 부러 녀흐면 즉재 사ᄂᆞ니 가ᄉᆞ미 ᄃᆞᄉᆞ닌ᄒᆞᆯ리라도 ᄯᅩ 어루 살리라
聖惠方卒死中惡及尸厥以緜漬好酒手挼汁令入鼻中幷持其手足莫令驚動{{*|}}
과ᄀᆞᆯ이 주그니와 中듀ᇰ惡ᅙᅡᆨᄒᆞ니와 尸싱厥궈ᇙᄒᆞ니ᄅᆞᆯ소오ᄆᆞ로 됴ᄒᆞᆫ 술저져 소ᄂᆞ로 汁집을ᄲᅡ 곳굼긔 들에 ᄒᆞ고 손바ᄅᆞᆯ 자바 놀라디 아니케 ᄒᆞ라
又方擣韮取汁以灌口中{{*|}}
ᄯᅩ 부ᄎᆡᄅᆞᆯ 디허 汁집을 取츙ᄒᆞ야 이베 브ᅀᅳ라
又方取猪膏如雞子大以醋一合煮沸灌喉中良{{*|}}
ᄯᅩ 猪뎡膏고ᇢ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醋총 ᄒᆞᆫ 호배 글혀 모ᄀᆡ 브ᅀᅳ면 됴ᄒᆞ니라
又方卒死而壯熱者用白礬半斤以水二豆斗煮消以漬脚卽活{{*|}}
ᄯᅩ 과ᄀᆞᆯ이 죽고 壯자ᇰ히 熱ᅀᅧᇙᄒᆞ닐白ᄈᆡᆨ礬뻔 半반 斤근ᄋᆞᆯ 믈 두 마래 글혀 노겨허튀ᄅᆞᆯ ᄃᆞᄆ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用小便灌其面卽能迴語{{*|}}
ᄯᅩ 小쇼ᇢ便뼌으로 ᄂᆞᄎᆡ ᄲᅳ리면 즉재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以雄雞頭取血以塗其面乾復塗之{{*|}}
ᄯᅩ 수ᄃᆞᆯᄀᆡ 머리엣 피 내아 ᄂᆞᄎᆡ ᄇᆞᄅᆞ고 ᄆᆞᄅᆞ거든 다시 ᄇᆞᄅᆞ라
又方治忤打死心稍暖取葱白納於下部中及鼻中湏臾卽活{{*|}}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ㅣ어나귓거시 텨 주그니 가ᄉᆞ미져기 ᄃᆞᆺᄒᆞ닐 고툐ᄃᆡ 파ᄒᆞᆯ밋구무와 곳굼긔 녀흐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사ᄂᆞ니라
又方治卒客忤不能言桔梗末一兩射香末一分右二味更硏令勻每服二錢以溫水調下{{*|}}
ᄯᅩ 과ᄀᆞᆯ이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말 몯ᄒᆞ거든桔겨ᇙ梗겨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ᄒᆞᆫ 分뿐을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머기라
千金方治一切卒死灸臍中百壯{{*|}}
一ᅙᅵᇙ切쳐ᇙ 과ᄀᆞᆯ이 주그닐 고툐ᄃᆡ ᄇᆡᆺ복을 百ᄇᆡᆨ壯자ᇰ을 ᄯᅳ라
==卒心痛第八<sub>腹痛附</sub>==
聖惠方治卒心痛氣悶欲絶面色靑四肢逆冷釅醋{{*|一合}}雞子{{*|一枚打破}}右件相和攪勻煖過頓飮之{{*|}}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 알파 氣킝分분이닶가와 주거가 ᄂᆞ치 프르고 四ᄉᆞᆼ肢징 ᄎᆞ닐 고툐ᄃᆡ 醋총 ᄒᆞᆫ 홉과 ᄃᆞᆯᄀᆡ알 ᄒᆞᆫ 나ᄎᆞᆯᄣᆞ려 섯거 골오 프러 ᄃᆞ시 ᄒᆞ야 다 머기라
又方白艾二兩熟者右以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分爲三服稍熱服之{{*|}}
ᄯᅩ ᄒᆡᆫ ᄡᅮᆨ 두 兩랴ᇰ니기 디후닐 믈 두 큰잔애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세 服뽁애 ᄂᆞᆫ화 져기 더우닐 머그라
經驗良方布衷塩如彈丸大燒令赤溫酒化服溫水亦得{{*|}}
뵈로 소고ᄆᆞᆯ 탄ᄌᆞ만ᄢᅳ려 ᄉᆞ라 븕게 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그라 ᄃᆞᄉᆞᆫ 믈도 ᄯᅩ ᄒᆞ리라
壽域神方草菓 玄胡索 乳香 沒藥 五靈脂{{*|各等分}}右爲末每服二錢溫酒調下{{*|}}
草초ᇢ菓광와玄ᅘᆑᆫ胡ᅘᅩᆼ索짝 과乳ᅀᅲᆼ香햐ᇰ 과 沒모ᇙ藥약과五ᅌᅩᆼ靈려ᇰ脂징 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기라
又方桃白皮煮汁宜空腹服之{{*|}}
ᄯᅩ 복샤ᇰ화나못 ᄒᆡᆫ 거츨 글혀 汁집을 空고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生香油半合溫服妙{{*|}}
ᄯᅩ ᄎᆞᆷ기름 半반 호블 ᄃᆞ시 ᄒᆞ야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令病人當戶坐若男病婦人與水一柸飮之若女病男子與水一柸飮之用新汲水尤佳{{*|}}
ᄯᅩ 病뼈ᇰ人ᅀᅵᆫ으로이페 안치고 ᄒᆞ다가 남지니 病뼈ᇰ커든 겨지비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고 ᄒᆞ다가 겨지비 病뼈ᇰ커든 남지니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라 ᄀᆞᆺ 기룬 므리 더 됴ᄒᆞ니라
又以蜜一分水二分飮之亦妙{{*|}}
ᄯᅩ ᄢᅮᆯ ᄒᆞᆫ 分분과 믈 두 分분을 마쇼미ᄯᅩ 됴ᄒᆞ니라
又方治腹痛細嚼石菖蒲飮凉水送下妙{{*|}}
ᄯᅩ ᄇᆡ알힐 고툐ᄃᆡ 石쎡菖챠ᇰ蒲뽕ᄅᆞᆯ ᄂᆞ로니 십고 ᄎᆞᆫ 므를 마셔ᄂᆞ리오미 됴ᄒᆞ니라
又方掘地上作一小坑以水滿坑中熟絞取汁飮之{{*|}}
ᄯᅩ ᄯᅡ해 ᄒᆞᆫ 져고맛 구들 ᄑᆞ고 믈로 구데 ᄀᆞᄃᆞ기 븟고 니기 후ᇰ두ᅌᅧ 汁집을 取츙ᄒᆞ야 마시라
又方令人騎其腹溺臍中{{*|}}
ᄯᅩ 사ᄅᆞ미 그 ᄇᆡᄅᆞᆯ 타 안자 ᄇᆡᆺ보개 오좀 누게 ᄒᆞ라
又方針手足十指頭出血灸臍中七七壯{{*|}}
ᄯᅩ 손발 열 가락 그틀 針짐ᄒᆞ야 피내오 ᄇᆡᆺ보ᄀᆞᆯ 七치ᇙ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治心腹俱脹疼痛氣短欲死或已絶者取梔子十四枚豉五合以水二盞先煮豉取一盞半去滓入梔子再煎取一盞去渣服半盞不愈盡服之{{*|}}
ᄯᅩ 가ᄉᆞᆷ ᄇᆡ 다 탸ᇰ만ᄒᆞ야 알ᄑᆞ고 氣킝分분이 뎔어 죽ᄂᆞ니와 시혹 ᄒᆞ마 주그닐 고툐ᄃᆡ梔징子ᄌᆞᆼ 열네 낫과 젼국 다ᄉᆞᆺ 호블 믈 두 잔ᄋᆞ로 몬져 젼국 글혀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滓ᄌᆡᆼ 앗고 梔징子ᄌᆞᆼ 녀허 다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츄ᇢᄒᆞ야 즛의 앗고 半반 잔ᄋᆞᆯ 머구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 머그라
又方治卒心腹煩滿疼痛欲死者以熱湯浸手足妙冷再換{{*|}}
ᄯᅩ 과ᄀᆞᆯ이 가ᄉᆞᆷ ᄇᆡ 煩뻔滿만ᄒᆞ여 알파 죽ᄂᆞ닐 고툐ᄃᆡ 더운 므레 손바ᄅᆞᆯᄃᆞᆷ고미 됴ᄒᆞ니 ᄎᆞ거든 다시 ᄀᆞᆯ라
又方卒煩滿嘔逆灸乳下一寸七壯卽愈{{*|}}
ᄯᅩ 과ᄀᆞᆯ이 煩뻔滿만ᄒᆞ야吐통逆ᅌᅧᆨ ᄒᆞ거든 졋 아랫 ᄒᆞᆫ 寸촌ᄋᆞᆯ 七칧壯장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兩手大母指內邊爪後第一紋頭各一壯又灸兩手中指爪下一壯卽愈{{*|}}
ᄯᅩ 두 손 엄지가락 안녁 소ᇇ토ᄇᆞ로셔 첫 그ᇝ 그틀 各각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ᄯᅩ 두 손 가온ᄃᆡᆺ 가락 소ᇇ톱 아래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九種心痛取當大歲上新生槐枝一握去兩頭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
아홉가짓가ᄉᆞᆷ알힐 고툐ᄃᆡ大땡歲ᄉᆒᆼ方바ᇰ앳 올ᄒᆡ 난회홧가지 ᄒᆞᆫ우희윰을 두 녁 그틀 버히고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治卒中惡心痛 苦參{{*|三兩}}㕮咀以好醋一升半煮取八合强者頓服老小分二服{{*|}}
ᄯᅩ 과ᄀᆞᆯ이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 알ᄂᆞ닐 고툐ᄃᆡ苦공參ᄉᆞᆷ 석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됴ᄒᆞᆫ 醋총 ᄒᆞᆫ 되 半반ᄋᆞ로 글혀 여듧 호ᄇᆞᆯ 取츙ᄒᆞ야 强가ᇰᄒᆞ닌 다 먹고 늘그니와 져므니ᄂᆞᆫ둘헤 상30ㄴᄂᆞᆫ화 머그라
又方桂心{{*|一兩}}㕮咀以水四升煮取一升半分二服{{*|}}
ᄯᅩ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넉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그라
==霍亂吐瀉第九<sub>沙證附</sub>==
經驗良方始因飮冷或胃寒或失飢或大怒或乘舟車傷動胃氣令人上吐上吐不止令人下瀉吐瀉倂作遂成霍亂頭旋眼暈手脚轉筋四肢逆冷用藥遲緩湏臾不救吳茱萸 木瓜 食塩{{*|各半兩}}右三味同炒令焦先用磁甁盛水三升煮令百沸却入前藥同煎至二升已下傾一盞冷熱隨病人意與服藥入卽醒{{*|}}
처ᅀᅥ믜 ᄎᆞᆫ믈 마쇼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치위에 ᄃᆞᆫ니거나 시혹 ᄇᆡ 골커나 시혹 너무 怒농커나 시혹 ᄇᆡ와 술위와타 胃ᅌᅱᆼ氣킝ᄅᆞᆯ 傷샤ᇰᄒᆞ면 사ᄅᆞ미 우흐로 吐통케 ᄒᆞᄂᆞ니 우흐로 吐통호ᄆᆞᆯ그치디 몯ᄒᆞ면 사ᄅᆞ미 아래로즈츼에 ᄒᆞᄂᆞ니 吐통와 즈츼유미 ᄒᆞᆫᄢᅴ니르와ᄃᆞ면 霍확亂란이 ᄃᆞ외야 머리휫두르며 누니 휫두르며 손밠 히미올ᄆᆞ며 四ᄉᆞᆼ肢징 ᄎᆞᄂᆞ니 藥약ᄋᆞᆯ디마니 ᄒᆞ면 상31ㄴ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吳ᅌᅩᆼ茱쓩萸융 와木목瓜광 와 소곰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 ᄃᆡ봇가 눋게 ᄒᆞ야 몬져 沙상甁뼈ᇰ에 믈 서 되ᄅᆞᆯ 다마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커든 알ᄑᆡᆺ 藥약ᄋᆞᆯ 녀허 ᄒᆞᆫᄃᆡ 글혀 두 되예 니를어든 ᄒᆞᆫ 잔ᄋᆞᆯ 브ᅀᅥ ᄎᆞ며 더우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ᄠᅳ들 조차 주어 머기면 藥약이 들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倉卒無前藥用枯白礬爲末每服一大錢百沸湯點服{{*|}}
ᄒᆞ다가 時씽急급ᄒᆞ야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枯콩白ᄈᆡᆨ礬뻔 을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큰 돈ᄋ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如無白礬只用塩一撮醋一盞同煎至八分溫服或塩梅醎酸等物皆可煮服{{*|處方本以鹹醋二物煮}}{{*|}}
ᄒᆞ다가 白ᄈᆡᆨ礬뻔이 업거든 소곰 ᄒᆞᆫ져붐과 醋총 ᄒᆞᆫ 잔ᄋᆞᆯ ᄒᆞᆫᄃᆡ 글혀 여듧 分뿐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고 시혹 소고미나梅ᄆᆡᆼ實씨ᇙ 이나 ᄧᆞᆫ 것과싄 것ᄃᆞᆯ히 다 어루 글혀 머귤디니라
又方脚手轉筋赤蓼莖葉細切三合水四合酒二合同煎取四合分作二溫服{{*|}}
ᄯᅩ 발 손 히미 옮거든 블근 엿귓 줄기와 닙과ᄅ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라 세 홉과 믈 너 홉과 술 두 홉과 ᄒᆞᆫᄃᆡ 글혀 네 호블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脚轉筋用大蒜磨脚心令遍熱卽差{{*|}}
ᄯᅩ 밠 상32ㄴ히미 옮거든 굴근 마ᄂᆞᄅᆞᆯ 밠바다ᅌᅢ ᄲᅵ븨여 두루 덥게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絞腸沙痛不可忍或展轉在地或起或仆其膓絞縮在腹此是中毒之深湏臾能令人死古方名乾霍亂急用塩一兩熱湯調灌入病人口中塩氣一到腹其痛卽定又將石沙炒令赤色冷水淬之良久澄淸水一二合服之愈{{*|}}
ᄯᅩ絞교ᇢ腸땨ᇰ沙상 ㅣ 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야 시혹 ᄯᅡ해 그울며 시혹 닐며 시혹 업더디여 그膓땨ᇰ 이 ᄇᆡ예뷔트러 움주쥐여 잇ᄂᆞ상33ㄱ니 이 毒독ᄋᆞᆯ 마조미 기퍼 아니한 ᄉᆞᅀᅵ예 사ᄅᆞ미 죽게 ᄒᆞᄂᆞ니 녯 方바ᇰ文문에 일후미 乾간霍확亂롼이니 ᄲᆞᆯ리 소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 므레 프러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이베 브ᅀᅳ라 소고ᇝ 氣킝分분이 ᄇᆡ예 들면 그 알포미 곧 긋거든 ᄯᅩ호ᄀᆞᆫ 돌ᄒᆞᆯ 봇가 븕게 ᄒᆞ야 ᄎᆞᆫ므레 ᄃᆞᆷ가안초아 ᄆᆞᆯ겨 그 믈 ᄒᆞᆫ두 호블 머그면 됻ᄂᆞ니라
葛氏備急方霍亂煩悶湊滿者用塩納臍中灸二七壯{{*|}}
霍확亂롼ᄒᆞ야 닶가와 탸ᇰ만ᄒᆞ닐 소고ᄆᆞᆯ ᄇᆡᆺ보개 녀코 二ᅀᅵᆼ七치ᇙ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霍亂心腹脹痛者服乾薑屑三方寸匕{{*|}}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탸ᇰ만ᄒᆞ야 알ᄂᆞ닐 乾간薑가ᇰㅅ ᄀᆞᆯᄋᆞᆯ세 수를 머기라
又方小蒜一升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之{{*|}}
ᄯᅩ 호ᄀᆞᆫ 마ᄂᆞᆯ ᄒᆞᆫ 되ᄅᆞᆯ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生薑}}一斤切以水七升煮取二升分爲三服{{*|}}
ᄯᅩ 生ᄉᆡᇰ薑가ᇰ ᄒᆞᆫ 斤근을 사ᄒᆞ라 믈 닐굽 되로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세헤 ᄂᆞᆫ화 머그라
又方若轉筋桂半夏等分末方寸匕水一升和服{{*|}}
ᄯᅩ 히미 올ᄆᆞ닐 桂ᄀᆒᆼ皮삥와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수를 믈 ᄒᆞᆫ 되예 프러 머그라
又方生大豆屑酒和服方寸匕{{*|}}
ᄯᅩ ᄂᆞᆯ콩 ᄭᆞᆯᄋᆞᆯ 수레 프로ᄃᆡ ᄒᆞᆫ 수상34ㄱ를 머그라
又方治霍亂吐下後大渴多飮則殺人以黃米{{*|卽黍米}}五升水一斗煮之令得三升澄淸稍稍飮之莫飮餘物也{{*|}}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吐통下ᅘᅡᆼᄒᆞᆫ 後ᅘᅮᇢ에 ᄀᆞ자ᇰ 목 ᄆᆞᆯ라 믈 하 머그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기자ᇰᄡᆞᆯ 닷 되ᄅᆞᆯ 믈 ᄒᆞᆫ 마래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ᄆᆞᆰ안초아 젹젹 먹고 다ᄅᆞᆫ 믈 먹디 마롤디니라
又方治霍亂轉筋垂死敗蒲席一握細剉漿水一盞煮汁溫溫頓服{{*|}}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히미 올마 죽ᄂᆞ닐 고툐ᄃᆡ 헌 부들 지즑 ᄒᆞᆫ 우후믈 ᄀᆞᄂᆞ리 사ᄒᆞ라漿쟈ᇰ水ᄉᆔᆼ ᄒᆞᆫ 盞잔애 글혀 汁집을 ᄃᆞ시ᄒᆞ상34ㄴ야 다 머그라
直指方霍亂吐瀉心腹作痛用炒塩二梡紙包紗護頓其胸前幷腹肚上以熨斗火熨氣透卽蘇續又以炒塩熨其背{{*|}}
霍확亂롼 吐통瀉샹 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커든 봇ᄀᆞᆫ 소곰 두보ᅀᆞᄅᆞᆯ 죠ᄒᆡ에 ᄡᆞ고 紗상로 ᄢᅳ려 가ᄉᆞᆷ과 ᄇᆡ예고 다리우리로 블 다마 다려 氣킝分분이ᄉᆞᄆᆞᄎ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ᄯᅩ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드ᇰ을 熨ᅙᅮᇙᄒᆞ라
聖惠方霍亂吐不止欲死 生薑{{*|二兩}}牛糞三合右以水三大盞煎至一盞半去滓分溫三服{{*|}}
霍확亂롼ᄒᆞ야 吐통ᄅᆞᆯ 그치디 몯ᄒᆞ야 죽ᄂᆞ닐 生ᄉᆡᇰ薑가ᇰ 두 兩랴ᇰ과 ᄉᆈᄯᅩᇰ 서 호ᄇᆞᆯ 믈 세 큰 盞잔애 글혀 ᄒᆞᆫ 盞잔 半반애 니르커든 滓ᄌᆡᆼ 잇고 ᄃᆞ시 ᄒᆞ야 세 버네 머그라
經驗秘方治霍亂吐瀉丁香七枚細嚼新汲水送下如不能嚼硏細涼水調下亦可{{*|}}
霍확亂롼 吐통瀉샹ᄅᆞᆯ 고툐ᄃᆡ丁뎌ᇰ香햐ᇰ 닐굽 나ᄎᆞᆯ ᄂᆞ로니 십고 ᄀᆞᆺ 기룬 믈로 ᄂᆞ리오ᄃᆡ ᄒᆞ다가 십디 몯거든 ᄀᆞᄂᆞ리 ᄀᆞ라 ᄎᆞᆫ므레 프러 ᄂᆞ리옴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菉豆 胡椒{{*|各七七粒}}右擣爲末新汲水調服不拘時{{*|}}
ᄯᅩ菉록豆뚜ᇢ 와胡ᅘᅩᆼ椒죠ᇢ 와 各각 닐굽닐굽 나ᄎᆞᆯ 디허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 머구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말라
醫方集成姜塩飮治乾霍亂欲吐不吐欲瀉不瀉 塩{{*|一兩}}生薑{{*|切半兩}}右同炒令色變以水一梡煎溫服甚者加童子小便一盞{{*|}}
薑가ᇰ塩염飮ᅙᅳᆷ 은 乾간霍확亂롼이 吐통코져 호ᄃᆡ 吐통티 몯ᄒᆞ고 즈츼오져 호ᄃᆡ 즈츼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소곰 ᄒᆞᆫ 兩랴ᇰ과 生ᄉᆡᇰ薑가ᇰ 사ᄒᆞ로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ᄃᆡ 봇가 비치 다ᄅᆞ거든 믈 ᄒᆞᆫ 보ᅀᆞ로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甚씸ᄒᆞ니란 아ᄒᆡ 오좀 ᄒᆞᆫ 盞잔상36ㄱᄋᆞᆯ 조쳐 머기라
壽域神方霍亂已死上屋喚魂以諸治皆至而猶不差捧病覆臥之伸兩臂對以繩度兩肘尖頭依繩下夾背脊大骨空中去脊各一寸灸之百壯不治者可灸肘椎已試數百人皆灸畢卽起坐驗{{*|}}
霍확亂롼ᄒᆞ야 ᄒᆞ마 죽거든 집 우희 올아 넉슬 브르고 여러가짓 고툐ᄆᆞᆯ 다 호ᄃᆡ ᄉᆞᆫᄌᆡ 됴티 아니커든 病뼈ᇰᄒᆞ닐업더리와다 뉘이고 두 ᄇᆞᆯᄒᆞᆯ 펴고 노ᄒᆞ로 두 ᄇᆞᆯ톡 그틀 견주고 노ᄒᆞᆯ브터 드ᇰᄆᆞᄅᆞᆺ ᄲᅧ를 상36ㄴᄢᅧ 가온ᄃᆡ 뷔우고 드ᇰᄆᆞᆯᄅᆞ로셔 各각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ᅮᄃᆡ 됴티 아닌ᄂᆞ니란 肘듀ᇢ椎ᄄᆔᆼᄅᆞᆯ ᄯᅳ라 ᄒᆞ마 數슝百ᄇᆡᆨ人ᅀᅵᆫ을 디내요니 다ᄯᅩᆷ ᄆᆞᄎᆞ면 즉재 니러 안ᄌᆞ니라
又方治絞腸沙腹痛不可忍者嘔吐泄瀉及中署霍亂心煩渴不省人事兼治急心痛白蜜馬糞二味不以多少擂新水化下去滓頓服一碗雖曰穢汚却有神功無蜜亦可{{*|}}
ᄯᅩ 絞교ᇢ腸땨ᇰ沙상ㅣ ᄇᆡ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니와 吐통ᄒᆞ고즈츼ᄂᆞ니와 中듀ᇰ暑셩ᄒᆞ며 霍확亂롼ᄒᆞ야 ᄆᆞᅀᆞ미 煩뻔渴카ᇙ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ᄂᆞ상37ㄱ닐 고티고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알힐 조쳐 고티ᄂᆞ니 ᄒᆡᆫ ᄢᅮᆯ와 ᄆᆞᆯᄯᅩᇰ과 두 가지를 새 므레 프러 즛의 앗고 ᄒᆞᆫ 보ᅀᆞᄅᆞᆯ 다 머그라 비록 더러우나 神씬奇긩ᄒᆞᆫ 功고ᇰ이 잇ᄂᆞ니 ᄢᅮᆯ 업서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用收蠶子的舊紙一幅務要去蠶子潔淨燒灰爲末用熱酒調服立效{{*|}}
ᄯᅩ 누에ᄡᅵ 난 죠ᄒᆡ ᄒᆞᆫ 張댜ᇰᄋᆞᆯ 누에ᄡᅵᄅᆞᆯ 조히 업게 ᄒᆞ고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술로 프러 머그면 즉자히 됻ᄂᆞ니라
又方治急肚痛絞膓沙用久乾猪糞一塊如指頭大用砂仁二箇碾爲末白湯調服妙{{*|}}
ᄯᅩ 과ᄀᆞᆯ이 ᄇᆡ 알ᄑᆞᆫ 絞교ᇢ腸땨ᇰ沙상ᄅᆞᆯ 고툐상37ㄴᄃᆡ 오래 ᄆᆞᄅᆞᆫ 도ᄐᆡ ᄯᅩᇰ ᄒᆞᆫ 무저기 소ᇇ가락만 ᄒᆞ니와縮슉砂상 두 나ᄎ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尸厥第十==
經驗良方其證奄然死去四肢逆冷不省人事腹中氣走如雷鳴 焰焇{{*|半兩}}硫黃{{*|一兩}}右細硏如粉分作三服每服用好舊酒一大盞煎覺焰起傾於盞內盖着溫灌與服如人行五里又進一服不過二服卽醒兼灸頭上百會穴四十九壯兼臍下氣海丹田三百壯覺身體溫暖卽止{{*|}}
그 證지ᇰ이 믄득 죽거든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고 ᄇᆡ 안해 氣킝分분이ᄃᆞᆫ뇨ᄃᆡ 울에 ᄀᆞᆮᄒᆞ니 焰염焇쇼ᇢ 半반 兩랴ᇰ과硫류ᇢ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세 服뽁애 ᄂᆞᆫ화 ᄒᆞᆫ 服뽁애 됴ᄒᆞᆫ 무근 술 큰 ᄒᆞᆫ 잔애 글혀 焰염焇쇼ᇢㅣ 니러나거든 잔애 브ᅀᅥ 둡고 ᄃᆞ시 ᄒᆞ야 브ᅀᅥ 머기고 사ᄅᆞ미 五ᅌᅩᆼ里링예 갈 만ᄒᆞ야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 즉재 ᄭᆡᄂᆞ니 머릿 百ᄇᆡᆨ會ᅘᅬᆼ穴ᅘᆑᇙᄋᆞᆯ 四ᄉᆞᆼ十씹九구ᇢ 壯자ᇰᄋᆞᆯ ᄯᅳ고 臍쪵下ᅘᅡᆼ와氣킝海ᄒᆡᆼ 와丹단田뗜 ᄋᆞᆯ 三삼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ᅥ 모미 덥거든 말라
如無前藥用附子重七錢許炮熟去皮臍爲末分作二服每服用酒三盞煎至一盞溫服{{*|}}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附뿡子ᄌᆞᆼ 므긔 닐굽 돈 남ᄌᆞᆺᄒᆞ닐 炮뽀ᇢᄒᆞ야 니겨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細솅末마ᇙᄒᆞ야 ᄂᆞᆫ화 두 服뽁애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술 세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애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又無附子用生薑自然汁半盞酒一盞煎百沸倂灌二服{{*|}}
ᄯᅩ 附뿡子ᄌᆞᆼ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 半반 잔ᄋᆞᆯ 술 ᄒᆞᆫ 잔ᄋᆞᆯ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커든 조쳐 브ᅀᅩᄃᆡ 두 服뽁애 ᄒᆞ라
聖惠方治尸厥脉動而無氣氣閉不通故正如死聽其耳中脩脩有如嘯聲而股內暖者是也不治三日當死宜服朱砂丸 朱砂{{*|細硏}}雄黃{{*|細硏}}附子{{*|各三分炮裂去皮臍}}桂心{{*|一兩半}}巴豆{{*|二十枚去皮心硏}}右件藥擣羅爲末入硏了藥令勻煉蜜和丸如麻子大每服不計時候以粥飮下五丸不知更下二丸若利多則止之{{*|}}
尸싱厥궈ᇙ을 고툐ᄃᆡ 脉ᄆᆡᆨ이뮈유ᄃᆡ 氣킝分분 업스며 氣킝分분이 마켜 상39ㄴ通토ᇰ티 몯ᄒᆞᆯᄉᆡ 正져ᇰ히 주그니 ᄀᆞᆮᄒᆞ니 그 귀예 드로ᄃᆡ 脩슈ᇢ脩슈ᇢᄒᆞ야 ᄑᆞ라ᇝ 소ᄅᆡ ᄀᆞᆮ고 다리 안히 더우니 이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ᄋᆞᆳ마내 죽ᄂᆞ니 朱즁砂상丸ᅘᅪᆫᄋᆞᆯ 머귤디니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ᆯ오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나리 ᄀᆞᆯ오 附뿡子ᄌᆞᆼᄅᆞᆯ 各각 三삼分뿐을 炮뽀ᇢᄒᆞ야ᄢᅢ혀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桂ᄀᆒᆼ心심 ᄒᆞᆫ 兩랴ᇰ 半반과巴방豆뚜ᇢ 스믈 나ᄎᆞᆯ 것과 소ᄇᆞᆯ 앗고 ᄀᆞ라 이 藥약을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고 몬져 ᄀᆞ론 藥약ᄋᆞᆯ 녀허 골오 섯거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 지ᅀᅩᄃᆡ 열ᄡᅵ만 케 ᄒᆞ야 머규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粥쥭므레 다ᄉᆞᆺ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오고 아디 몯거든 다시 두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올디니 즈츼요ᄆᆞᆯ 하 ᄒᆞ야ᄃᆞᆫ 그치라
葛氏備急方尸蹶之病卒死而脉猶動灸鼻人中七壯又灸陰囊下去下部一寸百壯若婦人灸兩乳中閒又云爪刺人中良久又針人中至齒立起{{*|}}
尸싱厥궈ᇙㅅ 病뼈ᇰ이 과ᄀᆞᆯ이 주구ᄃᆡ 脉ᄆᆡᆨ이 ᄉᆞᆫᄌᆡ 動또ᇰᄒᆞᄂᆞ니 人ᅀᅵᆫ中듀ᇰ을 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고 ᄯᅩ陰ᅙᅳᆷ囊나ᇰ 아래 밋굼그로셔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ᄒᆞ다가 겨지비어든 두 졋 가온ᄃᆡᆯ ᄯᅳ라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소ᇇ토ᄇᆞ로 오래ᄣᅵᆯ어 시며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針짐호ᄃᆡ 니예 다ᄃᆞᆮ게 ᄒᆞ면 즉자히 니ᄂᆞ니라
又方菖蒲屑納鼻兩孔中吹之令人以桂屑着舌下{{*|}}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녀코 불오 사ᄅᆞ미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로 혀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熨其兩脅下取竈中墨如彈丸漿水和飮之湏臾三四{{*|}}
ᄯᅩ 두 녀블 熨ᅙᅮᇙᄒᆞ고 브ᅀᅥ븻 검듸여ᇰ을彈딴子ᄌᆞ 만 ᄒᆞ닐 가져 漿쟈ᇰ水ᄉᆔᆼ예 프러 머교ᄃᆡ 아니한 ᄉᆞᅀᅵ예 서너 번 ᄒᆞ라
又方針百會入三分補之又針足大指甲下內側去甲三分又足指甲上各入三分{{*|}}
ᄯᅩ 百ᄇᆡᆨ會ᅘᅬᆼᄅᆞᆯ 針짐호ᄃᆡ 三삼分뿐에 들에 ᄒᆞ야 補봉ᄒᆞ고 ᄯᅩ 밠 엄지가락톱 아래 안녁 겨틀 토ᄇᆞ로셔 三삼分뿐만 ᄒᆞᆫᄃᆡ 針짐ᄒᆞ고 ᄯᅩ 밠톱 우흘 상41ㄱ各각各각 三삼分뿐이 들에 針짐ᄒᆞ라
又方灸膻中穴二十八壯{{*|}}
ᄯᅩ 膻선中듀ᇰ穴ᅘᆑᇙ을 二ᅀᅵᆼ十씹八바ᇙ壯자ᇰ을 ᄯᅳ라
==纏喉風喉閉第十一<sub>喉腫舌腫失音附</sub>==
經驗良方其證先兩日胸膈氣緊取氣短促驀然咽喉腫痛手足厥冷氣閉不通頃刻不治 巴豆{{*|七粒三生四熟生者去殼生硏熟者去殼燈上燒存性}}雄黃一塊{{*|如皂角子大透明者細硏}}鬱金一箇{{*|蟬肚者硏爲末}}右三味硏末每服半字用茶淸兩呷許調下口噤咽塞用小竹管納藥吹入喉中湏臾吐利卽醒{{*|}}
그 證지ᇰ이 몬져 이트를 가ᄉᆞᇝ氣킝分분이 답답ᄒᆞ야 氣킝分분ᄋᆞᆯ 取츙호미 뎌르고 ᄌᆞᆺ다가 믄득 모기 븟고 손바리 ᄎᆞ고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고티디 몯ᄒᆞᄂᆞ니라 巴방豆뚜ᇢ 닐굽 나ᄎᆞ로 세흔 生ᄉᆡᇰ이오 네흔 니겨 生ᄉᆡᇰ으란 거피 밧겨 ᄀᆞᆯ오 니그니란 거피 밧기고 드ᇰ자ᇇ브레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라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기 皂쪼ᇢ角각 ᄡᅵ만 ᄒᆞ니 ᄉᆞᄆᆞᆺ ᄇᆞᆯᄀᆞ닐 ᄀᆞᄂᆞ리 ᄀᆞᆯ라鬱ᅙᅮᇙ金금 ᄒᆞᆫ 낫 ᄆᆡ야ᄆᆡ ᄇᆡ ᄀᆞᆮ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세 가짓 마ᄉ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字ᄍᆞᆼᄅᆞᆯ 머교ᄃᆡ 찻믈 두 머굼만 ᄒᆞᆫᄃᆡ 프러 ᄂᆞ리오라 입 마고믈오 모기 마고 븟거든 져근 대로ᇰ애 藥약ᄋᆞᆯ 녀허 목 안해 불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吐통ᄒᆞ고 즈츼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無前藥用川升麻四兩剉碎水四椀煎一椀灌服{{*|}}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川ᄌᆑᆫ升시ᇰ麻망 넉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네 보ᅀᆞ애 ᄒᆞᆫ 보ᅀᆡ ᄃᆞ외에 글혀 브ᅀᅳ라
又無川升麻用皂角三莖搥碎挼一盞灌服或吐或不吐卽安{{*|}}
ᄯᅩ 川ᄌᆑᆫ升시ᇰ麻망 업거든 皂쪼ᇢ角각 세 줄길 ᄯᅮ드려 ᄇᆞᆺ아 ᄒᆞᆫ 자내 프러 브ᅀᅳ라 시혹 吐통커나 시혹 吐통티 아니커나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朱氏集驗方吹喉散治咽喉腫痛 朴硝{{*|四兩別硏}}甘草{{*|一兩生末}}右硏勻每用半錢乾擦喉如腫甚用竹管子吹入喉中爲佳{{*|}}
吹ᄎᆔᆼ喉ᅘᅮᇢ散산 은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朴박硝쇼ᇢ 넉 兩랴ᇰᄋ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ᄒᆞᆫ 兩량ᄋᆞᆯ 生ᄉᆡᇰ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 半반 돈ᄋᆞᆯ ᄆᆞᄅᆞ닐 모긔 ᄇᆞᆯ로ᄃᆡ 브ᅀᅮ미 甚씸커든 대로ᅌᆞ로 부러 목 안해 드류미 됴ᄒᆞ니라
經驗秘方治懸壅暴腫 白礬 塩右等分爲末以筯頭點少許在懸壅上{{*|}}
목져지 과글이 브ᅀᅳ닐 고툐ᄃᆡ 白ᄈᆡᆨ礬뻔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졋가락 그테 져기 상43ㄱ무텨 목졋 우희 ᄇᆞᄅᆞ라
又方乾薑半夏等分爲末以少許着舌下{{*|}}
ᄯᅩ 乾간薑가ᇰ과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혀 아래 녀흐라
又方一字散主喉痺氣塞不通欲死者 雄黃{{*|一分別硏}}蝎梢{{*|七枚}}猪牙皂角{{*|七鋌}}白礬{{*|生硏一錢}}藜蘆{{*|一錢}}右細末每用一字吹入鼻中頑涎卽吐效{{*|}}
ᄯᅩ一ᅙᅵᇙ字ᄍᆞᆼ散산 은 모기 브ᅀᅥ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야 죽ᄂᆞ닐 主즁ᄒᆞ니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分뿐을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蝎허ᇙ梢쇼ᇢ 닐굽 낫과 皂쪼ᇢ角각 닐굽 鋌뗘ᇰ과 白ᄈᆡᆨ礬뻔 生ᄉᆡᇰᄒᆞ닐 ᄀᆞ라 ᄒᆞᆫ 돈과藜래蘆 롱 ᄒᆞᆫ 돈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부러 녀허 건추믈 吐통ᄒᆞ면 됻ᄂᆞ니라
又方喉閉深腫連頰吐氣數名馬喉閉馬㗸鐵{{*|一具}}右用水三盞煮一盞溫服又蒜塞耳鼻中{{*|}}
ᄯᅩ 모기 막고 ᄀᆞ자ᇰ 브ᅀᅥ ᄲᅡ매 닛고 氣킝分분을 吐통호미 ᄌᆞᄌᆞ면 일후미 ᄆᆞᆯ목브ᅀᅮ미니馬망含ᅘᅡᆷ쇠 ᄒᆞ나ᄒᆞᆯ 믈 세 잔ᄋᆞ로 ᄒᆞᆫ 잔 ᄃᆞ외에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마ᄂᆞᄅᆞᆯ 귀와 고해 고ᄌᆞ라
又方如聖散治舌腫喉痺 川芎 桔梗 薄苛葉 甘草 盆硝{{*|各等分}}右爲細末每用一錢乾摻{{*|}}
ᄯᅩ如ᅀᅧᆼ聖 셔ᇰ散산 은 혀 븟고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川ᄌᆑᆫ芎쿵 과 桔겨ᇙ梗겨ᇰ과薄팍荷ᅘᅡᆼ ㅅ 닙과 甘감草초ᇢ와盆뽄硝쇼ᇢ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곰 ᄆᆞᄅᆞ닐 ᄇᆞᄅᆞ라
又方舌忽腫硬塞悶百草霜食塩等分井水調塗舌上卽安{{*|}}
ᄯᅩ 혜 忽호ᇙ然ᅀᅧᆫ히 브ᅀᅥ 세웓고 답답ᄒᆞ거든百ᄇᆡᆨ草초ᇢ霜사ᇰ 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우믌 므레 프러 혀에 ᄇᆞᄅᆞ면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直指方白藥散治喉中熱塞腫疼散血消痰白藥 朴硝{{*|等分}}右爲末以小管子吹入喉{{*|}}
白ᄈᆡᆨ藥약散산 은 목 안히 더워 마고 브ᅀᅳ닐 고티ᄂᆞ니 피ᄅᆞᆯ 슬며 痰땀을 노기ᄂᆞ니라 白ᄈᆡᆨ藥약과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져근 대롱ᄋᆞ로 부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sub>簡方</sub>纏喉風及喉痺用蠶退紙燒灰存性煉蜜丸如雞頭大含化嚥津{{*|}}
纏뗜喉ᅘᅮᇢ風보ᇰ과 목 브ᅀᅳ닐 누에ᄡᅵ 난 죠ᄒᆡᄅᆞᆯ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을 지ᅀᅩᄃᆡ雞곙頭뚜ᇢ實씨ᇙ 만 게 ᄒᆞ야 머구머 노겨 춤기라纏뗜喉ᅘᅮᇢ風보ᇰ 은 과ᄀᆞᄅᆞᆫ목더시라
又方纏喉風氣不通雄黃一塊新汲水磨急灌吐卽差{{*|}}
ᄯᅩ 纏뗜喉ᅘᅮᇢ風보ᇰ에 氣킝分분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글 새 므레 ᄀᆞ라 ᄲᆞᆯ리 브ᅀᅥ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咽喉腫閉 甘草 白礬{{*|等分}}右爲細末每以半錢許入口中津液嚥下{{*|}}
ᄯᅩ 모기 브ᅀᅥ 마ᄀᆞ닐 고툐ᄃᆡ 甘감草초ᇢ와 白ᄈᆡᆨ礬뻔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돈 남ᄌᆞ샤 입 안해 녀허셔 추므로 ᄂᆞ리오라
聖惠方咽喉閉不通 硇砂 馬牙硝{{*|等分}}右細硏令勻用銅筯頭於水中 蘸令濕搵藥末點於咽喉中{{*|}}
모기 마가 通토ᇰ티 아니ᄒᆞ닐硇 뇨ᇢ砂상 와馬망牙ᅌᅡᆼ硝쇼ᇢ 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놋졋 그트로 므레 저져 藥약ᄋᆞᆯ 무텨 목 안해 디그라
又方咽喉閉塞口噤雄雀糞細硏每服半錢以溫水調灌{{*|}}
ᄯᅩ 모기 막고 입 버리디 몯ᄒᆞ닐 수새 ᄯᅩᆼ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을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ᅳ라
又方咽喉生穀賊若不急治亦能殺人用針刺破令黑血出後含馬牙硝一小塊子嚥津卽差{{*|}}
ᄯᅩ 모ᄀᆡ穀곡賊쪽 이 나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ᄯᅩ 能느ᇰ히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상46ㄱ니 針짐으로 허러 거믄 피나게 ᄒᆞ고 馬망牙ᅌᅡᆼ硝쇼ᇢ ᄒᆞᆫ 져근 무저글 머구머 추믈 ᄉᆞᆷᄭᅵ면 즉재 됻ᄂᆞ니라 穀곡賊쪽은 穀곡食씩에 몯내ᄑᆡᆫ 이사기 굳고ᄭᅡᄭᅡᆯᄒᆞᆫ 거시니 몰라 ᄡᆞ리라 머고면 목 안히 브ᅀᅥ 通토ᇰ티 아니ᄒᆞᄂᆞ니 일후믈 목 안해 穀곡賊쪽 나다 ᄒᆞᄂᆞ니라
又方以馬牙硝細硏緜裹半錢含化嚥津以差爲度{{*|}}
ᄯᅩ 馬망牙ᅌᅡᆼ硝쇼ᇢ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ᄋᆞᆯ소오매 ᄢᅳ려 머구머 노겨 춤 ᄉᆞᆷᄭᅭᄃᆡ 됴ᄒᆞᆯ ᄭᆞ자ᇰ ᄒᆞ라
又方咽喉腫痛語聲不出豉半升以水二大盞煎至一大盞去滓分爲二服相繼稍熱服之令有汗出卽差{{*|}}
ᄯᅩ 목 브ᅀᅥ 소ᄅᆡ 나디 아니커든 젼국 半반 되ᄅᆞᆯ 믈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큰 잔애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두 服뽁애 ᄂᆞᆫ화 서르 닛우 져기 덥게 ᄒᆞ야 머거 ᄯᆞᆷ나게 ᄒᆞ면 곧 됻ᄂᆞ니라
壽域神方舌忽脹出口外雞冠上刺血磁盞盛浸舌就嚥下卽縮{{*|}}
혜 과글이 부러나 입 밧긔 나거든 ᄃᆞᆯᄀᆡ 벼츨 ᄡᅥᆯ어 피내야 沙상잔애 담고 혀를 ᄃᆞᆷ가셔 ᄉᆞᆷᄭᅵ면 즉재움처 드ᄂᆞ니라
==骨鯁第十二==
醫方集成治骨鯁入喉 縮砂 甘草{{*|各等分}}右爲末緜裹少許噙之旋旋嚥津久之隨痰出{{*|}}
ᄲᅨ 모긔거닐 고툐ᄃᆡ 縮슉砂상와 甘감草초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소오ᄆᆡ 져기 ᄢᅳ려머구머 젹젹 춤 ᄉᆞᆷᄭᅵ면 오라면 痰땀 조차 나ᄂᆞ니라
又方野紵根洗淨不以多少搗爛如泥每用龍眼大如被雞骨所傷以雞羹化下如被魚骨所傷以魚羹汁化下{{*|}}
ᄯᅩ 모싯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디호ᄃᆡ 니균 ᄒᆞᆰᄀᆞ티 ᄒᆞ야 龍료ᇰ眼ᅌᅡᆫ만 ᄒᆞ니ᄅᆞᆯ ᄃᆞᆯ긔 ᄲᅧ에 傷샤ᇰ커든 ᄃᆞᆰ湯타ᇰㅅ 즈브로 ᄂᆞ리오고 고깃 ᄲᅧ에 傷샤ᇰ커든 生ᄉᆡᇰ鮮션湯타ᇰㅅ 즈브로ᄂᆞ리오라
經驗良方治骨硬不下先嚼白茯苓一錢重次以白礬湯嚥下{{*|}}
ᄲᅨ 거러 ᄂᆞ리디아닌ᄂᆞ닐 고툐ᄃᆡ 몬져白ᄈᆡᆨ茯뽁苓려ᇰ ᄒᆞᆫ 돈ᄋᆞᆯ 십고 버거白ᄈᆡᆨ礬뻔湯타ᇰ 으로 ᄂᆞ리오라
又方治魚骨用白膠香細細呑下{{*|}}
ᄯᅩ 믌고깃 ᄲᅧ걸우닐 고툐ᄃᆡ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 을 젹젹 ᄉᆞᆷᄭᅧ ᄂᆞ리오라
又方皂角少許吹入鼻{{*|}}
ᄯᅩ 皂쪼ᇢ角각을 져기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口念鸕鶿鸕鶿立愈{{*|}}
ᄯᅩ 이베 鸕롱鶿ᄍᆞᆼ 鸕롱鶿ᄍᆞᆼ ᄒᆞ야 念념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鸕롱鶿ᄍᆞᆼᄂᆞᆫ 가마오디라
朱氏集驗方治食鯉魚骨硬貫衆不以多少濃煎汁一盞半分三服幷進連服三劑{{*|}}
鯉링魚ᅌᅥᆼ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貫관衆쥬ᇰ 을 두터이 글혀 즈블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세 服뽁애 ᄂᆞᆫ화 다 머구ᄃᆡ 닛우 세 劑쪵ᄅᆞᆯ 머그라
又方巧匠取喉鉤將繭剪如錢大用物搥四面令軟以油潤之仍中通一竅先穿上鉤線次穿數珠三五枚令兒正坐開口漸添引數珠挨之到喉覺至繫鉤處乃以向下一推其鉤自下而脫卽向上急出之見蠶錢向下裹定鉤線鬚而出並無所損{{*|}}
ᄯᅩ 工고ᇰ巧교ᇢᄒᆞᆫ 匠쨔ᇰㅅᅀᅵᆫ이 아ᄒᆡ 모ᄀᆡ 건 낙ᄉᆞᆯ 아ᅀᅩᄃᆡ 고티ᄅᆞᆯ 돈ᄀᆞ티 ᄇᆞ리고 네 面면을 ᄯᅮ드려 보ᄃᆞ랍게 ᄒᆞ고 기르므로저지고 가온ᄃᆡ ᄒᆞᆫ 구무들워 몬져낛긴헤 ᄢᅦ오 버거念념珠즁 세다ᄉᆞᆺ 나ᄎᆞᆯ ᄢᅦ오 아ᄒᆡ로 바ᄅᆞ 아ᇇ고 입버리게 코 졈졈 念념珠즁를 더 미러 모ᄀᆡ 다ᄃᆞᆮ게 ᄒᆞ야 낛 ᄆᆡ욘 ᄃᆡ 니른가 식브거늘 아래로 ᄒᆞᆫ 번 미니 그 낙시 제 ᄂᆞ려 버서디거늘 즉재 우흐로 時씽急급히 내오 고티ᄅᆞᆯ 보니 아래로 낙줄와 낛미느를 ᄢᅳ러 나 귿 헌 ᄃᆡ 업더라
聖惠方治食魚骨鯁以魚網燒灰細硏水調服一錢又方以魚網䨱頭立下{{*|}}
믌고기 먹다가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고깃 그므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 그므를 머리예 두프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含水獺骨立出或爪亦得{{*|}}
ᄯᅩ 水ᄉᆔᆼ獺타ᇙ의 ᄲᅧ를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 시혹 밠톱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以牛筋水浸細擘以線繫如彈子大持線端呑之入喉至哽處徐徐引之鯁着筋卽出{{*|}}
