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발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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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발생설(自然發生說, Abiogenesis, 어원은 그리스어의 a-bio-genesis, "non biological origins")은 생명체가 부모 없이 스스로 생길 수 있다는 가설이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생명의 기원에 관련된 학설 중 하나이다.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의사, 생물학자였던 프란체스코 레디(Francesco Redi)의 대조실험을 계기로 자연발생설을 부정하는 실험증명이 시작되어 1861년 프랑스의 화학자/생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의 저서 《자연발생설 비판》에 의해 사실상 부정되었다. (최근의 검토 결과로는 이 연구에서 파스퇴르는 자연발생설 쪽에 유리한 결과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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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자연발생설을 지지해 온 관점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한 자연발생설은 아래와 같은 관찰을 근거로 삼았다. 《동물지》,《동물발생론》에 따르면
- 곤충이나 진드기: 부모 이외에도 이슬이나 흙탕물 구덩이, 쓰레기, 땀에서도 자연히 발생
- 새우나 장어: 흙탕물 구덩이에서 자연발생
그 프로세스로서
- 생명의 기초가 되는 '생명의 배(胚, germ)'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 생명의 배가 '물질'을 조직하여 생명의 모양새가 된다.
라 주장하였다. 이 생각은 생명의 기원에 물질 이외의 무언가가 관여하고 있다는 생기론을 근거로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런 관찰은 르네상스까지 별 의심 없이 받아들여져 왔으며 실질적 증명을 위한 실험은 해 오지 않았다.
[편집] 자연발생설을 지지한 실험
1665년, 프란체스코 레디의 대조실험에 의해 자연발생설을 부정하는 최초의 실험증명이 행해졌으나, 같은 시기에 자연발생설을 지지하는 실험도 행해졌다. 벨기에의 화학자 반 헬몬트(Jan Baptist Van Helmont)는 17세기에
- 밀가루 낱알과 땀으로 더러워진 셔츠에 기름과 우유를 적셔서
- 항아리에 넣어 창고에 방치하면
- 쥐가 자연발생한다.
라는 실험을 행했다. 현대 시각으로 보면 웃어넘길 만한 실험이지만 당시에는 유명한 화학자, 의학자이자 연금술사였던 그의 실험은 자연발생론자들에게 용기를 가져다준 셈이었다. 연금술로 만드는 인공생명 실험으로서 가장 유명한 것이 파라켈수스에 의한 호문쿨루스 작성이다. 그 외 개구리나 토끼를 만드는 자연발생설을 지지하는 실험도 행해졌다.
[편집] 자연발생설 부정(否定)의 역사
자연발생설 부정의 역사는 대부분이 실험에 의한 것이었으나, 레벤후크가 발견한 미생물에 의해 완전부정이 곤란함에 빠졌다. 어떤 종류의 생물의 자연발생을 부정하더라도 그 실험결과를 부정하는 반론이나 예가 제기되었고, 게다가 그것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자연발생은 보다 강하게 부정되어 갔다. 그런 식이었기에 예상 외의 결과로 식품 보존에 대한 지식의 발견에 비상히 깊은 영향을 주었다.
[편집] 레디의 실험
자연발생설을 부정하는 실험을 맨 처음으로 한 것은 위에 언급했듯이 프란체스코 레디였다(1665년). 그의 실험은 과학에 있어 기본적인 대조의 개념을 확립시켰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레디의 실험은 아래와 같은 것이었다.
- 2개의 병에 죽은 물고기를 넣는다.
- 한쪽 병은 뚜껑을 덮지 않고, 한쪽 병은 천(잘 짜여진 거즈)으로 싸서 막는다.
- 그대로 며칠 방치한다.
- 그 결과, 뚜껑을 덮지 않은 병 쪽에는 날벌레가 꼬이나, 뚜껑을 한 병에는 날벌레가 꼬이지 않았다.
이 실험은 거즈로 인해 파리가 고기에 알을 낳지 못하게 해서 날벌레가 자연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실험은 날벌레나 파리 등에 관해서만 자연발생이 부정된 것 뿐이었기에, 레디 자신도 '기생충은 자연발생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또, 이후에 레벤후크에 의해 미생물이 발견되었으나, 이 미생물이 육즙(유기물 용액)에 자연히 나타나는 현상을 자연발생의 예시로 삼았다.
[편집] 유기물 용액의 가열 및 밀폐
유기물 용액에 있어서 미생물의 자연발생을 부정하는 실험이 이탈리아의 동물학자 라자로 스팔란차니에 의해 행해졌다. 그의 실험은 간단히 말해
- 유기물 용액을 가열하면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는 것이었다.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가열 이외에도 유기물 용액을 공기에 접촉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있었다. 이 주장은
- 미생물은 공기로 운반되며 유기물 용액에 침투된다
라는 논거를 근거로 두었으며, 그는 아래의 실험을 진행했다.
- 플라스크 내의 유기물 용액을 가열한 뒤 금속으로 용접밀폐
- 장기간 보존해도 미생물은 생겨나지 않는다
- 플라스크 벽면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면 미생물이 발생한다
- 미생물이 영구히 유기물 용액에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용액을 가열하여 용기를 용접밀폐한 상태로 보관한다
스팔란차니의 이 실험들은 멸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자연발생설의 부정은 물론이며 식품의 보존방법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후에 나폴레옹의 현상응모에 니콜라 아펠(Nicolas Appert)이 병조림을 개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의 실험에 자연발생론자들은 '밀폐로 인해 미생물이 운반되지 않는 게 아니라, 생물의 생육에 필요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발생한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된 것 뿐이 아닌가?'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편집]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
루이 파스퇴르가 실험한 이유는 원래 '유기물 용액의 변화와 미생물 증식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미생물이 증식하지 못하고 유기물 용액에 변화가 없다면 위 명제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파스퇴르가 처음에 했던 실험은
- 가열하고 밀폐한 유기물 용액에 가열한 공기를 면화약을 통해 들여보낸다
라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서는 미생물의 증식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면화약의 미생물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면화약을 유기물용액에 넣었을 때는 미생물의 증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열하지 않고 공기를 쐬인 뒤 미생물을 제어하는 실험을 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유명한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이다.
- 플라스크 안에 넣은 유기물 용액을 가열, 멸균한다.
- 멸균하면서 플라스크의 주둥이를 늘여서 미생물의 침투를 막기 위해 병 주둥이를 S자로(백조목 모양으로) 늘린다.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상태이다)
- 이 백조목 플라스크를 방치해도 미생물의 증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 플라스크의 목을 부러뜨리거나, 늘어난 병 주둥이에 멸균한 유기물 용액을 침투시켜 플라스크 안으로 들여보냈을 때는 미생물의 증식을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은 가열하지 않은 공기가 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서도 미생물이 증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극히 설득력 있는 자연발생설 부정 실험이었다. 이 실험을 기초로 해서 루이 파스퇴르는 1861년 《자연발생설 비판》이라는 논문을 저술하였다.