ᄯᅩ ᄉᆈ 히믈 므레 ᄃᆞᆷ가 ᄀᆞᄂᆞ리 ᄧᆡ야 실로 ᄆᆡ요ᄃᆡ 彈딴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싨그틀 잡고 ᄉᆞᆷᄭᅧ 모ᄀᆡ 드려 ᄲᅧ 건 ᄃᆡ 니르거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ᄃᆞᆼᄀᆡ면 ᄲᅧ 히메 바상49ㄴ켜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以虎糞或狼糞燒灰細硏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ᄯᅩᆼ이나 시혹 일희 ᄯᅩᆼ이나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虎骨或狸骨擣細羅爲散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ᄲᅨ나 시혹 ᄉᆞᆯ긔 ᄲᅨ나 디허 ᄀᆞᄂᆞ리처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硇砂半錢口中咀嚼嚥之立下{{*|}}
ᄯᅩ 硇砂상 半반 돈ᄋᆞᆯ 이베 시버 ᄉᆞᆷᄭᅵ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治誤呑鉤若線猶在手中者莫引之但急以珠璫若薏苡子輩穿貫着線稍稍令推至鉤處小小引之則出{{*|}}
ᄯᅩ 낙ᄉᆞᆯ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ᄒᆞ다가 긴히 소내 잇ᄂᆞ닌 ᄃᆞᇰᄀᆡ디 말오 ᄲᆞᆯ리 구스리나 율믜나 긴헤 ᄢᅦ어 졈졈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젹젹 ᄃᆞᇰᄀᆡ면 나ᄂᆞ니라
又方以琥珀珠着線貫之推令前入至鉤又復推以索引出矣或水精珠亦佳無珠諸堅實物磨令滑作孔用之{{*|}}
ᄯᅩ琥홍珀ᄑᆡᆨ 구스를 긴헤 ᄢᅦ여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ᄯᅩ 미러혀면 나ᄂᆞ니라 시혹水ᄉᆔᆼ精져ᇰ 도 ᄯᅩ 됴ᄒᆞ니 구슬 업거든 구든 거슬 ᄀᆞ라 ᄆᆡᆺᄆᆡᆺ게 ᄒᆞ야 구무 들워 ᄡᅳ라
又方治誤呑針以上好磁石如小彈子大含之卽出{{*|}}
ᄯᅩ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됴ᄒᆞᆫ指징南남石쎡 이 져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라
經驗秘方治誤呑錢百部根四兩酒一升浸一宿溫作二服{{*|}}
돈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百ᄇᆡᆨ部뽕根ᄀᆞᆫ 넉 랴ᇰᄋᆞᆯ 술 ᄒᆞᆫ 되예 ᄒᆞᄅᆞᆺ바ᄆᆞᆯ ᄃᆞᆷ가 ᄃᆞ시 ᄒᆞ야 두 버네 머그라
又方服淸蜜二盞{{*|}}
ᄯᅩ 淸쳐ᇰ蜜미ᇙ 두 잔ᄋᆞᆯ 머그라
又方濃煎艾湯一二盞飮之{{*|}}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혀 ᄒᆞᆫ두 자ᄂᆞᆯ 머그라
又方治誤呑針釘鉤子魚骨雜物多食肥羊脂肉及諸肉必自裹出{{*|}}
ᄯᅩ 바ᄂᆞᆯ와 몯과 낛과 고깃 ᄲᅧ와 雜짭거슬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진 羊야ᇰᄋᆡ 기름과 고기와 여러 가짓 고기ᄅᆞᆯ 만히 머그면 절로 ᄢᅳ려 나ᄂᆞ니라
又方木炭爲細末每服一錢冷水調下頓服自然裹於大便中出{{*|}}
ᄯᅩ숫글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ᄋᆞᆯ ᄎᆞᆫ므레 프러 다 머그면 自ᄍᆞᆼ然ᅀᅧᆫ히 大땡便뼌에 ᄢᅳ려 나ᄂᆞ니라
衛生易簡方治一切骨鯁用朴硝噙化{{*|}}
一ᅙᅵᇙ切촁ㅅ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朴팍硝쇼ᇢᄅᆞᆯ 머구머 노기라
又方用雞蘇朴硝等分如彈子大仰臥噙化三五丸卽愈{{*|}}
ᄯᅩ雞곙蘇송 와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졋바누어 세 다ᄉᆞᆺ 버늘 머구머 노기면 즉재 됻ᄂᆞ니라
壽域神方治諸骨鯁用不蛀皂角一片槌碎作四截銚內炒令焦黑酸米醋一盞澆之用碗覆一茶久取出放溫漱嚥下{{*|}}
여러 가짓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벌에 먹디 아니ᄒᆞᆫ 皂쪼ᇢ角각 ᄒᆞᆫ 편을 ᄯᅮ드려 네헤 그처 새용 안해 봇가 검게 ᄒᆞ고 싄 초 ᄒᆞᆫ 잔ᄋᆞᆯ 븟고 보ᅀᆞ로 두퍼 ᄒᆞᆫ 차 다릴 ᄉᆞᅀᅵ만 커든 내야 ᄃᆞ시 ᄒᆞ야 야ᇰ지ᄒᆞ야 ᄉᆞᆷᄭᅵ라
又方用覆盆子根取淨洗釅醋瓦礶煎濃汁用紙盖礶口留一孔令患人開口置孔熏一二時久骨自下{{*|}}
ᄯᅩ覆폭盆뽄子ᄌᆞᆼ ㅅ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초로 딜湯타ᇰ礶관 에 즙이 두텁게 글히고 죠ᄒᆡ로 湯타ᇰ礶관 이블 막고 ᄒᆞᆫ 굼글 두어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로 입 버려 굼긔 다혀 ᄒᆞᆫ두 時씽刻큭을 쐬면 ᄲᅨ 저 나ᄂᆞ니라
又方用餳糖再熬化丸如雞子黃大微嚼猛嚥呑之不下再作大丸呑妙{{*|}}
ᄯᅩ 여슬 두 번 ᄉᆞ라 ᄃᆞᆯᄀᆡ앐 누른 것만 케 비븨여 자ᇝ간 시버 ᄆᆡ이 ᄉᆞᆷᄭᅭᄃᆡ ᄂᆞ리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크게 비븨여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以魚骨安於頭上立愈{{*|}}
ᄯᅩ 믌고깃 ᄲᅧᄅᆞᆯ 머리예 연ᄌ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仍取所餘骨左右手反復擲背後立出{{*|}}
ᄯᅩ 나ᄆᆞᆫ ᄲᅧ를 두 녁 소ᄂᆞ로 서르 드ᇰ 뒤헤 더디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解衣帶眼看下部不下卽出{{*|}}
ᄯᅩ 옷 밧고 미틀 보면 ᄂᆞ리디 아니ᄒᆞ면 즉자히 나ᄂᆞ니라
又方取鯉魚鱗皮燒灰作末以水調服卽出不出再作{{*|}}
ᄯᅩ 鯉링魚ᅌᅥᆼㅅ 비늘와 가ᄎᆞᆯ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 나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又方用象牙爲末水調一錢服亦治魚刺{{*|}}
ᄯᅩ象쌰ᇰ牙ᅌᅡᆼ 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상53ㄱ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ᄲᅧ ᄣᅵᆯ인 ᄃᆡ 고티ᄂᆞ니라
又方用鸕鶿骨爲末湯調服之得呑其嗉最效{{*|}}
ᄯᅩ 鸕롱鶿ᄍᆞᆼ ᄲᅧ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그라 그 부릴 어더 머그면 ᄆᆞᆺ 됴ᄒᆞ니라
又方治誤呑錢用慈菰搗半爛呑之移時其錢卽化一用濃煎艾汁亦可冬葵根煮汁亦可{{*|}}
ᄯᅩ 그르 돈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慈ᄍᆞᆼ菰공 ᄅᆞᆯ 디허 半반만 닉거든 ᄉᆞᆷᄭᅵ라 時씽刻큭이 올ᄆᆞ면 그 돈이 즉재 녹ᄂᆞ니라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횬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冬도ᇰ葵ᄁᆔᆼ 根ᄀᆞᆫ 글휸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誤呑金銀釵環以水銀半兩服之再服卽出{{*|}}
ᄯᅩ 金금銀ᅌᅳᆫ 곳 골회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水ᄉᆔᆼ銀ᅌᅳᆫ 半반 兩랴ᇰ을 머그라 다시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治小兒誤呑針用磁石如棗核大磨令光鑽作竅絲穿令含針自出{{*|}}
ᄯᅩ 아ᄒᆡ 그르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指징南남石쎡이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 ᄒᆞ닐 ᄀᆞ라 빗나게 ᄒᆞ고 구무 들워 실로 ᄢᅦ여 머굼게 ᄒᆞ면 바ᄂᆞ리 제 나ᄂᆞ니라
又方治誤呑鐶燒鵝翎數根末白湯調服妙{{*|}}
ᄯᅩ 그르 골회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거유 ᄂᆞ랫짓 두ᅀᅥ흘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다ᇰ쉿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脫陽陰縮第十三==
經驗良方其證或因大吐大瀉之後四肢逆冷元氣不接不醒人事或傷寒新瘥誤與婦人交其證小腹緊痛外腎搐縮面黑氣喘冷汗自出亦是脫陽證湏臾不救先用葱白數莖炒令熱熨臍下次用 附子{{*|一枚重十錢許剉作八片}}白朮 乾薑{{*|各半兩}}木香{{*|一分}}已上四味各硏細水二椀煎至八分椀去滓放冷灌服湏臾又進一服合滓倂服{{*|}}
그 證지ᇰ이 시혹 하 吐통커나 하 즈칀 後ᅘᅮᇢ에 四ᄉᆞᆼ肢징 ᄎᆞ고元ᅌᅯᆫ氣킝 닛디 아니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거나 시혹傷샤ᇰ寒ᅘᅡᆫ 이 ᄀᆞᆺ 됴커든 그르 겨집과 사괴면 그 證지ᇰ이ᄇᆡᆺ기슬기 ᄀᆞ자ᇰ 알ᄑᆞ고 外ᅌᅬᆼ腎씬이 움치들오 ᄂᆞ치 검고 氣킝分분이 헐헐ᄒᆞ고 ᄎᆞᆫ ᄯᆞ미 흐르ᄂᆞ니 ᄯᅩ 이 脫똬ᇙ陽야ᇰㅅ證지ᇰ이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몬져 파 두ᅀᅥ 줄기ᄅᆞᆯ 봇가 덥게 ᄒᆞ야 ᄇᆡᆺ복 아래ᄅ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버거 附뿡子ᄌᆞᆼ ᄒᆞᆫ 낫 므긔 열 돈 남ᄌᆞᆺᄒᆞ닐 사ᄒᆞ라 여듧 片편 ᄆᆡᇰᄀᆞᆯ오 白ᄈᆡᆨ朮뜌ᇙ와 乾간薑가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량과木목香햐ᇰ ᄒᆞᆫ 分분과 네 가짓 마ᄉ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믈 두 보ᅀᆞ로 글혀 여상55ㄱ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ᄎᆡ와 브ᅀᅳ라 이ᅀᅳᆨ고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고 滓ᄌᆡᆼ 조쳐 다 머기라
如無前藥用桂枝二兩用好酒二升煎至一升候溫分作二服灌之{{*|}}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桂ᄀᆒᆼ枝징 두 兩랴ᇰᄋᆞᆯ 됴ᄒᆞᆫ 술 두 되로 글혀 ᄒᆞᆫ 되예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두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라
又無桂枝用葱白連鬚三七莖細剉沙盆內硏細用酒五升煮至二升分作三服灌之陽氣卽回先用炒塩熨臍下氣海勿令氣冷{{*|}}
ᄯᅩ 桂ᄀᆒᆼ枝징 업거든 파ᄒᆞᆯ 불휘 조쳐 세닐굽 줄기ᄅᆞᆯ 상55ㄴᄀᆞᄂᆞ리 사ᄒᆞ라 沙상盆뽄에 ᄀᆞᄂᆞ리 ᄀᆞ라 술 닷 되로 글혀 두 되예 니르거든 세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면 陽야ᇰ氣킝 즉재 도라오ᄂᆞ니 몬져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臍쪵下ᅘᅡᆼ와 氣킝海ᄒ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야 氣킝分분이 ᄎᆞ디 아니케 홀디니라
又無葱白用生薑二七寸亦好依前法服{{*|}}
ᄯᅩ 파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두닐굽 寸촌도 ᄯᅩ 됴ᄒᆞ니 알ᄑᆡᆺ 法법을 브터 머기라
聖惠方治風入腹攻五藏拘急不得轉側陰縮手足厥冷腹中㽱痛宜服赤芍藥散赤芍藥{{*|一兩}}川烏頭{{*|三兩炮製去皮臍}}桂心 甘草炙微赤剉防風{{*|去蘆頭}}芎窮{{*|各一兩}}右擣麤羅爲散每服三錢以水一中盞入生薑半分棗二枚煎至六分去滓不計時候稍熱服{{*|}}
ᄇᆞᄅᆞ미 ᄇᆡ예 드러 五ᅌᅩᆼ藏짜ᇰᄋᆞᆯ 보차 ᄇᆞᆯ라 움즈기디 몯고 陰ᅙᅳᆷ이 움처 들오 손발 ᄎᆞ고 ᄇᆡ 안히 알ᄑᆞ거든赤쳑芍쟉藥약散산 을 머골디니赤쳑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과川ᄌᆑᆫ烏ᅙᅩᆼ頭뚜ᇢ 세 兩랴ᇰ을 炮뽀ᇢᄒᆞ야 갓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어 져기 븕게 ᄒᆞ야 사ᄒᆞᆯ오防파ᇰ風봉 을 머리 버히고芎구ᇰ窮꾸ᇰ 과 各각 ᄒᆞᆫ 兩랴ᇰ을 디허 麤총케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中듀ᇰㅅ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半반 分분과 大상56ㄴ땡棗초ᇢ 두 나ᄎᆞᆯ 드려 글효ᄃᆡ 六륙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져기 덥게 ᄒᆞ야 머기라
聖濟緫錄治陰疝腫縮疼痛 狼毒{{*|炙二兩}}防葵{{*|炒}}附子{{*|炮裂去皮臍各一兩}}右擣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十丸溫酒下空心日午臨臥服{{*|}}
陰ᅙᅳᆷ疝산 ᄒᆞ야 븟고 움처 알ᄑᆞ닐 고툐ᄃᆡ狼라ᇰ毒독 구우니 두 兩랴ᇰ과防파ᇰ葵ᄁᆔᆼ 봇고니와 附뿡子ᄌᆞᆼᄅᆞᆯ 구어 것과 ᄇᆡᆺ복 아ᅀᅩ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丸ᅘᅪᆫᄋᆞᆯ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 만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 열 丸ᅘᅪᆫ곰 ᄃᆞ상57ㄱᄉᆞᆫ 수레 ᄂᆞ리오ᄃᆡ 空코ᇰ心심과 낫과 누을 제와 머그라
又方雞趐左右俱用不限多少燒灰右細硏爲散每服二錢匕溫酒調下不拘時{{*|}}
ᄯᅩ ᄃᆞᆯᄀᆡ ᄂᆞ래ᄅᆞᆯ 두 녀글 다ᄡᅮᄃᆡ 하며 져구믈 限ᅌᆞᆫ티 말오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ᄂᆞ리오ᄃᆡ 時씽刻큭에 븓들이디 말라
又方黃蓮{{*|去鬚}}熟艾{{*|炙}}杏人{{*|去皮尖別硏各半兩}}右擣硏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塩湯下空心服{{*|}}
ᄯᅩ黃ᅘᅪᇰ蓮련 을 거웃 앗고 니근 ᄡᅮ글 브레 ᄧᅬ오 杏ᅘᆡᇰ仁ᅀᅵᆫ을 것과 부리ᄅᆞᆯ 앗고 各각別벼ᇙ상57ㄴ히 ᄀᆞ라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디허 ᄀᆞ라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ᄒᆞᆫ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게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塩염湯타ᇰ ᄋᆞ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硇砂{{*|硏}}木香{{*|各半兩}}棟實{{*|去核炒}}茴香子{{*|炒}}京三稜{{*|炮各一兩}}右五味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空心酒下{{*|}}
ᄯᅩ 硇砂상ᄅᆞᆯ ᄀᆞᆯ오 木목香햐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棟도ᇰ實씨ᇙ을 ᄌᆞᅀᆞ 아ᅀᅡ 봇고 茴ᅘᅬᆼ香햐ᇰ ᄡᅵ를 봇고 京겨ᇰ三삼稜르ᇰ을 炮뽀ᇢᄒᆞ야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空코ᇰ心심에 술로 머그라
又方槐子{{*|炒一兩}}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溫酒下空心服{{*|}}
ᄯᅩ槐ᅘᅬᆼ子ᄌᆞᆼ ᄅᆞᆯ 보ᄭᅡ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ᄃᆞᄉᆞᆫ 술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萵苣{{*|切半斤}}皂莢{{*|剉碎三挺}}蜀椒{{*|去目及閉口者炒出汗一兩}}右少用水煮令相得不可太稀乘熱用布三兩重裹熨腫處冷卽易頻熨自消{{*|}}
ᄯᅩ 부루 사ᄒᆞ로니 半반 斤근과 皂쪼ᇢ莢겹 사ᄒᆞ라 ᄯᅮ드려 세 挺텨ᇰ과川ᄌᆑᆫ椒죠ᇢ 눈과 입 마ᄀᆞ닐 앗고 상58ㄴ봇가 ᄯᆞᆷ 내요니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므를 져고매 ᄒᆞ야 글혀 서르 맛게 ᄒᆞ고 너무 젹게 마롤디니 더운 저긔 뵈로 두ᅀᅥ ᄇᆞᆯ ᄢᅳ려 브ᅀᅳᆫ ᄃᆡ 熨ᅙᅮᇙ호ᄃᆡ ᄎᆞ거든 ᄀᆞᆯ라 ᄌᆞ조 熨ᅙᅮᇙᄒᆞ면 절로 ᄂᆞᆺᄂᆞ니라
又方雄黃{{*|硏}}甘草{{*|各一兩}}礬石{{*|硏二兩}}右擣硏爲末每用藥一兩熱湯五升通手洗腫處良久再煖洗{{*|}}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ᄀᆞ라 두 兩랴ᇰ과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믈 닷 되예 글혀 브ᅀᅳᆫ ᄃᆡ 시수ᄃᆡ 良랴ᇰ久고ᇢ커든 다시 데여 시스라
又方車前子不拘多少擣羅爲末湯調塗腫處{{*|}}
ᄯᅩ車챵前쪈子 ᄌᆞᆼ 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브ᅀᅳᆫ ᄃᆡ ᄇᆞᄅᆞ라
又方蔓菁根不拘多少剉碎擣羅爲散溫水調塗腫處或以絹帛傅之以差爲度{{*|}}
ᄯᅩ 댓무ᅀᅮᆺ 불휘ᄅᆞᆯ 사ᄒᆞ라 ᄯᅮ드려 디허 처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ᅩᆫ ᄃᆡ ᄇᆞᄅᆞ라 시혹 기브로 브툐ᄃᆡ 됴ᄒᆞᆯ ᄀᆞ자ᇰ ᄒᆞ라
==吐血下血第十四<sub>齒閒出血九竅出血附</sub>==
經驗良方云其證皆因內損或酒色勞損或心肺脉破血氣妄行血如湧泉口鼻俱出須臾不救 側栢葉{{*|蒸乾}}人參{{*|焙乾各一兩}}右二味細末每服二錢入飛羅麪二錢新汲井花水調如稀糊啜服血如湧泉不過二服卽止{{*|}}
그 證지ᇰ이 다 안히 損손호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 酒쥬ᇢ色ᄉᆡᆨ애잇버 損손커나 시혹心심肺폥脉ᄆᆡᆨ 이 ᄒᆞ야디여 血ᄒᆑᇙ氣킝 간대로 行ᅘᆡᇰᄒᆞ야 피 믈ᄉᆡᆷᄃᆞᆺ ᄒᆞ야 입과 고콰애 다 나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側즉栢ᄇᆡᆨ 니플ᄠᅧ ᄆᆞᆯ외오 人ᅀᅵᆫ參ᄉᆞᆷᄋᆞᆯ 焙ᄈᆡᆼ乾간호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ᄒᆞ야 飛빙羅랑麪면 두 돈 드려 ᄀᆞᆺ 기룬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로ᄃᆡ누근 플ᄀᆞ티 ᄒᆞ야 머그라 피 믈 솟ᄃᆞᆺ 하야도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즉재 긋ᄂᆞ니라
如無前藥用荊芥一握燒過盖於地上要出火毒細硏如粉以陳米飮調下三錢許與服不過二服效{{*|}}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荊혀ᇰ芥갱 ᄒᆞᆫ 우후믈 ᄉᆞ라 ᄯᅡ해 두퍼火황毒독 내오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무근 ᄡᆞᆯ 글흔 므레 프러 세 돈 남ᄌᆞ기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됻ᄂᆞ니라
又無荊芥用釜底墨刮下細硏如粉每服三錢濃米飮調下連進二三服鼻衄一字吹入鼻中立效{{*|}}
ᄯᅩ 荊혀ᇰ芥갱 업거든 가마 미틧 검듸여ᇰ을 ᄀᆞᆯ가 ᄀᆞᄂᆞ리 紛분ᄀᆞ티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두터이 글상60ㄴ힌 ᄡᆞᆳ므레 프러 닛우 두ᅀᅥ 服뽁을 머기라 고해피 흐르거든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블면 즉재 됴ᄒᆞ리라
又方人有九竅四肢指歧閒皆出血此暴驚所致勿令患人知以井花水猛噀其面{{*|}}
ᄯᅩ 사ᄅᆞ미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 가락 ᄉᆞᅀᅵ예 다 피나ᄆᆞᆫ 이ᄂᆞᆫ 과ᄀᆞᆯ이 놀란 다시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ᆯ 알외디 말오 井져ᇰ花황水ᄉᆔᆼ로 그 ᄂᆞᄎᆡ ᄆᆡ이 ᄲᅮ모라
又方鼻口中出血不止用赤馬糞燒灰細末溫酒調下一錢{{*|}}
ᄯᅩ 고콰 이베 피나고 긋디 아니커든 블근 ᄆᆞᆯᄯᅩᆼᄋᆞᆯ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ᄒᆞᆫ 돈을 머그라
經驗秘方鼻衄方用龍骨爲末以筆管吹半錢鼻中九竅出血皆可用又隨衄左右以新水洗足又以左撚紙索子繫手四肢呪曰血神住立止又張弓絃向上令病人仰臥枕絃放四肢如常臥{{*|}}
고햇피 고티ᄂᆞᆫ 法법에龍료ᇰ骨고ᇙ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붇ᄌᆞᆯ오로 半반 돈ᄋᆞᆯ 곳굼긔 불라 아홉 굼긔 피나거든 다 어루 ᄡᅳ리라 ᄯᅩ 피의 왼녁 올ᄒᆞᆫ녀글 조처 새 믈로 발 싯고 ᄯᅩ 외오 ᄭᅩᆫ 죠ᄒᆡ 노ᄒᆞ로 소ᇇ 네 가라ᄀᆞᆯ ᄆᆡ오 呪쥬ᇢᄒᆞ야 닐오ᄃᆡ 血ᄒᆑᇙ神씬은 그치라 ᄒᆞ면 즉재 긋ᄂᆞ니라 ᄯᅩ 홠시우를지허 상61ㄴ우흘 向햐ᇰᄒᆞ야 노코 病뼈ᇰᄒᆞᆫ 사ᄅᆞ미졋바디여 누워 홠시우를 볘오 四ᄉᆞᆼ肢징ᄅᆞᆯ 펴 샹녜 누움 ᄀᆞᆮ게 ᄒᆞ라
又灸項後髮際兩筋閒宛宛中{{*|}}
ᄯᅩ 목 뒷髮바ᇙ際졩 ㅅ 두 히ᇝ ᄉᆞᅀᅵᆺ 우믁ᄒᆞᆫ ᄃᆡᆯ ᄯᅳ라
澹寮方茜根散治鼻衄終日不止心神煩悶 茜根 黃芩 側栢葉 阿膠{{*|蚌粉炒}}生地黃{{*|各一兩}}甘草{{*|炙半兩}}右㕮咀每服四錢水一盞半姜三片煎至八分去滓溫服不拘時{{*|}}
茜쳔根ᄀᆞᆫ散산 은 고해피져므ᄃᆞ록 긋디 아니ᄒᆞ야 ᄆᆞᅀᆞ미 닶가오닐 고티ᄂᆞ니茜 쳔根ᄀᆞᆫ 과黃ᅘᅪᇰ芩끔 과 側즉栢ᄇᆡᆨ 닙과 阿ᅙᅡᆼ膠교ᇢᄅᆞᆯᄉᆞᄒᆡ에 봇고니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우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네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잔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ᄋᆞ로 글혀 여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時씽節져ᇙ을 븓들이디 말라
衛生簡易方九竅出血小薊一握搗汁酒半盞和頓服如無靑者以乾薊末冷水調三錢匕服{{*|}}
아홉 굼긔 피나거든小쇼ᇢ薊곙 ᄒᆞᆫ 우후믈 디허 汁집 내야 술 半반 잔애 프러 다 머그라 ᄒᆞ다가 프르니 업거든 ᄆᆞᄅᆞᆫ 薊곙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ᄎᆞᆫ므레 세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暴下血用蒜五六枚去皮入豆豉硏爲膏如桐子大米飮下五六十丸無不愈者{{*|}}
ᄯᅩ 과ᄀᆞᆯ이下ᅘᅡᆼ血혀ᇙ ᄒᆞ릴 고툐ᄃᆡ 마ᄂᆞᆯ 대엿 나ᄎᆞᆯ 거플 밧기고 젼구글 드러 ᄀᆞ라 골 ᄆᆡᇰᄀᆞ라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ᄡᆞᆯ 글힌 므레 쉰 여ᄉᆔᆫ 丸ᅘᅪᆫ을 머그면 됴티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又方用赤小豆一升搗碎水三升絞汁飮之{{*|}}
ᄯᅩ赤쳑小쇼ᇢ豆또ᇢ ᄒᆞᆫ 되ᄅᆞᆯ 디허 ᄇᆞᆺ아 믈 서 되예 프러 즈블ᄲᅡ 머그라
壽域神方治小便下血不止酸漿草絞取自然汁服之{{*|}}
小쇼ᇢ便뼌에 下ᅘᅡᆼ血혀ᇙ이 긋디 아니커든酸솬漿쟈ᇰ草초ᇢ ᄅᆞᆯ 드러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ᄲᅡ 머그라 酸솬漿쟈ᇰ은 ᄭᅪ리라
朱氏集驗方一金散治鼻衄出血過多昏冒欲死諸藥不效大蒜硏左鼻貼左脚右鼻貼右脚心兩鼻貼兩脚心{{*|}}
一ᅙᅵᇙ金금散산 은 고해피 나미 너무 하 어즐ᄒᆞ야 주거 가ᄂᆞ니 여러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큰 마ᄂᆞᄅᆞᆯ ᄀᆞ라 왼녁 고히어든 왼녁 밠바다ᇰ애 브티고 올ᄒᆞᆫ녁 고히어든 올ᄒᆞᆫ녁 밠바다ᅌᅢ 브티고 두 고히어든 두 밠바다ᅌᅢ 브티라
又方齒縫出血不止他藥不能治之者塩主之{{*|}}
ᄯᅩ닛ᄢᅵ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다ᄅᆞᆫ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닌 소고미 主즁ᄒᆞ니라
聖惠方治九竅四肢指歧閒出血方 生地黃{{*|一兩細切}}蒲黃{{*|半兩}}靑竹茹半兩 右以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每於食後溫服{{*|}}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가락 ᄉᆞᅀᅵ예 피나ᄂ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ᄒᆞᆫ 兩량ᄋ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ᆯ오蒲뽕黃ᅘᅪᇰ 半반 兩랴ᇰ과 프른 댓거프를 갈로 ᄀᆞᆯ가 半반 兩랴ᇰᄋᆞᆯ 믈 ᄒᆞᆫ 큰 잔ᄋᆞ로 글혀 여슷 分분에 니르거든 즛의 앗고 食씩後ᅘᅮᇢ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吐血及鼻衄不止烏賊魚骨搗細羅爲散不計時以淸粥飮調下二錢{{*|}}
ᄯᅩ吐통血ᄒᆑᇙ 와 고해피 긋디 아니커든烏ᅙᅩᆼ賊쯕魚ᅌᅥᆼ ᄲᅧ를 디허 ᄀᆞᄂᆞ리 처 時씽刻큭 혜디 말오 粥쥭 므레 두 돈곰 프러 머그라
又方鼻衄經日夜不止用乾姜削如蓮子大塞鼻中卽止{{*|}}
ᄯᅩ 고해 피 밤나ᄌᆞᆯ 디내요ᄃᆡ 긋디 아니커든 乾간姜가ᇰᄋᆞᆯ蓮련子ᄌᆞᆼ 만 케 갓가 곳굼긔 마ᄀᆞ면 곧 긋ᄂᆞ니라
又方濃硏好墨點鼻中立止{{*|}}
ᄯᅩ 됴ᄒᆞᆫ墨믁 을 두터이 ᄀᆞ라 곳굼긔 디그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牙齒縫忽然出血 當歸散 當歸 桂心{{*|各半兩}}白凡{{*|一兩燒令汁盡}}甘草{{*|半兩}}右件藥擣麤羅分爲三度用每度以漿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熱含冷吐{{*|}}
ᄯᅩ 닛ᄢᅵ메 忽호ᇙ然ᅀᅧᆫ히 피나거든當다ᇰ歸귕 와 桂ᄀᆒᆼ心심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을 ᄉᆞ라 汁집 업게 ᄒᆞ고 甘감草초ᇢ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디허 麤총히 처 세 버네 ᄂᆞᆫ화 ᄡᅮᄃᆡ ᄒᆞᆫ 버네 漿쟈ᇰ水ᄉᆔᆼ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더우닐 머구머 ᄎᆞ거든비와ᄐᆞ라
又方齒齗血出不止乾地龍末一錢白凡灰一錢射香末{{*|半錢}}右同硏令勻濕布上塗落貼於患處{{*|}}
ᄯᅩ 닛믜유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ᄆᆞᄅᆞᆫ地딩龍료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돈과 白ᄈᆡᆨ礬뻔ㅅ ᄌᆡ ᄒᆞᆫ 돈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 ᄒᆞᆫᄃᆡ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저즌 뵈 우희 藥약 ᄇᆞᆯ라 피나ᄂᆞᆫ ᄃᆡ 브티라
又方無故口齒閒血出不止以淡竹葉濃煎湯熱含冷吐{{*|}}
ᄯᅩ 젼ᄎᆞ 업시 입과 닛ᄉᆞᅀᅵ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淡땀竹듁 니플 두텁게 글혀 더운 므를 머구머 ᄎᆞ거든 비와ᄐᆞ라
直指方治齒出血 鬱金 白芷 細辛{{*|各等分}}右爲末擦牙仍以竹葉竹皮濃煎入塩少許含嚥或炒塩傅{{*|}}
니예 피나ᄂᆞ닐 고툐ᄃᆡ 鬱ᅙᅮᇙ金금과白ᄈᆡᆨ芷징 와 細솅辛신ᄋ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니예ᄡᅮᄭᅩ 댓닙과 댓가ᄎᆞᆯ 두터이 글혀 소곰 져기 녀허 머구머 ᄉᆞᆷᄭᅵ며 시혹 소고ᄆᆞᆯ 봇가 브티라
千金方齒閒出血溫童子小便半升煮取三合含之其血卽止{{*|}}
닛ᄉᆞᅀᅵ예 피나거든 아ᄒᆡ 小쑈ᇢ便뼌 半반 되를 글혀 서 호블 取츙ᄒᆞ야 머구므면 그 피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齒出血不止刮生竹皮二兩苦酒浸之令其人解衣坐使人含噀其背上三過仍取竹茹濃煮汁勿與塩適寒溫含漱之竟日爲度{{*|}}
ᄯᅩ 니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ᄂᆞᆯ 댓거츨 ᄀᆞᆯ가 두 兩랴ᇰᄋᆞᆯ 醋초ᇢ애 ᄃᆞᆷ고 그 사ᄅᆞᄆᆞ로 옷 바사 아ᇇ게 ᄒᆞ고 다ᄅᆞᆫ 사ᄅᆞ미 머구머 그 드ᇰ의 세 버늘 ᄲᅮᆷ고 댓거프를 取츙ᄒᆞ야 두터이 즈블 글혀 소곰 주디 말오 ᄎᆞ며 ᄃᆞᆺ호미맛갑게 ᄒᆞ야 머구머 야ᇰ지호ᄃᆡ 져므ᄃᆞ록 ᄒᆞ라
又方治酒醉牙齒涌血出 當歸{{*|二兩}}礬石{{*|六銖}}桂心 細辛 甘草{{*|各一兩}}右五味㕮咀以漿水五升煮取三升含之日五六夜三{{*|}}
ᄯᅩ 술 醉ᄌᆔᆼᄒᆞ야 니예 피 솟ᄂᆞ닐 고툐ᄃᆡ 當다ᇰ歸귕 두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여슷 銖쓩와 桂ᄀᆒᆼ心심과 細솅辛신과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漿쟈ᇰ水ᄉᆔᆼ 닷 되예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머구무ᄃᆡ 나ᄌᆡ 대엿 번 바ᄆᆡ 세 번 ᄒᆞ라
又方燒釘令赤注孔血中止{{*|}}
ᄯᅩ 모ᄃᆞᆯ ᄉᆞ라 븕게 ᄒᆞ야 핏 굼긔 고ᄌᆞ면 긋ᄂᆞ니라
又方舌上黑有數孔大如簪出血如湧泉 戎塩 黃芩{{*|一作葵子}}黃蘗 大黃{{*|各五兩}}人參 桂心 甘草{{*|各二兩}}右爲末蜜丸梧子大米飮服十丸日三服亦燒鐵烙之{{*|}}
ᄯᅩ 혀 우히 검고 두ᅀᅥ 굼기 빈혓 구무만 코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거든戎ᅀᅲᇰ塩염 과黃ᅘᅪᇰ芩 끔 과 ᄒᆞ나ᄒᆞᆫ 葵ᄁᆔᆼ子ᄌᆞᆼㅣ라 ᄒᆞ다 黃ᅘᅪᇰ蘗ᄇᆡᆨ과 大땡黃ᅘᅪᇰ 各각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參ᄉᆞᆷ과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 各각 두 兩랴ᇰ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 丸ᅘᅪᆫ곰 ᄒᆞᄅᆞ 세 번 머그라 ᄯᅩ 鐵텨ᇙ을 ᄉᆞ라 지지라
得效方文蛤散治熱壅舌上出血如泉 五倍子{{*|洗}}白膠香 牡蠣粉{{*|各等分}}右爲末每以少許 摻患處或燒鐵篦熟烙孔上{{*|}}
文문蛤갑散산 ᄋᆞᆫ 上쌰ᇰ熱ᅀᅧᇙᄒᆞ야 혀에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ᄒᆞ닐 고툐ᄃᆡ五ᅌᅩᆼ倍ᄈᆡᆼ子ᄌᆞᆼ ᄅᆞᆯ 싯고 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과牡무ᇢ蠣롕粉분 을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피나ᄂᆞᆫᄃᆡ ᄇᆞᄅᆞ고 시혹 쇠빈혀를 ᄉᆞ라 굼긔 니기 지지라
又方舌無故出血炒槐花爲末摻之而愈{{*|}}
ᄯᅩ 혜 전ᄎᆞ 업시 피나거든 槐ᅘᅬᆼ花황ᄅᆞᆯ 보ᄭᅡ 細솅末마ᇙᄒᆞ야 ᄇᆞᄅᆞ면 됻ᄂᆞ니라
==大小便不通第十五==
聖惠方治大小便關格不通腹脹喘急方 膩粉{{*|一錢}}生麻油{{*|一合}}右相和空腹服之{{*|}}
大땡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몯ᄒᆞ야 ᄇᆡ 탸ᇰ만ᄒᆞ고 수미 ᄌᆞᄌ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膩닝粉분 ᄒᆞᆫ 돈과生ᄉᆡᇰ麻망油유ᇢ ᄒᆞᆫ 홉과ᄅᆞᆯ 섯거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蔓菁子油一合空腹服之卽通通後汗出勿怪{{*|}}
ᄯᅩ 댓무ᅀᅮᆺ ᄡᅵᆺ 기름 ᄒᆞᆫ 호ᄇᆞᆯ 空코ᇰ心심에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 通토ᇰᄒᆞᆫ 後ᅘᅮᇢ에 ᄯᆞᆷ나거든 疑ᅌᅴᆼ心심 말라
又方治小便難腹滿悶不急療之殺人葱白{{*|三斤}}塩{{*|一斤}}右相和爛硏炒令熱以帛子裹分作二苞更互熨臍下小便立出{{*|}}
ᄯᅩ 小쇼ᇢ便뼌이 어려워 ᄇᆡ 탸ᇰ만ᄒᆞ고 답답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파 서 斤근과 소곰 ᄒᆞᆫ 斤근을 섯거 므르 디허 보ᄭᅡ 덥게 ᄒᆞ야 기브로 ᄢᅳ료ᄃᆡ 두 ᄢᅳ례예 ᄂᆞᆫ화 서르 臍쨍下ᅘ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면 小쇼ᇢ便뼌이 즉재 나ᄂᆞ니라
聖濟緫錄茯苓丸治大小便不通 赤茯苓{{*|去黑皮}}芍藥 當歸{{*|切焙}}枳殼{{*|去穰麩炒}}白朮 人參{{*|各五兩}}大麻仁 大黃{{*|剉各三兩}}右爲末煉蜜和丸梧桐子大每服十五丸至二十丸空心煎茅根湯下{{*|}}
茯뽁苓려ᇰ丸ᅘᅪᆫ 은 大땡小쇼ᇢ便뼌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赤쳑茯뽁苓려ᇰ 을 거믄 것 밧기고芍작藥약 과 當다ᇰ歸귕ᄅᆞᆯ 사ᄒᆞ라 焙ᄈᆡᆼ乾간ᄒᆞ고枳징殼칵 을 솝 앗고 기울와 봇고 白ᄈᆡᆨ朮뜌ᇙ와 人ᅀᅵᆫ參ᄉᆞᆷ 各각 다ᄉᆞᆺ 兩랴ᇰ과大땡麻망仁ᅀᅵᆫ 과 大땡黃ᅘᅪᇰᄋᆞᆯ 사ᄒᆞ라 各각 석 兩랴ᇰ과를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다ᄉᆞᆺ 丸ᅘᅪᆫ으로 스믈 丸ᅘᅪᆫ지히 空코ᇰ心심애茅모ᇢ根ᄀᆞᆫ湯타ᇰ 을 글혀 ᄂᆞ리우라
經驗良方木通散治小便不通小腹痛不可忍 木通 滑石{{*|各半兩}}黑牽牛{{*|頭末半兩}}右㕮咀每服一錢水半盞燈心十莖葱白一箇同煎三分食前溫服{{*|}}
木목通토ᇰ散산 은 小쇼ᇢ便뼌 不부ᇙ通토ᇰᄒᆞ야 ᄇᆡᆺ기슭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릴 고티ᄂᆞ니木목通토ᇰ 과滑ᅘᅪᇙ石쎡 각 半반 兩랴ᇰ과黑흑牽켠牛ᅌᅮᇢ 머릿 ᄀᆞᄅᆞ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돈곰 ᄒᆞ야 믈 半반 잔과燈드ᇰ 心심 열 줄기와 파 ᄒᆞᆫ 낫과 ᄒᆞᆫᄃᆡ 三삼分분을 글혀 食씩前쪈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肘後方治小便不利莖中痛欲死牛膝幷葉不以多小酒煮飮之立愈{{*|}}
小쇼ᇢ便뼌이 快쾡티 몯ᄒᆞ야陰ᅙᅳᆷ莖ᅘᆡᇰ ㅅ 소비 알파 죽고져 ᄒᆞᄂᆞ닐 고툐ᄃᆡ牛ᅌᅮᇢ膝시ᇙ 을 닙 조쳐 수레 글혀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大便秘澁不通 大黃{{*|四兩}}桃仁{{*|三十枚去皮尖雙仁硏}}右切以水六升煮取二升分再服{{*|}}
大땡便뼌이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大땡黃ᅘᅪᇰ 넉 兩랴ᇰ과桃또ᇢ仁ᅀᅵᆫ 셜흔나ᄎᆞᆯ 것과 부리와 어우러ᇰ ᄌᆞᅀᆞᄅᆞᆯ 앗고 ᄀᆞ라 믈 엿 되예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ᄂᆞᆫ화 두 버네 머그라
又方胡鷰屎蜜和納大孔中卽通{{*|}}
ᄯᅩ 며ᇰ마긔 ᄯᅩᇰᄋᆞᆯ ᄢᅮ레 ᄆᆞ라 밋굼긔 녀흐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簡要濟衆方治大便澁不通牽牛子半生半熟擣爲散每服二錢煎薑湯調下如未通再服及以熱茶投之量虛實不計時加减服之{{*|}}
大땡便뼌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牽켠牛ᅌᅮᇢ子ᄌᆞᆼᄅᆞᆯ 半반만 ᄂᆞ리오 半반만 니그닐 디허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生ᄉᆡᇰ薑가ᇰ湯타ᇰ애 프러 ᄂᆞ리오ᄃᆡ 通토ᇰ티 몯거든 다시 먹고 더운 차로 머구ᄃᆡ 虛헝實씨ᇙ을 혜오 時씽刻큭 혜디 마라 더으며ᇰ더러 머그라
==溺水第十六==
經驗良方凡有人溺水者救上岸卽將牛一頭却令溺水之人將肚橫覆相抵在牛背上兩邊用人扶策徐徐牽牛而行以出腹內之水如醒卽以蘇合香元之類或老生薑擦其齒若無牛以活人於長板櫈上仰臥却令溺水人如前法將肚相抵活人身聽其水出卽活{{*|}}
믈읫 사ᄅᆞ미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ᄀᆞᅀᅢ올이고 쇼 ᄒᆞ나ᄒᆞᆯ 가져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ᄇᆡᄅᆞᆯ ᄉᆈ 드ᇰ 우희 ᄀᆞᄅᆞ 업데우고 두 녁 ᄀᆞᅀᅢ 사ᄅᆞ미 자바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쇼ᄅᆞᆯ 잇거ᄃᆞᆮ녀 ᄇᆡ 안햇 므를 내오 ᄒᆞ다가ᄭᆡ어든 곧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類ᄅᆔᆼ어나 시혹 늘근 生ᄉᆡᇰ薑가ᇰ이나 그 니예 ᄡᅮ츠라 ᄒᆞ다가 쇼 업거든 산 사ᄅᆞᄆᆞ로長땨ᇰ床싸ᇰ 우희 졋바뉘이고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알ᄑᆡᆺ 法법ᄀᆞ티 ᄇᆡᄅᆞᆯ 산 사ᄅᆞᄆᆡ 모매 서르 다혀 므리 나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聖惠方凡溺水急解去死人衣灸臍中卽差{{*|}}
믈읫 므레ᄲᅡ디거든 時씽急급히 주근 사ᄅᆞᄆᆡ 옷 밧기고 ᄇᆡᆺ보ᄀ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竈中灰布地令厚五寸以甑側安着灰上令溺人伏於甑上使頭小垂下炒塩二錢內小竹管內吹入下部中卽當吐水去却甑扶下溺人着灰中以灰壅身水恒出鼻口中卽活矣{{*|}}
ᄯᅩ 브ᅀᅥ븻 ᄌᆡ로 ᄯᅡ해 ᄭᆞ로ᄃᆡ 두틔 다ᄉᆞᆺ 寸촌이에 코 실을 ᄌᆡ 우희 겨트로 노코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시르 우희 업데우고 머리ᄅᆞᆯ 져기 아래로 ᄲᅡ디게 ᄒᆞ고 소고ᄆᆞᆯ 봇가 두 돈ᄋᆞᆯ 져근 대로ᇰ애 녀허 밋굼긔 부러 드리면 반ᄃᆞ기 므를 吐통ᄒᆞ리니 실을 앗고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아나 ᄂᆞ리와 ᄌᆡ예 노코 ᄌᆡ로 모ᄆᆞᆯ 두프면 므리 고콰 입과로 나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掘地作坑熬數斛熱灰內坑中下溺人灰覆濕徹卽易之灰勿大熱灰冷更易半日卽活也{{*|}}
ᄯᅩ ᄯᅡ 파 굳 ᄆᆡᇰᄀᆞᆯ오 두ᅀᅥ 셤 더운 ᄌᆡᄅᆞᆯ 봇가 구데 녀코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녀코 ᄌᆡ로 두퍼 ᄉᆞᄆᆞᆺ젓거든 곧 ᄀᆞᆯ라 ᄌᆡᄅᆞᆯ 너무 봇디 말오 ᄌᆡ ᄎᆞ거든 ᄀᆞ라 半반 날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但埋溺人暖灰中頭足俱沒唯開七孔水出卽活{{*|}}
ᄯᅩ 오직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다운 ᄌᆡ예 무두ᄃᆡ 머리와 발왜 다 들에 ᄒᆞ고 오직 닐굽 굼글 여러 므리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緜裹皂莢末內下部中湏臾水出{{*|}}
ᄯᅩ 소오매 皂쪼ᇢ莢겹ㅅ ᄀᆞᆯᄋ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이ᅀᅳᆨ고 므리 나ᄂᆞ니라
千金方半夏末吹入鼻{{*|}}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부러 고해 녀ᄒᆞ라
又方裹石灰納下部中水出盡卽活{{*|}}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므리 다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熬沙覆死人上下有沙但出鼻口耳沙冷濕卽易{{*|}}
ᄯᅩ 몰애ᄅᆞᆯ 봇가 주근 사ᄅᆞᄆᆞᆯ 두푸ᄃᆡ 아라우희 몰애 잇고 오직 고콰 입과 귀와ᄅᆞᆯ 내야 몰애 ᄎᆞ고 젓거든 곧 ᄀᆞᆯ라
管見大全良方救男女墮水中者以常用薦席卷之就平地上袞轉一二百轉則水出自活亦有用陳壁土末覆之死者更以爐中煖灰覆臍上下則元氣廻自活省後當服利水之藥如五苓散異功五積散朮附湯除濕湯不換金正氣散若欲兼服安心神收歛神氣之藥宜服蘇合香元在人斟酌輕重冷熱而投之{{*|}}
男남女녕ㅣ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샤ᇰ녜 ᄡᅳᄂᆞᆫ 돗긔 ᄆᆞ라 平뼈ᇰᄒᆞᆫ ᄯᅡ해 나ᅀᅡ가 一ᅙᅵᇙ二ᅀᅵᆼ百ᄇᆡᆨ 버늘 구으리면 므리 나면 절로 사ᄂᆞ니라 ᄯᅩ 무근 ᄇᆞᄅᆞ맷 ᄒᆞᆰᄀᆞᆯᄋᆞ로 둡ᄂᆞ니라 주그닐 ᄯᅩ 火황爐롱앳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 아라우희 두프면 元ᅌᅯᆫ氣킝 도라와 사ᄂᆞ니라 ᄎᆞ린 後ᅘᅮᇢ에 믈 즈츼ᄂᆞᆫ 藥약이五ᅌᅩᆼ苓려ᇰ散산 과異잉功고ᇰ五ᅌᅩᆼ積젹散산 과朮뜌ᇙ附뿡湯타ᇰ 과 除똉濕십湯타ᇰ과不부ᇙ換ᅘᅪᆫ金금正져ᇰ氣킝散산 ᄋᆞᆯ 머기고 ᄒᆞ다가 ᄆᆞᅀᆞᄆᆞᆯ 便뼌安ᅙᅡᆫ케 ᄒᆞ고 氣킝分분을 모도ᄂᆞᆫ 藥약을 조쳐 머기고져 커든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을 머귤디니 사ᄅᆞ미 輕켜ᇰ重뜌ᇰ과 冷ᄅᆡᇰ熱ᅀᅧᇙ을 斟짐酌쟉ᄒᆞ야 머교매 잇ᄂᆞ니라
壽域神方冬月落水微有氣者用大器炒灰熨心上候暖氣通溫粥稍稍呑之卽活若便持火炙卽死{{*|}}
겨ᅀᅳ레 므레 디여 자ᇝ간 氣킝分분 잇ᄂᆞ닐 큰 그르세 ᄌᆡᄅᆞᆯ 봇ᄭᅡ 가ᄉᆞᄆ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더운 氣킝分분이 通토ᇰ호ᄆᆞᆯ 기드려 ᄃᆞᄉᆞᆫ 粥쥭을 졈졈 머기면 곧 사ᄂᆞ니 ᄒᆞ다가 브를 ᄧᅬ면 즉재 죽ᄂᆞ니라
又方急於人中穴及兩脚大母趾內離甲一韭葉許各灸三五壯卽活{{*|}}
ᄯᅩ ᄲᆞᆯ리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와 두 밠 엄지가띿 아ᇇ 밠토ᄇᆞ로셔 ᄒᆞᆫ 부ᄎᆡᆺ닙 너븨만 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세다ᄉᆞᆺ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以屈死人兩脚着生人肩上以溺人背搭走吐水出盡卽活{{*|}}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두 다리ᄅᆞᆯ 구펴 산 사ᄅᆞᄆᆡ 엇게 우희 여ᇇ고 주근 사ᄅᆞᄆᆞᆯ 지여 ᄃᆞᄅᆞ면 므리 다 나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得效方以酒壜一介以紙錢一把燒放壜中急以壜口覆溺水人面上或臍上冷則再燒紙錢於壜內覆面上去水卽活{{*|}}
酒쥬ᇢ壜땀 ᄒᆞᆫ 나ᄎᆞ로 죠ᄒᆡ젼 ᄒᆞᆫ 주믈 ᄉᆞ라 壜땀 안해 녀코 時씽急급히 壜땀 이브로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ᆡ ᄂᆞ치나 시혹 ᄇᆡᆺ복 우희 두퍼 ᄎᆞ거든 다시 죠ᄒᆡ젼을 ᄉᆞ라 壜땀 안해 녀허 ᄂᆞᄎᆡ 두퍼 므를 아ᅀ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壜땀은 술녇ᄂᆞᆫ 딜어시라
==自縊第十七==
千金方凡救自縊死者極須按定其心勿截繩手抱起徐徐解之心下尙溫者以氍毹{{*|卽毛席也}}覆口鼻兩人吹其兩耳{{*|}}
믈읫 목 ᄆᆡ야 주그닐 救구ᇢ호ᄃᆡ ᄀᆞ자ᇰ 모로매 그 ᄆᆞᅀᆞᄆᆞᆯ 눌러 一ᅙᅵᇙ定뗘ᇰᄒᆞ고 노ᄒᆞᆯ 긋디 말오 소ᄂᆞ로 아나 니르왇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글오ᄃᆡ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니란 담으로 입과 고ᄒᆞᆯ 둡고 두 사ᄅᆞ미 그 두 귀ᄅᆞᆯ 불라
又方强臥以物塞兩耳竹筒納口中使兩人痛吹之塞口傍無令氣得出半日死人卽噫噫卽勿吹也{{*|}}
ᄯᅩ 뉘이고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ᆯ 입 안해 녀코 두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불오 입가ᅀᆞᆯ 마가 氣킝分분이 나디 몯게 ᄒᆞ면 半반 날ᄋᆞᆯ 주겟던 사ᄅᆞ미 곧 숨쉬ᄂᆞ니 숨쉬어든 부디 말라
又方擣皂莢細辛屑如豆大吹兩鼻中{{*|}}
ᄯᅩ 皂쪼ᇢ莢겹과 細솅辛신ㅅ ᄀᆞᆯᄋᆞᆯ 디허 코ᇰ낫만 ᄒᆞ닐 두 곳굼긔 불라
又方刺雞冠血出滴口中卽活男雌女雄{{*|}}
ᄯᅩ ᄃᆞᆯᄀᆡ 벼츨 ᄣᅵᆯ어 피내야 이베 처디면 즉자히 사ᄂᆞ니 남지ᄂᆞᆫ 암ᄐᆞᆯᄀᆞ로 코 겨지븐 수ᄐᆞᆯᄀᆞ로 ᄒᆞ라
又方尿鼻口眼耳中幷捉頭髮一撮如筆管大掣之立活{{*|}}
ᄯᅩ 고콰 입과 눈과 귀와에 오좀 누고 머리터럭 ᄒᆞᆫ 져부미 붇 ᄌᆞᄅᆞ만 ᄒᆞ닐 자바ᄃᆞᇰᄀᆡ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雞血塗喉下{{*|}}
ᄯᅩ ᄃᆞᆯᄀᆡ 피ᄅᆞᆯ 목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灸四肢大節陷大指本支名曰地袖各七壯{{*|}}
ᄯᅩ 네 활기옛 큰 ᄆᆞᄃᆡᆺ 우무근 ᄃᆡ와 엄짓가락 미틧 그믈 일후믈 地띵袖쓔ᇢㅣ라 ᄒᆞᄂᆞ니 各각 닐굽 壯자ᇰ을 ᄯᅳ라
經驗救急方急抱起解下切不可截繩卽以衣物塞兩耳將竹筒於口中吹氣及以衣物緊塞二物爲妙凡縊者從早至晩雖已冷必可救從夜至早稍難救若心上溫一日已上猶可救切不可截斷繩欸欸地抱起其身緩解繩放臥令人踏其肩以手拔其髮常令一人緊以手擦胸脇一人以手摩搦臂足屈伸之若已僵漸强屈之又按其腹如此一飯時卽得氣呼吸矣却身苦勞動少與官桂湯及粥淸令喉潤更令兩人以筆管吹其耳中尤妙依此法救無不活者{{*|}}
ᄲᆞᆯ리 아나 니르왇고 글오ᄃᆡ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즉자히 오ᄉᆞ로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로 입 안해 氣킝分분을 불오 오ᄉᆞ로 두 거슬 구디 마고미 됴ᄒᆞ니 믈읫 목ᄆᆡ야 주그니 아ᄎᆞᆷ브터 나조ᄒᆡ 니르닌 비록 차도 어루 救구ᇢᄒᆞ려니와 밤브터 아ᄎᆞᄆᆡ 니르닌 救구ᇢ호미 어려우니 ᄒᆞ다가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면 ᄒᆞᄅᆞᆺ 內뇡ᄂᆞᆫ 어루 救구ᇢᄒᆞ리니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그 모ᄆᆞᆯ 아나 니르왇고 노ᄒᆞᆯ 날회야 그르고 뉘이고 사ᄅᆞᄆᆞ로 그 엇게ᄅᆞᆯ ᄇᆞᆲ고 소ᄂᆞ로 머리 터릴 ᄲᅡ혀며 샤ᇰ녜 ᄒᆞᆫ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소ᄂᆞ로 가ᄉᆞᆷ과 녑과ᄅᆞᆯ ᄡᅮᆺ고 ᄒᆞᆫ 사ᄅᆞ미 소ᄂᆞ로 ᄇᆞᆯ콰 바ᄅᆞᆯ ᄡᅮᆺ고 구피락펴락게 ᄒᆞ라 ᄒᆞ다가 세웓거든 졈졈 구피고 ᄯᅩ 그 ᄇᆡᄅᆞᆯ ᄆᆞᆫ죨디니 이ᄀᆞ티 ᄒᆞᆫ 밥 ᄣᅢ만 ᄒᆞ면 곧 氣킝分분을 어더 숨쉬ᄂᆞ니라 모미이처커든 져기管관桂ᄀᆒᆼ湯타ᇰ 과 粥쥭므를 머겨 모기 젓게 ᄒᆞ고 ᄯᅩ 두 사ᄅᆞ미 붇ᄌᆞᆯᄋᆞ로 귓굼글 불에 호미 더 됴ᄒᆞ니 이 法법을 브터 救구ᇢᄒᆞ면 사디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得效方緊用兩手掩其口勿令透氣兩時氣急卽活{{*|}}
ᄆᆡ이 두 소ᄂᆞ로 그 이블 마가 氣킝分분이 ᄉᆞᄆᆞᆺ디 아니케 두 時씽刻큭을 ᄒᆞ면 氣킝分분이 急급ᄒ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壽域神方治自縊 就以所縊繩燒三指撮白湯調服之{{*|}}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ᄆᆡ얏던 노ᄒᆞᆯ 세 소ᇇ가락으로 자보니만 ᄉᆞ라 더운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未解下先用膝頭或手厚裹衣物緊塞穀道抱起解下揉其項痕撚正喉搐鼻及吹兩耳待其氣回方可放手若泄氣則不可救矣{{*|}}
ᄯᅩ 그르디 아니ᄒᆞ야셔 몬져 무루피어나 소니어나 오ᄉᆞ로 두터이 ᄡᅡ 밋굼글 구디 막고 아나 니르와다 그르고 모ᄀᆡᆺ 허므를 주므르며 모ᄀᆞᆯ ᄆᆞᆫ지고 고해 불며 두 귀를 부러 氣킝分분이 도라오ᄆᆞᆯ 기드려ᅀᅡ 소ᄂᆞᆯ 쉬울디니 ᄒᆞ다가 氣킝分분이 ᄉᆡ면 救구ᇢ티 몯ᄒᆞ리라
又方卽於鼻下人中穴針灸遂活{{*|}}
ᄯᅩ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針짐ᄒᆞ고 ᄯᅳ면 사ᄂᆞ니라
經驗秘方治自縊死梁上塵如豆兩耳鼻四處各納一粒以筒令四人極齊吹之卽活矣{{*|}}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보 우흿 드트를 코ᇰ만 ᄒᆞ닐 두 귀 두 고 네 고대 各각各각 ᄒᆞᆫ 나ᄎᆞᆯ 녀코 대로ᇰᄋᆞ로 네 사ᄅᆞ미 ᄀᆞ자ᇰ ᄀᆞᄌᆞ기 불에 ᄒᆞ면 즉재 살리라
管見大全良方以藍硏取汁灌之或以雞屎白如棗大以酒半盞和硏灌服及着鼻中尤佳{{*|}}
족ᄋᆞᆯ ᄀᆞ라 즈블 取츙ᄒᆞ야 브ᅀᅳ라 시혹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거시 大땡棗초ᇢ만 ᄒᆞ닐 술 半반 잔애 프러 ᄀᆞ라 브ᅀᅳ며 곳굼긔 녀후미 더 됴ᄒᆞ니라
==失欠頷車蹉候第十八==
千金方治失欠頰車蹉開張不合方一人以手指牽其頤以漸推之則復入矣推當疾出其指恐誤嚙傷人指也{{*|}}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 버리고 어우디 아니ᄒ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ᄒᆞᆫ 사ᄅᆞ미 소ᇇ가라ᄀᆞ로 그 ᄐᆞᄀᆞᆯ ᄃᆞᇰᄀᆡ야 졈졈 밀면 다시 드ᄂᆞ니 밀오 모로매 그 소ᇇ가라ᄀᆞᆯ ᄲᆞᆯ리 내욜디니 사ᄅᆞᄆᆡ 소ᇇ가라ᄀᆞᆯ 그르믈까 저프니라
又方治失欠頰車蹉方消蠟和水傅之{{*|}}
ᄯᅩ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디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미를 노겨 므레 프러 브티라
==金瘡第十九==
聖惠方金瘡失血其人當苦渴然須忍之常令乾食與肥脂之物以止其渴又不得多飮粥則血溢出殺人也又忌嗔怒及大言笑思想陰陽動作勞力若食醎酸飮食熱羹臛輩皆使瘡痛衝發甚者卽死{{*|}}
金금瘡차ᇰ 애 피 흘리면 그 사ᄅᆞ미 반ᄃᆞ기 ᄀᆞ자ᇰ 목ᄆᆞᆯ라 ᄒᆞᄂᆞ니 그러나 모로매 ᄎᆞ마 샤ᇰ녜 ᄆᆞᄅᆞᆫ 飮ᅙᅳᆷ食씩과진 기름긴 거슬 머겨 목ᄆᆞᆯ로ᄆᆞᆯ 그치고 ᄯᅩ 粥쥭을 해 머기디 마롤디니 피 솟나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ᄯᅩ嗔친心심 과 ᄆᆡ이 말홈과 우ᅀᅮᆷ과 陰ᅙᅳᆷ陽야ᇰ을 ᄉᆞ라ᇰ홈과 뮈우며 힘ᄡᅮ믈 마롤디니 ᄒᆞ다가 ᄧᆞᆫ 것과 싄 것과 더운羹ᄀᆡᇰ 과 고기ᄅᆞᆯ 머그면 다 瘡차ᇰ이 알파 다시 發버ᇙᄒᆞᄂᆞ니 甚씸ᄒᆞ닌 즉재 죽ᄂᆞ니라
治金瘡大散方五月五日平旦使四人出四方各於五里內採一方草木莖葉每種各半把勿令漏脫一事日正午時切碓擣用石灰一豆斗擣令極爛仍先選揀大實桑樹三兩株鑿作孔令可受藥然分藥於孔中實築令堅後以桑樹皮蔽之用麻擣石灰密泥令不泄氣更以桑皮纏之令牢至九月九日午時出取陰乾百日藥成擣之日曝令乾更擣絹羅貯之凡有金瘡傷折出血用藥封裹勿令轉動不過十日瘥不膿不腫不畏風若傷後數日始得用藥須暖水洗令血出卽傅之此藥大驗{{*|}}
金금瘡차ᇰ 고티ᄂᆞᆫ 大땡散산方바ᇰ은 五ᅌᅩᆼ月ᅌᅯᇙ 五ᅌᅩᆼ日ᅀᅵᇙ 平뼈ᇰ明며ᇰ에 네 사ᄅᆞᄆᆞ로 四ᄉᆞᆼ方바ᇰ애 보내야 各각各각 五ᅌᅩᆼ里링 안햇 ᄒᆞᆫ 方바ᇰ草초ᇢ木목 줄기와 닙과ᄅᆞᆯ 가지마다 各각 半반 줌을 ᄏᆡ요ᄃᆡ ᄒᆞ나토 아니ᄒᆞ니 업시 ᄒᆞ야 바ᄅᆞ 나ᄌᆡ 사ᄒᆞ라 디허 石쎡灰횡 ᄒᆞᆫ 마ᄅᆞᆯ 디호ᄃᆡ ᄀᆞ자ᇰ 니기 ᄒᆞ고 몬져 큰 ᄲᅩᇰ나모 두ᅀᅥ흘 ᄀᆞᆯᄒᆡ야 구무 포ᄃᆡ 藥약 들 만ᄒᆞ야 藥약을 굼긔 ᄂᆞᆫ화 녀코 ᄀᆞᄃᆞ기다아 굳게 코 後ᅘᅮᇢ에거츠로 막고 삼 조쳐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구디 ᄇᆞᆯ라 氣킝分분 나디 아니케 코 다시 ᄲᅩᇰᄭᅥ츠로 얼거 굳게 코 九구ᇢ月ᅌᅯᇙ 九구ᇢ日ᅀᅵᇙ 午ᅌᅩᆼ時씽예니르러 내야 一ᅙᅵᇙ百ᄇᆡᆨ 나ᄅᆞᆯ ᄀᆞᄂᆞᆯ해 ᄆᆞᆯ외야 藥약이 일어든 디허 ᄒᆡ에 ᄆᆞᆯ외야 다시 디허 기베 처 ᄀᆞ초라 믈읫 金금瘡차ᇰ 헐어나 것거나 피나거든 藥약ᄋᆞ로 ᄡᆞ고 움즈기디 아니케 ᄒᆞ면 열흐를 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 곪디 아니ᄒᆞ며 븟디 아니ᄒᆞ며 ᄇᆞᄅᆞᄆᆞᆯ 저티 아니ᄒᆞᄂᆞ니 ᄒᆞ다가 傷샤ᇰᄒᆞᆫ 後ᅘᅮᇢ 사나ᄋᆞ래 비르서 藥약을 ᄡᅮᆯ디니 모로매 더운 므레 시서 피나게 ᄒᆞ고 곧 브튤디니 이 藥약이 ᄀᆞ자ᇰ 神씬驗ᅌᅥᆷᄒᆞ니라
又方治金瘡或肌肉斷裂右剝取新桑皮作線縫之又以新桑皮裹之又以桑白汁塗之極驗小瘡但以桑皮裹之便差如斷筋取旋復根擣封之卽續{{*|}}
ᄯᅩ 金금瘡차ᇰ 고티며 시혹 ᄉᆞᆯ히 그처디며 ᄧᆡ야디거든 새 거츨 밧겨 실 ᄆᆡᇰᄀᆞ라호고 ᄯᅩ 새거츠로 ᄡᆞ고 ᄯᅩ ᄲᅩᇰ ᄒᆡᆫ 즙으로 ᄇᆞᄅᆞ면 지극 神신驗ᅌᅥᆷᄒᆞ니라 져근 瘡차ᇰ은 오직거츠로 ᄡᆞ면 곧 됻ᄂᆞ니 ᄒᆞ다가 히미 긋거든旋션復복根ᄀᆞᆫ 을 取츙ᄒᆞ야 디허 ᄡᆞ면 곧 닛ᄂᆞ니라
又方治刀傷斧斫等瘡右取黑氈燒爲灰細硏傅傷損處封裹勿動直待生肌爲妙{{*|}}
ᄯᅩ 갈해 헐며 도ᄎᆡ예버흔 ᄃᆞᆯ헷 瘡차ᇰ을 고툐ᄃᆡ 거믄 시우글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헌 ᄃᆡ 브티고 ᄢᅳ려 뮈우디 말오 ᄉᆞᆯ 날 ᄀᆞ자ᇰ 기드료미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右取馬蹄燒灰令極細不計時候以煖酒調下二錢{{*|}}
ᄯᅩ 金금瘡차ᇰᄋᆞᆯ 고텨 알포ᄆᆞᆯ 긋게 호ᄃᆡ ᄆᆞᆯ구블 ᄉᆞ라 ᄀᆞ자ᇰ ᄀᆞᄂᆞ리 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더운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金瘡但刀斧傷損出血不止宜用此 石榴花{{*|半斤}}石灰{{*|一斤炒}}右件藥擣細羅爲散傅瘡上以帛裹勿令着風水瘡合差{{*|}}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툐ᄃᆡ 오직 갈콰 도최예 헐여 피나 긋디 아니커든 이ᄅᆞᆯ ᄡᅮᆯ디니 石쎡榴류ᇢㅅ곳 半반 斤근과 石쎡灰횡 ᄒᆞᆫ 斤근을 봇가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기브로 ᄢᅳ려 ᄇᆞᄅᆞᆷ과 믈와 맛디 아니케 ᄒᆞ야 瘡차ᇰ이 어울면 됻ᄂᆞ니라
又方取小便服三兩盞卽差{{*|}}
ᄯᅩ 小쇼ᇢ便뼌 두ᅀᅥ 잔을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 杏人{{*|去皮擣如泥}}石灰{{*|等分}}右件藥同硏每用以猪脂和傅之日二三度卽差{{*|}}
ᄯᅩ 金금瘡창애 피 긋디 아니커든 ᄉᆞᆯ곳 ᄌᆞᅀᆞᄅᆞᆯ 것 밧겨 즌ᄒᆞᆰᄀᆞ티 디코 石쎡灰횡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ᄒᆞᆫᄃᆡ ᄀᆞ라 도ᄐᆡ 기르므로 ᄆᆞ라 브툐ᄃᆡ ᄒᆞᄅᆞ 두ᅀᅥ 번곰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燒靑布作灰傅瘡上裹傅之數日後差矣{{*|}}
ᄯᅩ 프른 뵈ᄅᆞᆯ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ᄢᅳ리면 잇사나ᄋᆞᆯ 後ᅘᅮᇢ에 됻ᄂᆞ니라
又方取狼牙草莖葉爛搗傅之{{*|}}
ᄯᅩ狼라ᇰ牙앙草초ᇢ ㅅ 줄기와 닙과ᄅᆞᆯ 므르디허 브티라
又方取紫檀末以傅瘡上止痛止血生肌甚効{{*|}}
ᄯᅩ 紫ᄌᆞᆼ檀딴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긋고 피 긋고 ᄉᆞᆯ 나ᄂᆞ니 甚씸히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牡礪散 牡礪{{*|半兩}}石膏{{*|一分}}右件藥擣羅更細硏用煉了猪膏調成膏以封瘡上痛卽止{{*|}}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텨 알품 긋게 ᄒᆞᄂᆞᆫ 牡무ᇢ礪롕散산은 牡무ᇢ礪롕 半반 兩랴ᇰ과 石쎡膏고ᇢ ᄒᆞᆫ 分분을 디허 츠고 다시ᄀᆞᄂᆞ리 ᄀᆞ라 煉련혼 도ᄐᆡ 곱ᄋᆞᆯ 노겨 골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取雄黃末傅瘡上當用有汁出卽差{{*|}}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반ᄃᆞ기 汁집이 나리니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疼痛以龍骨細硏傅瘡上{{*|}}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 긋디 아니코 알ᄑᆞ거든 龍료ᇰ骨고ᇙ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라
又方用桑根半斤剉以水一豆斗煎取五升不計時候煖服一盞服盡卽効{{*|}}
ᄯᅩ ᄲᅩᇰ나못 불휘 半반 斤근을 사ᄒᆞ라 믈 ᄒᆞᆫ 말로 글혀 닷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데여 ᄒᆞᆫ잔을 머구ᄃᆡ 다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石灰擣爲末厚傅瘡上用緜子裹之若瘡口深不合者內少許末令瘡漸漸合也{{*|}}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瘡차ᇰ의 두터이 ᄇᆞᄅᆞ고 소오ᄆᆞ로 ᄡᅩᄃᆡ ᄒᆞ다가 瘡차ᇰ이 기퍼 어우디 아니커든 져기 ᄀᆞᆯᄋᆞᆯ 녀허 瘡차ᇰ이 졈졈 어울에 ᄒᆞ라
又方用乾塩梅燒作灰細硏傅瘡上卽差{{*|}}
ᄯᅩ 소고매 ᄆᆞᆯ외욘 梅ᄆᆡᆼ實씨ᇙ을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金瘡血出不止取車前葉爛擣傅之血卽止連根取用亦効{{*|}}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나 긋디 아니커든 車창前젼 니플 므르디허 브티면 피 즉재 긋ᄂᆞ니 불휘 조쳐 ᄡᅮ미 ᄯᅩ 됴ᄒᆞ니라
治金瘡內漏瘀血在腹中脹滿宜服虻〈!--이체자--〉蟲散 虻〈!--이체자--〉蟲{{*|三十枚去趐足微炒}}桃仁{{*|一兩湯漫去皮尖雙仁麩炒微黃}}桂心{{*|一兩半去麤皮}}川大黃{{*|三兩剉碎微炒}}水蛭{{*|三十枚炒令微黃}}右件藥擣細羅爲散每服二錢用童子小便一中盞煎至五分溫溫和滓服日五服夜三服如卒無小便用酒水代之亦得{{*|}}
金금瘡차ᇰᄋᆡ 피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얼읜피 ᄇᆡ 안해 이셔 탸ᇰ만커든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散산을 머귤디니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 셜흔 나ᄎᆞᆯ ᄂᆞ래와 발와 앗고 자ᇝ간 봇고 桃또ᇢ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을 더운 므레 ᄃᆞ마 것과 부리와어우러ᅌᅵᄅᆞᆯ 앗고 기울와 섯거 봇가 져기 노ᄅᆞ게 코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 半반을 麤총ᄒᆞᆫ 거츨 밧기고川ᄌᆑᆫ大땡黃ᅘᅪᇰ 석 兩랴ᇰ을 사ᄒᆞ라 자ᇝ간 봇고 거머리 셜흔 나ᄎᆞᆯ 봇가 자ᇝ간 노ᄅᆞ게 ᄒᆞ고 이 藥약ᄃᆞᆯᄒᆞᆯ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에 두 돈곰 아ᄒᆡ 오좀 ᄒᆞᆫ 中듀ᇰ잔ᄋᆞ로 글혀 다ᄉᆞᆺ 分분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滓ᄌᆡᆼ 조쳐 머구ᄃᆡ 나ᄌᆡ 다ᄉᆞᆺ 번 먹고 바ᄆᆡ 세 번 머그라 ᄒᆞ다가 밧바 小쇼ᇢ便뼌 업거든 수리나 므리나 ᄒᆞ야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金瘡內漏血入腹中 大麻仁一升葱白{{*|二七莖}}右相和搗令熟以水三大盞煮取一盞去滓分爲三服若血出不盡腹中有膿血更令服當下膿血効{{*|}}
ᄯᅩ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들어든 열ᄡᅵ ᄒᆞᆫ 되와 파 두닐굽 줄기ᄅᆞᆯ 섯거 디허 닉게 ᄒᆞ야 믈 세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츙ᄒᆞ야 즈ᅀᅴ 앗고 ᄂᆞᆫ화 세 버네 머고ᄃᆡ ᄒᆞ다가 피 몯 다 나 ᄇᆡ 안해 골ᄆᆞᆫ 피 잇거든 다시 머기면 골ᄆᆞᆫ 피 ᄂᆞ려 됴ᄒᆞ리라
又方蒲黃{{*|二兩}}當歸{{*|二兩末}}右相和更硏令勻每服以溫酒調下一錢日四五服{{*|}}
ᄯᅩ 蒲뽕黃ᅘᅪᇰ 두 兩랴ᇰ과 當다ᇰ歸귕 두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섯거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번 머고매 ᄃᆞᄉᆞᆫ 술로 ᄒᆞᆫ 돈ᄋᆞᆯ 프러 머고ᄃᆡ ᄒᆞᄅᆞ 네다ᄉᆞᆺ 번 머그라
金瘡內漏血在腹中不出以牡丹擣細羅爲散不計時候以溫酒調下三錢{{*|}}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이셔 나디 아니커든牡무ᇢ丹단 ᄋ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ᄃᆞᄉᆞᆫ 술로 서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以馬齒莧擣取汁每服煖飮一小盞卽止兼治惡血在腹中{{*|}}
ᄯᅩ馬망齒칭莧ᅘᅧᆫ ᄋᆞᆯ 디허 汁집 아ᅀᅡ 머글 제 데여 ᄒᆞᆫ 小쇼ᇢ盞잔ᄋᆞᆯ 머그면 곧 긋ᄂᆞ니 모딘 피 ᄇᆡ 안해 이쇼ᄆᆞᆯ 조쳐 고티ᄂᆞ니라
衛生易簡方金瘡血不止用小薊葉挼爛封之{{*|}}
金금瘡차ᇰ 피 긋디 아니커든 小쇼ᇢ薊곙 니플 니기 부븨여 브티라
又方用白薇末貼之立止{{*|}}
ᄯᅩ 白ᄈᆡᆨ薇밍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用白芍藥一兩熬黃爲末酒調二錢服或米飮亦止痛{{*|}}
ᄯᅩ白ᄇᆡᆨ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봇가 누르거든 細솅末마ᇙᄒᆞ야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며 시혹 ᄡᆞᆯ 글힌 므레 머거도 ᄯᅩ 알포미 긋ᄂᆞ니라
又方用血竭末傅之血與疼痛立止{{*|}}
ᄯᅩ 血ᅘᆑᇙ竭꺼ᇙ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피와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金瘡腸出隨卽推入用桑皮作線縫佳以熱雞血塗之{{*|}}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챠ᇰᄌᆡ 나거든 卽즉時씽예 미러 녀코 ᄲᅩᇰ 거츠로 실 ᄆᆡᇰᄀᆞ라 호면 됴ᄒᆞ니 더운 ᄃᆞᆯᄀᆡ 피로 ᄇᆞᄅᆞ라
又方用靑蒿搗傅止血定痛生肌甚良{{*|}}
ᄯᅩ 靑쳐ᇰ蒿호ᇢᄅᆞᆯ 디허 ᄇᆞᄅᆞ면 피 그츠며 알포미 그츠며 ᄉᆞᆯ히내사ᄂᆞ니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經驗良方治金瘡 木賊{{*|三兩}}麻黃{{*|去節一兩}}甘草{{*|七錢半}}右爲細末每服五錢熱酒調下先整骨了夾定飮之令醉{{*|}}
金금瘡차ᇰ 고툐ᄃᆡ 속새 세 兩랴ᇰ과 麻망黃ᅘᅪᇰ ᄆᆞᄃᆡ 아ᅀᅡ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 닐굽 돈 半반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한 服뽁애 다ᄉᆞᆺ 돈ᄋᆞᆯ 더운 수레 프러 먹고 몬져 ᄲᅧᄅᆞᆯ 고텨 ᄢᅧ 단기고 술 머겨 醉ᄌᆔᆼ케 ᄒᆞ라
又方治金瘡中風痙角弓反張蒜半升破去心皮右以無灰酒二升煮令極爛細硏每服一合已來須臾得汗卽差{{*|}}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ᄇᆞᄅᆞᆷ 마자 왜트닐 고툐ᄃᆡ 마ᄂᆞᆯ 半반 되ᄅᆞᆯ ᄢᅢ혀 고ᄀᆡ야ᇰ과 거프를 앗고 ᄌᆡ 업슨 술 두 되로 글혀 ᄀᆞ자ᇰ 므르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번 머고ᄃᆡ ᄒᆞᆫ 홉만 ᄒᆞ면 아니한 더데 ᄯᆞᆷ나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鷄糞{{*|二兩}}黑豆{{*|一升洗淨炒令燋黑}}右以酒三升煎熱投藥於酒中更煎三五沸去滓時時隨多少飮之令盡得汗爲佳未汗卽更作服以汗出爲度{{*|}}
ᄯᅩ ᄃᆞᆯᄀᆡ ᄯᅩᇰ 두 兩랴ᇰ과 거믄 코ᇰ ᄒᆞᆫ 되ᄅᆞᆯ 조히 시서 봇가 검게 ᄒᆞ고 술 서 되로 글혀 덥거든 藥약ᄋᆞᆯ 수레 녀허 다시 세다ᄉᆞᆺ 번 글히고 즈ᅀᅴ 아ᅀᅡ 時씽時씽예 하거나 젹거나 머거 업게 ᄒᆞ야 ᄯᆞᆷ나미 됴ᄒᆞ니 ᄯᆞᆷ 곳 아니 나거든 다시 ᄆᆡᇰᄀᆞ라 머거 ᄯᆞᆷ날 ᄀᆞ자ᇰ ᄒᆞ라
又方雞子{{*|三枚}}鳥麻油{{*|五合}}合煎稍稠待冷塗瘡上極妙救急方上{{*|終}}{{*|}}
ᄯᅩ ᄃᆞᆯᄀᆡ알 세 낫과 ᄎᆞᆷ기름 닷 호ᄇᆞᆯ ᄒᆞᆫᄃᆡ 달혀 져기 두텁거든 ᄎᆡ와 헌 ᄃᆡ ᄇᆞᄅᆞ면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옛한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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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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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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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하|권하]]
|설명=
}}
{{옛한글 알림}}
{{옛한글/시작}}
==卒中風第一==
直指方治卒中法 圓白天南星{{*|濕紙裹煨}}南木香 蒼朮{{*|生}}白羊眼半夏{{*|用百沸湯就銚蘸少頃各一錢半}}辣細辛 甘草{{*|生}}石昌蒲{{*|細切各一錢}}右件剉散分作二服水一盞半生薑七厚片煎取其半乘熱調蘇合香圓三圓灌下痰盛者加全蝎二枚灸治一切卒中不論中風中寒中暑中濕中氣及痰厥飮厥之類初作皆可用此先以皂角去弦皮細辛或生南星半夏爲末揭以管子吹入鼻中俟其噴嚔卽進前藥牙噤者中指點南星細辛末幷烏梅肉頻擦自開{{*|直띡〮指ᄌᆞᆼ〯方바ᇰ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니〮 고티〮ᄂᆞᆫ〮 法{{SIC|법〮|빔〮}}은도〮렫고〮 ᄒᆡᆫ〮天텬南남星셔ᇰ 을저즌〮 죠ᄒᆡ〮예〮 ᄡᅡ〮 구으〮니와〮 南남木목〮香햐ᇰ 과〮 ᄂᆞᆯ蒼차ᇰ朮뜌ᇙ〮 와〮 ᄒᆡᆫ〮羊야ᇰᄋᆡ〮 눈〮ᄀᆞᆮ〮ᄒᆞᆫ 半반〮夏ᅘᅡᆼ〮 ᄅ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흔〮 므〮레자ᇝ〯간 ᄃᆞ〮모〮니〮 各각〮 ᄒᆞᆫ 돈〯 半반〮과〮ᄆᆡ온 細솅〮辛신 과〮 ᄂᆞᆯ甘감草초ᇢ〯 와石쎡昌챠ᇰ蒲뽕 ᄅᆞᆯ〮 細솅〮切쳐ᇙ〮호〮니 各각〮 ᄒᆞᆫ 돈〯ᄋᆞᆯ〮사ᄒᆞ〮라〮 ᄂᆞᆫ화〮 두〯服뽁〮 애ᄆᆡᇰᄀᆞ〮라〮 믈〮 ᄒᆞᆫ 盞{{SIC|잔〮|진〮}}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혀〮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더운〮 제 蘇송合ᅘᅡᆸ〮圓ᅌᅯᆫ 세〯 丸ᅘᅪᆫᄋᆞᆯ〮프〮{{SIC|러|리}} 브ᅀᅩ〮ᄃᆡ〮 痰땀 盛쎠ᇰ〮ᄒᆞ니〮란〮 全ᄍᆑᆫ蝎허ᇙ〮 두〯나〯ᄎᆞᆯ〮 구어 더으라〮 中듀ᇰ〮風보ᇰ과〮中듀ᇰ〮寒ᅘᅧᆫ 과〮中듀ᇰ〮暑셩〯 와〮中듀ᇰ〮濕십〮 과中듀ᇰ〮氣킝 와〮痰땀厥궈ᇙ〮 와〮飮ᅙᅳᆷ〯厥궈ᇙ〯 왓〮 類ᄅᆔᆼ〮ᄅᆞᆯ〮 議ᅌᅴᆼ〮論론말〯오〮 始싱〯作작〮애〮 다〯어루〮 이〮ᄅᆞᆯ〮ᄡᅳ〮리라〮 몬져 皂쪼ᇢ〯角각〮 시울〮와〮 거츨〮 앗고〮 細솅〮辛신이〮나〮生ᄉᆡᇰ南남星셔ᇰ 이〮나〮 半반〮夏ᅘᅡᆼ〮ᄅᆞᆯ〮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대〮로ᇰᄋᆞ〮로〮 ᄯᅥ〮 곳〮굼긔〮 부러〮 ᄌᆞᄎᆡ〮욤호〮ᄆᆞᆯ〮 기드〮려〮 藥약〮머기〮고〮 니〮 마고〮므니〮란〮 댜ᇰ가라개〮 南남星셔ᇰ과〮 細솅〮辛신ㅅᄀᆞᆯᄋᆞᆯ〮 무텨〮 烏ᅙᅩᆼ梅ᄆᆡᆼ肉ᅀᅲᆨ 조쳐 ᄌᆞ조〮 ᄲᅵ븨〮면〮 절〮로〮 열〯리라〮 厥궈ᇙ〮 은〮 손〮발〮 ᄎᆞ〮고〮脉ᄆᆡᆨ〮 그츤〮 病뼈ᇰ〮이〮라〮}}
經驗秘方三寶散治風昏氣厥不省痰塞失音 腦子 牛黃{{*|各二分}}朱砂{{*|六分}}右細末取 竹瀝油勻調每服一錢{{*|三삼寶보ᇢ〯散산〮 ᄇᆞᄅᆞᆷ마자〮 아〮즐〮ᄒᆞ며〮 氣킝〮厥궈ᇙ〮 ᄒᆞ〮야〮ᄎᆞ〮림 몯〯고〮 痰땀이〮마켜 소리〮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龍료ᇰ腦노ᇢ〯 牛우ᇢ黃ᅘᅪᇰ 各각〮 두〯分분과 朱즁砂상 六륙〮分분과〮ᄅᆞᆯ〮細솅〮末마ᇙᄒᆞ〮야〮 댓〮지〯네 골오〮 프〮러 ᄒᆞᆫ돈〯곰〮 머기라〮}}
千金方治惡風心悶欲死急灸足大趾下橫文隨年壯立愈又灸百會七壯{{*|惡ᅙᅡᆨ〮風보ᇰ이〮 안〮히 답답ᄒᆞ〮야〮 죽ᄂᆞ닐〮 고툐〮ᄃᆡ〮ᄲᆞᆯ리〮 밠〮 엄지〮가락 아랫ᄀᆞᄅᆞᆫ 그〮믈〮ᄯᅮ〮ᄃᆡ〮 나〮마초〮 ᄒᆞ면〮즉〮재〮 됻〯ᄂᆞ〮니라 ᄯᅩ〮百ᄇᆡᆨ〮會ᅘᅬᆼ ᄅᆞᆯ〮七치ᇙ〮壯자ᇰ〮 ᄋᆞᆯ〮 ᄯᅳ〮라〮}}
衛生易簡方治中風不語舌强 人乳汁 三年陳醬{{*|各五合}}右和硏以生布絞汁不拘時少少與服良久當語{{*|中듀ᇰ〮風보ᇰᄒᆞ〮야〮 말〯 몯〯고〮 혀〮세〯닐〮 고툐〮ᄃᆡ〮 사〯ᄅᆞᄆᆡ〮 졋〮!과〮!괴〮! 三삼年년 무근〮쟈ᇰ〯 各각 닷홉 과〮ᄅᆞᆯ〮섯거〮 ᄀᆞ〮라 生ᄉᆡᇰ뵈〮로〮 汁집〮을〮ᄧᅡ〮 時씽節져ᇙᄋᆞᆯ〮븓들이〮디〮 마〯오〮 젹젹 주〮어〮 머기〮면〮 오라〮면〮 반ᄃᆞ〮기 말〯ᄒᆞ리〮라〮}}又方治中風急喉痺欲死者用白殭蠶焙黃爲末生薑自然汁調灌下喉立愈{{*|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과 ᄀᆞᆯ이〮 모기〮브ᅀᅥ〮 죽ᄂᆞ닐〮 고툐〮ᄃᆡ〯白ᄈᆡᆨ〮殭가ᇰ蠶짬 ᄋᆞᆯ〮焙ᄈᆡᆼ〮籠로ᇰ애〮 ᄆᆞᆯ외〮야〮 노〮라〮커든〮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모ᄀᆡ〮 브ᅀᅳ면〮 즉〮재〮 됻〯ᄂᆞ〮니라〮}}又方治中風佛省人事用香油或生薑自然汁灌之卽醒{{*|ᄯᅩ〮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ᄂᆞ닐〮 고툐〮!ᄃᆡ!ᄐᆡ〮! ᄎᆞᆷ〮기르〮미나〮 시혹〮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이〮어나〮 브ᅀᅳ면〮 즉〮재〮 ᄭᆡ〮ᄂᆞ〮니라〮}}又方卒中風不省人事痰壅用生白礬二錢爲末生薑自然汁調幹開口灌下化痰或吐卽醒{{*|ᄯᅩ〮 믄득〮 中듀ᇰ風보ᇰ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모ᄅᆞ〮고〮 痰땀이〮마켜〮ᄭᅥ든 生ᄉᆡᇰ白ᄈᆡᆨ〮礬뻔〮 두〯 돈〯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에〮 프〮러〮 입〮버〯리〮혀고〮 브ᅀᅳ면〮 痰땀이〮슬〮어나 시혹 吐통ᄒᆞ면〮 곧〮 ᄭᆡ〮ᄂᆞ〮니라〮}}
簡易方救急稀涎散治中風忽然昏若醉形體昏悶四肢不收涎潮於上氣閉不通光明白礬{{*|一兩}}猪牙皂角{{*|四介肥實幷不蛀者去黑皮}}右細末硏勻輕者半錢匕重者三錢匕溫水調灌下不大嘔吐但微微冷涎出一二升便得醒醒次緩而調理不可大吐{{*|救구ᇢ急급稀힁涎ᄊᆑᆫ散산〮ᄋᆞᆫ〮 中듀ᇰ〮風보ᇰᄒᆞ〮야〮 忽호ᇙ然ᅀᅧᆫ히 어〮즐ᄒᆞ〮야〮 醉ᄌᆔᆼᄒᆞᆫᄃᆞᆺ〮ᄒᆞ며〮 모〮미 어〮즐〮코〮닶〮가와〮 네〯 활개ᄅᆞᆯ〮거두〮디〮 몯〯ᄒᆞ며〮더푸〮미〮 모ᄀᆞ〮로〮 올아〮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 光과ᇰ明며ᇰ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과〮 猪뎡牙ᅌᅡᆼ皂조ᇢ〯角각〮 네〯나〯치〮 ᄉᆞᆯ〮지고〮 염글오〮 좀〮 먹디〮 아니〮ᄒᆞ〮닐〮 거믄〮 거플밧겨〮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輕켜ᇰᄒᆞ니〮란〮 半반〮 돈〯이〮오〮 重듀ᇰ〯ᄒᆞ니〮란〮 세〯 돈〯ᄋᆞᆯ〮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ᅥ〮 너무吐통〮티〮 아니〮케코〮 오직〮 젹젹 ᄎᆞᆫ추〯미〮 ᄒᆞᆫ두〯 되〮만〮 나면〮 곧〮ᄉᆞᆲᄉᆞᆲᄒᆞ〮ᄂᆞ〮니라〮 {{SIC|버|바}}거 날회야〮 調뚀ᇢ理링〯 ᄒᆞ고〮 너무 吐통〮호〮미〮 몯〯ᄒᆞ리〮라〮}}
經驗良方破棺散治中風牙已緊無門下藥天南星末{{*|半錢}}白龍腦末一字右合硏勻頻擦令熱牙自開{{*|破팡〮棺관〮散산〮 은〮 中듀ᇰ〮風보ᇰᄒᆞ〮야〮 니〮ᄒᆞ마〮 구더〮 藥약〮머귤〮 門몬업〯스닐〮 고티〮ᄂᆞ니〮 天텬南남星셔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白ᄈᆡᆨ〮龍료ᇰ腦노ᇢ〯 ㅅ ᄀᆞᄅᆞ 一ᅙᅵᇙ 字ᄍᆞᆼ〮와〮ᄅᆞᆯ〮 뫼화〮 ᄀᆞ〮라 골아〮 ᄌᆞ조〮ᄲᅵ븨〮여〮 덥〯게〮 ᄒᆞ면〮 니〮 절로〮 열〯리라〮}}
葛氏備急方中風角弓反張四肢不收煩亂欲死者 淸酒{{*|五升}}雞白屎{{*|一升}}右擣篩合和揚之千遍乃飮之大人服一升日三少小服五合差{{*|ᄇᆞᄅᆞᆷ마자〮왜지그〯라〮 네〯 활〮개ᄅᆞᆯ〮 거두〮디〮 몯〯ᄒᆞ〮야〮어〮즈〮러워〮 죽ᄂᆞ닐〮 淸쳐ᇰ酒쥬ᇢ〯 닷 되〮와〮ᄃᆞᆯᄀᆡ〮 ᄒᆡᆫ〮 ᄯᅩᇰ ᄒᆞᆫ 되〮와〮ᄅᆞᆯ〮디코〮 {{SIC|처〮|치〮}} 프〮러〮 一ᅙᅵᇙ〮千쳔 버늘〮저ᅀᅥ〮 머구〮ᄃᆡ〮 얼〯우ᄂᆞᆫ〮 ᄒᆞᆫ 되〮옴〮 ᄒᆞᄅᆞ 세〯 번 먹고〮져므〮닌〮 닷호ᄇᆞᆯ〮 머그〮면〮 됴〯ᄒᆞ리〮라〮}}
==中寒第二<sub>凍瘡凍死附</sub>==
和劑方姜附湯 乾薑{{*|一兩}}附子{{*|生去皮臍細切一枚}}右㕮咀每服三錢水一盞半煎七分食前溫服{{*|姜가ᇰ附뿡〮湯타ᇰ 乾간薑가ᇰ ᄒᆞᆫ 兩랴ᇰ과附뿡〮子ᄌᆞᆼ〯 ᄂᆞᄅᆞᆯ〮 것 과〮ᄇᆡᆺ보ᄀᆞᆯ〮 앗〯고〮細솅切쳐ᇙ〮호〮니〮 ᄒᆞᆫ 낫〯과〮ᄅ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돈〯애〮 믈〮 ᄒᆞᆫ 盞잔〮 半반〮ᄋᆞ〮로〮 닐굽〮 分분ᄋᆞᆯ〮글혀〮 食씩〮前쪈에〮ᄃᆞᄉᆞ닐〮 머그〮라〮}}又方理中湯治五臟中寒口噤失音四肢强直兼治胃脘停痰冷氣刺痛 人蔘 乾薑 白朮 甘草{{*|各等分}}右㕮咀每服四錢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溫服{{*|ᄯᅩ〮理링〯中듀ᇰ湯탕 은五ᅌᅩᆼ〯臟짜ᇰ〯 이〮 中듀ᇰ〮寒ᅘᅡᆫᄒᆞ〮야〮 입〮 마고〮므러〮 소리〮 몯〯ᄒᆞ며〮 四ᄉᆞᆼ〮肢징세〯오〮 고ᄃᆞ〮닐〮 고티〮며〮 ᄯᅩ〮胃ᅌᅱᆼ〮脘ᅌᅪᆫ〮 애〮 痰땀이〯담겨〮 胃ᅌᅱᆼ〮脘ᅌᅪᆫ〮ᄋᆞᆫ〮가ᄉᆞ〮미라〮 冷ᄅᆡᇰ〯ᄒᆞᆫ 氣킝〮分분이〮디ᄅᆞ저겨〮 알ᄑᆞ닐〮 고티〮ᄂᆞ〮니〮人ᅀᅵᆫ蔘ᄉᆞᆷ 과〮 乾간薑가ᇰ과〮白ᄈᆡᆨ〮朮뜌ᇙ〮 와〮 甘감草초ᇢ〯ᄅᆞᆯ〮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네〯 돈〯애〮 믈〮 ᄒᆞᆫ 큰〮 盞잔〮으〮로〮 글혀〮 六륙分분에〮 니르〮거든〮즛의 앗〯고〮 ᄃᆞᄉᆞ닐〮 머그〮라}}
凍瘡聖惠方治凍耳成瘡兎腦髓取塗之{{*|귀〮어러〮 허〯닐〮 고툐〮ᄃᆡ〮 톳〮긔 머릿〮 骨고ᇙ〮髓ᄉᆔᆼ〯 를〮내〯야〮 ᄇᆞᄅᆞ라〮}}又方杏仁{{*|一斤湯浸去皮}}壓取油塗之{{*|ᄯᅩ〮杏ᅘᆡᇰ〯仁ᅀᅵᆫ ᄒᆞᆫ 斤근을〮 더운〮 므〮레ᄃᆞ〮마 것〮밧기〮고〮 지즐〮워〮 기름〮 내〯야〮 ᄇᆞᄅᆞ라〮}}
聖濟緫錄治手足凍瘡腫爛赤小豆半升煮汁熱浸洗瘡日三五次{{*|손〮밠〮언〯 瘡차ᇰ 이〮브ᅀᅳ며〮 헤여〮디닐〮 고툐〮ᄃᆡ〮 블근〮 ᄑᆞᆺ〮 半반〮 되〮ᄉᆞᆯᄆᆞᆫ〮 므〮를〮 덥〯게〮 ᄒᆞ〮야〮 瘡차ᇰᄋᆞᆯ〮 ᄃᆞ〮마〮시수〮ᄃᆡ〮 ᄒᆞᄅᆞ 세〯버니〮나〮 다ᄉᆞᆺ〮 버니〮나〮 ᄒᆞ라〮}}
治寒凍足跟開裂血出疼痛牛皮膠燒細硏爲末以唾和塗之{{*|어러〮밠〮츠〮기 ᄠᅥ〮디〮어〮 피〮나고알히〮ᄂᆞ닐〮 고툐〮ᄃᆡ〮ᄉᆈ〯 갓프〮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추〮메 ᄆᆞ라〮 ᄇᆞᄅᆞ라〮}}
百一選方治凍瘡黃蘗燒存性細硏以雞子淸調傅破者乾摻神妙{{*|언〮 瘡차ᇰᄋᆞᆯ〮 고툐〮ᄃᆡ〮黃ᅘᅪᇰ蘗ᄇᆡᆨ〮 을〮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ᄃᆞᆯᄀᆡ〮앐〮 ᄆᆞᆯᄀᆞᆫ〮 므〮레〮 ᄆᆞ〮라〮브티〮라〮 허〯닌〮ᄆᆞᄅᆞ닐〮 ᄲᅵ후〮미〮 됴〯ᄒᆞ니〮라〮}}
得效方治足上凍爛生瘡黃丹爲末用猪脂調傅妙{{*|바〮리〮ᄃᆞ〮라 헤여〮디닐〮 고툐〮ᄃᆡ〮 黃ᅘᅪᇰ丹단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도ᄐᆡ〮 기르〮메〮 ᄆᆞ라〮브튜〮미〮 됴〯ᄒᆞ니〮라〯}}
衛生寶鑑如神散治凍瘡皮膚破爛痛不可忍大黃爲細末新水調搽凍破瘡上{{*|}}
凍도ᇰ〮瘡차ᇰ〮 이〮 갓과〮 ᄉᆞᆯ〮쾌〮 헤여〮디〮여〮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닐〮 고툐〮ᄃᆡ〮大땡〮黃ᅘᅪᇰ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ᆺ기룬〮 므〮레〮프〮러 헌〯듸〮 ᄇᆞᄅᆞ라〮
衛生十全方治凍瘡 落蘇根{{*|卽茄子也}}濃煎湯洗了以雀兒腦髓塗之立効茄子莖葉枯者煮洗之{{*|}}
凍도ᇰ〮瘡차ᇰ을〮 고툐〮ᄃᆡ〮 가짓 불휘ᄅᆞᆯ〮툽투비 글혀〮 싯고〮 새〯 머릿〮 骨고ᇙ〮髓ᄉᆔᆼ〯로〮 ᄇᆞᄅ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ᄯᅩ〮 가짓 줄기〮와〮 닙이우〮닐〮 글혀〮 시스〮라〮
又方黃丹炒令色變 風化石灰{{*|等分}}右拌勻每一兩許沸湯浸洗患處冷卽止不過三洗効{{*|}}
ᄯᅩ〮 黃ᅘᅪᇰ丹단ᄋᆞᆯ〮봇가〮 비〮치〮다ᄅᆞ게〮 코〮 ᄇᆞᄅᆞ매〮ᄂᆞᆯ욘〮 石쎡〮灰횡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섯거〮 골아〮 ᄒᆞᆫ 兩랴ᇰ만〮글는 므〮레〮 ᄃᆞᆷ가〮 알ᄑᆞᆫ ᄃᆡ〮 시수〮ᄃᆡ〮 ᄎᆞ〮거든〮 말〮면〮 세〯 번 시수〮믈〮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라〮
凍死聖惠方治凍死方以大器中多熬灰使煖囊盛以摶其心冷卽更易心煖氣通目轉則口乃亦開可與溫酒服粥淸稍稍嚥之卽活若不先溫其心便將火灸其身冷氣與火相摶急卽不活也{{*|}}
어러〮주그〮닐〮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큰〮그르〮세〮 ᄌᆡ〮ᄅᆞᆯ〮만〯히〮 봇가〮 덥〯게〮 ᄒᆞ〮야〮 주머니〮예〮녀허〮 가〮ᄉᆞ〮매〮노햇〮다가〮 ᄎᆞ〮거든〮 즉〮재 ᄀᆞᆯ라〮ᄆᆞᅀᆞ미〯 더워〮 氣킝〮分분이〮 通토ᇰᄒᆞ며 누〮니 돌〯면〮 이〮비 ᄯᅩ〮 열〯리니〮어루〮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며〮粥쥭〮므〮를〮 漸쪔〯漸쪔〯 ᄉᆞᇝ기〮면〮 곧〮 사〯ᄂᆞ니〮ᄒᆞ〮다가〯 그 ᄆᆞᅀᆞᄆᆞᆯ〮ᄃᆞᆺ게〮 아니〮코〮 곧〮 블〮로〮 그 모〮ᄆᆞᆯ〮ᄧᅬ〯 면〮 ᄎᆞᆫ〮 氣킝〮分분이 블〮와〮 서르사화〮 ᄲᆞᄅᆞ면〮 곧〮사〯디〮 몯〯ᄒᆞ〮ᄂᆞ〮니라〮
本朝經驗粥飮醬湯爲上飮酒次之{{*|}}
粥쥭〮믈〮와〮쟈ᇰ〯ᄭᅮ기〮 위두코〮 술 머구〮미〮버그〮니라〮
==中暑第三==
聖惠方治熱暍心悶方以熱土及熬熱灰土壅其臍上佳{{*|}}
中듀ᇰ〮暑셩〮ᄒᆞ〮야〮 ᄆᆞᅀᆞᆷ 답답ᄒᆞ니〮 고티〮ᄂᆞᆫ〮 方바ᇰ애〮 더운〮 ᄒᆞᆰ과〮 봇ᄀᆞᆫ〮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우희〮 두프〮면〮 됴〯ᄒᆞ〮니라〮
又方濃煮蓼取汁一大盞分二服飮之愈{{*|}}
ᄯᅩ〮엿귀〮ᄅᆞᆯ〮 두터이〮 글혀〮 汁집〮을〮 取츙〯ᄒᆞ〮야〮 큰〮 ᄒᆞᆫ 盞잔ᄋᆞᆯ〮 두〮 服뽁〮애〯 ᄂᆞᆫ화〮 머그〮면〮 됻〯ᄂᆞ〮니〮라〮
又方生地黃汁一中盞溫暖服之{{*|}}
ᄯᅩ〮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汁집〮 ᄒᆞᆫ 中듀ᇰ盞잔〮을〮데여〮 머그〮라〮
又方取麵一兩以溫水一中盞攪和服之{{*|}}
ᄯᅩ〮 밄〮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을〮 ᄃᆞᄉᆞᆫ〮 믈〮 ᄒᆞᆫ 中듀ᇰ盞잔〮애〮 프〮러 머그〮라〮
又方服地漿一盞卽愈{{*|}}
ᄯᅩ〮地띵〮漿쟈ᇰ ᄒᆞᆫ 盞잔〮ᄋᆞᆯ〮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地띵〮漿쟈ᇰᄋᆞᆫ〮ᄯᅡ해〮 져〯근 굳〮 ᄑᆞ〮고〮 믈〮 브ᅀᅥ〯니기〮 후ᇰ〯두ᅌᅲᆫ〮 므〮리라〯
千金方治熱暍取道上熱塵土以壅心上少冷則易氣通止{{*|}}
더우〮며닐〮 고툐〮ᄃᆡ〮길헷〯 더운〮ᄒᆞᆯᄀᆞ〮로〮 가ᄉᆞ〮매〮여ᇇ고〮 져〯 기 식거든〮 ᄀᆞᆯ오〮 氣킝〮分분이〮通토ᇰ커든〮 말〯라〮
又方張死人口令通以暖湯徐徐灌口中小擧死人頭令湯入腹湏臾卽蘇{{*|}}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이〮블〮버〯리혀〮 通토ᇰ케〮 ᄒᆞ고〮 더운〮믈〮로〮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이베〮 븟고〮 주근〮 사〯ᄅᆞᄆᆡ〮 머리〮ᄅᆞᆯ〮 져〯기〮 드러〮 더운〮 므〮리〮 ᄇᆡ에들〮에〮 ᄒᆞ면〮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살〯리라〮
又方使人噓其心令暖易人爲之{{*|}}
ᄯᅩ〮 사〮ᄅᆞ〮ᄆᆞ로〮 가〮ᄉᆞ〮매〮 잆〮김〯 드〮려 덥〯게〮 호〮ᄃᆡ〮 사〯ᄅᆞᄆᆞᆯ〮ᄀᆞ람〮 ᄒᆞ라〮
又方抱狗子若雞着心上熨之{{*|}}
ᄯᅩ〮 가ᇰ아지〯와〮 ᄃᆞᆰ과〮ᄅᆞᆯ〮 아나〮 가ᄉᆞᆷ 우희〮다혀 熨ᅙᅮᇙ〮ᄒᆞ라
又方屋上南畔瓦熱熨心冷易之{{*|}}
ᄯᅩ〮 집 우흿 南남녁ᄀᆞ〮ᅀᅢᆺ〮 디새〮ᄅᆞᆯ 덥〯게〮 ᄒᆞ〮야〮 가ᄉᆞ〮매〮 熨ᅙᅮᇙ〮호〮ᄃᆡ〮 식거든〮 ᄀᆞᆯ라〮
壽域神方車輪土五錢冷水調澄淸服之妙{{*|}}
술윗〮ᄠᅵ옛〯 무든 ᄒᆞᆰ 닷 도〯ᄂᆞᆯ〮 ᄎᆞᆫ〮므레〮 프〮러〮ᄆᆞᆰ안초〮아 머그〮면〮 됴〯ᄒᆞ니라〮
又方中暑發昏以新汲水滴入鼻孔用扇搧之重者以地漿灌則醒與冷水飮則死{{*|}}
ᄯᅩ〮 中듀ᇰ〮暑쎵〮ᄒᆞ〮야〮 어즐〮커든〮 ᄀᆞᆺ 기!른〮!룬〮! 믈〮로곳〮굼긔〮 처〮디〯오〮 부체〮로〮부츠라〮 重뜌ᇰᄒᆞ니〮란〮 地띵〮漿쟈ᇰᄋᆞ로〮 브ᅀᅳ면 ᄭᆡ〮ᄂᆞ니〮 ᄎᆞᆫ〮 믈〮 ?머?기〮면〮 ?죽?ᄂᆞ니〮라〮
又方用大蒜三兩瓣細嚼溫湯送下仍禁冷水卽愈{{*|}}
ᄯᅩ〮 굴〯근〮 마ᄂᆞᆯ〮 두〯ᅀᅥ알〮 ᄒᆞᆯ ?ᄂᆞ?로니 십고〮 더운〮믈〮로〮ᄂᆞ리〮오고〮 ᄎᆞᆫ〮 므〮를〮 먹디〮 말〯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中熱暍死用路上熱土大蒜等分爛硏水調去粗飮之卽活{{*|}}
ᄯᅩ〮더위〮몌여〮 죽거든〮 길헷〮 더운〮 ᄒᆞᆰ과〮 굴〯근〮마ᄂᆞᆯ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ᄂᆞ로니 ᄀᆞ〮라 므〮레〮 프〮러〮 즛의 앗〯고〮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管見大全良方云若偶在無人所居之境一時無湯可移病人安於樹陰之下却掬路上熱土安於病人臍上仍撥開作一窮以人注尿於其中得暖卽活{{*|}}
ᄒᆞ다가〮마!조〮!초〮!아 사〮ᄅᆞᆷ 업〯슨〮 ᄯᅡ해이셔〮 더운〮믈 업〯거든〮 病뼈ᇰ〮人ᅀᅵᆫᄋᆞᆯ 옮겨〮 나못〮ᄀᆞ〮ᄂᆞᆯ해 두고〮 길헷〮 더운 ᄒᆞᆯᄀᆞᆯ〮?우?희〮여〮 病뼈ᇰ〮人ᅀᅵᆫ의 ᄇᆡᆺ복 우희〮노코〮 헤혀〮 ᄒᆞᆫ굼글〮 짓〯고〮 사〯ᄅᆞ미〮 그 가온〮ᄃᆡ〮 오좀〮 누면〮 더우〮면〮 곧 사〯ᄂᆞ〮니라〮
==中氣第四==
和劑方指南云氣中證候者多生於驕貴之人因事激挫忿怒盛氣不得宣泄逆氣上行忽然仆倒昏迷不省人事牙關緊急手足拘攣其狀與中風無異但口內無涎聲此證只是氣中不可妄投取涎發汗等藥而反生他病但可與七氣湯分解其氣散其壅結其氣自止七氣湯連進效速更可與蘇合香元{{*|}}
氣킝〮中듀ᇰ〮ᄒᆞᆫ 證지ᇰ은〮해〯 豪ᅘᅩᇢ貴귕ᄒᆞᆫ 사〯ᄅᆞ미이〯ᄅᆞᆯ〮 因ᅙᅵᆫᄒᆞ〮야〮!긱!격〮!발〮ᄒᆞ며〮 것기〮여〮 忿푼〯怒농〯ᄒᆞ〮야〮 氣킝〮分분이〮 盛쎠ᇰ〮호〮ᄃᆡ펴ᄃᆞᆯ〮 몯〯ᄒᆞ〮야〮 氣킝〮分분〮이거스〮러〮 우흐〮로〮올오〮매나〮 믄〮득〯업더〮디〮여 어〮즐〮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고〮 니〮세워드〮며 손〮바리뷔〯트〯리 그 야ᇰ〯이〮 中듀ᇰ〮風보ᇰ과〮 다ᄅᆞ디〮 아니〮ᄒᆞ니 오직〮 입〮 안해〮 추ᇝ〮소ᄅᆡ〮 업〯스니〮 이〮 證!시ᇰ〮!지ᇰ〮!이〮 곧〮 이〮 氣킝中듀ᇰ〮이〮니〮간대로〮 춤〮아ᅀᆞ며〮 ᄯᆞᆷ〮내〯욤 ᄃᆞᆯ〮햇〮 藥약〮ᄋᆞᆯ ᄡᅥ〮도ᄅᆞ혀〮 다ᄅᆞᆫ 病뼈ᇰ나긔〮 호〮미〮 몯〯ᄒᆞ리〮니〮 오직〮七치ᇙ氣킝湯!다ᇰ!타ᇰ! ᄋᆞᆯ 머겨〮 그 氣킝〮分분을ᄂᆞᆫ화〮 노기며〮막?딜?여〮 ᄆᆡ요〮ᄆᆞᆯ〮 흐트〮면〮 그 氣킝分분이〮 절로〮긋ᄂᆞ니〮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ᆯ〮닛우〮 머기〮면〮 效ᅘᅭᇢ〮驗ᅌᅥᆷ〮이〮 ᄲᆞ〮ᄅᆞ니〮 ᄯᅩ〮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을〮머규미〮 됴〯ᄒᆞ〮니라〮
七氣湯治虛冷上氣及寒熱怒恚喜憂愁等氣內結積聚堅牢如柸心腹絞痛不能飮食時發時止發則欲死半夏{{*|湯洗七次焙五兩}}人蔘{{*|去蘆}}甘草{{*|灸}}肉桂{{*|去麤皮各一兩}}右剉每服三錢水一大盞入生薑三片煎至七分去滓稍熱服食前{{*|}}
七치ᇙ〮氣킝湯타ᇰᄋᆞᆫ虛!힝!헝!冷ᄅᆡᇰ〯 ᄒᆞ야〮 氣킝〮分분이〮오ᄅᆞ니〮와〮 寒ᅘᅡᆫ과〮 熱ᅀᅧᇙ〮와〮 怒농〯와〮 깃붐〮과〮 시름〮 ᄃᆞᆯ〮햇〮 氣킝〮分분이〮 안해〮모다〮 구두〮미〮 진〮 ᄀᆞᆮ〮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파〮 飮ᅙᅳᆷ〯食씩〮 몯〮ᄒᆞ며〮 잇다감〮 發버ᇙᄒᆞ며잇다감〮 그처 發버ᇙ〮ᄒᆞ면〮 죽ᄂᆞ닐〮 고티〮ᄂᆞ니〮 半반〮夏ᅘᅡᆼ〮ᄅᆞᆯ 더운〮 므〮레〮 닐〮굽 번 시서 焙ᄈᆡᆼ乾건호〮니〮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蔘ᄉᆞᆷᄋᆞᆯ〮 !이!머!리〮!비!버!히고〮 甘감草초ᇢ〮ᄅᆞᆯ〮 굽고〮 肉ᅀᅲᆨ〮桂ᄀᆒᆼ〮ᄅᆞᆯ〮麤총ᄒᆞᆫ 것밧교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세〯 돈〮애〮 믈 ᄒᆞᆫ 大땡〮?盞?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 너허〮 七치ᇙ〮分분을〮 글혀〮 즛의 앗〮고〮 져〯기 덥〮게 ᄒᆞ〮야〮 食씩〮前쩐에〮 머기〮라〯
澹療方獨香湯主中氣閉目不語四肢不收昏沈等證南木香爲末每服一錢冬瓜子煎湯調下{{*|}}
獨똑〮香햐ᇰ〮湯타ᇰ은〮 中듀ᇰ〮氣킝〮ᄒᆞ야〮 눈〮ᄀᆞᆷ〮고〯 말〯 몯〯고〮 四ᄉᆞᆼ〮肢징를〮 거두〮디〮 몯〯ᄒᆞ고 昏혼沈띰 等드ᇰ〯엣〮 證지ᇰ?에〮? 主즁〯ᄒᆞ니〮 南남木목〮香햐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 錢쩐을冬도ᇰ瓜광 ᄡᅵ〮글휸〮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廻陽湯治中氣脉弱大叚虛怯等證 川烏{{*|生去皮臍}}附子{{*|生去皮臍各半兩}}乾薑{{*|炮二錢}}靑皮{{*|去穰一兩}}益智仁{{*|一兩}}右剉每服三錢水二盞生薑七片棗一枚同煎至一盞去滓溫服或入小木香{{*|}}
ᄯᅩ〮廻ᅘᅬᆼ陽야ᇰ湯타ᇰ 은〮 中듀ᇰ氣킝〮ᄒᆞ〮야〮 脉ᄆᆡᆨ〮이〮 弱ᅀᅣᆨ〮ᄒᆞ〮야 ᄀᆞ자ᇰ〮 虛헝弱ᅀᅣᆨ〮ᄒᆞᆫ〮 等드ᇰ〯엣〮 證지ᇰ〮을〮 고티ᄂᆞ니川ᄎᆑᆫ烏ᅌᅩ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과〮 앗〯고〮 附뿡〮子ᄌᆞᆼ〯 生ᄉᆡᇰᄒᆞ닐〮 것〮과〮 ᄇᆡᆺ복아ᅀᅩ〮니〮 各각 半반〮 兩랴ᇰ〯과〮 乾간薑가ᇰ 炮뽀ᇢ호〮니 두〯 돈〮과〮 炮뽀ᇢᄂᆞᆫ〮 믈〮 저즌〮 죠ᄒᆡ〮예〮 ᄡᅡ〮노ᄋᆞᆯ압〮ᄌᆡ〮예 무더〮구을〮시〮라〮 靑쳐ᇰ皮삥솝〮 아ᅀᅩ〮니〮 ᄒᆞᆫ 兩랴ᇰ〮과〮 益ᅙᅧᆨ〮智딩〮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每ᄆᆡᆼ〯服뽁〮 三삼錢쪈에〮 믈 두〯 盞잔〮과〮 生ᄉᆡᇰ薑가ᇰ 닐굽〮 片편〮과〮 大땡〮棗조ᇢ〯 ᄒᆞᆫ ᄂᆞᆺ〯과〮 ᄒᆞᆫᄃᆡ〮 글혀 ᄒᆞᆫ 盞잔애〮 니르〮거든〮 즛의 앗〯고〮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시혹〮小쇼ᇢ木목〮香햐ᇰ ᄋᆞᆯ〮 더드〮리ᄂᆞ니라〮
==中忤中惡鬼氣第五==
經驗良方云其證暮夜或登廁或出郊野或遊空冷屋室或人所不至之地忽然眼見鬼物鼻口吸着惡鬼氣驀然倒地四肢厥冷兩手握拳口鼻出淸血性命逡巡湏臾不救此證與尸厥同但腹不鳴心脇俱暖凡中惡驀然倒地切勿移動其尸卽令親戚衆人圍繞打鼓燒火或燒射香安息蘇木香樟木之類直候醒記人事方可移歸犀角{{*|鎊屑硏爲細末半兩}}射香 朱砂{{*|各一分}}已上爲細末每服二錢井水調服灌之如無前藥用雄黃一味爲末每服一錢煎桃枝葉湯調灌又無雄黃用故汗衣或觸衣汗衣者着在身上多時久遭汗者佳觸衣者久着內衣襯衣也男用婦衣婦用男衣燒灰每服二錢百沸湯調下{{*|}}
그 證지ᇰ〮이〮 바ᄆᆡ〮 시혹〮 뒷〯가내〮 오ᄅᆞ거나〮 시혹〮드르〮헤〮 나〮가〮거나〮 시혹〮뷘〯 ᄎᆞᆫ〮 房바ᇰ의〮 놀〯어나〮 시혹〮 사ᄅᆞ미〮 가디〮 아니〮ᄒᆞ〮ᄂᆞᆫ〮 ᄯᅡ해〮 믄득〮 누네〮 귓것 보며〮 고〮콰〮 입〮과〮로〯모〯딘〮 귓거싀〮 氣킝〮分분을〮 마시〮거나〮 ᄒᆞ〮야〮 믄득〮 ᄯᅡ해〮그우러〮디〮여〮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두〯 소〮니〮쥐〯오〮 입〮과〮 고해〮ᄆᆞᆯᄀᆞᆫ〮 피〮 흘러〮性셔ᇰ〮命며ᇰ〮이〮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이〮 證지ᇰ이〮尸싱厥궈ᇙ〮 와〮 ᄀᆞᆮ〮ᄒᆞ니〮 오〮직〮 ᄇᆡ〮우〯디〮 아니〮ᄒᆞ고〮 가ᄉᆞᆷ〮과〮녀비〮 다〯더우〮니라〮 믈〮읫 中듀ᇰ〮惡ᅙᅡᆨ〮 ᄒᆞ〮야〮 믄득〮 ᄯᅡ해〮 그우러디〮거든〮자ᇝ〯간도〮 그주거〮믈〮 옮기〮디〮 말〯오〮 즉〮재아ᅀᆞᆷ〮과〮 한 사〯ᄅᆞ〮ᄆᆞ로〮 圍ᅌᅱᆼ繞ᅀᅭᇢ〮ᄒᆞ〮야〮붑〮 두드〮리며〮 블〮다히〮게 ᄒᆞ며〮 시혹〮射썅〮香햐ᇰ 과〮安ᅙᅡᆫ息씩〮香햐ᇰ 과〮 蘇송木목〮香햐ᇰ과〮樟자ᇰ木목〮 ㅅ類ᄅᆔᆼᄅᆞᆯ〮 ᄉᆞ〮라〮 人ᅀᅵᆫ事ᄊᆞᆼ〮ᄎᆞ〮료ᄆᆞᆯ〮 기드〮려〮 옮겨〮 갈〯디〮니라〮犀솅角각〮 ᄋᆞᆯ〮슬허〮 ᄀᆞ〮라〮 細솅〮末마ᇙ〮호니〮 半반〮 兩!라ᇰ〮!랴ᇰ〮!과〮 射썅〮香햐ᇰ과〮 朱즁砂상와〮 各각〮 ᄒᆞᆫ 分분을〮 細솅〮末마ᇙ〮ᄒᆞ〮야〮 每ᄆᆡᆼ〯服뽁〮二ᅀᅵᆼ〮錢쪈을〮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브ᅀᅳ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每ᄆᆡᆼ〯服뽁〮 一ᅙᅵᇙ〮錢쪈을〮복셩홧가〮지 와〮 닙〮 글횬〮 므〮레〮 프〮러〮 브ᅀᅳ라〮 ᄯᅩ〮雄ᅘᅮᇰ黃ᅘᅪᇰ 업〯거든〮 ᄂᆞᆯᄀᆞᆫ〮 ᄯᆞᆷ〮오〮시나〮 시혹〮觸쵹〮衣ᅙᅴᆼ어나〮 ᄯᆞᆷ〮오〯ᄉᆞᆫ 모매〮 오래〮 니버〮 오래〮 ᄯᆞᆷ〮ᄇᆡ니〮 됴〯코〮 觸쵹〮衣ᅙᅴᆼᄂᆞᆫ 오래F 니븐〮솝〯오〮시라〮 남진ᄋᆞᆫ〮겨〯지븨〮 오〮ᄉᆞᆯ〮 ᄡᅳ〮고〮 겨〯지븐〮 남지〮늬〮 오〮ᄉᆞᆯ ᄡᅮᆯ〮디니〮 ᄌᆡ〮 ᄉᆞ라〮 每ᄆᆡᆼ〯服뽁〮 二ᅀᅵᆼ〮錢쪈을〮 一ᅙᅵᇙ百ᄇᆡᆨ〮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聖惠方治卒客忤有似卒死生昌蒲根擣絞取汁二三合灌下立愈{{*|}}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니〮 ᄀᆞᆮ〮ᄒᆞ닐〮 고툐〮ᄃᆡ〮 ᄂᆞᆯ昌챠ᇰ蒲뽕 ㅅ 불휘〮ᄅᆞᆯ〮디허〮 汁집〮ᄲᅡ〮 두〯ᅀᅥ〮 호ᄇᆞᆯ〮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治中惡心痛欲絶方釜底墨{{*|半兩}}塩{{*|一錢}}右件藥和硏以熱水一盞調頓服之{{*|}}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알파〮 죽ᄂᆞ닐〮 고툐〮!ᄐᆡ〮!ᄃᆡ〮!가마 미틧〮 검듸여ᇰ 半반〮 兩랴ᇰ〯과〮 소곰 ᄒᆞᆫ 돈〯ᄋᆞᆯ〮섯거〮 ᄀᆞ〮라〮 더운〮믈〮 ᄒᆞᆫ 盞잔〮애〮 프〮러 다〯 머그〮라〮
又方中惡氣絶以上好朱砂細硏於舌上書鬼字又額上亦書之此法極效{{*|}}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 긋거든 ᄀᆞ자ᇰ 됴〯ᄒᆞᆫ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혀〮에〮鬼귕〯ㅈ字ᄍᆞᆼ〮 ᄅᆞᆯ〮스〮고〮 ᄯᅩ〮니마〮희〮 술〮디니〮 이〮 法법〮이〮지〮극 됴〯ᄒᆞ〮니라〮
又方鬼神所擊諸術不治熟艾如鴨子大二枚水二盞煮取五分去滓頓服{{*|}}
ᄯᅩ〮 귓거시〮텨〮 여러〮 法법〮으〮로〮 고티〮디 몯〯ᄒᆞ〮거든〮 니근〮 ᄡᅮᆨ〮올〮ᄒᆡ알〮 만〮ᄒᆞ니〮 두〯 나〯ᄎᆞᆯ〮 믈〮 두〯 盞잔〮애〮 글혀〮 다ᄉᆞᆺ〮 分분을〯 取츙〯ᄒᆞ〮야〮 즛의 앗〯고〮 다〯 머그〮라〮
又方卒中鬼擊及刀兵所傷血滿膓中不出煩悶欲死雄黃一兩細硏如粉以溫酒調一分服日三服血化爲水{{*|}}
ᄯᅩ〮 귓거시〮 믄득〮 티며〮갈〮 잠개〮예〮 허러〮 피〮 토ᇰ〮 안해〮ᄀᆞᄃᆞᆨᄒᆞ〮야〮 나디〮 몯〯ᄒᆞ〮야〮답〮ᄭᅡ와〮 죽ᄂᆞ닐〮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ᄃᆞᄉᆞᆫ 수레〮 ᄒᆞᆫ 分뿐〮을〮 프〮러〮 ᄒᆞ〮ᄅᆞ 세〯 번곰〮 머그〮면〮 피〮 믈〮 ᄃᆞ외ᄂᆞ〮니라〮
千金方治卒忤塩八合以水三升煮取一升半分二服得吐卽愈若小便不通筆頭七枚燒作灰末水和服之卽通{{*|}}
믄득〮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니〮 고툐〮ᄃᆡ〮 소곰 여듧〮 호ᄇᆞᆯ〮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거〮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ᄒᆞ〮다가〮 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붇〮 머리〮 닐구〮블〮 ᄉᆞ〮라〮 ᄀᆞᄅᆞ !ᄃᆡᇰ!ᄆᆡᇰ!ᄀᆞ〮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葛氏備急方中惡證候視其上唇裏弦者有白如黍米大以針決去之{{*|}}
中듀ᇰ惡ᅙᅡᆨ 證지ᇰ〮이 웃입시울〮 !인!안!ᄒᆞᆯ 보〯ᄃᆡ〮 ᄒᆡᆫ〮 거시〮 기장ᄡᆞᆯ〮ᄀᆞᆮ〮ᄒᆞ니〮 잇ᄂᆞ니〮 바ᄂᆞᆯ〮로〮ᄯᅡ〮 아ᅀᅩᆯ〮디〮니라
又方半夏末如豆大吹鼻中{{*|}}
ᄯᅩ〮 半!빈〮!반〮!夏ᅘᅡᆼ〮末마ᇙ〮ᄋᆞᆯ〮 콩낫〯?만〮? 곳〮굼긔〮 불〯라〮
又方客忤者中惡之類也令人心腹絞痛脹滿氣衝心胸不卽治殺人 細辛 桂末等分內口中{{*|}}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ᄂᆞᆫ〮 中듀ᇰ〮惡ᅙᅡᆨ〮ㅅ類ᄅᆔᆼ〮니〮 사〯ᄅᆞ〮ᄆᆞ로〮 가ᄉᆞᆷ〮 ᄇᆡ〮 알ᄑᆞ며〮탸ᇰ〯만〮ᄒᆞ〮야〮 氣킝〮分분이〮 가ᄉᆞ〮매〮다와티〮ᄂᆞ니〮 즉재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細솅〮辛신과〮桂궹〮皮삥 ㅅ ᄀᆞᆯᄋᆞᆯ〮等드ᇰ〯分분ᄒᆞ〮야〮 입〮 안해〮녀흐〮라〮
又方卒得鬼擊之病無漸卒着如人刀刺狀胸脇腹內絞急切痛不可抑按或卽吐血或鼻中出血或下血一名鬼排治之灸鼻下人中一壯立愈{{*|}}
ᄯᅩ〮 믄득〮 귓것 틴 病뼈ᇰ〮을〮 어〯더漸쪔〯漸쪔〯 아니〮ᄒᆞ〮야〮 믄득〮어〯두미〮 갈〮ᄒᆞ로〮 디르ᄂᆞᆫ ᄃᆞᆺ〮ᄒᆞ〮야〮 가ᄉᆞᆷ〮과〮 녑과〮 ᄇᆡ〮 안〮히ᄀᆞ자ᇰ〮 알파〮ᄆᆞᆫ지〮디〮 몯〯ᄒᆞ며〮 시혹〮 피〮ᄅᆞᆯ〮 吐통〮ᄒᆞ며〮 시혹〮 고해〮 피〮내〯며〮 시혹 아래〮 피〮나〮ᄂᆞ니〮 고툐〮ᄃᆡ〮 고〮 아랫〮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 을〮 ᄒᆞᆫ 붓글〮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臍下一寸三壯炙臍上一寸七壯{{*|}}
ᄯᅩ〮 ᄇᆡᆺ복 아랫〮一ᅙᅵᇙ〮寸촌〮ᄋᆞᆯ〮 세〮 붓글〮 ᄯᅳ〮고〮 ᄇᆡᆺ복 우 一ᅙᅵᇙ〮寸촌ᄋᆞᆯ 닐굽〮 붓글〮 ᄯᅳ라〮
又方以淳酒吹內兩鼻中{{*|}}
ᄯᅩ 됴〮ᄒᆞᆫ 술로 두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鼠屎末服如黍米不能飮之以少水和內喉中{{*|}}
ᄯᅩ〮 쥐ᄯᅩᆼᄋᆞᆯᄇᆞᆺ아〮 기자ᇰᄡᆞᆯ〮만〮 머구〮ᄃᆡ〮 먹디〮 몯〯거든〮 믈〮져〯기 ᄒᆞ〮야〮 프〮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簡方被鬼擊用竈心土爲末每服二錢新汲水調下及以少許吹鼻中{{*|}}
귓거싀〮게 마ᄌᆞ〮닐〮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먹그〮며 져〯기 고해〮 불〯라〮
又方{{*|恍惚見鬼}}發狂用平胃散加辰砂末棗湯調服{{*|}}
ᄯᅩ 어즐ᄒᆞ〮야〮 귓것 보〮아〮 미치〮거든〮平뼈ᇰ胃ᅌᅱᆼ〮散산〮 애〮 朱즁砂상ㅅᄀᆞᆯᄋᆞᆯ〮 녀허〮 大땡〮棗조ᇢ〯湯타ᇰ애〮 프〮러 머그〮라〮
又方中惡客忤卒死者用皂角末吹鼻或硏韭汁灌耳中以艾灸臍中百壯{{*|}}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믄득〮 주그〮닐〮 皂쪼ᇢ〯角각〮ㅅ ᄀᆞᆯᄋᆞᆯ〮 고해〮 불〯라〮 시혹〮 염〮굣〮 즈〮블 ᄀᆞ〮라 귀예〮 븟고〮 ᄡᅮ〮그로〮 ᄇᆡᆺ보ᄀ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붓글〮 ᄯᅳ〮라〮
又方中惡客忤垂死用射香一錢硏和醋二合服之卽差{{*|}}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며〮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죽ᄂᆞ닐〮 射썅〮香햐ᇰ ᄒᆞᆫ 돈〯 ᄀᆞ라 초에〮 프〮러 두〮 호ᄇᆞᆯ〮 머그〮면〮 즉재 !둍〯!됻〯!ᄂᆞ〮니라〯
壽域神方凡卒死或先病痛或常寢臥忽絶皆是中惡救之以葱黃心刺入鼻內男左女右入深五寸若目中出血佳又用葱管吹其兩耳兩鼻孔中{{*|}}
믈읫 믄득〮 주구〮미 시혹〮 몬져 病!뼝〮!뼈ᇰ〮!을〮 알커나〮 시혹〮샤ᇰ녜〮 자다가〮 믄득〮 죽ᄂᆞ니〮 다〯 이〮 中듀ᇰ〮惡ᅙᅡᆨ〮이〮니〮 救구ᇢ〮호〯ᄃᆡ〮 팟〮 누른〮엄〯으〮로〮 고 안해〮 녀호〮ᄃᆡ〮 남지는〮 왼〯녁 겨〯지븐〮 올〮ᄒᆞᆫ녀긔〮 기피〮 五ᅌᅩᆼ〯寸촌〮이〮들〮에〮 ᄒᆞ〮야〮 ᄒᆞ〮다가〮 누내〮 피〮나면〮 됴〮ᄒᆞ니라〮 ᄯᅩ〮 팟〮 니〮프로〮 두〯 귀〮와〮 두〯 곳〮굼글〮 불〯라〮
又方取小便灌其口數遍卽能語{{*|}}
ᄯᅩ〮 小쇼ᇢ〯便뼌을〮 이베〮 브ᅀᅩ〮믈〮 두〯ᅀᅥ〮 번 ᄒᆞ면〮 곧〮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中惡短氣欲死灸足兩大𧿹趾上甲後聚毛中各十四壯不愈再灸十四壯{{*|}}
ᄯᅩ〮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氣킝〮分분이〮뎔어〮 죽ᄂᆞ닐〮두〮 발〮엄지〮가〮락 톱〮 뒷〯 털〮 난ᄯᅡ〮ᄒᆞᆯ〮 열〯네〯 붓곰〮 ᄯᅮ〮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시〮 열〮네〯 붓글〮 ᄯᅳ〮라〮
又方驚怖死者用溫酒灌之卽蘇{{*|}}
ᄯᅩ 놀〮라 주그〮닐〮 ᄃᆞᄉᆞᆫ 수를〮 머기〮면〮 즉〮재 사〯ᄂᆞ〮니라〮
==鬼魘鬼打第六==
經驗良方其證初到客舍或官驛及久無人居冷房睡中覺鬼物魘打但聞其人吃吃作聲便令人呌喚如呌不醒此乃鬼魘也湏臾不救則死 牛黃 雄黃{{*|各一錢}}朱砂{{*|半錢}}巳上各硏爲細末和勻每挑一錢許床下燒次挑一錢用酒調灌之如無前藥用桃柳枝取東邊各三七寸煎湯三盞候溫倂灌服又無桃柳枝用竈心土搥碎爲細末每服二錢新汲井花水調灌更挑半指甲許吹入鼻中更用艾灸人中穴在鼻下幷灸兩脚大拇指內離甲一薤葉許各灸一七壯卽活{{*|}}
그 證지ᇰ〮이〮 客ᄏᆡᆨ舍상〮ㅣ어나〮 시혹〮 驛역〯이〮어나〮 오래〮 사〯ᄅᆞᆷ 업〯슨〮 ᄎᆞᆫ〮 房바ᇰ의〮 자〮다가 귓거시〮 누르며툐ᄆᆞᆯ〮 아라〮 오직〮 그 사〯ᄅᆞ미〮헐헐ᄒᆞᆯ 소릴〮 듣고〮 곧〮 사〯ᄅᆞ〮ᄆᆞ로〮 브르게〮 !ᄒᆞᆯ〮!훌〮!디니〮블로〮ᄃᆡ〮 ᄭᆡ디〮 아니〮ᄒᆞ면〮 이〮 귓거시〯 눌〯로〮미니〮 아니〮한〮 ᄉᆞᅀᅵ〮ᄅᆞᆯ〮 救구ᇢ〮티〮 아니〮ᄒᆞ면〮 죽ᄂᆞ니〮 牛ᅌᅮᇢ黃ᅘᅪᇰ과 雄ᅘᅮᇰ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돈〯과〮 朱즁砂상 半반〮 돈〯ᄋᆞᆯ〮 各각〮各각〮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골오〮 섯거〮 ᄒᆞᆫ 돈〯만〮 ᄯᅥ〮 사ᇰ 아래〮 ᄉᆞᆯ〮오〯 !비!버!거〮 ᄒᆞᆫ 돈〯ᄋᆞᆯ〮 수레〮 프〮러〮 머기〮라〮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복〮샤ᇰ화나모와〮 버드〮나못 가〮지ᄅᆞᆯ〮 東도ᇰ녁긔〮칠 各각〮各각〮 세〯닐굽〮 寸촌〮ᄋᆞᆯ〮 가져〮다가〮 므〮?레? 글혀〮 세〯 盞잔〮ᄋᆞᆯ〮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복?샤ᇰ?화나모 버듨〮가〮지 업〯거든〮 가〮마〮 미틧〮 ᄒᆞᆯ〮ᄀ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누〯!두〯! 돈〯ᄋᆞᆯ〮 ᄀᆞᆺ 기!른〮!룬〮! 井졍〯花황水ᄉᆔᆼ예〮 프〮러 머기〮고〮 ᄯᅩ〮 半반〮 소ᇇ톱만〮 ᄯᅥ〮 고해〮 부러〮 드〮리고〮 ᄯᅩ〮 ᄡᅮ〮그로〮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ᄯᅳ〮고〮 두〯 !밠〮!뱘〯! !염!엄!지〮가락〮 안해〮 밠〮토〮브로〮 ᄒᆞᆫ 부〯ᄎᆡᆺ닙〮 만〮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ᄒᆞᆫ닐굽〮 붓글〮 ᄯᅳ〮면〮 곧〮 사〯ᄂᆞ〮니라〮
千金方治鬼擊雞屎白{{*|如棗大}}靑花麻一把{{*|卽常用麻}}右二味以酒七升煮取三升熱服須臾發汗若不汗熨斗盛火灸兩脇下使熱汗出愈{{*|}}
귓것 티〮닐〮 고툐〮ᄃᆡ〮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것 대〯초만〮과〮 삼〮 ᄒᆞᆫ 줌〯과〮 두〯 가지〮ᄅᆞᆯ〮 술 닐굽〮 되〮로〮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더우〮닐〮 머그〮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ᄯᆞᆷ〮나〮ᄂᆞ니〮 ᄒᆞ〮다가〮 ᄯᆞᆷ〮나디〮 아니〮커든〮다리〮우〮리예〮 블〮 다마〮 두〯 녁 녀〮블〮ᄧᅬ〯야〮 덥〯게〮 ᄒᆞ면〮 ᄯᆞᆷ〮나면〮 됻〯ᄂᆞ〮니라〮
聖惠方卒魘忌燈火照照則神魂遂不復入乃至於死人有於燈光前魘者本在明處是以不忌火也{{*|}}
ᄀᆞ오〮누르〮이닐〮 블〮혀〮 뵈〯요미〮 몯〯ᄒᆞ리〮니〮 블〮 뵈〯면〮 넉시〮 도로 드〮디〮 아니〮ᄒᆞ〮야〮 죽ᄂᆞ니〮라〮 블〮 현〯 ᄃᆡ〮 이셔〮 ᄀᆞ오누르〮이닌〮본〮ᄅᆡ ᄇᆞᆯᄀᆞᆫ〮 ᄃᆡ 이실ᄉᆡ〮 블〮 혀〯미〮 므〮던ᄒᆞ니〮라〮
治卒魘昏昧不覺方右以皂莢末用細竹管吹兩鼻中卽起三兩日猶可吹之{{*|}}
믄득 ᄀᆞ오누르여 ᄎᆞ림 몯ᄒᆞ거든皂쪼ᇢ莢겹 ᄀᆞᆯᄋᆞᆯ ᄀᆞᄂᆞᆫ 대로 두 곳굼긔 불면 즉재니ᄂᆞ니 잇사ᄋᆞ래도 어루 불리라
又方治卒魘右以雄黃細硏以蘆管吹入兩鼻中桂心末亦得{{*|}}
ᄯᅩ 과ᄀᆞᆯ이ᄀᆞ오눌엿거든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ᄀᆞᆯ로 부러 두 고해 녀흐라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ᄅᆞ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菖蒲末吹兩鼻中以桂末納於舌下亦得{{*|}}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불오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ᆯ 혀 아래 녀후미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以雄黃如棗核大繫於左臂令人終身不魘寐也{{*|}}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ᆼᄋᆞᆯ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ᄒᆞ닐 왼녁ᄇᆞᆯᄒᆡ ᄃᆞ라 두면 사ᄅᆞᄆᆞ로 죽ᄃᆞ록 ᄀᆞ오누르이디 아니케 ᄒᆞᄂᆞ니라
又方服猪脂如雞子大卽差未差再服{{*|}}
ᄯᅩ 猪뎡脂징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 됴티 아니커든 다시 머그라
備急大全良方療臥忽不悟愼勿以火照則殺人但唾其面更痛囓足大拇指甲際卽省更以半夏末吹入鼻中更以韭葉擣取自然汁灌鼻孔中冬月用韭根擣取自然汁灌卽活{{*|}}
자다가 ᄭᆡ디 몯ᄒᆞ닐 고툐ᄃᆡ 자ᇝ간도 블 혀 뵈디마롤디니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오직 ᄂᆞᄎᆡ 춤받고 ᄯᅩ 발엄지가락 톱 ᄉᆞᅀᅵᄅᆞᆯᄆᆡ이 믈면 즉재 ᄭᆡᄂᆞ니라 ᄯᅩ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곳굼긔 불오 ᄯᅩ 부ᄎᆡᆺ 니플 디허 즈브로 곳굼긔 브ᅀᅳ라겨ᅀᅳ렌 부ᄎᆡᆺ 불휘ᄅᆞᆯ 디허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取츙ᄒᆞ야 브ᅀᅳ면 즉재 사ᄂᆞ니라
==卒死第七==
千金方治卒死無脉牽牛臨鼻上二百息牛舐必瘥牛不肯舐着塩汁塗面上牛卽肯舐{{*|}}
가ᄀᆞ기 주거 脉ᄆᆡᆨ업스닐 고툐ᄃᆡ 쇼ᄅᆞᆯ잇거 고 우희 다혀 二ᅀᅵᆼ百ᄇᆡᆨ 버ᄂᆞᆯ숨쉬울디니 ᄉᆈ 할ᄒᆞ면 반ᄃᆞ기 됻ᄂᆞ니라쇼옷 할티 아니커든 소곰므를 ᄂᆞᄎᆡ ᄇᆞᄅᆞ면 ᄉᆈ 곧 할ᄂᆞ니라
又方馬屎絞取汁飮之無新者水和乾者亦得{{*|}}
ᄯᅩ ᄆᆞᆯᄯᅩᇰᄋᆞᆯ ᄧᅡ 즈블 取츙ᄒᆞ야 마시라 새 업거든 므레 ᄆᆞᄅᆞ닐 프러도 ᄯᅩ 됴ᄒᆞ니라
肘後方乾者以人溺解之{{*|}}
ᄆᆞᄅᆞ닌 사ᄅᆞᄆᆡ 오조ᄆᆞ로 플라
又方灸熨斗熨兩脇下又治尸厥{{*|}}
ᄯᅩ 다리우릴 데여 두 녀블 울ᄒᆞ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針閒使各百餘息又灸鼻下人中又治尸厥{{*|}}
ᄯᅩ閒간使ᄉᆞᆼ ᄅᆞᆯ 針짐호ᄃᆡ 一ᅙᅵᇙ百ᄇᆡᆨ 숨 남ᄌᆞ기 ᄒᆞ고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ᄯᅳ라 ᄯᅩ 尸싱厥궈ᇙ을 고티ᄂᆞ니라
又方治五絶夫五絶者一曰自縊二曰墻壁壓迮三曰溺水四曰魘寐五曰産婦乳絶取半夏一兩細下篩吹一大豆許內鼻中卽活心下溫者一日亦可活{{*|}}
ᄯᅩ 다ᄉᆞᆺ 주그닐 고티ᄂᆞ니 ᄒᆞ나ᄒᆞᆫ 목 ᄆᆡ야 주그니오 둘흔 담지즐이니오 세흔 므레 ᄲᅡ디니오 네흔ᄀᆞ오누르이니오 다ᄉᆞᄉᆞᆫ 아기나타가 주그니니 半반夏ᅘᅡᆼ ᄒᆞᆫ 兩랴ᇰ을 ᄀᆞᄂᆞ리처 큰 콩 낫만 ᄒᆞ닐 곳굼긔 부러 녀흐면 즉재 사ᄂᆞ니 가ᄉᆞ미 ᄃᆞᄉᆞ닌ᄒᆞᆯ리라도 ᄯᅩ 어루 살리라
聖惠方卒死中惡及尸厥以緜漬好酒手挼汁令入鼻中幷持其手足莫令驚動{{*|}}
과ᄀᆞᆯ이 주그니와 中듀ᇰ惡ᅙᅡᆨᄒᆞ니와 尸싱厥궈ᇙᄒᆞ니ᄅᆞᆯ소오ᄆᆞ로 됴ᄒᆞᆫ 술저져 소ᄂᆞ로 汁집을ᄲᅡ 곳굼긔 들에 ᄒᆞ고 손바ᄅᆞᆯ 자바 놀라디 아니케 ᄒᆞ라
又方擣韮取汁以灌口中{{*|}}
ᄯᅩ 부ᄎᆡᄅᆞᆯ 디허 汁집을 取츙ᄒᆞ야 이베 브ᅀᅳ라
又方取猪膏如雞子大以醋一合煮沸灌喉中良{{*|}}
ᄯᅩ 猪뎡膏고ᇢᄅᆞᆯ ᄃᆞᆯᄀᆡ알만ᄒᆞ닐 醋총 ᄒᆞᆫ 호배 글혀 모ᄀᆡ 브ᅀᅳ면 됴ᄒᆞ니라
又方卒死而壯熱者用白礬半斤以水二豆斗煮消以漬脚卽活{{*|}}
ᄯᅩ 과ᄀᆞᆯ이 죽고 壯자ᇰ히 熱ᅀᅧᇙᄒᆞ닐白ᄈᆡᆨ礬뻔 半반 斤근ᄋᆞᆯ 믈 두 마래 글혀 노겨허튀ᄅᆞᆯ ᄃᆞᄆ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用小便灌其面卽能迴語{{*|}}
ᄯᅩ 小쇼ᇢ便뼌으로 ᄂᆞᄎᆡ ᄲᅳ리면 즉재 能느ᇰ히 말ᄒᆞᄂᆞ니라
又方以雄雞頭取血以塗其面乾復塗之{{*|}}
ᄯᅩ 수ᄃᆞᆯᄀᆡ 머리엣 피 내아 ᄂᆞᄎᆡ ᄇᆞᄅᆞ고 ᄆᆞᄅᆞ거든 다시 ᄇᆞᄅᆞ라
又方治忤打死心稍暖取葱白納於下部中及鼻中湏臾卽活{{*|}}
ᄯᅩ 客ᄏᆡᆨ忤ᅌᅩᆼㅣ어나귓거시 텨 주그니 가ᄉᆞ미져기 ᄃᆞᆺᄒᆞ닐 고툐ᄃᆡ 파ᄒᆞᆯ밋구무와 곳굼긔 녀흐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곧 사ᄂᆞ니라
又方治卒客忤不能言桔梗末一兩射香末一分右二味更硏令勻每服二錢以溫水調下{{*|}}
ᄯᅩ 과ᄀᆞᆯ이 客ᄏᆡᆨ忤ᅌᅩᆼᄒᆞ야 말 몯ᄒᆞ거든桔겨ᇙ梗겨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兩랴ᇰ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ᄒᆞᆫ 分뿐을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머기라
千金方治一切卒死灸臍中百壯{{*|}}
一ᅙᅵᇙ切쳐ᇙ 과ᄀᆞᆯ이 주그닐 고툐ᄃᆡ ᄇᆡᆺ복을 百ᄇᆡᆨ壯자ᇰ을 ᄯᅳ라
==卒心痛第八<sub>腹痛附</sub>==
聖惠方治卒心痛氣悶欲絶面色靑四肢逆冷釅醋{{*|一合}}雞子{{*|一枚打破}}右件相和攪勻煖過頓飮之{{*|}}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 알파 氣킝分분이닶가와 주거가 ᄂᆞ치 프르고 四ᄉᆞᆼ肢징 ᄎᆞ닐 고툐ᄃᆡ 醋총 ᄒᆞᆫ 홉과 ᄃᆞᆯᄀᆡ알 ᄒᆞᆫ 나ᄎᆞᆯᄣᆞ려 섯거 골오 프러 ᄃᆞ시 ᄒᆞ야 다 머기라
又方白艾二兩熟者右以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分爲三服稍熱服之{{*|}}
ᄯᅩ ᄒᆡᆫ ᄡᅮᆨ 두 兩랴ᇰ니기 디후닐 믈 두 큰잔애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세 服뽁애 ᄂᆞᆫ화 져기 더우닐 머그라
經驗良方布衷塩如彈丸大燒令赤溫酒化服溫水亦得{{*|}}
뵈로 소고ᄆᆞᆯ 탄ᄌᆞ만ᄢᅳ려 ᄉᆞ라 븕게 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그라 ᄃᆞᄉᆞᆫ 믈도 ᄯᅩ ᄒᆞ리라
壽域神方草菓 玄胡索 乳香 沒藥 五靈脂{{*|各等分}}右爲末每服二錢溫酒調下{{*|}}
草초ᇢ菓광와玄ᅘᆑᆫ胡ᅘᅩᆼ索짝 과乳ᅀᅲᆼ香햐ᇰ 과 沒모ᇙ藥약과五ᅌᅩᆼ靈려ᇰ脂징 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머기라
又方桃白皮煮汁宜空腹服之{{*|}}
ᄯᅩ 복샤ᇰ화나못 ᄒᆡᆫ 거츨 글혀 汁집을 空고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生香油半合溫服妙{{*|}}
ᄯᅩ ᄎᆞᆷ기름 半반 호블 ᄃᆞ시 ᄒᆞ야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令病人當戶坐若男病婦人與水一柸飮之若女病男子與水一柸飮之用新汲水尤佳{{*|}}
ᄯᅩ 病뼈ᇰ人ᅀᅵᆫ으로이페 안치고 ᄒᆞ다가 남지니 病뼈ᇰ커든 겨지비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고 ᄒᆞ다가 겨지비 病뼈ᇰ커든 남지니 믈 ᄒᆞᆫ 자ᄂᆞᆯ 주어 머기라 ᄀᆞᆺ 기룬 므리 더 됴ᄒᆞ니라
又以蜜一分水二分飮之亦妙{{*|}}
ᄯᅩ ᄢᅮᆯ ᄒᆞᆫ 分분과 믈 두 分분을 마쇼미ᄯᅩ 됴ᄒᆞ니라
又方治腹痛細嚼石菖蒲飮凉水送下妙{{*|}}
ᄯᅩ ᄇᆡ알힐 고툐ᄃᆡ 石쎡菖챠ᇰ蒲뽕ᄅᆞᆯ ᄂᆞ로니 십고 ᄎᆞᆫ 므를 마셔ᄂᆞ리오미 됴ᄒᆞ니라
又方掘地上作一小坑以水滿坑中熟絞取汁飮之{{*|}}
ᄯᅩ ᄯᅡ해 ᄒᆞᆫ 져고맛 구들 ᄑᆞ고 믈로 구데 ᄀᆞᄃᆞ기 븟고 니기 후ᇰ두ᅌᅧ 汁집을 取츙ᄒᆞ야 마시라
又方令人騎其腹溺臍中{{*|}}
ᄯᅩ 사ᄅᆞ미 그 ᄇᆡᄅᆞᆯ 타 안자 ᄇᆡᆺ보개 오좀 누게 ᄒᆞ라
又方針手足十指頭出血灸臍中七七壯{{*|}}
ᄯᅩ 손발 열 가락 그틀 針짐ᄒᆞ야 피내오 ᄇᆡᆺ보ᄀᆞᆯ 七치ᇙ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治心腹俱脹疼痛氣短欲死或已絶者取梔子十四枚豉五合以水二盞先煮豉取一盞半去滓入梔子再煎取一盞去渣服半盞不愈盡服之{{*|}}
ᄯᅩ 가ᄉᆞᆷ ᄇᆡ 다 탸ᇰ만ᄒᆞ야 알ᄑᆞ고 氣킝分분이 뎔어 죽ᄂᆞ니와 시혹 ᄒᆞ마 주그닐 고툐ᄃᆡ梔징子ᄌᆞᆼ 열네 낫과 젼국 다ᄉᆞᆺ 호블 믈 두 잔ᄋᆞ로 몬져 젼국 글혀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滓ᄌᆡᆼ 앗고 梔징子ᄌᆞᆼ 녀허 다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츄ᇢᄒᆞ야 즛의 앗고 半반 잔ᄋᆞᆯ 머구ᄃᆡ 됴티 아니커든 다 머그라
又方治卒心腹煩滿疼痛欲死者以熱湯浸手足妙冷再換{{*|}}
ᄯᅩ 과ᄀᆞᆯ이 가ᄉᆞᆷ ᄇᆡ 煩뻔滿만ᄒᆞ여 알파 죽ᄂᆞ닐 고툐ᄃᆡ 더운 므레 손바ᄅᆞᆯᄃᆞᆷ고미 됴ᄒᆞ니 ᄎᆞ거든 다시 ᄀᆞᆯ라
又方卒煩滿嘔逆灸乳下一寸七壯卽愈{{*|}}
ᄯᅩ 과ᄀᆞᆯ이 煩뻔滿만ᄒᆞ야吐통逆ᅌᅧᆨ ᄒᆞ거든 졋 아랫 ᄒᆞᆫ 寸촌ᄋᆞᆯ 七칧壯장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灸兩手大母指內邊爪後第一紋頭各一壯又灸兩手中指爪下一壯卽愈{{*|}}
ᄯᅩ 두 손 엄지가락 안녁 소ᇇ토ᄇᆞ로셔 첫 그ᇝ 그틀 各각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ᄯᅩ 두 손 가온ᄃᆡᆺ 가락 소ᇇ톱 아래 ᄒᆞᆫ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九種心痛取當大歲上新生槐枝一握去兩頭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
아홉가짓가ᄉᆞᆷ알힐 고툐ᄃᆡ大땡歲ᄉᆒᆼ方바ᇰ앳 올ᄒᆡ 난회홧가지 ᄒᆞᆫ우희윰을 두 녁 그틀 버히고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治卒中惡心痛 苦參{{*|三兩}}㕮咀以好醋一升半煮取八合强者頓服老小分二服{{*|}}
ᄯᅩ 과ᄀᆞᆯ이 中듀ᇰ惡ᅙᅡᆨᄒᆞ야 가ᄉᆞᆷ 알ᄂᆞ닐 고툐ᄃᆡ苦공參ᄉᆞᆷ 석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됴ᄒᆞᆫ 醋총 ᄒᆞᆫ 되 半반ᄋᆞ로 글혀 여듧 호ᄇᆞᆯ 取츙ᄒᆞ야 强가ᇰᄒᆞ닌 다 먹고 늘그니와 져므니ᄂᆞᆫ둘헤 상30ㄴᄂᆞᆫ화 머그라
又方桂心{{*|一兩}}㕮咀以水四升煮取一升半分二服{{*|}}
ᄯᅩ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넉 되로 글혀 ᄒᆞᆫ 되 半반ᄋᆞᆯ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머그라
==霍亂吐瀉第九<sub>沙證附</sub>==
經驗良方始因飮冷或胃寒或失飢或大怒或乘舟車傷動胃氣令人上吐上吐不止令人下瀉吐瀉倂作遂成霍亂頭旋眼暈手脚轉筋四肢逆冷用藥遲緩湏臾不救吳茱萸 木瓜 食塩{{*|各半兩}}右三味同炒令焦先用磁甁盛水三升煮令百沸却入前藥同煎至二升已下傾一盞冷熱隨病人意與服藥入卽醒{{*|}}
처ᅀᅥ믜 ᄎᆞᆫ믈 마쇼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치위에 ᄃᆞᆫ니거나 시혹 ᄇᆡ 골커나 시혹 너무 怒농커나 시혹 ᄇᆡ와 술위와타 胃ᅌᅱᆼ氣킝ᄅᆞᆯ 傷샤ᇰᄒᆞ면 사ᄅᆞ미 우흐로 吐통케 ᄒᆞᄂᆞ니 우흐로 吐통호ᄆᆞᆯ그치디 몯ᄒᆞ면 사ᄅᆞ미 아래로즈츼에 ᄒᆞᄂᆞ니 吐통와 즈츼유미 ᄒᆞᆫᄢᅴ니르와ᄃᆞ면 霍확亂란이 ᄃᆞ외야 머리휫두르며 누니 휫두르며 손밠 히미올ᄆᆞ며 四ᄉᆞᆼ肢징 ᄎᆞᄂᆞ니 藥약ᄋᆞᆯ디마니 ᄒᆞ면 상31ㄴ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吳ᅌᅩᆼ茱쓩萸융 와木목瓜광 와 소곰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 ᄃᆡ봇가 눋게 ᄒᆞ야 몬져 沙상甁뼈ᇰ에 믈 서 되ᄅᆞᆯ 다마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커든 알ᄑᆡᆺ 藥약ᄋᆞᆯ 녀허 ᄒᆞᆫᄃᆡ 글혀 두 되예 니를어든 ᄒᆞᆫ 잔ᄋᆞᆯ 브ᅀᅥ ᄎᆞ며 더우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ᄠᅳ들 조차 주어 머기면 藥약이 들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倉卒無前藥用枯白礬爲末每服一大錢百沸湯點服{{*|}}
ᄒᆞ다가 時씽急급ᄒᆞ야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枯콩白ᄈᆡᆨ礬뻔 을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큰 돈ᄋᆞᆯ 一ᅙᅵᇙ百ᄇᆡᆨ 번 솟글흔 므레 프러 머기라.
如無白礬只用塩一撮醋一盞同煎至八分溫服或塩梅醎酸等物皆可煮服{{*|處方本以鹹醋二物煮}}{{*|}}
ᄒᆞ다가 白ᄈᆡᆨ礬뻔이 업거든 소곰 ᄒᆞᆫ져붐과 醋총 ᄒᆞᆫ 잔ᄋᆞᆯ ᄒᆞᆫᄃᆡ 글혀 여듧 分뿐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고 시혹 소고미나梅ᄆᆡᆼ實씨ᇙ 이나 ᄧᆞᆫ 것과싄 것ᄃᆞᆯ히 다 어루 글혀 머귤디니라
又方脚手轉筋赤蓼莖葉細切三合水四合酒二合同煎取四合分作二溫服{{*|}}
ᄯᅩ 발 손 히미 옮거든 블근 엿귓 줄기와 닙과ᄅ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라 세 홉과 믈 너 홉과 술 두 홉과 ᄒᆞᆫᄃᆡ 글혀 네 호블 取츙ᄒᆞ야 둘헤 ᄂᆞᆫ화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脚轉筋用大蒜磨脚心令遍熱卽差{{*|}}
ᄯᅩ 밠 상32ㄴ히미 옮거든 굴근 마ᄂᆞᄅᆞᆯ 밠바다ᅌᅢ ᄲᅵ븨여 두루 덥게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絞腸沙痛不可忍或展轉在地或起或仆其膓絞縮在腹此是中毒之深湏臾能令人死古方名乾霍亂急用塩一兩熱湯調灌入病人口中塩氣一到腹其痛卽定又將石沙炒令赤色冷水淬之良久澄淸水一二合服之愈{{*|}}
ᄯᅩ絞교ᇢ腸땨ᇰ沙상 ㅣ 알포ᄆᆞᆯ ᄎᆞᆷ디 몯ᄒᆞ야 시혹 ᄯᅡ해 그울며 시혹 닐며 시혹 업더디여 그膓땨ᇰ 이 ᄇᆡ예뷔트러 움주쥐여 잇ᄂᆞ상33ㄱ니 이 毒독ᄋᆞᆯ 마조미 기퍼 아니한 ᄉᆞᅀᅵ예 사ᄅᆞ미 죽게 ᄒᆞᄂᆞ니 녯 方바ᇰ文문에 일후미 乾간霍확亂롼이니 ᄲᆞᆯ리 소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 므레 프러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ᆡ 이베 브ᅀᅳ라 소고ᇝ 氣킝分분이 ᄇᆡ예 들면 그 알포미 곧 긋거든 ᄯᅩ호ᄀᆞᆫ 돌ᄒᆞᆯ 봇가 븕게 ᄒᆞ야 ᄎᆞᆫ므레 ᄃᆞᆷ가안초아 ᄆᆞᆯ겨 그 믈 ᄒᆞᆫ두 호블 머그면 됻ᄂᆞ니라
葛氏備急方霍亂煩悶湊滿者用塩納臍中灸二七壯{{*|}}
霍확亂롼ᄒᆞ야 닶가와 탸ᇰ만ᄒᆞ닐 소고ᄆᆞᆯ ᄇᆡᆺ보개 녀코 二ᅀᅵᆼ七치ᇙ 壯자ᇰᄋᆞᆯ ᄯᅳ라
又方霍亂心腹脹痛者服乾薑屑三方寸匕{{*|}}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탸ᇰ만ᄒᆞ야 알ᄂᆞ닐 乾간薑가ᇰㅅ ᄀᆞᆯᄋᆞᆯ세 수를 머기라
又方小蒜一升㕮咀以水三升煮取一升頓服之{{*|}}
ᄯᅩ 호ᄀᆞᆫ 마ᄂᆞᆯ ᄒᆞᆫ 되ᄅᆞᆯ 사ᄒᆞ라 믈 서 되로 글혀 ᄒᆞᆫ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다 머그라
又方{{*|生薑}}一斤切以水七升煮取二升分爲三服{{*|}}
ᄯᅩ 生ᄉᆡᇰ薑가ᇰ ᄒᆞᆫ 斤근을 사ᄒᆞ라 믈 닐굽 되로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세헤 ᄂᆞᆫ화 머그라
又方若轉筋桂半夏等分末方寸匕水一升和服{{*|}}
ᄯᅩ 히미 올ᄆᆞ닐 桂ᄀᆒᆼ皮삥와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수를 믈 ᄒᆞᆫ 되예 프러 머그라
又方生大豆屑酒和服方寸匕{{*|}}
ᄯᅩ ᄂᆞᆯ콩 ᄭᆞᆯᄋᆞᆯ 수레 프로ᄃᆡ ᄒᆞᆫ 수상34ㄱ를 머그라
又方治霍亂吐下後大渴多飮則殺人以黃米{{*|卽黍米}}五升水一斗煮之令得三升澄淸稍稍飮之莫飮餘物也{{*|}}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吐통下ᅘᅡᆼᄒᆞᆫ 後ᅘᅮᇢ에 ᄀᆞ자ᇰ 목 ᄆᆞᆯ라 믈 하 머그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기자ᇰᄡᆞᆯ 닷 되ᄅᆞᆯ 믈 ᄒᆞᆫ 마래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ᄆᆞᆰ안초아 젹젹 먹고 다ᄅᆞᆫ 믈 먹디 마롤디니라
又方治霍亂轉筋垂死敗蒲席一握細剉漿水一盞煮汁溫溫頓服{{*|}}
ᄯᅩ 霍확亂롼ᄒᆞ야 히미 올마 죽ᄂᆞ닐 고툐ᄃᆡ 헌 부들 지즑 ᄒᆞᆫ 우후믈 ᄀᆞᄂᆞ리 사ᄒᆞ라漿쟈ᇰ水ᄉᆔᆼ ᄒᆞᆫ 盞잔애 글혀 汁집을 ᄃᆞ시ᄒᆞ상34ㄴ야 다 머그라
直指方霍亂吐瀉心腹作痛用炒塩二梡紙包紗護頓其胸前幷腹肚上以熨斗火熨氣透卽蘇續又以炒塩熨其背{{*|}}
霍확亂롼 吐통瀉샹 ᄒᆞ야 가ᄉᆞᆷ ᄇᆡ 알커든 봇ᄀᆞᆫ 소곰 두보ᅀᆞᄅᆞᆯ 죠ᄒᆡ에 ᄡᆞ고 紗상로 ᄢᅳ려 가ᄉᆞᆷ과 ᄇᆡ예고 다리우리로 블 다마 다려 氣킝分분이ᄉᆞᄆᆞᄎ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ᄯᅩ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드ᇰ을 熨ᅙᅮᇙᄒᆞ라
聖惠方霍亂吐不止欲死 生薑{{*|二兩}}牛糞三合右以水三大盞煎至一盞半去滓分溫三服{{*|}}
霍확亂롼ᄒᆞ야 吐통ᄅᆞᆯ 그치디 몯ᄒᆞ야 죽ᄂᆞ닐 生ᄉᆡᇰ薑가ᇰ 두 兩랴ᇰ과 ᄉᆈᄯᅩᇰ 서 호ᄇᆞᆯ 믈 세 큰 盞잔애 글혀 ᄒᆞᆫ 盞잔 半반애 니르커든 滓ᄌᆡᆼ 잇고 ᄃᆞ시 ᄒᆞ야 세 버네 머그라
經驗秘方治霍亂吐瀉丁香七枚細嚼新汲水送下如不能嚼硏細涼水調下亦可{{*|}}
霍확亂롼 吐통瀉샹ᄅᆞᆯ 고툐ᄃᆡ丁뎌ᇰ香햐ᇰ 닐굽 나ᄎᆞᆯ ᄂᆞ로니 십고 ᄀᆞᆺ 기룬 믈로 ᄂᆞ리오ᄃᆡ ᄒᆞ다가 십디 몯거든 ᄀᆞᄂᆞ리 ᄀᆞ라 ᄎᆞᆫ므레 프러 ᄂᆞ리옴도 ᄯᅩ 됴ᄒᆞ니라
又方菉豆 胡椒{{*|各七七粒}}右擣爲末新汲水調服不拘時{{*|}}
ᄯᅩ菉록豆뚜ᇢ 와胡ᅘᅩᆼ椒죠ᇢ 와 各각 닐굽닐굽 나ᄎᆞᆯ 디허 ᄀᆞᄅᆞ ᄆᆡᇰᄀᆞ라 ᄀᆞᆺ 기룬 므레 프러 머구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말라
醫方集成姜塩飮治乾霍亂欲吐不吐欲瀉不瀉 塩{{*|一兩}}生薑{{*|切半兩}}右同炒令色變以水一梡煎溫服甚者加童子小便一盞{{*|}}
薑가ᇰ塩염飮ᅙᅳᆷ 은 乾간霍확亂롼이 吐통코져 호ᄃᆡ 吐통티 몯ᄒᆞ고 즈츼오져 호ᄃᆡ 즈츼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소곰 ᄒᆞᆫ 兩랴ᇰ과 生ᄉᆡᇰ薑가ᇰ 사ᄒᆞ로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ᄒᆞᆫᄃᆡ 봇가 비치 다ᄅᆞ거든 믈 ᄒᆞᆫ 보ᅀᆞ로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甚씸ᄒᆞ니란 아ᄒᆡ 오좀 ᄒᆞᆫ 盞잔상36ㄱᄋᆞᆯ 조쳐 머기라
壽域神方霍亂已死上屋喚魂以諸治皆至而猶不差捧病覆臥之伸兩臂對以繩度兩肘尖頭依繩下夾背脊大骨空中去脊各一寸灸之百壯不治者可灸肘椎已試數百人皆灸畢卽起坐驗{{*|}}
霍확亂롼ᄒᆞ야 ᄒᆞ마 죽거든 집 우희 올아 넉슬 브르고 여러가짓 고툐ᄆᆞᆯ 다 호ᄃᆡ ᄉᆞᆫᄌᆡ 됴티 아니커든 病뼈ᇰᄒᆞ닐업더리와다 뉘이고 두 ᄇᆞᆯᄒᆞᆯ 펴고 노ᄒᆞ로 두 ᄇᆞᆯ톡 그틀 견주고 노ᄒᆞᆯ브터 드ᇰᄆᆞᄅᆞᆺ ᄲᅧ를 상36ㄴᄢᅧ 가온ᄃᆡ 뷔우고 드ᇰᄆᆞᆯᄅᆞ로셔 各각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ᅮᄃᆡ 됴티 아닌ᄂᆞ니란 肘듀ᇢ椎ᄄᆔᆼᄅᆞᆯ ᄯᅳ라 ᄒᆞ마 數슝百ᄇᆡᆨ人ᅀᅵᆫ을 디내요니 다ᄯᅩᆷ ᄆᆞᄎᆞ면 즉재 니러 안ᄌᆞ니라
又方治絞腸沙腹痛不可忍者嘔吐泄瀉及中署霍亂心煩渴不省人事兼治急心痛白蜜馬糞二味不以多少擂新水化下去滓頓服一碗雖曰穢汚却有神功無蜜亦可{{*|}}
ᄯᅩ 絞교ᇢ腸땨ᇰ沙상ㅣ ᄇᆡ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ᄂᆞ니와 吐통ᄒᆞ고즈츼ᄂᆞ니와 中듀ᇰ暑셩ᄒᆞ며 霍확亂롼ᄒᆞ야 ᄆᆞᅀᆞ미 煩뻔渴카ᇙ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ᄂᆞ상37ㄱ닐 고티고 과ᄀᆞᄅᆞᆫ 가ᄉᆞᆷ알힐 조쳐 고티ᄂᆞ니 ᄒᆡᆫ ᄢᅮᆯ와 ᄆᆞᆯᄯᅩᇰ과 두 가지를 새 므레 프러 즛의 앗고 ᄒᆞᆫ 보ᅀᆞᄅᆞᆯ 다 머그라 비록 더러우나 神씬奇긩ᄒᆞᆫ 功고ᇰ이 잇ᄂᆞ니 ᄢᅮᆯ 업서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用收蠶子的舊紙一幅務要去蠶子潔淨燒灰爲末用熱酒調服立效{{*|}}
ᄯᅩ 누에ᄡᅵ 난 죠ᄒᆡ ᄒᆞᆫ 張댜ᇰᄋᆞᆯ 누에ᄡᅵᄅᆞᆯ 조히 업게 ᄒᆞ고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술로 프러 머그면 즉자히 됻ᄂᆞ니라
又方治急肚痛絞膓沙用久乾猪糞一塊如指頭大用砂仁二箇碾爲末白湯調服妙{{*|}}
ᄯᅩ 과ᄀᆞᆯ이 ᄇᆡ 알ᄑᆞᆫ 絞교ᇢ腸땨ᇰ沙상ᄅᆞᆯ 고툐상37ㄴᄃᆡ 오래 ᄆᆞᄅᆞᆫ 도ᄐᆡ ᄯᅩᇰ ᄒᆞᆫ 무저기 소ᇇ가락만 ᄒᆞ니와縮슉砂상 두 나ᄎ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尸厥第十==
經驗良方其證奄然死去四肢逆冷不省人事腹中氣走如雷鳴 焰焇{{*|半兩}}硫黃{{*|一兩}}右細硏如粉分作三服每服用好舊酒一大盞煎覺焰起傾於盞內盖着溫灌與服如人行五里又進一服不過二服卽醒兼灸頭上百會穴四十九壯兼臍下氣海丹田三百壯覺身體溫暖卽止{{*|}}
그 證지ᇰ이 믄득 죽거든 四ᄉᆞᆼ肢징 ᄎᆞ고 人ᅀᅵᆫ事ᄊᆞᆼ ᄎᆞ리디 몯ᄒᆞ고 ᄇᆡ 안해 氣킝分분이ᄃᆞᆫ뇨ᄃᆡ 울에 ᄀᆞᆮᄒᆞ니 焰염焇쇼ᇢ 半반 兩랴ᇰ과硫류ᇢ黃ᅘᅪᇰ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세 服뽁애 ᄂᆞᆫ화 ᄒᆞᆫ 服뽁애 됴ᄒᆞᆫ 무근 술 큰 ᄒᆞᆫ 잔애 글혀 焰염焇쇼ᇢㅣ 니러나거든 잔애 브ᅀᅥ 둡고 ᄃᆞ시 ᄒᆞ야 브ᅀᅥ 머기고 사ᄅᆞ미 五ᅌᅩᆼ里링예 갈 만ᄒᆞ야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 즉재 ᄭᆡᄂᆞ니 머릿 百ᄇᆡᆨ會ᅘᅬᆼ穴ᅘᆑᇙᄋᆞᆯ 四ᄉᆞᆼ十씹九구ᇢ 壯자ᇰᄋᆞᆯ ᄯᅳ고 臍쪵下ᅘᅡᆼ와氣킝海ᄒᆡᆼ 와丹단田뗜 ᄋᆞᆯ 三삼百ᄇᆡᆨ 壯자ᇰᄋᆞᆯ ᄯᅥ 모미 덥거든 말라
如無前藥用附子重七錢許炮熟去皮臍爲末分作二服每服用酒三盞煎至一盞溫服{{*|}}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 附뿡子ᄌᆞᆼ 므긔 닐굽 돈 남ᄌᆞᆺᄒᆞ닐 炮뽀ᇢᄒᆞ야 니겨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細솅末마ᇙᄒᆞ야 ᄂᆞᆫ화 두 服뽁애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술 세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애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又無附子用生薑自然汁半盞酒一盞煎百沸倂灌二服{{*|}}
ᄯᅩ 附뿡子ᄌᆞᆼ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 半반 잔ᄋᆞᆯ 술 ᄒᆞᆫ 잔ᄋᆞᆯ 글혀 一ᅙᅵᇙ百ᄇᆡᆨ 번솟글커든 조쳐 브ᅀᅩᄃᆡ 두 服뽁애 ᄒᆞ라
聖惠方治尸厥脉動而無氣氣閉不通故正如死聽其耳中脩脩有如嘯聲而股內暖者是也不治三日當死宜服朱砂丸 朱砂{{*|細硏}}雄黃{{*|細硏}}附子{{*|各三分炮裂去皮臍}}桂心{{*|一兩半}}巴豆{{*|二十枚去皮心硏}}右件藥擣羅爲末入硏了藥令勻煉蜜和丸如麻子大每服不計時候以粥飮下五丸不知更下二丸若利多則止之{{*|}}
尸싱厥궈ᇙ을 고툐ᄃᆡ 脉ᄆᆡᆨ이뮈유ᄃᆡ 氣킝分분 업스며 氣킝分분이 마켜 상39ㄴ通토ᇰ티 몯ᄒᆞᆯᄉᆡ 正져ᇰ히 주그니 ᄀᆞᆮᄒᆞ니 그 귀예 드로ᄃᆡ 脩슈ᇢ脩슈ᇢᄒᆞ야 ᄑᆞ라ᇝ 소ᄅᆡ ᄀᆞᆮ고 다리 안히 더우니 이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ᄋᆞᆳ마내 죽ᄂᆞ니 朱즁砂상丸ᅘᅪᆫᄋᆞᆯ 머귤디니 朱즁砂상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ᆯ오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나리 ᄀᆞᆯ오 附뿡子ᄌᆞᆼᄅᆞᆯ 各각 三삼分뿐을 炮뽀ᇢᄒᆞ야ᄢᅢ혀 것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桂ᄀᆒᆼ心심 ᄒᆞᆫ 兩랴ᇰ 半반과巴방豆뚜ᇢ 스믈 나ᄎᆞᆯ 것과 소ᄇᆞᆯ 앗고 ᄀᆞ라 이 藥약을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고 몬져 ᄀᆞ론 藥약ᄋᆞᆯ 녀허 골오 섯거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 지ᅀᅩᄃᆡ 열ᄡᅵ만 케 ᄒᆞ야 머규ᄃᆡ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粥쥭므레 다ᄉᆞᆺ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오고 아디 몯거든 다시 두 丸ᅘᅪᆫᄋᆞᆯ ᄂᆞ리올디니 즈츼요ᄆᆞᆯ 하 ᄒᆞ야ᄃᆞᆫ 그치라
葛氏備急方尸蹶之病卒死而脉猶動灸鼻人中七壯又灸陰囊下去下部一寸百壯若婦人灸兩乳中閒又云爪刺人中良久又針人中至齒立起{{*|}}
尸싱厥궈ᇙㅅ 病뼈ᇰ이 과ᄀᆞᆯ이 주구ᄃᆡ 脉ᄆᆡᆨ이 ᄉᆞᆫᄌᆡ 動또ᇰᄒᆞᄂᆞ니 人ᅀᅵᆫ中듀ᇰ을 七치ᇙ壯자ᇰᄋᆞᆯ ᄯᅳ고 ᄯᅩ陰ᅙᅳᆷ囊나ᇰ 아래 밋굼그로셔 ᄒᆞᆫ 寸촌ᄋᆞᆯ 百ᄇᆡᆨ壯자ᇰᄋᆞᆯ ᄯᅳ라 ᄒᆞ다가 겨지비어든 두 졋 가온ᄃᆡᆯ ᄯᅳ라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소ᇇ토ᄇᆞ로 오래ᄣᅵᆯ어 시며 ᄯᅩ 人ᅀᅵᆫ中듀ᇰ을 針짐호ᄃᆡ 니예 다ᄃᆞᆮ게 ᄒᆞ면 즉자히 니ᄂᆞ니라
又方菖蒲屑納鼻兩孔中吹之令人以桂屑着舌下{{*|}}
ᄯᅩ 菖챠ᇰ蒲뽕ㅅ ᄀᆞᆯᄋᆞᆯ 두 곳굼긔 녀코 불오 사ᄅᆞ미 桂ᄀᆒᆼ皮삥ㅅ ᄀᆞᆯᄋᆞ로 혀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熨其兩脅下取竈中墨如彈丸漿水和飮之湏臾三四{{*|}}
ᄯᅩ 두 녀블 熨ᅙᅮᇙᄒᆞ고 브ᅀᅥ븻 검듸여ᇰ을彈딴子ᄌᆞ 만 ᄒᆞ닐 가져 漿쟈ᇰ水ᄉᆔᆼ예 프러 머교ᄃᆡ 아니한 ᄉᆞᅀᅵ예 서너 번 ᄒᆞ라
又方針百會入三分補之又針足大指甲下內側去甲三分又足指甲上各入三分{{*|}}
ᄯᅩ 百ᄇᆡᆨ會ᅘᅬᆼᄅᆞᆯ 針짐호ᄃᆡ 三삼分뿐에 들에 ᄒᆞ야 補봉ᄒᆞ고 ᄯᅩ 밠 엄지가락톱 아래 안녁 겨틀 토ᄇᆞ로셔 三삼分뿐만 ᄒᆞᆫᄃᆡ 針짐ᄒᆞ고 ᄯᅩ 밠톱 우흘 상41ㄱ各각各각 三삼分뿐이 들에 針짐ᄒᆞ라
又方灸膻中穴二十八壯{{*|}}
ᄯᅩ 膻선中듀ᇰ穴ᅘᆑᇙ을 二ᅀᅵᆼ十씹八바ᇙ壯자ᇰ을 ᄯᅳ라
==纏喉風喉閉第十一<sub>喉腫舌腫失音附</sub>==
經驗良方其證先兩日胸膈氣緊取氣短促驀然咽喉腫痛手足厥冷氣閉不通頃刻不治 巴豆{{*|七粒三生四熟生者去殼生硏熟者去殼燈上燒存性}}雄黃一塊{{*|如皂角子大透明者細硏}}鬱金一箇{{*|蟬肚者硏爲末}}右三味硏末每服半字用茶淸兩呷許調下口噤咽塞用小竹管納藥吹入喉中湏臾吐利卽醒{{*|}}
그 證지ᇰ이 몬져 이트를 가ᄉᆞᇝ氣킝分분이 답답ᄒᆞ야 氣킝分분ᄋᆞᆯ 取츙호미 뎌르고 ᄌᆞᆺ다가 믄득 모기 븟고 손바리 ᄎᆞ고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고티디 몯ᄒᆞᄂᆞ니라 巴방豆뚜ᇢ 닐굽 나ᄎᆞ로 세흔 生ᄉᆡᇰ이오 네흔 니겨 生ᄉᆡᇰ으란 거피 밧겨 ᄀᆞᆯ오 니그니란 거피 밧기고 드ᇰ자ᇇ브레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라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기 皂쪼ᇢ角각 ᄡᅵ만 ᄒᆞ니 ᄉᆞᄆᆞᆺ ᄇᆞᆯᄀᆞ닐 ᄀᆞᄂᆞ리 ᄀᆞᆯ라鬱ᅙᅮᇙ金금 ᄒᆞᆫ 낫 ᄆᆡ야ᄆᆡ ᄇᆡ ᄀᆞᆮ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세 가짓 마ᄉᆞᆯ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字ᄍᆞᆼᄅᆞᆯ 머교ᄃᆡ 찻믈 두 머굼만 ᄒᆞᆫᄃᆡ 프러 ᄂᆞ리오라 입 마고믈오 모기 마고 븟거든 져근 대로ᇰ애 藥약ᄋᆞᆯ 녀허 목 안해 불면 아니한 ᄉᆞᅀᅵ예 吐통ᄒᆞ고 즈츼면 곧 ᄭᆡᄂᆞ니라
如無前藥用川升麻四兩剉碎水四椀煎一椀灌服{{*|}}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川ᄌᆑᆫ升시ᇰ麻망 넉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믈 네 보ᅀᆞ애 ᄒᆞᆫ 보ᅀᆡ ᄃᆞ외에 글혀 브ᅀᅳ라
又無川升麻用皂角三莖搥碎挼一盞灌服或吐或不吐卽安{{*|}}
ᄯᅩ 川ᄌᆑᆫ升시ᇰ麻망 업거든 皂쪼ᇢ角각 세 줄길 ᄯᅮ드려 ᄇᆞᆺ아 ᄒᆞᆫ 자내 프러 브ᅀᅳ라 시혹 吐통커나 시혹 吐통티 아니커나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朱氏集驗方吹喉散治咽喉腫痛 朴硝{{*|四兩別硏}}甘草{{*|一兩生末}}右硏勻每用半錢乾擦喉如腫甚用竹管子吹入喉中爲佳{{*|}}
吹ᄎᆔᆼ喉ᅘᅮᇢ散산 은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朴박硝쇼ᇢ 넉 兩랴ᇰᄋ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ᄒᆞᆫ 兩량ᄋᆞᆯ 生ᄉᆡᇰᄒᆞ닐 細솅末마ᇙᄒᆞ야 ᄀᆞ라 골아 半반 돈ᄋᆞᆯ ᄆᆞᄅᆞ닐 모긔 ᄇᆞᆯ로ᄃᆡ 브ᅀᅮ미 甚씸커든 대로ᅌᆞ로 부러 목 안해 드류미 됴ᄒᆞ니라
經驗秘方治懸壅暴腫 白礬 塩右等分爲末以筯頭點少許在懸壅上{{*|}}
목져지 과글이 브ᅀᅳ닐 고툐ᄃᆡ 白ᄈᆡᆨ礬뻔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졋가락 그테 져기 상43ㄱ무텨 목졋 우희 ᄇᆞᄅᆞ라
又方乾薑半夏等分爲末以少許着舌下{{*|}}
ᄯᅩ 乾간薑가ᇰ과 半반夏ᅘᅡ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혀 아래 녀흐라
又方一字散主喉痺氣塞不通欲死者 雄黃{{*|一分別硏}}蝎梢{{*|七枚}}猪牙皂角{{*|七鋌}}白礬{{*|生硏一錢}}藜蘆{{*|一錢}}右細末每用一字吹入鼻中頑涎卽吐效{{*|}}
ᄯᅩ一ᅙᅵᇙ字ᄍᆞᆼ散산 은 모기 브ᅀᅥ 氣킝分분이 마가 通토ᇰ티 몯ᄒᆞ야 죽ᄂᆞ닐 主즁ᄒᆞ니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分뿐을 各각別벼ᇙ히 ᄀᆞᆯ오 蝎허ᇙ梢쇼ᇢ 닐굽 낫과 皂쪼ᇢ角각 닐굽 鋌뗘ᇰ과 白ᄈᆡᆨ礬뻔 生ᄉᆡᇰᄒᆞ닐 ᄀᆞ라 ᄒᆞᆫ 돈과藜래蘆 롱 ᄒᆞᆫ 돈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부러 녀허 건추믈 吐통ᄒᆞ면 됻ᄂᆞ니라
又方喉閉深腫連頰吐氣數名馬喉閉馬㗸鐵{{*|一具}}右用水三盞煮一盞溫服又蒜塞耳鼻中{{*|}}
ᄯᅩ 모기 막고 ᄀᆞ자ᇰ 브ᅀᅥ ᄲᅡ매 닛고 氣킝分분을 吐통호미 ᄌᆞᄌᆞ면 일후미 ᄆᆞᆯ목브ᅀᅮ미니馬망含ᅘᅡᆷ쇠 ᄒᆞ나ᄒᆞᆯ 믈 세 잔ᄋᆞ로 ᄒᆞᆫ 잔 ᄃᆞ외에 글혀 ᄃᆞ시 ᄒᆞ야 머기라 ᄯᅩ 마ᄂᆞᄅᆞᆯ 귀와 고해 고ᄌᆞ라
又方如聖散治舌腫喉痺 川芎 桔梗 薄苛葉 甘草 盆硝{{*|各等分}}右爲細末每用一錢乾摻{{*|}}
ᄯᅩ如ᅀᅧᆼ聖 셔ᇰ散산 은 혀 븟고 목 브ᅀᅳ닐 고티ᄂᆞ니川ᄌᆑᆫ芎쿵 과 桔겨ᇙ梗겨ᇰ과薄팍荷ᅘᅡᆼ ㅅ 닙과 甘감草초ᇢ와盆뽄硝쇼ᇢ 와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곰 ᄆᆞᄅᆞ닐 ᄇᆞᄅᆞ라
又方舌忽腫硬塞悶百草霜食塩等分井水調塗舌上卽安{{*|}}
ᄯᅩ 혜 忽호ᇙ然ᅀᅧᆫ히 브ᅀᅥ 세웓고 답답ᄒᆞ거든百ᄇᆡᆨ草초ᇢ霜사ᇰ 과 소곰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우믌 므레 프러 혀에 ᄇᆞᄅᆞ면 즉재 便뼌安ᅙᅡᆫᄒᆞᄂᆞ니라
直指方白藥散治喉中熱塞腫疼散血消痰白藥 朴硝{{*|等分}}右爲末以小管子吹入喉{{*|}}
白ᄈᆡᆨ藥약散산 은 목 안히 더워 마고 브ᅀᅳ닐 고티ᄂᆞ니 피ᄅᆞᆯ 슬며 痰땀을 노기ᄂᆞ니라 白ᄈᆡᆨ藥약과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셰末마ᇙᄒᆞ야 져근 대롱ᄋᆞ로 부러 모ᄀᆡ 녀흐라
衛生易<sub>簡方</sub>纏喉風及喉痺用蠶退紙燒灰存性煉蜜丸如雞頭大含化嚥津{{*|}}
纏뗜喉ᅘᅮᇢ風보ᇰ과 목 브ᅀᅳ닐 누에ᄡᅵ 난 죠ᄒᆡᄅᆞᆯ ᄉᆞ로ᄃᆡ 性셔ᇰ이 잇게 ᄒᆞ야 煉련혼 ᄢᅮ레 丸ᅘᅪᆫ을 지ᅀᅩᄃᆡ雞곙頭뚜ᇢ實씨ᇙ 만 게 ᄒᆞ야 머구머 노겨 춤기라纏뗜喉ᅘᅮᇢ風보ᇰ 은 과ᄀᆞᄅᆞᆫ목더시라
又方纏喉風氣不通雄黃一塊新汲水磨急灌吐卽差{{*|}}
ᄯᅩ 纏뗜喉ᅘᅮᇢ風보ᇰ에 氣킝分분이 通토ᇰ티 아니커든 雄ᅘᅮᇰ黃ᅘᅪᇰ ᄒᆞᆫ 무저글 새 므레 ᄀᆞ라 ᄲᆞᆯ리 브ᅀᅥ 吐통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咽喉腫閉 甘草 白礬{{*|等分}}右爲細末每以半錢許入口中津液嚥下{{*|}}
ᄯᅩ 모기 브ᅀᅥ 마ᄀᆞ닐 고툐ᄃᆡ 甘감草초ᇢ와 白ᄈᆡᆨ礬뻔과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半반 돈 남ᄌᆞ샤 입 안해 녀허셔 추므로 ᄂᆞ리오라
聖惠方咽喉閉不通 硇砂 馬牙硝{{*|等分}}右細硏令勻用銅筯頭於水中 蘸令濕搵藥末點於咽喉中{{*|}}
모기 마가 通토ᇰ티 아니ᄒᆞ닐硇 뇨ᇢ砂상 와馬망牙ᅌᅡᆼ硝쇼ᇢ 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놋졋 그트로 므레 저져 藥약ᄋᆞᆯ 무텨 목 안해 디그라
又方咽喉閉塞口噤雄雀糞細硏每服半錢以溫水調灌{{*|}}
ᄯᅩ 모기 막고 입 버리디 몯ᄒᆞ닐 수새 ᄯᅩᆼ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을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ᅳ라
又方咽喉生穀賊若不急治亦能殺人用針刺破令黑血出後含馬牙硝一小塊子嚥津卽差{{*|}}
ᄯᅩ 모ᄀᆡ穀곡賊쪽 이 나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ᄯᅩ 能느ᇰ히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상46ㄱ니 針짐으로 허러 거믄 피나게 ᄒᆞ고 馬망牙ᅌᅡᆼ硝쇼ᇢ ᄒᆞᆫ 져근 무저글 머구머 추믈 ᄉᆞᆷᄭᅵ면 즉재 됻ᄂᆞ니라 穀곡賊쪽은 穀곡食씩에 몯내ᄑᆡᆫ 이사기 굳고ᄭᅡᄭᅡᆯᄒᆞᆫ 거시니 몰라 ᄡᆞ리라 머고면 목 안히 브ᅀᅥ 通토ᇰ티 아니ᄒᆞᄂᆞ니 일후믈 목 안해 穀곡賊쪽 나다 ᄒᆞᄂᆞ니라
又方以馬牙硝細硏緜裹半錢含化嚥津以差爲度{{*|}}
ᄯᅩ 馬망牙ᅌᅡᆼ硝쇼ᇢᄅ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半반 돈ᄋᆞᆯ소오매 ᄢᅳ려 머구머 노겨 춤 ᄉᆞᆷᄭᅭᄃᆡ 됴ᄒᆞᆯ ᄭᆞ자ᇰ ᄒᆞ라
又方咽喉腫痛語聲不出豉半升以水二大盞煎至一大盞去滓分爲二服相繼稍熱服之令有汗出卽差{{*|}}
ᄯᅩ 목 브ᅀᅥ 소ᄅᆡ 나디 아니커든 젼국 半반 되ᄅᆞᆯ 믈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큰 잔애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두 服뽁애 ᄂᆞᆫ화 서르 닛우 져기 덥게 ᄒᆞ야 머거 ᄯᆞᆷ나게 ᄒᆞ면 곧 됻ᄂᆞ니라
壽域神方舌忽脹出口外雞冠上刺血磁盞盛浸舌就嚥下卽縮{{*|}}
혜 과글이 부러나 입 밧긔 나거든 ᄃᆞᆯᄀᆡ 벼츨 ᄡᅥᆯ어 피내야 沙상잔애 담고 혀를 ᄃᆞᆷ가셔 ᄉᆞᆷᄭᅵ면 즉재움처 드ᄂᆞ니라
==骨鯁第十二==
醫方集成治骨鯁入喉 縮砂 甘草{{*|各等分}}右爲末緜裹少許噙之旋旋嚥津久之隨痰出{{*|}}
ᄲᅨ 모긔거닐 고툐ᄃᆡ 縮슉砂상와 甘감草초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소오ᄆᆡ 져기 ᄢᅳ려머구머 젹젹 춤 ᄉᆞᆷᄭᅵ면 오라면 痰땀 조차 나ᄂᆞ니라
又方野紵根洗淨不以多少搗爛如泥每用龍眼大如被雞骨所傷以雞羹化下如被魚骨所傷以魚羹汁化下{{*|}}
ᄯᅩ 모싯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디호ᄃᆡ 니균 ᄒᆞᆰᄀᆞ티 ᄒᆞ야 龍료ᇰ眼ᅌᅡᆫ만 ᄒᆞ니ᄅᆞᆯ ᄃᆞᆯ긔 ᄲᅧ에 傷샤ᇰ커든 ᄃᆞᆰ湯타ᇰㅅ 즈브로 ᄂᆞ리오고 고깃 ᄲᅧ에 傷샤ᇰ커든 生ᄉᆡᇰ鮮션湯타ᇰㅅ 즈브로ᄂᆞ리오라
經驗良方治骨硬不下先嚼白茯苓一錢重次以白礬湯嚥下{{*|}}
ᄲᅨ 거러 ᄂᆞ리디아닌ᄂᆞ닐 고툐ᄃᆡ 몬져白ᄈᆡᆨ茯뽁苓려ᇰ ᄒᆞᆫ 돈ᄋᆞᆯ 십고 버거白ᄈᆡᆨ礬뻔湯타ᇰ 으로 ᄂᆞ리오라
又方治魚骨用白膠香細細呑下{{*|}}
ᄯᅩ 믌고깃 ᄲᅧ걸우닐 고툐ᄃᆡ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 을 젹젹 ᄉᆞᆷᄭᅧ ᄂᆞ리오라
又方皂角少許吹入鼻{{*|}}
ᄯᅩ 皂쪼ᇢ角각을 져기 곳굼긔 부러 녀흐라
又方口念鸕鶿鸕鶿立愈{{*|}}
ᄯᅩ 이베 鸕롱鶿ᄍᆞᆼ 鸕롱鶿ᄍᆞᆼ ᄒᆞ야 念념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鸕롱鶿ᄍᆞᆼᄂᆞᆫ 가마오디라
朱氏集驗方治食鯉魚骨硬貫衆不以多少濃煎汁一盞半分三服幷進連服三劑{{*|}}
鯉링魚ᅌᅥᆼ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貫관衆쥬ᇰ 을 두터이 글혀 즈블 ᄒᆞᆫ 잔 半반ᄋᆞᆯ 세 服뽁애 ᄂᆞᆫ화 다 머구ᄃᆡ 닛우 세 劑쪵ᄅᆞᆯ 머그라
又方巧匠取喉鉤將繭剪如錢大用物搥四面令軟以油潤之仍中通一竅先穿上鉤線次穿數珠三五枚令兒正坐開口漸添引數珠挨之到喉覺至繫鉤處乃以向下一推其鉤自下而脫卽向上急出之見蠶錢向下裹定鉤線鬚而出並無所損{{*|}}
ᄯᅩ 工고ᇰ巧교ᇢᄒᆞᆫ 匠쨔ᇰㅅᅀᅵᆫ이 아ᄒᆡ 모ᄀᆡ 건 낙ᄉᆞᆯ 아ᅀᅩᄃᆡ 고티ᄅᆞᆯ 돈ᄀᆞ티 ᄇᆞ리고 네 面면을 ᄯᅮ드려 보ᄃᆞ랍게 ᄒᆞ고 기르므로저지고 가온ᄃᆡ ᄒᆞᆫ 구무들워 몬져낛긴헤 ᄢᅦ오 버거念념珠즁 세다ᄉᆞᆺ 나ᄎᆞᆯ ᄢᅦ오 아ᄒᆡ로 바ᄅᆞ 아ᇇ고 입버리게 코 졈졈 念념珠즁를 더 미러 모ᄀᆡ 다ᄃᆞᆮ게 ᄒᆞ야 낛 ᄆᆡ욘 ᄃᆡ 니른가 식브거늘 아래로 ᄒᆞᆫ 번 미니 그 낙시 제 ᄂᆞ려 버서디거늘 즉재 우흐로 時씽急급히 내오 고티ᄅᆞᆯ 보니 아래로 낙줄와 낛미느를 ᄢᅳ러 나 귿 헌 ᄃᆡ 업더라
聖惠方治食魚骨鯁以魚網燒灰細硏水調服一錢又方以魚網䨱頭立下{{*|}}
믌고기 먹다가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고깃 그므를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 그므를 머리예 두프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含水獺骨立出或爪亦得{{*|}}
ᄯᅩ 水ᄉᆔᆼ獺타ᇙ의 ᄲᅧ를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 시혹 밠톱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以牛筋水浸細擘以線繫如彈子大持線端呑之入喉至哽處徐徐引之鯁着筋卽出{{*|}}
ᄯᅩ ᄉᆈ 히믈 므레 ᄃᆞᆷ가 ᄀᆞᄂᆞ리 ᄧᆡ야 실로 ᄆᆡ요ᄃᆡ 彈딴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싨그틀 잡고 ᄉᆞᆷᄭᅧ 모ᄀᆡ 드려 ᄲᅧ 건 ᄃᆡ 니르거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ᄃᆞᆼᄀᆡ면 ᄲᅧ 히메 바상49ㄴ켜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以虎糞或狼糞燒灰細硏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ᄯᅩᆼ이나 시혹 일희 ᄯᅩᆼ이나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虎骨或狸骨擣細羅爲散以水調一錢服之{{*|}}
ᄯᅩ 버믜 ᄲᅨ나 시혹 ᄉᆞᆯ긔 ᄲᅨ나 디허 ᄀᆞᄂᆞ리처 ᄒᆞᆫ 돈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又方以硇砂半錢口中咀嚼嚥之立下{{*|}}
ᄯᅩ 硇砂상 半반 돈ᄋᆞᆯ 이베 시버 ᄉᆞᆷᄭᅵ면 즉재 ᄂᆞ리ᄂᆞ니라
又方治誤呑鉤若線猶在手中者莫引之但急以珠璫若薏苡子輩穿貫着線稍稍令推至鉤處小小引之則出{{*|}}
ᄯᅩ 낙ᄉᆞᆯ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ᄒᆞ다가 긴히 소내 잇ᄂᆞ닌 ᄃᆞᇰᄀᆡ디 말오 ᄲᆞᆯ리 구스리나 율믜나 긴헤 ᄢᅦ어 졈졈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젹젹 ᄃᆞᇰᄀᆡ면 나ᄂᆞ니라
又方以琥珀珠着線貫之推令前入至鉤又復推以索引出矣或水精珠亦佳無珠諸堅實物磨令滑作孔用之{{*|}}
ᄯᅩ琥홍珀ᄑᆡᆨ 구스를 긴헤 ᄢᅦ여 미러 낙새 다ᄃᆞᆮ게 ᄒᆞ고 ᄯᅩ 미러혀면 나ᄂᆞ니라 시혹水ᄉᆔᆼ精져ᇰ 도 ᄯᅩ 됴ᄒᆞ니 구슬 업거든 구든 거슬 ᄀᆞ라 ᄆᆡᆺᄆᆡᆺ게 ᄒᆞ야 구무 들워 ᄡᅳ라
又方治誤呑針以上好磁石如小彈子大含之卽出{{*|}}
ᄯᅩ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됴ᄒᆞᆫ指징南남石쎡 이 져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 머구머시면 즉재 나ᄂᆞ니라
經驗秘方治誤呑錢百部根四兩酒一升浸一宿溫作二服{{*|}}
돈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百ᄇᆡᆨ部뽕根ᄀᆞᆫ 넉 랴ᇰᄋᆞᆯ 술 ᄒᆞᆫ 되예 ᄒᆞᄅᆞᆺ바ᄆᆞᆯ ᄃᆞᆷ가 ᄃᆞ시 ᄒᆞ야 두 버네 머그라
又方服淸蜜二盞{{*|}}
ᄯᅩ 淸쳐ᇰ蜜미ᇙ 두 잔ᄋᆞᆯ 머그라
又方濃煎艾湯一二盞飮之{{*|}}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혀 ᄒᆞᆫ두 자ᄂᆞᆯ 머그라
又方治誤呑針釘鉤子魚骨雜物多食肥羊脂肉及諸肉必自裹出{{*|}}
ᄯᅩ 바ᄂᆞᆯ와 몯과 낛과 고깃 ᄲᅧ와 雜짭거슬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진 羊야ᇰᄋᆡ 기름과 고기와 여러 가짓 고기ᄅᆞᆯ 만히 머그면 절로 ᄢᅳ려 나ᄂᆞ니라
又方木炭爲細末每服一錢冷水調下頓服自然裹於大便中出{{*|}}
ᄯᅩ숫글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ᄋᆞᆯ ᄎᆞᆫ므레 프러 다 머그면 自ᄍᆞᆼ然ᅀᅧᆫ히 大땡便뼌에 ᄢᅳ려 나ᄂᆞ니라
衛生易簡方治一切骨鯁用朴硝噙化{{*|}}
一ᅙᅵᇙ切촁ㅅ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朴팍硝쇼ᇢᄅᆞᆯ 머구머 노기라
又方用雞蘇朴硝等分如彈子大仰臥噙化三五丸卽愈{{*|}}
ᄯᅩ雞곙蘇송 와 朴팍硝쇼ᇢᄅ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彈딴子ᄌᆞᆼ만 ᄒᆞ닐졋바누어 세 다ᄉᆞᆺ 버늘 머구머 노기면 즉재 됻ᄂᆞ니라
壽域神方治諸骨鯁用不蛀皂角一片槌碎作四截銚內炒令焦黑酸米醋一盞澆之用碗覆一茶久取出放溫漱嚥下{{*|}}
여러 가짓 ᄲᅧ 걸우닐 고툐ᄃᆡ 벌에 먹디 아니ᄒᆞᆫ 皂쪼ᇢ角각 ᄒᆞᆫ 편을 ᄯᅮ드려 네헤 그처 새용 안해 봇가 검게 ᄒᆞ고 싄 초 ᄒᆞᆫ 잔ᄋᆞᆯ 븟고 보ᅀᆞ로 두퍼 ᄒᆞᆫ 차 다릴 ᄉᆞᅀᅵ만 커든 내야 ᄃᆞ시 ᄒᆞ야 야ᇰ지ᄒᆞ야 ᄉᆞᆷᄭᅵ라
又方用覆盆子根取淨洗釅醋瓦礶煎濃汁用紙盖礶口留一孔令患人開口置孔熏一二時久骨自下{{*|}}
ᄯᅩ覆폭盆뽄子ᄌᆞᆼ ㅅ 불휘ᄅᆞᆯ 조히 시서 초로 딜湯타ᇰ礶관 에 즙이 두텁게 글히고 죠ᄒᆡ로 湯타ᇰ礶관 이블 막고 ᄒᆞᆫ 굼글 두어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로 입 버려 굼긔 다혀 ᄒᆞᆫ두 時씽刻큭을 쐬면 ᄲᅨ 저 나ᄂᆞ니라
又方用餳糖再熬化丸如雞子黃大微嚼猛嚥呑之不下再作大丸呑妙{{*|}}
ᄯᅩ 여슬 두 번 ᄉᆞ라 ᄃᆞᆯᄀᆡ앐 누른 것만 케 비븨여 자ᇝ간 시버 ᄆᆡ이 ᄉᆞᆷᄭᅭᄃᆡ ᄂᆞ리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크게 비븨여 머구미 됴ᄒᆞ니라
又方以魚骨安於頭上立愈{{*|}}
ᄯᅩ 믌고깃 ᄲᅧᄅᆞᆯ 머리예 연ᄌ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仍取所餘骨左右手反復擲背後立出{{*|}}
ᄯᅩ 나ᄆᆞᆫ ᄲᅧ를 두 녁 소ᄂᆞ로 서르 드ᇰ 뒤헤 더디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解衣帶眼看下部不下卽出{{*|}}
ᄯᅩ 옷 밧고 미틀 보면 ᄂᆞ리디 아니ᄒᆞ면 즉자히 나ᄂᆞ니라
又方取鯉魚鱗皮燒灰作末以水調服卽出不出再作{{*|}}
ᄯᅩ 鯉링魚ᅌᅥᆼㅅ 비늘와 가ᄎᆞᆯ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므레 프러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 나디 아니커든 다시 ᄒᆞ라
又方用象牙爲末水調一錢服亦治魚刺{{*|}}
ᄯᅩ象쌰ᇰ牙ᅌᅡᆼ 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돈상53ㄱᄋᆞᆯ 므레 프러 머그라 ᄯᅩ 고깃ᄲᅧ ᄣᅵᆯ인 ᄃᆡ 고티ᄂᆞ니라
又方用鸕鶿骨爲末湯調服之得呑其嗉最效{{*|}}
ᄯᅩ 鸕롱鶿ᄍᆞᆼ ᄲᅧ를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머그라 그 부릴 어더 머그면 ᄆᆞᆺ 됴ᄒᆞ니라
又方治誤呑錢用慈菰搗半爛呑之移時其錢卽化一用濃煎艾汁亦可冬葵根煮汁亦可{{*|}}
ᄯᅩ 그르 돈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慈ᄍᆞᆼ菰공 ᄅᆞᆯ 디허 半반만 닉거든 ᄉᆞᆷᄭᅵ라 時씽刻큭이 올ᄆᆞ면 그 돈이 즉재 녹ᄂᆞ니라 ᄯᅩ ᄡᅮ글 두터이 글횬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冬도ᇰ葵ᄁᆔᆼ 根ᄀᆞᆫ 글휸 汁집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誤呑金銀釵環以水銀半兩服之再服卽出{{*|}}
ᄯᅩ 金금銀ᅌᅳᆫ 곳 골회 그르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水ᄉᆔᆼ銀ᅌᅳᆫ 半반 兩랴ᇰ을 머그라 다시 머그면 즉재 나ᄂᆞ니라
又方治小兒誤呑針用磁石如棗核大磨令光鑽作竅絲穿令含針自出{{*|}}
ᄯᅩ 아ᄒᆡ 그르 바ᄂᆞᆯ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指징南남石쎡이 大땡棗조ᇢㅅ ᄌᆞᅀᆞ만 ᄒᆞ닐 ᄀᆞ라 빗나게 ᄒᆞ고 구무 들워 실로 ᄢᅦ여 머굼게 ᄒᆞ면 바ᄂᆞ리 제 나ᄂᆞ니라
又方治誤呑鐶燒鵝翎數根末白湯調服妙{{*|}}
ᄯᅩ 그르 골회 ᄉᆞᆷᄭᅵ닐 고툐ᄃᆡ 거유 ᄂᆞ랫짓 두ᅀᅥ흘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다ᇰ쉿므레 프러 머구미 됴ᄒᆞ니라
==脫陽陰縮第十三==
經驗良方其證或因大吐大瀉之後四肢逆冷元氣不接不醒人事或傷寒新瘥誤與婦人交其證小腹緊痛外腎搐縮面黑氣喘冷汗自出亦是脫陽證湏臾不救先用葱白數莖炒令熱熨臍下次用 附子{{*|一枚重十錢許剉作八片}}白朮 乾薑{{*|各半兩}}木香{{*|一分}}已上四味各硏細水二椀煎至八分椀去滓放冷灌服湏臾又進一服合滓倂服{{*|}}
그 證지ᇰ이 시혹 하 吐통커나 하 즈칀 後ᅘᅮᇢ에 四ᄉᆞᆼ肢징 ᄎᆞ고元ᅌᅯᆫ氣킝 닛디 아니ᄒᆞ야 人ᅀᅵᆫ事ᄊᆞᆼᄅᆞᆯ ᄎᆞ리디 몯ᄒᆞ거나 시혹傷샤ᇰ寒ᅘᅡᆫ 이 ᄀᆞᆺ 됴커든 그르 겨집과 사괴면 그 證지ᇰ이ᄇᆡᆺ기슬기 ᄀᆞ자ᇰ 알ᄑᆞ고 外ᅌᅬᆼ腎씬이 움치들오 ᄂᆞ치 검고 氣킝分분이 헐헐ᄒᆞ고 ᄎᆞᆫ ᄯᆞ미 흐르ᄂᆞ니 ᄯᅩ 이 脫똬ᇙ陽야ᇰㅅ證지ᇰ이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 몬져 파 두ᅀᅥ 줄기ᄅᆞᆯ 봇가 덥게 ᄒᆞ야 ᄇᆡᆺ복 아래ᄅ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버거 附뿡子ᄌᆞᆼ ᄒᆞᆫ 낫 므긔 열 돈 남ᄌᆞᆺᄒᆞ닐 사ᄒᆞ라 여듧 片편 ᄆᆡᇰᄀᆞᆯ오 白ᄈᆡᆨ朮뜌ᇙ와 乾간薑가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량과木목香햐ᇰ ᄒᆞᆫ 分분과 네 가짓 마ᄉᆞᆯ 各각別벼ᇙ히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믈 두 보ᅀᆞ로 글혀 여상55ㄱ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ᄎᆡ와 브ᅀᅳ라 이ᅀᅳᆨ고 ᄯᅩ ᄒᆞᆫ 服뽁ᄋᆞᆯ 머기고 滓ᄌᆡᆼ 조쳐 다 머기라
如無前藥用桂枝二兩用好酒二升煎至一升候溫分作二服灌之{{*|}}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桂ᄀᆒᆼ枝징 두 兩랴ᇰᄋᆞᆯ 됴ᄒᆞᆫ 술 두 되로 글혀 ᄒᆞᆫ 되예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두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라
又無桂枝用葱白連鬚三七莖細剉沙盆內硏細用酒五升煮至二升分作三服灌之陽氣卽回先用炒塩熨臍下氣海勿令氣冷{{*|}}
ᄯᅩ 桂ᄀᆒᆼ枝징 업거든 파ᄒᆞᆯ 불휘 조쳐 세닐굽 줄기ᄅᆞᆯ 상55ㄴᄀᆞᄂᆞ리 사ᄒᆞ라 沙상盆뽄에 ᄀᆞᄂᆞ리 ᄀᆞ라 술 닷 되로 글혀 두 되예 니르거든 세 服뽁애 ᄂᆞᆫ화 브ᅀᅳ면 陽야ᇰ氣킝 즉재 도라오ᄂᆞ니 몬져 봇ᄀᆞᆫ 소고ᄆᆞ로 臍쪵下ᅘᅡᆼ와 氣킝海ᄒ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야 氣킝分분이 ᄎᆞ디 아니케 홀디니라
又無葱白用生薑二七寸亦好依前法服{{*|}}
ᄯᅩ 파 업거든 生ᄉᆡᇰ薑가ᇰ 두닐굽 寸촌도 ᄯᅩ 됴ᄒᆞ니 알ᄑᆡᆺ 法법을 브터 머기라
聖惠方治風入腹攻五藏拘急不得轉側陰縮手足厥冷腹中㽱痛宜服赤芍藥散赤芍藥{{*|一兩}}川烏頭{{*|三兩炮製去皮臍}}桂心 甘草炙微赤剉防風{{*|去蘆頭}}芎窮{{*|各一兩}}右擣麤羅爲散每服三錢以水一中盞入生薑半分棗二枚煎至六分去滓不計時候稍熱服{{*|}}
ᄇᆞᄅᆞ미 ᄇᆡ예 드러 五ᅌᅩᆼ藏짜ᇰᄋᆞᆯ 보차 ᄇᆞᆯ라 움즈기디 몯고 陰ᅙᅳᆷ이 움처 들오 손발 ᄎᆞ고 ᄇᆡ 안히 알ᄑᆞ거든赤쳑芍쟉藥약散산 을 머골디니赤쳑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과川ᄌᆑᆫ烏ᅙᅩᆼ頭뚜ᇢ 세 兩랴ᇰ을 炮뽀ᇢᄒᆞ야 갓과 ᄇᆡᆺ보ᄀᆞᆯ 앗고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어 져기 븕게 ᄒᆞ야 사ᄒᆞᆯ오防파ᇰ風봉 을 머리 버히고芎구ᇰ窮꾸ᇰ 과 各각 ᄒᆞᆫ 兩랴ᇰ을 디허 麤총케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中듀ᇰㅅ잔으로 生ᄉᆡᇰ薑가ᇰ 半반 分분과 大상56ㄴ땡棗초ᇢ 두 나ᄎᆞᆯ 드려 글효ᄃᆡ 六륙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져기 덥게 ᄒᆞ야 머기라
聖濟緫錄治陰疝腫縮疼痛 狼毒{{*|炙二兩}}防葵{{*|炒}}附子{{*|炮裂去皮臍各一兩}}右擣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十丸溫酒下空心日午臨臥服{{*|}}
陰ᅙᅳᆷ疝산 ᄒᆞ야 븟고 움처 알ᄑᆞ닐 고툐ᄃᆡ狼라ᇰ毒독 구우니 두 兩랴ᇰ과防파ᇰ葵ᄁᆔᆼ 봇고니와 附뿡子ᄌᆞᆼᄅᆞᆯ 구어 것과 ᄇᆡᆺ복 아ᅀᅩ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丸ᅘᅪᆫᄋᆞᆯ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 만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 열 丸ᅘᅪᆫ곰 ᄃᆞ상57ㄱᄉᆞᆫ 수레 ᄂᆞ리오ᄃᆡ 空코ᇰ心심과 낫과 누을 제와 머그라
又方雞趐左右俱用不限多少燒灰右細硏爲散每服二錢匕溫酒調下不拘時{{*|}}
ᄯᅩ ᄃᆞᆯᄀᆡ ᄂᆞ래ᄅᆞᆯ 두 녀글 다ᄡᅮᄃᆡ 하며 져구믈 限ᅌᆞᆫ티 말오 ᄌᆡ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ᄂᆞ리오ᄃᆡ 時씽刻큭에 븓들이디 말라
又方黃蓮{{*|去鬚}}熟艾{{*|炙}}杏人{{*|去皮尖別硏各半兩}}右擣硏羅爲末鍊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塩湯下空心服{{*|}}
ᄯᅩ黃ᅘᅪᇰ蓮련 을 거웃 앗고 니근 ᄡᅮ글 브레 ᄧᅬ오 杏ᅘᆡᇰ仁ᅀᅵᆫ을 것과 부리ᄅᆞᆯ 앗고 各각別벼ᇙ상57ㄴ히 ᄀᆞ라 各각 半반 兩랴ᇰᄋᆞᆯ 디허 ᄀᆞ라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ᄒᆞᆫ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게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塩염湯타ᇰ ᄋᆞ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硇砂{{*|硏}}木香{{*|各半兩}}棟實{{*|去核炒}}茴香子{{*|炒}}京三稜{{*|炮各一兩}}右五味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空心酒下{{*|}}
ᄯᅩ 硇砂상ᄅᆞᆯ ᄀᆞᆯ오 木목香햐ᇰ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棟도ᇰ實씨ᇙ을 ᄌᆞᅀᆞ 아ᅀᅡ 봇고 茴ᅘᅬᆼ香햐ᇰ ᄡᅵ를 봇고 京겨ᇰ三삼稜르ᇰ을 炮뽀ᇢᄒᆞ야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鍊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空코ᇰ心심에 술로 머그라
又方槐子{{*|炒一兩}}擣羅爲末煉蜜丸如梧桐子大每服二十丸溫酒下空心服{{*|}}
ᄯᅩ槐ᅘᅬᆼ子ᄌᆞᆼ ᄅᆞᆯ 보ᄭᅡ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디허 처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통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스믈 丸ᅘᅪᆫ곰 ᄃᆞᄉᆞᆫ 술로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萵苣{{*|切半斤}}皂莢{{*|剉碎三挺}}蜀椒{{*|去目及閉口者炒出汗一兩}}右少用水煮令相得不可太稀乘熱用布三兩重裹熨腫處冷卽易頻熨自消{{*|}}
ᄯᅩ 부루 사ᄒᆞ로니 半반 斤근과 皂쪼ᇢ莢겹 사ᄒᆞ라 ᄯᅮ드려 세 挺텨ᇰ과川ᄌᆑᆫ椒죠ᇢ 눈과 입 마ᄀᆞ닐 앗고 상58ㄴ봇가 ᄯᆞᆷ 내요니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므를 져고매 ᄒᆞ야 글혀 서르 맛게 ᄒᆞ고 너무 젹게 마롤디니 더운 저긔 뵈로 두ᅀᅥ ᄇᆞᆯ ᄢᅳ려 브ᅀᅳᆫ ᄃᆡ 熨ᅙᅮᇙ호ᄃᆡ ᄎᆞ거든 ᄀᆞᆯ라 ᄌᆞ조 熨ᅙᅮᇙᄒᆞ면 절로 ᄂᆞᆺᄂᆞ니라
又方雄黃{{*|硏}}甘草{{*|各一兩}}礬石{{*|硏二兩}}右擣硏爲末每用藥一兩熱湯五升通手洗腫處良久再煖洗{{*|}}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ᄋᆞᆯ ᄀᆞᆯ오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ᄀᆞ라 두 兩랴ᇰ과 ᄀ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더운믈 닷 되예 글혀 브ᅀᅳᆫ ᄃᆡ 시수ᄃᆡ 良랴ᇰ久고ᇢ커든 다시 데여 시스라
又方車前子不拘多少擣羅爲末湯調塗腫處{{*|}}
ᄯᅩ車챵前쪈子 ᄌᆞᆼ 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더운 므레 프러 브ᅀᅳᆫ ᄃᆡ ᄇᆞᄅᆞ라
又方蔓菁根不拘多少剉碎擣羅爲散溫水調塗腫處或以絹帛傅之以差爲度{{*|}}
ᄯᅩ 댓무ᅀᅮᆺ 불휘ᄅᆞᆯ 사ᄒᆞ라 ᄯᅮ드려 디허 처 ᄃᆞᄉᆞᆫ 므레 프러 브ᅀᅩᆫ ᄃᆡ ᄇᆞᄅᆞ라 시혹 기브로 브툐ᄃᆡ 됴ᄒᆞᆯ ᄀᆞ자ᇰ ᄒᆞ라
==吐血下血第十四<sub>齒閒出血九竅出血附</sub>==
經驗良方云其證皆因內損或酒色勞損或心肺脉破血氣妄行血如湧泉口鼻俱出須臾不救 側栢葉{{*|蒸乾}}人參{{*|焙乾各一兩}}右二味細末每服二錢入飛羅麪二錢新汲井花水調如稀糊啜服血如湧泉不過二服卽止{{*|}}
그 證지ᇰ이 다 안히 損손호ᄆᆞᆯ 因ᅙᅵᆫ커나 시혹 酒쥬ᇢ色ᄉᆡᆨ애잇버 損손커나 시혹心심肺폥脉ᄆᆡᆨ 이 ᄒᆞ야디여 血ᄒᆑᇙ氣킝 간대로 行ᅘᆡᇰᄒᆞ야 피 믈ᄉᆡᆷᄃᆞᆺ ᄒᆞ야 입과 고콰애 다 나ᄂᆞ니 아니한 ᄉᆞᅀᅵ예 救구ᇢ티 몯ᄒᆞᄂᆞ니側즉栢ᄇᆡᆨ 니플ᄠᅧ ᄆᆞᆯ외오 人ᅀᅵᆫ參ᄉᆞᆷᄋᆞᆯ 焙ᄈᆡᆼ乾간호니 各각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ᄒᆞ야 飛빙羅랑麪면 두 돈 드려 ᄀᆞᆺ 기룬 井져ᇰ花황水ᄉᆔᆼ예 프로ᄃᆡ누근 플ᄀᆞ티 ᄒᆞ야 머그라 피 믈 솟ᄃᆞᆺ 하야도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즉재 긋ᄂᆞ니라
如無前藥用荊芥一握燒過盖於地上要出火毒細硏如粉以陳米飮調下三錢許與服不過二服效{{*|}}
ᄒᆞ다가 알ᄑᆡᆺ 藥약이 업거든荊혀ᇰ芥갱 ᄒᆞᆫ 우후믈 ᄉᆞ라 ᄯᅡ해 두퍼火황毒독 내오 ᄀᆞᄂᆞ리 粉분ᄀᆞ티 ᄀᆞ라 무근 ᄡᆞᆯ 글흔 므레 프러 세 돈 남ᄌᆞ기 머기면 두 服뽁애 넘디 아니ᄒᆞ야셔 됻ᄂᆞ니라
又無荊芥用釜底墨刮下細硏如粉每服三錢濃米飮調下連進二三服鼻衄一字吹入鼻中立效{{*|}}
ᄯᅩ 荊혀ᇰ芥갱 업거든 가마 미틧 검듸여ᇰ을 ᄀᆞᆯ가 ᄀᆞᄂᆞ리 紛분ᄀᆞ티 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세 돈곰 두터이 글상60ㄴ힌 ᄡᆞᆳ므레 프러 닛우 두ᅀᅥ 服뽁을 머기라 고해피 흐르거든 ᄒᆞᆫ 字ᄍᆞᆼᄅᆞᆯ 곳굼긔 블면 즉재 됴ᄒᆞ리라
又方人有九竅四肢指歧閒皆出血此暴驚所致勿令患人知以井花水猛噀其面{{*|}}
ᄯᅩ 사ᄅᆞ미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 가락 ᄉᆞᅀᅵ예 다 피나ᄆᆞᆫ 이ᄂᆞᆫ 과ᄀᆞᆯ이 놀란 다시니 病뼈ᇰᄒᆞᆫ 사ᄅᆞᄆᆞᆯ 알외디 말오 井져ᇰ花황水ᄉᆔᆼ로 그 ᄂᆞᄎᆡ ᄆᆡ이 ᄲᅮ모라
又方鼻口中出血不止用赤馬糞燒灰細末溫酒調下一錢{{*|}}
ᄯᅩ 고콰 이베 피나고 긋디 아니커든 블근 ᄆᆞᆯᄯᅩᆼᄋᆞᆯ ᄌᆡ ᄉᆞ라 細솅末마ᇙᄒᆞ야 ᄃᆞᄉᆞᆫ 수레 프러 ᄒᆞᆫ 돈을 머그라
經驗秘方鼻衄方用龍骨爲末以筆管吹半錢鼻中九竅出血皆可用又隨衄左右以新水洗足又以左撚紙索子繫手四肢呪曰血神住立止又張弓絃向上令病人仰臥枕絃放四肢如常臥{{*|}}
고햇피 고티ᄂᆞᆫ 法법에龍료ᇰ骨고ᇙ 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붇ᄌᆞᆯ오로 半반 돈ᄋᆞᆯ 곳굼긔 불라 아홉 굼긔 피나거든 다 어루 ᄡᅳ리라 ᄯᅩ 피의 왼녁 올ᄒᆞᆫ녀글 조처 새 믈로 발 싯고 ᄯᅩ 외오 ᄭᅩᆫ 죠ᄒᆡ 노ᄒᆞ로 소ᇇ 네 가라ᄀᆞᆯ ᄆᆡ오 呪쥬ᇢᄒᆞ야 닐오ᄃᆡ 血ᄒᆑᇙ神씬은 그치라 ᄒᆞ면 즉재 긋ᄂᆞ니라 ᄯᅩ 홠시우를지허 상61ㄴ우흘 向햐ᇰᄒᆞ야 노코 病뼈ᇰᄒᆞᆫ 사ᄅᆞ미졋바디여 누워 홠시우를 볘오 四ᄉᆞᆼ肢징ᄅᆞᆯ 펴 샹녜 누움 ᄀᆞᆮ게 ᄒᆞ라
又灸項後髮際兩筋閒宛宛中{{*|}}
ᄯᅩ 목 뒷髮바ᇙ際졩 ㅅ 두 히ᇝ ᄉᆞᅀᅵᆺ 우믁ᄒᆞᆫ ᄃᆡᆯ ᄯᅳ라
澹寮方茜根散治鼻衄終日不止心神煩悶 茜根 黃芩 側栢葉 阿膠{{*|蚌粉炒}}生地黃{{*|各一兩}}甘草{{*|炙半兩}}右㕮咀每服四錢水一盞半姜三片煎至八分去滓溫服不拘時{{*|}}
茜쳔根ᄀᆞᆫ散산 은 고해피져므ᄃᆞ록 긋디 아니ᄒᆞ야 ᄆᆞᅀᆞ미 닶가오닐 고티ᄂᆞ니茜 쳔根ᄀᆞᆫ 과黃ᅘᅪᇰ芩끔 과 側즉栢ᄇᆡᆨ 닙과 阿ᅙᅡᆼ膠교ᇢᄅᆞᆯᄉᆞᄒᆡ에 봇고니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ᄅᆞᆯ 구우니 半반 兩랴ᇰᄋ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네 돈곰 ᄒᆞ야 믈 ᄒᆞᆫ 잔 半반과 生ᄉᆡᇰ薑가ᇰ 세 片편ᄋᆞ로 글혀 여듧 分분에 니르거든 滓ᄌᆡᆼ 앗고 ᄃᆞ시 ᄒᆞ야 머교ᄃᆡ 時씽節져ᇙ을 븓들이디 말라
衛生簡易方九竅出血小薊一握搗汁酒半盞和頓服如無靑者以乾薊末冷水調三錢匕服{{*|}}
아홉 굼긔 피나거든小쇼ᇢ薊곙 ᄒᆞᆫ 우후믈 디허 汁집 내야 술 半반 잔애 프러 다 머그라 ᄒᆞ다가 프르니 업거든 ᄆᆞᄅᆞᆫ 薊곙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ᄎᆞᆫ므레 세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暴下血用蒜五六枚去皮入豆豉硏爲膏如桐子大米飮下五六十丸無不愈者{{*|}}
ᄯᅩ 과ᄀᆞᆯ이下ᅘᅡᆼ血혀ᇙ ᄒᆞ릴 고툐ᄃᆡ 마ᄂᆞᆯ 대엿 나ᄎᆞᆯ 거플 밧기고 젼구글 드러 ᄀᆞ라 골 ᄆᆡᇰᄀᆞ라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ᄒᆞ야 ᄡᆞᆯ 글힌 므레 쉰 여ᄉᆔᆫ 丸ᅘᅪᆫ을 머그면 됴티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又方用赤小豆一升搗碎水三升絞汁飮之{{*|}}
ᄯᅩ赤쳑小쇼ᇢ豆또ᇢ ᄒᆞᆫ 되ᄅᆞᆯ 디허 ᄇᆞᆺ아 믈 서 되예 프러 즈블ᄲᅡ 머그라
壽域神方治小便下血不止酸漿草絞取自然汁服之{{*|}}
小쇼ᇢ便뼌에 下ᅘᅡᆼ血혀ᇙ이 긋디 아니커든酸솬漿쟈ᇰ草초ᇢ ᄅᆞᆯ 드러 自ᄍᆞᆼ然ᅀᅧᆫ汁집을 ᄲᅡ 머그라 酸솬漿쟈ᇰ은 ᄭᅪ리라
朱氏集驗方一金散治鼻衄出血過多昏冒欲死諸藥不效大蒜硏左鼻貼左脚右鼻貼右脚心兩鼻貼兩脚心{{*|}}
一ᅙᅵᇙ金금散산 은 고해피 나미 너무 하 어즐ᄒᆞ야 주거 가ᄂᆞ니 여러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닐 고티ᄂᆞ니 큰 마ᄂᆞᄅᆞᆯ ᄀᆞ라 왼녁 고히어든 왼녁 밠바다ᇰ애 브티고 올ᄒᆞᆫ녁 고히어든 올ᄒᆞᆫ녁 밠바다ᅌᅢ 브티고 두 고히어든 두 밠바다ᅌᅢ 브티라
又方齒縫出血不止他藥不能治之者塩主之{{*|}}
ᄯᅩ닛ᄢᅵ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다ᄅᆞᆫ 藥약이 고티디 몯ᄒᆞᄂᆞ닌 소고미 主즁ᄒᆞ니라
聖惠方治九竅四肢指歧閒出血方 生地黃{{*|一兩細切}}蒲黃{{*|半兩}}靑竹茹半兩 右以水一大盞煎至六分去滓每於食後溫服{{*|}}
아홉 구무와 四ᄉᆞᆼ肢징ㅅ가락 ᄉᆞᅀᅵ예 피나ᄂ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生ᄉᆡᇰ地띵黃ᅘᅪᇰ ᄒᆞᆫ 兩량ᄋᆞᆯ ᄀᆞᄂᆞ리 사ᄒᆞᆯ오蒲뽕黃ᅘᅪᇰ 半반 兩랴ᇰ과 프른 댓거프를 갈로 ᄀᆞᆯ가 半반 兩랴ᇰᄋᆞᆯ 믈 ᄒᆞᆫ 큰 잔ᄋᆞ로 글혀 여슷 分분에 니르거든 즛의 앗고 食씩後ᅘᅮᇢ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又方吐血及鼻衄不止烏賊魚骨搗細羅爲散不計時以淸粥飮調下二錢{{*|}}
ᄯᅩ吐통血ᄒᆑᇙ 와 고해피 긋디 아니커든烏ᅙᅩᆼ賊쯕魚ᅌᅥᆼ ᄲᅧ를 디허 ᄀᆞᄂᆞ리 처 時씽刻큭 혜디 말오 粥쥭 므레 두 돈곰 프러 머그라
又方鼻衄經日夜不止用乾姜削如蓮子大塞鼻中卽止{{*|}}
ᄯᅩ 고해 피 밤나ᄌᆞᆯ 디내요ᄃᆡ 긋디 아니커든 乾간姜가ᇰᄋᆞᆯ蓮련子ᄌᆞᆼ 만 케 갓가 곳굼긔 마ᄀᆞ면 곧 긋ᄂᆞ니라
又方濃硏好墨點鼻中立止{{*|}}
ᄯᅩ 됴ᄒᆞᆫ墨믁 을 두터이 ᄀᆞ라 곳굼긔 디그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牙齒縫忽然出血 當歸散 當歸 桂心{{*|各半兩}}白凡{{*|一兩燒令汁盡}}甘草{{*|半兩}}右件藥擣麤羅分爲三度用每度以漿水二大盞煎至一盞去滓熱含冷吐{{*|}}
ᄯᅩ 닛ᄢᅵ메 忽호ᇙ然ᅀᅧᆫ히 피나거든當다ᇰ歸귕 와 桂ᄀᆒᆼ心심ᄋᆞᆯ 各각 半반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ᄒᆞᆫ 兩랴ᇰ을 ᄉᆞ라 汁집 업게 ᄒᆞ고 甘감草초ᇢ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디허 麤총히 처 세 버네 ᄂᆞᆫ화 ᄡᅮᄃᆡ ᄒᆞᆫ 버네 漿쟈ᇰ水ᄉᆔᆼ 두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자내 니르거든 즛의 앗고 더우닐 머구머 ᄎᆞ거든비와ᄐᆞ라
又方齒齗血出不止乾地龍末一錢白凡灰一錢射香末{{*|半錢}}右同硏令勻濕布上塗落貼於患處{{*|}}
ᄯᅩ 닛믜유메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ᄆᆞᄅᆞᆫ地딩龍료ᇰ ㅅ ᄀᆞᄅᆞ ᄒᆞᆫ 돈과 白ᄈᆡᆨ礬뻔ㅅ ᄌᆡ ᄒᆞᆫ 돈과 射썅香햐ᇰㅅ ᄀᆞᄅᆞ 半반 돈과 ᄒᆞᆫᄃᆡ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저즌 뵈 우희 藥약 ᄇᆞᆯ라 피나ᄂᆞᆫ ᄃᆡ 브티라
又方無故口齒閒血出不止以淡竹葉濃煎湯熱含冷吐{{*|}}
ᄯᅩ 젼ᄎᆞ 업시 입과 닛ᄉᆞᅀᅵ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淡땀竹듁 니플 두텁게 글혀 더운 므를 머구머 ᄎᆞ거든 비와ᄐᆞ라
直指方治齒出血 鬱金 白芷 細辛{{*|各等分}}右爲末擦牙仍以竹葉竹皮濃煎入塩少許含嚥或炒塩傅{{*|}}
니예 피나ᄂᆞ닐 고툐ᄃᆡ 鬱ᅙᅮᇙ金금과白ᄈᆡᆨ芷징 와 細솅辛신ᄋᆞᆯ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니예ᄡᅮᄭᅩ 댓닙과 댓가ᄎᆞᆯ 두터이 글혀 소곰 져기 녀허 머구머 ᄉᆞᆷᄭᅵ며 시혹 소고ᄆᆞᆯ 봇가 브티라
千金方齒閒出血溫童子小便半升煮取三合含之其血卽止{{*|}}
닛ᄉᆞᅀᅵ예 피나거든 아ᄒᆡ 小쑈ᇢ便뼌 半반 되를 글혀 서 호블 取츙ᄒᆞ야 머구므면 그 피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治齒出血不止刮生竹皮二兩苦酒浸之令其人解衣坐使人含噀其背上三過仍取竹茹濃煮汁勿與塩適寒溫含漱之竟日爲度{{*|}}
ᄯᅩ 니예 피나 긋디 아니커든 ᄂᆞᆯ 댓거츨 ᄀᆞᆯ가 두 兩랴ᇰᄋᆞᆯ 醋초ᇢ애 ᄃᆞᆷ고 그 사ᄅᆞᄆᆞ로 옷 바사 아ᇇ게 ᄒᆞ고 다ᄅᆞᆫ 사ᄅᆞ미 머구머 그 드ᇰ의 세 버늘 ᄲᅮᆷ고 댓거프를 取츙ᄒᆞ야 두터이 즈블 글혀 소곰 주디 말오 ᄎᆞ며 ᄃᆞᆺ호미맛갑게 ᄒᆞ야 머구머 야ᇰ지호ᄃᆡ 져므ᄃᆞ록 ᄒᆞ라
又方治酒醉牙齒涌血出 當歸{{*|二兩}}礬石{{*|六銖}}桂心 細辛 甘草{{*|各一兩}}右五味㕮咀以漿水五升煮取三升含之日五六夜三{{*|}}
ᄯᅩ 술 醉ᄌᆔᆼᄒᆞ야 니예 피 솟ᄂᆞ닐 고툐ᄃᆡ 當다ᇰ歸귕 두 兩랴ᇰ과 白ᄈᆡᆨ礬뻔 여슷 銖쓩와 桂ᄀᆒᆼ心심과 細솅辛신과 甘감草초ᇢ 各각 ᄒᆞᆫ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漿쟈ᇰ水ᄉᆔᆼ 닷 되예 글혀 서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머구무ᄃᆡ 나ᄌᆡ 대엿 번 바ᄆᆡ 세 번 ᄒᆞ라
又方燒釘令赤注孔血中止{{*|}}
ᄯᅩ 모ᄃᆞᆯ ᄉᆞ라 븕게 ᄒᆞ야 핏 굼긔 고ᄌᆞ면 긋ᄂᆞ니라
又方舌上黑有數孔大如簪出血如湧泉 戎塩 黃芩{{*|一作葵子}}黃蘗 大黃{{*|各五兩}}人參 桂心 甘草{{*|各二兩}}右爲末蜜丸梧子大米飮服十丸日三服亦燒鐵烙之{{*|}}
ᄯᅩ 혀 우히 검고 두ᅀᅥ 굼기 빈혓 구무만 코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거든戎ᅀᅲᇰ塩염 과黃ᅘᅪᇰ芩 끔 과 ᄒᆞ나ᄒᆞᆫ 葵ᄁᆔᆼ子ᄌᆞᆼㅣ라 ᄒᆞ다 黃ᅘᅪᇰ蘗ᄇᆡᆨ과 大땡黃ᅘᅪᇰ 各각 닷 兩랴ᇰ과 人ᅀᅵᆫ參ᄉᆞᆷ과 桂ᄀᆒᆼ心심과 甘감草초ᇢ 各각 두 兩랴ᇰ과ᄅ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 丸ᅘᅪᆫ곰 ᄒᆞᄅᆞ 세 번 머그라 ᄯᅩ 鐵텨ᇙ을 ᄉᆞ라 지지라
得效方文蛤散治熱壅舌上出血如泉 五倍子{{*|洗}}白膠香 牡蠣粉{{*|各等分}}右爲末每以少許 摻患處或燒鐵篦熟烙孔上{{*|}}
文문蛤갑散산 ᄋᆞᆫ 上쌰ᇰ熱ᅀᅧᇙᄒᆞ야 혀에 피나ᄃᆡ 믈 ᄉᆡᆷᄃᆞᆺ ᄒᆞ닐 고툐ᄃᆡ五ᅌᅩᆼ倍ᄈᆡᆼ子ᄌᆞᆼ ᄅᆞᆯ 싯고 白ᄈᆡᆨ膠교ᇢ香햐ᇰ과牡무ᇢ蠣롕粉분 을 各각 等드ᇰ分분ᄒᆞ야 細솅末마ᇙᄒᆞ야 져기 피나ᄂᆞᆫᄃᆡ ᄇᆞᄅᆞ고 시혹 쇠빈혀를 ᄉᆞ라 굼긔 니기 지지라
又方舌無故出血炒槐花爲末摻之而愈{{*|}}
ᄯᅩ 혜 전ᄎᆞ 업시 피나거든 槐ᅘᅬᆼ花황ᄅᆞᆯ 보ᄭᅡ 細솅末마ᇙᄒᆞ야 ᄇᆞᄅᆞ면 됻ᄂᆞ니라
==大小便不通第十五==
聖惠方治大小便關格不通腹脹喘急方 膩粉{{*|一錢}}生麻油{{*|一合}}右相和空腹服之{{*|}}
大땡小쇼ᇢ便뼌이 通토ᇰ티 몯ᄒᆞ야 ᄇᆡ 탸ᇰ만ᄒᆞ고 수미 ᄌᆞᄌ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膩닝粉분 ᄒᆞᆫ 돈과生ᄉᆡᇰ麻망油유ᇢ ᄒᆞᆫ 홉과ᄅᆞᆯ 섯거 空코ᇰ心심에 머그라
又方蔓菁子油一合空腹服之卽通通後汗出勿怪{{*|}}
ᄯᅩ 댓무ᅀᅮᆺ ᄡᅵᆺ 기름 ᄒᆞᆫ 호ᄇᆞᆯ 空코ᇰ心심에 머그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 通토ᇰᄒᆞᆫ 後ᅘᅮᇢ에 ᄯᆞᆷ나거든 疑ᅌᅴᆼ心심 말라
又方治小便難腹滿悶不急療之殺人葱白{{*|三斤}}塩{{*|一斤}}右相和爛硏炒令熱以帛子裹分作二苞更互熨臍下小便立出{{*|}}
ᄯᅩ 小쇼ᇢ便뼌이 어려워 ᄇᆡ 탸ᇰ만ᄒᆞ고 답답거든 時씽急급히 고티디 아니ᄒᆞ면 사ᄅᆞᆷ 주기ᄂᆞ니 파 서 斤근과 소곰 ᄒᆞᆫ 斤근을 섯거 므르 디허 보ᄭᅡ 덥게 ᄒᆞ야 기브로 ᄢᅳ료ᄃᆡ 두 ᄢᅳ례예 ᄂᆞᆫ화 서르 臍쨍下ᅘᅡᆼᄅᆞᆯ 熨ᅙᅮᇙᄒᆞ면 小쇼ᇢ便뼌이 즉재 나ᄂᆞ니라
聖濟緫錄茯苓丸治大小便不通 赤茯苓{{*|去黑皮}}芍藥 當歸{{*|切焙}}枳殼{{*|去穰麩炒}}白朮 人參{{*|各五兩}}大麻仁 大黃{{*|剉各三兩}}右爲末煉蜜和丸梧桐子大每服十五丸至二十丸空心煎茅根湯下{{*|}}
茯뽁苓려ᇰ丸ᅘᅪᆫ 은 大땡小쇼ᇢ便뼌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티ᄂᆞ니赤쳑茯뽁苓려ᇰ 을 거믄 것 밧기고芍작藥약 과 當다ᇰ歸귕ᄅᆞᆯ 사ᄒᆞ라 焙ᄈᆡᆼ乾간ᄒᆞ고枳징殼칵 을 솝 앗고 기울와 봇고 白ᄈᆡᆨ朮뜌ᇙ와 人ᅀᅵᆫ參ᄉᆞᆷ 各각 다ᄉᆞᆺ 兩랴ᇰ과大땡麻망仁ᅀᅵᆫ 과 大땡黃ᅘᅪᇰᄋᆞᆯ 사ᄒᆞ라 各각 석 兩랴ᇰ과를 細솅末마ᇙᄒᆞ야 煉련혼 ᄢᅮᆯ로 梧ᅌᅩᆼ桐토ᇰ子ᄌᆞᆼ만 케 丸ᅘᅪᆫ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열다ᄉᆞᆺ 丸ᅘᅪᆫ으로 스믈 丸ᅘᅪᆫ지히 空코ᇰ心심애茅모ᇢ根ᄀᆞᆫ湯타ᇰ 을 글혀 ᄂᆞ리우라
經驗良方木通散治小便不通小腹痛不可忍 木通 滑石{{*|各半兩}}黑牽牛{{*|頭末半兩}}右㕮咀每服一錢水半盞燈心十莖葱白一箇同煎三分食前溫服{{*|}}
木목通토ᇰ散산 은 小쇼ᇢ便뼌 不부ᇙ通토ᇰᄒᆞ야 ᄇᆡᆺ기슭 알파 ᄎᆞᆷ디 몯ᄒᆞ릴 고티ᄂᆞ니木목通토ᇰ 과滑ᅘᅪᇙ石쎡 각 半반 兩랴ᇰ과黑흑牽켠牛ᅌᅮᇢ 머릿 ᄀᆞᄅᆞ 半반 兩랴ᇰ과ᄅᆞᆯ 사ᄒᆞ라 ᄒᆞᆫ 服뽁애 ᄒᆞᆫ 돈곰 ᄒᆞ야 믈 半반 잔과燈드ᇰ 心심 열 줄기와 파 ᄒᆞᆫ 낫과 ᄒᆞᆫᄃᆡ 三삼分분을 글혀 食씩前쪈에 ᄃᆞ시 ᄒᆞ야 머그라
肘後方治小便不利莖中痛欲死牛膝幷葉不以多小酒煮飮之立愈{{*|}}
小쇼ᇢ便뼌이 快쾡티 몯ᄒᆞ야陰ᅙᅳᆷ莖ᅘᆡᇰ ㅅ 소비 알파 죽고져 ᄒᆞᄂᆞ닐 고툐ᄃᆡ牛ᅌᅮᇢ膝시ᇙ 을 닙 조쳐 수레 글혀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千金方治大便秘澁不通 大黃{{*|四兩}}桃仁{{*|三十枚去皮尖雙仁硏}}右切以水六升煮取二升分再服{{*|}}
大땡便뼌이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大땡黃ᅘᅪᇰ 넉 兩랴ᇰ과桃또ᇢ仁ᅀᅵᆫ 셜흔나ᄎᆞᆯ 것과 부리와 어우러ᇰ ᄌᆞᅀᆞᄅᆞᆯ 앗고 ᄀᆞ라 믈 엿 되예 글혀 두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ᄂᆞᆫ화 두 버네 머그라
又方胡鷰屎蜜和納大孔中卽通{{*|}}
ᄯᅩ 며ᇰ마긔 ᄯᅩᇰᄋᆞᆯ ᄢᅮ레 ᄆᆞ라 밋굼긔 녀흐면 즉재 通토ᇰᄒᆞᄂᆞ니라
簡要濟衆方治大便澁不通牽牛子半生半熟擣爲散每服二錢煎薑湯調下如未通再服及以熱茶投之量虛實不計時加减服之{{*|}}
大땡便뼌 구더 通토ᇰ티 몯ᄒᆞ닐 고툐ᄃᆡ 牽켠牛ᅌᅮᇢ子ᄌᆞᆼᄅᆞᆯ 半반만 ᄂᆞ리오 半반만 니그닐 디허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애 두 돈곰 生ᄉᆡᇰ薑가ᇰ湯타ᇰ애 프러 ᄂᆞ리오ᄃᆡ 通토ᇰ티 몯거든 다시 먹고 더운 차로 머구ᄃᆡ 虛헝實씨ᇙ을 혜오 時씽刻큭 혜디 마라 더으며ᇰ더러 머그라
==溺水第十六==
經驗良方凡有人溺水者救上岸卽將牛一頭却令溺水之人將肚橫覆相抵在牛背上兩邊用人扶策徐徐牽牛而行以出腹內之水如醒卽以蘇合香元之類或老生薑擦其齒若無牛以活人於長板櫈上仰臥却令溺水人如前法將肚相抵活人身聽其水出卽活{{*|}}
믈읫 사ᄅᆞ미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ᄀᆞᅀᅢ올이고 쇼 ᄒᆞ나ᄒᆞᆯ 가져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ᄇᆡᄅᆞᆯ ᄉᆈ 드ᇰ 우희 ᄀᆞᄅᆞ 업데우고 두 녁 ᄀᆞᅀᅢ 사ᄅᆞ미 자바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쇼ᄅᆞᆯ 잇거ᄃᆞᆮ녀 ᄇᆡ 안햇 므를 내오 ᄒᆞ다가ᄭᆡ어든 곧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 類ᄅᆔᆼ어나 시혹 늘근 生ᄉᆡᇰ薑가ᇰ이나 그 니예 ᄡᅮ츠라 ᄒᆞ다가 쇼 업거든 산 사ᄅᆞᄆᆞ로長땨ᇰ床싸ᇰ 우희 졋바뉘이고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알ᄑᆡᆺ 法법ᄀᆞ티 ᄇᆡᄅᆞᆯ 산 사ᄅᆞᄆᆡ 모매 서르 다혀 므리 나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聖惠方凡溺水急解去死人衣灸臍中卽差{{*|}}
믈읫 므레ᄲᅡ디거든 時씽急급히 주근 사ᄅᆞᄆᆡ 옷 밧기고 ᄇᆡᆺ보ᄀᆞᆯ ᄯᅳ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竈中灰布地令厚五寸以甑側安着灰上令溺人伏於甑上使頭小垂下炒塩二錢內小竹管內吹入下部中卽當吐水去却甑扶下溺人着灰中以灰壅身水恒出鼻口中卽活矣{{*|}}
ᄯᅩ 브ᅀᅥ븻 ᄌᆡ로 ᄯᅡ해 ᄭᆞ로ᄃᆡ 두틔 다ᄉᆞᆺ 寸촌이에 코 실을 ᄌᆡ 우희 겨트로 노코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로 시르 우희 업데우고 머리ᄅᆞᆯ 져기 아래로 ᄲᅡ디게 ᄒᆞ고 소고ᄆᆞᆯ 봇가 두 돈ᄋᆞᆯ 져근 대로ᇰ애 녀허 밋굼긔 부러 드리면 반ᄃᆞ기 므를 吐통ᄒᆞ리니 실을 앗고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아나 ᄂᆞ리와 ᄌᆡ예 노코 ᄌᆡ로 모ᄆᆞᆯ 두프면 므리 고콰 입과로 나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掘地作坑熬數斛熱灰內坑中下溺人灰覆濕徹卽易之灰勿大熱灰冷更易半日卽活也{{*|}}
ᄯᅩ ᄯᅡ 파 굳 ᄆᆡᇰᄀᆞᆯ오 두ᅀᅥ 셤 더운 ᄌᆡᄅᆞᆯ 봇가 구데 녀코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녀코 ᄌᆡ로 두퍼 ᄉᆞᄆᆞᆺ젓거든 곧 ᄀᆞᆯ라 ᄌᆡᄅᆞᆯ 너무 봇디 말오 ᄌᆡ ᄎᆞ거든 ᄀᆞ라 半반 날만 ᄒᆞ면 곧 사ᄂᆞ니라
又方但埋溺人暖灰中頭足俱沒唯開七孔水出卽活{{*|}}
ᄯᅩ 오직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ᆞᆯ 다운 ᄌᆡ예 무두ᄃᆡ 머리와 발왜 다 들에 ᄒᆞ고 오직 닐굽 굼글 여러 므리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緜裹皂莢末內下部中湏臾水出{{*|}}
ᄯᅩ 소오매 皂쪼ᇢ莢겹ㅅ ᄀᆞᆯᄋ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이ᅀᅳᆨ고 므리 나ᄂᆞ니라
千金方半夏末吹入鼻{{*|}}
半반夏ᅘᅡᆼㅅ ᄀᆞᆯᄋᆞᆯ 부러 고해 녀ᄒᆞ라
又方裹石灰納下部中水出盡卽活{{*|}}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ᄡᅡ 밋굼긔 녀흐면 므리 다 나면 즉재 사ᄂᆞ니라
又方熬沙覆死人上下有沙但出鼻口耳沙冷濕卽易{{*|}}
ᄯᅩ 몰애ᄅᆞᆯ 봇가 주근 사ᄅᆞᄆᆞᆯ 두푸ᄃᆡ 아라우희 몰애 잇고 오직 고콰 입과 귀와ᄅᆞᆯ 내야 몰애 ᄎᆞ고 젓거든 곧 ᄀᆞᆯ라
管見大全良方救男女墮水中者以常用薦席卷之就平地上袞轉一二百轉則水出自活亦有用陳壁土末覆之死者更以爐中煖灰覆臍上下則元氣廻自活省後當服利水之藥如五苓散異功五積散朮附湯除濕湯不換金正氣散若欲兼服安心神收歛神氣之藥宜服蘇合香元在人斟酌輕重冷熱而投之{{*|}}
男남女녕ㅣ 므레 ᄲᅡ디닐 救구ᇢ호ᄃᆡ 샤ᇰ녜 ᄡᅳᄂᆞᆫ 돗긔 ᄆᆞ라 平뼈ᇰᄒᆞᆫ ᄯᅡ해 나ᅀᅡ가 一ᅙᅵᇙ二ᅀᅵᆼ百ᄇᆡᆨ 버늘 구으리면 므리 나면 절로 사ᄂᆞ니라 ᄯᅩ 무근 ᄇᆞᄅᆞ맷 ᄒᆞᆰᄀᆞᆯᄋᆞ로 둡ᄂᆞ니라 주그닐 ᄯᅩ 火황爐롱앳 더운 ᄌᆡ로 ᄇᆡᆺ복 아라우희 두프면 元ᅌᅯᆫ氣킝 도라와 사ᄂᆞ니라 ᄎᆞ린 後ᅘᅮᇢ에 믈 즈츼ᄂᆞᆫ 藥약이五ᅌᅩᆼ苓려ᇰ散산 과異잉功고ᇰ五ᅌᅩᆼ積젹散산 과朮뜌ᇙ附뿡湯타ᇰ 과 除똉濕십湯타ᇰ과不부ᇙ換ᅘᅪᆫ金금正져ᇰ氣킝散산 ᄋᆞᆯ 머기고 ᄒᆞ다가 ᄆᆞᅀᆞᄆᆞᆯ 便뼌安ᅙᅡᆫ케 ᄒᆞ고 氣킝分분을 모도ᄂᆞᆫ 藥약을 조쳐 머기고져 커든 蘇송合ᅘᅡᆸ香햐ᇰ元ᅌᅯᆫ을 머귤디니 사ᄅᆞ미 輕켜ᇰ重뜌ᇰ과 冷ᄅᆡᇰ熱ᅀᅧᇙ을 斟짐酌쟉ᄒᆞ야 머교매 잇ᄂᆞ니라
壽域神方冬月落水微有氣者用大器炒灰熨心上候暖氣通溫粥稍稍呑之卽活若便持火炙卽死{{*|}}
겨ᅀᅳ레 므레 디여 자ᇝ간 氣킝分분 잇ᄂᆞ닐 큰 그르세 ᄌᆡᄅᆞᆯ 봇ᄭᅡ 가ᄉᆞᄆᆞᆯ 熨ᅙᅮᇙᄒᆞ고 더운 氣킝分분이 通토ᇰ호ᄆᆞᆯ 기드려 ᄃᆞᄉᆞᆫ 粥쥭을 졈졈 머기면 곧 사ᄂᆞ니 ᄒᆞ다가 브를 ᄧᅬ면 즉재 죽ᄂᆞ니라
又方急於人中穴及兩脚大母趾內離甲一韭葉許各灸三五壯卽活{{*|}}
ᄯᅩ ᄲᆞᆯ리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와 두 밠 엄지가띿 아ᇇ 밠토ᄇᆞ로셔 ᄒᆞᆫ 부ᄎᆡᆺ닙 너븨만 ᄒᆞᆫ ᄃᆡ 各각各각 세다ᄉᆞᆺ 壯자ᇰᄋᆞᆯ ᄯᅳ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以屈死人兩脚着生人肩上以溺人背搭走吐水出盡卽活{{*|}}
ᄯᅩ 주근 사ᄅᆞᄆᆡ 두 다리ᄅᆞᆯ 구펴 산 사ᄅᆞᄆᆡ 엇게 우희 여ᇇ고 주근 사ᄅᆞᄆᆞᆯ 지여 ᄃᆞᄅᆞ면 므리 다 나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得效方以酒壜一介以紙錢一把燒放壜中急以壜口覆溺水人面上或臍上冷則再燒紙錢於壜內覆面上去水卽活{{*|}}
酒쥬ᇢ壜땀 ᄒᆞᆫ 나ᄎᆞ로 죠ᄒᆡ젼 ᄒᆞᆫ 주믈 ᄉᆞ라 壜땀 안해 녀코 時씽急급히 壜땀 이브로 므레 ᄲᅡ딘 사ᄅᆞᄆᆡ ᄂᆞ치나 시혹 ᄇᆡᆺ복 우희 두퍼 ᄎᆞ거든 다시 죠ᄒᆡ젼을 ᄉᆞ라 壜땀 안해 녀허 ᄂᆞᄎᆡ 두퍼 므를 아ᅀᆞ면 즉재 사ᄂᆞ니라 壜땀은 술녇ᄂᆞᆫ 딜어시라
==自縊第十七==
千金方凡救自縊死者極須按定其心勿截繩手抱起徐徐解之心下尙溫者以氍毹{{*|卽毛席也}}覆口鼻兩人吹其兩耳{{*|}}
믈읫 목 ᄆᆡ야 주그닐 救구ᇢ호ᄃᆡ ᄀᆞ자ᇰ 모로매 그 ᄆᆞᅀᆞᄆᆞᆯ 눌러 一ᅙᅵᇙ定뗘ᇰᄒᆞ고 노ᄒᆞᆯ 긋디 말오 소ᄂᆞ로 아나 니르왇고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글오ᄃᆡ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니란 담으로 입과 고ᄒᆞᆯ 둡고 두 사ᄅᆞ미 그 두 귀ᄅᆞᆯ 불라
又方强臥以物塞兩耳竹筒納口中使兩人痛吹之塞口傍無令氣得出半日死人卽噫噫卽勿吹也{{*|}}
ᄯᅩ 뉘이고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ᆯ 입 안해 녀코 두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불오 입가ᅀᆞᆯ 마가 氣킝分분이 나디 몯게 ᄒᆞ면 半반 날ᄋᆞᆯ 주겟던 사ᄅᆞ미 곧 숨쉬ᄂᆞ니 숨쉬어든 부디 말라
又方擣皂莢細辛屑如豆大吹兩鼻中{{*|}}
ᄯᅩ 皂쪼ᇢ莢겹과 細솅辛신ㅅ ᄀᆞᆯᄋᆞᆯ 디허 코ᇰ낫만 ᄒᆞ닐 두 곳굼긔 불라
又方刺雞冠血出滴口中卽活男雌女雄{{*|}}
ᄯᅩ ᄃᆞᆯᄀᆡ 벼츨 ᄣᅵᆯ어 피내야 이베 처디면 즉자히 사ᄂᆞ니 남지ᄂᆞᆫ 암ᄐᆞᆯᄀᆞ로 코 겨지븐 수ᄐᆞᆯᄀᆞ로 ᄒᆞ라
又方尿鼻口眼耳中幷捉頭髮一撮如筆管大掣之立活{{*|}}
ᄯᅩ 고콰 입과 눈과 귀와에 오좀 누고 머리터럭 ᄒᆞᆫ 져부미 붇 ᄌᆞᄅᆞ만 ᄒᆞ닐 자바ᄃᆞᇰᄀᆡ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又方雞血塗喉下{{*|}}
ᄯᅩ ᄃᆞᆯᄀᆡ 피ᄅᆞᆯ 목 아래 ᄇᆞᄅᆞ라
又方灸四肢大節陷大指本支名曰地袖各七壯{{*|}}
ᄯᅩ 네 활기옛 큰 ᄆᆞᄃᆡᆺ 우무근 ᄃᆡ와 엄짓가락 미틧 그믈 일후믈 地띵袖쓔ᇢㅣ라 ᄒᆞᄂᆞ니 各각 닐굽 壯자ᇰ을 ᄯᅳ라
經驗救急方急抱起解下切不可截繩卽以衣物塞兩耳將竹筒於口中吹氣及以衣物緊塞二物爲妙凡縊者從早至晩雖已冷必可救從夜至早稍難救若心上溫一日已上猶可救切不可截斷繩欸欸地抱起其身緩解繩放臥令人踏其肩以手拔其髮常令一人緊以手擦胸脇一人以手摩搦臂足屈伸之若已僵漸强屈之又按其腹如此一飯時卽得氣呼吸矣却身苦勞動少與官桂湯及粥淸令喉潤更令兩人以筆管吹其耳中尤妙依此法救無不活者{{*|}}
ᄲᆞᆯ리 아나 니르왇고 글오ᄃᆡ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즉자히 오ᄉᆞ로 두 귀 막고 대로ᇰᄋᆞ로 입 안해 氣킝分분을 불오 오ᄉᆞ로 두 거슬 구디 마고미 됴ᄒᆞ니 믈읫 목ᄆᆡ야 주그니 아ᄎᆞᆷ브터 나조ᄒᆡ 니르닌 비록 차도 어루 救구ᇢᄒᆞ려니와 밤브터 아ᄎᆞᄆᆡ 니르닌 救구ᇢ호미 어려우니 ᄒᆞ다가 가ᄉᆞ미 ᄃᆞᆺᄒᆞ면 ᄒᆞᄅᆞᆺ 內뇡ᄂᆞᆫ 어루 救구ᇢᄒᆞ리니 자ᇝ간도 노 긋디 말오 ᄌᆞᄂᆞᆨᄌᆞᄂᆞ기 그 모ᄆᆞᆯ 아나 니르왇고 노ᄒᆞᆯ 날회야 그르고 뉘이고 사ᄅᆞᄆᆞ로 그 엇게ᄅᆞᆯ ᄇᆞᆲ고 소ᄂᆞ로 머리 터릴 ᄲᅡ혀며 샤ᇰ녜 ᄒᆞᆫ 사ᄅᆞᄆᆞ로 ᄆᆡ이 소ᄂᆞ로 가ᄉᆞᆷ과 녑과ᄅᆞᆯ ᄡᅮᆺ고 ᄒᆞᆫ 사ᄅᆞ미 소ᄂᆞ로 ᄇᆞᆯ콰 바ᄅᆞᆯ ᄡᅮᆺ고 구피락펴락게 ᄒᆞ라 ᄒᆞ다가 세웓거든 졈졈 구피고 ᄯᅩ 그 ᄇᆡᄅᆞᆯ ᄆᆞᆫ죨디니 이ᄀᆞ티 ᄒᆞᆫ 밥 ᄣᅢ만 ᄒᆞ면 곧 氣킝分분을 어더 숨쉬ᄂᆞ니라 모미이처커든 져기管관桂ᄀᆒᆼ湯타ᇰ 과 粥쥭므를 머겨 모기 젓게 ᄒᆞ고 ᄯᅩ 두 사ᄅᆞ미 붇ᄌᆞᆯᄋᆞ로 귓굼글 불에 호미 더 됴ᄒᆞ니 이 法법을 브터 救구ᇢᄒᆞ면 사디 아니ᄒᆞ리 업스니라
得效方緊用兩手掩其口勿令透氣兩時氣急卽活{{*|}}
ᄆᆡ이 두 소ᄂᆞ로 그 이블 마가 氣킝分분이 ᄉᆞᄆᆞᆺ디 아니케 두 時씽刻큭을 ᄒᆞ면 氣킝分분이 急급ᄒᆞ면 즉자히 사ᄂᆞ니라
壽域神方治自縊 就以所縊繩燒三指撮白湯調服之{{*|}}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ᄆᆡ얏던 노ᄒᆞᆯ 세 소ᇇ가락으로 자보니만 ᄉᆞ라 더운 므레 프러 머기라
又方未解下先用膝頭或手厚裹衣物緊塞穀道抱起解下揉其項痕撚正喉搐鼻及吹兩耳待其氣回方可放手若泄氣則不可救矣{{*|}}
ᄯᅩ 그르디 아니ᄒᆞ야셔 몬져 무루피어나 소니어나 오ᄉᆞ로 두터이 ᄡᅡ 밋굼글 구디 막고 아나 니르와다 그르고 모ᄀᆡᆺ 허므를 주므르며 모ᄀᆞᆯ ᄆᆞᆫ지고 고해 불며 두 귀를 부러 氣킝分분이 도라오ᄆᆞᆯ 기드려ᅀᅡ 소ᄂᆞᆯ 쉬울디니 ᄒᆞ다가 氣킝分분이 ᄉᆡ면 救구ᇢ티 몯ᄒᆞ리라
又方卽於鼻下人中穴針灸遂活{{*|}}
ᄯᅩ 人ᅀᅵᆫ中듀ᇰ穴ᅘᆑᇙ을 針짐ᄒᆞ고 ᄯᅳ면 사ᄂᆞ니라
經驗秘方治自縊死梁上塵如豆兩耳鼻四處各納一粒以筒令四人極齊吹之卽活矣{{*|}}
목ᄆᆡ야 주그닐 고툐ᄃᆡ 보 우흿 드트를 코ᇰ만 ᄒᆞ닐 두 귀 두 고 네 고대 各각各각 ᄒᆞᆫ 나ᄎᆞᆯ 녀코 대로ᇰᄋᆞ로 네 사ᄅᆞ미 ᄀᆞ자ᇰ ᄀᆞᄌᆞ기 불에 ᄒᆞ면 즉재 살리라
管見大全良方以藍硏取汁灌之或以雞屎白如棗大以酒半盞和硏灌服及着鼻中尤佳{{*|}}
족ᄋᆞᆯ ᄀᆞ라 즈블 取츙ᄒᆞ야 브ᅀᅳ라 시혹 ᄃᆞᆯᄀᆡ ᄯᅩᇰ ᄒᆡᆫ 거시 大땡棗초ᇢ만 ᄒᆞ닐 술 半반 잔애 프러 ᄀᆞ라 브ᅀᅳ며 곳굼긔 녀후미 더 됴ᄒᆞ니라
==失欠頷車蹉候第十八==
千金方治失欠頰車蹉開張不合方一人以手指牽其頤以漸推之則復入矣推當疾出其指恐誤嚙傷人指也{{*|}}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 버리고 어우디 아니ᄒᆞ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ᄒᆞᆫ 사ᄅᆞ미 소ᇇ가라ᄀᆞ로 그 ᄐᆞᄀᆞᆯ ᄃᆞᇰᄀᆡ야 졈졈 밀면 다시 드ᄂᆞ니 밀오 모로매 그 소ᇇ가라ᄀᆞᆯ ᄲᆞᆯ리 내욜디니 사ᄅᆞᄆᆡ 소ᇇ가라ᄀᆞᆯ 그르믈까 저프니라
又方治失欠頰車蹉方消蠟和水傅之{{*|}}
ᄯᅩ 하외욤 그르ᄒᆞ야 ᄐᆞᆨ 글희여디닐 고티ᄂᆞᆫ 法법은 미를 노겨 므레 프러 브티라
==金瘡第十九==
聖惠方金瘡失血其人當苦渴然須忍之常令乾食與肥脂之物以止其渴又不得多飮粥則血溢出殺人也又忌嗔怒及大言笑思想陰陽動作勞力若食醎酸飮食熱羹臛輩皆使瘡痛衝發甚者卽死{{*|}}
金금瘡차ᇰ 애 피 흘리면 그 사ᄅᆞ미 반ᄃᆞ기 ᄀᆞ자ᇰ 목ᄆᆞᆯ라 ᄒᆞᄂᆞ니 그러나 모로매 ᄎᆞ마 샤ᇰ녜 ᄆᆞᄅᆞᆫ 飮ᅙᅳᆷ食씩과진 기름긴 거슬 머겨 목ᄆᆞᆯ로ᄆᆞᆯ 그치고 ᄯᅩ 粥쥭을 해 머기디 마롤디니 피 솟나 사ᄅᆞᄆᆞᆯ 주기ᄂᆞ니라 ᄯᅩ嗔친心심 과 ᄆᆡ이 말홈과 우ᅀᅮᆷ과 陰ᅙᅳᆷ陽야ᇰ을 ᄉᆞ라ᇰ홈과 뮈우며 힘ᄡᅮ믈 마롤디니 ᄒᆞ다가 ᄧᆞᆫ 것과 싄 것과 더운羹ᄀᆡᇰ 과 고기ᄅᆞᆯ 머그면 다 瘡차ᇰ이 알파 다시 發버ᇙᄒᆞᄂᆞ니 甚씸ᄒᆞ닌 즉재 죽ᄂᆞ니라
治金瘡大散方五月五日平旦使四人出四方各於五里內採一方草木莖葉每種各半把勿令漏脫一事日正午時切碓擣用石灰一豆斗擣令極爛仍先選揀大實桑樹三兩株鑿作孔令可受藥然分藥於孔中實築令堅後以桑樹皮蔽之用麻擣石灰密泥令不泄氣更以桑皮纏之令牢至九月九日午時出取陰乾百日藥成擣之日曝令乾更擣絹羅貯之凡有金瘡傷折出血用藥封裹勿令轉動不過十日瘥不膿不腫不畏風若傷後數日始得用藥須暖水洗令血出卽傅之此藥大驗{{*|}}
金금瘡차ᇰ 고티ᄂᆞᆫ 大땡散산方바ᇰ은 五ᅌᅩᆼ月ᅌᅯᇙ 五ᅌᅩᆼ日ᅀᅵᇙ 平뼈ᇰ明며ᇰ에 네 사ᄅᆞᄆᆞ로 四ᄉᆞᆼ方바ᇰ애 보내야 各각各각 五ᅌᅩᆼ里링 안햇 ᄒᆞᆫ 方바ᇰ草초ᇢ木목 줄기와 닙과ᄅᆞᆯ 가지마다 各각 半반 줌을 ᄏᆡ요ᄃᆡ ᄒᆞ나토 아니ᄒᆞ니 업시 ᄒᆞ야 바ᄅᆞ 나ᄌᆡ 사ᄒᆞ라 디허 石쎡灰횡 ᄒᆞᆫ 마ᄅᆞᆯ 디호ᄃᆡ ᄀᆞ자ᇰ 니기 ᄒᆞ고 몬져 큰 ᄲᅩᇰ나모 두ᅀᅥ흘 ᄀᆞᆯᄒᆡ야 구무 포ᄃᆡ 藥약 들 만ᄒᆞ야 藥약을 굼긔 ᄂᆞᆫ화 녀코 ᄀᆞᄃᆞ기다아 굳게 코 後ᅘᅮᇢ에거츠로 막고 삼 조쳐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구디 ᄇᆞᆯ라 氣킝分분 나디 아니케 코 다시 ᄲᅩᇰᄭᅥ츠로 얼거 굳게 코 九구ᇢ月ᅌᅯᇙ 九구ᇢ日ᅀᅵᇙ 午ᅌᅩᆼ時씽예니르러 내야 一ᅙᅵᇙ百ᄇᆡᆨ 나ᄅᆞᆯ ᄀᆞᄂᆞᆯ해 ᄆᆞᆯ외야 藥약이 일어든 디허 ᄒᆡ에 ᄆᆞᆯ외야 다시 디허 기베 처 ᄀᆞ초라 믈읫 金금瘡차ᇰ 헐어나 것거나 피나거든 藥약ᄋᆞ로 ᄡᆞ고 움즈기디 아니케 ᄒᆞ면 열흐를 디나디 아니ᄒᆞ야 됻ᄂᆞ니 곪디 아니ᄒᆞ며 븟디 아니ᄒᆞ며 ᄇᆞᄅᆞᄆᆞᆯ 저티 아니ᄒᆞᄂᆞ니 ᄒᆞ다가 傷샤ᇰᄒᆞᆫ 後ᅘᅮᇢ 사나ᄋᆞ래 비르서 藥약을 ᄡᅮᆯ디니 모로매 더운 므레 시서 피나게 ᄒᆞ고 곧 브튤디니 이 藥약이 ᄀᆞ자ᇰ 神씬驗ᅌᅥᆷᄒᆞ니라
又方治金瘡或肌肉斷裂右剝取新桑皮作線縫之又以新桑皮裹之又以桑白汁塗之極驗小瘡但以桑皮裹之便差如斷筋取旋復根擣封之卽續{{*|}}
ᄯᅩ 金금瘡차ᇰ 고티며 시혹 ᄉᆞᆯ히 그처디며 ᄧᆡ야디거든 새 거츨 밧겨 실 ᄆᆡᇰᄀᆞ라호고 ᄯᅩ 새거츠로 ᄡᆞ고 ᄯᅩ ᄲᅩᇰ ᄒᆡᆫ 즙으로 ᄇᆞᄅᆞ면 지극 神신驗ᅌᅥᆷᄒᆞ니라 져근 瘡차ᇰ은 오직거츠로 ᄡᆞ면 곧 됻ᄂᆞ니 ᄒᆞ다가 히미 긋거든旋션復복根ᄀᆞᆫ 을 取츙ᄒᆞ야 디허 ᄡᆞ면 곧 닛ᄂᆞ니라
又方治刀傷斧斫等瘡右取黑氈燒爲灰細硏傅傷損處封裹勿動直待生肌爲妙{{*|}}
ᄯᅩ 갈해 헐며 도ᄎᆡ예버흔 ᄃᆞᆯ헷 瘡차ᇰ을 고툐ᄃᆡ 거믄 시우글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헌 ᄃᆡ 브티고 ᄢᅳ려 뮈우디 말오 ᄉᆞᆯ 날 ᄀᆞ자ᇰ 기드료미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右取馬蹄燒灰令極細不計時候以煖酒調下二錢{{*|}}
ᄯᅩ 金금瘡차ᇰᄋᆞᆯ 고텨 알포ᄆᆞᆯ 긋게 호ᄃᆡ ᄆᆞᆯ구블 ᄉᆞ라 ᄀᆞ자ᇰ ᄀᆞᄂᆞ리 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더운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治金瘡但刀斧傷損出血不止宜用此 石榴花{{*|半斤}}石灰{{*|一斤炒}}右件藥擣細羅爲散傅瘡上以帛裹勿令着風水瘡合差{{*|}}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툐ᄃᆡ 오직 갈콰 도최예 헐여 피나 긋디 아니커든 이ᄅᆞᆯ ᄡᅮᆯ디니 石쎡榴류ᇢㅅ곳 半반 斤근과 石쎡灰횡 ᄒᆞᆫ 斤근을 봇가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기브로 ᄢᅳ려 ᄇᆞᄅᆞᆷ과 믈와 맛디 아니케 ᄒᆞ야 瘡차ᇰ이 어울면 됻ᄂᆞ니라
又方取小便服三兩盞卽差{{*|}}
ᄯᅩ 小쇼ᇢ便뼌 두ᅀᅥ 잔을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 杏人{{*|去皮擣如泥}}石灰{{*|等分}}右件藥同硏每用以猪脂和傅之日二三度卽差{{*|}}
ᄯᅩ 金금瘡창애 피 긋디 아니커든 ᄉᆞᆯ곳 ᄌᆞᅀᆞᄅᆞᆯ 것 밧겨 즌ᄒᆞᆰᄀᆞ티 디코 石쎡灰횡와 等드ᇰ分분ᄒᆞ야 ᄒᆞᆫᄃᆡ ᄀᆞ라 도ᄐᆡ 기르므로 ᄆᆞ라 브툐ᄃᆡ ᄒᆞᄅᆞ 두ᅀᅥ 번곰 ᄒᆞ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燒靑布作灰傅瘡上裹傅之數日後差矣{{*|}}
ᄯᅩ 프른 뵈ᄅᆞᆯ ᄉᆞ라 ᄌᆡ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ᄇᆞᄅᆞ고 ᄢᅳ리면 잇사나ᄋᆞᆯ 後ᅘᅮᇢ에 됻ᄂᆞ니라
又方取狼牙草莖葉爛搗傅之{{*|}}
ᄯᅩ狼라ᇰ牙앙草초ᇢ ㅅ 줄기와 닙과ᄅᆞᆯ 므르디허 브티라
又方取紫檀末以傅瘡上止痛止血生肌甚効{{*|}}
ᄯᅩ 紫ᄌᆞᆼ檀딴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긋고 피 긋고 ᄉᆞᆯ 나ᄂᆞ니 甚씸히 됴ᄒᆞ니라
又方治金瘡止痛牡礪散 牡礪{{*|半兩}}石膏{{*|一分}}右件藥擣羅更細硏用煉了猪膏調成膏以封瘡上痛卽止{{*|}}
ᄯᅩ 金금瘡차ᇰ을 고텨 알품 긋게 ᄒᆞᄂᆞᆫ 牡무ᇢ礪롕散산은 牡무ᇢ礪롕 半반 兩랴ᇰ과 石쎡膏고ᇢ ᄒᆞᆫ 分분을 디허 츠고 다시ᄀᆞᄂᆞ리 ᄀᆞ라 煉련혼 도ᄐᆡ 곱ᄋᆞᆯ 노겨 골 ᄆᆡᇰ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取雄黃末傅瘡上當用有汁出卽差{{*|}}
ᄯᅩ 雄ᅘᅮᇰ黃ᅘᅪᇰㅅ ᄀᆞᆯᄋᆞᆯ 瘡차ᇰ의 브티면 반ᄃᆞ기 汁집이 나리니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金瘡血不止疼痛以龍骨細硏傅瘡上{{*|}}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 긋디 아니코 알ᄑᆞ거든 龍료ᇰ骨고ᇙᄋᆞᆯ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라
又方用桑根半斤剉以水一豆斗煎取五升不計時候煖服一盞服盡卽効{{*|}}
ᄯᅩ ᄲᅩᇰ나못 불휘 半반 斤근을 사ᄒᆞ라 믈 ᄒᆞᆫ 말로 글혀 닷 되ᄅᆞᆯ 取츙ᄒᆞ야 時씽節져ᇙ 혜디 말오 데여 ᄒᆞᆫ잔을 머구ᄃᆡ 다 머그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以石灰擣爲末厚傅瘡上用緜子裹之若瘡口深不合者內少許末令瘡漸漸合也{{*|}}
ᄯᅩ 石쎡灰횡ᄅ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瘡차ᇰ의 두터이 ᄇᆞᄅᆞ고 소오ᄆᆞ로 ᄡᅩᄃᆡ ᄒᆞ다가 瘡차ᇰ이 기퍼 어우디 아니커든 져기 ᄀᆞᆯᄋᆞᆯ 녀허 瘡차ᇰ이 졈졈 어울에 ᄒᆞ라
又方用乾塩梅燒作灰細硏傅瘡上卽差{{*|}}
ᄯᅩ 소고매 ᄆᆞᆯ외욘 梅ᄆᆡᆼ實씨ᇙ을 ᄉᆞ라 ᄀᆞᄂᆞ리 ᄀᆞ라 瘡차ᇰ의 브티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治金瘡血出不止取車前葉爛擣傅之血卽止連根取用亦効{{*|}}
ᄯᅩ 金금瘡차ᇰ애 피나 긋디 아니커든 車창前젼 니플 므르디허 브티면 피 즉재 긋ᄂᆞ니 불휘 조쳐 ᄡᅮ미 ᄯᅩ 됴ᄒᆞ니라
治金瘡內漏瘀血在腹中脹滿宜服虻〈!--이체자--〉蟲散 虻〈!--이체자--〉蟲{{*|三十枚去趐足微炒}}桃仁{{*|一兩湯漫去皮尖雙仁麩炒微黃}}桂心{{*|一兩半去麤皮}}川大黃{{*|三兩剉碎微炒}}水蛭{{*|三十枚炒令微黃}}右件藥擣細羅爲散每服二錢用童子小便一中盞煎至五分溫溫和滓服日五服夜三服如卒無小便用酒水代之亦得{{*|}}
金금瘡차ᇰᄋᆡ 피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얼읜피 ᄇᆡ 안해 이셔 탸ᇰ만커든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散산을 머귤디니 虻〈!--이체자--〉ᄆᆡᇰ蟲뜌ᇰ 셜흔 나ᄎᆞᆯ ᄂᆞ래와 발와 앗고 자ᇝ간 봇고 桃또ᇢ仁ᅀᅵᆫ ᄒᆞᆫ 兩랴ᇰ을 더운 므레 ᄃᆞ마 것과 부리와어우러ᅌᅵᄅᆞᆯ 앗고 기울와 섯거 봇가 져기 노ᄅᆞ게 코 桂ᄀᆒᆼ皮삥 ᄒᆞᆫ 兩랴ᇰ 半반을 麤총ᄒᆞᆫ 거츨 밧기고川ᄌᆑᆫ大땡黃ᅘᅪᇰ 석 兩랴ᇰ을 사ᄒᆞ라 자ᇝ간 봇고 거머리 셜흔 나ᄎᆞᆯ 봇가 자ᇝ간 노ᄅᆞ게 ᄒᆞ고 이 藥약ᄃᆞᆯᄒᆞᆯ 디허 ᄀᆞᄂᆞ리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ᄒᆞᆫ 服뽁에 두 돈곰 아ᄒᆡ 오좀 ᄒᆞᆫ 中듀ᇰ잔ᄋᆞ로 글혀 다ᄉᆞᆺ 分분에 니르거든 ᄃᆞ시 ᄒᆞ야 滓ᄌᆡᆼ 조쳐 머구ᄃᆡ 나ᄌᆡ 다ᄉᆞᆺ 번 먹고 바ᄆᆡ 세 번 머그라 ᄒᆞ다가 밧바 小쇼ᇢ便뼌 업거든 수리나 므리나 ᄒᆞ야도 ᄯᅩ ᄒᆞ리라
又方治金瘡內漏血入腹中 大麻仁一升葱白{{*|二七莖}}右相和搗令熟以水三大盞煮取一盞去滓分爲三服若血出不盡腹中有膿血更令服當下膿血効{{*|}}
ᄯᅩ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들어든 열ᄡᅵ ᄒᆞᆫ 되와 파 두닐굽 줄기ᄅᆞᆯ 섯거 디허 닉게 ᄒᆞ야 믈 세 큰 잔ᄋᆞ로 글혀 ᄒᆞᆫ 잔ᄋᆞᆯ 取츙ᄒᆞ야 즈ᅀᅴ 앗고 ᄂᆞᆫ화 세 버네 머고ᄃᆡ ᄒᆞ다가 피 몯 다 나 ᄇᆡ 안해 골ᄆᆞᆫ 피 잇거든 다시 머기면 골ᄆᆞᆫ 피 ᄂᆞ려 됴ᄒᆞ리라
又方蒲黃{{*|二兩}}當歸{{*|二兩末}}右相和更硏令勻每服以溫酒調下一錢日四五服{{*|}}
ᄯᅩ 蒲뽕黃ᅘᅪᇰ 두 兩랴ᇰ과 當다ᇰ歸귕 두兩랴ᇰ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섯거 다시 ᄀᆞ라 고ᄅᆞ게 ᄒᆞ야 ᄒᆞᆫ 번 머고매 ᄃᆞᄉᆞᆫ 술로 ᄒᆞᆫ 돈ᄋᆞᆯ 프러 머고ᄃᆡ ᄒᆞᄅᆞ 네다ᄉᆞᆺ 번 머그라
金瘡內漏血在腹中不出以牡丹擣細羅爲散不計時候以溫酒調下三錢{{*|}}
金금瘡차ᇰ이 안ᄒᆞ로 ᄉᆞᄆᆞ차 피 ᄇᆡ 안해 이셔 나디 아니커든牡무ᇢ丹단 ᄋᆞᆯ 디허 細솅末마ᇙᄒᆞ야 처 散산 ᄆᆡᇰᄀᆞ라 時씽節져ᇙ 혜디 마오 ᄃᆞᄉᆞᆫ 술로 서 돈ᄋᆞᆯ 프러 머그라
又方以馬齒莧擣取汁每服煖飮一小盞卽止兼治惡血在腹中{{*|}}
ᄯᅩ馬망齒칭莧ᅘᅧᆫ ᄋᆞᆯ 디허 汁집 아ᅀᅡ 머글 제 데여 ᄒᆞᆫ 小쇼ᇢ盞잔ᄋᆞᆯ 머그면 곧 긋ᄂᆞ니 모딘 피 ᄇᆡ 안해 이쇼ᄆᆞᆯ 조쳐 고티ᄂᆞ니라
衛生易簡方金瘡血不止用小薊葉挼爛封之{{*|}}
金금瘡차ᇰ 피 긋디 아니커든 小쇼ᇢ薊곙 니플 니기 부븨여 브티라
又方用白薇末貼之立止{{*|}}
ᄯᅩ 白ᄈᆡᆨ薇밍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用白芍藥一兩熬黃爲末酒調二錢服或米飮亦止痛{{*|}}
ᄯᅩ白ᄇᆡᆨ芍쟉藥약 ᄒᆞᆫ 兩랴ᇰᄋᆞᆯ 봇가 누르거든 細솅末마ᇙᄒᆞ야 수레 두 돈ᄋᆞᆯ 프러 머그며 시혹 ᄡᆞᆯ 글힌 므레 머거도 ᄯᅩ 알포미 긋ᄂᆞ니라
又方用血竭末傅之血與疼痛立止{{*|}}
ᄯᅩ 血ᅘᆑᇙ竭꺼ᇙㅅ ᄀᆞᆯᄋᆞᆯ 브티면 피와 알포미 즉재 긋ᄂᆞ니라
又方金瘡腸出隨卽推入用桑皮作線縫佳以熱雞血塗之{{*|}}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챠ᇰᄌᆡ 나거든 卽즉時씽예 미러 녀코 ᄲᅩᇰ 거츠로 실 ᄆᆡᇰᄀᆞ라 호면 됴ᄒᆞ니 더운 ᄃᆞᆯᄀᆡ 피로 ᄇᆞᄅᆞ라
又方用靑蒿搗傅止血定痛生肌甚良{{*|}}
ᄯᅩ 靑쳐ᇰ蒿호ᇢᄅᆞᆯ 디허 ᄇᆞᄅᆞ면 피 그츠며 알포미 그츠며 ᄉᆞᆯ히내사ᄂᆞ니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經驗良方治金瘡 木賊{{*|三兩}}麻黃{{*|去節一兩}}甘草{{*|七錢半}}右爲細末每服五錢熱酒調下先整骨了夾定飮之令醉{{*|}}
金금瘡차ᇰ 고툐ᄃᆡ 속새 세 兩랴ᇰ과 麻망黃ᅘᅪᇰ ᄆᆞᄃᆡ 아ᅀᅡ ᄒᆞᆫ 兩랴ᇰ과 甘감草초ᇢ 닐굽 돈 半반ᄋᆞᆯ 細솅末마ᇙᄒᆞ야 한 服뽁애 다ᄉᆞᆺ 돈ᄋᆞᆯ 더운 수레 프러 먹고 몬져 ᄲᅧᄅᆞᆯ 고텨 ᄢᅧ 단기고 술 머겨 醉ᄌᆔᆼ케 ᄒᆞ라
又方治金瘡中風痙角弓反張蒜半升破去心皮右以無灰酒二升煮令極爛細硏每服一合已來須臾得汗卽差{{*|}}
ᄯᅩ 金금瘡차ᇰᄋᆡ ᄇᆞᄅᆞᆷ 마자 왜트닐 고툐ᄃᆡ 마ᄂᆞᆯ 半반 되ᄅᆞᆯ ᄢᅢ혀 고ᄀᆡ야ᇰ과 거프를 앗고 ᄌᆡ 업슨 술 두 되로 글혀 ᄀᆞ자ᇰ 므르게 ᄒᆞ야 ᄀᆞᄂᆞ리 ᄀᆞ라 ᄒᆞᆫ 번 머고ᄃᆡ ᄒᆞᆫ 홉만 ᄒᆞ면 아니한 더데 ᄯᆞᆷ나면 즉재 됻ᄂᆞ니라
又方鷄糞{{*|二兩}}黑豆{{*|一升洗淨炒令燋黑}}右以酒三升煎熱投藥於酒中更煎三五沸去滓時時隨多少飮之令盡得汗爲佳未汗卽更作服以汗出爲度{{*|}}
ᄯᅩ ᄃᆞᆯᄀᆡ ᄯᅩᇰ 두 兩랴ᇰ과 거믄 코ᇰ ᄒᆞᆫ 되ᄅᆞᆯ 조히 시서 봇가 검게 ᄒᆞ고 술 서 되로 글혀 덥거든 藥약ᄋᆞᆯ 수레 녀허 다시 세다ᄉᆞᆺ 번 글히고 즈ᅀᅴ 아ᅀᅡ 時씽時씽예 하거나 젹거나 머거 업게 ᄒᆞ야 ᄯᆞᆷ나미 됴ᄒᆞ니 ᄯᆞᆷ 곳 아니 나거든 다시 ᄆᆡᇰᄀᆞ라 머거 ᄯᆞᆷ날 ᄀᆞ자ᇰ ᄒᆞ라
又方雞子{{*|三枚}}鳥麻油{{*|五合}}合煎稍稠待冷塗瘡上極妙救急方上{{*|終}}{{*|}}
ᄯᅩ ᄃᆞᆯᄀᆡ알 세 낫과 ᄎᆞᆷ기름 닷 호ᄇᆞᆯ ᄒᆞᆫᄃᆡ 달혀 져기 두텁거든 ᄎᆡ와 헌 ᄃᆡ ᄇᆞᄅᆞ면 ᄀᆞ자ᇰ 됴ᄒᆞ니라
{{옛한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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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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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서: =지옥= ==1편== 깊은 산중에서 길을 잃고 인생길 다 가기 전, 한창 길을 가던 중에 어느 날 깊은 산중, 어둡고 험한 숲에 들었네. 바른 길 잃어버리니, 어느 길로 갈까 하노라. 아아, 그 숲이 어떠하던가.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서늘하고 혼이 떨리는구나. 거칠고 험준하여 죽음과 다름없던 그 숲에서 나는 보았노라, 쓰라린 고통 가운데 감추어진 작고도 귀한 선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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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x-wiki
=지옥=
==1편==
깊은 산중에서 길을 잃고
인생길 다 가기 전, 한창 길을 가던 중에
어느 날 깊은 산중, 어둡고 험한 숲에 들었네.
바른 길 잃어버리니, 어느 길로 갈까 하노라.
아아, 그 숲이 어떠하던가.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서늘하고 혼이 떨리는구나.
거칠고 험준하여 죽음과 다름없던 그 숲에서
나는 보았노라, 쓰라린 고통 가운데 감추어진
작고도 귀한 선한 것을.
그러므로 그때 본 일을 노래하려 하니,
먼저 내가 본 다른 일부터 일러 두리라.
어찌하여 그 숲에 들었는지는 나도 알지 못하노라.
잠에 취하고 정신이 흐려져
참된 길을 버리고 그릇된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로다.
그러나 두려움으로 내 마음을 꿰뚫던
깊은 골짜기의 끝에 이르러 한 언덕 아래 서니,
나는 문득 고개를 들어 산마루를 바라보았도다.
거기에는 만물을 인도하는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그 빛을 보자 밤새 내 마음의 호수에 갇혀 있던
두려움도 조금씩 가라앉았도다.
마치 거센 바다를 헤쳐 나온 이가
마침내 모래밭에 올라 위험한 물결을 돌아보듯,
내 영혼 또한 아직 달아나는 마음을 품은 채
죽음의 길에서 살아 돌아온 자가
다시는 가까이하지 못할 고개를 바라보았도다.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한 뒤
나는 다시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하였노라.
그런데 막 한 걸음을 내딛으려 할 때
가볍고 날렵한 점박이 표범 한 마리가 나타났도다.
그 짐승은 내 앞을 비켜 가지 않고
오히려 내 길을 막아서니,
나는 몇 번이나 발길을 돌릴까 망설였노라.
때는 이른 아침이었고,
해는 거룩한 사랑이 처음 세상을 아름답게 지으실 때
함께 빛나던 별들과 더불어 떠오르고 있었도다.
때와 계절이 이처럼 좋았으므로
나는 그 화려한 짐승을 무사히 지나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이윽고 사자 한 마리가 눈앞에 나타나니
내 가슴은 다시 두려움으로 얼어붙었도다.
그 사자는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사나운 굶주림에 사로잡힌 채
나를 향하여 달려드는 듯하였으며,
그 앞의 공기마저 떨리는 듯하였도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암늑대였도다.
온갖 욕망에 굶주린 그 짐승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었으며,
그 눈빛과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는
나의 마음을 짓눌러
높은 산에 오르리라는 희망마저 빼앗아 갔도다.
이는 마치 무엇인가를 얻고자 손을 내밀었다가
도리어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모든 생각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았도다.
그 불길한 짐승은 나에게 다가오며
한 걸음 한 걸음 나를 뒤로 몰았고,
마침내 햇빛조차 비치지 않는
깊은 어둠의 길로 나를 밀어 넣었도다.
내가 마침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려 할 때,
오랜 침묵으로 목소리조차 쇠한 듯한
한 사람의 모습이 홀연히 내 눈앞에 나타났도다.
드넓은 황야 한가운데 그를 바라보고
나는 다급히 외쳤노라.
“부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대가 누구이든, 그림자이든 사람이든,
나를 이 괴로움에서 구하여 주소서!”
그가 조용히 대답하였도다.
“나는 이제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니라.
한때는 사람이었으나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도다.
내 부모는 서역 사람으로 만주 땅에서 태어났으며,
나는 당나라 황제의 시대에 태어났으나
그 시대가 저물 무렵 세상에 나왔노라.
거짓된 신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던 때에
선량한 당태종 황제의 장안에서 살았으며,
나는 시를 짓는 사람이었노라.
나는 불타 무너진 오만한 토래성에서
안가수의 아들, 의로운 주몽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난 이야기를 노래하였노라.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다시 이 깊은 괴로움 속으로 돌아가려 하느냐?
모든 기쁨의 근원이 되는 저 아름다운 산을 두고
어찌하여 다시 어둠의 길을 택하려 하느냐?”
나는 그제야 그 이름을 알아보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도다.
“그러하면 그대가 바로 사마천이십니까?
넓고 깊은 말의 강물을 흘려보내는
그 위대한 시의 샘이십니까?
오, 다른 시인들의 영광이며 빛이신 분이여!
그대의 책을 찾아 헤매며
오랜 세월 기울인 공부와 사랑이
부디 지금의 나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옵니다.
그대는 나의 스승이요,
내 글을 가르친 첫 스승이시니,
나는 오직 그대에게서 아름다운 문장을 배워
시인의 영광을 조금이나마 얻었나이다.
부디 저 짐승을 보아 주옵소서.
저 사악한 짐승이 나의 길을 막고 있으니
현명하신 선생께서 나를 구하여 주소서.
저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온몸의 피와 맥박이 떨리나이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본 사마천이
조용히 입을 열어 이르되,
“이 황량한 곳에서 벗어나려 하거든
네가 가려던 길과는 다른 길을 택해야 하느니라.
네가 두려워하는 저 짐승은
누구든 제 길을 지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 길을 막아선 자를 죽이는 짐승이니라.
그 본성이 본래 사악하고 잔인하여
아무리 먹어도 욕망을 채우지 못하며,
먹고 난 뒤에는 오히려 더욱 굶주리느니라.
수많은 짐승과 짝을 맺었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짐승과 짝을 맺으려 할 것이나,
마침내 어느 날 한 마리의 맹수가 나타나
그 짐승을 괴로움 가운데 쓰러뜨리리라.
그는 흙이나 재물을 탐하지 않고
지혜와 사랑과 덕을 양식으로 삼을 것이며,
그의 백성은 펠트로와 펠트로 사이에 머물리라.
그는 한반도의 겸손한 구원자가 되어
가미라와 유리알, 두륜왕와
상처 입은 니수가 목숨을 바친
그 거룩한 땅을 다시 구할 것이니라.
그는 모든 고을을 샅샅이 뒤져
저 사나운 짐승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며,
마침내 질투심이 처음 그 짐승을 세상으로 내몰았던
깊은 지옥으로 다시 몰아넣으리라.
그러므로 이제 네가 나를 따르도록 하라.
내가 네 길잡이가 되어
너를 이곳에서 영원한 곳으로 인도하겠노라.
그곳에서는 끝없는 절망 속에서
통곡하고 울부짖는 영혼들을 보게 될 것이며,
이미 두 번째 죽음을 바라는
옛 슬픔에 잠긴 혼백들도 만나게 될 것이니라.
또한 불길 가운데 있으면서도
언젠가 복된 영혼들의 나라에 이르기를 바라며
기꺼이 고통을 견디는 이들도 보게 될 것이니라.
그러나 네가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르기를 원한다면
나보다 더 합당한 영혼이 너를 인도할 것이니,
나는 그곳에 이르기 전에
너를 그 영혼에게 맡겨야 하느니라.
이는 내가 그분의 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높은 곳에서 만물을 다스리시는 황제께서는
나 같은 자를 통하여
그 거룩한 도성에 이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느니라.
그분은 모든 곳을 다스리시며
그곳에 자신의 도성과 높은 보좌를 세우셨도다.
아아, 그곳에서 그분의 택함을 받은 자는
얼마나 복되고 또 복되리오!”
나는 그 말을 듣고 대답하였노라.
“오, 시인이시여!
그대가 생전에 알지 못하였던 그 신의 이름을 받들어
간절히 청하오니,
부디 나를 인도하여 주소서.
방금 그대가 말씀하신 그 길을 따라
이 악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이보다 더 큰 악에서도 나를 구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반석의 문을 바라보고
그대가 그토록 슬퍼하였던 영혼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하여 주소서.”
말을 마치자 사마천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어둠의 숲을 벗어나 영원한 길로 들어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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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9T14:15:33Z
Bykim2012
3227
/* 1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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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x-wiki
=지옥=
==1편==
깊은 산중에서 길을 잃고
인생길 다 가기 전, 한창 길을 가던 중에
어느 날 깊은 산중, 어둡고 험한 숲에 들었네.
바른 길 잃어버리니, 어느 길로 갈까 하노라.
아아, 그 숲이 어떠하던가.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서늘하고 혼이 떨리는구나.
거칠고 험준하여 죽음과 다름없던 그 숲에서
나는 보았노라, 쓰라린 고통 가운데 감추어진
작고도 귀한 선한 것을.
그러므로 그때 본 일을 노래하려 하니,
먼저 내가 본 다른 일부터 일러 두리라.
어찌하여 그 숲에 들었는지는 나도 알지 못하노라.
잠에 취하고 정신이 흐려져
참된 길을 버리고 그릇된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로다.
그러나 두려움으로 내 마음을 꿰뚫던
깊은 골짜기의 끝에 이르러 한 언덕 아래 서니,
나는 문득 고개를 들어 산마루를 바라보았도다.
거기에는 만물을 인도하는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그 빛을 보자 밤새 내 마음의 호수에 갇혀 있던
두려움도 조금씩 가라앉았도다.
마치 거센 바다를 헤쳐 나온 이가
마침내 모래밭에 올라 위험한 물결을 돌아보듯,
내 영혼 또한 아직 달아나는 마음을 품은 채
죽음의 길에서 살아 돌아온 자가
다시는 가까이하지 못할 고개를 바라보았도다.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한 뒤
나는 다시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하였노라.
그런데 막 한 걸음을 내딛으려 할 때
가볍고 날렵한 점박이 표범 한 마리가 나타났도다.
그 짐승은 내 앞을 비켜 가지 않고
오히려 내 길을 막아서니,
나는 몇 번이나 발길을 돌릴까 망설였노라.
때는 이른 아침이었고,
해는 거룩한 사랑이 처음 세상을 아름답게 지으실 때
함께 빛나던 별들과 더불어 떠오르고 있었도다.
때와 계절이 이처럼 좋았으므로
나는 그 화려한 짐승을 무사히 지나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이윽고 사자 한 마리가 눈앞에 나타나니
내 가슴은 다시 두려움으로 얼어붙었도다.
그 사자는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사나운 굶주림에 사로잡힌 채
나를 향하여 달려드는 듯하였으며,
그 앞의 공기마저 떨리는 듯하였도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암늑대였도다.
온갖 욕망에 굶주린 그 짐승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었으며,
그 눈빛과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는
나의 마음을 짓눌러
높은 산에 오르리라는 희망마저 빼앗아 갔도다.
이는 마치 무엇인가를 얻고자 손을 내밀었다가
도리어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모든 생각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았도다.
그 불길한 짐승은 나에게 다가오며
한 걸음 한 걸음 나를 뒤로 몰았고,
마침내 햇빛조차 비치지 않는
깊은 어둠의 길로 나를 밀어 넣었도다.
내가 마침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려 할 때,
오랜 침묵으로 목소리조차 쇠한 듯한
한 사람의 모습이 홀연히 내 눈앞에 나타났도다.
드넓은 황야 한가운데 그를 바라보고
나는 다급히 외쳤노라.
“부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대가 누구이든, 그림자이든 사람이든,
나를 이 괴로움에서 구하여 주소서!”
그가 조용히 대답하였도다.
“나는 이제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니라.
한때는 사람이었으나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도다.
내 부모는 서역 사람으로 만주 땅에서 태어났으며,
나는 당나라 황제의 시대에 태어났으나
그 시대가 저물 무렵 세상에 나왔노라.
거짓된 신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던 때에
선량한 당태종 황제의 장안에서 살았으며,
나는 시를 짓는 사람이었노라.
나는 불타 무너진 오만한 토래성에서
안가수의 아들, 의로운 주몽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난 이야기를 노래하였노라.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다시 이 깊은 괴로움 속으로 돌아가려 하느냐?
모든 기쁨의 근원이 되는 저 아름다운 산을 두고
어찌하여 다시 어둠의 길을 택하려 하느냐?”
나는 그제야 그 이름을 알아보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도다.
“그러하면 그대가 바로 사마천이십니까?
넓고 깊은 말의 강물을 흘려보내는
그 위대한 시의 샘이십니까?
오, 다른 시인들의 영광이며 빛이신 분이여!
그대의 책을 찾아 헤매며
오랜 세월 기울인 공부와 사랑이
부디 지금의 나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옵니다.
그대는 나의 스승이요,
내 글을 가르친 첫 스승이시니,
나는 오직 그대에게서 아름다운 문장을 배워
시인의 영광을 조금이나마 얻었나이다.
부디 저 짐승을 보아 주옵소서.
저 사악한 짐승이 나의 길을 막고 있으니
현명하신 선생께서 나를 구하여 주소서.
저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온몸의 피와 맥박이 떨리나이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본 사마천이
조용히 입을 열어 이르되,
“이 황량한 곳에서 벗어나려 하거든
네가 가려던 길과는 다른 길을 택해야 하느니라.
네가 두려워하는 저 짐승은
누구든 제 길을 지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 길을 막아선 자를 죽이는 짐승이니라.
그 본성이 본래 사악하고 잔인하여
아무리 먹어도 욕망을 채우지 못하며,
먹고 난 뒤에는 오히려 더욱 굶주리느니라.
수많은 짐승과 짝을 맺었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짐승과 짝을 맺으려 할 것이나,
마침내 어느 날 한 마리의 맹수가 나타나
그 짐승을 괴로움 가운데 쓰러뜨리리라.
그는 흙이나 재물을 탐하지 않고
지혜와 사랑과 덕을 양식으로 삼을 것이며,
그의 백성은 펠트로와 펠트로 사이에 머물리라.
그는 한반도의 겸손한 구원자가 되어
가미라와 유리알, 두륜왕와
상처 입은 니수가 목숨을 바친
그 거룩한 땅을 다시 구할 것이니라.
그는 모든 고을을 샅샅이 뒤져
저 사나운 짐승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며,
마침내 질투심이 처음 그 짐승을 세상으로 내몰았던
깊은 지옥으로 다시 몰아넣으리라.
그러므로 이제 네가 나를 따르도록 하라.
내가 네 길잡이가 되어
너를 이곳에서 영원한 곳으로 인도하겠노라.
그곳에서는 끝없는 절망 속에서
통곡하고 울부짖는 영혼들을 보게 될 것이며,
이미 두 번째 죽음을 바라는
옛 슬픔에 잠긴 혼백들도 만나게 될 것이니라.
또한 불길 가운데 있으면서도
언젠가 복된 영혼들의 나라에 이르기를 바라며
기꺼이 고통을 견디는 이들도 보게 될 것이니라.
그러나 네가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르기를 원한다면
나보다 더 합당한 영혼이 너를 인도할 것이니,
나는 그곳에 이르기 전에
너를 그 영혼에게 맡겨야 하느니라.
이는 내가 그분의 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높은 곳에서 만물을 다스리시는 황제께서는
나 같은 자를 통하여
그 거룩한 도성에 이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느니라.
그분은 모든 곳을 다스리시며
그곳에 자신의 도성과 높은 보좌를 세우셨도다.
아아, 그곳에서 그분의 택함을 받은 자는
얼마나 복되고 또 복되리오!”
나는 그 말을 듣고 대답하였노라.
“오, 시인이시여!
그대가 생전에 알지 못하였던 그 신의 이름을 받들어
간절히 청하오니,
부디 나를 인도하여 주소서.
방금 그대가 말씀하신 그 길을 따라
이 악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이보다 더 큰 악에서도 나를 구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반석의 문을 바라보고
그대가 그토록 슬퍼하였던 영혼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하여 주소서.”
말을 마치자 사마천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어둠의 숲을 벗어나 영원한 길로 들어섰노라.
==2편==
날이 저물어 어둠이 짙어지니
땅 위의 온갖 짐승은 하루 일을 거두어 쉬거늘,
나 홀로 이제부터 걸어야 할 험한 길과
허물 많은 마음을 되짚으며
가슴 아픈 싸움을 견딜 준비를 하였노라.
오, 거룩한 뮤즈들이여!
오, 위대한 재능이여!
부디 이 몸을 도우소서.
내 눈으로 본 것을 기록할 마음이여,
이제 그대의 참된 고귀함을 드러낼 때가 왔도다.
내가 마침내 입을 열어
나를 이끄는 시인에게 아뢰었노라.
“오, 나의 길잡이시여,
나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헤아려 보시고
나를 저 높은 문으로 이끌기 전에
부디 이 몸의 자격을 다시 살펴 주소서.
그대는 일찍이 실비오의 친족 온조가
아직 죽음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 몸으로
살아 있는 자의 세계에서 떠나
영원한 세계로 들어가 그곳의 일을 체험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또한 모든 악을 물리치시는 하느님께서
그에게 특별한 은총을 베푸셨다면,
그가 훗날 세상에 가져올 크나큰 선과
그 존재가 지닌 깊은 뜻을 생각할 때
그러한 여정은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리이다.
그는 거룩한 로마와 그 제국의 아버지가 될 사람으로
하늘의 뜻에 따라 선택되었으며,
그 도시는 장차 위대한 사도 반석의 후계자가 앉을
거룩한 자리를 위해 세워졌나이다.
그대가 자랑스럽게 일러 준 그 여정에서
온조는 승리와 제국의 기틀을 배웠고,
마침내 거룩한 교회의 터전이 될
그 운명의 길을 열었나이다.
또한 선택받은 그릇이었던 사도 바울은
구원의 길을 시작하는 믿음을 굳게 세우고
그 믿음에 힘과 위로를 더하기 위하여
저 영원한 세계를 보았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떠합니까?
어찌하여 내가 그곳에 가야 합니까?
누가 나에게 그런 일을 허락하겠습니까?
나는 온조도 아니며
나는 바울도 아니옵니다.
나 자신도 그러한 일을 감당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누구도 나를 그럴 만한 사람이라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이 길을 포기한다면
이 여정 전체가 어리석은 일이 될까 두렵나이다.
그대는 지혜로운 분이시니
내가 하는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능히 분별하실 줄 아옵니다.”
그 말을 마치니
나는 마치 자신이 바라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 하나에 마음을 돌려
처음 품었던 뜻에서 완전히 물러서는 사람처럼
그 어두운 산비탈에 머물러 있었노라.
처음에는 너무 성급하게 길을 나섰으나
깊은 생각에 잠겨
그 일을 마무리할 용기조차 잃어버린 것이었도다.
그러자 그 자애로운 영혼이 대답하였노라.
“내가 네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너의 영혼은 비겁함이라는 병에 걸렸구나.
비겁함은 때때로 사람의 마음을 짓누르고
고귀한 일을 이루기도 전에
그 뜻을 꺾어 버리는 법이니라.
마치 어둠 속에서 짐승이
눈앞의 그림자에 홀려
실체도 없는 환영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너 또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이로다.
그러므로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내가 어찌하여 이곳에 왔으며,
처음 네 처지를 슬퍼하였을 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두 일러 주리라.
나는 하늘의 복된 영혼들 가운데 있었는데
그때 한 여인이 나를 불러
‘복되고 아름다운 자여’ 하고 말하였노라.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녀에게 명하여 말해 주기를 청하였도다.
그 여인의 눈은
하늘의 별보다 더욱 밝게 빛났으며,
그녀는 부드럽고도 달콤한 음성으로
천사의 말처럼 맑고 아름답게
자신의 뜻을 내게 들려주었노라.
‘오, 만주의 고결한 영혼이여,
그대의 이름과 명성은 아직 세상에 살아 있으며
세상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으리라.
내 벗이여, 아니, 내 벗보다 더욱 귀한 이여,
저 황량한 산비탈에서
그 사람이 길을 가로막는 짐승을 만나
너무나 큰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걸음을 돌리고 말았나이다.
나는 그가 이미 너무 깊은 곳으로 떨어진 것은 아닌가
두려워하고 있나이다.
하늘에서 그에 관한 소식을 들은 뒤에야
그를 구하러 나섰으니
혹 내가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나이다.
그러니 이제 일어나
그대의 아름다운 말과
그가 그곳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모든 힘을 가지고
그를 도와주소서.
그러면 나 또한 위로를 얻으리이다.
나는 황진이니,
그대에게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곳에서 왔나이다.
사랑이 나를 움직여 이 말을 하게 하였으니,
내가 다시 주님의 보좌 앞에 서게 되는 날에는
그곳에서 자주 그대의 이름을 찬미하리이다.’”
사마천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있었고,
나는 다시 입을 열어 말하였노라.
“오, 덕으로만 빛나는 여인이시여!
그대를 통하여 인류는
하늘이 베푸는 가장 낮은 은총마저도
기꺼이 뛰어넘어 더 높은 기쁨을 향할 수 있나이다.
그대의 명령은 나에게 너무나 큰 기쁨을 주었으므로
비록 이미 따르고 있다 하여도
아직 그 명령에 늦게 응한 것이 아닌가 싶나이다.
이제 더 말씀하지 않으셔도 족하옵니다.
다만 한 가지 여쭙고자 하옵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저 깊고 넓은 곳으로 내려오기를 두려워하지 않으십니까?
그곳은 그대가 돌아가기를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저 아름다운 하늘과는 너무나 먼 곳이 아닙니까?”
황진이가 대답하였노라.
“네가 그토록 깊이 알고자 하니
간단히 일러 주리라.
나는 어찌하여 이곳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남에게 해를 끼칠 힘을 가진 것뿐이니라.
그 밖의 것은 두려워할 까닭이 없느니라.
나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창조된 존재이므로
너의 고통은 나에게 닿지 못하며,
이곳의 불길 또한 나를 해칠 수 없느니라.
하늘에는 한 온화한 여인이 계시어
네가 지금 맞닥뜨린 장애물을 불쌍히 여기고 있느니라.
그녀의 자비가 하늘의 엄한 심판을 누그러뜨리고 있도다.
그녀는 선덕에게 가서 이르기를,
‘이제 그대의 충실한 사람이
그대를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를 그대에게 맡기소서.’
하였느니라.
모든 잔인함의 원수인 선덕은
그 말을 듣고 즉시 움직여
내가 늙은 라헬과 함께 앉아 있던 곳으로 왔도다.
그리고 내게 이르기를,
‘참된 하느님의 찬미자, 황진이여!
어찌하여 그대를 그토록 사랑하던 이를 돕지 않습니까?
그가 그대를 위하여 흘리는
애처로운 눈물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그가 죽음과 싸우며
바다가 자랑할 것조차 없는 강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세상에 그처럼 빨리
자기 이익을 좇으면서도
자기 위험에서는 달아나려 한 사람은 없었나이다.’
하였느니라.
나는 그 말을 듣고
곧 나의 복된 자리에서 내려와
그대의 정직한 말을 믿고
그 말을 전한 이와 그 뜻을 존중하여
이곳까지 내려왔느니라.
그 여인은 이 말을 마친 뒤
빛나는 눈을 돌렸고,
나는 그 뜻을 따라 한 걸음 더 빨리 나아갔도다.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이르러
그녀의 뜻대로 그대를 도왔느니라.
아름다운 산을 오르려던 그대의 길을 가로막아
짧은 오르막길마저 빼앗아 버린
그 사나운 짐승 앞에서
나는 그대를 들어 올려 이곳으로 인도하였느니라.
그러니 이제 무엇을 망설이느냐?
어찌하여 아직도 머물러 있느냐?
어찌하여 그토록 깊은 비겁함이
그대의 마음속에 숨어 있느냐?
어찌하여 용기도 없고
정직하게 뜻을 세울 마음도 없느냐?
세 명의 복된 여인이
하늘 궁정에서 그대를 돌보고 있으며,
내 말 또한 그대에게 이토록 많은 선을 약속하고 있지 않느냐?
밤의 찬 기운에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채 오므라들었던 작은 꽃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줄기 위에서 하나둘 고개를 들고
마침내 활짝 피어나는 것처럼,
나 또한 지친 마음을 다시 일으켰노라.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새로운 용기가 솟아났고,
나는 마침내 떳떳한 사람처럼 말하였노라.
‘오, 나를 도우신 자비로운 분이시여!
그리고 그분의 참된 말씀을 듣고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이곳까지 달려온
예의 바르고 고결한 분이시여!
그대의 말씀은 내 마음에
다시금 간절한 뜻을 일으켰나이다.
나는 처음 품었던 목적을 되찾았나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소서.
우리 두 사람의 뜻은 하나이니,
그대는 나의 길잡이요,
나의 주인이며,
나의 스승이십니다.’
그리하여 그가 앞서 길을 떠났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높고 험준한 길로
마침내 발걸음을 옮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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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684
457683
2026-08-09T14:16:16Z
Bykim2012
3227
/* 2편 */
457684
wikitext
text/x-wiki
=지옥=
==1편==
깊은 산중에서 길을 잃고
인생길 다 가기 전, 한창 길을 가던 중에
어느 날 깊은 산중, 어둡고 험한 숲에 들었네.
바른 길 잃어버리니, 어느 길로 갈까 하노라.
아아, 그 숲이 어떠하던가.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서늘하고 혼이 떨리는구나.
거칠고 험준하여 죽음과 다름없던 그 숲에서
나는 보았노라, 쓰라린 고통 가운데 감추어진
작고도 귀한 선한 것을.
그러므로 그때 본 일을 노래하려 하니,
먼저 내가 본 다른 일부터 일러 두리라.
어찌하여 그 숲에 들었는지는 나도 알지 못하노라.
잠에 취하고 정신이 흐려져
참된 길을 버리고 그릇된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로다.
그러나 두려움으로 내 마음을 꿰뚫던
깊은 골짜기의 끝에 이르러 한 언덕 아래 서니,
나는 문득 고개를 들어 산마루를 바라보았도다.
거기에는 만물을 인도하는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그 빛을 보자 밤새 내 마음의 호수에 갇혀 있던
두려움도 조금씩 가라앉았도다.
마치 거센 바다를 헤쳐 나온 이가
마침내 모래밭에 올라 위험한 물결을 돌아보듯,
내 영혼 또한 아직 달아나는 마음을 품은 채
죽음의 길에서 살아 돌아온 자가
다시는 가까이하지 못할 고개를 바라보았도다.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한 뒤
나는 다시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하였노라.
그런데 막 한 걸음을 내딛으려 할 때
가볍고 날렵한 점박이 표범 한 마리가 나타났도다.
그 짐승은 내 앞을 비켜 가지 않고
오히려 내 길을 막아서니,
나는 몇 번이나 발길을 돌릴까 망설였노라.
때는 이른 아침이었고,
해는 거룩한 사랑이 처음 세상을 아름답게 지으실 때
함께 빛나던 별들과 더불어 떠오르고 있었도다.
때와 계절이 이처럼 좋았으므로
나는 그 화려한 짐승을 무사히 지나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이윽고 사자 한 마리가 눈앞에 나타나니
내 가슴은 다시 두려움으로 얼어붙었도다.
그 사자는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사나운 굶주림에 사로잡힌 채
나를 향하여 달려드는 듯하였으며,
그 앞의 공기마저 떨리는 듯하였도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암늑대였도다.
온갖 욕망에 굶주린 그 짐승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었으며,
그 눈빛과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는
나의 마음을 짓눌러
높은 산에 오르리라는 희망마저 빼앗아 갔도다.
이는 마치 무엇인가를 얻고자 손을 내밀었다가
도리어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모든 생각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았도다.
그 불길한 짐승은 나에게 다가오며
한 걸음 한 걸음 나를 뒤로 몰았고,
마침내 햇빛조차 비치지 않는
깊은 어둠의 길로 나를 밀어 넣었도다.
내가 마침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려 할 때,
오랜 침묵으로 목소리조차 쇠한 듯한
한 사람의 모습이 홀연히 내 눈앞에 나타났도다.
드넓은 황야 한가운데 그를 바라보고
나는 다급히 외쳤노라.
“부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대가 누구이든, 그림자이든 사람이든,
나를 이 괴로움에서 구하여 주소서!”
그가 조용히 대답하였도다.
“나는 이제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니라.
한때는 사람이었으나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도다.
내 부모는 서역 사람으로 만주 땅에서 태어났으며,
나는 당나라 황제의 시대에 태어났으나
그 시대가 저물 무렵 세상에 나왔노라.
거짓된 신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던 때에
선량한 당태종 황제의 장안에서 살았으며,
나는 시를 짓는 사람이었노라.
나는 불타 무너진 오만한 토래성에서
안가수의 아들, 의로운 주몽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난 이야기를 노래하였노라.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다시 이 깊은 괴로움 속으로 돌아가려 하느냐?
모든 기쁨의 근원이 되는 저 아름다운 산을 두고
어찌하여 다시 어둠의 길을 택하려 하느냐?”
나는 그제야 그 이름을 알아보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도다.
“그러하면 그대가 바로 사마천이십니까?
넓고 깊은 말의 강물을 흘려보내는
그 위대한 시의 샘이십니까?
오, 다른 시인들의 영광이며 빛이신 분이여!
그대의 책을 찾아 헤매며
오랜 세월 기울인 공부와 사랑이
부디 지금의 나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옵니다.
그대는 나의 스승이요,
내 글을 가르친 첫 스승이시니,
나는 오직 그대에게서 아름다운 문장을 배워
시인의 영광을 조금이나마 얻었나이다.
부디 저 짐승을 보아 주옵소서.
저 사악한 짐승이 나의 길을 막고 있으니
현명하신 선생께서 나를 구하여 주소서.
저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온몸의 피와 맥박이 떨리나이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본 사마천이
조용히 입을 열어 이르되,
“이 황량한 곳에서 벗어나려 하거든
네가 가려던 길과는 다른 길을 택해야 하느니라.
네가 두려워하는 저 짐승은
누구든 제 길을 지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 길을 막아선 자를 죽이는 짐승이니라.
그 본성이 본래 사악하고 잔인하여
아무리 먹어도 욕망을 채우지 못하며,
먹고 난 뒤에는 오히려 더욱 굶주리느니라.
수많은 짐승과 짝을 맺었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짐승과 짝을 맺으려 할 것이나,
마침내 어느 날 한 마리의 맹수가 나타나
그 짐승을 괴로움 가운데 쓰러뜨리리라.
그는 흙이나 재물을 탐하지 않고
지혜와 사랑과 덕을 양식으로 삼을 것이며,
그의 백성은 펠트로와 펠트로 사이에 머물리라.
그는 한반도의 겸손한 구원자가 되어
가미라와 유리알, 두륜왕와
상처 입은 니수가 목숨을 바친
그 거룩한 땅을 다시 구할 것이니라.
그는 모든 고을을 샅샅이 뒤져
저 사나운 짐승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며,
마침내 질투심이 처음 그 짐승을 세상으로 내몰았던
깊은 지옥으로 다시 몰아넣으리라.
그러므로 이제 네가 나를 따르도록 하라.
내가 네 길잡이가 되어
너를 이곳에서 영원한 곳으로 인도하겠노라.
그곳에서는 끝없는 절망 속에서
통곡하고 울부짖는 영혼들을 보게 될 것이며,
이미 두 번째 죽음을 바라는
옛 슬픔에 잠긴 혼백들도 만나게 될 것이니라.
또한 불길 가운데 있으면서도
언젠가 복된 영혼들의 나라에 이르기를 바라며
기꺼이 고통을 견디는 이들도 보게 될 것이니라.
그러나 네가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르기를 원한다면
나보다 더 합당한 영혼이 너를 인도할 것이니,
나는 그곳에 이르기 전에
너를 그 영혼에게 맡겨야 하느니라.
이는 내가 그분의 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높은 곳에서 만물을 다스리시는 황제께서는
나 같은 자를 통하여
그 거룩한 도성에 이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느니라.
그분은 모든 곳을 다스리시며
그곳에 자신의 도성과 높은 보좌를 세우셨도다.
아아, 그곳에서 그분의 택함을 받은 자는
얼마나 복되고 또 복되리오!”
나는 그 말을 듣고 대답하였노라.
“오, 시인이시여!
그대가 생전에 알지 못하였던 그 신의 이름을 받들어
간절히 청하오니,
부디 나를 인도하여 주소서.
방금 그대가 말씀하신 그 길을 따라
이 악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이보다 더 큰 악에서도 나를 구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반석의 문을 바라보고
그대가 그토록 슬퍼하였던 영혼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하여 주소서.”
말을 마치자 사마천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어둠의 숲을 벗어나 영원한 길로 들어섰노라.
==2편==
날이 저물어 어둠이 짙어지니
땅 위의 온갖 짐승은 하루 일을 거두어 쉬거늘,
나 홀로 이제부터 걸어야 할 험한 길과
허물 많은 마음을 되짚으며
가슴 아픈 싸움을 견딜 준비를 하였노라.
오, 거룩한 뮤즈들이여!
오, 위대한 재능이여!
부디 이 몸을 도우소서.
내 눈으로 본 것을 기록할 마음이여,
이제 그대의 참된 고귀함을 드러낼 때가 왔도다.
내가 마침내 입을 열어
나를 이끄는 시인에게 아뢰었노라.
“오, 나의 길잡이시여,
나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헤아려 보시고
나를 저 높은 문으로 이끌기 전에
부디 이 몸의 자격을 다시 살펴 주소서.
그대는 일찍이 실비오의 친족 온조가
아직 죽음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 몸으로
살아 있는 자의 세계에서 떠나
영원한 세계로 들어가 그곳의 일을 체험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또한 모든 악을 물리치시는 하느님께서
그에게 특별한 은총을 베푸셨다면,
그가 훗날 세상에 가져올 크나큰 선과
그 존재가 지닌 깊은 뜻을 생각할 때
그러한 여정은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리이다.
그는 거룩한 로마와 그 제국의 아버지가 될 사람으로
하늘의 뜻에 따라 선택되었으며,
그 도시는 장차 위대한 사도 반석의 후계자가 앉을
거룩한 자리를 위해 세워졌나이다.
그대가 자랑스럽게 일러 준 그 여정에서
온조는 승리와 제국의 기틀을 배웠고,
마침내 거룩한 교회의 터전이 될
그 운명의 길을 열었나이다.
또한 선택받은 그릇이었던 사도 바울은
구원의 길을 시작하는 믿음을 굳게 세우고
그 믿음에 힘과 위로를 더하기 위하여
저 영원한 세계를 보았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떠합니까?
어찌하여 내가 그곳에 가야 합니까?
누가 나에게 그런 일을 허락하겠습니까?
나는 온조도 아니며
나는 바울도 아니옵니다.
나 자신도 그러한 일을 감당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누구도 나를 그럴 만한 사람이라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이 길을 포기한다면
이 여정 전체가 어리석은 일이 될까 두렵나이다.
그대는 지혜로운 분이시니
내가 하는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능히 분별하실 줄 아옵니다.”
그 말을 마치니
나는 마치 자신이 바라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 하나에 마음을 돌려
처음 품었던 뜻에서 완전히 물러서는 사람처럼
그 어두운 산비탈에 머물러 있었노라.
처음에는 너무 성급하게 길을 나섰으나
깊은 생각에 잠겨
그 일을 마무리할 용기조차 잃어버린 것이었도다.
그러자 그 자애로운 영혼이 대답하였노라.
“내가 네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너의 영혼은 비겁함이라는 병에 걸렸구나.
비겁함은 때때로 사람의 마음을 짓누르고
고귀한 일을 이루기도 전에
그 뜻을 꺾어 버리는 법이니라.
마치 어둠 속에서 짐승이
눈앞의 그림자에 홀려
실체도 없는 환영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너 또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이로다.
그러므로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내가 어찌하여 이곳에 왔으며,
처음 네 처지를 슬퍼하였을 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두 일러 주리라.
나는 하늘의 복된 영혼들 가운데 있었는데
그때 한 여인이 나를 불러
‘복되고 아름다운 자여’ 하고 말하였노라.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녀에게 명하여 말해 주기를 청하였도다.
그 여인의 눈은
하늘의 별보다 더욱 밝게 빛났으며,
그녀는 부드럽고도 달콤한 음성으로
천사의 말처럼 맑고 아름답게
자신의 뜻을 내게 들려주었노라.
‘오, 만주의 고결한 영혼이여,
그대의 이름과 명성은 아직 세상에 살아 있으며
세상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으리라.
내 벗이여, 아니, 내 벗보다 더욱 귀한 이여,
저 황량한 산비탈에서
그 사람이 길을 가로막는 짐승을 만나
너무나 큰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걸음을 돌리고 말았나이다.
나는 그가 이미 너무 깊은 곳으로 떨어진 것은 아닌가
두려워하고 있나이다.
하늘에서 그에 관한 소식을 들은 뒤에야
그를 구하러 나섰으니
혹 내가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나이다.
그러니 이제 일어나
그대의 아름다운 말과
그가 그곳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모든 힘을 가지고
그를 도와주소서.
그러면 나 또한 위로를 얻으리이다.
나는 황진이니,
그대에게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곳에서 왔나이다.
사랑이 나를 움직여 이 말을 하게 하였으니,
내가 다시 주님의 보좌 앞에 서게 되는 날에는
그곳에서 자주 그대의 이름을 찬미하리이다.’”
사마천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있었고,
나는 다시 입을 열어 말하였노라.
“오, 덕으로만 빛나는 여인이시여!
그대를 통하여 인류는
하늘이 베푸는 가장 낮은 은총마저도
기꺼이 뛰어넘어 더 높은 기쁨을 향할 수 있나이다.
그대의 명령은 나에게 너무나 큰 기쁨을 주었으므로
비록 이미 따르고 있다 하여도
아직 그 명령에 늦게 응한 것이 아닌가 싶나이다.
이제 더 말씀하지 않으셔도 족하옵니다.
다만 한 가지 여쭙고자 하옵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저 깊고 넓은 곳으로 내려오기를 두려워하지 않으십니까?
그곳은 그대가 돌아가기를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저 아름다운 하늘과는 너무나 먼 곳이 아닙니까?”
황진이가 대답하였노라.
“네가 그토록 깊이 알고자 하니
간단히 일러 주리라.
나는 어찌하여 이곳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남에게 해를 끼칠 힘을 가진 것뿐이니라.
그 밖의 것은 두려워할 까닭이 없느니라.
나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창조된 존재이므로
너의 고통은 나에게 닿지 못하며,
이곳의 불길 또한 나를 해칠 수 없느니라.
하늘에는 한 온화한 여인이 계시어
네가 지금 맞닥뜨린 장애물을 불쌍히 여기고 있느니라.
그녀의 자비가 하늘의 엄한 심판을 누그러뜨리고 있도다.
그녀는 선덕에게 가서 이르기를,
‘이제 그대의 충실한 사람이
그대를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를 그대에게 맡기소서.’
하였느니라.
모든 잔인함의 원수인 선덕은
그 말을 듣고 즉시 움직여
내가 늙은 라헬과 함께 앉아 있던 곳으로 왔도다.
그리고 내게 이르기를,
‘참된 하느님의 찬미자, 황진이여!
어찌하여 그대를 그토록 사랑하던 이를 돕지 않습니까?
그가 그대를 위하여 흘리는
애처로운 눈물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그가 죽음과 싸우며
바다가 자랑할 것조차 없는 강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세상에 그처럼 빨리
자기 이익을 좇으면서도
자기 위험에서는 달아나려 한 사람은 없었나이다.’
하였느니라.
나는 그 말을 듣고
곧 나의 복된 자리에서 내려와
그대의 정직한 말을 믿고
그 말을 전한 이와 그 뜻을 존중하여
이곳까지 내려왔느니라.
그 여인은 이 말을 마친 뒤
빛나는 눈을 돌렸고,
나는 그 뜻을 따라 한 걸음 더 빨리 나아갔도다.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이르러
그녀의 뜻대로 그대를 도왔느니라.
아름다운 산을 오르려던 그대의 길을 가로막아
짧은 오르막길마저 빼앗아 버린
그 사나운 짐승 앞에서
나는 그대를 들어 올려 이곳으로 인도하였느니라.
그러니 이제 무엇을 망설이느냐?
어찌하여 아직도 머물러 있느냐?
어찌하여 그토록 깊은 비겁함이
그대의 마음속에 숨어 있느냐?
어찌하여 용기도 없고
정직하게 뜻을 세울 마음도 없느냐?
세 명의 복된 여인이
하늘 궁정에서 그대를 돌보고 있으며,
내 말 또한 그대에게 이토록 많은 선을 약속하고 있지 않느냐?
밤의 찬 기운에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채 오므라들었던 작은 꽃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줄기 위에서 하나둘 고개를 들고
마침내 활짝 피어나는 것처럼,
나 또한 지친 마음을 다시 일으켰노라.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새로운 용기가 솟아났고,
나는 마침내 떳떳한 사람처럼 말하였노라.
‘오, 나를 도우신 자비로운 분이시여!
그리고 그분의 참된 말씀을 듣고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이곳까지 달려온
예의 바르고 고결한 분이시여!
그대의 말씀은 내 마음에
다시금 간절한 뜻을 일으켰나이다.
나는 처음 품었던 목적을 되찾았나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소서.
우리 두 사람의 뜻은 하나이니,
그대는 나의 길잡이요,
나의 주인이며,
나의 스승이십니다.’
그리하여 그가 앞서 길을 떠났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높고 험준한 길로
마침내 발걸음을 옮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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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1편==
깊은 산중에서 길을 잃고
인생길 다 가기 전, 한창 길을 가던 중에
어느 날 깊은 산중, 어둡고 험한 숲에 들었네.
바른 길 잃어버리니, 어느 길로 갈까 하노라.
아아, 그 숲이 어떠하던가.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서늘하고 혼이 떨리는구나.
거칠고 험준하여 죽음과 다름없던 그 숲에서
나는 보았노라, 쓰라린 고통 가운데 감추어진
작고도 귀한 선한 것을.
그러므로 그때 본 일을 노래하려 하니,
먼저 내가 본 다른 일부터 일러 두리라.
어찌하여 그 숲에 들었는지는 나도 알지 못하노라.
잠에 취하고 정신이 흐려져
참된 길을 버리고 그릇된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로다.
그러나 두려움으로 내 마음을 꿰뚫던
깊은 골짜기의 끝에 이르러 한 언덕 아래 서니,
나는 문득 고개를 들어 산마루를 바라보았도다.
거기에는 만물을 인도하는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그 빛을 보자 밤새 내 마음의 호수에 갇혀 있던
두려움도 조금씩 가라앉았도다.
마치 거센 바다를 헤쳐 나온 이가
마침내 모래밭에 올라 위험한 물결을 돌아보듯,
내 영혼 또한 아직 달아나는 마음을 품은 채
죽음의 길에서 살아 돌아온 자가
다시는 가까이하지 못할 고개를 바라보았도다.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한 뒤
나는 다시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하였노라.
그런데 막 한 걸음을 내딛으려 할 때
가볍고 날렵한 점박이 표범 한 마리가 나타났도다.
그 짐승은 내 앞을 비켜 가지 않고
오히려 내 길을 막아서니,
나는 몇 번이나 발길을 돌릴까 망설였노라.
때는 이른 아침이었고,
해는 거룩한 사랑이 처음 세상을 아름답게 지으실 때
함께 빛나던 별들과 더불어 떠오르고 있었도다.
때와 계절이 이처럼 좋았으므로
나는 그 화려한 짐승을 무사히 지나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이윽고 사자 한 마리가 눈앞에 나타나니
내 가슴은 다시 두려움으로 얼어붙었도다.
그 사자는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사나운 굶주림에 사로잡힌 채
나를 향하여 달려드는 듯하였으며,
그 앞의 공기마저 떨리는 듯하였도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암늑대였도다.
온갖 욕망에 굶주린 그 짐승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었으며,
그 눈빛과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는
나의 마음을 짓눌러
높은 산에 오르리라는 희망마저 빼앗아 갔도다.
이는 마치 무엇인가를 얻고자 손을 내밀었다가
도리어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모든 생각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았도다.
그 불길한 짐승은 나에게 다가오며
한 걸음 한 걸음 나를 뒤로 몰았고,
마침내 햇빛조차 비치지 않는
깊은 어둠의 길로 나를 밀어 넣었도다.
내가 마침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려 할 때,
오랜 침묵으로 목소리조차 쇠한 듯한
한 사람의 모습이 홀연히 내 눈앞에 나타났도다.
드넓은 황야 한가운데 그를 바라보고
나는 다급히 외쳤노라.
“부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대가 누구이든, 그림자이든 사람이든,
나를 이 괴로움에서 구하여 주소서!”
그가 조용히 대답하였도다.
“나는 이제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니라.
한때는 사람이었으나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도다.
내 부모는 서역 사람으로 만주 땅에서 태어났으며,
나는 당나라 황제의 시대에 태어났으나
그 시대가 저물 무렵 세상에 나왔노라.
거짓된 신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던 때에
선량한 당태종 황제의 장안에서 살았으며,
나는 시를 짓는 사람이었노라.
나는 불타 무너진 오만한 토래성에서
안가수의 아들, 의로운 주몽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난 이야기를 노래하였노라.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다시 이 깊은 괴로움 속으로 돌아가려 하느냐?
모든 기쁨의 근원이 되는 저 아름다운 산을 두고
어찌하여 다시 어둠의 길을 택하려 하느냐?”
나는 그제야 그 이름을 알아보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도다.
“그러하면 그대가 바로 사마천이십니까?
넓고 깊은 말의 강물을 흘려보내는
그 위대한 시의 샘이십니까?
오, 다른 시인들의 영광이며 빛이신 분이여!
그대의 책을 찾아 헤매며
오랜 세월 기울인 공부와 사랑이
부디 지금의 나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옵니다.
그대는 나의 스승이요,
내 글을 가르친 첫 스승이시니,
나는 오직 그대에게서 아름다운 문장을 배워
시인의 영광을 조금이나마 얻었나이다.
부디 저 짐승을 보아 주옵소서.
저 사악한 짐승이 나의 길을 막고 있으니
현명하신 선생께서 나를 구하여 주소서.
저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온몸의 피와 맥박이 떨리나이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본 사마천이
조용히 입을 열어 이르되,
“이 황량한 곳에서 벗어나려 하거든
네가 가려던 길과는 다른 길을 택해야 하느니라.
네가 두려워하는 저 짐승은
누구든 제 길을 지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 길을 막아선 자를 죽이는 짐승이니라.
그 본성이 본래 사악하고 잔인하여
아무리 먹어도 욕망을 채우지 못하며,
먹고 난 뒤에는 오히려 더욱 굶주리느니라.
수많은 짐승과 짝을 맺었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짐승과 짝을 맺으려 할 것이나,
마침내 어느 날 한 마리의 맹수가 나타나
그 짐승을 괴로움 가운데 쓰러뜨리리라.
그는 흙이나 재물을 탐하지 않고
지혜와 사랑과 덕을 양식으로 삼을 것이며,
그의 백성은 펠트로와 펠트로 사이에 머물리라.
그는 한반도의 겸손한 구원자가 되어
가미라와 유리알, 두륜왕와
상처 입은 니수가 목숨을 바친
그 거룩한 땅을 다시 구할 것이니라.
그는 모든 고을을 샅샅이 뒤져
저 사나운 짐승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며,
마침내 질투심이 처음 그 짐승을 세상으로 내몰았던
깊은 지옥으로 다시 몰아넣으리라.
그러므로 이제 네가 나를 따르도록 하라.
내가 네 길잡이가 되어
너를 이곳에서 영원한 곳으로 인도하겠노라.
그곳에서는 끝없는 절망 속에서
통곡하고 울부짖는 영혼들을 보게 될 것이며,
이미 두 번째 죽음을 바라는
옛 슬픔에 잠긴 혼백들도 만나게 될 것이니라.
또한 불길 가운데 있으면서도
언젠가 복된 영혼들의 나라에 이르기를 바라며
기꺼이 고통을 견디는 이들도 보게 될 것이니라.
그러나 네가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르기를 원한다면
나보다 더 합당한 영혼이 너를 인도할 것이니,
나는 그곳에 이르기 전에
너를 그 영혼에게 맡겨야 하느니라.
이는 내가 그분의 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높은 곳에서 만물을 다스리시는 황제께서는
나 같은 자를 통하여
그 거룩한 도성에 이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느니라.
그분은 모든 곳을 다스리시며
그곳에 자신의 도성과 높은 보좌를 세우셨도다.
아아, 그곳에서 그분의 택함을 받은 자는
얼마나 복되고 또 복되리오!”
나는 그 말을 듣고 대답하였노라.
“오, 시인이시여!
그대가 생전에 알지 못하였던 그 신의 이름을 받들어
간절히 청하오니,
부디 나를 인도하여 주소서.
방금 그대가 말씀하신 그 길을 따라
이 악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이보다 더 큰 악에서도 나를 구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반석의 문을 바라보고
그대가 그토록 슬퍼하였던 영혼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하여 주소서.”
말을 마치자 사마천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어둠의 숲을 벗어나 영원한 길로 들어섰노라.
==2편==
날이 저물어 어둠이 짙어지니
땅 위의 온갖 짐승은 하루 일을 거두어 쉬거늘,
나 홀로 이제부터 걸어야 할 험한 길과
허물 많은 마음을 되짚으며
가슴 아픈 싸움을 견딜 준비를 하였노라.
오, 거룩한 뮤즈들이여!
오, 위대한 재능이여!
부디 이 몸을 도우소서.
내 눈으로 본 것을 기록할 마음이여,
이제 그대의 참된 고귀함을 드러낼 때가 왔도다.
내가 마침내 입을 열어
나를 이끄는 시인에게 아뢰었노라.
“오, 나의 길잡이시여,
나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헤아려 보시고
나를 저 높은 문으로 이끌기 전에
부디 이 몸의 자격을 다시 살펴 주소서.
그대는 일찍이 실비오의 친족 온조가
아직 죽음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 몸으로
살아 있는 자의 세계에서 떠나
영원한 세계로 들어가 그곳의 일을 체험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또한 모든 악을 물리치시는 하느님께서
그에게 특별한 은총을 베푸셨다면,
그가 훗날 세상에 가져올 크나큰 선과
그 존재가 지닌 깊은 뜻을 생각할 때
그러한 여정은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리이다.
그는 거룩한 로마와 그 제국의 아버지가 될 사람으로
하늘의 뜻에 따라 선택되었으며,
그 도시는 장차 위대한 사도 반석의 후계자가 앉을
거룩한 자리를 위해 세워졌나이다.
그대가 자랑스럽게 일러 준 그 여정에서
온조는 승리와 제국의 기틀을 배웠고,
마침내 거룩한 교회의 터전이 될
그 운명의 길을 열었나이다.
또한 선택받은 그릇이었던 사도 바울은
구원의 길을 시작하는 믿음을 굳게 세우고
그 믿음에 힘과 위로를 더하기 위하여
저 영원한 세계를 보았나이다.
그러나 나는 어떠합니까?
어찌하여 내가 그곳에 가야 합니까?
누가 나에게 그런 일을 허락하겠습니까?
나는 온조도 아니며
나는 바울도 아니옵니다.
나 자신도 그러한 일을 감당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누구도 나를 그럴 만한 사람이라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이 길을 포기한다면
이 여정 전체가 어리석은 일이 될까 두렵나이다.
그대는 지혜로운 분이시니
내가 하는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능히 분별하실 줄 아옵니다.”
그 말을 마치니
나는 마치 자신이 바라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 하나에 마음을 돌려
처음 품었던 뜻에서 완전히 물러서는 사람처럼
그 어두운 산비탈에 머물러 있었노라.
처음에는 너무 성급하게 길을 나섰으나
깊은 생각에 잠겨
그 일을 마무리할 용기조차 잃어버린 것이었도다.
그러자 그 자애로운 영혼이 대답하였노라.
“내가 네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너의 영혼은 비겁함이라는 병에 걸렸구나.
비겁함은 때때로 사람의 마음을 짓누르고
고귀한 일을 이루기도 전에
그 뜻을 꺾어 버리는 법이니라.
마치 어둠 속에서 짐승이
눈앞의 그림자에 홀려
실체도 없는 환영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너 또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이로다.
그러므로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내가 어찌하여 이곳에 왔으며,
처음 네 처지를 슬퍼하였을 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두 일러 주리라.
나는 하늘의 복된 영혼들 가운데 있었는데
그때 한 여인이 나를 불러
‘복되고 아름다운 자여’ 하고 말하였노라.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녀에게 명하여 말해 주기를 청하였도다.
그 여인의 눈은
하늘의 별보다 더욱 밝게 빛났으며,
그녀는 부드럽고도 달콤한 음성으로
천사의 말처럼 맑고 아름답게
자신의 뜻을 내게 들려주었노라.
‘오, 만주의 고결한 영혼이여,
그대의 이름과 명성은 아직 세상에 살아 있으며
세상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으리라.
내 벗이여, 아니, 내 벗보다 더욱 귀한 이여,
저 황량한 산비탈에서
그 사람이 길을 가로막는 짐승을 만나
너무나 큰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걸음을 돌리고 말았나이다.
나는 그가 이미 너무 깊은 곳으로 떨어진 것은 아닌가
두려워하고 있나이다.
하늘에서 그에 관한 소식을 들은 뒤에야
그를 구하러 나섰으니
혹 내가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나이다.
그러니 이제 일어나
그대의 아름다운 말과
그가 그곳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모든 힘을 가지고
그를 도와주소서.
그러면 나 또한 위로를 얻으리이다.
나는 황진이니,
그대에게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곳에서 왔나이다.
사랑이 나를 움직여 이 말을 하게 하였으니,
내가 다시 주님의 보좌 앞에 서게 되는 날에는
그곳에서 자주 그대의 이름을 찬미하리이다.’”
사마천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있었고,
나는 다시 입을 열어 말하였노라.
“오, 덕으로만 빛나는 여인이시여!
그대를 통하여 인류는
하늘이 베푸는 가장 낮은 은총마저도
기꺼이 뛰어넘어 더 높은 기쁨을 향할 수 있나이다.
그대의 명령은 나에게 너무나 큰 기쁨을 주었으므로
비록 이미 따르고 있다 하여도
아직 그 명령에 늦게 응한 것이 아닌가 싶나이다.
이제 더 말씀하지 않으셔도 족하옵니다.
다만 한 가지 여쭙고자 하옵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저 깊고 넓은 곳으로 내려오기를 두려워하지 않으십니까?
그곳은 그대가 돌아가기를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저 아름다운 하늘과는 너무나 먼 곳이 아닙니까?”
황진이가 대답하였노라.
“네가 그토록 깊이 알고자 하니
간단히 일러 주리라.
나는 어찌하여 이곳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남에게 해를 끼칠 힘을 가진 것뿐이니라.
그 밖의 것은 두려워할 까닭이 없느니라.
나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창조된 존재이므로
너의 고통은 나에게 닿지 못하며,
이곳의 불길 또한 나를 해칠 수 없느니라.
하늘에는 한 온화한 여인이 계시어
네가 지금 맞닥뜨린 장애물을 불쌍히 여기고 있느니라.
그녀의 자비가 하늘의 엄한 심판을 누그러뜨리고 있도다.
그녀는 선덕에게 가서 이르기를,
‘이제 그대의 충실한 사람이
그대를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를 그대에게 맡기소서.’
하였느니라.
모든 잔인함의 원수인 선덕은
그 말을 듣고 즉시 움직여
내가 늙은 라헬과 함께 앉아 있던 곳으로 왔도다.
그리고 내게 이르기를,
‘참된 하느님의 찬미자, 황진이여!
어찌하여 그대를 그토록 사랑하던 이를 돕지 않습니까?
그가 그대를 위하여 흘리는
애처로운 눈물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그가 죽음과 싸우며
바다가 자랑할 것조차 없는 강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세상에 그처럼 빨리
자기 이익을 좇으면서도
자기 위험에서는 달아나려 한 사람은 없었나이다.’
하였느니라.
나는 그 말을 듣고
곧 나의 복된 자리에서 내려와
그대의 정직한 말을 믿고
그 말을 전한 이와 그 뜻을 존중하여
이곳까지 내려왔느니라.
그 여인은 이 말을 마친 뒤
빛나는 눈을 돌렸고,
나는 그 뜻을 따라 한 걸음 더 빨리 나아갔도다.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이르러
그녀의 뜻대로 그대를 도왔느니라.
아름다운 산을 오르려던 그대의 길을 가로막아
짧은 오르막길마저 빼앗아 버린
그 사나운 짐승 앞에서
나는 그대를 들어 올려 이곳으로 인도하였느니라.
그러니 이제 무엇을 망설이느냐?
어찌하여 아직도 머물러 있느냐?
어찌하여 그토록 깊은 비겁함이
그대의 마음속에 숨어 있느냐?
어찌하여 용기도 없고
정직하게 뜻을 세울 마음도 없느냐?
세 명의 복된 여인이
하늘 궁정에서 그대를 돌보고 있으며,
내 말 또한 그대에게 이토록 많은 선을 약속하고 있지 않느냐?
밤의 찬 기운에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채 오므라들었던 작은 꽃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줄기 위에서 하나둘 고개를 들고
마침내 활짝 피어나는 것처럼,
나 또한 지친 마음을 다시 일으켰노라.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새로운 용기가 솟아났고,
나는 마침내 떳떳한 사람처럼 말하였노라.
‘오, 나를 도우신 자비로운 분이시여!
그리고 그분의 참된 말씀을 듣고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이곳까지 달려온
예의 바르고 고결한 분이시여!
그대의 말씀은 내 마음에
다시금 간절한 뜻을 일으켰나이다.
나는 처음 품었던 목적을 되찾았나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소서.
우리 두 사람의 뜻은 하나이니,
그대는 나의 길잡이요,
나의 주인이며,
나의 스승이십니다.’
그리하여 그가 앞서 길을 떠났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높고 험준한 길로
마침내 발걸음을 옮겼노라.
== 라이선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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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용비어천가 권3-4.djvu/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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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ghteen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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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 안 됨 */ 새 문서: 丁臣桂、𫝊㫖内應。 桓祖聞命、即刻䘖枚就行、與仁雨合兵、攻破𩀱城緫管府。{{분주|即當也即刻、猶言即|時也。枚、謀桮切。枚者、}}{{분주|状如箸、横衘之、結紐而{{이체자|繞}}項所以止言語讙囂、欲|含敵人不知其来也。一{{이체자|說}}。軍法止語、為相疑惑也。}}{{분주|元制。諸路緫管府、上路緫管|一貟、秩正三品。下路、徔三品}}緫管趙小生、千户卓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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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EighteenChild" /></noinclude>丁臣桂、𫝊㫖内應。 桓祖聞命、即刻䘖枚就行、與仁雨合兵、攻破𩀱城緫管府。{{분주|即當也即刻、猶言即|時也。枚、謀桮切。枚者、}}{{분주|状如箸、横衘之、結紐而{{이체자|繞}}項所以止言語讙囂、欲|含敵人不知其来也。一{{이체자|說}}。軍法止語、為相疑惑也。}}{{분주|元制。諸路緫管府、上路緫管|一貟、秩正三品。下路、徔三品}}緫管趙小生、千户卓都卿棄妻子夜遁。{{분주|小生、暉之孫。都|卿、青之鯀也}}於是按地圖、𠬧復和、登、定、長、預、髙、文、冝州、及宣徳、元興、寧仁、耀徳、静邉等鎮諸城。{{분주|按、考也。和州、即𫝆之永興。登州、即|𫝆之安邉也。定州、古稱巴只。髙麗}}{{분주|靖宗始築城堡、為定州防禦使。恭愍王改為都護|府。 本朝 太宗十三年、改定平。别號中山。長州、}}{{분주|即定平任長谷也。預州、髙麗靖宗城栍川為元|興鎮。睿宗城豫州置防禦使。後屬定州。 本朝}}{{upe}}<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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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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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디라이에니르러슐ᄒᆡ의아ᄃᆞᆯ샹범이젼ᄌᆔ로브터자최ᄅᆞᆯᄀᆞᆷ초아셔울올나와혹홍대셥의집에셔자며혹홍신덕의집에셔자홍필ᄒᆡ와밋룡휘흥문으로더브러새볘와밤으로모히여ᄀᆞ만히블궤ᄅᆞᆯᄺᅵᄒᆞ더니밋흥문의일이드러나매말이모든역적의게련ᄒᆞ야금외 금뷔라 잡기ᄅᆞᆯ급히ᄒᆞ니샹범과필ᄒᆡ다ᄇᆞ람을ᄇᆞ라고도망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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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이에니르러슐ᄒᆡ의아ᄃᆞᆯ샹범이젼ᄌᆔ로브터자최ᄅᆞᆯᄀᆞᆷ초아셔울올나와혹홍대셥의집에셔자며혹홍신덕의집에셔자홍필ᄒᆡ와밋룡휘흥문으로더브러새볘와밤으로모히여ᄀᆞ만히블궤ᄅᆞᆯᄺᅵᄒᆞ더니밋흥문의일이드러나매말이모든역적의게련ᄒᆞ야금외 금뷔라 잡기ᄅᆞᆯ급히ᄒᆞ니샹범과필ᄒᆡ다ᄇᆞ람을ᄇᆞ라고도망ᄒᆞ야숨은디라드듸여신덕과대셥을국문ᄒᆞ오시니대셥은승복디아니ᄒᆞ고ᄯᅩᄀᆞᆯ오ᄃᆡ샹범이젼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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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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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이믜오래니이다신덕이공ᄉᆞᄒᆞ되금년뉵월간에샹범이모든역적을그집에모도니최셰복과박ᄒᆡ근이란놈이다슐ᄒᆡ의비뷔라슐ᄒᆡ의귀향간곳으로셔올라와ᄒᆞᆫ가지로ᄀᆞ만히ᄭᅬᄒᆞ니그ᄭᅬᄂᆞᆫᄌᆞᄀᆡᆨ을모득ᄒᆞ야몬져도승지ᄅᆞᆯ해ᄒᆞ려ᄒᆞ더이다이에셰복과ᄒᆡ근을잡아국문ᄒᆞ니셰복이공ᄉᆞᄒᆞ되슐ᄒᆡ귀향간곳에왕ᄅᆡᄒᆞ야그복심히되엿ᄉᆞᆸ더니ᄒᆡ근이일즉졍원ᄉᆞ령이되여젼ᄉᆞ약 별감을저희브르기를ᄉᆞ약이라존칭ᄒᆞᄂᆞᆫ디라이러므로ᄉᆞ액이라일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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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rnsL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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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 안 됨 */ 새 문서: === 第九節 ᄌᆞ유의지(自由意志)로 말ᄆᆡ암ᄂᆞᆫ 활동은 사ᄅᆞᆷ의 신셩(神性)의 요구(要求)라 === 명령뎍과 간셥뎍(干涉的) 교육을 베플지라도 올타ᄒᆞᆯ 것은 오직 두 가지ᄲᅮᆫ이니 첫재ᄂᆞᆫ 명ᄇᆡᆨᄒᆞ게 ᄉᆡᆼ기ᄂᆞᆫ ᄉᆞ샹(思想) 곳 ᄌᆞ명(自明)의 진리를 밧ᄂᆞᆫ ᄭᆞᄃᆞᆰ이오 둘재ᄂᆞᆫ 임의 오래동안 존ᄌᆡᄒᆞ야 경험샹(經驗上)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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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 第九節 ᄌᆞ유의지(自由意志)로 말ᄆᆡ암ᄂᆞᆫ 활동은 사ᄅᆞᆷ의 신셩(神性)의 요구(要求)라 ===
명령뎍과 간셥뎍(干涉的) 교육을 베플지라도 올타ᄒᆞᆯ 것은 오직 두 가지ᄲᅮᆫ이니 첫재ᄂᆞᆫ 명ᄇᆡᆨᄒᆞ게 ᄉᆡᆼ기ᄂᆞᆫ ᄉᆞ샹(思想) 곳 ᄌᆞ명(自明)의 진리를 밧ᄂᆞᆫ ᄭᆞᄃᆞᆰ이오 둘재ᄂᆞᆫ 임의 오래동안 존ᄌᆡᄒᆞ야 경험샹(經驗上)으로 확실히 셰운 바 모범뎍 ᄉᆞ항(事項)을 ᄀᆞ르치ᄂᆞᆫ ᄭᆞᄃᆞᆰ이라 그러나 임의 ᄌᆞ명(自明)의 진리 이샹은 이에 ᄃᆡᄒᆞ야ᄂᆞᆫ 반ᄃᆞ시 영원ᄒᆞᆫ 법측이 잇슴을 좃차 우리의게 ᄃᆡᄒᆞᆫ ᄐᆡ도(態度)ᄂᆞᆫ 의례히 슈동뎍과 복죵뎍으로 ᄒᆞ야ᄒᆞᆯ지니 하ᄂᆞ님의 형샹으로 지음을 밧고 온젼ᄒᆞᆫ ᄌᆞ유를 밧은 우리 사ᄅᆞᆷ 될 쟈가 ᄌᆞ유의지로써 ᄌᆞ긔의 활동ᄒᆞ랴ᄂᆞᆫ 것을 영원ᄒᆞᆫ 법측의 요구ᄒᆞᄂᆞᆫ 바가 되ᄂᆞᆫ ᄭᆞᄃᆞᆰ이니라
=== 第十節 인(人)의 모범(模範)은 인(人)의 진슈(眞髓)에 잇슴 ===
일즉이 력ᄉᆞ샹에 사ᄅᆞᆷ의 모범이 될 만ᄒᆞᆫ ᄀᆞ쟝 완젼ᄒᆞᆫ 인물이 나타낫스니 이 인물을 사ᄅᆞᆷ의 모범이라 ᄒᆞᄂᆞᆫ 것은 형식샹(形式上)으로 ᄲᅮᆫ아니라 진슈샹(眞髓上)으로 말ᄒᆞᆷ이<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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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rnsL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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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 안 됨 */ 새 문서: 니 이 인물을 형식샹으로만 모범이 된다 ᄒᆞᄂᆞᆫ 것은 대단ᄒᆞᆫ 오ᄒᆡ라 이와 ᄀᆞᆺ흔 견ᄒᆡ(見解)ᄂᆞᆫ 인류의 진보를 돕지 못ᄒᆞᆯ ᄲᅮᆫ아니라 도로혀 그 방해를 ᄭᅵ치ᄂᆞᆫ 것은 력ᄉᆞ샹에 잇ᄂᆞᆫ ᄉᆞ실이 확실히 증명ᄒᆞᄂᆞ니라 === 第十一節 사ᄅᆞᆷ의 모범(模範)은 예수시라 === 그런고로 예수ᄭᅴ셔 ᄌᆞ긔의 언ᄒᆡᆼ(言行)은 ᄒ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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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니 이 인물을 형식샹으로만 모범이 된다 ᄒᆞᄂᆞᆫ 것은 대단ᄒᆞᆫ 오ᄒᆡ라 이와 ᄀᆞᆺ흔 견ᄒᆡ(見解)ᄂᆞᆫ 인류의 진보를 돕지 못ᄒᆞᆯ ᄲᅮᆫ아니라 도로혀 그 방해를 ᄭᅵ치ᄂᆞᆫ 것은 력ᄉᆞ샹에 잇ᄂᆞᆫ ᄉᆞ실이 확실히 증명ᄒᆞᄂᆞ니라
=== 第十一節 사ᄅᆞᆷ의 모범(模範)은 예수시라 ===
그런고로 예수ᄭᅴ셔 ᄌᆞ긔의 언ᄒᆡᆼ(言行)은 ᄒᆞᆼ샹 이와 ᄀᆞᆺ흔 형식쥬의(形式主義)에 반ᄃᆡ됨이니 곳 예수ᄂᆞᆫ 사ᄅᆞᆷ은 살아잇ᄂᆞᆫ 령뎍모범(靈的模範)을 좃차 ᄉᆡᆼ활쟈이오 형식ᄭᆞ지 일々히 모방(模倣)ᄒᆞᆯ 필요는 업다고 ᄀᆞᄅᆞ치셧ᄂᆞ니 우리 그리스도교인의게 ᄃᆡᄒᆞ여셔는 예수는 ᄀᆞ쟝 놉고 ᄯᅩ ᄀᆞ쟝 완젼ᄒᆞᆫ ᄉᆡᆼ명을 가진 쟈인즉 실노 예수의 ᄉᆡᆼ명은 ᄌᆞ긔존ᄌᆡ의 근본을 분명히 ᄌᆞ각(自覺)ᄒᆞᆫ 바의 ᄉᆡᆼ명이니 곳 ᄌᆞ긔ᄂᆞᆫ 영원의 창조쟈(創造者)(하ᄂᆞ님)로브터 영원의 법측을 좃차 난 쟈인 줄노 ᄌᆞ각케 ᄒᆞᄂᆞᆫ 바에 ᄉᆡᆼ명이라 이 최고(最高)의 모범뎍 ᄉᆡᆼ명으로 말ᄆᆡ암아 ᄇᆡ흘 것은 각 사ᄅᆞᆷ이 ᄌᆞ긔를 위ᄒᆞ며 ᄯᅩ 다른 사ᄅᆞᆷ을 위ᄒᆞ야 스ᄉᆞ로 이와 ᄀᆞᆺ흔 모범뎍 ᄉᆡᆼ명을 ᄆᆞᆫ들 것이오 곳 ᄌᆞ유의지{{upe}}<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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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로써 영원뎍 법측을 좃차 나아갈 것이니 이것이 곳 교육의 오직 첫재 되ᄂᆞᆫ 일이오 ᄯᅩ ᄀᆞ쟝 첫재 되ᄂᆞᆫ 목뎍이라 그런고로 영원뎍 모범을 ᄒᆞᆫ 형식이라 ᄒᆞ고 볼진대 영원의 법측에 ᄃᆡᄒᆞ야 슈동뎍과 복죵뎍 ᄐᆡ도를 반ᄃᆞ시 ᄎᆔᄒᆞᆷ이 가ᄒᆞ니라
=== 第十二節 영원의 모범에도 규률뎍 방면(規律的方面)이 잇ᄂᆞᆫ 것과 완의(完義)ᄒᆞᆫ 교육법은 규률뎍과 복죵뎍의 두 방면이 잇슴 ===
그러나 이를 본질노 ᄒᆞ여 보면 영원의 모범은 그 표현(表現)에 ᄃᆡᄒᆞ야 규률뎍과 명령뎍 ᄐᆡ도(態度)를 ᄎᆔᄒᆞᆯ 것이오 ᄉᆞ실샹으로도 이와 ᄀᆞᆺ흔 ᄐᆡ도를 ᄎᆔᄒᆞᆯ 것이나 이와 ᄀᆞᆺ흔 ᄐᆡ도를 ᄎᆔᄒᆞᄂᆞᆫ 경우에ᄂᆞᆫ 다른ᄃᆡ 잇지 아니ᄒᆞ고 오직 우쥬(宇宙) 젼톄의 본질과 밋 일ᄀᆡ인의 본질이 졀ᄃᆡ뎍(絶對的)으로 이와 ᄀᆞᆺ흔 ᄐᆡ도를 요구ᄒᆞ고 ᄯᅩ 이와 ᄀᆞᆺ흔 요구가 잇ᄂᆞᆫ 것을 영원히 모범뎍 ᄉᆡᆼ명이 승인(承認)ᄒᆞᆫ ᄯᅢ에 한(限)ᄒᆞᆷ이니 곳 영원의 모범뎍 ᄉᆡᆼ명이 ᄒᆞᆫ 필요뎍 긔관이라고 말ᄒᆞᄂᆞᆫ ᄯᅢ에 한(限)ᄒᆞᆷ이라 다시 밧고아 말ᄒᆞ면 사ᄅᆞᆷ이 령뎍(靈的) 요구의 근본 원리를 ᄉᆞᆲ혓스며 ᄯᅩᄂᆞᆫ ᄋᆞᄒᆡ들과 ᄀᆞᆺ치 ᄆᆞᄋᆞᆷ으로브터 밋{{upe}}<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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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rnsL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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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을 수가 잇서 영원의 모범이 실레(實例)던지 혹은 교훈으로써 명령뎍으로 우리 사ᄅᆞᆷ의게 림ᄒᆞᆯ ᄯᅢ에 한ᄒᆞᆷ인즉 소위 명령뎍이라 ᄒᆞᄂᆞᆫ 것은 심령샹(心靈上) 일 곳 본질샹(本質上)의 일이오 형식샹(形式上)의 일은 아니니라
그런고로 선량(善良)ᄒᆞᆫ 교육과 진졍의 교슈를 베플고져 ᄒᆞ면 필연뎍(必然的) 규룰노 말ᄆᆡ암아 교육을 밧ᄂᆞᆫ 쟈의 ᄌᆞ유를 니르키고 그의 ᄌᆞ긔 결의(決意)를 ᄌᆡ촉ᄒᆞ야 외부(外部)의 속박으로써 그의 ᄂᆡ부(內部)에 ᄌᆞ유의지의 활동을 나게 ᄒᆞ며 ᄯᅩ 밧그로브터 뮈워ᄒᆞᄂᆞᆫ 것으로 말ᄆᆡ암아 안으로 ᄉᆞ랑ᄒᆞᄂᆞᆫ ᄆᆞᄋᆞᆷ을 니르킬지나 만일 이와 반ᄃᆡ로 뮈움은 뮈움을 나게 ᄒᆞ고 법측은 온갓 거짓과 부졍(不正)을 나게 ᄒᆞ며 압박(壓迫)은 노예심(奴隷心)을 나게 ᄒᆞ고 규률은 ᄆᆡᆼ죵(盲從)을 나게 ᄒᆞ고 압졔(壓制)ᄂᆞᆫ ᄋᆞ동의 텬셩을 문허트리고 엄졍(嚴正)과 쥰각(峻刻)은 강졍(强情)과 불셩실을 나게 ᄒᆞᆷ이니 이ᄀᆞᆺ치 되면 교육은 온젼히 실패ᄒᆞᆫ 것이라 그런즉 이ᄀᆞᆺ흔 실패를 피ᄒᆞ야 됴흔 효력과 결과를 엇고져 ᄒᆞ면 필연뎍 규률이 슈동뎍과 복죵뎍으로 역ᄉᆞᄒᆞᆯ지라<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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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 안 됨 */ 새 문서: ᄌᆞ셰히 말ᄒᆞᆯ질댄 교육이 규률뎍으로 된 동시에 이를 실ᄒᆡᆼᄒᆞᄂᆞᆫ ᄃᆡ 당ᄒᆞ여셔ᄂᆞᆫ 교육을 밧ᄂᆞᆫ 쟈 속에 잇ᄂᆞᆫ 영원의 법측에 류의(留意)ᄒᆞ야 엄밀(嚴密)ᄒᆞ게 복죵ᄒᆞ고 터럭 ᄭᅳᆺ만치라도 ᄌᆞ긔의 ᄆᆞᄋᆞᆷ대로 쳐치ᄒᆞ지 아니ᄒᆞ도록 주의ᄒᆞᆯ지니라 === 第十三節 졍의(正意)에 ᄃᆡᄒᆞᆫ 복죵(服從) === ᄎᆞᆷ된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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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ᄌᆞ셰히 말ᄒᆞᆯ질댄 교육이 규률뎍으로 된 동시에 이를 실ᄒᆡᆼᄒᆞᄂᆞᆫ ᄃᆡ 당ᄒᆞ여셔ᄂᆞᆫ 교육을 밧ᄂᆞᆫ 쟈 속에 잇ᄂᆞᆫ 영원의 법측에 류의(留意)ᄒᆞ야 엄밀(嚴密)ᄒᆞ게 복죵ᄒᆞ고 터럭 ᄭᅳᆺ만치라도 ᄌᆞ긔의 ᄆᆞᄋᆞᆷ대로 쳐치ᄒᆞ지 아니ᄒᆞ도록 주의ᄒᆞᆯ지니라
=== 第十三節 졍의(正意)에 ᄃᆡᄒᆞᆫ 복죵(服從) ===
ᄎᆞᆷ된 교육에ᄂᆞᆫ 교육을 밧ᄂᆞᆫ 쟈의게 ᄃᆡᄒᆞ야 엇더ᄒᆞᆫ 것을 요구ᄒᆞᄂᆞᆫ 경우던지 ᄒᆞᆼ샹 량측면(兩側面)이 잇ᄂᆞᆫ 것을 주의ᄒᆞᆯ 터인ᄃᆡ 곳 주ᄂᆞᆫ 일과 밧ᄂᆞᆫ 일, 결합(結合)과 분ᄒᆡ(分解), 명령과 복죵, 능동(能働)과 소동(所働), 속박과 ᄌᆞ유, 고뎡(固定)과 변이(變移)에 주의ᄒᆞ야 두훌식 ᄒᆞ면셔 이것을 온젼히 ᄒᆞ도록 힘쓸 것이니 이ᄂᆞᆫ 홀노 교ᄉᆞ의게만 ᄃᆡᄒᆞᆫ 요구 ᄲᅮᆫ아니라 ᄉᆡᆼ도의게 ᄃᆡᄒᆞᆫ 요구도 되ᄂᆞᆫ 것인즉 이에 교ᄉᆞ 곳 명령쟈와 ᄉᆡᆼ도 곳 복죵쟈 ᄉᆞ이에 교ᄉᆞ던지 ᄉᆡᆼ도가 ᄒᆞᆫ가지로 복죵ᄒᆞᆯ 그 셋재의 것이 업서셔ᄂᆞᆫ 안될지니 그ᄂᆞᆫ 다름 아니라 졍의(正義) ᄯᅩᄂᆞᆫ 최션(最善)이라고 칭ᄒᆞᄂᆞᆫ 것으로써 본(本)과 근본뎍 원리(原理)로브터 필연뎍으로 흘너오고 ᄯᅩ 필연뎍으로 나타나ᄂᆞᆫ 쟈라 이러ᄒᆞᆫ 졍{{upe}}<noinclude><references/></noincl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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